#6946 이수영 (ninapa ) [귀환병 이야기]별전 그 두번째 I 10/25 02:17 218 line 귀환병 이야기 -별전 두번째 이안이 패리어드에게 들려주는 이야기 이안은 어떻게 커크의 마음을 사로잡았는가 하하.. 어떻게냐구? 말하자면 길고도 짧다고도 할 수있지. 나는 물론 그녀를 보자마자 반해버렸지만 그녀야 어디 그런가. 그녀는 전혀 나에게 신경도 쓰지않았지.사실 용의 입장으로 본다면야 나라는 인 간은 얼마나 보잘것 없는 존재이겠어? 이해는 하고 말고.게다가 그녀는 그토록 눈부신 미녀였는지라아마 나라는 인 간 이외에도 많은 용들이 그녀에게 구애의 줄을 서고도 남았겠지. 음,일단 내가 벅찬 마음으로 잠이 든 날- 그러니까 그녀의 존재를 처음 알게 된 그날 말이지-아침에 나는 일어나자 마자 일단 경건한 마음으로 몸을 다듬었 지.나의 이런 태도에 대해서 필립은 의아하게 생각했어.생전 하지도 않던 머리 를 빗었으니 말이야. 어찌되었든 나는 경건한 마음으로 세수를 하고 다시 일행들을 따라나섰지. 차르가 그 날 아침은 앞장 서서 사냥을 나갔어.나는 그의 옆을 따라 나갔고 활 과 단검등을 충분히 준비하고 있었지.바람이 살살 불어서 기분도 좋아진 그 날 나는 그녀를 등에 매달고 있는 듯한 에로틱한 기분을 느꼈어.물론 커크야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지 알지못했겠지만. 실은 자랑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그렇게 하진 않았어.왜냐면 그녀를 아무에게도 보여주고 싶지않았거든.그녀가 갑자기 알몸으로 튀어 나오면 어떻게 해? 내가 용을 가졌다는 것을 차르나 다른 놈들에게 말해서 내가 얼마나 대단한 놈 인지 말해주고 싶기는 했지만 자제했지,한편으로는 내가 정말 꿈을 꾼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겁이 나기도 했거든. 그런데 수풀을 한참 헤치고 들어가는 그 때 갑자기 등에서 누군가가 속삭였어. "멍청아.뒤에서 뭔가가 오고 있어." 나는 무의식중에 홱 돌아보며 외쳤다. "어디?" 내 앞에 가던 자들이 일제히 돌아보았고 난 무안해 졌어. 왜냐면 내 뒤에는 아무것도 없는 수풀 뿐이었거든.바람에 쏴아 쏴아 하고 긴 풀들만이 흔들리고 있을 뿐이었어. "아무것도 없잖아." 내 바로 뒤에 있던 녀석이 투덜거렸지. 나는 무안해서 입을 다물었는데 갑자기 뒤에서 또 그 목소리가 나를 욕하는 거 야. "멍청아.바람을 내리쳐봐." 나는 무의식중에 손을 내밀고 바람을 불러 모아 수풀을 갈랐지.내 손안에서 이 는 바람이 확 하고 수풀을 밀어 제켜 바위와 흙바닥을 드러나게 했어. 그러나 그 순간 악 하고 나는 비명을 올리고 말았지. 바로 그 수풀 아래 몸을 숙이고 납작하게 버티고 있는 것은 기묘하게 생긴,굳이 비교하자면 거북이같이 생긴 마수였어.그 마수가 혀를 날름 거리면서 노란 눈 으로 날 빤히 바라보고 있는 거 알아? 등 줄기에 땀이 흘렀어. 다른 자들은 전부 혼비백산해서 튀듯이 사방으로 피했고 나도 홱 뒤로 피했지. "다들 풀숲을 조심해라! 새로운 마물이 나타났다!" 차르가 고함을 질렀고 나는 뒤로 자빠질 것같이 비슬 거리면서 피했는데 이 놈 의 괴수가 나에게 일직선으로 슬금슬금 다가오는 거 알아? 아아.그 괴이한 몰골이라니. 납작한 몸통은 커다란 방패를 열겹으로 겹친 듯한 크기였어.그리고 그 밑에는 기묘한 촉수와도 같은 발이 수백개나 우글거리고 있었지.그리고 그 입은 나를 향해 곧장 내밀어져 있었는데 손의 역할을 하는 듯한 긴 촉수가 날 향해 이글거 리고 있더라구.그 날름거리는 촉수를 향해 커크를 들어서 후려갈기면서 뒤로 물 러섰는데 이게 의외로 속도가 빠른 거야. 나는 뒤 돌아서 계속 기었고 그놈은 계속 나만 따라오는 거야.다른 자들은 날 위해서 여기저기서 돌을 던지고 화살을 쏘고 난리를 쳤지만 이건 계속 나만 따 라오는 거야.게다가 일직선으로 다가오는데 나는 그 속도때문에 앞으로 달리지 도 못하고 뒷 걸음질만 계속 쳐야만 했어.뒷걸음질 치면서 검을 휘두르는 내 몰 골도 사실은 웃겼을 거야. 차르가 신중하게 창을 들어서 내 가까이에 왔지.그리고는 그 마물의 단단해 보 이는 껍질 아래의 무수한발들을 향해 내리 찍었어.그러나 마물은 재빨리 그 창 날을 피했지.그덕에 난 조금 시간을 벌어서 재빨리 달아나 바위위로 올라갔어. 차르는 신중하게 그 놈과 대치하고 있었지.나는 차르가 그놈을 해치우길 바라면 서 바위위에서 그에게 응원을 보내고 있었어. 그런데 뒤에서 다시 욕설이 들려왔지. "아유. 이 등신. 저런 것도 처리못한단 말이야?" 나는 에 하고 무의식중에 사방을 훑어보았는데 역시 아무것도 보이질 않았어. "네가 나서서 해봐." "내가 어떻게?" 내가 중얼거리며 대꾸했지. 그러고 나서야 내 등뒤에 있는 커크가 말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어.나는 급히 커크를 끌러서 내 얼굴앞에 놓고 말을 걸어 보았지. "지금..네가..당신이 말하는 거에요? "멍청이,그럼 누구라고 생각했냐?" 나는 기뻐져서 검자루에 대고 키스했지.옆에서 보던 자들은 벙벙했을 거야. 나는 그녀의 말을 그대로 따라 하기로 마음먹었어.그녀가 지켜주고 있는 이상 날 죽게 내버려 두지는 않겠지.그녀는 최소한 수호룡이 아니겠어? 나는 검을 척 하니 빼어 들고 차르가 대치하고 있는 곳으로 다가갔어.차르는 그 때 꿈틀거리는 촉수를 헤치고 창을 꽂고 있었지.그런 그의 맞은편으로 가서 나 는 그 촉수의 사이를 열심히 바라보았어.다른 자들도 다들 나처럼 창끝을 세우 고 그놈을 찍어 버리려고 애를 쓰고 있었지. 나는 요리 조리 살피다가 검을 겨누어서 잘 겨냥했어.사실 창에 비하면 검으로 그런 짓을 하는 것은 무모한 일이었지. 촉수가 몇개 나에게 달려들었고 나는 그것을 칼로 잘라 버렸어.용기 백배라는 것은 조금은 무기가 되기도 하는 거지. 나는 겨냥을 하는 즉시 검을 들어서 세차게 집어 던지듯이 말 그대로 몸을 던져 서 그놈의 뱃가죽을 향해 검을 찔러넣었어.옆에서 모두 앗 하고 나의 과감성에 놀람을 표시했지. 그러나.. "으앗." 나는 겨냥에 실패해서 나뒹굴었고 놈은 나의 실패를 기다렸다는 듯이 나에게 촉 수를 감아왔어.수십개의 촉수가 내 팔과 내 다리를 휘감았고 나는 공포에 내 질 렸지. 사람들이 놀라서 나를 위해서 창을 찔러댔지만 그놈이 날 놓아주질 않았어.나는 버둥거리면서 검을 쥐고 어찌해 보려 했지만 도저히 닿을 수가 없었지. 푸론이 검을 휘두르면서 다가들어서 내 몸에 감긴 촉수를 잘라낼 때 까지 난 버 둥거려야만 했는데 나는 그동안 온몸이 얼어붙을 공포에 시달렸지. 등줄기에 땀이 줄줄 흐르고 정말 무서웠어. 푸론이 날 끌어내고 차르가 놈의 아가리에 창을 찔러넣어 그놈을 끝장 낼 때까 지 그놈은 무수한 촉수를 펼쳐내서 우리들의 팔 다리에 자국을 남겨놓았지. 그 자국은 새빨갛게 살갗을 벗겨놓았는데 무슨 독충에 물린 것처럼 곧이어 퉁퉁 부 풀어 올랐어. "너무 무모한 짓을 하지 말았으면 좋겠어." 렌토가 혀를 찼지.내 검선생인 푸론과 렌토는 나의 이 무모함에 질렸다는 듯이 고개를 내저었고 나는 창피해서 죽을 거 같은 기분이 되었어.아프고 열나고 욱 시근 대는 몸으로 필립이 기다리고 있는 우리들의 동굴에 돌아갔을 때는 이미 전신이 퉁퉁 부어 올라서 팔이나 다리를 제대로 굽히지도 못할 정도가 되어 있 었어. 필립은 내 몰골에 놀라서 입을 쩍 벌리고는 나 이외에 대여섯이 퉁퉁 부운 팔 다리를 하고 오는 것을 보았지.그리곤 가장 심한 내 몰골을 보고는 한숨을 내어 쉬었어. "잠시도 가만있질 않는 군요.전하.이안님은 정말로 얌전한 분이었는데 여기에 오자마자 왜 이렇게 되지요?" 나는 그의 핀잔을 들으면서 화를 억지로 억누르고 있었어. 뭐가수호룡이야? 뭐가 화이어 드래곤이야? 소유주인 나 하나 구해내지 못하면서 뭘 수호룡이라고 하는거야? 그날 밤에 나는 팅팅 부풀어 오른 팔과 다리로 인해 아파서 끙끙 앓았지.그러면 서 커크의 욕을 할 수 밖에 없었어. "이봐요. 나는 다쳤어.정말 너무하잖아?" 내가 중얼거리자 뒤에서 자던 필립이 물었지. "아파요?" "아.,아냐,.아프긴 해도..너에게 한 말이아냐." "아파서 열이 날 거에요." 그는 내가 아파서 헛소리를 하는 줄 알았는지 내 이마에 손을 얹어 보고 열을 재어 보더니 걱정스레 내 이마에 키스를 하곤 도로 드러누웠어. 나는 떠들수도 없는 심정이 되어서 비실 기어 나왔지. 그때 우리들은 모두 거처를 정하기 위해 동굴에 모여 있었어. 그 동굴은 약 세개의 구멍으로 이루어져 있었는데 제법 크고 넓은데다가 지낼 만했어. 마수들이 습격해 올 염려가 좀 적겠지 싶었는데 다행히도 괜찮았어.며 칠 전에 습격해온 긴 이빨을 지닌 코스라논이외엔 괜찮았지.그놈이 밤새 습격해 서 일곱명이 다쳤고 두명이 죽었거든. 그 이래로 우리들은 입구에 불을 피우고 불침번을 엄격히 세웠어.차르의 명령으 로 동굴 주변의 숲에는 장대로 길게 방책도 세워두었지. 나는 조금 다리를 끌면서 바위위로 올라앉아서 커크를 노려보면서 화를 토해내 기 시작했어. "너무하잖아? 날 도와준다고,지켜 준다고 한 거 아니었어?" 그녀는 말이 없었고 나는 더 화가 나기 시작했지.내가 지금 무슨 미친 짓인가 싶기도 했어.아무도 보지않도록 돌아나와서 자기 칼자루에게 이렇게 중얼거리고 있다니.이 무슨 미친짓인가 울화가 치밀더라구. "그래서?" 갑자기 뒤에서 대꾸가 들려와서 난 돌아보았어.돌아보니 황홀한 적발의 미인이 나를 꼬나 보고 있었지.아니,꼬나 보아도 좋았어,그런 미인이 날 본다면 별 불 만이 없을 거야. 나는 다시 황홀해져서 불만따윈 다 잊어 버렸지. "아니,아니에요.." 내가 대꾸하자 그녀는 기가 차다는 듯이 하 하고 웃고는 팔짱을 끼고 날 바라보 았어.그녀의 얼굴에 경멸이 스쳐지나가서 나는 정말로 쥐구멍이라도 들어가고 싶었어. "저기.." "대체 너 바보 아니냐? 그정도도 감당하지못하다니,그러고도 기사야?" "난...원래 기사가 되려든게 아니고.." "아니든 기든,검을 지녔으면 정신을 차려야 할 거 아니야?" 그녀가 나에게 호통을 쳤지. 나는그저 그녀를 넋을 잃고 보고만 있었는데 그녀는 내 앞으로 왔다갔다하면서 설교를 시작했어. "정말 어처구니 없더군.어쩌면 그렇게 멍청하냐? 검을 가지고 그놈을 찌를 수가 없다고 판단되면 물러서있던가,아니면 나서서 해결하려면 머리를 쓰던가.다짜고 짜로 달려들어서 나동그라지는 꼴이라니.그러고도 내가 도와줄 거라 믿었어?" "도와 준댔잖아요?" 내가 항의하자 그녀가 나를 엄숙하게 바라보았지. "하늘에서 구원의 손길을 내뻗어주기만을 바라는 자는 발전이 없어." 나는 욱 했지만 그녀에게 차마 소리를 지를 순 없었지.내가 어떻게 그녀에게 항 의하고 화를 낼 수가 있었겠어? 저 신비로운 보랏빛 눈동자를 보면서 말이야. "그럼 어쩌라구요?" "맨 먼저 네가 할 일은 자기 기량을 닦는 것이야." 그녀는 팔짱을 끼고 말했다. "그리고 다음은 네 실력을 가늠할 것.그리고 나설 때 안나설 때를 확실히 알아 내야 해." 나는 욱하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럼...날 전혀 도와주지않겠다는 의미에요?" "글쎄? 네가 내가 도와줄 것이라는 것을 믿고 언제까지나 어린애처럼 군다면 그 건 내 도움이 실은 방해라는 결과가 되지.그건 네 자신이 잘 알고 있겠지?" 나는 입을 죽 내밀고 거의 어린애 처럼 토라졌지만 그녀는 달래줄 생각은 하지 않고 오만하게 날 바라보며 설교만 계속했어. "노력하라구." 그녀는 그 말을 하더니 풀이 죽어 있는 내 앞으로 다가와서 흰손을 내밀어서 내 상처를 어루만졌고 나는 청량감에 놀라 눈을 크게 떴지.그녀는 내 팔과 다리를 천천히 어루만졌고 나는 말할 나위도 없이 행복감을 느끼면서 그녀를 넋을 잃고 바라보았어. 그녀의 긴 머리칼이 그녀의 흰 얼굴을 살짝 살짝 가릴 때 마다 나는 그녀의 얼 굴에 키스하고 싶은 충동을억누르느라 주먹에 땀이 고일 정도였지.그리고 마침 내는 참지 못하고 그녀의 뺨에 키스하고 말았어. 반응은 조금 내 뜻과는 의외였어. 그녀는 화를 내는 대신에 어리둥절한 얼굴을 하고 날 바라보았어. "뭐야?" 그녀는 그게 단순히 부딪친 것이라 생각했던 건지 날 빤히 보고는 다시 치료에 열중했어. 나는 더더욱 대담해 져서 그녀의 뺨에 다시 길게 키스했지. "왜그래?" 그녀가 날 다시 보았고 나는 이번에는 그녀의 입술에 눈 딱 감고 키스했지. 성공이다! 그녀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날 보았는데 내 얼굴이 붉어져 있었어. "뭐야?" 그녀는 얼굴을 찌푸렸고 나는 할 말을 잊었어. "감사의 의미에요." 내가 얼른 말했고 그녀는 얼굴을 조금 찌푸리다 말고 흠 하고 몸을 일으켜 세워 똑바로 섰지.나는 앉은 채로 그녀를 바라보았어.그녀는 고개를 약간 갸우뚱하더 니 나를 보고 말했지. "어서 자고 내일 부터는 수련에 열중해,알았지?" "네." 나는 얌전히 대답했어.이미 나는 즐거워서 웃음을 참지 못할 기분이 되어 방방 뜨고 있었지! 하하하..잠도 못잤지.  #6947 이수영 (ninapa ) [귀환병 이야기] 별전 그 두번째 II 10/25 02:33 300 line 귀환병 이야기 별전 -두번째 II 이안이 패리어드에게 들려주는 이야기 II 이안은 어떻게 커크의 마음을 사로잡았는가 II 며칠이라고 볼 순없지.꽤나 걸렸어. 나는 매일 매일 푸론과 렌토에게서 검술을 배웠어.그들은 내가 열심히 하는 것 에 고무되었는지 나에게 친절히 가르쳐 주었고 보고 있던 차르도 거들어 주었 어.나는 정말로 열심히 했는데 그 이유를 그들이 알았다면 나를 그때 처럼 기특 하다고는 하지않았겠지.하하하. 매일 밤마다 커크는 나에게 치유술을 펼쳐주었어.필립은 내가 아침이면 멀쩡해 지는 것을 정말로 희안하게 생각했지만 나는 그 이유를 말해줄 순 없었지.그건 나와 커크의 은밀한 어떤 비밀이었기때문에 정말 필립을 좋아하긴 했지만 말해 줄 순 없었어.게다가 신관은 용을 그다지 좋아하진 않아.왜냐구? 그건 너도 알 다시피 인간계의 용들 대부분이 선한 용이 아니기 때문이야.대개는 악룡에 대해 소문이 나지 선한 용이 있단 건 소문이 나지도 않지. 그리고 커크에 대해 그가 알았다면 어쩌면 화를 내었을 지도 몰라.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다치고 아픈데 커크가 치유술을 펼쳐주지않았다는 데에 그는 화를 냈겠지.그러나 나는 그에게 말할 여유도 없었고 실은 그가 그녀에게 비난을 퍼무었다고 해도 까닥도 하지않았을 거야. 몇달이나 지났을 거야. 우리들은 드물게 평안한 시절을 보내고 있었어. 마계에도 겨울이 왔고 그건 정말 혹독한 계절이었지. 우리들은 동굴에서 거의 밖으로 나가지도 못했는데 나갔다간 손발이 얼어붙는 중상을 입어야만 했어.그저 나가기만 하면 얼어붙는 거야.그래서 죽어버리는 거 지.그 끔찍함은 말 할 수도 없을 지경이었어. 그러나 나가지않으면 안될 상황이란 게 있지.예를 들자면 먹을 것을 구하러 나 가야 한다는 거 말이야.그러나 이 겨울은 말 그대로 대지를 완전히 얼음에 뒤덮 게 해서 도저히 먹을 것을 찾아낼 수도 없었어.아주 심각한 상황이었지. 차르는 가장 강한 사람들 일곱을 선출했어. 그리고 모두를 모아 그동안 모아왔던 털가죽으로 겉옷을 만들어 입고 밖으로 나 섰지. 나는 나가지않았기때문에 어땠는지 감도 잡히지않아.그러나 그들은 얼마 되지도 않아 곧 돌아왔어.그리고 다음 조가 또나갔지. 나는 세번째 조에 속해있었어. 나가는 게 끔찍했지만 나만 빠질 수는 없는 노릇인지라 나도 온몸을 둘둘 휘어 감고 장갑을 몇겹이나 두른 뒤에 밖으로 나갔지. 그리고 나의 조원과는 말 그대로 나가자 마자 헤어져버렸어. 왜냐구? 내가 막 밖으로 발을 디뎠을 때 눈앞은 눈보라로 가득했어.그 눈보라는 앞을 전 혀 알아 볼 수 없었기때문에 나는 당황해서 손발을 휘적거렸지.그리고 나가자 마자 어딘가를 잘못 디디고 나동그라진 거야.그리고 일행들은 내가 사라진 것도 모르고 계속 앞으로 진전했지. 나는 눈구덩이 속에 빠져서 허우적 거렸어. 그들과 헤어졌다는 공포감으로 온몸이 떨렸고 말 그대로 아찔 했지. "이봐! 나 여기에 떨어졌어!" 몇번이나 외쳤지만 살을 에는 듯한 세찬 바람과 마치 휘파람을 부는 듯한 바람 소리로 인해 사방은 윙윙이란 소리 이외에는 아무것도 들리지않았어.나는 공포 로 버둥버둥 거리면서 일어나 서려고 애썼지만 너무 끼어 입은 가죽옷 탓으로 일어나지도 못하고 버둥거리면서 기어다녔지. 한참을 헤메는 동안 무섭게 추워지기 시작했어. 두려움과 추위로 온몸이 꽁공 얼어붙었고 나는 움직여야만 산다는 일념하에 더 더욱 버둥거렸지. 사방에 보이는 것이라곤 소용돌이 치는 흰 눈과 바람,그리고 온통 새하얗게 쌓 인 천지뿐이었지. "이봐! 어이! 차르! 렌토!" 나는 미친듯이 고함을 질렀지만 곧 입안이 얼어붙을 것같아 입을 다물수 밖에 없었어.숨이 컥컥 막히고 침이 흘러나와 입술을 적시면 곧장 입술이 갈라져 버 렸지. 나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멀건히 사방을 바라보았어.두려움으로 눈앞이 깜 깜했는데 그 때 사랑스런 목소리가 들려왔지. "이안." 그녀는 처음으로 내 이름을 불렀어. 맨날 멍청이 아니면 바보,멍텅구리만으로 부르던 그녀가 처음으로 내 이름을 불 러서 내가 순간 아찔 하던 그 때 그녀가 속삭였지. "내가 인도할 테니 걱정하지 말고 걸어." 나는 한숨을 내어 쉬었어. "바보놈아.그러게 정신을 차렸어야지." 그 다음에 그녀는 호되게 야단을 친 다음에 내게 오른쪽으로 걸으라고 말했지. 나는 그녀의 말 대로 걸었어. 갑자기 안도가 되자 이번에는 욕심이 생겨 그녀에게 물었지. "저기,커크,먹을 것을 구할 수는 없을까?" 그녀는 의외로 화를 내는 대신에 차분히 생각하는 듯 조용해 지더니 나에게물 었지. "지금 잘 움직일 수 있겠어?" "응," "좋아.그럼 몸을 돌려서 반대로 걸어." 나는 그대로 했어.그녀가 이번엔 진짜 힘을 빌려주나 싶어서 용기백배했지. 나는 엉기적 거리면서 눈속을 기듯이 걸었어.무지 힘들었고 숨이 컥컥 막혔지만 의외로 춥지않은 것은 그녀가 등에서 열기를 뿜어주고 있었기때문이야.내가 나 중에 정신이 좀 나서 나 자신을 보니 눈이 나를 피해서 떨어지고 있더군.그녀는 보이지않게 날 보호해 주고 있었던 거지. 어느 정도 걷자 눈앞이 갑자기 희게 안보였어. 내가 당황해서 고함을 지르자 그녀가 호통을 쳤지. "가만히 있어!" "이게 왜이래? 왜 앞이 안보여?" "이건 수증기야.바보야,그러니 가만히좀 있어." 내가 멀건히 멈추어 서자 무언가가 갑자기 내 손을 잡았지. 나는 감촉이 느껴져 서 무척이나 놀라서 고함을 지를 뻔했는데 다시 보니 그녀가 나타나 있어서 안 도했어, 그녀는 손가락을 들어 입에 대고는 조용히 하라고 눈짓했어.그러곤 나의 손을 이끌고 전진했지. 내가 들어간 곳은 알고 보니 숲속이었는데 사방이 흰 수증기로 가득했어.그리고 그 수증기 안은 따스한 습기가 일어나고 있었지. "이건?" "온천이야." "온천?" 내가 경악해서 말하자 그녀는 내 손을 잡아 이끌면서 따스한 수증기안으로 나를 이끌어 들어갔지.정말 그 속은 따스했어.믿을 수없도록. 주변이 따스해 지자 나는 졸려움이 몰려왔는데 눈꺼풀을 도저히 뜰수가 없을 정 도였어.그러나 커크는 내 얼굴을 찰삭 찰삭 때려가면서 잠을 깨우고는 조용히 말하는 거야. "이 안은 마물로 들끓어.자면 너 죽는다." 세상에! 내가 눈을 휘둥그레 뜨는 순간 그녀는 검을 내게 쥐어 주고는 조용히 말했어. "이 속에는 무수한 마물들이 동면하고 있어.그러니까 이게 기회야.적당한 놈을 하나 잡아서 끌고 가는 거야." "내가? 내가 혼자 저 눈길을 뚫고 끌고 가?" 내가 아연해서 그녀를 보자 그녀는 날 한심하다는 듯이 노려보았어. "먹을 게 필요하단 게 누구야?" "하지만...나 혼자 잡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 "멍청아.어리광도 적당히 해.너는 황자야.그리고 사내지.너는 사령관이야,사령 관이 뭐하는 물건이라고 생각하고 있는거야?" 내가 움찔하자 그녀가 물었어.엄한 눈초리가 되어 있었지. "사령관이란 부하를 책임질 의무가 있는 거야.네가 사령관이고 대장인 주제에 부하들에게 검술을 배우고 있는 것도 사실은 수치이고 차르가 명령을 내리면 네 가 따라가는 것도 사실은 수치야.알아들어?" 내 자존심은 엉망진창이 되었지. 나는 항의하고 싶었어.정말이지 내가 이곳에 오겠다고 했었느냐 말이야.난 단지 비올린의 대타로 억지로 보내진 거란 말이야. 내가 그런 항의를 무언으로 하고 있는 동안 커크는 날 한심하다는 듯이 바라보 더니 말했지. "싫으면 관둬.굶어죽으라구,나야 어차피 자버리면 그만이니까." 그녀가 홱 돌아가려 할 때 나는 그녀의 머리칼을 꽉 쥐고 물었어. "도와줄거지...요?" 그녀는 날 쯧쯧하면서 바라보더니 턱을 들어보였어.그건 긍정도 아니고 부정도 아니어서 난 더 초조했지만 내가 그녀앞에서 마물 하나를 때려잡지않으면 그녀 가 날 멸시할 것은 확실했기때문에 하는 수없었지. 나는 검을 들고 사방을 둘러보았어.뭔가 순한 놈이 있으면 좋을 텐데. 견록이라든가. 맞아,.견록이 제일 좋은 거 였지.나는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사방을 훑기 시작했 는데 바닥이 물컹해서 당황했어.그리고 갑자기 무언가가 내 발을 잡아 당겼고 난 비명을 올리고 말았지. 내 눈앞에 마치 거대한 뱀과 같은 물건이 고개를 처들고 나를 노려보고 있었어. 그 놈은 거대한 구렁이처럼 보였는데 왠걸 다리가 여덟개는 되었고 미끈한 덩치 를 크게 하고는 입을 쩍 벌려 보이는 거야.이런 놈은 보도 듣도 못했기때문에 나는 빽 비명을 질러 버렸지. 그 크기는 작은 동산 만한 정도였고 나는 그런 물건은 마수 도감에서도 본 적이 없었어. 그놈이 입을 짝 벌렸는데 그 입안에 또하나의 입이 있고 또 그 안에 또 입이 있 는 거야. 나는 비명을 올리고 나자빠지는 것과 동시에 검을 치켜 들었어.그리고 그 입안 에서 나오는 작은 입이 나에게 달려들었지. 마치 손가락 길이만한 이빨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아가리를 가진 그놈은 탁탁 소리를 내면서 내 얼굴을 물어뜯으려 덤벼들었고 나는 그머리통을 칼로 후려갈 겼지. 탓 하고 갑자기 흰 피와 같은 것이 허공으로 치솟았고 나는 커크가 그 머리통을 절단한 것을 깨달았어.그녀의 말이 맞아.수련과 수련이 거듭되는 동안 내 손아 귀힘도 검을 잡는 손도 팔도 성장해 있었던 거지.예전같으면 자르기는 커녕 툭 치는 것에 불과했을 거야. 나는 갑자기 용기백배해서 날뛰기 시작했지.그놈은 입을 하나 잃어버리자 화가 나는지 또하나의 입을 뻗어왔고 나는 이번에도 잽사게 피하면서 그 머리통을 잘 라버렸지. 하하하..그건 사실 굉장히 웃기는 꼴이었어.매일 렌토가 내게 주먹질을 가르쳐 주면서 내가 잘 피하라고 했던 그것을 써먹는 중이었어.놈의 머리통을 세개정도 자르고 나자 이젠 겁이 없어지는 거야.그래서 이 거대한 놈을 먹을 수가 있을 까 생각하면서 나는 이번에는 그놈의 뱃가죽을 깊게 찔러 버렸지.그놈이 끄아 하고 고함을 지르는 동안 어디선가 크르르 하는 소리가 사방에서 들려왔어. 오매나. 그건 저 끔찍한 무리들이었지.뭐냐구? 바로 그 긴 이빨의 플라케돈.그놈이 난 정말 싫어. 교활한데다가 아주 잽싸기 까지 하고 게다가 잔인하지. 그놈들은 떼를 지어 덤비기 때문에 어쩔 수도 없어.말 그대로 우리들은 양떼처 럼 물려갈 밖에. 이 거대한 도마뱀 같은 놈은 내게 다친 데다가 사나운 플라케돈이 나타나자 무 지하게 당황하기 시작했어.그리고는 요동을 치면서 달아나려고 했지. 그러나 플라케돈이 그냥 놔둘 놈들이 아니지.놈들은 일곱마리 정도였던 거 같은 데 순식간에 입을 드러내며 달라들어서 걸신들린 아귀처럼 이 큰 도마뱀을 먹어 치워 버렸어. 그 무서운 식욕에 완전히 겁에 질린 나는 검을 들고는 슬금 슬금 도망을 치는데 문득 이대로라면 너무 억울한 생각이 들어서 플라케돈이 먹어대는 와중에 도마 뱀의 거대한 꼬리를 덥석 잘랐지. 그리고 그걸 질질 끌고 그들 사이로 빠져나온 거야. 이상하게도 플라케돈은 먹음직한 먹이를 얻어서인지 나에게 신경을 쓰지않더라 구. 나는 그놈들이 먹는 것을 보았기에 이 도마뱀을 먹을 수 있을 거라 확신을 가지 고 그 꼬리를 질질 끌고 플라케돈에게서 빠져나왔어. 이걸 사냥이라고 봐야 하는지 조금은 이상했지만 어찌되었든 실패라고 볼 수는 없지.안그래? 하하하..어쨌든 나 혼자 한 사냥은 그게 처음이었어. 나는 도마뱀의 꼬리를 질질 끌었는데 그건 정말 무거웠어. 크기는 사람만 했고 어찌보면 조금 더 컸을 거야.어쨌든 간에 그걸 질질 끌고 오는데 곧 내가 어디로 가야 할 지 모른다는 간단한 사실을 곧 깨달았지. "커크!" 내가 겁에 질려서 외치자 곧 목소리가 들려왔어. "나 여깅어." "노..놀랐잖아? 어디로 가야되지?" "너의 등 쪽으로 가면 돼,몸을 돌려." 나는 안도하면서 몸을 돌렸고 그녀는 조용한 목소리로 길을 안내하기 시작했어. 나는 그 놈을 질질 끌고 버둥거리면서 다시 눈속을 헤치며 걸었지.내가 얼마나 오랫동안 이곳에 있었는지는 감도 잡히지않지만 어찌되었든 다시 식량조달을 위 해선 이리로 와야한다는 생각이 문득 들더군. "커크,이곳으로 다시 오려면 어찌해야돼? 우리 동굴에서 이쪽 방향으로는 멀 어?" "음.상당히.그러나 결심하고 오면 괜찮을 걸,너희동굴에서 나오자 마자 왼쪽으 로 계속 걸으면 나와." "왼쪽? 너무..막막하잖아?" "그러나 기준 잡을 것이 없어.네가 길잡이로 나서면 아마 다른 누구가 알아서 해결할 거야." "그럴까?" "그럴거야." 나는 눈길을 낑낑거리면서 그것을 질질 끌며 걸었지.갑자기 가벼운 기분이 되었 어. "커크." "왜?" "나...처음으로 쓸만한 일을 한 거 아냐?" 그녀가 낮은 목소리로 웃었어.정말 듣기 좋은 목소리 였어." "처음은 아냐." "처음이 아니면 몇번째가 되는 거지?" "세번째." "세번째? 어째서 세번째지?" 내가 의아해서 그녀의 모습도 없는 빈 허공을 바라보며 묻자 그녀가 천천히 대 답했어. "첫번째는 네가 부상병을 버리지않고 신관들과 남은 것. 두번째는 차르의 생명 을 구한 것." 갑자기 눈물이 나올 뻔했어. 나는 화가 치밀어서 들고 있던 꼬리를 집어 던졌어. "너무해! 그때도 그럼 깨어 있었다는 거잖아! 네가 네가 있었다면! 네가 있었다 면 아델이 죽지않아도 되었다는 거야!" 나는 고함을 질렀어. 그날의 고통이 생각났어.그 무서움.그 슬픔,분노가 내 몸안을 휘감고 돌아나가 터져나갈 것같았지.갑자기 내 몸 주변에서 회오리가 일만큼 바람이 휘몰아 치기 시작했지. "너무해! 너무해! 그가 죽도록 내버려 두었지! 네가 그러고도 용이란 말이야! 네가 그러고도 용이야! 너는 대체 뭘 하고 있었어!" 나는 고함을 치면서 주먹을 쥐고 허공을 향해 외치고 있었어. 눈물이 흘러나오자 마자 얼음이 되어 허공에 흩뿌려졌고 내 뺨위에 얼어 붙었 지.나는 주먹을 쥐고 눈에 엎어져 통곡했어. 그녀의 음성은 들리지않았지.그녀는 침묵하고만 있었어. 나는 울다가 지쳐서 꺼억 꺼억 소리를 냈어. 전신에 다시 얼음이 붙었고 얼굴은 눈물이 만들어낸 얼음조각으로 가득했지. 아직도 눈보라는 휘몰아치고 있었는데 나는 바람을 불러내서 내 몸위로 눈이 붙 지않도록 조정했어.어차피 춥기는 마찬가지지만 그래도 안하는 것 보다는 나으 니까. 나는 버석거리는 무릎을 세워서 다시 꼬리를 끌고 전진하기 시작했지. 그녀에 대한 원망과 내 무력감과 견딜수 없는 자책감이 몸안을 꽉 조여대고 있 는 것 같았어. 그를 구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고 내내 생각했지만 그것도 곧 부질없다는 생 각이 들었어.나는 추웠고 이미 내 아픔이 그때의 죄책감을 잊게 만들고 있었지. 당면한 일은 내가 이 자리에서 일단 살아나가야 한다는 것이었으니까. "조금 더 오른쪽으로 걸어." 커크는 차분한 음성으로 말했고 나는 기계적으로 그 말을 따랐지. 아델은 죽었고 그녀를 책해봐야 살아돌아오진 않아. 나는 푹 가라앉은 마음으로 그녀의 말대로 나는 걸었지. 동굴의 어귀에 도착했을 때 나의 몸은 완전히 얼어서 아무런 감각이 없었어.가 죽옷은 당장이라도 얼어서 부서질 것처럼 버석거리고 있었고 움직이는 것도 너 무나 힘들었지. 내가 도착하자 가죽으로 방풍벽을 쌓고 있던 사람들이 놀라 입을 적 적 벌렸어. "이안!" 필립이 제일 먼저 뛰어 나와 나를 끌어안았고 나는 그에게 안겨 안도했어. 그리고 나의 동료들이 달려나와 내 몸을 감싸안았고 제일먼저 렌토가 내 옷을 벗겨내더니 곧장 나를 알몸으로 만들고는 자기도 옷을 벗어 내 몸을 안아주었 지.나는 이미 새파랗게 온몸이 질려서 얼어있었는데 그는 알몸으로 날 끌어안고 는 버들버들 떨었어. "추워," "알아,알아!" "살아돌아온 것이 기적이야!" 다들 외치면서 알몸둥이로 날 끌어안아주었지.불가에 앉아 있던 사람들이 벌떼 같이 일어나서 내 몸을 불가로 밀어주고 저마다 체온으로 날 안아주었어. 내가 제정신이 아닌 상태로 있을 때 갑자기 필립이 물었지. "저게 뭐야?" "뭘끌고 온 거지?" 내가 보았어.내가 끌고온 도마뱀의 꼬리는 팅팅 얼어서 새하얗게 보였지.말 그 대로 얼음덩이로만 보였기때문에 다들 내가 얼음덩이를 끌고 온 것으로 착각했 던 거야. "저거..먹을 거야." 내가 간신히 말하자 푸론이 제일먼저 그것을 툭툭 쳤어. 너무 단단히 얼어서 마치 통나무 같았는데 그는 자세히 들여다 보더니 날 돌아 보며 물었어. "이게 대체 뭐야? 무슨...고기같기도 하고 통나무 같기도 한대." "나도 그게 뭔지는 모르지만..허여간 무슨...도마뱀 같은 거였어.그게 그 꼬리 야.몸체는 도저히가져올 수가 없었어." 나는 턱을 덜걱 거리면서 자랑스레 말했지. 눈을 크게 뜬 자들이 일제히 다가가 그 꼬리를 불가로 가져와 녹이기 시작했어. 그리고 그게 정말 내 말대로 뭔가의 고기란 것을 아는 순간 사람들이 날 보는 시선은 홱 뒤바뀌었지. "어찌된 거야?" 렌토가 물을 때 나는 히죽히죽 웃으면서 차르에게 말했지. "저기.일행하고 헤어져서 헤매다가 말야, 이상한 곳을 발견했어.온천인가봐,수 증기로 가득찬 곳인데 거기는 따스하더라구,게다가 그 일대엔 마물이 잔뜩 있었 어.난 그중에 밟히는 놈을 잡아 죽이고 꼬리를 잘라온 거야." "뭐야?온천?" 다들 눈이 휘둥그레 졌고 나는 영웅이 되었지. 그날 밤 우리들은 모처럼 얻은 음식을 끓여서 스튜를 먹었어.나는 특히 더 고기 를 듬뿍 넣어 먹었지.왜냐면 내가 얻어온 거니까. 그리고 그날 아침- 아침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휴식을 취한 뒤에- 우리들은 그 온천 지대로 출발했어. 그리곤 사냥을 적절히 했지. 그리하야...우리들은 겨우 겨울을 날 수가 있었던 거야.  #6948 이수영 (ninapa ) [귀환병 이야기] 별전 그 두번째 III 10/26 03:14 247 line 귀환병 이야기 - 별전 그 두번째 이야기 III 이안이 패리어드에게 들려주는 이야기 III 이안은 어떻게 커크의 마음을 사로잡았는가 III 겨울이 지나는 동안 나와 내 동료들-언젠지 모르게 그렇게 부르게 되었지.나를 전하라고 부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게되었어.물론 차르는 나를 그렇게 불렀지만 그 안에는 이미 동료라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었지. 나는 그 해에 무척이나 커졌어. 원래 호리호리 했던 체구는 별로 변하지는 않은 거 같지만 어찌되었든 나는 무 척 커서 필립보다 커졌지. 필립은 겨울이 나기전에 점점 약해지고 있었지.그는 무리한 치유술로 이미 몸을 많이 상하고 있었어.그뿐만이 아니라 그의 전신에는 이미 삶을 포기한 듯한 그 런 기미가 엿보이고 있었지. 나는 가끔 그를 보면서 생각했지.그처럼 선한 사람은 오래 살아갈 수 없는 것인 지도 모른다고 말이야.아델의 죽음이나 필립의 죽음 모두다 내게는 이해할 수없 고 실은 용납되지도 않는 것이었어. 나는 그들을 사랑하지만 그들의 삶의 방식은 싫어. 내가 신관을 좋아했던 것은 사실이고 나 역시 신전에서 살아가려고 마음먹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나는 더이상 신관에 대한 동경은 품을 수가 없었지. 왜냐면 나는 너무나 세속적인 인간이고 신관이라는 것은 아무나 하는게 아니란 것을 그 때 이미 난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거든. 자자,일단 그만하자.패리어드. 너는 커크의 이야기가 더 궁금할 테니까. 네 엄마는 매우 못된 용이었지.뭐 용의 입장에서 보면 우리같은 인간들은 정말 한개의 돌멩이만한 존재일 테니까 무리도 아니지만. 나는 그녀가 아델이 죽는 그 당시에 그녀가 그것을 알고 있었다는 것을 듣고 나 서 부터는 그녀에게 매우 실망하고 토라져있었지.며칠동안 나는 그녀에게 말도 걸지않았어.그러나 그게 계속될수록 나는 그녀를 정말 사랑한다는 것을 점점 더 깨닫게 되었지. 왜냐구? 그녀의 욕설이나 핀잔,그리고 경멸도 나에게는 정말 귀한 것이었기때문이었지. 나는 아무도 없는 텅 빈 눈의 광야에 홀로서서 내 힘으로 바람을 불러서 눈발을 날리게 하곤 했어.어느 샌가 나의 이런 행동에 대해서 모두들 아무말도 하지않 게 되었지. 그때 즈음에는 나도 어린애도 아니고 그들의 동료로서 그것도 꽤 유 사시에는 필요한 동료로서 인정받았기 때문이었어.그래서 내가 텅빈 들판에서 발가벗고 춤을 추어도 그들은 나를 그런가 보다 하고 내버려 두었을 거야. 하여간 나는 점점 혼자있는 시간을 견딜수 없게 되어가고 있었어.그녀를 볼 수 있다면 솔직히 말해서 아델의 죽음은 어차피 돌이킬 수가 없는 것이니까...더이 상 그녀를 원망할 리가 없었지. 나흘정도 지났을 때 나는 손을 벌리고 바람을 부르면서 커크의 이름을 불렀어. 이 겨울에는 혹독한 추위덕분에 마물로부터는 상당히 안전해 있었지. "커크," 그녀는 대꾸하지않았고 나는 마음이 급해져서 외쳤어. "커크! 화났어? 화났어요? 커크!" 그녀는 대꾸하지않았어.나는 초조해져서 검을 풀러놓고 그것을 꽉 쥐고는 기도 하는 심정으로 그것을 내려다 보고 외쳤지. "커크,나와! 제발!" 그녀는 잠잠했고 나는 절망했어.나에게 화가 나서 그녀는 사라진게 틀림없다 싶 었지.나는 울고 싶어져서 검자루를 쥐고 흔들었어. 멀리서 보던 사람들은 내가 아마 수련하는 줄 알았겠지. 완전히 사방이 탁 트인 이 눈의 벌판은 희미한 햇빛으로 사방이 빛나고 있었어. 벌판에서는 소리도 거의 들리지않고 멀리 나가지도 못하지.게다가 눈이 쌓여있 을 때는 더더욱이나. 나는 커크의 이름을 부르면서 앞으로 고꾸라졌지.그리고는 한동안 움직이지도 않았어. 내가 허탈감에 빠져서 허공을 바라보며 바람을 불러냈을 때 하늘은 모처럼 눈보 라를 없애고 맑아져 있었지.맑아봤자 회색빛이지만 말이야. 내가 불러낸 바람이 내 손끝을 타고 작은 눈발을 담고 허공으로 치솟아 올랐어. 마치 춤을 추는 듯이 눈발들이 바람을 타고 허공으로 날고 또는 기차게 재주를 넘듯이 원을 그렸지.소용돌이와 같은 원을 계속 그리는 눈발도 있었고 계속해서 하늘로 상승하는 눈발도 있었어. 나는 내가 하면서도 그 것의 아름다움에 넋을 잃고 바라보고 있었어. 말은 하지않았지만 나는 바람을 사랑해. 내 곁에서 언제나 불고 있는 그 바람들을 나는 사랑하지. 문득 내가 어릴 때 버려졌었다는 생각을 했어.기억도 잘 나지는 않지만 다른 사 람들 이야기로는 그건 내가 다섯살인가 여섯살인가 하던 때라고 하더군.내 모후 가 죽고 나서 부황은 내가 바람술사라는 것을 알고 두려워 나를 갖다 버리게 했 다고 했어. 그때 내가 뭘 어떻게 했는지 모르지만 나는 그 때도 이렇게 누워서 손을 벌려 바람을 불러서 같이 놀고는 하지않았는가 하고 문득 생각했지.사방은 고요하다 기 보단 적막했어.귀가 막막할 정도의 고요가 사방에 무겁게 누르고 있었는데 그 모든 고요로 부터 자유로운 것은 오로지 그 눈발 뿐이었어. 허공으로 마음껏 치솟아 오르는 바람들과 마치 꽃잎같은 눈발들. "아름답군." 갑자기 그녀가 말했고 나는 놀라 벌떡 일어났어. 언젠지 모르게 그녀가 내 옆에 앉아있었어.여전히 아름다운 적발을 늘어뜨리고 나와 같이 그 눈발을 바라보고 있었던 거야. "너는 정말 바람을 잘 부리는 구나." 나는 손을 뻗어서 작은 소용돌이를 만들어서 그녀에게 보여주었지. 작은 눈송이들이 소용돌이를 치며 뭉쳐서 흰 공이 구르듯이 보였어.그 작은 공 이 내 손바닥위에서 빙글 빙글 춤을 추었지.그녀가 미소를 지어 보였어. "마치 ..흰 꽃밭에 앉은 기분이군." 나는 그녀를 바라보자 갑자기 모든 것이 다 행복해지는 기분이 되어서 바람을 보내 버리고 그녀와 마주앉았어.그녀는 흩날리는 눈발들을 바라보다가 나를 직 시했지.보랏빛 눈동자가 아름답게 반짝이고 있었어. "저 번에 한 말..미안해요." "미안할 거 없어.그건 사실이야,그리고 난 너에게 관계된 일 외엔 해야 할 의무 가 없어.그리고 해서도 안되고." "어째서죠?" "나는 오슬라인의 피를 이은 자를 지키기 위해서 검에 남은 거야.너는 나를 원 망할 지 몰라도 나는 너의 신상에 무슨 일이 벌어지지않는 이상 힘을 쓰지는 않 는다.그리고 써서도 안돼. 그건 계약의 문제지." "무슨 소린 지 모르겠어요.요컨대 내가 위기에 처해있기전에는 당신은 나서지도 않고 나설 수도 없다는 뜻인가요?" "그래.그게 계약이니까." 그녀는 고개를 그덕이고 다시 입을 다물어버렸지. 나는 그 말을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아무래도 좋았어. 그녀와 이렇게 나란히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이미 행복했거든. 이 삭막한 마계도 그녀가 있어서 달리 보였지. "당신을 사랑해요." 내가 고백했어.몇번 하다보니 그 말이 자연스레 흘러나왔지.그녀가 날 사랑하지 않는다고 해도 아마 그녀가 떠나지는 않을 것이란 것을 알기때문에 더 자연스레 나올 수가 있었겠지. 그녀는 웃는 대신 날 빤히 바라보곤 이해할 수없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어. "너라는 인간은 이해할 수가 없구나.인간을 이해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긴 해도 말이야." "나는...당신을 보지않으면 안돼." 내가 절박하게 말했고 그녀는 묵묵히 날 보더니 물었어. "내게 바라는게 뭐지?" "날 사랑해주는 거." 그녀는 눈쌀을 찌푸렸어. "그건 더 이해할 수 없는 말이다.나는 널 지켜주겠다고 약속하고 맹세했어.그건 그 뿐이야.더 이상 뭘 바라는 거지?" "나를 사랑해주는 거." 나는 어린애 처럼 졸랐고 그녀는 점점 당혹한 표정을 지었어. 나는 거의 원색적으로 매달리듯 말했는데 그녀는 그게 더 이상했던 모양이야. "내가 연약한 남자라서 그렇다면 강해질 거야,당신이 바라는 대로 말이야." 내가 열렬히 말하는 동안 그녀는 날 빤히 바라보고만 있었지.그리고는 조용히 물었어. "넌 내가 인간이 아니라는 것을 잊고 있는 거 같군.넌 나를 인간 여자로서 좋아 하고 있는 거 아니냐?" "모르겠어요.그러나 ..그러나 말이지.나는 당신이 누구든 간에 당신을 사랑해 요.그래서 아무에게도 당신을 보이거나,주고 싶지도 않아요." 그녀는 난감한 표정을 살짝 지었고 나는 더듬거리면서 말했어. "당신이 날 지켜 주는 거라면 이왕이면..날 사랑해주세요," "나는 너보다 몇백년이나 앞서 살았고 또 앞으로도 너라는 인간이 죽어 없어지 더라도 몇백년,아니 몇천,만년을 살게 될 거야.그런데 너는 지금 나에게 널 사 랑해달라고 하는 거냐?" 나는 그녀를 바라보고 웃었어.실은 갑자기 행복한 기분이 되었지. "내가 평생 당신을 사랑해도 되겠죠?그래봤자 당신에겐 겨우 찰나일 테니까요." 그녀는 입을 다물고 날 바라보았어.처음으로 그녀가 감정이 깃든 얼굴로 날 바 라보는 것을 알았지.그것은 사랑하는 감정은 아니었어도 최소한 나를 그저 돌멩 이로 보는 그런 시선은 아니었어. 그녀는 나타났을 때와 같이 조용히 사라졌지.내 눈앞에서. 나는 행복한 기분에 빠져서 눈위에 허우적거렸어. 그녀말이 맞아. 그녀가 뭐라든 나는 내 평생동안 사랑하는 여자를 찾아냈고 그게 설사 용인들 어때? 이 삭막한 마계안에서 나는 사랑을 찾아낸 거야.그녀가 날 사랑하지않으 면 어때? 어찌되었든 그녀는 나를 평생 지켜줄 건데. 나는 느긋한 마음이 되어서 눈위에서 비비적 거리다가 실실 웃었지. 멀리서 보던 푸론이 가죽신을 질질 끌고 와 나를 들여다 보곤 물었어. "너 돌았니?" 겨울이 지날 때 까지 나는 사냥꾼으로 변모해 있었어. 첫 그 괴이한 꼬리 사냥이 있은 후에 나는 혼자서 견록 일곱마리와 케푸론 세마 리,그리고 알수없는 놈들 예닐곱 마리를 잡게 되었지.사실 조금 해보니까 할만 하더군.세상에 적성이나 못하는 일은 없는 거야.그저 하면 하게 되는 거지. 내 손에는 이제 못이 잔뜩 박히고 강인한 손이 되어있었어. 부싯돌을 켜지못해서 버벅거리던 그건 옛날 일이고 나는 다른 자들과 어울려서 나무토막을 끌어모아 불을 붙이고 가죽을 벗겨 신을 만들고 조끼를 만들었으며 같이 사냥한 플로케돈을 이끌어 모아서 그 이빨로 단추를 만들고는했지. 나는 강해지고 있었어. 그건 필립이 나를 보는 눈길과 다른 자들이 나를 보는 눈길만 보아도 알수 있었 지. 그 들 중에 나처럼 순식간에 강해진 자는 없었을 거야.나는 곧 중요인물이 되었고 차르도 어느샌가 나를 빼놓지 않게 되었지. 나는 전술이나 전략에 대해 잘 몰랐지만 최소한 이 동굴에서 언제까지나 지낼 수는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왜냐면 우리들의 수 오십여명이 언제까지나 이곳 에서 터를 잡고 살면서 사냥터를 한 곳으로 정할 수는 없기때문이야.우리는 이 동하지않으면 안되었어. 사냥감이 줄어드는 것은 우리들 모두가 절감하고 있었지,살아남은 오십여명 전 부가 사냥꾼이 되어있었거든. 그래서 결국 차르는 이곳을 떠나기로 결정했지. 우리들은 정든 동굴을 떠나서 이동하기 시작했어. 그건 내 기억으로는 우리가 이 마계에 온지 거의 1년이 다 되어 가는 때였어. 우리들은 그 동안 우리들 이외의 사람은 보질 못했지. 마물들에게 먹힌 수가 얼마인지는 짐작도 할 수 없지만 우리들 살아남은 자들은 정말 강해져 있어서 지금 당장 뭔가 마물이 나타나면 그것들을 때려잡을 자신감 으로 가득차 있었어.그동안 상당히 거칠어져 있었던 거지. 동굴지대를 지나서 평원과 구릉을 지나서 우리들은 하염없이 걸었어. 때때로 몇몇 마물들을 만나기도 했지만 간단히 격퇴해 버릴 수가 있었지. 그리고 그렇게 이동하던 그날들 사이에 필립이 앓아눕게 되었지. 필립의 죽음은 기정사실로 이미 결정된 사안이었던 것 같았어.우리들 모두는 그 의 가죽만 남은 듯한 몸을 가죽 푸대에 담아 번갈아 지고 걸었어. 그는 우리들에게 몇번이나 버리고 가라고 애원했지만 우리들 중 누구도 그를 버 리려는 사람은 없었어.돌아가면서 오십여명 모두가 돌아가면서 그를 지고 걸었 지. 그 혹독한 겨울의 날들 동안 그는 거의 제대로 음식을 먹지않았었지. 그는 다른 자들에게 음식을 양보했어.자신은 사냥을 하러 나가지않았으니 많이 먹을 자격이 없다고 스스로 말하면서 다른 자들에게 자신의 것을 덜어주곤 했었 지.그리고 남는 시간은 기도와 수도로 시간을 보냈어.병든 사람들을 간호하거나 우울해진 사람들을 도와주는 것 이외에 그는 거의 먹는게 없었어. 내가 몇번이나 그에게 음식을 권했지만 그는 마치 안먹어도 살아갈 수 있는 성 인처럼 웃으면서 고개를 젓곤 했지.차르도그에게 음식을 권했지만 그는 괜찮다 고 했었어.음식을 참아낼 수있다는 것은 정말 얼마나 강인한 의지를 요하는 것 일까.그는 백발을 단정하게 묶어 늘어뜨리곤 언제나 단정하게 수염을 밀고 누가 보는 것도 아닌데도 손발을 깨끗이 했어.음식은 언제나 모자랐지만 우리들 사냥 꾼들은 전부 그가 먹는 것을 아까와 하지는 않았었어.왜냐면 우리들이 아플 때 간호해 주는 것은 그이고 우리들이 고통스러울 때 자신의 목숨을 불살라 구해주 는 것은 바로 그였으니까.그런데 그가 병이 난 거야. 나는 매일 밤마다 그의 옆에서 치유술을 써보려고 애를 썼지만 되지않았어.그에 게서 배운 방어주문과 가벼운 정령술은 가능했지만 치유술은 아무리 애써도 되 지않았어.가슴속에 살기가 있으면 치유술을 쓸수가 없다고 하는데 그 말은 아마 도 사실일 거야. 그 때 이미 난 살기가 풀풀 날리는 인간이 되어 있었으니까. "괜찮아요.이안님." 그는 메마른 손으로 내 이마를 쓰다듬었지. "내 인장을 이안전하께서 받아주실 테니까 걱정하지않아요." "그런 소리! 그런 소릴 하는 게 아냐!" 내가 화를 내면 그는 낮게 웃음을 터뜨리고는 내 손등에 키스했어. "이안님은 언제나 건강해요." "나는 혼자서도 견딜수 있도록 훈련해 왔으니까." "그래요,언제나 당신은 씩씩해요." "내가 씩씩할 수 있도록 언제나 필립이 내 대신 기도하잖아?" 그는 웃음을 짓고는 하늘을 바라보았어. 하늘의 쏟아질 듯한 별들을 바라보면서 그가 말했지. "내가 죽으면 귀환술법을 아는 사람은 이안님 혼자에요." "그런 소리 말라니까." "약속해 주세요,이안님." "뭘?" "가장 혹독한 약속이 될 지도 모르지만...제가 신관인것 처럼 당신도 사령관이 니까.." "뭘?" 그는 마른 손으로 내 손을 굳게 잡고는 내 눈을 똑바로 들여다 보았어.그 마른 몸안에 그런 힘이 어디서 나왔나 싶을 정도였지. "당신의 부하들을..당신의 백성들을...하나 남김없이 귀환시킬 때 까지는 살아 서 귀환술법을 써줄 거라고 맹세하세요." "뭐라구?" "맹세해주세요,이안님,당신의 부하들을 모두 귀환시킬 때 까지 살아서 그들에게 귀환술법을 써줄 것이라고...그들을 위해서.." 나는 그를 멍하니 바라보았고 그는 내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어. "당신은 강한 분이라고 믿어요.아니,당신은 강한 분이에요.이안님,그러니까..그 러니까 맹세해 주세요!" 나는 그의 꺼질 듯한 숨결앞에서 맹세했어. 그 말을 어떻게 저버릴 수가 있겠어? 그는 신관으로서의 맹세를 완벽하게 지켰 고 나는 그의 보호하에 살아왔었어.그와 아델의 보호하에.그런 내가 어떻게 그 의 말을 어길 수가 있었겠어? 그 날 밤에 커크는 나와 함께 있었어. 그녀는 아무말 않고 옆에 앉아서 나의 벗을 해주었지.나는 멀거니 하늘을 바라 보고 밤을 거의 지새웠는데 아마 내 스스로도 필립의 죽음을 예감했던 거 같았 어. 내가 버려진 날의 날씨는 어땠을까.바람이 불고 있었을까. 아델이 버려진 날은 어땠을까.어린 그가 신전앞에 버려져 있었을 때의 날씨는 어땠을까. 나는 눈물을 흘리고 있었지만 그것을 느끼지는 못하고 황량한 마계의 하늘 아래서 필립의 죽음을 기다리고만 있었지. 그가 아침에 죽었을 때 나는 그의 손에서 인장을 회수했어.그래서 내 몸안에 두 개의 성스런 인장을 지니고 나는 그의 시체앞에서 다시 맹세했지. 어떤 일이 있어도 나는 그의 말 대로 단 한명의 부하도 그냥 놔두고서는 귀환하 지않겠노라고 ...  #6949 이수영 (ninapa ) [귀환병 이야기]별전 그 두 번째 IV 10/26 03:18 321 line 귀환병 이야기- 별전 그 두번째 IV 이안이 패리어드에게 들려주는 이야기 IV 이안은 어떻게 커크의 마음을 사로잡았는가 IV 이런,이런,또 감상에 빠져서 슬픈 이야길 하고 말았군. 하하.용서해라,패리어드. 너에게 네 엄마와 어떻게 결혼하게 되었는가를 이야기 해준다고 해놓고 이상한 이야기만 하고 있었구나.지루했지? 이봐,여기 포도주 좀 가지고 와라. 음.음,어디까지 했더라? 그래.그래. 필립의 죽음까지... 하여간 마계에 와서 그렇게 시간이 지나는 동안 까지도 나는 네 엄마에게 도둑 키스이외엔 아무것도 못하고 있었지.커크의 말에 따르면 너를 밴 것은 마계에서 라고 하는데 나로선 용의 임신 주기를 모르니 잘 모르는 이야기고.어찌되었든 나는 그녀와 자주 같이 있게 되었고 점점 강해지는 내 자신에게 자신감을 가지 고 있었단다. 그래,우리들이 우리들 이외의 다른 일행들을 만난 것은 필립의 죽음으로부터 다 섯달이나 지나서 였어. 우리들이 만난 일행은 열댓명정도의 널부러진 일행이었는데 그 일행을 이끌고 있는 것은 다름아닌 피아리드의 용병대장인 암네리스라고 하는 자였지. 그는 약 사십여세의 강인한 사내였는데 강인함에는 원래 잔인함이 배어있기 마 련인지라 상당히 무서운 사내였어.그들은 우리들의 수와 자신들을 비교하고는 차르에게 물었어. "어디서 오는거요?" "저쪽에서 우리는 겨울을 났다.동굴에서.그대들은?" "우리들은 땅굴 속에서 지냈소." 뭘 먹었는가 하고 우리는 물어보지않았어.무엇인지 금방 알아차릴 수가 있었거 든. 얼마전에 아놉스가 한 이야기 있었지? 서로가 서로를 먹어버렸다는 그런 이야기 말이야.그 말이 맞아.실제로 있었던 이야기지. 바로 이 암네리스가 이끌던 무리들이 그런 무리들이야. 그들은 우리들을 보자 마자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로 광기어린 눈빛으로 우리들 을 훑어보고 있었어.그들의 영양상태는 나쁘진않았지만 그런 놈들을 뒤에 놓고 길을 갈 정도로 우리들 역시 양순하지는 않았지. 우리들 모두 살기를 내보이면서 그들이 먼저 앞서가라고 종용했지. 암네리스는 신중하게 물어보았어. "어디로 가는 거요?" "적당히 지낼 만한 곳을 찾고 있소.일단은 물과 사냥터가 구비된 곳을 찾고 있 지." 차르는 점잖게 말하고 있었지만 눈은 상대의 움직임을 꿰고 있었지.암네리스 역 시 만만한 자가 아닌지라 차르의 눈초리에서 자신들을 습격할 것인가를 판단하 고 있었어. "마물을 사냥하는데에도 한계가 있죠." "그러나 그 한계를 무너뜨리지않으면 안되지." 차르가 가볍게 대답했어. 우리들은 마치 야수들이 누가 더 우위에 있는가를 결정해 보이는 듯한 태도로 서로를 노려보면서 살기를 띄우고 어느쪽이 더 강인한가를 비교해 보고 있었지. 게다가 우린 수가 많았고 그들은 수가 적었지. "먼저 가시오." "아니,,당신들이 수가 많으니먼저.,." 암네리스가 말하자 차르가 눈을 가늘게 떴어.외눈의 차르는 마치 활을 쏘는 듯 한 살기에 차고도 강인한 그러면서도 기묘하게 위협적인 어조로 말했지. "내가 말한대로 앞서 걸으시오.그게 아니면 우리는 당신들이 우리에게 공격할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겠소." 암네리스는 분노한 듯이 눈을 가늘게 뜨고 주먹을 쥐었지만 차르의 위협에 어쩔 수가 없었는지 무리들을 이끌고 앞서 걷기 시작했어. 그들의 모습이 보이지않게 되자 그제서야 우리들도 출발했지. "기분나쁜 놈들이야." 푸론이 중얼거렸어.그는 수염이 너무 자라 이미 노인네처럼 보였었어. "그놈들에게 뒤를 보이면 틀림없이 뒤통수를 내리갈길 것이야." "그렇겠지." "짐승같은 놈들." 나는 그들과 섞여서 욕했어.그 말이 맞을 것이야. 인간은 때때로 정말 무서운 동물이거든. 아무렇지도 않게 동족을 죽이지. 나도 그 살인마중에 하나지만 말이야.,.. "그 놈들이 따라오고 있어.밤이 되면 습격할 거야." 커크가 속삭였어.정확히 말한다면 그건 속삭임이 아니라 내 머릿속에 직접 전해 오는 것이지만 하여간 그녀가 그렇게 말했기때문에 나는 문득 걸음을 멈추고 뒤 를 돌아보았지. "왜그래?" 렌토가 말린 고기를 씹으면서 물었어. "놈들이 따라오는 거 같아." "뭐?" "놈들이 따라온다구.밤에 습격하려는 게 틀림없어." "허나 우리들은 수가 그들 보다 많아." "한밤중에 하나씩 끌어가면 아무도 몰라." "설마," 나는 잰 걸음으로 앞서 걷는 차르에게 다가가 그 것을 말했지. "어떻게 아십니까?" "느낌으로.알잖아? 바람에 냄새가 섞여오는 거 같아." 차르는 바람의 이름을 들먹이면 다 내말을 신용했지.그는 신중한 얼굴로 보이지 도 않는 언덕너머를 보면서 고개를 그덕였어. 우리들은 말없이 걸었고 그리고서는 이윽고 밤이 되었지. 불을 피우고 우리들이 둥글게 앉아서 말린 고기를 굽고 있을 때 차르가 말했어. "오늘 밤은 일단 보초도 원안에 서있도록 해라." "뭐요?" "보초가 원안에 서있는다구요?" 보통 우리들은 원형을 이루며 불가에서 잠을 청했는데 불침번은 반드시 다섯 명 으로 정해져 있었어.열명당 한명씩으로 조를 짰는데 그들은 각자 자기 조원들이 편히 잘 수있도록 곁에서 지켜 서있도록 했었지. 즉 원 밖에 서있었던 거야. 그런데 그날 밤은 차르가 원 안에 보초를 세우라 지시했어. 의아하게 여기긴 했지만 차르의 말은 틔린적이 없었기에 모두 그 말을 따랐지. 보초가 된 자들은 킬킬 웃으면서 어느쪽이 보호받는 지 모르겠다면서 말린 가죽 들을 질겅거리고 씹고 있었지. 조용한 밤이 지나갔어. 아침이 되어 우리들 모두가 적당히 용변을 보고 돌아와 아침을 먹고 출발하려는 데 문득 두명이 돌아오질 않았어.용변보러 가고선 돌아오질 않는 거야. "어디있지?" 우리들 모두가 공포에 외쳤고 나는 커크에게 물었어. "봤어?" "아니.그러나 짐작은 가고도 남지." 차르의 얼굴이 일그러지면서 분노로 물들었어. 차르는 정말 무시무시한 얼굴이 되었는데 나는 그 얼굴을 다시보고 싶지않아. 그는 거대한 칼을 확 집어들더니 사방을 수색하라 일렀어.그리곤 절대로 열명이 한번에 움직이라 소리쳤지. "수색한다!" "만일 그놈들이면?" "모조리 죽여서 살점을 하나씩 뜯어 씹어 먹을 테다!" 차르가 으르렁거렸고 우리들 모두가 그것에 전염되어 으르렁 거리기 시작했지. 나역시 살기로 눈이 시뻘개져서 사방을 뒤졌어. 그리고 얼마뒤에 우리들은 충격적인 것을 발견했지. 놈들도 아마 머리는 먹을 수가 없었던 모양인지 우리들의 동료가머리만 남겨진 채 버려져 있었어.그의 이름은 핀리였던 것으로 기억해. 얼굴이 붉은 명랑한 사내였지. 그와 가장 친했던 것으로 생각되는 사내가 머리털을 쥐어 뜯으면서 분노했어. 그는 이를 갈고 말 그대로 거의 광란에 가까운 분노로 흙을 짓뿌리면서 비명을 질렀지.우리들이 긴 겨울을 같이 지내는 동안 쌓인 동료애는 이미 진해진 상태 라 우리들은 그것을 보고 완전히 돌아버렸어. 복수로 모두 입을 모았고 우리들 모두는 그를 위해서 분노와 증오로 치를 떨었 지.그와 가장 친했던 그 사내는 너무나 충격이었던지말도 하지못할 정도로 부 들거리고 떨고 있었어. 아직 발견되지않은 한 명의 시체가 발견될까봐 노심초사 하는 사내도 있었지.행 방불명된 그는 지니스라고 하는데 아직 어렸을 뿐더러 아주 귀여운 얼굴을 한 소년으로 여러명에게서 사랑받았었지.한 겨울 동굴속에서 자연스러운 남색이 벌 어졌다고 해도 별로 놀라운 일은 아니지. 어찌되었든 지니스의 시체가 아직 발견되지않았기때문에 우리들은 더더욱 미쳐 날뛰었어.그를 빨리 찾아내면 살릴수도 있을 거라 여겼기때문에 우리들은 더더 욱 급했어.흔적을 찾기위해 우리들이 광분하는 동안 노련한 사냥꾼 푸론이 발 자국으로 추적을 개시했지. 그동안에 우리들을 사로잡은 광기로 말하면 정말 대단한 것이었어.차르부터 시 작해서 나에게 이르기까지 지니스를 구출하고 그놈들을 모조리 죽여버리는 것이 외엔 도저히 견딜수 없는 일이었기때문에 우리들은 정말 미쳐날뛰고 있었지. 얼마나 추적을 계속 했을까. 나는 바람에 이끌려 내려오는 냄새를 맡았어. 그건 연기냄새였고 나는 발걸음이 급해졌어. 푸론은 이미 앞서 달리고 있었고 나도 달렸고 다른 모두들 다 달리기 시작했지. 그리고 우리들은 연기를 피우고 모여앉은 그 놈들을 발견한 거야. 지니스의 몸은 이미 두 동강이 나 있었고 그의 죄없는 머리가 우리들을 향해 구 르고 있었어.우리들이 얼마나 광분했겠는지 가히 상상할 수가 있겠니? 그 작은 구릉은 완전히 피로 물들었어. 나도 그들을 죽이고 죽이고 또 죽였어.그들의 시체중에 온전한 것은 하나도 없 었을 거야.차르는 제일 먼저 암네리스에게 달려들었지. 막 고기를 구우려던 자들의 머리통이 제일 먼저 잘려져 나가고 우리들은 도끼와 칼과 검과 하여간 모든 것을 다 동원해서 그들을 학살했어. 그들은 방심하고 있었고 우리들은 광분해 있었지. 암네리스와 차르의 대결이 가장 처절했었지. 차르의 거대한 검은 불꽃을 튀기면서 허공을 물들이고 있었고 암네리스의 둥근 만월도는 그 것을 받아내면서 화려하게 빛나고 있었지.그러나 우리들 모두 그것 을 바라볼 여력은 없었어.몇몇 사내는 지니스의 시체를 잡고 울고 통곡하고 있 었고 나를 비롯한 모든 자들을 그 들을 죽이는 데에 완전히 정신이 팔려있었어. 내가 태어나서 그렇게 맹목적인 증오에 휩쓸린 것은 태어나서 그게 처음이었어. 앞서 죽은 핀리의 친구들은 그들의 배를 가르고 위장을 갈라 그 안에서 핀리의 살점을 찾으려는 노력까지 하고 있었어. 그 광경이 얼마나 처참했는지 짐작이나 가니? 아아,그만 두자. 어찌되었든 그들 전부를 학살하고 나서 우리들은 허탈감과 공포와 기묘한 자기 혐오에 사로잡혀 있었지. 암네리스는 차르의 손에 죽긴했지만 차르도 상당한 상처를 입었어. 우리들 모두는 비참해져서 동료의 시체를 모아서 불에 태웠지.그게 가장 적당한 것으로 생각되었기때문이야. 우리들이 죽인 놈들의 시체는 내버려 두었어.그놈들이 마물에게 먹히거나 말거 나 우리들이 알바가 아니었거든.필립이 살아있었다면 그것을 놔두진 않았겠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끔직한 상황을 모른 채 그가 죽어서 다행이란 생각도 들었어. 이런..또 끔찍한 이야기만.. 흠.흠. 어찌되었든 그 때부터 우리들은 결코 인간들을 반기지않게 되었지. 우리들 이외의 인간은 다 적이었어.그들은 우리들 보다 사납고 더 잔인하며 더 포악한 마물의 일종처럼 생각되었어.그들은 마계의 일부분이며 우리들은 그것도 막아내야만 하는 거지.낯선 자가 등 뒤에 서면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우린 이제 잘 알게되었거든. 하여간 우리들의 노정은 계속 되었고 그리고 거의 며칠 째 이동을 계속하다가 우리들은 마침내 그럴 듯한 장소를 찾아내었어.그건 바로 기묘한 돌집이었지. 나중에 알고보니 그 돌집에는 주인이 있었는데 우리보다 먼저온 인간들이었어. 그러나 그들은 전의 그 집단과 조금 달리 체계가 나쁘지않았어.수도 한 삼십여 명 되었는데 제법 무장도 잘 되어 있었고 지휘자는 역시 용병이었지. 그 용병 이름은 기억이 나지않지만 그는 마법도 조금 쓸줄 아는 사람으로 권위 있는 목소리를 가진 중년의 사내였어.우리들을 보고 차르를 보았는데 차르와 원 래 아는 사이였던지 놀랍게도 반가워 했어. 그래서 우리들은 이 기묘하게 지어진 돌집에서 새로운 집단과 같이 살림을 시작 해서 결국 팔십여명이라는 대 집단을 이루게 되었지. 자,자,그래서 말이야. 이 돌집은 옛 마수가 지내던 곳 같았어.원래 마수의 둥지였던 거지.그 안에는 깨진 알 껍질도 조금은 남아있었는데 오래된 것을 보아 여기 다시는 오지않을 것 만 같았지.그래서 우리들 모두 잊고 있었던 거야. 그러나 마수는 잊지않았던 거지. 우리가 그곳에 머문지 한달이 조금 못되는 시일이 지난 뒤에 차르와 사람들은 사냥을 나가고 나는 남아있었어.물론 나 혼자 남은게 아니라 오십여명이 남아있 었지. 나는 느긋하게 구릉들과 바위들 사이를 산책하고 있었어.모처럼 커크를 불러내 서 거닐며 일종의 구애비슷한 것을 또 하고 있었지. 그때 커크가 눈살을 찌푸리면서 나에게 선언했어. "어지간히 해놓지않으면 난 가버릴 거야." "알았어,알았어." 내가 당황하고 있을 때 커크가 말했지. "이상한 게 오는 거 같은데." "뭐가?" 내가 돌아보니 멀리서 검은 것이 움직이고 있었어.그건 정말 기묘한 물건이었는 데 마치 작은 동산이 움직이는 거 같았지.그 동산이 뭐냐 하고 내가 눈을 부릎 뜨고 있을 때 그게 순식간에 내 눈앞에 나타났어,정말 빨랐지. "이게 뭐야!" 내가 고함을 지를 때 그 거대한 것이 나를 바라보았지. 그 이빨은 내가 본 것 중에 가장 컸어.플라케돈 같은 것은 거의 그것에 비하면 마치 양처럼 순한 것이야. 이건 마치 용처럼 생긴 물건이었는데 대신에 다리가 길고 게다가 굵었어.얼굴은 용과 같지만 몸뚱이는 검고 틱틱해 보이는 색의 비늘로 감싸여져있는데다가 꼬 리는 마치 바늘처럼 뾰족한 것이 잔뜩 솟아있었지. 여섯개의 눈이 날 바라보고 있었고 나는 비명을 올리면서 뒤로 물러섰지. 그런데 그 놈이 나에게 곧장 덤벼드는 거야. 나는 비명을 올리면서 달아나고 있었어.그런데 그놈이 커크를 보더니 홱 고개를 돌려 그녀를 덮쳐가는 거 아니겠어? 그녀는 그냥 그대로 그것을 빤히 바라보고 서 있었고. 나는 비명을 올리면서 그녀의 앞을 막아섰어. 그녀는 피할 생각도 않고 그냥 서있었기때문에 나는 그녀의 몸을 끌어안고 마수 가 입을 벌리는 그 와중에 와락 밀쳐 쓰러뜨렸지. 마수의 이빨이 내 등을찢었고 -사실은 살짝 찢은 상태나 다름없었지.스친건데 도 출혈은 굉장했어- 나는 등이 불타는 것같은 고통을 느끼면서 커크의 몸을 안 고 뒤로 밀쳐냈어. "어서 피해!" 내가 고함을 질렀고 그녀는 내가 고통으로 일그러진 얼굴을 하는 것을 빤히 바 라보았어.나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더군. 왜 그녀는 그냥 그 자리에 서있는 거야? "커크! 어서 피해!" 그녀는 그 급박한 상황에 손을 뻗어서 내 등을 만졌고 내 몸에서 흐르는 피를 보았고 또 만졌어.그런 그 순간 그녀의 얼굴이 분노로 물들었고 나는 그녀가 처 음으로 용으로서 분노하는 것을 보았지. 그녀의 보랏빛 눈이 불타 올라 붉은 빛으로 변했고 그녀의 적발이 솟아올라 마 치 불꽃처럼 춤추기 시작했어. 내가 나동그라져 있는 동안 내 앞을 가로막아 선 그녀의 전신이 믿을 수 없는 크기로 변모했어. 화이어 드래곤. 나는 그 실체를 처음 보았지. 그 크기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컸어. 그 거대한 마수는 까맣기만 할 뿐 커크의 반쪽에도 미치지못했지.커크가 분노의 일갈을 터뜨리는 순간 그녀-용으로 화한 그녀의 입에서 불꽃이 터져나왔어. 그 불꽃이 마수에게 닿는가 하자마자 마수의 전신이 불덩이가 되어 허공으로 치 솟아 멀리로 튕겨올라 산산히 부서져 내렸지. 나는 그 불꽃아래서 그 거대한 마수가 흔적도 없이 재로 화하는 것을 보았어. 그녀의 춤추는 듯한 불꽃은 전혀 뜨겁지가 않더라구.나는 완전히 넋을 잃었지. 그녀는 용의 눈으로 날 바라보고 있었어. 백옥같이 흰 비늘은 은은한 분홍빛을 띄고 있었고 갈기가 불꽃처럼 선명한 붉은 빛을 내면서 허공을 물들이고 있었지. 그 보랏빛 눈은 여전했지만 그건 용의 눈이었어. 나는 처음으로 공포와 아름다움이 공존하는 존재를 발견해냈어. 커크는 날 한동안 바라보다가 공중에서 내려왔어.그리곤 다시 여인의 모습으로 화해서 내 옆에 섰지. 나는 등이 피투성이가 되어서 멍하니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어. 그녀의 얼굴이 기묘한 것을 처음 깨달았지.그녀는 기묘한 분노와 슬픔,그리고 감탄이 섞인 이상한 얼굴로 날 바라보고 있었는데 나는 고통으로 신음을 터뜨리 고야 말았지. "너 바보아냐?" 그녀가 물었고 나는 그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뒤 늦게 깨달았지. "그런거..같아요." 내가 낮게 중얼거리면서 일어나 앉자 그녀는 내 옆에 와서 손을 내밀어 내등의 출혈을 정지시키기 시작했지.아픔이 점차 가라앉는 동안 그녀가 말했어. "왜 날 감싼 거야? 난 용이야." "맞아요.당신은 막강한 용,나는 연약한 인간." 나는 고개를 떨구고 있었지만 후회하지는 않았어.아마 무의식중이었겠지.그녀를 감싼 것은. 그녀는 치유술을 펼치면서 조용히 말해주었지. "오슬라인은 내게 막아라 하고 외쳤을 텐데." 나는 화가 나서 그녀에게 고함을 질렀어. "내가 알지도 못하는 사람 이야긴 관둬요! 그 오슬라인이 얼마나 똑똑한지는 몰 라도 그만좀 하라구요! 난 바보에요! 바보! 됐어요?" 그녀는 날 빤히 보았어. 동그란 눈이 날 보고 있었는데 정말 아름답더군. "그건 네 조상이라구,이안," "알아요," 나는 자기혐오로 고개를 떨구고 중얼거렸다. "내가 아무리 강해도 당신만큼 강해질 순 없죠.안다구요." 갑자기 그녀가 킥 웃었어. 그녀가 그렇게 웃은 것은 처음이었지.내가 그녀를 돌아보자 그녀는 나를 부드럽 게 바라보고 있었어.아주 아름다운 시선.내가 처음 보는 시선이었지. "기분나쁘지는 않은데.연약한 인간이 나를 사랑해서 날 감싸는 것은." 나는 얼굴이 달아올랐지만 아무말도 하지않았지. 그녀의 입김이 다가와 처음으로 내 뺨에 키스해 주었어. 나는 너무 놀라고 황홀해서 아무말을 못했지. "너는 재미있는 녀석이야." 나는 입을 멍하니 벌리고 그녀를 보면서 말했어. "결혼해 주세요." 그녀도 날 멍하니 바라보았지. "나와 결혼해서 내 아내가 되어 주어요.커크." "너,,돌았니?" "아니.나와 결혼해주세요.커크.날 지켜주지않아도 좋으니 내 아내만 되어줘요." 그녀는 웃음을 터뜨렸고 나는 다시 조르기 시작했어. 하하...어찌되었겠어? 마계에선 있는 것은 시간뿐이지. 여기도 그렇지만 말이야. 나는 그녀에게 끊임없이 구애했어. 그녀가 내게 매어 있고 맹세에 매여있는 이상 그녀는 다른 자와 결혼할 수는 없 다고 그녀를 설득했어.설득력있지? 그녀는 그 때부터 조금 마음이 흔들린 거 같아. 그때 부터 날 남자로 보기 시작한 거지. 순전히 내 생각이지만 말이야. 네가 나중에 네 엄마에게 물어보렴.언제부터 나를 사랑하기 시작했는지 말이야. 나는 너에게 미리 말해두겠지만 내가 죽기전에 커크를 오슬라인가와의 맹세에서 해방시킬거야.난 죽어도 그녀를 다른 놈에겐 줄 수 없거든. 나 말고 다른 놈이 그녀의 옆에 서 있는 것만 상상해도 온몸의 털이 다 곤두서 버려.난 절대로 그런 꼴은 못보고 말지. 패리어드,너도 나중에 남자가 될지 여자가 될지 모르지만 네 것은 확실히 네가 꽉 쥐고 놓아선 안돼.그 게 사랑이든 뭐든 간에 어떤 상황이든 놓아선 안돼.아 니 사랑이면 결단코 안돼. 만약 놓는다면 그건 평생에 걸친 고통이 되기때문이 지.저 포카로 녀석을 보면 모르겠냐? 자자..이미 잘 시간이 지났군. 이제 자라,내 귀여운 자식아. 네가 여자든 남자든 난 널 사랑한단다. 나중에 네가 성인이,성룡이 되어도 그건 잊지마라.네 아비가 얼마나 널 사랑했 는가를. 자,그만 자라.불을 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