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 례 ----- 1.귀뚜라미 2.요술상자 3.그 것 4.루시가 있으니까 5.그 이름은 악마 6.먼지투성이인 제브라 7.트렁크 속의 여자 8.심판의 정원 9.해리 10.레 베카 폴슨의 계시 11.빛나는 미래 1782 1.귀뚜라미 당신의 성격이 내성적이고 고독하다면, 이 내용에 나오는 소녀 스린처럼 요술 상자가 있었으면 하는 바램도 들 것이다. 이 공상벽이 심한 소녀가 마음속에 품은 것은 무엇이든 원하는대로 이루워지는 작은 상자, <요술 상자>의 비밀은 무엇인가? 작가 제나 핸다슨 (1917-)은 아메리카 아리조나 주에서 태어나, 학교 선생님에서 S.F 작가가 되었다. 아메리카의 어떤 산속에 살고있는 인간과 꼭 닮은 외계인의 신기한 생활을 그린 <삐-뿔> 시리즈로 유명하다. 소녀의 마음이 만들어 낸 기묘한 상자에 얽힌 환상미 풍부한 이 작품은 그녀의 9대표작으로서 단편집 표제로도 나와있다. 1956년 10월호 <환타지 -& S.F>지에 게제 되었던 글이다. 내가 특별히 스린에게 주목하게 된 것은 새 학기가 시작된지 이 주일 정도가 지났을 때로 기억 된다. 물론, 그보다 훨씬 전에 명부에서 그녀의 이름을 보았다. 대개의 교사가 학기 초에 자기가 맡은 모든 아동에 관해서 조사하듯이, 그녀의 성숙도, 능력, 예상되는 성적등을 기계적으로 조사해 본 것은 말할 나위도 없다. 스린의 발육, 능력, 그 어느 쪽도 문제가 없었으며 성적도 걱정하지 않아도 될 수준이었다. 그때 나는 -'다소 너무 조용한 편임'이라는 대수롭지 않은 염려는 일단 돿♥諍慣綏 하고- 신학기에 항상 따르는 혼란과 번잡함이 어느정도 수습될 때까지 그녀의 일은 문제가 없는 다른 아이들과 같이 기억속에 남겨두기로 했다. 내가 그녀의 습관을 알아차린 날의 일은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 나는 크레용을 잡은 작은 달아오른 손을 이끌고 혼내야할 범위에서 색깔이 비어져 나오지 않도록 지도하는 번거로운 일에서 벗어나 의자에 앉아 쉬고 있었다. 교실 안에는 대범하며 유쾌한 분위기가 넘쳐 흐르고 아이들은 도화지 뿐만 아니라 각자의 기억에도 '블루'를 칠하고 있다는 사실도 알지 못한 채, 열심히 손을 움직이고 있었다. 학급의 서른 다섯명 중에서 그들 나름대로 각양각색의 개성있는 녀석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도대체 어떤 순서에 띆피漫 인지, 그것에 대해서 멍하니 생각에 빠져 있을 때였다. 그때 나는 처음으로 스린에게 주목 - 진정으로 주목 - 했던 것이다. 그녀는 이미 그림을 다 색칠하고 - 언제나 다른 아이들 보다 상당히 빠르다 - 지금은 정면을 향해 의자에 앉아있다. 책상에 올려 놓은 양 손의 엄지 손가락을 서로 가볍게 스치게 하며 다른 네 손가락들은 무언가를 감싸고 있는 듯이 크게 둥굴리고 있다 그 무언가는, 양 손끝이 엉뚱하리 만큼 크게, 손이 거의 직각으로 구부러질 정도로 사각진 것이다. 그것은 무언가 재미있고 귀중한 물건이었다. 그녀의 부드럽게 쥐고 있는 모습이 그것을 나타내주고 있다. 그녀는 간신히 앞쪽으로 몸을 웅크리고 갈빗대 아래 부분을 책상 끝에 밀착시키어 댛舅恍 마음을 사로 잡힌듯 손 사이의 책상을 쳐다보고 있었다. 얼굴 표정은 온화하고 행복해 보였다. 입가에는 부드러운 미소를 띄고 있었으며, 내가 주시하고 있는 사이에 그녀는 내려져 있던 속 눈섭을 치켜올리며 즐거움을 서로 나누어 가지는 동료의 훈훈함이 넘치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 보았다. 그런 다음, 그녀의 눈이 깜짝거리며 보이지 않는 장막이 눈 속에 내려졌다. 그녀는 손을 재빠르게 책상속으로 움츠려 감추었다가 다시 꺼내었다. 그녀는 엄지 손가락과 검지 손가락을 대고 천천히 비벼댔다. 그런다음, 양손을 책상위에 포개며 어린 아이에게만 가능한, 완전히 거절과 무시하는 태도로 물끄러미 그 손을 바라보았다. 그 사건은 나의 호기심을 불러 일으켰고 날 이후 나는 몰래 스린을 주목하게 되었다. 매우 소극적으로 행동하므로, 거의 나의 주의를 끌지 않을 정도이지만, 아무리 재미있는 유희장을 주어도 그녀는 서둘러 그 일을 끝 마치고는 조용히 손을 쳐다보는 일에 다시 빠져들기 시작하는 것이다. 하루는 쉬는 시간에 뷔디가 그녀를 밀쳐 넘어뜨려 상처를 입힌 일이 있었다. 그녀의 무릎에서 발목에 걸쳐 피가 흐르고 있었을 때도 그녀는 붕대를 감은 다리에다가 눈물로 범벅이 된 얼굴을 금새 이 - 이런 표현을 써도 괠찮다면 - 몇 분후에는 밝은 얼굴에 눈물이 마른 눈으로 나타나는 것이었다. 나는 뷔디가 그녀를 밀쳐 넘어뜨린 것은 그녀의 '보는' 버릇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 일이 있기 전날, 그가 얼굴을 불그락거리며 나를 찾아 왔었기 때문이다. "선생님!" 그는 고자질을 하였다. "그애, 자꾸 쳐다봐요." "누가 쳐다본다는 거니?" 그때 나는 마침 손에든 단어집을 조사하며, 언제나 아이들을 혼란에 빠지게 하는 그 WH로 시작하는 단어 하나, Where을 도대체 어디서 탈락시킨건지 몰라 고개를 갸웃둥 거리고 있다가 뷔디를 보며 대답했다. "스린이요. 그 앤 '보고'만 있었요. '보고'만요." "너를 말이니?" 나는 되물었다. "음......" 그는 검지 손가락으로 코 밑을 문지르며 코 밑에 때자욱을 지저분하게 남기며 내가 逵풍 준 티슈를 받아서는 주머니 속에 넣었다. "선셍님, 그 앤요 책상만 보고 거짓말을 해요. 보인대요......" "뭐가 보인다는 거지?" 나는 호기심에 차서 뷔디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뭐든지요. " 뷔디는 말했다. "그건 그 애의 '요술상자'에요. 뭐든, 보고 싶으면 보인대요." "스린이 '보는' 것이 너의 비위에 거슬리니?" "그런건 아니지만......" 그는 머뭇머뭇 거렸다. 그리고 나선, 숨도 쉬지 않고 지껄여 댔다. "제가 개에게 물리는 것을 봤대요. 제가 스린의 연필을 주웠기 때문에......" 그에게 용어상의 혼란이 오기 시작했다. "제가 스린의 연필을 훔쳤다고 의심하고 있어요. 저는 단지 바닥에 떨어진 것을 주웠을 뿐인데." 시선이 바닥으로 떨구어졌다. "바로 돌려 줄거에요." "그렇게 하는 것이 낫겠다." 나는 입가에 자상하게 미소를 띄어 보였다. "만약, 스린이 널 쳐다보는 것이 싫다면 앞으론 그런 일은 하지않는것이 나을 것 같구나." "쳇, 바보같은 계집애." 그는 그렇게 중얼거리고는 발소리를 거칠게 내며 돌아서 가고있었다. 그래서 뷔디는 디음날 아침, 개에게 물려 놀라게 된 a일을 보복이라도 하듯이 그녀를 밀어 넘어지게 한 것 같았다. 그 일이 있은 후, 나는 태연하게 교실 뒷자리에 앉아 있는 스린의 곁으로 슬그머니 다가가 보았다. 그러나, 내가 자신의 곁으로 다가온 것을 봤는지 아니면, 낌새를 차렸는지 어느덧 스린의 손이 재빠르게 움직여서 증거를 없애버리고 마는 것이었다. 딱 한번 스린의 손 안에서 무엇인가 보인 것 같았으나 그 때에는 그녀의 손가락이 햇빛 속에서 빛나고 있었으므로 단순한 햐빛의 장난에 지나지 않았을 것이다. 어린아이란 아무런 이유없이는 결코 껍질속에 틀어 박히거나 하지 않는다. 스린이 뚜렷하게 자폐증적인 성격을 나타내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나는 꽲보걋 걱정하기 시작했다. 스린이 운동장에서 어떤행동을 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슬그머니 그녀를 관찰해 보기도 했다. 그 결과는 한 층더 나를 혼란에 빠트리게 할 뿐이었다. 스린에게는 규칙적인 행동이 한가지 있었다. 쉬는 시간이 되어 어린아이들이 운동장으로 우르르 몰려서 뛰어 나갈 때 스린도 그 무리에 끼어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환성을 지르며 운동장을 뛰어다니며 친구와 함께 장난을 치는 스린의 모습에는 어디에도 자폐증적 성격은 찾아 낼 수가 없었다. 그러나, 스린은 십분만 지나면 어김없이 머리카락은 흐트러지고, 발갛게 달아오른 얼굴에 흙투성이가 되어 한쪽 구두끈을 질질 끌며 친구들 틈에서 빠져 나온다. 스린은 머리를 빗고 몸단장을 바로 2533 뮥嚼± 원래의 깔끔한 복장으로 만드는 것이었다. 그리고나서, 교사 입구를 장식하고 있는 유사 코린트식 원주 밑으로 사라지고 있는 계단의 옆 쪽, 작고 좁은 계단 위에 서면 아주 맑고 차분한 모습으로 움푹 패인 손 안에 무언가를 받아 든다. 그리고 나서, 그것을 일심불란으로 가만히 응시하고 있는 것이었다. 너무나도 그것에 열중한 나머지, 언제나 수업이 시작되는 것을 알리는 종소리에 깜짝 놀라며 분주하게 움직여 교실안으로 들어가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때마다 교실안에 들어가는 학생들 틈에 끼기전에 스린은 손 안에 든 것을 만약 옷에 주머니가 있으면 주머니 속에 넣고, 그렇지않을 경우에는 교사와 울타리 사이에 뚫린 작은 구멍 속에 그것을 숨겨 두는 것이었다. 스린은 아무래도 그때마다 <요술상자>를 감추어 두지 않으면 안되는 것 같았으나 결코 다시 찾으러 갈 필요는 없는 것 같았다. 어쨌든 그녀가 그것을 구멍 속에 감추어 두는 모습에 완전히 매료되어 버린 나는 한번은 그곳으로 가서 그 지저분하고 좁은 구멍속으로 손을 넣어 본 적이 있다. 그리고나서, 먼지가 묻은 손을 털어내며 살짝 아이들 뒤를 따라서 교실로 들어왔지만, 문득 스린을 보니 재미있긴 하지만 입가에는 미소조차 띄지 않은채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스린의 손이 장난스럽게 앞에 놓여져 있었으며 눈에는 보이지 않는 단단한 물건을 엄지 손가락으로 애무하고 있는 것이었다. 스린이 나를 선수친 것에 대해서 이렇게도 만족해하고 있는 것을 알아차리고 나니, 솿さ 웃음이 나왔다. 같은 자폐증적인 성격이라 해도 스린은 꽤 밝은 종류의 자폐증이므로 나는 지금까지 품고 있던 근심을 털어 버리기로 했다. 딱 꼬집어서 이거다 할 만한 그어떤 증예보단 스린은 나은 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해보건데 언젠가는 이런 나도 침묵 이라는 미덕을 배울 날이 올 것이다. 어짜피 배우게 될거라면 그날의 긴 오후보다 전에 배워 두었으면 좋았을걸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들 초등과 교사가 함께 모여서 등사판 잉크의 자극적인 냄새, 자욱한 담배 연기, 끊이지 않는 수다 속에서 일을 하던 어느 오후의 일이다. 그때 나는 멍청하게도 알파의 분위기에 휘말려 지금 맡고있는 아이들 중에서 문제아를 어떻게 해야할지에 대해서 수다를 떨기 시작했던 것이다. 예를 들어, 알파가 담임을 맡은 반의 남자아이들의 소란스러움과 난폭함을 또,여자아이들의 한도 끝도없는 수다에 대해서 끊임없이 푸념을 늘어놓고 있었다. 그런데 나는 - 어리석게도 - 스린을 알파가 늘어놓았던 외면적인 현상보다도 오히려 보다 더 깊은 근심의 대상으로 제시한 것이다. "그렇다면, 그냥 멍하니 앉아 빈손만 쳐다보고 있단 말이지?" 알파의 목소리가 삐걱거리며 꼬치꼬치 캐묻는 평소의 말투로 변했다. "그래. 어쨌든 나에게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나는 말했다. "그래도 분명한 것은 그 아이한텐 보인다는 것이야. " , "그건 공상을 보고있는게 아니겠어?" 그녀의 어조가 한단계 더욱 고조되었다. "내가 본 책에 의하자면......" "아 그래 알았어." 마린이 재떨이에 담배를 끄기 위해서 책상 가까이로 몸을 내밀며 말했다. "알파 네가 읽은 책 얘기라면 아마도 수백 번은 더 들었을 거야. 이젠 질릴 정도라니까." "그래도 아주 책을 읽지 않는 것 보다는 낫잖아!" 알파는 응석을 부렸다. 마린은 콧 구멍으로 담배연기를 뿜어내면서, "우리들은 있잖니, 네가 다른 책을 읽는 날을 기다리고 있어. 아무래도 그책은 거의 드물 정도로 긴 책인것 같구나." "아니야, 그렇지 않아." - 알파는 미간을 찌푸리며, "분명......" 그리고 나서 알파는 화가났는지 얼굴이 울구락불구락해져 마린에게서 얼굴을 돌렸다. "자, 그러면 다시 우리들의 의논으로 돌아와서......" 라며, 그녀는 일부러 목소리에 힘을 주어, "내 생각에는 그 아이가 정서적으로 깊은 불안을 가지고있는 것 같아. 어쩌면 정신병자로 간주될 정도 일지도 모르겠어." 알파가 말을 빙빙돌려 얘기할 때 그녀의 눈은 어렴풋이 빛나고 있었다. "아니, 그렇지는 않아." 순간적으로 스린을 변호해야 할 필요를 느낀 나는 조금 전 그녀가 한 말을 되풀이하는 난처한 지경에 빠지고 말았다. f "그 아이에게는 독특한 그 무엇인가가 있는거야. 그 아이에게는 자폐증적인 성격을 지닌 아이에게 흔히 나타나는 신경과민이라던가, 뽐을낸다던가 하는모습도 또한, 한번도 나와 충돌한적도, 수동적인 태도도 전혀없어." 나는 이렇게 말을 하면서 작년에 맡았던 학생들 중의 한 명으로 지금은 일년간의 내 노력을 알파가 협박적인 언사로 수포로 만들고 있는 한 남자 아이의 모습을 애처롭게 떠올리고 있었다. "그녀는 행복한 환경에서 자란 성격을 가지고 있어보여. 단지 아주 조금 뭔가 기묘한...... 프러스가 있을뿐이야." "어쨌든, 그 아이가 우리 반 아이였다면 나는 걱정을 했을거야." 알파는 이만하면 됫다는 듯 만족스러운 ~듯한 한숨을 쉬었다. "우리 반에는 모두 착실한 아이들만 모여서 참 다행이야. 생각해보면 나 한테서는 불평을 느낄만한 행동이 없는 것 같아. 수다장이들과 우물쭈물하는 아이들을 제외하고는 문제될 만한 아이는 전혀 없거든. 설사 있다고 하더라도 그 정도 쯤이야 큰 소리로 혼을 내주거나 한대 때려주면 어떻게든 해결이 되니까 말야." 알파학급에 대해서 나와 같은 견해를 가지고 있던 마린은 알파의 말에 빈정거리듯이 나의 시선을 바라보고 있었으며 나는 한숨과 함께 얼굴을 돌리고 말았다. 내가 알파 정도로 낙천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었더라면 좋으련만...... 그래, 그럴려면 '무지함'이 바쳐줘야만 하겠지. "그 여자아이, 빠른 시일 내에 손을 쓰는 ?편이 나을거야." 알파는 그 방에서 나오는 길에 나에게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그렇지 않으면, 그 사이에 점점 더 악화되어 나중에는 손을 쓸 수가 없을 정도로 힘에 부치게 될지도 모르니까. '퇴화'라고 책에는 써있었던것 같지만......" 나는 알파라는 사람을 옛날부터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녀의 말을 어느정도 절충해서 듣지않으면 안되는지 알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점차로 스린에 대해서 걱정을 하기 시작했다. 어쩌면 정말로 이 아이는 내가 이제까지 맡아보았던 아이들 문제보다도 더 정서적인 불안을 가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어린아이들이란 온화하고 만족스런 듖Αㅐ 지으면서도 자신의 마음 한구석에서는 작은 '광기'라는 구더기를 기르고 있는지도 모른다.그렇지 않으면, 그래 그렇고 말고! - 나는 도전적으로 나에게 타일러 말했다 - 그녀는 정말로 <요술상자>를 가지고 있을지도 몰라. 정말로 무엇인가 소중한 것을 보고있는지도 모른다. 그런일에 대해서 어떻게 내가 아니라고 부정할수 있겠는가! <요술상자 >! <요술상자> 속에는 무엇인가가 보이겠지? 마음속으로 바라고있는 간절한 소망? 그런 생각을 한 뒤 스린의 손이 사각으로 구부러져 있는것을 보았을 때, 나는 심장의 고동이 -약간은- 달라지는 것을 느꼈다. 나는 의자에서 자세를 똑바로 고쳐 앉으려고 크게 심호흡을 하였다. 만약 지금 그녀가 만지고 있는 것이 그녀의 V요술상자라면 내 마음속에 가지고 있는 간절한 소망은 그 상자 안에는 나타나지 않겠지? 아니면 나타날까? 나는 의자에 앉아서 책상에 턱을 괴고 무의미한 낙서를 시간표 위에 갈겨 썼다. 그리고 -결코 이번이 처음은 아니지만- 도대체 왜 이런 부질없는 생각을 해내는지 나로서도 의아하게 생각했다. 그때 문득, 내 팔꿈치 옆에 서있는 작은 존재를 느낀 나는 뒤를 돌아다 보았다. 스린의 동그랗게 뜬 눈과 마주쳤다. "선생님?" 스린의 목소리는 거의 한숨과도 같았다. "무슨일이니, 스린?" 그때 그 순간에 나는 무엇인가의 이유에서 스린이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나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어쩌면 그 Z이유는 그 날 아침에 스린의 그룹이 새로운 책을 읽게 되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또는, 내가 그녀의 새드레스에 시선을 두었기 때문에 새로운 드레스를 입은 스린의 분위기가 그녀를 상당히 사랑스럽고 또 순수하게 느끼게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것도 아니면, 가을 햇살이 스린의 책상 위에서 금색으로 춤추고 있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어쨌거나 스린은 막 넘칠듯한 애정을 나에게 가져와 대부분의 아이들과는 달리, 나에게 안기거나 뽀뽀를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랑을 두손에 가득 담아 나에게 가져온 것이었다. "선생님, 제 상자 보실래요? 제 <요술상자>에요. 여기." "어머나, 정말 고맙다." 나는 말했다. "만져봐도 되겠니?" 나는 이제껏 -깜짝상자에 살아있는 방울뱀, 드레곤 이빨, 가엽게도 죽은 나비, 그리고 어느 추운 날 소지-의 얼굴에서 빠진 두 개의 귀와 코등, 가지각색의 물건들을 가져왔었으며 이것 모두가 착실하게 보이지 않았던 점에서는 <요술상자> 그 이상이었다. 그러니 나는 걱정을 얼굴에도 손가락에도 나타내면서 신중하게 그 사각 물건을 스린한테서 받아들었다. 그리고 분명하게 그 사각 물건의 무게감과 실체의 실재감을 느낀 것이었다. 너무 놀란 나머지, 나는 하마터면 그 물건을 떨어뜨릴뻔 했었으나 스린의 걱정어린 보살핌으로 그것을 다시 잡고 그 귀중하고 정겨운 물건의 겉에 손을 대고 희미하게 아물거리는 것을 초월하여 깊게 더 깊게 스린의 <요술상자> 속을 들여다 람들은 도무지 붓다의 행 .보았다. 나는 맨발로 바람에 산들산들 거리는 풀밭을 달려가고 있었다. 한쪽 구석에 있는 사과나무를 돌아갈 때, 나부끼던 스커트 단이 데이직에 스쳤다. 따스한 바람이 양 볼을 스치고, 귀 속에 대고 웃어주었다. 나의 심장이 우주를 날 듯한 발을 추월하여 용솟음치는 환희와 함께 따스함 속에 융합됨과 동시에 그의 팔이...... 나는 눈을 감고 침을 꿀꺽 삼켰다. 손바닥은 요술상자를 꽉 쥐고 있었다. "참 아름답구나." 나는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 "너무 멋지구나 스린. 이걸 어디서 났니?" 그녀의 손이 재빠르게 요술상자를 다시 되받아 갔다. "이건 내거에요." 그녀는 덤빌듯이 말했다. "내거란 말이에요." "물론, 그렇지." 나는 대답했다. "자, 조심해서 가거라. 떨어뜨리지 않도록 말이야." 스린은 주머니 속에 손을 넣으면서 미소를 띄었다. "괜찮아요, 선생님." 그렇게 말하고는 주머니를 툭툭 쳐보이며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다음날 아침 스린은 나와 눈을 마주치길 꺼려하고 있는 듯 했다. 이제는 스린에게 배신자로 밖에 느낄 수 없는 그 행위에 대해서, 혹시 내가 무슨 말이라도 하지 않을까, 뭔가를 보지는 않았는지, 혹은 어떤 쑚疫萱막 그것을 생각해 내지는 않는지 걱정을 하고있음에 틀림이 없었다. 그러나 내가 아무런 의미도 두지않고 평소와 같은 미소를 띈 것을 본 후에야 비로소 스린은 내가 아무짓도 하지않는다는 것을 깨닫고 긴장을 풀었다. 그 일이 있은 후 하룬가 이틀이 지난 어느날 밤, 달빛이 훤히 비치는 창가에 기댄 채, 머리를 얼굴 앞으로 늘어뜨리고 그 넘칠듯한 달빛으로부터 얼굴을 가리며 잠시 멈추어 서있었을 때, 나는 <요술상자>를 떠올렸다. 나도 그것을 만들 수가 있을까? 나도 이 쓰라린 듯한 기대, 밖으로 손을 뻗고 싶은 기분, 내 몸안에서 울부짖고 있는 소리를 실체화 하여 <요술상자>로 만들어 낼 수 있을까? 나는 양손을 들어 엄지 손가락과 엄지 손가락을 서로 붙이며 똑바로 세워진 `검지로 어두운 지평선에 한 획을 그어 보았다. 아무것도 없는 텅빈 사각 공간을 바라보고 있는 사이에 내 눈은 젖어들었다. 나는 한숨을 쉬며 가벼운 웃음소리를 내고는 다시 턱을 괴고 창문 밖을 쳐다 보았다. 이렇게 자신의 곁에 마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손가락을 근질근질 거리는 것을 느끼면서도 더욱 많은 속박때문에 그것을 받아들일 수가 없다니. 나는 창문에서 얼굴을 돌렸다 - 빛나는 광휘로부터 얼굴을 돌렸다. 스린에 관해서 다시 알파가 내 마음속에 날카로운 '우려'라는 가시를 꽂는 일에 성공한 것은 그 뒤 잠시 후 였다. 어느날 아침에 일어난 일이었다. 우리들은 쉬는 시간에 운동장 감독을 함께 하게되었다. 따가운 햇빛 속에서 얼굴을 상기 시켜가며 뛰어노는 아이들을 보고 있을 때, 알파가 내 귓전에 대고 속삭이는 것이었다. "그 애는 어디있니? 네가 전에 말했던 이상이 있다는 바로 그 아이 말이야." "우리 반에는 이상이 있는 아이는 한 명도 없어." 순간적으로 그녀가 누구의 얘기를 하고 있는지 알아차리고는 나도 모르게 날카로운 말투로 쏘아붙였다. "그래? 내 생각엔 아무것도 없는 빈 손만 쳐다보고 있는 아이야말로 이상이 있는 아이라고 생각되는데. 너는 어떻게 생각하니?" 알파의 말에 포함된 신랄함은 몸서리가 쳐질 정도였다. > "어느 아이가 그 아이지?" "스린 말이니?" 나는 떨떠름하게 대답했다. "그 아이라면 지금 철봉대에서 놀고있어." 알파는 철봉대에 거꾸로 매달려 놀고있는 스린을 아무런 꺼리낌도 없이 관찰하였다. 짧은 스커트가 스린의 얼굴을 반 쯤 가리고 있었다. 알파는 쭈그러진 보라색 손을 비벼대며 한숨을 내쉬었다. "겉 보기엔 그런대로 착실해 보이는데." 알파가 말했다. "저 아이는 정상이라니까!" 나는 되받아 말했다. "나에게 그렇게까지 화낼 필요는 없잖아!" 알파는 소리를 버럭 질렀다. "저 아이가 정상이 아니라고 말한 것은 내가 아니라 엄연히 너야. 언제나 그걸 잊고 N있는것 같구나. NOT ME? NOT I? 어느 쪽이지?" 나도 신경질적으로 알파를 몰아 붙였다. 그때 다행히도 수업 시작을 알리는 종이 울려 난처한 입장에 놓인 알파를 구해내 주었다. 이렇게도 중요한 일에는 무관심하기만 하고 하찮은 일에는 구애받는 사람은 처음이다. 그래도 그녀는 또 다시 나에게 스린에 대한 새로운 걱정거리를 심어주는데 성공하였으며, 그 걱정은 몇 일 후에는 아주 심각한 우려로 변하였다. 어느날, 스린은 졸린 눈으로 학교에 왔서는 교실에 멍하니 앉아 말도 듣질 않았다. 숙제는 전혀 해오질 않았을 뿐만 아니라 쉬는 시간에는 졸기까지 했다. 나는 은근히 T.V와 드라이브 인 극장을 꽵鄕例玖? 하룻밤 푹자고 나면 다시 평상시 처럼 되리라 믿고 있었다. 그런데 그 다음 날, 스린이 느닷없이 교실에서 흐느껴 울며 뷔디를 의자에서 넘어지게 한 것이다. "어떻게 된 일이지, 스린?" 나는 놀란 얼굴로 뷔디를 부추겨 일으킨 뒤 그렇게 말하면서 스린의 손을 잡았다. 스린은 내 손을 뿌리치면서 다시 뷔디에게 달려 들었다. 그리고 내가 무슨 영문인지 몰라 어리둥절해 하고있을 때 뷔디의 머리를 두손으로 끄들으며 내 팔에서 끌어내어 힘껏 벽에 밀쳤다. 그런 뒤 작은 두 주먹을 불끈 쥐어 눈물이 하염없이 쏟아지는 눈에 가져다 대었다. 놀라움으로 교실 안엔 침묵이 흘렀고 스린은 자기 스스로 징벌용 격리 의자를 향해 걸어가서 교실과 등을 돌리고 #앉았다. 스린은 교실벽을 응시하며 크게 몸서리를 치면서 흐느껴 울기 시작하였다. "도대체, 무슨 일이니?" 나는 마루 바닥에 주저 앉은 채로 뽑힌 머리를 매만지고 있는 뷔디에게 물었다. "스린에게 무슨 짓을 했지?" "그냥 '도둑놈의 딸'이라고 말했을 뿐이에요." 뷔디는 말했다. "우리 엄마가 신문에 씌여진 기사를 읽고 스린의 아버지가 도둑이라고 일러 주셨어요.카린 스텐드에 도둑질을 하러갔다가 잡혀서 감옥에 간거래요." 뷔디의 당혹스런 얼굴은 울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몰라 망설이고 있는 듯 했다. 뷔디는 이 모든 일들이 순식간에 일어난 1일들이었기 때문에 아직까지도 자기 자신이 난처한 입장에 처해진건지 어떤건지를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다른 사람의 욕을 하는 것은 옳은 일이 아니란다." 나는 힘없이 말했다. "뷔디야. 이제, 제 자리로 돌아 가거라. 스린에게는 선생님이 나중에 잘 얘기해 둘테니까." 뷔디는 일어서서 헝클어진 머리를 매만지며 우물쭈물 자리에 앉았다. 뷔디는 이 일을 좀 더 큰 사건으로 꾸미고 싶었으나 그 방법이 떠오르질 않는 것 같았다. 그래서 일부러 울상을 지어보이며 눈물이 나오는지 어떤지, 시험해 보았으나 눈물은 전혀 나올 생각도 하질않았다. "쳇, 바보같은 계집애." 그렇게 중얼거리며 빠진 머리를 손으로 뽑아내었다. 그러고나서 반 시간이 지난 후,나는 수업을 진행하면서도 스린에게도 주의를 게을리하지 않았다. 어느덧 흐느껴 울던 스린도 이젠 진정이 되었는지 울음을 멈추었다. 또 굳어 있던 어깨도 부드러워졌다. 가만히 무릎 위에 얹어 놓은 손에서 스린이 <요술상자>로 위안을 삼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 뒤 우리 둘은 일대일로 서로 얘기를 나누어 보았지만 그녀는 완전히 나에게서 마음의 문을 닫고 있었기 때문에 아무리 얘기를 해보아도 마음이 통하질 않았다. 내가 얘기를 하고 있는 사이에 스린은 다소곳이 앉아 나를 바라보고 있었지만 무릎 위에 올려놓은 손은 떨고 있었다. 저렇게도 작은 손이 떨고 있는 것을 보는 일은 왠지 j마음을 흔들리게한다. 그날 오후, 독서 그룹의 지도중에 나는 아무 생각없이 고개를 들었다. 그 순간 스린의 겁에 질린 눈과 마주쳤고, 나는 비명 소리라도 들은 것처럼 깜짝 놀랐다. 스린은 당황한 모습으로 주위를 둘러보고 뒤이어 자신의 손을 내려다 보았다. 아무것도 없는 빈 손을. 그리고 나서, 전에 앉아 있던 격리 의자로 달려가 의자 밑으로 손을 집어 넣었다. 천천히 스린이 자리로 돌아올 때 스린의 손에는 눈에 보이지않는 물체가 들려있었다. 분명 지금 처음으로 스린은 <요술상자>를 다시 찾으러 가지 않으면 안되었던 것이다. 이 일은 그 날 오후 내내 어떤 막연한 불안에 사로잡혀 있었다. 그날 이후, 몇 일간은 별 탈없이 x지나갔다. 그 사이에 나는 온몸으로 스린에게 주의를 두고 있었지만 사태의 변화는 보이지 않았다. 스린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요술상자>를 보는 일에 열중 하였으며, 일단 그것을 어디에다 감추어 두었다면 반드시 다시 찾으러 가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었다. 그러는 사이에 스린은 몽상에서 현실로 돌아오는데 점차로 시간이 걸리게 되었고 결국은 내가 스린을 흔들어 깨우지 않으면 안될 날이 찾아왔다. 나는 스린의 어머니를 찾아 갔다. 그러나 스린의 어머니는 나의 말을 이해하지 못한채, 아니 이해하려고도 하질 않았다. 그녀는 나를 스린의 아버지로부터 스린의 마음을 떼어내려고 하는 그런 경박한 사람 취급을 하였다. 내가 스린의 아버지 얘기는 }일체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혹시 그의 일에 대해서 한마디도 하지 않았기 때문일까?' "혹시, 제 딸이 나쁜 짓을 하거든 호되게 꾸짖어 주세요." 마지막으로 그녀는 보채고 있는 아이를 한 쪽 허리에서 다른 한 쪽의 허리로 옮기고, 덥수룩한 머리를 긁으며 말했다. "선생님께서 무슨 일을 하시던 간에 저는 전혀 개의치않아요. 그런 일에 신경을 쓸 생각따윈 없어요. 이미 다 써버린지 오래구요, 또 지금 아이들에게 신경을 쓸 여유따윈 요만큼도 남아있질 않아요." 그렇게해서 스린의 아버지는 유죄를 선고 받았고 주 형무소에 수용된 것이다. 다음날 뷔디가 나를 찾아와 독서 그룹 지도를 방해하여 나의 화를 불러 일으킨 것은, e수업시작 후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았을 때였다. 그는 쉰 목소리로 속삭였다. "선생님, 스린이 눈을 뜬 채로 여태 자고있어요." 우리들은 그녀의 자리로 가보았다. 뷔디는 의식이 완전히 없는 스린의 곁으로 다가서서, 손으로 그녀를 쿡쿡 찔렀다. "내가 말했었지, 이번에도 또 졸면 선생님한테 이르겠다고." 다음 순간에, 깜짝 놀라서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는 우리들 눈 앞에서, 스린은 인형처럼 경직된 상태로 갑자기 옆으로 기울더니 의자에서 쓰러지는 것이었다. 바닥으로 떨어진 충격과 함께 경직되었던 몸은 풀리고, 스린은 축 늘어진 채 그린 아스팔트 위에 쓰러져 있었다. 스린의 손에는 지금도 무언가를 꽉 쥐고 있었으며 나는 그 손가락을 무리하게 피려고 애를 썼다. 곧이어 내 손 밑에서 스린에게 걸려있던 주문이 풀리는 것을 느끼곤 울고 싶은 기분에 사로 잡혔다. 나는 스린을 안고 위생실로 옮겨가, 간호부와 함께 젖은 타올로 스린의 몸을 차갑게 식혀가며 기도를 하고 있는 사이에 스린이 간신히 눈을 떴다. "선생님?" 스린은 나약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왜 그러니 스린?" 나는 스린의 차가워진 손을 잡았다. "선생님, 저요 아주 조금만 더 있었더라면 <요술상자> 속으로 들어갈 수 있었어요." "그런일은 있을 수가 없단다." 나는 대답했다. . "그런일은 있을 수가 없는거야. 스린은 몸집이 아주 크거든." "아버지는 그 안에 있었는 걸요." 스린은 말했다. "전에 우리가 살던 집도요." 나는 스린의 야윈 얼굴을 오랫동안 바라보았다. 나를 재촉하며 그 뒤말을 입에 담은 것은 스린을 진심으로 걱정하는 마음에서 였다고 생각하고 싶다. 다음 말을 이었을 때 심한 말을 하게 된 것은, 선망 때문도 아니라면 집요하게 나를 따라다니며 괴롭히는 알파의 말 때문도 아니었다고 생각하고 싶다. "그건 단지 장난에 지나지 않는 거란다." 나는 말했다. "농담같은 거란다." 내 손안에 있던 스린의 손이 저항하듯이 楮直殆눼? "스린아. 너의 <요술상자>는 있잖니, 단지 장난에 불과하단다. 뷔디가 책상 속에 감추어둔 작은 말과 소지의 젯트기 처럼 말이야. 뭐, 그렇지않으면 쉬는 시간에 모두가 하며 노는 술레잡기 처럼 말이야. 그건 장난하기에는 아주 재미있지만 현실에는 없는 거란다. 그것이 정말로 있다고 생각해서는 안되는거야. 장난이니까." "아니에요!" 스린은 미칠듯이 외쳤다. "그, 그건 어디에 있죠? 돌려주세요, 선생님." 스린은 손을 뿌리치며 말했다. "어디에 두셨죠? 그걸 어디에 두셨냐니까요?" ; "<요술상자> 따윈 어디에도 있질 않아." 나는 기복없는 말투로 말하며 스린을 가슴에 안고서 그녀의 마음과 같이 찢어지는 내 가슴의 고동소리를 들으려고 했다. "선생님이 없애셨군요. 선생님이!" 스린은 흐느껴 울었다. "그걸 나 한테서 빼앗아 갔군요!" 그리고나서 스린은 나의 가슴 속에서 빠져 나왔다. "돌려주면 않되나요?" 보다못한 간호부가 나에게 속삭였다.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빼앗긴 일로 저렇게도 슬퍼하고 있다면......" "그건, 단지 공상일 뿐이에요." 나는 거의 무뚝뚝한 표정으로 말했다. "실제로 존재하지도 않는 걸 어떻게 돌려줄 수가 있어요?" I 너무나도 어리다! - 나는 그렇게 괴로웁게 생각했다. 마음속의 소망이 단지 놀이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배우기엔 너무나도 어린것이다. 물론 의사는 스린에게서 아픈 곳을 어디에서도 발견하지 못했다. 스린의 어머니는 이 사건을 그저 실신에 지나지 않는다고 단정을 짓고는 다음날 스린을 학교로 보냈던 것이다.스린은 엎어놓았던 손을 평평하게 책상 위에 올려 놓곤, 수척해진 얼굴로 무표정하게 창문을 향해서 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 스린의 모습을 쳐다보았을 때, 나는 마음속으로 맹세를 했었던 것이다. 보다 좋은 것을 안겨줄 자신이 없는 한 이제부턴 결코, 결코 다른 사람한테서 어떠한 {신념이라도 빼앗아 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도대체 나는 스린에게 무엇을 안겨다 주었단 말인가! 내가 빼앗아 간 것보다도 그 어떤 좋은 것을 스린은 가지고있단 말인가! 스린의 <요술상자>가, 이처럼 험난한 인생의 역경을 헤쳐나가기 위해서, 일부러 안겨졌던 것이 아니라고 왜 부인하지 못하는 걸까? 그리고 지금 내가 그것을 빼앗아 간 이상, 무슨일이 생기는 걸까? 시간이 지나감에 따라 스린도 다시 공부에 전념하게 되고, 나중에는 아이들과 장난도 하게 되었다. 얼굴에는 미소가 다시 돌아왔지만, 웃음소리는 전혀 들리질 않았다. 꺼진 납촉과도 같은 모습이라는걸 제외하고는 스린은 꽤 잘 해나갔다. 그 불길은, 신념이란 빛이 사라지자 함께 쇉泳竄 것이었다. 그리고 스린은 이젠 나와 함께 나누던 미소도 더이상 지니고 있지 않았었고 내 곁으로 가져오던 넘칠듯한 애정도 가지고있질 않았다. 스린의 어깨는 내 손이 닿기만 하면 눈에 띄지않게 슬그머니 피하는 것이었다. 그런일이 있은 후 어느날 이었다. 갑자기 나는 스린이 교실을 수색하고 다니는걸 눈치챘다. 사람들의 눈을 피해서 태연하게 날마다 스린은 이잡듯이 쌍쌍이 교실 안을 수색해 나갔다. 모든 퍼즐상자, 모든 점토뭉치, 모든 책장과 선반이란 선반들, 모든 상자와 봉투, 조직적으로 책장 뒤를 조사하고 급우들의 책상 속을 조사하여 결국엔, 남은 곳은 내 책상 서랍 뿐이었다. 그 이후, 스린은 내가 서랍을 열 때마다 어디서라도 내 팔꿈치 옆에 모습을 나타내게 뮫퓸駭? 그리고 그 스린의 눈은 내가 서랍을 닫기 전에 날카롭고 재빠르게 그 안을 힐끗 쳐다보는 것이었다. 그러나 만약 내가 그 시선을 의식하고 쳐다보게 되면 스린은 내 곁으로 오게된 합법적인 요건을 생각해내어 말하는 것이었다. 스린은 다시 그것을 믿기 시작한 것이다. -나는 희미하게나마 희망을 가졌다. 스린은 <요술상자>를 잃어 버렸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려고 하질 않는다. 다시 그것을 원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없어지고 말았다.-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틀림없이 없어져 버린 것이다. 불면 때문에 내 머리는 무겁고, 슬픔은 느릿느릿한 동작으로 모든 거동에 나타났다. 기다린다는 것은 때론 거의 참기 어려울 정도의 무거운 짐이되는 경우가 있다. 어린 q학생들이 콧노래를 부르며 즐겁게 공작놀이와 씨름을 하고 있을 때, 나는 멍하니 창밖을 쳐다보며 낮은 웃음소리를 냈다. 그 웃음소리는 경련이 일듯한 것으로 그대로 있다간 뭔가로 변해버릴 것 같았기 때문에 서둘러 책상으로 돌아왔다. 나는 '지금이 불필요한 물건들을 정리 할 절호의 기회다. 어쩌면, 전에 어딘가에 쳐박아 두었던 색분필도 찾아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여 책상의 오른쪽 맨 밑 서랍에 손을 넣어 뒤적거렸다. 서랍은 깊숙하게 잡동사니들로 가득차 있었다. 무릎을 꿇고 있던 나는 잊고 지내던 잭. 프로스트의 남은 그림, 대나무로 만든 부서진 장난감 총 한자루, 이빨자욱이 있는 빨간리본, 완구 피스톨용 화약 한묶음, z줄무늬 양말 한짝, 숫자 연습장 6권, 미니아 튜어 석탄 셔블, 호박등을 만드는 설명서, 프라스틱 핑크 펠리컨 등을 그 서랍에서 꺼내었다. 아주 오래전에 잃어버렸다고 생각하고 있던 이이릿슈. 린넨 손수건도 발견했으며 소지의 보고 카드 -그가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던 것에 따르면, 그의 손에서 날아가 젯트기 동체 위에 착륙하여, 아주 괴장한 속력으로 부딪혔기 때문에 뿔뿔이 흩어져 버렸다는 카드-도 발견하였다. 이 가지각색의 잡동사니들이 산더미같이 쌓인 밑에서 나는 손에 사각물체의 감촉이 느껴졌다. 다행이다! 색분필상자가 이런데에 있었구나! 위에놓여진 물건들을 폭포처럼 마구 쏟아부으면서, 손을 빼내어 상자에 쌓인 먼지를 떨어 트렸다. 남자가 화가 난 듯 소리를 질렀다. 그제서야 연화색이라 불리운 w 우리들은 지금 함께 있었다. 밖에는 매혹적인 흰 황야가 펼쳐져 있었고 창문 너머에서 바람이 솔솔 불어와 내 귓가를 스치고, 나는 젖은 흰 손을 불에 쬐고 있었다. 그 안에는 모든 걱정과 괴로운 일 ,기다리는 일, 이별과 고독을 잊을 수가 있었고 이것들의 거대함은 단단한 어깨가 전해주는 위안과 힘이 센 손의 따스함에 의해서 축소되 버린다. 이곳 어디에도 이별의 공포, 그지없이 더이상 헤쳐나갈 필요는 없는 것이었다. 이것이야 말로 꿈에서 그리던 해피앤딩 이었다. 이것이야 말로...... 이건 스린의 <요술상자>다. 몽상이 사라지자 동시에 마구뛰던 심장도 진정되었다. 그리고, 그것이 의미하는 것을 알아차림과 동시에 심장은 다시 빨라졌다. z그것이 여기에 있었다니! 내 잡동사니 서랍안에! 이제까지 쭉 이곳에 있었던 것이다. 나는 스커트 후레아 뒤에 그 보이지 않는 상자를 숨기고 떨리는 다리로 일어섰다. 그리고 의자에 앉아 상자를 조심스럽게 책상 중앙에 올려놓고 다시 환상에 빠져들지 않도록 손으로 그것을 덮었다. 그리고나서 스린을 바라보았다. 스린은 솜씨는 뛰어났지만 아무리 보아도 재미 없는 듯이 공작을 빨리 끝내려 하고있었다. 끝나면 스린은 얌전하게 손을 책상 위에 올려놓고 무엇인가 다른 일을 시킬 때까지 가만히 앉아있겠지? 알파는 틀림없이 이런 스린의 행동을 칭찬할 것임에 틀림없다. 그리고 아마도 이번에 처음으로 알파의 한정된 인생에 있어서 단 한번 그녀가 졒퓸勞駭? 인간은 살아가기 위해선 '망상'이라는 것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 알파 이외의 우리들은 모두가 그렇다. - 그러나 그것이 너무 도가 지나친 나머지 육체적으로 자기자신을 강요해서 마음 속의 소망이라는 비실제적인 나라로 집어 넣으려고 한다면...... 스린의 야위고 경직된 몸이 인형처럼 의자에서 굴러 떨어진 모습을 나는 아직까지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스린은 자기자신의 가슴 깊숙한 곳의 요구에 의해서 아이들에게는 너무나도 위험한 그 어떤 것을 발견한 것이다. - 아니면 창조 해낸 것일지도. 누가 그 둘중에 이거다 하고 딱 잘라 말할 수 있겠는가? 나는 매우 간단하게 그 넘칠듯한 행복을 그녀에게 다시 돌려줄수 있다.- 그러나 어떤 댓가를 치루고? 아니, 나에게는 스린을 궨맬Ｇ瞞 할 의무가 있다. 단 하나, 성장만이 - 스린이 점차로 알기 시작한 그 슬픔과 고독을 통해서 생긴 성장만이- <요술상자>를 안전하고 현명하게 사용하는 것을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나는 가슴을 조이면서 손을 옮기기 시작하였다. 상자 위에서 측면으로 미끄러지듯이...... 그것을 똑바로 쳐다 보기 전에, 나는 손을 원상태로 옮겨 놓았다. 그리고 지금은 나도, 다른 사람의 마음을 희생해가면서 얻은 마음 속의 소망이 어떤 것인지, 그 때 틈 사이로 엿본 그것을 거의 잊을 지졍에 이르렀다. 나는 떨면서 숨을 죽이고 책상으로 향했다. 손바닥은 축축히 땀에 젖었으며 이 작은 교실에서 어디론가 여행을 떠나온 기분이 들었다. 어쩌면 정말로 여행을 하고 5왔는지도 모른다. 나는 그 한순간에 이 세상의 모든 왕국을 보았을지도 모른다. "스린. 그것이 끝나면 선생님한테 좀 오겠니?" 스린은 미소도 띄지않은 채 고개를 끄덕이며 메어리부인의 종이 드레스단에서 마지막 남은것을 잘라내었다. 그런 뒤 자기의 작품에는 눈길도 주지 않고 사용하던 가위를 가위집에 넣고는 잘라내 버린 도화지들을 구겨 책상 옆에 있는 쓰레기통으로 가져갔다. "너에게 줄것이 있단다. 스린." 나는 상자에서 손을 치우면서 말했다. 스린의 시선은 책상으로 떨어졌다. 그런 뒤, 무표정하게 나를 쳐다 보았다. "공작은 벌써 끝냈는데요." "재미있었니?" " "네." 이것은 새빨간 거짓이었다. "다행이구나." 나도 거짓말을 해주었다. "그래도 여기를 봐 주었으면 좋겠어." 나는 손을 펼치면서 <요술상자>의 윤곽을 그려 보였다.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있는 스린의 그 여린 두 손이 굳어져 있었다. "찾았단다." 나는 왠지모를 노여움을 느끼면서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 "책상 맨 밑 서랍에 있었단다." 스린은 책상에 가슴을 대었다. 책상에 걸친 손을 가슴으로 세게 짓누르며, 눈은 빨아들일듯이 상자를 쳐다보고 있었다. 또, 얼굴은 마치 크리스마스 쎄일 윈도우에 밀착한 어린아이의 얼굴처럼 보이며, 그 늅판 소망 으로 창백해졌다. "가져도 돼요?" 스린은 속삭였다. "그럼, 네거란다." 나는 그것을 내밀며 말했다. 그래도 스린은 책상에 걸친 손을 떼려고도 하질 않았고 그저 살피듯이 내 얼굴만 쳐다 보았다. "가져도 돼요?" 다시 스린이 되물었다. "괜찮다니까." 그 예상밖의 결과에 나는 초조해지기 까지 했다. "그래도 ......" 스린의 눈이 깜박거렸다. 내 자신도 아직 느끼지 못했던 조건을 이미 스린은 알아차리고 있었다. G "그래도 두번 다시 그 안으로 들어가지 않겠다고 약속해 주겠니?" "좋아요." 스린은 깊은 안도의 한숨과 함께 대답했다. "약속해요, 선생님." 그리고 스린은 그것을 잡고는 소중하게 작은 주머니 속에 집어넣었다. 그리고 돌아서서 자기자리로 돌아가려고 했다. 스린의 입가에는 어렴풋하게 미소가 돌았다. 나에게는 스린의 모든 행동들이 갑자기 활기를 되찾은 듯이 보였다. 스린을 감싸고 있던 희귀한 불길이 지금 다시 그녀를 에워싸고 있었다. 스린의 발은 거의 바닥에 닫지 않은듯 가벼워 보였다. 나는 깊은 한숨을 내쉬면서 책상 위에 <요술상자>의 크기와 같은 주위를 손으로 그려보았다. D 스린은 저걸로 먼저 무엇을 볼까? 심한 갈증 뒤에 마시는 한 잔의 물은 어떤 느낌일까? 팔꿈치 옆으로 작은 그림자가 드리워졌을 때 나는 깜짝놀라 문뜩 제 정신으로 돌아왔다. 그것은 몸 앞으로 무언가를 조심스럽게 들고있는 스린이었다. "선생님?" 살며시 나를 부르는 스린의 목소리에서는 이제까지의 기복없는 공허함은 사라져 버리고 없었다. "언제라도 <요술상자>가 필요하실 땐, 그렇게 말씀만 하시면 되요." 놀람과 동시에 믿기지 않는 생각에, 난 무슨말을 해야할지 망설이고 있었다. 스린은 아직 <요술상자>를 볼 시간조차 없었을 터였다. "정말 기쁘구나. 언제 한번 기쁜 마음으로 喘졺섣?" "지금 보고싶으세요?" 스린은 그것을 꺼내면서 말했다. "아니, 괜찮단다." 나는 메마른 목을 삼켰다. "사실은 아까 한번 들여다 보았단다. 네가 보려므나." "네." 스린은 작은 소리로 말했다. "그리고 있잖아요, 선생님." "응, 뭔데?" 수줍은 듯이 스린은 나에게 몸을 다가서고는 볼을 내 어깨에 기대었다. 정겹고 마음의 벽이 없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양 팔로 갑자기 나의 목을 감싸 안으며 서투르게 포옹을 했다. "자, 조심하거라." 나는 웃으면서 스린의 파란 드레스의 깃에다 속삭여 주었다. "다시는 상자를 잃어 버리지 말아요, 스린." "걱정없어요, 선생님." 스린은 활짝 웃으며 드레스의 납작한 주머니를 두들겨 보였다. "이젠, 절대로절대로 잃어 버리지 않을거에요." -리차드 마티슨 당신은 귀뚜라미 소리에 귀기울여 본 적이 있는가? 가을날 한밤 중, 정원의 풀숲에서 떼지어 우는 가련한 소리는, 계절의 풍물시이기도 하다. 그 귀뚜라미 소리가 사실은 공포를 부르는 소리일 줄이야! 0 그 이유는 본 편에서 이야기하고 있지만, 그 작은 곤충을 공포의 대상으로 만들어낸 작가는, 리챠드 하시슨(1926-)으로 아메리카 뉴저지 주에서 태어났다. 그는 미즈리 대학에서 저널리즘을 전공, 괴기소설가로서 {남자와 여자 사이에서 태어난 것}(1949년)으로 데뷰한 이후 S F와 괴기소설을 중심으로 활약하였다. 그는 이상심리, 차원 단층, 흡혈귀 이야기 등의 테마를 가장 자신있게 다루고 있다. 본 편은 1960년 5월호 <쇼크>지에 게제 되었다. 저녁식사를 마친 두 사람은 호수가로 내려갔다. 수면에 달빛이 비치고 있었다. "아름답죠?" 그녀는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 "응." "정말 멋진 휴가예요." "과연 그렇군." 그는 그녀의 말에 수긍하였다. 두사람 뒤에서 호텔 입구문이 여닫아졌다. 누 군가가 자갈길을 따라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누굴까?" 할은 뒤돌아보지도 않은채 그녀에게 물었다. "식당에서 본 사람이예요." 그녀가 대답했다. 잠시 후 남자는 호수가에 잠시 멈춰섰다. 침묵한 채, 이쪽은 돌아다 보지도 않는다. 그는 호수가 건너편 숲속을 바라보고 있었다. "인사를 할까요?" 진이 귀속말로 물었다. "뭐 상대의 태도를 봐서." 그도 귀속말로 대답했다. 두 사람은 다시 호수로 눈길을 돌렸다. 할은 그녀의 허리를 살그머니 감싸 안았다. 그때 갑자기 남자가 말을 걸어왔다. "저 소릴 들었습니까?" "네-엣?" 할은 당황하였다. 그 몸집이 외소한 남자는 돌아서며 두 사람을 훑어보았다. 그의 눈은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저 소릴 들었냐고 묻고 있는 겁니다." 그 남자는 되풀이해서 물어왔다. 얼마간의 사이를 두고 할이 물었다. "뭘 말입니까?" "귀뚜라미 소리 말입니다." 두사람은 묵묵히 선체로 주춤하고 있었다. 진은 헛기침을 하며, "멋진 음색이예요." 라고 말했다. "멋있는?" 남자는 등을 돌리며 말했다. 그런 뒤 뒤돌아보니 그 남자가 두 사람을 향해 다가왔다. "저는 죤 모건 입니다." 그는 자기 이름을 댔다. "저는 할 캐러웨이이고 이쪽은 제 아내 진 입니다." 할은 그렇게 소개했다. 한순간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아름다운 밤이군요." 진이 말을 꺼냈다. "분명히 아름다운 호수입니다. 귀뚜라미만 없다면." 모건씨가 중얼거렸다. "귀뚜라미가 싫으신가요?" 진은 이상하다는 듯이 물었다. 모건씨는 잠시동안 귀를 기울이고 있었지만, 그의 얼굴은 굳어있었고 울대뼈가 꿀꺽하고 움직였다. 그러고난뒤, 꾸민 웃음을 지으며, "포도주를 한잔 사고 싶은데요." 하고 말했다. "네-." 할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모건씨의 말투에는 어딘지 절박함이 느껴졌다. 식당은 마치 커다란 동굴 같았다. 빛이라고는 테이블 위에 있는 작은 램프 하나가, 흔들리는 그들의 그림자를 벽에 비추어내고 있을 뿐이었다. ^ "두 사람의 건강을 위하여." 모건씨는 잔을 높이 들며 말했다. 포도주는 꽤 독하고 시큼했다. 한 모금 마신 포도주가 목을 타고 넘어갈 때, 진은 자신도 모르게 몸에 전율을 느꼈다. "귀뚜라미에 대해서 무언가?" 할은 미심쩍은듯이 물었다. "당신들에게 얘기를 해도 좋을런지 어떤지......" 모건씨는 잔을 내려놓고 두 사람을 살피듯이 바라보았다. 진은 마치 그에게 감시당하고 있는것 같아 불안해 하며 포도주 잔에 손을 뻗었다. 그때, 느닷없이 모건씨의 팔꿈치가 그녀의 손을 쳤기 때문에 포도주가 엎질러지고 말았다. 모건씨가 외투 주머니에서 검은 수첩을 꺼내려 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그 수첩을 가만히 테이블 (위에 놓았다. "이것입니다." 모건씨가 말했다. "이게 뭡니까?" 할이 물었다. "암호서 입니다." 무건씨는 잔에 포도주를 따르고 나서 병을 내려 놓았다. 병의 그림자가 테이블보에 비치고 있다. 두 사람은 그것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모건씨는 잔을 집어들어 손가락 사이에 끼고 빙글빙글 돌리며 말했다. "귀뚜라미의 암호 입니다." 그말을 듣자 진은 다시한번 전율을 느꼈다. 왠지는 모른다. 특별히 무서운 이야기를 들은 것도 아니다. 모건씨의 태도와 말투에서 찝찝함을 느꼈기 때문이다. 모건씨는 몸을 테이블 쪽으로 바짝 당겼다. 그 눈은 램프빛 속에서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들어보십시요." 그는 계속 말을 이었다. "귀뚜라미가 일제히 날개를 비벼대는 소리는 당신들에게 의미없는 단순한 벌레 소리로 밖에 들리지 않겠지만," 그는 한숨을 쉬고서, "사실은 통신을 보내고 있는 것입니다." 진은 몸이 굳어지는 듯했다. 머리가 어질어질하고, 방 전체가 뿔뿔이 흩어지는것 같고, 모든 것이 다 쓰러져 버리는 것 같았다. "무슨 말입니까?" 할은 왠지 기분이 상한 듯 물었다. "제 정신상태는 정상입니다." 모건씨는 그렇게 말하면서 더욱 몸을 앞으로 내밀었다. _ "귀뚜라미의 울음소리에 진지하게 귀를 기울여본 적이 있습니까?" 모건씨가 두 사람에게 물었다. "지금 장난을 치고 있는게 아닙니다. 만약 들어본 적이 있으시다면, 그 소리에 리듬이 있다는 것을 느끼지 못했습니까? 그것은 일정한 박자를 가지고 있습니다. 나는 벌써 7년째나 그 소리를 듣고 있습니다. 들으면 들을수록 귀뚜라미 소리는 암호이며, 밤이 되면 통신을 보내고 있다는 것을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일주일 전 쯤에, 드디어 그 암호를 알아냈습니다. 모르스 신호와 비슷합니다. 물론 부호는 틀립니다만." 모건씨는 갑자기 입을 다물더니 검은 수첩으로 시선을 옮겼다. "이게 그것입니다. 7년간 노력한 결과가 ,이것입니다. 가까스로 그 암호를 해독할 수 있었습니다." 모건씨는 흥분한 나머지 목이 말라왔기 때문에 잔을 들고 한 번에 들이켜 마셨다. "그래, 귀뚜라미는 어떤 암호를 보내고 있었습니까?" 할은 조심스럽게 물었다. 모건씨는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이름입니다. 지금부터 그걸 두 사람에게 설명해 드리죠." 그는 주머니에 손을 넣어 뭉뚝해진 연필을 꺼내고 수첩에서 공백 페이지를 찢어 꺼내놓고는 혼자말을 해가며 무엇인가 적기 시작했다. "땅 땅따-당 땅땅따-당......" 할과 진은 서로 얼굴을 마주보았다. 할의 웃으려 했던 얼굴도 굳어버렸다. 테이블에 O웅크리고 앉아서 귀뚜라미 울음소리를 들으며 수첩의 끄트머리에 적고 있는 모건씨를 두사람은 물끄러미 지켜보고 있었다. 모건씨는 갑자기 연필을 내려놓았다. "해독하자면 이렇습니다." 두 사람에게 그 종이를 내밀면서 말했다. 할과 진은 그 종이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마리- 케이트먼, 그렇게 읽혀졌다. 죤 죠셉 알스타-, 사무엘-. "아시겠습니까? 이름들 입니다." 모건씨는 간단하게 말했다. "어떤 사람들입니까?" 진은 엉겹결에 그렇게 묻지 않을 수가 없었다. 모건씨는 그 수첩을 꽉 쥐었다. "죽은 자들의 이름입니다." 그날밤 늦게 진은 침대속으로 기어들어가 할에게 바짝 다가가 기대었다. "추워요." 그녀는 나지막히 속삭였다. "지금 무서워 떨고 있군 그래." "당신은요?" "있잖아-." 하며 그는 부드럽고 다정하게 일러주었다. "나는 다소 진과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어." "어떻게?" "나는 그 남자 얘기따윈 믿지않아. 그 남잔 약간 미친 사람이야. 오히려 그걸 두려워하고 있어." "그래도 그 죽은 사람들의 이름을 도대체 어디서 수집했을까요?" "아마 그의 죽은 친구들 이겠지." 할은 설명했다. "그걸 무덤에서 주워와서 그렇게 늘어놓고 있겠지. 귀뚜라미가 그런일을 할 이유가 없잖아." "그때 당신이 피곤해서 이만 실례하겠다는 말을 해주어서 다행이었어요. 거기에 더이상 있을 수가 없었어요." "그 남자는 귀뚜라미의 비밀을 우리에게 가르쳐주려 했는데 진은 불유쾌 했나보지?" "그래도 할, 귀뚜라미 때문에 모처럼의 휴가가 엉망이 되어 버릴것 같잖아요." 진은 반박하듯이 말했다. 둘은 서로 껴안고 잠들었다. 창문 밖 암흑 속에선 귀뚜라미 무리가 밤새도록 날개를 비벼대며 울고 있었다. 모건씨는 바쁜듯이 식당을 가로지르며 두사람이 있는 테이블을 향해 걸어왔다. "하루종일 당신들을 찾고 있었습니다. 저를 구해주십시요." "어떻게 당신을 구해줄 수 있습니까?" 할은 포오크를 내려 놓으면서 물었다. "제가 비밀을 알고 있다는 것을 눈치챈 것 같습니다." 모건씨는 나약하게 말했다. "누구에게, 귀뚜라미 말입니까?" 할은 진절머리가 났다. "모릅니다. 귀뚜라미 일지도 모르고......" 진은 경직된 손가락으로 포오크와 나이프를 다시 꽉 쥐었다. 모건씨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소름이 발끝에서부터 머리끝까지 돋는 듯 했다. "모건씨!" 할은 한심함을 참으며 말했다. "제발, 제 말을 믿어 주십시오. 嶺壙뮌都求?" 모건씨는 애원했다. "귀뚜라미는 죽은자의 명령에 따르고 있습니다. 죽은자는 귀뚜라미를 통해 저세상에서 통신을 보내고 있는 것입니다." "왜요?" "죽은자는 앞으로 죽어야 할 사람의 명단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귀뚜라미를 통해서 그 이름을 차례차례로 예고하고 있는 것입니다." "왜?" 할은 단지 왜라고 되풀이할 뿐이었다. 모건씨의 손이 떨리면서 큰소리로 울부짖었다. "모르겠어요! 저로서도 알 수 없단 말입니다." 그의 목이 경련을 일으켰다. { "그래도 죽어야 할 사람의 이름들이 모아졌을때 통신을 보내는 것은 확실합니다." 잠시후 할이 물었다. "그래서 어떤 위험이 있다는 것입니까?" "어제밤, 많은 사람들의 이름을 메모하고 있을 때 였습니다." 모건씨는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 "제 이름이 확실하게 나왔었습니다." 할이 숨막히는 침묵을 깼다. "그래서 어떻게 해드리면 좋겠습니까?" 그의 목소리도 침착성을 잃어가고 있었다. "저와 함께 있어주십시요. 그렇게하면 그들도 손을 쓸 수가 없을 테니까요." 진은 불안한 눈빛으로 할을 쳐다보았다. "그래도 두 사람에게 이 이상 폐를 끼치고 싶지 않으니 저는 자리를 바꾸겠습니다. 방 건너편에 않도록 하겠습니다. 거기라면 두 G사람이 보이니까요." 모건씨는 서둘러 일어나며 수첩을 꺼냈다. "이것을 맡아주시지 않겠습니까?" 두 사람이 말을 꺼내기도 전에, 그는 테이블을 떠나 하얀 테이블보가 덮힌 테이블 사이를 뚫고나가듯이 식당을 가로질러 두사람과 5피드 정도 떨어진 곳에 마주 보도록 앉았다. 할과 진은 모건씨의 행동을 바라보며 테이블 램프에 불을 켰다. "이제 어떻게 하면 좋겠어요?" 진은 참을 수 없어 물었다. "잠시 여기에 있어보지. 자 마셔. 병이 비면 잠을 자면 되니까." 할이 말했다. "그때까지 여기에 있자구요?" "진, 그가 무엇을 생각하고 있든간에 우리와는 상관없는 일이잖아. 나 또한 별 관심도 없고." 진은 눈을 감으며 작게 하품을 했다. "아-, 이 휴가가 도대체 어떻게 되어가는 걸까?" 할은 손을 뻗어 수첩을 집어들었다. 문득 그는 밖에서 날개를 서로 비벼대며 울어대는 귀뚜라미 소리를 들었다. "계속 이쪽을 쳐다보고 있어요." 진이 귀속말을 했다. "그 사람 일은 이제 잊어버려." 진은 몸을 웅크려 그와 함께 수첩을 들여다 보았다. 그녀의 눈은 점과 데쉬의 배열을 따라가고 있었다. "여기에 무슨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녀가 물었다. "글쎄, 모르겠어." 할은 그렇게 말하면서도 귀뚜라미 소리에 M가만히 귀를 기울이며 수첩과 비교해가며 어느정도 비슷한 점을 발견해내려고 해보았지만 허사였다. 몇분 후, 그는 포기하고 수첩을 덮었다. 포도주 병이 비었을때, 할은 일어나며, "자 인사를 하자." 라고 말했다. 진이 일어나기도 전에 모건씨는 두 사람이 있는 테이블로 걸어왔다. "주무시려고요?" "모건씨 벌써 11시입니다. 피곤하니 쉬게 해주십시요." 할은 미안한 듯이 말했다. 모건은 묵묵히 선채로 호소하 듯 절망적인 눈빛으로 두사람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야윈 어깨를 축 늘어뜨리며 마루의 한 곳을 계속 응시했다. 두 사람은 그의 깊은 한숨을 들었다. "이 수첩을 맡아주시지 않겠습니까?" "가지고 계시지 않을겁니까?" "네." 모건씨는 등을 돌렸다. 몇 발짝 걸어간 뒤 멈춰서서 어깨 너머로 이쪽을 보았다. "실례지만 제가 도움을 청하러 갈 수 있도록 문을 열어 두시지 않으시겠습니까?" "네, 그러지요. 모건씨." 할은 대답했다. 모건씨가 미미하게 미소를 띄웠다. "고맙습니다." 그는 걸어나갔다. 두사람이 날카로운 비명소리에 눈을 뜬 것은 모건씨와 그렇게 헤어진 뒤 4시간 후의 일이었다. 할은 진의 손을 꽉 잡았다. 두사람은 암흑을 계속 응시하면서 일어났다. "무슨 일 일까요?" 진은 심장이 두근거렸다. "모르겠어." 할이 이불을 차내며 침대에서 내려섰다. "뒤따라와, 진." 복도에는 희미한 불빛만이 비추고 있었다. 할은 모건씨의 방으로 향했다. 열려있어야 할 문이 잠겨 있었다. "모건씨!" 할은 문을 두들이며 외쳤다. 방안에서 무슨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그것은 마치 백만개의 템버린을 한꺼번에 치는 듯한 소리였다. 그 요란스런 소리에 할은 문을 쥔 손을 떼었다. "무슨 소릴까요?" 진이 두려운 듯 속삭였다. 할은 입을 꼭 다문 채 아무말도 없었다. 두사람은 두려움으로 몸이 경직되어 어떻게 해야 좇뼉 몰랐다. 방안의 요란스럽던 소리가 갑자기 멈추었다. 할은 심호흡을 하고 결심한듯이 문을 열었다. 진이 지른 비명은 목구멍에서 더이상 소리가 되어 나오질 못했다. 달빛을 받으며 피바다 속에 쓰러져 있는 것은 바로 모건씨였다. 그의 피부는 수천개의 칼로 갈기갈기 찢긴 듯한 상처 투성이었다. 창문의 커튼에는 형편없이 낡은 듯이 구멍이 나있었다. 할은 모건씨의 옆으로 다가갔지만 진은 입에 손을 댄 채 마비된 듯이 그 자리에서 꼼짝도 못하고 서있었다. 할은 전혀 움직임이 없는 모건씨의 옆에 웅크리고 앉아 심장에 손을 대보았다. 엉망이된 파자마에서 가슴이 뛰고 있었다. 희미한 심장 고동소리가 할의 떨리는 손으로 전해져왔다. 모건씨가 눈을 떴다. 동그랗게 뜬 눈은 촛점이 없었다. "휘 리 립 마 아 크 스 웨 에 엘-" 눈동자는 이미 풀려있었다. 그래도 그는 죽을힘을 다해 상체를 일으키려고 했다. "죠 오 온 모-건." 그 흐리멍텅한 눈은 할에게 촛점을 맞추려했다. 괴로운 듯이 신음소리를 냈다. 온힘을 짜내는 듯한 필사적인 소리로 말했다. "하 롤 드 캐 러 웨 이-" 그는 계속 이어 말했다. "지 인 캐 러 웨 이." 안에는 시체와 그 둘 밖에 없었다. 밖은 칠흙 같은 어둠이 깔려있었다. 수백만 마리의 귀뚜라미가 날개를 비벼대며 울고 있었다. 그리고 두사람을 기다리고 있었다. 2.요술상자 당신의 성격이 내성적이고 고독하다면, 이 내용에 나오는 소녀 스린처럼 요술 상자가 있었으면 하는 바램도 들 것이다. 이 공상벽이 심한 소녀가 마음속에 품은 것은 무엇이든 원하는대로 이루워지는 작은 상자, <요술 상자>의 비밀은 무엇인가? 작가 제나 핸다슨 (1917-)은 아메리카 아리조나 주에서 태어나, 학교 선생님에서 S.F 작가가 되었다. 아메리카의 어떤 산속에 살고있는 인간과 꼭 닮은 외계인의 신기한 생활을 그린 <삐-뿔> 시리즈로 유명하다. 소녀의 마음이 만들어 낸 기묘한 상자에 얽힌 환상미 풍부한 이 작품은 그녀의 9대표작으로서 단편집 표제로도 나와있다. 1956년 10월호 <환타지 -& S.F>지에 게제 되었던 글이다. 내가 특별히 스린에게 주목하게 된 것은 새 학기가 시작된지 이 주일 정도가 지났을 때로 기억 된다. 물론, 그보다 훨씬 전에 명부에서 그녀의 이름을 보았다. 대개의 교사가 학기 초에 자기가 맡은 모든 아동에 관해서 조사하듯이, 그녀의 성숙도, 능력, 예상되는 성적등을 기계적으로 조사해 본 것은 말할 나위도 없다. 스린의 발육, 능력, 그 어느 쪽도 문제가 없었으며 성적도 걱정하지 않아도 될 수준이었다. 그때 나는 -'다소 너무 조용한 편임'이라는 대수롭지 않은 염려는 일단 듎♥諍慣綏 하고- 신학기에 항상 따르는 혼란과 번잡함이 어느정도 수습될 때까지 그녀의 일은 문제가 없는 다른 아이들과 같이 기억속에 남겨두기로 했다. 내가 그녀의 습관을 알아차린 날의 일은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 나는 크레용을 잡은 작은 달아오른 손을 이끌고 혼내야할 범위에서 색깔이 비어져 나오지 않도록 지도하는 번거로운 일에서 벗어나 의자에 앉아 쉬고 있었다. 교실 안에는 대범하며 유쾌한 분위기가 넘쳐 흐르고 아이들은 도화지 뿐만 아니라 각자의 기억에도 '블루'를 칠하고 있다는 사실도 알지 못한 채, 열심히 손을 움직이고 있었다. 학급의 서른 다섯명 중에서 그들 나름대로 각양각색의 개성있는 녀석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도대체 어떤 순서에 빥피漫 인지, 그것에 대해서 멍하니 생각에 빠져 있을 때였다. 그때 나는 처음으로 스린에게 주목-진정으로 주목-했던 것이다. 그녀는 이미 그림을 다 색칠하고 - 언제나 다른 아이들 보다 상당히 빠르다 - 지금은 정면을 향해 의자에 앉아있다. 책상에 올려 놓은 양 손의 엄지 손가락을 서로 가볍게 스치게 하며 다른 네 손가락들은 무언가를 감싸고 있는 듯이 크게 둥굴리고 있다 - 그 무언가는, 양 손끝이 엉뚱하리 만큼 크게, 손이 거의 직각으로 구부러질 정도로 사각진 것이다. 그것은 무언가 재미있고 귀중한 물건이었다. 그녀의 부드럽게 쥐고 있는 모습이 그것을 나타내주고 있다. 그녀는 간신히 앞쪽으로 몸을 웅크리고 갈빗대 아래 부분을 책상 끝에 밀착시키어 완전히 마음을 Y사로 잡힌듯 손 사이의 책상을 쳐다보고 있었다. 얼굴 표정은 온화하고 행복해 보였다. 입가에는 부드러운 미소를 띄고 있었으며, 내가 주시하고 있는 사이에 그녀는 내려져 있던 속 눈섭을 치켜올리며 즐거움을 서로 나누어 가지는 동료의 훈훈함이 넘치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 보았다. 그런 다음, 그녀의 눈이 깜짝거리며 보이지 않는 장막이 눈 속에 내려졌다. 그녀는 손을 재빠르게 책상속으로 움츠려 감추었다가 다시 꺼내었다. 그녀는 엄지 손가락과 검지 손가락을 대고 천천히 비벼댔다. 그런다음, 양손을 책상위에 포개며 어린 아이에게만 가능한, 완전히 거절과 무시하는 태도로 물끄러미 그 손을 바라보았다. 그 ㈊怜퓽 나의 호기심을 불러 일으켰고 그 날 이후 나는 몰래 스린을 주목하게 되었다. 매우 소극적으로 행동하므로, 거의 나의 주의를 끌지 않을 정도이지만, 아무리 재미있는 유희장을 주어도 그녀는 서둘러 그 일을 끝 마치고는 조용히 손을 쳐다보는 일에 다시 빠져들기 시작하는 것이다. 하루는 쉬는 시간에 뷔디가 그녀를 밀쳐 넘어뜨려 상처를 입힌 일이 있었다. 그녀의 무릎에서 발목에 걸쳐 피가 흐르고 있었을 때도 그녀는 붕대를 감은 다리에다가 눈물로 범벅이 된 얼굴을 금새 이 - 이런 표현을 써도 괠찮다면 - 몇 분후에는 밝은 얼굴에 눈물이 마른 눈으로 나타나는 것이었다. 나는 뷔디가 그녀를 밀쳐 넘어뜨린 것은 그녀의 '보는' 버릇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 일이 있기 전날, 그가 얼굴을 甁耐溜瘠타 나를 찾아 왔었기 때문이다. "선생님!" 그는 고자질을 하였다. "그애, 자꾸 쳐다봐요." "누가 쳐다본다는 거니?" 그때 나는 마침 손에든 단어집을 조사하며, 언제나 아이들을 혼란에 빠지게 하는 그 WH로 시작하는 단어 하나, Where을 도대체 어디서 탈락시킨건지 몰라 고개를 갸웃둥 거리고 있다가 뷔디를 보며 대답했다. "스린이요. 그 앤 '보고'만 있었요. '보고'만요." "너를 말이니?" 나는 되물었다. "음......" 그는 검지 손가락으로 코 밑을 문지르며 懃 밑에 때자욱을 지저분하게 남기며 내가 건네 준 티슈를 받아서는 주머니 속에 넣었다. "선셍님, 그 앤요 책상만 보고 거짓말을 해요. 보인대요......" "뭐가 보인다는 거지?" 나는 호기심에 차서 뷔디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뭐든지요. " 뷔디는 말했다. "그건 그 애의 '요술상자'에요. 뭐든, 보고 싶으면 보인대요." "스린이 '보는' 것이 너의 비위에 거슬리니?" "그런건 아니지만......" 그는 머뭇머뭇 거렸다. 그리고 나선, 숨도 쉬지 않고 지껄여 댔다. "제가 개에게 물리는 것을 봤대요. 제가 스린의 연필을 주웠기 때문에......" 그에게 용어상의 혼란이 오기 시작했다. "제가 스린의 연필을 훔쳤다고 의심하고 있어요. 저는 단지 바닥에 떨어진 것을 주웠을 뿐인데." 시선이 바닥으로 떨구어졌다. "바로 돌려 줄거에요." "그렇게 하는 것이 낫겠다." 나는 입가에 자상하게 미소를 띄어 보였다. "만약, 스린이 널 쳐다보는 것이 싫다면 앞으론 그런 일은 하지않는것이 나을 것 같구나." "쳇, 바보같은 계집애." 그는 그렇게 중얼거리고는 발소리를 거칠게 내며 돌아서 가고있었다. 그래서 a뷔디는 디음날 아침, 개에게 물려 놀라게 된 일을 보복이라도 하듯이 그녀를 밀어 넘어지게 한 것 같았다. 그 일이 있은 후, 나는 태연하게 교실 뒷자리에 앉아 있는 스린의 곁으로 슬그머니 다가가 보았다. 그러나, 내가 자신의 곁으로 다가온 것을 봤는지 아니면, 낌새를 차렸는지 어느덧 스린의 손이 재빠르게 움직여서 증거를 없애버리고 마는 것이었다. 딱 한번 스린의 손 안에서 무엇인가 보인 것 같았으나 그 때에는 그녀의 손가락이 햇빛 속에서 빛나고 있었으므로 단순한 햐빛의 장난에 지나지 않았을 것이다. 어린아이란 아무런 이유없이는 결코 껍질속에 틀어 박히거나 하지 않는다. 스린이 뚜렷하게 자폐증적인 성격을 뮩づ립뺐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나는 스린을 걱정하기 시작했다. 스린이 운동장에서 어떤행동을 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슬그머니 그녀를 관찰해 보기도 했다. 그 결과는 한 층더 나를 혼란에 빠트리게 할 뿐이었다. 스린에게는 규칙적인 행동이 한가지 있었다. 쉬는 시간이 되어 어린아이들이 운동장으로 우르르 몰려서 뛰어 나갈 때 스린도 그 무리에 끼어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환성을 지르며 운동장을 뛰어다니며 친구와 함께 장난을 치는 스린의 모습에는 어디에도 자폐증적 성격은 찾아 낼 수가 없었다. 그러나, 스린은 십분만 지나면 어김없이 머리카락은 흐트러지고, 발갛게 달아오른 얼굴에 흙투성이가 되어 한쪽 구두끈을 질질 끌며 친구들 틈에서 빠져 나온다. 스린은 샇疸 빗고 몸단장을 바로 고치어 원래의 깔끔한 복장으로 만드는 것이었다. 그리고나서, 교사 입구를 장식하고 있는 유사 코린트식 원주 밑으로 사라지고 있는 계단의 옆 쪽, 작고 좁은 계단 위에 서면 아주 맑고 차분한 모습으로 움푹 패인 손 안에 무언가를 받아 든다. 그리고 나서, 그것을 일심불란으로 가만히 응시하고 있는 것이었다. 너무나도 그것에 열중한 나머지, 언제나 수업이 시작되는 것을 알리는 종소리에 깜짝 놀라며 분주하게 움직여 교실안으로 들어가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때마다 교실안에 들어가는 학생들 틈에 끼기전에 스린은 손 안에 든 것을 만약 옷에 주머니가 있으면 주머니 속에 넣고, 그렇지않을 경우에는 교사와 울타리 사이에 뚫린 작은 구멍 속에 그것을 눥馨 두는 것이었다. 스린은 아무래도 그때마다 <요술상자>를 감추어 두지 않으면 안되는 것 같았으나 결코 다시 찾으러 갈 필요는 없는 것 같았다. 어쨌든 그녀가 그것을 구멍 속에 감추어 두는 모습에 완전히 매료되어 버린 나는 한번은 그곳으로 가서 그 지저분하고 좁은 구멍속으로 손을 넣어 본 적이 있다. 그리고나서, 먼지가 묻은 손을 털어내며 살짝 아이들 뒤를 따라서 교실로 들어왔지만, 문득 스린을 보니 재미있긴 하지만 입가에는 미소조차 띄지 않은채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스린의 손이 장난스럽게 앞에 놓여져 있었으며 눈에는 보이지 않는 단단한 물건을 엄지 손가락으로 애무하고 있는 것이었다. 스린이 나를 선수친 것에 대해서 이렇게도 만족해하고 뮹獵 것을 알아차리고 나니, 나도 웃음이 나왔다. 같은 자폐증적인 성격이라 해도 스린은 꽤 밝은 종류의 자폐증이므로 나는 지금까지 품고 있던 근심을 털어 버리기로 했다. 딱 꼬집어서 이거다 할 만한 그어떤 증예보단 스린은 나은 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해보건데 언젠가는 이런 나도 침묵 이라는 미덕을 배울 날이 올 것이다. 어차피 배우게 될거라면 그날의 긴 오후보다 전에 배워 두었으면 좋았을걸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들 초등과 교사가 함께 모여서 등사판 잉크의 자극적인 냄새, 자욱한 담배 연기, 끊이지 않는 수다 속에서 일을 하던 어느 오후의 일이다. 그때 나는 멍청하게도 알파의 분위기에 휘말려 지금 맡고있는 아이들 중에서 문제아를 어떻게 해야할지에 '대해서 수다를 떨기 시작했던 것이다. 예를 들어, 알파가 담임을 맡은 반의 남자아이들의 소란스러움과 난폭함을 또,여자아이들의 한도 끝도없는 수다에 대해서 끊임없이 푸념을 늘어놓고 있었다. 그런데 나는 - 어리석게도 - 스린을 알파가 늘어놓았던 외면적인 현상보다도 오히려 보다 더 깊은 근심의 대상으로 제시한 것이다. "그렇다면, 그냥 멍하니 앉아 빈손만 쳐다보고 있단 말이지?" 알파의 목소리가 삐걱거리며 꼬치꼬치 캐묻는 평소의 말투로 변했다. "그래. 어쨌든 나에게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나는 말했다. "그래도 분명한 것은 그 아이한텐 &보인다는 것이야. " "그건 공상을 보고있는게 아니겠어?" 그녀의 어조가 한단계 더욱 고조되었다. "내가 본 책에 의하자면......" "아 그래 알았어." 마린이 재떨이에 담배를 끄기 위해서 책상 가까이로 몸을 내밀며 말했다. "알파 네가 읽은 책 얘기라면 아마도 수백 번은 더 들었을 거야. 이젠 질릴 정도라니까." "그래도 아주 책을 읽지 않는 것 보다는 낫잖아!" 알파는 응석을 부렸다. 마린은 콧 구멍으로 담배연기를 뿜어내면서, "우리들은 있잖니, 네가 다른 책을 읽는 날을 기다리고 있어. 아무래도 그책은 거의 드물 정도로 긴 책인것 같구나." "아니야, 그렇지 않아." 알파는 미간을 찌푸리며, "분명......" 그리고 나서 알파는 화가났는지 얼굴이 울구락불구락해져 마린에게서 얼굴을 돌렸다. "자, 그러면 다시 우리들의 의논으로 돌아와서......" 라며, 그녀는 일부러 목소리에 힘을 주어, "내 생각에는 그 아이가 정서적으로 깊은 불안을 가지고있는 것 같아. 어쩌면 정신병자로 간주될 정도 일지도 모르겠어." 알파가 말을 빙빙돌려 얘기할 때 그녀의 눈은 어렴풋이 빛나고 있었다. "아니, 그렇지는 않아." 순간적으로 스린을 변호해야 할 필요를 느낀 나는 조금 전 그녀가 한 말을 g되풀이하는 난처한 지경에 빠지고 말았다. "그 아이에게는 독특한 그 무엇인가가 있는거야. 그 아이에게는 자폐증적인 성격을 지닌 아이에게 흔히 나타나는 신경과민이라던가, 뽐을낸다던가 하는모습도 또한, 한번도 나와 충돌한적도, 수동적인 태도도 전혀없어." 나는 이렇게 말을 하면서 작년에 맡았던 학생들 중의 한 명으로 지금은 일년간의 내 노력을 알파가 협박적인 언사로 수포로 만들고 있는 한 남자 아이의 모습을 애처롭게 떠올리고 있었다. "그녀는 행복한 환경에서 자란 성격을 가지고 있어보여. 단지 아주 조금 뭔가 기묘한...... 프러스가 있을뿐이야." "어쨌든, 그 아이가 우리 반 아이였다면 나는 걱정을 했을거야." | 알파는 이만하면 됫다는 듯 만족스러운 듯한 한숨을 쉬었다. "우리 반에는 모두 착실한 아이들만 모여서 참 다행이야. 생각해보면 나 한테서는 불평을 느낄만한 행동이 없는 것 같아. 수다장이들과 우물쭈물하는 아이들을 제외하고는 문제될 만한 아이는 전혀 없거든. 설사 있다고 하더라도 그 정도 쯤이야 큰 소리로 혼을 내주거나 한대 때려주면 어떻게든 해결이 되니까 말야." 알파학급에 대해서 나와 같은 견해를 가지고 있던 마린은 알파의 말에 빈정거리듯이 나의 시선을 바라보고 있었으며 나는 한숨과 함께 얼굴을 돌리고 말았다. 내가 알파 정도로 낙천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었더라면 좋으련만...... 그래, 그럴려면 '무지함'이 바쳐줘야만 하겠지. > "그 여자아이, 빠른 시일 내에 손을 쓰는 편이 나을거야." 알파는 그 방에서 나오는 길에 나에게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그렇지 않으면, 그 사이에 점점 더 악화되어 나중에는 손을 쓸 수가 없을 정도로 힘에 부치게 될지도 모르니까. '퇴화'라고 책에는 써있었던것 같지만......" 나는 알파라는 사람을 옛날부터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녀의 말을 어느정도 절충해서 듣지않으면 안되는지 알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점차로 스린에 대해서 걱정을 하기 시작했다. 어쩌면 정말로 이 아이는 내가 이제까지 맡아보았던 아이들 문제보다도 더 정서적인 불안을 가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권을 차지하여 나라가 안정되는 것보다 비슷한 힘을 가진 붕 어쩌면 어린아이들이란 온화하고 만족스런 표정을 지으면서도 자신의 마음 한구석에서는 작은 '광기'라는 구더기를 기르고 있는지도 모른다.그렇지 않으면, 그래 그렇고 말고! - 나는 도전적으로 나에게 타일러 말했다 - 그녀는 정말로 <요술상자>를 가지고 있을지도 몰라. 정말로 무엇인가 소중한 것을 보고있는지도 모른다. 그런일에 대해서 어떻게 내가 아니라고 부정할수 있겠는가! <요술상자 >! <요술상자> 속에는 무엇인가가 보이겠지? 마음속으로 바라고있는 간절한 소망? 그런 생각을 한 뒤 스린의 손이 사각으로 구부러져 있는것을 보았을 때, 나는 심장의 고동이 -약간은- 달라지는 것을 느꼈다. 나는 의자에서 자세를 똑바로 고쳐 앉으려고 크게 심호흡을 하였다. 만약 지금 참이라고 했지만 나 역시 그 사람을 N그녀가 만지고 있는 것이 그녀의 요술상자라면 내 마음속에 가지고 있는 간절한 소망은 그 상자 안에는 나타나지 않겠지? 아니면 나타날까? 나는 의자에 앉아서 책상에 턱을 괴고 무의미한 낙서를 시간표 위에 갈겨 썼다. 그리고 -결코 이번이 처음은 아니지만- 도대체 왜 이런 부질없는 생각을 해내는지 나로서도 의아하게 생각했다. 그때 문득, 내 팔꿈치 옆에 서있는 작은 존재를 느낀 나는 뒤를 돌아다 보았다. 스린의 동그랗게 뜬 눈과 마주쳤다. "선생님?" 스린의 목소리는 거의 한숨과도 같았다. "무슨일이니, 스린?" 그때 그 순간에 나는 무엇인가의 이유에서 스린이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나를 r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어쩌면 그 이유는 그 날 아침에 스린의 그룹이 새로운 책을 읽게 되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또는, 내가 그녀의 새드레스에 시선을 두었기 때문에 새로운 드레스를 입은 스린의 분위기가 그녀를 상당히 사랑스럽고 또 순수하게 느끼게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것도 아니면, 가을 햇살이 스린의 책상 위에서 금색으로 춤추고 있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어쨌거나 스린은 막 넘칠듯한 애정을 나에게 가져와 대부분의 아이들과는 달리, 나에게 안기거나 뽀뽀를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랑을 두손에 가득 담아 나에게 가져온 것이었다. "선생님, 제 상자 보실래요? 제 <요술상자>에요. 여기." "어머나, 정말 고맙다." 나는 말했다. "만져봐도 되겠니?" 나는 이제껏 -깜짝상자에 살아있는 방울뱀, 드레곤 이빨, 가엽게도 죽은 나비, 그리고 어느 추운 날 소지-의 얼굴에서 빠진 두 개의 귀와 코등, 가지각색의 물건들을 가져왔었으며 이것 모두가 착실하게 보이지 않았던 점에서는 <요술상자> 그 이상이었다. 그러니 나는 걱정을 얼굴에도 손가락에도 나타내면서 신중하게 그 사각 물건을 스린한테서 받아들었다. 그리고 분명하게 그 사각 물건의 무게감과 실체의 실재감을 느낀 것이었다. 너무 놀란 나머지, 나는 하마터면 그 물건을 떨어뜨릴뻔 했었으나 스린의 걱정어린 보살핌으로 그것을 다시 잡고 그 귀중하고 정겨운 물건의 겉에 손을 대고 희미하게 아물거리는 것을 초월하여 깊게 더 <깊게 스린의 <요술상자> 속을 들여다 보았다. 나는 맨발로 바람에 산들산들 거리는 풀밭을 달려가고 있었다. 한쪽 구석에 있는 사과나무를 돌아갈 때, 나부끼던 스커트 단이 데이직에 스쳤다. 따스한 바람이 양 볼을 스치고, 귀 속에 대고 웃어주었다. 나의 심장이 우주를 날 듯한 발을 추월하여 용솟음치는 환희와 함께 따스함 속에 융합됨과 동시에 그의 팔이...... 나는 눈을 감고 침을 꿀꺽 삼켰다. 손바닥은 요술상자를 꽉 쥐고 있었다. "참 아름답구나." 나는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 "너무 멋지구나 스린. 이걸 어디서 났니?" 그녀의 손이 재빠르게 요술상자를 다시 되받아 갔다. "이건 내거에요." 그녀는 덤빌듯이 말했다. "내거란 말이에요." "물론, 그렇지." 나는 대답했다. "자, 조심해서 가거라. 떨어뜨리지 않도록 말이야." 스린은 주머니 속에 손을 넣으면서 미소를 띄었다. "괜찮아요, 선생님." 그렇게 말하고는 주머니를 툭툭 쳐보이며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다음날 아침 스린은 나와 눈을 마주치길 꺼려하고 있는 듯 했다. 이제는 스린에게 배신자로 밖에 느낄 수 없는 그 행위에 대해서, 혹시 내가 무슨 말이라도 하지 않을까, 뭔가를 보지는 않았는지, 혹은 어떤 방법으로 그것을 생각해 내지는 않는지 걱정을 하고있음에 틀림이 없었다. 그러나 내가 아무런 의미도 두지않고 평소와 같은 미소를 띈 것을 본 후에야 비로소 스린은 내가 아무짓도 하지않는다는 것을 깨닫고 긴장을 풀었다. 그 일이 있은 후 하룬가 이틀이 지난 어느날 밤, 달빛이 훤히 비치는 창가에 기댄 채, 머리를 얼굴 앞으로 늘어뜨리고 그 넘칠듯한 달빛으로부터 얼굴을 가리며 잠시 멈추어 서있었을 때, 나는 <요술상자>를 떠올렸다. 나도 그것을 만들 수가 있을까? 나도 이 쓰라린 듯한 기대, 밖으로 손을 뻗고 싶은 기분, 내 몸안에서 울부짖고 있는 소리를 실체화 하여 <요술상자>로 만들어 낼 수 있을까? 나는 양손을 들어 엄지 손가락과 엄지 손가락을 서로 붙이며 똑바로 세워진 검지로 어두운 지평선에 한 획을 그어 보았다. 아무것도 없는 텅빈 사각 공간을 바라보고 있는 사이에 내 눈은 젖어들었다. 나는 한숨을 쉬며 가벼운 웃음소리를 내고는 다시 턱을 괴고 창문 밖을 쳐다 보았다. 이렇게 자신의 곁에 마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것이 손가락을 근질근질 거리는 것을 느끼면서도 더욱 많은 속박때문에 그것을 받아들일 수가 없다니. 나는 창문에서 얼굴을 돌렸다 - 빛나는 광휘로부터 얼굴을 돌렸다. 스린에 관해서 다시 알파가 내 마음속에 날카로운 '우려'라는 가시를 꽂는 일에 성공한 것은 그 뒤 잠시 후 였다. 어느날 아침에 일어난 일이었다. 우리들은 쉬는 8시간에 운동장 감독을 함께 하게되었다. 따가운 햇빛 속에서 얼굴을 상기 시켜가며 뛰어노는 아이들을 보고 있을 때, 알파가 내 귓전에 대고 속삭이는 것이었다. "그 애는 어디있니? 네가 전에 말했던 이상이 있다는 바로 그 아이 말이야." "우리 반에는 이상이 있는 아이는 한 명도 없어." 순간적으로 그녀가 누구의 얘기를 하고 있는지 알아차리고는 나도 모르게 날카로운 말투로 쏘아붙였다. "그래? 내 생각엔 아무것도 없는 빈 손만 쳐다보고 있는 아이야말로 이상이 있는 아이라고 생각되는데. 너는 어떻게 생각하니?" 알파의 말에 포함된 신랄함은 몸서리가 쳐질 정도였다. > "어느 아이가 그 아이지?" "스린 말이니?" 나는 떨떠름하게 대답했다. "그 아이라면 지금 철봉대에서 놀고있어." 알파는 철봉대에 거꾸로 매달려 놀고있는 스린을 아무런 꺼리낌도 없이 관찰하였다. 짧은 스커트가 스린의 얼굴을 반 쯤 가리고 있었다. 알파는 쭈그러진 보라색 손을 비벼대며 한숨을 내쉬었다. "겉 보기엔 그런대로 착실해 보이는데." 알파가 말했다. "저 아이는 정상이라니까!" 나는 되받아 말했다. "나에게 그렇게까지 화낼 필요는 없잖아!" 알파는 소리를 버럭 질렀다. "저 아이가 정상이 아니라고 말한 것은 내가 아니라 엄연히 너야. 언제나 그걸 잊고 x있는것 같구나. NOT ME? NOT I? 어느 쪽이지?" 나도 신경질적으로 알파를 몰아 붙였다. 그때 다행히도 수업 시작을 알리는 종이 울려 난처한 입장에 놓인 알파를 구해내 주었다. 이렇게도 중요한 일에는 무관심하기만 하고 하찮은 일에는 구애받는 사람은 처음이다. 그래도 그녀는 또 다시 나에게 스린에 대한 새로운 걱정거리를 심어주는데 성공하였으며, 그 걱정은 몇 일 후에는 아주 심각한 우려로 변하였다. 어느날, 스린은 졸린 눈으로 학교에 왔서는 교실에 멍하니 앉아 말도 듣질 않았다. 숙제는 전혀 해오질 않았을 뿐만 아니라 쉬는 시간에는 졸기까지 했다. 나는 은근히 T.V와 드라이브 인 극장을 저주하며, 하룻밤 푹자고 나면 다시 평상시 처럼 `되리라 믿고 있었다. 그런데 그 다음 날, 스린이 느닷없이 교실에서 흐느껴 울며 뷔디를 의자에서 넘어지게 한 것이다. "어떻게 된 일이지, 스린?" 나는 놀란 얼굴로 뷔디를 부추겨 일으킨 뒤 그렇게 말하면서 스린의 손을 잡았다. 스린은 내 손을 뿌리치면서 다시 뷔디에게 달려 들었다. 그리고 내가 무슨 영문인지 몰라 어리둥절해 하고있을 때 뷔디의 머리를 두손으로 끄들으며 내 팔에서 끌어내어 힘껏 벽에 밀쳤다. 그런 뒤 작은 두 주먹을 불끈 쥐어 눈물이 하염없이 쏟아지는 눈에 가져다 대었다. 놀라움으로 교실 안엔 침묵이 흘렀고 스린은 자기 스스로 징벌용 격리 의자를 향해 걸어가서 교실과 등을 돌리고 앉았다. D 스린은 교실벽을 응시하며 크게 몸서리를 치면서 흐느껴 울기 시작하였다. "도대체, 무슨 일이니?" 나는 마루 바닥에 주저 앉은 채로 뽑힌 머리를 매만지고 있는 뷔디에게 물었다. "스린에게 무슨 짓을 했지?" "그냥 '도둑놈의 딸'이라고 말했을 뿐이에요." 뷔디는 말했다. "우리 엄마가 신문에 씌여진 기사를 읽고 스린의 아버지가 도둑이라고 일러 주셨어요.카린 스텐드에 도둑질을 하러갔다가 잡혀서 감옥에 간거래요." 뷔디의 당혹스런 얼굴은 울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몰라 망설이고 있는 듯 했다. 뷔디는 이 모든 일들이 순식간에 일어난 일들이었기 때문에 아직까지도 자기 자신이 /난처한 입장에 처해진건지 어떤건지를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다른 사람의 욕을 하는 것은 옳은 일이 아니란다." 나는 힘없이 말했다. "뷔디야. 이제, 제 자리로 돌아 가거라. 스린에게는 선생님이 나중에 잘 얘기해 둘테니까." 뷔디는 일어서서 헝클어진 머리를 매만지며 우물쭈물 자리에 앉았다. 뷔디는 이 일을 좀 더 큰 사건으로 꾸미고 싶었으나 그 방법이 떠오르질 않는 것 같았다. 그래서 일부러 울상을 지어보이며 눈물이 나오는지 어떤지, 시험해 보았으나 눈물은 전혀 나올 생각도 하질않았다. "쳇, 바보같은 계집애." 그렇게 중얼거리며 빠진 머리를 손으로 k뽑아내었다. 그러고나서 반 시간이 지난 후,나는 수업을 진행하면서도 스린에게도 주의를 게을리하지 않았다. 어느덧 흐느껴 울던 스린도 이젠 진정이 되었는지 울음을 멈추었다. 또 굳어 있던 어깨도 부드러워졌다. 가만히 무릎 위에 얹어 놓은 손에서 스린이 <요술상자>로 위안을 삼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 뒤 우리 둘은 일대일로 서로 얘기를 나누어 보았지만 그녀는 완전히 나에게서 마음의 문을 닫고 있었기 때문에 아무리 얘기를 해보아도 마음이 통하질 않았다. 내가 얘기를 하고 있는 사이에 스린은 다소곳이 앉아 나를 바라보고 있었지만 무릎 위에 올려놓은 손은 떨고 있었다. 저렇게도 작은 손이 떨고 있는 것을 보는 일은 왠지 j마음을 흔들리게한다. 그날 오후, 독서 그룹의 지도중에 나는 아무 생각없이 고개를 들었다. 그 순간 스린의 겁에 질린 눈과 마주쳤고, 나는 비명 소리라도 들은 것처럼 깜짝 놀랐다. 스린은 당황한 모습으로 주위를 둘러보고 뒤이어 자신의 손을 내려다 보았다. 아무것도 없는 빈 손을. 그리고 나서, 전에 앉아 있던 격리 의자로 달려가 의자 밑으로 손을 집어 넣었다. 천천히 스린이 자리로 돌아올 때 스린의 손에는 눈에 보이지않는 물체가 들려있었다. 분명 지금 처음으로 스린은 <요술상자>를 다시 찾으러 가지 않으면 안되었던 것이다. 이 일은 그 날 오후 내내 어떤 막연한 불안에 사로잡혀 있었다. 그날 이후, 몇 일간은 별 탈없이 x지나갔다. 그 사이에 나는 온몸으로 스린에게 주의를 두고 있었지만 사태의 변화는 보이지 않았다. 스린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요술상자>를 보는 일에 열중 하였으며, 일단 그것을 어디에다 감추어 두었다면 반드시 다시 찾으러 가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었다. 그러는 사이에 스린은 몽상에서 현실로 돌아오는데 점차로 시간이 걸리게 되었고 결국은 내가 스린을 흔들어 깨우지 않으면 안될 날이 찾아왔다. 나는 스린의 어머니를 찾아 갔다. 그러나 스린의 어머니는 나의 말을 이해하지 못한채, 아니 이해하려고도 하질 않았다. 그녀는 나를 스린의 아버지로부터 스린의 마음을 떼어내려고 하는 그런 경박한 사람 취급을 하였다. 내가 스린의 아버지 얘기는 }일체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혹시 그의 일에 대해서 한마디도 하지 않았기 때문일까?' "혹시, 제 딸이 나쁜 짓을 하거든 호되게 꾸짖어 주세요." 마지막으로 그녀는 보채고 있는 아이를 한 쪽 허리에서 다른 한 쪽의 허리로 옮기고, 덥수룩한 머리를 긁으며 말했다. "선생님께서 무슨 일을 하시던 간에 저는 전혀 개의치않아요. 그런 일에 신경을 쓸 생각따윈 없어요. 이미 다 써버린지 오래구요, 또 지금 아이들에게 신경을 쓸 여유따윈 요만큼도 남아있질 않아요." 그렇게해서 스린의 아버지는 유죄를 선고 받았고 주 형무소에 수용된 것이다. 다음날 뷔디가 나를 찾아와 독서 그룹 지도를 방해하여 나의 화를 불러 일으킨 것은, \수업시작 후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았을 때였다. 그는 쉰 목소리로 속삭였다. "선생님, 스린이 눈을 뜬 채로 여태 자고있어요." 우리들은 그녀의 자리로 가보았다. 뷔디는 의식이 완전히 없는 스린의 곁으로 다가서서, 손으로 그녀를 쿡쿡 찔렀다. "내가 말했었지, 이번에도 또 졸면 선생님한테 이르겠다고." 다음 순간에, 깜짝 놀라서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는 우리들 눈 앞에서, 스린은 인형처럼 경직된 상태로 갑자기 옆으로 기울더니 의자에서 쓰러지는 것이었다. 바닥으로 떨어진 충격과 함께 경직되었던 몸은 풀리고, 스린은 축 늘어진 채 그린 아스팔트 위에 쓰러져 있었다. 스린의 손에는 지금도 무언가를 꽉 쥐고 =있었으며 나는 그 손가락을 무리하게 피려고 애를 썼다. 곧이어 내 손 밑에서 스린에게 걸려있던 주문이 풀리는 것을 느끼곤 울고 싶은 기분에 사로 잡혔다. 나는 스린을 안고 위생실로 옮겨가, 간호부와 함께 젖은 타올로 스린의 몸을 차갑게 식혀가며 기도를 하고 있는 사이에 스린이 간신히 눈을 떴다. "선생님?" 스린은 나약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왜 그러니 스린?" 나는 스린의 차가워진 손을 잡았다. "선생님, 저요 아주 조금만 더 있었더라면 <요술상자> 속으로 들어갈 수 있었어요." "그런일은 있을 수가 없단다." 나는 대답했다. "그런일은 있을 수가 없는거야. 스린은 몸집이 아주 크거든." "아버지는 그 안에 있었는 걸요." 스린은 말했다. "전에 우리가 살던 집도요." 나는 스린의 야윈 얼굴을 오랫동안 바라보았다. 나를 재촉하며 그 뒤말을 입에 담은 것은 스린을 진심으로 걱정하는 마음에서 였다고 생각하고 싶다. 다음 말을 이었을 때 심한 말을 하게 된 것은, 선망 때문도 아니라면 집요하게 나를 따라다니며 괴롭히는 알파의 말 때문도 아니었다고 생각하고 싶다. "그건 단지 장난에 지나지 않는 거란다." 나는 말했다. "농담같은 거란다." 내 손안에 있던 스린의 손이 저항하듯이 움직였다. "스린아. 너의 <요술상자>는 있잖니, 단지 장난에 불과하단다. 뷔디가 책상 속에 감추어둔 작은 말과 소지의 젯트기 처럼 말이야. 뭐, 그렇지않으면 쉬는 시간에 모두가 하며 노는 술레잡기 처럼 말이야. 그건 장난하기에는 아주 재미있지만 현실에는 없는 거란다. 그것이 정말로 있다고 생각해서는 안되는거야. 장난이니까." "아니에요!" 스린은 미칠듯이 외쳤다. "그, 그건 어디에 있죠? 돌려주세요, 선생님." 스린은 손을 뿌리치며 말했다. "어디에 두셨죠? 그걸 어디에 두셨냐니까요?" "<요술상자> 따윈 어디에도 있질 않아." = 나는 기복없는 말투로 말하며 스린을 가슴에 안고서 그녀의 마음과 같이 찢어지는 내 가슴의 고동소리를 들으려고 했다. "선생님이 없애셨군요. 선생님이!" 스린은 흐느껴 울었다. "그걸 나 한테서 빼앗아 갔군요!" 그리고나서 스린은 나의 가슴 속에서 빠져 나왔다. "돌려주면 않되나요?" 보다못한 간호부가 나에게 속삭였다.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빼앗긴 일로 저렇게도 슬퍼하고 있다면......" "그건, 단지 공상일 뿐이에요." 나는 거의 무뚝뚝한 표정으로 말했다. "실제로 존재하지도 않는 걸 어떻게 돌려줄 수가 있어요?" 너무나도 어리다! - 나는 그렇게 괴로웁게 @생각했다. 마음속의 소망이 단지 놀이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배우기엔 너무나도 어린것이다. 물론 의사는 스린에게서 아픈 곳을 어디에서도 발견하지 못했다. 스린의 어머니는 이 사건을 그저 실신에 지나지 않는다고 단정을 짓고는 다음날 스린을 학교로 보냈던 것이다. 스린은 엎어놓았던 손을 평평하게 책상 위에 올려 놓곤, 수척해진 얼굴로 무표정하게 창문을 향해서 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 스린의 모습을 쳐다보았을 때, 나는 마음속으로 맹세를 했었던 것이다. 보다 좋은 것을 안겨줄 자신이 없는 한 이제부턴 결코, 결코 다른 사람한테서 어떠한 신념이라도 빼앗아 가지는 않을 꽣痼繭箚?..... 도대체 나는 스린에게 무엇을 안겨다 주었단 말인가! 내가 빼앗아 간 것보다도 그 어떤 좋은 것을 스린은 가지고있단 말인가! 스린의 <요술상자>가, 이처럼 험난한 인생의 역경을 헤쳐나가기 위해서, 일부러 안겨졌던 것이 아니라고 왜 부인하지 못하는 걸까? 그리고 지금 내가 그것을 빼앗아 간 이상, 무슨일이 생기는 걸까? 시간이 지나감에 따라 스린도 다시 공부에 전념하게 되고, 나중에는 아이들과 장난도 하게 되었다. 얼굴에는 미소가 다시 돌아왔지만, 웃음소리는 전혀 들리질 않았다. 꺼진 납촉과도 같은 모습이라는걸 제외하고는 스린은 꽤 잘 해나갔다. 그 불길은, 신념이란 빛이 사라지자 함께 사라진 것이었다. 그리고 스린은 이젠 나와 r함께 나누던 미소도 더이상 지니고 있지 않았었고 내 곁으로 가져오던 넘칠듯한 애정도 가지고있질 않았다. 스린의 어깨는 내 손이 닿기만 하면 눈에 띄지않게 슬그머니 피하는 것이었다. 그런일이 있은 후 어느날 이었다. 갑자기 나는 스린이 교실을 수색하고 다니는걸 눈치챘다. 사람들의 눈을 피해서 태연하게 날마다 스린은 이잡듯이 쌍쌍이 교실 안을 수색해 나갔다. 모든 퍼즐상자, 모든 점토뭉치, 모든 책장과 선반이란 선반들, 모든 상자와 봉투, 조직적으로 책장 뒤를 조사하고 급우들의 책상 속을 조사하여 결국엔, 남은 곳은 내 책상 서랍 뿐이었다. 그 이후, 스린은 내가 서랍을 열 때마다 어디서라도 내 팔꿈치 옆에 모습을 나타내게 떟퓸駭? 그리고 그 스린의 눈은 내가 서랍을 닫기 전에 날카롭고 재빠르게 그 안을 힐끗 쳐다보는 것이었다. 그러나 만약 내가 그 시선을 의식하고 쳐다보게 되면 스린은 내 곁으로 오게된 합뱝적인 요건을 생각해내어 말하는 것이었다. 스린은 다시 그것을 믿기 시작한 것이다. -나는 희미하게나마 희망을 가졌다. 스린은 <요술상자>를 잃어 버렸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려고 하질 않는다. 다시 그것을 원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없어지고 말았다.-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틀림없이 없어져 버린 것이다. 불면 때문에 내 머리는 무겁고, 슬픔은 느릿느릿한 동작으로 모든 거동에 나타났다. 기다린다는 것은 때론 거의 참기 어려울 정도의 무거운 짐이되는 경우가 있다. 어린 학생들이 콧노래를 부르며 즐겁게 공작놀이와 씨름을 하고 있을 때, 나는 멍하니 창밖을 쳐다보며 낮은 웃음소리를 냈다. 그 웃음소리는 경련이 일듯한 것으로 그대로 있다간 뭔가로 변해버릴 것 같았기 때문에 서둘러 책상으로 돌아왔다. 나는 '지금이 불필요한 물건들을 정리 할 절호의 기회다. 어쩌면, 전에 어딘가에 쳐박아 두었던 색분필도 찾아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여 책상의 오른쪽 맨 밑 서랍에 손을 넣어 뒤적거렸다. 서랍은 깊숙하게 잡동사니들로 가득차 있었다. 무릎을 꿇고 있던 나는 잊고 지내던 잭. 프로스트의 남은 그림, 대나무로 만든 부서진 장난감 총 한자루, 이빨자욱이 있는 빨간리본, 완구 피스톨용 화약 한묶음, 줄무늬 양말 한짝, 숫자 연습장 6권, 미니아 샞㈍ 석탄 셔블, 호박등을 만드는 설명서, 프라스틱 핑크 펠리컨 등을 그 서랍에서 꺼내었다. 아주 오래전에 잃어버렸다고 생각하고 있던 이이릿슈. 린넨 손수건도 발견했으며 소지의 보고 카드 -그가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던 것에 따르면, 그의 손에서 날아가 젯트기 동체 위에 착륙하여, 아주 괴장한 속력으로 부딪혔기 때문에 뿔뿔이 흩어져 버렸다는 카드-도 발견하였다. 이 가지각색의 잡동사니들이 산더미같이 쌓인 밑에서 나는 손에 사각물체의 감촉이 느껴졌다. 다행이다! 색분필상자가 이런데에 있었구나! 위에놓여진 물건들을 폭포처럼 마구 쏟아부으면서, 손을 빼내어 상자에 쌓인 먼지를 떨어 트렸다. 우리들은 지금 함께 있었다. 밖에는 매혹적인 흰 황야가 펼쳐져 있었고 창문 d너머에서 바람이 솔솔 불어와 내 귓가를 스치고, 나는 젖은 흰 손을 불에 쬐고 있었다. 그 안에는 모든 걱정과 괴로운 일 ,기다리는 일, 이별과 고독을 잊을 수가 있었고 이것들의 거대함은 단단한 어깨가 전해주는 위안과 힘이 센 손의 따스함에 의해서 축소되 버린다. 이곳 어디에도 이별의 공포, 그지없이 더이상 헤쳐나갈 필요는 없는 것이었다. 이것이야 말로 꿈에서 그리던 해피앤딩 이었다. 이것이야 말로...... 이건 스린의 <요술상자>다. 몽상이 사라지자 동시에 마구뛰던 심장도 진정되었다. 그리고, 그것이 의미하는 것을 알아차림과 동시에 심장은 다시 빨라졌다. 그것이 여기에 있었다니! 내 잡동사니 서랍안에! 이제까지 o쭉 이곳에 있었던 것이다. 나는 스커트 후레아 뒤에 그 보이지 않는 상자를 숨기고 떨리는 다리로 일어섰다. 그리고 의자에 앉아 상자를 조심스럽게 책상 중앙에 올려놓고 다시 환상에 빠져들지 않도록 손으로 그것을 덮었다. 그리고나서 스린을 바라보았다. 스린은 솜씨는 뛰어났지만 아무리 보아도 재미 없는 듯이 공작을 빨리 끝내려 하고있었다. 끝나면 스린은 얌전하게 손을 책상 위에 올려놓고 무엇인가 다른 일을 시킬 때까지 가만히 앉아있겠지? 알파는 틀림없이 이런 스린의 행동을 칭찬할 것임에 틀림없다. 그리고 아마도 이번에 처음으로 알파의 한정된 인생에 있어서 단 한번 그녀가 옳았었다. 인간은 살아가기 위해선 '망상'이라는 뼭痼 필요할지도 모른다. - 알파 이외의 우리들은 모두가 그렇다. - 그러나 그것이 너무 도가 지나친 나머지 육체적으로 자기자신을 강요해서 마음 속의 소망이라는 비실제적인 나라로 집어 넣으려고 한다면...... 스린의 야위고 경직된 몸이 인형처럼 의자에서 굴러 떨어진 모습을 나는 아직까지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스린은 자기자신의 가슴 깊숙한 곳의 요구에 의해서 아이들에게는 너무나도 위험한 그 어떤 것을 발견한 것이다. - 아니면 창조 해낸 것일지도. 누가 그 둘중에 이거다 하고 딱 잘라 말할 수 있겠는가? 나는 매우 간단하게 그 넘칠듯한 행복을 그녀에게 다시 돌려줄수 있다.- 그러나 어떤 댓가를 치루고? 아니, 나에게는 스린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다. 단 하나, 끉봉躍맛 - 스린이 점차로 알기 시작한 그 슬픔과 고독을 통해서 생긴 성장만이- <요술상자>를 안전하고 현명하게 사용하는 것을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나는 가슴을 조이면서 손을 옮기기 시작하였다. 상자 위에서 측면으로 미끄러지듯이...... 그것을 똑바로 쳐다 보기 전에, 나는 손을 원상태로 옮겨 놓았다. 그리고 지금은 나도, 다른 사람의 마음을 희생해가면서 얻은 마음 속의 소망이 어떤 것인지, 그 때 틈 사이로 엿본 그것을 거의 잊을 지졍에 이르렀다. 나는 떨면서 숨을 죽이고 책상으로 향했다. 손바닥은 축축히 땀에 젖었으며 이 작은 교실에서 어디론가 여행을 떠나온 기분이 들었다. 어쩌면 정말로 여행을 하고 왔는지도 모른다. 나는 그 한순간에 이 세상의 모든 왕국을 보았을지도 모른다. "스린. 그것이 끝나면 선생님한테 좀 오겠니?" 스린은 미소도 띄지않은 채 고개를 끄덕이며 메어리부인의 종이 드레스단에서 마지막 남은것을 잘라내었다. 그런 뒤 자기의 작품에는 눈길도 주지 않고 사용하던 가위를 가위집에 넣고는 잘라내 버린 도화지들을 구겨 책상 옆에 있는 쓰레기통으로 가져갔다. "너에게 줄것이 있단다. 스린." 나는 상자에서 손을 치우면서 말했다. 스린의 시선은 책상으로 떨어졌다. 그런 뒤, 무표정하게 나를 쳐다 보았다. "공작은 벌써 끝냈는데요." "재미있었니?" "네." 5 이것은 새빨간 거짓이었다. "다행이구나." 나도 거짓말을 해주었다. "그래도 여기를 봐 주었으면 좋겠어." 나는 손을 펼치면서 <요술상자>의 윤곽을 그려 보였다.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있는 스린의 그 여린 두 손이 굳어져 있었다. "찾았단다." 나는 왠지모를 노여움을 느끼면서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 "책상 맨 밑 서랍에 있었단다." 스린은 책상에 가슴을 대었다. 책상에 걸친 손을 가슴으로 세게 짓누르며, 눈은 빨아들일듯이 상자를 쳐다보고 있었다. 또, 얼굴은 마치 크리스마스 쎄일 윈도우에 밀착한 어린아이의 얼굴처럼 보이며, 그 아픈 소망 으로 창백해졌다. "가져도 돼요?" 스린은 속삭였다. "그럼, 네거란다." 나는 그것을 내밀며 말했다. 그래도 스린은 책상에 걸친 손을 떼려고도 하질 않았고 그저 살피듯이 내 얼굴만 쳐다 보았다. "가져도 돼요?" 다시 스린이 되물었다. "괜찮다니까." 그 예상밖의 결과에 나는 초조해지기 까지 했다. "그래도 ......" 스린의 눈이 깜박거렸다. 내 자신도 아직 느끼지 못했던 조건을 이미 스린은 알아차리고 있었다. "그래도 두번 다시 그 안으로 들어가지 <않겠다고 약속해 주겠니?" "좋아요." 스린은 깊은 안도의 한숨과 함께 대답했다. "약속해요, 선생님." 그리고 스린은 그것을 잡고는 소중하게 작은 주머니 속에 집어넣었다. 그리고 돌아서서 자기자리로 돌아가려고 했다. 스린의 입가에는 어렴풋하게 미소가 돌았다. 나에게는 스린의 모든 행동들이 갑자기 활기를 되찾은 듯이 보였다. 스린을 감싸고 있던 희귀한 불길이 지금 다시 그녀를 에워싸고 있었다. 스린의 발은 거의 바닥에 닫지 않은듯 가벼워 보였다. 나는 깊은 한숨을 내쉬면서 책상 위에 <요술상자>의 크기와 같은 주위를 손으로 그려보았다. 스린은 저걸로 먼저 무엇을 3볼까? 심한 갈증 뒤에 마시는 한 잔의 물은 어떤 느낌일까? 팔꿈치 옆으로 작은 그림자가 드리워졌을 때 나는 깜짝놀라 문뜩 제 정신으로 돌아왔다. 그것은 몸 앞으로 무언가를 조심스럽게 들고있는 스린이었다. "선생님?" 살며시 나를 부르는 스린의 목소리에서는 이제까지의 기복없는 공허함은 사라져 버리고 없었다. "언제라도 <요술상자>가 필요하실 땐, 그렇게 말씀만 하시면 되요." 놀람과 동시에 믿기지 않는 생각에, 난 무슨말을 해야할지 망설이고 있었다. 스린은 아직 <요술상자>를 볼 시간조차 없었을 터였다. "정말 기쁘구나. 언제 한번 기쁜 마음으로 빌려볼께." "지금 보고싶으세요?" 스린은 그것을 꺼내면서 말했다. "아니, 괜찮단다." 나는 메마른 목을 삼켰다. "사실은 아까 한번 들여다 보았단다. 네가 보려므나." "네." 스린은 작은 소리로 말했다. "그리고 있잖아요, 선생님." "응, 뭔데?" 수줍은 듯이 스린은 나에게 몸을 다가서고는 볼을 내 어깨에 기대었다. 정겹고 마음의 벽이 없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양 팔로 갑자기 나의 목을 감싸 안으며 서투르게 포옹을 했다. "자, 조심하거라." 나는 웃으면서 스린의 파란 드레스의 汐轅〈 속삭여 주었다. "다시는 상자를 잃어 버리지 말아요, 스린." "걱정없어요, 선생님." 스린은 활짝 웃으며 드레스의 납작한 주머니를 두들겨 보였다. "이젠, 절대로절대로 잃어 버리지 않을거에요." 3.그 것 -시오도어 스타젼 괴물에도 여러가지가 있지만, 본 편의 괴물은 열과 암흑과 부식이 흙 속에서 만들어내고 기른 원시 괴물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썩는 냄새를 풍기며, 녹색의 고름을 뚝뚝 흘리고 돌아다니는 동물이라고도 식물이라고도 할 수 없는 달갑지 않은 괴물 이야기에는 얼굴을 찡그리며 읽는 사람도 있을지 모른다. 작가 시오도어 스타젼(1918-)은 괴기, 환상, SF를 오랫동안 써온 경력이 있고, 『인간이상』(1953)은 국제 환상 문학대상을 수상하였다. Y 그 점액질의 스타일은 본 편에 잘 나타나있다. 1940년 8월호 <언노운>지에 게제되었던 내용이다. 그것은 숲 속을 걸었다. 그것은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은 아니었다. 거기에 있던 것이다. 소나무잎이 쌓인 옥토의 깊숙한 곳에, 연기도 내지않고 불타고 있다. 열과 암흑과 부식이 물질을 기르고 있는 것이다. 그 곳에 발생과 성장이 있었다. 그것은 성장했다. 그러나 생물은 아니었다. 그것은 호흡도 하지않고 숲 속을 걷고, 생각하고, 사물을 보았다. 모습은 오싹해질 정도로 추악하고 힘이 셌다. 그렇다고 해서 이 세상에 태어난 것도, 살아있는 것도 아니다. 그것은 생물의 활동을 가지지않고 성장하며 움직이고 다녔다. 암흑과 뜨거운 부식토 밑에서 기어나와, 그것은 아침의 상쾌한 공기 속으로 모습을 나타냈다. 거대한 것이었다. 그것 특유의 역겨운 물질로 뭉쳐, 걸으면 부서진 파편이 후드득 떨어졌다. 떨어진 파편은 굼실거리며, 그것이 조용해지면, 이윽고 썩어서 숲의 옥토 속으로 스며들고 있었다. 그것에는 동정심도, 웃음도, 아름다움도 없었다. 그러나 힘과 뛰어난 지성을 지니고 있었다. 때문에 그것이 없어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것은 숲의 퇴적물 속에서 나왔고 빛의 힘으로 파동해가면서 긴 시간 동안 몸을 옆으로 누여 있었다. 그 표면은 금색 빛 속에 젖은 듯이 빛나고 군데군데 혹이 튀어나와 있고, 그것이 벗겨 떨어졌다. 그것이 인간의 형태를 하고 있는것은 누구의 시체를 빌린 것인가? { 그것은 불완전한 손을 서투르게 휘저으며 대지와 나무의 줄기에 부딪쳤다. 그리고 나서 굴러 팔꿈치를 찢고 주변의 것들을 엉망진창으로 해가면서 몸을 일으켰다. 커다란 손 안 가득하게 풀을 뽑아들고, 가슴에 대어 비벼 으깼다. 잠시 가만히 있은 채로 연구를 하는듯한 눈빛으로 뚝뚝 떨어지는 회록색의 즙을 바라본다. 이번은 아찔하게 한 번 휘청거리며 일어나서, 어린 나무를 한 그루 잡아 비틀어 뽑았다. 그 부드러운 나무 줄기를 구불구블하게 구부리면서 아무 쓸모도 없는 갸날픈 가시를 주의깊게 관찰하였다. 그것은 무서움으로 몸을 움직일 수 없게된 야생동물을 거머쥐었다. 그리고 서서히 손가락 사이에서 찌그러뜨렸다. 피와 흐물흐물 문드러진 Q고기와 모피는 팔을 타고 줄줄 흘러 그대로 썩고 있다. 그것은 다시 부근을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킨보는 키가 큰 초원지에 안을 후하고 불어 버린 먼지처럼 빠져나왔다. 덥수룩한 꼬리는 등 위까지 말아올리고, 긴 턱을 커다랗게 벌리고 있다. 그는 거침없이 달리며 자유를 즐기면서 옆구리와 털로 덮여있는 어깨의 강력함에 만족하였다. 그의 혀는 입술 위에 축 늘어뜨려 있었다. 입술은 검고 그 안엔 톱니가 늘어세워져 있으며, 날카로운 입 끝은 질주함에 따라서 흔들렸다. 킨보는 정진정명의 개였다. 건강 그 자체인 동물이었다. 그는 바위 그늘의 숨겨진 곳에서 한마리의 귀가 긴 토끼가 나오자 깜짝 놀라 끚 돌 위를 높게 뛰어넘고 커다란 소리로 짖으면서 땅바닥에 착륙하였다. 킨보는 그 양발에 대담한 돌진력을 더하여 울부짖으면서 뒤를 쫓았다. 야생 토끼는 간격을 유지해가면서 그의 바로 앞을 달려가고 있었다. 둥글린 등 위로 귀를 딱 눠히고 작은 발을 구사하여 조금이라도 추격자를 떼어놓으려고 열심이었다. 토끼는 갑자기 멈추어섰다. 킨보는 올커니하고 달려들었으나 토끼가 갑자기 몸을 옆으로 젖히어 텅빈 통나무 속으로 뛰어들어가고 말았다. 킨보는 다시한번 짖으며, 썩은 나무의 냄새를 맡으면서 미친듯이 뛰어다녔다. 그러나 간신히 자신의 실패를 인정하고 한번 그루터기 주변을 날뛴 뒤, 숲풀쪽으로 달렸다. 괴물은 숲속에서 이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w그리고 비늘이 겹쳐진 팔을 올려 다가오는 킨보를 기다리고 있었다. 킨보는 좁은 길 옆에서 조금도 움직이지 않고 서있는 그것을 느꼈다. 썩은 고기의 악취를 풍기는 터무니없이 큰 것이었다. 그는 불유쾌한 듯이 코를 킁킁거리며 적을 빠져나가려 하였다. 괴물은 그를 가까이 끌어당겨두어, 한 번 치고 비튼 주먹을 내렸다. 킨보는 반사적으로 달리면서 몸을 움츠렸다. 그러나 순간 빠르게 그 손은 개의 꼬리에 눈에 현기증이 날 정도의 힘으로 공격을 가하였다. 그는 옆으로 쓰러져 비탈진 곳을 구르며 비명을 질렀다. 킨보는 발을 넓혀서 비틀비틀하며 일어나자 머리를 흔들고 낮은 신음소리를 내며 몸을 흔들었다. 그는 살의를 눈에 표출하고 침묵한 F괴물쪽으로 돌아왔다. 꼬리는 구부린 머리보다 낮게 늘어뜨리고 머리 주위에는 분노로 털을 곤두세워 경직된 발로 걸음을 옮겼다. 괴물은 재차 양 팔을 올려 준비를 하고 기다렸다. 킨보는 한번 걸음을 늦춘 뒤, 괴물의 목 주위를 노리며 공중으로 날랐다. 그의 양턱이 다가와 이빨로 괴물의 불결한 덩어리를 물어뜯고, 숨막히게 울부짖으며 그것의 발 밑에 떨어졌다. 괴물은 몸을 구부리고 두 번 후려갈겼다. 개의 등골이 부서지자 그것은 시체의 옆에 앉아 몸을 갈기갈기 찢기 시작하였다. "한시간 쯤 있다가 돌아올께." 알튼 도루우는 그렇게 말하고, 구석에 놓여있는 나무상자 뒤에서 라이플을 .집어들었다. 그의 형은 웃었다. "킨보는 마치 너의 꽁무니만 쫓아다니는 것 같구나, 알튼." "뭐라구? 그 녀석의 일이라면 난 뭐든지 알 수 있어." 라고 알튼은 말했다. "휘파람으로 30분도 넘게 불렀는데 모습을 나타내지 않는 것은 어려운 일에 처했거나 먹이를 쫓고 있거나 둘 중 하나야. 그 녀석이 대답을 안하는 것은 나를 부르고 있다는 소리야." 코리 도루우는 컵에 차란차란하게 우유를 채워서 딸에게 건네주면서 방긋 웃었다. "하여튼 너는 그 개 일이라면 내가 이 베브에게 하는듯이 신경을 쓰고있지." 베브는 의자에서 미끌어 내려와 숙부쪽으로 달려갔다. | "무서운 남자를 잡아와 주는 건가요, 앨튼 숙부?" '무서운 남자'란 코리가 지어낸 인물이었다. 작은 여자아이들이 닭을 뒤쫓아가거나, 풀을 베는 기계를 가지고 장난을 치거나, 돼지 옆구리를 겨누어 파란 사과를 있는 힘껏 던져 돼지가 꿀꿀하고 소리를 지르는 것을 즐기려 하면, '무서운 남자'는 몰래 기다리고 있다가 아이들을 잡으러 덤벼드는 것이었다. 무서운 남자가 없다면 여자아이들을 데리고 있는 것은 힘에 부칠 정도였다. 도루우의 집으로 타지에서 돈을 벌러 와있는 남자를 흉내낸 오스트리아 액센트로 욕을 퍼붓고, 모처럼만에 쌓아올린 건초더미 속에 구멍을 뚫어 뿔뿔이 흩뜨리고 말았다. 또, 내일 사용할 우유 속에 가재를 길러 보거나 밤에 목장에서 경작말을 녹초가 될 때까지 계속 타는 것이었다. "이쪽으로 오너라. 앨튼 숙부의 대포 근처에 가선 안된다." 라고 코리는 주의를 주었다. "앨튼, 만약 무서운 남자와 만나면 이 집 쪽으로 쫓아줘. 어젯밤 장난한 일로 베브와 데이트하고 싶어하는것 같으니까!" 전날밤 베브는 친절하게도 소에게 주는 소금덩어리에 후추를 뿌려두었던 것이다. "걱정하지 않아도 돼." 숙부는 싱긋 웃으며, "무서운 남자를 못만나면, 나중에라도 너를 무서운 남자가 숨어사는 집으로 끌고 갈테니까." 앨튼 도루우는 베브가 한 짓을 생각하면서 쑞＠막 이어져있는 샛길을 걸어 올라갔다. 그녀는-버르장머리 없는 농가의 아이였지만-둘도없는 존재였다. 앨튼 도루우와 코리 도루우 두 형제는 크리샤 도루우를 사랑했다. 결국 그녀는 코리와 결혼을 하고 알았다. 그들이 크리사의 아이를 사랑하는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사랑이란 알 수 없는 것이다. 그들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앨튼의 사랑을 위한 행동은 무서울 정도로 열렬하였다. 게다가 사랑이 어떤 것인가에 대해서도 알고있었다. 왜냐하면 그는 형의 아내가 된 지금에도 사랑을 느끼고있기 때문이다. 또 자신이 살아있는한 베브에게도 사랑을 계속해서 느낄 것이다. 사랑이야말로 그의 생애에 있어서 의지할 곳이며 동시에, 그의 고민의 발단이기도 하였다. 그러니 개를 키우고 돮沽㈎置求 일 쯤이야 아주 쉬운 것이었다. 그와 늙은개 사이에서는 한마디도 사랑에 대해서 이야기를 주고받지 않아도 서로 사랑하는 것이었다. 화약 연기와 비에 젖은 개털 냄새는 앨튼 도루우에게는 더없이 좋은 향기이며, 개의 만족스럽다는 듯이 짖는 소리와 사냥할 때 멋지게 명중시킨 사냥감의, 총에 맞아 지르는 신음소리는 시적인 정취를 자아내는데 충분하였다. 거기에는 목이 조여오는 듯해서 말이 튀어나오지 않는다거나 또 아무리 발버둥쳐도 단어 하나 머리속에 떠오르질 않는 연애 때와는 전혀 다른 것이 있었다. 그래서 앨튼은 개 킨보와 윈체스터 총을 소홀히하는 일 없이 언제나 사랑하고 형의 아내 크리샤와 딸 베브에 대한 애정은 조용하게 에워싸는데 p충분하였다. 그는 굴러간 돌의 자리에 있는 부드러운 흙 위에 새로운 발자취가 있는 것을 재빠르게 발견하였다. 분명히 킨보가 야생 토끼를 쫓아 방향을 바꿔서 단숨에 도약한 것을 나타내주는 흔적이었다. 발자취는 무시하고 이 근처에 토끼가 숨을 만한 장소를 찾으면서 그는 그루터기까지 천천히 걸었다. 킨보는 그곳까지 쫓아갔지만 놓치고 말았던 것이다 라고 그는 생각했다. "너는 늙다리 바보 천치야." 라고 앨튼이 중얼거렸다. "토끼를 쫓아도 잡지도 못하니 말야. 어떻게든 앞질러 행동이라도 해보려는 건가." 그는 떨리는 듯한 특별한 음색으로 휘파람을 불었다. 킨보는 지금쯤 달아나버린 토끼를 잡으려고 어딘가 가까운 그루터기 밑을 미친듯이 파고있을 것이 틀림없다. 그러나 내 휘파람에 반응이 없었다. 약간 당황하면서 앨튼은 샛길로 되돌아갔다. "이제껏 이런 일은 없었는데." 그는 목소리를 낮추며 자신에게 말했다. 그는 32-40 라이플의 격철을 일으키고 총을 껴안았다. 군에서 전람회가 있었을 때, 어떤 사람이 앨튼 도루우에 대해서 이렇게 얘기한 적이 있다. "저 남자는 손에 쥐고 있는 옥수수와 완두콩을 공중으로 던져두고, 그것을 사격할 수 있다네. 게다가 그 중에서 완두콩 만을 골라서 명중시키는 것이네." 한번 그는 세워진 칼날을 향해서 탄환을 작렬시켜, 양 측에 둔 2개의 촛불을 꺼뜨린 적이 있었다. 총만 있으면 그는 두려울게 없었다. 그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J 숲의 괴물은 흥미깊게 킨보에게 시험해 본 흔적을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킨보가 죽음의 직전에 신음하던 소리를 흉내내보았다. 불결하고 감동이 없는 마음속에 그 사실을 묻어 두면서 그것은 한참 동안 서있었다. 피는 따뜻하였다. 햇빛도 따뜻하였다. 모피를 걸치고 움직이며 돌아다니는 것은 근육에 의해서 몸 구석구석 아주 세밀한 혈관에까지 따뜻한 액체를 보내고 있었다. 그 액체는 한참 지난 후 응고한다. 녹색을 띈 것에서도 액체는 나오지만 이것은 아주 연하다. 게다가 팔 하나 정도 잘려도 목숨을 잃는 일은 없다. 이것은 지극히 흥미깊은 일이다. 그러나 마음을 가진 부식토 덩어리는 런脩되舊 않았다. 그렇다고 불쾌해진 것도 아니다. 그것이 종종 보여주는 충동은 지식에 대한 갈증이고, 그것도 단지-흥미를 자아내는 것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시간이 흘러 태양은 붉은빛을 더해가고 구름을 불길로 바꿔가면서 잠시 산의 능선에서 멈췄다. 괴물은 갑자기 머리를 번쩍 들더니 황혼에 정신이 들었다. 밤은 예를 들어 잘 알고 있던 우리들에게 있어서도 늘 기묘한 것이다. 만약 괴물에게 그것을 느끼는 능력이 있다면 공포일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이상하다고만 생각했을 것이다. 그것은 이전에 관찰했던 것에서 밖에 결론이 나오질 않기 때문이다. 무엇이 일어나려고 하는 것일까? 차츰 보기싫게 변한다. 왜일까? 그것은 볼품없는 머리를 좌우로 흔들었다. 분명 그렇다-흐릿해져 간다. 차츰 어렴풋하게 궨 莫〈 것이다. 사물의 형태가 변한다. 색이 점점 검게 변해간다. 자기가 때려 부수고 갈기갈기 찢어버린 생물에서는 뭐가 보였을까? 어떻게 봤었을까? 나를 향해서 온 커다란 놈은 머리에 붙어있는 두개의 기관을 사용했었다. 그것이었을 것이다. 괴물은 개발을 2개로 잡아 찢은 뒤에 털로 덮여있던 코를 두두렸을때, 개는 타격이 가해지는 순간 그 기관 위의 가죽을 내렸다-눈을 감은 것이었다. 따라서 개는 그 눈으로 사물을 본 것임에 틀림이 없다. 그러나 개가 죽고 몸이 움직이지 않게 된 뒤에는 몇 번 툭툭 쳐봐도 눈에 아무런 변화도 오지 않았다. 단 눈을 뜨고 하늘 만을 바라볼 뿐이었다. 그래서 그것은 결론을 내렸다. 호흡을 멈추고 움직이지 않게 된 \생명이 멈춘 생물은 눈의 움직임을 잃는 것이다. 거꾸로 말해서 시야를 못보게된다는 것은 쓰러진채 움직이지 않는다. 그래서 숲속의 괴물은 볼 수 없게 되어가는 자신도 죽을 거라고 결론을 내렸다. 이윽고 그것은 킨보의 갈기갈기 찢긴 시체가 흩어져 있는 가까운 샛길에 몸을 눕히고서 자신도 죽은 것이라고 믿었다. 앨튼 도루우는 해질녘에 숲속을 올라갔다. 지금 그는 분명하게 킨보가 어떻게 된 건 아닌가 하고 염려를 하였다. 휘파람도 불고, 소리내어 불러도 보았다. 그러나 전혀 대답이 없었다. 그는 다시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일찍이 이런 일은 한번도 없었는데 그리고 우울한 듯이 머리를 들었다. 소젖 짤 시간은 4이미 지났었다. 코리는 기다리고 있겠지? "킨보!" "킨보!" 그는 소리쳤다. 그의 소리는 컴컴한 숲의 나무 사이사이를 스쳐 메아리쳤다. 앨튼은 라이플의 안전장치를 걸고, 샛길 옆 지면에 총의 개머리판을 내려놓았다. 총에 몸을 기대면서 모자를 벗어들고 갈피를 못잡고 머리 뒷부분을 긁어댔다. 라이플 총상은 지면이라 생각했던 부드러운 장소로 깊이 들어갔다. 그는 비틀거렸다. 그리고 샛길 옆에 굴러다니는 것을 밟았다. 발은 아무런 저항도 없이 부패물 속으로 복사뼈까지 철퍽철퍽 빠져들어갔다. 당황한 나머지 소리를 지르면서 뒤로 물러났다. "으악, 뭔가 죽어있어!" W 그는 손에 나뭇잎을 가득 쥐고 장화를 닦았다. 한편 괴물은 암흑 속으로 가슴 부근에 죽죽 빠져드는 신발에 통증을 느끼면서 그곳에 누워 있었다. 그것은 진흙투성이인 눈으로 자세히 보이지않는 상대방의 모습을 보았다. 어둠 때문에 자신은 죽은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무엇인가 하고 앨튼 도루우의 관절의 움직임을 살펴 보았다. 앨튼은 나뭇잎을 가득 쥐고 총의 개머리판을 닦아낸 뒤, 킨보를 걱정하여 휘파람을 불면서 샛길을 올라갔다. 크리샤 도루우는 빨간 테두리를 친, 면으로 된 파란 앞치마를 두른 아름다운 모습으로 젖을 짜는 오두막집의 입구에 서있었다. 선명한 황금색 머리칼은 가운데로 가리마를 -타, 가지런히 뒤로 틀어 올렸다. "코리! 앨튼!" 그녀는 몇 번이나 신경질적인 목소리로 불렀다. "무슨 일이야?" 코리는 에아샤 소의 젖을 짜고있는 내실에서 굵은 목소리로 대답을 했다. 나오는 것이 가는 젖 실은 통 가득한 거품 속으로 기분좋은 소리를 내며 나오고 있었다. "몇 번이나 계속 불렀는지 몰라요!" 라고 크리샤는 말했다. "밥이 다 식겠어요. 게다가 베브는 당신이 오지않으면 먹지않는단 말이에요. 저 앨튼은 왜-어디에 갔어요?" 코리는 투덜거리면서 의자를 걸리적거리지않는 곳으로 들어내가고 나서, 간막이 막대기를 배고 에아샤 소의 엉덩이를 철썩하고 두들겼다. 소는 뒷걸음질 치며, 배를 끌어당기는 배처럼 활기 넘쳐있고 소란스럽게 떠들면서, 소 우리 쪽으로 뛰어 들어갔다. "그 자식 아직 안왔어." "아직요?" 크리샤는 안으로 들어가 다음 젖소의 따끈따끈한 배에 이마를 밀어붙이고 앉아 있는 남편 옆에 서있었다. "그런데 앨튼은 발리 돌아온다고......" "그래, 그랬어. 소젖 짜기 전에는 돌아올 거라고 말했지. 이 귀로 들었는데, 아직 돌아오질 않아." "그래서 당신 혼자서-됐어요. 코리, 내가 빨리 끝나도록 도와줄께요. 혹시-" "그 녀석은 어차피 파란 어치라도 쫓고 있을거야." 그녀의 남편은 내뱉듯이 말했다. "그 늙다리 개와 함께 말야." 그는 한 손은 젖을 짜고 있었기 때문에 다른 한 손으로 과장된 몸짓을 해보였다. "여기에는 20마리의 젖소가 있어. 돼지도 키우고 있고 닭도 돌봐야 돼. 말에는 여물을 먹이고, 밖에도 데리고 나가야 돼. 마굿간 수선에서 밤이 되면 목장에 철사 묶는 일도 있어. 또 장작도 패서 옮겨놓아야 되고." 그는 입술을 깨물고 한참동안 입을 다물고 젖을 째다. 크리샤는 팔짱을 끼고 서있었지만, 그 역류로 대처할 방법을 어떻게서든 생각해 내려고 애썼다. 앨튼의 사냥이 농가의 잡용에 폐를 끼치는 것은 지금이 처음은 아니었다. "당연한 결과로 나는 혼자서 무턱대고 일만 하게 되는거야. 앨튼의 사냥에는 말이 필요가 h없으니까. 그녀석의 개가 다람쥐를 찾아내는 동안에 우리쪽은 식사를 거르고 일을 하지. 언젠가 내가 병이 나서-" "제가 도와드릴께요!" 라고 크리샤가 말했다. 그녀는 킨보가 4백 파운드나 되는 모질고 사나운 흑곰을 쫓고, 앨튼이 머리에 탄환을 쏘아 맞칠때까지 놓지 않았던 봄에 일어난 일을 떠올리고 있었다. 그때 베브는 새끼곰을 발견했기 때문에 그것을 집에 데려 가려는 분위기가 조성되었다. 그래서 머리를 자른 곳에 어미곰이 나타난 것이다. 자신의 아이를 살려준 개를 어찌 미워할 수가 있겠는가 하며 그녀는 생각하였다. "당신이 와도 무슨 도움이 되겠어!" 라며 코리는 소리쳤다. "집에 들어가 있어! 집안에도 일은 얼마든지 있어. 할 수 있는한 내가 어떻게든 할테니까...... 바보. 크리샤, 울지마! 내 말은 ...... 어이, 그만둬!" 그는 벌떡 일어서자, 팔을 아내의 허리에 감싸 안았다. "이젠 일은 끝냈어." 라고 그는 말했다. "자, 가지. 당신에게 그런 말투를 쓰는 것이 아니었는데. 미안해. 베브한테 돌아가줘. 오늘밤은 이것으로 마무리를 해야겠어. 충분히 일했으니까 여기에는 농부 4사람이 해야 될 일을 가지고 있는데 일손은 고작 나와 앨튼...... 그 사냥꾼 뿐이니까 말야. 자, 가지, 크리샤." "좋아요." 그녀는 남편의 어깨에 얼굴을 묻으면서 말했다. "그래도 코리-그 사람이 돌아오면 사정이야기를 완전히 들어줘요. 그사람에게 돌아올 수없었던 사정이 있을지도 모르니까. 이번에는 돌아올 수 없어서, 혹시 그사람......" "그녀석의 총에 실수는 없으니까 상처 따위는 있을리가 없어. 자기 눈앞의 파리는 충분히 쫓을 수 있어. 이번에야 말로 핑계로 발뺌하는 얘길랑 들어주지 않을거야. 자, 가지. 베브에게 밥을 줘야지." 크리샤는 젊디 젊은 얼굴에 주름을 띄면서, 집을 향해 걸어갔다. 만약 지금 코리가 앨튼과 싸움을 해서 그를 쫓아낸다면 일손 부족으로 낙농도 계속해나갈 수 없으며, 경영은 유지될 수 없기 때문이다. 사람을 고용하는일 따위는 문제 밖의 일이었다. 코리는 죽을때까지 자기를 혹사시키지 4않으면 안되겠지만, 그럼에도 별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다. 도저히 한사람으론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녀는 한숨을 쉬며 집으로 돌아왔다. 7시였다. 소젖 짜는 일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어째서 앨튼은 사냥 따위에......' 9시에 베브는 잠들어 있었다. 그 때 크리샤는 코리가 헛간 구석으로 철사 자른 것을 마구 처넣는 소리를 들었다. "앨튼은 돌아왔어?" 코리가 부엌에 들어왔을 때 두사람은 동시에 같은 질문을 했다. 크리샤가 고개를 젖자, 그는 스토브 쪽으로 쑥쑥 걸어나가 뚜껑을 집어들고 석탄 안에 퉤-하고 침을 뱉었다. "이제, 잘 시간이라구." 라고 그는 말했다. [ 그녀는 바느질 하던 것을 멈추고 남편의 딱 벌어진 넓은 가슴을 보았다. 그는 28세 였지만 행동은 10살도 더 나이가 들어보이고 얼굴을 보면 5살이나 어리게 보였다. "나 조금 있다가 잘께요." 라고 크리샤가 말했다. 코리는 언제나 앨튼의 라이플 총이 세워져 있는 나무상자 뒤를 힐끗 쳐다 보았다. 그리고나서 몇 번이나 불쾌한 소리를 내면서 앉더니 흙 투성이인 무거운 신발을 벗었다. "벌써 9시가 자났다구요." 크리샤는 참다못해 말을 꺼냈다. 코리는 입을 다문채 실내 슬리퍼를 신었다. "코리, 당신 설마-" "설마, 뭐?" "아니, 아무것도 아니예요. 난 앨튼에게 혹시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앨튼?" 코리는 화가 나서 말했다. "개는 들쥐를 쫓아서 달려다니고 앨튼이 그 개를 쫓아 다니니까, 이번엔 나보러 앨튼 꼬리를 쫓아 돌아다니라는 거야? 당신은 그랬으면 좋겠어?" "나는 단지-그가 이제껏 이렇게 늦게 다닌 적이 없어서......" "난 사양하겠어! 밤 9시에 그녀석을 찾으러 가라는 건가? 농담하지마! 우리들이 그녀석에게 이용될 이유 따윈 하나도 없어, 크리샤." 크리샤는 한마디도 하지않았다. 그녀는 스토브 옆으로 걸어나와 물 끓이는 주전자 속을 들여다본 후, 렌지 뒤에 정리하여 두었다. 그녀가 뒤돌아 봤을 때, 코리는 다시 6신발을 신고 웃도리를 입고 있었다. "틀림없이 그럴줄 알았어요." 라고 그녀는 말했다. 얼굴에는 비치지 않았지만 목소리가 방긋이 웃고 있었다. "곧 돌아올께. 그녀석이 멀리서 길을 잃고 헤멘다는 것은 생각할 수도 없어. 시간도 늦고, 그녀석이 걱정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는 12구경의 산탄총을 꺽어 총대를 바라보았다. 총꼬리에 산탄을 2발 밀어넣고 탄환이 담겨있는 상자를 주머니 속에 쑤셔 넣었다. "기다리지 말고 자고 있어." 그는 나가다가 뒤를 돌아보며 크리샤에게 말했다. "네." 라고 크리샤가 대답했을땐 벌써 문은 탁하고 닫혀 있었다. 그녀는 등불 옆으로 ~돌아가서 바느질을 다시 시작하였다. 숲으로 이어지는 샛길은 아주 컴컴했다. 코리는 사방을 물끄러미 둘러보다가 불러도 봤다가 하면서 그 샛길을 올라가고 있었다. 공기는 살갗에 젖어들고 사방은 정적으로 감싸여 있었다. 단 어디에서인지 옥토의 썩는 냄새가 풍기고 있었다. 코리는 신경이 날카로와 지면서 콧구멍에서 그 역겨운 냄새를 날려보냈지만 곧 같은 공기를 마시고 말았다. 그는 저주스런 말을 내뱉았다. "이처럼 바보스러운 일도 없을거야." 그는 혼자 중얼거렸다. "밤 10시인데. 사냥개 찾기에 내가 끼다니, 앨튼!" 메아리 만이 돌아왔다. 그는 숲속으로 들어갔다. 어둠속에서 괴물은 몸을 숨기고 있었다. 코리의 외치는 소리를 들으며 발로 밟아 다지는듯한 진동을 느끼고 있었으나 움직이지 않았다. 그것은 자신이 죽어있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코리는 익숙한 산길이기 때문에 주변을 둘러 보는 일에만 신경을 썼지, 발 밑 따위엔 신경도 쓰지않고 걸었다. "앨튼!" "킨보야!" 코리는 온몸의 털이 곤두서서 선채로 꼼짝도 하지 못하였다. 주변에는 나무가 울창하여 마치 납골당 같은 칠흑이었다. 그것은 목을 죄이며 목에서 나오는 듯한 조용한 것으로 몸속으로 스며드는 듯한 목소리였다. "앨튼이냐?" "킨보를 발견했어, 코리." "도대채 너는 어디에 있었어?" } 코리는 분노가 폭발하여 소리쳤다. 그러나 이 칠흑같은 어둠은 견딜 수가 없었다. 그는 앨튼의 절망적인 목소리에 걱정을 하였다. 동생한테 언제까지 화난 상태로 있을 수가 있을지 의문이었다. "나는 킨보를 불렀어, 코리. 휘파람도 불었어. 그런데 제기랄, 대답을 하지 않는거야." "앨튼 너도 마찬가지야. 이-변변찮은 놈아. 어째서 소젖 짜는 걸 빠지는 거야? 너 지금 어디에 있어? 그물에라도 걸려있는 거야?" "킨보는 이제껏 대답을 안한 적이 없었어." 목이 메어 억질 말을 이어가는 목소리가 어둠속에서 들려왔다. "앨튼! 너 어떻게 된거야? 킨보가 대답을 하건 안하건 나완 상관없는 일이야. 어디서-" "킨보는 대답을 했을게 틀림없어. 이제껏 죽은 적이 없었으니까." 앨튼은 상대의 말에 맞지않는 대답을 했다. "뭐가 어떻다는 거야?" 코리는 두 번 입술을 빼꼼거리고 나서 말했다. "앨튼, 너 미친거 아니야? 지금 무슨 말을 하고있는 거야?" "킨보는 죽었어." "킨-뭐? 정말이야?" 코리는 머리속에서 그때의 광경을 다시 한번 그려보았다-베브는 무리들 속에서 열중하여 손발을 버둥버둥거리고 있었다. 그 때 킨보는 그녀를 뒤에서 지키면서 앨튼이 달려올때까지 미쳐서 날뛰는 괴물같은 곰을 물고 늘어져 있었던 것이다. "무슨 일이 있었어, 앨튼?" 그는 말투를 부드럽게 고치며 물었다. "나는 그놈을 꼭 잡고 말거야. 킨보를 갈기갈기 찢어놓은 놈을!" "찢었다구?" "붙어있는 살이 없을때까지 갈기갈기 찢었어, 코리. 뼈란 뼈는 사방에 흩어져 있고, 오장육부도 튀어나와있어." "잔인하군! 곰이 아닐까?" "곰은 아니야. 어쨌든 놈은 네발 달린 짐승은 아냐. 킨보의 몸은 전부 여기에 남아있어. 없어진 부분은 없어. 뭐가 이런 짓을 했는지 모르지만 죽이고-갈기갈기 찢기 위해서 한 짓이야." "잔인하군!" 코리는 같은 말을 되풀이 했다. "도대체 누가-" 긴 침묵이 흘렀다. 이윽고, "자, 집으로 돌아가자." t 그는 완전히 누그러져 있었다. "곁에서 밤샘을 할 필요는 없어." "난 여기에 있을거야. 날이 새는 것을 기다리며 여기에 있을거야. 아침이 되면 다시 발자취를 쫓을 거야. 킨보를 이렇게 만든 놈을 찾아낼 때까지 어떤 일이 있어도 추적하고야 말거야." "우리에게는 농장이 있다는걸 잊어선 안돼. 알겠어? 나는 한사람으로 26마리 소의 젖을 겨우 다 째지만 내일 아침 한 번 더 한다는 것은 정말이지 힘에 벅찬 일이야." "누군가가 해야돼. 난 갈 수 없으니까 결국 형의 일이 되는 셈이군, 코리." "이 얼간아, 성질이 나빠졌냐?" 라고 코리가 소리쳤다. "지금 나와 함께 집으로 돌아가는 거야. 그렇지 않으면 뼈저리게 느끼게 해줄테니까!" 앨튼의 목소리는 전과 다름없이 목이 메이고 게다가 졸린듯 하였다. "이쪽으로 가까이 오지않는게 좋아, 형." 코리는 앨튼의 목소리를 의지해서 앞으로 나아갔다. "알겠니?" -그 목소리는 아주 조용하게 들렸다.- "당장 그 자리에 멈춰서는 거야." 코리는 계속 걸어 나갔다. 날카로운 쇠소리가 들렸다. 32-40 라이플 총의 안전장치가 풀리는 소리였다. 코리는 멈춰섰다. "너 설마 그 총을 나에게 겨누는 건 아니겠지, 앨튼?" 코리는 목소리를 낮추어 말했다. "맞았어, 형. 부탁이니까 발자욱을 흐뜨리지 말아줘. 날이 밝으면 그 발자욱이 @필요해." 1분이 경과했다. 어둠속에서 들리는 것은 단지 코리의 괴로운 듯한 숨소리 뿐이었다. 이윽고 그는 입을 열었다. "나도 총은 가지고 있어, 앨튼. 자 집으로 돌아가자." "쏘고 싶어도 내가 보이지 않잖아." "조건은 마찬가지야." "아니, 나에겐 형이 서있는 장소가 보여, 코리. 여기에 와서 4시간이나 지났으니까 어둠속에서도 볼 수 있어." "내 탄환은 산산조각을 낼 수 있어." "내것은 반드시 죽이지." 코리 도루우는 대꾸를 하지않고 발길을 되돌려 농장을 향해 샛길을 걸어갔다. 그것은 칠흑같은 어둠속으로 자신을 가라앉히며 누워있었다. 죽음을 이해하지 못한채 자신은 꽰苡팀獵 것이 아닌 죽어있는 것이라고 믿고 있었던 것이다. 살아있다는것은 사물을 보고 움직이는 것이었다. 살아있지 않으면 그 어느것도 할 수 없는 것이다. 그것은 봉우리를 따라서 늘어선 나무들 선을 진흙투성이인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 깊숙한 곳에서는 여러가지 생각이 방울방울 맺히는 것이다. 그것은 낮에 생물을 손에 넣고 해부해서 비교, 결론, 분류했던 것과 같이 웅크리고 누워있으면서 새로 발견한 사실을 분석하는 것이었다. 비탈진 곳 위에 있는 나무들이 가까스로 보였다. 그 줄기는 컴컴한 하늘 보다도 어느정도 밝았다. 거꾸로 그것도 보이지않게 되고 잠시동안은 하늘도 나무도 같은 색이 되었다. 괴물은 지금 죽은 줄로만 알았다. 그리고 v눈 앞에 있는 많은 생물과 마찬가지로 언제까지 이렇게 하고 있어야하나 하는 의문을 가졌다. 이윽고 나무 저편의 하늘은 어느정도 밝아져 왔다. 참으로 불가능한 현상이지만, 보이니까 틀림없을 거라고 괴물은 생각했다. 죽은 것은 다시 살아나는 것일까? 이건 참 기묘한 일이군. 그러면 손발이 갈기갈기 찢겨 죽은 것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그것은 곰곰히 기다리며 관찰하기로 했다. 태양은 조용히 다시 떠오르기 시작했다. 어딘가에서 작은 새가 하품이라도 하는 듯이 한층 더 높게 지저겼다. 올빼미가 다람쥐를 죽인 것처럼, 스컹크가 다시 다른 다람쥐를 덮쳤다. 이렇게해서 밤새 일어난 살해와 낮의 살해와는 중도에서 끊어지는 일없이 계속되는 }것이다. 두 개의 꽃은 서로 아름다운 옷을 비교해 보는 듯이 양쪽에서 고개를 비스듬히 기울였다. 잠자리의 번데기가 점잖은체 하고있는 것에 지쳤다고 결론을 내리자 등을 깨고 밖으로 기어나와 투명한 날개를 말렸다. 제일 처음으로 비친 햇살은 나무사이로 갈라져 들어가, 풀을 스쳐 그늘이 있었던 관목의 울창한 숲에 금색 화살을 쏘았다. "나는 다시 소생했다." 괴물은 다시 살아날 수 없다는 걸 모르고 그렇게 생각했다. "나는 살아있어. 모든 것이 뚜렷하게 보이는 게 그 증거라구." 그것은 금색 광선을 향해서 두꺼운 발로 일어섰다. 밤 사이에 크게 성장한 눅눅한 주름은 햇빛속에서 눈 깜짝하는 사이에 말라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그것이 한발을 J밖으로 내딛자 표면의 비늘이 가루로 부서져, 작은 소나기가 되어 쏟아졌다. 그것은 킨보를 찾아내기 위해서 비탈길을 올라갔다. 개도 다시 살아났는지 어떤지를 확인해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베브는 잠어서 깨었고 햇빛이 방안 가득히 비치고 있었다. 앨튼 숙부가 없어졌다-그녀의 머리속을 먼저 스치고 지나간 것은 그일이었다. 아빠가 어젯밤에 돌아와서 한시간 정도 엄마에게 소리치는 것을 들렸었다. "앨튼은 미쳤어. 형인 나를 총으로 쏘려했다구. 만약 앨튼이 내 땅에 10피트라도 발을 들여놓으면 제초기처럼 총알 구멍 투성이로 만들어 버리겠어. 그녀석은 게으르고 심보 고약한 이기주의자에다-" 그 다음에 또 한갠가 두개, 좋지못한 욕이 입에 올랐었다. 베브는 아빠의 성격을 알고있었다. 앨튼 숙부는 이 근처에서는 절대로 안전하게 살 수 없을 것이다. 그녀는 어린아이만이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침대에서 뛰어내려와 창가 쪽으로 달려갔다. 코리는 말을 모으기 위해서 팔에 말채를 두 개 걸치고, 목장으로 터벅터벅 걸어갔다. 계단 밑에서는 부엌에서 일하는 소리가 들렸다. 베브는 세면대에 얼굴을 처박고, 타올로 얼굴을 닦아내기 전에 테리야처럼 얼굴에 묻은 물을 흔들어 떨어뜨렸다. 깨끗한 셔츠와 작업바지를 질질 끌며 계단 위까지 갔다. 셔츠에 팔을 끼우고 바지를 들고 아침 의식이 시작되었다. 한계단 내려오자 오른발이 바지통 속으로 들어갔다. " 또 한계단 내려오니 왼쪽 발이 들어갔다. 계속해서 양발을 가지런히 맞추어 한계단한계단 뛰어내렸다. 한계단에 단추 하나씩을 끼워 계단을 다 내려왔을때엔 완전히 옷을 다 입고 있었다. 그녀는 부엌으로 달려갔다. "앨튼 숙부, 결국 돌아오지 않았어요, 엄마?" "잘잤니, 베브? 그래 돌아오지 않았어." 크리샤는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미소를 띄고 있었으나 너무 조용하다고 베브는 재빨리 눈치를 챘다. 그녀는 걱정을 하고있던 것이다. "숙부는 어디에 갔어요, 엄마?" "몰라, 베브. 앉아서 아침식사나 하려므나." "천벌을 받는다는 말이 무슨 뜻이예요, 슭嗤?" 베브는 갑자기 물었다. 크리샤는 닦고 있던 접시를 떨어뜨릴 뻔 하였다. "베브! 그런 말은 입에 담는 게 아니란다!" "그런데 앨튼 숙부는 어째서 그래요?" "숙부가 어쨌다는 거니?" 베브는 커다란 스푼으로 오우트밀을 입안 가득히 집어 넣었다. "천버얼-" "베브!" "알았어요, 엄마." 베브는 입을 우물우물 거리면서 말했다. "그래도, 왜요?" "그러길래 어젯밤 코리에게 큰소리 내지말라고 부탁했는데." 베브는 결론을 내리고, < "사냥을 나갔었어요?" "킨보를 찾으러 나갔었어." "킨보를요? 엄마, 킨보도 나가버렸나요? 이젠 돌아오지 않나요?" "그래. 있잖니, 베브야, 부탁이니까 이제 그만 좀 물어봐라." "네, 엄마. 킨보와 숙부는 어디에 갔을 거라고 생각해요?" "북쪽 숲이란다. 자, 시끄럽게 굴지말래두!" 베브는 아침식사를 서둘러 삼키고 있을 때 한 생각이 떠올랐다. 그녀는 그 아이디어에 대해서 궁리해가며, 차츰 밥먹는 템포가 늘려졌다. 그리고 아래를 향하고 있는 속눈썹 뒤에서 엄마를 몇 번이나 쳐다보았다. 만약 아빠가 앨튼 숙부에게 무슨 일을 저지르면 큰일이 될텐데. 누군가가 숙부에게 蔓㎸窩 알려주지 않으면 안된다. 앨튼은 32-40 라이플 총소리로 골짜기의 이곳저곳에서 메아리가 울렸을 때 베브는 숲속의 샛길을 반 쯤 걸어가고 있었다. 코리는 경운기에 타고 말 페에게 잔소리를 퍼부어가며 남쪽 30번으로 갔다. 그때 총성이 들렸다. "멈춰!" 그는 말들에게 소리를 질러두고 앉은채로 총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하나, 둘, 셋, 넷." 하고 그는 숫자를 세었다. "누군가를 발견해서 그놈을 마구 쏘았나보군." 총을 겨냥을 하고 신중하게 한발을 더 쏘았다. "이젠, 큰일이 났군!" 그는 경운기를 내팽개쳐놓고 말떼를 세 그루의 떡갈나무 뒤로 모았다. 남은 끈을 재빨리 던져서 말에게 족쇄를 채우고 나서 숲으로 향했다. "앨튼, 이 살인자." 그는 중얼거렸다. 그리고 나서 생각이 떠올라 총을 가지러 집으로 되돌아갔다. 크리샤는 문 바로 앞에 서있었다. "탄환을 가져와." 그는 내던지듯이 명령을 하고 집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크리샤가 뒤를 따라온다. 그녀가 선반에서 상자를 내려놓았을 때에, 남편은 사냥용 나이프를 가죽끈으로 매달고 있었다. "코리-" "총성을 들었어? 앨튼이란 놈 미쳤어. <그녀석은 총알을 헛되이 낭비할 놈이 아니야. 그 총소리는 누군가를 쏘았다는 증거야. 어젯밤 마지막으로 본 상태로는 그저 산메추라기를 쏘았다고는 생각할 수가 없어. 사람을 노리고 있었어. 총을 이리 줘." "코리, 베브가-" "저것은 집에 넣어두라구. 아아, 뜻밖의 일이 터졌군. 이 이상은 나도 넣을 데가 없어." 코리는 문밖으로 달려나갔다. 크리샤는 그의 팔을 붙잡았다. "코리, 내 말 좀 들어봐요. 베브가 없어요. 불러 봤지만 이 주변에는 없어요." 젊은 건지 늙은 건지 모르는 코리의 음울한 얼굴이 긴장했다. "베브가? 마지막으로 본 곳이 어디야?" "아침식사때 였어요." I 크리샤는 울먹이며 말했다. "어디에 간다고 말했었어?" "아니요. 앨튼에 대해서 꼬치꼬치 캐물었어요. 어디로 갔냐고요." "당신 얘기 해줬어?" 크리샤는 눈을 크게 뜨고 손톱을 물어 뜯으며 끄덕였다. "말하지말지 그랬어, 크리샤." 그는 크리샤를 힐책하였지만, 그대로 숲속으로 뛰어 올라갔다. 크리샤는 그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순간 그녀는 죽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코리는 다리도 가슴도 극도로 무리시키면서 달려갔다. 그는 45분 동안 강행군을 계속하였고 나중에는 호흡이 곤란하여 숲속 비탈길을 헐떡거리며 올라갔다. 공기중에 떠도는 옥토의 불쾌한 냄새에도 신경을 쓸 여유가 R없었다. 그는 오른쪽 숲속에서 움직이는 사람을 보고 재빨리 몸을 웅크렸다. 필사적으로 거친 호흡을 진정시켜가며 확실히 보이는 곳까지 기어나왔다. 무엇이 있다. 검은 그 무엇인가가 계속 몸을 감추고 있었다. 코리는 한번에 온 힘을 다 쏟아서 돌진할 수 있도록 손발을 천천히 쉬게 했다. 그리고 서서히 총뿌리를 들고 숲에 숨어있는 것을 겨냥하였다. "나와!" 코리는 준비를 갖춘 뒤 외쳤다.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나와. 그렇지않으면 그냥 쏴 버리겠다." 긴 침묵이 흘렀다. 방아쇠에 걸려있는 그의 손가락은 긴장되어 있었다. "원한다면 그대로 쏘겠다." 라고 그는 말했다. 총을 쐈을 때 숨어있던 K사람은 비명소리와 함께 공간으로 튀어나오면서 쓰러졌다. 그것은 음산한 검은 옷을 입은 야윈 작은 남자였다. 이제까지 본 적도 없을 정도로 선명한 장미빛 볼을 가지고 있었다. 마치 아기 얼굴 같았다. 그 얼굴은 공포와 고통에 일그러져 있었다. 남자는 기다시피해서 일어나 깡충깡충 뛰면서 반복하여 외쳤다. "아아, 내 손이! 이제 쏘지말아요! 아아 내 손이! 이제 쏘지말아줘요!" 코리가 올라가고 있었기 때문에 그는 잠시 그치고 있었지만, 이윽고 슬픈 청자 같은 눈으로 농부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당신이 나를 쐈지." 그는 피에 물든 손을 덮으며 힐책하듯 말했다. "도대체 당신은 누구야?" * 코리가 말했다. 남자는 갑자기 히스테릭해져서 영문도 모를 말을 마구 퍼붓기 시작했다. 코리는 한 발 물러나서 몸을 보호하기 위해서 총을 절반쯤 쏠 준비를 했다. 대체적으로 말하고 있는 내용은, "서류가 없어졌다." "내가 그런 것이 아니야." "무서워, 무서워." 그리고, "사람이 죽어있다." "아아, 이제 쏘지말아요." 였다. 코리는 같은 질문을 두 번 반복했다. 그리고나서 갑자기 다가가 남자를 때려 눕혔다. 그는 땅 위로 쓰러졌고 몸을 비틀면서 코리의 총에 맞은 손부위를 입으로 가져가 신음소리인지 울음소리인지 분간하지 못할 소리를 내고 있었다. "이 근처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거야?" 남자는 한바퀴 회전하여 몸을 일으켰다. "내가 그런 것이 아니야. 난 안그랬어!" 그는 목이 메어 울면서, "나는 아니야. 걸어가다 보니 총소리가 들렸었어. 욕설을 퍼붓는 소리와 비명이 들렸기 때문에 그곳으로 가서 몰래 살펴 보았어. 그랬더니 남자가 죽어있었어. 내가 뛰어 도망가려 했을 때, 당신이 온거야. 그래서 내가 숨자 당신은 나를 쏘았어. 그래서-" "입 다물어!" 남자는 스위치가 꺼진 것처럼 입을 다물었다. "너는," 라며 코리는 샛길을 손으로 가리키면서, A "방금 저 쪽에 남자가 죽어있다고 말했어?" 남자는 고개를 끄덕인 다음에 울기 시작했다. 코리는 남자를 부축해서 일으켜 주었다. "이 길로 곧장 가면 우리집이 나오네." 라고 그는 말했다. "내 아내를 만나서 그 상처 부위를 치료해 달라고 하게. 그녀에게 쓸데없는 이야길랑 일체 해선 안되네. 그리고 내가 돌아갈 때까지 거기서 기다리게, 알겠나?" "그래, 고맙네. 정말 고맙네." 남자는 흐느껴 울며 답례를 했다. "자 가게." 코리는 똑바른 방향을 일러주고 남자를 재촉하였다. 그는 전신이 얼어붙는 듯한 공포를 느끼면서 어젯밤에 앨튼과 만났던 장소로 샛길을 따라 올라갔다. y 역시 그는 그곳에 있었다. 킨보도 있었다. 킨보와 앨튼은 수년동안 둘도없이 사이가 좋은 친구였다. 그들은 사냥을 할 때도 잠을 잘때도 항상 행동을 같이 했었다. 서로 의지하며 지내온 두 생명은 지금 여기서 숨을 거둔 것이다. 그들은 같은 장소에 죽어 있었다. 그들의 같은 방식의 죽음을 보는 것은 무서운 일이었다. 코리 도루우는 호담한 남자였지만, 그런 그도 썩은 괴물이 아우와 아우의 개에게 저지른 처참한 소행을 눈앞에 하고 있으려니 한숨과 함께 기절할 것만 같았다. 검정옷을 입은 작은 몸집의 남자는 훌쩍훌쩍 울면서 샛길을 서둘러 걸어갔다. 그는 상처입은 손을, 그 때문에 절뚝거리고 싶을 정도의 모습으로 조심스럽게 감싸고 있었다. 그러나 한참을 걸어가니, 흐느낌도 멈춰지고 잔 달음질은 보통 걸음걸이로 바꼈다. 그 순간 온몸의 털이 곤두서는 듯한 공포는 차츰차츰 사라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는 크게 두번 숨을 들이마시고 말했다. "아휴, 이제 좀 살 것 같군." 이제 가까스로 기분이 정상으로 돌아온 듯 하였다. 그는 린넨 손수건을 손목에 둘렀다. 그러나 피는 여전히 멈추질 않았다. 팔뚝을 움직여 보았다-팔에 심한 통증을 느꼈다. 그래서 손수건을 주머니에 쑤셔 넣었다. 손은 피가 응고될 때까지 허공에 흔들고 있었다. 그는 뒤에서 몰래 다가오는 끈적끈적한 커다란 짐승을 눈치채지 못했다. 단지 콧구멍은 그 불결한 냄새를 맡고 일그러져 있었지만...... 괴물의 가슴 부분에는 거의 끐缺抉 세 개의 구멍이 있었다. 그밖에도 끈적끈적한 머리의 중앙에도 구멍은 있었다. 뒤에서 보면 역시 등에 한데 뭉쳐서 세 개의 구멍이 있고 후두부에도 구멍이 1개 뚫려 있었다. 그것들은 앨튼 도루우의 탄환이 관통한 흔적이었다. 괴물의 이거다할 형태도 없는 얼굴의 절반은 허물어 내려있었다. 그리고 어깨 부분에 깊이 패인 자국이 있었다. 이것은 탄환을 4발이나 쏘아도 죽지않는 괴물에게 화가 난 앨튼 도루우가 총대꼬리로 때렸을 때 생긴 자국이었다. 이렇게 해도 괴물은 고통을 느끼지 못하니까 분노도 느끼지 못하였다. 단지 그것은 앨튼 도루우가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에 대해서 이상하게 생각할 뿐이었다. 지금 그것은 서두르지도 않고 작은 체구의 k남자를 쫓아가고 있었다. 괴물이 걸어간 뒤에는 작은 오물덩어리가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다. 남자는 터벅터벅 걸어서 숲속의 가장자리까지 왔다. 그는 한그루의 커다란 나무 그늘 아래에 섰다. 그것에 등을 돌리고 서서 고민에 빠졌다. 그에게 있어서는 지금 본 광경만으로도 충분하였다. 그이상 연류되어 그 기분 나쁜 살인자의 검시 신문에까지 참석해서 무슨 득이 있겠는가? 탐색을 계속해봤자 의미는 없는 것이다. 이 숲 속 어딘가에 사냥 오두막이 있다는 이야기가 있다. 아마 그것을 찾아내면 증거를 찾을 수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막연한 소문 정도는 잊어도 후회가 남진 않을 것이다. 이 시골 마을의 재판에 휘말려 그 숲의 x무시무시한 참사를 두번다시 더듬는 것은 정말이지 어리석기 짝이없는 일일것이다. 그래서 그는 농부의 명령에 따라 그의 집으로 가서 그가 돌아오는 것을 기다리는 것은 어리석은 것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남자는 마을로 돌아가기로 마음먹었다. 괴물은 큰나무 건너편에 기대고 있었다. 작은 체구의 남자는 갑자기 덮쳐온 썩는 냄새에 메슥거리기 시작했다. 손수건을 꺼내려다 실수로 떨어뜨리고 말았다. 주으려고 웅크리고 앉았다. 그때 괴물의 팔은 어렴풋한 소리를 내며 허공을 가르었다. 바로 남자의 머리가 있었던 부분으로 만약 구부리지 않았더라면 틀림없이 베이비 훼이스는 날아가 버리고 말았을 것이다. 남자는 일어섰다. 손수건은 피투성이가 g되어있어서 코로 냄새를 맡기가 싫었다. 괴물이 나중에 다시 팔을 들었을때, 그남자는 손수건을 버르고 숲속에서 들길로 나갔다. 갈 방향은 마을을 가로질러간 곳에 있는 고속도로였다. 거기에 도착하면 도회지로 돌아갈 수 있는 것이다. 괴물은 손수건에 잽싸게 달려들어 주워올렸다. 그것을 골똘히 바라본 다음에 갈기갈기 잘게 찢었다. 그리고 잘게 찢은 부분을 관찰했다. 이윽고 그것은 떠나가는 작은 남자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이제 그에게 흥미가 사라져 그것은 다시 숲으로 돌아갔다. 베브는 총성을 듣고 뛰기 시작했다. 앨튼 숙부에게 아빠가 한 말을 전해주어 경고하는 것도 중요했지만, 숙부가 잡은 사냥감도 듆린蔗槁駭? 틀림없이 무엇인가를 쏘아 죽인게 틀림없다 라고 그녀는 생각했다. 앨튼 숙부는 총알을 쏴서 사냥감을 놓쳐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단 그가 저런 식으로 총을 발포한 것은 처음있는 일이었다. 틀림없이 곰 이었을거야. 나무 밑둥에 걸려 넘어졌다가 휙하고 툭툭 털고 일어났지만, 아주 흥분된 상태였기 때문에 아푼 줄도 몰랐다. '방에 또 곰가죽으로 장식을 하겠구나. 이번엔 어디에 놓을까? 두개로 접어서 담요 대용으로 써도 괜찮겠고-또 밤에는 앨튼 숙부랑 앉아서 책을 읽어 달라고 할 수도 있겠네. 그래도 안되겠어. 지금처럼 숙부와 아빠가 냉전 중일때는 무리한 얘기지. 내가 무슨 일이라도 도울 수 있다면 좋을텐데......' 그녀는 불안에 휩싸여 작은 ]가슴으로 이것저것 가정을 해가면서 서둘러 달려가려고 했다. 그런데 금방 숨이 차서 속도는 오히려 느려질 뿐이었다. 숲 가장자리에 있는 언덕 위에서 그녀는 서서 뒤를 돌아다 보았다. 계곡 저쪽편에 남쪽 30번 농지가 가로놓여 있었다. 거기에 있는 아빠를 찾아가면서 베브는 주의깊게 응시하였다. 새로 갈은 두렁과 그렇지않은 두렁이 확실하게 구분되어 보였다. 곧 그녀의 날카로운 시선은 아빠가 경운기를 사용해서 일을 하던 것을 도중에 팽개쳐두고 말을 나무에 묶어 둔 채로 사라졌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여느때의 그 답지않은 행동이었다. 말이 쉬고있는 그 주변에도 청색 데니무를 입은 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아빠를 앞질렀다는 점에 만족하며 혼자서 킥킥거리고 깜짝하는 사이에 사라지고 말았다. 앨튼의 죽어가는 듯한 비명소리가 들렸기 때문이다. 그녀는 서둘러 샛길을 가로질러 그 옆의 숲속으로 뛰어들었고 총소리는 어딘가 이 근처에서 들려왔다. 몇 번이나 멈추어 서서 귀를 기울였다. 갑자기 무엇인가 이쪽으로 허둥거리며 다가오는 소리가 들렸다. 서둘러서 숲뒤로 기어들어가 무서움에 떨며 지켜보고 있자, 검정옷을 입은 체구가 작은 한 사람이 나타났다. 그의 파란눈은 공포에 동그래졌고, 정신나간 사람처럼 넋이 나가 그녀의 옆을 지나 달려갔다. 그 순간 남자가 가지고 있던 가죽가방이 나뭇가지에 걸렸다. 가방은 그의 손에서 미끄러져 허공으로 흩날리면서 그녀의 v앞에 떨어졌다. 그러나 남자는 그일에 개의치않고 사라져 버렸다. 베브는 한참동안 그곳에 앉아있었다. 이윽고 그녀는 일어나서 가방을 주워 숲속으로 들어갔다. 사건은 작은 어린이에게 있어서는 너무나도 눈이 휘둥그래질만한 진전이었다. 그녀는 앨튼 숙부와 만나고 싶었지만 소리를 내어 부를 용기는 없었다. 다시 멈춰서서 귀를 기울였다. 지금 온 숲의 입구 쪽에서 사람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빠의 목소리와 또 한사람의 목소리-아마 가방을 떨어뜨렸던 그 남자 일것이다. 그녀는 그들 옆으로 가는 것이 두려웠다. 무서운 반면, 흥미도 있었다. 그녀는 지혜를 총동원하여 생각하다가, 이윽고 어떤 생각을 해내곤 기쁨에 찬 얼굴이 되었다. 그녀와 슻茅걋 소꿉장난으로 자주 인디언 놀이를 하며 놀았었다. 그들은 비밀신호를 완전히 외우고 있었다. 새울음소리도 연습을 거듭한 결과 이제는 진짜 새소리 보다 더 그럴듯할 정도였다. 어떤 새소리가 좋을까? 그래, 파란어치가 좋겠다. 그렇게 결정하고는 머리를 뒤로 젖히고 젊디젊은 성대로 새소리를 흉내냈다. 이제껏 어느 파란어치 보다도 더 정확한 음색이 신경을 찌르는 듯이 울려 퍼졌다. 그녀는 그 소리를 한 번 더 흉내내고, 거듭 두 번 연속으로 냈다. 응답은 곧 돌아왔다. 한마리 어치의 부르는 소리로 두번씩 나누어 4번 을었다. 베브는 재미있는 듯이 혼자서 끄덕였다. 그 신호는 곧 '그 장소'에서 만나자는 것이었다. '그 장소'란 그가 발견해서 그녀에게 가르쳐준 비밀장소로 x둘만이 알고있는 장소였다. 그곳은 그다지 멀지않은 데를 흐르고 있는 작은 강가의 바위 뒤였다. 정확히 말하자면 동굴은 아니었지만 비슷하게 움푹 패인 곳이었다. 베브는 신이나서 다른 일들은 까맣게 잊고, 작은 강쪽으로 달려갔다. 앨튼 숙부는 파란어치 울음소리와 또 그 소리가 어떤 신호인지 알고있는 게 틀림없다. 앨튼의 흩어진 시체위에 덮어 씌운 듯이 원을 그리고 있는 나뭇가지에서는 한마리의 커다란 어치가 앉아 날개를 퍼덕이면서 햇빛을 쬐고 있었다. 자기 밑에 시체가 쓰러져 있는 줄도 모른채, 또 베브의 새울음소리가 어떤 의미인 줄도 모르고, 새는 또 목청을 높여 두번씩 네 번 울어댔다. 코리가 그 장면을 눈앞에 두고 있었을 때의 슸疽㈎【 냉정을 찾기까지는 꽤 오랜시간이 걸렸다. 그는 얼굴을 돌리고, 축 늘어져 소나무에 기대면서 헐떡였다. 저것이 앨튼이었다. 저기에 갈기갈기 찢겨져 있는 것이 앨튼이었다. "너무해, 너무해, 너무해-" 점차로 힘이 회복되어 왔다. 그는 다시한번 그 장소를 바라보았다. 총은 번쩍번쩍 빛이 났지만, 개머리와 총파는 무언가로 끈끈하게 얼룩져 썩은 듯한 냄새를 풍기고 있었다. 전에 어디선가 본적이 있는 것이었다. 기억이 나질 않지만 어쨌든 본 것 만은 확실했다. 그는 무의식적으로 손수건으로 그 얼룩을 닦아내고 더러워진 손수건은 나중에 버렸다. 그의 머리속에 앨튼이 한 말이 떠올랐다-그 말을 들은 것이 바로 어젯밤 이었지만- "아침이 밝으면 다시 흔적을 쫓아갈거야. f킨보를 이렇게 만든 놈을 찾아낼 때까지, 어떤 일이 있어도 뒤를 쫓아가겠어." 코리는 몸서리를 치면서 앨튼의 탄환을 넣어두었던 상자를 찾아냈다. 상자는 끈적끈적하게 젖어 있었다. 어쨌든 그 편이 나았다. 앨튼의 피로 젖은 탄환이야말로 이제부터 그가 사용하지 않으면 안될 탄환이었다. 그는 그 주변을 빙글빙글 돌아다니며, 커다란 발자취를 발견하고 원래의 장소로 돌아왔다. "나도 너를 이지경으로 만든 놈을 찾아내겠어." 그는 낮은 음성으로 장중하게 선언하고, 실행으로 옮겼다. 관목 숲속을 그는 썩은 냄새를 따라 간다. 떨어진 더러운 옥토덩어리에 놀라면서 나아가는 사이에 점차로 동생을 죽인것의 모습이 그의 뇌리에 p형태를 만들어갔다. 코리에게는 이제 이 세상에는 증오와 의지 이외에는 아무것도 남아있질 않았다. 어젯밤 앨튼을 무리하게라도 데리고 돌아가지 않은 것을 책망하면서 그는 흔적을 따라서 숲의 가장자리까지 왔다. 그곳에는 한그루의 커다란 나무가 있었다. 그의 눈은 그때 또다른 하나-도시에서 온 그 작은 체구의 남자의 발자취를 발견했다. 그 부근에서 린넨 손수건이 갈기갈기 찢겨진채 흩어져 있었다. 이것은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을 암시하는 걸까? 또 다른 발자취도 있었다-작았다. 작은 발자취였다. "베브!" 그는 외쳐보았지만 대답이 없었다. 바람소리만이 한숨소리처럼 들려왔다. 어딘가에서 파란어치가 소리 높여 울어댔다. y베브는 멀리서였지만, 날카로운 아빠의 목소리를 듣고 멈춰서서, 뒤를 돌아보았다. "저렇게 큰소리를 내고." 라며 재미있는 듯이 중얼거렸다. "마치 미친 사람 같아." 그녀는 아빠를 우롱하듯이 목소리 높여 파란어치의 울음소리를 내고 그대로 '그 장소'로 서둘러 갔다. 거기에는 작은 강가에 쓰러져 있는 한 자의 거대한 바위판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빙하 시대에 지질변동이 있었을 때, 그 바위에 커다란 V자형의 틈이 만들어진 것이다. 그 균열의 가장 넓은 곳은 물가로 이어지고 좁은 부분은 잡목림 속으로 숨겨져 있었다. 내부는 천정이 없는 작은방으로 되어 있고, 일그러진 벽에는 무수히 많은 구멍이 있긴 하지만, 어쨌든 바닥은 평평하였다. h 물은 열린 한 구석의 바로 옆을 흐르고 있었다. 베브는 잡목 사이를 헤치고 들어가 바위의 틈을 들여다 보았다. "숙부! 앨튼 숙부!" 그녀는 낮은 소리로 불렀다. 대답이 없었다. '아직 오지 않았어.' 그녀는 기어 내려가 방바닥에 섰다. 그녀는 그 장소가 좋았다. 바위 뒤는 시원하고, 작은 강을 흐르고 있는 물소리가 들리며, 금색빛이 방향을 바꾸면서 들이비치고, 웃음소리는 벽에 부딪혀 다시 울리는 것이었다. 그녀는 약속된 신호에 따라서 다시 그를 불렀다. 그리고 바위의 돌출부에 앉아 기다렸다. 그때 처음으로 그녀는 자기가 작은 체구의 남자 가방을 가지고 왔다는 걸 알았다. 그녀는 그것을 2,3회 뒤집어 본 다음에 속을 꼬┙駭? 중앙에 한장의 가죽이 있어 양측을 구분하고 있었다. 그 한쪽에는 커다란 누런 봉투에 몇 장의 서류가 들어있고, 반대쪽에는 샌드위치, 막대기처럼 길게만든 과자 한 개, 게다가 사과가 하나 들어있었다. 주는 것을 기꺼이 받는 아이의 습성으로 그것을 신의 선물이라고 해석한 베브는 곧 먹기 시작했다. 샌드위치 한 개는 앨튼 숙부를 위해서 남겨 두었다. 실은 약맛이 나는 포로니 소세지가 싫었기 때문이다. 그것을 빼고는 정말 맛있게 잘 먹었다. 사과를 뼈만 앙상하게 남기고 다 먹었는데도 아직 앨튼이 찾아오지 않기 때문에 조금은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그녀는 일어나, 앞을 소용돌이 치며 흐르는 강에 평평한 작은 돌을 던지며 물튀기기를 시작했다. 그런 다음 양손을 짚고 물구나무서기를 해보았다. 옛날 얘기를 생각해내, 자신에게 들려주기도 하였다. 이윽고 그 놀이에도 질리자, 그저 멍하니 앉아서 기다렸다. 결국 기다림에 지쳐 견딜 수 없게된 베브는 다시 가방이 있는 곳으로 돌아가 바위에 몸을 구부리고 서류를 읽기 시작했다. 어쨌든 무언가를 하지않고서는 시간을 떼울 수가 없었다. 그것은 한장의 옛날 신문조각으로 사람들이 남긴 기묘한 유서에 대해서 실려있었다. 어떤 늙은 부인은 달로 여행을 하고 돌아온 사람을 위해서 막대한 유산을 주기로 약속하고 있었다. 어느 사람은 주인이 죽어갈 때 사라진 고양이를 위해서 한 채의 저택을 제공하고 있었다. 한 남자는 어느 수학문제를 풀고 그것을 증명한 최초의 사람에게 몇 천 달러를 남긴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 속에 청색 n연필로 쓰여진 1조항이 있었다. 거기에는, 아직 법적으로 유효하며, 아주 색다른 유서 중 하나는 1920년에 죽은 사데아스 M 카-크가 작성한 것이다. 그것에 의하면 그는 선조를 위한 납골당이 딸린, 불행을 한 곳에 모아놓은 영혼실을 세우고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제각기 정해진 벽감을 장식하기 위해서, 나라안에서 뼈를 넣는 항아리를 모았다고 한다. 카-크는 그 집안의 후예로, 그가 죽었을 때에는, 친인척은 한사람도 없었다. 유서에는 그 영혼실은 영원히 수리해서 보존해야만 되고, 그의 조부 로져 카-크의 뼈를 찾아온 사람에게는 보답으로 정해진 금액의 돈이 지불될 것이라고 쓰여져 있다. 즉 로저 카-크의 벽감에는 아직 아무것도 뜵叢㈐ 있지 않은채 그의 시체를 발견하는 사람은 누구라도 거액의 유산을 받을 자격을 갖게되는 것이다. 베브는 지루해져 하품을 했다. 그러나 역시 달리 할 일도 없기 때문에 계속 읽었다. 그 다음의 두꺼운 종이는 통신문으로 용지에 변호사 협회의 문자가 인쇄되어 있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사데아즈 카-크의 유서에 관한 귀하의 질문에 대해서 저희들은 다음과 같이 설명을 해야하며, 권리를 수여받고 있는 사람입니다. 즉 그의 조부의 신장은 5피트 5인치로 왼쪽 팔에 골절 자국이 있고, 두개골에 은제 삼각상의 쇠장식물이 들어있습니다. 그가 어디서 사망했는지를 가르쳐줄 어떤 정보도 존재하지 않고, 단 실종 사실만이 확인되었고, 14년이 지난 뒤에 법적으로 D사망수속이 이루어졌습니다. 유서에 정해져 있는 보상금은 해마다 늘어나는 이자를 포함해서 현재 6만2천 달러를 웃돌고 있습니다. 그 유산은 저희들이 보존하고 있으며 로져 카-크의 특징을 만족시킬만한 시체를 발견한 사람에게 무조건으로 지불할 것입니다. 아직 뒤에 뭐라고 더 쓰여있었지만, 베브는 지루해져 버렸다. 그녀는 이번엔 작은 검정 수첩을 들여다 보았다. 그것에는 몇몇 도서관을 방문했던 기록이 연필로 극히 간단하게 메모되어 있었고 '안젤리나 타이라-양군사'와 '카군 가계도고'라고 씌여진 서적에서 주요한 부분을 빼낸 내용이 적혀 있었다. 베브는 그 수첩도 옆으로 내던졌다. | "다라리란 담 디디담." 영화에서 본 여자아이 처럼 부풀어진 스커트에 미뉴엣을 추려는 생각으로 추고 있었다. 입구의 잡목에서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나자, 그녀는 춤을 멈췄다. 베브는 위를 쳐다보며 나뭇가지가 좌우로 헤쳐지는 것을 보았다. 그녀는 재빠른 동작으로 바위에 있는 작은 홈안으로 달려 들어갔다. 그곳은 딱 베브의 몸이 쑥 숨겨질 정도의 크기였다. 그녀가 갑자기 튀어 나오면 앨튼 숙부가 얼마나 놀랄까 하고 상상을 하며 킥킥거리고 웃었다. 바위의 틈을 슬슬 내려오고 있는 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바닥에 다다랐는지 쿵하는 소리가 울렸다. 그러나 왠지 부자연스러운 느낌이 들었다. 무엇일까. 앨튼 숙부처럼 몸집이 큰 사람이 잡목림에 쇁祈 恝 있는 작은 입구를 빠져나오는 일은 상당히 어려운 일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친 숨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아니 호흡하는 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는 것이다! 베브는 동굴 안을 들여다 보았다-그 순간 무서움이 극도를 달해 굉장한 비명이 되어 튀어나왔다. 거기에 서있던 것은 앨튼 숙부가 아니었다. 멍하게 인간의 형태를 한 커다란 덩어리였다. 엉성한 솜씨로 만들어진 볼품없는 진흙 인형같은 거대한 괴물이었다. 그 괴물의 어떤 부분은 젖어서 빛이나고 또 어느 부분은 건조해서 너덜너덜 하게 떨어져 나갈것만 같았다. 이마 왼쪽 아래 절반은 깍여내려, 균형이 잡히질 않았다. 입인지 코인지 확실히 알 수 있는 것은 없었다. 단 비뚤어진 눈이 있고, 그 하나는 다른 하나 n보다 높은 곳에 매달려 있었다. 약간 더러워진 갈색으로 흰자위는 없었다. 그 괴물은 그녀를 보면서 조용히 서있었다. 움직이라고 쉴새없이 보여주는 진동 뿐이었다. 그것은 베브가 지른 기묘한 잡음을 이상하게 여겼다. 베브는 뒤로 기어들어가 바위의 틈 사이로 몸을 밀어붙였다. 머리속에는 공포의 고통이 빙글빙글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그녀는 소리치려고 입을 열었지만, 소리가 나오질 않았다. 목을 쥐어 짜내는 헛된 노력에 눈은 동그랗게 떠지고 얼굴은 불처럼 뜨거워졌다. 출구를 찾아 발버둥칠 때마다 양갈래로 땋은 금발머리가 흔들려 움직였다. 적어도 넓은 장소이던가, 아니면 괴물이 있는 두갈래로 갈라지는 장소에서 마주쳤다면 ≠종弩뺐? 아아, 집에서 침대에 누워있었다면 얼마나 안심이 될까. 괴물은 그녀가 있는 방향으로 천천히 걸어왔다. 무표정으로 천천히 다가오는 것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그것이 달아날 수 없는 이유만으로도 공포가 두 배로 증가했다. 베브는 눈을 뜨고 얼어붙은 듯이 손발을 땅에 대고 기고 있었다. 무서움으로 폐가 꽉 눌리고, 심장은 세계를 흔들 정도로 쿵쾅쿵쾅 뛰었다. 괴물은 홈이 패인 곳의 입구까지 와서 안으로 들어가려 했지만 바위에 막혀서 멈춰섰다. 그곳은 상당히 좁은 홈으로, 베브가 몸을 겨우 집어넣을 수 있는 정도였다. 숲의 괴물은 바위에 양어깨를 대고 베브에게 다가가려고 꾹꾹 밀었다. 그녀는 차츰 몸을 들어올렸다. 괴물이 바로 눈앞에 있었기 때문에, 악취는 마치 눈에 눣맛 정도로 굉장하였다. 갑자기 그녀는 소리도 지르지 못하는 공포속에서 한가지 희망이 떠올랐다. '들어오지 못하는 거야.' '몸집이 너무 커서 여기까지 들어올 수가 없는거야.' 괴물의 발은 아주 굉장한 긴장으로 조금씩 넓어지고, 어깨에는 희미하게 홈이 패였다. 그것은 괴물이 무감각하게 바위에 몸을 부딪혔을때 더욱 커졌다. 그리고 어깨의 일부는 갑자기 떨어져 나가 흐늘흐늘 맥없이 구부러지고, 그것은 3피트 정도 안으로 몸을 넣었다. 그것은 진흙투성이인 눈을 그녀에게 고정시킨채, 조용히 누워있었다. 그리고 나서 두툼한 팔을 머리 위로 뻗쳐서 그녀를 잡으려 하였다. 베브는 발버둥쳐서 1인치 정도 안으로 더 들어갔다. 더러운 곤봉처럼 생긴 손이 그녀의 쑖樗 쓰다듬었다. 파란 데니무 셔츠에 오물이 선을 그었다. 괴물은 갑자기 몸을 비비 꽈서 옆으로 들어가, 그녀가 힘들여 얻은 1인치를 자신의 공간으로 만들어 버렸다. 검은 손은 그녀의 땋은 머리 한쪽을 움켜쥔 것이다. 베브는 눈앞이 캄캄해지고 말았다. 의식을 차렸을 때, 그녀는 표면이 비늘 모양처럼 된 손으로 머리를 잡혀 매달려 있었다. 괴물은 베브를 쥐고있는 손을 높이 올리고 있었기 때문에 그녀의 얼굴과 모양이 없는 그것의 머리와는 거리가 30센티도 차이가 나지 않았다. 그것은 눈에 온화한 호기심을 띄면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리고나서 앞뒤로 흔들흔들 흔들어 보았다. 머리가 끌어당겨진 고통 때문에 공포에 질려 할 수 없었던 일이 일어났다-소리를 지른 것이다. 그녀는 넶 シ恝 목소리를 내며 아우성을 쳤다. 입을 열고 어린 가슴을 힘껏 부풀려 소리를 꺄악하고 질렀다. 그녀는 제일 처음 소리를 낸 상태로 목을 유지시켰다. 가슴은 그 목에서 더욱 격렬하게 공기를 내보낸다. 높고 단조로운, 어디까지나 찌를듯한 외침이었다. 괴물은 그것을 조금도 개의치 않았다. 그것은 그녀를 매달은 채로 가만히 관찰을 했다. 이 이상한 현상에서 될 수 있는 한 많은 지식을 얻자. 그녀를 휙 버렸다. 기절해서 오므라진 베브에게는 눈길도 주지않고 동굴 속을 물색하였다. 그것은 손을 뻗쳐서 가죽가방을 집어 들고, 헤진 천인지 뭔지 모를 정도로 갈기갈기 두번 찢었다. 그때 베브가 남겨 둔 샌드위치에 눈길이 가 주워들고서 꽉쥐어 망가뜨린후, 맘틔》 떨어뜨렸다. 베브는 눈을 떴다. 어느샌가 자신은 자유로워져 있었다. 마침 괴물이 그녀쪽으로 뒤돌아 보았을 때, 그것의 허벅다리 밑을 지나 밖으로 빠져나와, 바위홈 앞에 흐르고 있는 물 속으로 뛰어들었다. 열심히 물을 가르며 헤엄쳐 건너, 건너편 강가로 기어올라갔다. 분노와 증오의 작은 빛이 그녀의 눈 속에서 불타고 있었다. 베브는 큰 돌을 주워 이성을 잃은 여세로 힘껏 던졌다. 돌은 낮게 날아 괴물의 발에 소리를 내며 명중하였다. 괴물은 물쪽으로 한 발 내딛으려 하던 중이었다. 돌 때문에 몸의 중심을 잃어, 다시 똑바로 서는 일에 익숙하지 못한 그것은 비틀거리며, 물속에 풍덩하고 빠졌다. 베브는 더 이상 뒤를 돌아보지 않고 비명을 지르며 달아났다. 코리 도루우는 살인범이 지나간 발자욱이라 겭珝℉풔 점점이 흩어져 떨어져있는 부식토덩어리를 쫓고 있었다. 베부가 지른 최초의 비명소리를 들었을 때에 그 근처에 있었다. 그는 자신의 산탄총을 버리고 32-40 라이플을 언제라도 발포할 준비를 하고 달리기 시작했다. 흥분하여 미친사람처럼 달렸기 때문에 틈이 생긴 큰 바위를 지나쳐, 그녀가 강에 뛰어들어 건너편 강가로 올라갔을 때엔, 그는 100야드 앞을 가고 있었다. 서둘러 뒤를 쫓아 그녀를 찾기 위해서는 전속력으로 달리지 않으면 안되었다. 베브가 질풍처럼 빠른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쫓고있는 것은 동굴 속에서 본 얼굴없는 무서운 괴물이었다. 그녀는 그 한가지 생각만으로 여기까지 살아 도망칠 수 있었다. 드디어 그는 딸을 팔안에 잡았다. ㉭틤活 손에 끌어당겨진 그녀는 단지 큰소리를 내고 외칠 뿐이었다. 베브는 코리가 아무리 달래도, 아빠를 보려하지 않았다. 괴물은 물속에 누워있었다. 그것은 이 새로운 물질이 좋지도 싫지도 않았다. 그것은 강 바닥에서 쉬고 있었다. 그 커다란 머리는 수면에서 1피트 아래에 있었다. 그것은 축적된 사실을 흥미깊게 검토하였다. 동굴로 들어가게 꼬신 베브의 콧노래가 잘 이해되지 않았고, 찢을때 녹색의 것보다는 힘을 필요로 했다. 가방 재료인 검정색의 것도 신기했다. 노래를 불러서 그를 끌어들이고, 가까이 다가가자 비명을 지르던 두발 달린 것도 처음으로 보았던 것이다. 그리고 지금 떨어진 이 새롭고 차갑게 움직이는 것이 있다. 그것은 그의 몸을 씻겨내고 있었다. 이런일은 이전에 없었던 ~것이다. 무서운 일이었다. 괴물은 여기에 가만히 머무르며 이 새로운 것을 잘 관찰하려 하였다. 그것에는 자신의 몸을 보호하려는 생각은 조금도 들지않았다-호기심만이 있었던 것이다. 작은강은 샘에서 넘쳐 흘러나와 웃음소리를 내면서 흘러내려갔다. 수원지를 나온 그것은 내리쏟는 햇빛을 받고, 눈이 녹은 물과 작은강을 포옹하면서 달려간다. 소리를 지르다가, 떠다니는 작은 풀뿌리와 놀거나, 고인 물에서 놀고있는 작은 물고기와 올챙이 배를 쿡쿡 찌르기도 하였다. 활발한 작은강이었다. 그 작은강은 갈라진 큰 바위 옆에 고인 물까지 내려왔을때, 괴물의 모습을 발견했다. 작은 강은 그것을 잡으려고 뛰어들었다. 피부에 묻은 더러운 옷을 적시고 문질러 M부식토를 녹였다. 괴물 주변의 물은 녹은 물질로 새까맣게 소용돌이 쳤다. 어중간한 일을 싫어하는 작은강이었다. 닿은 것은 무엇이든지 씻어냈다. 한결같이 그 일을 반복하는 것이다. 작은강은 오물을 발견하면 제거하려고 했다. 만약 오물의 층이 쌓여있어도 한겹한겹 그것은 벗겨지고 있었다. 선량한 작은강이었다. 달리 괴물의 독을 신경쓰지도 않고 그것을 없애고, 그것을 묽게 해서 쪼글쪼글 하게 만들어 하류의 바위 근처에 작은 원을 만들었다. 그리고 수생식물의 뿌리에 그것을 흘려 보내어 풀이 푸르게 성장하도록 재촉하였다. 괴물은 점차로 녹고 있었다. "난 작아졌다." 라고 괴물은 생각했다. g "이것은 재미있군. 난 이제 움직일 수 없어. 게다가 지금 이 생각하는 부분도 사라져 가는 것 같다. 조금 있으면 이 기능도 멈추어 지겠지. 그리고 몸의 다른 부분도 함께 물에 씻겨 나갈 것이다. 생각하는 일을 멈추고, 또 존재함도 멈춘다. 이것도 꽤 재미있는데." 괴물은 녹아서 물을 탁하게 흐렸다. 이윽고 물은 다시 맑아지고, 괴물의 남은 유해를 첨벙첨벙 씻었다. 골격은 그다지 크지 않았다. 그리고 왼쪽팔 관절에 보기 흉한 골절 자국이 있었다. 햇빛이 파르스름한 두개골에 파고들자 삼각모양의 은제 장식구에 반사해서 반짝반짝 빛이 났다. 유골은 이제는 깨끗하게 닦여져 있었다. 작은 강은 그것을 보고 언제까지나 웃었다. b 그들은 그 유해를 발견했다. 그들이라고 하는 것은 살인범을 찾으러온 6명의 엄한 얼굴을 한 남자였다. 맨처음에는 아무도 베브의 말을 믿지않았다-그녀가 숲에서 돌아와 2,3일 지난 후에 자기가 우연히 겪었던 사건을 말했을 때의 일이다. 2,3일 후에 얘기한 것은, 베브가 하루종일 비명을 질러가며 죽은 아이처럼 움직이지도 못하고 누워있었기 때문이었다. 아무도 그것을 믿으려 하지않았다. 그녀의 이야기는 일관해서 '무서운 남자' 이야기와 '무서운 남자'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 그것은 단순히 그녀의 아버지가 장난으로 만들어낸 인물이었다. 그러나 유해가 발견된 것은 그녀의 이야기가 동기였고, 유산을 보관하고 있는 薦뵉扇【　 한장의 수표를 보내왔다. 그들이 이제껏 꿈꾼것 보다 더 거액의 돈이었다. 그것은 그가 죽은 장소 보다 5마일이나 더 떨어진 곳에서 발견되었지만 의심의 여지도 없이 로저 카-크였다. 그 유해는 흙 속에 묻히고, 뜨거운 옥토가 그 주변에 쌓여 이윽고 괴물로 성장한 것이다. 그래서 도루우 집안에서는 새로운 창고를 만들고 우수한 가축을 사들여 4명의 일손을 채용하였다. 그러나 그들에게는 앨튼이 없었다. 킨보도 없었다. 그리고 베브는 밤이되면 소리를 지르며 울었다. 그녀는 점차 야위어 갔다. 4.루시가 있으니까 -로버스 블록 이상 성격자를 통틀어 <사이코>라고 부르지만, 이 말을 일반적인 보통 명사로까지 확장시킨 것은 로버트 블록(1917-)이다. 괴기 소설가로서 40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아메리카에서는 가장 인기있는 작가 중 한 사람이지만, 그 명성을 높인 것은 『사이코』로, 히치콕 감독에 의해서 영화로 만들어져 히트를 하게 되었다. 사이코 테마라는 것은 블록의 창안도 아니고, 새로운 것도 아니지만, 그것을 기교있게 사용하여, 재미있는 공포소설로 1만들어낸 솜씨는, 역시 연륜이 들어가 있다. 본편도 그 사이코 이야기 중 하나로 1952년 1월호의 <위어드 테일즈>지에 게제되었다. "이런 일 해선 안돼." 루시는 목소리를 낮추었다. 간호부의 방이 복도 바로 끝에 있다는 것을 그녀는 알고 있었던 것이다. 더욱이 나에게는 병문안 손님 따윈 있지도 않다. "그래도, 죠지는 그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줘. 불쌍한 죠지, 저런 의사와 전문의들에게 죠지가 비싼 돈을 내고 있다는 생각만 하면 마음이 아파와. 게다가 사나트리움 비용도. 뿐만아니라, 이번에는 저 간호부, 미스 히긴즈가 매일 병간호를 하러 오게 되었다구." Q "그런 일을 해봤자 아무런 소용도 없는데 너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잖아." 루시의 목소리는 나와 의논하고 있는 듯한 상태는 아니었다. 루시는 알고 있었다. 그 녀는 나보다 머리가 좋다. 루시는 절대로 술 따윈 마시지도 않는다. 무엇보다 나처럼 몸을 가누지 못하는 입장에 놓인적도 없다. 때문에 이번에는 내가 그녀의 말에 귀를 기울여줄 차례이다. "잘들어, 뷔-!" 루시는 속삭이듯이 말했다. "나로서도 이런 말은 하고싶지 않아. 너는 병이 호전되어가고 있지않다고 생각하고 있어. 그런데도 왜 이런 곳에 있는걸까 하고 생각하고 있어. 자, 내가 하는 말을 듣는 편이 좋을거야." "어떤 일인데, 루시?" "죠지와 의사들의 일이야. 저 사람들은 네가 회복해가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 루시는 말을 끊었다. 그리고, "네가 낫기를 바라지 않는거야." "무슨 말을 하고있는 거야?" "그래, 다 좋으니까 들어봐, 이 바보야. 먼저, 왜 저 사람들이 널 그 사나트리움에 입원시켰는지 잘 생각해봐. 치료를 위해서라고 했었지. 그래 그래서 넌 치료를 받았다고 치자. 좋아, 넌 나았어. 그런데도 매일같이 의사는 찾아오고 죠지는 너를 방에서 내보내질 않아. 게다가 미스 히긴즈는 전문 간호부라고 하며...... 그녀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잖아? 그녀는 너를 감시하는 역을 맡은 사람이라구." 나는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단지 가만히 앉은채 눈을 깜박거릴 뿐 울고 싶었다. 그러나 울 수 없었다. 내 가슴 깊은 곳에서는 루시의 말이 옳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방에서 나갈려고 해 봐." 루시는 말한다. "그녀는 곧 눈앞에서 문을 노크하겠지. 특별한 식이요법 이라던가 휴식 이라던가 하는 말 따위에 난 속지 않아. 자신을 쳐다봐- 너는 나와 조금도 다를 바가 없어! 밖에 나가 세상 사람들과 만나거나 친구들을 만나야 할 때라구." "그래도, 내게는 친구들이 없다는 것을 알잖아." 라고 내가 말했다. "그 파티 뒷 일도 할 수 없었어. 게다가 내가 그런 일을 한 후-" "그건 그래." U 루시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런 생각을 하게 만든 건 죠지야. 잘들어둬. 너에게는 많은 친구들이 있더, 뷔. 친구들은 아직도 너를 사랑하고 있어. 그 친구들이 병원에 병문안을 와도 죠지가 막은거야. 사나트리움에 꽃을 보내왔지만, 죠지가 간호부에게 일러두어 태워버리게 한거야." "죠지가? 죠지가 간호부에게 꽃을 태우게 일러두었다고 말하는 거야?" "그래, 그렇다니까. 잘들어 뷔. 이제는 진실에 눈을 돌릴 때야. 죠지는 친구들에게 네가 병들어 있다고 생각하게끔 하고 싶은거야. 왠지 알겠어? 너를 마음대로 하고싶기 때문이야. 그래서 사립 사나트리움 따위가 아닌, 저런......" "아니야, 틀려!" 나는 떨기 시작했다. 떨림을 진정시킬 수가 없었다. 몸이 오싹오싹 했다. 그것은 어떤 것을 의미했다. 사나트리움의 의사들은 치료를 받으면 두번다시 떨림은 일어나질 않는다고 말해 주었다. 꿈도 꾸지않고, 그리고 다른 일도- 그런데 나는 떨고 있다.- 다시 떨기 시작한 것이다. "더 얘기해 줄까?" 루시가 속삭였다. "저 사람들이 네 식사에 무엇을 넣는지 알려줄까? 죠지와 미스 히긴즈 두 사람 사이를 얘기해 줄까?" "그 여잔 죠지보다 나이가 위라구. 게다가 설마 그가......" 루시는 소리를 내며 웃었다. "그만해!" 나는 비명을 질렀다. 4 "좋아. 그래도 소리치지마, 바보야. 미스 히긴즈가 와도 좋아?" "그 여잔, 내가 잠들어 있는줄 알아. 진정제를 주었거든." "내가 그 진정제를 버려 주었다구." 루시는 얼굴을 찌푸렸다. "뷔- 내가 여기서 널 데리고 나갈 채비를 해두었어. 이제 시간이 거의 없어." 루시는 옳았다. 시간이 얼마 남질 않았다. 몇 초, 몇 분, 몇 시간, 몇 일, 몇 주...... 술을 마시지 않고 얼만큼 견딜까. "이 곳을 살짝 빠져나가는 거야." 라고 루시가 말했다. "아무도 찾지 못하는 곳에서 함께 방을 빌리는거야. 네가 병이 나을때까지 내가 간호해 줄께." "그래도 돈이 필요할텐데." n "파티용 드레스를 사라고 죠지가 준 그 50달러가 있잖아- 넌 드레스를 사지 않았잖아." "그런데 루시, 그걸 어떻게 알았어?" 라고 내가 물었다. "몇 년 전에 얘기해 주었었잖아. 불쌍하게도 기억을 못하니? 기억하질 못한다는 것은 날 신용하고 있다는 증거야." 나는 끄덕였다. 루시는 신용할 수 있었다. 어떤 의미에선 내가 술을 마시기 시작한 것이 그녀에게 책임이 있을지언정. 죠지가 상류 친구들을 집에 데려오거나 또 단골 친구들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주기 위해서 나와 함께 나갈 때에도 술은 나의 기분을 북돋우어주었다.- 루시는 그렇게 생각할 뿐이었다. 루시는 날 도와주려 했을 뿐이다. 나는 루시를 신용한다. 신용하지 않으면 *안된다...... "미스 히긴즈가 돌아가면 바로 도망갈 수 있어." 라고 루시가 말하고 있다. "그래도 죠지가 잠들 때까지 기다리자, 응? 지금 옷을 갈아입어 둬. 나중에 데리러 올테니까." 나는 옷을 갈아입었다. 몸이 떨릴 때 옷을 갈아 입는 것은 쉽지가 않았다. 머리가 길게 늘어져 있기 때문에 옷의 단추를 전부 잠그는 것은 무리였다. 그래도 그럭저럭 옷을 입었다. 그런대로 화장도 했다. 게다가 커다란 가위로 머리를 조금 가다듬기 까지도 했다. 그런 뒤 거울에 모습을 비춰 보았다. 나는 큰소리로 말했다. "어때, 다 입었지? 봐!" "그래, 제대로 잘 입었어." 라고 루시가 말했다. "멋있어.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로 아름다워." 나는 미소를 띄면서 그 자리에 서있었다. 해가 지고 있었다. 창문 넘어로 빛나고 있는 석양이 가위 위에 내리비치고 있었다. 눈이 부실 정도였다. 갑자기 잠이 마구 쏟아지기 시작했다. "이제 곧 죠지가 이리로 올거야. 그러면 미스 히긴즈는 돌아가겠지." 라고 루시는 말했다. "나는 이제 사라질께. 데리러 올때까지 자둬." "그렇게 할께." "조심해." "조심." 루시는 작은 목소리로 말하곤 발소리를 k죽여가며 살짝 나갔다. 나는 침대에 누웠다. 나는 잠들어 있었다. 요근래 몇 주간 만에 처음으로 잠든 것이었다. 잠들어 있으면 가위는 눈에 아프지 않았다. 내 마음속의 상처는, 죠지가 나를 사나트리움에 집어 넣을 때 받은 것이었다. 그 뒤에 그는 미스 히긴즈와 내 침대 사이를 오가며 뒤얽혀 지냈다. 그 두사람은 나를 비웃고 있음에 틀림없다. 그래도 루시 만은 달랐다. 그녀는 나를 보살펴 주었다. 그녀는 어떻게 하면 좋을지 알고 있다. 지금에 와서는 그녀만을 시용할 수 있었다. 죠지가 방에 들어왔을 때, 나는 잠들어 있지 않으면 안된다. 푹 잠들어...... 잠들어 있는 사이엔 무슨 생각을 해도 누구도 비난할 수 없고 무슨 짓을 Z하려해도...... 내가 꿈을 꾸게 될 때까지는, 모든 것들이 잘 되어갔다. 게다가 난 꿈 꾸는 건 전혀 신경 쓰질 않았다. 꿈은 어차피 꿈에 지나질 않으니까. 마시고 있을 때는 꿈을 많이 꾸었다. 성가신 일에 휘말리게 된 것은 다른 사람들이 내 꿈을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눈이 떠졌을 때, 다시 몸이 떨리기 시작했다. 그래도 그건 루시 때문이었다. 어둠 속에서 루시가 나를 흔들어 깨우고 있었던 것이다. 사방을 둘러보니, 내 방에 연결된 문이 열려있는 것이 보였다. 루시는 속삭이는 목소리 조차 내질 않았다. 그녀는 손에 가위를 들고 서있었다. 그리고 나를 불렀다. "자 어서 서둘러." Y "가위를 들고 뭐하는 거야?" 내가 물었다. "바보구나. 전화선을 끊으려는거 아니야! 미스 히긴즈가 돌아간 뒤 부억에 가서 진정제를 훔쳐왔어. 그걸 죠지가 마시는 커피 안에 넣었어. 아까 얘기한 계획을 기억하고 있겠지?" 나는 기억하고 있지 않았지만, 일이 잘 진행되리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루시와 나는 죠지의 방을 빠져나와 복도를 걷고 있었다. 죠지는 한 번도 몸을 움직이지 않았다. 그리고나서 계단을 내려와 현관 문에서 밖으로 나왔다. 가로등불에 눈이 부셨다. 루시는 계속 나를 재촉하였다. 길모퉁이에서 전차를 탔다. 전차는 사람이 많았으나 그럭저럭 뚱뚱한 남자 옆에 앉을 수가 있었다. 전차 안이 z제일 위험했었다. 집이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걱정은 사라진다. 전화선을 끊고 왔으니까. 싸우스 싸이드의 하숙집 주인 여자는 전화선이 끊어진 것을 모른다. 게다가 내가 어떤 사람인지도 모른다. 방을 빌리는 것은 루시가 해주었기 때문에. 루시는 뻔뻔스러울 정도로 당당히 내 50달러를 주인집 여자에게 건네주었다. 방값은 선불이었고 일주일에 12달러 50센트였다. 루시는 어떤 방인지 보여달라고도 하질 않았다. 나는 왜 여주인이 집이 없는지 묻질 않는걸까 하고 생각했다. 우리들은 이층방으로 들어가 문을 잠궜다. 그 때 몸이 다시 떨리기 시작했다. "뷔- 그만해둬!" "그래도 어쩔수가 없어. 이제부터 나는 어떻게 해야하지, 루시? 이봐 난 어떻게 G하면 좋아? 왜 나는 혼자선 아무것도......" "조용히 해!" 루시는 내 가방을 열어 무언가를 꺼내었다. 왜 이렇게 무거울까 하고 계속 생각했었으나 무언가를 넣었을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햇다. 루시는 비밀을 보여주었다. 불빛 아래에서 그것은 가위처럼 빛나고 있었다. 그래도 이쪽편이 멋진 빛, 황금빛 이었다. "와- 일파운드다!" 나는 숨을 멈추었다. "이걸 어디서 났어?" "물론 층계 밑 식기 선반에서가 아니겠어? 죠지는 술을 다시 보관해두었던 거야. 만약을 대비해서 네 가방 속에 넣어온거야." 몸이 떨리고 있었다. 그래도 10을 세는 사이에 병뚜껑은 열렸다. 손톱이 갈라졌다. 술은 목안을 얼얼하게 하였으나 따뜻하고 부드러웠다...... "마치 돼지같구나!" 라고 루시가 말했다. "마시지 않고서는 견딜 수가 없다는 것을 너도 잘알잖아." 나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서 너도 가지고 온거 아니야?" "네가 술을 마시고 있는 모습은 보고싶지도 않아." 라고 루시가 대답했다. "나는 절대 술은 마시지도 않거니와 네가 그런 것에 매달려있는 것을 보고 싶지도 않아." "부탁이야, 루시. 이번 딱 한 번 만이야." "한 잔만인데 눈을 감아주는 일을 왜 할 수 없을까? 묻고 싶은 건 그것 뿐이야." + "이번 딱 한번 뿐이야, 루시. 아무래도 마시지 않고서는." "여기 계속 앉아서 창피도 모르는 널 보고있고 싶지 않아. 뒤이어 무슨 일이 생기는지, 눈에 훤하다구- 너는 또 다시 히스테리를 일으킬거야." 나는 또 한 잔 꿀꺽 마셨다. 술병은 반으로 줄어들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모두 했어, 뷔. 그런데도 그만두지 않으면 난 여기를 떠날 테니까." 그 소릴 듣고 마시는 것을 멈췄다. "너는 그런 일은 하지않겠지? 네가 없으면 난 안돼, 루시. 어쨌든 내가 병이 완전히 날 때까지 같이 있어줘!" 루시는 큰소리로 웃었다. 나는 그런 웃음소린 좋아하지 않았다. d "병이 완전히 날 때 까지라구? 멋있군, 아주 멋있어! 한 손에 술병을 들고 뭐 병이 완전히 날 때 까지라고 말하다니. 이젠 안돼! 뷔-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모두 했어. 나는 너를 구해 내는 일이라면 모든지 했어. 그런데 뭐야, 너는 또 알코올 중독자 처럼 마셔대기 시작했잖아." "나도 어쩔수 없어, 알잖아." "아니 할 수 있어, 뷔. 그런데 넌 그러고 싶지 않을뿐. 언제든지 선택할 수 있어. 죠지인지 술인지, 난지 술인지를 하지만 언제나 술이 이겼지. 너는 마음 속으로는 죠지를 미워하고 있어. 이런 나도." "너는 내 친구야." "바보 같아!" 루시는 화가나면 때때로 난폭한 말투로 변한다. 지금 그녀는 화가 나있다. 나는 ]두려움에 떨고 있다. 그래서 다시 술을 마신다. "아아- 네가 술을 줄곧 마셔대고 있을 때 내가 너무 신경을 썼군 그래. 그렇지 않았으면 누가 네게 말을 걸어오기나 했었을까? 너는 트러블에서 도망치게 하기 위해 일부러 하지 않아도 될 거짓말도 했어. 나는 너의 친구들과 죠지를 차갑게 대해왔어. 그런데도 나는 저 싸구려 위스키 조차 이기질 못했다구. 이젠 끝이야, 뷔. 너는 오늘도 너를 위해 내가 얼마나 열심히 했는지 아직도 모르고 있어. 그렇게 해줘도 충분하질 못했었구나. 싸구려 위스키를 품 안에 품고 있어도 좋아. 난 이만 갈거야." 내 자신이 울고 있다는 걸 느꼈다. 일어나려고 했지만, 방이 빙글빙글 돌고 9있었다. 그 때, 루시가 방을 나가 버렸다. 술병이 떨어졌다. 빛은 여전히 빛나고 있었다. 그 가위에 내리비치는 빛과도 같았다. 나는 눈을 감았다. 그리고나서 마루에 떨어진 술병을 바라보았다. ...... 내가 눈을 떴을 때, 그들은 나를 당혹스럽게 했다. -하숙집 여주인에 의사, 그리고 미스 히긴즈에 경찰이라고 말한 남자들이다. 루시가 나를 배반하고 그들을 불러 낸 탓이라고 생각했지만, 의사에게 물어보니 그런 것이 아니었다. 내 가위에 목을 찔려있는 죠지의 시체가 침대에서 발견되었기 때문에, 정석대로 호텔과 하숙집을 조사하고 있을 때, 나를 발견해냈음에 지나지 않았다. 금방 루시 짓이라는걸 알았다. 그렇게 달아난 이유도 그 때문이었다. 그녀는 모두가 나를 발견하고는 범인으로 단정지을 거라는걸 알고있었다. 그래서 그들에게 루시의 일, 범행 수법 등을 설명해 주었다. 그녀가 어떻게해서 내 지문을 가위에 묻혔는지도 재연해보였다. 그러나 미스 히긴즈는 루시라는 여자를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하숙집 여주인은 거짓말을 하고있다. 방을 빌리러 온 것은 나 혼자 였다고 말이다. 루시를 잡아서 사실을 말하도록 해주세요 라고 부탁하였을 때, 경찰에서 온 남자는 웃을 뿐이었다. 의사만이 내 말을 믿어 주는 것 같았다. 작은 방에서 두 사람만이 남았을 때, 그는 루시의 인상과 그밖의 모든 것을 말하도록 했다. 그래서 나는 모든 얘기를 했다. 내 얘기가 끝난 뒤, 의사는 거울을 가져와서 그것을 세워 보였다. 그리고 그녀가 보이는지 어떤지를 물었다. 물론 그녀는 거울 안에 있었다...... 루시는 웃으면서 내 뒤에 서있었다. 거울 속에 그녀가 있었다. 그 사실을 의사에게 말했다. 의사도 루시가 보인다고 했다. 드디어 내 말을 알아들은 것이다. 그래서 모든 것이 결말이 났다. 그 때 몸이 떨려와 거울을 떨어뜨리고 말았다. 작은 유리 조각에 눈이 부셨지만 모든 것이 잘 정리되었다. 루시가 뒤에 있어주었고 이젠 어디에도 가지 않는 것이다. 이제 영원히 어디에도 가거나 하지 않는다. 나는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불빛이 눈에 부셨지만 루시가 웃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나도 꼬임에 넘어가 웃기 시작했다. 그리고나서 두 사람 다 소리를 맞추어 웃기 시작했다. 의사가 나갈 때도 웃음은 멈추지 않았다. 루시와 나는 의자를 앞에 두고 미친 듯이 웃어댔다. 5.그 이름은 악마 -헨리 카트너 어린아이와 악마라고 하는 것은 환상과 괴기소설에는 적절한 테마이다. 어린아이의 순진함 앞에 대개의 악마는 정체를 들키고 도망가 버린다는 이야기인데, 그 악마의 무서움을 전혀 어린아이가 무시해 버리는 점이 대단하다. 공포와 서로 등을 맞대고 있는데도 그것을 눈치채지 못하여, 제 삼자의 심장을 조마조마하게 만드는 공포이다. 작가 헨리 카트너(1914-1958)는 22세 당시 괴기소설 『공동묘지의 쥐』로 데뷰하였으며 그 이후 20여 가지의 펜 네임을 사용하여 V미스테리, SF, 히로익 환타지-, 환상소설과 모든 소설을 다루는 재주꾼이다. 본편은 1953년에 《원더 스토리 애뉴얼》지에 게제되었던 것이다. 아주 오랜 세월이 흐른 뒤, 그녀는 로스엔젤레스로 돌아가 캔튼 할머니댁 앞을 차를 타고 지나갔던 적이 있다. 그 집은 거의 예전과 달라진 곳이 없을 정도 였지만 1920년경, 아직 어린 나이였던 그녀의 눈에는 우아한 저택으로 보였지만 지금은 부피만 컸지 쓸모없는 목조건물에 잿빛으로 변해버린 페인트가 비늘처럼 벗겨져 떨어지고 있었다. 25년이나 지난 지금에는 이미 그 곳에는 뭐랄까 불확실한 느낌은 없어졌기는 하지만, 또 둔한 이성으로 생각하면 어리석게 느끼고 r있다는 말로 밖에 표현할 방법이 없지만, 어딘지 불안한 느낌이 기억의 한 구석에서 떠나질 않는 것이었다. 그것은 제인 라킨이 9세 였을 때 이 집에서 지냈던 기억이 꼬리를 물고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소녀는 너무 말라서 눈만 보이고 그 당시 유행하던 바스타브라운 스타일의 앞머리를 하고 있었다. 회상해 보면, 그녀는 그 당시의 일을 뚜렷하게 기억해 냈지만 아주 불투명한 기억도 있었다. 어린아이의 마음이란 이상하리 만큼 어른의 그것과는 다르다. 1920년 6월 어느날, 제인이 녹색 샹데리아가 드리워진 거실에 들어갔을 때, 그녀는 예의 바르게 한사람 한사람에게 다가가서 인사의 키스를 했던 것이다. 키튼 아주머니, 새침떼기 베시 f아주머니, 게다가 네명의 아저씨들의 가족들이었다. 그녀는 새로운 - 他人치고는 아주 별난 아저씨차례가 됫어도 주저하거나 하진 않았다. 다른 아이들은 그녀의 행동을, 감정을 밖으로 들어내지 않고, 주시하고 있었다. 그들도 알고 있었다 - 그녀에게 자신들이 알고 있던 비밀을 들키고 말았다는 것을. 그러나 그들은 그 때에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제인은 그 異變에 관해서 말을 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느낄수 있었다. 적어도 그들이 먼저 그 일에 대해서 입을 열기 전 까지는...... 이것이 바로 아이들끼리의 서로 침묵을 지켜주는 의리라는 것이다. 집안엔 무엇인가 불안한 분위기가 감돌고 있었지만 둔한 어른들은 그저 무엇인가 S곤란한 일이 있다는 것을 막연하게 느끼고 있었을 뿐이었다. 그러나 어린아이들과 제인은 한 눈에 그것을 알아차린 것이었다. 그 후 그들은 뒤뜰에 있는 커다란 대추야자 나무 그늘 아래로 모였다. 제인은 여봐란 듯이 새로운 목걸이를 만지작 거리며 가만히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는 다른 아이들끼리 눈짓으로 무엇인가를 말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 그 눈은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그녀가 정말로 눈치챘다고 생각해?' 그리고 가까스로 제일 나이가 많은 베아트리스가 숨박꼭질을 하지 않겠냐고 물었다. "제인에게 말하는 것이 좋아, 비." 작은 찰스가 말했다. 베아트리스는 찰스와 눈을 마주치지 않도록 했다. $ "무엇을 얘기해? 넌 미치광이야, 찰스." 찰스는 쉽게 포기하려고 하지 않았지만 전처럼 그 일을 확실하게 입 밖에 내지 않았다. "알고 있잖아." "너희들의 비밀은 말하지 않아도 돼." 제인이 말했다. "뭐,나는 그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으니까. 그 남자는 우리 아저씨가 아니야." "거봐, 알고 있었잖아." 에밀리가 기세등등하게 말했다. "제인도 알고 있었던 거야. 틀림없이 눈치챌 줄 알았어." "아주 이상한 기분이야." 제인이 말했다. 그녀는 거실에 있던 그 남자는 절대로 그녀의 숙부가 아니다는 것 - 그리고 그가 여지껏 그 가족의 일원이었던 %행세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어른들이 감쪽같이 속고 있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었다. 또한 제인은 아직 세속에 찌들지 않은 어린아이의 티없이 맑고 편견에 치우쳐 있지 않은 눈으로 그 남자가 보통 어른들과는 다르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그에게선 뭐랄까, 어딘지 모르게 속이 텅빈 느낌이 들었던 것이다. "그 남잔,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살며시 다가와 있었어." 에밀리가 말했다. "3주 전쯤의 일이야." "아니야. 3일이라니까!" 찰스가 에밀리의 말을 어른스럽게 정정해 주었지만 대개 찰스의 시간 관념은 보통 사람들과는 좀 달랐다. 찰스는 시간을 어떤 사건이 일어난 때를 기준으로 재는 것이었다. 그래서 찰스의 하루는 보통 시간과는 아주 다르다. 그가 병에 걸리거나 비가 오면 그 날 하루는 아주 긴것이고, 예를들어 오우션 공원에서 회전목마를 타고 놀거나 뒤뜰에서 노는 날은 아주 짧아지는 것이었다. "3주전이야." 베아트리스가 말했다. "도대체, 어디서 왔을까?" 제인이 베아트리스의 눈을 살며시 바라보며 물었다. "나도 몰라." 베아트리스가 매우 조심스럽게 말했다. "내가 얘기해 줄께, 제인. 그는 회오리처럼 빙글빙글 돌고 있는 아주 커다랗고 둥그런 구멍에서 나왔어." 4 찰스가 말했다. "그건 마치 크리스마스 트리처럼 빛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다구." "거짓말이 아냐!" 에밀리가 덧붙여 말했다. "정말로 그런 것을 보았니, 찰스?" "아니, 그래도 거의 본거나 다름없지." "다른 사람들도 눈치를 채고 있니?" 제인은 집안의 어른들에 대해서 물어본 것이다. "아니, 아무도 눈치를 채지 못했어." 베아트리스가 제인에게 말했다. 그리고 아이들은 일제히 불빛이 환한 집안을 바라보며 어른들이란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알 수가 없는 존재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모두들 그가 마치 언제나 함께 지내오던 사람처럼 대하고 있어. 숙모마저도 ,그렇다니까, 글쎄. 벳시 숙모는 그가 나보다 훨씬 전에 와있었다고 말하고 있지만 내 생각엔 벳시숙모의 착각이란 생각이 들어." "3주 사이였구나." 찰스가 이제 기억이 난다는듯이 말했다. "그는 집안 식구들의 기분을 아주 나쁘게 만들고 있어." 에밀리가 말했다. "벳시 숙모는 하루종일 아스피린만 찾고......" 제인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표면적으로 보면 이런 상황은 조금은 어처구니 없이 느껴진다. 3주간 밖에 지나지 않은 숙부라니! 어른들은 아마 여지껏 해오던 대로 행동을 하고 있는 것 일지도 모른다. 그 이유는 어른들에게만 통하는 그 무엇일 것이다. y 그러나 왠지 모르갯지만 그 행동이 그다지 올바른 행동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은 이런 일로 속아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젠 제인과 아이들과의 침묵의 벽이 허물어지고 더이상 제인도 이 일과 무관한 국외자는 아니었기 때문에 갑자기 찰스가 기분이 고조된 상태로 함성을 지르고 말았다. "이젠 말하는게 어때, 베아트리스? 진짜 우리들의 비밀을 말이야. 내가 제인에게 '황색 벽돌길'을 얘기해도 되겠지? 제발 부탁이야 뷔,응?" 또 다시 침묵이 흘렀다. 찰스는 쓸데없는 이야기를 너무 잘한다. 제인도 물론 '황색 벽돌길' 이야기는 잘 알고 있었다. 그것은 '죽음의 사막'에서 곧장 마법사 오즈의 나라를 지나 '에메랄드의 도시'로 이어져 붅獵 상상의 길이었다. 이윽고 에밀리가 끄덕였다. "우리들은 제인에게 이 말을 해야돼, 그렇지 않니?" 그녀가 말했다. "이렇게 컴컴한 밤이니까 혹시 무서워 할지도 모르잖아." "무서워 하는건 바로 너잖아." 포비가 말했다. "처음엔 울었던 주제에." "울지는 않았어. 믿는 척을 했던 것 뿐이야." "아니라니까." 찰스가 말했다. "난 요전에 손을 뻗어서 왕을 만졌었으니까." "왕 따윈 없어." 에밀리가 말했다. "그 남자야, 라기드 라구." 제인은 가짜 숙부인 그 남자를 생각했다. 그는 진짜 인간은 아니었던 것이다. "그 남자가 라기드야?" 제인이 물었다. 아이들은 그 의미를 알고 있었다. "아니야." 찰스가 말했다. "라기드는 움악에 살고 있어. 그리고 우리들이 고기를 날아다 주고 있어. 라기드는 진홍빛의 말랑말랑한 날 고기를 아주 좋아해서 우걱우걱하고 순식간에 다 먹어 치워버려." 베아트리스는 제인의 얼굴을 보았다. 그녀는 아이들의 집쪽을 쳐다보며 끄덕였다. 사실 그 집이란 것은 비밀 열쇠가 달린 . 그 때부터 애라는 술을 따르고 손님과 동침 i피아노 상자였다. 그녀는 잠시후 아무렇지도 않게 화제는 다른 쪽으로 옮겼다. 그리고 카우보이와 인디언 놀이가 시작되었고 포비는 요란한 소리를 내며 집 주위를 뛰어 다니기 시작했다. 피아노 상자 속은 그 틈 사이로 새어 나오는 향긋한 아카시아 꽃향기로 넘치고 있었다. 따뜻하고 어둑어둑한 상자 속에 웅크리고 있는 베아트리스와 제인에게서부터 인디안 소리가 멀리 사라져 가고 있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그떠 베아트리스가 갑자기 어른스러워졌다. "제인, 네가 와줘서 정말 기뻐." 베아트리스가 말했다. "어른들은 전혀 모르고 있어. 정말 심각한 일이 아닐수가 없어." "그 남잔 누구니?" 베아트리스는 몸을 떨고 있었다. W "몰라 그는 움막에 살고 있는 것 같아." 그녀는 잠시 말하기를 주저 하였다. "그런데, 그곳이 다락방이 아니면 안돼. 만약 숙부가 그 정도 - 뭔가를 눈치챘다면 아마 굉장히 무서운 경험을 했을거야." "그런데 베아트리스, 도대체 그는 누구니?" 베아트리스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그저 제인만을 바라보았지만 제인은 그녀의 눈빛만으로도 그 질문에 대답을 할수가 없는 것인지 아니면 대답을 하고 싶지 않은 것인지 알수가 있었다. 뭔지 잘은 모르겠지만 말로서 표현할수 없는 것이 있는 것이다. 그러나 베아트리스도 그것이 아주 중요한 일이었기 때문에 무슨 수를 써서라도 설명하려고 하였다. 그녀는 가짜 숙부 a이야기를 해주었다. "난, 그 라기드와 가짜 숙부가 같은 인물이라는 생각이 들어. 이건 확실하게 말할 수 있어. 찰스와 포비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고...... 또 그 아이들은 나 보다 더 잘 알고 있어. 너무 어려서 제대로 설명은 못하지만 말야. 그래 그래, 마치 스크트라처럼 말야. 기억나니?" 그 스크트라는 오즈의 나라로 가는 길 근처에 살고 있는 어쩐지 기분 나쁜 종족으로서 지나가는 사람들을 향해서 자신의 목을 빼내어 집어 던지는 요술아닌 요술을 부리는 괴물이었다. 그리고 그 유사는 명료해 졌다. 스크트라는 머리와 몸을 따로따로 분리할수 있지만 그 머리와 몸 양쪽 다 같은 한 사람의 몸에 속하고 있는 것이었다. x 물론, 그 가짜 숙부의 몸과 머리는 제대로 하나로 합쳐져 있다. 그러나 제인은 왠지 막연하게나마 그가 이중존재를 가지고 있을 가능성을 느꼈다. 사람의 형체를 가지고 있는 그는 이루 말할 수 없이 불쾌한 눈빛을 띄며 집안 사람을 홀려가며 움직이고 있으며 또 하나의 이름도 형체도 없는 존재는 움막에 숨어 살면서 시뻘건 고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찰스는 우리들 중 그 누구보다 더 그 일을 잘 알고 있어." 베아트리스가 말했다. "그 라기드에게 먹이를 날아다 주지 않으면 안 된다는 사실을 알아 낸 것도 바로 찰스야. 처음에 우리들이 여러 가지 음식을 날아다 줘도 봤지만 날고기가 아니면 먹지도 않았어. 만약, 우리가 먹이를 주지 않을 O떠엔 아주 무시무시한 일이 벌어지게 될거야. 우리들이 그 사실을 알아 낸거야." 제인이 어떤 방법으로 그 사실을 알아냈는지 묻지 않았던 것은 깊은 의미가 있었다. 바로 어른들이 말하고 있는 텔레파시라는 것이 아이들 사이에서는 지극히 당연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모두들 모르고 있어." 베아트리스가 덧붙여서 말했다. "그렇다고 말을 해줄 수도 없고." "그래." 제인이 그렇게 말하고 나서 두 소녀는 서로 얼굴을 마주 보았지만 어린아이라는 안타까운 무력감 때문에 마음이 몹시 아팠다. 어른들의 세계란 너무 복잡해서 이해하기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어린아이들은 주의깊게행동을 해야하는 것도 n이해할 수 없는 일중 하나였다. 어른들은 언제나 옳고 아이들은 말하자면 어른들에게 있어서 이방인이었던 것이다. 아이들에게 있어서 다행이었던 것은 아이들이 한 집단이 되어 그 '적'에 대항하는 일이었다. 만약 어린아이 혼자 이 일을 당했었더라면 심한 정신 착란을 일으켯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다행히도 처음으로 그 것을 발견한 찰스는 아직 6살이었기 때문에 그런 식의 정신 착란은 일으키지 않았던 것이다. 본래 6살이란 나이는 선천적으로 정신이 불안정한 상태이기 때문에 이런일들이 오히려 그 나이의 찰스에게는 지극히 정상적인 일로 받아들여 졌던 것이다. "게다가, 그 가짜 숙부가 집안에 온 이후로 모두들 기분이 안좋아." q 베아트리스가 말했다. 제인도 이미 그런 집안 분위기를 파악하고 있었다. 늑대가 양의 가죽을 뒤집어 쓰고 양떼 속으로 자연스럽게 들어간다 할지라도 양들은 왜 신경이 날카로워 졌는지 알지도 못한 채 불안에 사로잡히고 만다. 그것은 말하자면 기분상의 문제였다. 예를들어 그 가짜 숙부가 같은 기분을 표출했다 할지라도 그에게 있어서는 단순히 카모 후라쥬에 지나지 않았다. 불안함 가운데서 기다리며 뭔지 모르게 평소 떠와 달라져 있다는 것을 느끼면서도 그것이 무엇인지를 알지 못하고 있는 다른 사람들하고는 다르다. 제인에게는 그가 자신이 선태한 임의의 인간형태로 변하는 일로 다른 사람들의 주의를 끌고 싶지 않았던 것을 잘알고 d있었다. 제인도 그것은 당연한 일로 받아 들여졌다. 불쾌한 눈빛을 하고있는 라기드라는 움막속의 주인이자 가짜 숙부에게 무슨 일을 벌이지 못하도록 규칙적으로 날고기를 날아 주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었다. 어디서 왔는지 모를 가짜 숙부! 분명히 그에게 힘이 있었지만 그 힘에도 한계가 있는 것은 사실이었다. 그에게 힘이 있다는 명백한 사실은 아무런 문제 없이 받아 들여졌다. 즉 아이들은 현실가였기 때문이다. 인간이 아닌, 어떤 존재인지도 모르는 굶주려 있는 그가 그들 앞에 모습을 드러낸것은 그다지 믿기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무엇보다도 그가 실제로 거기에 있었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그가 인간적인 감정을 조금도 쑑≠側 있지 않다는 것과 상상도 하지못할 아득히 먼 곳에서 왔다는 것을 쉽게 알아냈다. 그는 능숙능란하게 인간처럼, 마치 숙부인양 행세를 하고 어른들의 머리를 혼란에 빠트려서 그들의 기억속에 자신이 오래전부터 있던 가족으로 심어 놓았다. 그래서 어른들은 그에 대해서 아주 오래전부터 알고 지내온 사이로 생각하고 있었다. 어른은 신기루 현상이라면 그 원리를 잘 알고 있을지 모르겠지만 아이들은 그렇지가 못하여 실물과 혼동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적인 신기루라면 아마 속는 것은 어른일 것이다. 아이들은 그런 지적인 신기루엔 혼동되는 일이 없다. 라기드의 힘도 아이들의 마음을 빼앗아 가지는 못했다. 왜냐하면 어른들의 관점에서 볼땐 아이들의 마음은 아직 한 인간으로서 <완성되지 못한 비합리적인 것이었기 때문이다. 아이들중 가장 나이가 많은 베아트리스는 무서움에 떨고 있었다. 그녀는 이미 상상력과 감정이입이 움직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린 찰리는 이 놀이가 재미있어 흥분되어 있었고 가장 나이가 어린 포비는 이미 놀이에 싫증이 나 있는 상태였다. 아마 좀 더 세월이 지나가면 라기드가 어떤 모습이었는지 가끔은 희미하게나마 기억이 났던 적도 있었겠지만 다른 아이들은 그렇지 않았을 것이다. 그들은 대단히 기묘한 방법으로 그와 만났기 떠문이며, 아마 그와 놀이를 하고 있는 사이에 자신들도 조금씩 면해가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u 그는 먹이를 받아들이기는 커녕 거절했었다. 기억은 단지 그것 뿐이었다. 2층에서는 스크트라의 몸이 인간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그 정신은 작고 무시무시한 움막안에 누워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황색 벽돌길'을 찾아내는 방법을 모르는 어른들에게는 보이지도 느낄 수 도 없는 것이다. 도대체 그는 누구일까? 그와 비교할수 있는 대상이 이 지구상엔 단 하나도 없기 때문에 그에게 이름을 붙일수가 없다. 아이들은 그를 동화 속에 나오는 라기드에 비유하고 있다. 그러나 그는 뚱뚱보에 약간은 우스꽝스러운 그리고 언제나 실패만 하는 그런 소인국의 왕과는 달랐다. 그는 절대 그런 인물은 아니다. 그렇다면 '악마'라고 부르면 어떨까? '악마'란 의미만으로는 너무나도 범위가 넓고 말로서 모자라는 일도 많았다. 그러나 지금은 그렇게 해두지 않으면 안될것이다. 어른들의 기준에서 보면 그는 이상한 괴물이었고 초월한 존재이다. 그러나 그의 행동, 그의 음모에서 미루어 본다면 '악마'란 이름이 제일 적절한 것이다. 몇일이 지난 어느날 오후였다. 베아트리스가 제인을 찾아왔다. "제인, 너 돈 얼마나 가지고 있니?" 그녀가 물었다. "응, 4달라 35센트."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어 세어 보고는 제인이 말했다. "아버지가 정거장에서 5달러를 주셨어. 내 팝콘과 - 여러가지 물건을 삿기 때문에." Q "정말 다행이다,제인. 그리고 네가 와주어서 기뻐." 베아트리스는 아주 긴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이것으로 제인도 긴급사태에서 재산을 공유하는 어린아이들만의 사회주의에 함유하게 된 것을 무언중에 동의한 셈이다. 이제 제인의 4달라 35센트는 개인적으로는 사용할수 없게 되었지만 그룹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사용을 할 수가 있게 되었다. "우리들은 거의 돈이 떨어져 가고 있었어." 베아트리스가 말했다. "우리들이 냉장고에서 고기를 꺼내고 있는 것을 숙모에게 들켰기 때문에 더 이상은 꺼내오는 것은 무리야. 그래도 제인의 돈이 있으니까 꽤 많이 살수 있을거야." 둘다 이 돈도 언젠가는 다 쓰고 f없어진다는 피할수 없는 사실을 미처 생각지도 못했다. 그러나 그 나이 때에는 4달라 35센트라고 하면 꽤 많은 돈이었다. 게다가 그들은 피가 둑뚝 떨어지는 날고기라면 비싼고기가 아니더라도 상관이 없었던 것이다. 두 소녀는 아카시아 나무로 그늘이 진 길을 따라 걷고 있었다. 그 나무 숲에는 여기저기에 야자나무와 옻 나무의 잎이 떨어져 있었다. 두 사람은 햄버거 2파운드를 산뒤, 조금 전에 얘기 했던 것도 까맣게 잊고서 소다수를 사 먹는데 20센트를 낭비하였다. 그들이 집에 돌아와 보니 일요일 날의 맥빠진 분위기가 집안을 감돌고 있었다. 사이몬과 제임스 숙부는 밖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고, 루와 버트 숙부는 신문을 읽고 :있었으며, 벳시 숙모는 크러세 뜨개질을 하느라 바늘을 열심히 놀리고 있었다. 키튼 숙모는 영 잡지를 읽는 내내 재미있는 문장을 찾고 있었다. 두 소녀는 유리 창문의 커튼 뒤에 서서 안의 분의기를 살펴보고 있었다. "두 사람 다, 들어오너라." 루가 울려 퍼지는 굵은 목소리로 말했다. "만화는 벌써 다 보았니? 맥과 제후는 아주 재미있단다. 게다가 스파크 프라그는......" "깁슨은 제법 잘 해주었어." 키튼 숙모가 말했다. "그는 정말 예술가야. 그가 그린 사람은 정말로 살아 있는 것 같아." 문이 소리를 내며 열리고 뚱뚱한 제임스 숙부가 미소를 띄며 들어왔다. 맥주를 두세잔 걸쳐서 그런지 기분이 좋아 보였다. 사이몬 숙부는 살아있는 양심이 아주 강한 사람처럼 그 뒤를 따라서 들어왔다. "어쨌든 조용한 것이 좋아." 그는 제인과 베아트리스에게 신경질적인얼굴로 바라보았다. "아이들은 때때로 아무것도 아닌 일을 가지고 소란을 피운단 말야. 뭐 한가지라도 생각이 정리가 된 것이 없어." "숙모." 베아트리스가 물었다. "애들은 어디에 있어요?" "부엌으로 가 봐라. 아마 부엌에 있을게다. 무엇을 하려는지 물이 필요 하다고 하면서......" "고마워요, 숙모." 두 소녀는 밖으로 나갔지만 아직도 방안 ~분의기는 완전히 불쾌감으로 뒤 덮여 있었다. 양들은 그들 무리중에 늑대가 끼어 있다는 것은 느낌으로는 알고 있지만 워낙 양의 가죽을 쓴 변장은 그럴싸 했기 때문에 아직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아이들은 부엌에서 아주 분주하게 만화의 한 부분에 물을 칠해서 문지르고 있었다. 이렇게 계속 문지르면 그림이 떠오른다. 신문의 그 페이지는 화학적으로 처리되어 있고 수분을 바르면 여린 파스텔 톤의 색으로 발색되는 것이지만, 그것은 수중에서 꽃을 피우는 일본산 조화와 안에 작은 상품이 들어 있는 중국 조앙로 만든 나무열매처럼 아주 멋있는 것이었다. 베아트리스는 등 뒤에 숨기고 있던 푸주간 포장을 능숙하게 꺼내 놓았다. "2파운드야." 그녀가 말했다. "마튼 가게는 오후에도 문을 열고 있어서 제인이 가지고 있던 돈으로 사왔어. 이걸 가지고 가는 것이 좋을 거야." 에밀리는 계속해서 열심히 물을 문질러 바르고 있었고 찰스는 기뻐서 펄적 뛰고 있었다. "지금 당장 가는거야? 응?" 제인은 당황하였다. "나도 따라 가야되? 난 그다지......" "나도 가고 싶지 않아." 포비가 말했다. 그러나 그것은 규칙 위반이었다. 찰스는 포비가 무서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니라니까 그러네. 이젠 별로 재미가 없기 때문이야. 난 다른 놀이가 하고 싶어." "에밀리." 베아트리스가 상양하게 말했다. "넌 이번엔 가지 않아도 돼." "아니야, 갈거야." 에밀리도 겨우 만화에서 고개를 들었다. "나는 그 빛이 보고 싶어." 베아트리스는 찰스족을 휙하고 돌아 보며 말했다. "너 아직도 그런 거짓말을 하고 있니? 빛따위가 있을리가 없잖아." "있다니까. 가끔씩은 말야." "있을리가 없어." "있다니까! 바보니까 보이지 않는거야. 자, 이제 먹일 주러 가자." 베아트리스가 우두머리라는 것은 이젠 말을 하지 않아도 다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왜냐하면 아이들 중에서 그녀가 가장 나이가 많았기 때문이었다. Q 그러나 제인은 베아트리스가 에밀리보다 더 무서워하고 있다는 사실은 그 누구 보다 잘 알고 있었다. 베아트리스는 고기를 싼 꾸러미를 꼭 안고 아이들을 이끌고 2층으로 올라갔다. 그녀는 고기를 묶은 끈을 이미 잘라 두었다. 2층으로 들어서자 그들은 문앞에서 모였다. "여기부터 가는거야, 제인." 찰스는 어딘지 자만심이 가득 찬 말투로 말했다. "우선 다락 방으로 가야 돼. 화장실 천정에 위에서 내려오는 사다리가 있어. 배스터브의 가장자리를 타고 올라 가야돼" "옷이 더러워 지면 어떻게 해." 제인이 걱정스럽게 물었다. "더러워지진 않아. 자 가자." 찰스가 선두로 앞장을 섰지만, 키가 너무 Y작았다. 베아트리스가 베쓰터브를 타고 올라가 천정에 붙어있는 고리를 잡아 당겼다. 문이 삐거덕 소리를 내며 열리고 그 안에서 사다리가 내려왔다. 그 다락방은 생각보다 어둡지 않았다. 다락방 창문에서 빛이 희미하게 새어 들어왓다. "어서와 제인." 베아트리스는 묘하게 숨을 가쁘게 쉬며 말했다. 그들은 격렬하게 몸을 비틀며 그럭저럭 사다리를 올라갔다.다락방은 따뜻하고 조용하였으나, 먼지 투성이었다. 기둥에는 널판지가 걸쳐져 있었고 여기저기에 종이상자와 랭크가 널려져 있었다. 베아트리스는 이미 기둥하나를 지나가고 있었고 제인은 물끄러미 그녀를 바라보았다. 베아트리스는 뒤를 돌아다 보지도 않을 J뿐더러 한 마디도 하질 않았다. 한번은 그녀가 뒤로 손을 내밀어서 그녀의 뒤에 따라 가던 찰스가 그녀의 손을 잡아 주었다. 이윽고 베아트리스는 또 하나의 기둥에 걸쳐져 있는 널판지에 도착하였고 그것을 뛰어 넘었다. 그녀는 앞으로 계속 나아갔고 - 멈추어 서더니 찰스와 함께 돌아왔다. "하는 방법이 틀리잖아." 찰스가 실망한 듯이 말했다. "단 생각을 해서는 안돼!" 베아트리스의 얼굴이 희미한 불빛 아래서 더욱 하얗게 보였다. 제인은 사촌의 눈빛을 포착하였다. "베아트리스......" "뭔가 다른 일을 생각하지 않으면 안돼." 베아트리스는 서둘러 말했다. "괜찮아. 자, 가자 이제." 찰스가 그녀의 뒤를 다라가고 그녀는 다시 널판지를 넘기 시작했다. 찰스는 다조로우면서도 리드미컬한 말을 기계적으로 반복하였다. 하나, 둘, 구두 끈을 묶자, 셋, 넷, 문을 노크, 다섯, 여섯, 나무 토막을 줍자, 일곱, 여덟, 그 놈들을 쳐부수자. 찰스의 모습이 사라졌다. 그 다음에 반항적으로 어깨를 치켜올린 포비가 뒤이어 모습이 보이지 않게 되었다. 에밀리가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 "왜 그래, 에밀리?" 제인이 물었다. 그러나 작은 에밀리는 이렇게 말할 뿐이었다. "난 저기로 내려가고 싶지 않아, 제인." G "그렇다면 가지 않아도 돼." "아니야, 갈께." 에밀리가 말했다. "네가 내 바로 뒤에서 쫑아 와 준다면 무섭지 않아. 이유를 말해줄까? 난 언제나 무언가가 내 뒤에서 나를 콱 잡을 것만 같아...... 그래도 만약 네가 내 뒤에서 와 준다고 약속을 해준다면 전혀 무섭지 않을거야." "그래, 약속할께." 제인이 말했다. 제인의 말에 안심을 한 에밀리는 다리를 건넜다. 제인은 에밀리가 다리를 건너는 때 까지는 찬찬히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나 그 뒤에는 그 뒷모습을 지켜봐 줄 수가 없었다. 순식간에 에밀리가 사라지고 만 것이다. 제인이 한 발 앞으로 내 디딛으려 할때 아래 층에서 무슨 소리가 들렸기 때문에 멈춰서고 만 것이다. "제인!" 벳시 숙모의 목소리였다. "제인!" 그 목소리는 아주 커서 거부할수 없는 상황이었다. "제인, 어디에 있니? 이리와 보거라." 제인은 꼼짝도 못한채 그 자리에 서서 널판지 다리의 건너편을 바라보았다. 거기에는 아무도 없었다. 에밀리도 다른 아이들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갑자기 다락방은 보이지 않는 위협으로 제인을 조여왔다. 게다가 제인은 가지 않으면 안된다 - 에밀리와 한 약속도 있고, 혹시...... "제인!"제인은 마지못해 사다리를 내려 와 벳시 숙모의 침실로 들어갔다. 새치름하게 입을 꼭 다물고 있던 벳시 숙모는 천에 바늘을 꽂아 두며 초조한 듯이 입술을 움직였다. "도대체, 어디에 있었니, 제인? 얼마나 너를 불렀는지 몰라." "아이들이랑 놀고 있었어요." 제인이 말했다. "무슨 일이 있으세요, 벳시 숙모?" "당연하지." 벳시 숙모가 말했다. "크러세 뜨개질을 하고 있었던 이 칼라 말이다. 이건 네 드레스에 붙일 거란다. 이리와 보거라. 맞는지 마춰 볼테니까. 어휴, 아니 그 사이에 또 자랐구나. 아이들이란......" 그리고 나서 어느 세월에 끝날지도 모르는 길고 지루한 시간동안 벳시 숙모는 열심히 A핀을 꽂아 보기도 하며 지루한 작업을 하였다. 숙모가 작업을 하는 동안에도 제인은 다락방의 어디에선가 외톨이가 되어 두려움에 떨고 있을 에밀리를 걱정하고 있었다. 제인은 벳시 숙모가 얄밉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렇다고는 하나 벳시 숙모에게 반항을 하거나 그 자리에서 도망쳐 나올 생각은 하지도 못했다. 어른들이란 절대적인 군주였기 때문이다. 또 이 시점에선 칼라의 가봉이 그 어느 일보다 적어도 어른들에게 있어선 중대한 일이다. 그리고 내가 여기에 있는 사이에도 에밀리는 어디로 통하는지도 모르는 다리위에서 혼자 떨고 있는 것이다. 숙부들은 포커를 치고 있었다. 보오드 빌의 배우인 카틀드 숙모가 뜻밖에 찾아와 2,3일 묵어가게 되어 벳시 숙모와 키튼 숙모는 거실에서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카틀드 숙모는 체구가 작고 귀엽게 생긴 아주 매력적인 분이었다. 도자기처럼 섬세하고 생기발랄하여 언제나 제인도 찬탄을 금지 못했었다. 그러나 이번만은 시들했다. "여기만 오면 왠지 기분이 오싹해지는걸 느껴." 그녀는 제인의 코 앞에 접힌 부채를 들이대며 말했다. "안녕, 제인? 왜 다른 아이들과 놀지않니?" "네, 제가 피곤해서요." 제인은 속으로 에밀리를 걱정하면서 말했다. 에밀리와 떨어져 있던 시간도 벌써 시간이나 흘렀다. "난 말이지, 네 나이때에는 피곤한줄도 모르고 살았단다." 카틀드 숙모가 말했다. "자, 에니. 내 얼굴을 한번 보거라. 하루에 세번하는 연기와 저 멋없고 싫은 남자가 있으니까......엄마, 내가 얘기 했던가요......" 그 목소리는 아주 나지막히 들렸다. 제인은 벳시 숙모의 앙상하게 뼈만 남은 손가락이 단조롭게 뜨개질을 하고 있는 것을 보고 있었다. "이 방은 마치 시체실 같아요." 카틀드 숙모가 갑자기 말했다. "도대체, 모두 어떻게 된게 아냐? 누가 죽기라도 한거냐구." "공기 탓이야." $ 벳시 숙모가 말했다. "일년 내내 덥기 때문이지." "추운 겨울날에 로체스타에 가서 공연이라도 한 번 해봐, 벳시. 그러면 따뜻한 날씨가 얼마나 감사한 것인지 알수 있을테니까. 어쨌든, 난 더위 때문이 아냐. 난 마치...... 그래, 막이 올라서 무대에 서 있는 기분이 들어." "그건 상상일 뿐이란다." 그녀의 어머니가 말했다. "유령탓이야." 카틀드 숙모가 그렇게 말하고는 잠시 침묵이 흘렀다. 키튼 숙모는 날카롭게 제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이리 오너라, 제인." 그녀의 포근하며 많은 아이들을 안아 주었던 넓은 무릎 위가 정리 되었다. 제인은 뤀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무릎에 걸쳐 앉아서 키튼 숙모에게 기대니 마음 속이 편해지면서 모든 책임감을 그녀에게 떠 맡기고 싶어졌다. 그러나 그건 잘 되지 않았다. 이 집안에는 무언가 이상한 일이 있다 - 그 중심의 바로 근처에서 고동을 잇는 답답한 파동을 느꼈다. 굶주림에 허덕이고 있는 가짜 숙부인 것이다. 어디에 있는지 모르는 그의 이상한 보금자리에 숨어 진홍빛의 피가 뚝뚝 떨어지는 날 고기가 가까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곤 안달이 나 있었다. 그 장소는 이 세상의 건너편일지도 모르나, 아이들은 지금 그 곳으로 모습을 감추고 있던 것이다. 그는 그 곳에서 먹이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또 하나의 그는 윗층에 있다 - 텅빈, 빈틈이 없는 기아 P소용돌이의 중심인 것이다. 그는 이중 존재, 이중 숙부이다. 가면을 쓰고 있지만 그 정체는 오싹할 정도로 명백하다. 제인은 눈을 감고 키튼 숙모의 가슴에 더 깊숙히 그녀의 얼굴을 묻었다. 카틀드 숙모의 목소리는 이상할 정도로 고조되어 있었다. 마치 가짜 숙부의 정체를 눈치채어 마음 한 구석에서 공포에 떨고 있는 것 같았다. "이틀이 지나면 선더 바바라에서 공연이 열려요, 엄마." 그녀가 말했다. "정말, 이 집은 도대체 어디가 이상한 걸까?오늘 난, 고양이처럼 두려움에 떨고 있어...... 그래서 첫 쇼에 모두가 와 주었으면 좋겠어. 뮤지컬풍의 희극인데 내가 좋은 역을 맡았어. 꼭 와 주는 거지?" - "나는 전에도 '필젠 왕자,공연을 봤었어." "그래도 그땐 내가 역을 맡지 않았었잖아. 내가 한턱 낼께, 괜찮지? 난, 벌써 호텔 방도 예약해 뒀으니까 아이들도 같이 와 주었으면 좋겠어. 제인, 숙모의 연극을 보고 싶지 않니?" 제인은 키튼 숙모의 어깨에 기댄 채 머리를 끄덕였다. "카틀드 숙모, 숙부들과 모두 만났어요?" "물론이지." "한 사람도 빼놓지 않고 모두 다요? 제임스 숙부도, 버트 숙부도, 사이몬 숙부도, 루 숙부도요?" "그래, 모두 다. 그런데 그건 왜 묻니?" "아, 아니에요. 그냥 생각이 났을 뿐이에요." 역시 카틀드 숙모도 가짜 숙부에 대해선 e눈치를 채지 못한 것이다. 그녀는 정말로 사물을 꽤 뚫어 볼수있는 눈이 있는것은 아니라고 느꼈다. "그런데 아직까지 아이들은 만나보지 못한 것 같구나. 모두들 내가 가져온 선물을 나줘주지 않아서 불만이 많을거야. 네게 주려고 이 숙모가 무엇을 사 왔는지 알아 맞춰 보렴, 제인." 그러나 제인은 가슴설레이는 얘기도 건성으로 듣고 있었다. 왜냐하면 방안의 기장되어 있던 공기가 갑자기 해소 되었기 떠문이다. 조금 전까지는 굶주림에 아우성을 치던 가짜 숙부가 지금은 무엇인가에 열중을 하고 있었다. 어딘가에서 그 이중 숙부의 몸은 피가 떨어지는 고기를 먹고 있는 것이다...... 제인은 이미 키튼 숙모의 무릎에서 내려와 u있었다. 방의 주변 모습은 사라지고 빙글빙글 회전하기 시작했다. 암흑같은 어둠이 깔리고 하나의 작은 빛이 반짝이고 있었다. 찰스가 말했던 크리스마스 트리인 것이다. 그리고 빙글빙글 도는 중심에는 무시무시한 공포가 깃들어 있었다. 상상도 못할 곳으로 이어져 있는 파이프는 그 역활을 다하고 있었다. 가짜 숙부의 포만감에 싸여 환희의 괴성을 지르고 있는 소리가 그 파이프를 통해서 이 방안으로 흘러 나오고 있는 것이었다.제인은 이 순간에 왠지 모르게 지금쯤 빙글빙글 돌고 있는 암흑의 중심부에 서 있을 아이들이 바로 곁에 있는것 처럼 가깝게 느껴졌다. 그녀는 그들의 존재를 거의 의식할 수가 있었으며, 지금이라도 손을 뻗치면 그들의 슸藍 잡을것만 같았다. 그 암흑 세계에선 고동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제인의 마음속에 눈부시는 작은 빛이 모여들어 이 세상의 것이 아니듯한 기억들이 세차게 격류하듯이 밀려들었다. 가짜 숙부는 그녀와 너무나도 가까운 곳에 있었다. 그리고 먹이만을 탐내고 있는 그는 부주위를 하게되어 자신의 생각이 무심코 외부로 노출되는 것도 막으려 하지 않았다. 그 생각들은 마치 뚜렷하지 않은 동물의 생각처럼 그대로 흘러 넘쳐 암흑의 세계를 채워가고 있는 것이었다. 저 시뻘건 고기 생각- 다른 손에 의해서 같은 먹이를 받아 먹던 다른 시간과 장소의 기억인 것이다. 그것은 믿기 어려운 일이었다. 그 기억의 기원은 이 세상의 것이 아니었다. 인간에게 관계된 시간과 공간을 넘어선 것이다 - 라기드는 아득히 먼 곳에서 계속 변장을 해가며 헤메왔던 것이다. 그는 지금 형체가 뚜렸하지 않은 시야의 흐름 속에서 기억을 떠올리고 있었다 - 굶주림으로 몸부림을 치던 기억, 털복숭이인 옆구리를 자르는 듯한 고통, 그리고 포만감으로 인한 황홀함을 기억해 내고 있었다. 모피라고 해도 그의 털은 제인이 이제껏 생각지 못했던 것이었다. 또 다시 그는 눈부신 것으로 깔려있는 거대한 궁궐은 기억해 내고 있었다. 그 중앙에는 눈부신 쇠사슬이 있고 그가 그 안으로 들어가 묶여있는 희생물에게 접근하려 하자 주위의 눈들이 물끄러미 그를 주시하였다. 그가 그 부드러운 옆구리를 갈라 입맛을 다시고 있을 때 쇠사슬이 차랑차랑하고 소리를 내는 것이었다. 제인은 그 광경을 e보지 않으려고 두 눈을 감았다. 그러나 그녀는 눈으로 그 광경을 보고 있던 것이 아니었다. 그녀는 기억 속에서 그 축제에 참가하여 라기드와 함께 따뜻한 피주를 맛보고 있고 그의 마음속에서 피의 환희가 소용돌이침에 따라 제인의 마음속에서도 같은 환희가 가득 넘치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곧 그녀는 자신이 부끄러워졌고 동시에 기분이 나빠지게 되었다. "어머, 아이들이 왔어." 아득한 저편에서 카틀드 숙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제인은 넋이 나간 상태로 멍하니 듣고 있었지만 이윽고 그 말의 뜻을 알아듣게 되었고 정신을 차리고 보니 키튼 숙무의 무릎위에 앉아 있었고 다시 익숙해진 방으로 되 돌아와 있다는 것을 느꼈다. u "저 모습은 마치 코끼리 대군단이 계단을 내려오고 있는것 같구나. 그렇지 않니?" 카틀드 숙모가 말했다. 그들이 돌아 온다. 제인에게도 그들의 발소리가 들려 왔다. 그들의 발소리는 평소보다 조용할 정도였다. 그들은 계단을 반 정도 내려 올때까지는 어딘가 침울해 보였다. 그리고 나서 갑자기 계단을 쿵쾅쿵쾅하며 요란스럽게 내려오며 수다를 떨기 시작하였지만 제인의 귀에는 아무리 보아도 부자연스러워 보였다. 이윽고 아이들이 들어왔다. 베아트리스의 얼굴이 창백해져 있었고 에밀리의 눈 주위는 불그스름해져 있었다. 찰스는 흥분을 삭히면서 무어라고 중얼거리며 있었지만, 제일 작은 포비는 무뚝둑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따분해 하였다. ~카틀드 숙모의 모습을 보자 아이들의 소동은 더욱 격렬해졌다. 그러나 그 사이에 베아트리스는 제인과 의미있는 눈짓을 서로 주고 받았다. 선물이 나누어 지자 소란이 시작되었고 숙부들도 방으로 들어왔다. 어른들은 흥분을 해가며 선더 바바라로 여행을 가는 이야기를 시작했지만 그 긴장된 쾌활함은 무거운 침묵으로 변하기 일쑤였다. 어른들은 어깨 너머로 뒤를 보는 그런 행동은 하지 않았지만 뭔가 나쁜일이 생기지는 않을까 하는 불길한 예감은 한결같이 모두 가지고 있었다. 아이들만이 가짜 숙부가 '텅빈'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카틀드 숙모 역시 그 사실은 알지 못했다. 기분 나쁘게 활발하지 않은, 절반의 마음이기는 하나 느낄 수 없는 존재의 ^그림자이다. 겉으로 보아선 인간과 똑같다는 것은 의심할 나위도 없었다. 이젠 그는 배가 불러 있었다. 그들은 서서히 졸음이 밀려오고 나른한 기분이 집안을 에워 싸고 있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그 때문에 어른들은 하품을 하면서도 왜일까 하고 이상하게 여기고 있었다. 그러나 그런 지금조차도 그는 공허한 존재일뿐 진짜는 아니었다. 그의 정체를 알고 있는 아이들의 예리한 통찰을 가진 마음에는'텅빈'느낌으로 밖에 느껴지질 않았다. 그날 밤 잠자리에 들 시간에 찰스만이 그 이야기를 하고 싶어했다. 그날 오후 이후로 제인에게는 베아트리스가 조금은 성장한 듯이 보였다. 포비는 '정글 북'을 읽고 있었다. 아니 그냥 C읽고 있는 척을 하고 있었을 지도 모르지만 호랑이 쉐어 건의 그림을 재미있게 보고 있었다. 에밀리는 벽 쪽으로 얼굴을 돌리고 잠든 척을 하고 있었다. "에밀리 저 있잖아. 벳시 숙모가 나를 불렀어." 제인은 어딘가 에밀리가 자신을 비난하고 있는 듯해서 그녀에게 말했다. "일이 끝나는 대로 숙모 곁을 빠져 나오려고 했는데. 숙모가 뜨고 있던 칼라를 새 드레스에 붙이고 있었어." "그래?" 이것으로 변명을 한 셈이다. 그러나 베아트리스는 아직 그 일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길 거부하고 있었다. 제인은 에밀리의 침대로 다가가 작은 에밀리의 손을 잡았다. "나 때문에 화 났니, 에밀리?" "아니." "정말 어쩔수가 없었어, 에밀리." "괜찮아." 에밀리가 말했다. "신경 쓸것 없어." "있잖아, 아주 번쩍번쩍 빛나고 멋있었어." 찰스가 졸린 듯이 말했다. "마치 크리스마스 트리같았어." 베아트리스가 휙하니 그에게 몸을 돌렸다. "조용히 해!" 그녀가 소리쳤다. "조용히 하라니까, 찰스. 조용! 조용! 조용히 해!" 벳시 숙모가 방안으로 얼굴을 내밀며 말했다. "무슨 일이니, 얘들아?" t 그녀가 물었다. "아무일도 아니에요, 벳시 숙모." 베아트리스가 얼버무리며 말했다. "그냥 놀고 있었어요." 먹이를 먹고 포만감에 찬 그것은 이상한 자신의 둥지에서 추한 모습으로 누워 있었다. 집안은 조용해 지고 사람들은 잠이 들었다. 가짜 숙부 역시 잠이 들었다. 라기드는 흉내내기에 능숙하기 때문이다. 가짜 숙부라해도 단순한 환영도 라기드의 투영도 아니다. 아메바가 먹이를 향해 가짜 다리를 뻗치듯이 라기드도 자신을 연장시켜 가짜 숙부를 만든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평행선은 끊겼다. 왜냐하면 가짜 숙부는 아메바의 경우처럼 의도에 따라 다시 원상태로 움추리거나 하는 탄력있는 연장체는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그것은 V인간의 팔처럼 분리하는 능력이 없는 존재였다. 대뇌의 신경조직을 통해서 명령이 전달되고 팔이 뻗쳐서 손가락이 물건을 잡는다 - 그리고 비로소 손가락은 음식을 손에 넣을수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라기드의 연장은 사람보다 제약이 적었다. 그것은 자연의 물질법칙에 얽메어 있지는 않았다. 팔을 검게 칠할수도 있다. 그래서 가짜 숙부는 명석한 아이들의 눈만을 제외하고는 모든 어른들을 홀리게 하여 인간의 모습으로 행동할 수가 있었다. 예를들어 라기드라도 어떤 종류의 법칙은 지켜야만 한다. 이 세계의 자연 법칙은 어느 선까지 이것을 메어둘수가 있었다. 거기에는 싸이클이 있었다. 나방 유충의 일생은 녃瑛謙Э【 생기고 있다. 그것이 누에고치로 들어가 성충이 되기전에 쉴새없이 나뭇 잎을 갉아 먹지 않으면 안된다. 변태의 시기가 올때 까지는 그 모양에서 탈피할수가 없다. 그것과 마찬가지로 라기드도 하나의 싸이클이 종료되기 전까지는 변화할수가 없었다. 이미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과거에도 있었던 일처럼, 싸이클이 끝남과 동시에 다른 모습으로 변신하지만 그 변신의 모습은 무수히 종류가 많은 이상한 형태였다. 그러나 현재로는 싸이클의 규칙에 얽메여 있는 상태였다. 그것의 연장 부분을 움추리지 못한 채 가짜 숙부는 그 라기드의 일부였으며 그 라기드도 가짜 숙부의 일부라는 관계였던 것이다. 스크트라의 몸과 머리의 관계와도 같은 것이다. 어두워진 Y집안엔 포만감으로 인해 쉴새없이 졸음이 밀려왔다. 그 느낌은 느낄수 없을 정도로 서서히 퍼져가고 있었다. 그리고 먹이가 다 소화됨에 따라서 또 다시 기아에 허덕이는 고동이 시작되는 것이다. 벳시 숙모는 몸을 뒤척이면서 하품을 하기 시작했다. 별실의 가짜 숙부는 위를 향해 누워 눈도 뜨지 않고 하품을 하였다. 몸을 보호하기 위해서 사람의 흉내를 내는 재능은 아주 발달해 있었다. 정오가 지나고 30분 정도 흘러갔을때 집안의 고동 템포와 성격은 싹 달라져 있었다. "만약, 우리들이 선더 바바라에 간다면." 키튼 숙모가 말했다. "오늘 내가 아이들을 치과에 데리고 가야 겠어. 아이들 이를 깨끗하게 해 놓지 뫞各만?..... 게다가 후바 선생님께 예약을 하는것은 한명일 떠도 어려운데 네명씩이나 있으니까 말야. 제인 네 엄마가 너는 한 달전에 치과에 갔다 왔다고 하니 너는 가지 않아도 된다." 그녀의 얘기로 아이들 사이에는 서로 말은 못하고 있지만 난처한 일이 생긴 것이었다. 그러나 누구 하나 그것에 대해서 언급하지는 않았다. 단, 키튼 숙모가 아이들을 데리고 포치로 나갔을 때 베아트리스가 맨 끝까지 남아서 기다리고 있었다. 베아트리스는 뒤도 돌아 보지 않고 손을 내밀어 제인의 손을 꼭 쥐었다. 그 뿐이었다. 그러나 이것으로 책임은 제인에게 전도된 것이다. 말 따윈 필요가 없었다. 베아트리스는 제인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자세하게 일러 준 것이다. 이것으로 그 일이 v제인의 책임이 된 것이다. 그녀는 그다지 오랫동안 기다리려고 하지 않았다. 그녀는 어른들에게 영향을 주고 있다. 침체된 분위기가 점차로 고조되는 것을 역력히 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라기드는 또 다시 배가 고파진 것이다. 그녀는 사촌들이 옻나무 그늘 아래로 햐빛을 피하는 것을 전송하고 있었다. 멀리서 기차 소리가 들려오고 이젠 그들이 되돌아 오는 기대는 아주 사라져 버렸다. 그 길로 제인은 정육점으로 가서 고기 2파운드를 산 뒤 소다수를 사 마시고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그녀는 집에 들어 선 순간 집안의 고동이 급 속도로 빨라진 것을 느꼈다. 그녀는 부엌으로 가, 브리키 접시를 꺼내 그 위에 고기를 올려 놓고 살짝 목욕탕으로 갔다. t 손에 물건을 들고 있었기 때문에 다락방으로 올라가는 것이 조금은 힘이 들었지만 그럭저럭 더듬어 올라갔다. 지붕 밑의 따뜻한 정적 속에 가만히 서서 그녀는 벳시 숙모가 자신을 불러 주지는 않을까 하는 기대를 내심 가지고 있었다. 그렇게 되면 그녀의 곤역스러운 임무를 하지 않아도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무 소리도 들리질 않았다. 그녀가 해야 될 일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었기 때문에 고포는 그다지 피부에 와 닿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그녀는 9세가 된지 얼마 안되었었고 다락방도 그다지 컴컴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녀는 서가래 위를 바란스를 맞춰가며 걸어서 판자로 된 다리에 도착하였다. 그녀는 발 밑이 고무처럼 진동하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하나, 둘, 구두 끈을 묵자, 셋, 넷, 문을 노크, 다섯, 여섯, 나무 토막을 줍자, 일곱, 여덟, 그녀는 두번째 까지는 제대로 되질 않았다. 세번째에서야 비로소 성공을 하였다. 마음 속이 컨디션이 좋게 텅비어 있어야만 되는 것이다. 그녀는 다리를 건넌 뒤 뒤를 돌아 보았다. 그러자...... 이곳은 어두컴컴하여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차갑고 텅 빈듯한 느낌이어서 마치 지하실로 내려온 것 같았다. 제인은 그다지 놀랍지도 않았고 그녀 자신이 집안의 지하 깊숙한 곳에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아니, 어쩌면 그 }보다 더 깊숙한 곳일지도 모른다. 이상한 체험들이 지극히 당연한 일들로 받아 들여졌고, 그녀는 무엇 하나에도 놀라지 않았다. 괴이한 일이지만 그녀는 자신이 가야 할 길을 알 수가 있었다. 그녀는 작고 허스름한 방으로 들어가 있었으나 동시에 천정이 낮은 어둡고 텅빈 공간에 싸늘한 습기를 느끼면서 맴돌고 있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그것 때문에 고기 피를 가지고 헤메다니기에는 참으로 불쾌하고 위험한 장소였다. 그것은 내가 가지고갔던 고기가 마음에 들었었나 보다. 제인은 훗날에 그것이 어떤것이었는지 전혀 생각이 떠오르질 않았다. 더우기 어떻게 고기를 건네 주었는지 또 그것이 어떤 방법으로 고기를 받아 먹었는지도 몰랐다. 더구나 그것이 끏ぜ냅岵 정도로 작은 공간에 누워 다른 세계와 시대의 일을 꿈꾸고 있는건지 생각해 보지도 않았다. 그녀는 단지 그것이 먹이를 먹어감에 따라서 암흑이 그의 몸을 푹 감싸며 작은 빛이 반짝반짝하고 빛나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을 뿐이었다. 그것의 마음에서 기억의 소용돌이가 치기 시작했고 그 기억이 그녀의 마음을 흠뻑 적시게 하여 두 마음은 서로 강하게 이어졌다. 이번에 그녀는 좀 더 확실하게 볼 수가 있었다. 그녀는 거대한 날개를 요란스럽게 퍼득이던 것이 찬란한 우리 속에 갇혀 있는것을 보았다. 그리고 그녀는 라기드를 상기하는 것과 같은 것을 떠올리고 라기드가 펄적 뛰어오름과 함께 그녀도 뛰어 올랐다. 날개가 그녀의 주의에서 날개짓을 하고 뮺煊鄂 허기가 그녀의 몸 안으로 몰래 스며들어와 따뜻하고 맛있고 짠 액을 내는 음식을 마구 먹어치우는 자신을 느끼고 있었다. 그것은 혼란스러웠던 기억이었다. 그 기억 안에는 라기드의 손에 잡힌 다른 제물들도 있었다. 깃 털이 빠진 날개는 어느 사이엔가 손톱이 난 커다란 팔이 되고 더우기 그것은 파충류가 매끈매끈한 피부를 웅크리고 있는 형상으로 변해 있었다. 그의 먹의는 그가 먹고 있는 사이에 모조리 하나의 기억으로 집야되어져 있었다. 그가 먹이를 다 먹어 치웠을떠 짧은 기억이 휙하고 떠올랐다. 제인은 그녀보다도 커다란 꽃이 피어 있는 움직이는 거대한 화원을 의식했다. 그 안을 두건을 쓴 사람이 걸어 다니고 마침내는 꽃잎에 먹히어 힘없이 잿빛 머리카락을 벷樣 희생자가 찬란한 꽃처럼 쇠사슬에 묶여 있는 광경도 보였다. 그리고 제인에게는 그녀도 두건을 쓰고 이 침묵의 화원을 걸어 다니고 있는 것처럼 느껴짐과 동시에 그, 라기드는 다른 모습으로 변신을 하여 희생물이 있는 곳을 향해 그녀의 옆을 스쳐 지나갔다. 그것은 그가 더올린 최초의 인간 희생물이었다. 제인은 그것에 대해서 좀 더 알고 싶었다. 물론, 그녀는 모랄따위는 생각하지도 않았다. 그저 식물은 식물일 뿐이다. 그러나 그 기억은 다른 장면으로 거침없이 전환되어 그녀는 그 다음장면을 볼수가 없었다. 사실 그녀는 그것을 볼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이 모든 기억들의 결말은 하나 뿐이기 때문이다. 그의 피투성이 식사 시간에 라기드의 기억이 짧았던 것은 L그녀에게 있어서 행복한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십칠, 십팔, 기다리고 있는 아가씨, 십구, 이십......" 그녀는 손에 피를 묻힌 채, 서까래 위를 위태롭게 건너고 있었다. 다락방은 오래된 먼지의 냄새가 나고 있었다.그녀의 마음 속을 피로 물들인 기억들을 씻어 내기에는 이곳의 정적은 커다란 도움이 되었다. 아이들이 돌아왔을때 베아트리스는 단지 '갔니?'라고 물을 뿐이었다. 제인은 끄덕였다. 아직 터브를 깨트려서는 안되는 것이었다. 정말로 필요해졌을 경우를 제외하고는 서로 얘기를 해서는 안되는 것이다. 그리고 집안에 깔려 있는 졸립고 나태해진 고동, 가짜 숙부의 텅빈 마음은 위험이 다시 k사라졌다는 증거를 명백하게 해 주고 있었다. 적어도 지금은...... "모그리 이야기를 들려 주세요, 숙모." 포비가 말했다. 키튼 숙모는 자세를 다시 고쳐 앉아 안경을 닦은 후 다시 쓰고 키프링 책을 꺼내 들었다. 이윽고 다른 아이들도 주위에 모여 앉아 키튼 숙모가 읽어주는 이야기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숙모는 쉐어건의 마지막 장면을 읽었다.-호랑이를 유인하기 위해서 깊은 골짜기 밑에 가축을 메어 두었던 일-그리고 이윽고 소때가 돌진하여 살인 호랑이를 밟아 피투성이로 만들어 쓰러뜨렸던 것이다. "이것으로 쉐어건 이야기도 끝이났다. 모두 죽었으니까." "아니예요. 죽지 않았어요." 포비가 일어서며 졸리운 듯한 소리로 ]말했다. "아니, 죽었어. 소떼가 그를 죽였단다." "그건 끝부분 이야기 잖아요, 숙모. 만약 다시 처음부터 읽으면 쉐어건은 다시 살아있는데 뭐." 물론 포비는 아직 너무 어리기 때문에 죽음이 무엇인지는 몰랐다. 카우보이와 인디언 놀이에서 때때로 살해당할때도 있지만 별로 후회하는 일도 없고 또 살아날 수도 있다. 죽음에 대한 이해는 개인마다 독특한 경험을 통해서 겨우 이해되는 추상적인 개념이기 때문이다. 루 숙부는 파이프를 입에 물고 눈살을 찌푸리며 버트 숙부에게 눈짓을 하였다. 그는 입술을 깨물며 다음 수를 놓기 까지는 긴시간이 흘렀다. 그러나 루 숙부는 언제나 이 체스의 승부에서 이겨왔다. 제임스 6숙부는 카틀드 숙모에게 눈짓을 하며 같이 산책하기를 권했다. 그녀는 동의했다. 두 사람이 나가자 벳시 숙모가 얼굴을 들며 코를 킁킁거렸다. "두사람이 돌아오면 입냄새를 맡아보는 것이 좋겠어요, 엄마." 그녀가 말했다. "왜 그런 일을 참고 있어요!" 그러나 키튼 숙모는 킥킥거리며 웃고있는 포비의 머리를 쓰다듬을 뿐이었다. 그는 안긴채 잠이 들었고 그 작은 손을 꽉 쥐고 볼은 불그스름하게 홍조를 띠고 있었다. 사이몬 숙부의 가늘고 긴 모습이 창가에 서있었다. 그는 커튼 너머로 안을 들여다 보며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자 이제 자야지." 벳시 숙모가 말했다. ] "내일 아침은 선더 바바라에 가야하니까 얘들아!" 이것으로 모두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침이 되자 포비는 열이 심해서, 키튼 숙모는 선더 바바라에 데리고 가는 것은 위험하다며 데려 가는 것을 만류했다. 이 때문에 포비는 완전히 낙심하였지만, 아이들이 몇 시간이나 생각하다 못해 지친 문제는 해결된 셈이다. 또 제인 부모한테서 전화가 와 그날 그는 딸을 데리러 이쪽으로 온다는 말과 함께 그녀에게 작은 남동생이 태어났다는 사실을 알려왔다. 황새의 이야기 따윈 더이상 믿지않는 제인이었지만 역시 마음이 놓여 더이상 엄마의 몸이 나빠지지 않길 바랬던 것이다. 아침식사 전에 포비의 침실에서 회의가 열렸다.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고 있겠지, 포비?" 베아트리스가 말했다. "일을 잘 해주겠다고 약속하는 거지?" "약속해." "오늘은 아버지가 오시기 전에 제인이 하고 오는 거야. 그리고 넌 고기를 많이 사와 포비를 위해서 남겨두는 것이 좋아." "돈이 없으면 고기도 살 수가 없어." 포비가 말했다. 마지못해 베아트리스는 제인이 저축해둔 돈에서 남은 돈을 계산하고 나서 그것을 건네주었다. 포비는 베개 밑으로 돈을 밀어넣고 목에 둘렀던 빨간 후란넬 천을 잡아뺐다. "따끔따끔거려." 그가 말했다. "게다가 이미 병이 아닌걸." "네가 어제 먹었던 덜익은 배 때문이야." 에밀리가 짖궂게 말했다. "아무도 못봤을 거라고 생각 했었지? 분명히." 찰스가 들어왔다. 그는 아래층에 있었던 것이다. 그는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이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아?" 그가 말했다. "그가 다리를 다쳤어. 그래서 그는 선더 바바라에 가지 못하게 됫어. 내기해도 좋아. 일부러 다쳤을 거야." "글쎄." 제인이 말했다. "어떻게 된 일인데?" "그는 계단에서 발을 삐었다고 하고 있어. 거짓말인게 틀림없어. 그는 가고싶지 않을 뿐이야." W "아마 갈 수 없는 걸 거야. 그렇게 멀리 까지는." 갑자기 영감을 받은 듯이 베아트리스가 말하고 그들은 두번다시 그 화제를 입밖에 내지 않았다. 그러나 베아트리스, 에밀리, 찰스는 모두 가짜 숙부가 결국 함께 선더 바바라에 가지않게 된 것에 감사하고 있었다. 여행자와 손짐들을 옮기기 위해서 택시가 2대 필요했다. 키튼 숙모, 가짜 숙부, 거기에 제인까지 3명은 현관문 앞에 서서 손을 흔들며 배웅했다. 차는 털털거리며 달려갔고, 제인은 곧 포비한테서 얼마 안되는 돈을 건네 받아 정육점으로 가서 무거운 짐을 가지고 돌아왔다. 지팡이를 짚은 가짜 숙부는 다리를 절뚝거리면서 테라스로 나가 누웠다. 키튼 ^숙모는 포비를 위해서 입에는 쓰나 효과가 좋은 약을 만들고, 제인은 오후가 될때까지 그녀가 하지 않으면 안될 일을 끌기로 결심했다. 포비는 어려운 단어에 막혀가면서 정글북을 읽고 잠시동안 집 안에는 평화가 이어졌다. 제인은 그날의 일을 언제나 잊을 수가 없었다. 자욱히 밴 여러가지 냄새는 그 나름대로 확실하게 구별이 갔다. 부엌에서 굽는 향기로운 빵 냄새, 정원에서 떠다니는 달콤한 꽃향기, 그리고 태양이 비치는 융단과 가구에서 풍기는 어딘가 먼지 투성이인, 이른바 진한 밤색을 연상케 했다. 키튼 숙모는 침실로 올라가 손과 얼굴에 콜드 크림을 바르고, 제인은 문지방에서 빈둥거리며 그모습을 보고 있었다. 그 곳은 그다지 화려하게 꾸며져 있진 않지만, 안락하고 멋있는 방이었다. 커튼에는 풀이 심하게 메겨져 있었지 때문에 그것은 한장의 시트처럼 뻣뻣하게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장식장에는 재미있는 것들이 가득 놓여 있었다.-인형 모양을 한 바늘겨레와 잿빛의 아주 작은 도자기, 쥐를 올려놓은 빨갛고 작은 도자기 신발, 소녀 시절의 키튼 아주머니의 초상을 카메오로 한 브로치 등이었다. 그리고 천천히 집요하게 고동이 증가하기 시작하였고, 그 고동소리가 이 침실에까지 느껴졌다. 제인은 설마 그것이 여기까지는 오지 못하겠지 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점심식사가 끝나고 바로 벨이 울렸으며 제인의 아버지가 모습을 보였다. 그녀를 센프란시스코로 다시 데려가기 위해 온 C것이다. 기차에 늦겠다며 그는 서둘러 기다리고 있는 택시에서 출발하기 전에 두세마디 얘기할 시간 밖에 없었다. 그러나 제인은 틈을 타서 2층으로 올라가 포비에게 작별 인사를 했다. 그리고 고기를 어디에 감추어 두었는지 일러두었다. "알았어, 제인." 포비가 말했다. "안녕." 그녀는 그 일을 포비에게 맡겨 둬서는 안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역으로 가는 동안 내내, 그녀는 무거운 책임감에 가책을 받고 있었다. 그녀는 기차가 많이 지연되고 있다고 어른들이 하는 이야기를 얼핏 들었고, 게다가 그녀의 아버지가 마을에서 열리고 있는 서커스에 가자고 제안하는 바람에 정신을 차렸다. m 그것은 재미있는 서커스였다. 그녀는 포비의 일도 만약 포비가 약속한 대로 일을 하지 않으면 손 쓸 수도 없는 위기가 고조되어 버릴 것임에 틀림없다는 일도 거의 잊고 있었다. 길게 이어진 인파에 시달려 가면서 텐트를 빠져 나왔을 때 하늘은 맑아져 있었다. 그리고 그 때, 제인은 텐트 틈 밑에서 눈에 익은 작은 모습을 발견하고 갑자기 뱃속이 텅 빈 듯한 경악에 사로잡혔다. 한순간 그녀는 모든 일들을 눈치채게 되었다. 거의 같은 순간 라킨씨도 포비를 보았다. 그는 언성을 높이며 이름을 불렀다. 그리고 곧 두 사이는 서로 얼굴을 마주보았다. 포비의 포동포동한 얼굴이 시무룩해 있었다. "숙모님은 네가 여기에 와 있는 걸 알고 있니, 포비?" 라긴씨가 말했다. "널 혼내주지 않으면 안되겠구나. 자 두 사람 다 이리 오너라. 지금 숙모에게 전화를 해 드려야 겠다. 아마 틀림없이 매우 걱정하고 계실테니까." 트렉스토아에서 그가 전화를 하는 사이에 제인은 사촌인 포비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연장자의 중책을-오용된 책임의 무게를 태어나 처음으로 뼈저리게 느꼈다. "포비." 그녀가 말했다. "갔었니?" "너는 날 혼자 버려두고 갔었잖아." 포비가 힐책하는 듯이 말했다. 두사람은 침묵을 지켰다. 라긴씨가 돌아왔다. "아무도 전화를 받지 않는구나. 택시를 a불러올테니까, 기차가 떠나기 전에 포비를 데려다 줄 시간이 겨우 있을까말까다." 택시 안에서는 거의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 집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었는지에 대해서 제인은 전혀 생각도 못하고 있었다. 인간의 마음에는 자동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방어 메카니즘이 있다. 그리고 어느 쪽이든 이미 너무 늦었기 때문에...... 택시가 집에 다가가자 땅거미 속에서 창이란 창이 모두 오렌지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현관에는 사람이 있고, 경찰의 벳지에 빛이 반짝하고 반사되었다. "아이들은 여기에서 기다리거라." 라긴씨가 불안한 듯이 말했다. "차에서 내려선 안된다." 택시 기사는 어깨를 움츠리며 접힌 신문을 빼들고 라킨씨는 서둘러 현관으로 갔다. 뒷자리에 앉은채 제인은 아주 상냥한 목소리로 포비에게 말을 걸었다. "가지 않았었구나." 그녀는 속삭였다. 거기에는 비난의 말투는 섞여있지 않았다. "아무래도 괜찮잖아." 포비도 속삭이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나는 그 놀이에 싫증이 났단말이야. 뭔가 다른 놀이를 하고 싶었어." 그는 킥킥 웃었다. "그래도 확실히 내가 이겼다." 그는 선언했다. "뭐? 무슨 일이 있었니?" "경찰이 왔어. 그렇게 될 줄 알고있었어. 그러나 그는 그런 일은 생각 못했던거야. 그러니까 내가 이긴 셈이지." @ "어째서?" "뭐, 정글북 같은 식이야. 호랑이를 쏘는 것 말야. 기억나? 아이를 말뚝에 묶어두고, 호랑이가 오면 빵하고 한 방 쏘아버리지. 그런데 아이들이 모두 선더 바바라에 가버렸고 너도 아빠따라 떠났잖아. 그래서 생각 끝에 숙모를 그 대신 이용한거야. 괜찮겠지 생각이 들어서. 숙모는 언제나 우리들과 함께 놀아주었잖아. 어차피 남아 있는 것은 숙모 뿐이었어." "그래도 포비. 책에 나오는 아이와 우리같은 아이는 다른거야. 산양의 아이라면 괜찮지만, 결국-" "뭐야 그렇구나!" 포비가 속삭였다. "그래도 나는 숙모라면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어. 뚱뚱해서 빨리 뛰지 못하니까." 1 그는 업신여기듯 웃었다. "그는 바보야." 그가 말했다. "호랑이를 쏘기 위해서 아기 산양을 묶어두면 꼭 사냥꾼들이 오게 되어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어야 하는건데.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니. 내가 그에게 숙모를 침실에 가둬두고서 그외에는 아무도 없다고 말했을 때, 그정도 쯤의 일은 알아차렸어야 됫는데." 포비는 교활한 얼굴을 했다. "나는 훌륭히 해냈어. 내가 창문 너머로 그와 얘기를 했어. 그가 나를 새끼 산양으로 생각해선 안되니까. 그런데 그는 그렇게 하지 않았어. 그는 곧 계단을 뛰어올라 갔어. 절뚝거리는 것도 잊고 말야. 그즈음에는 그도 아주 배가 #고파있었을거야." 포비는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는 현관쪽으로 눈을 돌렸다. "틀림없이 경찰은 이미 그를 체포했을거야." 그는 무덤덤하게 말을 덧붙였다. "아주 유쾌한 얘기지. 내가 이긴거야." 제인의 마음은 이런 공상에 따를 수 없었다. "그녀는 죽었어?" 제인은 상냥하게 물었다. 포비는 그녀를 보았다. 죽음이란 말은 그에게 있어서는 다른 의미로 밖에 없었다. 아니, 아무런 의미도 없다고 해도 좋다.-단순히 놀이 속에 나오는 말로 밖에 생각되지 않았다. 그리고 그가 알고 있는 한도 내에서는 호랑이는 묶여있는 새끼 산양에게 결코 위해를 가할 j수는 없었던 것이다. 라긴씨는 택시로 돌아왔다. 그 발걸음은 아주 느리고 비틀거리는 듯 했다. 제인은 그 얼굴을 볼 마음이 생기질 않았다. 그 사건은 당연한 일이지만 될 수 있는한 무마되었다. 아이들은 그들을 감싸는 어른들 보다 진상을 잘 이해하고 있었기 때문에 무엇이 일어났는지 알리지 않으려는 어른들의 노력은 허사였던 셈이다. 그리고 아이들은 역으로 이것 역시 허사였을지도 모르지만, 알고있는 사실을 하나도 말하지 않는 것으로 어른들을 감싸주려고 했다. 두 사람의 나이가 많은 소녀들을 빼고, 아이들은 그다지 신경쓰고 있지 않았다. 놀이는 끝났다. 숙모는 먼 곳으로 여행을 떠나, 이젠 절대로 돌아오지 않는 것이다. x 그들은 그 일이 무엇을 의미하고 있는지 잘 알고 있었다. 한편 가짜 숙부도 다른 곳으로 가지 않으면 안된다는 설명을 들었다. 커다란 병원에 들어가 평생동안 간호를 받아야 된다는 것이다. 이 이야기에는 그들도 조금 당황하였다. 그들의 경험을 벗어나는 일이기 때문이다. 죽음이라는 것은 불완전하게나마 그럭저럭 이해가 되었지만 그 밖의 것은 전혀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그들의 관심이 덜해짐에 따라서 그들도 그다지 꺼림직하게 생각하지 않게 되었지만 포비만은 한동안 정글북을 읽어줄 때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며 들었다. 도대체 동화처럼 호랑이를 그자리에서 죽이지 않고 왜 이번에는 그를 데리고 간 것일까 하고 의아하게 생각하고 있었기 o때문이다. 물론 그들은 결코 그런 일은 하지않았다. 도무지 현실세계의 호랑이와는 호랑이라해도 종류가 다른 것 같다...... 훨씬 후에도 제인은 잠에서 깨어 있을 때는 기억이 떠오르려고도 하지 않는 일들을 악몽 속에서 떠올려 두번다시 상상속으로 재체험할 때가 있었다. 그녀는 숙모의 침실을 맨마지막으로 보았을 때와 아주 똑같이 기억이 떠올랐다. 흔들리는 풀먹인 커튼, 태양빛, 빨간 도자기 신발 인형, 바늘겨레 등등. 뚜렷하게 떠올랐다. 숙모는 주름투성인 손에 콜드크림을 바르면서 집안의 아득한 저 아래에서 무시무시하고 텅빈 공간에 있는 그 배고픔에 눈을 뜬 사실을 모르는 파도가 차례로 긴 파도 처럼 밀려옴에 따라, 때때로 _불안한듯이 얼굴을 드는 것이었다. 그것은 아주 배가 고팠음에 틀림없다. 아래층에 있던, 복사뼈를 삐었다고 거짓말을 했던 가짜 숙부는 긴의자 위에 몸을 비비꼬며 전전하고 있었음에 틀림없다. 속이 텅빈 그 인간은 생명을 유지하는데 없어서는 안 될, 피가 뚝뚝 떨어지는 음식이 먹고 싶어져, 그 밖에 다른 생각은 할 수 없을 정도로 맹목적이 되었던 것이다. 테라스에 있던 속이 텅 빈 자동인형과 배고픔에 자신을 잃어 음식을 애타게 기다리며 전신을 떨고 있었다. 지하에 있는 빈욕스런 존재와 함께 그 일에 몸을 애태우고 있던 것이다. 포비가 함정에 빠트린 말을 전해 주었을 때 창문 밖에서 했던 것은 아주 현명했었다. q 2층방에 갇혀 있던 숙모는 이윽고 밖으로 나갈 수 없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뚱뚱한 그녀의 반점이 있는 손은 콜드 크림 때문에 미끄러져가면서도 문고리를 몇 번이나 돌리려 애를 썼을 것이다. 제인은 그 발소리를 몇 번이나 꿈속에서 들었다. 실제로 들은 것도 아닌데 그것은 어떤 발소리 보다도 크게 무척 실제처럼 들려왔다. 그녀에게는 그것이 어떤 것이었는지 확실하게 알고있었다. 쿵쾅쿵쾅하며 2칸씩 계단을 뛰어올라 오는 소리이다. 그리고 설마 다리를 다친 숙부는 아니겠지 하고 생각하고 있던 숙모는 섬뜩하여 얼굴을 들었을 것이다. 그래서 그녀는 깜짝놀라 가슴을 두근거리며, 도둑이 든 것은 아닌가 하고 공포에 사로잡혔던 것이다. p 그것은 긴 시간은 가지 않았을 것이다. 홀을 가로지르던 발소리는 아주 순식간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때쯤에는 집 전체가 굶주림이 채워질 수 있다는 기대로 고조되어 요란하게 진동했을 것이다. 그 발소리는 집 전체의 고동과 템포를 맞추고 홀을 가로지르는 그 발소리에는 무서운 목적이 숨겨져 있었다. 이윽고 방문이 열쇠로 철컥하고 열린다. 그리고...... 언제나 제인은 여기서 잠이 깨는 것이었다. 저 작은 아이에게 책임은 없다. 제인은 그 말을 그 당시에도 그 후에도 몇 번이나 반복했다. 그녀는 포비와 그 일을 있은 이후, 그다지 많이 만나지 못했고, 그 때에도 그는 상당히 많은 것을 잊어버리고 있었다. 새로운 경험들이 옛 기억을 k덮어버린 것이다. 크리스마스에 그는 강아지를 선물로 받았었고, 또 이윽고 학교에 들어갔다. 가짜 숙부가 죽었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도 그는 도대체 누구 얘기인가 하고 열심히 생각해내려고 하지 않으면 안될 정도였다. 나이어린 아이들에게 있어서 가짜 숙부는 결코 가족의 일원이 아닌 단순히 그들의 놀이에 참여했다가 패배하고 사라진 단역이었을 뿐이다. 차츰 집안을 덮고 있던 이름을 붙일 이유도 없던 재액의 그림자는 사라지고 말았다. 그것은 숙모의 죽음 직후에는 가장 강해서 어떻게 된 일인가 하고 생각할 정도였지만, 누구나 그것을 쇼크가 원인이라고 생각했다. 그것이 멀어져 있었기 때문에 그들도 새삼 그랬었다고 재확인 했던것이다. 전혀 우연이라고 밖에 말할 수가 없지만 포비의 냉혹한 그러나 제한되어진 이론이 옳았던 것이다. 만약 라기드가 그 게임 안에서 또다른 가짜 숙부를 가져왔다고 하면, 그것은 페어플레이라고는 말할 수 없다. 그리고 포비는 그가 규칙을 지키는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었던 것이다. 라기드는 그 룰을 지켰지만 그것이야말로 그도 깰 수 없는 룰이었던 것이다. 라기드와 가짜 숙부와는 몸 안의 제각기 서로 보충해주는 부분이라서 그들의 사이클 안에 떨어지기 어렵게 묶여 있었다. 그 사이클이 성공리에 완료 되지 않는한 가짜 숙부라는 연장부분은 철회할 수도 그 고삐를 풀 수도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마지막에는 라기드도 어찌할 수 없었던 것이다. 정신병원 안에서 가짜 숙부는 서서히 굶주리고 있었다. 그는 병원에서 주는 음식에는 손도 데려하지 않았다.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그는 알고 있었으나 그것은 주지않았다. 머리와 몸은 함께 사멸하고 예전의 키튼 숙모 집으로 다시 평화가 찾아왔다. 6.먼지투성이인 제브라 -크리포드. D. 시막 당신이 다른 차원의 상대와 물물교환의 거래를 한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무엇을 보낼까? 무엇을 받을까? 생각해보겠죠. 보내는 물건이 기상천외한 것이면, 보내오는 것은 공전절후한 물건으로 곧 소동이 일어나겠죠. 작가 크리포드. D. 시막(1904-)은 SF계의 장로로 대단히 사색적인 장편을 쓰는 한편 이런 유모어환타지도 다룬다. 연작 장편 <도시>에서는 1952년에 있었던 국제 환상 문학대상을 받았다. 본편은 1954년 9월호의 <캬락구시이>지에 발표된 내용이다. ' 만약 당신이 인간이라면 집안에 물건을 깔끔하게 제자리에 두려고 해서는 안된다. 항상 물건이 없어지고, 두었던 장소를 마구 휘젓고 고함을 질러가며 샅샅이 찾으면서 천만번도 더 꾸짖는 말을 한다. 어느집이나 다 마찬가지다. 단 한가지만 경고해 두면-없어진 물건이 어디로 간것일까 라든가 누가 가져간걸까 하는 그런 일들을 조사하려 해서는 절대로 안된다. 혹시 그런 생각이 들었다면 지금 당장 잊어버려라. 그러는 편이 안전하고 조용하게 지낼 수 있으니까! 내 경우를 이야기 하겠다. 어느날 나는 월말에 지불할 수표를 보내려고 퇴근길에 우표를 사가지고 뻐뭬틸都? 수표를 쓰려고 책상 앞에 앉은 순간에 마지와 루이스 쇼우가 찾아왔다. 나는 루이스와는 서로 뜻이 맞지않을 뿐더러 그 또한 나에 대해서 너그러운 편은 아니었다. 그러나 마지와 아내 헬렌이 친구로, 그날도 수다를 떨기 시작했기 때문에 결국 부부가 같이 모여 밤 늦게까지 늘어붙어 있었다. 루이스는 교외에 있는 그의 연구소에서 하고있는 일 얘기를 했다. 어떻게든 화제를 딴데로 돌리려 했지만 허사였다. 자신의 일에 열중한 나머지 남들도 그럴거라 믿고 있었다. 그러나 우리는 전자공학이란 것이 무엇인지 마이크로게지와 마이크로스코프의 구별도 할 줄 모른다. 정말이지 지겨운 밤이었지만 무엇보다도 괴로웠던건 그것을 얘기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런 짓을 한다면 헬렌은 사교성이 없는 인간이라고 소란을 `피울것이다. 그런 이유로 다음날 밤 저녁식사를 마치고 수표를 쓰려고 서재에 가보니 우표가 없어져 있었다. 분명히 책상 위에 올려 두었는데 놓여있는 것은 빌드브록 뿐이었다. 이것은 빌이란 꼬마가 몇 년 전에 가지고 놀다가 이제는 필요없게된 완구였지만 지금도 가끔씩 생각지 못했던 곳에서 불쑥 나타나고 있었다. 나는 방을 대충 둘러보았다. 바람에 날려간게 아닌가 싶어서 엎드려 찾아보았다. 우표는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거실에 가보니 헬렌은 텔레비젼을 보고있었다. "찾지못했군요, 죠." 라고 아내가 말했다. "올려둔 곳에 있겠지요." 예상했던 대로의 대답이 돌아왔다. "빌이 알고 있을지도 모르겠군." 0 "그아이 돌아오면 붙잡고 혼좀 내세요." "이번엔 뭔데?" "물물교환 놀이예요. 모처럼 사준 벨트를 박차와 바꿔버렸어요." "그것이 잘못된 일일까? 나도 어릴적엔......" "벨트뿐만이 아니라구요. 이것저것 뭐든지 바꿔버린다구요. 그것이 곤란하게도 그아이는 언제나 자기쪽이 이익을 보게 바꾸나 봐요." "제법인데." "어쩜, 당신의 그런 태도로는, 죠......" "내 태도가 아니야. 장사 세계의 태도지. 빌이 어른이 되면-" "어른이 되면 형무소에 들어가겠죠. 그아이 하는짓을 보면 사기꾼이 되는 수업을 받고있는것 같다구요." "알았어. 알아듣도록 타일러줄께." 형세가 험악해져 갔기 때문에 서둘러 서재로 피신을 했다. 우표가 있던없던 수표를 보내지 않으면 안된다. 책상 서랍에서 청구서 뭉치와 수표책과 만년필을 꺼냈다. 그리고 나서 책상 위에 있던 빌드브록을 치우려고 손을 대었다. 그런데 그 인형을 잡자마자 그것이 빌드브록이 아닌걸 알아챘다. 크기도 무게도 같을 뿐더러 색깔도 검고 분명히 플라스틱 감촉이었지만, 이제껏 만져본 어떤 플라스틱 보다 더 미끄러웠다. 기름이라도 발라놓은것 같았으나 그렇지도 않은듯 했다. 눈앞에 인형을 두고 스텐드를 끌어당겨 보았다. 그러나 별로 변한 점은 없었다. 아무리 보아도 빌드브록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정체를 밝혀내기 위해 이러저리 뒤집어 보았다. 두번째로 뒤집어 보았을때, 한쪽에 뤐亮戀活막 살짝 패인것이 보였다-얼핏보면 베인상처로 착각할만한 희미한 상처였다. 눈을 가까이 가져가 자세히보니 그 패인 상처는 계기같은 것으로 안에 빨간 선이 있었다. 보고있으니 빨간선이 강약으로 반짝였다. 나는 그대로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지만, 그이상은 반짝임을 발견할 수 없었다. 빨간선이 사라진건지 내가 처음부터 환상을 보고 있던건지, 몇 초 후에는 선이 거기에 실제로 있었는지 어땠는지도 애매해졌다. 빌이 어디에서 주워왔던지 교환한 것이던지 둘중에 하나라고 생각했다. 그 아이는 백랫(쥐의 일종. 물건을 가져와 둥우리 안에 모아두는 습성이 있음)과 닮은 데가 있었다. 그러나 그것이 어디가 나쁘다는 것인가. 헬렌은 그렇게 말하지만 교환놀이도 j쓸데없는 일은 아니다. 뛰어난 사업 재능의 싹이 자라기 시작한것 뿐이다. 나는 브록을 한쪽으로 치우고 수표를 쓰는일을 시작했다. 다음날 점심식사 후에 우표를 사서 무사히 발송하였다. 그 날은 하루종일 없어진 우표의 행방이 신경쓰여 어쩔수가 없었다. 매끈매끈한 감촉의 브록은 생각나지도 않았다. 귀가해서 만년필이 분실된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했더라면 아마 그것으로 말끔히 잊어버렸을 것이다. 서재에 만년필을 가지러 갔더니 책상 위에 벌려둔 채로 버려져 있었다. 그대로 벌려둔 기억이 있던것은 아니다. 책상위에 있던것을 본 순간, 서랍에 넣는걸 잊었다는 사실이 생각난 것이다. 나는 만년필을 꺼내들었다. 그러나 그것은 q만년필이 아니었다. 원통형의 코르크같은 감촉이었지만 코르크 정도의 무게는 아니었다. 약간 무겁고 약간 작다는 사실을 빼면, 뭐랄까-그래-낚시대 같은 느낌이었다. 낚시대 감촉을 상기시키면서 낚시대를 던지는 손놀림으로 손을 비틀자, 갑자기 그것이 낚시대처럼 되었다. 접어 개는 식으로 되어있었던 것이 주르르 길어져 낚시대 정도의 길이가 되었다. 그런데 신기한 일로 4피트 정도 길어진 채, 끝이 공중으로 사라져가는것이 아닌가! 나는 어디에 있는 것인지 모르지만 반사적으로 그것을 붙잡고, 낚시대의 끝을 잡아당겨서 되돌리려고 하였다. 갑자기 낚시대에 뭔가 매달린 듯한 반응이 생기고, 낚시대가 비잉-하고 잡아당겼다. 낚시대 끝에 ^婦 s q무엇인가가 걸렸던 것이다. 느낌은 물고기와 똑같았으나 팔딱팔딱 뛰지않는 점이 달랐다. 그리고 나서 순식간에 그 느낌이 사라지고 말았다. 긴장된 마음이 갑자기 사라졌다. 낚시대 끝의 무게감이 없어지고, 낚시대는 다시금 주르르 하고 짧아져, 만년필 모양을 한 것이 내 손안에 남아있었다. 나는 아까와 같은 손놀림을 하지않도록 조심하면서 그것을 책상 위에 놓았다. 정신을 가다듬고 보니 손이 떨리고 있었다. 의자에 앉아서 만년필처럼 보이는 물건과 빌드브록으로 보이는 것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그 때였다, 그것을 바라보고 있던 내 눈에 책상 한가운데에 있는 하얗고 작은 점이 보인 것은. 그것은 바로 이 가짜 만년필이 놓여있던 |위치로, 또 어젯밤 빌드브록이 놓여있던 위치이기도 한 것 같았다. 직경이 6미리 정도로 상아색을 하고 있었다. 엄지 손가락으로 쓱쓱 문질러 보았지만 사라질것 같지는 않았다. 나는 그 점에게 사라질 기회를 주려고 눈을 감았다가 떴다. 사라지지 않았다면 놀라게 해주려고 갑자기 눈을 떴다. 그러나 점은 아직 그곳에 있었다. 나는 책상에 덮인 그 점을 조사해 보았다. 책상 표면에 박혀있는 세공이 너무 멋드러졌다. 나무의 부분과 점과의 사이에는 조금의 틈도 없었다. 이런 상감은 이전에는 없었다. 그것은 확실했다. 있었다면 분명히 알고있었을 것이다. 우선 헬렌이 알지못할리가 없었다. 무엇보다도 헬렌은 먼지에는 엄격하기 때문에 항상 걸레로 그 언저리를 닦고 돌아다니기 때문이다. 또 하나 그것이 전에는 없었다는 것을 증명할 사실이 있다. 즉, 상아의 작은 점을 하나 상감한 책상을 판다는 이야기는 들은적이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만년필같이 생긴것이 길어져 낚시대가 되고, 낚시대 끝이 공중으로 사라졌다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낚아올려, 무엇을 낚아올리는지 모르겠지만 그 어획물을 가져다 주는 기구를 파는 사람이 있다는 이야기도 들어본 적이 없었다. 헬렌이 거실에서 부르고 있다. "죠." "왜그래?" "빌에게 얘기해 줬어요?" "빌에게? 뭘?" "물물교환 놀이 말이에요." k "아이구, 잊고 있었군." "안되요, 타일러 주지 않으면. 또 바꿔왔으니까. 지미한테서 새 자전거를 잡동사니와의 교환으로 탈취해 왔어요. 자전거는 돌려보냈지만...... "말해둘께." 라고 나는 한번 더 약속을 했다. 그러나 나는 그 사태의 도의적 문제에 대해서는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았나보다. 집안에서 물건을 제자리에 딱딱 두는것은 불가능했다. 언제나 여러 물건들이 없어지고 있었다. 분명히 올려둔 자리에 가보면 없어져 있었다. 물건이 없어져 나오질 않는 일은 어느집에서도 흔히있는 일이다. 그러나 없어진 물건의 대용품이 놓여져 있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당신도 들어본 적이 없을것이다. 그러나 눈에 띄지 않는 물건을 주워들어 이리저리 만지작 거리다가 뭔지 전혀 짐작이 가지않아 방안 구석에 내팽겨둔 채로 있는 일이 자주 있다. 분명히 세계안의 고물 두는 장소에는 기묘한 브록과 어처구니 없는 낚시대로 가득 차있을거란 생각이 든다. 나는 일어나서 거실로 갔다. 헬렌은 텔레비젼을 보고있었다. 내 행동이 이상했는지, "왜 그래요? 도대체." 라고 물었다. "만년필이 보이질 않아." 아내는 흐흐흐 하고 웃었다. "할 수 없는 사람이군요. 물건 잘 잃어버리는 선수라니까." 그날 밤, 헬렌이 잠든 후에도 나는 깨어있었다. 머리속에 떠오르는 것은 책상 샓㎰ 있던 점이었다. 그 점은 이렇게 얘기하고 있는 게 아닐까? '그것을 거기에 둬, 친구야. 물물교환 놀이를 하지 않을래?" 그렇게 생각하니 이번에는 혹시 누군가가 책상을 움직이면 어떻게 되는걸까 생각했다. 나는 오랜 시간을 누운 채 끙끙거리며 생각하는 일일랑 그만두기로 했다. 그런것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자신에게 타이르고 이런일을 생각하는것은 미치광이 짓이라고 타일렀다. 그러나 아무리 애를 써도 그 점에 대한 생각을 머리속에서 지울 수가 없었다. 결국 나는 침대에서 일어났다. 방을 살짝 빠져나와 도둑이 된 기분으로 살금살금 서재로 숨어 들어갔다. 문을 걸어 잠그고 책상의 램프를 켜서, 점이 있는지 없는지 급히 확인해 보았다. 있었다. 책상 서랍을 휘저어 연필을 ＞怒嗤? 한자루도 보이지 않았다. 빌의 크레용이 겨우 한 자루 보였다. 나는 납작하게 엎드려 책상다리 네개의 밑동에 정성들여 표시를 해두었다. 이렇게 해두면 책상을 움직여 놓아도 원래대로 할 수가 있다. 그리고 나서 크레용을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점 위에 올려두었다. 다음날 아침 서재에 몰래 보러 갔더니 크레용이 아직 있었다. 나는 약간 마음이 편해져 출근을 했다. 아무래도 그것은 환상이었던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날밤 식사후에 서재에 가보니 크레용이 없었다. 그대신 삼각형의 기묘한 기구가 있었다. 삼각의 각자의 각에 렌즈로 보이는 것이 들어있었고 금속의 일종으로 만들어진 테가 삼각형 중앙에 흡판이라고 (생각되는 물건으로 지탱되고 있었다. 그것을 이리저리 둘러보고 있을때 헬렌이 나타났다. "마지와 영화 보러 갔다올께요." 라고 아내가 말했다. "당신은 루이스한테 가서 맥주라도 마시는게 어때요?" "그 거드름 피우는 자와?" "루이스와 무슨일 있었어요?" "아니, 별로." 집사람과 말씨름할 기분이 아니었다. "손에 들고있는게 뭐예요?" "글쎄, 나도 잘 모르겠어." "그런 잡동사니를 빌처럼 집으로 들고오면 어떻게 해요. 집안을 어지르는건 한명으로 족하다구요." 나는 책상 앞에 앉아서 잠시동안 그 삼각형 물건을 바라보고 있었으나 머리에 떠오른 눖痼 그것이 안경일지도 모른다는 생각 뿐이었다. 중앙의 흡판은 이것을 걸치는 사람의 얼굴에 딱 달라붙는 것일지도 모른다. 안경을 걸치는 방법치고는 분명히 기묘했지만, 그렇게 생각하는것이 제일 자연스러워 보였다. 그러나 그렇다면 이것을 걸치는 사람은 세 개의 눈이 얼굴에 삼각으로 나란히 있는것이 된다. 헬렌이 가버리고 나서 나는 잠시 생각을 계속했다. 그리고 생각이 떠오른 것은, 루이스와는 서로 호흡이 맞지 않지만, 나를 도와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란 것이었다. 그래서 만년필과 세 개의 렌즈가 달린 안경을 서랍에 넣어두고, 가짜 빌드브록을 주머니에 넣고 밖으로 나갔다. 루이스는 부엌 테이블에 청사진을 잔뜩 늘어놓고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J 나는 열심히 알고있는 척 했다. 사실은 도무지 무슨 말인지 알 수 없었지만. 틈을 타서 말을 끼어들 기회를 잡자, 나는 재빨리 주머니에서 브록을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이게 뭘까?" 내가 물었다. '이런것은 애들 완구야.'라고 그가 한마디로 말할거라 기대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렇게 말하지 않았다. 그것이 단순한 브록이 아니라는 것을 암시하는 무언가가 있었던 걸까? 어쨌든 그는 기술자니까. 루이스는 브록을 집어들고, 이리저리 뒤집어 보았다. "뭘로 만들어져 있는걸까?" 라고 그는 상기된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뭘로 만들어졌는지 전혀 모르겠네. 나는 d그저 발견했을 뿐이네." "본 적도 없는 물건인데." 그리고 나서 그는 그 장방형으로 패인 곳을 발견했다. 그가 감쪽같이 속았다는 사실을 알았다. "연구소에 가져가도 괜찮겠나? 뭔가 알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 무엇을 할 생각인지 알고 있었다. 브록이 뭔가 새로운 물건일지도 모르기 때문에 좀 더 세밀히 조사하려고 하는것이다-나는 전혀 상관없다. 특별한 사실은 발견하지 못할거라는 예감이 들었다. 맥주를 두 잔 마신뒤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나서 낡은 안경을 찾아 내 책상의 점 위에 올려두었다. 뉴스를 듣고있는데 헬렌이 들어왔다. 내가 루이스와 만나주어 고맙다는 말을 했다. 그를 좀 더 알려고 노력하지 않으면 $안된다, 사귀고 보면 좋아하게 될거라고도 말했다. 나와 마지는 친구인데 루이스와 당신이 사이가 좋지 않으면 어떻게 하냐, 몰인정하다 라고도 했다. "조만간 사이가 좋아질거야." 라고 나는 대충 얼버무렸다. 이튿날 오후 루이스가 회사로 전화를 걸어왔다. "자네, 그걸 어디서 주웠나?" "알아냈나?" 라고 나는 말했다. "그 물건의 정체를 알겠나?" "도무지." 라고, 나는 명랑하게 말했다. "그래서 자네에게 건네준걸세." "이것은 어떤 조작에 의해서 무언가를 측정하는 물건이네. 그 옆에 장방형으로 패인 것은 미터같고. 여하튼 그 홈 속에 있는 z빨간선은 하루종일 움직이고 있어." "자, 이번엔 무엇을 측정하는 물건인지 밝혀내는 일만 남았군." "죠, 좀 더 그걸 구할 수 있겠나?" "아니, 못 구하네." "사실을 말하자면, 그것을 열어서 어떤 구조로 되어있는지를 조사해보고 싶은데 여는 방법을 모르겠단 말야. 부수면 되겠지만 그러고 싶지는 않고. 잘못되면 곤란해. 폭발할지도 모르고. 또하나가 있으면......" "미안하네, 루이스. 어디에 가면 구할 수 있는지 나도 모르네." 그에게도 대충 얼버무릴 수 밖에 없었다. 그날밤 집에 돌아와서 루이스를 생각하니 웃음이 절로 나왔다. 그남자도 이것으로 옴쭉 못하게 됫겠지. 일단 이 일에 개입하게 되면 정체를 밝혀내기 전에는 잠이 오지않을 것이다. 일주일 동안 그쪽은 내버려두기로 했다. 나는 서재로 갔다. 안경은 아직 책상 위에 있었다. 이것은 어찌된 영문인지 몰라 고개를 갸웃뚱 거렸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렌즈의 색이 핑크로 변해있었다. 집어서 자세히 보니 렌즈가 어젯밤에 발견한 삼각안경의 렌즈와 같은 것으로 변해있었다. 공교롭게도 헬렌이 들어왔다. 입을 열기 전부터 나를 기다리고 서있다는 것을 보고 알았다. "죠 아담스. 당신은 도대체 무슨일에 그렇게 열중인가요?" "아무것도." 라고 나는 말했다. "마지의 얘기론 당신 루이스를 미친 사람처럼 만들었다더군요." "뭔가 있죠?" 라고 아내는 끈질기게 물고 늘어졌다. "뭔지 가르쳐 주세요." 나는 손을 들었다. "거래를 하고 있어." "거래? 빌을 그토록 부탁했는데." "그것과 이건 달라." "거래는 거래예요." 라고 아내는 쌀쌀맞게 말했다. 빌이 현관에서 모습을 나타냈다가 엄마의 '거래'라는 말이 들리자 곧 다시 나가려고 했다. 이리 돌아오라고 나는 외쳤다. "두사람 다 거기에 앉아서 내 얘기를 들어주길 바래." 라고 나는 말했다. "질문이나 제안, 불평이 있더라도 이야기가 완전히 끝난 뒤에 해줘." ~ 그래서 우리 세 식구는 격의없이 가족회의를 열었다. 이야기하지 않으면 안될 부분들을 헬렌에게 납득시키기에는 꽤 시간이 걸렸지만, 책상 위의 상감과 삼각안경과 핑크색 렌즈가 들어있는 낡은 안경을 보였더니 겨우 무슨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책상 아래 바닥에 표시를 했다는 이유로 나를 힐책했다. 만년필형 낚시대는 아내에게도 아들 빌에게도 보이지 않았다. 왠지 두려웠기 때문이다. 살짝 휘두르기만 해도 무슨일이 생길지 모르는 일이다. 두사람에게 단단히 입막음을 해두었다. 빌은 아무에게도 얘기하지 않겠지? 비밀이라든가 암호라든가 하는 것을 중요시 하니까. 그러나 내일 아침이 되면 해가 높이 껫걋獵 사이에 헬렌은 마지에게 비밀인데 하면서 죄다 얘기해 버릴것이다. 쓸데없는 짓이지만 빌은 어떤 식으로 보이는지 시험해 보고싶다고 하면서 핑크색 안경을 당장이라도 써보고 싶어했지만 나는 써보지 못하게 했다. 나 자신도 써보고 싶었지만 진실을 알고싶으면 쓰지않는 편이 좋을것 같았다. 헬렌이 저녁식사 준비를 하러 부엌에 간 뒤에 나와 빌은 작전을 짰다. 빌은 10살짜리 치고는 상황을 잘 파악하는 말을 한다. 이 거래에는 어떤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빌의 의견에는 나도 동의했다. 왜냐하면 빌이 말한대로 보이지않는 상대와 거래를 하는 것은 위험하기 때문이다. 상대에게도 어떤 담보물자가 가는것인지 가르쳐주지 않으면 안될것이다. 그러나 거래 상대를 생각해보면, 우선 뭔가의 통신수단을 뀺藉훌 내지않으면 안된다. 세번째라는것 외에는 무엇 하나 알지못하는 상대와 어떻게 해서 연락을 취하면 좋을까? 그때 빌이 반짝하는 아이디어를 생각해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카다로그라고 그는 말했다. 과연 거래를 시작하려 할때는 우선 상대에게 무엇을 팔려고 하고 있는지를 알리는 것이 상식일 것이다. 이 경우에는 그림이 들어있는 카다로그가 아니면 의미가 없다. 그러나 책상 건너편의 거래 상대가 그림이 무엇인지 알고있지 않으면 교섭이 이루어지지 않지만, 그 점은 어떨까? 어쩌면 그림따위를 본 적도 없을지도 모른다. 혹은 같은 그림이라도 -육체적인 차이는 대수롭지 않아도, 견해의 차이라든가, 전혀 다른 개념의 차이로-전혀 다른 그림으로 \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외에 다른 방법은 없기 때문에 재빨리 카다로그 제작에 들어갔다. 빌은 자신들이 그리면 된다고 생각한것 같았지만, 두사람 모두 그림엔 소질이 전혀 없었다. 나는 잡지의 표지를 잘라 만들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했지만 잘 생각해보니 쓸만하지가 않았다. 왜냐하면 잡지 광고의 그림은 독자의 시선을 끌기 위해서 과장되게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별안간 빌이 멋진 아이디어를 생각해냈다. "에셀 할머니가 주신 국민학교 사전 알죠? 그것을 보내면 어떻겠어요? 그림이 많이 있어서 읽는 부분이 조금이거든요. 그점이 중요하잖아요. 읽는 것은 질색이니까." 그래서 빌의 방으로 가, 산더미 같은 O잡동사니를 파헤쳐가며 사전을 찾았다. 찾고있는 사이에 우연히 빌이 아장아장 걸을때 보던 ABC그림책이 나왔기 때문에 사전보다 그 편이 좋을거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림책은 간단명료하고 읽는 부분도 거의 없다. 당신도 이런 종류의 책은 알고 있으리라 생각한다-예의 A는 apple, B는 ball이란. 그림책을 서재로 가져가 책상에 있는 점 바로 위에 올려놓고 저녁식사를 하러갔다. 아침이 되자 책은 사라져 있었지만 뭔가 묘한 상태였다. 이날은 늦게까지 책상 위에서 아무것도 없어지지 않았다. 오후 늦게 루이스 한테서 전화가 왔었다. "꼭 만나고 싶은데, 죠. 조용하게 얘기할 수 있는 빠가 어디 없을까?" X 집에서 한 정거장 떨어진 곳에 알맞은 장소가 있으니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겠다고 대답했다. 남아있던 일을 서둘러 끝내고 회사를 나왔다. 루이스가 나타나기 전에 한 잔 걸쳐두려는 생각이었다. 얼마나 재빠른 솜씨인지는 모르겠지만 루이스는 이미 먼저 와서 구석에 앉아 있었다. 분명히 온갖 교통위반을 범하며 왔을게 틀림없다. 잔은 이미 두 개 준비되어 있었고 그는 밀담이라도 나눌듯이 몸을 앞으로 내밀었다. 숨마저 가빠라져 있었다. 마치 그럴 권리라도 있는 것처럼. "마지한테서 들었네." 라고 그는 말했다. "아마, 그랬겠지." "이건 큰 벌이가 될지도 모르네, 죠!" "나도 그렇게 생각해서. 그러니까 자네에게는 10퍼센트의 커미션을......" "잠깐만 기다리게." 라고 루이스가 새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 거래는 못하겠네. 50퍼센트 이하는 싫네." "난 자네를 한패에 끼워주지 않았나, 이웃정으로 말이네. 나는 기계 방면에는 일자무식이잖나. 정체불명의 물건을 손에 넣었는데 그 정체를 알아내려면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다네. 뭐하다면 다른 사람에게......" 자세한 계약-35퍼센트를 그에게, 65퍼센트를 나에게-을 정하기 까지 세 잔의 술을 마셨다. "자 그럼 이걸로 된거네." 내가 말했다. "그럼 이번엔 자네가 발견해낸 내용을 들어보세." "발견?" "자네에게 준 브록말일세. 뭔가 발견을 했으니까 부랴부랴 여기에 와서 술까지 한턱 내는 것이 아닌가?" "뭐, 실제 문제로서......" "잠깐만 기다리게." 라고 나는 단도 직입적으로 말했다. "이것은 계약조항에 첨가하겠네. 완벽한 검토 불이행시에는......" "무슨 계약?" "계약서를 쓰세. 그러면 서로 상대가 계약을 위반했을 경우 소송을 걸어 방어할 수 있을테니 말이네." 이정도 사업을 하는것에는 과장된 방법이긴 했지만 루이스처럼 발밑에 어정거리는 늙다리를 다루려면 이 방법 밖에 없다. T그래서 그는 발견한 내용을 이야기 해주었다. "그건 감정측정기일세. 그다지 걸맞는 명칭은 아니지만 이것 밖에 생각이 나질 않아서." "무엇을 측정하는 건가?" "자네가 어느정도로 행복한가, 어느정도로 불행한가, 어느정도로 누군가를 미워하고 있는지에 대한 것들을 측정하는 걸세." 나는 낙담 했다. "그런 물건은 아무 쓸모가 없지않은가. 화를 낸다거나 기뻐한다거나 하는 감정들을 일부러 기계에 측정해보지 않아도 되지 않나!" 그는 갑자기 조리있게 열심히 말을 했다. "이런 기계가 정신과 의사에게 있어서는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자네는 모르겠나? 환자 자신이 말하는것 이상의 것들을 측정해주지 /않나! 정신병원에서 사용해도 좋고, 새로이 사업을 시작하는 업자나 정치, 법률의 시행이나, 그밖의 많은 일들에 대한 반응을 측정하는데도 쓸모가 있네." "농담이 아닌것 같군! 자 많이 팔아 보세나!" "단 한가지 곤란한 일이 있네......" "뭔가?" "만들지 못한다는 걸세." 라고 그는 부아가 난 듯이 말했다. "재료가 없을 뿐더러 제조하는 방법도 모르겠네. 자네쪽에서 입수하는 수 밖에 없네." "그건 무리일세. 즉 지금 당장은 무리라는 말이네. 먼저 상대에게 우리가 원하는 것을 알리는 일이 선결이고, 그 다음에 상대가 담보로 무엇을 원하는지 모르면 안되지." z "그밖에 또 가지고있는 물건이 있나?" "조금." "나에게 가져오는 것이 좋을걸세." "위험한 물건이라서. 어쨌든 이것들은 내 물건이니까. 자네에게는 내가 보여줘도 될만한 물건만 보여줄걸세. 내가 필요할때는......" 우리들은 또다시 흥분하여 으르댔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변호사 사무소로 자리를 옮겨 결론을 짓기로 했다. 그리고 법적으로는 아주 보기드문 종류의 계약서를 작성했다. 변호사는 우리를 미친사람들이라 생각했고,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겠지만, 어쨌든 내 불안은 해소되었다. 계약서에 의하면 나 갑은 루이스 을에게 그 기술적 특성, 상품화 가능성의 유무 감정을 위해서 한 품목의 적어도 90퍼센트를 공급하여 주나 그 출처에 뿴淪漫　 갑이 관리하는 것으로 한다. 또 해당 출처는 언제나 갑의 독점적인 관리하에 있다는 것을 조건으로 한다. 남은 10퍼센트는 기득권을 침해하는 일 없이, 을의 감정에 공급되는 일은 유보 당할 경우도 있을 수 있다. 갑은 유보된 10퍼센트에 해당하는 품목의 선택권을 점유한다. 어떤 품목의 90퍼센트가 을에게 제공되었을 경우, 그 품목에 관해서 상세한 감정결과를 받은 날로 부터 3개월 이내로, 갑에게 완전히 이해하는데 필요한 설명문과 함께 문서로 작성할 것, 기간내에 그것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에는 해당 품목은 갑의 소유로 돌려주어야 할 것. 단 걸리는 조사 감정의 기간이 상호간의 합의에 의해서 연기될 경우는 제외된다. 을은 어떤 사정 아래에서도 협약에 포함된 ㉪贊걀 관해서 얻은 어떠한 발견도 갑에게 숨겨서는 안된다. 만약 위반되는 행위를 하였을 경우, 그것은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하기에 충분한 이유가 될 수 있다. 또 어떤 경황을 바탕으로 그것들으 품목들 중 일부가 생산이 가능하다고 판명되었을 경우, 그것들은 본 계약의 12장 A,B,C 각 항의 조건문에 따라서 생산할 수가 있다. 그 기록 품목에 대해서는 모두 시판을 위한 판매 조직에 관한 규약을 정해, 계약의 일부로 한다. 판매에 의한 수익은 다음과 같이 배분하기로 한다-갑(나를 칭하는 것이다, 이해를 잘 못하는 분을 위해)에게 65퍼센트, 을(루이스)에게 35퍼센트. 생산비는 이 비율에 따라서 부담된다. 물론 더 자세하게 나뉘어져 있지만 이정도 만으로도 짐작이 가리라 본다. 우리들을 서로 H찔러 죽이는 일 없이 변호사 사무실을 나와 집에 돌아와보니 마지가 와있었다. 루이스도 책상을 잠깐 보고싶다고 해서 들렀다 갔다. 거래 상대는 ABC그림책을 받았고 우리가 그것을 보낸 이유를 이해한 것 같았다. 책상 위에 그림책에서 잘라낸 그림이 놓여져 있었기 때문이다. 아니 정확하게는 잘라냈다기 보다 불로 지져서 도려냈다는 편이 더 어울릴것 같다. 책상 위의 그림은 Z의 zebura(얼룩말)이었다. 루이스는 걱정스럽게 그것을 바라보았다. "이거 곤란하게 됫는걸." "응." 나도 수긍하였다. "값이 어느정도 할지 모르겠지만 쌀리는 없지않나." "계산 해보게-원정, 사냥, 우리, 배, 열차, 7여물, 사육인. 뭐, 다른 것으로 바꿔서 받아가면 안될까?" "글쎄, 어떨런지. 그쪽에서 주문해온 거니까." 그때 빌이 홀연히 들어와, 무슨일인가 물어보았다. 내가 무뚝뚝한 얼굴로 일의 사정을 설명하자, 빌은 기운찬 목소리로 말했다. "있잖아요, 그것이 장사에서 흥정이라는 거예요, 아빠. 싼 물건의 잭나이프를 억지로 팔아 넘기려 한다면 비싼 잭나이프가 어떤건지 모르는 사람에게 팔면 되는거예요." 루이스에게는 납득이 가지않았지만, 나는 납득이 갔다. "과연, 그럴듯한 얘기로구나. 상대는 얼룩말이 동물이란 사실을 몰라, 알고 있어도 어느정도의 크기인지는 모르니까." u "그래요." 빌은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그림으로 밖에 보지못했으니까." 벌써 5시가 되었지만 우리 세명은 시내로 나갔다. 빌은 ABC그림책의 그림과 같은 크기의 얼룩말이 붙어있는 팔찌를 발견했다. 이런 잡동사니에 대해서 우리집애는 그것을 어디서 팔며, 얼마 정도 하는지 확실하게 알고 있었다. 나는 이런 비상사태를 위해서 빌도 공동 경영자로 끼워주기로 마음 먹었다. 10퍼센트 정도의 배당금으로-물론 루이스의 35퍼센트 중에서 이다-그러나 루이스는 뭐라고 못할것이다. 나는 생각을 다시 고쳐 주에 1달러를 지급하기로 했다. 보수는 우리들이 수익을 번 뒤에 바로 지급되게 된다. 그건 그렇고 우리들은 이 얼룩말을 손에 넣었다-거래 맶遮諛 이 작은 액세서리에 만족하면 말이다. 이것이 Z의 zeephry(서풍)이 아니어서 다행이었다. 다른 알파벳에 해당되는 물품은 그리 이렇다할 것은 없었지만, 그래도 낭비되는 시간이 후회 된다. 부적당한 카다로그로 친다면 ABC그림책 처럼 부적당한 것은 없었다. 그러나 상대가 알파벳 리스트를 전부 주문해 오기 전에는 무익한 혼란을 피하기 위해서 다른 카다로그를 보내지 않기로 했다. 그 대신에 사과 한 개, 볼 한 개, 작은 인형, 장난감 고양이, 개 따위를 보내 받은 상대가 어떻게 생각할까 하고 나는 매일 밤마다 상상을 즐겼다. 고무인형과 장난감 고양이를 사용할 줄 몰라 이리저리 궁리하다가 지쳐버린 광경이 눈에 선했다. 루이스에게 안경을 두개 전해주었지만 v만년필형 낚시대는 건네주지 않았다. 왠지 아직도 두려웠기 때문이다. 그는 감정측정기를 테스트 해보기 위해 정신과 의사 한테 가지고 갔다. 마지와 헬렌은 루이스와 내가 어떤 종류의 공동사업을 시작했다는 사실을 알고 한 층 더 친밀해졌다. 루이스의 진가를 드디어 인정해 줘서 정말로 기쁘다고 헬렌은 계속 반복해서 말했다. 루이스도 마지한테 나에 대해서 같은 이야기를 들었으리라고 생각한다. 빌은 자랑을 하고 싶어 입이 근질근질 했다. 그러나 빌은 훌륭한 비즈니스맨이었기 때문에 절대로 일을 열지 않았다. 물론 급여에 대해서는 말해 두었다. 루이스는 거래 상대에게 감정측정기를 주문하도록 재촉했다. 연구소의 제도기사에게 측정기를 넲瀏졍牝箚 부탁하고, 이쪽이 그것에 흥미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나타내야 한다면서 그림을 상대에게 보내라고 말했다. 그러나 나는 너무 재촉하지 말라고 말해 두었다. 감정측정기가 이익이 있는 상품이라곤 하지만 상대가 제공하는 물건의 품질을 잘 지켜본 뒤에 하는편이 좋다고. 분명히 공동경영자가 있는 듯한 상대는 하루에 한 번 했던 거래를 그만두고, 24시간 영업을 개시했다. ABC그림책 리스트를 전체적으로 주문해 버리자, 이번에는 페이지의 공백에 너무나도 못그린 그림을 그려 보내왔다-언뜻 보기엔 무른 목탄으로 그린듯한 그림이었다. 루이스는 연필 사용법을 그려 나타낸 일련의 그림과 종이 한 묶음, 그리고 심을 깍아낸 연필을 12타스 보낸뒤 결과를 ∮穗摸 있었다. 일주일 간을 기다려 이젠 슬슬 초조해지기 시작했을때, 종이묶음이 그대로 돌아왔지만, 한장한장 뒷면에 여러가지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그래서 통신판매 카다로그를 보내주었다. 이것으로 일주일간은 버티겠지. 그 사이에 이쪽은 상대가 그려보낸 그림을 곰곰히 검토하기로 했다. 의미를 알 수 있는 그림은 한 장도 없었다-루이스 마저도 알지 못했다. 그들은 그림을 자세히 바라보고는 방안을 왔다갔다 하면서 머리를 쥐어 뜯기도 하고 귀를 만지작거리기도 했다. 그리고 나서 다시 다른 그림을 검토해 보는 것이었다. 나에게는 루프 골드바그의 만화로 밖에 보이지 않았지만. 전혀 무슨 그림인지 무엇을 원하는건지 알 수 없었기 때문에 우리는 카다로그에 그려진 것 대신에 모든 z종류의 물품을 책상에 공급했다-칼, 접시, 구두, 잭나이프, 고무풀, 엽궐련, 가위, 지우개, 스푼-주변에 있는 물건은 거의 모두 올려놓았다. 과학적인 방법이 아니라는 것은 충분히 알고 있었지만 조직적인 방법을 취할 여유가 없었다. 그것은 좀 더 상식적인 거래를 틀 때까지 보류하여 두기로 하고 이번에는 일방적인 수단을 택할 수 밖에 다른 방법이 없었다. 거래 상대는 여러가지 물품을 보내왔다. 우리들이 몇시간이나 책상 앞에 앉은채로 물품을 계속 보내자, 상대도 교환 물품을 계속 보내 방 안은 순식간에 잡동사니가 산더미 처럼 쌓였다. 촬영기를 가져와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는 책상 위를 필름에 담았다. 우리들은 그 필름을 자세히 검토했다. r천천히 돌리기도 하고 멈추기도 하며 보았지만 아무것도 얻는게 없었다. 물품이 사라졌다 없어졌다 할 때에는 그저 사라졌다 나타났다 하는 것이었다. 어떤 물품이 있는가 싶으면 금방 사라지고 없었다. 루이스는 다른일을 전부 거절하고 우리가 손에 넣은 물품의 정체를 밝혀내는 일에만 전력을 다했다. 거의 모든 물품이 정체불명 이었다. 무엇에 쓰이는 것인지 유감스럽게 사용방법을 몰랐다. 예를들어 여기에 향수병이 있다. 임시로 병이라고 부르고 있지만. 그러나 우리 생각으로 향수는 단순한 첨감물이고, 그 병으로 보이는 물건은 다른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이 있었기 때문이다. 루이스와 그 동료가 뭔가 정체를 파헤쳐 쎓막졀 병뚜껑을 열어 보았다. 병을 연 것은 좋았으나 그 병뚜껑을 닫는 데에 3일이나 걸렸다. 후에 이틀은 방독면을 쓰는 소동이 벌어졌었다. 악취가 심해져 이웃에 사는 사람이 경찰을 불러오는 지경에까지 이르렀기 때문에 마침내 그 이상한 기구를 시골에 가져가 묻어버렸다. 며칠이 지나 그 기구를 묻은 일대의 식물이 말라 죽었다. 그해 여름은 대학의 농학과 학생들이 찾아와 원인 규명으로 혼이 났었다. 어떤 종류의 시계같은 물건이 있었다. 설마 시계는 아닐거라 생각하지만. 만약 이것이 시계라면 거래 상대는 기상천외한 시간 시스템을 가지고 있는게 틀림없다. 왜냐하면 그것은 분인지 시간인지 모르겠지만, 잠시동안 번개같이 시각이 지나갔다 싶으면, 그 다음은 하루종일 거의 Z움직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버튼도 노브도 아닌 그렇다고 뭔가 복잡한 기계장치도 아닌 단지 달려있는 부분을 누르자 그 주위가 구멍이 되어 버리는 것이 있었다. 그만 누르자 본래대로 모양이 돌아왔다. 우리들은 그것을 연구소에 있는 금고 제일 깊숙한 곳에 '위험! 건들지 마시오!'라고 쓴 커다랗고 빨간 종이표를 붙여 집어넣었다. 그러나 물건의 대부분은 아무 쓸모도 없어 보였다. 그러나 거래 상대는 물건을 잇달아 보내온다. 차고에도 지하실에도 물건으로 가득했다. 왠지 기분 나쁜 물건은 쓰레기장에 버리러갔다. 이래저래하는 사이에 루이스가 감정측정기일로 곤란한 문제를 가져왔다. "상태는 좋은데." 6 라고 루이스는 말했다. "그걸 사용한 정신과 의사가 아주 열심이지만, 단 시판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네." "상태가 좋으면." 라고 나는 맥주캔을 건네주면서 말했다. "팔아야지." "다른 방면이라면 몰라도 의약품 관계에선 이런 방법은 성립이 되지않네. 뭔가를 팔려고 했으면 우선 청사진, 이론, 실시 테스트 따위가 필요하다네. 그런데 우리에게는 그런 것들이 없네. 어떤 구조로 그것이 움직이는지 모르잖나. 왜 움직이는지도 모르고. 그런 것들을 알아내기 전에는 유명 의약품 회사들은 눈길도 주지 않을거란 말일세. 또 그렇게 되면 공인 의약 저널에서도 광고를 내주지도 b않을 것이고 개업의사도 사용해주지 않을걸세." "자, 그럼 해결이 나지 않겠군." 나는 완전히 우울해졌다. 어쨌든 이것이 사용법을 아는 유일한 방법이니까. 루이스는 끄덕이며 맥주를 마셨다. 점점 신경이 날카로운 얼굴 표정이 되었다. 우리들에게 큰 돈벌이를 해준 기구를 발견한 경위는, 뒤돌아 생각해보면 이상했었다. 발견했던 것은 사실 루이스가 아니라 헬렌이었기 때문이다. 헬렌은 어디 한군데 나무랄데가 없는 주부였다. 일년 내내 청소기와 걸레를 손에 들고 집안을 돌아다니며 마루바닥을 반질반질 광이 날 정도로 닦기 때문에 매년 페인트 칠을 다시 하지않으면 안될 정도였다. 어느날 밤 텔레비젼을 보고 있었다. "죠." 라고 헬렌이 말했다. "당신, 서재 청소하셨어요?" "청소? 무엇 때문에 내가 그런 일을 하겠어?" "자, 그럼 누구지? 빌이 그랬나?" "빌이 뭘 잘못 먹었어도 설마 청소를 할까." "이상해요, 죠. 청소하려고 가보니 완벽하게 깨끗이 치워져 있었어요. 그 주변이 반짝반짝하게." 후라이데이 순사부장은 이 사실에서 뭔가를 밝혀내려고 했으나, 그의 아내가 친척이 온다고 투덜거리며 말했기 때문에, 그 후론 그대로 두었고 나도 그때는 그다지 신경이 쓰이지도 않았다. 그러나 다음날 생각해보니 신경이 쓰여 2어찌할 줄 몰랐다. 나는 서재 청소를 한 기억이 없을 뿐더러, 빌이 하지 않은 것은 명백하다. 그러나 헬렌이 깨끗하게 청소가 되어있다고 그런 이상 누군가가 한 것은 분명했다. 그날 밤 나는 양동이를 들고 집 뒤로 가, 쓰레기를 한 양동이 가득 긁어 모아 왔다. 문 앞에서 헬렌에게 붙잡혔다. "그거 어디에 쓸 생각이죠?" "실험할게 있어서 그래." 내가 말했다. "차고에서 실험하세요." "안돼. 누가 서재 청소를 했는가 알아보려고 실험해야 하니까." 만약 내 직감이 빗나가면 난리가 나겠지? 헬렌이 쫓아와서 덤벼들듯이 문 앞에서-가로막고 서 있으니까. 책상 위에는 거래 상대에게서 온 물품이 산더미처럼 쌓여있고, 방 구석에도 그것 보다 더 많은 물건이 쌓여 있었다. 책상을 치우고 있을때 빌이 들어왔다. "뭐하세요, 아빠?" 라고 그가 물었다. "네 아빠가 미쳤단다." 라고 헬렌이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쓰레기를 쥐어서 책상 위에 흩뜨리고 있는것을 두 사람은 어이없다는 듯이 입을 벌리고 쳐다보고 있었다. 쓰레기는 아주 잠깐 거기에 있었다. 그러나 다음 순간 사라져 버렸다. 책상 위에는 먼지 하나 없었다. "빌." 라고 나는 말했다. "거기에 쌓여있는 물건을 하나씩 차고로 가져가." "어떤걸요?" "아무거나 괜찮아." 그래서 그는 주변에 있는 물건을 하나 내갔고, 나는 다시 쓰레기를 흩뿌렸다. 순간 쓰레기는 사라져버렸다. 빌이 돌아왔기에 다시 다른 물건을 내가도록 시켰다. 몇 번이나 그 일을 되풀이 했기 때문에 빌은 화가 나 있었다. 그러나 몇 번째인지 드디어 내가 뿌린 쓰레기가 사라지지 않았다. "빌, 맨 마지막에 내간 물건, 기억하고 있니?" "네." "그럼, 그걸 가져오너라." 빌은 차고로 그 물건을 가지러 갔다. 그가 그것을 가지고 서재 문 앞에 나타나자마자 책상 위의 쓰레기가 사라졌다. "이런 까닭이었군." - "이런 까닭이라뇨?" 라고 헬렌이 물었다. 나는 빌이 손에 들고있는 진귀한 기구를 가리켰다. "저거야, 청소기, 걸레, 몹은 이제 필요없어. 집안에 저것 하나만 있으면......" 헬렌이 내 품안에 안겼다. "죠!" 우리들은 둘만의 시간을 가지며 브르스를 추었다. 그런일이 있은 후 나는 루이스와 손을 잡은 것에 이를 갈며 그의 도움 없이도 발견했으므로 무슨 수를 써서 그 계약을 파괴할 수 없을까 궁리했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나는 계약서에 쓴 그 조건문을 확실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그러나 어차피 생각한들 소용없는 일이었다. 헬렌이 마지에게 달려갔으니까. 나는 루이스의 연구소에 전화를 했고, 그는 빨리 달려왔다. 두사람이서 테스트를 해보았다. 거실은 빌이 그 기구를 안고 지나갔기 때문에 먼지 하나 없었고, 차고도 잠시 가져다 두었기 때문에 역시 깨끗해져 있었다. 조사해 보지는 않았지만 필시 현관에서 차고까지의 길도 먼지 하나없이 깨끗해져 있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지하실로 기구를 들고가 깨끗이 청소를 했다. 시멘트 부스러기가 널려있는 옆집 뒷뜰로 살짝 들어가자 순식간에 시멘트 부스러기는 사라져버리고 없었다. 모래가 조금 남아 있었지만 모래는 쓰레기라고 말하기 어려울 것이다. 더 이상 테스트를 계속 할 필요가 없었다. 집안으로 돌아가 남겨둔 스카치를 마셨다. 루이스는 부엌 테이블에 앉아 기구 스켓치를 Y하였다. 우리들은 술을 한잔 마신뒤에 서재로 가 책상 위에 스켓치한 그림을 올려놓았다. 스켓치가 사라졌기에 우리는 기다렸다. 몇 분 후 그 기구가 나타났다. 조금 더 기다려 봤지만 아무것도 나타나지 않았다. "많이 필요하다는 걸 알리지 않으면 안되겠네." 라고 나는 말했다. "어떻게?" 라고 루이스가 물었다. "그쪽의 숫자기호도 모르고, 그쪽도 우리의 숫자기호를 모르니까 알릴 방법도 없구만. 여하튼 둘 다 상대방의 말을 모르니까." 나는 다시 부엌으로 돌아와 술을 마셨다. 루이스는 종이에 한 가득 그 기구를 즐비하게 늘어 세워 그리고, 그 뒷면에도 가득 늘어세워져 있는 것처럼 그렸다. 그 종이를 ?보냈다. 14개의 기구가 보내져왔다-이것은 루이스가 일렬로 그린 기구의 숫자이다. 거래 상대는 원근화법은 통하지 않는가 보다. 루이스가 일렬로 그린 그림 뒷줄에 점선처럼 그린것도 그들에게는 아무런 의미도 없었던 것이다. 부엌으로 돌아와 다시 술을 마셨다. "우린 몇천대도 더 필요하네." 라고 말하며 양손으로 머리를 감쌌다. "계속 이런것을 그리고 있을순 없네." "그 방법말고는 별 다른 방법이 없지 않은가!" 라고 나는 비꼬듯이 말했다. "다른 방법이 틀림없이 있을걸세." "종이 한 가득히 그 기구를 그려넣은 것을 등사판으로 인쇄하면 어떨까?" 라고 나는 제안했다. ! "인쇄한 그림을 묶음으로 만들어 잔뜩 보내면 되지 않는가." 말한 뒤에 아차 싶었다. 루이스를 일년 내내 같은 그림을 그리게 해두면 좋을거란 생각이 나를 매혹시켰기 때문이다. "그것 괜찮은 생각이군." 라고 루이스는 비위에 거슬려도 얼굴을 밝게 지었다. "그거라면 간단하게......" "실제적이라고 말해줬으면 좋겠네." 라고 나는 무뚝뚝하게 말했다. "간단하다는걸 보니 자네다운 생각이군." "이런일은 평범한 사람이 맡게 되어 있는 걸세." "자네쪽이 더 어울리네!" 한참동안 노발대발 서로 으르대어, 진정하기 까지 한병의 술이 들었다. l 다음날 재빨리 등사인쇄기를 구입해서 루이스는 종이에 24대의 기구를 그렸다. 그것을 백장 인쇄하여 책상 위에 올려 거래 상대에게 보냈다. 그 그림이 맞아 떨어졌다-그리고 나서 몇 시간 후부터 계속 나오는 기구를 정리하느라 눈코뜰새 없이 바빴다. 우리들은 그 기구를 보내주는 대신 무얼 요구해 오는지 생각해 보지도 않았던것 같다. 여하튼 흥분해 있었기 때문에 그만 이것이 상거래임을 깜박 잊고 있었던 것이다. 다음날 오후, 우리가 보낸 등사인쇄기가 그대로 보내져 왔다. 종이 뒤에는 한장한장에 24마리의 얼룩말 팔찌의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여기서 우리들은 이 싸구려 얼룩말 장난감을 2천4백개, 급히 사 들이지 않으면 안될 K지경에 이르렀다. 요전에 그것을 산 가게로 뛰어갔지만, 재고는 2다스 밖에 없었다. 들여올 가능성은 없다는 얘기이다. 이미 거래를 하지않고 있었다. 팔찌 안쪽에 제조원의 이름이 적혀있었기 때문에 집으로 돌아와 제일 먼저 전화를 걸었다. 제주주임이 간신히 전화를 받았다. "그쪽에서 팔찌를 만들어내고 계시지요?" 라고 나는 말했다. "몇백만개나 만들어내고 있습니다만 어떤것 말씁입니까?" "얼룩말이 붙어있는 팔찌 입니다." 상대는 잠시 생각하고 있었다. "아아, 그거요. 꽤 오래전 제품입니다. 이젠 더 이상 만들고있지 않습니다. 여하튼 이 제품은......" "2천5백개가 필요합니다만." "팔찌를 2천5백개?" "아니, 얼룩말이 붙어있는것만." "농담입니까?" "농담이 아닙니다. 얼룩말이 붙어있는 것이 필요합니다. 돈은 얼마든지." "재고가 없습니다." "만들어 주시지 않겠습니까?" "2천5백개만이라면 곤란합니다. 수지가 맞지 않습니다. 혹시 5만개라면 생각해봐도 좋습니다만." "그럼 5만, 5만개에 얼마입니까?" 그쪽에서 부르는 가격을 가격을 깍긴 했지만 많이 깍지는 못했다. 결굴 팔찌 소매가격이 39퍼센트라는 것을 생각하면 꽤 비싼 가격으로 수를 쓸 수 밖에 없었다. "거래를 계속 합시다." 라고 나는 말했다. - "더 필요한것 같으니까." "좋습니다." 라고 상대는 말했다. "그런데 2천5백개의 얼룩말을 도대체 어디에 쓰시려는 겁니까? 지장이 없으시다면 말씀해 주시죠." "지장이 있습니다." 라고 말하고 나는 전화를 끊었다. 상대는 나를 미친놈이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으나 그런것쯤은 아무래도 좋았다. 2천5백개의 얼룩말이 도착할 때까지 열흘이 걸렸다. 나는 그 열흘이 십년처럼 더디게 느껴졌다. 물건이 도착하자, 짐을 풀어놓는 일에 들어갔다. 그리고 당신은 모르겠지만, 2천5백개라고 하면 그것이 예를들어 부적인 팔찌라 할지라도 방안을 온통 점령해 버리는 것이다. 여하튼 2천5백개를 꺼내자마자, 재빨리 책상에 올려 놓아 거래 상대에게 보냈다. 청소기를 받은 뒤 열흘간, 우리는 아무것도 보내지 않았다. 그러나 거래상대는 재촉하는 기색도 나타내지 않았었다. 상대가 어떤 행동으로 나왔다 할지라도, 예를들어 폭탄같은 것을 보내와 우리들의 태만에 불만을 표면한다 할지라도, 그것을 책할 수 있는 처지는 아니었다. 나는 상대가 오래 지연된 일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가 걱정이었다-우리들이 거래를 일방적으로 휴지화 시켰다고 생각하고 있지 않는지. 이 기간, 나는 담배를 마구 피우며, 손톱을 물어 뜯고 있었는데, 루이스는 청소기의 시판방법을 열심히 궁리하고 있는 줄로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 걱정을 얘기하자 루이스는 h어이없다는 얼굴표정을 지었다. "그런것 보다, 죠. 나는 너무 걱정이 되서 어쩔줄을 모르겠단 말일세." "걱정할 일은 아무것도 없다고 보는데." "그 청소기를 팔아 치울 걱정 외에는." "그런데 그 쓰레기는 도대체 어디로 사라지는 걸까?" 라고 그는 불안한 듯이 말했다. "쓰레기?" "그렇다네. 그 기구가 모은 쓰레기 말일세. 요전에 많은 시멘트 부스러기를 빨아들이지 않았었나? 내가 알고 싶은 것은 그 쓰레기가 어디로 사라졌나 하는 것일세. 기구 자체로는 그 산더미 같은 쓰레기를 집어넣을 정도로 크진 않잖는가. 일반 가정의 일주일분의 쓰레기를 저장해둘 정도의 여유도 없는데 말일세. 그게 걱정이 되서-도대체 어디로 V사라져 버리는 걸까?" "어디로 가던 상관없지 않는가. 사라져 버리니까." "그것이 플러그마텍인 사고방식이라는 걸세." 라고 그는 나를 비난하듯 말했다. 이것으로 루이스가 판매방법에 대해서는 아무런 수도 쓰고있지 않다는 사실이 확실해 졌으므로, 나는 갑자기 바빠졌다. 그러나 나는 감정측정기를 팔려고 했을때와 같은 장해에 부딪혔다. 청소기에는 특허도 상표도 없다. 멋있는 상표가 붙어있는 것도 아니고 제조인도 없다. 어떤 구조로 움직이는지 물어봐도 대답할 길이 없었다. 어떤 도매상에서 어처구니없는 가격을 매겼다. 그래서 나는 그 제안을 웃어넘기고 그곳을 나왔다. 그날밤, 루이스와 나는 부엌 j테이블에서 맥주를 마셨지만 둘 다 행복으로 가득찬 기분은 아니었다. 그 기구를 파는 데에는 아주 많은 가짓수가 필요하다는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루이스는 다시 쓰레기가 어떻게 되는걸까 하는 문제로 골머리를 썩고 있었다. 그가 청소기를 분해해서 발견한 내용은 어떤 아주 약한 역장이 움직이고 있다는것 뿐이었다-약하다고는 하지만 연구소의 커다란 계량기와 전기회로에 강한 움직임을 보였다. 그는 그 사실에 정신이 들자마자, 서둘러 뚜껑을 덮었기 때문에 아무 탈없이 지나갈 수 있었다. 뚜껑은 역장을 보이지 않게 가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 쓰레기는 다른 차원으로 버려지고 있다네." 라고 그는 쫓고있던 곰의 냄새를 잃은 :사냥개같은 얼굴표정을 하고 있었다. "글쎄, 어떨까. 우주 아득한 곳에서 구름이 되어 쌓여있을지도 모르겠군." 그는 고개를 설레었다. "그런데." 라고 나는 말했다. "그들이 자신의 얼굴에 쓰레기를 내뿜는듯한 기구를 그렇게 쉴새없이 보내왔으리라고는 생각되지 않지만." "자네는 중요한 점을 보지 못하고 있네. 상대는 다른 차원에서 조작하고 있다네. 틀림없이 그럴걸세. 게다가 만약 두 차원이 이쪽저쪽으로 있다면 그밖에도-다른 차원이 있을지도 모르네. 그들은 그 청소기구를 자신들도 쓰고 있을것이 틀림없네-목적은 다를지 몰라도 주변에 두고싶지 않은 것을 제거하는 뙽퓜結【 똑같을지도 모르고. 그러니까 그 청소기는 그 쓰레기들을 자기들의 차원이 아닌 다른 차원으로 버리도록 만들어져 있을 것이네." 우리들은 맥주를 마셨다. 마시면서 나는 이 차원이란 것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다. 내가 플러그마티스트라고 한 루이스의 의견은 옳을지 모른다. 보이지도 만져지지도 어떤 모양인지도 전혀 짐작할 수도 없는데 다른 차원이 있다고 하면 믿을 수가 있을까? 나에게는 불가능하다. 그래서 나는 청소기구의 판매방법에 대한 얘기를 꺼내놓았다. 그날밤 루이스가 돌아가기 전까지 마지막 수단으로 집집마다 팔러 돌아다니는 것으로 의견을 일치했다. 가격은 한 대에 12달러50센트로 정하기로 했다. 얼룩말 원가는 한개에 4센트, 세일즈맨에게 ?0퍼센트의 수수료를 지불하면 순이익은 한 개에, 11달러21센트가 된다. 신문광고에 세일즈맨을 모집했더니, 다음날 몇몇의 응모자가 왔다. 그들에게 시험삼아 세일즈를 시켜보았다. 그러자 핫케잎처럼 날개 돋힌듯이 잘도 팔렸다. 드디어 우리들에게도 운이 따르는듯 했다! 나는 회사를 그만두고 판매에 전념하였고, 루이스는 연구소에 틀어박혀 보내온 잡동사니들과 씨름을 하기 시작했다. 대대적인 세일즈를 시작하는 것은 꽤 힘들었다. 세일즈매에게 담당구역을 정해 줘야 했고 상업진흥국에서 인가를 받아내야만 했다. 또, 세일즈맨이 애매모호한 시, 읍, 마을 조례에 걸려 말썽을 일으키면 그것을 인수하러 가지 않으면 안되는 등, 전혀 상상밖의 성가신일이 얼마든지 있었다. 그러나 두달이 지나자 모든 일들이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우리 주는 거의 다 팔아서 다른 주에도 손을 뻗쳐나가기 시작했다. 새로 2천5백개의 얼룩말을 주문하고, 추가 주문도 예약했다-이젠 책상 위는 전쟁터 같은 소동이었다. 드디어 세명의 사람을 비싼 값으로 입막음을 해서 고용했고 그들을 24시간 책상 옆에 대기시켜 놓았다. 8시간 계속 우리측에서 얼룩말을 보내고, 8시간 계속 그쪽에서 청소기구를 보내온다. 또 8시간 계속 얼룩말을 보내고 하는 반복이었다. 설사 거래상대가 진행중인 정황에 대해서 약간의 걱정을 가지기 시작했다 하더라도 그것을 내색하지 않았다. 이쪽이 얼룩말을 계속 보내는한 그쪽도 기꺼이 청소기구를 보낼줄로 알았다. 이웃에 사는 사람들이 호기심을 일으켜 �소란� 피웠지만 그러는 사이에 익숙해져 아무말도 하지 않게 되었다. 우리도 이사를 하고 싶었다. 여하튼 우리집은 가정집이라기 보다는 사무실과도 같은 분위기여서 가족의 단란함은 기대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사업을 계속하기 위해서는 여기에 앉아 있지 않으면 안된다. 여기는 거래상대와 접촉할 수 있는 유일한 장소였기 때문이다. 돈은 계속 들어왔기 때문에 그 관리는 헬렌과 마지에게 맡겼다. 소득세 관리원은 생활비가 예산 편성에 들어가 있지 않은 점을 트집잡았지만, 우리가 지불해야 할 것에 대해서 의논할 생각이 없었기 때문에 어찌할 수도 없었다. 루이스는 연구소에 틀어박혀 사용할만한 물건을 조사해 보았지만 무엇하나 발견하지 못했다. 그러나 지금도 쓰레기가 어디도 가는지에 대해서 걱정하고 있는것 같았다. 그리고 그가 옳았던 것이다. 아마 태어나서 처음으로. 청소기를 팔기 시작한 이래로 2년이 지났다. 어느날 오후 나는 헬렌과 마지가 야기시킨 은행관계의 말썽을 해결하러 시내로 나갔다. 돌아와 차를 세워두러 들어가려 할 때 헬렌이 집안에서 뛰쳐나왔다. 그 모습은 먼지 투성이에 얼굴에는 검은 줄이 몇개나 그어져 있었다. 그리고 이제껏 보지 못했던 정도로 사납게 미쳐있었다. "어떻게든 해봐요, 죠." "뭘?" "먼지요! 집안으로 쏟아져 내리고 있다구요." "어디서?" "여기저기서요!" 보니 창문이란 창문이 전부 열려, 거기서 매연처럼 뭉게뭉게 먼지가 뿜어져 나오고 있는것이 아닌가! 나는 차에서 뛰어내려 길가 좌우를 살펴보았다. 이웃 일대의 집 창문이 열려져 있었고 그곳에서 먼지가 뿜어나오고 미친 부인들이 소란을 떨고 있었다. "빌은 어디에 있어?" 라고 나는 물었다. "뒤에요." 집 뒤로 돌아가 빌을 불렀더니 나왔다. 마지가 길을 가로질러와, 헬렌의 6배나 더 화를 내고 있었다. "차에 타." 라고 나는 말했다. "어디에 가는거예요?" 라고 마지가 물었다. 나의 말투에서 예삿일은 아니라는걸 ːＦ컸杉쩝 모두들 우르르 차에 탔다. 우리들은 전속력으로 차를 달렸다. 그 청소기구를 산 주택, 공장, 상점 등에서 엄청난 먼지가 뿜어 나오고 있기 때문에 머지 않아 눈 앞의 시야가 보이지 않게 될 것이다. 연구소 바닥에 쌓인 2피트 남짓의 먼지를 입에 들어가지 않게 하기 위해서 수건으로 막고 파헤쳐 나가 겨우 루이스가 있는 방으로 갔다. 창안에서 우리는 얼굴을 닦고 콜록콜록 기침을 해가며 목에서 먼지를 내뱉았다. 그때 처음으로 나는 루이스가 평소 보다 3배나 창백한 얼굴을 하고 있는걸 알아차렸다. 창백하다고 해도 원래부터 창백했으니까. "이건 3번째 차원 생물들의 것이네." 그들은 먼지가 날라오는 것에 지쳐서 해결책을 생각했네. 즉 먼지를 다시 돌려보내기로 결정한 것이지." A "아아, 진정하게. 우리들의 기구가 원인이라고 단정짓기엔 아직 일러." "나는 첵크를 했었네, 죠. 그래 이 먼지는 우리들이 보내준 모든 장소에서 분출하고 있으니까. 그 이외의 장소에서는 아무일도 없네." "그럼 다시 우리쪽에서 되돌려 보내면 되지않나." 그는 고개를 저었다. "그렇게는 안되네. 그 기구는 이제 일방 통행이니까-그쪽에서 이쪽으로." 그는 기침을 하며 나를 사납게 바라보았다. "생각좀 해보게! 2백만이란 주택과 상점, 공장이네-게중에는 2년 내내 사용하고 있는 곳도 있을걸세! 죠, 도대체 우린 이제 어떻게 해야하나?" "어딘가로 숨어 있기로 하세. 먼지가 뿜어 뿳た읒 않을 때까지." 달갑지 않은 법률에 눈을 돌린 그는 아마 우리에게 쇄도할 무수히 많은 소송사태를 예견하고 있었을 것이다. 나는 그것보다 성난 여자들이 폭동을 일으키는 쪽이 더 두려웠다. 그러나 그것도 이젠 과거의 일이 되었다. 사람들의 마음이 진정되어 재판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을 때까지 우리들은 몸을 숨기고 있었다. 돈은 얼마든지 있었기 때문에 대부분이 돈으로 해결되었다. 현재 아직 지불하지 못한 책무는 수만달러 밖에 안된다. 청소기처럼 돈이 될만한 물건만 있으면 하룻밤 사이에 해결될텐데. 루이스는 열심히 조사하고 있지만 아직 행운은 오지 않는다. 그리고 거래상대가 사라졌다. 그 소동이 지난 뒤에 집으로 돌아가 나는 재빨리 책상으로 달려가 보았다. 띀箚㉯ 되어있는 점은 사라져 있었다. 점이 있던 자리에 물건을 올려놓아 보았지만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거래상대는 무엇을 두려워 했었을까? 나는 그것이 꼭 알고싶다. 장사의 예측은 겨우 됫다. 예를들어 장미빛 안경인데, 우리는 그것을 행복의 렌즈라고 부르고 있다. 이것을 쓰면 아주 행복해 지는 것이다. 지구상의 모든 인간이 이것을 쓰고 싶어한다. 잠시 걱정을 잊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주조업계에서는 큰 타격을 입게될 것이지만. 문제는 그 제조방법을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거래상대가 사라진 지금에 와서, 물물교환을 할 수도 없고. 한가지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다. 이런일들을 걱정하는 것은 몹시 시덥지 않지만 걱정이 되어 견딜 수가 없다. 그들은 V우리들이 보낸 몇백만의 얼룩말을 도대체 어떻게 했을까? 7.트렁크 속의 여자 레이 브래드버리(1920-)는 이제는 SF의 대가이지만, 1953년에 '화성 연대기'를 내기까지는 일개의 빠루쁘매거진 작가였다. 본 편도 무명시대의 1944년 9월 <디데크 디-브 스토리즈>지에 쓴 내용으로, 소년이 2층의 다락방에서 발견하는 젊은 여자의 시체에서 환타지풍으로 시작하여, 그것이 드리러-로 전개되고, 결말에는 미스테리적인 요소가 들어있다. 그의 작품은 정신 연령이 어리면 어릴수록 싱그러운 감동으로 맞이한다. 그 동심과 회고가 심금을 울릴 것이다. 그의 작품집은 본 문고에서 잇달아 간행되고 있다. X 조니 멘로는 구두를 벗어 던지고, 다락방으로 올라가는 맨 밑 계단에 앉았다. 그의 선생님, 특별히 지도를 해주실 가정교사는 결국 오시지 않을 모양이다. 그렇게 되면, 그의 집에는, 그가 독점할 수 있는 상대는 없게 된 셈이다. 아래층에서는 파티가 한창이었다. 웃음소리, 칵테일을 흔드는 소리, 음악-가지각색의 소리가 놀리듯이, 2층까지 들려온다. 조니는 그 소리를 피해서 온 것은 좋지만, 여기에 이렇게 혼자 앉아 있으니 아주 외롭게 느껴졌다. 선생님은 오늘 오신다고 하셨는데 아직 안오셨다. 엄마와 아빠는 손님들과 술 마시는데 바빠서 조니 따위는 자신들의 그림자라도 보는듯한 눈으로 밖에 보지 않았다. w 조니는 계단을 올라가 지금은 사용되고 있지 않는 다락방의, 곰팡이 냄새나는 완벽한 은닉 장소로 숨어들었다. 그러나 파티의 소란스러운 소리는 여기에 올라와도 여전히 들리고 따뜻한 오후의 조용함을 흐뜨리려 하였다. 조니는 빙그르 한바퀴 둘러 보았다. 거미집의 장막이 드리워진 4개의 트렁크가 어둑어둑한 방의 네 구석에 한 개씩 놓여 있었다. 먼지가 쌓인 작은 창문중 하나에서 햇빛이 들이비쳤다. 호기심에 불타는 조니의 파란 눈에 여러가지 것들을 비쳐 주고 있었다. 예를들어, 북쪽 구석에 있는 트렁크를 들 수 있다. 그것은 언제나 열쇠가 채워져 있었고, 열쇠는 어딘가에 숨겨져 있었다. 지금도 자물쇠가 채워져 있었지만, 가운데 놋쇠의 m자물쇠는 잠겨져 있지 않았다. 조니는 트렁크에 다가가 자물쇠를 차례차례로 열었다. 그리고 뚜껑을 열었더니 다락방이 오싹해질 정도로 추워졌다. 그 안에는 그녀가 들어있었던 것이다. 다리를 구부려 동그랗게 웅크린 그녀의 몸은 젊고 예뻤다. 홀쭉한 그 얼굴은 머리가 칠판이라면, 거기에 칠하는 분필 같았다. 조니는 깜짝 놀라 숨을 헐떡였지만, 그 숨소리는 그다지 크지 않았다. 그는 트렁크 둘레를 붙잡았다. 향수 냄새만이 아직 살아 있었다. 그녀는 그와 마찬가지로 버려져 무척 외로워 보이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는 동정이 갔다. 다락방이란 소홀히 여겨지고, 잊혀진 물건들을 위한 장소인 것이다. 죽음은 확실하게 질식을 넘어 9찾아오는 것이었다. 아름다운 곡선을 가진 그 몸위에 누군가가 공기가 통할 틈도 없는 무거운 뚜껑을 철컥하고 닫았던 것이다. 핑크색 천의 연한 칵테일 드레스 위에 하얀 몸의 조각같은 손이 들여다 보였다. 조금 지나서 그는 바닥 위에 둥그렇게 말려 버려진 한 장의 편지를 발견했다. 그것은 짧은 편지로, 다음과 같은 그녀의 필적이 남겨져 있었다. 『당신은 나에게 보충을 해 주셔야 합니다. 내가 당해 온 처사에 대해서, 그것은 그다지 어려운 일은 아닙니다. 저를 조니의 선생님으로 채용하시면 됩니다. 그러면 누구에게나, 내가 이 집에 있는 이유는 설명이 되겠죠.』 -에리- r 그는 그녀의 평온하고 아름다운 모습을 넋을 잃고 보았다. 그 모습은 마치 칵테일 파티가 벌어지고 있는 사이에 잠에 빠지고, 잠들어 있는 사이에 여기로 옮겨져 이 상자에 눕혀지고 뚜껑이 닫혀진 듯 보였다. 다락방의 어둑어둑함이 갑자기 조니의 주위에 자욱히 깔려와, 한참 그 몸을 흔들며 천천히 물러갔다. 그는 머리도 몸도 마비된 듯이 되어, 이렇게 중얼거렸다. "당신이 제 선생님 이신가요? 그런데, 그런데 살해를 당하셨군요? 왜 제 선생님이 죽어야만 했나요?" 또 한가지의 생각이 맨 처음의 생각을 지워버렸다. '내가, 사교적인 맨로가의 조니 멘로는 시체를 발견한거야. 그렇지? 그렇고 말고!' 그는 갑자기 눈을 크게 떴다. 아빠도 |엄마도 이제부터는 더 나를 중요시하지 않으면 안될걸. 더, 더. 응, 그렇지. 할머니도 하루종일 후리니 백부와 체스 두드걸 그만두고서, 브랜디를 마시며 두꺼운 안경 너머로 나를 보고 외치겠지. '너 그러냐? 너의 탐정놀이도 도움이 되었냐?'라고. '그래! 그거야!' 조니는 가슴을 두근거리면서 눈을 깜박깜박거렸다. 사촌 윌리암도 이 뉴스를 들으면 기절할지도 몰라! 그와같이 그 조니 멘로는 시체를 발견한 것이다. 신문에 그의 사진이 실리는 것이다. 사교계란에 빙긋이 웃고 있는 얼굴을 싣는 엄마 대신. 편지를 주머니에 숨기자, 조니는 마지막으로 한번 더 '트렁크를 메운 부인'의 아름다운 속눈썹과 핑크색 입술과 칠흑같은 머리를 찬찬히 바라보았다. } 그는 잠들어 있는 그녀의 위에 뚜껑을 열었다. '그래, 비명을 지르자. 큰 계단 위부터가 좋겠다-그곳에서 마음껏 큰 소리로 천지가 뒤집히게 파티도 함께 뒤집힐 때까지 몇 번이나 반복해서 비명을 질러야지.' 그의 비명은 서툴지만은 않았다. 계단을 내려와 홀을 가로질러서 놀란 손님들 사이를 요란스레 비명을 지르며 헤치고 나아간 조니는 엄마 옆에 달려가자, 그녀의 화사한 칵테일 드레스에 찰싹 매달려 붙었다. "조니, 조니, 왜 내려왔니? 왜 그러니? 말했었지, 너-" 엄마의 소녀다운 얼굴이 화려한 의상 위에서 내려 보았다. 조니는 그 의상에서 번쩍번쩍 빛나는 장신구를 더욱 힘껏 쥐었다. 그리고 그는 외쳤다. "엄마, 다락방에 시체가 있어요." 풋볼 스타디움의 스탠드를 메운 많은 사람들의 얼굴처럼, 손님들의 얼굴이 일제히 두사람 쪽으로 향했다. 엄마의 몸이 뻗뻗하게 굳었지만, 곧 원래의 느긋한 자세로 바꼈다. "이 옷 좀 놓거라. 더러워지잖니! 그 손 좀 보거라. 거미줄이다 뭐다해서 더러워졌잖니. 자, 착한 아이니까 빨리 네 방으로 돌아가려므나!" 그녀는 가볍게 그의 머리를 두드렸다. "그래도, 엄마." 그는 울면서 말했다. "시체가 있어요-시체가." "맙소사, 나 참!" 누군가가 중얼거렸다. "아빠를 쏙 닮았군!" 조니는 화난 모습으로 휙하니 뒤를 돌아보았다. % "조용히해요! 정말로 시체가 있으니까!" 엄마는 그를 무시했다. 그녀는 손님들쪽으로 얼굴을 돌려버려서 조니의 눈에는 그녀의 아름다운 백조같은 목과 바로 아래 콩닥콩닥 고동치고 있는 긴장된 턱과 그리고 귀밑에서 잘린 밤색의 윤기나는 머리를 매만지는 손가락만이 보였다. "아무쪼록 우리 조니의 무례를 용서해 주세요." 그녀는 말했다. "아이들이란 정말로 상상력이 풍부하군요, 그렇죠?" 그녀는 턱을 꼭 물었다. 그 파란 눈에는 빛이 없었다. "빨리 2층으로 가는 편이 좋을게다, 조니." "그래도, 엄마-" 그의 세계는 바삭바삭 하고 소리를 내며 ]붕괴하기 시작했다. 장신구가 손가락 사이에서 굴러 떨어졌다. 그는 지신을 보고 있는 파티에 온 손님들이 갑자기 모두 미워졌다. "엄마가 하신 말씀 들었을텐데, 장군." 그것은 울려퍼지는 아빠의 목소리로 전쟁에서 패배했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었다. 조니는 휙 오른쪽으로 돌더니 울면서 2층으로 뛰어 올라갔다. 그는 할머니의 방문 손잡이를 휙 돌렸다. 할머니는 서쪽 햇빛을 받으며 반짝반짝 빛나는 커다란 창문 앞에 앉아 후리니 백부와 체스를 겨루고 있었다. 걸치고 있는 안경도 역시 햇살에 반짝이고 있었다. 그녀는 거의 얼굴을 들지 않았다. "잠깐 실례하겠어요, 할머니." 그녀는 등나무로 만든 지팡이를 약간 옮기며 그 마른 무릎에 기대 놓았다. "뭐냐?" "다락방에 시체가 있다고 얘기했는데 아무도 제 말을 믿어주지 않아요." "저쪽으로 가거라, 조니!" "그런데 진짜로 시체가 있단말예요!" 그는 소리쳤다. "알고있어, 알고있어! 그러니까 네 사촌 윌리암에게 꼬냑을 한 병 가져다 주거라! 자 빨리 저쪽으로 가!" 조니는 와인 저장실로 가서 꼬냑병을 가져와 윌리암 방의 문을 두르렸다. 그리고 판벽의 널판지 건너편에서 숨을 들이마시는 소리가 들렸다는 생각이 들더니, 재빠르게 속삭이는 윌리암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구?" "꼬냑을 가져왔어." "그래? 이거 정말 고맙구나! 고맙다! 고맙다!" 사촌 윌리암의 턱이 얇고 토끼같은 얼굴을 쑥 내밈과 동시에 부드러운 두 손이 소년이 들고 온 병쪽으로 재빨리 뻗어갔다. "이거 정말 고맙다! 자 이제 저쪽으로 가줘. 혼자서 마음껏 취하고 싶으니까." 쾅 하고 문이 닫혔다. 그러나 문이 닫히기 전에 조니는 사촌 윌리암이 흩어져있는 디자인룸의 내부를 얼핏이지만 보았다. 사방에는 마네킹들이 제각기의 체형에 맞춰 자른 광택있는 아름다운 비단 옷감을 늘어뜨리게 걸치고 뻣뻣한 자세로 서있었다. 칠이 먹은 벽에는 망또와 모자, 양복 등의 수채 스켓치가 압정으로 꽃혀있었다. 색이 선명한 나사와 실패 등도 이쪽저쪽 난잡하게 쌓여있었다. 문이 그런 광경을 X한순간 사이에 차단하고 안으로 들어가 버렸는가 싶더니 안에서 사촌 윌리암이 초조한 기분으로 꼬냑 마개를 따는 소리가 들렸다. 조니는 홀의 수화기를 계속 쳐다보았다. 마음속은 분노로 끓고 있었다. 엄마와 아빠는 춤을 추고, 후리니 백부와 할머니는 끝도 없이 계속 체스를 겨루고 있고, 사촌 윌리암은 꼬냑을 마시고 있다-그래서 그 자신은 터무니 없이 넓어 울림이 좋은 옛날집 안에서 혼자 제쳐진 것이다. 거기까지 생각했을때, 그는 잡아채듯이 수화기를 들었다. "여보세요-저, 경찰서에 연결해 주세요." 또다시 굵은 목소리가 들려왔고, 교환수의 목소리가 끊겼다. "전화 수화기를 내려 놓거라, 조니. 끊어. z잠자러 가거라." 아주 잘 울려 퍼지는 아빠의 세련된 목소리였다. 조니는 느릿느릿한 손놀림으로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시체를 발견했다고 하는데도 이것이 그 칭찬인가. 그는 꼼짝하지 않은채 욕구불만의 비명을 질렀다. 그는 트렁크 속에 있는 여자가 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 5사람의 손으로 얼굴 앞에 철컥하고 뚜껑이 닫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철컥하고! 그가 침대에서 몸을 비틀고 있으니, 후리니 백부가 살짝 문을 열고 부드러운 곱슬인 큰 머리를 방안으로 밀어 넣었다. 검은 눈동자의 둥그런 눈은 온화하고 아름다운 색을 가득 띠고 있었다. 백부는 느릿하고 조용한 언동으로 들어오더니, 침대 옆 의자의 가장자리에 작은 새처럼 손깍지를 꼈다. | "네가 급히 숨넘어 가는 듯 해서." 라고 백부는 말을 걸어왔다. "나도 빨리 자기 전에 하는 이야기를 하러 오는 것이 좋을것 같아서. 그렇지?" 조니는 이제 다 컸는데도 이야기를 듣는 것은 바보같다고 생각했다. 어른들만 있는 집에서 아이들과 거의 접촉없이 컸고, 보고 듣는 것 모두가 어른들의 세계로, 어느샌가 교육도 빠르고 조숙했기 때문에 자기전에 이야기가 필요한 것은 벌써 옛날에 졸업해 버린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그는 손뼉을 치고 한숨을 쉬며 말했다. "응, 좋아요, 후리니 백부. 자, 시작하세요, 빨리." 후리니 백부는 깔끔하게 다림질한 검정 바지 무릎을 마치 폭발이라도 한는건 아닐까 싶을 정도로 꽉 쥐고나서, 천천히 자기 e작품인 이야기를 결말 지었다. "음, 그러니까, 옛날옛날 한 마을에 아주 아름다운 여자가 있었습니다." '아아! 아아! 이 얘기라면 벌써 천 번도 더 들었을 거야.' 조니는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다. 다락방에 시체가 있다는 데도 이런 이야기를 듣고 있어야 하다니! "그래서," 라고 후리니 백부는 말을 계속 이었다. "그 아름다운 소녀는 젊은 기사와 사랑을 하여 결혼했습니다. 두사람은 몇 년간은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그런데 어느날,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진 한 사람이 그 아름다운 여인을 유괴하여 끌고 도망갔던 것입니다." 후리니 백부는 슬픈 듯한 늙은 티가 나는 표정을 지었다. "머지않아 남편이 집에 돌아오겠죠?" 조니가 뒷 얘기를 재촉하듯이 말했다. 후리니 백부에게는 그러나 조니의 말은 전혀 들리지 않았던것 같았다. 백부는 묘하게 가라앉은 억양없는 목소리로 단지 이야기를 계속 할 뿐이었다. "남편은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진 인간'을 '어두운 그림자 나라'까지 쫓아 갔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열심히 기다려 달라고 부탁을 해도 아무리 열심히 쫓아가려 해도 허사였습니다. 그의 아내는 영원히 가버린 것입니다. 영원히." 후리니 백부의 숨결이 거칠어 졌다. 동그랗게 뜬 눈이 검게 빛나고 입술도 부르르 떨고 있었다. 백부는 더 이상 백부가 아니었다. 그 '어두운 그림자 나라'의 깊은 곳까지 멀리 백만 마일도 더 헤치고 들어간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 그는 점점 강하게 쑚ジ↘ 쥐고 앞으로 웅크린 자세가 되었다. "그러나 남편은 찾아다녔습니다. 언젠가는 반드시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진 인간'을 찾아내서 죽이고야 말겠다고 마음속으로 맹세하면서. 그리하여 마침내 그것을 완수했던 것입니다! '검은 그림자가 드리워진 인간'을 때려눕혔던 것입니다. 그런데 아아, 어찌된 일인지.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진 인간'을 때려눕힌 후 자세히 들여다 보니, 자신의 아름다운 아내로 보이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게다가 더 무서운 일은 자기 자신이 점점 어두워져 가고 있던 것입니다. 점점......" '이제 그만. 더 이상 하지말아요.'라고 조니는 마음속으로 말하고 있었다. 후리니 백부는 그 얘기에서 자신이 자아낸 분위기에 젖어든 채, 자주 한숨을 쉬고 있었다. ---------!* *! DEFINE MENU 조니가 같은 방에 있다는 사실을 잊고있는것 같았다. 부르르 손을 떨며, 숨을 거칠게 쉬고, 단지 가만히 앉아있을 뿐이었다. 조니는 왠지 모르게 몸이 떨려 어쩔수가 없었다. "고마워요, 정말 고마워요, 후리니 백부님." 그는 말했다. "재미있는 이야기 고마워요." 후리니 백부는 멍한 눈을 돌렸다. "어어?" 그는 겨우 조니가 있다는 사실을 떠올렸는지 몸의 힘을 뺐다. "아아, 그래, 언제라도 들려줄께. 언제라도." "틀림없이 취했어요, 후리니 백부." 후리니 백부는 조용히 문을 열었다. "잘 자거라, 조니." "아, 백부!" "어?" 조니는 자신을 억제시켰다. "아-아니예요. 아무것도 아니예요. 신경쓰지 마세요." 후리니 백부는 발을 질질끌듯이 걸으며 나갔다. 문은 살짝 소리없이 닫혔다. 조니는 스프링 힘이 좋은 침대 위에서 난폭하게 뛰었다. "우리집 사람들의 행복을 깨지않기 위해서 며칠동안 내가 하지않으면 안되었던 일이-그렇지, 그래! 후리니 백부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사촌 윌리암을 항상 술에 취해있게 하지 않으면 안되었지. 아아, 이제 지겨워졌어!" 그는 모든것이 지겨워졌다. 기분전환을 겴㎸漫 뭔가 혼자서 열중할 수 있는 일은 없을까. 아래층에서는 아직 파티가 계속되고 있었고 소란스러움도 여전했다. 침대를 내려와 그는 문틈에 귀를 댔다. 그리고 나서 한시간 사이에 그는 마치 이 집안의 심장이 고동치는 소리라도 들은 것처럼 모든 종류의 발소리를 단계적으로 들었다. 할머니는 기분나뿐 등나무 지팡이로 디딤판의 높이를 더듬지만 민첩하고 건강한 발소리다. 후리니 백부는 질질 끄는 듯한 발소리다. 아빠의 걸음은 침착하고 폭이 넓은 발걸음으로 그 발걸음에 조금의 착오도 없다. 미끄러지는 듯한 걸음걸이의 엄마, 사촌 윌리암은 뭔가에 채어 비틀거리는 듯한 위험해 보이는 걸음걸이로 듣고 있는 것만으로도 불안해진다. 발소리에 이어서 _이번엔 말소리가 들렸다. 때로는 서로 말다툼을 하기도 하고, 그 소리는 가지각색 이었지만 아빠가 좀처럼 냉정한데 비해 엄마는 비난하는 것 같고, 할머니는 엄하게, 사촌 윌리암은 걸핏하면 훌쩍훌쩍 울고있다. 그리고 후리니 백부만은 거의 말이 없었다. 한번인가 두 번 다락방 문에서 삐꺽하는 소리가 들렸다. 조니의 방에는 누구 한 사람도 다가오지 조차 않았다. 아래층에서는 변함없이 파티가 벌여지고 있었지만 이 나쁜 농담에 조금이라도 신경쓰는 자는 없는 듯 했다. 밤이 가을의 차가운 공기와 함께 빠르게 찾아오려 했다. 이윽고 다시 주변은 조용해졌다. 조니는 서둘러서 어둡고 먼지투성인 계단을 올라가, 심장을 #두근거리면서 다락방으로 들어 갔다. '모두에게 보여주겠어! 트렁크는 이상하리 만큼 가벼웠다. 그것을 계단쪽으로 기울이는 일은 누구라도 할 수 있는 일이고, 다음은 2층 무도회장까지 내려가는 그 계단에 맡겨두면 된다. 무도회장에서 한번 밀면 트렁크는 저절로 쿵쾅거리며 계단을 내려가, 거실로 들어가겠지. 그래, 이번이야말로 모두 내말을 믿게 만들거야! 조니는 트렁크를 기울였다. 시체 왁작지껄하게 모두들 떠들고 있었다. 전기축음기에서 음악이 흘러 나오고 있었다. 엄마와 아빠는 화려한 손님들 속에 섞여 있었다. 그리고 그 주변에는 사교계의 겞す役湧 세련된 그 날개를 퍼덕이면서, 맹렬하게 정열한 불길을 부추기고 있었다. 조니의 작은 목소리가 홀 계단 맨 위에서 어떤 종류의 선언을 한것은 이처럼 파티가 점점 더 무르익어 갈 때였다. 그는 그리고 나서 큰 소리로 외쳤다. "엄마! 아빠!" 모두가 일제히 그 쪽으로 뒤돌아 보았다. 그 여자는 계단을 내려가고 있었다. 누군가가 비명을 질렀다. 그 비명은 윌리암 사촌의 목소리 같았다. 그러나 다른 모든 사람들은 주춤주춤 뒤로 물러나, 연한 칵테일 드레스를 입은 여자가 계단을 내려오는 것을 단지 어이없이 바라볼 뿐이었다. 무리도 아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녀는 내려 오는 것이 아니라 굴러떨어져 온 것이었다. 힘없이 손발을 쭉 뻗은채, h데구르르 한번 구를때마다 머리가 꾸벅 절을 해서 머리가 검정 채찍처럼 디딤판을 친다. 생명이 없는 그 몸은 흐느적거리며 뼈도 관절도 없는 듯이 굴러 떨어지면서 디딤판 위에서 가볍게 튕겨져 떨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이 맨 아래 바닥에 닫자, 곧 그곁으로 조니가 내려왔다. "내가 말했었죠, 엄마! 보시다시피 내가 발견했어요, 아빠! 이 사람을!" 그는 그순간의 엄마 얼굴과 '조니......'라고 그의 이름을 부른 그 목소리는 언제나 떠올라 영원히 잊지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거기서 엄마에게 심하게 따귀맞은 일도 잊지 못할 것이다. 누군가 말했다. "경찰에게 연락을 해!" 누군가가 수화기를 들고 다이얼을 돌렸다. y술에서 깨어 창백해진 얼굴을 한 아빠는 갑자기 지친 늙은이처럼 보였다. 조니는 엄마에게 한 대 맞고 뒤로 넘어질뻔하여 계단 손잡이에 기댔다. 엄마는 이제껏 나를 때린적이 없었다. 적어도 그렇게 생각했다. 언제나 친절하고 상냥하였다. 때로는 화를 낸적도 있지만 나를 때리려 한 적은 없었다. 그 때 생각지 못했던일이 일어났다. 모두가 웃기 시작한 것이다. 누군가가 시체를 손가락으로 찔러 보자, 모두가 새빨개지도록 웃기 시작한 것이다. 아빠도 웃고 있었다. 그러나 눈빛만은 웃고 있질 않았다. "맙소사! 꼬마가 윗층에서 발견한 시체가 바로 이거 였던거야?" 라고 누군가 말했다. "마네킹이예요!" 또 다른 누군가가 단정짓는 듯이 말했다. C "상점 윈도우에 진열되어 있는 인형이라구. 이거라면 아이가 시체라고 착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닐거야." 또다시 왁자하게 웃음소리가 들렸다. 모두 배를 움켜쥐고 웃고 있었다. "뭐야, 난 또. 마네킹이잖아." 웃음소리는 더 커질뿐이었다. 조니는 부르르 떨면서 몸을 웅크리고 기는 듯한 모습으로 마루바닥에 떨어진 여자의 손을 만져보았다. 그리고 일단 움칫했던 손으로 다시한번 더 그것을 만지고 나서 차갑고 단단한 플라스틱 감촉에 점점 더 부르르 몸을 떨었다. "이건 그 시체가 아니예요!" 그는 고개를 들고 여우에게 홀린 듯한 얼굴로 말했다. "그 시체가 아니예요. 전혀 틀려요." r 그는 고개를 휘저으며 뒷걸음질쳤다. "저것은 아니예요. 내가 발견한 시체는 따뜻하고 부드러웠어요. 그건 정말로 여자였어요!" "조니!" 아빠는 웃던 얼굴을 찡그리며 말했다. 엄마는 손가락 관절이 하얗게 변할 정도로 주먹을 꼭 쥐고 있었다. 조니가 말했다. "역시 틀려요. 저것이 아니었단 말예요." 그는 울기 시작했다. 눈물이 그칠줄 모르고 넘쳐 흘러 마치 폭풍우 속의 차바람막이 유리처럼 눈이 젖어서 앞이 보이질 않았다. "그 여잔 죽어 있었어요.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마네킹이 아니었다구요!" 그날 밤, 늦게 집은 여러가지 소리로 가득 차있었다. 모두 방문을 걸어 잠그고 이야기를 하고있었다. 열심히 의논도 하고 있었다. 듎떪求 한편, 사촌 윌리암이 흐느껴 우는 소리를 들은것 같았다. 계단을 올라오는 소리가 들리고 전기가 켜졌다 꺼졌다 했다. 드디어 모두가 잠이 들었을때, 조니는 이불을 걷어차고 일어났다. 지금 찰칵하는 소리가 들렸는데, 그건 사촌 윌리암이 방문을 2중으로 잠그는 소리였다. 왜 그런 짓을......? 누군가가...... 누군가가 집안을 돌아다니기라도 하는걸까? 조니는 꿀꺽하고 침을 삼켰다. 문의 손잡이가 천천히 돌려지고 있었다. 문은 몇 인치인가 열렸다. 그 어둠 속에 누군가 우뚝 서서 안을 들여다 보고 있었다. 심장이란 놈은 변덕스럽고 알 수 없는 놈이다. 수은처럼 사람의 뱃속을 이쪽저쪽 조금씩조금씩 돌아다닌다. 조니의 심장은 지금 수은과도 같았다. 사람 .그림자도 역시 문앞에 선 채로 가만히 안을 들여다 보고 있었다. 조니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이윽고 그림자는 기계적인, 지극히 평범한 동작으로 뒤로 물러나, 문을 닫았다. 조니는 단단히 방문을 잠근뒤, 휴우-하고 숨을 내밴고 부들부들 떨고 있는 몸을 방문에 기댔다. 이젠 더이상 밖에서는 문을 열 수가 없을것이다. 조니는 방문에 귀를 기울였다. 사람 그림자의 발소리는 멀어져가고 있었다. 조니는 떨면서 힘없는 발걸음으로 침대로 돌아갔다. "엄마! 엄마." 그는 혼잣말처럼 말했다. "엄마는 제가 손님들 앞에서 큰소동을 부려서 화가났나요? 엄마는 나를 죽일 L생각인가요? '트렁크 안에 있던 여자'와 아빠 사이에 무슨일이 있었고, 또 그 무엇인가 엄마의 마음에 들지않은 일이 있어서 그래서 엄마는 그 여자를 죽인건가요? 그렇다면 엄마에게는 제가 방해 될 뿐이겠군요. 저를 어떻게 처리할 건가요? 아아, 엄마가 그런 사람이라니 믿을 수가 없어요." "아빠." 같은 말투로 그는 말을 계속 이었다. "아빠는 저에게 수화기를 내려놓게 하셨죠? 아빠도 그 사실이 밖으로 알려지는 것을 두려워 하나요? 일이랑 돈과 클럽에서의 명성이 걱정되나요, 네? 그 문앞에 서서 어둠속에서 묵묵히 생각하고 있던 것은 아빠였나요? 저는 우리집에서 아빠를 가장 좋아했었는데." 사촌 윌리암, 윌리암이라면 그 시체를 바꿔넣을 수 있었을거다. 그가 그렇게 해서 조니를 조롱하려 했을지도 모른다. 트렁크 속에 있던 여자는 사촌 윌리암의 여자친구 였을까? 그래서 무언가 귀찮은 일이라도 생겼었던 것일까. 아니면 사촌 윌리암 쪽에서 자신의 평판이 떨어질까 두려워했던 것일까. 그란 인간과 그의 마네킹과 그리고 디자인으로 유명한 사치스러운 여자들을 위한 사치스러운 옷. 어쩐지 수상하다. 방금 전, 방문의 손잡이를 돌렸던 것이 그일까? 어쩌면 그것은 후리니 백부였을지도 모른다. 잠 잘때 들려주는 이야기와 뭔가에 대해서 입을 다물고있는 듯한 점을 보더라도 수상하다면 수상하다. 그는 '엄마'를-그의 여동생- '아빠', '할머니'와 '사촌 윌리암'을 위해서라면 어떤 일이라도 저지를 수 있는 r사람이다. 그녀와 '아빠'와 다른 두사람을 위해서, 또 어디까지나 이 집안의 평화를 지키고자 한다면 살인도 저지를 수 있지 않을까. '할머니' 체스판을 앞에두고 매일같이 비정한 게임을 치루고, 브랜디는 언제나 스트레이트로 마신다. 그녀의 일생은 일가가 세상에 수치스러운 일이 없이 생활을 해나가는데에 바쳤다. 그녀의 일생은 상류사회와 지위와 취미가 전부였다. 만약 누군가가 이 집에 들어와 그녀를 대신해서 일체를 도맡으려 한다면 어떨가? 그녀는 그 여자를 어떻게 할까? 모두야! 가족들 전부, 모두다야! 조니는 스프링이 탄력있는 침대에 떨리는 몸을 깊숙히 가라앉혔다. 이렇게 보수하려고 방어막을 친 옛 저택에 다른 여자가 파고 들어오면, 갑자기 모두 두려워하기 시작한다. 단 한명의 여자라 할지라도. 조니는 침대 옆 테이블 위로 손을 뻗쳐서, 다락방 먼지 속에서 발견한 편지를 더듬어 찾았다. 그는 그 촉감을 확인하려 하면서, 또한번 마음속으로 그것을 읽었다. 『당신은 나에게 보충을 해주셔야 합니다. 내가 당해온 처사에 대해서 그것은 그다지 어려운 일은 아닙니다. 저를 조니의 선생님으로 채용하시면 됩니다. 그러면 누구에게나 내가 이 집에 있는 이유는 설명이 되겠죠.』 -에리- 조니는 몸을 뒤척였다. "에리-나의 선생님. 지금 어디에 있나요?" u 그는 어둠에 대고 물었다. "사촌 윌리암의 스튜디오에서 그 뻗뻗한 다른 마네킹들과 쉬고있나요, 고독한 외로운 기분으로? 아니면 장기말은 움직이지 못해도 할머니와 체스를 두고 있는 걸까? 어쩌면 차갑고 어두운 지하실에서 이미 몇 년 전부터 포도주 단지와 함께 갇혀있지 않나요? 어쨌든 오늘은 이 커다란 저택 어딘가에 있는 것은 확실하니까. 그래도 내일이면 아마 없어질거야. 그 전에 내가 찾아내지 못하면......" 저택의 뒤쪽에는 광대한 정원이 펼쳐져 있고, 주실의 바로 뒤에 하인들이 살고있는 집과 욕실이 있고 집 앞쪽에는 프라타너스 가로수와 높은 울타리로 도로와 거리를 가로막고 있었다. 그 울타리 바깥쪽의 보도를 오후 순회 喚娟岵 빈둥빈둥 찾아와서 앞뜰 떡갈나무가 가지를 뻗친 그 밑으로 바로 지금 지나가려 하고 있었다. 떡갈나무 위에서는 조니가 기다리고 있었다. 경찰이 밑으로 다가왔을때 조니는 가지를 흔들어 잎사귀를 바스락 거렸다. "여어, 꼬마야. 안녕?" 경찰은 위를 바라보았다. "조심하거라. 떨어질라." "괜찮아요." 소년은 말했다. "우리 집에는 여자 시체도 있으니까요. 모두가 비밀로 하고 있지만 말예요." 경찰은 빙긋이 웃었다. "그래, 정말이냐?" 조니는 몸 위치를 옮겼다. "트렁크에 들어 있던 것을 제가 겧煞峠上楮? 누군가가 죽인거라구요. 어젯밤 저는 경찰서에 전화를 걸려고 했는데, 아빠가 걸지 못하게 했어요. 그래서 저는 트렁크를 비스듬히 기울여서 그 여자 시체를 윗층 층계에서 떨어뜨렸어요. 그런데 그러고 나서 보니 시체는 마네킹으로 바뀌어 있었어요. 그 여자가 아니었어요, 결국." "그랬었구나." 경찰은 재미있다는 듯이 큭큭 웃었다. "그러나 또 하나의 여자는 진짜 였어요." "또 하나의 여자?" "처음에 발견했던 시체말예요. 사촌 윌리암은 의상 디자이너인데요, 윌리암이 시체를 마네킹으로 바꿔치기 해놓았어요. 오늘 아침식사 시간에 사람들이 지었던 표정을 보여 주었으면 좋았을텐데. 영화속에 나오는 사람들처럼 행복한 얼굴을 지으려고 w하는 꼴이라니. 그러나 나를 속이려 해봤자 헛수고예요. 사실은 행복하지 않아요. 엄마는 피곤한 얼굴을 해서, 완전히 화가 나있었다구요. 모두 소리치지도 않고 언제까지 그러고 있을 수 있을까?" 경찰은 얼굴을 찌뿌렸다. "정말이지 완전히 우리집 아이와 똑같구나. 한창 개구장이인 남자아이에게 백 로저스의 원자파괴총과 만화책. 정말이지 그런 책을 어린 세대에게 보여주다니. 저래서 아이들의 정신이 올바로 박히겠어? 살인이다, 시체다, 뭐다. 정말이지 큰일이군!" "하지만 사실인걸요!" "나중에 또 보자." 경찰은 상대 하지도않고, 그렇게 말하고는 걸어가 버렸다. 나뭇가지가 바람에 흔들려서 조니는 필사적으로 꼭 붙잡고 매달려 있었다. 결국 그는 떡갈나무 건너편으로 뛰어 내려가 경찰 뒤를 쫓아갔다. "조사하러 오시지 않으면 안돼요. 그렇지 않으면 그 여자, 끌려가 버릴지도 모르니까요-그렇게되면 아무도 찾지 못하게 될거에요." 경찰은 인내심있게 상대를 해주었다. "있잖니, 꼬마야. 아저씨는 체포장 없이는 어디에도 들어갈 수가 없단다. 게다가 네가 거짓말을 하고 있지 않는지 어떻게 알겠니?" 경찰은 농담으로 얼버무리듯이 말했다. "저를 믿어 주시기만 하면 돼요-그것 뿐이예요." 경찰은 손을 쑥 내밀었다. "자." 조니는 경찰의 손을 잡았다. 경찰은 걷기 시작했다. ' "어디로 가는거에요?" 라고 조니가 물었다. "네 어머니를 만나러 가는거다." "안돼요!" 조니는 미친듯이 몸부림을 쳤다. 그런 일 해선 안돼요! 엄마는 이 사건 때문에 저를 미워한다구요. 거짓말할게 뻔해요!" 경찰은 조니를 경호해서 현관쪽으로 돌아가 엄지 손가락으로 벨을 눌렀다. 먼저 하녀가 문을 열어주러 나왔고, 그리고 나서 조니의 엄마가 나타났다. 핏기가 없는 우유처럼 하얀 얼굴, 그 하얀 얼굴과 대조적인 빨간 입술이 눈에 띄었다. 묶어 올린 머리가 조금 흐트러져 앞으로 떨어질듯 하였다. 갑자기 빛이 흐린 눈밑이 파랗게 변했다. "조니!" "밖으로 내보내지 않는게 좋겠군요, 부인." 경찰은 모자에 가볍게 손을 대었다. "길가에 뛰어 나가거나 하면 다칩니다." "고맙습니다." 경찰은 조니의 엄마를 힐끗 바라보고 나니 조니를 보았다. 조니는 뭔가 말을 하려했지만 하지 않고 그냥 고개를 치켜들고만 있었다. 조니의 볼에서 눈물이 또르륵 굴러 떨어졌을때, 문이 닫혀서 경찰의 모습은 보이질않았다. '엄마'는조니에게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한 마디도 입을 열지 않았다. 하얀 얼굴을 하고 어이없다는 듯이 그저 그곳에 서서 양손가락을 비틀고 있었다. 그뿐이었다. 살인놀이를 하자! 7 그날 몇 시간에 걸쳐서 조니는 종이 한장에 사건의 자초지종을 완전히 써내려갔다. '트렁크 안의 여자'에 대해서 알고있는 사실을, '사촌 윌리암'과 '엄마'와 '아빠'와 '후리니 백부'와 '할머니'에 대해서 알고있는 일들을 죄다 빠짐없이 썼다. 연필을 핥고 핥아 조니는 이렇게 해서 몇 줄로 나눠서 그것을 썼다. "'트렁크 안의 여자'는 아빠를 사랑하고 있었다. 아빠는 그녀가 집에 왔을때, 죽이고 말았다." 조니는 읽어 보고 불만인 듯이 입을 삐쭉 내밀었다. "그랬었던가 아니면 엄마가 그녀를 죽인 것이다." 몇 년 사이에 본 많은 영화속의 살인 장면이 조니의 뇌리를 스쳤다. . "그리고 물론 할머니도 후리니 백부도 그녀를 죽일 가능성은 있었다. 동기는 자신들의 권위와 안전을 위협받고 있었기 때문이다." 조니는 서둘러서 글씨를 써내려갔다. "그리고 다음은 사촌 윌리암스. 결국 그 여잔 윌리암의 여자친구였던 것은 아닐까?" 조니는 갑자기 그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사촌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쩌면, 어쩌면 할머니의 과거에는 무엇인가 있었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후리니 백부의 과거에." 자, 그럼. 거기서- "조니!" 할머니의 목소리다. 조니는 종이를 덮었다. 할머니는 문을 열고 들어오더니 곧 조니를 &재촉해서 복도로 나갔다. 그리고 등나무 지팡이로 짚어가면서 자기방까지 내몰며 갔다. 그녀는 그를 체스판 앞에 앉히곤 턱 앞에 흰색 편의 말을 가리켰다. "그것이 네거란다. 내것은 검정." 그녀는 눈을 감고 생각에 잠긴듯한 얼굴을 하였다. "내것은 언제나 검정이니까." "이러면 할 수 없어요." 조니는 말했다. "그쪽 검정 말이 두 개나 없잖아요." 그가 가리켜 보였다. 할머니는 판으로 눈을 떨구었다. "아니 또 후리니 백부 짓이구나. 언제나 내 말을 가져가 버린다니까. 그래도 할 수 있단다. 나는 가지고 있는 것만 가지고 할테니까. 자 시작하자." f 그녀는 앙상해진 손가락을 쑥 내밀었다. "후리니 백부는 어디에 있어요?" "정원에 물을 뿌리고 있단다. 자, 시작하자." 할머니는 명령을 내렸다. 그녀의 눈은 조니의 손가락 움직임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는 반들반들한 말 위로 몸을 구부리듯이 움직였다. "모두 착한 사람들이란다, 조니. 이 집에서 요 20년간 모두 행복하게 살아왔단다. 너는 가족의 일원이라 해도 그 20년에 비하면 일부에 지나지 않는단다. 우리들은 성가신 일을 만들지 않으려고 무던히 애써왔단다. 너도 그랬으면 좋겠다, 조니." 그는 가만히 앉아 있었다. 파리가 한마리가 커다란 창문에 부딪히고는 붕붕거리고 있었다. 아래의 훨씬 먼 곳에서 호스에서 u용솟음치는 물소리가 들렸다. "저도 싫어요. 성가신 일은." 라고 그는 말했다. 체스판이 갑자기 부얘지고 색이 물든 물처럼 흘러 내렸다. "오늘 아침에 식사할 때, 아빠는 창백한 얼굴을 하고 아주 이상했었죠. 고작 납인형 하나 가지고 왜 그래요, 할머니? 엄마도 그래요. 마치 시계 태엽이 지금이라도 저절로 풀릴듯이 몸을 비틀고 있었어요. 인형 하나 일가지고 그렇게 되나요?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상하잖아요." 할머니는 비숍 말을 주시하며 마치 레이스 껍데기에 쌓인 집게처럼 자신의 안에 틀어박혀 있었다. "시체 따윈 애초부터 있지도 않았단다. 네 망상에 지나지 않는단다. 잊어버려라, 잊어." 그녀는 험악한 눈초리로 소년을 보았다. >내게 책임이 있다고 말하는 눈초리였다. "이제부터는 마음을 가볍게하고 걷는거야, 조니. 그런 일은 잊어 버리고 쓸데없는 말은 하지 말거라. 이런 일은 누군가가 해주지 않으면 안되겠지만, 왜 반드시 내 차지가 되는지 모르겠구나. 어쨌든 깨끗이 잊도록 하거라!" 두사람은 해질녘까지 체스를 두었다. 그리고 집안은 오늘도 역시 순식간에 어두워지고, 모두들 순식간에 저녁식사를 끝마쳤다. 모두들 자기 전까지는 서두르고있는 것처럼 보였다. 조니는 시각을 알리는 시계벨소리에 한시간 마다 귀를 기울였다. 누군가가 문을 두드렸다. "누구?" 라고 조니가 말했다. "후리니 백부란다." 3 "잠잘때 듣는 이야기를 할 시간이란다, 조니." "아아- 그래도 오늘은 안들을래요. 부탁이예요, 후리니 백부." "그런 말 하지 말아라. 오늘은 특별한 얘기란다. 정말 들어둬야할 특별한 얘기라구." 조니는 잠자코 지켜보았지만, "피곤해요, 후리니 백부. 언제 다시 해주세요, 네? 오늘은 봐주세요, 부탁이니까." 후리니 백부가 물러간뒤 잠시있다가 또다시 시계벨소리가 울렸다. 10시가 지났다. 조금만 더 기다리자. 11시도 지났다. 조금만 있으면 된다. 이윽고 12시가 다가왔다. 조니는 문을 열었다. 집안이 완전히 잠들어 조용해졌다. 조니는 복도로 나가, 뒷짐으로 문을 r닫았다. 거대한 네 개의 기둥으로 된 침대에서 잠들어 있는 할머니의 커다란 코고는 소리는 어딘가 먼 곳에 있는 조용한 나라에서도 들릴것만 같았다. 찌링찌링 하는 듯한 희미한 소리가 들렸다. 사촌 윌리암의 방에서 병과 병이 서로 부딪히는 소리가 아니었을까. 조니는 계단에서 발을 멈췄다. 그가 지금 해야될 일은 침대로 돌아가, 모든 것은 오해이고 성가신 일은 아무것도 없는거라 믿고 일체 잊어버리는 것이다. 잊어버리면 며칠전까지 이어온 평화스러운 생활이 다시 시작되는 것이다. 엄마는 파티를 열고는 즐거운 듯이 웃음소리를 내겠지. 아빠는 두꺼운 가죽가방을 가지고, 차로 회사에 나갔다 돌아오고, 할머니는 브랜디를 여분으로 슬쩍 g훔치고, 사촌 윌리암은 마테킹살에 핀을 꽂는다. 그리고 후리니 백부는 침대 옆에 앉아서는 아무런 의미도없는 이야기를 열심히, 영원히 계속할 것이다. 그러나 일은 그렇게 간단하지만은 않았다. 여기까지 와버렸으니, 이제와서 주워담을 수는 없는 일이었다. 전진만 있을 뿐, 잊을 수는 없는 일이다. 유일한 친구였던 아빠는 그 일-사건 이래로 본채만채 타인처럼 되어버리고 말았다. 엄마의 상태도 이제껏 없었던 정도로 심하다. 하룻밤 내내 운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눈이 퉁퉁 부어있었다. 화려한 생활의 뒤에 그녀도 역시 괴로운 기분으로 생활하고 있던 것이다. 할머니는 일주일에 한 병의 브랜디를-요즘은 두 병을 마시고 있다. 그리고 사촌 윌리암은 마네킹의 몸에 핀을 꽂을 때마다 '트렁크 속의 여자'가 떠올라 자지러지게 놀라, 새파랗게 된 얼굴로 꼬냑을 마시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게다가 그 여자는-곰팡내 나는 트렁크 속에 있던 검정 머리의 아름다운 여자는-그가 다락방에서 발견했을때, 아주 외로워 보였다. 아주 먼 곳에 있는듯이 보였다. 그러나 두사람 사이는 강한 굴레로 연결되어 있었다. 그녀는 이집에 있어서는 타인으로-그 때문에 살해되었다. 조니도 -지금은 이집에서 타인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한 번 더, 그녀를 발견하고 싶은 것이다. 두 사람은 거의 형제라고 해도 무방했다. 그녀는 발견될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조니는 주의깊게 한발한발 발디딜 곳을 확인해가며 내려갔다. 떚兀 손잡이에 손을 얹고 그위로 손가락을 미끄러지듯이 움직이며 걸어갔다. 그녀는 이제 더 이상 다락방에는 없다. 또 2층에 있는 어느 방에도 없다. 그렇게 가까운 곳에 그녀가 있다면 모두 잠을 어떻게 잘 수 있겠는가? 아마 아랫층에 있을것이다. 이집 어딘가 어둠이 자욱히 깔린 곳에 있을것이다. 하인들이 있는 쪽이 아닌. 계단을 내려왔을때 그는 2층 문 중 하나가 천천히 열리고 닫히는 소리를 들었다. 그것으로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지만 그대신 계단 위로 누군가가 살짝 발소리를 죽여가며 걸어와, 그곳에 서서 아랫층을 엿보는 기척이 있었다. 조니는 그자리에서 얼어붙어 버린것 같았다. 그는 그림자처럼 벽에 몸을 기대었다. 얼굴에 땀이 나서 양손의 작은 뫜嵐募 위에 방울처럼 떨어졌다. 그는 상대가 누군지 알 수 없었다. 두사람은 그냥 가만히 그곳에 서서, 위와 아래에서 서로 노려본 채로 아무말도 없이 기다리고 있었다. 뭐가 뭐든지 일은 계속 진행해야만 한다. 할머니가 모든것을 잊고 편안하게 침대에서 자라고 해도 무리였다. 조니는 시체의 고독한 모습으로 있었던 타인을, '트렁크 속의 여자'를 잊을 수가 없었다. 여자를 죽인 범인 측에서도 그렇게 간단하게 잊을 수는 없을 것이다-이집에는 정상에서 벗어난 호기심과 무모함을 지닌 남자 아이가 있기 때문에. 조니는 숨을 죽이고 잠시 기다렸다. 그리고 계단 위에 서있는 사람이 내려오지 않는다는걸 확인하고 서둘러 복도를 지나 부엌에 들어가서, 그쪽의 부엌문에서 그 _일대가 달빛을 받고있는 정원 잔디밭으로 나갔다. 풀장은 주위가 나무로 둘러싸여 있고, 별빛이 수면에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근처에 욕실이 있고, 그 훨씬 앞쪽에 온실과 광이 보였다. 조니는 달렸다. 광의 그림자가 일시적인 피난처를 제공해 주었다. 뒤를 돌아보았지만, 집에는 아무런 불빛도 켜져있지 않았고 아무런 움직임도 알아볼 수 없었다. 시체는 99페센트 밖에 있는 부속건물중 어딘가에 있을거란 느낌이 들었다. 지금 침대에 있었더라면 얼마나 좋을까. 방문을 꼭 걸어 잠그고 있어서 마음이 얼마나 든든할까. 조니는 풀장의 물처럼 떨고 있었다. 갑자기 그는 2층 복도 창가에서 누군가가 서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빢佇탭꽁構讀嗤 그 모습은 본 기억이 있었다. 그것은 계단 위에서 내려보고 있었던 그 상대 같았다. 지금도 이쪽을 내려보고 있었으나...... 이윽고 모습을 감췄다. 조금 지나서 이번은 그 주실 옆의 자갈을 깔은 차도로 접근해 오는 발소리가 들렸다. 현관 쪽에서 뽀뿌라 가로수 밑을 지나, 누군가가 다가오는 것이었다. 상대는 뽀뿌라 그림자에 몸을 숨기면서 발소리를 죽이고 다가온다. 그리고 갑자기 희미한 달빛속으로 그녀가 모습을 나타냈다. '트렁크 속의 여자'가 어두움 속에서 달빛으로 모습을 반만 드러냈다. 그녀는 훨씬 먼곳에서 그녀를 가만히 바라보았지만 아무런 말도 하지않았다. 조니는 바짝 긴장을 해서 몸이 뻗뻗해지고 눈은 깜박거렸다. 그리고 자신의 허벅다리를 ㉮織譏昇? 무릎을 움켜 쥐었다. 무언가에 기대고 있지 않고선 서있을 수 없었다. 그는 그곳에 웅크리고 앉아 전혀 믿기지 않는다는 생각으로 눈을 가늘게 뜨고 바라보았다. 밤바람이 휙-하고 불어와 뽀뿌라 잎사귀를 흔들었다. 멀리서 자동차가 고독한 올빼미의 울음소리처럼 경적을 울렸다. 그녀는 결국 죽지않았던 것이다. 집안 내에서 그를 놀리려고 했던 것이다. 그에게는 도저히 이해가 안되었던 장난이었다. 모두 적이야. 그러나 그의 선생님은 살아있었다! 살인 따윈 일어나지 않았던 것이다. 아무도 죽지않았던 것이다! 그녀는 외톨이인 그를 위해서 이렇게 와준 것이 아닌가! 그의 고독한 시간을 달래주러 여기에 이렇게! 그는 달빛속으로 달려 나갔다. 그리고 소리를 지르지도 웃지도않고 그저 듉岵 헐떡이면서, 잔디밭을 가로질러 풀장의 가장자리를 돌아, 뽀뿌라 가로수가 있는 쪽으로, 그녀가 있는 쪽으로 쏜살같이 달려갔다. 그녀는 서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를 그 부드러운 품에 안으려고 양팔을 벌려 기다리고 있었다. 그 칵테일 드레스 위로 뽀뿌라의 그림자가 흔들리고, 마치 꿈속에 서있는 사람이라도 본 듯 했다. 그는 말했다. "에리-, 에리- 맞죠?" 그리고 흔들리는 그림자 가장자리로 다가감과 동시에 그는 비명을 질렀다. 우주가 갑자기 폭발한 것만 같았다. 칵테일 드레스가 세차게 소용돌이 쳤다는 생각이 들자마자 제정신이 아닌 술취한 사람처럼 그 몸이 흔들렸다. '트렁크의 여자'는 몸을 구부리며 앞으로 쓰러졌다. 그녀는 실신을 했다. 아니 {그렇지는 않다! 넘어진 것이다! 하나의 그림자가 그의 얼굴을 때렸다. 한번, 두번, 세번. 의식이 희미해진다. 그는 갑자기 구부려진 무릎을 잡고 필사적으로 일어나려고 했지만 그전에 손바닥이 얼굴을 내리눌렀다. 그 손은 울음소리를 내는 그의 입을 센 힘으로 눌러 정신을 혼비시켰다. 엄마다. 머리를 딱 얻어맞은 듯한 기분이 들었다. 엄마가 '트렁크 속의 여자'의 칵테일 드레스를 입고 있었던 것이다. 그 팔속으로 그를 유인한 것이다. 그를 속였던 것이다. "엄마, 죽이지 마세요! 절 죽이지 마세요!" 그는 외치려고 했다. "경찰을 부르려고 한것은 잘못했어요! 엄마, 엄마는 아빠를 사랑하니까 그래서, 그래서 에리-를 죽인거죠? 엄마, 놔주세요! v엄마, 엄마는 그 여자와 똑같았어요. 뽀뿌라 그늘 속에 서있었을때!" 손은 그러나 아무리 발버둥쳐도 풀어줄 생각은 하지도 않았다. 갑자기 심한 쇼크가 일어났다. 누군가가 부딪혀왔다. 그리고 나서 다시 잇달아 쇼크가 일어났다. 강한 손가락이 여자의 손가락이라곤 볼 수 없는 두꺼운 손가락이 눌러왔다. 두꺼운 손가락! 조니는 휴우-하는 소리를 내며 공기를 들이마시고 마음속으로 비명을 질렀다. 집이 그의 위로 무너져 내려 그를 짓누르기라도 하는 듯이 머리위로 기울어졌다. 거대한 집은 그곳에 사는 모든 인간이 잠들어 조용하고 짙은 쥐색으로 빛나는 풀 옆에서 이렇게 무언의 전투가 일어나고 있는 일에는 조금도 눈치를 채지 않은듯 했다. 빊㈏未 그는 그것이 엄마가 아닌 사실에 '트렁크 속의 여자'가 아닌 사실에 눈을 떴다. 손가락은 너무나도 힘이 셌다. 엄마보다도 힘이 센것은, 엄마보다도 가차없이 민첩하고 잔인한 것은 누굴까? 할머니가 아닐까? 짓눌러 오는 몸은 너무나도 단단했다. 그는 몸의 절반을 흔들어 풀자, 달빛이 비치는 땅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연한 칵테일 드레스만이 꼴사나운 모습으로 쓰러져 있고, 그리고 마네킹의 손 한쪽이 달빛속에 내던져져 있었다. 마네킹은 프라스틱제로, 시체처럼 차가운 몸이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조니를 뒤에서 힘껏 누르고 있는 것은 다른 사람이었다. 사촌 윌리암이다! 그러나 그러기에는 꼬냑 냄새가 나지 않는다. 동작도 술취한 사람이 아니다. 입김도 꽤 거칠기는 (하지만 청결하고 조금도 냄새가 나지 않았다. 아빠다! "아빠!" 그는 부르려고 소리쳐 보았다. "그만, 그만 부탁이에요, 아빠!" 정신이 들자 누군가의 목소리가 말을 하고 있었다. 소용돌이 치는 물 옆의 타일 위에, 뭔가 작고 검은 물건이 굴러 떨어졌다. 조니는 문득 떠오르는 일이 있었다. 손은 강한 힘으로 꾹꾹 쥐며 속삭이는 목소리에도 힘이 들어가 있었다. "너는 네 엄마를 아프게 했어!" "그럴 생각은 없었어요." 조니는 마음 속으로 외쳤다. "너만 없었더라면." 라고 목소리는 속삭이듯이 계속 이어갔다. "네 엄마는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진 l인간'이 죽었다는 사실을 영원히 모르고 지냈을거야!" "저는 '트렁크 속의 여자'를 발견해낼 생각은 없었어요!" 조니는 몸을 허우적 거리면서 외쳤지만 소리가 되어 나오지는 않았다. "네 엄마는 죽어 버릴거야. 쇼크를 받고 죽어버릴 거라구. 네 엄마가 죽으면 나는 살 희망이 없어. 20년전, 그일이 일어난 이후로는 네 엄마가 나의 전부였단 말이야!" 쉰 목소리는 계속 말을 이어나갔다. "에리-는 파티에 찾아왔어. 모두 나를 속이려고 그녀를 다른 사람으로 꾸미었지. 그러나 나는 알아 차렸고, 그녀가 칵테일 가운을 입고 2층으로 올라갔을때, 나는 그녀에게 수면제를 섞은 브랜디를 마시게해서 잠이 들게한 뒤, 그 낡은 트렁크 속에 ㅑ暄爭羚向? 너만 보지 않았더라면 아무도 알지 못했을텐데. 에리-는 영원히 행방불명이 된 것으로 꾸며졌을텐데. 알고 있던것은 할머니와 나 뿐이었으니까! 그런데 너도 어두운 그림자를 가지고 있던 에리-와 마찬가지였어! 때때로 너의 얼굴을 보고있는 사이에 그녀의 얼굴이 보일때 조차 있었다! 그러니까 너는 이렇게-"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진 인간' 조니는 필사적으로 몸을 흔들어 빠져 나오려고 하면서 생각했다. '후리니 백부'다. 후리니 백부. 백부는 왜 에리-를,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진 인간'이라고 부르는 걸까? 왜? 언제나 잠들기 전에 백부가 들려주는 이야기인데, 백부는 이미 몇 년 전부터 같은 얘기만 해왔었지.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진 인간'과 아름다운 여인이 걷는, 이상한 u운명과 같은 얘기들뿐. 그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진 인간'이 이번엔 나의 선생님이 되어 그 선생님을 왜 백부가 죽이지 않으면 안되었을까? 그 사람이 백부에게 무슨 짓을 했길래? 왜 그 사람을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진 인간'이라고 불러야만 되는 걸까? 그것보다 잠들기 전에 들려주던 그 이야기는 어떤 의미가 담겨져 있었을까? 그점을 알 수가 없었다. "죽이지 마세요, 후리니 백부. 오늘밤은 물이 차갑게 반짝이고 있어요. 저는 차갑게 반짝이는 물속에선 죽고싶지 않아요." 조니는 뒤에 있는 몸을 붙든 채로 앞의 풀로 떨어졌다. 두 사람은 비명을 지르면서 머리부터 풀로 쳐박혔다. 몸이 물에 빠진 순간 심한 구토에 휩싸였다. 상대의 손이 Z그를 놓았다. 어두운 물속에서 잠시 또 옥신각신 몸다툼이 있었다. 물이 찌르듯이 코속으로 들어갔고, 그는 입에서 부글부글하고 거품을 뿜어댔다. 조니가 수면에 떠올랐을때, 물밑에서 꼬르륵꼬르륵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어두운 물밑에서 괴로와 몸부림치며, 허우적거리는 노인의 완만한 동작이 어렴풋이 보였다. 상대는 결국 물위로 떠오르지 못했다. 단지 거품만이 보글보글 떠올랐다...... 조니는 울면서 풀에서 기어 올라왔다. 그리고 그곳에 그녀가-칵테일 드레스의 마네킹이 지치고 외로운 모습으로 쓰러져있는 것을 보았다. 손끝에 무언가 검정 물건이 닿았다. 타일 위에 굴러 떨어져있던 검정물건을 주워올렸다. 후리니 백부가 할머니방에서 시종 훔쳐내고 있던 체스의 검정말 하나였다. 조니는 그것을 자세히 보지도 않고 손에다 꽉 쥐었다. 그리고 천천히 파문을 넓혀가는 풀의 물을 바라보았다. 물속에는 후리니 백부가 잠들어 있는 것이다. 미친 것처럼 보였다. 너무나도 미친 것처럼 보였다. 그는 더이상 버틸 힘이 없었다. 그는 뿌연 눈을 가만히 응시하듯이 주실쪽을 보았다. 부들부들 병든 개처럼 떨고 있었다. 불빛이 집안에서 깜박깜박 하며 켜지기 시작했다. 창가가 온통 황색과 오렌지색으로 물들었다. 아빠가 외치면서 아래층으로 내려온다. 뒷문이 열리는 것을 본 순간 조니는 엉엉 울면서 차갑고 단단한 타일 위로 푹 주저앉았다...... 침대 한쪽엔 엄마가 그리고 다른 한쪽엔 邨틤喚 앉아있었다. 조니는 울다지쳐 위를 향해 누운채 아빠를 보고나서 엄마쪽을 보았다. "엄마?" 그녀는 아무말도 하지않은채 미소만 띄며, 그의 양손을 꼭 쥐었다. "엄마, 아아, 엄마." 조니는 말했다. "아주 많이 피곤한데 잠이 오질 않아요. 왜그래요? 왜그래요, 아빠?" 그는 다시 아빠를 보았다. "아빠 무슨일이 일어났었나요? 전 잘 모르겠어요." 아빠는 말하기 곤란한듯 했다. 그러나 어쨌든 이야기를 시작했다. "후리니 백부는 지금으로 부터 20년전에 결혼했었는데, 아내는 아기가 태어남과 T동시에 죽고 말았단다. 백부는 아내를 너무나도 사랑하고 있었지. 아름답고 좋은 아내였으니까 그런것도 당연하지. 백부는 아기를 미워했고 아무것도 해주지 않으려 했단다. 아기야말로 아내를 죽인 범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지. 백부의 기분을 겠지? 엄마가 죽으면 아빠가 얼마나 슬퍼할지 알겠지?" 조니는 약하디 약하게 끄덕였다. 잘 이해가 되질않았기 때문이다. "백부는 그 여자아이를 고아원에 넣어 버렸단다. 그리고 그 고아원이 어디에 있는지는 아빠나 엄마에게도 얘기해주질 않았단다. 그 여자아이가 커서, 부당한 처사를 당한것에 백부를 미워했어. 무리도 아니지. 자신이 낳아달라고 해서 태어난 것이 f아니니까. 알겠지, 아가야?" "네, 아빠." "자 지금으로 부터 1개월전 일인데, 그 아기인 에리-가 물론 이젠 완전히 어른이 다 되었지만, 우리가 살고있는 이곳을 어떻게 된건진 모르겠지만 찾아냈단다. 그녀는 먼저 편지를 써보냈단다. 그래서 우리들은 그녀를 네 선생님으로 채용하기로 했단다. 그정도의 일은 당연하게 해줘야할 일이니까. 그 일은 백부에게는 비밀로 해둘 생각이었다. 그러나 에리-가 찾아와서, 파티를 하고있는 사이에, 2층으로 올라갔을때 백부는 그녀가 누구인지를 알아차리고 만 거란다." 아빠는 여기서 또다시 곤란한듯이 말을 멈추며, 눈을 감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나서, 네가 다락방에서 그녀를 댒煞峠構 된 거란다. 우리들은 그사실을 비밀로 해두려고 했단다. 그리고 너에게 그일을 잊혀지게 하려고 했었다. 그런일을 해도 소용이 없었지. 우리자신도 잊을 수가 없었으니까. 이런일은 반드시 밝혀지고 마니까. 그러나 우리들이 일생을 바쳐서 쌓아올린 것들이 여기서 하루아침에 사라져버릴 휘험도 있었단다. 돈, 신용, 사업, 세상사람들의 소문. 이런 여러가지 일들을 생각했기 때문에 그만 그런 방법을 사용한 거란다...... 그러나 전혀 아무런 도움도 되지않는 일이었단다." 조니는 머리를 돌렸다. "제가 끈덕지게 참견을 했기때문에-" "너는 아마 우리들의 양심이었을거다. 양심의 상징. 그 누구보다 어느정도 적극적으로 너는 집안을 끊임없이 부채질하고 E다녔다. 그래서 후리니 백부는 네가 엄마를 마음 아프게 만들었다고 생각하게 된거야. 엄마는 백부의 여동생으로-아내가 죽고난 이후로 백부에겐 둘도없이 소중한 사람이었단다." "그래서 백부는 저를 죽이고 풀에 빠진 것처럼 꾸미려고 했던거군요." 엄마가 갑자기 몸을 조니에게 기대듯이 구부리며 말했다. "미안하다, 조니. 어른들이란 가끔씩 장님이 된단다. 우리들은 백부가 그런일까지 할줄은 몰랐단다." "경찰에게 뭐라고 그러죠?" "사실은 이렇단다. 후리니 백부는 그녀를 죽이고 자살한 거란다." 엄마의 목소리는 먼곳에서 들려오는 것처럼 희미하게 들려왔고 조니는 하품을 길게하고 있었다. 정신이들자, 조니 자신이 말을하고 있었다. "항상 잠자기 전에 후리니 백부는 여러 얘기를 해주셨지만 엄마. 지금도 모르는 것이 있어요. 그 얘기는 언제나 주인공인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진 인간'과 아름다운 아내로-" "조니가 크면 알게된단다. 불쌍한 에리-그녀는 언제나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진 인간'이었지. 어두운 그림자를 가진-" 갑자기 기억이 죄다 희미해져 갔다. 끝이 난 것이다. 모든것이. "이제 잠자기 전에 얘기는 필요없어요, 엄마. 이제 괜찮겠죠?" 피로 곤비한 어둠속에서 조니는 엄마의 목소리를 들었다. "그래 이젠 안들어도 좋다, 조니." 조니는 그대로 꿈속으로 빠져들어갔다. 왼쪽손이 풀리고, 쥐고있던 검정말이 침실 바닥으로 떨어졌다. 바닥을 구르는 검정기사가 다시 멈추기 전에 그는 벌써 잠들고 말았다. 8.심판의 정원 -데이빗 이뤼 작가 데이빗 이뤼(1927-)은 60년대 처음으로 몇 개인가의 멋진 공포 단편을 발표,『요트클럽』으로 에드가스 단편상을 받고, 다르와 에린을 잇는 작가로 유망시 되었다. 그런데 그다지 많이 쓰진 않았지만 단편집 '타일아웃'과 장편 '증발' '관광여행' '헌병 도롯트의 오명' 등을 발표하고 작가로서의 지위를 구축하였다. 현대 생활을 테마로 한 리얼한 공포소설이 많지만, 본편은 회화괴담이라고도 할 수 있는 오도톨스한 괴담으로 이루어져있다. 1961년 10월호의 <환타스틸>지에 발표되었다. ` 어둑어둑하게 해가 질 무렵, 구부러진 골목을 무뚝뚝하게 입을 꼭 다문 사람들이 조급하게 걷고 있었다. 자욱하게 깔린 안개에 마음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조심스럽게 울리던 차의 작은 경적소리가 겁에 질린 거위의 울음소리처럼 울려 퍼졌다. 갑작스럽게 깊어져가는 초저녘의 어두움에 가로등의 황금색 불빛이 여기저기 켜져있었다. 트위드복으로 싸인 그의 거대한 몸집이 길을 지나가는 여자의 팔에 닿은 순간에 그녀가 안고 있던 종이봉투가 쏟아졌다. 순간적으로 주워올리려고 웅크리고 앉자, 귀 뒤에서 피가 올라왔다. "죄송합니다." 숨을 헐떡이면서 말한 그의 손에서 잽싸게 봉투를 주워들더니 그녀는 작은 발걸음으로 f멀리 사라져갔다. 그는 차갑고 쌀쌀한 벽에 기댄채, 현기증이 가라앉기를 기다렸다. 그 미련스런 의사가 뭐라고 했었더라? "올 겨울은 좀 더 따뜻한 지역에서 지내셔야 합니다......" 그래, 그거다. 따뜻한 곳과 꽃! 그는 몹시 못마땅한 얼굴로 콧수염을 만지작거리며 다시 걷기 시작했다. 군인 연금으로 따뜻한 곳이라? 농담도 작작하는 것이 좋겠군! 문을 닫은 아케이드의 어디선가 똑하고 떨어진 물방울이 먼 발소리와도 닮은 메아리를 희미하게 남겼다. 드디어 내가 찾던 가게에 도착했다. 어두운 창문에서 잠시동안 그 안을 들여다보았다. 홀로 쓸쓸히 켜져있는 전등이 대머리를 비추고 있었다. 안경이 빛을 반사시키고 있었다. 여러가지의 그림, 조각, 빛바랜 갑옷, 심술궂은 올빼미 박제, 눈을 날카롭게 뜨고 바구니 안에서 흔들리고 있는 앵무새-먼지 투성이인 배경이 어렴풋이 떠오르고 있다. 초인종이 울렸다. 카스테아즈 노인은 지저분하게 어지러져 있는 의자에서 기대에 찬 얼굴로 고개를 들며 잘 보이지않는 눈으로 한 곳을 집중하였다. 앵무새가 요란스럽게 지저귀고, 질리지도 않는지 새장에서 발톱을 세우고 있었다. "아니, 이게 누군가. 단스 소좌!" 카스테아즈 노인은 왠지 불안스러운듯이 눈을 깜박이며 말을 건넸다. 소좌는 커다란 머리를 숙여 인사를 했다. 그순간 맡겨두었던 인도제 코끼리의 눈으로 세공한 파이프가 전과 다름없이 선반 위에서 공허하게 빛을 발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f "물건을 보러온 사람이 없었나?" 카스테아즈 노인은 고개를 저으며, "요새 물건을 사러오는 사람이 없어서요." 언제나 귀에 거슬리는 낮은 톤의 목소리로 얘기했다. 그 주름살이 깊게 패인 노인의 얼굴에는 의심스럽다는 표정이 스며있었다. "이렇게 말하긴 뭐하지만, 내놓으신 가격이 너무 비싼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만," "그러나 그 물건은 인도의 마하라쟈가 직접 나에게 선물로 주신......" 카스테아즈 노인은 손을 저으며 말을 막았다. "분명히 당신한테는 잊지못할 커다란 가치가 있는 물건이겠지만, 소좌. 당신의 사정을 모르는 제3자한테는 어떤 물건일까를 생각해보십시오." 창밖에서는 낙숫물이 장송의 북소리를 '희미하게 연주하고 있었다. 단스 소자는 먼지에 더러워진 책상 표면에 손가락으로 원을 그렸다. "50파운드는 너무 어처구니 없이 비싸고 말고요!" 카스테아즈 노인은 날카롭고 높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렇게 생각하자, 이번에는 완전히 바뀌어 동정어린 목소리로, "저한테...... 20파운드에 파실 의향이 있으시다면 내 곧 현금으로 지불해 드리지요." 앵무새가 킥킥거리고 웃으며 새장 안을 이리저리 날아다니고 있었다. "20파운드!" "그정도 밖에 값을 쳐드릴 수가 없습니다." 단스 소좌는 반들반들한 대머리 아래의 험상궂은 얼굴 표정을 절망적인 기분으로 [바라보았다. 갑자기 가게 안이 지저분한 새장처럼 답답하도록 비좁고, 어딘지 모르게 더럽고, 곰팡내나게 느껴졌다. 카스테아즈 노인은 천천히 의자를 앞뒤로 흔들고 있다. 새장 안의 앵무새도 거드름 피우는 얼굴로 흉내내고 있었다. "정말 훌륭한 파이프이긴 합니다만." 노인은 소좌를 위로하듯이 말했다. "20파운드란 가격은 충분히 검토한 결과 결정한 값이라고 생각하는데요." 그는 숨을 내쉬며 얼룩진 잿빛 조끼를 손가락으로 잡아당겼다. "이 물건 말고 팔만한 다른 기념품류는 없나요?" 단스 소좌는 고개를 휘저었다. 그의 초라한 아파트에 남아있는 기념품은 하나밖에 없었다. 연대 근무 당시에 허리에 차던 O검이다. 그것만은 아무리 다급한 일일지라도 처분하고 싶지는 않았다. "자 소좌 그렇게 낙심하지 마세요! 조금 느긋하게 기다려 보자구요. 그 사이에 물건을 살 사람이 나타날지도 모르니까." 무료하게 대머리를 매만지고 있던 카스테아즈 노인이 갑자기 손을 쳤다. 그리고 가게 구석으로 달려가서, "그래, 그래!" "좋은 물건을 보여드리지요, 소좌. 잠시만 기다리세요. 당신 정도로 고미술에 관심을 가지고있는 사람이라면 틀림없이......" 잠시후 그가 비틀거리며 안고 나온 것은 귤색 포장지에 쌓여있는 커다란 그림액자였다. "독일 르네상스의 일품이죠." 노인은 숨을 헐떡이면서 전구의 바로 밑에 U있는 의자에 그림을 올려놓고, 자못 흐뭇한 듯이 소리없이 미소를 띄면서 갈색 포장지를 묶고있는 끈을 풀어냈다. "일생에 한 번 있을까말까한 진귀한 물건이라서요. 이런 말을 해도 믿어주실런지 어떨런지. 내 조카가 저번주에 파리 근교의 시골집에서 발견하고 그자리에서 내 이름으로 사들였는데, 지불한 돈이 말입니다. 글쎄 단돈 15파운드였지 뭡니까!" 포장지가 주루룩하고 마루에 미끄러지듯이 떨어졌다. 드러난 그림을 단스 소좌는 가만히 응시하고 있었다. 과연 요즈음엔 보기드문 명품이었다. "단돈 15파운드라구?" 노인은 소리쳤다. "이제 아시겠습니까, 소좌." 카스테아즈 노인은 가늘고 긴 머리를 U흔들며, 우쭐해진 얼굴로 소좌를 한번 힐끗 쳐다보았다. "이것이 바로 1870년 파리를 포위한 이래로 행방불명 되었던 로이덴봐루트의 『심판의 정원』이라구요! 그것을 단돈 15파운드로 손에 넣었으니까." 흥분한 나머지 소좌의 소매를 꽉 붙잡으며, "행방불명이 되어있던 『심판의 정원』을 말입니다, 소좌." 캔퍼스에는 회색과 빨간색과 짙은 녹색으로 침울한 풍경이 그려져 있었다. 인간들에게 위압이라도 하듯이 낮게 끼어있는 구름. 그 밑에 보기에도 쓸쓸해 보이는 황량한 풍경. 단스 소좌는 답답함을 느끼며 턱수염을 잡아당겼다. "과연 이 그림에는 박력이 있군." 커다란 목소리로 단스 소좌가 말했다. 카스테아즈 노인은 너무 기쁜 나머지 몸을 부르르 떨면서, "난 내일 그 그림을 팔겁니다. 오천기니에." 단스 소좌는 헛기침을 했다. "오천기니? 설마." 그러자 노인은 웃도리의 주머니에서 몇 장의 종이를 꺼내었다. "도저히 믿기지 않겠지만 사실이라구요." 말하면서 꺼낸 종이를 소좌의 코밑에 한장한장 흔들어 보였다. "이것이 나의 소유증서-보시다시피 정식으로 인정받은 겁니다! 그리고 이것이 매도증서! 그리고 이것이 역대 소유자들의 리스트입니다!" 그림을 넘겨주고 웃고있는 사이에 숨이 콱콱 막히더니 책상 위로 서류를 a떨어뜨리고선, 손수건을 입에 가져가 댔다. "로이덴봐루트에 대해서는 흥미 깊은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습니다." 기침 발작이 진정되기를 기다렸다가 노인이 말했다. "그는 매년 자신의 생일날에 새로운 그림을 제작하고, 자신의 나이와 같은 수의 사람을 그 그림안에 그려놓는다는 이야기입니다." 단스 소좌는 입술을 움츠렸다. 『심판의 정원』에는 많은 사람이 그려져있다. 게다가 기묘하게 그 모든 사람들이 소좌를 심판가로서 숭상하고 있는 듯이, 애원하는 표정도 노골적으로 캔퍼스 안에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예를 한가지 들자면," 카스테아즈 노인은 말을 계속 이었다. "그는 40세 때에 『사딜』을 그렸어요. U알고 계시겠죠? 그 그림에 몇 명의 인간이 그려져 있다고 생각하세요? 딱 40명 이랍니다." 노인은 한번 더 기침을 했다. 그는 계속 말을 이었다. "여기에는 확실하게 제작년도가 적혀 있습니다.-1530년 이예요. 이 해에 로이덴봐루트는 28세였죠. 그렇다면 이 그림에는 몇 명의 인물이 그려져 있을까요? 틀림없이 28명! 자 세어보십시요." 단스 소좌는 권유대로 세어보았다. 그려져있는 인물은 험한 언덕 중턱에 두사람씩 모여있다. 과연 분명하게 28명. 우리집에는 옛날 미술사에 관한 책이 한 권 있을것이다 라고 단스 소좌는 생각했다. 집에 돌아가면 당장 이 로이덴봐루트라는 남자의 내력을 조사해 봐야지...... f "물론 그 그림에는 저주가 걸려 있습니다." 단스 소좌는 의아스럽게 노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카스테아즈 노인은 쿡쿡하고 웃으며, "말하자면 당시의 유행이어서, 신앙이 너무 깊은 탓이겠지만. 뭐, 일종의 비밀의식같은 행위라고나 할까요! 로이덴봐루트의 경우는 그 경향이 유달리 현저했던 것이지요. 이 그림의 경우, 그는 특별히 이, 여기에있는 인물에게 저주를 걸었던 것입니다. 그 까닭을 얘기해 드리지요. 실로 흥미진진한 얘기랍니다." 그때 카스테아즈 노인은 또다시 기침이 발작했다. 전보다 더 깊고 격렬한 발작이 절정에 다다랐을때, 코에 걸친 안경이 날아가 마루바닥에 떨어져 산산조각이 나버렸다. "왜 이러지!" m 유감스럽다는 듯이 외치면서 파편을 더듬어 나가는 노인의 모습에 단스 소좌도 동정의 뜻을 표하였다. 노인은 등뒤를 돌아다 보았다. "맨 윗 서랍에 여분의 안경이 있어요. 그걸 가져다 주시지 않겠습니까?" "그러죠." 서랍속에는 두꺼운 전표뭉치가 있었다. 그 밑을 주의깊게 뒤적이며 안경을 찾고있는 사이에 단스 소좌는 전표에 두가지 종류가 있음을 알아차렸다. 구입용 전표와 매도용 전표였다. 거칠어보이는 손을 서랍에 넣어둔 채로 그는 잠시 동작을 멈추었다. 새장 안에서 언짢은 듯이 소좌를 바라보며 앵무새가 잠자코 홰를 흔들었다.-그 건너편, 전등 아래에서는 28명의 인물이 물끄러미 이쪽을 주시하고 있었다. 저 그림 한장에 U5천기니라니! "안경을 찾았나요, 소좌?" 그는 등골이 오싹해지는 듯한 묘한 한기를 느꼈다. 자신을 주시하고 있는 모든 눈-앵무새와 카스테아즈 노인과 그림속의 인물들의 눈이, 구불구불한 실을 풀어내어 가볍게 어깨를 만지작거리고 있는 듯한 역겨운 느낌. 관자놀이에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아아, 찾았어요. 자 보세요. 이거지요?" 소좌는 안경을 손에 들었다. 카스테아즈 노인이 비틀비틀거리며 다가왔다. 캔퍼스 앞에 선 그 머리에 전등빛이 예리하게 반사하여, 안경을 내민 소좌의 눈이 반짝하고 빛났다. 노인의 양손이 안경에 닿기도 전에 안경은 마루바닥에 떨어졌다. 그러나 유리가 깨진 것 같지는 않다. "정말 미안합니다." 떨리는 목소리로 외친 단스 소좌는 카스테아즈 노인이 허둥지둥 바닥을 더듬으며 안경을 찾으려고 하는 것을 보고, 미리 앞질러 그 손을 옆으로 밀어냈다. "이것은 내 잘못일세. 두 번이나 손이 미끄러질 줄이야. 미안하네." 마루바닥에 웅크리고 앉아 저벅저벅하고 발을 내밀었다. 와작하고 유리가 깨지는 소리. "아뿔사, 카스테아즈! 그만 안경을 밟은것 같네!" 카스테아즈 노인은 책상 모서리를 잡더니 슬픈듯이 마루를 내려보았다. "뭐라고 사죄를 해야좋을지!" 단스 소좌가 말했다. "아닙니다.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소좌." 노인은 책상 모서리를 꽉 쥐면서 안타까운듯이 중얼거렸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새장 속에서 앵무새가 격렬하게 날개를 퍼덕였다. "아무리 주의를 한다해도." 카스테아즈 노인은 안타까운듯이 눈을 깜박였다. "우연히 차질을 일으킬 수도 있으니까요." 단스 소좌는 재빨리 일어나면서 말했다. "조금전 그 파이프 20파운드에 자네에게 팔겠네." "뭐라고 말씀하셨나요?" "20파운드에 팔겠다고 했네. 그 파이프." 카스테아즈 노인의 얼굴이 갑자기 환해지며 주름진 뺨을 팽팽하게 하였다. 다음 순간, (아쉬운 듯이 양손을 흔들며, "될 수 있다면 내일 한번 더 행차해 주시지 않으시겠습니까? 이 상태로는 매도증서를 쓰지도 못하기 때문에." 변명하는듯이 한 쪽 눈꺼풀을 가볍게 감아 보였다. "내일이 되면, 나는 맨체스터에 나가보지 않으면 안되네. 1,2주 동안 그 곳에서 지내게 되었네." 소좌가 말했다. "뭐하다면, 자네 대신에 내가 그 서류를......" 주저하는 사이에 침묵이 흐르고 앵무새 새장의 뒤쪽 벽에 날카롭게 구부러진 부리를 드리운 거대한 새 그림자가 비치고 있었다. "아참. 그런 방법이 있었군요." 카스테아즈 노인은 손을 비비면서 말했다. D "당신이 서류를 작성해 주신다, 좋습니다. 그리고 싸인란을 가르쳐 주시면 제가 싸인을 하죠." 노인은 그러면서 초조한 듯이 손을 흔들어 보였다. "신체 기능에 이상이 생겼다는 것이 얼마나 답답한 노릇인지, 당신에겐 도저히 이해가 안될겁니다." 소좌는 벌써 등을 돌리고 있었다. 이미 필요한 전표를 뜯어서 한창 서류 작성을 하고있는 도중이었다. 카스테아즈 노인은 재촉하는 대로 소좌가 일러준 자리에 서명을 하고 지갑을 꺼내려 했다. "잠깐만 기다려 주겠나." 단스 소좌가 단호하게 말했다. 이어서 웃도리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더니 그는 20파운드를 신중하게 센 뒤에 접어 노인의 F손바닥에 밀어넣었다. 돈을 눈앞에 둔 카스테아즈 노인은 갑작스러운 일로 당황한듯이 킁킁거리며 코를 벌름거렸다. "단스 소좌." 라고 노인의 입이 열렸다. "아무래도 오해를 하고 계신것 같은데!" 큭큭 웃으면서 지폐를 내밀었다. "돈을 지불하는 것은 접니다." "무슨 소리인가!" 단스 소좌는 깊숙히 숨을 들이마시고 다시 책상에 놓여있던 전표를 집어들었다. 그리고 조용하게 다가가서 『심판의 정원』을 옆구리에 껴안았다. "자, 실례하겠소...... 카스테아즈!" 노인은 조금도 보지않고 위압적인 말을 퍼부으며 출입구를 향해서 군인 특유의 드레진 걸음걸이로 걸어간다. 카스테아즈 x노인은 양손을 흔들며 두려움에 입술을 떨기 시작했다. 평정을 잃은 나머지, 단편적인 말들이 차례차례로 튀어나왔다. 앵무새가 소리를 지르며 새장 안을 이리저리 날아다녔다. 문앞에 선 단스 소좌는 중절모를 휙하니 쓰고 뒤돌아 보면서 무뚝뚝하게 잘라 말했다. "이 이상 논의는 필요없겠지, 카스테아즈. 자네는 방금 전에 20파운드로 『심판의 정원』을 나에게 팔아 넘긴걸세. 나는 자네의 서명이 적혀있는 매도증서도 가지고있고, 또 자네는 내가 지불한 20파운드를 손에 쥐고있네. 거래는 이미 깨끗이 끝난것 아닌가." 노인은 비틀비틀거리며 앞으로 걸어나왔다. "안됩니다. 그것만은 건네줄 수 없습니다." 그의 양손은 먼지투성인 허공을 휘젓듯 권貳틈? 책상을 돌아나왔을때, 발이 꼬였는지 옆으로 쓰러지면서 옷깃을 잡아뜯었다. 앵무새가 분노에 찬 소리를 내었다. 단스 소좌는 눈살을 찌푸리며 이상한 광경을 바라보았다. 이런 식으로 사람이 죽는 모습은 과거에도 몇 번인가 본 적이 있다-모든 징조가 절박한 죽음을 암시하고 있었다. 원래 약한 심장이 급속히 결렬한 쇼크를 받았기 때문에 말과 행동이 평상시와 달라진 것이다-부들부들 떨며 헐떡이는 목소리, 평소와는 달리 빨리 뛰는 고동, 시퍼렇게 변해가고 있는 얼굴색...... 이제라도 파열할 듯한 심장에 휘몰려 2,3보 후퇴한 노인은 전등빛 아래의 조금 전까지만 해도 그림이 놓여져 있었던 의자에 비틀거리며 기대고 있었다. 분노로 일그러진 얼굴이 빈정거리는 듯한 미소를 담고있는 것처럼 보였다. E "잘들어둬...... 당신." 말은 부서진 이빨처럼 고민과 함께 내뱉어졌다. "보...... 보는 것이 좋을거야...... 사...... 산을...... 산을!" 단스 소좌는 문고리에 손을 얹고, 안고있던 액자의 무게감을 느꼈다. 도대체 임종을 앞두고 괴로워하고 있는 노인의 뇌리에는 어떤 광경이 스쳐 지나가고 있는 것일까? 의자 위의 회색 그림자는 마지막의 경련을 일으키고 있었다. "산......" 그 이후로 말은 두절되었다. 노인은 바람에 흩날리는 지폐처럼 마루바닥에 쓰러져 움직이지 않았다. 휘둥그렇게 뜬 눈과 쫙 벌린 입이 얼빠진 미소를 새기고 있었다. 단스 소좌는 달갑지않은 듯이 앵무새의 새장 _옆으로 다가가 덮개를 씌운 뒤, 안개 속으로 발을 내딛었다. 그 방은 퇴역군인의 거실에 걸맞게 간소하게 장식되어져 있지만, 일종의 초라한 분위기가 감돌고 있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었다. 헤진 융단과 올이 풀린 커튼이 군인 연금의 빈곤함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음산한 거실 구석에 작은 침실이 틈 사이로 들여다 보였다. 왠지 쓸쓸하고 서글픈 생활이 이런거구나 하고 사자비 화랑에서 파견된 몸집이 작은 미술 감정가인 그라톡씨는 느꼈다. 그러나 단스 소좌는 보기에도 기분이 썩 좋아보였다. 커져만 가는 흥분을 억누를 길이 없어보이는 안색으로, 아까부터 자주 손을 비벼대면서 검소한 테이블 주위를 이리저리 겙활資羚駭? 테이블 위에는 담요로 덮여져있는 액자가 기대어 세워져 있었다. 그라톡씨는 한숨을 쉬었다. 직업이라고는 하지만 모처럼 꿈에 부풀어있는 것을 산산히 부숴버리지 않으면 안되는 얼마나 불행한 장사인가. 바로 저번주에도 켄진튼에서 뒷맛이 나쁜 체험을 했었다. 디디암을 발견했다는 초로의 부인에게 감정을 의뢰받았던 것이다. 물론 그것은 눈길을 딴 곳으로 돌리고 싶을 정도의 모조품이었다. 그는 될 수 있는한 원만한 말솜씨로 가짜라는 사실을 부인에게 알렸었지만, 그 답례로 받은 것은 어처구니없는 저 주말 뿐이었다. 뭐 그것도 무리는 아니라고는 생각하지만, 그 그림을 화랑에 전시해 달라고 무리하게 요구할 권리만은 그녀에게도 없었다. i 단스 소좌는 극도로 흥분되어 있었다. 액자를 싸고있던 담요를 힘있게 걷어치우고 나서 한 발 뒤로 물러서서, 양발 뒤꿈치를 딱 쳐서 소리를 내고 손님을 향해 돌아섰다. 수염이 살짝 움직이고 수정구슬 처럼 눈이 반짝하고 빛났다. "자, 봐주시요." 그는 한자한자 또박또박 끊어서 말했다. "자, 꼼꼼히 봐주게." 그라톡씨는 문제의 그림을 옆에서 보면서 머뭇머뭇거리며 테이블로 조금씩 다가왔다. "이것이 그 행방불명 되었던 로이덴봐루트의 명작 『심판의 정원』이네." 연병장에서 지휘하는 듯한 큰 소리가 방안에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그라톡씨는 눈을 가늘게 뜨고 들여다보며, 코를 킁킁거리고 냄새를 맡아보는 기척까지도 보였다. (항간에 떠돌고있는 소문에 의하자면 그라톡씨는 어떠한 모조품이라도 말그대로 코로 냄새를 맡아 분별해낼 수가 있다고 한다.) "이정도의 그림이라면 우선 5천기니는 줘야 될걸세." 단스 소좌는 말했다. "내 눈에 이상이 없다면 말일세." 그라톡씨는 입을 오므렸다. 아마추어들은 이래서 곤란하다. 이들은 의심의 의자도 모르니까. "그다지 결론을 서두를 필요는 없습니다, 소좌." 라고 그는 말했다. 단스 소좌는 경계심이란 경계심을 모두 실내에서 날려보내려고 하는 듯이 빨갛게 달아오른 볼을 부풀렸다. 두꺼운 천의 옷을 _입고서 손님 앞을 가로막고 서있는 그 모습은 마치 가시가 무성한 작은 산 같았다. "뭐, 좋을대로 하게. 천천히 시간을 두고 충분히 파악할 때까지 자세히 조사해보게." 조금의 불안도 품고있지않는 자신만만한 자세로 미소를 머금으면서 그는 커다란 주먹을 다지고 분홍빛 손바닥을 쳤다. 그 자신에 차있는 얼굴 표정을 그라톡씨는 힐끗 쳐다보며 억지로 웃어주었다. "모든 각도에서 조사해봐도 상관없네, 자네." 소좌는 계속 말을 이어나갔다. "그래, 그래! 철저하게 조사해주게나. 매우 가까운 거리니까!" 소좌의 큰 소리로 웃는 모습에 그라톡씨는 미치광이 처럼 행동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하고 의아스럽게 생각했다. ) "이 그림은 『심판의 정원』임에 틀림이없네." 천둥과도 같은 목소리가 지금도 실내에 메아리치고 있었다. "그렇지않으면 나는 이 머리를 사자비 화랑에 바쳐도 좋네." 말하면서 억세게 보이는 팔로 머리를 잘라버리는 흉내를 내보였다. 그라톡씨의 시선이 실내에 있는 단 하나의 장식품, 작은 난로 위에 있는 연대용 검에 머물렀다. "얘기 좀 하실까요, 소좌." 그는 신경질적인 웃음을 띄면서 대답했다. "저희는 그런 흥정을 할 생각은 털끝 만큼도 없습니다." "내 머리 따윈 필요없다는 건가? 그건 고마운 일이네." 그라톡씨는 게처럼 걸어와 테이블 앞에 겮뭅? 그는 점차로 그 그림에 대해서 흥미가 더해가는 것을 느꼈다. 적어도 이것은 요한 하인리히 로이덴봐루트의 정교한 모조품이라고 생각하였다. 그의 머리 속에는 로이덴 봐루트의 이름 다음으로 그가 살았던 기간(1502-1564)이, 괄호로 묶여있었다. 그것이 특징인 연한 오렌지색으로 테두리 쳐있는 구석의 이니셜...... 그 바로 위에 적혀있는 '기원 1530년'이라는 제작년도...... 인물의 눈에 있는 파란 모세혈관까지 정교하게 그려넣은 세부묘사의 신기함...... 보면 볼수록 그 그림은, 이류라고는 하지만 흥미깊은 인물인 점을 잃지않는 그 화가의 솜씨가 되는, 잃어버린 명작의 특징과 합치되어 오는듯이 느껴졌다. 눈에 보이지않는 무서운 법정과 대면하고 x있는 것처럼 그 악몽스럽게 보이는 풍경 속에서 이쪽을 바라보고 있는 고발자와 피해자들. 그들이 모여있는 언덕의 추악한 벌거숭이 경사진 곳은 어둑어둑한 오래된 숲에 싸여있고 불길한 구름이 낮게 그들의 머리 위에 깔려있었다. "어쩐지 으시시한 광경같다는 생각 들지않나?" 등 뒤에서 단스 소좌의 목소리가 들렸다. "보고있자면, 내 자신이 그 그림 속으로 빨려들어가 버릴것같은 기분이 드네만." 그라톡씨는 예의바르게 끄덕였다. 그도 이젠 진지하게 생각에 잠겨있었다. 그럴일은 없겠지만, 어쩌면-진품일지도 모른다. 확실하게 판단을 내리기 어려웠다. 어쨌든 좀더 세밀한 감정을 할 필요가 있다. 제임슨씨와 윗트필드씨와 함께 상의해...... M "전설에 의하면 즉, 나는 이 남자에 얽힌 이상한 에피소드를 읽었네만." 단스 소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 로이덴봐루트란 남자에 대해서 말일세." "네에." 그라톡씨는 건성으로 대답했다. 그는 새로 기분을 가다듬고 상체를 앞으로 내밀며 킁킁거리며 냄새를 맡아보았다. 콧구멍을 통해서 얻어진 직감으로 그는 확실하게 그 그림의 제작연대를 알 수 있었다. 16세기 초기의 그림임에 틀림이 없다. 갑자기 머리 속에서는 여러가지 상상이 미칠듯이 날뛰고 있었고, 그는 서둘러 양손으로 테이블을 짚은채 몸을 지탱하고 잇었다. "어쨌든, 이 남자는 매년 자신의 생일날에 새로운 그림을 그렸다는군." N 소좌의 목소리가 들렸다. "자신이 나이를 한 살 먹을 때마다 그려넣는 사람의 숫자도 한 명씩 늘어난다는군. 이 그림 속에는 28명의 인물이 있네......" 그라톡씨는 끄덕였다. 로이덴봐루트의 기이한 버릇에 대해서는 전부터 들어서 알고있었다. 그는 한 번 더 캔퍼스에 눈을 돌렸다. 무언가 결점이 있을만도 하다. 아무리 교활한 모조 작가라 할지라도 어딘가 한 곳 정도는 빠뜨린 곳이 있을 터이다. 그러나 눈에 보이는 것은 심판을 기다리며 이쪽을 직시하고 있는 사람들의 얼굴 뿐, 결점은 무엇 하나 찾을 수가 없었다. 이 그림을 그린 남자는 얼마나 탁월한 솜씨를 가진 자인가! 이 그림을 본 사람은 #분명히 누구나 곧 눈길을 딴곳으로 돌리고 싶은 충동이 들 것이다. "즉 그당시, 로이덴봐루트는 28세였던 걸세." 단스 소좌가 의연하게 말하고 있었다. "이 그림에 그려져있는 인물의 수도 정확히 28명! 내가 직접 수를 세어봤으니까 틀림없네." 그라톡씨는 몸서리가 쳐지는 것을 억지로 참았다. 이 그림에 대해서는 분명히 묘한 전설이 있다. 어쨌거나, 어떤 저주에 관한 이야기, 무구와 죄에 얽힌 저주에 관한 이야기일 것이지만, 뚜렷한 기억이 희미해져 있었다. "내가 상점에서 센 그 인물들의 수가," 단스 소좌는 창가로 다가가 거리를 내려다 보았다. 7 "나에게 최후의 결단을 내리게했네." 좁은 해협을 지나가는 거대한 배처럼 느긋하게 돌아보며, "나는 그때 처음으로 진품이란걸 알아 차린 셈이네." 그는 양손을 딱 쳤다. 그라톡씨는 깜짝 놀라 몸을 움츠렸다. "물론 나는 열일을 제쳐두고 부랴부랴 사들고 왔네!" 소좌의 목소리가 울렸다. 그라톡씨는 로이덴봐루트가 그린 타락과 공포의 광경에서 눈길을 돌릴 수가 없었다. 황량한 언덕 중턱에 몸을 웅크리고, 무서운 운명이 다가오는 것을 잠자코 기다리고 있는 28명의 얼굴, 그의 뇌리에는 숲과 진홍의 흔적을 쫓아서 눈 속을 달려가고 있는 늑대인간의 모습이 선했다...... K "지불하고 온 돈이 단돈 20파운드라네." 단스 소좌는 멧돼지 머리를 흔들어대고 짖었다. 짖는가 싶더니 큽큽거리고 웃으면서, "그것이 5천기니로 팔린다면...... 그렇지않나, 그라톡군? 대단한 배당이 아닌가!" 그라톡씨는 눈을 감고 고딕풍의 공포를 눈꺼풀 뒤쪽에서부터 닫기 시작했다. 그리고나서 침착해진 얼굴로 상인 특유의 흥정을 일시 보류한다는 말이라도 할 듯한 표정을 띄며, "그러나 소좌, 이런 경우는 절대적으로 판정할 수 없으니까. 예를들어 당신과 나처럼 경험이 풍부한 사람이라도......" "그건 그렇고 말고!" 단스 소좌는 대답했다. "자네는 좀 더 상세한 검사를 해야될걸세. z동료들을 불러서 온갖 방법과 수단을 써서 조사해 볼 필요가 있단 말일세. 좋다마다. 그정도는 나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네." 그라톡씨는 얼굴을 들었다. "내일이라도 우리 상점 사람을 데리고 오고자 합니다만 괜찮으시겠습니까?" "암, 그렇게 해주게." "물론, 저로서는 이 그림의 진가를 조금도 의심하지 않습니다." 그라톡씨는 갑자기 답답함을 느꼈다. 일분마다 단스 소좌의 몸이 비대해져 가는 듯한 기분이 든다. 시선을 둘 데가 없어 민망했다. 실제로 그 방에서는 주인의 거대한 몸집이나-또는 예의 그림 이외에 눈길을 돌릴 데가 없었다. 그리고 그라톡씨는 왜인지 후자에 눈길을 주기를 꺼려했던 것이다. 확인을 할 필요가 있는 것이 한가지 있었다. "물어볼 필요도 없습니다만," 이라고 그라톡씨는 말했다. "이 그림의 정당한 소유자임을 증명하는 증서는 가지고 계시지요?" 소좌는 웃도리의 안주머니를 만지작거렸다. 그라톡씨는 전표를 건네받고 두 번 반복해서 읽었다.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았다. 전표에서 얼굴을 들자, 불안한 듯한 얼굴이 조심스레 돌아보았다. "카스테아즈......" 그라톡씨는 전표에 적혀있는 이름을 소리내어 읽어 보았다. 단스 소좌는 곤혹한 듯이 눈섭을 치켜올리며 창문을 돌아다 보았다. "이것은 뜻밖인데요." 그라톡씨의 목소리가 멍하게 울려퍼졌다. 소좌의 목소리는 입 안에서만 우물거려 분명하지 않았다. "정말이지 불행한 사건이었네. 이 그림은 그 노인이 팔았던 마지막 물건일지도 모르네." 그라톡씨는 반사적으로 입을 열었다. "내가 뜻밖이라고 말했던 것은, 그 일 때문이 아닙니다, 소좌. 카스테아즈 노인 정도의 베테랑이 어째서 로이덴봐루트를 알아보지 못했는지가 너무 이상해서 말했던 것입니다. 그런일이 일어날 수가 없다고 봅니다만." 단스 소좌는 런던 거리를 바라보면서 찌푸리고 있었다. "분명히." 라고 그라톡씨는 말했다. "그 노인도 뒤에 자신이 실수한 것을 눧鱇팃湯활黴윱求摸? 구매 가격이 20파운드였다고 그러셨죠?" "그렇다네, 20파운드야." 책상 위의 로이덴봐루트의 그림이 희뿌옇게 떠오르고, 고뇌에 찬 여러 눈이 무정한 숙명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라톡씨는 한 번 더, 거의 자신의 의지와는 반대로, 발작적으로 그것들의 시선과 마주 대했다. 그러자 무언가 결점이 있는 듯이 보였다. 그는 땀이 흘러나오는 눈썹에 한손을 올리고, 신중하게 눈을 돌리어-눈길을 돌릴 방향은 어느쪽이라도 상관이 없다-결국, 자신이 쥐고있는 전표로 눈길을 떨구었다. 그것은 그에게 한 소문을 다시 떠오르게 하였다. 그는 어떻게든 혀를 놀리지 말아야지 하며 결심을 하고 있었으나 허사였다. "장례식에 대해서 묘한 이야기가 전해지고 W있습니다. 물론 믿을 가치도 없는 풍설이지만," 단스 소좌는 무표정한 얼굴로 창문에서 뒤를 돌아보았다. "장례라면 카스테아즈 말인가?" "어차피 근거도 없는 소문이겠지만," 그런 소문등은 아무것도 내가 들을 필요는 없는 것이다 라고 그라톡씨는 자신에게 타일렀다. 그는 한시라도 빨리 밖의 신선한 공기를 마시고싶다. 이 답답하고 작은방에서 빠져나가고 싶다고 본능적으로 원하였다. 그러나 그의 시선은 『심판의 정원』과 그 그림에 그려져있는 인물들에게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그는 누구에게 홀린듯이 말을 하고있었다. "그의 시체는 화장시켰답니다. 실은 오늘 아침 시행되었습니다만, 저는 참석하지 9않았습니다. 그런데 참석했던 저의 동료의 말에 따르면-재가 감쪽같이 사라져 버렸다는 겁니다." 단스 소좌는 납득이 잘 가지않는다는 듯이 상대방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결국." 그라톡씨는 느닷없이 장소에 어울리지 않는 감각, 우스개 소리의 매우 결정인 문구를 말하려고 할 때 웃음이 터지는듯한, 그런 감각에 압도되었다. "결국 그의 유해는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았단 말입니다. 그는-완전히 타버려서-결국 말끔하게 사라져버렸다라고나 할까. 뭐, 어쨌든 무엇 하나 남지않았다 라는 말입니다. 무엇 하나 말입니다." "기탄없이 말하면." 단스 소좌는 딱딱한 말투로 이야기를 M하였다. "그런 말은 횡설수설에 지나지않네." 그때, 그라톡씨는 드디어 그 그림의 결함을 찾아내었다. 그는 카스테아즈 노인에게 얽힌 에피소드를 이야기하고 있는 사이에도 숙련된 눈을 조심스럽게 움직여서, 그 그림에 이상한 부분이 없는지 열심히 음미하고 있었던 것이다. "단스 소좌." 그는 거듭, 자칫하면 킥킥하고 웃고 싶어지는 충동을 필사적으로 참고 말했다. "이 그림에는 결함이 하나 있습니다." 단스 소좌는 입을 떡 벌렸다. "시시한 농담은 집어치우게. 알겠나? 이 그림은 카스테아즈 노인이 스스로......" 그라톡씨는 흥분을 금하지 못한 얼굴로 『심판의 정원』을 가리키면서 말을 L가로막았다. "그것보다 소좌, 직접 세어보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소좌는 거대한 몸을 뒤뚱거리면서 로이덴봐루트의 앞에 서서 콧수염 사이에서 분노의 괴성을 질렀다. 그는 필사적으로 세어보기 시작했다. 마치 리베라에서 보낼 장래의 안온한 생활이 지금 이순간, 한가지 일에 걸려있는 듯한 필사적인 모습이었다. 사실 그의 장래는 이 일에 달려있긴 했다. 그는 한 번 세고서 욕설을 퍼부었으며, 두 번 세어보고서는 발을 쿵쿵 굴렸다. 난로 위에 있던 검이 공중에서 흔들렸다. "이럴리가! 여기에는 필시 이유가 있을걸세." 미치광이 처럼 손을 움직여 콧수염을 잡아당기는 단스 소좌를 바라보면서 t그라톡씨는 아무말도 하지않은 채, 뒤로 물러서며 문의 손잡이를 등으로 누르듯이 기대고 서있었다. 단스 소좌는 손을 쳤다. "그렇다. 그 책이 있었지!" 단스 소좌는 찌르는 듯한 눈빛으로 그라톡씨를 꼼짝못하게 하며, "거기서 기다리게. 나는 미술사책을 가지고있네. 거기에 모든 답이 들어있네.-어쩌면 29세 였을지도 모르니까-" 그는 생각에 잠기며 침실로 들어갔다. 한참동안 거친 발소리로 여기저기 걸어다니며 책을 찾는듯 하더니 갑자기 일절의 소리가 사라진 것이다. 그라톡씨는 기다렸다. 자칫하면, 그럴 마음이 없는데도, 눈이 그 그림속으로 빨려들어 갈 것만 같았다. 그러자 공포로 마비된 여러 눈이 나를 쳐다보았다. "단스 소좌?" ; 침묵에 견딜 수가 없어 소리를 쳤다. "단스 소좌!" 목이 바짝바짝 말라서 메여왔다. 창문을 힘껏 열어보려 했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책상 위의 그림이 덤벼들듯이 다가왓다-자비를 구하는 겁에질린 눈, 눈, 눈...... "단스 소좌!" 그라톡씨는 자신을 묶고 있는 마력을 흔들어 풀었다. 그러나 후퇴하여 계단으로 도망가는 대신 그는 무시무시한 명화의 옆을 가로질러 작은 침실로 들어간 것이다. "단스 소좌!" 좁은 침대에는 거칠게 페이지를 넘긴 삽화가 그려져있는 두꺼운 서적이 떨어져 있었다. 구석 벽에는 소좌가 애용하는 지팡이가 기대어 세워져 있었다. 서랍 위에는 뿺洹 ? 틀니 세척제, 성냥. 그 위에는 창문이 하나. 커텐이 가지런히 쳐져있었다. 그것이 전부였다-어딘가 외부로 통하는 문은 하나도 없다. 그라톡씨는 무서운 저주에 걸린 방에서 넘어져가며 뛰쳐나왔다. 그 전설-그 저주가 이제 뚜렷하게 머리에 떠올랐다. 그는 눈길을 딴곳으로 돌리어 그림 옆을 빠져나가, 더듬더듬 찾아 문의 손잡이를 꽉 쥐었다. 이제와서는 사람의 숫자를 다시 세어볼 필요도 없었다. 9.해리 소녀 크리스티누가 그리워하는, 보이지 않는 오빠<하리>는 누구인가? 과연, 소녀의 망상에 지나지 않는 것일까? 아니면, 실제로 존재하는 소년인가? 양부모 제임스부인은 그것을 묻고 다니며 피도 얼어붙을듯한 그 소녀의 출생에 대한 비밀을 알게된다. 그 비밀이란 무엇일까? 이 하라.환타지의 작가 로즈마리 덴퍼리는 영국의 여류작가로서 오랜 경력을 가지고 있으며, 일반소설도 쓰고있다. 판 북스로 내고있는 안 소로제<고스트 북스> 시리즈의 선자이기도 하다. 나는 그런 당연한 일이 무섭다. 햇빛. }잔디밭위에 드리워진 가늘고 긴 그림자. 백 장미. 빨간 머리카락을 가진 어린아이. 그리고 그 이름 - 하리라는. 그런 당연한 일들이...... 난 그 이름을 크리스티누가 처음으로 입에 담았을 때 조차 공포에 대한 예감으로 두려워했다. 그녀는 5세, 3개월 후면 학교 생활이 시작된다.그 날은 햇볕이 쨍쨍내리쬐는 무더운 날이었다. 그녀는 여느때와 같이 혼자 정원에서 놀고 있었다. 나는 그녀가 잔디밭에 누워 데이지를 따서 애를 써가면서 재미있는 듯이 화환을 만들고 있는 것을 보았다. 태양이 그 연한 빨강머리에 아지랭이를 피어오르게 하고 그녀의 피부를 새하얗게 보이게 했다. 커다랗고 푸른 눈은 꽤 진지해 보였다. 문득 그녀는 잔디밭 위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는 백장미가 무성한 곳을 바라보며 미소를 띄는 것이었다. "응, 난 크리스티야." 그녀가 말했다. 몸을 일으켜 백장미가 무성한 쪽으로 걸어간다. 그 작고 포동포동한 다리를 파란색의 면 스커트 밑으로 앙증스럽게 내보이면서...... 그녀는 발육이 남달리 빨랐다. "엄마랑 아빠랑 함께야." 그렇게 뚜렷하게 말하곤 잠시 입을 다물고 있다가, "어머? 그래도 정말 우리 엄마와 아빠야." 이미 그녀는 무성한 장미숲 그늘 안으로 들어갔다. 그 모습이 마치 그녀가 빛의 세계를 걸어나와 암흑의 세계로 들어간 것처럼 보였다. 나는 왠지 모르게 불안함에 휩싸여 그녀를 불렀다. "크리스, 뭐하고 있니?"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녀의 목소리는 너무 멀게만 들렸다. "이제 안으로 들어오너라. 밖은 크리스에겐 너무 더워요." "덥지 않아요, 엄마." "안으로 들어와, 크리스!" 그녀가 말했다. "이제 집으로 돌아가지 않으면 안돼. 안녕." 그리고 나서, 천천히 집을 향해 걸어왔다. "크리스, 누구와 얘기했었니?" "하리랑요." 그녀가 말했다. "하리가 누구지?" "하리요." 나는 그녀에게서 그 이외의 얘기는 더이상 r아무것도 듣질 못했다. 그래서 나는 케잎과 우유를 그녀에게 먹이고 나서 잠잘 시간까지 책을 읽어주었을 뿐이었다. 그녀는 나의 책 읽는 소리를 들어가며 창밖의 정원을 쳐다보았다. 한번은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기까지도 했다. 그녀를 간신히 재우고나서 그녀의 잠든 모습을 보았다. 나는 이제 그녀가 안전함을 느끼고는 한시름 놓았다. 남편인 짐이 집으로 돌아 왔을때, 나는 왠지 찝찝한 그 <하리>라는 아이 얘기를 했다. 내 얘기를 듣던 남편은 웃기 시작했다. "그래? 아무래도 우리 크리스가 장난기가 슬슬 나온 듯 한데 그래." "그게 무슨말이에요, 짐?" "원래 혼자서 자라는 아이가 친구들을 가상으로 만드는 것은 그다지 이상한 일이 O아니야. 우리 크리스가 인형을 가지고 노는 것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잖아. 형제자매도 한명 없고. 또 자기 또래의 친구들이 한 명도 없잖아. 그래서 누군가를 가상으로 만들어 낸거야." "그래도 왜 하필이면 그 이름을 골랐을까요?" 그는 어깨를 움츠리며, "어린아이란 원래 그런 일을하고 노는거야. 당신이 무엇을 그렇게 걱정하고 있는지 모르겠어. 정말 모르겠다구." "저도 잘모르겠어요. 단지 그 아이에겐 친부모 이상으로 잘 키워야 한다는 그런 특별한 책임감이 느껴져요." "알아. 당신 마음. 그래도 저 아이는 괜찮아. 우리 크리스는 괜찮다니까. 당신이 자만해도 좋을 정도로 크리스는 사랑스럽고, I건강하고, 또 머리도 똑똑한 소녀라구." "당신도 참." "사실 우리들은 완전무결한 멋진 부모야." "당신도 의외로 소극적이시군요." 우리들은 함께 웃었고, 그는 나에게 키스를 해주었다. 다음날 아침까지는 위로가 된듯한 기분이었다. 파릇파릇한 잔디와 백장미에 다시 눈부시게 태양이 비추고 있었다. 크리스티누는 잔디위에 책상다리를 하고 앉아서 장미가 우거진 숲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안녕." 그녀는 말했다. "네가 올 줄 알았어...... 네가 좋으니까. 그런데 넌 몇살이니? 난 다섯살 하고도 조금 지났어...... 애기는 아니야! 이제 몇 일만 있으면 학교에 가고 또 새드레스도 산다. 5초록색으로 말이야." 잠시동안 입을 다물고, 끄덕이기도 하며 듣는데 열중하고 있었다. 나는 부엌에서 선채로, 온몸이 얼어붙어 오는걸 느꼈다. "바보같이. 가상의 세계를 가지고 있는 아이는 이 세상에 얼마든지 있어." 나는 신경을 곤두서고 있는 자기 자신에게 좋게 타일렀다. "아무일도 아닌것 가지고...... 못 들은척 해야돼. 아니, 들어선 안돼! 바보같은 짓은 이제 그만!" 그러나 나는 여느때 보다 빨리 10시에 우유를 먹을 시간이라고 그녀를 부른 것이다. "우유 먹을 시간이에요, 그리스. 어서오너라." "잠깐만요, 엄마." 이것은 이상한 반응이었다. 평소 같으면 施裏 특제 크림센드비스켓을 먹으라고 부르면 열일을 제쳐두고 달려와 허겁지겁 많이 먹었을 텐데. "빨리 오너라." 나는 그렇게 말했다. "엄마, 하리도 같이가도 돼요?" "아니, 안돼!" 내 목에서 나온 그 비명과도 같은 격한 소리에 내 자신도 놀라고 있었다. "안녕, 하리. 너를 집으로 데려가지 못해서 미안해. 그래도 난 우유를 마시지 않은면 안돼." 크리스는 그렇게 말하고는 집으로 달려 왔다. "엄마, 왜 하리에게는 우유를 주어선 안돼요?" 그녀는 나에게 따지듯이 물었다. J "하리라니, 누구말이니?" "하리는 내 오빠에요." "그런데, 크리스야. 너에게는 오빠가 없지않니. 아빠와 엄마는 자식이 한명 밖에 없어요. 작은 여자아이 한명 밖에, 그것이 바로 크리스 너란다. 하리라는 그런 오빠가 있을리가 없지않니." "하리는 내 오빠에요. 그가 그렇게 말해 주었거든요." 그녀는 우유컵에 얼굴을 들이대고 마신 뒤, 윗 입술에 우유거품을 묻히며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나서, 비스켓을 콱 움켜 쥐는 것이었다. 적어도 그 하리란 아이가 우리 크리스의 식욕까지는 빼앗아 가지 않았나 보다. 그녀가 우유를 다 마시자, 나는 이렇게 말했다. "자, 이번에는 쇼핑을 하러 가는거야. 꽻㈇ ? 엄마를 따라서 가게에 가고 싶지?" "난 하리랑 같이 있고 싶었요." "안돼요, 크리스. 엄마를 따라 가야지." "그럼, 하리도 같이 가도되요?" "안되요." 모자와 장갑을 끼면서, 나는 손을 떨고 있었다. 요근래에 들어 집안이 싸늘해진 것이다. 밖은 햇빛이 쨍쨍 내리쬐고 있는데도 마치 차가운 그림자가 뒤덮힌 듯 했다. 크리스는 의외로 얌전하게 나를 따라왔다. 그러나, 길을 걸어가면서 그녀는 자꾸 뒤를 돌아보며 손을 흔드는 것이었다. 나는 그날밤 이런 얘기들을 짐에게 하지 않았다. 전처럼 비웃음만 사게 될 뿐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매일같이 크리스티누의 <하리>에 대한 망상이 계속 되어감에 따라서 그것이 점점 더 나의 C신경을 곤두서게 하였다. 나는 이 긴 여름 날들을 두려워하며 증오하게까지 되었다. 그리고 잿빛 하늘과 비를 애타게 기다리며 백 장미가 시들어 떨어지기를 갈망하였다. 그리고 집 안에서 왁자지껄하게 떠들고 있는 크리스티누의 목소리를 듣고 몸서리를 쳤다. 그녀는 지금은 <하리>에게 아주 친숙한 말투를 쓰고 있었다. 어느 일요일, 그것을 들은 짐이 말했다. "가상의 친구가 좋은 점은 어린아이들의 상상력을 도와준다는 점이야. 크리스가 전보다 훨씬 더 자유롭게 구사할 수 있게 되었잖아." "사투리도요." "사투리?" "약간 사투리가 생겼어요." "런던의 아이들은 누구든지 사투리가 섞여있게 마련이라구. 학교에 들어가게 되면 많은 아이들과 만나게 되니까 더 심해지게 될걸." "우리들은 런던 사투리를 쓰지 않는다구요. 저 아이는 어디서 사투리를 배웠을까요? 누구한테서 배웠을까? 어쩌면 하......" 나는 그 이름을 말할 수가 없었다. "빵집, 우유배달, 청소부, 석탄집, 창문닦이- 좀 더 얘기해줄까?" "이젠 됫어요." 나는 씁쓸하게 웃었다. 내 자신이 너무 바보같이 느껴졌다. "어쨌든." 라고 짐이 말했다. "저 아이의 말투에 사투리가 섞여있는 줄은 미처 깨닫지 못했는걸." "우리와 얘기할 때는 전혀 사투리를 쓰지 4않는다구요. 단- 단 그와 얘기할 때만." "하리란 아이 얘긴가? 있지, 왠지 하리란 아이한테 묘한 흥미가 생기는걸. 일간 창문 밖을 쳐다보니까 그가 있었다고 치면 재미있잖아." "그만해둬요!" 나는 소리쳤다. "그런 말은 그만해둬요! 무서운 꿈이에요. 악몽이라구요. 아아 짐 나 이제 더이상 참을 수가 없어요." 그는 깜짝놀란 얼굴을 했다. "그 하리란 아이 소동이 당신한테 꽤 신경에 거슬렸나보군." "네, 그래요. 매일매일 나는 '하리가 이래서-' '하리가 저래서' '하리가 어째서' '하리가 무엇을 생각해서' '하리에게도 줘도 되요?' '하리도 데려가도 되요?' --- 그런 9말만 듣고 있어요. 당신은 하루종일 회사에 나가 있으니까 괜찮겠지만, 나는 24시간 내내 이런 일과 얼굴을 마주치지 않으면 안된다구요. 난, 난 무서워요 짐. 정말로 이상한 기분이 들어요." "당신이 마음을 안정시키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한다고, 내가 생각하고 있는지 알기나 해?" "저더러 어떻게 하라는 거에요?" "내일 크리스를 그 늙은 웹스터 의사 선생님께 데려가서 진찰을 받아보도록 해. 의사 선생님과 저 아이를 얘기 시켜 보는거야." "저 아이가 병이 있다고 말하는 거에요? - 정신의?" "내가 설마, 아니야. 그러나 우리의 영역 밖의 일에 부딪혔다면, 전문적인 조언을 z구하는 일을 거르는 일은 없을거야." 다음날, 나는 웹스터 의사 선생님께 진찰을 받아보러 크리스를 데리고 갔다. 나는 대기실에 그녀를 두고 하리의 일에 대해서 간단히 그에게 설명해 주었다. 그는 동정적으로 고개를 끄덕이고 이윽고 말했다. "그것은 분명히 보기드문 케이스이군요, 미세스 제임즈. 그러나 특별히 이상리 있는것도 아닙니다. 나는 어린아이의 가상의친구들이 너무 현실적으로 되어서 부모님들이 신경과민에 빠졌던 케이스도 몇 번인가 다룬 적이 있습니다. 아무래도 자녀님은 외톨이인것 같습니다만, 어떻습니까?" "네, 같은 또래의 친구들이 한 면도 없어요. 저 부근 일대로 이사를 온지 얼마 안되었으니까요. 그래도, 학교에 들어가게 j되면 그런일도 없을거라고 생각되요." "게다가, 학교에 가서 다른 학생들과 만나게 되면, 그런 상상도 없어지고 말겁니다. 알겠습니까? 어떤 아이라도 자기 또래의 친구가 필요한겁니다. 친구가 없는 경우, 아이들은 자기 스스로 그들을 만들어 내는 겁니다. 고독한 노인들이 혼자말을 중얼거립니다.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미친것은 아닙니다. 그들은 단지 누군가와 이야기를 하고 싶을 뿐입니다. 어린아이들은 훨씬 더 실제적입니다. 아마 혼잣말을 어리석게 느끼고 있겠지요. 그래서 말할 상대를 만들어 내는 겁니다. 솔직히 말해서 저는 부인께서 그렇게 걱정을 할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합니다만." "저의 남편도 그렇게 말해요." "그렇겠지요. 그러나 이왕 여기까지 데리고 왔으니, 크리스티와 잠깐 얘기를 나눠 볼까요. 잠시 둘만있게 자리를 비켜 주시겠습니까?" 나는 크리스를 불으러 대기실로 돌아왔다. 그녀는 창가에 있었다. 그녀가 말했다. "하리가 기다리고 있어요." "어디에, 크리스?" 문득, 그녀의 눈으로 확인하고 싶다는 욕구를 느끼면서 나는 조용히 말했다. "저기, 장미넝굴 옆에." 의사는 자기의 정원에 백 장미를 키우고 있었다. "저기에는 아무도 없어." 나는 말했다. 크리스는 어린아이 답지않게 우롱하는 듯한 눈빛으로 나를 한 번 힐끗 쳐다보았다. J "자, 웹스터 의사 선생님께서 너와 만나 보고 싶으시데 크리스." 나는 힘없이 말했다. "크리스, 저 분을 기억하고 있겠지? 수두가 다 나았을 때, 저 분이 너에게 설탕과자를 주셨었단다." "네에." 그렇게 말하고서 그녀는 뜻밖일 정도로 순순히 진찰실로 들어갔다. 나는 진찰실 밖에서 불안한 마음으로 기다렸다. 벽을 통해서 진찰실 안에서 두 사람이 얘기하는 소리가 들렸다. 의사의 큭큭하며 웃는 소리. 크리스티누의 높은 웃음소리. 그녀는 나에게는 한 번도 보여준 적이 없는 밝고 쾌활한 목소리로 의사와 얘기를 하고 있었다. 이윽고, 그 두 사람이 진찰실에서 나왔을 때 그는 나네게 말했다. "따님을 걱정하실 필요는 전혀 없습니다. 약간 상상력이 풍부할 깜찍한 아이일 뿐 입니다. 한가지 조언해 드려도 괜찮겠습니까? 미세스 제임즈. 따님에게 하리의 얘기를 하도록 해 주십시요. 무슨 일이든 부인에게 감추지 않고 털어 놓을 수 있도록 해 주십시요. 추정하건데, 부인께서 그녀의 <오빠>인지를 인정하질 않기 때문에 따님께선 그의 애기를 그다지 얘기하지 않는 것 같군요. 그는 목제 인형을 만든다는 것 같았어요. 그랬었지, 크리스?" "네, 하리는 나무 인형을 만들어요." "게다가 읽고쓰기도 할 수 있다고 그랬었지?" "그리고 수영도 할 수 있고, 나무에도 오를 수 있고, 그림도 그릴 줄 알아요. 하리는 뭐든지 다 할 수 있어요. 굉장히 멋있는 3오빠에요." 그 작디 작은 얼굴은 마치 꿈을 꾸고 있는 듯 하게 빛나고 있었다. 의사는 내 어깨를 가볍게 두드려 주며 말했다. "하리는 그녀에게 굉장히 좋은 오빠인것 같습니다. 그는 크리스처럼 빨강 머리라고 했었지? 그렇지?" "네, 그는 빨강 머리에요." 크리스가 자랑스럽게 말했다. "나보다 더 빨개요. 게다가 아빠 정도로 커요. 조금 말랐지만. 있잖아요, 엄마와 비슷한 정도로 키가 커요, 14살 인 데도. 나이에 비해서 키가 크다고 했너요. 나이에 비해서 라는 것이 무슨 뜻이에요?" "집에 돌아 가는 길에 엄마가 가르쳐 주실거다, 크리스." 웹스터 의사가 말했다. N "그럼 안녕히 가십시요, 미세스 제임즈. 걱정하지 마시구요. 그냥 자유스럽게 얘기하도록 놔 두십시요. 안녕 크리스, 하리에게 안부 전해줘." "저 쪽에 있어요." 크리스는 의사의 정원을 가리키며 말했다. "계속 나를 기다리고 있었요." 웹스터 의사는 웃었다. "얘도 꽤 만만치 않군요. 저는 한 불쌍한 부인을 알고 있습니다. 그 부인의 아이가 가상 토인의 한 부족을 발명해 냈거든요. 그래서 그 부족의 제식이나 금기 사항이 집안 일을 일체 지배하게 되었습니다. 아마, 부인은 행복하신 편 일 겁니다. 미세스 제임즈" 나는 이 모든 얘기로 마음의 위안을 받았다고 생각하고 싶었다. 그러나, 그렇게 벢珝▤ 수 가 없었다. 나는 크리스가 학교에 가기 시작해서, 그 혐오스러운 하리 소동이 끝나기를 간절히 소망했다. 크리스는 내 앞을 달려서 갔다. 그리고 나서 마치 자기의 옆에 누군가가 있는 것 처럼 위를 올려다 보았다. 그 순간, 머리카락이 쭈뼛이 서는듯할 때, 나는 아스팔트 위에 드리워진 그녀의 그림자 옆으로 하나의 그림자를 더 보았다. - 길고, 가늘고 긴 그림자. 그리고, 그 그림자가 사라졌다. 나는 달려 가 그녀의 옆에 붙어, 집으로 돌아올 때까지 그녀의 손을 꼭 잡고 있었다. 비교적 안전한 잡안에서 조차 - 이 더운 날씨에, 집안은 이상하게도 싸늘한 한기가 감돌고 있었기 때문인지 - 나는 그녀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그녀는 표면적으론 그다지 변한 행동을 K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사실은 나에게서 점점 멀어져 가고 있었다. 우리 집 아이는 타인이 되어 가고 있었다. 나와 짐이 크리스를 받아 온 이래 처음으로 나는 심각하게 고뇌하기 시작했다. 저 아이는 누구인가! 저 아이는 어디에서? 저 아이의 친 부모는 누구일까? 내가 딸로 받아들인 사랑스럽고 작은 타인은 누구인가? 크리스티누는 도대체 누구인가? 일주일이 지나갔다. 하리였다. 언제나 하리였다. 학교에 가기 전날, 크리스가 말했다. "나, 학교에 가기 싫어!" "내일부터 학교에 가야 된단다. 크리스가 학수고대 했었잖니. 잘 알텐데, 학교에는 같은 또래의 여자친구랑 남자 친구가 많이 있단다." Z "하리는 학교에 갈 수가 없다고 그랬어요." "학교에는 하리가 필요 없어. 하리는 ......" 나는 의사의 충고에 따라서 하리의 존재를 믿고 있는 척 하려 했다. "그는 너무 나이가 많아요. 14살이나 먹은 남자 아이가 작은 꼬마 아이들과 함께 있으면 바보같이 보여요." "하리랑 같이 못간다면 나도 학교에 가고 싶지 않아! 나는 하리랑 같이 있고 싶단 말이에요." 그녀는 큰 소리로 애처롭게 울기 시작했다. "크리스, 그만 울어라. 뚝 그쳐!" 나는 세차게 그녀의 팔을 때렸다. 그녀는 금새 울음을 멈추고 나를 바라 보았다. 그 푸른 눈을 크게 뜨고 무서울 정도로 차갑게 나를 바라 보았다. 그녀는 어른처럼 나를 ;응시 하였고, 그 시선이 나를 떨게 하였다. 이윽고 나에게 말했다. "나를 사랑하지 않는군요. 하리는 나를 사랑해 줘요. 하리는 나를 원하고 있다구요. 자기랑 함께 가지 않겠냐고 말했어요." "그런 말 이젠 듣기 싫어!" 나는 자신의 목소리에 섞인 분노를 혐오하면서, 하필이면 이 작은 아이 -내 딸- 에게 화를 내고 있는 자신을 혐오하면서, 그렇게 소리쳤다. 나는 한 쪽 무릎을 꿇고 양 팔을 벌렸다. "크리스, 착하지? 이리오너라. 엄마한테로 오너라." 그녀는 느릿느릿하게 다가왔다. "엄마는 우리 크리스를 사랑하고 있어요." 나는 말했다. "사랑하고 말고, 크리스. 엄마는 [진실이란다. 학교도 정말이야. 엄마를 기쁘게 해주기 위해서 학교에 가 주지 않겠니?" "내가 학교에 가면 하리는 사라져 버려요." "새로운 친구가 생기잖니." "나는 하리가 좋아요." 다시 또 한번 그녀의 눈물이 내 어깨를 적셨다. 나는 그녀를 힘껏 안았다. "가엽게도 피곤했었구나. 침대로 가자꾸나." 그녀는 두 볼에 눈물 자욱을 남긴 채 잠이 들었다. 아직 해가 높이 떠있었다. 나는 창가로 다가가, 커튼을 치려고 하였다. 금색 그림자와 햇빛의 가늘고 긴 리본모양의 정원. 그러자 다시 또, 꿈을 꾸는 듯, 선명하게 가늘고 긴 소년의 그림자가 백 장미 근처에 있었다. 나는 미친 여자처럼 창문을 열고 소리쳤다. ; "하리! 하리!" 나는 장미 꽃속에 곱슬머리 소년의 빨간 머리같은, 빨간 것이 한순간 나부끼는 것을 본 것 같았다. 내가 크리스티누의 감정적으로 격변한 사실을 들려주자, 짐은 말했다. "불쌍하게도. 학교에 들어간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불안한 것이라구. 뭐, 학교에 들어가기만 하면 어떻게든 될거야. 그렇게 되면 당신도 하리의 얘기는 듣지 않게 될거구." "하리가 그녀를 학교에 못 가도록 말리고 있어요." "이봐, 이봐! 마치 당신은 하리란 존재를 믿고 있는 것 처럼 말하는데." "때로는, 그래요." "그 나이에 악령을 믿는 거야?" 그는 나를 조롱했다. 그러나, 그 눈은 진지 B하였다. 그는 내가 '뚜렷한 주견이 없음' 이라서 그는 나를 꾸짖을 수 가 없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하리가 악령 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나는 말했다. "그는 단지 사내 아이에요. 존재하지 않는 사내 아이에요, 크리스티누 이외의 사람에게는요. 그러나, 도대체 크리스티누는 누구지요?" "그만해 두지 못하겠어!" 짐은 격분하며 말했다. "크리스티누를 데리고 왔을 때, 우리드리 뭐러고 약속했었지? 그녀를 우리의 친 자식으로 결정 지엇었잖아. 과거의 일을 파헤치는 일은 그만해 둬. 그것에 집착하거나, 걱정하는 짓은 그만해 두라구. 이상할거 하나도 없어. 크리스는 우리들의 J몸에서 태어난 우리들의 분신이라구. 크리스가 누구냐니, 누구긴 누구야 우리의 딸이지. 잘 기억해 둬 !" "네, 짐. 당신 말이 맞아요. 물론, 당신 말씀대로에요." 그가 너무 화가 나 있었기 때문에 나는 다음날 크리스가 학교에 간 사이에 하려고 계획하고 있었던 일을 말하지 않았다. 다음날, 크리스는 말도 듣으려 하지않고 토라져 있었다. 짐은 그녀에게 농담도 해가며 마음을 돌리려고 애를 써 보았지만 그녀는 창문 밖을 보고는, "하리가 사라졌어요." 라고, 말할 뿐 이었다. "이젠 더이상 하리가 필요 없잖니. 너는 학교에 가는거야." 짐이 말했다. 크리스는 자주 나에게 보였던 r그 경멸하는 눈빛으로 짐을 바라 보았다. 그녀를 학교에 데리고 가면서 나도 그도 아무말도 하질 않았다. 나는 하마터면 눈물을 흘릴 뻔 했다. 크리스가 학교에가게 된 것이 기쁘기는 했으나, 그녀를 우리의 슬하에서 떠나 보내는 듯 한 상실감에 빠져 들었다. 애지중지 키운 자식을 처음으로 학교에 데리고 갈 때, 어느 부모나 이런 느낌이 들까? 그것은 어린아이에게 있어서는 유아기를 마치고 현실생활의, 가혹한 생활의, 이제와는 달리 냉혹하고 야비한 생활이 시작되는 일이기도 했다. 나는 교문앞에서 그녀에게 작별을 고하고 나서 말했다. "점심은 친구들과 함께 교실에서 하는거야, 크리스. 학교가 끝나면, 세 시에 엄마가 데리러 올테니까." "네, 엄마." 그녀는 나의 손을 꼭 잡았다. 긴장을 한 다른 아이들이 신경을 곤두세운 부모들의 손을 잡고 계속해서 왔다. 하얀 린넨의 옷을 입은 밝은색의 머리를 한 쾌활한 듯 한 젊은 선생님이 교문 앞으로 마중을 나왔다. 그녀는 자기 쪽으로 신입생을 모으며, 그들을 지도 하였다. 지나가면서 그녀는 나에게 동정적인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 "자녀님은 제가 확실하게 맡았습니다." 선생님의 뒤를 따라 사라져 가는 크리스의 뒷 모습을 보면서 나는 안도감을 느끼며 마음이 가벼워 졌다. 다음으로 나는 비밀스러운 일을 착수 하였다. 버스를 타고 벌써 5년 동안이나 찾아가 보지 않았던 거대하고 황량한 건물을 찾아갔다. 그 건물의 맨 끝층이 그레이슨 '애련협회' Z였다. 나는 계단을 네개 올라가 낮 익은 흠짓 투성인 페인트 문을 노크 하였다. 처음 보는 얼굴의 비서가 나를 실내로 안내해 주었다. "미스 그리버를 만나러 왔습니다. 뵐 수 있을까요? 저는 미세스 제임즈입니다." "약속 하셨나요?" "아니요, 그래도 아주 중요한 일이라서요." "잠시 기다리세요." 그녀의 모습이 사라졌다가, 잠시 후에 나타났다. "미스 크리버가 만나 보시겠답니다, 미세스 제임즈." 깡마르고 키가 큰 은발의 미스 크리버가 나를 반갑게 마지하며 일어섰다. 이마에 주름이 진 얼굴로 부드러운 미소를 보였다. "미세스 제임즈, 이렇게 다시 만나뵙게 되어 기쁩니다. 크리스는 잘 지내고 있죠?" X "아주 잘 있었요,미스 크리버. 솔직히 말하겠습니다. 당신께선 평소엔 친 부모에 대해서, 양녀의 출생 비밀과 그 박의 모든 것을 밝히지 않고 계신다는 것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어떻게 해서라도 꼭 알아야겠습니다." "안됫습니다만, 미세스제임즈." 그녀가 말을 꺼냈다. "우리들의 규칙으로선......" "부탁입니다. 제 얘기를 들어주세요. 그러면 틀림없이 제가 몰상식한 호기심때문에 이런 일을 부탁 드리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겁니다." 나는 그녀에게 하리의 이야기를 해 주었다. 내 얘기가 끝나자, 그녀는 말했다. "아주 괴이한 일이군요. 정말로 괴이한 일이에요, 미세스 제임즈. 나는 오늘 a처음으로 규칙을 깨고 말을 해야 겠군요. 그러나 이 일은 절대로 비밀로 해 주셔야 됩니다. 그 아이는 런던의 어느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 났습니다. 가족은 전부 네 명 이었어요. 부친, 모친, 거기에 아들과 크리스티누였습니다." "아들이라구요?" "네, 그 아이는 열 네살 이었었죠. 그 일이 일어났을 때." "무슨 일이 있었나요?" "처음부터 애기해 드리죠. 친 부모는 사실, 크리스티누를 원하지 않았죠. 내 생각에는 그 일가는 보건소에서 처벌을 받을 듯 한 낡은 건물의 최상층에서 살고 있었어요. 겨우 세 명이라도 비좁은 방에 아이가 태어나, 생활은 악몽처럼 되어 버렸던 것 입니다. 모친은 신경질적이며, 타락한 뚱보 늑? 아이를 낳고도 그 아이에게 아무런 흥미조차 가지 지 않았어요. 그러나, 오빠는 처음부터 이 작은 여동생을 사랑하고 있었죠. 그는 여동생을 돌보기 위해서 학교를 가지 않아서 문제가 되기도 했었거든요. 부친은 월급은 작았지만, 창고회사에서 확실한 일 자리를 가지고 있었어요. 일가를 먹여 살리기에는 충분했어요. 머지않아, 그는 수 주간에 걸쳐서 병이 들었고 끝내는 직업을 잃어버리고 말았어요. 그는 아내에게 심하게 잔소리를 듣고, 아기의 울음소리와, 작은 여동생을 돌보기 위해서 일년내내 소란스러운 아들일로 너덜머리가 나, 마음에 상처를 입으면서 저 쓰레기통처럼 방안에 병든 몸을 내 던져 두었다. 그리고 이 이야기들은 내가 뒤에 인근 h사람들에게 들은 이야기에요. 동시에 나는 그가 전쟁에서 심한 타격을 받아 집으로 돌아가도록 허락을 받을때까지 수 개월동안 정신병원에 수용되어 있었다는 사실도 들었습니다. 돌연, 모든것이 그에게 있어서 견디기 힘들어 졌습니다. 어느날 아침, 아직 밤도 완전히 밝아지지 않았을 때, 일층 방에 사는 한 주부가 자신의 창문을 가로질러 무언가가 떨어지는 것을 보고, 지면에 '쿵'하는 둔한 소리를 들었습니다. 그녀가 그것을 확인하기 위하여 밖으로 나가보자 그 일가의 아들이 땅에 떨어져 있었어요. 크리스티누를 팔에 안은채. 소년의 목은 땅에 부딪힌 충격으로 부러진채 죽어 있었어요. 크리스티누는 창백한 얼굴을 한채, 아직 뫜岵 쉬고 있었어요. 여자는 가족을 깨웠고, 경찰과 병원에 도움을 요청하고 최상층의 방으로 가 보았습니다. 그들은 방문을 꺼 부수고 들어가지 않으면 안되었습니다. 방문안에서 문이 잠겨 있었고, 그 틈새는 종이로 막아져 있었습니다. 창문이 열려져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가스 악취가 그들의 코를 찔렀었어요. 부인과 남편은 침대위에서 죽어 있었으며, 다음과 같은 유서가 발견 되었어요. <나는 더 이상 살아 갈 수가 없다. 일가 동반자살이 - 이것만이 남은 유일한 길이다.> 경찰은 가족이 조용히 잠들어 있을 때, 그가 문과 창문을 종이로 막고 가스를 틀은 뒤 부인 옆에 누워, 의식불명에 빠져, 이윽고 죽었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러나, 아들은 잠에서 깨었음에 틀림이 샑鞭윱求? 필시, 그는 문을 열려고 필사적으로 노력했었겠죠. 그러나, 문을 열수가 없었어요. 살려달라는 소리도 지를 수 없을 정도로 힘이 없었어요. 그에게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일이란 창문에 붙여져 있는 종이를 떼고, 창문을 열어, 자신이 사랑하는 여동생을 꼭 안고 자신의 몸을 거기에서 던지는 일 뿐이었어요. 크리스티누가 어떻게 가스에 중독되지 않았었는지는 조금은 의문스러운 일입니다. 아마도, 그녀의 머리는 침대 시트 밑에서 있었고, 그녀의 오빠가 가슴에 안고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 언제나, 그와 그녀는 함께 잠을 잤으니까요. 어쨌든, 그녀는 병원으로 옮겨졌고 그리고 나서, 당신과 미스터 제임즈가 처음으로 그녀를 본 그 곳으로 옮겨 졌었어요...... 정말로, 그날은 1귀여운 크리스티누에게는 불행한 날이었어요!" "그러면, 그녀의 오빠는 동생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자신을 희생한거군요." 나는 말했다. "네, 그는 정말로 용감한 소년이었어요." "아마도 그는 여동생을 자신의 옆에 두는 것만 생각했지, 그녀의 목숨은 생각하지 않았었던 것 같군요. 제가 속이 좁은 사람 같군요. 그럴 생각은 아니었는데. 어쨌든 미스 크리버, 그 소년의 이름이 뭐지요?" "잠깐, 조사해 보도록 하지요." 그녀는 자신의 두꺼운 화일을 뒤지며, 이윽고 말했다. "성은 존스이고 이름은 '하롤드'라고 부르는군요." "그리고, 그 아이의 머리색깔이 빨간색 v이었나요?" 나는 속삭이듯이 말했다. "그건 잘 모르겠는데요, 미세스 제임즈." "그러나, 그건 하리에요. 그 소년이 바로 하리에요. 이것이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죠? 저는 정말 모르겠어요." "그것은 쉬운일이 아닌데요. 그러나, 필시 크리스티누는 무의식 속에 아기였을 때부터 자기를 사랑해 주었던 사람을 떠올리는 것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우리들은 아이들에겐 그다지 옛 기억을 못한다고 생각하지만, 그 작은 머리 어딘가에 깊게 인상지어진 옛 추억이 기억되어 있을 겁니다. 크리스티누는 그 하리를 가상으로 만들어 낸 것이 아니라 그녀의 기억속에 인상적이었던 하리의 기억을 되살린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일이 있을 수 없다는 것은 ~저도 인정합니다. 그러나 이 이야기가 너무나도 희귀한 일이라서 저러서는 그 밖의 어떤 설명도 할 수가 없군요." "그들이 살았던 집 주소를 가르쳐 주세요." 그녀는 이 정보를 알려 주기를 망설였으나, 나는 그녀를 설득해서 존스라는 남자가 전 가족을 살해하고 자기도 자살을 한 캔버가 13번지를 알아낸 것이다. 그 건물은 사람이 살고 있는 것 같지 않았다. 지저분하게 내 버려져 있었다. 그러나, 하나만이 나의 시선을 끌어 당겼다. 그것은 작은 정원이었다. 산뜻하고 선명한 색의 다듬어 지지않은 잔디, 거기에 민둥산이 된 갈색 흙이 고르지 못하게 흩어져 있었다. 그러나, 그 작은 정원은 가난하고 비참한 생활을 하는 동네에서는 볼 수 없는, 한 X이상한 빛 - 백 장미 넝굴을 가지고 있었다. 그 장미들은 화려하게 피어 있었고 그 향기는 그 주의를 감미롭게 맴돌았다. 나는 그 넝굴 옆에 서서 최상층의 창문을 쳐다보았다. 그 때, 한 여자의 목소리가 나를 놀라게 했다. "거기서 무엇을 하고 있는거야?" 그 소리는 일층 창문에서 몰래 내다보고 있던 노파의 목소리였다. "이 곳은 사람이 아무도 안 사는 줄 알았어요." 나는 말했다. "그렇게 되가고 있어. 그렇게 되게 저주를 받았니까. 그러나, 나는 그렇게 할 수 없어. 갈 곳이 없으니까. 가고 싶지고 않지만. 그날 이후 이곳에 살던 사람들은 아주 빨리 이사를 가 버리고 말았어. 아무도 오려고 하질 않아. [이곳은 악령에게 저주를 받은 곳이니까. 정말이지, 그 말 그대로야. 그런데, 그게 어떻다는 거야? 생과사, 둘 다 비슷한거 아니야? 당신도 나이가 들면 자연히 알게 될거야. 살아 있는 사람과 죽은 사람, 어떻게 다르다는 거야?" 노파는 노르스름하고 충혈된 눈으로 나를 보며 말했다. "나는 그 소년이 창문을 가로 지르며 떨어지는 것을 봤다구. 저 쪽이 그가 떨어진 곳이지. 장미꽃 한 가운데. 그 아이는 다시 돌아온다구. 나에게는 그 아이가 보여. 그 아이는 여동생을 다시 데리고 갈 때까지 떠나지 않을거야." "누, 누구 말씀이세요?" "하리 존스 얘기지. 그 아이는 착한 아이였어. 빨강머리에 약간은 너무 말랐지만 뿾팁 주관이 뚜렷한 아이였어. 역시 장미꽃 속에서 죽었지만, 사람은 정말로 죽는 것일까? 교회는 우리들에게 가르쳐 줘야 해, 그런데 가르쳐 주지 않고 있어. 우리들이 믿을만한 얘기는 뭐 하나 해 주지 않고 있다고 말이야. 이젠 돌아가 줘. 여기는 당신이 올 곳이 못돼. 여기는 죽지 않은 죽은 사람들을 위한, 또 살아 있지 않은 산 사람들을 위한 곳아리구. 지금 나는 살아 있는거야, 죽어 있는 거야? 가르쳐 주구려. 나는 잘 모르겠어." 백발의 헝클어진 머리로 이 쪽을 바라보고 있는 노인의 광기어린 눈빛이 나를 위협하였다. 광인은 왠지 모르게 기분이 찝찝한 법이다. 인간은 광인을 가엽게 여기지만, 거기에는 두려움을 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나는 속삭이 듯이 말했다. "이젠 돌아 가겠어요. 안녕히 계세요." 그리고, 마치 꿈 속 처럼 다리가 꼬여 반신 마비가 일어난 것 처럼 느끼면서, 불에 달아오른 듯 한 포장도로를 바쁜 걸음으로 가로질러 가려고했다. 태양이 머리위로 내리 쬐이고 있었다. 그러나 나는 거의 그것을 의식하지 못했었다. 태양이 강열했기 때문에 의식이 혼미해질 것 만 같았고 나는 시간과 장소 감각을 완전히 잃어버리고 말았다. 그 때 나는 피가 얼어붙는 듯 한 무언가를 들었다. 시계가 세 시를 알렸다. 나는 세 시엔 크리스티누를 데리러 교문 앞에 서 있어야 할 시간이었다. 나는 지금 어디에 있는 것 일까? 학교까지는 얼마나 걸릴까? 어느 버스를 타야하는 걸까? 나는 길거리를 지나 다니는 사람들에게 미친 사람처럼 길을 물어댔다. B그들은 내가 저 늙은이를 보았을 때 처럼 두려워하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들은 나를 미친 사람으로 여기고 있음에 틀림이 없었다. 나는 겨우 학교로 가는 버스를 타고 먼지와 배기가스에 둘러 싸여, 공포와 불안감에 둘러 싸여가며, 학교에 도착하였다. 나는 인기척 하나 없는 운동장을 달려 나갔다. 교실에는 하얀색 옷을 입은 교사가 자신의 책을 정리하고 있었다. "크리스티누 제임즈를 데리러 왔어요. 제가 크리스의 엄마입니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아이는 어디에 있죠?" 나는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 "크리스티누 제임즈요?" 그녀는 눈살을 찌푸리곤 이윽고 명랑하게 말했다. ` "아아, 생각이 났어요. 그 귀여운 빨강머리 여자 아이 말이죠? 걱정 안하셔도 되요, 미세스 제임즈. 오빠가 와서 데리고 갔거든요. 오누이가 너무 많이 닮았던데요. 게다가 사이도 너무 좋고. 그 나이의 오빠가 여동생을 그토록 귀여워 해 주는 것을 보고 너무 흐뭇했어요. 남편께서도 두 오누이처럼 빨강머리이신가 보죠?" "그 아이- 오빠가 뭐, 뭐라고 말하던가요?" 나는 정신을 잃을 것 만 같으면서도 물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요. 제가 말을 거니까, 그저 입가에 미소만 지었을 뿐 이었어요. 두 사람 다 지금 쯤 집에 도착했을 거에요. 어디, 편찮으신데라도?" "아, 아니에요. 고맙습니다, 집으로 가 봐야겠어요." h 나는 집까지 타는 듯 한 길을 계속 달려 나갔다. "크리스! 크리스티누! 어디에 있니? 크리스! 크리스!" 지금도 때때로 나는 그 때의 썰렁한 집 안을 달려 나가는 자신의 비명 소리와도 비슷한 소리를 들을 때가 있다. '크리스! 크리스티누! 어디에 있니? 대답해 줘! 크리스! 크리이이이스!' 그리고, '하리! 그 아이를 데려가지 말아 줘! 제발, 부탁이야 돌아와 줘! 하리! 하리!' 발광하는 듯이 나는 정원으로 달려 나갔다. 타들어 가는 듯 한 태양이 나를 내리 쬐이고 있었다. 장미 꽃이 하얗게 빛나고 있었다. 주위가 너무 조용하여서 나는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곳에 서 있는 것 같았다. 한 순간, 나는 괴장히 크리스티누의 옆으로 옿鳴 간 듯 한 느낌이 들었지만, 그녀의 모습은 볼 수 없었다. 이윽고, 장미가 눈 앞에서 나부끼기 시작했고, 핏색으로 변했다. 온 세상이 빨갛게, 핏색깔로 물들었다. 젖은 피 색깔로. 나는 빨간 세상에서 검은 세상으로 바뀌어, '무'의 세계로 - 그리고. 거의 죽음의 세계로 빠져 들어갔다. 몇 주일간 사이에 나는 뇌염과 일사병이 한꺼번에 걸려 침대에 누워 있어야만 했다. 그 사이에, 짐과 경찰은 크리스티누를 찾아 헤메었지만 헛 수고였다. 이 헛 수고인 수색은 몇 개월간 계속 되었다. 각 신문은 빨강머리 소녀의 기묘한 실족 사건으로 꽉 메어져 있었다. 그 교사는 그녀를 데리러 온 '오빠' 라는 사람에 대해서 진술을 하였으며, 신문마다 유괴설, 변질광설, 유아 살인광설,등의 기사가 옙퓐홱? 이윽고, 소동도 가라 앉았고 새로운 미해결 사건이 경찰의 화일에 첨가 되는 일 만이 남았다. 그리고, 단 두 사람 만이 무슨 일이 일어 났었는지 알고 있었다. 내버려 진 폐허에서 살고 있는 미친 노인과 나. 몇 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러나, 나는 의연하게 두려움에 떨면서 걷는다. 그런 당연한 일들이 나는 두려운 것 이다. 햇빛. 잔디위의 가늘고 긴 그림자. 백 장미. 빨강머리 아이. 그리고, 그 이름 - '하리'라는 그런 당연한 일이! <끝> 10.레 베카 폴슨의 계시 The Revelation of Becka Paulson -Stephen King 레 베카는 요즘 조가 주의가 산만한 이유를 어느정도 알고 있는 것 같았다. 그가 더 이상 밤에 그녀를 원하지 않는 것에는 그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음을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어떤 아내도 자신이 남편에게 배반 당하고 있음을 알고 싶어하지 않는다. 설령, 레 베카 폴슨 처럼 남편이 부부간의 권리를 요구하지 않는 것을 적쟎이 기뻐하고 있는 경우라도 말이다. O 여자들은 대부분 (레 베카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 적어도 처음에는) 심한 마음 고생을 가져올 소지가 있는 진실은 덮어진 채 그대로 있어주길 바란다. 벌레먹은 모직물이나 곰팡이 슬은 책을 굳이 지하창고에서 꺼내고 싶지 않는 것 처럼. 그러나 이제부터는 매우 특별한 -- '계시'를 체험하는 레 베카의 운명이 펼쳐진다. 스티븐 킹은 괴이한 것을 일상적인 것으로 다루는데 놀랄만한 재능을 발휘하여, 레 베카 폴슨이라는 평범한 주인공을 통해 종잡을 수 없는 심리학 용어인 지극히 정상으로 보이는 <보행가능한 정도의 상처를 입은 사람>의 정의를 내려준다. 사건은 정말 단순하게 일어났다. 적어도 ~처음에는 정말 단순했다. 다름아닌 레 베카 폴슨이 남편 조의 22구경 총으로 자신의 머리를 쏘았던 것이다. 이 사건이 일어난 것은 그녀가 매년 하는 봄맞이 대청소 때였다. 올 해는 - 거의 해마다 그렇지만- 대청소를 유월 중순에 시작했다. 베카는 언제나 그런일엔 늦어지고 말았다. 베카는 짧은 접사다리위에 올라서서,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밑에 있는 창고의 선반 위에서 잡동사니들을 꺼내고 있었다. 오즈 넬슨이라는 커다란 얼룩 고양이가 거실 문 입구에 앉아 그녀를 지켜보고 있었다. 오즈의 위에서는 <언아더 월드>의 요란한 소리가 제니스제 낡은 대형 TV에서 시끄럽게 울려펴지고 있었다. 이 TV는 후에 단순한 TV이상의 의미를 가지게 되는 것이다. 베카는 선반위의 물건들을 하나 씩 살펴보았다. 어쩌면 아직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였지만 실제로는 그다지 기대하지 않았다. 실로 쨘 털모자가 네 다섯개 있었지만 벌레 먹었거나, 심하게 보플이 올라있었다. 베카는 그 모자를 뒤쪽 복도로 던졌다. 1954年 여름의 <리더스 다이제스트> 컨텐스트 북도 있었다. 이 책은 습기에 젖어 맨하탄 전화번호부처럼 커다랗게 부풀려져 있었다. 베카는 이것도 뒤로 던졌다. 앗! 아직 쓸 수 있는 우산이 있네....게다가 무언가 들어있는 상자도... 그것은 구두 상자였다. 무엇이 들어있는 지 꽤 무거웠다. 상자를 기울이자 안에 있는 것이 움직였다. 베카는 상자의 뚜껑을 열어서 뒤로 던졌다. 뚜껑은 공교롭게도 오즈 넬슨 各막 날라갔기 때문에 그는 그곳에서 일어나 가버렸다. 구두 상자 안에 들어 있던 것은 총신이 길고 나무 손잡이가 달린 권총이었다. "아아, 이거였구나." 베카는 상자에서 권총을 꺼내 작고 동그란 눈 같은 총구를 살펴보았다. 만약 탄알이 재워져 있다면 그렇게 들여다 보면 확인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 권총을 잘 기억하고 있었다. 5年전 까지 남편 조는 <데리 . 엘크스>의 회원이었었다. 10년 전 쯤 (어쩌면 15년 전 일지도 모르지만) 조는 술김에 엘크스 복권 15장을 샀었다. 베카는 무척 심하게 화를 냈고, 2주동안 잠자리를 거부했었다. 일등상품은 본버디아제 전동 썰매 스키 스쿠터였고, 2등은 에빈루트제 선외모터였다. 이 22구경 j피스톨은 3등 상품이었던 것이다. 조는 한참동안 안뜰에서 그 권총을 쏘고있었다. 베카가 시끄러우니 그만두라고 잔소리를 할 때까지 그릇이랑 병들을 재미삼아 쏘고 있었던 것이다. 그 후 조는 집 근처에 있는 모래 채취장으로 권총을 가지고 갔었다. 베카가 보기에는 흥미를 잃은 것 같았지만 왠지 베카에게 자존심을 꺽이지 않기 위해서 얼마동안 사격 연습을 계속했었다. 그리고나서는 한동안 권총은 모습을 감추고 말았었다. 베카는 무언가 - 스노우 타이어나 밧데리 - 로 교환해버렸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는 데 그 총이 여기에 있었던 것이다. 베카는 총구를 눈으로 향하고 어둠속을 들여다보면서 탄활을 찾았다. 어둠 이외에는 d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면 탄환을 빼 놓은 것임에 분명했다. 아무래도 이총은 버리라고 해야겠어. 베카는 사다리를 내려오면서 생각했다. 오늘밤에 조가 우체국에서 돌아오는 즉시 그 사람에게 용기를 내서 이렇게 말해야지. "조, 아무리 아이들이 없고 총알을 빼놨더라도 권총을 집에 두는 것은 좋지 않아요. 이젠 병을 쏘지도 않쟎아요." 이렇게 생각하는 것은 재미있는 일이었지만 베카는 내심 자신이 그런말을 하지않으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베카는 직접 처분해 버리는 편이 나을 꺼라고 생각했다. 비닐 봉지에 넣어 역시 창고선반에 있던 주머니에 숨겨서 버리면 될꺼야. 그런 다음 베니 머고리즈가 쓰러기를 y치우러 올 때 권총을 다른 것들과 함께 쓰레기장으로 가져가면 그 뿐이야. 조는 벌써 옛날에 잊어버린것 - 구두 상자 뚜껑은 먼지에 쌓여있었다 - 을 잃었다해도 아무렇지도 않을 것이다. 아무튼 이 쪽에서 조의 주의를 권총으로 끌지만 않는 다면 별 탈은 없을 것이다. 베카는 사다리 맨 아래까지 내려왔다. 그리고 나서, 뒤로 향한 채 왼발로 <리더스 다이제스트>의 컨텐트 북을 밟았다. 부패한 책이 가라앉으면서 표지가 뒤로 밀렸다. 베카는 한손에는 권총을 들고 다른 한손은 흔들면서 비틀거렸다. 오른 쪽 발이 쌓아놓은 털 모자 위로 떨어졌고 모자더미도 뒤로 미끌어졌다. 베카는 넘어지면서 자신이 청소를 하고 있다기보다는 자살하려는 여자처럼 `보일꺼라는 생각을 했다. 아냐, 이 총에는 탄알이 재워져있질 않았지. 베카에게는 생각할 시간이 있었다. 그러나, 실제로는 탄알이 채워져 있었고, 게다가 격철이 일어나도록 되어있었던 것이다. 마치 그녀가 해주기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몇 년동안이나 그런 상태로 있었던 것이다. 베카는 마루바닥에 쿵하고 엉덩방아를 찧었다. 그때 피스톨의 격철이 철컥 움직였다. 딱총 소리처럼 둔탁하고 작게 팡하는 소리를 내면서 22구경 윈체스터 탄알이 베카 폴슨의 왼쪽 눈 바로 위 머리를 관통했다. 검고 작은 구멍 - 그 주위는 활짝 핀 아이리스 같은 엷은 청색을 띄었다 - 이 뚫렸다. 베카의 뒷머리가 벽에 탁하고 부딪히면서 u이마의 구멍에서 왼쪽 눈썹으로 피가 흘렀다. 권총은 하얀 연기를 총구로 내뿜으며 그녀의 무릎 위로 떨어졌다. 그녀의 양손은 5초 정도 바닥을 두들겼다. 오른쪽 다리를 구부렸다가 이내 폈다. 사다리가 저쪽 벽으로 쓰러졌다. 그리고나서 30분동안 그녀의 눈은 열려진 채 있었다. 오즈 넬슨이 거실문 앞에 와서 그녀를 향해 야옹하고 울더니 몸을 함기 시작했다. 그날 밤 조가 베카의 눈 위에 있는 반창고를 발견한 것은 그녀가 식탁에 저녁식사를 차리고 있을 때였다. 조가 집에 돌아 온지 한시간이나 지났을 때 였지만, 요즘 그는 가정에 좀 등한시 하고 있었다 - 무언가에 마음을 빼앗겨 대부분의 시간을 그녀에게서 멀리 떠나버려있는 듯 했다. 샟歐蓚 그렇다고해서 그녀가 예전처럼 안절부절 못 하는 것은 아니었다. 적어도 조가 늘 그녀를 쫑아다니며 강제로 잠자리를 요구하지는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 머리는 어떻게 된거야." 조는 베카가 콩이랑 후랑크 후르트 쏘세지를 식탁에 놓고 있을 때 물었다. 베카는 말없이 반창골을 만지작 거렸다. 으음, 이 머리가 대체 어떻게 된 거드라? 그녀는 잘 생각나지 않았다. 그 날은 내내 그 곳에 잉크얼룩같은 기묘한 검은 것이 있었다. 베카는 조에게 아침식사를 차려줬던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리고나서 그가 와고니어를 타고 우체국으로 향하는 것을 멍하니 지켜 보았었다. 그것은 선명하게 기억이 난다. TV를 켜고 - 채널은 <행운의 수레바퀴>에 맞춰져 있었다 - 새로산 씨어즈 쑝셔묽綏 흰 빨래들을 세탁했다. 그것도 확실하게 기억난다. 그 후에 잉크얼룩이 생긴 것이다. 베카는 세탁기에 색깔있는 옷들을 넣고 찬물로 빨기 시작했던 것은 기억했다. 스완슨의 헝그리맨 냉동 디너를 자신 몫으로 2개 - 베카 폴슨은 대식가다 - 오븐에 넣었던 것도 어렴풋이 기억하고 있지만 그 뒤의 기억은 없었다. 정신을 차렸을 땐 거실 쇼파에 앉아있었다. 작업복은 원피스로 바꿔입고 있었다. 머리는 세갈개로 따아져 있었다. 다리와 어깨를 누르는 무거운 것이 이마를 간지럽게 했다. 오즈 넬슨이었다. 그녀의 허벅지에 뒷발을 놓고 어깨에 앞발을 걸치고 서서 이마에 흐르는 피를 함고 있었다. 베카는 오즈를 치우며 시계를 쳐다보았다. 한시간 후면 조가 돌아 올 시간이라 저녁 時曼晝 시작해야했다. 그리고나서 겨우 베카는 쑤시는 머리를 만져보았던 것이다. "베카?" "네?" 베카는 자신의 의자에 앉아 스푼으로 콩을 접시에 담기 시작했다. "머리가 어떻게 된거냐고 물었쟎소?" "부딪혔어요." 베카는 대답했다.....목용탕으로 들어가 거울에 비쳐보니 타박상 정도가 아니라 구멍처럼 보였지만. "좀 부딪혔을 뿐예요." "그랬군." 조는 그것으로 흥미를 잃었다. 그리고는 그날 막 도착한 <스포츠 일러스트레뎃드> 최신호를 펼쳐들고 곧 공상으로 빠져들었다. 빋榴 공상속에서 낸시 버스의 몸을 두 손으로 천천히 더듬고 있었다. - 지난 6주동안 계속 잠기는 공상이었다. (게다가 공상을 지속시키는 온갖 행위와 함께) 낸시 버스를 팔머스에서 헤이븐으로 보내준 합중국의 체신부에게 감사를. 조가 할 말은 이것 뿐이었다. 팔머스의 손실은 조 폴슨의 이익이나니, 열 아홉살때 미 육군병으로 서독에서 근무한 이래 이만큼 페니스가 원기왕성한 적이 없었다. 조의 관심을 끌기에 아내의 상처쯤으로는 어림없었다. 베카는 후랑크후르트 쏘세지를 세개 집어놓고 잠시 멈췄다가 네개째를 집었다. 후랑크후르트 쏘세지와 콩에 케챵을 넉넉히 넣어 섞었다. 그랬더니 대형 오토바이 사고와 좀 닯은 것 같았다. 베카는 테이블의 피쳐에서 포도주를 한 잔 P따르고 나서 (조는 맥주를 마셨다) 손가락으로 반창고를 만졌다. 반창고를 붙이고 나서 그렇게 몇 번이나 손가락으로 만져보았지만 그저 차가운 비닐 조각에 지나지 않았다. 뭐 그런대로 괜챦았다.....그렇지만 그 아래 둥글게 움푹패인 것이 느껴졌다. <구멍>이다. 그것이 문제였다. "좀 부딪혔을 뿐예요." 베카는 다시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마치 그렇게 말하면 실제로 그렇게 되기라도 하는 것처럼. 조는 고개를 들어올리지조차도 않았다. 베카는 식사를 시작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식욕을 잃어선 안돼. 베카는 생각했다. 내 식욕을 빼앗길 일은 여간해선 없지. 그럼, 어떤것도 내 식욕을 뺏어갈순 없다구. q 세상에 미사일이 날아다니고 세계의 종말이 온다고 라디오에서 말한다 해도 나는 그 미사일하나가 헤이븐에 떨어질 때까지 계속먹을 꺼야. 베카는 집에서 만든 빵을 한 쪽 잘라서 콩스프에 찍어먹었다. 그 때 , 이마의 그...그 <상흔>을 보았을 때 베카는 맥이 탁 풀렸다. 완전히 기력을 잃고 말았었다. 그 점은 속이려 해도 소용이 없다. 그것이 타박상같은 <상처자국>이라고 속여도 소용없는 것처럼. 누군가가 알고 싶어한다면 거울로 머리에 구멍이 난 것을 보는 것은 인생에서 그다지 유쾌한 경험은 아니라고 말해주어야지. 다음으로 베카가 한 일은 ------ 베카는 이마의 <그것>으로부터 뒷걸음질쳐 도망치고 싶었지만 이미 어쩔수 없었다. 이젠 늦었어,베카. 머리속에서 소리가 울렸다. 돌아가신 아버지 목소리처럼 들렸다. 베카는 이마의 구멍을 한참 바라보았다. 계속 지켜보았다. 그리고는 세면대 왼쪽의 서랍을 열어 두 손으로 몇개 안되는 화장품을 마구 뒤적겨렸다. 눈썹묵을 꺼내고는 다시 거울을 노려보았다. 눈썹묵을 쥔 손을 들어 둥근 끝을 자신에게로 향하게 하더니 이마의 구멍으로 천천히 밀어넣기 시작했다. 안돼 그만두라구, 베카는 자신을 향해 외쳤다. 베카 너는 그렇게 하고 싶은 게 아니쟎아. 그러나 그녀의 <일부>는 분명 그렇게 하고 싶었다. 어쨋든 그녀는 계속했다. 통증도 없이 눈썹묵의 크기는 잘 맞았다. 베카는 1센티,2센티,3센티 하며 눈썹묵을 밀어넣었다. 거울을에는 눈썹묵이 튀어나온 ]꽃무늬 원피스를 입은 여자가 비쳐졌다. 베카는 다시 몇 센티, 모두 10센티가량을 밀어넣었다. 눈썹묵은 이제 얼마남지 않았다. 베카, 조심해, 머리속으로 쏙 들어가버리면 안돼. 잠잘 때 뒤척이다가 달가닥 달가닥 소리라도 나면 조가 깨버리쟎아. 베카는 갑자기 쿡쿡 웃었다. 12,3센티 쯤에서 눈썹묵 끝에 저항물이 닿았다. 단단했지만 꾹 누르면 스폰지 같은 감촉이 전해졌다. 동시에 주변이 일순 선명한 녹색이 되더니 여러가지 기억들이 교차하면서 마음 속을 어지럽혔다.-- 네살 때 오빠 털바지를 입고 썰매에서 미끄러졌던 일, 고등학교 때 칠판을 닦던 일, 할아버지가 가지고 있던 59년 형 임팔과 베어놓은 건초냄새. 베카는 흠찝 자신으로 돌아와 머리에서 눈썹묵을 뽑았다. 구멍에서 피가 솟지않을까 염려했지만 피는 한방울도 나오지 않았다. 눈썹묵의 반들거리는 표면에도 역시 피는 묻어있지 않았다. 피도 ....어쩌면.... 그러나 베카는 다른 것을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눈썹묵을 서랍속으로 던져넣고 얼른 닫아버렸다. 구멍을 숨기고 싶은 처음의 충돌이 되살아났다, 더욱 강하게. 베카는 약품함을 열고 반창고를 쥐었다. 약품함이 그녀의 흔들리는 손에서 세면대로 철그렁하며 떨어졌다. 베카는 그 소리에 비명을 지르다가 곧 자신을 타일렀다. 비명 지르지마, 그만두라구. 우선 구멍을 숨겨, 보이지 않게. 해야할 일은 그거야. 그것이야말로 필요한 일이지. 눈썹묵은 신경쓰지마, 잊어버려. -- 한낮의 드라마나 v<닥터 윌비>에서 본 적이 있는 머리 상처같은 거야. 괜챦아. 눈썹묵일은 잊어버리자구. 그리고는 적어도 지금까지는 잊고있었다. 베카는 먹고있던 저녁식사를 보자 아주 이상할 정도로 식욕이 달라졌음을 느꼈다. 더 이상 입에 댈 수가 없었다. 베카는 접시를 부억 쓰레기통으로 가져가 남은 것을 모두 버렸다. 그러는동안 오즈는 그녀에게 매달려 있었다. 죤은 잡지에서 얼굴을 들을 것 같지 않았다. 그의 머리속에는 낸시 버스가 그에게 아래가 보기처럼 기냐고 묻고 있었다. 베카는 한 밤중에 알수 없는 꿈을 꾸다가 잠에서 깨어났다. 집의 시계가 하나도 남김 없이 그녀의 아버지 목소리로 말하고 있는 꿈이었다. 일어나보니 조가 팬티만 입은 채 엎드려서 코를 골며 그녀 옆에서 자고 있었다. 베카는 반창고를 만져보았다. 구멍은 아프지도 않고 쑤시지도 않았지만 근질근질 했다. 베카는 구멍을 문질러 보았다. 소름이 쫙 끼쳤다. 그 푸른 섬광이 또 나타날까봐.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았다. 어제. 그래도 나는 알고싶었던 걸까? 아냐. 알고 싶지 않았어. 잊어버리고 싶었어. 베카는 헛간에서 나와 떨리는 손으로 좌물쇠를 채웠다. 일주일 후 (베카는 여전히 매일 아침 반창고를 갈아 붙였다. 상처 구멍은 점점 막히고 있었다. -- 조의 손전등으로 목욕탕 거울에 비춰보면 새로운 조직이 구멍을 샇乍李 있는 것이 보였다.) 베카는 헤이븐 주민의 반 이상은 알고 있으리라 짐작되는 사실을 알고 말았다. 조가 바람을 피고있다는 거였다. 이 사실을 가르쳐 준 것은 예수였다. 요 3일 동안 예수는 베카에게 상상할 수도 없는 가장 놀랍고 가장 무섭고 가장 아픈 고통을 가르쳐 준 것이다. 그것은 그녀에게 구토를 일으키게 했으며 그녀의 수면을 파괴시켰고 그녀의 기력을 앗아갔다....그래도 그것은 불가능한 일이 아닐까? 아냐, 현실이야! 더 이상 예수의 얘기를 듣는 걸 그만 두던지, 예수에게 닥치라고 소리칠까? 아냐,그럴리 없어. 예수는 구세주이니까. 베카는 이 신적( 神的)메세지의 시작을 머리구멍과 연결시켜 생각하지는 않았다. 예수가 있는 곳은 폴슨家의 제니스製 TV 위 였다. 예수는 20년 정도 그 장소를 지정석으로 하고 있었다. 제니스제 TV 위에 있기전에는 RCA제 TV위에 놓여있었다.(조 폴슨은 언제나 미제를 산다) 이 예수는 아름다운 입체화로 포츠머스에 사는 베카의 여동생이 보내준 것이었다. 예수는 소박한 흰색 외투를 걸치고 목도의 지팡이를 들고 있다. 이 입체화가 <창조된>것은 (베카에게 만들어졌다는 말은 손으로 찔러볼 만큼 리얼한 입체활를 표현하기에는 지나치게 평범한 말처럼 생각되었다.) 비틀즈가 남자들의 헤어스타일에 변혁을 가져오기 전으로 예수의 머리는 길지 않고 말쑥했다. 베카 폴슨의 TV위에 있는 예수 그리스도는 제대후의 엘비스와 약간 닮은 듯한 머리를 하고 있었다. 눈은 갈색으로 온화하고 부드러웠다. 예수 위에는 비누 선전을 할 때면 언제나 시트가 나오는 것처럼 하얀 양들이 완벽한 원근법으로 멀리 희미하게 보였다. 베카와 여동생 코린, 남동생 로런드는 뉴 그로스터의 양치는 농가에서 자랐다. 베카는 개인적 경험으로 양이 그렇게 하얗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지상에 떨어진 맑은 날의 구름조각처럼 한결같이 소담스러운것 만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정말로 예수가 물을 포도주로 바꾸고 죽은 자를 살아나게 할 수 있다면 양의 엉덩이 주변에 붙어있는 똥덩이들을 없어지게 하지 않을 이유도 없는 것이다. 베카는 이렇게 생각하며 납득하고 있었다. 조가 두 세번 그 사진을 TV위에서 옮기자고 한 적이 있었다. 베카는 이제서야 그 이유를 a알 것 같았다. 그랬었군,그래, 그랬던거야, 조는 이러쿵 저러쿵 엉터리 이유를 댔었지만. "<세사람은 친구>나, <챨리의 천사>를 볼 때 예수를 TV위에 두는 건 좀 거북하군." 조는 이런 식으로 말했었다. "당신 침실용 장에 올려두면 어떨까,베카? 그렇지 않을면....그래!일요일 까지 당신의 침실에 놓아두었다가 그 다음에 다시 TV위에 올려두는 것은? 지미 스와가드나 렉스 핸버드나 제리 펠웰을 볼 때는? 예수는 <챨리의 천사>보다도 TV전도사 제리 펠웰쪽을 더 좋아할 꺼 같은 데." 베카는 거절했다. "집에서 <목요일 밤 포카>를 칠 때 다른 친구들이 싫어해서." 조는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마지막 한장에 플래쉬가 W되느냐,스트레이트가 되느냐 하는 판에 예수 그리스도가 지켜보기를 바라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 "그 친구들이 불안해 하는 건 놀음이 악마의 짓이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예요." 베카는 말했다. 포카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으면서도 조는 이 말을 듣자 분개했다. "그렇다면 당신이 일전에 헤어드라이어를 산 것도, 끼고 있는 그 석류석 반지를 산 것도 악마의 짓이겠군. 모두 금으로 바꿔서 구세군에게 기증하자구. 잠깐 내 방에 영수증이 있어." 베카는 조가 한달에 한 번 목요일 밤 - 친구들과 잡담을 나누고 맥주를 마시면서 포카를 즐기는 밤 - 에 예수 입체화를 돌려놓는 것 까지는 허락했다.... 그렇지만 돮陋 뿐이었다. 지금 베카는 조가 그 입체화를 치우고 싶은 진짜 이유를 알았다. 조는 그 그림이 <마법>의 그림이란 걸 처음부터 알고 있었던 것이 분명했다. 아니...<신성한 >이라고 하는 것이 적절할 것이다. <마법>이라 함은 이교도 - 미개인이나 카톨릭교도나 그런 종류 - 에게 쓰는 말이다. 조는 그 그림이 특별한 것임을, 그의 죄가 발각되는 매개물이 될 줄 처음부터 느끼고 있었음이 분명했다. 베카는 조가 요즘 마음이 딴 데 가 있는 것이 무엇때문인지 알것 같았다. 그가 밤에 더 이상 그녀를 원치 않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음을 알것 같았다. 그렇지만 솔직히 말해 섹스는 옛날에 어머니에게서 가르침을 받은 데로 더럽고 야만스러우며 때로는 고통이며 항상 y굴욕적이었다. 조의 Y셔츠에서 때때로 향수 냄새가 나지 않았던가? 만약 그랬다면 그것조차 모르는 채 했었던 것이다. 제니스제 TV위에 있는 예수 그림이 7月7日에 이야기를 시작하지 않았더라면 계속 모르는 체 했을 지도 모른다. 베카는 지금 또 한가지 요소도 간과하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섹스가 없어지면서 향수 냄새가 나기 시작한 것은 나이 많은 챨리 에스터블룩이 퇴직하고 나서 낸시 버스라는 여자가 펄머스의 우체국에서 챨리 대신 부임해 온 시기와 거의 일치했다. 베카의 추측으로는 버스라는 여자는 (베카는 이 여자를 보통의 <닳아빠진 여자>로 여기고 있었다.) 베카와 조 보다도 다섯살 연상이었다. 50세 전후라고는 하지만 균형잡힌 몸매를 쑑≠ 아름다운 50세 였다. 베카 자신은 결혼 생활을 하고 있는 동안 뚱뚱해져서 57Kg에서 87Kg나 되었다. 급격히 뚱뚱해진 이유는 외아들 바이런이 둥지에서 날아가 버렸기 때문이었다. 베카는 그것을 계속 무시했을 수도 있었다. 그랬다면 결국 만사 순조로웠을 지도 모른다. 만일 그 <닳아빠진 여자>가 동물적 성교 - 신음하고 덮쳐누르고 결국에는 생선 비린내 처럼 아릿하고 싸구려 합성세제처럼 보이는 끈적끈적한 것을 분출시키는 행위를 즐거워 한다면 그것은 그 <닳아빠진 여자>가 동물에 지나지 않음을 증명하는 것이 된다. 게다가 덕분에 베카는 그 지긋지긋한 의무에서 벗어나도 되고. 그러나 예수 그림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지를 분명하게 가르쳐주었기 때문에 모르는 체 할수가 n없었다. 무언가 하지 않으면 안되게 된 것이었다. 그 그림이 처음 말을 한 것은 목요일 오후, 3시가 조금 지나서 였다. 베카가 자기 머리를 쏜 8일 후, 그 구멍이 보통 <상흔>이 아나라는 걸 잊으려는 노력이 대충 결실을 맺기 시작한지 4일 후 였다. 베카는 TV에서 을 보려고 간단한 식사(커피케잎 반쪽과 쿨에이드가 찰랑찰랑한 컵)를 들고 부엌에서 거실로 돌아왔었다. 베카는 록이 로라를 발견할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았지만 희망을 버릴 순 없었다. 베카가 쇼파에 앉아 제니스 제 TV를 켜려고 할 때 예수가 이렇게 말했던 것이다. "베카, 조는 우체국에서 점심 휴식시간을 이용해서 그 <닳아빠진 여자>와 교섭을 갖고 q있다오. 때로는 저녁 근무가 끝난 후에도. 놀랐을꺼요." 베카는 비명을 지르며 쿨에이드를 TV앞에 엎질렀다. 브라운관이 날라가지 않은게 기적이었다. 후에 조금은 냉정을 찾게 되었을 때 베카는 그렇게 생각했다. 커피케잎은 카페트위에 떨어져 있었다. "그 뿐이 아니라오." 예수는 베카에게 말했다. 그리고는 발목에 옷자락을 휘감으며 그림을 가로질러 솟아오른 바위 위에 걸터앉았다. 다리를 꼬더니 험상궂은 눈으로 베카를 보았다. "헤이븐에서는 여러가지 일들이 생기고 있소. 당신은 반도 믿기 어렵겠지만." 베카는 또 비명을 지르며 무릎을 꿇었다. 한 쪽 무릎이 커피케잎 바로 위로 떨어져 러즈베리가 오즈 넬슨의 얼굴로 날아갔다. K오즈는 무슨일이 생긴 것인 지 확인하려고 다가오고 있었던것이다. "여보!여보!" 베카는 목이 찢어지도록 소리를 질렀다. 오즈는 캑 하는 소리를 내고 부엌으로 달려가더니 수염에서 끈적끈적한 것을 떨어뜨리면서 렌지 밑으로 숨어버렸다. 그러더니 그날은 내내 그 곳에 있었다. "폴슨가의 사람들은 예전부터 덕(德)이 없었소." 예수가 말했다. 양들이 예수에게로 다가왔다.예수는 지팡이로 양들을 탁탁 쳐서 쫑아버렸다. 베카는 넋이 빠져 있었지만 예수의 성급한 태도를 보자 오래전에 돌아가신 아버지가 생각났다. 양들은 입체화(3D PICTURE) 효과로 희미하게 무리지며 사라져갔다. 그림 가장자리로 m사라질 때는 굽이치는 것처럼 보였다.....그렇지만 그것은 빛의 착각일 뿐이라고 베카는 확신했다. "너무나 덕이 없는 집안이지." 예수는 계속했다. "조의 조부는 당신도 잘 알다시피 이 세상에서 제일 밝은 빛이 비치는 평화로운 마을에서 유객꾼(사창가등에서 손님을 끄는 사람) 노릇을 했었소. 일생을 페니스를 여자들에게로 끌어들이는 데 써버린 거요. 그가 이 마을에 왔을 때 사람들은 뭐라고 했는 지 아시오? <당신같은 자는 들어올 수 없소.>라고 했었소." 예수는 지팡이에 의지하며 몸을 일으켰다. "<땅에 엎드려 기어들어오시오. 그렇다면 이 헤이븐에 살 수도 있을 거요. 그렇지만 새로운 주인은 당신에게 가혹할 꺼요.>라고." 4 비명을 지르며 집에서 뛰쳐나온 것은 그 때였다. 베카는 숨을 헐떡이며 멈춰섰다. 거의 색이 바래 우중충한 금발이 얼굴에 들러 붙었다. 심장은 터질만큼 빨리 뛰고 있었다. 다행히도 그녀의 비명을 들을 사람은 없었다. 그녀와 조가 살고 있는 곳은 마을에서 멀리 떨어진 니스터 로드 근처로 제일 가까운 이웃은 좀 지저분한 트레일러 하우스에 사는 폴란드 계 브로드스키일가 였다. 만약 누군가가 그녀의 비명을 들었었다면 폴슨가에 정신이 이상한 여자가 와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래, 폴슨가에 정신이 이상한 여자가 있는 것은 아닐까? 그 예수 그림이 자신에게 말을 o한것을 정말이라고 생각한다면 그래,분명 머리가 이상해진 거야. 내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아버지는 나를 세번 때리셨다. - 한 번은 거짓말을 한 것에 대해서, 또 한번은 거짓말을 믿은것에 대해서, 마지막 한번은 큰 소리를 질렀던 것에 대해서. 베카,너 미쳤구나.사진은 말 할 수 없는 거란다. 그렇긴 하지만...그 그림은 말하지 않았던거야.다른 소리가 들렸던 거야. 그 예수의 소리는 네 머리속에서 들린거라구,베카. 그런일이 있을 수 없는 일인지 어떤지 잘 모르겠지만....여하튼 그런일이 있었던 것이다. 지난 주 내 몸에 생겼던 일과 무슨 관계가 있을지도 모르고 관계가 없는 것일지도 모른다. 어쨌든 그 예수 그림에게 말은 건건 t내 자신인 거야. 그림이 정말로 말을 할 수는 없다구, <에드 셜리븐 쇼우>의 그 작은 돗뽀 지조(만화 주인공,쥐)도 실제로는 말 할 수 없는 것 처럼. 그래도,그.... 그 <구멍>과 무언가 관계가 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그림자체가 말을 했다는 것보다도 무서웠다. 왜냐하면 그것은 <닥터 웰비>에 때때로 나오는 것 같은 증세였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뇌종양으로 부인의 나일론 스타킹이나 팬티를 입는 남자 얘기다. 베카는 자신의 정신에 이상이 생겼음을 인정하는 것을 거부했다. 혹시 기적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기적이라는 것은 이러니저러니 해도 매일 일어나고 있는 것이니까. 트리노의 聖骸布, 룰르드의 치료. 성모마리아 초상이 표면에서 T튀어나오는 걸 본 적이 있다는 멕시코인도 있다. 터브로이드 신문의 한면을 장식했던 그 아이들의 이야기는 말 할 필요도 없다. 바위를 울게 했다는 아이들 이야기다. 그런 것들은 모두 신성한 기적이며 (바위에게 눈물을 흘리게 했다는 아이들 이야기는 좀 믿기 어렵긴 하지만) TV전도사 지미 스워가드의 설교처럼 정신을 고양 시켜준다. 머리속에서 소리가 났다는 따위는 미친 짓일뿐이다. 그렇지만 현실로 일어난 일이었다. 더구나 지금도 잠시 예수의 소리가 들리지 않았던가? 예수의 소리가 들렸단 말이다. 아니, 조 목소리였다. 그래,조 였어. 예수가 아니고, 조 였어. 조의 소리가 머리 속에 들렸던거야------ b "아니야." 베카는 울면서 말했다. "아니야. 내 머리 속에서 소리 같은 건 나지 않았어." 베카는 마당에 서서 니스터 로드 반대쪽 숲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폭염으로 숲에는 청재색 빛이 감돌고 있었다. 베카는 가슴 앞으로 두손을 모아 잡고 흐느끼기 시작했다. "소리는 내머리 속에서 나지 않았어." 머리가 이상해진 것 일까. 죽은 아버지의 성난 목소리가 들렸다. 더위 탓으로 이상해진 것이다. 자,이 쪽으로 오란 말야. 베카 브샬,이상한 얘기를 한 벌로 세대 때려주마. "소리는 내 머리 속에서 난 게 아녜요." 베카는 외치듯이 말했다. "정말로 그림이 말한 거예요. 저는 복화술(腹話術)같은 건 할 줄 모른다구요! 베카는 다리에 눈을 주었다. 왼쪽 무릎에서 피가 나고 있었다.베카는 또 비명을 지르며 집으로 뛰어들어갔다. 의사에게, TV 의료 프로 <메딕스>에, 누군가에게 전화를 하러. 베카가 다시 거실로 들어와 귀에 수와기를 대고 다이얼을 누르려 할 때 예수가 말했다. "그건 커피케잎의 러즈베리요. 그저 묻은 것 뿐이오. 심장 발작을 일으켰을 때." 베카는 수화기를 테이블 위로 탁 떨어뜨리며 TV 쪽을 보았다. 예수는 그 돌 위에 앉은 그대로 였다. 다리를 꼬고 있는 것 같았다.예수는 베카의 부친과 놀랄 만큼 닮았다......그래서인지 두려운 느낌이 없었고, 불쑥 튀어나와 폭력을 휘두를 것 같지도 않았다. 예수는 초조함을 억누르는 듯한 표정으로 베카를 바라보았다. "내가 엉터리로 지껄인다고 생각되면 직접 ,확인해 보면 되쟎소." 베카는 아플것 같아서 얼굴을 찡그리며 무릎을 손으로 쓸었다. 통증은 전혀 없었다. 베카는 그 빨간것에 씨가 있는 것을 보고 이내 안심을 했다. 그리고는 손가락에 붙은 러즈베리를 함았다. "그리고," 예수는 말했다. "여러가지 소리가 들려서 이상해 졌다는 생각은 머릭속에서 쫑아내시오. 내가 말한 거니까.나는 얘기하고 싶은 상대와 자유로운 방법으로 얘기를 나눌 수 있다오." "당신은 구세주이시니까요." 베카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렇소." 예수는 그렇게 말하더니 아래를 내려다 보았다. 예수의 밑에서는 만화 영화의 샐러드 그릇들이 그들이 차지하여는 드레싱에게 감사하는 춤을 추고 있었다. "괜챦다면 그 쓸모없는 것 좀 꺼주시오. 이런 것은 켜둘 필요가 없소. 발이 뜨끔뜨끔 하겠구료." 베카는 TV 가까이로 가서 꺼버렸다. "여보." 베카는 작게 말했다. 7月10日. 일요일. 조는 정원의 해먹(hammock)에서 느러지게 자고 있었다. 오즈가 조의 북처럼 둥근 배에서 마치 모피처럼 달라붙어 있었다. 베카는 거실에 서서 왼손으로 커텐을 젖히고 바깥에 있는 조에게 시선을 두고 있었다. 해먹에서 자고 있군. 그 <닳아빠진 여자>꿈을 꾸고 있을 꺼야, 분명. 캐롤리드 씴ゴ玭慣六 쓰레기통 행 다이렉트 메일(고객에게 우송하는 상품광고)더미위에 그녀를 밀어넘어뜨리며 교섭을 갖겠지. - 조나 그의 돼지같은 친구들은 어떤 말을 쓸까? - 꿈을 꾸고 있는 것임에 틀림없어. 베카가는 커텐을 왼손으로 잡고 있는 것은 오른손에 9볼트 짜리 삼각 건전지 한 개를 들고 있기 때문이었다. 어제 마을 철물점에서 샀 것이었다. 베카는 커텐을 닫고 그 건전지를 부엌으로 가져 갔다.부엌에서 간단한 것을 막 조립했던 참이었다. 예수가 만드는 법을 가르쳐주었다. 베카는 예수에게 자신은 물건같은 건 만들 줄 모른다고 말했었다. 예수는 스스로 안된다고 단정지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만드는 방법대로만 따라서하면, 그 작은 기계장치를 조립하는 데는 문제없을 꺼라고 W했다. 예수 말대로 라는 걸 알고 베카는 기뻤다. 간단할 뿐 아니라 재미도 있었다. 요리보다도 훨씬 재미있었다. 베카에게는 요리를 잘하는 재주가 없었다. 케잎은 반드시라고 할 만큼 부스러졌고, 빵은 거의 부풀지 않았다. 베카가 그 작은 장치를 만들기 시작한 것은 어제 일이었다. 토스터와 낡은 믹서 모터와 창고에 있었던 오래된 라디오 안 쪽에서 떼어낸 전자 부품 투성이의 기묘한 판을 이용해서 만들고 있었다. 베카는 조가 2시 부터 TV 야구 경기를 보러 잠을 깨고 들어오기 직전 까지는 끝낼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사실 요 몇일 묘할 정도로 여러가지 일들이 머리에 떠오르고 있었다.예수가 말해 준 것도 ↘羚鄕嗤 문득 머리에 떠오르는 것도 있었다 예를 들면 미싱 사건이 그렇다. 베카는 지그재그로 누빌수 있는 부품을 전부터 쭈욱 갖고 싶어했었지만 조는 새 미싱을 살 여유가 생길 때까지 기다리라고 했었다.(그것은 조의 일이기 때문에 절대 그날은 오지 않을 것이라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 뜻이었다.) 바로 4일전 베카는 그 방도를 발견해 냈던 것이다. 버튼 스위치를 조금 움직여서 다른 바늘 하나를 원애 있는 바늘에 대해 45도 각도로 더하면 바라던 대로 지그재그 누빔을 할 수 있게 되었다. 필요한 것은 드라이버 뿐이었다. 베카 같이 손재주가 없는 사람도 드라이버 정도는 사용할 수 있었다. 아주 잘 누벼졌다. 캠 축이 중량 차이로 머지않아 닳아 버리겠지만그건 그때대로 고칠 방법이 얼마든지 있었다. 그리고, 전기청소기 건도 있다. 그 청소기 건을 가르쳐 준 것은 예수였다.조의 작은 용접용 화염 램프의 사용법을 가르쳐 준 것도 예수였다. 덕분에 작업은 재미있었다.베카는 델리에 나가 <케이비 토이즈>에서 사이먼 전자 게임 3개를 샀다. 집에 돌아와 그 게임기 3개를 모두 분해해서 메모리 판을 떼어냈다. 예수의 지시대로 3개의 메모리 판을 연결시켜 만들어놓은 메모리 회로에 영구건전지를 달았다. 예수가 청소기에 어떤 프로그램을 공급하고 어떻게 파워를 넣으면 좋은 지를 가르쳐 주었다. (사실 베카는 이미 알고있었지만 안다고 하면 예수가 실망할까봐 잠자코 있었다. 그 청소기가 지금 완전히 자동으로 부엌과 거실,아래층 목욕탕을 청소했다. 피아노 의자 밑이나 돵澍楊종효【　 누차 움직이질 않았고 (목욕탕에서는 베카가 뛰어가 방향을 바꿔 줄 때까지 바보처럼 변기에 계속 부딪혔다.), 오즈를 몹시 놀라게 하기는 했지만 15키로나 되는 청소기를 개 끌듯이 끌고 다니는 것에 비하면 장족의 발전이었다. 베카는 예전보다도 훨씬 즐거워 하게 되었다. - 더구나 요즘은 예수가 실화를 말해준다. 어쨋든 고쳐서 새로 태어난 청소기는 무서울만큼 전기를 잡아먹고 때때로 자기 코드선에 휘감겼다. 베카는 빠른 시일내에 건전기를 빼고 오토바이용 밧데리를 부착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시간이 걸리겠지 - 조와 그 <닳아빠진 여자>의 문제가 해결된 뒤라면. 어쩌면... 바로 어젯밤 일이기도 했다. 베카는 조가 그녀 옆에서 코를 골기 시작한 Ⅵ悶〉 꽤 오랫동안 침대속에서 잠을 이루지 못한 채 뒤척이며 수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고등학교 상업수학 이상은 결코 이해 할 수 없었다. )베카는 문득,만약 숫자를 문자와 동등한 것으로 하면 그것을 녹여서 젤리 같은 것으로 변하게 할 수 있지 않을까,하고 생각했었다. 그것이 -숫자가- 문자가 되면 좋아하는 모양틀에 부어넣는다. 그리고나서는 문자를 숫자로 돌아오게 하는 것도 할 수있다. 젤리가 굳으면 나중에 접시에 담아낼 때 모양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냉장고에 넣어두는 것 같은 거라고 말해도 좋을 것이다. 그런식으로하면, 언제든지 문제를 꼭 해결 할 수 있를 거라고 베카는 생각했다. 베카는 자기 손가락이 왼쪽 머리의 그 장소로 가서 그것을 계속 문지르고 있음을 느끼지 못했다. ( 예를 들면,이렇다! ax+bx+c=0이라고 결정하면 언제라도 문제를 푸는 길잡이가 되어, 반드시 잘 풀어질 것이다. 캬틴 마벨이 "샤잠!"하고 외치는 것 같은 것이다. 그건 그렇다치고 인수 0이 있다. 를 0으로 할 수는 없다. 그렇지 않으면 엉망이 되어버리고 만다. 그래도 만약 그렇지 않다면-. 베카는 이런 것들을 생각하면서 한참동안 잠 못 이루고 뒤척였다. 결국에는 2차방정식과 다항식과 인수분해의 개념을 자기 나름대로 고치는 데까지 이르러서야 잠이 들었다. 개념. 그 많은 것들이 바로 요즘 생겨난 것이었다. 베카는 조의 작은 용접용 화염 램프 잡고 쇀 颱構 불을 붙였다. 지난 달만해도 이런것을 사용해서 작업할 수 있노라고 누군가에게 들었다면 웃어버리고 말았을 것이다.그러나 그것은 간단했다. 낡은 라디오에서 떼어낸 전자회로판에 와이어를 어떤식으로 납땜질하면 좋은 지 예수가 정확하게 가르쳐 주었던 것이다. 전기청소기를 고친 것과 똑같은 요령이었다. 다만 이쪽 아이디어가 훨씬 훌륭했다. 예수는 요 3일 동안에 그 밖에도 여러가지 것들을 가르쳐주었다. 그 덕분에 베카는 거의 수면을 취할 수가 없었다.(잠깐이라도 잠에 들면 꼭 악몽을 꾸었다.) 마을에 얼굴을 드러내는 것도 두려웠다.(베카,네가 나쁜일을 하면 난 언제가 알수 있어. 네 얼굴은 비밀을 감출 수 없거든,이라고 옛날 베카의 아버지는 말하곤 했었다.) 댙커葯 잃어버렸다. 일과 야구경기와 그 <닳아빠진 여자>에 빠져 있는 조는 이런 변화를 알아차릴 리가 없었다....요 전날밤, 함께 TV를 보고 있을 때 베카가 손톱을 물어뜯고 있는 걸 보았지만. 베카가 그런 행동을 한 것은 처음이었다. - 그것은 그녀가 조에게 그만두라고 말했던 행동의 하나였다. 이제는 그녀가 그렇게 했다. 손톱을 살 닿는 데 까지 물어 뜯었다. 조 폴슨은 12초 가량 생각하더니 제니스 製 TV 로 시선을 돌리고는 낸시 버스의 풍만하고 하얀 가슴으로 빠져들었다. 여기서 예수가 베카에게 들려준 오후의 이야기를 잠시 소개하고자 한다. 그 때문에 베카는 거의 수면을 취할 수 없게 되었고 마흔 다섯살 난 아이처럼 손톱을 물어 뜯게 되었던 것이다. * 1973年,조의 포카친구의 한사람인 모스 허링겐이 자기 아버지를 살해했었다. 사건이 일어난 것은 모스 허링겐과 그의 아버지가 그린 벨로 사냥을 갔을 때였다. 다른 사람들은 비극적인 사고 였다고 알고 있었지만 아벨 허링겐이 저격당한 것은 사고가 아니었다. 모스는 라이플 총을 들고 나무 뒤에 숲에서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 아버지가 자신이 서 있는 언덕에서 50키로 쯤 떨어진 곳에 흐르는 작은 냇가를 철퍽철퍽 건너 자기 쪽으로 가까이 오기를 . 그리고나서 모스는 자기 아버지 머리를 신중하게 천천히 쏘았다. 아버지를 죽인건 돈 때문이라고 여겼다. 그(모스)의 회사, 대수로 건설(大水路建設)의 자금문제 였다.각기 다른 두 은행에 동시에 어음이 만기가 되었는 데 어느 쪽도 다른 w어음을 고려해서 기한을 연기해 주려 하질 않았다. 모스는 아버지 아벨을 찾아갔지만 아벨은 그만한 여력이 없다고 원조를 거절했다. 그래서 모스는 아버지를 사살하고 검시관이 사고사라고 판정을 내리자 거액을 상속받았다. 덕분에 어음은 잘 지불되었다. 모스 헤링겐은 자기 이익을 위해 살인을 범한 거라고 진심으로 믿고 있었다. (아마도 가슴 깊숙히 뭍어둔 기억을 없앤다면.) 그렇지만 진정한 동기는 다른 곳에 있었던 것이다. 아주 오랜 옛날 모스가 열살,그의 동생 에멜리가 겨우 일곱살 이었을 때, 아벨의 아내가 어느 겨울 날 남쪽의 오드 아일랜드에 갔었다. 모스와 에멜리의 삼촌이 갑자기 돌아가셔서 숙모가 도움을 요청했기 때문이었다. 횡低鍛構 없는 동안에 허링겐 家에서 이상한 행위가 몇번인가 일어났었다. 소년들의 어머니가 돌아오자 그 이상한 행위는 두번 다시 반복되지 않았지만. 모스는 그 일에 관해 완전히 잊어버리고 있었다. 어둠속에서 잠이 깬 채 누워 떨면서 아버지의 그림자가 문 쪽에 나타나길 기다렸던 일도 기억나지 않았다. 입을 팔에 묻고 치욕과 분노로 치밀어오르는 눈물을 참으며 누워있으면 아벨 허링겐이 페니스에 라드를 바르고 아들의 <입안>에 넣었던 것도 완전히 기억에 없었다. 울음을 참기위해 피가 흐를 만큼 팔을 물고 있었던 일도 기억나지 않았고, 옆의 침대에서 "제발,그만하세요.아빠. 제발 부탁이니 저 한테는 하지 마세요. 제발, 아빠, 부탁예요." 라고 에멜리의 흐느끼던 목소리를 들었던 일도 전혀 기억나지 않았다. 물론 아이들은 댝瞞儲嗤 마련인 것이다. 그러나, 의식 밑의 기억에 얼마큼인가 남아있었음은 틀림없었다. 왜냐하면,모스 헤링겐이 그의 인생 서른 두해 동안 매일 밤 꿈 꿔왔던 것처럼 방아쇠를 당겼을 때, 총성이 메아리치며 대 자연의 고요함으로 사라져 가면서 이렇게 속삭였기 때문이었다. "네가 아냐, 에멜리, 오늘밤은 네 녀석이 아니라구." 예수가 이 얘기를 한 것은 모스가 조의 물건을 돌려주려고 잠깐 들른지 두 시간 뒤였다는 걸 베카는 염두에 두지 않았다. *헤이븐 중학교 교사 앨리스 킴볼은 레즈였다. 예수가 그 사실을 베카에게 알려준 것은 금요일. 커다란 몸집에 꽉 끼는 초록색 반바지를 입은 앨리스 킴볼이 아메리카 암 협회의 기부금을 모으러 다녀간 뒤였다. *일요신문을 배달하는 열일곱의 어린 숙녀 댈러 게인즈는 침대 틈에 <꽤 괜챦은 마리화나 담배>를 15그램 숨겨두고 있었다. 댈러와 그의 보이프랜드가 자칭 <누워서 벌이는 격투>라고 부르는 일을 한 후, 댈러의 침대에서 마리화나를 피운다고 예수가 베카에게 말했던 것은 댈러가 5주분의 신문대금(3달러와 팁이 50센트였지만 팁을 주지않았다는 걸 베카는 이제사 생각이 났다.)을 수금하기위해 다녀간 뒤 15분이 채 되지 않아서 였다. 댈러와 보이프랜드는 주말을 제외하고는 거의 매일 2시부터 3시경 까지 성교를 하고 마리화나를 피운다. 댈러의 양친은 둘다 델리의 제화점에서 근무하기 때문에 4시가 넘어야 집에 돌아왔기 때문이다. *역시 조의 포카 친구인 헝크 벅은 g밴고어의 대형 슈퍼에서 일하고 있는 데 점장(店長)과 잘 안 맞았다. 일년전 어느날, 점장이 헝크에게 <맥노날드>에서 점심을 사오라고 했을 때 헝크는 점장의 쵸코렛쉐이크에 구두세척제를 반쯤 섞었었다. 점장은 그날 오후 3시15분 헝크가 런천미트를 썰고 있을 때 화장실로 달려갔다. 헝크는 퇴근시간 까지 참았다가 자기 차에 탄 후에 자신도 똥을 쌀 만큼 배를 잡고 웃었다. "그는 웃었던 거요." 예수는 베카에게 말했다. "박장대소 했었소. 믿을 수 있겠소?" 이런 것들은 말하자면 <빙산일각>에 불과했다. 예수는 모든 사람에 관한 불쾌한 것이나 존경 할 많한 것을 알고 있는 것 같다. - 적어도 베카와 관계있는 모든 사람에 [관해서는. 베카는 그런 식으로 하나하나씩 사람들의 비밀을 알아버리는 것을 견딜 수 없었다. 그러나이미 그런 생활에 젖어버리고 말았다. 단 하나, 분명한 것이 있었다. - 자신이 무언가를 해야만 한다. 무언가를. "당신은 이미 행동을 하고 있는 것이오." 예수가 말했다. 베카 뒤에 있는 TV위의 그림에서 말하고 있었다. 분명 TV위의 그림이었다. 그 소리가 자기 머리속에서 나오고 있다는 생각은,자신의 상념이 심하게 달라졌다는 생각은...잠깐 동안의 두려운 환상에 지나지않았다. "실제로 당신은 이미 해야할 일들을 거의 한것이오,베카. 이젠 빨간 와이어를 그 긴 장치 옆 그 위치에 납땜만 하면 되오....아니 e거기가 아니고 그 옆... 그렇지, 거기요. 납땜을 너무 많이하면 안된다구! 브릴크림같은 거요,베카. 아주 조금으로 적당하지." 예수 그리스도가 남성용 헤어크림인 브릴크림을 말하는 것을 듣는 것은 기묘했다. 조는 2시 15분전에 잠에서 깨어 오즈를 밀어 뜨리고 정원 가장자리 쪽으로 비틀비틀 걸어가 사철나무에 샤앗하고 소변을 보고나서 양키스와 레드 삭스의 시합을 보려고 집안으로 들어왔다. 부엌 냉장고를 열다가 조리대위에 있는 와이어 조각들을 흘끗보며 아내가 요즘 대체 무엇하는 것일까 하고 생각했다. 그러나 곧 그 생각을 머리속에서 쫑아내며 버드와이져 한 병을 꺼냈다. 조는 거실로 들어왔다. 베카는 흔들의자에 앉아 책을 읽는 시늉을 하고 있었다. 조가 들어오기 10분전에 예수의 지시를 충실히 따라 제니스제 TV위에 자신의 작은 장치를 설치하는 걸 막 끝마쳤던 것이다. "TV의 안쪽 커버를 뗄때는 아주 조심해야하오, 베카." 예수는 베카에게 이렇게 주의 했었다. "버즈아니 냉동 창고 보다도 많은 전류가 흐르고 있기 때문이라오." "TV 좀 켜 주겠소?" 조는 말했다. "직접 켜시조." 베카는 말했다. "아아, 내가 켜리다." 조는 이렇게 말함으로써 두사람이 주고 받은 마지막 대화를 매듭지었다. 조는 TV를 켜는 버튼을 눌렀다. 그 순간 ^2천볼트 이상의 전류가 조의 몸에 흘렀다. 그의 눈은 크게 열려졌다. 전류에 닿는 순간 조는 손을 꽉 쥐었다. 맥주병이 손안에서 깨졌고 갈색 유리가 손가락으로 파고 들었다. 맥주가 거품을 일며 흘렀다. "으으으으 아아아아 우우우우 으으으으읔!" 조는 비명을 질렀다. 조의 얼굴은 검은 색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머리에서 파란 연기가 품어져 나왔다. 손가락은 제니스제 TV의 ON 버튼 위에 착 달라붙어 있는 것처럼 보였다. TV 브라운관에 불쑥 화상이 나타났다. 화면은 조와 낸시버스가 우체국 바닥에서 성교를 하고 있는 장면이었다. 카달로그랑 선거찌라시들이 어지러운 속에서 두사람이 성교를 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4 "아냐!" 베카가 비명을 지르자 화면이 바뀌어졌다. 이번에는 모스 허링겐이 소나무 뒤에 숨어서 30-30구경 총을 겨누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또 화면이 바뀌면서 댈러 메인즈와 그녀의 남자 친구가 댈러의 집 이층 침실에서 <누워서 벌이는 난투>를 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조 폴슨의 옷이 타올랐다. 거실은 탄 냄새로 가득 찼다. 이어 예수 입체화가 폭발했다. "안돼!" 베카는 날카롭게 소리를 질렀다. 불현듯 그것은 처음부터 자신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자신이었던 것이다, 자신이었던 것이다, 자신이 모두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어찌된 일인지 자신이 그들의 마음을 m읽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 이 머리구멍 때문이야. 이 구명이 내 머리에 무언가를 했던 거야. 어떤 힘이 가해졌던 거라구. TV화면이 또 바뀌었다. 이번에는 자기자신이 보였다. 손에든 22구경 총을 자신을 향하고 사다리 위에 올라서 있는 자신의 모습이. 그 모습은 청소를 하고 있다기 보다는 자살하려는 여자처럼 보였다. 베카의 남편은 그녀의 눈 앞에서 검은 숯덩이로 되어버렸다. 베카는 남편에게로 가까이 다가가 갈기갈기 찢긴 손을 잡았다....그리고 그녀도 감전 되었다. 블래어 토끼가 무례한 콜탈인형을 세게 때렸기 때문에 손가락이 딱 달라붙어버린 것처럼 베카도 손을 뗄 수가 없었다. 예수님, 아아 예수님. 베카는 마음속으로 竄上箚킹홱? 그동안에도 전류는 그녀의 몸으로 흘러들었다. 몹시 쇤소리가, 아버지의 목소리가 그녀의 머리속에 울렸다. "너를 속게 한 거라구,베카. 잘두 속아넘어갔겠지? 그것들 모두가 속임수 였다구!" TV 속커버 - 개조를 끝낸 뒤 (어쩌면 조가 TV 안을 볼지 몰랐지 때문에) 원래대로 붙여놓았던 속 커버 - 가 강렬한 파란 빛을 뿜으면서 뒤로 날아가 버렸다. 조와 베카 폴슨은 카페트위에 쓰러졌다. 조는 이미 죽어있었다. TV 뒤에서 맴돌고 있던 벽지의 불이 커텐으로 옭겨졌을 때는 베카도 죽어있었다. 11.빛나는 미래 A GLOWING FUTURE -루스 렌델 "모리스는 그녀가 몹시 화내기를 바랬다. 그가 두려워하는 것은 단 하나 - 그녀의 사랑이었다." 질투-그것은 <칠거지악>에 들어갈 뿐 아닌라 때론 목숨이 걸리기도 한다. 더우기 조롱당한 여자는 호시탐탐 그런 기회를 기다리기 마련이다 . 루스 렌델은 패트리시어 하이스미스(좀 가벼운 장소에서는 - 가볍다는 것은 표면상 인것 이지만-훼이 엘든) 와 함께 현대 o소설의 집시마녀라 불리며, 성적 망상의 궤변을 토한다. 그 예언은 거의 예외없이 죽음이다. 그녀의 심리 서스펜스 단편 장편을 읽기 시작하면 좋든 싫든간에 그 운명속으로 빨려들어가 섬뜩하게 된다. 렌델의 잔인한 이야기에 빠져있는 일반 독자들의 전형적인 반응은 책으로부터 몸을 물러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렌델이 거는 마법의 최면술에 아주 작으나마 저항하고 자신이 정상임을 재확인 하려고. 한 순간이라도 우리가 - 물론 렌델 소설의 등장인물은 아니지만- 몹시 불쾌한 그 자연적 결과와는 무관한 존재임을 생각해 낸다면 안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정말로 무관할 수 있을까? 사랑의 이면을 그린 이 끔직한 이야기에서 X렌델의 재능은 우리의 일상 생활이 얼만큼 깨지기 쉬운것인지를 생각하게 해준다. 이것은 렌델이 자주 다루는 테마이다. 우리의 생활은 자제의 해이함으로 상처받고, 억제되지않는 감정으로 상처 받으며, 공포스런 행동으로 상처받는다. "여섯 상자로 충분 하지." 모리스가 말했다. "그래 그래, 차 상자 여섯개와 트렁크 하나야. 내일 도착하면 이쪽에서 짐을 싸고 아마 수요일에는 그 쪽 사람들이 가져 갈 수 있을 꺼야." 그는 종이 쪽지에 메모를 했다. "좋았어. 그럼 내일 점심에." 베티는 꼼짝도 않했다. 방 저쪽 끝에 있는 커다란 떡갈나무 의자에 주욱 앉아있었다. 모리스는 그녀 쪽으로 얼굴을 돌려 만사 0OK라는 식으로 웃어보였다. "아무 문제없어." 모리스가 말했다. "정말로 시원하게 대답하더군." "믿을 수 없어요," 베티가 말했다. "당신이 정말로 그런 행동을 하다니. 지금 당신이 통화하는 것을 듣고서야 처음으로 진실임을 알았어요. 이런 일이 있으리라고는 생각도 못했었어요. 당신 정말 여기있는 것들을 써서 그녀에게 보낼꺼군요." 어쩐지 두 사람 사이에는 어색한 공백이 흘렀다.마치 무슨 말을 해야하는 것 처럼. 모리스가 소지품과 자신을 옮겨 런던과 베티로 부터 영원히 사라질 때 까지는 끝날 수가 없었다. 모리스로서는 언쟁할 생각도 없었지만, 긴 1변명을 할 생각도 없었다. 그는 답배에 불을 붙이며 베티가 말을 꺼내기를 기다렸다. 이제 한시간만 있으면 빠- 들이 문을 열테니 그러면 나가서 한잔 하리라 생각하면서. "당신이 왜 이곳에 왔는 지 이해하기 힘들군요." 베티는 말했다. 모리스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잠자코 씨가 박스를 들고 있었다. 이윽고 엄지손가락에 비단의 차가운 감촉을 느끼면서 씨가 박스의 뚜껑을 닫았다. 베티는 창백했다. "소지품을 가지러 온 것 뿐예요? 그 때문에 돌아온 거예요?" "내껀 내꺼니까." 모리스는 딱딱한 어조로 말했다. "누구 다른 사람을 시킬 수도 있었쟎아요. (내게 편지를 써서 대신 해 달라고 부탁할 수도 있었고-" "나는 편지를 안 쓰는 주의쟎아." 모리스는 말했다. 그때, 베티는 움직였다. 한 쪽 손을 약간 떨며 입 쪽으로 움직였다. "네에,그랬군요." 신음하는 듯이 말하고나서 갑자기 소리를 높였다. "당신은 일년, 일년내내 오스레일리아에 있으면서 단 한 번도 편지를 쓰지 않았어요." "전화는 했쟎소." "네에, 두번요. 한번은 당신을 사랑하오, 만나지 못해 외롭다오, 빨리 당신 곁으로 돌아가고 싶소, 날 기다려 주겠지, 그곳에 다른 남자가 있는 건 아니겠지, 라고 말하려고요. 두 번쩨는 바로 일주일 전 z토요일에 이곳에 오니 <재워줄 수 있냐>고 물으려고요. 나는 당신과 2년이나 함께 살면서 결혼한거나 마찬가지라고 여겼었는 데, 당신은 갑자기 전화를 걸어와 <재워줄 수 있냐>고 묻다뇨!" "적당한 말을 찾지 못해서야." 모리스는 말했다. "당신이라면 어떻게 말했을 껀데?" "저라면 우선 먼저 페트리시아 얘기를 했을 꺼예요. 네, 그래요, 그녀 얘기를 했을 꺼예요.나에겐 그 만한 양심이 있고, 그것이 인간의 도리이기도 하니까요. 당신이 여기 올꺼라고 말했을 때 내가 어떻게 생각했는 줄 알아요? 당신이 이상하다는 걸 눈치챘죠. 편지도 전화도 없더니, 이젠 마음이 떠나버린거라고 생각했죠. 그래도 모리스 당신이라면,내가 사랑하는 남자 당신이 ]내게로 돌아온다면 우리들은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꺼라구요!" "페트리시아 얘기라면 했쟎소." "네에, 먼저 나를 안고 난 다음에죠." 모리스는 기가 질렸다. 그건 분명히 달랐다. 애시당초 그녀와는 인사 키스이상의 것을 주고받을 생각은 없었다. 그렇지만 그녀는 꽤 매력적이어서 몇 번이라고 안고 싶었고, 그녀도 그걸 기다리는 것 같았었다.---그래서 되는 대로 내버려 두었던 것이다. 남자에게 섹스가 얼마나 하챦은 일인지 여자들은 결코 모른다. 더구나 침대도 하나 밖에 없지않았던가. 그 첫날 밤 이쪽이 쇼파에서 자겠다고 말했다면 그야말로 큰 소동이 있었을 것이다. "당신은 나를 안았단 말이예요." H 베티는 말했다. "당신은 매우 정열적이었고 예전처럼 변함없었어요. 그러더니 다음날 아침 당신은 말했어요. 당신은 오스트레일리아에 살기위해서 주재허가증(住在許可 )을 받았고, 일자리도 구했고, 그곳에서 결혼하고 싶은 여자도 만났다고. 아침을 먹으면서 그렇게 말했어요. 당신 얼굴을 맞아본 적이 있어요, 모리스? 꿈을 짓밟힌 적이 있냐구요?" "내가 좀 더 기다렸다면 좋았을까? 얼굴을 맞을 건에 관한 거라면-" 모리스는 뺨을 쓰다듬었다. "당신 펀치에는 대단한 위력이 있겠군." 베티는 몸을 떨었다. 자리에서 일어나 방안을 왔다갔다 했다. "나는 손을 올리지 못 했어요. 분명 그 왋彭 죽여버리는 건 데!" 그녀는 작은 테이블 옆에서 발걸음을 멈추었다. 테이블 위에는 도기로 된 작은 입상,청동으로 된 페이퍼나이프, 씨가 박스와 무늬고운 펜꽂이가 놓여 있었다. "이것은 모두....내가 당신을 위해 소중히 여기는 것들이예요. 모두 보물처럼. 그런데 당신은 모두 그여자 한테로 보낸다구요? 우리가 함께 사용했던 물건들을. 나는 여기있는 물건들을 보고는 생각했었죠. 이건 우리들이 함께 살기 시작했을 때 모리스가 샀던 것들이라고.아아,그런데 나는 믿어지질 않아요. 그 여자한테 모두 보내다니!" 모리스는 베티를 바라보면서 끄덕였다. "커다란 것들은 그대로 가지고 있어도 좋소. 그 쇼파는 마음대로 처분하시오.나는 두밤만 그위에서 자면 되니까 두번 다시 보고 E싶지 않소." 베티는 도자기 입상을 집어 들어 모리스를 향해 던졌다. 그러나 모리스에게는 맞지않았다. 머리를 싹 피했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액자를 낀 뎃생 바로 옆 벽을 맞고 산산조각이 나버렸다. "조심하라구, 그건 라우리의 그림이쟎소." 모리스가 퉁명스럽게 말했다. "비싼거라니까" 베티는 쇼파에 몸을 던지며 왈칵 울음을 터뜨렸다. 어깨를 흔들며 주먹으로 쿠션을 계속 두드렸다. 모리스는 그것을 보고도 동정조차 하지 않았다 -- 조금도 마음이 움직이질 않았다. 짐을 꾸리면, 그리고나서 3개월 동안 유럽을 여행삼아 돌아다닐 예정이었다. 자유의 몸이다. 무엇을 구경해도 좋고, _여자를 꼬셔도 좋은 자유. 독신시대에 마지막으로 한번 실컷 놀아보는 거다. 그런 후에는 페트리시아에게로 돌아가 가정을 꾸미고 일을 하며 책임있게 사는 거다. 그것은 이 히스테리한 여자가 망칠수는 없는 <빛나는 미래>이다. "그만 울라구, 베티. 부탁이오." 모리스는 이렇게 말하고 베티의 어깨를 건성으로 다독거렸다. 그리고 나서 밖으로 나갔다. 이제 11시가 되었으니 술을 마실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베티는 커피를 넣고 얼룩진 눈을 닦았다. 그리고는 장식품과 책들, 유리잔과 전기 스탠드를 바라보면서 걸어다녔다. 내일이면 모리스가 그녀로부터 빼앗아 갈 물건들이었다. 베티는 물건들을 잃는 그 자체가 마음 y아팠던게 아니었다. 괴로운 것은 뒤에 남을 공허와 그 물건들이 모두 페트리시아의 것이 된다는 거였다. 어젯밤 베티는 모리스의 수첩에서 페트리시아의 사진을 꺼내 갈기갈기 찢어버렸다. 그러나 얼굴을 기억하고 있었다. 아릅답고 우아하고 탐욕스런 얼굴을. 페트리시아가 그 반짝이는 눈을 크게 뜨면서 차 상자에서 물건들을 꺼내는 모습이 머리속에 떠올랐다. 살 찐 두손으로 트렁크안을 휘저으며, 보물을 찾는 모습도. 그 물건들은 모리스가 그 곳에 도착하기 전에 모두 받을 것이다. 그리하여 모리스가 도착했을 때는 전기 스탠드도, 유리잔도, 장식품도 그들의 집에 말끔히 진열되어 그를 기쁘게 할 것이다. 물론 모리스는 페트리시아와 결혼 할 눖痼甄? 페트리시아는 그가 자신에게 충실하다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예전에 내가, 그가 나에게 충실하다고 생각했던 것 처럼. 나는 이제 알고 있었다. 그녀가 얼마나 불쌍하고 바보 같은지를. 그녀는 그가 나와 단둘이 지낼 때 무엇을 했는지, 이제 모든 것을 잊고 프랑스나 이탈리아를 여행하면서 무엇을 할 것인지도 모를 것이다. 트렁크 안에 그 훌륭한 물건들과 함께 결혼 선물을 넣어보내면 어떨까? 그래, 나쁘지 않은 생각이야. 그들의 결혼 생활을 흔들어 놓는 거야, 시작도 하지전에. 편지다. 그래, 그 청백색 캔디 볼 안에 편지를 숨겨놓는 거야. 베티는 편지를 쓰려고 앉았다. 안녕하세요 페트시리아 씨 -- 어쩐지 좀 바보같은 어투가 아닐까? 그래도 적에게 떧립뺨 편지인데. 안녕하십니까, 페트리시아씨. 모리스가 나에대해 어떻게 말했는 지 모르지만 우리들은 그가 여기로 온 이래 예전처럼 함께 지내고 있읍니다. 좀 더 분명히 말하면 우리 둘은 섹스를 하고 함께 잠을 잡니다. 모리스는 어떤 여자에게도 충실할 수 없는 남자입니다. 만약, 내 말을 못 믿겠다면 상식적으로 잘 생각해보세요. 그가 날 안고 싶어하지 않았다면 왜 호텔에 묵질 않았겠는 지. 말해주고 싶은 건 이것 뿐입니다. 그럼.-- 그리고 베티는 편지에 서명을 했다. 조금 기분이 나아지는 것 같았다. 목욕을 하고 점심을 얼마간 먹을 수 있을 만큼 마음이 가라앉았다. 다음날, 차 상자 여섯개와 트렁크가 하나가 도착했다. 차 상자는 차 냄새가 남아있었고 끃晩募悶〈 차 잎이 떨어져 있었다. 트렁크는 금색 잠금쇠가 달린 은색의 금속으로 된 것이었다. 길이 1미터 50센티 높이 90센티 폭 60센티의 꽤 멋진 것으로 뚜껑은 용접밀폐 시킬 수 있도록 완벽하게 되어있었다. 모리스는 2시부터 짐을 싸기 시작했다. 티슈와 신문을 사용했다. 차 상자에는 부엌용품과 그릇과 접시류, 책들, 그가 일년 전 두고 갔던 옷가지들을 쌌다. 베티가 자기 것이라고 주장할 것 같은 것들은 모두 신중하게, 어떻게 보면 잔혹하다 할 정도로 피했다. 초라할 만큼 싼 물건, 스텐레스 스푼과 포크, <울워스>에서 산 도기, 색바란 시트. 모리스는 이 빨강이나 올리브 색 시트를 매우 싫어했었다. 페트리시아와는 흰색 린넨 시트에서 잘 예정이었다. 베티는 도와주지 않았다. 서서 담배를 계속 피면서 보고 있었다. 모리스는 차 상자 뚜껑을 못으로 박고, 모든 뚜껑에다 오스트레일리아의 그의 주소를 흰 페인트로 썼다. 그렇지만 자기 이름은 써 넣지 않았다. 페트리시아 이름을 썼던 것이다. 베티에게 불쾌한 생각을 주고자 한 것은 아니지만, 그녀가 신경을 곤두세우는 것을 보자 모리스는 쾌감을 느꼈다. 그 날 모리스는 밤 1시가 넘어서 아파트로 돌아왔다. 물론 열쇠는 갖고있지 않았다. 베티가 그가 들어오는 것을 거부하고 거리로 내쫓았기 때문에 그는 아침 7시가 될 때까지 렌트카 안에 앉아있어야 했다.베티도 한숨도 못 잔 얼굴을 하고 있었다. 페트리시아 고든에게,라고 모리스는 재빨리 능숙하게 썼다. 5 "캔디 볼도 잊지 말아요." 베티가 말했다. "나는 그런거 필요하지 않으니까." "트렁크에 넣어줘." 오스트레일리아 3101 빅토리아州 큐市 바우드 파크 아베뉴 23번지, 페트리시아 고든에게. "괜챦은 건 모두 이 트렁크 안에 넣을 꺼요. 페트리시아한테 특별히 선물하는 거니까." 라우리의 뎃생이 벽에서 내려져 조심스럽게 포장이 되었다. 모리스는 실크 씨가 박스에 펜꼿이, 앨러배스터(說話石膏)화분, 청동 페이퍼 나이프, 작은 찻잔, 키가 큰 유리잔을 포장했다. 그 도자기 입상은 애석하게 됐지만... 모리스는 트렁크 뚜껑을 열었다. "세관이 그것을 열도록 기도하죠!" 베티가 소리쳤다. "세관이 몰수해서 부숴버려주길 기도하겠어요! 그곳에 도착하기 전에 바다속애 깊이 빠져버리라고 매일 밤 기도할 꺼예요!" "바다는 정말 위험할 지도 모르지. 그러나, 세관에 관해서는 ---" 모리스는 빙긋이 웃었다. "페트리시아는 세관에서 일하고 있소. 세관원이지 --- 말하지 않았었나? 안을 슬쩍이라도 들여다 보지 않을 꺼라고 생각하는 데..." 그는 라벨에 기입을 하고 트렁크 옆에 붙였다.....큐市바우드 파크 아베뉴 23번지 페트리시아 고든에게. "그럼 나는 잠시 나가서 좌물쇠를 사올꺼요. 열쇠 주시오. 이번에도 문을 안 _열어주거나 하면 경찰을 부를 테니까. 나는 아직 법적으로 이 아파트의 주인이란 말이오." 베티는 모리스에게 열쇠를 건네주었다. 그가 나가자 베티는 캔디 볼에 편지를 넣었다. 그녀는 모리스가 바로 트렁크를 닫아주길 바랬지만 그렇지 않았다. 모리스는 트렁크를 연 채로 두었다. 뚜겅을 열고 새로 사온 자물쇠를 매달아 둔 채로. "뭐 먹을 것 좀 없을까?" 모리스는 물었다. "자기가 먹을 것은 자기가 찾아봐요.! 먹여줄 여자를 찾는 것도 괜챦겠군요!" 모리스는 그녀가 몹시 화내기를 바랬다. 그가 두려워하는 것은 그녀의 사랑이었다. 모리스가 한밤중에 돌아와보니 아파트는 어두웠다. 그는 여섯개의 차상자를 몸을 w지키는 바리케이트 처럼 자기 주위에 놓고 쇼파에 누웠다. 흰색 페인트가 어둠속에서 희미하게 드러났다.페트리시아 고든에게..... 잠시후, 베티가 들어왔다. 그녀는 불을 켜지 않았다. 초를 받쳐들고 차 상자들 사이를 꿰매듯이 다가오더니 그 초를 트렁크 위에 놓았다. 촛불의 빛 속에 길고 흰 나이트 가운을 걸치고 있는 베티는 유령차럼 보였다. 유랑하는 광녀처럼, 로체스터 부인처럼, <소복입은 여자>처럼 보였다. "모리스!" "비켜, 베티. 난 피곤하다구." "모리스 부탁예요. 흥분해서 심하게 말한 것 미안해요. 당신을 들어오지 못하게 한 것도 사과할께요." "알았소. 나도 나빳어. 좀 혼란스러웠고 그런식으로 하지 말아야했을 지도 모르지. 렠瀏망嗤? 제일 좋은 것은 내가 떠나고 내 짐도 역시 깨끗이 정리되는 거요. 그렇지않소? 그러니까 지금은 착한 아이처럼 저쪽으로 가고, 날 좀 자게 해주겠소?" 모리스는 그런 일이 일어나리라고는 생각도 못했었다. 정말 상상도 못했었다. 여자에게 섹스가 어떤 의미인지 남자들은 알 수가 없다. 베티가 굻주린듯이 모리스에게 안겨 들었다. 그녀는 모리스의 셔츠를 열고 그의 머리와 가슴에 키스를 하기 시작했다. 그의 머리를 감싸안고 그의 입에 자신의 입을 밀어넣으며 무릎을 그의 다리 사이에 끼웠다. 모리스는 그녀를 난폭하게 밀어 뜨렸다. 베티는 바닥으로 떨어지면서 트렁크 모서리에 머리를 부딪혔다. 초가 떨어지면서 불꽃이 확 일더니 이내 꺼져버렸다. 모리스는 r어둠속에서 몹시 신경질을 내면서 불을 켰다. 베티는 피가 약간 흐르는 머리를 누르며 일어났다. "자아, 나가줘. 제발 부탁이야." 모리스는 이렇게 말하며 베티를 힘껏 밀어내고 문을 잠가버렸다. 다음 날 아침에 머리에 멍이든 베티가 방으로 들어갔을 때 모리스는 옷을 입은 채 대자로 자고 있었다. 베티는 그 모습를 보고 몸을 떨었다. 아침을 먹으려 했지만 아무것도 삼킬 수가 없었다.커피 냄새에도 구토증이 날 지경이었다. 몹시 불쾌한 <추위>가 몸을 감쌌다. 모리스가 있는 쇼파 쪽을 돌아다 보았더니 그는 일어나 앉아 파리행 비행기 표를 보고있었다. "짐은 10시에 가지러 오기로 되어있소." 모리스는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말했다. $ "늦지 않았으면 좋겠군. 정각 12시에는 공항에 가 있어야 하니까." 베티는 어깨를 움츠렸다. 이제 한계까지 달하고 있었다. 이 사람에게 더 이상 상처받을 수는 없다고 베티는 생각했다. "그럼 어서 트렁크을 닫아야 겠군요." 베티는 맥없이 말했다. "이제 좀 있다가." 모리스의 눈이 반짝 빛났다. "아직 편지를 넣지 않았거든." 베티는 고개를 떨구었다. 그리고나서 모리스를 흘겨보았다. "당신, 편지는 쓰지않는 주의라고 했쟎아요." "그저 메모일 뿐이요. 메모도 없이 선물을 보낼 수는 없지 않겠소?" 모리스는 트렁크에서 캔디 볼을 꺼내더니 0베티의 편지를 빼내고는 보려고도 하지않은 채 바닥에 던져버렸다. 그리고는 재빠르지만 여보란듯이, 베티가 틀림없이 볼 수 있도록 편지를 써내려 갔다. < 사랑하는 페트리시아, 이것들을 모두 영원히 당신에게 바칩니다. > "정말 나쁜 사람이군요." 베티는 말했다. "당신 때문에 나는 개망신 당할 뻔 했다구." 모리스는 트렁크에서 전기 스탠드를 꺼내 바닥에 놓았다. 그리고 나서 캔디 볼 안에 그 메모를 꼼꼼히 넣고는 다시 종이로 싸서 깨지지 않도록 쿠션 사이에 밀어넣었다. "어젯밤은 그런 식으로 날 요구하다니, 서로 미움 같은 건 남기지 않으려 했는데 말야." 베티는 아무 말도 없었다. 그 커다란 전기 스탠드처럼 부피가 큰 물건들은 차 상자에 넣어야 했다. 어느 상잔가를 뜯어야 했다. 모리스는 몸을 돌려 전기 스탠드를 집으려 했다. 그러나 스탠드는 그 곳에 없었다. 베티의 두 손에 꽉 쥐어져 있었다. "난 그걸 갖고 싶소, 자아." "당신, 얼굴을 맞아 본 적 있어요 모리스?" 베티는 숨을 몰아쉬며 말하더니 전기 스탠드를 높이 들어올려 모리스의 이마를 향해 일격을 가했다. 모리스는 비틀거렸다. 베티는 그를 몇 번이나 몇 번이나 전기 스탠드로 때렸다. 그의 얼굴과 머리에 구타의 세례를 내려 주었다. 모리스가 비명을 질렀다. 피 투성이가 된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며 쓰러졌다. 그 때 베티는 전기 스탠드를 크게 ┗令祈 있는 힘을 다해 모리스를 쳤다. 모리스는 무릎을 굽혔다가 엎드리더니 조용해졌다. 피가 많이 나왔지만 곧 멈추었다. 베티는 그대로 서서 모리스를 바라 보았다. 그녀는 훌쩍 훌쩍 울고 있었다. 내가 계속 울고 있었나? 몸은 피 투성이였다. 베티는 옷을 찢듯이 벗었다. 한참동안 완전히 벗은 채로 모리스 곁에 앉아 그의 이름을 부르며 몹시 울기도 했다가 피 투성이가 된 자기 손가락을 빨기도 했다. 그러나 자위(自衛) 본능이란 것은 인간의 원초적인 본능으로 사랑이나 비탄 보다도 강하고 증오나 후회 보다도 강한 것이었다. 시각은 9시. 앞으로 한 시간 뒤엔 운송원이 올 것이다. 베티는 양동이에 물을 담고 세제와 청소기, 스폰지를 가져왔다. 정신없이 청소를 하는 동안에 눈물도 멈췄고 마음도 {가라 앉았다. 머리는 여전히 무거웠다. 베티는 아무 생각없이 필사적으로 계속 닦았다. 베티는 자기 옷을 목욕탕 세수대야에 던져 두고 목욕을 했다. 그리고나서 신중하게 옷을 입고 머리를 빗었다. 10시 8분 전. 모든 것이 깨끗하게 되었다. 베티는 창문을 열었다. 시체는 붉게 물든 신문 위에 그대로 누워 있었다. "난 이 사람을 사랑했어." 베티는 작은 소리로 말하고 주먹을 쥐었다. "그리고, 증오했어." 운송원은 약속 시간을 지켜 10시 정각에 왔다. 그리고 차 상자 6개와 금색 잠금고리가 달린 은색 트렁크를 옮겨갔다. 운송차가 멀리로 사라지자 베티는 쇼파에 앉았다. 그리고 그 전기 스탠드와 실크 펜꽂이와 재털이, 캔디 볼과 앨러배스터 쇚┃逵 키가 큰 유리잔과 청동 페이퍼 나이프, 작은 찻잔과 벽으로 돌아온 라우리의 댓생을 보았다. 이제 모든 것은 제자리를 찾았다. 마음을 가라 앉히려 브랜디를 마실 필요도 없었다. 과거의 일들은 조금도 생각나지 않았고 현재도 그녀 주위에 드리워져 있는 깊은 적막만이 존재하는 것 같았다. 베티는 미래의 일을 생각했다. 3개월 뒤의 일을. 그리곤 주변의 적막을 향해서 큰 소리로 웃었다. 오스트레일리아 3101, 빅토리아州 큐市 바우드 파크 아베뉴23번지, 페트리시아 고든에게. 그 아름답고 우아하고 탐욕스런 얼굴를 한 여자가 가슴을 설레이며 좌물쇠를 열고 안에 들은 보물을 볼 것이다........ 3개월 후, 그 보물은 대체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페트리시아 고든이 여지껏 본 遠 없는 재미있는 것이 되어 있을 것이다. 페트리시아 고든이 그것을 보고 소중한 것이라는 걸 알도록 그 위에는 눈에 익을 필적의 메모를 놓아 두었다. <사랑하는 페트리시아, 이것을 모두 영원히 당신에게 바칩니다.> 환상소설 걸작집 -정태원 역 추리소설 서비스권자: 서운관 저작권자 : 1994, 정태원 역 은 깨우친 이들에게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