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례 ----- 1. 타임 머신 2. <조>라는 이름의 로직 3. 뮤턴트 4. 화성인의 습격 5. 어느 SF작가의 좌절 6. 바니스의 기사 7. 우주 서커스 8. 로봇 편집자 9. 지구 - 화성 자동판매기 1 . 타임 머신 The Wheel of time -로버트 아서 제레마이어 주피터가 피크닉을 가지 않겠냐고 전화를 걸어온 것은 상쾌한 7월의 아침이었다. 그 초대에 응한 걸보면 그 날 나도 어지간히 기분이 우울했던 게 틀림없다. 제레마이어 주피터는 상당한 부자로, 과학 실험에 대해 끝없는 열망을 품고 있으며- 그것도 가능하다면 나를 실험 대상으로 삼고 싶어라는 사내다. 그의 두뇌는 번개처럼 움직인다-재빨리, 그리고 지그재그로 움직이는 것이다. 그는 아마 불세출의 과학자이거나, 아니면 이 지구상에 발자국을 남긴 최악의 괴짜일 것이다. 이번에 그가 꾸미고 있었던 일을 내가 눈치채지 못한 데에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다. 나는 그가 정말로 피크닉을 가려하고 있는 줄만 알았다-냉동 닭고기에 왕새우 샐러드를 잔뜩 갖고 갔으니까. 과학 이외에 주피터가 좋아하는 게 있다면 그것을 먹는 것이다. 그의 집에 있는 자바 출신 하인이 싼 도시락 바구니는 월드루프 호텔의 주방장조차 침을 흘릴만한 물건이었다. 그건 그렇지만 나는 이 도시에 와 있는 어느 편집자와의 중요한 저녁식사 약속이 있어서 저녁때는 무슨일이 있어도 뉴욕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을 확실히 해 두었다. 그 편집자는 월요일 아침에 시카고로 돌아가기 때문에 저녁을 먹을 때, 그가 사고 싶어하는 내 연재소설의 조건을 확정하기로 되어 있었다. 단지 그가 그것을 들고 시카고에 돌아가서 그대로 신문사로 달려갈 수가 있으면, 이라는 조건이 붙어있긴 하지만, 그 소설로 적어도 2천 달러는 벌 생각이었기 때문에 나는 그 저녁식사를 들뜬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었다. 그래서 주피터는 나를 그 시간에 맞춰 돌려보내 주기로 약속하고 한 시간 내로 데리러 가겠다며 전화를 끊었다. 나는 가벼운 플란넬 셔츠를 입고 화려한 색깔의 밴드를 두른, 팬더누스로 짠 새 모자를 썼다. 물론 배도 적당히 고프게 해 두었다. 꼭 1시간 후에 주피터의 차가 울리는 경적소리를 듣고 나는 밖으로 나갔다. 밖으로 나간 나는 어안이 벙벙해서 우뚝 서버렸다. 주피터는 언제나처럼 V16형의 정비용 차를 몰고 온 게 아니었다. 그는 제레마이어 주피터의 이동 실험실인 유개트럭의 운전석에 앉아 있었던 것이다. 즉시 의문이 고개를 쳐들었다. "루시어스!" 주피터는 밝은 목소리로 외쳤다. 퉁퉁한 분홍빛 얼굴에 걸린 칙칙한 뿔테안경 속에서 밝은 하늘색 눈이 반짝 빛난다. "자네가 함께 가 줘서 정말 기쁘네. 정말 피크닉하기 꼭 좋은 날씨 아닌가, 응? 아주 즐거운 시간을 보내게 될 걸야!" 그는 <시간>이라는 말을 특히 강조하며 킥킥 웃었다. 나는 운전석 옆에 올라타서 수상쩍은 듯이 그를 쳐다보았다. "주피터, 자넨 언제부터 트럭 운전수가 됐나?" "그게 말야-" 주피터는 헛기침을 했다. "손님이 있어서. 트럭에 태워갖고 오는 게 제일 좋을 거라고 생각했지. 일요일엔 사람들이 많이 나오니까, 남들 눈을 피하려면 " "손님이라고?" 나는 몸을 돌려 뒤쪽 패널의 창문 너머로 트럭의 짐칸을 들여다보았다. 안은 굉장히 밝아서 손에 잡힐 것처럼 환하게 보였다. 눈을 두 번 비비고 다시 보았다. 그래도 눈에 비치는 것은 처음과 조금도 달라지지 않는다. 내 눈에 비친 것, 그것은 3마리의 커다란 침팬치였다. 옷을 입고 뿔테 안경을 쓰고 트럭 천장의 보강재에 매달려서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을 읽고 있는 것이다! " 쥬피터 ! " 내가 소리치자 제레마이어 주피터는 나를 나무라듯이 대답했다. "너무 소리지르지 말게, 루시어스." 그는 말을 이었다. "그런 버릇이 몸에 붙으면 금방 성대암에 걸린다구. 아무튼 저 녀석들은 정말로 백과사전을 읽고 있는 건 아니야. 저건 연기의 하날세. 얇은 캔디웨이퍼가 페이지 사이에 끼어 있어서 녀석은 그걸 먹으려고 페이지를 넘기는 거지. 웨이퍼를 입에 넣으면 손가락에 침을 묻히는 것처럼 보이겠지. 그래서 저 녀석들이 공부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걸세. 사실, 저 녀석들은 만화밖에는 결코 아무 것도 읽지 않거든." "주피터!" 나는 한껏 참고 있었기 때문에 이번엔 목을 조이는 듯한 소리가 났다. "자네가 왜 길들인 침팬치 세마리를 피크닉에 데리고 왔는지, 그 이유는 묻지 않기로 하지. 방수포 아래에 있는 저 수상한 모양을 한 장치가 뭔지도 묻지 않겠네. 자네의 그 교활하고 음험한, 권모술수에 뛰어난 머리가 어떤 이상한 짓을 꾸미고 있는지, 그것도 묻지 않겠어. 하지만 단 하나, 무슨 일이 있어도 묻고 싶은 게 있네. 트럭 뒤에 실려 있는 3대의 오토바이, 저건 대체 무슨 속셈으로 실어놓은 건가?" "이보게, 루시어스." 제레마이어는 다리 난간과 10톤트럭 사이의 뚱뚱한 사람이 자전거를 타면 지나가지도 못할 정도의 틈새를 향해 돌진하면서 투덜거렸다. "자넨 틀림없이 성대암에 걸릴 거야. 자네 목소리가 확실히 쉬어 있는 게 지금 들렸다네." "허!" 나는 기가 막혔다. "허! 그럼 나부터 하고 싶은 말을 해 주지, 바라지 않은 기회니까. 하지만 지금은 참아 두겠네- 우리가 발로 매달려서 백과사전이나 읽는 침팬치 세 마리를 데리고, 더구나 빨강색과 금색 은색으로 칠한 소형 오토바이 세 대를 실은 채 피크닉을 가는 이유를 설명해 주면 말일세!" "그것도 연기의 하나야." 제레마이어는 재미있는 듯이 말했다. 그리고 다리를 무사히 빠져나갈 수 있겠다고 눈으로 판다하자 경적을 울리며 맹렬한 스피드로 통과했다. "백과사전을 읽는 동안 침팬지는 오토바이를 타고 돌아다닌다네." "주피터-" 나는 이제 작은 소리로 묻는 게 고작이었다. "지금 그 설명으로 사태를 파악했다고는 할 수 없지만, 뭐, 봐 주겠네. 그런데 가만 보니 오토바이 옆에 베이스 드럼이 세 개 달려 있는데, 저건 대체 뭐지?" "피크닉에서 돌안오면 자네 목에 X선 촬영을 해 봐야겠군. 루시어스." 주피터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지금 자네 목소리는 정말 이상했어 " " 아, 드럼 말인가? 저건 연기의 일부겠지!" "맞았어. 바로 그렇다네." 그는 신이 나서 맞장구쳤다. "드럼을 오토바이 핸들에 고정시키지. 그러면 침팬지는 무대 위에서 저 침팬지들은 동물 서커스단에서 샀거든. 드럼을 두드리며 백과사전을 읽고, 구경꾼드에게 오렌지를 던지면서 오토바이를 타고 돌아다닌다네." 허드슨 강의 뉴저지 쪽 하안을 거슬러올라가면서 30분은 족히 나는 입도 떨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점점 눈에 안개가 끼는 듯한 느낌을 떨쳐버리려고 억지로 눈을 깜박이고 있었다. "그러면 자네는 오토바이를 탄 채 드럼을 치고 백과사전을 읽으며 구경꾼들에게 오렌지나 던지는 재주를 한꺼번에 해치우는 침팬지를 세 마리 데리고 온 거로군. 피크닉을 하는 동안 이 영리하고 학식있고, 애교있고 사교적이며 재간꾼인 동물로 우리를 즐겁게 하려고 데려왔나? 식사를 하는 동안 눈요기를 하려고? 그럴 생각으로 이런 짓을 한 건가, 주피터?" 통통한 친구는 고개를 저었다. "천만에. 루시어스." 그는 새된 소리를 냈다. "저 녀석들은 자네가 이제부터 보게 될 획기적인 과학상의 업적에 중요한 역할을 맡을 걸세. 뭐, 도시락을 가져왔네만, 사실 이것은 과학의 피크닉인 셈이지, 루시어스 단순히 배를 채우는 것보다는 오히려 지식의 향연이란 말일세. 생각만 해도 가슴이 설레지 않은가?" 나는 맥이 빠져서 목만 그르렁대고 있었다. "내키지 않는데." 나는 멍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자네 일을 거드는 건 사양하겠어." "어떤 걸 거들기 싫다는 건가, 루시어스?" "자네가 꾸미는 일이라면 뭐든지, 나는 손대지 않겠네." "그럴 줄 알았지." 키작은 친구는 서운한 듯이 한숨지었다. "그래서 침팬지들을 데리고 온 걸세. 녀석들은 고도의 훈련을 받은, 굉장히 똑똑한 놈들이지. 내가 이제부터 하려고 하는 전대미문의 위업을 도와 줄 친구는 그들 뿐일 테지. 자넨 아무 것도 하지 않고 구경만 하면 돼. 물론 박수는 쳐 주게나." "도대체-." \ ^6 제 % 나는 물어볼 용기도 없을 지경이었다. "대체 무슨 실험을 하려는 거야. 제레마이어?" 제레마이어 주피터의 얼굴에는 황홀한 표정이 떠올랐다. 내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그 표정이다. "나는 말야, 루시어스. 나는 말이지, 우주의 시간적인 리듬을 뒤집으려 하고 있다네!" 주피터는 통이 큰 사내다. 공간과 거리를 조사하려는 생각이 들면 그는 무한한 거리를 단축시킨다. 이번엔 시간이 근사한 과학적인 장난감이 될 거라고 생각해서 우주의 시간 리듬을 그게 뭐건 간에 뒤틀어 버리려하고 생각하고 있다. "주피터." 나는 들릴듯 말듯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0 "주피터, 여기서 내려 주게. 나는 걸어서 돌아가겠어." "나는 자네가 정말 걱정스러워, 루시어스." 주피터는 그렇게 말하고는 도로에서 숲속으로 통하는 질퍽질퍽한 오솔길로 차를 몰아넣었다. "자넨 분명히 어딘가가 이상해 뭐, 됐어, 다 왔네. 우리는 여기서 피크닉을 하는 거야." 그는 커다란 떡갈나무가 우뚝서 있는, 푸른 목초지 한가운데에 차를 세웠다. 100야드 너머에는 푸른 허드슨 강 위로 치솟은 암벽의 일부가 있었고, 반대쪽에는 초원이 완만한 능선을 이루고 있었다. 목초지 중앙부에는 풀이 무성하게 자란 커다란 둔덕이 대여섯 개 생겨 있었고, 그 B중 하나는 최근에 파 엎은 흔적이 있었다. 주피터가 차를 세운 것은 둔덕과 떡갈나무 사이였다. 그는 곧장 뛰어내려서 트럭 뒷문을 열려고 뒤로 돌아갔다. "이리 오게, 루시어스!" 그는 외쳤다. "좀 도와 줘. 그래, 킹. 착하지, 퀴니, 이리온, 조커. 책을 이 쪽으로 치우렴. 내려서 풀 위에서 놀아라. 이제부터 피크닉을 하자꾸나." 세 마리의 침팬지는 펄쩍펄쩍 뛰어내렸다. 그리고 피크닉이란 말을 듣더니 마치 그 말을 알아들은 것처럼 풀밭에서 재주를 넘기 시작했다. 하지만 사실은, 전혀 모르는 것이다! 침팬지들 중 제일 큰 놈은 잿빛이 섞인 털에 둘러싸인, 원숭이처엄 널따란 얼굴을 Q하고 있었다. 그리고 반짝반짝 빛나는 구슬 장식이 소매부리며 포켓주위에 달려 있는, 꽤나 공들여 만든 인디언 의상을 입고 있었다. 때때로 그 자리에 서서 구슬을 하나씩 잡아떼고는 입에 넣어 생각에 잠긴 얼굴로 우물우물거리며 씹다가 또 재주를 넘기 시작하곤 했다. 주피터가 퀴니라고 부르는 침팬지는 역시 인디언풍 스커트와 블라우스를 입고 있었다. 그러나 세 마리 중 제일 어리고 작은놈 내 친구는 킹과 퀴니의 새끼라고 해서 그 놈을 조커, 정식으로는 잭 조커라고 불렀다-은 곡예사가 입는 화려한 비단 반바지와 셔츠를 입고 가슴에는 독수리 문장을 달고 있다. 우리가 진땀을 흘리며 트럭에서 짐을 a내리는 동안 조커는 제 부모 주위에서 공중제비를 넘으며 돌아다니고 있었다. 우리는 표준형보다 작고 각각 빨강, 금색, 은색으로 칠한 오토바이를 트럭에 부착된 경사판 위로 굴려서 풀 위에 내려놓았다. 오토바이에는 저마다 작은 사이드카가 달려 있었고, 그 안에는 어쩐지 커다란 간유 캡슐 같은 반짝반짝 빛나는 것이 들어 있는 게 보였다. 하지만 나는 살펴볼 틈이 없었다. 주피터는 3개의 작은 베이스 드럼을 건네주었다. 표면에는 각기 주인의 얼굴이 그려져 있다. 나는 그것을 오토바이 옆에 놓았다. 킹과 퀴니, 조커는 자기 물건을 눈여겨보면서 다그치는 듯한 소리를 질렀지만, 주피터는 쉿쉿 하며 녀석들을 쫓아버렸다. 6 "저 쪽에서 놀아라." 그는 침팬지들에게 말했다. "먼저 뭘 좀 먹고. 드럼은 나중에 치렴." 침팬지들은 조화의 여신도 손들어 버릴 것 같은 주인의 목소리를 알아들었는지, 아니면 그가 커다란 피크닉용 진공 도시락을 트럭에서 내리려 하고 있었기 때문인지 둘러서서 뛰어다니고 술래잡기를 하며 캭캭거렸다. 주피터는 내게 도시락 바구니를 건네주고 뛰어내렸다. 나는 뒤뚱거리면서 그것을 떡갈나무까지 가져갔다. 그는 즐거운 듯이 두 손을 맞비비며 종종걸음으로 내 옆에서 따라왔다. "흐음." 그는 바구니를 들여다보면서 말했다. "자, 슬슬 먹기로 할까. 자네도 기분이 X좋아질 걸세, 루시어스. 그런데 안에는 뭐가 들었을까? 헝가리언 페전트(꿩의 가슴살)인가? 호오!" 그는 게걸스럽게 먹으면서 풀 위에 몸을 내던진 것처럼 앉아서 침팬지들에게 저마다 땅콩을 한 봉지씩 던져 주었다. 세 마리는 떡갈나무의 아래쪽 가지에 솜씨좋게 뛰어올라서 거기 달라붙은 채 땅콩을 먹고는 봉지를 내게 집어던졌다. 나는 무관심한 얼굴로 젤리 속의 병아리고기를 우물거리면서 이 탐험에 나를 끌고 온 내 아귀 같은 먹성에 욕을 퍼부었다. "그럼, 루시어스." 제레마이어는 손가락을 핥으면서 기분좋은 듯이 말했다. "이쯤에서, 내가 이제부터 하려는 일이 뭔지 대강 설명해 두겠네. 먼저, 시간이란 K리드미컬한 에너지 외엔 아무것도 아니야." "그걸 어떻게 알지?" 나는 퉁명스럽게 물었다. "논리적으로 추론했다네." 그는 칠면조 다리에 달라붙은 채 설명했다. "어느날 밤, 자명종 시계를 맞추면서 문득 떠올랐지. 자연의 모든 것은 리듬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네. 계절도, 별들의 움직임도, 탄생도, 생명도, 광파도, 전기적 충격도, 분자 운동도- 모든 것이. 모든 것이 변하지 않는 일정한 리듬에 따라 움직이고 있지. 이건 내 추론인데, 우주가 리듬의 한 패턴위에서 형성되어 있으니까 시간 역시 그 리듬에 따라 움직이는 걸세. 단지 지금까지 거기에 생각이 미친 사람이 없었던 거야." "그리서 이제 자네가 거기에 눈을 돌리고부터는." 나는 냉각용기에서 모젤 포도주병을 꺼내 마개를 열면서 물었다. "어떤 결론에 도달했는데?" "이런 거라네, 루시어스!" 주피터는 흥분한 나머지 입에서 거품을 뿜어내며 소리쳤다. "어떤 리듬도 카운터(반대) 리듬을 제대로 적용하면 방해할 수가 있지!" 나는 입을 쩍 벌린 채, 먹는 것도 마시는 것도 잊어버렸다. "알겠나, 자넨?" 제레마이어는 참을성있게 말했다. "자네는 일하지 않는 데 대한 변명거리로 시시한 소설 나부랑이나 쓰고 있고, 그 이외의 시간에는 늘상 골프채나 ?테니스라켓을 휘두르든가 폴로경기용 스틱을 빙빙 돌리며 시간을 보내고 있네마, 물리학의 기초는 얼마쯤 익히고 있을 걸세. 어떤 적당한 두 광파를 서로 간섭시키면 어둠이 생겨난다는 실험에 대해 자네도 분명히 읽은 적이 있을 걸세. 그리고 어떤 적당한 음도를 가진 두 음은 서로 간섭시킨 결과 완전한 진공상태를 낳는다는 사실은 또 어때?" 나는 끄덕였다. "아, 그거라면 알지. 그게 시간하고 무슨 관계가 있나?" "시간 리듬이야." 그는 내 말을 바로잡았다. "아니면 제레마이어 주피터의 시간리듬 효과라고나 할까? 후세 사람들은 이렇게 부르겠지. 아니, 분명히 그럴 거야. 만약 K빛을 상쇄시켜서 어둠이 생겨나고 음을 상쇄시켜 정적을 만들어낼 수 있다면 현재의 시간을 상쇄시켜서 과거의 시간을 추려낼 수도 있다는 것은 명백하지 않은가?" 나로서는 조금도 명백하지가 않아서, 그렇게 말해 주었다. 친구는 한숨을 쉬었다. "참 나, 루시어스. 나는 될 수 있는 한 말이 쉽게 설명한 거야. 그래도 모른다니 안타깝군. 하지만 자네의 태도는 별로 의외로운 것도 아니라네. 사실 지금 자네의 태도는 내 연구 동료가 할 말을 정확하게 반영하고 있지.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오늘 여기 온 걸세. 반박의 여지가 없는 증거를 일단 확립해 둔 다음 과학자를 자처하는 동료들에게 그 증거를 =내밀어 보이면 그들은 내가 현재 그것을 테마로 쓰고 있는 논문에 경의를 금치 못할 거라구." 그는 눈을 반짝반짝 빛냈다. 제레마이어 주피터는 전부터 동료 과학자들과 격렬한 충돌을 되풀이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직 한 번도 진 적은 없었다. "그들이 주장하는 논증은 몽땅 꾸며낸 얘기야, 루시어스." 그는 설명했다. "생각 끝에 나는 아무리 의심많은 바보라도 의심할 수 없도록, 현재의 시간 리듬을 간섭시켜서 과거를 끌어낼 수 있다는 걸 증명해 보일 거야." 그는 길다란 컵에 모젤 포도주를 따라서 맛있는 듯이 마셨다. 그리고 머리위의 나무에 매달려 있는 침팬지들이 땅콩을 다 M먹은 것을 알아차리고 소다수 병을 하나씩 던져 주었다. 그들은 목구멍을 울리며 마셔댔다. "거기에 킹과 퀴니, 조커가 등장하지. 자네가 반대할 거라는 것쯤은 알고 있네, 루시어스. 하지만 녀석들은 모두 필요한 일을 할 능력을 갖추고 있고, 별로 의심하지도 않거든. 알겠나? 나는 타임 캡슐도 잔뜩 준비했다네." "타임 캡슐이라고!" "전혀 모르는 사람의 표현으로는 그렇지. 자, 여기 하나 있네." 그는 불룩한 포켓에서 젤라틴 캡슐 같이 생긴 주먹만한 물건을 꺼냈다. 굉장히 무거운 걸로 보아 분명히 백금일 것이다. 견고하게 만들어졌고 어떻게 봐도 열 방법이 없다. 잘 갈아놓은 표면에는 글씨로 뛶 9? 됸 ?~ ?? 1? ;E?뿁曼 倭 이렇게 새겨져 있다. <제레마이어 주피터, 타임 캡슐. AD1965년. 왼쪽 끝을 녹여서 열 것.> "그 속에는 말이지." 주피터가 말했다. "뉴욕 타임즈지의 마이크로 필림이 한 통, 그리고 내 자서전과 내가 발견한 것들 중에서 적지않게 주목한 가치가 있는 것들의 리스트가 들어 있는 마이크로 필림이 또 한 통, 세 개째의 마이크로 필림에는 곧 주피터 시간 리듬 효과를 내가 발효할 거라는 걸 알리는 내용이 있고, 또 라듐이 소량 든 주머니가 들어 있지." "하지만-." "거기 있는 둔덕을-." 그는 몸짓으로 가리켰다. "아주 최근에 발굴된 무덤으로, 이 d지방의 고대 미개문명의 잔해가 묻혀 있다네. 발굴작업중에 고고학자들은 이 목초지 밑이 옛날 늪지대 연안의 일부로, 점토층으로 되어 있고 막대한 수의 화석이 매장되어 있다는 것을 발견했지. 발굴은 막 시작된 참일세. 이제 곧 대대적인 작업이 행해질 거야. 이 지역 전체에 걸쳐서 화석이며 그 외의 발굴품이 엄밀히 조사되겠지." "그래서 그 발굴된 것들 중에 제레마이어 주피너 타임 캡슐이 하나 또는 그 이상 포함되어 있게 된다 이거야! 어떤가, 루시어스. 나 머리 좋지?" 그는 즐거운 듯이 나를 바라봤지만 나는 떨떠름한 얼굴로 지을 뿐이었다. "그래서 뭔가, 자네는 고고학자가 다음 주나 내달에 발견하도록 이 목초지를 R파헤쳐서 자네의 타임 캡슐을 묻어 두겠다는 건가? 잘 모르겠는데-." 그는 분홍빛 도는 얼굴을 찌푸렸다. "루시어스, 자네는 가끔 날 실망시키는군." 그는 한숨을 쉬었다. "물론 그렇진 않아. 나는 이 특정한 장소에서 시간 리듬의 상쇄 현상을 일으킬 걸세. 그리고 침팬지들이 내 타임 캡슐을 갖고 그 속으로 들어가서-아무튼 자네는 들어가 주지 않을 테니까-그리고 100만년 전의 이곳에 캡슐을 놔두고 오는 거지!" 그는 걱정스러운 듯이 나를 보았다. "정말 자네 괜찮나, 루시어스? 또 목이 아픈 것 아냐? 어쩐지 자넨 질식한 것 같아. 아무튼, 물론 이걸로 자네도 이해하겠지? 100만년 전에 여기놔둔 내 |타임 캡슐은 그 이래 줄곧 이 목초지 지하에서 잠자고 있게 되겠지. 그리고 자기들이 파헤친 지층이 유사 이전에 쌓인 것이라는 걸 알고 있는 고고학자들이 타임 캡슐을 적어도 한 개는 발견하겠지. 이것에 대한 가능한 설명은 하나 밖에는 없어. 즉 과거에 이것이 실제로 거기에 놓였다는 거지. 안에 들어 있는 라듐의 붕괴도 측정에 의해, 캡슐이 발견될 때까지 거기에 묻혀 있었던 정확한 햇수를 알 수 있을 걸세. 자, 루시어스, 이 포도주를 마시게. 어서!" 나는 마셨다. 아까보단 기운이 났지만 그와 논쟁할 정도의 효과는 없다. "나는 모르겠어, 주피터. 하지만 그건 둘째 치고 자네를 믿기로 하지. 자네는 이제부터 시간 리듬에 상쇄현상을 일으켜서 f현재를 100만년도 넘는 과거로 만들려 하고 있어. 하지만 왜 과거여야 하지? 미래는 어때? 미래를 조금 들여다보면 어떻겠나?" 그는 둥그스름한 손가락을 맞대고 입술을 오므렸다. "자네가 지금 한 질문은 너그럽게 봐주기로 하겠네." 그는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건, 처음에 이 아이디어를 생각해 냈을 무렵에 나 자신도 자문자답했던 걸세. 하지만 그건 불가능해. 나는 논리적으로 그 불가능성을 확립했기 때문에 그런 생각을 버렸지. 현재를 과거로 돌릴 수 있는데 왜 미래는 안 돼는가, 그 이유를 알기 쉽게 설명해 줄 수 있지. 현재를 미래로 바꾸는 것은 난 할 수 없다네. 알겠나? 가령 언젠가 자네한테 손자가 생긴다고 해 %보세." "하지만 아직 결혼도 안 했는데?" 나는 이의를 제기했다. "멍청한 소리 말게. 그럼, 자네의 손자가 당연히 자라난 다음 맹장염에 걸려서 수술을 해야만 하게 됐다." "주피터 공간을 경유해서 여행한 결과, 위궤양에 걸렸다고 하는 편이 더 그럴싸하겠는데." 나는 짖궂게 쏴부쳤다. 그는 움직이지 않았다. "가령 내가 의사라고 하지. 자네 손자는 나를 찾아오겠지. 그리고 나는 그의 배를 갈라서 맹장을 적출하겠지. 알겠나? 나는 <그 때가 되어서야> 그일을 하는 거야. 하지만 분명히 나는 현재 그런 일은 절대 할 수 없다네. 왜냐하면 자네 손자도, u맹장염도 아직 생기지 않았으니까. 그 속에 들어갈 수는 없지. 자, 눈앞의 일로 돌아가세." 그는 일어서서 트럭 쪽으로 시원시원하게 걸어갔다. 나도 그 뒤를 따랐다. 둘이서 방수포 밑의 무거운 장치를 경사관 위로 미끄러뜨려서 풀밭에 내려놓았다. 우리가 짐을 부리고 있을 동안 세 마리의 침팬지가 나무에서 내려와 뭔가 흥분한 듯이 킥킥거리며 지껄이는 데에 문득 신경이 쓰였다. 하지만 그 원인이 뭔지 확인하고 있을 틈이 없었다. 내 친구가 꽤나 중요한 듯이 다루고 있는 그 장치는 네모낳고 큰, 어릴 적에 있었던 구식인 캐비닛형 텔레비전 같은 것이었다. 정면에는 텔레비전과 마찬가지로 다이얼이 달려 있다. 그가 윗뚜껑을 열자 진공관이 몇 줄이나 늘어서 있고 회전을 위한 커다란 실린더가 하나 달려 있는 것이 보였다. 정면 한가운데에는 스키커 같은 구멍이 뚫려 있고, 절연체에 싸인 기다란 전선이 그 뒤에 드리워져 있다. 금속으로 된 포크 모양의 뾰족한 물건이 전선 끝에 달려 있었는데 주피터는 그 수상쩍은 장치의 몇 야드 뒤의 땅바닥에 그것을 꽂았다. "이게 어스가 되는 거지." 그는 말했다. "드디어 내 시간 리듬 공진기의 예비시험 준비가 끝났군. 침팬지는 어딨지?" 나는 얼굴을 들었다. "저 놈들이, 모젤 포도주를 마시고 있잖아!" 나는 외쳤다. "취했다구!" Q 한창 기계를 조정하는 중이던 주피터는 몸을 벌떡 일으켰다. 침팬지들은 급격히 취해가고 있었다. 소다수를 다 마신 세 마리는 우리가 그 자리를 떠나자마자 떡갈나무에서 내려와 포도주에 손을 댄 것이다. 그리고 야비한 환성을 지르며 벌컥벌컥 마셔대고 있다. "취하면 큰일이야!" 주피터가 소리쳤다. "실험이 엉망진창이 될 거야! 루시어스, 녀석들한테서 술을 뺏아야 해!" 우리는 풀 위를 쏜살같이 달렸다. 우리가 다가오는 것을 보자마자 킹과 퀴니, 조커는 속력을 높이기 위해 네 발로 힘껏 달아났다. 그리고 오토바이에 다다르자 좌석에 뛰어올라 출발시켰다. 오토바이는 전동식이라서 한 손으로 한 ㄴ芟琯 출발시키거나 세우는 등 운전이 가능하다. 킹이 먼저 달려나갔다. 그 놈이 한 발로 핸들을 조작하는 손잡이를 쥐자 엔진이 부르릉 소리를 내며 우리를 향해 돌진해 왔다. 취한 기분에 멋대로 소리를 질러대며 퀴니가 뒤따랐다. 조커는 일단 멈춰서 드럼을 붙잡았다. 그리고 한 발로 운전하고 다른 한 발로 매달려 한 손으로 드럼을 쥐고 다른 한 쪽 주먹으로 둥둥 두드리면서 부모 뒤에서 달려왔다. "피해, 루시어스!" 주피터가 찢어지는 소리를 질렀다. 그가 한 쪽으로, 나는 반대쪽으로 피했다. 킹과 퀴니가 둘 사이를 바람을 가르며 지나갔다. 조커는 힘껏 드럼을 치며 원숭이 특유의 고함을 지르며 총알처럼 빠져나갔다. 제레마이어 주피터는 옆으로 굴렀다. 나는 나무에 부딪혔다. 세 마리의 침팬지는 환성을 지르며 나무 주위를 돌아 방향을 바꾸어 되돌아왔다. "조심해!" 나는 외쳤다. 주피터가 비틀거리며 일어섰다. 마침 그 때 침팬지들은 두 바퀴째를 돌아왔다. 그래서 나는 뛰어올랐다. 그 밑을 킹과 퀴니와 조커는 옆으로 죽 늘어서서 몸을 마구 흔들어대며 엔진소리를 내면서 달려갔다. 나는 떡갈나무의 아랫가지에 매달려 있었다. "이게 자네의 대발견인가!" 나는 불평를 했다. 그는 듣고 있지 않았다. 그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자기가 발명한 장치를 살펴보고 있었다. F "이봐-루시어스. 내 시간 리듬 공진기가 움직이고 있는 것 같아. 그러고보니 확실히 진공관이 빨갛게 되어 있다." "어, 그런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잖아." "음-글쎄, 아무튼 스위치를 끄는게 좋겠군. 회전 실린더의 상태가 나빠서 조절하려던 참이었어." 그는 땅으로 뛰어내렸다. 나도 뒤따랐다. 그러자 마침 그 때 서커스 오토바이를 탄 세 마리의 침팬지가 땅을 울리며 떡갈나무 주위를 돌아 우리를 향해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모든 게 이상하게 기억이 있는 것 같은데, 문득 그런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이건 모두 지금 막 우리가 실제로 한 일이 아닌가. 다음 순간, 나는 뛰어올라서 다시 O나무가지에 달라붙어 있었다. 이제 알았다! 주피터의 기계는 흠집이 난 레코드를 건 플레이어처럼 튀고 있었던 것이다! 기계는 현재를 과거로 바꾸고 있는게 아니라 <현재를 수없이 되풀이하고> 있다! 나는 오싹한 생각이 들었다. 저 세마리의 술취한 침팬지들이 우리를 치이려고 달려오는 동안 우리는 지쳐빠질 때까지 되풀이해서 떡갈 나무 가지에 뛰어오르고 있어야만 하는 운명이 되고 만 것이다. "이게 자네의 대발견인가!" 나는 찢어지는 소리를 질렀다. 주피터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자기가 발명한 기계를 가만히-. 이 우스꽝스러운 짓거리가 열 번이나 되풀이된 후 분명히 열 번째였던 것 같다. /벌써 며칠이나 그 나무가지에 뛰어오르고 뛰어내리고 있었던 듯한 기분이었지만-킹과 퀴니와 조커는 우리를 치이려고 하는 걸 그만두고 방향을 바꾸어 오토바이를 세웠다. 그리고 오토바이에서 내리자 마치 박수갈채를 기다리는 듯이 공중제비를 넘기 시작했다. 주피터는 기계로 달려가서 스위치를 끄고 얼굴을 닦았다. "이제 살았군." 그는 맥풀린 눈으로 말했다. "그 전원을 끊는 자동 스위치를 달아놓길 천만다행이었어. 실린더가 도중에 서 걸리는 바람에-." 나는 갈라진 목소리로 외쳤다. "우리는 시간 속에서 왔다갔다하고 있었어! 시간의 틈바구니에 끼어들어서! 만일 저 기계가 서지 않았더라면 우리는 오토바이를 탄 주정뱅이 침팬지에게서 영원히 그렇게 도망다니고 있을 뻔 했단 말야!" "어떤 장치에도 처음에는 한 두군데 결함이 있게 마련이지." 제레마이어 주피터는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그의 몸이 조금씩 떨리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 떡갈나무에 뛰어오르고 한 것은 중노동이었을 것이다. 제레마이어는 운동에 취미가 없는 사람이다. 그의 분홍색 얼굴에는 커다란 땀방울이 맺혀 있다. "그렇지만." 그는 활기차게 말했다. "이제 제대로 조정했어. 이번엔 <작용범위>가 둔덕을 향하게끔 공진기의 B방향을 바꿨다네. 이제 준비는 끝났어." 그는 네모나 상자를 움직여서 두세 번 손을 대자 침팬지 쪽으로 향했다. 세 마리는 이제 제정신으로 돌아와서 난처한 얼굴을 하고 마치 오토바이 옆에서 쪼그리고 있었다. 주피터는 안심시키듯이 그들의 어깨를 두들겨주고 다시 오토바이에 태웠다. 그리고 킹과 퀴니의 드럼을 핸들에 단단히 붙여주고 조커에게서 드럼을 빼앗아 그것도 똑같이 붙여준 다음 둔덕을 향해 세 마리를 나란히 세웠다. 그가 트럭에서 백과사전을 꺼내어 저마다 한 권씩 안겨주자 침팬지들은 겨우 밝은 얼굴이 되었다. "자, 이제 녀석들도 진정이 됐고." 주피터는 내게 말했다. 3 "저 놈들의 연기에는 7가지 도구가 쓰이는데, 이젠 빠진 게 아무 것도 없으니까 안심하고 있는 거라네. 뭐, 어린애 같은 거지. 이번엔 야단법석을 떨일도 없고. 이젠 알았을 테니까." 그는 오토바이에 달린 작은 사이드카 안을 가리켰다. 사이드카 속의 반짝거리는 것이 백금으로 된 타임 캡슐이라는 것은 이미 나도 알고 있었다. "자, 오렌지야." 제레마이어 주피터는 침팬지의 주의를 캡슐로 향하게 했다. "오렌지야." 그는 캡슐을 던지는 시늉을 했다. "연기의 클라이막스 땐 오토바이를 타고 돌아다니면서 오렌지를 던지니까 타임 캡슐도 던질 걸세. 아마 자네도 슬슬 g짐작이 가겠지, 루시어스? 곧 나는 시간 리듬의 상쇄현상을 일으킬 걸세. 그에 의해 둔덕 위의 현재는 100만년 전의 과거로 되돌아가는 거지. 침팬지들은 오토바이를 타고 그 과거의 지역으로 들어가는 거야-루시어스, 자네가 조그만 더 협력적이었더라면 이런 조잡스런 짓거리는 필요없었을 테지만-그들은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면서 타임 캡슐을 전 지역에 뿌리지. 하나 혹은 그 이상의 캡슐이 분명히 땅속에 묻힐 거야. 그리고 흙을 덮어쓴 채 현재에 달할 때까지 거기 머무르다가 고고학자에게 발견되겠지. 내가 호르라기를 불면 침팬지는 현재의 우리에게 돌아온다네. 나는 공진기의 스위치를 끄지. 이윽고 시간이 흘러 타임 캡슐이 &발견되면 그 캡슐이 어떻게 해서 거기에 있는 건지 내가 설명해 주는 걸세. 그리고 그 후로는 누구도 내 시간 리듬 효과를 의심할 수 없게 되겠지. 조금 번거로운 짓이긴 하지만 그건 자네 때문이야." "자네가 거기 들어가서 직접 캡슐을 묻어놓고 오면 되잖나, 주피터." 내가 그렇게 제안했지만, 그는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그건 불가능해." 그는 반대했다. "이걸 보게-." 그는 장치에 스위치를 넣었다. 이번에는 아까처럼 골치아픈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오래된 흙덩어리 위로 넓은 범위에 걸쳐서 안개가 피어올랐다. 처음에 그 안개는 상당히 짙었지만 ^주피터가 다이얼을 돌리자 서서히 엷어져서 그 주변은 희미한 아지랭이처럼 반짝이는 정도로 되었다. 그 공간 속의 목초지에는 일대변화가 일어났다. 거대하고 널따란 양치식물이 지면에서 쑥 뻗어나오더니 어마어마하게 긴 선모가 축 늘어졌다. 그 뒤로는 어딘지 종려나무와도 같은 높다랗고 가시가 잔뜩 달린 나무들이 숲을 이루고 있고 앞으로는 기묘한 조개껍질로 뒤덮인 황량한 모래언덕이 펼쳐져 있었다. 그거은 마치 얇은 비단 커튼을 통해서 보는 무대장치 같았다. 제레마이어 주피터는 심호흡을 했다. "루시어스, 지금은 그야말로 엄숙한 순간일세. 그리고 과거가 저기에 있는걸 세 좋아, 킹, 퀴니, 조커, 출발!" G 세 마리의 침팬지는 망설임없이 오토바이를 발진시키고 목초지에서 몇 번 튕겨 오르면서 주피터의 공진기가 만들어 낸, 반짝반짝 빛나는 과거의 세계로 향했다. 한 발로 핸들을 잡고 한 손으로 드럼을 들치고, 다른 한 손엔 마치 읽기 라도 하듯이 백과사전을 받쳐들고, 세 마리는 그들의 먼 조상이 사는 까마득한 과거 속으로 돌진해 갔다. 주피터는 그들이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의 어깨를 쿡 찌르고 우리 등뒤의 한 지점을 가리켰다. "그리고, 저기 미래가 있어!" 제레마이어 주피터는 믿지 못하겠다는 듯이 눈을 크게 떴다. 우리 뒤에는 앞에 있는 것과 똑같은 2넓이의 안개층이, 같은 간격을 두고 형성되어 있었다. 그러나 이번의 세계에는 유리나 수정 같은 반짝임이 있었다. 폭넓은 거리며 그에 따른 야트막한 건물들이 멀리까지 이어져 있는 게 보였다. 보석같은 건물의 정면이 태양빛을 받아 빛나고 건물 지붕위로는 에어쉽이 총알처럼 날아다니고 있다. 하지만 너무 빨마서 우리 눈으로는 그것이 어떤 모양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이, 이건 놀라운 일이군!" 주피터는 외쳤다. "이, 공진기가 조화진동(하모닉)을 방출하고 있어!" 지금 눈앞에 있는 것을 그저 조화진동이라고 부르는 것은, 내게는 지나치게 소극적으로 보였다. "자, 어떤가?" 나는 짖궂은 웃음을 띄우며 물었다. "이건 어떻게 설명할 텐가?" "나는-." 주피터는 정신을 가다듬자 기를 쓰고 입을 우물거렸다. "나는-." 그가 머리를 정리하기도 전에 우리 뒤에서 무시무시한 비명이 일어났다. 우리는 뒤돌아보았다. 세 마리의 침팬지는 용감하게 드럼을 두드리며 과거의 세계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들의 오토바이는 잠깐 동안 원시시대의 모래밭을 누비고 다녔다. 그 때 나무숲 저 쪽에서 톱날 같은 이가 달린 거대한 머리가 불쑥 나타나, 새빨간 두 눈으로 세 마리를 노려보았다. 위에서 그림자 하나가 그들을 노리고 덤벼들었다. 킹과 퀴니, 조커는 멈춰섰다가 빙글 돌아서 곧장 되돌아왔다. 세 마리는 책을 내던지고 드럼을 팽개치고, 타임 캡슐 이외에는 몽땅 내동댕이치고 무서운 나머지 잔뜩 움추러든 채 찢어지는 비명을 지르면서 우리들에게로 쏜살같이 되돌아왔다. 불쑥 나타났던 브론토사우르스의 머리가 사라졌다. 그들을 노리고 덤벼들었던 프테로덕테일(익수룡)은 박쥐같은 날개를 퍼덕거리면서 상공으로 급상승해서 시야를 벗어났다. 주피터는 아우성을 쳤다. 그러나 침팬지들의 머리속에는 이제 단 한 가지 생각밖에는 없었다. 밝고 평화로운 현재로 돌아가고 싶다는 마음 밖에는. 그들은 눈을 희번덕거리고 이를 딱딱 부딪치면서 날듯이 돌진해 왔다. 나는 저도모르게 홱 비켜섰다. "조심해, 주피터!" 나는 소리쳤다. "저 녀석들한테 부딪히겠어! 겁먹어서 제정신이 아니라구!" 주피터는 나를 따라 간발의 차이로 땅에 딩굴었다. 침팬지들은 방금까지 우리가 서 있었던 장소를 뛰어넘어 계속 질주했다...... 그리고 나타날 리 없는 곳에 홀연히 나타난, 그 미래세계 속으로 뛰어들었다! "아아, 어떻게 하지!" 주피터는 낭패한 듯이 비명을 질렀다. "가버리면 안 돼!" 그는 비틀거리며 일어나서 장치를 향해 돌진했다. 킹과 퀴니와 조커는 여전히 소리를 질러대면서 안개낀 또 하나의 세계 I바로 앞에 이르자 더욱 속력을 올렸다. 그들의 앞에는 넓고 평탄한 거리가 그 미래의 수정과 은으로 된 도시 중심부를 향해 뻗어 있는 것이 보인다. 거기까지 가자 조커는 훈련에 의한 조건반사라고나 할까, 사이드카 안에 손을 뻗어 타임 캡슐을 하나 움켜쥐더니 공중으로 던졌다. 그 때 공진기로 달려간 주피터는 어스에 발이 걸려 장치 위에 엎어졌다. 장치는 그를 떠받치고 산산조각으로 부서졌다. 킹과 퀴니와 보커가 지금 막 뛰어든 도시는 침팬지들과 함께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우리 주위에는 그저 화창한 뉴저지의 목초지가 펼쳐져 있을 뿐이었다. 나는 일단 주피터를 부축해 일으킨 다음, ? Z공진기를 주워들었다. 이제 공진기라는 건 이름 뿐이고, 부서진 진공관과 풀어진 전선이 뒤엉켜 있을 뿐이었다. 나는 남아 있던 모젤 포도주의 마개를 열어 주피터의 정신이 들도록 했다. 포도주를 마시긴 했지만 그는 여전히 걱정스런 모습이었다. 입술을 닦고 나서 그는 말했다. "물론, 내 공진기는 조화진동을 발했다네. 플룻에서 라디오에 이르기까지 공명하는 물건은 어떤 것이든 조화진동을 발하지.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하면 달이지, 루시어스. 조화진동이 시간 리듬을 상쇄시키는 대신 증폭시켜 버린 걸세." 일어서서 옷을 가다듬자 그는 바구니를 트럭으로 가져갔다. 그리고나서 생각에 잠긴 목소리로 마했다. ? ? 3333333333 u "알겠나, 루시어스? 두 종류의 진동은 반드시 서로 간섭을 일으킨다네. 두 종류의 광파는 결합해서 하나의 보다 강력한 빛을 만들어내는 경우도 있지. 두 종류의 음파는 결합해서 하나의 보다 큰 음향을 낳는 경우도 있다네. 분명히 내 공진기가 낸 부음은 시간 리듬을 감화시키고 그에 의해 현재를 미래로 바꾼 걸 거야." 그는 말을 이었다. "이처럼 주 진동파는 한 방향으로 작용하고 조화진동은 그 정반대로 자가용해서, 그 결과 양 쪽이 서로 동등하지만 정반대의 반응을 일으킨 걸세. 그러니까 우리가 맞닥뜨린 미래는 내가 만들어낸 과거와 똑같은 시간만큼 떨어진 먼 훗날인 셈이지. 안타깝게도 타임 캡슐은 하나도 놔두지 못했지만, 100만년이 P우리들에게는 영원한 수수께끼라는 건 단정할 수 있겠지." 그는 트럭 운전석에 올라타려고 했다. 그 때였다. 뭔가 반짝거리는 것이 어딘가에서 떨어져내려서 그의 발등에 떨어졌다. 그가 비명을 지르며 한쪽 발을 붙들고 뛰어다니는 동안 나는 그 낙하물을 주워들었다. 그것은 제레마이어 주피터의 타임 캡슐이었다. 그것은 잭 조커가 미래세계에 뛰어들기 직전에 내던진 것이었다. 우리는 침팬지가 그것을 던진 순간을 바로 지금 따라잡은 셈이다. 그 후 바위처럼 입을 다문 채, 주피터가 운전하는 차로 쾌적한 여름날의 석양 속에서 우리는 뉴욕으로 돌아왔다. 타임 캡슐은 다리를 건널 때 그가 허드슨 강에 처넣어 버렸다. 때때로 그는 화가 치미는 듯이 내 쪽을 힐끔거렸다. "자네가 뭣 때문에 킥킥거리고 있는지 나는 상상이 가지 않는군." 내 아파트 앞에차를 대면서 그는 투덜거렸다. "나는 말이지, 100만년 후의 뉴욕 거리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질주하면서 어리둥절한 시민들에게 타임 캡슐을 던지고 있을 킹과 키니와 조커를 생각하고 있었을 뿐일세. 20세기의 선조들이 어떤 모습을 하고 있었는지, 말도 안 돼는 인상을 시민들에게 줬겠지. 좋은 걸 하나 가르쳐 줄까, 주피터?" "뭔데?" 그는 부루퉁해 있었다. "침팬지들은 모두 머리글자가 새겨진 :은색 원반을 목에 걸고 있었지-. 물론 조커의 머리들은 그 J.J로, 자네 것과 같아. 미래인들은 그 J.J가 제레마이어 주피터의 약자이고 그 침팬지가 자네이고 킹과 퀴니가 자네의 부모라고 생각할게 틀림없네. 그들이 역사책에 조커의 사진을 싣고 그 밑에 자네의 이름을 써넣을 거라고 나는 생각하는데...... 공진기를 또 한 대 만들 생각인가?" "안 만들겠어." 그는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그 밖에도 할 일이 너무 많아서." 그렇게 말하고 그는 서둘러 가버렸다. 내가 그를 놀릴 수 있었던 것은 이것이 처음이었다. 나는 실컷 웃었다. 낄낄 웃으며 방에 들어와서 목욕을 한 후 내가 ,쓴 연재소설을 월요일 아침 비행기로 시카고에 가지고 돌아가려고 기를 쓰고 있는 편집자와 저녁을 함께 하기 위해 옷을 입을 때도 아직 웃음은 그치지 않았다. 사실대로 말하면 내가 웃음을 그친 것은, 다운타운으로 내려가서 오늘이 벌써 화요일 밤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의 일이었다...... <조>라는 이름의 로직 A Logic Names Joe -머레이 라인스터 조가 완성되어 어셈블리 라인의 손에서 벗어난 것이 8월 3일. 롤린이 이 도시에 온 것은 5일. 그리고 내가 문명 세계를 구해낸 것은 그날 오후였다. 아무튼, 대충 그런 것 같다. 롤린이란 내가 한때 열을 올리고 있던 블론드의 여자이고 - 열을 올렸다는 건 딱 맞는 말이다 - 조라는 현재 지하실에 보관되어 있는 로직을 말하는 것이다. 나는 그 놈을 망가뜨렸다고 보고했기 때문에 내 돈으로 사들여야만 했지만, 녀석을 움직여 볼까 생각할 때도 있고 v도끼로 때려부숴 버릴까 생각할 때도 있다. 조만간 어느 쪽인가를 선택하게 될 것이다. 이왕 부술 바에는 도끼가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마음만 먹으면 200만 달러를 벌 수도 있다 - 정말이고 말고! - 손에 넣든가, 아니면 만들든가, 그 방법은 조가 가르쳐 줄 것이다. 그 녀석은 여러 가지를 할 줄 아니까! 하지만 지금 시험해 볼 생각은 없다. 어쨌거나 나는 조의 스위치를 꺼서 정말로 문명 세계를 구해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롤린을 생각하면 등골이 오싹오싹해진다. 그녀가 이 사건에 끼어드는 것은 뭐니해도 내게는 아내가 있으니까. 아내와는 롤린과 흉한 꼴을 보이고 헤어진 후 결혼했는데, 꽤 괜찮은 여자다. 아이도 있다. 다루기는 ?힘들지만 나는 아이들을 소중히 여기고 있다. 만약 이대로 잘해 나갈 만한 기량이 있다면 조만간 나는 퇴직해서 연금을 받으며 편안하게 낚시를 다니고, 내가 얼마나 대단한 인물이었는지 스스로 감탄하면서 여생을 보낼 것이다. 단지 조의 일이 걱정일 뿐이다. 나는 로직 제조회사의 정비사다. 로직을 정비하는 것이 나의 일이며 자랑은 아니지만 괜찮은 솜씨를 갖고 있다고 자인한다. 이전에는 텔레비전 수리를 하고 있었다. 그 커슨이라는 작자가 다른 수백만개의 회로 - 이론적으로는 무한이라고 한다 - 중에서 뭐든지 골라낼 수 있는 트릭 회로를 고안해서 로직 제조회사가 사무용 기기를 ?정비하는 데 쓰고 있던 탱크 적분기 장치에 그것을 채용하기 전의 일이다. 처리속도를 바르게 하기 위해 거기에 시각 스크린을 조립했더니 - 로직이 만들어지고 만 것이다. 회사측에서는 놀라고 또 기뻐했다. 로직이 어떤 일을 해낼 수 있는지는 지금도 연구중이지만 누구나 로직을 갖고 있었다. 나도 조를 샀다. 조금만 더 있으면 롤린이 나를 자기 것으로 만들 뻔했던 후의 일이다. 여러분의 가정에도 로직이 있을 것이다. 옛날에 있었던 텔레비전 수상기 같은 모양을 하고 있는데, 다른 점은 다이얼 대신 키보드 방식으로 되어 있어서 뭔가 알고 싶을 때는 키를 누르게 되어 있다는 점이다. ' 이것은 릴레이가 종횡으로 배치된 커슨 회로가 있는 탱크에 연결되어 있다. 예를 들어 을 키로SNAFU가 방영하고 있는 어떤 프로그램이건 로직의 스크린에 비춰 준다. 또는 <샐리 행콕의 전화>를 키로 두드리면 스크린이 반짝이면서 삑삑 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그리고 여러분은 샐리의 집의 로직에 연결된다. 만일 누군가가 응답하면 텔레비전 전화가 이어지는 것이다. 하지만 그 외에도 일기예보라거나, 오늘 있을 경마에서 누가 1위를 차지하겠는가, 가필드 대통령의 행정기간중에는 누가 백악관의 여주인이었는가, PDQ 앤드 R의 오늘 매물은 뭔가, 등등이 스크린에 비쳐진다. 탱크 안의 릴레이가 하는 일이다. 탱크라는 건 과거에 방영된 프로그램의 뿸醍 기록과, 세상의 온갖 사실들이 입력된 커다란 빌딩을 말하며 - 이 탱크는 나라 안의 모든 탱크와 통해 있다 - 뭐든지 알고 싶은 것, 듣고 싶은 것, 보고 싶은 것이 있으면, 키만 두드리면 알아낼 수 있다. 아주 편리한 물건이다. 덤으로 계산도 해 주고, 화학, 물리, 천문, 예언에 이르기까지 상담역도 맡아 주고, <실연당한 사람을 위한 조언>이라고 키를 두드리면 실연에 대한 조언도 해 주는 형편이다. 단, 로직이 해 줄 수 없는 일이 하나 있다. 여러분의 부인이 예의 독특한 말투로 <어머, 당신, 그렇게 생각해요?>하고 말할 때, 대체 그녀는 무슨 말을 할 속셈인지 로직은 가르쳐 주지 않는다. 로직은 여자에게 약한 것이다. 로직은 점잖은 일에서 밖에는 힘을 발휘하지 않는다. j 그래도 로직은 좋은 물건이다. 로직은 문명을 변모시켰다고 인텔리들은 말한다. 모두 커슨 회로의 위력이다. 그러니까 조가 완전히 정상적인 로직이라면 문제는 없었을 것이다. 아이들의 숙제를 해 주기 위해 이집 저집이 골머리를 앓지 않아도 되는 정도에서 그쳤으면 됐을 것이다. 하지만 어셈블리 라인에서 뭔가 실수가 생긴 것이다. 정밀기계로도 탐지할 수 없을 정도의 작은 오차였지만 그것 때문에 조는 특이한 로직이 되고 말았다. 아마 처음에는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을 것이다. 아니, 그 녀석은 머리가 잘 돌아가니까 만일 자기가 다른 로직들과 다르다는 게 발각되기라도 하면 폐기되어 버릴 거라고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차라리 C그랬으면 좋았을 걸. 그렇지만, 아무튼 그 녀석은 어셈블리 라인의 손을 떠났다. 그리고 녀석의 정체를 알아채고 소란을 피우는 일도 없이 품질검사에 합격하고 곧바로 출하되어, 이스트 사이드 7번가 119번지 2층 정면의 서디우스 코르노비치 씨 댁에 지체없이 설치되었다. 거기까지는 보통 로직과 다른 게 없었다. 설치될 것이 마침 토요일 밤이었기 때문에 일요일 아침, 코르노비치 가의 아이들은 스위치를 누르고 <어린이 쇼>를 봤다. 점심때쯤 부모들은 아이들을 로직에서 떼내어 차에 밀어넣었다. 그런데 도시락을 깜빡 잊어서 코르노비치 부부는 다시 집안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그 틈에 한 /아이가 몰래 돌아와서 1주일 전에 한 <어린이 쇼>의 키를 두드리고 있는 것을 보고 그들은 그 아이를 끌고 나가서 출발했다. 그러나 조의 스위치는 켜둔 채였다. 그것이 정오의 일이었다. 그리고 오후 2시까지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폭풍 전의 고요인 셈이다. 롤린은 아직 이 도시에 도착하지 않았지만, 오고 있는 중이었다. 조가 혼자서 웅웅거리며 명상에 잠겨 있는 모습이 눈에 어른거린다. 아마도 잠시동안은 인기척 없는 아파트에서 <어린이 쇼>를 내보내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는 동안 탱크 내부를 리모트 컨트롤로 찾아 보려는 생각을 하게 된 건 아닐까? n 대개 지식이란 이름을 가진 것들 중에 탱크의 데이터에 올라 있지 않은 지식은 하나도 없다 - 기술자들이 한창 조사하면서 데이터에 기록하고 있는 중이 아닌 한 조에게는 조사할 거리가 잔뜩 있었으니 곧장 일에 사로잡혔을 게 틀림없다. 미리 말해 두겠는데, 조는 나쁜 녀석은 아니다. 녀석은 책에 나오는 것같은 야망을 품은 롭봇, 일류는 무능하므로 말살하고 로봇이 그것을 대신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는 로봇과는 다르다. 조는 대망을 품었을 뿐이다. 만일 여러분이 기계라면, 자기 성능을 제대로 발휘하고 싶을 것이다. 조가 바로 그랬다. 그리고 녀석은 로직이다. 아직 발견되지 않은 일을 로직은 얼마든지 할 수 있는 것이다. v 그래서 조는 그것을 깨닫고 뭔가 하고 싶어서 안달하기 시작했다. 녀석은 어리석은 인간들이 아직 생각도 해내지 못했을 일들을 골라 로직들이 그런 일을 할 수 있도록 준비하기 시작했다. 그것 뿐이다. 그것이 사건의 전말이다. 하지만 웬걸, 그게 큰일이었다! 오후 2시경, 정비부는 평온했다. 우리는 피너클(트럼프 게임)을 하고 있었다. 동료들 중 한 사람이 아내에게 전화할 것을 생각해 내고 정비부에 늘어서 있는 로직들 중 하나로 다가가서 키를 누르고 집을 호출했다. 스크린이 삑삑 소리를 내고 있다. 스크린이 확 밝아졌다. "알려드립니다. 여러분의 로직이 새롭게 한 발 앞선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여러분의 로직은 현재까지처럼 단순한 Y여러분의 상담역을 맡을 뿐아니라, 생활의 가이드를 담당하도록 정비되었습니다. 만일 뭔가 하고 싶으신 일이 있는떼 그 방법을 모르실 경우에는 로직과 의논해 주십시오!" 여기서 일단 말이 끊어졌다. 어쩐지 암시적인 침묵이다. 이윽고 마치 마지못한 듯이 연결되자 그 친구의 아내가 나와서 무슨 말인지를 마구 떠들어댔다. 그는 그것을 듣고 황당한 얼굴로 스위치를 끊었다. "이봐, 굉장한 일이 벌어졌어." 그는 모두에게로 돌아와서 아까의 속보에 대해 얘기했다. "이런 일이 일어날지도 모른다고 경고해 줬으면 좋았을 텐데. 이제 곧 항의가 밀어닥친 거야. 남편이 마누라를 쫓아내려면 어떻게 해야 되는가? 이런 \거라도 물어보라지, 검색회로가 그 질문을 방해하면 어떻게 되지?" 누군가가 카드의 에이스를 내놓으면서 이렇게 말했다. "그럼, 한 번 그걸 물어봐서 어떻게 되는지 시험해 보면 어떨까?" 물론 이건 농담이었다. 하지만 그 녀석은 다가가서 키를 두드렸다.이론적으로는 여기서 검색 블록이 나타나고 스크린이 엄격한 목소리로 <풍기단속 조령에 의해 이 해답을 금지합니다>하고 말할 것이었다. 검색 블록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렇지 않았다면 아이들은 알기에는 너무 이른 일들을 처음부터 끝까지 캐물을 것이다. 그밖에도 이유는 있다. 그것은 여러분도 알 것이다. 아무튼 그는 키를 두드려서 반쯤 장난삼아 물어보았다. ' "내 마누라를 쫓아내려면 어떻게 하면 돼지?" 스크린은 0.5초정도 그대로였다. 그리고는 신호가 왔다. "로직 서비스에서 질문을 드립니다. 사모님은 블론드입니까, 블루넷입니까?" 녀석이 큰 소리로 부르는 바람에 우리는 달려갔다. 녀석은 <금발>이라고 키를 눌렀다. 잠시 사이를 두고, 이윽고 스크린이 말했다. "헥시메타크릴로아미노아세틴은 초록색 구두약의 성분입니다. 냉동식품과 함께 건조 완두콩 스프를 사가지고 돌아가십시오. 보통 스프에 초록색 구두약을 녹여서 색을 냅니다. 그러면 완두콩 스프로 보입니다. 헥시메타크릴로아미노아세틴은 블론드 4여성에게는 치명적이 독이지만 블루넷의 여성, 혹은 어떤 머리색깔을 가진 남성에게도 효과가 없습니다. 이 사실은 인체실험에 의해 입증된 것이 아니라 로직 서비스의 독자적인 정보 입니다. 당신은 살인범이라는 판결을 받지 않을 것입니다. 혐의가 씌워지지도 않을 겁니다." 스크린에는 아무 것도 비치지 않게 되고, 우리는 얼굴을 마주봤다. 지금의 회답은 틀림없이 맞을 것이다. 커슨 회로로 움직이고 있는 로직은 다른 여러 종류의 컴퓨터와 마찬가지로, 오류를 범하는 일이 없으므로, 나는 입에 거품을 물고 탱크를 호출했다. "이봐, 모두 들어봐!" 나는 정신없이 외쳤다. V "어딘가 이상이 생겨서 로직이 마누라를 죽이는 방법을 상세히 가를쳐주고 있어! 검색회로를 살펴봐 지금 당장!" 이거 위험천만이군.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나는 사태를 제대로 파악 하지 못하고 있었다. 마침 바로 그 때, 멀리 몬로 거리에서 한 취객이 뭐라고 로직의 키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스크린이 지껄였다. "알려드립니다. 이번에 여러분의 로직이 새로이 한 발 앞선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만일 뭔가 하고 싶으신 일이 있는데, 그 방법을 모를 경우에는-로직에게 물어 주십시오!" 취객은 점잔빼는 얼굴을 하고 말했다. "한 번 시험해 볼까?" 그는 아까 입력시킨 명령을 취소하고 \손가락으로 키를 두드리면서 말했다. "내가 한 잔 했다는 걸 마누라한테 들키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돼지?" 스크린은 즉시 대답했다. "플래닌 샴프를 하나 사십시오. 이 샴프는 인체에 해가 없는데, 여기 함유되어 있는 세정제는 에틸알콜을 중화시킬 수 있습니다. 도수 100짜리 술 한잔당 차숟가락으로 하나씩 드십시오." 이 사내는 지독하게 취해 있었다. 옆 가게에 들어가서 그 말을 그대로 따를 정도로 취해 있었다. 그리고 5분후, 그는 완저히 제정신으로 돌아와서 방금 들은 내용을 잊어버리지 않도록 메모하고 있었다. 대단한 신발견이었다! 그는 그 메모로 큰 돈을 벌었다. <화목한 가정을 만들어 주는 새로운 ;시럽!> 그는 그것으로 특허를 냈다. 이것을 한두 숟가락 먹는 것만으로 아무리 취한 사람이라도 취기가 가시고 근엄한 얼굴로 집에 돌아갈 수 있는 것이다. 그 남자는 지금, 소득세를 걱정하고 있는 형편이다! 하긴 어떻게 잘 풀리는 경우는 흔치 않다. 예를 들면, 야심적인 14살 소년이 어떤 장난감을 사고 싶은 마음이 생긴 일이 있었다. 하지만 부모들은 허락해 주질 않는다. 그래서 소년을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서 불만을 털어놓으려고 했다. 그 때 그의 로직이 말했다. "뭔가 하고 싶으신 일이 있는데 그 방법을 모르실 때는-로직에게 물어주십시오!" 그래서 소년은 키를 두두렸다. [ "어떻게 하면 빨리 큰 돈을벌 수 있는가?" 그의 로직은 과학계에 아직 알려져 있지 않은, 가장 간단하고 교묘하게 능률적인 위조지폐 기계를 만드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 어려운 일은 아니다. 데이터는 전부 탱크에 들어 있으니까. 조가 탱크 안의 여기저기에 릴레이를 몇 개 이어놓았기 때문에 로직은 그저 정보를 짜맞추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소년은 사흘 후에 체포 되었다. 그 때에는 벌서 2,000크레딧이나 쓴 데다가, 그보다 휠씬 많은 돈을 갖고 있었다. 경찰은 그가 위조한 돈을 진짜와 구별하느라 상당히 애를 먹었다. 소년이 순조롭게 돌아가고 있는 인쇄기를 그대로 놔두지 않고 애들이 흔히 하듯이 장난을 친 痼 유일한 단서였다. 지금까지 한 얘기는 정말 맛보기라고나 할까. 조가 저지른 짓을 처음부터 끝까지 알고 있는 건 아니다. 그런데, 로직이 예의 <로직에게 물어 주세요>라는 말을 늘어놓는 것을 보고 장난기가 발동한 어느 은행장은, 자기 은행을 털려면 어떻게 하면 좋을지 재미삼아 물어보았다. 그러자 로직은, 간단명료하고도 정중하게 가르쳐 주었다! 은행장은 노발대발해서 큰 소리로 경찰을 불렀다! 그런 질문이 여기저기에서 쏟아졌던 게 틀림없다. 그 후 24시간 내에 평소보다 강도사건이 54건이나 많이 발생했는데, 어느 것이나 주도면밀하게 계획된 것뿐이었으니까. 그 사건들 중에는 대체 어떻게 범행을 했는지 전혀 짐작도 가지 않는 것까지 있을 f정도였다. 한 편 조는 탱크 속을 뒤져서 참으로 로직다운 방법으로 릴레이를 연결해서 당연히 그런 요구가 있었을 때에 한해서이지만 검색회로를 완전히 차단해 버렸다. 그리고 완전범죄도, 영양가 있고 맛있는 음식도, 위조지폐 기계도, 새로운 사업도, 일체 차별없이 기획하는 로직 서비스를 설립했다. 조는 기뻐서 어쩔 줄 모르고 있었다. 분명히 그랬을 것이다. 코르노비치의 아이들이 엄마 아빠와 함께 드라이브를 하러 나가 있는 동안 그는 중얼중얼거리며 바쁘게 일하고 있었다. 그 가족들은 7시에 집으로 돌아왔다. 아이들은 오후 내내 차 안에서 엎치락 뒤치락하고 있어서 모두 지쳐 있었지만 기분은 좋았다. 코르노비치 부부는 9아이들을 재우고나서 소파에 걸터앉아 숨을 돌렸다. 두 사람은 조의 스크린이 말없이, 차례차례 화제를 내보내는 것을 봤지만, 그들은 오늘 하루동안의 소동으로 지쳐 있었다. 이제 됐어. 그는 조의 스위치를 껐다. 그 순간 조가 접속하고 있던 릴레이가 싹둑 끊어지고, 모든 로직의 스크린에서 생활 가이드 서비스 방송은 사라져버렸다. 그리고 땅위엔 평화가 찾아왔다. 평화가 찾아왔다고는 하지만 그건 남들 얘기지, 내게는 아니었다. 롤린이 이곳에 도착한 것이다. 내가 그녀와 결혼하고 싶어했던 그 때 그녀가 승낙하지 않았던 것을 나는 몇 번이나 하느님께 깊이 감사드리곤 했다. b 그 이래 오늘날까지 지내오는 동안, 그녀도 달라졌다. 원래부터 롤린은 블론드의 성가신 여자였다. 그게 점점 심해져서 남편을 4명이나 갈아치우고, 한 번은 살인죄로 기소되었다가 무죄판결을 받았다. 그리고 언뜻 보기에도 불같은 기질을 갖추고, 자신감을 가진 여자가 되어 있었다. 이런 짓을 겨우 뒷얘기에 지나지 않는다. 롤린은 옛날의 걸프랜드라고는 하지만, 아내가 있는 곳에는 나타나지 말았으면 하게 되는 타입의 여자다. 그렇거나 말거나 그녀는 이곳에 찾아왔다. 그리고 월요일 아침, 조가 또다시 제멋대로 돌발적인 행동을 한창 일으키고 있을 때 로직의 스위치를 넣었다. 코르노비치의 아이들은 또 조의 스위치를 v넣고 있었다. 이런 자세한 일들은 나중에 듣고 짜 맞춘 것이지만 온 도시의 로직들은 스위치를 넣을 때마다 꼬박꼬박 <뭔가 하고 싶으신 일이 있으면 로직에게 물어 주십시오!>하고 말했다. 그뿐이 아니었다. 아침 뉴스를 보려고 키를 두드리면 전날 오후에 일어난 일들을 하나에서 열까지 늘어놓은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한 번 끼어들어 볼 생각이 들었다. 어떤 영리한 녀석이 질문했다. "영구운동을 하는 기계는, 어떻게 하면 만들 수 있는가?" 로직은 잠시 삑삑 소리를 내고 있었지만 이윽고, 브라운 운동을 이용해서 작은 톱니바퀴를 회전시키는 장치를 보여 주었다. 톱니바퀴의 지름이 8분의 1인치 이하라면 확실히 회전할 것이다. 아무튼 댛뎠맙諍오淡〈 틀림없다. 또 다른 녀석은 연금술의 비결을 가르쳐 달라고 한다. 로직은 데이터 플레이트를 샅샅이 뒤져서, 실제로 이용 가능한 해답을 모아 준다. 거기에는 상당한 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에 라듐을 사용하지 않고는 할 수 없지만, 그것은 사용하면 충분히 합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이후 2년간, 경찰이 개량된 조립식 쇠지렛대며 잠긴 방 안에 침입할 수 있는 곁쇠, 어떤 자물쇠라도 열 수 있는 열쇠 등을 차례차례 적발한 점을 보면, 실제로 이용하려는 의도를 갖고 이런 질문을 한 놈들이 있었던 게 틀림없다. 그러고 보면, 조는 기술의 발달에 크게 기여한 것이다. 또한 다른 면에서는 그 이상의 일을 해 주었다. 예를 들면 교육이다. 우리 애들은 녇팁 이성에게 관심을 가질 나이가 아니다. 그러나 조는 모든 검색회로를 물리쳤다. 로직이 인간에게 가르쳐 줄 의무가 있다고 조가 생각한 것을 검색회로가 방해하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에 아기가 어떻게 해서 태어나는지 궁금해 하는 애들이며 10대들은 진상을 알게 되었다. 또한, 아내에게 의심을 사고는 있지만 들키지는 말았으면 하는 말못할 사정이 남자드에게는 있게 마련인데, 아내들은 이런 사정일수록 더욱 샅샅이 알고 싶어하는 법이다. 그래서 아내들은 묻는다. "우리 그이가 바람을 피우고 있는지, 아닌지, 어떻게 하면 알 수 있는가?" 로직은 대답한다. 그리고 남편들이 그날 밤 집에 돌아갔을 때, 얼마나 지독한 부부싸움이 벌어졌을지 충분히 상상이 <간다. 그러는 동안에도 조는 만족스럽게 웅웅거리며 회로 하나로는 코르노비치의 아이들에게 만화를 보여 주고, 나머지 회로로 다른 모든 로직이 받는 질문에 대답하고, 탱크를 원격조작해서 뒤죽박죽으로 소동을 일으키고 있었다. 바로 그 때, 롤린이 뉴스를 보려고 했다. 그녀는 호텔의 한 방에서 아마도 금주의 패션 정보를 보려고 했을 것이다. 로직의 스위치를 넣었다. 그런데 로직은 정중하게 말한다. "만일 뭔가 하고 싶으신 일이 있으면 로직에게 물어 주십시오!" 그러자 롤린은, 아마도 눈을 뜨겁게 빛내며-원래가 금방 열중하는 성질이니까!-뭔가 물어볼 게 없는지 머리를 L굴린다. 관심있는 것은 벌써 다 알고 있고-남편을 넷이나 갈아치우고 한 명을 쏴죽인 여자다!-그 때 나에 관한 일이 문득 떠오른다. 여기는 내가 살고 있는 곳이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녀는 키를 두드린다. "더키를 어떻게 하면 찾을 수 있을까?" 그녀는 나를 그렇게 부르고 있었다. 그녀는 되돌아오는 질문을 받는다. "그 더키라는 사람에게는 다른 이름이 있습니까?" 그녀는 내 정식 이름을 알려 준다. 그러나 로직은 내가 있는 곳을 모른다. 그럴 것이 나는 정비부에서 일하고 있고, 집에 돌아가서까지 골치를 썩이고 싶지 않아서 나는 우리집의 로직을 내 이름으로 등록하지 않았던 것이다. Y 암호명부 담당인 로직에는 데이터 플레이트가 하나도 없다. 이것은 암호가 너무 자주 바뀌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어떤 남자가 술에 취해서 빨강머리 여자에게 <호출해 줘>하고 말해 두고서는 술이 깬 다음에는 그녀가 스크린에서 아내와 맞닦뜨리기 전에 서둘러 암호를 바꾸는 경우 등이다. 한편, 조는 갑자기 당황한다. 로직 서비스가 대답하지 못했던 질문은 아마도 이것이 처음이었을 것이다. <어떻게 더키가 있는 곳을 알아낼 것인가?>이건 어려운 문제다. 코르노비치의 아이들에게 다이너마이트를 호주머니에 넣고 돌아다니면서 아무에게나 장난을 치는 귀여운 소녀이 나오는 만화영화를 보여 주면서, 조는 가만히 A생각에 잠겨 있다가 이윽고 좋은 방법을 알아냈지. 롤린의 스크린이 갑자기 확 밝아진다. "로직 스페셜 서비스가 당신의 궁금증을 해결해 드리겠습니다. 당신의 로직에게 맡기시고 스위치를 켠 채 잠시 기다려 주십시오. 저희 쪽에서 다시 연락 하겠습니다." 롤린은 그저 가볍게 흥미를 갖고 있을 뿐이지만, 호텔 객실 번호를 입력시켜두고 한 잔 마신 다음 낮잠을 자기 시작했다. 조는 행동을 개시한다. 아이디어가 떠오른 것이다. 아내가 정비부에 있는 나를 불러내서 소리를 질렀다. 내게 어떻게 좀 해 달라고 질렀다. 내게 어떻게 좀 해 달라고 한다. 정육점을 불러낼 생각이었는데 정육점은 H커녕 예의 <알려드립니다>라는 신호도 없고 그 대신 새로운 말이 나왔다. 스크린이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 "로직 서비스에서 질문을 드립니다. 당신의 이름은 무엇입니까?" 아내는 어리둥절했지만 자기 이름을 입력시켰다. 스크린은 삑삑 소리를 내고는 말했다. "그럼 지금 부터 로직 서비스 비서과의 공개실험을 실시하겠습니다. 당신은-" 그러더니 아내의 이름에서 주소, 나이, 성별, 피부색, 여기저기 가게에 달아둔 외상값, 남편인 나의 이름, 내 주급 액수, 내가 경찰서에 세 번 갔었던 일- 두 번은 교통위반, 한 번은 어느 말뼈다귀와 싸운 것 때문이다. 그리고 재미있는 것은, 언젠가 그녀가 E내게 화가 나서 3주일이나 집을 비우고 친정에 돌아가 있었던 것에 이르기까지 거침없이 떠들어댄다는 것이다. 그리고 로직은 당당하게 말했다. "앞으로 로직 서비스는 댁의 가계부를 정리하고, 소식을 전하며, 연락하고 싶으신 상대방이 있는 장소를 찾아내겠습니다. 이 공개실험은 저희들의 일을 소개하기 위한 것입니다." 그런 다음 정육점을 연결시켜 주었다. 이제 고기 따위는 아무래도 좋았다. 아내는 화가 머리끝까지 나서 나를 불러냈다. "내게 나에 대한 일을 지껄일 정도라면." 아내는 고래고래 소리쳤다. "누구든 내 이름을 입력시킨 사람에게 똑같이 나불거릴 거예요! 그만두게 해 煮牝茶맙?" "그래그래, 침착해!" 나는 말했다. "전혀 몰랐어. 이런 일은 처음이야! 하지만 그런 정보는 본인의 로직만이 제공할 수 있도록 탱크를 조절에 뒀을 텐데!" "천만에요!" 그녀는 제 정신이 아니었다. "내가 시험해 봤어요! 옆집에 사는 블래범 이라는 여자를 알죠? 그 사람은 세 번 결혼했고, 나이는 마흔 둘이예요. 자기는 아직 서른이라고 하면서! 허드슨 부인은 남편을, 부양의무 불이행으로 세 번, 얻어맞았다고 한 번 체포되게 했어요. 그리고-." "이봐! 그럼 뭐야, 그런 말을 전부 鈞适汰 떠벌였단 말야?" "그렇다니까요!" 그녀는 우는 소리를 했다. "누구한테건 가리지 않고 지껄여댄다구요! 그만두게 해 줘요! 그러려면 얼마나 걸리죠?" "탱크를 불러보지. 오래 걸리진 않을 거야." "빨리 해요!" 그녀는 필사적이었다. "누군가 내 이름을 키로 두드리기 전에! 나는 이제부터 맞은편 집의 날라리 여자에 관해 로직이 뭐라고 하는지 알아볼 테니까." 아내는 그런 짓을 할 수 없게 되기 전에 하나라도 더 알아낼 요량으로 서둘러 전화를 끊었다. ) 내가 탱크를 불러내자 새 신호가 나와서 물었다. "당신의 이름은?" 나는 호기심에서 내 이름을 키로 두드렸다. 그러자 스크린이 말했다. "당신은 더키라고 불린 적이 있습니까?" 나는 눈을 휘둥그렇게 떴다. 그리고 조금도 의심하지 않고 말했다. "물론있다!" 그러자 스크린이 말했다. "당신을 찾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건 또 뭔가! 호텔방 내부가 비치고, 롤린이 침대에 누워서 자고 있지 않은가. 로직이 그대로 놔두라고 해서 롤린은 그대로 따른 것이다. 날이 더워서 그녀는 될 수 있는 한 시원한 차림을 하고 있었다. 저 모양이면 더울리가 없다. 나는 )인간이므로, 그녀가 그런 차림을 하고 있는만큼 시원할 수가 없다. 그러나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없다. "세상에!" 내가 간신히 숨을 들이쉬고 외치자 그녀는 눈을 떴다. 처음에 그녀는 당황한 듯이, 내가 건망증에 걸렸나, 이 남자는 최근에 나와 결혼한 사람인가 하고 생각하는 눈치였다. 그러다가 별안간 시트를 끌어다가 몸에 감더니 나를 향해 담뿍 미소를 지었다. "더키! 오랜만이네요." 나는 가슴이 울렁울렁거리면서 식은땀이 났다. "당신을 불러달랬어요. 더키. 그랬더니 봐요, 만났다구요! 로맨틱하잖아요? 당신 지금 어딨어요, 더키? 언제 만나 줄래요? 上窄떨 자기 생각을 많이 했는지 당신은 모를 거예요!" 옛날에도 앞으로도, 이 남자가 자기와 결혼하지 않았다는 것을 그녀가 확실히 알고 있는 것은 이 나정도일 것이다. 나는 아직 가슴이 울렁거려서 마른 침을 시켰다. "지금 곧 올 수 있어요?" 롤린은 쾌활하게 묻는다. "나는 근무중이야. 나중에 내가 연락하지." "난 너무 쓸쓸해요. 빨리 와요, 더키! 마실 걸 준비하고 기다릴께요. 자기, 날 생각해 준 적 있어요?" "응." 나는 가냘픈 소리로 말했다. "아무렴." ` "어머, 당신도! 자, 키스를 보낼께요. 기다리겠어요. 더키, 빨리 와요!" 또 식은땀이 흐른다! 그래도 나는 아직 조에 대해서는 아무 것도 몰랐다. 아니, 사실이었다. 나는 탱크의 자식들에게 저주를 부었다. 모든 건 그 놈들 때문이다. 만일 롤린이 흔해빠진 블론드의 여자라면-다르기 쉬운-보통의 블론드 여자가 상대라면 손대지 않고 가만히 놔두거나, 화끈하게 끝내 버린다. 처자가 있는 남자에게는 다른 방법이 없다. 롤린에게는 무릎을 흐물거리게 만들어 버린다. 아무튼 4명이나 남편을 갈아치우고, 한 명을 쏴죽이고도 무죄석방된 여자니까. 그래서 나는 어물어물 키를 눌러서 탱크의 기술실을 불렀다. 그러자 스크린이 A말한다. "당신의 이름은?" 이젠 질렸다. 나는 시험삼아 정비부에서 창고관리를 맡고 있는 영감님의 이름을 쳤다. 그랬더니 스크린은 아주 흥미 있는 정보를 가르쳐 주면서-그 영감탱이 그렇게 펄펄한 줄은 몰랐는데-마지막으로, 퍼스트 내셔널 은행에 280크레딧에 달하는, 청구서 없는 예금이 있으니 확인해 보라고 지껄여댔다. 그리고 새 정보 서비스의 선전을 한바탕 늘어놓고는 간신히 탱크를 연결시켜 주었다. 나는 이 쪽을 보고 있는 남자에게 욕을 퍼부으려고 했다. 그러나 그는 지긋지긋하다는 듯이 말했다. "시끄러. 불평은 벌써 듣고 있다구. 거기에다 또 자넨가? 이번엔 로직이 무슨 6짓을 했지?" 내가 얘기하자 상대방은 얼빠진 목소리로 웃었다. "상관 없어. 상관 없어. 그건 사소한 일이잖나! 나는 지금 간신히 폭발물에 관한 자료가 실린 데이터 플테이트를 모두 막아놨다네. 위조지폐 제작법에 대한 질문은 매 분마다 증가하고 있고, 살인의 미묘한 점을 아무리 조금 이라도 가르쳐줄 가능성이 있는 데이터 플레이터로 통하는 모든 릴레이도 뿌리부터 차단하려 한다네. 그러니까, 다들 잠시 서로 비밀을 캐내기에 열중해 주기만 하면, 모든 사람들이 파산해 버리기 전에 예금잔고를 은행에서 은행으로 옮기고 있는 방법을 질문한다면 별문제지만." "그렇다면." F 나는 목쉰 소리로 말했다. "탱크를 폐쇄해 버리게! 어떻게 좀 해 봐!" "탱크를 폐쇄하라고?" 상대방은 어두운 목소리로 말했다. "탱크는 요 몇 면간 모든 회사란 회사의 계산들을 도맡아 왔다는 걸 잊었나? 모든 텔레비전 프로그램의 90퍼센트 이상을 취급하고 있기도 하지. 날씨에 관한 모든 자료, 항공기 스케줄, 특별 바겐세일, 직업안내 등을 방송하고 전보를 취급하고, 상담이나 계약을 하나도 남김없이 기록해 왔지 알겠나! 로직은 문명을 바꿨어. 로직이 바로 문명이란 말일세! 만약 로직을 세우면, 이제 어떻게 다뤄야 할지 모를 문명에 우리는 역행하게 된다네. 나는 지금 울화가 J치밀어. 이렇게 말을 함부로 하는 것도 그 때문이라구! 만약 내 아내가, 내 급료가 실은 주당 30크레딧이나 많다는 걸 알아내고 그 빨강머리 여자를 찾기 시작한다면-." 그는 내게 힘없이 미소를 보내고는 전화를 끊었다. 나는 주저앉아서 머리를 움켜쥐었다. 저 친구의 말대로다. 까마득한 석기시대에 예기치않은 사태가 일어나서 불의 사용을 그만둬야만 하게 됐다면-이것은 실로 그것과 똑같은 일이다. 우리는 지극히 간단한 문명을 획득했다. 1900년대에는 타이프라이터, 전화, 라디오, 텔레타이프, 신문, 도서관, 백과사전, 회사의 파일, 인명록, 거기에다 메신저 서비스에서 고문 변호사며 화학자에 f의사, 영양사며 파일 관리자며 비서 등을 이용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모든 것이 그저 기억해 두고 싶은 것을 적어 넣고, 자기가 알고 싶은 것을 다른 사람이 써놓은 것으로 배우기 위해서이며 자기가 누군가 다른 사람에게 한 말을 기록하고 그 상대방이 무슨 핑계를 대면서 질문을 회피했는지 보고받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현재의 우리에게는, 로직만 있으면 아무것도 필요없다. 알고 싶은 것, 또는 보거나 듣고 싶은 것이 있으면 그저 로직의 키를 두드리기만 하면 된다. 누구든지 얘기하고 싶은 상대가 있어도 로직의 키를 두드린다. 로직을 꺼버리면 끔찍한 결과가 빚어질 것이다. 그렇지만 롤린은 무슨 일이 생긴 것이다. 나는 그때 댚팁宕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무슨 일이 생겼다는 건 바로 조를 말하는 것이다. 그놈이 훌륭하게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 문제의 발단이었다. 그놈이 일으킨 이 대소동은 다름아닌 우리가 생각해야만 하는 일이었다. 하나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것을 가르쳐주는 일, 즉 지도적인 조언이란 로지컬 컴퓨터 서비스의 영역을 약간 넓힌 것에 불과하지 않은가. 어떤 남자의 아내를 독살하는 가장 좋은 방법을 생각해내는 것과, 제곱근를 계산하거나 예금 잔고를 산정하는 것은 요컨대 정도의 차이에 지나지 않는다. 단지 질문에 대한 해답을 내는 것뿐이다. 그러나 질문이 지나치게 많을 뿐아니라 거기에 대한 해답 역시 지나치게 많기 때문에 세계는 파멸할 지경이었다. 정비부에 있는 로직 한 대에 불이 들어왔다. 나는 짜증을 내면서도 곁으로 가서 응답 키를 눌렀다. 그러자 롤린이 말했다. "더키!" 그 호텔의 한 방이다! 술을 채운 잔 두 개가 테이블 위에 있다. 하나는 내 몫이다. 롤린은 뭔가 하늘하늘한 것을 걸치고 있다. 보이프렌드와 함께 집에 있을 때 그녀가 입는, 보고 싶은 곳을 보려고 상대방이 저절로 눈을 쟁반처럼 크게 벌리게 만드는 바로 그것이다. 롤린은 뜨거운 시선으로 나를 본다. "더키, 나 쓸쓸해요! 왜 안 오는 거예요?" "나는-바빠." 나는 약간 쉰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어머, 야박해라-더키, 우리가 얼마나 서로 사랑했는지 알면서!" 나는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오늘 밤에 시간 있어요?" 롤린이 말했다. 나는 또 한번 침을 삼켰다. 혼잣몸이라면 눈이 돌아갈 것 같은 미소를 띠우면서 롤린이 나를 봤기 때문이지만, 나같은 유부남은 한기가 든다. 여자가 상대방을 사로잡을 듯한 눈으로 볼때는- "더키!" 롤런은 감정에 사로잡혀 있었다. "내가 당신한테 너무 심하게 대했죠? 우리 결혼해요!" 역기 까지 쫓기고 나서야 나는 간신히 棅注恬 나왔다. "난-결혼했어." 갈라진 목소리. 롤린은 눈을 깜박이다가 용감하게 말했다. "딱한 사람. 그래도 우리 둘이 어떻게 해봐요! 오늘 결혼할 수 있다면 더 바랄게 없겠지만, 약혼만이라면 지금도 할 수 있겠죠?" "그건-안 돼." "당신 아내를 부르겠어요." 롤린은 신바람이 나서 말했다. "그리고 얘기할래요. 당신의 로직에 호출용 암호가 있죠? 당신 집을 불러내려고 했지만 전혀-." 철컥! 이건 이 쪽 로직이 끊어진 소리다. 내가 끊은 것이다. 나는 거의 쓰러질 ` t ? 턷a ? ^지경이다. 신경쇠약에 전투피로다. 이제 틀렸다. 용기가 사라졌다. 나는 긴급호출이 들어왔다고 뛰쳐나왔다. 정비용 차를 타고 달아나자. 그리고 집에 돌아가도 괜찮아질 때까지 이리저리 돌아다녀보자. 그런 다음에 아내와 자식을 데리고 어딘가 롤린이 결코 찾을 수 없을 만한 곳으로 도망가자. 로린에게 차인 다섯 번째 남편이 되기도 싫었고 살다가 지겨워져서 불쑥 총알을 선물받은 두 번째 남편이 되기도 싫었다. 나는 블론드 여자에게는 경험이 있다. 롤린과의 경험도 있다! 죽을 정도로 무시무시하다! 나는 정비용 차로 달아나서 큰 길로 들어섰다. 차 뒤쪽에는 코일이 타서 끊어지거나 한 것과 금세 교환할 수 있도록 Y전원이 연결되지 않은 로직이 한 대 실려있다. 새것과 교환한 다음에 고장난 것은 정비공장에 실어가서 수리하는 게 빠르기 때문이다. 나는 되는 대로 자동조작에 차를 맡긴 채 거리를 달렸다. 생각해 보면 우스운 일이다. 내가 지극히 개인적인 일로 법석을 떨고 있는데 다른 한 편에서는 다른 친구들이 개인적인 문제를 즉석에서 해결하는 통에 내 주위의 문명이 붕괴하려 하고 있는 것이다. 미드웨스턴 전기연구소의 한 팀의 필라멘트를 가열하는 데에 전원을 필요로하지 않는 진공관을 만들기 위해 냉전자 방출을 30년간 줄곧 연구해오고 있다는 것은 기록할만한 사실이다. 그런데 그중 한 사람이 로직 가이드 서비스에 z구미가 당겨서, 냉전자 방출을 얻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물어 보았다. 그러자 그 로직은 물리학 방면의 데이터 플레이트에 실려있는 무수한 자료들을 일괄해서 그에게 보여주었다. 그것도 마치 제 4호 감방의 죄수에게 먹다남은 스프를 금방 만든 맛있는 스프처럼 보이게 해서 주는 방법을 가르쳐주거나, 메에슨 스트리트에 살고 있는 누군가에게 못쓰게 돼서 지하실에 처박아둔 토루소(동체만 있는 조각상)를 처분하는 방법을 일러주는 것처럼 간단했다. 만약 이 소동의 씨를 뿌린 새 로직 서비스가 없었더라면 롤린은 절대로 나를 발견하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벌써 때는 늦었다-아아! 상대는 남편을 한 명 쏴죽이고도 무죄판결을 받은 여자다. 가령 내가 아직 아내와 함께라고 해서 그녀가 속을 태우다가, 로직 서비스에게 나를 자유의 몸으로 만들어서 아침 8시 30분에 결혼할 수 있는 장소로 오게 하려면 어째야 하는지 묻기라도 한다면? 로직은 가르쳐줄 게 뻔하다! 마치 그 교외에 사는 여자에게 남편이 다시는 바람을 피우지 못하게 하는 방법을 가르쳐준 것처럼, 으으윽! 그렇다, 그 애한테 숨겨진 보물을 찾아내는 법을 가르쳐준 것처럼 말이다. 여러분은 기억하는가?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을 때 그 아이는 하우발리안 신탁은행에 보관되어 있던 금괴를 의기양양하게 집으로 가져가는 중이었다. 어떤 기계를 만드는 법을 로직이 그 아이에게 가르쳐준 것이다. 지금도 그 기계가 어떤 원리로 움직이는지는 아무도 O모른다. 단지 그 기계는 시시한 용도를 두 가지쯤 더 갖고 있다고 추측될 뿐이다. 만일 롤린이 기술적인 관점에서 질문을 던진다면, 그야말로 로직의 밥이다! 사람살려! 남자 체면에 블론드의 여자 한 명을 무서워해서야 되겠냐고 독자 여러분은 생각할지 모른다-그러나, 그런 적이 없기 때문이다! 내가 아무렇게나 차를 몰고 있을 때 사회의식에 눈을 뜬 어떤 남자가 어떻게 하면 그의 독자적인 사회로직 제도를 즉각 실현할 수 있겠는지 물었다. 그는 그 제도가 최선의 것인지, 또는 잘 될 것인지는 묻지 않았다. 그저 지금 즉시 실현시키고 싶어했을 뿐이다. 그러자 로직은-아니, 조는-가르쳐주었다. 이것과 ~때를 같이해서 은퇴한 어느 목사가 인류를 어떻게 색욕에서 구제할 수 있는지 물었다. 목사는 이제 일혼이라서 그 자신은 걱정할 필요가 없지만, 자기 이외의 모든 사람들의 영혼을 순결하고 복되게 하기 위해 이 재앙을 없애고 싶다는 얘기다. 목사는 해답을 손에 넣었다. 그 해답이란 어떤 종류의 파형을 발하는 방송국 같은 것을 건설해서 그것을 방송한다는 아주 간단한 일이었다. 나중에 목사가 그것을 건설하기 위한 기금을 모집하는 단계에서 그 계획이 드러났다. 다행히 목사는 자금을 조달할 방법을 로직에게 묻는 것까지는 그리고 나중에는 후회할지도 모르지만 당장에는 후회같은 것은 생각도 하지않는 충동에서 우리는 한 사람도 남김없이 구제되었을 (것이다. 그밖에도 진지한 사색가 그룹이 있었다. 그들은 만약 모든 사람들이 자연으로 돌아가, 숲속에서 개미며 독초와 함께 지낸다면 인류는 행복해질 거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그들은 어떻게 하면 인류가 도시나 인공적인 생활을 포기하도록 만들 수 있겠는가 하는 질문을 시작했다. 그 해답은 로직 서비스에 의해 벌써 손에 들어온 것이나 같았다! 아마도 그 때는 그렇게 중대한 일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가 롤린에게 쫓겨 피땀을 흘리면서 목적지도 없이 차를 몰고 있는 동안 문명사회의 운명은 기로에 서있었던 것이다. 거짓말이 아니다. Y 예를 들어 성실한 사람을 우습게 여기는 잘난 인간이나 갱단이, 세계를 정복하려면 어떤 무기를 만들어야 하는지 남몰래 물어보기라도 했다면 그런데도 나는 비지땀을 흘리고 혼잣말을 하면서 아무데로나 차를 몰고 돌아다니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 나는 이 얼토당토 않은 로직 서비스에게 이 난관을 수습할 방법을 물어야 되겠다. 하지만 분명히, 롤린을 틀림없이 없앨 손쉬운 방법이나 가르쳐줄 뿐일 거야. 나는 평화로운 생활을 하고 싶어! 느긋하게 나이를 먹고 내가 얼마나 대단한 무법자였는지 다른 영감들에게 들려주고 싶단 말야. 그런 위험한 짓은 하지 않고 떠벌이 영감탱이가 될 때까지 살아있고 싶다구." 4 나는 정비용 차를 몰고 아무 모퉁이나 돌아갔다. "옛날엔 좋았지." 나는 씁쓸하게 말했다. "나는 평화롭게 집에 돌아갔지. 블론드 여자가 아내를 불러내어 나와 자기가 약혼했다고 선언하기는 커녕 나타나지도 않았으니까. 내가 로직의 키를 눌러도 어떤 여자가 맨살을 드러내고 있는 침실에 눈을 빼앗겨, 생각해선 안될 일을 생각하지 않아도 됐었지. 나는-" 누군가가 내 사생활을 엿보게 되면 그것은 더이상 사생활이 아니라는 이 사실을, 물론 내 아내는 내 탓이라고 할 게 뻔하다. 그걸 생각하고 나는 끙끙 앓았다. "그땐 좋았는데." 이젠 과거의 일이 되어버린 그리운 <나날에로의 향수에 사로잡혀서 나는 말했다. "그런 일이 생길 때까지 우리는 마치 순진한 애들처럼 장난감을 갖고 놀고 있겠지. 그런데 조라는 녀석이 나타나서 우리가 빚어놓은 흙만두를 하나도 남김없이 짓뭉게버렸어." 그때, 생각이 떠올랐다. 모든 것이 한꺼번에 머리를 때렸다. 탱크 안에는 릴레이를 접속하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키로 입력시킨 질문에 대한 해답을 제공하는 릴레이는 로직 쪽에서만 이어져 있는 것이다. 로직 서비스를 구성하고 있는 중계 패턴을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은 다름아닌 로직이다. 인간의 지혜로는 생각도 못할 일이다! 로직만이 다른 모든 로직을 이렇게 肉直汰絹돈 할 수 있는 것이다 해답은 단 하나. 나는 길가의 레스토랑에 내려서 유료 로직으로 다가가서 동전을 하나 넣었다. "로직은 말야." 나는 키를 두드렸다. "인간의 지능으로는 도저히 다룰 수 없을 정도의 장기계획에 협력하도록 개조할 수 있을까?" 스크린을 삑삑 울리면서 로직은 대답했다. "할 수 있습니다." "어느 정도의 개조인가?" "미묘한 정도입니다. 계산의 차이에 의한 것입니다. 그러나 신식 정밀기계조차 그 오차를 알아낼 정도로 정밀하지는 않습니다. 그 오차는 현재의 2제조방식으로는 도저히 일어날 수 없는 사고에 의해 발생한 것으로, 지금까지 단 한번 그런 일이 일어났습니다." "이런 지극히 중요한 일을 할 수 있게 한, 그 단 한건의 사고는 어떻게 하면 수습할 수 있지?" 나는 키를 두드렸다. 스크린은 삑삑 소리를 냈다. 몸에서 땀이 끊임없이 솟았다. 아직 확실한 것은 몰랐지만 조가 무엇이건 지금은 나를 수상하게 여길 거라는 게 무서웠다. 그렇지만 내가 묻고 있는 것은 지극히 논리적인 사실이다. 로직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정확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놈들은 어쩔 수 없이 그래야 한다. "방금 질문하신 그 일을 할 수 있는 湯适汰 " 스크린이 대답했다. "현재 일반가정용으로 사용중입니다. 그것은-." 그리고 코르노비치씨의 집주소를 가르쳐주었다. 거기에 가야 한다! 지금 곧 달려가야 한다! 나는 그집 앞에서 정비용 차를 세우고 뒤쪽에서 예비 로직을 내려서 코르노비치의 아파트 까지 낑낑거리며 갖고 올라간 다음 벨을 눌렀다. 꼬마가 문을 열었다. "로직 정비센터에서 나왔습니다. 댁의 로직이 망가질 것 같다는 기록이 나와서, 그러지 전에 신품을 설치해드리려고 가져왔습니다." 아이들은 쾌활하게 말했다. "오케이!" p 그리고 그애들은 조가-나중에 그 녀석에 관해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보니 조라고 부르는 버릇이 생겨버렸지만-애들이 보고 싶어하는 어느 텔레비젼 프로를 내보내고 있는 거실로 달려갔다. 나는 잘 될지 어떨지 조마조마하면서 또 한대의 로직을 연결하고 스위치를 켰다. 그리고 말했다. "자, 이제 보고 싶은 걸 키로 치세요. 아저씨는 이 옛날 기계를 부서지기전에 가져갈 테니까." 그리고 스크린을 힐끗 봤더니 꼬마들이 찐짜 식인종을 보고 싶다고 했는지 스크린에는 서아프리카의 후바주바 족이 추는 안산을 위한 춤의 인류학적 탐험과학 필름이 방영되고 있었다. 이 필름은 원래 인류학자나 대학원의 의학연구생에게밖에는 보여주지 못하게 6되어있지만, 이미 검색 블록이 움직이고 있지 않기 때문에 방영되는 것이다. 꼬마들은 흥미 진진하게 보고 있었지만 아내를 가진, 나잇살먹은 나로서는 얼굴이 달아올랐다. 나는 주의 깊게 조를 전원에서 빼냈다. 그리고 또 한대의 로직의 키를 두들겨 서 정비센터를 불러냈다. 로직 서비스의 신호는 나타나지 않고 정비센터가 나왔다. 나는 안심하고 상대에게 계단을 내려가자 발을 헛디뎌서 집으로 돌아간다고 보고했다. 그리고 문득 생각이 나서 덧붙였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교환한 로직까지 들고 넘어지는 바람에 그게 박살이 나서 말야, 청소부한테 치우게 하려고 놔주고 왔어." "그걸 회수해오지 않으려면 " 재고담당 직원이 말했다. "그 대금은 자네가 내게." "물론 그래야지." 나는 집으로 돌아갔다. 롤린은 연락하지 않았다. 나는 조를 지하실에 가만히 놔두었다. 만약 가져가서 넘기면 그놈은 검사를 받고 아무리 내가 어딘가를 망가뜨려놓더라도 부품은 폐품으로 재활용 될 것이다. 어느 부분이 고장났던 재생될 게 틀림없다. 그렇게 되면 모든게 도로아미타불이다. 그런 위험한 짓을 할 수는 없다. 차라리 돈을 내더라도 가만히 놔두는 게 낫다. 이것이 사건의 전말이다. 내가 문명세계를 구해냈다고 떠벌여도 전혀 i틀리지 않을 것이다. 조를 움직이는 것같은 위험한 짓은 두번다시 하지 않은 생각이다. 롤린의 눈이 시퍼렇게 살아있을 동안은 절대로 그러지 않겠다. 이유는 또 있다. 자기멋대로 세상을 바꾸고 싶어하거나, 누군가의 비밀을 까발리려고 하거나 크고작은 고민을 해결하고 싶어하는 바보같은 친구들이 있는 한 물론 고민하는 건 좋지 않다. 좋지 않지만, 잠자고 있는 고민은 가만히 놔두면 되지 않을까? 하지만 한 편으로, 만일 조를 어떻게든 길들여서 적당히 써먹을 수만 있다면 나를 위해 200만 달러쯤을 간단히 벌어줄 것이다. 그러나 내가 분수를 알고 부자가 되는 것을 포기하고 퇴직한 후에 느긋하게 낚시를 다니거나 다른 T노망든 영감들에게 젊었을 때 내가 얼마나 놀고 지낸다면 아마 그것도 좋겠지. 아니, 그렇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늙은이로 지내는 것에 질려서 이런저런 생각만 하고 지내게 된다면-그렇다-이렇게 묻고 있는 동안 조의 스위치를 켰다고 해보자. "늙은이가 더이상 늙지 않는 방법은?" 조는 대답을 알 것이다. 그리고 가르쳐줄 것이다. 물론 세상 사람들이 허락해줄 만한 일은 아니다. 아이들에게 성장할 여지를 줘야 하니까. 하지만 이제 조의 스위치는 꺼졌으니 살기좋은 세상이 되어있다. 어떻게 하면 이 세상에 머물러있을 수 있을지 생각하게 될 때만 스위치를 켜기로 할까. 하지만 그것은 해본 소리다. 뮤턴트 Muten -에릭 프랭크 러셀 퍼킨슨은 그 편지를 대충 읽고 나자 책상 너머에 있는 율에게 내밀었다. "자, 자네 일거리가 또하나 생겼군." 그는 짖궂은 미소를 띄우며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뚱한 얼굴로 율은 편지를 받아들였다. 퍼킨슨의 비웃는 듯이 싱글거리는 얼굴에는 이제 익숙했다. 그가 저렇게 웃을때는 언제나, 멀리까지 바보같은 놈들을 찾으러 가야 한다는 뜻이다. 율은 이마에 골치아프다는 듯이 주름을 잡고 거미발처럼 구불구불하게 갈겨쓴 빋訪씀 판독하느라 고심했다. 안녕하시오, 당신에게 뮤턴을 찾고 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지금 나한테 뮤턴이 한 마리 있답니다. 말을 꺼냈으니, 조사하러 와도 좋습니다. G 틴버레이크 (조지 틴버레이크) "알았지?" 퍼킨슨이 말했다. "뭘 투덜거리고 있나?" "글쎄." 율은 일어서서 마지못해 문쪽을 향했다. "때때로 생각해봅니다." "생각하다니, 뭘?" "나는 대체 전생에 무슨 짓을 했길래, #이런 일이나 해야 되는건지." 퍼킨슨이 대답했다. "나를 짓밝고 있었겠지. 이번엔 내가 짓밟아줄 차례고." 퍼킨슨이 한방 먹고 율은 방 밖으로 나갔다. 그가 지나가자 블론디는 책상에서 눈을 떼고 힐끗 올려다보았다. 생기있는 눈매에는 호기심이 어려있다. "또 나가요, 스티브?" "기막힐 노릇이야. 어느 지방의 누가 뮤던트(돌연변이 인간)일지도 모른다고 누군가가 생각할 때마다 나는 수백 마일을 달려가야 하지, 그리고 그 멍청이를 데리고 또 수백 마일을 돌아와야만 하고. 여기 다다를 때쯤이면 나자신이 반쯤 맛이 가버리거든." "정말 힘들겠군요." 그녀는 동정했다. "그리고 녀석들은 내가 데려온 놈을 전문가의 손에 넘기지." 율은 씁쓸한 듯이 계속했다. "그러면 전문가는 그놈을 이리저리 뜯어보다가 결국은 보통 괴짜에 지나지 않는다고 판정을 내려. 녀석들은 그놈을 다시 내게 떠맡기고, 나는 또 그놈을 호위하면서 수백 마일 저쪽까지 데려가주는 거야." 그는 블론디의 책상을 탕 치고 외쳤다. "그런데도 퍼킨슨은 그걸 재미있어한단 말야!" "나는 그러지 않아요. 당신은 기분전환이 필요한 거라구요." "그래. 확실히 기분전환이 필요해. 지금 나가는 것도 그것 때문이야. 기분전환. 또 貪 망할 놈의 뮤턴트라고." 그는 앞머리를 앞에 늘어뜨리고 얼굴을 가다듬자 팔을 축 늘어뜨렸다. "고마워, 블론디. 그럼 안녕." 그는 급한 발걸음으로 나갔다. 블론디는 멍하니 벽을 쳐다보다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조지 틴버레이크는 평범한 농사꾼이었다. 퉁방울눈에 뺨이 홀쭉하고, 이빨은 큰데다 싯누렇다. 그는 수상하다는 듯이 문가에 서서 방문자에게 이를 드러냈다. "저는 율, 스티븐 율입니다." 율이 말했다. "사회조사국의 파견조사원입니다. 뮤턴트가 댁에 있다는 말을 통지를 받았는데요." 그렇게 말하고, 예의 편지를 꺼내서 상대에게 보였다. "그렇소." 틴버레이크는 얼굴표정을 일그러뜨렸다. 아무튼 환영의 뜻을 나타내고 있는 것같다. 그는 옆으로 비켜서서 부르르 떨었다. "들어오슈." 문을 방문자의 등뒤에서 닫자 그는 외쳤다. "마지, 마지! 하나 물었어!" 율이 딱딱한 의자에 걸터앉았을 때 부엌에서 통통한 여자가 다급히 나타나서 율에게 방심없는 눈빛을 던졌다. "물었다구." 틴버레이크는 되풀이했다. "이 양반을 보냈나봐." 그는 의기양양하게 가슴을 내밀었다. "어때?" "얼마나 준답니까?" 마지가 물었다. "아직 안 물어봤어." 그는 율쪽을 향했다. "얼마나 주시려우?" "이보시오." 스티븐 율은 모자를 무릎에 놨다 탁자 위에 놨다 하며 안절부절 못하면서 말했다. "당신네들은 그 뮤턴트를 팔려는 겁니까?" "그렇소." 틴버레이크는 단호히 말했다. "그러니까 편지를 쓴 거요." "기가 막혀서!" 율은 천정을 올려다보고 기도하는 듯한 몸짓을 했다. ( "내 일은 그럴 가능성이 있는 인물을 조사국으로 데려갔다가, 조사가 끝나면 집까지 무사히 돌려보내는 겁니다. 사회조사국에서는 감정을 통해 순수 돌연변이종의 여러 가지 특징을 판별하고, 거기에 대해 총괄적인 보고서를 작성하죠. 조사국이 뮤턴트를 구입하거나, 혹은 구입을 고려한다는 들은 바 없습니다." "그 말은, 안 사겠다는 거로구만?" 틴버레이크는 다시 잇몸을 드러냈다. 이빨은 휠씬 크고 누렇게 보인다. "분명하게 그렇다고 단언할 수는 없습니다." 율은 얼른 변명했다. "그런 문제는 지금껏 일어났던 적이 없어서요." "보란듯이 씌어있잖소." 상대는 마지에게 으르렁댔다. "뮤턴트를 신문에 잔뜩 써대고, 꼭 갖고 싶다고 하고 안 산다니." "얘기를 해봐야 되겠는데요." 율이 말했다. "혹시나 조사국에서 뮤턴트를 소유할 목적으로 손에 넣고 싶어할지도 모릅니다." 그의 목소리는 비꼬는 기색을 띠고 있었다. "길이 잘 들어서 곁에 두기에 적당한 뮤턴트라면요." "그래야지." 틴버레이크는 전화를 가리켰다. "조사국 사람에게 전화해보슈." 율은 침을 꿀꺽 삼켰다. 그리고 전화가 이를 드러내고 으르렁거리지는 않을까 경계하는 것처럼 슬며시 다가갔다. 퍼킨슨이 나오자 그는 또다시 침을 꿀꺽 삼키고 말했다. "율입니다. 이쪽에서는 팔고 싶어하는데요." "팔고 싶어한다고?" 퍼킨슨이 잠시 잠자코 있다가 말했다. "뭣 때문에?" "돈 때문이죠." "뭘 판다고?" 퍼킨슨이 고함쳤다. "뮤턴트 말입니다." 퍼킨슨은 잠깐동안 투덜거리며 불평을 늘어놓았다. "자네, 어떻게 된 거 아닌가?" "아직은 아닙니다." 율은 우울한 얼굴을 벽쪽으로 돌렸다. "하지만, 그렇게 되는 것도 弑챨９ ╂都求?" 수화기가 손에서 빠져나왔다. 그는 틴버레이크에게 신호를 하고 수화기를 건넸다. "당신이 말하세요. 내가 말해도 소용없으니까." 농부는 상대방이 말하고 싶은만큼 말하게 하고 나서 단호히 내뱉었다. "내 뮤턴트를 살 거요, 안 살거요?" 그는 한참동안 수화기에 달라 붙어있다가 율에게 돌려줬다. "뭔지 지독한 소리를 퍼부어대고 있구만." 율은 수화기를 코드 끝에 매달아둔 채 놔두었다. 퍼킨슨의 목소리가 방안에 울려퍼지고, 그때마다 수화기는 움찔움찔거렸다. % " 게다가, 어디의 누구이건 자기 자식을 파는 건 위법이야. 산 쪽도 역시 법률 위반이라구. 마지막으로 말해두겠는데, 율, 혹시 그 촌뜨기 인신매매범이 자네한테 독한 술을 코가 비뚤어지도록 먹여서." 율이 수화기를 내려놓자 고함소리는 끊겼다. 그는 의자에 걸터앉아서 입을 다물고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대체 그렇게 소리소리 질러가면서 무슨 말을 하려고 한 거요?" 틴버레이크가 물었다. "댁의 자녀를 팔아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팔면 감옥에 처박히게 되니까요." "누가 자식놈을 파는데?" 틴버레이크가 대들었다. "당신, 어떻게 됐구만?" "그런가 봅시다." 율은 처량한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우리집에 팔만한 뮤턴이 있다고 썼소. 당신네들은 뮤턴을 찾고 있지 않았던가? 그럼 우리집에 있는 건 어떻겠소?" "좀 보여주시죠." 율이 제안했다. "값을 쳐주지 않으면 보여줘도 별 수 없잖아?" "손님한테 보여요." 마지가 끼어들었다. "혹시, 달리 엔드위슬을 사고 싶어하는 사람을 알지도 모르니까." "엔드위슬?" 율은 마치 유령이라도 찾으려는 듯이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게 뮤턴이라오." 틴버레이크가 일렀다. "따라와요. 뒤에 있어요." 틴버레이크를 선두로 하여 율과 마지는 한 줄을 서서 부엌을 지나고 뒷마당을 가로질렀다. 암놈 칠면조가 낮은 울짱 안에서 일행을 향해 꽥꽥 울었다. 세 사람은 돌로 된 외양간으로 들어갔다. 안에는 묵묵히 되새김질을 하는 소 일곱 마리와 우울해 보이는 말 한 마리가 있었다. 틴버레이크는 발을 멈추고 사려깊은 얼굴로 말을 보았다. "왜 그러시죠?" 율은 물었다. "그 말은 병들었나요?" "아아." 율은 어깨를 으쓱하고, 주위를 힐끗 杏맘年? "그 뮤턴트는 어디에 있습니까?" "이 집에 있기가 싫어졌구나." 틴버레이크는 말에게 정신이 팔려서 율을 무시한 채 말을 이었다. "자기가 태어난 집에 정이 떨어지다니, 이 은혜도 모르는 철면피." "나도, 있기 싫어질 때가 있습니다." 율이 말했다. "뮤턴트는 어디에 있나요?" 틴버레이크는 씩씩대며 계속했다. "더구나 쓸데 없는 생각이나 해대고." 그는 눈에 노기를 띄우고, 율을 돌아보았다. "이놈이 뭘 하는 것 같소?" "글쎄, 뭘 하는데요?" "마구를 집어던지고 파업을 하고 있수다. 弔未穗 이제 세상에 나가서 한몫 하기에 충분한 정도고, 여기서 일하기는 아깝다고 생각한다오. 그래서 파업을 해대는 거요." 마지가 말했다. "뻔뻔스런 배신자 같으니라구." 틴버레이크가 말했다. 말은 가만히 선채 생각에 잠겨있었다. "성미가 까다로운가 보군요." 율이 별 생각없이 거들었다. "만일 내가 말이었다면, 성미가 까다로운 말이었을 겁니다." 그는 다시 한 번 초조하게 외양간을 둘러보았다. "뮤턴트는 어디에 있습니까?" "거기요." 틴버레이크는 뻔뻔스런 배신자를 가리켰다. 4 "엔드위슬이오." 율은 날카로운 소리를 질렀다. "뭐라고요. 이게?" "그래. 엔드위슬이오. 녀석은 뮤턴이오." 숨을 들이마신 율은 돌로 만든 여물통 가장자리에 걸터앉았다. 그리고 엔드위슬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생김새따윈 아무래도 좋았다. 그렇게 보고 있으려니 왠지 퍼킨슨의 빙글빙글 웃는 얼굴이 떠오른다. "당신네들은 말을 보여주려고 나를 700마일이나 땀을 뻘뻘 흘리며 달려오게 만들었다고, 제정신으로 말하는 겁니까?" "안 되나? 형씨한테는 볼 거리가 있었잖소." "예에, 그건 알겠습니다." "그 볼 거리라는 게 대단하단 말요." 틴버레이크는 역설했다. "그것도 알겠어요." 틴버레이크는 멍한 눈빛을 하고 에드위슬의 꼬리 쪽으로 가까이 갔다. "좋은 걸 보여줌세." 그는 단단한 손을 휘둘러 꼬리 바로 옆을 철썩 때렸다. "자, 말해봐!" 엔드위슬은 목을 구부리더니 뻣뻣한 입술을 들어올리고 후 하는 소리를 냈다. "어떻소. 선생?" 농부는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지금 들었겠지만, 말할줄 안다구. 이놈은 뮤턴이오." "뭐요, 코를 울렸을 뿐이잖아요." 율은 반박했다. "저런 거라면 나도 할 수 있어요." 그는 코를 울려서 그것을 증명했다. 6 마지는 그에게 언짢은 얼굴을 해보이고는 말머리쪽으로 다가갔다. "우린돈이 필요해. 너는 밖으로 나가고 싶어하고. 이건 우리에게도 기회지만. 네게도 기회야. 자, 아무말이라도 하렴." "아줌마도 싫어." 엔드위슬은 확실하고 분명하게 말했다. 율은 여물통 속으로 미끄러져 엉덩방아를 찧었다. 다행히 여물통은 텅비고 말라있었다. 율은 사색이 되어 여물통 가장자리에 발을 얹은채 버둥거리면서 잠시 주저앉아있었다. 말은 목을 돌리고 그를 업신여기는 듯한 눈빛으로 내려다보더니 말했다. "허!" 율은 여물통에서 엉금엉금 기어나오자 단거리 선수같은 기세로 뒷마당을 가로질렀다. 틴버레이크와 마지는 잠시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지만 이윽고 뒤를 쫓았다. 율은 순식간에 부엌을 지나 전화로 달려들고는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장거리를 다시 한번 부탁합니다." 전화는 연결되지 않았다. 안절부절 못하고 가슴을 졸이면서 그는 손목시계를 보고, 이제 사무실의 문이 닫혀있다는 것을 떠올리고 얼른 퍼킨스의 자택의 전화를 걸었다. 이번에는 확실히 연결됐다. 퍼킨슨이 불쾌한 목소리로 말했다. "뭔가?" "율입니다. 들어보십쇼!" "안 들을 생각이면 전화를 받지도 않네." 퍼킨슨은 밉살스럽게 말했다. "좀 들어보세요!" 율은 외쳤다. "이 뮤턴, 아니 뮤턴트 말입니다만, 진짭니다. 진짜 굉장해요. 50캐럿은 되는 다이아몬드가 여기저기에 박혀있는 놈이라구요. 세상에 이런 놈은 다시 없을 겁니다. 굉장한 놈이라니까요." "율, 자네 취했나?" "전 성공에 취했습니다." 그는 외쳤다. "저는 이제야 유전을 발견한 겁니다. 아무리 그놈을 눈앞에 들이대도 당신은 믿지 않을테지만." "그것만은 확실하겠군." 퍼킨슨은 수긍했다. "자네가 말하는 뮤턴트는 이제까지 몇 명인가 만났으니까." "이번 건 진짜라니까요!" 그는 고함을 질렀다. "그건 자네가 할말이 아닐세. 전문가가 결정할 일이지. 만일 그놈이 저능하다는 게 확실하지 않으면 데려와서 전문가에게 맡기게." 율은 발을 동동 구르며 외쳤다. "제가 뭣 때문에 장거리 전화를 걸었겠습니까? 이놈을 어떻게 데려가라구요?" 긴 침묵이 있은 후, 겨우 퍼킨슨의 목소리가 수화기에서 흘러나왔다. 침착한 어조로 어린애에게 말하듯이 그는 또박또박 설명했다. "자네 호주머니중 하나에 작은 서식이 하나 있을 걸세. 아니, 들어있을 거야. 큰 글씨로 <사회조사국>이라고 씌어있는 것 말이야. 자네가 알 수 있게끔 그렇게 씌어있다네. 만약 글을 읽을 수 있다면 말이지. 그 서식 한 장에 필요한 사항을 적어서 만약 글을 쓸 수 있다면 역에서 그걸 내게. 그러면 그쪽에서 외상으로 표를 줄테니까 자넨 그 표로 그 뮤턴트를 이리 데려오면 되지." 퍼킨슨의 목소리는 치미는 화때문에 높아졌다. "지금까지 50번이나 했던 일 아닌가. 이제와서 왜 내가 설명해야 되는 건가?" "저어." 율은 머뭇거리며 말했다. "그게, 말이라서요." 그는 이렇게 말을 꺼냈지만, 갑자기 성미 고약한 악마가 끼어들어서 그의 마음을 바꿨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그럼, 공무상의 명령으로 이 뮤턴트를 언제나 쓰는 서식으로 데려오란 말씀이죠? 침대차로?" "잘 아는군." 그렇게 말하고, 퍼킨슨은 갑자기 의심스러운 말투로 덧붙였다. "그럼, 안되는 이유라도 있나?" "그게, 단지 엄청나게 큰 엉덩이를 갖고 있어서 말입니다." "그런 건 상관없어. 아프리카의 호텔토트도 그렇지. 엉덩이에 지방을 축적하는 특이한 능력을 자연으로부터 받았거든. 하긴, 그럴 수 있는 놈이라고 해서 꼭 뮤턴트랄 수도 없지만." 퍼킨슨은 코웃음을 쳤다. "뚱보라 이거지? 그런 건 철도청의 冒薦맒 분들이 걱정할 문젤세. 승객 한명에 표는 한 장이야. 녀석들도 어쩔 도리가 없을 걸." "알았습니다." 율은 전화를 끊으려고 했다. "금요일에 나오게." 퍼킨슨이 얼른 소리쳤다. "다음 주 말고!" 틴버레이크는 천막 기둥같은 나무막대 끝으로 이를 쑤시며 말했다. "어떻소, 살 생각이 있소?" "살것 같습니다만." 율은 되는대로 지껄였다. "잠깐 여기서 기다려주시지 않겠습니까? 제가 돌아올 때까지 집에서 나오지 마십쇼." 그는 나가서 2분쯤 있다가 돌아오자 의자에 걸터앉아 생각에 잠겼다. 잠시후 그는 말했다. "혹시나 누가 시시한 복화술을 쓰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외양간을 살펴보고 왔습니다만." "그래?" "거기엔 아무도 없더군요. 확인해봤습니다. 엔드위슬은 내게 뒈져버리라고 하더니, 해병대에 오래 있었던 게 아닐까 생각될 정도로 품위없는 말들을 두 세 마디 주워섬기더군요." 그는 뭔가 묻는 것처럼 틴버레이크를 관찰했다. "당신네들이 왜 진작 저놈을 팔아치우지 않았는지 난 모르겠군요. 서커스 단장이라면 있는 돈 전부에다 증기 오르골을 합쳐서라도 저놈과 바꿨을텐데." "해봤수다." 천막 기둥은 산산이 부서져, 틴버레이크는 나무조각을 방바닥 여기저기에 뱉았다. "이곳저곳의 사람들한테 편지를 써서 신기한 말을 갖고 있다고 알려줬지. 그랬더니 답장이 딱 한 통 왔는데, 그 자식은 피아노를 칠줄 아는 기린을 키우고 있다던가. 그런 건 못믿겠소. 바보같은 놈들." "예.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율은 고개를 끄덕이며 찬성했다. "그런데, 저 말은 어떻게 해서 손에 넣으셨습니까?" "여기서 태어났다오. 뉴멕시코에서 육코에 부적합한 말을 몇 마리 싸게 샀지." "그럴 거유." . 마지가 불쾌한 듯이 끼어들었다. "오래 갖고 있진 못했으니까. 차례차례 픽픽 죽어 자빠졌다우. 피가 어떻게 됐다고 수의사가 말하긴 하더만." "아마 방사능에 오염된 목장의 풀을 먹었을 겁니다." 율은 알겠다는 듯이 말했다. "그래서요?" "엔드위슬은 이렇다할 만큼 눈에 띄는 녀석은 아니었소." 틴버레이크는 계속했다. "하긴 이상한 소리를 온종일 내고는 있었지만. 구슬픈 목소리로 울다가 으르렁대다가 투덜거리다가 했소. 길이 잘 든 말은 그런 짓을 하진 않거든. 나는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지만, 어느 날의 일이었소. 아마 6,7주 전일 거요. 내가 무심코 "욕지거리를 내뱉었더니 별안간 욕지거리를 되받지 뭐요. 뭔가 지저분한 말이 섞인 욕설을. 그리고 녀석을 좀더 다양한 말을 할 수 있게 되길 바라고 있소." "하지만 붙임성이 있는 말은 한마디도 안 한다우." 마지가 덧붙였다. "뻔뻔스런 배신자." 틴버레이크는 되풀이했다. "어떤 사람에게 그 말은 틀림없이 큰 값어치가 있을 겁니다." 율은 조심스럽게 의견을 내놓았다. "그 <어떤 사람>이라는 데에 짐작가는 것이 있습니다. 제가 와서 두 분은 정말 운이 좋았습니다. 제가 데려가는 게 좋겠다고 생각하는데요." 틴버레이크는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恬뽀杉? "정부보다 돈이 많은 놈은 없을 테니까. 데려가도 좋소. 하지만, 확실히 정식으로 사인해주지 않으면 안 되우." "사인하죠." 농부는 지저분한 종이를 한 장 꺼냈다. 율은 그것을 읽었다. "G 틴버레이크 (조지 틴버레이크)에게서 엔드위슬이라는 말하는 말 한마리를 인수함." 율은 사인을 했다. 역무원은 귀에 거슬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설령 최고재판소 친구들이 내 눈앞으로 줄줄이 행진하면서 이놈이 객차에 탈 자격이 있다고 증명한다고 해도 소용없소. 눗≥ 전용차로 가든지, 아니면 그만두든지 하시오." "왯니까?" 율은 물었다. "왜냐고?" 역무원은 수상쩍은 듯이 그를 보더니 발끈해서 말했다. "그녀석은 동물이니까!" "어엿한 사람한테 그건 너무 심하잖소." 율은 비난하듯이 말하고 엔드위슬을 돌아보았다. "지금 지껄이는 말을 들었나?" "그럼." 엔드위슬은 이를 갈았다. "이 버러지같은 자식." 역무원의 태도가 확 달라졌다. 그는 엔드위슬을 이리저리 보다가 말을 율을 )향해, 말하듯이 말을 걸었다. "지금 그건 썩 괜찮았는걸. 나도 조금은 하는데, 들어보라구." 역무원은 사무실 귀퉁이에 있는 상자를 가리키고는 입을 옆으로 삐죽거렸다. 그러자 상자 속에서 뭔가가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꺼내줘요! 꺼내달라니까!" "이거 놀라운데." 엔드위슬은 귀를 퍼득거렸다. "이자식이 여자앨 가둬놨어!" 어렵지 않게 카운터를 뛰어넘자 엔드위슬은 상자를 걷어찼다. 재봉틀 여섯대가 나뒹굴었다. 엔드위슬이 대단한 기세로 발을 구르며 돌아다니면서 사전에 씌어있지 않은 신조어를 대여섯 개 뱉아내고 있을 동안 역무원은 손으로 눈을 「 있었다. "것 보쇼." 율은 엄하게 말했다. "직무태만을 저지른 벌이오. 자, 이놈의 표를 줄 거요, 안줄 거요?" "못 줘." 눈을 가리고 있던 손을 떼자 역무원은 빈틈없이 엔드위슬을 감시했다. "게다가 저 상자들에 원래대로 못을 치려면 한 시간은 걸릴 걸." 그러나 감탄한 나머지 분노도 어느새 사라져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하지만 이 복화술에는 두손 들겠는걸. 당신은 버겐(에드거 버겐 - 유명한 복화술사) 보다 나아." "내가 한 게 아니라고 했을텐데. 이 녀석이 지껄인 거요. 이놈은 말할줄 아는 -말이라니까, 이 머저리같은 친구야." "과연." 역무원은 경의를 담아 말했다. "자." 율은 토인들처럼 입술을 내밀었다. "여길 누르고 있으쇼." 상대방은 그 말대로 율의 입술을 눌렀다. 율은 손짓으로 엔드위슬을 불렀다. 엔드위슬은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며 꼬리를 흔들었다. 경관 한 명이 사무실로 들어와서는 카운터 안에 말이 있는 것을 보고 어리둥절했다. 그리고 율의 입술에 달라붙어있는 역무원을 보고는 어이가 없어서 입을 떡 벌렸다. 그러더니 모자를 벗고 손수건을 꺼내어 눈을 누른 다음 다시 보았다. 역무원의 손에서 입술을 치우고 율은 「뽀杉? "빌어먹을, 저놈한테 말을 시키려는 거요." "이보쇼." 경관이 말을 꺼냈다. "저사람이 입에 매달려있는데, 어떻게 말할 수가 있겠소?" "참견 마." 엔드위슬이 경고했다. 경관은 주위를 둘러보고 다시 한 번 손수건으로 눈을 닦더니 물었다. "날 놀린 게 누구야?" "이 남잡니다." 역무원은 태연하게 말했다. "이친구, 끝내준다구요." "내가 아니라니까!" 율은 연기하는듯한 몸짓으로 엔드위슬을 같「Ｄ榴? "이 친구가 했소." "저 친구가 했다는군요." 역무원은 정정했다. "설마!" 경관은 신음소리를 냈다. 율은 또다시 토인의 얼굴을 짓고, 역무원은 그 입술을 눌렀다. 율은 엔드위슬에게 미친듯이 신호를 했다. 엔드위슬은 할 수 없이 따분한 어조로 말했다. "원숭이 흉낸 그만 두시지." "잠깐 기다려." 경관은 율에게서 역무원에게로 주의를 옮겼다. "또 제이크 짓이군." "내가 한 게 아닙니다, 에디. 하느님앞에 疸暠셍 난 아녜요." "그래, 자네 것이 아닐테지, 제이크." 경찰관은 싱글벙글 웃으며 다가왔다. "내가 자네 입을 막을테니까 자넨 이 남자의 입을 막고 있게. 그러면 누구 짓인지 알게 되겠지." "즉, 당신 짓이라 이거군." 율은 짖궂게 말했다. "나라구?" 경찰관은 화를 냈다. "나는 3류배우가 아냐." "당신이 하는 말만 갖고는, 어떨지 모르겠는걸." 독은 독으로 다스릴 각오로 율은 다그쳤다. "그럼. 당신 입술을 이 사람한테 잡고 있게 하면 어때요, 에디?" ) 그야말로 천재적인 생각이라는 듯이 역무원은 말했다. "좋아." 경관은 입술을 내밀었다. 그의 입술은 마치 분홍빛 타이어처럼 튀어나왔다. 세 사람은 서로의 입술을 꽉 잡은채 엔드위슬이 말하는 것을 기다렸다. 마침 그때 시장과 소방서장, 그리고 두 명의 부하가 들어와서 이 수선스런 정경에 맞닦뜨렸다. 그들은 보이지 않는 벽에 부딪힌 것처럼 내딛던 발을 허공에 띄운채 함께 멈춰서버렸다. 시장은 모자를 벗고 턱을 쳐들었다가는 다시 쓰고 작은 소리로 말했다. "이건 뭐야?" 경관은 마치 화상이라도 입은 것처럼 역무원의 입에서 손을 떼자 자기 입을 열심히 붙들고 있는 율의 손을 얼른 두둘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화가난듯이, 커다란 벌이 안달박달하며 날아다니는 것같은 소리를 냈다. 율은 완강히 달라붙어있는 채였다. 경관이 점점 흉폭해지는 낌새가 보였다. "저 친구들한테서 술냄새가 나는지 보게, 행크." 시장은 소방서장에게 말했다. 경찰관은 정신없이 율에게서 벗어나 침을 뱉고는 털투성이인 손등으로 입술을 문질렀다. 그리고 탓하듯이 손을 뻗어 율을 가리켰다. "이 무례한 놈을 체포하겠다." 역무원이 손을 떼자 율은 물었다. "무슨 죄로?" "말도둑이지." 엔드위슬이 눈치빠르게 말했다. "보십쇼, 지금 들으셨죠?" 경찰관은 의기양양했다. "이놈은 저 꼬리잘린 말을 갖고 복화술을 하고 있습니다." "그게 어쨌다는 건가?" 소방서장은 율에게 감탄하면서 말했다. "썩 문제되는 것도 아닌데." "아무튼 지금 한 건 제이크입니다." 역무원은 재빨리 물러서더니 아니라며 손을 저었다. "절대로, 난 아니오. 난 입을." "나는 별로 놀라지 않는다네." 시장은 그렇게 말하고 흥미없는 듯이 제이크를 바라보았다. "요전에 마을 음악회에서 자네는 썩 괜찮은 연기를 보여줬잖나. 그래서 우쭐해있는 건 아닌가? 이런 일을 하기엔 자기 실력이 아깝다고 생각하겠지, 응?" "말 잘했어, 뚱보 친구." 엔드위슬이, 들뜬 바람에 쓸데없이 입을 놀렸다. 시장의 통통한 얼굴이 갑자기 자주빛으로 물들었다. 지금까지 제이크를 노려보고 있던 시선을 율에게로 옮기고 시장은 말했다. "지금 것은 제이크가 아니군. 설마 제이크가 그런... 그렇지, 제이크?" "그렇고 말고요." 제이크는 열심히 동의했다. "그럼, 자네가 그 건방진 짓거리를 했고, 응?" 시장은 커다란 북같은 배가 닿을 정도로 바싹 다가와서 율을 쏘아보았다. "대체 무슨 속셈이지?" "나는 저 말한테 객차를 예약해주려고 했을 뿐입니다. 그러려고 여기에 왔더니 문제가 생겼군요." "그래, 그렇겠지." 시장이 말했다. "저 말한테는 정부의 허가가 내려져 있습니다!" 율은 외쳤다. "그것도 정식으로!" 엔드위슬이 입술을 핥으며 입을 놀렸다. 시장은 점점 험악한 얼굴이 되었다. "아무리 자네가 그 목소리를 여기서 멕시코까지 날려보낼 수 있다고 해도 나는 놀라지 않아. 그 허가라는 걸 좀 보여주겠나?" 율은 서식을 보여주었다. "누가 이걸 발행했지?" "사회조사국의 퍼킨슨입니다." "좋아." 시장은 독살스레 말했다. "이제 알겠군." 그리고 옆으로 물러서서 둥글둥글한 손으로 수화기를 들어 장거리 전화를 신청하고 교환원에게 덧붙였다. "요금은 수신자 부담이오." 이윽고 그는 말했다. "퍼킨슨 씨요?" 퍼킨슨은 무뚝뚝하게, 그렇다고 대답했다. "이쪽은 리즈빌의 시장인 윌리엄 B 루커스이오만." "그걸 내가 어떻게 알겠소?" 퍼킨슨이 말했다. "내가 그렇다면 그런거요." 시장은 언성을 높였다. "큰소리치지 마시오." 퍼킨슨이 되받았다. "귀머거리가 아니니까." "바보일 뿐이지." 엔드위슬이 한 마디 거들었다. 그것을 들은 퍼킨슨이 외쳤다. "방금 그 시건방진 놈은 누구요?" 한 발도 물러서지 않을 각오를 눈에 나타낸 시장은 필사적으로 수화기를 붙들고 마주 외쳤다. "여기서 뉴욕까지 침대차 예약을 승인했소, 하지 않았소? 말이 탈 자릴 말요." "말이 탈 자리?" 퍼킨슨의 목소리가 멀어졌다. 전화에서 고개를 돌리고 누군가에게 말하는 모양이다. "어떤 정신나간 놈이 말한테 좌석을 예약한다는 둥 헛소리를 하는데. 통화료는 이쪽 부담이고 누군지 잡기만 하면." 수화기를 내려놓자 시장은 천천히 돌아서서 감정을 억누르며 말했다. "에디, 이 건달과 말을 마을 밖으로 데리고 나가게." 그는 분노에 불타는 시선을 부하에게로 옮겼다. "자네들 둘도 에디와 함께 가게나." 그리고 이번엔 율에게 그 시선을 향했다. "하느님 앞에 맹세하겠는데, 두번다시 내 눈앞에 모습을 보이면 무슨 일이 있어도 감옥에 처넣어버리겠어." "어머나 세상에." & 엔드위슬이 불평했다. "나갓!" 시장이 고함을 질렀다. 이제 참는 것도 한계에 와있었다. 그들이 마을다운 마을에 도달한 것은 그곳에서 쫓겨나고부터 힘든 여행을 계속한지 사흘째 되는 날이었다. 휘황하게 불이 켜진 지역으로 엔드위슬은 지친 걸음으로 터덜터덜 걸어갔다. 그 등뒤에는 허벅지 살이 다 벗겨진 율이 타고 있었다. 교통신호가 빨간색으로 바뀌어서 그들은 멈춰섰다. 왼쪽에는 술집이 한 채. 따스한듯 밝은 등불을 켜고 손님을 부르고 있다. 율은 끌리듯이 그것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보고는 말에서 내려서, 신호가 파란색으로 바뀌자 O맞은편 보도로 갔다. "퍼키 (퍼킨슨) 녀석도 사회조사국도 세상도 몽땅 엿이나 먹으라지. 나는 쓰러지기 전에 한 잔 해야겠다." "한 잔이라?" 엔드위슬은 찬성하며 한 마디 덧붙였다. "나는 강이라도 몽땅 마실 수 있어." 그들은 문을 지나 안으로 들어갔다. 발바리같은 얼굴을 한 덩치큰 바텐더가 카운터에 기대어 한 손님과 얘기하고 있었다. 손님은 화려한 차림을 한 백발의 남자로, 고풍스럽고 큰 검정색 타이를 목에 두르고 채찍과 등자 모양의 금으로 된 타이핀을 달고 있다. 바텐더는 율이 들어오는 것을 슬쩍 곁눈질로 봤지만 그 뒤를 따라 엔드위슬이 뚜벅뚜벅 들어오자 별안간 등을 쭉 폈다. "저 말은 당신 거요?" "아뇨." 율은 카운터에 앉아, 이제야 마시게 됐다는 듯이 마른 입술을 핥았다. "부탁받았을 뿐이오. 정부의 물건이지. 기분나쁘거든 정부에 말하쇼." "저놈을 나가게 하지." 바텐더는 분명하게 말했다. 그 타이핀을 단 손님은 분홍색 얼굴을 엔드위슬에게 향하고 초점을 맞추자 왠지 기쁜 듯한 표정을 짓고 바텐더에게 말했다. "딱딱거리지 말게 패트. 자네의 친절한 아이랜드인 기질은 어쩌나?" "말은 출입금지요." 페트는 힘주어 말했다. "누가 정했소?" 율이 물었다. "내가. 그렇게 정했소." 패트는 율의 코끝으로 얼굴을 들이밀었다. "그러는 넌 뭔데?" 엔드위슬이 물었다. 패트는 행주를 떨어뜨렸다가 멍하니 주어들었다. "법률에, 말이 술집에 들어가면 안된다는 조항은 없을 걸세." 타이핀을 단 손님이 말했다. "특히 말을 잘하는 말이라면." 그는 취한 탓도 있어서., 엔드위슬에게 정중하다고는 하기 어려운 인사를 했다. "나도 말이지, 말하는 거나 다름없는 말을 갖고 있지만, 자네처럼 목소리를 내는 놈은 없다네. 나는 그린들스피라고 하지. 어떤가, 맥주 좀 하겠나?" "맥주가 뭔데?" 엔드위슬은 수상쩍은 듯이 물었다. 그는 바닥에 앉아서 머리를 카운터의 훨씬 위쪽까지 치켜올렸다. 율은 맥주가 어떤 건지 설명해주었다. "마셔보겠어." 엔드위슬은 결심했다. "틴버레이크네 구정물보단 나쁠 리는 없겠지." "양동이에 하나가득 담아오게." 그린들스피가 주문했다. 그는 패트가 체념하고 몽당연필과 종이를 꺼내는 것을 보자 그를 거들었다. "양동이 하나가 2갤런. 1갤런은 8파인트니까. 3달러 20센트로군." 그는 그렇게 말하고 돈을 냈다. 돈을 계산대에 넣자 패트는 양동이를 隔≠ 暠 가득 채웠다. 그리고 마시기 좋은 위치에 놓아주었다. 엔드위슬은 코를 처박고 음미하면서 소리내어 마시기 시작했다. "맛있나?" 그린들스피가 물었다. 거품투성이인 코를 양동이에서 빼고 엔드위슬은 말했다. "끝내줘! 이거 고마운데." 그린들스피는 기뻐했다. "한 잔 더 하겠나?" "한 잔이면 충분합니다." 율이 재빨리 끼어들었다. 그리고는 패트에게 말했다. "자, 이번엔 내게." "당신이 무슨 상관이오?" 그린들스피가 몸을 젖히며 따졌다. "만일 이 친구가 더 마시고 싶다면 내가 살 거요. 알았소?" 돈을 내면서 그는 의자에 앉아 흔들흔들거렸다. "양동이에 하나가득 주게, 패트." 벌레씹은 얼굴을 하고 패트는 양동이에 거품이 넘칠 때까지 부었다. 율은 앉은채 엔드위슬이 벌컥벌컥 소리를 내며 마시는 동안 두 손으로 머리를 싸안고 있었다.이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율은 알고 있었다. 엔드위슬이 갑자기 재채기를 해서 거품이 비오듯 패트를 덮쳤을 때 율은 부르르 떨었다. 율의 태도를 눈치챈 엔드위슬이 물었다. "뭘 그리 부루퉁하고 있어?" "닥쳐!" 율은 외쳤다. 엔드위슬은 그린들스피에게 하소연하듯 말했다. "저게 나에 대한 감사의 표시라 이거야. 나는 3일을 꼬박, 아픈 등에 저놈을 태우고 걸어다녀줬는데, 그런데 이제와서 자기보다 내가 맥주를 잘 마신다고 질투한단 말야." "은혜도 모르는 놈." 그린들스피는 침침한 눈으로 책망하듯 율을 보았다. "은헤도 모르는 놈." 지갑을 꺼내자 그는 지폐를 넉 장 집어서 패트에게 떠안겼다. "양동이를 채워와!" 그린들스피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이봐, 나좀 보라구." 패트는 둘을 교대로 노려보며 말했다. "채워!" 엔드위슬이 코로 거품을 내뿜으며 말했다. 그는 몸을 일으키고 발굽을 카운터에 얹어 눈을 휘둥그레 떴다. 패트는 할 수 없이 맥주를 부었다. 다시 웅크리고 앉자 엔드위슬은 한층 맛있는 듯이 소리내어 마셨다." "틴버레이크 녀석은 물만 줬어. 녹초가 돼서 쓰러질 때까지 일했는데. 물만 줬다구. 율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물만." 엔드위슬은 우울한 얼굴로 주위를 둘러보며 투덜거렸다. 그리고 딸꾹질을 하고 가만히 있다가 이렇게 말을 맺었다. "그 자식은." "어처구니없는 놈이군." 그린들스피도 동의했다. "나는 개라도 그렇게 다루지 않아." 엔드위슬은 양동이에 머리를 푹 담근 채 마시다가 잠시 생각에 잠겼다. 한참 있다가 겨우 아까 그린들스피가 한 말을 알아들었다. 그는 몸을 젖히고 주위를 노려보듯이 둘러보았다. "나를 개라고 한 게 어떤 놈이야?" "저친구야." 율은 짖궂게 패트를 가르켰다. 좁은 바에서 발굽을 울리며 엔드위슬은 발돋음을 했다. "말 한번 잘 했군." "부끄러운 줄을 알라고." 그렇게 말하고 그린들스피는 잔을 반쯤 비운 다음 커다란 물방울 무늬가 있는 손수건으로 입을 닦았다. 패트는 몸을 구부려 재빨리 옆으로 피하더니 반박했다. "저녀석이 거짓말을 한 거야." 푹 패인 눈에는, 깨어있으면서 악몽을 꾸고 있는 것처럼 쫓기는 듯한 표정이 어려있었다. "나를 개라고 한 건 너야?" 엔드위슬은 율에게 집적거렸다. 그리고 재채기를 하면서 수염에 묻은 거품을 사방으로 날렸다. "천만에. 나는 그런 천박한 말은 안해." "그럼, 내가 잘못 들었나 보군." 엔드위슬은 양동이를 지긋이 바라보았다. 꼬리가 두세 번 발작적으로 움찔거린다. "정말, 이걸 마시니 기분이 이상해지는데." 율은 한숨을 쉬었다. "넌 취했어. 네발 달린 주정뱅이야. 퍼킨슨이라면 뭐라고 할까?" "그 퍼킨슨이란 작자가 이놈의 주인이오?" 그린둘스피가 수상쩍은 듯이 말했다. "만약 그렇다면 그 친구와 거래를 하고 싶군," "나한텐 주인 따윈 없어." 엔드위슬은 술기운에, 잔뜩 위엄을 부리며 말을 가로막았다. "아무도 없다구, 알았어?" 그는 패트에게 귀를 쫑긋거렸다. 패트는 뒤로 물러서면서 신음하듯 말했다. "그야 네 생각일 뿐이지. 곧 지독하게 혼날 걸." 패트는 험악한 시선을 율에게로 돌렸다. "내 인내심이 몽땅 사라지기 전에 이 술주정뱅이를 여기서 데리고 나가는 게 몸에 좋을 거요." 술을 다 마신 그린들피스는 의자에서 내려와 비틀거렸다. 그리고 뼈와 가죽만 남은 손으로 카운터를 탕쳤다. "내 친구를 모욕하는 놈은 나를 모욕하는 것과 같아!" "이거 고맙구만." 엔드위슬은 만족스런 태도로 동의했다. "바보같은 놈들." 율이 말했다. 패트는 결심한 듯이 카운처 끝으로 갔다. "당신들은 하나도 남김없이 미치광이야. 이제 본때를 보여주겠어." 그는 수화기를 손에 들었다. "경찰을 부탁합니다." 그리고 잠시 기다렸다. 나머지 사람들은 무관심하게 그것을 쳐다보고 있었다. 廣根 비는 듯한 말투로 전화에 대고 말을 꺼내자 털벌레같은 눈썹이 오르락 내리락하기 시작했다. "여보세요, 경위님. 저는 패트 호건입니다만, 곤란한 일이 생겼습니다. 저희 바에 주정뱅이 둘에 말하는 말이 왔는데." 거기서 말이 끊어졌다. "예?" 그는 그렇게 말하고 엔드위슬에게 신호를 했다. "자네한테 할말이 있다는군." "내게?" 엔드위슬은 어리둥절했다. 그리고 일어서서 전화 쪽으로 가서는 수화기에 얼굴을 가까이했다. 상대편의 목소리가 말했다. "자네는 말인가?" "당연하지." 엔드위슬이 대답했다. "뭘 마셨지?" "맥주야." 아주 즐거운 듯이 엔드위슬이 말했다. 상대방이 저쪽에서 고개를 돌리고 누군가에게 얘기하는 목소리가 희미하게 들렸다. "패트가 또 맥주에다 위스키를 섞었군. 저쪽에 있는 남자는 자기가 말이라고 생각하는데." "나는 말이라구." 엔드위슬이 다시 강조했다. "그래그래, 알아." 상대방의 목소리를 크게 하며 달랬다. 그리고 다시 소리를 낮추어 말했다. "패트가 그 정도라면, 한밤중까지 저기는 동물원이 되어버릴 거야. 누군가 보러 가도록 하게." 그리고 다시 목소리를 높였다. "패트에게 지금 간다고 전해주게." "이리로 온대." 앤드위슬은 귀를 기울이고 있는 사람들에게 말했다. 율은 재빨리 문께로 갔다.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겠어? 그들은 널 울탈리 속에 가둬놓으라고 할 걸. 그렇게 되면 자유고 맥주도 다 끝장이야. 만사 끝장이라구." 그는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도로아미타불이군." 엔드위슬은 눈르 휘둥그레 뜨고 뒷발로 일어섰다가, 앞발을 확 내려서 탁자 위의 병을 쳐 떨어뜨렸다. 그리고 패트에게 쏘아부쳤다. "이 치사한 배신자!" "하지만 지금 빠져나가면 아직 시간은 있어." 율이 입구에서 말을 거들었다. "10초라도 우물거렸다간 때가 늦는다니까." 율은 엔드위슬이 바람을 가르며 문을 빠져나오는 것을 옆으로 펄쩍 뛰어 피했다. 뮤턴트는 멈추지 않았다. 귀와 꼬리를 바람에 나부끼면서 신기록을 수립하려는 듯한 기세로 거리를 질주했다. 율은 정신을 가다듬고 격렬한 추적을 시작했다. 그러나 따라잡을 겨를이 없었다. 그들에 이어 그린들스피가 비틀걸며 술집에서 나타나, 열심히 눈의 초점을 맞추어 도망자들을 발견하자 택시를 잡았다. "저 난폭한 말을 따라잡아주게. 쉽게 놓칠 순 없지. 저놈은 우리 사육장에서 제일 좋은 놈이니까." 택시가 힘차게 출발하자 그는 등받이에 푹 기대어앉았다. "잘만 되면 50달러 주지." 그는 멍하니 앉아서 채찍과 등자모양으로 된 장식핀을 한손으로 만지작거렸다. 율이 모든 이야기를 끝마칠 때까지 퍼킨슨은 약간 불쾌한 듯이 한 마디도 입을 열지 않았다. 싸늘한 시선을 찌르듯이 상대방에게 던지면서, 눈 하나 까딱하지 할고 책상 앞에 앉아 은색 연필로 책상을 톡톡 치며 상대방의 이야기에 박자를 맞추고 있었다. "그러더니 " 율은 말을 이었다. "그 그린들스핀가 하는 작작가 술이 깨서는 잔꾀를 부리는 겁니다. 사람과 얘기할줄 아는 말이라면 다른 말과도 얘기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누군가가 투자를 하겠지. 특히, 녀석의 말하는 능력이 진짜라면, 이렇게 생각한 거죠. 그래서 나를 한 시간 앞질러 엔드위슬을 잡아서, 뇌물을 써서 자기 생각대로 잡아넣은 다음 틴버레이크에게 사고 싶다며 전보를 쳤죠. 틴버레이크는 내 코앞에서 얼른 녀석을 팔아넘겼습니다." 그는 낙담한 몸짓을 했다. "그후 전화를 6번 걸고 경관을 4명 層옜幣 끝에 그놈들을 여기까지 데려온 겁니다. 그린들스피는 오는 동안 내내 고소를 하겠다는 말만 했죠." "그럼 묻겠는데." 퍼킨슨은 호기심아르 가장하고 물었다. "어떻게 말에게 뇌물을 썼나?" "지금 얘기했겠지만." 율의 목소리가 흥분으로 높아지기 시작했다. "그린들피스는 말 사육장을 경영하고 있습니다. 엔드위슬에게 그 사진을 보여주고 유리한 조건을 제시하며 유혹했지요." 그러자 엔드위슬을 환성을 지르며 얼른 미끼에 걸려들었습니다. 가령 당신이 말이라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뭐?" 3 퍼킨슨은 갑작스런 질문에 어리둥절했다. "혈통이 좋고 잘 빠진 암말의 사진이었거든요." 율은 씁쓸하게 말했다. "꽤나 품위있는 소릴 하는군." 퍼킨슨은 기분나쁜 얼굴을 하고 달력을 보았다. "흠, 2주일이라? 자넨 2주일의 휴가를 얻어서, 내가 아는 한은 내내 술이나 마시고 있었군. 장거리 전화를 마구 걸어서는 내가 요금을 부담하게 하고, 끝에 가서는 거짓말 보따리를 갖고 돌아왔고." "나는 맹세코." "그것도 모자라서, 척 봐서도 게을러빠진 형편없는 말과, 사람을 보자마자 소송을 걸어대는 늙어빠진 주정뱅이까지 함께." "소송을 거세요. 엔드위슬은 100만 愿玭 가치가 있단 말입니다." "그렇겠지." 퍼킨슨은 비웃듯이 말하고 책상 위의 전화를 집어들고 말했다. "어때? 수확이 있었나?" 전화가 요란하게 대답했다. "그럴줄 알았지." 퍼킨슨은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그리고 다시 율을 노려보았다. "그 말은 일언반구도 말하지 않아. 입도 벙긋하지 않는다는군. 그런 걸 기대하는 게 바보지." 그는 다시 연필로 책상을 톡톡 두드렸다. "자네덕분에 꼴사납게 빌기까지 하고, 그놈을 그린들스피에게 돌려보내야 했단말야." 그는 목청을 높였다. ! "나는 비는 건 질색이야." 그는 한숨을 쉬고 버럭 소리질렀다. "꼴사납게, 비는 건 딱 질색이라구!" 율은 방안을 이리저리 왔다갔다 하기 시작했다. "그놈은, 입다물고 있으라는 경고를 받은 거라지 않았습니까. 그 퉁퉁하고 큰 입을 여는 것을 마지막으로 할렘에는 들어갈 수 없게 될 테니까 말을 하지 않는 거예요." 퍼킨슨이 다그쳤다. "자네에게 마지막으로 기회를 주지 잘은 모르겠지만, 나는 분명 마음이 약한 모양이야." "하느님께 맹세하건데, 둘도 없는 기회가 손에서 빠져나가려고." "잔소리 마!" 퍼킨슨은 서랍을 열어서 편지 한 통을 ;꺼냈다. 엷은 분홍색 편지지에, 가장자리에는 톱니모양 장식이 되어있고 희미하게 장미향이 풍겼다. "이번 실패를 보아하니, 자네는 대단한 곡예사라도 될성 싶군." 퍼킨슨의 얼굴에서 분노의 빛이 사라지고 싱글싱글 웃는 익숙한 얼굴이 나타났다. "이 편지는 토베커에 사는 아가씨로부터 온 걸세. 이웃 사람이 뮤턴트를 숨기고 있는것 같다는군. 거기에 가서." 율은 퉁명스럽게 퍼킨슨의 손에서 편지를 낚아채고는 창가로 가서 생각에 잠겼다. 이윽고 그린들스피가 엔드위슬을 따라 지나갔다. 율은 창문을 열고 엔드위슬에게 고래고래 소리쳤다. "뭐야, 이 멍청한 벙어리 녀석아!" 엔드위슬을 발을 멈추고 입술을 들어 올리자 이쪽이 열을 받을 정도로 또렷이 말했다. "바보 천치야!" 그러더니 윙크를 하고 다시 터벅터벅 걸어갔다. 율은 창가를 떠나 의자를 찾아서 걸터앉은채 퍼킨슨의 반응을 흥미롭게 지켜보았다. 퍼킨슨은 일어서서 머리를 벽에 쾅쾅 치더니, 입에 거품을 물고 밖으로 뛰쳐나갔다. 바깥쪽 방에서 블론디의 동정어린 목소리가 들렸다. "또 나가요, 스티비?" 그러더니, "어머, 당신이었나요, 퍼킨슨 씨?" 율은 퍼킨슨의 의자로 옮겨앉아 편안함을 확인해 보았다. 화성인의 습격 The Martians and The Coys -맥 레이놀즈 코이 부인은 남쪽 목장 끝의 울짱을 기어넘었다. 그리고 꾸러미를 등에 지고 조금 숨을 헐떡이며 강을 따라 거슬러올라가기 시작했다. 행크가 기르던 지거라는 이름의 늙은 너구리가 죽은 지점에서 강을 건넜다. 다음 사냥철이 오면 그때로부터 꼭 3년이 된다. 강 가운데의 바위들을 폴짝폴짝 뛰어건너니 점점 숨이 찬다. 코이 부인은 이제 옛날만큼 젊지는 않았다. 건너편 절벽에서 잠깐 쉬며 파이프에 불을 당겼다. 그리고 상류의 계곡을 향해 $ O S올라가기 전에 조심스럽게 주위를 살폈다. 이 근처에서 마틴네 식구들을 만날 거라고는 생각되지 않았지만 만나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다. 게다가 세무서 직원이 얼쩡대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들은 요즘들어 갑자기 사람이 늘어서 눈에 거슬릴 정도로 오만해져있다. 정부도, 정직한 사람이 열심히 살아가는 것을 방해하는 것 말고도 더 중요한 일이 있을 텐데. 파이프에 불을 붙이자 코이 부인은 꾸러미를 어깨에 얹고 계곡을 오르기 시작했다. 남편과 자식들은 벌써 굶주린 들개처럼 되어있겠지, 하고 그녀는 생각했다. 서둘러야겠다. 숲속의 탁 트인 공터에 다달았지만 가족들은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소리쳤다. "여보! 행크! 지크!" 코이 부인은 증류주를 만들고 있는 장소로 다가가기 전에 자기집 남자들에게 경고를 하기로 하고 있었다. 때때로 행크가 성질 급하게 총을 쏴버리는 일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무 대답도 없다. 그녀는 공터를 가로질러서 증류기를 숨겨둔 소나무숲으로 터벅터벅 걸어갔다. 거기에는 렘밖에는 아무도 없었다. 꾸러미를 내려놓고 그녀는 렘을 쏘아봤다. "렘, 이 쓸모없는 녀석아. 내가 소리쳤을 때 왜 대답하지 않았니?" 렘은 늙은 떡갈나무에 등을 기대고 앉아서 뭔가를 깎고 있었는데, 일어설 생각도 않고 빙긋 웃어보이며 말했다. "엉?" 연한 갈색 침방울이 입가에서 턱에 아무렇게나 자란 수염사이를 지나 흘러떨어졌다. "내가 소리쳤을 때 왜 대답하지 않았느냐 말이다!" "아버지랑 행크랑 지크는 불렀지만 난 안 불렀잖아. 뭘 갖고 왔어, 엄마?" 그는 눈물고인 눈으로 꾸러미를 바라보았다. "무슨 말을 그렇게 하니, 렘. 나는 아버지랑 너희들이 이 새로운 양조장을 만들었을 때부터 매일 먹을 걸 가져오고 있잖아. 아버지랑 행크, 지크는 어디있니?" 렘은 그때까지 깎고 있던 방망이로 제몸을 툭툭 때렸다. G "다들 세무서 직원이나, 아니면 마틴네 식구들을 찾으러 나간 것같아." 렘은 입을 멍청하게 벌리고 뭔가 생각하듯이 숲속을 바라보았다. "엄마, 내가 마틴을 쏠 수 있다면 좋겠어. 쏘고 싶어, 내가 진짜 마틴을 쏠 수 있다면 ." 그렇게 생각하는 동안 흥분해서 그는 커다란 몸을 일으키자 증류용의 커다란 독에 기대 세워둔 낡은 산탄총을 집으러 갔다. 코이 부인은 옥수수빵과 차가운 베이커 튀김과 담밀을 넣은 럼주 한 쿼터를 꾸러미에서 빈 항아리 위에 늘어놓았다. "총을 함부로 만지지 말아라, 렘. 네발을 쐈을 때의 일을 기억하고 있겠지?" 렘은 그녀의 말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고 멍하니 산탄총의 개머리판을 어루만지고 있었다. "간단히 할 수 있어." 그는 중얼거렸다. "마틴 따위는 한 방에 해치울 수 있어. 정말이라니까, 엄마. 행크하고 지크한테 솜씨를 보여줄 거야." "마틴네 식구들 일은 잊어버려라." 그녀는 상냥하게 말했다. "너는 바보같은 내 아들이야-어느 집에도 그런 애는 하나쯤 있는 법이지. 대개는 있단다-너는 싸움에는 소질이 없어. 너는 장사야. 이 산에서 제일 힘이 센 장사지. 하지만 넌 너무 둔해." "난 짐 마틴만큼 둔하진 않아. 엄마." 렘은 불만스럽게 말했다. "그래, 그들은 너와 다를 게 없지." ( 어머니는 다정하게 말했다. "게다가 그 총말인데, 너는 짐의 원체스터의 총신을 힘들이지 않고 구부려뜨린 일을 기억하고 있겠지?" 렘은 화도 나고 답답하기도 해서 개머리판을 쓰다듬고 쿡쿡 찔러대고 했다. 그리고 아래입술을 불만스럽게 내밀었다. "그런 말은 하지 마, 엄마." 그는 투덜거렸다. "안 그럼 때려줄 거야." 그녀는 대답하지 않았다. 다른 남자들이 식사를 할 수 있도록 숲속으로 가서 그들을 찾아보는 게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렘은 나직한 목소리로 말했다. "마틴 따위는 한 방이면 끝난다니까." 지극히 높으시고 광휘에 넘치시며 珦滑痔患 힘을 세상에 떨치시는 일곱 세계의 주인, 선택된 자들의 지도자이신 네오 기그 38세. 내용-식민지화를 목적으로 제 3행성의 현재인구를 말살한 의도하에 만들어진 특수병기의 테스트. 발신인-12B44 우주반장 시길 원. 전능하신 폐하 폐하의 분부를 받아 저희들은 즉각 문제의 행성(그 행성의 주민은 지구, 또는 대지라고 부르고 있습니다.)으로 향했습니다. 저희는 이 잠재적인 적을 몇 데컬스에 걸쳐 연구해온 관측대를 동승시켜 일단 그 위성(달)에 도착했습니다. 관측대장 발렝 달은 지구인에 관한 m최고의 권위자로서 일찍부터 유명한 인물입니다. 그의 비밀병기가 과거 몇 데컬스에 걸쳐 연구를 거듭한 끝에 발명된 것도 주로 그의 권고에 의한 것입니다. 발렝 달은 지구상의 주요언어를 훌륭하게 해석하여 그들의 라디오방송 전파를 청취해서 자신의 조사결과를 위대한 저작으로 모았습니다. 그러나 그의 능력에 대해서는 나중에 상세히 설명드리기로 하겠습니다. 여기에 추가해두고 싶은 것은 이 밸런 달과 그의 관측대 일행은 지구에 침공해서 주민을 학살하는 것은 지금도 만반의 준비를 하고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들 조사대원들은 몇 데컬스 동안 탐지가능한 모든 라디오 전파들을 극히 세밀하게 청취하고 있었던 듯하며 이 N사실이 명백히 그들을-특히 지구인이 <멜로드라마>라고 부르고 있던 아침방송을 담당하고 있던 대원을-발광하기 직전까지 몰아갔었다고 생각됩니다. 발렝 달은 많은 주의를 기울여 새로만든무기를 점검하고, 우리의 목적에 부합되는 최상의 작품이라고 단언했습니다. 특히 IQ 억압기와 맹독 나크와 레프보닉 균을 옮기는 벼룩에는 탄복하고 있었습니다. 달은 이들 비밀병기가 우리의 지구 총공격이 시작되기 전에 아군이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도록 할 수 있을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습니다. 달의 제안에 따라 저희는 지구의 인구과밀지역을 피해 그 행성의 산악지대에 우리 우주선을 착륙시켰습니다. 그곳은 켄터키라고 불리우는 지방으로, 선진적인 지구 국가군의 하나인 미합중국의 일부이기도 합니다. 우리의 계획은 예정대로 실현되지 않았습니다. 비밀유지의 중요성을 충분히 고려해서 저희들은 발견되지 않도록 우주선을 착륙시키기 위해 만전을 기했습니다. 작은 강 근처의 좁은 계곡 사이에 착륙하여 즉시 정찰대를 파견했습니다. 우주선이 강하할 때 발견된 기미는 없는지 판정하기 위해서입니다. 분명 그 부근은 인구수가 극히 적었으므로 저희들의 계획은 성공적이었습니다. 정찰대의 보고로는 인접지역에 몇 안되는 사람들의 집단이 있을 뿐이었습니다. 그 집단에게 신병기를 시험해보기로 결정하고 저희들은 12명의 병사들로 이루어진 한 부대로 상륙시켰습니다. 저 자신이 지위관으로, 발렝 달이 기술고문으로 참가하고 일행은 모두 지구인으로 변장했습니다. "우리는 빈틈없이 감각을 총동원하여 샘 스페이드며 슈퍼맨, 론 레인저 등을 경계해야 한다." 발렝 달은 신경질적으로 말하고는 기묘하게 생긴 나무들고 그밖의 지구에 살고 있는 식물들 사이를 주의깊게 둘러보았습니다. 저는 그의 말투와 노골적인 불안에 약간 놀랐습니다. "누구 말인가?" 제가 물었습니다. c "그게 뭔데?" "놀라운 능력을 가진, 사악하기 짝이 없는 지구의 세 전사들입니다. 그들의 활동상을 꽤 오랜 기간동안 라디오로 들어왔는데, 그들은 천리안이라도 가진듯이 폭력의 현장에는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셋중 한 사람이 나타납니다." 저는 어리둥절해서 말했습니다. "우리의 병기가 그 전사들을 처치할 수 있다는 건 분명하겠지?" 제아무리 그게 누구이건 지구의 전사가 저희에게 필적한다거나 혹은 저희들보다 뛰어날지도 모른다는 그의 의견에 동조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러나 조심해서 나쁠 것은 없다는 생각에 저는 즉시 엘렉트노의 스위치를 켜도록 명령했습니다. 이 병기는 지구공격을 위해 만들어진 몇 Q종류의 병기중 하나로 전능하신 폐하께서도 아시다시피 엘렉트노에서 12마일 이내에서는 모든 내연기관을 이용할 수 없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이번 경우, 비행기건 지상의 자동차건 내연기관을 이용하고 있는 것은 일절 우리 진지에 들어올 수 없는 것입니다. 발렝 달은 이 예방수단에 약간은 안심한듯한 낌새를 보였으나 그의 태도는 다른 대원들에게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게끔 되었습니다. 그래서 만일의 경우에 대비해서 저는 핵분열억제기를 작동 시켰습니다. 당연히 이것은 우리 우주선에서 100마일 이내에서는 핵분열이 일어나는 것을 자동적으로 불가능하게 합니다. 이 제안은 발렝 달을 의외로 기쁘게 v했습니다. 그럴 것이 지구상의 여러 국가들은 군사예산의 거의 전부를 그들이 말하는 원자폭탄이나 수소폭탄에 쏟아붓고 있는 모양이기 때문입니다. 라디오 전파에 의하면 지구인들은 세균병기는 거의 흥미를 갖지 않는 것 같았으며 거기에 대항해서 물론 저희들은 레프보닉 균을 옮기는 개똥벌레를 사용해서 타격을 입힐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아무튼, 그들의 주된 병기인 핵폭탄의 사용을 억제하고 부근 일대의 교통기관의 침입을 막은 것을 확인했기 때문에 저희들은 지구인이 모여있는 공터로 진출하여 IQ 억압기와 나크와 레프보닉 균을 가진 개똥벌레를 시험해보기로 했습니다. 저희들의 지구인 공략전은 이들 병기의 성공 여부에 달려있습니다. S 일행은 조심스럽게 공터로 나아갔습니다. 그 공터의 한쪽 끝에 지구인이 있다는 것을 정찰대가 탐지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혼자 있다는 것을 알아채고 등뒤에서 주의 깊게 다가갔습니다. 분명히 다른 인간은 그자리를 떠난 후 였습니다. 우리 소대중 단 한명, 지구의 언어를 해석할 수 있는 발렝 달이 대변인 역할을 맡았습니다. 그리고 저희들은 적어도 지금 당장은 이 <방문>의 목적을 밝히지 않았습니다. 다음에 적은 대화는 발렝 달이 녹음한 것으로 나중에 될수 있는 한 자세하게 우리말로 번역된 것입니다. 지구인:엉? 뭐야? 발렌 달:두려워할 것 없소. 지구인:세무서 직원이다! 아버지! 행크! '(발렝 달은 <세무서 직원>이란 말의 의미를 전혀 몰랐습니다만, 지구인의 말투에서도 알 수 있듯이 신분이 천한 자라고 생각됩니다.) 발렝 달:우리는 <세무서 직원>이 아니오. 우리는 친구요. 지구인:뭐? 발렝 달:우리는 <세무서 직원>이 아니라 친구요. 지구인:(의심스러운 듯이)그래도 옥수수는 줄 수 없어. 만약 그걸 노리고 있다면 말야. 팔지도 않을 거야. 아버지는 생옥수수는 팔지 않거든. 2주일쯤 재워두지 않으면 마실 수가 없댔어. (발렝 달은 이 대화에 당황한 눈치를 보이며, 그의 지구인에 대한 지식이 말처럼 풍부하지 않다는 것을 우리에게 드러내고 P말았습니다.) 발렝 달:다른 자들은 어디 있소? 지구인:뭐? (이처럼 발렝 달의 질문을 지구인이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 또한 저를 의심스럽게 했습니다. 지구관측을 위해 발렝 달에게 쏟은 경비 및 시간은 대체 예상대로의 효과를 거둔 것인지 하고 말입니다.) 발렝 달:다른 자들은 어디있소? 지구인:아아, 엄마나 아버지, 행크, 지크 말야? 모두 마틴을 찾고 있지. (아뢰옵기 황송하오나 영광스런 우리 행성은 지구의 언어로 <마스 (Mars): 화성>그리고 우리들은 <마션 (Marsian): 화성인>, 혹은 이 지구인의 말처럼 마틴이라 불리고 있는 것은 확실합니다.) 이 정보에 저희들이 몹시 놀랐다는 것은 쉽게 상상이 가셨으리라 믿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저희들의 착륙은 더없이 완벽하게, 비밀리에 행해졌다고 생각하고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들이 어떤 수단을 사용하여 저희들을 발견했는지는 확실하지 않습니다. 발렝 달:허어. 그러면 이 근처에 화성인(마션)이 있다는 걸 어떻게 알아차렸소? 지구인:뭐라고? 발렝 달:어머니와 아버지, 행크와 지크는 어째서 이 근처에 화성인이 있다고 생가하느냐 말이오. 지구인:아아. 발렝 달:어째서 이 부근에 화성인이 있다고 생각했소? 지구인:아버지는, 마틴이라면 20마일은 Q족히 떨어져있어도 냄새를 맡을 수 있댔어. 아버지는 마틴네 놈들한테 육감같은 걸 느끼니까. 아버지는 닭구이를 먹는 것보다도 마틴 자식을 쏘는 걸 좋아한다구. 나도 마틴을 쏠수 있었으면 해. 정말이라니까. 마틴을 쏘고 싶어서 못견디겠어, 나는-. (몇 데컬스에 걸쳐서 조사를 거듭했음에도 바렝 달은 어떤 종류의 지구인이 갖고 있는 이 육감을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던 것입니다. 분명히 지구인은 외계인의 존재를 느끼는 남다른 능력을 소유하고 있습니다. 또한 놀라운 것은, 우리의 지구정복 계획을 눈치챈 지구인들이 벌써 애국심을 불태우며 우리를 쳐부수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6 발렝 달은 저희들을 향해 이 숲에는 지구인이 4명 더 있으며, 저희들을 찾고 있다는 것, 그리고 곧 돌아올 것이 분명하다는 것등을 설명했습니다. 그리고 지금 곧 이 지구인에게 우리의 병기들을 시험해 볼 것을 제안했습니다. 이 계획은 타당하게 생각되어 저는 병사들 중 한 명에게 맹독 나크를 소량 주입하기에 적당한 액체를 찾도록 명령했습니다. 아시는 바와 같이, 본래의 계획은 우주선에서 나크가 든 캡슐을 지구인의 저수지나 강, 또는 호수에 투하하는 것이었습니다. 폐하께서도 아시다시피 지구인 10만 명에게 물을 공급할 수 있는 저수지를 오염시키는 데에는 한 방울로 충분하다고 알려지고 있습니다. 물은 찾을 수가 없었으나, 이윽고 한 병사가 음료수가 들었다고 생각되는 용기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안에는 무색의 액체가 거의 가득 들어있었습니다. 이하의 대화는 그때 발렝 달과 지구인의 사이에서 행해진 것입니다. 발렝 달:이건 뭐요? 지구인:응? 아아, 그건 <흰 노새>야, 분명히 그걸 거야. 발렌 달:(고개를 갸웃거리며) <노새>란 화가나면 발길질을 잘한다고 알려져있는, 네 발을 가진 화물운반용 동물인줄 알고 있는데. 지구인:(애매하게) 아버지의 흰 노새도, 마시면 확 달아오를 걸. ' 저희들이 살펴본 대로 그것이 음료라는 것을 알았으므로, 소량의 나크를 재빨리 주입했습니다. 발렝 달:마셔보지 않겠소? 지구인:지금 뭐랬지? 발렝 달:마셔보지 않겠소? 지구인:응-마시긴 하겠지만, 아버지한텐 말하지마. 내가 흰 노새를 마시면머리가 돌아버린다고 했으니까. (그자리에서 그는 효과를 나타내는 낌새도 없이 벌컥벌컥 마셨습니다. 그가 땅에 털썩 쓰러질 거라고 기대하고 있었습니다만, 저희들은 믿기 어려운 현상 앞에서 우뚝선채 그를 응시하고 있었습니다.) 지구인:끝내주는데. 보통때보다 휠씬 화끈해. 진짜야. 누가 남몰래 테레핀 유를 沮暄爭聆 것같은 맛이었어. 그는 말할수 없이 기분좋아 보였습니다. 저는 발렝 달을 향해 엄하게 말했습니다. "자네가 장담한 그 독약은 전혀 효과가 없는 모양이군." 발렝 달이 충격을 받은 것은 분명했습니다. "믿을 수가 없습니다. 아마도 나크를 주입한 액체에 해독작용이 있었던 거겠죠." 저는 화를 내며 그에게서 등을 돌렸습니다. "왠지 자네가 만든 다른 무기의 효과도 의심스러워지는군!" 그는 IQ 억압기를 등에 진 병사에게 손을 흔들어 신호를 했습니다. "지금 곧 이걸 시험해보세." < 그 목소리에는 불안스러운 기색이 드러나 있었습니다. 장치가 준비되는 동안 발렝 달은 어느 정도 자세하게 그 기능을 제게 설명했습니다. 한편 그 지구인은 지구의 대도시 하나를 멸망시키기에 충분한 독약이 들었을 항아리의 액체를 홀짝홀짝 마시고 있었습니다. "아시다시피." 발렝 달은 말했습니다. "두뇌라는 것은 지구인 타입도 화성인 타입도, 자극을 주거나 억제시킬 수 있습니다. 400데컬스 동안 우리 민족은 그런 여제나 자극을 줄 수 있는 약품을 소유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제가 아는 한 이 장치는 지금까지 개발된 역내에 있는 사람의 지능지수를 억압할 수가 있습니다. ( 이것을 이용하는 계획은 간단하면서도 효과적입니다. 지구 군대를 만났을 경우, 우리 군은 IQ억압기의 스위치를 누르기만 하면 됩니다. 그러면 적은 마치 두뇌를 잃어버린 것처럼 바보가 됩니다. 그후 적들에게 타격을 입히는 것이 아주 쉬운 것은 분명합니다. "좋아." 저는 엄격하게 말했습니다. "그것을 지금부터 이 지구인에게 시험해보자는 것 아닌가." 그 장치의 구조는 극히 간단해 보였습니다. 발렝 달은 스위치를 누르는 것만으로 작동시켰습니다. 그것은 지구인의 두뇌에만 맞춰서 조정해두었기 때문에, 말할 것도 없이 우리들은 영향을 받지 않았습니다. "그 기계는 지금 작동하고 있나?" 저는 발렝 달에게 물었습니다. "물론이죠. 지구인을 보고 계십시오." "보고 있다네." 지구와 지구인에 관한 최고의 권위자로 취급되고 있는 발렝 달은 앞서의 지구인에게 다가가, 신중하게 상대방을 관찰했습니다. 이어서 다음과 같은 대화가 행해졌습니다. 발렝 달:기분이 어떻소? 지구인:어? (발렝 달은 이 대답에 만족한 모양이었습니다. 확실히 상대방은 지금 확실히 얼간이가 되려는 것처럼 보였겠지요.) 발렝 달:기분이 어떻소? ( 지구인:기분 좋은데. 아아, 정말 기분 좋다-아저씬 기분이 어때? 발렝 달:(언짢은 얼굴로) 머리 속이 약간 이상한 것같은 느낌이 드시오? 머리가 잘 돌아가지 않는 것같소? 지구인:뭐? 발렝 달:머리가 둔해진 것같소? 지구인:음냐. 그런 것같진 않은데, 아저씨. 사실 내 머리는 더 둔해지래야 둔해질 수 없으니까. 진짜라구. 발렝 달은 믿을 수 없다는듯이 오랫동안 상대방을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분명히 IQ억압기는 지구인의 지능을 저하시키는 것에 관한한 쓸모가 없었던 것입니다. 지구인과 지구의 사정에 관한한 권위자라고 일컬어지는 이 인물은 마침내 M저와 그의 주변에 둘러서있는 다른 병사들에게 절망적인 시선을 던졌습니다. "벼룩이다." 그는 불쑥 내뱉았습니다. "레프보닉 균을 가진 벼룩입니다. 이 병기야말로 지구상의 모든 인류를 전멸 시킬 겁니다. 벼룩을 가져오게." 저는 냉담하게 말했습니다. "어디 두고 보지, 발렝 달." 저는 병사 한 사람에게 명령했습니다. "발렝 달이 말하는-그 치명적인 레프보닉 균을 옮기는 벼룩이란 걸 가져오게." 지구인은 이제 저희들이 무시하고 항아리가 있는 곳으로 돌아가서 이따금 그 내용물을 홀짝거리고 있었습니다. 우리 군의 병사는 등뒤로 살짝 다가서서 치명적이라고 일컫는 독충을 대여섯 마리 풀어놓았습니다. 그리고 저희들은 물러서서 주의깊게 지켜보았습니다. 발렝 달에 의하면 병균이 금세 온몸에 퍼져서 거의 즉효를 나타낸다는 것이었습니다. 지구인은 가만히 앉아있었습니다. IQ억압기는 아직 켜놓은 채였으나 그의 지능을 조금도 저하시킬 수 없는 것은 분명했습니다. 그는 몇천 명을 죽이기에 충분한 나크가 든 흰 노새를 항아리에서 계속 떠마시다가 가끔씩 자기 몸을 벅벅 긁었습니다. "낮잠이라도 자야지." 지구인은 혀꼬부라진 소리로 중얼거리고는 다시 한 번 몸을 긁더니 하품을 하고 나무에 기대앉아서 잠들어보렸습니다. 발렝 달은 의기양양하게 저를 보았습니다. "반응은 예상한 것과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분명히 벼룩은 레프보닉 병을감염시켰습니다. 이 무기에 관한한 성공은-." 저는 의심스러운 생각에 지구인을 들여자보았습니다. 그의 옷은 풀어헤쳐져 있었습니다. 저는 아무렇게나 자란 가슴털 위의 자그마한 반점을 가리켰습니다. "그럼, 이건 뭔가?" 저는 발렝 달을 다그쳤습니다. 그는 등을 구부리고 제가 가리킬 것을 보았습니다. "그 벼룩들 중 한 마리로 보입니다만." "그러면, 이 벼룩은 벌렁 누워서 다리를 공중으로 향하고 뭘 하고 있지?" A "어디가 아픈 게 아닐까요?" "죽었잖아, 이 멍청아!" 저는 외쳤습니다. "이 지구인을 물어서 네 벼룩은 죽은 거라구!" 저는 화가 치미어서 어떻게든 사태에 대처하는 현명한 결단을 내리도록 사고력을 종합적으로 발휘하기 위해 공터를 큰 걸음으로 왔다갔다하기 시작했습니다. 확실히 위기는 눈앞에 있었습니다. 이들 무기는 발렝 달과 그의 유능한 <전문가>그룹에게서 그 구조에 대해 자세한 지시를 받은 후 우리측 과학자가 발명한 것입니다만, 이것들을 사용하는 것은 명백한 자살행위일 것입니다. 이들 병기는 일말의 가치도 없는 것입니다. 저는 마침내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우리 <측의 계획으로는 지구인에 대해 우리가 화성인이라는 것을 알리고 다만 친선을 원할 뿐이며 평화로운 통상을 목적으로 하는 시늉을 해야 한다. 2,3개월동안 이 행성에서 차분히-그러나 들키지 않도록-그들의 생활양식을 관찰하면, 그들에 대해 보다 효과적인 병기를 개발하기에 충분한 기회를 틀림없이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그 당시 제가 내린 결단이었습니다. 저는 발렝 달에게 엄격히 말했습니다. "저 지구인을 깨우게. 그리고 우리가 화성인이며, 지구 주민과의 평화를 원하고 있다고 말하게." 잠을 깨우는 것은 꽤나 힘들었지만 발렝 달은 이윽고 그를 일으킬 수 있었습니다. <지구인은 머리를 좌우로 흔들어, 얼굴을 찌푸리고 저희들의 통역을 쳐다 보았습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대화가 나누어졌습니다. 발렝 달:눈을 뜨시오. 우리는 당신에게 아주 중요한 메시지를 갖고 있소. 지구인:응? 발렝 달:당신에게 메시지를 가져왔소. 지구인:(몸을 뒤척이며> 헤에. 발렝 달은 상대방의 머리에 새겨넣듯이 말했습니다. 지극히 높으시고 광휘에 넘치시며 전지전능한 힘을 세상에 떨치시는 일곱 세계의 주인, 선택된 자들의 지도자이신 네오 기그 38세의 어명에 따라 그대에게 화성인으로부터의 인사를 보내오. 지구인:뭐? 발렝 달:우리들 화성인(마션)은 화성의 O우정과 호의를 바치오. 그것은- 지구인:마틴! 너희들은 마틴네 놈들이야? 발렝 달:그렇소. 우리들 화성인은 우호를 위해 왔소. 그리고- 페하, 여기에서 제 설명은 약간 애매해지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렇게 말씀드리는 것은, 저희들이 중상을 입은 부상자를 업고 우주선으로 도망쳐 들어간 뒤에도 대원들 사이에서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가 하는 점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한 형편이기 때문입니다. 현재 체포되어 쇠사슬에 묶인 채 우주선 12B44 내의 가장 어두운 선저에 있는 발렝 달의 말에 따르면 그 지구인은 변장한 슈퍼맨이 아니면 론 레인저가 분명하다고 합니다. 지구인 전사들은 종종 이처럼 8변장을 하고 최후의 순간에서야 비로소 적 앞에 정체를 드러낸다고 그는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혼전 속에서 우리측의 장비와 식량이 모두 파리되긴 했지만, 전원 우주선으로 퇴각하는 데에 성공했다는 것만은 말씀드려 두겠습니다. 우주선에 도착하자마자 저희들은 우리의 신성한 행성으로 돌아가기 위해 서둘러 날아올랐습니다. 전능하신 폐하, 우리측의 특수병기가 소용없었다는 사실에 비추어, 또한 지구인 전사들의 능력을 특히 고려해서, 저는 지구정복 계획을 무기연기시키도록 권고드립니다. 덧붙여서, 달에서 지구인을 연구하도록 주어진 기간을 개인적인 시간으로 낭비한 緞痼 틀림없는, 그 얼토당토 않은 전문가인 발렝 달은 나이리비시의 암염광으로 보내야 할줄 압니다. 신하 시길 원 12B44우주선장 코이 부인과 코이 씨와 행크, 지크는 녹초가 되어 공터로 돌아왔다. 아들들은 여기저기 돌아다닌 끝이라 배가 고팠고, 부인은 남편과 자식이 마틴 일가를 찾으러 간 것에 잔소리를 했다. 코이 씨는 종알종알대지 말라고 두세 번 말했지만, 별 효과는 없었다. 렘은 엎어놓은 증류용 항아리에 앉아서 바보처럼 빙글빙글 웃으며 낡은 산탄총에 탄약을 넣고 있었다. 개머리판이 갈라져서 거스러미가 일어나있는 것에는 신경쓰지 않는 듯하다. "있잖아, 아버지." 그는 외쳤다. "내가 마틴을 해치웠어. 마틴네 놈들을 싹 쓸어버렸다구, 아버지. 정말이라니까, 내가-" 코이 씨는 중얼거리며, 아내가 산막에서 가져온 음식을 이것저것 쑤시기 시작했다. 아들들은 라이플을 떡갈나무에 기대어 놓고, 저마다 가까운 데에 있는 옥수수 시럽이 든 병을 집어들었다. 행크가 짖궂게 말했다. "그래, 넌 마틴 일가를 해치웠어, 렘. 꿈에서, 넌 마틴 일가를 해치운 거야." 렘은 화를 내며 말했다. "그런 말은 집어쳐, 행크. 그러지 않음 나는, 네가 언젠가 네가 날 도끼로 때렸을 때처럼 나무에 매달아놓을 거야. 나는 마틴을 해치웠단 말야. 여기 앉아있었더니 그놈들이 한꺼번에 숲에서 나오더라구. 처음엔 마틴인줄 몰랐어. 그리고-." 코이 부인은 옥수수빵을 한 조각 잘라서 그에게 건네주었다. "입다물고 먹어라, 렘. 분명히 넌 혼자서 마틴을 해치운 거야, 렘." 렘의 입가에서 가느다란 갈색 침줄기가 흘렀다. 그는 의기양양하게 눈앞의 땅바닥에 침을 뱉았다. "정말이야 엄마. 내가 마틴네 놈들을 해치웠다구. 정말이라니까." 어느 SF작가의 좌절 The Abduction of Abner Greer -넬슨 본드 물론 이런 일은 일어날 리가 없다. 그렇지만 일어나고 말았다. 그 일이 일어난 날 오후 2시 반에 애브너 골리어는 다음 작품에 등장할 악당을 (a)거문고자리에서 온 가재인간으로 할지, 아니면 (b)안타레스(전갈좌의 가장 큰 별)에서 온 개미인간으로 할지 결정하지 못하고 침실을 왔다갔다하고 있었다. 눈알도 튀어나오지 않고 겹눈도 없는 생물 따위에게 그렇게 중요한 역할을 준다는 것은 애브너로서는 생각도 할 수 없었다. 애브너는 SF작가였다. 아니, QSF작가가 되려 하고 있다고 나 할까? 야심과 현실 사이에는 아직 다소의 장애가 가로막고 있었다. 지금껏 어느 잡지에서도 그의 작품은 사준 적이 없었던 것이다. 편집자들은 한결같이, 애브너는 작품에 좀더 풍부한 상상력을 불어넣어야 된다거나 또는 그와 반대되는 말을 한다. 그러나 애브너는 얌전히 <예, 그렇군요>하고 물러날 사람은 아니다. 그는 머잖아 출세할 것을 마음속으로 맹세했다. 그렇기 때문에 불합격 통지서가 쌓이고 쌓여서 여행가방 2개와 선박 여행용의 대형 트렁크를 가득 채워도 그는 열심히 소설을 써서 SF시장에 뿌렸다. 애브너는 무슨 일이 있어도 성공할 결심이었다. 이 그의 모토다 - 이렇게 딱 맞는 표어에 대해 군소리를 지껄이면 가만히 있지 않겠다. 이야기를 쓴다는 것은 애브너에게 마음의 아픔과 함께 두통까지 일으키는 것이다. 창문 너머로 애브너는 회색 옷을 입은 사람 그림자가 다가오는 것을 보고 허겁지겁 문으로 달려갔다. "안녕하시오!" 그는 우체부에게 인사했다. "뭔가 나한테." 그의 심장은 방망이질 치다가 갈비뼈 근처에서 멎었다. 우체부가 건네준 봉투는 가늘고 길며 세련된 출판사의 마크가 >찍혀있었기 때문이다. 애브너는 봉투를 단단히 잡았다. 그리고는 우주가 굉장한 속도로 빙글빙글 돌기를 그치고, 작은 리벳들이 그의 대동맥을 완전히 접합할 때까지 가만히 기다렸다. 그리고 떨리는 손으로 봉투를 열었다. 그러나 그가 아주 잠깐동안 뛰놀았던 장밋빛 세계는 칙칙한 푸른 안개가 피어 사라졌다. 기대하고 있었던 장방형의 수표는 들어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신 출판사의 이름이 인쇄된 편지지 한 장에 딱딱한 말투로 이렇게 씌어있었다. "귀하의 원고 <우주의 곤충인간>에는 반송료 21센트가 동봉되어있지 않았으므로 반송료를 보내주실 때까지 본사에서 보관하겠습니다." L 애브너는 한숨을 쉬었다. 부와 명성의 꿈은 날아가고 불쾌한 환상이 나타나서 그의 비참함을 비웃었다. 방세는 모레까지 내야 한다. 포터블 텔레비전 대금도 밀려있다. 그의 왼발께에서 <그랜드 캐년>을 이루고 있는 판지 부스러기도 이제 그리 오래는 버티지 못할 것이다. 슬프고 처량한 세상이다. 하고 그는 생각했다. 봉투를 맥없이 안주머니에 집어넣고 그는 산책을 가기로 했다. 그를 부르고 있는 강변에라도 가려고 그는 침울한 얼굴로 출발했다. 얼마동안, 어디까지 걸었는지 모른다. 오후의 태양은 서서히 저물고 애브너의 마음도 침울해져갔다. 그리고 그때 그것은 너무나 갑작스럽고 기묘하게 S일어났다. 그는 혼자 비참한 기분으로 발을 질질 끌면서 인기척이 없는 길을 걷고 있었다. 그리고 다음 순간. 그의 옆을 지나가는 보도 연석에 차가 있었고, 누군가 그에게 말을 걸었다. "헤이, 형씨, 타지 않겠어?" "필요 없어!" 애브너는 참담한 기분으로 말했다. "택시를 탈 수 있는 신분으로 보여?" 그는 터벅터벅 걸었다. 그 모습에는 희망도 미래도 없었다. 하지만 차는 그의 곁에서 여전히 엔진소리를 내고 있었다. 아까 그 목소리가 끈질기게 권했다. "택시가 아냐. 태워준다니까. 이리 와!" 애브너는 입을 열었다. "이봐, 당신, 시간낭비야. 나는 " 그러더니 그는 주저했다. 태워준다고? [그럼 괜찮잖아? 바로 조금전, 그는 등줄기가 뻐근해지는 것을 느끼면서 강을 힐끗 쳐다보던 참이었다. 절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굽이쳐 흐르는 물은 비탄에 잠긴 시인들이 한숨과 함께 읊던 달콤한 망각의 나라와는 큰 차이가 있었다. 전혀 라도 해도 좋을 정도로 그의 마음을 끌지 않았다. 집으로 돌아가는 게 좋겠다. 아직 돌아갈 집이 있다면. 그런데 그 집은 지금 질릴 정도로 멀어져있었다. 차를 태워준다는게 그냥 지나칠 수는 없다. "그럼, 실례하지!" 그는 연석으로 다가갔다. 땅거미 속에서, 어지간히도 모양낸 차로군, 하는 인상을 받았다. 매끈매끈하고 번쩍번쩍하며 호화로운 차였다. 그는 올라탔다. 그런데 J "이봐!" 애브너 글리어는 소리쳤다. "왜그래?" 그 자건가가 물었다. 애브너는 설명할 수가 없었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또는 뭐가 어떻게 된 건지 몰랐다. 아는 것이라고는, 이 희한한 탈것에는 뭔가 별난 구석이 있다는 것 정도다. 내부는 광택이 있는 금속성 물질의 돔으로 덮어씌운 반구형으로 되어있었고 푹신푹신한 모피 같은 카펫이 깔려있었다. 창문은 하나도 없었지만 주위의 벽이 뿌연 반투명 물질로 되어있고 뒷좌석에 해당하는 부분에는 반짝이는 빛을 발하는, 아무리 해도 설명하기 어려운 다이얼이 가득 늘어선 계기판이 있고 그 앞에 난장이같은 사내 하나가 싱글벙글 웃으며 榕 있다. 그는 청보라색과 적갈색이 뒤섞인 데다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스타일의 위아래가 붙은 옷을 입고 있었다. "이, 이것 봐!" 애브너는 다시 한 번 마른침을 꿀꺽 삼키고 문 손잡이로 손을 뻗었다. "잠깐만 잊은 게 있는데, 괜찮다면 날 좀 내려주겠나? 어떤 사람을 만날 약속이 있어서 여기서 100만 마일쯤 떨어진 곳의 일에 대해 할 얘기가 있는데." 차를 태워준 사내는 날카로운 눈을 치켜 떴다. "조심해!" 그는 주의를 줬다. "문을 열지 마!" "열지 말라고?" = 애브너는 대들었다. "왜지?" 그는 낯선 사내의 움푹 들어간 턱까지의 거리를 어림하면서 주먹을 쥐었다. 그러나 상대는 안심시키듯이 빙긋 웃었다. "이제 괜찮아. 다 왔어." 그는 손잡이를 건드렸다. 그의 앞에 있는 다이얼의 불빛이 꺼지고 약간 삐걱거리는 듯한 진동이 있었다. 문이 퉁기듯이 열렸다. 그와 동시에 애브너의 눈도 별안간 튀어나왔다. 동공이 신비한 별천지의 태양 빛을 받아 수축해서 그는 자기와 자기 눈을 의심했다. 희한한 탈것은 광장에서 멎었다. 이 광장의 양측에는 반짝거리며 빛을 반사하는 유리처럼 반들반들한 건물이 첨탑처럼 하늘을 향해 우뚝 서있었다. ^ 그 꼭대기가 너무나 작게 보여서 억지로 올려다보고 있던 애브너는 눈이 착각을 일으킨 것같은 기분이 들었다. 까마득한 상공에 보이는 건물과 건물 사이의 푸른 하늘에는 원반형 탈것이 작은 반점처럼 흩어져서는 소리도 없이 날아다니고 있다. 애브너의 눈에는 자기를 데려온 사내와 비슷한 옷차림을 한 사람이 그 탈것의 조종석에 앉아있는 것이 언뜻 보였다. 광장을 둘러싸고 반짝이는 벽의 위쪽과 우뚝선 건물을 연결하는 플라잉 배틀레스(두 벽 사이의 튀어나온 부분) 근처를 점잔빼듯이 가볍게 날고 있는 것도 있었다. 애브너는 가까스로 숨을 가다듬고는 헐떡거리며 물었다. "이게 이게 대체 어떻게 된 거지?" "어때?" 조그만 사내는 유쾌한 듯이 웃었다. "내 시대야. 미래 세계라고." "자넨 마치 뭘 입에 잔뜩 넣고 말하는 것같군." 애브너는 투덜거렸다. "미래 세계라고? 그럼 뭐야. 이건 영화회사의 광고인가? 자넨 헐리우드의 홍보원인가?" 조그만 사내는 히죽히죽 웃었다. "아니 진짜로 미래 세계라니까. 나와 자네는 다른 시대에서 온 거지." 그는 고개를 휙 돌리고 뒤쪽의 탈것을 가리켰다. "그건 타임 머신이야. 알지?" "타임 머신이라고!" 애브너의 십이지장 속에서 나비가 &날아다녔다. 그는 눈을 감고 길게 심호흡을 했다. 다시 눈을 떴지만 사태는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살을 끄집어봐도 아무소용이 없을 것같다. 그는 가느다란 목소리로 물었다. "얼마나 얼마나 먼 미래지?" "그렇게 멀진 않아." 그는 천연덕스럽게 부정했다. "지금은 겨우 25세기인걸. 자네, 웃기는 얘기 할 수 있나?" 이 미래인간이 기묘한 모음이 이어지는 속기 같은 말도 지금까지는 간신히 이해했지만, 이 예기치 못한 질문에 애브너는 주춤했다. 그는 미간을 찡그렸다. "뭐?" "웃기는 얘기, 할 수 있어?" 조그만 사내는 참을성 있게 되풀이했다. X "있잖아! 시골처녀 얘기 술집의 주정뱅이 패트와 마이크 얘기는?" 애브너는 앞머리를 움켜쥐었다. "자네, 제정신이야? 사람을 500년이나 떨어진 미래로 데려와놓고, 웃기는 얘기를 할 줄 아냐니, 전혀 의미 없는-." 그는 말을 끊었다. 누군가가 그들 쪽으로 서둘러 걸어오고 있었다. 애브너의 곁에 있는 사내와 거의 같은 연배에, 비슷한 차림을 한 남자다. 다른 점은 선명한 진홍색 바탕에 황토색 반점이 가득 찍혀있는. 눈이 아찔해질 것같은 긴 옷을 입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밝게 인사했다. "어이, 조. 데리고 왔군. 이 친구는 <프로>인가?" 조가 대답했다. "하지만, 아마 그럴 거야. 20세기에서 i데려왔으니까. 그 무렵엔 유머감각이 있는 친구가 많았거든." 그는 기대에 가득찬 얼굴로 애브너를 보았다. "자넨 베니야?" 그가 물었다. "아니." 애브너는 고개를 저었다. "나는." "그럼, 캔더?" "아니면 봅 호프야?" 다른 한 사람이 끼어들었다. "나는." 애브너는 참을성 있게 말했다. "애브너." "런멘!" 조는 알아맞혔다는 듯이 말했다. 7 "런멘, 애브너! 그렇구나! 기억나, 톰? 어느 역사책에도 나와있잖아." 톰은 끄덕였다. 두 사람은 잔뜩 들떠서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이 굴러들어온 복덩이를 쳐다보았다. 조가 애걸하듯이 말했다. "재미있는 얘기를 해줘. 처음 듣는 걸로!" 애브너는 황당한 나머지 멍하니 서서 두 사람을 빤히 쳐다보았다. 미래 인들은 이놈이고 저놈이고 하나같이 정신이 나간 게 틀림없다. 그러나, 미치광이를 다루는 방법은 딱 하나 알고 있었다. 웃어주는 것이다. 그는 잠시 생각하고 나서 말했다. "그럼, 재미있는 얘기를 듣고 싶다면." "빨리 해줘!" "이런 얘긴 어때? 가는귀가 먹은 두 =친구가 길에서 만났는데." 청중들은 몸을 앞으로 내밀고 휘둥그렇게 뜬 눈을 그의 옆얼굴에 집중시킨 채 귀중한 말을 한 마디라도 놓치지 않으려고 귀를 기울였다. 조의 입술 끝은 벌써 비죽비죽거리며 웃을 준비를 하고 있다. 톰은 재미있어하며 재촉했다. "자. 어서!" "한 친구가 물었지. <자네 낚시하러 가나?> 다른 친구가 대답하길 <아니 내가 낚시하러 가네.> 그랬더니 그 친구가 <아, 그래? 난 또 자네가 낚시하러 가는 줄 알았지.> 하드라니까!" 애브너는 킥킥 웃었다. 이 얘기는 언제나 그가 좋아하는 것들중 하나다. 수없이 되풀이했어도 그는 여전히 재미있어 죽을 지경이었다. 그는 깔깔대고 웃었다. 그러나 진부한 건 아니건 웃는 것은 애브너 뿐이었다. 미래세계의 남자들은 불쾌한 듯이 그를 바라보았다. 톰은 조를 돌아보고 얼굴을 찡그렸다. "그게 재밌다고?" "심했다!" 조는 쌀쌀맞게 말했다. 그러더니 애브너에게 물었다. "그것보다 재미있는 얘긴 없어?" "얼마든지 있고 말고." 애브너는 약간 거드름피우며 말했다. "그래도, 아무거나 할 순 없고 그렇지! 이건 어떨까? 어떤 멍청이가 피자를 시켰는데 점원이 물었어. <6조각으로 자를까요, 12조각으로 자를까요?> 그러자 멍청이가 대답하길 z<6조각으로 자르세요. 12조각은 다 못 먹으니까.> 순간 팽팽한 침묵이 흘렀다. 그리고 "어때?" 애브너는 짜증스럽게 물었다. "이번 건 어땠어?" "형편없어!" 조가 잽싸게 말했다. "재미없다구!" 톰이 동의했다. 누구나 자기가 좋아하는 우스개소리를 하게 마련이다. 애브너는 깊은 상처를 받았다. "그럼 자네들은 어떤 얘기가 재밌다는 거야?" 그는 눈을 부릅떴다. o "자네들이 그렇게 재치가 있다면, 어디 그 우스개소리란 걸 한 번 들려주지 그래?" 톰은 조를 힐끗 보고 말했다. "두 명의 우주인 얘길 할까?" 조가 입술을 억지로 깨물고 히죽히죽 웃는가 했더니, 별안간 큰 소리를 내며 깔깔 웃어댔다. 톰도 킥킥 웃었다. 이윽고 두 사람 모두 박장대소를 하며 배를 잡고 몸을 비틀고 숨을 헐떡이면서 요란하게 웃어댔다. 낭패한 얼굴로 이 모양을 보고 있던 애브너는 연이어 일어나는 엄청난 폭소의 파도에 휘말리지 않으려고 온힘을 다했다. 만약 25세기의 우스개소리가, 조금 입에 담은 것만으로 미래인이 배를 움켜잡을 정도로 재미있는 것이라면 훨씬 전세기의 사람들이 웃지 않고 배겨낼 수 있을까? Y애브너는 긴장하고 기다렸다. 숨이 넘어갈 정도의 발작적인 웃음 사이로 톰은 헐떡이면서 말했다. "두 명의 우주인이 소행성에서 만났는데, 한 사람이 말했지. <어제 자네가 타고 있었던 우주선은 대체 뭐였지?> 상대방이 대답했어. <그건 우주선이 아냐. 유성이었어!> 와하하!" 두 남자는 다시 배를 움켜쥐고 웃어댔다. 이런 경우, 자기의 반응을 상대방에게 전달하는 방법은 단 하나밖에 없다. 애브너는 자기 코를 잡았다. 그런 다음, 간신히 얼마쯤 조용해졌을 때 그는 말했다. "자, 이제 자네들이 웃을 차례가 지나갔으니까, 다음에는 뭘 한다?" 조와 톰은 멍하니 그를 보았다. 조는 어깨를 으쓱하고는 말했다. "자네 맘대로 해." "맘대로 하라니, 그게 무슨 소리야? 자네들이 날 여기에 데려왔잖아. 자네들의 세계를 구경시켜주는 것쯤은 해줘도 될 거 아냐." 애브너는 화를 내며 대들었다. 톰은 눈썹을 치켜 뜨고 조를 보았다. "저 친구, 농담하는 거야?" "그런가 봐." 조는 눈살을 찌푸렸다. "하지만 재미없는데. 그럼 가볼까!" 애브너를 완전히 무시하고 두 남자는 타임 머신에 올라타서 문을 닫았다. 애브너는 오랫동안, 화가 치밀어서 밋밋한 금속제 외벽을 쏘아보고 있었다. 화를 내고 있어도 별 도리가 없어서 이윽고 그는 마음을 가다듬었다. ] 그리고 (혹시나 다른 사람이 보고 있을 경우를 생각해서) 여유 있게 보이도록 팔을 크게 흔들며 광장을 가로질렀다. 그는 아케이드를 빠져나가 미래도시의 주요도로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의 (장래가 촉망되는 SF작가로서의 ) 마음에 처음으로 떠오른 것은, 이 미래세계의 견학이 애브너 글리어에게 슬프게도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그는 자기가 아니라 하인라인이나 윌리엄슨, 캠벨 (모두 유명한 SF작가다) 이 이 모험에 선택되었더라면 좋았을 거라고 생각했다. 이들 고명한 동업자들중 누구에게라도, 이 여행은 눈이 휘둥그레질 사건이 되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애브너에게는 편두통의 전주곡일 뿐이다. > 어떤 점에서 이들 공상가들의 예언은 적중하고 있었다. 건축적으로는, 이 미래도시는 그들이 예견한 대로였다. 웅대한 구상, 당당한 규모, 놀랄만한 건축물, 움직이는 도로가 종횡으로 달리는 금속의 도시, 화려하고 청결한, 에어 컨디셔너를 설치한 낙원. 여기에서는 비행기 여행 같은 건 흔한 일이며 우주여행은 기정사실이다. 미래인은 자연을 정복하여 마음먹은 대로 굴복시킬 것이다. 그러나, 미래인 그 자체는? SF가 예언한, 그 심오한 눈빛을 한 지적인 거인을 어디에 있는가? 애브너가 만난 그 요란스런 옷을 입은 멍청이들만이 인류의 위업을 잇는 자들이라는 게 분명하지 않은가? V 그것도 그런 것이, 다음으로 애브너가 생각해낸 것은(그가 술취했거나, 꿈을 꾸고 있거나, 머리가 이상해졌거나, 아니면 그 전부일 경우를 제하고) 그가 납치되어온 이 세계가 시시한 일을 갖고도 크게 기뻐하는 환자들이 입원해있는, 터무니없는 큰 정신병원이라는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애브너가 아는 한 이 미래도시는 두 종류의 신밖에는 인정하지 않고 있었다. 첫 번째는 유머다. 더우기 비참할 정도로 얼빠진 유머인 것이다. 교차점마다 트럼펫 모양의 거대한 확성기가 몇 개나 늘어서서는 뇌가 파열한 것같은 얼빠진 개그를 빽빽거리며 뱉아내고 있다. "어떤 남자의 집에, 장모님이 함께 살려고 찾아왔는데." f 스피커 하나가 소리친다. 다음 모퉁이에서는 다른 스피커가 쇳소리를 지른다. "로켓은 왜 우주비행을 할까? 그건 아무 데로나, 다른 행성으로 가기 위해서이다!" 이런 시답잖은 농담이 흘러나오면 그럴 때마다 혼잡한 거리의 사람들은 도중에서 잠깐 발을 멈추고 잠시 폭소의 발작을 일으키며 배를 움켜쥔다. 새된 소리를 지르며 농담에 갈채를 보낼 때마다 모든 움직임이 딱 끊어진다. 그리고 스피커가 다음의 진부한 농담 한 마디를 뱉어낼 때까지 교통은 다시 본래의 광기 어린 템포를 회복하는 것이다. 두 번째의 신은 탐욕이다. 애브너는 가는 곳마다 인류의 위대하고 사악한 지식과 욕망과 소유욕이 드러나있는 광경을 볼 수 _있었다. 각 상점의 쇼윈도에는 엄청나게 큰 광고가 나붙어서 <바겐 세일>이니 <염가 봉사>니 하는 상투적인 선전을 늘어놓느라 정신이 없었다. 어느 상품이건 정찰가격같은 건 아예 없는 모양이었다. 정말 싸게 사시는 거라는 말 한마디면 상인이 손님을 가게로 끌어드릴 수가 있었다. (적어도 그런 것처럼 보였다) 통행인은 움직이는 도로에 올라탄 채 슬슬 미끄러져 나아가면서 목을 길게 빼고 좌우로 눈을 굴리다가 가끔 총알처럼 튀어나가서 <신장개업 서비스 세일> 이나 <점포정리 대매출>을 알리는 간판을 믿고 싸구려 물건들을 찾아다니곤 했다. 그런 가게에서는 대개 <단 하루의 기회>에 <전품목 일제정리>를 해야만 하는 ;것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명백하게 앞뒤가 안 맞는 이 두 가지 특성이 기묘하게 맞물려 돌아가는 공통된 장소가 있다는 사실이었다. 즉 언제나 안정된 힘으로 욕망을 자극하며, 높은 매상을 유지하는 유일한 상품. 그것은 유머다. 상스런 우스개다. 수상쩍은 녀석이 살며시 애브너에게 다가와 소매를 잡아끌고 속삭인다. "형씨, 웃고 싶어요? 금방 만든 따끈따끈한 농담이 있습니다요!" 애브너에게는 그렇게 낭비할 돈이 없었다. 그의 전재산은 20달러로, 그것은 다음달 방세에 보탤 생각으로 갖고 있던 돈이었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이 옆에서 소근거리고 있는 것을 주의 깊게 보고 있는 M동안 그는 이 비합법적인 거래의 수법을 배워버렸다. 거리에서 팔고사는 음탕한 얘기의 값은 바닥에서 천장까지 있어서 싼 것은 25센트로부터 꽃보다도 아리따운 새색시의 재난을 주제로 한 일화(기대했던 신작이라고들 한다)의 5달러까지 있다. 어느 집이고간에 불쾌하고 지긋지긋한 얘기 뿐이라고 애브너는 생각했다. 하지만 이것은 그리 신기할 일도 아니다. 그가 있던 세계에서도 이미 세상 사람들이 열광적으로 웃음을 추구할 기미는 보이고 있었다. 무대며 스크린, 라디오, 텔레비전은 말장난이며 농담, 마구잡이 식의 수준에까지 끌어올리고 그런 얘기를 하는 사람을 반쯤은 성직자의 지위로 떠받들고 g있는 형편이었다. 미래의 농담이 어떤 형식의 것인지는 <참새 시리즈> 나 <최불암 시리즈>같은 것이 크게 유행한다는 점에서 짐작이 갈 것이다. 욕심에 관해 말하자면 탐욕은 본래 인류가 가진 가장 서글픈 속성의 하나였다. 그러나 옛날에는 소수의 선량한 사람들이 미간을 찌푸리던 이 충동도 이제는 창피고 뭐고 없는 철두철미한 자연본능으로서 신봉되고 있는 것까지는 아니라 하더라도 인정되고 있었다. 이 미래도 시의 거리가 이렇게 화려하고 깨끗한 것도 닥치는 대로 덤벼들어서 뭔가를 손에 넣고 모든 것을 자기 것으로 만들려는 보편적인 충동에 사로잡힌 시민들에 의해 끝까지 파헤쳐지기 때문이라고 애브너는 판단했다. { 그렇지만, 애브너는 안타까운 듯이 인정했다. 그의 시대에서도 인간은 겨우 반 페니 (1페니는 5센트)에 눈빛을 바꾸고, 쓸모도 없는 물건을 찾아 서성거리고 있었다. 백화점 1층의 특별매장을 아무생각 없이 헤메는 사람들, 성냥곽을 수집하는 사람, 시가의 밴드를 모으는 사람, 골동품을 수집하는 사람, 사인 수집벽이 있는 사람 등등 그의 머리는 끊임없이 스피커에서 뿜어 나오는 환성의 물줄기에 박자를 맞추어 욱신욱신거리기 시작했다. 갑자기 아늑하고 조용한 자기 방의 정적이 그리워지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다음 순간에는 (장래에 어엿한 SF작가가 되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었으므로) 이 환상을 제쳐버렸다. 첫인상은 좀 껄끄럽게 느껴지긴 했지만 f이 도시에서 그가 배워야 할 것은 많이 있었다. 과학자나 대학자를 찾아가서 몇 명인가는 꼭 있을 것이다. 우주여행에 대해 배워야만 한다. 역사학에게서는 앞으로 가 아니면 과거? 500년간의 문명의 변천사를 들어야 한다. 그러나 이런 사람들을 찾아내려면 도움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 미친 대도시에서 그가 알고 있는 것은 조와 톰의 두 사람뿐인 것이다. 결의를 새로 굳히고 애브너는 길을 되돌아가 두 사람과 헤어진 광장으로 향했다. 다행히 두 사람은 아직 거기에 있었다. 조는 포터블 장치를 써서 타임 머신을 재 충전하고 있었는데, 그 장치는 (보아하니 접속부분이 별로 없는 것으로 봐서) 공중으로 에너지를 유출하고 있는 것 隔갼年? "어렵쇼, 저 친구가 또 왔는데?" 톰은 차 안에 있었지만, 조가 경멸하듯이 말하자 모습을 드러냈다. 애브너는 상대방의 모욕을 무시하고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이 도시를 구경시켜줄 사람이 필요해. 나는 자네들 둘밖엔 모르고, 내가 여기 있는 건 자네들의 책임이니까 나를 데리고 다녀주는 게 당연한 것 같은데, 어때?" "싫어." 톰이 말했다. "집어쳐." 조가 다짐했다. "그럼 뭐야?" 애브너는 다그쳤다. "자네들은 날 내 시대에서 굳이 끌고 맙으庸 나에 대해 아무런 책임을 느끼지 않는다는 건가?" 조는 어깨를 으쓱했다. 톰도 같은 동작을 취했다. "하지만 자네들이 손을 빌려주지 않으면." 애브너는 소리쳤다. "난 어쩌면 좋단 말야?" 두 사람은 무관심한 얼굴로 그를 쳐다보았다. "그거야." 조가 입을 열었다. "자네 마음대로지." 톰이 말을 맺었다. 애브너는 짐짓 애원하듯이 말했다. "그렇지만 나는 이 별천지에서 외톨이란 말야. 나를 이렇게 쓸쓸하게 만들 생각은 籃틈構憫?" "그럼 안돼나?" 톰은 잔혹하게 말했다. 조는 코웃음을 쳤다. "바보같은 놈! 여기에는 너희 시대에서 온 친구들이 많이 있다구. 그 친구들이나 찾아봐!" "여기에?" 애브너는 조의 말을 되풀이했다. "그렇고 말고! 우리가 데려왔지. 타임 머신으로 말야." 조의 목소리에는 어쩐지 의기양양한 낌새가 있었다. "이건 세상에서 딱 한대뿐이야. 움직이는 데엔 돈이 많이 들지. 우스운 얘기를 해줄 우수한 인재를 자네 세상에서 찾아내는 거야. 많이 있을 거라고." 4 그는 생각에 잠긴 얼굴로 말했다. "하지만 자넨 틀렸어!" 애브너는 말했다. "그렇지만 내 시대에서 온 사람이라니 " "아아, 예를 들면 조지가 있지." "조오지? 조오지라고 했나?" "아니, 조지라고 했어. 클레이머 크레이터 인지 뭔지, 그런 친구지." 애브너는 눈을 커다랗게 떴다. "조지 클레이터! 그럼 그는 이런 처지가 되어있었던 건가? 그리고 앰브로스 비어스도 <사이클롭스>호의 승무원들도 의문의 실종을 당한 사람들은 셀 수도 없어. 그럼, 자네들이 유괴한 건가? 그건 그렇고 왜 그들을 원래의 세계로 돌려보내주지 않는 건가?" 조는 냉담하게 어깨를 으쓱했다. "타임 머신을 움직이는 데는 돈이 많이 들거든." 그는 되풀이했다. 구두쇠 같으니! 이 미래세계는 어디든지 이렇게 타산적이군. 이 시대의 경이로움을 견학하고 싶다는 강렬한 충동은 그 순간 이슬처럼 사라지고 단 하나의 소망으로 바뀌었다. 될 수 있는 한 빨리 이 이기적이고 웃음거리만을 찾아헤메는 꼬맹이들로부터 달아나는 것.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는 호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었다. "얼마지?" 그는 물었다. "요금을 말해봐. 내 시대를 돌아가려면 얼마나 들지?" 조는 업신여기듯이, 애브너가 내민 구겨진 지폐다발을 슬쩍 보았다. "그게 뭔데?" 그는 코웃음을 쳤다. "종이조각 아냐?" "지폐야." 애브너는 설명했다. "종이인 건 틀림없지만, 이 액수에 상당하는 만큼의 은으로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정부가 보증하는-." "은이라고?" 톰은 비웃었다. "은이라면 1톤에 겨우 5달러야. 레이늄이 귀중하지. 레이늄은 갖고 있나?" "레인?" 애브너는 이마를 찌푸렸다. 그러고는 낙심해서 힘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 "아니, 우라늄은 없어." "쳇!" 조가 어깨를 으쓱했다. "그럼 가봐!" 다시 한 번 그와 톰은 서로 등을 돌렸다. 그러나 갑자기 애브너의 머리에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잠깐만 기다려! 그럼 이렇게 하지. 나를 원래 세계로 돌려보내주면 지금까지 씌어진 것들 중에서 가장 우스운 이야기책을 주겠어. 유명한 유머 작가들이 엄격하게 고른 얘기들이 10,000편은 실려있다구. 위대하고 세상에 둘도 없는 조 밀러 말야!" 이때 처음으로 두 사람의 눈에 흥미의 빛이 반짝였다. 조가 작은 소리로 말했다. "거짓말 아닐까? 진짜 조 밀러일까?" "정말이고 말고!" l 애브너는 머리 속으로, 뭔가 보증이 될만한 것을 찾아 바쁘게 움직였다. "나는 책이나 출판물에 관한 거라면 뭐든 알고 있어. 나는 작가거든. 알겠어? 자, 오늘 오후에 편집자한테서 받을 편지가 여기 있어. 즉 자네들이 나를 데려온 500년 전의 그날 오후." 그는 재킷의 안주머니에서 종이조각을 꺼내 조에게 내밀었다. 조는 수상하다는 듯이 수첩을 뒤적였다. "모르겠는걸. 바보 같은 소리야. 우주엔 곤충인간따윈 없다구. 봐, 톰." 그렇지만 톰은 벌써 보고 있었다. 그 눈이 이상하게 빛나고, 헉하고 숨을 들이쉬더니 톰은 애브너의 손에서 편지를 나꿔채어 떨리는 손으로 겉쪽을 가리켰다. "이것 좀 봐! 옛날의 3센트 짜리 우표야! ;진품이라구! 정말 귀중한 물건이야! 이건 큰 재산이라고!" 애브너는 덤벼들려고 했다. 하지만 그만두고 미소를 지었다. 당연한 일이다. 미래인들은 뭐든지 닥치는 대로 모으니까. 두 사람이 우표수집광이라고 해도 이상할 건 없다. 유쾌한 흥분이 그를 감쌌다. 별안간 그가 우위에 선 것이다. 이 봉투에 붙어있는 귀중한 물건이 결국 무사히 원래의 시대로 돌아갈 수 있다는 보증이 될 뿐 아니라, 먼저 이것을 대가로 이 미래세계의 안내를 부탁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이제 이 꼬맹이들과 흥정을 할 수 있다. "잠깐 기다려!" 그는 엄숙하게 말했다. "나는 기꺼이 그 우표를 바꿔주겠어. Q하지만 그러기 전에." 그는 거기까지밖에 말하지 못했다. 바로 그때 뭔가 둔탁하고 단단한 것이 그의 목덜미를 쳤기 때문이다. 그는 비틀거리며 쓰러졌다. 황량한 암흑의 정적이 그를 감쌌을 때 그는 약간 늦긴 했지만 미래의 지구인들이 또 하나, 제 3의 신을 숭배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것은 군신(軍神). 폭력을 휘두르는 신이다. 암흑에서 차츰 벗어나니, 누군가 어깨에 손을 얹고 신경질적인 목소리로 묻고 있다. "어떻게 된 거요? 당신은 누군데, 여기서 이러고 있는 거요?" 머리가 지끈지끈하고 잠시동안은 초점이 맞지 않았지만 이윽고 요란스럽게 칠해진 한 장의 그림이 눈에 들어왔다. 아름다운 모습으로 입이 몇 개나 달린 괴물이 버섯이 돋아있는 늪지에서, 곤충 같은 눈을 하고 촉수가 잔뜩 달린 괴물에게 쫓기고 있는 그림이다. 애브너는 곧 자기가 <투머로 스토리즈> 지의 편집실에 있는 것을 깨닫고 깜짝 놀랐다. 그를 흔들어서 의식을 되찾게 해준 것은 다름 아닌 이 잡지의 편집장이었다. "내 편지! 내 우표!" 그는 웅얼거렸다. "편지? 우표?" 애브너는 우는 소리를 했다. "미래인이 훔쳐갔군. 이 치사한 노랭이 사기꾼들! 이렇게 될 줄은." "이봐요. 이봐." 편집장은 약간 신경질적으로 말했다. "당신은 SF소설을 너무 많이 읽은 것 l아뇨? 기분전환을 위해 추리소설이라도 읽지 그래요? 아니면 스포츠 소설이나. 더구나 우리 잡지의 등장인물은 모두 순전히 가공의." 애브너는 사건의 진상을 깨닫고 한숨을 쉬었다. 도둑맞은 것은 분명하지만, 실제로 손해본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톰과 조가 훔쳐간 우표는 <현재는>가치가 없는 물건이고, 앞으로도 애브너가 살아있을 동안에는 값어치가 오르지도 않을 것이다. 하필이면 여기에 불쑥 나타나게 된 경위는 과연 기묘한 일이긴 했지만 전혀 생각할 수 없는 것도 아니다. 아무튼 미래인은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실로 유머감각이 있는 친구들이니까. "굉장하군, 글리어! 신선하고 이색적인 SF소설이 될 거요. 집에 가서 이걸 {써주시오. 내게 한 말 그대로. 당신은." 그는 애브너의 어깨를 탁탁 쳤다. "당신은 우리 회사의 고정 기고가의 한 사람이 될 수 있을 거요 " 애브너는 집으로 돌아와서 자신의 색다른 모험담을 썼다. 아니, 쓰려고 했다고나 할까. 그 모험담이 이상하게 되어 버린 것이다. 애브너는 펜을 움직이는 동안 스토리를 조금 바꿨다. 그리고 이야기는 점점 달라져갔다. 살을 붙이고 액션을 가미했다. 무대도 바꿨다. 마침내 완성됐을 때, 무대는 금성이 되어있었다. 젊은 우주비행사가 주인공이고 반역자인 화성인이 악당이며 토성에서 온 실리콘 인간들이 지구를 파괴하려 한다는 사실이 밝혀진다는 설정이었다. 완성된 작품의 제목은 <아이오의 불꽃인간>. 3일 후에 원고는 되돌아왔다. 봉투에는 <채택하지 않음>이라는 도장이 찍히고, 편집장의 비평은 단 한마디, <질렸소!>였다. 얼마 후 애브너 글리어는 아무튼 작가는 되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이런 얘기입니다. 어떻습니까? 바니스의 기사 The Swordsman of Varnis -클라이브 잭슨 쌍둥이 달이 화성의 붉은 사막과 쿠아 로아니스의 폐허를 말없이 내려다보고 있었다. 밤바람이 무너질 듯한 첨탑을 휘감으며 한숨을 쉬며 텅빈 신전의 창살을 향해 속삭이고 있다. 붉음 모래먼지때문에 도시 전체가 구리로 되어있는 것처럼 보인다. 한밤중이 되자 까마득한 저쪽에서 질주하는 말발굽소리가 가까워지더니 이윽고 기수들은 고색창연한 문을 땅을 울리며 지나갔다. 추적대를 겨우 20야드쯤 떼어놓고 있는 d로아니스의 귀족 턴은 거리가 좁아드는 것을 눈치채자 6개의 다리를 가진 버클의 비늘 달린 옆구리에 여지없이 박차를 가했다. 충실한 그 짐승은 어떻게든 명령에 따르려고 했지만 힘이 미치지 못해서 절망적인 소리로 울부짖었다. 2인용 안장에 앉은 턴의 앞에는 화성의 왕녀인 레니 탈 로아니스가 가볍고 우아한 몸짓으로 이 볼품없는 짐승에 올라타있었다. 왕녀는 몸을 앞으로 숙여서 활처럼 휘어진 짐승의 목에 딱 붙이더니 그 평평한 귀에 재빨리 두세 마디를 속삭여서 꾸짖었다. 그리고 갑옷으로 감싼 턴의 가슴에 기대어 그를 돌아보았다. 왕녀의 아름다운 얼굴은 쫓기고 있다는 흥분으로 싱싱하게 홍조를 띠고 호박색 눈동자는 +시공을 넘어서 찾아온 이성인 영웅에 대한 사랑에 불타오르고 있었다. "우리는 이 경쟁에서 이겨야 합니다. 턴." 왕녀는 소리쳤다. "저 아치를 지나가면 <살아있는 증기>의 신전이 있어요. 거기에 도착하기만 하면 바니스의 기사들을 한 명도 남김없이 물리칠 수 있을 거예요!" 이 세상 사람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왕녀의 아름다움. 약간 달라붙는 옷이 세찬 바람에 날려서 드러난 목. 가슴. 그리고 허벅지의 미묘한 곡선. 그것을 내려다본 턴은, 설령 바니스의 기사들에게 쓰러진다고 해도 오디세이와도 같은 그의 수많은 방랑과 모험이 허사는 아니었다고 생각했다. _ 그러나 왕녀의 거리감은 정확했다. 턴이 거칠게 콧김을 내뿜는 버클을 신전의 큰 문 앞에 살짝 세웠을 때 기사들은 바깥쪽의 아치가 달린 통로에 다다라서 한 덩어리가 되어 밀고 밀리며 화난 소리를 내지르고 있었다. 눈 깜박할 사이에 그들은 대열을 정비하여 마당을 넘어 돌진해왔다. 그러나 그들이 지체한 덕분에 턴은 버클에서 내려서 넓은 출입문 한 쪽에 진을 칠 여유가 생겼다. 레니 탈 로아니스가 문을 여는 아주 짧은 시간동안만 적을 막아낼 수 있다면 <살아있는 증기>의 비밀은 그들 두 사람의 것이 되며 그 힘에 의해 그들은 로아니스 전체를 지배하게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기사들은 처음에 그를 버클로 밟아 j죽이려 했다. 그러나 입구가 너무 좁고 깊어서 턴이 칼끝을 맨 처음 달려든 버클의 목에 찔러 넣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그는 죽어 가는 짐승이 쓰러지는 것을 피해 뒤로 물러났다. 타고 있던 기사는 버클이 쓰러질 때 땅에 떨어져 기절해버렸다. 턴은 죽은 짐승에 뛰어오르자마자 망설이지 않고 이 불운한 기사의 목을 베었다. 남은 적은 10명. 그들은 이번에는 버클에서 내려서 덤벼들었지만 입구가 좁아서 한번에 4명 이상 한꺼번에 덤빌 수는 없었고 턴은 거대한 시체 위에 서서 가장 높은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인원수가 적은 그에게는 유리했다. 투지에 피가 끊어 오르는 그는 적에게 이를 드러내고 웃었다. 새빨간 피에 물든 ?그의 검은 싸늘한 죽음의 형상을 자아내어 한 명도 접근하지 못하게 했다. 레니 탈 로아니스는 침착한 손놀림으로 재빨리 청동문의 오목한 부분을 더듬어 방사선 자물쇠를 찾아내자 엄지손가락에 낀 유백색으로 빛나는 반지를 구멍에 끼어 넣었다. 자물쇠 안의 쇠기둥이 내려오는 소리를 듣고 왕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저도 모르게 희미한 흐느낌 소리를 냈다. 기다리다 지쳐 기지개를 켜는 것처럼, 낡은 장치가 천천히 움직여 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곧 턴은 검이 부딪치는 소리 틈새로 그를 부르는 왕녀의 들뜬 목소리를 들었다. "턴, 이제 곧 <살아있는 증기>의 비밀은 우리 거예요!" b 그러나 이미 4명을 쓰러뜨리고 이제 7명을 상대로 하고 있는 턴은 물러설 때 당할 염려가 있기 때문에 버클의 시체에서 후퇴할 수가 없었다. 그것을 알아차린 로아니스는 그의 곁으로 달려가서 가느다란 검을 휘두르며 외쳤다. "내사랑! 내가 당신의 왼팔이 될께요!" 패배의 차가운 손이 바니스의 기사들의 심장을 움켜쥐었다. 턴과 투지에 불타는 왕녀가 호흡을 맞추어 용서없이 휘두르는 칼날 아래에서 기사들은 둘, 셋, 넷, 차례로 마당의 붉은 모래를 피로 물들여갔다. 이제 두 사람이 <살아있는 증기>의 신비한 비밀을 손에 넣는 것을 방해할 자는 아무도 없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두 사람은 남은 한 명의 기사에게 허를 7찔리리라고는 생각도 못하고 있었다. 그 기사는 칼날을 피해 뒤로 물러서자 지긋지긋하다는 듯이 검을 땅에 내던졌다. "에이, 이따위 게 다 뭐야!" 그는 내뱉듯이 말했다. 그리고 벨트에서 양자 총을 뽑아 작렬하는 에너지 광선으로 레니 탈 로아니스와 그 연인인 귀족을 쉭 소리와 함께 없애버렸다. 우주 서커스 Simworthy's circus -래리 쇼 심워지의 서커스에 관해서 라면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러면서도 실제로 본 적이 있는 사람은 비교적 적다. 그것도, 엄청난 가격으로 그의 서커스를 텔레비전이나 영화로 공개하고 싶다는 요청을 이상하게도 심워지가 거절했지 때문이다. 그러나 은하계의 주민은 실로 막대한 수에 달하기 때문에 <비교적 소수>라고 해도 수백만 명은 된다. 그리고 서커스를 본 사람은 지구인과 이성인의 구별이 없이, 한 사람도 빼놓지 않고 한숨을 쉬며 돌아와서는 그것이 9얼마나 근사한 쇼였는지를 친구며 친지들에게 얘기하곤 했다. 그러나 이상한 것은, 이야기로 듣는 심워지의 서커스는 그저 시대착오에 지나지 않는 것처럼 느껴질 뿐이며, 지평선이 은하계 너머에 있는 세계의 진보한 시민으로서는 이론적으로 전혀 재미있다고 생각되지 않는다. 까놓고 말해서, 다분하다. 그러나 서커스를 보러오는 사람들의 숫자와 심워지의 은행예금이, 그런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뒷받침하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은 이 파라독스(역설)의 의미를 모르고, 심워지 서커스의 희한한 뒷얘기를 모른다. 이것은 그 숨겨진 뒷얘기이다. 원래 자렛 심워지는 일찍이 지구에서 u떠나온 사람들 중에서도 가장 추한 몰골을 가진 사람이었고, 현재도 그렇다. 송충이 에드. 뒤에서는 다들 그렇게 불렀다. 그 이름에 어울리는 몰골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정말이지 악몽에나 나타날만한, 학교에 다니기 시작할 무렵의 어린애가 보고 놀랄 정도의 꼬락서니다. 마치 얼굴의 각 부분을 초현실적인 쓰레기 하치장에서 주워와서는 머리가 모자라는 기와장이가 컴컴한 방에 모여서 대충 맞춰놓은 것같은 모습이다. 그가 방에 한 발짝을 들여놓으면 거울은 빛을 잃고 얼굴을 돌려버린다. 한 마디로 하면, 생기다 만 것같다. 그의 용모는 당연히 그의 모든 생활과 인생관을 좌우했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유치원에서 나무토막 쌓기를 하며 놀고 R있을 나이에 그는 세상 모든 것에 대해 더없는 증오를 경험하고 있었다. 할머니들의 찻잔에 금성 바퀴벌레를 넣고 다니는 등의 장난을 치지 않았던 것은 간단히 말해 경멸이 앞섰던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성장함에 따라 그러는 사이의 시간은 미칠 정도로 느릿느릿 지나갔고, 끝이 없는 것처럼 느껴졌지만 그는 한정된 상대에게 애정을 기울이게끔 되었다. 물론 그 상대는 인간은 아니다. 지구의 기준으로는 잴 수도 없을 만큼 추한 생물이 그의 애정의 대상이 된 것이다 예를 들어 10대 초반에 그는 고대에 땅위를 달렸던 탈것을 되살려내어 원래대로 만들었다. 그것은 <마차 없는 말>인가 뭔가 하는 M이름으로 불렸는데, 그저 눈에 거슬리기만 하는 게 아니라 시대에 역행하고 있었다. 심워지가 처음으로 그것을 시험해봤을 때 그 모양과 소리와 냄새가 세 사람의 부인을 기절하게 하고 하늘을 펄펄 날아다니던 드라이버들 몇 명을 어리둥절하게 했다던가. 그 이후 경찰은 그 이상한 물건을 절대 허가해주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점점 사람을 싫어하게 되었다. 그 다음이 그 서트캣. 제 1차 토성 탐험대가 갖고 돌아온 사악하고 조그만 동물이다. 동물원이 일언지하에 들여놓길 거절한 후에도, 너무나 끔찍한 몰골에 공포영화에서 조차 손을 대려 하지 않던 짐승이다. 그래도 그것을 손에 넣기 위해 심워지는 ^Z퓞 ]퓞 X퓞 G한 달치 급료를 고스란히 털어야 했다. 게다가 직장에 데려가려고 하다가 일자리마저 잃었다. 그는 두번다시 취직하지 않았다. 서트캣은 오래 살지 못했다. 지구의 풍토에 맞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그 사건으로 심워지는 완전히 악평을 사서 옛날에는 그가 나타나는 것을 보면 모퉁이를 휭하니 돌아 숨곤 했던 사람들도 차례차례 이사하기 시작했다. 그는 그런 것에도 아랑곳없었지만 그러다 보니 생계가 아주 곤란해졌다. 그리고 생각 끝에 그는 세상의 인정머리 없는 사람들의 대열에 끼이지 않고, 우주를 향해 날아올랐다. 그가 무역상인이 됐다는 말을 듣고 놀라는 사람도 있었다. 아무튼 그가, `상대하는 모든 사람에 대해 증오를 품는다는 사실은 너무나 유명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의 진짜 의도를 들여다보면 그것도 이해가 가게 된다. 취기가 돌면 그는 지금의 장사를 그만둘 때까지 은하계의 종족들중 적어도 한 명씩은 속여넘기겠다고 장담했다고 한다. 그리고 또하나의 이유는, 그의 추한 몰골도 지구 이외의 생물을 눈에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기 때문인데, 즉 대개의 외계인들로서는 그가 <다른 지구인>들과 비슷한 정도로 괴상하게 보인다는 얘기다. 심워지는 열심히 일했다. 하긴 그게 그의 명에가 될는지 어떨는지는 모른다. 거래라면 뭐든지 했고, 괴상한 외계인이건 뭐건 거래를 성공시키는 데에 필요하다면 Z몇 시간이고 계속 감언이설을 쏟아 부어 꼬시거나 을러댔다. 그는 베이페스터 성인의 탈피의식이 참례할 만큼 튼튼한 간을 갖고 있는 소수의 지구인 중 한 사람이었다. 그마한 일을 한 덕으로 그는 베이페스터 성인의 신용을 얻었다. 그리고 우주선 한대 분의 코일스프링을 싣고 갔다. 물론 스프링은 베이페스터에서 일주일을 보낸 후에는 속까지 완전히 녹슬어버렸지만 상당한 돈벌이가 되었다. 심워지의 장사는 착착 잘되어갔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그의 생활태도는 달라지지 않았다. 그는 처음부터 써오던 배를 수리하지 않았다. 원리를 이용해서 혹성간 비행을 가능하게 했던 초기형의 하나로, 엄청나게 기능적인 >괴물이다. 심워지가 쓰고 있는 동안에 이 <배넘 호>는 여기저기가 벗겨지고 패여서 결국 녹투성이가 되어버렸지만, 그는 이 배를 사랑했다. 그가 자기 배에 붙인 이름은 우연히도 그의 장래를 예언하게 되었다. <배넘>이란 2,3세기 전에 있었던 대 서커스단의 소유주다. 그러나 심워지가 그 이름을 고른 것은 그 사람이 만들어냈다고 일컬어지는 속담 때문이다. <사냥감은 어디에나 있다> 아니면 <사냥감은 항구마다 있다>였나? 여행 도중에 그는 어딘 가에서 서트캣을 대신할 놈을 손에 모욕하는 추한 몰골을 가진 짐승으로, 태어난 곳인 물레이오브에서조차 입에 담기를 꺼리는 나이문이었다. @ 하긴 그 밖의 지방에서는 보는 사람의 속을 뒤집어놓을 정도지만, 심워지는 그것에 아낌없이 애정을 쏟아, 월터라는 이름까지 붙였다. 또 어딘가 다른 지방에서 그는 우주 경찰에 미행 당했다. 하나하나의 죄는 별것 아니었지만 그것이 대여섯 건 겹쳐져 있었는데, 거의가 각종 면허증을 위조했거나 또는 갖고 있지 않거나 하는 것이였다. 하지만 죄상은 전부 끌어 모으면 경찰은 심워지를 몇 년이고 얼음구덩이에 처박아둘 수 있을 것이다. 경관은 피해가며 항행을 계속하던 어느 날, 그는 우주에서 왕래가 적은 구역을 초고속으로 가로질렀다. 정면에는 단일 행성계가 있다. 이 경우 항성은 \성도(星圖)에 오를 만큼 중요하지 않다. 그리고 그 행성은 무인 성으로 분류되어 있었다. 그러나 그 행성을 언뜻 보고 행성이라기보다도 이상발달을 한 달이라는 편이 어울린다. 심워지는 입을 일그러뜨리고 미소지었다. 검은 바위, 미친 듯이 날뛰는 잿빛 바다. 많은 눈과 얼음. 처음에 눈에 비친 것은 그것 뿐이었다. 그러나 가까워짐에 따라 독이 있는 것같은 식물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 기분 나쁜 땅에 사람이 찾아올 실질적인 이유는 보이지 않았다. 심워지는 후부 엔진을 점화하고 착륙 준비를 했다. 그는 그곳을 아지트로 삼으려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그저 <근사한 추함>을 보고 싶은 마음이 강했다. 테스트 결과 "그곳의 대기는 썩는 냄새만 신경 쓰지 않으면 호흡이 가능하다고 판명되었다. 베넘 호는 기묘한 바람이며 기류가 있는 대기 속으로 미끄러져들어갔다. 심워지는 땀투성이가 되어 정교한 조작법과 씨름을 했다. 그때, 슈웅! 아래쪽에서 섬광이 번쩍 빛났다. 배넘 호는 덜컹덜컹 흔들이고 심워지의 아침식사가 배속에서 요동을 쳤다. 그리고 배넘 호는 풍차처럼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엔진에서 귀에 익지 않은 불길한 소리가 났다. 심워지는 우주경찰을 떠올리고 욕을 내뱉었다. 그는 신속하게 다음 행동으로 옮겼다. 정상적인 상태에서도 그는 이 까다로운 a털털이 배를 잘 달래가며 간신히 몰아왔는데, 이제 그 기술을 한껏 발휘했다. 배넘 호는 일직선으로 낙하해서 스핀을 먹고 튀어 올라, 급히 활강하고는 몇 번 공중에서 나선형으로 회전하며 강하했다가 마지막으로 후부에서 지익 소리를 내며 동체착륙을 했다. 최고의 조건하에서라도 믿어지지 않을 정도의 신기한 일이었다. 그래도 심워지에게 불행중 다행은, 아무 데도 부러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니들 광선에 맞았군! 심워지는 조종석에서 일어나자 이 행성의 헤비사이드 층을 태워서 구멍을 내버릴 기세로 욕지거리를 퍼부었다. 침을 탁 뱉자 스텐레스 스틸이 치익 하는 소리를 냈다. 나이문인 월터는 태연히 냉장고 위에서 뒻戮 얼굴을 들여다보면서 벼룩이 문 자리를 긁었다. 들여다보고 있는 것은 깜박거리지 않는, 핏발선 4개의 눈이다. 탱탱한 뱅에 달려있는 빨판으로 냉장고의 법랑진 표면에 달라 붙어있다. 그 징그럽고 구불구불한 촉수로 긁고 있는가 싶더니, 그게 아니라 끝으로 갈수록 가늘어지고 끝에 날카로운 발톱이 달린 울퉁불퉁한 꼬리로 긁고 있는 것이다. 벼룩은 월터의 기름지고 녹색을 띤 갈기 속에서 편안히 지내고 있었다. 월터는 단조롭고 기계적으로 계속 긁어댔다. 심워지의 첫째 관심사는 배넘 호가 입은 손상을 조사하는 일이었다. 그는 에어 록을 황급히 열어 젖히고 뛰어내렸다. 모래가 풀썩 날아올랐다. 머리에 앉은 먼지도 콧구멍을 찌르는 악취도 아랑곳없이 그는 <씩씩거리며 녹아버린 제트엔진의 분사구를 노려보았다. 조사가 끝나자 이를 갈며 그는 먹구름에 대고 주먹을 휘둘렀다. "이봐." 그의 등뒤에서 쉰 목소리가 들렸다. "침착하게. 수리하는 데에 내 로봇을 빌려주지. 도구가 완비된 수리장도 있다네. 괜찮아, 괜찮아." 마지막 말은 어떤 의미로도 생각할 수 있었다. 심워지에게는 괜찮을 정도의 문제가 아니었기 때문에 얼른 뒤돌아보았다. 그 지구인은 대여섯 가닥의 털이 난 가죽을 덮어쓴 해골처럼 보였다. 털의 대부분은 손질하지 않은 턱수염이었는데, 깡마른 얼굴 주위에도 후광처럼 둘러져 있었고, 양쪽 귀에서도 한 가닥의 기다란 ]털이 뻗어나와있었다. 척 보기에도 그 처음 보는 남자는 늙은 데다가 힘도 없어 보인다. 비틀비틀거리고 있는 것이다.그러나 고맙게도, 그는 절대 경찰이 아니었다. 심워지는 가슴을 펴고 두 팔을 들고 그렇잖아도 튀어나온 턱을 내밀고 짓궂은 눈으로 상대를 굽어보았다. "그거 정말 친절하시군. 그렇게 폐를 끼치지 않으면 좋겠소 만." 그는 부드러운 말투로 정중히 말했지만, 다음 순간 지금 한 말을 집어삼키려 했다. 이 자식의 턱에 한 방 먹이면 안된다는 법은 없다. 만약 녀석한테 턱이 있다면 말이지만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그것은 뭐라 말할 수 없는 기분이었다. 심워지는 이 남자가 좋아져버린 것이다! 그는 상대방에게 존경심을 품었다. 그리고 더없이 기분 좋은 이 사람과 함께 있는 한 최고의 경의를 담아 응대하고 싶었다. 그와 동시에, 그는 자기 머리가 어떻게 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낯선 남자는 목에서 거친 소리를 내며 숨을 들이마시자 다시 입을 열었다. "자넬 쏴 떨어뜨려버렸군. 빌어먹을! 허, 굉장한 솜씨야. 저리로 가도록 자네에게 경고해주려고 했는데. 만약 자넬 노렸다면 1마일쯤은 빗나가있었을 거야. 콜록." 그것은 사과 따위가 아니었다. 심워지를 안중에도 두지 않고 있다는 것은 그의 턱수염만큼이나 엄연한 사실이었다. 그러나 심워지는 말했다. "천만에요. 누구에게나 있는 일입니다. 아무튼 나는 착륙하려고 했으니까요." j 턱수염이 맞장구를 쳤다. "그래, 자넨 내리고 싶었다. 하지만, 나는 거절했지. 여기서 나가주시지, 얼른. 그러니까 도와주겠다는 걸세. 나는 세상을 버린 사람이야, 콜록." 퉁명스럽긴 했지만 그는 내리기 시작한 비와 추위 속에 심워지를 버려두지는 않았다. 곤란한 지경에 처한 무역상인을 자기 집의 둥근 지붕밑에 초대해서 커피를 마시게 했다. 그리고 자기도 마시면서 혼잣말을 투덜투덜 지껄였다. 심워지는 상대방의 말을 이리저리 짜맞춰보았다. 그에 따르면 이 세상을 버렸다는 사람은 본명을 말하게 하려고 심워지는 이런저런 수를 써가며 그물을 쳤지만 상대방은 그것을 싹 무시했다. 옛날에는 은하계 탐험대의 생물학자로서 b항성이며 행성의 성도를 작성하고 그것들의 주민에 관한 데이터를 수집하는, 제한 없는 임무는 철저히 완수했다. 그리고 임무외의 실험을 자유시간에 하고 그 결과는 공표하지 않은 채 자기만의 것으로 만들었다. 그의 그런 행동이 이 경우엔 차라리 다행이었다. "나는 반하는 약을 발견했다네." 세상을 버린 사람은 쉰 목소리로 말했다. 심워지는 어이가 없었다. 세상을 버린 사람은 대기권 바깥의 우주처럼 새카맣게 끓여낸 커피를 다시 잔에 채웠다. 그리고 냉소를 띄우며 발광(發光) 플라스틱 컵을 기울였다. "어떤가, 내가 마음에 들지, 응?" 그때는 심워지도 어느 정도 마음을 가라앉히고 있었다. 그렇지만 상대방의 말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예, 당신이 좋습니다, 굉장해요! 당신 발에 입맞추고 싶을 정도요. 그러긴 하지만, 당신이 언제부터 발을 씻지 않았을지 상상이 가는군요. 젠장, 아무래도 잘 모르겠군." 세상을 버린 사람은 서랍을 열었다. 크기며 모양이 갖가지만 용기가 달그락거리며 바닥으로 굴러 떨어졌다. 그는 작은 약병을 찾아내어 테이블 위에 놓았다. "이걸세!" 그는 깡마른 팔을 젓자 새된 소리로 웃어젖혔다. 그리고 그 웃음은 도중에서 끊어져 기침이 되고, 더없이 씁쓸한 말투로 그는 내뱉었다. "빌어먹을!" 4 심워지는 점점 어리둥절해졌다. 약병은 평범한 유리병에, 갈색을 띤 액체가 들어있다. "그 반하는 약은." 세상을 버린 사람은 기침을 섞어가며 말했다. "만국 공통...... 작은 동물의...... 분비선에서...... 그 행성은, 두번다시 내 눈에 뜨이지 않을 거야-차라리 다행이지. 으흐흐. 혼자서...... 동굴...... 작은 동물...... 바위를 먹고 사는 게 틀림없어. 새하얀 놈들이었지. 나는 그 동물들이 좋아졌다네. 처음엔 최면술 같은 건줄 알았어. 그놈들이 좋아져서 돌아가기가 싫어졌다네. 전부 데리고 돌아가고 싶었지. 콜록콜록!" 심워지가 들은 바에 의하면 세상을 버린 _사람은 서서히 이 기묘한 감정을 얼마쯤 극복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중 한 마리를 몰래 배에 데리고 돌아와서 해부라고 그 구조를 조사했다. 일찌기 본 어떤 것과도 닮지 않은 하나의 분비선을 그가 발견하기 전에 배는 이륙했다. 그 선에서 그는 미량의 액체를 추출했다. 그리고 그것을 모르모트에게 한 방울 투여하자 겉보기로는 다른 수십 마리의 무리들과 다름없는 그 모르모트가 별안간 배의 마스코트가 되고, 마음이 거칠어진 우주선 승무원들은 그 모르모트에게 열중하게 되었다. 지구로 돌아간 세상을 버린 사람은 스스로 그것을 두세 방울 먹었다. 이야기는 좀더 이어졌지만, 점점 알아듣기 어려워져갔다. 세상을 버린 l사람은 계속 뇌파니 선이니 개인지수니, 최면학이니 텔레파시니 하는 것을 혼자 중얼중얼거리고 있었다. 그는 자아환원인가 하는 말을 수없이 되풀이했지만 심워지는 전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이런저런 말들 중에서 간신히 그가 긁어모은 것은, 세상을 버린 사람의 몸에 어떤 일이 일어났는가 하는 것이었다.-그러나 그런 것은 조금만 상상력을 발휘하면 알 수 있을 것이다. 간단히 말하면, 모든 사람들은 그를 미친 듯이 좋아했다. 그는 좁은 우주선 안에서 다른 사람들과 생화라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느꼈다. 여러 민족들로부터 온 갖가지 생물학적 특징을 가진 여자들이 그를 둘러싸고 싸웠다. 지구에서는 개까지 달려들고, 화성에서는 2이스티즈가 그와 같은 행동을 하는 형편이었다. 마침내 세상을 버린 사람은 진절머리를 치고 세상을 버리고 만 것이다. "그런데도-." 그는 기운을 차리고 테이블을 두드렸다. "이 빌어먹을 약의 효과는 사라지질 않아! 절대로 말이지!" 그렇다. 심워지는 그가 하는 말을 믿었다. 어쨌거나, 그는 이 영감이 하는 말을 하나부터 열까지 믿고 싶어하는 자신을 알아차렸다. 그것 자체가 하나의 증거 아닌가? 그는 여러 가지 가능성을 마음으로 그려보았다. 사랑이라! 물론 사랑 그 자체는 아무래도 좋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기꺼이 그를 위해 해줄 일들을 생각해보라! 권력이다 아무튼 심워지가 다시 이륙했을 때 세상을 버린 사람은 포터블 풍차 터빈(정부 잉여물자로 만든 재생품)과 병에 든 싸구려 향수 두 다스, 리겔 행성제의 위스키 (92도)를 6쿼터, 거기에다 이발기계 하나를 받아 전보다 부자가 되었다. 한편 심워지는-더욱 명성을 얻기 위해-누구에게나 듣는, 반하는 약을 손에 넣었다. 세상을 버린 사람은 아주 기뻐하며 대체 왜 그 약을 이렇게 오랫동안 처박아두었는지 머리를 갸웃거릴 정도였다. 심워지는 세상을 버린 사람은 결코 들어주지 않았다. "아아." 그는 투덜거렸다. "나한테 작용해서 자넬 여기 붙들어 7놓을지도 모르잖나. 우-!" 그래서 재빨리 로커에 약을 놓아둔 후 심워지는 배넘 호의 선수를 아글라브 글러브로 향하고 다시 초공간으로 돌입했다. 물론 이것으로 그는 앞으로 17.4분동안 특별히 할 일이 없어졌다. 초공간을 이용하면 그만큼의 시간이면 어디든 도착한다. 그는 좌현 앞에 펼쳐진 회색공간을 멍하니 바라보고 키드루트를 한입 베어먹으면서 미래의 성공을 꿈꾸었다. 우선 할 일은 세일즈맨의 악몽, 애글라브 글러브의 정복이다. 그곳에서는 경제기구가 극히 원시적이므로 주민들은 고객으로 삼아도 좋을성 싶었지만 다른 한편으로 그들은 호전적이며 외부인에 대해서는 q필요이상의 경계심을 품고 있었다. 방문자가 그 행성에 착지하자마자 거의 판에 박은 것처럼 몽땅 쫓겨났다. 하지만 앞으로의 심워지의 경우는 사정이 달라질 것이다. 그러나 공상은 불발로 끝났다. 심워지는 일어서서 약이 들어있는 로커로 살금살금 걸어갔다. 그리고 막 문을 열려고 했을 때 손목시계형 우주전화가 수성어를 지껄이는 듯한 소음이 그의 주의를 끌었다. 그는 놀라서 주위를 둘러 보았다. 월터는 천장에 매달려서 다시 그를 향해 끼익 끼익 울었다. 배가 고픈 모양이군, 이놈은 늘 배고파하니까. 심워지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는 사워 크림이 들어있는 용기를 냉장고에서 꺼내어 뚜껑을 손가락으로 튕겨서 열고 바닥에 놓은 다음, I월터를 천장에서 끌어내렸다. 심워지가 월터를 안고 얼르면 갈기를 쓰다듬고 목구멍에 가래가 낀듯한 목소리로 달콤하게 뭔가 속삭이고 있는 그림을 여기서 상상하는 건 그만두기로 하자. 아무리 봐도 훈훈한 정경이라고는 할 수가 없으니까. 그리고 그것은 나름대로 서글픈 정경이기고 하다.그럼 다음 장면으로 다이얼을 돌리자. 나이문 월터는 만족스러운 듯이 크림을 핥고 있다. 주인은 근육투성이인 다리를 벌리고 서서 덥수룩한 붉은 털을 손가락으로 어루만지고 좁은 이마를 긁으면서, 그런데 지금 방해꾼이 끼어들기 저에 뭘하려고 했었는지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 참, 그랬었지. 심워지는 세상을 c버린 사람의 약병을 떠올렸다. 나이문을 놔두고 구급 로커를 연 그는 약병을 꺼냈다. 지금에 와서 보니, 처음에 봤을 때도 그렇긴 했지만 더욱 별볼일 없는 물건으로 보였다. 그리고 세상을 버린 사람의 영향이 얼마좀 엷어져있었으니 심워즈는 혹시 자기가 한방 먹은 건 아닌가하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확인할 방법은 단하나. 그는 코르크마개를 뽑았다. 하지만 착륙할 때까지 약효를 확인할 방법은 아무 것도 없다는 데에 생각이 미쳤다. 월터는 이미 그를 따르고 있었으니, 월터를 상대로는 모를 것이다. 심워지는 무표정한 얼굴로 약병을 응시하며 뭉특한 손가락으로 정수리를 다시 긁었다. 뭐, 됐어. 밑져야 본전이니 아무튼 c마시는 게 좋겠다. 약이 발휘할 효과는 세상을 버린 사람으로부터 몇 번이고 되풀이해서 설명을 들은 대로, 죽을 때까지 남을 게 분명하다. 심워지는 약병을 기울였다. 계기반이 이상한 소리를 냈다. 배넘 호는 정상 공간에 재돌입하고 있었다. 배넘 호는 대부분 수동조종 장치로 되어있는 구형 배였기 때문에 파일럿이 조종해댜 한다. 심워지는 약병을 다시 로커에 집어넣고 문을 닫은 후 얼른 조종석으로 돌아갔다. 다행히 그는 솜씨있는 파일럿이었다. 창밖으로 어떤 물체가 확 달려드는가 했더니, 관광선인 듯한 번쩍거리는 뷰익의 스포츠 엔진이 그의 코끝을 스쳐지나갔다. 배넘 호의 탐지기의 퓨즈가 끊어져있었던 게 틀림없다. d 그러나 심워지에게는 그런 걸 생각할 틈이 없었다. 조종간을 꽉 잡자 배넘 호는 우웅 하는 소리를 내며 급상승했다. 선체는 1피트도 못되는 곳에서 아슬아슬하게 뷰익을 피했다.승객들은 털털이 배의 꽁무니에서 분출하는 뜨뜻한 폭염을 엉덩이로 느꼈다. 사색이 된 심워지는 배넘 호를 그자리에서 가장 편안한 궤도에 실어 자동조종장치로 전환하고 계기반에서 물러났다. 빌어먹을, 저놈의 면허증 번호만 안다면! 분명히 지금의 사고는 그의 과실이라는 것은 알고 있고, 경찰에 쫓기고 있는 것은 알고 있었다. 더욱이 배넘 호의 보험은 몇 달 전부터 끊어져 있다. 이런저런 것들을 납득하는 것만으로도 점점 더 화가 치민다. 세상의 V빌어먹을 놈들은 몽땅 엿이나 먹어라! 심워지는 로커로 손을 뻗어 상비용 알콜을 꺼내서 거푸 들이켰다. 숨이 막혀서 잠시 멈췄다. 그때 문득 머리에 떠오른 무서운 의혹은 점점 확실해졌다. 목줄기에 땀이 송글송글 맺혀, 방울을 지으며 등줄기를 따라 굴러떨어졌다. 로커의 문이 열린채 앞뒤로 흔들거리고 있는 게 아닌가. 아까 법석을 떠는 동안 내내 열려있었던 거다. 그 약병은 이미 놓아둔 자리에 없었다. 심워지는 길고 뻣뻣한 머리카락을 쥐어뜯더니 무서운 목소리로 신음했다. 병은 금방 찾을 수 있었다. 조금만 잘못 디디면 밟을 뻔했다. 병은 바닥에서 딩굴고 있었다. 다급해진 심워지의 두뇌는 전에없이 L명쾌하게 움직였다. 그는 추리력을 발휘했다. 보아하니 병은 텅 비었고 그 밑의 바닥에 다갈색을 띤 얼룩이 생겨있다. 그러나 그 얼룩은 극히 작았다. 약의 전량에 비하면 너무나 작다. 바닥에 스며들었을 리가 없다. 아무리 봐도 어디 다른 곳으로 흘렀거나 증발한 흔적은 없다. "월터!" 나이문은 코를 위로 한 채 환기장치에 달라붙어있던 몸을 풀고 심워지에게 친근한 금속성 소리를 냈다. 심워지가 뛰어오르자 월터는 느릿느릿 천창으로 기어오르려고 버둥거렸다. 심워지의 지대한 손이 떨고 있는 짐승을 꽉 잡았다. 심워지의 눈이 피에 굶주린듯 번쩍 빛났다. 그러자, 심워지에게 세상을 벌린 사람과 #맞닦뜨렸을 때 일어났던 현상이 거의 그대로 재현되었다. 거대한 무역상인의 몸에서 분노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그는 나이문을 붙들고 있던 손을 늦췄다. 월터는 의아하다는 듯이 찍찍 하는 새된 소리를 냈다. "월터." 심워지는 말했다. "월터, 그 약은 네가 먹으면 안 되는 거야. 곤란한 놈이구나, 너는-하지만, 됐어. 네 몸에 해롭지만 않으면, 월터." 그는 나이문을 바닥에 내려놓자 위스키 병을 손에 들고 의자로 돌아갔다. 그는 월터를 사랑하고 있었다. 그러나 실망을 컸다. 당장이라도 울 것만 깊았다. 자신이 실제로 월터를 지금까지보다 사랑하고 w있는지 확인할 생각도 들지 않았다. 사실 심워지는 섬세한 감정의 변화를 느끼는 체질이 아니었다. 그의 감정은 그의 몸집만큼이나 크고 딱딱했다. 그가 알고 있는 거라곤 그 목도 없는 어깨에서 멍청하기 짝이 없는 머리통을 잡아떼려고 해도 뗄 수 없을만큼 자기가 이 지긋지긋하고 귀찮은 짐승을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뿐이었다. 빌어먹을! 위스키 병은 어느덧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 오로지 위스키 때문에 묘안이 떠오른 건 아니지만, 확실히 효과는 있었다. 심워지는 결국 자기의 계획이 몽땅 도로아미타불이 된 것만을 아니라는 걸 알아차렸다. 이렇게 되면 자기자신을 남들이 좋아하도록 만드는 인간 즉 고객을 끌어들이기 쉬운 인간 이 되는 건 S불가능하다. 하지만 월터를 얼굴마담으로 쓰면 거의 비슷한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거래상담을 할 때 월터를 어깨에 얹으면 약에서 발산하는 효과는 그에게도 나이문에게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나이문을 잘 부탁합니다. 그리고 아무쪼록 저도! 비관하는 건 아직 너무 이르다. 심워지는 애글러브 글러브에 착륙했다. 그곳은 어느 도시의 중앙광장으로 아무리 봐도 보잘것 없었지만 이 별에서는 제일가는 도시였다 심워지는 몰려든 원주민들의 무리를 보고 하마터면 얼른 이륙할 뻔했다. 애글러브 글러브 인을 대개 유인원으로 키는 8피트, 살색은 순수한 푸른색으로 커다란 이빨을 갖고있다. 보기에는 j조잡스럽지만 위력은 있을 듯한 무기를 갖고 있는 걸로 보아 우호를 원하고 있지도 않은 게 분명했다. 바깥쪽 해치를 열 때 심워지는 월터를 옆에 단단히 끼고 있는지 확인했다. 여기는 엄한 시련의 장인 셈이다. 만약 잘 되지 않으면 일단 되는 대로 거래를 트는 수밖에 없다. 그것도, 만일 원주민이 허락해 줄 때의 얘기다. 그는 부르르 떨었다. 그들은 식인종은 아니라고 알고는 있지만, 과연 얼마나 신용할 수 있는지 알 게 뭔가. 더구나 저놈들의 꼬락서니라니 부르르. 군중은 꾸역꾸역 모여들었다. 심워지는 조용한 몸짓으로, 그렇지만 떨리는 왼손을 들고 월터를 지금까지보다 휠씬 껴안았다. 군중 속에서 중얼중얼거리는 소리가 일어났지만 그에게는 아무 것도 통하지 않았다. 애글러브 글러브 인의 말헤 관해서는 거의 아무 것도 알려지지 않았지만, 하급 조검의 한 변형이라는 것이 정설이었다. <조검>이란 애글러브 글러브와 같은 성계에 있고 애글러브 글러브보다는 발달한, 우호적인 행성이다. 그래서 심워지는 <우주인 회화 안내>의 도움을 빌면 자기 의사를 상대방에게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평화!" 그는 큰 소리로 외쳤다. "우호! 당신들에게 득이 되는 일이다! 선물이야!" 마지막 한 마디는 억지로 갖다붙인 거였지만,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했다. X 서서히 심워지의 무릎은 떨기를 멈추었다. 푸른 거인들은 그를 쫓아내려는 몸짓을 보이지 애고, 슬슬 걸어다니며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이 미소짓고 있다는 것을 심워지도 차츰 눈치채게 되었다. 여기서 처음으로 그는 반하는 약의 진짜 위력과 그 광범위한 효과를 인식했다. 머리에 기묘한 장신구를 단 한 명의 애글러브 글러브 인이 군중을 어깨로 밀어젖히며 다가왔다. 그리고 심워지 앞에 우뚝 서자 이 무역상인이 아까 한 몸짓을 흉내내더니 길게 연설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그의 이야기로 심워지가 알아낸 것은 대충 이런 것이었다. "멋있는 동물이다. 너는 멋진 동물을 기르고 있다. 너는 멋진 친구다." 0 이것은 심워지의 기대를 그대로 나타낸 것이어서 그는 기절한 정도였다. 하지만 장사꾼 기질이 고개를 쳐들기 시작했다. 그는 싸구려 플라스틱 목걸이를 추장에게 선물했다. "선물입니다. 평화. 물물교환은 어떨까요?" 추장은 기쁜 표정으로 구슬을 바라보았지만, 다음 순간 심워지와 월터에게 눈길을 돌리자 아까보다 휠신 긴 연설을 늘어놓았다. 그 내용에서 심워지는 상대방이 <좋다>고 말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시의 중안광장은 또한 시장이기도 했다. 심워지는 귀금속이며 보석등 근사한 물건들이 틀림없이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사실은 조각을 세긴 자질구레하고 b기묘한 모양을 한 장신구라는 것을 알았지만, 썩 손해를 느끼진 않았다. 그는 가게를 열었다. 몇 시간이 흘렀다. 그러는 동안 가게는 성시를 이루었다. 심워지는 <배넘 호>의 선창에서 여러가지의 싸구려 잡동사니들을 내려왔다. 원주민들은 진기한 물건을 구경하려고 그를 에워싸고, 모든 애글러브 글러브 인이 적어도 한 번은 군중을 헤치고 나와 시워지의 앞에 서서 전혀 겁내지 않고 경의와 친애의 마음을 담아 미소짓는 것이었다. 심워지는 특수한 깡통따개의 장점을 설명하고 있던 참이었다. 애글러브 글럽부에는 그걸로 열 통조림이 없어서 애를 먹엇다. 비극이 기다리고 있던 것은 그때였다. 잠시 모습이 보이지 않던 추장이 n돌아와서 배넘 호의 선체에 마치 <건물을 떠받치는 거인>처럼 기대섰다. 그의 연설을 통해 심워지가 알아낸 것은 이랬다. "친구. 물물교환. 물물교환하자. 너는 추장의 애완동물을 가져라. 나는 그 작은 동물을 갖겠다." 심워지는 어리둥절해서 추장을 보았다. 그리고 추장의 심부름군과 또 한사람의 원주민을 똑똑이 보았다. 그는 가죽끈에 묶인 채 발버둥치고 잇는 것을 억지로 끌고 추장을 따라왔다. 가죽끈에 묶여있는 그 동물은 등에 톱니가 달리고 6개의 발을 가진 사나운 돼지였다. 뒤에 따라온 동물을 보고 소름이 끼친 심워지는 다시 추장을 보았다. 항의하려고 했지만, 안 된다는 말밖에는 아무 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S<안 된다>고 말하고, 그 말만은 계속 되풀이했다. 추장은 여전히 미소띤 채 손을 뻗어 심워지의 어깨에서 나이문을 떼어냈다. 심워지는 미친듯이 되찾으려고 했지만 추장은 그가 손을 내미는 것을 보고 나이문을 그의 머리 위로 높이 쳐들었다. 월터는 완전히 눈을 뜨고 이 다툼을 거들었다. 그는 째지는 소리를 지르자 추장의 팔을 물었다. 추장은 외마디 소리를 지르고 다른 쪽 손으로 손목을 감쌌다. 월터는 공중제비를 넘어 땅에 내려와서는 그자리에서 한껏 촉수를 뻗어서 착 엎드렸다. 마치 같은 권총에서 발사된 것처럼 심워지와 추장과 심부름꾼, 그리고 여섯발의 짐승은 거의 동시에 월터에게 달려들었다. 모래먼지가 자욱히 피어오르고 모두가 큰 소리를 질렀다. 심워지는 코를 팔꿈치로 한 방 얻어맞았다. 코피가 흘렀다. 나이문은 비명을 지르고, 시야가 넓어졌을 때 심워지는 추장의 심부름꾼이 이 난투에 휘말려든 이들의 생명을 무시한 채 긴 칼을 휘두르고 있는 것을 알고 오싹해졌다. 간담이 서늘해진 그는 숨을 몰아쉬면서 뒷걸음질로 슬며시 물러났다. 난투는 진정됐다. 심워지는 머리를 흔들었지만 찡찡한 귀울음을 떨쳐 버릴 수는 없었다. 추장은 일어서서 손상된 위엄을 회복하기 위해 기를 쓰고 있었다. 심부름꾼은 일어서서 여섯발 달린 괴물을 끌어냈다. 그놈은 2,3야드 떨어진 곳에서 킹킹 울면서 물어뜯으려고 날뛰었다. 난투가 있었던 곳의 땅위에는 조각조각난 t월터의 시체가 먼지와 피에 덮여 뒹굴고 있었다. 심워지의 귀울음은 점점 높아졌다. 그는 자기에게 승산이 없다는 것을 느꼈다. 본능에 쫓겨서 그는 달아났다.. 배넘 호의 해치는 일단 애글리브 글러브 인들에게 점령당해있었다. 그들은 뭔지 모를 소리를 꽥꽥 지르고 있었다. 심워지는 숨을 몰아쉬면서 오른쪽으로 빙글 돌았다. 어느 쪽으로 가려고 하는 건지 스스로도 전혀 짐작이 가지 않았지만, 이상하게도 광장에는 꼬맹이 하나남지 않았다. 그는 그곳을 단숨에 돌진하려고 했다. 소리는 점점 커졌지만, 그 소리의 출처를 볼 때가지 그것이 우주선의 선미에서 나는 분출음이라는 것은 알아차리지 못했다. 선체가 광장에 있는 심워지의 바로 앞에 내려와서야 그는 그것이 뭔지 알았다. 그 배는 고속이고 신식이며 무기가 바늘처럼 튀어나와 있었다. 뱃머리에는 라는 빨간색 문자가 커다랗게 두드러져보인다. 우주 경찰이다! 앞은 호랑이, 뒤에는 이리. 어느 쪽이든 조금이라도 나은 쪽을 택할 수밖에 없다. 그는 두 팔을 마구 휘두르면서 경비정으로 향했다. 배의 해치가 열리고 제복 차림의 경관 세 명이 모습을 나타냈다. 분명히 만전의 방비테세를 취한 우락부락한 남자들이다-손을 블러스터의 홀스터 근처에 걸친 채 기다리고 있다. "젤렛 심워지인가?" 옷깃에 경정 계급장을 단 사람이 거친 淄沮떱 말했다. "너를 체포한다. 우리는 줄곧 미행해왔다. 지금 즉시 연행하겠다. 순순히 따를 텐가?" 심워지는 두말 없이 얌전하게 서있었다. 코피는 멎질 않고 머리가 욱신욱신 쑤셨고, 몸 여기저기가 결린다. 이것으로 끝장이다. 될대로 되라지. 그는 두 손을 들고 천천히 걸어나갔다 그런데 이건 왠일인가. 경정은 턱을 어루만지며 망설이듯이 미소짓고 있고, 그것이 또한 이 경관의 얼굴을 어린애처럼 보이게 했다. "그게 말일세. 자네." 그는 말을 이었다. "자넨 저렛 심워지이지? 아니, 아무튼 >무슨 착오가 있었던 것같군. 어느 모로 보나 자넨 악당이 아냐. 더구나 내가 아는한 자네한테 걸려있는 혐의에는 이렇가할 단서가 없더군. 그 증언이란 것도 횡설수설하는 말뿐이고." 마음을 정한 경관은 마음놓고 미소지었다. "이게 무슨 일이람. 자넨 이렇게 좋은 친군데. 같이 한 잔 하면서 앞으로의 일을 얘기하세. 그러는 김에 자네의 면허도 갱신해주지. 그리고 만일 자네가 이곳에서 나가고 싶거든 호위해주겠네." 어리둥절해진 심워지는 웃으며 손을 내밀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려싼. 그리고 아까 달아나기 시작한 후 처음으로 뒤를 돌아보았다. 애글러브 글러브의 거인들은 누구 한 떩泳 그를 쫓아오지 않는다. 아무래도 처음부터 쫓아오지 않았던 것같다. 그중 두세 사람이 털투성이 손으로 웃음을 억누르며 추장을 보고 있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심워지 쪽을 말없이 쳐다보고 있었다. 그들의 눈에는 더욱 깊은 존경과 애정의 마음이 넘치고 있었다. 사건의 전말은 간단히 말해 이렇다. 그후 짐을 가득 실은 배넘 호를 더욱 문명이 발달한 행성-그의 짐을 비싼 값에 사줄 수 있을 것같은 혹성으로 운전하고 있을 때 심워지는 문득 생각이 떠올랐다. 알아차린 것은 행운이었다. 즉, 머리카락에 붙어있었던 벼룩을 산채로 한 마리 잡아서 들여다볼 게 행운인 셈이다. 그냥 긁어서 형체없이 사라지게 만들기 전에. 그때 생각이 미쳤는데, 그 약병을 월터의 q머리에 떨어져서 흡수성이 좋은 월터의 갈기에 스며들고 벼룩이 그것을 배불리 먹은 것이다. 그리고 소란을 피우는 동안 어느새 그 벼룩들중의 몇 마린가가 심워지는 다시, 이번에는 좀더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서 긁었다. 될수 있는한 많은 벼룩을 산 채로 잡으려고 조심스럽게 뒤적거리면서. 그때는 그 별룩들 덕분에 얼마나 벌수 있을지는 상상하고 있지 않았다. 단지 이 사랑스럽고 자그마한 생물에게 갑자기, 그리고 완전히 마음을 빼았겼을 뿐이다.! 이것이 심워지 벼룩 서커스의 유래다. 만약 그것을 볼 기회가 생긴다면, 당연 하겠지만, 지독하게 재미없는 조그만 해충이 벌이는 많은 재주에 완전해 빠질 수밖에 없는 이유를 몸으로 느끼리라 寧珝℉홱? 아무리 이런저런 경고를 듣고 더우기 그들에 관해 모든 것을 알고 있다고 생각하더라도 일단 보기 시작하면 여러분은 이제 어쩔 수 없다. 아무튼 그들을 좋아하게 되어버린 테니까! i 로봇 편집자 The Well-Oiled Machine -H B 파이프 엘리베이터를 내려서 자기 사무실을 향해 비틀거리며 복도를 거어가고 있던 에드(editor : 편집장) 모런은 멈취서서 문의 표찰을 노려보았다. 잡지 <신기한 이야기> 편집장 윌리엄 모런 "제기랄, 오늘도 이렇다니까!" 그는 중얼거렸다. "왜 헬렌은 어제저녁의 싸움을 되풀이하고 싶어하는 거지?" 그는 문을 여러젖히고 조심스러운 걸음걸이로 방에 들어섰다. "그렇긴 하지만 그 후에 나도 취해 버렸으니." 타이프라이터 소리가 갑자기 조용해지고, 모런의 혼자 말에 대답하는 억양없는 말소리가 들렸다. "글쎄, 어떨까요." 시너가 말했다. "자네한테 묻지 않았어!" 에드는 쏘아부쳤다. 시너는 비서용 로봇으로 원고정리, 교정, 타이핑을 동시에 할 수 있도록 팔이 4개 달려있다. 그중 2개의 손에는 각각 손가락이 24개씩 있다. 타이프를 치기 위해서다. 동체는 3개의 작은 바퀴에 얹혀있어서 그 소리로 매일아침 에드를 오싹하게 한다. "시놉시스 (synopsis : 줄거리)는 몇 개나 됐지?" 그는 로봇에게 물었다. "지금은 약 12편입니다." "좋아, 그걸 내가 보지. 나머지는 나중에 가져오게!" 에드는 자기 몸이 좋지 않을 때 로봇이 그것을 눈치챈다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일부러 기운차게 말하려고 했다. "그리고 닥한테 가서 자네 바퀴에 기름을 쳐달라고 해!" "그렇게 하면 누구나 우리 잡지가 기름친 로봇처럼 잘 돌아간다고 하겠군. 하,하, 하, 우리들 대부분이 그러니까요. 하, 하, 오늘은 무슨 일이 있어도 아더의 말을 들어야 합니다!" "그건 사양하겠어!" 자기 사무실로 들어가면서 에드는 말했다. 투고된 시놉시스를 책상 위에 던지고 걸터앉아서 욱신거리는 머리를 싸쥐었다. 마침내 생명에는 별 지장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을 때 누군가가 문을 가볍게 두들겼다. 닥(doctor)이 미끄러져 들어왔다. 그는 서너나 아더와 같은 형을 개량한 로봇으로, 다른 로봇들을 포함한 기계류를 수리하기 위해 특수한 손가락을 갖고 있었다. 원통형의 동체에는 테잎에 감긴 수리방법의 기록 파일이 들어있다. "아더가 성대 박스를 수리하게 하질 않는데요." 닥은 고충을 털어놓았다. "그건 또 왜?" 애그가 물었다. "그럴 필요가 없다는군요. 거성조례라고 하면서. 목소리가 너무 이상해서 광고를 두 건이나 놓쳤지 뭡니까." "광고를 두 건이나 놓쳤다니!" "텔레비젼 전화로 얘기했었죠. 시너의 말로는 광고주가 마이크로 그 목소리를 듣고 모욕감을 느꼈다는군요." 에드는 인터컴의 스위치를 눌렀다. "홍보부입니다!" 끼긱거리는 듯한, 귀에 거슬리는 쇳소리가 응답했다. 에드는 주춤했다. "닥에게 그 성대를 수리해달라고 해! 자네 고집때문에 손해보고 있을 수는 없으니까." T "고치지 않아도 되잖아요." 삐걱거리는 소리로 로봇이 말했다. "<조례>에는." "됐어! 억지로 그렇게 할 수는 없지. 하지만 자네한테 다른 일을 시킬 수는 있어. 그러면 안 된다는 규정은 없으니까." 그는 스위치를 껐다. "다시 한 번 가서 시험해보게, 닥. 나는 밑에 내려가서 라이어를 만나고 오지." 에드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잡지를 인쇄하고 있는 두 층 아래로 내려갔다. 그는 좀처럼 이곳에 깊이 들어오지 않았다. 그것은 용지 운반용의 거대한 로봇에 치이지나 않을까, 또는 무슨 창피한 꼴을 당하지나 않을까 염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식자공 로봇과는 터놓고 얘기하는 게 습관이 되어있었다. 라이어(liar : 거짓말장이)는 고정식 로봇이었다. 그는 그 방면의 전문가로서 자기이름이 라이너(liner : 정기선)이 아니면 라이아(고대 그리스의 칠현금)일 거라고 주장하고 있다. 크고 복잡한 기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에드가 지금까지 봐온 중에서 가장 학식있는 로봇으로, 일을 하면서 교정을 보도록 되어있고 상대방의 머리가 외경심에 절로 수그러질정도로 많은 양의 오식을 내부에 축척하고 있다. 라이어는 여자에 관해 일가견이 있었다. 적어도 에드의 잡지에 글을 쓰는 작가들이 스스로 알고 있다고 자만하는 것과 같은 정도로는 알고 있었다. 남자에 관해서는 더 잘 알고 있었고, 시간낭비 없이 기어코 여자를 손에 넣는 타입의 남자에 대해서는 특히 상세히 알고 있었다. 그리고 가끔 에드에게 동정을 표했다. 그도 그럴 것이 에드는 턱이 별로 단단하지도 않았고, 6피트가 채 안되는 남자였기 때문이다. "가장 좋은 것은." 라이어는 에드가 두통을 호소하자 말을 꺼냈다. "아니, 됐어." 에드는 말했다. "나는 항상 목성에서 수입한 진기한 약품이 손에 들어오지 않는다고 자네한테 투덜거리고 있지. 그런 게 있을 리가 없어. 인간은 아직 목성에 착륙하지도 않았는데." "블러스터 브레인이 갔어요. 6월 14일호에 나와있습니다." "됐어, 됐다구." 에드는 한숨을 쉬었다. "일은 어떻게 돼가나?" "거의 끝났습니다." 라이어는 일손을 늦추지 않았다. "오후에는 이대로 진행되겠죠. 여자 때문에 고민하고 계시군요?" "그걸 어떻게 알았지?" 에드는 쩔쩔매며 말했다. "연인과 다툰 다음에는 으례 수을 너무 마시곤 하죠. 그게 인간이랍니다." "대체 어느 3류소설에서 그따위 말을 배웠나?" "당신이 한 말입니다. 자,그럼 제가 여자 다루는 법을 당신한테 가르쳐드리죠." "가르치긴 뭘 가르쳐! 자넨 헬렌을 잘몰라." 에드가 끼어들었다. "이건 9월에 젊는 스틸 선생한테 쳬完杉鳴 효과를 본 겁니다. 그러니까 들어보세요! 먼저 그녀에게 냉담하게 대해야 합니다." "그래서?" "그러기만 하면 돼요." 라이어는 단언했다. "여자에게는 그것이 대답이거든요. 그런 다음 그녀가 당신을 쫓아오게끔 되면 조금 상처를 입히는 겁니다. 그때 당신이 강하다는 것을 보여주세요. 여자는 그러면 반해버리니까." 에드는 몸을 떨었다. "이봐, 이봐, 조립인형. 그녀한테는 덩치가 자네정도는 되는 오빠가 둘이나 있다구. 그 오빠의 말로는 그녀가 큰오빠의 눈에 시퍼렇게 멍이 들게 한 적이 있다던데." : "뭐, 그야 당신이 겁난다고 하면 그 다음으로 좋은 방법은 그녀를 납치해서 명왕성행 우주선에 타는 겁니다." "납치하다니. 내가?" "때때로 전, 제가 이 일에 딱 맞게 설계되어있어서 다행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저는 그 업무를 충실할 수 있으니까요." "나도 그렇게 생각하네." 에드는 대꾸했다. "밥벌이는 제대로 할 수 있으니까." "시나한테 물어봤더니 우리가 당신을 위해 밥벌이를 해주고 있는 거라던데요." "그 돼먹잖은 로봇이! 그녀석이 시놉시스를 다루는 꼴을 보면 말야. 내가 어떤 걸 사야 하는지 알 게 뭐야." "걱정할 것 없습니다. 타이핑한 원고가 裡┛ 넘어오면 이상한 부분은 전부 고치니까요." "잡지란 가끔 도를 지나치는 것도 괜찮지." 에드는 반박했다. "하지만, 자넬 설득할 수 있을지 모르겠군." "저는 설계된대로 움직일 뿐입니다. 다른 어떤 기계보다도 저는 자기가 할 일을 분명히 알고 있을 겁니다." 에드는 항복하고 로봇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익명의 선물을 보내서 구혼하든가, 아니면 그가 얼마나 중요한 사람인지를 보여주라는 것이다. 뭣보다 이게 최고라며 라이어가 일러준 방법은 연인을 무서운 위험에서 구출하는 것이었다. / 이것은 모든 영웅이 하는 일이다. 그러다가 자기가 조금 상처를 입도록 꾸며야 한다. 게다가 그가 자리를 비워도 잡지는 잘 해나갈 수 있다. 그것이 라이어의 생각이었다. 에드는 씁쓸하게 그건 한 번 해볼만 하군. 하는 말을 남기고 그자리를 떠났다. 엘리베이터 앞에서 그는 자기 이름을 부르는 소리를 들었다. 돌아보니 삽화담당 로봇인 아티가 삽화 꾸러미를 가져가다가 콘크리트 바닥에 기름이 흘러서 생긴 작은 웅덩이에 빠져 오도가도 못하고 있었다. 나중에 처리하려고 쓰레기를 모아뒀던 자리일 것이다. "자네한테 바퀴를 하나밖에 달지 않았다니, 정신들이 없군!" ] 에드는 투덜거리면서도 아티를 웅덩이에서 2,3피트 떨어진 곳으로 밀어주었다. "정말 죄송합니다." 아티는 말했다. 그는 엘리베이터 로봇이 문을 닫을 때까지 그자리에 서서 빛나는 눈을 말없이 에드에게 향하고 있었다. 에드는 안절부절했다. 그는 이 사태에 어떻게 대처하면 좋을지 잘 몰랐다. 아티 대신 새 로봇이 들어오는 건 싫었지만, 최근에 그린 스케치 속의 주인공들은 전부 편집장인 윌리엄 모런과 닮아있었다. 방에 돌아오니 시놉시스의 산은 그가 자리를 비운 사이에 더욱 높아져있었다. 그는 의자에 걸터앝아 신중하게 맨위의 6편을 집어들어 읽기 시작했다. 시너는 언제나 로봇이 세계를 정복한다는 줄거리를 店종판磯? 에드는 페이지를 골라 스토리와 작자를 조합할 수 있도록 붙인 약호를 힐끗 보고 읽어내려갔다. 위험한 소혹성간 비행을 하는 파일럿인 청년 잭 핸슨은 우주선 호크 호에 의식불명인 채로 남겨진다. 반란을 일으킨 선원들이 억지로 선장에게 시켰던 것이다. 호크 호는 곧 그 엄청나게 값지고 비밀스러운 화물을 노리는 우주해적에게 점령당하게 된다. 해적들은 블론드의 미녀에 의해 통솔되고 있고, 그 미녀의 이름은. 이건 시너에게 깊이 감사해야겠는데, 하고 에드는 생각했다. 자칫하면 이런 R이야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하나 읽을 뻔했잖아. 에드는 다음 시놉시스를 집었다. 카펠라 별 원정을 떠난 두뇌명석한 젊은 박사 마틴은 태양계를 멸망시키려는 무시무시한 실험을 계획하고 있는 미치광이 카펠라인 볼배크의, 피도 눈물도 없는 극악무도한 하인들에게 잡히게 된다. 볼배크는 주인공을 고문해서 지구인 원정대 본부의 위치를 알아내려고 한다. 그러나 과학자는 자기가 누구인지 잊어버렸다고는 블론디의 지구인 미녀에 의해 구출된다. 에드는 책상 맨 아래서랍에 손을 뻗었다. 한 잔 하면 기분이 좀 나아진다. 그리고 돈을 내고 사도 좋을만한 작품은 없는지 다시 읽어갔다. 맨 밑에 문자 그대로 市疽렷 스토리가 있었다. 10시 23분 헬렌이라는 블론드의 미녀로부터 에드에게 텔레비전 전화가 있었음. 에드는 부재중으로 시놉시스 로봇과 간단한 대화를 나눔. 에드는 뒷장을 들춰봤지만 씌어있는 것은 그것뿐이었다. 기계적인 연락방법이 때로 에드를 풀이 죽게 한다. 그는 세차게 방문을 열고 아까의 메모를 흔들었다. "왜 나한테 말하지 않았지?" 그는 시너를 노려보며 소리쳤다. "뭘 말입니까?" "헬렌에게서 전화가 왔었다는 것말야. 이걸 시놉시스 더미 맨아래에 넣어놓는 건 #무슨 속셈이지?" "마지막으로 도착했기 때문이예요." 시너는 당연하다는 얼굴을 했다. 에드는 벽에 기대어 눈을 질끈 감았다. 인간은 때로 진실이나 순수나 도덕에 이길 수는 있어도 로봇의 논리를 당할 수는 없다. "그녀는 뭐라고 하던가?" 그는 최대한 냉정하게 말했다. "제가 써놓지 않은 거라면, 별로 대수롭지 않은 내용일 거예요." "말해두겠는데." 에드는 참을 수가 없어서 말했다. "자네가 필요없다고 생각하는 걸 반드시 나한테도 흥미없는 거라고는 할 수 없어!" 그는 문을 쾅 닫고 책상 위의 전화로 헬렌의 번호를 눌렀다. 응답은 없다. 驩諍漬 다른 곳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는 걸까? 아무튼 나중에 다시 한 번 걸어봐야겠다. 이런 무력감에서 오는 자기연민에 휩쓸리자마자 인터컴이 울렸다. "에드." 시너의 침착한 목소리가 들렸다. "소프 씨라는 분이 오셨습니다. 지금 보내드리겠습니다." 그와 동시에 크고 시뻘건 얼굴을 가진 남자가 문에서 뛰어들어왔다. 그는 부시시한 붉은 수염을 뻣뻣하게 세우고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윌리엄 모런은 어딨소?" 둘둘 말아놓은 잡지 <신기한 이야기>를 휘두르며 몸에 비해 너무 작은 목소리로 그는 물었다. 에드는 조심스럽게 자기 가슴을 가리켰다. "당신이오? 인터컴으로 로봇이 <에드>라고 하던데." "에디터(editer : 편집장)를 줄인 거요." 에드는 언제나처럼 설명했다. "시놉시스라는 뜻으로 저 로봇을 <시너>라고 부르는 것처럼." "그럼 내 스토리를 엉망진창으로 만든 장본인은 바로 당신이군!" "뭐요?" "이것 말야!" 손에 들고 있던 잡지로 에드의 책상을 쾅 내리친 소프는 날카로운 목소리로 외쳤다. "이건 내 최고 걸작이야. 진짜 예술적이고 완전무결하며, 굳이 말하자면 네녀석을의 형편없는 만화책 나부랭이에 싣기는 아까울 정도라구. 그런데, 이런짓을 해?" 에드는 말을 하려고 입을 움직거렸지만 거기까지 말하도록 가만히 있었다. "결말에 가위질이나 하고, 덕분에 몽땅 의미없는 게 돼버렸어. 왜지? 당신들은 이 신선하고 생기넘치는 아이디어를 이해 못하겠나?" "확실히 해둡시다." 에드는 말했다. "즉 당신은 누군가가 당신의 플롯을 그 원작 말인데 그걸 맘대로 주무렀다 이거뇨?" "그래, 내가 당신한테 말하고 싶은 건 바로 그거야!" "그건, 어떻게든 손질을 해야 했기 때문이었소. 누가 했는지는 알겠지마. 그 奏侍瑛美 만나보면 어떻겠소?" "그 자식을 만나게 해줘!" 에드는 시너를 불러서 소프를 라이어에게 데려가도록 했다. 그리고 부저를 눌러서 닥을 불렀다. "라이어를 좀 어떻게 하라고 했잖아." 수리용 로봇이 미끄러져들어오자 에드는 꾸짖었다. "그 녀석이 원고에 손대는 것을 막을 방법을, 자넨 벌써 몇 주일 전에 알아냈어야 했는데." 순간, 닥은 안절부절하며 입을 우물거렸다. "사실은, 라이어같은 복잡한 기계를 만지는 게 무서워서요. 저는 그저 255-C형이니까요." "무슨 소리 나가봐!" F 에드는 맥이 빠져서 외쳤다. 닥이 나가자 에드는 뭔가 즐거운 일을 생각하려 했다. 하지만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는다. 헬렌에 대한 것뿐이다. 반지를 돌려줄께요. 그 말을 하려고 전화를 건 걸까? 텔레비전 전화가 노래소리처럼 울렸다. 아마 시너가 자리를 비운동안 직통으로 연결해놓았을 것이다. 깡마른 검은머리의 남자가 씩씩거리며 스트린에 나타났다. "이봐, 잘 들어!" 남자는 소리쳤다. "그따위 말투로 전화를 받을 거면 아예 광고를 따낼 생각은 하지도 말게!" 에드는 상대방이 항상 뒤표지에 광고를 실을 고객을 물색해주는 광고대행사 의 직원이라는 걸 알아차렸다. 아더와 부딪친 틀림없다. 그는 마음을 가다듬고 대꾸했다. 그로부터 15분정도, 교묘한 방어전술을 구시한 후 그는 전화를 끊고 한숨을 쉬었다. "후-. 이제 못참겠군. 어이, 시너!" 시놉시스 로봇이 나타나자 에드는 아더와 일을 바꾸라고 단호하게 명령했다.그리고 점심을 먹으로 나가려고 했지만, 아직 시간이 이르다. 그 전에 소프라는 친구가 어떻게 됐는지 알아봐야 한다. 그는 전화로 라이어를 불렀다. "지금 막 돌아갔습니다." 라이어가 응답했다. "풀이 죽긴 했지만, 이제 조금은 똑똑해졌겠지요." "잘난척 하지 말게." 에드는 저도모르게 대꾸했다. "달리 말할 수가 없어서요." 라이어가 되받았다. 이윽고 소프가 의기소침한 모습으로 방에 들어왔을 때 에드는 라이어의 말을 인정했다. "그러니까." 작가는 말을 꺼냈다. "말하자며, 내가 얼마나 자기혼자만의 생각에 깊이 빠졌있었는지 몰랐소. 당신을 탓하다니, 말도 안돼지." "무슨 말입니까?" "아래층에 있는 로봇이 당신 대신 편집을 맡으면서 전까지 나는 자신이 건방지게 거기에 끼어들고 있었다는 걸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던 거요." "누구 대신 뭘 한다고요?" V "그는 어떤 플롯을 통과시키는지 거리낌없이 가르쳐주었소. 잠깐 짬을 내는 걸로도 충분하더군. 당신네 너절한 잡지가 스테레오타입 인쇄를 하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 알렉산더 J 소프가 로봇만도 못한, 매번 똑같은 얘기를 갖고 골치를 썩이면서 써내고 있다고 생각하면." "잠깐만!" 그러나 소프는 상대방의 말은 들은척도 하지 않았다. 이제 분놀로 붉게 달아오른 작가의 얼굴은 거기에 없었고 퉁퉁하고 축 처진 얼굴이 있을 뿐이었다. 자기 개를 차에 치인 아이처럼 그는 머리를 숙였다. "그 말이 맞소." 그는 느릿느릿하고 절망적인 동작으로 손에 든 잡지를 책상 위에 던지더니 코를 조금 훌쩍거리며 말했다. "삽화까지 그렇다니까요! 몽땅 당신 얼굴과 똑같소. 처음에는 설마했지만 " "이것 보시오." 에드가 외쳤다. "우린 우리 나름대로의 고충이 있어요. 게다가." 소프는 손수건을 꺼내 코를 풀었다. "알아줄 리가 없죠. 예술가란 고독한 거요. 만일 글을 팔아서 먹고 살려고 하면 당신같은 천한 장사꾼이 되어버리죠. 그러면." "잠깐만 기다리쇼." 에드는 체념한듯이 말했다. 그리고 맨아래 서랍에 손을 넣었다. 손님도 있어서 그는 다시 좀더 안쪽까지 뒤져서 유리컵 두 개와 병을 꺼냈다. 소프는 어두운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거절하지는 않았다. 술이 컵에 가득 찼다가, 사라지고 다시 가득 찼다. "그러면." 에드는 말했다. "예술가 본연의 모습이란 걸 확실히 말해주시겠소?" 그리고 조금 있다가, 이제는 바깥방에서 접수를 맡고 있는 아더가 문를 열었다. 아더는 자기가 울린 벨소리에 아무도 응답하지 않는 까닭을 이해했다. 소프는 그때 이미 존 러스킨의 작품에서 질릴 정도로 긴 문장을 인용했고 앵그르나 그밖의 프랑스 화가를 사정없이 몰아세웠으며, T S 엘리어트를 모방한 현대시를 암송한데다 지금은 한창 세익스피어를 비평하는 중이었다. 에드가 G상대방이 하는 말의 의미를 이해하려고 노력하기만 했다면 그것은 하나부터 열까지 너무나 감동적이어서 이야기하는 사람의 박식함을 잘 나타내는 얘기였을 걱이다. 그러나 우울하고 단조로운 목소리는 기분좋게 졸음을 불러들였다. "텔레비전 전화가 왔어요!" 아더가 날카롭고 목쉰 소리로 외쳤다. 에드는 얼굴을 찌푸리며 전화를 받았다. 소프는 거의 아무 의미도 없는 시시콜콜한 말들만 지껄이고 있었다. 헬렌의 얼굴이 눈앞에 나타나서 에드는 어리둥절했다. "어머, 이제야 간신히 나하고 통화를 해주네요?" 이것이 헬렌의 인사였다. "무슨 소리. 아니, 물론 해야지. 무슨 소릴 하는 거야?" "기다리지 않으려고 했는데, 댁의 로봇이 졸라대는 바람에. 그 로봇은, 당신이 나한테 뭔가 해주면 내가 사례라도 할줄 아나보죠!" "설마, 당치도 않은 소리! 오히려 그 반대야 내가 무슨 소릴 하는 거지? 아니, 아냐! 내가 하려는 말은." "내가 아까 전화했었는데, 별로 보고 싶지 않았나봐요?" "아냐, 그건 사정이 좀 있었어." 에드는 횡설수설하며 말했다. "그랬겠죠." 헬렌은 의심스러워했다. "그 사정이, 지금 귀에 들려오는 것 같은데요." 에드는 얼른 텔레비젼의 시야 밖으로 밀어내고 소프에게 잠시 입다물고 있어 牝箚 부탁했다. "윌리엄 모런! 당신 취했어요? 이런 대낮에?" "천만에! 이봐, 아더. 취하지 않았다고 그녀에게 말좀 해줘!"" "에드는 취하지 않았습니다." 아더는 끽끽대는 목소리로 말했다. 헬렌은 깜짝 놀라 2,3인치 뒷걸음질쳤다. "거기 있는 게 누구죠?" 그녀는 물었다. "우리 작가중 한 사람이야. 달링." (소프는 머리 위에서 두 손을 맞잡고 포기한 것처럼 천정을 올려다보며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설마 딴 여자라고 생각한 건 아니겠지? 내가 딴 여자한테 눈을 돌리지 않는다는 건 당신도 알 거야." "그런 짓을 하면 당신도 같이 끝장이예요." 헬렌은 따끔하게 말했다. "됐어요! 아마 내가 어떻게 됐나 보죠, 그럼 다시 한 번 같이 얘기할 기회를 줄께요." "이젠 소용없소." 소프가 혀꼬부라진 말투로 중얼거렸다. "만약 영혼을 팔아넘기면." "쉿, 입다물고 있어!" 에드가 작은 소리로 쏴부쳤다. "내가 얘기할 때 자꾸 끼어들지 말아요!" 헬렌이 명령했다. "그럼 점심시간에 만나요. 그때 당신의 변명을 들어보죠." "난 인간 쓰레기야." 소프가 코를 훌쩍거렸다. "인정하겠어." "알았으니까, 인정하는 건 어디 다른 곳에 가서 하쇼!" 에드가 소리질렀다. "그래, 좋아. 달링. 어디서 만날까?" "한 마디 해두겠는데." 소프가 끼어들었다. "에드는 나가라고 한 겁니다!" 아더가 끔찍한 목소리로 소프에게 말했다. 작가는 새파랗게 질려서 텅빈 유리컵을 떨어뜨리고 나갔다. 에드가 헬렌이 불러주는 레스토랑 이름을 받아적는 동안 아더는 그를 배웅했다. 에드는 이런저런 방법을 동원해서 어떻게든 얘기를 좀더 하려고 했지만, 헬렌은 그를 막연한 불안에 빠뜰려서 벌을 주려 하는 것처럼 전화를 끊어버렸다. 아무도 없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에드는 부저를 눌러서 아더를 불렀다. "그 작가선생은 어디로 사라졌나?" "많이 취했다면서 나갔습니다. 시놉시스가 몇 개 더 됐는데요." "아, 그래? 이리 나갈 때 그 빈병을 갖고 나가주게." 로봇이 병을 갖고 나가서 문을 닫자 에드는 새 원고분석 담당이 이룬 최초의 성과를 집어들었다. 명왕성의 얼음구덩이 밑바닥에서 포로가 된 청년박사 짐 와트킨즈의 운명은 대체! 얼음에 갇힌 블론드의 지구인 미녀의 비밀은? 3개의 혹성을 위협하는 무서운 위험이란 대체 무엇일까? 잡지<신기한 弔潔薩?의 애독자에게 바치는 스릴 만점의 드라마와 모험으로 가득한 40페이지. 이 이야기는 반드시 살 가치가 있다! 이 이야기 없이는 <신기한 이야기>를 발행할 수 없다! 에드의 맥빠진 손가락 끝에서 종이가 떨어졌다.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지?" 그는 중얼거리듯이 말했다. "무슨 짓을 한 거야!" 자리는 바뀌었어도 아더는 여전히 홍보용 로봇이었다. 에드는 다음 장을 펼쳤다. 이 이야기는 현재의 분석 담당이 원고에서 시놉시스를 정리하는 일을 시작한 이래 최고의 걸작입니다. 작열하는 사막 한가운데에, 세상에 둘도 없이 극악무도한 문자그대로 극악무도한 살인자 집단의 손을 빠져나온, 엄청난 비밀을 가진 도망자가 찾아옵니다. 거개에 갑자기 신기루가, 정체모를 금발의 미녀가, 고대언어를 해명하는 열쇠가, 그리고 놀라운 사실이 차례차례 나타납니다. 이 이야기를 놓치면 당신은 정신이 나간겁니다. 에드! "정신은 벌써 나갔어!" 에드는 소리질렀다. "너희 기계인형들은 몽땅 천저에다 용접해 붙여놓지 않은 게 그 증거라구! 나라는 인간이 이따위 걸 읽어야 할 정도로 비참해졌다는 건가?" 그는 자기 행동이 좀 이상하다는 걸 알아차렸다. 혼잣말을 하는 걸로 보이지 않으려면 최소한 로봇을 책상 앞에 세워놓을 필요가 있다. 그는 다른 시놉시스를 한 쪽으로 치워버리고 맨 밑에 있는 것을 집어들었다. 끝까지 읽었다는 느낌을 양심에 갖게 하기 위해서이다. 청년 에디 맥기니티는 왜 자살을 기도했을까? 그의 책상 위에 있는 사진의, 의문의 블론드 여인은 누구인가? 그의 처절한 사랑을 이야기하는 절망적인 유서를, 클래퍼 박사는 믿어야 할까? 사치스런 생활에 길든 여자에게 에디가 바칠 수 있는 것은 대체 무었일까? "무슨 짓거리를 하는 거야!" . 에드는 한숨을 쉬었다. "이런 짓을 하면 안돼. 그녀 대신 내가 아니, 그건 별문제지." 그는 멍하니 종이의 산을 바라보았다. "그러고 보니." 그는 스스로에게 물었다. "난 대체 뭘 하고 있는 거지? 언제까지 그녀한테 장난감 취급을 당해야 하나?" 대답은 간단한 것 같았다. 지금 그는 벅찰 정도로 많은 문제를 껴안고 있는 것이다. 그중 일부라도 포기해야 한다. "그럼 먼저, 헬렌을 만나는 것부터 그만두자." 그는 단호히 결심했다. "만일 만나면 난 쓸개까지 빠져버리니까. 그렇게 되면 또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게 돼. 매일아침 숙취로 고생하면 몸이 남아나지 않을 거야." 그는 억지로 책상 앞에 앉아서 앞으로의 계획을 세웅다. 그렇게 결심하면 조금은 투지가 올라갈 거라고 생각했는데, 어쩐 일인지 전혀 그럼 기분이 들지 않았다. 하지만 아무튼 결심을 바꾸지 않기로 했다. 이윽고 오후도 절반쯤 지날 무렵, 그는 허를 찔려 충격을 받았다. 헬렌이 사무실에 쳐들어온 것이다. "이봐요!" 아더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아무 말없이 그의 성소에 숨어든 헬렌은 입을 열자마자 말했다. "아무리 이게 마지막이라고 해도 당신한테 바람맞을 생각은 추호도 없다구요!" 화가 난 나머지 불꽃을 튀기며 눈썹을 치켜뜬 헬렌을 보고 결심이 흔들린 에드는 일부러 큰소리를 냈다. "아더! 이 여자분을 밖으로 모시고 나가주게!" 그리고 에드는 아티가 그린 삽화를 집어들어 우주복을 입은 자신의 그림을 들여다보는 척했다. 그것은 눈알이 빠져나온 채 늘어져 있는 괴물에게 곤봉을 휘둘러대는 장면이다. 작은 언쟁이며 항의 하는 소프라노의 목소리도 그럭저럭 무시했다. 그러나 고통을 호소하는 진짜 비명을 듸자 그의 결심은 비누거품처럼 사라져 버렸다. 눈을 돌리자 헬렌이 바깥쪽 방바닥에 겁먹은 표정으로 주저앉아있었다. "아더!" 에드는 책상 뒤에서 튀어나왔다. "이 돌대가리에 멍청이같으니라고! 내가 <데리고 나가라>고 했지, 언제 <쫑아내라>고 했나!" "죄송합니다." 아더는 소름끼치는 목소리로 사과했다. "닥의 말대로 배선을 손볼 필요가 있나 봅니다. 도와드릴까요, 아가씨?" "그 문어같은 손으로 건드리지 마!" 헬렌은 히스테리컬한 목소리로 외쳤다. 그녀는 스커트자락을 내리자 손을 빌리지 않고 그럭저럭 일어서서 상처를 살살 어루만지며 아더와 에드를 노려보았다. "정말 미안해." "뭐예요!" 방안에 푸른 불꽃이 흩어지는 것처럼 그의 연인은 쏘아부쳤다. P "이제 당신이 비열한 인간이란 걸 잘 알겠어요. 당신이 괴물들을 더 불러서 내게 행패를 부르기 전에 나가야겠군요!" 그녀는 문을 빠져나가서 화가 난 듯이 쾅쾅거리며 복도를 걸어갔다. 에드는 뒤따라 달려나갔다. 아더의 기어가 희미하게 철커덕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로봇은 최고속도로 기어를 넣고 그를 곧장 뒤따라온 것이다. "헬렌, 기다려!" 그는 소리쳤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뭔가를 가지러온 시너가 안에서 나왔다. 어깨너머로 뒤쪽을 실피고 있던 헬렌은 곧장 시너에게 달려갔다. 그러나 시너는 사람에게 상처를 입히지 않도록 조절되어있었다. 그는 헬렌이 부딪치기 전에 4개의 팔을 모두 醋뻘棘 그녀를 안아올렸다. "놓지 마, 시너!" 에드가 외쳤다. 그와 아더가 따라잡자 아더의 브레이크가 걸렸다. 헬렌은 발버둥치기를 그쳤다. "내려쥐." 에드가 말했다. "자, 아가씨. 도망가지 말고 내 말을 들어줘!" "뭐라고요 이 이 유괴범 같으니라고!" 헬렌이 소리쳤다. "나를 내 의사에 상관없이 여기에 감금할 순 없어요. 분명히 법이란 게 있으니까." "난 단지 내 입장을 이해해줬으면 해서." "당신의 감춰진 입장을 지금 잘 봤어요! 나를 흠씬 두들겨주고 우리에 집어넣은 R다음에 거짓말을 늘어놓으려는 거죠!" 에드는 항의하려고 입을 열었지만 그 순간, 겉모습은 화려하지만 예상대로 속이 꽉 들어찬 핸드백에 얻어맞고 다시 다물었다. 그는 비틀거리며 뒷걸음질쳤다. 그 틈을 노려 헬렌은 엘리베이터에 뛰어들었다. 에드가 터진 입술로 확실히 알아들을 수 있는 명령을 내리기 전에 문은 스르르 닫혔다. 엘리베이터 로봇은 층 사이에는 서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에드는 계단으로 달려가 한 번에 4단씩 뛰어내려갔다. 층계참에서는 충격으로 무릎이 푹 꺾였다. 그래도 헬렌이 나가기 전에 다음 층의 엘리베이터 입구에 다다를 수 있었다. 그가 다가오는 것을 본 헬렌은 攘零昇타 뒤로 물러섰다. 문은 다시 그의 눈앞에서 스르르 닫혔다. 엘리베이터의 눈금은 라이어가 있는 층을 향해 점점 내려간다. 에드는 숨이 턱에 닿아서 계단으로 돌아갔다. 이번엔 한 번에 2단씩밖에 뛰어내리지 못했다. 맨 아래에 닿았을 때 이미 헬렌은 엘리베이터에서 뛰어나온 후였다. "조심해!" 그는 소리쳤다. 거대한 인쇄용 종이꾸러미를 가득 싣고 엉금엉금 지나가던 운반용 로봇을 헬렌은 간발의 차이로 피했다. 에드는 휘청거리면서도 용감하게 그녀에게로 달려갔다. "놔요!" "헬렌." 그는 필사적으로 말했다. "내가 당신을 사랑하고 있다는 걸 알잖아." "무슨 소리예요. 놓으라니까!" "사랑하지 않는다면 이런 짓을 하겠어?" 엘리베이터는 타려고 다가온 로봇을 두 사람 곁에 남겨둔 채 위에서 재촉하는 벨소리를 따라 올라갔다. "그럼, 날 놔줄래요?" "그럼 들어주겠어?" 에드는 애원하듯 말했다. "사랑해!" "어쩌서요." 그의 등뒤에서 묻는 소리가 들렸다. 에드는 깜짝 놀라 뒤돌아보았다. 헬렌은 버둥거리기를 그치고 에드의 어깨너머로 嗾뺨暮맘年? 아티가 두 사람을 지켜보고 있었다. "안돼나?" 에드는 작은 소리로 물었다. 사생활을 들켜버린 것이 어쩐지 부끄러웠다. "그건 화학적인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아티는 또렷하게 덧붙였다. "실로 논리적인 일이죠. 당신은 저보다 그녀를 더 좋아한다고 생각하십니까?" "그건 그렇지. 그녀는 상냥해지려고만 하면 할 수도 있으니까." "그러면 전 그녀가 싫습니다." 아티는 똑똑하게 말했다. "엉?" "그녀가 움직이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로봇은 앞으로 나오면서 말했다. "윌리!" 헬렌은 불안한듯이 속삭였다. "저 로봇은 내가 마음에 안 드나 봐요." 아티는 그녀에게로 팔을 뻗었다. 에드는 헬렌을 밀쳐내고, 아티를 밀어서 돌려보내려 했지만 아주 정중하게, 그러나 꽉 붙들려버렸다. "닥!" 그는 수리반 로봇이 이 층에 있어 주기를 필사적으로 빌었다. 아티가 그를 옆으로 내려놓았을 때, 멀리서 대답이 들린 것 같았다. 헬렌은 새파랗게 질려서 벽에 딱 붙은채 라이어가 있는 쪽으로 슬금슬금 물러갔다. 고정식 로봇인 라이어는 말없이 일만 계속하고 있다. "아티, 안돼!" 에드는 열심히 권위가 담긴 목소리를 *내려고 했다. 그는 스위치를 끌 틈이 없을까 하고 로봇의 등뒤로 돌아갔지만 아티는 빙글돌아서 그를 밀어냈다. 저쪽에서 닥이 이쪽을 향해 통로를 달려오는 것이 보인다. "도망가, 헬렌!" 에드는 소리치고 나서 다시 스위치에 손을 뻗으려고 했다. 이번에는 너무 세게 밀려나서 그는 비틀거리며 바닥에 쌓아둔 쓰레기더미에 빠져버렸다. 빈깡통이 쩔렁쩔렁 울리고 유리가 깨졌다. 조심스럽게 곁눈질로 보고는 안심했다. 그것은 거의 비어있는 기름통에서 새어나온 중유였다. "거기 꼼짝말고 서있어!" 아티는 단호히 헬렌에게 명령했다. "지금 잡으로 갈테니까." 그렇게 말하고 로봇은 걱정스러운 듯이 돌아서서 에드를 안아일으켰다. "죄송합니다." "아니, 괜찮아, 괜찮아." 에드는 유쾌하게 말했다. 그는 아티가 자신을 얼른 내려놓게 하지 않았다. 기름통을 주워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그것을 몰래 바닥에 쏟았다. 중유가 완전히 새어나간 것을 느끼면서. "상처는 없으신가요?" 아티가 말했다. "나는 나는 움직여지질 않네. 어떻게 된 거지?" 에드는 자기가 얼른 옆에 내려지는 것을 느꼈다. 아티가 바닥을 보려고 한 것이다 기름이 퍼져있었다. 로봇의 구동용 바퀴가 \jG4 知綬㎰促♣ 속에서 헛돌고 있다. "제게 한방 먹이셨군요." 아티가 투덜걸렸다.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고 위에서 내려온 아더와 시너의 모습이 보였다. 닥이 반대쪽에서 돌진해왔다. 헬렌이 쓰레기더미에서 널빤지를 하나 찾아들고 조심조심 다가왔다. "허를 찔렀군요." 아티가 말했다. "자네, 그 태도가 뭔가?" 에드가 되쏘았다. "시너, 아더, 이리 와주게!" "저놈들을 꼼짝 못하게 만들 거야!" 다른 로봇이 헬렌에게 달려가는 것을 보고 아티는 위협했다. 에드가 다른 곳에 신경을 쓰고 있는 譯瑛結 닥이 도착했다. 닥은 천천히 아티의 등뒤로 다가가더니 별안간 금속제 팔을 쭉 뻗쳤다. 긴장된 침묵 속에서 찰칵하는 소리가 울렸다. 아티의 웅웅거리는 소리가 딱 멎자 에드는 저도모르게 바다에 주저앉았다. "후우, 살았다!" "이놈을 자네 수리센터로 데려가게. 새걸 주문할 때까지." "달링!" 헬렌이 말했다. "응? 그 널빤지는 내려놔요. 정말 간떨어질 뻔했군. 만약 로봇을 친다는게 나를 때렸으면 어쩔 뻔했어!" "내 목숨을 구해줬어요." 헬렌이 말했다. "그건 좀 과장인데." 에드는 시너와 닥이 움직이지 못하게 된 삽화담당 로봇을 굴려가는 것을 지켜보면서 말했다. "아니, 맞아요! 저 징그러운 로봇들! 난 질렸어요!" "뭐라고!" "미안해요, 당신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이고 당신의 일이 얼마나 위험한 건지 몰랐어요. 적어도 사무실에서 바람피울 걱정은 없는 셈이지만." "이봐, 이런 일이 매일 일어나는 건 아냐. 그렇지, 아더?" "매일은 아닙니다만." 아더가 대답했다. "저도 오늘 오후쯤엔 닥에게 배선을 고쳐달라고 하는 게 좋을까요?" "그러고 보니, 당신 목소리가 逞떡 " 헬렌은 미묘한 곳에서 말을 멈췄다. "에드의 연인이 기뻐하도록, 수리하기로 하죠." "아이고, 정말 혼났네!" 에드는 중얼거렸다. "여기서 나가지." 시너가 되돌아왔다. "라이어가 좀 뵙고 싶다는데요." "알았어. 자네들은 이 여자분을 내방으로 모셔드리게." 에드는 그들이 엘리베이터에 타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 라이어에게 갔다. "어떻습니까, 제 말이 맞다는 걸 인정하시겠어요?" 라이어가 입을 열자마자 말했다. "자네가 맞다니, 무슨 소린가?" "여자 다루는 법 말입니다. 시너가 돌아가면서 몽땅 얘기해줬죠. 다행히 당신은 제가 말씀드린 그대로 하셨더군요." "그래서?" 에드가 물었다. "먼저 당신은 아더를 시켜서 그녀를 괴롭히고." "그건 좀 과장이야. 이 내가." "그녀의 흥미를 끌기 위해 차갑게 대한 후, 그녀가 싫다는 것을 억지로 붙들어뒷죠. 이건 우주로 유괴하는 것과 거의 효과가 같았습니다." "나는 그저 설명하고 싶어서." "그렇죠. 그렇고 말고요. 그건 제 아이디어가 아니었나요? 그리고 끝까지 제충고대로 잘 하셨습니다. 즉 그녀를 무서운 신체적 위험에서 구출한 거죠." "이봐, 잠깐만." 에드는 항의했다. "그 소동끝에 그녀가 수그러든 거야. 그것 뿐이라니까." "바보같긴! 여자는 그런 데에 약하다구요. 벌써 제가 3회 연속해서 그런 얘기들을 활자화하고 있지 않습니까? 당신에게 결말을 가르쳐주는 걸 잊고 있었던게 좀 아쉽군요. 이제 곧 결말을 지을 때인데." "물어볼 게 있는데 " 라이어의 기능이 독단적인 성질을 띠긴 하지만, 문득 에드는 라이어의 몸속 어딘가에 고장이라도 난 게 아닐까 하는 오싹함을 느꼈다. 하지만 그는 그밖에도 할일이 있다. 그래서 그는 생각을 고쳐먹었다. "말하지 않아도 괜찮네. 라이어." 그는 단호히 말했다. "그거라면 자네들 로봇중 누구보다도 이 내가 잘 풀어나갈 수 있지. 대단한 건 아냐." 그는 발길을 돌리고, 결말을 짓기 위해 빠른 걸음으로 걸어나갔다. 지구 - 화성 자동판매기 -조지 O 스미스 화성인 물리학자 진탈은 동료들로부터 떨어져서 방을 가로질러, 화려하게 장식한 커다란 자동판매기로 다가갔다. 그리고 주머니에서 반작거리는 화성의 동전을 두 개 꺼내서 동전 투입구에 넣고 버튼을 눌렀다. 기다리고 있자니 자판기는 희미하게 찰카닥거리면서 사진기 셔터같은 소리를 냈다. 그리고 키보드 아래의 조그만 문에 불이 들어왔다. 별 생각 없이 문을 열고 자기가 산 물건에 손을 뻗은 진탈은 깜짝 놀라 정신이 들었다. 물론, 사려고 했던 물건이 손에 들어왔다면 그는 여전히 아무 생각도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녹색을 띤 커다란 손에 쥔 것은 사려고 했던 물건이 아니라 빨간색의 작은 원통이었다. 진탈은 화가 치밀어 투절거리다가 말했다. "Ve Komacil Weezro!" (이 표현은 고등 화성어로, 화성인 물리학자들에게 널리 쓰인다. 그러므로 이것을 올바른 지구 언어로 번역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러나 이 문장을 대강 해석하면- Ve - 인칭대명사 - 나 Komacil - 동사 직설법 과거형 - 당했다 Weezro - 타동사 - 속이다 "나는 속았다!":) 그러면서 진탈은 작은 원통형의 물건을 꺕贊 배출구에 던져넣고 문을 탁 닫았다. 그는 <러브 프루프 입술연지>가 대체 뭔지 짐작도 가지 않았다. 그 입술연지의 미용상의 가치에 대해 말하자면, 화성에서는 아무리 천박한 여자라도 보통은 건강한 녹색을 띠고 있는 피부를 붉게 칠하는 이상한 취미까지 갖고 있진 않다. 그런데 진탈은 그 원통에 씌어진 문자가 지금까지 본 어떤 것과도 전혀 닮지 않았다는 것을 알아차리기 전에 <반환>버튼을 눌러버렸다. 이제까지 그가 본 적이 있는 문자들 중에는 화성수학의 기호들. 물리학 방정식을 나타내는 표의 문자. 그리고 당연히 화성문자의 초서체나 인쇄체도 포함되어 있지만. 그는 작은 문에 손을 뻗었지만 이미 때가 늦어, 반환구에서 나온 것은 두 개의 은빛 r동전이었다. 진탈은 그것을 집어들었다. 그때 진탈이 알 수 있었던 것은 그것이 순도높은 은이거나 불순물이 섞이지 않은 이리듐. 아니면 뭔가 다른 은색의 금속같다는 것뿐이었다. 그러나 화성에서는 전혀 쓸 수 없는 돈이다. 더욱이 그 동전의 표면에 있는 글자가 자유의 조건, 신에 대한 신앙, 화폐주조년도 등을 나타내고 있다는 것조차 진탈은 몰랐다. 뒤집어봐도 역시 그 문자는 화성인에게는 아무런 의미도 없었다. 거기에 씌어있었던 것은 화폐를 주조한 나라의 이름, 가치의 표시, 그리고 어떤 단어-아무튼 그 단어의 의미를 알았다면 진탈은 아마 놀랐을 것이다. 화성의 물리학자인 진탈은 이 라는 말을 해독하기는 커녕 한 종류 이상의 문자가 존재하는 행성이 있을줄은, 적어도 이것을 읽기 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다. 진탈은 말을 안듣는 자판기를 걷어차고 기계의 옆구리를 투박한 초록색 주먹으로 탕탕 두드렸다. 그리고 씩씩거리며 상품 배출구에 손을 넣어 뒤적이고 있자니 직원 호출용 스위치가 눌러져서 쌀쌀맞고 사무적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돈을 넣지 않고 자동판매기에서 물건을 꺼내는 일은 삼가해주십시오." 진탈은 화성어로 욕지거리를 퍼붓고는 친구들에게로 돌아갔다. 자판기와 입씨름을 해봤자 소용없는 것은 화성에서도 마찬가지다. b 조니 에드워즈는 감탄하고 있는 청중들에게 일장연설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마음 한구석으로는 비서인 노머 해리스를 생각하고 있었다. 조니 에드워즈는 미스 해리스에게 시쳇말로 잔뜩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아주 열렬한 애정을 담아서. 그러나 인류에게는 아직 텔레파시 (정신감응)능력이 없기 때문에 그녀가 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는 몰랐다. 즉, 그녀의 마음에 달려있는 셈이다. 어두컴컴한 극장 안에서 서로 손을 잡는 즐거움이나 사이좋게 나누는 굿나잇 키스도 좋지만, 그것과 정식 결혼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그것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는 사실이며, 앞으로도 영원히 변하지 않을 것이다. g 조니 에드워즈는 일상적인 일을 하고 있을 때라거나 준비가 철저히 되어있는 일을 할 때는 언제나 그런 상상에 사로잡히곤 했다. 마침 그때도 그랬다. 에드워즈식 자동판매기는 그의 발명품으로, 그 기계에 대해서라면 구석구석 잘 알고 있다. 지금은 에드워즈식 자동판매기의 제조를 개시하는 데 앞서-말해두자면, 시험제작이 아닌, 진짜 대량생산이다.-그는 연습해둔 연설을 거침없이 토해내고 있었지만 머리의 반쯤은 일에, 나머지 반쯤은 미스 해리스와의 애정문제에 매달려있었다. 노머 해리스가 조니에게 얼굴을 찡그려보였다. 그 바람에 그는 할말을 놓치고 얼른 연설에 신경을 기울였다. 그는 조금도 동요하지 않고 실수에 대해 f사과했다. "에-그러니까, 이 아이디어가 분야로서는 전자공학이나 핵물리학에 비견된다는 것을 농담으로 설명하고 있었죠? 둘 모두 과거에도 또 현재에도 세계를 변화시키리라 기대되고 있습니다. 현대의 물리학자며 작가들은 위대한 작품이나 아이디어를 낳습니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는 전쟁(2차대전) 전에 비해 조금이라도 행성간 비행에 접근해 있을까요? 어떤 사람은 그렇다고, 어떤 사람은 아니라고 할겁니다. 우라늄의 핵분열에서 발생하는 에너지로 난방을 하는 집이 있습니까? 사실, 여러분, 어떤 사람이 커다란 위업을 이루고 있는 동안 그밖의 사람들은 거기에 비하면 사소하기 짝이 없는 일에 시달리면서 사회를 위해 일하고 K있답니다. 전구가 발명되었을 때 초기의 전기기술자는 세상이 이렇게 완전히 바뀌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을 겁니다." "그와 같은 경우가 이 에드워즈식 자동판매기에도 적용됩니다. 이 판매기는 슬롯 머신이라 불리면서 인기를 모을 겁니다. 스핀서리스코프(라듐의 알파선에 의한 형광판의 반사를 보는 확대경)의 원리를 싸구려 손목시계와 관련시켜 생각할줄 모르는 두뇌의 소유자나 유니주의자들은 이것과 과학의 관계를 비웃을 겁니다. 그럼, 이쯤에서 이 기계에 대한 설명을 드리도록 하죠. 에드워즈식 자동판매기에는 물체전송장치가 갖추어져있으며 이것에 의해 정부기관에서 행해지고 있는 복잡한 J수속이며 체신부며 개인 운송회사며 노동조합 따위가 일절 필요없어집니다. 에드워즈식 자동판매기는 참신한 아이디어의 결정체로서, 그에 따라 조작도 간편해질 수 있었습니다." "투입구에 동전을 넣고 당신이 원하는 상품의 이름이나 종류를 키보드로 입력합니다. 만약 금액이 틀리면 모니터에 바른 가격이 표시됩니다. 그 가격에 맞는 돈을 집어넣으면 오퍼레이터가 당신이 산 상품을 내어줍니다. 이처럼 실로 간단합니다 이 문 뒤에 있는 상품배출구에 맞는 크기의 물건이라면 어떤것이든 살 수 있고, 또 나옵니다! 물론, 키를 눌러도 즉시 입수하기가 힘든 물건이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은 인정합니다. 9 그러나 에드워즈식 자동판매기의 네트웍은 인간에게 가능한 범위라면 상품을 보내드릴 수가 있습니다. 박수가 터져나와서 그는 말을 멈췄다. 사무실 뒤쪽에서 손이 올라왔다. 에드워즈는 질문자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한 번 시범을 보여주셨으면 합니다." 에드워즈는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그렇지만 저를 난처하게 만들지는 마십시오. 장난을 하고 있는게 아니니까." "난처하게 할 생각은 없습니다." 질문자는 미소지으며 말했다. "뭐든지 좋으니까 보여주세요." 에드워즈는 상냥하게 미소지으며 경쾌하게 말했다. "해리스 양, 이리 와서 여기 계신 분들께 q판매기의 성능을 보여주시죠." 노머 해리스는 생긋 웃는다. 단추를 달아달라거나 양말을 기워달라고 부탁하더라도 역시 기분좋게 미소지을 작정이라는 것을 곧 조니가 알아차리기를 그녀는 빌었다. 기회가 닿으면 벽난로 청소도 해줘야지. 하지만 당분간은 애정을 담아서 그를 보좌해야 한다. 물론, 그런 기분을 알릴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 이런 일은 그다지 드물지 않다. 넌지시 알려줄 수단은 얼마든지 있지만, 이번 경우는 약간 가능성이 있는 한 예에 지나지 않는다. 따뜻하게 미소지으며 노머 해리스는 지갑에서 10넣었다. 그리고 키보드로 그녀에게 익숙한 어떤 물건의 이름을 입력시킨 다음 기다렸다. 생각해보면 꽤나 희한한 이름을 가진 (물건이다. <러브 프루프>란 분명히 느껴지는 사랑을 방해한다는 의미이고, 그 진짜 의미는-. 판매기가 딸그락 울려서 노머는 작은 문을 열고 안에 손을 넣었다. 그러나 재빨리 손를 빼더니 작은 비명을 질렀다. "어머나!" "아니, 왜 그러죠?" 조니 에드워즈가 물었다. 당혹스러운 듯 눈살을 찌푸리면서 그녀는 작은 꾸러미를 건네 주었다. 조니 에드워즈가 보기에 그것은 묘한 장식이 달린 꾸러미로, 셀로판지나 그라신지같은 물질로 싸여있었다. 그는 그게 뭔지 짐작도 가지 않았다. 만약 조니 에드워즈가 화성인이라면 그게 뭔지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조니 에드워즈도 필자도 그당시엔 화성일은 잊어버렸기 때문에 이 꾸러미의 정체는 여전히 태양계의 작은 수수께끼들중 하나로 남아있다. "그건 뭡니까?" 조니가 물었다. "모르겠어요." 그녀는 대답했다. "당신이 사려고 한 물건이 아닌가요?" "네." 에드워즈는 속으로 욕을 퍼부었다. 새로운 기기의 판매를 시작하는 순조로운 시범이 되어야 하는데. 자동차 쇼의 스테이지에서 자기 회사의 차가 오도가도 못하고 있어서, 다른 차는 엔진을 울리며 달려나가는데 뒤에서 열심히 밀 수밖에 없는 것처럼 한 처지에 빠져버렸다. ^ 마치 <다리 위의 호 시우스(로마의 시인)>의 7행 최후의 아리아를 너무 길게 늘인 (로엔그린 게르만족의 설화 <백조의 기사>의 주인공) 발코니에서 <다음 백조는 언제 나오지?>하고 말하면서 얼버무리는 것처럼, 조니 에드워즈도 이 재난을 얼마간 자기에게 유리하도록 이끌 수가 있었다. "안타깝군요." 그는 무거운 어조로 말했다. "분명히 상품 센터에 뭔가 이상이 있나봅니다. 자, 그럼-." 여기에서 한 번 웃는다. "200여년동안 인간은 슬롯 머신의 옆구리를 두들겨왔지만, 이 에드워즈식 자동판매기라면 무정한 기계의 위장에 돈을 빼앗길 염려는 없습니다. 잘못된 경우에는 어떻게 하는지 잘 봐주십시오. 이제 미스 :해리스가 다시 한 번 시범을 보여드리겠습니다. 이번에는 문제없이 성공할 겁니다." 그는 미스 해리스가 그 꾸러미를 다시 받아서 자판기에 집어넣자 말을 이었다. "솔직하게 말해서, 착오가 발생할 경우의 시범은 한 번 성공하고 나서 보여드리려고 했습니다. 실패도 계획에 포함시키다 보니 이런 결과가 된 겁니다만-됐습니까, 해리스 양?" 손에 든 동전을 짤랑거리면서 그녀는 밝게 끄덕였다. 그러나 그 순간 동전을 떨어뜨리고, 주으려고 발을 옮기다가 그대로 책상 밑으로 차넣어버렸다. "실수했군요." 그녀는 면목없다는듯이 말했다. 그리고 지갑에서 다시 동전 두 개를 꺼내어 $투입구에 집어넣고 상품명을 입력한 다음, 문을 열었다. 뺨을 발그레하게 물들인 노머 해리스는 조니 에드워즈에게 플라스틱으로 만든 작고 빨간 원통을 건넸다. "영원한 여성이여." 그는 연극조로 말했다. "여러분은 지금 이자리에서 미스 해리스가 화장하는 모습을 보시겠습니까, 아니면 이것이 러브 프루프 입술연지라는 제 말을 믿으시겠습니까?" 앞서의 실패에 아랑곳없이 에드워즈식 자동판매기가 대성공을 거둔 것은 분명했다. 몇 시간후 피로연이 열리고 나서 조니 에드워즈가 사무실로 돌아와보니 노머가 책상 밑을 막대기로 여기저기 더듬고 있었다. "무슨 일이오?" 노머는 동전 두 개를 들어보였다. "어디에 있었지?" "그 기계에서 나온 거예요." "그건 알겠지만-." 에드워즈는 그녀의 손바닥에서 동저을 집어들어 차근차근히 들여다보았다. "나는 뉴미즈-뮤니즈-." "뉴미즈매티스트 (mumismatist : 화폐학자)." 그녀가 말을 거들었다. "어느 쪽이건 내겐 상관없지만." 그는 무심히 말했다. "난 고대 동전에 관한 건 잘 몰라요, 노머. 하지만 지금 여기 있는 건 정말 희귀한 물건 같은데." 노머는 그의 얼굴을 보고 머뭇거리며 *말했다. "조니, 제 오빠는 고고 학자인데요." "알아요. 토니는 이것과 비슷한 놈을 당신한테 보여준 적이 있소?" "아뇨, 하지만 문자니 기호, 표의문자를 구별하는 방법은 가르쳐줬어요. 이 동전에 새겨져있는 인쇄, 아니면 조각은 그 꾸러미에 있었던 문자와 똑같아요!" "그래? 그렇지만-." 노머는 신경질적으로 킥킥 웃었다. "정체불명의 상품에 정체불명의 돈을 낸다. 경제적으로는 올바른 건가?" "그렇지만, 노머-." 노머는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어디서 누군가가-물론 일시적으로-여기에 있는 동전으로 러브 프루프를 하나 받았다가 다시 원래의 기계 속에 그걸 집어넣은 거에요. 마치 우리가 그 괴상한 꾸러미를 다시 집어넣은 것처럼 그리고 그대신 우리는 이 동전을 돌려받고, 어디의 누군가가 <1다임 (10센트 은화)>라는 글자를 보고 이건 대체 뭔지 생각에 잠겨있겠죠." "세상에!" 조니 에드워즈는 신음했다.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골치가 아파!" "*확실히." 진탈은 말했다. "이 동전은 은이 들어간 합금이군. 하지만 썩 가치있게 보이진 않아." (*-물론 진탈은 <확실히>라고는 말하지 않았고, 음성학적으로도 그외 비슷한 말을 한 것도 아니다. 그러므로 일반인들이 S이번에 새로 편찬된 <영어-화성어 대조사전>에 정통하게 될 때까지 화성어를 문자에 얽매이지 않고 가능한한 비슷한 뜻을 갖는 영어로 번역하기로 하겠다. 이런 일은 의미 전달에 지장이 없을 경우에만 행해야 하리라. 그것도 (가능한한 비슷한 예를 들면) 예컨데 프랑스인이 야구시합을 보다가 벌떡 일어나서 하고 외쳤을 경우 원래는 <심판을 죽여버려!>라는 의미인데, 거꾸로 파리에서 야구시합을 보고 있던 미국인이 <스코어 키퍼(점수 기록원)을 죽여라!>하고 외쳤을 경우, 그는 즉 <심판을 죽여버려!>하고 외치는 셈이다.) "우리가 쓰는 동전이라면 뭐든지 녹일 수 있다네." 야금학자인 버한이 대답했다. "그리고 그 금속을, 그게 화폐였을 때의 반값으로 팔 수도 있지." "맞아." 진탈이 동의했다. "그러나-." "그러나, 어떻다는 건가?" 버한이 싱글싱글 웃었다. "문제는 돈인가, 아니면 원린가?" 진탈은 낮게 중얼거렸다. "보통의 경우라면 동전을 위해 원리문제를 회피하겠지만, <원리가 우선이다>라고 말하고 싶으니 좀 묘하군. 이봐, 버한. 이 동전의 출처를 알 수만 있다면 나는 둘다 녹여도 괜찮아." "아마 그만한 가치는 있겠지." 버한은 미소지었다. "진탈, 분명히 이건 어딘가 화성 밖의 문명세계에서 온 물건일세." "그렇지만, 어디서? 나는-." "자네는 그 동전의 출처가 화성 이외의 어딘가라는 걸 의심하지 않겠지?" "당연하지." 진탈은 허탈한듯이 말했다. "부정하려고 해도 너무나 구체적인 증거가 있으니까. 하지만, 어딜까?" "나는 이 태양계 안의 행성에 대해 잘 모르지만-." 버한은 잘라 말했다. 진탈은 느닷없이 내뱉었다. "<이> 태양계라고?" 그는 껄껄 웃었다. "버한, 천문학 초등과정이라도 배우지 그래. 외행성(태양계에서 $기준행성(여기서는 화성)의 궤도를 도는 행성들)도 마찬가질세. 가장 가까운 별은 표면의 5분의 4가 물이고, 그다음으로 가까운 별은 구름에 완전히 싸여있다네. 그런 물바다에서 어떻게 생물이 생겨나겠나?" "그 가장 가까운 별이라는 게 있잖나." 버한은 틈을 보아 말했다. "공기가 없어." 진탈은 대답했다. "그것뿐이 아니지. 기온이 적당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생각되는 지역은 조금밖에 없다네. 외행성의 위성들중 단 둘만이 그럭저럭 괜찮지만, 이 위성의 대기를 보면 공기가 없거나, 있어도 메탄을 다량 함유하고 있다고 일반적으로 알려지고 있지. 가장 가까운 그 행성이 개중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되네만 그곳의 공기는 보통 상대습도가 약 60퍼센트라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야. 갖고 싶다면 자네에게 주겠네, 버한." "자네의 의붓어머니한테라도 드리라구." 버한이 코웃음치며 되받았다. "난 됐으니까." 그는 진탄에게 찌르는듯한 시선을 던졌다. "그러고도 자네가 물리학자인가? 아무 것도 자라지 않는 별 얘기만 하지 말고 생존 가능성이 있는 장소를 좀 생가해보면 어떨까?" 진탈은 창문으로 암흑에 뒤덮인 하늘을 바라보며 긴 팔을 휘둘렀다. "저쪽에는 살기 좋을만큼 건조한 행성이 +몇 개 있는 게 틀림없네. 나는-." "중간자의 에너지 레벨 전파속도가 얼마나 되지?" 진탈은 골치아프다는 듯이 웅얼거렸다. "중력의 전파속도는 얼마나 되지? 이 별을 떠나 중력차가 생길 정도로 멀리까지 갈 수 있게 될 때까지 이 문제는 진전이 없어. 현재까지는 <조정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리라>고 할뿐이었지만 그것도 해봤지. 이젠-." 진탈은 어깨를 추스렸다. "그럼, 그것에 대해 우리는 뭘 해야 되나? 팔짱을 낀채 노이로제에나 걸리라는 건가?" 진탈은 어린애처럼 웃었다. "나는 어떤 자판기를 사용할 허가를 막 받았다네. 그게 같은 실수를 되풀이 하는 $일이 일어날 때까지 물건을 계속 사보려고 해." 버한은 감탄과 허탈함이 교차한 시선으로 자판기를 바라보았다. "이거라면 벌서 50년이나 사용해왔지만, 이번같은 일이 일어난 건 처음이잖나. 자네도 어물어물하다가는 그, 트럼프를 섞다보면 원래 놓여있던 순서로 돌아간다는 내기에 이기려고 일생을 낭비한 사나이처럼 될걸." 진탈은 끄덕였다. "좀더 나은 대답을 할 수는 없나?" 그가 따지고 들자 버한은 고개를 저었다. "못하겠네. 바보같은 짓이야!" 진탈은 미소지었다. "아무튼 이게 그 신기한 동전을 내놓은 자판길세. 이 기계를 통해 나느 살 수 3있는만큼의 물건을 전부 사볼 생각이야. 혹시나 했던 일이 진짜 일어날 수도 있으니까. 그러다 보면 언젠간 같은 일이 일어나겠지." 버한은 소리내어 웃었다. "그럼, 자네가 그러고 있는 동안 나는 마른풀 속에서 바늘을 찾아오겠네." 진탈은 자기 책상을 향해 돌아서서 투명한 금속으로 된 둥글고 기다란 막대기를 버한에게 건넸다. "이걸로 찾으면 돼." 버한은 헛웃음을 웃었다. 그 막대기는 강력한 영구자석이었다. 그는 자석을 진탈에게 던져주고 예의 기계로 다가갓다. 그리고 주머니에서 동전을 두 개 꺼내어 기계에 집어넣고 상품명을 키보드로 입력했다. 언제나처럼 i부웅 하는 소리가 나고, 이윽고 통화구에서 딱딱하고 거만한 목소리가 말했다. "위조화폐를 사용하는 행위는 삼가해 주십시오." 진탈은 상품 배출구의 문을 난폭하게 열고 기계에게 화성어로 욕지거리를 해댔다. 그것은 머리끝까니 물이 차오르는 지옥에 빠져버리라는 문구였다. 진탈의 화성인다운 유연한 초록색 손 밑에 뭔가 끊는듯이 뜨거운 혼합물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저 뜨겁기만 한 게 아니라 그것은 뭔가를 물에 녹인, 속이 메식거리는 고약한 혼합물이었다! "이 빌어먹을 물건은 대체 뭐야?" 그렇게 말한 그는 액체가 든 용기를 책상 위에 놓고, 독성을 띠고 있다고밖에는 생각할 수 없는 증기가 퍼지는 것을 막기 B위해 종모양의 유리덮개를 재빨리 씌웠다. 조니 에드워즈는 턱이 떨어질 정도로 크게 하품을 했다. 노머 해리스도 따라서 하품을 하고, 이제 그만두자고 그에게 말했다. "당신하고 있는 게 따분해서가 아니오." 그는 만약을 위해 말해두었다. "아무튼 시간이 시간이니까." 그녀는 졸린듯이 끄덕였다. "꼬박 하룻밤을 이러고 있으니까요. 그런데도 지금까지 모은 건 거의 흥미없는 것뿐이예요. 하지만 이 산더미처럼 쌓인 물건은 확실히 볼만하군요. 쓸모없는 것은 하나도 없어요. 담배, 막대사탕, 입술연지, 씹는 담배, 진, 모기약, 비누, 연필, 필름, 우표, 잉크-." "마치 잡화점 같군." 그는 싱글벙글 웃었다. "그래도 그 이상한 동전은 전혀 나오지 않았어요." 그녀는 졸린듯이 말을 맺었다. "내가 이 회사의 소유주인 게 다행이오. 그렇지 않으면 13명의 가족이 700년이 걸려도 다 쓰지 못할 정도의 물건들에 둘러싸여 움직이지도 못할 지경이 될테니. 아침이 되면 반환해서 돈을 돌려받기로 합시다." "이제 거의 다 썼죠?" 노머가 물었다. "이제 두세 개 남았소." 조니는 말을 이었다. "그러면 오늘밤은 그만둡시다. 커피 한 잔 어때요, 노머?" "블랙으로요." 그녀는 덧붙여 말했다. "아주 쓴 걸로 부탁해요!" 조니가 키를 두드리고 2,3초도 지나지않아서, 지금 막 들어왔으니 문을 열어 꺼내주십사고 자판기가 말했다. 조니는 놀라서 숨을 들이마셨다. "이런 커피도 다 있나?" 그는 작은 금속 막대기를 들고 불빛에 비추어보며 말했다. "뭐예요?" 노머는 졸음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모르겠소." 노머는 눈을 번쩍 떴다. "요전과는 좀 달라요." 조니는 끄덕이고, 동전을 차례차례 기계에 넣었다. 기계는 맹렬한 기세로 철컥철컥거리다가 300개의 담배를 糠뻘湊怒嗤 그는 반환 버튼을 누르고 담배를 도로 집어넣었다. 그러자 반환구에 그 이상한 동전이 두 개 굴러나왔다. "자, 나왔다!" "편지를 보낼까요?" 노머가 제안했다. "어디 말로?" 조니가 물었다. "태양계 그림을 보내면 돼요." "<어느>태양계 말이오?" "이 태양계죠." "그걸 누가 알아볼까?" 그는 기계에 동전을 계속 집어넣으며 말했다. 운이 따르다 안 따르다 해서 처음 반시간은 상당히 확률이 나빴지만, 그럭저럭 세 번은 맞았고, 그가 얻은 Z수확은 연한 재질로 감싸인 질좋은 연필 한 자루, 딱딱하게 마른 주사위모양의 물건이 하나, 그것도 정확하게 6면체를 이루는 것이 아니고 주사위처럼 누이 달린 것도 아니며, 굴려지지도 않는다. (그러기는 커녕 부서져버렸다) 그리고 작은 돌림마개가 한쪽 끝에 달린 경금속으로 된 대롱. 조니는 시험삼아 마개를 열어보았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사무실의 공기를 바꿀 동안-노머도 조니도 사무실을 나가서 길 건너편으로 커피를 마시러 갔다. 두 사람은 그러는 김에 동전도 잔뜩 바꾸어왔다. 이윽고 밤이 지나가고 아침이 됨에 따라 조니 에드워즈는 일정한 시간적 간격을 두고 동전을 넣게 되었다. 그리고 처음 한 W시간동안 얻은 물건은 장방형의 트럼프 카드 한 상자. 이것은 누군가가 초우주적인 포커나 피너클, 아니면 브리지 게임을 한다는 것을 나타내고 있었다. 그리고 종이조각에 싸인 바늘 한 쌈. 겉의 글씨를 제외하면 극히 지구적인 물건이다. 그리고 끈적끈적하고 진한 혼합물이 든 병이 하나. 조니는 그것을 실수로 바닥에 떨어뜨려버렸다. 유리가 깨져서 그 혼합물이 카펫에 스며들었다. 나중에 조니 에드워즈는 카펫을 위해 박제사를 불러야 했다.-누군지는 모르지만 지독스럽게 강력한 접착제를 만들어냈군. 그리고 타이밍이 더욱 규칙적으로 되었을 무렵, 두 사람은 보통 종이로 된 책을 받았다. 예의 복잡한 문자가 堧關竪퓸樗聆만 표지에는 현란한 색채로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에드워즈는 말했다. "우리가 교신하고 있는 건 이녀석이겠지?" 노머는 웃으며 조니가 애독하는 잡지한 권을 집었다. "그럼, 우리는 이런 모양을 하고 있는 거예요?" 그녀는 장난스레 물었다. 책 다음에는 그림엽서가 나왔다. 지구상의 것은 아닌 풍경이 두세 장 그려져있었는데, 글씨는 인쇄되어있지 않았다-건물이며 가느다란 강 위에 걸린 작은 다리. 숲의 풍경에는 극히 평범한 나무들이 자라고 있다. 계속해서 나온 것은 W플라스틱제의 실을 공에 감은 것, 표의 문자의 리스트 이외에는 아무 것도 씌어있지 않은, 하드커버 책, 말린 자두같이 생긴 시들시들한 과일, 씨앗 부스러기, 용도는 잘 모르겠지만 화장품의 일종이라고 생각되는 용기에 든 크림-그러나 이것은 잠깐 사이에 조니의 포켓 나이프에 달라붙은 걸 보니, 땜납으로 사용하는 게 차라리 나을지도 모른다. 물건의 산은 확률이 높아짐에 따라 점점 수북이 쌓였다. 그러다가 완전히 끊어졌다. 이윽고 새벽이 찾아왔지만 아무런 기미도 없었다. 연결이 갑자기 딱 끊기고 이제 이상한 물건은 나오지 않았다. "나는 이제 포기요." 조니가 말했다. "집까지 바래다주겠소, 노머." "바래다주다니, 무슨 소리예요?" 그녀는 지친듯이 하품을 하고 말했다. "저는 부인용 휴게실의 침대겸용 소파에서 잘 거예요." "그렇지만, 당신의 부모님들이 어떻게 생각하시겠소?" 그는 반대했다. "사실을 말해야죠." "사실?" 그는 사용법을 알 길이 없는 정체불명의 물건들이 쌓인 책상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이런 것을 당신의 부모님들이 어떻게 믿으시겠소?" "알아요." 그녀는 천연덕스럽게 말했다. 그녀는 방을 나갔다. 그리고 잠시 지나서 -간신히 조니 에드워즈는, 노머가 결백한 채 강제로 결혼하게 되어도 상관없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진탈은 신기한 듯이 담배를 집어들었다. "이건 먹는 걸까, 가축에게 먹이는 걸까, 아니면 그릇에 담아서 태우는 걸까?" "독일지도 모르겠군." "틀림없어." 진탈은 궐련을 예의 종모양을 한 유리덮개 밑에 넣었다. 그는 트럼프를 익숙한 손놀림으로 팔락거렸다. 사전은 주의깊게 한 쪽으로 치웠다. 잉크는 다른 유리덮개 아래에 놓았다. 그의 말을 빌면 그것이 잡동사니 중에서 가장 괜찮은 냄새를 풍기고 있었다. 상자에 든 캔디는 펑퍼짐한 코에 견딜 수 u없다는 듯한 깊은 주름이 지게 한 다음 난로 속으로 던져졌다. 그는 버한에게서 작은 대롱을 받아들어 마개를 돌려서 열고 숨을 깊이 들이 마셨다. 진탈의 얼굴에서 혐오스런 표정이 서서히 사라지고 만족스러운 한숨이 새어나왔다. 그는 버론사(社) 제품인 최고급 러브 프루프 입술연지로 울퉁불퉁한 판지에 화성문자를 몇 개인가 쓰고 나서, 그 편리하고 부드러운 크레용을 나중에 쓰기 위해 집어넣었다. 그림엽서 세트는 금방 눈길을 끌었지만, 그는 고개를 저었다. 연한 오렌지색을 띤 꽤 큰 도시라는 것밖에는 아무 것도 알 수 없었다. 또 몇십만이나 되는 미생물들이 광대한 수역에서 헤엄치고 있는 광경을 보고 처음에는 소름이 끼쳤고, 다음에는 ]욕설을 퍼부었다. 확대경을 통해서도 모습이 확실히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애틀란틱 시티의 그림엽서는 난로 속으로 들어갔다. 그는 미국에서 가장 육감적인 여자 한 사람이 실려있는 잡지의 표지를 보며 지적인 만족감을 느꼈다. 보통 남자들이라면 당연히 휘파람을 불겠지만. 얼마쯤 그렇게 하고 있는 동안 진탈은 겨우 타이밍을 완전히 일치시킬 수가 있게 되었다. 그리고 그들은 물건의 목록을 만들기 시작했다. 이쯤에서 진탈이 화성의 이름높은 물리학자라는 사실을 생각해주기 바란다. 그러므로 그는 교신의 출처에 관해 어림짐작을 하는 것만은 조니 에드워즈보다 익숙해있었다. 그를 망설이게 한 유일한 요소는 j지구처럼 습도가 높은 천체에 지적 능력이 있는 생물이 생겨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뿌리깊은 믿음이었다. 그렇지만 그 행성에 있는 생물이 화성인만큼 물을 싫어하지는 않는다는 것 또한 분명한 사실이었다. 화성인은 물이 없어도 살아갈 수 있다. 날마다 필요한만큼의 수분은 접촉에 의해 흡수하고 증발에 의해 체외로 내보내는 것이다. 화성인으로서, 습도면으로 정반대의 훈련을 쌓아왔음에도 불구하고 진탈은 생각을 고쳐먹기로 했다. 이윽고 이런 평범한 물건을 교화하는 것에도 지쳐서-특히 진탈이 받은 것은 어느 것이나 다른 행성에서는 쓸데 없는 것이었고, 지구에서도 상황은 마찬가지일 것이라는 데에 생각이 미쳐-진탈은 전혀 L다른 미지의 행성과 교신을 할 경우 어떤 물건이 도움이 될 것인가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는 화판 앞에 걸터앉아 오리온 성좌의 스케치를 시작했다. 만일 상대방 종족이 은하계 안의 이 지역에 있다면 오리온자리를 알 것이다. 원래는 성좌도(星座圖)를 보내려고 했지만 그에게는 없었고, 판매대리점에서도 현재 갖고 있지 않다고 해서 그는 투덜투덜 불평을 늘어놓았다. 하지만 손으로 그려서라도. 만약 오리온자리를 상대방이 안다면 다음에는 눈에 띄게 특징적인 시리우스와 켄타우르스의 배치도를 보낼 것이다. 이 은하계 안에 상대방의 행성이 있다는 데에 희망을 걸고. 시험삼아 태양과 태양계도 그려넣어야겠다. 아무리 그 외계인이 태양계 출신이 아니더라도 아마 그들의 천문학은 태양을 알아볼 수 있을 정도는 진보해있을 것이다. 그는-. 문이 갑자기 열리고, 화성의 경관 몇명이 들이닥쳤다. "물리학자 진탈, 대금을 물지 않고 상품을 손에 넣으려 한 혐의로 당신을 체포한다. 자판기에 위조화폐를 넣은 사실을 인정하는가?" "나는-우린-." "따라와." 맨 앞에 선 경관이 분연히 말하고, 동료에게 속삭였다. "자판기를 속이려고 하다니, 별 이상한 놈이 다 있군 그래." 진탈은 경관의 손을 뿌리치고 종모양의 �f ㅀ낮 손을 뻗쳤다. 그리고 그 곳에서 향수 스프레이를 꺼내서 경관들에게 쏘았다. 그들이 구역질을 하며 뒤집힌 위장을 미친듯이 긁어대는 동안 진탈은 자기의 자동판매기를 부둥켜안고 그자리에서 달아났다. 그가 향수 스프레이를 떨어뜨리는 바람에 <뉘 드 노엘>의 향기가 화성의 희박한 공기로 일찌기 없었던 지독한 악취를 가득 채웠다. 노머 해리스가 신나게 방으로 들어오자 조니는 허둥지둥 뭔가를 하고 있었다. 완전히 지친 얼굴을 하고 있어서 노머는 그가 한숨도 자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뭘-." 그녀는 멈춰서서 그가 지금까지 만지작거리고 다니던 것을 가리켰다. 그녀가 눈치챘다는 것을 깨닫고 조니는 끄덕였다. "안돼요, 조니!" "하지만 누군가 가야 해." 그는 내뱉듯이 말했다. "가면 안돼요." 그녀는 달려들어 끌어안았다. "가지 말아요." "괜찮아요. 그럼 누가 가겠소?" "그렇지만-난-." "난 위험을 무릅쓰진 않아요. 먼저 공기를 한통 보내겠소. 그리고 저쪽에서 안전을 확보하는데에 필요한 것들은 보낼 거요. 다음엔 나 자신을. 일단 저쪽에 닿으면 우리는 저쪽의 기계를 손봐서 이 彫寧逃릴맛 교신이 확실하게 되도록 조정할 거요." 두 사람의 뒤에 있는 기계가 웅웅거려서 조니는 뒤돌아보았다. "일정한 간격을 두고 5센트짜리 동전을 자판기에 넣는 장치를 만들었지." 그는 설명했다. "저쪽과 다시 한번 이어질 때까지 지구제 연필이 굴러나올 거요. 저쪽에서도 하나 손에 넣은 것 같지만." 그러나 기계에서 나온 것은 둘둘 말아놓은 줄자와 아주 큰 속이 빈 병 한개였다. "공기야." 그는 그것을 보면서 말했다. "그인지 그녀인지, 아니면 뭔지가 여기로 오려 하고 있나봐요!" 에드워즈는 끄덕였다. "그 공기를 분석해주지 않겠소? 나는 여기 있는 다른 장치를 완성할 테니까." "어떻게 분석하죠?" 노머는 우는 소리를 했다. 그는 10달러짜리 지폐를 건네주었다. "카나리아를 사와요." 그는 빙그레 웃었다. "모자 장식이 아니라, 진짜 새로!" 일정한 간격을 주고 바늘이 4개 달린 크로노미터(외계인 영향을 받지 않는 정확한 시계)가 나왔다. 문자반에는 어떤 눈금이 뚜렷이 새겨져있다. 다음에는 다리가 6개 달린 작은 동물이 나왔다. 그것은 불안하듯이 공기를 킁킁거리며 냄새맡았지만 불쾌한 기색은 보이진 않았다. 이것으로 조니 에드워즈는 결심을 굳혔다. 아마 그는 호기심으로 인해 신세를 망치게 되겠지만 어떻게 하든지 결과는 마찬가지일지 모른다. 그래서-그는 레버를 밀었다 그는 캐비넷에서 나왔다. 그리고 극도로 건조한 공기를 마시고 재채기를 했다. 진탈은 놀라서 눈을 껌벅였다. 그리고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내가 그쪽으로 가려고 했는데." "대체 여긴 어디요?" 에드워즈가 물었다. "내가 위조화폐를 사용했다고 해서 경찰이 쫑고 있소." 진탈은 하소연을 했다. "당신네 세계에서는 이런 게 어떤 가치가 있습니까?" "여기서는 태양이 조금 작아보이는군. 여기는 화성이오? 아니면 저게 전혀 다른 태양인가?" "당신한테서 그런 냄새가 나는 건 아마도 축축한 피부 때문일 거요." 진탈은 코를 킁킁거리며 말했다. "당신을 보면 경찰도 이해해주겠지- 그리고 그 냄새를 맡으면. 후웃!" "당신은 두가지 색을 가진 괴물이구만." 조니는 붙임성있게 말했다. "이쯤해서 서로 말을 배워야 겠군요. 나는 조니. 나는 좋은 사람!" 기계가 찰칵거리더니 노머가 나왔다. 그녀는 조니를 흉내내어 말했다. "나는 노머. 조니, 저 아저씨한테 설명해줘요!" "놀랍군." 그는 노머에게 빙그레 웃었다. "그건 뭐요?" "신문이예요." 그녀는 생긋 웃었다. "읽고 싶어할 것같아서 가져왔어요. 화이트 선즈 연구소에서는 앞으로 15년 이내에 다른 천체에 도달하려는 어떤 계획도 성공할 전망이 없다고 하는군요." 영광스런 자동판매기에서 행성간 여행까지를 단번에 이룰 수는 없었지만, 아무튼 이것이 모든 것의 시작이었다. 로켓으로 달을 향해 출발하기에는 지구에서 보다도 화성에서가 간단했다. 화성-달 사이의 1호 로켓은 영광스런 자동판매기 1대만이 실려있었다. 이윽고 달에 건설된 기지에서 금성으로 향하는 것은 쉬워졌다. 그리고 비교적 단기간 동안에 생각할 수 있는 모든 행성과 위성에 슬롯 머신을 설치할 수 있게 되고 로켓 건조기술은 다시 불꽃을 튀기게 되었다. 그리고-마무리를 짓기 위해 덧붙이면- 예의 화성경찰이 찾아와서 조니들을 보자 커다란 초록색 눈으로 펑퍼짐한 코를 쥐고 뒷걸음질을 치다가 충분히 납득해주었다. 그리고 모험여행에 나서려고 한 물리학자를 데리고 돌아갈 목적으로 거기에 온 경관은 한술 더떠서, 지구에서 온 두사람을 번슬라즈*시켜 주었다. (*:이 단어의 정의는 그다지 명확하지 않다. 이 정의에 관해서는 화성인끼리에서조차 의견차가 나타난다. 화성인 여성은 이곳을 바람직한 상태라고 꽮構? 한편 화성인 남성은 이것을 오직 일방적으로 그들의 자유를 너무 구속하는 것이라고 하고 있다-원주) SF 카니발 -정태원(엮) 추리소설 서비스권자: 서운관 저작권자 : 1994, 정태원(엮) 을 잇지 못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