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 호: 42/90 등록자: 김창현(redhawk) 97/01/22 18:03 (79줄) 제 목: [백상] 개방백의 제자 서장 저자 : 백상 타이핑 : 문병훈(유니텔:mun1972) 서장 -----개방 드넓은 중원대륙의 십팔만리에 걸쳐서 그 방도들의 숫자가 무 려 일백만명에 달한다고들 하는 이 거대한 거렁뱅이 화자들의 집 단은 원래 그 기원이 한끼의 끼니를 때우기 위해 사방으로 정처 없이 떠돌던 거지들에 의해 지극히 자연발생적으로 생겨난 것이 었다. 아주 오랜 옛날부터 중원전역에 기근이 심해지고 먹고 사는 일 이 막연해지자 한끼의 끼니를 때우기 위해 곳곳에서 거지들이 늘 어나게 되어 자연스럽게 그들 가운데서 무학의 고인으로 인정받 은 사람들이 수많은 거지들을 가르치고 이끌게 되었다고 하는데 이윽고 그러던 것이 하나의 뚜렸한 집단체제로 변모하게 되고 게 다가 중원전역의 거의 모든 거지들이 같이 그곳의 통솔에 따르게 되자 개방은 비로소 하나의 방패로서 강호상에서 인정을 받게 되 었다고 하며 그리고 드디어 거기에서 개방이 포함된 명문정파들 의 이름인 구파일방이라는 이름도 나오게 된 것이라는 것이다. 이어 그 뒤로 수천년의 유수한 세월이 흐르는 동안 개방은 비 록 이미 오랫동안 강호무림사에서 태산북두로서의 자리를 굳혀오 던 소림과 무당 등의 무학방면에 있어서의 저력을 따라갈 수 없 었으므로 최고의 대우를 받을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숫적으로 워 낙 많은 방도들을 거느리고 있는 방파였기 때문에 아쉬운대로 제 법 다른 방파들에게 무시를 당해오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하기는 으른바 세인들에게 밥을 빌어먹는 거렁뱅이 주제에 무 슨 특별히 야심만만한 거대한 세력을 형성하여 강호무림을 제패 하고 이어 천하인들로부터 존경과 두려움의 대상이 된다고 하는 말 자체가 이미 전혀 어울리지 않는 말일 것이므로 이제까지 그 러한 위치에 있어 왔다고 하는 것은 기실 아주 당연한 일이었다 고 할 수가 있을 것이다. 거지들이 천하를 지배하는 세상이 온다고 한다면 그 거지들은 이미 거지라고 볼 수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록 이제까지 그렇게 되어 왔었고 또한 그것이 지극히 당연하게 여겨져 왔었지만 기이하게도 당금의 강호에서는 마치 그러한 이치를 무시라도 하듯이 개방이 그야말로 크게 번성하여 거지들이 판을 치는 시대가 현실화되어 버렸으니 당금의 개방이 실로 그렇게 그 방도들의 숫자에서 뿐만 아니라 무학의 저력에 있어서도 명실상부하게 천하제일방이라는 위치에 오르게 된 것은 오직 그 개방에 신수개서 왕검해라고 한 불세출의 대기인이 나타 났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지금으로부터 수십년 전에 흡사 하늘에서 뚝 떨어져 내려온 것 처럼 개방에 갑자기 혜성처럼 나타난 그 신주개성이라는 사람은 이미 당시에 무학이 거의 신화경에 도달해 있었기 때문에 많은 개방의 우수한 인재들을 가려 뽑아서 자신의 상승무학들을 가르 치기 시작했었고 따라서 수십 년의 세월이 지나게 되자 개방의 그들 인재들의 활약에 의해서 자연히 천하제일방으로서의 위세를 떨치게 되었던 것이었다. 하지만 이 개방의 방도들은 자파의 위세가 천하제일에 달하게 되었어도 세인들의 우려와는 달리 자신들의 분수를 지켜서 함부 로 나서서 그 위세를 자랑하지도 않았을 뿐만 아니라 때로는 겸 손한 자세로 강호를 평온하게 이끄는데 앞장섰기 때문에 강호는 그야말로 점차로 더욱 화평하게 되었고 그들 개방의 방도들은 만 인의 모범이라고 일컬어지기도 했다. 세인들은 개방이 의외로 그 렇게 거대한 힘으로 강호무림에 공헌을 하여 사마외도의 무리들 을 물리치고 강호에 평화가 오게 하자 처음의 다소 우려하던 마 음들은 사라지게 되었고 이내 이제는 그들로 인해서 강호상의 모 든 혈겁들이 완전히 종식되게 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기대감마저 갖게 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에로부터 영웅은 난세에 부른다고 했듯이 기실은 이 난 세와 영웅은 서로 덜어질래야 떨어질수가 없는 것이어서 결국은 마찬가지로 난세는 영웅들에 의해 생겨나고 영웅들은 반드시 난 세를 부르게 되어 있는 것 일까? 마치 호사다마라고 하는 이치를 실제적으로 보여주기라도 하듯 이 항구적인 평화가 정착될 듯 하던 중원무림에 느닷없이 세외의 십세로부터의 가공스러운 대혈겁이 휘몰아치기 시작했으니 그것 은 가히 미증유의 걷잡을 수 없는 겁란이었고 이미 거대해진 개 방의 힘으로도 도저히 막을수가 없는 것이었다. ......... ......... (한자는 일단 치지 않았습니다........... 한자를 치게되면 시간이 그만큼 더 걸리기 때문에 한자는 앞으로 도 안치고 하겠습니다. 참 오타가 있더라도 좀 참고 보세요.) --------------------------- 번 호: 43/90 등록자: 김창현(redhawk) 97/01/22 18:04 (444줄) 제 목: [백상] 개방백의 제자 1장 제 1 장 개방의 백의제자 황혼의 저녁노을이 이미 어둑어둑해진 사위를 붉게 물들이며 무덤들의 위에서 흡사, 마지막 발악이라도 하듯 결렬하게 피를 토하고 있었다. 새로 만들어진 무덤은 하나였지만 그 옆에는 이 미 만들어져 있는 무덤들이 두 개나 더 있었다. 서산마루로 해가 떨어진지는 이미 오래 되었건만 이 저녁노을 은 오늘 따라 유난히 늦게까지 기승을 부리며 절절하게 이제는 땅속에 묻혀버린 고인들의 넋을 추모하고 있는 것 같았다. 왕자안은 그 무덤들의 앞에서 오랫동안 목석과도 같이 앉아 있 었으나 이윽고 한순간에 붉은 저녁노을이 짙은 어둠의 장막 속으 로 사라져 버리는 것을 바라보고는 문득 다소 넋나간 듯한 표정 이 되어 나직한 음성으로 중얼거렸다. (이세상의 모든 것들은 하나같이 저와 같이 스러져 가는구 나. 이러한 대자연의 모습이야말로 마치 환상과도 같지 않을 손 가. 실로 인생의 모습이야말로 그야말로 진실로 그와 같지 않을 손가!... ...) ................... 바로 그때 느닷없이 그의 뒤에서 이제가지 초조한 기색으로 그 의 눈치를 살피던 독고상이 이제는 참을 수가 없다는 듯이 입을 열어 이렇게 말했다. "소주인님! 이제는 그만 산을 내려가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이미 날이 완전히 어두워졌습니다!" (... ...!) 왕자안은 그를 향해 천천히 고개를 돌리면서 대꾸했다. "날이 어두워졌다고?..... ....... 날이야 밝아지면 다시 어두 워지고 또한 어두워지면 다시 밝아지게 되어 있는 것인데 그러 한 자연의 현상이 나와 무슨 상관이 있다는 말인가?" 독고상은 다소 무뚝뚝한 음성으로 다시 말했다. "하지만 소주인님께서는 이미 이곳에서 무려 사흘씩이나 계속 해서 이러고 계시는 것입니다. 만일... ... 만일 더 이상 이곳 에서 이러고 계시다가는 설사 무공을 연마한 사람이라고 해도 도저히 몸이 배겨나지 못하실 것입니다." 왕자안은 가볍게 실소했다. "몸이 배겨나지 못한다고 해도 그것도 역시 상관이 없는 일이 네. 이 피와 고름으로 가득치 있는 몸뚱아리는 하나의 더러운 가 죽부대에 불과한 것인데 그게 그렇게도 중요한 것이라는 말인 가?" 독고상은 아주 불만서린 표정으로 고개를 흔들었다. "다른 사람의 경우는 그럴지 몰라도 소주인님의 몸은 결코 그 와 같은 더러운 가죽부대가 아닐 것입니다. 원래 소주인님은 천 하만님들을 위해많은 일을 하실 수 있는 분이십니다. 그런데 어 째서 지금 그와 같이 몸을 함부로 굴리시고 상하게 하시는 것입 니까?" (... ...!) 왕자안은 잠시 독고상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이윽고 그의 태도 가 지극히 완고한 것을 알고는 어쩔수 없다는 듯이 웃으며 신형 을 일으켰다. "하하... ... 좋네. 그럼 내가 지금 일어나면 될 것이 아닌 가... ..." 그런데 워낙에 오랫동안 한자리에 계속해서 앉아 있었기 때문 인지 왕자안은 막상 신형을 일으키자 이내 심한 현기증을 느끼 며 잠시 그 자리에서 비틀거려야 했다. 독고상은 그것을 보자 즉시 앞으로 다가들어서 그의 몸을 안아 들더니 빠르게 산 아래쪽을 향해 달려 내려가지 시작했다. ... ... 어느새 자신의 몸이 독고상의 손에 들려진 채 행운유수처럼 빠 르게 산 아래쪽으로 내려가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왕자안은 문 득 고개를 들어 이제 하나둘씩 빛을 발하기 시작하는 어두운 밤 하늘의 별들을 바라보며 나직하게 중얼거렸다. "하하, 이거 어느새 내가 내 몸하나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처지 가 되고 말았군... ..." * * * 왕자안은 다음날 정오무렵이 되어서야 잠자리에서 일어나게 되 었는데 이윽고 그가 밖으로 나가자 이미 독고상이 문앞에서 세숫 물을 떠놓고 그를 기다리고 서 있었다. "간밤에 잘 잤는가?" 왕자안이 가볍게 미소지으며 입을 열자 독고상은 고개를 숙이 고 묵묵히 서 있다가 대답했다. "예, 이미 떠날 준비를 끝냈습니다. 하지만 소주인님께서 만일 피곤하시면 하루 더 쉬었다가 떠나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왕자안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야 나의 몸에 대해서는 그다지 걱정할 필요가 없네." 지금 왕자안과 독고상이 머물고 잇는 곳은 하나의 작고 초라하 며 이름도 없는 다 낡아서 거의 쓰러져가는 사찰이었다. 바로 며칠 전에 이 사찰의 주인이었던 한 노승이 입적을 하고 열반에 들었으므로 두 사람은 그 노승의 무덤을 만들어 주고 나 서 이제는 이곳을 떠나려고 하는 것이었다. 독고상이 지금 떠날 준비를 마쳤다고 말하고 있기는 하지만 기 실 이 낡아빠진 그 흔한 불상도 하나 없었고 게다가 값이 있는 물건 따위도 하나도 없었기 때문에 그저 빈몸만 떠나면 될 것이 므로 달리 떠날 준비를 할 것도 없는 처지였다. 왕자안이 간단하 게 세수를 마치고 나자 독고상은 즉시 세숫물을 버리고 나서 주 방으로 들어가서 음식상을 차려 가지고 나왔는데 일단 그 음식상 을 왕자안의 방안에 들여 놓은 다음에는 자신은 따로 한 그릇의 밥과 반찬을 들고 와서는 이윽고 문 밖의 땅바닥에 주저앉아서 먹기 시작했다. 기실 이 독고상은 한가지의 특이한 습관을 가지 고 있었는데 그는 아무리 왕자안이 뭐라고 해도 고집을 부려서 반드시 따로 옆의 바닥에 주저앉아서 식사를 하곤 하는 것이었 다. (... ...!) 왕자안은 독고상이 묵묵히 혼자서 식사를 하기 시작하는 것을 보고는 잠시 미소하다가 으윽고 자신도 독고상이 차려다준 음식 상 위의 음식들을 먹고 마시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윽고 왕자안이 식사를 마치고 나자 어느새 먼저 식사 를 마친 독고상이 음식상을 치우러 안으로 들어와서는 한벌의 백 삼을 내미는 것이었다. "아니 이게 웬 옷인가?" 그 백삼은 비록 좋은 비단으로 만들어진 것은 아닐지라도 깨끗 하고 전혀 사용하지 않은 새로운 무명실로 짠 의복이었기 때문 에 그들과 같은 처지에서 다소 과분한 것이라고 할 수가 있었다. 왕자안이 의아한 표정으로 묻자 독고상은 고개를 속이며 대답 했다. "세상에 변변치 못한 녀석들도 이보다 훨씬 좋은 의복을 입고 다닙니다. 저는 소주인님께서 그렇게 구차스러운 모습을 보이시 는 것을 두고 볼 수가 없습니다. 이것은 제가 따로 준비한 것이 므로 받아주시기 바랍니다." 왕자안은 잠시 독고상의 고개숙인 얼굴을 바라보다가 문득 가 벼운 미소를 떠올렸다. "자네는 나보다 나이도 많고 또한 능력도 상당한 편인데 나의 시중을 들어주느라 이렇게 고생을 하고 있느니 미안한 일이로군. 아마도 다른 사람들은 그 뛰어난 점을 알지 못할 것일세." 독고상은 그 말을 듣고 문득 전신을 미미하게 떨다가 입을 열 어 말했다. "소인은 그저 항상 소주인님을 모실 수만 있다면 어떠한 고생 을 한다고 해도 상관이 없습니다. 세상 사람들은 하나같이 정신 이 흐리멍텅하여 바보같은데 구태여 그들로부터 인정을 받을 필 요가 어디에 있겠습니까?" 왕자안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자네는 머지 않아 반드시 좋은 결과를 얻게 될 것일세. 나는 비록 자네의 용모는 추한 편이지만 그 내면에는 실로 충실한 마 음이 깃들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네." "..... ....." 독고상은 왕자안으로부터 느닷없이 칭찬을 받게 되어서 다소 어색한지 잠시 절을 하고는 음식상을 들고 밖으로 물러갔다. 왕 자안이 새로운 백삼으로 의복을 갈아입고 나서 밖으로 나가자 독고상은 이미 완전히 떠날 준비를 하고서 마당에서 그를 기다리 고 서 있었다. 왕자안은 이미 오랫동안 정이 들었던 주위를 한차 례 둘러본 다음에 나직한 탄식을 토하며 독꼬상을 향해 말했다. "자! 이제 떠나기로 하세" ... ... * * * 왕자안은 독고상과 함께 사찰을 떠나서 계속해서 걸음을 옮겨 서 이윽고 저녁무렵에는 하나의 작은 마을의 입구에 이르렀다. 그 마을은 백호라고 불리우는 그다지 유명하지 않은 커다란 호수의 남쪽 호변에 위치하고 잇는 마을이었는데 대부분의 마을 사람들이 농사를 짓거나 호수에 나가서 물고기를 잡아서 생계를 유지해 가고 있었고 딸서 마을의 분위기는 대체로 평온한 편이었 다. 왕자안과 독고상은 이내 그 마을의 입구에서 가까운 곳에 위 치하고 있는 작은 토신묘에 자리를 정하고 그곳에서 하룻밤을 묵 어가기로 하고 독고상은 즉시 밖으로 나갔는데 그것은 다름이 아 니라 인가로 가서 두 사람이 식사를 할만큼의 시주를 얻어오려 는 것이었다. 기실 독고상은 이미 오랫동안 그 사찰에서 화공두타의 일을 해 왔었기 때문에 그런 시주를 받아오거나 그것으로 음식을 장만하 는 일 따위는 이미 이력이 나 있는 사람이었는데 따라서 왕자안 은 독고상이 시주를 얻으러 밖으로 나가는 것을 보고도 말리지 않고 그대로 놔두었다. 다만 일단 독고상의 신형이 완전히 인가쪽으로 사라져서 보이 지 않게 되자 그 역시 토신묘를 떠나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는 데 그것은 자신도 시주를 얻어보기 위해서였다. 왕자안은 원래 그 사찰에서 매우 오랫동안 살아왔기 때문에 자 신도 남에게서 시주를 받는 것을 아주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었지 만 그러나 실제로 그는 무슨 스님도 아니었기 때문에 이번의 이 길은 시주를 받으러 간다기보다는 차라리 밥을 빌어먹으러 가는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왕자안은 일부러 독고상과는 다른 방향으 로 큰 길을 따라서 걸음을 옮겨갔는데 이윽고 잠시의 시간이 지 나자 하나의 제법 커다란 장원의 입구에 도달할 수가 있었다. 그 장원은 반경이 거의 백여장에 달할 정도로 드넓은 지역을 차지하고 있어서 실로 이런 시골마을에는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것이었는데 그 커다란 장원의 입구 정문의 현판에는 두가장원이 라는 글씨가 금빛으로 웅후하게 새겨져 있었다. 왕자안은 그 두가장원의 정문앞에 이르러서 잠시 머뭇거리다가 서 있었는데 그것을 보고 이때 정문을 지키던 하인복장의 장한 하나가 다가와서 이렇게 물었다. "공자께선 뉘신데 무슨 일로 우리 장원에 오시었소?" 왕자안은 이내 그를 향해 정중히 포권하며 대답했다. "나는 밥을 빌러 온 것이오." (... ...?) 그 장한은 왕자안의 말에 일순 다소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더니 이윽고 무슨 말인지 알겠다는 듯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고보니 공자께서는 바로 안공자님의 친구분이시군요. 혹시 우리 셋째 아가씨께 안공자님의 전갈을 가지고 오신 것이 아니십 니까? 그럼 제가 지금 셋째 아가씨께 알려드려서 나오시도록 하 겠습니다." 이어 그 장한은 정말로 즉시 안으로 달려들어가려고 했다. 왕 자안은 웃으며 고개를 가로 저었다. "아니오. 나는 그저 밥을 빌러 온 것일 뿐이오." (... ...?) 장한은 마악 안쪽으로 신형을 옮기려다가 그 말을 듣고는 일순 더욱 어리둥절한 표정이 되어서 가까이 다가와서 다시 물었다. "아니 그럼 정말로 안공자님의 친구분이 아니라는 말씀이오?" "... ..." 왕자안은 그저 담담히 웃는 표정으로 가만히 서서 그를 바라보 았다. 장한은 그의 얼굴에 농담하는 기색이 없는 것을 보고는 자 신의 생각이 틀렸었다는 것을 인정했는지 고개를 갸웃거렸으나 이내 여전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다시 물었다. "당신은 개방의 사람이오?" 당금의 천하에서 밥을 빌어먹는 거지들은 대부분이 개방이라는 하나의 거대한 방패에 소속되어 있는 상태였기 때문이었다. 따라 서 천하에서 밥을 빌어먹는 사람들은 일단 개방의 방도들이라고 생각할 수가 있겠지만 그러나 지금 왕자안의 옷차림이나 신색은 다른 개방의 방도들처럼 구차스러워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장한 은 다소 의아해하고 있는 것이었다. 왕자안은 고개를 저으며 대 답했다. "나는 지금 개방의 정식제자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전혀 무관하다고는 할 수 없는 입장이오. 나는 말하자면 개방의 백의 제자요." (... ...) 당금의 강호에서 이 개방은 가장 거대한 방패들 가운데의 하나 였다. 현재 개방의 위세는 천하에 진동하고 잇는 상태였고 또한 그들 이 행동거지를 매우 겸손하게 하면서 강호를 올바르게 이끌고 있 었기 때문에 세인들이 개방의 방도들을 보는 인상은 상당히 호의 적인 것이었다. 그 장한도 기실 당금의 그러한 개방의 현실에 대해서 다소나마 귀동냥으로 얻어듣고 잇는 상태였는데 거기에 의하면 이 개방의 백의제자는 비록 개방에 소속되어 있기는 하지만 아직 정식 제자 로서 인정을 받지 못한 거지를 말하는 것이라고 했다. 장한은 이 왕자안의 옷차림이나 용모가 지나치게 맑고 깨끗하여 도저히 거 지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으나 그의 몸에 아직 거지의 신분을 나 타내는 부대자루가 없는 것을 보고는 틀림없이 개방의 백의제자 가 맞기는 맞는 모양이로구나 하고 생각했다. 세상에 멀쩡한 사 람이 거지라고 위장할 리가 없을 뿐만 아니라 천하에는 비록 개 방의방도이면서 깨끗한 옷차림을 하고 있는 사람들도 많이 있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었다. 장한은 다소 머뭇거리다가 다시 물었다. "먹을 음식만 갖다주면 되는 것이오?" 왕자안은 미소하며 대답했다. "식은 밥이라도 좋습니다." (... ...!) 장한은 다소 수척한 듯 하지만 그러나 맑은 기품이 느껴지는 왕자안의 얼굴을 잠시 멍하니 바라보다가 문득 생각난 듯이 말했 다. "아, 마침 나의 동료들이 저녁밥을 먹기위해 안에 상을 차려놓 았을 것이니 괜찮으시다면 그럼 안으로 들어가서 함께 식사를 하 시는 것이 어떻겠소?" 왕자안은 고개를 가로 저었다. "나는 그냥 여기에 있겠습니다. 식사를 하시고 나서 남는 밥이 있으면 그 밥을 갖다주시면 됩니다." 장한은 왕자안의 태도가 쉽게 움직일수 없는 것이라는 듯이 고 개를 끄덕이며 걸음을 옮기려고 했다. 헌데 바로 그 순간에 느닷 없이 멀리서 일진의 말굽소리가 요란스럽게 들려오기 시작하더니 이윽고 한필의 백마를 탄 수려한 용모의 미소녀 하나가 대로를 따라서 빠르게 이쪽으로 다가와서 이윽고 정문앞에서 말을 멈추 는 것이었다. 일신에 화사한 옥색의 나삼을 걸치고 잇는 한손에 기다란 말채찍을 들고 잇는 그 미소녀는 이제 나이가 스물 가량 되었을 듯 하고, 허리가 잘룩하며 신에 청순하고 탄력있는 생기 가 넘치는 듯 했으나 그 수려한 얼굴에는 오히려 상대방을 뇌쇄 시킬 듯한 요염한 갈채가 흐르고 있었다. "아! 밖에 나갔다가 오시는군요. 아가씨!" 미소녀가 말을 타고 정문앞에 도착하자 그 장한을 비롯하여 정 문의 건물 안에서 어슬렁거리고 있던 장한들이 일제히 빠르게 그 앞으로 달려가서 고개를 깊숙히 숙이면서 큰 소리로 인사를 했 다. 일부의 장한들은 급히 커다란 문을 열어 안으로 들어갈 수 있 도록 했고 그러는 와중에서도 장한들은 깊이 고개를 숙이고 있어 서 감히 그 미소녀의 얼굴을 쳐다보지도 못하는 모양이었다. 그런데 그 백마를 타고 있는 미소녀는 마악 열려진 문안으로 들어서려다가 문득 한쪽에 서 있는 왕자안을 발견했는지 아까의 그 장한에게 눈빛을 던지는 것이었다. "이봐! 그는 누구지?" 그 장한이 즉시 왕자안이 서 있는 쪽을 돌아보더니 미소녀를 향해 설명을 했다. "예, 아가씨. 그는 개방의 사람이라고 하는데......." 장한은 제법 장황하게 설명을 하는 것 같았는데 이윽고 그 얘 기를 모두 들은 미소녀는 왠지 왕자안에게 약간의 호기심을 느낀 듯이 눈빛을 빛내더니 천천히 말을 몰아서 왕자안이 서 있는 쪽 으로 다가오는 것있었다. "이봐요! 당신은 정말로 개방의 사람인가요?" 왕자안은 그 미소녀가 자신의 앞까지 와서 그와 같은 질문을 하는 것을 보고는 조용한 표정으로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고 개를 끄덕였다. "그렇다고 할 수가 있소." 미소녀는 일순간 아주 기이하고도 야릇한 시선으로 왕자안의 전신을 두루 살펴보더니 이윽고 눈빛을 빛내며 다시 입을 열어 물었다. "당신은... .... 당신은 그렇다면 돈을 한 번 벌어보고 싶은 생각은 없나요?" "... ..." 느닷없는 질문을 왕자안이 잠시 그녀의 얼굴을 주시하며 생각 에 잠기자 미소녀는 다시 입을 열어 말했다. "당신은 비록 개방의 사람이지만 듣자니 요즘의 개방의 사람들 도 돈을 벌어서 잘 사는 사람들도 있다고 하더군요. 당신이 만약 내일 아침에 와서 나에게 한가지의 일을 해 준다면 나는 댓가를 충분히 드리겠어요. 당신은 그렇게 하겠나요?" 대체 이 미소녀는 느닷없이 다가와서 무슨 엉뚱한 제의를 하고 있는 것일까? 왕자안은 잠시 조용한 표정으로 생각하는 듯 하다가 이윽고 고 개를 저었다. "나는 돈을 버는 일에는 관심이 없소." 미소녀는 다시 눈빛을 기이하게 반짝였다. "그렇다면 당신은 땟가없이 나의 일을 도와줄 수도 있겠군요? 요즘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개방의 사람들은 모두가 협객이라고 했으니... ... 그렇지 않나요?" 왕자안은 그녀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소. 나는 가능하다면 당신을 도와줄 수가 있소." (... ...!) 미소녀는 비록 무의식적으로 그런 말을 꺼내기는 했지만 설마 하니 그가 아무런 대가도 없이 일을 도와주겠다는 말을 하는 것 을 보고는 다소 의외의 눈빛을 했다. "그 말이 정말인가요?" 왕자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소." (... ...?) 미소녀는 잠시 왕자안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뭔가 궁리를 하는 듯 하더니 이윽고 입가에 야릇한 미소를 떠올리며 말했다. "그렇다면 당신은 내일 아침에 이곳으로 와서 저기에 있는 장 소팔을 찾도록 하세요!" 장소팔이라는 사람은 바로 다름이 아니라 왕자안과 아까 처음 으로 대화를 나누었던 그 장한을 말하는 것이었다. "... ..." 왕자안이 묵묵히 서 있기만 하자 미소녀는 말머리를 돌려서 안 으로 들어가려다가 문득 다시 고개를 돌리면서 물었다. "참! 당신의 이름은 뭐죠?" 왕자안은 담담한 어조로 대답했다. "내이름은 왕자안이오." "왕자안이라 ... .... 매우 좋은 이름이로군요. 그럼 내일 아 침에 다시 보기로 해요!" 말과 함께 미소녀는 고개를 돌리더니 이번에는 정말로 말을 몰 아서 정문의 안으로 들어가 버리고 말았다. ... ... 미소녀가 안으로 들어가 버리고 나자 그녀를 마중하던 장한들 은 대부분이 왕자안을 향해 은근히 시선을 던지며 기이한 표정들 을 지었는데 이윽고 그 가운데서 장소팔이 안으로 들어가서 커다 란 바가지에 금방해서 담은 더움 밥과 반찬들을 건네주며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당신은 정말로 우리 셋째 아가씨와 모르는 사람이구려. 헌데 정말로 내일 아침의 그 약속을 지킬 참이오?" 왕자안은 음식니 담겨져 있는 바가지를 받아들면서 미소하며 대답했다. "물론이요. 나는 내일 아침에 이곳으로 오겠소." 이어 왕자안이 바가지를 들고 오던 길로 걸어가기 시작하자 장 소팔을 비롯한 사람들은 하나 같이 어처구니가 없고 기이하다는 듯한 표정들을 지었다. ... ... --------------------------- 번 호: 44/90 등록자: 김창현(redhawk) 97/01/22 18:05 (341줄) 제 목: [백상] 개방백의 제자 2장 제 2 장 두가장원의 미소녀 왕자안이 토신묘에 돌아갔을 때에는 이미 사방이 어둑어둑해져 있었고 토신묘의 내부는 어두컴컴해져 있었다. 그러나 웬일인지 독고상은 아직 돌아오지 않고 있었다. 만일 평소대로라면 왕자안보다 먼저 나갔었고 또한 시주를 받는데 이 미 이력이 나 있는 독고상이 먼저 일을 끝내고 토신묘로 돌아와 있었어야 했을 것이었다. 하지만 왕자안은 비록 독고상이 아직 돌아오지 않고 있었지만 그에 대한 걱정은 하지 않고 우선 주위 를 돌아다니며 마른 나뭇가지들을 가져다가 토신묘의 내부를 대 강 치우고는 불을 피워놓았다. 때는 이른 봄철이었고 산과 들에 마악 푸른 새싹들이 돋아나기 시작하는 계절이었지만 겨우내 토신묘의 내부에 스며들었던 한기 는 그렇게 불을 피워놓음으로써 이내 사라져 버리고 훈훈한 분위 기가 되었다. 왕자안은 독고상이 놓고간 소지품들 가운데서 가죽부대를 꺼내 서 근처의 샘으로 가서 맑은 물을 가득 채워놓고는 불가에 앉아 서 독고상이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왕자안은 그 독고상이 필시 금방 돌아올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 었지만 뜻밖에도 그는 쉽게 돌아오지 않았으며 그렇게 기다리는 동안에 사위는 어둠만이 깊어갔다. 혹시 독고상은 인가에 가서 무슨 일이라도 당한 것이 아닐까? 한참동안이나 기다리다가 이윽고 왕자안이 하는 수 없이 마중을 나가기 위해 신형을 일으켜서 토신묘의 밖으로 나가는 순간 느닷 없이 독고상이 불쑥 돌아왔다. 그는 등에 짊어지고 있는 자루에 곡물들을 약간 얻은 모양이었는데 밖으로 나온 왕자안을 보자 이 내 고개를 숙이며 토신묘의 안으로 들어섰다. (... ...!) 비록 말은 하지 않았지만 평소에도 무뚝뚝한 독고상의 안색은 오늘따라 상당히 딱딱하게 굳어져 있는 것 같았다. "늦었군. 시장할테니 우선 함께 식사나 하세." 왕자안이 물주머니와 음식이 들어있는 바가지를 앞에 내놓자 마악 가지고온 곡물들로 밥을 지으려던 독고상은 다소 멈칫하며 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이, 이것은 ... 무엇입니까?" 왕자안은 웃으며 대답했다. "나도 공연히 할 일이 없는 것 같아서 인가로 가서 밥을 좀 얻 어왔네." "... ..." 독고상은 문득 약간 멍한 듯한 표정을 짓더니 이윽고 두말하지 않고 그 바가지에 담겨져 있는 음식들을 즉시 다른 그릇들에 담 아서 왕자안에게 차려주기 시작했다. 깨끗하게 씻어놓은 그릇들과 밥과 음식들을 가려서 담아주고 이어 맑은 물까지 떠준 다음에 독고상은 한쪽으로 물러앉아서 바 가지에 담겨져 있는 남은 음식들을 묵묵히 먹기 시작했다. (... ...) 왕자안은 그러한 독고상의 모습을 잠시 바라보다가 자신도 이 윽고 수저를 들고 식사를 하기 시작했다. 그때 독고상이 문득 음식을 먹다가 말고 입을 열어 물었다. "이제 앞으로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왕자안은 그를 바라보며 대답했다. "당분간은 어떤 특별한 계획이 서있는 것이 아니니 그저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다기 낙양으로 한 번 가볼 생각이네." (... ...) 독고상은 다시 음식을 먹으면서 뭔가 할 말이 있는 듯이 머뭇 머뭇 거리는 듯 하더니 이윽고 재차 입을 열어 말했다. "저는 ... ... 저는 이제 그만 소주인님의 곁을 떠나야할 것 같습니다." 왕자안은 다소 놀라서 으아한 기색으로 물었다. "아니 갑자기 무슨 일이라도 생겼는가?" 독고상은 잠시 묵묵하더니 이윽고 입을 열어 대답했다. "소주인님께서는 천하에 다시없을 훌륭하신 분이시고 앞으로 큰일을 하시게 되실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 ... 아주 못난 자이기 때문에 앞으로 사사건건 소주인님의 앞길에 방해가 될 것 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만 떠나려는 것입니다." (... ...) 왕자안은 순간 이 독고상이 그런 말을 하는데는 물론 조금전에 밖에 나가서 있었던 일과도 무관하지 않겠지만 기실은 전적으로 자신의 어떤 행동에 원인이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게 되었다. 왕자안은 일순간에 대강의 원인을 파악하고는 입가에 가벼운 미소를 떠올리며 물었다. "알고보니 자네는 나에게 뭔가 섭섭한 일이 있었군 그래. 대체 내가 무슨 잘못을 했길래 그렇게 심하게 화가 났는가?" 순간 독고상은 음식을 먹다가 말고 느닷없이 눈물을 뚝뚝 흘리 기 시작하더니 볼멘 음성으로 이렇게 말했다. "천만부당한 말씀입니다. 소인이 어찌 불경스러운 마음을 품을 수가 있겠습니까? 다만 ... ... 다만 소인은 도저히 소주인님께 서 구차스럽게 걸식을 하시는 것을 차마 두고 볼 수가 없는 심정 입니다. 만일 소주인님께서 그와 같이 걸식을 하신다면 저로서는 더 이상 소주인님의 곁에 머무르는 것이 가치가 없는 것이 아닌 가 하고 생각됩니다." 왕자안은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나의 스승님이시자 자네의 주인이었던 그 노스님께서 도 원래부터 항상 탁발을 해오시지 않았는가?" 독고상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돌아가신 주인께서 탁발을 하신 것은 틀림없는 일이지만 그러 나 그 일과 지금 소주인님의 일과는 전혀 다른 것입니다. 돌아가 신 주인님께서 탁발을 하신 것은 그야 출가한 사람으로서 당연한 일이었겠지만, 그러나 지금 소주인님께서 걸식을 하신다면 그것 은 구차하게 사시는 것이 되십니다. 저는 ... ... 저의 능력이 아직 부족하지만 그래도 소주인님 한분만은 걸식을 하시지 않으 시도록 해드릴 자신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마도 독고상이 이토록 걸식을 하는 일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또한 자신에게 능력이 있다는 말을 강조하는 것으로 보아 틀림없 이 나가서 뜻밖의 곤란을 당했던 모양이었다. 왕자안은 구태여 그러한 일들을 들추어서 물어보지 않았지만 이내 웃으며 말을 받았다. "그것은 자네가 쓸데없는 분별을 하고 있는 것일세. 원래 이 출가라고 하는 것은 형식에 메이는 것이 아니라 오직 마음에 달 려있는 것일세. 내 스스로 복전이 된다고 생각하여 남의 시주를 받는 것인데 거기에 무슨 다른 감정이 섞일 수가 있겠는가? 그러 나 만일 자네가 정말로 보기에 그렇게 구차스럽게 보인다면 앞으 로는 내 걸식을 하지 않도록 하지." 독고상은 왕자안이 마침내 자신의 부탁을 들어주는 것을 보고 는 이내 얼굴 가득히 기쁜 표정을 드러내며 그의 앞에 엎드리며 말했다. "그렇게 해주신다니 정말로 고맙습니다. 소인은 비록 머리가 뛰어나지 못해서 항상 생각이 어리석지만 그러나 솔직히 말해서 죽는 날까지 소주인님을 보필할 수만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여한 이 없을 것입니다. 소인은 결코 소주인님의 곁을 떠나고 싶지 않 습니다." 왕자안은 미소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내 이미 자네의 그러한 마음을 알고 있네. 비록 자네의 생각 이 옳은 것은 아닐지라도 그 정성만큼은 실로 대단하여 모든 것 을 뒤덮고도 남음이 있을 것일세." "......." 독고상은 숙연한 표정으로 잠시 그렇게 엎드려 있다가 으윽고 몸을 일으켜서 자신의 음식을 마저 먹은 다음에 왕자안이 식사를 마치기를 기다려서 그릇들을 치우고 또한 한쪽에 나무들을 평평 하게 깔고 그 위에 천으로 덮어서는 왕자안의 잠자리를 만들어 주었다. 왕자안은 잠시 그 잠자리에 앉아서 깊은 명상속에 잠겨 있다가 이윽고 옆으로 누워서 수면을 취하기 시작했다. 독고상은 한쪽의 불옆에서 대강 나무들을 깔고 쪼그리고 잠들 어 있었다. ... ... * * * 왕자안이 다음날 잠자리에서 일어나자 독고상은 어느새 먼저 일어나서 밥을 지어놓고 식사할 준비를 다 해놓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이미 날이 밝아서 사방에 햇살이 가득하고 있었 다. 왕자안은 식사를 마치고 나서 자신이 이 마을에 약간의 볼일 이 생겼다는 것을 예기했는데 독고상이 그 말을 듣고 다시 시주 를 받으러 나가려는 것을 보고 왕자안은 이윽고 다시 예의 그 두 가장원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비록 아직 정오무렵은 되지 않았지만 그래도 이미 아침나절은 훨씬 지난 때여서 왕자안은 두가장원으로 걸어가면서 자신이 ㅘ 시 약속시간에 너무 늦은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했다. 그런데 예상외로 아직 시간은 늦지 않은 상태였다. 왕자안이 두가장원의 정문앞에 이르자 그 장소팔이라는 장한은 기이한 표 정이 되어서 다가왔는데 이미 자세한 지시를 받았는지 두말하지 않고 그를 안으로 안내했다. "나는 따라 오시오!" "... ..." 왕자안은 묵묵히 장소팔의 뒤를 따라갔는데 장소팔은 일단 정 문으로 들어서자 곧장 안쪽으로 향하지 않고 옆으로 나있는 소롯 길을 이용해서 우회하여 후원쪽으로 나아가는 것이었다. 아마도 왕자안이 이 장원의 내부로 들어오는 것이 그다지 떳떳 한 일이 아니었던지 장소팔은 그렇게 소롯길로 나아가면서도 계 속해서 고개를 좌우로 돌리면서 주위를 조심스럽게 살피는 것이 었다. 왕자안은 보느이 아니게 실로 우스꽝스러운 위치에 서게 되었 지만 그러나 상황에 개의하지 않고 그는 장소팔의 뒤를 따라가면 서 소롯길의 좌우에 드러나 보이는 거대한 누각들의 뒷모습들을 천천히 감상했다. 이 두가장원은 비단 그것이 차지하고 잇는 공간이 매우 넓을뿐 만 아니라 이렇듯 내부의 건물들도 상당히 화려하기 짝이 없는 것들이어서 대체 이러한 시골마을에 어떻게 이와 같은 훌륭한 장 원이 들어서게 되었을까 하는 의구심을 절로 자아내게 만들었다. 하기는 천하의 부호들 가운데에는 실로 이렇게 일부러 조용한 시골에 화려한 장원들을 만들어 놓고 가끔씩 들려서 즐기려는 사 람들이 더러 있었으므로 그러한 일을 생각해 본다면 지금 이 두 가장원의 모습은 그다지 특별할 것도 없는 일인 것 같았다. 상당 히 긴듯한 소롯길이 끝나자 이윽고 두 사람은 어느새 장원의 깊 은 후원에 도달하게 되었는데, 그곳은 인공적으로 만든 가산이 마치 천연적인 것처럼 기암괴석들이 사방으로 가득하게 펼쳐져 있고 게다가 곳곳에는 수십년이나 묵은 아름드리 고목들이 이제 마악 파릇한 새싹들을 피우며 들어차 있는 지극히 조용하면서도 운치가 느껴지는 후미진 곳이었다. 이 부근에는 비록 잘 정돈되어 있기는 하지만 그러나 누각들의 모습은 별로 눈에 띄지 않았다. "여기에 잠시 기다려 주시오!" 장소팔은 가산의 앞쪽 인공으로 만들어진 작은 폭포수가 떨어 져 내리는 연못의 옆에 이르러서 고개를 돌리고 왕자안을 향해 그렇게 말한 다음에 이윽고 부지런히 걸어서 가산을 돌아서 사라 져 버렸다. ... ... 왕자안이 연못속에서 이리저리 생기있게 유동하는 물고기들을 바라보며 잠시 기다리고 있노라니 이윽고 그의 귓전에 귀에 익은 한 사람의 음성이 울려왔다. "아, 당신은 정말로 신의를 지키는 분이로군요!" 바로 어제저녁에 보았던 그 미소녀였다. 왕자안이 고개를 돌려 서 바라보니 그녀는 어제저녁과는 달리 일신에 유난히 눈부신 백 색의 비단나삼을 화려하게 걸치고 있었고 오른손에는 역시 예의 그 기다란 말채찍을 하나 들고 서있었다. 그러나 그녀가 타고 다니던 백마는 보이지 않았고 또한 왕자안 을 여기까지 인도했던 장소팔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아마도 장소팔은 이제 자신이 해야할 일을 마치게 되자 다시 자신의 처소로 돌아가버린 모양이었다. 왕자안은 눈앞의 이 미소녀의 얼굴이 어제저녁보다 더욱 생기 가 넘치고 발랄하며 대갓집의 금지옥엽과도 같은 오만한 기질이 흐르고 있는 것을 보고는 입가에 가벼운 미소를 떠올리며 물었 다. "내가 어떤 일을 도와주었으면 좋겠소?" 미소녀는 기이한 시선으로 왕자안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일순 까르르 웃으며 대꾸했다. "당신은 보기보다 성격이 급하군요. 당신이 해야하는 일은 그 다지 어려운 일도 아니고 그저 나의 말대로 따라주기만 하면 되 는 것이므로 걱정할 필요는 없어요." "... ..." 왕자안이 그저 묵묵히 듣고만 있자 미소녀는 다시 웃으며 말채 찍으로 가산의 옆으로 나 있는 작은 소롯길을 가리키며 말을 이 었다. "자! 그럼 어서 나를 따라와요." ... ... 미소녀는 말을 마치가 먼저 그쪽을 향해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 으므로 왕자안은 묵묵히 그 뒤를 따라갔다. 미소녀는 계속해서 후원의 뒤쪽을 향해 나아갔는데 이윽고 주 변의 풍경이 다소 황량하게 느껴지는 지점에 이르자 하나의 거대 한 담장이 눈에 들어왔고 그 한쪽으로 작은 출입구가 보였으며 그 출입구는 이미 열려 있었다. 게다가 그 출입구에는 지금 두 필의 말이 매어져 있었는데 한 눈에 보기에도 그 가운데의 하나는 어제 그 미소녀가 타고 다니 던 백마임을 알 수가 있을 것 같았다. 미소녀는 그 앞에 이르자 문득 왕자안을 향해 고개를 돌리면서 물었다. "개방의 사람들은 하나같이 무공을 배웠다고들 하던데 역시 당 신도 무공을 배웠겠죠?" 왕자안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나는 무공을 배우지 않았소." 미소녀는 다소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으나 기실은 그녀의 눈빛 은 그다지 의외라는 기색이 들어있지 않았다. 아니 왠지 차라리 다행이라는 기색이 실려 있는 것 같았다. 기 실 왕자안은 안색이 창백할 정도로 희고커다란 키에 비해서 지나 칠 정도로 몸이 수척하여 한눈에 보기에도 허약한 느낌이 들었고 무공을 배운 사람같지는 않았으므로 그녀도 그가 무공을 배웠으 리라는 생각은 하지 않은 모양이었다. 미소녀는 다시 물었다. "그럼 말은 탈 줄 아나요?" 왕자안은 이에 가볍게 웃으며 대답했다. "다행이도 말을 타는 일은 그럭저럭 할 수가 있을 것 같소." 미소녀는 그 말에 기쁜 듯이 수려한 얼굴에 하얀 웃음을 지어 보이더니 일순 자신이 먼저 백마에 올라타고서 왕자안에게 말했 다. "그렇다면 어서 말에 올라요!" 왕자안이 묵묵히 그 남아있는 한 마리의 황마의 위에 오르자 미소녀는 문득 이랴! 하고 앙칼진 소리를 지르며 말을 몰아서 출 입구의 밖으로 내달리기 시작했다. 왕자안은 대강 그녀의 뜻을 짐작할 수가 있었으므로 이내 두말 하지 않고 역시 황마를 달려서 출입구를 지나서 그녀의 뒤를 바 싹 따르기 시작했다. ... ... 미소녀는 거의 향 한 자루가 다 탈 동안까지 계속해서 속도를 내어 말을 내달렸는데 이윽고 옆으로 고개를 돌려서 왕자안이 그 녀와 비슷한 속도로 내달리며 말 위에서 아주 조용하고 안정된 자세로 앉아 있는 것을 보고는 다소 의외라는 표정으로 말고삐를 늦추며 입을 열었다. "당신의 기마술은 제법이로군요!" 왕자안의 체구는 너무나도 허약해 보여서 금방이라도 바람만 불면 날려갈 것 같았는데도 그처럼 말을 잘 타고 있는 것은 기이 할 정도였다. "과찬의 말씀이오." 왕자안이 담담한 표정으로 그렇게 대꾸하자 미소녀는 말이 달 리는 속도를 늦추면서 왕자안의 얼굴을 찬찬히 주시하면서 다시 입을 열어 말했다. "당신은 내가 누구인지 알고 있나요?" 왕자안은 그녀의 얼굴을 마주 바라보며 미소와 함께 대답했다. "물론이요. 당신은 바로 두옥봉, 두낭자가 아니오?" 그렇다! 기실 이 두가장원의 주인은 과거 녹림도적들의 무리를 거느렸 었던 괴수 탈명검 두덕성이라는 사람으로서 당금에 이르러서 강 호상에 정파무림인들이 크게 득세를 하고 녹림흑도의 무리들이 발붙일 곳이 없어지게 되자 다른 괴수들과 마찬가지로 그도 이런 시골에 화려한 장원을 지어놓고 흡사 일반의 부호처럼 생활해오 고 있는 것이었다. 물론 지금 이 두가장원의 막대한 재산은 과거 에 도적질을 해서 벌어들였던 것으로서 현재 그러한 사실을 자세 하게 알고 있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고 할 수가 있었다. 이 눈앞의 미소녀 두옥봉은 바로 그 탈명검 두덕성의 세명의 딸자식들 가운데서 막내로서 두 언니인 두금봉과 두은봉은 이미 시집을 간 상태였고 오직 이 셋째 딸인 두옥봉만이 아직 시집을 가지 않고 있는 중이었다. (... ...!) 미소녀 두옥봉은 왕자안이 그처럼 태연자약하게 대답하는 것을 보고 일순 다소 의외라는 기색이었으나 아마도 장소팔등이 미리 알려준 것이리라고 짐작하고는 이내 화제를 돌렸다. "당신은 내가 어떤 일을 시키려는지 알고 있나요?" 왕자안은 잠시 생각하다가 그녀를 바라보며 대답했다. "그것은 혹시 한 사람을 만나려는 것이 아니오?" 두옥봉은 이번에는 정말로 놀라서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아니 그것을 어떻게 알게 되었죠? 장소팔이 가르쳐 주었나 요?" 왕자안은 미소하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부근에서 실로 두가장원만큼 유명한 곳이 있겠소? 그리고 두가장원의 가장 아름다운 셋째따님이 이제 곧 합비성의 부호인 안부자의 아들과 혼인하기로 되어있다는 소식을 모르는 사람이 어디에 있겠소?" (... ...?) 두옥봉은 왕자안이 그녀에게 자매들 가운데서 가장 아름답다고 말하는 것을 보고는 왠지 안색을 가볍게 붉혔다. "과연 개방의 소식통들은 정통한 것이라고 하더니 당신은 제법 많은 것을 알고 있군요." 현재 두가장원의 사위가 되어 있는 사람들은 추혼편 여몽진이 라는 사람과 반호의라는 사람이고 그리고 앞으로 두옥봉과 혼인 하기로 되어 있는 사람은 합비성내의 부호인 안부자의 아들인 안 복길이라는 사람이었다. 두옥봉은 이 왕자안이 그처럼 두가장원 의 일에 대해서 세세하게 알고 잇는 사실을 기이하게 생각했지만 그러나 다시 말을 이었다. "사실... .... 그 안가는 은근히 우리를 업신여기고 있는 상태 예요. 그는 비록 나와 정혼이 되어 있는 상태지만 그러나 자신의 부친의 재력을 믿고는 교만하게 나를 업신여기고 있는 것이죠. 그래서... ... 그래서 당신이 필요한 거예요." 왕자안은 그녀를 향해 시선을 돌이며 물었다. "내가 이제부터 어떻게 해주었으면 좋겠소?" 두옥봉은 그를 향해 부드럽게 웃으며 대답했다. "당신은 그냥 나와 친근한 연인 사이인 적처럼 해주면 되요. 솔직히 당신의 얼굴은 그 안가보다 훨씬 잘생긴 것이기 때문에 그 안가녀석은 당신을 보게 되면 질투심을 일으킬 것이 틀림없어 요. 그 다음의 일은 모두 내가 책임지도록 하겠어요." 왕자안은 미소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소. 그럼 우리는 지금 바로 그곳으로 가는 것이오?" 두옥봉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에요. 아직 그를 만나려면 시간이 남아있는 상태예요. 우 리는 그전에 마음껏 이 부근을 달려보도록 해요!" 말과 동시에 두옥봉은 다시 채찍으로 말의 엉덩이를 후려쳐서 빠르게 말을 앞으로 몰아가기 시작했다. 왕자안도 가볍게 황마의 목덜미를 두들겼으며 그러자 황마는 이내 그의 의도를 알아차리고 빠르게 내달려서 백마의 뒤를 쫓아 가기 시작했다. ... ... * * * 이곳 백호의 주변에는 상당히 넓은 평원지대가 펼쳐져 있어서 말을 타고 달리기에는 아주 적당한 점이 있었다. 두옥봉과 앙자안은 함께 한참동안이나 평원지대를 오가면서 말 을 달리다가 문득 지쳤는지 맑은 물이 흘러내리는 계류쪽으로 말 을 몰았다. 시원스럽게 흘러내리는 계류의 앞에 이르러 두옥봉이 말에서 뛰어내려서 곧장 계류의 앞으로 다가가서 맑은 물로 얼굴 의 땀을 씻는 것을 보면서 왕자안도 말에서 천천히 내렸다. 두옥봉은 한참동안이나 맑은 물을 떠서 세수를 하고 이어 손과 발을 씻었는데 이윽고 왕자안이 다가가자 물기를 닦지 않은 얼굴 로 고개를 돌려서 그를 향해 입을 열어 말했다. "당신은 ... ... 정말로 내게서 어떠한 댓가도 바라지 않나 요?" 이 순간 물기에 젖은 그녀의 얼굴은 약간의 상기된 홍조를 띠 고서 야릇하고도 부드러운 시선을 고혹적으로 빛내고 있었다. 역 시 그녀의 희고 눈부신 두 팔과 두다리가 그야말로 아찔한 충동 을 불러 일어킬만 했다. --------------------------- 번 호: 45/90 등록자: 김창현(redhawk) 97/01/22 18:07 (357줄) 제 목: [백상] 개방백의 제자 3장 제3장 황야의 살객들 왕자안은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며 대답했다. "그 일에 관해서는 내가 이미 말하지 않았소?" 두옥봉은 잠시 그의 얼굴을 빤히 주시하다가 이윽고 다소 머뭇 거리는 듯 하더니 천천히 입을 열어 말을 이었다. "하지만 나는 당신이 설마하니 아무런 조건도 없이 나에게 이 런 도움을 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사실 이러한 일은 얼핏 쉬운 듯 하면서도 상당히 신경을 쓰이게 하는 일이기 때문에 그 저 쉽다고도 말할 수가 없는 일이죠. 따라서 나는 당신에게 한 가지의 보답을 하고 싶어요. 만일 당신에게 한 가지의 원하는 바 가 있다면 지금 나에게 말해봐요. 나는 ... .... 내가 할 수 있 는 일이라면 무엇이라도 당신의 요구를 들어줄 수가 있어요." 말과 동시에 두옥봉은 지극히 고혹적인 시선으로 왕자안의 얼 굴을 바라보았는데 그러는 그녀의 시선에는 일면 기이한 열기가 깃들어 있는것 같았다. 왕자안은 그녀의 그러한 시선을 마주 바라보며 물었다. "정말로 어떤 요구를 한다고 해고 들어줄 수가 있다는 말이 오?" 두옥봉은 문득 그의 말에서 뭔가 다른 것을 느낀 듯 안색을 새 빨갛게 물들이며 차마 더 이상 그의 시선을 마주볼 수 없다는 듯 이 고개를 떨구며 대답했다. "설마 당신이 ... ... 당신이 그와 같은 요구를 ... ... 그와 같은 요구를 할리는 없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나는 이미 어떤 요 구라도 들어주겠다고 약속을 했으니 만일 당신이 정말로 그와 같 은 요구를 해온다면 나.... ... 나는 어쩔 수가 없겠지요. 당신 은 설마하니 그저 나를 놀리려는 것이겠죠?" 두옥봉은 말을 마치면서 다시 고개를 들어서 왕자안의 얼굴을 바라보았는데 그녀의 붉어진 시선에는 일순 아주 야릇한 기운이 떠오르고 있었다. 왕자안은 가볍게 미소하며 대답했다. "물론 나의 말은 그저 한 번 해본 말에 불과하오. 나는 이미 말했다시피 원하는 것도 아무 것도 없고 요구사항도 없소." (... ...!) 순간 두옥봉의 안면에 깔려 있던 홍조가 급격하게 사라지면서 싸늘해지는 듯 하더니 이윽고 그녀는 신형을 벌떡 일으켜서 왕자 안을 쏘아보며 말했다. "대체 당신은 그렇다면 무엇 때문에 이렇게 나를 도와주려는 것이죠?" 두팔과 두 다리의 하얀 살결을 그대로 드러낸 채 다소 방심한 듯이 고혹적이던 그녀의 태도가 느닷없이 고양이처럼 날카롭게 변했다. 왕자안은 담담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나는 그저 호의에서 도와주려는 것이오." 두옥봉의 시선이 더욱 냉랭해졌다. "호의에서라고요? 호호호 ... ....그렇다면 당신은 천하에 다 시없는 성인군자시로군요? 여자의 유혹도 가볍게 뿌리칠 수 있는 사람이니 말이에요." 왕자안은 그녀를 향해 포권하며 말했다. "내가 낭자의 기분을 상하게 만들었다면 미안하오." 두옥봉은 싸늘하게 웃었다. "흥! 당신과 같은 사람은 그야말로 고고하여 나와 같은 사람은 거들떠보지도 않는 것인데 구태여 미안하다는 말을 할 필요가 있 을까요?" 왕자안은 다시 포권하며 말했다. "낭자는 아름다운 여인인데 내가 거들떠보지 않을 리가 있겠 소? 다만 내가 근거없이 떠도는 사람이고 또한 당신은 이미 정혼 한 사람이므로 다른 생각을 할 수가 없는 것이오." 두옥봉은 그 말에 다시 기분이 풀어진 듯 이윽고 품속에서 작 은 수건을 꺼내서 얼굴과 손발의 물기를 닦으며 말했다. "핑게는 아주 그럴싸하군요. 하지만 당신이 만일 내가 싫다면 일부러 그런 변명은 할 필요가 없는 거예요," 그런데 이때 두옥봉이 미처 손발의 물기를 다 닦지도 못했는데 어디선가 한줄기 냉랭한 음성이 들려와서 그녀의 행동을 중지하 게 만드는 것이었다. "흐흐흐... ... 아주 그럴싸한 광경이로군! 어디로 갔나 하고 한참을 찾았더니 바로 여기에서 추잡스러운 짓거리를 하고 있었 군 그래?" (... ...!) 두옥봉은 그 소리를 듣자마자 즉시 그 소리가 난 쪽으로 시선 을 돌리며 다소 놀란 듯한 표정을 지어 보였는데, 왕자안이 그녀 의 시선을 따라서 역시 그쪽으로 시선을 돌려보니 지금 계류의 맞은편 언덕 위에는 언제 나타났는지 서너명의 장한들이 이쪽을 바라보며 서 있었다. 특히 그들 가운데서 맨 앞에 서서 조금전의 그 말을 꺼내었던 나이 삼십세 정도의 사내는 일신에 지극히 호 화로운 화복을 걸치고 있어서 상당히 재력있는 가문의 자제라는 것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게 하는 자였다. 왕자안은 그 비단화복을 걸친 사내의 얼굴을 보자마자 이내 그 자의 신분을 알아차렸다. 다름이 아니라 그는 바로 얼마전에 두옥봉과 얘기를 나누며 화 제를 삼았던 그녀의 정혼자 합비성의 부호인 안부자의 아들인 안 복길이라는 사람이었다. 지금 그 안복길의 뒤에 서 있는 세명의 장한들은 하나같이 체 구가 다부지고 눈빛이 형형한 것이 무공을 익힌 강호인들인 것 같았는데, 아마도 안복길이 두옥봉을 찾으려고 하다가 찾지 못하 자 그들을 데리고 이렇게 찾아 나섰던 모양이었다. 두옥봉은 역간 당혹한 표정을 짓다가 안복길을 향해 냉랭하게 소리쳤다. "흥! 추잡한 짓거리라고요? 당신이 감히 나에게 그런 되지 못 한 소리를 할 수가 잇나요? 당신은 우리가 나쁜 짓을 하는 광경 을 직접 보기라도 했다는 말인가요?" 안복길은 두옥봉이 오히려 싸늘하게 내쏘자 다소 흠칫한 기색 이 되어 머뭇거렸으나 이내 기이하게 웃으며 대꾸했다. "비록 우리가 그와 같은 짓거리들을 보지는 못했다고 해도 너 희들이 이와 같은 은밀하고 조용한 곳에 함께 있다는 것은 아무 래도 수상쩍은 일이 아니겠느냐?" (... ...!) 두옥봉은 일순 자신들이 자칫 씻어내기 어려운 모함을 받을 위 기에 처했다는 사실을 간파하고는 다소안색이 벼하는 듯 했으나 이내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태연하게 왕자안의 곁으로 다가와서 그의 팔짱을 끼며 다정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그래요. 우리는 지금 서로 사랑하고 있고 또한 당신의 말대로 조금전에 그와 같은 짓거리를 했죠. 그래서 그게 대체 어쨌다는 말이죠? 당신은 혹시 나와의 정혼을 취소하고 싶은가요?" ... ... 안복길은 설마하니 두옥봉이 그처럼 대담무쌍하게 나올 줄은 모르고 있다가 그녀의 그와 같은 태도를 보고는 눈을 휘둥그래 뜨고 있다가 고개를 살래살래 내저었다. "하하 옥매! 내가 조금전에 한 얘기는 그저 농담이었으니 마음 에 새겨두지 마시오. 하하, 옥매의 저러한 성질은 나도 도저히 당할 수가 없다니까!" 두옥봉은 안복길이 금새 태도를 바꾸었는데도 여전히 싸늘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럼 당신은 나와 정혼을 계속 유지하고 싶은가요?" 안복길은 그녀의 새파란 시선을 감당할 수 없다는 듯이 짐짓 너스레를 떨면서 두팔을 벌려보았다. "물론, 물론이오! 이 안가의 마누라가 될 사람은 명실공히 천 하에 오직 옥매 하나 밖에는 없다고 할 수가 있지. 옥매! 내가 이미 이렇게 졌다고 항복을 하는데도 어째서 그렇게 아직도 뻣뻣 하게 구는거요?" 그러한 두옥봉은 아직도 냉랭한 태도를 계속 유지하며 다시 물 었다. "헌데 당신은 오늘 무슨 바람이 불어서 약속시간보다 이렇게 먼저 와서 사람을 정신없게 만드는 거죠?" 안복길은 두 손을 휘휘 내저었다. "아아 그거야 바로 내가 옥매를 한시라도 빨리 보지 않으면 안 달이나 있기 때문이 아니겠소?" 기실 이 안복길은 이미 아까부터 이곳에 도착하여 왕자안과 두 옥봉의 대화내용을 엿들었기 때문에 두 사람이 아직 아무런 다른 짓을 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이었다. 두옥봉은 그제서야 약간 풀려진 듯 말했다. "당신은 그저 매일 입으로만 다하려고 하는군요. 당신은 오늘 나의 사생활을 침해했기 때문에 내가 지금 얼마나 기분이 언짢아 하고 있는지 알고 있기나 하세요?" 안복길은 슬슬 웃으며 대꾸했다. "내 그러길래 지금부터 말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오? 당신에게 만약 한 가지의 소원이 있다면 지금 말하시오. 만약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뭐든지 들어주겠소!" 제아무리 싸늘한 기색을 하고 있었던 두옥봉이라고 해도 일단 그와 같은 제안을 듣게 되자 그만 너무도 기뻐서 안색이 환해지 고 말았다. "당신의 지금 그 말 진실인가요?" 안복길은 틀림없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오. 어서 말을 해보라니까!" 이에 두옥봉은 뭔가 깊이 생각하며 말을 하려다가 문득 아직도 자신의 팔이 끼어져 있는 왕자안의 팔을 풀면서 그에게 말했다. "왕공자! 당신은 이제 그만 돌아가세요. 그리고... ... 일단은 내가 약간의 사례를 하고 싶으니까 내일 아침에 다시 우리집에 들러주었으면 좋겠군요." "알겠소." 왕자안이 고개를 끄덕이자 두옥봉은 그의 맑은 기품이 어려 있 는 얼굴을 한차례 기이한 시선으로 바라보다가 문득 고개를 돌려 서 다시 안복길에게 말했다. "당신은 혹시 이 왕공자에게 무슨 해를 가하지는 않겠지요?" 안복길은 그게 대체 무슨 말이냐는 듯이 대꾸했다. "그와 나는 지금 처음 보는 사이이고 또한 옥매와도 어떤 연관 이 없는 사람인 것 같은데 대체 내가 무엇 때문에 그를 해하려고 하겠소?" 그러자 두옥봉은 상당히 안심이 된다는 듯이 왕자안을 배웅했 다. "그럼 내일 ... ... 내일 아침에 봐요!" 왕자안은 그 말을 들으며 황마를 타지 않고 천천히 걸어서 이 윽고 자신이 머물고 있는 토신묘로 향하기 시작했다. 두옥봉은 그가 산모퉁이를 돌아가는 동안까지 입을 열지 않았 으며 이윽고 왕자안이 산모퉁이를 돌아서 그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게 되자 그쪽에서 뭔가 요란스러운 웃음소리가 터저나오기 시 작했다. 왕자안은 자신이 마치 시궁창에 빠져버린 듯한 기분이 들었으 나 그러한 기분에 전혀 개의하지 않고 그저 담담한 표정으로 계 속해서 들판을 가로질러서 걸음을 옮겨갔다. 아까 두옥봉과 함께 말을 타고 상당히 멀리 왔었기 때문에 그 만큼 토신묘와는 멀어지게 되어서 지금 이대로라면 족히 반시진 은 걸어야 토신묘에 도착할 수가 있을 것 같았다. ... ... 그런데 왕자안이 향 한자루가 탈 시간 정도나 걸었을까 하나의 야산의 모퉁이를 돌아서는데 느닷없이 그의 앞에 세명의 험상궂 게 생긴 장한들이 나타나 빠르게 그를 포위하는 것이었다. (... ...!) 다름이 아니라 그들은 바로 조금전에 안복길의 뒤에서 호위하 고 있었던 예의 장한들 이었다. 아까 안복길은 분명히 왕자안을 해치지 않겠다고 말을 했었는 데 대체 무슨 연유로 느닷없이 장한들을 보낸 것일까? 왕자안은 다소 의아한 기색으로 자신을 포위한 장한들의 얼굴 을 둘러보았으나 이내 그들의 의도를 알아차리게 되었다. 그 안복길은 역시 겉으로는 해치지 않겠다고 했으면서도 왕자 안을 제거하기 위해 사람들을 보냈던 것이었다. "무슨 일들이오?" 왕자안이 입을 열어 묻자 품자형으로 그를 포위하고 있던 장한 들 가운데에서 전면에 서 있는 장한이 입가에 음침한 살기를 떠 올리며 대꾸했다. "애송아, 너는 감히 우리 안공자님의 부인이 되실 두소저를 건 드린 것을 후회해야할 것이다. 안공자님께서는 네가 비록 두소저 에게 손을 대지는 않았지만 그러나 감히 무례를 저지른 것이기 때문에 죽이라고 명령하셨다!" 왕자안은 그 장한의 말을 듣고 있다가 다시 물었다. "하지만 보시다시피 나는 이렇게 몸이 허약하여 당신들의 상대 가 될 수 없으니 당신들은 그냥 나를 놓아주고 나서 돌아가서 나 를 죽였다고 말하면 되지 않겠소?" 왕자안의 태연자약한 말에 전면의 그 장한이 일순 크게 화를 내며 소리쳤다. "말도 되지 않는 소리를 하다니 실로 미친놈이군!" 순간 그 장한의 허리춤에서 한 자루의 길쭉한 귀두도가 뽑혀져 나오면서 왕자안의 가슴을 향해 후려쳐왔다. 그것은 제법 쐐액! 하는 바람소리를 일으키며 빠르게 덮쳐들었 기 때문에 왕자안은 그것을 보고 급히 피하려고 하는 듯 했으나 일순간에 그의 귀두도의 길쭉한 날에 관통되는 것 같은 착각이 일어났다. 그러나 착각은 역시 현실과는 다르다는 것을 입증해 보이기라 도 하듯이 어느새 왕자안의 신형은 흡사 균형을 잃고 쓰러질 듯 이 기우뚱거리며 가까스로 그 귀두도의 공세를 피해내고 있었고 게다가 옆으로 스쳐지나가는 귀두도의 기운을 감당할 수가 없었 는지 다음 순간에 그의 신형이 뒤로 벌렁 나동그라지는 바람에 연이어서 펼쳐지던 장한의 귀두도의 공격이 무위로 끝나고 말았 다. 이때 왕자안의 뒤쪽에서 남은 두명의 장한들은 각기 낫과 같이 생긴 기이한 병기와 쇠몽둥이를 하나씩 꺼내들고 있었는데 전면 의 장한이 두 번씩이나 헛손질을 하고 뒤를 이어 왕자안의 신형 이 마구 허우적거리면서 자신들의 앞으로 다가드는 것을 보고는 잠시 멈칫거리다가 이윽고 미련없이 손을 떨쳤다. 헌데 이때에도 다소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두명의 장한들이 각기 낫과 쇠몽둥이를 휘두르며 왕자안의 전신을 마악 피곤죽으 로 만들어 놓으려는 순간에 느닷없이 왕자안은 이번에는 반대로 몸을 데굴데굴 굴리더니 첫 번째의 장한의 가랑이 사이로 빠져 달아나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 ...! 기실 그 순간에 첫 번째의 장한은 두 번씩이나 자신의 공격이 무산된데 대해서 다소 겸연쩍은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낫과 같은 병기를 들고 잇는 자의 병기에는 쇠사슬이 길게 매달 려 있어서 같은 동료라도 가까이 접근하여 그 병기의 반경내에 들기만 하면 위험할 것이므로 잠시 주춤한 상태로 서 있었던 것 이었다. 그런데 느닷없이 왕자안이 그 허를 틈타서 가랑이 사이로 빠져 나가 달아나기 시작하자 잠시 아연실색하여 멍하니 그쪽을 바라 보게 되었다. 이 왕자안은 비록 신법을 펼치고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러나 그 삐쩍 마른 체구에서 어느새 아주 빠르게 달려서 산모퉁이를 돌아가기 시작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쫓아라!" 장한들은 일순간 안색이 대변하여 그와 같이 소리친 다음에 각 기 경신술을 발휘하여 왕자안의뒤를 추격하기 시작했다. 원래 이 무학상의 경신술이라고 하는 것은 특수한 주법이어서 왕자안이 제아무리 빨리 달리는 제주가 있다고 해도 평지였다면 장한들은 금새 그의 뒤를 추격하고도 남음이 있었을 것이었다. 그런데 황급히 신법을 펼쳐서 산 모퉁이를 돌아간 세명의 장한 들은 일순 저마다 어리둥절해지고 말았다. 불과 조금전까지만 해도 그 자리에서 달려가고 있었던 왕자안 의 모습이 이 순간에는 느닷없이 하늘로 솟았는지 전혀 보이지 않는 것이 아닌가! 헌데 바로 다음 순간에 그 가운데의 한 장한이 우측을 가리키 며 소리쳤다. "앗! 바로 저쪽이다!" 장한들은 그쪽으로 시선을 돌리다가 다름아닌 왕자안이 이미 산등성이 위로 올라서서 재빨리 달려가기 시작하는 것을 보고는 안색이 일변했다. 알고보니 왕자안은 하늘로 솟았던 것이 아니라 역시 오른쪽의 은밀한 바위뒤로 숨으면서 산 위로 올라서 달아나 고 있었던 것이었다. 이 지형지물을 이용한 왕자안의 도주는 상당히 민첩하고 적절 한 것이어서 세명의 장한들은 무공을 지니고도 그를 놓칠 뻔 했 으므로 안색이 그야말로 시뻘겋게 변할 정도로 화가나서 황급히 그쪽으로 신형을 날렸다. 그러나 막상 단숨에 산등성이 위로 올라간 세명의 장한들은 왕 자안이 이미 앞쪽의 벼랑이 있는 곳을 향해 빠르게 달려가고 잇 는 것을 보고는 눈이 뒤집혔다. 실로 이 왕자안은 비록 무공이 없었지만 몸놀림이 지극히 가볍 고 또한 재기발랄하여 일단 그가 벼랑 아래로 내려가기만 하면 도저히 추격할 수 없게 될지도 모를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이미 안복길이라는 상전에게 분명한 지시를 받은 상태였기 때 문에 그들 장한들은 일순간 마음이 다급해졌고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다는 듯이 그 가운데서 귀두도를 들고 있던 첫 번째의 장한 이 급히 이제 거의 벼랑위에 도착한 왕자안의 등뒤를 향해 귀두 도를 날렸다. 확실히 그 장한의 귀두도를 던지는 솜씨는 놀라와 서 일반 비수를 던지는 것이나 다를 바가 없었다. 왕자안은 그 순간에 벼랑위에 도달하자 문득 망설이게 되었는 지 멈칫하며 신형을 돌렸는데 공교롭게도 바로 그때 귀두도가 하 나의 비수처럼 쎄앵! 하고 날아가서 그의 가슴에 정확하게 꽂히 는 바람에 일순간 그는 으악! 소리를 내며 날려가서 벼랑 아래로 떨어져 내리는 것이 아닌가! ... ...! 무심코 내던진 귀두도가 그처럼 훌륭한 위력을 발휘하여 왕자 안을 맞추게 되자 세명의 장한들은 이내 두 눈 가득 득의의 광망 을 뿌리며 그쪽으로 달려갔다. "어서 가 보자!" 그들 가운데의 우두머리인 듯한 귀두도를 날렸던 장한의 외침 이 거의 끝나기도 전에 이미 그들은 벼랑의 앞에 이르렸으며 왕 자안이 칼을 맞고 떨어진 아래쪽을 살펴보았다. (... ...!) 뜻밖에도 이미 왕자안이 떨어져 내린 이 벼랑은 대단히 깊어서 깍아지른 절벽면의 아래쪽까지는 무려 백여장이나 되는 것 같았 다. 이 벼랑의 아래쪽은 그러니까 지면이 느닷없이 깊게 함몰된 절 곡과 같았으며 사방으로 무려 백여장에 달하는 절벽들이 에워싸 고 있었으므로 웬만한 신법을 지니지 않고는 설령 무림인이라고 해도 내려갈 수가 없는 곳이었다. 장한들은 이에 다소 넋을 잃은 듯한 표정으로 급히 아래쪽을 살펴보았는데 이윽고 그 아래쪽에 한 사람이 한 자루의 칼에 가 슴에서 등짝까지 완전히 관통되어 쓰러져 있는 것을 보고는 그만 다 함께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말할 것도 없이 지금 절곡의 바닥에 쓰러져 있는 사람은 왕자 안이 틀림없는 것이고 또한 비록 워낙에 멀어서 확실한 구분이 가는 것은 아니었지만 왕자안의 가슴을 꿰뚫고 있는 칼이 바로 첫번째 장한의 귀두도가 분명할 것이라는 판단이 섰기 때문이었 다. 왕자안은 이미 가슴이 꿰뚫리고 나서 높은 곳에서 추락한 충격 으로 인해 생을 달리했는지 전혀 몸을 움직이지 않고 있었으며 그것을 본 첫 번째의 장한이 자신의 동료들을 돌아보며 입을 열 어 말했다. "우리가 일단은 아래로 내려가서 시체를 확인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낫을 닮은 기형의 병기를 쓰고 있는 장한이 그 말에 얼굴 가득 음침스러운 웃음을 떠올리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흐흐, 구태여 그럴 필요가 뭐가 있겠습니까? 보시다시피 저녀 석은 이미 지옥으로 갔고 또한 형님의 귀두도도 사실은 어디서나 쉽게 구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특별한 표시가 나는 것도 아닐 테니 우리가 의심받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장한들은 우선 왕자안이 죽었다는 것을 자신들의 눈으로 직접 확인했을 뿐만 아니라 만약 내려간다고 하면 여간 어렵고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첫 번째의 장한은 고개를 끄 덕였다. "하기는 안공자님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테니 그렇다면 우리 는 이만 돌아가도록 하세. 자네의 말대로 그까짓 귀두도야 어디 서든 살수가 있을 것이니까 말이야." 이어 세명의 장한들은 잠시 몇 차례 더 왕자안이 쓰러져 있는 아래쪽을 바라본 뒤에 이윽고 각기 신법을 펼쳐서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 ... 세명의 장한들이 사라져 간 이후에 주위는 다시 정적을 되찾았 고 그들의 살기에 놀라서 달아났던 산새들도 다시 날아와서 한가 로이 지저귀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왕자안은 정말로 이미 유명을 달리한 것일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세명의 장한들이 사라져간 이후에 한참의 시간이 지나자 이윽 고 마치 죽은 듯이 누워있던 왕자안은 문득 눈을 뜨더니 천천히 몸을 일으켜서 신형을 바로 세우는 것이었다. 놀랍게도 그의 몸에 박혀있는 것같았던 귀두도는 그가 신형을 움직임에 따라서 맥없이 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는데 그것은 알고 보니 이미 두조각으로 부러져 있는 상태였다. 그러니까 왕자안은 첫 번째의 장한이 날린 귀두도를 맞은 척 하고 벼랑아래로 떨어지는 순간 이미 그것을 두조각으로 만들어 서 마치 자신이 귀두도에 관통되어 있는 것 같은 모습을 보여주 었던 것이었다. 기실 그 세명의 장한들이 시력이 월등하게 좋은 사람들이었다 면 능히 그 허실을 알 수가 있었을 것이겠지만 그러나 그들은 백 여장이나 되는 먼 거리에서 내려다보고 있었기 때문에 그러한 사 실들을 분명하게 파악할 수가 없었고 다만 왕자안이 죽은 것으로 만 단정했던 것이었다. 실제로 왕자안이 일반의 무공을 모르는 사람이었다면 그러한 상황하에서 죽음을 당할 것이 거의 확실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왕자안은 원래 일반사람들과 다른 능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었고 평소에는 그러한 능력을 드러내지 않으나 조금 전에 는 필요에 따라서 그러한 능력을 조금 사용했던 것이었다. 단지 왕자안이 구태여 장한들에게 어수룩한 모습을 보인 것은 일이 무수하게 생겨날 것이기에 아에 처음부터 무공을 모르는 사 람처럼 행동했던 것이었다. 장한들은 단지 우연의 일치로만 생각했으나 그것은 왕자안의 의도적인 행동이었고 또한 그에게 어떤 특별한 능력이 없었다면 그들의 그 흉악한 공세 속에서 어떻게 무사할 수가 있었던가. --------------------------- 번 호: 47/90 등록자: 김창현(redhawk) 97/01/22 18:10 (373줄) 제 목: [백상] 개방백의 제자 5장 제5장 과거 개방의 호법무공들 기실 이 강룡십팔장이나 혼천공과 같은 무공들은 과거부터 개 방의 중심인물들이나 방주들이 연성할 수 있는 것으로서 이른바 호법무공이라고 불리웠던 것들이었다. 실로 과거에는 일반의 제자들이나 분터주 정도의 사람들은 전 혀그러한 절기들을 배울 엄두도 낼수가 없었다. 그러던 것을 지금으로부터 수십년전에 신주개성이라는 개방이 낳은 불세출의 대기제가 나타나서 그보다 훨씬 고강한 무학들을 개방의 호법무공으로 삼았고 과거의 호법무공들은 천하의 분타주 들을 불러모아서 각기 제량껏 배울 수 있게 함으로써 이 강룡수 주열도 전대의 대화분타주에게서 그것을 배울 수가 있게 되었던 것이었다. 과거에 대화분타주었던 사람은 자질이 다소 미흡하여 많은 개 방의 무학들 가운데 뎌우 혼천공과 강룡십팔장 만을 배워가지고 돌아올 수가 있었는데, 그나마 그것도 완벽하게 배우지를 못해서 다음대의 분타주가된 주열에게는 그렇게 완전하지 못한 무학들이 전해지게 되었다. 비록 현재의 개방의 절학들이 호법무공에서 풀리기는 했지만 그래도 다른 곳으로 흘러가버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신주개 성이 당시에 분타주들이 총타에 와서 일정기항동안 머무르며 무 학을 배워가는 것은 허락했지만 그것들을 비급으로 만들어 가는 것은 허락하지 않았었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주열은 항상 그와 같은 사실을 크게 아쉬워했고 언젠가 는 총타에 들러서 최소한 자신의 두 가지의 절학인 혼천공과 강 룡십팔장의 내용을 완벽하게 터득하고 싶은 마음이 강하게 작용 하고 있는 상태였던 것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왕자안이 그와 같은 얘기를 꺼내자 주열은 다소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왕자안은 그를 향해 다시 말했다. "나는 과거에 그와 같은 절기들에 대해서 공부했던 적이 있었 고 또한 지금 기억하고 있으므로 지금 그 가운데의 몇가지를 적 어볼까 하오. 생각해보니 지금 당신이 알고 있는 무학들도 완전 하지 않을 것이므로 내가 적은 것을 보게 되면 나중에 더욱 진전 을 보게 될 것이오." 왕자안은 그렇게 말을 하면서 한편으로 붓을 빠르게 놀려서 깨 알같은 글씨체로 두루마리 종이위에 글씨를 써내려갔는데 이윽고 한참의 시간이 지나가고 독고상이 불을 피워서 주위를 환하게 만 들고 나서 다시 얼마의 시간이 지나서애 비로소 왕자안은 이미 완성된 몇장의 두루마리를 내려놓고 붓을 거두었다. ... ... 주열은 한편으로 무척이나 신기하고 또 한편으로는 내심으로 크게 긴장이 되는 마음속에서 왕자안이 글쓰는 것을 멈추기를 기다리고 잇었는데, 드디어 왕자안이 붓을 거두고 나서 그 두루 마리들을 자신에게 건네주는 것을 보고 그것을 받아들어서 제목 을 살펴보다가 일순 자신도 모르게 눈이 휘둥그레지고 말았다. 원래 개방의 사람들은 겆지들이라고 해도 역시 무림인들이 분명 하기 때문에 역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공에 관한 것 이라고 할 수가 있었다. 일반사람들에 비해서 돈이나 여자 혹은 권력에 대해서 그다지 마음을 쓰지 않았지만 그들은 그 대신에 무학 방면에 있어서는 그야말로 깊은 관심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상태였다. 실로 그것이야말로 그들의 커다란 즐거움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지금 왕자안이 써준 두루마리에는 비단 두 가지의 절학 들인 혼천공과 강룡십팔장에 대해서 완벽하게 적어놓았을 뿐만 아니라 더군다나 과거의 호법무공들의 핵심이었다고 할 수가 잇 는 삼십육로타구봉법과 신비로운 금나수법인 용음십이수, 그리 고 추풍신법과 취팔선보에 대해서도 완전하게 적어놓은 것이 아 닌가! 원래 주열은 비록 다른 심오한 무학들에 대해서는 그다지 욕심 을 내지는 않았지만 은근히 자신의 불안전한 두 가지의 무학들을 완전하게 만드는 일과, 또한 자신의 무학가운데 특히 부족한 점 이라고 할 수가 있는 보법과 신법에 관한 무학들을 좀더 배우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데 지금 그러한 것들을 얻게 되자 그야말로 너무나도 기뻐서 단숨에 하늘에라도 올라갈 ㄱ서 같은 커다란 기 쁨을 느꼈다. 하물며 과거의 개방무학의 정수라고 불리웠던 심오 한 절학 삼십육로타구봉법의 비급을 얻게 되었다는 기쁨은 더할 나위가 없는 것이었다. "이... ... 이것들을 모두 나에게 주는 것이라는 말이오?" 주열이 너무나도 기쁜 나머지 두루마리들을 들고 잇는 두 순을 덜덜떨면서 그와 같이 떨리는 어조로 묻는 것을 보고 왕자안은 미소하며 대답했다. "원래 개방의 규칙에 의하면 그러한 절학들은 비급을 만들어 두 지 못하게 되어 있는 것이나, 그것은 그저 개방의 절학들이 사방 으로 퍼져서 소실되는 것을 방지하기위한 것이었으므로 당신이 만약 그 절학들을 함부로 다루지 않고 잘 사용한다면 기실 규칙 을 어겼다고는 말할 수가 없을 것이오. 지금의 강호의 상황은 매 우 험악하여 실로 그러한 무공들이 필요할 것이므로 내가 일부러 적어주는 것이오." 주열은 그 말을 듣고는 너무나도 기쁜 나머지 그만 두 눈에 눈 물까지 글썽이게 되었다. 왕자안의 말대로 지금과 같은 시기에는 그러한 무공들이 지극히 필요하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는 것이지만 허나 그러한 사실 보다도 주열은 과거에는 전혀 남들의 일로만 생각하고 있었던 무 학의 최절정의 경지에 이제 자신도 이비급에 적혀 있는 무공들을 연마하면 도달할 수가 있다는 것을 생각하니 그야말로 지금의 현 실이 꿈만 같고 너무나도 기쁜 나머지 또한 두려운 느낌마저 드 는 것이었다. "고, 고맙소! 우리 대화분타의 제자들은 결코 당신의 은혜를 잊 지 않을 것이며 또한 나는 이 비급에 실려 있는 무공으로 우리 분타의 제자들을 가르쳐서 항상 제마멸사의 대열에 앞장서도록 하겠소이다!" 주열이 그렇게 크게 감격한 표정으로 연신 고개를 조아리며 인 사를 한 뒤에 물러가 버리자 이윽고 독고상이 문득 왕자안을 향 해 질문을 던졌다. "내일도 그 두가장원으로 가실 것입니까?" 왕자안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네." * * * 왕자안은 다음날 아침에도 전날과 다름없이 식사를 마친 다음 에 두가장원으로 걸을을 옮겨서 이윽고 그 정문 앞에 도달하게 되었다. 그런데 기이하게도 오늘 아침에는 장소팔이 미리 나와서 그를 기다리지 앉고 있었고 또한 다른 장한들도 그를 반기는 기색이 전혀 없어 보였다. 비록 장소팔이 잠시 쉬고 있는 상태라고 해도 두옥봉의 지시를 받았을 것인데 장한들이 아직 그가 나타날 것이 라는 점을 모르고 있다는 것은 다소 어리둥절하게 만드는 일이었 다. 왕자안을 맞이한 사람은 장소팔과 전날에 함께 근무를 서던 다 른 한명의 장한이었다. 그는 왕자안이 간단하게 용건을 설명하자 전날에 그가 두옥봉과 어울리는 것을 보았었기 때문에 잠시 머뭇거리다가 이윽고 정문 뒤쪽의 소롯길을 가리켰다. "그렇다면 어서 저쪽으로 해서 후원으로 들어가 보시오. 나는 잘 은 모르지만 셋째 아가씨께서 이미 그와 같은 약속을 하셨다면 지금쯤 기다리고 계실지도 모르니까!" 그 소롯길은 이미 왕자안에게는 익숙해진 길이었다. 전날에는 장소팔과 함께 걸어들어 갔었지만 지금은 비록 혼자라도 능히 길 을 잃지 않고 갈 수가 있다는 것을 말할 것도 없는 일이었다. 왕자안은 곧장 정문을 통해 안으로 들어가서 소롯길을 따라서 걸어 들어가지 시작했다. 이 장원의 소롯길은 원래 하인들이 지나다니곤 하는 길이었지만 주위의 경치가 제법 훌륭해서 혼자서 걸음을 옮기는데도 전혀 무 료한 기분이 들지 않았다. 화려한 누각들의 뒷모습들과 그 사이 에 조화있게 가꾸어진 정원수들이 크고 작은 몸짓으로 이제 마악 봄날의 푸른 새싹을 피어올리고 있었다. 보아하니 비록 주위가 더욱 새파랗게 물들어 버린 것 같은 느낌이었다. 이러한 봄날의 신록은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새로운 생기를 느 끼게 하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왕자안은 한참동안 느릿하게 걸음을 옮겨서 이윽고 예의 그 어 제 아침에 장소팔과 함께 왔었던 장소에 이르렸다. 왕자안은 상당히 조용한 쓸쓸한 분위기의 다소 적막한 듯한 인 적이 없는 사방을 둘러보다가 게솟해서 연못 속의 물고기들을 구 경하며 기다릴 수만은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윽고 가산을 넘어 서 좀더 안쪽으로 들어가 보려고 했다. 그 가산의 뒤쪽은 어제 장소팔이 들어갔었고 두옥봉이 나왔던 방행이며 왕자안은 아직 가보지 못한 곳이었다. 그런데 마악 왕자안이 가산의 옆을 돌아가는 순간에 느닷없이 어디선가 아주 이상야릇하고도 괴이쩍은 여인의 비명소리와 같은 음성이 나직하게 들려오는 것이었다. "아하아... ...하아악... ...! 당신... ...당신의 그 ... ...그 능력은 ... ... 갈수록 더욱 더 ... ... 하아악, 나는 ... ... 나는 더 이상 못참겠어요... ..." 이것은 대체 무슨 소리일까 뒤를 이어 어떤 남자의 굵직하고도 능글능글한 음성이 들려왔다. "흐흐흐 처제! ... ... 당신의 능력도 놀라운 것은 사실이야. 솔직 히... ... 솔직히 이런 재간은 당신의 언니 보다도 당신이 더 ... ... 더욱 놀라운 바가 있 ... ... 욱! 이거 나도 더 ... ... 더 이상 은 못 참겠군. 확실히 처제는 요녀의 기질이 있다는 말씀이야, 으으 으! ... ..." 왕자안은 느닷없이 들려오는 소리에 약간 아연하여 고개를 갸우 뚱거렸다. 그 아주 야릇한 느낌을 불러일으키는 난잡스러운 소리는 기실 다름이 아니라 가산의 뒤편에 있는 하나의 작은 정자쪽에서 들려 오고 있는 것이었는데, 보다 정확히 말하면 소리의 출처는 바로 그 정자의 아래쪽에 있는 여러 가지 물건들을 넣어두곤 하는 창 고와 같은 지하실이었다. 아마도 지금 그 지하실의 안에서 어떤 남녀가 서로간의 기분좋 은일을 벌이고 잇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더욱 이상한 것은 바로 지금 들려오고 있는 한사람의 음 성은 왕자안의 귀에 매우 익은 것이라는 사실이었다. 여인의 심하게 들뜬 듯한 음성이 계속해서 간헐적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당신은 아마도 요사이 우리 언니와는 이런 ... ... 이런 일을 하 지 않는 모양이로군요. 벌써 한시진 동안이나 계속해서 이럴 수 가 있다니 ... ... 이러다간 ... ... 이러다간 자칫하면 누구에 게 들키 겠어요." 남자의 음성이 뒤를 이었다. "흐흐흐... ... 지금 이 시간엔 누구도 이부근엔 오지 않는다는 것 을 처재도 잘 알고 있잖아. 사실... ... 사실 나는 이제 며칠후 면 처재를 그 안가녀석에게 빼앗길 것을 생각하면 아쉬워서 밤에 잠 도 잘 오지 않을 지경이야. 흐흐흐, 그런 판에 설사 누구에게 들킨다고 해도 그게 무슨 상 관이 있겠어?" 여인이 말했다. "흥! 알고보니 당신은 그저 자기 욕심만 부리는군요. 원래 나는 당신이 추혼편법을 가르쳐 준다고 해서 몸을 허락했던 것이었는 데 지금은 ... ... 추혼편법도 별로 배우지 못하고 몸만 망가지 게 되었어요. 혹시 나중에 그 안가가 우리의 사이를 눈치채고 따지 고 든다면 어떡하죠?" 남자가 말했다. "그야 말로 두말할 필요가 있나? 그때는 나와 당신이 함께 야밤 도주를 해서 함께 부부가 되어서 살아가면 되는 것이지!" 여인은 나직하게 코웃음을 쳤다. "흥! 당신은 그저 모든 일을 그렇게 간단하게만 생각하는군요. 만일 당신이 ... ... 당신이 나 때문에 ... ... 나 때문에 우리 언니를 버린다면 나는 물론이고 우리 아버지도 당신을 결코 용서하지 않 을거에요." 여인의 음성이 문득 희미해지자 남자가 급히 말을 받았다. "빌어먹을! 체제는 그럼 나 같은 것은 전혀 안중에도 없다는 말 이지? 흐흐흐... ... 듣자니 처제는 얼마전에 웬 허여멀겋게 생 긴 거지녀석을 알게 되었다고 하던데... ... 흐흐, 혹시 그 녀석에 게 빠져서 요즘 나를 등한시하고 있는 것이 아니야?" 여인은 일순 격한 숨을 몰아쉬며 대꾸했다. "엉뚱한... ... 엉뚱한 소리 말아요. 그는 ... ... 그는 이미 죽었어 요. 안가의... ... 부하들에게 죽음을 당하고 말았죠. 그렇지 않 았더 라면 ... ... 하악! ... ..." 여인은 말을 하는 도중에 갑자기 짧은 괴성을 내질렀고 그와 거 의 동시에 남자의 거칠은 호흡소리가 정적을 꿰뚫었다. 그리고 이윽고 갑자기 조용해진 가운데 다소 힘이 없어 보이는 여인의 음성이 부시럭거리는 소음과 함께 뒤를 이었다. "당신은 이제 그만하고 돌아가요. 나는 이미 지쳤고 또한 우리 는 너무도 오랬동안 했기 때문에 자칫하면 누구에게 들킬지도 몰 라요. 그리고 이제는 다시 나를 부르지도 말아요. 다른 사람에 게 들킨다면 두 사람 다 좋지는 않을 테니까요... ..." 이어 다시 부산하게 움직이는 소리가 들려오더니 드디어 정자의 지하실의 문이 열리면서 한 사람이 천천히 밖으로 걸어나왔다. 기이하게도 조금전에는 분명히 두사람의 목소리가 들렸었으나 지금밖으로 나온 사람은 한 사람에 불과했고 그리고 그 지하실의 내부에도 이미 다른 사람의 기척이 들리지 않았다. ... ...! 혼자서 밖으로 걸어나온 여인은 문득 무심코 앞으로 걸음을 옮 기다가 자신의 앞에 왕자안이 서있는 것을 보고는 크게 놀라서 눈이 휘둥그래졌다. 마치 사람이 아닌 귀신을 대낮에 본 듯한 창 백하게 질린 얼굴이었는데 이윽고 상대가 결코 귀신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는지 그녀는 간신히 입을 열어 말했다. "당신... ... 당신은 살아 있었군요!" 여인은 바로 다름아닌 두옥봉이었다. 두옥봉은 지금 안색이 다 소 창백한 듯 하면서도 요염한 색기가 흐르고 있었고 또한 머릿 걸과 옷매무새가 상당히 흐트러져 있었는데 입을 열고 난 다음에 자신의 현재의 처지를 알았는지 흐트러진 옷매무새를 가리기 위 해 전신을 약간 움츠렸다. 왕자안은 그러나 태연히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며 대꾸했다. "그렇소. 그래서 나는 온 것이오." 두옥봉은 그제서애 자신이 어제 낮에 이곳에서 다시 만나기로 약속했던 것을 상기하고는 눈빛을 기이하게 빛내며 말했다. "아 참! 내가 당신에게 댓가를 지불하겠다고 이리로 오라고 했 었죠? 음... ... 그래 당신은 무슨 뎃가를 원하고 있죠?" 왕자안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나는 이미 말했다시피 어떤 댓가를 원하고 있는 것은 하니오." 두옥봉은 일순 특이한 시선으로 왕자안의 얼굴을 주시하며 다시 물었다. "그렇다면 당신은 대체 무엇 때문에 지금 나에게 온 거요?" 왕자안은 대답했다. "그것은 한 가지를 가르쳐 주기 위해서요." 두옥봉은 눈빛을 가늘게 빛내며 물었다. "대체 나에게 뭘 가르쳐 주겠다는거죠?" 왕자안은 대답했다. "지금 이 부근으로 동영의 부상국의 무사들이 침입해 들어오고 있는 중이오." (... ...!) 두옥봉은 다소 의외라는 듯이 눈빛을 빛내며 재차 물었다 "당신이 가르쳐 주겠다는 말은 바로 그것이었나요?" 왕자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소. 비록 당신들이 이 장원에 깊은 애착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그러나, 기실 그 동영의 무사들은 생각보다 능력들이 뛰어나서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오늘 이곳에 도착하게 될지도 모르오. 그러니 당신들은 어서 지금 즉시 이곳을 피하는 것이 좋을 것이오." 두옥봉은 잠시 생각에 잠기는 듯하다가 문득 입가에 기이한 미 소를 떠올리며 대꾸했다. "당신은 정말로 말 그대로 성인군자와도 같은 사람이군요. 오직 남을 위해서 이런 수고도 마다하지 않다니... ... 당신의 마 음은 잘 알겠어요. 하지만 나도 당신의 그런 말을 들으니 우선 약소하나마 성의를 표시하지 않을 수가 없군요. 당신은 잠시 이 곳에서 기다려 주겠어요?" 왕자안은 두옥봉의 그와 같은 말을 듣고는 담담하게 고개를 끄 덕였다. "알겠소." 두옥봉은 이에 얼굴 가득 이상야릇한 웃음을 지어보이며 빠르게 걸음을 옮겨서 가산을 돌아서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 ... 왕자안은 두옥봉이 사라진 이후에 한참동안을 그녀가 다시 나타 나기를 기다리며 그 자리에 계속해서 서 있었다. 그런데 바로 그때 두옥봉이 사라져간 방향에서 느닷없이 한떼의 검은 의복을 걸친 열명의 장한들이 우르르 나타나서 그 가운데 의 한명이 왕자안에게 다가와서 이렇게 묻는 것이었다. "당신이 바로 왕자안이라는 사람이오?" 왕자안은 별로 생각없이 대답했다. "그렇소." 그러자 그 흑의장한은 음침하게 웃더니 이윽고 한쪽 방향을 가 리키며 다시 말했다. "우리는 바로 이곳에서 탈명검 두덕성 두어르신을 모시고 있는 탈명십걸이라는 사람들이오. 당신이 만약 왕자안이라면 지금 우 리와 함께 갑시다.. 우리의 셋째 아가씨께서 지금 다신을 모시고 오라고 하셨소." 두옥봉이 뭔가 성의를 표시하겠다고 말하고 나서 이런 시꺼먼 장한들이 나타나서 따라오라고 한다는 것은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두옥봉은 혹시 뭔가 색다른 성의를 표시하려는 것이 아닐까? 왕 자안은 그렇지 않아도 상당히 오랫동안 두옥봉이 나타나기를 기 다리고 있었으므로 두말없이 흑의장한들이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 다. ... ... * * * 탈명십걸이라는 흑의장한들은 왕자안을 어제 두옥봉이 데리고 나갔던 에의 그 후문의 출입구를 통해서 밖으로 나갔다. 그 출입구는 오늘은 무슨 말들도 매어져 있지 않았고 그리고 아 직 두옥봉이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면 두옥봉은 특별히 오늘은 밖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라는 말인가? 그런데 잠시의 시간이 지나고 나니 왕자안은 흑의장한들이 자신의 전후좌우에 마치 포위하듯이 바싹 다가서 있는 것을 느낄수가 있게 되었다. 혹시 이들은 왕자안의 신변을 보호하기 위해서 그처럼 철저하게 그의 주위를 에워싸고 있는 것 이 아닐까? 게다가 보아하니 이 장한들은 왕자안을 점차로 깊은 산중으로 데리고 가고 있는 중이었다. 왕자안은 그저 아무런 내색도 하지 않고 묵묵히 그들이 데려가 는 방행으로 따라가고 있다가 이윽고 무려 반시진이나 그렇게 깊 은 산중으로 걸어가서는 흑의장한들이 마침내 걸음을 멈추어서는 것을 보고는 입을 열어 물었다. "두낭자는 지금 어디에 있소?" 흑의장한들 가운데에서 예의 그 흑의장한이 기이하게 웃더니 왕 자안을 향해 대꾸했다. "당신은 지금 그녀를 찾을 필요가 없소. 그녀가 당신에게 주라 고 한 선물은 우리가 대신해서 줄테니까!" 왕자안은 그제서야 두옥봉이 이들에게 일을 위임했다는 사실을 알고는 그 장한을 향해 물었다. "그것이 정말이오?" 흑의장한은 음악하게 웃으며 대꾸했다. "그렇다!" 기이하게도 흑의장한은 이제는 노골적인 반말을 하고 있었으며 또한 그를 비롯한 장한들의 시선에는 차가운 살기가 맴돌기 시 작하고 있었다. 보통사람이라고 해도 이 정도라면 누구라도 능히 그들의 의도를 짐작할 수가 있을 것이었다. 그들이 만일 좋은 선물을 하려고 하는 것이라면 결코 이와 같은 표정을 지을 리가 없는 것이었다. 하지만 왕자안은 마치 그러한 기색을 모르고 있는 것처럼 다시 물었다 "그럼 그 선뭄은 어떤 것이오?" 흑의장한은 음산하게 웃으며 우수를 허리에 차고 있는 폭이 넓 은 한 자루의 검의 손잡이에 가져가다가 문득 다소 주춤하며 대 꾸했다. "그건 네가 이제까지 단 한 번도 받아보지 못한 것으로 또한 앞 으로도 결코 받아보지 못할 선물이다." 왕자안은 의아한 기색으로 다시 물었다. "그건 어째서요?" 흑의장한은 시선을 들어서 이미 왕자안을 삼엄하게 포위하고 있는 나머지 장한들의 시선과 눈짓을 교환하며 대꾸했다. "네가 만약 죽게 되면 다시 죽는 일은 없을 것이니까 말이다!" 순간 이미 흑의장한은 허리춤의 장검을 뽑아들었고 또한 왕자안 의 주위에 늘어서 있었던 다른 장한들도 수중에 장검을 뽑아들고 서 신형을 움직이기 시작하고 있었다.그들은 기실 탈명검 두덕성 이 심혈을 기울여서 길러낸 사람들로서 무공실력은 놀랍게도 하 나같이 일류고수의 경지에 도달해 있는 상태였다. 일순간 그들의 장검에서 피어오른 검기가 자욱하게 주위를 감싸서 해를 가르고 검푸른 검광이 삼엄하게 일어서 오장 이내의 허공을 갈가리 찢어 버리는 듯 했으며, 일명 탈명검식이라고 명명된 잔인악랄한 검법 이 구름같은 살기를 불러 일으키며 사방팔방에서 왕자안의 전신 을 향해 쇄도해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들은 이미 왕자안이 전에 한 번의 습격을 받고도 살아났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듯이 처음 부터 공격에 전력을 다하려고 하는 것이었다. 헌데 바로 그 순간 의 일이었다. "아악!" 느닷없이 처절무비한 비명소리가 울려퍼지면서 일시에 그 비명 소리로 인해 사방이 온통 핏물에 젖어버린 것 같은 느낌이 들었 다. 하지만 그것은 왕자안의 비명소리가 아니었다. 그리고 물론 지 금 공격하고 있는 탈명십걸의 비명소리도 아니었다. --------------------------- 번 호: 48/90 등록자: 김창현(redhawk) 97/01/23 09:46 (308줄) 제 목: [백상] 개방백의 제자 6장 제6장 동영의 무학 이도류 "아아악... ...!" 처음에는 그래도 다소 주춤했지만 공격을 멈추지 않았던 흑의장 한들도 이어 두 번째의 처절무비한 비명소리가 들려오자 이내 그 만 정신이 분산되고 말았는지 검초식을 거두고 말았다. 이른바 무공이라고 하는 것은 단순히 기운을 사용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거기에 자신의 정신을 모아야 하기 때 문이었다. 흑의장한들은 비록 거칠은 강호상에서 살아온 사람들 이었지만 그래도 느닷없이 주위에서 그토록 갑작스러운 비명소리 가 들려오자 다소 이상한 생각이 들어서 일부의 사람들은 신형을 움직여서 조금전에 비명이 터져나온 곳을 살펴보려고 했다. 그런 데미처 그들이 신형을 움직이기도 전에 그들의 시야에 느닷없이 일단의 사람들이 빠르게 나타났다. ... ...! 장한들은 무심코 그쪽으로 시선을 보내다가 문득 산모퉁이를 돌 아서 빠르게 달려나온 사람의 얼굴을 바라보고는 하나같이 놀라 고 어리둥절한 표정들을 지었다. 다름이 아니라 지금 그 산모퉁 이를 돌아서 미친 듯이 달려나오고 있는 사람은 바로 그들의 눈 에도 익은 두옥봉의 정혼자 안복길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대체 무엇 때문에 이런 깊은 산중에서 미친 듯이 뛰어 달아나고 있는 것일까? 지금 안복길은 계속해서 뒤쪽을 돌아보며 미친 듯이 앞으로 달 려가고 있었느느데 보아하니 그는 너무나도 뒤의 일에 신경을 쓰 고 있는 나머지 현재 자신의 앞에 서 있는 흑의장한들의 얼굴이 보이지도 않는 모양이었다. 흑의장한들은 지금 안복길의 주위에 항상 그림자처럼 따라다니 던 삼호의 모습도 보이지 않고 있는 것을 보고는 대체 이 안복 길이 무슨 대낮에 귀신이라도 만난 것이 아닌가 하는의구심을 느 꼈다. 헌데 그들의 그러한 의구심은 이내 해소되었다. 뒤를 이어 귀두 도를 들고 있는 삼호의 한 사람이 쫓기듯이 나타났는데 아니나 다를까? 다시 그 뒤를 이어서 매우 낯설은 복정을 하고 있는 세명의 흑 포인들이 모습을 드러냈던 것이었다. 이 세며의 흑포인들의 모습은 비록 복장이 다소 괴이하기는 해 도 그다지 공포스런울 정도는 아니었는데 안복길등은 그들이 가 까이 다가오자 그야말로 귀신보다도 더욱 두려워하며 안색이 핼 쑥해져서 미친 듯이 뒤로 허겁지겁 달아나는 것이었다. 이것은 대체 어찌된 영문일까? 왕자안을 포위하고 있던 흑의장한들은 일순 뜻밖의 괴이한 상황 을 접하게 되자 그만 왕자안을 공격해야 한다는 사실마저 잊고 서 그 세명의 흑포인들의 모습을 살펴보았다. 그 세명의 흑포인들은 머리를 기이하게 뒤로 한데 묶고 있었고 게다가 마치 부대자루와도 같은 커다란 흑포를 걸치고 있었으며 허리춤에는 각기 한 자루씩의 기다란 칼을 차고 있었다. 한눈에 보기에도 그들의 차림새나 용모는 특이하여 결코 중원의 사람들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가 있을 것 같았다. 흑의장한들은 일순 그와 같은 사실을 발견하자 이내 흑포인들의 신분을 파악하고는 자신도 모르게 안색이 대변했다. 그 순간에 지금까지 급하게 잘도 달아나던 안복길이 그만 무엇 에 걸려서 넘어졌는지 뒤로 벌렁 나동그라졌고 그리고 그 뒤를 따르던 귀두도를 들고 있는 장한도 그만 걸음을 멈추게 되었다. ... ... 세명의 흑포인들은 이내 그들의 앞으로 미끄러지듯이 다가들었 는데 이윽고 귀두도를 들고 있는 장한은 마침내 어쩔 수가 없다 는 듯이 안면을 악독하게 일그리며 귀두도를 휘두르며 흑포인들 을 향해 공격해 들어갔다. 이 순간에 그 흑포인들은 귀두도를 들고 있는 장한과 대략 삼장 여의 거리를 두고 있었는데 그 귀두도를 들고 있는 장한이 일순 궁지에 몰린 쥐처럼 최후의 힘을 다해서 반격을 개시하자 왠지 느닷없이 좌우의 두명의 흑포인들이 그 자리에서 신형을 멈추고 오직 중앙의 한명의 흑포인만이 계속해서 귀두도를 휘두르며 덮 쳐들고 있는 장한을 향해 빠르게 쇄도해 들어가는 것이었다. 보아하니 그 두명의 흑포인들이 갑자기 신형을 멈춘 것은 중앙 의 흑포인으로 하여금 혼자서 적을 상대 하도록 하기 위함인 것 같았는데 실로 기이한 것은 그들의 그러한 단순한 동작 하나하나 가 마치 서로간의 마음이 하나로 이어져 있는 것처럼 깨끗하게 이루어져서 아주 신비스럽게 느껴진다는 사실이었다. 그것은 마치 서로간에 이미 그렇게 하기로 약속을 해놓고 나서 각본대로 움직이고 있는 것 같은 모습이었다. ... ...! 최후의 발악을 하기 위해 덮쳐가던 그 귀두도를 들고 있는 장한 은 뜻밖에도 상대들 가운데 오직 한명만이 계속해서 자신을 향해 덮쳐오고 있는 것을 보고는 다소간의 희망을 가지면서 더욱 맹렬 하게 상대를 향해 덮쳐갔다. 그것은 마치 두 개의 유성이 장렬하 게 서로를 향해 부딪쳐 가고 있는 광경과도 같았다. 보나마나 이 대결은 일순간에 승패가 결정될 것이며 패자는 물 론 측시 차가운 시신이 되어 땅바닥에 뒹굴게 될 것이었다. 장한을 향해 쇄도해 들어가고 있는 흑포인의 무공은 비단 중원 의 것과는 심히 다른 면모가 있었을 뿐만 아니라 괴이했다. 이미 장한을 향해 덮쳐가고 있는 순간에 어느새 그의 허리춤에 걸려있던 장도가 거의 환상적인 움직임으로 우수에 들려졌고, 그 와 동시에 그의전신은 이미 그 한자루의 장도와 하나가 되어버린 듯이 강렬한 도기를 발출시키며 장한의 가슴을 향해 찔러들어가 고 있었다. 장도는 비록 정면에서 거의 움직이지 않고 있었지만 그 흑포인의 신형이 빠르게 덮쳐가고 있었기 때문에 그의 장도는 흡사 화살처럼 장한의 가슴을 향해 날아가고 있는 형상이었다. 원래 이 도라고 하는 것은 휘두르는 것을 위주로 하는 병기인데 이 흑포인은 그것으로 마치 쾌검을 쓰듯이 찔러 들어가고 있는 것이었으니 실로 괴이한 도법이라고 아니할 수가 없었다. 원래 이 귀두도를 들고 있는 장한은 조금전에 자신의 두명의 동 료들이 흑포인들의 그와같은 괴이한 도법 때문에 목숨을 잃게 되 었었다는 것을 목격했으므로 이번에 그는 거의 필사적인 대응방 법을 모색해놓고 있었다. 일순간에 흡사 두 개의 유성이 격렬하게 맞부디치듯이 두 사람 의 신형이 가까워진 순간 장한은 흑포인의 장도가 뼈를 깍는 듯 한 강렬한 도기를 발출시키면서 자신의 가슴으로 쇄도해 들어오 는 것을 보고 자신의 손에 들려 있는 귀두도를 팔랑개비처럼 빠 르고 요란스럽게 움직여서 무수한 환영을 일으켰다. 그것은 일견 흑포인의 공격을 막아내기 위한 초식을 쓰는 것 같 았지만 기실은 겉으로 위장된 모습일 뿐 장한의 본래의 의도는 아니었다. 장한은 이미 자신의 동료 가운데의 하나인 곤봉을 쓰는 자가 조 금전과 같은 초식으로 흑포인의 공격을 저지하려다가 어이없게도 죽음을 당하는 광경을 두눈으로 똑똑히 보았다. 이번에는 장한의 초식이 제아무리 엄밀하다고 해도 그러한 결과 는 마찬가지일 것이었다. 이 흑포인들의 도법은 실로 음독하고 괴이하기 짝이 없어서 흡 사 살아있는 독사처럼 상대의 가슴으로 파고 들어서 마침내 상대 의 심장에 구멍을 내놓고 마는 것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이번에도 정말로 장한이 엄밀하게 검화를 일으켜 서 전면을 방어했건만 다음 순간에 어느새 흑포인의 장도가 그것 을 뚫고서 그의 심장을 향해 엄습해 들어오는 것이 아닌가! 장한은 그것을 보자 일순 두 눈을 번쩍 빛냈다. 다름이 아니라 실로 이 순간이 그가 내심으로 바라고 있던 시기였던 것이었다. 장한은 흑포인의 장도가 자신의 심장으로 빠르게 쇄도해 들어오 는 것을 보고서도 전혀 놀라지도 않았을 뿐만 아니라 피하지도 않았다. 다만 그는 그 상태에서 급히 신형을 오른쪽으로 틀었을 뿐이었 다. ----- 이대도강! 이른바 적에게 자신의 살을 베게 해주고 나서 자신은 다음 순간 에 적의 뼈를 벤다는 일종의 처절무비한 전술이 바로 그가 계획 하고 있는 일인 것이었다. 이 순간에 그것은 일면 가장 적당한 계책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비록 흑포인의 공격이 제아무리 빠르고 그것을 피할 여유가 없 다고해도 미리부터 기다리고 있다가 그 순간에 허리를 약간 비 틀어서 그것을 맞이한다는 것은 시간적으로 그리 어려운 일이 아 니었다. 그리고 만일 이 순간에 장한이 왼쪽으로 몸을 비틀어서 피하려 고 했다면 그 순간에 흑초인의 장도는 영활하게도 변화를 일으켜 서 다시 장한의 다른 부위를 향해 스며들 수가 있을 것이겠지만 장한은 왼쪽이 아닌 오른쪽으로 신형을 틀었기 때문에 먼저 흑포 인의 장도를 좌측의 어깨에 박아넣게 해서 고정시킨 다음에 손을 쓰는 것이므로 달리 변화의 여지는 없을 것이었다. 과연 아니나 다를까 장한이 자신의 좌측 어깨로 흑포인의 장도 의 끝을 맞아서 고정시키자 일순간 흑포인의 얼굴에 다소 의외인 듯한 표정이 떠올랐다. 바로 그 순간이야말로 장한이 노리던 바였다. 장한은 자신의 좌 측 어깨에 뻐근하도록 극도의 고통이 치밀면서 상대의 병기가 한 순간 움직이지 못하는 것을 확인하면서 그즉시 자신의 우수에 들 려 있는 귀두도로 흑포인의 수급을 날려버리려고 했다. 헌데 그 순간의 일이었다. 장한은 마악 귀두도를 휘두르려고 했으나 어느새 상대의 얼굴이 자신의 면전으로 바싹 다가와 있는 것을 발견했고 또한 그 흑포 인의 입가에 사악한 웃음이 순간적으로 떠오르는 것을 보았다. 이게 대체 어떻게된 영문인지도 알아보기도 전에 장한은 흑포인 의 좌수에 어느새 하나의 작은 칼이 들려 있는 것을 보았으며 다 음 순간 정수리가 화끈한 불로 지저지는 것같은 격렬한 고통은 느끼면서 처절무비한 비명소리를 발하고 있었다. "아악!" 흑포인의 좌수에 들려져 있었던 소도에 의해서 장한의 몸뚱이는 정확하게 양분되고 있었으며 시뻘건 피를 내뿜으며 서서히 뒤로 넘어지는 장한의 얼굴에는 여전히 믿을 수 없다는 경악의 표정이 지워지지 않고 있었다. 원래 장한의 계획은 거의 빈틈이 없는 것이었고 그 계획대로라 면 지금 칼에 맞아서 쓰러지게 되는 사람은 장한이 아니라 흑포 인이어야 했다. 물론 흑포인에게 다른 하나의 소도가 숨겨져 있 다는 사실을 장한이 몰랐었기는 했지만 그러나 설령 흑포인에게 그와 같은 병기가 하나 더 있다고 해도 흑포인의 소도보다는 장 한의 귀두도가 휠씬 길었기 때문에 인촌장 일촌강이요, 일촌단 일존험이라는 강호의 격언대로라면 당연히 승리자는 흑포인이 아니라 장한이어야 했다. 그렇다면 흑시 흑포인의 몸놀림이 장한보다도 훨씬 신속했기 때 문에 병기가 짧았음에도 불구하고 먼저 상대를 베었던 것이었을 까? 사실을 말하자면 그런 것은 결코 아니었다. 실제로 이 흑포인의 무공은 내공면에서 따지더라도 장한에 비해서 그다지 뛰어나지 목한 수준이었으며 그것은 신법에서도 역시 비슷하게 적용되는 것이었다. 따라서 흑포인의 무공이 장한보다 다소 높은 수준인 것은 사실이지만 이렇게 어이없는 결과를 낳을 만큼의 차이가 있 는 것은 아니었다. 그렇다면 대체 거기에는 어떤 이유가 있었기 때문에 장한이 조금도 힘을 써보지도 못하고 맥없이 흑포인의 칼에 의해 고혼으로 화하게 되었던 것이었을까? 물론 그대답은 그 흑포인의 괴이한 도법에 원인이 있는 것이었다. ----- 이도류 그저 평범하게만 보이고 또한 그저 임기응변으로만 느껴지는 흑 포인들의 도법에는 기실은 그와 같은 엄연한 이름이 있는 것이 었고 그것은 동영의 부상국에서 이미 오랫동안 내려오던 명성있 는 것이었다. 왕자안은 조금전부터 흑의 장한들에게 둘려싸인 채 로 그와 같은 광경을 예의 주시하게 되었는데 그는 이미 그러한 사실을 훤하게 파악하고 있었다. 장한이 그 흑포인에게 당한 것 은 분명한 이유가 있는 것이었으며 그가 죽음에 이르러서도 자 신이 실패한 이유를 알지 못했던 원인은 이 이도류의 깊은 의미 를 알지 못하고 그저 초식으로만 도법을 이해하려고 생각했기 때 문이었다. 이 이도류라는 도법은 겉으로는 평범해 보이지만 실로 믿을 수 없는 위력을 발휘하게 되는 것은 그것이 초식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바로 혼의 무학이기 때문이었다. 이 혼의 무학이라고 하는 것은 말하자면 자신의 몸과 마음을 칼 과 동일화시켜서 전개한다는 것이라고 할 수가 있는데 비록 같은 수위의 내공을 지닌 사람이라도 일단 그 병기에 혼이 실리게 되 면 그 속도나 위력면에서 엄청난 차이를 보이게 되는 것이었다. 장한이 처음에 제아무리 흑포인의 장도를 막으려고 했으나 그것 이 잘 되지 않았던 이유는 바로 거기에 있는 것이었다. 장도에 일단 혼이 실리게 되면 그것은 겉으로 보기에는 다를 바 가 없을 듯하나 기실은 믿을 수도 없이 빠르게 되는 것이었다. 말하자면 장한이 그것을 막으려고 하는 순간에 이미 흑포인의 장도는 그의 가슴으로 스며들고 있었다고나 할까? 그런 점에서 장한이 처음에 자신의 어깨로 그것을 받아내고 이 대도강의 전술을 쓰려고 했던 것은 확실히 잘한 일이라고 할 수 가 있었다. 그러나 장한은 비록 첫 번째의 단계에서는 전술적으로 성공을 한 것이었지만 두 번째의 단계에서는 실패하고 말았다. 왜냐하면 그는 이 흑포인이 전개한 도법이 하나의 장도로써 공 격하는 것이 아니라 뒤에 하나의 작은 소도를 숨겨두고 있는 이 도류라는 것을 몰랐었기 때문이었다. 이 이도류는 그러니까 먼저 장도로써 혼신을 다해서 공격한 다 음에 그것이 실패했을 경우에는 뒤를 이어 연거푸 작은 소도가 날아가서 상대의 목숨을 끊어놓게 하는 수법인 것이었다. 따라서 이 작은 소도를 쓰는 수법은 원래부터 미리 준비되어 있 는 상태였기 때문에 비단 그 속도가 느리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 히려 중점은 장도가 아닌 그 소도에 있다고 할 수가 있었으므로 더욱 빠르고 위력작인 것이었다. 장한이 비록 전술상으로는 성공을 했으나 미처 그의 소도를 막 지 못했던 원인은 바로 그 소도에도 흑포인의 혼이 실려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 이도류를 펼치는 자를 만나게 되면 상대가 우선 그 장도를 의식해서 피하거나 막아내는 순간에 이미 이도류를 펼 치는 사람은 신형이 상대의 코앞으로 바싹 다가들어 있는 상황이 므로 비단 그 소도가 무시무시한 위력을 발휘할 뿐만 아니라 상 대의 커다란 병기는 한순간에 무용지물이 되고 마는 것이었다. 원래 이렇게 자신의 몸을 내던지는 수법은 중원무림에도 없는 것은 아니었으며 그것은 주로 사마외도의 무리들 사이에서 이용 되는 편이었고 그 위력이 지극히 악독한 것이었기 때문에 중원에 서는 정통무학으로 취급되지는 않고 있었다. 그리고 비록 자신의 몸을 내던져서 상대를 공격하는 것이 위력 적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고는 해도 누가 그와 같은 위험스런운 무학을 항상 사용하려고 하겠는가! 이 동영의 이도류라는 무학은 그런 점에서 중원의 무학들과는 차이가 있었고 게다가 그들은 거 기에 특유의 무혼을 집어넣었기 때문에 그 무학은 일면 평범하게 보이면서도 극도의 예리함을 갖춘 정밀한 무학이 되어 있는 것이 었다. 비록 장한의 무공수준이 흑포인에게 버금간다고 해도 결사 적으로 달려드는 그에게 쉽사리 당하고 만 것은 실로 당연한 일 이라고 말할 수가 있었다. 장한이 만약에 나중에 펼쳐진 소도의 정체를 알고서 이번에는 그것에 주의를 기울인다고 해도 그는 이 번에는 처음의 장도에 죽음을 당하고 마는 것이니, 이첫번째의 장도와 두 번째의 소도는 두 가지가 모두 허인 듯 하면서도 실 이어서 장도를 의식하는 사람은 소도에게 당하고 소도를 의식하 는 사람은 장도에 당하게 되어 있는 것이며 두가지가 하나처럼 긴밀한 조화를 이루고 있었고 마침내는 허술한 듯 하면서도 무서 운 위력을 발휘하게 되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과연 이 이도류를 파해 할 수 있는 도법은 없는 것일 까? 물론 천하의 어떤 무학이라고 해도 절대무적이라는 것은 없 는 법이므로 당연히 그것을 파해하는 방법도 있기 마련이었다. 우선 몇가지를 말해본다면 만일 그 상대자의 무공이 이도류를 펼치는 사람과 비슷한 경지에 이르러 있어서 이도류의 시전자가 두 개의 병기에 정신을 분산시키고 있는 단점을 이용하여 오직 하나의 병기에 마음을 집중시키므로써 상대보다 빠르게 병기를 쓰고 그의 장도가 도착하기 이전에 수급을 베어 버릴 수가 있다 면 그것은 가장 정통적으로 이도류라는 무학을 파해한 것이 된 다. 그리고 만액 상대가 비록 그와 같은 수준에 도달하지는 못했다 고 하더라도 이도류의 두가지 병기가 번갈아 발출되는 그 틈새를 노려서 조금전의 장한의 경우처럼 먼저 그자의 장도를 받아들이 고 이어 그자의 소도가 미처 움직이기도 전에 이미 그자의 수급 을 베어버릴 수가 있다고 한다면 그것도 역시 이도류라는 무학을 파해한 것이 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기실 이 이도류라는 무학은 초식으로 펼치는 무학이 아 니라 혼으로써 두 개의 병기를 하나처럼 조화있게 쓰는 무학이었 기 때문에 이론상으로는 그와 같은 파해법이 있다고는 해도 실제 의 경우는 좀처럼 파해하기가 어려운 무서운 도법이었다. 만일 그처럼 놀라온 위력이 증명되지 않았다면 그것이 그토록 오랫동 안 동영에서 유구한 전통을 지니고 내려왔을 리가 없는 것이었 다. ... ...! 귀두도를 쓰는 장한이 일순간 그처럼 허무하게 전신이 두 조각 이 나서 쓰러져 버리게 되자 이를 바라보고 있던 흑의장한들은 일순간 크게 놀랐을 뿐만 아니라 다소 주저하게 되었다. 원래 이 안복길이라는 사람은 두가장원의 사위가 될 사람이므로 만일 위기에 처하게 되면 구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겠지만 과연 자신들이 그 세명의 흑포인들을 당해낼 수가 있을까 하는 두려움 이 치밀었기 때문이었다. 솔직히 그 귀두도를 쓰는 장한의 무공은 이 흑의장한들의 무공 에 비해서 그다지 낮은 것이라고 말할 수가 없는 상태였던 것이 었다. 하지만 이내 그들은 자신들의 숫자가 상대의 세배나 된다는 점 을 믿었는지 잠시 서로 마주보면서 시선을 교환하더니 즉시 신형 을 날려서 마악 안복길의 앞으로 다가서고 있는 그 흑포인들의 앞을 막아섰다. 비록 왕자안을 아직 제거하지는 못했지만 지금의 상황에서는 그 들에게는 왕자안의 존재는 실로 아무 것도 아닌 것이었다. 안복길은 이때 거의 사색이 되있었는데 한순간 흑의장한들이 나 타나서 자신의 앞을 막아서는 것을 보고는 크게 기뻐서 소리쳤 다. "아! 탈명십걸! 어서 이자들을 죽이고 나를 구해주시오!" 그 세명의 흑포인들도 역시 느닷없이 열명이나 되는 흑의장한들 이 장검을 뽑아들고 나타나는 것을 보고는 다소 주춤한 듯 신형 을 멈춰세우고 있었다. 흑의장한들 가운데 한 사람이 싸늘하게 소리쳐서 말했다. "너희들은 어떤 자들이기에 우리 안공자님을 해치려고 하느냐? 감히 이 부근에서 살인을 하다니 죽음이 두렵지 않다는 말이냐?" 확실히 많은 동료들을 의식한 듯 그 흑의장한의 말은 위압적이 고 사납기 이를 데가 없었다. 솔직히 상대가 중원사람이었다면 그 말뜻을 이해하고 어느 정도 는 그의 말에 겁을 집어먹게 되었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불행이도 이 세명의 흑포인들은 중원사람이 아니라 동영 에서 나타난 사람들이었으며 또한 자신들의 목숨을 초개같이 버 릴 수 있도록 수련을 해온 혼의 무사들이었다. 세명의 흑의인들은 일순간 흑의장한의 말이 미쳐 다 끝나기도 전에 두려움을 갖기는 커녕 오히려 빠르게 움직이며 선제공격을 해왔다. 그 흑포인들 세명이 동시에 움직이기 시작하자 일순 주 위에는 환영같은 그림자가 가득차며, 공포스러운 피바람이 물씬 일어나기 시작하는 것 같았다. ... ... --------------------------- 번 호: 49/90 등록자: 김창현(redhawk) 97/01/23 09:49 (332줄) 제 목: [백상] 개방백의 제자 7장 제 7 장 하인 독고상 비록 처음에는 다소 주저하기는 했지만 기실 이 탈명십걸도 이 름있는 일류고수들 이었고 어중이 떠중이의 무학이 아닌 탈명검 이십사십이라고 하는 사파의 이름있는 검법을 오랫동안 연마해온 사람들이라는 점에서 조금전에 죽은 귀두도를 쓰는 장한과는 명 백히 다른 점이 있는 사람들이었으며, 일단 장내에 뛰어든 다음 에는 목숨을 거는 일을 그다지 두려워하지 않는 강인하게 단련되 어 잇는 사람들이었다. 흑포인들이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고 느닷없이 신형을 움직이기 시작하자 이내 흑의장한들은 가벼운 노기를 안면에 떠올렸지만 이미 서로간의 묵계가 되어 있었던 만큼 각기 세명씩의 짝을 이 루어서 세명의 흑포인들에게 한꺼번에 덮쳐갔다. 그리하여 남은 한명의 흑의장한은 뒤에 물러서서 상황을 주시하며 안복길의 신 변을 보호하는 한편 위험에 처한 동료들을 구하기로 한 것이었 다. 일반적으로 무공의 차이가 비록 크다고 해도 흑의장한들과 같이 오랫동안 함께 고도의 검법을 수련해온 사람들이 합공을 펼치게 되면 그 위력은 일순 매우 강해져서 상황이 달라지게 되 는 것이다. 그러나 기실은 그러한 생각은 오직 그들만의 생각이었을 뿐이었 다. 흑의장한들은 비록 조금전에 귀두도의 장한이 그토록 쉽게 패하기는 했지만 만일 그들이 셋이서 동시에 흑포인을 공격해 들 어간다면 흑포인에게 팔이 여섯 개가 달려있지 않는 한은 그들 모두를 동시에 상대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기 실 그것은 그들의 오산에 불과했다. 흑의장한들은 품자형으로 흑 포인들을 포위하여 공격하면 일단 한 사람이 흑포인에게 당하는 순간에 뒤에 있던 다른 동료가 그자의 등줄기에 검을 쑤셔 넣을 수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기실은 이어 벌어지는 상 황은 그와는 달랐다. 원래 이 이도류라는 도법은 일대일의 격전 에서도 효과를 발휘하는 것이었지만 보다 많은 사람들을 상대하 는 순간에도 놀라운 위력을 발휘할 수가 있는 지극히 실전적인 무공이었던 것이었다. 만일 상대들이 그러한 이치를 모르고 그저 한꺼번에 포위를 해 서 제거하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오히려 더욱 커다란 화를 불러 들이는 꼴이 되는 것이었다. 물론 지금의 상황이 실로 그와 같은 상황이었다. 한쪽에서 한명의 흑포인을 향해 거의 동시에 삼면에 서 덮쳐가던 흑의 장한들은 일순간 흑포인이 한사람을 향해 다가 가고 있는 것을 보고는 저마다 눈빛을 번쩍였다. 이 탈명십걸은 기실 오랫동안 혹독하게 수련을 받아온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누 구라도 쉽게 두려움을 느끼는 사람들이 아니었다. 흑포인의 공격을 정면에서 받게된 흑의장한은 이 순간에 자신의 두명의 동료들이 배후에서 협공할 것을 생각하고 이내 자신의 몸 을 앞으로 내던지며 흑포인을 향해 엄밀한 검화를 퍼부었고 역시 예상대로 다른 두명의 흑의장한들은 잠시도 호흡을 늦추지 않고 빠르게 흑포인의 뒤를 따라붙으며 이십사식탈명검법을 전력을 다 해 전개했다. 그들은 이 순간에 자신의 동료들의 목숨까지 돌보 지 않고 공격하고 있었기 때문에 반드시 흑포인의 전신에 벌집이 나게 될 것을 의심하지 않았다. 적어도 그들의 상식에 의하면 그 것은 지극히 당연한 논리였다. 그런데 마악 세 사람의 목숨을 돌 보지 않는 검세 속에서 벌집이 될 듯 하던 흑포인의 신형이 한순 간에 흐릿하게 사라지는 듯 하더니 어느새 그의 장도는 앞쪽에 있는 흑의장한의 목줄기를 꿰뚫는 것이 아닌가! 그와 같은 흑포인의 움직임은 실로 환상과도 같은 것이었고 또 한 그 빠르기는 상상을 불허할 정도였다. "그르르... ...| 한순간에 그 흑의장한이 대체 어찌된 영문인지도 모르고 비명도 지르지 못한 채 목줄기가 절반 이상이나 잘려나가면서 죽음을 당 하자 남은 두명의 흑의장한들은 그만 대경실색하지 않을 수가 없 었다. 앞쪽의 장한은 일부러 흑포인을 의식하고 엄밀하게 자신의 앞에 방어막을 펼쳤었건만 그래도 이 흑포인은 마치 허깨비처럼 그것 을 뚫고서 들어가서 수급을 베었던 것이니 그게 어찌 가능이나 한 일이겠는가! 두명의 장한들은 도저히 믿을 수가 없는 일이 자신들의 앞에서 벌어지고 있었으므로 일제히 크게 놀라서 두 눈을 부룹떴다. 허나 그 순간에 그들이 검세를 더욱 가중시키기도 전에 흑포인 은 미처 앞쪽의 흑의장한의 끊어진 목줄기에서 피가 솟구치기도 전에 어느새 다시 신형을 돌려서 두 사람을 향해 환상처럼 덮쳐 들기 시작하는 것이 아닌가! 이 흑포인의 움직임은 다시 한번보는 것이었지만 실로 눈부시게 빠른 것이었다. 두명의 흑의장한들은 그것을 보고서 급히 자신들의 앞에 거미줄 과도 같은 얼밀한 검기를 일으켰지만 그것은 이상하게도 그 흑포 인의 앞에서는 무용지물인 것 같았다. 그렇다면 혹시 이 흑포인들의 육신은 검기가 전혀 먹혀들어가지 않는 금강불괴라도 되는 것이라는 말인가? 물론 그럴리는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분명히 지금 이 순간에 흑포인은 흑의장한들이 일으킨 검기의 막을 거침없이 헤집고 들어와서 다시 한 장한의 목줄기에 예의 그 길쭉하게 생긴 장도를 쑤셔박는 것이 아닌가! 얼핏 보기에도 흑포인이 장도를 목줄기에 쑤셔박는 수법은 지극 히 단순하여 거칠고 무식하게만 느껴졌다. 그러나 기실 그것이 거의 환상적이라고 할만큼 빠르지 않다면 어떻게 흑의장한들이 거의 속수무책으로 당하고만 있겠는가! 이번의 장한의 목줄기는 단번에 완전히 잘려나가서 전혀 아무런 소리도 내지 못하고 그대로 황천길로 줄달음질을 폈다. 이제 남은 흑의장한은 그와 같은 광경을 보고 일시 혼백이 빠져 나가는 것 같은 공포심을 느꼈으나 일순 미처 옆의 흑의장한의 목에서 솟아나온 핏줄기가 뜨거운 불에라도 데인 듯이 극심하게 화끈거리는 것을 느끼고 수급이 날려가야 했다. 실로 이 흑포인들의 무공은 옆에서 바라보는 것보다도 오히려 실제로 부딪치는 순간에 더욱 그 공포스런운 위력을 실감할 수가 있는 것이었다. 마지막의 흑의장한은 미처 흑포인의 장도가 움직 이는 것을 보지도 못했는데 이미 장도에 격중당해서 수급이 날려 가고 말았던 것이었다. 물론 그렇게 흑포인들의 무공이 위력을 발휘하는 것은 역시 다 름이 아니라 그들의 무학이 혼의 무학이기 때문이었다. 원래 그들 흑포인들의 무학은 내공면에 있어서는 상대자들인 흑 의장한들에 비해서 그다지 월등한 것은 아니었다. 다만 그들의 정신을 하나로 집중시켜서 혼의 무학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그 내력이 십분 발휘되어 오히려 그 이상의 능력을 발휘하게 되는 것이었으니, 말하자면 흑의장한들의 검초들이 전 혀 그들에게 소용이 없는 것은 그러한 이치에서 원인을 찾을수가 있는 것이었다. 비록 내공은 비슷하다고 해도 무학의 경지에 있어서는 그 흑포 인들이 단연 흑의장한들보다 한차원이 높은 경지에 있다고 말 할 수가 있었다. 이것은 마치 준하게 병기를 휘두르는 사람의 초식 은 영활하게 움직이는 사람 앞에서는 전혀 소용이 없다는 것과도 같은 이치였다. 무학에서는 역시 이 빠르다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친다. 세명의 흑의장한들은 애초에 세 방향에서 흑포인들을 공격하려고 했지만 워낙에 그 속도에 있어서 차이가 있었기 때문에 그들의 검초는 한낱 허공만을 베었을 뿐이었고 흑포인은 자유로이 그 사이로 움 직이며 그들의 수급을 베었던 것이었다. 이 이도류라는 수법은 아주 특수하여 일면 일대일의 싸움에서만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 같지만 기실은 이와 같은 숫자의 적을 상대하는데 있어서도 거의 절대적인 위력을 발휘하는 것이었다. 만일 조금전에 세명의 흑의장한들이 미리 그와같은 사실을 간파 하여 모두가 한쪽에 모여서 흑포인을 상대했더라면 상황은 조금 전보다 약간 나아졌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최소한 흑의장한들은 한 사람이 죽는 순간에 흑포인을 공격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가 있었을 것이었다. 그러나 기실 그것도 실제의 상황에 부딪치게 되면 역시 그다지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니 워낙에 속도면에서 차이 를 보이는 상황이었으므로 어떤 절묘한 초식이라고 해도 거의 쓸 모가 없게 되기 때문이었다. "으악!" "악!" "헉... ..." 잇달아 지극히 짧은 단말마적인 비명소리가 터져나오며 거의 믿 을수 없게도 나머지 두명의 흑포인들을 공격하던 여섯명의 흑의 장한들이 그렇게 거의 한순간에 목이 잘려나가며 황야의 고혼이 되었다. 아까 귀두도를 쓰던 장한의 동료들이 죽을 때 처절한 비명소리 를 지를 수가 있었던 것은 당시 흑포인들이 손속에 여유를 두어 서 즉사를 하지 않았었기 때문이었던 것이다. 이제 남은 한명의 흑의장한은 도저히 믿을 수 없게도 자신의 동 료들이 거짓말처럼 추풍낙엽으로 쓰러져 버리는 것을 보게 되자 그만 너무나도 경악한 나머지 반쯤 실성한 사람처럼 멍하니 서 있었다. 그는 자신의 동료들이 이처럼 맥없이 죽음을 당하게 될 줄은 정 말로 꿈속에서라도 상상하지 못했었던 것이었다. 하지만 이내 흑포인들가운데서 한 사람이 천천히 자신으 앞으로 다가오는 것을 보고는 흑의장한은 이윽고 일순간에 미친듯이 소 리를 지르며 그 흑포인을 향해 덮쳐갔다. "죽어랏!" 흑의장한의 손에 들려져 있던 장검은 이미 생사를 도외시하고 있었기 때문에 가장 무모하게도 가슴을 일직선으로 흑포인의 가 슴을 찔러 들어갔다. 그러나 마악 흑포인의 가슴에 격중될 듯 하 던 흑의장한의 장검은 다음 순간에 흑포인의 신형이 환영처럼 흔 들리는 바람에 그저 허공을 베어야만 했다. 게다가 그와 동시에 이미 흑포인의 장도는 어느새 흑의장한의 목줄기에 깊숙히 꽃혀 있었다. "꺽!" 장도의 길쭉한 부분이 목에 깊숙히 박혀 있었기 때문에 흑의장 한의 입속에서는 괴이쩍은 음성이 흘러나왔으나 이내 그의 신형 은 맥없이 늘어지며 시신이 되어 차갑게 식어가기 시작했다. 실로 이 흑포인들이 흑의장한들을 상대하는 데에는 그들 무예의 중점인 두번째의 소도를 사용할 필요조차 없는 것이었다. 아까 그들 가운데의 하나가 소도를 사용했던 것은 당시 귀두도 를 사용했던 장한이 머리를 써서 의외의 상황을 만들었기 때문에 부득이했던 것이었다. 털썩! 마지막 흑의장한의 시신이 거칠게 바닥으로 피를 뿌리며 쓰러져 버리자 이제 겨우 신형을 일으키고 서있었던 안복길의 앞으로 흑 포인들이 다시 다가서기 시작했다. 안복길은 그러한 광경을 보자 그야말로 혼비백산하여 감히 더이 상 달아날 생각도 하지 못하고 전신을 부들부들 떨면서 애원했 다. "사, 살려주시오! 만일 살려만 주신다면 많은 재산을 드리도록 하겠소!" 그러나 이 동영의 가공할 무사들에게는 그러한 애처로운 표정의 애원이 통하지를 않았다. 어느새 다가든 흑포인의 장도가 간절하게 애원하고 있는 안복길 의 목줄기를 정확하게 꿰뚫고 있었는데 일순간에 자신의 죽음에 대한 불신과 헤아릴 수도 없이 많은 재산들을 남겨두고 죽어가야 하는 미련과 원한등이 빠르게 안복길의 눈빛에 교차되었다가 이 윽고 그러한 눈빛도 급격하게 꺼져버리고 그의 육신도 바닥으로 털썩! 쓰러져 버리고 말았다. 그의 몸은 원래는 살아서는 이 지 역 에서 허다한 사람들을 울리고 공포의 대상이 되었었으나 결국 목 이 절반쯤 잘려진채 죽어있는 그의 시선의 모습은 다른 사람들과 결코 다르지 않았다. ... ... 왕자안은 아까의 그 자리에 서서 지금까지 일어난 상황을 조용 히 바라보고 있다가 마침내 이제는 자신의 차례가 되었다는 것을 알고는 가볍게 탄식을 발했다. 확실히 이 동영무사들의 독특한 무공은 매우 위력적인 것이었으며 어떤 무림인이라고 해도 감히 소홀하게 생각할 수가 없는 것이었다. 왕자안은 자신과 흑포인들 과의 사이가 다소 떨어져 있는 것을 생각하여 가능하면 그들이 자신을 모른척 하고 그냥 지나쳐 주기를 은근히 바랬다. 그러나 기실 그러한 바램은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라는 사실을 역시 그 는 알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세명의 흑포인들은 일단 안복길을 죽이게 되자 이윽고 그가 있는 쪽을 향해 느릿하게 시선을 돌리는 것이었다. 왕장안은 그것을 보고 이어 그들의 신형이 마치 환상처럼 날아 와서 그의 목을 향해 장도를 내미는 듯한 착각을 느끼게 되었다. 기실 이 흑포인들에게서 더욱 공포감을 느끼게 되는 이유중의 하나는 바로 그들의 전신에서 말할 수도 없는 혼백이 깃들어 있 는것 같은 사실 때문이기도 했다. 그런데 이때 전혀 예상하지도 못했던 일이 벌어졌다. 금방이라 도 신형을 날려 다가와서 장도를 휘두를 것으로 생각했던 그 세 명의 흑포인들이 잠시 머뭇거렸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그 가운데 의 한 사람이 입을 열어 왕자안에게 이렇게 물었던 것이었다. "너는 개방의 대화분타가 어디에 있는지 아느냐?" 비록 상당히 발음이 서툴기는 하지만 그것은 분명한 중원어였 다. 이들 동여무사들 가운데 중원어를 익히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가히 의미심장할만한 일이었다. 혹시 이들은 어떤 특별한 목적을 이루기 위해 이미 오래전부터 중원어를 배우고 나서 이렇게 침입해온 것은 아닐까? 왕자안은 우선 그 중원어를 알고 있는 흑포인이 아까는 전혀 입 을 열지도 않고 중원어를 모르는 것처럼 행동했었다는 사실을 상 기하고는 실로 그들의 냉막한 심성을 짐작할 수가 있을 것 같았 다. 그 흑포인이 지금 묻고 있는 것은 놀랍게도 개방의 대화분타의 위치였는데 왕자안으로서는 그것을 가르쳐줄 생각이 전혀 없었 다. 지금 보아하니 대화분타주인 주열이라고 해도 도저히 이들 흑포 인들의 도법을 당해낼 수가 없을 것이라고 판단이 되었기 때문이 었다. 비록 강룡수 주열의 무공은 절정고수의 경지에 들어 있는 것이 지만 아직 이들 동영 무사들의 이도류를 파악할수 있을 정도로 빠르지는 못한 것이다. 따라서 비록 보아하니 그것에 관해서 자세하게 가르쳐주면 해치 지 않을 것 같은 흑포인들의 태도였지만 그러나 왕자안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이렇게 대꾸했다. "나는 그것을 알고 있기는 하지만 당신들에게 가르쳐 줄 수는 없소." 순간 질문을 했던 흑포인은 다소 놀라는 듯한 표정이었고 이어 다른 두명의 흑포인들도 왕자안의 말뜻을 알게 되었는지 일순간 에 그들의 신형이 길쭉하게 늘어나는 듯 하더니 어느새 왕자안의 앞에 이르렀다. 세명의 동여무사들은 한순간에 크게 화가 나서 자신들의 신법을 펼쳤던 것이었다. "너는 방금전에 뭐라고 했느냐?" 역시 중원어를 알고 있는 흑포인이 맨앞에 서서 왕자안에게 싸 늘하게 소리쳐 물었다. 이 순간에 그들 사이의 거리는 불과 삼장 정도밖에 되지 않았으 며 그러한 거리는 실로 이 흑포인들에게는 지척이나 다름이 없는 것이었다. 왕자안은 그들의 전신에서 실로 뼈를 깎을 듯한 강렬한 살기가 물씬 피어나오는 것을 보면서도 입을 열어 담담한 표정으로 대꾸 했다. "내가 지금 하고 싶은 말은 오직 한 가지 밖에는 없소." 중원어를 알고 있는 흑포인은 아주 허약해 보이고 준미수려해 보이는 백의청년이 자신들을 앞에 두고도 전혀 눌리는 기색이 없 이 태연하게 말을 받는 것을 보고는 다소 눈살을 찌푸렸다. "그건 뭐냐?" 왕자안은 나직하게 탄식하며 대답했다. "그것은 당신들이 왜 하필이면 나에게 달려드느냐 하는 것이 오." 순간의 일이었다. 갑자기 왕자안과 흑포인들의 사이에 하나의 희끗한 인영이 흡사 유령과도 같이 나타나더니 곧장 그 세명의 흑포인들을 향해 기척 도 없이 덮쳐가는 것이었다. ... ...! 세명의 흑포인들은 그와 같은 광경을 보자 일순 눈을 휘둥그래 뜨고 대경실색하고 말았다. 지금 방금 나타난 흡사 허깨비처럼 빠르게 움직이는 인영의 모 습은 제대로 알아볼 수는 없으나 곱추의 형상을 하고 있는 것 같 았다. 그 곱추는 그야말로 어디에서 나타난 것인지도 알 수가 없 었고 갑자기 눈앞에 환상처럼 나타나서 흑포인들을 향해 덮쳐들 고 있었는데, 그러한 모습은 가히 인간의 모습이 아닌 것 같았 다. 기실 아까 이미 죽은 흑의장한들도 흑포인들의 움직임이 환상적 인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물론 그 흑의장한들이 환상적인 것이라고 느끼는 것과 이 흑포인들이 느끼는 것은 비록 말은 같을 지라도 그 의미에 있 어서는 천양지차인 것은 말할 필요도 없는 일이었다. 곱추가 지극히 빠르게 덮쳐들자 맨앞의 그 흑포인은 순간적으로 장도를 뽑아서 이에 대응하려고 했다. 그러나 그 순간에 곱추가 거의 무의식적인 동작으로 우수를 가 볍게 휘젓자 웬일인지 그 흑포인이 미처 장도를 뽑아보지도 못하 고 머리가 퍽! 하고 부서지며 날아갔다. 그것은 실로 가공할 위 력 의 무형장력인 것이었다. 천하에 제아무리 많은 무학들이 있다고 해도 그처럼 빠르고 위력적인 무형무성의 장력이 다시 있을 수가 있을까? 맨앞의 흑포인의 머리가 일순간에 흔적도 없이 날려가자 그의 좌우에서 있던 두명의 흑포인들은 그만 대경실색하여 두눈을 부 릅떴다. 그들은 실제로 중원에 들어와서 이와 같은 고수를 단 한 번도 만나보지 못했던 것이었다. 이미 무의식적으로 뽑아든 장도가 그들의 전력이 실리면서 그대 로 곱추의 안면을 향해 뻗어나갔다. 그러나 기실 극쾌하게 라는 말은 흑의장한들에 비해서 그렇다는 것이지 지금의 현실에서는 그렇지가 않았다. 비록 빠르다고는 하나 어느새 그것들은 각기 곱추의 좌우의 손 에 잡혀져 있었고 이어 두번째의 도법인 소도를 펼치려고 하는 순간에 그들의 우수가 각기 퍽! 하는 소리와 함께 가루로 변해 터져나가며 그들의 신형 역시 뒤로 십여장이나 날려가서 맥없이 바닥에 떨어졌다. 그들은 이어 다시 일어나지 못했다. 가슴이 이미 시원하게 구멍이 나서 황천길로 가버린 사람이 다 시 일어나서 움직일 리가 없기 때문이었다. ... ... 느닷없이 나타나서 세명의 흑포인들을 간단하게 죽여버린 사람 은 다름이 아니라 바로 왕자안의 하인인 독고상이었다. 이 독고상의 무학은 기실 지금 일명 대홍락이라고 해서 마음으 로 무공을 쓴다고 하는 초절정의경지에 이르러 있는 상태였다. 실제로 이 동영무사들의 무공이 비록 상당히 독특한 면모가 있 기는 하지만 그러나 그것은 결국 아직 최절정의 경지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이라고 할 수가 있었다. 이 최절정이나 초절정의 경지는 비록 그 이름이 다소 비숫한 점 이 있다고는 하나 기실은 그 의미는 천양지차인 것으로서 조금전 에 흑포인들이 독고상의 무학을 전혀 당할 수가 없었던 것은 지 극히 당연한 일이라고 할 수가 있었다. 물론 동영무사들의 무공이 모두가 겨우 그 정도에 불과한 것은 아닐 것이다. 왕자안은 다소 무거운 표정으로 독고상이 동영무사들을 죽이는 광경을 바라보고 있다가 이윽고 나직한 탄식을 터뜨렸다. "자네는 아직도 살심을 버리지 못하고 있군." 독고상은 다소 머뭇거리다가 왕자안을 향해 공손히 고개를 숙이 면서 대답했다. "이들은 실은 아주 악랄한 자들입니다. 만일 지금 이들을 죽이 지 않으면 나중에 더욱 많은 사람들이 이들의 손에 죽게 되었을 것입니다." 왕자안은 여전히 가볍게 탄식하면서 다시 말했다. "자네는 제법 그럴싸한 핑계를 대고 있는 것이지만 그러나 천 하의 모든 사람들은 각기 그 가치가 있는 것이네. 앞으로는 만부 득이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가급적이면 살인을 하지 말도록 하 게!" 독고상은 이미 왕자안으로부터 그와 같은 질책을 받을 것을 예 상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를 달게 수용하고 고개를 숙였다. "알겠습니다." 이어 독고상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다시 입을 열어 질문했다. "지금 바로 두가장원에 다시 가보실 생각이십니까?" 왕자안은 잠시 생각하는 듯 하다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네." --------------------------- 번 호: 50/90 등록자: 김창현(redhawk) 97/01/23 09:50 (317줄) 제 목: [백상] 개방백의 제자 8장 제 8 장 공포의 장원 왕자안이 독고상을 대동하고서 두가장원을 향해 다시 걸음을 옮기기 시작하고 나서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그들이 아직 두가장원에 도착하지 않았는데도 또다시 새로운 사건이 그들의 앞에 펼쳐졌다. "호호호호호! ... ..." 느닷없이 요란스럽고 반쯤은 실성한 듯한 날카로운 여인의 웃 음소리가 사방을 뒤흔들더니 갑자기 한명의 머리를 산발하고 있 는 괴이한 형상의 여인이 그들의 앞을 막아섰던 것이었다. 헌데 놀랍게도 그녀는 바로 다름 아닌 두가장원의 셋째딸인 두 옥봉이었다. (... ...!) 지금 두옥봉의 모습은 전신의 옷이 걸레처럼 갈가리 찢겨져 있 고 게다가 전신 곳곳에는 온갖 오물과 선혈들이 가득하게 묻어 있었으며, 더군다나 그녀의 하체 부위에는 가장 많은 선혈들이 묻어 있었는데 아직도 그곳에서 끈끈한 피가 두 다리로 흘러내리 고 있는 것으로 보아 그 피는 단순히 밖에서 묻은 것이 아니라 그녀의 몸에서 흘러나오고 있는 것인 모양이었다. 그녀의 입속에 선 연간 간드러지고 날카로운 웃음소리가 미친 듯이 흘러나오고 있었으며 두눈의 눈동자는 이미 맥없이 풀려 있었고 얼굴은 지극 히 초췌해져서 백치같은 멍한 기색을 짓고 있었다. 이 두옥봉은 불과 한시진 전까지만 해도 여전히 오만하고 도도 한 기질을 잃지 않고 있었으며 대세력가의 금지옥엽답게 매사에 자신만만해하고 있었는데 어느새 그 짧은 시간 동안에 그녀가 이 렇게 변하다니 이는 실로 놀랍고도 어이없는 일이라고 아니할 수 가 없었다. 설사 다른 사람들이 보았다고 해도 쉽사리 이러한 현실을 믿으 려 하지 않을 것이었다. 그렇다면 대체 무엇이 갑자기 그녀를 이렇게 실성한 여자로 만 들어 놓은 것일까? 왕자안과 독고상은 두옥봉의 모습을 주시하다가 이윽고 그녀의 뒤를 이어서 다시 서너명의 흑포인들이 그녀를 추격하여 장내에 내려서는 것을 보고는 일순 그간의 사정을 대강 파악할 수가 있 을 것 같았다. 아마도 이 두옥봉이 이렇게 된 원인은 아까 동영무사들에게 죽 음을 당한 안복길의 행동과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었다. 그러니까 십중팔구는 두옥봉은 일단 귀찮게 생각된 왕자안을 자신의 수하들에게 시켜서 제거하게 해놓고서 이 부근에서 안복 길과 만나기 위해 나왔다가 지금 나타난 동영무사들과 마주치게 되어서 극심한 곤욕을 당했었을 것이었다. 왕자안은 자신이 호의 적으로 대해주었건만 탈명십걸을 보내서 자신을 죽이려고 하고 그와 동시에 이와 같은 난을 당한 두옥봉의 모습을 보고는 그만 절로 탄식을 금할 수가 없었다. ... ...! 두옥봉은 실성한 상태로 왕자안의 앞에 이르러서 마치 전에 한 번 본적이 있는 것 같다는 듯이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생각하는 듯 하다가 이윽고 깔깔거리며 웃으며 다시 다른 쪽으로 신형을 날려 달아나려고 했다. 그런데 이미 흑포인들이 그녀의 주위를 완전히 포위하고 있었 으므로 그녀는 달아날 수가 없었으며 흑포인들이 각기 음산한 표 정으로 다가드는 것을 보고는 실성한 가운데에서도 그만 극심한 공포감에 젖은 듯한 표정을 보였다. "으악!... ... 안돼!... ... 네놈들이 나를 죽이려고 그러지? 안돼! 안돼! 나의 거기를 도려내다니 네놈들은 나쁜 놈들이야!... ... 호호 호호! 하긴 나도 나쁜 년이지, 호호호!... ..." 흑포인들은 이미 느릿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니 정작 본격 적으로 움직이는 사람은 그 가운데의 한명의 흑포인이었고 그의 얼굴에는 강한 살기가 떠올라 있어서 어렵지 않게 그들이 두옥봉 을 죽이려 한다는 것을 눈치챌 수가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미처 그 한명의 흑포인이 장도를 뽑아서 두옥봉의 면전 으로 쇄도해 들기도 전에 일순 하나의 희끗한 인영이 유령처럼 그자의 앞으로 다가들었다. 바로 독고상이었다. 독고상은 비록 조금전에 왕자안으로부터 가급적이면 살인을 하 지 말라는 지시를 박았었지만 실로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살인 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 흑포인은 마악 허리춤의 장도를 뽑아들던 상황이었으므로 느닷없이 독고상이 귀신처럼 눈앞에 나타나자 대경실색하여 눈을 크게 부릅떴으나 이내 곧장 장도를 발출시켜서 눈빛을 번쩍이며 독고상을 향해 덮쳐들었다. 이 동영의 무사는 비록 상대방의 무학이 자신이 감당할 수 없 을 정도로 놀라운 것이라는 사실을 헌순간에 간파할 수가 있었으 나 그렇다고해도 두려움에 굴복하지 않고 일순간 자신의 몸을 내 던진 것이었다. 바로 그렇게 자신의 생사도 돌보지 않고 몸과 마음을 완전히 내던지는 것이 동영의 혼의 무학의 요체라고 할 수가 있었다. 실 로 이러한 강렬하게 집중된 혼의 무학은 왕왕 놀라운 위력을 발 휘하게 되는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에 있어서는 그러한 혼의 무학은 전혀 위 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었다. 왜냐하면 그것은 더욱 높은 경지의 무학을 터득한 사람을 만났 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비단 흑포인보다 내공이 훨씬 높을 뿐만 아니라 마음의 무학의 요체를 깊이 깨우치고 있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비록 동영 의 혼의 무학이 제아무리 괴이음독한 가공할 위력을 지니고 있다 고 해도 도저히 상대가 될 수는 없는 일이었다. 쾅! 흡사 가죽부대가 일시에 터져나가는 듯한 맹렬한 음향이 주위 를 울리면서 한순간에 멀쩡하던 흑포인의 육신이 그가 휘두르던 장도와 함께 박살이 나서 날아갔다. 그리고 독고상의 신형은 그 흑포인의 육신이 터져나가는 순간에 이미 다시 허공으로 떠올라 서 다른 흑포인들을 향해 환상처럼 날아가고 있었다. ... ...! 이때 남은 세명의 흑포인들은 원래는 그다지 신경쓰지 않고 있 었던 독고상이 느닷없이 가공스러운 신법으로 이미 폭사한 흑포 인의 앞으로 날아오는 순간부터 그의 무학이 실로 경천동지할 지 경에 이르러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자신의 동료가 한 순간에 어이없게도 박살이 나버리는 것을 보고는 그들은 더욱 경 악하여 황급히 신형을 움직여서 품자형으로 진세를 형성하여 대 응하고자 했다. 혼의 무학 이도류에 의해서 전개되는 이 삼재의 진법은 확실히 다른 여느 진법들과 색다른 위력이 있는 것 같았다. 그러나 기실 그러한 위력은 그저 비슷한 수준의 상대를 만났을 때에야 비로소 진가를 발휘하게 되는 것이지 지금의 상황은 그것 이 아니었다. 세명의 흑포인들이 동시에 두 개의 칼을 뽑아들고 무시무시한 도기를 발출시키며 독고상을 그 도기의 그물속에 가 두려는 순간 어이없게도 느닷없이 전면의 흑포인의 머리가 퍽! 하는 소리와 함께 가루가 되어 터져나갔다. 다른 흑포인들은 그것을 보자 대경하여 눈을 부릅떴으며 이어 자신들의 앞으로 흡사 유령과도 같은 무형의 장력이 엄습해드는 것을 느끼면서 그대로 퍽퍽! 하는 소리와 함께 저승으로 혼백이 줄달음을 치고 말았다. 확실히 독고상의 무학은 가공스러운 것이었고 또한 그의 손속 은 일단 움직이기 시작한 다음에는 잔인하다고 할만큼 혹독한 것 이었다. 왕자안은 독고상의 손길에 의해 한순간에 네명의 동영무 사들이 다시 고혼으로 화하자 이내 나직한 탄식을 발하며 이윽고 중앙에 멍청하게 서 있는 두옥봉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이때 두옥봉은 여전히 그 자리에 서 있었으나 조금전에 참혹하 게 죽어서 바닥에 쓰러진 흑포인들의 모습을 보고는 갑자기 마음 이 어느 정도 진정되었는지 그녀의 얼굴에는 아까의 그 미친듯한 광기가 거의 사라져 있었다. 하지만 대신에 그녀의 얼굴에는 어두운 죽음의 그림자가 떠올 라 있었다. "두낭자!" 왕자안이 그렇게 부르며 다가가자 문득 두옥봉은 흠칫하여 고 개를 돌리더니 왕자안을 바라보며 얼굴 가득히 착잡한 기색을 떠 올렸다. "당신이었군요, 왕공자!" 그렇다 . 두옥봉은 이제야 제정신이 돌아와서 왕자안과 자신의 처지에 대해서 냉정하게 바라볼 수가 있게 된 것이었다. 왕자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소. 당신의 몸은 좀 괜찮소?" 두옥봉이 길게 탄식하며 고개를 가로 저었다. "나의 몸은 이미 틀렸어요. 그들은 나에게 온갖 치욕을 다 주 었고 나중에는 나의 몸을 실험대상으로 삼으려고 했었죠. 호호... ... 이제는 설사 대라금선이 나타난다고 해도 나를 살릴 수는 없 을 거예요." 왕자안은 이미 그녀의 상태를 훤하게 파악하고 있었다. 지금 그녀가 말하고 있는 그들이라는 사람들은 다름이 아니라 바로 동 영무사들인 것이었으며 조금전의 그러한 추측들이 모두 적중한 것 같았다. 두옥봉은 그의 얼굴을 깊이 주시하고 나서 다시 푸른 하늘로 시선을 던지더니 가늘게 신형을 떨면서 말을 이었다. "제법 세력있는 집안의 금지옥엽으로 태어나서 미처 인생의 의 미를 맛보기도 전에 이렇게 죽어가야 한다는 것은 가슴이 아픈 일이지만 그러나... ... 그러나 지금 나의 마음에는 여한이 없어요. 나는 그동안 남들이 누릴 수가 없는 온갖 쾌락들을 거의 누려보 았으니... ... 하지만 단지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당신이에요." 두옥봉은 다시 시선을 내려서 왕자안을 직시하며 말을 이었다. "전에는 그저 무심히 생각했었는데 이상하게도 이렇게 죽어가 는 마당이 되자 좀더 당신에 대해서 알고 싶다는 마음이 생기는 군요. 내가 만일 당신을 좀더 친절하게 대해주고 또한 당신과 가 까워졌었다면 훨씬 좋았을 것을... ..." 두옥봉은 그렇게 태연한 듯이 말하다가 느닷없이 현기증이 일 어나는지 그 자리에 풀썩 쓰러져 버렸다. 그것은 기실 단순한 현기증이 아니라 그녀의 죽음이 임박했다 는 신호였다. 왕자안이 가까이 다가가자 두옥봉은 쓰러져서 얼굴을 땅바닥에 댄채 겨우 고개만을 약간 돌려서 입을 열었다. "하... ... 한가지 묻고 싶은 것이 있어요. 사람이 참회를 한다면 과거의 죄는 모두 씻어질 수가 있나요?" 두옥봉의 얼굴에는 이미 혼백이 떠나기 시작하고 있었고 최후 의 안간힘만이 남아서 왕자안의 대답을 듣고자 하고 있었다. 왕자안은 그것을 보고 조용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물론이요. 사람이란 일단 참회를 하면 그 죄가 하나도 남김없 이 깨끗하게 씻어질 수가 있는 것이오." 순간 "고마와요... ..." 마지막 안간힘을 다하던 두옥봉의 얼굴에 가벼운 편안한 안도 의 미소가 떠오르더니 그대로 그녀의 육신이 굳어졌다. 그녀는 숨을 거둔 것이었다. 비록 거칠고 혼탁한 삶을 살아왔지만 이제는 그러한 것들과는 멀어져서 안심하고 이 세상을 떠나게 되었다는 듯이 그녀의 두눈 은 조용히 내리 감겨져 있었다. ... ... 독고상이 가볍게 장력을 날려서 여러개의 시신들을 하나로 모 아서 간단한 무덤들을 만드는 것을 보면서 왕자안은 잠시 묵묵히 서 있었다. 이윽고 독고상이 모든 일을 마치고 나서 왕자안에게 다가와서 물었다. "두가장원에는 아마도 지금쯤엔 난리가 났을 것입니다. 그래도 거기에 한 번 가보시겠습니까?" 왕자안은 독고상의 얼굴을 바라보며 미소하며 대답했다. "자네가 다시 이와 같은 거칠은 살수를 쓰지 않겠다면 가서 한 번 보기로 하지." ... ... * * * ----- 두가장원 이 거대한 장원은 원래는 아주 화려하고 아늑 한 정취가 흐르는 훌륭한 곳이었다. 그러나 왕자안과 독고상이 이윽고 그곳에 이르렀을 때에는 이미 그곳의 풍경은 과거의 모습 과는 판이하게 달라져 있었다. 화려하고 조용하며 아늑한 정취가 흐르던 곳은 거칠고 살벌하 며 소름끼치는 전장으로 변해 있었으며 여기저기에서 무수한 비 명소리가 끊이지 않고 들려오고 있었다. 왕자안은 이제는 이곳의 불청객이라고 할 수가 있었으므로 독 고상과 함께 신형을 숨겨서 은밀하게 그곳으로 다가갔다. 장원의 정문에는 십여구의 시체가 널려 있었으며 평소에는 굳 게 닫혀져 있던 그 커다란 문은 완전히 부서져나가 있었다. 주위에 널려 있는 시신들의 대부분이 일도에 목이 잘려져 있거 나 아니면 심장이 꿰뚫려져 있었는데 그것은 이미 보았다시피 중 원의 무학이 아닌 동영의 이도류라는 무학에 당한 것이었다. 이 십여구의 시신들이 흩어져 있는 광경은 그다지 난잡스럽지 않아서 보아하니 한명의 동영무사에의해 거의 한순간에 그들의 목숨이 끊어진 것 같았다. 그 시신들의 모습들을 보자니 마치 얼 마전에 이곳에서 환상적으로 움직이며 장도를 휘둘렸을 동영무사 의 모습이 눈앞에 선하게 떠오르는 것 같았다. 그리고 이 정문이 있는 곳 이외에는 그다지 시신들이나 살아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다만 지금 보다 깊은 안쪽에서 아주 격렬하고도 처절한 비명소 리가 연이어서 들려오기 시작하고 있는 중이었다. 왕자안과 독고상은 발걸음을 가볍게 해서 느릿하게 안쪽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헌데 두 사람이 정문의 안쪽으로 불과 얼마 들어가지도 않아서 느닷없이 한명의 서른대여섯 정도 먹어보이는 장한이 헐레벌떡 장검을 손에 든 채로 밖으로 뛰쳐나오는 것이었다. 이 사나이의 인상은 그리 나쁘지 않았고 또한 용모도 준수한 편이었으며 골격 역시 상당히 단단해 보였는데 그러나 지금의 그 의 눈빛은 그것들과는 전혀 상반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사나이의 얼굴은 그야말로 백지장처럼 창백하게 질려 있었고 두눈에는 극심한 공포감이 어려 있어서 눈빛이 끊임없이 불안하 게 흔들리며 앞으로 정신없이 내달리면서도 고개는 자꾸만 뒤쪽 을 이리저리 살피고 있었다. 그러다가 문득 앞쪽에서 무슨 기척을 느꼈는지 고개를 돌려서 왕자안과 독고상의 모습을 바라보고는 갑자기 깜짝 놀라서 어! 하는 표정을 보였다. 사나이는 그 때문에 잠시 신형을 멈춰세우게 되었는데 바로 그 찰나의 순간에 어느새 그의 좌우에는 두명의 흑포인들이 빠르게 나타나는 것이 아닌가! 이 흑포인은 말할 것도 없이 동영의 무사 들이었으며 그들은 무슨 목적에서인지는 몰라도 무리들의 복장을 통일하고 있는 상태였다. 사나이는 왕자안과 독고상을 의식하여 발길을 늦추다가 다시 흑포인들에게 가로막히게 되자 그야말로 그의 두눈에는 사색이 감돌았고 약간 정신없이 망연한 표정을 지었다. 아마도 그는 이제는 흑포인들의 손에서 달아나는 것을 포기한 모양이었다. 그러나 비록 달아날 수는 없어도 아직은 목숨에 대한 애착을 버릴 수가 없는지 잠시 눈빛을 굴리다가 이윽고 그들 가운데의 한명의 흑포인에게 간절한 표정으로 입을 열어 말했다. "사, 살려주시오! 만일 나의 목숨을 살려만 준다면 나는 ... ... 나는 엄청난 재산을 당신들에게 선사하겠소. 하하, 나는 원래 이 장원의 둘째사위인 반호의라는 사람인데 늘상 이곳에 머무르는 사람으로서 장인의 보물들이 어디에 있는지를 몰라서야 되겠소? 솔직히 그들이 모두 죽게 되면 남은 것은 나 혼자일 것이니 내가 나중에 이 장원의 엄청난 재산들을 찾아서 당신들에게 드리도록 하겠소. 하하, 이거야말로 누이좋고 매부좋은 일이 아니겠소... ...?" 그렇다. 알고보니 이 제법 근사하게 생긴 사나이는 바로 다름이 아니라 이미 죽은 두옥봉의 둘째 형부였던 반호의라는 사람이었던 것이 었다. 이 장원의 가족이라고 할 수가 있는 그가 지금 이렇게 달 아나고 있는 상태이니 구태여 보지 않아도 현재의 장원의 상황을 능히 짐작할 수가 있을 것 같았다. 반호의는 눈앞의 흑포인이 전 혀 감정이 섞이지 않은 시선으로 냉막하게 바라보기만 하자 이내 마음이 불안해져서 이번에는 다른 흑포인을 향해 고개를 돌리면 서 애원하려고 했다. 그런데 미처 그가 고개를 돌리기도 전에 어느새 눈앞의 흑포인 의 수중에는 하나의 시퍼런 장도가 들려 있었고ㅓ 그와 동시에 길쭉한 날이 그의 목줄기를 파고들고 있었다. "꺽... ...!" 다른 흑포인에게 뭔가 말을 하려던 반호의는 그저 외마디의 괴 상한 신음소리만을 흘리면서 그대로 죽음을 당하고 말았다. 털썩! 두명의 흑포인들은 반호의가 죽음을 당하고 나자 이윽고 왕자 안과 독고상이 서 있는 방향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런데 막상 그쪽으로 고개를 돌리던 두 사람은 일순 하나같이 안색이 대변하고 말았다. 조금전까지 왕자안과 독고상이 그곳에 서 있는 것을 보았었는 데 어느 사이엔가 그 두 사람의 모습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져서 보이지 않는 것이 아닌가! 비록 반호의를 죽이기 위해 잠시동안 의식을 집중하고 있었다고는 하나 그와 같은 지극히 짧은 순간에 기척도 없이 두사람이 사라졌다는 것은 실로 보통일이 아니었다. 두명의 흑포인들은 이에 잠시 서로의 얼굴을 마주보면서 뭔가 생각하는 듯 하다가 이윽고 함께 신형을 날려 안쪽으로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기실 그보다 약간 앞서서 왕자안과 독고상은 함 께 신형을 움직여서 장원의 안쪽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이 안쪽은 왕자안도 아직 한 번도 와보지 못한 곳이었고 점차 로 안으로 들어갈수록 경장을 한 장한들의 시신들이 많이 나타났 다. 보아하니 이 장원의 주인인 탈명검 두덕성은 비록 동영무사 들의 침략을 알고 있기는 했지만 설마하니 그들이 이렇게나 빠르 게 나타날 줄은 예상하지 못하고 수하들을 불러모으고 있다가 느 닷없이 일을 당한 모양이었다. 평소보다 상당히 많은 숫자의 사람들의 시신들이 그것을 입증 해 주는 것이었다. 흑포를 걸치고 있는 동영무사들의 모습들도 이곳에는 거의 보 이지 않았다. 틀림없이 그들도 안쪽으로 몰려가서 그쪽에서 거대한 격전을 벌이고 있는 것이 분명해 보였다. 왕자안과 독고상은 가능한한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으려고 노 력하면서 빠르게 신형을 날려서 점차로 거대한 연무장이 있는 곳 에 도착했다. 바로 거기에서 조금전에 들리던 무수한 단말마의 비명소리들과 처절한 격전이 벌어지고 있는 중이었다. * * * "아악!" "크아악!... ..." 직경이 거의 백여장이나 되는 거대한 연무장을 가득 매우다시 피 하고서 눈이 어지럽게 빠르게 움직이며 돌아가는 수백명의 사 람들은 얼핏 보기에도 쉽게 두 개의 무리로 나눌 수가 있었다. 하나는 역시 일신에 켜다란 흑포를 걸치고 있는 동영무사들이 었고 다른 하나는 그에 맞서고 있는 녹림흑도의 무리들이었다. 이 흑포를 걸치고 있는 동영무사들의 숫자는 이곳에는 상당히 많아서 거의 삼사십명은 되는 것 같았으며 지금 그들과 맞서고 있는 녹림흑도의 무리들은 그 숫자가 거의 이백여 명에 이르고 있었다. 아니 임 연무장의 곳곳에 쓰러져서 시신이 되어버린 사람들까 지 친다면 그들의 숫자는 아마도 거의 삼백명에 육박할 것이었다. 그러나 비록 숫적으로는 거의 십대일이라는 커다란 차이를 보 이고 있는 상태였지만 실제의 상황은 오히려 삼사십명 밖에 되지 않는 흑포인들이 승세를 타고 있었으니, 말할 것도 없이 그러한 원인은 동영무사들이 거의 한결같이 터득하고 있는 이 이도류라 는 괴이한 위력을 지닌 도법 앞에 녹림흑도의 무리들이 전혀 맥 을 못추고 있기 때문이었다. --------------------------- 번 호: 51/90 등록자: 김창현(redhawk) 97/01/23 09:51 (305줄) 제 목: [백상] 배방백의 제자 9장 제 9 장 일검으로 낙일을 벤다! 일부러 그렇게 했는지 아니면 어쩌다보니 그렇게 되었는지 알 수 없는 일이었지만 갖가지의 색깔의 의복을 걸치고 또한 갖가지 의 병장기를 든 채 휘두르고 있는 녹림흑도의 무리들은 대부분이 연무장의 사방에 흩어져 있는 상태였고 머리를 뒤로 묶고서 커다 란 흑포를 무릎 아래까지 뒤집어 쓰고 있는 동영의 무사들은 예 의 그 장도를 휘두르며 거의 환상적인 몸놀림으로 녹림흑도들의 무리 속을 빠르게 헤집고 있었는데 실로 그러한 광경은 멍청한 늑대들의 속으로 뛰어들어서 유린하는 수십마리의 흑표범들과도 같은 느낌을 불러 일으켰다. 이 갖가지의 병장기를 들고서 전개하는 녹림흑도들의 무리는 전혀 흑포인들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그들이 자신들의 병장기를 엄밀하게 휘둘러서 흑포인들을 공격 하려고 하면 어느새 그 흑포인들은 환상처럼 그 자리를 빠져나가 서 어느새 다른 장한의 목줄기에 예의 그 장도를 어김없이 쑤셔 넣고 있는 것이었다. 흑포인들은 검은 나비처럼 무수한 환영을 일으켜서 사방을 돌 아다녔고 흑포인들은 거의 당하지 않는 반면에 이 순간에도 한꺼 번에 십여명 씩이나 녹림흑도의 장한들의 목숨이 끊어지며 단말 마의 비명소리가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었다. 왕자안은 그 한꺼번에 엉켜져서 돌아가는 가장 특이한 곳이 두 군데가 있다는 것을 알아보았다. 그 두 군데의 한곳은 몇명의 흑포인들이 서 있는 곳이었는데 다른 곳과는 달리 아주 조용하고 엄숙한 분위기가 흐르고 있었 다. 그 흑포인들의 숫자는 모두 세명이었는데 엄밀하게 말하자면 그 가운데의 한 사람은 머리에도 역시 같은 색깔의 커다란 죽립 을 쓰고 있었고 또한 다른 사람들ㄹ과는 달리 허리에 장도를 차 지 않고 그는 오직 등뒤에 하나의 장검을 메고 있을 뿐이었다. 그 흑포죽립인의 전신에서는 말할것도 없이 강렬한 예기가 발 산되고 있었는데 그의 뒤에 서있는 두명의 흑포인들이 아주 엄숙 하고도 공손한 태도로 시립하고 서 있는 것을 보거나 아니면 그 들 삼인의 주위에는 마치 무형의 막이 쳐져있는 것처럼 감히 어 떤 사람들도 가까이 다가오지 못하고 있는 것 등을 보더라도 능 히 그 흑포죽립인이 이 동영무사들의 우두머리라는 것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다른 한곳은 나이가 이 제 육십세는 되었음직한 얼굴이 시뻘겋고 머리가 허연 노인이 날 이 넓은 장검을 비쾌하게 휘두르며 흑포인들과 상대하고 있는 곳 이었는데 기이하게도 다른 장한들은 전혀 흑포인들의 장도에 맥 을 추지 못하고 있는 상황인데도 그 노인은 지금 무려 두명의 흑 포인들을 상대로 아직 당하지 않고 격렬하게 격전을 벌이고 있는 것이었다. 왕자안은 물론 이 사람을 알고 있었다. 실로 그 노인은 바로 두옥봉의 부친이자 이 두가장원의 주인이 며 과거의 녹림흑도의 거물이었던 탈명검 두덕성인 것이었다. 원 래 이 두덕성은 당금의 강호에서 녹림흑도들의 무리가 딛고설 자 리가 없어지게 되자 인원들을 분산시켜서 숨겨놓았다가 이제 동 영무사들이 쳐들어오기 시작하자 그 무리들을 불러모아서 뭔가 큰일을 시작해 보려고 했던 것이었는데, 그야말로 예상밖으로 동 영의 무사들은 빨리 진격해 들어왔고 또한 예상밖으로 그들의 무 공이 극강하여 이렇게 어이없는 지경에 이르게 된 것이었다. 지 금 두덕성을 호위하던 무리들은 흑포인들에 의해서 사방으로 뿔 뿔이 흩어져 버린두였고 두덕성 자신은 비록 두명의 흑포인들을 상대로 하여 계속해서 버티고 있다고는 하나 이미 무수한 도상을 당해서 전신이 피투성이가 되어 있는 상태였다. 이 탈명검 두덕 성은 비록 강호의 절정고수이기는 했지만 실상 무공대결에 있어 서는 역시 흑포인들의 이도류의 신속함을 당할 수가 없어서 겨우 겨우 그들의 치명적인 공격만을 피해가고 있는 상황이었던 것이 다. 왕자안이 바라보니 이 두덕성의 무공은 그 한명의 흑포인과 격 돌을 한다고 해도 이겨내기가 어려울 것 같았다. 다만 지금의 상황은 두명의 흑포인들이 한 가지의 이유 때문에 보다 적극적인 공격을 퍼붓지 못하고 그를 에워싸고 맴돌고 있는 것이었으니 다름이 아니라 두덕성이 달아나는 것을 방지하자는 것이었다. 비록 흑포인들의 이도류라는 도법이 지극히 신속하고 위력적이기는 해도 그것은 이미 내공방면에서도 위력적인 것은 아니었다. 두덕성의 내공의 수위는 그 흑포인들의 거의 두배에 달하는 것 이었고 게다가 그가 이미 상승내공을 대성한 상태였기 때문에 오 직 신법의 속도만 다지자면 일류고수의 대여섯 배나 빨리 달릴 수가 있는 두덕성을 그 흑포인들은 도저히 추격할 수가 없었다. 따라서 흑포인들은 자신들이 단 일도에 상대를 제거할 수가 없게 되자 두 사람이 한조가 되어서 두덕성의 퇴로를 차단하고 있는 것이었고 그리고 사실상 두덕성도 지금의 상황에서 혼자서 달아 나고 싶은 마음은 거의 없을 것이 뻔한 상태였다. 그는 내공의 힘에 의해서 간신히 흑포인들의 치명적인 공격을 방어하고 있었고 빠른 신법을 일으키고 강한 검기를 발출시켜서 그들이 바싹 다가드는 것을 방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어쨌던 이 두덕성도 보아하나 머지 않아서 두명의 흑포 인들에세 죽음을 당하게 될 것은 뻔한 일인 것 같았다. 장내에서 그 두덕성 이외에도 제법 흑포인들과 어울려서 죽음 을 당하지 않고 싸우고 있는 사람들이 더러 있었는데 그들 가운 데서 가장 두드러져 보이는 사람은 바로 하나의 기다란 채찍을 무기로 쓰는 사십대의 건장한 체구의 사나이였다. 그는 추혼편법 이라는 특이한 편법으로 한명의 흑포인을 맞이하여 기다란 병기 의 장점을 최대한으로 이용하여 자신의 전면에 거의 물샐틈도 없 는 엄밀한 방어막을 형성함으로써 흑포인이 아에 자신의 앞으로 다가오지 못하도록 하고 있었는데 기실 이론적으로는 쉽다고해도 실제로 환상과도 같은 빠른 몸놀림을 보여주고 있는 흑포인들을 막을 수 있을 만큼의 엄밀한 방어막을 펼친다는 자체가 이미 지 극히 어려운 일이었기 때문에 그 사나이의 무공은 제법 상당한 경지에 있는 것이라고 말할 수가 있었다. 기실 그가 바로 다름아닌 두가장원의 첫째 사위인 추혼편 여몽 진이라는 사람인 것이었다. 이 여몽진이라는 사람은 이전에 두옥봉과 상당히 가까운 사이 였는데 지금은 제법 자신의 능력을 보여주고 있는 상태였고 그러 나 역시 갈수록 그의 채찍이 흑포인의 장도에 잘려서 작아지고 있는 것을 보니 오래 버티지는 못할 것 같았다. 왕자안은 이어 대강 주위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살폈는데 이미 녹림흑도의 무리들은 거의 절반 가량이나 죽음을 당해서 겨 우 백여명이나 힘겹게 버티고 잇는 상태였다. 그렇게 피가 가득하게 흐르고 시체가 겹겹이 갈려있는 장내의 정경은 확실히 참혹하기 이를데가 없는 것이라고 할 수가 있었 다. 왕자안은 이어 다시 예의 그 세명의 흑포인들이 서 있는 곳으 로 시선을 던졌는데 문득 두명의 흑포인들이 빠르게 달려와서 뒤 에 시립하고 서 있는 두명의 흑포인들에게 공손히 보고하는 광경 이 눈에 들어왔다. 다름이 아니라 그 새로 나타난 두명의 흑포인들은 아까 반호의 를 죽였던 자들이었는데 태도를 보아하니 이미 장내에 왕자안과 독고상이 나타났다는 얘기를 전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그 시립하고 있는 두명의 흑포인들의 지위가 다른 흑포 인들보다 훨씬 높은 것인지 보고하는 두명의 흑포인들은 연신 그 에게 허리를 굽신거리고 있었다. 그 시립하고 있던 두명의 흑포 인들은 이윽고 보고하던 흑포인들이 물러가자 즉시 흑포죽립인을 향해 아까의 내용을 다시 나직하게 보고하는 듯 했는데, 문득 그 순간에 그 흑포죽립인의 두눈에서 맑고 예리한 광채가 죽립 사이 로 번쩍 피어올랐다가 사라졌는데 이윽고 급히 좌우를 둘러보며 뭔가 깊이 생각하는 듯 하던 그 흑포죽립인은 즉시 자신의 좌우 에 시립하고 있던 흑포인들에게 가볍게 손짓을 하고는 이내 두덕 성이 혈전을 벌이고 잇는 곳으로 미끄러지듯 빠르게 다가가는 것 이었다. 아마도 그 흑포죽립인은 다른 사람들이 나타났다는 얘기 를 듣게 되자 이 싸움을 빨리 끝내야 하겠다고 생각한 모양이었 다. 아니나 다를까 흑포죽립인의 지시를 받은 그 두명의 흑포인들 이 장내에 뛰어들기 시작하자 이내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하면서 다른 흑포인들보다도 훨씬 능란하고 신속한 움직임으로 무수한 장한들의 시체를 만들어내기 시작하고 있었는데 이윽고 흑포죽립 인이 두덕성의 면전에 도착하자 일순간 주위의 혼란스럽던 분위 기가 무겁게 가라앉기 시작하는것 같았다. 두덕성을 포위하여 공격하던 두명의 흑포인들은 이에 얼른 자 리를 피해서 물러났고 두덕성은 거의 피투성이가 된 모습으로 고 개를 돌려서 흑포죽립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당신이 바로 이 장원의 주인이오?" 뜻밖에도 다소 서투르지만 흑포국립인의 입속에서 중원어가 튀 어나왔다. 두덕성은 잠시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다가 가볍게 탄식을 터뜨 렸다. "그렇소." 이때 낯익은 으악! 하는 소리가 나서 옆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겨우 버티던 첫째사위 추혼편 여몽진이 마침내 흑포인의 공격을 막아내지 못하고 목줄기가 길게 갈라져서 죽어가고 있는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두덕성은 그러한 광경을 보자 일순 무한한 분노감과 더불어서 처절한 전율이 전신으로 일제히 파도처럼 스쳐지나가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것을 보고 흑포죽립인이 문득 다시 입을 열어 그를 향해 말했다. "우리는 단 한번으로 승패를 가름하는 것이 어떻겠소?" (승패라고?) 두덕성은 속으로 어이가 없어서 이것은 너희들이 일방적으로 나타나서 도살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고 반박을 하려다가 문득 한가지 생각이 떠올라서 입을 다물었다. 기실 그는 녹림흑도의 무리들의 괴수들 가운데의 하나로서 지 난 세월동안 온갖 도적질과 살인 방화와 강간 따위를 일삼으며 살아왔었고 또한 당시의 자신들의 행위는 지금의 흑포인들보다 악랄했으면 했지 못하지는 않은 것이었다. 지금 그가 이렇게 호 화롭게 살아가게 되었던 것도 모두가 당시의 잔악했던 노략질의 댓가였다. 그러한 생각이 떠오르자 두덕성은 문득 깨달아지는 바가 있어 서 쓰게 웃었다. (인간의 업보라는 것은 돌고 도는 것이로군!) 이어 두덕성은 수중에 들려 있는 장검을 한번 더 힘차게 고쳐 잡고는 최후의 진기를 끌어올려서 신형을 떠올리며 자신이 자랑 하는 이십사식탈명검법 가운데의 최후의 절초인 탈명혈세를 펼쳐 서 허공 가득히 자욱한 검기를 일으키며 흑포죽립인을 향해 덮쳐 갔다. 흑포죽립인은 처음에는 상대의 검기가 바로 지척에 도달했는데 도 전혀 미동도 하지 않고 가만히 서 있었다. 그것은 마치 아직 상대의 대답을 듣지 못해서 이대로는 싸울 수가 없다고 우기고 있는 것 같은 태도였다. 그러나 마악 두덕성의 검기가 그의 머리 위에 도달하여 죽립을 날려버리려는 찰나에 어느새 그의 우수가 거의 보이지도 않을 속 도로 움직였고 그의 등줄기에서 일순 한줄기의 강렬한 검기가 햇 살처럼 피어올라서 그대로 두덕성의 검기를 거대하게 두쪽으로 가르는 것이었다. 그 환상과도 같은 광경이 벌어지는 순간에는 소리는 전혀 일어 나지 않았다. 다만 거대하게 펼쳐졌던 검기의 막이 한순간에 무지개와 같은 검광에 의해 두쪽으로 나뉘는 순간 두덕성의 두 눈이 크게 부릅 떠졌고 이어 그의 육신이 허무하게 무너지며 허공에 피를 자욱하 게 뿌려내기 시작했다는 사실이었다. 실로 놀라울만한 검초식을 보여준 이 흑포죽립인의 무공은 다 시 한차원이 높은 것이라고 할 수가 있었는데, 두덕성의 육신이 피를 내뿜으며 털썩! 하고 바닥에 덧없이 떨어져 내리는 순간 어 느새 흑포죽립인의 장검은 도로 그의 등위에 원래처럼 매어져 있 는 것이었다. 왕자안은 커다란 나무의 뒤에 숨어서 그와 같은 광 경을 바라보다가 문득 옆에 있는 독고상에게 입을 열어 물었다. "자네는 저 검초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독고상은 느닷없이 왕자안이 그와 같은 질문을 해오는 것을 보 고 잠시 머뭇거리다가 공손히 대답했다. "동영에는 이도류 외에도 낙일류라고 불리우는 일검 필살의 검 법이 있다고 하던데 조금전의 검초는 바로 그것인 것 같습니다." 왕자안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말했다. "낙일류... ... 일검으로 떨어지는 해를 벤다!... ... 자네는 혹시 지금 장내에 나가서 저자들과 무공을 겨루어보고 싶은 마음이 있 는 것이 아닌가?" 왕자안이 고개를 돌려서 다시 묻자 독고상은 다소 씁쓸하게 웃 으며 대답했다. "낙일류도 최고의 경지에까지 연마한다면 능히 대홍락의 경지 에 오를 수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지금 저기에 있 는 자는 제가 보기에는 아직 거기에까지는 이르지 못한 것 같습 니다." 기실 독고상은 비록 자신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고 해도 옆에서 왕자안이 말리지 않았다면 벌써부터 나서서 동영의 무사들에게 손을 썼었을 것이었다. 왕자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자네의 말이 맞네. 사실 모든 무학은 하나로 통하다고들 하지 만 실제로 낙일류와 같은 무공만으로 대홍락의 경지에 오르기는 어려운 것이지." 독고상은 잠시 망설이다가 고개를 돌려 질문했다. "소주인님께서는 이제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왕자안은 계속해서 장내를 내려다보면서 대답했다. "방금전에 죽은 탈명검 두덕성 등은 생전에 악행을 무수하게 일삼아 왔었기 때문에 지금의 이와 같은 혈겁을 당하고 있는 것 은 그 당연한 결과라고도 말할 수가 있는 것이지." 독고상이 다시 질문했다. "이들이 죽는거야 그렇다고 해도 다른 양민들까지 세외십세에 게 무수한 겁란을 당하고 있는 상태인데 그것은 어떻게 하실 생 각이십니까?" 왕자안은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며 미소와 함께 대답했다. "내 그래서 그렇지 않아도 낙양으로 가려고 하고 있는 중이네." 독고상은 다소 의아해져서 다시 물었다. "그럼 그곳에 가서 그들과 만나실 생각이십니까?" 왕자안은 조용히 미소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모든일은 순리대로 풀어야 하는 법이네. 바로 당금의 흐름의 첫번째의 매듭은 거기에 있는 것이네." (... ...!) 독고상은 잠시 생가하다가 재차 물었다. "그럼 그곳에는 언제 가시려고 하십니까?" 왕자안은 웃으며 대답했다. "이곳에서의 볼일도 이미 끝이 났고 하니 지금 바로 떠나야 하 겠네." 이때 우두머리인 탈명검 두덕성이 참혹하게 죽음을 당하고 나 자 나머지 백여명의 무리들은 그만 더이상 싸울 의욕을 잃어버리 고 사방으로 혼비백산하여 줄행랑을 치기 시작하고 있었다. 혹포인들은 물론 달아나는 그들을 그대로 내버려두지 않고 즉 시 신형을 움직여서 빠르게 그들을 추격하여 추살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일단 죽어라하고 달아나는 백여명이나 되는 무리들을 흑포인들의 능력이 제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한꺼번에 그들을 모두 제거할 수는 없는 일이어서 그들 가운데의 절반 정도는 운 좋게도 간신히 흑포인들의 악마와도 같은 손속에서 벗어나서 무 사히 달아날 수가 있었다. 바로 그 무렵에 다른 몇명의 흑포인들이 장원의 내부를 샅샅이 뒤져서 남아있는 사람들과 금은보화들을 연무장으로 끌어내기 시 작하고 있었는데 놀랍게도 이미 피신했었을 듯한 두옥봉의 언니 들인 두금봉과 두은봉 자매의 모습들도 그 사람들의 속에 끼어 있었다. 아마도 그녀들은 수많은 금은보화들을 그대로 두고 갈수가 없 어서 아직 피신하지 못했었던 모양이었다. 맹수는 한점의 고기를 뜯기 위해서 죽음을 당하게 되고 사람은 모든 욕망에 사로잡혀서 악마의 손아귀에 드는 것이었다. 흑포인들의 거칠은 손길들에 의해서 이제까지 보옥처럼 잘 간 수해 왔던 그녀들의 뽀얀 살결들이 무참하게 유린되는 광경을 바 라보다가 이윽고 왕자안과 독고상은 함께 밖으로 신형을 날리기 시작했다.. 어느새 장원의 곳곳에는 시뻘건 불길들이 그토록 하려하던 건 물들을 태우며 허공 가득히 치솟아 오르기 시작하고 있었다. ... ... * * * 두가장원이 자리하고 있었던 백호의 호변에는 낙양이 있는 곳 으로 가자면 서북방으로 가야한다. 왕자안은 그 길로 독고상과 함께 토신묘로 돌아가서 대강의 짐 을 정리하고 미처 점심식사를 할 겨를도 없이 곧장 낙양을 바라 보고 길을 떠났는데, 이번에는 두 사람은 경신술을 발휘하여 아 주 빠른 속도로 오후의 한나절 겨우 세시진 정도밖에 되지 않은 무렵이 되어서는 두 사람은 어느 깊은 산골의 이름모를 작은 산 촌에 도착하게 되었다. 기실 만일 그들이 아직도 계속해서 탁발을 하며 나아가야 하는 상황이었다면 그와 같이 쉬지않고 저녁때가지 내달리 수는 없는 얼이었겠지만 그러나 이제는 기니를 걱정하지 않아도 될 만큼의 여비가 넉넉하게 마련되어 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그저 약간의 돈 을 주기만 하면 언제든지 식사를 할 수 있을 것이기에 두 사람은 마음놓고 경신술을 펼쳤던 것이었다. 그런데 막상 두 사람이 그 작은 산촌에 도착했을 때는 상황이 의외로 그렇게 느긋하지만은 않은 것이라는 것을 느껴야만 했다. 이 산촌은 비록 작은 마을에 불과 했지만 그러나 계곡의 물이 맑고 주변의 풍경이 아름다우며 농사를 지을 수 있는 기름진 전 답들이 사방에 우뚝우뚝 치솟은 고봉들에 의해 흡사 병풍처럼 에 워싸여져 있어서 능히 겨울의 찬바람으로부터 보호를 받을 수 있 는 그런 자은 분지와도 같이 생긴 조용한 마을이었다. 실로 이러한 마을에서 사는 사람들이라면 그 심성들이 맑고 고 울 것은 틀림이 없을 것이며 평소라면 누구라도 이곳을 지나다가 한끼의 식사를 대접받는 일은 아주 쉬운 일일 것이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지금의 이 마을은 결코 평화로운 상태가 아니었으며 지극히 시끌벅적한 가운데 화마의 기운이 참혹하게 내부를 휩쓸고 있는 상태였다. 독고상은 가능하면 왕자안이 편안 하게 모든 일을 마칠 수 있게 되기를 바라는 사람이지 결코 그가 귀찮은 일에 말려들게 되기를 바라는 사람은 아니었다. 기실 그 가 사람들에게 간혹 악랄한 살수를 쓰는 것도 대부분이 그러한 마음에서 비롯되는 것이었다. 게다가 지금 왕자안은 점심식사마저 거르고 여기까지 달려왔었 기 때문에 독고상은 당연히 그가 이곳을 그냥 지나쳐서 다른 조 용한 곳에 이르러서 식사를 하고 휴식을 취할 수 있게 되기를 바 랬다. 그러나 물론 그와 같은 독고상의 기대는 오직 그의 희망사항일 뿐이었지 실현되지는 않았다. 독고상이 다른 사람과 다르듯이 왕자안 역시 그와는 다른 사람 이기 때문이었다. 왕자안은 곧장 앞장서서 마을의 안으로 들어섰으며 이내 마을 에서 가장 커다란 가옥의 넓은 마당이 보이는 곳에 이르렀다. --------------------------- 번 호: 52/90 등록자: 김창현(redhawk) 97/01/23 09:52 (313줄) 제 목: [백상] 개방백의 제자 10장 제 10 장 녹림왕과 흑백무상 그 커다란 가옥의 앞에 있는 마당, 마당의 중앙에는 지금 아직 해가 떨어지지도 않았는데도 커다란 화톳불을 피워올려서 거기에 서 일어난 화광이 점차로 어둑어둑해지는 하늘로 기세좋게 솟구 치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이곳의 마을사람들인 것 같은 수십명의 사람들이 마당의 곳곳에 결박을 당하거나 심한 상처를 입은채로 무릎이 끓 려져 있었고 하나같이 체격이 우람하거나 눈빛이 형형하게 타오 르는 대한들이 각기 병장기를 거칠게 휘두르며 마당의 주변에서 왔다갔다하고 있었다. 헌데 가장 기이한 것은 바로 지금 화톳불 의 옆에서 한명의 소년과의 치열한 격전이었다. ... ... 독고상은 이곳으로 들어오기 전에는 이미 두가장원에서의 경험 이 있었기 때문에 이번에도 필시 동영의 무사들이 이곳에 나타났 기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막상 이곳에 이르러서 마을 전역을 돌아다니며 불을 지르고 사람들을 끌어오며 이 넓은 마당의 주변에서 어슬렁거리고 있는 대한들의 모습을 살펴본 그 는 지금의 상황이 자신의 예상과는 전혀 다른 것이라는 것을 알 수가 있었다. 그러니까 이 대한들은 동영의 무사들이 아니라 바로 중원의 사 람들이었으며 또한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이제까지 거의 보지 못 하던 녹림 도적들의 무리였다. 독고상은 따라서 지금 동영의 무 사들을 비롯하여 세외의 열개의 거대한 세력들이 천하를 겁란의 와중으로 몰고가고 있는 이때에 이와 같은 흉악한 도적질이 벌어 지고 있다는 사실이 매우 기이하게 생각되었다. 지금 넓은 마당의 구석진 곳에 끌려와서 무릎이 끓려져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이 노약자들이거나 아니면 여인들이었고 젊고 건 장한 남자들의 모습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그것은 곧 젊고 건장한 남자들은 이미 저 도적들에게 죽음을 당했다는 말이었다. 그리고 마당의 중앙의 화톳불이 거세게 솟구치고 있는 자리의 바로 옆에는 나이가 육십여세나 되었을 듯한 머리칼과 수염이 모 두 새하얗고 안색이 근엄하게 느껴지는 청수한 용모의 노인이 쓰 러져 있었으며 다시 그 곁에는 한명의 이런 시골의 처녀라고는 생각되지 않을만큼 아름다운 용모의 청의소녀가 쓰러져 누운 노 인을 부축한 채 열심히 간호하고 있었고, 이 장내에서 가장 관심 의 대상이 되고 있는 그옆에서 한명의 흉악해 보이는 대한과 혼 신의 격전을 벌이고 있는 소년은 나이가 십오세 가량 되었을 듯 한 어리고 준수한 외모에 제법 다부진 체구를 가지고 있었다. 독고상은 그 소년과 격전을 벌이고 있는 대한이 은근히 시선을 그 커다란 가옥의 마루쪽으로 보내는 것을 보고 무심결에 다시 그쪽으로 시선을 돌려보게 되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지금 그 커 다란 가옥의 마루에는 모두 세명의 사람이 각기 음험한 태도로 한창 격전에 몰입하고 있는 두사람의 모습을 내려다보고 있었고 보아하니 아무래도 그 가운데의 한 사람이 이 도적들의 우두머리 인 것 같았다. 가운데의 사람은 나이는 사십여세에 용모는 준수한 편이나 표 정이 음침하였고 일신에는 화려한 녹색의 비단장포를 걸치고 있 었으며 그의 좌우에 비교적 공손한 태도로 앉아 있는 두사람은 특이하게도 하나는 백발에 백의를 걸치고 피부색까지 새아얀 노 인이었고 다른 한 사람은 그와는 반대로 검은 머리칼에 흑의를 걸치고 피부색이 역시 거뭇하게 느껴지는 노인이었는데 그들 두 사람의 대조적인 모습과는 달리 공통적으로 느낄 수 있는 것은 그 기질들이 하나같이 음침하고 사악하게 느껴진다는 사실이었 다. 이미 마당 중앙에서 벌어지고 있는 격전은 거의 막바지에 도 달해 가고 있었다. ... ... 흉악한 인상을 하고 체구가 우람해 보이는 그 중년대한이 사용 하고 있는 병기는 구환도라는 것이었고 그것을 휘두르면 자체적 으로 찢어지는 듯한 소리가 나서 상대방의 심기를 흐트려놓게 되 어 있었다. 중년대한은 타오르는 화톳불의 불빛아래 그 팔뚝의 우람한 근 육을 자랑하면서 흡사 파도치듯이 위맹한 기세로 연달아 초식을 펼쳐서 소년을 향해 공격해 들어가고 있었는데 키는 비록 헌칠하 지만 허리가 연약해 보이는 그 어린 소년은 뜻밖에도 한 자루의 장검을 가지고 금방 패하지 않고 오래도록 버티고 있었다. 중년대한의 도법은 마치 연달아서 일어나는 파도와 같은 위맹 한 기세가 있어서 그와 같은 어린소년으로서는 감히 상대할 수가 없는 것임에도, 소년은 간혹 의외의 날카로운 검초를 전개해서 한동안 밀리다가도 다시 중년대한을 뒷걸음질을 치게 하는 것이 었다. 따라서 독고상은 그 소년의 검법을 유심히 살피게 되었는데 놀 랍게도 그 검초는 다름아닌 강호상에서 가장 흔하고 기본적인 것 으로 알려져 있는 육합검법이었다. 원래 이 육합검법은 구대문파 의 하나인 화산파에서 강호상으로 흘러든 것이라고도 하는데 그 수법이 비록 정통적이기는 하지만 이미 초식이 많이 알려져 있는 상태이고 또한 매우 간결했다. 따라서 강호상의 이삼류의 인물들도 실은 그러한 검법은 배우 려고 하지 않으며 설령 그러한 검법을 배웠다고 해도 거의 사용 하지 않게 되는 것이었다. 이 검법이라고 하는 것은 남에게 많이 알려져 있고 또한 간결하다면 그것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위력을 발휘할 수는 없는 일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뜻밖에도 지금 그 어린소년이 그와 같은 기본적인 검법을 가지고 가히 일류고수의 수준을 넘어선다고 볼 수가 있는 중년대한을 맞이하여 간혹 그를 놀라게 한다는 것은 어딘가 기이한 일이었다. 독고상은 한참동안 바라본 연후에야 비로소 그 원인을 알아차 릴 수가 있었다. 알고보니 지금 소년이 사용하고 있는 검법은 기실은 강호에 그 흔한 육합검법은 아니었다. 비록 겉으로 보기에는 육합검법과 다름이 없는 것 같아도 실제 로는 순간순간 검초가 변화를 일으키는 과정에 있어서 어딘가 모 르게 다른 면모를 보여주고 있었다. 원래 강호상의 육합검법은 그 변화가 매우 단순한 것이었지만 그러나 일단 소년의 검초는 유심히 살펴보자니 그의 검초는 육합검초를 닮은 듯 하면서도 결 코 단순하지가 않아서 실로 많은 변화가 그 속에 내포되어 있었 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소년이 지금 펼치고 있는 검법이 다른 검법인 것은 아니었다. 실로 지금 소년의 검법은 놀라운 사실을 말해주고 있는 것이었 다. 말하자면 소년이 지금 펼치고 있는 검초는 일반적인 육합검 법과는 다르지 않았지만 특이하게도 그 검초식들이 살아 있었던 것이었다. 그러한 광경은 얼핏 느끼기에 소년이 너무나도 오랫동안 육합 검법만을 연마해왔었기 때문에 그가 초식을 전개하는 동작이 아 주 숙달되어 있는 것 같은 생각이 들게 했다. 하지만 기실 그것은 숙달되어 있다고 하는 것과는 의미가 전혀 다른 것이었다. 독고상도 그러한 이치를 훤하게 알고 있었기 때문에 처음에는 믿기지가 않아서 나중에야 비로소 그 사실을 확신하게 되었던 것 이었다. ----- 활초! 쉽게 말해서 살아있다고 하는 이 검초식은 오랫동안 검법을 연 마한다고 해서 터득되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그 바탕위에 깊은 깨달음이 있어야만 비로소 성취가 가능한 것이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비급에서 배우는 검초들은 선배들이 남겨 놓은 것이며 그것을 배웠다고 해서 자신의 것이 되었다고는 말할 수가 없다. 그 초식의 이치를 깨닫지 않고서는 비록 초식을 완전 하게 배웠다고 해도 그 초식은 그저 죽어있는 초식일 뿐이지 살 아있다고 말할 수가 없다. 초식을 배우되 그 초식에 깃들어 있는 검의 오의마저 터득하고 나야 비로소 그 초식을 완전하게 배웠다 고 할 수가 있는 것이며 그렇게 해야 비로소 활초가 되는 것이었 다. 따라서 이 활초의 경지에 도달한다는 것은 지극히 어렵고도 어 려운 일이며 무림인들이라면 누구나 갈망하는 일이라고 해도 과 언이 아닐 것이었다. 물론 이 소년은 아직 검에대한 오의를 터득 하고 있다고는 말할 수가 없었다. 소년이 알고 있는 것은 오직 육합검법일 뿐이며 거기에서 나름 대로의 변화의 이치를 깨달아서 겨우 기초적인 활초를 펼치고 있 는 것일 뿐이었다. 그러나 비록 활초의 수준이 높지 않다고 해도 소년은 아직 나이도 어린 대다가 특별히 사부도 모시지 않은 것 같은데도 실로 그와같은 활초를 약간이나마 펼칠 수가 있다고 하 는 것은 실로 믿기지 않는 일이라고 할 수가 있었다. 이 육합검법은 당연히 초식이 지극히 한정되어 있는 것이므로 소년이 이제까지 초식을 펼치고 있는 사이에 상대방인 중년대한 은 이미 그 초식의 허실에 대해서 훤하게 알고 있어야만 했다. 그러나 비록 처음에는 같은 초식이 되풀이되는 듯 했지만 나중 에 가서는 그러한 초식들이 절묘한 변화를 일으켜서 대한을 곤경 스럽게 하는 것이었다. 소년은 따라서 육합검법의 초식에 매이지 않고 그것을 초월하고 있지만 실은 그것이야말로 가장 완전하게 육합검법을 배운 결과이기도 했다. 상대인 중년대한은 이 어린 소년이 이토록 신기한 검법을 펼칠 줄은 미처 몰랐는지 왠지 마 음이 초조한 기색이었고 주위의 다른 사람들도 그러한 뜻밖의 광 경에 비교적 숨을 죽이고 있는 중이었다. 장내의 상황은 소년의 검술이 다소 신기하기는 해도 워낙에 중 년대한의 내공이 훨씬 높은 데다가 그가 우람한 팔 힘으로 계속 해서 밀어붙이고 있었기 때문에 소년은 갈수록 기운이 떨어져서 검법을 펼치는 동작이 계속해서 느려지고 있었다. 검을 사용하는 사람에게 있어서 이 속도라고 하는 것은 거의 생명과도 같은 것 이었다. 소년은 이제까지 그 속도에 의존해서 상대방의 구환도에 부딪 치지 않고 빠르게 장검을 움직여서 대응해 왔었는데 그만 힘이 떨어지게 되자 궁지에 몰리게 되었다. 중년대한은 이에 더욱 기 세를 타고 위맹하게 공격하기 시작했고 주위에 있는 화톳불이 펄 럭이며 강렬한 도기가 파도처럼 일어서 공격해가자 소년은 그 기 운에 밀려서 별로 검초를 전개해 보지도 못하고 뒤로 이장여나 주르르 밀려났다. 그러는 소년의 입가에는 이미 내상을 입었는지 가느다란 핏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중년대한은 그것을 보자 득의하게 웃으며 재차 소년의 몸을 박 살내려고 했다. 그는 이미 전력을 다했기 때문에 구환도에서 일어나는 찢어지 는 듯한 소음과 위맹한 기세가 주위 삼장 이내의 공간을 휘감아 서 이내 소년의 몸이 조각조각 갈라질 것 같은 착각이 일어났다. "서엽아!" 그것을 보고 옆에서 노인을 간호하고 있던 청의소녀는 부르짖 는 외마디의 음성이 들려왔다. 그러나 이때 실로 의외의 일이 벌어졌다. 소년은 다급한 위기 에 몰리게 되자 자신도 모르게 대시예의 육합검법을 펼쳐서 대항 하려고 하는 것 같았는데 마악 대한의 구환도가 자신의 가슴을 후려쳐 오는 순간에 느닷없이 신형을 펄쩍뛰어 대한의 앞으로 바 싹 다가들더니 장검의 끝을 대한의 목줄기에 대는 것이 아닌가! 실로 그러한 일은 마치 기적처럼 벌어졌고 불가능할 것 같은 것 이 가능하게 된 것이었다. 원래 이 중년대한의 도법은 무시무시한 위력을 가지고 있었고 또한 제법 쾌속한 것이어서 누가 감히 앞으로 뛰어들 수가 없는 것이었다. 그런 것을 소년은 마치 한순간에 장난하듯 앞으로 훌 쩍 뛰어들어서 단숨에 대한을 제압해 버린 것이었으니 실로 이러 한 일은 대한의 입장에서 보면 전혀 어이없는 일이라고 아니할 수가 없는 것이었다. 주위의 사람들도 그것을 보고는 일순 놀라서 눈을 부릅떴으며 더러는 신형을 일으켜 세우기도 했다. 그들의 얼굴에는 하나같이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 벌어졌다는 듯한 기색이 떠올라 있었다. 그러나 기실 독고상이 바라본 바에 의하면 그것은 결코 우연히 벌어진 일이 아니라 필연적인 면모가 있는 것이었다. 사실상 소년은 한순간에 심하게 몰리게 되기는 했으나 영특하 게 보기보다는 기운이 없는 상태가 아니었고 위기감이 고조된 상 황에서 그의 정신은 오히려 더욱 맑아져 있었다. 원래 활초에 눈을 뜬 사람은 다른 사람들보다 상대편의 초식의 헛점에 대해서 더욱 잘 볼 수가 있게 되는 것이었는데 게다가 대 한이 바로 그 순간에 크게 득의하여 자신도 모르게 심하게 욕심 을 내다가 그만 더욱 커다란 헛점을 노출하게 되었고 그 결과로 소년은 헛점을 이용해서 순식간에 그를 제압하게 되었던 것이었 다. 물론 그러한 이유들이 있었다고는 하나 어쨌든 이 소년은 어린 나이에 비해서 벌써부터 깊은 무학의 도리에 통해 있는 상태였고 또한 그런점에서 타고난 무학의 자질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 이 아닐 것이었다. ... ...! 소년이 일순간에 장검의 끝으로 대한의 목줄기를 겨누고 그를 제압하자 당연하게 당사자인 대한은 가장 심하게 놀라서 미처 앞 으로 내뻗었던 구환도를 거두지도 못하고서 엉거주춤하게 서서 안색이 시뻘겋게 변해 있었다. 그런데 소년은 일단 이렇게 대한을 제압하고 나자 그를 보지는 않고 계속 그렇게 장검을 겨눈채로 고개를 돌려 커다란 가옥의 마루쪽을 바라보며 입을 열어 말했다. "당신은 이제 승복하겠소?" 소년이 묻고 있는 상대는 바로 지금 마루에 앉아 있는 사람들 가운데 가장 중앙의 그 녹색장포를 걸친 중년인이었다. 그 중년인은 아직도 믿기 어렵다는 듯이 예리한 눈초리로 소년 의 손에 들린 장검과 그것에 겨누어진 대한의 모습을 번갈아 살 핀 다음에 음침하게 웃으며 입을 열어 대꾸했다. "나는 결코 승복을 하지 않는다. 너는 단순히 그렇게 검을 겨 눈 것만으로 그를 제압한 것이라고 생각하느냐? 천마의 말씀이 다. 네가 그를 죽여야만 비로소 너의 승리가 인정되는 것이다!" 소년은 그 녹포중년인이 잔인하게도 그와 같은 말을 하는 것을 보고는 일시 쉽게 결정할 수가 없어서 다소 주저하면서 고개를 자신에게 장검으로 목이 겨누어진 대한에게 향했다. 헌데 그 순간의 일이었다. 그 대한의 두 눈에서 돌연 악독하기 이를데 없는 광채가 쏟아 져 나오더니 이윽고 이를 꽉 깨물려 자신의 목을 그 장검을 향해 와락 내밀어가는 것이 아닌가! 그것은 일면 겉으로 보기에는 자 결하려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에 소년은 마음이 독하지 못해서 그 만 자신도 모르게 장검의 끝을 앞으로 역간 잡아당기게 되었다. 그것은 실로 찰나적인 짧은 순간에 벌어진 작은 변화였지만 기실 은 그 작은 변화는 능히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는 것이었다. 소 년은 일순 장검을 앞으로 잡아당겼으나 이내 대한의 목이 앞으로 나오는 듯 하다가 뒤로 급격하게 후퇴를 하고 게다가 그자의 두 눈에 득의의 흉광이 떠오르는 것을 보고는 내심 아차! 하는 마음 이 들어서 급히 다시 장검을 들이밀었으나 이미 때가 늦어 있어 서 장검의 검날은 그자의 남은 한손에 잡혀 있었다. 아까 소년이 검을 들이댈 때에는 장검에 예리한 검기가 실려 있었기 때문에 대한은 감히 그것을 손으로 막을 수가 없었으나 지금은 조금전에 소년이 장검을 후퇴하는 바람에 예기가 많이 감 소되었고 또한 대한은 이미 목숨을 걸고 도박을 하고 있는 상황 이었으므로 그까짓 손이 잘려나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있는 것이었다. 소년은 이에 놀라서 급히 장검에 힘을 주어서 대한의 목을 베 려고 했으나 그렇게 기운을 거두고 다시 발출하는 동안에 대한의 그 우람한 몸뚱이는 이미 아래쪽으로 빠져나가고 있었고 이미 다 른 한손에 들려져 있던 구환도가 소년의 등줄기를 향해 후려쳐오 고 있었다. 소년이 뒤늦게나마 기운을 일으키는 바람에 장검을 잡은 대한 의 손가락은 끊어져 나가게 되었으나 그 순간에 이미 대한의 구 환도가 뒤로 엄습해 들어오고 있었기 때문에 소년의 반격은 이미 누가 보더라도 때가 늦어 있다는 것을 알 수가 있었다. 소년도 이미 그러한 사실을 눈치챘는지 그만 더 이상 장검으로 대한을 후려쳐가지 못하고 그저 한순간 멍하니 서 있었으며 옆에서 그것 을 본 청의소녀의 악! 하는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헌데 다시 장내에 괴이한 일이 벌어졌다. 대한의 구환도는 금 방이라도 소년의 등줄기를 여지없이 쪼개벌릴 것 같았는데 순간 에 느닷없이 퍽! 하는 소리와 함께 가루가 되어 사라졌고 대한의 신형도 뒤로 벌렁 나동그라져서 꼼짝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닌가! 알고보니 그는 어느새 죽어서 육신이 싸늘하게 식어가고 있는 중 이었다. ... ...! 이 느닷없는 불가사의한 변괴에 비단 당사자인 소년과 그 엎의 청의소녀도 심하게 놀랐을 뿐만 아니라 커다란 가옥의 마루위에 앉아서 내려다보고 있던 그 녹포중년인 등도 하나같이 크게 놀라 서 신형을 벌떡 일으켰다. 만일 누군가가 부근에 숨어서 암기로서 대한을 죽이려고 한다 면 그것이야 그다지 어렵지 않은 일이겠지만 그러나 조금전에 벌 어진 것처럼 정강으로 단련되어 만들어진 한 자루의 두환도가 흔 적도 없이 부서져 버린다고 하는 것은 실로 믿기지 않는 일이었 기 때문이었다. "누구냐!" 녹포중년인의 옆에 서 있는 백의노인이 순간적으로 그렇게 소 리쳤는데 대답하는 사람은 없었다. 다만 지금 장내에는 한명의 곱추괴인이 어느새 소리없이 나타 나 있을 뿐이었다. 물론 그 곱추괴인은 바로 다름 아닌 독고상이었다. 녹포중년인 은 독고상이 느닷없이 소년의 옆에 흡사 귀신처럼 등장한 것을 보고는 자신도 모르게 안색이 변해서 소리쳐 물었다. "당신은 누구요?" 독고상이 이에 잠시 소년을 돌아보다가 그 녹포중년인을 향해 오히려 무뚝뚝한 어조로 되물었다. "네가 바로 녹림왕이라는자냐?" ----- 녹림왕 이 사람에 대해서는 당금의 강호상에서는 거의 알려져 있지 않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왜냐하면 당금의 녹림흑도의 무리들이 정파무림인들이 득세를 하는 바람에 자신들이 설 곳을 잃어버리고 지하에 잠적하게 되었 었기 때문이었다. 이 녹림흑도의 무리들이 지하에 잠적한다고 하 는 것은 무슨 산속 깊이 은거한다는 말이 아니라 바로 일전에 보 았던 두가장원의 주인처럼 신분을 위장하고 보통사람들과 같이 생활한다는 말이었다. 녹림흑도의 무리들이 바로 그렇게 철저하게 신분을 위장해서 과거에 벌어들였던 돈으로 생활하고 있기 때문에 그들의 종적을 찾아내는 일은 실로 어렵게 되었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그렇 게 지하에 잠적한 녹림흑도의 무리들은 하나의 치밀한 조직인 녹 림방이라는 것을 결성하고 있었고 그 우두머리는 자칭 녹림천자 라는 자라고 했다. 그리고 그 휘하에는 녹림왕, 수왕, 해왕이라고 각기 불리우는 삼왕이 있다는 것이었다. 독고상도 처음에는 이들이 그저 녹림흑도의 무리들인 것만 알 았지 설마하니 중앙의 그 녹포중년인이 녹림방의 삼대거두들 가 운데의 하나인 녹림왕일 줄은 생각도 못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문득 지금 녹림왕의 주위에 시립하듯이 서 있는 각기 흑과 백의 독특한 색깔을 가지고 있는 두명의 노인들을 보고서야 비로소 그가 녹림왕이라는 것을 확신하게 되었다. 그 흑백의 두 노인은 바로 마도의 흑마공과 백마공이라는 것을 연성한 흑백무상이라는 사람들로서 항상 녹림왕의 주위를 떠나지 않고 그를 호위한다는 말을 들은적이 있기 때문이었다. 비록 녹림왕과 같은 용모는 위장할 수가 있겠지만 그 특이한 흑백무상의 용모는 쉽게 모방할 수가 없을 것이었다. 이 녹림왕이라는 사람은 물론 이전에 보았던 두가장원의 주인 인 탈명검 두덕성과 같은 인물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거물이 었다. 아마도 그들은 동영의 무사들이 밀어닥치자 수하들을 모아 서 심산으로 피신을 하다가 이곳에 이르러서 옛날의 그 도적질을 하던 습관이 되살아나서 이와 같은 참혹한 짓들을 하고 있는 것 이 분명해 보였다. --------------------------- 번 호: 56/90 등록자: 김창현(redhawk) 97/01/24 12:54 (320줄) 제 목: [백상] 개방백의 제자 11장 제 11 장 제자를 받아들이다. 녹포중년인은 잠시 머뭇거리며 괴이한 눈빛을 하다가 이윽고 독고상을 향해 포권하며 입을 열어 대답했다. "불초가 바로 모용현이오. 귀하는 누구시오?" 녹포중년인의 그러한 말은 이미 자신이 녹림왕이라는 것을 시 인하는 것이었고 게다가 독고상이 아까 놀라운 무공을 보여줬었 기 때문에 일단은 그에게 정중하게 대하고자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독고상의 음성은 여전히 차갑기 그지없었다. "설사 녹림천자가 나타난다고 해도 나는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러니 너희들은 어서 그만 사라지는 것이 어떠냐?" 녹림왕 모용현은 독고상이 자신의 질문에 대답하지는 않고 차 갑고 엉뚱한 말만 하고 있는 것을 보고는 다소 안색이 음침하게 변해서 다시 말했다. "우리가 당신의 말대로 따르리라고 생각하시오?" 독고상은 냉랭하게 웃으며 대꾸했다. "만약 너희들이 내 말에 따르지 않는다면 이내 뜨거운 맛을 보 게 될 것이다. 이것은 사실 나의 소주인님께서 말리고 계시기 때 문이지, 동영의 무사들을 피해서 이런 곳에 도망쳐와서 이런 짓 들이나 하는 너희들은 원래 죽어 마땅한 것이다." 이에 녹림왕은 싸늘하게 웃었다. "당신이 과연 우리를 그렇게 할 수가 있을까?" 독고상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입으로는 대답하지 않았지만 그러나 그것을 이내 몸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녹림왕의 말이 끝나는 순간 그의 신형은 유령처럼 흐릿하게 변 해서 녹림왕의 면전을 향해 빠르게 덮쳐갔던 것이었다. 그의 신형은 조금전에 서 있을 때는 별로 대단해 보이지 않았 으나 일단 움직이기 시작하자 구름같은 기세가 그의 전신에서 발 출되며 그의 신형이 마치 허깨비처럼 빠르고 기척도 없이 상대의 면전으로 허공을 가로질러 날아가는 것이었다. 실로 그러한 독고 상의 모습은 가히 녹림왕의 놀라움을 사기에 충분했다. 그는 아까 솔직히 독고상이 느닷없이 모습을 드러내는 바람에 완전히 그의 실력에 대해서 믿지 못하고 있다가 이제야 실감을 하고 안색이 대변하게 되었다. 독고상이 허공을 가로질러 허깨비 처럼 빠르게 날아오는 것을 보고는 먼저 녹림왕의 좌우에 서 있 던 두 노인 흑백무상이 각기 노갈을 터뜨리며 황급히 신형을 날 려서 독고상을 저지하기 위해 각기 장력을 휘둘렀다. 그들의 장력은 이른바 흑마공과 백마공이라고 불리우는 내공에 서 유래된 흑마장과 백마장이라는 것으로 내력이 지극히 음독하 면서도 사악한 기운이 사방을 뒤덮는 것이었다. 이 흑백무상은 이미 나이가 많고 오랜 경험이 쌓인 노강호들이 라고 할 수가 있었기 때문에 비록 출수하는 것은 다소 늦었지만 이내 독고상의 앞을 각기 흑백의 무수한 장영으로 뒤덮어 버릴 수가 있게 되었다. 이때 녹림왕 모용현은 흑백무상이 자신의 앞을 막아주자 급히 신형을 뒤로 움직여서 달아날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는 한순간에 독고상의 무공이 자신과는 비교조차 할 수가 없 이 고강한 것이라는 사실을 간파했던 것이었다. 독고상은 이것을 보자 이내 우수를 가볍게 휘저었다. 꽈릉! 독고상의 장력과 흑백무상의 합세한 장력이 중간에서 맞부딪치 자 일순 거대한 폭약이 터진 것 같은 굉음이 터저나오며 커다란 가옥이 무너질 듯이 들썩거렸고 그에 따라서 흑백무상은 각기 한 걸음씩 비척거리며 뒤로 물러났고 독고상의 신형도 잠시 주춤하 며 뒤로 물러나는 것 같았다. 확실히 이 흑백무상의 무공은 명실상부하게 대단한 점이 있었 다. 녹림왕은 마악 신형을 날려서 달아나려다가 문득 이와 같은 광 경을 보고는 감시 갈피를 잡을 수가 없는 듯이 그 자리에서 머뭇 거렸다. 만일 흑백무상이 약간 밀리는 정도라면 자신이 그들과 합세를 한다면 능히 이 곱추괴인을 이길 수도 있지 않겠느냐 하 는 생각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허나 그 순간의 일이었다. 흑백무상과의 한번의 격돌로 뒤로 주춤 물러서는 듯 하던 독고 상의 신형이 미처 바닥에 닿기도 전에 느닷없이 허공을 한차례 선회하면서 오히려 더욱 빠르게 녹림왕의 면전으로 덮쳐오는 것 이 아닌가! 녹림왕은 그것을 보자 일순 안색이 흑빛으로 변했다. 그렇다. 기실 조금전에 독고상이 흑백무상의 공격에 의해 약간 주춤한 듯 했던 것은 그저 그의 단순한 연기에 불과했던 것이었다. 원래 이 독고상의 용모가 지극히 추악하고 볼품이 없어서 그가 멍청하거나 능력이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기가 쉬운 것이었다. 녹림왕도 원래는 매우 성격이 세심한 사람이었는데 그만 조금전 에 그러한 이유로 인해서 잠시 착각을 일으키게 되었던 것이었으 며 뒤늦게 독고상이 빠르게 다가오는 것을 보고는 자신의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알고 후회했으나 물론 이미 늦어 있었다. 독고상이 만일 흑백무상의 공격에 약간 타격이라도 받았다면 그와같이 금방 더욱 빠른 속도로 녹림왕을 향해 날아갈 수는 없 었을 것이다. 흑백무상은 물론 독고상이 자신들을 헤치고 날아가 는 것을 보았지만 이제는 체내의 진기가 흩어져 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급히 그를 제지할 수가 없었다. 녹림왕은 이것을 보자 이 제는 더 이상 달아날 수가 없다고 생각했는지 두 눈에서 악독한 빛을 발하며 전력을 다해서 우장을 내밀었는데, 어느새 그의 장 은 시퍼렇게 변한 채 평소보다 무려 두배 가까이나 부풀어올라 있었는데 거기에서는 흡사 시체썩는 듯한 냄새가 강렬하게 풍겨 나왔다. 아니 다음 순간에는 거기에서 뻗어나온 막강한 기운에 의해서 그의 신형이 흐릿하게 사라지며 하나의 거대한 손바닥만 이 남아 있는 것 같은 모습을 보이는 것이었다. "현천마수로군!" 독고상은 그것을 보자 그와 같이 소리치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유령처럼 빠르게 다가와서 가볍게 우수를 휘저었다. 이번에는 조금전의 흑백무상을 상대할 때와는 비교도 되지 않 을 정도의 막강한 무형진기가 발출되었음은 물론이었다. 녹림왕이 시전한 이 현천마수라는 것은 원래 현천문의 절기로 서 현천마공을 바탕으로 하는 것이었는데 그 위력이 막강하여 십 장 반경 이내의 물체는 무엇이든지 부술 수가 있다고 하며 심지 어 그 시독의 냄새만 맡기만 해도 죽음을 당하고 만다는 사악한 장력이었다. 퍽! 그런데 뜻밖에도 두개의 장력이 부딪쳤는데도 불구하고 조금전 과는 달리 그저 미미한 음향이 진동하면서 녹림왕의 신형이 그대 로 사오장이나 날아가서 떨어지는 것이 아닌가! 그러는 녹림왕의 입속에서는 검은 핏물이 폭포수처럼 쏟아져 나오고 있었고 게다 가 그의 육신이 문짝을 뚫고 벽면에 부딪쳐서 떨어진 이후에 전 혀 꼼짝도 하지 못하는 것을 보니 이미 즉사한 것이 분명했다. 실로 독고상은 그 손속도 잔혹한 면모가 있었지만 기실 녹림왕 의 현천마수조차 무용지물로 만들어 버리면서 이내 그를 즉사시 키는 그의 조금전에 보여준 무형장력은 실로 가공스럽기 그지없 는 것이었다. 이 녹림왕은 이미 공력이 삼갑자에 달해서 최절정의 경지에 올 라 있는 사람이었다고하면 누가 믿을 수가 있겠는가. 독고상이 단 일수로서 녹림왕을 격퇴시키고 이어 그 녹림왕이 화살처럼 뒤로 날려가는 것을 보고 뒤늦게 흑백무상이 다시 동시 에 독고상을 향해 덮쳐왔다. 그 순간에 독고상은 다시 신형을 돌 리면서 그들에게 바싹 다가가서 좌우수를 거의 동시에 가볍게 휘 저었는데 돌연 역시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조금전에는 다소 비 슷한 듯 하던 흑백무상이 이번에는 독고상이 장력을 발출하는 순 간에 느닷없이 비명소리도 지르지 못하고 밖으로 날려나와서 맥 없이 바닥에 털썩털썩! 하고 쓰러져 버리는 것이 아닌가! 놀랍게도 그들의 가슴부위에는 각기 작은 손바닥만한 구멍아 뻥하니 뚫려 있었다. 가슴에 손바닥만한 구멍이 난 사람이 살아있을 리는 없는 것이 므로 그들은 거의 한순간에 동시에 황천길로 가버린 것이었다. ... ...! 장내에는 상당히 많은 녹림흑도의 무리들이 있었지만 실로 그 와 같은 광경을 보자 그만 저마다 대경실색하여 감히 앞으로 나 서서 대항하려는 사람들이 생겨나지 않았다. 그것은 독고상이 워낙에 손속에 인정을 두지 않았기 때문이기 도 했다. 독고상은 우선 녹림왕이 완전히 숨을 거둠것을 확인한 연후에 천천히 밖으로 걸어나와서 녹림도적들을 향해 거칠게 소리쳤다. "네놈들은 감히 이래도 사라지지 않겠느냐?" 일단 녹림왕 등이 죽음을 당한 이후에는 녹림도적들은 구심점 이 없어졌고 게다가 독고상이 자신들에게도 살수를 펼칠 것이라 고 생각하며 내심 긴장하고 있었는데 그와 같은 말을 듣고 나자 저마다 얼굴을 돌아보더니 급히 사방으로 신법을 펼쳐서 줄행랑 을 놓기 시작했다. 그들은 이미 죽었던 목숨이 되살아난 것이나 다름이 없는 상황 이기 때문에 그야말로 안간힘을 다해서 내달려서 이내 순식간에 마을 밖으로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 ... 따라서 장내는 갑자기 너무나도 조용하게 변해버리고 말았는데 그때 문득 한줄기의 온화한 음성이 들려와서 아직 마당에 남아있 는 마을 사람들의 마음을 시원하게 해주었다. "너는 그들을 죽이지 못한 것을 아쉽게 생각하느냐?" 소년은 급히 그쪽으로 고개를 돌리다가 느닷없이 한명의 백의 서생이 여유있는 모습으로 자신을 바라보며 다가오고 있는 것을 보고는 다소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이내 그가 독고상과 어떤 연관이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간파하고는 잠시 생각하다가 입을 열어 대답했다. "그들의 우두머리가 이미 죽었으니 그것으로 되었다고 생각합 니다. 만일 저런 사람들을 모두 죽이자면 한이 없을 테니까요." 방금 나타난 백의서생은 물론 왕자안이었다. 왕자안은 소년의 말에 담담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그렇다. 너의 마음이 그렇게 넓으니 실로 마음에 드는구 나." 소년은 실로 겉으로 보기에도 허약하고 수척해 보이나 이러한 참혹한 분위기 속에서 초탈한 듯한 맑고 고요한 기품이 느껴지는 왕자안을 기이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다시 말했다. "하지만 저는 나중에는 필히 세상의 사마외도를 모조리 제거하 고 이 땅에 정의를 구현하고 싶습니다." 그것은 십오세 정도의 어린 나이에 걸맞지 않게 제법 심지가 굳고 깊이가 있는 말이었다. 왕자안은 역시 담담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생각이다." 바로 그때 느닷없이 그 옆에서 노인을 부축하여 열심히 간호하 고 있던 청의소녀의 처절한 외침소리가 들려와서 소년의 정신을 번쩍들게 만들었다. "앗! 아버지! 아버지 돌아가시면 안되요!... ..." (... ...!) 소년은 이에 그만 안색이 변해서 황급히 그쪽으로 다가갔고 주 위사람들도 일순 놀라서 그쪽으로 시선을 보냈다. 알고보니 그 청의소년의 부친이라는 그 노인은 이미 회생할 수 없는 치명적인 중상을 입어서 안타깝게도 조금전에 운명하고 말 았던 것이었다. 왕자안은 그저 조용한 신색으로 그 시신의 앞에 서 처절하게 울부짖는 남매의 모습을 바라보았으며 독고상도 천 천히 그의 뒤에 다가와서 시립하듯이 섰다. 이제야 다소간의 여 유를 되찾은 마을사람들이 더러는 그 노인의 시신 주위로 모여들 기 시작하고 있었고 혹은 더러는 가족들과 함께 자신들의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들도 있었다. 왕자안은 마을사람들 가운데서 점차로 그 노인의 시신의 앞에 엎드려서 흐느끼는 사람들이 늘어나기 시작함에 따라서 주위가 복잡해지자 독고상과 함께 우선 마당의 한쪽으로 물러나서 잠시 기다렸다. 사위에는 어느새 해가 지고 황혼의 붉은 저녁노을이 짙게 물들 기 시작하고 있었다. 참혹하게 부상을 당한 사람들과 숙연하고도 처절한 울부짖음, 그리고 이미 절반 이상이나 불타버린 마을의 가옥들과 그 페허속 에서 뒹굴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의 시신들 그러한 것들이 황혼의 붉은 저녁노을과 함께 어우러져서 이 작은 마을전체는 갑자기 그 야말로 핏빛에 잠길듯한 느낌을 주었다. 하지만 기실 이런 깊은 산중일수록 그러한 붉은 저녁노을은 오 래가지 않는다. 이윽고 잠시후에 그러한 짙은 저녁노을도 모두 사라지고 나서 사방이 상당히 어두워졌을 때 문득 분위기가 다소 가라앉은 틈을 타서 예의 그 소년이 왕자안과 독고상을 찾아와서 새삼스럽게 정 중한 태도로 인사한 뒤에 이렇게 말했다. "여러분들께서 이렇게 저희들을 구해주시고 또한 복수까지 해 주셨으니 이 은혜는 결코 잊지 않겠습니다!" 소년은 알고보니 부친의 죽음 때문에 얼굴에 깊은 상심이 서려 있었으나 그 와중에도 자신이 미처 구명지은에 대한 사례의 말을 하지 않았다는 것을 생각하고는 일부러 이렇게 와서 예의를 갖추 는 것이었다. 왕자안은 문득 그러한 소년이 매우 기특하게 생각되어 입을 열 어 물었다. "그렇다면 너는 우리의 부탁을 하나 들어주지 않겠느냐?" (... ...?) 소년은 뜻밖에도 왕자안이 자신을 향해 그와 같은 말을 할 줄 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으므로 잠시 어리둥절해 하다가 대답했다. "저희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무슨 부탁이라도 들어드리겠습니 다." 왕자안은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했다. "물론 내가 하려는 부탁은 네가 능히 할 수 있는 일이고 또한 도의에도 어긋나지 않는 일이다." 소년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물었다. "그 부탁이란 무엇입니까?" 왕자안은 미소하며 대답했다. "그것은 바로 우리가 오늘 하룻밤을 이집에서 묵어갈 수 있도 록 허락해 달라는 말이다." (... ...!) 소년은 왕자안이 그토록 쉬운 부탁을 하리라고는 더욱 생각하 지 못했다. 그는 다시 어리둥절해 하다가 왕자안과 그 뒤에 서 있는 독고 상의 얼굴을 번갈아 바라보며 되물었다. "제게 부탁할 것이 그것밖에는 없습니까?" 왕자안은 미소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 너는 이 일이 쉬울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겠지만 그러 나 기실은 지금의 상황에서는 쉽지 않을 것이다. 너는 이제 모든 상황을 처리해야 할뿐만 아니라 우리 두 사람에게 밥도 지어줘야 하는 것이 아니겠느냐?" 소년은 고개를 가로 저었다. "하지만 그런 일이라면 오히려 저희들이 바라고 있는 일입니 다." 왕자안은 부드럽게 웃었다. "네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니 다행이다." ... ... 이 왕자안의 나이는 대략 살펴보아도 소년보다 다섯살 쯤 더먹 어 보이는 것이어서 그다지 나이가 많은 것이라고는 말할 수가 없었다. 소년은 기실 그보다 많은 나이의 사람들에게도 늘상 공 경을 받아왔었기 때문에 자신보다도 다섯살쯤 나이가 많다는 것 은 거의 아무런 의미도 없다고 말할 수가 있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이 왕자안에게서는 실로 나이에 걸맞지 않 는 신비롭고도 달관한 듯한 평온한 분위기가 깃들고 있어서 감히 법접할 수 없는 느낌을 주었다. 아까부터 그가 처음 보자마자 반말을 하고 있었는데도 그것이 전혀 귀에 거슬리기는커녕 아주 자연스럽게 들리고 있었는데 소 년은 문득 그러한 사실을 깨닫고는 매우 기이하게 생각했다. 하지만 소년은 이내 바삐 신형을 움직여서 왕자안을 그 커다란 가옥의 내부에 있는 하나의 깨끗한 상방으로 안내했으며 동시에 마을사람들과 함께 의논해서 부상자들과 시신들을 수습하고 그리 고 밥을 지어서 왕자안과 독고상에게 먼저 갖다준 다음에 자신들 도 함께 모여서 식사를 했다. 그날의 밤은 폐허 속에서 처절한 사람들의 울부짖음이 그치지 않아서 매우 길고도 고통스러운 하룻밤이었다. 그러나 제아무리 고통스러운 현실이라고 해도 역시 밤이 지나 가자 새벽이 밀려들었으며 아침이 다가왔다. 점차로 사방에 햇살이 비치기 시작하자 그래도 어젯밤과는 달 리 마을의 곳곳에서 생기가 일기 시작하고 그리고 울부짖는 소리 도 멎어졌다. * * * 독고상이 마련해온 세숫물로 간단하게 세수를 마친 다음에 이 윽고 소년이 다시 직접 가지고 온 음식으로 아침식사를 마치고 났을 때 왕자안은 문득 방밖에 소년이 가지 않고 기다리고 서 있 는 것을 알고는 방문을 열고 입을 열어 물었다. "너는 혹시 우리에게 하고 싶은 얘기라도 있는 것이 아니냐?" (... ...!) 소년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이윽고 독고상쪽을 바라보며 대답했 다. "실은... ... 저분에게 한가지 부탁의 말씀을 드리고 싶어서요." 보아하니 소년은 밤새도록 전혀 잠을 자지 않았는지 얼굴이 부 석부석하고 두 눈이 퉁퉁 부어 있었다. 하지만 빨개진 소년의 두눈에는 아직 영기가 흐르고 있어서 총 명한 자질을 느낄 수 있게 했다. 독고상은 원래 거의 말이 없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소년이 자신 을 바라보는 것을 보자 이번에도 그저 묵묵히 시선만을 그를 향 해 보냈다. 왕자안은 그것을 보고 가볍게 웃으며 소년에게 다시 말했다. "그에게 무슨 부탁을 하려는 것이냐? 어서 말해 보아라." 소년은 이에 독고상의 눈치를 살피며 다소 머뭇거렸다. "그, 그것은 실은... ..." 왕자안은 그것을 보고 물었다. "내가 옆에 있다면 말하기가 곤란한 것이냐?" 소년은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하지만 이것은 염치가 없는 부탁이라서... ... 제가 생각해보면 저분께서 아마도 들어주시지 않을 것입니다." 왕자안은 이에 웃으며 다시 물었다. "그래서 너는 그 부탁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냐?" 소년은 재차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왕자안은 미소하며 말했다. "그렇다면 너는 어서 그 부탁을 해보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 소년은 왕자안의 어조에 기이한 여운이 깔려있는 것 같은 느낌 을 받고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마침내 독고상의 앞으로 다가가서 무릎을 끓고 엎드리며 공손하게 말했다. "저를 부디 제자로 삼아 주십시오!" ... ...! 독고상은 그저 무심코 있다가 소년의 그와 같은 부탁을 받고는 잠시 어리둥절해지고 말았다. 비록 평소에 거의 말이 없는 그였지만 지금에는 도저히 말을 하지 않을 수가 없어서 소년을 향해 입을 열어 물었다. "너는 무엇을 배우려고 하느냐?" 소년은 즉시 고개를 조아리며 대답했다. "저는 물론 선배님께 무공을 배우려는 것입니다." 독고상은 잠시 소년의 엎드린 모습을 바라보다가 문득 그 소년 이 이미 무공을 배우겠다는 마음을 굳힌것을 알고는 은근히 얼굴 에 미소를 떠올렸다. 독고상은 기실 어제 저녁때 처음보는 순간 부터 이 소년이 아주 마음에 들었었던 것이었다. 미소를 떠올린다고 해봤자 그저 안면의 근육이 더욱 일그러진 것에 불과했지만 독고상은 그런 상태로 다시 물었다. "너는 나의 어떤 무공을 배우려고 하느냐?" (... ...?) 소년은 독고상의 질문에도 역시 알 수 없는 여운이 깔려 있는 것을 느끼고는 고개를 들어서 잠시 생각을 하다가 대답했다. "그것은... ... 어제 선배님께서 그 녹림도적들을 무찌르신 무공 은 정말로 제가 처음보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비록 이제까지 혼 자서 무공을 연습해 왔었지만 그러한 광경을 보는 순간에 저의 무공은 그저 우물안의 개구리와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 ... 기왕 이면 선배님께 무공을 배웠으면 하는 것입니다." --------------------------- 번 호: 57/90 등록자: 김창현(redhawk) 97/01/24 12:56 (404줄) 제 목: [백상] 개방백의 제자 12장 제 12 장 무아문의 문주. 독고상은 다소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다시 물었다. "하지만 너는 최고의 무학은 배우고 싶지 않다는 말이냐?" (... ...?) 소년은 잠시 어리둥절해져서 고개를 들고 독고상의 얼굴을 바 라보다가 대답했다. "그것은 무슨 말씀이신지... ... 저로서는 물론 그러고 싶은 욕심 은 있지만 ... ... 그러나 제가 감히 그런 무학을 배울 수가 있겠습 니까?" 독고상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너는 자질이 아주 훌륭하니 그럴만한 자격이 있다. 다만 보다 훌륭한 스승을 만나야 하는 것이다." 소년은 더욱 어리둥절해져서 물었다. "그렇다면 제가 다른 스승을 모셔야만 한다는 말씀입니까?" 독고상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 소년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다시 물었다. "그럼 그분은 어디에 계십니까?" 독고상은 아주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너는 그 분을 앞에 두고도 어찌 찾고 있느냐?" (... ...!) 소년은 독고상의 그 말에 내심으로 뭔가 확연하게 깨달아지는 바가 있어서 급히 왕자안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렇다! 저 분은 비록 겉으로는 무공을 익히지 않은 것 같지 만 그러나 보아하니 이분의 주인인것 같은데, 그렇다면 혹시 더 욱 높은 무공을 연마하신 분이 아닐까?) 소년은 그렇게 내심으로 생각을 굴렸다. 왕자안은 자신의 얼굴 을 빤히 바라보는 소년의 얼굴을 조용히 바라보며 입을 열어 물 었다. "너는 혹시 나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는 것이 아니냐?" 소년은 잠시 흠칫하여 생각하다가 되물었다. "혹시 당신께서 천하제일의 무공을 연마하신 분이십니까?" 왕자안은 고개를 가로 저었다. "그렇지는 않다." 헌데 소년이 마악 실망을 하려고 하는 데 문득 왕자안이 미소 하며 이렇게 말을 잇는 것이었다. "하지만 비록 익히지는 않았어도 그 천하제일의 무공을 가르칠 수는 있다." (... ...!) 소년은 왕자안이 말하는 그 깊은 의미를 다 이해할 수는 없었 지만 대강의 요지를 파악할 수가 있었으므로 이내 왕자안을 향해 큰 절을 올리면서 말했다. "그렇다면 저에게 그 무공을 가르쳐 주십시오!" 왕자안은 묵묵히 소년의 큰절을 받은 이후에 바닥에 엎드려 있 는 소년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다시 말했다. "내가 너에게 무공을 가르쳐주는 것은 어렵지 않다. 하지만 나 는 너에 대해서 아직 아무것도 듣지 못했는데 어찌 너를 제자로 삼을 수가 있겠느냐?" 이에 소년은 즉시 입을 열어서 자신과 주변의 사람들에 대해서 소상하게 말하기 시작했다. 이 소년의 이름은 상관엽이라고 했고 소년의 누나인 청의소녀 는 산관지라고하여 십칠세의 나이였고 이제는 단 둘밖에 남지 않 은 남매였다. 그들 남매의 어머니는 일찍이 세상을 떠났었기 때 문에 그들은 부친과 함께 살아오게 되었었는데 어젯밤에 그 부친 이 그만 불의의 변을 당해서 세상을 떠나게 되었던 것이었다. 그런데 왕자안과 독고상은 그 상관엽의 죽은 부친의 이름을 듣 고는 다소 놀랐다. 다름이 아니라 어제 저녁때 죽은 그 노인은 바로 상관승이라는 사람으로 과거에 한때 깊은 학식으로 인해서 일명 안휘대유라고 불리우던 사람이었기 때문이었다. 안휘대유 상관승은 비록 깊은 학식을 갖고 있었으나 세상의 일 에 나서지 않았고 게다가 두 남매의 어머니인 부인이 일찍이 세 상을 뜨자 이 산촌으로 와서 정착하고 살게 되었는데 마을의 사 람들은 그의 인품과 학식을 존경하여 그를 촌장으로 모시고 극진 하게 따랐었다. 헌데 느닷없이 바로 어제 오후에 녹림도적의 무리들이 들이닥 쳐서 오랫동안 평화롭던 마을이 온통 폐허로 변하고 안휘대유는 덧없게도 쓸쓸하게 생을 마치게 되었던 것이었다. 왕자안은 묵묵히 소년 상관엽의 말을 듣고 있다가 문득 물었 다. "하지만 네가 이곳 촌장의 아들이라면 해야할 일도 많을 것이 고 또한 선친의 장례식도 치뤼야할 것인데 지금 나를 따라갈 수 가 있겠느냐?" 소년 상관엽은 눈앞의 신비롭게 느껴지는 왕자안이 이미 자신 을 제자로 삼기로 작정했다는 것을 파악하고는 더욱 공손하게 대 답했다. "그 일에 대해서는 어젯밤에 여러가지로 생각도 해보고 또한 의논도 해보았습니다. 그리고 나서의 결론은 역시 능력이 없다면 아무것도 지킬 수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왕자안은 다시 물었다. "그럼 너는 이제 마을 사람들을 전혀 상관하지 않겠다는 말이 냐?" 상관엽은 대답했다. 원래 그들은 과거에 우리들이 이곳에 오기 전에도 잘 살고 있 었으므로 우리가 없어진다고 해도 역시 잘살게 될 것입니다. 그 리고 제가 여기에 있는다고 해도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할 석입 니다. 왕자안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다시 물었다. "하지만 너의 선친의 장례식을 치루려면 아무래도 앞으로 며칠 은 걸릴 것이 아니냐?" 상관엽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대답했다. "실은... ... 어젯밤에 이미 아버님의 묘소를 만들어 드렸습니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장례식을 거창하게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또한 앞으로 언제 그 녹림도적들이 침입해올지 모르는 상황이기 때문에 차라리 제가 더욱 열심히 무공에 정진하여 천하의 정의를 구현할 수가 있다면 그것이 오히려 돌아가신 아버님께 효도하는 일이라고 생각한 것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사실 저의 누나와도 상의하여 결정한 일입니다. 왕자안은 다시 물었다. "그럼 너의 누나는 이곳에 남겨두고 떠날 생각이냐?" 헌데 그때의 일이었다. 느닷없이 마루의 끝에서 한 명의 청의소녀가 천천히 이쪽으로 걸어오더니 상관엽의 곁에 이르러서 왕자안을 바라보며 큰절을 올리는 것이었다. 그녀는 바로 다름아닌 상관엽의 누나인 상관지 였다. 비록 아직 피묻은 청의를 입고 있었고 안색이 창백해 보였 지만 그러나 그녀의 전신에서는 아주 순결한 기운이 흐르고 있었 고 또한 유난히 맑고 크게 느껴지는 두 눈에는 조용한 빛이 흐르 고 있는 것 같았다. "두분께서 저희들을 구해주셔서 뭐라고 감사의 말씀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어요!" 이 청의소녀 상관지는 비록 어제 저녁때에는 그토록 구슬프게 울었었으나 정작 오늘 아침에는 그런 기색은 간곳이 없고 매우 차분하고도 조용한 신색이었다. 왕자안은 비단 상관엽뿐만 아니 라 이 청의소녀 상관지 역시 대단히 훌륭한 면모가 있는 것을 느 낄 수가 있었다. 왕자안은 그 큰절을 받고 난 뒤에 입을 열어 물었다. "그대는 그럼 이곳에 홀로 남을 생각이오?" 상관지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원래 저의 동생은 어머니의 얼굴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자라났 으므로 항상 제가 보살피다시피 했었지요. 그러므로 이번에도 동 생을 혼자서 떠나보낼 수가 없어서 제가 함께 따라가서 보살펴 주고자 합니다. 혹시 제가 함께 따라간다고 해서 불편하신 점은 없겠나요?" 하기는 상관엽을 보살펴 준다는 의미도 있겠지만 이제 나이 십 칠세 정도의 소녀가 이런 폐허속에서 혼자서 살아간다는 것이 더 욱 견딜 수가 없는 일인 것이었다. 비록 강호로 따라나서게 된다 면 위험은 있겠지만 그러나 이곳에서 혼자 살아가는 것보다는 나 을 것이라는 생각에서 그런 결정을 내린 것 같았다. 왕자안은 차 마 그녀 혼자서 이곳에 살도록 떼어놓을 수가 없어서 미소하며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낭자가 함께 따라가서 엽아를 보살펴 준다면 그것은 오히려 도움이 될 것이며 불편하지는 않을 것이오, 그러니 낭자가 마음 대로 하시오." (... ...!) 상관지는 그 말을 듣고 일순 왕자안이 자신의 처지를 생각해서 그런 말을 한 것을 알고는 문득 감격하여 약간 눈물을 글썽거렸 다. 그러나 그녀는 이내 내색하지 않고 고개를 숙이면서 말했다. "그렇다면 지금 곧 출발할 준비를 서두르도록 하겠어요!" 말과 함께 상관지가 바삐 몸을 일으켜서 밖으로 나가자 이어 왕자안은 다소 정색한 표정으로 상관엽을 향해 다시 말했다. "엽아! 네가 진정으로 나의 제자가 되려고 생각한다면 일단은 정식으로 다시 예를 갖추지 않을 수가 없다. 본문은 사실 강호상 에서 거의 알려지지 않은 문파로서 무아문이라고 불리우고 있다. 나는 바로 본문의 문주이며 여기 있는 독고상, 독고노인은 바로 너의 사백이되는 것이다. 본문의 제자는 스승에게 구배지례를 올 리게 되어 있는 것이니 너는 다시 나와 너의 사백에게 예를 갖추 도록 해라!" 상관엽은 이미 어제 저녁때 신기하기 짝이 없는 독고상의 절기 들을 보았었기 때문에 왕자안이 말하는 무아문의 제자가 된다는 사실에 내심 기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상관엽은 이내 즉시 왕자안과 독고상을 향해 공손하게 예를 갖 추었으며 이어 마침내 궁금하던 점을 물었다. "헌데 저어... ... 사부님의 존함은 어떻게 되십니까?" 왕자안은 부드럽게 미소하며 대답했다. "나의 이름은 왕자안이라고 한다." * * * 상관남매가 떠난다고 하자 많은 마을 사람들이 달려와서 아쉬 운 작별을 나누었고 그 때문에 다소 지체되기는 했으나 어쨌든 일행은 정오가 되기전에 상관남매가 급히 준비한 한대의 마차를 타고서 낙양을 향해 내달리기 시작했다. 마차의 마부석에는 독고상이 혼자 앉아서 말을 몰았으며 마차 의 내부에는 왕자안이 상관남매와 함께 올라탔다. 왕자안은 마차의 앞자리의 좌측에 앉았으며 그의 옆인 앞자리 의 우측에는 상관엽이 앉았고 그리고 마차의 뒷자리의 우측에는 상관지가 자리하고 앉았는데, 잠시 마차가 달리는 동안 은근히 왕자안이 그들 남매의 행동거지를 살펴보니 그들 남매는 이제 불 과 부친을 불의의 참사로 잃은지 하루도 되지 않은 상태에도 불 구하고 겉으로 전혀 그러한 상심한 내색을 하지 않고 오히려 제 법 차분하고도 절제되어 있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을 보고는 내심 절로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특히 상관엽이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그와 같은 의젓한 모습 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것도 매우 기특한 일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기실은 그보다는 일개 연약한 소녀의 몸이면서도 능히 여느 장부 와 다름이 없는 외유내강한 모습을 보여 주고 있는 침착한 상관 지의 행동거지는 더욱 보기 드문 일인 것이었다. 지금 그들 남매 는 각기 깨끗한 새옷으로 의복을 단정하게 갈아입고 있었고 상관 지는 검은머리에 하얀색의 조화를 한송이 달아서 선친의 죽음에 대한 소복을 대신하고 있었으며 상관엽은 그저 그런 것도 없이 좌측 허리춤에 한자루의 장검을 달랑 매달고 있는 상태였다. 이 두명의 남매는 그저 한눈에 보기에도 그야말로 사람 가운데 의 용과 봉황과도 같아서 하나는 매우 영기발랄했으며 다른 하나 는 지혜롭고 순결한 아름다움이 돋보이고 있었다. 하긴 그들이라고 해서 어찌 하루아침에 천애고아가 되어 버린 슬픔이 없겠는가만은 지금은 상관엽이 훌륭한 사부를 맞이하여 새출발을 하게 된 상황이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억지로 그 슬픔을 참고 내색하지 않고 있는 것이었다. ... ... 왕자안은 한참동안 묵묵히 마차의 창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주 위의 경물들을 바라보고 있다가 이윽고 문득 고개를 옆으로 돌려 서 상관엽을 향해 입을 열어 말했다. "엽아! 너는 이 마차가 어째서 낙양을 향해 달리고 있는 것인 지 알고 있느냐?" 상관엽은 비록 이 기이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듯한 사부를 맞 이하여 왠지 어려운 느낌이 들어서 감히 쉽게 질문할 수가 없었 지만 솔직히 내심으로는 그것에 관해서 궁금하게 생각하고 있었 던 참이었으므로 숨기지 않고 즉시 고개를 가로 저으며 대답했 다. "모르겠습니다. 사부님! 우리는 어째서 지금 낙양으로 가고 있 는 것입니까?" 이 사부라는 호칭은 비록 부르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는 않았지 만 왕자안의 기이한 분위기 때문인지 이상하게도 두사람 사이에 는 아주 잘 어울렸으며 상관엽은 그렇게 부르는 것이 조금도 어 색하게 느껴지지 않고 있었다. 왕자안은 부드럽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우리는 지금 네가 말한 대로 천하의 정의를 구현하기 위해 가 고 있는 것이다." (... ...?) 상관엽은 일면 이해할 수 있을 듯 하면서도 도저히 알 수 없을 것 같은 왕자안의 말을 듣고는 내심 고개를 갸웃 거렸으나 깊이 캐묻지는 않았다. 상관엽은 처음 만났었을 때부터 왕자안이 아주 기이한 사람이라는 것을 느꼈었었지만 이제는 그를 사부로 모시 게 되자 왠지 더욱 어려운 느낌이 들었던 것이었다. 왕자안은 마 치 그러한 상관엽의 마음속을 그대로 훤하게 들여다보고 있는 것 처럼 재차 부드럽게 미소를 짓더니 물었다. "너는 혹시 이전에 어떤 무공을 배운적이 있느냐?" 상관엽은 마침 사부가 자신이 가장 관심을 가지고 있고 또한 쉽게 대답할 수 있는 사항에 대해서 질문 해주는 것을 보고는 즉 시 눈빛을 빛내며 대답했다. "예. 저는 우연히 얻은 육합검보상의 내공심법과 검법을 혼자 서 수련했을 뿐입니다. "왕자안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내 이미 그러리라고 짐작하고 있었다." (... ...!) 이어 왕자안은 일순 느릿하게 손을 내밀어서 상관엽의 맥문을 깊어본 다음에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말을 계속했다. "기실 강호상에는 무수한 종류의 무공들과 내공심법들이 존재 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이 내공심법에 있어서는 그 수련방법에 있 어서 다소간의 차이를 보이게 되는 것이지 그 도리는 대개가 비 슷비슷한 법이다. 하지만 비록 비슷비슷한 도리일지라도 그것이 일단 심오한 부분에 들어가게 되면 약간의 차이에 따라서 나중에 심각한 오류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는 것이므로 역시 함부로 세상 에 떠도는 비급상의 내공심법을 그대로 믿고 배워서는 안되는 것 이다. 그것은 거의 모험에 가까운 일이기 때문이다." 상관엽은 그 말에 다소 놀라서 급히 물었다. "그럼 제가 수련한 그 내공심법은 잘못된 것이었습니까?" 왕자안은 천천히 고개를 가로 저었다. "그렇지는 안다. 다행이도 네가 배운 육합기공은 거의 정통에 가까운 것이어서 그리 심각한 오류를 불러일으키지 않았고 게다 가 네가 아직 그것을 절정의 경지로 연마하지 않았기 때문에 설 령 약간의 오류가 있다고 해도 지금으로서는 그다지 문제가 없는 상태이다. 그런데... ..." 왕자안은 상관엽의 얼굴을 직시하며 말을 이었다. "알고보니 너의 내공은 이미 일갑자의 수준에 올라 있더구나. 혹시 이전에 무슨 기연이라도 만났었던 것이 아니냐?" 그렇다! 기실 어제 저녁때 상관엽이 그 구환도를 쓰는 대한을 맞이하여 일대의 격전을 벌였을때 단순히 그에게 검법의 조예만이 있었다 면 아무래도 조렇게까지 활약할 수가 없었을 것이었고 거의 상대 도 되지 못했었을 것이었다. 상관엽을 상대했던 대한은 미처 그런 점을 생각하지 못했었지 만 실상 상관엽에게는 이미 일갑자에 달하는 공력이 있어서 그 대한의 공력에 버금가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것은 마치 제아무리 교묘한 수단을 가지고 있는 재주꾼이라고 해도 워낙에 힘이 좋은 장사를 만나게 되면 미처 그 재주를 발휘할 수가 없게되는 것과 마찬가지인 것이다. 상관엽은 이에 문득 가볍게 안색을 붉히면서 대답했다. "예. 사실은... ... 몇년전에 육합검법을 수련하기 위해 깊은 산 속으로 들어갔다가 거기에서 큰 구렁이 한마리를 만나서 싸움을 벌이다가 그 피를 마시게 되었는데 이상하게도 그 뒤로는 전신에 힘이 넘치고 검법을 펼치는 것이 아주 쉬워졌습니다. 따라서 저 는 나중에야 비로소 그 구렁이의 피가 저의 내공을 높여주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왕자안은 가볍게 눈쌀을 찌푸리며 다시 물었다. "구렁이라고? 그 구렁이는 어떻게 생긴 것이었지?" 상관엽은 고개를 갸우뚱하며 생각하는 듯 하다가 이윽고 대답 했다. "예. 그 구렁이는 워낙에 특이하게 생겼었다 때문에 제가 아직 도 기억하고 있는데... ... 길이는 일장 정도였고 몸통의 빛깔이 이 상하게 하얗고 투명한 색깔이었으며 또한 머리에는 마치 관과도 같이 생긴 금빛의 벼슬이 달려 있었습니다. 그 놈은 워낙에 빨랐 었기 때문에 저는 그만 손을 쓸 사이도 없이 놈에게 물려버리고 말았으므로 저도 하는 수 없이 놈의 대가리 맡을 물고 늘어지고 말았었습니다." 상관엽은 열심히 과거의 기억을 되살리며 설명을 하다가 이윽 고 왕자안을 바라보며 다소 불안한 듯이 물었다. "헌데, 혹시 그 일로 인해서 저에게 무슨 해라도 있는 것입니 까?" 왕자안은 상관엽의 설명을 듣고나서 마치 당시의 상황을 눈앞 에 보고 있는 것 같아서 가볍게 탄식을 하며 고개를 가로 저었 다. "너에게는 해가 없다. 다만 너의 말대로라면 그 금관백사는 당 시 매우 오랫동안 수양을 쌓았었을 것인데도 일순간의 욕심을 참 지 못해서 너에게 죽고 말았으니 다소 안타까운 마음이 들뿐이 다." (... ...?) 상관엽이 다소 의아해하는 것을 보고 왕자안은 조용히 미소하 며 말을 이었다. 원래 이 백사는 영물이어서 많은 사람들이 노리고 있는 바이기 도 하지만 그 가운데에서도 특히 금관백사는 더욱 희귀한 것이어 서 처음 태어났을 때의 몸집의 크기는 아주 작은 것이고 고서에 의하면 수십년이 지나야 그 몸의 길이가 한자정도 자란다고 하는 데 네가 본 것은 무려 크기가 일장에 달했다고 하니 그것은 이미 수백년이나 묵은 영물임이 분명하다. 물론 그 금관백사는 일반의 백사보다 훨씬 약효가 좋은 것이다." 상관엽은 그 말을 듣고는 가슴을 쓸어내리며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아주 다행이로군요. 저는 당시에 그 금관백사의 피 를 죽어라고 빨아먹고 나서 의식을 잃었었는데 이후에 가끔씩 온 몸에 열기가 치솟아 오르는 것을 보고 혹시 그 금관백사의 독이 발작하는 것이 아닌가 하고 걱정했었는데 요즘은 왠지 그러한 발 작이 거의 사라지게 되어서 안심하고 있던 중이었습니다." 왕자안은 고개를 가로 저으며 말했다. "그 금관백사의 독은 원래 아주 치명적인 것이기 때문에 만일 이에 중독되게 된다면 다시 살아나기 어려운 것이다. 다만 네가 그 순간에 금관백사의 급소를 물어서 금관백사의 체내에 있는 항 독소를 피와 함께 마셨었기 때문에 너는 중독되지 않고 무사했던 것이다. 따라서 네가 나중에 열기가 치솟는 것을 느꼈었던 것은 사독이 발작했었기 때문이 아니라 네가 보다 현명하게 대처하지 못했었기 때문에 발생한 현상이었다." 상관엽은 이제는 조금전의 어색했던 기분도 잊어버리고 안색이 벌겋게 된 상태로 열심히 사부의 말을 듣고 있다가 눈을 휘둥그 래 떴다. "그렇다면 제가 당시에 무슨 잘못이라도 범했다는 말씀입니 까?" 왕자안은 다시 고개를 가로 저었다. "하하, 너로서는 당시 그것이 최선의 방책이었을 것이니 구태 여 그것을 잘못이라고 말할 것도 없다. 아마도 너는 당시에 금관 백사의 피를 마시고 나서 육합기공을 열심히 운행해서 그 기운을 흡수하려고 했었겠지?" 상관엽은 즉시 대답했다. "예. 헌데 그렇게 하면 안되는 것입니까?" 왕자안은 미미하게 웃으며 말했다. "굳이 안된다고 말할 수는 없는 일이다. 다만 최선의 방법이 아니기 때문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이지, 원래 이 뱀의 피를 마시 게 되면 우선 혈독과 울혈을 제거하고 나서 특수한 연공법으로 그 기운을 흡수해야 하는 것인데, 너는 단지 그것을 일반의 내공 법에 의해 흡수하려고 했으니 비록 나중으로 갈수록 혈독과 울혈 의 기운이 사라지게 되었다고 해도 그 약기운은 완전히 흡수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왕자안은 다소 망연한 표정을 짓고 있는 상관엽의 얼굴을 바라 보며 미소하며 말을 이었다. "만약 네가 말한대로 그 금관백사의 길이가 일장에 달하는 것 이었다면 그 피를 복용한 사람은 바른 방법을 쓸 경우에는 대략 이갑자 반정도의 내공을 얻을 구가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네가 비록 다소 그릇된 방법을 취하기는 했지만 지금이라도 그다지 늦 은 것은 아니다." 상관엽은 왕자안의 말을 듣고 자신이 무려 이갑자 반에 달하는 내공을 얻을 수가 있었던 것을 겨우 일갑자 정도의 내공을 얻는 것으로 그치게 했다는 사실을 알고는 다소 낙심해 하고 있었는데 문득 왕자안이 다시 아직 늦지 않았다는 말을 하는 것을 듣고는 눈빛을 빛내며 급히 물었다. "그럼 제가 그것을 다시 만회할 길이 있다는 말씀이십니까?" 왕자안은 담담하게 미소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비록 네가 그 약기운을 완전히 흡수하지는 못했지만 그 약기 운의 대부분은 아직 너의 체내에 응결되어 남아 있는 상태이다. 만일 네가 내가 지시하는 대로 새로운 내공심법에 따라서 운기하 여 그 약기운을 제대로 흡수하기만 한다면 설령 이갑자 반의 공 력을 모두 되찾지는 못한다고 할지라도 최소한 이갑자의 공력에 는 도달하게 될 것이다." 상관엽은 설사 이갑자 반의 공력을 모두 되찾지는 못한다고 해 도 무려 이갑자에 달하는 내공을 성취할수 있다는 말에 매우 기 뻐했다. 기실 내공이라고 하는 것은 무림인들에게는 거의 생명과도 같 은 것이며 게다가 이갑자의 내공이라고 하는 것은 사람이 정식으 로 무려 백 이십년 동안이나 각고하여야 비로소 얻을 수 있는 분 량의 공력을 말하는 것이니 어찌 대단하지 않겠는가! 왕자안은 얼굴이 벌겋게 상기되어 있는 상관엽을 향해 미소하며 다시 입을 열어 말했다. "실상 이 무공이라고 하는 것은 검법도 중요한 것이지만 내공 도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다. 그 두가지는 서로 어느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할 수가 없을 정도로 중요함에 있어서 쌍벽을 이루고 있는 것이며 또한 검법에 능한 사람은 내공방면에 있어서 도 더욱 빠른 진보를 보일 수가 있는 것이요, 또한 내공이 뛰어 난 사람은 검법의 초식을 전개함에 있어서 보다 수월하게 할 수 가 있다. 그러한 현상은 기실 상승무공으로 나아갈 수록 점차로 뚜렷하게 드러나게 되는 것인데, 따라서 초식을 지나치게 위주로 하거나 혹은 내공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따위는 잘못된 사항인 것 이다." 왕자안은 여기까지 조용한 음성으로 설명하고 나서 이어 상관 엽을 향해 다시 물었다. "너는 지금 나에게서 무공을 배우려고 하는 것이지만, 너는 혹 시 그 무공에 어떠한 단계들이 있는지 알고 있느냐?" 상관엽은 갑자스런 그와 같은 사부의 질문에 다소 어리둥절해 하다가 얼른 생각을 해보고는 대답했다. "예. 제가 듣기로는 무공에는 모두 네가지의 경지가 있다고 했 습니다." 왕자안은 가볍게 미소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 헌데 너는 그 네가지의 경지가 어떠한 것인지 알고 있느냐?" 상관엽은 고개를 가로 저었다. "이름은 알고 있지만 그 자세한 내용은 아직 모르고 있습니다." 왕자안은 다시 물었다. "그렇다면 그 이름들은 무엇이냐?" 상관엽은 즉시 대답했다. "예. 그것은 자매판, 황화예, 백연탄, 대홍락의 네가지라고 했습 니다." 왕자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그렇다. 그 네가지의 경지는 원래는 검도에 적용되는 것 이었지만 기실 무도의 가장 정심한 부분은 검학이라고 할 수가 있고 또한 그 검도의 경지가 무도의 경지를 대표한다고 할 수가 있을 것이기에 이제는 일률적으로 그렇게 불리우게 되었다. 그렇 다면 그 가운데의 가장 낮은 자매판이라는 것은 무엇인가 하면.. ..." 왕자안은 상관엽의 얼굴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그것은 이른바 힘으로 검을 운영하는 경지를 말하는 것이다." 상관엽은 잠시 눈을 깜빡거리다가 질문했다. "힘이라고 하는 것은 바로 뚝심을 말하는 것입니까?" 왕자안은 미소하며 천천히 고개를 가로 저었다. "힘이라고 하는 것은 기운을 말하는 것이다." --------------------------- 번 호: 58/90 등록자: 김창현(redhawk) 97/01/24 12:57 (257줄) 제 목: [백상] 개방백의 제자 13장 제 13 장 천의무봉의 대자연무도. 상관엽은 사부의 말을 쉽게 이해하기 어려워서 잠시 머뭇거리 다가 다시 물었다. "그렇다면 두번째인 황화예는 어떤 것입니까?" 왕자안은 담담히 미소하며 대답해주었다. "그것은 이른바 기예로서 검을 조절하는 경지를 말하는 것이 다. 물론 여기에는 단순히 검에 한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무학들 도 포함되는 것이지." (... ...?) 상관엽은 사부의 말이 더욱 이해하기 어려운 느낌이 들어서 재 차 질문했다. "그럼 세번째인 백연탄은 어떤 것입니까?" 왕자안은 대답했다. "그것은 이른바 진기로써 검을 운용하는 경지를 말하는 것이 다." 상관엽은 그 말에 문득 알겠다는 듯이 손으로 무릎을 치며 말 했다. "아! 그렇다면 지금 저의 위치는 백연탄의 경지에 들어서 있는 것이로군요?" 왕자안은 이에 조용히 웃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다. 너의 지금의 경지는 자매판인 것이다." (... ...!) 상관엽은 일순 안색이 하얗게 될 정도로 크게 놀라서 급히 다 시 물었다. "하지만 진기라고 하는 것은... ... 그것은 바로 제가 터득하고 있는 이 공력을 말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왕자안은 미소하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다. 네가 지금 터득하고 있는 공력은 그저 기운일 뿐이지 진기는 아니다." (... ...?) 상관엽은 문득 사부의 말을 쉽게 이해할 수가 없었을 뿐만 아 니라 게다가 아직 그에 대한 어려운 느낌이 사라지지 않은 상태 였기 때문에 어리둥절한 마음속에서 잠시 어쩔 줄을 몰라서 가만 히 앉아 있었다. 그때 문득 이제까지 전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뒤에서 듣기 만 하고 있던 상관지가 갑자기 입을 열어서 왕자안에게 말했다. "저어, 제가 들은바에 의하면 자매판의 경지에 있는 사람들은 절정고수라고 부른다고 하는데... ... 혹시 그 말은 맞는 말인가 요?" 왕자안은 상관지가 갑자기 그와 같이 입을 열어 말하자 시선을 돌려서 그녀의 얼굴을 바라본 뒤에 가볍게 미소하며 대답했다. "강호상에서 떠도는 얘기는 간혹 옳은 내용도 있지만 그 가운 데에는 다소 그릇되게 와전된 것들도 있소. 마치 그와 같이 자매 판의 경지에 있는 사람들을 일류고수라고 부르는 것이 아니라 기 실은 그 가운데에서 공력이 일갑자에 달하고 검법의 초식이 정묘 해져 있는 사람을 가리켜서 강호상에서는 대략 일류고수라고 부 르는 것이오." 이 상관지가 느닷없이 나서서 입을 연 것은 물론 자신의 동생 이 궁색해진 것을 풀어주기 위한 일종의 배려였다. 상관지는 다소 발갛게 상기된 안색으로 다시 질문했다. "그렇다면 자매판의 경지라는 것의 정의는 무엇이죠?" 왕자안은 미소하며 대답했다. "자매판은 내가 아까 말했다시피 힘으로써 검을 운용하는 경 지, 그러니까 전신의 기운이 아직 하나로 융화관통되지 못한 상 태에서 공력의 작용으로 힘이 생겨나고, 그 힘에 의해서 무학을 펼치게 되는 경지를 말하는 것이오. 따라서 여기에는 아직 내공 을 연마하지 못하고 그저 체력에만 의존하는 사람에서부터 아직 상승의 내공심법을 대성하지 못한 이갑자 이상을 공력을 가진 사 람들까지 모두가 포함되는 것이오." 상관엽은 잠시 묵묵히 있다가 그 말을 듣고는 일시 눈이 휘둥 그래져서 질문했다. "내공이 이갑자에 달해도 아직 황화예에는 이르지 못한 것입니 까?" 왕자안은 미소하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것은 일률적으로 말할 수가 없는 것이다. 어떤 사람은 아직 공력이 이갑자에 오르지도 않았는데도 이미 황화예의 경지에 올 라 있는가 하면 혹은 어떤 사람은 공력이 거의 삼갑자에 육박해 있는데도 아직 자매판의 경지에 머무르고 있는 경우도 있다. 너 는 그 이유가 어디에 있는 것인지 아느냐?" 상관엽은 즉시 아무리 생각해 봐도 쉽게 알 수가 없었기 때문 에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모르겠습니다." 원래 이 상관엽은 자라면서부터 매우 총명하다고 소문이 났었 을 만큼 두뇌가 좋았었는데 오늘은 이상하게도 왕자안과 대화를 나누다보니 자신이 멍청한 바보가 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일고 있었다. 그렇게 상관엽이 다소 의기소침해 있는 것을 보고 뒤에서 상관 지가 다시 입을 열어 왕자안에게 질문했다. "그 이유는 혹시 상승내공를 대성했는가, 대성하지 못했는가에 달려있는 것이 아닐까요?" 왕자안은 담담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겉으로 말하자면 그렇지만 기실은 그 내용을 보자면 운기법문 의 요체에 대해서 깊은 깨달음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오. 그래서 내가 아까 초식에 대해서 정통하게 되면 그만큼 내공의 성취도 빨라지게 된다고 했던 것인데, 말하자면 비록 내공이 높다고 해 도 상승내공의 운기법문에 대한 깊고 세밀한 깨우침이 없는 한은 현관을 타통시킬 수가 없는 것이고, 현관을 타통시키지 못한다면 전신의 기운이 하나로 융화관통되지 못하게 된다는 것이오." 상관지는 왕자안의 말의 내용이 다소 복잡해지는 듯 하자 약간 아미를 찌푸렸으나 이어 머뭇거리지 않고 질문을 계속해왔다. "그렇다면 대체 황화예의 정의는 무엇이죠?" 보아하니 이 상관지라는 소녀는 비록 무공을 아직 거의 익히지 않고 있는 상태였으나 오히려 무학에 관한 지식은 이미 거의 일 류고수의 경지에 도달해 있는 동생 상관엽보다도 높은 상태에 있 는 것 같았다. 그로 미루어 보아 아마도 상관엽이 지금의 성취를 이루기까지 에는 그의 누나인 상관지가 음으로 양으로 많은 도움을 주었었을 것은 불문가지의 일이라고 할 수 있었다. 왕자안은 미미하게 미소하며 대답했다. "황화예라고 하는 것은 이미 말한대로 상승의 내공심법을 수련 해온 자가 공력이 대략 이갑자의 경지에 도달하여 체내의 수십 곳의 현관들을 타통하고 십이정경과 기경팔맥을 하나로 포괄하는 대주천반운이 장애가 없어지게 되어, 상승내공을 대성하고 전신 의 기운이 그야말로 하나로 융화관통하게 된 상태를 말하는 것이 오. 이 경지를 일컬어서 강호상에서는 절정고수의 경지라고 말하 는 것이오." 상관엽이 문득 왕자안을 향해 질문했다. "하지만 비록 그와 같이 했다고 해도 공력이 비슷한 상태에서 는 그 능력도 비슷할 것인데 겉으로 보아서는 대체 어떻게 그것 을 구분할 수가 있겠습니까?" 왕자안은 고개를 가로 저으며 말했다. "너는 내가 이미 공력에 의해서만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고 했 던 말을 유의하지 않은 모양이로구나. 물론 그 일류고수와 절정 고수 사이에는 분명한 구분이 있고 또한 차이가 있다." 상관엽은 어리둥절해져서 다시 물었다. "거기에는 어떤 차이가 있습니까?" 왕자안은 미소하며 대답했다. "이른바 전신의 기운이 하나로 융화관통하게 되면 운기행공을 하는데 전혀 무리가 없게되고 몸이 아주 가벼워지게 되며 마음에 따라서 공력이 끊임없이 일어나게 되어 있다. 원래 전신의 기운 이 하나로 융화관통 하지 않게 되면 하나의 기운이 일어나는데 반해서 그 반대의 기운이 작용하게 되는 것이고 또한 장애도 많 이 작용하게 된다. 그러나 일단 그와 같이 전신의 기운이 하나로 융화관통하게 된면 그런 반대의 기운이나 장애가 사라지게 되는 것이므로 비록 같은 분량의 공력이라고 해도 이전에 비해서 거의 세배 이상의 능력을 발휘하게 되는 것이니, 그 능력에 있어서 어 찌 차이가 있다고 말하지 않겠느냐?" 상관엽은 그만 놀라서 눈이 휘둥그래졌다. "그, 그렇제나 차이가 있습니까? 그렇다면 황화예의 경지에 도 달하지 못한 사람이 삼갑자의 공력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이갑자 의 공력을 가지고 잇는 황화예의 고수는 그보다 두배의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말이 아닙니까? 실제로 그것이 가능할까요?" 왕자안은 대답했다. "물론 가능하다. 그리고 만일 황화예의 경지에 도달하지 못한 사람이라면 차후에 공력을 더해 가는데 차질이 생기게 된다. 아 마도 대략 삼갑자 이상의 공력은 성취할 수가 없을 것이며 거기 에서 무리하게 욕심을 내다가는 주화입마에 걸리고 마는 것이다. 따라서 오직 일단 황화예의 경지에 들어서게 되어야만 비로소 공 력을 더욱 높일 수가 있는 것이니, 내가 그래서 초식과 내공은 서로 협조체제가 되어있다고 했던 것이다." 상관엽은 고개를 갸우뚱거리다가 다시 물었다. "하지만 그것은 그저 내공심법에 해당되는 것일 뿐인 것 같은 데 초식이 어떻게 거기에 적용되는 것입니까?" 왕자안은 미소하며 고개를 가로 저었다. "일반적으로 초식이라고 하는 것은 기운을 단련하고 그것을 뜻 하는 대로 부리는 기술을 습득하는 것이다. 실은 그와 같은 과정 이 내공심법과 아주 긴밀한 연관이 있는 것이다." 상관엽은 그제서야 생각난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하기는 저도 다른 사람들에게서 내공심법을 십이성으로 대성 한다는 일이 아주 어렵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왕자안은 미소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 기실 이 대성이라는 표현을 굳이 십이성이라고 했던 데에는 그러한 이치를 찾아볼 수가 있는 것이다. 이른바 내공심 법의 구결에는 십성정도의 단계밖에는 나와 있지 않다. 그 내공 심법의 구결을 모두 터득한다고 해도 아직은 십성의 수준일 뿐이 며 거기에 자신 스스로의 체험과 오의에 대한 깨달음이 더해져야 만 비로소 내공을 십이성으로 대성할 수가 있는 것이다. 즉, 이 대성한다는 것은 어렵기도 하며 명문대파의 제자들은 그 관문을 통과하기 위해 스승이나 사형제들의 도움을 받기도 하는 것이지 만 역시 그 관문을 통과한 가치 또한 대단한 것이다. 일단 내공 을 대성하기만 하면 그 능력이 갑자기 달라지게 되는 것이니까 말이다." 상관엽은 묵묵히 사부의 말을 듣고 있다가 눈빛을 빛내며 다시 물었다. "그럼 아까 말씀하셨던 그 기예로서 조절한다고 하는 것은 바 로 그런 상태에서 무학을 펼치는 것을 말하는 것입니까?" 왕자안은 부드럽게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그렇다. 일단 전신의 기운이 하나로 융화관통하게 되어 장애가 없어지게 되면 전신의 기운이 갑자기 허해지고 마치 수레 바퀴처럼 원만하게 곳곳에 고루 미치게 되므로 혈행이 좋아지게 되고 기운이 뭉쳐지거나 끊어지는 곳이 없게 되므로 몸이 아주 가벼워지게 되며 마음에 따라서 자유로이 공력을 사용할 수가 있 게 되므로 무학의 온갖 기예들을 펼칠 수가 있데 되는 것이다. 그것은 물론 자매판의 경지와 분명하게 구분되는 것이다." 상관엽은 그런 얘기를 듣고 나자 문득 자신이 이제 머지 않아 서 이갑자의 공력을 성취할 수 있다는 생각을 떠올리며 잠시 마 음이 격동하여 안색이 벌개졌다. (나도 혹시... ... ㅎ고시 그와 같은 절정고수가 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그때 상관지가 다시 입을 열어 왕자안에게 질문했다. "절정고수에게는 그 외의 다른 특징들은 없나요?" 왕자안은 미소하며 대답했다. "일단 상승내공을 대성하게 되면 그 사람의 몸이 크게 달라지 는 것이므로 겉으로 드러나는 특징들은 사실 그 외에도 많이 생 겨나게 되오. 이를테면 전신의 기운이 유실반허 자진귀박하여 안 광이 평범해지고 겉으로 보기에는 무학을 익힌 흔적이 거의 드러 나지 않으나 그 사람은 아주 장수하게 되는 것 등이오." 상관지는 자신의 동생이 계속해서 망연히 생각에 잠겨 있으면 서 질문할 생각을 하지 않고 있는 것을 보고는 다시 입을 열어 질문했다. "그럼 세번째의 경지인 백연탄의 정의는 무엇이죠?" 왕자안은 미소하며 대답했다. "그것은 아까 말했던대로 이른바 진기를 사용하는 경지를 말하 는 것이오. 즉, 최상승의 내공심법을 연마해온 자가 일단 황화예 의 경지에 들어선 다음에 계속해서 수련을 거듭하여 마침내 공력 이 삼갑자 수위에 도달했을 때 생사현관을 타통하고 내공심법을 대성하여 소화상제하고 강유가 서로 조화를 이루게 되어서 노화 순청하고, 삼화취정 오기조원하여 반박귀진에 도달하게 되는 것 인데, 여기에서 기운은 마음과 거의 화합하게 되어 진기가 되어 신기할 정도의 능력을 발휘하게 되는 것이오." 상관지는 약간 아미를 찌푸리며 다시 물었다. "굳이 최상승의 내공심법이라고 말하시는 이유는 그러니까 상 승내공으로는 도저히 그러한 경지에 올라갈 수가 없다는 말인가 요?" 왕자안은 미소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상승내공을 대성하게 되면 겨우 황화예의 경지에 도달하는 것 이지만 최상승의 내공을 대성하게 되면 다시 그 경지를 뛰어넘어 서 백연탄의 경지에 이르게 되는 것이오. 물론 다른 특수한 방법 도 있을 수가 있겠지만 대개의 경우는 이러한 경로를 따르게 되 어 있는 것이오. 만일 상승내공을 연마하게 되면 공력이 아무리 높아진다고 해도 최절정의 경지에는 오르지 못하게 되는 것이 상 식이오. 그리고 여기에서 최절정의 경지라는 것은 바로 다름 아 닌 백연탄의 경지를 가리키는 것이오." 상관지는 다시 물었다. "그럼 최절정고수의 능력도 절정고수의 능력에 비해서 크게 차 이가 난다는 말인가요?" 왕자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오. 이 최절정의 경지에 오르기 위해서는 반드시 생사 현관이라고 하는 어려운 관문을 통과해야 하는데, 만일 그 사람 이 연마하고 있는 내공이 어떤 결함이 있는 것이라면 도저히 통 과할 수 없을 정도로 대단히 어려운 관문이지만 그러나 역시 그 만한 가치가 있기 때문에 그러한 어려움을 무릎쓰고서라도 모두 가 도전해보는 것이오. 기운이 진기로 변하게 되면 마음에 따라 서 저절로 진기가 움직이게 되는 것이므로 신기할 정도의 능력을 발휘하게 되는데, 일반적으로 역시 같은 공력을 가지고 있는 황 화예의 경지의 능력보다 세배의 능력이 있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 오." (... ...!) 상관지는 그 최절정의 경지가 절정의 경지에 비해서 역시 무려 세배의 능력을 가지게 된다는 얘기를 듣고는 다소 망연해져서 그 만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대신 상관엽이 놀라서 다시 입을 열어 물었다. "그럼 진기라는 것은 기운과는 다른 것이겠군요?" 왕자안은 고개를 가로 저었다. "진기라고 하는 것은 생사현관이 타통되고 나서 기운이 마음과 하나로 화합되어 극도로 정제되게 된 기운을 말하는 것이지 다른 것은 아니다. 일단 이러한 경지에 도달하게 되면 앞으로는 주화 입마의 가능성이 적어지게 된다. 그래서 생사현관이라고 하는 것 이다. 그 현관을 타통할 때는 자칫 심마에 들어서 죽음을 당하게 되는 경우가 많이 있기 때문에 생사현관이라고 하는 것이다. 일 단 이러한 경지에 들어서게 되면 내공심법에 대해서는 통달한 것 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상관엽은 처음에 자신이 모르고 이미 백연탄의 경지에 들어서 있는 것이 아닌가 하고 말했었던 일을 상기하며 겸연쩍은 느낌에 머리를 긁적이다가 문득 눈빛을 빛내며 다시 물었다. "그렇다면 그러한 경지보다 더욱 높은 경지가 있다는 말씀입니 까?" 왕자안은 미소하며 대답했다. "대홍락이라는 경지가 바로 그것이다." 상관엽은 이제 강렬한 흥미를 느끼게 되어서 안색이 벌겋게 물 들어서 다시 입을 열어 물었다. "그럼 그 대홍락은 어떤 경지입니까?" --------------------------- 번 호: 59/90 등록자: 김창현(redhawk) 97/01/24 12:58 (351줄) 제 목: [백상] 개방백의 제자 14장 제 14 장 무학의 길에는 끝이 없다. 왕자안은 마치 그러한 상관엽의 마음속을 들여다 보기라도 한 듯이 문득 입을 열어 다음과 같이 물었다. "너는 이미 어제 죽은 녹림왕 모용현의 무공이 어느 경지에 올 라 있는 것이었는지 알고 있느냐?" 상관엽은 잠시 생각하다가 대답했다. "혹시... ... 백연탄의 경지에 있었던 것이 아닙니까?" 왕자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그렇다. 실로 그 녹림왕은 이미 최절정의 고수에 속하는 사람이었지만 일단 너의 사백과 같은 대홍락의 경지에 올라 있는 고수를 만나게 되자 그만 거의 손을 써보지도 못하고 죽음을 당 하게 된 것이다." 상관엽은 당시의 상황을 머리속에 다시 그려보면서 자신도 모 르게 안색이 벌겋게 물들어서 앞쪽의 자리를 바라보며 말했다. "저는 사백께서 이미 그와 같은 경지에 올라 계셨을 줄은 몰랐 었습니다." 왕자안은 미소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 실로 너의 사백은 당금의 무림에서도 보기 드문 초절 정의 고수인 것이다." 상관엽은 사부의 그 말에 다시 눈이 휘둥그래져서 질문했다. "초절정고수라고요? 대홍락의 경지에 오른 고수들을 그렇게 말 씀하시는군요. 하지만 그와 같은 경지에 올라 있는 사람들이 당 금 천하에 또 있다는 말씀이십니까?" 왕자안은 미소하며 대답했다. "너는 당금의 강호를 우습게 보아서는 안된다. 실로 천하에는 기인이사들이 모래알처럼 널려 있는 상태이고 그 가운데에서 초 절정의 경지에 올라 있는 고수들만 해도 거의 열손가락으로도 다 꼽을 수가 없을 정도인 것이다. 게다가 당금의 강호에는 너의 사 백보다도 무공이 높은 사람들이 여러명이나 있다." (... ...?) 상관엽은 사부의 말을 듣고 실로 무학의 길에는 끝이 없고 또 한 당금의 강호무림은 실로 인재가 많고 광대무변하다는 것을 느 끼면서 거기에 따라서 거대한 웅지가 생겨나는 것을 느꼈다. 그러다가 그는 다시 문득 한가지 일을 생각하고는 내심으로 이 렇게 중얼거렸다. (혹시 사부님께서는 사백님보다도 높은 무공을 터득하고 계시 는 것이 아닐까? 아니야! 사부님께서는 자신은 아직 무공을 배우 지 안으셨다고 하셨으니 다만 무학에 대한 지식만이 사백보다도 높은 것일거야) 하지만 상관엽은 그것을 확인하기 위해 직접 왕자안에게 질문 해 보았다. "혹시 사부님께서는 사백님보다도 더욱 높은 무학의 경지를 터 득하고 계시는 것이 아닙니까?" 왕자안은 이에 담담히 웃으면서 이렇게 대답했다. "내가 이미 말하지 않았느냐? 나는 비록 무학을 배우지는 않았 지만 능히 너에게 가르쳐 줄 수가 있다고." 상관엽은 다시 물었다. "그럼 사부님께서는 전혀 무학을 사용하지 못하신다는 말씀이 십니까?" 왕자안은 고개를 가로 저었다. "나는 무학을 배우지는 않았지만 사용하지 못한다는 얘기는 하 지 않았다. 나의 경지는 무학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없는 것도 아니다. 나는 무학을 사용할지라도 거기에는 기실 무학이라 는 것이 있는 것은 아니다." (... ...?) 상관엽은 자신의 사부가 갑자기 아주 이해할 수 없는 수수께끼 와 같은 말을 하자 곤혹한 표정이 되어서 멍해 있었다. 왕자안은 그것을 보고 미소하며 다시 말했다. "너는 아직 나의 그러한 말뜻을 이해할 수가 없을 것이지만 아 마도 나중에는 이해하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일부러 지금 급하 게 이해하려고 생각할 것은 없다." 상관엽은 사부의 조금전의 말을 생각해보면 생각할수록 갑자기 머리가 깨지는 것 같은 거대한 혼란이 느껴졌으므로 왕자안의 지 시에 따라서 급히 다른 것으로 생각을 돌리다가 문득 떠오르는 바가 있어서 다시 질문했다. "저어, 아까 말씀하신 그 무형검의 이후에는 정말로 다른 경지 는 없는 것입니까?" 왕자안은 미소하며 고개를 가로 저었다. "사실은 무형검 자체는 무학의 최고봉이라고 할 수가 있지만 기실 그 무형검 자체에도 다시 무한한 길이 열려져 있다. 따라서 무도에는 끈이 없다고 하는 것이다." 상관엽은 다시 머리속이 혼란스러워져서 질문했다. "그럼 무형검에는 어떤 길이 펼쳐져 있는 것입니까?" 왕자안은 대답했다. "대체적으로 공력이 사갑자에 도달하면 대홍락의 심검에 이룰 수가 있다고 하고 오갑자에 도달하면 광검에 이룰 수가 있다고 하고 육갑자에 도달하면 무형검에 이룰 수가 있다고 한다. 공력 이 높다고 해서 깨달음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일단은 그렇 게 되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공력이 필요한 법이다. 사실 그와 같 은 이치대로 똑같은 성취를 이룰 수가 있는 사람은 그야말로 천 부의 자질을 갖추고 있는 사람이라고 해야할 것이다. 그런데 일 단 무형검에 도달한 사람이 계속해서 수련을 하다보면 한가지의 기이한 현상이 벌어지게 된다." 왕자안은 상관엽의 얼굴을 부드럽게 주시하며 다시 말을 계속 했다. "일단 무학이 무형검의 경지에 도달하게 되면 그 사람의 신체 는 그야말로 전신의 미세한 현관들까지 완전히 개통되어 조금도 장애가 일어나지 않게 되고 또한 그 진기는 더할 나위가 없이 깊 은 영성을 띠게 된다. 그러다가 그 사람이 폐관수련을 하게 되면 어느 한순간에 전신의 진기가 갑자기 아주 작은 갓난아이 모양의 원영으로 응축되어 밖으로는 전혀 그 흔적이 나타나지 않게 되고 그와 동시에 남자라면 마음장상이 되고 여자라면 적룡이 끊어지 는 현상이 벌어지게 된다. 기실 말하자면 이 원영은 진기가 강한 영성에 의해 응축되어 만들어져서 금강불괴의 능력을 지니게 된 것으로서 일단 그것이 만들어졌다는 것은 이미 그 사람이 선인의 경지에 들어서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상관엽과 상관지는 왕자안의 말을 듣고서 인간이 무학을 닦아 서는 나중에는 전설로만 듣던 선인까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는 그만 어안이 벙벙해졌다. 왕자안은 그들을 향해 다시 말을 이 었다. "일단 원영이 만들어진 다음에 그 사람이 계속해서 폐관수련을 하게되면 오랜 시간이 지난 연후에 공력이 대략 육십갑자 정도에 도달하면 그 원영은 점차로 자라나서 마침내는 사람과 같은 크기 가 된다. 그 원영은 형체가 있는 듯도 하고 없는 듯도 하여 그 육신에 머물지만 육신을 파괴하지 않고 오히려 그 육신을 불로장 수하는 금강불괴지신으로 만들어 버린다. 이러한 사람을 가리켜 서 지상신선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그러한 사람은 실로 불가사 의한 능력을 발휘하게 되는 것이지만 그 이상은 선인들의 경지이 므로 생략하기로 하고 다만 한가지만을 더 얘기해 보기로 하자." 왕자안은 너무나도 엄청난 얘기이기 때문에 망연한 표정을 짓 고 있는 상관엽을 향해 웃으면서 이렇게 질문했다. "너는 만일 사람이 원영을 가지게 된다면 어떤 형태의 무학을 사용할 것이라고 생각하느냐?" 상관엽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대답했다. "그, 그것은... ... 혹시 무형검이 아닙니까?" 상관엽은 일순 그렇게 대답하고나서 이내 자신의 대답이 형편 없었다는 것을 깨닫고는 얼굴이 시뻘개졌다. 왕자안은 미소하며 말했다. "물론 그것은 무형검이다. 그러나 원영이 없을 때의 무형검은 진기로서 거의 형체가 드러나지 않는 것인데 반해서 일단 그렇게 원영이 생겨나고 난 뒤에는 그 형태가 아주 달라지게 되는 법이 다. 그것은 마치 희귀한 야광주에서 빛이 흘러나오는 것과 비슷 한 이치인 것이다." 이어 왕자안은 상관엽에게 다시 물었다. "너는 혹시 고서에서 옛날 신선들이 벼락을 사용하여 싸움을 벌였다는 얘기를 읽어보지 못했느냐?" 상관엽은 어리둥절하여 대답했다. "예, 저는 그러한 얘기를 읽어본 적이 있습니다." 왕자안은 미소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그렇다. 사람이 만일 원영을 성취하게 되면 그와 같이 번갯불을 사용하게 되는 것이다. 너는 이세상에서 가장 빠르고 강하면서 변화막측한 것이 무엇인지 아느냐?" 상관엽은 간신히 머리를 굴려서 대답했다. "그것은 혹시 번갯불이 아닙니까?" 왕자안은 미소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 바로 전광이니라. 원영은 진기가 완전하게 응축되어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에 진기가 아닌 전광을 발출할 수가 있는 것이고, 그야말로 무형검의 본격적인 모습은 바로 그 전광이라고 할 수가 있다. 물론 지상신선들은 그와 같은 것을 이용하여 보다 다른 능력들도 발휘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너는 이제 무도의 길에는 끝이 없다는 것을 이해할 수가 있겠느냐?" 상관엽은 그만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예. 사부님!" 확실히 상관엽은 이 순간에 불과 자매판의 경지에 머물러 있었 으면서도 마을에서 잘난 척 했었던 자신과 그리고 조금전에 황화 예의 경지에 오르게 되는 것을 크게 자랑으로 생각했었던 자신에 대해서 크게 부끄러워하고 반성하고 있었다. 그는 사백인 독고상의 능력도 상상할 수가 없는 것이라고 생각 했던 것이었지만 그보다도 원영을 성취한 지상신선인들의 능력은 대체 어느 정도일 것인가 하고 생각해 보니 이는 감히 생각할 엄 두조차 낼 수가 없는 것인 것이었다. 왕자안은 그런 상관엽을 향해 미소하며 말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너무 그렇게 의기소침해 할 필요는 없 는 것이다. 비록 이미 지상신선이 된 사람이 있다고 해도 그 역 시 너와 같은 나이에는 아직 미미한 경지에 머물러 있었을 것이 다." "예. 명심하겠습니다. 사부님!" 상관엽은 재차 마음 깊이 공경심이 우러나서 공손하게 왕자안 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그때 문득 다시 묵묵히 듣고 있던 상관지가 입을 열어 눈빛을 빛내며 왕자안에게 말했다. "저는 이제까지는 무학은 거칠은 남자들만이 배우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사실은 당신의 얘기를 들어보니 그게 아니군 요." 왕자안은 그녀를 향해 미소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그렇소. 원래 지혜가 없는 힘은 거칠고 투박한 것이고 또한 힘이 없는 지혜는 그것을 드러내기 어려운 것이오. 사실 쉬 운일은 아니지만 그와 같이 힘과 지혜를 조화시킬 수가 있다면 매우 좋을 것이오." 상관지는 그 말에 눈빛을 다시 반짝이며 질문했다. "그럼 저도 앞으로 무학을 배울수가 있다는 말인가요?" 왕자안은 미소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오. 낭자가 원하기만 한다면 적당한 무학을 언제라도 가르쳐 줄 수가 있소." 그런데 상관지는 문득 다음 순간에 왠지 고개를 가로 저으며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저는 당신에게 무학을 배우기는 싫어요." (... ...?) 옆에서 듣고 있던 상관엽은 자신의 누나가 당연히 기뻐하리라 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느닷없이 오히려 거절하는 투의 그런 말을 하고 있는 것을 보고는 그만 크게 의아해져서 얼른 고개를 돌려 서 상관지에게 물었다. "아니 누나, 어째서 굳이 우리 사부님께는 무학을 배우기가 싫 다는 것이지?" 상관지는 이에 눈빛을 기이하게 빛내더니 동생을 향해 대답했 다. "그야... ... 나도 너처럼 무아문의 문하인이 되는 것이 좋지 않 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지. 물론 무아문의 제자가 되 는 것이 나쁘다는 얘기는 아니지만 드러나 네가 이미 무아문의 제자가 되었는데 공연히 나까지도 구태여 그렇게 될 필요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야." (... ...?) 상관엽은 누나의 말에 어느 정도의 일리가 있다고 생각되어 묵 묵히 고개를 끄덕여 보였지만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왠지 거기 에 이해할 수 없는 이상한 점이 있는 것 같아서 내심으로 고개를 갸웃거리고 혼자서 곰곰이 생각에 잠겨 보았다. 그것을 보고 왕자안이 이때 웃으면서 입을 열어 말했다. "나에게 무학을 배운다고 해서 반드시 본문에 들어와야 하는 것은 아니니 정말로 무학을 배우고 싶은 것이라면 그러한 일에는 그렇게 까다롭게 생각할 것은 없소." 이에 상관엽은 내심으로 이렇게 중얼거렸다. (아, 그렇다! 비록 우리 누나가 무아문의 제자가 되지는 않는다 고 해도 사부님께서는 워낙에 박식하신 분이니 그저 당신께서 알 고 계시는 무학들 가운데에서 몇가지만을 우리 누나에게 가르쳐 주시기만 해도 누나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따라서 상관엽은 즉시 누나인 상관지에게 그와 같은 말을 하고 자신의 사부인 왕자안에게 무학을 배우도록 하기 위해 다시 상관 지에게 고개를 돌렸는데 기이하게도 이때 상관지는 시선을 전혀 다른곳에 보내고 있었고 그의 말에는 신경을 쓸 것 같지가 않았 다. 상관엽은 이 순간에 기이하게도 자신의 누나의 얼굴이 왠지 가 볍게 상기되어 있는 것을 알고는 내심으로 자신이 하려던 말도 잊어버리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는 평소에 성격이 싸늘하게 느 껴질 정도로 차분한 누나 상관지의 얼굴이 어째서 그와 같이 붉 어지게 되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상관엽 은 이미 왕자안의 얘기를 듣고나서 머리가 어지러워져 있었는데 다가 다시 누나의 기이한 태도를 보고는 더욱 정신이 복잡해졌는 데 다행히도 잠시 후에 느닷없이 마차가 천천히 멈춰섰기 때문에 그와 같은 어지러운 심정에서 벗어나서 머리속을 환기시킬 수가 있게 되었다. * * * 마차를 몰고 있는 독고상은 일단 마차가 제법 규모가 커다란 현성을 지나가게 되자 이윽고 마차를 주루의 앞에 세워놓고 나서 건량이라든가 그밖의 필요한 물건들을 가득 사와서는 마차의 내 부에 실었다. 그는 기왕에 이 마차로 가게 되었으므로 시일이 지체될 것이기 에 밤새도록 마차를 달릴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었다. 모든 식량과 마실 물 등을 실어놓고 게다가 두 마리의 말들에 게 먹이를 실컷 먹게 한 이후에 독고상은 다시 마차를 몰아서 달 리기 시작했다. 비록 마차가 그다지 견고한 것이 아니고 또한 두 마리의 말들 역시 좋은 말이 못되는 상태이기 때문에 쾌속하게 나아가지는 못 하고 있었으나 그런대로 험한 산길을 달려가는데는 그와 같은 마 차가 제격이어서 독고상은 마차를 빠르고도 편안하게 달도 몰아 나아갔다. 아까 마차를 세웠을 때 간단하게 요기를 마친 상관엽 과 상관지는 역시 왕자안과 함께 아까전과 마찬가지로 마차안에 자리했고 이윽고 저녁무렵이 되어서는 상관엽은 내공심법의 구결 을 암송하며 배우기 시작했다. 무아심결이라고 명명되어 있는 그 내공심법은 바로 조금전에 왕자안이 가르쳐 주겠다고 말했었던 그 내공심법이었고 구결의 내용이 매우 길었고 또한 심오해 보였다. 상관엽은 도무지 그 많은 분량의 구결을 모조리 암송하기도 어 려울 것 같았으나 다행이도 왕자안은 그다지 서두르지 않고 상관 엽이 하는 대로 내버려두었기 때문에 상관엽은 비교적 부담감을 느끼지 않고 밤새도록 그 구결을 암송하면서 보낼 수가 있었다. 상관지는 비록 자신의 말로는 왕자안의 무학을 배우지 않겠다고 했었지만 왕자안이 워낙에 여러번이나 그것을 불러주었고 또한 상관엽이 그것을 기억하는 과정에서 계속해서 실수를 했었기 때 문에 옆에서 그것을 도와주느라고 자신도 모르게 무아심결의 구 결을 어느 정도 배우게 되었다. 원래 상관엽이 일단 왕자안의 문하에 들어간 이상은 상관지가 그러한 것을 관여할 수가 없는 일이었으나 워낙에 그들 남매는 그와 같이 해오는 것이 습관화되어 있었기 때문에 왕자안도 그러 한 일에 전혀 개의하지 않았다. 왕자안은 그들 남매가 상관엽이 무아심결을 암송하는 일에 매 달려서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 동안에 그대로 마차에 앉아서 잠을 자는 듯 했고, 이윽고 어두운 밤이 지나고 아침녁이 되어서는 한 차례 그 길고 긴 구결의 내용을 간단하게 설명해 주었다. 그렇게 하나의 내공심법을 가르치고 배우며 암송하는 동안에 시간은 물 흐르는 듯이 빠르게 흘러서 일행은 이윽고 다시 오후 무렵이 되어서는 태화현이라고 하는 제법 커다란 현성에 들어서 게 되었다. * * * 기왕에 빠르게 나아가는 도중이었으므로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면 독고상은 그 태화현성도 그대로 지나쳐서 갔을 것이었지만 그 러나 원래 산골에서 구입했던 그 마차와 두필의 말이 지난밤에 밤새도록 달려오는 바람에 많이 부서지고 지쳐 있었으므로 다시 달리자면 교환이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독고상이 일부러 그 태화현성에 들어서게 된 것은 바로 그 마 차와 말을 교환하기 위해서였다. 따라서 독고상은 먼저 마차를 현성의 내부에 있는 커다란 주루 의 앞에 세워놓고 왕자안등의 일행을 주루안에 들어가서 쉬도록 한 다음에 자신은 마차를 바꾸기 위해 다시 마차를 몰고 다른 곳 으로 사라져 버렸다. 그 주루의 이름은 연화주루라는 것이었는데 모두 이층으로 되 어 있었고 일행이 그 안으로 들어셨을 때에는 아직 식사시간이 되지 않은 듯 한데도 내부에 제법 많은 손님들로 가득 채워져 있 는 상태였다. "어서 안으로 들어오십시오!" 백삼을 깨끗하게 걸치고 있는 왕자안의 기품이 넘치는 모습과 그의 뒤를 따르고 있는 상관남매의 걸출한 용모 때문인지 세 사 람이 일단 안으로 들어서자 주루의 점원 하나가 빠르게 달려와서 손님임을 알아보고는 정중하게 인사하며 일행을 안으로 안내했 다. 일층의 탁자들은 이미 많은 손님들로 가득 채워져 있는 상태 였기 때문에 그 점원이 일행을 안내해간 곳은 이층의 창가에 위 치하고 있는 하나의 다소 널찍한 탁자였다. 이곳 주루의 이층에 는 모두 이십여개의 크고 작은 탁자들이 조화 있게 늘어져 있고 또한 제법 화려하면서도 넓은 편이었는데 그러나 역시 대부분의 탁자들이 많은 손님들로 채워져 있어서 내부가 약간 시끄러웠다. 세 사람이 점원의 안내에 따라서 그 창가의 탁자 주위에 둘러 앉으면서 은근히 내부를 둘러보니 이곳의 많은 손님들이 대부분 이 가볍지 않은 행장의 차림이어서 아마도 근래에 천하가 혼란해 졌기 때문에 사방을 떠돌다가 이곳에서 잠시 쉬어 가는 무리들이 대부분인 모양이었다. "손님들께서는 무엇을 드시겠습니까?" 세 사람이 자리에 앉고 나자 이내 점원이 그렇게 물어왔으므로 왕자안은 그 점원에게 직접 물어서 이곳 주루에서 간단하게 먹고 마실 수 있는 고기만두나 국수 따위의 몇 가지의 음식들을 시켰 다. ... ... 이 태화원성은 근방에서도 제법 번화한 곳으로 이름이 알려져 있는 곳으로 이름이 알려져 있는 곳으로서 이곳 주루의 이층에서 내려다보는 거리의 풍경은 상당히 화려해 보였다. 특히 지금은 한창 사람들의 물결이 가득 일어나는 오후 무렵이었기 때문에 수 많은 사람들이 서로 부딪치며 빠르게 오가는 광경은 자못 현란한 느낌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상관엽과 상관지는 깊은 산골에서만 살아와서 그런지 일단 자 리에 앉아서 그러한 현란한 광경을 바라보게 되자 매우 신기하고 재미있는 듯이 한참동안 시선을 뗄 줄을 몰랐다. 비록 당금의 천하에 세외십세의 침공으로 혼란이 야기되어 있 다고는 하나 기실 그것은 무림인들이 살아가고 있는 강호상에 한 하는 것으로서 조금도 무공을 익히지 않은 평범한 세속의 사람들 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일이었다. 이 상관엽과 상관지 남매도 원래는 그와 같은 평범한 사람들과 같은 부류였으나 이제는 거의 그러한 부류에서 벗어나서 강호인 이 되어가려고 하고 있는 상태였다. 따라서 지금 그들 남매가 열 심히 흥미있게 바라보고 있는 것은 이제는 자신들이 놓쳐버린 듯 한 그 평범한 세계에 대한 동경과 추억을 되새기고 있는 것인지 도 모르는 일이었다. 왕자안은 비록 그들 남매와 같은 그런 감상이 있는 것은 아니 었지만 그래도 지금 달리 해야할 일이 있는 것이 아니었으므로 그도 역시 상관남매와 같이 창밖 아래쪽을 바라보면서 잠시 그 평범한 삶의 모습들을 구경하며 한가로운 기분에 젖어 들었다. 세명의 일행은 주문한 음식들이 나오기를 기다리면서 그렇게 잠 시 창밖의 풍경속에 몰두하다 보니 이제는 주위의 시끄러운 소음 도 거의 느껴지지 않았고 또한 자신들이 마치 그 평범한 생활속 으로 들어가 있는 것 같은 듯한 기분을 느끼게 되었다. 아마도 그들이 잠시 후에 식사를 마치고 나서 독고상이 역시 별탈없이 마차를 바꿔와서 달리게 된다면 그러한 한가로운 기분은 좀더 오 래 지속될 수가 있을 것이었다. 그런데 기실은 만사는 늘상 자신들의 의도와는 다르게 펼쳐지 는 것인지 뜻밖에도 잠시 후에 일행의 앞에 한 가지의 기이한 일 이 벌어지게 되어서 그 한가로운 분위기는 이내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거의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 같았던 일행의 앞에 느닷 없이 그와 같은 엉뚱한 일이 벌어지게 된 것은 실로 생각지도 못 했던 일이었다. 다름이 아니라 이윽고 약간의 시간이 지나서 점 원들이 음식들을 가지고 와서 탁자위에 늘어놓기 시작했는데 그 음식들은 조금전에 일행이 시켰던 것들이 아니라 어이없게도 하 나같이 기름지고 풍성하며 훌륭한 요리들이었던 것이었다. 점원 들은 무려 대여섯명이나 나서서 각기 양손에 가득하게 음식그릇 들을 들고 와서는 부지런히 그러한 요리들을 탁자가 비좁을 만큼 가득하게 늘어놓고 있었다. ... ...! --------------------------- 번 호: 60/90 등록자: 김창현(redhawk) 97/01/24 13:00 (323줄) 제 목: [백상] 개방백의 제자 15장 제 15 장 백장생이라는 중년인. 그들 남매는 비록 산골에서도 그다지 궁핍하게 생활을 해오지 않아서 음식에 관해서는 부족한 점이 없었지만 그래도 그 음식들 은 대부분이 산채나 짐승고기, 버섯 따위가 고작이었는데 지금 점원들이 탁자위에 늘어놓고 있는 요리들은 도무지 이름도 알 수 없는 산해진미의 온갖 재료들을 갖은 방법으로 튀기고 졸이고 양 념한 것들이어서 그저 바라보기만 해도 배가 부르고 너무나도 아 름답고 화려해서 감히 손을 대기도 어려울 정도였다. 독고상은 원래 어제까지만 해도 모든 물품이나 음식물 등을 구입할 때에는 조금도 낭비하지 않고 절약하여 반드시 필요한 곳에만 돈을 쓰는 사람이었으므로 실로 이렇게 값비싼 음식들을 주문했었을리가 없 는 것이었다. 상관엽은 잠시동안 그러한 이치에 대해서 생각을 굴려보고는 이내 귀찮은 일이 생기면 제자인 자신이 나서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되어서 즉시 점원 하나에게 입을 열어 물었다. "아니, 우리가 주문한 음식들은 이런 것들이 아닌데 어째서 당 신들은 이 많은 음식들을 우리에게 가져오는 것이오?" 그렇게 질문한 상관엽은 순간 내심으로 필시 이것은 주루에서 자신들에게 바가지를 씌우기 위해 수작을 부리고 있는 것이며 반 드시 점원들이 자신의 말을 들으면 억지를 부릴 것이라고 생각하 고 있었다. 그런데 기이하게도 상황은 전혀 다르게 이루어져 가고 있었다. 이미 가져온 음식을 손님이 주문한 것과 다르다고 하면 당연히 길길이 날뛸 것이라고 생각되었던 점원들은 일단 상관엽의 그와 같은 말을 듣고는 조금도 놀라는 기색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오 히려 더욱 느긋한 태도로 마저 음식들을 탁자위에 다 차려놓은 다음에 그 가운데의 한 점원이 의미심장하게 웃으면서 이렇게 말 하는 것이었다. "손님들께서 주문하시지 않은 것이라는 것은 저희들도 알고 있 습니다. 그러니 어서 편안한 마음으로 드시기 바랍니다." 상관엽은 그 말을 듣고는 더욱 어처구니가 없는 심정이 되어서 다시 물었다. "아니 우리가 주문하지 않은 것을 알고 있다고요? 그러면서도 우리에게 편안한 마음으로 이 많은 음식들을 먹으라고요?" (... ...!) 상관엽이 다소 흥분해 있는 것을 보고 옆에 있던 상관지가 먼 저 그를 제지한 다음에 그 점원을 향해 입을 열어 물었다. "우리보고 편안한 마음으로 음식을 먹으라고 하는 것은 바로 이것들은 이미 계산이 되어 있다는 말인가요?" 점원은 아름답고 매우 총명해 보이는 소녀가 맑은 음색으로 질 문하자 더욱 부드러운 표정으로 대답했다. "물론입니다. 그러니 손님들께서는 그저 마음껏 드셔 주시기만 하면 되는 것입니다." (... ...!) 그말에 이제까지 비교적 의아한 기색을 드러내지 않던 왕자안 이 비로소 눈빛을 다소 빛내며 점원을 향해 입을 열어 물었다. "그렇다면 이미 이 음식들을 우리에게 선사하고서 계산까지 마 쳐준 사람이 있다는 말인데 그 사람을 우리에게 가르쳐 줄 수가 있겠소?" 점원은 그 질문에 다소 어려운지 약간 머뭇거리다가 말했다. "그... ... 그것은 원래 그분께서는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지 말고 여러분에게 식사를 제공해 드리라고 하셨는데... ... 하지만 여러분 께서 그렇게 원하시니 할 수가 없군요." 이어 점원은 고개를 돌려서 구석진 곳에 위치하고 있는 하나의 탁자를 가리켰는데 일행은 그 탁자앞에 지금 한명의 화려한 고 급의 백삼을 걸친 중년인이 앉아 있는 것을 보고는 하나같이 눈 빛을 빛냈다. "점원의 말로는 바로 그 백삼중년인이 일행에게 그와 같은 음 식들을 제공했다는 말이었다. 그 백삼중년인은 그야말로 한눈에 보기에도 신태비범하고 고귀 한 멋을 느끼게 하는 사람이었는데 일행의 시선이 그쪽으로 향하 자 문득 이곳의 일을 눈치챘는지 이쪽을 향해 가볍게 손을 들어 보이는 것이었다. (... ...?) 상관엽은 그 백삼중년인의 태도가 너무나도 자연스러웠기 때문 에 혹시 그가 왕자안과 아는 사람이 아닌가 하고 생각하여 고개 를 돌려서 사부의 안색을 살폈으나, 뜻밖에도 왕자안역시 다소 곤혹한 표정을 하고 있는 것을 보고는 더욱 어리둥절해지게 되었 다. 대체 갑자기 지금 일행의 앞에 나타나서 아주 값비싼 음식들을 선사하며 선심을 쓰고 있는 저 백삼중년인의 정체와 의도는 무엇 일까? ... ... 그 백삼중년인은 이쪽의 일행을 향해 안심하라는 듯이 손을 들 어 보이다가 으윽고 계속해서 일행이 차려진 음식들에 손을 대지 않고 있는 것을 보고는 할 수 없다는 듯이 몸을 일으켜서 천천히 일행에게 다가왔다. 그 백삼중년인이 다가오는 모습을 바라보니 키가 거의 팔척에 달할 정도로 체구가 아주 헌칠했으며 몸놀림이 가벼워 보였고 또 한 용모가 대단히 준미수려했다. 상관엽 등은 아직 왕자안처럼 수려한 기품을 느끼게 해주는 사람을 본 적이 없었는데 뜻밖에도 그 백삼중년인은 안색이 백옥과도 같고 눈빛이 기이하게 맑아서 그 어떤 젊은 사람들보다 준수해 보이는 용모를 가지고 있었고 또한 전신에 신비로운 기품이 어려 있는 것 같았다. 그 백삼중년인이 가까이 다가오자 문득 주위가 환하게 밝아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는데 이윽고 일행의 앞에 다가온 백삼중년인 은 왕자안을 향해 정중하게 포권하며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하하, 이거 내가 한순간에 기분이 동하여 여러분을 대접하려 고 했던 것이 혹시 오히려 여러분의 기분을 상하게 해드린 것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흡사 오랜 친구를 만난 듯이 스스럼없이 그와 같은 말을 하고 있는 백삼중년인의 태도는 지극히 자연스러워 보였고 또한 그 음 성은 아주 청아하도록 맑아서 듣는 이의 가슴을 시원하게 해주는 것 같았다. 상관엽 등은 이제까지 왕자안이 천하에서 다시없는 기인이라고 내심으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제 다시 이와 같은 백삼중년인을 대하게 되자 실로 천하에는 기인이사들이 무수하게 많다는 것을 실감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왕자안은 백삼중년인이 그렇게까지 정중하게 나오자 자리에서 신형을 일으켜서 마주 포권하면서 입 을 열었다. "천만의 말씀이십니다. 그런데 혹시 귀하께서는 우리에게 무슨 볼일이라도 있으신 것이 아닙니까?" 백삼중년인은 그 말에 손을 내밀어 앞으로 휘휘 저으면서 대답 했다. "아니올시다. 우리는 서로 초면인데 내가 여러분에게 무슨 볼 일이 있겠습니까? 다만 나는 여러분들이 모두 하나같이 훌륭한 인재들인 것 같기에 자신도 모르게 흐뭇한 기분에 젖어서 점원들 에게 그만 내가 주문했던 머ㅊ가지를 덧붙여서 여러분에게 갖다 드리라고 했던 것입니다." 상관엽은 백삼중년인의 말에서 지금 탁자위에 놓여 있는 것의 일부가 기실은 그가 주문했었던 것이라는 얘기를 듣고는 내심 어 이가 없어하며 중얼거렸다. (그가 매일 먹는 음식들이 그러하다면 그렇다면 그는 천하의 대부호라는 말인가?) 그런 생각을 하면서 다시 바라보니 그 백삼중년인은 비록 천하 의 대부호인지는 알 수가 없었지만 전신에 흐르는 고귀하고도 화 려한 품위 등은 필시 그가 부호인 것은 틀림이 없다는 것을 느낄 수 있게 했다. 특히 가까이서 보니 이 백삼중년인의 얼굴은 그밖에도 아주 귀 상이라서 감히 마주 바라보기 어려운 기질이 있었는데 그러한 면 모는 아주 특별한 인상을 심어주는 것이었다. 왕자안은 백삼중년인의 말에 담담하게 미소하며 대꾸했다. "알고보니 그렇게 된 일이었군요. 하지만 우리들이 아무 것도 한 일도 없이 귀하의 호의를 받을 수야 있겠습니까?" 백삼중년인은 이에 다시 앞으로 손을 내저었다. "아닙니다. 그런 말씀을 하시면 오히려 불초가 더욱 죄송스러 운 마음이 들게 됩니다. 불초는 원래 부모님으로부터 많은 재산 을 물려받은 상태이고 또한 특별히 해야할 일도 없어서 그저 이 렇게 간혹 천하의 영웅호걸들과 사귀는 것을 낙으로 삼으면서 살 아가고 있는 사람인데, 만일 귀공께서 불초의 미미한 호의를 저 버리시지 않는다면 그것은 오히려 불초의 커다란 기쁨이 될 것입 니다." 상관엽은 백삼중년인의 그 얘기를 듣고는 다시 어이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로 세상의 빈부는 공평하지가 않은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그야말로 한평생을 손발이 닳도록 고생고생을 하며 일해도 그저 식구들의 세끼의 밥을 먹이는 것조차 어려운 판국인데, 또한 이 와 같은 어떤 사람들은 부모를 잘 만나서 한평생 동안 향락을 즐 기면서 조금도 고생하지 않고 살아가고 있는 것이니 정말로 세상 의 일은 불가사의한 것이로구나 게다가 우리가 느닷없이 그러한 특별한 사람을 만나게 되었으니 이것 또한 실은 신기한 노릇이 아닌가! ... ...) 왕자안은 처음에는 다소 의아한 표정이었으나 이어 상대의 의 도를 알게 되자 그저 시종일관하게 담담한 기색이었다. 그는 미소하며 말을 받았다. "귀하께서 그러한 뜻을 가지고 계시는 것이라면 그럼 저로서도 굳이 사양할 수가 없겠군요. 모처럼 이와 같은 진수성찬을 대하 게 되었으니 잘 먹도록 하겠습니다." 왕자안이 일단 호의를 받아들이기로 하고 가볍게 고개를 숙여 서 감사의 인사를 하자 그 백삼중년인은 다소 어색한 표정으로 웃더니 슬그머니 자신의 앞에 놓인 위자위에 걸터앉더니 너털웃 음을 터뜨리며 다시 말했다. "하하하, 귀공께서 그와 같이 호탕하시니 저로서는 더할 나위 가 없는 기분입니다. 왠지 여러분이 모두가 어래전에 알았던 친 구와 같은 느낌이 드는군요. 허허... ... 그렇다면 우리 서로간의 통성명을 해보기로 할까요?" 볼초는 백장생이라고 하고 요 근처 에 있는 백운산장이라고 하는 작은 장원의 주인입니다. 저는 원 래 천하를 유람하기를 즐기는데 요즘은 그곳에 머물고 있는 상태 이지요." 상관엽은 백삼중년인의 말에서 그가 백운산장이라는 장원의 주 인일 뿐만 아니라 천하에 그밖에도 많은 별장들을 가지고 있다는 얘기를 알아듣고는 내심으로 대체 이 백삼중년인은 얼마나 큰 부 자일가 하고 생각을 굴려 보았다. 왕자안은 자칭 백장생이라고 하는 백삼중년인이 먼저 자리에 앉자 자신도 그를 향해 말을 받았다. "아 그러시군요. 소생은 왕자안이라고 합니다." 백장생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왕자안, 왕공자이셨군요. 하하하, 이름이라는 것은 원래 대수 로울 것은 못되지만 그러나 귀공은 우선 이름만 들어도 뭔가 비 범한 점이 느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어 백장생은 옆자리에 앉아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상관남 매를 가리키며 왕자안에게 다시 입을 열어 물었다. "헌데 저 두분은 귀공과 어떤 사이십니까?" 왕자안이 미소하며 대답해 주었다. "여기 있는 엽아는 나의 문하생이고, 그리고 여기에 있는 이분 낭자는 엽아의 친누이인 상관지 상관낭자입니다." 상관남매는 왕자안이 알아서 소개해 주었기 때문에 그의 말이 끝나자 그저 백장생을 향해 정중하게 고개를 숙여 보였다. 그런데 백장생을 왕자안의 말을 듣고 나서 다소 눈빛을 빛내면 서 호기심이 깃든 얼굴로 이렇게 다시 질문했다. "아! 그러시군요. 헌데 문하생이라고 하심은 바로... ... 강호상의 어떤 문파의 문하생을 말하시는 것입니까?" 왕자안은 그가 상당히 흥미를 느끼고 질문하는 것을 보고는 솔 직하게 대답해 주었다. "우리는 무아문의 사람들입니다. 소생이 바로 무아문의 문주직 을 맡고 있는 상태이지요." 백장생은 무아문이라는 말을 듣자 다소 낯설은 듯한 표정을 지 었으나 이내 그러한 기색을 지우고는 다시 말했다. "아, 예! 그럼 저분 나이 어린 공자께서도 실은 아주 무학이 높 으신 고수이시겠군요?" 상관엽은 이제까지 그저 묵묵히 사부가 상대하는 광경을 보고 있었으나 느닷없이 백장생의 그와 같은 얘기를 듣고는 그만 가만 히 있을 수가 없어서 다소 안색을 붉히면서 입을 열어 말했다. "아닙니다. 저는 ... ... 저는 아직 입문한지 얼마되지 않아서 무 학이 형편없는 상태입니다." 상관엽은 비록 갑자기 말을 꺼낸 것이기는 하나 자신이 백장생 의 얼굴을 마주 보면서 얘기하다가 문득 왠지 마음이 떨려서 말 을 약간 더듬게 된 것을 알고 다소 창피한 생각이 들어서 더욱 얼굴을 붉혔다. 그는 사실 갑자기 말을 꺼냈었기는 하지만 그래도 내심으로 단 단히 마음을 먹고 말을 시작했었기 때문에 느닷없이 사부의 앞에 서 못난 꼴을 보인 것 같아서 마음이 아주 불안해졌다. 기실 그는 요즈음 들어서 사부가 가르쳐주는 구결을 제대로 암 기할 수도 없었을 뿐만 아니라 하면 할수록 더욱 머리가 멍청해 지는 기분이 들곤 하는 상태였기 때문에 그러한 자괴의식은 더욱 강해졌다. 이 상관엽은 원래는 어려서부터 매우 총명하고 담대하며 능히 문무를 갖추고 천하에 드문 인재가 될 것이라는 칭찬을 수도 없 이 들어왔던 소년이었는데 도대체 요즘 들어서는 어째서 그와 같 이 갈수록 멍청하게 변해가고 있는 것인지 자신도 알 수가 없는 일이었다. 이때 백장생은 마치 그러한 상관엽의 내심을 훤하게 들여다보 기라도 한 듯이 기이하게 미소하며 이렇게 말했다. "허허, 그것은 스승이 워낙에 뛰어난 분이시니 그렇게 생각되 는 것이지 겨우 어린공자와 같은 나이에 벌써 일류고수의 경지에 올라 있다고 하는 것은 결코 형편없는 것이 아니라오. 어린 공자 는 너무나도 자신을 비하하시는군!" (... ...!) 상관엽은 거의 무심코 그 얘기를 듣고 있다가 문득 백장생의 입에서 자신이 이미 일류고수의 경지에 올라 있다는 말이 나오는 것을 보고는 그만 몽롱했던 정신이 찬물을 뒤집어 쓴 것처럼 놀 라서 크게 깨어났다. 뜻밖에도 이 백장생이라는 사람은 그저 한눈에 상관엽이 일류 고수의 경지에 올라 있다는 것을 알아보았으니 그것은 그가 무학 을 지닌 무림인이 아니라면 불가능한 일이라고 할 수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이 사람도 무림인이라는 말인가?) 상관엽은 순간 그의 전신에서 느껴지는 신비한 기운과 맑고 현 기마저 느껴지는 것 같은 기이한 시선 그리고 조금전에 아주 가 볍게 다가 왔었던 그의 몸동작 등을 생각해 보면서 정말로 이 사 람이 실로 무학의 고수일지도 모른다고 느꼈다. 게다가 상대의 무학경지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을 정도라면 그것도 아주 대단히 높은 경지에 올라 있는 고수일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다. "과, 과찬이십니다." 상관엽이 시뻘개진 얼굴로 당황해져서 급히 대답하는 것을 보 고 왕자안이 옆에서 미소하고 있다가 다시 백장생을 향해 말했 다. "사실 엽아는 제법 총명한 편이지요." (... ...@) 상관엽은 엉겁결에 백장생을 향해 그렇게 말을 해놓고 나서 정 신이 하나도 없었는데 문득 사부의 그와 같은 말을 듣고는 정신 이 번쩍 들었다. 그는 사실 원래는 매우 총명한 소년이었으나 요 즘들어서 워낙에 어려운 일들을 맞이하게 되어서 점차로 자신감 을 잃어가고 있던 중이었다. 상관엽은 이미 사부인 왕자안에 대 해서 거의 절대적이라고 할만큼의 존경심을 가지고 있는 상태였 고 따라서 자신이 기왕에 그와 같은 훌륭한 사부의 문하에 들게 되었으니 최선을 다해서 사부의 은혜에 보답하려고 항상 생각하 고 있었다. 상관엽에게 있어서 가장 두려운 일이라고 하는 것은 바로 자신이 무능력하게 사부에게 비춰지는 일이라고 할 수가 있 었다. 그런데 너무나도 잘 하겠다는 강박관념이 심해서 그런지 상관 엽은 자신이 잘하려고 하면 할수록 모든 일이 더욱 잘 안되고 자 신은 더욱 멍청하게 되어 가는 것 같은 느낌을 받고 있었다. 지금의 경우도 바로 그와 같은 것으로 그는 사부의 앞에서 상 대에게 좀더 당당하게 대하려고 했었으나 그것으로 인해서 더욱 마음이 굳어졌고 당황해지게 되어 버린 것이었다. 그런데 기이하게도 상관엽은 사부의 입에서 자신이 제법 총명 한 편이라고 하는 말이 나오는 것을 보게 되자 일순 알 수 없는 용기와 격동이 치솟아 오르면서 다시 자신감이 생기고 더할 나위 가 없이 마음이 크게 안정되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그것은 시실 훌륭한 한 사람의 인정을 받는다는 것은 그 어떤 것보다도 강한 자신감을 불러일으키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상관엽은 이미 왕자안을 거의 하늘처럼 존경하고 따르고 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그의 그러한 한마디의 말이 미치는 여파는 크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상관엽과 같은 나이의 소년들은 대개 가 그러한 감정에 휩싸이기가 쉬운 법이었다. 상관엽의 표정이 다시 편안해지는 것을 바라보면서 백장생은 왠지 의미심장한 표정이 되어서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그렇군요. 이거 귀공께서 이러한 인재를 거두게 되셨다 니 부러운 생각마저 들게 됩니다. 핫핫... ..." 백장생은 상관엽과 왕자안을 번갈아 바라보면서 한차례 크게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조금전이었다면 상관엽은 다시 얼굴이 붉어졌었지만 이제는 마 음이 안정되어 기색을 유지할 수가 있었다. 백장생은 이윽고 웃 음을 멈추더니 자신을 바라보며 앉아 있는 일행을 보고는 짐짓 놀란 듯이 다시 말했다. "헌데 이거, 불초가 공연히 주책없이 떠드는 바람에 여러분께 서 아직 식사를 하시지 못하고 계시는군요. 그러지 마시고 어서 식기전에 드시기 바랍니다. 허허... ... 그럼 불초도 합석을 하게 되었으니 함께 들기로 할까요?" 말과 함께 백장생은 정말로 먼저 손을 내밀어서 수저를 들고 식사를 하기 시작하는 것을 보고는 왕자안은 일행과 함께 주저하 지 않고 식사를 하기 시작했다. ... ... 과연 이 훌륭해 보이는 음식들은 하나같이 그 맛들도 기가 막 힌 것들이었다. 아마도 이것들은 이 주루에서 가장 값비싼 것들로 최선을 다해 서 요리한 것들일 것이고 이렇게 한꺼번에 그 맛들을 보는 경우 도 결코 흔치 않은 일일 것이었다. 그러나 기실 상관엽은 이 음 식들보다는 눈앞에서 함께 식사를 하고 있는 백장생이라고 하는 사람이 더욱 진귀한 존재하고 생각하고 있었다. 상관엽은 비록 처음으로 먹어보는 진귀한 음식들을 목구멍으로 넘기고 있기는 하지만 이미 백장생에게 한번 호되게 당한 것이나 다름이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그러한 진미마저 잊어버릴 정도로 백장생이라는 사람에게 정신을 몰두하고 있는 상태였다. 어떻게 보면 아주 넉 살이 좋은 사람이고 또한 어떻게 보면 천하의 할 일이 없는 건달 같기도 하고 또한 어떻게 보면 지극히 학식이 풍부해 보이기도 하며, 또한 어떻게 보면 지극히 신비로운 능력이 있어서 그 어떤 장애라도 초월해 버릴 수 있을 것 같은 이물. 하지만 그 부드러운 호의와 훌륭해 보이는 귀상에도 불구하고 상관엽은 한번 그에게 당했다는 생각이 있어서인지 그의 존재는 왕자안처럼 그렇게 편안한 느낌을 주지 못하고 있었다. 아니 오히려 지금 상관엽은 눈앞의 백장생이라는 사람에 대해 서 생각하느라고 처음으로 먹어보는 산해진미의 맛조차 잊어버리 고 있는 상태였다. ... ... 음식의 분량은 그렇게 네 사람이 먹어도 절반도 다 먹지 못할 만큼 지나치게 충분했다. 대략 일각 정도가 지나서 네 사람이 어느 정도의 식사를 마치 게 되자 미리부터 수저를 놓고서 점원이 다가와서 따라준 차를 마시고 있던 백장생이 다시 느긋한 표정으로 입을 열어 왕자안에 게 말했다. "이거... ... 귀공께서 이렇게 불초가 대접해 드린 음식을 기꺼이 즐겨주시니 저로서는 기쁘기가 한이 없겠소이다. 그런데 실은, 불 초가 귀공께 한 가지의 부탁을 드리고자 하는데 들어주실런지 하 하, 그게 걱정입니다." (... ...!) 상관엽은 마악 수저를 놓다가 백장생의 그와 같은 낯두꺼운 소 리를 듣고는 문득 내심으로 이거 이제야 본심을 드러내는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했다. --------------------------- 번 호: 61/90 등록자: 김창현(redhawk) 97/01/25 14:40 (368줄) 제 목: [백상] 개방백의 제자 16장 제 16 장 황혼의 백운산장. 왕자안은 백장생의 그러한 말을 듣고서도 여전히 담담한 표정 으로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무슨 부탁을 하시려고 그러십니까?" 백장생은 의미심장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하하... ... 그것은 다름이 아니라, 바로 귀공을 지금 뵙고 이 자 리에서 그만 헤어져야 한다고 생각을 하니 몹시 서운한 기분이 들기도 하고, 게다가 지금 헤어지면 이제 앞으로 언제나 다시 귀 공을 뵙게 될지 알 수가 없는 일이기 때문에 가능하다면 지금 바 로 귀공을 저의 장원으로 초대하여 잠시동안만 좀더 대접ㅎ라 수 있도록 해주시기를 부탁드리려고 하는 것입니다. 허허, 이것은 혹 시 저의 지나친 기대일까요?" (... ...!) 상관엽은 내심으로 백장생이 왕자안에게 무슨 어려운 부탁을 해올 것이라고 짐작하고 있는 상태였는데 뜻밖에도 그의 예상이 완전히 빗나가서 오히려 그가 일행을 좀더 대접하려고 꺼낸 말이 었다는 것을 알고는 다소 어리둥절한 기분이 들었다. 왕자안은 가볍게 웃으면서 대꾸했다. "우리가 그렇게까지 신세를 져서야 되겠습니까?" 백장생은 그 말에 두 손을 앞으로 크게 내저으면서 대답했다. "아이구, 신세라니 대체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실로 천하는 넓다고 해도 정작 훌륭한 인재는 아주 드문 법이어서 불초는 진 정으로 귀공과 같은 분을 한번 장원에 모셔서 대접할 수만 있다 면 더이상 바랄 나위가 없을 것입니다. 따라서 만일 귀공께서 그 러한 저의 소원을 풀어주신다면 그것이야 오히려 제가 크게 고마 워해야 할 일이지 어째서 귀공이 저에게 신세를 지는 일이 되겠 습니까? 천만부당합니다! 다만 저로서는 귀공과 같은 분이 불초 와 가까이 하기를 꺼려하여 마침내 저의 부탁을 들어주시지 않는 것이 아닌가 하는 점을 우려되고 또한 두려운 바인 것입니다." 왕자안은 잠시 생각하는 듯 하다가 말했다. "하지만 지금 소생은 중요한 일이 있기 때문에 바쁘게 길을 가 고 있던 참이었으므로 쉽게 시간을 낼 수 없는 입장입니다. 그러 므로 나중에 다시 시간을 내어서 귀하의 부탁을 들어드리기로 하 면 안되겠습니까?" 백장생은 이에 안색이 다소 굳어지는 듯 하더니 대꾸했다. "제가 귀공을 장원으로 모시려는 것은 며칠동안 계속해서 시간 을 빼앗으려는 것이 아니라 그저 단 하룻밤이라도 마음껏 대접해 드리고자 하는 것입니다. 귀공께서 그 하룻밤조차도 불초에게 허 락하실 수가 없다면 그거야 저로서는 단념할 수밖에 없는 노릇이 지요. 그러나 세상의 일이라는 것은 내일을 알 수가 없는 것이므 로 나중에 기약한다고 하는 말은 있을 수가 없는 일입니다." 상관엽은 옆에서 듣고 있다가 내심으로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 서 이렇게 생각했다. (저자는 정말로 온갖 수단을 써서 우리 사부님을 자신의 장원 으로 데려가려고 하는구나. 대체 무슨 목적으로 그와 같은 수단 을 부리고 있는 것이지?) 비록 본의 아니게 대접을 받은 것이지 만 드물게 후한 식사대접을 받은 이상에는 왕자안은 상대의 그다 지 대단하지도 않으면서도 강하게 요구하고 있는 부탁을 끝까지 거절할 수가 없는 일일 것이었다. 내심으로 왠지 백장생에게 대해서 다소 꺼림칙하게 생각하고 있던 상관엽은 비록 앞으로 다시 일행이 백장생의 장원으로 가서 호사를 하게 된다고 해도 그다지 그런 것이 마음에 내키지 않았 으므로 문득 이렇게 다시 생각했다. (그런데 어째서 독고사백께서는 아직 오시지 않고 있는 거지? 독고사백께서는 마음이 매서우신 분이라 그분이 오신다면 급하다 는 핑계를 대고 냉정하게 저자를 떨쳐버릴 수가 있을 것인데... ...?) 아니나 다를까 백장생이 그렇게까지 낯을 붉혀가며 강하게 요 구를 해오자 그만 왕자안은 예상했던 대로 웃으면서 그의 부탁을 수락하고 말았다. "귀하께서 그렇게나 소생과 함께 하기를 원하신다면 그렇다면 저도 부득이 감히 더이상은 그 부탁을 사양 할 수가 없겠군요. 그런데 실은 우리 일행 가운데의 한 사람이 아직 일을 보러 갔다 가 돌아오지 않은 상태입니다. 그가 돌아올 때까지 잠시 기다려 주시겠습니까?" 왕자안은 아마도 최대한으로 시간을 끌어서 사태의 추이를 지 켜보려고 하는 것 같았다. 그러나 백장생은 일단 그와 같은 수락의 말을 듣고 나자 얼굴 가득히 환한 웃음을 떠올리더니 즉시 신형을 벌떡 일으키며 이렇 게 말하는 것이었다. "하하하! 역시 귀공께서는 뜻이 통하시는 분이라 저의 부탁을 들어주시는군요. 귀공의 일행이 한분 더 계신다니 이는 실로 반 가운 일입니다. 그러나 사실 쇠뿔도 단김에 빼라는 말이 있는 것 처럼 일단 결정한 일을 사소한ㅁ 일 때문에 이루게 된다면 자연 히 맥이 빠지게 되는 법입니다. 다행이도 이곳에는 불초가 아는 사람들이 많이 있으니 그들에게 귀공의 일행이 돌아오시면 다시 저의 장원으로 안내해 드리라고 하고 역시 귀공께서는 지금 즉시 저의 장원으로 가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귀공께 시간이 귀한 상황이라면 그러한 시간을 허락받은 불초의 시간 또한 금쪽과도 같이 귀한 것이 되는 것이니까요." 이 백장생이라는 사람의 언변은 그야말로 유창하기 짝이 없는 것이었다. 왕자안은 그만 더 독고상을 기다려야 한다는 핑계를 댈 수가 없어서 백장생에게 독고상과 연락하는 일을 맡기고는 자리에서 몸을 일으키지 않을 수가 없었다. "좋습니다. 그럼 귀하께 폐를 끼치기로 할까요?" 왕자안이 그만 신형을 일으키자 백장생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고 싱글벙글한 안색으로 먼저 주위의 점원들에게 뭐라고 지시 를 내린 다음에 빠르게 일행을 아랫층으로 인도하기 시작했다. 이윽고 일행이 아랫층을 지나서 주루의 밖에 이르자 그곳에는 이미 점원들이 바쁘게 대령해 놓은 한대의 호화로운 사두마차가 대기하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백장생의 마차인 듯 했는데 한 명 의 팔뚝을 드러낸 장한이 마부석에 공손한 태도로 앉아 있었다. "자! 귀공께서 먼저 오르시지요! 커다란 몸체 전체를 온갖 보옥 들로 장식하고 아름다운 비단천으로 휘감은 마차위에 왕자안을 비롯한 일행이 오르자 뒤를 이어 백장생이 함께 마차위에 오르더 니 이윽고 마차는 마부가 후려치는 예리한 채찍소리에 따라서 빠 르게 바람을 가르며 대로상을 달려가기 시작했다. ... ... * * * ----- 백운산장 백장생이 일행을 마차에 태우고 데리고 간 그 백운산장이라는 곳은 태화현성에서 서북쪽으로 이십여 리 가량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는 강물을 앞에 두고 있는 장원이었는데 그것은 비단 건물들이 보기 드물게 하나같이 훌륭한 것들일 뿐만 아니라 백장생이 그저 작은 장원이라고 소개했었던 것과는 달리 매우 방대한 지역에 걸쳐서 조화있게 축조되어 있는 아름답고 호 화로운 대장원이었다. 일행이 마차에 타고서 그곳에 들어선 것은 거의 해가 기울어질 무렵이었는데 그 거대한 장원에는 몇몇 하인들을 제외하고는 사 람들이 거의 보이지 않았으며 곳곳에는 조용하고도 아름다운 봄 날의 싱그러운 정취를 마음껏 느낄 수 있는 분위기가 가득하게 배어있는 것 같았다. 백장생은 장원으로 들어간 다음에 우선 일행을 하나의 거대하 고 화려한 대청에서 차를 마시며 기다리게 한 다음에 급히 하인 들에게 지시를 내려서 연석을 준비하라고 했는데 이윽고 하인들 이 빠르게 그러한 준비를 마치고 나자 곧장 일행을 장원의 후원 에 있는 거대한 인공호수에 떠있는 넓은 정자로 안내하여 그야말 로 미리부터 약속했던대로 온갖 훌륭한 술과 음식들을 대접하기 시작했다. 확실히 이 백장생의 대접은 놀라운 바가 있었다. 상관 엽 등은 세상에 태어나서 이렇게 거대하고 맑게 만들어 놓은 인 공호수를 처음으로 보았을 뿐만 아니라 또한 그 위를 그림자처럼 떠다니는 정자와 같은 배도 처음으로 보았다. 게다가 그 화려한 분위기 속에서 펼쳐지는 연석의 술들은 천하 에서 가장 고급스러운 것들이었고 또한 음식들은 상관엽 등이 이 제까지 거의 말로만 듣던 희귀한 것들이었으며 또한 시중을 들기 위해서 나타난 십여명의 소녀들은 저마다 아름다운 고급의 나삼 들을 걸치고 있었고 용모들도 모두가 천하절색들인 것 같았다. 마침 황혼의 저녁노을이 짙게 물들어서 거대한 인공호수의 사방 을 황금빛으로 변모시키고 있었고 그러한 가운데에서의 연석은 가히 최상의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화려한 의상을 하고 나타난 십여명의 절색의 소녀들은 각기 한 가지씩의 놀라운 음성으로 노래를 불렀으며 또한 어떤 소녀는 파 뿌리와도 같이 기다란 손가락으로 소금을 절묘하게 탔으며 또한 어떤 여자들은 말재주가 기막혀서 부드러운 음성으로 천하의 갖 가지의 이야기를 늘어놓아서 분위기를 환상적이고도 흥미롭게 이 끌었다. 상관엽 등은 그 옆에서 함께 자리하고 있자니 마치 이곳 이 지상의 극락인 것 같았고 끝없는 도취와 즐거움만이 있을 뿐 괴로움은 결코 없을 것 같은 착각을 느낄 정도였다. 그러나 상관엽은 왠지 그러한 분위기가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 아서 피곤하다는 핑계를 대고 일어섰고 하인들 가운데의 하나가 이내 그를 장원의 한쪽에 있는 하려한 별원으로 안내해 주었다. ... ... 지금 상관엽은 다소 멍한 표정으로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는 중 이었다. 이미 짙게 물들던 황혼의 저녁노을마저 사라져서 사위에 는 무거운 어둠만이 내리깔려 있는 상태였고 하늘에는 별들이 총 총하게 빛나기 시작하고 있었다. 그 하늘의 무수한 별들은 늘상 보아오던 평범한 것이었지만 정 작 이 지상의 것들은 그와 같이 평범한 것들이 아니었다. 아직 봄철인데도 불구하고 상관엽이 서 있는 장원의 바닥에는 푸른 잔디가 발목까지 빠질 정도로 푹신하게 잘 자라나서 정리되 어 있었고 또한 주위의 수목들도 하나같이 귀한 품종으로 마치 거대한 조각품의 전시장처럼 잘 다듬어져서 아름다운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으며 게다가 그러한 나무들로 나직한 울타리들이 만들어져 있었고 곳곳에는 또한 기암괴석이나 작은 연못들이 자 리하여 운치를 더하고 있었다. 실로 이곳은 손님이 묵어가는 별 원인데도 그 주위의 분위기는 천하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이라고 말할 만 했다. 상관엽은 원래 거칠은 산골에서 투박하게 자라왔기 때문인지 이러한 잘 조화되어 있는 호화로운 곳에 서있게 되자 왠지 모르 게 은근한 심술이 느껴지는 것을 의식해야 했다. (정말로 이와 같은 부와 모든 것들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이라 면 더 이상 바라는 것이 없지 않을까?) 상관엽이 내심 그렇게 중얼거리며 가벼운 탄식과 함께 고개를 내렸을 때 문득 오른쪽에서 뭔가 느릿하게 다가오는 물체가 있다 는 것을 알게 되었다. (... ...!) 알고보니 그를 향해 지금 다가오고 있는 인영은 바로 다름아닌 그의 누나인 상관지 그녀였다. "누나!" 상관엽이 반가운 느낌에 그렇게 부르자 상관지는 더욱 발걸음 을 빨리하여 다가와서는 상관엽에게 미소하며 이렇게 말했다. "너 밖에 나와 있었구나. 그래, 혼자서 여기에 서서 대체 무슨 생각을 그리 열심히 하고 있었지?" 상관지의 눈빛은 어둠속에서도 푸른 보석처럼 맑은 광채를 뿌 리고 있었다. 상관엽은 그런 누나의 눈빛을 매우 좋아했다. 상관엽은 이제까 지 다소 마음이 울적해져 있었으나 그러한 누나의 눈빛을 대하게 되자 금방 기분이 좋아지게 되어서 웃으며 대답했다. "응, 그냥... ... 헌데 연회는 벌써 끝났소?" 상관지는 고개를 살래살래 내저었다. "아니야. 지금 그곳에는 횃불이 대낮처럼 밝혀져 있는데 나는 네가 궁금하고 해서 그만 혼자서 일어나고 말았지." 상관엽은 다시 물었다. "독고사백은 이미 오셨소?" 상관지는 고개를 끄덕였다. "응... ... 너의 사부와 함께 앉아서 그 백장생이라는 사람과 술 을 마시고 있는 중이지. 너도 좀더 그곳에서 있을 것을 그랬지 않아?" 상관엽은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가로 저었다. "아니오. 나는 마음이 편하지 못해서... ... 우리와 같은 사람들 은 그런 분위기에는 왠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아서 나도 모르게 나와버린 것이오." 상관지는 그 말에 다소 수긍을 하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 나도 약간은 그런 생각이 들기는 했어." (... ...?) 상관엽은 누나인 상관지가 문득 허공을 바라보며 다소 망연한 기색을 띠고 있는 것을 보고는 눈빛을 빛내면서 물었다. "누나. 혹시 그 여자들을 보고 부러운 생각이 들었던 것이 아 니야?" (... ...!) 상관지는 느닷없는 질문을 받고 의아한 기색이 되어서 상관엽 을 돌아보며 되물었다. "아니 내가 왜 그 여자들을 보고 부러워해야 하는 거지?" 상관엽은 다소 기이하고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누나의 거동을 살피면서 대답했다. "그야... ... 그녀들은 온갖 재주들도 뛰어나고 또한 얼굴도 아주 예쁘고 그러니까 그렇지. 내가 보니까 그녀들의 피부는 마치 백 옥과도 같이 빛나던데?" (... ...?) 상관지는 잠시 동생의 의중을 살피려는 듯이 상관엽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나직하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건 너의 말이 맞아. 사실 나는 산골에서 살아온 처녀이니 피부가 거칠고 또한 백옥같이 투명할 리도 없는 것이지." 상관엽은 그 말을 듣고 다시 말했다. 하지만 나는 사실은 누나가 그녀들을 부러워하지 않았다는 것 을 알고 있소." (... ...?) 상관지는 상관엽이 다시 느닷없는 소리를 하고 있는 것을 보고 는 다소 어리둥절해 하며 동생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물었다. "아니 그건 어째서지?" 상관엽은 약간 기이하게 미소하면서 대답했다. "그거야 누나가 지금 그 여자들의 처지를 전혀 부러워하지 않 고 있기 때문이지." (... ...!) 상관지는 마치 수수께끼를 말하고 있는 것 같은 동생의 의도를 파악해보기 위해서 잠시 상관엽의 얼굴을 바라보며 가만히 서 있 었다. 원래 상관엽은 상당히 총명하기는 했지만 그다지 지략이 뛰어 난 편은 아니었는데 갑자기 지금은 뱃속에 능구렁이를 대여섯 마 리는 집어넣고 있는 것처럼 능글맞은 인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었 다. 상관엽은 자신의 내심을 파악하려고 바라보고 있는 누나의 그 러한 모습이 재미있다는 듯이 웃다가 이윽고 다시 말했다. "누나! 이제 솔직히 말해봐! 우리 사부님을 사모하고 있는거 지?" 상관지는 그 말에 일순 안색이 약간 빨갛게 상기되었다. 비록 어두워서 잘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평소에 거의 표정의 변화가 없 이 차분하던 누나의 얼굴이 한순간에 그렇게 변화를 보인다는 것 은 확실히 분명한 무엇인가가 있는 것이 틀림없어 보였다. 상관지는 잠시 고개를 돌려서 멍하니 하늘의 총총한 별들을 바 라보다가 나직한 한숨을 내쉬며 대답했다. 설령... ... 설령 내가 그런 마음이라고 해도 어떻게 감히 그와 같은 분을 넘볼 수가 있겠니? 사실 너의 사부님은 아주 훌륭하신 분이야." 상관엽은 그래도 누나가 한번쯤은 아니라고 반박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뜻밖에도 그와 같은 처연한 탄식을 흘려내자 그만 왠지 모르는 격한 감정에 젖어서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리고는 잠시 후에 하늘을 쳐다보면서 강조하듯이 분명한 어 조로 이렇게 말했다. "사실 지금 천하에서 나에게 가까운 사람이라면 사부님과 누나 밖에는 없소. 그리고 가장 존경하는 사람들도 사부님과 누나밖에 는 없고... ... 그것은 아마도 앞으로도 계속해서 그렇게 될 것이 오. 따라서 나는 두 사람 가운데 어느 한 사람도 버릴 수는 없소. 만일 누나가 사부님을 사모하고 있다면 나는 반드시 두 사람의 혼인을 성사되게 하고 말 것이오." 상관지는 고개를 돌려서 동생이 결연한 표정으로 그와 같이 말 하고 있는 것을 바라보고 있다가 으윽고 피식 웃으면서 이렇게 말을 받았다. "너는 키만 컸지 생각은 여전히 바보로구나. 사람들간의 혼인 은 그렇게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니야. 그리고 너는 어째서 내가 너의 사부님과 혼인을 하지 못한다면 그것이 버려지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거지?" 상관엽은 여전히 흥분한 기색이 되어서 고개를 흔들었다. "어쨌든 나는 누나가 가슴이 아파하는 것을 두고 볼 수가 없 소." 상관지는 부드럽게 웃으면서 다시 물었다. "하지만 너는 만일 너의 사부님이 나와 혼인하는 것을 좋아하 지 않는다고 하면 그때에는 어떻게 할거지? 설마하니 너는 사부 님께 나와 혼인을 하라고 강요하기라도 할 생각이냐?" (... ...!) 상관엽은 잠시 흥분했으나 일순 누나의 그와 같은 얘기를 듣고 나자 그만 정신이 번쩍 드는 것 같았다. 누나의 말처럼 그의 사부가 정말로 그의 누나를 좋아하지 않을 수도 있는 일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내 상관엽은 그러한 생각에 반발하기라도 하듯이 강 하게 고개를 흔들었다. "그건... ... 그럴리가 없소. 사부님은 반드시 누나를 좋아하게 될 것이니까 말이오. 그건 내가 보증하겠소." 상관지는 상관엽이 크게 격동하고 있는 것을 보고는 나직하게 탄식하며 고개를 가로 저었다. "나도 너의 사부님이 아주 훌륭하신 분이고 또한 마음이 대단 히 좋으신 분이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러나 사람의 감정이라는 것은 원래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니야. 설사 너의 사부님께서 나 를 모른척 하신다고 해도 너는 공연히 앞에 나서서는 안되는 거 야. 게다가 나는... ... 나는 아직은 확실히 너의 사부님을 사모하 고 있는 것도 아니니까 말이야." (... ...!) 상관엽은 잠시 신형을 가늘게 망연히 하늘을 바라보고 서 있다 가 이윽고 아주 가랑ㄵ은 음성으로 누나의 얼굴을 돌아보며 다시 말했다. "누나는... ... 누나는 내가 보기에는 천하에서 가장 훌륭한 여자 이기 때문에 반드시 사부님께서 좋아하게 될 것이오." 상관지는 동생이 제법 심각하게 그와 같은 말을 하자 그만 피 식 웃고는 대꾸했다. "그건 네가 아직 천하의 아름다운 여자들을 보지 못해서 그래. 그리고 최소한 조금전에 그 여자들도 나보다는 예쁘게 생겼고 말 이야." 상관엽은 일순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누나는 그런 여자들보다는 훨씬 훌륭해! 그런 여자들은 아무 남자나 좋아하고 행실이 지저분하기 때문에 천박하기 짝이 없는 여자들이라구! 누나는 어째서 자꾸만 그런 여자들과 자신을 비교 하려고 하지?" 상관지는 상관엽이 느닷없이 크게 화를 내며 말하는 것을 듣고 는 어이가 없다는 듯이 웃으면서 손을 저으며 말을 받았다. "그 여자들에 관한 얘기는 네가 먼저 꺼낸 것이 아니냐. 그리 고 네가 그녀들을 언제 봤다고 천박하기 짝이 없는 여자들이라고 하는거지? 내가 보기에 그녀들은 모두가 하나같이 행실이 단정한 처녀들이던데... ... 좋아! 하긴 네가 듣기 싫다면 그런 얘기는 구 태여 할 필요가 없는 것이겠지. 흥! 저도 그 여자들이 휠씬 아름 답게 보였었기 때문에 그 여자들의 얘기를 하기를 싫어하는 것이 면서... ..." 상관엽은 무뚝뚝하게 다시 소리쳤다. "나의 눈에는 정말로 누나가 더 아름다왔소!" 상관지는 그 말에 그만 고개를 설레설레 내저었다. "알겠어, 알겠어! 녀석이 그래도 사내녀석이라고 소리를 지르기 는... ... 바보녀석아! 그래 그렇게 소리를 질러서 주위의 사람들이 우리의 얘기를 다 들으면 어쩌려고 그러니?" 상관엽은 그만 두 눈에 눈물이 핑그르르 돌아서 다시 말했다. "바보는 누나가 바로 바보요... ..." 상관지는 두 손을 앞으로 휘휘 내저었다. "알았어, 알았어! 내가 바보라고할께!" 이어 그녀는 내심으로 이렇게 중얼거렸다. (바보같은게 사내자식이 울기는... ...) ... ... 그때 갑자기 저쪽에서 한무더기의 불빛이 나타나서 빠르게 이 쪽으로 다가왔기 때문에 두 사람은 그만 대화를 멈추고 그 다가 오는 불빛을 바라보았다. 다름이 아니라 그 불빛속에 다가오고 있는 사람들은 왕자안과 독고상이었는데 지금 여러명의 소녀들이 아름다운 초롱불을 들고서 그들의 앞길을 밝혀주고 있는 것이었 다. 그 커다란 불빛은 이내 상관남매의 앞에 이르렀고 왕자안은 이윽고 그 소녀들을 모두 돌려보낸후에 독고상과 함께 천천히 이 쪽으로 다가왔다. "엽아! 너는 그동안 이곳에서 혼자 있느라고 심심하지 않았느 냐?" 가까이 다가온 왕자안의 몸에서는 아주 기분좋은 술냄새가 은 은하게 풍겨나오고 있는 상태였다. 왕자안이 그렇게 부드러운 어조로 물어오자 상관엽은 공연히 마음이 당황해져서 얼른 안색을 붉히면서 대답했다. "아닙니다. 저는... ... 여기에서 혼자서 무아심결의 구결을 생각 해 보고, 그리고 또 그것을 한번 시험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 을 하느라고 전혀 심심하지 않았습니다." 상관엽은 비록 나이가 아직 십오세의 어린 소년이었지만 얼마 전에 부친을 잃게 되어 그러한 고통속에서 마음이 성숙하게 되었 는지 이제는 제법 행동거지가 어른티가 나고 있었다. 게다가 어려서부터 혼자서 열심히 무예를 수련해 왔었기 때문 인지 지금의 상관엽의 몸집은 나이보다 제법 우람했고 또한 잘 발달되어 있는 편이었다. 왕자안은 그러한 상관엽의 얼굴을 바라 보며 잠시 미소짓는 듯 하다가 문득 다시 물었다. "그래? 그렇다면 그저 그런 생각만 하지 말고 정말로 한번 시 험해보지 그랬느냐? 내가 너에게 가르쳐준 그 무아심결은 실상 이론적인 것이 아니라 실제로 적용될 수 있는 것이니라." 상관엽은 더욱 당황해져서 고개를 숙이면서 말했다. "예. 하지만 저는... ... 저는 자질이 부족하여 아직 그 구결의 절반도 외우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 그래서 할 수가 없었습니 다. 왕자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임 절반이나 암기했다니 단지 그것만으로도 한번 시험 해보는 것이 좋을 뻔했구나. 자, 일단은 함께 안으로 들어가도록 하자!" 왕자안의 말에 따라서 일행은 천천히 별원의 안으로 걸음을 옮 기기 시작했다. ... ... --------------------------- 번 호: 62/90 등록자: 김창현(redhawk) 97/01/26 13:52 (401줄) 제 목: [백상] 개방백의 제자 17장 제 17 장 백옥의 나녀상. 별원의 내부는 비록 그다지 넓지는 않았지만 휘황찬란하고 아 름답기 그지없었다. 거실의 바닥에는 고급의 붉은 융단을 깔아놓았고 사바의 벽면 은 매끈하기 짝이 없는 대리석으로 되어 있었으며 온갖 아름답고 화려한 조각품들이 장신구처럼 곳곳에 위치하고 있었다. 천정은 아주 높았으며 그 천정에는 무수한 종류의 촛불들을 밝 혀 놓아서 휘황한 빛을 실내에 고루 뿌리게 하고 있었으며 그러 한 불빛들이 사방의 유리같은 조각품들과 대리석의 벽면에 부딪 쳐서 화려한 광채들을 뿌려대고 있었고 또한 중앙에 놓여 있는 탁자나 의자 등의 가구들도 너무나도 훌륭한 것들이라서 쉽게 사 용하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왕자안은 일단 거실의 안으로 들어서 자 편안한 표정으로 가운데에 있는 커다란 의자위에 앉았으며 독 고상은 즉시 그의 잠자리를 보아주기 위해 침실로 들어갔다. 왕 자안은 의자위에 조용히 앉은 채로 자신의 앞에 서 있는 상관엽 과 상관지를 바라보며 미소하며 말했다. "그렇게 부담을 가지지 말고 원한다면 않도록 하시오, 상관낭 자! 그리고 엽아, 너도 어서 자리에 앉도록 하여라!" "예." 상관엽이 공손히 대답함과 동시에 그와 상관지는 함께 나란히 한옆의 자리에 앉았다. 막상 그렇게 자리에 앉고 보니 이 거실의 화려하면서도 은은하 게 피어오르는 분위기는 더욱 실감이 나는 것 같았다. 이 분위기는 화려하면서도 사람을 피곤하게 만들지 않고 평온 한 느낌을 주며 절로 기분좋은 느낌이 들개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상관엽과 상관지는 그러한 실내의 분위기를 전혀 의식 하지 못하는 듯 그저 딱딱하게 의자위에 앉아 있는 것을 보고는 왕자안은 미소하며 입을 열어 물었다. "엽아, 너는 무슨 일이라도 있었느냐? 대체 어째서 그렇게 불 편하게 하고 있는 것이지?" 상관엽은 잠시 주저하다가 이윽고 입을 열어 대답했다. "저는 감히 편안하게 앉아 있을 수가 없습니다." (... ...!) 왕자안은 그 말에 문득 가볍게 웃더니 상관엽을 향해 이렇게 다시 말했다. "너는 혹시 내가 지금 적지에 와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가령 어떤 위험스러운 일이 닥칠지 모르는 일이므로 그런 유사시를 대 비하여 너의 몸을 던져서라도 나를 구하기 위해 그렇게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이 아니냐?" 상관엽은 사부가 자신의 마음을 그렇게 정확하게 금새 알아주 는 듯 하자 내심 크게 용기가 치솟아 올라서 눈빛을 빛내면서 대 답했다. "예, 바로 그렇습니다." 왕자안은 그러한 상관엽의 얼굴을 조용한 기색으로 잠시 바라 보더니 이윽고 다시 입을 열어 이렇게 물었다. "너는 어째서 반드시 내가 지금 적지에 와 있는 것이라고만 생 각을 한다는 말이냐?" (... ...?) 상관엽은 일시 어리둥절해져서 되물었다. "그럼 그렇지 않다는 말씀이십니까?" 왕자안은 부드럽게 미소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그렇지 않다. 비록 사람의 마음이 마치 암원숭이와도 같 이 쉴새없이 이리저리 움직이고 조석지간으로 변화하는 것이라고 는 해도, 지금 이 장원의 주인은 그저 호의로써 나를 대접하고자 하는 것인데 너의 말처럼 이곳이 적지가 될 리가 있겠느냐? 네가 지금 생각을 잘못하고 있는 것이다." (... ...?) 상관엽은 사부의 말을 쉽게 이해할 수가 없어서 잠시 머뭇거리 다가 이윽고 다시 입을 열어 질문했다. "그럼 그 백장생이라는 사람은 정말로 사부님의 친구라는 말씀 이십니까?" 왕자안은 이에 미소하며 고개를 가로 저었다. 원래 친구라고 하는 것은 아주 오랫동안 사귀어온 믿을만한 벗 을 말하는 것이니 그가 아직은 나의 친구라고는 말할 수가 없는 일이지." 상관여은 어리둥절해져서 다시 질문했다. "그럼 그는 적도 아니고 친구도 아니면서 그저 부담없이 가깝 게 대하고 있는 사람이라는 말씀입니까?" 왕자안은 미소하며 대답했다. "그는 지금 이와 같이 특별하게 우리를 대접하고 있는데 그저 부담없이 가깝게 대하는 사이일 리가 있겠느냐? 이를테면 내가 이미 말했듯이 사람의 마음이라는 것은 조석지간으로 변할 수가 있는 것이므로 너의 생각처럼 그렇게 구태여 일일이 적과 친구로 써 구분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친구도 마음이 변하 게 되면 적이 될 수가 잇는 것이고 또한 적도 서로 의기상통하게 되면 친구나 다름이 없게 되는 것이라는 말이다." (... ...?) 상관엽은 사부의 말을 듣고 나서 더욱 이해할 수가 없어서 눈 이 휘둥그래졌는데 이때 옆에서 상관지가 그것을 보고 왕자안을 향해 눈빛을 빛내며 입을 열어 물었다. "그렇다면 당신께서 하시는 말씀에 의하면 지금 이 장원의 주 인은 비록 적은 아니지만, 그러나 그의 마음에 따라서 언제든지 적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로군요?" 왕자안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보는 것이 합당하오. 그리고 비단 지금의 상황뿐만 아 니라 세상의 거의 모든 일들이 그와 같다고 보는 것이 옳은 것이 오." 상관엽은 그 말을 듣고 대체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 알 수가 없 었으나 문득 뭔가 생각난 듯이 눈빛을 빛내며 다시 물었다. "저어 혹시, 혹시 그는 무공을 지닌 사람이 아닙니까?" 왕자안은 다소 흥분되어 있는 듯한 상관엽의 얼굴을 잠시 물끄 러미 바라보다가 이윽고 미소하며 되물었다. "네 생각은 어떻느냐?" 상관엽은 이에 즉시 눈빛을 강하게 빛내면서 대답했다. "저는 그가 무림의 고수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비단 그 백장생이라는 사람이 그의 무학경지를 한눈에 간파했었기 때문에 그러는 것만이 아니라 기실 상관엽이 이미 그 일에 관해서 생각을 거듭해본 결과 도달한 결론이었다. 과연 아니나 다를까 왕자안은 상관엽의 그러한 대답에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었다. "바로 그렇다. 그의 무학경지는 상당히 높은 것이다." 상관엽은 눈빛을 번쩍 빛내면서 다시 물었다. "그럼 그의 무공은 저의 사백보다도 더욱 강한 것입니까?" 왕자안은 담담하게 미소하더니 상관엽의 얼굴을 바라보며 대답 했다. "그것은 네가 너의 사백에게 직접 물어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 ...?) 상관엽은 다시 어리둥절해졌으나 이내 고개를 숙이고는 과연 백장생이라는 사람이 그의 사백인 독고상보다도 무공이 높을 것 인가 하고 생각해보기 시작했다. 그것을 보고 옆에 있던 상관지 가 다시 조심스럽게 질문했다. "그 백장생이라는 사람은 왜 우리를 이곳으로 초대했을까요?" 왕자안은 그녀를 향해 시선을 돌리면서 미소하며 되물었다. "낭자는 그의 호의가 진실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이오?" 상관지는 시선을 내리깔고 생각하다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저는 그의 호의를 단순한 진실 그대로라고는 생각할 수가 없 어요. 그러기에는 모든 일들이 마치 사전에 준비해 놓은 것처럼 지나치게 순조롭게 되어가고 있거든요." 왕자아은 상관지의 시선을 다시 받게 되자 가볍게 미소하며 고 개를 끄덕였다. "사실은 나도 지금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중이오." (... ...!) 상관지는 왕자안의 그러한 말을 듣자 즉시 두눈에서 맑은 광채 를 발산시키면서 다시 그를 향해 질문했다. "그렇다면 그는 대체 어떤 목적을 가지고 우리를 이곳으로 오 게 한 것일까요?" 왕자안은 잠시 고개를 들어서 생각하는 듯 하다가 상관지를 향 해 다시 되물었다. "낭자의 생각은 어떻소?" 상관지는 그가 자신의 생각을 경청하려는 듯한 태도를 보이자 다소 상기된 듯한 표정으로 눈빛을 빛내며 대답했다. "제가 생각하기에는, 그의 목적은 오로지 당신에게 있는 것 같 아요." 왕자안은 다소 의외인 듯이 가볍게 눈살을 찌푸렸다. "나에게?" 상관지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말했다. "비록 독고사백의 무공이 상당히 높다고는 해도 그것은 그 사 람의 관심의 대상이 되지 못하고 잇는 것 같았고 또한 그 사람이 계속해서 예의 주시하고 있는 사람은 우리들 가운데에서도 오직 당신밖에는 없는 것 같았어요." 왕자안은 상관지를 바라보며 질문했다. "그가 어째서 나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는 말이오?" 상관지는 가볍게 웃으며 대답했다. "그것은 아마도 당신의 기질이 약간 이상하기 때문에 그러는지 도 몰라요." 왕자안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나의 기질이 이상하다고?" 상관지는 웃으면서 대답했다. "당신의 기질은 아주 신비로운 데가 있어서 제가 보기에도 겉 으로 보기에는 그다지 이상하지 않은 것 같지만 왠지 갈수록 이 해하기 어려운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곤 해요. 그 사람도 만일 영 웅호걸에 들어가는 사람이라면 아마도 당신과 같은 기이한 사람 이 나타났을 경우에는 우선을 당신에 대해서 알고 싶어졌을 것이 라는 말이죠." (... ...) 왕자안은 그 얘기를 듣고는 잠시 무슨 생각을 하는지 가만히 앉아 있었다. 상관지는 그것을 보고 다시 물었다. "당신은 나의 얘기가 틀렸다고 생각하시나요?" 왕자안이 그녀의 얼굴을 바로본뒤에 천천히 고개를 가로저었 다. "그렇지는 않소. 사실은 나도 그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던 중이었소. 말하자면 그가 나에게 이러한 호의를 보내고 잇는 것 은 한편으로는 좋은 친구가 되어보자는 의도도 있겠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나라는 사람에 대해서 보다 깊이 알아보자는 의도도 있 을 것이라는 말이오." (... ...?) 왕자안은 상관지의 시선을 다시 마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미리부터 그를 경계하고 있을 필요는 없을 것이라고 보오. 최소한 지금 우리가 그의 장원에 머 물고 있는 동안만은 그가 적은 아닐 테니까 말이오." 상관지는 다소 아미를 찌푸리며 다시 물었다. "하지만 만일 그가 오늘밤이라도 마음이 바뀌어서 당신을 해치 려고 한다면 그때는 어떻게 하려는 거죠?" 왕자안은 미소하며 상관엽을 돌아본 다음에 대답했다. "사실 그런 우려 때문에 엽아도 지금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이겠지만, 그러나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그러한 우려는 하지 않 아도 되는 거시오. 내가 그의 호의에 대해서 걱정하지 않는 것처 럼 그의 악의에 대해서도 역시 그만한 대비가 되어 있는 상태이 기 때문이오." 상관지는 그 말에 무슨 사실을 느낀 듯이 다소 놀라며 물었다. "그럼 당신은, 당신은 무공으로 능히 그를 이길 수가 잇다는 말인가요?" (... ...!) 이때 상관엽도 가장 관심을 두고 있는 얘기였기 때문에 생각을 중단하고 왕자안의 대답을 듣기위해 시선을 집중하고 있었다. 왕자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소." (... ...!) 그 말은 비록 그다지 뜸을 들이지 않고 왕자안의 입에서 서슴 없이 흘러나온 얘기였지만 막상 그것을 듣는 상관남매에게는 그 어떤 얘기보다도 더욱 신선한 충격으로 들리는 것이었다. 왕자안이 만일 백장생이라는 사람보다 무공이 높은 것이 확실 하다면 실로 그의 무학경지는 어떤 것인지 추측할 수가 없는 것 일 것이었다. 왕자안은 눈을 휘둥그래 끄고 잇는 상관엽을 향해 문득 다시 입을 열어 물었다. "너는 내가 이전에 말했던 무학최고의 경지에 대해서 아직도 기억하고 있느냐?" 상관엽은 순간 흠칫 놀라며 생각했다. (무학최고의 경지라면, 그렇다면 사부님께서 이미 무형검의 경 지에 오르셨다는 말인가?" 상관엽은 즉시 생각을 굴리면서 되물었다. "그럼 사부님께서는 그 무형검의 경지에 이미 오르셨다는 말씀 입니까?" 왕자안은 담담히 미소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 나는 이미 그러한 경지에 올랐었느니라." 이어 왕자안은 시선을 옮겨서 상관엽의 뒷쪽에 있는 하나의 백 옥으로 깍아놓은 나녀상을 바라보았는데 이때 아주 놀라운 변화 가 일어났다. 왕자안을 바라보고 있던 동안에 느닷없이 그 나녀 상의 얼굴 부위에 뿌연 안개와도 같은 기운이 어리는 듯 하더니 기이하게도 그 나녀상의 얼굴의 형상이 변화해가기 시작하는 것 이 아닌가! 그 백옥으로 조각해 놓은 나녀상의 얼굴이 무슨 부드러운 물체 가 아닌 다음에야 그렇게 한순간에 다른 형상으로 변해간다는 것 은 거의 있을 수가 없는 일이었다. 만일 조각가가 다시 그 얼굴 의 형상을 고치려고 한다면 아마도 다시 오랜 시간을 소모해야만 비로소 그것이 가능해지게 될 것이었다. 그런데 왕자안은 전혀 손을 대지도 않고 그저 두 눈으로 바라 보고만 있는 상태였는데도 마치 수십명의 훌륭한 조각사들이 일 시에 덤벼들어서 빠르게 조각을 하고 있는 것과도 같은 변화를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니 이는 그야말로 신기한 일이 아닐 수가 없었다. 이것은 대체 어떤 무예일까? 상관엽이 일순 크게 놀라서 왕자안을 바라보니 이 순간에 왕자 안의 전신에는 마치 후광과도 같은 백색의 기운이 어려있는 것 같기도 했다. 상관엽은 왕자안을 사부님으로 모신 이후에 그의 이와 같은 모습과 능력을 처음으로 보았기 때문에 내심 크게 놀 랐다. 그리고 그러한 놀라운 마음은 이내 자신도 사부님처럼 저렇게 되고 싶다는 강렬한 의욕으로 바뀌어지기 시작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 순간에 그 옆에서 앉아서 바라보고 잇던 상관지는 동생과는 달리 보다 다른 놀라운 기분을 경험하고 잇는 중이었 다. 왕자안이 손도 대지 않고서 단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조각하 고 잇는 나녀상의 얼굴이 왠지 낯익은 것으로 변해간다고 생각되 어 다시 바라보니 그것은 다름이 아니라 바로 상관지, 자신의 얼 굴이 아닌가! 그 얼굴의 형상은 정말로 그녀 자신이 바라보기에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똑같이 닮아 있었고 게다가 전혀 흠집이 없었다. 만일 그 어떤 천하의 훌륭한 조각사가 조각을 한다고 해도 지 금의 경우처럼 그와 같이 완벽하게 형상을 그대로 조각해 낼 수 는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 나녀상의 얼굴의 형상은 이내 곳 변화하기 시작하여 원래의 형 상과 조금도 다름이 없게 돌아갔지만 상관지는 조금전에 마치 자 신이 알몸으로 왕자안의 눈앞에 서 있었던 것 같은 충격을 지우 지 못해서 잠시동안 멍하니 앉아만 있었다. 나녀상은 다시 완전 하게 아까의 형상으로 돌아갔는데 그것은 역시 조금의 흠집도 남 아있지 않아서 마치 조금전의 그러한 변화는 혹시 환상이 아니었 나 하고 생각되기도 하는 것이었다. 왕자안은 이윽고 시선을 거두었고 아직도 그 나녀상의 얼굴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 상관엽을 향해 잠시 후에 입을 열어 물었 다. "너는 이 일이 불가능하리라고 생각하느냐?" (... ...!) 상관엽은 그제서야 시뻘겋게 물들은 안색으로 고개를 돌려서 사부의 얼굴을 바라보며 엉겁결에 대답했다. "예, 불가능한 일입니다. 그러나 사실 사부님의 능력이라면 전 혀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왕자안은 이에 가벼운 파안대소를 터뜨렸다. "하하, 네 녀석의 말이 더욱 재미있구나." (... ...!) 상관여은 그제서야 자신이 약간 실언을 한 것이라는 사실을 깨 닫고는 재차 얼굴을 심하게 붉혔다. 왕자안이 질문한 것은 무학의 능력에 대해서 물은 것이었는데 그만 그는 사부님이 너무나도 존경스러운 나머지 엉뚱한 대답을 했던 것이었다. 그러나 상관엽은 그런 것에는 개의하지 않고 다 시 사부님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질문했다. "조금전의 그것이 바로 무형검이라는 것입니까?" 왕자안은 미소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 너는 그 무형검을 어떻게 생각하느냐?" 상관엽은 즉시 대답했다. "사부님게서는 말씀하신대로 뜻도 초식도 없으며, 무검무아, 물 아양망의 경지에서 펼쳐내는 천의무봉한 대자연무도라고 알고 있 습니다." 왕자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너는 비교적 잘 알고 잇는 셈이다." 이어 미소하며 말을 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단지 무형검의 이론일 뿐이지 너는 아직 무형 검의 실제의 모습에 대해서는 모르고 있는 것이다. 바로 조금전 에 내가 보여준 것이 바로 무형검의 실제의 모습이라고 할 수가 있는 것이다." (... ...?) 상관엽은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어서 다시 질문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서 백옥으로 만들어진 조각상이 그렇게 스 스로 변해갈 수가 있습니까?" 왕자안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조각상은 물론 생명이 없는 것이니 스스로 변해갈 리가 없는 것이다." 상관엽은 눈을 휘둥그래 뜨며 다시 물었다. "그럼 그것은 사부님께서 무공을 발휘하셔서 그와 같이 변화시 킨 것이었습니까?" 왕자안은 그를 보며 되물었다. "그럼 너는 내가 공연히 그것을 보고 있었다고 생각했었느냐?" 상관엽은 어색하게 웃으면서 손을 들어서 자신의 뒷머리를 툭 툭 치면서 대답했다. "예 사실은 저도... ... 사부님께서 그렇게 변화시키고 계신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러나 아직 그와 같은 광경을 본 적이 없었 기 때문에... ... 그래서 한번 그런 생각을 해본 것입니다. 하지만 사부님깨서는 그저 바라보고만 계시는 것 같았는데 어떻게 그와 같은 변화가 일어날 수가 있습니까?" 왕자안은 미소하며 대답했다. "무형검에 도달하게 되면 뜻도 초식도 사라지게 되는 것이므로 달리 형식이 필요하지 않게 되고 부자연스러운 일은 사라지게 된 다. 즉, 마음에 따라서 진기를 장애없이 사용하게 되는 것이니, 이를 일컬어서 흔히들 의형수형의 경지라고들 말하느니라. 즉, 어 떠한 육체적인 동작이 없이도 마음먹은 대로 진기를 발출하여 모 든 일을 할 수도 있고 그러한 움직임이 아주 정교해지고 자유로 와지게 되는 것이다. 내가 조각상의 얼굴을 변화시킨 것은 그저 그러한 것의 한 예에 불과하다." 상관엽은 잠시 생각하다가 다시 질문했다. "그럼 그렇게 해서 마음먹은 대로 사람도 죽일 수가 있는 것입 니까?" 왕자안은 미소하며 되물었다. "너는 내가 방금전에 보인 조각상의 얼굴을 변화시키는 일과 사람을 죽이는 일 가운데에서 어느것이 더 힘들 것이라고 생각하 느냐?" 상관엽은 잠시 생각하다가 대답했다. "조각상의 얼굴을 변화시키는 일이 훨씬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 합니다." 왕자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그렇다. 실로 무형검의 경지에 올라 있는 사람이 남의 목숨을 취하기라는 것은 마치 자기 주머니속의 물건을 꺼내는 것 처럼 간단한 일이어서 그 상대는 설령 수백장의 거리밖에 있다고 해도 결코 안심할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러나... ... 일단 무형검의 경지에 올라 있는 사람은 쉽사리 남을 해치지는 않는다. 너는 그 이유를 알고 있느냐?" 상관엽은 잠시 생각하다가 대답했다. "무형검의 경지에 오르기 위해서는 우선 마음의 수양을 쌓지 않으면 안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왕자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그렇다. 실로 무도의 수행이라고 하는 것은 바로 인간구 도인 것이다. 따라서 그러한 훌륭한 길을 걸어가는 사람으로서 마땅히 모든 세인들을 자비심을 가지고 바라보아야 하는 것이지 함부로 해친다고 하는 것은 옳지 못한 일이다. 너는 이 무도라는 것이 한낱 남들과 싸우기 위해서 있는 것이 아니라 근원적인 인 간구도에 있다는 말을 항상 명심해야 할 것이다." 상관엽은 엄숙한 표정으로 공손하게 대답했다. "예. 명심하여 잊지 안도록 하겠습니다." (... ...) 왕자안은 이어 잠시 상관엽의 얼굴을 바라보더니 은근히 미소 하며 다시 물었다. "너는 이제 내가 왜 편안하게 앉으라는 말을 했는지 이해할 수 가 있겠느냐?" (... ...!) 상관엽은 그 말을 듣고는 일순 흠칫하여 안색이 다시 시뻘개졌 다. "예. 저는 무공이 아주 형편없는 것이면서도 주제넘게도 사부 님을 지켜드리려고 했으니 정말로 어이없는 일이었습니다." 왕자안은 가볍게 웃으면서 말했다. "네가 나를 그렇게 위하고 있다고 하는 것은 나로서는 기분이 좋은 일이다. 그러나 기실 너의 무공은 이제 초보적인 경지에 들 어서게 된 것이나 다름이 없는 것이므로 한눈을 팔지 말고 오로 지 계속해서 수련을 해나가는 것이 필요한 것이다. 이제 알겠느 냐?" 상관엽은 공손히 대답을 하면서 문득 사부의 얼굴을 우러러보 았다. "예." 사부인 왕자안의 얼굴은 다소 마른 듯도 하였지만 그러나 아주 고아하면서도 밝은 기운으로 넘쳐보이는 것 같았다. 상관엽은 이 세상에서 자신의 사부만큼이나 잘 생긴 사람은 결 코 없을 것이라고 생각을 하면서 내심으로 이렇게 중얼거렸다. (그 백장생이라는 사람이 제아무리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다 고 해도 역시 우리 사부님의 능력에 비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 가 설령 우리 사부님과 같은 무형검의 경지에 도달해 있다고 해 도 결국에는 우리 사부님을 당할 수가 없을 것이다!) 왕자안은 상관엽의 뇌리에 떠오른 생각을 훤하게 들여다보고 있는 듯이 안면에 부드러운 미소를 떠올리며 다시 물었다. "그래 너는 아직 무아심결의 구결을 완전히 외우지 못했다고?" 상관엽은 멍하니 기분좋은 상념에 젖어있다가 문득 그와 같은 질문을 받고는 크게 흠칫하여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예, 아직 절반 정도밖에... ... 사부님! 무능한 부초제자를 용서 해 주십시오!" 왕자안은 미소하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무학의 길이라는 것은 멀고도 먼길이기 때문에 처음에 그렇게 약간의 난관이 느껴진다고 해도 구태여 그것을 가지고 자기비하 를 할 필요는 없다. 그러한 성취의 속도라는 것은 개인의 품성과 도 관계가 깊은 것이기 때문에 처음에 느리다고는 말할 수가 없 다. 그러므로 너는 모든 잡념을 잊고서 오로지 무학을 배우는 일 에 몰두해야 한다." "알겠습니다. 사부님!" 상관엽이 공손히 대답을 하자 이어 왕자안은 이미 가르쳐 주었 던 무아심결의 구결을 천천히 다시 불러주기 시작했다. 그 내공 구결에는 여느 내공심법들과 마찬가지로 운기행공을 하는 법문이 주된 골격을 이루고 있기는 했으나 분량이 매우 많은 이유는 거 기에 갖가지의 마음의 상태나 그것을 제압해 나가는 방법 등이 아주 복잡하게 덧붙여져 있었기 때문에 상관엽이 그것을 암기하 는데 있어서 곤란을 겪고 있는 것이었다. 원래 상관엽은 학자가문의 두뇌를 이어 받아서 상당히 총명한 편이었고 또한 체력이 뒷받침이 되어서 무엇을 암기하는 일에도 그다지 어려움을 느끼지 않았었는데, 지금은 그야말로 전력을 다 해서 암기하려고 노력하고 잇건만 잘 되지 않고 있는 이유는 그 복잡한 구결들이 서로 비슷비슷하여 계속해서 착각을 일으키고 있기 대문이라고 할 수가 있었다. 왕자안은 한번 구결을 불러주고나서 이번에는 그 구결의 내용 을 설명해주기 시작했는데 상관엽으로서는 왠지 그 설명하는 말 을 들을수록 더욱 더 정신이 멍청해지고 혼란스러워지는 것이었 다. --------------------------- 번 호: 63/90 등록자: 김창현(redhawk) 97/01/26 13:53 (320줄) 제 목: [백상] 개방백의 제자 18장 제 18 장 전대문주의 종복 다라서 왕자안은 한차례 구결의 내용을 설명해준 다음에는 필 묵을 가져오라고 하여 두루마리에 그 구결의 내용의 모두 적어주 고 나서 이윽고 침실로 자러 들어갔다. ... ... 왕자안이 침실로 자러 들어가자 이번에는 반대로 그 침실에서 독고상이 거실로 천천히 걸어나왔다. 상관엽은 그때 사부가 적어준 구결비급을 들고서 반드시 오늘 밤에는 암기하고야 말겠다는 각오로 달라붙어서 열심히 투지를 불태우고 있는 중이었다. 상관지는 옆에서 그러한 동생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다가 문득 독고상이 걸어나오는 것을 발견하고는 마침 심심하던 참이라 그 를 반갑게 맞이하며 웃으며 입을 열어 말을 꺼냈다. "아, 어서 이리로 와서 앉으세요. 저어 소엽의 사부님께서는 지 금 주무시나요?" 독고상은 원래가 흉측하게 생긴 데다가 표정도 매우 무뚝뚝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이때는 왠지 다소 웃는 듯한 표정으로 앉지 않고 서서 대꾸했다. "그렇소." 상관지는 그가 앉으려고 하지 않는 것을 보고는 자신도 다시 자리에 앉기가 거북한 느낌이 들었다. "따라서 그녀 역시 그냥 선 채로 웃으면서 다시 질문했다. "저어... ... 당신은 아마도 제가 일행의 가운데에 끼어들게 되어 서 매우 귀찮으시겠죠?" 독고상은 그 말에 잠시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기는 듯 하다가 문득 고개를 가로저으며 이렇게 대답했다. "그것은 그렇지 않소. 사실 소주인님께서도 당신이 제법 훌륭 한 편이라고 말씀을 하셨으니까. (... ...!) 상관지는 순간 왕자안이 자신에 대해서 그와 같은 말을 했다는 얘기를 듣고는 그만 왠지 가슴이 심하게 뛰고 두방망이질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러나 그녀는 내색하지 않고서 독고상을 향해 다시 질문했다. "고마우신 말씀이시로군요. 헌데, 어째서 그분은 문주라는 호칭 으로 부르지 않고 그렇게 소주인님이라고 부르시는 것이죠?" 독고상은 다소 멈칫하는 듯 했으나 이내 가벼운 한숨을 내쉬면 서 대답했다. "그것은 바로 내가 무아문의 전대문주의 종복이었기 때문이오. 따라서 기실은 나는 소주인님의 하인이라고 해야할 것이오. 그러 나 그분께서는 송구스럽게도 지금 나를 마치 당신의 사형제처럼 생각하고 계시는 것이오." (... ...?) 상관지는 그와 같은 말을 듣고나자 문득 기이한 생각이 들었 다. 원래 왕자안은 이미 무형검의 경지에 올라 있는 상태이고 독 고상도 또한 현재 심검의 초입에 들어서 있는 상황이었다. 따라서 그렇다면 당연히 왕자안의 능력이 훨씬 뛰어난 것이므 로 그가 문주가 되는 것은 이의를 제기할 수가 업을 것이었다. 그러나 사실은 독고상은 정식제자가 아니라 전대문주의 일개 종복에 불과한 사람이라고 스스로 밝혔다. 그렇다면 그가 그러한 신분에도 불구하고 이미 그와 같은 무학 의 경지에 올라 있다고 하는 것은 실로 믿기지 않는 일이라고 할 수가 있을 것이었다. 대체 독고상을 그와 같이 키워주었다는 무 아문의 전대문주이며 왕자안의 사부라는 그 사람은 과연 어떠한 사람이었을까? 상관지는 내심으로 기이한 의문들이 솟구쳐 올랐으나 이내 그 러한 의문들은 묻어 두기로 하고 질문을 계속했다. "아, 그랬었군요... ... 헌데 아까 소엽이 그의 사부님께 이곳 장 원의 주인의 무공에 대해서 물어보았었죠. 당시 소엽의 사부님께 서는 그 주인의 무공에 대해서는 사백이신 당신에게 물어보라고 하셨었는데 거기에 대한 당신의 견해는 어떻죠?" (... ...?) 독고상은 그 질문에 다소 어리둥절해 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문득 뭔가 생각을 정했는지 고개를 가로저으며 이렇게 대답했다. "소주인님께서 직접 말씀하시지 않은 것은 내가 보기에는 당신 의 입으로 직접 대답을 하시지 않으려고 했기 때문인 것 같소. 그런데 감히 내가 어떻게 그 얘기를 할 수가 있겠소? 미안하지만 나는 그 대답을 해드릴 수가 없겠소이다." (... ...!) 상관지는 느닷없이 뜻밖에도 그와 같은 대답을 듣게 되자 일순 어리둥절해지고 어이가 없어지는 기분이었다. 그녀는 생각했다. (흥! 그와 같은 것이 뭐가 그리 대단하다고 그와 같이 이리저 리 빼면서 대답을 회피한담? 그와 같이 무공이 높고 낮은 것이야 나중에 자연히 드러나게 되는 것인데... ... 휴우! 이분은 비록 마 음은 매우 충직하신 분이지만, 그러나 그 때문에 지나치게 고지 식한 면이 있는 것이 다소의 흠인 것 같아.) 하지만 상관지는 내심과는 달리 환하게 웃으면서 다시 질문했 다. "호호, 그렇다면 제가 그만 헛다리를 짚은 결과가 되어 버렸군 요. 하지만 대체 어째서 그렇게 늦게 돌아오시게 되었죠? 그 이 유에 대해서는 저에게 가르쳐 주실 수가 없으신가요?" 독고상은 조금전에 대답을 해주지 못한 점에 대해서 약간의 미 안한 마음을 가지게 된 모양이었다. 그는 이번의 질문에는 주저하지 않고 대답해 주었다. "그것은 내가 말과 마차를 교환하는 과정에서 흥정이 잘 되지 않았었기 때문이었소. 그래서 시간이 많이 걸리게 되었던 것이 오." (뭐라고? 흥정이 잘 되지 않았었다고?) 상관지는 독고상의 그러한 말을 듣고는 다시 어이가 없어하며 내심으로 빠르게 계속해서 생각을 굴렸다. (그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공교롭게도 겨우 한대의 마 차를 교환하러 갔던 사람이 거기에서 흥정이 늦어지게 되었다는 것은... ... 그것은 아무래도 그 백장생이라는 사람이 미리 손을 써 놓았던 것이 분명해. 흥! 그렇게 해놓고서 우리에게 마치 우연히 만난 것처럼 태연하게 다가들었던 것이라니... ... 그렇다면 우리가 과연 이 장원을 벗어날 수 있을지도 장담할 수가 없는 일로구나.) ... ... 상관지가 혼자서 생각에 잠기는 것을 보고는 독고상은 느닷없 이 왕자안이 들어간 그 침실의 입구에 주저앉았다. 그리고는 가부좌를 틀고서 엄숙한 표정으로 눈을 내리감는 것 이었다. (... ...!) 상관지는 그것을 보고는 처음에는 그가 단순히 운기조식을 하 려는 줄로 생각했다. 그러나 알고 보니 독고상은 운기조식을 하는 것 같지는 않고 거의 숨소리도 내지 않고서 다른 쪽으로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 다. 기실 그는 자신의 감각을 최대한으로 활용하여 침실의 내부를 감시하며 왕자안을 호위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상관지는 독고상의 어처구니가 없을 정도의 충성스러운 행동에 내심으로 크게 감복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왕자안을 호위하기 위해 마음을 모으고 있는 독고상의 행동을 방해 할 수가 없어서 상관지는 이윽고 몸을 움직였다. 동생인 상관엽의 앞으로 가서 그가 열심히 비급을 읽고 있는 광경을 바라보다가 잠시 후에 다른 방으로 들어가서 잠을 청하기 시작했다. * * * 다음날 아침 밤새도록 비급을 암기한 상관엽의 얼굴은 다소 부 시시해 보이기는 했으나 그러나 눈빛은 활력으로 넘쳐보이고 있 었다. 그는 마침내 그 무아심결을 완전히 암기하고야 말았던 것이었 다. 왕자안은 늦으감치 거실로 나와서 그 일을 알고는 상관엽을 칭 찬했다. 상관엽은 비록 약간 피곤한 모습이기는 했으나 사부의 그와 같은 칭찬을 받게 되자 매우 기분이 좋은지 연신 싱글벙글 한 얼굴이었다. 잠시 후에 시녀들이 와서 거실의 커다란 탁자위 에 음식상을 차리기 시작했다. 그 음식들은 역시 풍성하고도 훌륭한 것들이었다. 일행은 그러 한 음식들을 먹으면서 비록 입은 즐거운 평이었지만 그러나 마음 은 그다지 편안하지가 않았다. 그들은 오늘 아침에 곧바로 장원을 떠날 생각이었지만 이곳의 주인인 백장생이 그들을 순순히 보내줄지가 의문이었기 때문이었 다. 그런데 실로 뜻밖의 일이 뒤이어 벌어졌다. 일행이 아침식사를 마치고 나자 백장생은 느닷없이 한대의 쌍 두마차를 별원의 마당에 세워놓고 나타났던 것이었다. 그 쌍두마차는 기실 독고상이 어제 새로 교환해온 것이었다. 말하자면 백장생은 미리부터 일행이 출발할 준비를 해가지고 온 것이었다. 사실상 그러한 일은 원래는 당연한 일이라고 할 수가 있겠지만 그러나 워낙에 일행이 백장생을 특별하게 경계하고 있는 상태였 기 때문에 그러한 일은 실로 뜻밖이었던 것이었다. "하하하, 귀공께서는 편안하시었소? 혹시 잠자리가 너무나도 누추하지는 않았는지 모르겠소이다." 백장생이 어제와 다름이 없이 호탕하게 웃으면서 나타나자 왕 자안은 그저 담담한 표정으로 가볍게 웃으면서 이렇게 대꾸했다. "덕분에 편안하게 잘 잤습니다." 백장생은 이에 껄껄 웃음을 다시 터뜨렸다. "핫핫핫! 귀공께서 편안하게 주무셨다니 그야말로 불초가 그간 의 노력한 보답을 받는 듯 하외다. 핫핫... ... 그건 그렇고... ... 귀 공께서는 오늘 떠나셔야 한다면서요?" 왕자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이미 말씀드린 바와 같이... ... 미처 귀하의 후의 에 보답해 드리지 못하고 떠나게 되어서 미안할 뿐입니다." 백장생은 정색을 하더니 고개를 가로저었다. "미안하기는 뭐가 미안합니까? 그러한 것은 이미 서로간에 미 리부터 얘기가 되어 있었던 것이 아닙니까? 그리고 후의라니요? 하하 그것이야말로 당치않은 말씀입니다. 다만 불초는 앞으로도 우리들이 많은 기회가 닿게 되어서 다시 만나서 회포를 풀게 되 기를 바라고 있을 뿐입니다. 핫핫핫... ..." 일행은 연신 기분좋은 표정으로 너털웃음을 흘리고 있는 백장 생의 내심을 좀처럼 파악할 수가 없는 느낌이었다. 그는 혹시 이렇게 해놓고서 다른 어떤 수작을 부리려는 것이 아닐까, 그러나 기이하게도 그는 정말로 일행을 잠시 후에는 그 쌍두마차로 안내하고는 정중하게 배웅을 해주는 것이었다. (... ...?) 대체 일행을 일부러 자신의 장원에까지 초대하여 대접한 백장 생의 의도는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다만 그의 말처럼 단순한 호의에서 비롯된 것이었을까? 그러한 의문을 가슴속에 묻어두고서 일행은 이어 빠르게 마차를 몰아서 달리기 시작했다. ... ... * * * 마차는 쉬지 않고 거칠은 산속의 소롯길을 따라서 내달렸다. 마차를 몰고 있는 독고상은 이미 그러한 지리를 훤하게 알고 있 는 듯이 그와 같이 험악한 산길을 달리는데도 아주 능숙하게 마 차를 몰아가고 있었다. 상관엽은 역시 어젯밤과 마찬가지로 잠시 눈을 붙인 후에 계속해서 예의 그 무아심결을 완전하게 기억하고 또한 내용을 이해하는데 전력을 기울였는데, 왕자안은 그의 옆에 앉아서 그와 같은 광경을 바라보면서 가끔씩 그가 질문하는 내용 을 풀어서 가르쳤다. 상관지는 옆에서 묵묵히 그와 같은 광경을 바라보면서 앉아 있 었다. 이윽고 일행이 저녁무럽이 되어서 마차가 하나의 작은 마 을에 도착했으므로 객점의 앞에서 엄추자 마차에서 천천히 내렸 다. 이어 왕자안은 객점의 안으로 들어가서 모두 세개의 방을 빌리 도록 지시했다. 하나는 왕자안이 사용하고 다른 하나는 상관남매가 함께 사용 하도록 했다. 그런데 상관엽은 일단 저녁식사를 마친 연후에 독고상의 방에 서 운기행공을 하는 일에 전념하기 시작했다. 그때는 이미 상관엽은 무아심결의 구결의 내용을 거의 숙지하 여 약간의 운기행공이 가능한 상태였다. 상관엽은 이미 공력이 일갑자의 수위에 있는 상태였으므로 일 단 구결의 내용을 해독하고나자 곧바로 운기행공이 가능하게 된 것이었다. 왕자안과 상관지 역시 각자의 방으로 돌아가지 않고 그 방에 머무르며 상관엽이 운기행공을 하는 광경을 지켜보았다. 상관엽이 결가부좌를 하고 나서 침상위에서 운기행공을 하기 시작했는데 이윽고 잠시의 시간이 지나자 점차로 그의 전신에서 미미한 떨림과 함께 뿌연 안개와도 같은 기운이 희미하게 일어나 기 시작했다. 그 안개와도 같은 기운은 바로 체내의 진기가 움직이고 있다는 증거이며 그것은 곧 상관엽의 내공이 제법 상당한 경지에 올라 있다는 것을 의미해주고 있는 것이었다. 일반적으로 내공의 기초가 없이 처음부터 이 운공을 하기 시작 하는 사람이라면 적어도 삼개월 이상은 지나야 비로소 충분하게 기를 느낄 수가 있는 것이며, 그리고 한 수년이 지나야 비로소 자유로이 기운을 돌릴 수가 있는 것이니 거기에서 다시 이렇게 일갑자 이상의 공력을 성취한다는 것은 역시 어렵고도 요원한 일 이라고 말할 수가 있었다. 상관엽은 이미 일전에 기연을 얻어서 내공이 급작스럽게 증강 되었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경지에 도달해 있는 것이었다. 이윽고 잠시의 시간이 더 지나자 갑자기 상관엽의 모습이 변화 를 보이기 시작했다. 느닷없이 상관엽의 전신이 심한 경련을 일으키기 시작하더니 이윽고 땀을 비오듯이 흘리면서 크게 부풀어올랐고 이어서 바람 이 빠지듯이 급작스럽게 수축되었으며 그러한 움직임을 빠르게 반복하기 시작했다. 그러한 광경은 실로 괴이한 것이었으며 그런 가운데 그의 전신 에서 피어나오는 안개와도 같은 기운의 양은 점점 더 많아져서 점차로 그의 전신이 그 안개속에 가려지게 되었다. 하지만 아직 상관엽의 얼굴 부위는 완전히 안개속에 가려지지 않고 있어서 이를 본 상관지는 내심으로 경악하고 초조함을 금할 수가 없었다. 상관엽의 안색은 이 순간 지극히 고통으로 일그러져 있었고 또 한 시뻘겋게 상기되어 있어서 결코 정상이 아니라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게 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이 무공이라는 것이 비록 자신이 직접 배우지는 못했지만 결코 일조일석에 이루어질 수 있 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만일 그러한 것을 무시하고 누군가 신속하게 대공을 성취하려고 한다면 그는 십중팔구는 주 화입마에 걸리게 되고 마는 것이었다. 물론 비록 주화입마에 걸 리지 않더라도 일단은 그렇게 속성의 길을 나아가는 것조차 어려 운 일이었다. 보아하니 지금 상관엽이 운기행공 도중에 그와 같은 변화를 보 이고 있다는 것은 이제까지는 한번도 없었던 일이었으며 이는 위 험한 일일 가능성이 아주 많았다. 그러나 문득 옆으로 고개를 돌 려서 왕자안의 얼굴을 바라본 그녀는 문득 그러한 불안감을 일순 간에 싯어버릴 수가 있었다. (... ...!) 이 왕자안은 아주 기이한 사람이라고 할 수가 있었다. 누구라 도 그의 얼굴을 보게 된다면 결코 어떤 불안감이나 초조함도 느 끼지 않게 될 것이었다. 지금 왕자안은 평소와 다름이 없이 그저 담담한 표정으로 상관 엽의 운기행공을 하는 광경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그의 표정에는 여전히 고요하고도 맑은 기운이 충반해 있었고 아주 평온한 느낌 을 주었다. 마치 그의 얼굴을 보고 있자니 옆에서 일어나고 있는 상관엽의 광경이 전혀 생각나지 않을 정도였다. 상관지는 이미 이 왕자안에게 깊은 신뢰감을 느끼고 있었고 또 한 그것을 넘어서는 사모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비록 지금과 같은 경우에도 그를 믿고 불안감을 씻어버릴 수가 있었 다. 기실 이 순간에 상관엽은 예상했던대로 전에 복용했던 영약의 기운을 크게 불러일으켜서 대공을 성취해 가고 있는 중이었다. 지금 그의 체내에는 그동안 잠재되어 굳어져 있었던 약성이 크 게 격발되어 일어나서 커다란 기복을 보이고 있는 것이고 그로 인해서 공력이 일대의 전환기를 맞이하려고 하고 있었다. 이미 왕자안이 말했듯이 이번에 상관엽이 이 고비를 넘기게 되 면 그는 일류고수의 경지에서 공력이 이갑자에 달하는 절정고수 의 대열에 들어설 수가 있게 될 것이고 말하자면 본격적인 무학 의 경지인 황화예의 경지에 들어서게 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비록 왕자안이 가르쳐준 무아심결의 효능이 대단하여 일순간에 그와 같은 전환기를 맞이하게 되었지만 아직 상관엽의 자질은 다소 부족한 감이 있었다. 그는 비록 전신의 기운을 모조 리 격발시킬 수가 있었지만 아직 그것들을 원만하게 수습할 능력 이 없었다. 원래 어떠한 운기행공을 하더라도 가장 필요한 것은 마음의 안 정인 것이며 그것이 우선되어야 비로소 조식이라는 것도 이루어 지는 것이고 게다가 대공도 성취할 수가 있는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 보시다시피 상관엽의 얼굴은 보기에도 딱할 정도로 심하게 일그러져 있었으며 정신은 크게 분산되어 있었다. 그것은 비록 그가 기운을 격발시키기는 했지만 그것으로 인해 서 그의 마음이 크게 흐트러져 있는 상태라고 할 수가 있었다. 사실상 이것은 상관엽만을 탓할수는 없는 일이었다. 오히려 그 는 자질이 일반 사람들보다 월등한 편이라고 할 수가 있었다. 하지만 그와 같은 사람이라도 한꺼번에 그와 같은 격렬한 신체 적인 변화를 겪게되면 할 수 없이 정신이 분산되게 될 것이었다. 상관엽은 지금 사력을 다해서 전신의 날뛰는 기운을 제압하려 고 하고 있었지만 그것은 잘 되지 않았다. 그 기운은 마치 아직 길들이지 않은 흉폭한 야생마와도 같았 다. 실로 마음이 차분하게 안정되어 있다고해도 대공을 성취하기 가 어려울 것인데 지금과 같은 상황이라면 그냥 내버려둔다면 상 관엽이 주화입마를 당할 것은 명약관화한 일인 것 같았다. 이것은 상관엽이 아직 내공에 있어서 스승을 만나지 못해서 엄 격하고 바른 가르침을 받지 못해서 기초가 충분하지 못하다는 것 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일이라고 할 수가 있었다. ... ...! 점차로 상관엽의 전신은 크게 부풀어갔다. 그것은 그의 전신의 혈맥에서 거대한 기운들이 무섭게 날뛰고 있다는 의미였다. 상관엽의 전신은 수축과 팽창을 거듭하였으나 시간이 갈수록 팽창하는 기세는 커지고 수축하는 기세는 더욱 작아져서 나중에 는 그의 전신이 하나의 부풀은 풍선처럼 보였다. 그 풍선은 금방이라도 터질 듯이 굉장한 진동을 일으키고 있었 다. 상관엽의 주먹은 있는데로 세차게 쥐어져서 경련을 일으키고 있었으며 그의 얼굴은 참을 수 없는 듯이 심하게 일그러져 있었 다. 이것은 바로 상관엽의 전신의 약기운이 최대한으로 발휘되어서 그 기운들이 최고조에 이르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안심하고 있던 상관지도 이러한 상황을 보게 되자 그 만 놀라서 다시 왕자안의 얼굴을 돌아보게 되었다. 바로 그때 문득 왕자안의 입속에서 한줄기의 음성이 흘러나왔 다. "엽아! 너는 무엇을 그리 쥐고 있느냐? 그것을 놓아버리는 것 이 좋지 않겠느냐?" ... ...! 왕자안의 그 말은 아주 조용했고 또한 그다지 의미가 있는 것 같지가 않았다. 그러나 순간 상관엽은 흡사 지옥의 고통을 당하고 있는 듯한 가운데에서도 그 얘기를 분명하게 들었으며 뇌리에 거대한 충격 을 느끼고 있는 것 같았다. 그 충격은 바로 정신적인 깨달음이었 다. --------------------------- 번 호: 64/90 등록자: 김창현(redhawk) 97/01/26 13:55 (329줄) 제 목: [백상] 개방백의 제자 19장 제 19 장 천룡무가의 사람들(1) 왕자안의 그말은 기실은 상관엽이 암기하고 있었던 무아심결의 구결 가운데의 한 구절이었다. 원래 상관엽은 그 구절을 완전히 이해할 수가 없어서 그냥 넘 어갔었던 것이었다. 하지만 일단 이와 같은 상황에서 사부의 그와 같은 얘기를 듣 게 되자 상관엽은 마치 뇌리속에서 한줄기의 섬광이 번쩍이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비록 한순간에 그것이 무엇이라고 설명할 수는 없지만 그것은 바로 예감이었다. 일반적으로 간혹 사람의 예감은 이치를 초월하여 그의 뇌리를 사로잡기도 하는 것이다. 상관엽은 실로 급박한 상황에서 강렬한 섬광을 느끼고는 기운 을 제압하려던 것을 그만 두어 버렸다. 그는 이제까지 그 야생마가 놓아주기만 하면 사방으로 미친 듯 이 달아나 버릴 것 같은 생각에 그것들을 꼭 잡고 있었고 그것들 과 힘겨루기를 하오고 있었던 것이었다. 비록 그에게 일갑자의 공력이 있었기 때문에 그것이 가능했던 것이었으나 이제는 그러한 것이 한계에 도달하게 되었던 것이었 다. 헌데 그 순간의 일이었다. 금방 사방으로 미친듯이 달아나 버릴 것 같았던 그 야생마와도 같은 기운들이 일순 상관엽이 풀어버리자 잠시 멈칫하는 듯 하더 니 오히려 천천히 바른 길로 흐르기 시작하는 것이 아닌가! (... ...!) 그것은 아주 신비로운 경험이었다. 그 기운들은 마치 말 안듣 는 당나귀와도 같아서 일단은 시키면은 말을 듣지 않다가 놓아 버리니까 오히려 슬그머니 제집을 찾아가는 것과도 같은 것이었 다. 상관엽은 극적인 순간에 사부에게서 강렬한 깨우침을 받았기 때문에 그러한 상황에서도 전혀 마음을 걸지 않고 계속해서 기운 을 놓아주고 단지 바라보기만 했다. 그리고 어렴풋이 그 현상이 바로 무아심결의 신비로운 능력이라는 것을 알 수가 있었다. 기운들은 그의 체내에서 점차로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처 음에는 억지로 굼벵이처럼 움직이기 시작하던 그 기운들은 일단 속도를 더하게 되자 그 힘들이 하나로 합쳐지게 되어서 전신을 떠돌기 시작했고 마침내 그것이 마치 거대한 홍수처럼 경락들을 휩쓸기 시작했다. 상관엽은 일순 그 거대한 기운이 아직 완전히 타통되지 않은 경락들을 향해 맹렬하게 부딪쳐가기 시작하는 것을 보고 경악했 다. 그것은 실로 위험한 고비였기 대문이었다. 상관엽은 이에 자신 도 모르게 그러한 기운을 저지하려고 했다. 하지만 이미 그 기운 은 그의 의식의 통제를 벗어나고 있었다. 마치 전신에 불덩이가 꿰뚫는 듯한 강렬한 느낌과 함께 상관엽은 내심으로 벼락치는 듯 한 소리를 들은 것 같았다. 그것은 놀랍게도 그의 전신의 수십개의 현관들이 일제히 시원 스럽게 뚫려버리는 순간이었다. 상관엽은 마치 일순간에 벼락을 맞은 것 같이 심하게 몸을 떨 었고 이내 다음 순간에는 전신에 말할 수도 없이 쾌적한 기운이 흐르고 또한 몸이 가벼워진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아! 성공했다!) 그것은 바로 그가 절정고수의 첫발을 내딛게 되는 시초였다. ... ...! 상관지는 갑자기 동생의 몸에서 강렬한 안개기운이 폭발적으로 일어났다가 이윽고 그것들이 서서히 그의 몸으로 흡수되면서 상 관엽의 얼굴이 평온을 되찾는 것을 보고 크게 기뻐했다. 그것은 바로 대공을 성취한 것임을 알 수가 있었기 때문이었 다. 비록 그것은 최상승의 것은 아니었으나 그렇다고 해도 실로 상관엽과 같은 어린 나이에 그와 같은 경지에 도달한 사람은 그 리 흔하지 않을 것이었다. ... ... 잠시후에 상관엽은 강한 황홀감속에서 무아지경에 들어갔다가 이윽고 정신을 차리고 자신이 이미 현관들을 타통하고서 절정고 수의 대열에 들어서게 되었다는 것을 알고는 크게 기뻐하며 즉시 침상위에서 내려와서 사부의 앞에 무릎을 끓고서 감사의 인사를 올렸다. "사부님, 제가... ... 제가 이제는 황화예의 경지에 올랐습니다. 이는 모두 사부님의 은덕이십니다." 왕자안은 그것을 보고는 담담한 얼굴에 미소를 떠올렸다. "축하한다. 하지만 그것은 너의 복인 것이다." 상관엽은 얼굴이 시뻘겋게 물들어서 연신 고개를 조아렸다. "예, 사부님. 고맙습니다." 상관엽은 이어 고개를 돌려서 상관지와 독고상을 바라보았다. 지금 독고상은 이미 대홍락의 경지에 올라 있는 상태이므로 상관 엽으로서는 아직 도저히 그것을 상상도 할 수가 ㅇ벗는 것이며 이제 겨우 그가 터득한 황화예의 경지는 대홍락이나 그보다 낮은 경지인 백연탄에 비하면 하찮은 것에 불과할 것이지만 상관엽은 지금은 그저 그것으로도 충분히 만족하고 있었다. 아니 그는 지 금 마음속으로 희열과 경이감을 동시에 맛보고 있었다. 설령 앞 으로 그가 백연탄이나 대홍락의 경지에 오르지 못하게 될지도 몰 라도 그는 우선은 지금의 성취에 십분 만족하고 있는 것이었다. 왕자안은 그를 향해 조용한 음성으로 이렇게 말을 이었다. "본래 그 무아심결은 대홍락의 경지에 오르게 하는 것이다. 그 러므로 너는 아직 그것의 시작에 머물러 있다고 할 수가 있을 것 이다. 엽아! 너는 자신이 이미 절정고수가 되었다고 생각하고 있 는 것이겠지?" 상관엽은 사부의 그러한 질문에 숨김없이 생각나는 대로 대답 했다. "예. 헌데 그것이 아닙니까?" 왕자안은 고개를 내저었다. "너는 그저 이제 절정고수가 될수 있는 기반을 획득한 것이지 아직 절정고수가 된 것은 아니다. 내가 이미 말했다시피 절정고 수라고 하는 것은 내공분야만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을 사 용하여 초식이 정교해지게 되었을 때에만 비로소 그 사람을 절정 고수라고 부를 수가 있는 것이다. 따라서 너는 앞으로 많은 노력 을 기울여야만 명실공히 절정고수의 대열에 들어설 수가 있게 되 는 것이다." 상관엽은 이에 눈빛을 강하게 빛내면서 결의에 가득찬 어조로 힘차게 대답했다. "저는 앞으로 반드시 가일층 노력하여 절정고수가 될 수 있도 록 하겠습니다!" 왕자안은 담담히 미소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암, 그래야지. 그래야만 네가 바라던 정의구현의 목적도 이룰 수가 있는 것이다." 지금 상관엽의 두 눈에는 예의 그 정광이 사라지고 은은하고 맑은 한줄기의 광채만이 흐르고 있는 상태였다. 그러니까 이른바 유실반허 자진귀박의 경지에 도달하여 안광이 오히려 평범하게 변한 것이었다. 이윽고 상관엽은 고개를 돌려서 자신의 누나인 상관지를 바라 보았는데 이때 상관지는 너무나도 감격하여 두 눈에서 눈물을 주 르르 흘리고 있는 중이었다. "서엽! 너, 너의 무공이 그렇게나 높아지게 되었다니 나는... ... 나는 더 이상 바랄 나위가 없을 것 같아. 돌아가신 아버님께서 지금의 네 모습을 보셨다면 아마도 매우 기뻐하셨을 거야." (... ...!) 상관엽은 누나의 그러한 말에 다소 상기되었던 표정이 무겁게 변했다. 기실 그의 선친인 상관승은 상관엽이 학문의 길을 가지 않고 무공을 배우는 것을 그다지 탐탁하게 생각하지 않고 있었었 다. 그러나 과연 그는 이렇게 자식이 강호상의 절정고수가 되었는 데도 여전히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있을 것인가? 문득 상관엽은 과거 한때 선친이 체념한 듯이 들려주던 말이 생각났다. "그것은 일단 사람이 어느 한 분야에서 최선을 다해서 최고의 경지에 도달하게 되면 그것도 해볼만한 일이라는 것이었다. 비록 백연탄이나 대홍락 등의 경지가 아직 남아있기는 하지만 기실 그러한 경지에 올라 있는 사람들은 드넓은 강호대륙에서도 아주 드문 상태인 만큼 일단 절정고수에 도달해 있는 사람이라면 가히 최고의 경지에 도달해 있다고도 말할 수가 있었다. 그런 사 람은 강호상에서 하나의 작은 문파를 개파할 수도 있을 것이다. 상관엽은 잠시 생각한 후에 대답했다. "하지만 나는 앞으로 더욱 정진하여서 더욱 높은 경지에 오르 고야 말거야. 그리고 그때는 누나도 뭔가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 기를 바래." 상관지는 동생의 말에서 뭔가 의식하고는 자신도 모르게 얼굴 을 가볍게 붉혔다. 옆을 돌아보니 왕자안은 아직 그것을 눈치채지 못한 것 같았 다. 왕자안은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그동안 네가 고생이 많았으니 일단은 오늘밤은 충분히 쉬도록 하고 내일 아침에 다시 보도록 하자!" 왕자안이 그런 말을 남기고 자신의 객방으로 돌아가 버리자 상 관엽과 상관지는 함께 독고상에게 인사를 하고는 자신들의 방으 로 물러갔다. 독고상은 은근히 부드러운 시선이었으나 워낙에 무 뚝뚝한 성격이었기 때문에 축하한다는 말도 하지 않고 있었다. * * * 다음날 아침에 상관엽이 자리에서 일찍 일어나서 객방의 앞에 마련되어 있는 작은 정원에서 가볍게 몸을 풀고 있는데 문득 왕 자안이 나타나서 그의 앞으로 다가왔다. "간밤에는 잘 쉬었느냐?" 상관엽은 황송한 느낌에 즉시 고개를 깊이 숙이면서 대답했다. "예. 사부님께서도 간밤에 편안히 주무셨습니까?" 왕자안은 고개를 끄덕인 다음에 미소하며 주위를 둘러보다가 다시 말했다. "음... ... 헌데 너는 지금 무엇을 혼자서 연습하고 있는 것이 냐?" 상관엽은 다소 부끄러운 표정으로 대답했다. "예. 저는 제가 이미 배웠던 여러가지 권법들과 검법을 생각해 보고 있었습니다." 왕자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과거에 배웠던 무학들을 돌이켜서 생각해 본다고 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러나 기왕에 무아심결을 배우기 시작했으니 마땅 히 그에 걸맞는 무학을 곁들여야만 비로소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가 있을 것이다. 그래서 내가 이것을 만들어 보았다. 네가 읽어 보고나서 이해할 수 없는 점이 있다면 나중에 나에게 물어보도록 해라." 이어 왕자안은 품속에서 모두 세권의 비급을 꺼내서 상관엽에 게 건네주었는데 그것들은 부피가 하나같이 상당한 것들이었다. 게다가 그것들은 이제 만든지 얼마 되지 않았는지 종이도 새것 이고 또한 먹물냄새가 아직 마르지 않고 있었다. 상관엽은 금새 사부가 자신을 위해서 비급을 만드느라 간밤을 꼬박 새웠을 것이라고 생각하고는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사부가 자신을 살ㅇ해주는 마음에 보답하는 길은 오로지 자신 이 열심히 노력하는 길이라고 생각했다. "예. 사부님!" 상관엽은 공손하게 그 비급들을 받아서 들고 보니 그 책자들의 제목은 각기 무아장결, 무아지결, 무아검결이라고 적혀 있었다. 상관지는 무아문이라는 문파의 이름과 무아심결에 으른 무학들이 하나같이 무아라는 이름이 들어 있는 것을 보고는 속으로 기이하 게 생각했다. (혹시 본문의 무공들은 이름들이 하나같이 그런 것이 아닐까?) 상관지는 아직 천하에 그러한 무공이 있다는 소리를 들어보지 못했었다. 그러나 그것은 무아문이라는 문파와 왕자안과 같은 능력자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인 것이었으므로 이상할 것이 없는 것이었다. 상관엽은 얼른 세권의 무학비급들을 소중하게 품속에 갈무리하 고는 사부에게 인사를 올린 다음에 자신의 객방으로 돌아갔다. 객방에는 상관지가 이미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상관엽은 이미 받은 무아심결의 두루마리와 세권의 비급을 하나의 묶음으 로 만들어서 품속에 깊이 갈무리하고는 다시 밖으로 향했다. * * * 아침식사를 마친 다음에 일행은 식품 등을 싣고서 다시 마차를 타고서 달리기 시작했다. 왕자안은 마차에 타고서 눈을 감고 잠을 자는 듯 했으며 상관 엽은 열심히 사부가 적어준 비급을 하나께내들고는 읽어내려가기 시작했다. 그것은 바로 무아장결이라는 것이었는데 부피가 매우 두꺼웠고 또한 거기에 반해서 글씨는 깨알만하다고 할 만큼 작았 다. 그러나 그 글씨체는 이미 보아왔던 바대로 수려하기 짝이 없는 것이어서 읽어내려가는 데에는 조금도 무리가 없었다. 상관엽은 원래 대학자인 상관승을 부친으로 두었었기 때문에 그러한 서체에도 능했었는데 사부의 서체를 보고는 실로 훌륭한 것이라서 그는 내심으로 거푸 감탄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사실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것이었다. 이미 사 부의 능력이 거의 무소부지요, 무소불위라는 것을 믿고 있는 상 태였기 때문에 그러한 일은 오히려 당연하게 생각되는 것이었다. 상관엽은 가끔씩 옆에서 조는 듯이 잠자고 있는 왕자안의 얼굴을 훔쳐보면서 가벼운 흥분으로 인해서 불그레하니 달아올라 있는 상태였다. 마차는 그런 상황속에서 계속해서 쉬지 않고 내달렸다. 독고상 이 이번에 마련한 마차와 말들은 하나같이 경고하고 힘이 좋은 것들이어서 능히 하루종일 내달릴 수가 있었다. 마차는 야산의 소롯길과 구릉들을 지나서 계속해서 나아갔고 부근에는 주막이 없었기 때문에 일행은 차속에서 점심식사를 하 는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윽고 점심식사를 마치고 나서 다시 빠르게 나아가려 고 하는 무렵의 일이었다. 갑자기 전면에서 가벼운 소란이 들려오는 듯 하더니 문득 마차 가 멈춰서는 것이었다. ... ...! 아직 마차를 별다른 목적이 없이 세운 적이 없었기 때문에 왕 자안은 눈을 뜨고서 입을 열어 독고상에게 물었다. "무슨 일인가?" 독고상은 다소 사늘해진 음성으로 대답했다. "방해자가 있습니다" 왕자안은 깊게 묻었던 의자에서 몸을 바로 앉히면서 다시 물었 다. "방해자라고?" 독고상은 대답했다. "예. 어떻게 할까요?" (... ...?) 상관엽과 상관지는 그와 같은 광경을 보고는 내심으로 하나같 이 기이하게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원래 이 독고상은 무공이 이미 대홍락의 경지에 올라 있는 사 람이었기 때문에 거의 왠만한 적들로도 그에게 장애를 줄 수가 없는 일이었다. 그런데 지금 그는 방해자를 만났다고 하며 일부러 마차를 세웠 으니 그렇다면 혹시 앞쪽에 무슨 거대한 장애물이 나타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었다. "음... ... 잠시 상황을 살펴보는 것이 좋겠군." 마침 쉬어갈 시간도 되었다고 생각했는지 왕자안은 그렇게 대 답하고나서 이윽고 천천히 몸을 일으켜서 마차의 밖으로 걸어나 갔다. 상관엽과 상관지도 그것을 보고 뒤를 따랐다. 마차는 지금 하 나의 작은 계곡의 입구에 들어서고 있는 중이었다. 이 계곡의 입 구는 그다지 좁은편이 아니었다. 따라서 마차가 지나가는데는 불 편이 없었으나 그렇다고 해서 마차를 돌린 수 있을 정도로 넓은 것은 아니었다. 물론 이미 대홍락의 경지에 올라 있는 독고상의 능력이라면 능 히 마차를 번쩍 들어서 돌려놓을 수가 있을 것이었겠지만 그러 나, 지금의 이길이 바로 지름길이라는 것을 생각해 보면 일단은 다른 길로 돌아간다는 것은 한번은 재고해봐야 하는 문제라고 할 수가 있었다. 독고상은 아직 마부석에 앉아 있는 상태였는데 상 관엽 등은 마차에서 내려서 전면을 바라보다가 문득 다소 의아해 져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분명히 그들은 무슨 소리가 들렸었던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 그들의 눈앞에는 옆으로 꺽 어지는 계곡의 모퉁이까지 전혀 어떤 방해자도 보이지 않고 있었 을 뿐만 아니라 무슨 소리도 들리지 않고 있었던 것이었다. 이 부근은 아주 기이하도록 조용했다. 조금전에 들려왔던 그 기이한 소란이 대체 무엇을 의미하고 있 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으며 뭔가 심상치 않은 기분을 불러일으 키고 있는 듯 했다. ... ...? 상관엽 등은 혹시 누군가가 이 부근에 잠복하고 있는 것이 아 닌가 하고 생각했다. 그런데 문득 그러한 우려는 불식되었다. 갑자기 꺾어져 있는 계곡의 모퉁이 쪽에서 급박한 파공음이 들 려오는 듯 하더니 이윽고 세 사람의 흑포인들이 빠르게 나타나는 것이 아닌가! (앗!) 상관엽은 갑자기 나타난 그 세명의 흑포인들이 이미 왕자안으 로부터 얘기를 들었었던 예의 그 동영의 무사들이라는 것을 알고 는 경악했다. 이미 그들의 놀라운 무공에 대해서 얘기를 들었었 기 때문에 혹시 그들 세명이 자신의 사부를 해치려고 나타난 것 이 아닌가 하고 생각했다. 상관엽은 순간 자신도 모르게 신형을 움직여서 사부인 왕자안 의 앞을 가로막았다. 헌데 그 순간의 일이었다. 미처 상관엽이 왕자안을 완전히 가로막기도 전에 느닷없이 흑 포인들이 나왔던 그 계곡속에서 다시 한명의 백의인이 빠르게 나 타나는 것이 아닌가! 그 백의인의 나이는 얼핏 보기에도 상당히 ㅈ어서 대략 열일곱 정도로 보였으며 용모도 아주 준수한 편이었 다. 사람들은 그것을 보고 일시 크게 놀랐다. 원래 이 동영무사들 인 흑퐁인들은 하나같이 이도류라는 괴이한 무학을 성취한 사람 들이었다. 그런데 알고보니 지금 그 세명의 흑포인들은 이쪽을 향해 도주 하고 있는 중이었고 그 뒤를 예의 그 백의청년이 뒤쫓고 있는 것 같지 않은가! 이것은 실로 믿을 수가 없는 일이었다. 왕자안 등은 이제까지 흑포인들이 이렇게 허겁지겁 달아나는 것을 본 적이 없 었다. 게다가 그들이 세명이서 동시에 달아나게 하는 존재가 이제 나 이가 약관에도 미치지 못하는 백의청년이라는 사실은 경악스러운 것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이윽고 흑포인들은 미처 일행의 앞에 도달하기 도 전에 백의청년에게 추격을 당하고 말았고 다음 순간에 그들 사이에 격투가 벌어졌다. 이 백의청년의 무공은 일견하기에도 대단한 것 같았다. 그는 약간 뒤늦게 나타났었는데도 순식간에 흑포인들의 뒤를 따라잡았 고 일순간 그의 전신에서 눈부신 검기가 소용돌이를 일으키며 나 타나는 것 같았다. 흑포인들은 한순간에 자신들이 추격당한 것을 알고 위기를 느낀 모양이었다. 일순간에 거의 동시에 신형을 쾌속하게 돌리면서 즉각 장도를 뽑아들어서 상대방을 향해 협공해 들어갔다. 상관엽도 이미 왕자안에게 들어서 그 장도의 뒤에는 소름기치 는 단도가 뒤따른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 흑포인들의 장도가 쾌속하게 뻗어간 순간에 느닷없이 백의청년의 전신에서 피어나던 검기가 마치 무수한 별빛이 되어 버린 듯이 크게 확산되는 것이 아닌가! 번쩍! 그것은 마치 무수한 유성들이 환상처럼 피어났다가 사라지는 것 같았다. 그것은 너무나도 빠르고 또한 소리없이 나타났다가 사라졌기 때문에 마치 눈의 착각이 일어난 것 같기도 했다. 헌데 다음 순간의 일이었다. 장도의 뒤를 이어서 단도의 공격이 계속되게 되어 있었다. 그 런데 그 세명의 흑포인들은 일순간 그 환상처럼 빠른 유성의 검 기에 휩쓸린 다음에는 느닷없이 멍하니 신형을 멈춰세우는 것이 아닌가! 상관엽은 일순 깜짝 놀랐다. 뒤를 이어서 그 세명의 흑포인들의 신형이 털석! 털썩! 하면서 맥없이 땅바닥에 스러져 버렸고 그들의 정수리에서는 각기 시뻘 건 선혈과 허연 뇌수가 흘러나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마치 한순간의 잘ㅂ은 착각을 본 것 같은 느낌이었다. --------------------------- 번 호: 65/90 등록자: 김창현(redhawk) 97/01/26 13:57 (346줄) 제 목: [백상] 개방백의 제자 20장 제 20 장 천룡무가의 사람들(2). 일순간에 그 세명의 흑포인들을 해치운 백의청년은 문득 일행 을 바라보더니 천천히 앞으로 다가와서 물었다. "너희들은 누구냐!" 그 말투가 아주 오만하고 냉랭했기 때문에 상관엽은 일순 기분 이 상하는 것을 느꼈다. 비록 그 백의청년이 동영무사들을 시원하게 제거해 주는 것을 보았고 또한 그가 대단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상관엽은 지금 자신의 사부를 모욕하는 그 어떤 행동도 용납할 수가 없었 다. 왕자안이 미처 입을 열기도 전에 상관엽이 먼저 나서서 소리쳐 대꾸했다. "그러는 당신은 누구인데 함부로 반말을 하는 것이오?" (... ...!) 백의청년은 상관엽으로부터 그와 같은 대꾸를 듣고는 실로 의 외인 듯이 고개를 돌려서 바라보다가 상대방이 자신보다도 나이 어린 소년이라는 것을 알고는 그만 어이가 없다는 듯이 웃고 말 았다. "네가 감히 나에게 그와 같이 물은 것이냐?" 상관엽은 사실 상대방의 능력이 대단하다고 해도 옆에 사부 등 이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조금도 두려움이 없었다. 그는 소리쳐서 다시 대꾸했다. "그렇소. 내가 당신에게 그와 같이 묻지 말라는 법이 있다는 말이오? 나는 특히 우리 사부님께 그와 같이 무례한 사람을 보면 참지 못하는 사람이요!" (... ...?) 백의청년은 상관엽이 사부 운운하자 더욱 어리둥절한 표정이었 다. 보아하니 독고상은 마부석에서 앉아 있는 것이 태도를 보아 상관엽의 사부 같지는 않았다. 그렇다면 왕자안이 사부일까 백의청년이 그와 같이 생각하며 고개를 돌리자 왕자안은 미소하며 입을 열었다. "나의 제자의 말에 기분이 상했다면 유감이오. 너무 개의치 말 기를 바라오." 백의청년은 다소 의외라는 듯이 놀라며 물었다. "당신이 바로 그의 사부라는 말이오?" 왕자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소. 별로 능력은 없지만 그를 제자로 삼고 있는 중이오." 백의청년은 그 말에 잠시 왕자안의 얼굴을 세심하게 살폈다. 기실 조금전에 자신의 절기를 전개해서 눈앞의 사람들이 볼 수가 있었었다.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앞의 이 사람들이 감히 자신에게 당당하게 대할 수가 있다는 것은 뭔가 능력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보아하니 왕자안은 무공을 익힌 사람같지는 않고 그저 서생으 로 보였기 때문에 기이한 생각이 들었고 그에 반해서 상관엽의 두 눈에서는 무공을 익힌 흔적이 드러나고 있는 것이 보였다. 놀랍게도 그것은 절정의 경지에 달한 것이었기 때문에 백의청 년은 문득 호기심과 함께 흥미를 느끼게 되었다. 대체 눈앞의 이 사람들이 어떤 사람일까 하는 것이었다. "당신은 계속해서 이렇게 우리의 앞을 막고 있을 참이오?" 왕자안이 다시 그렇게 물었다. 백의청년은 그 말에 문득 정신을 차린 듯이 그를 향해 대꾸했 다. "지금 이곳은 격전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에 여러분이 지나가기 가 어려울 것이오. 당신들은 어디에서 온 누구요?" 왕자안은 미소하며 대답했다. "나는 왕자안이라고 하며 현 개방의 방주가 나의 조부시오." 백의청년은 그 말에 다소 놀라며 반색했다. "아! 바로 개방의 사람이었구려." 그러나 눈앞의 사람들의 차림새가 개방의 사람들의 옷차림과는 거리가 먼 것임을 간파하고는 눈빛을 기이하게 굴리면서 다시 말 을 이었다. "나는 백무화라고 하오." 왕자안은 이에 고개를 끄덕였다. "알고 있소. 당신은 바로 낙성검이 아니오?" 백의청년은 일순 그 말에 눈을 휘둥그래 떴다. "아니 당신이 나를 어떻게 그리 잘 알고 있는 것이오?" 왕자안은 담담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낙성검 백무화는 당금의 무림제일세가인 천륭무가의 사람인데 어찌 모를 수가 있겠소?" 백의청년 낙성검 백무화는 그 말에 다소 수긍한 듯 고개를 가 볍게 끄덕여 보였다. 그러나 정작 주위에서 듣고 있던 상관엽 등은 일순 왕자안의 말에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천룡무가? 아 그래서 그의 무학이 그렇게도 뛰어났던 것이로 군.) 상관엽은 이어 다시 생각했다. (내가 듣기로는 사부님게서는 이제까지 산속에서만 살아오셨다 고 했는데 언제 저와같은 인물의 신상에 대해서 저렇게도 잘 알 고 계셨을까?) 백무화는 잠시 고개를 끄덕이며 생각에 잠기는 듯 하다가 다시 고개를 들고 왕자안을 바라보며 입을 열어 물었다. "당신들은 지금 이곳을 통과하려고 하는 것이오?" 왕자안은 물었다. "우리는 사실 낙양으로 가려던 길이지만 혹시 이곳으로 이제는 가지 못하게 된 것이 아니오?" 백무화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사실 지금 복잡하게 격전이 벌어져 있는 상황이지만 그러한 상황도 이제는 거의 다 끝났을 것이오. 당신들이 만약 잠시 기다 린다면 잠시 후에는 이곳을 지나갈 수가 있을 것이오." ... ... 백무화는 이어 신형을 돌리려다가 문득 다시 왕자안을 향해 상 관엽을 가르키며 질문했다. "정말로 당신이 그의 스승이라는 말이오?" 왕자안은 미소했다. 그러나 상관엽은 내심으로 기다리고 있던 참이었으므로 사부가 입을 열기도 전에 먼저 입을 열어 소리쳤다. "그분은 물론 나의 스승님이시오. 아마도 당신이 백년을 더 노 력한다고 해도 나의 사부님을 따라갈 수가 없을 것이오." 백무화는 그 말에 일순 안색이 가볍게 변했다. 그는 사실 강호 상에서 뛰어난 자질로서 칭찬을 받고 있었던 사람으로 이제까지 그와 같은 모욕적인 말은 들어보지 못했었다. 왕자안이 그것을 보고 고개를 돌려서 상관엽을 나무랬다. "엽아! 너 그게 무슨 무례한 말이냐? 그리고 이분 백공자는 천 하에서 훌륭하기로 소문난 후기지수인데 어찌 그와 같은 말을 할 수가 있다는 말이냐? 어서 사죄하지 못하겠느냐?" 상관엽은 일시적인 격동에서 그와 같은 말을 했었지만 다음 순 간에 왕자안의 말을 듣고는 이내 자신의 잘 못을 깨달았다. 상관엽은 이내 허리를 깊이 굽혀서 백무화를 향해 말했다. "내가 잘못했으니 방금전의 그 말에 너무 신경쓰지 마시기 바 라오." 백무화는 내심으로 상당히 기분이 나빴다. 평소라면 결코 상관 엽과 같은 자를 그냥 내버려 두지 않았었을 것이다. 그러나 상대는 자신보다도 나이가 어린 소년일 뿐만 아니라 왕 자안의 제자이기 때문에 도저히 그와 상대할 수가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여 이내 고개를 돌려버리고 말았다. 백무화는 왕자안을 향해 사늘한 어조로 말했다. "내가 귀하와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이라면 인연인데 우리 여 기에서 한수 겨루어 보는 것이 어떻겠소?" 상관엽은 이때 속으로는 다소 불복하고 있었다. 비록 사부가 지시하는 것이라서 사죄를 표하고 있었지만 원래는 상대방이 먼 저 함부로 반말을 하는 등의 잘못을 저질렀었기 대문에 자신이 이렇게 사죄를 표한다는 것은 억울하다는 식이었다. 그런데 이때 오히려 상대방이 왕자안을 향해 도전을 하고 있었다. 이는 실로 상관엽으로서는 불감청이언정 고소원의 상황이라고 아니할 수가 없었다. 전날의 상관엽은 왕자안의 신비스러운 무예실력을 본 적이 있 었다. 기실 왕자안은 겉으로는 무학을 전혀 모르는 서생과도 같 은 모습이지만 실제로는 그의 무학은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었다. 조금전에 상관엽도 보았지만 눈앞의 백무화의 무학은 기껏해야 백연탄의 수준일 것이다. 그렇다면 대홍락의 경지에 있는 독고사백에게도 도저히 당할 수가 없다는 말이었다. 하물며 그보다 훨씬 능력이 뛰어난 왕자안에게 비할 수가 있겠 는가! 상관엽은 제발이지 왕자안이 백무화의 도전을 받아들여서 그의 코를 납작하게 눌러주었으면 하고 바랬다. 그러나 실제로는 왕자안이 결코 그렇게 하지 않을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과연 아니나 다를까 왕자안은 즉시 상대방을 향해 미소하며 이 렇게 응수하는 것이었다. "혹시 소생에게 비무를 하자고 하시는 것이오?" 백무화는 냉랭하게 대꾸했다. "우리들 강호인들이 한수 겨루는 것이라면 당연히 무학을 겨루 는 것이지 무슨 시를 짓고 노래를 부르는 것을 하겠소?" 왕자안은 이에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렇다면 공자께선 상대를 잘못 찾으셨소." 백무화는 마악 허리춤에서 장검을 뽑아들다가 그와 같은 말을 듣고는 다소 눈살을 찌푸리며 다시 물었다. "그럼 혹시 귀하는 무학을 모른다는 말이오?" 왕자안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나는 엽아의 스승이니 무학을 모른다고는 말할 수가 없을 것 이오. 그러나 나는 무학을 익히지는 않았소이다." 백무화는 그 얘기를 듣고는 다소 놀랐다. 이미 상대방의 모습 에서 무학을 익힌 흔적이 보이지 않았었기 때문에 절반쯤은 의심 을 하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상대는 무학을 익히지 않았다고 하지 않는가! 기실 강화상에는 자신은 무학을 배우지 못하는 처지이면서도 제 자를 거두어서 무학을 가르치는 사람들이 더러 있기 마련이었다. 그런 사람들이 특이하기는 하지만 전혀 이상할 것은 없는 법이 었다. 백무화는 뜻밖의 말을 듣고는 다소 놀랐으나 능히 그럴 수 도 있는 일이라고 생각을 하고는 도로 장검을 검집안에 넣었다. 왕자안이 그렇다고 해서 그 제자에게 비무를 청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비록 한쪽에 독고상의 모습이 다소 기이하기는 했지만 그러나 그렇다고 그를 향해 도전장을 내밀 필요는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 었다. 그러나 기실 이 상황에서 가장 의아해한 사람은 상관엽과 상관지였다. 두 사람은 이미 왕자안이 신비로운 무예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대체 어떠한 이유로 그와 같은 대답을 한 것인지 알 수 가 없는 느낌이 들었다. 하긴 전에도 왕자안은 그들에게 그와 비슷한 얘기를 한 것도 같았지만... ... 백무화는 일단 눈앞의 사람들이 상대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인 정하자 아주 싸늘한 시선으로 바라본 다음에 미련없이 신형을 돌 렸다. "그렇다면 다음에 다시 보도록 합시다." 백무화가 그렇게 말하고 나서 즉시 신형을 날려서 바람처럼 계 곡의 안으로 사라져 버리자 이윽고 독고상은 다시 왕자안을 바라 보았다. 그것은 이제 어떻게 하겠느냐고 묻고 있는 것이었다. 이에 왕 자안은 대답했다. "이제 안의 상황도 거의 끝난 것 같으니 천천히 통과하도록 합 시다. 독고상은 고개를 숙였다. "예, 소주인님." 왕자안은 천천히 걸어서 다시 마차의 안으로 들어갔다. 상관엽 과 상관지도 뒤따라서 안으로 들어갔다. 이어 독고상은 앞쪽을 향해 가볍게 우수를 휘저었다. 그러자 순간 앞쪽의 흑포인들의 시신이 느닷없이 허공으로 떠올라서 한 옆으로 치워지는 것이었 다. 그러고 나자 독고상은 다시 마차를 몰았다. "이얏!" 마차는 이번에는 느릿하게 계곡의 안쪽으로 나아갔다. 원래 이 런 계곡은 험악한 무리들이 많이 살고 있기 때문에 비록 길은 나 있어도 일반인들은 감히 출입하지 못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독고상과 같은 초절정의 실력자가 그와 같은 일에 장애 를 느낄라가 만무한 것이었다. 이윽고 마차가 좁은길을 벗어나서 점차로 속도를 내기 시작했 을 때 문득 그들의 앞에 하나의 작은 분지가 나타났다. 그것은 바로 계곡의 중앙에 형성되어 있는 반경 백여장 정도의 분지였다. 그 분지의 한쪽에는 수많은 건물들이 있었는데 아마도 과거의 한 산적들의 산채였던 모양이었다. 지금 그 앞쪽의 마당에서 한데의 백의인들이 주변을 정리하고 있었는데 보아하니 그들은 아까의 백무화와 한편인 모양이었다. 이 주변에는 수많은 시신들이 늘어져 있었는데 그 대부분은 흑포 인들이었고 백의인들의 시신은 얼마되지 않았다. 원래 이 동영의 흑포인들의 무학이 대단한 것이라는 점을 상기 하면 실로 이 백의인들의 무학은 놀라운 것이라는 사실을 알 수 가 있을 것이었다. 백무화는 이미 보이지 않았다. 그는 떠나간 모양이었다. 이곳에서 싸움은 물론 백의인들의 대승이라고 할 수가 있었다. 백의인들은 간혹 일행이 타고 있는 마차를 바라보기는 했지만 나 서서 길을 막아서지는 않았다. 아마도 백무화가 떠날 때에 미리 말해두고 간 모양이었다. 마 차는 그들의 곁을 지나서 계속해서 나아갔다.. 상관엽은 그 백의 인들 가운데서 비록 무학이 높은 사람들도 있겠지만 그러나 백무 화에 비해 대단한 사람은 거의 없는 것을 알고는 이윽고 마차가 부근을 지날 즈음에 고개를 돌려서 사부에게 물었다. "저어 사부님! 저들도 혹시 천룡무가의 사람들입니까?" ----- 전룡무가! 상관엽도 이미 그곳에 관한 얘기를 얻어듣고 있었다. 왜냐하면 그곳의 일은 너무나도 유명하여 강호에 살고 있는 동안은 듣지 않으려고 해도 도무지 그럴 수가 없을 지경이기 때문이었다. 기실 당금의 강호는 삼성맹의 천하라고 할 수가 있었다. 이 삼 성맹은 바로 상호의 무림맹을 말하고 있는 것이었다. 삼성맹이라 고 하는 이름은 환우삼성이라고 하는 강호에서 가장 뛰어나다고 공인되어 있는 세명의 기인들의 이름을 딴 것이었는데, 이 환우 삼성은 물론 세명이었고 당금 삼성맹의 공동맹주로 존재하고 있 었다. 그 환우삼성의 첫번째가 바로 무성 백의무성 백인성이라는 사 람이고 둘째는 의성 강호의성 황순신이라는 사람이며, 세번째는 개성 신주개성 왕검해라는 사람이었다. 여기에서 백의무성 백인성이라는 사람은 바로 당금의 삼성맹을 떠받치고 있는 세개의 기둥이라고 하는 일가일곡일방 가운데의 하나인 천룡무가의 노가주이고 강호의성 황순신이라는 사람은 역 시 일가이곡일방의 하나인 성수곡의노곡주인 사람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신주개성 왕검해는 바로 왕자안의 증조부이 며 근래 들어서 천하제일방으로 급격하게 부상된 개방의 태상방 주인 것이었다. 그러나 기실 비록 이 일가일곡일방이 설령 같이 불리우고 있다고는 하나 역사와 전통을 지니고 있는 무림제일가 인 천룡무가의 위세에는 나머지 성수곡과 개방이 다소 밀리는 감 이 없지 않아 있었다. 천룡무가는 과거부터 내려온 명실공히 강호 최대의 세력이었 다. 왕자안은 상관엽의 질문을 받고는 미소하며 대답했다. "그들은 천룡무가의 수호세력인 백검회의 사람들이다." 상관엽은 일순 놀라서 입을 딱 벌렸다. "아! 그랬군요." 그는 문득 과거에 얼핏 들었던 내용을 뇌리에 떠올렸다. 원래 삼성맹의 세개의 기둥이라고 할 수가 있는 일가일곡일방에는 각 기 은밀한 자체 세력이 있어서 강호상에서 활동을 하고 있다고 했다. 천룡무가에서는 백검회가 있다고 했고 성수곡에는 봉황각이, 그리고 개방에는 팔황문이라는 것이 있다는 것이었다. 상관엽도 이제까지 그러한 것이 있다는 얘기만을 들어왔던 터 였는데 그것을 직접 목격하기는 실로 처음이라고 할 수가 있었 다. 아마도 그들은 동영의 무사들이 나타나서 무수한 혈겁을 일으 키자 그것을 제거하기 위해 나타난 모양이었다. 이 삼성맹은 물론 정파의 세력으로 그것을 떠받치는 세개의 기 둥인 일가일곡일방의 세력들 역시 정파의 세력들로서 이와 같은 일을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할 수가 있었다. 상관엽은 잠시 넋을 놓고 생각하다가 이미 마차가 그 계곡을 거의 빠져나가서 서서히 달리기 시작하고 있는 것을 알고는 다시 사부에게 물었다. "사부님, 헌데 아까의 그 낙성검 백무화라는 사람은 강호상에 서 유명한 사람입니까?" 왕자안은 상관엽을 돌아보고는 입가에 미소를 떠올렸다. "네가 유명하다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 것이냐?" 상관엽은 대답했다. "이를테면 무림의 후기지수라든가... ... 사부님께서는 아까도 그 가 무림의 후기지수라고 말씀하시지 않았습니까?" 왕자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이어 말했다. "그는 기실 유명한 사람이지만 강호상의 후기제일지수는 아니 다." 상관엽은 물었다. "그럼 현재의 후기제일지수는 누구입니까?" 왕자안은 미소하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가 아니라 그들이다." 상관엽은 눈이 휘둥그래졌다. "그럼 한 사람이 아니라는 말씀입니까?" 왕자안은 미소하며 대답했다. "그렇다. 강호상에서는 그들을 가리켜서 삼룡과 삼봉이라고 부 르고 있는 중이다." (... ...!) 상관엽은 무려 여섯명이나 된다는 얘기를 듣고는 놀라서 다시 물었다. "그럼 그들은 어떤 사람들입니까?" 왕자안은 호기심에 어린 상관엽을 바라보면서 이윽고 대답해 주었다. "우선 무림삼룡이라고 하면... ..." 왕자안의 설명에 따르면 다음과 같았다. ----- 천자검 백무실 ----- 삼절서생 황선갑 ----- 옥면개 왕자원 상관엽은 잠시 생각하다가 다시 물었다. "그럼 그 가운데의 천자검 백무실은 바로 천룡무가의 사람이겠 군요? 백씨이니까요." 왕자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강호상의 백씨가 모두 천룡무가인 것은 아니지만 그러나 당금 의 무림에서 유명한 백씨는 모두가 천룡무가의 사람들이라는 것 은 명백하다. 그들은 대대로 천상신골이라는 무골을 타고나기 때 문에 다른 사람들은 쉽게 그들을 능가할 수가 없는 것이다." 상관엽은 다시 물었다. "그럼 그 천자검 백무실은 바로 낙성검 백무화의 친형이겠군 요?" 왕자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천룡무가의 소가주인 의박운천 백장천의 슬하에는 모두 삼남 일녀가 있는데 천자검 백무실은 바로 그 가운데의 맏이이다. 그 리고 낙성검 백무화는 가장 막내이지." 상관엽은 의아해하며 다시 물었다. "그럼 낙성검 백무화의 형이 하나더 있다는 말씀이십니까?" 왕자안은 대답했다. "둘째는 바로 유성호접검이라고 불리우는 백무결이다. 세째는 소군주이고 마지막 네째가 바로 낙성검 백무화인 것이다." 상관엽은 천룡무가의 자제들 가운데에서 가장 막내가 그와 같 은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을 알고는 그만 놀라운 느낌에 젖었다. 막내인 낙성검 백무화의 무공이 그와 같은 수준이라면 대체 그 의 친형들의 무학은 어느 정도일까? (... ...) 상관엽은 잠시 생각해 보다가 다시 고개를 돌려서 물었다. "그럼 삼절서생 황선갑은 대체 어떤 사람입니까?" 왕자안은 대답했다. "그는 바로 성수곡의 대공자이다." 상관엽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 바로 삼성맹의 일가일곡일방의 하나인 성수곡이니 그와 같은 인재가 나올만 하겠군요. 그럼 말할 것도 없이 마지막 옥면 개 왕자원은 개방의 사람이겠군요." 왕자안은 은근히 미소하며 대답했다. "바로 그렇다." 상관엽은 자신의 사부가 문득 미소하는 이유를 알 수가 있었 다. 사실 성씨도 같을 뿐만 아니라 옥면개 왕자원이 개방의 사람 이라는 사실로 미루어 보아 그는 필시 왕자안과 친척일 가능성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상관엽은 문득 생각했다. (하지만 그들이 비록 후기제일지수라고 해도 우리 사부님에 비 하면 어림도 없을 거야. 우리 사부님은 아마도 천하제일, 아니 고 금제일의 고수이실지도 모르는 일이야.) 상관엽은 이번에는 은근히 옆의 누나인 상관지의 얼굴을 돌아 보면서 다시 질문을 했다. "그럼 무림삼봉은 어떤 사람들입니까?" --------------------------- 번 호: 66/90 등록자: 김창현(redhawk) 97/01/26 18:14 (300줄) 제 목: [백상] 개방백의 제자 21장 제 21 장 무림옥녀 백기 왕자안은 미소하며 대답했다. "그들은 바로 여자들이다." 상관엽도 내심으로 그것을 짐작하고 있었기 때문에 즉시 다시 질문했다. "그럼 그녀들은 누구누구입니까?" 왕자안은 대답했다. "그녀들은 바로... ..." 그의 대답은 다음과 같았다. ----- 무림옥녀 백기 ----- 병중화 황가 ----- 만화선자 음서시 상관엽은 그말을 듣고는 문득 아! 하고 놀라며 말했다. "그럼 역시 그 무림옥녀는 바로 천룡무가의 사람이겠군요?" 왕자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 그녀는 바로 천룡무가의 소군주이다." 상관엽은 다소 부러운 듯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알고 보니 그 천룡무가는 무학만 뛰어난 것이 아니라 천하의 수재들과 미녀들을 도맡아서 배출하고 있는 모양이로군요. 아 저 는... ... 저와 같은 사람은 감히 그들의 뒤를 따라갈 수가 없을 것 입니다." 왕자안은 미소하며 고개를 저었다. "너도 가능성이 있는 사람이니 미리부터 실망할 것은 없다." 상관엽은 놀라며 물었다. "아니 그게 정말이십니까?" 왕자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 기실 많은 사람들이 망각하고 있는 일이지만 실제로 무학의 가장 심오한 부분에서는 그 사람의 자질보다는 오히려 그 심성이 더욱 중요시되는 법이다. 네가 만일 나의 지시대로 열심 히 수련한다면 결코 그들을 부러워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상관엽은 사부의 그와 같은 말에 마치 천군만마라도 얻은 듯 했다. 그는 내심으로 매우 기뻐하며 다시 질문했다. "그럼 그 두번째인 병중화 황가라는 여자는 어떤 여자입니까?" 왕자안은 대답했다. "그녀는 바로 성수곡의 소저이다." 상관엽은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물었다. 아 그럼... ... 그럼 마지막의 그 세번째의 여자는 어떤 사람입니 까?" 왕자안은 대답했다. "만화선자 음서시는 바로 백화방의 방주이다." 상관엽은 다소 의아해졌다. "백화방이라고 하는 곳은 어떤 문파입니까?" 왕자안은 대답했다. "백화방은 바로 집마부의 세력들인 일교이방삼곡사문 가운데의 이방의 하나에 속하는 방파이지." 상관엽은 다시 놀라서 물었다. "집마부라고 하면... ... 그러니까 당금의 무림에서 삼성맹과 대 치하고 있는 유일한 사파세력 말입니까?" 왕자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원래 당금의 세외십세가 침략해오지 않은 상황에서는 정파의 무림맹인 삼성맹과 사파의 연합체인 집마부가 서로 대치하고 잇 는 상태였고, 당금의 이르러서는 정파의 득세로 인해서 사파인들 은 거의 발붙일 곳이 없어지게 되어 지하로 숨어들게 되었지. 거 기에서 일교이방삼곡사문이라는 열개의 문파들은 바로 사파를 대 표하는 거대한 문파들이다. "상관엽은 다시 질문했다. "그럼 그 열개의 문파는 어떤 것들입니까?" 왕자안의 대답은 다음과 같았다. ----- 일교 수라교. ----- 이방 녹림방. 백화방. ----- 삼곡 혈곡. 귀곡. 환곡. ---- 사문 독문. 백골문. 만수문. 혈봉문. 상관엽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아! 그럼 녹림방은 바로 백화방과 함께 이방의 하나였군요?" 왕자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보았다." 이때 마차는 정오가 약간 지난 시각에 계속해서 험준한 산길을 달리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독고상이 느닷없이 마차를 멈추었다. ... ...! 상관엽은 강호의 상황에 대해서 다시 질문하려다가 문득 흠칫 놀라서 앞쪽을 바라보았다. 옆을 돌아보니 왕자안도 앞쪽을 주시하고 있었다. "앞쪽에 일이 생겼습니다." 독고상이 왕자안에게 하는 말이었다. (... ...?) 상관엽등은 문득 그 얘기를 듣고는 다소 의아해졌다. 오늘따라 왠지 마차의 앞을 가로막는 일이 자주 일어난다고 생각되었다. 게다가 독고상과 같은 사람이 그와 같은 말을 하고 있는 것을 보니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일어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왕자안은 잠시 앞쪽을 주시하는 듯 하다가 문득 물었다. "무슨 일인가?" 독고상은 즉시 대답했다. "시신들이 앞을 가로막고 있습니다." 상관엽등은 그 얘기를 듣고는 다시 의아해졌다. 이 살벌한 강 호상에서 시신을 본다는 것은 사실 너무나도 쉬운 일이었다. 왜냐하면 이 험란한 강호상에서 하루에 무려 수십명씩의 사람 들이 죽어가간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독고상의 다음 얘기를 듣고는 상관엽등은 다소 놀라고 말았다. "그들은 백검회의 사람들입니다." ----- 백검회. 그렇다면 바로 조금전에 일행과 만났었던 그 백의인들이 지금 은 마차의 앞쪽에 시신이 되어 죽어 있다는 것인가? 왕자안은 그 얘기를 듣자 이내 마차에서 내려서 앞쪽을 바라보 았다. (... ...?) 상관엽등도 얼른 마차에서 내려서 그쪽을 주시했다. 과연 아니 나 다를까 앞쪽에는 지금 무려 십수명의 백의인들의 시신들이 뒹 굴고 있었으며 아직도 피가 흐르고 있는 것을 보니 그들이 죽은 지는 얼마되지 않는 것 같았다. 상관엽등은 혹시나 그 속에 아까 보았던 그 백무화라는 사람이 섞여 있는 것인가 하고 바라 보았 으나 거기에 그는 섞여 있지 않았다. 이때 독고상이 다시 마차위에서 왕자안을 향해 말했다. "앞쪽에서 다시 싸움이 벌어지고 있는 모양입니다." ... ...! 상관엽도 이제는 절정의 공력을 터득한 사람이기 때문에 잠시 후에 앞쪽에서 미약한 소음이 들려오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생각해보면 아까의 그 백검회의 사람들이 일행과 만났었던 것 이 얼마되지 않는 일이었던 것을 보면 아마도 그들은 조금전에 다시 어떤 강적을 만나서 싸움을 벌이고 있는 모양이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독고상이 다시 조심스럽게 질문을 던졌다. 왕자안은 잠시 생각 하는 듯 하다가 이윽고 대답했다. 앞으로 가보도록 합시다. 이윽고 왕자안의 뒤를 따라서 상관엽등의 일행이 닷 마차를 타 자 독고상은 우선 장력으로 시신들을 옆으로 치워놓은 후에 다시 마차를 달리기 시작했다. 두두두... ... 그 이후로 마차의 좌우에는 간혹 그와 같은 백의인들의 시신들 이 눈에 들어왔으며 이윽고 더러 다른 차림새의 시신들도 보이기 시작했다. 그 시신들은 모두가 하나같이 흑포를 걸치고 있었다. 그렇다면 혹시 백검회의 사람들은 일단 동영의 무사들을 물리쳤 다가 다시 그들의 도전을 받고 고전하고 있는 것이라는 말인가? 우선 시신들의 숫자가 월등히 많은 것으로 보아 백검회의 사람 들이 고전하고 있다는 것은 명백해 보였다. 헌데 한가지 이상하게 느껴지는 일이 있었다. 아무리 기습을 받았다고 해도 거의 일방적으로 승리를 거두었던 백검회의 사람 들이 느닷없이 이처럼 심하게 당하게 된 것은 이상한 일이었다. 혹시 이것은 동영의 무사들 가운데에서 다른 능력을 지닌 사람들 이 나타났다는 의미가 아닐까? 이윽고 마차는 잠시동안 달려서 어떤 넓은 평지에 이르렀다. 이 평지는 주위에 야산으로 둘러싸여 있었는데 지금 그곳에는 한 창 치열한 격전이 벌어지고 있는 중이었다. 독고상은 그 격전지의 앞에 이르러서 마차를 멈춰세웠다. 왕자 안은 즉시 마차에서 내려서 그 광경을 바라보았고 상관엽등도 뒤 따라 마차에서 내려서 시선을 그쪽으로 보냈다. 그런데 문득 그쪽을 바라보던 상관엽은 다소 놀랐다. 과연 아 니나 다를까 지금 백검회의 사람들은 아까의 그 당당하던 기세는 간 곳이 없고 하나같이 크게 수세에 몰린 채로 심하게 당하고 있 었기 때문이었다. 백검회의 백의인들은 지금 갈가리 분산되어서 공격을 당하고 있었고 그들을 공격하고 있는 흑포인들은 기세를 올리고 있는 중 이었다. 상관엽은 그들 가운데에서 이미 보았던 천룡무가의 백 무화를 찾아낼 수가 있었다. 낙성검 백무화는 지금 몇명의 백검회의 사람들과 함께 대여섯 명의 흑포인들을 상대하며 격전을 벌이고 있었는데 약간 수세로 보였다. 그들의 주위에는 시신들이 깔려 있었는데, 그럼에도 그다지 세 에 몰리지 않고 있는 것은 필시 이제 남은 사람들이 백검회의 정 예에 속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인 모양이었다. 그들을 공격하고 있는 사람들 가운데에서 머리에 죽립을 쓰고 잇는 흑포인들이 두명이나 되었고 백무화는 그 가운데의 한 사람 과 한창 치열한 격전을 벌이고 있었다. 확실히 그 낙성검이라는 별호는 명불허전이라고 할 수가 있었다. 상황이 그와 같았지만 오히려 백무화는 기세가 죽지도 않고 거 의 유일하게 수세에 몰리지 않고 한성과도 같은 검기를 발출하여 오히려 상대방인 흑포죽립인을 몰아세워가고 있는 중이었다. 오히려 지금 수세에 심하게 몰리고 있는 쪽은 비교적 숫자가 많이 몰려 있는 백검회원들이 있는 쪽이었는데 거기에는 물론 흑 포인들의 숫자도 많았고 또한 우두머리급으로 보이는 죽립인들도 무려 다섯명이나 되었다. 상관엽은 아까는 이 죽립인들을 보지 못했었다. 따라서 실로 그 죽립인들이 흑포인들의 정예이며 그들이 나타났기 때문에 백 검회의 인원들이 몰리고 잇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과연 아니나 다를까 죽립인들이 장검을 눈부시게 휘두르자 그 들과 맞서던 백의인들의 신형이 마치 추풍낙엽처럼 쓰러져 가고 있었다. 그들이 펼치고 잇는 무예는 다른 흑포인들의 이도류와는 다른 것이었다. 우선 그들은 장검을 사용했는데 거기에서 흡사 무지개와도 같 은 검광이 하늘을 찌를 듯이 일어나면서 백의인들을 꼼작도 못하 게 만들어 버리는 것이었다. 비록 지금 그들과 대항하고 있는 백의인들의 무공은 죽은 동료 들에 비해서 월등한 것들이었지만 그러나 그것으로도 그들은 죽 립인들의 무공을 상대할 수가 없었다. 기실 지금 그 죽립인들이 펼치고 있는 무예는 바로 낙일류라는 것으로 단 일검에 떨어지는 해를 배어버린다는 동영의 필살의 검초식이었다. 그것은 가히 동 영무예의 정화라고 할만했다. 게다가 다른 흑포인들과는 달리 그 들의 무예는 이미 최절정의 백연탄의 경지에 이르러 있었다. 그들의 신형은 흡사 유령처럼 움직이고 있었고 그리하여 사방 을 누비면서 백의인들의 수급을 낙엽처럼 휘날리고 있었다. 왕자안과 독고상은 이미 그러한 검법을 펼치는 사람들을 이전 에 본적이 있었다. 다만 지금은 그러한 고수가 이렇게 많이 있다는 사실이 기이할 뿐이었다. 틀림없이 지금 그들과 함께 보조를 맞추어서 움직이고 있는 다 른 흑포인들의 무공 역시 일류의 경지를 벗어나는 것 같았다. 지금 그곳에서 무리를 지어서 안간힘을 다해서 버티고 있는 백 의인들의 숫자는 대략 이 삼십 명에 달했다. 그들은 둥글게 원을 이루어서 흑포인들의 공격에 처절하게 대 항하고 있었다. 상관엽등은 그것을 보고 일시 의아해졌다. 지금 그들은 실로 완연한 수세인데도 어째서 그와 같이 달아나지 않고 원을 그리며 버티고 있는가 하는 것이었다. 만일 이치대로라면 그렇게 나가다가는 한 사람도 달아날 수가 없게 될 것이었다. 혹시 그들은 동료들의 죽음에 분격한 나머지 그와 같이 서로간 에 옥쇄하기로 각오가 되어 있다는 것인가? 그렇지는 않았다. 만일 그와 같이 백검회가 미련한 집단이었다면 지금까지 그와 같은 명성을 날리지는 못했었을 것이었다. 상관엽등은 일순 그 백의인들이 둥굴게 원을 그리면서 사수하 고 있는 공지의 중앙에 얼핏 한명의 백의소녀가 가부좌를 틀고 앉아있는 것을 볼 수가 있었다. 기실 백검회의 인원들은 그 백의소녀를 보호하기 위해 그와 같 이 그녀가 잇는 공지를 에워싸고 흑포인들이 안으로 침입하지 못 하게 하고 있는 것이었다. 보아하니 그토록 급박한 위기속에서도 끝까지 사수하려고 하는 것을 보니 아마도 그 백의소녀의 존재가 대단히 중요한 모양이었다. 죽립인들의 무공이 대단히 높아서 그들이 장검을 휘두를때면 여지없이 백의인들이 하나둘씩 쓰려져 가곤 했다. 하지만 어느새 그 빈틈을 다시 수명의 백의인들이 들어서서 매 워버리는 것이었다. ----- 백의소녀 그녀는 지금 치열한 격전장의 중앙에 앉아 있 는 상태였기 때문에 그 모습이 잘 보이지 않고 있었다. 그러나 상관엽등이 옆에 있는 높은 둔덕 위에 올라가 보니 그 제서야 자세히 살필 수가 있었다. 그녀는 얼핏 보기에도 지극히 아름다운 용모를 하고 있었다. 아마도 무슨 극독에 당했던 듯이 그녀의 미간에는 어슴푸레하게 검은 기운이 깔려 있었으나 그것이 점차로 엷어가고 있었고 그녀 의 주위에는 약간 거무스레한 기운이 뿌옇게 안개처럼 일어나고 있었다. 필시 그녀는 운공조식을 하여 체내의 독을 밀어내고있는 모양 이었다. 그녀의 주위에 피어나는 안개와도 같은 기운이 강렬하여 그녀 의 공력이 실로 대단하다는 것을 느낄 수가 있게 했다. 그 안개와도 같은 기운은 점차로 강렬해지다가 이윽고 마치 옥 처럼 투명한 빛깔로 변해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가장 기이한 일은 그러한 상황에서도 그녀의 미모는 실 로 대답해서 마치 천상에서 내려온 선녀와도 흡사하다는 사실이 었다. 상관엽은 기실 자신의 누이인 상관지의 미모가 천하의 그 어떤 여자에게도 빠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실로 그러했기 때문에 자신의 누이를 사부에게 시집보내려고 하고 있었고 또한 당연하게도 사부도 그것을 승낙할 것이라고 생 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 순간에 바라본 백의소녀의 얼굴은 그 야말로 상관지의 얼굴에 비해 수십배는 아름다운 것이었으며 마 치 흙으로 빛어놓은 모습과 옥으로 정교하게 깍아놓은 모습을 비 교하고 있는 것과도 같은 상태였다. 백의소녀의 얼굴과 비하면 상관지의 얼굴은 그야말로 암원숭이 의 얼굴과 다름이 없다고 해야 할 것이었다. 상관엽은 그녀의 얼굴을 본 순간에 실로 그 눈부신 미모에 정 신이 아득할 정도였다. 그는 실로 세상에 이와 같은 천하절색이 살고 있을 줄은 상상 도 하지 못했다. 그녀는 보통 사람들처럼 음식을 먹고사는 사람같지가 않았고 오직 이슬과 꽃잎을 먹고 살아가는 정령인 것 같았다. 상관엽은 그러한 백의소녀의 얼굴을 보자마자 내심 한숨을 내 쉬면서 생각했다. (실로 천하는 넓고 넓어서 재사와 가인들은 끝도 없이 존재하 고 있구나. 그녀는 혹시... ... 혹시 무림삼봉의 하나인 무림옥녀 백기가 아닐까?) 보아하니 그 백의소녀의 용모가 낙성검 백무화와 비슷한 점이 있는것 같아서 혹시 천룡무가의 소군주가 아닌가 하고 생각한 것 이었다. 아니 그러한 추측은 옳은 것 같았다. 실로 천룡무가의 소군주가 아니라면 백검회의 인원들이 저토록 결사적으로 보호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상관엽은 다시 생각했다. (저 여자가 저렇게 아름다우니 만일 사부께서 저러한 여자에게 마음을 두시고 우리 누이를 물리치신다면, 그렇게 된다면 나는 어떻게 해야할까?) 상관엽은 아직 나이가 어리기 때문에 남녀간의 애정에 대해서 는 다소 민감하지 못했으나 누이를 생각하는 마음은 애틋하기 짝 이 없었다. 그 백의소녀는 나이가 이제 십팔 구세 정도였는데 그 토록 험악한 격전속에서도 운기조식을 하고 있는 광경이 지극히 초연해 보여서, 마치 세상사를 잊고살아가는 선녀인 듯 했다. 바 로 그 순간에 드디어 많은 사상자가 발생하자 죽립인을 저지하던 포위망이 뚫리고 말았다. 죽립인 두명이 일시에 앞으로 달려들어서 두명의 백의인들 제 거하자 뒤를 이어 그곳을 메워줄 백의인들이 없었던 것이었다. 이제 백의인들의 숫자는 십여명에 달했다. 아까와는 달리 숫자 면에서도 부족하게 되었으므로 백검회의 인원들은 도저히 포위망 을 더 이상 유지할 수가 없었던 것이었다. 일단 그와 같이 포위망이 뚫리게 되자 그 두명의 죽립인들은 거의 동시에 신형을 날려서 중앙의 백의소녀를 향해 덮쳐 들어갔 다. 독고상은 이것을 보자 즉시 그쪽으로 날아가서 도움을 주려고 했다. 그런데 바로 이 순간에 왕자안이 가볍게 손을 들어서 제지 하는 것이 아닌가? (... ...?) 독고상은 다소 의아한 생각이 들었지만 이내 왕자안의 지시대 로 신형을 멈추고서 다시 사태를 관망했다. 그 순간에 백의소녀는 아직도 체내의 독기를 제거하지 못한 듯 이 미간에는 여전히 예의 그 거무스레한 기운이 어려 있었다. 헌데 다음 순간의 일이었다. 죽립인들이 자신을 향해 날아들어 오자 문득 감고 있었던 눈을 번쩍뜸과 동시에 백의소녀는 돌연 품속에서 한자루의 날이 시퍼 런 소검을 뽐아듬과 동시에 허공으로 신형을 훌쩍 날리는 것이 아닌가! 그와 함께 기이하게도 허공에서는 무수한 백화가 만발하 게 피어나기 시작하고 있었다. ... ...! --------------------------- 번 호: 67/90 등록자: 김창현(redhawk) 97/01/26 18:15 (346줄) 제 목: [백상] 개방백의 제자 22장 제 22 장 천룡무가의 사람들(3). 상관엽등은 그와 같은 광경을 바라보고는 크게 놀랐다. 기실 알고보니 그 백의소녀는 일신에 놀라운 절기를 소유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춤! 그것은 일견 보기에는 하나의 아주 환상적인 검무처럼 보였다. 그녀의 전신은 눈에 보이지 않게 허공에서 두둥실 떠다니며 춤을 추고 있었고 그에 따라서 사방에는 백색의 검화가 눈부시게 피어 나서 허공을 온통 가리고 있었다. 그것은 일종의 경이였다. 과연 이러한 무학이 존재하는 것인지 그 자체가 의심스러울 지 경이었다. 불과 조금전까지만 해도 중독이 도어서 운기조식을 하고 있었 던 백의소녀가 실로 그와 같은 무학을 펼칠 수가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가 않았다. 그러나 기실 가장 놀란 사람들은 예의 그 두명 의 죽립인들 이었다. 그들은 일순간에 백의소녀를 제거하기 위해 안으로 돌파해 들어왔으나 이내 그녀가 펼치고 있는 가공할 검무 에 눈이 휘둥그래졌다. 그것은 마치 환상과도 같았다. 어느새 사방의 허공뿐만 아니라 자신들까지 가려버리려고 하는 것이 아닌가! 따라서 놀라운 심정은 잠깐 이었다. 그들은 즉시 자 신들의 최대의 절기를 사용하여 상대를 향해 동시에 공격해 들어 가기 시작했다. 번쩍! 번쩍! 동영의 검학의 정수라고 하는 낙일류의 검학이 동시에 눈부신 무지개를 토하면서 가공할 모습으로 드러났다. 그 두개의 눈부신 검기는 마치 안개속을 가르는 광채처럼 그대 로 일직선으로 백의소녀의 검무를 가르려고 하는 것 같았다. 아니 일순간에 거의 그 눈부신 검화의 장막을 양단해 버린 것 같았다. 헌데 다음 순간의 일이었다. 한순간 그 거ㅐ한 검기에 의해서 양단될 것으로 생각되었던 백 의소녀의 신형이 마치 허깨비처럼 흔들리더니 다시 무수한 검화 를 토해내는 것이 아닌가? 그것은 마치 깃털과도 같았다. 무수히 쏟아져 내려오던 검화는 일순간에 마치 포근한 깃털이 사위를 감싸듯이 허공을 가득 가려버렸다. 그것은 이내 예의 그 두명의 죽립인들의 신형을 순식간에 뒤덮 어 버렸다. 마치 환상과도 같은 광경이었다. 그러나 기실은 그것은 결코 환상이 아니었고 또한 포근한 깃털 도 아니었다. 그것은 살벌한 위력을 가지고 있는 무서운 검화였 다. "으악!" 두마디의 강한 경악에 어린 단발마의 비명소리가 터져나왔다. 사람들은 즉시 허공에서 분수처럼 뿜어져 나오는 죽립인들의 피 를 볼 수가 있었다. 붉은 핏줄기는 백색의 검화를 붉게 물들이는 듯 했는데 어느새 그러한 검화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것은 정말로 환상과도 같았다. 그리고 어느새 죽립인들의 신형은 싸늘하게 식어가는 시신이 되어서 땅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 ...!) 상관엽등은 그제서야 왕자안이 독고상의 행동을 제지한 까닭을 알 수가 있을 ㄱ서 같았다. 기실 그 백의소녀는 비록 중독이 되어있는 상태였으나 그럼에 도 불구하고 상대들을 물리칠 수 있는 능력이 있었던 것이었다. 동영의 무사들은 그와 같은 광경을 보고서 매우 경악한 듯했 다. 그러나 백의소녀는 중독된 상태에서 다소 기력을 소모한 듯 이 창백해진 안색으로 연이어서 다른 죽립인들을 향해 신형을 날 리기 시작했다. 바로 그 순간에 다시 짧은 비명소리가 터져나왔다. "으악!" 그것은 바로 다른 쪽에서 낙성검 백무화가 상대하고 있던 한명 의 죽립인의 수급을 허공으로 날려보내는 소리였다. 실로 그렇게 되자 상황은 급격하게 달라지기 시작했다. 조금전 까지만 해도 백검회의 사람들은 심하게 몰리고 있었으나 일단 그 백의소녀와 백무화가 각기 죽립인들을 상대하게 되자 다른 백검 회의 사람들도 힘을 쓰기가 수월해진 것이었다. 원래 백검회의 인원들은 각기 상당한 무예를 터득한 사람들로 서 아까는 죽립인들의 무공에 눌려서 제대로 위력을 발휘할 수가 없었지만 지금은 그보다 실력이 낮은 흑포인들을 상대로 하여 우 위를 점하기 시작하고 있었다. 그것은 갑자기 일어난 반전이었다. 조금전에 실로 백검회의 인원들은 백의소녀를 보호하기 위해 전력을 다하는 이유가 실감 나는 기분이었다. 비록 중독이 되었지만 백의소녀의 무공은 실로 놀라워서 남은 세명의 죽립인들을 상대로 하여 오히려 계속해서 몰아붙이고 있 었다. 그녀의 그와 같은 환상적인 무검은 변화막측하고 신비롭기 짝 이 없어서 죽립인들이라고해도 도저히 막아내기가 곤란한 점이 있었다. 게다가 백의소녀는 나비처럼 허공에서 아래로 공격을 퍼 붓고 있었기 대문에 그것을 막아내기가 어려웠다. 오랫동안 바닥에 떨어지지 않고 허공을 부유하는 듯한 백의소 녀의 신형은 마치 한점의 무게도 없는 깃털과도 같았다. 그녀의 손에서 펼쳐지는 가공할 위력의 검화들은 이내 세명의 죽립인들의 신형을 휘감았고 죽립인들은 나름대로 그 속에서 최 선을 다해서 낙일류를 전개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어느새 다른 사람들과 떨어져서 한덩어리의 구름처럼 되어갔다. 그 구름속에는 간혹 무서운 천둥과 번개가 일어나고 있는 것 같았다. 백무화는 다시 한명의 죽립인을 상대로 격렬한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그는 이미 한명의 죽립인을 제거한 경험 이 있기 때문에 보다 손쉽게 상대를 몰아세워가고 있었다. 그리고 나머지 사람들도 이제까지 당했던 보복이라도 하듯이 거세게 반격을 가했기 때문에 이제 동영의 무사들이 패배하는 것 은 시간문제인 것 같았다. 아니나 다를까. "아악!" 짧은 비명소리가 들려오면서 백의소녀와 상대를 하던 죽립인들 가운데에서 한명의 죽립인의 수급이 잘려진 채로 뒤로 벌렁 나가 떨어졌다. 그것이 바로 기폭제였다. 연이어 여기저기서 동영무사들의 비명소리가 터져나오기 시작 하고 일단 그렇게 되자 사태는 더욱 급박하게 기울었다. 백무화는 어느새 상대하던 죽립인을 제게했으며 다른 흑포인들 에게 달려들었다. 그러자 흑포인들의 숫자는 크게 줄어들게 되자 이내 그들은 많 은 숫자의 백검회원들에게 몰리다가 이윽고 나중에는 거의 한순 간에 떼죽음을 당하고 말았다. "으아악!" 그것은 두 사람이 동시에 내지르는 비명소리였다. 바로 백의소 녀가 상대하고 있던 남은 두명의 죽립인들이 소검 아래의 고혼으 로 화해가는 소리였던 것이었다. 그것은 또한 장내의 모든 동영무사들의 몰살을 의미하는 것이 기도 했다. ... ...! 이제 장내에서 숨을 쉬고 살아있는 동영의 무사들은 볼 수가 없었다. 조금전가지만 해도 백검회의 사람들이 크게 불리했으나 결과적으로 승리는 오히려 그들이 차지하게 되었다. 백검회의 인원들은 이미 동영의 무사들에게 이를 갈고 있는 상 태였기 대문에 동영의 무사들을 한사람도 살려주지 않은 것이었 다. 일단 그렇게 모든 적들을 일거에 제거하고 나자 문득 백검회의 인원들은 다소 넋나간 듯한 표정이 되는 듯했다. 기실 이번에 그들이 목숨을 부지하고 역전을 이룰 수가 있었던 것은 가히 요행이라고 할 수가 있었고 이렇게 살아있는 자체가 기적이라고 할 수가 있었기 대문이었다. 실로 조금전의 격전은 치열하고 험악하기 짝이 없었다. 비록 승리를 했다고는 하나 백 검회의 인원들 가운데에서 심하게 부상을 입은 사람들이 많았고 게다가 전혀 움직일 수 없게 된어버린 사람들도 많았다. 전신에 전혀 상처를 입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다고 할 수가 있었다. 그 러나 이윽고 그들은 마음을 가다듬고서 천천히 움직이며 사태를 수습하기 시작했다. 죽은 동료들의 시신을 수습하고 심한 부상을 입은 사람들의 응 급조치를 하는 한편 챙길 것들을 챙겼다. 그것은 그들의 우두머리라고 할 수가 있는 백무화도 마찬가지 였다. 그는 잠시동안 백검회원들에게 그와 같은 일들을 지시하고 있다가 이윽고 뒤늦게 일행이 있는 것을 발견했는지 천천히 이쪽 으로 다가왔다. "우리는 다시 만나게 되는구려." 왕자안이 미소하며 먼저 입을 열어 말했다. 백무화는 잠시 피 묻은 옷차림으로 서서 일행을 차례대로 주시하고 있다가 이윽고 약간 사늘해진 음성으로 대꾸했다. "재수없게도 그렇게 되었군요." 왕자안은 웃으면서 말했다. "재수가 없다는 말은... ... 그러니까 우리가 반갑지 않다는 말씀 이오?" 백무화는 대답을 회피하고는 되물었다. "당신들은 정말로 우연히 이곳에 온 것이오?" 왕자안은 대꾸했다. "그럼 우리가 일부러 이곳으로 왔다고 생각하시오? 우리는 사 실 구태여 여러분이 고전을 하는 광경을 보고 싶지가 않았지만 낙양으로 가려면 이 길이 지름길이기 때문에 어쩔 수가 없었소." (... ...?) 백무화도 그것을 인정했는지 잠시 생각하다가 다시 말했다. "우리는 조금 전에 매우 힘든 격전을 치루었기 때문에 귀하들 을 좋지 않게 보는 것이 당연한 일이오." 왕자안은 말했다. "물론 당신들은 그와 같은 사실들이 남들에게 보여지는 것을 원하지 않겠지. 우리는 사실 도중에 도와주려고 했지만 일부러 그렇게 하지 않았소." 백무화는 일순 안색을 시뻘겋게 물들이면서 소리쳤다. "그것은 무엇 때문이오?" 일반적으로 강호인들은 명예를 목숨보다 더욱 귀중하게 여기는 법이었다. 사파인들이라고 해도 최소한의 그러한 의식들은 가지고 있다. 백무화는 왕자안의 말에 약간 자극을 받아서 마음속에 살기를 불 러일으킨 것이었다. 왕자안은 미소를 지으면서 손을 내저었다. "그것은 물론 당신들이 승리할 것을 예측하고 있었기 때문이 오?" ... ...? 백무화는 일시 왕자안의 말을 듣고 그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 지를 모르는 모양이었다. 그때 문득 한줄기의 싸늘하면서도 지극히 아름다운 음성이 들 려와서 주위를 환기시켰다. "무화야! 그들을 나쁘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일행은 즉시 그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 백의소녀 아니나 다를까 지금 그 백의소녀가 이쪽으로 가까이 다가와서는 일행을 주시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 백의소녀는 막상 가까이서 보자 아까보다 수십배나 더 아름 다운 것 같았다. 실로 눈부신 미모를 바라보면서 상관엽은 은근히 자신의 누이 를 생각했다. 백무화도 일시 다소 어리둥절한 듯이 그 백의소녀를 바라보다 가 이윽고 왕자안을 향해 싸늘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그녀는 바로 나의 누이이오." 그렇다! 백무화의 누이라면 바로 천룡무가의 소군주인 무림옥녀 백기가 아니면 누구이겠는가! 실로 그녀가 무림삼봉 가운데의 하나라는 사실은 아주 당연하 게 생각되는 것이었다. 왕자안은 백무화의 얘기를 듣고는 그 백의소녀를 향해 고개를 돌리며 입을 열었다. 아니 미처 입을 열지도 못했는데 이미 그녀가 먼저 말하고 있 었다. "당신이 바로 왕자안이라는 사람인가요?" ... ...! 순간 일행은 하나같이 크게 놀라고 말았다. 심지어 조금전에 백무화조차도 직접 얘기를 듣고서야 비로소 왕자안의 이름을 듣고서야 알 수가 있었던 것이었다. 이 왕자안은 아직 강호에 나온 일이 거의 없는 상태이고 또한 이 백의소녀와도 처음으로 만나고 있는 사이였다. 대체 어떻게 그녀는 왕자안의 이름을 알고 있는 것일까? (하긴 백무화라는 자가 미리 가르쳐 주었겠지.) 상관엽은 혼자서 생각해 보다가 그와 같은 결론을 내리게 되었 다. 왕자안은 담담히 웃으면서 대답했다. "그렀소만, 소저는 혹시 무림옥녀 백기, 백낭자가 아니시오?" 백의소녀는 그 말을 듣자 입가에 한줄기의 기이한 미소를 머금 었다. 지극히 아름다운 그녀가 미소를 짓자 그야말로 보는 사람 들의 혼백을 빼앗아갈 것 같았고 사방을 일시에 훤하게 만드는 것 같았다. "그것은 혹시 나의 동생이 가르쳐 준 것인가요?" 왕자안이 미처 입을 열어 대답하려고 하기도 전에 그 백의소녀 는 어느새 신형을 유령처럼 날려서 일행의 앞에 도달하고 있었 다. 그녀는 조금전에 격렬한 싸움을 치루었지만 그러나 그녀의 전 신에는 핏방울 하나 묻어있지 않아서 마치 이제 금방 아침 이슬 을 밟고 나타난 선녀와도 같았다. 아직 그녀의 얼굴 가운데의 미 간에는 약간의 거무스레한 기운이 서려 있었는데 그것은 그녀의 미태에 조금도 손상을 입히지 못하는 것이었다. 일행은 백의소녀 가 다가오자 일시에 그녀의 전신에 시선이 빨려들어가는 것 같은 착각마저 느끼게 되었다. 지금 그녀는 자신의 이름을 그대로 인정한 셈이었다. 왕자안은 역시 미소하며 대꾸했다. "그렇소만... ... 낭자가 나의 이름을 알게 된 이유 또한 누구에 게서 그와 같은 얘기를 들었기 때문이 아니겠소?" (... ...!) 백의소녀 무림옥녀 백기는 다소 의아한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아니 그것을 당신이 어떻게 알고 있죠?" 상관엽은 옆에서 듣고 있다가 문득 생각했다. (알고보니 그녀는 얼굴만 저렇게 아름다울 뿐이지 머리는 우리 누나보다는 둔한 평이로군. 하기야 그러한 얘기야 네가 너의 동 생인 백무화에게 들은 것이라는 점은 누구라도 생각할 수가 있는 것이 아닌가!) 왕자안은 미소하며 대답했다. "나는 미루어 짐작한 것이오." 백기는 잠시 고개를 갸우뚱거리다가 다시 말했다. "확실히 그분은 당신을 아주 이상한 사람이라고 말씀하셨어요." (그분이라고? 그녀는 자기의 동생을 가리켜 그분이라고 하는 것일까?) 상관엽은 내심으로 의아해하고 있는 동안에 왕자안은 고개를 천천히 끄덕이더니 말했다. "그와 같은 것은 과찬이겠지만 나는 이미 미루어서 당신과 그 사람이 어떤 관계가 있을 것이라고 짐작하고 있었소. 그는 천룡 무가의 사람이 아니오?" 백기는 눈빛을 기이하게 빛내면서 되물었다. "어째서 반드시 그렇게만 생각하는 거죠?" 수려하게 아름다운 그녀가 눈을 빛내면서 말하자 그 아름다운 미태가 더욱 두드러져 보여서 실로 보통 사람들은 감히 그녀의 얼굴을 마주 보지도 못할 지경이었다. 구태여 말로 설명하자면 그녀의 얼굴의 피부색은 백옥으로 깍아놓은 것보다도 더욱 희고 투명한 것 같았고 거기에서 수려한 기운이 발산되고 있었으며, 아미는 마치 정교하게 그려놓은 듯이 섬세하고 부드러우며 그 아 래에서 광채를 발하고 있는 봉목 그리고 그 가운데의 아름다움의 극치를 자아내고 있는 듯한 콧날과 붉은 입술 등이 그야말로 인 세의 사람이 아닌 것 같은 느낌을 불러일으키고 있었다. 아니 기 실은 그와 같은 부분에 한하지 않고 그 여러가지가 극히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는 그녀의 미모는 도저히 설명할 수가 없을 지 경이었다. 만일 이러한 여자를 마누라로 삼는 사람이 있다면 그 는 필시 삼생의 복을 닦은 것이리라고 상관엽도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왕자안은 그러나 여전히 태연한 신색으로 대답했다. "천룡무가의 사람들은 천하를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오." 문득 백기는 가볍게 웃음을 터뜨렸다. "호호, 당신의 그 말씀은 이상하군요. 설마하니 당금의 강호상 에서 우리 백씨만이 대단하다는 것인가요?" 왕자안은 대답했다. "천하의 백씨가 모두 그와 같은 것은 아니오. 오직 천룡무가의 사람들만이 천하를 지배하고 있고 또한 대단하다는 것이오." 백기는 눈빛을 기이하게 빛내면서 다시 물었다. "그래서 당신은 그분이 저와 어떤 관계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 한 것인가요?" 왕자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소. 솔직히 천하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백씨는 거의 가 다 그쪽이기 때문이오." 이때 주위의 백검회의 인원들은 거의 모든 수습을 마치고 두사 람의 지시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었다. 백기는 잠시 그들을 돌아본 다음에 왕자안에게 말했다. "하지만 당신의 그와 같은 생각은 그다지 치밀하지 못하고 엉 성한 것 같군요." 왕자안은 물었다. "그래서 당신은 내게 실망을 했다는 말이오?" 백기는 가볍게 웃으면서 뒤를 돌아보더니 말했다. "그렇다고 해서 실망한 것은 아니에요. 당신의 모습은 오히려 내가 상상하고 있었던 것보다 더 나은 편이죠. 그러나 호호... ... 나는 지금 상당히 바쁜 편이니 우리는 이만 헤어지지 않을 수가 없군요. 다음에 다시 봐요!" 그녀는 일순 말을 마치자 마자 훌쩍 신형을 날리더니 뒷쪽으로 사라져 버리기 시작했다. (... ...!) 이미 백무화를 중심으로 해서 백검회의 인원들은 무든 수습을 마치고서 떠나고 있는 중이었던 것이었다. 백기의 신형도 그들의 안으로 스며들어서 종래에는 일행의 눈 앞에서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 ... 이제 장내에는 동여무사들의 시신들만이 쓸쓸하게 뒹굴고 있었 고 사위에는 적막만이 감돌기 시작했다. 왕자안은 이윽고 다시 마차안에 들어갔으며 상관엽등도 그 뒤 를 따랐다. ... ... 이어 마차가 달리기 시작하자 상관엽은 아까부터 궁금하게 생 각하고 있던 것을 질문했다. "저어, 그 여자가 말했던 그 사람이라는 사람은 대체 누구입니 까?" 왕자안은 고개를 돌려서 미소하더니 되물었다. "너는 아직도 모르겠느냐?" 상관엽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생각나는 사람이 있기는 하지만 그러나... ... 그는 아닌 것 같 고... ..." 상관엽이 말끝을 흐리자 문득 왕자안이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 했다. "아니다. 바로 그이다." "상관엽은 일순 크게 놀라서 소리쳤다. "옛? 아니 그렇다면 그 백장생이라는 사람이... ... 그가 바로 그 여자가 말하던 그 사람이라는 말입니까?" 왕자안은 미소했다. "바로 그렇다." 상관엽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다시 물었다. "그럼 그가 그 여자에게 사부님의 성함을 가르쳐 주었다는 말 씀입니까? 그가 천룡무가의 사람이고요?" 왕자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도 그럴 것이다." 상관엽은 내심으로 생각했다. (아! 그래서 아까 그여자가 사부님에게 그것을 금방 간파해내 니 대단하다고 했었구나. 헌데 사부님께서는 어떻게 그런 일을 미리 짐작하고 계시는 것일까?) 상관엽은 다시 물었다. "헌데 대체 백장생이라는 사람이 무슨 목적으로 그 여자에게 사부님과 만나보도록 했을까요?" 왕자안은 미소하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글쎄다... ... 그건 아직 잘 모르겠구나." (흥! 보나마나 사부님께서 이토록 훌륭하신 분이니까 그 여자 의 신랑감으로 삼으려는 것이 아니겠는가! 보나마나 그 백장생이 라는 사람은 나이로 보니 그 여자의 아저씨뻘이 되는 것 같고... ... 아아 내가 미리 그가 천룡무가의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어야 했는데... ...) 상관엽은 원래 그 백기에 대해서 그다지 나쁜 감정이 있는 것 은 아니었다. 실로 그와 같은 아름다운 여자는 누구에게나 즐거운 기분을 주 게 되는 것이므로 누구라도 그런 여자를 나쁘게 생각할 수가 없 을 것이었다. 그러나 일단 자신의 누나의 앞길에 장애가 된다고 생각하자 상관엽은 이내 그녀가 마치 자신의 적이라도 되는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사부님께서는 그녀에게 호감을 느끼고 계시는 것일까?) 옆으로 돌려보니 누나인 상관지와 왕자안의 얼굴은 그다지 표 정이 드러나지 않아서 속마음을 잘 알 수가 없었다. --------------------------- 번 호: 68/90 등록자: 김창현(redhawk) 97/01/26 18:15 (340줄) 제 목: [백상] 개방백의 제자 23장 제 23 장 병중화 황가 마차는 계속해서 달려서 저녁무렵에는 하나의 작은 현성에 이 르렀다. 독고상은 이 현성에서 쉬어가기위해 그 현성의 중앙에 위치하 고 있는 하나의 객점을 빌어서 투숙했다. 이 마을은 다소 한가했다. 일행은 우선 마차를 점원들에게 맡긴 다음에 객방을 찾아 들어 가서 잠시 쉬었다. 그리고 이윽고 함께 객점을 나와서 앞쪽에 있는 하나의 작은 주루에 들어가서 저녁식사를 시켰다. 이 주루의 이름은 태백주루라는 것이었다. 주루의 크기는 그다 지 크지 않았으나 다소의 운치가 있었다. 그것은 시골적인 운치 였는데 주루의 내부에 들어와 있는 손님들은 그다지 많지 않았 다. 손님이 많지 않아서 다소 한가했으므로 일행은 느긋한 심정으 로 점원들이 날라오는 돼지고기며 국수와 음식들을 앞에 두고 먹 기 시작했다. 독고상은 원래는 왕자안과 한 식탁에서 식사를 하 지 않았었다. 하지만 이제는 상관엽등이 함께 식사하게되었기 때 문에 그러한 것을 고집할 수가 없었다. 일행이 그렇게 저물어가는 밖을 내다보면서 식사를 하고 있는 데 문득 한명의 황의를 걸친 소녀가 안으로 들어섰다. 일행은 처음에는 그저 별다른 관심도 없이 무심코 그녀를 바라 보았는데 문득 뭔가 이상한 점을 느끼게 되었다. 그 황의소녀는 아주 이상한 점이 있었다. 우선 그녀의 얼굴이 지나치게 딱딱하고 무표정하게 보인다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비록 그다지 아름다운 얼굴도 아니고 오히려 음산하게 느껴지는 얼굴인데도 왠지 그녀의 주위에는 뭔가 시선을 제압하 는 기운이 있는 듯 했던 것이었다. 기실 강호상에서 횡행하다 보 면 아주 특이한 사람들을 많이 보게 되는 것이니 그처럼 이상한 소녀를 보았다고 해서 그다지 기이한 것은 없었다. 상관엽 등은 다소 기이하다고 생가하기는 했으나 이내 그녀가 안쪽의 자리에 가서 앉아서 점원을 부르는 것을 보고는 고개를 돌려서 계속해서 식사를 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무슨 음식이 되나요?" 그 황의소녀의 음성은 다소 특이했다. 다소 나직하고 부드러운 듯 했으나 어쩐지 힘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서 듣는 이의 가슴을 울리는 것이었다. 점원은 물론 아무런 상관도 하지 않고 대답했다. "예, 손님. 저의 주루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아주 많습니다. 보 기보다는 저희 주루에서는 훌륭한 요리들을 맛보실 수가 있는 것 이죠. 그러한 것은 이 근방에서 널리 알려져 있는 것입니다. 손님 께서는 아마도 이 근방의 사람이 아닌 모양이로군요?" 황의소녀는 그 말에 다시 나직하게 말했다. "그럼 계사면 한 그릇에 몇가지의 요리를 가져오고 거기에 여 아홍을 곁들여 주세요." 일개 소녀가 이런 주루에서 혼자 들어와서 대담하게도 술을 시 킨다는 것은 이미 일반의 소녀가 아니라는 말이었다. 점원이 대답을 하고 나서 물러가자 황의소녀는 잠시 시선을 돌 려서 일행이 있는 곳을 바라보는 듯 하다가 밖을 향해 시선을 돌 렸다. 일행 가운데의 상관엽 등도 처음에는 그녀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을 수가 없어서 묵묵히 식사를 하는 척했다. 그녀는 지금 일신 에 병기를 지니고 있는 것 같지가 않았다. 다만 수중에 작은 보 따리와 같은 것을 하나 들었는데 그것은 그저 옷보따리와 같은 것으로 병기가 들어 있을 것 같지가 않았다. 상관엽은 그 황의소녀의 눈빛이 아주 부드럽게 빛나고 있었던 것을 보았기 때문에 내심으로 이렇게 생각했다. (그녀는 혹시 무공을 지니고 있는 것일까? 그럼 무공을 지니고 있는 것이라면 대체 그 경지는 어느 정도일까?) 그런데 이윽고 시간이 흘러서 점원들이 주문한 음식들을 가지 고 와서 마악 황의소녀가 식사를 하려고 하는 찰나에 왠 사람들 이 분주하게 안으로 들어섰다. 상관엽 등은 그 사람들을 보자 일 순 다소 어리둥절해졌다. 그들은 바로 다름이 아니라 얼마전에 일행과 헤어졌던 백검회의 사람들이기 때문이었다. 적은 주루안에 그와 같은 백의인들이 서너명이나 들어서자 일 시에 주루의 내부가 꽉 들어차는 것 같았다. 그들은 주루의 내부가 의외로 조용한 것을 보고 주위를 둘러보 다가 한쪽의 탁자를 차지하고 둘러앉았다. 그들은 일행을 보았으 나 아는 체를 하지는 않았다. 점원이 그들에게 다가가서 주문을 받자 그들 가운데의 한 사람이 말했다. "구운 돼지고기와 소고기 조림 따위를 죽엽청과 함께 빨리 가 져오시오, 우리는 지금 배가 고파서 죽을 지경이니 서두르시오!" 점원은 그들의 허리춤에서 각기 한 자루씩의 장검이 걸려 있고 게다가 그들의 눈빛이 칼날처럼 예리하게 빛나고 있는 것을 보고 는 즉시 허리를 굽신거렸다. "예, 예, 알겠습니다." 점원이 급히 주방으로 사라지자 백의인들은 잠시 주위를 힐긋 거리며 둘러보다가 천천히 말을 꺼냈다. "빌어먹을... ... 요새는 어찌된 셈인지 밥을 먹을 사이도 없으니, 이거애 원 무엇 때문에 살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니까." 다른 백의인이 웃으며 말했다. "그럼 죽어버리면 될 것이 아닌가?" 그 백의인이 고개를 저으며 웃었다. "아냐, 사실 나도 죽고 싶은 생각은 없어. 사실 말이지 요 근래 에 우리의 동료들이 무수하게 죽어간 것을 생각하면... ... 솔직히 소름이 끼치는 일이야. 하하, 이거야 이러다가는 언제 우리들의 목숨도 저승으로 가 있을지 모르는 일이지." 백의인은 말을 하다가 말고 문득 일행이 있는 족을 힐끗 바라 보았다. 아마도, 왕자안이 자신들의 상전과 알고 있는 처지이기 때문에 자신들의 말이 혹시 그렇게 알려질까봐 두려워하는 모양 이었다. 그러나 다른 백의인이 다시 입을 열어 말했다. "그런데 여기는 저녁시간인데 어째서 이렇게 손님이 없이 한가 하지?" "글쎄... ..." 다른 백의인이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마침 가까이에 서 있는 점 원에게 소리쳐서 물었다. "이봐, 왜 이렇게 손님이 없는거야?? 혹시 이 주루가 음식이 형편없는 것이 아니야?" 점원은 주루가 형편없다고 하는 얘기를 듣고는 굳이 나서서 변 명했다. "아닙니다. 원래 저희 주루는 항상 만원사례였죠. 평사시에는 여러분들께서 앉으실 수가 없을 정도로 손님들이 많았습니다." 백의인은 물었다. "그런데 어째서 오늘은 손님이 이렇게 없느냐는 말이야?" 점원은 웃으면서 대답했다. "그야 이 마을에 신의 한분이 나타나셨기 때문이죠. 아, 손님들 께서는 아직 그 일을 모르고 계시는 모양이로군요?" 백의인은 그 말을 듣자 이내 아는 척을 했다. "아, 바로 그 얘기로군." 점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요. 그 신의가 이 마을에 나타나자 평소에 약간의 병이 있던 사람이나 혹은 병이 없는 사람이라고 해도 모두가 그 쪽으로 몰려가서 구경을 하고 있는 것이죠." 백의인은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원래는 그랬었군. 하기는... ... 우리도 기실은 거기에서 오고 잇는 중이네 네가 거기에 대해서 더 말할 것도 없다." 이어 백의인은 다른 동료를 향해 말했다. "그런데 대체 그 신의께서는 어디에 게시는 것이지? 우리는 소 문을 듣고 거기에 갔다가 허탕만 치고 만것이 아닌가? 이거야 소 군주께서 급히 모셔오라고 하셨는데 어디에 계시는 것인지 알 수 가 있어야... ..." 보아하니 백검회의 인원들은 이미 부상자가 많았기 때문에 특 별한 의원을 필요로 하는 모양이었다. 그런데 이때 뜻밖의 일이 벌어졌다. 그 백의인은 마침 고개를 돌려서 안쪽을 바라보다가 문득 혼자 서 식사를 하고 있는 황의소녀를 바라보다가 무슨 생각이 들었는 지 안색이 가볍게 변하는 것이었다. 그자는 말을 하다가 말고 천 천히 신형을 일으키더니 그 황의소녀에게 다가가서 조심스럽게 입을 열어 물었다. "저어... ... 실례지만 소저께서는 혹시 황씨성을 쓰시는 분이 아 니십니까?" 상관엽 등은 그 말을 듣고 내심 의아해졌다. (천하에 황가가 무수하게 많은데 어째서 그런 것을 물어보는 것일까?) 황의소녀는 천천히 고개를 숙여서 국수를 먹고 있다가 고개를 들면서 백의인을 바라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자연스럽게 흘러나온 대답이었지만 일순 그 백의인은 크게 반 색하는 표정이었다. "아이구, 이거 몰라뵈어서 죄송합니다. 알고보니 황소저 이셨군 요. 저희 아가씨께서 소저를 모셔오라고 하시는 바람에... ..." 황의소녀는 그 말에 질문했다. "백언니가 나를 찾는다고요?" 백의인은 대답했다. "예 그렀습니다. 아직 모르고 계셨습니까?" 황의소녀는 말했다. "물론 미리 이 마을에서 만나기로 약속이 되어 있는 상태이니 내가 모르고 있을 리가 없는 일이지요. 하지만 나를 그렇게 급하 게 찾고 있는 이유가 대체 뭐예요?" 백의인은 일순 주위를 의식한 듯이 전음으로 뭐라고 그녀에게 가르쳐 주었다. 그러자, 황의소녀는 일순 왕자안이 있는 쪽을 바라보더니 고개 를 끄덕끄덕했다. 아마도 그 백의인은 자신들의 상황에 대해서 설명을 하는 도중 에 왕자안에 대해서도 가르쳐 준 모양이었다. 이윽고, 황의소녀는 이미 식사를 끝냈는지 신형을 일으켰다. 점 원들도 그러한 분위기를 의식한 듯이 마악 가지고 나오려던 음식 들을 가지고 오지 않았다. "저희들을 따라오십시오!" 백의인들이 앞장서서 주루의 밖으로 나가자 황의소녀는 그 뒤 를 따라가다가 문득 일행의 옆을 지날 때에 시선을 왕자안에게 주었다. 마침 왕자안도 차를 마시면서 그쪽으로 시선을 돌리고 있었는 데 그 순간에 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치게 되었다. 순간 왠지 황의소녀의 그윽하고도 부드러운 시선이 깊게 흔들 리는 것 같았다. 황의소녀가 문득 입을 열어 말했다. "당신은 백언니의 친구인가요?" 왕자안은 대답했다. "그렇소. 나는 모두의 친구요." (... ...?) 황의소녀는 다소 멈칫하다가 약간 웃으면서 말했다. "당신의 그 말은 매우 우습군요. 그 말은 나와도 친구가 될 수 가 있다는 뜻인가요?" 왕자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오. 헌데 당신은 나와 친구가 되고 싶어하는 것이오?" 황의소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때 백의인들은 모두 주루의 밖으로 나가서 황의소녀가 나오 기를 기다리고 서 있었다. 황의소녀는 그쪽을 돌아보면서 말을 이었다. "그래요. 나는 당신이 과연 어떤 사람이길래 그처럼 도도하던 백언니의 친구가 될 수가 있었는지 궁금하거든요." 왕자안은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나는 그저 그녀와 겨우 한번 만나서 두어마디의 얘기 를 나누어 보았을 뿐이오. 무슨 특별한 관계라고는 할 수가 없 소." 황의소녀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나도 그것은 잘 알고 있어요. 하지만 원래 우리 백언니는 자 존심이 누구보다도 강해서 설사 어떤 훌륭한 남자라고 해도 아직 한번도 친구로서 대해준 적이 없었는 걸요. 그래서 나도 궁금해 서 한번 당신의 친구가 되어 보려는 거예요." 왕자안은 문득 질문했다. "당신은 친구가 많소?" 황의소녀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나도 사실 여자 친구는 더러 있지만 남자친구는 아직 하나도 없어요." 왕자안은 가볍게 웃었다. "그렇다면 당신도 알고보니 자존심이 세고 도도한 편이구려?" 황의소녀는 격의없이 웃었다. "그런 셈인가요? 호호... ... 헌데 당신의 이름은 뭐죠?" 왕자안은 즉시 자신의 이름을 밝혔다. "나는 왕자안이라고 하오." 황의소녀는 가볍게 웃었다. "훌륭한 이름이로군요. 당신이 개방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얘기는 방금전에 들었어요. 나의 이름은... ..." 헌데 문득 왕자안은 손을 저으며 말했다. "당신은 어째서 그렇게 얼굴을 가리고 다니는 것이오?" 황의소녀는 그 말에 다소 멈칫하는 듯 하다가 약간 놀란 기색 으로 웃으며 말했다. "과연 당신은 예사의 사람이 아니군요. 이 인피면구는 보통 사 람들은 알 수가 없는 것인데." 말과 함께 그녀는 손을 들어서 얼굴에 쓰고 있던 하나의 가죽 을 벗겨들었다. "나는 사실 많은 사람들과 대하기 편하도록 이것을 쓰고 있었 던 거예요." 알고보니 황의소녀는 얼굴에 하나의 인피면구를 쓰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녀가 그렇게 인피면구를 벗어들자 일순 그녀를 바라 보던 상관엽 등은 갑자기 눈이 부시고 정신이 달아나는 것 같은 강렬한 충격을 느꼈다. ----- 황의소녀 그녀는 실로 아주 아름다운 용모를 지니고 있 었던 것이었다. 기실 상관엽은 전에 백기라는 여자를 보고서 세 상에 저와 같이 아름다운 여자가 있을까 하고 기이하게 생각했었 다. 그녀의 아름다움은 인세의 것이 아닌 듯이 충격적이기 때문이 었다. 그러나 지금에 이르러서 그의 생각은 다시 바뀌고 있었다. 상관엽은 그와 같은 미인은 세상에 다시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 보니 눈앞의 황의소녀는 결코 백기에 비해 조금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아름다울 뿐만아니라 오히려 더욱 뛰어난 기 질이 엿보이는 것이 아닌가? (... ...?) 상관엽 등은 그녀의 얼굴을 보는 순간 마치 넋이 달아나는 것 같았다. 전에 보았던 백기의 미모가 결벽하면서도 순백한 아름다 움이라면 황의소녀의 미모는 바로 고결한 것이라고 할 수가 있었 다. 그녀의 아름다움에는 얼핏 느끼기에도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아 주 고상한 기질이 풍겨나오고 있었다. 지금 오직 그녀의 용모를 보고 놀라지 않는 사람은 왕자안 하 나 뿐이었다. 그는 태연하게 미소하면서 그녀를 향해 말했다. "만일 그 환자들이 당신의 그 미모를 보았다면 더욱 빠르게 치 료가 되었을지도 모르는 일이오." 황의소녀는 일순 놀라서 눈을 크게 떴다. "아니 그럼 내가 바로 그 의원이라는 것을 어떻게 알고 있었 죠?" 왕자안은 미소하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천하에 미인들은 많지만 이처럼 절세적인 미인들은 그다지 흔 하지 않소. 즉, 성수곡의 병중화 황가 황낭자를 제외하고는 누가 이와 같은 미모를 가지고 있겠소?" (아!) 상관엽 등은 일순 왕자안의 그말을 듣고는 놀라서 부르짖었다. 그들은 두가지의 사실을 보고 놀랐다. 하나는 우선 조금전에 백의인들이 말하던 그 마을의 신의라는 사람이 다름이 아니라 바로 그 황의소녀였다는 사실이었다. 하기는 그것은 백의인들의 행동을 보고서 금새 짐작이 가는 바 가 있었다. 그리고 두번째는 바로 그녀가 언젠가 왕자안이 말했 던 천하의 세명의 미녀들 가운데의 하나인 무림삼봉의 일인인 병 중화 황가였다는 사실이었다. 그녀는 바로 성수곡의 사람이다. 따라서 그녀가 의술이 뛰어나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처럼 여겨졌다. 게다가 알고보니 그녀의 별호대로 그녀의 얼굴에는 왠 지 약간 누르스름한 병색이 어려 있는 것 같기도 했다. 그와 같은 상태에서도 그처럼 절세적인 미모를 자아내고 있다 는 것은 원래 그녀의 용모가 기막힌 것임을 말해주고 있는 것이 었다. 황의소녀는 일순 기막힌 듯이 멍하니 왕자안을 바라보고 있다 가 웃으면서 말했다. "설마하니 당신이 나의 신분까지 잘 알고 있었을 줄은 몰랐군 요. 아주 뜻밖의 일이예요. 하지만 더욱 관심이 가는군요." 왕자안은 웃으며 물었다. "그렇다면 여기에 와서 나와 함께 식사라도 하겠다는 말이오?" 황의소녀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지금은 바쁜일이 있어서 가봐야되니 그것은 안되요. 하지만 나 중에 만나면 제가 술을 한잔 대접해 드릴 용의가 있어요. 그리 고... ... 나중에 백언니에게 어떻게 해서 당신과 같은 사람을 만나 게 되었는지 물어봐야 하겠어요." 말과 함께 황의소녀는 더 기다리게 할 수가 없었는지 백의인들 의 뒤를 따라서 밖으로 나갔다. 그녀는 주루의 밖으로 사리지면서 왕자안을 향해 가벼운 미소 를 지어보였는데 일순 상관엽은 공연히 옆에서 정신이 핑그르르 도는 것을 느끼면서 내심으로 생각했다. (그야말로 사부님께서는 아주 훌륭하신 분이기 때문에 천하의 절색미인들이 모조리 달려드는구나. 차라리 사부님께서 조금 더 못생기셨다면 얼마나 좋을까? 우리 누나가 아주 불리하겠구나!) 잠시후에 일행은 식사가 끝났다. 몇잔의 차를 더 주문하여 마신 다음에 일행은 이윽고 어두워진 밖으로 걸어나가기 시작했다. 계산은 독고상이 늘상 하던데로 했고 왕자안과 상관엽 등은 먼 저 주루의 밖으로 나가서 객점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바로 그때였다. 갑자기 뭔가 어두운 허공에서 휙! 하는 소리와 함께 빠르게 왕 자안의 면전으로 날아드는 것이 아닌가! 상관엽은 무의식중에 그것을 보고 놀랐으며 그 백색의 물체의 속도가 아주 빨랐기 때문에 누군가가 왕자안에게 기습을 펼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앗!" 상관엽은 순간 놀라서 급히 신형을 날려서 그것을 제지하려고 했다. 하지만 워낙에 순간적으로 당한 일이라서 미처 제시간에 그것을 막아낼 수가 없었다. 상관엽이 미처 왕자안의 앞을 막아서기도 전에 이미 그것은 왕 자안의 면전에 파공성을 내면서 도달하고 있었다. 헌데 다음 순간의 일이었다. 뜻밖에도 그 백색의 물체는 왕자안의 면전에 도착하자마자 일 단 속도가 급격하게 줄어들면서 가볍게 그의 손안에 떨어지는 것 이 아닌가! ... ...? 상관엽은 그것을 보고 일순 안심을 했으나 놀랐다. 알고보니 그 백색의 물체는 한장의 백지였던 것이었다. 독고상과 왕자안도 기실은 그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손을 쓰지 않고 그저 가만히 있었던 것이었다. 사실 왕자안의 능력은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어서 상관엽이 비록 사부를 생각하는 마음에 걱정하기는 했지만 전혀 그럴 필요가 없 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누군가가 이렇게 한장의 백지를 날 려서 그와 같은 교묘한 재주를 부릴수가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 이었다. 상관엽은 자신의 능력이라면 결코 따라서 할 수가 없을 것이라 고 생각했다. 따라서 급히 받아든 왕자안의 백지의 면을 살펴보 니 어두운 가운데에서도 다음과 같은 글귀가 희미하게 눈에 들어 왔다. ----- 한가한 초옥에 달이 밝습니다. 오셔서 함께 술잔을 기울 이는 것이 어떻습니까? 뒤에 서명은 없었다. 그러나 서체가 유려한 여인의 글씨체요 거기에서 어떤 느낌이 전해지는 것이 틀림없이 아는 사람의 것인 듯했다. 아니나 다를까 왕자안이 그 서찰을 읽고 나자 문득 그들의 앞 에 하나 사람이 가볍게 너털웃음을 흘리면서 나타나는 것이었다. "그간 안녕하셨소이까?" 그는 바로 다름이 아니라 백무화였다. 상관엽은 느닷없이 그를 보게 되자 다소 놀랐다. 게다가 그가 조금전에 백지를 날렸던 주인공임을 알고는 다시 한번 그의 무학 에 대해서 놀라움을 느끼게 되었다. 그렇다면 말할 것도 없이 이 백지의 주인은 그의 누이인 천룡 무가의 소군주 백기일 것이었다. ... ...! --------------------------- 번 호: 69/90 등록자: 김창현(redhawk) 97/01/26 18:16 (381줄) 제 목: [백상] 개방백의 제자 24장 제 24 장 원형리정의 네 아들. 왕자안은 백지를 다시 한번 바라본 다음에 그 백무화를 향해 웃으면서 말했다. "당신은 그녀의 심부름을 온 것이오?" 백무화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소. 사실 우리 누이는 이제까지 이런 서찰을 남에게 주어 본 적이 없었는데 당신은 그런 점에서 아마도 매우 영광으로 생 각해야 할 것이오." 그는 자신이 누이의 이러한 심부름을 온 사실에 대해서 그다지 창피하게 생각하지 않고 있는 모양이었다. 생각해보니 틀림없이 아까 주루를 떠났었던 황가가 백기와 만 나면서 그와 같은 얘기를 했었던 모양이었다. 왕자안은 미소하며 대답했다. "물론 영광으로 생각하고 있소." 이에 백무화는 눈빛을 번쩍 빛냈다. "그렇다면 초대에 응하겠다는 말이오?" 왕자안은 미소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지금 별다른 바쁜 일도 없는 상황이고 하니 구태여 거절 할 이유가 없소이다. 감사하게 초대에 응하겠다고 전해주시오." 백무화는 그 말에 웃으면서 그럴줄 알았다는 듯이 말했다. "그렇다면 당신은 지금 나를 따라오시오. 그곳으로 가는 지리 는 내가 알고 있으니까." ... ...! 아마도 그들은 모종의 장소에 이미 자리를 잡아놓고서 왕자안 을 기다리고 있는 모양이었다. 왕자안은 이에 고개를 돌려서 상관엽에게 말했다. "너는 누이와 함께 객점으로 돌아가서 쉬도록 해라. 나는 혼자 서 이사람을 따라갔다가 돌아오도록 하겠다." 왕자안의 능력이 대단하다는 것은 이미 상관엽도 알고 있었다. 그렇게 뛰어난 능력자가 혼자서 다닌다고 해서 무슨 위험이 있을 리는 없을 것이었다. 그러나 상관엽은 공연히 걱정이 되어서 뭔가 물어보려다가 참 고서 인사를 올렸다. "예, 그럼 안녕히 다녀오십시오!" 왕자안음 고개를 끄덕였다. "음... ..." 이윽고 독고상과 상관지 등의 시선을 받으면서 왕자안은 천천 히 백무화의 뒤를 따라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밤은 이미 매우 깊어가고 있었다. * * * 백무화는 비교적 천천히 걸음을 옮겨서 왕자안을 마을의 변두 리쪽으로 인도해갔다. 이 마을은 그다지 크지가 않아서 무슨 특별히 커다란 객점 따 위가 있을 리가 없었다. 그런데 백무화는 이윽고 마을을 벗어나서 하나의 완만한 송림 숲의 사이에 자리하고 있는 계곡의 안으로 들어섰다. 그 계곡은 바닥이 매우 평평하여 흡사 하나의 평평한 분지를 연상케 했다. 헌데 바로 그 자리에 야산을 등지고서 하나의 수려한 장원이 자리하고 있었다. 지금 그 장원에는 손님을 기다리고 있는 듯이 궁등이 휘황하게 밝혀져 있었으며 흡사 그러한 광경은 불야성을 연상케 하는 것이 었다. "자, 어서 안으로 드시오!" 백무화는 아니나 다를까 그 장원의 앞에 이르러서 왕자안에게 장원의 안으로 들어설 것을 권했다. 기실 이 장원은 비록 화려하기는 했지만 일전에 왕자안은 백장 생이라는 사람에게서 특별한 초대를 받았던 경험이 있었기 때문 에 그다지 놀라운 대상은 아니었다. 이 장원에는 그렇게 느껴서인지 은은한 운치가 잔잔하게 흐르 고 있는 것 같았다. 일단 두 사람이 장원의 안으로 들어서자 이내 내부에서 하인이 하나 나와서 두 사람을 안내하기 시작했다. 그 하인은 백검회의 사람이 아닌것으로 미루어 보아 이곳은 특 별히 빌린 모양이었다. 백무화도 문득 그것을 의식한 득이 고개를 돌려서 이렇게 말했 다. "우리의 인원들은 지금 다른 곳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상태이 지만 이곳은 당신들을 대접하기 위해서 특별히 마련한 곳이오." 왕자안은 그 말에 문득 물었다. "그렇다면 손님은 나 이외에도 더 있다는 말씀이오?" 백무화는 기이하게 웃으면서 대답했다. "솔직히 초대하는 사람은 당신 하나이지만 이미 이곳에 와있는 사람들이 몇명 되지요." 왕자안은 이미 와 있는 사람들이 몇명이나 된다는 얘기를 듣고 는 다소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묵묵히 하인의 뒤를 따르기 시작했 다. 하인은 묵묵히 두 사람을 장원의 후원쪽으로 안내해 갔으며 이 내 계곡의 안쪽에 자연적으로 형성된 것 같은 하나의 맑은 연못 가에 이르렀다. 콰콰콰... ... 연못가의 반대편에서는 지금 서너 줄기의 폭포수가 뿌연 안개 를 자아내면서 쏟아져 내리고 있었고 어두운 밤하늘에는 달빛이 밝았다. 왕자안은 지금 그 연못의 중앙에 하나의 정자가 그린듯이 자리 하고 있는 것을 알 수가 있었다. 실로 이 장원을 축조한 사람은 운치가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가 있었다. 하인은 바로 그곳으로 두 사람을 안내해 갔다. 미처 그곳의 가 까이에 도달하기도 전에 정자안에서 무려 서너명이나 되는 사람 들이 서성거리는 사람들이 서성거리고 있는 것을 볼 수가 있었 다. 의외로 그곳에서 두 사람을 기다리고 있는 인원들은 많았다. "바로 여기입니다.. 그럼... ..." 하인이 공손히 인사를 하고 물러가자 두 사람은 이내 정자의 위로 올랐다. 이 정자는 바로 연못의 안으로 들어가 있는 것이기 때문에 일 단 안으로 들어서자 사방의 수려한 풍경을 마음껏 바라볼 수가 있게 되어 있었다. 시원한 폭포수의 맑은 물소리와 은빛으로 부 서지는 달빛 가운데에서 여러명의 젊은이들이 넓은 연석을 앞에 두고 앉아 있었고 그 가운데에서 백기가 백색의 화려한 의복을 걸친 채로 몸을 일으켜서 왕자안을 맞이해 들였다. "오셨군요. 이렇듯 변변치 않은 자리에 초대하게 되어서 미안 해요." 왕자안은 백기의 그린듯이 수려한 얼굴을 바라보면서 미소했 다. "천만의 말씀이오. 이곳처럼 아름다운 곳도 매우 드물 것이오. 게다가... ... 지금 이곳에는 천하의 훌륭한 젊은이들이 모여있는 곳이 아니오?" 백기는 은근히 안색을 붉혔다. "당신은 이미 아시고 계셨군요. 실은 갑자기 당신을 부른 것은 여기에 계신 이분들도 모두 당신을 보고 싶다고 하셨기 때문이예 요." 백기의 말이 끝나고 나자 어느새 자리에 앉아 있던 네명의 젊 은 남녀들이 일어서서 이쪽으로 다가와 있었다. 그들은 모두 이남이녀로서 뜻밖에도 황가의 모습은 보이지 않 았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가운데의 세명의 얼굴은 낮익은 것 같았 다. 특히 왕자안은 그 가운데에서 나이가 스물다섯 가량으로 가 장 연장자로 보이는 홍의청년에게로 시선을 집중했다. ----- 홍의청년 그는 체구가 다소 큰 편이고 안색이 불그레 했는데 두눈에서는 실로 화강암과도 같은 강인한 광채가 흐르고 있는 사람이었다. 전신에 흐르는 기도가 실로 범상치 않은 것이었고 게다가 더욱 기이한 것은 그의 의복인 홍의는 새옷임에도 여러군데 일부러 기 운 흔적이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것은 그의 옆에 서 있는 두명의 아주 귀엽고 아름답게 생긴 두명의 홍의낭자들도 마찬가지였다. 왕자안이 바라보자 그 홍의청년이 먼저 입을 열어 물었다. "그대가 바로 왕자안이라는 사람인가?" 그는 처음부터 반말을 썼고 또한 그 어조는 다소 못마땅한 기 색이 어려 있었다. 왕자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소. 당신이 바로 철면개요?" 그 말에 일순 당사자인 홍의청년뿐만 아니라 주위에서 바라보 고 있던 백기 등도 다함께 놀랐다. 특히 백기와 백무화 등은 아직 자신들이 홍의청년에 대해서 말 해주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그를 알고 있는 것인가 하고 의아해했 다. (혹시 그들은 미리부터 아는 사이가 아니었을까?) 그러나 이미 홍의청년이 왕자안과 대면한 적이 거의 없다는 얘 기를 했었기 때문에 그러한 의구심은 버려지게 되었다. 홍의청년은 눈을 크게 뜨면서 다시 물었다. "그대는 어떻게 해서 나를 알아보게 되었는가?" 왕자안은 미소하며 대답했다. "천하에서 오직 개방의 사람들만이 일부러 새옷을 고쳐서 거지 옷으로 만들어 입는 법이오. 게다가 당금에 이르러 개방의 인물 들 가운데 이토록 영기발랄한 사람들이 있다면 그들은 바로 총호 법의 네명의 아들들이 아니겠소?" 홍의청년은 두눈을 크게 뜨면서 다시 물었다. "하지만 우리 사형제는 모두 네명인데 그대는 어떻게 내가 그 가운데의 둘째라는 것을 한눈에 알아볼 수가 있었는가?" 왕자안은 미소하며 대답했다. "원래 원형리정의 네명의 아들들 가운데 가장 맏이인 왕자원은 성품이 충실하여 쉽게 강호의 일에 끼어들지 않는 편이고, 그리 고 세째와 네째인 왕자리와 왕자정도 역시 약간 냉정한 편인데 반해서 오직 둘째인 당신 왕자형만이 호기가 강한 편이고 남들과 사귀기를 좋아하는 편이니 당신은 바로 그 철면개 왕자형이 아니 면 누구이겠소?" 홍의청년은 일순 그 말에 다소 망연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상 대가 이토록 자신들에 대해서 훤하게 잘 알고 있는 것을 보고는 기이한 심정이 들었던 것이었다. 그때 문득 그의 옆에 서있던 두명의 홍의낭자들 가운데서 한명 이 소리쳐서 물었다. "그렇다면 당신은 우리가 누구인지도 알 수가 있나요?" 왕자안은 그녀들을 돌아보면서 미소하며 대답했다. "개방의 인물들 가운데에서 너희들처럼 아름다운 말괄량이들이 또 있겠느냐? 너희들은 바로 호접개 왕부와 호리개 왕용이 아니 냐?" 그 두명의 홍의낭자들은 일순 두눈이 휘둥그래졌다. 그녀들은 왕자안이 자신들의 별호까지 자세하게 알고 있는 것을 보고는 일 시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호리개 왕용이 다시 물었다. "당신은 우리와 별로 만나지 못한것 같은데 어떻게 우리의 신 분에 대해서 그렇게 잘 알고 있는 것이죠?" 왕자안은 미소하며 대답했다. "비록 오래전이기는 하지만 과거에 너희들이 어렸을 적에 나는 너희들을 본 적이 있었다. 헌데 너희들은 모습에는 그러한 과거 의 흔적이 남아있구나." (... ...?) 한 사람이 크게 성장하게 되면 어렸을 때의 모습은 거의 지워 지게 된다. 그 두명의 홍의낭자들은 일순 왕자안의 그와 같은 얘 기를 믿을 수가 없는 심정이었지만 그렇다고 반박할 필요는 없는 것 같아서 그만두었다. 그렇다! 기실 지금 왕자안의 눈앞에 서 있는 한명의 남자와 두명의 홍 의낭자들은 모두가 왕자안의 사촌형들이었다. 지금 개방의 방주의 아들이자 구대총호법인 백결개 왕룡생의 슬하에는 사남이녀의 모두 여섯명의 자식들이 있었는데, 현재 개 방의 차기의 실세로 부각되고 있는 그들은 왕룡생의 동생이었던 왕운생의 자식인 왕자안의 사촌형제들인 것이었다. 왕자안이 지금 이곳에 이르러서 그들을 보게 된 것은 실로 뜻 밖의 상황이라고 할 수가 있었다. 백기는 아마도 이들을 만났기 때문에 겸사겸사 이러한 자리를 마련한 것 같았다. "네가 본방으로 돌아오고 있다는 얘기는 이미 들었다." 홍의청년 철면개 왕자형은 자신이 형이기 때문에 반말을 썼다. 그것은 어쩌면 자연스럽게 베어버린 습성 같기도 했다. 왕자안은 개의하지 않으면서 대꾸했다. "당신들이 나를 환영하지 않으리라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습니 다." 왕장형은 눈살을 크게 찌푸리며 물었다. "너는 어째서 우리가 너를 환영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느냐?" 왕자안은 미소하며 대답했다. "당신들은 원래 나의 선친을 좋아하지 않았었기 때문이죠?" 왕자형은 잠시 뚫어지게 왕자안을 주시하다가 이어 말했다. "돌아가신 숙부를 좋아하지 않은 것은 나의 부친이셨고 우리는 거기에 해당하지 않는다. 그리고 사실 그분은 이미 돌아가셨으니 누가 싫어한다고 말할 수가 없는 것이다." 왕자안은 물었다. "그렇다면 당신은 나를 지금 환영하고 있다는 말이오?" 왕자형은 그를 보며 대꾸했다. "나는 다만 지금 이 자리에서 너를 보게 될 줄은 몰랐을 뿐이 다." 그렇다. 기실 이 왕자형은 지금 개방에서 좌순찰이라는 직책을 가지고 있었고 각기 좌향주와 우향주의 직책을 가지고 있는 두명의 여동 생들과 강호를 돌아다니다가 이곳에 우연히 들렸던 것이었다. 특히 이 황자형은 왕자안의 말처럼 강호의 인물들과 사귀기를 좋아하여 그가 다니는 곳에는 항상 인재들이 있다고도 말할 수가 있었다. 왕자안은 웃으면서 말했다. "어쨌거나 당신은 지금 나를 환영하지 않고 있는 것이 아니 오?" (... ...!) 왕자형은 잠시 왕자안을 노려보는 듯 하다가 한숨을 내쉬면서 말했다. "우리는 이미 평온하게 잘 살아왔다. 나는 다만 네가 나타남으 로 인해서 어떤 평지풍파가 일어나게 될지 알 수가 없기 때문에 걱정하고 있는 것이다. 왕자안은 그를 마주보면서 말했다. "그런 걱정은 할 필요가 없소. 나는 결코 당신들에게 해를 끼 치기 위해서 나타난 것이 아니니까 말이오." 이때 분위기가 다소 삭막해지자 백기가 나서서 주연석을 가리 키며 말했다. "자! 그렇게 오랫만에 만났으면서 싸우지만 말고 그만 자리에 앉는 것이 어때요?" 왕자형은 잠시 왕자안의 얼굴을 노려보다가 이윽고 먼저 자신 의 자리로 가서 털썩 주저 앉았다. 왕자안 역시 비어있는 자리로 가서 앉았으며 나머지 다섯명의 주위에 둥글게 둘러앉았다. 그러자 이윽고 백기가 남은 한명을 가리키며 왕자안에게 말했 다. "왕공자! 그리고 이 분은 바로... ..." 그녀는 말을 하다가 말고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왕자안을 향해 도리어 이렇게 질문을 했다. "당신은 혹시 이 분을 알고 있나요?" 왕자안은 그 황의청년을 향해 시선을 보내고서는 미소하며 대 답했다. "당신은 바로 산수재가 아니오?" ----- 황의청년 그의 나이는 대략 스물 하나 정도로서 왕자안 에 비해서 한 두살 정도 더 먹어 보였다. 용모는 다소 준수한 편이었고 기질은 서생의 냄새가 물씬 느껴 지는 것이었다. 황의청년은 설마하고 있다가 그말을 듣고는 즉시 놀라서 포권 하며 말했다. "왕공자께서 훌륭하신 분이라는 얘기를 들었었는데 과연 거짓 이 아니었군요." 왕자안은 그를 향해 마주 포권했다. "과찬의 말씀이오, 황소협!" 그렇다. 기실 이 황의청년은 바로 아까 주루에서 만났었던 황가의 오라 비가 되는 사람으로서 성수곡의 사람이었다. 원래 그 병중화 황가에게는 모두 세명의 오라비가 있었는데 그 가운데의 막내가 바로 이 산수재 황병오인 것이었다. 그들 형제의 맏이는 물론 무림삼룡의 하나인 삼절서생 황중엄 이다. 산수재 황병오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과찬의 말이 아닙니다. 우리는 아직 한번도 만난적이 없는데 왕공자는 이미 나를 알고 있으니 어찌 평범한 일이겠습니까?" 왕자안은 웃으며 대꾸했다. "그러나 황소협도 이미 나를 알고 있는 상태가 아닙니까?" 황병오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하지만 나는 조금전에 나의 동생에게서 들었기 때문에 왕공자 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것이지만 왕공자가 나에 대해서 알고 있다 는 것은 놀라운 일이오." 왕자안은 담담하게 웃으며 물었다. "아, 황소협은 황낭자의 오빠이셨군요." 이때 백기가 옆에서 말했다. "황낭자는 지금 우리 인원들의 치료를 맡아주느라고 수고하고 있으니 아마도 잠시후면은 이곳에 나타나게 될 것에요." 왕자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요." 그 말에 호리개 왕용이 왕자안을 향해 웃으며 물었다. "오라버니는 혹시 무공을 익히셨나요?" 왕자안은 미소하며 대답했다. "그저 한 몸을 가눌 정도는 되는 것 같다. "황병오가 먼저 술병을 들어서 왕자안의 술잔에 따르면서 말했 다. "자, 한 잔 하시오. 이와 같은 좋은 분위기 속에서 자리를 만들 어서 술잔을 기울인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니까." 왕자안은 그 술잔을 받았다. "고맙소." 이어 왕자안이 그 술병을 받아서 황병오의 비어 있는 술잔에 따르자 그 역시 미소하며 술잔을 받아들고서, 한모금을 마시고는 다시 탁자위에 내려놓았다. 지금 주위에는 희뿌연 은빛의 달빛이 조용히 부서지고 있었고 근처에서 쏟아져 내리는 시원시러운 폭 포수의 소리와 함께 맑은 안개가 서서히 주위를 감싸고 있었다. 실로 이곳은 술을 마시기에는 아주 좋은 곳이라고 할 수가 있었 다. 백기는 한쪽에 앉아서 은근히 왕자안과 황병오의 대작하는 광경을 바라보고 있었고 백무화도 역시 그옆에 앉아서 술을 마셨 다. 왕자형은 다소 무뚝뚝한 표정으로 스스로 술을 따라서 쉴새 없 이 들이키고 있었다. 그는 무공이 높은 탓인지 그렇게 아무리 술을 계속해서 마셔도 전혀 취하는 기미가 보이지 않는 것 같았다. "자! 일단은 술 석잔을 마시는 것이 어떻겠소?" 이곳의 술은 물론 아주 좋은 것이었다. 십여 년이나 묵은 죽엽청으로서 지나치게 오래 묵은 것도 아니 었고 또한 설익은 것도 아니어서 그 주향이 은은하게 주위로 퍼 져나가는 것이었다. 그러한 술냄새는 설사 술을 마시지 않는 사 람이라고 해도 쉽게 취하게 할 수 있을것 같았다. 그러한 술향기에 취했음인가 왕자안이 그석잔의 술을 마시고 나자 이윽고 안색이 불그레하니 변한 호접개 왕부가 왕자안을 향 해 물었다. "오라버니께서는 만일 어떤 무공을 배우셨다면 지금 이 자리에 서 한번 펼쳐보이는 것이 어떻겠어요? 우리 모두가 안계를 넓힐 수 있게 말이에요." 왕자안은 미소하며 좌중을 둘러보았다. 왕부의 말에 따라서 백기와 백무화 뿐만 아니라 왕자형 등도 술을 마시다 말고서 다소 기이한 눈초리로 왕자안을 주시하고 있 었다. 그들은 사실 왕자안에 대해서 어느 정도의 얘기를 듣기는 했지 만 실로 그의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 알지 못하고 있었으므로 호 기심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었다. 왕자안은 천천히 그들을 둘러보 면서 대답했다. "무공을 보여주는 것이야 어렵지 않지만 이 자리에서 변변치 않은 재주를 부이다가 여러분들의 비웃음을 살가봐 두렵군요." 왕부는 그가 은근히 무예시전을 회피하고 있는 것을 보고는 눈 빛을 빛내면서 다시 물었다. "오라버니는 듣자니 이제까지 산속에서 살아오셨다고 했는데 혹시 스님이 되었던 것이 아니었나요?" 왕자안은 웃으며 대답했다. "그것은 그렇다고도 말할 수가 잇고 아니라고도 말할 수가 있 는 것이지." 왕부는 눈을 크게 뜨며 물었다. "아니 그게 무슨 소리죠?" 왕자안은 대답했다. "나는 노스님에게 사사를 했지만 그러나 비록 머리는 깍지 않 았으나 스님이라는 것도 크게 다를바가 없기 때문이오." (... ...?) 왕부 등은 왕자안의 말 뜻을 이해하기 어려웠으나 이내 화제를 돌려서 질문했다. "오라버니가 그분에게 배운 무공은 어떤 것이죠?" 왕자안은 일단 술을 한잔 마시고 나서 대답했다. "뭐라고 대답해야할까... ... 그러니까 뭐 여러가지가 있다고 할 수가 있다." 호리개 왕용이 웃으며 물었다. "그렇다면 우리들이 주문하는 것은 무엇이든 펼쳐 보일 수가 있다는 말인가요?" 왕자안은 미소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뭐든지라고는 할 수가 없지만 가능하면 시전해 보이도록 하겠 다." 에 왕용이 먼저 옆자리에 앉아서 술잔을 기울이고 있는 왕자형 의 얼굴을 돌아본 다음에 왕자안을 향해 말했다. "그렇다면 음... ... 원래 우리 강호인들은 술을 즐겨 마시는 편 이고, 또한 게다가 우리 개방의 사람들은 이 술이 없다면 아예 살아가지도 못한다고 할 수가 있죠. 그러므로 우리는 그 술에 관 해서 문제를 드리고 싶은데 괜찮겠어요?" 왕자안은 즉시 고개를 끄덕였다. "원하는데로 해라." 좌중의 사람들은 왕자안이 겉으로 보기에는 그저 서생과 다름 이 없는데 주저없이 그와 같은 대답을 하는 것을 보고 다소 놀라 서 그에게 시선을 집중했다. ... ...! 왕용은 은근히 자신에게도 쏠리는 시선을 의식하면서 잠시 망 설이다가 이윽고 결정을 했는지 말했다. "그럼 어서 저기에 있는 술통을 들어서 우리 모두에게 멋들어 지게 술을 한잔씩 따르는 것이 어떻겠어요?" (... ...!) 사람들은 다소 흥미를 가지고 있다가 뜻밖에도 왕용이 그처럼 쉬운 문제를 내는 것을 보고는 약간 실망하는 기분이었다. 그러나 원래 이 술을 따르는 기술은 내공이 절정의 졍지에만 올라 있어도 누구나 쉽게 할 수가 있는 일이었지만 오히려 가장 훌륭한 기술을 선보일 수도 있는 것이었기에 사람들의 시선은 다 시 왕자안을 향해 강렬하게 집중되었다. --------------------------- 번 호: 70/90 등록자: 김창현(redhawk) 97/01/26 18:17 (375줄) 제 목: [백상] 개방백의 제자 25장 제 25 장 주연의 신기. 왕자안은 왕용의 그와 같은 말에 미소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소." 지금 이 탁자의 한쪽에 마련되어 있는 술통은 사람의 몸통만큼 이나 컸지만 거기에는 또한 죽엽청이 가득 채워져 있었다. 아직 주연이 무르익지 않은 상황이었고 술통을 개봉을 한지 얼 마 되지 않은 상태였다. 실로 그와 같은 술통이라면 상당한 무게가 나갈 것이지만 그것 은 일반인에 한하는 말이라고 할 수가 있었다. 공력이 일류고수의 수준만 되어도 그러한 술통 정도는 넉넉하 게 들어 올릴 수가 있을 뿐만 아니라 그것을 가지고 공깃돌처럼 장난을 할 수도 있는 것이다. 물론 그것으로 남의 술잔에 술을 따르는 것은 쉬운 일이었다. 그러나 술좌석에서 흔히 나오는 술 을 소재로 한 시범이었기 때문에 누구나 자신들의 특별한 재주를 선보이려고 했으므로 당연히 쉽게 할 수가 있는 일을 어려운 방 향으로 해결하거나 혹은 기묘한 재주를 펼쳐 보이기도 하는 것이 었다. 사람들은 그동안 무수하게 보아왔던 내가고수들의 술따르는 시 범을 보아와서 약간의 시들한 점이 없지 않았지만 그러나 이 왕 자안은 뭔가 다른 점이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며 눈빛을 빛냈 다. 왕자안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우수를 가볍게 벌렸다. 그 러자 한쪽에 놓여있던 묵직한 술통이 허공으로 둥실 떠올라서 그 의 손바닥으로 올라갔다. ... ...! 사람들은 그것을 보고서 확실히 왕자안이 내가의 공력을 갖추 고 있다는 것을 의심할 수가 없었다. 그와 같은 격공섭물의 절기는 내공이 없이는 불가능한 것이기 때문이었다. 왕자안은 이어서 한 손바닥에 그 술통을 올려놓고서 다른 한 손을 들어서 부채를 부치듯이 가볍게 흔들면서 그곳에서 술이 뿜 어져 나오도록 했다. (... ...!) 술은 그 술통의 주둥이에서 일순간에 여러개의 분수처럼 가늘 게 솟구쳐 나와서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라도 되는 듯이 여러사람 들의 비어있는 술잔으로 날아갔다. 기이하게도 그 술줄기는 비어 있는 술잔의 안으로 조용히 떨어져서 소리가 하나도 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술이 넘치지도 않았고 적당하게 따라졌으며, 게다가 주변으로 한방울의 술도 흩어지지 않았다. 사람들은 그러한 공경 을 보고서 다소 특이한 눈빛을 했지만 그러나 그것을 별다르게 생각하지는 않았다. 확실히 왕자안의 내공수련의 경지는 제법 뛰어난 것인 듯했다. 그러나 기실 그와 같은 수법은 일단 절정의 공력을 터득하고서 좀더 수련을 한 사람이라면 충분히 가능한 것이었으며 별다르게 뛰어난 것이 아니었다. 만일 일반인들이 그것을 보았다면 놀라서 눈이 뒤집어지고 말았을 것이었지만 지금 이곳에 있는 여러명의 사람들은 별로 놀라는 표정들이 아니었다. 그것은 기실 그들에게 가장 기본적인 재주라고 할 수가 있는 것이었다. 왕자안이 각자 의 술잔에 넘치도록 술을 가득하게 따르고 나자 주위에 특별하게 도 짙은 주향이 진동하는 것 같았다. 분위기에 취했음인가 사람들은 그와 같은 주향을 맡자마자 이 내 다소 취기마저 느껴지는 듯 했다. 이 십여 년이나 묵은 죽엽청은 아주 짙은 향기를 가지고 있었 고 또한 시중에서 파는 것들과는 달라서 짙은 향기와 함께 특유 의 풍미가 있었다. 무형의 안개와도 같은 주향이 진동하면서 주 위를 퍼져나가자 사람들은 일순 자신들의 처지마저 망각할 지경 이었다. 그런데 좀더 다른 시범을 곁들일 것이라고 생각했던 왕자안이 일단 그렇게 시범을 보이고나자 마치 일을 마친 사람처럼 술통을 다시 재자리에 갖다놓고서 손을 터는 것이 아닌가! 이윽고 왕자 안이 조용한 표정으로 단정하게 앉은 채 미소짓고 있는 것을 보 고는 왕용이 의아해 하며 물었다. "아니, 시범이 그만 끝난 것인가요?" 왕자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 왕용은 자신의 앞에 놓여 있는 술잔을 바라보면서 어이가 없다 는 듯이 말했다. "아니, 겨우 이런 시범을 보이고 끝내는 것이라는 말인가요?" 왕자안은 미소하며 되물었다. "왜, 마음에 들지 않느냐?" 왕용은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마음에 들지 않다 뿐이겠어요? 실로 이러한 재주는 강호상의 어중이떠중이들도 할 수가 있는 것인데 그게 그리 뭐가 대수럽겠 어요?" 왕자안은 그저 담담하게 웃으면서 대꾸하지 않았다. 그런데 바 로 그 순간에 어디선가 이와 같은 한줄기의 음성이 들려와서 사 람들의 정신을 번쩍 들게 만들었다. "호호 만일 그와 같은 재주를 강호상의 시정잡배들이 할 수가 있다면 내 손에 장을 지지겠어요. 그와 같은 재주는 감히 그렇게 생각할 수가 없어요." 순간 고개를 돌린 사람들의 시야에 갑자기 한명의 황의소녀의 모습이 나타났다. 바로 그녀는 다름 아닌 황가였다. 그녀는 이제 겨우 부상자들을 치료하고서 시간을 내어서 이곳으로 온 모양이 었다. 그녀는 오는 도중에 왕자안의 시범을 알고는 그와 같은 말을 한 것이었다. 일단 그녀가 나타나자 이제까지 무뚝뚝한 모습을 보이던 왕자 형이나 백무화 등이 일제히 몸을 일으켜서 포권하며 그녀를 맞이 했다. "황소저, 어서 올라오시오." 황가는 아까 저녁무렵에 주루에서 만났었을 때와 그리 다르지 않은 모습을 하고 있었는데 일단 정자의 앞에 이르자 얼굴의 가 면을 벗어들고서 사람들을 향해 마주포권한 뒤에 천천히 정자위 로 오르기 시작했다. 황가는 자신을 맞이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일일이 포권으로 인사를 했지만 정작 가까이 다가가서 말을 거는 사람은 왕자안이었다. "이 술은 너무나도 기ㅌ은 향기가 나는 훌륭한 술이로군요. 저 도 한잔 얻어 마실 수가 있을까요?" 왕자안은 미소하며 고개를 저었다. 그것은 저기에 계신 백낭자에게 어쭈어 봐야 할 것 같소." 그 얘기를 듣고는 사람들은 일순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비록 십여년이나 묵은 이 죽엽청이 귀한 것이기는 하지만 지금 이 자리에 모인 사람들은 하나같이 금전에 대한 욕구와는 다소 거리가 먼 강호인들이었다. 설사 그 죽엽청이 담겨져 있는 술통 하나를 왕자안이 혼자서 다비워버린다고 해도 백기 등은 전혀 나 무래지 않을 것이었다. 그런데 어째서 황가는 왕자안에게 그와 같은 말을 하고 있는 것일까? 헌데 어이없게도 왕자안은 다시 백기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하는 것이었다. "백낭자, 저 술을 다시 하나 더 가져올 수 있겠소?" 백기는 다소 의아해 하다가 웃으며 대답했다. "그와 같은 것은 물론 제가 충분하게 준비해 두었으니 얼마든 지 내올 수가 있어요." 이어 그녀가 밖을 향해 우수를 가볍게 휘젓자 정자의 밖에 은 밀하게 몸을 숨기고 있었던 하인들이 일제히 걸음을 옮겨서 밖으 로 향하는 것이었다. 그것을 보고 이제까지도 의문을 풀지 못하 고 있던 왕부가 돌연 황가를 향해 눈빛을 빛내며 물었다. "황언니! 아까 그렇게 감히 생각 할 수가 없다고 말했었는데 대체 그것은 무슨 뜻으로 한 말이었죠?" 황가는 희고 길며 가느다란 손가락을 들어서 자신의 입을 가리 고 웃으면서 대답했다. "그거야 그와 같은 훌륭한 절기는 감히 시정잡배들이 흉내낼 수가 없는 것이기 때문이지." 왕부는 다시 눈이 휘둥그래졌다. "그와 같은 훌륭한 절기라니요? 설마하니 지금 저 오라버니가 시전해 보인 그것을 보고 그렇게 말씀하시는 것은 아니겠지요?" 황가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왜 아니겠어?" 왕부는 가볍게 눈살을 찌푸렸다. "그럼 그와 같이 술을 따르는 것이 그렇게도 대단한 절기라는 것인가요?" 황가는 잠시 그녀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주위를 둘러보다가 이윽고 웃으면서 왕부를 향해 되물었다. "왕동생, 그대는 정말로 저 왕공자가 펼쳐보인 것이 그저 술을 따르는 것이었다고만 생각하고 있는거야?" 왕부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럼 아니었나요?" 황가는 가볍게 웃다가 말했다. "실은 나도 처음에는 몰랐었는데 한 가지의 사실을 생각해 내 고는 즉시 알게 되었지." 왕부는 물었다. 그게 뭐죠?" 황가는 주위를 가리키며 대답했다. "음, 그건 바로 지금 이 주위에서 진동하고 있는 술향기이지. 동생은 여기에 뭔가 다른 점이 있다고 생각되지 않아?" 왕부는 잠시 숨을 들이마시면서 곰곰히 생각에 잠겨보는 듯 하 다가 역시 알 수가 없다는 듯이 물었다. "잘 모르겠는데요?" 황가는 미소하며 말했다. "하긴 그와 같은 일은 평상시에는 그저 흘려버릴 수가 있는 것 이기 때문에 누구나 눈치채지 못할 수가 있지. 사실은 나도 내가 의술을 연구하고 독에 관해서 생각해 오지 않았었다면 그와 같은 차이를 발견해내지 못했을 거야." (... ...?) 왕부는 여전히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는 듯이 황가의 얼굴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헌데 그때 문득 호리개 왕용이 나서서 소리치면서 말했다. "아! 나는 이제 알겠어요. 그건 바로 지금 이곳의 술 향기가 갑 자기 강해진 것을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요?" ... ...! 사람들은 그 말을 듣고 즉시 경각하여 냄새를 맡아보고는 그 말이 일리가 있다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하지만 대체 그것이 무공과 무슨 연관이 있다는 것인지에 대해 서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되자 황가는 미소하며 왕용을 향해 고개 를 끄덕였다. "바로 그래요. 사실 이곳의 술향기는 다소 특이한 점이 있지 요." 백무화가 듣다 못해서 질문했다. "뭐가 특이하다는 말입니까?" 황가는 그를 향해 고개를 돌리면서 대답했다. "이곳의 술향기는 원래 이렇게 강렬하지는 않았어요. 그런데 갑자기 술향기가 강렬하게 되었었죠." 백무화는 웃으면서 말했다. "그거야 조금 전에 술을 모두 따라놓았으니 당연한 일이 아니 겠습니까?" 황가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하지만 이전에는 모든 술잔들을 비워놓았던 것인가요?" 백무화는 그 말에 할 말을 잊었다. 사실 조금전과는 달리 주위의 술향기가 강렬해진 것은 사실이 었다. 하지만 그것이 왕자안이 갑자기 모든 술잔들을 채워놓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문득 생각해보니 그렇게 단순하지 가 않은 것 같았다. 백무화는 다시 물었다. "그렇다면 여기에 무슨 일이 있다는 것입니까?" 황가는 웃으며 말했다. "그렇다면 소협께서는 우선 그 술잔의 술을 드셔보시는 것이 어떻겠어요?" (... ...?) 백무화는 그 말에 잠시 어리둥절해 하다가 이윽고 마지못해서 자신의 앞에 놓여있는 술잔을 들어올려서 즉시 들이켜다. ... ...! 갑자기 이상한 분위기가 일어나고 있었기 때문에 사람들은 모 두가 백무화가 술을 마시는 광경을 조용히 주시하고 있었다. 이윽고 백무화가 술잔 속의 술을 다 비우고 나서 비어있는 술 잔을 천천히 내려놓자 사람들의 시선도 그의 얼굴 쪽으로 옮겨갔 다. 그런데 이때도 백무화는 여전히 멍청한 표정으로 이해할 수 갼愎募 기색이었다. 황가는 미소하며 그에게 물었다. "아직도 모르겠어요?" 백무화는 다소 어리둥절해져서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모르겠는데요?" 백무화의 얼굴은 다소 붉어져 있었다. 황가는 그것을 보고는 문득 자신도 알 수가 없게 되어버린 듯 이 의아해하며 다시 질문을 던졌다. "아니, 그 술이 맛이나 향기에 있어서 아까와 다르지 않던가 요?" 백무화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생각하다가 대답했다. "예, 하기는... ... 술맛이 조금 진한 것 같기도 하고 또한 술향기 가 조금... ..." 황가는 눈빛을 빛내며 그의 말을 중간에서 잘라서 다시 물었 다. "조금이 아니라 상당히 달라졌겠죠. 그렇지 않은가요?" 백무화는 역시 고개를 다소 갸웃거렸다. "글쎄요... ..." 이때 그것을 왕용이 황가를 향해 이렇게 질문했다. "황언니, 대체 어떻게 그 술맛이 달라졌다는 것을 알 수가 있 죠?" 황가는 먼저 왕자안이 있는 쪽을 바라본 다음에 웃으면서 대답 했다. 그거야 나는 의원이기 때문에 늘상 어떤 독이 있나 하고 주의 를 하게 되니까 즉시 술향기로써 그 술이 아까와 달라졌다는 것 을 알 수가 있는 것이지. 사실 이것은 의원들의 고유 분야이기 대문에 설령 무공이 훨씬 높다고 해고 쉽게 알아차릴 수가 없는 것이야." 왕용은 백무화를 돌아 본 다음에 다시 물었다. "하지만 보기에는 별로 달라진 것 같지 않은데요?" 황가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렇지 않아. 내가 보기에는 그 술은 아까보다도 수십배나 독 한 것으로 되어 있어. 만일 보통 사람들이 마신다면 즉시 취해서 쓰러져 버릴 것이지만 저 백소협은 무공이 고강하기 때문에 쉽게 그것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이지." 백무화는 그 말에 문득 알겠다는 듯이 말했다. "아! 그러고 보니 그 술이 아주 독하기는 독한 것 같습니다. 술 을 마실 때에는 미처 몰랐었는데 일단 마시고 나니 뱃속에서 뜨 거운 열기가 솟아오르는 것 같군요." 왕용 등은 그 말을 듣고서 다소 놀랐다. 기실 그녀들은 백무화 의 얼굴이 다소 붉어진 것이 그저 그가 이상한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에 그러는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알고보니 그 는 이미 다소 취기가 돌아서 얼굴이 붉어진 것이었던 것이었다. 왕용은 그것을 보고는 더욱 놀라서 물었다. "아니 대체 어떻게 되서 갑자기 그것이 그렇게도 독한 술이 되 었죠? 세상에! 얼마나 독해졌으면 백소협이 취기를 느끼게 될까 요?" 황가는 그 질문에 손가락으로 한쪽에 놓여 있는 술통을 손가락 으로 가리키면서 말했다. "저것을 한번 들어봐." 왕용은 의아해 하다가 무심코 그쪽으로 가서 술통을 들어보다 가 일순 깜작 놀라서 안색이 대변했따. 알고보니 그 술통은 텅 비어 있어서 술이 조금도 남아있지 않 았던 것이었다. 원래는 그 술통은 아주 컸고 또한 술이 거의 차있었기 대문에 아직도 술이 가득하게 남아 있었어야 하는 것이었다. "아니 이게 대체 어찌된 노릇이죠?" (... ...?) 왕용은 의아해 하다가 다시 물었다. "그렇다면 아까 바로 이것 때문에 술을 다시 가져오라고 한 것 인가요?" 황가는 웃으면서 대답했다. "바로 그래.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저 왕공자는 한순간에 거기 에 있는 술을 모두 따랐던 것이었지." 왕용은 놀라서 물었다. "그렇다면 오라버니가 그 술을 한 순간에 독한 술로 정제시켜 서 우리 모두의 술잔에 따랐다는 말인가요?" 황가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그래. 거기에 한치도 오차가 없어." ... ...! 사람들은 그제서야 그 말의 뜻을 모두 이해하고는 크게 놀라서 왕자안을 바라보았다. 기실 공력을 사용하여 여러사람의 술잔에 술을 따르는 것은 그 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할 수가 있었다. 그러나 지금과 같이 커다란 술통안의 술을 모조리 강한 독주로 정제하여 그것을 적당하게 모두의 잔에 채우고도 결코 조금도 오 차가 없게 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게다가 아까 왕자안은 그와 같은 놀라운 재간을 부리면서도 다른 사람들이 전 혀 눈치 챌 수 없을 정도로 빠르고 순간적으로 그와 같은 일을 실행했으니 어찌 놀라지 않겠는가! 결과적으로 보면 아까 주위에 강한 주향이 풍겨나왔던 이유는 바로 그 많은 죽엽청이 독하게 정제되는 과정에서 그렇게 안개와도 같은 술기운이 사방으로 퍼 져나갔었기 대문이었던 것이었다. 실로 그러한 재주를 부리려면 우선은 상당한 수위의 공력이 필 요할뿐만 아니라 그 공력을 적절하게 사용할 수 있는 신기에 가 까울 정도의 운기법문이 요구되는 것이었다. 만일 한 사람이 일단 고도의 공력을 가지고 있고 또한 그것을 사용할수 있는 놀라운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하면 그 사람의 무 학은 이미 최고의 경지에 올라서 있다고 말할 수가 있는 것임에 는 틀림이 없다. 물론 여기에 있는 사람들은 무학이 깊어서 그와 같은 술을 마 신다고해도 전혀 지장이 없는 상태였지만 그러나, 사람들은 뜻하 지 않은 왕자안의 신비로운 재간에 대해서 경악감을 감출 수가 없었다. 왕부가 일순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놀라며 왕자안에게 물었다. "황언니의 말이 사실인가요?" 왕자안은 대답했다. "그렇다." 순간 왕자형은 예리한 눈초리로 왕자안의 얼굴을 쏘아보았고 백무화는 기이한 표정을 지으면서 왕자안에게 질문했다. "대체 그와 같은 재간은 어떻게 하면 할 수가 있는 것이오?" 왕자안은 가볍게 웃으면서 고개를 가로저었다. "뭐 그리 어려운 것이 아니니 신경 쓸 것이 없소." (... ...?) 백무화는 그 말에 다소 눈살을 찌푸렸다. 조금전에 그들 모두 는 왕자안이 그와 같은 재간을 부리고 있는 것을 직접 눈으로 보 면서도 눈치채지 못했었다. 그러한 사실은 별로 대수로울 것이 없는 것 같지만 기실은 그 렇지 않았다. 평범해 보이지만 오히려 그러한 평범함 가운데에 더욱 놀라운 내용이 깃들어 있는 것이었다. 무릇 평범속에 진리가 있다고들하지 않던가? 만일 왕자안이 조 금전과 같은 수법을 사용하여 이곳에 있는 사람들 가운데의 누군 가를 해치려고 했었다면 아마도 누구도 그것을 의식하지 못했었 을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의식하지 못했다면 자연히 거기에 대 한 방어도 소홀해지기 마련인 것이었다. 즉 조금과 같은 상항이라면 왕자안이 마음먹기에 따라서 이곳 의 사람들은 그의 손아귀에 놓여 있는 것이나 다름이 없는 것이 다. 따라서 왕자안의 능력이 이곳의 사람들의 것보다도 휠씬 뛰어 나다는 것이 거의 확실하게 밝혀진 것이었다. 물론 지금 왕자형과 같은 사람들은 내심으로 그것을 강하게 불 신하고 있는 것이었다. 왕용이 질문했다. "하지만 저는 아직 그와 같은 방법을 알지 못하고 있으니 저를 위하여 그런 방법을 가르쳐 줄 수가 있나요?" 왕자안은 그녀를 향해 대답했다. "그거야 간단한 일이지. 우선 공력을 사용하여 술을 정제시킨 다음에 그 양을 조절해 가면서 각자의 술잔으로 보내주면 되는 것이지. 그리고 만일 약간의 술이 남아있다면 그것을 나중에 모 두 공중으로 날려버리면 되는 것이야." ... ... 사람들은 그저 묵묵히 왕자안의 설명을 들었다. 그의 말을 듣 고 있노라면 실로 그와 같은 재간은 시전하기가 간단한 일인 것 같았다. 하지만 지금 이곳에 있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결코 그와 같은 재간이 쉽지 않은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실로 말로는 쉽겠지만 그와 같은 일을 실제로 해내기라는 것은 아주 어려운 점이 있는 것이며 게다가 그것을 아까의 왕자안처럼 거의 완벽하게 조금의 흐트러짐도 없이 해낸다는 것은 더 더욱 어려운 일이라고 할 수가 있었다. 문득 왕자안 무공이 어느 정도의 수준인가를 예측할 수가 없다 는 느낌이 들게 되는 것도 바로 그러한 이유 때문이었다. "아! 정말로 이 술은 독하기 짝이 없는 것이로군요." 왕용이 자신의 앞에 놓여 있는 술잔속의 술을 직접 마셔보고는 일순 탄성을 발했다. 그녀가 마신 술도 역시 독하게 정제되어 있는 것이었기 때문에 그것을 마신 그녀의 안색은 대변에 사과처럼 불그레하니 상기되 었다. 사람들은 이에 따라서 자신들도 슬그머니 술잔속의 술을 마셔보기 시작했다. 바로 그 무렵에 이윽고 하인들이 술통을 대여섯개나 날라왔다. 백기는 조금전의 상황을 미리 눈치채고서 하인들에게 아에 대여 섯 통의 술을 가져오도록 시켰던 것이었다. 황가는 이에 웃으면서 왕자안에게 물었다. "이제는 저에게도 한잔의 술을 따라줄 수가 있겠죠?" 왕자안은 웃으며 대꾸했다. "나에게 술잔을 받는다고 해서 뭐가 달라질 것이 있겠소?" 황가는 미소하며 고개를 저었다. "제가 보기에 왕공자는 용모도 절세적으로 잘생겼을 뿐만 아니 라 지식이 풍부하고 또한 그 무공은 헤아릴 길이 없으니 장차 강 호에서 훌륭한 명성을 떨치시게 될 거에요. 그러므로 제가 이번 에 당신에게 잘보이는 것은 마치 장래를 위한 투자나 다름이 없 는 것이죠." 주위의 사람들은 황가가 노골적으로 그처럼 높게 평가하자 다 소 놀란 표정들이었다. 기실 조금전에 왕자안이 다소 신기한 재주를 보여주기는 했었 지만 그러나 그러한 일은 별다른 뛰어나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실제로 강호상의 인물들은 대개가 남모르게 신기한 재주들을 한 두가지는 가지고 있는 것이 보통이었다. 비록 왕자안이 다소 특이한 재주를 보여주었지만 드러나 이곳 의 사람들은 저마다 특기가 있어서 자신들도 왕자안이 할 수가 없는 재간들을 펼쳐보일 수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런데 황가가 느닷없이 그처럼 상대를 높여서 말하자 다소 어 리둥절한 표정들이 드는 것도 무리는 아니라고 해야할 것이었다. --------------------------- 번 호: 75/90 등록자: 김창현(redhawk) 97/01/27 14:07 (360줄) 제 목: [백상] 개방백의 제자 26장 제 26 장 어둠속의 사람들. 왕자안은 이에 담담히 웃으면서 대구했다. "과찬의 말씀이오." 황가는 다소 눈살을 찌푸리며 다시 물었다. "그렇다면 기어코 저에게는 그 술을 따라주시지 않겠다는 말씀 인가요?" 왕자안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오." 황가는 그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면서 재촉했다. "그렇다면 어째서 아직도 그렇게 가만히 서 계시는 거죠?" 왕자안은 웃으면서 말했다. "좋소. 하지만 소생이 술을 따르기 전에 우선 낭자에게 묻고 싶은 것이었구려. 그것은 바로 내가 어떻게 술을 따르느냐 하는 것인데... ... 낭자는 특별한 원칙을 원하오, 아니면 평범한 것을 원하오?" 황가는 잠시 의아해 하다가 대답했다. "그야 보다 특별한 것이 좋겠죠. 만일 당신이 평범하게 그와 같이 술을 따르신다면 제가 구태여 술을 얻어먹고 싶어하지도 않 았을 거에요." 왕자안은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했다. "그렇다면 알겠소." 이어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되는 가운데 왕자안은 천천히 걸어 서 하인들이 내려놓고 간 술통들이 있는 쪽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그는 아직 개봉되지 않은 다섯개의 술통 가운데의 하나 를 개봉해서 마악 그것을 들고 술을 따르려는 듯했다. 헌데 다음 순간에 문득 그의 안색이 가볍게 변하는 듯했다. 왕 자안은 잠시 술통의 안을 내려다 보다가 문득 고개를 돌려서 백 기에게 질문했다. "혹시 이 통안에 들었던 것이 죽엽청이 맞는 것이오?" (... ...?) 백기는 왕자안이 느닷없는 질문을 하는 것을 보고는 의아해하 며 대답했다. "예, 바로 그래요." 왕자안은 다시 물었다. "헌데 지금은 텅 비어 있는 것이오?" ... ...? 순간 비단 백기 뿐만 아니라 주위의 사람들도 한순간에 크게 놀라서 신형을 일으켜서 술통속을 바라 보다가 문득 저마다 안색 이 크게 변했다. 아니나 다를까 왕자안의 말대로 그 술통속에는 이미 한방울의 술도 남아있지 않고 텅 비어 있었던 것이었다. 사람들은 그것을 보고 하나같이 기이하게 생각했다. 그들은 그 술통이 조금전에 왕자안이 개봉한 것을 직접 보았었는데 갑자기 그처럼 텅비어 있는 것이라니 믿어지지가 않는 것이었다. 백기는 잠시 놀라서 어리벙벙한 표정이 되어서 대답을 못했다. 그러자 왕자안은 이번에는 다시 다른 술통의 뚜겅을 개봉했다. 그런데 어이없게도 여전히 그 술통들이 깨끗하게 비어져 있는 것 이 아닌가! 심지어 왕자안이 뒤를 이어 다시 두개의 술통의 뚜껑 을 열었는데도 그와 같이 술통들이 텅비어 있는 것을 보고는 다 음과 같이 생각했다. (필시 조금전에 술을 가져온 하인들이 감히 여기에 농간을 부 린 것이 틀림이 없다. 아니면 누가 미리 그 술통속의 술을 마셔 버리고 나서 뚜껑을 닫아놓은 것이겠지.) 사람들은 이에 다시 왕자안의 재주를 보지 못하게 된 것을 여 간 아쉬위 했다. 과연 아니나 다를까 백기는 마침내 고개를 돌려서 정자의 밖에 은밀하게 서있는 하인들을 향해서 눈살을 찌푸리며 소리쳤다. "이게 대체 어찌된 일이냐?" ... ...? 이에 하인들은 다소 멍청한 표정이 되어 생각하다가 그 가운데 의 가장 연장자로 보이는 늙은 하인이 정자의 앞으로 걸어나오면 서 대답했다. "술이 없다니요? 소인 등은 이미 시키는대로 술을 가져온 것입 죠." 백기는 하인이 멍청하게 대답을 하는 것을 보고는 눈살을 찌푸 리며 다시 물었다. "뭐라고? 너희들이 술을 마시지 않았다는 말이냐?" 하인은 정자의 안으로 들어서서 정말로 텅비어 있는 네개의 술 통을 바라보다가 어이없다는 듯이 대답했다. "무, 물론입죠. 소인 등이 감히 어떻게 그 술을 마실 수가 있겠 습니까요? 게다가 그 술은 이미 봉인되어서 십여 년간이나 감히 누가 개봉할 수가 없는 것이었는데 어떻게 그속의 술을 마실 수 가 있었겠습니까?" ... ...! 사람들은 이에 다소 어리둥절한 표정들이 되었다. 그렇다. 생각해보니 조금전에 왕자안이 직접 개봉했던 그 술통들은 이 미 십여 년간이나 개봉하지 않았던 것들 이었고 또한 그것을 미 리 열었던 흔적이 전혀 없었다. 그런데 대체 귀신의 장난이 아닌 다음에야 누가 감히 그 술을 훔쳐 마실 수가 있었겠는가 게다가 다시 생각해 보니 아까 하인들이 들고 들어올 때에 매우 무거웠 하던 광경을 볼 수가 있었기 때문에 아까는 필시 그 술통의 배부 에 술이 가득 들어 있었던 것이라고 생각할 수가 있었다. 하지만 만일 그렇게 원래부터 술통이 비어있지 않은 것이라면 대체 그 많은 술들은 한순간에 다 어디로 날아가 버린 것일까? 백기도 역시 이상한 생각이 들기는 했지만 여전히 의심이 가는 사람들은 하인들 밖에는 없을 것이기에 다시 그 하인을 향해 추 궁했다. "그렇다면 어째서 지금 이 술통들이 다 비어 있는 것이란 말이 냐?" (... ...?) 하인은 이에 다소 어리둥절해 하다가 이렇게 대답했다. "그럴리가 없습니다. 조금전에 소인도 이 술통을 나르면서 정 말로 술이 가득 채워져 있다는 것을 확인했었는데요. 하, 하지만 이렇게 갑자기 술통들이 모두 비워져 버렸다니... ... 혹시, 소인이 한번 확인해 보아도 되겠습니까?" 사람들은 앞에 아직 개봉하지 않은 술통이 하나 남아 있었다. 비록 개봉하지는 않았으나 이전의 것으로 미루어 보아 그 술통 역시 비어 있을 것임을 사람들은 의심하지 않았다. 하지만 하인은 그것을 자신의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싶어하는 것이었다. 백기는 그 하인이 감히 자신들의 말을 믿지 못해 하는 것을 못마땅하게 생각했으나 그러나 일단은 그로 하여금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생각하여 그것을 말리지 않았다. 하인은 이에 즉시 아직 개봉되지 않은 술통의 앞으로 걸어가서 그 술통의 뚜껑을 열었다. 헌데 바로 그 순간의 일이었다. ... ...! 사람들은 일순 갑자기 안색들이 변했다. 일단 하인이 그 술통 의 뚜껑을 열자마자 일순 그 안에서 코를 찌르는 듯한 강한 술향 기가 흘러나와 사방으로 진동하는 것이 아닌가! 사람들은 모두가 짬짝 놀랐다. 아니나 다를까? 즉시 시선들을 그 술통속으로 집중한 순간에 그들의 눈에는 맑 고도 그윽한 술향기를 풍겨내는 죽엽청이 찰랑찰아하게 들어차 있는 술통이 들어오는 것이 아닌가! 그렇다. 기이하게도 유독 그 하인이 연 술통의 내부는 비어있지 않았 다. 오히려 더욱 향기를 발하면서 누구에게 보이기라도 하듯이 술향기를 사방에 풍기고 있는 것이었다. 순간 백색의 그림자 하나가 번쩍하더니 어느새 백무화가 하인 의 옆으로 다가가더니 그의 손목의 맥문을 틀어잡고는 소리쳐서 말했다. "네놈은 어서 말해라!" 하인은 느닷없는 일을 당하자 놀랍고도 두려운 심정에 휩싸이 게 되어서 안색이 시퍼렇게 변하고 말았다. "예? 소, 소인이 무슨 말을 하라는 말씀이옵니까?" 백무화는 차가운 음성으로 말했다. "어째서 네놈이 연 술통에만 술이 들어 있느냐는 말이다. 네놈 들은 대채 무슨 수작을 부린 것이냐?" "... ...?" 하인은 이에 너무나도 어이가 없는 듯이 일순간 대답을 하지 못했다. 헌데 바로 그때였다. 왕자안이 앞으로 나서서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그에게는 아무런 죄도 없습니다." ... ... 사람들은 느닷없이 왕자안이 나서서 그와 같이 말하는 것을 보 고는 의아해졌다. 백무화가 그에게 질문했다. "아니 귀하의 그러한 말씀은 무슨 뜻입니까? 왕자안은 다소 웃으면서 대답했다. "사실은 내가 바로 그 죄인이기 때문이오." 이어 왕자안은 고개를 돌려서 황가를 바라보았다. 그의 시선 이 상당히 의미심장한 것을 보고는 황가는 일순 어리둥절해 하 다가 문득 깨달은 듯이 놀라며 물었다. "아니 그렇다면 바로 왕공자께서 그처럼 술통을 비워버린 것 이었군요?" ... ...! 순간 그 말을 듣고 있던 사람들은 무슨 듯인지를 알고서 다함 께 크게 놀랐다. 그러니까 기실은 조금전에 왕자안이 술통을 여 는 순간에 이미 그 안의 술들을 재거해 버렸다는 말이었다. 아니 보다 자세히 살펴보니 하나밖에 남아 있지 않은 술통속의 술이 유난히도 강한 술냄새를 풍기고 있는 것으로 보아 다른 곳 의 술들이 모두 그곳으로 집결된 것 같았다. 실로 이와 같은 재 간은 아직 누구도 보지 못했던 것이었다. 말로는 쉽겠지만 기실 그처럼 한 순간에 모든 술을 한곳에 정제시켜서 모아놓는다는 것 은 거의 불가사의한 능력이라고 아니할 수가 없었다. 사람들이 크게 놀라는 가운데 왕자안은 담담하게 웃으면서 황가를 향해 다 시 물었다. "자, 이제 낭자께서는 소생의 특별한 술을 받으시겠소?" 황가는 미소하며 말했다. "예, 기꺼이 받도록 하죠." 왕자안은 이번에는 손수 앞으로 걸어가서 어정쩡하게 물러나는 하인의 자리에 가서 술한잔을 따라서는 황가에게 건네주었다. 황가는 그것을 받으면서 다소 상기된 표정으로 말했다. "나는 감격했어요. 당신의 이 재간은 실로 최고로군요." 왕자안은 미소하며 고개를 저었다. "과찬의 말씀이오." 아직 자리에 앉아 있던 황병오가 웃으면서 자리에서 일어나면 서 왕자안에게 비어있는 잔을 권하면서 말했다. "과찬의 말이 아니오. 사실 그와 같은 절기는 놀라운 것이며 우리와 같은 사람들은 할 수가 없다는 것을 인정하겠소." 왕부가 다시 물었다. "대체 그와 같은 절기는 어떻게 가능한 것이죠?" 왕자안은 황병오로부터 한잔을 받으면서 고개를 돌려서 대꾸했 다. "그다지 신기한 것은 아니다. 내 나중에 너희들이 원한다면 가 르쳐 줄 수도 있는 것이지." 이 무림인들은 무공절기를 배우는 것을 최고의 기쁨으로 생각 한다. 왕부와 왕용 역시 일순간 환한 얼굴이 되었다. 왕용은 앞으 로 나와서 단숨에 한잔을 비운 왕자안의 술잔에 술을 따르면서 말했다. "그렇다면 제가 한잔을 따를테니 그 약속을 잊지 마셔야 해요." 왕자안은 술잔을 들어서 마시면서 웃었다. "하하 너는 아에 나에게 협박을 하는구나." 이윽고 술잔을 비운 왕자안은 이번에는 백기를 향해 포권을 하 며 말했다. "이렇게 소생을 초청해 주신 것은 고마운 일이나 이제 소생은 물러가 봐야 하겠습니다. "솔직히 지금 이 자리는 오로지 자신 때문에 딱딱한 분위기가 되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왕자안은 그만 물러가려고 하는 것이었다. 백기는 역시 다소 섭섭한 표정이었으나 그러한 것을 알고 있었 기 때문에 구태여 말리려는 기색이 아니었다. "그렇나요? 그렇다면 다음에 다시 보기로 하죠." 왕자안은 이어 다른 사람들을 향해 포권했다. "소생이 이거 먼저 자리를 떠나게 되어서 죄송합니다. 여러분 은 계속해서 즐겁게 노시기를 바랍니다." 그러자 좌중의 몇몇의 사람들이 그를 향해 가볍게 포권의 예를 취해 보였다. 왕자안은 이내 그들을 뒤로하고 천천히 걸어서 밖 으로 향했다. * * * 왕자안이 장원을 떠나서 걸음을 옮기는 주위는 이때 상당히 어 두웠다. 비록 달이 있다고는 하나 사위는 괴괴한 정적이 가득 채 워져 있었고 또한 검푸른 어둠 속에 들어가 있는 것 같았다. 그런데 왕자안은 갑자기 자신의 앞에 웬 물체가 우뚝 서 있는 것을 보고 걸음을 멈추었다. 실로 이와 같이 괴괴한 밤에 그와 같은 물체를 만난다는 것은 보통 사람들에게는 공표의 대상이 될 것이다. 게다가 그 물체가 기실은 사람이었다면 더욱 두려워질 것이었 다. 하지만 왕자안은 보통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그 사람을 보고 서도 그다지 놀라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그는 당연하다는 듯한 기색이었다. 마치 이미 그 가 나타날 것을 알고 있었다는 듯한 태도였다. "웬일입니까?" 왕자안의 질문에 그 사람은 일순 다소 거칠은 음성으로 이렇게 말했다. "너는 내가 이곳에 나타날 것을 미리 알고 있었구나?" 왕자안은 미소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냥 넘어가지 않을 것은 알고 있었습니다." 그렇다. 지금 눈앞에 나타나 있는 사람은 바로 왕자형이었던 것이다. 그는 지금 혼자였는데 그의 주위에 따르던 왕부와 왕용의 누이동 생들은 지금 보이지 않고 있었다. 왕자형은 음침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그럼 너는 각오하고 있었다는 말이냐?" 왕자안은 그의 찌르는 듯한 시선을 마주 바라보면서 대꾸했다. "그렇지는 않습니다." 왕자형은 눈살을 찌푸렸다. "그게 무슨 말이냐?" 왕자안은 말했다. "나는 당신이 구태여 나를 해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왕자형은 두눈에서 안광을 발출시키면서 다시 물었다. "그건 어째서냐?" 왕자안은 말했다. "그것은 바로 당신에게 조금도 이익이 없을 것이기 때문이죠." 왕자형은 소리쳤다. "이익이 없다고?" 왕자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왕자형은 물었다. "그건 또 어째서냐?" 왕자안은 대답했다. "조금전에 나는 당신과 정자에서 만나서 좋지 않은 분위기를 보였습니다. 그리고 나서 만일 내가 누구에게 해를 입게 된다면 그것은 아마도 당신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주게 될 것이죠. 게다 가 당신이 나에게 살수를 펼친다면 그것은 당신 스스로가 나에게 뭔가 꺼려하는 바가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는 것이 아니겠습니 까?" 왕자형은 잠시 왕자안의 얼굴을 주시하다가 말했다. "그렇다면 너는 내가 쓸데없이 이곳에 나타났다고 생각하느 냐?" 왕자안은 고개를 저었다. "그렇지는 않을 것입니다." 왕자형은 그의 얼굴을 주시했다. "그건 왜지?" 왕자안은 대답했다. "당신은 바보가 아닌 현명한 사람이기 때문이오." 왕자형은 그 말에 일순 음산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너는 그저 상식적인 말로만 하고 있구나. 하지만 내가 한순간 에 마음을 바꾸어서 네게 살수를 펼칠 수도 있다는 것을 너는 모 르고 있다는 말이냐?" 왕자안은 대답했다. "비록 모르고 있지는 않지만 나는 그렇게 되지는 않을 것이라 고 생각하고 있소." "흐흐흐!... ..." 왕자형은 왕자안의 얼굴을 노려보면서 한참동안 음산하게 웃다 가 이윽고 싸늘한 시선으로 안색을 바꾸어서 말했다. "좋다. 사실 나는 너의 말대로 이곳에 너를 제거하기 위해서 나타난 것이 아니었다. 다만 너에게 한 가지의 말을 하려고 하는 것이다." 왕자안은 그를 바라보면서 물었다. "뭘 물어보려는 것이오?" 왕자형은 차갑게 말했다. "내가 비록 지금은 그냥 가는 것이지만 앞으로 네가 우리 가문 에 와서 무슨 해를 끼치거나 할 경우에는 쥐도 새도 모르게 처치 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아니 만약 네가 처치되지 않을 경우에는 오히려 내가 죽음을 당하게 되겠지, 흐흐흐흐... ... 자! 우리는 이제 낙양에서 다시 보기로 하자!" ... ... 말과 동시에 왕자형은 즉시 신형을 날려서 훌쩍 어둠속으로 사 라져 버리고 말았다. 왕자안은 잠시 그렇게 서서 왕자형이 사라진 방향을 주시했다. 그러다가 이윽고 잠시 후에 그는 문득 우측으로 고개를 돌리더니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이제 그만 나타나는 것이 어떻겠소?" 순간의 일이었다. 갑자기 그쪽의 어둠속에서 희미한 한줄기의 인영이 흡사 유령 처럼 나타나는 것이 아닌가! 그 사람은 바로 황가였다. 뜻밖에 나타난 그녀는 가볍게 미소하며 왕자안을 바라보다가 문득물었다. "당신은 내가 나타난 것을 알고 있었군요?" 왕자안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당신이 나타날 것을 알고 있었소." 황가는 눈이 휘둥그래져서 물었다. "아니 어째서 알고 있었다는거죠?" 왕자안은 웃으며 대답했다. "그것은 당신이 호기심이 많은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오." 황가는 잠시 멍한 표정을 짓다가 이내 웃었다. "내가 호기심이 있는 것은 당신이 특별한 사람이기 때문이죠." 왕자안은 이번에는 질문했다. "내가 특별한 사람이라니 그게 무슨 말이오?" 황가가 대답했다. "그건 아마도 당신이 더 잘 알고 있는 사실이 아닐까요?" 왕자안은 잠시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이윽고 웃으며 말했 다. "나도 잘 모르겠는데... ... 어쨌든 이렇게 다시 나를 쫓아왔으니 무슨 용건이 있는 것이 아니겠소?" 황가는 일순 그의 얼굴을 바라보며 웃더니 말했다. "그러니까 저더러 빨리 용건만 말하고 사라지라는 말인가요?" 왕자안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글쎄... ... 구태여 그것을 나쁘게 생각할 것이 있겠소? 이제 밤 이 깊어져서 가서 쉬어야 하는 상황이니 당연한 일이 아니겠소?" (... ...?) 황가는 문득 왕자안에게 이렇게 다시 물었다. "당신은 모든 여자들에게 이렇게 대하나요?" 왕자안은 대답했다. "당신이 처음이니 모든 여자에게 그렇게 대한다고는 말할 수가 없겠지요." 황가는 그말에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 물었다. "그렇다면 당신에게 사랑하는 여자가 없나요?" 왕자안은 웃으면서 대답했다. "나는 강호에 나와서 여자와 이렇게 오래도록 얘기해 본 적이 없소." (... ...!) 왕자안은 이어 그녀에게 다시 물었다. "나에게 달리 하고 싶은 말이 있는 것이오?" 황가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예, 그렇기는 하지만... ... 그전에 우선 하고 싶은 말이 있군 요." 그것이 무엇이오?" 황가는 말했다. "당신은 아까 분명히 그 당신의 사촌형을 무력으로 물리칠 수 가 있었는데 어째서 시종일관 그에게 저자세를 보인 것이었죠?" 왕자안은 다시 물었다. "아니 그게 무슨 말이오?" 황가는 그의 얼굴을 주시하면서 다시 물었다. "당신의 무공은 그보다 휠씬 강한 편이 아니었나요?" 왕자안은 다시 물었다. "어째서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오?" 황가는 대답했다. "그것은 아까 당신의 무공을 보고서도 알았지만 바로 조금전에 도 당신의 사촌형은 나의 존재를 몰랐었지만 당신은 금방 알아내 지 않았나요?" 왕자안은 다시 물었다. "그가 당신이 있는 것을 몰랐다는 것을 어떻게 그렇게 확신할 수가 있겠소?" (... ...?) 황가는 잠시 어리둥절해 하다가 대답했다. "그거야... ... 지금 우리들 신진들의 무공은 서로 비슷비슷하지 만 당신의 무공은 헤아릴 수가 없는 것이기 때문이죠. 나는 아주 조심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가 나의 위치를 알고 있었다고는 생각할 수가 없어요." --------------------------- 번 호: 78/90 등록자: 김창현(redhawk) 97/01/28 08:22 (366줄) 제 목: [백상] 개방백의 제자 27장 제 27 장 개방의 총타 황가는 다시 물었다. "나의 말이 틀렸나요?" 왕자안은 대답했다. "글쎄... ... 하지만 혹시 그가 아까 당신의 존재를 알고 있으면 서도 그냥 갔었을 수고 있다는 것이 아니오?" 황가는 질문했다. "그렇다면 그의 무공은 당신보다도 더욱 뛰어날 수도 있는 것 이라는 말인가요?" 왕자안은 고개를 저었다. "그렇다고 그런 말은 아니오." 황가는 의아해져서 물었다. "그럼 대체 무슨 말이죠?" 왕자안은 대답했다. "그러나까 나의 무공은 그보다는 우위에 있다는 말이오." 황가는 잠시 멍하니 있다가 웃으면서 말했다. "그렇다면 역시 당신은 그보다는 무공이 우위에 있다는 말인데 여태까지는 당신은 어째서 그에게 저자세를 취한 것이죠?" 왕자안은 웃으며 대답했다. "그것은 아마도 당신도 알고 있을 것이오." 황가는 물었다. "역시 그것은 그가 당신의 사촌형이기 때문인가요?" 왕자안은 웃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것은 당신의 상상에 맡기도록 하겠소." 황가는 잠시 어리둥절해 하다가 말했다. "당신은 약간 엉뚱한 사람이로군요. 호호... ... 내가 그러다가 오해라도 하게 되면 어쩌려고 그러죠?" 왕자안은 미소하며 대답했다. "그것은 역시 그 상황에 맡기는 것이 좋겠소. 헌데 당신이 나 에게 하고자 하는 말이라는 것이 대체 무엇이오?" 황가는 가볍게 웃다가 대답했다. "그것은 사실 별게 아니에요. 나는 그저 한 가지의 다짐을 받 아두고 싶은 것이죠. 그러니까 그것은 바로... ... 바로 이런 것이 죠." 황가는 잠시 뜸을 들이다가 이윽고 왕자안을 향해 다시 물었 다. "당신은 나와 친구가 될 의향이 있나요?" 왕자안은 그녀를 보면서 되물었다. "나에게 묻고 싶은 것이 바로 그것이오?" 황가는 다소 안색을 붉히면서 대답했다. "바로 그래요." 지금은 어둠속이라 그녀의 상기된 보이지 않았으나 그녀의 눈 빛은 다소 부드럽게 빛나고 있었다. 왕자안은 이내 대답했다. "그렇다면 걱정할 것이 없소." 황가는 그를 쳐다보면서 물었다. "그렇다면 나의 부탁을 들어줄 것인가요?" 왕자안은 대답했다. "나는 원래 모든 사람을 나의 친구로 생각하고 있소. 그러니 부탁을 들어주고 말고가 어디에 있겠소? 황낭자는 아무런 걱정하 지 말고 그저 돌아가는 것이 좋겠소?" 황가는 다소 눈살을 찌푸리면서 말했다. "나는 이제까지 누구에게도 친구가 되자는 말을 하지 않았어 요. 당신은 나의 그 말뜻을 모르겠다는 말인가요?" 왕자안은 대꾸했다. "그렇다면 당신의 말은 특별한 것이라는 말인가요?" 황가는 대답했다. "그래요. 특별한 것이죠." 왕자안은 물었다. "그러니까 당신의 그 말은 그러니까 나와 애인사이가 되자는 말이오?" 황가는 얼굴을 붉히면서 말했다. "그런 것은 아니예요. 당신은... ... 당신은 남자와 여자가 친구 가 된다는 것이 평범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모르는군요?" 왕자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글쎄... ... 나는 별로 그렇게 생각하지 않고 있지만 정말로 당 신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상태라면 나도 일단은 그렇게 생각해 보기로 하겠소. 그러니까 내가 당신의 유일한 남자친구라는 말이 오?" 황가는 눈빛을 빛내면서 말했다. "그래요. 역시 나도 당신의 유일한 여자친구이겠죠?" 왕자안은 웃으며 대답을 했다. "나는 모두를 친구로 생각하고 있지만 당사자의 생각을 알 수 가 없으니 일단은 그렇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겠지요." 황가는 웃으며 그의 앞으로 손가락을 내밀었다. "그렇다면 우리는 지금의 이 언약이 변하지 않게 되기를 약속 해요." 왕자안은 즉시 주저하지 않고 그녀의 새끼손가락에 마주 걸어 서 약속하면서 말했다. "물론이오. 그런데 우리가 이런 약속을 하게 되면 어떤 효력을 발생하는 것이오?" 황가는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그거야 물론 우리는 서로간에 마음이 변치 않을 것이며 또한 우리이외에는 다른 사람을 친구로 생각하지 않는 것이죠." 왕자안은 웃으며 손가락을 풀더니 고개를 저었다. "그렇다면 안되겠는걸?" 황가는 의아해하며 물었다. "어째서 안된다는 것이죠?" 왕자안은 대답했다. "나는 이미 친구들을 많이 가지고 있는데 만일 당신과 그와 같 은 약속을 하는 것이라면 그것은 내가 그러한 사람들과 다시는 만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아니겠소?" 황가는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그것은 바로 당신과 함께 다니고 있는 그 낭자를 말하는 것인 가요?" 왕자안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백낭자도 역시 마찬가지라고 할 수가 있소." 황가는 잠시 생각하다가 다시 말했다. "그렇다면 이 한가지의 사실은 생각할 수가 있겠군요. 우선 당 신과 친구로서의 약속을 한 사람은 내가 처음이라는 것이고 또한 이러한 언약이 변하지 않겠다는 것이에요. 그런 것은 맹세할 수 가 있나요?" 왕자안은 미소하며 대답했다. 황가는 부드러운 시선으로 말했다. "그럼 나는 그것을 믿고 가도록 하겠어요." "그런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오." 왕자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좋소. 그럼 나중에 다시 만나도록 합시다." ... ... 황가는 일순 그의 얼굴을 잠시 바라보다가 이윽고 신형을 날려 서 훌쩍 어둠속으로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왕자안은 그것을 보면서 천천히 걸음을 다시 옮기기 시작했다. 헌데 그 순간에 그의 뒷편에서 느닷없이 한줄기의 백색의 그림자 가 환상처럼 빠르게 나타났다가 사라져 가는 것이었다. 그 섬세한 인영은 대체 누구일까? 왕자안은 그것을 알고 있는 것인가? 마치 그러한 것을 전혀 모르고 있기라도 하듯이 왕자안은 여전 히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 * * 왕자안은 상당히 밤이 이슥해져서애 비로소 자신의 객방으로 돌아왔다. 옆방의 상관엽이나 상관지 등은 아직 잠들지 않고 있 었는데 이윽고 왕자안이 잠자리에 들자 이내 그들도 잠자리에 드 는 모양이었다. 다음날 아침 일행은 다시 계속해서 마차를 타고 달려서 드디어 수일만에 낙양성의 밖에 도달하게 되었다. ----- 낙양 이 성시는 천하에서 너무나도 유명하여 과거의 황 실의 유적들이 많이 있기로 이름난 고도로서 또한 현재에도 제법 상가들이 번화한 거리를 이루고 있는 것이었다. 이 낙양의 북쪽 에는 하나의 유명한 산이 있으니 그것이 바로 망산이라고 하는 것이었다. 망산은 낙양의 북쪽에 있기 때문에 북망산이라고 하는 것인데 그것은 그곳에 무수한 무덤들이 있다는 것이다. 그곳에는 실로 온갖 신분의 무덤들이 있는 것이며 따라서 과거 의 화려한 부와 명성을 떨쳤던 사람들의 거대한 무덤들도 잇다는 것이다. 바로 그 북망산에 당금의 개방의 총타가 존재하고 잇는 것이니 그 위치는 비록 알려지지 않고 있었지만 과거의 화려했던 한 고 총의 내부에 위치하고 있다고 한다. 왕자안은 독고상 등과 함께 일단 낙양에 들어서서 일행에게 성내의 한 객점을 잡아 놓으라고 지시한 다음에 자신은 혼자서 북망산으로 향했다. * * * 개방의 총타는 실로 은밀하여 쉽게 찾을 수가 없었지만 그곳으 로 들어가는 출입구는 어느 하나의 허름해 보이는 토신묘에 있었 다. 그 토신묘는 북망산의 산기슭에 위치하고 있었다. 왕자안이 그 토신묘의 앞에 도착했을 때에는 오후 무렵이었고 그 토신묘의 앞 에서는 지금 서너명의 부대를 매달은 중년거지들이 둘러앉아서 이를 잡고 있는 중이었다. 물론 그 거지들의 주위에는 심한 악취 가 풍겨나오고 있었기 때문에 누구라도 그들의 곁으로 다가가려 는 사람들이 없었다. 왕자안이 그 앞에 천천히 다가가자 일순 그들은 다소 의아한 시선으로 그를 바라보면서 경계의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왕자안의 모습이 그저 산천경계를 유람하러 나온 서생 과 같았기 때문에 그들은 이내 경계심을 누그러뜨리고서 다시 이 를 잡기 시작했다. 그것을 보고 왕자안은 그들의 앞으로 가서 공손한 태도로 질문 했다. "실례지만 귀하들은 개방의 사람들입니까?" 거지들은 그의말을 듣고는 다소 뜻밖이라는 듯이 다시 둘러보 다가 그 가운데의 한 중년거지가 다소 퉁명스러운 음성으로 대꾸 했다. "보면 모르시오? 그러니 그대는 우리에게 적선할 의향이 있다 면 몇푼 던져주고 그렇지 않다면 물러가시오!" 이 거지들은 그저 보기에도 다른 거지들과는 비록 똑같이 천하 게 이를 잡고는 있었지만 허술한 가운데 왠지 위엄이 어려 있는 것 같고 또한 절실하게 적선을 구하는 태도가 보이지 않았다. 기 실 그들은 이 개방의 총타로 향하는 출입구를 지키고 있는 것이 었다. 왕자안은 그들의 허리춤에 매어진 작은 부대들의 숫자가 세 개 와 네개인 것으로 보아 그러한 사실을 확신할 수가 있었다. 이 개방의 삼대제자들과 사대제자들은 외지로 가면 능히 부분 타주나 분타주가 될 수가 있는 사람들인데 이곳 총타에서는 그저 문지기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것이었다. 기실 그러면서도 그들 은 그것을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그들의 태도에 서는 그러한 떳떳한 분위기와 함께 당당한 기세마저 엿보이고 있 었다. 확실히 천하를 떨쳐울리고 있는 당금의 개방에서 그들의 기세 는 가히 누구도 부러울 것이 없다고 해야할 것이다. 왕자안은 그 중년거지의 말을 듣고서 물러가거나 적선을 하지 도 않았다. 다만 그는 다시 이렇게 말했다. "나는 적선을 할 수도 있겠지만 그대들에게 한 가지 물어볼 것 이 있소." ... ...? 중년거지들은 이에 그의 얼굴을 일제히 주시하면서 그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아까의 그들의 눈빛에서는 그저 평범한 기운이 흐르고 있는 듯 했으나 지금 이순간의 그들의 눈에서는 일순 범상치 않은 기운이 흐르고 있었다. 하지만 그 중년거지들은 왕자안이 다시 입을 열 지 않고 있는 것을 보고는 잠시 더 바라보다가 이윽고 다시 그 가운데의 한 거지가 입을 열어 날카로운 어조로 물었다. "그대는 무엇을 물어보겠다는 것이오?" 왕자안은 말했다. "당신들은 혹시 이곳에서 한 사람을 기다리라는 지시를 받지 못했소?" ... ...? 거지들은 다시 의아해졌다. 그 거지가 다시 물었다. "누구를 말이오?" 왕자안은 말했다. "이를테면 왕가성을 가지고 있는 한 젊은이를 말하는 것이오." 거지들은 그 말을 듣자 이내 뚜렷한 경계의 표정을 드러내면서 눈빛을 왕자안의 전신으로 모았다. 그 사대제자가 다시 물었다. "그것은 어째서요?" 왕자안은 대답했다. "그것은 이곳이 바로 개방의 총타로 통하는 입구이기 때문이 오." ... ...! 순간 그 서너명의 거지들이 일제히 신형을 일으켰고 신법을 발 휘하여 왕자안의 주위를 둘러싸는 한편으로 살벌한 분위기를 만 들었다. 하지만 예의 그 사대제자는 다시 긴장된 표정으로 물었다. "당신이 그 왕가성을 가지고 있는 젊은이라는 것이오?" 왕자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소." 이에 그 새대제자는 두눈에서 마치 불길과도 같은 안광을 발출 시켰다. 그는 마치 왕자안의 전신을 내부가지라도 들여다 보기라 도 하듯이 그와 같은 시선으로 주시하다가 이윽고 다시 물었다. "그것은 무엇으로 증명할 수가 있소?" 왕자안이 대답했다. "이 개방의 총타는 일반에 알려지지 않은 것인데 내가 이렇게 쉽게 찾아왔으니 그것이 증거가 되지 않겠소?" 기실 왕자안은 어려서부터 이곳과 인연이 깊었었기 대문에 즉 시 이곳으管 찾아올 수가 있었던 것이었다. 그러나 그 중년거지는 기이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이곳의 위치가 비록 일반인들에게는 비밀로 되어 있다고는 하 지만 그러나 강호상에서 몸을 담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어느 정도 는 알고 있기 마련이오. 그러므로 우리가 단지 그 이유만으로 당 신을 알아볼 수가 있겠소?" 왕자안은 거지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만 나를 알아볼 수가 있겠소?" 그 중년거지는 잠시 생각하는 듯하다가 이윽고 말했다. "당신이 만일 며칠전에 만났었던 사람이 누구라는 것을 말한다 면 나는 알 수가 있겠소." 그 중년거지의 말은 다소 이상했다. 표현력의 부족이었는지는 몰라도 그의 말대로 왕자안이 며칠전 에 만났었던 사람을 찾는다면 한두명이 아닐 것이었다. 그러나 왕자안은 이내 그가 말하는 의도를 알아차렸다. 아마도 일전에 만났었던 왕자형이 이미 이곳에 이르러서 자신이 온다는 것을 말했었다는 것을 알 수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왕자안은 담담하게 미소하며 말했다. "물론 나는 알고 있소. 그는 바로 철면개가 아니오?" ... ... 순간 그 중년거지를 비롯한 다른 거지들의 안색이 놀람과 함께 경악으로 굳어졌다. 그들은 기실 이곳에서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었지만 실로 그가 눈앞의 나약해 보이는 서생일 줄은 상상도 못하고 있 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다음 순간에 그들은 미처 입을 열지도 못했다. 느닷없 이 그들의 뒷쪽에서 한줄기의 다소 거칠은 듯한 음성이 들려와서 모두의 시선을 끌었기 때문이었다. "핫핫핫, 안동생! 이제야 왔군 그래." 중년의 거지들은 그 목소리를 듣자마자 이내 다소 안도하는 기 색이었고 왕자안은 그저 무심한 듯한 시선을 그쪽으로 보냈다. 지금 토신묘의 안쪽에는 한 사람이 천천히 걸어나오고 있었다. 다름이 아니라 그 사람은 바로 이전에 왕자안이 만났던 철면개 왕자형이었다. 그는 다소 반가운 듯한 표정으로 손을 흔들면서 다가오고 있었 는데 그것은 다소 뜻밖의 일이라고 할 수가 있었다. 일전에 그는 살벌한 태도를 보이면서 사라졌었는데 오늘은 왠 지 그처럼 반가운 기색을 보이더니 의외의 일이 아닐 수가 없었 다. "좌순찰께서 오셨군요!" 그 중년거지들의 인사를 받으면서 왕자형은 이어 왕자안을 바 라보며 웃었다. 지금 왕자형은 허리춤에 다섯개의 부대를 메달고 있었는데 그 것은 그가 다른 중년거지들보다 지위가 위에 있다는 것을 말해주 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 좌순찰이라고 하는 것은 바로 지금 왕자형의 직책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이 순찰이니 향주니 하는 직책들은 분타주 등의 직책과는 달리 특별하게 만들어져 있는 것들이다. 지금 총순찰의 직책에 있는 사람은 왕자형의 친형이자 그들의 맏이인 옥면개 왕자원이라는 사람으로 현재 무림삼룡의 하나로 꼽히고 있는 사람이었다. 어쨌든 개방에서 그와 같은 직책들을 도맡아서 왕가의 사람들이 차지하고 있으니 당금의 무림에서 왕 가의 위세를 능히 짐작할 수 있게 하는 것 같았다. 중년거지들은 일단 왕자형이 나타나자 자신들의 임무를 다해서 안도한 표정으 로 한쪽으로 물러났다. 왕자안은 자신의 앞으로 다가온 왕자형을 만나서 포권하며 말 했다. "우리는 이렇게 또 만나게 되었군요." 왕자형은 기이한 눈초리로 그를 의미있게 바라본 다음에 말했 다. "그렇군. 하지만 기왕에 만나게 되었으니 피할 필요는 없는 것 이 아니겠는가? 만일 자네가 전에 말했던 나의 말을 이해하고 있 다면 말이야." 그러니까 개방의 사건을 만들지 않는다면 얼마든지 왕자안을 대접해 줄 수가 있다는 뜻이었다. 왕자안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것은 염려하지 마시오." 왕자형은 잠시 더 왕자안의 차림새와 그의 신색을 살펴보더니 이윽고 몸을 돌려서 토신묘의 안으로 향하면서 말했다. "자! 그럼 나를 따라오게!" 아마도 지금 왕자형이 이렇게 때맞추어 왕자안의 앞에 나타날 수가 있었던 것은 미리부터 왕자안의 동태를 살피고 있었기 때문 에 가능한 일이었던 것 같았다. 기실 이 개방의 소식통은 정통하여 만일 어떤 사람에게 주의를 집중하게 되면 그는 결코 그들의 이목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는 말까지 있을 정도였다. ... ... 왕자안은 묵묵히 왕자형의 뒤를 따라갔다. 만일 조금전의 생각 과 같이 그러했다면 왕자형의 얘기에 의해서 지금 개방의 총타에 서는 왕자안을 맞이하기 위한 준비가 철저하게 되어 있을 것 같 았다. 하지만 왕자안은 그러한 것들을 전혀 의식하지 않은 사람 처럼 담담하기 짝이 없는 표정이었다. 토신묘의 안은 다른 보통의 토신묘들과 다를바가 없이 지저분 하고 또한 온갖 음식찌거기들로 더럽혀져 있었다. 그러나 일단 그 토지신상의 앞으로 가서 마치 사람의 혈도를 점혈하는 것처럼 순식간에 일정한 순서에 따라서 지풍을 날렸다. 그리고는 이어서 신상을 뒤로 가볍게 밀었는데 순간 그 신상이 뒤로 밀려나면서 거기에는 하나의 좁은 지하계단이 나타나는 것 이었다. 실로 그와 같은 기관장치는 다른 사람들이 흉내내기 어 려운 것이라고 할 수가 있었다. 그 지하계단은 일단은 아랫쪽으로 내려가다가 통로가 넓어졌으 며 이어서 다소 윗쪽으로 향하고 있었는데 아마도 그것은 총타가 산중턱에 위치하고 있기 대문인 것 같았다. 그르릉! 두 사람이 일단 안으로 들어가자 그 신상은 다시 원상태로 회 복되어 지하계단의 입구를 막았으며 흔적도 남기지 않게 되었다. 그 지하계단을 비롯한 통로의 내부에는 빛하나 들어오지 않아 서 매우 어두웠다. 그러나 두 사람은 아주 익숙한 사람처럼 다소 빠르게 걸어서 위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 ... 왕자형은 비교적 말수가 적은 사람인 것 같았다. 그는 아까 밖 에서 매우 반가운 표정으로 호들갑을 떨었으나 일단 어두운 통로 에 접어들게 되자 그저 묵묵히 앞으로 걸어가기만 했다. 이 통로는 생각보다도 매우 긴 편이었다. 그것은 앞으로 가면 서 무수한 갈랫길을 거치고 있었고 만일 그 가운데 길을 제대로 들어서지 못하면 그저 다른 북망산의 중턱으로 나가게 되어 있는 것이었다. 왕자안은 시력이 지극히 뛰어난 편이었으므로 이런 어 둠속에서도 왕자형의 뒤를 따르는 것은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었 다. 하지만 왕자형은 이윽고 자신이 지나치게 무거운 태도를 보였 다고 생각했는지 문득 걸음을 다소 늦추면서 입을 열어 말했다. "그대는 대체 무슨 일로 이곳에 찾아온 것이지?" 왕자안은 지금 이 어두운 지하통로의 곳곳에 개방의 사람들이 경계를 삼엄하게 서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지금 그는 왕자형과 함께 가고 있기 때문에 무사한 것이지 만 일 누군가가 무력으로 이곳을 지나려고 했다면 결코 쉽지 않게 되었을 것이다. 왕자안은 담담히 미소를 떠올리면서 대답했다. "나는 그저 이곳을 찾은 것이오." 왕자형은 눈살을 찌푸리며 고개를 돌려서 왕자안의 얼굴을 바 라본 다음에 다시 앞으로 걸으면서 질문했다. "그렇다면 그대가 이번에 이곳으로 오게 된 것은 어떤 특별한 목적이 있어서가 아니라는 말인가?" 왕자안은 웃으며 대답했다. "그렇다면 내가 반드시 어떤 목적으로 왔어야만 했다는 말인가 요?" 왕자형은 대꾸했다. "그거야 그대 자신이 잘 알고 있을 것이 아닌가?" 왕자안은 말했다. "당신은 내가 무슨 목적으로 이곳으로 찾아왔다고 생각하는 것 이오?" 왕자형은 냉랭하게 대꾸했다. "그것 역시 그대가 더욱 잘 알고 있을 것이 아닌가!" 왕자안은 되물었다. "그대는 혹시 내가 무슨 야망을 가지고 이곳에 왔다고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오?" --------------------------- 번 호: 79/90 등록자: 김창현(redhawk) 97/01/28 08:22 (401줄) 제 목: [백상] 개방백의 제자 28장 제 28 장 구륜총호법 왕자형은 다시 힐끗 고개를 돌려서 왕장안의 얼굴을 바라 보고는 차가운 음색으로 이렇게 대꾸했다. "당금에 이르러서 우리 개방은 천하를 주도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확실히 과거와는 다르다고 할 수가 있 지. 당금에 이르러서 우리 개방의 방도들의 숫자는 늘었으 며 누구도 우리 개방의 방도들을 업신여기지 못하고 있다. 그러한 상황에서 네가 우리 개방에 야망을 가지고 들어오려 고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할 수가 있지." 왕자안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세상의 일에는 예외라는 것이 있을 수가 있는 것 이오." 왕자형은 문득 가볍게 흠칫하여 신형을 멈추고서 고개를 돌렸다. "그럼 그대는 우리 개방의 사람이 되기 위해 나타난 것이 아니라는 말인가?" 왕자안은 되물었다. "나는 이미 개방 사람이 아니오?" 왕자형은 잠시 생각하다가 대답했다. "그대는 개방의 백의제자의 신분이다. 그것은 아직 정식 제자가 아닌 사람을 말하고 있는 것이므로 엄밀하게 말하자 면 그대는 개방의 사람이라고 할 수가 없을 것이다. 그것은 특별히 그렇게 할아버지께서 규정한 것이므로." 왕자안은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나는 왕가의 사람이니 이미 개방의 사람이라고 해도 무방한 것이오." 왕자형은 잠시 멍하니 그를 바라보면서 물었다. "그렇다면 그대는 본방의 직책을 구하기 위해 나타난 것 이 아니란 말인가?" 왕자안은 대답했다. "나는 지금 이미 하나의 문파를 관장하고 있소. 그런데 어째서 그런 욕심을 내겠소?" 왕자형은 의아해져서 물었다. "문파라구? 그건 무엇인가?" 왕자안은 대답했다. "무아문이라고 하오." "무아문?" 왕자형은 일순 고개를 가로저으며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 었다. 기실 당금의 강호상에는 무학의 융성기를 맞이하여 곳곳에서 무수한 문파들이 하룻밤 사이에도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는 바람에 개방의 사람들로서도 일일이 그 이름을 알 아내기가 어려웠다. 왕자형도 왕자안이 관장하고 있다는 문파가 아마도 겨우 그 정도일 것이라고 생각하고는 더이상 추궁하지는 않았다. 대신 그는 다시 물었다. "그렇다면 그대는 무엇 때문에 본방에 갑자기 나타난 것 인가?" 왕자안은 대답했다. "그것은 그저 나의 할아버지와 백부를 뵙기 위한 것이 오." (... ...?) 왕자형은 잠시 왕자안의 얼굴을 주시하다가 다시 말했다. "내가 그 말을 믿을 것 같은가?" 왕자안은 가볍게 웃으면서 말했다. "당신이 믿지 않는다고 해도 상관은 없소." "... ..." "만일 내가 정말로 개방의 직책을 탐내서 온 것이라면 당 신은 나를 두려워할 것이오?" 왕자형은 이에 싸늘하게 웃으면서 고개를 돌렸다. "흥! 본방은 원래부터 능력에 따라서 직책이 주어지게 되 어 있는 것이다. 네가 만일 능력이 있다면 얼마든지 나의 직책을 빼앗을 수가 있을 것이며 나는 조금도 아까와하지 않을 것이다." 말과 함께 왕자형은 다소 기분이 상했는지 묵묵히 다소 빠르게 안쪽으로 재차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하지만 문득 그는 한 가지의 할말을 하지 않았는지 이내 다시 말을 꺼냈다. "하지만 네가 나의 할아버지인 방주를 뵙기 위해 온 것이 라면 시기를 잘못 골랐다." 왕자안은 물었다. "그럼 그분께 무슨 일이라도 생긴 것이오?" 왕자형은 고개를 돌려서 왕자안의 얼굴을 돌아본 다음에 대답했다. "본방의 방주께서는 이미 입신의 놀라운 무공을 지니고 계시기 때문에 결코 누구에게 해를 입는 법이 없으시다." 왕자안은 다시 물었다. 그렇다면 어째서 내가 그분을 뵈올 수가 없다는 것이오?" 왕자형은 대답했다. "구분께서는 지금 출타중이시다. 따라서 너는 단지 우리 아버님만을 뵈올 수가 있을 것이다." (... ...) 왕자안은 이미 그의 백부인 왕자형의 부친에 대해서 알고 있었다. 그는 아주 특별하게도 젊은 나에게 구대장로의 직 위에 올라 있는 사람이다. 말하자면 열개의 부대를 매고 있는 방주의 다음으로서 차 기의 후계자가 되는 셈인데 그를 가리켜서 백결개라고 한 다. 그 백결개 왕룡생은 현재 구대총호법이라고 하는 직책에 있는 상태이며 거의 실질적인 방내의 일을 관장하고 있다고 한다. 구대장로는 원래 방주의 아래에 있는 가장 높은 직책으로 서 모두 다섯명이 있는 것을 생각하면 더군다나 왕룡생은 차기의 후계자가 되어 있는 상태이니 결코 그의 위치가 가 볍다고 말할 수가 없을 것이었다. 왕자형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다시 말했다. "하지만 네가 만일 이곳에서 머무르면서 잠시 기다리겠다 면 나중에 방주님을 뵈올 수가 있을 것이다." 듣자하니 왕자형의 말은 가식이 없어서 그의 말 그대로인 것 같았다. 왕자안은 비록 처음부터 방주를 만나고 싶었으 나 상황이 이러하므로 우선은 개방의 차기 후계자를 만나보 는 것도 좋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는 가운데 이윽고 두 사람은 통로의 끝부분에 이르렀다. 이 통로의 끝부분은 그 저 다른 점은 조금도 보이지 않고 막다른 곳처럼 보였는데 아마도 다른 사람들이 이곳에 이른다면 이 통로는 끝난 것 이라고 생각하고 발길을 돌리게 될 것이었다. 그러나 일단 왕자형이 막다른 통로의 앞으로 걸어가서 아 까와 비슷한 방법으로 지풍을 날리고 이어서 가볍게 장력으 로 미는 듯한 행동을 보이자 이내 그 막다른 통로가 열리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그그긍! 그 통로의 뒤에는 비교적 밝은 빛이 넘쳐흐르고 있었다. 막다른 통로가 뒤로 물러나면서 그 안에 있던 빛살들이 물 밀듯이 이쪽으로 들어오자 왕자안은 그곳이 하나의 커다란 광장이라는 것을 알 수가 있었다. 그 광장의 주위에는 은밀 하게 몸을 숨긴 경계자들이 많이 있었다. 아마도 다른 사람 들이 나타났다면 그들은 당연히 암호를 물어보고서 통과 시 켰을 것이었다. 그러나 상대는 그들도 잘 알고 있는 좌순찰이었기 때문에 그저 말없이 통과시켰을 것이었다. 그 넓은 광장의 안은 비교적 한적하고 조용했다. 이곳이 개방의 총타인데 그 많은 개방의 무리들은 다 어디로 갔는 지 알 수가 없을 정도였다. 사실 이곳은 과거의 부호의 거대한 분묘였다. 그것을 개 방에서 차지하여 약간 기관장치를 하고 보수해서 사용하고 있는 것인데 개방의 사람들은 지금 사람의 눈에는 보이지 않으나 각기 자신들의 위치에서 몸을 숨기고 있는 것이었 다. 왕자안은 거기에서 일사불란한 개방 방도들의 모습을 읽 을 수가 있었다. 왕자안이 왕자형을 따라서 통로를 벗어나 서 광장의 안으로 들어서자 뒤의 통로는 다시 미미한 소음 을 발하면서 다시 닫혔다. 왕자형은 이번에는 왕자안을 돌아보지 않고 계속해서 묵 묵히 광장의 안으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 ... 이 넓은 광장의 사방의 벽면에는 실로 수를 헤아리기 어 려울 만큼의 많은 석문들이 곳곳에 위치하고 있었다. 그것들은 크기나 모양이 서로 비슷비슷하여 실로 구분하 기 어려울 지경이었다. 하지만 왕자형은 그 가운데의 한 석문을 통해서 안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 석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자 두 사 람의 앞에는 하나의 긴 회랑이 나타났다. 그 복도의 사방에는 역시 석실들이 무수하게 늘어서 있었 는데 이윽고 그 복도를 이리저리 방향을 바꾸면서 나아가자 하나의 작은 석문에 이르렀다. 그 석문은 다른 석문들보다 는 오히려 약간 작은 감이 있었다. 그러나 기실 그 석문은 다른 어떤 것들보다 더욱 위엄을 느끼게 해주는 것 같았다. 왜냐하면 지금 그 석문의 주위에는 많은 야광주들로 장식 을 해서 휘황한 빛을 발산시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필시 이곳은 개방의 방주의 집무실 정도는 되는 모양이었 다. 왕자형은 그 석문의 앞에 이르자 문득 걸음을 멈추더니 공손한 태도를 하고서 안쪽을 향해 말했다. "좌순찰이옵니다." ... ... 잠시의 침묵이 흘러간 뒤에 이윽고 안쪽에서 한줄기의 음 성이 흘러 나왔다. "안으로 들도록 해라!" 왕자안은 왕자형의 뒤에 서서 묵묵히 그 소리를 듣고 있 었는데 문득 그 안쪽의 음성을 듣는 순간에 그의 눈빛이 다 소 변하는 듯했다. 아니나 다를까 이윽고 왕자형이 그 석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자 한 사람을 볼 수가 있었는데 그 사람은 일찍이 왕 자안에게 있어서 매우 낯익은 사람이었다. ... ... "어서 오너라!" 그 낯익은 얼굴이 말하고 있는 낯익은 음성은 매우 자애 롭게 들렸다. 지금 이 곳은 대청이라고 할 수가 있었다. 이 곳들의 집기들이나 탁자들은 다소 호화롭다는 생각을 일으 키게 만들었다. 하지만 지금 이 대청의 중앙에 혼자서 앉아 있는 한 사람 은 그다지 호화로운 느낌이 들지 않는 사람이었는데 단지 그는 전신에서 중후한 위엄을 풍겨내고 있는 중년인이었다. ----- 백결개 왕룡생 바로 왕자안의 백부이자 왕자형의 부친인 그 사람이었다. 그의 전신에 걸치고 있는 의복이 다소 깨끗하기는 하지만 온갖 누더기를 기운 것처럼 무수하게 꿰맨 구석이 있기 때 문에 그것을 더욱 쉽게 확인할 수가 있었다. 이 백부가 이 렇게 대청에서 혼자서 왕자안을 맞이할 줄은 뜻밖의 일이었 다. 왕자안은 잠시 대청의 안을 둘러보다가 이윽고 천천히 왕 룡생의 앞으로 다가갔다. 왕자형은 일단 자신의 임무를 완수했다고 생각했는지 뒤 로 물러나서 밖으로 사라져 버렸으며 이어 그 대청의 석문 이 도로 닫히고 나자 왕자안은 왕룡생을 향해 정중하게 포 권하며 말했다. "백부님! 오랫만에 뵙습니다." 왕룡생은 용모가 대체적으로 청수한 편이면서 전신에 싸 늘한 위엄이 넘치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지금 그의 시선은 상당히 부드러운 편이었다. "그렇구나. 너는 그동안 잘 지냈느냐?" 왕자안은 대답했다. "예." ... ... 잠시 두사람의 침묵의 시간이 흘러갔다. 왕룡생은 잠시 그렇게 태사의에 앉은 채로 왕자안을 바라보다가 이윽고 가 벼운 탄식을 흘리면서 다시 말했다. "내 이미 너의 아버지가 죽은 것을 전해듣고 있었다. 그 래, 너의 어미도 돌아가셨다고?" 왕자안은 고개를 숙이면서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왕룡생은 다시 탄식했다. "그렇다면 좀더 빨리 이곳을 찾아오지 왜 이제서야 나타 났느냐? 하기는 지금이라도 늦은 것은 아니지만... ..." 왕룡생은 다소 말끝을 흐리다가 다시 말했다. "자! 이렇게 오랜만에 만났으니 너의 생각을 묻고 싶구나. 그래, 네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냐? 가능하면 백부가 들어주 도록 하겠다." 왕자안은 고개를 저었다. "저는 부탁드리고 싶은 것이 없습니다." 왕룡생은 다소 의아해져서 물었다. "아니 그렇다면 너는 개방의 직책을 얻고 싶지 않다는 것 이냐?" 당금에 이르러서 개방의 직책에 올라 있는 사람은 강호상 에서 융숭한 대접을 받는 것이기에 그러한 의문은 오히려 당연한 것이라고 할 수가 있었다. 왕자안은 대답했다. "예, 그렇습니다." 왕룡생은 다소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건 어째서냐? 너는 개방의 사람이 되는 것이 싫다는 말이냐? 나는 네가 원한다면 나의 아들들과 똑같은 직책을 줄 수도 있다." 원래 이 개방에서는 사사로운 직책을 줄 수는 없는 것이 었다. 그런데도 왕룡생이 그와 같은 말을 하고 있는 것은 그가 지금 왕자안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즉 최소한 자신의 아들들과 비교하여 뒤떨어지지 않는다 고 생각한 것이었다. 헌데 왕자안은 여전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저는 아직 개방의 사람이 아니라는 말씁입니까?" 왕룡생은 그 말에 잠시 그를 바라보다가 말했다. "하기는 너는 원래는 개방의 사람이라고 할 수가 있지. 하지만 그 백의제자라고 하는 것은 아직 정식제자가 아닌 데다가 너는 특별히 방주께서 정하신 것이므로 정확히 말하 자면 개방의 사람이라고 할 수도 없고 또한 아니라고도 할 수가 없는 것이다." 왕자안은 대답했다. "하지만 저는 개방의 직책을 원하는 것은 아닙니다." 왕룡생은 잠시 왕자안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이윽고 고개 를 끄덕였다. "하기는... ... 너의 아비도 과거에 그처럼 개방에 머물기를 싫어했었지. 그의 총명함은 오히려 나를 훨씬 능가하는 것 이었는데 그만 그는 개방에 머물기를 원하지 않고 천하를 떠돌게 되었던 것이다. 네가 너의 아비의 그러한 성격을 닮 은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할 수가 있을 것이다." 왕룡생은 이어 눈빛을 빛내면서 왕자안에게 물었다. "음, 그렇다면 너는 무엇 때문에 이곳에 온 것이냐?" 기실 원래 백부와 조카가 이렇게 오랜만에 만나는 것이라 면 서로가 부둥켜 안고서 짧은 눈물이라도 흘렸어야 적당할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 왕룡생은 비록 겉으로는 부드러운 표정을 짓 고 있었으나 여전히 태사의에 앉은 채로 왕자안을 대하고 있었고 왕자안도 그를 그저 정중하게만 대하고 있었다. 이 정중하다는 것은 일반인으로서는 공손한 태도라고 할 수가 있었지만 그것은 백부와 조카로서의 예의에 걸맞는 것이 아 니다. 왕자안도 기실은 그를 멀리하고 있는 것이다. 실로 그와 같은 관계가 된 것은 과거에 왕자안의 선친인 왕운생이 개 방을 떠나면서 여러가지의 복잡하고도 좋지 않은 분란을 겪 었었기 때문이었는데, 그것 때문에 왕자안도 이제까지 개방 을 찾지 않았었던 것이었다. 당시 개방의 방주였던 현임방 주 천개 왕천기는 자신의 둘째아들이 그와 같은 행동을 하 는 것을 보고 크게 분개하여 그를 개방에서 축출함은 물론 이요, 그이 자식인 왕자안마저 그저 그를 백의제자로 정해 놓기만 했던 것이었다. 사실 그러한 이유들 때문에 왕운생은 요절하게 되었던 것 이었으며 따라서 왕자안의 돌아가신 어머니도 개방에 한이 많았었기 때문에 결코 어려운 상황속에서도 개방에 의지하 려고 하지 않았었다. 따라서 그러한 모든 상황들을 이미 파악하고 있는 왕룡생 은 자연 어색하게 조카를 대하고 있는 것이었다. 왕자안은 담담한 시선으로 왕룡생을 바라보다가 이옥고 대답했다. "제가 개방에 들른 것은 두 가지의 이유가 있어서 입니 다." 왕룡생은 그 말을 듣고는 잠시 생각하는 듯 하다가 이윽 고 웃으며 말했다. "첫째는 아마도 핏줄의 인연을 끊을 수가 없었기 때문일 것이겠지? 그렇다면 두번째의 이유는 무엇이냐?" 왕자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저의 첫번째의 목적은 백부님과 조부님을 뵈옵기 위한 것입니다. 그리고 두번째의 이유는... ... " 왕자안은 잠시 뜸을 들이다가 이윽고 다시 말했다. "한가지의 질문을 드리기 위해서입니다." 왕룡생은 다소 안색이 변해서 물었다. "그것은 방주에게 해당되는 것이냐?" 왕자안은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백부님게서도 해당되는 얘기가 될 것입니다." (... ...?) 왕룡생은 잠시 기이한 시선으로 왕자안을 주시하다가 다 시 말했다. "그것은 너의 과거에 대해서 묻고자 하는 것이냐?" 왕자안은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저는 앞으로의 일에 대해서 질문을 드리고자 하는 것입니다." 왕룡생은 이에 다소 의아한 표정으로 말했다. "앞으로의 일이라고? 그래, 대체 네가 묻고자 하는 것은 무엇이냐?" 왕자안은 말했다. "당금의 천하는 크게 어지러워져 있습니다. 헌데 개방에 서는 그것에 대한 대비책이 되어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 ...?) 왕룡생은 왕자안이 설마하니 그와 같은 질문을 할 줄을 몰랐었기 대문에 잠시 멍하니 그를 바라보기만 했다. 그러다가 이윽고 그는 웃으면서 말했다. "확실히 너는 너의 선친을 많이 닮았구나. 과거에 너의 선친은 그와 같이 지나칠 정도의 생각이 넓고도 깊었었지. 그는 당시에 너무나도 근원적인 문제에 파고들었기 때문에 실패하고 만 것이었지만... ... 그래, 너는 그 질문을 하기 위 해서 온 것이라는 말이냐?" 왕자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왕룡생은 잠시 믿을 수가 없다는 듯이 자신의 조카의 얼 굴을 바라보다가 말했다. "그 질문에 대해서 대답을 한다면 이렇다. 당금의 무림의 상황은 아주 좋지 않은 것이지만 기실은 전혀 대비책이 없 는 것이 아니다. 지금 방주께서는 삼성맹이 있는 곳으로 가 셔서 다른 사람들과 무림의 현실에 대해서 논의하고 있는 실정이니 머지 않아서 어떤 결정이 내려지게 될 것이다." 확실히 당금의 무림의 가장 커다란 세력은 삼성맹이라고 할 수가 있었다. 따라서 당금과 같은 거대한 혼란기에 개방의 방주가 삼섬 맹을 찾아가서 의논을 하고 있다는 것은 가장 당연한 일처 럼 여겨졌다. "... ..." 왕자안이 잠시 묵묵히 생각에 잠긴 듯 하지 이윽고 왕룡 생이 다시 물었다. "너는 나의 대답에 만족하느냐?" 왕자안은 대답했다. "예, 만족합니다." 왕룡생은 실로 그가 이처럼 간단한 용건을 가지고 왔었는 줄은 몰랐었기 때문에 잠시 어리둥절해 하다가 이윽고 다시 말했다. "그 외의 질문은 없느냐?" 왕자안은 고개를 저었다. "없습니다." (... ...?) 왕룡생은 잠시 생각하다가 다시 물었다. "너는 그럼 이만 돌아갈 생각이냐?" 왕자안은 고개를 저었다. "저는 며칠후에 낙양의 성내에서 머물면서 조부께서 돌아 오시면 한번 뵙고 싶습니다. 그리고 그 후에 떠나도록 하겠 습니다." 왕룡생은 조카의 얼굴을 주시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은 어려울 것이 없다. 내가 나중에 방주께서 돌아오 시면 너에게 사람을 보내서 알려주도록 하지." 이 개방의 사람들에게 지금 왕자안이 묵고 있는 객점의 이름을 말해 줄 필요는 없었다. 그들은 천하제일의 소식통이라고 할 수가 있으므로 설사 왕자안이 어디로 일부러 숨어버린다고 해도 이내 찾아낼 수 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왕자안은 이에 다시 정중하게 포권하며 말했다. "고맙습니다. 그럼 저는 이만 물러가도록 하겠습니다." 이어 왕자안이 신형을 돌려서 마악 두어 걸음을 나아갔을 때의 일이었다. 갑자기 그의 등뒤에서 한줄기의 기이한 느 낌이 섬칫하게 일어났다. ... ...! 다름이 아니라 마치 실과도 같이 가느다랗고 하얀 지력이 어느 순간부터 왕룡생의 손끝에서 일어나서 번개처럼 다가 와서 왕자안의 뒤통수를 노리고 있었던 것이었다. 실로 그 와 같은 일은 순간적으로 일어난 일이었으므로 설사 그것을 미리 눈치채고 있었다고 해도 도저히 피할 수가 없을 것 같 았다. 하지만 왕자안은 마치 그것을 전혀 모르고 있는 사람처럼 피하려는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그는 이 놀라운 위력을 지니고 있는 붕천일지가 이미 심 검의 경지에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왕자안이 그것을 피할 기미를 보이지 않자 그 지력은 이 내 그의 후두부를 꿰뚫어서 잔인하게 파괴시켜 버릴 듯했 다. 그러나 뜻밖에도 거의 왕자안의 머리에 닿으려는 순간에 그것은 갑자기 귀신처럼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그것은 이미 이 왕룡생의 무공이 초절정의 경지에 들어서 서 진기를 마음대로 움직일 수가 있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 는 것이었다. (... ...) 헌데 마악 그 붕천일지가 사라진 다음에 왕자안은 느닷없 이 신형을 멈추더니 고개를 돌려서 왕룡생을 바라보았다. 그의 시선이 닿자 왕룡생은 다소 어색한 표정으로 말했 다. "하하, 내가 잠시 시험한 것이니 언짢게 생각하지 말아라. 그래 너는 무공을 가지고 있느냐? 만이 그렇지 않다면 나에 게 부탁을 하도록 해라. 강호상에서는 항상 위험이 도사리 고 있는 것이므로 무공을 모른다면 온갖 사건에 휘말리기가 쉬운 것이다." 왕자안은 이에 가볍게 웃으면서 대꾸했다. "그런 걱정은 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저는 확실히 무공을 사용할 수가 있으니까요." 그 말은 왕룡생을 다소 놀라게 만든 것 같았다. 실로 조 금전의 그의 암습은 일반의 고수들로서는 거의 눈치채지 못 할 것일 뿐만 아니라 그와 같은 상황에서도 알면서도 피하 지 않았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왕룡생이 솔직히 이 허약해 보이는 조카에게 무슨 특별한 능력이 있다는 것이 믿기지가 않는 편이었다. 왕룡생은 잠시 고개를 들어서 바라보다가 이윽고 미소를 지으며 손을 저어서 말했다. "알겠다. 그렇다면 너는 이만 돌아가 보도록 해라. 나중에 다시 보도록 하지." 왕자안은 이에 묵묵히 다시 한번 포권하며 예를 표한 다 음에 이윽고 신형을 돌려서 밖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 ... --------------------------- 번 호: 80/90 등록자: 김창현(redhawk) 97/01/28 08:23 (439줄) 제 목: [백상] 개방백의 제자 29장 第 五 券 第 二十九 章 고대의 한 신녀의 유물. 이 개방의 총타라는 곳은 무수한 개방의 방도들의 중심점이나 마찬가지인 것인데도 기이하게도 왕자안은 밖으로 나오면서도 그들을 거의 만나볼 수가 없었다. 그가 정식으로 만나본 사람들은 그저 왕자형과 그밖에 입구에서 보았던 그 몇몇의 거지들 뿐인 것같았다. 그러나, 기실은 이 개방의 총타에 거지들이 그렇게 없을 이라 없었다. 틀림없이 각자의 임무에 따라서 배치되어 있는 것이며 엄격한 통제가 되어 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지금은 보이지 않는 것이 분명했다. 사실상 이 오래된 거대한 무덤의 내부는 실로 엄청나게 넓은 곳이어서 그 많은 개방의 사람들이 숨었다고 해도 머리카락 하나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왕자안은 이윽고 아까의 그 통로를 꺼꾸로 해서 밖으로 나왔으며 그가 지날때마다 통로의 문은 거의 자동적으로 열리고 있었다. 이윽고 왕자안이 개방의 총타로 들어가는 입구를 밧아니서 북망산을 내려왔을 때에는 거의 저녁의 해가 뉘엿뉘엿 넘엇가는 무렵이었다. 왕자안은 느릿느랏한 걸음걸이로 천천히 걸어서 자신의 일행들이 머물고 있는 미리 잡아둔 객점으로 향했다. 그 객점의 이름은 영화객점이라고 하는 곳이었다. 객점은 모두 이층으로 되어 있었는데 그 옆에는 하나의 반점도 겸하고 있어서 여려모로 편리한 점이 있는 곳이었다. 이것의 숙박료는 상당히 비싼 편이었지만 그러나 독고상은 왕자안의 위신을 세워주고 싶어서 일부로 이와 같은 호화로운 객점을 택했던 것이었다. 일행은 그렇지 않아도 이미 객점들을 모두 예약해 놓고 나서 반점에서 왕자안이 돌아오기를 눈이 빠져라 하고 기다리고 있다가 반갑게 그를 맞이했다. "사부님! 돌아오셨군요!" 가장 먼저 몸을 일으키며 소리쳐 반기는 사람은 상관엽이었다. 왕장안은 그들이 이미 잡아놓은 탁자쪽으로 걸어가면서 제자가 반갑게 절하는 것을 보고 가볍게 웃으며 고개를 끄뜩였다. "그래, 가신 일은 잘되었나요?" 상관엽이 묻자 왕자안은 미소하며 대답했다. "그럭저럭 된 셈이다." 탁자의 주위에 앉자 있던 독고상과 상관지는 이 순간에 이미 자리에서 일어나 있었고 독고상은 아주 공손하게 허리를 굽히고 있었다. 그러나 상관지는 웬지 어색한 듯한 표정을 하고서 고개를 한쪽으로 돌리고 있었다. 그녀는 원래 왕자안에게 깊은 사모의 정을 느끼고 있는 상태였다. 그런데, 며칠전부터 왕자안이 무림삼봉과 같은 천하절색들과 어울리는 것을 보고는 스스로 자격이 없다고 샹각하여 애써서 그의 눈길을 ㅣ피하는 것이었다. ........... 왕자안이 이윽고 자리에 가서 앉자 나머지 사람들도 모두가 다 그의 주위에 조용히 자리하고 앉잤다. 그러자 미리 주문을 해 놓은 듯 점원들이 온갖 종류의 음식들을 날라오기 시작했고 따라서 자연스럽게 식사가 시작되었다. 그런데 상관엽은 아직 궁금증을 참을 수가 없다는 듯이 식사를 하지 않고서 왕자안을 향해 이렇게 질문했다. "가셔서 개방의 반주님은 뵈었나요?" 개방의 방주는 왕자안의 조부이니 따라서 상관엽은 비록 개방의 방주 자체를 존경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 사람에 대해서 존칭을 쓰고 있는 것이었다. 왕자안은 마악 수저를 들어서 국물을 뜨다가 그 질문에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 뵙지 못했다." 상관엽은 이에 기회를 만났다는 듯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예? 그렇다면 그분은 어디로 가신 것입니까?" 왕자안은 빙그래 웃으면서 되물었다. "너는 어째서 반드시 글허게 생각하느냐?" 상관엽은 잠시 생각하다가 대답했다. "그거야..... 사부님께서 가셨는데도 뵈을 수가 없었다는 것은 아무래도 그분께서 거기에 계시지 않았었기 때문일 테니까요." 왕자안은 가볍게 웃으면서 대답했다. "너는 지금 아마도 나를 지나치게 대단한 존제로 생각하고 있는 모양이로구나" 상관엽은 그 말에 의아해하며 물었다. "그럼 아니시란 말씀입니까?" 왕자안은 고개를 저었다. "반드시 그런 말이 아니라. 이를테면 강호상에서 나에 대한 얘기가 퍼져있지 않기 때문에 누구나 네가 나를 대하듯이 그렇게 깍듯하게 대하지는 않는다는 말이다." 상관엽은 이제 다시 물었다. "그렇다면 조부님께서는 그곳에 계시면서도 사부님을 만나주지 않으셨단 말씀이시니까?" 왕자안이 이제 다시 고개를 저었다. "그런얘기가 아니라 내 말은 이를테면 그렇다는 말이다.오늘 개방의 방주께서는 너의 말대로 거기에 계시지 않았었다." 상관엽은 잠시 고개를 끄뜩이며 생각하는 듯 하다가 이어 말했다. "그럼 그 분은 지금 어디에 계신 것입니까?" 왕자안은 대답했다. "삼성맹으로 가신 모양이다." 상관엽은 일시 눈을 휘둥그래 떳다. "삼성맹으로요? 그, 그렇다면..... 당금의 무림의 일을 논의하시기 위해 가신 것입니까?" 왕자안은 손을 들어서 그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으며 미소지으며 고개를 끄뜩였다. "그렇다. 따라서 머지 않아서 강호상에는 커다란 격전이 벌어질 것이니 너는 거기에 대비해서 항상 무공연마를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할것이다." 상관엽은 이에 즉시 공손하게 고개를 조아렸다. "예. 알겠습니다. 사부님!" 이때, 독고상이 문득 고개를 들더니 왕자안을 향해 말했다. "그럼 소주인님께서는 그분을 만나기 전까지는 게속해서 이곳에 머무르실 생각이십니까?" 왕자은 그를 향해 고개를 돌리면서 고개를 끄뜩였다. "그렇소. 내가 보기에는 아마도 며칠이면 나의 조부께서는 돌아오실 것이라고 생각하오." 독고상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소인이 생각하는 것은 이곳에 오래 머무는 것이 나쁘다는 아니라 이런 곳에서 소주인님께서 공연히 시간을 낭비하시게 되시는 것이 안니가 하고 우려하고 있는 것입니다." 왕자안은 고개를 끄뜩이며 말했다. "네 이미 말했듯이 가히 우려하지 않아도 될 것이오." 이에 상관엽은 다시 물었다. "만일 며칠 후에 조부님을 뵈옵게 되면 그 다음에는 어떻게 하실 것입니까?" 왕자안은 그를 돌아보면서 잠시 생각하는 듯 하다가 이윽고 대답했다. "아마도 그때는 천하를 위해 큰 일을 하게 될 것 같다. 따라서 내가 너에게 항상 게을리 하지 말고 ㅁ공연마를 하라고 하는 것이다." 상관엽은 그 말에 잠시 묵묵히 생각하는 듯 하다가 이윽고 문득 옆에서 묵묵히 식사만을 하고 있는 자신의 ㅜ이를 돌려보고는 다시 왕자안을 향해 물었다. "그렇다면 우리 누나도 그때까지 무공을 배워두어야 하는 것이 아닙니까?" 왕자안은 상관지의 얼굴을 돌아보면서 대답했다. "물론 상황이 더욱 어지럽게되면 무공을 알고 있는 것이 유리할 것이다." 상관엽은 이에 즉시 의자에서 일어나서 바닥에 몸을 업드리면서 왕자안을 향해 간절한 음성으로 말했다. "그렇다면 사부님께서는 부디 우리 누나에게도 높은 무공을 가르쳐 주십시요. 이것은 저의 소원입니다." ........... 상관엽이 느닷없이 반점의 바닥에 엎드려서 절을 하자 반점의 내부에 있던 많은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이쪽으로 집중되었다. 따라서 상관지의 얼글은 자신도 모르게 부꾸러움에 새빨개지고 말았다. 하지만, 왕자안은 잠시 조용한 시선으로 상관엽을 바라보다가 말했다. "좋다. 네가 소원이 그렇다면 어찌 너의 그러한 소원을 들어주지 않겠느냐? 그만 일어나도록 해라." 상관엽은 잠시 망설였으나 이내 바닥에서 일어나서 머리를 조아리며 기쁨에 겨워서 의자에 다시 않잤다. 기실. 조금전의 상관엽의 소원에는 Ч가지 툭이할만한 점이 있었다. 그것은 우선 그 동기에서 였다. 만일 상관지가 왕자안의 문하에 들게 된다면 설사 상관엽이 부탁을 하지 않더라도 무공을 가르쳐 주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므로 상관엽의 말을 그렇지 않은 경우를 말하고 있는 것이었다. 즉, 왕자안이 상관지를 문하에 받아들이지 않는 가운데 무공을 가르쳐 주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두번째는 그처럼 특별하게 소원을 운운하는 것은 상관엽이 자신이 깊이 믿고 있는 왕자안이 보다 특별한 능력을 발휘하여 하루빨리 상관지의 무공을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려 달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것이었다. 게다가 실은 가장 중요한 이유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상관지가 왕자안과 맺어지기를 ㅂ라고 있다는 점에 있었다. 일전에 상관엽은 상관지가 무공도 형평 없어서 도저히 무림삼봉과 겨룰 수가 없다는 것을 익히 실감하고 있었다. 따라서, 지금 그렇게 소원을 말한 것은 바로 그러한 면을 생각하고서 기어이 자신의 누나를 사부에게 시집 보내고 싶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었다. 비록 사부인 왕자안이 그러한 그의 뜻을 다 이해하고 있는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일단은 상관엽은 자신의 소원이 관철되게 되어서 기뻐하고 있는 것이었다. ㄱ리고 물론 이 순간에 상관지 역시 그러한 의미를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더욱 안색을 붉히고 있는 것이었다. 상관엽이 다시 한번 사부를 향해 깊숙히 머리를 조아리자 왕자안은 이번에는 다시 상관지를 돌아보면서 물었다. "낭자는 정말로 나에게서 무공을 배우고 싶은 마음이 있는 것이오?" (.............!) 상관지는 잠시 망설이다가 대답했다. "저, 저는 그러고 싶은 마음이 없어요." 상관엽은 옆에서 듣고 있다가 그와 같은 누나의 말을 듣고는 놀랐다. 하지만 웬지 이때의 상관지의 안색은 더욱 붉어져 있었다. "누, 누나........" 상관엽이 놀라서 소리치자 상관지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너의 생각은 고맙지만 나는 아직 무공을 조금도 배우지 못한 사람이기 때문에 아무리 잘배운다고 해도 결국 소용이 없을거야. 그러니 차라리 배우지 않겠어." 이에, 상관엽은 다시 흥분해서 소리쳤다. "아냐 누나, 우리 사부님은 아주 특별한 분이시기 때문에 틀림없이 누나를 빠른 시간내에 높은 무공을 터득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실거야." 이어, 상관엽은 다시 왕자안을 향해 동의조를 구하듯 물었다. "그렇지 않습니까? 사부님!" 왕자안은 가볍게 미소하며 대답했다. "반드시 그런 것만은 아니다. 예를 들어서 무공이라고 하는 것은 무리하게 속성으로 터득하려고 한다면 나중에는 주화입마의 화를 당하게 되는 경우도 있지. 하지만 너의 누나의 경우는 우성 신체골격이 우수하고 총명하며 자질이 뛰어나서 내 생각대로라면 빠른 시간내에 좋은 성과를 올릴 수가 있을 것이다." 상관지는 이때 옆에서 고개를 숙이고 듣고 있었는데 문득 왕자안이 자신을 가리켜서 총명하고 자질이 우수하다고 말하는 것을 듣고는 다시 목돌미까지 안색이 붉어졌다. 상관엽은 처음에는 다소 실망한 표정이다가 나중에 가능성이 잇다는 사부의 말을 듣고는 기뻐서 누나를 향해 말했다. "그것봐! 사부님께서도 짧은 시간내에 좋은 성과를 올릴 수가 있을 것이라고 말씀하시잖아!" 상관지는 심하게 가슴이 뛰고 있었기 때문에 미처 고개를 들고 대꾸하지 못했다. 상관엽은 이에 다시 누나를 향해 재촉했다. "그러니 어서 우리 사부님께 무공을 가르쳐 달라고 해!" 상관지는 여전히 고개를 숙인 채 가만히 앉자 있었다. 그것을 보고 왕자안이 가볍게 미소하하며 말했다. "그렇게 급할 것은 없지 않느냐?" 이어, 왕자안은 이내 자리에서 일어나서 객방이 있는 쪽으로 향했다. ............ 상관엽등은 순간 왕자안이 식사를 하다가 말고 객방으로 걸어가는 것을 보고는 다소 어리둥절한 표정이 되었다. 상관엽은 혹시 자신이 그와 같은 말들을 해서 사부님의 심기를 어지럽혀 드린 것이 아닌가 하고 걱정스러웠다. 그러나, 다음 순간에 느닷없이 그의 귓가에 이와 같은 전음소리가 들려오는 것이 아닌가? (따라올것은 없다. 내 먼저 안으로 들어갈 테니 만일 네 누이가 무공을 배우기를 희망 한다면 나중에 나의 방으로 데려오도록 해라.) 그것은 말할 것도 없는 사부 왕자안의 음성이었다. 상관엽은 이에 그만 크게 감격하며 목이 메어오는 것을 느꼈다. 그는 이미 자신의 사부가 자신의 소원을 들어줄 것을 결심하고서 모종의 일을 시작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 × × × × × × × × × × × × × × 상관지의 방은 따로 구해 놓았고 상관엽은 독고상과 한 방을 쓰고 있었다. 그러나 식사가 끝나고 나서 일행이 객방으로 향했을 때 상관엽은 독고상의 뒤를 따라가지 않고 누나의 방으로 따라가서 그녀를 데리고 나왔다. 물론 그는 누나를 데리고 왕자안의 객방으로 향하는 것이었다. 상관지는 동생의 간단한 설명을 듣고서 다소 어리둥절해 하는 기색이었으나 기실은 그다지 싫지 않은 표정이었다. 그 두사람이 객방의 문을 두드리고 안으로 들어섰을때에는 왕자안은 마침 넓고 평평한 침상위에서 단정히 앉자 있는 상태였다. "어서 오너라!" 왕자안은 미소하며 두 사람을 맞이했다. 자연히 그의 시선이 상관지를 향해 가게 되었는데 그것을 의식하고 상관지는 다소 고개를 숙인 상태에서 인사말을 했다. "저........ 저의 동생이 자꾸만 오자고 해서." 왕자안은 미소하며 말을 받았다. "사실은 내가 모셔오라고 했던 것이오." 상관지는 이에 고개를 들면서 물었다. "예? 그럼 무슨 일로 저를 부른 것인가요?" 왕자안은 담담히 대답했다. "별다른 일이 아니라 이미 말한 바와 같은 것이오?" 상관지는 다시 물었다. "그렇다면 저에게 무공을 가르쳐 주시려는 것인가요?" 왕자안은 고개를 저었다. "그런 것은 아니오." 이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고 있는 상관엽을 돌아본 뒤에 왕자안은 문득 품속에서 금방 만들어 놓은듯한 한권의 얇은 책자를 꺼내면서 말을 이었다. "사실은 내가 우연히 알고 있는 무공 하나가 낭자와 인연이 있는 것 같아서 전해주려고 낭자를 부른 것이오." ...... 상관지는 원래부터 왕자안을 은근히 사모하고 있었다. 게다가 자신의 희망이라고까지 생각되는 동생의 사부가 되어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만일 왕자안이 어떤 부탁을 하면 도저히 거절할 수가 없는 입장이었다. 즉, 왕자안이 완력으로 그녀에게 배유라고 종용해도 그녀는 어쩔 수가 없이 따라야 하는 것이었다. 아니, 어쩌면 그녀는 내슴으로는 그러한 결과를 바라고 있는 것인지도 알 수가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지금 알고보니 왕자안은 그녀에게 직접 무공을 가르쳐 주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한권의 비급을 전해주려는 것임을 알고는 내심으로는 안도와 한숨이 교차되는 것 같았다. 기실, 이 무공비급을 받는다는 것만으로는 무슨 사제간의 인연을 논할 필요가 없는 것이기 때문에 그녀에게는 부담이 전혀 있을 수가 없었다. 그녀는 내심으로 은근히 왕자안이 강압적으로 자신에게 지도를 해주기를 바라고 있기는 하지만 기왕에 이렇게 되어 가고 있는 것은 안심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천하에서스승의 도움이 없이 그저 무공비급만 보고서 대성한 사람이 거의 없는 것을 감안 한다면 대체 그녀가 그 비급을 보고서 언제 그것을 배우게 될지 알 수가 없는 일이었다. 상관엽은 옆에서 듣고 있다가 그와 같은 사실을 생각하고는 내심으로 크게 놀랐다. 혹시 사부가 아까의 도와주려는 마음이 약간 변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었다. 그런데 막상 상관지가 무심코 그 책자를 받아들고 보자 왕자안은 다시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그 책자는 옥녀심경이라고 하는 것인데, 과거에 내가 우연히 입수해서 보고 기억하고 있었던 것으로서 고대의 한 신녀의 유물인 것이오. 전해지는 바에 의하면 화산파에서 흘러나온 것이라고 하지만 기실은 그 무학의 깊이는 훨씬 심오한 것이어서 만일 그것을 대성한다면 능히 천하에 두려울 것이 없게 될 것이오." 상관엽은 그 말을 듣고는 다소 기쁨이 생겨서 사부에게 물었다. "아! 그렇다면 이 옥녀심경의 무공도 제가 지금 배우고 있는 것처럼 대단한 것인가요?" 왕자안은 미소하며 대답했다. "물론 이 자체는 우리 무아문의 무공심결보다 다소 못한 것이다. 그러나 이 역시 초절종의 무학으로서 거의 흠을 찾을 수가 없는 것이고 가히 여인들의 무학의 극치라고 할수가 있는 것이다.실제로 이것을 연성하게 되면 무아심결을 배운 것과 거의 차이를 느끼지 못하게 되는 것이며, 또한 나중에 그 단점을 보완할 수도 있게 되는 것이다." 상관지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가 그 말에 고개를 들어서 왕자안을 바라보며 말했다. "하지만 제가 그것을 배울 자격이 있을까요?" 왕자안은 웃으며 대답했다. "물론이오. 하지만 낭자는 아직 내공의 기초가 되어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벌모세수가 되어 잇지 않은 상태이니 우선은 그런 과정을 거쳐야 할 것이오." 옆에서 상관엽이 다시 약간 흥분해서 말했다. "그런 사부님께서 지금 그와 같은 일을 해주시겠다는 말씀이십니까?" 왕자안은 가볍게 파안대소했다. "핫핫! 네녀석의 투정이 실로 심하구나. 그렇다. 만일 내가 지금 그렇게 해주지 않는다면 아마도 네녀석의 투정을 감당해내기 어려울 것 같으니 어쩔 수가 없지 않느냐?" 상관엽은 이에 다시 방바닥에 넙죽하게 엎드려 감사의 인사를 했다. "감사합니다. 사부님 이 은혜는 아무리 해도 갚을 수가 없을 것입니다." 왕자안은 담담하게 웃으며 그 절을 받았다. "하지만 네가 앞으로 열심히만 하면 그 은혜는 이미 갚은 것이나 다름이 없게 된다." 상관엽은 공손하게 머리를 조아리며 몸을 일으켰다. "예. 사부님......." 그것을 보고 왕자안은 이어 상관지를 奎해 고개를 돌리면서 말했다. "낭자, 그럼 우선 침상위에 올라와서 반듯하게 누워 보시겠소?" 지금 왕자안은 침상위에 단좌하고 있는 중이었다. 비록 그 침상이 상당히 넓어서 어른 서너명이 충분하게 누울 수가 있다고는 하나 웬지 상관지는 안색이 붉어지고 주저하게 되었다. "저, 저는......." 그것을 보고 상관엽이 자신의 누나가 다시 거부하려고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는 급히 소리치며 말했다. "누나! 뭘 망서이는 거야? 사부님께서는 누나를 벌모세수 시켜 주시겠다고 하시잖아?" 이 벌모세수라고 하는 것은 무공을 연성하는 사람에게 있어서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라고 할 수가 있었다. 왜냐하면 타의에 의 정화한 육신은 다시 더러워지게 되는 것이며 또한 나중에 무공이 증강함에 따라서 전신의 경락은 자연히 깨끗하게 정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소한 이 벌모세수가 무공을 증강시키는데 있어서 상당한 도움을 준다는 사실에는 이의를 제기할 수가 없었다. 실레로 과거 무학이 융성하지 않았던 시기에는 한 문파의 제자들은 일단 무공을 배우기에 앞서서는 반드시 그와 같은 벌모세수를 행해야만 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왜냐하면 이 벌모세수는 당시에 일어나기 쉬웠던 주화입마의 현상을 크게 방지하는 효곽 있었기 때문이었다. 상관지도 비록 무공을 연성하지는 않앗으나 이미 무학지식이 상당하여 그러한 사실을 모르고 있을리가 없었다. 다만 그녀가 숫처녀의 몸으로서 다른 남자의 앞에서 침상위에 눕는다는 것과 또한 누구의 도움을 받느다는 것이 부담으로 작용하여 주저하고 있는 것이었다. - 第 二十九章 終 - --------------------------- 번 호: 81/90 등록자: 김창현(redhawk) 97/01/28 08:24 (374줄) 제 목: [백상] 개방백의 제자 30장 第 五 券 第 三十 章 실(實)을 피하고 허(虛)를 쳐라. 왕자안이 그것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 "잠깐동안이면 끝날 ㄱ서이고, 그다지 대수로울 것이 없는 것이니 아무런 부담을 갖지 말고 어서 오르도록 하시오." 왕자안의 어조는 평온햇고 다른 사람들에게 안심하게 하는 힘이 깃들어 있는 것 같았다. 상관지는 비록 주저하는 마음이 일기는 햇으나 그의 그와 같은 말을 듣고는 더 이상 주저할수가 없었다. "그럼...... 부탁드리겠어요." 설사 왕자안이 다른 마음을 품고 무슨 일을 하더라도 어쩔 수가 없다는 듯한 심정으로 그녀는 침상위에 올라서 반듯하게 누웠다. 그곳은 바로 단좌한 왕자안의 앞쪽이엇으므로 상관지는 웬지 가슴이 심하게 뛰고 얼굴이 상기되어 눈을 감아버리고 말았다. 왕자은 그것을 보고 가벼운 미소를 얼굴에 떠올렸다. 순간, 그의 미소가 어려있는 입가에서 한줄기 서기어린 기운이 일어나서 주위를 맴도는 것 같기도 했다. 다음순간의 일이었다. "마음을 편안하게 하시오." 그와 같은 왕자안의 말과 함께 그의 양손이 문득 느릿하게 앞쪽으로 내밀어졌다. 그러자 기이하게도 소리없이 상관지의 신형이 그대로 조금씩 허공으로 떠올라서 나중에는 가운데에 정지하는 것이 아닌가? 그 높이는 대략 침상위에서부터 석자 정도였다. 지금 이 방안에는 굵은 촛불들이 타오르고 있는 중이었고 밖에는 이미 칠흑같은 어둠이 가득차 있는 상태였다. 비록 소리는 일지 않았지만 기운이 파도처럼 일어나는 듯이 방안의 촛불들은 계속해서 가볍게 흔들거렸다. 상관엽은 그와 같은 광경을 보고는 놀라서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사람의 몸을 허공에 들어올린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었지만 그 당사자가 전혀 모를 정도로 그 사람이 편안하게 된다는 것은 거의 들어보지도 못한 일이었다. 게다가 다음 순간에는 앞으로 내밀어진 왕자안의 손끝에서 역시 서기와도 같은 무형의 기운들이 갈래갈래 일어나서 상관지의 전신으로 파고들어가는 것이 아닌가? 그 기운들은 마치 일순간에 수백수천의 백사처럼 변해서는 그녀의 몸속으로 사라졌고 그와 동시에 그녀의 전신에서 역시 백색의 광채가 일어나기 시작하는 것 같았다. 아마도, 지금 그왕자안이 발출한 기운들은 그녀의 기경팔맬 등의 경락들을 관통시키고 있는 것이 틀림없어 보였다. 그러나, 그 순간에 그녀의 전신에서 점차로 백새의 기운이 일어나기 시작하고 있는 것은 실로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그런데 아마도 그 순간에 상관지는 뭔가 이상한 느낌을 받은 모양이었다. 아니 그녀는 갑자기 전신이 기이할 정도로 쾌적해지는 것을 느끼고는 자신도 모르게 눈을 떳는데 놀랍게도 이미 자신의 몸은 허공에 둥실 떠올라 있는 것이 아닌가! (앗.........!) 상관지는 그만 너무나도 놀랄 나머지 비명을 지를 뻔 했다. 대체 언제 자신의 몸이 허공에 떠올랐었는지도 알 수가 없었을 뿐만 아니라 이제 생각해 보니 그녀의 전신에는 무수한 기운들이 힘차게 움직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다음 순간에 그녀는 급히 터져 나오려던 비명소리를 삼켜야 했다. 어느새 그녀의 몸은 다시 원래대로 침상위에 얌전하게 눕혀져 있었던 것이었다. 그러한 움직임이 워낙에 빨랐고 또한 기척이 없었기 때문에 어찌보면 그녀는 원래부터 그렇게 침상위에서 조금도 움직이지 않은 것 처럼 같았다. 상관지는 지금의 이 사실을 더욱 믿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믿지 않을 수도 없었다. 엄연한 현실이었기 때문이었다. (...........!) 옆에서 바라보던 상관엽 역시 놀라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는 자신의 누이가 허공에 떠올라 있었는데 갑자기 다시 침상위에 내려져 잇는 것을 보고는 이게 ㅁ슨 환각일까 하고 생각했다. 사람의 육신이 한 공간에서 꺼지듯이 다른 공간으로 놓여진다고 하는 것은 거의 있을 수가 없는 일이라고 생각되었으며 하지만 조금 전의 일은 실로 그와 비슷했기 때문이었다. 만일 그가 왕자안의 능력을 그토록 신봉하지 않고 있었다면 어떤 의심스러운 느낌이 생겼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때, 왕자안이 불쑥 상관지를 향해 이렇게 말했다. "이제 그만 일어나도록 하시오." (.................?) 상관엽이 놀라서 물었다. "이제 다 된것입니까?" 왕자안은 고개를 끄뜩였다. "그렇다. 너는 미흡할 것이라고 생각되느냐?" 상관엽은 고개를 저었다. "아, 아니....... 그게 아니라 너무 빨리 끝난 것 같아서........" 왕자안은 웃으며 말했다. "이러한 방법은 그 효과가 중요한 것이지 무슨 시간이 주용한 것이 아니다. 너의 누이는 이제 보다 쉽게 무공을 터득할 수가 있게 될 것이다." 이때, 상관지는 몸을 일으키고서 침상아래에 내려다보고 있었다. 비록 시술은 끝났지만 아직 그녀의 전신에서는 예의 백색의 광채가 은은하게 감돌고 있는 것 같았다. 원래부터 아름다운 그녀의 얼굴은 그로 인해서 마치 옥으로 빚어놓은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지극히 요염했다. 게다가 상관지는 조금전에 자신이 마치 왕자안의 손길에 애무를 당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었기 때문에 안색이 다시 상기되어 있었다. "고, 고마워요. 저에게까지 이런 은혜를 베풀어 주셨으니.... 이 은혜는 어 ㉭게 갚아야 할지 모르겠어요." 상관지가 공손하게 예의를 표시하자 왕자안은 가볍게 손을 저으며 말했다. "너무 부담스럽게 생각하지 마시오. 내가 하고 싶어서 한 일이니 은혜 운운할 것도 없소. 그리고......" 왕자안은 상관지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말끝을 흐리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 "그 무공에 관한 얘기인데...... 우선은 무리하지 말고 그 운기법문에 따라서 운기행공을 하는 것이 좋소. 비록 전신의 경락들을 원활하게 소통시켜 놓기는 했지만 내가 대략 이갑자 정도의 내공을 주입시켜 놓았기 때문에 처음에는 다소 당황하는 일이 생길지도 모르는 일이오." 상관엽이 옆에서 듣고 있다가 놀라서 말했다. "아니, 이갑자라고요? 그런 저와 똑같아지는 것이 아닙니까?" 상관엽은 미로소 지금 누나의 전신에서 백색의 광채가 은은하게 감돌고 있는 것이 바로 그러한 기운에 의한 것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왕자안은 미소하며 대답했다. "물론 너의 누나가 그 옥녀심공에 의해서 얼마동안 내력을 흡수하게 되면 너와 똑같은 절정의 공력을 지닐 수가 있게 된다. 따라서 너는 네게 더욱 노력하라는 것이다." 상관엽은 너무나도 놀라서 공손히 대답했다. "에. 사부님......." 상관지는 자신이 아주 잠깐동안에 실로 그와 같은 막대한 변화를 겪었다는 것을 알고는 놀라서 왕자안에게 말했다. "아아 제가 그와 같은 복을 받을 수가 있을까요?" 왕자안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낭자가 그처럼 일신에 많은 공력을 흡수하게 된 것은 역시 낭자의 자질이 평범하지 않기 때문인 것이오. 만일 낭자의 자질이 미흡했다면 나 역시 그렇게 해줄 수가 있었는지가 의문인 것이오. 그러므로 나에게 특별히 고마와 할 필요는 없소." 상관지는 잠시 왕자안의 얼굴을 바라보며 ㄵ을 잃은 듯 했다. 그녀는 일순간에 왕자안이 자신을 위해서 그토록 신경을 써주었다는 사실에 더할 수 없는 감격을 느낀 것이었다. (.............) 왕자안은 마치 그와 같은 그녀의 시선을 보지 못한 듯이 다시 이렇게 말했다. "낭자는 매우 총명한 사람이니 앞으로 그 비급상의 내용을 충분하게 이해한 다음에 운기행공에 들어가게 되면 별다른 실수는 하지 않게 될 것이오. 자! 나도 이제 쉬어야 하겠으니 너는 어서 누이를 모시고 나가거라." 앞의 말은 상관지를 향해 한 말이었고 뒤의 말은 상관엽을 돌아보며 한 말이었다. 상관엽은 이에 즉시 공손히 허리를 굽히고는 자신의 누나의 손을 잡아서 끌었다. "누나, 어서 이제 돌아가자!" 상관지는 잠시 멍하니 왕자안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이윽고 가볍게 고개를 숙여서 인사를 표한 다음에 상관엽의 뒤를 따라서 밖으로 나갔다. ............ 왕자안은 그와 같은 광경을 바라보다가 이윽고 그들이 사라지고 방문이 닫히자 이렇게 나직하게 중얼거렸다. "음, 이제 제법 준비가 거의 다 되어 가는 것 같구나." × × × × × × × × × × × × × × × 그로부터 며칠이 흘렀다. 왕자안은 거의 하루종일 자신의 객방 안에서 두문분출하며 나오지 않았고 그의 제자인 상관엽등도 그와 비슷했다. 도고상과 상관엽이 아침저녁으로 문안인사를 올리러 왔을 뿐이었으며 상관지의 모습은 더욱 볼 수가 없었다. 아마도 그녀는 지금 왕자안이 가르쳐 준 무학을 연마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일반적으로 하류의 무공은 초식의 위주로 배우게 되는 것이었지만 그것과는 달리 이 상승의 무공은 내공수련을 먼저 하게 되는 것이다. 일단 내공 수련이 장 닦여지게 되면 그만큼 무학의 진전이 빨라지게 되고 또한 그럼으로써 내공수련의 예기가 더욱 밝아지게 되는 것이었다. 왕자안은 요 며칠동안 방안에서 주로 명상에 잠기면서 개방의 사람들이 찾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그날은 아침식사를 끝내고 나서 잠시 박으로 나가서 산책이나 하려고 생각하고 있는데 문득 밖이 다소 소란스러운 느낌이 들었다. 왕자안이 이에 즉시 밖으로 나가보니 뜻박에도 기이한 일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 복면인들. 모두 다섯명의 검은 옷을 걸친 복면인들이 객점의 작은 정원에서 살벌한 병장기들을 휘두르며 서 있었는데 지금 그들이 포위하고 있는 사람들은 바로 다름아닌 상관엽과 상관지 남매였던 것이었다. 왕자안은 그러한 광경을 보자 이내 얼굴에 가벼운 미소를 떠올렸다. 지금 독고상은 아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고 있었다. 만일 독고상이 있었다면 이들 상관남매가 결코 누구에게도 핍박을 받지 않게 될 것이었다. 게다가 특이한 것은 어느새 며칠만에 보는 상관지의 두 눈에 은은한 밝은 기운이 어려있다는 사실이었다. 극서은 다름이 아니라 그녀의 무공이 이미 절정급에 도달할 수 있는 공력을 성취했다는 것이며 즉, 상관엽과 비슷한 수위에 이미 도달해 있다는 것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었다. 솔직히 이 상관지는 동생인 상관엽에게 비해서 다소 가냘픈 체구이기는 하지만 상당히 총명하고 또한 자질이 우수하여 동생보다 나은 편이었다. 그러나, 불과 며칠만에 그와 성취를 이룰 수가 있었다고 하는 것은 실로 보기드문 일이었기 때문에 이를 바라보는 왕자안으로서는 다소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물론 왕자안이 그녀의 몸을 벌모세수해 주고서 다시 공력을 주입시켜 주기는 했었지만 그러한 공력은 결코 타의에만 의존할 수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지금 상관엽과 상관지는 모두 빈손이었는데 상대하는 흑의 복면인들은 모두가 병장기를 들고 있었다. 상관지는 다소 차분한 신색이었고 동생인 상관엽은 다소 화가 나서 소리치고 있었다. "당신들은 어서 우리를 공격하려면 공격하고 말려면 마시오! 지금 우리를 놀리고 있는것이오?" 그러나, 상대편의 우람한 몸집을 지닌 복면인 하나가 괴이한 음색으로 소리쳤다. "흐흐흐. 어는 어째서 그렇게 생각하느냐?" 상관엽은 너무나도 화가 나서 참을수가 없는 듯이 시뻘개진 얼굴로 대꾸했다. "당신들은 아까부터 계속해서 우리의 뒤를 따라와서는 이렇게..... 이렇게 시비를 걸고 있는 것이 아니오?" 그 복면인은 거칠은 음색으로 다시 말했다. "흐흐흐! 하지만 이것은 우리의 방식이니 네가 이래라 저래라 하고 말할 권리가 없는 것이 아니냐?" 상관엽은 이에 다시 소리쳤다. "그렇다면 당신드른 계속해서 손을 쓰지 않고 이렇게 나올 것이오?" 그 복면인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다. 흐흐 우리는 반드시 너희들을 혼을 내주어야겠다!" 이어, 잠시 생각 하는 듯 다더니 자신의 동료들 가운데의 한 복면인을 향해 눈짓으로 지시를 하는 것이었다. 이에 그 흑의 복면인의 우수가 허공에 기이한 형상을 그리면서 비스듬히 상관엽의 정면으로 다가들었다. 미처 손바닥이 다가오기도 전에 강한 장력이 일어나는 것을 보니 이 흑의복면들은 보기보다는 대단한 무공들을 지니고 있는 사람들이 분명했다. 왕자안은 한쪽에서 그러한 광경을 바라보고 있다가 가볍게 웃으면서 내심으로 중얼 거렸다. (음, 연화장이로군.) 이때 상관남매는 서로 등을 지고 있는 형상이었기 때문에 상관지는 동생이 공격을 당하고 있는 것을 보면서도 몸을 돌려서 도와줄 수가 없는 형평이었다. 하지만, 의외로 그 공격을 받고 있는 상관엽은 아주 침착한 표정이었다. 조금전에는 아주 흥분한 기색이었으나 지금은 오히려 신색을 차갑게 가라앉히고 다가드는 흑의 복면인을 향해 우수를 마주 휘저었다. 원래, 흑의 복면인은 자신이 선공을 취하게 되면 상대는 일단 옆으로 신형을 피한 다음에 반격을 해올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때 그의 의표를 찌르는 일이 벌어졌다. 상관엽은 상대의 공격이 다가오고 있는 것을 보면서도 오히려 피할 생각은 없이 마주 우수를 내밀었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일반적인 무예의 이론에 의하면 상대의 실을 피하고 허를 쳐야 한다고 했으며 아와같이 적의 강한 부분을 나의 강한 힘으로 누르려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고 했다. 말하자면, 그렇게 되면 오로지 힘의 강약에 대한 승부가 날 뿐인 것이며 혹은 병장기가 길거나 팔이 긴 사람이 이기게 되기 때문이었다. 지금 상관엽은 자신의 공력에 자신감을 가지고 있는 것인가? 흑의 복면인은 그와 같은 무모한 반격을 보고는 일순 두 ㄴ누에서 훙측한 광망을 발산시키며 이를 악물고 공력을 배가 시켰다. 이와 같은 싸움에서 선수를 제압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다음 순간에 일어난 사태는 그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것이어었다. 흑의 복면인은 자신과 상관엽의 장력이 서로 마주친 순간에 틀림없이 격렬한 진동이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다음 순간에 상관엽의 장력이 다가오자 느닷없이 그의 장력은 흔적도 없이 소멸되면서 어느세 상관엽의 우수가 자신의 코앞에 이르러 있는 것이 아닌가? (............?) 그것은 한순간에 상관엽의 우수가 허공에서 증발하여 다시 상대의 코앞에 나타난 것과도 같은 기이한 광경이었다. 이에. 그 흑의 복면인은 엉거주춤하고 허공을 움켜잡는 형상이었고 상관엽은 어느 틈엔가 그의 앞으로 다가가서 그의 목숨을 노리고 있는 듯한 형상이었다. (미, 믿을 수가 없다!) 상대인 흑의 복면인의 두 눈은 불신과 경악으로 인해서 거의 앞으로 툭 불거져 나와 있는 것 같았다. 사실 놀란 것은 다른 흑의 복면인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심지어 그 수법을 전개한 상관엽도 일시 그 위력에 심하게 놀라서 어리둥절해 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단지, 이 순간에 놀라지 않은 사람은 하나 밖에 없었다. 그 사람은 바로 한쪽에서 조용히 구경을하고 있는 왕자안이었다. 그는 이미 그와 같은 결과를 예상하고 있었다. 왜냐하면, 조금전에 상관엽이 발출한 것은 바로 그가 가르쳐 주었던 무아장이라는 심오한 장법이었기 때문이었다. 비록 상관엽이 그 진정한 위력의 수십분의 일에도 미치지 못한 상태엿지만 그러나 그것만으로도 강호상의 유수한 무공들을 물리치기에는 족한 것이었다. 상관엽은 자신이 겨우 수박 겉 規기 식으로 배운 장력이 그와 같은 신묘한 위력을 가지고 있는 것을 보고는 자신도 놀란 것이었다. 상관엽은 잠시 놀란 마음을 진정시키고 기쁜 음색으로 소리쳐서 그 흑의 복면인에게 말했다. "당신은 이제 승복하시겠소? 감히 이와 같은 무공으로 우리에게 시비를 걸려고 했었다니 정말로 어이가 없는 일이로군." 그 흑의 복면인은 그렇지 않아도 가뜩이나 정신이 혼란스러운 판에 상관엽의 그와 같은 비아냥거리는 소리를 듣게 되자 그만 훙악한 눈빛이 되었다. "비. 빌어먹을 이건 사술이다!" 상가 엽은 일순 어이가 없었다. "사술이라고" 하지만, 무엇을 생각했는지 잠시 눈빛을 굴리다가 그 흑의 복면인에게 말했다. "당신이 만약 나에게 다시 한번 제압을 당하게 된다면 그때는 승복을 하겠소?" 이때, 상관지는 그것을 보고 있다가 소리쳐서 말했다. "엽아. 이들은 흉악한 사람들이므로 그와 같이 할 필요는 없어." 솔직히 그들 흑의 복면인들은 아까부터 흉악한 짓들을 했었기 때문에 상관엽이 우연히 나섰던 것이었는데 그로 ㅇ니해서 시비가 벌어지게 되었던 것이었다. 따라서, 그저 이들을 제압하면 되는 것이지 정식의 비무가 아니므로 무슨 승복하고 말고가 없는 일이었던 것이었다. 상관지는 동생에 비해서 싸움의 경험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생각이 주도면밀하여 혹시나 동생이 어떤 실수를 하게 되는 것이 아닌가 하고 우려하고 있었다. 하지만, 상관엽은 고개를 돌려서 누이를 바라보면서 이렇게 말했다. "괜찮아. 알고보니 이들은 그저 하류잡배에 불과한걸?" 상관엽은 자신의 무공이 상당히 높아졌기 때문인지 눈앞의 사람들의 무공이 하류의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는 일단 자신의 무공에 자신감이 생겼고 또한 상대방을 자극하기 위해서 그와 같은 말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상대방도 기실은 오랫동안 강호상에서 굴러먹은 늙은 생강과도 같은 인물들이었기 때문에 쉽사리 그와 같은 말에 격동되지 않았다. 오히려 상대방이 말을 취소할 것을 우려하여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네놈은 정말로 다시 한번 대결해 볼 의향이 있느냐?" 상관엽은 뻔한 그의 속셈을 금새 알아차렸지만 즉시 고개를 끄뜩였다. "물론이오. 하지만 만일 다시 한번 나에게 지게 되면 그때는 승복을 하고 물러나야 하는 것이오?" 흑의 복면인은 제대결을 할 수가 있는 기회가 생겨나자 물불을 가릴 겨룰이 없었다. 그는 음침하게 웃으며 대꾸했다. "물론이다. 사내의 일언은 중천금이다." 상관엽은 그가 그처럼 말해 오므로 즉시 뒤로 물러서면서 그를 풀어 주었다.헌데, 순간의 일이었다. "앗! 당신은 누구죠?" 흑의 복면인이 갑자기 상관엽의 뒤쪽을 향해 다소 놀란 음성으로 이렇게 말하는 것이 아닌가? 상관엽은 그것을 보자 문득 생각난 것이 있었다. 그는 혹시 자신의 사부인 왕자인이 나타난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되엇기 때문에 자연히 그쪽으로 시선을 돌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 순간에 상관엽은 뭔가 잘못되었다는 알수가 있었다. 그곳에는 왕자안의 모습은 보이지가 않았다. 게다가, "앗! 조심해!" 누이인 상관지의 놀란 음성과 함께 등뒤에서 흑의 복면인의 예의 ㅇㅇ후한 장력이 칼날처럼 짓쳐들고있는 것이 아닌가! .......... --------------------------- 번 호: 83/90 등록자: 김창현(redhawk) 97/01/29 10:04 (381줄) 제 목: [백상] 개방백의 제자 31장 第 五 券 第 三十一 章 팔황문의 절학들. 상관엽이 다급하게 그쪽으로 고개를 돌렸을 때에는 그 흑의복면인의 장력은 그의 지척으로 다가들고 있는 중이었다. 기실, 이들은 이미 일류고수의 경지를 초월하고 있는 절정급의 고수들이었기 때문에 아주 짧은 순간에도, 승패가 반전될 수 있는 것이었다. 이때는 상관엽도 내심으로 크게 노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는 크게 당황한 마음이 들었다. 설마하니 눈앞의 이 흑의복면인이 그와 간교한 술책을 쓸 줄은 미처 짐작도 못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 흑의복면인은 이미 한번 상관엽에게 그와 같은 수치스러운 일을 당했기 때문에 이번에는 거의 목숨을 걸고 다가들고 있는 것 같았다. 상관엽은 순간적으로 그것을 피할 생각은 했으나 달리 묘안이 떠오르지 않았다. 퍽! 흡사 가죽부대를 때리는 것과도 같은 둔중한 음향이 들려옴과 동시에 상관엽의 신형은 뒤를 향해 주르르 물러나갔고, 뒤를 이어서 여인의 교갈이 터져나왔다. "물러서라!" 그것은 다름아닌 상관지의 성난 교갈이었다. 그녀는 원래 상관엽을 걱정하고 있다가 아니나 다를까 그와 같은 변을 당하게 되자 자신도 모르게 처음으로 무공을 펼치게 되었다. 한순간에 그녀의 신형은 허공으로 훌훌 날아올라갔으며 흑의복면인의 뒤로 다가들어서 일장을 후려치고 있었다. 원래 그녀와 같이처음으로 무공을 익히게 되면 그것을 자유로이 시전한다는 것이 불가능한 것이었지만 그녀는 워낙에 총명하고 또한 무학에 대한 식견이 놀라운 것이엇기 때문에 금새 그것이 시전 가능했던 것이었다. 그 흑의복면인은 일순간에 자신의 등뒤를 상관지가 후려치는 것을 보고는 아득한 심정이 되었다. 그는 대체 임 ㅣ모의 소녀가 언제 자신의 등뒤로 날아왔는지조차 이해 할 수가 없었으므로 필시 놀라운 무공을 지니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되었다. 하지만, 이때 상관지에 의해 맞은 등뒤가 아무런 고통도 느껴지지 않고 있는 것이 아닌가. 흑의복면인은 그제서야 상관지가 미처 장력에 공력을 싣지 못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는 순간적으로 미처 그녀가 무공이 미숙해서 그와 같은 실수를 저질렀다는 것을 알아차리지는 못했지만 그러나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이미 오랫동안 강호상에서 굴러먹은 위인이었기 때문에 흑의복면인의 임기응변은 놀라운 것이라고 할 수가 있었다. 상관지가 그 등뒤를 후려치는 순간에 이미 그의 신형은 약간 주춤하다가 어느새 그녀르 奎해 돌아서 있었고 역시 우왁스러운 일장을 그녀를 향해 퍼붓고 있었다. 강호상의 승부는 갈림의 대계가 이와 같은 순간에 정해지게 되어 있는 것이었다. 상관지는 이내 자신의 장력의 운용이 미숙하여 실수를 법했다는 것을 알아차렸으며 두 눈에 다급한 표정잉 떠올랐다. 하지만, 이미 흑의복면인의 장력은 그녀의 앞가슴으로 덮쳐들고 있었기 때문에 그녀는 이내 심하게 당할 것 같았다. 흑의복면인의 두 눈에 회심의 득의감이 떠올랐다. 헌데 다음 순간의 일이었다. 상관지는 한 순간에 마치 놀라서 뒤로 신형을 휘청거리는 듯 했는데 기이하게도 그녀의 앞에 도달한 으왁스러운 장력이 그대로 그녀의 몸을 스치고 지나가 버리는 것이 아닌가? 그것은 실로 그녀의 몸이 텅비어 있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그것은 기실 그녀가 한순간에 흑의복면인의 장력을 기막히게 피해냈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었다. 흑의복면인도 이내 그것을 알 수가 있었지만 도대체 이해할 수가 없었다. 금방이라도 패할 듯 하던 그녀에게 실로 그처럼 신기한 절기가 있다는 사실이 도무지 믿기지 않는 것이었다.이때 상관엽은 아직도 흑의복면인에게서 당항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해서 멍한 표정으로 한쪽에서 서 있었다. 원래 아까 흑의복면인에게 당할 때에 그는 무의식적으로 무아심결상의 내공을 일으켰었기 때문에 내상을 입은 것은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손해를 본 것은 흑의복면인이었으며 그가 아직 의식하지 못하고 있어서 그렇지 기실은 그의 내력은 많이 손상되어 있는 상태였다. 무아심결의 내공은 일단 유사시에 상대의 공력을 분산시키고 흡수하며 반탄시키고 이어서 상대의 몸에 되돌려 줌으로서 진상을 가하게 되어 있는 지극히 세밀한 작용이 숨어잇는 것이었다. 하지만, 상관엽은 너무도 자만에 빠져 있다가 자신이 그처럼 당하게 되자 마음의 아픔이 커져잠시 그렇게 멍하니 서 있는 것이었다. 순간 그것을 보자 아까 처음으로 말을 꺼냈었던 그 우두머리인 듯한 우람한 체구의 흑의복면인이 가만히 서 있지 않았다. 그는 즉시 그 상관엽을향해 신형을 움직였으며 쌍장을 휘둘러서 흡사 용이 울부짖는 듯한 위력이 있는 장력을 상관엽을 향해 계아냈다.지금 상관엽은 아직도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상태였다. 상관지는 이때 겨우 흑의복면인의 공격을 피해낸 상태였는데 그와 같은 동생의 위기를 보게 되자 그만 더 이상 생각할 겨룸이 없었다. "앗. 조심해!" 빠르게 소리침과 동시에 그녀는 즉시 동생을 보호하기 위해 그쪽으로 신형을 날렸다. 한데 바로 다음의 순간의 일이었다. 당연히 상관엽을 향해 덮쳐갈 것으로 생각되엇던 예의 그 흑의복면인의 위맹한 장력이 느닷없이 상관엽의 앞에 으러러서 방향을 바꾸어서 상관지의 면전으로 덮쳐드는 것이 아닌가? (...........?) 상관지는 일순 그와 같은 광경을 보고는 어리둥절해 졌다. 그녀는 사실 무학에 대한 조예가 약간 있다고는 하지만 강호상의 경험은 거의 없어서 풋나기나 다름이 없는 상태였다. 그녀는 아까 단순하게 그 흑의복면인이 상관엽에게 공격해 들어간다고 생각했었으나 기실은 그것은 애초에 불과했고 실제로는 그 흑의복면인의 공격은 상관지를 향한 것이었다. 먼저 상관엽을 공격하는 척 해서 그녀의 이목을 우인한 후에 그녀를 공격하려는 것이었는데 실상, 그러한 작전은 아주 기발한 것이라고 할 수가 있었다. 상관지는 원래 아주 특이한 신법을 왕자안이 주었던 비급에서 배웠는데 지금은 워악에 느닷없이 당한 일이라서 도저히 그것을 사용할 수가 없었다. 이미 기산적으로는 늦어 있었다. 상관지는 이에 그만 나직하게 탄식하며 눈을 감았다. 상대의 위맹한 쌍장에 자신의 몸이 무력하게 무너질 것이 뻔했기 때문이었다. 바로 그 순간에 맞추어서 아까 그 흑의복면인도 빠르게 상관엽을 향해 덮쳐들고 있었다. 그들은 한순간에 마치 미리부터 약속이라도 한듯이 빠르게 두 사람을 제압하려고하고 있는 것이었다. 바로 그 순간에 느닷없이 한줄기 음성이 들려왔다. "부아. 이제 그만두어라!" 동시에, 장내에 느닷없이 변화가 일어났다. 어디선가 한줄기의 흐릿한 그림자가 나타나더니 순식간에 위기에 처한 상관지와 상관엽을 그해가지고 옆으로 물러나는 것이었다. 그 두명의 흑의복면인은 일순간 거의 상대를 제압하려고 했었는데 느닷없이 어떤 괴이한 힘이 느껴지게 되어서 주춤했으며, 뒤를 이어 그 두명의 표적이 빠르게 사라지게 되자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 그들은 실로 이와 같은 무공이 있다는 것을 얘기를 듣기는 했지만 실제로 보기는 처음이었기 때문이었다. "앗.........." 짧은 경악성과 함께 느닷없이 나타나서 상관남매를 구출한 사람은 바로 다름 아닌 독고상이었다. 그는 지금 상관남매를 풀어주면서 한쪽에 묵묵히 서 있었다. 하지만 예의 그 흑의복면인들의 시선이 향한 곳은 그 쪽이 아니라 다른 쪽이었다. 바로 조금전에 입을 열어서 제지했던 왕자아니 있는 곳이었다. 이 순간에 왕자은은 약간 긴장한 듯한 장내의 분위기를 의식하면서 천천히 사람들의 앞으로 걸어나오고 있는 중이었다. 이윽고 우람한 흑의복면인의 앞에 도달한 왕자안은 미소하며 물었다. "너희들은 이제 진면목을 드러내는 것이 어떠냐?" 이에. 그 우람한 흑의복면인이 알 수가 없다는 듯이 거칠고 괴이한 음성으로 입을 열어서 이렇게 대꾸했다. "아니 귀하의 그 말은 대체 무슨 말이오? 나를 당신이 알고 있다는 말이오?" 왕자안은 가볍게 웃으며 대꾸했다. "개방의 절기들인 연화장과 용음십이수, 그와 같은 절기를 바음대로 구사할 수 있는 이곳 낙양의 무뢰한들이 너희들 말고 어디에 또 있겠느냐?" 순간, 그 우람한 흑의복면인과 그 옆의 역시 우람한 흑의복면인의 입에서 느닷없이 깔깔거리는 간드러진 여인의 교소가 터져나오는 것이었다. "호호호! 오라버니, 대체 우리는 어떻게 알아차렸죠?" 상관엽과 상관지는 독고상의 부축을 받으면서 한쪽에 서 있었는데 실로 눈앞에 벌어지고 있는 광경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 흑의복면인들은 원래 몸집이 아주 우람하기 짝이 없었다. 그것은 전형적인 남자의 신체로서 전혀 여인의 느낌이 나지 않는 것이었다. 그런데 느닷없이 그 두사람이 복면을 멋고 또한흑의를 벗어버리자 거기에는 웬걸 아주 섬세하고 가녀린 두명의 소녀들이 나타나는 것이 아닌가? 그 소녀들은 아직 상관지와 상관엽이 보지 못했던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뒤이어 왕자안의 말을 듣고서 그녀들의 정체를 알아차릴 수가 있게 되었다. "이곳 낙양에서 이토록 대범할 수 있는 사람은 개방의 부명의 말괄량이들인 호접개 왕부와 호리게 왕용이외에 어디에 더 있겠느냐?" 왕자안의 말은 은근히 상관엽과 상관지에게 그녀들의 신분을 가르쳐 주는 의미가 있었다. 그렇다. 눈앞에 나타난 두 사람은 바로 왕자안의 두명의 사촌누이들이었고 또한 나머지 흑의복면인들은 차레대로 복면과 흑의를 벗었는데 다름이 아니라 개방의 거지들이었다. 알고보니 그들은 아예 처음부터 작정을 하고 이곳에 나타났었던 것이었다. 상관엽등은 전혀 눈치를 챌 수가 없었던 이 두명의 소녀들의 놀라운 변장술에 대해서 감탄을 금치 못했다. 하지만 왕용은 못내 믿을 수가 없다는 듯이 왕장느 향해 물었다. "우리의 변장술은 거의 실수가 없었어요. 비록 우리가 개방의 절기를 사용했다고는 하지만 어째서 우리라는 것을 알게 되었죠?" 왕자안은 웃으며 대답했다. "너희들은 비록 변장이 완벽했다고 말하지만 사실은 완벽이라고 하는 것은 쉽게 얻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자랑할만한 것도 아니다." 왕자안이 슬거머니 대답을 회피하는 것을 보고 왕용은 다시 물었다. "그렇다면 저희들이 처음부터 일부러 시비를 걸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나요?" 상관엽등은 아까 우연히 오랜만에 주루에 나갔었다가 그 행패를 부리는 흑의복면들을 만나서 시비가 붙었던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느닷없이 왕용의 말을 듣고는 다소 어리둥절해졌다. 왕자안은 웃으며 대답했다. "너희들은 지금 볼 일이 있어서 온 것이겠지. 그렇지 않느냐?" 왕용은 그가 계속해서 대답을 회피하는 것을 보고는 나직하게 코웃음을 치고는 고개를 끄뜩이며 말했다. "바로 그래요." 왕자안은 웃으며 다시 물었다. "방주께서 돌라오셨는냐?" 왕용은 아미를 상큼하게 찌푸리며 대답했다. "오라버니는 마치 귀신과 같군요. 어떻게 그렇게 모든 일을 훤하게 잘 알고 있는 것이죠? 저희들은 아예 여기에 올 필요가 없었던 것 같아요." .......... 상관남매는 그 얘기를 듣고나서 일순간 그동안의 모든 사정을 짐작할 수가 있었다. 이 두명의 장난꾸러기 자매들은 일단 왕자안을 데려오라는 지시를 받게 되자 문득 그들의 능력을 시험해 보기 위해서 그와 같은 수작을 꾸몄었던 것이었다. 하지만, 워낙에 독고상의 무공이 뛰어난 것이었기 때문에 그녀들의 수작은 수포로 돌아가게 되었고 게다가 왕자안이 미리부터 그러한 사실을 예측하고 있었을 줄이야 알았겠는가? 어쨌던 상관남매는 이제 개방의 방주가 돌아왔다는 얘기를 듣고는 웬지 가슴이 심하게 두근거리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왕자안은 며칠전부터 이 날이 도래하게 되면 그들에게 거칠은 상황이 도래하게 된다고 했었기 때문에 그들은 모두가 앞으로 어떻게 될지 가슴이 뛰는 것이었다. 사실, 그들은 이제까지 오늘을 생각하며 무공을 열심히 연마했었기 때문에 그러한 얘기를 듣자 다소 마음이 흥분되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이때 왕용은 다시 왕자안을 향해 물었다. "오라버니, 우리를 이렇게 밖에 새워두기만 하실 것인가요?" 왕자안은 가볍게 미소했다. "음! 그렇다면 우선은 함께 안으로 들어가도록 할까?" 그리하여, 사람들은 일제히 왕자안의 객방으로 옮겨가게 되었다. × × × × × × × × × × × × × × × 왕자안의 객방은 독고상이 특별히 신경을 써서 넓고 호화로운 곳으로 골라서 예약해 놓은 곳이었다.침상도 넓고 좋앗지만 그 옆에는 역시 널찍한 자리가 마련되어 있었다. 그 공간의 한쪽에는 자단목으로 만들어진 듯한 고급의 탁자들이 늘어서 있었는데 일행은 일단 그 탁자를 마주하고 앉게 되었다. 상관지가 나서서 모든 사람들의 자에 차를 따라서 놓아주고는 자리하자 나머지 사람들도 모두 자리했다. 왕용과 왕부는 연신 주위를 둘러보면서 사정을 파악하려고 하는 눈치였고 쉽사리 입을 열려고 하지 않았다. 그녀들과 함께 ㅇ ㅇ던 그 나머지 세사람의 거지들은 객방의 문박에서 서 있었으며 안으로 함께 들어오려고 하지 않았다. 아까 그 가운데 한 사람이 개방의 절기 가운데의 하나인 연화장을 아주 멋들어지게 펼쳤었기 때문에 그들이 실로 개방에서 낮은 신분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가 있었다. 잠시 침묵이 지나가자 이윽고 왕자안이 이소하며 왕부에게 물었다. "그래. 방주께서는 무슨 지시를 내리셨느냐?" 왕부는 이에 다소 오만한 표정으로 대꾸했다. "그야 물론 오라버니를 모셔오라고 지시를 니리셨죠. 하지만 그 시기는 말씀드릴수가 없어요." 왕자안은 의아한 표정이 되었다. "아니 어째서 말할 수가 없다는 것이지?" 왕부는 옆의 자신의 자매를 돌아보면서 대꾸했다. "그야 말할 것도 없이 세상에는 공짜라는 것은 없기 때문이죠?" 왕자안은 물었다. "그런 너희들은 달리 나에게 원하는 바라도 있다는 말이냐?" 왕용이 옆에서 말했다. "만일 오라버니께서 조금전에 저들이 펼쳤던 그 무공에 대해서 가르쳐 주시면 저희들도 그 얘기를 하도록 하겠어요." 원래, 그녀들은 반드시 왕자안에게 조부의 지시를 말하도록 되어 있는 상태였다. 그럼에도 불지금 그녀들이 그것을 빌미로 삼아서 다른 조건을 요구하는 것은 다소 지나친 감이 있었으나 꾀가 많은 그녀들이라서 어쩔 수가 없을 것 같았다. 기실, 그녀들은 아까 상관엽이 펼쳤던 무공이나 혹은 상관지가 펼쳤던 무공에 대해서 상당한 호기심을 느끼고 있었던 것이었다. 왕자안은 담담히 웃으며 말했다. "그것은 어려울 것이 없다. 저기에 잇는 엽아가 전개했던 무공은 바오 우리 무아문의 절기들인 무아장결이라는 것이고, 저기에 계신 상관낭자가 전개했던 무공은 바로 옥녀심경상의 무공들인 벡홍장과 능파미보라고 하는 것이다." 왕용은 이에 다시 물었다. "그렇다면 그 두가지의 무공도 오라버니께서 가르치신 것인가요?" 왕자안은 미소하며 말했다. "무아문의 무공이야 내가 가르친 것이지만 옥녀심경상의 무공은 여인에게 적합한 것이기 때문에 내가 가르친 것이라고는 볼 수가 없다." 와자안은 그녀들을 향해 바라보며 말을 이어 물었다. "너희들은 혹시 이 무공들을 배우고 싶은 것이 아니냐?" 왕용은 웃으며 대답했다. "글쎄요.... 며칠전에 저희들이 오라버니를 뵈엇을 때에 그와 같은 신기한 절기를 가르쳐 달라고 했던 적이 있었지요?" 왕자안은 고개를 끄뜩였다. "확실히 그랬었지." 왕용은 이에 말했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니 그런 것은 그저 우리들의 욕심인 것 같아요. 사실 우리들은 아버지께서 가르쳐 주시는 무공조차 미처 배울 틈이 없는 지경이거든요." 왕자안은 미소하며 고개를 끄뜩였다. "사실 그렇기도 하다. 지금 너희들이 배우고 있는 개방 최고의 절학들은 기실 천하에서 다시 찾기가 어려운 것이고 아주 뛰어난 절학들이다. 만일 그러한 절학들을 배울 수가 있다면 구태여 다른 절학들을 찾을 필요가 없을 것이다." 왕부가 활짝 웃으면서 말했다. "그래서 저희들은 그저 단지 오라버니께서 그 무공에 대해서만 가르쳐 주시기를 바랬던 것이 아니었나요?" 이때, 상관엽과 상관지는 그저 묵묵히 세 사람의 대화를 들을 뿐 거의 아무런 표정도 보이지 않았고, 또한 입을 열지도 않았다. 비단 조금전에 자신들이 그녀들에게 당했던 일을 제외하고서라도 원래부터 왕자안과 개방과의 사이에 아주 미묘한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저 묵묵히 사태가 돌아가는 것을 주시하고 있는 것이었다. 왕자안은 그러한 두 남매를 바라보면서 미소짓다가 다시 고개를 들어서 왕부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그래. 이제 너희들은 나의 설명에 만족했느냐?" 왕부가 고개를 끄뜩이며 말했다. "그래요. 오라버니께서도 저희들의 무공에 대해서 듣고 싶지 않나요?" 솔직히 그녀들은 자신들의 무공을 가려쳐줄 생각은 없었으나 일순간 우쭐한 기분에 젖어서 개방의 최고절학에 대해서 애기하고 싶어진 것이었다. 일반적으로, 일파의 절학이나 특히 비전으로 치고 있는 절학들은 엄격하게 관리되고 있었고 문파내의 사람들이라고 해도 전수해 주는 예는 극히 드물어서 다른 사람들에게 전수해 주는 일 따위는 도저히 있을 수가 없는 일로 되어 있었다. 왕부가 지금 얘기하고자 하는 것은 물론 비전의 내용이 아니라 그저 겉糾기 식의 내용을 말하고 있는 것이었다. 왕자안은 이에 고개르 저었다. "아니야. 그럴 필요는 없다." 왕부가 다소 놀라서 물었다. "아니 어째서요? 우리 개방의 무학이 그렇게 대수롭지 않게 보이나요?" 왕자안은 미소하며 고개를 저었다. "그렇지 않다. 내가 이미 말하지 않았느냐? 개방의 팔황문의 절학은 가히 천하를 오시할 정도인 것이다." 왕부와 왕용은 일순 왕자안이 팔황문까지 언급을 하자 놀라서 가볍게 안색이 변했다. 왕용이 놀라서 물었다. "아니, 오라버니는 어떻게 우리 개방에서도 극비인 팔황문에 대해서 그렇게 잘 알고 계시는 거죠?" 왕자안은 대답했다. "이상한 일이로구나. 너는 어째서 그렇게 민감한 반응을 보이느냐? 팔황문이라는 이름은 이미 세상에 널리 알려져 있는 것이 아니냐?" 왕용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하지만 기실 우리 개방의 최고절학들이 팔황문에서 유래하고 있다는 얘기는 아직 강호상에 알려져 있지 않은 우리 개방의 극비사항이에요. 그러한 사실을 알고 계시는 오라버니께서 이상하게 보이네뇨?" 왕자안은 이에 미소하며 대꾸했다. "하지만 나는 이미 어렸을 적에 개방에 몸을 담고 있었지 않느냐? 또한 나의 선친께서도 개방의 사람이었으니 내가 그러한 일들을 잘 알고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니겠느냐?" "...............?" 왕용과 왕부는 이에 다소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다가 이내 실없이 웃어버렸다. "아아, 바로 그랬었군요. 난, 또..... 하긴 오라버니와 같은 신분이라면 그러한 것을 모르는 것이 오히려 이상한 셈이지요." 왕자안은 미소하며 고개를 끄뜩였다. "알고 있다니 다행한 일이다." --------------------------- 번 호: 84/90 등록자: 김창현(redhawk) 97/01/29 10:06 (541줄) 제 목: [백상] 개방백의 제자 32장 第 五 券 第 三十二 章 과거에 알려지지 않은 비사. 왕용은 문득 다시 물었다. "하지만 오라버니께서는 그 팔황문의 절학들을 아마 다 알고 계시다는 말씀이신가요?" 왕자안은 미소하며 대답했다. "사실 개방을 떠나게 되면 팔황문의 절학들에 대해서는 절코 생각할 수가 없게 되어 있지. 따라서 비록 나의 선친께서도 그와 같은 절기들를 알고 계신다고 해도 나에게 가르쳐 줄 수가 없었던 것이므로 내가 알고 있을 리가 없는 것이지." 왕용은 다시 물었다. "그렇다면 대체 어찌된 일이죠?" 왕자안은 대답했다. "구거 ㉥은 근원을 찾아가 보면 알 수가 있는것이다. 너는 대체 이 팔황문의 시초가 어디에 있는지 아느냐?" 왕용은 그 말에 다소 안색이 변해서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저는 잘 모르겠는데요...... 혹시 오라버니께서는 잘 알고 계시나요?" 왕자안은 대답을 하지 않고 오히려 되물었다. "너희들에게는 혹시 그 근원을 캐는 것이 금기시되어 있는 것이 아니냐?" 왕용은 대답했다. 사실, 사실은 그래요. 대체 거기에는 무슨 이유가 있는 것이죠?" 왕용과 왕부의 안색을 갑자기 커다란 긴장감과 함께 약간의 두려움마저 깔리기 시작하는 것 같았다. 상관엽은 그러한 광경을 보고는 웬지 우스운 생각이 들었으나 자신도 호기심이 들어서 열심히 그들의 대화에 귀를 기울였다. 왕자안은 미소하며 대답했다. "거기에는 과거의 고통스러운 비화가 숨어 있기 때문이다." 왕부가 물었다. "대체 그 비화라는 것은 무엇이죠?" 왕자안은 대답했다. "당금의 세개의 실세 가운데 나머지 두개인 천룡무가와 성수곡 역시 거대한 뿌리를 가지고 있다. 비록 개방이 융성한 것이 그 역사가 비교적 짧다고는 하지만 역시 그 가운데는 어떤 뿌리가 없을 수가 없는 것이다." 왕자안은 눈앞에서 갑자기 모든 것을 잊어버린 듯이 반짝이고 두 눈만을 빚내고 있는 두명의 사촌누이들을 바라보면서 말을 이었다. "그처럼 이 팔황문의 뿌리는 분명히 존재하는 것이며 그것은 지금 세인들에게 거의 알려져 있지 않다." 왕용이 물었다. "대체 그 뿌리라는 것은 무엇이죠?" 그녀들은 순간 왕자안이 아주 궁금한 부분에 이러서야 말을 계속해서 빙빙 돌리는 것 같자 참을 수가 없어진 모양이었다. 그러나 왕자안은 미소하며 이렇게 말했다. "하지만 이것은 이미 약속이 틀리지 않느냐?" 왕부가 눈이 휘둥그래 떠졌다. "약속이라고요?" 도무지 무슨 말인지 알 수가 없다는 말이었다. 다만 왕용이 그래도 다소 총명하여 이내 왕자안의 말뜻을 이해해 내고는 한숨을 내쉬면서 이렇게 되물었다. "그럼 우리보고 먼저 조부님의 지시를 말하라는 것인가요?" 왕자안은 고개를 끄뜩였다. "그렇다. 만일 조부님께서 이미 즉시 오라는 지시를 내리셨었다면 우리는 지금 즉시 가면서 얘기를 나누어도 되지 않겠느냐?" 이에, 왕부 역시 금새 정신을 차리면서 안색을 붉혔다. 자신이 순간적으로 왕자안의 말에 미혹되어 정신이 없었던 것을 후회하고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왕용은 거의 흐트러짐이 없는 표정으로 이렇게 다시 되물었다. "하지만 오라버니께서는 어떻게 조부님께서 오라버니를 즉시 모셔오라고 하신 것을 알고 계시는 것이죠?" 왕자안은 이에 미미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그것은 간단한 일이다. 만일 누가 자신의 손자를 수십년 만에 보게 되었다면 반가운 마음에서 데려오라고 하지 않겠느냐?" 왕용은 어이가 없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저는 남들이 오라버니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있는 것을 결코 찬성 할 수가 없어요." 왕자안은 이에 웃으면서 물었다. "아니 그것은 어째서 그렇다는 것이냐?" 왕용은 대답했다. "실로 그와 같은 이치는 누구라도 생각 할 수가 있을 것 같지만 기실은 누구도 쉽게 생각할 수가 없는 것이죠. 저는 여기에서 오라버니의 능력이 탁월하다는 것을 확신할 수가 있을 것 같아요. 다만........" 왕용이 약간 한숨을 내쉬며 말끝을 흐리자 왕자안은 웃으며 물었다. "다만 무엇이냐?" 왕용은 대답했다. "ㄷ만 저는 오라버니와 사촌지간인 것이 한스러울 뿐이고 또한 주위의 분위기가 좋지 않은 것을 한탄할 뿐이에요." 왕자안은 이에 다소 어이가 없다는 듯이 빙그레 웃었다. 기실, 중원땅에는 더러 사촌간의 혼인이 성립되기도 한다. 하지만 그것은 특수한 경우에 해당되는 것이며 더욱이 왕자안과 왕씨가문의 사람들의 사이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는 이루어 질 수가 없는 일이라는 뜻이었다. 왕용은 그 말을 하고 나서 가볍게 한숨을 내쉬면서 살그머니 안색을 붉혔다. 기실, 이 왕자안은 원래 준수한 외모를 가지고 있는 데다가 그와 같은 여자의 방심을 흔들기에 족한 부드러운 마음을 가졌으니 어떤 여자인들 반하지 않겠는가? 왕자안은 실로 이 당돌하기 짝이 없는 사촌동생의 말에 어이가 없어 하다가 이윽고 화제를 돌려서 말했다. "자! 그런 쓸데없는 애기는 그만 두기로 하고 우리는 이만 출발하도록 하자. 너희들이 공연히 이런 저런 생각으로 시간을 지체했기 때문에 조부님께서는 지금쯤 초초하게 우리를 기다리고 계실 것이다." 이어, 왕자안은 이번에는 왕부에게 물었다. "너희들은 혹시 이번에 마차를 빌려오지 않았느냐?" 왕부가 이에 놀라서 되물었다. "아니. 오라버니는 그것을 어떻게 알고 있죠?" ............. × × × × × × × × × × × × × × × 비록 개방의 총타가 있는 북망산에서 낙양의 객점이 멀리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상당한 거리가 있는 셈이었고, 또한 이것저것의 모양을 내기 좋아하는 왕씨자매는 일부러 마차 한대를 빌려서 준비해두고 있는 상태였다. 왕자안이 몸을 일으키자 왕용와 왕부를 비롯한 상관지등은 빠르게 개방의 총탈 떠날 분비를 했다. 마차는 쌍두마차였고 잘 달리는 말로 이루어져 있었는데 이윽고 일행이마차의 안에 오르자 왕용등을 따라서 왔던 개방의 사람들이 천천히 마차를 몰기 시작했다. 겨우 이제까지 기다리고 있던 왕부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급히 왕자안을 향해 아까의 얘기를다시 물었다. "그럼 이제 그 얘기를 해봐요. 대체 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죠? 그리고 우리 팔황문의 근원은 어디에 있다는 것이죠?" 상관엽등은 왕부가 왕자안이 미처 자리도 잡기 전에 그와 같은 질문을 다시 하는 것을 보고 다소 못마땅한 기분이 되었다. 그러나, 왕자안은 그저 미소하며 대답해 주었다. "그것은 한명의 무명노승과 관계가 있는 것이다." 왕부를 비롯한 사람들은 금 ㄺ에 일시 눈을 둥그렇게 떴다. "무명노승이라고요?" 이른바, 강호상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는 무명씨나 무명노승 따위의 말은 가장 흔한 것으로써 당사자가 자신의 신분이나 이름을 감추고 싶을 때에 사용되는 것이다. 따라서, 누구라도 무명씨가 될 수 있는 것이므로 정말로 왕자안이 말한 무명노승이라는 말은 그야말로 듣지 않은 것이나 다름이 없는 것이다. 왕부는 이에 즉시 옆의 왕용에게 질문했다. "용아, 너는 그 이름을 들어봤니?" 왕용은 고개를 저었다. "아냐, 나도 들어보지 못했어. 헌데 그 무명노승이 대체 우리 팔황문과 무슨 관련이 있다는 것이죠?" 나중의 말은 물론 왕자안을 향해 한 말이었다. 왕자안은 대답했다. "그 무명노승이 바로 팔황문의 근원이라고 할 수가 있다." (..............?) 왕용등은 일시 크게 어리둥절한 표정이 되었다. "그릴리가....... 우리는 팔황문의 시조는 증조부님이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당금의 왕용의 증조부는 아직 살아있다. 그는 다름이 아니라 개방이 낳은 최대의 기재라고 친송이 자자하며 당금의 개방을 이렇게 거대하게 이끌어 올린 장본이기도 했다. 바로 당금의 환우삼성 가운데의 하나인 신주개성 왕검해인 것이었다. 그는 이미 오래전에 개방 방주의 직위를 자신의 자식인 천개 왕천기에게 물려주고서 자신은 태상방주가 되어 있다. 왕자안은 고개를 끄뜩였다. "물론이다. 너의 말대로 팔황문의 시조는 증조부님이시며 삿리상 그 자체로는 무명노승과 관련이 없다고도 말 할 수가 있다." 왕용은 의아해 하며 물었다. "하지만 오라버니는 이미 그 근원이 무명노승이라고 말하지 않았나뇨?" 왕자안은 미소하며 대답했다. "그러니까 증조부이 팔황문을 개파히기에는 무명노승과 깊은 연관이 있다는 것이다. 만일 그 무명노승이 없었다면 당금의 팔항문도 없었을 것이고 또한 개방도 이처럼 크게 융성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왕용은 잠시 어리둥절해 하며 생각을 굴리다가 문득 무엇인가를 깨달은 듯이 놀라면서 왕자안에게 다시 물었다. "아니 그렇다면 그 증조부님은 바로 무명노승의 제자엿다는 말인가요?" 왕자안은 고개를 끄뜩였다. "바로 그렇다." (..............!) 지금 왕자안의 얘기는 상관엽등도 아직 돌어보지 못한 것으로서 모두의 마음에는 커다란 충격이나 마찬가지였다. 잠시 후에 왕용이 다시 한숨을 내쉬면서 물었다. "그런데 어째서 그 무명노승과 팔황문이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는 것이지요?" 왕자안은 대답했다. "당시 무명노승은 천하를 떠돌다가 우연히 기재 하나를 발견하여 기명제자로 거두어서 가르쳤다. 하자만 그는 그 기재가 비록 무학의 재질은 탁월하지만 심성이 맑지 못한것을 알고는 가장 심오한 무공은 가르치지 않고 그저 기명제자로만 거두어서 자신이 우연히 습득한 일종의 무학을 가르쳤던 것이었다." .......... 왕자안의 얘기는 비교적 온화하게 계속되었다. 하지만 그러한 얘기를 듣는 왕용등의 마음속에는 마치 그러한 얘기들이 천둥벽력이나 다름이 없는 셈이었다. "그런데 바로 그것이 화근이 되었다. 그 기재는 총명하여 즉시 자신이 최고의 무학을 배우지 못할 것을 예측하고서 어느날 야심을 품게 되었다. 그는 이미 자신이 배운 무학의 종류만 해도 가히 천하를 오시 할 수가 있다는 것을 알고는 자신의 사부를 시해할 음모를 끄미게 되었다..... 그리고....... 그 음모는 거의 성공되었다." 왕부가 듣고 있다가 참을 수가 없어서 물었다. "그럼 그 기재가 바로 우리 증조부님이셨나뇨?" 왕자안은 대답했다. "그렇다!" 왕부느 암를 깊게 찌푸리며고개를 저었다. "저는 도저히 믿을 수가 없어요. 당금에 이르러서 우리 증조조부님은 이미 환우삼성의 한분으로 존경을 받고 계시는 터이고 또한....... 우리 팔황문의 무학이 겨우 이류에 불과한 것이었다니 그것은......" 왕자안은 웃으며 말했다. "내가 팔황문의 무학을 이류라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사실 심성이 크게 다른 사람이 아니고는 그 무학을 능가하는 다른 무학은 연성할 수가 없는 법이다. 따라서 그 무명노승도 일부러 그런 무학을 가르쳤던 것이었다." 왕자안은 이어 웃으며 왕부를 향해 다시 말했다. "나도 말하자면 그 증조님의 후손인 것이다. 그런데 어째서 조상의 얼굴에 일부러 먹칠을 하려고 하겠느냐?" 왕용이 물었다. "그 뒤는 어떻게 되엇지요?" 왕자안은 대답했다. "증조부님은 당시 천하에서 가장 유명한 극독으로 그 무명노승을 시해할 음모를 꾸몄었다. 자신으로서는 그분께 더 이상 얻을 것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지. 당시 그 무명노승은 그 극독에 당해서 거의 죽음에 이르렀고 증조부님은 그의 품에서 한권의 비급을 가지고 떠나버렸다." 왕부가 물었다. "그럼 그 비급이 바로 팔황문의 절학이 담겨져 있는 것이로군요?" 왕자안은 고개를 끄뜩였다. "그렇다. 원래 팔황문이라고 하는 문파는 없는 것이다. 다만 그 절학들 가운데에서 지금 너희들이 배우고 있는 내공심법인 팔황육합유아독존공의 이름을 따서 증조부님이 그렇게 이름지었던 것이었지." 왕용이 물었다. "아까 음모가 거의 성공되었다고 했었는데 그 말의 의미는 무었이죠? 그럼 그 무명노승은 당시 죽지 않았나뇨?" 왕자안은 대답했다. "사람이라는 것은 언젠가는 죽게 되어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 무명노승은 거대한 자재의 능력이 있어서 이미 수백번은 죽은 상태였는데도 스스로 나중에 되살아나게 되었지. 왜냐하면 그분은 따로 해야 할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왕부가 물었다. "그 무명노승이 되살아나게 되었다면 어째서 우리 개방으로 찾아와서 보복을 하지 않았었죠?" 왕자안은 미소하며 대답했다. "그것은 바로 그분의 뜻이었다. 그분은 비록 제자에게 그와 같은 악행을 당하기는 했지만 보복하고 싶은 생각은 없으셨던 것이다. 다만 은밀하게 뒤에 숨어서 제자가 하는 움직임을 주시하기는 했었다." 왕부는 다시 물엇다. "그러다면 만일 당시 우리 증조부님이 나쁜 짓을 하려고 했었다면 즉시 나서서 제거할 수도 있었다는 말인가요?" 왕자안은 대답했다. "그렇다. 하지만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고, 당시 증조부님은 한때 자신의 야심으로 인해서 사부를 시해한 것을 크게 뉘우치시고 오히려 정도를 걸어서 당금의 개방을 이렇게 거대하게 일으켜 놓았던 것이었다. 내가 당시의 그 음모가 거의 성공적이었다고 했던 말은 바로 그것을 두고 하는 말이었다." 왕용은 물었다. "그 뒤에 그 무명노승은 어떻게 되었지요?" 왕자안은 대답했다. "당연히 자신이 해야할 일을 하기 시작했다." 왕요은 잠시 머리를 굴리다가 문득 생각난 듯이 이렇게 다시 물었다. "그럼.... 혹시 그 이후에 어떤 문파를 만들어낸 것이 아닌가요?" 왕자안은 대답했다. "바로 그렇다. 하지만 문파라고 해야 특별한 것은 없고 그저 자신의 마음에 맞는 제자들을 거두어 들이기 시작했던 것이었지." 왕용은 다시 물었다. "그런 그 문파의 이름이 바로 무아문이 아닌가요?" 아까 왕자안이 무아문에 대해서 얘기했을 때 그녀는 그것을 그저 흘려듣지 않은 모양이었다. 왕자안은 미소하며 그녀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덤더니 대답했다. "바로 그렇다. 그 무명노승은 바로 무아문의 시조인 것이다." 이때, 상관엽도 자신이 속해있는 무아문에 그와 같은 내력이 있는 있는 것을 알고 크게 놀랐으며 또한 커다란 자부심을 갖게 되었다. 왕용이 다시 물었다. "그럼 오라버니는 그 무명노승의 사손이신가요?" 왕자안은 고개를 저었다. "그렇지는 않다. 나는 그분의 의발전인인 것이다." 왕용은 그 말에 그만 놀라서눈을 휘둥그래 떴다. "그렇다면..... 그 무명노승은 아직도 살아계시다는 말인가요?" 왕자안은 대답했다. "그분께서는 당시 증조부님의 그곡에 당하셨었기 때문에 신체가 많이 손상되어서 그리 오래 살 수가 없으셨다. 그분은 얼마전에 입적하셨다." 왕자안은 말과 함께 천천히 한쪽에 앉자 있는 독고상을 바라보았는데 순간 독고상은 다소 우울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왕부가 놀라서 물었다. "그럼 오라버니는 그 무명노승의 진전을 이은 것이니 우리 증조부님보다 무공이 훨씬 고강한 것인가요?" 왕자안은 미소하며 대답했다. 글쎄.... 그것은 뭐라고 말하기가 어렵구나. 사실 무공이라고 하는 것은 궁극에 도달하게되면 흔적을 찾을 수가 없는 것이기 때문에 무엇이 무엇보다 더 고강하다고는 말할 수가 없는 것이다." (..................?) 왕부등은 일시 왕자안은 그 말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아무리 해도 지금의 왕자안의 능력이 자신들이 생각하고 있는 것보다도 훨씬 뛰어난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왕용은 다시 물었다. "그런데 오라버니는 대체 어떻게 해서 그 무명노승과 인연을 맺게 되었던 것이었죠?" 왕자안은 대답했다. "당시 증조부님이 개방에 들어가서 방주가 되시고 나서 개방을 크게 알으킨 이후에 그분의 아드님이신 조부님께서는 슬하에 두명의 아들을 두게 되었으니 그분들이 바로 지금의 백부님과 나의 선친이셨다. 헌데 그 두분가운데 백부님께서는 다소 증조부님의 기질을 이어받아서 호슴심이 강한 편이셨고 나의 선친께서는 그와는 반대셨지." 와용잉 눈빛을 맑게 글리면서 물었다. "성품이 반대셨다면 그러니까....... 아주 착하신 분이셨겠군요?" 왕자안은 그녀가이미 대강의 사정을 눈치채고 있는 것을 알고는 미소하며 고개를 끄뜩였다. "그렇다. 나의 선친께서는 성품이 착하셨고 그러나 무학에 대한 자질은 그다지 뛰어난 편이 아니었지. 그분은 늘상 백부님의 뒷전에 쳐져서 조용하게 살아가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어느날 한 사람을 만나게 되었다." 왕부가 물었다. "발 그 사람이 무명노승이었겠군요." 왕자안은 고개를 끄뜩였다. "그렇다. 당시 무명노승은 전신의 피부가 심하게 부패되어 있었고 피골이 상접하여 거의 죽어가는 것 같은 모습이었지. 그래서 나의 선친께서는 그분을 보자마자 열심히 치료를 해주었으며 마침내 그분과 인연을 맺게 되시었다." 왕용이 물었다. "하지만 우리 아버지는 돌아가신 숙부님께서 자질이 매우 우수하시다고 말씀하셨는데 그것은 어찌된 것이죠?" 왕자안은 대답했다. "나의 선친께서는 비록 무학의 자질은 백부님보다 부족했으나 오히려 심성이 맑아서 이해력은 뛰어난 바가 있었다. 따라서 기실은 백부님께서도 은근히 자신의 동생이 자신을 언젠가 능가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었지." 왕용은 말했다. "그럼 그 뒤는 어떻게 되었죠?" 왕자안은 대답했다. "당시 무명노승은 실은 죽을 정도의 중병이 들었던 것은 아니었고 그저 겉으로 그와 같은 병을 드러내어 은밀하게 증조부님의 행동을 ㄱㅁ시하고 계셨던 것이었지. 그러다가 선친의 심성이 매우 맑은 것을 보고는 그분을 역시 기명제자로 받아들이게 되었던 것이었다." 왕용이 다시 물었다. "당시 숙부님께서는 우리 할아버지와 심하게 말싸움을 벌이다가 집을 나가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것은 어떻게 된 것이었죠" 왕자안은 대답했다. "사실 나의 선친께서는 당시만 해도 자신의 할아버지가 대단히 훌륭한 인품의 소유자인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일단 그 무명노승의 얘기를 듣고 나서 결코 그렇지 않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 하지만 그 무명노승께서는 결코 그 얘기를 누구에게도 발설하지 말라고 하셨으므로 그 일을 입밖에 낼 수 없으셨던 것이다. 이미 당시의 무명노승의 모습은 많이 변해있어서 설사 증조부임이 보더라도 도저히 알아볼 수가 없을 지경이었다." .......... "하지만 나의 선친께서는 일단 그와 같은 사실을 아레 되자 매사가 불만이 누적되게 되었다. 그로부터 공연히 모든 일에 불평을 품게 되었고 또한 부모님이 시키시는 대로 무공을 익히려고 하지 않았다. 게다가 심하게 고뇌를 하면서 거의 폐인이 되시다시피 했었는데 급기야 부모님이 정해주신 혼처를 굳이 마다하시고서 다른 시골의 한 여자와 혼인을 하게 되었다." 왕부는 고개를 끄뜩이며 말했다. "아! 그래서 숙부님께서는 개방에서 슛겨나신 것이었군요?" 왕자안이 고개를 끄뜩였다. "사람의 ㅇ리이라는 것은 그저 한 두가지의 인연으로 모든 것이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그 뒤로 더욱 부자간의 갈등이 심화되었고 또한 점차 타락해 가는 듯한 선친의 모습을 보시고는 마침내 추방해 버리셨던 것이었지. 하지만 그것은 사실 선친의 다른 뜻이 있었기 때문이었지 정말로 타락한 것은 아니었다." 왕용이 물었다. "그럼 숙부님께서는 정말로 그 무명노승의 휘하에 들어가기 위해서 일부러 그랬었던 것이었겠군요?" 왕자안이 고개를 끄뜩였다. "그렇다. 사실 나의 선친께서는 개방에 몸을 담고 있는 동안은 타 문파의 무공을 익히기는 어려운 일이었다. 극서은 증조부님께서 한번 보시면 능히 가려낼 수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었지. 따라서 나의 선친께서는 일단 개방을 떠나서 정말로 그 무명노승의 밑에서 수행을 하고 싶으셨던 것이었다." 왕부가 물었다. "하지만 그 분 역시 가명제자로 있었다고 하면서 그 무명노승이 그분에게 자신의 진전을 가르쳐 주셨을까요?" 왕자안으 미소하며 대답했다. "원래 그 무명노승께서는 달리 사람이 있어서 증조부님께 자신의 진전을 가르쳐 주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다만 증조부님은 호승심이 강하기 때문에 인연이 맞지 않으므로 보다 적합한 팔황문의 무공을 가르쳐 주셨던 것이었지. 그것이 오히려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셨던 것이었다. 하지만 나의 선친께서는 비록 자질은 뛰어나지 않았으나 심성이 맑았으므로 그분에게 자신의 진전을 가르쳐 주셨던 것이었다." 이때, 옆에서 무묵히 듣고 있던 상관엽은 문득 커다란 마음속의 흥분으로 인해서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르고 있었다. 자신은 그저 우연히 무아문의 무공을 베우게 되었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알고보니 과거에 신주개성마저도 배우지 못했다는 그 진전을 자신은 이미 배우고 있는 것이 아닌가? (나, 나는 사실은매우 행복한 녀셕이었구나!) 상관엽은 이때 감격이 주체할 수 없이 치밀어 올라서 그만 벌떡 일어서서 크게 소리치고 싶은 심정이었다. --------------------------- 번 호: 85/90 등록자: 김창현(redhawk) 97/01/29 17:35 (444줄) 제 목: [백상] 개방백의 제자 33장 第 五 券 第 三十三 章 개방의 방주는 누구? 상관염은 은근히 고개를 돌리면서 옆을 보니 자신의 누이 역시 묵묵히 고개를 숙이고 듣고 있었기 때문에 겨우 참고서 내색하지 않았다. 와웁가 다시 물었다. "그렇다면 돌아가신 숙부님의 무공은 이미 상당한 경지에 올라 있었겠군요?" 왕자안은 고개를 저었다. "그렇지는 않다. 나의 선친께서는 일단 정식으로 무명노승에게 지도를 받기 시작한 뒤로부터 오히려 무공보다는 불법을 수행하는 일에 전력을 기울이게 되었지. 그리고 몸이 허약해지신데도 불구하고 전력으로 힘을 쓰시다가 오래 사시지 못하고 돌아가시게 된 것이다." 왕용이 다시 물었다. "숙모님께서도 그럼 그 뒤에 돌아기시게 된 것인가요?" 왕자안은 고개를 끄뜩였다. "그렇다." 왕부가 물었다. "그런데 오라버니는 어떻게 해서 그 무명노승의 진전을 받으시게 된 것이었죠?" 왕자안은 대답했다. 나는 어려서부터 그분들의 슬하에서 자라나게 되었는데 모든 은총을 입었다고 할 수가 있지. 그저 운이 좋았다고 말할 수도 있을 거이다." 왕용이 잠시 생각해 보고는 왕자안을 향해 웃으면서 말했다. "내가 보기에는 그저 운이 좋았다고는 말할 수가 없을 것 같은데요?" 왕자안은 웃으며 그녀의 머리를 거볍게 쓰다듬어 주었다. "너의 생각대로 알고 있어도 무방하다." 왕용은 이에 눈을 둥그랗게 뜨며 물었다. "그럼 오라버니가 저의 생각을 알고 계신다는 것인가요?" 왕자안은 고개를 끄뜩였다. "그렇다. 지금 너는 내가 특별한 자질이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 (.............?) 와용은 이에 머리를 갸웃 거렸다. 그녀는 대체 이 오라버니가 자신의 마음속을 어떻게 잘 알고 있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왕부가 물었다. "그럼 이번에 오라버니가 우리 개방으로 가신다는 것은 그렇다면..... 과거에 은혜를 모르고 배반한 증조부님을 처단하기 위한 것인가요?" 왕부에 그질문에 일순 이 마차의 내부가 차갑게 결빙되어 버리는 것 같았다. 실로 그와 같은 것이 사실이라면 이 문제는 실로 심각한 일인 것이었다. 하지만, 왕자안은 오히려 담담하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이미 말했다시피 나의 선사께서도 책벌하지 않았었는데 어찌 내가 그와 같은 일을 하겠느냐? 나는 다만 당금의 상황이 좋지 못해서 강호에 나온 것이다." 왕용은 그 말을 받아서 물었다. "ㄱ,리고 물론 우리들 사촌형제들을 보고 싶기고 하고 말이죠?" 왕자안은 가볍게 우스면서 고개를 끄뜩였다. "하하, 물론이다." 왕부가 이에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뜩이며 말했다. "아아, 그래서 오라버니께서 우리 팔황문의 뭉에 대해서 그토록 소상하게 알고 계시는군요?" 왕자안은 고개를 끄뜩였다. "일반적으로 다른 방면과 마찬가지로 이 무도라는 것도 역시 하나로 통하게 되어 있는 것이다. 궁극의 무도를 터득하게 되면 자연히 배우지 않아도 다른 무예는 대강 알게 되는 것이다." 왕부가 다소 부럽다는 듯이 이렇게 말했다. "나도 오라버니께 그 무아문의 무학을 배울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이어, 그녀는 이미 무아문의 제자가 되어 있다고 하는 상관엽을 바라보았다. 이 순간에 이미 상관엽은 내심의 격정이 최고조로 치밀어서 견딜 수가 없을 지경이었다. ------- 내가 바로 무아문의 문하생이오! 그렇게 한바탕 소리치지 않으면 커다란 격정으로 인해서 가슴이 일시에 터져나갈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러나, 그는 그렇게 할 수가 없었다. 문득 마차가 멈춰섰기 때문이었다. 이미 개방의 총타로 들어가는 북망산의 기슭에 도착했기 때문이었다. ........... × × × × × × × × × × × × × × × 일전에 왕자안이 한번 와 보았던 토신묘에는 여전히 전과 다름이 없이 Ч Ч의 중년거지들이 양쪽에 둘러앉아서 이를 잡고 있었다. 아짇 여름이 되지 않은 계절이었기 때문에 날씨는 그럭저럭 따뜻한 편이었고 또한 거지들은 습관적으로 춥지 않아도 이렇듯 양지를 찾아들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과거와 다른 점이 하나 있었다. 왕자안이 왕용등과 함께 마차에서 내리자 예의 그 중년거지들은 이번에는 아주 엄숙한 표정으로 그들을 맞이했다. 그들은 비단 이를 잡던 동작마저 중지했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앞으로 다가와서 일제히 이렇게 공손하게 절을 했다. "어서 오십시요. 소공자님!" 이미 개방의 방주인 천개 왕천기가 돌아와서 왕자안의 존재를 공공연하게 방내에 알린 모양이었다. 기실, 왕자안의 나이는 다소 적은 편으로서 그의 사촌형제들의 나이는 모두 그 보다 많았고 그저 지금, 여기에 있는 왕용과 왕부 자매만이 그의 밑이었기 때문에 지금 이 중년거지들이 부르고 있는 소공자라는 호칭은 적당한 것으로 보였다. 왕자안의 현재의 신분은 개방의 백의제자이지만 그러나 그의 신분상으로 결코 가장 하층인 백의제자라고 대할 수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왕자안은 그들을 향해 부드럽게 미소를 지어 보인 다음에 입을 열었다. "그래, 몇칠간 잘 지내시었소?" 왕자안이 이렇게 격의없이 대해주자 그들 중년거지들은 하나같이 황송하다는 표정으로 허리를 굽신거렸다. 기실, 이 개방의 풍습은 어떤 계파에 얽메이는 것을 싫어하는 것이었는데 그러나 일단 왕검해가 개방의 증흥조가 된 이상은 왕씨가문이 세력을 펼치게 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따라서, 비록 왕씨가문의 사람들이 겸손해하고 또한 남들에게 군림하려고 하지 않아도 개방의 사람들은 항상 그들을 방내에서도 특별한 존재들로 대해주고 있는 것이었다. 그것은 강압적인 분위기가 아니라 저절로 우러나와서 취하고 있는 행동이라고 볼 수가 있었다. 이어, 그 중년거지들 가운데 한 명의 거지가 손짓으로 안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방주께서는 지금 고대하고 계시니 어서 안으로 들어가십시요." 왕자안은 미소하며 고개를 끄뜩였다. "고맙소." 이어, 왕자안이 그 입구쪽으로 향해서 토신묘의 안으로 들어서자 거이에는 이미 낮이 익은 한 사람이 그들을 기다리고 서 있었다. 바로 철면개 왕자형이었다. "그동안 잘 있었는가?" 왕자형의 모습은 전과 거의 달라진 것이 없이 보였으나 그의 표정은 분명히 과거와는 야간 달라져 있는 것 같았다. 우선 그의 표정 가운데 아주 기이한 심사가 어려 있는 것 같았다. 그것은 마치 시기하고 있는 듯 하기도 하고 또한 기묘한 경쟁상대로 보고 있는 것 같은 시선이었다. 기실, 전날에는 확실하지 않았으나 이제는 사촌형제로서 그들을 선의의 경쟁을 하는 처지에 놓였다고 볼 수도 있는 일이었다. 왕자안은 그를 향해 그저 담담하게 웃으며 대했다. "물론 잘 있었소. 당싱도 그동안 편안했던 모양이구려." 왕자형은 고개를 끄뜩였다. "물론이다. 나야 달리 걱정되는 바도 없고...... 천하에 누가 우리 개방의 일을 간섭할 수가 있겠느냐?" 그 말의 의미는 대략 두 가지로 나눌 수가 있었다. 하나는 우선 그가 개방에 대해서 상당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는 직선적인 표현이며 자랑이라고 할 수가 있었지만 두번째는 거기에 비추어서 왕자안이 감히 그러한 개방의 물을 흐려놓을 수는 없는 일임을 미리부터 강조하고자 하는 것 같았다. 왕자안은 미소하며 그저 수눈히 마주 입을 열었다. "물론이오." 그러자, 왕자형은 잠시 더 그의 얼굴을 주시하다가 이윽고 자신의 뒤쪽을 가리겼다. 거기에 잇는 신상의 뒤편 지하계단은 이미 훤하게 열려져 있었다. 그렇게 기관이 열려져 있고 개방되어 있다는 것은 아마도 왕자안을 무언중에 환영하고 있다는 의미인 것 같았다. 게다가, 그 지하의 통로에는 무수한 횃불들이 훤하게 밝혀져 있어서 과거처럼 어두침침한 구석은 전혀 없어 보였다. "자, 그만 이제 들어가자!" 말과 함께 왕자형은 앞장서서 그 지하계단으로 내려갔다. 왕자안은 즉시 그의 뒤를 따랐으며 그 뒤를 이어서 독고상과 상관남매, 그리고 왕용과 왕부가 뒤를 따랐다. 왕용과 왕부는 이곳에 와서 입을 열고자 했었지만 조금전에 왕자형의 태도가 그렇게 딱딱한 것을 보고는 그럴 기회가 없었다. 따라서, 그녀들은 그저 불만족 스럽다는 듯이 입술을 삐죽하게 내밀면서 뒤를 따를 뿐이었다. 원래 그녀들이 즐거이 왕자형과 함께 강호를 횡행하기는 했었지만 그것은 그가 강호유람을 즐기기 때문에 함께 나섰던 것이었지 다른 것은 아니었다. 이 철면개 왕자형에게 비해서 남은 세명의 형제들은 성격이 상당히 예민하고 까다로운 편이어서 함부로 강호를 떠돌아 다니기를 좋아하지 않았다. 강호상에서 그렇게 조심성이 많다는 것은 오히려 장점으로 작용할 것이었지만 그러나 그 때문에 이 항상 방심이 부풀어 있는 두명의 자매들을 묶어둘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녀들은 항상 무뚝뚝한 둘째 오라버니를 탓했지만 역시 거의 그를 따라다니고 있는 형편이었다. 지금도 그녀들은 보다 친근하게 대해주지 못하는 왕자형의 태도에 대해서 내심으로 크게 못마땅한 기색을 보이고 있었다. ............. 지하의 통로를 지나서 역시 기관장치가 되어 있던 그 문도 역시 환하게 열려져 있었다. 금 덱을 지나자 예의 그 넓은 대청이 눈앞에 가득하게 들어왔으며 여전히 그곳에는 개방의 사람들이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일단 공공연하게 왕자안의 출현이 알려져 있는 상황이지만 호기심이서라도 개방의 사람들이 몰려들 것이 뻔한 일이었지만 이렇게 개방 사람들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아마도 방주의 특별지시가 있었기 때문일 것이었다. 방주인 천개 왕천기는 이러한 일이 그저 왕씨가문의 일에 불과하며 개방의 일에 관련되지 않도록 하고 싶은 모양이었다. 이윽고, 왕자형은 계속해서 예의 그 왕자안이 백결개를 만났었던 작고 아름다운 문이 있는 대청으로 일행을 인도했고 이어 역시 마찬가지로 전날처럼 문앞에 서서 공손하게 입을 열어 말했다. "소손 자형이옵니다." 그러자 조용하던 안쪽에서 즉시 사람의 음성이 들려나왔다. 그것은 약간 창로한 듯하 음성이었는데 자애로운 마음이 가득 깃들어 있는 것 같았다. "그래? 어서 데리고 들어 오너라!" 순간, 작은 문이 소리없이 저절로 열렸고 내부의 상황이 헌하게 드러났다. 그 대청에는 역시 많은 사람들이 있지 않았다. 오직 두명이 태사의에 앉자 있었는데 그 가운데의 한 사람은 일전에 왕자안도 보았던 백결개 왕룡생이었다. 왕룡생은 왕자안을 보게 되자 다소 의미있는 눈빛을 했다. 그리고, 지금 그 중앙의 태사의에 조용히 안자 있는 사람은 바로 당금의 개방의 방주인 천개 왕천기라는 사람이었다. 그의 얼굴은 상당히 ㉧수한 편이었고 턱밑에 탐스러운 수염을 기르고 있었는데 마치 삼국시대의 관운장과 같이 안색도 불그레한 편이었다. 왕자안을 대하고 있는 그의 시선은 약간 흔들리고 있는 것 같았고 왕자안은 시선은 시종 조용한 것 같았다. 왕자안은 즉시 그 왕천기를 보자 그 자리에서 무릅을 꿇고 큰 절을 올렸다. "소손 자안이 이제서야 조부님을 뵙게 됨을 죄송하게 생각하옵니다." 왕천기는 그것을 보자 일순 혈육의 정이 치밀어 오른 듯이 즉시 몸을 일으키며 약간 격정에 젖은 음성으로 말했다. "아! 그래 어서 이리로 들어오너라. 너를 본지도 참으로 오래 되었구나. 네가 아주 어렸을적에 본 것 같은데........" 이때 이제까지 길을 안내했던 왕자형은 슬그머니 물러가 버리고 없었고 왕용과 왕부 역시 사라지고 없었다. 상관엽과 상관지등의 일행도 옆으로 피하려고 하는데 그것은 본 왕천기가 손을 저으면서 말했다. "아, 너희들도 일행이라면 함께 들러오도록 해라." .......... 왕자안은 이윽고 천천히 걸어서 일행을 데리고서 왕천기의 면전에 다가가 섰다. "조부님! 그간 편안하셨습니까?" 왕천기는 격정에 못이겨서 그만 달려들어 왕자안의 몸을 껴안으려다가 억지로 참고는 한숨과 함께 자리에 다시 앉으며 입을 열어 말했다. "그래...... 하지만 내가 그동안 마음이 편안했을리가 있겠느냐? 소문에 듣자니 너의 아비는 이미 유명을 달리 했다고?" 왕자안은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미처 그러한 불효를 용서받지 못하고 먼저 떠나게 되는 것을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선친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왕천기는 즉시 만감에 가득찬 표정이 되었다. 우울한 한숨이 그의 얼굴에 깊게 흘렸다. "뭘라고? 망할 것 같으니....... 그래, 하지만 이제라도 네가 나에게 와주었으니 이는 다행한 일이라고 할 수가 있겠구나. 내 그 일로 앞으로 편안하게 눈을 감을 수가 없을 것 같았었느니라." 왕자안은 고개를 숙이면서 말을 받았다. "죄송합니다." 왕천기는 고개를 내저었다. "아니야. 사실 네가 죄송 할 것은 전혀 없다. 모두가 다 나의 불찰로 인해서 빛어진 일이었지. 운생이 그 아니는 사실 매우 착한 아이었는데..... 당시에 내가 좀더 융통성 있게 대해주었다면 그런 불상사는 없게 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너도 그렇게 심하게 고생하지 않게 되었을 것이고...... 아아, 그때의 일을 생각하면 실로 유감이 많이 있구나." 잉 �맡뎠穗� 친손자를 대하고 있는 것이며 또한 과거의 둘째아들을 보고 있는 것 같은 기분에 더욱 감정이 깊어 보였다. 왕자안은 말했다. "선친께서는 돌아가실 무렵에 전혀 그런 일을 염두에 두지 않으셨고 다만 조부님께죄송하다는 생각 뿐이었습니다." 왕천기는 생각할수록 가슴이 아픈지 고개를 저으면서 말했다. "그래. 그래 그 이야기는 이제 그만 두도록 하자. 그런 얘기는 이미 끝난 것인데 이제와서 계속해서 무슨 득이 있겠느냐? 그건 그렇고.... 내가 근래에 듣자하니 너는 이미 무공을 배워서 한 문파를 개패햇다고 하던데 그 말이 맞느냐?" 왕자안은 대답했다. "저는 다만 내려오던 문파를 계승한 것입니다." 왕천기는 고개를 끄뜩였다. "음, 그래...... 그렇다면 저기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너의 문하생들이야?" 왕천기는 기실 일파의 방주이기 때문에 겉으로는 허술한 듯 해도 실상은 매사에 허술하게 행동할 수가 없는 인물이었다. 그는 거의 보지 않는 것 같았지만 이미 왕자안의 일행인 그 세명의 사람들에 대해서 어느 정도 주시하고 있는 중이었다. 게다가, 그는 상관남매의 무공은 그저 평범하다고 생각했지만 한쪽에 서 있는 독고상에 대해서는 일순 놀라운 마음을 금할 수가 없었다. (음! 전신에서 무형지기가 발산되고 있다니..... 그렇다면 저 사람의 무공이 이미 초절정의 경지에 올라 있다는 말인데, 대체 안아의 사문이 어떤 곳이길래 저와 같은 고수가 있다는 말인가?) 왕천기의 안목이 비록 놀라운 것이기는 해도 그 역시 왕자안이 어떤 무공을 알고 있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알 수가 없었다. 기실, 천하의 사람들 가운데서 무공을 익혀도 흔적이 드러나지 않는 경우가 더러 있긴 했다. 그것은 선천적인 경우가 있고 또한 후천적인 경우가 있다. 선천적인 경우에는 특별한 신체를 타고 났기 때문에 무공의 흔적이 밖으로 표출되지 않는 것이고, 후천적인 경우는 그런 무학을 배웠을 때에 한하는 것이다. 왕자안은 담담하게 미소하며 대답했다. "여기에 있는 엽아는 저의 문하이옵고 이 사람은 저의 사형제이며, 그리고 이 상관낭자는 엽아의 친누이옵니다." 왕천기는 천천히 고개를 끄뜩였다. "음, 그랬었구나." 실로 그처럼 신분이 높은 사람들일수록 속을 남에게 잘 보이지 않는 편이었다. 그는 비록 내심으로는 독고상의 무공에 대해서 궁금해하고 있었지만 그러나 겉으로는 내색을 거의 하지 않고 있었다. 상관엽은 이때 자신이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서 망설이다가 이윽고 앞으로 나서서 공손하게 왕천기를 향해 인사를 올렸다. "방. 방주님을 뵈옵니다." 왕천기는 이에 담담하게 웃으면서 고개를 끄뜩였다. "그래. 과연 총명하게 생겼구나." 상관엽은 그 얘기를 듣고나자 은근히 기분이 좋아졌다. 기실, 그런 얘기는 그가 자라오면서 늘상 들어오던 것이었는데 요사이 들어서는 자신이 한심스러운 때가 상당히 많은 편이었다. 그러던 것을 사부의 침조부께서 그렇게 인정하는 말씀을 해주자 그는 일순간 날아갈 것 같은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상관엽이 얼굴을 가득하게 붉히고서 옆으로 물러서자 왕천기는 다시 한번 그 일행을 찬찬하게 둘러보더니, 이윽고 왕자안을 향해 말했다. "너는 어렸을 적붜 눈빛이 아주 맑은 편이었지. 당시에는 그다지 유의하지 못했었는데 지금 네가 좋은 사람이 되어서 내 앞에 나타나니 나로선 더 이상 고마울 것이 없구나." 왕자안은 공손하게 대답했다. "송구스러운 말씀이옵니다." 왕천기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내 이미 너의 백부에게서 네가 개방의 어떤 직책도 원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들어서 알고 있었다. 하긴 네가 개방의 백의제자의 신분이지만 원래는 개방의 사람이 아니기도 한 것이니 앞으로 너의 생각대로 이곳에서 행동해도 좋다." 왕자안은 왕천기가 자신에게 최대의 융통성을 발휘해서 이곳에 머물게 하려는 것을 알고는 감사의 인사를 올렸다. "고맙습니다. 조부님!" 왕천기는 잠시 왕자안의 얼굴을 조용히 바라보다가 이어 다시 물었다. "듣자니 네가 강호의 일에 관심이 있다고 하던데 그것이 사실이냐? 사실 나는 이미 삼성맹에서 논의를 마치고서 내일 바로 그곳으로 떠날 생각인데, 너도 우리의 일행과 합류할 생각이 있으냐? 음, 거기에서 너의 증조부님을 뵙게 될 수도 있겠고 말이다." 왕자안은 대답했다. "예. 그렇게 하도록 하겠습니다." 이때, 상관엽은 내심으로 곰곰히 생각을 굴리고 있었는데 문득 상황을 보고는 내심으로 이렇게 중얼거렸다. (아니, 어째서 사부님이 예상하셨던 그대로 일이 되어 가는 것이지? 사부님께서도 앞으로 일이 벌어지게 될 것이라고 하셨는데..... 정말로 우리 사부님은 앞일을 꿰뚫어 보시는 신안이라도 거지고 계시는 것이 아닌가?) 왕자안 일행이 개방에 들어오자 마자 이내 개방의 사람들이 삼성맹으로 출동하게 되었다고 하는것은 확실히 뜻밖의 일이었다. 왕천기는 왕자안이 즉시 대답하자 상당히 만족한 표정이 되었다. "좋다! 그렇다면 너는 오늘밤은 이곳에서 묵고 내일 아침에 우리와 합류하도록 해라." 왕자안은 고개를 숙이면서 대답했다. "예. 알겠습니다." 이윽고, 왕천기는 이번에는 자신의 아들인 백결개 왕룡생을 돌아보면서 입으 열어 물었다. "얘야. 너는 저 아이에게 달리 뭐라고 할 말이 없으냐?" 백결개 왕룡생은 고개를 숙이면서 대답한 다음에 이윽고 왕자안을 향해 의미깊은 시선으로 이렇게 말했다. "얘야. 나는 네가 돌아와서 매우 기뻐하고있잇는 중이다." 왕자안은 이에 웃으며 마주 입을 열었다. "저도 백부님을 뵙게 되어서 기쁨니다." 왕천기는 그들이 서로 사이좋게 대하는 것을 보고는 기분이 아주 흡족해져서 말했다. "좋다. 그럼 안아는 그만 사람들을 데리고 물러가 쉬도록 해라. 내닐 출발 해야 하니 편하게 쉬어두는 것이 좋을 것이다. 내 이미 쉴 장소는 마련해 놓았느니라." 왕자안은 이에 작별을 고했다. "그런 저는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 --------------------------- 번 호: 86/90 등록자: 김창현(redhawk) 97/01/29 17:36 (441줄) 제 목: [백상] 개방백의 제자 34장 第 五 券 第 三十四 章 질그롯 속에 담겨진 보옥(寶玉). 왕자안의 일행이 대청에서 물러나오자 대청의 박에는 이미 한명의 중년거지가 공손한 태도로 그들을 기다리고 서 있었다. "저를 따라 오십시요. 소공자님." 처음으로 대하는 왕자안에 대해서 한결같이 개방의 사람들이 이렇게 깍듯한 것을 보니 충분히 그들이 왕씨가문에 대한 존경을 엿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 중년거지는 이윽고 일행을 Ч개의 복도를 지나서 하나의 구석진 곳에 위치하고 있는 석실로 안내해 주었다. 그 서실은 다른 곳의 석실과는 달리 따로 떨어져 있어서 마치 별채와도 같았는데 내부에는 작은 대청도 있었다. 대청의 사방에는 작은 석실들이 까끔하게 단장된 채로 자리잡고 있었고 그 숫자가 마치 일행이 올 것을 예측한 배려인 듯 서너개나 되었다. 왕자안은 그 가운데의 한 석실에 들었고 상관지에게 역시 하나의 석실을 사용하게 했으며 상관엽도 역시 독고상과 함께 하나의 석실을 사용하게 했다.이윽고, 왕자안이 석실의 안에서 잠시 누워서 생각에 잠겨 있는데 문득 밖에서 상관엽이 음성이 들려왔다. "사부님! 제자이옵니다." (..........?) 왕자안은 마침 약간 무료해진 참이었기 때문에 즉시 몸을 일으키며 대답했다. "그래 들어오너라." 문이 열리고 상관엽이 슬그머니 들어섰는데 이윽고 그는 공손하게 인사를 하고는 조용히 안으로 들어왔다. 왕자안은 침상위에 자세를 고쳐서 앉으면서 물었다. "그래. 무슨 일이라도 있느냐?" 상관엽은 다소 상기된 안색으로 고개를 가로 저었다. "저어 실은. 한가지 여쭈어 보고 싶은 것이 있어서 들어왔습니다." 왕자안은 가볍게 미소하며 물었다. "그래, 그게 무슨 내용이냐?" 상관엽은 즉시 표정을 바르게 하고 물었다. "저어..... 내일 우리는 개방의 사람들과 함께 삼성맹으로 가게 된다면 앞으로 어떤 일을 하게 되는 것입니까?" 왕자안은 이에 문득 되물었다. "너는 이전에 나를 처음 만나서 어떤 것을 하고 싶다고 했었지?" 상관엽은 다소 안색을 붉히면서 대답했다. "그...... 그것은 바로....." 기실, 당시에는 우러나는 격정에 겨워서 그런 말을 했던 것이었으나 이제 생각해 보면 자신의 능력으로는 염두도 낼 수가 없는 얘기였던 것이었다. 왕자안은 담담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너는 그런 일로 부끄럽게 생각하자 된다. 사실 한 사람이 큰 뜻을 세우고 각고정진함에 있어서 나중에 대성하게 되는 것이지 처음부터 휼륭했던 사람들은 거의 없느니라. 모두가 스스로 부족한 것을 생각하고 그와 같은 염원을 꿈꾸는 것이므로 오히려 너의 그러한 포부는 가상한 것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 "............" 왕자안은 다시 말했다. "네가 이미 말햇던 제마멸사 정의구현의 일을 하기 위해 우리는 삼성맹으로 개방의 사람들과 함께 가는 것이고 앞으로의 일 역시 그러할 것이다." 상관엽은 사부의 말에서 보다 확실히 알지 못하게 되는 것을 느끼고는 다시 물었다. "그럼 우리는 세외십세와 싸우게 되는 것입니까?" 왕자안은 미소하며 대답했다. "외면상으로는 그러다고 할 수가 있지." 상관엽은 알수가 없어서 다시 물었다. "그렇다면 다른 적들도 있다는 말씀이십니까?" 왕자안은 말했다. "일반적으로 외부의 적도 중요한 것이지만 기실은 자신의 내부에 있는 적들도 대단히 중요한 것이다. 그와 마찬가지로 뜻밖에 다른 변수가 생겨날 수가 있는 것이니 너는 그저 내가 조금전에 말한 제마멸사 정의구현의 신념을 가지고 있으면 되는 것이다. 알겠느냐?" 상관엽은 사부의 말씀을 쉽게 이해할 수가 없었으나 더 이상 알아낼 수가 없는 것을 인식하고 공손히 고개를 숙이면서 대답했다. "예. 알겠습니다." 왕자안은 고개를 끄뜩였다. "그럼 가서 쉬도록 해라." 그러나, 상관엽이 가지 않고 다소 머뭇거리는 것을 보고는 물었다. "나에게 묻고 싶은 것이 또 있느냐?" 상관엽은 다소 주저하다가 입을 열어 물었다. "저어.... 아까 그 두분의 왕소저들에게 말씀하셨던 내용이 모두가 사실입니까?" 왕자안은 조용히 상관엽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이윽고 가볍게 미소 지으며 되물었다. "엽아, 너는 내가 이제까지 거짓말을 하는 것을 들어보았느냐?" 상관엽은 즉시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닙니다. 아직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왕자안은 말을 이었다. "바로 그렇다. 내가 너에게 진실로 대하듯이 또한 다른 사람들에게도 역시 진실한 마음으로써 대하게 되는 것이니라. 너는 내가 다른 사람들을 대하는데 있어서 차별을 두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느냐? 사실은 그렇지 않은 것이다." 상관엽은 잠시 생각하다가 다시 물었다. "그렇다면 사부님께서는 정말로 증조부님이 되시는 분과 사형제지간이 되시는 것입니까?" 왕자안은 고개를 끄뜩였다. "그분은 이미 본문에서 축출을 당한 상태이니 사형제지간이라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그러나 굳이 말하자면 그런 셈이다." 상관엽은 다소 안색이 상기되어서 물었다. "저는 그럼 지금 사부님의 직전제자인 것입니까?" 왕자안은 상관엽의 마음속을 훤하게 들여다 보고는 미소 지으며 말했다. "너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상관엽은 잠시 주저하다가 안색을 붉히면서 대답했다. "저.... 저는 아직, 아직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왕자안은 미소하며 다시 물었다. "너는 내가 어떤 단계에서 사조님의 진전을 잇게 되었는지 아느냐?" 상관엽은 잠시 생가해 보았으나 알 수가 없었으므로 말했다. "모르겠습니다." 왕자안은 말했다. "나는 지금 네가 배우고 있는 무아심결과 그밖의 모든 무공들을 완전히 이해하고 나서 이윽고 선사의 진전을 이을 수가 있었느니라." 상관엽은 일시 눈이 휘둥그래졌다. "예? 그렇다면 사부님께서는 일찍이 이미 그와 같은 본문의 무공들을 대성하셨었다는 말씀이십니까?" 왕자안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만일 그러한 무공들에 대해서 이해할 수가 있게 된다면 구태여 연마하지 않아도 할 수가 있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이해한다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너에게는 그것을 직접 연마하게 한 것이다." 상관엽은 그 얘기를 뎀자 일시 전신의 힘이 모조리 빠져나가는 것 같은 충격을 그꼈다. 자신은 아직 그 무아문의 무공들을 백분지 일도 다 배우지 못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나중에 정말로 그 무공들을 모조리 다 배우려면 최소한 수십년의 세월이 걸리게 될 것이라고 짐작하고 있었다. 아니 어떤 분분은 그야말로 난해하기 짝이 없어서 한평생을 걸쳐서 제아무리 열심히 노력한다고 해도 다 배우지 못하게 될 것 같았다. 그런데, 자신의 사부는 이미 어렸을 적에 그러한 것을 임 통달하고 있었다고 하지 않은가? 상관엽은 사부의 능력이 비록 대단하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실로 자신과 이렇게 커다란 차이가 있을 줄은 몰랐다. 아마도, 자신으로서는 평생을 노력해도 도저히 사부의 진전을 이을 수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니 전신의 맥이 일시에 빠져나가는 것을 어쩔수가 없었다. 하긴, 지금 상관엽이 생각하는 바도 틀린 애기는 아니었다. 그러나, 왕자안은 상관엽이 내심으로 섭섭해 하는 것을 보고는 웃으며 말했다. "사실 본문의 도는 그러한 무공들보다 우위에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일단 그러한 도에 들어가게 되면 무공은 자연히 시전을 할 수가 있는 것이다." 상관엽은 뻘개진 안색으로 물었다. "그럼 저는 아직 기명제자인 것입니까?" 왕자안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다. 너는 이미 정식제자이다. 단지 아직 나의 지전을 이어받을 때가 되지 못했을 뿐이다. 너는 심성이 중후하고 거짓됨이 없으니 앞으로 열심히 노력한다면 아마도 나의 진전을 이어받게 될지도 모른다." 상관엽은 그 얘기를 듣게 되자 내심으로 다시 오기가 치미는 것을 느꼈다. 그는 어떤 일이 있더라도 사부의 진전을 얻을 수 있도록 평생을 노력하리라고 내심으로 크게 다짐해 보는 것이었다. 왕자안은 그를 향해 다시 물었다. "이제 의문이 어느 정도 풀렸느냐?" 상관엽은 고개를 끄뜩였다. 그러나, 그가 미처 입을 열어 대답하기도 전에 문이 가볍게 열리더니 독고상이 불쑥 안으로 들어서면서 왕자안에게 말했다. "식사가 왔습니다." 왕자안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럼 나가봅시다." 그런데, 독고상은 몸을 돌리지 않고 다소 주저하다가 이렇게 말을 이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함께 왔습니다." 왕자안은 이에 잠시 몸을 고정시키고서 독고상의 얼굴을 바라 보았다. 이 순간에 독고상의 안색은 어느 때보다도 긴장되어 있는 것 같았다. 과거에, 독고상은 강호상에서 거의 적수를 찾아볼 수가 없는 실력자였다. 일단 이곳에 들어오자 우성 개방의 구대총호법이자 왕자안의 백부인 왕룡생의 무학이 그와 비슷한 정도였고 방주의 무공은 오히려 독고상보다 훨씬 우위에 있는 것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도고상은 자신이 왕자안의 신변을 보호하는 일에 은근히 어려움을 느끼고 있는 것이었다. 아마도, 지금 느닷없이 왔다는 그 다른 사람들의 무공 또한 왕룡생등의 무공에 비해서 못하지 않으리라고 생각되었다. 기실, 이 독고상의 무학은 초절정의 경지에 올라 있는 것으로서 과거라면 그러한 무학의 경지에 올라 있는 사람은 이 개방에도 겨우 많아야 한 두명에 불과했었을 것이었다. 그런데, 신주개성이 크게 개방을 융성시킨 이후에는 그러한 사람들이 개방에 늘어나게 되었다. 그 대표적인 사람들이 바로 당금의 개방의 방주를 비롯한 신주개성의 제자들이 천지풍운용호조사라고 불리우는 사람들이었다. 물론 그 사람들이 모두 초절정의 경지에 올라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그 가운데의 절반 정도는 이미 초절정의 무학경지에 올라 있는 상태였다. 지금 독고상이 이렇게 긴장하고 있는 것을 보면 틀림없이 그들 가운데의 Ч 사람이 온 것이라고 생각되었다. 하긴, 그 사람들은 일찍이 왕자안과도 다소간의 안면이 있는 사람들이었다. 또한 당금 개방의 주축으로 활동하고 있는 사람들인 것이었다. 왕자안은 어차피 만나야할 사람들이라는 것을 알고는 천천히 걸음을 옮겨서 석실의 밖으로 향했다. × × × × × × × × × × × × × × × 대청의 안에는 이미 커다란 탁자위에 제법 융슝한 음식상이 차려져 있었다. 거지의 소굴속에 이러한 음식상이 마련될 수 있다는 것은 약간 이상한 일이었지만 그러나 이곳은 개방의 총타이므로능히 가능한 일이었다.그리고, 과연 모두가 음식상을 차려놓고 물러간 뒤에서 아직 주위에 남아서 어슬러거리고 있는 늙은 거지들이 다섯명이나 서 있는 것을 볼 수가 있었다. 그들은 사실 왕자안의 눈에 익은 사람들이었다. 바로 천지풍운용호조사 가운데의 다섯명인 지풍운용호인 것이었다. 실로 그들은 당금 개방의 실세라고 할 수가 있었다. 그들 가운데의 지개 향각은 장발용두이고 구대장로이며 풍갸 서적 역시 구대장로로서 장봉용두이고, 운개 이춘래는 집법장로이고, 용개 마립은 전공장로ㅡ 그리고 남은 호개 龜광은 팔대장로였다. 그들은 아마도 왕자안이 개방의 중요한 인물이 될 것이라고 판단을 했는지 이렇게 인사를 하러 직접 나타난 것이었다. 왕자안은 그들옆에서 아직 음식상의 그롯들을 정돈하고 있는 상관지에게 가볍게 시선을 보낸 뒤에 이윽고 소리쳐서 말했다. "아! 여러분께서 저를 보시기 위해 이렇게 와 주셨군요. 저도 실은 금방 일어나서 뵈러 가려던 참이었습니다." 과거에 그들 개방의 장로들은 왕자안을 무척이나 귀여워했었던 적이 있었다. 비록 왕자안의 모습이 과거와 많아 달라지기는 했지만 그들도 이내 왕자안의 모습을 알아보고 다가왔다. 그 가운데 삐쩍 마르고 키가 큰 지개 향각이 껄껄 웃으면서 다가와서 말했다. "그래, 소공자께서는 별래무량하신지? 허허허..... 이렇게 죽지 않고 있으니 소공자를 다시 뵙게 되는구려." 왕자안은 웃으면서 대꾸했다. "하지만 향장로님의 모습은 전보다도 더욱 젊어지신 듯 하니 이게 대체 웬일입니까?" 왕자안의 말에 사람들은 일순 폭소를 터뜨렸다. 확실히 향각은 나이를 먹었으도 과거의 튼튼했던 골격이 그대로 남아있는 것 같은 강한 인상을 풍겼다. 지금 그의 나이는 오히려 방주인 천개 왕천기보다 많은 구십여세에 달하는 것이었다. 향각은 웃으면서 말했다. "서인은 그저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서 혹시 개를 쫓을 수 있는 두 다리가 벌쩡하기만 바랬던 것인데 이제 그렇게 되었다고 하시니 즐거울 뿐 입니다." 왕자안은 웃스면서 다시 물었다. "하지만 이번에 삼성맹으로 떠나시게 되면 혹시 그 다리가 상하게 될 수도 있는 일인데 ª정되시지 않겠습니까?" 향각은 껄껄 웃으면서 대답했다. " 소공자님, 소인의 나이는 이미 일백세에 가까운 나이입니다. 보통 인생은 백년이라고 하지만 그러나 어디 백년을 마저 체우면서 살고 가는 사람들이 그리 흔합니까? 소인은 이미 그렇게 나이를 먹었으니 세상에 대한 미련도 거의 사라지게 되었나 봅니다. 만일 이번에 어떤 개가 저를 물려고 달려들게 된다면 소인은 그까짓 크게 마음먹고 한번 이 녹슬은 다리를 사용해 보지요." 왕자안으 고개를 끄뜩이면서 웃었다. "하하, 그렇다면 세상의 그 어떤 사나운 개라도 감히 덤빌 수가 없겠군요. 저는 앞으로도 향장로님이 오래도록 사시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향각은 마치 자신의 친손자를 대하듯이 자애로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뜩였다. "하지만 소인은 오히려 소공자님께서 더욱 건강하게 명성을 떨치시기를 바라고 있는 마음입니다. 소인의 이 늙어빠진 육신이야 상관할 것이야 없지요. 저는 이미 한평생을 유쾌하게 살아왔으니까요." 왕자안과 수석장로간의 그와 같은 화기애애한 얘기가 오고가게 되자 금새 장내는 부드럽게 변해서 웃음이 오가게 되었다. 이번에는 풍개 서적이 입을 열어 말했다. "소공자님. 이번에 소문을 듣자니 대단한 무공을 배우고 오셨다면서요? 그 점은 매우 축하드립니다. 소인들은 그저 과거의 일을 생각하니 눈물이 앞을 가리는군요." 이 서적은 체격이 상당히 왜소한 편이었고 얼굴에는 주름살이 아주 많아서 오히려 향갹보다도 나이가 많아 보였으나 진짜 나이는 그보다 약간 적은 편이었다.당시 향각은 성격이 쾌활한 편이었으나 이 서적은 왕자안을 잘 보살피면서 누구보다도 축출 당하는 것을 슬퍼해 주었다. 왕자안은 그의 손을 잡으면서 말했다. "이 모든 성취는 사실 여려분들의 은덕입니다. 저는 다만 선친께서 함께 오셔서 여려분을 뵙지 못하고 저 혼자 여려분을 대신해서 뵙게 되는 것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그말에, 서적은 주름진 얼굴에 일순 눈물을 흐렸고 장내의 분위기는 일순 숙연해졌다. 집법장로인 운개 이춘래가 다소 마른 몸으로 웃으면서 이렇게 말했다. "하지만 소공자님께서 이렇게 성장하셨으니 그분께서도 이제는 만족하실 것입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이춘래는 옆의 사람에게 동의를 구하는 것이었다. 지금 이춘래의 옆에 서 있는 사람은 바로 약간 무뚝뚝하게 보이면서 전형적인 무인과 같은 강한 기질을 풍기고 있는 용개 마립이었다. 마립은 이에 고개를 끄뜩였다. "그렇습니다. 사람의 일생이라는 것은 오래 살았다고 만족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보다 가치가 있는 것이어야 만족을 할 수가 있는 것이기 때문이지요. 헛헛, 우리들은 소공자님의 선친께서 시로 강호의 보기 드문 영웅이셨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 말에, 옆에 서 있던 혁광도 지지 않겠다는 듯이 엄지 손가락을 키켜세우면서 이렇게 소리쳐서 말했다. "그렇습니다. 저희들은 언제나 항상 근본에 충실하고 있는 그분의 생애를 존경하고 있는 것 입니다." 설상, 왕자안의 선친은 개바에서 축출을 당했었기 때문에 말하자면 그다지 근본에 충실했다고는 알려져 있지 않았다. 지금 호개 혁광은 말이 서툴러서 잘못 말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러나, 오히려 그렇게 잘못 말한 것이 사실은 진실이기도 했다. 어쨌던 이 호게 혁광은 이곳에 온 다섯명의 장로들 가운데에서 가장 나이가 젊은 칠십대의 노인었기 때문에아직 혈기가 충천하는 것 같았다. 왕자안은 그를 향해 포권하며 말했다. "龜장로님께서는 저의 선친을 높여 주시니 저로서는 고맙다는 말 밖에는 달리 할 말이 없는 듯 합니다." 호개 혁광은 왕자안으로부터 그와 같은 사례의 말을 듣자 일순 크게 우쭐해져서 안색이 뻘겋게 변했다. 기실, 지금 여기에 나타난 다섯명의 장로들은 실로 개방의 역사상에도 드물 정도의 놀라운 무학들을 성취한 풍진기인들이었다. ㅣ록 그들은 아직 사부를 모시고 있는 상태이지만 실제로는 강호의 어디에 가도 일대종사로서의 인정을 받기에 충분한 사람들이었다. 과거에 신주개성 왕검해는 자신의 재자들을 가려뽑는 일에 주력했었고 그리하여 개방에서 이와 같은 검출한 인물들이 나타나게 되었던 것이었다. 혁광은 기분이 크게 우쭐해지자 거기에서 멈추지 않고 왕자안에게 말했다. "별 말씀을 다하시는군요. 헌데 저기에 서 계시는 분은 상당히 고명하신 분인 것 같은데 저희들에게 소개시켜 주시지 않겠습니까? 웬만하면 저희들과 친구가 될 수 있을 것 같군요." 혁광이 가리킨 사람은 몰론 독고상이었다. 그들은 무공이 거의 대부분이 초절정의 경지에 올라 있는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상대방의 무형지기를 느낄 수가 있었으므로 능히 상대의 무예경지를 파악할 수가 있는 것이었다. 왕자안은 이에 스스럼없이 고개를 끄뜩였다. "아. 그렇게 하지요." 이어, 그는 독고상을 향해 말했다. "이분은 바로 저의 사형제이신 분으로서 무공은 가히 여려분들과 견줄만한 정도일 것입니다. 마치 투박한 그롯속에 보옥이 담겨져 있는 것과 같은 모습으로 천하에서 드문 기인이십니다." 독고상은 이제까지 왕자안이 자신을 이렇게까지 추켜세우는 것을 본 적이 없었다. 물론 그것이 자신이 저들과 잘 어울리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어쨌던 얼굴이 벌개지는 것을 어쩔 수가 없었다. 지게 향각도 고개를 끄뜩이며 왕자안의 말에 동의했다. "ㅅ실로 그렇군요. 저희들은 이제서야 겨우 초절정의 경지에 도달했는데 저 형제는 이제 불과 회갑도 지나지 않은 나이로 그와 같은 성취를 이루었으니 시로 우리들이 비교할 수 없는 사람입니다." 이어 향각은 직접 독고상에게 물었다. "이보시오. 형제! 형제의 존성대명은 뭐라고 하는 것이오?" 지금 왕자안이 독고상을 사형제라고 말했었기 때문에 향각이 그를 대하는 태도 약시 크게 존중하고 있는 것이었다. 사실 독고상은 타고난 추한 외모 때문에 어디에서든 이처럼 환대를 받아본 적이 없었다. 그는 다소 어색한 심정에 헛기침을 하며 무뚝뚝하게 대답했다. "나는 독고상이라하오?" 이에, 향각이 소리치며 말했다. "독고상이라! 그야말로 통쾌한 이름이로군. 우리들 강호의 사람들이 살다보면 상처를 입는 것은 당연한 일인데 아예 이름이 그와 같은 것이라니, 실로 통쾌하오. 대부분 이러한 사람들이라야 비로소 영웅이 될 자격이 있다고 할 수가 있지." 혁광이 이어 독고상에게 물었다. "이보시오. 독고형! 어디 우리에게 한수 보여주실 의향은 없소?" 독고상은 마침 어색하던 판이었는데 즉시 이에 응했다. 사람들을 상대하는 일에 능하지 못하는 그는 차라리 무공을 보여주는 것이 마음 편한 노롯이었기 때문이었다. 독고상은 잠시 생각하는 듯 하다가 이윽고 천천히 탁자의 앞으로 다가가기 시작했다. 다섯명의 늙은 거지들뿐만 아니라 상관엽등도 실제로 독고상의 무예시전 광경을 자세히 보지 못했었기 때문에 눈을 크게 뜨고 그쪽을 주시했다. ................ --------------------------- 번 호: 87/90 등록자: 김창현(redhawk) 97/01/29 17:37 (458줄) 제 목: [백상] 개방백의 제자 35장 第 五 券 第 三十五 章 소녀의 주화입마. 독고상은 많은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되자 다소 어색한 듯이 주위를 두리번 거리다가 이윽고 탁자 가운데의 음식들 가운데서 하나의 요리를 손에 집어들었다. 아니 그것은 집어든 것이 아니라 그가 손을 움직이자 그것이 허공으로 둥실 떠오른 것이었다. 일반적으로 격공섭물을 절기를 시전하게 되면 당연히 그 부근의 물건까지 영향을 받게 되는 것인데, 전혀 그롯하나 움직이지 않고 있다는 것은 이미 그의 공력이 신기한 경지에 이르러 있다는 의미였다. 그 요리는 바로 하나리의 통닭이었는데 알맞게 노랗게 구워져 있는 것이었다. 일반적으로 개방의 사람들은 남의 집에서 닭을 훔쳐먹는 버롯들이 많았기에 때문에 지금의 음식상에도 그와 같은 요리들을 차린 것이었다. 그 구워진 통닭은 독고상의 손에 붙을 듯이 허공으로 둥실 떠올라서는 이내 독고상이 가볍게 손을 휘젓자 허공으로 높이 솟아올랐다. 헌데 그 순간의 일이었다. 독고상이 다시 가볍게 손을 흔드는 순간에 그 통닭은 잠시 허공에 멈칫하는 듯 하더니 이윽고 다시 예의 그 그롯위에 도로 내려앉는 것이 안니가? (..........!) 상관엽은 이제까지 호기심이 깊은 시선으로 그와 같은 과정을 지켜보고 있었는데 일순 의아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 통닭은 그저 아까와 다름이 없이 그대로였고 조금도 어디가 달라진 구석이 없었던 것이었다. 만일 장검으로 서투르게 잘라도 통닭이 잘려져 나갔었을 것인데도 그것은 아까와 전혀 다르지 않게 똑같은 모습인 것을 보니 이상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상관엽은 혹시나 그 통닭이 이미 잘려져 나가서 잠시 후면 갈라지게 되는 것인가 하고 생각하고열심히 바라보았으나 그렇지도 않은 것 같았다. 잠시의 시간이 흘러갔으나 그 통닭은 조금도 색깔이 변하지도 않았고 또한 갈라지지도 않았다. 그렇다면 독고상은 그저 그것을 허공에 높이 올리는 것을 보여주기만 했다는 것이라는 말인가? 그런 것이라면 강호의 삼척동자라도 능히 할 수가 있는 일일텐데 실로 이상한 노릇이 아닐수가 없었다. 따라서, 상관엽은 내심으로 이렇게 생각했다. (하기는 그 높은 곳에 올라갔다가 아무런 흔적도 없이 다시 내려왔다면 그것도 신기한 무공이라고 할 만 하겠지.) 헌데 그때였다. 갑자기 지개 향각이 커다란 두 손을 들어서 새차게 박수를 치는 것이었다. "핫핫핫, 실로 놀라운 일이오. 실로 이와 같은 절기는 소인이 평생으로 처음 대하는 것이외다." 그러자, 나머지 다른 사람들도 일제히 놀라면서 박수를 치는 것이었다. "역시 대단하오. 독고형의 능력은 우리들보다 더욱 우위에 있는 것 같소이다." 독고상은 이에 겸손한 표정으로 그들에게 답례를 했다. "그런 말씀 하지 마시오. 나는 그저 별볼 일이 없는 재주를 보였을뿐이오." 향각이 손을 휘저었다. "무슨 말씀을..... 나는 격산타우의 공력이 놀라운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고 또한 장법을 주무기로 하고 있는 사람이지만 솔직히 그와 같은 신기에 가까운 능력은 발휘 할 수가 없겠소이다. 정말 노라운 절기이오." 그 말에 다른 늙은 거지들도 즉각 동조를 표했기 때문에 독고상은 그저 묵묵히 반박을 하지 못하고 어색하게 서 있었다. ....... 그러헤 잠시 어색한 침묵이 흘러가자 왕자안이 다시 미소하며 앞으로 나서서 그들 장로들을 奎해 말했다. "자, 그건 그렇고 우리 함께 식사나 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지게 향각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닙니다. 저희들은 이제 소공자님을 뵈었으니 그만 가보아야지요. 이곳의 음식들은 사실 소인들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것입니다. 부디 소공자님께서 많이 드시기를 바랍니다." 이어, 정말로 다른 거지들도 향각을 따라서 분분히 왕자안에게 인사를 올리면서 밖으로 향하는 것이었다. 왕자안은 처음에는 다소 어리둥절한 표정이었으나 구태여 말리지 않았다. 기실, 이들 장로들은 이미 개방에서 자신들의 영역을 구축하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아무래도 당금의 개방의 중심인 왕씨가문의 사람들을 무시할 수가 없는 일이었고 또한 왕자안이 아타남으로 인해서 은연중 그와 경쟁관계에 놓이게 된 다른 그의 사촌형제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을 수가 없게 된 것이었다. 지금 이 다섯명의 거지들이 일부러 왕자안을 바뭉해 중 것은 일단은 최대한으로 왕자안을 위해서 자신들의 곤란함을 무릅 쓰고서라도 성의를 다한 것이었다. 따라서, 지금 그들이 식사를 함께 할 수가 없다고 하면서 달아나듯이 물러가 버린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할 수가 있었다. ............ 상관엽등은 그러한 내막을 알 수가 없어서 느닷없이 그늙은 거지들이 모조리 달아나듯이 물러가 버리자 다소 어리둥절한 표정들이었다. 그러나, 이윽고 내부가 다시 조용해지자 그들은 각기 탁자의 주위에 둘러앉았다. 상관지는 왕자안의 좌측에 앉았고, 상관엽은 맞은편에, 그리고 독고상은 왕자안의 우측에 앉았다. 그들은 모조리 왕자안이 먼저 음식에 손을 대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문득 왕자안이 상관엽을 향애 이렇게 말했다. "나에게 통닭을 집어주지 않겠느냐?" (...........?) 상관엽은 왕자안이 느닷없이 그와 같은 심부름을 시키는 것을 의아하게 생각했으나 그저 별다른 생각 없이 그롯위의 하나의 통닭을 집어들었다. 그러나, 왕자안은 고개를 저으며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그것이 아니라 비로 중앙에 있는 그 통닭을 다오." 상관엽은 더욱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평소에 사부가 이렇게 음식을 가려먹는 것을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어 별다른 생각이 없이 그 통닥을 징어들고서 왕자안에게 건네주자 왕자안은 이어 그것을 받지 아노고서 이렇게 말했다. "그것을 찢어보아라!" (............!) 상관엽은 문득 더욱 어리둥절해졌으나 이내 사부의 말대로 그 통닭을 찢었다. 그는 통닭을 찢어서 사부에게 건네주려고 했다. 헌데 그때였다. 상관엽은 갑자기 뭔가 이상한 것을 느끼고서 자신의 손에 들려 있는 통닭을 바라보다가 문득 안색이 크게 변했다. 통닭은 속의 뼈가 하나도 없엇던 것이었다. 그 뼈가 없는 통닭은 상관엽이 가볍게 힘을 주자 마자 마치 만두처럼 부드럽게 잘려져서 나누어졌던 것이었다. (........?) 대체 이것은 어찌된 일일까? 사부의 표정을 보고서 상관엽은 뭔가 강렬한 느낌이 스쳐나가는 듯한 기분이었다. 이에 왕자안은 가볍게 웃으면서 말했다. "이제 알겠느냐?" 상관엽은 일순 손이 떨리는 것 같아서 자신도 모르게 그 통닭을 탁자위에 내려놓았다. 그는 이제야 알게 되었다. 알고보니 그가 집었던 통닭은 바로 조금전에 독고상이 시범을 보이기 위해 허공에 던졌었던 것이었다. 아까 상관엽은 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지 못했었다. 그런데, 이제 생각해보니 독고상은 그때 통닭을 던져서 그 속의 뼈만을 한순간에 녹여버린 것이었다. 그러한 재주는 실로 놀라운 것일 뿐만 아니라 식별하기도 어려워서 향각등도 한참만에야 알고서 그토록 경탄하고 돌아갔던 것이었다. 따라서 상관엽은 이제 이렇게 뼈가 없어진 통닭을 들게 되자 마치 전신의 기운이 모조리 빠져나가는 것 같은 충격을 느꼈다. 실로 그와 같은 절기에 대한 놀라움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었다.왕자안은 웃으면서 다시 물었다. "너는 어째서 너의 사백께서 만들어주신 그 통닭을 버리려고 하느냐?" 이에 상관엽은 일순간 그 의미를 깨달았다. 따라서, 즉시 근능 독으면서 탁자위에 떨어진 통닭을 열심히 주워서 먹으면서 독고상을 향해 이렇게 말했다. "사백깨서 자에게 이러한 은혜를 배푸셨으니 고맙습니다. 앞으로도 많은 지도편달을 해주시기를 바라겠습니다." 기실, 상관엽등은 요 며칠동안 왕자안의 능력에 대해서 너무나도 신기하게 생각하고 있던 니머지 그만, 상대적으로 독고상의 능력에 대해서는 무관심하게 되었었다. 그러나, 지금 왕자안은 그가 시범을 보였던 통닭을 먹음으로써 상관엽에게 독고상으로부터 지도를 받는 것이 유리하다는 암시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었다. 기실, 왕자안이 가장 휼륭한 스승이라면 이 독고상은 가장 좋은 조련사라고 할 수가 있었다. 독고상도 그와 같은 왕자안의 내심을 파악하고 있었지만 즉시 그와 같은 마음을 알아차리고서 자신에게 깍듯하게 예의를 차리는 상관엽이 귀여운 생각이 들어서 즉시 말했다. "물론이다. 내가 어찌 너에게 지도편달을 해주는 것을 주저하겠느냐?" 실상, 독고상은 상관엽등이 왕자안에게 매우 밀착되고 있는 상황에서 다소 소외되고 있는 듯한 기분이었는데 이제 자신이 직접 상관엽을 가르칠 수만 있다면 그것은 그에게는 보람있는 일이요 즐거움이라고 말할 만 했다. 상관엽은 이에 입이 크게 벌어지면서 기뻐서 되물었다. "정말이십니까? 사백님의 그 신기한 격산타우의 신공을 저에게 가르쳐 주시겠다는 말씀이십니까?" 독고상은 이에 다소 주저하다가 대답했다. "그것은 사실 어떤 이름이 있는 장법이 아니라 그저 네가 지금 배우고 있는 무아장결을 배우게 되면 저절로 할 수가 있게 되는 것이다. 나는 비록 그와 같은 무공은 배우지 못했지만 그러나 그 장법에 관해서 오랫동안 노력했으므로 그렇게 할 수가 있게 되었던 것이다." 상관엽은 이에 내심으로 수긍을 했다. 하기는 이 무아장결이라고 하는 것은 모든 장법의 정화를 모은 것으로서 천하의 장법의 이론 가운데 꿰뚫지 않는 것이 없었다. 상관엽은 다시 눈빛을 빛내면서 물었다. "그런 사백님께서 앞으로 저에게 이 장법에 대해서 가르침을 주시겠습니까?" 독고상은 장법의 대가라고 할 수가 있으므로 만일 그에게서 가르침을 받게 된다면 훨씬 진전이 빠르게 될 것은 뻔한 일이었다. 그것은 스승인 왕자안의 역할과는 또 다른 도움인 것이었다. 헌데, 이때 문득 왕자안이 웃으면서 이렇게 말했다. "너의 사백께서는 비단 장법뿐만 아니라 지법이나 그밖의 무공에 있어서도 이미 높은 경지에 올라 계시는 것이다. 따라서 너는 비단 장법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무공에 있어서도 사백께 지도를 받는 것이 좋을 것이다." 이에, 상관엽은 감히 자신이 사백을 무시한 듯한 말을 한 것을 크게 뉘우치고서 즉시 공손하게 이렇게 말햇다. "그럼 사백님께서는 앞으로 저에게 모든 무공에 대해서 가르침을 주시겠습니까?" 독고상은 상관엽을 늘상 매우 기특하게 생각하고 있었으므로 그의 그러한 제안에 대해서 거절할리가 없었다. 독고상은 웃으며 말했다. "물론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다소 피곤해질 것인데 그래도 괜찮느냐?" 상관엽은 그만 다시 입이 벌어졌다. "무, 물론입니다. 저는 무공을 배울 수만 있다면 그야말로 끓는 물이나 불속이라도 들어갈 자신이 있습니다." 독고상은 이에 기특하게 생각하며 말했다. "네가 만일 그렇게 할 수만 있다면 반드시 나보다 빠르게 초절정의 경지에 오를 수가 잇을 것이다. 왜냐하면 너는 우리 소주인님의 제자이기 때문이지." 순간, 상관엽은 무심코 기뻐하다가 내심으로 이렇게 생각했다. (아니, 정말로 내가 사백님의 자질을 능가할 수가 있을까? 아까 그 개방의 장로들도 그토록 격찬한 분인데.... 하지만 내가 사백님의 자질을 능가하지 못한다면 어떻게 감히 사부님의 진실한 제자라고 할 수가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하자 일순간 아주 무거운 짐이 어깨를 내리누르는 것 같았다. 실상, 보통 사람들은 도저히 독고상과 같은 경지에 오를 수가 없는 데다가 제아무리 자질이 뛰어난 상관엽이라고 해도 스스로 자신할 수가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할 수가 있었다. 순간적으로 상관엽의 표정이 무거워지는 것을 보고서 왕자안은 미소하며 말했다. "엽아, 이른바 무공을 연마하는 것 뿐만 아니라 어떤 일을 하든 간에 결과를 초조하게 기다리지 말고 순간순간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 실로 그렇게 할 수만 있다면 결코 나쁜결과는 생기지 않을 것이다." 상관엽은 이에 문득 이렇게 생각했다. (그렇다! 설령 내가 나중에 비록 사백님보다 성취속도가 늦어진다고 해도 일단 최선을 다했다고 한다면 무엇을 두려워 할 것인가? 나는 사부님의 말씀대로 무리하게 욕심을 내지 말고 최선을 다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상관엽은 그런 생각을 하자 신기하게도 마음이 다시 가벼워지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따라서, 그는 즉시 왕자안을 향해 공손하게 고개를 숙이면서 말했다. "저는 앞으로 결코 무리하게 무엇을 얻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오직 순간순간 노력하여 최선을 다하고 거기에서 만족을 얻는 사람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그러자, 왕자안은 가볍게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좋다! 너는 비록 자질은 평범한 편이지만 심성이 중후하여 비교적 깨우치는 바가 빠른 편이로구나! 바로 그런 점 때문에 너를 제자로 삼은 것이다. 너는 앞으로 스스로를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 너의 성취는 상당히 높아지게 될 것이다." 왕자안과 같은 사부의 그와 같은 말은 실로 믿을만한 것임에는 틀림이 없었다. 상관엽은 이에 들줄기에 피가 솟구치는 듯 하여 얼굴이 시뻘게지고 가슴이 쿵쿵하고 뛰는 것 같은 격정속에 휘말렸다. 이에, 옆에서 상관지가 묵묵히 듣고 있다가 입을 열어서 말했다. "그렇다면 저는 앞으로 저의 동생을 따라갈 생각을 말아야 하겠군요? 저는 얼마전에 능히 그럴수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지금은 독고사백께서 가르쳐 주시겠다고 하시니 아무래도 어려울 것 같아요." 상관지의 그러한 말은 시무룩한 것이 아니라 동생의 장래를 보고 더없이 기뻐하는 표정을 지니고 있었다. 이에 왕자안은 미소하며 이렇게 대꾸했다. "그렇소. 원래 엽아의 자질은 평범한 편이고 또한 그다지 총←한 편은 아니라고 할 수가 있소. 그러나 그의 심성이 맑고 중후한 편이어서 비록 초기에는 상관낭자보다도 성취속도가 늦어지게 될 것이나 나중에는 오히려 더욱 빨라지게 될 것이오. 왜냐하면 무공이라고 하는 것은 일단 초기에는 자질을 중시하게 되는 것이지만 나중의 극상승의 경지에 있어서는 오직 그 사람의 심성이 중요한 관건으로 작용하게 되기 때문이오." 상관지도 다시 그와 같은 얘기를 듣게 되자 매우 놀랐다. "아! 그렇군요." 왕자안은 이어 말했다. "예를 들어서 나의 증조부님은 아주 뛰어난 총명함을 가지고 있었고 또한 무학에 댜한 자질도 상당히 휼륭한 편이었으나 결국 선사의 진전을 얻을 수가 없었소. 하지만 나의 선친께서는 비록 그다지 자질이 뛰어나지 않았으나 심성이 맑앗기 때문에 거의 진전에 다가갈 수가 있었던 것이오." 이 순간의 상관엽의 심정은 그만 너무나도 기뻐서 심장이 밖으로 튀어나오려고 하고 있었다. 그는 지금 무엇이라도 먹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눈앞의 맛있어 보이는 음식들은 전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원래 그는 이제까지 자신의 총명함이나 자질이 크게 뒤진다고 생각하고 그만 낙담해하고 있었던 것이었는데 이제 사부의 말을 듣고 보니 그러한 것은 그야말로 아무 것도 아니라는 것을 알 수가 있었다. 상관엽은 따라서 지금 기뿜이 최고조에 이르러서 도저히 다른 생각을 할 수가 없었다. 게다가, 그는 이 기쁨이 사라질까 두려워하여 내심으로 조금도 교만한 생각이 ㅣ일어나지 않도록 신경을 썼다. (나는 이제 오직 노력하고 노력할 것이다. 사부님과 사백님의 지시를 달게 받아들이고 아무런 결과도 바라지 않고 오직 최선을 다해서 노력할 것이다. 그것이 바로 사부님의 은헤에 보답하는 길이 아니겠는가?) 상관엽이 잠시 멍하니 서 있는 것을 보고서 상관지가 내심 그 기분을 이해하고 있으면서도 웃으면서 동생의 허리를 쿡 찔렀다. "소엽, 대체 지금 뭘 하는거야?" 그러자, 상관엽은 그만 엉겹결에 이렇게 말하고 말았다. "응, 누나는 사부님께 시집을 가는 것이 좋아!" 그것은 전혀 생각지도 않게 상관엽의 입술을 비집고 나온 말이었다. 평소에 워낙에 간절한 마음이 있었기 때문에 무의식중에 자신도 모르게 저절로 튀어나오고 말았던 것이었다. 순간, 상관지는 얼굴이 목덜미까지 새빨개지고 말았다. 그녀는 너무나도 부끄러워서 감히 다시 입을 열지도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상관엽도 자신이 크게 실수를 한 것을 알고는 즉시 자리에 다시 않잤다. 독고상은 가만히 웃고 있었지만 별로 말을 하지 않았다. 왕자안은 조용히 식사하기 시작했다. 이에, 뒤를 따라서 식사를 하기 시작하는 상관남매의 심정은 그야말로 갑자기 바늘방석에라도 앉은 듯한 기분이었다. × × × × × × × × × × × × × × × 이 지하석실은 계속해서 횃불을 켜놓고 있었기 때문에 밤과 낮의 구별이 있을 수가 없었다. 다만 생각해 보니 저녁식사를 바쳤으니 이제 밖은 어두울 것이라고 빔작되었다. 왕자안은 식사를 마치고 나서 이윽고 다시 자신의 석실로 돌아가서 침상위에 앉아서 명상에 잠겨 있었다. 그런데,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갑자기 그의 석실의 문이 벌컥 열리면서 상관지가 비틀거리면서 안으로 뛰어들어오는 것이었다. 놀랍게도 그녀는 거의 잠옷바람이었고 머릿결도 다소 흐트러진 채 였다. 왕자안은 명상에서 깨어나서 몰라서 물었다. "무슨 일이오?" 그러자 상관지는 숨을 헐떡이며서 말했다. "모르겠어요. 잠을 자기 전에 운기조식을 하기 위해 가부좌를 틀었었는데 갑자기 기혈이 솟구치면서 전신이 마비가 되고......" 상관지는 일순 말을 하다가 말고 얼굴이 빨개졌다. 비록 자신이 얼겹결에 왕자안을 찾아오기는 했지만 그와 같은 차림새인 것을 부끄러워하는 모양이었다. 왕자안은 이에 가볍게 웃으면서 말했다. "아마도 운기조식을 하다가 말고 마음이 안정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오. 사실 그 옥녀심공은 운기할 때에 다른 생각을 떠올리면 기혈이 솟구치게 되어 주화입마를 당하기가 십상인 것이라오." 상관지는 이에 안색이 파랗게 질렸다. "그렇다면 저는.... 저는 그럼 이렇게 주화입마를 당해서 병신이 되는 것인가요?" 왕자안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만일 다른 사람에게 갔었다면 위험이 있을지 몰라도 일단 낭자가 나에게 왓으니 설령 전신이 마비가 되었다고 해도 금방 무사할 수가 있을 것이오. 하물며 지금 낭자의 상태는 그다지 위중하게 보이지는 않은 것이오." 상관지는 이에 가벼운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는 시선을 아래로 깔면서 다소 기이한 눈빛을 하는 것이었다. "그럼 저를...... 저를 부디 고쳐주세요." 왕자안은 호쾌하게 말했다. "물론이오. 내 고쳐 줄것이니 아무런 걱정을 하지 마시오." (..............?) 상관지는 이전에 왕자안의 침상위에 누운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때는 다른 사람들도 있는 상태에서 그랬었던 것이었는데 지금은 그때와는 상황이 또 달랐다. 지금은 오직 왕자안과 그녀만이 이 석실의 내부에 있는 것이었다. 물론 그녀는 왕자안의 인품을 믿고 있는 상태였지만 그렇다고 해서 숫처녀다운 수치심을 감출 수는 없었다. 왕자안이 침상위에서 내려오자 그녀는 가까스로 천천히 몸을 움직여서 그의 침상위로 천천히 누웠다. 그러자, 마치 침상에서 왕자안의 채취가 느껴지는 듯 하고 정신이 아득해져서 그만 체내의 기혈이 더욱 맹렬하게 날뛰기 시작했다. 따라서, 상관지는 그대로 정신이 빙빙 도는 것 같아서 눈을 감았으며 나직한 신음소리를 냈다. 그것을 보고 왕자안이 우수를 휘저으서 백색의 서기에 가득한 광채를 방출하여 그녀의 전신을 덮었으며 이윽고 상관지는 전신이 서늘하게 변하면서 신기하ㅔ도 증세가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 다소 서운한 듯도 했지만 상관지는 일단은 전신의 마비증세가 완전하게 풀리고 진기가 순조롭게 운행되는 것을 알고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확실히 왕자안의 능력은 놀라운 것이었다. 세상의 그 어떤 의원이 이처럼 놀라운 능력을 가지고 있을 것이며 순식간에 주화입마의 상을 치료해 줄 수가 있을 것인가? 그런데 이때 다소 기이한 일이 생겼다. 분명히 상관지는 자신의 상세가 완전히 치유된 것이라고 생각하며 몸을 일으키고 고맙다는 인사말을 하려고 했었는데 이상하게도 왕자안이 다소 난색을 띠고 있는 것이 아닌가? 따라서, 고맙다는 인사말은 상관지의 입속에서 저절로 들어가 버리고 말았다. "저어....... 혹시 잘못된 것인가요?" 왕자안은 잠시 다소 깊이 생각하는 듯 하다가 이윽고 고개를 저으면서 대답했다. "아니오." 상관지는 실로 그와 같이 어정쩡한 왕자안의 태도를 처음으로 보고는 의아해하며 다시 물었다. "그럼 저의 치료가 아직 끝나지 않은 것인가요?" 왕자안은 잠시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것도 아니오." 상관지는 이에 즉시 되물었다. "그럼 대체 뭐죠?" 왕자안은 이에 문득 그녀의 얼굴을 향해 고개를 들고 바라보더니 나직한 탄식과 함께 이렇게 말했다. "비록 치료가 거의 다 되기느 했지만 아직 완전한 것은 아이오." 상관지는 이에 문득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그녀는 지금 은근히 왕자안을 사모하여 그의 부인이 되고 싶어하고 있는 것인데 자신이 불구가 되는 것이라면 그것은 감히 꿈도 꿀 수가 없는 노롯이 아닌가? 상관지는 다소 떨리는 심정으로 물었다. "그, 그럼 대체 무엇이 잘못된 것이죠?" 왕자안은 대답했다. "사실 그 증세는 낭자의 마음의 병에 있는 것이오. 따라서 만일 낭자가 그런 마음으로 다시 운기조식을 하게 된다면 앞으로 조금 전과 같은 증세는 다시 재발될 것이오." 상관지는 놀라면서 다시 물었다. "그럼 그때는 고칠 수가 없게 되는 것인가요?" 왕자안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물론 고칠수는 있는 것이지만, 그러나 내가 항상 낭자의 곁에 머물러 있는 것도 아닌데 어떻게 늘상 고쳐 줄 수가 있겠소? 그러니까 낭자는 운기조식을 할 수가 없으므로 무공도 거의 사용할 수가 없게 되는 것이오." 상관지는 그의 얘기를 듣고는 다소 안심이 되었다. - 第 三十五章 終 - - 第 五卷 終 - --------------------------- [3206] 제목 : [백상] 개방백의제자 36장 올린이 : l2056 (임종범 ) 97/03/17 21:49 읽음 : 229 관련자료 없음 -------------------------------------------------------------------------- ---- 개방백의 제자(愷幇 白衣第子) 백상(百象) 원작(原作) 타이핑 - 林 鍾 範 저 자 - 百 象 第 六 券 第 三十六 章 다정과 무정심 그녀는 내심으로 이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당신이 나와 혼인해 준다면 그러한 것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이 아닌가요?) 기실, 아까 그녀는 운기조식을 하던 중에 문득 왕자안에 대해서 생각을 하다가 그만 기혈이 흔들리고 주화입마에 빠지게 되었던 것이었다. 그것은 실로 아까 식사를 하던 도중에 그녀의 동생인 상관엽이 이상한 말로 그녀를 흥분시겼었고 또한 왕자안이 아주 태연한 표정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더욱 그녀의마음을 달아오르게 만들었던 것이었다. 사실, 상관지 그녀도 원래는 옥녀심경의 내공심법에 있어서 어떤 음욕이나 사념을 떠올려서는 안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미 그 구결의 내용에는 그러한 것이 들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일단 시작된 그녀의 마음의 불길은 쉽사리 제거되지 않았고 또한 한번 일어난 기혈의 움직임은 또한 억제하기 어려웠다. 따라서, 그녀는 문득 모든 것을 내던지는 심정으로 왕자안을 찾아왓던 것이었다. 그러나, 아직 남자를 한번도 사귀어 보지 못한 숫처녀의 몸으로서 그녀는 결코 자신의 심정을 상대에게 밝힐수가 없었다. 그것은 그가 바로 자신의 동생의 사부이기 때문에 더욱 그러했다. 따라서, 그녀는 왕자안의 말을 듣고는 그저 한숨을 내쉬면서 이렇게 말햇다. "그렇다면 어쩔 수가 없는 일이겠지요. 당신은..... 공연히 저를 위해서 애를 쓰실 필요가 없어요. 저는 앞으로 무공을 사용하지 않도록 하겠어요." 그것은 분명 마음에도 없는 말이었다. 왕자안은 문득 그 말을 듣자 얼굴에 가벼운 미소를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하자민 나에게 전혀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오." (................?) 상관지가 고개를 들고 쳐다보자 왕자안은 이에 미소하며 말을 이었다. "나에게 일전에 배운 바가 있는 무정심결이라는 무학의 구결이 있소. 만일 낭자가 그것을 우선 배우고 익히기 시작한다면 앞으로 그런 주화입마의 증상은 사라지게 될 것이오." 상관지는 가능한 한 무공을 사용할 수 없다고 해도 지금의 상태를 유지하여 왕자안과 가깝게 접근하고 싶었다. 그리하여 만일 왕자안이 어떤 어려운 방법을 제시하게 되면 그것을 하기 어렵다고 해서 거절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뜻밖에도 지금 왕자안이 내놓은 방법이라는 것은 별로 어려운 것이 아니라 그저 하나의 무학을 더 배우라는 말이 아닌가? 만일, 일반의 무림인들이 그 얘기를 듣게 된다면 매우 기뻐할 노롯이겠지만 상관지는 내심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었다. 기실, 아까 무작정 주화입마를 당해서 이쪽으로 달려올 때만 해도 그녀는 그것을 빌미로 해서 왕자안과 더욱 가까와질 수 있다는 일말의 기대감이 있었기 때문에 내심으로는 오히려 기쁨이 앞서고 있었었다. 그런데, 이제 그 치료 방법을 확실하게 듣게 되자 그녀는 일순 서글픈 심정이 일어났다. 하지만, 그렇다고 겉으로 그런 심정을 드러낼 수도 없고하여 그녀는 짐짓 기대에 가득찬 표정으로 이렇게 물었다. "그 무정심결이라는 것은 지금 동생이 배우고 있는 무아심결과는 어떻게 다른 ㄱ서인가요?" 왕자안은 이에 가볍게 웃었다. "사실 무정심결은 그 무아심결의 일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오. 하지만 그 무정심결 또한 능력이 대단하여 만약 그 오의를 터득하게 되면 놀라운 무학상의 발전이 있게 될 것이오. 솔직이 내가 낭자에게 건네주었던 그 옥녀심경은 지나치게 순수한 마음만을 강조하고 심마를 제압하는 힘이 없기 때문에 보다 높은 극상승의 경지에 도달하기에는 무리가 있었소이다. 따라서 이번 기회에 그런 것을 배우게 된다면 낭자도 그 성취가 나의 제자에 못지 않게 될 것이라고 보오." 지금 상관엽이 배우고 있는 무아심결이라고 하는 것은 가히 무아문의 중추적인 절학으로서 그 심오함은 말할 필요가 없는 것이었다. 따라서, 이제 왕자안이 그와 같은 절학을 가르쳐 주겠다고 한다는 것은 상관지 그녀에게 잇어서는 거의 무한한 복이라고 할 수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상관지에게는 실로 그와 같은 절세적인 절학들이 전혀 마음에 들어오지 않고 있는 상태였다. 그녀는 내심으로 탄식하면서 겉으로는 웃었다. "그런 제가 너무 고마와서 어쩌지요? 아무튼 저는 당신이 하시라는 대로 하겠어요." 왕자안은 미소하며 말했다. "잘 생각했소. 낭자가 이번 기회에 그와 같은 무학을 배우게 되면 비단 무학 방면에서 뿐만 아니라 다른 생활에서도 많은 이로움이 있게 될 것이오. 그러므로 앞으로는 우선 옥녀심경상의 무공을 중단하고 우선 이 무정심결의 구결을 배우고 익히도록 하시오." 이어, 왕자안은 침상위에 걸터 앉아서 옆에 함께 앉은 상관지에게 그 무정심결에 대해서 천천히 들러주었다. 그 구결은 이를테면 마음을 다스리는 주문과도 같은 것이었다. 비록 주문이라고 하나 구절구절마다 뜻이 담겨져 있는 것이었고 또한 그 구결의 길이가 매우 길었다.하지만 상관지는 왕자안이 그것을 겨우 세번 반복해서 가르쳐주는 동안에 모두 암기할 수가 있었다. 기실, 그녀가 아주 총명한 사람이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다른 이유가 있었다. 그것은 바로 지금 그녀가 그 무정심결에 대해서 그다지 욕심이 아나 않고 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오히려 마음이 냉정해져서 그 취지에 걸맞는 것이었고, 게다가 그녀의 심정을 건드리는 내용으로 구성되어서 구구절절이 그녀에게 공감되는 바가 있었기 때문에 그녀는 쉽게 암기할 수가 있었던 것이었다. 물론 그녀는 아직 그것을 이해하지 못한 상태였고 겨우 그것으로도 마음속의 불길은 상당히 사그러진 듯 보였다. 물론 그 구결은 무아심결에 비해서 상당히 분량이 적은 것이었지만 심오하여 그녀가 만일 긍 ㅢ미를 완전하게 터득하려면 최소한 죢년은 수련해야 할 것 같았다. "앞으로 간혹 잊어버리는 부분이 있거든 나에게 와서 다시 물어보도록 하고, 그리고 만일 그 구결을 일성 정도만 이해할 수 잇어도 다시 옥녀심경의 무공을 수련해도 되오." 상관지는 마치 제자나 된 듯이 고분고분하게 그의 말을 들었다. "명심하도록 하겠어요." 아마 그렇게 하는 동안에 그녀가 석실에 온지 많은 시간이 흘러간 것 같았다. 상관지는 내심 매우 헝클어진 심정으로 그에게 작별을 고했다. "그럼 주무세요. 저는 이만 돌아가 보겠어요." 왕자안은 담담히 미소하며 고개를 끄뜩였다. "그렇게 하시오." .............. 이윽고, 상관지가 석실의 문을 열고 자신의 석실로 돌아간 다음에 왕자안은 조용해진 실내에서 마치 명상을 하듯이 앉아 있다가 이렇게 입을 열어 말했다. "이제까지 그렇게 기다리고 있었는데 이제와서 그렇게 그냥 돌아간다면 그것은 너무나도 서운한 일이 아니겠소?" 그것은 대체 누구를 향해 한 말이었을까? 그런데 뜻밖에도 전혀 아무도 없는 듯 하던 실내에서 누군가의 다소 차가운 음성이 들려오는 것이었다. "흥! 과연 둘째의 말대로 대단한 능력을 가진 녀석이로군!" 그 말은 지금 알고보니 석실의 천정에서 들려오고 있었다. 이 석실은 비록 문을 제외한 다른 삼면이 철저하게 밀폐되어 있다고는 하나 천정의 통풍구는 시원하게 개방되어 있었다. 그것이 비록 철망과 같은 것으로 가로막혀서 있다고는 하나 그곳에서의 음성은 너무나도 잘 들리고 있었다. 아니아 다를까. 잠시 후에 그 철망이 소리없이 뜯겨져 나가면서 그곳으로부터 무려 네명이나 되는 청년들이 줄줄이 허공을 밝고 내려서는 것이었다. 그 가운데는 이미 왕자안과 매우 낯익은 사람도 있었는데도 그 사람은 바로 다름아닌 철면개 왕자형이었다. 그렇다면 다른 세명의 청년들은 누구일까? 다름이 아니라 바로 개방의 차기 후계자인 백결개 왕룡생의 네명의 휼륭한 아들들인 것이었다. 실로 그들이 이렇게 한꺼번에 나타나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었는데 이러한 것을 보니 지금 개방에서는 왕자안의 출현을 매우 깊게 생각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확실히 왕자안은 비록 완전히 자신을 드러내지 않았지만 곳곳에서 무시할 수 없는 놀라운 능력들을 공공연하게 드러내 보였던 적들이 있었다. 그러한 것들이 아마도 그의 존재에 대해서 더욱 긴장하게 만드는 요인이 되었을 것이었다. 철면개 왕자형을 제외한 세명의 사람들 중에서 한 사람은 허리에 여려개의 부대를 매고 있었고 백의를 걸치고 있었는데 나이는 가장 많아서 이십칠팔세 정도였다. 그의 얼굴에서는 은은한 백색의 기운이 빛살처럼 번쩍이고 있었는데 실로 이러한 나이에 개방의 육대제자가 되어 있는 고수는 흔하지 않다. 바로 현재의 개방의 총순찰이며 네명의 향제들 가운데의 맏이인 옥면개 왕자원 바로 그였다. 특의 그의 얼굴은 아주 준주한 편이어서 당금의 무림삼룡 가운데의 한 사람으로 꼽히고 있는 실정이었다. 왕자안은 바로 그가 조금전에 냉소 어린 말을 했었던 장본인임을 알고 있었다. 바로 그 아래의 왕자형과 다시 그 아래의 황의를 걸치고 있는 청년은 허리춤에 다섯개의 부대를 매달고 있으며 나이가 스물 서넛에 달하고 있는 사람으로 틀림없이 우순찰 쥐위에 있다는 세째인 금면개 왕자리가 분명해 보였다. 마지막으로 가장 나이가 어린 사람은 이제 스물 하나 정도로서 남의를 걸치고 잇었으며 아마도 총향주의 지위를 맏고 있는 은면개 왕자정이 분명해 보였다. 그들의 생김새는 비슷하게 준수했지만 하나같이 특징들이 뚜렸하여 쉬사리 인상에 남는 것이었고 또한 하나같이 개방의 오대제자 이상이었다. 당금의 강호상에서도 이처럼 뛰어난 젊은이들을 한꺼번에 만나보기라는 것은 쉽지 않은 노롯일 것이었다. 기실, 왕자안은 과거에 그들과 어렸을 적부터 안면이 야간씩 있었다. 하지만 그간에 서로의 얼굴이 많이 달라지게 되어서 이제는 거의 과거의 기억을 알아볼 수가 없게 되었는데 하지만 왕자안은 나름대로 이미 그들에 관해서 식별할 수가 있었고 또한 상대편의 청년들도 이미 얘기를 듣고 알고 있는 상태엿다. 왕자안은 우선 그 가운데의 가장 맏이인 왕자원을 향해 입을 열어 말했다. "나의 능력을 그다지 대단한 것이라고는 말할 수가 없을 것이오. 그보다 당신들의 그 숨어있는 재간이 더욱 뛰어난 것이 아니겠소?" 그 말에, 왕자원은 냉소를 떠올린 채로 웃었고 새째인 금면개 왕자리가 입을 열어 말했다. "하지만 우리는 너에게 발견되고 말았으니 너의 무공이 우리보다 더욱 뛰어난 것이 아니겠느냐?" 왕자안은 이에 가볍게 웃으면서 대꾸했다. "나는 마침 중요한 일을 계획하고 있었기 때문에 자연히 귀를 기울이게 되었던 것이오. 그런데 당신들은 그래 남의 방안을 그렇게 함부로 염탐해도 되는 것이오? 정말로 이럴것이라면 나에게 방을 내주지 않는 것이 좋았을 것이오." 금면개 왕자리가 냉소하며 말했다. "너에게 방을 주신 사람은 조부님이시니 우리로서는 상관할 것이 없다. 그보다 너는 아까 그 여자에게 무슨 수상쩍은 짓을 하려다가 우리가 있으니까 감히 하지 못한 것이 아니냐? 이 위선자 같은 녀석아! 너는 어서 그 일을 이실직고하는 것이 어떠냐?" 왕자안은 미소하며 말했다. "나는 위선자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선한 사람일고도 할 수가 없소. 나는 따라서 얘기를 해 줄수가 없을 뿐만 아니라 당신들이 감히 나의 방안에 허락도 없이 염탐하려 들어온 것을 따지고 싶은데 당신들은 이에 대해서 대답해 줄수가 있소." 금면개 왕자리는 안색이 차갑게 변하여 말했다. "우리가 그 대답에 응해줄 것 같으냐?" 왕자안은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내가 당신들에게 나의 생각을 말하고 않는 것은 나의 자유이지만 지금 당신들은 나에게 일단 죄를 지은 것이므로 나에게 그 얘기를 하지 않을 수가 없을 것이오." 금면개 왕자리는 안색이 크게 변하여 소리쳐 물었다. "만약 우리가 그 얘기를 하지 않겠다면 어쩔 작정이냐?" 왕자안은 웃으며 대꾸했다. "그야 강압적인 방법으로 일단 제압안 다음에 당신들을 모조리 조부님께 데려가는 수 밖에 없지 않겠소?" 이에, 왕자리는 일순 눈빛을 번쩍 빛내면서 소리쳤다. "네놈에게 감히 그러한 능력이 있을 것 같으냐?" 순간, 그와 동시에 왕자리의 손에서 말할 수 없이 부드러운 기운이 흘러나와 왕자안을 향해 덮쳐 들어갔다. 그것은 기실 반선수라는 것으로서 개방 팔황문의 가장 중요한 몇가지 절학들 가운데의 하나인 위력적인 장법이었다. 왕자리는 처음부터 유감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왕자안을 만나자마자 이렇게 살수를 쓰고 있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 순간의 일이었다. 마악 왕자리의 부드러운 장력이 왕자안의 면전에 도달하려는 순간에 갑자기 왕자원이 앞으로 나서서 왕자리의 장력을 옆으로 가볍게 밀어 젖히는 것이었다. 이에, 퍽하는 소리와 함께 그 왕자리의 반선수는 한쪽의 석벽을 스치고 지나가며 소멸되고 말았다. 실로 그 반선수는 겉으로는 부드럽게 보이는 것이었만 실제로는 아주 막강한 위력을 ㅈ니고 있는 것이어서 설사 무쇠라도 부술수가 있는 위력이 있는 것이었다. 만일 그것을 일반 사람이 맞앗다면 피와 살을 구분할 수가 없게 될 것이었다. 왕자리는 이에 다소 놀라며 왕자원에게 물었다. "아니. 대형! 마쳤소? 왜 나의 공격을 가로막는 것이오?" 왕자원은 아에 다소 씁스레하니 웃으면서 왕자안을 가리켰다. "세째, 네가 그를 이길 수가 있을 것 같으냐?" 왕자리는 이에 불복하여 말했다. "아니 그럼 내가 그를 이 길수 없다는 말이오?" 왕자원은 고개를 끄뜩였다. "그렇다." 왕자리는 일순 이해할 수가 없다는 듯이 말했다. "그것은 어째서 그렇소?" 왕자원은 대답했다. "너는 아까 그가 그 낭자에게 무슨 구결에 대해서 얘기할 때에 무슨 방법을 썼는지 알고 있느냐?' 왕자리는 즉시 대답했다. "그것은 전음입밀의 수법이 아니었소?" 왕자원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었다. 그는 아까 그저 육성으로 말을 한 것이었다." 왕자리는 그 말을 듣고는 문득 놀라서 안색이 크게 변했다. 기실, 이 사람이 육성으로말을 하면서도 남에게 들리지 않게 되는 경우라는 것은 오직 하나의 경우만이 있을 뿐이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바로 그가 무공으로 강기막을 일으켜서 음파를 차단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러나, 실로 공력을 일으켜서 그처럼 음파를 차단한다는 것은 무공이 초절정에 도달한 사람이라도 해내기가 어려운 것으로서상상조차 가지 않는 것이었다. 실로 아까 왕자안이 상관지에게 무정심결을 가르쳐 줄 때에 한편으로 음파를 차단한 것이라면 지금 왕자리가 그에게 상대가 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할수 있었다. 이에 왕자리는 안색이 변한 상태에서 믿을 수가 없다는 듯이 말했다. "나는 그것을 믿을 수가 없소." 왕자원은 가볍게 한숨을 내쉬면서 말했다. "나도 믿기지 않는 일이었지만 그러나 일전에 아버님께 그와 같은 얘기를 들은적이 있었기 때문에 믿지 않을 수가 없었다." (.............?) 일순간에 석실의 내부에는 실로 기묘한 침묵이 깔리기 시작했다. 왕자리는 잠시 동안 안색을 여려번이나 변화시키다가 이윽고 무거운 어조로 이렇게 입을 열었다. "하지만 나는 그가 우리 모두의 협공을 막아내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소?" 이제 왕자리는 하는 수 없이 왕자안의 능력이 자신보다 뛰어나다는 것을 인정한 모양이었다. 개방의 유망주로서 이름을 떨치던 그가 형제들과 ?공을 하여 왕자안에게 상대하겠다고 하는 말 자체가 이미 어이없는 일이 아닐 수가 없었다. 왕자원은 이에 다시 한숨을 내쉬면서 말했다. "그러나 우리는 일단은 침착하게 일을 처리해야 하는 것이 아니겠느냐?" 확실히, 이 왕자원은 다른 형제들에 비해서 냉정한 면모가 있었다. 그가 강호상의 무림삼룡의 한 사람이 된 것도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었다. 그는 그야말로 명실공히 강호상의 후기지수라고 해도 좋을 인재였다. 솔직히, 지금의 상황에서 그러한 말을 해야만 하는 그의 처지는 가장 치욕스러운 것이었다. 그럼에도 오히려 자신의 형제들을 말리면서 그렇게 이끌어갈 수가 있다는 것은 우선 인내심이 강할 뿐만 아니라 판단력이 뛰어나고 또한 스스로에게도 매우 독한 일면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었다. 왕자리 역시 그러한 것을 느끼고 있었는지 그는 입을 다물고 있었다. 이에, 왕자원은 이윽고 왕자안에게 입을 열어 물었다. "자네는 그래도 우리에게 시비를 걸 셈인가?" 왕자안은 가볍게 웃으면서 대꾸했다. "지금 나에게 시비를 걸고 있는 쪽은 당신들이 아니오? 만일 내가 능력이 없는 사람이었다면 조금전에 묵사발이 되어 버렸을 것이 아니겠소?" 왕자원은 대답했다. "우리는 아까 그저 한번 그래본 것이었지 결코 그와 같은 짓을 정말로 할 사람들은 아니네." 왕자안은 다시 물었다. "그렇다면 아까는 어째서 그와 같은 독설을 퍼붓고 나타났다는 것인가?" 왕자원은 이에 그만 안색이 변했다. 그는 설마하니 자신이 이렇게까지 나오는데 상대방이 끝까지 이렇게 나올 줄은 몰랐던 것이었다. "그것은 우선 나의 질못이었다고 치세. 하지만 자네가 이렇게까지 깐깐하게 나온다는 것은 너무나도 심한 처사가 아닌가?" 왕자안은 담담하게 웃으며 말햇다. "내 이미 말하지 않았소?나는 선한 사람ㅁ이라고는 할 수가 없다고. 당신은 지금 내가 너무나도 심하게 나오고 있다고 하는데, 하하 아까 당신들은 처음부터 나타나서 나에게 독설을 퍼붓고 급기야는 모욕을 주더니 이어서 협박ㅇㄹ 하고 살수까지 전개했으며 이제는 얼르고 있는 것이니 사람들에게 나가서 물어 보시오. 과연 누가 더 무 경우한 사람들이라는가를." 왕장안의 말은 기실 구구절절이 옳은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애초에 그들이 자신들의 세력과 숫자만 믿고서 그와 같은 오만하게 나왔던 것이 실수라면 실수였고, 또한 왕자안의 능력을 몰라보았던 것이 실수라면 실수였다. - 第 三十六章 終 - [3207] 제목 : [백상] 개방백의제자 37장 올린이 : l2056 (임종범 ) 97/03/17 21:49 읽음 : 183 관련자료 없음 -------------------------------------------------------------------------- ---- 개방백의 제자(愷幇 白衣第子) 백상(百象) 원작(原作) 타이핑 - 林 鍾 範 저 자 - 百 象 第 六 券 第 三十七 章 나에게 후회는 없다. 왕자원은 이에 잠시 생각하다가 다시 물었다. "그렇다면 자네는 앞으로 우리와는 계속해서 담을 쌓고 살아갈 생각인가?" 왕자안은 가볍게 웃으면서 말했다. "천만에! 내가 이미 말하지 않았소? 일단은 당신들을 모두 제압해서 조부님께 데려가서 설명을 듣겠다고." 이에, 왕자리가 순간 더 이상 참을 수가 없다는 듯이 소리쳐서 말했다. "큰형! 이제 더 이상 저놈과 얘기를 하지 말아요! 나는 저놈의 무공이 그렇게까지 뛰어난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그리고 왕자리에 이어서 그의 동생인 왕자정도 같이 왕자안을 협공할 태세를 취했다. 하지만 왕자형은 의외로 가만히 서 있을 뿐이었고 또한 왕자원도 잠시 생각을 굴리면서 한숨을 내쉴 뿐으로, 왕자리의 행동에 동조하지 않았다. 이어, 왕자원은 다시 왕자안에게 물었다. "좋네. 오늘의 이 일은 우리둘의 잘못이었다고 인정을 하고 내가 정식으로 사과를 하지. 그래도 안돼겠나?" 이 왕자원은 확실히 다른 형제들과는 달리 현명항 구석이 있었다. 그는 오늘의 상황이 확실히 자신들에게 불리하며 이러한 일이 다른 곳으로 알려질 경우에는 결코, 좋을 것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었다. 그리고, 실상 그는 왕자안의 사촌형에 해당되기 때문에 넓은 그롯으로 포옹해주었다고 한다면 그것은 결코 수치스스러운 일이 아닐 수가 있었다. 왕자원은 이미 그러한 이치를 면밀하게 거모하고 있었고 그리하여 그러한 저자세를 취하고 있는 것이었다. 실로 그와 같은 청년에게 그와 같은 판단력이 있는 것이 어려운 일이었고 또한 그와 같은 용기가 있는 것은 드문일이라고 할 수가 있었다. 왕자안은 과연 그와 같은 말에 다소 누그러진 표정이었다. 그는 아직 자신을 노려보고 있는 왕자리를 가리키면서 말했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아직 반성하는 기미가 조금도 보이지 않는데 대체 이것은 나에게 어떻게 수용하라는 말이오?" 왕자원은 이에 즉시 왕자리 등에게 눈짓을 보낸 다음에 왕자안을 향해 포권을 하며 말했다. "만일 자네가 나의 아우들을 용서줄수가 있다면 나는 자네에게 여기에서 큰절이라도 하지. 그렇게 해주겠나?" 이 왕자원의 태도는 확실히 비겁하거나 비굴하지 않았고 또한 속되지도 않아 보였다. 왕자안은 미소하며 말했다. "당신의 큰절을 받는다는 것은 나로서는 그다지 유쾌한 일이 아니오? 그렇다면 차라리 당신들을 한번 용서하기로 하지요. 나는 앞으로 다시는 조금전과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게 되기를 바랄 뿐이오?" 이에. 왕자안이 너무나도 선선하게 태도를 돌변시키는 것 같아서 왕자원등이 오히려 놀랄 지경이었다. 왕자원은 다소 안색이 변해서 포권하며 말했다. "그렇게 해주겠다니 고맙네." 왕자안은 이에 고개를 끄뜩였다. "당신은 자신의 말주변으로 모든 사람들의 체면을 지켰으니 그다지 손해를 본 것은 아닐 것이오. 그럼 배웅하지 않을 테니 잘 가시오." 왕자원등은 왕자안이 즉시 일방적인 축객령을 내리는 것을 보고는 금새 안색이 다시 차갑게 변했다. 하지만 이미 그러한 서로간의 일이 해결된 상황이라면 더 이상 이곳에 머무를 이유가 없는 것이 사실이기도 했다. 그런데, 다음 순간에 느닷없이 누군가의 폭갈이 터져 나왔다. "뒈져라!" 그것은 뜻밖에도 이제까지 묵묵히 거의 말이 없던 왕자형의 폭갈이었다. 물론 그것은 단순한 폭갈만의 의미를 띠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한순간의 폭갈과 더불어 왕자형의 오른 주먹이 흡사 거대한 쇠망치와도 같은 거대한 기운을 형성하며 왕자안을 향해 무섭게 뻗어나가고 있었다. 그 순간에는 왕자원등은 어정쩡하게 밖으로 나가려고 하던 참이어서 미처 그를 말릴 시간이 없었다. 아니, 이미 서로간의 사건이 일단락이 되어 버린 상황이었기 때문에 설령 시간이 있다고 해도 그들은 말리고 싶지 않게 되었을 것이었다. 지금 왕자형이 펼치고 있는 무공은 실로 그의 전신의 공력이 깃들어 있는 것으로서 역시 팔황문의 유명한 절기들 가운데의 하나인 패권이라고 하는 것이었다. 그것은 이름 그대로 전신의 공력을 모았다가 마치 폭발적으로 터뜨리듯이 발출하는 것으로서 그 위력은 가히 산을 허물고 바다를 메울만 하다고 알려져 있는 것이었다. 비록 같은 형제들이라고 해도 서로간의 경쟁의식이 있는 왕자원등은 그것을 보자 왕자형과 왕자안의 진실한 실력을 보고 싶어서 전혀 말리는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다. 기실, 이 왕자형은 자신이 주축이 되어서 왕자안은 찾아왔던 것이었는데 이제까지는 스스로의 노화를 참고 있다가 마침내 더이상 참을수가 없어서 터뜨린 것이었다. 그는 당금의 개방의 왕씨 가문의 명성에 대해서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사람이었는데 느닷없이 왕자안이 나타나서 자신들을 초라하게 만들었고, 또한 오늘 밤에 자신의 형제들이 심하게 당한 일이 마치 자신으로 인해서 초래된 것 같은 피해의식에 젖어서 이와 같은 물불을 가리지 않고 달려들게 되었던 것이었다. 실로, 이 왕자형의 성격은 화급한 것이어서 그의 무공에도 걸맞는 것이었고 보통 사람들은 아마도 쉽게 그의 공격을 피할 수 초차 없을 것이었다. 그러나, 기실 왕자안의 능력은 원래 그들과는 전혀 어울릴 수가 없는 것으로서 왕자형이 감히 어떻게 해볼 수가 없는 것이었다. 사람들의 시선이 급히 집중된 가운데 왕자형의 권풍이 태산처럼 밀어 닥쳤으나 왕자안은 그저 담담하게 상대를 바라보면서 가만히 서 있었을 뿐이었다. (.....................?) 그런데, 바로 그 순간에 기이한 일이 벌어졌다. 그토록 위맹해 보이던 왕자형의 권풍이 왕자안의 몸 근처에 이르잠 마치 안개처럼 소리없이 스러지더니 왕자형이 갑자기 으악! 하는 비명소리를 지르면서 그 자리에서 풀썩 쓰러지는 것이었다. 왕자원등은 그와 같은 광경을 보고는 저마다 크게 놀라서 안색이 급변했다. 원래, 그들은 왕자안의 능력을 한번 보고 싶어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왕자형이 그를 이길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고 있었다. 그러나, 실로 조금전의 상황은 그러함에도 그들의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었다. 그들은 대체 왕자안이 어떤 방법으로 왕자형의 그 무시무시한 패권의 권풍을 무산시켰는지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 게다강 끭자안은 상대방의 공격을 무산시켰을뿐만 아니라 그 순간에 전혀 손을 움직이지도 않고서 상대방을 역으로 진상시켰다. 그 정도가 어느 정도인가 하면 그것은 지금 왕자형의 모습을 보면 알 수가 있는 것이었다. 기실, 이 왕자형과 같은 자들은 다른 무림인들 보다도 참을 성이 강한 편이었기 때문에 남들의 앞에서 그다지 나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고 하는 성질이 있었다. 즉, 일반적인 강호인들이 참을성이 강하여 비명을 지르지 않는 것이었지만 그 왕자형은 유독 그러한 것이 더했다. 과거에 무공을 배울때에만 해도 다른 형제들이 비명을 질렀어도 그는 억지로 참고서 비명을 지르지 않은 독종이었던 것이었다. 그런데, 조금전의 그의 모습은 그것과는 전혀 상반되는 것이었다. 아니, 그것으로 미루어 보아 그의 조금전의 고통이 그 얼마나 극심한 것이었는가를 능히 알 수가 있는 일일 것이었다. 대체 얼마나 고통이 심했으면 그가 그와 같은 처절한 비명소리를 지르고야 말았을까? 사람들은 일제히 쓰러져 있는 왕자형의 모습에 시선을 집중했다. 지금의 왕자형의 모습은 아주 기이했다. 그의 모습은 사람의 형상이 아니라 마치 겉에만 상처가 없지 살덩어리가 짓뭉개진 것 같은 한 덩어리였다. 그것이 어떻게 해서 그렇게 된 것인지는 몰라도 그의 육신은 한덩어리가 되어 바닥에서 거칠게 신음을 하고 있을 뿐 전혀 움직이지 못했다. 왕자원등은 이미 무학의 어느 정도의 경지에 올라 있는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이내 왕자형의 상황을 알아보고는 저마다 안색이 흑쭃으로 변했다. 다름이 아니라, 지금 왕자형은 전신의 골격이 완전히 어긋나고 탈골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전신의 기혈들이 급격한 주화입마의 현상을 일으켜서 신경조직이나 그밖의 모든 기관들이 뒤엉켜 있는 것이었다. 비록 겉으로는 상처는 없었으나 왕자원등은 이렇게 지독하게 당한 경우는 처음 보는 것 같았다. 실로 그 고통은 말할 수가 없는 것임에는 분명했다. 설사 왕자형보다 십배나 인내심이 강한 사람이라고 해도 결국 비명소리를 지르지 않을 수가 없는 상황인 것이었다. 만일 사람의 육신이 한쪽이 떨어져 나가거나 하면 실은 이토록 커다란 고통을 격지 않게 된다. 하지만, 이와 같이 전신이 완전히 어긋나서 뒤엉켜 버리게 되면 그 고통은 그야말로 상상을 초월하게 되는 것이었다. 실로 그와 같이 되어 버린 사람은 살아있는 자체를 고통스럽게 생각하게 될 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왕자원등은 그러한 것을 보자 마치 자신들이 그러한 고통속에 들어 있는 것 같아서 전신이 얼어붙는 느낌이 되었다. 특히 무인이라면 이렇게 참혹하게 주화입마에 빠지게 되는 것을 가장 두려워하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무림인들이라면 자신의 무공을 목숨보다도 더욱 중요하게 생각하게 되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대체 왕자안이 어떻게 해서 순식간에 그처럼 왕자형을 엉망으로 만들어 버렸는지 알수가 없었다. 그러나, 대략 생각해보면 조금전에 왕자형이 전개했던 그 엄청난 위력의 권풍을 되돌려서 그와 같이 만들었으며 그 조화가 실로 교묘했기 때문에 저와 같은 형상을 만들 수가 잇었다는 것을 알 수가 있었다. 왕자형은 이미 극도의 고통 속에서 눈을 까뒵보히고서 움직이지도 못한채로 전혀 제정신이 아니었다. 왕자원은 그것을 보고서 안색이 변해서 왕자안을 향해 말했다. "자네....... 자네, 조금 전에는 그러지 않겠다고 하고서 이럴수가 있는가?" 왕자안은 이에 담담하게 웃으면서 대꾸했다. "아니 내가 어떻게 했다고 그러시오? 내가 그에게 살수를 펼치는 것을 당신들은 보았소?" (...........?) 왕자원등은 그 말에 꿀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그렇다. 기실 왕자안은 그저 가만히 서 있었을 뿐이었다. 물론 결과적으로 왕자안이 그 살수를 되돌려 놓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애초에 살수를 전개했던 사람은 바로 왕자형이었다. 만일 왕자안에게 어떤 능력이 없었다면 오히려 당한 쪽은 왕자안이 아니었겠는가? 비록 왕자안이 어무나도 심하게 대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지금의 상황에서 왕자안에게는 거의 잘못이 없는 것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먼저 살수를 펼친 쪽이 아무래도 불리하게 되어 있었다. 기실 조금전에 말이 많았던 왕자리와 왕자정등도 원래는 상당히 계산이 빠르고 교활한 편이었다. 그들은 왕자형과 같이 뚝심으로 해결하려고 하지 않고 상황을 보아서 눈치있게 행동해 오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따라서, 지금은 더욱 할 말이 많을 텐데도 오히려 안색이 변해서 왕자안에게 감히 입을 열지 못하고 있었다. 그들은 설마하니 왕자안의 능력이 자신들과 이렇게 차이가 있을 줄은 상상도 못했었으며 또한, 자신들이 왕자형과 같은 처지가 된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역시 강호상에서는 힘이 있는 자가 대우를 받게 되는 것이다. 즉, 힘이 바로 정의이며 정의가 있다고 해도 힘이 없으면 맥을 쓰지 못한다고 하는 말도 거기에서 흘러나오게 된 것이었다. 다만, 왕자원은 형제들의 맏이로서 책임이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인지 이번에는 보다 정중하게 왕자안을 향해 포권을 하며 말했다. "하긴 그렇네. 우리들이 모두가 잘못이지. 나의 둘째는 성격이 급해서 그런 것이니 이해해 주게나." 왕자안은 물었다. "그럼 이 ㅇ리에 나의 잘못이 전혀 없다는 것을 인정하겠다는 말이오?" 왕자원은 즉시 고개를 끄뜩였다. "물론 여부가 있겠나? 조금전의 내 말은 잘못된 것이었고 사실 자네에겐 조금도 잘못이 없는 법이지. 원래 선공을 한 것이 잘못이지 반격을 한 것은 잘못이 아닌 법이네." 왕자원은 이렇게 까지 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지금 그들은 왕자안의 석실에 들어와서 그야말로 체면이 모조리 구겨지고 말았으니 어떻게 해서라도 이러한 상황을 모면하고 싶은 것이었다. 그들은 조금전에는 왕자형이 공격하는 것을 보고 통쾌한 심정이 들었으나 지금은 오히려 이렇게 곤란하게 일이 벌여놓은 그가 원망스럽게 생각되는 것이었다. 왕자안은 고개를 끄뜩였다. "물론이오." 왕자원은 이에 기뻐하며 말했다. "그렇다면 어서 나의 아우를 구해주게나." 그는 아까 왕자안이 기이한 수법으로 남의 주화입마를 풀어주는 광경을 보았었기 때문에 이러한 증세도 고칠 수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었다. 그러나, 당연히 고쳐줄 것이라고 생각했던 왕자안은 즉시 고개를 가로젓는 것이었다. "그것은 하지 않겠소?" (............?) 왕자원은 그 말에 일시 멍해졌다. 그는 일시 상대의 의도를 알 수가 없어서 바라보다가 화를 내면서 소리쳐서 물었다. "뭐라고? 자내는 이미 이해한다고 하지 않았는가?" 왕자원은 비록 이제까지 많이 참아왔지만 그에게도 인내력의 한계는 있는 것이었다. 그는 이제는 정말로 크게 화가 난 것이었다. 그러나, 왕자안은 시종일관 태연자약하기 그지 없었다. "물론 이해는 하지만 내가 그를 치료하겠다고는 하지 않았소?" 왕자원은 안색이 지극히 무거워 졌다. 그것은 그가 보기 드물게 상대방에게 살심을 품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그런가?" 왕자안은 담담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뜩였다. "내가 그를 이해하겠다고 한 것은 다만 그의 심리를 다소 이해해 주겠다고 했던 것이지 그의 무례한 짓에 대해서까지도 용납하겠다고 한 것은 아니오. 예를 들어서 내가 이번에 그를 용서하게 되면 나중에는 다른 모든 사람들도 그와 같은 짓을 하려고 할 것이 아니겠소? 나는 사실 한가한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결코 그러한 장난을 할 처지가 아닌 것이오?" 이어, 왕자안은 한쪽에 서 있는 왕자리를 향해 말을 이어 물었다. "당신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소?" 왕자리는 이미 왕자안의 조용하면서도 무한한 능력이 있는 듯한 시선에 기선이 제압되고 질리고 있는 중이었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시선을 피하면서 대꾸했다. "너는 다른 사람들에게도 그렇게 하겠다는 말이냐?" 왕자안은 대꾸했다. "물론이오. 나에게 있어서 누구도 예외는 없는 것이오. 당신이 한번 다시 시험해 보지 않겠소?" 왕자리는 이에 안색이 크게 변했다. (..........?) 그는 아까 공공연하게 왕자안에게 대들려고 했던 사람이었다. 그러나, 아까는 왕자안의 실력을 몰랐었기 때문이며 지금은 마치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것과 다름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명분도 없는 싸움을 할 수가 없는 것이었다. 어떤 일이든 간에 이익이 되지 않는 일은 하지 않는 것이 그와 같은 사람의 심리이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지금 왕자안이 거의 뚜렸하게 한번 해보겠냐고 나오고 있는데도 그는 안색이 변해 있을 뿐으로 감히 나서지 못하고 있었다. 다만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고 생각했는지 이렇게 대꾸할 뿐이었다. "너의 능력이 대단하다는 것은 인정하겠지만 그러나, 너의 능력이 천하제일인 것은 결코 아닐 것이다." 왕자안은 이에 담담하게 웃으며 이번에는 왕자정에게 시선을 보냈다. 그러나, 왕자정은 급히 시선을 돌리면서 피할 뿐으로 소득이 없는 일에 휘말리기를 꺼려했다. 결국, 지금의 상황에서 가장 화를 내면서 용기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왕자원 하나라고 할 수가 있었다. 왕자안은 이번에는 왕자원에게 시선을 돌려서 말했다. "혹시 당신이 한번 나에게 도전해 보고 싶은 것이 아니오?" 왕자원의 두 눈에서는 일순간에 분노의 불길이 무섭게 솟구치고 있었다. 그는 잠시 망설이는 듯 했다. 그러나, 결국 그는 길게 한숨을 내쉬면서 이렇게 말했다. "잉 리은 우리 아버님께 보인다고 해서 너에게 좋은 일이 뭐가 있겠는가?" 그 말은 그러니까 그가 도전하는 것을 포기했다는 의미였다. 왕자안은 담담하게 웃으면서 대꾸했다. "최소한 조금전과 같이 어중이떠중이들이 나에게 함부로 덤비는 일은 없을 것이오." 이 왕자원등은 원래 무림상에서 지고한 명성을 누리고 있던 사람들이었다. 그런 사람들이 이제는 어중이떠중이로 매도를 당하고 있었다. 실로 조금전이었다면 그들은 결코 참을 수가 없었을 것이었다. 그러나, 왕자리와 왕자정은 그 말을 듣고도 조금도 나서려는 기미를 보이지 않았으며 왕자원 역시 한순간 분격한 모습을 보일 뿐이었다. 사실 왕자안의 능력에 비해면 자신들의 무공은 어중이떠중이나 다름이 없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도 없는 일이었다. 왕자원은 다소 원독이 서려 있는 시선으로 왕자안을 향해 물었다. "너는 이 일을 앞으로 후회하지 않겠느냐?" 왕자안은 미소하며 고개를 끄뜩였다. "물론이오. 나에게 있어서 후회라는 일은 없을 것이오." ............. 왕자원은 잠시 그렇게 서서 노려보다가 이윽고 두고보자는 말도 하지 않고 그대로 왕자형의 몸뚱이를 안고서 밖으로 사라져 버렸다. 그의 뒤를 따라서 왕자리와 왕자정도 사라졌으며 이내 석실의 내부는 다시 조용한 침묵이 감돌기 시작했다. 기실, 왕자형과 같은 심한 상처를 입은 사람은 백결개 와룡생 정도의 인물만이 고칠 수가 있는 것이었다. 왕자원은 즉시 그쪽으로 왕자형을 데려갈 것이었다. 그래서 결국 백결개가 알게되는 것이 왕자안에게 무슨 득이 되겠느냐고 물은 것이었다. 물론 상황이 정확하게 알려지게 되면 왕자원등은 백결개로부터 심한 질책을 당할 것이지만 그러나, 왕자안도 백결개에게 좋지 않은 인상을 주게 될 것이 아니겠는가? 아까의 왕자원의 말뜻은 그러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왕자안의 표정은 그저 담담하기만 했다. 대체 그의 심중에는 어떤 생각이 들어 있는 것일까? - 第 三十七章 終 - [3208] 제목 : [백상] 개방백의제자 38장 올린이 : l2056 (임종범 ) 97/03/17 21:50 읽음 : 176 관련자료 없음 -------------------------------------------------------------------------- ---- 개방백의 제자(愷幇 白衣第子) 백상(百象) 원작(原作) 타이핑 - 林 鍾 範 저 자 - 百 象 第 六 券 第 三十八 章 보내온 검의 의미. 왕자원등이 돌아가고 났을 때에는 이미 밤이 깊은 시작인 것 같았다. 왕자안은 잠시 상념에 잠겼다가 이윽고 잠시 침상위에 올라가서 눈을 붙였다. 그리고, 이윽고 그가 눈을 떴을 때에는 밖에 독고상이 와서 그를 부르고 있었다. "소주인님!" 왕자안은 몸을 일으키며 물었다. "무슨 일인가?" 독고상은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와서 인사를 한뒤에 말했다. "아침 식사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벌써 아침인 모양이었다. 왕자안은 담담하게 미소하며 물었다. "그래. 모두 떠날 준비를 하고 있는 중이겠지." 독고상은 고개를 끄뜩였다. "그러흡니다. 헌데....... 한가지 일이 생겼습니다." 왕자안은 이미 독고상의 표정에서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생겼다는 것을 훤하게 꿰뚫어 보고 있었다. 그리고, 기실은 이미 짐작하고 있는 일이기도 했다. 그는 미소하며 물었다. "무슨 일인가?" 독고상은 다소 곤혹한 표정을 지으면서 대답했다. "그들이 한자루의 검을 보내왔습니다." 왕자안은 다소 눈을 크게 떴다. "하하. 그래." ------- 검. 그것은 말할것도 없이 백결개가 보내 온 것일 것이었다. 자신의 자랑스러운 자식들이 그처럼 형평없는 일을 당하고 나타나자 그도 한심스러웠을 것이고, 또한 가만히 있을 수는 없는 일이었다. 따라서 그는 여려가지를 생각한 끝에 검을 선물로 보내온 것이었다. 물론 거기에는 결코 간단치 않은 의미가 숨겨져 있는 것 같았다. "한번 나가서 봅시다." 왕자안은 가볍게 웃으면서 먼저 걸어서 밖으로 향했다. × × × × × × × × × × × × × × × 이 지하석실의 내부는 항상 횃불이 훤하게 밝혀져 있어서 어젯 저녁과 거의 다를 바가 없는 모습이었다. 상관엽과 상관지 남매는 이미 석실에서 옷을 단정하게 차려입고 나와서 모든 떠날 준비를 마치고서, 탁자 주위에 서성거리고 있는 중이었다. 왕자안이 안으로 들어오자 상관엽이 공손히 사부를 향해 문안인사를 올렸다. "사부님. 밤새 편안하셨습니까?" 왕자안은 기실 밤새도록 시달린 사람이었다. 그는 담담하게 상관지를 돌아보면서 고개를 끄뜩였다. "그래. 너도 잘 잤느냐?" 상관엽은 은근히 자신의 누이와 사부간의 일이 생긴 것을 짐작하고 있는 듯이 고개를 숙이면서 대답했다. "예.사부님." 이어. 왕자안은 상관지에게 물었다. "낭자도 간밤에 다른 일은 없었소?" 상관지는 이에 다소 고개를 숙인 채로 고개를 끄뜩였다. "예. 저는...... 저는 아무런 일도 없었어요." 왕자안은 미소하며 말했다. "음. 잘 잤다니 다행한 일이오. 그것은 증세가 호전되기 시작했다는 증거이니 생각보다도 빠르게 성취를 보일 수도 있을 것이오. 그러나 그 무정심결은 그 의미가 분명하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니 만일 의심나는 부분이 있거든 주저하지 말고 나에게 와서 물어보도록 하시오." (........?) 상관지는 그저 묵묵히 침묵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왕자안은 이에 으윽고 시선을 탁자의 위로 돌렸다. 지금 탁자의 위에는 어제 저녁처럼 융숭한 식사가 차려져 있었고 그 가운데에 과연 못보던 물건이 하나 있었다. 기실, 지금 상관엽등의 시선도 그 가운데의 물건으로 집중되어 있었다. 그것은 검이었다. 그렇다면, 백결개가 왕자안에게 그와 같은 검을 보낸 것은 혹시 상대방을 해치겠다고 하는 위협의 수단이라는 말인가? 상관엽등은 그러한 문제로 신경을 쓰고 있었다. 왕자안은 잠기 그 검을 바라보다가 상관엽에게 물었다. "이 검은 누가 보낸 것이냐?" 상관엽은 기다리기라도 했다는 듯이 즉시 대답했다. "구대총호법이 보내왔다고 했습니다." 이 구대총호법이라는 사람은 바로 다름이 아니라 왕자원등의 부친인 백결개를 말하고 있는 것이다. 왕자안은 예상대로인 것을 알고는 미소하며 다시 상관엽에게 물었다. "너는 이것이 무슨 의미라고 생각 하느냐?" 상관엽은 이에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바로 솔직히 대답했다. "이것은 그들이 사부님께 적의를 품었다는 것을 나타내는 일이 아닐까요?" 왕자안은 고개를 끄뜩이며 말했다. "음..... 예로부터 적의를 가진 상대에게 검을 보내서 위협하는 경우는 흔하게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모든 경우를 한가지로 해석할 것은 없다. 이러한 것은 나에게 어떤 위협도 줄 수가 없다는 것을 그는 알고 있다." 상관엽은 의아해 하며 물었다. "그렇다면 그는 선물로 이것을 보내온 것입니까?" 왕자안은 고개를 저었다. "순수하게 호의에서는 아닐 것이다. 이를테면 기분은 언잖지만 인사치례로 이와 같은 선물을 보내온 것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 상관엽은 그 말에 이해할 수가 없는 모양이었다. 이어, 왕자안은 탁자위에 올려져 있는 그 검을 집어 들었다. 그것은 일견하기에도 대단히 정성을 다해서 주조되어 있는 것이 분명했다. 장검의 검집은 검은 가죽으로 되어 있었고 검자루에는 온갖 종류의 보석들이 박혀 있었으며 또한, 아직 장검을 뽑아들지 않았는데도 전신에서 서늘한 검기가 느껴지고 있는 것 같았다. 왕자안은 문득상관엽의 허리춤에 걸려 있는 평범한 장검을 바라보더니 이윽고 그것을 그에게 건네주면서 말했다. "마침 잘 되었군. 이것은 네가 갖도록 해라!" 상관엽은 이에 눈이 휘둥그래졌다. 그 검에는 이렇다할 어떤 표시나 백결개의 서신도 적혀있지 않았다. 헌데, 사부는 그에게 그 검을 가지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 상관엽은 정말로 자신이 그것을 가져도 되는지 의문스러웠다. 제, 제가요?" 왕자안은 고개를 끄뜩였다. "그렇다. 너에게는 마침 좋은 검이 한자루 필요했던 것이다." 상관엽은 그 검을 바라보며 다시 물었다. "극 꾮은 좋은 검입니까?" 왕자안은 고개를 끄뜩였다. "물론이다. 나의 백부가 나에게 이런 선물을 보낼 때에는 그가 아무런 검이나 보낼을 것이라고 생각하느냐? 이것은 바로 과거로부터 이름이 있었던 명검인 용천검이다." ------- 용천검. 상관엽도 언젠가 그 이름을 들었던 적이 있었던 것 같았다. 이윽고 상관엽은 사부에게서 그 장검을 받아들었는데 문득 서늘한 감촉이 전신으로 느껴지는 것이 야롯한 흥분이 느껴지기도 했다. 상관엽은 즉시 그 검집에서 검을 뽑아 보았다. 그러자, 흡사 용이 울부짓는 듯한 가벼운 음향과 함께 새파란 검날을 가진 검신이 눈앞에 드러나면서 하나의 환각을 이루는 것이 아닌가? (아! 용이다!) 상관엽은 일순 놀라서 내심으로 부르짓었다. 그의 눈앞에 일순 용이 나타나서 울부짓는 듯한 환상이 나타났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기실은 정말로 용이 나타난 것이 아니라 그 검신에 정말로 정교한 용의 무늬가 새겨져 있어서 눈부신 검광속에서 용이 나타난 것 같은 환상을 불러 일으켰던 것이었다. 물론 장검의 자루에는 분명하게 용천이라는 이름이 양각되어 새켜져 있었으므로 상관엽은 사부의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비록 한상이기는 했으나 상관엽은 용의 모습을 보고는 그만 전신에 강렬한 기운이 스쳐지나가는 것을 느꼈다. 그것은 바로 그의 영혼의 울림이었다. 마치 그는 이제까지 기다리고 있던 검을 바로 찾은 듯한 기분이었다. 상관엽은 이토록 강렬한 기운을 발산하고 멋들어진 장검을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자신도 모르게 웅심이 끊임없이 일어서 멍하니 서 있었다. (이. 이렇게 휼륭한 장검이 있을 줄이야.) 상관엽은 일시 그 장검의 기운 속으로 빨려들어가는 것 같았다. 그리고, 이윽고 그는 다시 장검을 검집속에 넣고 공손히 사부를 향해 인사하며 말했다. "저. 저는 이 검을 저의 것으로 하겠습니다." 왕자안은 미소하며 고개를 끄뜩였다. "그렇게 하도록 해라." 이어, 왕자안이 무심한 듯이 의자에 앉는 것을 보고는 상관엽은 이게 대체 꿈인지 생시인지 알 수가 없다는 듯이 놀라며 다시 물었다. "제가 정말로 이런 좋은 병기를 가져도 되는 것입니까?" 왕자안은 미소하며 고개를 끄뜩였다. "이른바 병장기라고 하는 것은 제아무리 훌륭해도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의 마음을 따라가게 되어 있는 법이다. 네갑 ㅏ른 마음으로 그것을 사용한다면 그것의 주인이 되기에 뿌끄러움이 없을 것이다." 기실. 그 용천보검은 당금의 천하에서도 거의 찾을 수가 없을 정도의 보검이었다. 과거에 백결개는 우연히 그것을 입수하고 나서 은근히 보관하고 있었는데 느닷없는 중대한 일이 ］ㅇ하자 그것을 내놓았던 것이다. 그런 것을 가지게 된것으로 보아 이 상관엽은 행운아라고 할 수가 있었다. "예. 명심하도록 하겠습니다." 상관엽이 크게 기뻐하며 자신의 허리춤에 걸려 있는 평범한 청강장검 대신에 용천보검을 바꾸어서 매다는 것을 보고는 문득 상관지가 가볍게 울으면서 말했다. "소엽. 너는 그렇다면 그 장검을 버릴 생각이냐?" 상관엽은 마침 그것을 버리려고 하다가 의아해하며 물었다. "왜? 그것을 누나에게 줄까?" 상관지는 가볍게 코웃음을 쳤다. "흥, 네가 가지고 있다가 버리는 것을 내가 왜 가지겠니? 그런 것은 사실 성내의 어디에서도 쉽게 구할 수가 있는 것인데." 상관엽은 고개를 끄뜩였다. "하긴 그래. 허지만 대체 내가 어떻게 하라는 말이지 누나?" 상관지는 왕자안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 구대총호법은 우리에게 용천보검을 선사했으니 우리는 하다못해 그 청강장검이라도 돌려주어야 하는 것이 아니야?" (..........?) 상관엽은 그 말을 듣고는 일시 눈이 휘둥그래졌다. 그는 누나가 이상한 말을 하는 것을 보고는 대체 그말을 따라야 하는 것인지 의심스러워졌다. 그런데, 왕자안은 그의 시선이 와서 닿자 담담하게 웃으면서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자. 이제 그런 얘기는 그만 하고 어서 식사를 하도록 하자. 식사를 끝내고 바로 떠날 준비를 해야 할 것 같으니까." (그. 그렇구나!) 상관엽은 이에 황급히 고개를 숙이고 왕자안을 따라서 식사를 하기 시작했다. ............ × × × × × × × × × × × × × × × 이윽고, 아침식사가 끝나고 나서 떠날 준비를 마치자 과연 아니나 다를까 어제 저녁때 이곳에 들렸었던 늙은 거지들 가운데에서 지개 향각이 나타났다. 그가 나타난 것은 다소 의외였지만 그러나 이미 예상되었던 일이기도 했다. "이미 모든 준비를 끝내셨군요. 하하하. 지금 곧 떠나시겠습니까." 향각은 나타나자 마차 왕자안을 향해 껄껄 웃으면서 말했다. 왕자안은 고개를 끄뜩였다. "그러지요. 헌데 다른 사람들은 이미 출발하기 시작했습니까." 향각은 고개를 끄뜩였다. "그렇습니다. 하지만 소공자님은 소인이 따로 모실 것이니 소인이 따로 준비한 마차를 타고 가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왕자안은 고개를 끄뜩였다. 아마도 지금 향각이 나타나서 왕자안을 모시려는 것은 가만히 생각해보면 어젯밤의 불화에서 기인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왕자안은 말했다. "하지만 일단은 조부님을 뵈어야 할 것 같으니 우리는 우선 대전으로 가 보도록 합십다." 향각는 다소 멈칫하는 듯 햇지만 어쩔 수가 없다는 듯이 고개를 끄뜩였다. "예. 그렇게 하지요." 일행은 그렇게 하여 어제의 그 대전으로 향했다. × × × × × × × × × × × × × × × 지금 이 지하의 개방의 총타에서는 수많은 거지들이 오고 가면서 어제와는 다르게 분주한 모습들을 보여주고 있었다. 왕자안이 대전의 앞에서 이르자 아직 방주등은 떠나지 않은 모양이었다. 이곳 개방의 총타에 있는 사람들이 많은 많큼 그들이 떠나는 것도 간단한 일많은 아닌 모양이었다. 그런데. 마악 대전의 앞에 도착하자 향각은 다소 머뭇거리는듯 하다가 이렇게 말하는 것이엇다. "저어 소공자님. 하하하 어젯밤에는 아주 통쾌한 일을 하셨더군요. 사실 그 네명의 청년들은 상당히 뛰어난 인재들이기는 하지만 다소 오만한 데가 있었지요." 왕자안은 물론 그가 왕자원등에 대해서 얘기하고 있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미 어젯밤의 얘기가 개방의 방도들 가운데에서 널리 퍼져버린 모양이었다. 사실 왕자형이 그렇게 심하게 다쳤다는 것은 보통의 일이 아니었다. 오늘 개방의 사람들이 왕자안등의 일행을 부면서도 은근히 피하고 있는 것은 그러한 것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었다. 왕자안은 웃으면서 대꾸했다. "그래서 내가 그들과 만나지 않기를 바라고 있는 것 입니까?" 향각은 다소 어색한 표정으로 말했다. "하하 그런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소인의 모숙이야 보잘것이 없지만 그래도 본방의 사람들은 하나같이 그 네명의 형제들을 사랑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면 분란을 일으키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라는 말씀입니다." 왕자안은 고개를 끄뜩였다. "나도 이미 그러한 것을 생각하고 있었소." 이어. 대전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자 방주인 천개 왕천기가 백결개등과 함께 정신없이 수하들을 지도하다가 왕자안을 향해 시선을 돌리고 있었다. 왕자안도 즉시 그들을 향해 인사를 올렸다. "간밤에 편안히 쉬셨습니까." 이때 백결개는 다소 기이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고 왕천기는 상당히 유쾌한 기색으로 웃고 있었다. "그래. 너도 잘잤느냐?" 왕자안은 고개를 끄뜩였다. "예. 그런데 소손이 한가지 드릴 말씀이 있어서 왔습니다." 왕천기는 이미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것인지 눈치챈 듯이 가볍게 웃으면서 물었다.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것이냐?" 왕자안은 말했다. "실은 간밤에 소손이 잠시 실수를 하여 형제들을 다치게 하였습니다. 그점을 송구스럽게 생각하오며 이 자리에서 사죄의 올릴까 합니다." 왕천기는 껄껄 웃으면서 고개를 끄뜩였다. "그렇게 하도록 해라. 마침 이 자리에 너의 백부가 있으니 그에게 사죄를 하면 모두에게 하는 셈이 되는 게지." 왕천기는 이미 넓은 도량으로 왕자안의 모든 행동을 이해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사실 그에게는 왕자원등이나 왕자안이나 모두가 친손자인 것이었다. 이에. 왕자안은 백결개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이때 마침 그의 주위에는 왕자원등이 서성이고 있었는데 그 가운데의 왕자형은 비록 거의 주화입마가 치료된 듯 했지만 아직 무공은 회복하지 못해서 매우 수척하고 우울한 기색이었다. 물론 왕자형을 치료한 사람은 백결개일 것이었다. 왕자안은 백결개를 향해 말했다. "백부님. 소자가 잠시 실수를 해서 형제들을 다치게 했으니 저의 무례함을 용서해 주시겠습니까?" 왕룡생은 이때 매우 딱딱한 표정이었지만 기이하게 웃으면서 대꾸했다. "물론이다. 내가 듣자니 너의 잘못은 하나도 없더구나. 내가 어떻게 너를 나무랠수가 있겠느냐? 그래 너는 그 장검을 받아 보았느냐?" 왕자안은 대답했다. "예. 고맙게 받았습니다." 이어. 그가 상관엽의 허리춤을 가리키자 왕룡생은 다소 눈빛이 매서워졌다. 그는 가볍개 웃으면서 말했다. "사실 그것은 내가 너에게 미안했기 때문에 선물로 주는 것이었다. 너의 제자아니가 그것을 사용하겠다니 이는 네가 받은 것이나 다름이 없는 것이겠지. 나는 이미 나의 아들들에게 충분한 주의를 주었으니 앞으로는 그와 같은 일이 없을 것이다." 왕자안은 공손히 허리를 굽히면서 대답했다. "고마우신 말씀이십니다." 이때. 왕자원등은 비록 왕자안이 나타난 것을 보았지만 의식적으로 그에게 시선을 보내지 않고 개를 떨구고 있었다. 왕룡생은 다소 딱딱한 표정으로 이어 말했다. "나는 앞으로 너희들이 정정당당하게 선의의 경쟁을 하게 되기를 바라고 있다. 나는 네가 뛰어난 사람이라면 너를 차기의 방주로 모실 의향 있다." 왕자안은 이에 정중하게 고개를 조아리면서 고개를 가로저었다. "천만부당한 말씀이십니다. 저는 방주가 되려는 생각도 없고 또한 그럴만한 사람도 아닐 것입니다. 개방의 장래는 백부님께서 이끌어가셔야 하는 것이지요." (.........?) 왕룡생은 이에 여전히 기이하고 딱딱한 시선으로 왕자안의 내심을 파악하려는 듯이 그의 얼굴을 묵묵히 주시했다. 분위기가 다소 무거운 것을 보고는 왕천기가 이에 웃으면서 왕자안에게 말했다. "애야. 지금 우리의 상황이 복잡하니 나는 특별히 장발용두 향장로에게 너히들의 안내를 부픗했던 것이다. 너는 그럼 먼저 출발하도록 하겠느냐? 나는 곧 사람들을 이끌고 뒤를 따르도록 하겠다." 왕자안이 대답하며 정중하게 인사를 했다. "예. 알겠습니다. 그럼 소손은 이만 먼저 출발하도록 하겠습니다." 왕천기는 아무래도 왕자안이 이곳에 함께 있다가는 분위기가 좋지 않을 것을 생각해서 향각에게 그를 따로 가도록 시키려는 것이었다. 이윽고, 왕자안은 향각등과 함께 왕천기에게 인사를 하고는 대전을 물러나왔다. × × × × × × × × × × × × × × × 향각은 이윽고 왕자안등을 이끌고 밖으로 향했다. 그런데, 그 출구는 왕자안이 사용했던 그 통로가 아니었다. 실은 개방의 총타의 내부로 들어가는 비밀통로등이 여려개가 있으며 그 가운데의 가장 알려져 있는 길을 일반적으로 사용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잠시 후에 일행이 출구를 벗어나자 과연 아니나 다를까 그곳에는 하나의 쌍두마차가 일행을 기다리고 있었다. 마차의 위에는 오대제자로 보이는 중년거지 하나가 마부석에 앉아서 마차를 몰고 있었고, 향각은 먼저 왕자안 일행을 안에 오르게 한 후에 자신도 역시 마부석에 앉았다. "그럼 준비가 되셨다면 줄발하도록 하까요?" 향각의 말에 왕자안은 미소하며 대답했다. "좋습니다." 이어. 마차는 달리기 시작했다. 이 향각이 분비해 놓은 마차는 마들도 튼튼한 것들이었고 또한 자체가 견고하고 흔들림이 적은 것이었다. 또한 그 중년거지는 마차를 아주 잘 몰았다. 일행이 그렇게 해서 삼성맹이 존재하고 있는 호남성의 동정호 군산으로 향하게 되었다. × × × × × × × × × × × × × × × 난양에서 호남성 군산으로 향하려면 남쪽으로 곧장 내려가야 하는 것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하나의 유명한 성시를 거치게 되어 있었다. 그곳은 바로 그 유명한 양양성이었다. 이 양양성의 부근에는 대대로 뛰어난 인재들을 배출하고 있는 한 무림세가가 위치하고 있었으니 바로 제갈세가였다. 그 제갈세가의 사람들이 당금에 이르서도 유감없이 능력을 발휘하고 있는 상성맹의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것이기에 누구나 이곳에 이르게 되면 제갈세가를 생각하게 되는 것이었다. 그러나, 기실 누구나 생각하고 있는 것처럼 이렇게 양양성의 부근에 도달하게 되면 제갈세가의 사람들을 볼 수 있게 되는 것은 아니었다. 원래, 그 제갈세가의 사람들은 이곳 양양성에서도 서쪽으로 수십여리 떠러져 있는 융중이라고 하는 곳에 위치하고 있다고 하는데 뜻박에도 그곳을 찾기가 쉽지 않을뿐만 아니라 제갈세가의 사람들도 흔하지 않아서 만나기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어쨌든 왕자안의 일행은 이곳으로 수일간에 걸쳐서 마차를 타고 내려오면서 제갈세가의 이야기도 하고 또한 강호상의정세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향각은 항상 앞에서 농담을 하면서 왕자안등을 심심하지 않게 해주려고 했으나 이미 반쯤은 얽매여 있는 그들에게 미안했는지 항상 모든 면을 자세하게 신경써 주곤 했다. 그리고, 마침 마차가 양양성의 밖에 이르자 그냥 지나칠 수도 있었지만 개방의 사람들보다 다소 빨리 왔었고 생각되었는지 그곳에서 하루를 쉬어가자고 했다. 아직은 해가 중천에 떠있는 오후 무렵이었기 때문에 그러한 향각의 제안은 나이어린 소년인 상관엽등의 마음을 들뜨게 하기에 족했다. - 第 三十八章 終 - [3209] 제목 : [백상] 개방백의제자 39장 올린이 : l2056 (임종범 ) 97/03/17 21:50 읽음 : 177 관련자료 없음 -------------------------------------------------------------------------- ---- 개방백의 제자(愷幇 白衣第子) 백상(百象) 원작(原作) 타이핑 - 林 鍾 範 저 자 - 百 象 第 六 券 第 三十九 章 괴승들의 괴이한 무학. 일행이 양양성의 안으로 들어서자 일순간 그 변화한 성시의 광경이 일시에 일행의 시야를 찌르는 것 같았다. 이곳 양양성은 비단 물자가 풍부하여 번화할 뿐만 아니라 예로부터 유명한 선비들이나 학자들이 많이 배출되기로 이름난 곳이었기 때문에 사람들의 옷차림이나 행색이 상당히 품위가 잇어 보이는 것 같았다. 상관엽도 기실은 학자가문의 출신이었기 때문에 내심으로는 이러한 분위기를 매우 좋아하고 기꺼워했다. 상관엽은 성내로 들어서자마자 계속해서 이사람 저사람들을 가리키면서 쉬지 않고 사람을 평가하고 또한 과거의 얘기를 떠올리곤 했다. 상관엽은 비록 그다지 많은 학문을 배우지는 않았으나 부친이 이름난 학자였기 때문에 얻어들은 것이 많아서 이것저것의 얘기에 대해서 아는 것이 많았다. 다만 상관지는 그보다 정확하게 알고 또한 학식이 많아서 간혹 동생이 잘못해서 말하는 부분이 있으면 고쳐주곤 했다. 대체적으로 그 두 남매는 근래에 이러러 다소 쾌활해졌고 특히 상관지는 무정심결에 성취를 보이고 있는 것인지 옥녀심경을 다시 배우기 시작했으며 왕자안을 대하는 태도 역시 그전처럼 어색하지 않고 또한 절제가 있었으며 부드러워 보였다. 얼핏 보기에도 그들은 며칠 동안에 제법 많은 변화가 나타난 것 같았다. 상관엽은 그 나름대로 무아문의 진전을 얻기 위해서 낮이나 밤이나 열심히 노력하는 상황이었고 그러는 동안에 정신적인 수양이 강화되었던 모양이었다. 그리고, 상관지는 역시 무공을 배우게 됨에 따라서 전에 보지 못했던 모습의 여유가 생겨나기 시작했고 부드러움 가운데의 면모를 지니게 되었다. 물론 거기에는 왕자안이 전수해 주었던 무정심결이 많은 역할을 해내게 되었던 것이었다. 상관지는 개방의 총타에서 있었던 그 날 이후에 가끔씩 왕자안을 찾아가 그에게 무정심결의 구결의 내용을 물었으며 그러는 동안에는 마치 충실한 제와도 같았다. 그녀는 그러한 가운데 전혀 사심이 보이지 않았고 또한 열심히 노력하여 이 세명의 사람들은 더욱 분위기가 좋아지게 되었고 또한 독고상 역시 상관엽의 무학의 조련사가 되어 주어서 그러한 흐름을 함께 탔다. 지금 마차의 내부는 화기애애한 분위기 흐르고 있었고 상관엽은 사부를 즐겁게 해주기 위해서 마치 여자처럼 쉬지 않고 입을 놀렸다. 이제는 앞자리의 향각이 신경을 쓰지 않아도 재미가 있을 정도였다.그러는 가운데 일행은 마차를 타고서 양양성내의 한 변화한 거리에 있는 객점의 앞에 으르게 되었다. 그 객점의 앞쪽에는 주루가 딸려 있었는데 그 이층의 주루는 그야말로ㅗ 아름다운 누각으로 지어져 있어서 보는 이들의 눈길을 끌었다. "아! 저곳은 정말로 아름다운 곳이로군요." 상관지의 감탄사가 절로 터져나오는 것을 보고는 향각은 웃으면서 옆의 중년거지에게 그쪽으로 마차를 몰도록 했다. 왕자안이 그것을 보고 물었다. "향장로님. 이곳은 보아하니 숙박료가 많이 들 것 같은데 그렇게 무리해서 되겠습니까?" 향각은 껄껄 웃으며 대꾸했다. "솔직히 우리 개방의 사람들이야 은자를 특별히 풍부하게 가지고 다니는 것이 아니니 아무래도 이번에는 그것을 모조리 날리고 쭉박을 차게 될 것 같습니다. 그러나 소공장님을 위해서 하는 일이라면 무슨 아까움이 있겠습니까? 만일 쭉박을 차게 된다면 그것이야 말로 우리 개방의 화자들의 진면목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상관엽과 상관지는 그 말에 환하게 웃었다. 이 향각은 확실히 풍진이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는 나이가 독고상보다 무려 사십여세나 많을 뿐만 아니라 무공은 비슷해도 견문이 넓고 풍부한 농담을 알고 있어서 옆에서 듣고 있자면 재미있게 했다. 상관엽이 웃으면서 말을 받아서 말했다. "그렇다면 저희들도 이번에 아예 다함께 쭉박을 차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우리는 개방과 모두가 한집안의 사람들이니까요." 그런데, 향각은 즉시 정색을 하면서 고개를 흔드는 것이었다. "아니오. 아니오. 우리는 지금 소공자님을 본방의 사람으로 인정을 하고 있는 것이지 귀제자를 개방의 사람으로 인전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니오. 만일 내가 무아문의 제자를 개방의 화자로 취급을 햇다가는 아마도 소공자님은 봐주실지 몰라도 저 독고형은 틀림없이 나를 가만히 놔두지 않을 것이오." 그때, 마차가 드디어 그 객점의 앞에 으르렀으므로 사람들은 농담을 거두었다. 이어, 객점의 점원들이 두어명이 달려나와서 마차를 영접하고 또한 중년거지가 그들을 따라가서 객방을 예약하고 있는 동안에 일행은 향각의 인도를 받아서 앞쪽의 주루에 올랐다. 그 주루에는 이미 많은 손님들이 들어차서 흥청거리고 있었지만 그래도 워낙 넓어서 이층에 올랐을때에는 그래도 창가의 자리들이 한두개 정도 비어 있었다. 일행은 즉시 그 창가의 탁자 하나를 차지하고는 돌루앉아서 아래쪽을 내려다보며 점원들이 오기를 기다렸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에 이상한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들은 일신에 홍포를 걸치고 있는 라마승들이었는데 줄줄이 나타나서는 주루를 향해 다가오는 것이었다. 헌데 기이한 일은 바로 그 라마승들이 각기 한명씩의 여인들을 손에 이끌면서 아주 음탕한 짓거리를 공공연하게 자행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게다가 그들 대여섯명의 라마승들이 아주 공게롭게도 일행이 앉아있는 주루의 이층으로 올라와서 구석진 자리에 각기 걸터앉는 것이었다. 상관엽은 다소 호기심이 있기도 하고 해서 그쪽을 바라보았지만 상관지는 슬쩍 그와 같은 광경을 보고는 얼굴이 빨개져서 고개를 돌리고 말았다. 그 라마승들은 지금 주위에 많은 사람들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여인들과 자신들을 무릅위에 앉히고는 조금도 꺼리낌이 없는 손길로 장난을 하고 있었다. 물론 더욱 어이가 없게도 그 라마승들의 무릅위에 올라앉은 여인들도 각기 비음을 발하면서 거기에 응하고 있는 것이었다. 원래 이곳 양양성은 아주 점잖은 곳이라고 할 수가 있었다. 그런데. 느닷없이 그와 같은 라마승들이 와서 그러한 짓거리를 하고 있는 것을 보고는 사람들은 저마다 눈살을 찌푸렸으며 은근히 욕설을 퍼붓기 시작했다. 하지만, 일경하기에도 그 라마승들의 눈빛이 신광이 빛나는 것 같았기 때문에 사람들 가운데에서 그들에게 대놓고 뭐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하나도 없었다. 만일 그 라마승들이 여인들을 억지로 괴롭히고 있다고 한다면 그것은 제지할 명분이 서는 것이겠지만 지금 오히려 그 여인들은 보다 적극적으로 음탕하게 어울리고 있는 상황이 아닌가? 그 라마승들의 손길이 음탕하게 여인들의 가슴이나 치마속으로 들라거리는 것을 보고는 상관엽도 그만 얼굴이 뻘개져서 고개를 돌리고 말았다. 상관엽은 그러한 방면에 있어서는 그야말로 순진하ㅣ 짝이 없는 쑥맥이었고 상관지 역시 숫처녀의 몸으로 감히 그러한 얘기를 입에 담을 수고 없었다. 왕자안은 아주 조용한 사람이었으며 독고상은 원래가 주위의 상황에 대해서 말이 없는 편이었기 때문에 역시 아무런 얘기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유독 향각은 달랐다. 그는 비교적 뼈대가 굳고도 곧은 사람이라 할 수가 있었다. 우선 그는 무공이 남들보다 뛰어날 뿐만 아니라 평생동안 남에게 거의 의지를 굽히지 않고 살아왔고 이제는 거의 다 살았으니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는 사람이었다. 그는 원래가 세상에 두려울 것이 없는 사람이었고 지금에 으르러서는 그러한 생각이 더욱 강해져 있는 상태였다. 따라서, 그가 그러한 것을 보고는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처음에 그는 왕자안등의 안전을 생각해서 귀찮은 일을 일으키지 않으려고 했었지만 뒤를 이어서 점입가경으로 치닫는 그들의 행동을 보고는 도저히 참을 수가 없게 되었다. "흥!" 그만 향각의 입속에서는 그와 같은 강한 코웃음 소리가 흐러나오고 말았다. 하지만, 라마승들은 그의 그러한 코웃음소리를 듣지 못했는지 계속해서 여인들을 희롱하고 있었으며 또한, 여인들의 음탕한 비음 또한 갈수록 질탕해지는 것이 아닌가? "아아...... 으음, 간지러워요........" 그러게 되자 그만 이 이층의 조용하고 운치가 있던 주루의 실내는 마치 음탕한 기루나 되는 것처럼 변해버리고 말았다. 그것을 보고 향각은 마침내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고 말았다. 그는 왕자안을 향해 이렇게 말했다. "소공자님, 혹시 소인이 한평생을 어떻게 살아왔는지 아십니까?" 왕자안은 이미 그의 심사를 알고는 웃으면서 대꾸했다. "향잘로님께서는 아주 의리가 있는 분이셨지요." 향각은 고개를 끄뜩였다. "그렇습니다. 게다가 소인의 이 두다리는 아주 튼튼했습니다." 이어, 향각은 다시 라마승들이 있는 쪽으로 시선을 돌리다가 말을 이었다. "자는 간혹 이 튼튼한 두 다리를 사용하여 간악한 개들을 짓밟아 버리고는 했습니다." 왕자안은 고개를 끄뜩였다. "그렇지요. 사실 개방에 왕씨성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고는 하나 향장로님과 같은 분이 없다면 당금의 개방의 자존심은 무너지고 말았었을 지도 모르는 일이지요." 향각은 왕자인이 칭찬해주는 것을 보고는 즉시 ㄱ오손하게 포권하며 말했다. "소인이 감히 그와 같은찬사를 감당해 낼 수가 없습니다." 왕자안은 미소했다. "겸손하시군요." 향각은 잠시 왕자안의 마음속을 들여다 보기라도 하듯이 그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이윽고 결심한 듯 말했다. "그런데 저는 지금 이렇게 늙어서 쓸모가 없게 되어 버리고 말았습니다." 왕자안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렇지 않습니다. 향장로님께서는 아주 건간하신 분이며 앞으로도 최소한 이십년은 더 사실 것은 제가 보장하겠습니다." 향각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렇지 않습니다. 자는 이미 나이를 먹어서 과거의 욕심도 사라지고 또한 잔신의 뼈따귀에 녹이 슬어서 힘을 쓸 수도 없습니다." 왕자안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향장로님깨서는 앞으로 십년내에 보다 높은 무학의 경지에 오르시게 될 것이므로 그렇게 낙담할실 것이 아닙니다." 무학을 배우는 사람에게 있어서 상달할 수가 있다는 것은 그야말로 무엇에 비길 수가 없는 기쁨이라고 할 수가 있었다. 솔직히 지금 향각은 공력이 사갑자에 달하고 있고 겨우 초절정의 심검의 경지에 올라 있는 상태였다. 과거에 그는 보다 높은 경지인 광검이라는 경지에 오르게 되기를 갈망했다. 일단 심검의 초입에 올라서 있었어도 무학이라고 하는 것은 극상승의 경지에 도달하게 되면 깨달음에 의해서 좌우되는 것이므로 쉽게 그 소원을 이룰 수가 없었다. 사실 그래서 그는 요사이는 과거의 꿈을 거의 포기하고 잇던 중이었다. 그런데, 느닷없이 지금 왕자안이 그가 바라던 광검을 앞으로 십년안에 터득하게 될 것이라고 알해주고 있는 것이 아닌가? 향각은 그것이 왕자안이 그를 위해서 나서지 말라고 하는 말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솔직히 그는 그 얘기를 듣자마자 마음이 약해지게 되었고 다시 자리에 앉을까 하고 생각해 보기도 했다. 그러나 역시 그는 마음이 편치 않을 것을 느끼고는 한숨을 내쉬면서 말했다. "소공자님께서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실로 고맙습니다. 그러나, 비록 이 거지는 미록 높은 경지에 오르지 못하게 된다고 해도 역시 성질대로 살아가야 하겠습니다." (...........?) "비록 이렇게 몸이 녹이 슬고 또한 웅심이 사라지게 되었어도 앞으로 반드시 저와 같은 인면수심의 간적들이 나타나게 되면 용서하지 않을 것입니다!" 왕자안은 그의 의도가 뚜렷한 것을 보고는 더이상 말리려고 하지 않았다. 이 순간에 향각의 의식적으로 큰 소리로 말했었기 때문에 실내의 모든 사람들이 그를 주시하게 되었고 그 라마승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희롱하는 것을 중단하다가 향각을 보고는 저마다 다소 놀랍다는 표정들을 보이고 있었다. 이어, 왕자안에게 고개를 숙여서 인사를 한 향각은 즉시 그들 라마승들이 있는 곳으로 터벅ㅌ터벅 걸어갓다. (..........!) 그 라마승들은 문득 향각에 대해서 주의를 기울이고 있었는데 느닷없이 그가 자신들을 향해 다가오자 저마다 다소 어리둥절한 표정들이었다. 그러나, 그들 역시 잠깐 멈췄던 희롱하는 손길을 다시 움직이면서 조금도 아랑곳하지 않는 눈치였다. 바로 그 순간에 향각은 그들의 앞에 으르렀고 이내 말없이 그 가운데의 한명의 홍포라마승을 향해 가볍게 일장을 휘둘었다. 비록 가볍게라고는 하나 그 일장은 바로 반선수라고 하는 팔황문의 절기였고 또한 그것이 이미 최고조에 도달해 있는 상황이었다. 일전에 왕자리가 그와 비슷한 절기를 보여주기는 했었지만 그것은 결코 이것과 동일하게 생각될 수 없는 것이었다. 그 반선수라는 장력은 거의 소리가 없고 기운도 미약한 것 같지만 기실은 태산을 무너트릴수가 있는 무서운 힘이 깃들어 있는 것이었다. 그 라마승은 처음에는 거의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있다가 이윽고 그와 같은 장력을 보고는 놀라서 여자를 희롱하는 손길을 멈추고는 잔격을 가했다. 느닷없이 그의 우수가 정말로 솥뚜껑만하게 부풀어 올라서 향각의 장력에 맞서갔다. 그것은 기이한 일이었다. 상관엽등은 일전에 서장에 대수인이라는 장법이 있어서 독기를 품고 있는 것이며 위력이 막대하다는 얘기를 들은적이 있었다. 그러나, 기실 그 절기는 그저 절정급의 절기에 불과했지 초절정의 무학과는 거리가 있는 것이었다. 즉, 서장의 인물들이라면 누구라도 사용할 수가 있는 절기들로서 알려져 왔던 것이었다. 따라서, 그러한 것을 표현할 때에 쓰는 솥뚜껑만하다고 하는 것은 그저 과장된 얘기에 불과했지 정말로 그것이 솥뚜껑만하게 부풀어 오르는 것은 아니었다. 실제로, 사람의 손바닥은 크기가 제한되어 있는데 그렇게까지 커질 수는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놀랍게도 지금 그러한 상식적인 얘기가 통하지 않고 있었다. 그 라마승의 손바닥은 순식간에 정말로 솥뚜껑만해져서는 향각의 장력에 맞서갔고 다음 순간에는거대한 폭음이 주위를 흔들었다. 꽈릉! 일순간에 향각과 그 라마승이 딛고 있었던 바닥이 무너져 내리고 말았고 또한 향각과 라마승은 각기 거대한 압력에 의해서 뒤로 지척거리며 약간식 밀려나게 되었다. 그것은 주위의 손님들도 마찬가지였고 그 옆의 라마승들 역시 뒤쪽으로 자리를 피하면서 급급히 뭐라고 서장어로 향각을 향해 욕을 해대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갑자기 실내에 그와 같은 변화가 일어난 것은 당연한 일이었으며 그것도 향각이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공력을 늦추었기 때문에 피해가 적은 것이었다. 만일 그들이 최대한으로 이용하여 손을 썼었더라면 아마도 이 주루는 흔적도 없이 날아가 버리고 말았었을 것이었다. 느닷없이 그러한 변괴가 나타나자 주루의 일이층에서 술을 마시고 있던 많은 손님들은 그만 놀라서 주루의 작으로 달아나 버리고 말았다. 향각은 자신이 공연히 힘을 써서 그와 같은 혼란이 일어난 것을 미안하게 생각했다. 그러나, 기실 더욱 놀라운 것은 상대방인 그 라마승이었다. 놀랍게도 향각의 공격을 맞이하여 함께 어울렸는데도 그의 몸은 조금도 내상을 입은 기미가 없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물러선 거리로 보면 향각과 비슷한 국면을 유지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이 향각은 이미 초절정의 무학경지에 올라 있는 강호상의 거의 보기 어려운 절대고수라고 할 수가 있었다. 그런데, 그 라마승이 그의 일장을 거뜬하게 받아내는 것을 보니 놀랍지 않을 수가 없었다. 향각은 이에 놀라는 표정이었고 또한 상대방인 그 라마승 역시 향각을 보고는 매우 놀라는 표정이었다. 다만 그 라마승들이 중원어를 모르고 각기 서장어로 떠드는 것이 무슨 말인지 알 수가 없는 것이 답답하게 느껴졌다. 상관엽등은 조금전에 그 라마승이 발출했던 그 커다란 손바닥이 기실은 무시무시한 공력이 깃들어 있어서 그렇게 크게 보였다는 것을 이제서야 알 수가 있었다. 실로 이들은 실려기 있었기 때문에 조금전에도 그처럼 방약무인하게 행동을 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러나, 이미 작정을 하고 다가간 향각이 거기에서 멈추려고 할리가 없었다. 그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다시 그 라마승을 향해 장력을 날리면서 덮쳐갔다. 그런데, 바로 그때였다. 느닷없이 다른 라마승 하나가 향각의 눈앞에 귀신처럼 다가오더니 우수를 불쑥 내밀어서 그의 멱살을 움켜잡는 것이 아닌가? (..........?) 그 순간에는 향각은 정신없이 그 라마승을 奎해 덮쳐들고 있는 때였으므로 이번에는 그는 정말로 놀랐다. 왜냐하면, 느닷없이 나타난 그 라마승의 움직임은 그야말로 사람의 움직이라고는 생각할 수가 없을 정도로 빨랐으며 또한 그의 손속도 귀신같은 데가 있었다. 향각도 실로 그처럼 빠른 몸짓을 거의 본적이 없을 정도였다. 도대체 그 역시 초절정의 무학을 지니고 있어서 일반적인 눈에는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의 빠른 신법을 가지고 있는데 그는 한순간에 거의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말았다. 마치 그 라마승은 움직인 것이 아니라 원래부터 그 자리에 서있다가 향강이 그의 우수에 멱살을 갖다대어서 날려간 것 같았다. 향각은 한순간에 그라마승에게 벽살이 압혀져서 마치 씨름선수에게 당하듯이 바닥으로 심하게 팽개쳐졌다. 만일 그 힘에 의해서 향각이 정말로 주루의 바닥에 부뿹힌디면 틀림없이 이 주루는 부서지고 말았었을 것이었다. 그러나, 비록 귀신에 홀린듯이 당한 향각이었지만 이제까지의 경험이 풍부해서 그렇게 쉽사리 당하지만은 않았다. 상대방의 우수가 그를 힘차게 바닥에 팽개치는 순간에 이미 그의 우수는 상대의 어깰ㄹ 짚고 있었고 그리하여 그 힘으로 가까스로 바닥에 쓰러지는 것을 모면할 수가 있었다. 비록 무슨 격렬한 폭음이 일어난 것은 아니었지만 이번에 향각은 겨우 신형을 바로 세우고는 이마에서 식은 땀이 일어나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그는 이제까지 이러한 괴이한 경험을 하는 일이 없었다. 대체 어떻게 그러한 무학이 있을 수가 있을까? 기실 간단한 것 같지만 향각이 당하게 된 데에는 그만한 라마승의 절기가 상상을 불허하는 점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우선 그의 신법은 괴이해서 마치 조금도 움직이지 않고서 이미 그 자리에 이동해 있는 것 같았으며 그것은 흡사 환상과도 같았다. 게다가, 뒤를 이어서 향각의 멱살을 움켜잡을 수가 있었던 그 라마승의 손길은 마치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았지만 길게 아무렇게나 늘어날 수가 있는 고무즐과도 같아서 자유자재로 빠르게 움직이는 것이었다. 원래, 사람의 육신은 암리 해도 팔을 밖으로 구부리지 못하게 되어 있으며 어떤 제약이 따르게 되어 있었다. 그것은 비록 초절정의 경지에 도달한 고수들도 마찬가지로 격는 제약이었다. 그런데, 상대방의 그 우수는 그러한 상식을 아에 무시하고 흡사 고무줄처럼 빠르게 늘어나서 한순간에 무의식적으로 피하려는 향각의 멱살을 움켜잡고 말았으며 동시에 그의 기운을 제어하면서 내던졌던 것이었다. 실로 일반 사람들이 상상도 할 수가 없는 기괴함들이 그 가운데에 들어 있었기 때문에 향각이 놀라는 것은 무리가 아니었다. - 第 三十九章 終 - [3210] 제목 : [백상] 개방백의제자 40장 올린이 : l2056 (임종범 ) 97/03/17 21:51 읽음 : 174 관련자료 없음 -------------------------------------------------------------------------- ---- 개방백의 제자(愷幇 白衣第子) 백상(百象) 원작(原作) 타이핑 - 林 鍾 範 저 자 - 百 象 第 六 券 第 四十 章 진짜 귀신같은 사람. 하지만, 비록 향각 뿐만이 아니라 상대방인 그 라마승도 향각이 바닥에 팽캐쳐지지 않자 상당히 놀라는 눈치였다. 그는 즉시 서장어로 뭐라고 크게 욕설을 퍼붓는 것이었다. 그에 따라서 여인들이 우르르 뒤로 물러났다. 향각은 이에 다소 어리둥절해 하다가 다시 앞으로 달려들려고 했다. 헌데 그 순간에 다시 그 라마승의 신형이 휘청하는 듯 하더니 그의 면전으로 달려들어서 이번에는 그를 허공으로 던져버리는 것이 아닌가? 향각은 이번에는 단단히 준비하고 있었다. 그는 상대방이 다가오는 기척을 느끼고는 급히 신법을 펼쳐서는 이를 피하려고 했다. 그러나, 정말로 기이한 일이었다.이번의 그 라마승의 몸놀림은 놀랍게도 아까보다 배나 더 빨랐다. 그리고 그의 손속도 아까보다는 역시 배나 더 기묘해져 있었다. 향각은 더욱 어이가 없게도 다시 허공으로 몸이 날려져 갔으며 그와 동시에 상대의 옷깃을 잡을수가 있어서 다행히도 멀리 날려가는 것을 피할 수가 있었다. 라마승의 옷깃이 찌익 소리를 내면서 영어졌고 비록 그 힘이 미약하지만 향각은 ? 눘을 빌어서 한순간에 임기응변으로 허공으로 높이 솟아오르지 않고 몸을 가눌수가 있게 되었다. 헌데 바로 그 순간의 일이었다. 마치 그러한 상황을 예측이라도 한 듯이 아까 향각과 마주쳤던 그 라마승이 다시 예의 그 커다란 장력을 발휘하여 향각의 등뒤를 후려쳐 오는 것이 아닌가? 이 순간에는 향각은 상대의 내던지는 힘을 해소하기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던 중이었다. 그는 한순간에 몸의 균형을 잡기 위해 진기를 그 쪽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그 촌각의 순간에 이미 그 라마승의 장력이 마치 해일처럼 그의 등쪽으로 밀어닥쳤다. 그 라마승은 이미 준비하고 잇다가 그와 같은 장력을 날렸기 때문에 비록 향각은 그보다 더한 능력이 있다고 해도 그것을 대응할 수가 없었다. 그는 이미 그 순간에 다른 곳으로 힘을 쓰고 있는 상태였기 때문이었다. 제아무리 초절정의 고수라고 해도 일단 전력을 디해서 힘을 쓰게 되면 그것을 즉시 다른 곳으로 돌리기는 어려운 법이었다. 따라서, 한 사람이 여려사람들의 협공을 받게 되면 결코 그와 같은 우를 범해서는 안돼는 것이었다. 그러나, 비록 원하지 않았으나 향각은 한순간에 너무나도 기괴한 상대방의 무공에 놀라서 그만 그러한 우를 범하게 되고 말았다. 그것은 거의 무의식적인 것이었기 때문에 불가항력적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향각은 상대방의 장력이 등뒤를 덮치는 것을 알았을 때에는 이미 그의 등뒤는 텅비어 있었고 순식간에 그것에 대응할 수가 없어서 아득한 심정이었다. 헌데 바로 그 순간에 불쑥 옆에서 하나의 그림자가 나타나서 향각의 등뒤를 공격하고 있는 라마승의 등뒤를 후려쳐갔다. 그 인영의 움직임은 실로 빨라서 향각 역시 눈군가를 분간할 수가 없을 지경이었다. 그 라마승은 마악 향각의 등뒤를 공격하려는 순간에 그와 같은 기습을 받게 되자 그만 도저히 그것을 강행할 수가 없었다. 히는 수 없이 그는 장력을 거두고 그 사람을 상대하게 되었으며 향각은 실로 아슬아슬하게 그 위기에서 벗어났다. 그는 다음 순간에 겨우 새로 나타난 사람의 얼굴이 도고상이었다는 것을 알 수가 있었다. 그는 실로 그 독고상의 능력이 자신이 생각하고 있던 것보다 오히려 우위에 있는 것이었음을 알고는 감탄해 마지 않았다. 그러나, 그것도 그저 찰나의 느낌에 불과했다. 독고상이 그 라마승의 등뒤를 공격하는 순간에 비록 그 라마승은 장력을 거두었지만 근처의 다른 라마승 하나가 다시 독고상의 등뒤를 후려쳐 오는 것이 아닌가! 이때 그자의 모습은 아주 기이했다. 그자는 원래 아주 마른 모습이었는데 갑자기 전신이 크게 부풀어 오르더니 흡사 한마리의 코끼리처럼 거대하게 병해서는 엄청난 위력의 기운을 쌍장으로 내쏟는 것이었다. 그것은 실로 너무나도 빠르게 일어난 변화였기 때문에 마치 거대한 환각이 일어나는 것 같은 모습이었다. 그자의 쌍장에 일어나는 힘은 시로 가공스럽기 그지 없었다. 향각은 실로 그와 같은 놀라운 능력을 지니고 있는 라마승들을 정말로 한평생 본적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생각은 느리고 현실은 실로 다급했다. 향각은 더 이상 볼 것이 없이 즉시 허공에서 최대한으로 공력을 일으켜서 그 거대하게 변한 라마승을 향해 역시 쌍장으로 후려쳐갔다. 그리하여, 본의 아니게 독고상은 그 장력을 ㅆ는 라마승과 어울리게 되었고 또한 향각은 이번에는 거대하게 변한 라마승과 격돌하게 되었다. 그런데, 그것을 보고서 아까 향각을 집어던졌던 그 라마승이 가만히 잊지 않았다. 그느 다시한번 그 재주를 부려 볼 생각으로 역시 괴이한 신법을 발휘하여 향각의 멱살을 움켜쥐려고 했다. 그 라마승은 그렇게 멱살을 움켜쥐는 것이 습관이 되어 있는 듯이 다른 곳은 젖혀두고 오직 상대방의 그곳만을 노리고 있었다. 그런데, 이때 그의 눈앞에 아주 기이한 일이 벌어졌다. 그 라마승은 분명히 자신이 향각의 앞에 빠르게 도달하여 그의 멱살을 움켜쥐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주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느닷없이 향가의 모습은 사라지고 그가 잡고 있는 사람은 바로 언제 나타난지도 모르는 한명의 아주 조용하고 잘생긴 서생이 아닌가? 게다가, 지금 가만히 보니 그의 손은 허전했고 또한 약간 뻐근란 것이 그가 상대의 멱살을 잡은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가 상대의 손에 의해 맥문이 잡혀져 있는 형국이었다. (.........?) 그 라마승은 느닷없는 사태에 대해서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아니, 그는 한순간에 너무나도 놀랐기 때문에 처음에는 이게 대체 무슨 영문인지 알 수가 없는 표정이었다. 그러다가, 이윽고 현실을 파악한 그의 눈이 있는대로 부릅떠지면서 입속으로는 괴성을 토해냈다. 그것은 욕설인지도 모르는 서장어였다. 헌데, 그는 향각을 향해 공격했었는데 갑자기 향각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이 서생이 나타나 있다는 자체가 이미 이해할 수가 없는 일이었다. 게다가, 원래 그 라마승은 상대방의 멱살을 잡는 특기는 이제까지 누구에게도 거의 실패해 본 적이 없는 회심의 절학이었는데 어이없게도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이미 상대에게 맥문이 잡혀 있다는 것은 상상도 못한 번괴라고 할 수가 있었다. 따라서, 라마승은 너무나도 놀란 나머지 마치 귀신을 본 것 같아서 소리치고 있는 것이었다. 그것을 본 다른 두명의 라마승들이 일순간 약속이라도 한 듯이 일제히 그 서생의 둥뒤를 향해 덮쳐들어갔다. 그들의 절기는 이미 보앗던 다른 동료들의 것과 그리 다르지 않았다. 우선 하나는 귀신처럼 빠른 신법을 이용하여 서생의 등줄기를 후려치고 있었고 다른 하나는 전신을 거대하게 부풀린 채로 위맹하게 서생의 어깨를 향해 손속을 기묘하게 내 뻗고 있었다. 보아하니 그들의 무공은 그 위력도 비슷하고 그 흐름 역시 비슷한 것이 이 다섯명의 라마승들이 모두가 한 문파의 사람들이라는 것을 알 수가 있게 했다. 물론 이때 갑자기 등장한 그 잘생긴 서생은 바로 왕자안이었다. 당연히 그의 능력은 눈부신 것이었다. 먼저 그의 등줄기를 공격했던 한 라마승은 일순 자신의 앞에 느닷없이 왕자안이 사라지고 제압되었던 동료가 나타나 있는 것을 보고는 놀라서 그만 장력을 급히 회수했다. 정력의 방향을 돌리기에는 너무나도 때가 늦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실로 그렇게 순식간에 사람이 바뀔 수가 있다는 사실이 믿을 수가 없는 일이었다. 따라서, 그 라마승은 일순간 스스로의 힘에 못 이겨서 뒤로 벌렁 나동그라지고 말았다. 기실, 한 사람이 일단 자신의 장력을 회수하게 되면 그 타격은 마치 자신이 오히려 그 장력에 격타당한 것 과도 비슷한 것이 되기 때문에 가급적이면 그들은 장력을 무리하게 회수하는 법이 없었다. 하지만 물론 지금은 예외였다. 그 라마승은 도저히 자신의 동료를 쳐 죽일 수가 없었기 때문에 무리하게 자신의 장력을 회수하려다가 절반쯤은 자신의 동료를 헤치고 다시 절반쯤은 자신이 당하게 되어서 두 사람이 똑같이 심한 내상을 입게 되고 말았다. 게다가 나머지 한 명의 라마승은 왕자안의 어깨를 잡으려고 하다가 역시 어느새 자신의 손이 상대의 손아귀에 들어가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으며 이에 크게 놀란 그는 커다랗게 무풀어 오른 몸뚱이를 그대로 돌진하여 왕자안을 공격하려고 했다. 헌데 갑자기 그 순간에 왕자안이 그의 손을 놓아버리자 느닷없이 웬일인지 전신의 기운이 하나도 없어지면서 무수한 고통이 느껴지는 것이 아닌가? 그것은 마치 전신의 육신이 하나로 뭉쳐지는 것 같은 무서운 고통이었다. 그와 동시에 그 라마승은 으헝! 하고 소리를 내지러면서 뒤로 벌렁 나동그라지고 말았다. 바로 그때였다. 뒤를 이어서 펑펑! 하는 굉음이 울려나오면서 각기 향각과 독고상과 대결하고 있던 두명의 라마승들이 약간씩 폐퇴하여 뒤로 물러나면서 그와 같은 광경을 보게 되었다. 이에, 그들은 일순간에 대경실책하여 소리를 내질렀고 이어서 급급히 신형을 돌려서 자신들의 부상당한 동료들을 안고서 황급히 달아나기 시작했다. 향각과 독고상은 비록 이 격돌에서 승리하기는 했지만 그러나 그들의 신법이 워낙에 기괴하고 빨랐기 때문에 도저히 추적 할 수가 없다는 것을 알았다. 실로 그들이 강호상에 나와서 이와 같은 낭패를 당하게 된 것은 처음있는 일이었다고 할 수가 있었다. 이어, 라마승들이 모두 사라지자 그 여자들도 동시에 어마 뜨거워라 하고 비명소리를 내지르며 빠르게 주루의 아래쪽으로 달아나버리고 말았는데 향각등은 이미 라마승들을 놀쳐버린 후였으므로 치사하게 여인들을 잡아서 혼내주고 싶은 마음은 일이 않고 있었다. 두 사람은 일시 다고 어리둥절해 하다가 이윽고 고개를 돌려서 어느새 다시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서 천천히 엽차를 마시고 있는 왕자안을 멍하니 바라본 뒤에 이윽고 그쪽으로 갔다. 기실, 이순간의 독고상의 심정이야 그저 그럴 것이지만 향각의 놀라움은 대단한 것이었다. 원래 그는 독고상의 무공을 생각해서 왕자안의 무공도 거의 그러한 수준이 아닌가 하는 추측하고 있었다. 그런데, 뜻밖에도 조금전의 그 놀라운 라마승들을 왕자안은 확실히 보지는 못했지만 순식간에 격퇴시킨 것 같지 않은가? 그것은 실로 믿기지 않은 일이었다. 하지만 현실이었다. 향각은 일시 멍한 시선으로 왕자안을 바라보면서 이렇게 생각했다. (혹시, 이미 소공자님은 무공의 경지가 태상방주님의 그것과 맞먹는 것이라는 말인가?) 향각은 세상에서 가장 존경하는 사람을 자신의 사부인 개방의 태상방주 신주개성 왕검해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의 무학은 실로 상상하기 이려운 것이었고 향각의 목표는 그 사람과 버금가는 경지에 오르는 것이었다. 그는 자신이 결코 사부와 같은 경지에 오르지 못할 것을 알고 있었다. 이를테면 자신이 원하고 있는 것은 당금의 개방의 방주인 천개 왕천기와 같은 수준이라고 할 수가 있었다. 지금 왕천기의 무학의 수준은 바로 광검의 경지였다. 하지만, 향각은 조금전의 불가사의한 왕자안의 무학을 보고는 그것이 왕천기의 광검의 경지보다도 훨씬 뛰어난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솔직히 향각은 비록 자신의 사부이지만 너무나도 존경하고 있기 때문에 신주개성 황검해를 감히 스스로 사부라고 부르지 못하고 그저 태상방주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것은 자신이 그의 진전을 이을 만한 자질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실로 왕자안과 같이 어린 나이에 그와 같은 놀라운 능력을 가지게 된 사람은 대체 어떻게 상상할 수가 있을까? 향각은 지금 마치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았다. 아까 그 라마승들이 놀라서 괴성을 질렀었던 것을 생각해 보면 당연한 일이라고 할 수가 있었다. 실로 천하에 신주개성과 같은 인물들이 나타나는 것도 놀라운 일이었다. 그러나, 왕자안과 같은 인물이 나타나는 것은 더욱 이해할 수가 없는 일이기도 했다. 문득 향각은 전에 개방의 총타에서 왕씨가문의 네명의 아들들이 당했었던 일을 상기했는데 이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들은 실로 너무나도 좋은 책벌을 받은 것이었다. 사실 이분 소공자님께 그렇게 무레하게 대했으니 개방이 일시에 몰살을 당했다고 해도 이상할 것이 없었을 것이었다.) 이어, 독고상이 이미 자리에 앉아 있는 것을 보고는 향각은 한숨과 함께 천천히 맞은편의 자리에 앉으면서 왕자안에게 입을 열어 말했다. "저는 이미 늙은 폐물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왕자안은 미소하며 말했다. "어째서 폐물이라고 하시오? 아까는 정말로 어떤 젊은 사람들에 못지 않게 혈기가 넘치는 모습이던데요?" 향각은 고개를 내저었다. "아닙니다. 저는 이제까지 태산을 눈앞에 두고 있었으면서도 바라보지 못했으니 그야말로 눈이 멀은 것이 아닙니까?" 왕자안은 이에 담담하게 미소했다. 바로 그때, 주루의 주인이 급히 올라와서는 이미 이층에 올라와 있는 중년거지에게 이곳의 피해상황을 말하고 변상할 것을 부탁하고 내려갔다. 동시에 점원들이 빠르게 움직여서 주위를 청소했으며 주문한 음식들도 빠르게 날라오기 시작했다. 이들 점원들은 이미 강호상의 생활에 익숙해져서 어떤 일이 벌어져도 금새 상황의 처리를 할 수가 있는 사람들인 것 같았다. 점원들이 음식들을 날라오자 일행은 천천히 식사를 하기 시작했다. 이에, 향각은 왕자안을 따라서 천천히 식사를 하다가 다시 한숨을 내쉬면서 입을 열어 말했다. "저는 눈이 있어도 보지 못했으니 이것은 이미 썩어버린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저는 이제 폐물이 다 되었나 봅니다." 이에 왕자안은 다시 그저 미소할뿐이었다. 그런데, 묵묵히듣고 있다가 입가에 미소를 띄우면서 입을 열어 대꾸했다. "하지만 당신은 지금 바로 보고 있다고 생각하시오?" 향각은 이 독고상이 거의 말이 없었기 때문에 그동안에 이야기를 주고받을 일이 없었는데 조금전에 자신을 도와주었던 그 놀라운 무공을 보고는 흠모하는 마음이 생겨났었기 때문에 친해지고 싶은 호감이 일어났다. 그런데 그닷없이 그의 말을 듣고는 이해할 수 없어서 그의 얼굴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 이에 독고상은 다시 가볍게 웃으면서 말했다. "내 말은 당신이 지금보다 훨씬 젊었어도 역시 남을 알아보지 못했을 것이라는 말이오?" 향각은 그 말에 문득 안색이 불어졌다. "그, 그렇군...." 향각은 자신이 일순 말을 잘못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기실, 그는 왕자안을 알아보지 못했었기 때문에 늙었다고 말했으나 실제로는 그가 젊은 사람이었다고 해도 역시 알아보지 못했을 것이라는 말이다. 즉, 단순히 그 문제 때문에 스스로를 폐물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는 뜻이다. 하지만, 향각은 독고상의 말 가운데 웬지 이해하기 어려운 기이한 웃음이 짓들어 있는 것을 보고는 고개를 갸욱거렸다. 그것은 그의 마음을 크게 혼란시키는 것이었고 또한 어떤 상상하지도 못할 두려운 느낌을 불러일으키려고 하는 것 같았다. 향각은 독고상이 그 얘기를 해주지 않으려고 하는 것을 알았다. 따라서, 그는 앞으로 차차 이 사람들에 대해서 좀 더 세밀하게 주시해 보기로 하고는 우선은 가볍게 웃으면서 대꾸했다. "하하, 이거 내가 실언을 햇엇음을 시인하겠소." 독고상은 이에 가볍게 웃으면서 말을 받았다. "그런 것이야 잘못이라고 할 수도 없는 일이지요." (........?) 향각은 다시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입을 열어 독고상에게 물었다. "헌데 독고형의 무공은 상당히 놀라운 바가 있던데 그것은 혹시 무아문의 절학이라는 것이오?" 독고상은 일순 다소 무거운 표정으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것은 우리 무아문의 진전이 아니오. 나는 너무나도 우둔하여 아직 본문의 진전을 잊지 못하고 있소." 향각은 독고상의 말에 그것이 무아문의 진전도 되지 못한다는 얘기를 듣고는 문득 크게 불신하는 마음이 일어났다. 하지만, 그는 다시 물었다. "그렇다면 그것은 무아문의 절학이 아니라는 말이오?" 독고상은 대답했다. "본문의 무학은 아니지만 역시 거기에서 파생된 것이기 때문에 다른 것도 아니오?" 향각은 다시 물엇다. "그럼 지금 무아문의 무공을 알고 있는 사람은 우리 소공자님 박에는 안계신다는 말씀이시오?" 독고상은 그를 바라보더니 고개를 내저었다. "아니오. 저기에 또 한 사람이 있지 않소? 그는 무아문의 정식제자이니 무아문의 무공을 배우고 있는 중이오." (.........?) 향각은 독고상이 가리키는 사람을 바라보고는 더욱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그 사람은 바로 상관엽이었다. 향각이 보기에는 그 상관엽은 자질이 상당히 뛰어나고 또한 대단히 총명해 보이기는 하지만 그가 독고상보다도 뛰어나 보이지는 않는 것 같았다. 게다가, 지금의 무학의 경지 역시 이제 겨우 일류의 단계를 벗어나 있는 상태라고 할 수가 있었다. 그런데, 오히려 그가 무아문의 정식제자로 되어서 무아문의 무공을 배우고 있다는 얘기는 쉽게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지금의 상황에서 독고상이 쉽게 그 내막을 가르쳐 줄 것 가?지 않아서 그는 그저 껄껄 웃으면서 말했다. "어쨌던 독고형은 대단한 분이시오. 나는 도저히 독고형의 자질을 따라갈 수가 없을것 같소. 과거에 나는 한명의 휼륭한 자질을 가지고 있는 친구를 두었지요. 그가 누구인지 아시오?" 독고상은 이에 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것은 그가 궁금해 한다는 뜻이었다. 향각은 이에 웃으면서 대답했다. "그는 바로 당금의 본방의 방주이신 천개이오. 기실 그는 과거 독고형과 같은 비슷한 나이에 그와 같은 성취를 이루었지요. 우리들은 모두가 사부님께 가르침을 받았지만 그가 가장 성취 속도가 빨라서 나는 감탄했었던 적이 있었소. 그런데..... 실로 독고형의 자질은 그에 못지 않은 것 같구료." 독고상은 상대방이 자신을 그렇게 추켜세우는 것을 보고는 그만 다소 안색이 벌겋게 되어서 말했다. "하지만 사실 나의 자질은 원래는 형편이 없는 것이오." 향각은 그 말뜻을 이해하고는 웃으면서 말했다. "다른 사람에 비해서 그렇다는 말입니까?" 독고상은 그를 바라보면서 고개를 끄뜩였다. "그렇소." 향각은 이미 그를 충동질 할 생각이었다. 그는 의도적으로 이렇게 물었다. "하지만 그렇게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어디에 있겠습니까?" 이에, 과연 독고상의 두눈에서 얼핏 분개하는 기색이 엿보였다. 그리고, 금방 대꾸하지는 않았지만 즉시 왕자안을 은근히 바라보는 것이었다. 향각은 여기에서 바로 왕자안의 능력이 실로 거짓이 아닌 진실이라는 것을 확신할 수가 있었다. - 第 四十章 終 - [3211] 제목 : [백상] 개방백의제자 41장 올린이 : l2056 (임종범 ) 97/03/17 21:51 읽음 : 174 관련자료 없음 -------------------------------------------------------------------------- ---- 개방백의 제자(愷幇 白衣第子) 백상(百象) 원작(原作) 타이핑 - 林 鍾 範 저 자 - 百 象 第 六 券 第 四十一 章 가공할 무학고수들. 왕자안이 이때 문득 입을 열어 향각에게 말했다. "향장로님께서는 조금전의 그들의 무공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향각은 일순간 은근히 수작을 부리고 있었기 때문에 크게 뜨끔하여 급히 자신도 모르게 이렇게 대답했다. "그, 그거야 대단했지요." .......... 그러나, 이내 자신의 대답이 동문서답의 식이었다는 것을 파악한 향각은 웃으며 말을 덧붙였다. "그들의 무학은 약간 사이한 데가 있는 것 같더군요. 하지만 실제로는 내용이 있는 것 같았고 또한 놀라운 것들이었습니다." 왕자안은 가볍게 미소하며 말했다. "그렇습니다. 그들의 무학은 다소 특이한 바가 있지요. 그리고 사실은 휼륭한 내용들이 있는 것들입니다." 향각은 그것은 인정하고 있었으면서도 관심은 왕자안에게 달리고 있어서 내심으로는 대체 그러한 휼륭한 무공들이 어떻게 왕자안에게 그렇게 쉽게 깨질 수가 있었는가 하는 것을 반문하고 있었다. "그, 그렇군요." 왕자안은 이에 다시 물었다. "향장로께서는 그들의 사문이 어디에 있는 것인지 아십니까?" (..........!) 그 질문은 확실히 향각의 관심을 크게 불러일으겼다. 원래, 이 향각은 성격이 크게 호탕하여 천하를 돌아다니기를 좋아했고 또한 천하의 모든 일들을 알아보는 것을 취미로 생각하고 있었다. 따라서, 아까 그 라마승들의 사문이 어디인가는 그의 궁금한 바였으며 만일 왕자안에 대한 호기심이 더욱 강렬하지 않았다면 이미 그러한 것을 물어보았을 것이었다. 그런데, 향각은 이 아주 젊은 소공자가 어떻게 그와 같은 라마승들의 사문에 대해서도 알고 있는 듯한 눈치를 보이는 것일까 하고 의아해했다. 그는 즉시 고개를 저으며 물었다. "모르겠습니다. 왕자안은 미소하며 대답했다. "그들은 바로 서장의 밀교 가운데의 환희불교의 일파로서 무공이 가장 뛰어난 문파입니다. 강호상에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지요." "아.....!" 향각은 일순 나직하게 감탄성을 터뜨렸다. 그도 일찍이 서장에 환희불을 모시는 밀교가 존재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 가운데 가장 무공이 고강한 일파가 있어서 그와 같은 고수들을 배출해 내고 있다는 것은 처음 들어보는 일이었다. 그는 대체 이 젊은 소공자가 어떻게 수배나 더 살아온 자신보다도 더욱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는 것인가 하고 의아해 했다. 하기는 아까의 그 라마승들의 태연자약하게 여인들을 희롱하던 광경을 상기해 보니 그것은 일리가 있는 말이었다. 이 서장의 환희불이라고 하는 부처를 믿는 밀교는 이른바 남녀의 화합에서 오는 쾌락에서 열반의 도를 추구한다고 하는 괴이한 교파라고 했던 것 같았다. 그런데, 향각은 문득 다시 한가지의 생각을 떠올리고는 안색이 변해서 이렇게 급히 물었다. "그렇다면.... 그렇다면 혹시 그들이 바로 당금의 세외십세 가운데의 하나라는 말씀이십니까?" 왕자안은 이에 가볍게 웃으며 고개를 끄뜩였다. "그렇소. 사실 그들은 세외십세의 하나로서 조금전에 보았던 자들은 그들의 일부에 불과하고 우두머리는 다른 곳에 있소. 지금 그들은 역시 다른 세외구세와 마찬가지로 중원에 깊숙히 들어와 있는 것이오." (.......?) 향각은 이에 더욱 놀라며 어리둥절했다. 그도 기실은 세외십세라고는 들었지만 아직 그 실체에 대해서 자세히 알지 못하고 있었는데 대체 어떻게 이 젊은 소공자가 그러한 것들을 소상하게 알고 있는지 이해할 수가 없는 것이었다. 게다가, 조금전의 그 라마승들이 그 하나의 세력의 전부가 아닌 다시 일부에 불과하다고 한다면 그것은 실로 가공스러운 일일 것이요. 놀라운 일이 아닐 수가 없었다. 현제 중원에는 초절정의 고수들이 그다지 많은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세외십세의 무리들 가운데 그와 같은 고수들이 그처럼 많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 대체 무슨 수로 그들을 막아낼 수가 있다는 말인가? 물론 무공이라고 하는 것은 단순히 숫자에 의존하는 것은 아니지만 일단은 매우 심각한 국면이 아닐 수가 없었다. 이에, 문득 향각은 다시 안색이 변해져서 말했다. "그렇다면 저희들이 잠시 실수를 했었군요." 왕자안은 이내 그의 생각을 알아차리고는 웃으며 말했다. "아까 그들을 제거하지 못한 것을 후회하고 계시는 것 입니까?" 향각은 그 말에 웬지 안색을 가볍게 붉히면서 말했다. "그렇습니다. 사실 대의를 위해서는 소의를 돌보지 않을 수가 있는 것이지요." 원래, 아까 비록 처음에는 슛아가지 못했지만 만약에 향각등이 끝까지 추적하기로 마음먹었다면 부상자를 데리고 있는 그들을 추적하지 못할 것은 없었다. 하지만 구태여 그럴 것이 없다고 생각하여 그러지 않았던 것이었는데 지금에 와서는 그것이 후회가 되는 것이었다. 실로 그러한 초절정의 고수들을 다시 제압하기가 어려워서 지금 제압해 두면 나중에는 보다 쉬워질 것이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문득 향각은 그러한 사실을 좀 더 빨리 가르쳐 주지 않은 왕자안이 다소 원망스러울 지경이었다. 그런데 왕자안은 다시 웃으며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것을 염려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향각은 의아해 해서 물었다. "아니 그것은 어째서 그렇습니까?" 왕자안은 미소하며 이렇게 대답했다. "우리가 굳이 뒤슛지 않아도 자연히 그들이 금방 우리에게 다가올 테니까요." (..........?) 향각도 ㅁ수하게 경험을 해온 사람이었지만 그 말을 쉽게 이해할 수가 없었다. 상대가 다시 보복을 해오는 것도 일단은 싸움이 되어야 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아까 그들은 마치 귀신에게 놀란 듯이 심하게 혼이 나서 도망쳤던 것이었는데 대체 어떻게 그들이 다시 일행의 앞에 나타나게 된다는 것인지 ㅇ해할 수가 없는 것이었다. 향각은 물었다. "아니 어떻게 해서 그렇게 된다는 말씀이십니까?" 왕자안은 가볍게 웃으면서 이렇게 대답했다. "그것은 이제 잠시 후면 아시게 될 것이니 조금만 기다려 보십시요." (...........?) 이윽고, 그렇게 시간이 흐르다가 식사가 모두 끝이 났다. 왕자안은 일단 식사를 마친 뒤에도 예약해 놓은 객방으로 가지 않고 계속해서 그 주루의 탁자앞에 넣아서 아래쪽을 내려다 보며 차를 마시고 있었다. 그의 표정은 조용했고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인지는 알 수가 없었다. 하기는, 지금 이곳의 경치는 상당히 휼륭한 편이었고 또한 아직 해가 기울지도 않았는데 미리부터 객방으로 들어간다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일이었다. 향각은 게다가 잠시 후면 알게 된다는 어떤 사건에 대해서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에 다소 초조한 마음으로 자리를 뜨지 않았다. 주루 아래의 내려다 보이는 변화한 거리의 사람들은 쉬지 않고 분주하게 오가고 있었고 또한 그곳에서는 생활의 활력이 느껴지고 있는 것 같았다. 향각은 이미 삭사도 끝낫고 했기 때문에 그냥 기다리다가 지루하여 문득 점원을 불러서 술을 시켜서는 혼자서 마시기 시작했다. 이 향각은 비록 나이가 구십여세에 달하고 있었지만 술만은 여전히 좋아하여 여전히 말술을 마시고 있었다. 그는 한쪽에 술통을 아예 올려놓고서는 주것으로 조금씩 마시면서 계속해서 아래쪽을 내려다 보았는데 조금도 취하는 기미가 없었다. 헌데 그로부터 잠시 후의 일이었다. "으악! 제발 살려주세요!" 느닷없이 어디선가 여인의 애절한 듯한 바명소리가 그들의 귓가에 들려오는 것이 아닌가! (.........?) 향각은 일순 어리둥절한 기분이 되었다. 그는 분명히 어떤 비명소리를 듣고서 아래쪽을 내려다 보았지만 거기에는 어떤 그럴만한 사건도 벌어지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다가 문득 그는 지금 열심히 길을 달려가고 있는 한명의 대한의 뒷등을 보고서야 일이 어떻게 된 것인지를 알 수가 있었다. 알고보니 지금 아래쪽의 변화한 거리에는 한 명의 대한이 등에 커다란 짐을 둘러매고 길을 서둘러서 달려가고 있었는데 바로 그 커다란 짐 속에서 여인의 비명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것은 대체 어찌된 일일까? 그렇다면 그 커다란 짐속에 들어 있는 것은 바로 한 명의 연인이라는 말일까? 하지만, 만일 여인이 제압되어서 그 안에 있는 것이라면 어떻게 그와 같은 비명소리를 지를 수가 있겠는가? 그리고, 게다가 주위의 다른 사람들은 그 소리를 전혀 듣지 못하고 있는 것 같으므로 그것은 더욱 수상쩍은 것이었다. 향각은 일순간에 실로 괴이한 그와 같은 수상한 점들을 발견하게 되자 그만 흥미를 갖게 되어서 눈이 크게 떠졌다. 그와 동시에 그는 무심코 왕자안의 얼굴을 바라보았는데 문득 그의 얼굴에 미소가 떠올라 있는 것을 보고는 뭔가 섬뜩하게 느껴지는 바가 있었다. (.........!) 왕자안이 그를 향해 물었다. "이제야 알겠소?" 향각은 놀라서 되물었다. "그렇다면 저것은 지금 우리를 유인하기 위한 술책이라는 말입니까?" 왕자안은 고개를 끄뜩였다. "그렇소. 그렇게 생각되지 않으시오?" 향각은 일순 크게 어리둥절한 기분이이었지만 아니라고 할 수가 없어서 자신도 모르게 엉거주춤 몸을 일으켰다. 그것을 보고 왕자안은 역시 몸을 일으켜서 주루의 밖으로 내려가기 시작했으며 독고상과 상관남매 역시 빠르게 그의 뒤를 따르기 시작했다. 향각은 잠시 멈짓 하다가 급히 자신의 수하인 중년거지에게 이곳의 일을 처리하고 기다리고 있으라고 지시를 내린 다음에 급히 왕자안의 뒤를 따라갔다. 왕자안은 다행히도 천천히 걸어가고 있었다. 그는 아까 그 대한이 상당히 빠르게 사라졌었는데도 여전히 느긋한 기색이었고 또한 다른 사람들도 그다지 초조해 보이지 않았다. 이에, 오히려 약간 초조해진 쪽은 향각이었다. 향각은 즉시 왕장ㄴ의 곁으로 달려가면서 물었다. "어떻게 그 사람이 우리가 그다리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가 있었습니까?" 왕자안은 가볍게 웃으면서 그 이유를 설명했다. "아까 그 비명을 지르는 여자는 무공이 이미 초절정의 경지에 도달해 있는 상태였소. 게다가 그 공력의 깊이는 사갑자 정도나 되었는데도 그러한 대한의 포로가 되어 있다는 것이 이상하지 않소? 그리고 또한 우리에게 그러한 전음을 날렸다는 것이 더욱 이상한 것이오." (.........?) 향각은 그 얘기를 듣자 더욱 어리둥절한 기분이었다. 그는 아까 거의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왕자안의 얘기를 듣고 나서 실로 희한한 기분이었다. 놀랍게도 아까의 그 비명소리를 듣고서 왕자안은 이미 그 여자의 공력이나 무공의 수준, 그리고 그 여자의 수법까지 정확하게 알고 있는 것이 아닌가? (과연, 그 여인의 공력이 무려 사갑자에 달하는 것이엇을까? 나이는 그렇게 많아 보이지 않던데? 그리고...... 그녀가 정말로 우리에게 천리전음을 날렸던 것이었을까?) 향각은 너무나도 기이한 생각이 들었지만 이내 다시 물었다. "그래서 그녀가 아까의 그 라마승들과 한패라는 말씀이십니까?" 왕자안은 미소하며 대답했다. "사실 우리는 여기까지 오면서 그다지 말썽을 부리지 않았었소. 따라서 지금에 이르러서 누군가가 특별히 노릴만한 일이 없다고도 말할 수가 있을 것이오. 게다가 조금전에 그런 일이 있었으니 아마도 그녀는 그 일과 연관이 있는 것이 분명하다는 것이오." (............?) 향각은 역시 수긍이 가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비록 수긍은 가지만 그것으로는 뭔가 충분하지 않았다. 즉, 왕자안이 이렇게 선명하게 행동하고 있는 데에는 뭔가 다른 직관과도 같은 것이 잇었을 것이라는 말이었다. 향각은 이에 잠시 생각하다가 다시 물었다. "그렇다면 우리는 지금 너무나도 천천히 그들의 뒤를 슛고 있는 것이 아닙니까?" "그렇지 않소?" (............?) 어리벙벙해하고 있는 향각을 향해 왕자안은 이렇게 다시 말했다. "사실은 그들에게도 시간을 주어야 하는 것이 아니겠소?" (...........?) 향각은 더욱 두 눈이 휘둥그래졌다. 지금 도저히 왕자안의 얘기를 이해할 수가 없었다. 최소한 어떤 실마리라도 이해할 수가 있어야만 질문이라도 할 수가 있을 것인데 너무나도 이해할 수가 없었기 때문에 그는 그만 꿀먹은 벙어리가 되고 말았다. 하지만, 그는 내심으로 이 일은 잠시 후면 알게 되리라고 생각하고는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다시 생각했다. (정말로 아까의 그 여자의 공력이 사갑자에 달하는 것이었을까. 그러게 젊은 나이에 그러한 공력을 가지다니......) 왜냐하면, 지금 향각의 공력도 이제 겨우 사갑자에 불과한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 × × × × × × × × × × × × × × 왕자안은 무슨 특이한 추적술이라도 가지고 있는 것일까? 그는 계속해서 느릿하게 걸었으며 거의 하늘의 해가 서쪽으로 기울어서야 비로소 양양성을 벗어나게 되었다. 그는 거기에서 비로소 신법을 펼쳐서 속도를 내기 시작했으며 그렇지만 그 속도는 역시 상관남매가 따라올 수 있을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향각은 그것을 보고 내심으로 크게 답답해져서 한숨이 터져나왔지만 억지로 참고서 가만히 뒤를 따르고 있었다. 이윽고, 한참이나 달려서야 비로소 일행은 하나의 깊은 야산지대에 이르게 되었는데 이윽고 그곳에 이르자, 왕자안은 다소 행동이 신중해지는 것 같았다. 그는 거기에서도 마치 미리부터 지리를 알고 있는것처럼 주저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갔으며 이윽고, 해가 거의 넘어갈 무렵에 그들은 하나의 작은 계곡의 내부에 도달하게 되었다. 헌데 바로 그 순간에 느닷없는 일이 벌어졌다. "멈춰라!" 한줄기의 다소 서툴은 듯한 음성이 커다랗게 들려오면서 일단의 괴이한 무리들이 일행의 사방을 갑자기 포위해 버린 것이었다. 향각은 느닷없이 출현한 그들을 돌아보다가 이윽고 놀라서 눈이 휘둥그래지고 말랐다. ㅏ알고보니 지금 그들을 포위하고 있는 사람들은 바로 다름이 아니라 아까 그들과 상대했었던 그 라마승들이 아닌가? 이에 이르러서야 향각은 그만 왕자안의 해안에 놀라움을 금할 수가 없었다. 정말로 왕자안은 스스로 적들의 소굴로 들어온 것이었다. 대체 그는 어떻게 그와 같은 모든 사실들을 알 수가 있었을까? 지금 보아하니 그들의 주위를 포위하고 있는 사람들은 모두 열명 정도였는데 아까의 그 다섯명도 거기에 포함되어 있는 것 같았다. 향각은 즉시 조금전에 폭갈을 서투르게 터뜨린 사람을 돌아보았다. 그 사람 역시 라마승인 것 같았으나 다른 사람들에 비해서 그는 홍포의 위에 황금빛의 가사를 더 걸치고 있었다. 향각은 그것을 보고는 그 라마승이 바로 이들의 우두머리라는 것을 알 수가 있었다. 이어, 향각은 그 우두머리 라마승을 유심히 바라보다가 특히 그에게서 말 할수가 없는 괴이한 기운이 풍겨져 나오는 것을 보고는 놀라움을 금하지 못했다. (아니 이 자가 정말로 광검의 경지에 들어서 있다는 말인가?) 일반적으로 무림의 고수들은 직접 싸우지 않아도 대략 상대방의 무공의 정도에 대해서 알게 되기 마련이었다. 향각은 이제까지 광검의 경지에 들어서 있는 방주를 보면서 살아왔었는데 이제 그와 비슷한 강렬한 무형지기를 방출하고 있는 사람을 만나게 되자 크게 마음이 경악으로 가득차게 되었다. 만일 그가 정말로 광검을 성취하고 있는 것이라면 결코 지금은 안심할 수가 없는 단계인 것이었다. 비록 다 같은 심검의 단계이기는 하지만 이 향각등이 올라 있는 심검의 초입과 심검의 중간 단계라고 할 수가 있는 광검의 경지 사이에는 상상할 수도 없는 능력의 차이가 있는 것이었다. 물론 그렇기 때문에 극서을 하나씩 넘어선다는 자체가 평생을 기울여도 되지 않을 정도로 어려운 것이었다. 이 광검이라고 하는 경지는 바로 이를테면 뜻이 있되 초식이 없어지는 경지를 말하고 있는 것이었다. 오만가지의 신비로운 초식의 단계라고 할 수가 있는 심검의 경지와는 엄청나게 구분되는 것이며, 일설에 의하면 심검의 초입에 들어서 있는 사람들이 삼십여명이 있어야 비로소 광검의 경지를 터득한 사람의 무공을상대할 수가 있다고 하는 말도 있을 정도였다. 그러므로 만일 지금 왕자안의 무공이 광검의 경지에 올라 있지 않은 것이라면 설사 그 우두머리 한 사람이라도 당해낼 수가 없게 되는 것이었다. 향각은 내심으로는 왕자안의 능력을 믿게 되었지만 자연히 안색이 긴장으로 인해서 딱딱하게 굳어지지 않을 수가 없었다. 향각은 천천히 그 열명의 라마승들을 둘러보았는데 가능한한 여유를 가지려고 노력했다. 아까 부상을 당했던 세명의 라마승들은 이미 신기할 정도로 완벽하게 치료가 되어 있는 모양이었다. 왕자안이 부상을 입혀놓은 사람을 금새 이렇게 차료할 수가 있다면 상대방의 무공은 혹시 더욱 높은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생겨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한명의 라마승들을 비롯한 아홉명의 홍포라마승들은 기괴한 득의감이 가득찬 시선으로 일행을 주시하고 있었고 또한 그 가운데의 우두머리도 더욱 신비로운 기운으로 은근히 일행을 압도하고 있는 것 같았다. 향각은 이에 너무나도 불안해져서 옆의 왕자안을 돌아보았는데 다행히도 그의 표정은 아직도 그저 평온해 보였다. 향각은 그러한 왕자안의 얼굴을 보게 되자 웬지 갑자기 모든 불안감이 일시에 해소되는 것 같은 편안한 마음이 일어났다. 따라서, 향각은 내심 가볍게 한숨을 내쉬면서 이렇게 생각했다. (이들은 틀림없이 아까 소공자님께서 말씀하셨던 그 환희불교의 일파인 밀교 중의 괴이한 무파의 사람들이겠지? 음, 세외십세의 하나이고...... 그런데 빌어먹을 천하에 이렇게 뛰어난 고수들이 많이 있을 줄이야! 아아, 나는 실로 한평생을 헛살아온 기분이로구나.) 누구나 왕자안을 보게 되고 그를 보고 감탄하게 되면 그러한 느낌에 젖게 될 것이었다. (잘못하면 오늘이 바로 나의 제삿날이 될 지도 모르는 일이겠구나!) 향각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문득 의식적으로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좀은 걔곡의 사이로 올려다 보이는 하늘의 빛은 온통 황금빛이었다. 아름다운 저녁의 노을이 한창 사위를 물들이고 잇는 중이었다. (........!) - 第 四十一章 終 - [3212] 제목 : [백상] 개방백의제자 42장 올린이 : l2056 (임종범 ) 97/03/17 21:51 읽음 : 205 관련자료 없음 -------------------------------------------------------------------------- ---- 개방백의 제자(愷幇 白衣第子) 백상(百象) 원작(原作) 타이핑 - 林 鍾 範 저 자 - 百 象 第 六 券 第 四十二 章 어떤 보이지 않는 여인. 왕자안은 이윽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 "당신들이 바로 환희불교를 믿고 있는 그 일파의 사람들이오?" 그 우두머리는 유일하게 중원어에 능통하고 있는 모양이었는데 일순간 왕자안의 그러한 말을 듣고는 매우 놀랍다는 표정을 지었다. "우리를 알고 있는 너희들은 대체 어떤 사람들이냐?" 알고보니 이들은 아직 왕자안의 일행에 대해서도 잘 알지 못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하기는 그러한 것들을 알아내기에는 시간이 너무 없었을 것이었다. 우두머리의 질문을 받고는 왕자안은 담담한 음성으로 대꾸했다. "나는 무아문의 문주요." 그 라마승은 일순 어리둥절한 표정이 되었다. "뭐라구?" 그는 아마도 무아문이라는 문파를 처음으로 듣는 모양이었다. 그런데, 이때, 일행의 눈치를 살펴보니 놀랍게도 왕자안이 주축이라는 것을 알아내고는 그 라마승은 눈을 크게 뜨고는 말했다. "그렇다면 네가 바로 우리 호법존자들을 부상시킨 장본인이라는 말이냐?" 이에, 왕자안은 미소하며 묵묵히 가만히 서 있었다. 그러자 아니나 다를까. 아까 왕자안에게 부상을 입었던 그 세명의 라마승들이 일제히 우두머리 라마승을 향해 뭐라고 서장어로 소리치는 것이었다. 그것은 바로 왕자안이 자신들을 해쳤다고 고해바치는 것 같았다. 향각은 그것을 보고는 속으로 빌어먹을 이라고 소리쳤다. 그는 이 라마승들이 실로 어른스럽지 않게 밖에서 울고 들어와서는 자신들의 우두머리에게 고해바쳤다고 우습게 생각한 것이었다. 과연 아니나 다를까. 그 우두머리 라마승은 수하들의 얘기를 충분하게 들었는지 왕자안을 다시 경계의 누빛을 하고 주시하며 입을 열었다. "나는 바로 환희밀교의 일맥인 대회파의 교주인 사람이다. 그리고 여기에 있는 이 아홉명의 사람들은 바로 나의 수하들인 구대호법존자들인 사람들이다. 그런데 너는 어떤 사람이냐?" 확실히, 이 우두머리 라마승은 중원어에 능숙하기는 했지만 아직 어휘를 구사하는데 있어서 약간의 난점을 보이고 있었다. 왕자안은 이에 담담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나는 조금전에 말한 바와 같이 무아문의 문주이고 여기에 있는 사람들은 바로 본문의 사람들이고, 그리고 이 분은 바로 개방의 사람들이오." 그 교주는 그 말에 다소 어리둥절한 표정이 되었다. "나는 물론 개방에 놀라운 인재들이 있다는 얘기를 들어서 알고 있다. 그러나 사실 그 밖에는 다른 인재들이 있다는 소리를 별로 들어보지 못한 것 같다. 그런데 네가 무슨 무아문의 사람이라니, 나는 믿을 수가 없다. 너는.... 너는 혹시 천룡무가의 사람이 아니냐?" 왕자안은 이에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나는 분명히 말하건데 천룡무가의 사람과는 무관한 사람이요." 그 말에 교주는 잠시 어리둥절해 하다가 이윽고 다시 생각해 보고는 말했다. "좋다. 어쨌던 이번의 일을 마무리하는 것이 좋겠지. 우선 묻겠는데 너는 어째서 나의 수하들을 이렇게 해쳤느냐?" 향각등은 그 얘기를 듣고는 다소 마음이 긴장되었다. 이제 바야흐로 본격적인 격전의 분위기가 일어나기 시작하고 있는 것이었다. 왕자안은 그저 담담한 태도로 대답했다. "당신은 내가 그들을 해쳤다고 했는데 그 말에 책임을 질 수가 있소?" 교주는 잠시 의아해 하다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다. 사실 그들은 모두가 너를 공격하다가 스스로 당한 꼴이니 네가 해쳤다고는 말할수가 없겠지. 하지만 너희들은 먼저 시비를 걸었던 것이 아니냐?" 왕자안은 그를 향해 말했다. "그것은 당신의 수하들이 먼저 방악무인한 행동을 취했기 때문이었소. 설마하니 당신들은 아직 중원의 예법도 모른다는 말이오?" 교주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물론 너희들의 예법에 대해서 모르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우리는 역시 나름대로의 예법을 가지고 있는 것인데 다만 나희들의 예법만 우기고서 그렇게 행동할 수가 있다고 생각한다는 말이냐?" 왕자안은 말했다. "하지만 당신들은 일단 중원에 들어왔으므로 중원의 예법에 따라야 할 것이오." 교주는 일순 두 눈을 흉악하게 부릅떠고 말했다. "우리는 비록 중원에 왔더라도 역시 우리들의 예법대로 하겠다. 설마하니 너희들은 항상 어느 곳으로 가든지 그곳의 예법대로 하고 있다는 말이냐?" 이 교주는 비록 어조가 다소 서투르기는 했지만 그러나 언변만은 구누에게도 못지 않은 것 같았다. 왕자안의 말에 대한 그의 대꾸는 제법 예리한 이치를 담고 있는 것이었다. 기실, 그곳에 가면 그곳의 예법에 따라야 한다는 것은 거의 통용되고 있는 얘기지만 누구도 실제로 그러한 것을 지키지는 않을 것이었다. 왜냐하면, 그렇게 하다가는 나중에는 자신의 중심마저 잊어버리게 될 지도 모르는 일이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왕자안은 가볍게 웃으면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 중원에서 말하고 있는 예법이라는 것은 결코 사사로운 욕심으로 남을 침략하지 않는 것이오. 그래 귀교의 예법이라는 것은 그렇게 함부로 남을 침략하는 것이라는 말이오?" 교주는 느닷없는 왕자안의 말에 일순 눈을 크게 떴다. "뭣이라고?" 왕자안은 다시 말했다. "나는 이미 당신들이 은밀하게 중원을 침략하기 위해서 들어 와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소. 나는 그래서 당신들에게 경종을 울려 주었던 것이오. 즉, 중원에 예법을 가르친 것인데 거기에 대해서 당신들에게 이의가 있다는 말이오?" (.........?) 교주는 일순 왕자안을 향해 알 수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다가 그는 문득 말했다. "좋다. 사실 네가 우리의 목적을 알고 있다면 속편한 일이 되겠군. 그렇다. 우리는 지금 중원을 한번 구경하러 온 것이다. 그래 너희들이 감히 우리를 막을 수가 있다면 그것도 재미있는 일이 돼겠지." 왕자안은 물었다. "당신은 지금 나와 일전을 벌이겠다는 말이오?" 교주는 음침하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렇지 않다. 바로 네가 우리에게 감히 도전을 하고 있는 것이겠지. 본좌는 확실히 그러꾢점에서 너의 도전을 받아주기로 하겠다. 그러나....." 이어, 교주는 손가락으로 한쪽에 바라보이는 커다란 바위를 가리키며 말을 계속했다. "네가 일단은 저렇게 할 수가 있어야만 할것이다." (........!) 상관엽등은 무심코 교주의 손길을 따라서 그쪽을 바라보다가 문득 그의 손끝에서 실로 눈부시는 광채가 쏟아져 나오는 것을 보고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일순간에 사위를 찬연하게 물들이는 광채! 지금 이 순간에 이미 저녁 노을이 황금빛으로 물들고 있었지만 그 교주가 방출하는 광채는 너무나도 강렬하여 노을 빛을 한순간에 흡수해 버릴 듯했다. 상관엽등은 대체 사람의 몸에서 저와 같은 찬란한 광채가 솟아나온다는 자체에 대해서 경이감을 금할 수가 없었다. 게다가 이때 아주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교주의 손끝에서 방출되어 나온 그 찬란한 광채가 일순 바위에 닿자마자 그것들은 마치 한순간에 뜨거운 힘으로 무쇠를 녹이듯이 점차로 소리없이 바위를 하나의 조각을 형성해 나가는 것이 아닌가? ...... 일전에 상관엽등은 왕자안이 무형검의 무공을 이용하여 옥미인상의 얼굴을 조각하는 것을 본적이 있었다. 그렇다면, 지금 그와 비슷한 무공을 보이고 있는 교주의 무고의 경지는 이미 왕자안과 서로 엇비슷한 경지라는 말인가? 지금 교주가 조각하고 있는 그 형상은 바로 하나의 돌부처였다. 그 돌부처는 비록 아주 정교하게 조각되지 않았으나 찬란한 태양과도 같은 광채에 휩싸여서 마치 황금빛의 부처가 환신한 것 같은 착가을 불러 일으키는 것이었다. 향각은 그것을 보고는 내심으로 경악하여 이렇게 부르짓었다. (아! 저것은 바로........ 바로 광검이다!) 향각은 이미 광검에 대해서 거의 소상하게 알고 있는 상태였다. 왜냐하면, 자신이 이미 그러한 경지에 오르기 위해서 각고의 노력을 한 바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 광검은 그야말로 뜻이 있되 초식이 없어지는 무학의 경지를 말하는 것이다. 초식이 없어진다는 것은 무초라는 의미도 있지만 그것은 궁극적으로 활초가 되는 것이었다. 이를테면 자유로이 어떠한 초식이라도 구사할 수가 있는 것이며 그것이 끝없이 형식을 떠나서 변화할 수가 있는 것이기에 초식이 사라진다고 하는 것이었다. 즉, 그렇게 초식을 초월하여 자유로이 무공을 전개할 수가 있는 경지를 다른 말로는 혼검이라고도 하는 것이었다. 이 혼검은 물론 심검의 한 과정에 해당되는 것이었다.이윽고, 교주는 손을 내렸으며 그의 앞에는 사람들에게 보라고 하는 것처럼 하나의 뚜렸한 돌부처의 조각상이 우뚝 서 있었다. 상관엽등은 그러한 광경을 보고는 내심으로 너무나도 놀라서 생각했다. 그들은 왕자안이 제발 이 교주라는 자를 이길 수가 있게 되기를 바라고 있는 것이었다. 교주는 이어 왕자안을 향해 득의한 표정으로 물었다. "네가 만일 저와 같은 수법을 사용할 수가 있다고만 해도 나는 일단은 너의 도전을 받아들일 것이다. 저렇게 할 수가 있겠느냐?" 왕자안은 담담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뜩였다. "물론이오. 하지만 당신은 아직 보지 못했다니 유감이로군." 이어, 왕자안은 그 돌부처가 있는 쪽과 반대쪽을 가리켰다. 그런데 이때 사람들은 더욱 경악했다. 느닷없이 돌부처가 있는 쪽과 반대쪽에 다시 하나의 그와 비슷하게 생긴 돌부처가 조각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 (..........!) 교주는 그것을 보고서 안색이 그야말로 시커멓게 변했다. 그는 얼마나 놀랐는지 일순간에 고개를 수십번이나 좌우로 흔들었다. 실로 그것이 사실이라는 것을 파악한 그는 그만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왕자안을 향해 입을 열어 물었다. "저, 저것이 바로 너의 적품이라는 말이냐? 나, 나는 정말로 믿을 수가 없다. 네가 정말로 무형검의 경지에 올라 있다는 말이냐?" 기실, 아까 교주는 상당히 오랫동안 사람들의 시선을 집중시키며 그 조각상을 완선시켰던 것이었다. 그러나, 거기에 비해서 왕자안은 그저 아주 짧은 시간 동안에 그와 똑같은 돌부처의 상을 만들었으며 게다가 누구도 그러한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따라서, 누가 보기에도 왕자안의 능력이 더욱 뛰어난 것임을 알 수가 있었던 것이었다. 왕자안은 상대방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 미소하며 이렇게 말했다. "나는 만일 당신이 지금 이대로 욕심을 내지 않고 돌아간다면 당신을 해치지 않겠다고 약속을 하겠소." (.........) 교주는 그 말에 일순간 전신을 부르르 떨면서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비록 그는 상대의 재주에 놀라기는 했지만 아직은 자신의 야망을 포기하기엔 미련이 남는 모양이었다. "나는 믿을 수가 없다. 믿을 수가 없어!" 교주가 계속해서 뇌까리는 것을 보고는 왕자안은 다소 싸늘하게 말했다. "당신이 정말로 믿지 않겠다면 나에게는 믿지 않을 수 없도록 하는 재주가 없는 것은 아니오." 그것은 왕자안의 보기 드문 협박에 가까운 말이었다. 이에. 교주는 잠시 안색을 여려번이나 변화시키다가 이윽고 말했다. "좋다. 나는 반드시 너의 재주를 시험해 봐야 하겠다!" 소리침과 동시에 아주 놀라운 변화가 일어났다. 교주가 우수를 가볍게 휘젓자 그저 바닥에 세워져 있었던 그 돌부처의 조각상이 놀랍게도 허공으로 둥실 떠올라서 왕자안등을 향해 덮쳐가는 것이 아닌가? 헌데 바로 그 순간에 다시 기이한 일이 벌어졌다. 이번에는 왕자안이 그저 가만히 있었을 뿐이었는데 그가 만들어 놓은 돌부처의 조각상도 거의 동시에 허공으로 떠올라서 교주가 만들어 놓은 조각상을 향해 마주 공격해 가기 시작했던 것이었다. 지금은 거의 황혼이 스러져 가는 무렵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그렇게 두개의 조각상이 허공으로 떠올라서 빠르게 서로를 향해 공격해 가는 광경은 그야말로 기이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는 것이었다. 그런데 다음순간 결과는 아주 싱겁게 끝나고 말았다. 두개의 조각상이 허공에서 마주친 순간에 느닷없이 왕자안의 조각상이 상대방의 조각상의 아랫배를 주먹으로 후려치자 그만 그 조각상은 산산이 부서지고 말았던 것이었다. 대체 이 돌로 만들어진 조각상이 손을 움직여서 무공을 펼칠 수가 있다는 자체가 귀신에 홀린 듯한 일이었다. 교주의 조각상은 일순간에 허공중에 픽 하고 흩터져 버렸으며 그와 약간의 사이를 두어서 왕자안의 조각상 역시 희미하게 안개처럼 변했다가 스러지고 말았다. 따라서 그 두개의 조각상은 갑자기 나타났다가 거의 동시에 사라진 셈이었다. 상관엽등은 이게 대체 무엇을 의미하고 있는지 알지 못했기 때문에 그저 어리벙벙한 표정들만 짓고 있었다. 그러나, 다시 고개를 돌려서 두 사람의 표정을 보니 과연 승패는 명확하게 가려진 모양이었다. 왕자안은 그저 아까의 다름이 없는 담담한 기색이었고 그 교주의 안색은 그야말로 완전히 심하게 이그러진 안색을 하고 있었다. 교주는 자신의 돌부처가 사라진 것을 생각하고는 크게 경악하여 거의 부들부들 떨면서 생각하다가 이윽고 소리쳐서 말했다. "하지만 나는 너에게 굴복할 수가 없다!" 말과 동시에 그는 우수를 크게 휘저었다. 순간의 일이었다. 이미 일행의 주위를 포위하고 있던 그 아홉명의 홍포 라마승들이 그러한 지시를 받고서 빠르게 왕자안의 일행을 향해 덮쳐드는 것이 아닌가! 상관엽등은 비록 어느 정도 마음의 대비는 하고 있었으나 그 순간에는 그야말로 안색이 크게 변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실로 그 아홉명의 라마승들의 무공은 하나같이 경청동지할 것이었다. 말하자면 향각등과 버금가는 것이었는데 실로 그와 같은 무림고수들이 한꺼번에 펼치는 것을 누가 상상할 수가 있을까? 일시에 그야말로 천지가 뒤집히는 것 같았다. 상관엽등은 그러한 라마승들의하나도 상대할 수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만 아득한 심정으로 바라보기만 했다. 헌데 그 순간의 일이었다. 그 라마승들의 신형이 거의 일행에게 다가오는 순간에 느닷없이 왕자안이 가볍게 손을 휘젓자 그들이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이 즉시 뒤로 벌렁벌렁 나동그라지지 않겠는가? 그 싸움은 따라서 생각보다도 아주 싱겁게 끝나고 말았다. 아홉명의 홍포라마승들이 이미 저마다 심한 내상을 입은 상태인 만큼 일행을 공격할 사람은 오직 우두머리 라마승밖에는 남지 않은 것이었다. 왕자안은 이어 천천히 앞으로 나아갔다. 그 우두머리 라마승은 이미 자신의 수하들에게 공격의 명령을 내리고는 황급히 뒤로 달아나기 시작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그 우두머리 라마승은 천천히 다가가는 왕자안을 따돌릴 수가 없었다. 그러니까, 왕자안의 움직임은 얼핏 느릿한 듯이 보여도 기실은 아주 빨랐다는 얘기가 되는 것이었다. 번쩍! 한순간에 교주의 손끝에서 예의 그 찬란한 광채가 발출되는 것이 보였다. (........?) 상관엽등은 그것을 보고는 흠칫하여 가슴을 줄였다. 그러나, 다음 순간에 그러한 광채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나서 눈앞에 펼쳐져 있는 광경을 바라본 그들은 아연실소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왕자안은 지금 허공에 둥실 떠올라 있는 상태였다. 그리고, 어이없게도 그 교주라는 자는 왕자안에게 목덜미가 잡혀서 공중에 덜렁 들려져 있었던 것이었다. 실로 그와 같은 광경을 바라본 사람들의 표정은 가지각색이었다. 상관엽과 상관지등의 표정은 그야말로 귀신에 호린 듯한 경악이 극도에 올라 있는 상황이었으며 심지어 그들 가운데에는 주문을 외우는 사람들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에서 가장 가관인것은 바로 그 교주 당사자의 표정이라고 할 수가 있었다. 교주는 지금 안색이 붉으락푸르락 하며 수십번이나 순식간에 변화하고 있었는데 그것은 아주 신기할 지경이었다. 실상, 그 교주는 무공이 아주 탁월하여 이제까지 그와 같은 경우를 당해보지 못햇었는데 그렇게 되자 그야말로 수치심에 견딜 수가 없을 지경이었다. 게다가, 불가사의한 왕자안의 능력 또한 그에게 있어서경악의 대상이라고 할 수가 있었다. 이윽고, 왕자안은 천천히 지면으로 내려선 다음에 아직도 공중에 들려져 있는 교주를 향해 입을 열어 물었다. '나는 한가지의 선택의 길을 주고자 하오. 당신은 지금 즉시 당신의 사문으로 돌아가겠소?" 교주는 잠시 망설이는 듯 했다. 그러다가, 이윽고 어쩔 수가 없다는 듯이 고개를 끄뜩였다. "그렇다. 네가 만일 나를 무사히 풀어주겠다면 나는..... 나는 앞으로 중원땅을 넘보지 않을 뿐만 아니라 지금 즉시 서장으로 돌아가도록 하겠다." 왕자안은 고개를 끄뜩이며 즉시 그자의 목덜미를 놓아 주었다. "당신이 정말로 그 약속을 지켜 주기를 바라오." 털썩! 바닥에 거칠게 떨어진 그 교주는 자는 이내 벌떡 일어섰으며 자신의 몸에 아무런 이상도 없다는 것을 깨닫고는 급히 신형을 날려 달아나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 뒤를 따라서 나머지 라마승들 역시 부상을 무릅쓰고서 빠르게 달려가기 시작햇으며 이내 그들의 신형은 계곡에서 보이지 않게 되었다. ........... 상황은 생각보다도 훨씬 간단하게 끝나 버리고 말았다. 향각은 한바탕 손을 쓰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와 같이 쉽게 끝나 버리고 말자 어이가 없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자! 이제 돌아가도록 합시다." 왕자안이 가볍게 손을 흔들면서 다시 아까 왔던 길로 되돌아서 걸어가기 시작했으며 뒬르 이어서, 상관남매 등이 뒤를 따라가기 시작했다. × × × × × × × × × × × × × × × 일행이 양양성내로 돌아가다가 문득 뜻박의 일을 만나게 된 것은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아악, 살려주세요!" 영어지는 듯한 여인의 비명소리가 들려오는 것을 보고 일행은 저마다 안색이 가볍게 변했다. 다름이 아니라. 그 여인의 비명소리는 공계롭게도 일행이 가고자 하는 방향에서 들려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 사람이 위급하다고 하는 비명소리를 내는 것을 보면 당연히 구해주고 싶은 것이 정도를 걷는 사람들의 심리일 것이다. 일행은 즉시 누가 뭐라고 하기도 전에 발길을 재촉하여 그 현장에 도달했다. ......... 그곳은 바로 아까 일행이 지나쳤던 곳 같은 작은 야산의 사이에 있는 하나의 평평한 분지였다. 분지에는 이곳저곳에 넓은 바위들이 얼려 있었다. 지금 그 바위 가운데의 가장 평평한 곳에서는 실로 두 눈을 뜨고는 보기 어려울 정도의 지저분한 광경이 벌어지고 있는 중이었다. 물론 당하고 있는 쪽은 여인이었다. 여인의 나이는 대략 이십여세 정도로 보였는데 그녀는 제법 자색이 반반한 편이고 여염집의 귀한 숙녀와도 같았다. 그러데, 지금 그녀를 겁탈하고 있는 사람들은 일행이 아까 본적이 있는 사람들이었다. 다름이 아니라. 아까 주루에서 내려다 본았을 때 커다란 주머니를 둘러매고 가던 바로 그 대한이 겹여 았었던 것이었다. 그렇다면, 지금 겁탈을 당하고 있는 여인은 바로 아까 천리전음을 날렸었던 바로 그 여인이란 말인가? 향각은 비교적 자세히 장내의 상황을 살폈으나 상관엽은 얼굴이 벌개져서 고개를 돌렸고 상관지는 아예 처음부터 그쪽을 바라보지도 못하고 있었다. 여인의 전신은 이미 온갖 멍과 상처투성이었다. 그리고, 갈가리 영겨져 있는 의복들 사이에 간혹 혈혼들이 보이고 있었는데 실로 그간의 고통이 얼마나 대단했었는가를 말해주고 있는 것 같았다. 일행은 그와 같은 광경을 보고는 그만 넋을 잃을 지경이었다. 여인의 상황은 이미 거의 절망적이었다. 그녀는 이미 사지를 활짝 벌리고 대한들의 행동을 멍청하게 받아들이고 있었고 그 세명의 대한들은 각기 음탕하게 웃으며 그 여인을 향해 온갖 짓을 다하고 있었다. 그녀는 이미 실성한 듯이 어처구니가 없는 일을 당하고 있는 상태였지만 미처 그것을 의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았다. 대한들의 질탕한 웃음소리와 여인의 넋을 앓은 듯한 멍한 시선이 점차로 어두워 가는 야산의 분위기에 깔려가고 있었다. 향각은 일행의 맨 앞에서 그와 같은 광경을 보았는데 이윽고 더이상 그와 같은 광경을 볼 수가 없어서 소리쳐서 말했다. "나쁜 녀석들! 어서 멈춰라!" 그러자, 그 대한들은 비로소 일행이 당도한 것을 파악한 듯이 이쪽으로 고개를 돌리더니 이윽고 슬그머니 나머지 두명의 대한이 내려섰다. 그 한명은 아직 미련을 떨치기가 어려운 듯이 예속해서 움직이고 있었다. "아니 웬놈들이냐?" 대한들은 한순간 상관지의 모습을 보고는 두 눈에 다시 음탕한 빛을 떠올렸으나 이내 능글맞게 웃으며 향각에게 말했다. 일행 가운데에 그래도 향각의 모습이 가장 위협적이었기 때문이었다. 더욱이, 향각의 허리춤에 아홉개의 부대를 매달고 있는 것을 보고는 그가 개방의 장로라는 것을 파악했는지 상당히 태도가 정중해 보였다. 사실, 당금의 천하에서 개방의 이름을 능멸할 수 있는 무리들은 거의 없다고 해야 할 것이다. 이에, 향각은 이미 이번의 일은 자신이 직접 처리해 주기로 작정했다. 그는 소리쳐서 말했다. "어서 멈추지 못하겠느냐?" 그러자, 나머지 한명의 대한도 마지못한 듯이 눈살을 찌푸리며 슬그머니 일어나서 바위위에서 내려왔다. 아직 그 여인은 실성한 듯이 여인의 비지를 고스란히 드러내놓고서 다리를 벌린 채로 누워 있었다. 그러한 모습은 그야말로 참혹스러워 보이는 것이었다. 향각은 자신이 여자의 몸이 아니어서 빨리 가서 그 여자의 몸을 덮어주지 못하는 것을 안스럽게 생각하면서 이어 대한들을 향해 소리쳤다. "이 나쁜 녀석들! 그래, 모두들 각오는 되어 있겠지?" 향각은 오늘 이 자리에서 다시 살계를 열지 않을 수가 없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대한들은 어찌된 셈인지 반응이 둔하기 짝이 없었다. 그 가운데의 대한 하나가 의아해하며 물었다. "아니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소인들이 혹시 노화자님의 즐거움을 마련해 놓지 않았기 때문에 그러시는 것입니까?" (..........?) 향각은 그 얘기를 듣고나자 그만 어처구니가 없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알고보니, 이들 대한들은 자신과 함께 즐기자는 것이 아닌가? 향각은 실로 이렇게 낮두꺼운 녀석들을 처음 보는 것 같앗다.세상에, 자신들이 이런 곳에서 아녀자를 겁탈하고 있으면서도 향각에게 미리 그런 여자를 준비해 놓지 않은 것을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하니, (이놈들이 혹시 미친 것들이 아닐까?) 향각은 그런 생각을 하면서 체면이 서지 않아서 얼굴을 붉히면서 소리쳤다. "뭐가 즐거움이 어쩌구라는 것이냐? 너희들은 감히 지금 죽을 죄를 지었다는 사실을 충분히 알고 있겠지?" 대한들은 그 말에 일순 어리둥절한 표정이 되었다. 그 가운데의 한 대한이 소리쳐서 말했다. "아니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저희들이 죽을 죄를 지었다니요? 노화자께서는 지금 농담을 하고 계시는 것 입니까?" 향각은 더욱 어처구니가 없어서 소리쳤다. "뭐라구? 내가 지금 시간이 남아서 너희들과 농담을 주고 받겠느냐?" 이에, 대한들은 그제서야 향각의 태도가 장난이 나니라는 것을 깨달은 듯이 안색이 무거워져서 서로를 돌아 보았다. 그러더니 그 가운데의 한 대한이 향각에게 물었다. "저어.... 그러시다면 도대체 저희들이 무슨 죄를 지었는지 가르쳐 주시겠습니까?" 향각은 그 말을 듣고는 일순 자신도 모르게 화가 났다. (이거야 말로 오늘 나의 체면이 형편없이 구겨지는 날이로군.) 마침, 질문을 한 사람은 아까 양양성에서 보따리를 짊어지고 가던 그 대한이었다. 향각은 바위위에 아직도 넋을 렘고 누워 있는 여인을 가리키며 말했다. "너희들은 저 여자를 몰래 보쌈을 해와서 그와 같은 짓을 하고 있는 중인데 대체 그것이 죽을 죄가 아니라느 말이냐?" 당시, 개방의 위상은 상당히 높아져서 강호상의 사악한 일을 일삼는 자들이 두려워했고 일단 개방의 사람들이 나타난면 협행을 하는 것으로 소문나 있었다. 대한은 따라서 그 얘기를 듣고서 이내 안색이 크게 변해서 말했다. "아닙니다요? 대체 그게 말이나 되는 에깁니까요?" 향각은 그가 발뺌을 하고 있는 것을 보고는 음침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렇다면 내가 지금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말이냐?" 대한은 이에 고개를 끄뜩였다. "그렇습니다. 사실 저희들은 결코 그와 같은 일을 하지 않았으니까요?" (..........?) 향각은 더욱 어이가 없었다. 하지만, 제아무리 이렇게 더러운 무리들이라고 해도 무턱대고 죽일 수는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여 즉시 아직도 다리를 벌리고 누워 있는 영니을 가리키며 소리쳐 말했다. "그렇다면 저 여자는 누구이냐?" 대한은 이에 능글맞게 웃으면서 대꾸했다. "하하, 이미 잘 알고 계시면서 그러시는군요." 향각은 실로 화가 났다. 그는 이 대한들이 그야말로 간악스럽다 못해서 도가 튼 것이라고 생각했다. 따라서, 그는 입이 더러워질 것을 염려하여 이번에는 아무런 말도 없이 대한들을 쳐죽이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바로 그때였다. 느닷없이 어두운 밤 하늘에 한무더기의 백색의 꽃들이 쏟아져 내리는 것이 아닌가? .......... 물론 이러한 곳에서 갑자기 그와 같은 꽃들이 생겨날 리는 없는 것이었다. 그 백색의 뚽들은 모두가 환각이었다. 하지만, 그것들은 그저 환각인 것은 아니었다. 그것들이 느닷없이 나타나서 대한들의 몸을 휘감아 버리자 이내 거기에서 짧은 비명소리와 함께 붉은 핏줄기가 솟구쳐 올랏기 때문이었다. 그렇다! 느닷없이 나타난 그환각은 다름이 아니라 바로 한의 고절한 무공이었다. 그리고, 이미 죽어 넘어진 대한들의 시신 위로는 하나의 작은 마차가 나타나 있는 것이 보이는 것이었다. ------- 쟹. 그것은 사실 마차라고는 말할 수가 없었다. 작은 마차를 개조하여 사람들이 들고 다닐 수 있게 만든 것이었는데 그 마차를 들고 다니는 사람들은 모두 여인들이었다. 모두 네명의 여인들. 그리고, 지감 그 마차의 내부에 타고 있는 여인은 그야말로 눈부신 아름다운 백색의 비단옷을 걸치고 있는 절세미인이었다. 향각은 멍청하게 서 있다가 그와 같은 상황의 변화를 보고는 그만 더욱 멍청해졌다. 이러한 곳에서 변화가 생겨났다고 하는 것은 실로 괴이한 일이 아닐 수가 없는 것이었다. 대체 갑자기 나타나서 대한들을 죽이고 일행의 앞에 등장한 이 마차와 백의미녀는 대체 어떤 사람들일까? 향각은 비록 강호상의 경험이 풍부하기는 했어도 일시에 이 마차의 주인이 누누인지가 기억나지 않았다. 향각은 이 순간에 자신이 아까의 그 화희밀교의 사람들과 만났던 일 때문에 잠시 어둠속에 서 착각을 겪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야말로 귀신처럼 빠르게 나타난 이 마차와 백의미녀는 결코 환각이 아니었다. 백의미녀는 처음에는 일행을 奎해 조금도 시선을 주지 않고 그저 바위위에 누워 있는 여인을 바라보더니 곧장 그곳으로 달려가서는 그녀를 안고서 다시 마차에 타는 것이었다. 이어, 그녀는 계속해서 마차를 몰아서 돌아가려고 하는 듯 했다. 그것을 보고 향각이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잠깜만 기다리시오!" (...........?) 향각의 망을 들은 그 백의미녀는 마차를 드는 여인들에게 잠깐 멈추라고 지시를 내린 다음에 고개를 돌려서 향각에게 물었다. "당신은 우리에게 무슨 하교할 말이라도 있나요?" 향각은 순간 전신이 다 아득해지는 것을 느꼈다. 실로 그 백의미녀의 음성은 마치 꿀을 바르고 짙은 한숨이 썩인 듯이 아름답고 고혹적이면서 사람의 마음을 끄는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향각은 실로 처나에서 이ㅘ 같은 미인을 본 적이 없을 것 같았다. 향각은 그녀의 시선이 와서 닿자 나이에 걸맞지 않게 안색이 은근히 붉어지면서 부심코 이렇게 대꾸했다. "아니 없소. 하지만 당신들은 이렇게 그냥 돌아갈 생각이오?" 백의미년는 그 말에 다소 의아한 듯이 되물었다. "그럼 저희들이 다른 무슨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인가요?" 향각은 이에 말했다. "최소한 우리와 인사를 나누어야 한다고 생각되지 않소?" 백의미년는 그 말에 다시 질문했다. "어째서 ㅓ저희가 당신들과 인사를 나누어야 한다는 것이죠?" (.........?) 향각은 이에 다시 말문이 막혔다. 마침 그 백의미녀가 다행히도 웃으며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아! 알고보니 당신들은 이 여자를 구하기 위해 나타났던 것이었군요?" 향각은 마침 그 애기를 하고 싶었던 참이었으므로 고개를 끄뜩였다. "그렇소." 하지만, 결과적으로 볼 때 자신들이 아무 것도 한 것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는 얼굴이 붉어졌다. 헌데, 백의미녀는 그러한 그의 심사를 해아려 주기라도 하듯이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아! 그렇다면 알고보니 우리가 나타나지 않았더리면 당신들이 이 여자를 구하려고 했었던 것이었군요. 그렇다면 결국에는 우리가 당신들에게 미안한 일을 한 셈이로군요." 향각은 솔직히 그러한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고개를 끄뜩였다. "그런 셈이오." 백의미녀는 이에 일행을 두루 돌아보더니 이렇게 물었다. "그럼 대체 우리가 어떻게 해야 미안한 마음이 풀리게 되는 것이죠?' 이 순간 그녀의 눈빛은 어둠 속에서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는데 마치 밤하늘의 찬란한 성좌가 빛나고 있는 것 같았다. 향각은 그 시선을 받자 웬지 가슴이 뜨끔했다. 그는 즉시 고개를 저었다. "우리는 보답을 바라고 있는 것이 아니니 상관할 것이 없소." 그러나, 뜻박에도 이미 작정을 했는지 그 백의미녀는 상당히 완강하게 나오는 것이었다. "아니에요. 저희들도 일단 빛을 지고는 못사는 성미이기 때문에 결코 당신들의 독단으로 일을 처리할 수는 없어요." 이어, 향각을 향해 그녀는 물었다. "당신이 이 삶들의 우두머리인가요?" 향각은 지금 다소 곤경에 처해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얼씨구나 하고 생각하며 뒤에 서 있는 왕자안을 가리겼다. "아이오. 이 소공자님이 바로 우리들의 우두머리인 것이오." 기실, 향각의 말은 틀린것은 아니었다. 이미 그는 왕장안의 능력에 크게 감탄하고서 이제는 그를 거의 존경하다시피 하고 있는 상태였다. 아니나 다를까. 백의미녀는 그 말에 눈빛을 기이하게 빛내더니 즉시 왕자안을 향해 이렇게 말하는 걸이었다. "당신은 혹시 시간이 있나요?' 왕자안은 그러한 질문에 가볍게 미소하며 되물었다. "나에게 시간이 있다면 무엇을 하려고 하는 것이오." 백의미녀는 그 말에 문득 가볍게 탄식을 했다. 실로 그녀의 탄식소리는 사람의 애간장을 녹일 수 있을 것 같았다. "저는 아직 강호상에 의협심을 가지고 있는 벎은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에 깊은 감회를 느끼고 있어요. 그러므로 저에게 당신과 술 한잔을 나눌수 있는 시간을 주시겠어요." 지금 이 백의미녀는 당돌하게도 처음 만나는 남자에게 술 한잔을 하자고 하고 있는 것이었다. - 第 四十二章 終 - - 第 六卷 終 - [3385] 제목 : [백상] 개방백의 제자 43장 올린이 : l2056 (임종범 ) 97/04/20 20:39 읽음 : 22 관련자료 없음 -------------------------------------------------------------------------- ---- 개방백의 제자(愷幇 白衣第子) 백상(百象) 원작(原作) 타이핑 - 林 鍾 範 저 자 - 百 象 第 七 券 第 四十三 章 망사 속의 白衣美女. 그러나, 기실 이들은 강호상의 인물들이기 때문에 세 속의 예의범절에는 구 속되지 않는 경우가 많은 법이였다. 왕자 안은 이에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오. 게다가 오늘은 달이 떠오를 것 같으니......." (달이 떠오를 것 같다고?) 상관엽은 이때 멍청하게 하늘을 올려다보았으나 지금 어두운 하늘에는 별들 만이 반짝이기 시작하고 있을 뿐으로 달은 떠오를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 것은 그야말로 꿈속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과도 흡사했다. 왕자 안은 어이가 없게도 그처럼 쉽게 그 마차에 올라서 단독으로 그녀들과 함께 어둠 속으로 사라져 갔다. 향각 등은 잠시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으나 이윽고 서늘한 밤 바람이 스쳐지나가자 이윽고 정신을 차릴 수가 있었다. 향각은 문득 자신의 앞에 쓰러져 있는 대한들의 얼굴을 보게 되었다. 대한들은 이미 시신이 되어 서 싸늘하게 변해가고 있는 중이었다. 그러나 지금 그들의 표정은 하나같이 기이한 것이었다. 마치 전혀 예상하지도 못한 일을 당하여 믿을수가 없다는 듯한 불신과 경악의 기운이 충만하게 그들의 표정 속에 담겨져 있는 것 같았 다. 이것은 또한 아주 기이한 일이었다. 따라서 향각은 잠시 생각하다가 이 윽고 뭔가 뇌리를 스치고 지나가는 생각을 떠올렸다. (그렇군!) 그렇다. 사실 아까 심하게 당하고 있었던 그 여인이 바로 아까 전의 그 보따 리 속의 여인이라고는 말할 수가 없는 일이었다. 그리고 이미 모든 상황은 죽은 시신들의 표정이 말해주고 있었다. 향각은 이제 그 백의미녀의 신분을 알아낸 것이었다. 그것은 모든 상황을 종합해본 결과 쉽게 알 수가 있었다. (아까의 그 무공이 바로 소녀만화장 이었다는 것을 알았어야만 했었는데...) 향각이 미처 그러한 것을 생각하지 못했던 것은 그 백의미녀의 특유한 분 위기 때문에 침착하지 못했었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실로 그러한 상대를 만 나게 되면 더욱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안된다. 향각은 일순 그녀를 따라간 왕자 안을 생각했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왕자 안은 위험하지 않을 것 같았다. (먼저 객점으로 돌아가 있으라고 했으니....) 향각이 이어 상관남매 등과 함께 양양성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 × × × × × × × × × × × × × × × 왕자안은 어떻게 되었을까? 이윽고, 백의미녀의 마차를 타고서 왕자안이 도 착한 곳은 바로 양양성내의 한 화려한 장원의 내부였다. 그 장원에는 이미 모든 연회석이 준비되어 있었다. 왕자안이 여인들의 안내를 받아서 이윽고 하나의 정자의 위에 오르자 잠시의 시간이 지나자, 그 백의 미녀가 천천히 그의 앞에 나타났다. 그런데, 지금의 그녀의 모습은 아까와는 다소 달랐다. 그녀는 지금 속이 거의 비치는 망사의를 입고 있는 것이었다. 지금 사위는 조용하고 또한 이 장원에는 거의 오가는 사람들이 없어서 초롱불의 불빛아래 그야말로, 그녀의 아름다움이 눈부힌 것 같았다. 그리고, 충분히 자극적 이었다. 왕자안은 연석에 앉아 있다가 다가오는 백의미녀를 조용히 맞이했다. "뜻밖이었나요?" 백의미녀는 그렇게 질문래 왔다. 왕자안은 그녀가 자신의 앞자리에 앉고 난 뒤에 이럿게 대답했다. "그렇지 않소." 배의미녀는 그 말에 눈빛이 가볍게 흔들렸다. "그럿다면 이미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는 뜻인가요?" 왕자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소." 백의미녀는 그 말에 잠시 멍하니 왕자안의 얼글을 바라보다가 이윽고 불쑥 물었다. "그렇다면 대체 나는 누구죠?" 왕자안은 미소하며 대답했다. "천하에 미인들은 많으나 기실 진정한 미모를 가지고 있는 여인들은 흔하지 않소. 특히 나이가 삼십대이면서도 방년의 미모를 가지고있고 또한 남자들의 심금을 울릴수 있는 마려글 가지고 있는 여인은 결코 흔하지 않소. 당신은 바로 만화선자가 아니오?" ---만화선자, 그렇다! 기실 이 백의미녀는 바로 당금의 무림삼봉 가운데의 하나로 알려져 있는 만화선자 음서시였던 것이었다. 그녀는 지금 집마부의 일원인 백화방의 방주로 있는 상태였다. 이 백화방은 화루계의 종사하는 여인들을 주축으로 해서 아주 강하게 연결되어 있는 일졸의 무림상의 조직체였다. 물론 그것은 사마외도로 낙인이 찍혀 있는 상태였다. 대체 이 무림삼봉가운데의 하나인 음서시가 갑자기 왕자안의 앞에 나타나게 된 것은 결코 우연의 일치였을까? 음서시는 잠시흔들리는 시선으로 왕자안을 바라보다가 이어 물었다. "대체당신은 누구죠?" 왕자안은 대꾸했다. "그것은 당신도 잘알고 있는 일이 아니오?" 음서시는 입술을 깨물면서 말했다. "당신은 무아문의 문주라는 말인가요?" 왕자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소 아까 내가 환희밀교의 일맥을 물리칠때에 당신이 그 부근에 있었다 는 것을 알고 있었소." (........?) 음서시는 안색이 창백하게 변했다. 그녀는 원래 타고난 비모가 있었기 때문 에 거의 상대방에게 두려움을 느끼는 경우가 드물었다. 하지만 지금은 왠지 마음이 안정되지 못하고 있었다. 그녀는 물었다. "그런데도 어째서 당신은 나를 따라왔죠?" 왕자안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대답했다. "그것은 물론 당신이 나와 시간을 갖게 되기를 원했기 때문이었소." 음서시는 잠시 맏을수가 없다는 듯이물었다. "그럼 당신과 같은 사람도 저와 같은 여인의 몸을 갖고 싶은가요?" 왕자안은 미소하며 알했다. "누가 나는 남자가 아니라고 합디까?" 음서시는 잠시 그렇게 상대를 바라보다가 이윽고 다시 한숨과 함께 말했다. "내가 보기에는 당신은 그저 건성으로 그와 같은 말을 하고 있군요. 저도 남 자의 심리는 거의알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당신은 내가 왜 당신 과 이런 술자리를 함께 하고 싶었는지 알고 계시나요?" 왕자안은 마소하며 되물었다. "그것은 무엇 때문이었소?" 음서시는 나직하게 탄식했다. 그리고는 천천해 입을 열어 말하기 시작했다. "당신은....... 아마도 우리 백화방이 천하의 사마외도라고 손가락질을 하고 있겠죠?" 왕자안은 의아해하며 물었다. "그것은 이미 공인된 내용인데 그럼 그렇지 않다는 말이오?" - 第 四十三章 終 - [3386] 제목 : [백상] 개방백의 제자 44장 올린이 : l2056 (임종범 ) 97/04/20 20:39 읽음 : 17 관련자료 없음 -------------------------------------------------------------------------- ---- 개방백의 제자(愷幇 白衣第子) 백상(百象) 원작(原作) 타이핑 - 林 鍾 範 저 자 - 百 象 第 七 券 第 四十四 章 강호계의 奇人들. 음서시는 왕자안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당신은 천하에서 가장 불쌍한 여자들이 어떤 여자들인지 아시나요?" 왕자안은 되물었다. "당신의 견해는 어떻소?" 음서시는 말했다. "그들은 천하의 그 누구에게도 정을 줄 곳이 없고 또한 모든사람들에게서 버 림을 받은 여자들이지요." 음서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실로 그들이야 말로 가장 불쌍한 존재들이죠." 음서시는 왕자안이 침물을 지키자 다시입을 열어 그에게 물었다. "당신은 나의 그러한 의견에 반대하고 있는 것인가요?" 왕자안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렇지 않소." 음서시는 눈빛을 빛냈다. "그렇다면 역시 저의 의견대로이군요?" 왕자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셈이오." 음서시는 그말에 안색을 환하게 빛내면서 말했다. "고마와요. 당신은 역시 다른 위선자들과는 다른 면모를 가지고 있는 분이로 군요." 왕자안은 물었다. "당신은 그와 같은 것을 물어보기 의해서 나를 여기까지 부른 것이오?" 음서시는 잠시 그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이윽고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은 바로 그래요." (...........?) 음서리는 다시 물었다. "당신은 지기를 찾아서 천리길도 한달음에 간다는 말을 알고 있나요?" 왕지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오. 만약 지기를 만날수가 있다면 천리의 길도 그다지 멀다고는 말할 수가 없는 일이지. 그러나 그것이 나와 무슨 관계가 있다는 말이오?" 음서시는 대답했다. "당신은 내가 보기에는 아주 보기 드문 호남아이고 또한 위선자가 아니며 또 한 우리들의 모습을 아주 정확하게 보고 계시는 분이지요. 저는 사실 그러한 분을 만나 뵙고 싶었어요." 왕자안은 다시 물었다. "대체 만나서 무엇을 어쩌려는 것이었소?" 음서시는 대답했다. "저는..... 당신과 같은 분을 만난다면 가령 당신과 같은 분의 어떠한 요구 라도 들어드리고 싶었어요." 말과 함께 음서시는 아주 야릇한 시선으로 그의 얼굴을 바라보는 것이었다. 이때의 그녀의 얼굴은 실로 아름답기 짝이 없었다. 투명한 망사의 속으로 내 비치는 가느다랗고 섬연한 체구와 은은한 초롱불의 불빛아래 드러나 있는 화 사한 그녀의 용모는 그야말로 천하의 우물이라는 말을 생각나게 만드는 것이 었다. 기실, 누구라도 그녀와 이렇게 마주 앉게 되면 단숨에 그녀의 눈빛에 녹아들게 될 것이었다. 만일 그여와 이렇게 마주 앉게 되어서 그로부터 잠시 의 시간이 흘러도 아직 그녀의 앞에서 제정신으로 생각을 하고 말을 할수가 있다고 한다면 필시 그 남자는 고자이거나 아니면 뭔가 다른 사람일 것이었 다. 그리고 기실 이 왕자안은 비록 고자는 아니었지만 분명히 다른 면모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었다. 음서시는 비록 오늘 특별한 사람을 대하는 심정으 로 조심스럽게 그를 대하고 있는 것이었지만 오직 그 한가지의 사실을 모르 고 있었다. 원래 이 왕자안은 평범한 보통사람이라고는 할수가 없었다. 그는 잠시후에 음서시를 향해 물었다. "그 말이 정말이오?" 음서시는 은근히 자신의 망사속의 몸을 부끄러운 듯이 가리면서 고개를 끄덕 였다. "물론이예요. 저와 같은 사람들은 내숭을 떨지는 않는답니다. 저는 기꺼이 당신의 요구를 들어드릴 것이고 앞으로 좋은 추억으로 간작하게 될거예요." 왕자안은 이에 웃으며 말했다. "그렇다면 아주 잘 되었구려. 나는 마침 한 가지의 부탁드릴 것이 있었던 참 이었는데." 음서시는 문득 뭔가 이상하게 돌아간다고 생각했는지 눈빛이 어리둥절해졌 다. 그녀는 잠시 그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물었다. "그 부탁이라는 것은 무엇이죠?" 왕자안은 대답했다. "그것은 이제 밤도 깊었고 하니 이제 그만 가서 잠이나 자야 하겠다는 것이 오. 당신은 설마하니 이러한 부탁은 들어주리라고 믿고 있소." 음서시는 그 말에 일순 안색이 차가와졌다. 그녀는 아직 어떤 남자를 유혹하 여 거의 실패해 본 적이 없었다. 따라서 지금 왕자안의 말은 그녀에게는 마 치 비수처럼 들리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금새 냉정을 되찾고는 미수하 며 물었다. "아니 어째서 그렇게 빨리 달아나려고 하는 것이죠?" 왕자안은 주저하지 않고 대답했다. "나는 사실 내일 아침에는 다시 길을 떠나야 하는 몸이니 자연 이렇게 노닥 거릴 시간이 없는 것이오." 음서시는 나직하게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나도 물론 내일은 이곳을 떠나게 되어 있어요. 그러나 만일 한가지의 일이 중요한 것이라면 얼마든지 시간을 낼 수도 있는 일이 아니겠어요?" 왕자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오." 음서시는 다시 물었다. "그렇다면 당신은 나를 만나는 것이 그렇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 단 말씀인가요?" 왕자안은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오." 음서시는 잠시 어이가 없어 하다가 이윽고 다시 웃으며 물었다. "당신은 어째서 나에게 그처럼 흥미를 느끼지 않고 있는 것이죠?" 왕자안은 이에 되물었다. "당신은 스스로를 그렇게 흥미은 존재라고 생각 하고 있는 것이오?" 음서시는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예요. 최소한 내가 백화방늬 방주라는 사릴 만으로도 모든 사람들은 나에게 흥미를 느끼게 될 거예요." 왕자안은 고개를 가로 저었다. "아니오. 내가 말하는 것은 당신 자신이 그렇게 느끼도 있느냐는 말이오." 음서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우리는 불쌍한 여인들에게는 더없이 필요한 존재라고 할 수가 있 죠. 그래서 우리는 이 일에 대해서 좀더 의논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왕자안은 물었다. "그래서 결국에는 나를 찾은 것이오?" 음서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당신이 만일 우리를 도와주기만 한다면 나는 당신을 내가 가장 필 요로 하는 유일한 사람으로 인정할 수도 있어요." 왕자안은 가볍게 웃으면서 말했다. "당신은 실로 자신만만하군. 내가 정말로 그렇게 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오?" 음서시는 고개를 끄덕 였다. "그래요. 당신은 이미 아까 나와 의견을 같이했지 않나요?" 음서시는 웃으며 대답했다. "당신은 아까 화류계의 여인들이 가장 불쌍한 존재들이라고 말하지 않았었 나요? 따라서 그러한 사람들을 도우며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협조하는 것이야 당연한 일이 아니겠어요?" 왕자안은 잠시 생각하다가 문득 이렇게 되물었다. "당신은 내가 가장 싫어하는 여자들이 어떤 여자들인지 아시오?" 음서시는 가볍게 안색이 변하면서 물었다. "어떤 여자들이지요." 왕자안은 대답했다. "그것은 바로 가장 불쌍한 여자들을 등쳐먹고 살아가는 여장들인 것이오." 순간 음서시는 문득 커다란 마음의 충격을 받았는지 안색이 창백하게 변했다. 그녀는 일순 놀라서 물었다. "등쳐먹는다로요? 어째서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것이죠?" 왕자안은 대답했다. "원래 화류계에 뛰어드는 사람들은 불행하기 때문에 그렇게 되는 것 같지만 기실은 좀더 인재하지 못하고 그론 곳으로 뛰어들게 되므로서 더욱 불행해 지는 경우가 많이 있소. 따라서 당신들은 그런 사람들을 보호해 주는 듯한 명목으로 여자들의 타락을 방조하고 있는 것이니 어찌 나쁘지 않겠소? 게다 가 당신들은 그 여자들이 몸을 팔아서 모은 돈들을 뒤에서 착복하고 있는 것 이 아니오?" 일순 음서시는 전신을 가늘게 경련시키면서 눈빛을 악독하게 빛냈다. 그녀는 이제까지 누구의 앞에서도 이렇게 철저하게 무시를 당해본 적이 없었다. 하 지만 그녀는 상대방의 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을 의식했는지 곧장 발작하지 않 고서 억지로 웃으면서 이렇게 말했다. "당신은 ..... 당신은 그래서 저의 백화방을 싫어하는 것이로군요. 하지만 설마 당신은 기왕에 오셨으니 저의 술을 한잔 정도는 받아주지 않겠나요?" 말과함께 음서시는 자신의 손으로 손수 술한잔을 따라서 왕자안에게 건네 주 었다. 그러나 왕자안은 그 술잔을 받지 않았고 곧장 자리에서 일언났다. 음 서시는 이에 안색이 크게 변해서 소리쳤다. "어째서 저의 술 한잔도 마다하는 것이죠? 그렇게 용기가 없나요?" 왕자안은 이에 가볍게웃으며 대꾸했다. "당신은 용기라는 것이 무엇인지도 잘 모르는군. 이럴때는 그런 미혼주는 마 시지 않는 것이 바로 용기인 것이오." 이어 왕자안은 천천히 밖을 향해 나가기 시작 했다. 음서시는 그것을 보고는 더욱 눈빛이 악날해져서 금새 신법을 날려서 왕자안의 앞을 가로 막았다. 그녀는 이어 전신의 옷을 하나도 남기지 않고 벗어버리면서 말했다. "하지만 나는 당신이 설마하니 남자가 아니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음서시는 술에 미혼약을 탔다는 것이 발각되자 이제는 가장 원시적인 무기로 써 상대를 제압 하려고 하는 것이었다. 기실 그녀의 몸은너무나도 아름다웠 다. 아니 뇌살적이었다. 비록 원시적이기는 하지만 가장 확질한 방법이었고 또한 그것을 이제까지 실패한작이 없는 그녀였다. 그러나 지금은 기실 예외 였다. 음서시는 비록 그의 앞을 막아서기는 했으나 문득 그의 신형이 서서 히 흐려지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이미먼곳에서 왕자안의 음성이 나직 하게 멀어지면서 들려오고 있었다. "당신은 앞으로 그 백화방을 해산시키는 것이 좋을 것이오. 이것은 나의 그 대에데 대한 충고인것이오." .......... 한밤의 별빛이 지금 그녀의 나신으로 여란하게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그 서늘한 감촉에 질렸음인지 문득 그녀의 전신이 가늘게 떨리기 시작하고 있 었다. × × × × × × × × × × × × × × × 왕자안은 다음날 향각 등과 함께 다시 양양성을 나서서 남쪽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이미 왕자안의 놀라은 무예를 본 적이 있었기 때문에 일행은 저 마다 대단히 마음이 든든해져서 느릿하게 마차를 타고 나아갔다. 그렇게 얼 마나 지났을까? 남쪽의 군산으로 향하는 젼도에는 간혹 병장기를 휴대하고 있는 무림인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그 가운데에는 물론 개방 의사람들도 보이고 있었다. 기실 이제 머지않아서 군산에서는 무림을 구하 기 위한 무림영웅대 회가 열리게 되어 있었던 것이었다. 이미 당금의 강호에 서 환우삼성이라는 이름은 널리 알려져 있었고 또한 잔설적으로 불리우고 있 는 상태였다. 들리는 바에 의하면 그들도 이번에는 나타난다고 했으므로 무 림인들 가운데에는 오직 그들을 바라보기 위해서 군산으로 향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물론 왕자안은 중년거지가 계속해서 신경을 써서 말을 바꾸고 나아가고 있었기 때문에 비록 천천히 나아간다고는 하나 상당해빠르게 가고 있는 상태였다. 이제 강호상에는 세외십세의 세력들이 판을 치고 있는 상태 였고 중원의 무림인들도 크게 일어나서 그야말로 언젠가는 건곤알척의 싸움 이 벌어지지 않을 수가 없게 되었다. 그리고 그러한시기는 점차로 도래하고 있는 것이었다. 향각은 원래 시끄러운 것을 좋아하지 않았으므로 마처는 조 용한 곳을 골라서 나아갔으며 그리하여 왕자안 등의 일행은 남쪽으로 수일을 내려가는 동안에 거의 다른 사람들과 부딪치지 않았다. 다만 틈틈히 상관남 매가 각기 알고 있는 지식으로 강호의 일에 대해서 향각에게 물어보는 것 등 으로 지루함을 때우고 있는 중이었다. 그리고 언젠가는 만나게 될 환우삼성 에 대해서 동경심을 가지고 고대하기도 했다. 이윽고 다시 며칠이 지나서 일 행은 정말로 호남성동 정호의 군산에 도착할 수가 있었다. 그곳에는 이미 총 타의 사람들은 오지 않았지만 천하 각곳의 개방의 분타에서 온 거지들도 많 이 이었다. 그러나 향각은 곧장 마차를 삼성맹이 있는 곳으로 몰았고 이어 커다란 전각 앞에서 세우게 했다. 그건물이 바로 삼성맹늬 그 유명한 본관인 것이었다. × × × × × × × × × × × × × × × ------- 삼성맹. 그것은 일명 중원늬정파무림맹이라고도 불리우기도 한다. 그것을 구성하고 있는 문파들이 하나같이 강호의 정의를 부르짖고 있는 무림정파들이기 때문 이었다. 즉 주축이라고 학 수가 있는 일가일곡일방인 천륭무가, 성수곡, 개 방을 비롯하어 구대문파 그리고 오대세가와 그ㅂ의 금창보, 남해보타도, 해 남검파, 청해파, 왕옥파, 형산파, 항산파등이 가입되어 있는 것이었다. 그러 나 기실 이 삼성맹은 세상에 알려져 있는 것처럼 그렇게 거대한 세력을 이루 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이것은 다만 구심점일 뿐이었다. 이를테면 환우삼 성이 구심점이 되어서 무림인들을 규합할 수가 있는 것이었다. 이 환우삼성 은 따라서 당연히 심성맹의 공동맹주가 되어 있는 상태였다. 그리고 나머지 기관들은 천하의 정파무림인들을 결속시키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것이었다. 기실 삼성맹의 공동맹주인 환우삼성은 그저 명목상으로 존재하고 있는 것일 뿐 평상시에는 거의 맹의 일에 관여하지 않고 상징적인 존재로서 위치하고 있는 상태였다. 따라서 이 삼성맹의 그체적인 활동은 주로 삼대에 의해서 이 루어지고 있는 것이었다. 이 삼대는 바로 삼성맹의 거의 유일한 산하단체였 다. 그것은 평상시에 강호상의 사건들을 도맡아서 처리하고 있는 핵심기구인 금룡대와, 유사시에 본부를 수호하가 위해서 인원들의 무공연마를 담당하는 철사대, 그리고 암중에서 첩보의 임무를 띠고 활동하는 혈랑대로 나뉘어지는 데 대부분의 일은 이 삼대의 대주들이 모여서 의논해서 결정하고 그 가운데 금룡대의 대주인 사람이 결정권을 가지게 되어 있었다. 당금에 이르러 금룡 대의 대주는 남궁세가의 소가주인 무적군자검 남궁검상이고 철사대주는 하북 팽가의 가주인호면패도 팽대력 그리고 혈랑대주는 재갈세가의 가주의 동생 인 신상자 제갈한풍이 맡고있는 상태였다. 즉 천하에 지금 무림첩을 돌리고 있는 사람들은 물론 이 삼대의 대주들인것이었다. 일행이 마차에서 내려서 본관의 검물로 들어가자 그 건물의 내부에는 이미 많은 중요한 인물들이 찾 아와서 서성거리고 있었다. 그들은 향각과 많은 교분이 있는 경우도 있었지 만 왕자안과는 전혀보지 못한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향각은 따라서 왕자안 의 입장을 생각해서 가급적이면 사람들을 만나지 않고 일행을 안쪽으로 데 려가기 시작했다. .......... 이 삼성맹의 본관의 건물은 상당히 방대한 것이었다. 일행은 맨앞의 대청을 지나서 한참이나 복도를 이리저리 구불구불하게 나아가서야 비로소 화려한 황금문이 있는 곳에 도달할 수가 있었다. 그 황금문의 입구에는 아주 용사 비등하는 글씨체로 누구를 막론하고 함부로 들어오지 말라고 하는 경구가 적 혀 있었다. 그리고 역시 그 앞에는 두어명의 호위무사들이 서 있었는데 향각 은 곧장 그들에게 다가가서 자신들이 왔다는 것을 안에 알려 달라고 했다. 그 무사들은 다른 무사들과는 달라서 모두가 중년의 나이를 넘긴 사람들이 었고 또한 무학의 경지 역시 절정급에 달한 사람들이었다. 따라서 실로 이곳 에는 신분이 높은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게했다. 아니나 다를까 이 윽고 잠시 후에 안에서 한 사람이 조심스러운 표정으로 걸어나왔는데 그는 다름이 아니라 이곳 삼성맹의 금룡대주인 무적군자검 남궁검상이었다. 남궁 검상은 우선 향각에게 인사를 한 다음에 왕자안을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다. "자내가 요사이 소문이 자자하다는 그 개방의 백의제자 왕자안인가?" 왕자안은 가볍게 웃으면서대꾸했다. "나의 소문이 벌써 그렇게 났는지는 몰랐지만 틀림없이 내가 왕자안이오." 남궁검상은 잠시 그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이윽고 다시 말했다. "세분께서는 오직 자네만 안으로 들어오라고 하셨네. 그러니 자네는 나와 함 께 안으로 들어가서 세분을 뵙세나." 상관엽 등은 그 말을 듣고 다소 불안한 느낌에 물었다. "그세분이라는 사람들은 대체 누구죠?" 향각은 가볍게 웃으면서 말했다. "이곳에서 오직 그렇게 불리울수 있는 사람이 누구이겠느냐?" 상관엽은 놀라서 불였다. "그럼 그들은 바로 환우삼성인가요?" 향각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 기실 그분들은 평소에는 나타나지 않지만 근래 들어서 무림의 동향 이 좋지 않았기 때문에 다시 출도하신 것이다. 네가 만일 그분들을 보게 된 다면 영광으로 생각해야 한다." 그러니 상관엽은 그다지 내심으로는 영광으로 생각하는 눈치가 아니었다. 그 는 이렇게 생각했다. (사실은 우리 사부님이야말로 천하에서 가장 훌륭하신 분이다. 내가 이미 그분을 모시고 있는데 설령 훈우삼성이 다시 열명이나 나타난다고 해서 내가 영광스러울 것이 뭐가 있겠는가? 차라리 그들이 우리 사부님을 뵙게 된 것 을 영광으로 생각해야 할 것이다!) 지금 상관엽은 왕자안을 생각하는 것이 가장 절대적인 것이었기 때문에 그에 게서 그러한 생각이 나오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상관엽은 문득 생각하고 다시 물었다. "혹시 거기에는 백장생이라는 사람도 함께 있는 것인가요?" 그 말에 향각과 남궁검상은 다함께 의아한 기색이었다. "백장생아라니?" 향각이 되묻는 말에 상관엽은 은근히 왕자안의 눈치를 살피면서 말했다. "바로 그는 천륭무가의 사람 말이예요." 이에 남궁검상이 이제야 알겠다는 듯이 웃으며 말했다. "아하. 바로 백장천 백형을 말하는 것이로구나. 그는 지금 이 안에는없다." (백장천이라고?) 상관엽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백장생과 백장천은 도저히 같은 이름이라고 할 수가 없었다. 그는 고개를 갸웃거리머 말했다. "하지만 그는 백장생이라고 했였는데 ........ 전에 그 백기낭자도 그와 친 척이라고 했었단 말이예요." 향각도 웃으며 말했다. "그것은네가 약간 잘못알고 있는 얘기인 것이다. 당금에 이러러서 그와 비슷 한 이름을 가진 사람은 백장천 하나 뿐이다. 그는 바로 의박운천이라는 별 호를 가지고 있고 나이는 오십여세이고 무공은 이미 초절정의 경지에 올라 있는 천륭무가의 소가주이다. 즉 그 백기 백소저의 친아버지인 것이다." (........?) 상관엽은 공연히 그 얘기를 꺼냈다가 손해를 본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갑 자기 머리가 어지러워지는 것 샅았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그런가?......... 아닌 것 같았는데?" 그렇게 말하고는 슬그머니 말꼬리를 흐리고 말았다. 이에 향각은 웃으며 말 했다. "자! 독고형과 이 상관남매분은 내가 처소로 안내해 드릴 것이니 걱정말고 나를 까라서 가도록 합시다." 이에 상관엽 등은 왕자안과 헤어져서 다른 곳으로 가게 되었다. 왕자안은 즉시 남궁검상과 함께 그 황금문의 안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 第 四十四章 終 - [3387] 제목 : [백상] 개방백의 제자 45장 올린이 : l2056 (임종범 ) 97/04/20 20:39 읽음 : 15 관련자료 없음 -------------------------------------------------------------------------- ---- 개방백의 제자(愷幇 白衣第子) 백상(百象) 원작(原作) 타이핑 - 林 鍾 範 저 자 - 百 象 第 七 券 第 四十五 章 옛날의 바로 그사람 이 황금문의 안쪽에 있는 대청은 그다지 특이해 보이지 않았다. 사방에 무 슨 화려한 장식들이 있는것도 아니었고 또한 고급스러운 탁자들이 줄줄이 늘 어서이는 것도 아니었다. 단지이곳에는 그 어떠한 가구도 보이지 않았다. 그것이 바로 가장 특이한 점이라고 할 수가 있을 것 같았다. 이 텅비어 있는 것 같은 대청의 안쪽에는 세 개의 기둥처럼 솟아오른 포단이 있었는데 지금 그 세개의 포단에는 모두 세명의 노인들이 엄숙한 표정으로 자리하고 있는 중이었다. 님궁검상은 즉시 문을 닫고서 그들 세명을 향해 공손해 인사를 했 다. "데려왔습니다." 다름이 아니라 바로 눈앞의 이 세명의 노인들이 당금의 환우삼성으로 추앙 을 받고 있는 세명의 노기인들인 것이었다. 지금 이 실내는 아주 깨끗했고 마치 단향과도 같은 냄새가 은은하게 풍겨나오고 있었다. 이윽고 남궁검상은 자신의 볼일이 있는지 왕자안을 데려다 놓고는 다른쪽의 문을 통해서 밖으 로 사라져버리고 말았다. 왕자안은 그저 태연한 표정으로 그 앞에 이르러서 그 세명의 기인들을 바라보다가 이윽고 입을 열어 말했다. "안녕하십니까? 혹시 여기에 저의 증조부님께서 계시지 않습니까?" 그 세명의 기인들 가운데 하나는 백색의 도포를 걸치고 있었고 또 하나는 누 런 장포를 걸치고 있었으며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붉은 홍포를 걸치고 있었 다. 그들의 용모는 대개가 청수한 편이었고 백의도포를 걸친 기인은 백발에 아주 인자한 모습을하고 있었으며 누런 장포를 걸치고 있는 기인은 머리카락 역시 누런 빛이었으나 엄숙한 분위기를 가지고 있었고 마지막으로 홍포를 걸 친 기인은 머릿결도 검었고 안색도 매끈하여 전혀 나이를 많이 먹은 사람처 럼 보이지 않았다. 왕자안은 이미 그 가운데에서 백색도포를 걸친 사람이 바 로 백의무성 백인성이라는 사람이요. 이어, 황색도포를 걸친 노인이 바로 강 호의성 황순신이라는 사람이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호오를 걸친 사람이 신 주개성 왕검해라는 것을 한 눈에 알아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바로 그 홍포 기인이 가볍게 웃으며 입을 열어 말했다. "너는 이곳에 단지 너의 증조부를 뵈러 왔느냐?" 왕자안은 미소하며 대답했다. "저는 다만 저의 증조부님을 여기에서 뵙지 않으려고 하고 있는 것입니다." 홍포기인은 이에 다소 의아해져서 물었다. "아니 그것은 어째서냐?" 왕자안은 대답했다. "저의 증조부님은 저의 가문의 윗분이시므로 앞으로 다른 곳에서 뵈올 수가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곳은 공도를 다루는 중요한 장소이므로 만일 그분 께서 환우삼성의 한 사람으로서만 저를 대하신다면 저도 역시 그분을 뵙도록 하겠습니다." 홍포기인은 그 말에 껄껄 웃으며 말했다. "좋다! 바로 내가 그 환우삼성의 하나인 신주개성 왕검해이다.너는 이제 만 족하느냐?" 왕자안은 즉시 그들을 향해 공손하게 포권의 절을 하면서 대답했다. "예. 그렇다면 여기에 계시는 분은 바로 강호의성이시고, 그리고 저기에 계 시는 멋진 분은 바로 백의무성이시군요?" 백의무성 백인성과 강호의성 황순신은 각기 그와 같은 발을 듣고는 자신도 모르게 미소를 떠올리고 말았다. 이에, 왕검해는 그들을 돌아보며 입을 열어 말했다. "자, 한번 보시오. 내가 이미 말한바와 같이 실로 대단한 나의 손자가 아니 오?" 이에, 황순신이 웃으며 말했다. "휼륭하다는 것은 인정하겠네만 그러나 그는 자네의 증손자가 아닌가?" 왕검해는 이에 짐짓 무릅을 쳤다. "아이쿠! 이거! 내가 이미 백살도 훨씬 넘게 살았다는 것을 그만 망각하고 말았었군. 흐흐. 그렇지. 저녀석은 나의 증손자로군. 그래." 왕검해는 마치 어디선가 새로운 증손자를 주워서 기쁜 듯한 표정이었다. 이 어. 왕검해는 이번에는 다시 백안성을 향해 입을 열어 물었다. "자! 어떻게 생각하는가? 이렇게 휼륭한 증손자가 있으니 아예 자네들의 증 손녀와 우리의 증손자를 이번에 혼인시켜 버리는 것이?" 백안성이 다소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자네의 증손자는 이 한 사람일 것이고 우리들의 증손녀는 각기 하나씩일 것 인데 그렇다면 앞으로 두 아이들이 한 녀석을 모시라는 말인가?" 왕검해는 주저하지 않고 대꾸했다. "물론이네. 여러명의 여자가 한명의 남자를 섬기는 것은 그다지 흠이라고 할 수가 없는 일이지. 그것은 자네들의 그 증손녀들을 잘 보고서 하는 소리이네 만." 백안성이 그 말에 약간 코웃음을 쳤다. "하지만 만약에 그 두명의 아이들을 데리고 살려면 당연히 그에 합당한 능력 이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과연 저 아이에게 그만한 능력이 있을까?" 왕검해는 그 말에 일순 다소 난처한 표정을 보이다가 왕자안에게 말했다. "예야. 너도 방금전에 들었다시피 만약 네가 이들의 눈에 잘 보이게 되면 그 뭐라드라..... 무림삼봉 가운데의 첫째와 둘째인 소저들을 너의 마누라로 삼 을 수가 있게 되는 것이다. 그것은 아주 좋은 기회인 것이므로 너는 한번 재 주를 부려보는 것이 어떠냐?" 왕자안은 이들이 자신의 능력을 한번 보고자 하는 것이라는 알고는 미소하며 즉시 혼쾌하게 대답했다. "몰론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러나 만일 저의 능력이 뛰어난 것인데도 그녀들 이 나에게 시집오지 않겠다고 한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이에. 왕검해는 엄숙하게 말했다. "얘야. 내가 장난말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느냐? 우리들 환우삼성은 실로 능력이 있는 사람들로서 만일 우리가 자손들에게 이렇게 해라 하고 지 시를 내리면 당연히 그렇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너는 그러한 뒷일에 신 경을 쓸 필요가 없는 것이다." 이어, 왕검해는 백인성과 황순신을 돌아보면서 물었다. "그렇지 않소?" 그러나, 백인성과 황순신은 그저 담담히 웃을 뿐 뭐라고 말을 하지 않았다. 왕검해는 이에 약간 심통이 나버린 듯 다소 눈살을 찌푸리면서 왕자안에게 말했다. "자! 내ㅔ가 만일 기대 이상으로 어떤 무공을 보여주기만 한다면 나는 틀림 없이 너의 행운을 보장할 수가 있는 것이다." 기실. 백인성과 황순신의 태도는 부인의 뜻을내포하고 있는 것이지만 그러나 그 가운데에는 시인의 흔적도 남아있는 것이었다. 왕자안은 물었다. "그럼 제가 어느정도 이상의 무공을 보여주어야 하는 것입니까?" 왕검해는 다소 어리둥절해 하다가 대꾸했다. "그야 네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능력을 보여주기만 하면 되는 것이지." 왕자안은 이에 가볍게 웃으며 물었다. "그럼 제가 한순간에 이 대전을 통째로 날려버려도 상관이 없다는 것입니까?" 왕검해는 그 말에 다소 눈살을 찌푸렸다. (이 녀석이 다소 허풍이 있구나.) 그러나, 그는 그러는 가운데에서도 생각을 굴리다가 이윽고 자신이 앉아 있 는 포단을 가리키며 입을 열어 말했다. "예를 들어 네가 나를 이 포단에서 내려가게 한다면 너의 능력을 충분히 입 증되는 것이다." 왕자안은 이에 다시 물었다. "그저 내려가게만 한다면 되는 것입니까?" 왕검해는 다소 눈살을 찌푸리며 고개를 끄뜩였다. "그렇다." 그러나, 내삼으로는 이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이 녀석아. 나는 결코 사정을 보아줄 수가 없다. 나와 같은 사람을 그저 포 단위에서 내려 오게 하는 것도 사실은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알아야 하는 것 이다.) 하지만 왕자안은 이에 전혀 상대방의 마음을 모르고 있는 듯이 말했다. "그럼 그렇게 알고 시작하겠습니다." 말과 동시에, 왕자안은 문득 왕검해를 향해 우수를 천천히 내밀었다. 거기에 는 조금의 기운도 실려있지 않는 것 같았다. (...........?) 왕검해는 처음에는 그러한 것을 보고는 이게 웬 엉뚱한 장난인가 하고 생각 했다. 그런데, 다음 순간에 그는 안색이 크게 변해서 소리치며 포단에서 훌 쩍 내려왔다. 그것은 오로지 그 장법 때문이었다. 장법의 위력 때문이 아니 라 바로 장법의 내력 때문이었다. 왜냐하면, 그것은 왕자안이 상관엽에게 가 르쳤던 무아장결 가운데의 한 변화였던 것이었다. 왕검해는 포단위에서 훌쩍 내려와서 왕자안에게 물었다. "너는 이 장법을 어디에서 배웠느냐?" 왕자안은 이어 담담하게 대꾸했다. "당연히 사부님께 배운 것입니다." 왕검해는 이에 커다란 바음의 충격을 받은 듯이 멍청해지다가 이윽고 다시 물었다. "그래......? 그 사부라는 사람은 대체 어떤 사람이냐?" 왕자안은 이에 담담하게 대답했다. "그분은 가슴에 상처를 가지고 계신 분이었습니다. 과거에 거두었던 기명제 자 하나가 배신을 했었지요." 왕검해는 그 말에 일순 전신을 격렬하게 떨었다. 그는 비로소 생각했던 대로 왕자안의 사부가 바로 자신이 배반했던 그 사부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는 안색이 창백하게 변해서 물었다. "그분은...... 지금 어디에 계시냐?" 왕자안으 대답했다. "이미 얼마전에 입적하셨습니다." 왕검해는 일순 장탄식을 토해냈다 "그랬구나. 결국 살아계시면서도 나에게 한번도 모습을 나타내지도 않으시고 ..... 나는 지금까지 그분을 뵙지 못했으니 그야말로 안타까운 일이다. 아! 나는 이 무슨 커다란 죄를 지은 것인가?" 이어 왕검해는 왕자안에게 물었다. "그럼 네가 그 무아문의 진전을 이었느냐?" 왕자안은 미소하며 대답했다. "겨우 문주직을 게승하게 되었습니다." (문주라고?) 왕검해는 잠시 왕자안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이윽고 다시 물었다. "그렇다면 너는 틀림없이 보다 휼륭한 무학을 얻게 되었을 것이다. 그렇지 않느냐? 내가 더 이상 시험해 본들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 이어. 왕검해는 고개를 돌려서 백인성과 황순신을 향해 말했다. "나는 이미 이 아이의 무학을 시험해 본 것이나 다름이 없소. 이 아이는 이 미 무아문이 진전을 이었으니 나보다도 훨씬 나을 것이오. 그러므로 여려분 들이 굳이 이 아니의 능력을 시험해 보시기를 원하신다면 지금 즉시 해도 무 방하오." 백이성과 황순신은 이내 왕검해에게 무슨 특별한 사연이 있다는 것을 알수가 있었다. 그러나, 이미 왕검해가 승복한 마당에 자신들이 구태여 나서서 왕자 안을 시험해 볼 이유가 없을 것 같았다. 따라서, 두 사람은 거의 동시에 말 했다. "그럴 필요는 없겠소이다." (.......?) 왕검해는 이에 두사람을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이윽고 왕자안에게 물었다. "얘야. 너는 선사의 유명을 듣고 온 것이냐?" 왕자안은 대답했다. "저는 선사께서 천하를 위해 일하라고 하신 말씀을 듣고 온 것입니다. 과거 의 일에 대해서는 선사께서는 일절 말이 없으셨습니다." 일순, 왕검해의 두 눈에서 한줄기의 눈물이 흘러내렸다. "아무런 말씀이 없으셨다고? 핫핫핫.........." 한동안 실성한 듯이 크게 울부짓다가 문득 왕검해는 왕자안을 향해 이렇게 말했다. "너는 이만 물러가 있어라. 내가 나중에 다시 찾아가 보겠다." 그리하여 왕자안은 다른 두 사람에게 인사를 한뒤에 그곳을 물러나오게 되었 다. × × × × × × × × × × × × × × × 왕자안이 밖으로 나오자 이내 그를 안내하는 사람이 있었다. 이윽고, 왕자안 이 일행이 머물고 있는 본관내의 한 객실로 들어가게 되자 거기에서 다소 긴 장된 표정으로 그를 기다리고 있는 상관남매등을 볼 수가 있었다. "사부님! 돌아오셨군요!" 왕자안은 고개를 끄뜩였다. "그래 불편한 점은 없었느냐?" 상관엽은 고개를 저었다. "불편한 점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한가지 이상한 소식이 있어요. 오늘 갑자 기 대청에서 영웅대회를 개최 한다고 하지 않습니까?" 왕자안은 되물었다. "뭐라구?" 상관엽은 말했다. "원래는 많은 사람들이 모두 와서야 그런 것을 하는 것인데 갑자기 계획이 그렇게 바뀌게 되었다고 했어요. 그래서 하루라도 빨리 적도들을 치겠다는 것이에요." 왕자안은 이에 고개를 옆으로 돌려서 향각에게 물었다. 향각은 아직 가지 않 고 있었다. "그게 정말입니까?" 향각은 가볍게 웃으면서 대답했다. "그렇네. 따라서 우리가 약간 빨리 온 것은 다향한 일이라고 할 수가 있지. 나중에 그 인원들을 따라서 함께 왔었다면 아마도 좋은 구경거리를 놓칠 뻔 하지 않았는가?" (........?) 왕자안은 다시 물었다. "만일 개방의 인원들이 모두 도착하려면 얼마의 시간이 필요합니까?" 향각은 대답했다. "아마도 이틀정도 걸리겠지." 왕자안은 다시 물었다. "그리고 원래는 영웅대회를 사흘 후에나 열기로 했었다면서요?" 향각은 고개를 끄뜩였다. "그렇네. 하지만 기왕에 적들을 빨리 제거할 수만 있다면 그와 같은 편법을 쓰는 것도 그다지 나쁘다고는 말할 수가 없을 것이네." (...........) 왕자안은 갑자기 마음이 웬지 무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헌데 그때, 갑자기 상관지가 맑은 청차를 한잔 가져와서 그에게 건네주는 것이었다. "저어. 차 한잔 드세요!" 왕자안은 무심코 그 차를 들어서 한모금 마시고는 맑고도 우아한 향기에 다 소 놀라서 고개를 들고 물었다. "아니. 이것은 누구의 솜씨요?" 상관지는 가볍게 안색을 붉히면서 대답했다. "누구의 솜씨랄 것도 없어요." 왕자안은 미소하며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럼 낭자의 솜씨라는 말이오?" (.........?) 상관지는 다소 어색한 듯 했다. 왕자안은 조용한 시선으로 그녀의 얼굴을 바 라보다가 근래 들어서 부쩍 그녀의 얼굴이 환하게 생기가 살아나고 피부가 백옥처럼 변한 것을 알아 차렸다. 그때, 상관지가 다소 눈길을 내리깔고는 이렇게 말했다. "저어..... 한가지 드릴 말씀이 있어요." 왕자안은 말했다. "무슨 말이오?" 상관지가 말했다. "요즈음 들어서 너무나도 노심초사하시고 계시는 것 같아요.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도 그렇게 심력을 소모하시면 혹시 병이라도 나실까 두려워요." 왕자안은 가볍게 웃으며 대답했다. "그렇게 생각해주니 고맙소. 하지만 나는 나의 몸에 대해서 잘 알고 있으니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오." 상관지는 이에 가볍게 말했다. "그러시다면 저도 기뻐요." 상관지가 비어 있는 찻잔을 가지고 간 뒤에 왕자안은 몸을 일으키면서 자신 의 방으로 쉬러 들어갔다. 그런데, 그가 자신의 방에 들어가서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도 문득 누군가의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누구십니까?" 왕자안의 말에 박에서 낮익은 음성이 들려왔다. "나다." 그것은 바로 조금전에 만났었던 왕검해의 음성이었다. 왕자안이 몸을 일으키 자 그는 이미 안으로 들어와서 문을 닫고 있었다. (..........?) 두 사람이 잠시 서로를 바라보다가 이윽고 왕검해가 다소 우울한 듯한 음성 으로 입을 열어 말햇다. "얘야. 내 아까는 미처 말하지 못했다만 정말로 오랜만이로구나. 내가 일찍 이 너희들을 보살피지 못했던 것을 이해해라." 왕자안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저는 이미 그러한 것을 이해하고 있습니다." 왕검해는 그를 바라 보았다. "이해하고 있다고?" 왕자안은 고개를 끄뜩였다. "그렇습니다. 이미 증조부님께서는 개방이라는 커다란 업적을 일으켜 세우신 것이 아닙니까?" 왕검해는 고개를 끄뜩였다. "하긴 그렇던가......?" "......." 이어, 왕검해는 천천히 왕자안은 곁으로 와서 나란히 침상위에 걸터 않으며 말했다. "얘야. 그 동안의 일에 대해서 나에게 말해 주겠느냐? 너의 얘기도 좋고 또 한 선사의 얘기도 좋고 말이다." 왕자안은 이에 주저하지 않고 선사의 일과 자신의 일들을 대략 요점만 간추 려서 들려주었다. 왕검해는 그 얘기를 듣자마자 매우 감회가 깊은 표정을 했 다. "내가 실로 몹쓸 짓을 했던 것이다. 다행히도 당시에 선사께서 목숨을 살리 시어 너와 같은 인재를 남기셨다니....... 익서은 불행중 다행이었군, 그래." (..........) 왕검해는 왕자안은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사실 말이지. 아까 나는 네가 무아문의 문주가 되었다는 얘기를 듣고는 그 만 너의 앞에 무릅을 꿇고 빌고 싶었다. 그러나 나는 이미 사문에서 축출된 것이나 다름이 없고 또한 하나의 문파를 차렸으니 이제는 오직 선사께 죄송 스러울 뿐이로구나." 왕자안은 이에 웃으며 말했다. "제가 보기에는 이미 선사께서는 증조부님을 용서해 주셨습니다. 그러니 이 제는 그러한 죄스러운 마음에서 벗으나셔도 될 것입니다." 왕검해는 그 말에 다소 멍한 표정을 지었다. "과연 그렇까?" 그의 시선은 계속해서 과거의 추억 속으로 달려가소 있는 것 같았다. 이미 백이십여 세에 달하고 있는 상황이라서 유달리 과거에 대한 환상이 많은 것 인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 × × × × × × × × × × × × × × × 상관엽의 말은 사실이었다. 바로 그날 저녁에 그 본관의 건물의 대청에서 간 단한 영웅대회가 열리게 되었다. 그 대회의 주최자는 물론 환우삼성이었고 거기에는 이미 도착한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어서 제법, 열띤 얘기가 오고 가 게 되었다. 그 환우삼성이 얘기로는 다음과 같았다. 당금의 무림의 정세가 너무나도 심각하여 이대로 다시 며칠을 그냥 보낼수는 없는 일이라는 것이었 다. 그리하여, 그들은 일단 먼저 죢명의 인원들만을 데리고 출동을 하자고 하는 것이었다. 그러한 제의에 반대를 하는 사람들은 없었다. 확실히, 환우 삼성의 신뢰감은 상당한 것이었다. 당금의 세외십세 가운데에서 가장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는 곳이라면 바로 서역의 배화교라고 할 수가 있었다. 그리하 여, 배화교등이 다른 세력과 합쳐지기 전에 풀동하여 각개격파를 하자는 것 이었다. 그렇게 출동하기로 된 인원은 환우삼성을 포함한 초절정의 고수들이 었다. 물론 왕자안과 향각도 거기에 포함되었으며 독고상은 상관남매를 돌보 기 위해 이곳에 그냥 남아있기로 했다. 그리고, 그 출동하는 날짜는 자로 내 일이었다. × × × × × × × × × × × × × × × 왕자안은 천천히 자신의 처소로 가고 있는 중이었다. 그런데, 문득 그의 뒤 에서 한 사람이 맑은 음성으로 불러 세웠다. "잠깐만요. 거기에 가시는 분은 혹시 왕자안 왕공자님이 아니신가요?" (........?) 뜻밖에도 그 음성은 바로 백기의 음성이었다. ------- 백기. 그녀는 고개를 돌려보니 전날과 같이 백색의 화사한 의복을 걸치고 있었는데 상당히 초췌해 보이고도 했다. 그러나, 기실은 그렇게 여위워 보이는 것이 더욱 아름다움을 불러 일으키는 것이었다. 왕자안은 다소 담담하게 고개를 돌려서 바라보다가 되물었다. "헌데 무슨 일이오?" 백기는 빠르게 다가오더니 부드러운 미소를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전날에는 너무나도 빠릴 가셔서 섭섭했어요. 헌데 어째서 아까는 그렇게도 아는 척을 하지 않는 거죠? 우리는 이미 친구가 아닌가요?" - 第 四十五章 終 - [3388] 제목 : [백상] 개방백의 제자 46장 올린이 : l2056 (임종범 ) 97/04/20 20:40 읽음 : 15 관련자료 없음 -------------------------------------------------------------------------- ---- 개방백의 제자(愷幇 白衣第子) 백상(百象) 원작(原作) 타이핑 - 林 鍾 範 저 자 - 百 象 第 七 券 第 四十六 章 강호의 후기지수들. 왕자안은 웃으며 말했다. "하긴 우리는 이미 친구일 것이오." 백기는 다소 특이한 시선으로 그를 바라보다가 이윽고 말했다. "당신도 내일 아침에 출동한다죠?" 왕자안은 고개를 끄뜩였다. "그렇소. 백낭자도 거기에 함께 가게 되는 것이오." 백기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전에 출동하는 사람들은 기동력을 유지하기 위해서 일단은 초절정의 무공 을 지닌 사람들만을 정했는데, 우리는 아직 그와 같은 경지에 오르지 못했기 때문에 함께 갈 수가 없어요." 왕자안은 말했다. "그렇다면 안자는 이곳에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 이곳을 지키게 되겠군요." 백기는 고개를 끄뜩였다. "그런 점에서 당신은 아주 특별한 경우로군요. 이번에 출동하는 사람들 가운 데에서 젊은 사람은 아마도 당신 하나빡에는 없을 거예요." 왕자안은 미소하며 말했다. "과찬의 말씀이요." 백기는 고개를 저로 저었다. "과찬이 아니네요. 음..... 그런 의미에서 내가 당신에게 무림의 기재들을 죢명 소개시켜 줄까요?" 아마도 백기는 어떤 자리를 마련해 놓고서 일부러 왕자안을 찾아왔던 모양이 었다. 왕자안은 이에 주저없이 고개를 끄뜩였다. "그럽시다." 그러자, "그럼 이쪽으로 저를 따라 오세요." 백기는 즉시 왕자안을 데리고 한쪽의 복도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이 삼성맹 의 대전은 실로 거대하여 그 내부에는 복도가 마치 거미줄처럼 무수하게 뚫 려져 있어서 만일 그 지리를 해매기가 쉬울 정도였다. 백기는 그러한 복도를 익숙하게 천천히 계속해서 나아갔다. 그것을 보고 뒤따르다가 왕자안은 문득 이렇게 물었다. "참! 그 백장생이라는 분은 잘 계시오?" 백기는 그 말에 잠시 멈칫하더니 이윽고 웃으며 고개를 돌려서 대답했다. "그래요. 그 분은 항상 편안하게 사시는 분이시지요. 아주 건강하세요." 일반적으로 무공을 형성한 강호의 사람들이 건강을 유지하는 것은 가장 기본 적인 일이라고도 할 수가 있었다. 왕자안은 말했다. "당시에 나는 그분께 신세를 진 적이 있었는데 이제 다시 만나게 되면 그 신 세를 갚고 싶다고 전해주시기 바라오." 백기는 이에 하얗게 웃었다. "걱정하지 마세요." 왕자안은 그녀의 웃음에 감염되었기라도 하듯이 따라서 웃으면서 말했다. "그래 아직 멀었소." 백기는 고개를 저었다. "바로 여기에요." (..........) 백기가 가리키는 방향을 보니 어느새 그들은 하나의 작은 거실의 입구에 이 르러 있었다. 두 사람은 즉시 안으로 들어섰다. × × × × × × × × × × × × × × × 이 거실은 다소 초라한 면모도 있었고 게다가 별로 크지 않았다. 그러나, 지 금 이 거실은 전체가 마치 터질 듯한 기운으로 가득 체워져 있었다. 그것은 바로 당금의 젊은이들이 한곳에 모여 있었기 때문이었다. 왕자안은 거기에서 이미 낮이 익은 사람들도 여려명이나 볼 수가 있었다. 아직 이곳에 도착하지 않은 왕자원등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지만 그에게 강한 인상을 주었던 황기등 의 모습도 보였다. 그런데, 한가지 기이한 일은 그들 가운데에서 상관남매가 보인다는 사실이었다. 지금 그들은 사람들의 중앙에 서 있었고 독고상은 어 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아마도, 독고상은 젊은이들만이 모여있는 자리 에 참석하기가 곤란하여 일찌감치 자리를 피해버린 모양이었다. 헌데, 당연 한 얘기인지는 모르지만 어쨌던 이 상관남매 특히 상관엽은 궁지에 몰려 있 는 상황이었다. 지금 여려사람들이 한꺼번에 상관엽을 향해 반쯤 조롱하는 듯이 질문공세를 퍼붓고 있었던 것이었다. "핫핫핫, 너의 사부가 그렇게도 대단하다는 말이냐? 하지만 우리는 너의 사 부와 동년배에 속할 테니 너는 우리를 사백이라고 물러야 하는 것이 아니냐?" 그 사람은 이제 약관의 나이로서 사천당문의 아들은 다비수 당소라는 청년이 었다. 그는 암기에 능하여 다비수라는 별호를 얻었으며 무공은 그저 일류급 에 해당되는 것이었지만 암기만큼이나 눈빛이 예리하고 재체가 있어 보였다. 그 당소가 소리치자 죽시 여기저기에서 동조하는 소란이 일어났다. 상관엽은 솔직히 무공으로는 눈앞의 당소를 이길 수가 있다고 생각했지만그들은 지금 군중의 힘으로 나오고 있는 상황이엇기 때문에 어쩔 수가 없었다. 상관엽은 안색이 벌뛁게 변해서 소리임다. "아니야. 그럴리가 없다." 솔직히 제아무리 나이가 차이가 있다고 해도 그런 사람들을 사백이라고 부른 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아주 지겨운 일이 아닐수가 없었 다. 당소는 짐짓 의아한 기색으로 물었다. "아니 어째서 아니라는 말이지?" 상관엽은 잠시 주저하다가 말했다. "너희들은 나의 사백이 아니야." 당소는 능글능글하게 웃으면서 천천히 상관엽에게 질문하기 시작했다. "이봐. 너의 사부의 나이가 지금 약관이 이니냐?" 상관엽은 고개를 끄뜩였다. "그렇다." 당소는 다시 물었다. "그렇다면 너의 사부와 우리는 서로 친구간이라고 할 수가 있겠지?" 상관엽은 고개를 끄뜩였다. "그, 그렇다." 당소는 기이하게 웃으면서 다시 물었다. "그런데 너는 바로 너의 사부의 제자가 아니냐? 따라서 너는 사부의 친구에 대해서 어떻게 대해야 하는 것인지 알겠지?" 상관엽은 그 말에 일순 우물쭈물했다. 당소는 그것을 보고 다시 소리쳐서 말 했다. "그러니까 어서 우리들 사백들께 인사를 올리라는 말씀이다!" 순간, 주위에서 듣고 있던 청년들의 왁자하는 웃음소리가 터져나왔다. 그들 은 상관엽의 순진해 보이는 모습을 보고는 그것을 놀려먹으려고 하고 있던 것이었다. 헌데 바로 그때였다. "그만들 둬요. 당신들은 그야말로 일치가 없군요." 그것을 바로 황가의 음성이었다. 당소가 다소 의아해하며 물었다. "아니,염치가 없다니 그게 대체 무슨 말씀이오?" 황가는 일단 그를 바라본 다음에 시선을 돌려서 주위의 사람들을 향해 입을 열어 말했다. "강호상의 배분이라는 것은 사실 사문의 규율이나 혹은 그 무공의 정도로 따 르게 되는 거예요. 그런데 단지 나이가 비슷하다는 이유만으로 동배라고 생 각한다는 것은 어패가 있는 거예요." 당소는 놀라서 물었다. "그렇다면 우리가 그의 동배가 아니라는 말씀이오?" 그때였다. 문득 다른쪽에서 한 사람의 음성이 들려와서 사람들의 주위를 환 기시겼다. "그래요. 이분의 배분은 사실 당금의 강호상에서 제일이라고 할 수가 있어요." (.............!) 사람들의 시선은 일제히 다시 그쪽으로 향했다.다름이 아니라 왕자안과 백기 가 나타난 것이었다. 그것을 보고 문득 하북팽가의 환도 팽위가 포권하며 입 을 열어 물었다. "소저께서 그렇게 말씀하시는 것은 근거가 있는 것이오?" 백기는 고개를 끄뜩아며 대답했다. "그래요. 사실 이분의 배분으로 말하자면 당금의 최고배분이신 환우삼성 가 운데의 한분이신 신주개성과 같은 배분이기 때문이에요." 다비수 당소 그 말에 어이가 없다는 듯이 웃었다. "아니 자신의 증조부와 배분이 같다니 이거야 어디 말이나 돼나?" 백기는 그를 한차례 싸늘하게 주시하더니 이윽고 말했다. "그것은 이미 공인된 것이에요. 즉 , 신주개성과 이분의 사문은 원래 같은 곳에서 출발하고 있었으며 배분이 같다고요." 사람들은 그 말에 일순 다함께 어리둥절한 표정이 되었다. 그들은 비로소 백 기가 장난말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던 것이었다. 이에, 황기가 다시 웃으며 말을 이었다. "하지만 우리들은 강호의 친구들이라고 할 수가 있으니구태여 그러한 배분에 신경을 쓸 필요는 없다고 봐요. 즉, 우리들은 무공이 높은 저 사람이 선배라 고 할 수가 있는 거에요. 그런 의미에서 저기에 계시는 당소협께서는 혹시 저 상관소협을 이길 수가 있다고 생각하나요?" (........?) 당소는 그 말에 안색이 다소 붉어졌다. 그는 이제까지 의기양양하게 상대방 을 비방했었으나 이제는 오히려 자신이 궁지에 몰린 꼴이 되고 말았던 것이 었다. 기실, 당소는 무공으로 본다면 상관엽과 약간 뒤떨어지는 감이 있었다. 따라서, 그는 자신의 배경으로 상관엽을 처음 부터 누르려고 했던 것이었다. 당소가 다소 무안한 표정으로 묵묵히 있는 것을 보고는 백기가 웃으며 말했 다. "자! 우리는 지금 상당히 어려운 현실에 처해 있는 상태에요. 지금은 우리 중원의 동도를이 서로 뭉쳐서 이 난관을 그그복해 나아가야 하는 것이지요. 그러므로 누구를 배타적으로 생각하지 말고 서로가 친구로 생각하며 사이좋 게 지내는 것이 좋을 거에요. 그런 의미에서 내가 여기에 무림의 젊은 기인 을 한분 소개시켜 드리겠어요!" 백기는 이어 왕자안을 가리켰다. 이미 얼마 지나지는 않았지만 왕자안에 대 한 소문은 빨리도 퍼져 있어서 주위의 사람들은 특별히 누가 소개시켜 주지 않아도 그를 알고 있었다. "바로 개방의 백의제자이신 왕자안 왕공장이세요." 백기가 그럼에도 새삼스럽게 소개를 하자 왕자안은 그들을 향해 정중하게 포 권하며 이렇게 말했다. "확실히 조금전의 이 백낭자의 말은 금옥과도 같은 좋은 말이외다. 우리들은 나이가 젊고하니 모든 것을 떠나서 친구로 사귀는 것이 좋겠소. 나는 이렇게 여려분들과 만나게 된 것을 연광으로 생각하는 바이오." 이제까지 상관남매에 대해서 비판적으로 조롱하던 사람들도 이제 백기 등이 적극적으로 옹호하고 나서자 더 이상 그럴 수가 없었다. 그것을 보고 문득 제갈세가의 청년인 소제갈 제갈방이 입을 열어 왕자안에게 말했다. "당신은 소문에 듣자니 아주 신기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하던데, 그렇다면 지금 우리와 처음으로 맞이하는 상황에서 한수 보여주실 의향이 없으시오?" 사람들은 그 말에 일순 눈빛에 강렬한 흥미를 일으켰다. 기실, 무림인들은 무공에 대해서는 거의 미친듯이 좋아하는 것이기 때문에 누군가의 솜씨를 본 다는 것도 그에 못지 않은 일이었다. 이에, 왕자안은 즉시 고개를 끄뜩였다. "좋소. 헌데 여려분들 가운데에 나의 부탁 하나를 들어줄 사람이 있을지 모 르겠소이다." 제갈방은 의아해하며 물었다. "무슨 부탁인데 그러시오?" 왕자안은 말했다. "내가 재주를 보이려면 반드시 한 사람의 도움이 필요한데 아직 그 사람이 나서지를 않는구려." (.......?) 제갈방은 다소 어리둥절해 하다가 물었다. "그렇다면 내가 대신 도와준면 되지 않겠소?" 왕자안은 고개를 끄뜩였다. "그렇게만 해주신다면 걱정이 없겠소이다." 제갈방은 물었다. "그럼 제가 무슨 일을 도와드리면 되겠습니까?" 왕자안은 대답했다. "그것은 제가 시키는 한가지의 일을 해주시는 것입니다." 제갈방은 물었다. "그 한가지의 일이라는 것은 무엇입니까?" 왕자안은 대답했다. "저기에 있는 술통을 일장으로 부숴주십시요." (............?) 사람들은 그 얘기를 듣고는 하나같이 이상하게 생각했다. 지금의 이 자리에 는 젊은이들이 모여서 술을 마시고 있었기 때문에 아직 개봉하지 않은 술통 이 당연히 있었다. 왕자안은 다름이 아니라 바로 그 술통을 제갈방에게 일장 으로 부숴달라고 하는 것이었다. 기실, 지금 이곳에 있는 사람들은 대개가 무림의 신진들로서 그 무공은 대대가 일류고수의 수준을 넘어서는 것이었기 때문에 그러한 것은 일도 아니었다. 그런데, 어째서 왕자안은 구태여 그 술 통을 일장으로 부숴달라고 하는 것인가? 그 술통은 아직 개봉되지 않아서 만 일 일장으로 후려치게 되면 반드시 그 속의 술이 터져나와서 사방으로 비산 될 것인데, 그것은 대체 어떻게 감당할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구러나, 기 실 이가운데에서 황가등은 이미 왕자안의 재주를 본 적이 있었기 때문에 미 소하고 있었다. 제갈방은 믿을 수가 없다는 듯이 물었다. "그것이 바로 저에게 하는 부탁이라는 말씀이십니까?" 왕자안은 고개를 끄뜩였다. "그렇소. 미안하지만 그 일을 좀 해주시겠소?" (...........?) 제갈방은 이제까지 이렇듯 무모한 부탁을 들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그와 같은 얘기를 듣게 되자, 일순 어이가 없었다. 그런데, 이때 백기가 나서서 웃으며 이렇게 말하는 것이 아닌가? "제갈소협, 만일 그의 부탁이 그렇다면 그대로 해 보시는 것이 좋지 않겠어 요? 만일 어떤 문제가 생긴다면 저희들이 책임을 지도록 하겠어요." 제갈방등은 이 백기등의 미소녀들이 어째서 사사건건 왕자안의 편을 들고 있 는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일단은 왕자안과 약속을 했기 때문에 제갈방은 한번 심호흡을 하여 마음을 안정시킨 다음에 천천히 그쪽으로 다가 가서 술통을 향해 일장을 내리쳤다. 제갈방은 물론 그 일장에 약간의 기교를 부리게 되었다. 제아무리 백기가 책임을 져주겠다고 했지만 그러나 만일 자 신이 일장을 날려서 너무나도 주위의 피해가 커지게 되면 역시 체면이 손상 되는 것이었다. 이 제갈세가에 나름대로의 무공이 있는데 그 가운데에서 소 리없이 상대를 격파하는 음풍도라는 유명한 절학이 있었다. 그것은 소리없이 다가가서 상대방의 반격이 있기도 전에 이미 상대방의 내장을 파열하는 무서 운 내가의 장력이었다. 실로 그러한 장력을 사용하게 되면 술통속의 술이 거 의 밖으로 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었다. 그런데, 이 순간의 제갈 방의 생각은 창오에 불과했다. 그렇다면 그는 정말로 실수를 하고 말았던 것 이었을까? 실은 그런 것도 아니었다. 그 술통은 어이가 없게도 텅 비어 있었 던 것이었다. 퍽! 흡사 두부가 깨지는 듯한 가벼운 격파음과 함께 그 술통은 박살이 나서 흩어졌는데도 뜻박에도 그 내부는 텅 비어 있었고 술이 조금도 들어있지 않았던 것이었다. (..........?) 재갈방등은 그것을 보고는 크게 놀라서 눈이 휘둥그래졌다. 스 술통은 이미 술리 들어 있다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대체 그 속 의 술들은 갑자기 어디로 가버린 것일까? 제갈방등이 문득 어떤 것을 깨닫고 는 왕자안을 바라보자 그는 담담히 웃으면서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자! 당신이 나를 그렇게 도와주었으니 나도 마땅히 거기에 보답해야 하겠군 요." 이어, 왕자안은 멀리서서 하나의 술호로를 들고는 제갈방의 비어 있는 술잔 에 술을 따르는 것이었다. (.........?) 제갈방은 멍하니 그러한 광경을 보았다. 그렇게 멀리서 내력을 이용하여 술 을 따르는 것은 확실히 고명한 내가의 수법이었다. 그렇다면 왕자안은 이러 한 절기를 보여주려고 했던 것이었을까? 제갈방은 무심코 그 술잔을 들어서 한잔을 마셨다. 그런데, 왕자안은 그것을 보고는 이어 말하는 것이었다. "아아! 제가 이거 저분께만 술을 따라드리고 있으니 여려분들 가운데에는 다 소 목이 마르시는 분이 계시는 것 같군요. 그렇다면 이제부터 제가 모든 사 람들께 술을 따라드리기로 하지요." 이어, 왕자안은 계속해서 허공을 격하고 비어 있는 술잔에 술을 따르기 시작 했는데 이때 아주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원래, 주위의 사람들은 왕자안이 술을 따르려고 하는 것을 보고는 술이 부족할 것이라고 생각하여 다른 술통 을 가져오려고 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찌된 셈인지 왕자안이 들고 있는 그 작은 술호로에서는 무려 십여개의 술잔을 가득 채우고도 계속해서 술이 흘러 나오고 있는 것이 아닌가? 사람들은 처음에는 그러한 것을 몰랐었으나 나중 에는 경악하여 안색마저 변했다. 그것은 어찌나 신기한지 마치 사슬과도 같 았다. 그러나, 기실은 왕자안이 고도의 공력으로 술통속의 술을 모조리 응축 시켜서 그 술호로의 속에 담아 놓았다는 것을 알 수가 있었다. 실로 그것은 불가사의한 능력이 아닐수가 없었다. 도대체 아직 개봉하지도 않은 술통속에 서 술을 감쪽같이 뽑아내어서 그렇게 할 수가 있다는 자체가 이미 상상을 불 허하는 능력인 것이었다. 기실, 왕자안은 자주 그와 같은 술자리에서의 재주 를 보였었으나 과거의 경우와 지금은 또 다른 면모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었 다. 이윽고, 사람들은 경악에 경악을 거듭하다가 마침내 감탄을 하고는 일제 히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우와! 최고다.........." 왕자안은 모든 사람들의 술잔에 술을 따르려다가 문득 그와 같은 환성을 듣 고는 우수를 들어 올려서 답례했다. "과찬의 말씀이시오." 그때, 왕자안이 다시 그 술호로를 탁자위에 내려놓으려고 하는 것을 보고는 남궁세가의 자제인 섬전검 남궁민이 나서서 웃으며 그 술호로를 잡아서 들어 보았다. 그 술호로는 아주 무거웠다. 아마도 그것은 거의 한통의 술이 응축 되어 있기 때문인 것 같았다. 남궁민은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생각하다가 왕 자안에게 물었다. "이거 내가 해도 되는 것이오?" 왕자안은 이에 그저 가볍게 웃을 뿐 묵묵했다. 즉, 지금은 그가 내력으로 응 축시켜 놓고 있기 때문에 무사한 것이지 만일 그가 내력을 거두기만 하면 그 것은 마치 폭약처럼 터져버릴 것이라는 사실을 암시하고 있는 것이었다. 남 궁민은 이에 그만 혀를 내둘렀다. "하하, 이거 참 대단하군." 이어, 그가 할 수 없다는 듯이 그 술호로를 다시 탁자위에 내려놓자 이번에 는 체구가 건장한 하북 팽가의 철혈도 팽홍이 나서서 말했다. "왕공자! 이거 그 술이 남아 있다면 나에게 주는 것이 좋겠소. 하하하, 나는 원래 그러한 술이라면 얼마든지 마시고 싶은 사람이외다." 어이없게도 팽홍은 마치 세숫대야와같이 커다란 대접을 두 손으로 들고 있었 다. 그렇게 생긴 사람은 대부분이 호걸형으로서 그렇게 술을 마시고 싶어하 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왕자안은 이에 즉시 술호로를 기울려서 술을 따라 주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그가 들고 있는 술호로는 아주 작아서 그 커다란 술잔속에 서너개는 들어갈수가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실로 기이하게도 그 술호로에서 흘러나오는 술은 이미 계속해서 흘러서 그 커다란 술잔을 가득 채우고도 남음이 있는 것이 아닌가? 이에, 팽홍은 아주 유쾌한 듯한 웃음을 터트리며 그 술잔을 기울여서 한모금을 마셨고 장내에는 금새 우뢰와 같은 함성이 터져나왔다. "우와, 거 참으로 통쾌하게 마시는구나." 그것을 보고 재갈방과 남궁민등이 서로 앞을 다투어서 대접을 들고는 왕자안 의 앞에 와서 술을 따라주기를 원했다. 비록 그 술은 그들이 마시던 것과 다 르지 않았으나 실로 놀라운 무예가 깃들어 있는 것이기 때문에 그들에게는 천하의 그 어떤 명주보다도 더욱 의미가 있는 것이었다. 왕자안은 즉시 그들 에게 계속해서 술을 따라 주었고 그들로 하여금 쉽게 취하게 하였으며 또한, 매우 친해졌다. 그런데, 남궁민이 문득 이상하다는 듯이 말했다. "아니 어째서 그 술이 그치지를 않지? 이미 한통의 술은 다 마신 것 같은데?" 그러자, 사람들은 그저 무심코 흘러버리고 있었던 것을 생각하고는 의아해했 다. 과연 지금 왕자안은 이미 한통 이상의 술을 계속해서 따라주고 있었던 것이었다. "혹시 그 술호로가 요술이라도 부리고 있는 것이 아닐까?" 팽홍이 얼굴이 벌겋게 되어서 말했다. 이에, 황가가 무늑 기이한 표정으로 생각하더니 옆의 한사람에게 말했다. "어서 저쪽의 술통을 부숴봐요!" 알고보니 그쪽에는 천으로 가려놓은 술통들이 서너개가 아직 개봉되지 않고 있었는데 예비용이었다. (..........!) 사람들은 이에 즉시 황가의 말뜻을 알아차렸다. 그들은 비록 술이 취했지만 즉시 환성을 지르면서 그쪽으로 다가가서 각기 일장씩을 날렸다. 아니나 다 를까? 이미 그 술통들도 텅 비어 있는 것이 아닌가? 왕자안은 이미 그 술통 속의 술들도 사용해 버린 것이었다. - 第 四十六章 終 - [3389] 제목 : [백상] 개방백의 제자 47장 올린이 : l2056 (임종범 ) 97/04/20 20:40 읽음 : 14 관련자료 없음 -------------------------------------------------------------------------- ---- 개방백의 제자(愷幇 白衣第子) 백상(百象) 원작(原作) 타이핑 - 林 鍾 範 저 자 - 百 象 第 七 券 第 四十七 章 가장 아름다운 사랑. 왕자안은 이미 그렇게 히여 많은 시림들과 친해진 것 같았다. 마치 그에게는 사람들을 이끄는 듯한 흡인력이 있는 것 같았다. 사람들은 이미 그 술통들이 비어버린 것을 보고는 다시 앞을 다투어서 왕자안에게 다가와서 커다란 대접 으로 호기를 부리며 슬을 받아마셨고, 그리하여 장내는 일시에 금방 취한 사 람들이 늘어나게 되었다. 그야말로 질탕한 분위기가 되어 버린 것이었다. 이 윽고, 왕자안이 그 술호로 속의 술을 보두 소모해 버리자 백기가 다가와서 웃으면서 말했다. "왕공자! 잠깐 이리좀 와 보세요. 내가 소개시켜 드릴 사람들이 있어요." (........?) 왕자안은 그 말에 술호로를 놓고는 그쪽으로 따라갔다. 백기는 왕자안을 데 리고 거실의 모퉁이를 돌아서 구석진 자리로 갔다. 그런데, 바로 거기에는 이제까지 보았던 사람들과 다소 구분되는 새로운 인재들이 하나의 제법 넓은 자리를 마련하여 앉아 있었다. 그들은 각기 좌우로 나뉘어서 자리하고 있었 는데 한쪽은 백색의 장삼을 걸치고 있었고 다른쪽은 황색의 장삼을 걸치고 있었다. 그렇게 서로 다른 독특한 색깔의 의복들을 걸치고 있는 그들은 각기 세명씩이었는데 기이하게도 그 가운데 왕자안에게 익숙한 사람도 있었다. 바 로 다름이 아니라 낙성검 백무화였다. 그리고, 언젠가 술좌석에서 함께 보았 던 산수재 황병오의 모습도 보였다. 그러니까, 지금 이곳에 있는 젊은이들은 당금의 중원의 두개의 기둥이라고 할 수가 있는 가문의 자제들인 것이었다. 당연히, 그들의 가운데에는 무림삼룡의 두 사람이 있었다. 왕자안은 이미 무 림삼룡 가운데의 하나인 왕자원과 대면한 저기 있었기 때문에 이제 그들마저 보게 된다면 거의 모든 인재들고 만나게 되는 것이었다. (............!) 왕자안이 백기의 안내를 받아서 그쪽에 다가가자 그쪽에 안자서 술을 마시면 서 얘기를 나구고 있던 청년들은 일순 얘기를 중단하고 왕자안을 바라 보았 다. 기실, 지금 왕자안의 뒤를 따라서 상관남매가 와 있었고 또한 황가도 뒤 를 이어 달려왔으며 게다가 몇몇 사람들도 그 근처에 서성이고 있었다. 그들 은 이 강호의 후기지수들의 대면하는 광경이 궁금하게 생각되었던 것이었다. 왕자안의 태도는 여전히 평소와 다르지 않고 조용했다. 백기가 그 앞에 이러 러서 가장 신수가 훤하게 보이는 스물 세살 가량의 백의청년에게 입을 열어 했다. "큰오라버니! 이분이 누구인지 아시나요?" 그 백의청년은 지극히 준수한 외모를 가지고 있었고 또한 아주 비범하다는 인상을 주는 사람이었는데 바로 당금의 무림삼룡의 첫째라고 알려져 있는 천 자검 백무실인 것이었다. 그 백무실은 역기 천룡무가의 종손이었다. 백기의 소개하는 말에 백무실은 잠시 왕자안의 얼굴을 주시하고 있다가 문득 입가에 가벼운 미소를 떠올리며 말했다. "과연 소문대로이군. 이렇게 만나게 되어 반갑소." 백무실은 과연 무림의 후기제일지수답게 아주 온건하고 부드러워 보였다. 왕 자안은 마주 포권하며 말했다. 나 역시 여려분들을 뵙게 되어서 영광으로 생각하고 있는 참이오." 백기는 이어서 반대편의 가장 나이가 많아 보이는 스물다섯 가량의 황의청년 을 가리키며 말했다. "왕공자! 잘 아시겠지만 이분이 바로 성수곡의 그 유명하신 삼절서생 황선갑, 황소협이에요." ------- 삼절서생. 그는 바로 조금전에 말한 무림삼룡 가운데의 마지막 인물이었다. 그 사람의 용모는 선이 굵은 느낌이 있었으나 역시 준수하고 평범하지 않은 기질이 엿 보이는 것을 충분히 느낄수가 있었다. 왕자안은 이어서 다른 사람들도 소개 를 받았다. 백색의 장삼을 입은 남은 한명의 스물한 살 정도의 청년은 바로 백무화의 둘째형인 유성호접검 벽무결이라는 사람이었고 황의를 걸친 다른 한 사람은 역시 스물세 살의 나이로 의술에 조예가 깊다는 황가의 둘째오빠 인 소신의 황중엄이었다. 왕자안은 그들과 일일이 포권의 예로서 인사를 주 고 받았으며 이윽고 백기가 권하는 대로 한쪽의 자리에 앉았다. 상관남매는 무의식적으로 그의 좌측에 앉았고 백기와 황가는 이어서 그의 우측에 자리해 서는 웃으며 말문을 꺼내기 시작했다. "자아, 여려분들은 이제까지 천하에 인재가 없다고 말씀해 오셨었지만 지금 만은 결코 그렇지 않을 거예요. 말하자면 그것은 이분 왕공자께서 바로 내일 아침에 다른 분들과 출동하시게 되었기 때문이죠." 왕자안은 다소 어색한 듯이 말했다. "하하. 그런 것은 뭐 그리 대단한 것이 아닙니다." 백기는 정색을 하고 말했다. "아니에요. 그것은 사실 왕공자께서 이미 초절정의 무학의 경지에 올라 있다 는 것을 말하고 있는 것인데, 어째서 놀라운 일이 아니겠어요? 만약 그와 같 이 되었다면 나는 입이 닳도록 칭찬을 받으면서 다녔을 것이에요." 왕자안은 웃으며 말했다. "어쨌든 백낭자가 소생을 위해 그렇게 창찬해 주시니 고맙습니다." 그때, 황가가 좌우의 사람들을 돌아보면서 입을 열어 말했다. "지금 이 자리는 마치 무슨 심각한 자리처럼 딱딱하군요. 혹시 구군가 노래 를 부를 줄 아는 사람은 없나요? 노래를 부르면 분위기가 좋아지게 될 것이 에요." 그런데, 문득 유성호접검 백무결이 다소 싸늘한 음성으로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워낙에 배운 것이 없고 그저 싸우는 것 밖에는 아는 것이 없으므로 저기에 계시는 낭자께서 한번 불러보시는 것이 어떻겠소?" 공교롭게도 그가 가리킨 사람은 바로 상관지였다. 원래 그들이 왕자안과 바 싹 붙어 다니자 비록 겉으로는 모르는 척 하고 있었지만 기실은 이미 그들에 대해서 주의를 기울리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 말에, 비단 상관지뿐만 아니라 상관엽 또한 안색이 붉어졌다. 상관엽은 상대방이 자신들을 음해하려고 한다 는 것을 간파하고는 안색을 붉히면서 즉시 입을 열어 말했다. "우린 ㅜ나는 별로 노래를 잘 부리지 못해요. 그러니 다른 사람에게 시키는 것이 좋을 거예요." 그러자, 백무화가 말했다. "하지만 우리는 노래를 발 부르는 것을 바라고 있는 것이 아니니 한번 불러 보게 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 상관엽은 이에 다소 얼굴이 당황해졌다. 그는 이 상관지가 평소에 매우 수줍 음을 탄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설령 이런 자리가 아니라고 해도 그녀는 필 시 다른 여자들만의 자리에 가도 노래를 부르지 않을 것이었다. 그리하여, 상관엽은 안색이 시뻘겋게 변해서 대체 이 위기를 어떻게 넘겨야 하는 것인 가 하고 내심으로 고민했다. 과연 그의 마음속을 알고 있는지 왕자안이 미소 하며 입을 열어 말했다. "여려분이 노래를 좋아하신다면 소생이 한번 불러보도록 하겠소이다. 소생은 비록 노래를 하지 못하지만 전에 한곡조 배워둔 것이 있소이다." 그런데, 일순 상관지가 모을 천천히 일으키더니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아니에요. 저희들은 항상 공자님을 따라다니면서 무엇 하나 도와드린 것이 없는데 오늘은 제가 한곡조 불러서 도와드릴 수가 있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겠군요. 제가 노래ㅐ를 부르도록 하겠어요." (............!) 사람들은 이 조용해 보이는 소녀가 그처럼 대담하게 나서자 일순 저마다 안 색이 달라졌다. 특히, 황가의 안색은 더욱 이상해졌다. 그녀는 사실 상 관지 에게 노래를 시키려는 생각은 없었다. 이윽고, 상관지는 노래를 부르기 시작 했는데 뜻밖에도 아주 노래를 잘 불렀다. 그녀가 부르는 곡조는 바로 강호상 에서 흔한 산파양이라는 곡이었는데 그 음조가 아주 부드럽고 아름답기 짝이 없었다. 백기와 황가가 비록 천하에 다시 없을 정도로 아름다운 소녀들이기 는 했지만 지금 이 산파양을 부르고 있는 상관지라는 소녀 역시 나름대로 청순한 아름다움이 돋보이는 것이었다. 상관엽은 그것을 보고는 언제 자신의 누나가 저렇게 대답해지게 되었는지 얼 수가 없다는 생각을 했다. (무정심결을 전수받았기 때문일까?) 그러나, 기실은 그것 때문만은 아니었다. 상관지의 노랫소리가 그토록 아름 답고 구성지게 울려나오는 것은 어떻게 무정심결이라는 이유만으로 대변될 수가 있을 것인가. 그것은 오로지 어떤 커다란 마음의 작용이 있었기 때문인 것이었다. 일반적으로 사람은 상처를 입으면 강해지기도 하고 또는 누구를 진정으로 사랑하게 되면 더욱 강해지기도 한다. 그 가운데에서 사랑으로 강 해지는 것은 실로 위대한 것이며 다른 것들과는 분명하게 구분되는 것이라고 할 수가 있을 것이었다. 황가등은 상관지의 이어지는 음조에서 이미 그녀가 누군가를 깊이 마음을 다해서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그렇다 면, 대체 그녀가 사랑하고 있는 사람은 누구일까? 모르긴 몰라도 그 사람은 매우 행복하게 될 것이었다. 황가와 백기의 시선은 자연히 왕자안을 향해 집 중되었다. 그러나, 왕자안은 그저 아무 것도 모르는 듯이 담담한 태도만을 유지하고 잇을 뿐이어서 쉽게 그 속마음을 해아릴 수가 없었다. 이윽고, 상 관지는 노래를 마쳤으며 다시 천천히 자리에 앉았다. 그러나, 일순 장내에는 박수를 치는 사람이 없었다. 아주 어색한 분위기가 흘러가는 것 같았는데 문 득 백기와 황가가 거의 동시에 박수를 치며 말하는 것이었다. "아주 휼륭해요!" "정말이지 나는 이렇게 휼륭한 노래를 들어보지 못한 것 같아요." 원래, 상관지는 학자의 가문에서 태어나서 동생인 상관엽보다도 훨씬 공부를 많이 한 탓에 그야말로 현숙한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베어 있는 소녀였다. 실 로 그녀의 노래솜씨는 대단했고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었다. 하지만, 아직 가 만히 앉아만 벛는 사람들을 향해 백기가 입을 열어 말했다. "아니 왜들 그렇게 꿀먹은 벙어리가 되어 있죠? 지금 이곳이 마치 살벌한 싸 움터와 같은 느낌이 드는군요? 큰오빠! 조금전의 그 노래는 정말로 아름답지 않나뇨?" 백무실은 고개를 끄뜩이며 말했다. "그렇다. 아주 아름다운 노래였다." (..........?) 백기는 그 말을 듣고는 더욱 이상해져서 이번에는 둘째오빠인 백무결에게 물 었다. "둘째오빠도 그렇게 생각하나요?" 이에, 백무결은 다소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너는 어째서 이렇게 귀찮게 구느냐? 지금은 그렇게 노래 따위로 신경을 쓸 상황이 아니지 않느냐?" 백기는 놀라서 물었다. "아니 노래 따위라뇨?" 백무결은 말했다. "노래라고 하는 것은 천하의 사람들이면 누구나 할 수가 있는 것이다. 즉, 노래를 잘 하는 사람을 보고 싶다면 기루에 가 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 순간 백기는 안색이 대변하여 소리쳐 물었다. "아니 그게 무슨 말이죠? 기루라니요? 먼저 그녀에게 노래를 부르라고 시킨 사람은 바로 둘째오빠가 아니었나요?" 백무결은 눈살을 찌푸렸다. 그러나, 자신이 다소 실언한 것을 인정했는지 그 는 다소 부드러운 표정으로 이렇게 덧붙였다. "하긴 그랫지. 그저 그렇다는 것이지 내가 무슨 다른 생각이 있겠느냐? 확실 히 아름다운 노래였다. 구런데 대체 너는 어째서 계속해서 나서고 그러느냐?" 백기는 아미를 찌푸리며 말했다. "왜요? 내가 나서면 안돼나요?" 백무결은 말했다. "지금 우리는 결코 장난으로 이렇게 마주 앉아 있는 것이 아니야. 그러니 너 는 어서 옆으로 비키든지 아니면 다른 곳으로 자리를 피해 주었으면 좋겠다." 백기는 이에 다소 화를 내면서 말했다. "아니 어째서 나를 따돌리려는 것이죠?" 백무결은 다소 짜증이 난다는 듯이 말했다. "따돌리려는 것이 아니라 이 일은 무림에 관한 일이기 때문에 너와는 관계가 없다는 것이다." 백기는 이에 다시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나와 관계가 없다고요? 흥! 오라버니는 아직 모르고 있었군요?" 백무결은 느닷없는 말에 의아해져서 물었다. "뭘 모른다는 것이냐?" 백기는 문득 옆의 황가를 돌아보면서 말했다. "우리 증조할아버지와 황동생의 증조할아버지께서 우리 두 사람을 저분 왕공 자에게 시집보내시겠다고 하셨는데 그럼 우리가 이 일에 관계다 없다는 밀씀 이신가요?" (........?) 순간, 장내의 많은 사람들은 다 함께 크게 놀라는 눈치였다. 지금 이곳의 탁 자 뿐만 아니라 주변에 은근히 숨어서 바라보고 있는 사람들이 많았었는데 어이없게도 백기는 큰 소리로 그렇게 말해버렸던 것이었다. 제아무리 강호의 여인이라고 해도 일단은 홍인에 관한 얘기는 정절에 관계되기 때문에 함부로 말할수가 없는 것이었다. 그런데, 여자인 백기가 그렇게 말해버렸으니 그것 은 거의 틀림없는 일이 아니겠는가? 더욱이, 그렇게 만드는 사람들이 바로 당금의 최고기인들인 환우삼성 가운데의 두 사람이라니 그것은 실로 의심할 여지가 없는 것이었다. 사람들은 따라서 허겁지겁 급하게 황가의 안색을 살 폈으나 그녀 역시 그러한 것을 시인하고 있는지 다소 안색만 붉히고 있을 뿐 이었다. 이에 대해서 백무결등은 다소 기이한 눈빛으로 두 사람을 바라보다 가 이윽고 왕자안을 향해 물었다. "아니 그게 사실이오?" 왕자안은 담담히 미소하며 말했다. "사실인지는 모르지만 일단은 그런 얘기가 오고 간 것은 틀림이 없는 것 같 소." 헌데 그 순간이었다. 갑자기, 쿵! 하는 소리가 나더니 상관지가 의자에서 앉 은 그대로 뒤로 벌렁 나동그라지는 것이 아닌가! "앗! 누나!" 상관엽이 크게 놀라서 소리치며 그녀를 안아 일으켰지만 이미 상관지는 혼절 해서 의식을 잃은 상태였다. 왕자안은 이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포권하 며 말했다. "여려분들께는 미안하지만 이만 실례하지 않을 수가 없게 되었군요. 저는 이 만 돌아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백무결등은 아주 기이한 시선으로 왕자안등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왕자안은 즉시 상관엽에게 누나를 들고 나가라고 하고는 자신도 급히 뒤를 따라 갔다. ........ × × × × × × × × × × × × × × × 상관지는 그로부터 한참후에야 의식이 깨어났다. 그런데, 눈을 떠고 보니 그 녀의 처소인 이 작은 석실에는 왕자안과 자신 그렇게 두 사람만이 있는 것이 었다. 지금 왕자안은 침상의 한쪽 옆에 앉아서 그녀는 내려다 보는 있는 중 이었다. "그래 이제 몸은 좀 어떻소?" 상관지는 잠시 멍하니 그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웬지 눈시울이 뜨거워져서 눈 물을 흘리면서 대답했다. "저는...... 저는 괜찮아요?" 왕자안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니 조금도 괜찮아 보이지 않는데?" 상관지는 고개를 흔들면서 말했다. "저는 아무래도 상관이 없어요? 저의 동생이 장차 휼륭하게 성장할 수만 있 다면 저는 어떤 것도 바라지 않고.... 옆에서 있겠어요." 말을 하는 동안에 그녀의 눈에서는 점점 더 눈물이 많아지는 것 같았다. 왕 자안은 잠시 그러한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이윽고 다시 물었다. "어째서 그러한 생각을 하는 것이오?" 상관지는 말했다. "저는 사실 어리석게도 분수도 모르고... 어떤 기대를....... 하지만 이제는 스스로 충분하게 깨달았어요. 저는 그럴 자격이 없고 다만 한가지만을 바라 고 있을 뿐이에요." 왕자안은 물었다. "엽아가 휼륭하게 성장하기를 바란다는 것이오?" 상관지는 고개를 끄뜩였다. "예. 사실 전에 선친께서 돌아가실 때에는 저에게 소엽을 부탁했었던 것이에 요. 만일 제가 그렇게 도와 줄수만 있다면 나는...... 나는 죽더라도 선친을 뵈올 수가 있을 거에요." 실로 이 상관지의 말은 나이에 비해서 너무나도 무거운 것 같았다. 왕자안은 이에 가볍게 탄식하며 말했다. "나는 사실 한가지 고백할 것이 있소." (........?) 상관지는 일순 왕자안이 자신의 손목을 잡는 것을 보고는 웬지 가슴이 심하 게 뛰어서 얼굴이 붉어졌다. 그러나, 순간적으로 눈물이 멈춰지기는 했지만 다른 기대는 하지 않았다. 그녀는 내심으로 자제하면서 물었다. "무슨 고백을 하신다는 것이죠?" 왕자안은 그녀의 다른 한손을 마저 잡으면서 그녀의 얼굴을 조용히 바라보았 다. (..........?) 상관지는 이에 얼굴이 더욱 붉어졌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녀의 마음은 웬 지 갈수록 편안해지고 있었다. 만일 다른 남자가 그녀의 손목을 이렇게 잡고 있다면 그녀는 기겁을 했었겠지만 지금은 아예 왕자안이 그보다 훨씬 더한 행동을 해온다고 해도 무엇이든지 아깝지 않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어쩌면 그녀가 이러한 것을 처음부터 바라고 있었는지도 모를는 일이었다. "나는 엽아를 충분히 휼륭하게 키울 수가 있지만 거기에는 반드시 한가지 조 건이 있는 것이오." 상관지는 잠시 환상에서 벗어나서 상기된 안색을 가라앉히며 물었다. "그것은 뭐죠?" 왕자안은 말했다. "엽아가 비록 휼륭한 인재라고 하지만 간혹 심하게 외로움을 타는 경향이 있 소. 따라서 항상 당신이 그 아이의 곁에서 돌봐주어야 하는 것이오." 상관지는 이에 가볍게 웃음며 말했다. "겨우 그런 것인가요? 그거야 당연한 일이지요. 저는 앞으로 누구에게도 시 집을 가지 않고 소엽의 성공을 도울 거예요." 왕자안은 이에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게 아니오." 상관지는 가볍게 웃었다. 오늘따라 왕자안은 그녀에게 아주 특별하게 대해주 고 있는 것 같았다. 느닷없이 그녀의 손목을 잡고 있지 않나 게다가 아주 부 드러운 말을 해 오고 있는 것이니 어찌 이상하지 않겠는가? 하지만, 상관지 는 이것이 설령 그가 자신을 희롱하려고 하는 것이라고 해도 마냥 즐거웠고 또한 기쁨이 일었다. "어째ㅔ서 아니라는 것이죠?" 왕자안은 말했다. "나는 문득 한가지 조건을 빼먹은 것이오. 아까 말했던 그 조건에는 당신이 일단은 나와 함께 살면서 그를 돌보아 주어야 한다는 것이오." (.........!) 상관지는 문득 전신이 차갑게 식어가는 것 같은 감각을 느꼈다. 그녀는 문득 나직하게 떨면서 물었다. "그것은...... 정말인가요?" 문득, 그녀의 눈에서는 아껴 두었던 눈물이 흘러나오기 시작하는 것 같았다. 왕자안은 고개를 끄뜩였다. "물론이오. 그대는 내가 이제까지 거짓말을 하는 것을 보았소?" (...........?) 상관지의 두 눈에서 흘러내리는 눈물은 점차로 양이 많아졌다. 그녀는 나중 에도 그것을 멈추게 할 수가 없어서 그만 벌떡 일어나서는 그대로 왕자안의 품속으로 뛰어들고 말았다. ".........." 그녀는 말이 없었다. 실로 이러한 시기에는 말은 필요하지 않는 것이었다. 상관지는 한없이 그의 넓은 품속으로 파고들었고 왕자안은 부드러운 손길로 그녀를 안아 주었다. 그리고, 이윽고 왕자안이 고개를 숙여서 입맞춤을 시작 하자 상관지는 다시 그의 목에 매달렸으며 열정적으로 입쥦춤에 응했다. 실 로 그녀의 현숙해 보이는 이면에 어떻게 이러한 열정적인 면모가 숨어 있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왕자안은 이어서 그녀의 옷을 하나씩 벗기기 시작했 고 상관지는 마치 그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듯이 거기에 응했다. 그리고 얼마 후에 실내의 촛불이 꺼졌으며 두 사람의 깊고도 열렬한 사랑의 행위가 시작 되었다. 그러한 행위는 사실 별로 생각처럼 쾌락적인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두 사람의 사랑하는 마음은 충분히 그러한 어색한 분위기를 녹일 수가 있는 것이었고 순결을 잃은 고통을 극복하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 얼마후에 이윽고 왕자안은 상관지와 함께 벌거벗은 몸으로 나란히 누워서 그 녀의 몸을 부드럽게 어루만지고 있었다. 그는 문득 입을 열어 물었다. "후회하지 않소?" 상관지는 알몸으로 그의 품속으로 다가들면서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저는 지금 너무나도 행복해서 두려운 생각이 들고 있어요." 왕자안은 물었다. "두렵다니? 내가 있는데도 그렇다는 말이오?" 상관지는 말했다. "저는 비록 당신께서 모든 일을 잘 하시더라도 내가 함부로 하게 되면 모든 일이 나쁘게 되어갈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어요. 즉, 저에 관한 것은 제가 하기에 따른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 - 第 四十七章 終 - [3390] 제목 : [백상] 개방백의 제자 48장 올린이 : l2056 (임종범 ) 97/04/20 20:41 읽음 : 14 관련자료 없음 -------------------------------------------------------------------------- ---- 개방백의 제자(愷幇 白衣第子) 백상(百象) 원작(原作) 타이핑 - 林 鍾 範 저 자 - 百 象 第 七 券 第 四十八 章 강호의 출정 상관지 는 왕자안의 품속에 깊이 안겨 있다가 이윽고 입을 열어 물였다. "당신은 어째서 저를 받아들이셨어요?" 왕자안은 대답했다. "내가 이미 고백하지 않았소? 나는 당신이 필요하다고." 상관지는 다시 물었다. "다만....... 다만 동생을 위해서 저를 받아들인 것인가요?" 왕자안은 대답했다. "아니 사실은 나를 위해서 당신을 받아들인 것이오." 상관지는 다시 물었다. "저는 사실 별로 뛰어난 면도 없는데 어째서 제가 필요하시다는 것이지요?" 왕자안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한 점에 있어서는 나도 다소 우습게 생각하고 있소." 상관지는 웃으며 물었다. "뭐가 그리 우습다는 것이지요?" 왕자안은 대답했다. "아무런 이유도 없는데도 당신이 없으면 재미가 없을 것 같은 생각이 드는 것이오. 말하자면 쓸데없이 감정이 이 끌린 것인데 그 삼정이라는 것이 아주 이상하오. 내가 어째서 당신을 이렇게 사랑하게 되었을까?" 왕자안은 다시 물었다. "아니 어째서 또 우는 것이오?" 상관지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예요." 왕자안은 다시 물었다. "지금 당신이 울고 있는 것이 아니오?" 상관지는 고개를 저었다. "저는 ....... 저는 행복해서 그래요." 왕자안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당신은 그래서 쓸데없이 순진한 구석이 있다는 말이오. 예를 들어서 내가 만일 이렇게 일을 저질러 놓고서 당신을 피해서 몰래 달아나기라도 한다면 앞으로 어떻게 할 작정이오? 그래도 무슨 행복하다는 얘기가 나오겠소?" 상관지는 이에 그만 웃었다. "호호..........." 왕자안은 다시 물었다. "아니 이번에는 어째서 웃는 것이오?" 상관지는 대답했다. "우스워서 그래요." 왕자안은 물었다. "그럼 내 말이 우습게 들린다는 말이오?" 상관지는 말했다. "그것이 아니라...... 제가 너무나도 행복해서 그래요. 사실 나는 정말로 이렇게 헤어지게 된다고 해도 한평생 동안 전혀 유감이 없이 행복할 거예 요. 제가 당신께 무엇을 바라고 그랬는지 아시나요?" 왕자안은 물었다. "그럼 아무 것도 바라지 않았다는 말이오?" 상관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저는 심지어 이와 같은 것도 바라지 않았고 그저 당신께서 저를 늘 상 보아 주시기만 하면 그것으로 만족하려고 했었어요. 사실 그 무정심결은 잘 되지 않았어요." 왕자안은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내가 이렇게 한 것이 뮈가 그리 대단하다는 것이오?" 상관지는 말했다. "나는 이미 당신께 이와 같은 사랑을 받았으니 이것은...... 이것은 결코 그 무엇과도 바꿀수가 없는 저의 행복이예요. 그밖의 일은 저는 생각하지 않아 요." 왕자안은 가볍게 탄식하며 말했다. "나는 이제야 이해가 가는군." 상관지는 물었다. "뭐가 이해가 간다는 것이죠?" 왕자안은 말했다. "어째서 내가 당신을 사랑하게 되었는가를...... 그러니까 뭐라고나 할까, 음...... 이것은 막상 설명하려고 하니 잘 되지 않는걸?" 상관지는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저어..... 한가지 부탁이 있어요." 왕자안은 물었다. "무슨 부탁이오?" 상관지는 말했다. "저는 당신께서 저에게 구애되지 않게 되기를 바라고 있어요." 왕자안은 다시 물었다. "그게 무슨 말이오?" 상관지는 말했다. "저를 당신의 첩으로 삼으시던가 아니면 저를 아예 시종으로 삼으세요. 그리 고 그 백기나 황가와 같은 훌륭한 여자들을 정실로 삼으세요. 대장부가 여 자를 여러명 거느리는 것은 흠이 아니라고 했으니......" 왕자안은 나직하게 웃으며 말했다. "당신은 그야말로 엉뚱하고도 바보 같군." 상관지는 물었다. "아니 외요?" 왕자안은 말했다. "당신이 아직 나의 성품을 알지 못하니 바보가 아니오? 그리고 또한 나의 앞 에서 그와 같은 그릇된 얘기를 하고 있으니 어찌 엉뚱하지 않겠소." 상관지는 눈을 크게 뜨고 그를 보았다.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이미 나의 진정한 부인인 것이오. 그렇지 않았다면 그것은 오히려 나를 욕되게 하는 일일 것이오." 상관지는 다시 두 눈에 눈물이 글썽거렸다. "하지만 그녀들은 저보다도 훨씬 아름답고 또한 능력들이 뛰어난 여자들이 예요. 그녀들을 놓치게 되면 그것은 커다란 손해일 것이예요." 왕자안은 말했다. "그렇지 않소. 내가 보기에는 실로 당신이야말로 가장 아름답고 훌륭한 여자 라는 것이오. 당신은 그것을 모르고 있으니 실로 바보와도 같군...... 하지 만 어쨌든 이제부터 당신은 나의 진짜 마누라이니 앞으로는 그와 같은 얘기 는 하지 말도록 하지오." 상관지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다시 그의 품속으로 파고들었다. "하지만 저는...... 두려워요." 왕자안은 말했다. "두려울 것이 없다니까, 당신이 아를 이렇게 사랑하고 있는 한은 그 어떠한 일도 벌어지지 않을 것이니 안심하도록 하시오." 왕자안은 이어 그녀의 알몸을 사랑스럽게 안아주기 시작했다. × × × × × × × × × × × × × × × 상관엽은 이른 아침에 이미 자신의 누이가 사부의 부인이 되었다는 것을 알 게 되었다. 기실 어젯밤에만 해도 그는 그 일로 걱정이 많았었는데 이제는 오히려 기쁨으로 날아갈 것 같은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사부님!"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어서 상관엽은 그만 문을 두드리지도 않고서 곧장 누이 의 방으로 달려 들어갔다. 순간 상관엽은 비록 어느 정도 옷을 입기는 했지 만 거의 잠옷 바람으로 앉아 있는 두 사람의 모습을 볼수가 있었다. 누이인 상관지의 얼글은 지금 차분하게 가라앉아 있었고 그녀의 하얗게 빛나는 피 부색이나 두눈가에는 깊은 행복의 기운이 스며나오고 있는 것 같았다. 상관 지는 동생이 무례하게 뛰어들었으나 그다지 나무라지 않고 그저 조용히 웃어 보였다. 이에 상관엽은 너무나도 좋아서 그만 소리쳐서 왕자안에게 물었 다. "사부님 사부님께서는 어제 여기에서 주무신 것입니까?" 왕자안은 이에 그를 바라보며 대꾸했다. "그래. 내가 너의 누이를 안사람으로 맞이하게 되었는데 너는 이 일에 어떤 불만이라도 있다는 말이냐?" 상관엽은 이에 눈이 휘둥그래졌다. "예? 아니 없어요. 저는 당연히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아니 사부님께 감사를 드리고 싶어요. 사부님 고맙습니다!" 이어 상관엽은 정말로 왕자안에게 큰절을 올리는 것이었다. 왕자안은이를 보 고 가볍게 혀를 찼다. "쯧쯧 이녀석아. 너는 어째서 너의 누이를 그렇게 헐값으로 넘기려고 하느냐? 너의 누이는 훌륭한 사람인데 네가 그렇게 하면 남들에게 우습게 보이지 않 느냐?" 상관엽은 이에 아욱 어리둥절한 표정이 되었다. 그것을 보고 왕자안은 말했 다. "그렇게 서 있지 말고 어서 밖으로 나가서 찾아온 손님들을 안으로 모시고 오너라. 음, 나는 너의 독고사백과 의논 할 일이 있으니 먼저 가봐야 하겠다." 말과함께 왕자안은 정말로 의복을 입고서 다른 문으로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왕자안이 사라지고 나자 상관엽은 다시 누이의 얼굴을 바라보았고 이어 물 었다. "누나. 정말로 우리 사부님의 부인이 된거야?" 상관지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나는 그분의 큰 부인이 된 거야." 상관엽은 더욱 놀랐다. "큰부인이라고? 그렇다면 그 백기와 황가라는 낭자들은 누나보다도 낮은거야?" 상관지는 미소하며 말했다. "그분께서는 그렇게 하지 않겠다고 하셨지만 기실 그녀들은 훌륭한 여자들 이기 때문에 그분을 함께 모시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해. 나는 혼자서는 그 분을 모시지 못할 것 같아. 그래서 나는 나중에 그녀들을 설득해서 함께 그 분을 모시려고 생각중이야." 상관엽은 이에 기뻐하며 찬성했다. "누나 잘 생각했어. 그리고 누나가 우리 사부님의 큰부인이 된다니 이것은.. 이것은 실로 큰 츨세를 한 것인데?" 그때 갑자기 밖에서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누구십니까?" 상관엽이 문을 열자 거기에는 뜻밖에도 백기와 황가가 나란히 이쪽을 바라보 고 있었다. 상관엽이 일순 멍하니 서 있자 상관지가 앞으로 다가오더니 그 녀들을 향해 말했다. "어서 들어오세요. 이거 아직 정리를 하지 않아서 어쩌지요?" 백기와 황가는 다소 기이한 시선으로 실내의 광경과 상관지를 바라보고 있 었다. 그러다가 언니뻘인 백기가 먼저 웃으며 말했다. "우리는 지금 당신과 놀러온 것이예요. 잠시 이곳에서 놀다가 가도 되죠?" 상관지는 다소 의외인 듯이 그녀들을 바라보다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예요. 어서 안으로 들어오세요." 상관엽은 이때 문에 서 있다가 이윽고 자신도 모르게 문을 닫고 밖으로 나오 고 말았다. 방안에서는 그 세명의 여자들이 서로 만나서 얘기를 하느라고 점차로 화사한 분위기가 피어나기 시작하고 있었다. × × × × × × × × × × × × × × × 그날 아침에 왕자안은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삼성맹을 떠나서 출동했다. 그는 독고상에게 이제 자신의 아내가 된 상관지와 제자 상관엽등의 신변 보호를 맡 겼고 또한 백기와 황가등의 여인들의 은밀한 환송속에서 길을 떠났다. 이번에 삼성맹을 떠난 사람들의 숫자는 제법 많아서 거의 십여명이나 되었다. 그 숫 자의 대부분은 천륭무가와 성수곡의 사람들이었는데 개방의 사람들은 아직 도착하지 않았기 때문에 자연히 빠지게 되었다. 일행은 이미 알려졌 듯이 모 두가 초절정의 고수들로 이루어져 있는 상태기 때문에 기동력에 있어서는 그 야말로 이제까지의 어떤 무림의 단체보다도 빨랐다. 그들은 불과 하룻동안 내 달려서 대파산의 어느 한 계곡에서 드디어 목적하던 적들과 부딪치게 되었다. 말하자면 당금의 세외십세의 가장 강한 세력이라고 할 수가 있는 서역의 배화 교도들과 만나게 되었던 것이었다. × × × × × × × × × × × × × × × ----- 배화교도. 그들은 당금에 이르러서 서역의 천산 일대에서 세력을 떨치고 있는 중이었는 데 갑자기 다른 세외 구세와함께 중원으로 쳐들어 오기 시작하고 있었다. 동 쪽의 동영의 무사들이 자행하는 피해도 막심한 것이었지만 기실은 이 배화 교도들이 자행하는 짓거리들은 그야말로 상상도 할 수가 없을 지경이었다. 동영의 무사들은 그저 무림인들만을 상대로하여 세력을 확장해가고 있는 것 이었지만 이 배화교의 무리들은 일반의 사람들에게까지 그 손길을 뻗치고 있 었다. 그리고 또한 그 세력 역시 훨씬 막강했다. 그들이 그렇게 사악하고 또한 막강해진 데에는 기실 그들의 무공이 아주 특수한 것이기 때문이었다. 일설에 의하면 그들에게는 성화비전 이라고 하는 비급책이 있어서 교도들 이 배울 수 있도록 하며 게다가 특히 그 성화비전의 무공인 성화십이식의 근본이 되는 내공심법은 흡성대법이라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이 흡성대법은 자신의 공력을 남의 원기를 흡수함으로써 성취하는 것으로서 아주 사악하기 짝이 없는 것이라고 전해지고 있었다. 따라서 일단 배화교도들에게 당한 사 람들은 다른 무림인들에게 당한 사람들과는 엄연하게 구분되는 것이다. 즉 흡성대볍에 당해서 죽음을 당하게 되면 그 사람의 원기는 상대에게 모조리 갈취 당하게 되어서 마치 뼈에 가죽만 입혀 놓은 것 같은 시신으로 화하게 되는 것이었다. 그것은 마치 사악한 여인들의 채양보음의 방중술과도 비슷 한 것이었는데 기실 그것은 더욱 위력이 막강할 뿐만 아니라 또 다른 묘용 이 있었다. 그들은 다른 무림인들의 공력도 그와 같은 방법으로 갈취하는 것이며 그리하여 보다 빠르게 높은 공력을 취하게 되는 것이었다. 따라서 당금에 이르러서 서역 천산의 일대에서 이곳 중원의 대파산 부근에 이르기 까지 그렇게 죽어간 사람들의 숫자는 혜아리기 어려운 것이며 더욱 기막힌 것은 그들은 갈수록 세력이 확장되어서 그처럼 흡성대법을 배우고 배화교에 가입하는 중원인 들이 날로 늘어가고 있다는 것이었다. 당금에 이르러 그들 만큼 커다란 해악은 다시 없다고 할 수가 있었다. 물론 그들은 나름대로의 교리를 내세우고 있는 것이었지만 이제 그대로 둔다면 머지않아서 천하가 그들의 손아귀에 들어갈것이 뻔해 보이기 때문에 삼성맹에서는 손을 쓰기 에 이른 것이었다. 즉 아직 합쳐지지 않은 세외십세가 하나로 세력을 형성 하기 전에 미리부터 그 가장 중추격이라고 할 수가 있는 그들을 제거하려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들 삼성맹의 인원들은 그야말로 명실공히 중원의 자 존심이라고 할 수가 있었다. 비록 이렇게 급하게 달려오기는 했지만 그러나 암습을 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따라서 그들은 빠르게 곧장 배화교도들이 머물고 있는 그 계곡의 입구로 짓쳐들어 갔다. "누구냐?" 중원사림안 것 같은 배화교도 하나가 소리쳐서 막았다. 그러나 이들 십여명 의 사람들의 무공은 실로 상상을 불허하는 것이었다. 대체 주가 그와 같은 수볍을 펼쳤는지 미처 알아보기도 전에 계곡 입구에 임시로 만들어 놓은 돌 문이 박살이 나서 흩어졌고 뒤를이어 입구가 훤하게 터지면서 그 십여명의 사람들은 무인지경으로 안으로 달려들어갔다. 그들의 무공은 경천동지할 것 이어서 기실 그 문을 지키는 자의 눈에는 보이지도 않을 정도였다. 배화교 도들의 임시 근거지는 생각보다 넓었고 또한 내부가 훤하게 잘 닦여져 있었 다. 비록 번듯하게 잘 만들어진 건물들이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커다란 분지 의 중앙에는 제법 드넓은 연무장이 탄탄하게 자리잡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이 배화교도가 얼마나 지금 세력을 떨치고 있는가를 말해주는 일이기도 한 것이었다. 왜냐하면 무림인들이라고 하면 무공을 가장 중시해야 하는 것이 고 따라서 이렇게 연무장을 중시하여 잘 닦아 놓았다는 것은 이마 그러한 세 력의 융성을 말해주고 있는 것이리 때문이었다. 이윽고 일행은 그 커다란 연 무장의 중앙에 당도하여 주위에서 몰려든 무수한 배화교도들이 아우성을 치 면서 소리치고 있었다. 그들은 보고 일행은 가만히 있었다. 그들은 기실 그 러한 조무래기들을 상대하러 온 것이 아니었다. 적을 토벌하려면 장수를 베 라고 했던 것처럼 지금은 그저 배화교의 우두머리들을 제거하려고 하는 것 이었다. 게다가 이중원은 예로부터 예의를 숭상하던 곳이었다. 그들은 이러 한 사악한 집단의 사람들에게 손을 일일이 쓰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일행의 우두머리는 그래도 백의무성 백인성이라고 할 수가 있었는데 그는 즉시 공 력을 일으켜서 이렇게 소리쳤다. "배화교의 교주는 나타나라. 우리는 중원의 사람들인데 너희들이 만약 계속 해서 중원에서 활동하려고 한다면 우선은 우리와 싸우지 않을 수가 없을것 이다." 백인성의 음성은 너무나도 크게 울려서 사방의 절벽들을 부르르 떨게 하였으 므로 주위의 배화교도들은 그만 혼비백산하여 뒤로 십여장이나 물러나서 감 히 다가오지 못했다. 그런데, 과연 아니나 다를까? 이윽고 배화교도들의 무 리들이 좌우로 갈라지더니 안쪽에서 한명의 붉은 불꽃무늬의 의복을 걸친 노 인 하나가 열명의 그와 비슷한 차림새의 노인들을 대동하고 나타나는 것이었 다. 일행은 그들의 모습을 보아하니 하나같이 무형지기가 느껴지는 것이 실 로 초절정의 고수들이라는 것을 알수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특히 그들 가운 데에서 그 무형지기가 아주 강렬하기도 해서 일행은 매우 놀랐다. 실로 이 들 배화교도의 무리들이 중원전역을 휩쓸고 있는 것은 일리가 있는 것이었다. 일행은 이윽고 침착하게 그들이 다가오기를 기다리고 있다가 그 중앙의 노인 을 향해 백인성이 소리쳐서 물었다. "그대가 교주인가?" 그 노인은 음산하게 웃으면서 대꾸했다. "너희들은 아주 운이 좋군. 본좌가 중원으로 들어온지 얼마 되지 않아서 본 좌를 찾아오다니. 그렇다! 본좌가 바로 배화교주이다. 마침 너희들을 찾아 가려고 했었는데 잘 되었군." 이것은 아주 공교로운 일이었다. 이렇게 배화교주를 쉽게 만나게 될 줄은 거 의 상상도 못한 일이었다. 일행은 그저 우선 중원으로 침략해온 거점부터 부숴버리고 나서 나중에 그 교주를 주살하기 위해 서역의 천산으로 가야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렇다면 이것은 아주 잘 풀리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기실 원래는 이들 배화교의 무리들이 이미 중원에 깊이 침투 해 들어와서 다를 무리들과 규합하기 시작하는 중요한 과정에 있었기 때문에 이 교주가 와 있었다는 것이 당연한 일이라고 할 수가 있는 것이었다. 백인 성은 이에 무거운 어조로 말했다. "하지만 걸과는 두고 봐야 하는 것이다. 우리는 이번에 각오를 하고 온 것 이니 너희들도 각오를 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백인성은 이름자가 말해주고 있듯이 늘상 인자한 표정이었는에 이때는 매 우 엄숙한표정을 하고 있어서 그가 상대를 얼마나 신중하게 생각하고 있는가 를 알게 했다. 배화교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흐흐흐 하기는 그렇군! 그럼 우리는 먼저 협상을 해보는 것이 어떨까?" 백인성은 고개를 가로 저었다. "그대들이 서역으로 되돌아 간다면 모르지만 우리에게는 협상이라는 것은 없다." 배화교주는 냉소를 했다. "웃기는 일이로군. 우리가 너희들을 두려워해서 협상을 하자고 하는 줄로 아는가? 우리는 그래도 너히들의 그간의 노력이 아까와서 그러는 것이다." 이 배화교주의 말은 겉으로는 실로 달콤하기 그지 없었다. 하지만 이미 크 게 흑세무민하고 있는 이들 사악한 교파의 교주인 그가 선량한 사람일리는 없는 것이며, 역시 그의 말은 믿을수가 없는 것이었다. 백인성은 아예 대 해서 침착하게 말했다. "우리는 이제 본격적인 대결을 시작하는 것이 어떤가?" 이곳은 바로 적지였다. 그리고, 이른바 밤이 길면 꿈이 많은 법이라고 하지 않는가? 따라서 즉시 대결을 해서 사태를 해결해 버리려는 백인성의 행동은 상당해 믿음직스러운 것이었다. 배화교주는 이내 다소 안색이 변하더니 싸늘 하게 말했다. "말로는 안 통하는군. 그렇다면 어쩔 수 없이 힘으로 해결하는 수밖에." 이어 그는 눈빛을 교활하게 빛내더니 물었다. "보아하니 그대가 중원의 책임자인 것 같은데 한번 말해 보시오. 우리들은 이미 무학의 지고한 경지에 올라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마구잡이 식의 싸 움은 곤란하다는 것이오. 그대의 의견은 어떻소?" 배화교주는 은근히 백인성을 추켜세우면서 이득을 올리려고 하고 있는 것 같 았다. 그러나, 백인성은 추호도 흔들림이 없는 시선으로 이렇게 말했다. "그대의 생각을 말해보시오!" 배화교주는 상대가 쉽게 동하지 않자 다소 어려운 상대라고 느꼈는지 눈살을 찌푸리면서 잠시 생각하다가 이윽고 말했다. "우리는 그러니까 비무를 하자는 것이오. 물론 지는 쪽은 권리를 포기하게 되는 것이며 상대방의 지시에 따라야 하는 것이오." (.......?) - 第 四十八章 終 - [3391] 제목 : [백상] 개방백의 제자 49장 올린이 : l2056 (임종범 ) 97/04/20 20:41 읽음 : 14 관련자료 없음 -------------------------------------------------------------------------- ---- 개방백의 제자(愷幇 白衣第子) 백상(百象) 원작(原作) 타이핑 - 林 鍾 範 저 자 - 百 象 第 七 券 第 四十九 章 불가사의한 음모. 삼성맹의 사람들은 그러한 얘기를 듣자 일순 어이가 없다고 생각했다. 지금 그들은 비부를 하러 온 것이 아니라 상대방을 물리치기 위해 온 것이었고 거 기에는 이미 무슨 멋이고 나발이고 따질 겨룰이 없었다. 그러나, 기실 다시 생각해 보면 지금 저렇게 무수한 배화교도들이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초절정 의 무림고수들이 엉망진창으로 어우러져서 싸운다면 그것도 좋지 못할 것이 라고 생각했다. 하기는 조건만 나쁘지 않다면 그렇게 비무를 하는 것도 나쁘 지 않을 것 같았다. 백인성은 그 일에 대해서 옆으로 고개를 돌려서 왕검해 와 황순신에게 자문을 구했다. "어떻게 했으면 좋겠소?" 이에, 왕검해는 대답하지 않고 그 배화교주에게 물었다. "비무는 어떤 방식으로 하자는 말이오?" 배화교주는 그를 보더니 대꾸했다. "우리들은 이른바 무림의 종사들이라고 할 수가 있으므로 각기 한명씩의 고 수를 내보내서 겨루되 중복되어서는 안돼는 것이고, 그렇게 해서 세 사람이 싸워서 두명이 승리를 하면 그것이 승리한 것으로 하는 것이 어떻소?" 그것은 실로 그다지 나쁘지 않은 방식이었다. 왕검해는 잠시 생각하다가 황 순신을 바라보더니 고개를 끄뜩였다. "좋소. 그렇게 하면 좋겠소?" 왕검해는 상대방이 숫자를 믿고 많은 사람들이 비무를 하자고 하는 것과 또 는 거기에 무슨 술책을 사용하는 일을 경계하고 있었는데 알고보니 오히려 삼성맹의 쪽에 유리한 것 같았기 때문에 즉시 승낙한 것이었다. 배화교주는 그것을 기이하게 웃으며 물었다. "그럼 그 말을 다시 번복하지는 않겠다는 것이오?" 왕검해는 냉소하며 말했다. "오직 오란케만이 말을 번복하는 것이다. 우리 중원의 사나이들은 한입에 결 코 두말을 하는 경우가 없다." 배화교주는 그 말에 별로 화도 내지 않고 기이한 시선으로 주위를 둘러보더 니 이윽고 수하들에게 뭐라고 지시를 琴다. 그러자, 배화교도들 가운데에서 십여명이 달려나와서 연무장의 중앙에 넓은 비무대를 설치하고 나서 사방에 모든 인원들을 둘러앉게 하는 것이었다. 말하자면 그것은 모든 배화교도들에 게 이 비무를 관전하게 하겠다는 뜻인 것 같았다. 삼성맹의 사람들은 그것을 보고는 일시 어이가 없었다. 지금 배화교주는 너무나도 자신감에 넘쳐서 착 각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어쨌던 상대방을 이기기만 하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는 일행은 주위에 배화교도들이 새까맣게 둘러싸는 것을 보고서도 가만히 서 있었다. 이윽고, 비무대가 드디어 완성되자 다시 배화교주가 나서 서 소리쳤다. "그럼 출전할 사람을 정하시오." 백인성은 이미 왕검해등과 논의해 놓은 뒤였기 때문에 즉시 자신들 환우삼성 을 가리키며 말했다. "우리쪽은 우리 세명이 출전할 것이오." 그러자, 이어 배화교주도 자신의 뒤에 서 있던 그 열명의 노인들 가운데에서 두명을 추려내더니 그 가운데의 한명을 비무대로 나가게 했다. 이쪽에서는 그것을 보고 황순신이 먼저 나갔다. ......... 이윽고, 두명의 비무대결자가 중간에서 마주치자 일순간에 사위에는 무거운 긴장감이 깔리고 위태로운 적막감이 감돌기 시작했다. 상대편의 노인의 나이 도 이미 백살을 넘은 것 같았고 황순신 역시 이미 백이십여세에 달하고 있는 고령이었다. 그러나, 지금 그들의 주위에서 풍기는 기세는 가히 태산이라도 뒤엎을 듯 하여 감히 노인이라고 샹각할 수가 없었다. 잠시의 시간이 빠르게 흘러갔다. 그리고, 사람들이 구경을 하다가 다소 지루한 감을 느끼게 되었을 무렵에 느닷없이 황순신이 먼저 움직이기 시작했다. (..........?) 사람들은 일순 눈을 크게 떴다. 황순신은 서서히 허공으로 올라가서 문득 눈 부신 누런 광체를 발산하게 되었는데 마치 그 모습은 한 마리의 봉황이 날개 를 편 것과 흡사했기 때문이었다. 그 봉황은 천천히 허공에서 날개짓을 계속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러한 동작은 거의 무한한 무형의 기운을 형성하면서 상대방인 노인의 면전으로 빞쳐가고 있었다. 실로 그러한 광경은 뭐라고 형 용할 수가 없는 무학의 극치였다. "봉무구천이다!" 삼성맹의 인물들 가운데에서 감탄에 젖은 탄성이 흘러나왔다. 그것은 바로 성수곡의 최고의 무학인 봉무구천이라는 것으로서 바로 무형검의 경지를 말 하고 있는 것이었다. 이에 반해서 그 노인은 황순신이 허공에 떠오른 순간에 함께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는데 겉보기에도 황순신에 비해서 차이가 많이 있 었다. 그는 일단 허공으로 떠올라서 우수를 슬쩍 들어올렸는데 그 순간에 그 의 전신에서는 실로 막대한 광채가 마치 태양의 불길처럼 일어나서 황순신 의 면전으로 닥쳐가는 것이었다. 그것의 위력은 대단한 것이었지만 그러나 아직 무형검의 단계는 아이었다. 삼성맹의 사람들은 비록 그 무공이 대단한 것이기는 하지만 아직 황순신의 상대는 아니라고 내다보았다. 과연 아니나 다를까. 이윽고 황순신이 자신의 앞으로 밀려온 불길에 대해서 점차로 상대 하기 시작하자 그 불길은 마치 거대한 무형의 태풍속에 휘말린 불길처럼 휘 날렸다. 상대방인 노인은 그것을 보자 급급히 자신의 공력을 더욱 끌어올렸 으나 이윽고 그것도 한계에 달하고 말았다. 마침내, 황순신이 휘저은 한수에 의해서 그자의 불길은 쩍 갈라져 버리더니 마치 졸불처럼 꺼져버리고 말았다. "으악!" 짧은 비명소리와 함께 그 노인의 산형이 아래쪽으로 곤두박질을 쳤다. 그자 는 이미 의시을 잃어서 부상이 매무 막대하다는 것을 알 수가 있었다. 그러 나, 기실은 조금전에 황순신의 마음이 매우 온후하여 손속에 인정을 두어서 그 노인을 죽이지 않았다는 것을 견식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 었다. 떨어진 노인의 몸을 배화교도들 가운데의 하나가 급히 안고 사라지자 배화교주는 매우 화가났는지 크게 안색이 변했다. 그는 잠시 생각하는 듯 하 더니 이번에는 자신이 직접 비무대의 중앙으로 걸어나왔다. 이미 두 사람이 이기면 이기게되는 것이라고 약속했기 때문에 그자는 이번에는 질 수가 없다 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원래 다음에는 왕검해가 나가기로 되어 있었다. 그러 나, 일단 교주가 나오는 것을 보자 백인성이 앞으로 나섰다. 왕검해는 기실 그의 의도를 알 수가 있었다. 솔직히 지금 환우삼성 가운데에서 가장 무공이 고강한 사람은 바로 백인성이었다. 따라서 그들은 이미 그가 교주를 상대하 기로 계획을 만들어 놓고 있었던 것이었다. 왕검해는 백인성이 상대를 이기 면 보다 확실한 것이므로 구태여 고집하지 않고 양보한 채로 뒤에 서 있었다. 배화교주는 백인성이 다가오자 음침하게 웃더니 말했다. "빌어먹을! 너희 놈들은 혹시 수작을 부리고 있는 것이 아니냐?" 백인선은 여전히 인자한 모습이었다. 그는 아주 침착하게 되물었다. "뭐가 그렇게 이상하다는 말이오?" 배화교주는 이미 승리한 황순신을 가리키며 말했다. "천하에 그와 같은 무공을 지닌 자가 그렇게 많이 있을리가 없는데 혹시 그 자를 다른 곳에서 데려온 것이 아니냐?" ........... 일행은 그 배화교주가 한번 패배하자 억지를 부리기 시작하는 것을 보고는 저절로 웃음이 나왔다. 백인성은 다소 냉담하게 대꾸했다. "그는 분명히 우리 중원의 사람이니 염려하지 마시오." 이에, 배화교주는 잠시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생각하다가 문득 악독한 표정을 지으면서 말했다. "좋아! 그렇다면 내가 네놈들을 이기고 나서 나중에 다시 생각해 보기로 하 자!" 말과 함께, 그자는 즉시 거칠게 공격해 나오기 시작했다. 두 사람의 손은 거 의 동시에 위로 올라갔다. 바로 그 순간의 일이었다. 실로 놀라운 일이 벌어 졌다. 그 드넓은 연무장의 증앙의 흙들이 일시에 거대하게 흙먼지를 이루면 서 허공으로 일제히 솟구쳐 올라갔다. 그것은 마치 일시에 수천수만근의 폭 약이 폭발하고 있는 것 같은 가공할 광경이었다. 그 엄청난 기운과 흙먼지는 일시에 사방을 뒤덮었고 또한 하늘을 온통 시꺼멓게 만들어 놓고 말았다. 그 리고, 잠시 두리번 거리는 일행의 눈에 나타난 두명의 대결자는 어느새 이미 허공의 까마득한 공중에 올라가서 무거운 태풍속에 휩싸여 있었다. 기실, 그 것은 테풍이라고도 말할 수가 없는 것이었다. 그 바람의 하나하나는 실로 무 서운 위력을 지니고 있어서 보통사람들은 그저 스쳐지나가기만 해도 죽음을 당하게 되는 것이니 어찌 가공스럽지 않겠는가? 지금 그 두명의 비무하는 광 경은 다소 괴상했다. 두 사람은 그 높은 허공에 올라가서 그저 장난하듯이 손발을 천천히 혹은 빠르게 흔들고 있었고 가끔씩 빠르게 움직이기도 했다. 실은 그러한 것이야말로 무형검의 실체였다. 기실, 아까 황순신이 펼쳤던 그 봉무구천은 비록 무형검의 지위에 들어가는 것이었지만 아직 마지막의 형식 을 버리지 못한 것으로서 진정한 무형검의 단계라고는 할 수가 없었다. 하지 만 지금 두 사람의 비무하는 광경을 바라보니 그야말로 허공 위에서 자유자 재로 움직이면서 온갖 변화를 모두 구사하고 있었다. 그들은 자체가 이미 하 나의 대자연이 된 것 같았다. 마치 두개의 거대한 태풍의 눈이 서로 어울리 듯이 그렇게 두 사람은 격렬하게 부뿹쳐 나가고 있었다. 그들은 서로 부뿹치 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한순간에 사라지기도 하고 혹은 나타나기도 했으며 혹은 무수한 환영들을 이끌고 상대를 포위해서 공격하기도 했다. 그리고, 때 로는 너무나도 그러한 움직임이 빨라서 아래쪽의 초절정의 고수들마저 그러 한 움직임을 다 알아볼 수가 없을 지경이었다. 다른 곳에서 열심히 이를 바 라보고 있는 배화교도들의 눈에는 아예 그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고 있을 것 이었다. 하지만, 그들이 지금 싸우고 있는 것을 느낄 수는 일을 지경이었다. 그 어마어마한 격돌의 여파로 인해서 지금 지면에는 거대한 흙먼지들이 게속 해서 무서운 회오리를 일으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사람들은 그러한 광경에 저마다 입을 벌렸으며 이러한 경천동지한 격전을 바라볼 수 있게 된 것을 한 편으로 신기하게 생각하기도 했다. 그런데, 점차로 시간이 지나갈수록 삼성 맹의 사람들은 경악을 금치 못하면서 초초해지기 시작했다. 그들으 아까 황 순신이 상대를 가볍게 이겼을 때에는 이번의 비무를 낙관하고 있었다. 그러 나, 지금 이 배화교주의 무공이 놀랍게도 백인성과 거의 승부를 가리지 못하 고 있는 것을 보고는 경악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기실, 이 백인성은 중원에 있는 최고수라고 할 수가 있었다. 그런데, 뜻밖에도 상대인 배화교주의 무공 이 그에게 굘코 못지 않는 것이므로 이는 실로 의외인 것이 아닐 수가 없었 다. 왕검해는 뜻밖에도 백인성과 막상막하의 대결을 벌이고 있는 배화교주의 무공이 오히려 자신보다도 우위에 있는 것이 아닌가 하놽 생각을 하게 되었 다. 만일 이번의 싸움에서 배화교주가 이기기라도 한다면 문제는 달라지게 되는 것이다. 물론 정식대로 한다면 왕검해가 있으므로 다시 한번 이기게 되 어서 승리하게 되겠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배화교주가 그와 같은 일을 할 리 가 없을 것 같았다. 일단 백인성을 이기고 나면 그는 틀림없이 변칙적인 공 격을 가지고 나올 것이고 비무의 규칙도 지키지 않고 다시 나설 것이 뻔한 일이었다. 그렇게 된다면 오히려 삼성맹에서는 이길 공산이 거의 없어지게 되는 것이었다. 실로, 이것은 놀라운 사태였다. 만일 이번에 삼성맹에서 필 승의 신념이 없었다면 그토록 빠르게 서둘러서 이 배화교를 치러오지 않았었 을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이미 그 필승의 신념은 간곳 없고 초조한 심정 만이 일행의 가슴을 무겁게 직누르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러나, 왕검해는 다 시 한번 자세히 살펴본 결과 아무래도 백인성이 약간 우위에 있다는 것을 알 고는 내심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가 있었다. (우려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겠군.) 그렇다. 무학에 있어서 그야말로 약간의 차이가 있다고 해도 그것은 결국 승 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며 상수가 지는 경우는 거의 없어지게 되 는 것이었다. 왕검해는 따라서 마음속의 걱정이 사라지게 되자 여유를 가지 고 주위를 천천히 둘러보았다. 이미 두 사람의 격전이 시작된지도 무려 반시 진이나 지나가고 있는 상태였고 사방의 배화교도들은 여전히 둘러 앉아서 요 란스럽게 소리치며 자신들의 교주를 응원하고 있었다. 왕검해는 그러한 광경 들을 바라보면서 앞으로 해야할 일들을 다시 점검해 보기 시작했다. 헌데 바 로 그때였다. 왕검해는 문득 주위를 둘러보았을때에 뭔가 이상한 느낌이 있 었던 것을 상기하고는 다시 앞쪽을 바라보다가 문득 안색이 변했다. (아니!) 그는 급히 사위를 둘러보았지만 그것은 분명한 현실이었다. 왕검해는 순간, 마음속에 커다란 불안감을 느끼면서 생각했다. (어째서 아직 이러한 것을 생각하지 못했다는 말인가?) 그렇다. 지금 장내에는 아무도 의식하지 못하는 가운데 한가지의 커다란 일 이 벌어지고 있는 중이었다. 아니, 그것은 이미 벌어져 있었으므로 때가 늦 었다고 할 수가 있었다. 바로 다름이 아니라 아까 배화교주의 등뒤에 나란히 나타났었던 남은 아홉명의 노인들의 모습이 그저 두어명 밖에 보이지 않고 있는 것이었다. 그것은 기실 어떻게 보면 대수롭지 않은 문제라고 할 수가 있었다. 그러나, 지금의 왕검해의 심정은 달랐고 그것으로 인해서 막대한 불 안감을 느끼고 있었다. 현제 그 배화교의 노인들의 여섯명 정도가 사라졌다 면 그들은 필시 무슨 다른 일을 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게다가, 지 금 공교롭게도 삼성맹의 사람들은 배화교도들에 의해서 포위되어 있는 듯 하 여 한 사람도 밖으로 나가지 못한 것이 아닌가? 기실, 배화교주가 그와 같은 무공으로 격렬하게 백인성과 싸우고 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아무도 그러한 것 을 눈치채지 못했던 것이었다. 그렇다면 배화교주가 처음부터 그러한 것을 노리고 있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하고 그 저의가 의심스러웠다. 왜냐하면 지 금의 그가 제안한 비무방식은 그에게 조금도 유리한 것이 없는 것이었고 오 히려 그 결과가 뻔한 것이었다. 그런데도 이와 같은 방식을 고집한 것은 그 가 그렇게 무둔하기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처음부터 허를 보이고 지금과 같 은 상황을 만들어서 일행의 이목을 속인 다음에 무슨 술책을 부리려고 했던 교활한 행동이었을까? 왕검해는 비록 자신의 추측에 불과한 것이었지만 아무 래도 후자의 것이 더욱 현실적인 것 같아서 마음이 무거웠다. 생각해 보니 아직 일행들 가운데에서 그러한 삿리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 것 같았으며 또한 너무나도 시간이 지체된 것 같았다. 물론, 여기에서 삼성맹이 있는 군산까지는 초절정의 고수라고 해도 하루 밤낮은 걸리는 거리이기 때문 에 무슨 위험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되기도 했다. 그리고, 그들의 일부가 그 쪽으로 갔다고 해도 일단은 고수를 제거하고 나서 다시 그쪽으로 추격해 간 다면 그다지 늦은 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왕검해 는 계속해서 불길한 예감만이 앞서고 있는 것을 알고는 이것이 실로 심상치 않다는 것을 직감했다. 실로 어떤 경우에는사람의 사고능력보다도 직감이 더 욱 정확하게 작용하는 경우가 있는 것이었다. 이에, 왕검해는 즉시 마음속의 판단을 내리고는 황순신에게 다가가서 입을 열어 말했다. "이봐요. 지금 저들의 장로들이 사라진 것을 알고 있소?" 황순신은 이제까지 열심히 하늘위에서 격전을 벌이고 있는 두 사람의 싸움에 넋을 잃은 듯이 바라보고 있는 중이었다. 실로 그와 같은 경지에 있는 사람 들은 거의 무형검의 경지에 도달한 것이어서 진정한 무형검의 무공을 보는 일이 정말로 중요하지 않을 수가 없었던 것이었다. 실로 그러한 것으로 마침 내 무형검을 대성할 수도 있겠기 때뭉이었고 그러한 기회는 다시 찾기 어려 울 것이므로 황순신이 그토록 넋을 잃고 바라보고 있었던 것도 무리가 아니 었다. 하지만, 일단 왕검해의 말을 듣고 나자 그는 다소 어리둥절해져서 시 선을 떼고 말했다. "아니 뭐라고요?" 왕검해는 즉시 자신의 생각을 가능한한 빠르고 자세하게 들려주었다. "그들이 어떤 원군을 데리고 올 수도 있다는 뜻이오?" 왕검해는 이곳과 삼성맹은 거리가 멀기 때문에 그들잉 넡군을 데리고 올수도 있다는 얘기로 설명을 대신했다. 왕검해는 고개를 끄뜩였다. "그렇소. 어쨌든 이상한 일이 아니오? 혹시 아무런 일도 아닐 수도 있지만 그러나 만약의 경우를 대비하는 것도 좋을 것이오." 황순신은 이에 물었다. "그럼 우리가 어떻게 하면 좋겠소?" 왕검해는 이에 다소 난감해 졌다. 이 황숨신은 본래부터 의원으로서 무공도 높고 또한 덕망도 두터운 편이었지만 그러나 혼자서 산속에서 살아온 날이 더욱 많았었기 때문에 성품이 지나치게 순수하여 생각이 치밀하지 못했다. 지금과 같은 어려운 상황에서 그는 상대방의 의견만을 묻고 있는 것이었다. 이에, 왕검해는 난감해 하다가 문득 한가지 생각을 했다. (내가 왜 그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 "잠깐만 기다려 보시오?" 말과 함께 왕검해는 빠르게 한쪽으로 다가갔다. 그곳에는 지금 왕자안이 향 각과 함께 조용히 눈앞의 격전을 관전하고 있는 모습이 보이고 있었다. 그렇 다. 기실, 왕검해는 한평생 무아문에서 그 진전을 잊지 못한 것을 아쉬움으 로 생각하고 있었다. 따라서, 나이를 먹을수록 그 그리움이 더해져서 무슨 무아문의 진전이 상상불허의 불가사의한 절학이라고 생각하게 되었고 이제 무아문의 진전을 이었다는 왕자안 역시 그러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 닌가 하는 생각을 가지게 되엇던 것이었다. 그리하여, 그 중요하고 긴박한 순간에 도달하자 그는 급히 왕자안에게 다가간 것이었다. 혹시 왕자안은 무 슨 특별한 복안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때문이었다. - 第 四十九章 終 - [3393] 제목 : [백상] 개방백의 제자 50장 大尾 올린이 : l2056 (임종범 ) 97/04/20 20:43 읽음 : 19 관련자료 없음 -------------------------------------------------------------------------- ---- 개방백의 제자(愷幇 白衣第子) 백상(百象) 원작(原作) 타이핑 - 林 鍾 範 저 자 - 百 象 第 七 券 第 五十 章 신화 제국의 꿈. 왕검해는 왕자안에게 다가가서 물었다. "애야, 너는 혹시 무슨 이상한 것을 느끼지 못하겠느냐?" 왕자안은 이에 그를 보다니 이렇게 되물었다. "그들 가운데의 일부가 움직인 것 말씀이십니까?" (아!) 왕검해는 왕자안이 이미 그러한 사실을 알고 있는 것을 보고는 내심으로 크 게 기뻐하여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다. 너는 거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 왕자안은 그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제가 보기에는 그들은 필시 멀리 가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왕검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이곳의 사태의 추이를 살펴야 할 것이니 멀리가지는 않았을 것이 다." 왕자안은 말했다. "그렇다면 이 근처에서 무슨 특별한 변수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을까요?" 왕검해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사실 그럴 것 같지는 않다. 세외십세 가운데의 하나인 빙궁이나 성모궁 그 리고 태양곡 등이 가까이 있을 수가 있지만 그러나 기실은 이 부근에는 있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왕자안은 이에 물었다. "그렇다면 그들은 대체 무엇 때문에 느닷없이 이 중요한 시간에 자리를 떠서 어디론가 사라졌을까요?" 왕검해는 가볍게 탄식했다. "그것은 나도 모르겠다. 그리고 나는 왠지 우리가 그 이유를 모르고 있는 한은 이번의 싸움에서 패할 것 같은 예감이 드는구나." 왕자안은 고개를 끄덕 였다. "혹시 우연의 일치는 아닐까요?" 왕검해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나도 실은 그러기를 바라고 있다." 왕자안은 말했다. "그렇다면 우선은 우리쪽의 인원들을 조금씩 움직여 보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왕검해는 그를 보았다. "움직인다고?" 왕자안은 대답했다. "이곳의 인원들 가운데에서 몇명의 인원을 선정하여 그들에게 이 부근의 상 황을 알아보게 하는 것입니다." 왕검해는 그것이 상당히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문득 다시 전면을 바라본 그는 느닷없이 안색이 크게 변하 면서 고개를 흔들었다. "하지만 이미 때가 늦은 것 같다." 그렇다. 지금 그들의 눈앞에는 그야말로 우려하던 일이 벌어져 있었던 것이 었다. 왕자안도 그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지금 아까 사라졌던 그 여섯 명의 노인들은 다시 원래의 위치로 돌아와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결코 그냥 돌 아온 것이 아니었다. 놀랍게도 지금 그들의 곁에는 왕자안 등에게 매우 낯 이 익은 사람들이 줄줄이 포로가 되어서 잡혀 있었던 것이었다. 다름이 아 닌 그들은 천륭무가와 성수곡의 젊은이들로서 그저께 왕자안이 대전에서 보 았던 예의 그여섯명의 청년들이었다. 그 청년들 가운데에는 무림삼룡 가운 데의 두명이나 들어 있었고 또한 현재의 후기지수들을 대표하고 있다고 할 수 있는 사람들이었다. 대체 그들이 어떻게 해서 지금 이 시각에 이러한 장소에 나타나게 되었는지 알 수가 없는 노릇이었다. 그 여섯명의 노인들이 제아무리 탁월한 능력이 있다고 해도 단숨에 삼성맹까지 달려가서 그들을 제압해 왔었을 리는 없는 것이었다. 왕자안은 문득 그러한 것을 알게 되었다. 기실 그들은 어제 아침에 일행이 삼성맹을 출발했을 때에 모습을 보이지 않 았었다. 당시에는 무슨 일이 있어서 나오지 않은 것이 아닌가 하고 모두들 생각하고 있었는데 알고 보니 그들은 이미 그 이전에 이쪽을 향해 출발한 뒤 였던 것이었다. 말하자면 그들은 강호의 뛰어난 후기지수들이었기 때문에 현 재의 상황에서 이와 같은 격전의 광경을 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고 나 할까? 실로 그들은 미리 이곳에 도착하여 싸움이 벌어지고 있는 것을 바라보다가 마침내 노인들에게 모조리 사로잡히게 되었던 것이었다. 그것은 실로 어처구 니가 없는 일이 아닐 수가 없었다. 게다가 더욱 이해할 수가 없는 일이 아 직 한가지가 더 있었다. 대체 그 노인들이 어떻게 일고서 금방 나가서 그들 을 모조리 잡아왔을까 하는 것이었다. 문득 눈빛을 무겁게 빛내던 왕검해가 왕자안을 향해 이렇게 말했다. "얘야, 우리 지금 가서 저들을 구해 내도록 하자!" 기실 노인들이 제압하고 있는 저 어섯명의 청년들을 일순간에 찾아온다는 것 은 거의 불가능 한일이었다. 그러나 설령 그렇게 하다가 어떤 사고가 나서 누군가가 심하게 다치거나 죽는 경우가 있다고 해도 그것은 가만히 있는 경 우보다는 나을 것 같았다. 지금 이곳에 있는 일행 가운데에는 대부분이 천륭 무가와 성수곡의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지금 적도들은 그들 두 가문의 후계 자들은 모조리 사로잡은 것이었으니 그것이 앞으로의 상황에 미칠 영향이라 고 하는 것은 뻔한 노릇이 아니겠는가? 왕자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예. 그렇게 하지요." 그러나 다음 순간에 왕검해와 왕자안은 다시 신형을 멈추고 말았다. 어느새 장내의 상황은 크게 바뀌어져 있었다. 백인성은 크게 낭패한 기색이 되어서 배화교주와 함께 지면에 내려서 있었는데 얼굴이 온통 붉어진 것이 정신이 없는 것 같았다. 거기에 비해서 배화교주의 상태는 비교적 양호한 것이었다. 이것은 물론 백무실 등의 청년들이 나타남으로 인해서 심리적으로 막대한 영 향을 끼쳤기 때문에 생겨난 변화였다. 지금 여섯명의 노인들은 각기 여섯명 의 청년들의 뒤통수에 장력을 대고서 음험하게 웃고 있는 중이었다. 그들의 무공은 이미 초절정의 경지였다. 그러므로 제아무리 어떤 경우가 발생한다 고 해도 그저 가볍게 손에 힘만 주면 여섯명의 포로들을 죽일 수가 있는 것 이니 이 일은 그야말로 절망적인 것이라고 아니할 수가 없었다. 백인성도 분 명 그와 같은 것을 보고 손을 거둔 모양이었다. 배화교주는 이때 매우 득의 한 표정으로 소리치고 있었다. "아 그래 어떻소? 우리는 일단 저 녀석들을 때려죽이고 나서 다시 시작하도 록 합시다." 실로 이 배화교주는 교활하기 짝이 없었다. 그는 직접적인 말로 상대방을 위 협하는 것은 아니었다. 비무의 규칙에 따르는 것처럼 하면서 교묘하게 상 대방의 심리를 뒤흔들고 있는 것이었다. 아마도 이러한 상황이라면 백인성도 자신의 능력을 십분 발휘할 수가 없을 것이었다. 백인성은 잠시 넋을 잃은 듯이 자신의 증손자들을 바라보다가 입을 열어 물었다. "너희들은 무엇을 원하느냐?" 배화교주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오. 나는 원하는 것이 없소. 다만 우리들의 싸움이 너무나도 지루하 게 느껴지므로 일단은 잠시 쉬면서 즐기자는 것이오. 음..... 혹시 저 녀석 들이 당신들과 무슨 관계가 있는 것은 아니겠지?" 백인성은 무척이나 괴로운 표정이 되었다. 그들 여섯명은 그야말로 무림의 정영들이었다. 그들이 이번에 죽음을 당하게 되면 앞으로 중원의 무림은 쇠 퇴하게 될 것이었다. 더욱이 대대로 거대한 명성을 누리며 내려져 왔던 천 륭무가와 성수곡의 명맥도 끊어지게 되는 것이 아니겠는가? 차라리 솔직하 게 백인성에게는 가문의 대가 끊어지는 것이 더욱 괴로운 일일 것이었다. 그 는 다시 물었다. "너희들은 무엇을 원하느냐?" 배화교주는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딴전을 피웠다. "그게 무슨 밀이오? 설마하니 그들이 당신들과 정말로 무슨 관계가 있다는 말이오? 아아, 얘기만 하시오. 내 당신들에게 고스란히 돌려보내드릴 것이 니. 어떻소? 저들이 당신들의 사람들이오?" 백인성은 참담한 안색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 그러나..... 나는 너희들에게 굴복하지는 않겠다." 말과 동시에 백인성은 천천히 이를 악물고서 자신의 아들들이 있는 곳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의 행보에 이 순간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왕검해 등은 제발 백인성이 마음을 독하게 먹고 차라리 그 여섯명의 청년들 을 제거해 주기를 바랬다. 오직 그것만이 지금의 최선책이었다. 그들 여섯명 이 죽고 나면 오히려 승리하게 되는 쪽은 삼성맹의 쪽일 것이었다. 그런데 이때 아주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백인성은 얼굴을 심하게 일그러뜨리면서 여섯명의 청년들의 앞으로 다가갔는데 순간 손을 들어서 공격을 하려다가 느닷없이 우왁! 하는 소리와 함께 피를 토하면서 뒤로 벌렁 나동그라지는 것이 아닌가? 그것은 바로 무림인들이 가장 꺼리고 있는 심마의 현상이었다. 그러니까 백인성은 한순간에 극도로 마음이 복잡해진 상황에서 가장 무심의 상태가 되어야 하는 극상승의 무공인 무형검을 전개하려다가 갑자기 그와같 은 심마에 빠져들게 되었던 것이었다. 그것은 실로 뜻밖의 일이었다. "아앗!" 일행의 가운데에서 저절로 비명소리가 터져 나왔다. 일행은 상황이 이렇게까 지 악화될 줄은 미처 몰랐다. 극상승의 경지에 오른 사람이 심마에 드는 경 우는 아주 드문 경우지만 그러나 지금 이미 백인성은 오랫동안 싸움을 해서 진력을 소비한 데다가 지나치게 지식들에 대해서 분노를 하고 또한 낙담을 했으며 가문으 대를 잇는 것을 생각하고 또한 무림의 일을 생각했기 때문에 그만 심마에 들었던 것이었으니 그것은 충분히 있을 법한 일이었고 이것은 꿈이 아니었다. 일행 가운데의 사람들은 급급히 그쪽으로 달려가서 백인성 을 구해오려고 했다. 그러나 미처 그들의 신형이 절반도 가지 못해서 쓰러 진 백인성의 육신은 허망하게 퍽 하는 소리와 함께 부서져서 먼지속으로 사 라지고 있었고 그에게 살수를 가한 배화교주는 득의하게 광소를 터뜨리고 있었다. "핫핫핫핫핫!" 그것은 이미 자신의 승리를 자신한 웃음이었다. 일행 가운데에서 그래도 가 장 빠르게 그 앞으로 다가간 사람들은 바로 왕검해와 황순신 등이었다. 그 러나 이미 백인성이 목숨을 잃게 되자 왕검해는 즉시 황순신을 말렸다. "돌아갑시다!" 황순신은 이에 두 눈에서 불길을 토하면서 고개를 내저었다. "우선은 저 망할 녀석들을 죽여 버리고 나서 가십시다." 황순신은 자신의 증손자들을 아예 죽여 버리려고 하는 것이었다. "지금은 무림의 상황이 더욱 위중하오." 왕검해의 말에 황순신은 한스러웠지만 그러나 억지로 참고서 몸을 돌리는 눈치였다. 그러나 막상 떠나려고 하는데 문득 두 사람의 앞으로 예의 배화교 주가 빠르게 덮쳐왔다. 이에 왕검해와 황순신은 마침 잘됐다 하고 생각하고 는 동시에 그에게 반격을 개시했다. 콰과과광----! 일시 세 사람의 격돌에 의해서 주위의 땅거죽이 엄청나게 패어 들어가고 하늘에는 온통 흙먼지들이 가득했다. 그런데 아주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두 사람이 힘을 합친 왕검해 와 황순신은 뒤로 십여 장이나 물러나고 오히려 혼자인 배화교주는 이 순간 에 겨우 몇 걸음 뒤로 물러나 있는 것이 아닌가? 왕검해는 둘이서 대하면 하 나는 상대할 수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었다. 그런데 어이없게도 이 배화교주의 능력은 이미 생각하고 있던 것의 두배가 넘는 것이 아닌가? 왕 검해는 이에 그만 눈이 휘둥그래졌다. (그렇다면 이미 정말로 백인성의 공력을 흡수하여 능력이 훨씬 강해졌다는 말인가?) 왕검해는 너무나도 놀랐지만 현실을 인정하지 않을수가 없었다. 두 사람이 겨우 몸을 일으키는데 다시 배화교주가 나는 듯이 그들을 향해 덮쳐 왔다. 이에 두 사람은 그만 이제 죽었구나 하고 생각했다. 헌데 바로 그 순간에 옆 에서 한줄기의 부드러운 기운이 일어나소 자신들의 기운이 일어나서 자신들 의 기운과 섞이는 것 같았다. 바로 왕자안이 그들의 옆에 다가와서 배화교 주를 향해 손을 뻗고 있는 것이었다. 그의 것도 역시 무형검과 비슷했다. 배 화교주는 이에 다소 흠짓하여 뒤로 십여 장을 물러나는 눈치였고 왕검해와 황순신 등은 그 순간을 이용하여 빠르게 달아나기 시작했다. 실로 그것은 참 담한 패배였고 상상할 수도 없는 결과였다. 아무도 예측할 수가 없었던 것이 었다. ............ × × × × × × × × × × × × × × × 대파산으로 떠났었던 일행 가운데 겨우 절반 정도가 무사히 삼성맹으로 돌 아올 수가 있었다. 그러나, 기실 그러한 귀환은 차라리 더한 괴로움을 안겨 주는 것이었다. 배화교의 무리들은 금방 뒤쫓지는 않았다. 다만 서서히 중원 의 숨통을 조이고 있었다. 이미 승부는 판가름이 난 것 같았다. 그들 가운데 에는 결사적으로 항거해야 한다는 사람들과 혹은 일단은 이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서 삼성맹을 버려야 한다는 의견으로 갈리게 되었다. 그러나, 역시 결론 은 결사 항전으로 굳어졌다. 그것은 이제 두명밖에 남지 않은 기인들인 환우 이성이 그렇게 결정했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짧은 기간동안에 천하에서 많 은 고수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어서 중원을 지키려고 했다. 그러나 이미 많은 사람들이 숫자로는 적을 상대할 수가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며칠 후에 그야말로 그 배화교주는 다시 일행을 찾아왔다. 삼성맹의 사람들은 이미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였다. 그러나 뜻밖에도 그들은 혼 자서 나타난 것이 아니라 무려 나머지 세외구세를 한꺼번에 모아 가지고 나 타난 것이었다. 그것은 가히 경악스러운 현실이었다. 대청의 안에서 태연하 게 그들을 맞이하던 왕검해 등도 안색이 완전히 변했으며 절망적인 표정을 드러냈다. 그러나 일단은 서로간의 인사가 끝나고 나자 수십 명이나 되는 적들을 향해서 왕검해는 이렇게 입을 열어 말했다. "나는 이미 당신들에게 이길 수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소. 하지만 한가지의 의문은 남아 있는 상태이오." 왕검해는 이미 다른 사람들은 모두 대전의 밖으로 피하라고 지시를 내린 뒤 였다. "무슨 의문인가?" 배화교주가 물었다. 그런데 왕검해는 그 배화교주를 보지는 않고 그의 뒤에 서 있는 열 명의 장로들 가운데에서 한사람을 바라보며 다시 말했다. "당신들은 이미 충분히 천복을 누릴 수가 있는 사람들이오. 그런데 어째서 그와 같은 짓을 하고 있는 것인가 하는 것이오." 이에 사람들은 하나같이 의아하다는 표정들을 지었다. 배화교주가 다시 말 했다. "너는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것이냐?" 왕검해는 고개를 저으며 대꾸했다. "나는 지금 당신과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니오. 그렇지 않소? 백인성, 백대협?" 왕검해는 다시 그 노인을 향해 그와 같이 질문했다. 그러자 순간 아주 놀라 운 일이 벌어졌다. "음, 모두 알고 있었군." 아주 담담한 한줄기의 음성과 함께 다를 쪽에 서 있던 노인 하나가 천천히 앞으로 걸어나오는데 서서히 그 용모가 변화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뒤이어 나타난 모습은 아주 눈에 익은 것이었다. 왕검해도 그 모습을 보고는 아주 경악한 표정이었다. 그를 향해 그 백의인은 말했다. "아마도 이 일은 네가 혼자서 알 수가 없었을 것이다. 이것은 혹시 너의 그 증손자라는 녀석이 가르쳐 준 것이 아니냐." 그때 왕자안이 느닷없이 한쪽의 문을 열고서 황순신과 함께 장내에 나타났다. "바로 그렇소. 백장생!" 그렇다. 지금 느닷없이 모습이 변해서 나타난 사람은 바로 전날에 왕자안을 그토록 대접하던 백장생이었던 것이었다. 백장생은 왕자안이 아주 태연하게 나타나는 것을 보고서 다소 놀라는 기색이었지만 그러나 여전히 웃고 있었 다. "역시 너였구나." 왕자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아니면 누구이겠소?" 백장생은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나는 예전부터 나의 적수는 오직 너 이외에는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 리하여 조심을 해 왔었지. 흐흐, 그러나 나는 네가 이제는 나의 상대가 아 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왕자안은 물었다. "그것은 어째서 그렇소?" 백장생은 말했다. "나는 이미 여러가지로 너의 능력을 시험해 보았기 때문이었다. 즉, 그러한 결과는 나의 만족이었다. 이제 알겠느냐?" 왕자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법도하오. 그러나 이제는 어째서 이제까지의 모든 상황을 꾸미게 되었 는지 여기에 있는 두분께 가르쳐 드리는 것이 좋지 않겠소?" 백장생은 가볍게 웃었다. "그 두명의 녀석들에게는 상관할 것이 없지만 너의 마지막을 기념하는 의미 에서 그간의 상황을 가르쳐 주도록 하지." 이어 백장생은 말했다. "나는 바로 천륭무가의 출신이다. 그러나 나는 이미 인간의 제약을 벗어날 정도의 무학을 성취하여 지상 신선이 되어 있었다. 나의 도호는 바로 옥황 단사인 것이다. 아마도 당금의 천륭세가의 사람들 가운데에도 나를 모르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내 나이는 이미 삼백살도 넘어서고 있다. 나는 이미 장새불로의 술법을 터득하여 금강불괴지신이 되어 있는 것이다. 나는 그러나 너무나도 편안하게 오래도록 살다 보니 그만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 지루해진 것이다. 따라서 나는 곧 하나의 거대한 이상 제국을 건설해야 하겠다고 생각 하기에 이르렀던 것이었다." 왕자안은 그에게 문득 물었다. "하지만 당신은 어떻게 해서 그와 같은 능력을 가지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지 않소?" 백장생은 기이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하긴 그렇군. 나는 바로 배화교에서 그 힘을 얻었다. 배화교에서 수하들에 게 흡공대법을 가르쳐서 공력을 모으게 하고 나는 그들의 넘쳐나는 공력을 흡수하여 나의 것으로 만들었지. 왜냐하면 금강불괴지신이 되기 위해서는 거 의 무한대에 가까운 공력이 필요한 것이기 때문이다." 왕자안은 손가락으로 배화교주를 가리켰다. "그렇다면 저 사람은 당신의 수하이오?" 백장생은 웃으며 말했다. "나는 거대한 신화제국을 건설하기 위해서 일단은 세외의 열 개의 세력들을 이용하기 시작했다. 그들을 제압하여 하나로 연결하여 동심교라고 하는 단 체를 형성했고 마지막으로 중원에서 그들의 힘으로 일을 벌이도록 했던 것 이다. 즉, 그 아이는 바로 나의 자손으로서 백인성의 친동생인 것이다. 그 는 이미 죽었다고 알려져 있었지만 기실은 이미 오랫동안 나의 왼팔 노릇 을 하고 있었다. 즉, 그는 백의무황 백의성이다." 백장생의 말이 끝나자 과연 배화교주의 용모가 바뀌어서 백인성과 비슷한 용모가 되었고 또한, 아까 왕검해가 가리킨 그 노인은 어느새 백인성이 되 어 있었다. 이것은 놀라운 일이 아닐 수가 없었다. 백장생은 다시 말했다. "나는 강호상의 나의 선입감을 좋게 하기 위해 이렇게 복잡하게 일을 꾸몄 던 것이었다. 따라서 나는 이제서야 그 모든 일들을 완성하기 위해서 이렇 게 온 것이다. 너의 능력은 사실 너무나도 뛰어난 것이지만 우리 동심교와 그 동심교의 주인인 나 옥황단사가 영원히 천하를 다스리는 것을 기념하는 의미에서 죽어 줘야 하겠다. 너는 이제하고 싶은 말이 없느냐?" 왕자안은 이에 웃으며 대꾸했다. "우선 당신이 이렇게 순순히 모든 사실을 밝혀준데 대해서 감사를 드리는 바이오. 다만 당신을 위해 한가지 애석한 마음이 드는군요." 백장생은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그건 뭐냐?" 왕자안은 이에 말했다. "당신은 어째서 그와 같은 훌륭한 성취를 하고서도 그처럼 어리석은 일을 시 작했느냐는 것이오. 그렇지 않았으면 이번의 생애에 더욱 높은 경지에 오를 수도 있었을 것인데." 백장생은 그 말에 눈빛이 기이하게 변하여 물었다. "그럼 너는 아직도 나를 이길 수 있다고 믿는다는 말이냐?" 왕자안은 말했다. "당신은 나를 너무나도 과소 평가했소. 나는 이미 당신이나를 주시하고 있었 다는 것을 알고 있었소. 이제 알겠소?" 백장생은 이에 그만 두 눈을 흉악하게 부릅뜨면서 소리쳤다. "나는 믿을 수가 없다!" 그 순간의 일이었다. 백장생이 순간 전신에서 무한한 거력이 담겨져 있는 번 갯불을 일으켜서 왕자안을 공격 했는데 미처 그것이 왕자안의 몸에 닿기도 전에 그의 전신이 갈가리 찢겨지면서 터져나가는 것이 아닌가! "믿을 수가 없다.........." 마지막의 나직한 외침 소리를 끝으로 점차로 백장생의 모습은 허공 중으로 사라지고 있었다. 그것은 마치 환각과도 같았다. 왕자안은 문득 고개를 돌렸 다. 저쪽에서 상관지가 상관엽과 함께 백기와 황가 등의 사람들을 이끌고 다 가오는 것이 보였다. - 第 五十章 終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