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r 178-198 번호:178/227 등록자:HYUN9876 등록일시:97/03/30 10:35 길이:160줄 제 목 : [사마달] 불세마왕경 서장 불세마왕경 저자: 사마달 출판사: 대현출판사 서장 무림! 수많은 영웅호걸들이 나타나고 또 사라지기를 무수성상, 그들은 한 줌의 흙으로 화하기까지 천하에 웅주지존으로 군리하기를 꿈꾸어 왔다. 과거에도, 현재에도, 그리고 먼먼 미래에도... 그러나 이들의 허망을 비웃기라도 하듯 명실공히 천하무적의 두 고수 등장했으니 불세신협과 개세광마가 바로 그들이었다. 불세신협! 정파의 인물로서 불세신공을 익혔으며 아무도 그의 일초를 받아내지 못하는 전무후무한 무공의 소유자 개세광마! 사파의 인물로서 개세마공을 익혔고 상대방으로 하여금 손쓸 기회조차 주지 않는 공전절후의 천하고수 천하무적이란 한 시대에 둘이 있을 수 없는 법! 개세광마는 불세신협을 찾아 무공의 고하를 가리기 위해 천하방방곡곡을 해맸다. 그러나 불세신협은 꼬리를 감춘 신룡인 듯 종적을 잡을 수 없었다. 십년이 지난 어느 날 두 사람은 급기야 천태산에서 마주치게 되었다. 그들은 칠 주야를 쉬지않고 싸운 끝에 개세광마가 반초의 승리를 거두었다. 불세신협은 마치 세속을 초월한 듯 자신의 무공비급을 넘겨주고 마지막 숨을 말았다. 그러나 개세광마는 불세신협이 한 걸음 양보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는 생사지교를 잃은 듯한 비통함을 느끼며 불세신협의 시신을 안고 돌연히 자취를 감추어 버렸다. 천하무적의 두 고수가 하루 아침에 자취를 감춰 버리자 무림은 그들의 화제로 벌집을 쑤셔놓은 듯 들끓기 시작했다. 대체 그들은 어디로 사라졌단 말인가? 그것도 한 날 한 시에... 그래서 일부 무림인들은 기를 쓰고 내막을 알아보려고 했다. 그들의 노력은 헛되지 않아 무림만사통이라는 인물이 진상을 밝혀내기에 이르렀다. ----불세신협과 개세광마가 천태산에서 생사혈전을 벌인 끝에 양패구상을 당했다. 소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강호 전역에 불길처럼 번져나갔다. 급기야 무림인들은 두 사람의 시체를 찾기에 혈안이 되어버렸다. 그것은 불세신협과 개세광마의 시신에서나마 무공비급을 얻기 위한 욕심 때문이 었다. 불세신공 개세마공 세인들은 무공비급들의 이름을 몰라 이렇게 부를 뿐이었다. 두가지 무공 중 어느 한 가지만 익혀도 천하무적으로 군림할 수 있는 불세출의 무공. 천태산은 연일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그러나 무림인들은 그들의 시체는 커녕 그림자도 찾지 못한 채 덧없이 세월만 보내버렸다. 일년, 오년, 그리고 십년... 세월이 흘러감에 따라 천태산은 차츰 태고의 정적을 되찾게 되었다. 아울러 불세신협과 개세광마의 일도 한낱 전설 속에 묻혀버리고 말았다. 그러부터 백 년 후----! 평화롭기 이를데 없는 무림에 난데없이 이상한 노랫가락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매년 중추절 삼경 무렵이면 천태산 깊숙한 곳에서부터 지옥의 신음과도 같이 들려오는 환상의 노래소리---! 벽천정원수, 운도인여래, 낭정홍린몰, 연중백조래. 푸른 하늘 아득한 물에 떠 있는데 구름에 잠긴 섬 여래산인 줄 알았네. 물결 뭍엔 붉은 고기 떠 다니고 연기 속엔 흰 새 날아오네. 무림인들은 가락이 불세신협과 개세광마의 영혼이 부르는 노래라 하며 귀령곡 이라 불렀다. 그러나 자세히 들으면 너무도 아름다운 풍경을 노래한 가락이었다. 이에 무림인들은 귀령곡에 심오한 뜻이 숨겨져 있다고 판단하여 매년 중추절 무렵이면 천태산을 향해 벌떼처럼 모여들었다. 삼경이면 어김없이 흘러나오는 혼백의 귀령곡. 푸른 하늘 아득한 물에.. 무림인들은 귀령곡이 끝나기 전에 천태산을 이잡듯이 뒤졌으나 노랫가락이 도데체 어느 곳에서 흘러나오는지 알 수가 없었다. 다만 귀령곡을 통해 희미하게 나마 전설의 여래산을 가리킨다는 것을 깨달을 뿐이었다. 무림인들은 입을 모으기 시작했다. -----불세신협과 개세광마의 무공비급이 여래산에 숨겨있다. 그러나 여래산을 찾을 수가 없었다. 귀령곡은 십 년 간에 걸쳐 들려온 뒤 다시는 들리지 않았다. 귀령곡이 천태산에서 사라진지 일 년이 지났다. 갑자기 무림에 한 장의 수수께끼같은 비도가 나타났다. 불사도---! 바로 전설의 여래산을 찾을 수 있는 비도라는 것이다. 혈! 진해무림! 잠잠하던 무림에 일대 피의 선풍이 몰아치기 시작했다. ----불사도를 찾아 화서의 뜻을 풀고 전설의 여래산을 찾아 군림천하하리라. 불사도는 급기야 피를 부르는 마물로 탈바꿈하고 말았다. 무림인들은 불세신공과 개세마공을 도싱에 익히면 늙지도 죽지도 않는 무선의 경지에 이른다고 했다. 그리하여 누구의 입에서 나온지도 모르게 불세출의 무공비급에 이름이 붙여지게 되었다. 이름하여... 불세마왕경! 불사도는 잠깐 세상에 나타난 뒤 하늘로 솟았는지 땅으로 꺼졌는지 연기처럼 사라져버리고 말았다. 무림인들은 이에 더욱 날뛰기 시작했다. 불사도의 이야기만 나오면 으레 피와 시체가 냇물과 동산을 이루었다. 피와 시체가... 피와 살이 튀는 아비규환의 생지옥으로 변모한 진해무림... 여래산은 진정 존재하는 것일까? 또한 불사도는... 존재한다면 과연 어디에 있단 말인가? 모른다! 아무도 모른다. 세월이 흘러가메 진해무림은 차츰차츰 피비린내가 가시기 시작했다. 천상천하유아독존. 불세신협. 개세광마. 여래산, 불사도, 불세마왕경-----! 이 모든 것들이 전설로 파묻힌 채 점차 잊혀져 갈 무렵 돌연 여래도가 출현했다는 파다하게 퍼졌다. 무림은 또 다시 음모, 살인, 권모술수, 중상모략으로 회오리치기 시작했다. 그러나, 여기에는 엄청난 흉계가 숨겨져 있었으니... 번호:179/227 등록자:HYUN9876 등록일시:97/03/30 10:36 길이:533줄 제 목 : [사마달] 불세마왕경 제 1장 불세마왕경 저자: 사마달 출판사: 대현출판사 제 1장 혈겁의 서모 휘------이----잉----! 매서운 북풍한설이 온통 중원을 뒤덮었다. 장안성 남쪽으로 약 십리쯤 떨어진 곳에 웅장한 보가 자라잡고 있었다. -----무림제왕보! 당금 무림에 최고절정고수인 옥적금궁 철음교의 거주지, 때는 삼라만상이 모두 잠들고 힐흑같이 어두운 밤. 돌연, 수십 줄기의 인영이 어둠을 헤치고 무림제왕보를 향해 소리없이 접근하고 있었다. 그들은 눈 깜짝할 사이에 무림제왕보의 담장을 뛰어 넘었다. 그러자, [누구냐?] 하는 고함소리와 함께 십여 명의 무림제왕보 제자들이 인영들의 앞을 가로막았다. 인영들 중에서 청의를 입고 검은 복면을 한 대한이 성큼 앞으로 한 걸음 나섰다. [흐흐흐.. 우리는 철보주를 만나고자 왔으니 속히 보주에게 노부등을 마중 나오 라고 일러라.] 무림제왕의 제자들은 이들이 좋은 뜻을 품고 오지않았다는 것을 직감할 수 있었다. 무림제왕보 제자들 중 나이많은 노인이 침착하게 말했다. [대협들께서 야심한 밤에 본보를 찾아오신 데에는 무슨 용무가 있는 듯 하나 보주 님께서는 이렇게 깊은 밤엔 외인을 접�ⅲ▤舊� 않으시니 노부에게 용건을 말씀해 보시오.] 그러자 청의복면인의 음침한 목소리가 귓전을 때렸다. [늙은이가 왠 잔말이 그리 많으냐? 어서 보주를 나오라고 하지 못할까?] 무림제왕보의 노인은 노기를 띄우는 듯 했으나 곧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 [노부가 대협들은 푸대접하는 것이 결코 아니외다. 본보의 규칙이 그러하니 용건을 말씀해 주시오.] 그러자 청의 복면인이 가래끓는 듯한 음성으로 음침하게 말을 받았다. [흐흐흐.. 늙은이가 경주는 맞이하지 않고 굳이 벌주를 들겠다니 노부가 네놈의 소원을 들어주마.] 말이 끝나기가 무겁게 청의복면인의 손이 허공에서 번쩍였다. 순간, [으----아-----악!] 밤하늘을 갈기갈기 찢어놓을 듯한 처절한 비명소리와 함께 무림제왕보의 노인이 피를 뿌리며 나뒹굴었다. 무림제왕보의 제자들은 노인의 죽음에 분노를 터뜨리며 제각기 병기를 꺼내들었다. 그러나, [으----아----악!] [아악...] 그들은 병기를 채 뽑기도 전에 사지가 잘려 땅바닥을 뒹굴고 말았다. 연속적인 비명이 사라지기도 전에 십여 개의 인영이 동쪽으로부터 번개처럼 날아 왔다. 그들은 지면으로 가볍게 내려선 뒤 땅바닥에 즐비한 시체에 시선을 고정시켰다. 단 일호에 십여 명의 무림제왕보의 제자를 살해한 청의복면인이 음험스럽게 말 했다. [흐흐흐... 총관나리와 십이검께서 친히 마중을 나오셨구려.] 십여명의 인물들은 바로 무림제왕보의 절정고수인 총관 비필은협 진명과 제왕십이 검이었다. 그들은 옥적금궁 철음교로부터 직접 무공을 강호의 절정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인물들이었다. 진명이 고개를 들어 근 백여 명에 달하는 복면인들을 노려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대들은 무슨 연유로 본보를 침입해 이같이 살생을 저지르는 것이오?] 청의복면인이 사악한 눈빛을 쏘아냈다. [진명, 그대와는 논한 성질의 문제가 아니니 속히 보주를 나오라고 해라.] 진명이 그의 안하무인격인 태도에 막 호통을 치려는 순간이었다. [어떤 분들이 노부를 찾아오셨소? 이렇게 늦게 영접을 해서 대단히 죄송하오.] 말소리가 끝나기도 전에 어느새 백의인이 장내에 서 있었다. [앗!] 침입자들은 백의인의 절세적인 신법에 대경실색을 했다. 백의인은 네모 반듯한 얼굴에 봉황의 눈을 지닌 중년에 위엄이 가득한 인물이었다. 그가 바로 무림제왕보의 보주인 동시에 천하제일의 고수인 옹적금궁 철음교였다. 옥적금궁 철음교는 제자들의 시신을 잠시 바라본 뒤 천천히 입술을 떼었다. [여러분께선 무슨 일로 노부를 찾아오셨소?] 그의 담담한 목소리에 침입자들은 잠시 주춤거렸다. [철보주, 우리는 보주께서 한 장의 불사도를 가지고 있다는 말을 듣고 진상을 알고자 해서 찾아왔소!] 철음교는 말한 사람을 바라보았다. 그 사람은 족히 오백 근은 나갈 듯한 선장을 들은 홍의복면인이었다. [혜원선사, 그대는 어찌하여 복면을 하고 오셨소? 남들에게 얼굴을 드러내면 안될일이라도 있소?] 홍의복면인은 잠시 몸을 떨었다. 그러나 곧이어 복면을 벗으며 나직한 불호를 외웠다. [아미타불... 역시 시주의 안목은 예리하기 짝이 없구려. 빈승을 단번에 알아 보시니 말이오.] 철음교는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 [선사께서는 과찬을 하십니다. 천하에 오백 근에 달하는 선장에다 붉은 가사를 입은 사람은 그리 흔하지 않소이다.] 이때 처음의 청의복면인이 음침하게 말했다. [철보주, 아직 혜원선사의 말에 대답을 안해쏘. 그러니 사실인지 아닌지를 밝혀 주시오.] 철음교의 두 눈이 번쩍였다가 사라졌다. [사검혈마 장사굉께서도 오셨구려. 그러고 보니 본보를 찾아 오신 분들은 정사 각파의 인물인 듯 하구려.] 이때, 내전에서 아름답기 이를데 없는 중년부인이 모습을 나타냈다. 부인의 품에는 화려한 비단보에 갓난아기가 잠들어 있었다. 그녀가 바로 철음교의 부인인 채미령이었다. 철부인은 사지가 잘려 나간 시체들을 보고 단번에 안색이 새파랗게 질렸다. [여..여보, 대체 이.. 이분들은 어떤 분들이신가요?] 그녀가 가리키는 이분들이란 바로 백여명에 달하는 복면인들을 말하는 것이었다. 철음교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노부의 무림동도들이오. 그러니 부인은 들어가서 쉬시오. 밤바람이 몹시 차가운데 아기가 감기 들면 어쩌겠소?] 그의 말이 끝나자 사검혈마 장사굉의 음성이 들려왔다. [철보주, 불사도는 그대가 가지고 있는 것이 틀림없소?] 철음교는 안색을 굳히며 말했다. [그대들은 불사도 때무에 본보를 방문했구려?] 이어 혜원선사에게 시선을 돌렸다. [선사께서도 불사도 때문에 찾아오셨소?] 혜원선사가 잠시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다. [아미타불.. 불사도는 무수한 살겁을 일으키는 무림의 마물이오. 해서 개인에 보관해서 혈겁을 사전에 막고자 하오.] [하하하.. 그랬었구려. 역시 불제자답게 천공해활한 마음을 지녔소이다. 그런데 귀장문인께서는 이 일을 알고 계십니까?] 혜원서사가 얼굴을 붉히며 입을 열지 못했다. 그러나 잠시 후 천천히 입술을 떼었다/ [시주께서 불사도를 빈승에게 넘겨주신다면 장문사형에게 드린 뒤 영원히 본사에 묻어둘 것이오.] 철음교는 비웃듯이 말했다. [그럼 선사께서는 장문인의 명을 받은 것이 아니구려?] 사검혈마가 더 이상 못참겠다는 듯이 버럭 고함을 질렀다. [철보주, 불사도를 가졌는지 안가졌는지 빨리 확실한 대답을 해보시오!] 철음교는 넌지시 물었다. [장대협께서는 노부가 불사도를 가지고 있다는 얘기를 누구에게 들었소?] 사검혈마가 코웃음을 쳤다. [흥! 철보주가 그것을 가지고 있다는 소문은 세살 먹은 어린아이도 알고 있을진데 당신은 이래도 부인하겠소?] 철음교는 말했다. [만약 나에게 불사도가 없다면 어떻게 하시겠소?] 이때 또 다른 목소리가 들려왔다. [철보주, 우리는 그대와 입씨름할 시간이 없소.그러니 어서 불사도를 내놓으시오.] 그러자 여기저기서 호응하는 소리가 터져나왔다. 철음교는 어처구니 없다는 듯이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핫.. 소림사 등 소위 구대문파의 제자들과 정파라 자처하는 군협들께서 보잘 것 없는 한 장의 그림 때문에 복면을 하고 떼를 지어 침입을 하다니 정말 통탄할 노릇이오.] 사검혈마가 사악하게 웃었다. [흐흐흐. 철보주, 이곳에 모이신 분들은 정사각파의 절정고수들이오. 그러니 좋은 말로 얘기할때 불사도를 바치는 것이 현명한 처사일 것이오.] 철음교가 대꾸하기도 전에 비필은협 진명이 선뜻 나섰다. [흥! 이젠 아주 협박을 하려고 드는구려. 본보에서는 불사도를 가지고 있지 않는 것은 둘째치고 어떻게 생긴 것인지도 모르는 일이오. 그러니 여러분께서는 그만 돌아가 주시오.] 사검혈마가 철음교를 향해 말했다. [철보주, 진명의 말이 사실이오?] 고개를 끄덕이는 철음교, 그러자 복면인들 중에서 우렁찬 고함이 터져나왔다. [여러분, 그와 더 이상 긴 얘기 해보았자 입만 아플 뿐이오. 처음의 계획대로 그를 족친다면 자연히 불사도는 우리들의 손에 들어오게 될 것이오.] [그렇소.] [대협의 말이 옳소?] 호응하는 소리가 끝나자 그들은 천천히 몸을 움직이기 사작했다. 철음교는 사태가 심상치 않음을 느끼고 부인을 향해 전음을 보냈다. [부인, 유노인과 함께 어서 이곳을 빠져나가시오. 그리고 절대로 잊어서는 안될 일이 있소. 그것은 이곳에 침입한 자들이 정사각파의 무림인들이라는 것이오. 부인, 그동안 당신을 따뜻하게 대해주지 못해 정말 미안하구려. 끝으로 부탁하고 싶은 것은 아직 이름을 짓지 못한 아이의 이름을 한빙이라고 지어주시오.] 철부인은 비단보에 새근새근 잠드어 있는 귀여운 아기를 바라보며 나직이 중얼 거렸다. [한빙, 철한빙!] 그녀는 남편이 지어준 아기의 이름을 부르며 전신을 부르르 떨었다. 한빙! 이 얼마나 차가운 이름인가? 이때, [이----야---압!] [으----아---압!] 요란한 폭갈소리와 기합소리가 일며 무림제왕보와 정사각파의 인물이 한데 어울리 기 시작했다. 철음교는 어느새 옥적과 금궁을 빼어들고 복면인들을 향해 맹렬히 휘둘러갔다. 그러는 한편 부인에게 다급한 전음을 보냈다. [부인, 어서 한빙을 데리고 이곳을 빠져나가시오. 어서!] 철부인은 고개를 저으며 눈물은 주르르 흘렸다. 그리고는 천천히 넋나간 듯이 입을 열었다. [안돼요! 당신도 함께 가셔야 돼요. 당신도...] 철음교는 그녀의 울음섞인 목소리를 들으며 가슴이 갈기갈기 찢어지는 비통함을 느꼈다. [부인, 무림제왕보는 영원히 무너지지 않소. 영원히 말이오...] 그는 영웅의 굵은 눈물을 주르르 흘렸다. 이때 철부인의 곁으로 육십여 세에 이르는 노인이 다가왔다. [마님, 어서 이곳을 빠져 나가셔야 합니다. 속히 소인을 따라오십시오.] 철음교는 노인이 그녀의 곁에 있자 다소 안심했다. 유노인은 눈물은 주르르 흘렸다. [주인님, 걱정하지 마십시오. 소인 뼈가 가루가 되는 한이 있어도 주인님의 은혜 를 갚을 것입니다.] 그도 오늘의 사태를 짐작하고 있는 듯 싶었다. 철부인은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며 품안에 있는 갓난아이를 쓰다듬었다. 똑! 똑! 차가운 눈물이 아기의 얼굴에 떨어지자 자지러질 듯한 울음이 터져나왔다. [응----애!응------애...] 유노인이 재빨리 입을 열었다. [마님, 어서 이곳을 벗어나야 합니다. 어서요.] 철부인은 입술을 지그시 깨물며 피보라 속을 누비는 철음교를 바라보았다. 눈물이 앞을 가려 남편의 모습이 보이지 않을 지경이었다. 곧 이어, 그녀는 내전의 비밀통로를 향했다. 복면이들 중에서 몇 명이 철부인과 유노인이 도주하는 것을 발견했다. [계집년과 웬 늙은이가 도망친다. 그들의 몸에 불사도가 있을지 모르니 어서 뒤를 쫓아라.] 하며 번개같이 내전으로 달려갔다. 철음교는 기겁을 하며 그들을 향해 연속 장을 밀어냈다. [으------아-----악!] [...] 철부인의 뒤를 추적하던 정사의 무리들은 처절무비한 비명을 지르며 가랑잎처럼 날아갔다. 무림제왕보의 제자들은 거의 반 수 이상이 피를 뿌리며 죽어가고 있었다. 정사의 침입자들은 불사도에 눈이 뒤집혀 물불을 가리지 않았다. 그들은 눈앞에 어른거리는 것은 무조건 베어버렸다. [으----아----악!] [크----윽-----!] 무림제왕보의 제자들도 강호의 일류고수대열에 끼었으나 수적인 열세로 계속 쓰러져갔다. 비필은협진명과 제왕십이검은 동에서 번쩍 서에서 번쩍하며 종횡무진으로 활약하고 있었다. 그들의 장검과 은필이 허공을 그을 때마다 처절한 비명소리와 피보라가 뒤를 따랐다. 그러나 그들도 무수한 적들에 의해 서너군데에 검상을 입고 있었다. 철음교도 이십여 명의 고수들을 맞아 악전고투를 벌이고 있었다. 그는 좁은 내전의 통로를 막고 놈들이 부인을 추적하는 것을 막으려니 여간 힘에 겨운 것이 아니었다. 수십개의 누각이 태반이나 불에 타거나 허물어지기 시작했다. 우----르-------릉! 콰-----콰! 릉... 무림제왕보의 인물들은 굶주린 늑대와 같이 달려드는 복면인들에 의해 서서히 쓰러 져갔다. 철음교는 이를 악물고 분노와 살기, 그리고 허무 등을 되씹으며 맹렬하게 손을 휘두 르고 있었다. 이때, [으---악!] 처절한 비명소리에 이어 제왕십이검중 세명이 가슴과 허리 등에 깊숙이 장검이 꽂 힌채 피바다 속으로 쓰러졌다. 전신에서 피가 콸콸 쏟아지며 몸을 파르르 떨던 그들은 원한에 찬 눈을 부릅뜨며 축 늘어지고 말았다. 철음교는 두 눈에서 피눈물은 흘림과 동시에 시퍼런 살기가 줄기줄기 뿜어져 나왔다. 그는 분기충천한 기합을 지르며 미친 듯이 금검을 휘둘렀다. [아----아---악!] [크----윽--!] [...] 피와 살이 허공을 난무하며 무림제왕보 전체를 뒤덮었다. 이럴쯔음 서너 명의 복면인이 잽싸게 철부인이 사라진 곳을 향해 질풍같이 달려갔다. 철음교는 다급함과 초조함을 금치 못했다. 그의 초식이 잠시 흩어지는 순간, 쉬----익! 날카로운 파공음이 일며 새털같이 작음 가기가 그의 허벅지에 깊숙이 박혔다. [으----윽!] 철음교는 한 차례 몸을 휘청거렸다. 지극히 짧은 시간! 다시 그의 등뒤로 일검이 그어져 왔다. 찌이익... [윽-----!] 그는 등뒤가 불에 데인 듯 화끈함을 느끼고 급히 뒤를 향해 유성한월의 일초를 펼쳤다. 순간 등뒤로부터 모골이 송연할 정도의 비명이 울려왔다. [아---아-----악!] 철음교의 입술에서 피가 흘러나왔다. 그는 이를 악물고 초식을 펼쳤다. [으악...] [...] 제왕십이검 중 벌써 여섯 명이 목숨을 잃고 말았다. 비필은협 진명도 전신이 피투성이가 된 채 간신히 버터고 있었다. 다시 뜨거운 차 한 잔 마실 시간이 지나... 철음교는 어지럽게 폭사되어오는 수십개의 장검에 난도질 당했다. [으---으---음!] 그와 때를 같이하여 비필은협 진명의 입에서 원한이 가득 담긴 비명이 터져나왔다. [으---아---악~!] 그의 옆구리에는 한 자루의 연자창이 깊숙이 박혀 있었다. 진명은 만면에 원통한 빛을 뿜어내며 철음교를 바라보았다. [보..보주님, 저...정말 억울합니다. 이..이것은 으..음모입니다. 으..음..모..] 전신이 피투성이가 된 비필은협 진명의 몸이 힘없이 쓰러졌다. 철음교는 상처의 고통도 잊은 채 원한의 눈물을 흘렸다. [진총관! 이대로 죽어서는 안되오. 안된단 말이오!] 순간 그의 몸을 향해 서너 자루의 장검이 빛살같이 찔러왔다. 철음교는 대경실색을 하며 급히 옥적과 금궁으로 장검을 후려쳐갔다. 그러나 심한 부상으로 지쳐있는 철음교는 평소의 공력에 반 정도밖에 위력을 발휘 하지 못했다. [으---으-----윽!] 철음교는 또다시 왼쪽 어때에 깊숙한 상처를 입고 말았다. [으----아---악..] [아----악!] [...] 그와 동시에 처절한 비명을 지르며 제왕심이검 중 남아있던 인물들의 전신이 잘려진 채 사방으로 뿌려졌다. 그들은 원한의 피를 뿌리며 피바다 속을 뒹굴었다. 무림제왕보의 사람들은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모두 목숨을 잃은 것이다. 철음교는 충격과 비통, 그리고 온몸의 성처에 견디지 못하고 털썩 주저 앉고 말았다. 그의 눈에서는 피눈물이 끊임없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무림제왕보는 그야말로 지옥도를 방불케 했다. 정사의 무리들도 겨우 이십여명밖에 살아남지 못했다. 그들은 일제히 철음교를 향해 몰려 들었다. 한 사람이 다급하게 입을 열었다. [철음교, 어서 불사도를 내놓아라. 그렇지 않으면 네놈을 죽지도 살지도 못하게 만들어 놓고 말겠다.] 철음교는 이를 부드득 갈았다. [네놈들도 정인군자라고 자처할수 있느냐? 사파의 무리들은 그렇다 치고 정파의 인물이라 저처하는 소림, 무당둥이 짐승만도 못한 짓을 서슴없이 저지르다니 정 말 존경할만 하구나. 허허헛...] 정파의 인물들은 잠시 얼굴을 붉혔다. 그러나 불사도만 손에 넣는다면... 소림사의 혜원대사가 나직이 불호를 외웠다. [아미타불..대협께서 더 이상 봉변을 당하기 전에 불사도를 내놓는 것이 현명한 처사일 것이오.] 철음교는 가소로운 빛을 띠었다. [혜원, 그대의 손에 의해 소림의 천년덕엄이 하루 아침에 무너졌구려. 다시 말하 지만 나에게는 불사도라는 것이 없소. 그리고 설사 있다고 해도 그대들과 같은 무 리들에게는 절대로 줄 수가 없소.] 그러자 하나의 손바닥이 어른거리며 철음교의 뺨을 힘차게 후려쳤다. 팍! 철음교는 불에 데인 듯 화끈함을 느끼며 입에서 한 줄기 선혈을 토했다. 그는 전신을 와들와들 떨며 피눈물을 주르르 흘렸다. 이 치욕! 이 원한! 이 비참함.. 철음교는 이들을 갈가리 찢어죽이지 못하는 자신이 지금처럼 미운적이 없었다. 한명의 흑의복면인이 급히 그의 품속을 뒤졌다. 그러나 불사도가 있을리가 없었다. [여러분, 이놈의 몸에는 불사도가 업소. 그러니 무림제왕보를 샅샅이 뒤져 봅시다.] 그러자 음침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 �ⅷダ� 곳 어디에 감추었는지 알 수가 있겠소? 제 생각으로는 철음교를 족치는 것이 빠를 듯 하오.] 사방에서 찬성의 소리가 들려왔다. [그렇소!] [대협의 말이 옳소!] 이런 제의를 한 인물은 사검혐마 장사굉이었다. 사검혈마는 칠십팔세의 늙은이로 흑의를 걸쳤으며 강호에서 그의 사악함에 치를 안떠는 사람이 없었다. 그는 천천히 걸음을 옮겨 철음교의 면전으로 다가섰다. [으흐흐흐.. 철가야, 이제 실토를 하는 것이 어떻겠느냐? 네놈이 불사도가 숨겨진 곳만 가르쳐 준다면 편히 죽게 해주겠다.] 철음교는 처절하게 웃었다. [하하핫.. 사검혐마, 내입에서 무엇을 듣겠다는 말이냐? 네놈의 조상이라도 욕하란 말이냐?] 사검혈마는 사악한 미소를 흘리며 오른손을 창끝같이 세워 그의 어깨를 번개처럼 내리쳐갔다. 순간, [으-----음!] 신음과 동시에 철음교의 왼팔이 땅바닥을 굴렀다. 잘려진 어깨 부위에서 분수같은 피가 곧장 뻗어나가 중인들의 옷을 적셨다. 사검혈마가 잔인한 웃음을 띠우며 음침하게 말했다. [자, 이래도 말을 하지 않겠느냐?] 철음교는 이를 악문 채 시퍼런 살기를 띠운 눈빛으로 그를 노려보았다. 사검혈마의 손이 다시 번뜩이는 순간, 퍽! 소리와 함께 철음교의 오른팔이 떨어져 나갔다. 그는 입술을 깨물며 고통을 참았다. 이때 누군가가 고함을 질렀다. [여러분, 그놈은 죽어도 입을 열지 않을 듯하오. 그러니 속히 처치하고 불사도를 찾 는것이 오히려 빠를 것이오.] [옳소!] [그렇소이다!] 다음순간, [으----아----아----악!] 천지를 뒤흔드는 처참한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일대의 기협 옥적금궁 철음교는 이렇게 해서 영웅의 말로를 마친 것이다. 사지가 찢겨나간 철음교의 모습은 정년 목불인견의 처절무비한 참상이다. 곧 이어 정사의 무리들은 무림제왕보를 이잡듯이 뒤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아무도 불사도를 발견하지 못했다. 동녘 하늘이 서서히 밝아오자 그들은 하나 둘 무림제왕보를 떠나갔다. 철부인을 찾아서... 그들이 떠남과 동시에 무림제왕보는 걷잡을 수 없는 화염에 휩싸였다. 천하를 떨어울리던 일대무성이 너무도 비참하게 최후를 마친것이다. 화르륵----! 따닥! 따다닥----! 불길 날리는 소리와 나무 타는 소리가 요란하게 울려퍼졌다. 하늘에서는 무림제왕보의 참사를 차마 볼수 없다는 듯 주먹만한 눈송이로 무림제 왕보를 소리없이 덮어버렸다. 스르륵... �角灼�.. 이거 장난이 아니네여.. 이걸 7권까지 어떻게 칠수 있을지... 아무튼 열심히 치겠습니다.. 잼있게 읽으세요... �� 번호:180/227 등록자:HYUN9876 등록일시:97/03/30 14:09 길이:453줄 제 목 : [사마달] 불세마왕경 제 2장 불세마왕경 저자: 사마달 출판사: 대한출판사 제 2장 피눈물을 뿌리며 한편, 피눈물을 뿌리며 무림제왕보를 빠져나온철부인과 유노인은 눈보라를 헤치며 쉴새없이 북쪽을 향해 달렸다. 그들에게는 일정한 목적지도 없었다. 다만 복면인들의 마수에서 벗어나고자 무작정 달려갈 뿐이었다. 유노인의 품에는 비단보에 싸인 갓난아기가 새록새록 달콤한 잠속에 빠져있었다. 마치 자신의 가문에서 일어난 살겁은 관계없다는 듯이... [마님, 어서 걸음을 재촉하셔야 합니다. 놈들은 틀림없이 뒤를 추적할것이 분명 합니다.] 철부인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후들거리는 다리를 간신히 옮기고 있었다. [유노인, 정말 더 이상은 모가겠어요.] 유노인은 다급하기 짝이 없었다. 이때, 그들을 쪼는 급촉한 발걸음 소리와 고함소리, 그리고 옷자락 휘날리는 소리가 점점 가까이 들려왔다. 유노인은 크게 당황하며 철부인을 향해 급히 말했다. [마님, 속히 자측에 있는 숲으로 몸을 숨기십시오.] 이어 비단보를 철부인에게 넘겨주었다. [소인이 놈들은 따돌리고 올테니 마남께서는 숲속에서 한 발자국도 움직여선 안됩니다.] 유노인은 말을 마침과 동시에 허공으로 몸을 솟구쳤다. 그의 무공은 이미 강호의 일류고수를 능가하는 듯했다. 그때 멀리서부터 고함소리가 들려왔다. [놈이 저쪽으로 도망간다. 빨리 잡아라.] 급촉한 발자국 소리가 점차 사라져갔다. 정적! 철부인은 숲속에 잔뜩 웅크리고 앉은 채 한맺힌 눈물을 흘렸다. 그녀는 품안의 갓난아이를 쉴새없이 쓰다듬어 주었다. [아가야, 아가야, 이게 대체 무슨 청천벽력이란 말이냐? 평화롭기 그지업던 가정에 왠 날벼락이란 말이냐? 아가야...] 철부인은 너무나 커다란 충격을 받은 나머지 마치 정신이 나간 사람같이 시선에 촛점이 없었다. 이때 가벼운 미풍이 일며 유노인이 나타났다. [마님, 어서 소인의 뒤를 따르십시오. 그리고 공자님은 이리 주십시오.] 휘이이이이----휘이잉! 그들은 무섭게 퍼부어대는 눈보라를 헤치며 다시 걸음을 재촉했다. 유노인은 다급하기 짝이 없었다. 철부인은 무공을 전혀 모르는지라 그녀와 보조를 맞추려니 발등에 불이 떨어진 듯 초조하기 이를데 없었다. 그는 알고 있었다. 무림제왕보에서 살아남은 사람이라고는 자신과 철부인, 그리고 철한빙이라는 원한에 가득찬 이름을 가진 갓난아이 뿐이라는 것을... 중원 전체를 뒤덮을 듯한 한설은 보름이 지나도록 그칠 줄 몰랐다. 유노인과 철부인이 거의 지칠대로 지쳐 걸음을 옮길 수조차 없는 나른한 몸을 이끌고 대파산 기슭에 당도했을 때였다. [으흐흐흐... 년놈들이 멀리도 도망쳐 왔구나. 하지만 노부의 손에 걸려든 이상 또 다시 빠져나간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유노인과 철부인이 대경실색하며 급히 고개를 들어보았다. 커다란 고송 위에 한 명의 백발노인이 거꾸로 매달려 몸을 좌우로 흔들고 있었다. [염시독비....] 유노인의 입에서 나직한 신음이 흘러나왔다. 염시독비는 깃털처럼 가볍게 땅으로 내려섰다. [흐흐흐..귀혼수라, 좋은 말로 얘기할 때 불사도를 바치는 것이 현명한 일 일것 이다.] 철부인은 염시독비의 모습을 대하자 피가 목구멍으로 넘어올 것만 같았다. 마치 시체같이 푸르뎅뎅한 안색에 쉴새없이 퍼져나오는 녹광, 그리고 두눈은 싶숙이 파여 흡사 천연동굴을 연상케 했으며 코는 어디로 사라졌는지 한개의 구 멍만이 뚫려저 있었다. [염시독비, 네놈도 불사도를 찾는 모양이구나. 하지만 애석하게도 노부와 마님은 불사도를 지니지 않았다. 그러니 이상 노부의 앞길을 가로막지 말거라.] 염시독비가 극악한 웃음을 날렸다. [흐흐흐.. 감히 누부를 속이려 하다니. 네놈들이 불사도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은 강호인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거늘 감히 오리발을 내밀어!] 말을 마친 그는 마치 강시처럼 유노인의 면전으로 천천히 다가왔다. 유노인은 급히 능부인을 보호하며 공력을 끌어모았다. (분명 이놈의 염시공은 무서운 독기가 서려있을 것이다. 만약 철부인에게 독기가 스민다면 정말 돌이킬 수 없는 사태가 돌발한다. �♠◁릿摸� 노부가 선수를...) 여기에 생각이 미친 그는 대갈일성을 지름과 동시에 필생의 공력으로 일장을 쳐나갔다. 염시독비는 미리 예상으 하고 있었다는 듯이 차가운 냉소를 치며 염시 장을 밀어냈다. 콰----콰---콰----앙! 요란한 폭음이 일며 나뭇가지 위에 쌓였던 눈들이 하늘을 가득 매우며 회오리쳤다. 염시독비는 일장을 밀어냄과 동시에 번개같이 철부인의 맥문을 움켜쥐어갔다. 유노인은 깜짝 놀라며 급히 염시독비의 뒤통수를 향해 일지를 뻗었다. 쉬---이-----익! 날카로운 파공음이 열시독비를 향하던 지풍이 갑자기 수십 갈래로 갈라졌다. 염시독비는 이같은 지법에 소스라치게 놀라며 급히 사법을 전개해 옆으로 신형을 피했다. 쌔---앵! 지풍은 아슬아슬하게 그의 귀를 스치고 지나갔다. 염시독비는 등줄기에 식음땀이 흐르는 것을 느끼며 이를 부드득 갈았다. [으..이놈! 정말 죽지 못해 환장을 한 모양이구나.] 그는 말을 끝냄과 동시에 서서히 공력을 끌어올렸다. 그러자 그의 몸이 두배로 커지는 반면 주위에 시체 썩은 냄새가 은은히 풍겨왔다. [염시공!] 유노인은 잔뜩 긴장하며 자신의 최고 절초인 귀혼장을 십이성의 공력으로 질풍같 이 밀어냈다. 순간, 쿠---콰------쾅! 백설같은 눈덩이가 뒤엉키는 가운데 두 사람은 제자리에 우뚝 버리고 서 있었다. 또 다시, [받아라!] [이----야---압!] 대파산을 집어삼킬듯한 쩌렁쩌렁한 고함소리에 이어 다시 한번 요란한 굉음이 지축을 뒤흔들었다. 콰----콰-----쾅! [으----악!] 염시독비는 가슴에 정통으로 귀혼장을 얻어맞고 삼 장 밖으로 날아가 눈속에 파묻 히고 말았다. 그러나 곧이어 벌떡 일어서며 뺑소니를 치기 시작했다. [귀혼수라, 노부는 비로 패하고 돌아간다만 네놈도 염시공에 격중됐으니 오래 살 생각은 버리는 것이 좋을 것이다. 흐흐흐...] 그의 목소리가 멀어져감에 따라 신형 또한 자취를 감추었다. [휴------우!] 유노인은 그가 쓰러졌던 곳에 흘려진 시뻘건 선혈을 바라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그도 염시공이 독기에 중독되어 가볍게 몸을 떨었다. [아.. 이대로 죽어야 한단 말인가? 안된다! 보주님의 은혜를 생각해서라도 공자님 을 기필코 살려야한다.] 유노인은 품속에서 한알의 단약을 꺼내 급히 눈을 뭉쳐 함께 복용했다. 이어 한쪽에서 온 몸을 사시나무처럼 떨고 있는 철부인을 부축하고 급히 그곳을 떠났다. 철부인은 그의 뒤를 따르며 경악에 가득찬 시선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유노인은 그녀의 심증을 깨닫고 재빨리 입을 열었다. [마님, 소인은 그저 유운산이라는 늙은이라는 것만 아시면 됩니다.] 철부인이 말했다. [그런데 귀혼수라라는 말은 또 뭐예요?] 유운상의 얼굴에 씁쓸한 미소가 스치고 지나갔다. 삼십 년 전 중원일대를 피의 소용돌이로 몰아넣은 절세의 마두, 그는 정사지간 에서 자신의 비위에 거슬리거나 악행을 일삼는 무리들은 누구를 막론하고 가차 없이 죽였다. 이에 무림인들은 그를 중원살성이라고 부르기도 했었다. 유운상은 대답을 피한 채 급히 주위를 살폈다. 그리고는 철부인을 향해 재촉하듯이 말했다. [마님, 어서 걸음을 재촉합시다. 비명소리에 놈들이 곧 몰려올 것입니다.] 철부인이 그의 노안을 바라보며 떠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유노인, 그대는 정체를 숨긴 강호의 기인이었군요?] 우운상이 다급한 어저로 입술을 떼었다. [마님, �∃♠션� 말씀은 나중에 드릴테니 어서 공자님을 소인에게 넘겨 주십시오.] 철부인은 감격에 겨운 눈빛을 띠우며 비단보를 그에게 주었다. 그들은 또다시 무릎까지빠지는 눈을 해치며 필사의 도주를 계속했다. x x x 하루, 이틀, 열흘.... 그동안 그들은 하루에도 서너차례의 기습을 당했다. 그때마다 유운상의 절정에 달한 무공으로 간신히 마수를 벗어날 수 있었다. 그들은 또다시 이레가 지나자 기진맥진하고 말았다. 유노인은 철부인의 곧 쓰러질 듯한 지친 모습에 잠시 몸을 쉬기로 했다. 두사람은 잠시 휴식을 취한 뒤 다시 몸을 일으켜 몇 걸음을 옮겨 딛디었을까! [헤헤헤.. 멈추어라. 어디를 가려고 하느냐?] 이때 철부인은 움찔하는 듯 했으나 오히려 유운상보다 태연해 있었다. 마치 삶을 초월할듯. 유운상은 나타난 인물들을 보고 대경실색을 금치못했다. 무림사귀중 사음귀녀와 최심무형위가 연지처럼 나타난 것이다. 유운상은 절망감을 느꼈다. 우내십기 가운데 사귀에 속해 있는 그들은 당금 무림에 적수가 없을 정도로 무공 이 고강한 인물들이었다. 둘중 하나도 벅찬데 두 사람이 동시에 나타났으니... 유운상은 철부인을 쳐다보며 생각에 잠겼다. (으음...할수없군. 노부가 다시는 사용하지 않기로 결심한 오보추혼산을 사용하는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겠구나.] 지극히 짧은 시간에 생각을 마친 그는 잽싸게 품 속으로 손을 집어 넣었따. 그러나 사음귀녀와 최심무형귀는 무림을 수십년간 활보해온 능구렁이들이었다. 그들은 재빨리 신법을 전개해 양쪽으로 갈라서며 냉행한 코웃음을 쳤다. 유운상은 그들이 자시의 속셈을 파악했다는 것을 알고 생각을 바꾸었다. (안되겠다. 놈들이 알아차린 듯 하니 흑연무를 사용해야겠다.) 그는 대갈일성을 터뜨리며 이귀를 향해 각각 귀혼장을 밀어냈다. 동시에 품속으로 손을 넣어 동그랗게 생긴 시커먼 물건을 땅바닥에 내동댕이 쳤다. 순간, 펑! 하는 소리와 함께 흑색 연기가 방원 십 장 내로 퍼지기 시작했다. 흑색 연기는 바람을 타고 점차 확대되어 갔다. 순식간에 주위가 먹물을 뿌려놓는 듯한 어둠에 휩싸이자 이귀는 노발대발했다. [귀혼수라, 네놈이 흑연무로써 우리들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 네놈을 잡기만 �덫▨ⅲ¤摸� 천참만륙을 내어 죽여버리고 말겠다.] 유운상은 그들의 말을 귓전으로 흘리며 급히 철부인의 손을 이끌고 신법을 전개 했다. 두사람이 약 십리쯤 갔을까? [흐흐흐.. 귀혼수라, 그 따위 흑연무로 우리들을 가둬 놓을수 있을 줄 알았더냐?] 유운상은 전신의 맥이 쭉 빠지는 것을 느꼈다. (아! 놈들이 흑연무를 뚫고 나오다니 정말 무서운 고수들이구나. 이렇게 된바에야 할수 없이 목숨을 걸고 일전에 벌이는 수밖에 없겠구나.) 그는 곧 품속에서 비검을 꺼내들었다. 사음귀녀가 모골이 송연할 정도의 날카로운 웃음을 터뜨렸다. [깔깔깔깔... 귀혼수라, 네놈이 정히 불사도를 내놓지 않겠다면 저 늙은 년과 갓난 아이를 박살내고 말겠다.] 유운상은 그녀의 사악한 말에 흠칫 놀랐다. 다음 순간, 그의 옆에서 요란한 폭갈소리가 들려왔다. [받아라!] 쉬----익! 날카로운 파공음이 일며 사음귀녀의 단전을 향해 비검이 쏜살같이 쏘아갔다. [흥!] 사음귀녀는 차가운 코웃음을 치며 양발을 교묘하게 교차시켜 비검을 피해냈다. 그녀가 비검을 피한 뒤 막 욕설을 퍼부으려는 찰나, 쐐-----앵----! 하는 소리와 함께 비검이 번개같이 되돌아오며 그녀 등뒤의 명문혈을 놀려갔다. [앗!] 사음귀녀는 기급을 하며 황급히 보법을 펼쳐 간산히 비검을 피해냈다. 그녀는 분노와 함께 살기가 줄기줄기 뿜어져 나오는 눈으로 유운산을 쏘아보았다. 한편, 최심무형귀는 철부인의 절세적인 용모에 군침을 흘리며 두 눈이 색욕으로 물들었다. 그는 철부인을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다가서며 입술을 핥았다. [으흐흐.. 채미령, 정말 사람 미치게 할 정도로 요염하구려. 추위가 대단한모양인데 노부가 따뜻하게 해주겠소.] 철부인은 품안의 철한빙을 꼭 끌어안으며 전신을 세차게 떨었다. [가..가까이 오지 마세요. 제발 제..발] 그러나 최심무형귀는 만면에 음탕한 기색을 떨올리며 연신 마름침을 삼켜댔다. [흐흐흐... 철부인, 어서 이리로오시오. 노부가 환상의 세계로 그대를 안내하겠소.] 그는 말을 끝내자마자 쏜살같이 그녀의 옷자락을 낚아채갔다. 찌익----! [응----애!응----애!] 자지러질 듯한 갓난아이의 울음소리가 찬 공기를 뚫고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철부인의 가슴 앞의 옷이 길게 찢어져 풍만하면서도 눈이 부신 두개의 가슴이 적나 라하게 드러났다. 하지만 그녀는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급히 갓난아이에게 달려갔다. [아가야!] 최심무형귀는 그녀의 터질듯이 풍만한 가슴을 보자 두 눈이 뒤집히고 말았다. 그는 신속하게 몸을 날려 그녀를 덮쳐버렸다. [아-----악!] 철부인의 입에서 귀를 찢을 듯한 비명이 터져나왔다. [앗!] 유운상은 사음귀녀에게 밀려 정신이 없는 판에 철부인의 비명을 듣자 소스라치게 놀라고 말았다. 사음귀녀는 이때를 놓치지 않고 재빨리 일장을 밀어냈다. 쉬-----익! 차가운 한기를 동반하고 질풍같이 몰려간 일장이 유운상의 가슴을 가차없이 강타 했다. 피----잉! [으------윽!] 유운상은 일장을 얻어맞자 입에서 분수처럼 선혈을 뿜어냈다. 백설 위에 뿌려지는 원한의 붉은 피! 유운상의 피에 젖은 얼굴에서 더운 김이 무럭무럭 솟기 시작했다. [으----아-----악!] 그는 엄중한 내상에도 불구하고 전신의 공력을 끌어모아 귀혼장을 뻗어냈다. 우-----르-------릉! 굉금과 동시에 사방의 눈들이 어지럽게 휘날렸다. [흥!] 사음귀녀는 가벼운 냉소를 날리며 한쪽 옆으로 슬쩍 피했다. 이때를 이용해 유운상은 번개같이 최심무형귀에게 일지를 날렸다. 최심무형귀는 거친 숨을 내쉬며 철부인의 몸위에서 기를 쓰고 있었다. 한데 느닷없이 한 줄기 무형의 잠력이 뒤통수를 노려오자 기겁을 하며 옆으로 굴 렀다. 팍-------! 지풍은 눈속을 뚫고 백설을 휘날리는데 그쳤다. 이때 사음귀녀가 유운상을 향해 휘진청담의 일초를 펼쳐갔다. 유운상은 부득불 다시 그녀와 접전을 벌이지 않으면 안될 입장에 놓이고 말았다. 그러나 철부인에게 정신이 쏠려있는 그가 초식을 제대로 펼칠 수는 없었다. 한편 최심무형귀는 철부인을 항해 재차 몸을 날렸다. 찌이익..... 그녀의 상의가 길게 찢겨져 나가며 백옥같은 살결이 드러났다. [으흐흐흐흐.....] 최심무형귀는 이어 철부인의 하의마저 거칠게 찢어가기 시작했다. [아-----아-----악!] 드디어 철부인의 터질듯한 풍만한 육체가 한얀 백설과 조화를 이루는 순간이었다. 철심무형귀는 그녀의 육체를 대하는 순간 황홀경에 빠져버렸다. 철부인은 억센 손길을 벗어나려고 몸부림을 치고 있었다. 그녀의 입술에서는 어느덧 피가 맺히기 시작했다. 최심무형귀는 색정에 이글거리는 거슴츠레한 눈으로 그녀를 뚫어져라 응시했다. [으------음!] 그는 철부인의 너무 황홀한 몸매에 정신이 혼미해지는 것을 느끼며 급히 하의를 벗 으려 했다. 이때, 철부인은 수치심과 분노, 그리고 원한에 사무친 나머지 혀를 깨물어 자결을 하고 말 았다. 철심무형귀는 막 벗으려는 찰나에 그녀가 축 늘어지자 흠칫 놀라며 급히 철부인의 상체를 거칠게 일으켰다. 피! 그녀의 입에서 붉디 붉은 선혈이 꾸역꾸역 흘러나오고 있었다. 최심무형귀는 그녀가 자결한 것을 알자 불같은 노기가 솟구쳤다. [이런 빌어먹을 년! 어르신네가 이제 막 신나려는 판에 혀를 물어 자결을 하다니 괘씸하기 짝이 없구나.] 말을 끝냄과 동시에 철부인을 향해 무지막지한 일장을 내뻗었다. 퍽! 철부인의 알몸은 피와 살이 튀며 사방으로 흩어졌다. [응----애!응애....] 비단보에 싸여있는 갓난아이도 어머니의 비참한 최후를 알기라도 하듯 목놓아 울고 있었다. 유운상은 이 광경을 보자 거의 실신 상태에 접어들고 말았다. [마님!] 그는 철부인을 부르며 급히 몸을 날렸다. 그러나 사음귀녀가 가만히 있을리가 없었다. [늙은놈아. 어디로 내빼려고 하느냐? 내 일장을 받아라!] 순간, 펑! [으----윽!] 유운상은 미처 그녀의 장력을 피하지 못하고 등뒤에 일장을 얻어맞고 몸을 한차례 휘청거렸다. 그의 등에는 뚜렷하게 두 개의 손바닥 자국이 찍혀 있었다. 유운상은 이를 악물고 최심무형귀를 향해 귀혼장을 날리는 동시에 눈속에 파묻힌 비단보를 안아 들었다. 이어 다시는 사용하지 않겠다고 굳게 맹세한 결심을 무너뜨리고 오보추혼산을 두 사람에게 뿌려댔다. [오보추혼산!] 사음기녀와 최심무형귀같은 절정고수조차 오보추혼산의 극독함에 맞서지 못했다. 그들은 대경실색을 금치 못하며 번개같이 십여 장 밖으로 몰을 날렸다. 유운상은 갈가리 찢겨져 나간 철부인의 시체를 바라보며 온몸을 와들와들 떨었다. 그는 원한에 사무친 누길로 이귀를 노려보더니 필생의 공력으로 신법을 펼치기 시작했다. 사음귀녀가 유운상의 도주하는 것을 보고 버럭 고함을 질렀다. [앗! 저놈이 도망을 치려 하다니!] 최심무형귀도 급히 고개를 돌려보며 차가운 냉소를 발했다. [흥! 감히 우리의 손아귀를 빠져나가려 하다니, 간덩이가 부은 모양이군.] 다음 순간 그들의 신형이 가볍게 떠오르며 유운상의 뒤를 번개같이 추척해갔다. 유운상은 엄중한 내상을 입은데다 무리하게 공력을 끌어올린 탓인지 연신 선혈 을 토해내고 있었다. 그는 이귀가 추척해오자 다시 오보추혼산을 허공에 뿌리는 한편 흑연무를 터뜨렸다. 퍽! 하는 음향과 동시에 흑색 연기와 오보추혼산이 허공을 가득 매웠다. 유운상은 쏜살같이 남쪽을 향해 달려갔다. 사음귀녀와 최심무형귀는 졸지에 유운상의 종적을 놓쳐버리자 미칠듯이 분노했다. 사음귀녀는 만면에 사악한 빛을 띠우며 발을 세차게 굴렀다. 그런때마다 하얀 눈송이가 허공으로 솟구쳐 올랐다. [으흐흐흑.. 귀혼수라, 다음에 내손에 걸리기만 해봐라. 살가죽을 벗기고 소금에 절여 죽지도 살지도 못하게 만들고 말겠다.] 그녀의 살기가 뚝뚝 떨어지는 앙칼진 외침은 멀리멀리 메아리쳐갔다. 한편 유운상은 피눈물로 뒤범벅이 돈 노안을 부릅뜨며 피맺힌 절규를 되씹고있었다. (보주님, 그리고 마님, 부디 지하에서나마 소인의 갈길을 인도해 주십시오. 소인은 뼈가 가루가 되는 한이 있더라도 기필코 공자님을 구해 무림제왕보가 받았던 피의 대가를 치루고야 말겠습니다. 피의 대가를...) 그의 마음 속에는 꿈틀거리는 이 피맺힌 절규는 훗날 천하무림에 크나큰 혈풍을 몰고 왔으니.... 번호:181/227 등록자:HYUN9876 등록일시:97/03/30 14:11 길이:400줄 제 목 : [사마달] 불세마왕경 제 3장 불세마왕경 저자: 사마달 출판사: 대현출판사 제 3장 숨겨진 신동 기련산, 산세가 웅장하고 아름답기로 천하에 널리 알려진 이 산은 사시사철 녹음이 우거졌다. 또한 수많은 고찰과 물이 맑기로도 유명했다. 한 마디로 호천산을 방불체 했다. 그래서 천하의 시인 묵객들이 줄을 잇는 곳이기도 했다. 기련산은 칠십 이 개의 봉우리가 있는데 그 중 연수봉이 가장 험하고 높았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연수봉을 찾는 사람은 거의 없다시피했다. 그러나 그런 연수봉의 꼭대기에는 조그만 초옥이 자리잡고 있었다. 초옥에는 육십세 가량의 노인과 열두어 살 정도 되어 보이는 소년이 살고 있었다. 이때, 초옥의 문이 삐그덕 열리며 남루한 옷차람의 소년이 나타났다. 소년은 비록 일신에 남루한 의복을 걸쳤으나 본래의 준수함은 감추지 못했다. 붉은 입술, 떡 벌어진 어깨! 이른바 천상의 옥동을 연상케 하는 소년이었다. 한가지 옥에 티라면 그의 얼굴과 전신에서 싸늘한 한기가 뻗쳐 나오는 것이었다. 소년은 천천히 걸음을 옮겨 맞은 편 봉우리가 바라보이는 큼직한 바위에 걸터 앉 았다. 바위가 반들반들 윤이 흐르는 것으로 보아 소년은 평소에 이곳에 앉아 있는 것이 유일한 낙인 듯 싶었다. 그는 하늘 높이 흐르는 뭉게구름에 시선을 돌리며 무거운 한숨을 내쉬었다. [휴우! 할아버지의 병환이 날로 심해지시니 정말 큰일이로구나. 하루종일 나무를 해다 팔아도 약값이 되지 않으니 어떻게해야 할아버지의 병환을 낫게 한단말인가?] 소년은 나직이 중얼거린 뒤 또다시 깊은 한숨을 불어냈다. 그는 잠시 생각을 하는 듯 하더니 곧 몸을 일으켜 초옥의 뒤로 돌아가 커다란 나무 짐을 짊어지고 봉우리를 내겨라기 시작했다. 험하디 험한 산세를 마치 평지를 치닫듯이 달리는 것으로 보아 그는 이곳의 지리에 상당히 익숙한 모양이었다. 소년은 곧장 마을로 향했다. 조그만 마을에 불과했지만 천하의 시인 묵객들과 영웅호걸들이 모여들어 상당히 번 화한 곳이었다. 그는 어느 커다란 화목상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그를 반기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이구, 빙이가 왔구나. 참 부지런하기도 해라. 어서 이쪽으로 내려 놓거라.] 말한 사람은 사십대의 중년인으로 인자하게 생긴 화목상의 주인이었다. 소년은 급히 나무짐을 벗어 놓으며 인사를 햇다. [아저씨, 안녕하셨어요. 오늘은 나무를 좀 많이 해왔어요.] 주인이 자상스럽게 웃었다. [그래. 할아버지께서는 좀 어떠시냐? 여전히 그만 하시냐?] 소년이 시무룩한 표정을 지으며 힘없이 고개르 끄덕였다. 주인은 측은한 눈초리로 그를 바라보다 정색을 했다. [어디보자. 어이쿠, 오늘은 정말 많이 해가지고 왔구나. 나무도 썩 좋은걸!] 이어 품속에서 은자 한냥을 꺼내 소년에게 내밀었다. [옛다, 나무값이니 받거라.] 소년은 깜짝 놀라며 급히 손을 뒤로 감췄다. [아니, 아저씨, 이것은 한냥짜리 은자가 아니예요?] 주인이 빙그레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인석아, 누가 아니랬냐? 자, 어서 받거라.] 소년은 주인의 얼굴을 바라보며 고개를 설레설레 지었다. [아니예요, 제가 해온 나무가 질이 좋다고 해도 칠푼이상은 나가지 않아요. 그런데 어떻게 은자 한냥을 받는단 말이예요?] 주인이 짐짓 호통을 쳤다. [인석아, 주면 주는데로 받을것이지 조그만 녀석이 무엇을 따지고 드는게냐? 어서 가지고 가서 할아버지 약이나 사다 드리거라.] 소년은 너무도 고마워 눈물이 핑 돌았다. 화목상 주인은 언제나 나무값보다 한 두 푼을 더 집어 주었다. 소년은 이런 그에게 항상 고마움을 느껴온 터였다. 주인이 또다시 부드럽게 호통을 쳤다. [아따! 이녀석 좀 보게, 이 아저씨 팔이 떨어져 나가겠구나.] 소년은 급히 은자를 받아 쥐었다. [아저씨, 매번 감사합니다. 이 은혜는 꼭 갚겠습니다.] [이녀석아, 딴 것은 필요없으니 그 싸늘한 표정이나 피고 다니거라. 네 곁에만 있 으면 오뉴월에도 한기를 느낄 정도이니...] 소년은 그의 말이 끝나자 곧 환하게 웃었다. 주인은 그의 웃는 모습에 가슴이 울렁거릴 지경이었다. (휴! 이녀석은 정말 너무도 잘 생겼단 말이야. 늙은이인 나조차 그의 웃음에 정신을 못차릴 지경이니 묻 소녀들은 오죽할까?) 그는 급히 소년에게 말했다. [빙아, 그만 웃거라. 이 아저씩가 정신을 못차리겠구나.] 소년은 그의 말에 명랑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도데체 아저씨는 저더러 어떻게 하란 말씀이세요. 안 웃으면 웃어라 웃으면 웃지 마라 하시니 제가 답답할 지경이예요.] 주인이 소년을 향해 따뜻한 미소를 보냈다. [빙아, 역시 너는 웃지 않는 것이 더 좋겠다. 아저씨야 이미 너의 차가운 얼굴에 면역이 되어 있으니 그 편이 훨씬 났겠다.] 이어 정색을 표했다. [참, 한가지 알려 줄 것이 있구나.] 소년의 총기 어린 눈동자가 빛났다. [그게 뭔데요?] [응, 딴 것이 아니고 지금 망경루에서 대국이 벌어지고 있단다.] 소년의 두 눈이 반짝하고 빛났다. [그래요. 그런데 누구하고 두는데요?] 주인이 잠시 생각하는 듯했다. [그... 누구라더라? 허..허.. 뭐라고 했는데...] 소년이 무릎을 탁 쳤다. [아! 당세 제일국수인 허유광이란 분을 말씀하시는 거로군요?] 그러자 주인이 입을 열었다. [그래, 바로 그 사람이 이곳의 경치를 구경하러 왔다가 뜻있는 국수들과 대국을 벌 인다는구나. 너도 바둑에는 소질이 있으니 한 번 해보아라.] [알겠어요.] 소년은 고맙다는 인사조차 잊은 채 망경루를 향해 달음박질 했다. [허허헛.. 녀석!] 화목상 주인은 귀엽다는 눈빛으로 소년을 바라보았다. x x x x x 망경루의 계단 주위에서부터 발 디딜 곳도 없을만치 사람들로 붐볐다. 소년은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겨우 대국하는 곳까지 당도할 수 있었다. 네모 반듯한 바둑판을 사이에 두고 수염이 보기좋게 자란 청의노인이 심각한 모습 으로 고개를 끄덕이고 있는 것이 보였다. 소년은 직감적으로 그가 당세 제일국수인 허유광임을 첫눈에 알 수 있었다. 맞은 편에 앉은 사람은 삼십대의 중년인으로 유생인 듯 싶었다. 소년이 바둑판의 형세를 보니 백을 쥔 허유광이 일방적으로 몰아붙이고 있었다. 그는 뚫어져라 바둑판을 응시했다. 이때 그의 준수한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한쌍의 맑은 눈동자가 있었다. 바로 허유광의 뒤에 다고곳이 서 있는 열 서너 살 가량의 아름다운 소녀였다. 그녀는 남루한 소년이 계단을 비집고 올라올 때부터 주시하고 있었다. 소년은 바둑판을 응시하다 공연히 얼굴이 따가운 것을 느꼈다. 이에 고개를 들어보니 허유광의 뒤에 있는 녹의소녀가 자신을 향해 생긋이 미소를 보내는 것이 아닌가? 소년은 얼굴이 볼에 대인듯이 화끈함을 느끼고 급히 고개를 숙여 버렸다. 그는 잠시 후 슬그머니 고개를 들어 녹의 소녀를 훔쳐보았다. [아! 정말 아름답구나. 저 소녀같이 아름다운 여자는 난생 처음보는구나.] 이때 녹의소녀가 의식적인지 무의식적인지 또 다시 소년에세 시선을 돌리며 빙그레 웃음을 보냈다. 깊게 패이는 볼우물, 백옥같이 하얀 치아가 묘한 조화를 이루어 더 한층 아름다움 을 나타냈다. 소년은 정신이 아찔함을 느끼며 무엇을 훔쳐먹다 들킨 아이처럼 급히 바둑판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러나 바둑판이 보일 리 없었다. 아니, 바둑판에는 녹의소녀의 웃는 모습이 또렷하게 나타나 있었다. 그는 귀뿌리까지 �い굅껐� 달아올랐다. [허허허헉...] 소년은 돌연한 웃음소리에 정신을 되찾았다. 허유광이 승리의 웃음을 터뜨린 것이다. 대국을 벌이던 유생은 공손히 절을 하고는 물러갔다. 허유광이 은빚 수염을 싸다듬으며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는 소년의 얼굴에서 서서히 딱 멈추어섰다. 그리고는 그의 용모에 가법게 놀라는 듯했다. 곧이어 시선을 거두어 천천히 다른 사람들에게 말했다. [이제 더이상 대국을 하고자 하시는 분이 안계시다면 노부는 이만 일어나겠오.] 그러자 한 노인이 소년을 발견하고는 입을 열었다. [빙아, 네가 한번 대국을 해보지 않겠느냐? 너는 이 고을 일대에서 바둑의 신동 이라는 말을 듣지 않았느냐?] 소년이 급히 사양을 했다. [저 같이 어린아이가 어찌 허국수님과 대국을 할 자격이 있겠습니까?] 허유광이 잠시 그를 바라보다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얘야, 원래 대국이란 나이가 많고 적음을 따지지 않는 것이다. 그러니 이리 앉 거라.] 소년은 얼굴을 붉히며 예를 올렸다. [그럼 허국수님에게 한 수 가르침을 받겠습니다.] 하며 무릎을 꿇고 단정히 앉았다. 한편 녹의소녀가 예쁘게 미소르 짓고 말참견을 했다. [공자님, 할아버지의 높은 콧대를 보기 좋게 꺽어주세요, 제가 옆에서 응원을 해 드리겠어요.] 그녀는 소년의 떡 벌어진 다부진 몸매를 보자 자신과 나이가 비슷하거나 위라고 생각했다. 소년은 누가 보아도 십 오륙세의 어엿한 미장부로 느껴질 정도였다. 소년은 꾀꼬리 같은 그녀의 목소리에 가볍게 흠칫했다. 그러나 다음 순간 그는 원래의 냉막함을 되찾았다. [고맙소!] 간단하면서도 차가운 목소리였다. 소년은 심삼유곡에서 생활하다보니 자신도 모르게 냉막한 성격으 지니게 된 것이다. 그래서 희노애락의 감정이 지극히 짧은 시간에 이루어졌다. 조금 전에 얼굴을 붉혔던 것과 지금의 냉막함이 그것을 잘 나타내 주고 있었다. 녹의소녀는 잠시 할말을 잊은듯 했다. 그저 멍하니 그의 냉막한 얼굴만 바라볼 뿐. 그디어 당대 제일의 국수인 허유광과 바둑의 신동이라고 불리우는 소년의 대국이 시작되었다. 소년은 한 수 한 수 마다 상대의 급소를 묘하게 찔러왔다. 정석을 벗어난 기법에 허유광조차 당황할 정도였다. 수가 늘어감에 따라 허유광은 점차 두눈이 휘둥그래지기 시작했다. [허어! 이런 산골에 이토록 훌룡한 기재가 숨어 있었다니, 그것도 불과 십 오륙세 에 불과한 어린 소년이...] 녹의소녀의 두 눈도 점차 휘둥그래졌다. 아니, 망경루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감탄과 긴장에 휩싸였다. 다시 뜨거운 차 한잔 마실 시간이 지나자 바둑의 형세가 묘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소년의 흑도들은 화점을 중심으로 실리를 위주로 했다. 반면 허유광은 외세를 구축하며 점차 흑도 깊숙이 침입하는 것이다. 마치 천군만마가 날뛰듯이 거세게 밀어부쳐갔다. 하나 소년의 흑돌은 매 착점마다 마치 행운규수와 같이 물결치듯이 흐르며 백돌을 교란 시켰다. 백돌은 잠시 주춤하는 듯 했으나 좌변의 흑돌 아홉점을 향해 전광석화같이 중반전 술 을 전개해나갔다. 그러자 흑돌 아홉점이 여지없이 갇히는 듯했으나 이내 절호점을 찾아냈다. 이어 유유히 백돌으 �ª▤裡珝� 중아을 향해 거침없이 행군하는 것이었다. 허유광은 자칫하면 중아세를 빼앗기게 될 것을 알고 재빨리 천화전술을 펼쳐냈다. 순간 흑돌을 중심으로 수많은 화진을 형성하는 것이 아닌가? 소년은 내심 가볍게 놀라며 생각에 잠겼다. (천하전술은 전혀 허실을 분간해내지 못하는 최상의 전술이다.) (이 전술에 대항할수 있는 것은 오직 연광전술뿐이다.) 그는 재빨리 생각을 마치고 흑돌로써 중앙 좌측벽변을 향해 착점을 했다. 그러자 허유광의 입에서 놀라움에 찬 경악성이 터져 나왔다. [허! 연광전술] 중인들은 연광전술이라는 말에 크게 놀랐다. 이 전술은 방어와 공격을 겸한 기묘한 수법이었다. 한데 소년의 손에서 전개될 줄이야 그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천화전술과 연광전술이 부딪치자 바둑판은 일순간에 꽃들과 연기, 그리고 희뿌연 광채로 허실을 간파해 낼 수 없는 지경이 되어 버렸다. 중인들은 지금까지 이러한 대국은 전혀 구경하지 못한터라 두 눈을 왕방울만하게 부릅뜨고 바둑판을 응시했다. 향 한 자루가 탈 시간이 지나자 점차 천화전술이 밀리기 시작했다. 허유강은 깊은 사색에 들어갔다. (정말 막강한 연광전술이구나. 지금의 형세로써는 좌변과 우변, 그리고 중앙세에서 노부가 조금 딸리는 형편이다. 그렇다면 최후의 수단으로...) 그는 백돌을 들어 조심스럽게 자측 상변에다가 착점을 하였다. 소년은 상대의 착점을 보고 깜짝 놀랐다. (아니! 손을 빼다니! 그리고 지금의 착점은 도시 무엇을 뜻하는지 이해할수가 없구나.) 그는 고개를 들어 허유광을 바라보았다. 허유광은 몹시 심각한 표정으로 무엇인가 골똘히 생각하는 듯했다. 소년은 다시 바둑판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는 고금 전의 착점이 어떤 수인가를 알아내기 위해 머리를 싸맸다. 일가그 이각, 그리고 삼각.... 드디어 소년의 두 눈에 경악에 찬 빛이 떠올랐다. [아..백응전술!] 순간 허유광의 입이 쩍 벌어졌다. 이어, [이 전술을 알고 있나?] 소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천천히 흑돌을 집어 백돌의 착점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중앙의 신화점에 놓는 것이었다. 백응전술은 일종의 병법으로 성동격서의 수법이었다. 중앙세로 뻗은 흑돌의 세력을 미리 막아보자는 최고의 방어수단이었다. 만약 상대가 백응전술이라는 것을 눈치채지 못하고 이에 호응해 온다면 상대는 필히 풍지박산을 면치 못하는 것이었다. 허유광은 형세가 이미 기울고 있음을 알았다. 그러나 심기일전한 뒤 곧 반격을 가하기 시작했다. 중앙의 흑대마를 양동작전으로 차츰차츰 유인하기 시작했다. 하나 흑돌은 전혀 동요하지 않은 채 마치 부동명왕인양 꼼짝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다급한 백돌을 서서히 궁지에 몰아넣는 것이었다. 급기야 백돌은 흑돌에 의해 도저히 빠져 나올 수 없는 국면에 처하게 되었다. 하유광은 아연실객을 하며 심혈을 기울여 끊어질 듯 끓어질 듯 하면서 위태롭기 그지없는 백돌의 명맥을 이어나가갔다. 다시 뜨거운 차 한 잔 마실 시간이 지나자 갑자기 흑돌이 고요한 바닥을 온통 뒤집어 놓을 듯이 광풍노도와 같이 날뛰기 시작하는 것이 아닌가! 마치 하늘의 천마가 옥황상제를 접견하듯이 유연하면서도 광폭하기 그지 없었다. 백돌은 쉴새없이 뒷걸음질 치며 수세에서 벗어나려고 안간힘을 썼다. 그러나 급기야 천야만야한 절벽가에까지 몰리고 말았다. 허유광은 고심참담, 하나 아무리 빠져 나오려고 노력해 보았으나 광폭하게 날뛴는 기세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다. 그는 소년의 얼굴을 응시하며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허유광은 마지막 방어인 동시에 최상의 공격수인 파극천점의 수법을 쓰려다 그만 두었다. 만약 파극천점이 깨진다면 그야말로 비참하게 패하기 때문이다. 그는 서서히 돌을 던졌다. [노부가 졌네.] 순간, [와아! 신동이 이겼다.] 망경루는 흥부의 도가니로 휩싸였다. 소년이 공손히 허리를 굽히며 혀유광에게 말했다. [허국수님께서 양보해 주신 덕분에 제가 간신히 이긴 듯합니다.] 허유광이 급히 손을 저었다. [아니다. 너는 노부가 상대한 어떤 인물들보다 날카로운 수와 총명한 두뇌를 가졌다. 이제 천하제일국수라는 칭호를 너에게 넘겨 주어야 겠구나.. 허허허...] 그는 패했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수치스러움을 느끼지 않는 듯했다. 주위에 있던 사람들은 그의 넓은 마음에 격찬을 보냈다. [얘야, 노부하고 술이나 한잔 할 생각이 없느냐?] 소년이 정중하게 사양을 했다. [저는 할아버지의 병환 때문에 그만 돌아가야 합니다. 그럼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이어 많은 사람들의 축하를 받으며 망경루를 나섰다. 허유광과 녹의소녀는 얼굴 가득히 섭섭한 빛을 떠올렸다. 소년은 급히 근처에 있는 약전에서 할아버지의 약을 지었다. 그는 조금 남은 은자로 고기를 사들고 즐거운 마음으로 집을 향했다. 소년은 천하제일국수인 허유광을 이겼다는 사실이 꿈만 같이 느껴졌다. 또한 마음씨 좋은 화목항 주인에게서 한냥의 은자를 받아 오랜만에 할아버지 진지 상에 고기를 올릴 생각을 하니 마냥 즐겁기만 했다. 휘-----휘-----휙! 그의 입에서 저절로 휘파람 소리가 흘러나왔다. 다음 순간, 그의 뇌리에 방긋이 미소 짓는 녹이소녀의 아름다운 모습이 떠올랐다. 소년은 자신도 모르게 미소가 피어났다. 그러나 곧 머리를 흔들어 그녀의 영상을 지어 버리려 했다. (한빙아, 정신을 차려라. 네 처지로 어찌 여인을 아음에 둔단 말이야? 어서 그녀의 모습을 지워 버리지 못할까!) 하나 묘한것이 남녀의 감정, 그녀의 모습을 지우려고 하면 할수록 더욱 또렷이 나타나는 녹의소녀의 아리따운 모습, 소년은 허공을 향해 고함을 질렀다. [어-------야--------야--!] 그의 목소리는 드높은 하늘을 항해 소녀의 모습과 함께 멀리멀리 퍼져나갔다. 소년은 우렁찬 고함을 지른 뒤 정신없이 뛰어가기 시작했다. 자기를 기다리는 기련산 연수봉에 계신 할아버지 곁을 향해 힘차게 힘차게... �珏「庸� 읽으니 그냥 읽는것보다 더 잼있는것 같기도 하네요...�� 번호:182/227 등록자:HYUN9876 등록일시:97/03/30 14:12 길이:439줄 제 목 : [사마달] 불세마왕경 제 4장 불세마왕경 저자: 사마달 출판사: 대현출판사 제 4장 죽음과 시작 초옥에 도착한 소년은 급히 사림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이때 안에서 가래끓는 듯한 늙수그래한 음성이 들어왔다. [밖에 빙아가 왔느냐?] 소년이 급히 대답했다. [예, 할아버지, 이제 돌아왔어요.] 그러자 기침소리와 함께 힘없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어서 들어오너라. 쿨럭쿨럭...] 소년은 방문을 열고 들어갔다. 방안에는 조그만 침상 두개와 동그란 탁자 외에는 전체가 책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할아버지, 오늘 나무 팔러갔다가 천하제일국수라는 허유광을 이겼어요. 그리고 고기도 조금 사왔어요.] 소년은 자랑스럽게 말했다. 두개의 침상 중 하나에 병색이 완연한 노인이 누워있었다. [쿨럭쿨럭... 빙아, 그게 무슨 소리냐? 네가 허유강을 이기다니?] 소년은 손짓발짓을 해가며 밖에서 있었던 일을 설명해 주었다. 노인은 그의 말을 다 듣고 얼굴 가득리 노기를 떠올렸다. [이놈, 이 할아비가 절대로 사람이 많이 모인 곳에는 가지 말라고 했거늘 감히 할아비의 말을 거역하다니, 어서 무릎을 꿇지 못할까?] 소년은 할아버지가 크게 진노하자 급히 약봉지와 고기꾸러미를 옆으로 놓으며 무릎을 꿇었다. [하... 할아버지, 저는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업어요. 왜 사람들이 모인 곳에 가지 말라고 하는지 말이예요.] [닥치지 못하겠느냐! 이놈이 그래도.. 으----윽!] 노인은 노기를 참지 못하고 가슴을 부여잡고 고통에 찬 신음을 뱉아냈다. [할아버지!] 소년은 기겁을 하며 노인을 부축했다. 노인은 잠시 눈을 감고 심신을 가다듬는 듯했다. [휴-----우!] 잠시 후 노인은 고통에서 풀린 듯 나직한 한숨을 토해냈다. 소년은 눈물을 글썽이며 울먹이는 소리로 말했다. [할아버지, 제가 잘못했어요. 다시는 오늘과 같은 일을 저지르지 않겠어요. 그러니 노여움을 푸세요.] 노인의 뼈만 앙상히 남은 얼굴에 다시금 고통의 빛이 떠올랐다. 그러나 병에서 오는 고통이 아닌 마음의 고통이었다.. [빙아, 냉수 한 그릇만 갖다 주겠느냐?] [예!] 소년은 재빨리 대답한 뒤 바쁜 걸음으로 밖으로 나갔다. 노인은 소년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눈물을 글썽였다. [공자님, 소인의 이 같은 무뢰함을 용서하십시오. 아.. 내 몸만 이렇지 않다면 공자님을 이토록 고생시키지는 않을텐데.] 공자님이라니? 대체 이게 무슨 말이란 말인가? 노인은 바로 십 이년 전 무림제왕보의 혈겁에서 필사적으로 탈출한 귀혼수라 유운상이었다. 그렇다며 빙아라고 불리우는 소년은 옥적금궁 철음교의 일점 혈육인 철한빙일 것이 아닌가? 그렇다. 준수하기 이를데 없는 소년이 바로 무림제왕보의 후예인 철한빙이었다. 이때 급촉한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유운상은 급히 눈물을 감추었다. 철한빙이 물그릇을 받쳐 들고 조심스럽게 들어오며 말했다. [할아버지, 찬물은 몸에 안좋으니 입술만 축이세요. 제가 곧 진지상을 올리겠어요.] 말을 마친 구는 유운상의 입에 물그릇을 갖다 대주었다. 유운산이 몇모금 마시자 철한빙은 곧 밖으로 나갔다. 잠시 후 약 달이는 냄새가 풍겨왔다. (아! 공자님의 고생이 너무도 심하시구나. 내 목숨도 이제 얼마남지 않았다. 지난 십여년 동안 나는 무엇을 했단 말인가? 염시독비의 염시공에 격중되고 무림사귀 중 사음귀녀에게 엄중한 내상을 입은 것이 이토록 돌이킬 수 업는 결과 를 초래하다니. 만약 염시공의 독기에만 중독되지 않았다면 지금같은 상황에는 처하지 않았을 텐데...) 그의 두 눈에서는 어느덧 두 줄기 눈물이 주르르 흘러내렸다. (더우 마음이 아픈 것은 도련님에게 무공을 가르치지 않은 것이구나. 공자님은 정사 성장하면서 천하의 자질을 발하기 시작했다. 천골, 지골, 진골, 성골, 문골, 무골, 등을 타고난 불세출의 기재이기에 내 무공을 전수하면 그의 자질을 더럽히는 격이 될까하여 무공을 전수하지 않았는데 이제 생각하니 후회막급 이로구나.) 그 옛날의 중원살성이던 귀혼수라 유운상이 일개 평범한 노인으로 변한 것이다. 아니, 무공이 전폐된 지금 일반인보다 더욱 나약해 있었다. 염시공의 독기가 이미 심장에까지 침투한 것이었다. 유운상이 비참했던 과거를 회상하고 있을때 철한빙이 수반을 들고 왔다. [할아버지, 고깃국이 맛있게 끓었어요. 어서 잡수시고 약도 잡수셔야지요.] 유운상이 글썽이는 누물은 주체하지 못하고 눈을 감아버렸다. [할아버지, 또 옛날 일을 생각하셨군요.] 유운상은 가벼운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다. 이 할아비는 너에게 고생을 시키는 것같아 가슴이 메어지는구나.] 철한빙이 가슴을 쭉 펴며 어른스럽게 말했다. [할아버지, 저도 이미 어엿한 청년입니다. 이만한 일도 해내지 못한다면 어찌 남아대장부라고 하겠습니까?] 유운상은 대견한 누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이어 철한빙은 한 숟갈 한숟갈 그의 입에 고깃국을 떠넣어 주었다. 유운상은 속으로 피눈물을 흘렸다. (흐흐흑... 공자니므 소인은 이제 공자님과 여원히 작별할 날이 얼마남지 않았 스니다.소인은 지하에가서라도 도련니의 지극한 정성을 결코 잊지 않을것 입니다.) 유운상은 몇 술 먹는둥 마는둥 하고 상을 물리고 말았다.�ð� 곧이어 철한빙이 약사발을 가지고 들어왔다. [할아버지, 이약을 드시고 한잠 푹 주무십이오. 그러면 거뜬할 것입니다.] 유운상은 말없이 약을 마셨다. 철한빙이 즐거운 표정으로 유운상을 바라보았다. 철한빙의 극진한 간호에도 불구하고 유운상은 드디어 임종의 날을 맞고야 말았다. 그는 철한빙을 불러 차분하게 과거를 말하기 시작했다. [빙아, 지금부터 네 과거를 말해줄테니 한 자도 빠짐없이 똑똑히 기억을 해야한다.] 철한빙은 눈물을 주체하지 못하며 울부짖듯이 말했다. [할아버지, 저의 과거라면 전에 말씀해주시지 않으셨습니까? 그리고 할아버지는 기필코 자리에서 일어나셔야 합니다. 저의 정성이 부족하다면 지금부터 다시 정 성을 쏟겠습니다.] 유운상이 고개를 힘없이 가로저었다. 그리고는 후들거리는 두 팔로 침상을 짚고 일어났다. 그런 후 꼬꾸라지듯 침상밑으로 내려오는 것이었다. 철한빙은 대경실색을 하며 황급히 유운상을 부축하려고 했다. 그러나 유운상이 갑자기 그를 향해 큰절을 올리는 것이 아닌가! 이어, [공자님이 알고 계신 것은 모두 거짓이었습니다.] 철한빙은 그가 갑자기 도련님이라 부르며 큰절을 하자 기절초풍을 했다. [할아버지, 정신을 차리십시오. 손자에게 공자님이라니 그게 웬말입니까?] 유운상은 처연하게 웃었다. [공자님, 소인의 말을 끝까지 들으시면 내말을 아시게 될 것입니다.] 그는 십이년 전에 있었던 무림제왕보의 참사를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아버님이 어떻게 돌아가셨으며 어머님의 덧없는 비참한 최후 등... 철한빙은 그의 말을 들으며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전신을 부들부들 떨었다. 만약 범인에 불과했다면 그는 벌써 까무러쳐도 열 두번은 더 까무러쳤으리라! 그러나 아무리 굴강한 철한빙이라 할지라도 그의 나이 고작 열 두살이 지나지 않았다. 그는 끝까지 예기를 들은 뒤 시커먼 피를 울컥 토하며 혼절하고 말았다. 유운상은 노안을 스르르 감으며 나직이 중얼거렸다. [아.. 이토록 어린 공자님을 남겨두고 먼저 떠나야 한다니! 정년 하늘이 원망 스럽구나.] 잠시가 지나자 철한빙이 서서히 깨어났다. 유운상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공자님, 무림제왕보를 습격한 무림들이 천하각파의 정사인물들이지만 그들을 충동질한 원흉은 따로 있습니다. 그러니 공자님께서는 천하무적의 신공을 익히시기 전에는 공연히 경거망동을 하시면 안될 것입니다. 만약 일시간의 분노를 참지 못하신다면 천추의 한을 남길것은 물론 부모님에게 더할 수 없는 불효를 저지른다 는 것을 잊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공자님, 소인이 말을 알아들을수 있겠습니까?] 철한빙은 두 눈에서 시퍼런 살기를 뿜어내며 이를 악물며 고개를 끄덕였다. 유운상이 그의 짙은 살기를 보고 한숨을 내쉬었다. [휴------우!] 그는 다시 입을 열었다. [공자님, 소인은 원래 중원살성이라 불리던 무림인이었습니다. 어느날 사악한 무림들과 격전을 벌인 끝에 심한 부상을 입게 된 것을 공자님의 아버님께서 구해 주신 겁니다. 그래서 무림제왕보에 몸을 담았던 것입니다.] 그는 여기싸지 말한 뒤 갑자기 심한 기침과 함께 시체 썩는 냄새가 물씬 풍기는 주먹만한 핏덩이를 토해냈다. [할아버지! 정신을 차리십시오.] 유운상이 빙그레 웃었다. [공자님, 끝까지 소인을 할아버지라고 불러주신데 대해 죽어도 여한이 없습니다. 다만 어린 공자님을 남겨두고 떠나는 소인 자신이 한스러울 뿐입니다.] 그는 여기서 말을 끊고 잠시 쉬는 듯했다. 이어, [공자님께서는 소인의 말대로 절대로 일시적인 경거망동을 하시지 말기 바랍니다.] 그의 눈이 점점 희미해져갔다. [아.. 보주님과 마님께서 소인을 향해 손짓을 하고 있구려. 보주님! 마님...] 유운상은 허공을 향해 몇번 손을 허위적거린 뒤 힘없이 고개를 떨구고 말았다. 중원살성인 귀혼수라 유운상은 이렇게 해서 피맺힌 한을 남긴 채 영원히 눈을 감고 말았다. [할아버지! 할아버지...] 철한빙은 너무나도 큰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다시금 혼절하고 말았다. 얼마나 지났을까? 철한빙은 서서히 의식을 회복했다. 그는 유운상의 싸늘한 시체를 보고 다시금 오열을 터뜨렸다. [흐흐흑... 할아버지, 어찌 저만을 남겨둔 채 세상을 떠나겼단 말입니다까?] 철한빙의 설음과 원한에 복받친 울음은 기련산에 가득 메아리였다. 점차 시간이 흐르자 그는 눈물마저 마르고 말았다. 대신 뜨거운 선혈이 주르르 흘러나왔다. 철한빙은 유운상의 시신을 양지바른 곳에 안치시켰다. 나무삽으로 땅을 한 번 찍을 때마다 그는 원수들의 목을 지금과 같이 하나하나 찍어 버리겠다고 다짐했다. [할아버지, 제가 원수를 갚은 뒤 제왕보로 다시 모시겠습니다. 그때까지 부디 편 안히 계십시오.] 철한빙은 피눈물을 흘리며 입술을 악물었다. 원수들! 철면피들! 그는 유운상의 모를 흐릿한 눈으로 바라보며 천천히 손으로 쓸어갔다. 차디찬 흙이었지만 그에게는 유운상의 따뜻한 살결을 만지듯 부드럽게만 느껴졌다. 다음 순간 철한빙은 부모님의 처참한 살해 현장이 뚜렷하게 보이는 듯했다. 피투성이가 되어 쓰러진 양친의 시체옆에 원한의 울음을 터뜨리는 갓난아이, 화염에 뒤덮인 무림제왕보, 살려달라고 아우성치는 수많은 사람들, 쓰러지는 누 각들, 통쾌한 웃음을 터뜨리는 정사각파의 복면인들, 철한빙의 누에서 시퍼런 녹광이 발산되었다. [기다려라! 천하의 원수들아, 나 철한빙이 복수의 화신이 되어 네놈들을 징벌 할 것이다. 천하를 피바다로 만들고 말것이다. 으하하핫...] 누가 십 이세의 어린 소년에게 이토록 처절한 복수심을 심어 주었단 말인가! 누가 그에게 이토록 깊은 살심을 심어주었단 말인가? 한데, 철한빙의 모습이 점차 변해가는 것이 아닌가! 그의 새까맣던 머리칼이 붉은색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이어 불빛처럼 온 얼굴이 화염에 싸인 듯 붉어져갔다. 또한 지옥의 악귀와도 같은 시퍼런 녹광을 줄기줄기 발산해 내며 얼굴 전채 잔뜩 일그러져 마치 흡혈귀를 연상케 했다. 만년한철일지라도 단숨에 녹여버릴듯한 무시무시한 모습... 이 현상은 천년 만에 한 번 나타날까말까할 불세출의 기재가 정도를 걷지 못하고 서서히 일대마성으로 접어드는 첫과정이었다. 잠시 후 그의 모습이 정상으로 돌아왔다. 어느정도 분노가 가라앉은 것이었다. 철한빙은 연수봉을 떠날 결심을 했다. 그에게는 꾸릴만한 짐도 없었다. 유운상의 묘소에 절을 한 철한빙은 두번 세번 묘소와 초옥을 바라보며 연수봉을 떠 나갔다. (천하 각지의 명사를 찾아 무적의 신공을 익히리라. 또한 여래산을 찾아 부모님의 억울한 죽음으 조금이나마 풀어드리리라. 원수들! 원수들...) 철한빙은 처절한 절규를 토하며 강호로 첫발을 내딛는 것이다. x x x x 세월은 말없이 흘러 어느덧 삼 년이 지났다. 호남의 동정호. 동서의 폭이 이백여 리. 남북으로 길게 뻗친 길이만도 줄자아 일백 오십여 리, 바로 오대호중 가장 크고 유명한 호수이다. 그 옛날 유명했던 시인 두보의 싯귀가 있다. 강천에 비친 달은 왜 저리 밝은가 달빛과 거울같은 물결이 마주 비쳐서라네. 그러나 밝은 하늘 조금도 가린 것 없으니 성긴 나무에 등라가 얽힌들 무방하리. 건주 팔경시 중 동정추월을 노래한 시다. 동정호반을 끼고 전신에 누더기를 걸치고 얼굴에 때가 잔뜩 낀 비렁뱅이소년이 비틀비틀 거음을 옮기고 있었다. 며칠을 굶은 듯 기운이라고는 하나도 없어 보이는 비렁뱅이소년은 허기진 몸을 이끌고 근처 주루로 향했다. (이곳에서도 필시 문전에 이르기도 전에 쫓겨날 것이다. 그것은 고사하고 심하게 때릴 것이 틀림없다. 그러나 벌써 나흘을 굶었더니 이제는 정신이 희미해지는구나.) 비렁뱅이 소년은 바로 기련산을 떠나 삼년 동안 강호를 떠돌아다닌 복수의 화신 철한빙이었다. 그는 천하각지를 돌아다녀 보앗으나 한 사람의 기인이사도 만나지 못했다. 그의 몸은 야윌대로 야윌어 그옛날 건장하며 준수한 모숩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철한빙은 터덜터덜 주루 앞으로 다가갔다. 잠시 망설이다가 휘장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어서..엇!] 점원은 반색을 짓다가 비렁뱅이소년인 것을 알자 대뜸 욕설을 퍼부었다. [아니 이거 비렁뱅이새끼아냐? 여기가 어딘줄 알고 감히 비렁뱅이 자식이 더러운 발자국을 남기려 드느냐?] 이어 솥뚜겅만한 손바닥이 철한빙의 안면을 덮어버렸다. [으----윽!] 철한빙은 눈에서 불이 번쩍이는 것을 느끼며 밖으로 내동댕이 처졌다. 그의 입과 코에서는 새빨간 선혈이 배어나오고 있었다. 우락부락한 점원은 그래도 직성이 풀리지 않았는지 곧 뒤따라 나오며 계속 세차게 발길을 했다. [윽!] 철한빙은 전신의 뼈마디가 모두 부러져 나가는 것 같았다. 점원은 거친 숨을 씩씩 내쉬며 고래고래 고함을 질렀다. [비렁뱅이 자식아! 감히 어르신네의 절을 받아 먹다니. 어서 무릎을 꿇고 대례를 올리지 못할까!] 철한빙의 얼굴은 피로 물들어 있었다. 그는 희미한 눈을 치켜뜨며 개미소리보다 작은 음성으로 날카롭게 쏘아불였다. [으..으..음, 이놈, 일개 하잘 것 없는 점원녀석이 무엄하게 공자님을 구타하다니 내 네놈을..] 점원은 그의 말을 듣고 안색이 푸르락불으락 하며 안절부절을 못했다. [에잇! 죽어라...] 쌩-----! 극도로 분노한 발길질이 다시 철한빙의 복부를 강타했다. 퍽! [으----윽!] 철한빙은 울컥 한 모금의 선혈을 뱉아내며 저 멀리 나동그라지고 말았다. 수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었찌만 누구 하나 말리는 사람이 없었다. 아니, 그들은 피투성이가 되어 나동그라진 철한빙을 재미있다는 듯이 바라보고 있었다. 이제 점원은 더욱 기고만장하여 우쭐거리기까지 했다. 철한빙은 냉혹한 현실에 이를 부드득 갈며 땅바닥을 짚고 간신히 몸을 일으켰다 다음 순간, [뒈져라!] 하는 소리와 함께 철한�ぜ맛� 가슴에 심한 통증을 느끼며 그대로 실신하고 말았다. 그는 엉금엉금 기어 겨우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이내 정신을 잃었다. 그가 다시 제정신을 차리고 눈을 뜬 곳은 어느 낡은 절간이었다. [아! 이제 정신이 드는 듯 하군.] 철한빙은 전신이 쑤시는 것을 느끼며 몸을 일으키려 했다. 그러자 곧 자신을 누르는 큼직한 손이 있었다. [소형제, 좀더 누워있게. 자네의몸은 극도로 피곤해있어 얼마간 정양을 해야 하네.] 철한빙이 희미한 시선을 들어보자 서너명의 비렁뱅이들이 둘러앉아 있는 것이 보였다. 자신을 향해 말한 사람은 오십대의 늙은 비렁뱅이였는데 허리에 네 줄의 세끼가 메어져 있었따. 철한빙은 그가 개방의 사결 제자인 타주의 신분인 것을 알았다. 그는 잠시 마음을 가라앉힌 뒤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대협께서 소생을 구해주셨군요. 정말 감사합니다.] 늙은 비렁뱅이가 미소를 지었다. [소형제는 어쩌다가 그런 봉변을 당하게 됐나? 그리고 보아하니 본방의 제자가 아닌 듯 한데 왜 이런 몰골을 하고 있나?] 철한빙이 급히 말했다. [소생은 며칠을 굶었기에 밥 한끼 얻어먹을까 하여 주루를 찾았던 것입니다.] 철한빙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리고 타주님 말씀대로 소새은 개방의 제자가 아닙니다. 이같은 차림을 하고 다닌 저에 대해 깊이 사과드립니다.] 무림에서는 개방의 제자가 아니면 절대로 구걸을 할수 없게 되어 있었다. 만일 구걸을 할려면 싫든 좋든 개방의 제자가 되어야만 하는것이 철칙이었다. 철한빙도 강호에서 삼 년간 돌아다니는 도중 이같은 소문을 들어 알게 되었다. 늙은 비렁뱅이가 말했다. [노부는 완강분타의 타주일세. 이름은 두종악이라 하네. 한데 자네의 이름은 어떻게 부르는가?] 철한빙은 자신의 본명을 데려고 하다가 가명을 말해주었다. 그 이유는 자신이 철씨라는 것을 누구에게라도 알리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소생의 이름은 설운몽이라고 합니다.] 두종악이 고개를 끄덕였다. [설운몽이라? 졸은 이름이군. 그런데 자네는 가족이 없는가?] 철한빙의 안색이 돌연 살기로 뒤덮였다. 그러나 그것은 지극히 짧은 시간에 사라지고 말았다. [예, 부모님과 형님들은 삼 년 전에 도적떼들에게 그만 변을 당하시고 말았습니다.] [저런!] 두종악이 측은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소형제, 자네는 본방에 가입할 생각은 없는가? 그러면 최소한 이같은 봉변은 당 하지 않을걸세. 어떤가? 소형제 생각은?] 철한빙은 잠시 생각에 잠기는 듯했다. 번호:183/227 등록자:HYUN9876 등록일시:97/03/31 21:39 길이:481줄 제 목 : [사마달] 불세마왕경 제 5장 불세마왕경 저자: 사마달 출판사: 대현출판사 제 5장 잠재해 있는 마성 잠시 후 철한빙의 입술이 서서히 떨어졌다. [타주님의 말씀은 고맙기 짝이 없으나 소생에게는 말못할 사정이 있으니 너그럽게 이해하여 주십시오.] 두종악은 그가 간접적으로 사양을 표하자 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소형제에게 사정이 있다는 데야 어찌 강요를 할 수 있겠는가? 노부는 그냥 의사를 물은 것 뿐이니 전혀 부담같은 것은 갖지 말게.] 철한빙이 차분한 투로 말했다. [타주님, 소생을 도와주신 은혜 결코 잊지 않을겁니다.] 그는 말을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두종악이 만류했다. [소형제, 이제 곧 음식이 나올테니 허기를 채우고 가게. 자네는 며칠을 굶었다고 하지 않았나?] 철한빙이 급히 사양했다. [아닙니다. 다 죽어가는 소생을 살려 준 것만도 하해와 같거늘 어찌 음식까지..] [하하핫.. 자네는 개방이 쫄쫄 굶는 줄 알는 모양이네만 그렇지 않으니 어서 앉게나.] 철한빙은 얼굴을 붉히며 자리에 앉았다. 잠시가 지나자 음식이 들어갔다. 진수성찬은 못되지만 꽤나 정성을 기울인 듯했다. 그는 며칠만에 대하는 음식인지라 허겁지겁 정신없이 퍼먹었다. 푸짐한 음식이 그야말로 순식간에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철한빙은 식사를 마치자 괜스레 얼굴이 붉어졌다. 두종악이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소형제, 좀더 들겠나?] 철한빙이 급히 손을 저었다. [아.. 아닙니다. 더 이상은 도저히 못먹을 것 같습니다.] 두종악이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소형제, 정히 고달프거든 언제든지 노부를 찾아오게. 내 반갑게 자네를 맞이 하겠네.] 그리고는 품속에서 푸른 빛의 대나무 패를 꺼내 그의 손에 건네주었다. [소형제, 노부는 자네가 너무도 마음에 드네. 앞으로 강호에 나다닐때 이것을 보이면 개방제자들이 잘 대해 줄 것이네. 그럼 몸조심하게.] 철한빙은 그의 따뜻한 온정에 눈물이 쏟아지려는 것을 간신히 참았다. [타주님...] 그는 이 한마디 외에는 할말이 없었다. 다만 두종악의 얼굴과 청죽패를 번갈아 쳐다볼 뿐이었다. 철한빙은 그에게 공손히 절을 한 뒤 절간을 나왔다. [내가 신공을 터득하는 날, 개방을 위해서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고 도와 주리라!] 철한빙은 봉수구면의 몰골로 관도를 따라 터덜터덜 걷고 있었다. 이때, 자욱한 먼지를 일으키며 세 필의 말이 쏜살같이 질주해왔다. 철한빙은 질겁을 하며 급히 옆으로 피하려 했으나 한 걸음 늦고 말았다. 그가 무자비한 말굽에 막 체이려는 순간이었다. 히히히힝... 세 필의 말은 그와 종이 한 장 차이를 남겨놓고 앞발을 높이 쳐들며 급히 멈추 어섰다. [저 비렁뱅이 녀석이 눈알이 삐었나! 말이 달려오는데도 멍청이 바라보고만있다니!] 하는 호통소리와 함께 날카로운 채찍이 허공을 그었다. 철한빙은 검은 혀를 날름거리며 다가오는 말채찍을 보고 깜짝 놀라 피하려고 했다. 그러나 무공을 모르는 그가 어찌 피할 수 있겠는가? 찰싹! 가죽 채찍과 살갗이 마주치는 소리가 들리며 철한빙이 주르르 뒤로 물러섰다. 그의 때가 잔뜩 낀 이마에서 피가 흘러 내렸다. 철한빙은 신형을 멈추어 세 사람을 바라보았다. 일남일녀, 여인은 자의를 입은 십 오륙 세의 절세미인이었다. 옥같이 매끄러운 살결과 맑디 맑은 두 눈동자, 오뚝 솟은 콧날과 앵두같이 새빨간 도톰함 입술, 말안장에 찰삭 달라분은 펑퍼짐한 둔부와 버들가지같이 연약하고 부드러운 몸매. 그야말로 달이 보고 구름 속으로 숨고 꽃이 부끄러워 고개를 숙일만치 아름다운 천향국색이었다. 또한 그녀가 숨을 쉴때마다 율동하는 터질듯한 육봉은 보는 이의 간장을 살살 녹여 주기에 꼭 알맞았다. 두 남자는 십팔세의 소년으로 남의를 걸치고 있었다. 두사람 모두 나무랄데 없는 준수한 용모를 지니고 있었으나 채찍을 휘둘렀던 소년은 어딘지 모르게 조금 음침하게 보였다. 철한빙이 날카로운 눈빛을 쏘아내며 세사람을 쏘아보자 채찍을 휘둘렀던 소년이 날카롭게 소리쳤다. [비렁뱅이놈아! 지금 누굴 노려보는 거냐! 감히 무림삼공자앞에서 눈을 부라리다니, 죽고 싶어 환장을 한 모양이구나.] 말을 끝내기도 무섭게 또다시 채찍을 후려쳐갔다. 옆에 있던 소년이 재빨리 그의 채찍을 낚아채며 나직이 말했다. [단형, 그만 두시오. 저 친구인들 어디 앞을 가로막고 싶어서 그랬겠소. 그러니 빨리 길이나 재촉합시다. 한형께서 몹시 기다리고 계시겠소.] 그러자 자의소녀가 재빨리 말했다. [그래요. 우리 어서 가요. 오라버니께서 눈이 빠져라 기다리실 거예요.] 그녀의 목소리는 은방울이 서로 부딪치는 듯 청아하기 이를데 없어 듣는 이의 귀를 마냥 즐겁게 해 주었다. 단형이라고 불리운 소년이 철한빙을 무섭게 쏘아보았다. [이놈! 오늘은 재수가 좋은 줄 알아라. 다음에 만난다면 다리 몽둥이가 부러지는 것을 각오해야 할 것이다.] 철한빙이 이에 받친 웃음을 토했다. [흣흣흣흣.... 무림삼공자라는 허명이 아깝구나. 겉은 멀쑥한데 속은 텅텅 비었군.] 단가라는 소년은 물론 옆에 있던 두 사람도 가볍게 얼굴을 찡그렸다. [뭣이! 이놈이 보자보자하니까 못하는 말이 없구나!] 단가라는 소년은 노발대발하며 철한빙을 향해 일장을 쳐나갔다. 이번에는 옆의 소년도 말리지 않았다. 펑! [우----욱!] 그는 시뻘건 선혈을 토해내며 분노가 극에 달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의 머리카락과 눈썹이 시뻘겋게 변하며 두 눈에서 어마어마한 녹색 광채가 뿜어 져 나왔다. 연수봉에서 보았을 때보다 거의 한 배는 짙어진 마성! 세 사람은 그의 변모한 모습에 소스라치게 놀랐다. [아..아니! 저놈의 모습이..] 자의소녀는 몸을 잔뜩 움츠리며 전신을 가볍게 떨었다. 그러나 곧 이어 두 소년에게 말했다. [오...오빠, 저..저 사람은 괴..괴물이예여. 어서 이..곳을 떠나요.] 두사람은 그녀의 말에 퍼뜩 정신을 차렸다. 그들도 철한빙의 무시무시한 모습에 은근히 떨고 있던 터였다. [그....그래! 저놈은 이 정도서 용서해주고 늦기전에 사해방으로 가자꾸나.] 그리고는 급히 말을 몰아 그곳을 떠났다. 철한빙은 그들은 불러 세우려고 입을 벌렸다. 그러나 짙은 핏덩이만 쏟아낼 뿐이었다. [무림삼공자! 내가 무공을 익히는날 오늘 받았던 치욕을 열배 백배로 갚아주겠다.] 그는 가슴이 미어지는 듯했다. 그것은 자의소녀가 자신을 향해 괴물이라고 부른 이유 때문이었다. [후후후.. 사해방이라 했겠다. 오냐! 잊지 않고 기억해두마.] 철한빙은 입가에 묻은 피를 소매로 쑥 문질렀다. 그의 모습은 점차 정상으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철한빙은 가벼운 내상을 입은 채 그들이 사라진 방향을 향해 비틀비틀 걸음을 옮겼다. 그는 황혼 무렵에 악양에 도착했다. 철한빙은 내상을 견디지 못하고 이리 비틀 저리 비틀 몸을 가누지 못했다. 그느 넓은 관도를 벗어나 어느 숲속으로 지친 몸을 이끌고 들어갔다. 한 그루 고송 밑에 몸을 뉘인 그는 스르르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얼마가 지나자 그는 잠에서 깨어났다. 그러나 내상의 고통은 여전했다. 천천히 몸을 일으킨 철한빙은 다시 걸음을 옮겨 숲속을 배회했다. 꼬르르륵-----! 철한빙은 뱃속이 요동치는 소리를 듣자 허기를 느꼈다. 하지만 구걸을 가고 싶지는 않았다. 막 몸을 둘러 관도로 나가려는 순간 그의 눈에 커다란 장원이 보였다. 철한빙은 될대로 되라 하는 식으로 장원으로 향했다. 진화장----! 마치 천군만마가 몰아치는 듯한 웅휘한 필채였다. 장원 앞에는 아무도 지키는 사람이 없었다. 철한빙은 대문 앞에 서서 몇번인가 문을 두드리려다 그만두고 말았다. 그는 천천히 몸을 돌려 떨어지지않는 힘겨운 발길을 옮겼다. 비칠비칠.... 약 이십여장을 안간힘을 써서 걷던 그는 급기야 하늘이 노래지는 것을 느끼며 힘없이 옆으로 나뒹굴고 말았다. 그리고는 고통과 허기, 상처의 아픔 등으로 그대로 혼절해 버렸다. 이때였다. 멀리서 한 필의 말이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다. 말 위에는 전신을 홍의로 감싼 절세미녀가 타고 있었다. 이승을 머금은 듯한 맑디맑은 눈망울, 하늘이 높다 않고 오뚝 솟은 보기좋은 콧날, 또한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터질듯한 앵두같은 입술과 불그레한 양볼 등은 가히 사람의 눈을 현혹시키고도 남을만 했다. 거기에다 금상첨화격으로 일시에 녹아내릴듯한 풍만한 몸매를 지니고 있었다. 홍의소녀는 천천히 말을 몰고오다가 쓰러져 있는 철한빙을 발견했다. [어머! 웬 사람이 길거리에 쓰러져 있을까?] 그녀는 급히 말에서 뛰어내려 철한빙을 흔들었다. 그의 몰골이 지극히 더러우며 퀴퀴한 냄새가 풍겼건만 전혀 개의치 않았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정신 차리세요.] 그녀가 세차게 흔들자 철한빙은 서서히 정신을 되찾았다. [으-----음!] 그는 힘겹게 두 눈을 치켜떴다. 다음 순간 몽롱한 의식중에서 선녀와 같이 뛰어난 미녀가 자신을 흔드는 것을 느꼈다. 철한빙은 천천히 상체를 일으켰다. 홍의소녀가 환하게 웃었다. [어머! 깨어나셨군요. 소녀는 당황해서 혼났어요.] 철한빙은 후들거리는 다리로 억지로 버티고 일어섰다. [공연히 낭자에게 폐를 끼친 것 같소.] 그리고는 지척에서 대하는 그녀의 아름다움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정말 아름답구나. 오늘은 어찌 만나는 소녀마다 한결같이 뛰어난 미녀들일까?) 그의 생각이 끝나기도 전에 홍의소녀가 입을 열었다. [혹시 개방의 제자가 아니세요?] 철한빙은 쑥스럽게 웃었다. [아닙니다. 그저 발길 닿는대로 떠돌아다니는 유랑객입니다.] 홍의소녀가 웃음을 굴렸다. [소협의 안색을 보니 어디가 불편한 것 같군요. 그리고 개방의 제자가 아닌데 옷차림이..] 그녀는 자신의 말에 실례를 느끼고 급히 손으로 입을 막았다. 철한빙은 갑자기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초라하게 느껴졌다. 홍의소녀가 그의 지저 분한 얼굴을 바라보며 사과를 했다. [소협, 소녀의 언사에 잘못된 점이 있더라도 이해해 주세요.] 철한빙은 그녀가 자신의 몰골이 비렁뱅이임에도 불구하고 전혀 무시하는 빛이 없자 크게 호감을 느꼈다. 그는 급히 같이 예를 올렸다. [낭자, 소생은 무림인이 아니오. 그러니 소협이란 칭호는 듣기에 어색하요.] 그의 목소리는 굵직하면서도 은연중에 위엄마저 갖추고 있었다. 홍의소녀가 빙그레 웃었다. [소협이란 칭호는 꼭 무림인에게만 붙이라는 법음 없어요.] 잠시 말을 끊은 홍의소녀는 곧 말을 이었다. 홍의소녀는 철한빙이 내상을 입고 있으며 굉장히 허기져 있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느꼈다. 그것은 철한빙의 뱃속에서 들리는 주착없는 소리로 알 수가 있었다. 쪼------르------륵! 홍의소녀가 들킬 때마다 철한빙은 당황을 금치 못했다. [소협, 날도 어두워지고 했으니 오늘은 저희 집에서 쉬세요.] 철한빙은 그녀의 말에 고마움과 당황함을 동시에 느꼈다. [아..아니오. 이같은 모습으로 어찌 낭자에게 폐를 끼칠수 있단 말이오. 말씀은 고맙지만 사양하겠소.] 홍의소녀가 맑은 웃음을 토해냈다. [호호호.. 손님을 맞이하는데 있어 어찌 빈곤을 논할 수 있으며 또한 귀천을 가릴수 있겠습니까? 자, 어서 소녀를 따라오세요.] 그리고는 장원으로 다가가 문을 두드렸다. 철한빙은 자신도 모르게 수치심이 피어올랐다. (음... 이 소녀는 한 가닥 동정심에 나를 청하는 것일게다. 하지만 마음씨만은 비단결같이 부드럽구나.) 잠시 후 대문이 열리며 안에서 노인이 나타났다. [아가씨, 이제 오십니까?] 홍의소녀가 노인에게 말고삐를 넘겨주며 대답했다. [예.] 그리고는 철한빙에게 말했다. [소협, 어서 들어오세요.] 노인은 철한빙을 의아한 눈초리로 쳐다 보았으나 이내 정중히 인사를 했다. [손님, 어서 오십시오.] 철한빙은 엉거주춤 같이 답했다. 그러는 한편 속으로 감탄을 금치 못했다. [음.. 진화장의 주인이 누군지 몰라도 아랫사람의 행동으로 보아 덕망이 매우 높은 사람일 듯하구나.] 그는 홍의소녀를 따라 외청으로 들어갔다. 그녀는 철한빙을 바라보며 빙그레 웃었다. [소협, 우선 목욕을 하세요.] 철한빙이 담담하게 웃으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먼저 낭자의 어른들을 만나보는 것이 예의가 아니겠소?] 홍의소녀가 입을 가리고 웃었다. [호호호.. 그럼 소협이 좋으실대로 하세요.] 철한빙이 안내를 부탁하려고 하다가 급히 입을 다물었다. 자신의 지금 모습은 비렁뱅이선조가 넙죽 큰 절을 할 정도가 아닌가? 이에 그는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아무래도 먼저 목욕을 하고 뵙는 것이 도리인 것 같소.] 홍의소녀가 그것 보라는 듯이 입을 열었다. [이제야 깨달으신 모양이군요. 욕탕은 저쪽이예요. 그리고 잠깐만 기다리세요.] 그녀는 안으로 들어갔다가 이내 다시 나왔다. 홍의소녀는 손에 든 백색장삼을 건네주며 나직한 어조로 입을 떼었다. [소협, 그럼 잠시 후에 뵙겠어요.] 그녀의 모습은 철한빙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너무도 아름답고 친절한 소녀로구나.) 그는 곧 이어 욕탕으로 들어갔다. 철한빙은 한 시진이 걸려서야 묵은 때를 말끔히 벗어 낼수가 있었다. 그는 몸을 닦고 새하얀 백의를 걸쳤다. 그러자 옛날의 반안이나 송옥조차 혀를 내두를 정도의 옥골선풍의 준수한 모습이 나타났다. 철한빙은 동경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고 은은한 미소를 떠올렸다. (어허..이제보니 나도 남보다 못하지는 않군.) 그는 자신의 참모습조차 모르고 지내온 듯했다. 철한빙은 천천히 휘장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몸이 그렇게 가벼울 수가 없었다. 밖에는 장발형의 탁자에 홍의소녀가 등을 돌리고 다소곳이 앉아있었다. [허..험!] 철한빙은 나직한 기침을 했다. 홍의소녀는 그가 목욕을 끝냈음을 알고 고개를 돌려 무슨 말인가 하려고 했다. 다음 순간, [아..] 홍의소녀는 철한빙의 눈이 부실 정도로 영준함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녀는 진화장 전체가 밝아지는 것을 느꼈다. (세상에 이토록 잘 생긴 남자가 정말로 존재한단 말인가? 전설에서 들을수 있는 절세미남자가...) 그녀의 작은 방심은 송두리째 철한빙에게 던져지고 말았다. 철한빙은 그녀가 눈도 깜짝이지 않고 자신을 응시하자 얼굴이 홍당무처럼 붉어졌다. 홍의소녀도 화들짝 정신을 차리며 그 예쁜 얼굴이 도화빛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그녀는 가슴이 쿵쿵 울리며 얼굴이 화끈화끈 거렸다. 이어 땅속 깊이 기어들어 가는 듯한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소..고..공자께서 바..바로 좀전에...] 철한빙이 계면쩍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홍의소녀는 곧 이어 차분한 어조로 말했다. [아버님께서 공자님을 기다리고 계세요.] 홍의소녀는 살며시 일어나 사뿐사뿐 걸음을 옮겼다. [소녀를 따라오세요.] 아니, 홍의소녀는 철한빙의 준수한 모습을 가슴 속에 그려보고 있었던 것이다. 철한빙은 천천히 뒤를 따르며 잔잔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낭자, 소생은 설운몽이라 하오만...] 그는 초면에 소녀의 방명을 묻는것이 크게 실례인 줄 깨닫고 입을 봉했다. 홍의소녀가 상냥스럽게 그리고 수줍은 듯이 자신의 이름을 밝혔다. [소녀는 연화옥이예요.] 철한빙이 그녀의 이름을 속으로 뇌까리며 나직이 중얼거렸다. [연화옥! 정말 아름다운 이름이구나.] 그러나 연화옥의 귀에는 또렷이 들렸다.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즐거움을 느꼈다. 외청을 벗어난 그들은 세상의 꽃이란 꽃은 모두 가져다 심은 듯한 널따란 화원 에 들어섰다. 철한빙은 마치 무릉도원에 빠진 듯한 착각마저 느꼈다. 온갖 기수이화가 서로의 아름다움과 향내를 자랑하는 듯했다. 그는 주위의 정치에 설취되어 어떻게 걸음을 옮기고 있는지조차 잊을 정도였다. 화원의 경치에 도취되어 있던 그는 어느새 후원에 당도해 있었다. [공자님, 이제 다왔어요.] [아,예.] 철한빙은 황급히 대답하며 삼매경에서 깨어났다. 그들은 기다란 복도를 지나 어느 방문 앞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아버님, 손님을 모시고 왔어요.] 그러자 안에서 창노하면서도 힘이 깃든 음성이 들려왔다. [음.. 어서 들어오시라고 해라.] 연화옥이 조심스레 문을 열고 철한빙이 먼저 들어가기를 기다렸다. 그는 연화옥의 예절바름에 속으로 칭찬을 아끼지 않으며 안으로 들어섰다. 방안은 검소하면서도 깨끗하고 우아하면서도 아름다웠다. 한쪽에 가지런히 꽂혀 있는 수많은 고서들, 시인묵객들의 화서, 그리고 고대의 것인 듯한 화병들이 적당한 곳에 자리잡고 있었다. 중앙에는 상아로 깍아 만든 둥근 탁자가 있었으며 그곳에 위엄이 가득 서린 인자 한 으��씌수염이 노인이 앉아 있었다. 일신에 주색장삼을 걸쳤으며 오십사세 정도에 우람한 체구가 용맹스럽기까지 했다. 철한빙은 급히 노인을 향해 예를 올렸다. [불초소새으 본의 아니게 폐를 끼치게 되었습니다.] 노인은 예를 받는 한편 그의 용모에 격찬을 금치 못했다. [오! 오! 노부가 처음보는 인중룡봉지재로다!] 그의 입에서 자신도 모르게 튀어나온 말이었다. 철한빙이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어르신께서는 너무 과찬을 하시는 듯 싶습니다.] 노인이 그를 자세히 바라보더니 돌연 낮빛을 고쳤다. [아... 그런데 전신이 얼어붙을 정도의 냉막함을 지녔구나. 또한 온몸이 살기로 뒤덮였으니 그것이 옥에 티로다.] 철한빙이 안절부절 못하자 연화옥이 급히 입을 열었다. [아버님, 손님을 그냥 세워두실 건가요?] 노인이 정색을 하며 껄껄 웃었다. [허허헛... 소협, 어서 이리로 앉으시오. 그런데 옥아의 말로는 소협의 모습이..] [아버님!] 연화옥이 급히 노인의 말을 끊어 버렸다. [허허헛.. 알겠다. 알겠어.] 이어 철한빙의 옥골선풍같은 모습을 찬찬히 뜯어보았다. [소협, 자네는 무공을 모르는 듯 한데 노부의 말이 맞는가?] 철한빙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예, 소생은 무공을 전혀 익히지 못했습니다.] 노인이 잠시 눈을 감았다. 그는 무엇을 골똘히 생각하는 듯 했다. 번호:184/227 등록자:HYUN9876 등록일시:97/03/31 21:40 길이:552줄 제 목 : [사마달] 불세마왕경 제 6장 불세마왕경 저자: 사마달 출판사: 대현출판사 제 6장: 따뜻한 손길 노인은 가볍게 수염을 쓰다듬으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소협의 고향은 어딘가?] 철한빙이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했다. [협서의 장안입니다.] 노인은 은빛 수염을 두 손가락으로 마주 비볐다. [음.. 장안이라? 그럼 가족은 어떻게 되는가?] 철한빙의 얼굴이 갑자기 침울하게 변했다. [양친과 두분 형님이 계셨는데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노인이 미안하다는 듯이 말했다. [아, 미안하네. 노부가 공연한 걸 물은듯하네.] [아닙니다. 어른신네께선 마음에 두지 마십시오.] 노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잔잔한 미소를 머금었다. 이때 연화옥이 노인을 향해 넌지시 말했다. [아버님, 한가지 잊으신게 있어요.] 노인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한가지 잊은거?..] 그러다가 무슨 생각이 났는지 무릎을 쳤다. [아! 노부의 소개를 잊었군.] 이어 철한빙을 바라보았다. [소협, 노부가 깜박 잊었네. 자네는 해전검성 연계무란 이름을 들어본적이 있나?] 철한빙이 얼굴을 붉혔다. [소생은 강호를 삼 년 동안 유람했으나 무리인물에 대해선 전혀 문외한입니다.] [노부가 연계무일세.] 철한빙이 급히 자리에서 일어나며 정색을 했다. [아! 연선배님이시군요.] 해천검성 연계무. 그는 정파의 적대적인 고수로서 만인의 존경을 한몸에 받는 인물이었다. 그의 손에서 전개되는 해천연환검법은 거의 적수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막강한 위력을 지니고 있었다. 연계무가 계속 말했다. [그리고 이 애는 노부의 여식으로 연화옥이라고 하네. 무림에서는 진향옥봉이란 외호로 불린다네.] [진향옥봉...] 철한빙은 그녀의 호를 나직히 중얼거렸다. 연화옥이 홍조를 띄우며 연계무에게 나직이 입을 열었다. [소녀는 조금전에 소협과 인사를 나누었어요.] 연계무가 철한빙에게 물었다. [소협이 무공을 모른다니 하는 말인데 혹시 무공을 배울 생각은 없나?] 철한빙이 급히 허리를 굽히며 말했다. [소생도 무공을 배우고 싶지만 자질이 워낙 부족하여..] 연계무가 호탕하게 웃었다. [어허헛.. 소협은 너무 겸손하군. 자네의 자질이 부족하다면 천하에 그 누가 무공을 익히겠는가?] 이어 정색을 하며 말했다. [노부가 자네에게 무공을 전수해 주겠지만 사제의 명분은 정하지 않겠네. 솔직히 말해 노부는 자네의 스승이 될 자격을 갖추지 못햇네.] 철한빙은 안절부절을 못했다. [선배님께선 소생을 너무 어여삐 봐주시는 듯하니다.] [허허헛... 절대로 노부가 과찬하는 것이 아니네.] 연계무는 웃음을 멈추며 철한빙을 똑바로 응시했다. [소협이 혼자의 몸이라서 하는 말인데 노부에게는 아들이 없다네. 그래서 자네를 노부의 조카로 삼고 싶은데 승낙을 해주겠나?] 연화옥은 그의 말을 듣고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그녀는 철한빙의 입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철한빙은 크게 당황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더없이 감격했다. (어느 누가 지난 삼년 간 따뜻하게 대해준 적이 있었던가!) 연계무가 답답하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소협, 어서 대답을 해보게.] 철한빙이 격동에 띠는 음성으로 말했다. [선배님의 말씀은 더없이 고마우나 소생은 천애고아의 떠돌이 신세입니다. 한데 어찌 선배님과 인연을 맺을 자격이 있겠습니까!] 연계무가 유쾌한 웃음을 터뜨렸다. [핫핫핫.. 그것이 이유라면 노부만 개의치 않으면 그만 아닌가! 노부는 자네가 승낙한 것으로 알겠네.] 그러자 연화옥이 재빨리 입을 열었다. [공자님, 어서 백부님께 인사를 드리세요.] 철한빙은 그들의 따뜻한 온정에 눈물이 핑 돌았다. 그는 급히 연계무에게 큰 절을 올렸다. [조카, 설운몽이 백부님께 인사 올립니다.] 철한빙은 가짜 이름을 대어야만 하는 자신의 처지가 한없이 부끄럽고 미웠다. 연계무가 그를 부축해 일으키며 만족한 웃음을 띠었다. [현질, 노부는 기쁘기 한량없네. 뜻밖에 이렇게 훌륭한 조카를 얻게 되어서 말일세. 허허헛...] 이때 연화옥이 한 걸음 나서며 철한빙에게 날아갈듯이 절을 했다. [소매, 연화옥이 오라버님을 뵈옵니다.] 철한빙이 크게 당황했다. 황급히 맞절을 한 그는 떠듬떠듬 입을 열었다. [나..낭자, 소.. 소생은 낭자보다 나이가 어린 듯하오.] 연화옥이 깜짝놀랐다. [옛? 그게 무슨말씀이세요. 소매가 보기에는 적어도 십팔..] 그녀는 남자의 나이를 함부로 입에 담는 것이 큰 실례인 것을 깨닫고 급히 입을 다물었다. [소생은 올해 열 다섯입니다.] 연화옥은 그의 성숙함에 아연해졌다. 아무리 보아도 십팔구세의 어엿한 청년으로 보였던 것이다. 그녀는 얼굴을 붉히며 천천히 입술을 떼었다. [소매도 열 다섯인데...] 그러자 연계무가 그들 사이에 끼어들었다. [하하핫... 어쨌든 현질이 육아의 오빠임에는 틀림이 없군.] 철한빙과 연화옥은 귀뿌리까지 한끈거리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그들의 마음은 그렇게 달콤할 수가 없었다. 철한빙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그녀를 불렀다. [옥매, 옥매같은 천상의 미인을 동생으로 얻다니 꼭 꿈만 같구려.] 연화옥은 그가 옥매라고 부르자 마치 구름을 밟는 듯 온 몸이 가벼워지는 것을 느꼈다. 그녀는 곱디 곱게 철한빙을 흘겨보았다. 이어 철한빙이 몸에 내상을 입었다는 것에 샛각이 미치자 급히 연계무에게 말했다. [아버님, 오바께서는 부상을 입었어요.] 철한빙이 소스라치게 놀랐다. [아니! 옥매는 내가 부상을 입었다는 것을 어떻게 알았소?] 연계무가 잔잔하게 웃으면서 입을 열었다. [현질, 무공을 연마한사람은 상대방의 혈색만 보고도 그 사람이 병이 있는지 없는지 알 수 있다네.] 철한빙이 그의 말에 더욱 놀라며 두 눈을 화등잔만하게 치켜떴다. [그럼 백부님께서도 처음부터 알고 계셨습니까?] 연계무가 인자한 음성으로 입술을 떼었다. [물론 알고 있었네. 현질은 몹시 지친데다가 누구에겐가 장력을 맞은 듯하네.] 그리고 철한빙의 이마에 희미하게 맺힌 핏방울을 닦았다. [그런데 이마의 상처는 어떻게 생긴 것인가?] 철한빙은 주춤거리다가 사실대로 이야기를 했다. 순간 연화옥의 예쁜 얼굴에 노기가 떠울랐다. [감히 무림이공자가 오빠에게 무례를 저지르다니! 본 낭자의 손에 걸리기만 해봐라. 이자까지 계산해 단단히 훈꼐를 해줘야지.] 연계무가 껄껄 웃었다. [껄껄껄... 옥아, 그들은 그렇게 나쁜 인물들이 아니다. 다만 너무 오만한 것이 흠이지.] 철한빙이 궁금한 듯 연계무에게 물었다. [백부님, 무림삼공자란 어떤 인물입니까?] 연계무가 그를 바라보며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무림삼공자는 당금무림에 일류고수라 할수 있지. 한마디로 젊은층에서 첫손가락 을 꼽는 정도로 고강한 무공을 지니고 있다네.] 철한빙이 고개를 끄떡였다. [그들은 무림세가의 자제들로서 옥면공자 좌소천 무정공자 단명기,그리고 유운공자 한상헌들이라네.] 철한빙이 다시 물었다. [무림세가라 하셨는데 무엇을 말하는 것입니까?] 연계무가 입술을 핥으며 천천히 말했다. [무림세가란 무림에 공적을 쌓아올린 집안을 말하는 것이네. 그러니까 지대한 명성을 나리는 인물들의 집안을 통칭한것이지.] 철한빙은 급시 이해가 되었다. [그렇다면 무림상공자는 대단한 위명을 떨치는 사람의 자제들이겠군요?] [그렇지, 옥면공자 좌소천은 철기방의 방주인 천뢰산장 좌방원의 자제이며, 무정공자 단명기는 창룡회의 회주 창룡일수 단극의 아들이네.] 그는 여기까지 단숨에 말한 뒤 다시 말을 이었다. [유운공자 한상헌은 사해방의 방주인 사해검군 한관중의 자제로 삼공자 중 단연 출중한 인물이네.] 연계무는 이어 품속에서 조그만 단약을 꺼냈다. [현질은 이 약을 복용하게. 아마 내일 아침이면 거뜬해질걸세.] 철한빙은 공순하게 단약을 받았다. 이때 연화옥이 잠시 밖으로 나갔다 돌아왔다. 그녀의 손에는 하얀 봉지가 들려 있었다. [오빠, 이것은 금창약이니 주무실 때 상처에 바르세요.] 하며 다소곳이 두손을 내밀었다. 철한빙은 고마움의 눈길을 보내며 금창약을 품안에 넣었다. [오빠, 삼공자와 같이 있었던 소녀가 누군지 아세요?] 철한빙이 빙그레 웃었다. [글쎄? 혹시 유운공자 한상헌의 누이동생이 아니오?] [어멋! 벌써 알고 계셨군요?] [백부님의 말씀을 듣고 그녀가 사해방주의 딸이라는 것으 짐잣했을뿐이오.] 연계무 부녀는 그의 총명한 두뇌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연계무가 밖을 향해 나직이 외쳤다. [여봐라, 주안상을 보아 오너라.] 그러자 밖에서 대답소리가 들리며 발걸음 소리가 멀어졌다. 그들은 주안상을 마주한 뒤 철한빙은 연화옥의 안내로 우아한 방에서 하루를 보내게 되었다. (아.. 이렇게 푹신한 침상에서 잠을 자게 될 줄이야 꿈엔들 생각이나 했겠는가?) 철한빙은 이런 생각 저런 생각에 잠기다 스르르 잠이 들고 말았다. x x x x x 다음날 아침, 그의 이마에 있었던 상처가 감쪽같이 사라진 것은 물론 내상까지도 말끔히 나왔다. 그는 세면을 한 뒤 백의를 걸쳤다. 똑!똑! 방문 두드리는 소리에 철한빙이 나직히 물었다. [누구요?] [소매예요. 들어가도 되겠어요?] 철한빙은 옷매무새를 고치며 급히 대답했다. [어서 들어오시오.] 방문이 열리며 화사한 모습의 연화옥이 들어왔다. [편히 쉬셨는지 모르겠어요?] 철한빙이 웃음을 떠올리며 입을 열었다. [오랜만에 정말 마음 편히 쉬었소. 이 모두가 옥매의 덕분이오.] [오빠, 어서 가셔서 조반을 드셔야지요.] 그들은 어깨를 나란히 하고 방문을 나섰다. 대청에는 벌써 연계무가 나와 있었다. [현질, 편히 쉬었나?] 철한빙이 길게 예를 올리며 대답했다. [예, 백부님 덕분에 편히 쉬었습니다.] [자, 이리 앉게. 우리 식사를 마치고 사해방에나 다녀오세.] 철한빙이 자리에 앉으며 물었다. [사해방엘 가다니오!] [오늘이 사해방주의 환갑일세. 그러니 오늘 좋은 구경을 할 수 있을 것이네.] 철한빙은 무림삼공자와 자의소녀를 상기했다. (음! 그곳에 가면 그들은 볼 수 있겠구나. 무림호걸들이 많이 모인 자리에서 그들의 용이 어떤지 궁금하구나.) 잠시후, 조반이 들어오자 그들은 식사를 끝냈다. 이어 조그만 예물을 들고 사해방을 향했다. 사해방은 진화장과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었다. 관도에는 이른 아침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무림인들로 붐볐다. 세 사람이 말을 몰고 유유히 관도를 거닐자 뭇 사람들의 시선이 그들에게 쏠렸다. 무림인들은 연계무를 향해 공손히 포권을 하는 한편 철한빙과 연화옥의 절세적인 용모에 경악과 찬사를 금치 못했다. [아... 정말 봉린지란이로다.] 그러나 그들은 철한빙의 차가운 모습에 은연중에 한기를 느꼈다. 얼마를 더 가자 그들의 눈앞에 거대하며 화려한 건물이 나타났다. 철한빙이 대문 앞까지 다가가 현판을 바라보자 용이 꿈틀거리고 봉이 춤을 추는 듯한 힘찬 필체가 금색으로 쓰여져 있었다. -----사해방! 대문 밑에는 십여 명의 청의인들이 즐거운 표정으로 손님을 맞고 있었다. 세 사람은 천천히 말에서 내렸다. 이때 안에서부터 한사람이 급히 그들을 마중나오는 것이 보였다. 십 칠팔세정도의 남삼을 걸친 소년이었는데 상당히 준수한 용모를 지니고 있었다. 또한 누가 보아도 첫눈에 호감을 느낄 정도로 친밀감을 갖게 하는 소년이었다. 그는 연계무의 앞으로 다가서며 공손히 포권을 했다. [선배님, 어서 오십시오. 아버님께서 진작부터 기다리고 계십니다.] 이어 연하옥에게 시선을 돌렸다. [연낭자, 그동안 별로 없으셨소? 한동안 뜸하기에 한 번 찾아뵐까 하던 참이었소.] 연화옥이 작은 입술으 놀렸다. [공자님 덕분에 별고 없었어요.] 남삼소년은 바로 유운공자 한상헌이었다. 그는 다시 시선을 돌려 철한빙을 쳐다보았다. [아....!] 한상헌은 그의 준수한 용모에 가벼운 탄성을 질렀다. 그는 정색을 하며 연계무에게 물었다. [선배님, 이 분 귀형은 뉘십니까?] 철한빙은 그의 모습에 호감을 느끼고 급히 포권을 취했다. [소제는 설운몽이라 합니다.] 한상헌은 황급히 마주 포권을 취하며 입을 열었다. [아! 설형이셨구려. 소제의 미천한 이름은 한상헌이라고 하니다. 앞으로 많이 지도 해 주시오.] 철한빙이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지도라니오? 오히려 한형에게 가르침을 받아야할 입장입니다.] 한상헌이 명랑하게 웃었다. [하하핫... 설형께서는 너무 겸손하구려. 솔직히 소제는 이제까지 설형같이 뛰어난 분은 처음보는 터이오. 소제는 갑자기 자신이 초라해지는 것을 느끼는 바이오. 하하핫....] 철한빙은 얼굴을 붉히는 한편 그의 호탕함에 한번 사귀어 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한상헌이 싱글벙글하며 세 사람에게 말했다. [선배님 등은 어서 안으로 드시지요.] 하며 앞장을 섰다. 대문을 지나자 질서정연한 누각들이 하늘을 향해 위용을 자랑하듯 높이 솟아있었다. 또한 수많은 청의인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손님들을 안내했다. 연회는 곧 시작하려는 듯 많은 사람들이 영빈청을 향하고 있었다. 이때 좌측에서 우렁찬 대소와 함께 호탕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하하하... 노형께서 오셨구려. 늦게 마중을 나와 정말 죄송스럽소이다.] 그곳에는 학발동안에 체구가 건장한 노인이 다가오고 있었다. 육십 세 정도의 나이에 청의를 걸친 그가 사해검군 한관중이었다. 왼쪽 옆에는 무림삼공자 중 좌소천과 단명기가 따르고 있었다. 우측에는 철한빙을 괴물이라고 했던 자의소녀가 사뿐사분 걸음을 옮기는 것이 보였다. 연계무가 한관중을 향해 길게 읍했다. [노형, 진심으로 환갑을 축하드리는 바이오.] 연화옥도 날아갈듯 인사를 올렸다, 연계무가 그들에게 철한빙을 소개시켰다. [노부의 조카외다. 모쪼록 많은 지도를 부탁드리오.] 한관중 등은 그에게 조카가 있었다는 말은 금시초문이었다. 그들은 철한빙에게 시선을 돌리다 두 눈이 휘둥그래지고 말았다. 자의소녀는 그의 준수함에 심장이 쿵쾅거리며 두 볼이 도화빛으로 물들였다. (아..내가 꿈속에서 그리던 공자님이로구나. 어쩌면 저렇게 준수할 수가 있을까?) 그러나 단명기의 두 눈에서는 억누를 수 없는 시기심이 피어 오르고 있었다. 한관중의 감탄에 찬 목소리가 들려왔다. [허어! 정말 인중지룡이구려. 노형이 너무도 부럽소이다.] 철한빙은 그의 말을 듣지 못한 듯 딴명기만 바라보도고 있었다. 연화옥은 으례히 자의소녀를 감시하는 눈빛으로 힐끗힐끗 쳐다보았다. 자의소녀는 한관중의 외동딸로서 부용성희 한소군이었다. 몇마디 인사말을 나눈 그들은 영빈청으로 걸음을 옮겼다. 영빈청은 무림군웅들로 발디딜 틈조차 없을 지경이었다. 사해검군 한관중이 입장하자 그들은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저마다 육하인사를 하기 시작했다. 한관중은 그들에게 미소로 답한 뒤 천천히 입을 열었다. [무림동도들께서 이렇게 잊지 않고 찾아 주신데 대해 진심으로 감사를 드린는 바입니다.] 군웅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일제히 그를 향해 술잔을 들어 올렸다. 한관중은 흐뭇한 웃음을 지으며 같이 술잔을 들어 단숨에 비워버렸다. 군웅들도 역시 단숨에 술잔을 비우며 이구동성으로 외쳤다. [방주님의 앞날에 무궁한 영광과 행복이 깃들기를 바랍니다.] [더욱 더 건강하시..] 한관중은 중구난방 격으로 터져나오는 축하에 연신 허리를 굽혀 답례를 하였다. [고맙소, 고맙소이다.] 한편 철한빙은 주위를 둘러보느라 정신이 없었다. 이때 일진의 그윽한 향기가 일어나며 한소군이 다가왔다. [공자님, 소녀의 술을 한 잔 받으세요.] 철한빙은 그녀의 아름다운 얼굴을 차가운 시선으로 쏘아보며 냉막하게 말했다. [소생은 술을 못하오.] 짤막하면서도 퉁명스러운 말투에 한소군은 잠시 주춤거렸다. 그러나 곧 순잔을 그의 앞으로 내밀며 입을 열었다. [공자님, 술을 못하시더라도 받아는 놓우셔야죠.] 철한빙은 아예 대꾸도 하지 않은 체 다른 곳만 바라보고 있었다. (흥! 괴물이라고 할때는 언제고 모습이 변모하자 거머리처럼 달라 붙으며 술을 권 하다니!) 그는 이렇게 생각하며 내심 코웃음을 쳤다. 철한빙의 옆에 있던 연화옥은 괜스레 그녀가 가여운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철한빙을 향해 속삭이듯 말했다. [오빠, 진군매의 술잔이니 받으셔야지요?] 철한빙이 연화옥을 힐끗 쳐다보았다. [옥매, 나는 생각이 업으니 옥매가 대신 마시구려.] 한소군은 그의 차디찬 말에 원망스런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이어 어깨를 축 늘어뜨린 채 제자리로 돌아갔다. 연화옥이 그를 향해 입을 떼었다. [오빠, 전에 있었던일로 이런 냉담한행동을 취하신다면 남자답지 못한 행동이예요.] 철한빙이 그녀를 바라보며 자신도 모르게 차갑게 말했다. [옥매는 내가 그렇게 옹졸한 사람으로 보이오?] 그녀는 가볍게 목을 움찔거리며 눈무을 글썽였다. 철한비은 자신이 무의식중에 한말에 그녀가 눈물을 글써이자 당황을 금치 못했다. [옥매, 미안하오, 내가 그만 딴생각을 하느라 말을 실수했소.] 연화옥은 그가 쩔쩔매며 사과를 하자 마음속 깊은 곳에서 행복감이 피어랐다. 이때! [흥! 잘들 놀고 있군?] 지극히 작은 목소리였으나 두 사람은 똑똑히 들을 수 있었다. 철한빙이 싸늘하게 안색을 굳히며 소리가 들린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곳에는 만면에 질투의 빛을 가득 띠운 단명기가 철한빙을 집어살킬듯이 노려보고 있었다. 철한빙은 참지 못하고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려 했다. 그러나 연화옥이 재빨리 그의 옥자락을 붙잡으며 타이르듯 말했다. [오빠, 그냥 못들은 척 넘기세요. 저자는 원래 저런 성품을 지니고 있어요.] 하지만, 또 한쌍의 눈빛이 화염에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두 사람을 노려보고 있었으니... 바로 부용선희 한소군이었다. 그녀는 지금까지 숱한 사내들을 거들떠 보지도 않고 발바닥의 때만큼도 여기지 않았다. 그런데 속으로 이를 부드득 갈았다. (연화옥! 네년이 그를 대단히 흘린 모양이군. 내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를 내 품에 안고야 말겠다.) 철한빙은 분노를 참으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리고는 연화옥에게 물었다. [옥매, 이곳에는 각파의 인물들이 모인듯 한데 아는 사람이 있다면 알려주겠소?] 연화옥이 그를 바라보며 빙그레 웃음을 지었다. [지금 이곳에는 각파의 장문인들과 웬만큼 이름난 고수들은 모두 와 있어요.] 철한빈이 고개를 저었다. [전부 다 설명할 필요는 없소. 구파의 장문인들과 그외에 내노라하는 고수들만 알려주면 되오.] 연화옥은 그의 말에 왠지 모를 불안감을 느꼈다. 그러나 개의치 않고 한 사람 한 사람 자세히 설명을 해주기 시작했다. 번호:185/227 등록자:HYUN9876 등록일시:97/03/31 21:40 길이:430줄 제 목 : [사마달] 불세마왕경 제 7장 불세마왕경 저자: 사마달 출판사: 대현출판사 제 7장 사랑과 질투 사해방주의 왼편에 앉아있는 팔십여 세의 정정한 노승이 무림의 태산북두인 소림 장문인 혜인선사였다. 그 옆에 역시 팔십여 세 정도로 보이는 백미노승이 아미파의 현임 장문인 원강선사 였다. 화산파 장문인 헌월일검, 무당파 장문인 항륭진인, 청성파 장문인 견혼패도 부여송, 점창파 장문임 육양장 뇌표, 곤륜파 장문인 자죽검 구양서, 공동파 장문인 백인도장, 공래파 장문인 무적금창 남궁호, 마지막으로 철한빙이 구원을 받은 방파인 개방방주 취몽주개. 철한빙은 연화옥이 하나하나 지명할 때마다 뇌리에 깊숙이 새겨 두었다. (어쩌면 저들 중에 부모님의 원수가 있을지도 모른다.) [오빠, 맨 끝에서 두 번째 앉은 비쩍 마른 사람이 누군줄 아세요?] 철한빙이 바라보니 오십 이 삼 세 가량의 노인으로 깡마른 몸집에 비해 상당히 위맹스런 모습을 하고 있었다. [글쎄, 내가 그걸 어떻게 알겠소.] 연화옥이 소근거리듯 말했다. [저 사람이 무정공자 단명기의 부친인 창륭회주 창륭일수 단극이에요.] [아! 그렇소. 어쩐지 음침한 것이 어디서 본 듯한 얼굴 같았오.] 이거야말로 자식이 미우니까 애비도 같이 미워진다는 경우였다. 단극은 자기 아들인 단명기와는 달리 지극히 겸손하며 정인군자로 널리 알려진 인물이었다. 연화옥이 천천히 입술을 떼었다. [단노선배님 옆에 계신 갈의노인이 옥면공자 뇌소천의 부친인 철기방주 천퇴신장 좌방원 선배님이세요.] 철한빙이 그녀가 가리키는 사람을 바라보니 육십여 세에 이른 창노한 금의노인 이었다. 연화옥은 계속해서 대청에 있는 영웅호걸들을 소개했다. 그러나 철한빙은 과거에 있었던 참사를 생각하느라고 한 마디도 듣지 못했다. 연화옥이 한참 신나게 설명을 하다가 그를 한참 쳐다보니 멍하니 천정만 바라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녀는 은근히 부아가 났다. [오빠! 소매의 말을 듣는 거예요. 안 듣는 거예요.] 철한빙은 깜짝 놀라 정신을 차리며 쑥쓰럽게 웃었다. 연화옥은 그를 곱게 흘겨보았다. 철한빙이 연계무를 바라보니 사해검군과 열심히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또 한쪽에서는 단명기가 한소군에게 갖은 아양을 다 떨며 호들갑을 떨고 있는것이 눈에 띄었다. 철한빙은 그 광경을 보자 그만 구역질이 날 지경이었다. 철한빙은 이곳에 더 이상 머물고 싶지 않았다. 이때 그의 옆으로 한상헌이 술잔을 들고 다가왔다. [설형, 소재가 이곳에 앉아도 되겠소?] 철한빙이 반색을 하며 말했다. [한형, 그게 무슨 말씀이시오 어서 이리로 앉으시오.] 한상헌이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자리에 앉았다. [설형, 소제는 그대의 인물에 그만 홀랑 반하고 말았소. 자 소제의 술잔을 드시오.] 철한빙이 미소를 지으며 급히 잔을 받쳐 들었다. 이어 한상헌의 잔에도 가득히 부어주었다. 한성헌이 즐거운 듯 잔을 치켜 들었다. [소제가 설형의 앞날을 위해 건배하겠소이다.] 두 사람은 술잔을 부딪친 뒤 단숨에 마셔 버렸다. 멀찌감치서 이들의 모습을 지켜보던 한소군의 두 눈에서 불똥이 튀었다. (흥 술을 못한다고? 아까는 고의적으로 나를 외면한 것이 분명하군. 어디두고 보자. 이 치욕을 갚지 않는다면 혀를 물고 자결을 하게 만들겠다.] 그녀는 점차 악독한 마음을 품기 시작했다. (그는 연가 계집애한테 깊이 빠진 것 같군. 그가 만일 내 앞에 무릎을 꿇고 빌지 않는다면 그 자리에서 죽여 버리고 말리라.) 진정 여인의 한은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는 말이 한치도 틀리지 않는 듯했다. 자신의 술잔을 받지 않는다는 조그만 일로 해서 죽일 결심까지 하다니...! 연화옥은 두 사람 사이에서 술 따르기에 바빴다. 드디어 두 사람은 만취가 되고 말았다. 연화옥은 이제 당황하여 어쩔 줄 몰라했다. 그녀는 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연계무 곁으로 다가갔다. [아버님, 오빠께서 술에 취해 쓰러지셨어요. 어쩌면 좋죠?] 연계무가 한참 담소를 나누다 고개를 돌렸다. [그래! 그렇다면 현질을 데리고 이만 가봐야 되겠구나.] 그러자 한관중이 옷자락을 덥썩 잡았다. [노형, 어찌 벌써 가시려고 하오. 현질은 취기에서 깨어날 때까지 안채에 푹자면 될 것이오.] 그리고는 한상헌에게 말했다. [상헌아, 설현질을 안채로 모시거라. 그리고 근처에서 절대 시끄럽게 하지 말라고 제자들에게 일러라. 알겠느냐?] 한상헌은 제법 주량이 세어 아직은 견딜만한 모양이었다. 그는 대답을 한 뒤 철한빙을 부축하여 안채로 들어갔다. 하나 그 역시 취했는지 걸음이 약간 비틀거렸다. 연화옥이 급히 철한빙의 한쪽 어깨를 부축하며 안채의 아담한 방으로 들어갔다. 한상헌은 점차 취기가 오르는지 철한빙을 침상에 눕힌 뒤 혀 꼬부라진 소리로 말했다. [낭자, 추태를 보여 죄송스럽소이다. 소생은 가서 좀 쉬어야겠오.] 하며 먼저 방문을 나갔다. 연화옥은 그가 사라지기를 기다렸다가 방문을 닫고 급히 철한빙의 곁으로 다가갔다. 철한빙은 취기로 얼굴에 붉게 물들은 채 깊은 잠에 빠진 듯했다. 그녀는 품안에서 그윽한 향기가 풍겨나오는 비단 수건을 꺼내 철한빙의 얼굴에 맺힌 땀을 닦아 주었다. 침상위에 걸터 앉아 땀을 닦아주고 있는 그녀의 모습은 정녕 한폭의 그림과도 같이 아름다왔다. [으----으------음!] 철한빙은 잠결에 몸을 뒤척이며 두 손을 옆으로 돌렸다. 순간, [어----멋!] 연화옥은 전신에 짜릿한 촉감을 느끼며 급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의 손이 돌려지는 순간 연화옥의 터질듯한 가슴을 건드렸던 것이다. 그녀는 보는 사람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얼굴이 홍시처럼 붉어지고 심장이 쿵쾅거리 며 전신의 힘이 뿍 빠지는 것을 느꼈다. 철한빙은 몸을 돌린 채 편안한 모습으로 잠이 들어 있었다. 연화옥은 다시 그의 곁에 앉아 신발을 벗겨 주었다. 이어 자리에서 막 일어나려는 찰나였다. [으----으-----음 안돼. 안돼....] 그는 땀을 뻘뻘 흘리며 악몽을 꾸는 듯했다. 연화옥은 아연실색하며 그의 땀을 닦아주는 한편 나직이 불렀다. [오빠, 오빠....!] 그러나 철한빙은 대단히 만취한 듯 좀처럼 깨어날 줄을 몰랐다. 그는 연신 헛소리를 해대며 전신이 식은 땀으로 흥건히 젖었다. 곧이어 심한 오한을 느낀 듯 온몸을 사시나무 떨듯 했다. 입술은 마치 얼음을 연상케 하듯 투명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또한 곁에 드러난 피부는 새파랗게 변해 보기에도 끔찍했다. 철한빙은 가벼운 신음을 발하며 전신을 잔뜩 웅크리고 이빨을 서로 마주쳤다. 연화옥은 어쩔줄몰라 안절부절을 못하며 그의 몸에 공력을 주입시켜 주려고 하였다. 다음순간 그녀는 주춤 손을 멈추고 말았다. 철한빙은 무공을 전혀 몰라 자신이 주입한 내공격을 받아 들일 수가 없지 않은가? 그녀가 망설이고 있는 동안 철한빙은 더욱 오한에 떨고 있었다. 이것은 결코 술에 취했기 때문이 아니었다. 오한이 전신을 엄습하는 이유는 아무도 몰랐다. 그 아무도...! 연화옥은 급기야 눈물을 글썽거렸다. 그녀는 아버님에게 달려가 그를 모셔오려고 했으나 철한빙은 그 사이에 숨이 넘어갈 것만 같았다. 그녀는 경황중에 아버님의 말씀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남자가 오한으로 거의 숨이 넘어가려고 할 때에는 여인의 순음지기로써 이를 막아야 한다. 하나 이 방법 또한 임시방편에 지나지 않을뿐이다. 뿐만 아니라 오한에 걸린 남자에게 순음을 불어 넣으려면 그를 껴안아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물론 혼약한 사이나 인간의 관계가 있으면 모르되 그렇지 않으면... 그녀는 재빨리 생각에 잠기는 한편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모든 것은 하늘의 순리대로 행하는 것이다.) 연화옥은 결심을 굳히고 천천히 철한빙을 바라보았다. 그는 두 눈을 꼭 감고 입을 반쯤 벌린 채 거의 숨이 끊어질 것만 같았다. 연화옥은 급히 침상위로 올라가 그의 차가운 몸을 꼭 끌어 안았다. 그녀는 차가움과 남성 특유의 그윽한 체취를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정신이 혼미해졌다. 온몸의 힘이 빠졌다. 숨통이 막히는 것 같았다. 연화옥은 그의 몸에서 풍기는 오한 때문인지 아니면 두려움 때문인지 몸을 부르르 떨었다. 철한빙의 몸이 서서히 정상으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거라나 연화옥은 이 순간 더 없는 행복감을 만끽하고 있었다. 이때, 철한빙은 서서히 정신을 차렸다. 그는 가슴이 심하게 압박당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동시에 묘한 충동이 일어나는 것도 알 수 있었다. 철한빙이 슬그머니 눈을 뜨고 바라보니 연화옥이 자신을 끌어안은 채 눈을 지그시 감고 얼굴 가득 홍조를 띠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는 분노와 수치를 느끼며 급히 그녀를 밀쳐 내려고 했다. 다음 순간 그의 뇌리를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 (옥매는 결코 이토록 파렴치한 여인이 아니다. 여기에는 필시 사연이 있으리라.) 여기에 생각이 미친 그는 눈을 지그시 감고 그녀가 스스로 떨어지기만을 기다렸다. 그러나 그녀는 좀처럼 떨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철한빙은 성숙한 여체를 처음 가까이 대하는터라 전신이 나른하고 심신이 격탕 되었다. 또한 처녀의 향긋한 살내음이 물씬 풍겨오자 거의 실신할 것만 같았다. 뜨겁게, 거세게...! 철한빙은 이 세상의 모든 것을 망각해 버렸다. 오직 뜨거운 여인의 체온과 향긋한 살내음에 욕정의 포로가 되어가고 있었다. 그것은 철한빙을 끌어 안고 있는 연화옥도 마찬가지였다. 철한빙은 전신이 뿌듯해지는 것을 느낌과 동시에 그녀를 으스러져라 끌어 안고 말았다. 동시에, [아..!] [으..음..!] 환희와 무아경지에 빠진 듯한 묘한 교성이 두 사람의 입에서 터져나왔다. 그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의 입술을 찾았다. [음...음! 옥매.] [...] 철한빙은 타오르는 욕정을 견디지 못하고 그녀의 옷을 하나하나 벗겨갔다. 드디어, 천하의 냉혈이라도 되살시킬 듯한 백옥같이 투명한 나신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철한빙은 빙글빙글 도는 듯한 어지러움을 견디지 못하고 그녀를 덮쳤다. 이때, 하나의 인영이 허공을 가르며 날아왔다. 이어 가볍게 창문 옆에 내려섰다. 인영은 잠시 머뭇거리는 듯 하더니 손가락에 침을 발라 창문을 뚫었다. 안에서는 사람의 혼백을 송두리째 앗아갈 듯한 교성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방안의 광경을 목격한 인영은 전신을 거세게 떨기 시작했다. 다음 순간 눈에서 광염이 이글거리며 이빨이 부러져라 이를 갈았다. [부드드득!] 그리고는 다시 서로 뒤엉켜 있는 두 사람을 향해 질투와 원독에 가득 찬 살기를 쏘아보냈다. (개같은 년놈들, 감히 본방에서 추잡한 짓을 벌리고 있다니, 찢어 죽여도 시원치 않구나. 나는 본 척도 하지 않더니 이런 곳에서 음탕한 짓을 하고 있을 줄이야..!) 방안의 정사 장면을 엿보고 있는 인영은 부용성희 한소군이었다. 그녀는 연화옥이 철한빙을 부축하고 안채로 들어간 후 한참이 지나도 나오질 않자 불현듯 이상한 예감이 들었다. 그래서 급히 자리를 빠져나와 이곳으로 달려 온 것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철한빙과 연화옥은 전신에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채 색정의 포로가 되어있었 던 것이다. 이 광경을 보는 순간 한소군의 가슴에 말할 수 없는 치욕과 살기가 피어올랐다. (철한빙의 사랑을 얻지 못할 바에는 그 누구도 차지하�＃⊙� 못하게 영원히 죽여 버리자!) 한소군은 창문에서 눈을 떼며 갑자기 이상 야릇한 미소를 떠올렸다. 모골이 송연할 정도의 잔인한 미소, 그녀는 곧이어 가볍게 신형을 날려 연기처럼 사라졌다. 방안의 두 사람은 그것도 모른 채 서로를 불사르기에 여념이 없었다. 이윽고 그들은 나직한 신음과 함께 축 늘어지고 말았다. 잠시가 지나자 연화옥이 구슬프게 흐느끼기 시작했다. 철한빙은 죄책감과 당황을 금치 못하며 황급히 그녀를 달랬다. [옥매, 그대를 볼 면목이 없구려. 이 일을 대체 어찌해야 한단 말이오?] 그의 준수한 얼굴을 보기 싫게 일그러졌다. 연화옥이 고개를 숙인채 울음 섞인 목소리로 속삭이 듯 말했다. [오빠, 이 일은 저에게도 책임이 있어요. 이미 엎지러진 물, 이제는 두 가지방법 밖에는 도리가 없어요.] 철한빙이 가뭄에 비를 만난 듯이 급촉하게 물었다. [두 가지 방법이 무엇이오? 내 힘 닿는데까지 노력하겠소.] 연화옥이 눈물을 머금은 맑은 눈을 들었다. [한가지는 소매가 오�ィ♧“� 일생을 맡기는 일이고 또 한가지는...] 철한빙은 그녀가 말꼬리를 흐리자 답답하다는 듯이 재촉했다. [또 한 가지는 무엇이오?] 연화옥이 입술을 깨물며 떨리는 음성으로 말했다. [또 한가지는 소매가 자결을 함으로써 모든 사람들에게 사죄를 하는 방법이예요.] 철한빙은 그녀의 단호한 말을 듣자 등줄기에 식은 땀이 흘렀다. [옥매, 두 가지 방법 외에는 다른 도리가 없겠소?] 연화옥이 또 다시 눈물을 흘리며 고개를 힘없이 저었다. [오빠께서는 소매를 마음에 두고 계시지 않는다는 걸 잘 알고 있어요. 하지만.. 흐흐흑...] 그녀는 수치심과 허무감에 오열을 터뜨리고 말았다. 철한빙은 허공에 시선을 던지며 곤혹한 표정을 지었다. (아.. 내가 어쩌다가 사랑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되었단 말인가? 부모님의 원수도 갚지 못한 주제에 이 무슨 꼴이란 말이냐?) 그는 비통에 잠기고 말았다. 자결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무림제왕보의 참사를 생각하면 책임을 도피한 행위 같았다. [휴-----우!] 철한빙은 기나긴 한숨을 토해냈다. 이윽고 천천히 시선을 돌려 연화옥을 바라보았다. [옥매, 나는 그대가 싫어서가 아니오.] 그러나 연화옥이 오열을 참으며 물었다. [그런데 오빠께선 어째서 소매를 마다...] 그녀는 차마 다음 말을 잊지 못했다. 철한빙은 다시 탄식을 불어냈다. [후------우! 나는 피맺힌 원한을 갚아야 할 몸이오. 그런데 어찌 가정을 가질 수가 있겠소? 오직 옥매에게 죄스러울 뿐이오.] 연화옥은 그에게서 가족이 참사 당했다는 것을 어렴풋이 들은 기억이 났다. 그녀는 고개를 힘없이 끄덕였다. [소매도 알고 있어요. 하지만 저는 오빠가 원수를 갚는 날까지 기다릴 수 있어요. 일년, 삼년, 아니 백년이라도 기다리겠어요.] 철한빙은 전신을 부르르 떨며 감격에 겨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이어 그녀의 섬섬옥수를 덥썩 잡으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옥매, 그대가 이해를 해 준다니 정말 고맙소. 나는 원수를 갚는 날, 그대와 영원한 행복을 누릴 것이오.] 연화옥은 그의 말을 듣자 가슴이 벅차 올랐다. [오빠!] 그녀는 희열과 눈물로 뒤범벅이 된 얼굴을 철한빙의 품 속에 묻었다. [옥매!] 철한빙은 그녀의 알몸을 으스러져라 끌어 안으며 가벼운 입맞춤을 해주었다. 그리고 부드럽게 그녀의 알몸을 쓰다듬었다. 두 사람은 서로의 알몸을 접하자 또 다시 불같이 달아올랐다. 합쳐지는 두 개의 입술. 방안은 또 한차례 폭풍이 휘몰아쳤다. 두 차례에 걸쳐 뜨거운 관계를 갖은 그들은 기진맥진하며 옷을 주워 입었다. [오빠는 전에도 그 같은 하기를 느끼신 적이 있나요?] 철한빙은 옷을 다 입은 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글쎄, 전혀 기억이 나질 않는구려. 아마 그런 일은 이번이 처음인것 같소.] 연화옥이 붉게 상기된 얼굴로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오빠가 너무 과음을 하셔서 그런 모양이에요. 다음부터는 절대로 과음하지 마세요. 아셨죠?] 철한빙이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허허헛.. 이거 벌써부터 남자를 휘어잡으려 하느구려.] 연화옥이 곱게 눈을 흘기며 토라진 음성으로 쏘아부쳤다. [몰라요! 오빠하고는 말도 하지 않겠어요.] 철한빙이 짐짓 기겁을 하며 두 손을 싹싹 비볐다. [어이구, 제발 한번만 봐 주구려. 다음부터는 절대로 술을 마시지 않겠소. 내 하늘에 두고 맹세를 하리라.] [호호호...] 연화옥은 그의 모습에 입을 가리고 웃으며 재미있다는 듯이 바라보았다. 돌연, [얘들아, 대체 무슨 재미있는 일이 있기에 웃음꽃을 피우느냐?] 하며 방문을 열고는 두 사람을 번걸아 쳐다보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이어 정색을 하며 말했다. [자, 이제 그만 돌아가자꾸나.] 그드은 방문을 나섰다. 연계무의 뒤를 따르는 두 사람은 괜스레 긴장이 되어 숨조차 크게 내쉬지 못했다. 그들은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피식 웃고 말았다. 세 사람은 사해방주 등의 배웅을 받으며 문밖까지 나섰다. 사해방주 한관중이 철한빙을 향해 호탕하게 말했다. [철현질, 이곳이 자네 집이다 생각하고 언제든지 놀러 오게나.] 그러자 한상헌이 덧붙였다. [설형, 아버님 말씀대로 자주 놀러 오시오. 소저가 벗해 드리겠소.] 철한빙은 그들을 향해 감사의 예를 올렸다. [감사합니다. 그럼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그드은 서로 작별을 나눈 뒤 아쉬운듯 헤어졌다. 사해방주 한관중과 연계무는 가까운 곳에 위치하고 있었으나 별로 내용이 없는듯 했다. 사해방주 한관중은 몸을 돌려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한소군과 단명기는 각각 묘한 눈빛으로 멀어져가는 철한빙을 노려보고 있었다. 단명기는 질투에 불타는 눈빛으로, 그리고 한소군은 잔인한 미소와 살기의 눈빛으로.... 번호:186/227 등록자:HYUN9876 등록일시:97/03/31 21:41 길이:412줄 제 목 : [사마달] 불세마왕경 제 8장 불세마왕경 저자: 사마달 출판사: 대현출판사 제 8장 대기연 심야, 칠흑같은 어둠을 헤치고 가녀린 인영이 진화장을 향해 접근하고 있었다. 곧 이어 주위를 한차례 들러본 뒤 훌쩍 담장을 뛰어넘었다. 야행복 차림의 인영은 유령고도 같은 신법을 전개해 어느 방안에 이르렀다. 그 사람은 손가락으로 문풍지를 뚫어 안을 들여다 보았다. [음! 이방은 아니군.] 야행인은 누구를 찾는 듯했다. 다시 몇 군데 방을 엿보던 야행인은 드디어 목적한 방을 찾은 듯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이때 구름에 가렸던 달빛이 서서히 고개를 내밀었다. 순간, 천상의 옥봉선녀와도 같은 절세의용모가 나타났다. 야행인은 부용선희 한소군이었다. 그녀는 조심스럽게 방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침상에는 철한빙이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한소군은 그의 혈도를 찍은 뒤 재빨리 옆구리에 끼었다. 그리고는 쾌속절륜한 신법을 펼쳐 쥐도 새도 모르게 진화장을 벗어났다. 혈도를 찍힌 철한빙은 의식을 잃은 채 한소군의 손에 어디론가 끌려가고 있는 것이었다. 한소군은 질풍같이 내달려 하시진 후에 온톤 기암괴석과 천애절벽이 깔려있는 험난한 산으로 접어들었다. 다시 밥 한끼 먹을 시간이 지나서 그녀는 옆구리에 낀 철한빙을 팽개치듯이 땅 바닥에 내 던졌다. 쿵! 하는 소리가 밤의 정적을 깨뜨렸다. 철한빙은 갑자기 심한 통증을 느끼고 두 눈을 번쩍 떴다. 철한빙은 눈앞에 살기르 가득 띠우고 있는 한소군이 보였다. 그는 자신이 깊은 산속에 누워있음을 발견하고 급히 몸을 일으키려고 했다. 그러나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가 없었다. [낭자, 대체 이게 무슨 짓이오?] 철한빙은 그녀가 자신을 이곳까지 데려온 것을 깨닫고 노기충천했다. 한소군은 푸른 녹광이 번뜩이는 싸늘한 눈초리로 철한빙을 쏘아보앗다. [흥! 그것은 당신이 더 잘 알텐데요?] 철한빙은 어리둥절해지고 말았다. [내가 잘 알고 있다니 그게 무슨 말씀이오?] 한소군이 차가운 실소를 지었다. [당신은 정말 시치미도 잘 떼는군요. 오늘 낮에 있었던 일을 기억하지 못한단 말인가요?] 철한빙은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그렇다면 낭자는 소생이 술잔을 거부한데 대한 앙갚음을 하겠다는 거요?] 한소군이 얼음같이 차가운 음성을 뱉어냈다. [그것마은 아니예요.] 그러자 철한빙이 의아한 듯이 물었다. [그럼 또 무슨 다른 이유가 있소?] [그래요. 당신과 연계집에는 사해방 내에서 더럽고 추잡한 짓을 저질렀어요.] 철한빙은 소스라치게 놀라며 얼굴을 붉혔다. 다행히 야심한 밤이었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앗다면 온통 시뻘개진 얼굴에 또 한바탕 치욕을 당할뻔 했다. [나..낭자는 그..그 광경을 보...] [흥! 창피한 줄도 모르고 감히 지저분한 소리를 입밖에 내려고 하다니 닥치지 못하겠어요!] 철한빙은 수치심과 분노, 그리고 창피함을 동시에 맛보았다. [낭자, 어서 소생의 혈도를 풀어주시오.] 한소군이 허리에 양손을 얹으며 냉랭하게 말했다. [풀어드릴 수는 있어요. 하지만 한 가지 조건이 있어요.] [무슨 조건이오?] 하소군이 잠시 망설이는 듯 하다가 천천히 입술을 떼었다. [당신이 나를 사랑한다고 한 마디만 해준다면 풀어주겠어요.] 철한빙의 얼굴이 보기싫게 일그러졌다. 이어 입술을 악물며 발악하듯이 외쳤다. [으으음! 천하에 염치없는 여인이로구려. 어찌 사랑하지도 않는 여인을 사랑 한다고 말할 수 있단 말이요?] 그는 화염에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그녀를 노려보며 계속 말을 이었다. [설사 소생이 낭자를 사랑한다고 말한다 치더라도 그것은 강요에서 나온 말이지 진정에서 우러나온 말이 아닐 것이오.] 한소군이 새파랗게 질리며 악을 쓰듯이 말했다. [당신의 말이 진심이 아니라도 좋아요. 그러니...] [닥치시오! 소생은 목에 칼이 들어오는 한이 있어도 절대로 그 말은 못하겠소.] 순간 그녀의 눈가풀이 파르르 떨렸다. [다..당신, 좋아요. 한 가지만 묻겠어요. 도대체 내가 연계지애보다 못한점이 무엇인가요?] 철한빙은 말문이 막혔다. 그러나 곧 냉랭하게 입을 열었다. [옥매는 부드럽기가 잔잔한 호수같으며 마음씨 또한 비단결같이 곱소. 하지만 낭자 는 가시돋힌 장미와도 같이 정숙하지 못하며 남의 의표를 찌르기를 좋아하고 성격 또한 냉혹하기 그지없소.] 그는 한소군의 얼굴을 응시하며 계속 말을 이었다. [한 마디 덧붙인다면 천성의 오만과 시기심이 낭자를 지배하고 있는 듯 싶소. 이럴 진데 어느 누가 낭자를 좋아한다고 말하겠소. 만약 그런 사람이 있다면 낭자의 용 모에 빠진 쓸개 빠진 인간일 것이오.] 한소군은 그의 맘을 들으며 생각에 잠겼다. 그의 말은 모두가 사실이었다. 지금까지 자신에게 접근한 수많은 젊은이들은 한결같이 그의 말과 일치하는 인물들 이었다. 그렇기에 한소군은 그들은 전혀 거들며 보지도 않았는지 모른다. 한소군이 자신의 의표를 여지없이 찌르자 분노를 느꼈다. [닥쳐욧! 당신은 내 마을 따르겠어요? 아니면 거절을 하겠어요? 가부간에 결정을 내려요.] 철한빙은 밤하늘을 올려다 보며 비웃음을 터뜨렸다. [후후후훗... 아까도 말했다시피 죽으면 죽었지 사랑한다는 말은 못하겠소!] 한소군은 만면에 잔인한 살기를 떠올렸다. [흥! 그래요. 어디 당신이 얼마나 굴강한 사람인지 두고 보겠어요.] 이어 지풍을 날려 그의 혈도를 풀어주었다. 철한빙은 혈도가 풀리자 땅을 박차고 벌떡 일어났다. 순간, 또 다른 지풍이 양쪽 무릎의 음곡혈을 제압해 버렸다. 그는 두 무릎을 꿇으며 한소군의 앞에 절을 하는 꼴이 되고 말았다. [호호호.. 이래도 사랑한다는 말을 하지 않겠어요?] 그녀는 거만하게 버티고 선 채 재매있다는 듯한 눈초리로 그를 내려다 보았다. 철한빙은 죽을 힘을 다해 일어서려 했으나 한 번 제압된 혈도가 풀어질 리가 없었다. 그는 이를 부드득 갈며 서릿발처럼 차갑게 외쳤다. [으... 천하에 악독한 여인 같으니라고. 지금 무릎을 꿇고 있다만 이것은 내본심에 서가 아닌 불가항력 때문이니 너무 득의해 할 것 업�¡�. 내가 무공을 익힌다면 오늘 의 치욕을 반드시 갚을 것이오.] 한소군은 그의 무시무시한 말에 전신을 부르르 떨었다. 그러나 이내 간담이 서늘할 정도로 차디차게 말했다. [이래도 굴복을 하지 않겠단 말이에요? 좋아요, 당신이 스스로 무덤을 파려고 하는 군요. 어디 오음절맥에도 견디나 두고 보겠어요?]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소매를 휘둘러 가벼운 경풍을 쏟아냈다. 철한빙은 가벼운 경풍에 접하자 한차례 몸을 떨었다. 이어 전신이 뒤틀리며 뼈마디가 탈골할 듯한 극심한 고통을 느꼈다. 또한 내장에서는 수만 마리의 독벌레들이 물어 뜯는 듯한 가지러움과 따가움을 느꼈다. 그리고 오장육뷰를 칼로 도려내는 듯한 아픔과 바늘로 찌르는 듯한 고통은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실로 강근철골의 인간이라 할지라도 견디지 못할 마동양산의 처절한 수단이었다. 철한빙은 전신을 땅바닥에 굴리며 고통에 몸부림 쳤다. 그러나 이를 악물고 신음소리를 뱉아내지 않았다. 한 식경이 지나자 그의 머리털과 눈썹이 점차 변하기 시작했다. 이어 두 눈이 충 혈되는가 싶자 곧 시퍼런 녹광이 줄기줄기 쏟아져나왔다. 하지만 하소군은 이러한 광경을 보지 못하고 있었다. 이때 그녀의 두눈은 눈물로 흥건히 가려져 다만 눈앞이 뽀얗게 보일 뿐이었다. 철한빙의 몸부림은 점차 약해지기 시작했다. 다시 얼마가 지나가 몸부림이 멈춰지며 축 늘어지고 말았다. 때를 같이하여 악귀같던 모습도 정상으로 돌아왔다. 그는 전신이 �┏グ� 나무뿌리에 긁혀 피투성이가 되어 있었다. 하소군은 그의 지독한 고집에 그만 맥이 빠져 버리고 말았다. 그녀는 눈물을 훔치며 서서히 죽은 듯이 누워있는 철한빙에게 다가갔다. 그리고는 두 눈에 무서운 살기를 떠올리며 천천히 오른손을 들러올렸다. 허공에서 일장을 격출하려던 한소군은 점차 떨리기 시작했다. 의식을 잃은 채 쓰러져 있는 철한빙의 얼굴을 비록 피와 흙으로 범벅이 되었지만 너무도 준수한 모습이었다. [아..] 한소군은 오른손을 힘없이 내리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어두운 밤하늘을 향해 처절한 미소를 보냈다. 이어, [공자, 소녀는 왜 이렇게 해야만 하는지 제 자신도 모르겠어요. 다만 저를 멀리하 려는 공자가 죽이고 싶도록 미울 뿐이예요.] 그녀는 나직이 중얼거리며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한소군은 실상 무릎을 꿇고 그에게 사랑을 애원하고 싶었다. 그러나 천성적인 오만함과 자존심이 그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철한빙 또한 오만한 성격임을 어렴풋이 깨닫고 그의 성격을 누르고 싶었다. 그 얼마나 많은 강호의 젊은 기재들이 자신의 사랑을 받으려고 애걸을 해 왔던가? 하나 그녀는 그들을 거들떠 보지도 않고 오히려 사내들을 경멸해 왔었다. 어떻게 보면 이러한 일들이 한소군의 자존심과 오만함을 더욱 부채질 했는지도 몰랐다. 한소군은 피로 얼룩진 철한빙을 애수가 깃든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가법게 지풍을 날려 그의 오음절맥을 풀어주었다. 그녀는 끊임없이 눈물을 흘리며 먼 창공을 응시했다. [아...] 세상의 온갖 번뇌를 대표하는 듯한 구슬프면서도 애절한 한숨이 깊게 흘러나왔다. 그녀는 시선을 돌려 철한빙을 쳐다 본 뒤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발을 옮겼다. 그녀의 모습이 막 사라졌을 때였다. 휘----익! 하는 람소리와 동시에 철한빙의 옆에 하나의 남색인영이 떨어져 내렸다. 남색인영은 한소군이 사라진 곳을 잠시 바라본 뒤 천천히 시선을 돌렸다. 죽은 듯이 누워있는 철한빙의 몸에 시선을 굳힌 인영은 음침한 미소를 떠올렸다. [흐흐흐.. 꼴 좋게 됐군. 군매가 네놈을 살려두고 그냥 간다만 본 공자는 네놈을 필히 죽여야 겠다.] 살기가 뚝뚝 돋는 말을 한 사람은 무정공자 단명기였다. 그는 한소군이 사해방을 벗어나는 순간부터 줄곧 뒤를 미행했던 것이다. 단명기는 질투와 살기가 뒤엉킨 눈빛을 쏘아내며 쌍장을 서서히 들어올렸다. 다음순간, 펑! 둔탁한 소리와 함께 철한빙의 몸이 허공으로 뜨며 삼장 빡으로 곤두박질쳤다. 그의 입에서는 검붉은 피가 끊임없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또한 이미 숨이 끊어진 듯 가슴의 기복이 멈춰져 있었으며 옷은 갈기갈기 찢어져 피에 물든 살결이 군데군데 보였다. 단명기는 느릿한 걸음으로 그의 곁으로 다가가 생사여부를 살폈다. [흐흐흐..뒈졌군. 이제야 목에 걸린 가시가 쑥 빠진 듯한 기분이러구나. 이놈아, 지옥에 가서라도 본 공자를 원망하지 말아라. 그것은 네놈의 쌍판이 잘생겼기 때문이니라.] 말을 끝내자 그는 철한빙의 옆구리를 힘껏 걷어찼다. [흐흐흣.. 잘가거라!] 퍽! 하는 소리와 동시에 철한빙의 신형은 천야만야한 낭떠러지로 쏜살같이 떨어지고 있었다. 단명기는 그가 떨어진 곳을 한참동안 바라본 뒤 만족한 웃음을 띠우며 몸을 날렸다. 휘--------이----이---잉! 휘잉... 서늘한 산바람이 그가 서 있던 곳을 매섭게 할퀴고 지나갔다. 절벽 위에는 철한빙이 흘린 시뻘건 선혈만이 외롭게 정적을 지키고 있을뿐이었다. 철한빙은 자신이 천애절벽으로 떨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쐐----애-----앵! 찢어진 옷자락을 완전히 날려 버리려는 듯 매서운 파공음을 내며 유성같이 떨어 지던 철한빙의 몸은 물결이 흐르는대로 거침없이 휩쓸려갔다. 한데 철한빙의 몸이 휩쓸려 들어가는 곳 바로 앞에는 시커먼 동혈이 커다란 입을 벌리고 있었다. 기서에서나 간혹 볼수 있는 전설의 해저동굴이었다. 쏴----아---악! 철----썩! 철한빙의 몸은 해저동굴을 향해 빛살같이 빨려 들어가고 말았다. 휘------리-----리---릭! 이어 그의 몸이 허공을 붕 뜨는 듯 하더니 급속히 밑으로 떨어져 내렸다. 얼마를 떨어지자 갑자기 물결이 거세게 소용돌이치며 철한빙의 몸을 옆으로 밀어 냈다. 그러자 그의 몸이 해저동굴의 벽에 거세게 부딪쳤다. 찰나, 우-----르-----릉! 동굴의 벽이 요란한 굉음을 내며 양쪽으로 쫙 갈라지는 것이 아닌가, 벽이 양쪽으로 갈라지자 돌연 벽 안쪽에서 강력한 흡인력이 철한빙의 몸을 힘차게 잡아당겼다. 철한빙의 몸은 삽시간에 벽속으로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x x x x 얼마가 지났을까? 죽은 듯이 누어있던 철한빙의 몸이 조금씩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손가락을 까닥거리더니 점차 사지를 움직였다. [으----음! 무....물.....물] 그는 희미하게 의식을 찾으며 두 손을 허위적거렸다. [으-------으------윽!] 철한빙은 몸을 움직이자 전신의 뼈마디가 모두 부숴지는 듯한 극심한 통증을 느꼈 다. 그는 행동을 멈추며 두 눈을 서서히 치켜떴다. 그러자 수많은 종유석이 흐릿하게 보였다. [으----음.. 내가 살아난 모양이구나. 그런데 어찌 이런 곳에 와 있을까. 내가 쓰러 졌던 곳은 절벽 위였는데..] 철한빙은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지극히 느리게 몸을 일으켰다. [으-----윽!] 그러나 절반도 일어나기 전에 가슴과 옆구리에 심한 통증이 몰려왔다. 그는 이 모두가 한소군의 잔인한 수난에서 비롯된 일인 것을 생각하자 전신을 부르르 떨며 이를 악물었다. 철한빙은 옷이 갈기갈기 찢어 진 것을 보자 걸칠 만한 것을 찾아보았다. 주위를 둘러본 그는 경악과 실망을 동시에 느꼈다. 동굴인 듯 싶은 천정에는 무수한 종유석이 곧 떨어질 듯이 매달려 있었다. 또 맞은편에는 조그만 석문이 있었으며 좌우에는 울퉁불퉁한 돌덩어리뿐이었다. 철한빙은 우선 석문을 향해 느릿느릿 걸음을 옮겼다. 한 걸음 한 걸음마다 뼈마디가 부러지는 듯한 고통이 엄습해왔다. 철한빙은 입술이 터지도록 악물며 간신히 석문 앞에 당도했다. [휴-----우!] 불과 이 장 정도의 거리를 거의 한 식경이 걸려서야 다달을 수 있었다. 철한빙의 전신은 땀으로 흥건히 젖어 겨우 말랐던 옷이 다시 젖고 말았다. 그는 지금 생각나는 것이 있다면 이곳이 어디며 어떻게 오게 됐는지가 궁금할 뿐 이었다. 철한빙은 힘겹게 팔을 들어 문고리를 잡아 당겼다. 스----스-----륵! 미약한 소리와 함께 석문이 가볍게 열렸다. 철한빙은 비틀거리는 몸을 이끌고 안으로 들어갔다. 다음 순간 그의 입은 더 이상 커질 수 없을 정도로 벌어졌다. [아!]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십 장 정도의 둘레에 네모 반듯하게 생긴 넓은 석실이었다. 한데 석실 안에는 발디딜 틈도 없을만큼 무진장한 보석이 사방에 깔려 있는 것 이 아닌가? 철한빙은 눈이 부실 정도의 칠진만보에 정신을 잃을 지경이었다. 그러나 그는 곧 실망하고 말았다. (내 생전 처음보는 보물들이구나. 하지만 이런것들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지금은 당장 걸칠 옷이 필요하거늘......) 철한빙은 석실을 샅샅히 살펴 보았으나 몸에 걸칠 것이라고는 한 가지도 눈에 띄지 않았다. 그는 허탈감에 빠진 듯 중앙에 있는 옥으로 만든 탁자로 다가갔다. 이어 옥의자에 털썩 주저 앉았다. 돌연, 그가 앉았던 자리가 급작하게 밑으로 떨어지는 것이 아닌가? [앗!] 놀란 외침이 채 사라지기도 전에 철한빙의 몸은 또 다른 석실에 와 있었다. 철한빙은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며 주위를 한차례 둘러보았다. 눈에 보이는 것이라고는 둥그런 탁자 하나 뿐이었다. 그 위에는 조그만 종이가 놓여져 있었다. 철한빙은 옥의자에서 일어나 힘겨운 발걸음을 옮겨 탁자위의 종이를 집어들었다. (그대는 제물에 탐욕이 없으니 가히 백옥무하한 성품을 지녔도다. 인연이 있어 이곳에 돌어온 자는 곧 하늘의 계시를 받은 인물임에 틀림없는 터 이에 그대에게 지시를 내리노라. 먼저 좌측에 있는 붉은 색의 옥을 누를지어라.) 철한빙은 글을 다읽고 뛸듯이 기뻐 어쩔 줄을 몰랐다. (혹시 이것이 말로만 듣건 기연이란 것이 아닐까?) 그는 탁자 옆에 있는 붉은 색의 돌을 떨리는 손으로 눌렀다. 그러자, 스----르-----릉 가벼운 음향이 정면에서 들려오며 만면에 옷음 띠운 선풍도골의 백발 노인이 나타 났다. 백발노인은 의자에 앉은채 마치 철한빙을 향해 무슨 말인가 하려는 듯한 눈치였다. 철하닝은 갈라진 벽속에 백발노인이 앉아있자 급히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렸다. [소생 철한빙이 노신선의 수양을 방해한 점 죄스러울 뿐입니다.] 그러나 백발노인은 여전히 웃음을 띠운 채 조금도 미동하지 않았다. 철한빙은 의혹에 젖은 눈빛으로 백발노인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은 백발노인의 오른손에 얹혀진 작은 종이에 시선이 머물렀다. 철한빙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서서히 몸을 일으켜 조심스럽게 백발노인의 곁으로 다가섰다. [노신선님, 소생의 말이 들리지 않습니까?] 역시 묵묵부답이었다. 철한빙은 비로소 백발노인이 죽은 사람임을 알았다. 그는 앉은 채로 숨을 거든 노인이 신기하기 이를데 없었다. 이어 백발노인의 손에 있는 종이를 조심조심 들어올렸다. 그리고는 백발노인의 얼굴을 자세히 훑어보았다. <1권 끝> �角嘶穿坪� 다른곳에 올리지 말아주세요�� 번호:187/227 등록자:HYUN9876 등록일시:97/04/02 22:55 길이:407줄 제 목 : [사마달] 불세마왕경 제 9장 불세마왕경 저자: 사마달 출판사: 대현출판사 제 2권 목차 제 9장 조화의 신기 제 10장 절세의 미공자 제 11장 남자가 남자를 제 12장 비도쟁탈대회 제 13장 기비고수 제 14장 떠오르는 태양 제 15장 아홉개의 손가락을 가진 노인 제 16장 대살인 제 9장 조화의 신기 철한빙은 백발노인의 살아서 움질익 듯한 시신에 신기함과 감탄을 금할 길이없었다. 그는 천천히 종이를 펼쳐 보았다. (노부는 이곳에 머문지 삼백년이 지났다. 하나 인간에게는 거역할 수 없는 천륜이 있으니 바로 인간수명이다. 노부는 천륜을 어기고자 자칭 조화신옹이라 한 뒤에 불생불사의 도를 깨우치고자 하 였다. 노부는 이백 년이 지나서야 천지조화의 이치를 깨달을 수 있었다. 하나 다시 백 년이 지나자 불생조화의 도는 터득할 수 있으되 악마의 화신으로 변성한다는 것을 알았다. 비록 천륜에 순응할지언정 악마의 화신은 될 수 없는 일, 노부는 고심 끝에 한가지 결단을 내렸다. 그것은 불생불사의 도를 여기에서 더이상 터득한다면 천하는 노부로 인해 일대회오리 를 일으킬 것이 분명한 터, 이에 깨달음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철한빙은 서신에서 잠시 시선을 떼고 자칭 조화신옹이라는 백발노인을 바라보았다. (정말 대단하신 분이구나. 인간이 어떻게 삼백 년 이상을 살 수가 있을까?) 그는 조화신옹에 대한 존경심과 부러움을 느끼며 다시 서신을 읽었다. (그러나 노부는 이때 악마의 심성이 삼성 가량 싹트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세월이 흐를 수록 그 도는 더해가기 시작했다. 오성, 팔성, 드이어 십성까지 이르게 되었다. 노부는 자신을 후회하며 한 가닥 남은 성심에 도를 이용해 악마의 불길을 끄기에 이르렀다. 급기야 노부의 두 가지 심성이 거센 싸움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악마의 불길은 더욱 거세게 타올라 한 가닥 심성마저도 제압시켜 버릴듯했다. 이에 노부는 천륜에 항거할 수 없다는 것을 뒤늦게나마 깨우쳤다. 인과응보! 노부는 세상의 모든 악마를 저주하며 스스로 타계를 결심했다.) 철한빙은 조화신옹의 당시를 회상이라도 하듯이 조용히 눈을 감았다. (정말 대성인이로구나. 스스로 불생불사의 깨우침을 버리고 인류를 위해 거룩한 희생을 결심할 수 있다니! 만약 나같으면 그렇게 할 수가 있었을까?) 그는 천천히 눈을 뜨며 다시 글을 읽어 내려갔다. (노부는 이대로 눈을 감을 수 없어 천지조화의 이치와 불생불사의 도를 이용한 명실공히 광세무적의 신공을 창안해서 악마를 징계하고자 다짐했다. 그 결과 십 년이 걸려서야 한 권을 책자를 만들 수가 있었다. 노부는 스스로 창안한 무공에 대만족을 느끼며 후세의 인연있는 자에게 남겨주기로 결심했다. 이 글을 읽는 자는 노부에게 스승에 대한 예를 올리기 바라며 그대를 제 일대 계승 자로 명할 것이다. 조화신옹) 철한빙은 읽기를 마친 뒤 한 없이 눈물을 흘렸다. 그의 손에 들려진 종이가 몸이 격탕됨에 따라 부르르 떨렸다. [아버님, 그리고 어머니, 소자는 드디어 천하무적의 신공을 연성하기에 이르렀습 니다.] 그는 기쁨의 환희를 억누르지 못하고 허공을 향해 파안대소를 터뜨렸다. [하하핫... 나는 조화신옹의 제 일대 전인이다. 조화신옹의...] 그의 쩌렁쩌렁한 음성은 석실을 온통 뒤덮어 버렸다. 조화신옹도 그의 기뻐하는 모습을 보며 만족한 웃음을 짓는 듯했다. 철한빙은 웃음을 멈춘 뒤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할아버지, 그리고 지하에 잠들은 무림제왕보의 영혼들이여, 나 철한빙은 그대들의 계시로 절세기연을 얻게 되었습니다. 이제 그대들의 피맺힌 원한을 원수들의 선혈 로써 씻어 드릴 것입니다.] 철한빙은 피의 절규를 토한 뒤 천천히 조화신옹에게 스승에 대한 배사를 올렸다. [제자 철한빙이 스승님을 뵈옵니다.] 그와 동시에, 쿠----르------르----릉! 석실이 무너질 듯한 굉음이 일며 천정이 두 쪽으로 갈라졌다. 철한빙은 대경실색을 하며 급히 뒤로 물러섰다. 천정이 완전히 갈라지자 위에서부터 천천히 돌계단이 내려왔다. 철한빙은 두 눈을 화등잔만하게 뜨며 내려오는 돌계단을 주시했다. 이윽고 돌계단은 석실 바닥에 닿았다. 그는 잠시 망설이다가 돌계단에 한쪽 발을 슬그머니 올려 놓았다. 아무런 이상이 없자 그는 곧 계단을 밟고 위로 올라갔다. 계단이 끝나는 곳은 널찍한 연공실이었다. 그곳에는 수를 헤아릴 수 없는 고서가 가지런히 꽂혀 있었으며 중앙에 자리잡은 탁자에는 찬란한 금합이 놓여 있었다. 또한 금합 옆에는 조그마한 화문에 아홉 빛의 무지개색을 발하는 이상한 풀이 자라고 있었다. 이상한 풀에서는 천상에서나 맡아볼수 있는 그윽한 향기가 풍겨나왔다. 철한빙은 떨리는 가슴을 이끌고 탁자에 놓여진 금합을 들었다. 이어 조심스레 뚜껑을 열었다. 소리없이 뚜껑이 젖혀지자 얄팍한 책자가 보였다. (반향조화신공-----!) 철한빙은 와들와들 떨리는 손으로 비급을 어루만졌다. 곧이어 천천히 책장을 넘겼다. (반향조화신공은 나 조화신옹이 심혈을 기울여 창안해 낸 광세절학이다. 제자는 이 무공을 천하창생을 위해 사용할 것이며 도저히 용서치 못할 극악무도한 악마 외에는 절대 함부로 사용해서는 안된다. 만약 함부로 사용을 한다면 하늘의 노여움을 받을 것이다.) 철한빙은 스승님의 유언을 깊이 뇌리에 새기며 계속 읽어 내려갔다. (아홉 가지 빛깔을 띤 영초는 천리만물의 정기를 흡수하며 자란 구엽선지초이다. 반향조화신공을 익히려면 필히 이것을 복용해야만 한다. 그러나 구엽선지초는 공력을 증가시켜주되 무공을 연성하지 않은 사람이 복용한다면 백해무익한 일개 평범한 풀로 변해버리는 신비로운 영초이다.) 철한빙은 여기까지 읽은 뒤 정신이 아득해지는 것을 느끼며 몸을 한 차례 휘청거렸 다. [아! 아... 그렇다면 반향조화신공을 연성하지 못한다는 얘기가 아닌가?] 철한빙이 눈물을 주르르 흘리며 다시 책장으로 시선을 돌렸을 때였다. [아니!] 그는 희열과 생기가 가득한 표정으로 그 다음 글을 뚫어져라 바라 보았다. (만약 노부의 제자가 전혀 무공을 모른다면 좌측 책장에 꽂혀 있는 초보적인 무공부 터 익힌 뒤에 구엽선지초를 복용한다면 능히 광세절학을 연성할 수 있다. 거듭 이르노니 반향조화신공으로 부디 천하창생을 구하기 바란다.) 철한빙은 기쁨을 억누르지 못하고 사방으로 뛰어다녔다. 곧이어 좌측에 꽂혀진 수많은 낡은 책 중에서 한 권을 뽑아 보았다. 위양신공! 그는 호기심에 가득찬 눈으로 첫장을 넘겨 보았다. 그곳에는 사람이 여러가지 자세로 검을 들고 있는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다음장에는 지법, 장법등 철한빙으로서는 생전 처음보는 이상한 형태의 그림이 전장 을 빽빽이 메우고 있었다. 철한빙은 또 다른 책자를 꺼내 보았다. 천면보록! 이곳에는 축골공과 역용술, 그리고 변성술들이 상세히 기재되어 있었으며 쉽게 터특 할 수 있도록 설명이 되어 있었다. 철한빙은 보면 볼수록 신기한 감에 다시 한 권의 책을 꺼냈다. 이번에는 점혈수법이 적혀진 비급이었다. 철한빙은 계속해서 몇 권의 책을 본 결과 하나같이 세상에서 보기 드문 절세신공이라 는 것을 어렴풋이 느낄 수가 있었다. 그는 비급들을 제자리에 꽂으며 허기가 밀려움에 먹을 것을 찾아 보았다. 그러다가 해저 동굴을 빠져 나갈 수 있는 도형을 찾았다. 그는 크게 기뻐하며 또 다시 연공실을 한바퀴 돈 끝에 한쪽 구석에 있는 옥단지에 큼 직한 백색 환약들이 들어있는 것을 발견했다. 철한빙은 그것이 무엇인지 알 필요도 없다는 듯이 우선 한 알을 입안에 밀어넣었다. 입안에 들어간 환약은 곧 스르르 뱃속으로 흘러 들어갔다. 그는 입안이 말할 수 없이 청량하며 허기가 씻은 듯이 사라지자 백색환약을 들고 요리 조리 살펴 보았다. [정말 신기한 환약이구나. 먹자마자 허기가 감쪽같이 사라지다니.] 백색환약은 조화신옹이 백여 년에 걸쳐 간신히 제조해낸 복원단이었다. 한알을 복용하면 능히 배고픔을 견딜 수 있는 신비한 환약인것이다. 더욱 신비로운 것은 갈증을 해소해 주는 것이었다. 그는 허기를 메우자 급히 원양신공을 펼쳐들고 무공 연마에 들었다. 철한빙은 자신이 이곳에 들어온지 며칠이 지났는지도 몰랐다. 다만 피눈물 나는 수련들을 거듭할 뿐이었다. [이----얍!] 철한빙의 몸은 한 가닥 흐릿한 그림자로 변하며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종횡무진신법을 펼쳤다. 이어 허공에 몸을 띄운 채 손으로 검을 대신해 검법을 펼치기 시작했다. 휘----휙! 쐐--------애! 쌩... 날카로운 파공음이 일때마다 그의 손에서부터 무지막지한 강기가 쏘아져 나갔다. 철한빙은 허공에서 몸을 열 두번 회전시킨 뒤 이번에는 장법과 지법을 동시에 전개 했다. 쉬---이---익! 퍽-------!퍽! 빛살보다 빠르게 허공을 가르며 떨려나간 두 줄기 암경이 연공실의 벽을 거세게 때렸 었다. 연공실의 벽은 무엇으로 되어 있는지 무서운 암경에도 불고하고 가벼운 음향만 일으킬 뿐이다. 철한빙은 바닥으로 가볍게 내려선 뒤 책상다리를 하고 운공조식에 들어갔다. 그러자 그의 몸이 하얀 운무에 싸이기 시작했다. 뜨거운 차 한 잔이 식을 정도가 지나자 하얀 운무가 사라지면 철한빙이 두 눈을 번쩍 떴다. 형형한 안광이 석실을 온통 비추었다. 백옥같이 깨끗한 살결에 알맞은 체격, 영준하며 준수한 얼굴, 그리고 양쪽으로 툭 불거져 나온 관자놀이 등이 그의 공력이 초범입성의 경지에 이르 렀음을 여실히 증명해 주고 있었다. 세월, 아무도 잡지 못하는 무형의 흐름 속에서 서서히 천하제일인이 탄생하고 있었던 것이었 다. 그가 이곳에 들어온지도 벌써 이 년이 지났다. 그러나 철한빙은 세월의 흐름을 알 수가 없었다. 다만 뼈가 가루가 되도록 무공연마에 온 정열을 쏟을 뿐이었다. 철한빙은 찢어진 옷을 벗어 버렸기 때문에 벌거숭이의 몸이었다. 그는 이날도 무공연습을 마치고 구엽선지초 앞으로 다가갔다. 지금 그의 체내에서는 쉴새없이 진기가 용솟음 쳤으며 어떠한 물체라도 단 일장에 박 살을 낼 것만 같은 자신감에 가득 차 있었다. 철한빙은 구엽선지초를 바라보며 심호흡을 하였다. [이제 구엽선지초를 복용해도 될 것 같구나.] 그는 잔뜩 부푼 가슴을 안고 떨리는 손으로 구엽선지초를 뽑았다. 아홉 가지 빛깔의 오색영롱한 영초는 드디어 그의 입속으로 자취를 감추어 버렸다. 철한빙은 청아한 향기와 시원한 기운이 전신으로 퍼지는 것을 느꼈다. 다음 순간, 갑자기 심한 갈증을 느끼며 단전에서부터 거센 기운이 전신으로 퍼져 나갔다. 곧 이어 전신 각 대혈을 향해 거세게 치닫기 시작했다. 용천혈에서부터 차가운 음기가 솟구쳐 음포혈을 거쳐 유부혈, 백회혈을 통과한 뒤 임 맥으로 곧장 치달아갔다. 이어 독맥을 향해 질풍같이 몰아쳐갔다. 철한빙은 전신에 비지땀을 흘리며 이를 악물었다. 음양의 두 기류가 임맥과 독맥을 뚫은 뒤 단전으로 모여 들었다. 순간 내장이 뒤틀리는 듯한 극심한 통증이 엄습해왔다. 천지의 조화를 이루는 음고 양이 서로 교합을 하지 못하는 것이었다. 철한빙은 사지가 찢겨져 나가는 듯한 고통을 참으며 한 가닥 진기로써 융합을 시키려 고 했다. 그러나 음과 양은 더욱 거세게 소용돌이 치며 단전에서 용솟음 쳤다. 만약 두가지 기류를 교합시키지 못한다면 진기가 밖으로 흘러나와 주화입마에 빠지고 마는 것이었다. 철한빙은 혼신의 진기로써 두번 세번 음양 기류를 융합시켜갔다. 드디어, 음과 양의 기류가 서서히 융합하는 것을 어렴풋이 느낄 수가 있었다. 철한빙은 차츰차츰 음양기류를 교합시킨 뒤 하나의 결정체로 만들었다. 이어 무림인이 가장 타동키 어렵다는 생사현관을 향해 물밀듯이 밀어 갔다. 체내의 십이중루를 서른 여덟 바퀴 돌은 음양기류는 곧장 생사현관을 거세게 때려가 기 시작했다. 순간, 콰------쾅! 천지가 붕괴되는 듯한 광폭음을 들으며 철한빙은 급작스레 혼절하고 말았다. 철한빙은 무림인이 목숨을 내걸어도 뚫지 못한는 생사현관을 마침내 타동시키고만 것이다. 잠시가 지나자 그는 서서히 의식을 회복했다. [으-----음!] 철한빙은 가벼운 신음과 함께 바닥을 짚으며 몸을 일으켰다. 순간 그의 몸이 허공으로 두둥실 떠오르는 것이 아닌가? [아----앗!] 그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곧 이어 바닥으로 내려섰다. 철한빙은 미칠 듯이 기뻤다. [아! 나의 내공이 등봉조극의 경지에 이르다니 정말 꿈만 같구나.] 그는 기쁨을 억누르지 못하고 지금가지 익힌 무공을 차례대로 펼치기 시작했다. 검법, 장법, 지법, 경공신법, 보법들을 전개하자 연공실은 삽시간에 그림자의 환영 으로 뒤덮여 버렸다. [으하하하....] 내공이 가득실린 그의 웃음소리는 사방의 벽에 부딪쳐 연공실 전체를 뒤흔들었다. 그는 삼갑자에 달하는 경이적인 공력을 지니게 된것이다. 그러나 철한빙 자신을 등봉조극의 경지에만 이르렀다고 생각할뿐이었다. 만일 삼갑자에 이른 공력을 얻었다는 것을 알았다면 그는 당장 강호로 나가고자 했을 것이다. 철한빙은 웃음을 멈추고 급히 탁자 위에 있는 반향조화신공을 펼쳐 들었다. 그러나 초식은 단 일초씩 밖에 없었다. 비록 일초에 불과하지만 초속에 식이 있어 무궁한 변화를 일으킬 수 있었다. 경세진천검법! 제일식 천경귀원, 제이식 파광천무. 이 검법은 일단 초식이 발해지면 기어코 피를 보고야 마는 절명검법이었다. 반향조화장법! 제일식 조양성월, 제이식 혈천경혼. 반향조화장법 역시 일거에 조그만 산을 날려 버릴 수 있을 정도의 무시무시한 장법이 었다. 석파반향지! 아무리 견고한 물건이라도 여지업이 꿰뚫을 수 있으며 무형무적의 절혼지였다. 철한빙은 반향조화신공의 무학이 가공할 초식이라는 것을 알고 혀를 내둘렀다. 그는 석파반향지를 익히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지극히 연마하기가 힘들었으나 칠개월이 지나자 점차 익숙하게 펼치게 되었 다. 다시 세월이 흘러 이개월이 지나 그는 석파반향지를 십성의경지까지 익힐 수가 있었 다. 단 일초에 불과한 지법을 불세출의 기재인 철한빙마저 구개월이라는 긴 세월이 걸려서 야 간신히 십성에 이르렀다는 것은 그만큼 지법의 오묘함을 나타내 주는 것이기도 했다. 그는 천천히 손을 들어 올려 지법을 뻗었다. 순간, 전혀 음향이 일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연공실의 벽에 가벼운 음향이 일어났다. 팍! 그러자 지풍이 격중된 자리에 한 치 정도의 구멍이 뚫렸다. [으하하하....] 철란빙은 터져나온는 기쁨의 환호를 발산하며 만면에 미소를 띠었다. [아.. 석파반향지가 이토록 연성하기 힘들 줄은 정말 상상도 못했다. 하지만 질풍의 위력은 실로 가공할만 하구나.] 철한빙은 이튿날 또 다시 반향조화장을 연마하기 시작했다. 일개월, 삼개월 그리고 오개월... 그는 반향조화장의 일식인 조양성월을 익히는데 자그만치 오개월이 걸렸다. 그러나 제이식인 혈천경혼은 삼개월 만에 터득했다. 이것은 결코 제이식이 이보다 위력이 떨어져서가 아니었다. 이유는 일식과 이식은 서로 연관된 초식이기 때문에 일식을 익히자 자연히 다음식도 깨닫게 되었던 것이다. 초식이 서로 연관된다고는 하나 부득이한 경우에는 식은 따로 사용할 수가 있는 장점 도 있었다. 반향조화장을 일 년 삼개월 만에 자기 것으로 만든 그는 곧 이어 반향조화신공의 징수 인 경세진천검법을 연마하기 시작했다. 경세진천검법은 구결이 난해하고 복잡하며 하나하나의 자세가 지극히 힘들어 칠개월이 지나도록 일식조차 익히지 못했다. 그러나 철한빙은 결코 실망하지 않고 이를 악물고 피나는 수련을 거듭했다. 마침내, 일년 칠개월이란 긴긴 세월을 보낸 끝에 철한빙은 경세진천검법을 팔성까지 터득할수 가 있었다. 비록 팔성에 지나지 않았으나 그가 강호에 나가 검법을 펼친다면 과연 그 누가 일초인 들 막아낼 수 있겠는가? 그러난 철한빙은 자신의 무공 수준이 어느 정도에 도달해 잇는지 가늠하지를 못했다. [석파반향지!] [반향조화장!] [경세진천검법!] 그의 입에서 외침이 터져나올 때마다 연공실 전체가 쩌렁쩌렁 울리며 무형의 잠력과 신형이 사방을 난무했다. 우-----르-------릉! 쿠-----콰-------쾅! 세상의 종말을 예고하는 듯한 무시무시한 무공이 드디어 철한빙의 손에서 펼쳐지고 있 었던 것이다. 그는 신형을 우뚝 멈춘 뒤 허공을 우러러 가가대소를 터뜨렸다. [으하하하.... 원수놈들! 나 철한빙이 보이느냐? 원한의 칼을 갈아온 복수의 화신을 말이다. 하하하..] 그는 서서히 웃음을 멈추며 싸늘하게 안색을 굳혔다. 갑자기, 그의 머리카락과 눈썹이 새빨갛게 변하기 시작했다. 이어 두 눈에서 시퍼런 광염이 섬전같이 쏘아 나왔다. 얼굴은 잔뜩 일그러졌으며 온통 붉은 화염에 싸인 듯 흉측하기 그지 없었다. 드디어 그의 분노가 극에 달했던 것이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차 분노가 사라지자 본래의 면목으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철한빙은 이제 조화신옹의 곁을 떠나기로 결심했다. 그는 돌계단을 밟고 내려가 조화신옹의 유체에 무릎을 꿇었다. [스승님, 제자는 마침내 신공을 연성했습니다. 스승님의 유시대로 천하창생을 위해 기꺼이 이 한몸을 던질 것입니다.] 철한빙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는 수많은 보석들 중에 몇 가지만을 손에 쥐었다. 그리고 개방의 타주인 두종악이 준 청죽패를 손에 든 채 석실을 빠져나왔다. 이어 도형에 그려진 대로 방향을 잡아 신형을 날렸다. 번쩍! 하는 순간에 철한빙의몸은 이미 시야에서 사라지고 말았다. 도저히 믿어지지 않을정도로 쾌속절륜한 신법! 만약 누가 이것을 보았다면 두눈을 까뒤집고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귀...귀신이다. 귀신!] 번호:188/227 등록자:HYUN9876 등록일시:97/04/02 22:56 길이:432줄 제 목 : [사마달] 불세마왕경 제 10장 불세마왕경 저자: 사마달 출판사: 대현출판사 제 10장 절세의 미공자 개봉성! 중원의 중심부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번화한 곳이다. 거리거리마다 웃음 파는 여인과 꽃을 꺾기 위해 날아오는 수많은 벌레들, 인파의 물결은 장관을 이룰�ª� 정도이고 드높이 치솟는 누각, 주루들은 길가는 행인들 을 향해 요염한 추파를 던지고 있었다. 이때, 수많은 인파를 헤치며 관도 좌측으로부터 주수하기 이를 데 없는 은의서생이 나타났 다. 할일없이 뒷짐을 지고 유유자적하게 걸음을 옮기던 그는 화려한 주루를 향해 곧장 다 가갔다. [어서 오십쇼!] 주루 점원이 재빨리 은의서생을 맞았다. [아...] 점원은 은의소년의 준수한 용모에 넋을 잃고 말았다. 은의소년은 그를 힐끗 쳐다본 뒤 천천히 주루로 따라갔다. 점원은 급히 정신을 차리며 은의서생의 뒤를 따라갔다. 은의소년이 주루를 들어서자 곳곳에서 감탄이 터져 나왔다. [야아! 정말 멋들어지게 생긴 서생이구나. 내가 여자라면 홀딱 반하고 말겠는걸!] 은의서생은 무표정한 얼굴로 점원을 바라보았다. 마치 어서 자리로 안내하라는 듯이, 눈치 하나로 살아 온 점원이 그의 눈빛이 무엇을 뜻하는지 모를리가 없었다. [공자님, 이층에 깨끗하고 좋은 자리가 있습지요. 소인을 따라 오십시오.] 하며 앞장을 섰다. 은의소년이 이층으로 사라지자 주루 안의 손님 중에 누군가가 말했다. [옥에 티가 있듯이 저 소년은 냉막한 인상을 지녔구먼!] 이층으로 올라온 은의소년은 몇가지 음식을 주문한 뒤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길가는 행인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그는 졸음이 오는 듯 스르르 두 눈을 감았다. (먼저 어디부터 찾아간다? 옥매한테 가야하나 아니면 두종악을 찾아볼까?) 은의소년은 생각을 마치며 두 눈을 번쩍 떴다. (아니지! 우선 각대문파를 찾아가 무림제왕보를 습격했던 놈들을 내놓으라고 해야지. 만일 거절한다거나 모른다고 시치미를 뗀다면, 흐흐흐.. 모조리 지옥으로 보내고 말 테다.) 대체 은의소년은 어떠한 인물이기에 감히 각대문파를 향해 이같은 불손한 흉심을 품는 단 말인가? 그는 원한에 전신을 불태우려는 복수의 화신 철한빙이었다. 해저동굴을 떠나 그는 절세적인 경공술로 절벽을 벗어나 근처에 있는 고을에 숨어들었 다. 이어 벌거숭이의 몸을 가릴만한 옷을 찾아 입은 뒤 조그마한 야명주를 놓고 고을을 떠 났다. 그리고 번화한 곳으로 나와 목욕을 한 뒤 남루한 옷을 벗고 은의를 사서 입었다. 그는 한소군을 찾아 사해방으로 갈까 생각했으나 개봉성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던 것 이다. 그가 생각에 잠겨 있을 때 점원이 음식을 갖다 놓고 물러갔다. 철한빙은 오년 만에 이같은 음식을 대하자 절로 군침이 돌았다. 그는 체면도 불구하고 허겁지겁 먹어대기 시작했다. 돌연, 따가닥!따가닥! 요란한 말발굽 소리가 들려왔다. 철한빙은 잠시 후 슬그머니 시선을 돌려 아래를 내려다 보았다. 그러나 말의 임자는 이미 주루로 들어 온 듯 점원이 말고삐를 잡고 있었다. 철한빙이 다시 젓가락을 놀리며 음식을 들고 있을 때였다. 점원의 안내를 받으며 청의를 걸친 십 팔구 세정도의 준수한 소년이 올라왔다. 백옥처럼 투명한 뽀얀 살결, 오뚝한 콧날, 마치 그린 듯이 수려한 눈썹, 봉황의 눈 등이 여인의 아름다움을 연상케 했다. 청의소년은 등 뒤에 고색창연한 보검을 메고 있는 것으로 보아 무림인인듯 싶었다. 그는 주위를 한차례 둘러본 뒤 철한빙의 몸에 시선을 고정 시켰다. 순간 그의 눈에서 묘한 빛이 번뜩했다. 그는 성큼성큼 철한빙의 앞으로 다가선 뒤 길게 포권을 하였다. [노형, 소제가 합석을 해도 되겠소?] 철한빙이 그를 힐끗 쳐다본 뒤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고맙소이다.] 청의소년은 맞은 편에 앉으며 그의 냉막한 모습에 알 수 없는 친밀감을 느꼈다. [노형, 소제의 이름은 상관소라 하오.] 그는 자신의 이름을 밝힌 뒤 그가 이름을 밝혀 오기를 기다렸다. 그러나 철한빙은 그의 말을 못들은 듯 젓가락만 놀리고 있었다. 상관소는 그의 이런 모습을 보고 속으로 헤아렸다. (음! 지독히 냉막한 사람이구나. 내가 이름을 밝혔는데도 전혀 대꾸가 없다니!) 이때 점원이 상관소가 주문한 음식을 놓고 물러갔다. 상관소는 음식을 드는 한편 철한빙의 안색을 힐끔힐끔 훔쳐보았다. 그는 술병을 쳐들며 그를 향해 호탕하게 말했다. [노형, 소제의 술 한 잔 받으시오.] 철한빙은 그제서야 상관소에게 시선을 고정시켰다. 그는 묵묵히 자신의 앞에 있는 술잔을 들었다. 상관소가 환한 미소를 띄우며 한잔 가득히 술을 따랐다. 철한빙도 그의 술잔을 채워 주었다. 상관소가 천천히 술잔을 기울이며 나직이 입을 열었다. [노형께서도 대회에 참석코자 하여 개봉성에 온 듯 한데 소제의 말이 맞소?] [....?] 철한빙이 그를 바라보며 의아한 시선을 던졌다. 상관소는 그가 말을 하지 않고 눈빛을 보내자 혹시 벙어리가 아닌가 생각했다. 그는 철한빙에게 알 수 없는 신비로움을 느끼며 천천히 입술을 떼었다. [노형께서는 대회가 무엇인지 모르는 듯 하구려. 그것은 다름아닌 불사도를 놓고 벌 이는 일종의 생사결투외다. 소제가 생각하기에는 아마 한바탕 피보라가 일지 않을까 생각하오.] 철한빙은 불사도라는 말을 듣자 전신을 부르르 떨며 두 눈에서 무서운 살기를 띠었 다. 그러나 살기는 이내 사라져 버렸다. 지극히 짧은 시간에 나타난 일이라 상관소는 전혀 눈치를 채지 못했다. [불사도는 삼 개월 전에 녹림의 고수인 독심수 철대강이 대설산에서 우연히 얻었다 하오. 그는 화서의 뜻을 풀고자하여 고심했으나 끝내 풀지 못하고 말았다 하오. 그런 데 그 소문이 강호에 퍼져 철대강은 무림인의 표적이 되고 말았소. 이에 약삭빠른 그 는 불사도를 내걸고 자웅을 겨뤄 승리하는 자에게 그것을 주기로 했던 것이오.] 그는 여기서 말을 멈추고 철한빙의 표정을 살폈다. 의외에도 그는 열심히 자신의 말을 듣고 있었다. 상관소는 신이 나듯 침을 튀기며 설명을 계속했다. [철대강은 대회장소를 녹림십팔세 중 개봉성에 있는 태서채에서 열겠다고 무림에 선 포했소. 그래서 지금 강호의 영웅호걸들이 모두 개봉성을 향해서 몰려들고 있소. 대 회 날짜는 앞으로 이틀밖에 남지 않았소.] 철한빙은 묵묵히 그의 말을 듣고만 있었다. 상관소는 그를 바라보며 고개를 가우뚱 거렸다. (이 사람은 정말 벙어리란 말인가? 한다미쯤 할때도됐건만 도시 입을 열지 않으니?) 철한빙은 반쯤 남은 술을 천천히 마시며 무엇인가 골똘히 생각하는 듯했다. 상관소는 그의 준수한 용모를 응시하며 입술을 쫑긋거렸다. [노형, 이곳이 초행이면 소제가 좀더 좋은 곳으로 안내하고 싶소. 천하에 이름을 떨 치는 서자청파나 전당만조같은 곳으로 말이오.] 철한빙은 거절을 하려고 했으나 그의 성의를 무시하기도 뭐하고 울쩍한 마음도 풀겸 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상관소가 희색을 띄우며 급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노형, 쇠뿔도 당김에 빼랬다고 지금 그곳으로 갑시다.] 처란빙도 음식을 다 먹은 지라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상관소는 계산대 앞으로 가서 은자를 치룬 뒤 주루를 나섰다. 두 사람은 인파를 헤치며 곧장 서쪽을 향했다. [노형, 지금 가는 곳이 천하의 절경을 자랑하는 서사청파외다. 맑은 물결을 바라보 고 있노라면 혼탁한 세상을 초월한 듯한 착각마저 들게 하는곳이오.] 철한빙은 그의 말을 들으며 묵묵히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약 반시진을 걷자 멀리서 은은한 파도소리가 들려왔다. 철한빙과 상관소는 걸음을 빨리 하였다. [오..! 과연 천하절경이로다. 저 물결, 저 파도, 마치 한폭의그림인냥 아름답구나.] 철한빙의 입에서 나직한 감탄이 흘러 나왔다. 그리고는 무표정한 얼굴로 먼 수평선을 바라보았다. 쏴------아--------! 철-------썩....! (아.... 모든 고뇌를 잊고 자연을 벗삼아 일생을 보낸다면 도가에서 말하는 우화등선 의 도를 닦을 수 있으련만...) 이때 상관소가 그의 표정을 살피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노형, 무슨 생각을 그리 골똘히 하시오? 우리 저쪽에 있는 주루로 가서 절경을 벗삼 아 하잔 합시다.] 철한빙은 생각을 멈추며 동의를 했다. 상관소는 그가 고개를 끄덕여 찬성을 표하자 곧 그를 이끌고 걸음을 옮겼다. 그들은 곧 높다른 주루로 올라갔다. 주루 안에는 무림인들과 시인, 묵객, 글방서생등이 서자청파의 아름다운 풍경을 만끽 하고 있었다. 두 사람이 자리잡고 앉자마자 곧 점원이 쪼르르 달려왔다. 그는 깊숙이 허리를 굽히며 헤픈 웃음을 지었다. [헤헤헤...두 분 공자님 무엇을 드시겠습니까?] 상관소가 가벼운 미소를 띄우며 느릿느릿 입을 열었다. [여아홍 한 병과 고기 볶음을 한 접시, 그리고 생선 튀김을 가져오게.] 그러자 점원이 이상한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여아홍이란 술은 원래 여인들이 즐기는 달콤한 술이었다. 점원은 곧 허리를 굽신거린 뒤 조용히 물러갔다. 잠시 후 주문한 음식이 나오자 두 사람은 술잔을 기울였다. 상관소는 몇 잔의 술을 거푸 마시자 양볼이 도화빛으로 물들어 절로 절세미인을 연상 케 했다. 그는 술잔을 내려 놓고 조용히 한 수의 시를 읊었다. 아침에 상오를 출발하여 저녁에 계창에 도착하니 잠깐 동안에 멀리 가버려 볼수 없구 나. 짧은시간에는 빤히보이는 곳도 못건넜는데 포구가 멀리 가는 배 아득히 보이는구나. 낭랑한 시조소리는 푸른 풀결을 타고 수평선 저 너머로 메아리쳐 갔다. 철한빙은 상관소가 시조에 조예가 있음을 알았다. 그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계산대 앞에 놓여진 붓을 들었다. 이어 먹을 듬북 찍은 뒤 종이에다 휘갈기기 시작했다. 옆에서 한참 주판알을 튕기던 뚱뚱한 주인이 힐끔 곁눈질을 하였다. 돌연, [아니! 이럴수가..] 주인은 철한빙이 휘갈긴 필체를 보자 경악을 금치 못하며 두 눈을 휘둥그래 치켜떴 다. 상관소는 대체 무슨 일인가 하여 급히 그들 곁으로 다가왔다. [천하의 명필이로구나!] 그는 철한빙의 얼굴과 종이에 쓰여진 필체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철한빙이 휘갈긴 종이에는 천군만마가 날뛰고 용이 꿈틀거리며 봉이 춤추는듯 한 단 필로 한수의 시가 적혀 있었다. 외로운 넓은 바다 가로질러 가다가 광풍 만나 치솟아 오르는구나, 배 가운데 한없이 괴루은 표정 한가로이 바라보니 갈수록 아득하구려. 상관소는 철한빙을 향해 부러운 듯이 말했다. [노형, 서제는 이 같이 훌륭한 필체와 시조는 처음 대하는 것 같소. 정말 부럽소이 다.] 이때 뚱뚱한 주인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철한빙에게 허리를 굽혔다. [대가께서 저희 주루를 찾아 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이어 철한빙의 표정을 살피며 계속 말을 이었다. [대가께서 승낙하신다면 이 시를 소인이 보관하고 싶은데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철한빙은 잠시 망설이는 듯 하다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뚱뚱한 주인은 만면에 희색을 띄우며 깊숙이 허리를 굽혔다. [대가, 정말 감사합니다. 소인이 감사의 뜻으로 한상 푸짐하게 대접하겠습니다.] 그러자 상관소가 빙그레 웃었다. [허허헛... 오늘 노형 덕분에 포식을 하게 생겼구려.] 두 사람은 다시 자리로 돌아왔다. 과연 주인은 그들에게 좀처럼 맛보기 힘든 상어 지느러미 요리등 각종 진귀한 요리를 푸짐하게 차려왔다. 두 사람은 잠시 후 주루를 나왔다. [노형께선 어디에나 숙소를 정했소. 소제느 연도객점에 머물고 있소이다.] 철한빙은 물끄러미 그의 얼굴만 바라보았다. 이어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상관소는 숙소를 정하지 않았다는 뜻인 줄 알고 반색을 했다. [아! 아직 정하지 않았단 말이구려. 그럼 소제가 묵고 있는 곳으로 가는 것이 어떻겠 소?] 철한빙은 처음으로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상관소는 그가 미소를 띄우자 심장이 요동치며 마음이 격탕되는 것을 느꼈다. (아니! 이 사람의 웃음은 마치 천상의 선녀와 같이 아름답지 않은가? 정말 신비한 인 물이구나.) 철한빙의 미소는 어렸을 때부터 사람의 혼백을 앗아갈 듯한 묘한 신비감과 아름다움이 깃들어 있었다. 그는 이내 차가운 표정으로 돌아와 상관소를 바라보았다. 멍하니넋을 잃고 있던 상관소는 급히 정신을 차리며 얼굴을 붉혔다. [노형의 미소는 정말 아름답다 못해 요염하기까지 하구려.] 철한빙은 또다시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상관소는 감히 똑바로 보지 못하고 고개를 돌렸다. [노형, 날이 어두워지니 그만 숙소로 돌아갑시다. 한데 빈방이있는지 모르겠소이다.] 그들은 결음을 재촉해 연도객점을 향했다. 반 시각 정도를 걸었을까? 두 사람이 관도가 마주 보이는 숲을 지나고 있을 때였다. 별안간, [흐흐흐.. 네놈이 가면 어디까지 가겠느냐? 감히 본방의 제자를 살해하고 도망을 치다니?] 동시에 양쪽 숲에서 십여 명의 괴한이 낙엽처럼 떨어져 내렸다. 상관소는 깜짝 놀라 급히 철한비의 앞을 막으며 싸늘한 살기를 띠었다. [네놈들은 스스로 무덤을 파려고 하는구나. 본 공자가 흑풍방주를 대신해 사악한 음 적을 처단해 주었거늘 감사는 못할망정 오히려 흉심을 품다니 흑풍방은 모두 쓰레기 들만 모인 모양이구나.] 철한빙은 말을 듣고 나타난 인물들을 찬찬히 훑어보았다. 일신에 흑의를 걸친 중년대한들이었으며 말을 한 사람은 육십 세 가량의 늙은이였다. 흑의노인은 상관소의 말을 듣자마자 안색이 푸르뎅뎅하게 변하며 눈에서 형형한 살기 를 쏟아냈다. [흐흐흐.. 잘도 지껄이는구나. 감히 흑풍방에 대항하려 하다니, 더군다나 본방의 제 자를 살해한 것마으로도 천참만륙을 당해야 하거늘 본방이 어떻다고?] 그는 살기가 뚝뚝 떨리는 잔인한 미소를 지으며 제자들에게 말했다. [예들아, 저놈을 갈기갈기 찢어 죽여라.] 흑의대한들은 우렁찬 대답과 함께 제각기 병기를 빼들었다. 상관소는 잔뜩 긴장하며 드�♠링悶� 철한빙을 향해 다급하게 말했다. [노형, 어서 이 자리를 피하시오. 공연히 소제 때무에 피해를 입히고 싶지않소이다.] 그러자 흑의대한이 음침하게 말했다. [웃기지 마라.그놈도 네놈과 함께 있는 이상 같이 황천의 길동무를 삼아주마.] 철한빙의 눈에서 한기가 싸늘히 번뜩였다가 사라졌다. 상관소는 등 뒤의 보검을 재빨리 뽑아 들었다. 챙...! 맑은 금속성이 일며 눈을 부시게 하는 자광이 숲 전체를 가려버렸다. 흑풍방 졸개들은 그가 보검을 빼들자 주춤거리며 한걸음씩 물러났다. 그러나 곧이어 요란한 폭갈을 터뜨리며 두 사람에게 덮쳐들었다. 상관소는 창졸간에 보검을 휘둘러 그들의 병기에 맞서갔다. 쨍그랑! 쨍! 쨍! 그막을 찢을 듯한 금속음이 일어난 뒤 땅바닥에 희끄무레한 물체가 십여 개 떨어졌 다. 뚝! 뚜뚝......! 흑풍방 졸개들은 저마다 경악에 찬 외침을 발하며 일제히 뒤로 물러섰다. 그들의 병기는 상관소의 날카로운 보검에 의해 절반씩 잘려나가 있었다. 흑의노인은 이같은 광경에 소스라치게 놀라며 급히 고함을 질렀다. [이런 머저리 같은 놈들! 저놈이 가진 것이 보검이란 걸 알고도 병기를 부딪치느냐?] 흑풍방 졸개들은 대꾸도 못한 채 지친 숨만 내쉬고 있었다. 이때 상관소가 흑의노인을 향해 코웃음을 보냈다. [흥! 사전에 주의도 주지 못하는 주제에 잔소리를 하다니 정말 가소롭구나.] 흑의노인은 전신을 부르르 떨며 고래고래 고함을 질렀다. [이...이 찢어 죽일 놈! 네놈을 씹어 먹지 못한다면 사람이 아니다.] 이어 품 속에서 판관필을 꺼내들었다. [받아라!] 그는 숨 돌릴 여유도 없이 판관필을 옆으로 비스듬히 뻗어 비필초혼 일초를 펼쳤다. [흥!] 상관소는 가소롭다는 듯이 코웃음을 치며 보검을 허공으로 곧게 뻗은 뒤 잽싸게 늘어 뜨렸다. 그리고는 흑의노인의 왼쪽 겨드랑이를 향해 날카롭게 찔러갔다. 철한빙은 상관소가 펼친 초식이 자신이 익힌 무공중에 있는 신룡파미라는 것을 알았 다. (음! 날카롭고 매섭기는 하지만 공력이 약한 것과 초식의 오묘한 점을 깨우치지 못 한 것이 흠이군.) 이런 즈음 흑의노인은 오른쪼긍로 한 걸음 비켜서 판관필을 뒤집어 미심혈로 찔러 갔다. 상관소는 보검을 엄지손가락으로 눌러 밑으로 내려며 옆구리를 베어가는 동시에 왼손 으로 일장을 쳐나갔다. 흑의노인은 일초 이식을 대하자 소스라치게 놀라며 황급히 판관필을 철회했다. 이어 금표조천의신법을 펼쳐 허공으로 몸을 솟구쳤다. 동시에 흑풍방 졸개들은 향해 악을 박박 썼다. [이 밥통간은 녀석들아! 어서 연합 공격읗 하지 않고 멍청하게 눈깔만 굴리고 있느 냐?] 흑풍방 졸개들은 화들짝 놀라며 일제히 상관소를 향해 밀물같이 덮쳐들었다. 상관소는 이에 가볍게 놀라며 급히 신형을 뒤집어 허공에서 일곱바퀴 회전했다. 그는 철한빙의 안위가 걱정이 되어 정신을 한곳에 집중시키지 못한 채 어지럽게 초식 만 펼쳤다. 흑의노인은 그의 눈치를 재빨리 차리고 음흉하게 웃으며 한 명의 졸개에게 말했다. [노굉, 너는 저놈을 맡아라. 아마 무공을 모르는 듯하니 너 혼자서도 충분히 요리할 수 있을 것이다.] 하며 한쪽 옆에서 격전을 주시하고 있는 철한빙을 가리켰다. [흐흐흐... 알겠습니다. 염려 푹 놓으십시오.] 상관소는 그들의 대화를 듣자 기절초풍하도록 놀라고 말았다. 그는 황망히 보검을 휘두른 뒤 신형을 곧장 뽑아올렸다. 이어 빙글빙글 노기로 인해 시뻘겋게 물들어 있었다. [이놈들! 무공을 모르는 나약한 서생에게까지 독수를 펼치려 들다니 간악하기 이를데 없구나. 오늘 본 공자가 목숨을 버리는 한이 있더라도 네놈들을 지옥으로 보내고 말 겠다.] 그러자 흑풍방 졸개들이 점차 두 사람을 포위하며 저마다 사악한 웃음을 날렸다. 툭히 흑의노인은 득의의 미소가 섞인 볼상 사나운 얼굴을 문지르며 연신 괴소를 흘 리며 다가왔다. 상관소는 다급하기 짝이 없었다. 자기 혼자라면 어떻게 해보겠지만 무공을 모르는 철한빙이 옆에 있으니 마음대로 행 동 할수가 없었다. �却”맙”�.. 나머지를 언제 다치지? 휴~~�� 번호:189/227 등록자:HYUN9876 등록일시:97/04/03 01:56 길이:339줄 제 목 : [사마달] 불세마왕경 제 11장 불세마왕경 제자: 사마달 출판사: 대현출판사 제 11장 남자가 남자를 상관소는 할 수 없이 자신의 최대 절기를 사용하기로 결심했다. 그는 천천히 보검을 수직으로 세웠다. 이어 오른발을 내밀고 왼팔을 가슴 앞으로 모았다. 철한빙은 이렇나 자세를 보자 가볍게 놀랐다. (음! 이 사람은 검술중에 두번째로 고강한 초식인 신검합일의 기수식을 취하고 있구 나. 일성 본격적인 공격을 펼치려고 하는군.) 흑의노인은 상관소가 이상한 자세를 취하자 잠시 어리둥절했다. 다음순간, [앗! 신검합일의 기수식!] 그는 대경실색을 하며 급히 판관필로 가슴을 보호한 뒤 슬금슬금 뒷걸음질 치기 시작 했다. [받아라!] 상관소의 입에서 대갈일성이 터져 나오자 검과 사람이 하나가 되어 장내를 누볐다. [빨리 천라지망을 펼쳤라!] 그러나, [아---악!] [......!] 삽시간에 피와 살점들이 허공에 뿌려지며 지옥의 악귀들이 지르는 처절한 비명소리가 들려온 뒤 두명의 졸개가 피를 뿌리며 쓰러졌다. 상관소는 어느 새 제자리로 돌아와 싸늘한 안색을 하고 있었다. 철한빙은 거의 끔찍한 살인수법에 살짝 검미를 찌푸렸다. 흑의노인은 졸개들의 처참한 시체를 보자 눈알이 뒤집히고 말았다. [이.. 찢여 죽여도 시원치 않을 놈! 감히 본 단주의 제자들을 살해하다니!] 이어 졸개들을 향해 고함을 질렀다. [대라검망진을 펼쳐라.] 그러자 곧이어 검진을 형성하기 시작했다. 상관소는 그들의 행동을 주시하며 나직이 중얼거렸다. [으----음... 흑풍방의 절명검진인 대라검망진은 무림에서 독보적이라고 하는데..] 그는 자신과 철한빙을 가운데다 두고 검진을 형성하는 대한들을 싸늘한 눈빛으로 노려보았다. 흑의노인의 오행 중 금의 위치를 확보한 뒤 음침하게 웃었다. [흐흐흐.. 어디 네놈이 대라검망진을 벗어날 수 있는지 두고 봐야겠다.] 상관소는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철한빙을 바라보았다. [노형, 절대로 소제의 곁을 떠나지 마시오.] 하며 보검을 밑으로 늘어뜨렸다. 흑의노인의 입에서 사악한 음성이 터져나왔다. [진을 발동시켜라.] 순간 칠 팔명의 흑풍방 제자가 서서히 돌기 시작했다. 그 속도는 점점 빨라져 희미한 흑영만 보일 뿐이었다. 상관소는 중앙에 우뚝 버티고 선 채 눈앞을 현란시키고 있는 흑영을 뚫어져라 쏘아 보고 있었다. [낭격초암!] 우렁찬 외침과 동시에 시커먼 그림자가 상관소와 철한빙의 전신대혈을 빗살처럼 쏘 아왔다. [앗!] 상관소는 아연실색을 하며 급히 호신강기를 펼쳐 철한빙의 몸을 감싸 주었다. 이어 화룡점청의 일초를 전개하며 일 장 주위에 동장철벽을 형성했다. 탕! 탕! 쨍! 쨍! 쨍! 모골이 송연할 정도의 째지는 듯한 금속성이 들렸다. 시커먼 그럼자는 곧 주춤거리며 뒤로 물러섰다. 또다시, [추산검해!] 하는 외침과 함께 수백개의 검영이 하늘을 뒤덮었다. 상관소는 이마에 송글송글 땀이 맺힌 채 이를 악물고 보검을 치켜 들었다. 콰-----쾅-----쾅.....! 지축을 뒤흔드는 폭음이 일며 상관소와 철한빙은 주르르 뒤로 물러섰다. 흑풍방의 무리들은 이 여세를 몰기라도 하듯이 일제히 검망을 형성했다. [검망혈혼!] 동싱에 그들의 이�˙♠� 벼락같은 고함이 터져 나왔다. [죽어랏!] 상관소는 구슬같은 땀방울을 흘리며 필생의 공력으로 비폭마잔을 펼쳤다. 그러나 그의 공력은 거의 고갈 상태에 접어들어 있었다. 철한빙은 그가 절대절명의 위기에 잇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보호해 주자 크게 감격 했다. 그는 검망혈혼의 초식이 자신들의 머리위를 덮치자 머리털고 눈썹이 새빨갛게 변하기 시작했다. 또한 두눈에서는 시퍼런 녹염이 줄줄이 뻗어나왔다. 급기야 그의 부노가 극에 달한 것이다. 철한빙은 암암리에 원양신공을 끌어 올렸다. 이어 허공을 향해 소매를 가볍게 휘둘렀다. 이때 상관소는 자신의 진력이 고갈된 것을 느끼자 당황함을 금치 못하며 등줄기에 식 은 땀을 주르르 흘렀다. (아... 내가 죽는 것은 하늘의 뜻이라 어쩔 수 없다지만 도시 말이 없는 이 사람은 나로 인해 억울한 죽음을 당하게 되었구나. 내 저승에가서 무릎을 꿇고 사과하리라.) 그는 눈물을 주르르 흘리며 두 눈을 꼭 감았다. 다음 순간, [으----아---악!] [아---악!] [....!] 찌-----------지------직! 내장을 쥐어 뜯는 듯한 처참한 비명소리와 생살이 타들어가는 역겨운 냄새가 장내를 진동했다. 상관소는 갑자기 들려오는 비명에 두 눈을 번쩍 떴다. [아----앗!] 그는 두 눈을 휘둥그렇게 치켜뜨고 연신 뒷걸음질을 쳤다. 장내에는 아홉구의 시체가 전신이 새까맣게 탄 채 뒤엉켜 있었다. 새카만 고깃덩어리로 변한 그들의 시체는 두개골이 박살난 채 까맣게 그을린 뇌수를 쏟은 자, 얼굴이 반쪽으로 갈라진 자등 처참하기 이를 데 없었다. 상관소는 아비규환의 참상을 보는 듯한 끔찍한 전율을 느꼈다. 그러는 하년 대체 누가 이처럼 엄청난 무공으로 자신들을 도와 주었는지 궁금하기 짝이 없었다. 철한빙은 원양신공의 위력에 흠칫 놀랐다. (아! 정말 무시무시한 신공이구나!) 이때, 두사람앞에 희끗한 인영이 나타나며 싸늘한 음성으로 장내를 휘감아 버렸다. [흥! 상관협의 신공에 감탄을 금치 못하겠군요?] 두 사람은 급히 고개를 들어 나타난 사람을 바라보았다. 상관소는 그 사람을 보자 묘하게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그러나 곧 낯빛을 고치며 포권을 했다. [진낭자, 목숨을 구해주신 은혜 깊이 감사드리요.] 철한빙은 상관소의 표정을 살피며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이에 시선을 돌려 나타난 여인을 바라보았다. 그는 여인의 모습에 가볍게 놀랐다. 일신에 자의를 걸친 여인은 시칠 세 가량 되어 보이는 천향국색의 절세미인이었다. 또한 등에는 붉은 수실이 달린 장검을 메고 있었다. 그녀는 또다시 냉랭한 코웃음을 쳤다. [흥! 지금 무슨 말씀을 하시고 계시는 거예요. 소녀를 놀리는 거예요?] 상관소는 계면쩍은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진낭자, 소생이 그날 갑자기 떠나와 단단히 화가 나신 모양이구려. 그때는 바쁜 일 이 있어 인사를 못드렸소. 진심으로 사과 드리겠소.] 그러자 자의소녀는 싸늘하게 안색을 굳혔다. [바쁜 일이라고요? 이렇게 사람을 죽이는 일이 바쁜 일인가요?] 상관소는 철한빙의 앞이라 화도 내지 못하고 얼굴만 잔뜩 찌푸릴 뿐이었다. 그는 자의소녀가 다짜고짜 뛰어 들어 따지고 들자 은근히 부아가 치밀었다. [진낭자, 어쨌든 소생과 노형을 구해 주셔서 고맙소이다. 그럼 이만 실례하게소,] 이어, 철한빙에게 말했다. [노형, 그만 갑시다.] 그는 어정쩡한 자세로 가야할지 가지말아야 할지 난감하기만 했다. 자의 소녀는 철한빙에게 시선을 돌리다 흠칫하고 놀랐다. (아! 정말 준수하게 생겼구나. 상관소도 준수하지만 이 사람도 그에 못지 않군. 한데 너무 냉막한 것이 흠이구나.) 이때 상관소의 음성이 다시 들려왔다. [노형, 이미 날이 어두워 졌소. 그러니 속히 갑시다.] 그는 한시바삐 자의소녀의 곁을 떠나고 싶은 듯했다. 철한빙은 자의소녀를 힐끔 쳐다본 뒤 할 수 없이 걸음을 옮겼다. 그러는 한편 생각을 굴렸다. (이 사람은 어째서 저 소녀를 피하려고 할까? 무슨 말 못할 사정이 있는 듯 하구나.) 그들이 채 몇 걸음도 옮기기 전이었다. [멈춰요!] 앙칼진 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상관소는 만면에 싸늘한 빛을 띠며 몸을 홱 돌리더니 다시 느린 동작으로 자의소녀에 게 다가갔다. [진낭자, 대체 무엇 때문에 이토록 귀찮게 구는 것이오? 소생이 낭자의 부군이라고 착각하는 것이 아니오?] 자의소녀는 그 말에 얼굴이 새파랗게 질리며 전신을 파르르 떨었다. [닥쳐요!] 이어 등뒤에서 장검을 빼어 들었다. 챙......! 귀를 자극시키는 맑은 금속성이 일며 날카로운 검날이 눈을 부시게 했다. [다..당신이 감히 그.. 그럼 말을 할 수 있다니! 정말 파렴치한이로군요.] 사실 상관소도 홧김에 말을 해놓고 보니 너무했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그러나 그녀가 장검을 빼들자 그만 그런 생각이 자취를 감추어 버리고 말았다. 철한빙은 자의소녀와 상관소가 묘한 감정의 대립을 일으키고 있음을 알았다. 그는 어이없는 웃음을 터뜨렸다. [허허헛,. 나야말로 낭자같이 얼굴이 두꺼운 여인은 처음 보았소이다.] 소녀의 자존심을 여지없이 뒤집어 놓은 모욕적인 언사에 자의소녀는 급기야 이성을 잃고 말았다. [뭐라고? 에..에잇, 천하에 못된 놈 같으니! 본 낭자의 검을 받아라.] 그녀는 두 눈이 시뻘겋게 충혈된 채 봉조남해의 일초를 뻗어냈다. 상관소는 울화를 참지 못하고 급히 보검을 빼들어 초식을 전개했다. 쨍! 쨍! 허공에서 불꽃이 튕기며 두 사람의 검이 마주쳤다. 자의소녀의 장검도 평범한 검이 아닌 듯 상관소의 보검과 부딪치고도 전혀 검날이 상하지 않았다. [이-----얍! 받아랏!] 자의소녀는 앙칼진 호통소리를 지르며 악락한 초식만 골라서 펼쳐냈다. 그녀의 무공도 무시못할 정도로 고강해서 상관소와 백중지세를 이루고 있었다. 철한빙은 한쪽에 서서 이들의 접전을 지켜 보았다. [도시 저 사람은 이해할 수가 없구나! 어째서 여인을 상대로 무공을 겨루는 것일가? 한데 자의소녀가 조금 뒤지는 것 같군.] 그는 생각에 잠기는 한편 그들의 접전을 주시했다. 밀고 밀리는 용호상박의 격투는 근 삽심여 초에 이르렀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차츰 소녀가 밀리기 시작했다. 자의쇠녀는 점차 진기가 빠지는 듯 거친 숨을 몰라쉬고 있었다. 상관소도 많이 지친 듯 이마에 송글송글 땀방울이 맺혔다. 자의소녀는 이를 악물고 장검을 뒤집어 화중휘율의 일초를 곧장 뻗어 냈다. 이어 좌장을 똑바로 세운 뒤 무서운 경풍을 쏘아 보냈다. 상관소는 상대의 기묘한 초식에 급히 보법을 펼쳐 좌측으로 피해갔다. 그리고는 재빨리 금나수법으로 장검을 낚아채 갔다. [앗!] 자의소녀는 홍비백산하며 신법을 최대한으로 펼쳐 뒤로 급속히 몸을 뺐다. 그러나, 찌-----익! 옷이 길게 찢어지는 소리가 들리며 자의소녀가 뒤로 주춤주춤 물러섰다. 그녀의 안색은 창백하기가 마치 백지장 같았으며 왼쪽 겨드랑이 밑이 길게 찢어져 있었다. 그 속으로 백옥같이 투명한 부드러운 살결이 은은히 보였다. 상관소는 서서히 보검을 꽂으며 그녀를 향해 차분차분하게 입을 열었다. [진낭자, 죄송하게 됐소. 다음에 만나게 된다면 생명을 구해주신 은혜를 기필코 갚 겠소이다.] 그는 아직도 자의소녀가 자신들을 구해준 줄만 알고 있었다. 또한 그녀가 실수로 자신에게 옷이 찢겨져 나간 것으로 알았다. 자의소녀는 전신을 심하게 떨며 입술이 터져라 이를 악물었다. 그녀는 말을 마치자 수치심과 분노, 그리고 가슴이 갈가리 찢겨져 나가는 듯한 치욕 을 느꼈다. 자의소녀는 눈물을 흘리며 불똥이 튀는 눈빛으로 상관소를 노려 보았다. 그리고는 뒤로 획 돌아서 신법을 펼치기 시작했다. 그녀의 모습은 몇번 오르락 내리락 하는 사이에 그들의 시야에서 사라져 버리고 말았 다. 상관소는 그녀가 사라진 곳을 바라보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휴----우!] 지금까지 입을 열지 않던 철한빙이 느릿하게 입술을 떼었다. [상관소, 소생이 보기에는 진낭자가 그대를 몹시 사랑하는 것 같은데 어째서 냉담하 게 대하는 것이오?] 상관소는 그가 입을 열자 흠칫 놀라는 듯했다. 곧이어 희색이 감도는 얼굴로 명랑하게 말했다. [노형께서 드디어 입을 떼셨구려.] 그리고는 또다시 한숨을 불어냈다. [후-------! 소제에게는 그녀의 사랑을 받지 못할 말할 수 없는 고층이 있소.] 철한빙이 의혹에 젖은 표정으로 물었다. [소생이 보기에 진낭자는 명문규수인 듯 싶으며 또한 영특하고 무공도 고강하거늘 어째서 그녀의 사라을 받을 수 없단 말이오?] 상관소가 씁쓰레한 웃음을 띠었다. 이어 철한빙을 응시하며 의미심장한 말을 던졌다. [만약 소제가 노형을 사랑한다면 소제의 사라을 받아 주실 수 있겠소?] 철한빙이 깜짝 놀라며 정색을 했다. [허허헛.. 상관형께선 농담도 잘 하시느구려. 어찌 남자가 남자를 사랑할 수 있단 말 이오.] 상관소는 하나 둘씩 얼굴을 내미는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며 중얼거리듯이 말했다. [그렇소이다. 사랑이란 숭고한 사랑과 일방적인 사랑, 그리고 받아서는 안될 사랑과 또한 주어서는 안될 사랑이 있소.] 번호:190/227 등록자:HYUN9876 등록일시:97/04/03 01:57 길이:625줄 제 목 : [사마달] 불세마왕경 제 12장 불세마왕경 저자: 사마달 출판사: 대현출판사 제 12장 비도쟁탈대회 철한빙은 고개를 갸웃뚱거렸다. [나는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 없구려.] 상관소는 그를 바라보며 쓰디 쓴 고소를 지었다. [노형께서는 훗날 소제의 말뜻을 이해할 날이 있을 것이오.] 철한빙은 정기가 가득한 눈으로 그를 응시했다. 상관소는 그의 눈길을 피하며 짤막하게 말을 꺼냈다. [철형, 밤이 점점 깊어 가는구려. 자, 그만 잡시다.] 두 사람은 어깨를 나란히 한 채 그곳을 떠났다. 처참한 시체를 뒤로 한채... 이틀 후, 상관소가 아침 일찍 찾아왔다. [설형, 오늘 대서체에서 비도쟁탈대회가 있는데 같이 가서 견문이나 넓히지 않겠소?] 철현빙이 그에게 설운몽이란 이름을 가르쳐 준 모양이었다. 철한빙이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서며 입술을 떼었다. [별로 할일도 없고 하니 가보고 싶구려. 상관형께서 안내 좀 해주시겠소?] 상관소가 웃음을 지었다. [여부가 있겠소.] 그들은 곧 객점을 나와 태서체로 향했다. 태서채는 개봉성 북쪽 끝에 자리잡고 있었다. 그곳으로 통한는 관도에는 수많은 무림인들로 장사진을 이루었다. 철한빙은 그들을 주위깊게 살폈다. 그러나 주목할 만한 인물은 별로 눈에 띄지 않았다. 멀리 태서채의 웅장한 건물이 보였다. 철한빙은 건물의 웅장함과 높다랗게 솟은 많은 누각들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때 상관소가 대문을 막 들어서고 있는 사람을 가리키며 말했다. [설형, 저 사람이 흑도의 절정고수인 마환도 장취요. 그도 이곳에 온 거을 보니 오늘 천하의 내놓라 하는 고수들이 거의 모일 듯 하오.] 철한빙이 급히 고개를 들어 바라보았으나 마환도 장취는 이미 보이지 않았다. 그들은 곧 대문을 들어서 연무장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수를 헤아릴 수 없는 무림인들이 빽빽이 들어차 있었다. 일부는 불사도에 뜻을 두고 왔으나 대부분은 자신의 무공이 약한 탓에 견문을 넓히고 자 하여 온 듯했다. 중앙에는 십여 장 정도의 넓이에 높다랗게 설치한 비무장이 있었다. 두 사람은 동쪽에 있는 허름한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쪽은 강호 이삼류 고수들이 많이 모여 있었다. 철한빙은 좌우에 있는 무림인들을 돌려보았다. 이어 맞은 편으로 시선을 돌리다가 선풍도골의 노인에게 눈길을 멈추었다. 허연 수염을 가슴 앞까지 늘러뜨렸으며 일신에 백의를 걸친 팔십여세의 자상하게 생 긴노인이었다. 철한빙이 상관소에게 물었다. [상관소, 저기 선풍도골의 노인은 누구시오?] 상관소가 노인에게 시선을 돌렸다. [아! 저분은 흑백양도의 존경을 한몸에 받고 있는 월하노인이란 노선이시오.] 철한빙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 옆에 있는 곱추노인을 가리켰다. [저 꼽추노인도 알고 계시오?] 상관소가 미소를 지었다. [저 분은 대막의 제일고수인 대막신타요. 사람됨이 정직하며 농담을 즐기는 반면 또 한 괴팍하기 이를 데 업는 분이오.] 철한빙은 대막신타에게 알 수 없는 호기심이 일었다. 장난기가 잔뜩 어린 얼굴에 왜소한 체구, 그리고 몇 가닥의 수염이 친밀감이 가는 인 물이었다. 철한빙은 이곳에 참석한 인물 중 대막신타가 제일 마음을 끌었다. 상관소는 곧이어 이곳에 참관한 절정고수들을 차례대로 설명해 주었다. 철한빙은 설명을 듣고 정파의 인물들은 별로 참서가지 않았음을 알았다. 비도쟁탈대회에 참관한 인물 중 대표적인 정파의 인물은 다음과 같았다. 월하노인, 대막신타, 비파선녀, 금면서생, 피발두타, 형설방, 사천당문.... 사파에서는, 율사곡주, 흑풍방, 강시독괴, 염시독비 형제, 마환도 장취, 흑백무상, 중원오악, 묘춘선고 사금련, 탐랑호접 하지상, 지존교... 철한빙이 상관소의 설명을 들으며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할아버지께서 임종시에 말씀하시길 불사도는 천하제일의 보물이라고 했는데 의외로 절정고수드른 별로 참석하지 않았구나. 그리고 어쩌면 그들을 암암리에 숨어 있을 지도 모른다.) 역시 그의 총명함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실상 강호의 초절정 고수들은 암암리에 어디엔가 몸을 숨기고 있었던 것이다. 철한빙은 슬며시 진기를 끌어 올려 천리지통술을 펼쳤다. 그러자 지극히 미약한 숨소리를 사방에 지붕과 고송 위에서 들을수 있었다. 삼갑자에 이른 그의 공력으로도 희미하게 들을 수 있다는 점만 보아도 그들이 최절정 고수들임을 알 수 있었다. 철한빙은 천리지통술을 거두며 속으로 헤아렸다. (혹시 저들은 구파의 인물들이 아닐까?) 그는 처음부터 구파의 인물들이 참석하지 않은데 대해 의혹을 느끼고 있었다. 그들은 과거에 불사도 때문에 무림제왕보를 피로 물들인 적이 있지 않은가? 철한빙이 구파를 찾아가 손을 쓰지 않는 것은 그날 습격에 가담한 인물만을 찾아 복 수하려는 너그러운 마음 때문이었다. 만약 그가 물불을 가리지 않고 손을 썼다면 구파는 자취도 없이 사라지고 말았을 것 이다. 어쨌든, 철한빙은 생각을 멈추고 상관소에게 말했다. [상관형, 오늘 불사도는 누가 차지할 것 같소?] 상관소는 몃쩍은 웃음을 지으며 뒤통수를 긁었다. [설형도 참, 소제가 감히 어떻게 그것을 알 수가 있단 말이오?] 철한빙은 빙그레 미소를 지으며 나직이 입을 열었다. [그래도 상관형의 강호지식으로 대강은 짐작할 수가 있지 않겠소?] 상관소는 그가 미소를 짓자 정신이 아찔해지며 심신이 격동되는 것을 느꼈다. (아..마치 세상의 온갖 아름다움을 망라한 듯한 미소로구나. 어찌 남자의 웃음이 이 같이 요염하단 말인가?) 철한빙이 그를 빤히 쳐다보며 물었다. [상관형께선 무엇을 그리 넋을 읽고 바라보시오?] 상관소는 얼굴을 붉히며 급히 정색을 하였다. [아.. 아니오. 소제의 생각으로는 월하노인과 대막신타, 그리고 지존교나 흑풍방, 음 사곡주, 마환도 장취 등이 유력하다고 보오.] 철한빙은 그의 말에 묵묵히 고개만 끄덕였다. 그러다가 무거운 어조로 물었다. [그들의 무공은 대체 어느 정도이오?] 상관소는 의아한 눈빛을 띠었다. [설형께선 서생치고는 무공에 관심이 깊은 듯 하구려.] 철한빙은 급히 낯빛을 고치며 정색을 했다. [그...그냥 물어본 것이외다.] 상관소는 명랑한 웃음을 띠우며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 [그들의 무공은 당금 무림에서는 최절정에 속하오. 일반 고수들은 아마 십초도 견디 지 못하고 저들에게 패할 것이오.] 철한빙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들을 다시 한 번 유심히 바라보았다. 상관소는 그의 표정을 살피며 넌지시 입술을 떼었다. [설형은 무공을 배우실 생각이 없소? 만약 생각이 있으시다면 소제가 명사를 소개해 드리겠소.] 철한빙은 급히 두 손을 저었다. [아.. 아니오. 소생은 워낙 몸이 연약하여 무공은 체질에 맞지 않소이다.] 그러자 상관소가 정색을 하며 말햇다. [설형, 그럴수록에 무공을 익혀 몸을 튼튼하게 길러야 하오, 소제도 처음에는 바람 만 불어도 날아갈 듯이 약하기 짝이 없었다오.] 철한빙은 그의 말을 들으며 속으로 빙그레 웃었다. (허허헛.. 당시은 아직도 몸이 여인처럼 나약한 것 같소이다.) 그러나 겉으로는 전혀 내색을 하지 않았다. [소생은 아무래도 글 읽는 쪽이 훨씬 좋소. 그러니 상관형께선 신경을 쓰지 마시오.] 상관소는 실망의 빛을 떠올렸다. [설형의 마음이 그렇다면 할 수 없구려. 하지만 생각이 바뀌시면 언제든지 말씀해 주 시오. 소제가 기꺼이 좋은 명사를 모시도록 해주겠소.] 철한빙은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철한빙은 상관소를 속이는 것이 미안스럽기만 했다. 그러나 그는 원수의 종적을 알때까지 본 이름을 숨기기로 작정했다. 하물며 의백부인 연계무에게까지 가명을 대었음에야... 이때, 징! 징! 징! 징소리가 세 번 들리자 장내가 삽시간에 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졌다. 잠시후, 일신에 금포를 걸친 우람한 노인이 귀빈석을 향해 천천히 걸음을 옮겨왔다. 그 뒤에는 갈색장삼을 입은 육십세 정도의 노인이 오른 손에 조그만 양피지를 들고 따라 나왔다. 상관소가 철한빙을 향해 나직이 입을 열었다. [설형, 금포노인이 바로 당금무림에 맹주직을 맡고 있는 철정성군 유세천이오. 그리 고 갈색장삼을 입은 노인이 대회 주최자인 독심수 철대강이오.] 그는 잠시 망르 끊은 뒤 다시 이었다. [유맹주는 아마 오늘의 공중인으로 나온 듯 하오.] 이어 철대강의 소에 들린 양피지를 발견하고 가벼운 탄성을 질렀다. [아! 저것이 강호를 떠들썩하게 마든 불사도인가 보오.] 철한빙은 칠정성군 유세천의 늠름한 풍도에 존경을 금치 못하고 있었다. (역시 무림맹�℉¤娥� 감히 범할 수 없는 위풍이 있구나.) 그는 상관소에게 시선을 돌리며 차분한 어조로 물었다. [그런데 유맹주의 별호에 칠절이라는 말이 있는데 그것은 무엇을 가리키는 말이오?] 상관소는 설명을 하려다 말고 그의 총명을 시험해 보고 싶었다. [어디 설형께서 한 번 맞추어 보시지 않겠소?] 철한빙은 그가 자신으 시험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흥! 나를 시험하려 하는군! 칠절이라? 그러면 시, 서.... 그렇지! 바로 그거였군!) 그는 재빨리 생각을 굴린 뒤 천천히 입을 열었다. [소생이 틀리더라도 비웃지 마시오. 칠절이란 바로 시, 서, 화, 금, 기, 문, 무를 가 리키는 것이 아니오?] 상관소는 그의 총명함에 깜짝 놀랐다. [역시 설형은 지혜가 뛰어나시구려. 웬만한 사람은 이처럼 빠른 시각에 맞출수가 없 을 것이오.] 이때, 철대강이 비무대 위로 올라와 우렁차게 말하기 시작했다. [무리동도 여러분, 노부는 불사도를 차지할 인연이 없을 것을 알고 보물의 주인을 찾고자 하여 이번 대회를 개최하게 되었습니다.] 그는 잠시 말을 멈추며 장내의 인물들을 한 차례 쓸어 보았다. [그래서 무림맹주이신 칠절성군 유대협을 공증인으로 모신 가운데 불사도를 여러분에 게 보여 드리겠습니다.] 그러자 장내에서는 우레와 같은 함성이 터졌다. [대체 천하를 떠들썩하게 하는 불사도가 어떻게 생겼는지 구경이나 해봅시다.] [...!] 칠절성군이 비무대 위로 올라와 양피지를 받아 쥐었다. 그는 양피지를 높이 쳐들었다. [여러분, 이것이 바로 불사도외다!] 장내는 사�♥ː？� 조용해지며 모든 시선이 일제히 칠절성군의 손으로 집중되었다. [저것이 불사도다!] [오오...!] 중인들의 입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칠절성군은 말했다. [여러분께서는 똑똑히 보셨을 것이오. 이제 비무를 벌여 최호의 승자에게 불사도를 드리겠소.] 중인들은 마른 침을 삼켰다. -------여래산을 찾아 불세마왕경을 익히면 천상천하유아독존으로 군림한다! 탐욕! 바야흐로 불꽃 튀기는 긴장감이 감돌기 시작했다. 이때, 월하노인이 천천히 몸을 일으키며 칠절성군을 향해 말했다. [맹주, 그 불사도는 진짜가 분명하오?] [....!] 그의 말에 군웅들은 일제히 놀라며 월하노인과 칠절성군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칠정성군은 담담히 말했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구려? 불사도가 가짜가 있단 말씀이오?] 월하노인은 웃었다. [그게 가짜라는 말을 하지 않았소이다. 다만 그것이 가짜라면 이곳에 모인 군웅들은 한낱 휴지조각들 때무에 피를 흘려야 하지 않겠소.] 철정성군은 흠칫했다. (그렇다. 불사도는 지금까지 아무도 본 사람이 없으니 그것의 진가여부를 가릴수 없 지 않은가?) 여기까지 생각한 그는 반사적으로 손에 들고 있는 불사도를 쳐다보았다. 하나, 진짜인지 가짜인지는 알 도리가 없었다. 문득, 철대강이 말했다. [여루분께선는 그점에 대해서 걱정하지 마십시오. 이것이 가짜가 아니라는 것은 제가 보장하겠습니다.] [....!] 장낸는 잠시 술렁였으나 평정되기 시작했다. 가짜라도 좋았다. 불사도를 손와귀에 넣을수만 있다면... 이때, 조용히 관전하고 있떤 철한빙은 슬쩍 고개를 돌려 옆에 있는 상관소를 향해 말했다. [상관형은 쟁탈전에 참가하고 싶지 않으시오?] 상관소는 정색을 했다. [소제가 어찌 불사도를 탐하겠소. 그저 조용히 앉아 구경이나 하겠소.] 철한빙이 다시 말하려는 순간 칠절성군의 음성이 들렸다. [지금부터 대회를 시작하겠소이다. 대회 규칙은 계속해서 다섯 판을 이기는 고수께 불사도를 드리는 것으로 하겠소.] 계속해서 다섯판! 실로 어려운 일이었다. 이곳에 모인 사람들은 하나같이 뛰어난 고수들이거늘 어찌 다섯 판을 거푸 이길 수가 있단 말인가. 내공이 마르지 않는다면 몰라도... 그때였다. 휙! 하나의 인영이 비무대 위로 가볍게 떨어져 내렸다. 일신에 홍의를 걸친 사십대 주안의 건장한 인물이었다. [나는 철장객이라고 하오. 어느 분이 저에게 가르침을 주실런지..] 찰나, [흐흐흐. 여기 계시다.] 음산하기 이를 데 없는 목소리에 이어 하나의 인영이 유령처럼 철장객 앞에 내섰다. 순간, [아! 추혼마심.....] 장내에서 놀람에 찬 외침이 터녀 나왔다. 추혼마심! 그는 당금 천하에 악명을 떨치고 있는 사악한 마두였다. 그는 철장객을 보며 말했다. [크흐흐흐... 벌써부터 얼었느냐? 모가지가 그대로 붙어있고 싶으면 냉큼 이 자리에 서 꺼져라!] 일순, 철장객의 안색이 파랗게 질렷따. [닥쳐라--------!] 콰아아아아! 그느느 산악과 같은 장력을 뿜어냈다. [흐흐흐.. 뒈지고 싶어 환장을 했구나. 감히 어르신네 앞에서 재롱을 피우다니..] 다음 순간, 쉬익! 한 소리 파공음에 이어, 파아... [컥!] 철장객의 입에서 탁한 신음이 터져 나왔다. 그와 동시에... [가랏----!] 추혼마심은 섬뜩하기 이를 데 없는 냉갈을 토하며 다시 한 번 무서운 살초를 전개 했 다. [....!] 철장객은 혼비백산했다. (피해야...) 철장객은 죽으의 그림자가 몸을 덮치는 것을 깨달으며 식은땀을 주르르 흘렸다. 때를 같이하여, 철장객은 체면이고 뭐고 다급하게 땅바닥으로 엎드리며 몸을 굴렸다. 하지만 추혼마심은 땅바닥을 구르는 그를 향해 재차 추혼장을 펼쳤다. 펑! [으-----아------악!] 처절무비한 비명소리와 함께 철장객의 몸이 십 장 밖으로 나가 떨어졌다. 그는 허공에서 시뻘건 피를 쏟아내며 전신을 파르르 떨다가 축 늘어지고 말았다. 추혼마심은 그의 시체를 바라보며 음칭한 웃음을 흘렸다. [흐흐흐.. 감히 불사도를 탐하려 들다니! 죽어 마땅한 놈.] 그는 득의만면한 표정을 짓는 한편 중인들을 향해 찢어지는 듯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노부를 상대할 몸은 어서 나오시오!] 그러자, [하하핫..] 쩌렁쩌렁 웃음소리가 들리며 비무장 위에 한 사람이 내려섰다. [노부 조작후가 대협의 가르침을 받고자 하오.] 추혼마심은 상대방을 바라보고 흠칫 놀랐다. 그러나 곧 정색을 했다. [흐흐흐.. 무영신편께서도 불사도에 뜻을 두실 줄은 꿈에도 몰랐다.] 무명신편은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고 천천히 위지공편을 꺼내 들었다. [한수 가르침을 부탁 드리오.] 추혼마심은 그가 위지공편을 꺼내 드자 경각심을 높였다. 그는 진기를 한 모금 들이마신 뒤 칠성의 공력으로 느닷없이 일장을 쳐나갔다. 무영신평은 불의의 기습에 대비하고 있었던 터라 잽싸게 옆으로 미끄러지며 위지공편 을 곧게 뻗었다. 쉬-------익! 추혼마심의 유근혈을 찔러가는 기세는 빠르기가 전광석화와 같았다. 추혼마심은 쾌속절륜한 보법으로 오행방위를 밟으며 잽싸게 위지공편을 피했다. 이어 왼손으로 추혼장을 쳐나가고 오른 손으로는 추혼지를 쏘아냈다. 그리고는 자신의 독문절기인 만천편영을 십성의 공력으로 비스듬히 올려 그었다. 순간, [으----윽!] 추혼마심의 입에서 고통스러운 신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는 왼쪽 옆구리서부터 오른쪽 가슴 앞까지 깊은 상처를 입고 말았다. 시뻘건 선혈이 철철 쏟아져 나오며 삽시간에 비무장 위를 피로 물들였다. 무영신편은 위지공편을 서서히 거두어 들이며 포권을 했다. [대협께서 양보를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추혼마심은 원한에 가득찬 냉혹한 살기를 띄우며 이를 부득 갈았다. [으... 무영신편 조작후, 청산이 변하지 않는 한 오늘의 복수는 기어코 하고야 말 겠다.] 무영신편은 물끄러미 그의 잔혹한 얼굴만 바라보고 있었다. 추혼마심은 곧 혈도를 봉쇄해 흐르는 피를 멈추 게 한 뒤 비트거리는 걸음으로 비무 장을 내려갔다. 그가 내려가기가 무섭게 비무장위로 한사람이 깃털같이 가볍게 내려섰다. [흐흐�♠�.. 무영신편, 무명지배를 이겼다고 너무 우쭐댈 필요없다. 노부가 네놈을 지 옥으로 보내주마.] 무영신편은 상대가 누구라는 것을 알고 안색이 대변했다. [강시독괴!] 일신에 얼룩얼룩한 무늬가 아롱진 비단을 뒤집어 쓴 듯한 구척 장신의 강시독괴가 웃 음을 날렸다. [크흐흐흐... 무영신편, 노부의 삼초를 받아낸다면 이 어르신네가 패한 것으로 하겠 다.] 무영신편은 그의 광기어린 말투로 노기가 충전했다. [닥쳐라! 네놈이 노부를 무시해도 분수가 있지...] 그는 울화를 참지 못하고 위지공편을 뱀처럼 휘둘러 강시독괴를 노려갔다. 강시독괴는 연신 귀소를 흘리며 뻣뻣한 자세 그대로 위로 솟구쳤다. 위지공편은 그의 발밑을 아슬아슬하게 스치고 지나갔다. 허공에 몸을 띄운 강시독괴는 징그러운 웃음을 띠우며 무영신편의 청령혈을 향애 강 시장을 구성의 공력으로 밀어냈다. 쐐------애----앵! 시체 썩은 냄새와 역한 비린내가 사방으로 퍼지는 가운데 강시장은 곧 태산을 밀쳐버 릴 듯이 암박해갔다. [앗!] 무영신편은 소스라치게 놀라며 급히 위지공편을 휘둘러 강시장을 막아냈다. 콰-----쾅! 요란한 굉음이 울려 퍼지는 가운데 강시독괴의 몸이 허공에서 그대로 퉁겨져올라갔 다. 반면 무영신편은 입에서 입으로 분수같이 선혈을 뿜어내며 주르르 뒤로 밀려갔다. 강시독괴는 숨쉴 틈도 없이 허공에서 몸을 비튼 뒤 곧장 무영신편의 양쪽 어깨를 노리고는 두 손을 뻗어갔다. 무영신편은 신형을 바로 잡기도 전에 이같은 맹공을 대하자 황급히 옆으로 몸을 퉁 기며 위지공편을 휘둘렀다. [크크크..] 강시독괴는 연신 괴상한 웃음을 터뜨리며 묘하게 몸을 비틀어 상대의 턱을 향해 일 퇴를 날렸다. 무영신편은 허겁지겁고개를 뒤로 젖히며 몸을 삼백육십도 회전시켰다. 그러나 아슬아슬하게 일퇴를 피하긴 했으나 가슴이 텅빈 무방비 상태가 되어 버렸다. 이때를 놓칠 강시독괴가 아니었다. [받아랏!] 하는 폭갈소리와 함께 무영신편의 가삼을 향해 역한 악취를 동반한 강시장이 벼락같 은 기세로 쪼개어 갔다. 펑! [으-------윽!] 둔탁한 소리와 신음소리가 동시에 들려오며 무영신편의 몸이 삼 장 밖으로 나가 떨어 졌다. 그의 가슴에는 시꺼먼 손바닥 자국이 선명하게 찍혀 있었다. 무형신편은 시뻘건 핏덩이를 연신 토해내며 얼굴을 잔뜩 일그러뜨린 채 비틀비틀 몸 을 일으켰다. [으...이 악독한 놈, 이토록 무자비한 독수를 펼치다니...] 강시독괴는 괴소를 날리며 모골이 송연할 정도로 사악하게 말했다. [흐흐흐.. 무영신펴느 네놈은 강시장의 독기에 중독 되었으니 앞으로 진기를 끌어 올 리며 그 자리에서 피를 토하고 즉하하고 말것이다. 마약 며칠일 더 살고 싶으면 조 용한 곳에서 꼬리를 감추고 지낸느 것이 가장 현명한 일일 것이다.] 무영신편은 전신을 와들와들 떨며 원독에 찬 시선을 던진 뒤 후들거리는 발걸음을 간신히 옮겨 태서체를 떠나갔다. 강시독괴는 도 중인들을 향해 징그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으흐흐.. 또 어느 놈이 노부에게 도전하겠느냐? 어서 썩 앞으로 나와라.] 너무도 방약무인한 태도에 흑도의 고수들마저 분노를 느꼈다. 이때 칠절성군이 우렁찬 음성으로 말했다. [만약 열을 셀 동안 나서는 분이 없다면 강시대협이 오늘의 최후 승리가 될 것입 니다.] 곧이어 숫자를 세기 시작했다. [하나! 둘.....] [일곱!] 그가 일곱까지 세었을 때 장내를 집어삼킬 듯한 대소가 터져 나왔다. [하하하핫... 노부가 상대해 드리겠소.] 소리와 함께 비무장 위에 위맹한 주색 장삼의 노인이 사뿐히 내려서섰다. 강시독괴가 그를 바라보며 음칭하게 웃었다. [흐흐흐. 혈성방의 외삼당 당주이신 태형금표께서 나오셨구려.어디 노부와 더불어 한 번 신나게 놀아 봅시다.] 태형금표는 마치 표범을 방불케 하는 용맹스러운 위풍에 족히 오백 근은 됨직한 구 환도를 들고 있었다. 멀리서 지켜보던 철한빙은 그의 우람한 체구에 절로 감탄을 터뜨렸다. [어! 만약 저 사람에게 철포삼이나 금종조와 같은 외문무공을 가르치게 한다면 능히 금강불괴의 몸을 만들 수 있겠군!] 옆에 있던 상관소는 그의 얘기를 듣고 깜짝 놀랐다. [아니! 그게 무슨 말씀이오? 설형이 어떻게 전설속의 무공인 철포삼이나 금종조를 알 고 계시요?] 철한빙은 당황을 금치 못하며 급히 변명을 했다. [아.. 그것은 소생의 친구분 중에서 무공을 하는 사람이 있는데 그에게서 들은 것 이오.] 상관소는 의아한 생각이 들었으나 굳이 캐묻지는 않았다. 이때, [이----얍!] 하는 우렁찬 폭갈소리가 비무장에서 들려왔다. 두 사람은 곧 그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비무장 위에서는 강시독괴와 태형금표가 치열한 접전을 벌이고 있었다. 태형금표는 타고난 신력을 이용하여 오백 근에 달하는 구환도를 자유자래로 휘두르고 있었다. 휘-----�구�! 매서운 파공음이 일며 비무장 위는 삽시간에 구환도의 그럼자로 뒤덮에 버렸다. 강시돌괴는 절묘한 보법을 이용하여 가벼운 깃털마냥 구환도 사이로 요리조리 날아 다녔다. 그는 태형금표의 실력을 잘 알고 있는 듯 감히 초식을 마주치지 못했다. 그의 공력으로도 감히 상대와 마주칠 생각을 하지 못하니 태형금표의 신력은 가히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었다. 번호:191/227 등록자:HYUN9876 등록일시:97/04/03 23:16 길이:496줄 제 목 : [사마달] 불세마왕경 제 13장 불세마왕경 저자: 사마달 출판사: 대현출판사 제 13장 신비고수 강시독괴는 바끄게 신형을 날리는 한편 연신 눈알을 굴렸다. (이 놈은 천성적으로 대단한 힘을 가진 놈이다. 그렇다면 상대의 힘을 역이용하는 도리밖에는 없다.) 그는 재빨리 생각을 굴린 뒤 허공으로 십 장 정도 솟구쳐 올랐다. 그러자 태평금표는 급히 강시독괴를 향해 강맹무비한 일장을 쳐올리며 구환도로 양쪽 발목을 베어갔다. 강시독괴는 이때다 싶어 재빨리 상대방의 일장을 휘감은 뒤 반탄력을 이용해 십성의 공력으로 되밀어 쳐갔다. 휘----익------! (아-----앗!) 태평금표는 자신의 장력이 되밀려 오자 기절초풍을 하며 금룡회수신법으로 잽싸게 옆 으로 날아갔다. 펑! 장강의 물결을 두 조각으로 갈라버릴 듯한 무시무시한 장력이 바닥을 때렸다. 태형금표는 이마에 흐르는 식은 땀을 소매로 쑥 문지르며 대갈일성을 터뜨렸다. [이------야-----압! 받아랏!] 쉬------이------익! 오백 근에 달하는 구환도가 마치 종잇장처럼 가볍게 강시독괴의 목을 노리고 쳐갔다. [흥!] 강시독괴는 싸늘한 냉소를 치며 손바닥을 뒤집어 벼락같은 일장을 내쳤다. [흥!] 태형금표는 급히 구환도를 회수하며 좌장을 힘껏 밀어냈다. 강시독괴는 그럴줄 알았다는 듯이 허초와 실초를 교묘히 배합해서 강시독조를 전개했 다. 그러자 비무장은 삽시간에 쇠꼬쟁이 같은 음산한 조영으로 되덮였다. 태형금표는 기절초풍을 하며 강시독괴를 파괴하려 했으나 어느 것이 실형인지 허실인 지를 간파해 낼 수가 없었다. 순간, 찌이익! 옷자락 찢기는 소리가 길게 들리며 가 서너 걸음 뒤로 물러섰다. 쿵! 쿵! 쿵! 그의 왼쪽 어깨의 살점은 강시독괴에 의해 음푹 떨어져 나갔다. 그 사이로 시뻘건 선혈이 철철 흘러 나오고 있었다. 그러나 태형금표는 전혀 고통을 느끼지 않는 듯 오로지 분한 듯한 표정만 짓고 있을 뿐이었다. [내가 졌소이다.] 그는 시무룩한 표정으로 말을 한 뒤 비무장을 내려오고 말았다. 강시독괴는 연속 두 번을 이기자 기세가 당당했다. [어느분...] 그가 채 입을 열기도 전에 어느 새 그의 앞에 유령과 같은 신형이 내려서고 있었다. 전신에 새빨간 홍희를 걸친 십 팔구 세의 소녀였다. 가슴에는 금으로 만든 비파가 안겨져 있었으며 마치 월궁항아를 방불케할 만큼 절세 적인 미인이었다. [아...비파선녀다!] 중인들의 입에서 일제히 경악의 외침이 터져 나왔다. 강시독괴는 그녀의 하늘거리는 몸매에 오금이 저려오는 것 같았다. [흐흐흐... 계집애야, 정말 사람들 미치게 할 정도로 예쁘게 생겼구나.] 비파선녀의 고운 눈꼬리가 하늘을 향해 치켜졌다. [흥! 죽지 못해 간신히 사는 늙은이가 주둥아리는 더럽게 지저분하군!] 그러자 강시독괴의 살광이 비치기 시작했다. [뭣이! 죽지 못해 간신히 사는 늙은이? 그리고 또 주둥아리?] 그는 전신의 털이란 털은 모두 곤두세운 채 거친 숨을 씩씩 토해냈다. [호호호.. 시체가 화를 내니까 정말 보기가 민망스러울 정도네요.] 강시독괴는 눈이 뒤집혀지도록 분기충천하고 말았다. 비파선녀가 생글생글 웃으며 가슴에 안은 비파를 내려다 보았다. [선배님께선 제가 탄주하는 곡을 한 번 들어보실 의향은 없으세요?] 강시독괴가 음칭하게 웃었다. [흐흐흐.. 네년의 탄음신공이 적수가 드물다는 말은 오래 전부터 들어 왔던 터다. 어디 네년의 재간을 모두 펼쳐 보아라.] [호호호.. 역시 선배님께선 시원시원하시군요.] 두 사람은 곧 바닥에 기부좌를 틀고 앉았다. 곧 이어, 띵! 띵 똥띵! 은은한 비파소리가 중인들의 귓전을 간지럽혔다. 비파선녀가 지금 탄주하고 있는 곳은 유향별곡이었다. 정든 고향을 등지고 타관객길을 떠나는 어느 선비의 애절한 심정을 노래하는 이곡은 슬프기 짝이 없는 애달픈 곡이었다. 하나 비파선녀는 이미 음을 다스리는 취기성음의 경지에 이르렀기 때문에 공력을 한 군데나 모아 강시독괴의 귀에만 공력이 집중되게 하였다. 그렇기 때문에 중인들의 귀에는 그저 애달픈 곡조로만 들릴 뿐이었다. 비파선녀는 현을 퉁기는 한편 강시독괴의 안색을 살펴 보았다. 강시독괴는 전혀 감정이 없는 사람인 듯 마치 시체처럼 뻣뻣하게 앉아 있었다. 비파선녀는 그의 심후한 공력에 내심 가볍게 놀랐다. 중인들 중 공력이 약한 대부분의 인물들은 주르르 눈물을 흘리며 코를 훌쩍거렸다. 비파선녀는 유향별곡으로는 강시독괴를 제압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곧 곡조를 바꾸 었다. 땅! 탕! 따땅! 이번 곡은 마치 천군만마가 험한 들판을 종횡무진 누비고 다니는 듯 하여 피와 뒤엉 키는 듯한 처절하면서도 악랄한 망혼무곡이었다. 강시독괴는 잠시 흠칫하는 듯 하더니 곧이어 공력을 삼성 가량 더 끌어 올린뒤 망혼 무곡에 맞섰다. 그러자 그의 몸에서 하얀 운무가 피어 올라 방원 일 장 주위를 둘러쌌다. 동시에 시체 썩는 냄새가 중인들의 코를 찔렀다. 일부는 연신 구역질을 하며 코를 막고 멀리 물러나는 자도 있었다. 철한빙은 비파선녀가 탄주하는 곡을 들으며 나름대로 느끼는 바가 있었다. (내가 해저동굴에서 익힌 선음신공에 의하면 망혼무곡은 사곡으로서 상당한 공력을 소 모시키는 것인데 그녀가 탄주하다니 대단한 공력이구나. 철한빙의 생각은 정확히 들어 맞고 있었다. 비파선녀는 여유있게 미소를 지어가며 탄주했다. 강시독괴는 약간 창백한 안색을 하고 있었다. 그는 비파선녀의 음률에 점차 궁지에 몰리기 시작했다. 정파인물들은 내심 그가 궁지에 몰리자 쾌재를 불렀다. 강시독괴는 급기야 구슬같은 땀방울을 비오듯이 흘렸다. 만약 이대로 일각 정도만 지난다면 칠공에서 피를 뿜으며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고 말 것이다. 철한빙은 그가 얼굴을 잔뜩 일그러뜨리며 괴로운 기색을 나타내자 한 가닥 동정심이 일었다. (음.. 아무리 흉악한 마두일지라도 그냥 두고 보기가 안�┳런립�. 약간의 도움을 주어 사경을 벗어나게 해주어야겠다.) 그는 재빨리 무형의 공력을 쏘아 강시독괴의 명문혈에 진기를 주입시켜 주었다. 그러자 강시독괴의 흉측하던 안색이 점차 정상을 회복하기 시작했다. (음.. 누군가 암암리에 나에게 도움을 주고 있구나. 이 틈을 이용해 저 계집을 황천 으로 보내야겠다.) 그는 흉악한 살심을 품고 전신의 공력을 끌어 올려 무형강기를 천천히펼쳐내기 시작 했다. 순간 우세를 점하고 있던 비파선녀의 안색이 급변하고 말았다. 철한빙은 역시 대경실색을 하고 말았다. (앗! 나는 일시적인 도움을 주어 강시독괴가 스스로 어려움을 알고 물러나게끔 하려 고 했는데 놈은 이것을 이용해 비파선녀를 죽이려고 하지 않는가?) 이때 비파선녀의 몸이 두어 번 휘청거렸다. 또한 이마에서는 구슬같은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히기 시작했다. 중인들의 입에서 안타까운 탄식이 흘러 나왔다. [아...!] 그들은 한결같이 두 주먹을 불끈 쥐며 손에 땀을 쥐었다. 철한빙은 공연히 자기 때문에 꽃같은 소녀가 강시독괴와 같은 흉악한 마두에게 비참 하게 최후를 맞이하는 것을 차마 볼 수가 없어 암암리에 도와줄 결심을 했다. 이에 곧 전음술의 최상승 경지인 어풍전음술을 전개했다. 어풍전음술은 입을 전혀 달싹거리지 않고 기로서만 상대방에게 전하는 상승절학이었 다. [낭자, 소생의 말을 잠자코 듣기만 하시오. 지금 곧 심신을 안정시키고 소생이 이르 는 대로만 현을 퉁기시오. 그리고 공력을 채내로 주입시켜 줄테니 채내로 흡수하시 오.] 비파선녀는 난데없는 전음술에 깜짝 놀라 정신을 차렸다. (나에게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이 대체 누굴까? 목소리로 보아 젊은 사람인 듯 싶은데. .. 그리고 상대는 아무리 가까이 있다고 해도 이십오장 밖에 있을 터인데 신이 아닌 다음에야 어떻게 나에게 공력을 주입시킨단 말인가? 그것도 허공을 격하고 말이다. 이 사람은 내가 풍전등화격에 처해 있다는 것을 알고 위로를..) 그녀는 갑자기 생각하다 말고 태산을 압도할 듯한 무형의 잠력이 명문혈과 백회혈을 통해 물밀 듯이 들어오자 소스라치게 놀랐다. [낭자, 어서 진기를 융화시키시오.] 비파선녀는 당금무림에 이같은 공력의 소유자가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녀는 부지런히 현을 퉁기는 한편 상대방의 공력을 자신의 진기와 융합시켰다. 그러자 심신이 더할 수 없을 정도로 맑아졌다. [낭자, 지금부터 소생이 현의 위치를 부를테니 그대로 탄주하시오.] 곧 이어 철한빙의 전음이 또렷하게 들려왔다. 판현 강시독괴는 그녀가 점점 진력을 잃어가자 회심의 미소르 지었다. 이때 비파선녀가 갑자기 생기가 돌기 시작하는 것이 아닌가? 그는 직감적으로 누군가가 그녀를 도와주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니! 누가 이토록 가공할 공력을 지니고 있단 말인가? 당금 무림에 천하무적인 우 내십기조차 이같이 엄청난 공력은 없을텐데? 혹시 조금 전에 나를 도와준 인물이 아 닐까?) 강시독괴가 생각을 마치기도 전에 돌연 곡조가 바뀌었다. 마치 수천 수만의 마귀들이 자신의 혼을 뺏아갈 듯한 흉독절륜한 (아----앗! 저년이...) 그는 경황실색을 하며 황급히 십성의 공력으로 곡조에 맞서갔다. 땅땅! 따땅땅! 고막을 찢을 듯한 괴음과 전신의 기혈을 온통 뒤집어 놓는 곡조에 드디어 강시독괴 의 몸이 한차례 휘청거렸다. 비파선녀는 그가 몸을 휘청거리자 급히 공력을 끌어 올려 전음이 지시하는데로 계속 탄주해 나갔다. 강시독괴는 체내의 기혈이 맹렬하게 용솟음치는 것을 느끼며 칠공에서 서서히 피를 흘리기 시작했다. 이때, [앗! 형님, 정신 차리십시오!] 마치 하늘에서 벼락이 떨어지는 듯한 쩌렁쩌렁한 외침이 들리며 곧 이어 비무장위에 염시독비가 날아 들었다. 비파선녀는 흠칫 놀라며 급히 탄주를 멈추었다. 그러자 강시독괴가 분수같이 피를 뿜으며 뒤로 벌렁 자빠졌다. [아----앗! 형님!] 염시독비는 대경실색을 하며 급히 그를 부축했다. 그러나 강시독괴는 극심한 내상을 입고 이내 인사불성이 되어 있었다. 염시독비는 황급히 몇군데의 혈도를 짚어준 뒤 비파선녀를 향해 부드득 이를 갈며 처 절한 목소리로 부르짖었다. [으으.. 네이년! 감히 노부의 형님을 이지경으로 만들어 놓다니! 오늘 네년의 사지를 찢어 죽이지 못한다면 이 자리에서 자결을 하고 말겠다.] 비파선녀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며 이마에 맺힌 땀방울을 닦았다. [당신의 형님은 지금 곧 치료하지 않는다면 심하면 목숨을 잃고 가벼우면 평생토록 폐인으로 지내야해요, 그러니 속히 이곳을 떠나 그를 치료해주는 것이 급선무일 것 이예요.] 염시독비는 그녀의 말에 흠칫 놀라며 강시독괴의 안색을 살폈다. 비파선녀의 말은 틀림없었다. 염시독비는 황급히 품속에서 한 알의 단약을 꺼내 강시독괴의 입에 넣어준 뒤 비파선 녀에게 독이 오른 음성으로 말했다. [이 계집년아,! 오늘은 형님 때문에 이대로 간다만 다음에 노부의 손에 걸린다면 천 갈래 만갈래를 내고야 말겠다.] 그러자 비파선녀의 안색이 파르르 떨렸다. 염시독비는 잠시 찔끔거린 뒤 살기가 줄기줄기 뻗는 눈빛을 남기고 강시독괴를 안아 들었다. 이어 번뜩이는 순간에 그의 몸은 비무장 위에서 사라지고 말았다. 염시독비가 사라지자 비파선녀는 자신을 도와 준 사람이 누군지 궁금하여 주위를 둘 러 보았다. 그러나 자신을 도와 줄 만큼 공력이 높은 사람을 찾을 수가 없었다. 그녀는 나직이 한숨을 내쉬며 비무장을 내려왔다. 중인들은 그녀의 행동에 이러둥절해지고 말았다. 잠시 후, 철정성군의 입에서 우렁찬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여협께선 불사도에 뜻이 업는 것으로 알겠소. 그러니 다른 고인께서 비무장 위로 오 르시기 바라오.] 한편, 철한빙은 염시독비가 떠나가자 두 눈에 살기를 띠었다. 그러나 곧 살기를 거두며 상관소에게 말했다. [상관형, 잠시 다녀올테니 혼자서 구경하고 계시오.] 상관소는 그가 소피라도 보러 가려니 생각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빨리 다녀오시오. 한 순간이 모두 땀을 쥐게 하는 일대접전이외다.] 철한빙은 그를 향해 웃음을 보낸 뒤 곧 몸을 돌려 밖으로 나갔다. 이어 염시독비가 사라진 곳을 향해 신법을 전개했다. 휙! 하는 소리와 함께 그의 몸은 한 가닥 무형의 그림자로 화해 허공을 날았다. 전설로만 전해 내려오는 공공답허신법! 그의 신형은 순식간에 허공에 삼켜지고 말았다. 한편, 염시독비는 겨우 실날같은 숨결만 내쉬는 강시독괴를 안고 최대한의 공력을 발휘해 서쪽을 향해 날아갔다. 뜨거운 차 한 잔 식을 시간이 지나서 그는 험한 산길로 접어들었다. 염시독비는 사방을 두리번거리다 좌측에 있는 다 쓰러져가는 폐가를 찾아냈다. 그는 신속한 동작으로 몸을 날렸다. 이어 안으로 들어간 뒤 급히 강시독괴를 눕혔다. 그는 강시독괴의 전신을 더듬은 끝에 두 군데의 경맥이 막혀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으--음! 찢어죽여도 시원치 않을 계집 같은! 내 이년을 반드시 씹어먹고야 말겠다.] 그가 막 강시독괴의 몸에 진기를 불어 넣으려는 순간, [후후후... 염시독비, 그사람은 어차피 살아남지 못할테니 본 공자를 접하는것이 어 떻겠소?] 느닷없이 들려온 말에 염시독비는 소스라치게 놀라고 말았다. (앗! 노부의 청각을 속이고 이토록 가까이 올 수 있다니! 무시못할 강적이로구나.) 그는 몸을 돌려 상대방을 주시했다. 순간, 염시독비는 나타난 인영이 약관의 소년서생인 것을 알자 자신도 모르게 깜짝놀랐다. 그리고는 곧 두눈을 휘둥그레 뜨며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아니! 이 어린놈이 방금 말을 한 놈이란 말인가!) 나타난 사람은 바로 철한빙이다. 그는 최절정의 신법인 공공답허신법으로 삽시간에 염시독비의 뒤를쫓아온것이었다. [후후후.. 뭘 그렇게 토끼 눈을 뜨고 쳐다 보시오? 본 공자의 얼굴에 무엇이라도 묻 었소?] 염시독비는 한낱 백면서생에게 놀랐다는 것이 어이가 없었다. 이에 버럭 고함을 지른 후 자혹하게 말했다. [네 이놈! 감히 어른을 놀리다니 죽고 싶어 환장을 한 모양이구나.] 그러자 철한빙의 안색이 살기로 물들었다. [염시독비! 당신은 이십 년 전에 귀혼수라 유운상에게 일장을 날린 일을 기억하고 있 소?] 염시독비는 그 말을 듣고 흠칫 놀랐다. [뭣이? 귀혼수라 유운상!] 이어 음침하게 웃었다. [으흐흐... 네놈이 유운상 늙은이의 제자인 모양이구나. 그러나 때를 잘못 택한 것 같다. 노부는 오늘 그 누구도 살려 둘 수 없다.] 철한빙은 가볍게 몸을 떤 뒤 분노와 원한이 섞인 피의 절규를 토해냈다. [후후후... 염시독비, 네놈 때문에 할아버지께서는 갖은 고통을 다 당하시고 돌아가 셨다. 이제 공자도 네놈이 마동양산의 고통에서 서서히 죽어가게 만들겠다.] 염시독비는 흠칫 놀라며 손가락으로 그를 가리켰다. [네..네놈은 누구이기에 유늙은이를 할아버지라고 칭하느냐?] [후후후... 네놈은 그 당시 보자기에 싸여있던 핏덩어리를 보지 못하지는 않았을 텐 데?] 그러자 염시독비는 대경실색을 하며 뒤로 두 걸음 물러섰다. [그..그렇다면 그때 보자기에 싸여 있던 갓난..] [흐흐흐.. 이제야 알았느냐?] 이때 철한빙의 모습이 서서히 변하기 시작했다. 머리카락과 눈썹이 점차 시뻘건 핏빛으로 변하며 곧 두 눈에서 시퍼런 녹색 광염이 쏟아져 나왔다. [아---앗! 저.. 저놈의 몰골이....] 염시독비는 마치 지옥의 악귀같이 변한 철한빙의 모습에 한 차례 몸을 떨었다. 죽음! 그는 죽음이란 단어를 지금 이 순간에 체험한 것이다. 철한빙은 복수의 화신으로 변한 채 천천히 우장을 들어 올렸다. 염시독비는 전광석화와 같은 순간에 생각을 굴렸다. (이놈의 무공이 아무리 고강하다고 해도 기껏 이십 년의 공력밖에 더 되겠는가? 한 데 저놈의 몰골은 흐�∃�..) 그의 생각이 채 끝나기도 전에 철한빙의 입에서 나직한 호통이 터져 나왔다. [조양성월!] 순간, 으-----르-----릉! 천지를 집어 삼킬 듯한 광폭음에 이어 처절한 단말마의 비명이 폐가를 메워버렸다. 보라! 염시독비의 몸은 갈기갈기 찢어져 형체조차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처참하게 박살이 나 고 말았다. 끔찍스러운 죽음... 삽시간에 폐가는 피로 뒤덮여 버렸다. 한 가닥 숨이 붙어있던 강시독괴조차 사지가 잘려진 채 처참한 시체로 나뒹굴고 있었 다. [후-----우!] 철한빙은 형체도 없는 염시독비의 시선을 바라보며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노미 이처럼 맥없이 죽을 줄은 정말 몰랐구나.] 그의 모스�♠� 어느 새 정상으로 돌아와 있었다. [할아버지 손자는 드디어 할아버지의 원수를 갚고야 말았습니다. 지하에서나마 부디 편히 눈을 감으시기 바랍니다.] 그의 두 눈에서 장부의 눈물이 주르르 흘렀다. 철한빙은 잠시 넋을 잃고 있다가 곧 신형을 날려 태서체를 향했다. 한편 혼자 남은 상관소는 철한비이 한참이 지났는데도 돌아오지 않자 약각 초조감이 들었다. (어째서 아직 않올까? 혹시 내 정체를 알고 그냥 떠난 것이 아닐까? 만일 그렇다면 그는 앞으로 전혀 나를 거들며 보지도 않을 것이 아닌가?) 상관소가 안절부절하며 막 자리에서 일어서려는 순간, [상관형, 어디를 가시려고 하오?] 상관소는 철한빙의 목소리가 들리자 마치 죽었던 조상이 돌아온 것처럼 기뻐했다. 그는 살짝 얼굴을 붉히며 걸걸한 음성으로 말했다. [아! 소제는 설형께서 사람이 많아서 이곳을 못찾아오시는 줄 알았소.] 철한빙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띄우며 찬분한 어조로 말했다. [상관형께선 소생을 세 살 먹은 어린애로 치는 모양이구려.] 상관소가 귀뿌리까지 새빨갛게 물들이며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이때 철한빙은 상관소의 귓볼에 조그만 구멍이 뚫어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상하다? 어째서 귓볼에 여인들이 뚫는 구멍을 낸 것일까?) 그러나 무슨 이유가 있겠지 생각하고 무심코 넘겨 버리고 말았다. 만약 그가 이유를 물었다면 그는 필시 크게 당황했으리라. 상관소가 고개를 돌려 나직하게 입을 열었다. [설형, 어서 앉으시오.] 그리고는 철한빙이 없을 때 일어난 상황들을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철한빙은 고개를 끄덕이며 비무장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곳에는 금면서생과 마환도 장취가 용호상박의 치열한 접전을 벌이고 있었다. 두 사람의 싸움은 이미 오래된 듯 전신이 땀으로 흥건히 젖어 있었다. 마환도 장취는 별호가 말해 주듯이 한 자루 거무스름한 마환도로 막강한 도강을 펼 쳐냈고 금면서생은 장검으로 검강을 펼쳐내며 일진일퇴를 거듭했다. 검강 대 도강! 중인들은 손에 땀을 쥔채 숨조차 죽여가며 두 사람의 접전을 바라보았다. [이-----얍!] [차-----탓!] 우렁찬 기리가 터질 때마다 허공에는 수십 개의 검과 도가 어지럽게 난무했다. 챙! 챙! 창! 창.... 검과 도가 부딪칠 때마다 허공에서 불꽃이 튀겼다. 철한빙은 두 사람을 자세히 살펴 보았다. 금면서생은 금색면구를 쓴 얼굴 전체가 금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나이는 면구를 쓴 탓에 구별해 낼 수가 업었으나 몸체로 보아 젊은 사람 같았다. 마환도 장취는 텁석부리 중년인이었다. 갈색장삼으로 몸을 감다시피 했으며 전신에는 사악한 김이 물씬물씬 풍겨 나왔다. 철한빙은 그들의 접전을 바라보고 앞으로 십초 안에 금면서생이 패할 것이라고 간파 했다. 옆에 있는 상관소를 바라보니 그는 비무장에 정신이 팔려 누가 업어 가도 모를지경이 었다. 금면서생과 만환도 장취의 싸움은 점차 장취의 우세로 기울어졌다. 금면서생은 면구를 쓴 탓에 표정은 드러나지 않았으나 상당히 당황하고 있는듯했다. 초가 거듭될수록 점차 뒤로 밀리더 �ⅲ∮戮� 입에서 천지를 집어 삼킬 듯한 우렁찬 폭 갈소리가 터져 나왔다. [으------랏-----차!] 순간, 검으로부터 열 두송이의 검화가 피어나며 장취의 사혈만을 노리고 빗살처럼 찔 러갔다. 장취는 급히 보법을 전개해 순식간에 서른 여덟 걸음을 옮긴 뒤 수중의 마환도로 도 화를 후려쳤다. 동시에 좌장을 곧게 뻗어 강맹무비한 장력으로 상대방의 어깨를 쳐나갔다. 어떻게 되자 금면서생은 오히려 궁지에 몰리고 말았다. [이--------야-----압!] 그의 입에서 다시 기리가 터져 나오며 장검을 후딱 뒤집어 마환도를 막아갔다. 그러는 한편 신법을 펼쳐 옆으로 이끄러져갔다. 장취는 금면서생이 이렇게 나올 줄 알았다는 듯이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마환도를 수 평으로 찔러갔다. 번호:192/227 등록자:HYUN9876 등록일시:97/04/05 09:43 길이:503줄 제 목 : [사마달] 불세마왕경 제 14장 불세마왕경 저자: 사마달 출판사: 대현출판사 제 14장 떠오르는 태양 순간, [윽!] 마환도는 한 치의 오차도 업이 정확하게 금면서생의 왼쪽 어깨를 관통했다. 장취가 재빨리 마환도를 뽑아내자 분수같은 선혈이 비무장을 적셨다. 금면서생은 어깨를 감싸쥐며 뒤로 비틀비틀 물러섰다. [역시 장대협은 당세 제일고수답소. 본인이 패했음을 시인하는 바이오.] 장취가 거만을 떨며 짐짓 겸손을 부렸다. [당신도 무시못할 공력을 지녔소. 앞으로 좀더 무공 연마에 힘쓴다면 머지 않아서 노부와 같은 경지에 이를 수 있을 것이오.] 금면서생은 그를 향해 포권을 하고는 비무장을 밑으로 내려갔다. 곧이어 왜소하기 짝이 없는 조그만 인영이 장취 앞에 내려섰다. [헤헤헤... 장형, 노부가 장형과 더불어 한바탕 춤을 추어 볼까하여 나왔으니 많은 지도를 바라오.] 장취는 상대가 무림의 괴짜인 대막신타인 것을 알�ªː� 가볍게 인상을 찌푸렸다. [대막신타 마유기대협게서 가르침을 주신다는데 어찌 마다할 수가 있겠소.] 대막신타가 헤벌쭉 웃었다. [헤헤헤.. 장형께서 먼저 초를 펼치시오.] 장취는 감히 대만하지 못하고 신중을 기하지 천천히 마환도를 들어 올렸다. 이어, [조심하시오.] 하며 잔성희소의 일초로 대막신타의 승장혈을 곧장 찔러 갔다. 대막신타는 연신 싱글벙글 거리며 왜소한 체구를 더욱 움츠리며 가볍게 마환도를 피 했다. 그리고는 재빨리 양다리를 교차시키며 상대방의 턱과 마환도를 차나갔다. [원앙쌍금퇴!] 장취는 그의 번개같이 신속한 임기응변에 내심 감탄했다. 그러는 한편 급히 머리를 뒤로 젓히며 마환도를 뒤집어 쌍퇴를 피해냈다. 대막신타는 일초가 실패하자 조그만 체구를 한바퀴 회전시키는 한편 상대를 칭찬 했다. [정말 멋진 수비수법이었다.] 장취는 은근히 부아통이 일기 시작했다. [이-----야----얍!] 바야흐로 두 사람은 양호상투의 접전으로 돌입했다. 휙-----휙-----쌔------앵! 쌩...! 마환도가 허공을 수놓을 때마다 귀를 찢을 듯한 파공음이 들려왔다. 대막신타는 괴이한 신법으로 수십개의 그림자를 만들며 마환도 사이를 교묘하게 비집 고 다녔다. 다시 십여 초가 지나자 대막신타는 이제 싸움을 마무리지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는 즉시 자신의 독문절기인 타왜신공을 전개하기 시작했다. 순간, 비무장 전체가 대막신타의 그림자로 뒤덮였다. [앗!] 장취는 그의 맹공에 대경실색을 터뜨리며 허겁지겁 마환도를 사방으로 휘둘렀다. 그러나 불과 팔초만에 그는 마환도를 떨어뜨리고 말았다. 쨍그랑, 장취는 수치심과 분노로 일그러진 얼굴로 대막신타를 노려보았다. 이어 마환도를 집어 들며 비통한 목소리로 말했다. [대막신타! 노부가 졌소. 하나 다음에 만날 때는 조심을 해야 할 것이오.] 그리고는 신형을 날려 태서채를 떠나갔다. 대막신타가 그의 등을 향해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헤헤헤... 장형, 조심해 가시오.] 바로 이순간, 동쪽에 있는 높은 누각 위에서 한줄기 인영이 쏜살같이 쏘아져왔다. 그와 동시에 대막신타를 향해 느닷없이 일장을 후려쳤다. 쉬---애-----액 날카로운 파공성이 일며 태산을 쪼개버릴 듯한 무서운 경풍이 대막신타의 가슴을 향 해 섬광같이 뻗어갔다. [엇!] 대막신타는 질겁을 하며 급히 공력을 끌어올려 수미타외장을 팔성의 공력으로 밀어냈 다. 찰나, 콰----앙....! 요란한 굉음이 터지며 허공에서 돌풍이 휘몰아쳤다. 쿵! 쿵! 쿵! 대막신타는 기혈이 격탕되는 것을 느끼며 연속 세 걸음이나 물러섰다. 그는 급히 천근추 신법으로 신형을 고정시키며 상대방을 바라보았다. [앗! 고루천존----!] 대막신타는 얼굴이 하얗게 질리며 연신 뒷걸음질쳤다. 중인들도 만면에 두려움과 공포, 그리고 경악에 가득 찬 표정을 지으며 나타난 사람 을 응시하고 있었다. 일신에 항의를 걸친 백여 세 정도의 노인으로 마치 해공을 방불케 하는 무시무시한 몰골의 소유자였다. 철한빙은 고루천존을 응시하며 제나름대로 생각에 잠겼다. (음...! 무서운 공력의 소유자로구나. 거의 칠십장의 거리를 단숨에 날아오다니..!) 상관소가 그에게 나직한 소리로 말했다. [지금 나타난 사람이 우내십기 중 삼존에 속하는 고루천존이오.] 철한빈이 그에게 시선을 돌리며 넌지시 물었다. [우내십기란 무엇을 가리키는 말이오?] 상관소가 차분하게 대답했다. [우내십기란 당금 무림에서 적수가 없을 정도로 무공이 화신의 경지에 이른 열 명의 기인을 가리킨 말이오.] 철한빙이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물었다. [아! 그랬었구려. 한데 열 명의 기인이란 누구를 가리키는 것이오?] [우내십기는 일황, 이선, 삼존, 사귀로 나위어 있소.] [그들의 이름은 모르오?] [이름은 모르고 별호는 알고 있소. 일황은...] 일황, 혈적무황. 이선, 소면불선, 망아혜선. 삼존, 천살독존, 잔혼검존, 고루천존. 사귀, 환영귀객, 흑살탈명귀, 최심무형귀, 사음귀녀. 상관소는 여기까지 단숨에 말한 뒤 잠시 숨을 돌리고 다시 말을 이었다. [일황과 이선은 정파의 인물이며 삼존과 사귀는 사파의 인물들이오.] 철한빙의 두 눈이 사귀 중 최심무형귀와 사음귀녀라는 말이 나오자 창졸간에 무시 무시한 살기가 번뜩였다. 그러나 이내 사라지고 말았다. [음-----음! ....! 그 작자들이 바로 사귀에 속하는 놈들이었구나. 할아버지께선 놈 들의 무공이 절세적인 것을 아시고 그들의 별호만 가르쳐 주신 모양이구나.] 이때 그들의 귓전에 흉독절륜한 음성이 들려왔다. 바로 고루천곤의 목소리였다. [흐흐흐.... 애송아, 어서 꺼지지 않고 무얼하고 있는게냐? 노부가 네놈의 목을 분질 러 주기를 기다리고 있는게냐?] 대막신타는 그의 말에 안색이 백지장처럼 변했다. 그는 많은 중인들 앞에서 이같은 망신을 당하자 불같은 노화가 치밀어올랐다. [고루천존! 당신은 너무도 안하무인이구려. 노부는 오늘 이 자리에서 피를 뿌리며 쓰 러지는 한이 있어도 당신에게 가르침을 청해야겠소!] 그러자 고루천존이 마치 해골과 같은 얼굴에 살기를 떠올렸다. [흐흐..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더니 노부가 한 동안 강호에 나오지 않았더 니 별 희한한 놈들이 다 나타나 비위를 긁어주는구나.] 이어 신결질적으로 소매를 휘둘렀다. 순간 광풍노도와 같은 장력이 대막신타를 향해 물밀듯이 밀려갔다. 휙! 대막신타는 그가 창졸간에 일장을 쳐오자 깜짝 놀랐다. 그러나 잽싸게 허공으로 몸을 띠우며 좌장으로 장력에 맞서가고 우장으로 고루천존의 견정혈을 내리쳐갔다. [흐흐흐.. 제법 손을 놀릴줄 아는군.] 고루천존은 사악한 웃음을 날린 뒤 고루탁백장을 칠성의 공력으로 뻗어냈다. 그러자 그의 장심으�Ŧ성壙� 수십 개의 고루가 피어올랐다. 이럴 즈음, 철한빙은 오감을 느끼고 있는 대막신타가 고루천존에게 십 초를 견디지 못하고 패하고 말 것이라는 것을 재빨리 간파했다. 이에 상관소에게 나직이 말했다. [상관형, 잠시 다녀올 곳이 있으니 잠깐만 기다려 주시오.] 상관소는 비무장에 정신이 팔려 있어 대답하는 둥 마는 둥 고개만 끄덕였다. 철한빙은 곧 몸을 일으켜 사람이 없는 곳을 찾았다. 그리고는 천면보록에서 익힌 신공을 전개했다. 순간 그의 몸이 갑자기 왜소하게 변했다. 그 뿐만 아니라 얼굴 근육이 점차 바뀌기 시작했다. 이어 변성술을 전개해 목청을 가다듬어 보았다. [흠! 흠!] 그의 목소리는 부로가 십여세의 동자 목소리로 변했다. 왜소한 체구에 가무잡잡한 얼굴! 마치 촌뜨기를 방불케 하는 모습으로 변모했다. 거기에다 체격이 작아져 은의는 헐렁하기 그지 업었다. 실로 극치의 공력이 없었으면 감히 상상도 하지 못할 기괴한 신공이었다. 그는 자신의 모습으 한차례 훑어 본 뒤 피식 웃고 말았다. 그리고는 다시 비무장을 향했다. 한편, 대막신타는 반격 한 번 해보지 못한 채 연신 뒷걸음질 치기에 바빴다. 그러자 고루천존은 음산한 웃음과 함께 고루탈백장을 구성의 경지로 힘껏 쪼개내며 대갈일성을 토해냈다. [잘가거라!] 우---우----웅 천지를 휩쓸어 버릴 듯한 엄청난 경풍이 대막신타의 전신을 휘감아 버렸다. 절대절명의 위기일발! 때를 같이하여, [멈춰라!] 하는 폭갈소리에 이어 두 개의 그림자가 빛살보다 빠르게 비무장 위로 날아갔다. 그들은 동시에 고루탈백장을 향해 엄청난 장력을 쏘아 보냈다. 콰---쾅-----쾅-----! 비무장 전체를 날려 버릴 듯한 폭음과 함께 두 줄기 장력은 고루탈백장을 여지없이 해소시켜 버렸다. 이어 두개의 인영이 가볍게 내려섰다. 그들은 변장한 철한빙과 월하노인이었다. 월하노인은 자신과 동시에 손을 쓴 인물이 촌티가 줄줄 흐르는 왜소한 체구에 시꺼먼 얼굴을 한 약관의 소년임을 알자 소스라치게 놀라고 말았다. (아니! 이 소년이 도데체 누구이기에 이토록 엄청난 신공을 지녔단 말인가?) 고루천존도 역시 기절초풍을 하도록 놀란 것은 마찬가지였다. 대막신타는 간신히 위기를 모면하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는 월하노인을 향해 공손히 포권을 하였다. [노부의 생명을 구해주셔서 정말 감사아오이다.] 그러자 월하노인이 깊은 한숨과 함께 천천히 입을 열었다. [마대협을 구한 사람은 노부가 아니고 바로 이 소년이외다.] 하며 철한빙을 가리켰다. 대막신타는 물론 장내에 있는 노든 중인들은 그 말을 듣고 혼비백산하고 말았다. 그렇다! 철한빙과 월하노인의 장력이 동시에 고루탈백장을 향해 후려친 것 같았으나 사실은 철한빙의 장력이 먼저 당도했던 것이다. 장내는 삽시간에 바늘 떨어지는 소리까지 들릴 정도로 조용해졌다. 중인들은 하나같이 입을 멍하니 벌린 채 철한빙을 바라볼 뿐이었다. 침묵을 깨뜨린 사람은 고루천존이었다. [네이놈! 네놈은 대채 누구의 전인이냐?] 철한빙의 거무잡잡한 얼굴이 냉혹하게 변했다. [당신은 알 자격이 없소!] 이어 고루천존 따위는 아에 안중에도 없다는 듯이 천천히 뒷짐을 지며 허공을 응시 했다. 그의 이런 행동은 중인들을 또 한 번 대경실색케 하는 반면 그가 혹시 미치지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도록 했다. 고루천존은 한낱 촌뜨기 같은 애송이에게 이같은 모욕을 당하자 전신을 부르르 떨 었다. 그러자 어린 소년을 상대로 화를 낼 수도 없고 하여 속으로만 끙끙 앓을 뿐이었다. 철한빙은 한술 더 떠서 이번에는 아예 고루천존을 죽으로 만드는 말을 뱉아냈다. [당신은 어서 무릎을 꿇고 마선배님에게 사죄를 하시오. 그런다면 본 공자가 특별히 용서를 해주겠소.] 중인들은 물론 월하노인과 대막신타조차 그의 광기에 눈쌀을 찌푸렸다. 고루천존은 드디어 분기충천하고 말았다. 그는 전신을 와들와들 떨며 이를 갈아붙였다. [부드득.. 이.. 이놈아.. 머리에 피도 마르지 않은 어린 녀석이 감히 노부를 희롱하 려 들다니!] 하니 철한빙은 여전히 뒷짐을 진 채 더욱 광기어린 말을 하는 것이었다. [당신은 마선배님에게 고개를 숙이기가 쑥스러운 모양이구려.] 그는 잠시 말을 끊은 뒤 느릿하게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좋소, 당신이 만약 본 공자의 손속에서 십 초를 넘길 수 있다면 이번 일은 없던 것으로 하겠소.] 그는 아에 눈앞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화폭충천해 있었다. 고루천존은 지금상대가 어린소년이건 늙은 노인네건 생각할 이성이 남아 있지않았다. [이..이놈, 받아랏!] 그는 구성의 공력으로 고루탈백장을 노도같이 밀어냈다. 쐐----애-----앵! 간담이 싸늘할 정도의 음향이 일어나며 수십개의 고루가 철한빙의 전신을 휘감았다. 고루천존이 극도의 화를 참지 못하고 밀어낸 장력은 실로 장강의 물결을 통째로 뒤 집어 놓고도 남을만한 엄청난 위력이 내포되어 있었다. [아앗!] 중인들은 아연실색을 하며 두 눈을 찔끔 감아버리고 말았다. 이때, [흥!] 철한빙은 싸늘한 냉소를 터뜨리며 열 손가락을 가볍게 튕겼다. 순간 무형의 지풍이 강기를 형성한 수십 개의고루를 향해 일제히 부딪쳐갔다. 퍽! 퍽! 퍽! 퍽....! 지극히 미약한 음향이 들리며 순식간에 고루탈백장은 형체도 없이 형체도 없이 사라 지고 말았다. [아---앗!] 고루천존은 도저히 사람으로서는 이루지 못할 이 엄청난 신공에 두 눈을 찢어져라 부 라렸다. 그리고는 연신 뒷걸음질을 치며 손을 들어 철한빙을 가리켰다. [사..사술이다! 사술...] 우내십기에 속하는 고루천존의 입에서 이같은 소리가 나올 정도이니 철한빙의 신공 이 어느 정도인지 가히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었다. 고루천존의 목소리에 중인들은 황급히 눈을 떠 보았다. [아... 아니! 저 소년이 어떻게 멀쩡하게 살아있지?] 한편, 월하노인은 처음부터 끝까지 철한빙의 행동을 지켜보고 있었다. (아.. 너무도 엄청난 신공이다. 대체 이 소년의 정체가 무엇이며 어느 문하의 제자일 까? 만약 이 소년이 사파의 인물이라면....) 이때 철한빙의 차가운 음성이 들려왔다. [흥! 사술, 명색이 우내십기라는 인물이 진정한 무공과 사술도 분간할줄 모르다니 정 말 명성이 아깝다!] 고루천존의 자존심은 갈가리 찢어지고 말았다. (대체 이놈이 누구일까? 당금무림에 이같이 무서운 고수가 있었단 말인가? 그것도 이 제 십여세에 �℉ぐ墟� 어린소년이 말이다!) 그가 생각을 굴리고 있을 때 철한빙이 몸을 허공으로 솟구치며 냉막하게 말했다. [이제부터 본 공자의 십 초 공격을 막아 보시오.] 그리고는 다리는 위로 머리는 땅으로 향한 채 한줄기 부드러운 장력을 밀어냈다. [제일초, 백홍관일!] 고루천존은 일곱빛깔의 무지개가 부드러운 경풍을 동반하고 머리를 짓눌러 오자 재빨 리 옆으로 세 걸음 옮겼다. 그러는 한편 오른손을 쫙 뻗어 고루탈백조를 펼쳤다. 철한빙은 일초가 실패하자 곧 그의 왼쪽 어깨를 향해 허초를 뻗어냈다. 고루천존은 왼쪽 어개를 아래도 낮추며 조법을 지법으로 바꾸었다. 철한빙은 허초를 전개한 뒤 재빨리 제이초를 펼쳐냈다. [괴성유두!] 순간 수백 개의 별모양이 피어나며 방원 십 장 주위를 덮어버렸다. 고루천존은 이같은 듣도 보도 못한 궤이정박한 초식에 경황실색을 금치 못했다. 그는 더 이상 쾌속할 수 없을 정도로 신속하게 몸을 날려 괴성유두의 초식을 가까스 로 피해냈다. 이어 화염이 폭발하는 듯한 분노의 살초를 정신없이 퍼부었다. 두 사람은 순식간에 팔 초가 지나도록 상대를 제압하지 못하자 내심 초조해지기 시작 했다. (이제 이 초의 공격 밖에는 남지 않았는데 지금까지 상대의 옷자락조차 스쳐보지 못 했으니 이대로 나가다간 십중 팔구 십초를 넘어서고 말것이다.) 여기까지 생각한 그는 원양신공을 전개하기로 마음 먹었다. 고루천존은 점차 초식이 전개됨에 따라 긴장 또한 고조되어갔다. (정말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로구나. 한낱 어린애를 상대로 이토록 쩔쩔 맬 줄이야 꿈 엔들 생각이나 했겠는가?) 그의 생각이 채 끝나기도 전에 철한빙의 입에서 맑은 호통소리가 터져 나왔다. [제 구초, 야화소천!] 그러자 그의 장실에서 시뻘건 불꽃이 피어나며 고루천존의 전신을 휘감아 버렸다. [헉!] 고루천존은 너무도 기괴한 초식에 망연자실 하며 허겁지겁 수세를 취했다. 경황중에 초식을 전개하자 그의 몸에 실날같은 허점이 드러났다. 이때를 놓칠 철한빙이 아니었다. [제십초, 자살화공!] 그는 마지막 초식에 십성의 공력을 주입시킨 것이다. 쿠----르-----릉! 자색 화염이 천지를 태워 버릴 듯이 고루천존을 향해 맹렬하게 밀려갔다. 중인들은 멀리 떨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신에 뜨거운 기류가 덮쳐오는 것을 느꼈 다. [으---헉!] 고루천존은 기절초풍을 하며 혼신의 힘을 기울여 자살화공을 맞서봤다. 그러나 역부족이었다. 콰---콰----앙...! 산천초목을 휩쓸어갈 듯한 무서운 회오리가 허공에서 휘몰아쳤다. 이어, [으--으----윽!] 고루천존의 입에서 무거운 신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는 전신이 새까맣게 그을린 채 엄중한 화상을 입고 말았다. 일신에 걸쳤던 황의는 밑에만 몇조각 남아 있을 뿐 윗부분은 재로 변해 허공을 딛고 있었다. 머리털은 잔뜩 그슬려 마치 곱슬머리처럼 변해 있었다. 고루천존은 너무도 처절한 패배에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전신을 와들와들 떨었다. [으...으....이놈!] 그는 간신히 한마디 해놓고는 울컥 피를 토해냈다. [어린놈아! 네놈의 스승은 대체 누구냐?] 철한빙은 그를 거들떠 보지도 않고 하늘만 응시할 뿐이었다. 고루천존은 더할 수 없는 수치심을 느끼며 이를 악물었다. [이놈! 노부가 오늘은 이대로 돌아간다만 다음에 노부의 손에 걸린다면 뼈도 추리지 못할 줄 알아라!] 이어 원독에 찬 눈빛으로 철한빙을 노려본 뒤 신형을 솟구쳤다. 월하노인과 대막신타 등은 그저 멍청히 철한빙만 바라보고 있었다. 불과 열 살 남짓해 보이는 촌뜨기 소년이 천하무적의 경지에 이른 고루천존을 십초만 에 격패하다니 도저히 믿어지지가 않았다. 잠시 무거운 정적이 감돌았다. 월하노인이 정적을 깨뜨리며 천천히 철한빙을 향해 말했다. [소협, 그대의 사문은 어떻게 되는가?] 철한빙이 엷은 미소를 떠올리며 나직하게 입을 열었다. [스승님의 엄명이 계셨는지라 사문을 말씀드리지 못함을 용서해 주십시오.] 월하노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얼굴 가득히 실망의 빛이 떠올랐다. [아! 그런가. 스승님의 엄명이라니 더 이상 묻지 않겠네.] 이대 옆에 있던 대막신타가 두 사람 사이에 끼어 들었다. [소협, 정말 놀랐네. 이렇게 어린 나이에 광세절학을 지니고 있다니 정말 기인이란 말은 소형제를 두고 하는 말인듯 싶네.] 철하닝이 얼굴을 붉혔다. [선배님께선 저를 너무 추켜 세우시는군요.] 대막신타가 두 손을 내저었다. [그게 무슨 말인가? 노부가 하는 말은 절대 과장된 말이 아니네. 이곳에 모인 사람들 은 모두 노부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걸세.] 월하노인이 자상한 음성으로 말했다. [허허헛.. 마대형의 말씀은 사실 그대로이네. 그러니 소협은 조금도 겸손할 필요가 없네.] 이어 엄숙한 표정을 지었다. [노부가 소협에게 한가지 당부할 말이 있는데 들어 주겠는가?] 철한빙이 급히 대답했다. [노선배님, 무슨 말씀이신지 말씀해 보십시오.] 월하노인이 잠시 망설이는 듯 하다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노부가 당부하고 싶은 말은 소협의 광세절학을 의로운 일에 사용하길 바라는 것일 세.] 철한빙은 잠시 움찔하는듯 하다가 무표정한 얼굴로 대답했다. [노선배님의 말씀대로 노력해 보겠습니다.] 월하노인은 그가 교묘하게 말을 돌리자 무슨 말 못할 사연이 있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는 생각을 멈추며 다시 입을 열었다. [아무튼 소협과 같은 나이에 공력이 입신의 경지에 이르렀다니 감탄을 금치 못하는 바이네.] 철한빙은 묵묵히 쓴 웃음만 지을 뿐이었다. 번호:193/227 등록자:HYUN9876 등록일시:97/04/05 09:44 길이:508줄 제 목 : [사마달] 불세마왕경 제 15장 불세마왕경 저자: 사마달 출판사: 대현출판사 제 15장 아홉 개의 손가락을 가진 노인 그가 월하노인을 향해 막 입을 열려는 순간, [앗!] 하는 놀란 외침이 중인들의 입에서 터져나왔다. 철정성군의 앞에 놓여 있는 불사도가 감쪽같이 없어져 버린 것이었다. 철한빙은 한 줄기 흐릿한 인영이 담장을 넘어 귀신같이 사라지는 것을 보았다. (저놈이다!) 그는 속으로 이같이 외치며 급히 신형을 날렸다. 장내에 모여 있던 수많은 군웅들은 불사도가 감쪽같이 증발해 버리자 망연자실하고 말았다. 특히 무림맹주인 철정성군 유세천은 바로 코앞에서 불사도가 사라져 버리자 아연실 색을 금치 못했다. 그러는 한편 수치심과 분노 등으로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 버렸다. 정사양파의 인물들은 오랜 경험을 토대로 누군가가 암암리에 불사도를 탈취해 갔다는 것을 알았다. 그들은 하나같이 신법을 전개해 사방으로 몸을 날렸다. 사파의 고수들인 음사곡주, 흑뱁무상, 중원옹악, 묘춘선고, 탐랑호접, 그리고 지존교 와 흑풍방의 무리들이 앞을 다투어 불사도를 탈취한 인물을 추적해 갔다. 때를 같이 하여 사방의 지붕과 고송 위에서 몇 줄기 인영이 번뜩였다가 사라졌다 월 하노인과 철정성군, 대막신타등은 서로의 얼굴만 바라본체 멍하니 서 있을 뿐이었다. 이때 독심수 철대강은 만면에 사악한 빛을 띠우며 속으로 발을 동동 굴렀다. (대체 어떤 놈이 쥐도 새도 모르게 감쪽같이 불사도를 탈취해 간 것일까? 그것도 백 주에 수많은 고수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말이다. 에잇! 빌어먹을, 도대체 어느 놈인지 몰라도 다 된 밥에 재를 뿌려 놓다니.) 한편, 철한빙은 공공답허신법을 펼쳐 백 장 앞을 치닫고 있는 희미한 인영을 추적해갔다. 그러나 좀처럼 거리가 좁혀지지 않았다. (아...! 저 사람은 대체 누구이기에 저토록 절정의 신법을 지녔단 말인가?) 그는 상대방의 신법에 경탄을 하는 한편 단 이성의 공력을 끌어올렸다. 순간 그의 몸은 한 줄기 무형의 연기로 변해 유성같이 날아갔다. 앞서가는 인영은 가끔가다 뒤를 힐끗힐끗 쳐다보았다. 그는 아무도 따라 오는 사람이 없자 서서히 신법을 늦추었다. [히히히.. 역시 노부의 신법을 따를만한 사람은 당금무림에 없는 듯 하군.] 그는 스스로 자화자찬을 하며 유유자적하게 걸음을 옮겼다. 철한빙은 멀리 떨어져서 상대의 모습을 자세히 훑어보았다. 일신에 백의를 걸친 육십 이삼 세 정도의 노인으로 청수한 용모를 지니고 있었다. 백의노인은 무엇이 즐거운지 휘파람을 불어대며 길을 걷고 있었다. 철한빙은 깃털처럼 가볍게 그의 등뒤로 내려서며 어깨를 툭툭 쳤다. [헉!] 백의노인은 소스라치게 놀라며 급히 신형을 옆으로 날렸다. 그리고는 경악에 가득찬 시선으로 철한빙을 바라보았다. (아니! 이소년이 노부의 뒤를 추적해 왔단 말인가? 그럴리가..) 조금 전 백의노인은 자신의 신법을 따를 인물이 당금무림에는 없다고 자부했었다. 그런데 십여 세에 불과한 소년이 기척도 없이 자신의 뒤를 쫓아온 것이 아닌가. 백의노인은 잠시 경악하는 듯 했으나 이내 히죽 웃었다. [헤헤헤... 고루천존을 물리쳤던 소영웅이시구먼. 하여튼 소영웅의 무공에는 정말 두 손 두 발 다 들어야겠네.] 철한빙은 백의노인이 정숙한 용모와는 달리 상당한 익살꾼이라는 것을 직감적으로 느 꼈다. [노선배님께서는 과찬을 하시는군요.] 이어 정색을 하며 말했다. [한데 노선배님께서 불사도를 탈취해 가셨습니까?] 백의노인은 연신 웃음을 흘리며 입을 쩍 벌렸다. [역시 소영웅의 안목은 날카롭기 그지없구려. 그렇다네! 노부가 불사도를 슬쩍 했다 네.] 철한빙이 다시 물었다. [노선배님께서도 천상천하 유아독존의 꿈에 젖어 있는 듯 하군요.] 그러자 노인이 빙그레 웃으며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 [소영웅이 노부를 그렇게 밖에 보지 않았다니 정말 섭섭하구먼.] 철한빙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럼 노선배님께서는 어째서 불사도를 탈취하셨습니까?] 백의노인은 주위를 한차례 둘러보았다. [소영웅, 이곳은 남의 눈에 띄기 쉬우니 좀더 조용한 곳으로 가서 이야기를 나누세.] 철한빙은 고개를 끄덕여 동의를 표했다. 두사람은 걸음을 옮겨 은밀한 곳을 찾아 서로 마주보고 앉았다. 백의노인은 곧 품 속에서 불사도를 꺼내며 나직하게 말했다. [이게 바로 불사도일세.] 철한빙이 고개를 끄덕이며 입술을 떼었다. [이미 비무장에서 보아 알고 있습니다.] 백의노인은 철한빙을 주시하며 속삭이듯 물었다. [소영웅은 월하노인이 한 말을 기억하고 있는가?] 철한빙이 대답했다. [불사도가 진짜냐고 물었던 것 말입니까?] [그렇다네. 정말 월하노인의 눈을 날카롭기 짝이 없다네. 실은 이 불사도는 아무짝에 도 쓸모없는 한낱 가죽 껍데기에 지나지 않을 뿐이네.] 철한빙이 깜짝 놀라며 물었다. [아니! 이것이 가짜라는 말입니까?] 백의노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네.] 철한빙은 반신반의 하며 재차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전설로 전해 내려오는 불사도는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 것이군요?] [아니네. 불사도는 정말 존재하는 것이네. 다만 아직까지 그것을 보았다는 사람이 나 타나지 않았을 뿐이지.] [그게 사실이라면 이 불사도가 어째서 가짜라는 것입니까?] 백의노인은 미미한 웃음을 띠었다. [물론 그렇게 생각할 것이네. 노부가 이것을 슬쩍한 것도 사실상 이 물건이 가짜이기 때문이네.] 철한빙은 그의 말을 도시 이해할 수가 없었다. [아니! 가짜인 줄 아시면서 무엇 때문에 위험을 무릎쓰면서까지 이것을 탈취하셨습니 까?] [소영웅은 불사도로 인해 일어날 엄청난 혈겁을 몰라서 하는 말이네. 노부가 그것을 슬쩍 이유도 바로 사전에 혈겁을 막아 보자는데 있는 것이네.] 철한빙은 그의 말을 듣자 집히는 것이 있었다. [노선배님, 그럼 이 가짜가 혹시 어떤 사악한 인물이 무슨 흉계를 꾸미고자 하여 일 부러 강호에 출현시킨 것이 아닙니까?] 백의노인은 그의 총명한 머리에 격절탄상을 했다. [노부는 정말 소영웅에게 탄복하고 말았네. 바로 소영웅이 생각한대로일세.] 철한빙이 눈빛을 반짝이며 단호한 음성으로 물었다. [그 흉인이 대체 누구입니까?] 백의노인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것은 노부도 모르네. 이것이 가짜라는 것도 실상은 어느 전대고인께서 가르쳐 주 셔서 알았던 것이네.] [그 전대공인이 누굽니까?] 그러자 백의노인이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정말 미안하게 됐네. 그분과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겠다고 굳게 맹세한 터라.] 철한빙은 실망의 빛을 떠올렸으나 이내 정색을 했다. [남아일언중천금 이라 했으니 노선배님께선 너무 마음에 두지 마십시오.] 백의노인은 그가 이처럼 어른스럽게 말하자 기가 막힐 정도였다. 이에 구지신투는 잠시망설이는 듯 하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소영웅의 사문은 대체 어떻게 되는가?] 철한빙은 미안스런 표정을 지었다. [후배에게도 말 못할 사정이 있으니 그것만은 묻지 말아 주십시오.] 백의노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넌지시 물었다. [소영운은 노부가 누구인지 궁금하지 않은가?] 철한빙이 입을 열었다. [사실 후배도 그 점이 궁금하였으나 감히 여쭙지 못하고 있던 중이었습니다.] [소영웅은 혹시 강호에서 구지신투라는 별호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철한빙은 얼굴을 붉히며 계면쩍은 듯이 말했다. [후배는 이제 막 강호에 출도한지라 아는 사람이 별로 없습니다.] [그것이 흉이 될 수는 없네. 노부가 바로 구지신투일세.] 구지신투-------! 그는 당금무림의 절정고수인 동시에 남의 물건을 훔치는 기술 또한 천하에서 독보적 인 존재였다. 또한 인물됨이 낙천적이고 정의를 위해서라면 족음도 불사하는 정의의협이었다. 철한빙은 급히 허리를 굽혔다. [아! 구지신투 노선배님이시군요.] [너무 겸손하지 말게.] 철한빙은 자세를 바로 고치며 넌지시 물었다. [그런데 가짜 불사도를 만든 인물은 대체 무엇때문에 이런 음모를 꾸몄을까요?] 구지신투가 입을 열어 대답을 하려다 말고 잠시 망설이는 듯했다. 철한빙은 그의 표정을 살피며 나직하게 입을 열었다. [말씀하시기 어렵다면 굳이 말씁하시지 않아도 됩니다.] 구지신투가 정색을 하며 말했다. [아닐세.] 이어 속삭이는 듯한 음성으로 소근거렸다. [이것은 노부의 추측이네만 그 자는 불사도를 이용하여 무림인들을 서로 싸우게 만들 어 중간에서 이익을 보려는 어부지리의 속셈인 듯하네.] [무림인들이 서로 싸운다고 해서 그 자에게 무슨 이익이 돌아간다고 그런 짓을 하겠 습니까?] [그건 소영웅이 몰라서 하는 말이네. 무림인들이 서로 싸운다면 필시 시체가 산을 이 루고 선혈이 강물을 이룰 것이네. 그렇게 되면 자연히 무림은 쇠퇴하게 될 것이네. 이때를 이용해 무림을 제패하려는 심산일 걸세. 그러나 이것은 다만 하나의 추측에 불과할 뿐이네.] 그리고 철한빙을 향해 진지한 어조로 말했다. [소영웅은 지금 노부가 한 말을 절대로 다른 사람에게 해서는 안될 것이네.] [노선배님께선 후배를 너무 어리게 보신 모양입니다. 그 점에 대해서는 안심하셔도 될 것입니다.] 구지신투는 그의 장부다운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천천히 몸을 일으키며 아쉬운 듯이 말했다. [소영웅, 노부는 다른 볼일이 있어 이만 가보아야겠네. 인연이 있으면 다시 만나세.] 그리고는 번뜩하는 순간에 그의 몸은 벌써 백여 장 밖을 달리고 있었다. 철한빙은 구지신투가 한 말을 되리에 새기며 침중하게 안색을 굳혔다. [사부님께선 무림의 대의를 위해 몸을 아끼지 말라고 하셨는데 과연 그들을 위해 그 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그는 그 자리에서 한참을 멍하니 서 있었다. 이어 철면신공을 풀어 본래의 면목을 회복했다. 진면목을 되찾은 그는 공공답허신법을 전개해 태서채로 향했다. 태서채에 당도한 그는 이미 군웅들이 모두 떠났음을 알았다. 상관소를 찾아 보았으나 이미 태서채를 떠난 후였다. (음! 연도객점으로 간 모양이구나.) 여기에 생각이 미친 그는 급히 연도객점으로 가보았다. 그러나 상관소는 반시진 전에 객점을 떠났다는 것이다. 철한빙은 혼자의 몸이 되자 애초에 마음 먹은대로 구대문파를 찾아 가기로 작정했다. (우선 공동파를 찾아가 보자.) 그는 결심이 서자 곧 공동산을 향해 신형을 날렸다. x x x x x 사흘 후, 철한빙은 절정의 경공술로 공동산에 도착했다. 까마득히 올려다 뵈는 높디높은 봉우리! 칠십 여덟개의 봉우리 중 지세가 가장 평탄하며 수려한 백련봉, 이곳에 천하무림을 영도하는 구파일방 중 공동파가 자리잡고 있었다. 철한빙은 신법을 멈추고 서서히 산길로 접어 들었다. 멀리에 구름을 꿰뚫을 듯한 웅장하면서도 거대한 도관이 시야에 들어왔다. [멈추시오!] 하는 우렁찬 외침과 함께 두 명의 도인이 그의 앞을 가로막고 섰다. 철한빙은 그들을 힐끗 쳐다본 뒤에 냉막하게 입을 열었다. [두 분 도장께선 공동의 제자시로군요. 소생은 장문인을 만나고자 하여 왔소이다.] 두 명의 도인은 철한빙의 용모에 가볍게 놀라는 한편 상대가 약관의 소년임을 알자 경시하는 투로 말했다. [소형께선 무슨 일로 장문인을 만나려 하시오?] 철한빙은 여전히 차가운 어조로 입술을 떼었다. [그것은 소생이 장문인을 만나기 전에는 말을 할 수가 없소.] 그러자 두 명의 도인은 거만스러운 몸짓을 했다. 이어 오른쪽에 있는 도인이 말했다. [그렇다면 소협께선 이대로 돌아가 주시오.] 그리고는 몸을 돌렸다. 철한빙은 은근히 부아가 났다. [흥! 제자들이 이 모양이니 장문인은 더욱 말할 나위도 없겠군.] 두 명의 도인은 이 말을 듣자 갑자기 몸을 홱 돌렸다. [뭣이! 어린 놈이라서 곱게 돌려 보내려고 했더니 뭐가 어쩌고 어째?] 그들은 이구동성으로 이렇게 외치며 철한빙을 향해 한발한발 다가왔다. 두 눈에서 음산한 살기가 쏟아져 나와 참선을 한 도인이라고는 할 수 없을정도로 사 악한 일면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들은 철한빙과 불과 삼척의 거리까지 다가온 뒤 번개같이 손을 뻗어 그의 목을 움 켜 쥐어갔다. 철한빙이 만약 무공을 익히지 않았다면 그들의 금나수법에 목뼈가 부러지는 참사를 면치 못했을 것이다. [악독한 놈들!] 철한빙은 그들이 도인의 신분임에도 불구하고 대뜸 살초를 펼쳐오자 살심이 일고 말 았다. 순간 철한빙의 몸에서 뽀얀 운무가 피어나 두사람의 전신을 향해 곧장 쏘아갔다. 철나, [으----아------악!] [아---악!] 두 마디의 처절한 비명소리가 백련봉을 뒤덮어 버렸다. 그들은 자신들의 무공만 믿고 깜쪽대다가 두 팔이 잘리고 내장이 파열된 채 처참하게 나뒹굴고 말았다. 이때 십여개의 인영이 도관으로부터 솟구쳐 올라 곧장 이쪽으로 달려왔다. 신법의 빠르기가 마치 전광석화와 같아 그들의 공력이 비범하다는것을 여실히 나타내 주고 있었다. 그들은 일제히 철한빙의 맞은 편에 내려서며 처참하게 나뒹굴고 있는 시체들을 바라 보았다. 철한빙이 그들의 용모를 바라보니 두 사람은 황색도포를 걸친 오십살 가량의 평범한 얼굴을 한 도인이었다. 그 뒤에 서 있는 아홉명의 도인들은 회색도포를 걸치고 있었다. 황색도포를 걸친 오른 쪽의 도인이 두 손을 합장하며 나직이 도호를 외웠다. [무량수불........!] 그리고는 철한빙을 향해 가라앉은 듯한 음성으로 말했다. [소협께서 제자들을 살해 하셨소?] 철한빙은 냉랭히 코웃음을 치며 싸늘하게 입을 열었다. [흥! 그렇소. 이 자들이 하늘을 모르고 날뛰기에 귀장문인을 대신해 훈계를 하였을 뿐이오.] 그러자 오른쪽에 있는 도인이 가볍게 얼굴을 찌푸렸다. [제자들이 소협에게 어떤 행동을 취했는지는 모르나 그것은 본파가 알아서 처리할 일 이었소. 한데 소협은 살생을 저지르고도 조금도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는 듯하나 빈도는 소협을 본파로 데려가 거기에 대한 문책을 해야겠소.] 철한빙은 하늘을 우러러 가가대소를 터뜨렸다. [하하하.. 도장께서는 자초지종을 듣지도 않고 소생을 일방적으로 몰아세우려 하는구 려.] 그는여기에서 말을 끊은 뒤 그들을 노려보았다. 열 한 명의 도인들은 그의 매서운 눈초리에 흠칫 몸을 떨었다. (무서운 눈빛이구나. 겉으로는 전혀 무공을 드러내지 않으니 만약 두 제자가 살해 당 하지 않았다면 누가 저 소년이 무공을 지녔다고 생각하겠는가?) 이때 왼쪽에 있던 황색도포의 도인이 오른쪽에 있는 도인에게 전음입밀을 보냈다. [사형, 저놈은 양쪽 태양혈이 밋밋한 것이 무공을 익히지 않은 일반인들과 다른 곳이 한군데도 없지 않습니까?] 오른쪽 도인도 전음술로 대답했다. [그것은 사제가 잘몬 본 것일세. 조금 전에 그의 눈빛으로 보아 내공이 안으로 갈무 리 되어 겉으로는 전혀 드러나지 않은 등봉조극의 경지에 이른듯하네.] 도인의 말은 정확히 들어 맞았다. 철한빙은 구영선지초를 복용한 뒤 내공이 안으로 갈무리 되어 평범한 사람과 전혀 다 름이 없었다. 두 눈에는 전혀 광채가 빛나지 않았고 관자놀이도 역시 밋밋하기만 했다. [사형, 그럴리가 있습니가? 저 녀석의 나이가 몇 살인데 벌써 그같은 경지에 도달했 겠습니까? 그건 말도 안되는 일입니다.] [그건 빈도도 같은 생각일세. 하짐나 조금 전의 눈빛은 정말 매섭기 짝이 없었네.] 철한빙은 그들이 전음입밀의 수법으로 대화를 나누고 있다는 것을 뻔히 알고있었다. [두 분 도장께선 그만 말씀하시고 소생을 장문인께 안내해 주시기 바라오.] 두 사람은 동시에 흠칫놀랐다. 그러나 이내 정상을 회복하고는 오른쪽 도인이 천천히 말했다. [이미 본파의 제자를 살해한 이상 소협은 먼저 결박을 받고 이일에 대한 해명을 하여 야 하오. 그러기 전에는 장문사형을 마나게 해드릴 수 없소.] 철한빙의 짙은 검미가 미미하게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좋소. 그렇다며 소생이 두 발로 직접 장문인을 찾아가겠소.] 이어 성큼성큼 걸음을 옮겼다. [멈추시오!] 왼쪽에 있는 도인이 벼락같이 호통을 지르며 그의 앞을 가로막았다. 그리고는 안색을 벌겋게 물들이며 악을 쓰듯이 외쳤다. [네이놈! 감히 이곳이 어딘 줄 알고 방약무인한 행동을 취하는 것이냐? 오늘 빈도가 네놈을 단단히 훈꼐하지 못한다면 이 자리에서 자결을 하고 말겠다.] 철한빙은 그가 앞을 가로막고 도인으로서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서슴없이 뱉어 내자 분노와 함께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쓰레기만도 못한 인간이구려. 도인의 몸으로 우화등선의 도를 닦을 생각은 않 고 더러운 욕설만 배운 모양이구려.] [이..이 찢어 죽여도 시원치 않을 놈! 죽어랏!] 앞을 가로막고 섰던 도인이 벼락같은 폭갈을 지르며 태산을 무너뜨릴 듯한 강맹한 일 장을 뻗어냈다. 철한빙은 그들의 무분별한 행동에 크게 살심이 일고 말았다. [흥!] 그는 가볍게 코웃음을 치며 무형강기로써 상대의 장력을 해소시켰다. 그러는 한편 오른손을 갈쿠리처럼 하여 도인의 왼쪽 완맥을 움켜쥐어 버렸다. [헉!] 황색도포의 도인은 일초 반식만에 상대에게 완맥을 잡히자 대경실색을 하고 말았다. 철란빙은 이미 살심이 동한지라 삼십 장 밖에 있는 커다란 바위를 향해 도인을 가볍 게 밀어냈다. 그러자, 휘----익! 하는 파공음과 함께 황색 그림자가 허공을 가르며 빛살같이 날아갔다. 다른 황색도포의 도인은 이 광경을 보고 혼비백산하고 말았다. [아----앗! 사제!] 그는 전신의 공력을 끌어올려 한줄기 섬광으로 변해 사제를 움켜잡으려 했다. 그러나, 찌익! 퍽...! 옷자락이 찢겨지는 소리와 사람이 바위에 부딪치는 둔탁한 음향이 동시에 일어났다. 그와 동시에 허공으로 피와 살이 튕겼다. 바위에 부딪친 도인의 몸은 급기야 분신쇄골로 변하고 말았다. 뒤를 쫓아가던 도인은 마치 손을 쓰기도 전에 그가 비명횡사해 버리자 이를 부드득 갈았다. 그는 전신이 피로 물들어 마치 혈인을 방불케 했다. 또한 두눈에서는 시뻘건 화염이 쉴새없이 쏟아져 나와 철한빙을 삽시간에 재로 만들 어 버릴 듯 했다. [으..이.. 악독한 놈! 네... 네놈도 사람이라고 할 수 있느냐? 어찌 감히 하늘이 두 려워 이토록 잔인한 살생을 저지를 수 있느냐?] 그는 피와 눈물이 뒤범벅이 된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마치 영혼이 없는 시체인양 철 한빙을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다가서고 있었다. 철한빙은 여전히 싸늘한 시선으로 자신에게 다가서는 도인을 노려보고 있었다. [이.....이놈, 받아랏!] 황색도포의 도인은 쌍장을 동시에 후려치며 자신의 몸은 전혀 돌보지 않은채 무조건 공격만 퍼부었다. 휘---이----잉! 쐐-------앵.....! 날카로운 음향이 일어나며 사방의 돌과 풀뿌리가 허공으로 솟구쳐 올랐다. 철한빙은 상대가 물불을 가리지 않고 동귀어진의 수법으로 달려들자 크게 당황했다. 이에 급히 자살화공을 십성까지 끌어올려 번개같이 후려쳤다. 순간, 치지지직...! [으----아-----악!] 살타는 냄새와 처절무비한 비명소리가 이는 가운데 도인의 몸이 새카만 숯덩어리가 된 채 십장 밖으로 나가떨어졌다. 그는 원한의 악령이 씌운 듯 무시무시한 자살화공을 얻어 맞고도 한동안 몸을 떨었 다. 그러나 곧이어 시커먼 육체를 길게 뻗고 말았다. 철한빙은 그의 시체를 바라보며 냉막한 웃음을 흘렸다. [흐흐흐...!] 이때 한쪽 옆에 서 있던 회의도인들의 두 눈이 시뻘겋게 충혈된 채 사지를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번호:194/227 등록자:HYUN9876 등록일시:97/04/05 11:26 길이:442줄 제 목 : [사마달] 불세마왕경 제 16장 불세마왕경 저자: 사마달 출판사: 대현출판사 제 16장 대살인 [....!] 동료의 비참한 죽음에 대한 분노와 상대의 무자비한 살인 수법에 질린 회의도인들은 다음 순간 일제히 병기를 휘두르며 철한빙에게 덮쳐갔다. [이----야----압!] 요란한 폭갈소리가 일어나자 뒤이어 날카로운 파공음이 들려왔다. 쐐-----애-------앵! 철한빙은 전신을 압박해 오는 매서운 경풍을 차갑게 쏘아본 뒤 동시에 쌍장을 밀어 냈다. [으----아-----악!] [아-----악!] [...!] 모골이 송연할 정도의 처참한 비명소리에 아홉 개의 신형이 허공으로 솟구쳤다. 곧이어, 퍽! 퍽! 공동도인들은 사지가 짖뭉개진 채 피보라 속을 뒹굴었다. 철한빙은 그들의 시체를 싸늘하게 바라본 뒤 급히 신형을 날려 공동파의 도문을 넘어 갔다. 이때, [신형을 멈추어라!] 울렁찬 호통이 보전에서부터 흘러나왔다. 철한빙은 가볍게 지면에 내려 선 후 그들을 바라보았다. [......!] 예닐곱명의 황색도포를 걸친 도인들의 비명소리에 밖으로 나오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그와 동시에 공동파의 제자들이 별떼같이 모여들어 철한빙을 둘러쌌다. 황색도포를 걸친 도인 중 오십 사오 세 정도의 청수한 도인이 위엄있게 말했다. [소협께선 무슨 일로 본파를 왕림하셨소?] 철한빙은 냉랭한 시선으로 주위를 한 차례 둘러보며 차갑게 입을 열었다. [도장이 공동의 장문인이오?] 순간, [무엄하구나. 감히 뉘 앞이라고 그런 불순한 행동을 하느냐?] 철한빙은 그 소리를 전혀 듣지 못한 듯 좀전의 도인에게 다시 물었다. 그러자 그 사람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소. 빈도가 바로 장문인인 백인인오. 한데 밖에서 들려온 비명은 소협과 연관 된 일이오?] 역시 일파의 장문인답게 화술에도 일가견을 이룬 듯 했다. 상대방의 비위를 거슬리지 않고 교묘하게 말을 돌려서 했던 것이다. 철한빙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장문인의 말이 맞소. 소새은 귀파의 제자들이 무례한 행동을 저지르기에 간단히 훈 계를 했소.] 그러자 백인도장의 안색이 가볍게 일그러졌다. [그럼 전부 살해했단 말이오?] 철한빙은 차가운 어조로 짤막하게 대답했다. [틀림없이!] 그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백일도장의 뒤에 있던 우락부락하게 생긴 황포노인이 벼 락같은 같은 고함을 질렀다. [네 이놈! 본파의 제자를 살해하고도 얼굴조차 변하지 않다니... 오늘 빈도는 네놈을 단단히 징벌하고 말겠다.] 말을 한 도인은 백인도장의 사제인 백광도장이었다. 백광도장 좌우에 있는 나머지 도인들은 사형제들과 공동장로들이었다. 철한빙은 빙전이 폭사되는 듯한 눈초리로 그를 노려 보았다. 그러나 이내 시선을 돌려 백인도장을 바라보았다. [소생은 괴파에서 한 사람을 찾고자 하여 왔소.] 백인도장이 노기를 누르며 침착하게 말했다. [소협이 찾는 사람이 대체 누구오이까?] 철한빙은 백인도장만 알아들을 수 있도록 전음입밀로 또박또박 말을 뱉았다. [이십 년 전 무림제왕보를 습격했던 인물!] 순간 백인도장의 안색이 파랗게 질리며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 [당.. 당신은 누구이기에 그같은 일을 묻소?] [누구인지는 그 사람을 넘겨준후에 알려 드리겠소. 그러니 어서 사람을 내놓으시오.] 백인도장은 급히 안색을 고치며 약간 떨리는 듯한 음성으로 입을 열었다. [그때 무림제왕보를 습격한 제자가 있기는 했소만 그 후로 행방을 감추어 버렸소.] 철한빙은 그가 떨리는 음성으로 말하자 직감적으로 자신을 속이고 있다고 판단했다. [그 사람의 도호는 무엇이라고 하오이까?] 백인도장은 잠시 망설이는 듯 하다가 느릿하게 입술을 떼었다. [빈도의 직전제자인 지심이라 하오.] 철한빙은 지심도장의 호를 나직이 뇌까리며 생각에 잠겼다. (지심도장이라? 그놈은 분명히 이곳 어디엔가 잇는 것이 분명하다. 한데 백인도장이 그를 감싸려 하다니. 할수 없이 무력을 사용하는 도리밖에는 달리 뾰족한 수가 없겠 구나.) 여기에 생각이 미치자 그는 냉막한 음성으로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장문인, 소생은 하 두살 먹은 어린애가 아니오. 그러니 속히 지심을 넘겨주시기 바 라오.] 백인도장은 흠칫 놀랐으나 정색을 했다. [출가인은 거짓을 죄악으로 삼고있소. 그렇기때문에 빈도의 말은 거짓이 아니외다.] 이어 정광이 번뜩이는 눈빛으로 철한빙을 응시했다. [한데 소협께서는 대체 그때 일과 무슨 연관이 있소?] [그것은 지심을 넘겨준 뒤에 말하겠다고 하지 않았소. 장문인의 말대로 출가인은 거 짓을 죄악으로 삼는다 하니 장문인의 양심에 맡겨 보겠소.] 백인도장은 자신도 모르게 얼굴을 붉히고 말았다. 이때 백광도장은 그들이 전음입밀로 무슨 말을 하는지 궁금하기 짝이 없다는듯이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었다. [장문사형, 대체 저놈과 무슨 일을 그리 오래하고 계시오?] 백인도장이 그를 힐끗 쳐다보며 나직이 말했다. [사제는 잠자코 계시게. 이 사형이 알아서 해결할테니.] 철한빙은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는 듯이 버럭 고함을 질렀다. [장문인, 어서 지심을 내놓으시오. 만약 그렇지 않으면...] 백광도장이 그의 말을 듣고 포효하듯이 외쳤다. [이놈! 보자보자 하니까 너무도 안하무인이구나. 본파의 제자들을 살해한 것만으로도 능지처참을 당해 마땅하거늘 감히 이곳에서 광기를 부리다니.] 이어 불같은 노화를 참지 못하고 철한빙을 향해 번개같이 덮쳐갔다. 그러는 한편 공동파의 절기인 운룡삼장을 칠성의 공력으로 밀어냈다. [흥!] 철한빙은 살기와 분노가 섞인 냉막한 코웃음을 친 뒤 오른쪽 소매를 가볍게 떨쳤다. 순간, 펑! 둔탁한 폭음소리에 이어 백광도장의 몸이 허공으로 붕 떴다가 털썩 떨어지고 말았다. [아---앗! 사제!] 장문인을 비롯한 전 제자들은 기절초풍을 하며 급히 백광도장 곁으로 몰려들었다. 백광도장은 칠공으로 검붉은 피를 쉴새업이 흘리며 간신히 입을 열었다. [사..사형, 저놈의 고..공력은 이.. 이미....] 그리고는 힘없이 고개가 꺾여지고 말았다. 백광도장은 두 눈이 시뻘겋게 충혈되며 무시무시한 살기가 떠올랐다. 그는 천천히 몸을 일으키며 철한빙에게 시선을 돌렸다. 이때 공동장로인 법현도사가 벼락같은 고함을 지르며 철한빙을 향해 갈맹무비한 장력 을 후려쳐갔다. 철한빙은 예상이라도 하고 있었다는 듯 옆으로 한 걸음 비켜서며 호신강기를 펼쳐냈 다. 순간, [으---아-----악!] 법현도사는 한 줄기 거대한 장력에 부딪쳐 그 반탄력으로 십장 밖으로 나가떨어졌다. 이어 오른 손으로 땀을 짚으며 후들거리는 몸을 간신히 가누었다. [네..네놈이..] 그리고는 입으로 분수같은 피화살을 뿜어내며 눈을 까뒤집고 뒤로 벌렁 나자빠졌다. 쿵! 공동의 제자들은 철한빙의 절세신공에 두려움을 느끼는 한편 이성을 잃을 정도로 격 분하고 말았다. 그들은 장문인의 명령이 떨어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제각기 병기를 휘둘러 철한빙 을 덮쳤갔다. 철한빙은 무고한 인명을 살상하기 싫어 계속 피해내기만 했다. 휙! 휘익! 휙.... 장검과 지풍, 장풍 등이 그의 몸을 갈기갈기 찢어버릴 듯이 휘감아 버렸다. 철한빙은 이대로 계속 피하기만 하다가는 자신이 이들에게 죽음을 면치 못할것 같았 다. [속히 손을 멈추시오! 만약 계속 손속을 놀린다면 소생의 손이 무정하다고 원망하게 될것이오.] 백인도장은 만면에 살과 분노, 경악 등으로 얼룩진 표정을 짓고 있었다. (저토록 약관의 소년이 천하를 뒤엎을 듯한 절세신공을 익혔다니 만약 내눈으로 직접 보지 않았다면 필시 믿지 않았을 것이다.) 여기까지 생각한 그는 즉시 제자들을 향해 명을 내렸다. [본파의 제자들은 듣거라. 속히 손을 멈추고 뒤로 물러나라.] 그러나 이미 이성을 상실한 제자들은 누구 하나도 손을 멈추지 않았다. 이때, 철한빙의 모습이 서서히 변하기 시작했다. 점차 붉어지는 머리카락과 눈썹, 그리고 시퍼런 녹광을 발산하기 시작하는 무시무시 한 눈빛, 드디어 그의 분노가 극도에 이른 것이었다. 순간 그의 입에서 후렁한 폭갈소리가 터져나왔다. [으----야-----압!] 그러자 허공 가득히 장영과 지영이 회오리치기 시작했다. 동시에, [으---아-----악!] [크---으-----윽!] [....!] 피와 인육이 사방으로 튕기는 가운데 수십 명의 공동제자가 처참하게 나뒹굴었다. 백인도장은 전신을 부르르 떨며 눈물을 콸콸 쏟았다. 이때였다. [멈추시오!] 하는 고함소리와 함께 피로 얼룩진 장내에 청수한 도인이 나타났다. 그는 주위를 한 차례 쓸어본 뒤 처절한 미소를 지었다. 이어 백인도장을 향해 공손하게 읍을 취했다. [제자 지심이 스승님을 뵈옵니다.] 한쪽에서 손을 멈추고 있던 철한빙은 지심이라는 말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지..지심! 드디어 네놈이 나타났구나!] 지심도장은 두 눈에서 쉴새없이 눈물을 흘리며 허공을 우러러 길게 한숨을 토해냈다. [아.. 일시의 잘못으로 인해 천년 기업이 하루 아침에 무너지는구나. 빈도는 죽음으로 써 무림제왕보의 영령들에게 사죄할 것이다. 하나 역대 조사들을 무슨 면목으로 만난 단 말인가?] 이때 철한빙이 그의 곁으로 다가섰다. 곤동파의 제자들은 그의 변모한 모습에 전신이 떨려옴을 느꼈다. [지심! 네놈이 무림제왕보를 습격한 것이 틀림없느냐?] 지심도장은 그가 무슨 일로 찾아왔는지 알고 있는 듯했다. [그렇소, 빈도는 무림제왕보의 습격에 참가를 했소. 철한빙의 몸이 또 다시 떨렸다. [으....으음! 그때 습격에 참가한 인물들은 누구누구요?] 지심도장은 잠시 눈을 감았다. 그리고는 천천히 눈을 떴다. [빈도는 무림제왕보의 영령들에게 조금이마나 사죄하는 뜻으로 한 사람을 가르쳐 드 리겠소. 그는 바로 청성파의 장문인인 견혼패도 부여송이요.] 말을 마친 그는 번개같이 오른손을 들어 천령혈을 내리쳤다. 퍽! 수박 깨지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허연 뇌수와 시뻘건 선혈이 사방으로 튀었다. 지심도장의 몸은 이내 힘없이 쓰러지고 말았다. [무량수불....!] 공동제자들은 일제히 도호를 외우며 만면에 살기를 띠었다. 철한빙은 점차 본래의 면목으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휴-------우!] 그는 나직한 한숨을 내쉬며 공동파를 떠나려 했다. 순간, [소협, 걸음을 멈추시오. 빈도는 오늘 파계를하는 한이 있어도 피를 보고야 말겠소,] 백인도장은 여기서 말을 멈춘 뒤 제자로부터 오색찬란한 보검을 받아 쥐었다. 챙! 하는 맑은 금속성과 함께 눈부신 백광이 사방으로 뻗어 나갔다. 철한빙은 걸음을 멈추며 나지깅 입을 열었다. [장문인, 소새은 이미 귀파와 원한이 해결됐으니 이만 물러가겠소.] 그러나 백인도장은 한 마디 대꾸도 없이 서서히 장검을 가슴 앞으로 들어올렸다. 그러자 보검으로부터 검기가 뿜어져 나와 방원 일 장 둘레를 감싸버렸다. 철한빙은 그 광경을 보고 가볍게 놀랐다. (으음! 역시 일파의 장문인답게 검술이 신의 경지에 이른 듯 하구나.) 그의 생각이 채 끝나기도 전에, [이-----얍!] 천지를 집어삼킬 듯한 기합소리와 함께 수십 개의 검영이 철한빙의 전신을 휘감아 버 렸다. 철한빙은 급히 보법을 펼쳐 검영사이를 날아다니며 여유있게 대항해 나갔다. 두 사람의 격전은 순식간에 칠팔 초를 넘어섰다. 철한빙은 백인도장을 살해할 마음이 없어 요리조리 몸을 날려 장검을 피할 뿐이었다. 그러나 백인도장은 그가 자신을 희롱하는 것으로 잘못 오인하였다. [예...예잇, 건방진 놈!] 급기야 백인도장은 미친 듯이 검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동귀어진의 수법! 철한빙은 자신의 양보함에도 불구하고 상대가 무자비한 살수를 전개해 오자 불같은 노기가 치밀었다. 이때, [이-----얍!] 우렁찬 기합소리와 함께 백인도장의 사제인 백월도장이 느닷없이 기습을 가해왔다. 철한빙은 그가 갑자기 덮쳐오자 깜짝 놀라는 한편 황급히 옆으로 몸을 틀었다. 순간 백인도장의 검이 자신의 목을 향해 무서운 기세로 찔러왔다. 양쪽에서 동시에 공격을 받자 철한빙의 분노가 극에 달하기 시작했다. 점차 변하기 시작하는 철한빙의 모습, 그는 지옥의 악귀와도 같이 변하며 짐승의 포효를 질러댔다. [으----아-----악!] 철한빙의 광적인 일장에 가슴을 정통으로 얻어맞은 백인도장이 허공에서 핏빛무지개 를 뿌리며 땅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백인도장을 비롯한 수백명의 공동제자는 전신의 털을 빳빳이 곤두세우며 이빨이 부러 져라 이를 갈았다. 이어 너죽고 나죽자 하는 식으로 철한빙을 향해 일제히 덮쳐 들었다. 이미 살성으로 변한 철한빙은 그들은 향해 자살화공을 연속 삼장이나 후려쳤다. [으-----악!] [으-----아-------악!] [....!] 삽시간에 공동산은 시체타는 냄새로 뒤덮이고 말았다. 죽이면 밀려오고 밀려오면 또 죽이고... 잠시 후, 공동산은 태고의 청적을 되찾았다. 그렇다, 공동파의 팔백 칠십 삼명의 제자가 장문인을 비롯해 모조리 살해당하고 말았 다. 시체타는 냄새가 코를 찌르는 가운데 �괩교ず昰� 점차 본내의 면목을 회복했다. 그는 시꺼먼 숯덩이로 번해버린 팔백여 구의 시체를 내려다 보며 길게 한숨을 내쉬었 다. [아! 무슨 천인공노할 살생이란 말인가? 이것이 내손으로 한 짓이란 말인가?] 그는 하늘을 올려다 보며 후회를 했다. 하나 이미 엎질러진 물이 아닌가! 철한빙은 귀기서린 공동파를 한 차례 둘러본 뒤 신형을 날렸다. 이 소문은 무림적역을 발칵 뒤집어 놓았다. ---대체 어떤 인물이기에 그토록 악독한 만행을 저질렀는가? ---공동파를 쑥밭으로 만든 사람은 신의 경지에 이른 무공의 소유자다! 무림인들 사이에 화제의 대상으로 떠오른 신비의 마두... x x x x x 화양성, 철한빙은 전신에 먼지를 뒤집어 쓴 채 화양성에 도착했다. 그는 성안에 들어서자 곧 가까운 객점을 찾았다. 이어 방을 청한 뒤 목욕을 하고 주루로 나와 음식을 청했다. 주루 안은 많은 사람들로 붐볐으며 대다수가 무림인들이었다. 철한빙은 천천히 음식을 들며 생각에 잠겼다. (공동파를 쑥밭으로 만들었으나 왠지 마음이 편치 않구나.) 그는 자음자작을 하며 괴로운 심정을 달랬다. 이때, 그의 좌측에 앉은 두명의 청의대한들이 나직이 말을 주고받는 소리가 들렸왔다. [서형, 사흘 전에 공동파를 쑥밭으로 만든 인물이 누구인 것 같소?] 그러자 서형이라 불리운 대한이 술을 한 잔 들고 나서 천천히 입을 열었다. [글쎄, 공동파의 전 제자가 한 명도 살아남지 못하고 숯덩어리로 밴혔으며 그날 일어 났던 참사를 목격한 사람조차 없으니 어찌 알 수가 있겠소.] 그의 말이 끝나자 처음에 들렸던 음성이 다시 들려왔다. [서형은 얼마전에 열렸던 불사도 쟁탈대회를 구경한적이 있찌 않소?] [그렇소만 그일과 공동파의 멸망이 무슨 상관이 있단 말이오?] [그때 우내십기 중의 한 명인 고루천존을 십초만에 물리친 경이적인 무공을 지니 촌 뜨기 소년을 보지 못했소?] 그의 말이 끝나자 서형이라는 인물이 무릎을 탁 치며 말했다. [아! 그 가무잡잡한 촌뜨기 소년말이오?] [그렇소. 그때 그 소년이 고루천존을 물리쳤던 무공 수법이 이번 공동파를 몰살한 수 법과 똑같다는 것이오.] 서형이라 불리운 대한이 깜짝 놀랐다. [아니! 그럼 그 어린 소년이 흉수란 말이오?] [자세한 것은 아직 모르오. 그렇기 때무에 팔대문파와 개방이 그 소년을 백방으로 찾 고 있다고 하오.] 철한빙은 그들의 말을 듣고 움찔하고 말았다. (잘못하다가는 무림의 공적으로 불리는 것은 물론 천하의 대마두로 낙인이 찍히겠구 나.) 그는 여기까지 생가한 뒤 한 가닥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만약 자신이 전에 변장했던 소년으로 나타나지 않는다면 영원히 비밀에 묻혀버릴 것 이 아닌가. 한 가지 걱정스러운 것은 원양신공 중의 절초인 자살화공이었다. <2권 끝> 번호:195/227 등록자:HYUN9876 등록일시:97/04/06 20:07 길이:513줄 제 목 : [사마달] 불세마왕경 제 17장 불세마왕경 저자: 사마달 출판사: 대현출판사 제 17장 관장사와 점장이 제 18장 개방을 향하여 제 19장 정체불명의 인간들 제 20장 무적신공 제 21장 개방의 최고명예 제 22장 다시만난 졸부들 제 23장 월야의 교성 제 24장 선음신공 제 17장 관장사와 점장이 철한빙은 여러가지 생각에 잠겼다. 잠시 후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방으로 들어갔다. 얼마나 지났을까? 철한빙은 자신도 모르게 스르르 잠이 들고 말았다. 다음날, 아침 일찍 잠이 깬 그는 주위로 나가 식사를 마친 뒤 청성파로 향했다. 이틀 후 철한빙은 하구성에 도착했다. 그는 그곳에서 말을 한 필 구한 뒤 계속 청성산으로 길을 달렸다. 그가 마령산을 지날 때였다. [흐흐흐...] 남녀의 음탕한 웃음소리가 좌측 숲에서 들려왔다. 철한빙은 가볍게 얼굴을 찡그린 뒤 그냥 지나치려고 했다. [호호호.. 역시 노승께서는 유달리 정력이 좋으시군요.] 그러자 음탕한 사내의 음성이 뒤를 이었다. [흐흐흐... 선고의 기교야말로 천하제일이외다. 빈승이 정신을 못차릴 정도이니 과연 묘춘선고라는 별호가 명불허전이외다.] [노승? 그리고 묘춘선고?] 그는 이상한 생각이 들어 말 위에서 그대로 몸을 솟구쳤다. 이어 커다란 고송 위에 가볍게 내려섰다. 철한빙은 밑을 내려다 보고는 짙은 검미를 잔뜩 찌푸리는 한편 두 눈에 살기를 떠올 렸다. (으음! 출가한 중놈이 저렇게 음탕할 수가 있을까? 대체 어느 파의 제자일까?) 밑에서는 전신이 벌거숭이가 된 두 남녀가 서로 뒤엉켜 있었다. 여인은 태서체에서 본적이 있는 묘춘선고였으며 사내는 대머리 화상이었다. 철한빙은 그들의 너무나도 음탕한 행동에 얼굴이 화끈거림을 느꼈다. (찢어 죽일 탕남탕부들!) 그는 부드득 이를 갈며 외면해 버리고 말았다. [으----흐-----흠!] [으---음!] 탕남탕녀는 누가 지켜보고 있다는 것도 모른 채 열심히 서로를 탐해갔다. 화상은 천천히 머리를 쳐들며 묘춘선고의 몸위로 와락 덮쳐들었다. [아이! 무거워요.] 묘춘선고가 가볍게 앙탈을 부리자 화상은 전신을 한 차례 부르르 떨었다. [흐흐흐.. 무겁더라도 잠시만 참으시오. 빈승이 구름을 밟듯이 가볍게 해주겠소.] 그들은 입으로 연신 음탕한 소리를 해대며 한곳에 머물러 있지 않고 이리저리 굴러 다니며 여러가지 자세를 취하였다. 철한빙은 이들의 짐승같은 행동을 더 이상 수수방관하지 못하고 공공답허신법을 펼 쳐 가볍게 지면으로 내려섰다. 탕남탕녀는 그가 바로 옆에 내려 선 것도 모르고 열심히 육체를 탐했다. [더러운 인간들! 어서 멈추지 못할까?] 두 사람은 이제 절정을 향해 치닫고 있던 중 갑자기 벼락같은 음성이 들리자 소스라 치게 놀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순간, 묘춘선고의 날아갈 듯한 요염한 몸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가히 철석 심장을 녹이고도 남을 정도의 뇌살적인 육체! 한쪽에 있는 화상은 우람한 육체를 그대로 드러낸 채 볼상 사나운 몰골로 우뚝 버티 고 섰다. 그는 철한빙을 발견하자 노발대발 하고 말았다. [네이놈! 대가리에 피도 마르지 않은 꼬마녀석이 감히 어르신네의 운우지락을 방해하 다니! 당장 죽여 버리고 말겠다.] 이때 묘춘선고는 철한빙의 절세적인 용모에 전신이 후들거림을 느꼈다. (아.. 세상에 저같이 잘생긴 남자가 있었단 말인가? 녀석과 한번만 어울릴수 있다면 지금 당장 죽어도 여한이 없겠다.) 역시 음부다운 생각이었다. 철한빙은 화상의 말을 듣고 안면 가득히 살기를 떠올렸다. [더러운 중놈 같으니라고. 네놈은 대체 어느 파의 땡중이냐?] 그러자 화상이 잠시 주춤하는 듯 했다. 그러나 곧이어 음침한 미소를 흘렸다. [흐흐흐.. 그것은 저승에 가면 염라대왕이 알려 줄것이다.] 그는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우장을 잽싸게 뒤집어 벼락같은 일장을 후려쳤다. 쉬----잉! 한 줄기 날카로운 경풍이 철한빙의 가슴을 노리고 쏜살같이 덮쳐왔다. [흥! 본 공자가 네놈의 장문인을 대신해 징벌을 내려주마.] 철한빙은 살기가 가득 찬 말을 뱉은 후 왼쪽 소매를 가볍게 휘둘렀다. 순간, 화상이 쳐낸 강맹한 장력을 뚫고 무형의 잠력이 화상이 단전과 유근혈을 향해 섬전 같이 쏘아져갔다. [아----앗!] 화상은 대경실색을 하며 급히 신형을 옆으로 누이려고 했다. 그러나, 펑! 펑! 두 줄기 장력이 잇달아 그의 몸을 갈겨 버렸다. [아-----아--악!] 화상은 처절한 비명을 지르며 칠공에서 피를 흘리며 삼장 밖으로 나가떨어졌다. 이어 전신을 개구리처럼 파르르 떨다가 이내 잠잠해지고 말았다. 철한빙은 해괴망측한 꼴로 죽어 나자빠진 화상을 내려다 보며 싸늘한 비웃음을 날렸 다. 한편 묘춘선고는 그의 심후한 공력에 내심 소스라치게 놀랐다. (아니! 닭 한 마리조차 잠을 힘이 없을 정도로 보이던 서생이 저토록 심후한 공력을 지니고 있다니!) 그러는 한편 그녀는 가슴이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저녀석과 어울린다면 심후한 공력도 섭취할 수 있고 재미도 보고 일거양득이겠구나. 또한 저놈은 내가 정사를 벌이는 것을 보고 뛰어든 것으로 보아 질투심을 느끼고..) 그녀는 제멋대로 생각한 뒤 만면에 음탕한 웃음을 지으며 엉덩이를 묘하게 흔들었다. 그리고는 두 손으로 유방을 받쳐 올리며 요염하기 이를데 없는 걸음걸이로 철한빙에 게 다가갔다. [공자님! 정말 놀랬어요. 어디서 그같은 절세적인 무공을 익히셨어요.] 철한빙은 정신이 아찔한 것을 느끼는 한편 역한 구역질을 느꼈다. [묘춘선고, 어서 옷을 입으시오!] 묘춘선고는 그가 벼락같이 호통을 지르자 깜짝 놀라는 표정을 지으며 더욱 요염하게 말했다. [어머! 하마터면 간 떨어질 뻔했어요. 이것 보세요. 이렇게 가슴이 뛰놀잖아요.] 하며 왼손으로 심방 부근을 만졌다. 철한빙은 점차 노기가 솟구쳤다. [어서 옷을 입으시오. 만약 그렇지 않는다면 본 공자의 손속이 무정하다고 원망하게 될 것이오.] 묘춘선고는 그가 살기를 띠우며 차갑게 말하자 범상치 않은 인물임을 알았다. (으---음! 웬만한 놈이라면 나의 뇌살적인 몸매에 벌써 덮쳐들었을텐데 저놈은 그렇 지 않구나. 그렇다며 �ⅲ▣瀟敾� 사용해서라도 놈을...) 여기에 생각이 미친 그녀는 급히 오른손을 품 속에 넣는 시늉을 했다. (아차! 내 정신좀 봐! 옷을 벗고 있었다는 것을 깜박 잊었네.) 이어 요염함 미소를 철한빙에게 보냈다. [공자님께서 옷을 입으시라니 명령대로 따르겠어요.] 철한빙은 그녀의 손이 가슴께로 갈 때부터 무슨 행동을 하려는 것인지 대강 눈치를 챘었다. (흥! 네년이 감히 나에게 암습을 전개하려고 하다니.어디 혼 좀 나봐라.) 그는 속으로는 이렇게 생각했으나 겉으로는 전혀 내색을 하지 않았다. 묘춘선고는 주섬주섬 옷을 입는 한편 춘약을 손톱 사이에 묻혔다. 그리고는 옷을 다 입고 철한빙의 앞으로 하늘거리 듯이 다가갔다. 철한빙이 그녀의 행동을 못보았을리가 있겠는가? 그는 시치미를 딱 떼고 그녀를 향해 호통을 쳤다. [저 중놈은 어느 파의 제자이오?] 묘춘선고는 만면에 미소를 머금으며 코먹은 소리로 말했다. [저놈은 아미파의 제자인 명륜대사라고 해요.] 그녀는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손촙사이에 낀 춘약을 번개같이 퉁겨냈다. 그러나, 철한빙은 한 발 앞서 절정의 보법인 표표잠형보법을 펼쳐 그녀의 등뒤에 가겹게 내 려섰다. [앗!] 묘춘선고는 눈깜짝할 사이에 그가 눈앞에서 사라지자 질겁을 했다. 그녀가 크게 당황하고 있을 때 등뒤로부터 철한빙의 비웃음에 가득 찬 냉소가 들리는 것이 아닌가! [흥! 무얼 그리 두리번거리시오. 본 공자는 이곳에 있소.] 묘춘선고는 대경실색을 하며 급히 신형을 뒤로 돌리며 또 다시 춘약을 퉁겨 내려고 했다. 하지만 철한빙의 모습은 이미 사라진 뒤였다. 묘춘선고는 등줄기에서 식은 땀이 흘렀다. (으음! 이녀석이 눈치를 챈 모양이구나. 그의 절세적인 신법만 보더라도 나는 그의 적수가 되지 못하다. 그렇다면 일단 이곳을 벗어난 뒤 암암리에 손을 쓰는 수밖에 없게구나.) 그녀는 여기에 생각이 미치자 급히 신형을 솟구쳤다. 이때 그녀의 머리위에서 낭랑한 웃음소리가 들려오는 것이 아닌가? [하하하.. 어찌 이대로 가실려고 하시오. 본 공자는 그대같은 음탕한 여인에겐 한가 지 선물을 하는 버릇이 있소.] 묘춘선고는 아연실색을 하며 땅으로 내려섰다. 다음순간, 쉬익! 한 줄기 무형의 지풍이 그녀의 이마를 향해 번개같이 쏘아왔다. 묘춘선고는 깜짝 놀라며 보법을 펼쳐 옆으로 피하려고 했다. 그러나 지풍은 교묘하게 수십 갈래로 갈라지며 전신대혈을 노려갔다. [흘!] 묘춘선고는 당황한 나머지 뇌려타곤의 수법으로 땅바닥을 구르려고 했다. 하지만 한 줄기 지풍이 그녀의 이마에 적중되는 것을 피할 수가 없었다. 퍽! [아---악!] 그녀는 폐부를 찌르는 듯한 아픔을 참지 못하고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이어 땅바닥에서 벌떡 일어서며 이마를 짚어 보았다. 아! 그곳에는 용이 날고 춤을 추는 듯한 한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탕> 바로 음탕할 탕자가 새겨졌던 것이다. 묘춘선고는 손으로 더듬어 본뒤 이같은 글자가 새겨져 있음을 알자 만면에 살기를 떠올리는 반면 전신을 부들부들 떨었다. 여인이 가장 중요시 하는 곳은 바로 얼굴이었다. 그런데 얼굴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이마에 이같은 글자를 새긴다면 어떻게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있겠는가? 그녀가 손을 떼자 시뻘건 선혈이 주르르 흘러내렸다. 시뻘건 선혈은 삽시간에 그녀의 얼굴을 뒤덮었다. [으드득.. 이.. 이놈! 네.. 네놈이 이렇게 악랄할 줄은 정말 몰랐다. 녹수가 흐르지 않는 한 기필코 네놈을 씹어 먹고야 말겠다.] 그러는 한편 속으로 사갈과 같은 독심을 품었다. (오늘부터 네놈의 뒤를 쫓아다니며 복수의 칼을 갈 것이다.) 철한빙은 싸늘한 안색으로 그녀의 말을 들은 후 천천히 입을 열었다. [묘춘선고, 본 공자는 그대를 죽여야 마땅하겠지만 이번 한번은 관대히 처분해 주겠 소. 그런 다음에 또 다시 이러한 행동을 찌른다면 그때는..] 그는 말을 멈춘 뒤 오십여 장 밖에 있는 커다란 바위를 향해 가볍게 일지를 날렸다. 순간, 퍽! 둔탁한 음향이 일며 커다란 바위는 가루가 되어 허공에 뿌려졌다. 묘춘선고는 이같은 광세적학에 파랗게 질리고 말았다. 그러나 곧 이를 부드득 갈며 허공으로 몸을 솟구쳤다. 묘춘선고가 사라지자 철한빙은 명륜대사의 시체를 싸늘한 눈초리로 바라본뒤 그곳을 떠나려했다. 이때, [헤헤헤..공자, 시체를 그대로 두고 가면 천벌을 면치 못할 것이네.] 철하빙은 흠칫 놀랐다. (아니! 내공으로 누가 근처에 몸을 숨기고 있었다는 것을 몰랐다니! 이것으로 보아 상대는 무림고인인 듯 싶구나.) 그의 생각이 끝나기도 전에 한 줄기 흑영이 지면에 내려섰다. 철한빙이 그를 바라보니 마치 검은 포대자루를 뒤집어 쓴 듯한 헐렁헐렁한 흑의에 만면에 괴팍한 기가 줄줄 흐르는 육십세의 노인이었다. 오른손에는 철로 만든 주판이 들려 있었으며 왼손에는 큼지막한 자를 쥐고 있었다. 흑의노인은 요상한 미소를 떠올리며 철한빙에게 손짓발짓을 해댔다. [공자, 노부는 시체를 치워주고 돈을 받는 장사치네. 즉 다시 말하면 처치하기 곤란 한 시체를 싼 값에 대신 처리해 주는 사람이지.] 철한빙은 세상에 별 희한한 직업이 다 있구나 생각했다. 그러는 한편 곧 포권을 하며 말했다. [선배님, 실례인줄 압니다만 존성대명을 여쭤도 되겠습니까?] 순간 흑의노인의 눈에서 광채가 번뜩였다가 사라졌다. [헤헤헤.. 공자, 조..존.. 뭐라고 하셨나?] 하며 능청스럽게 주관으로 뒤통수를 긁었다. 우수수... 그의 머리로부터 비듬 떨어지는 소리가 요란스레 들렸다. (으음! 원래 기인이사들은 거의 괴팍한 성격을 지녔다고 하는데 노인의 익살로 보아 틀림없이 무림기인일 것이다.) 철한빙은 재빨리 생각을 마친 뒤 그에게 물었다. [시체를 치워 주는데 얼마나 받습니까?] 그러자 흑의노인이 즉시 대답했다. [예.. 무슨 관을 쓰느냐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며 또 시체의 체격과 신분등에 따라 가격을 따진다네..] 철한빙이 명륜대사를 가리키며 입을 열었다. [그럼 저 사람은 얼마나 받으시면 되겠습니까?] [잠시만 기다리게.] 흑의노인은 횅하니 명륜대사의 시체 곁으로 다가섰다. 이어 큼지막한 자로 시체의 몸을 재기 시작했다. 잠시가 지나자 그는 만면에 희색을 띠며 철한빙에게 말했다. [공자, 이 사람은 체구가 커서 보통 사람보다 값이 비싸네. 그리고 벌거숭이몸이니 수의를 입혀야 하네. 또한 이사람의 신분이 승인인 만치 처리가 수월하지가 않군, 그래.] 철한빙이 미소를 지으며 그의 말을 끊었다. [선배님, 됐습니다. 됐습니다. 가격만 말씀해 주십시오.] 흑의노인이 급히 대답을 하고 주판을 튕기기 시작했다. [칠 척이니까 칠십냥에다 수의가 오십냥, 사람 동원하는데 사백냥...] 그는 한참을 중얼거린 뒤 주판 퉁기기를 멈추며 철한빙을 쳐다보았다. [참! 관은 무슨 나무를 쓰겠느냐? 나왕, 오동나무, 소나무, 자단목..] 흑의노인은 단숨에 수많은 나무 이름을 댄 후 긴 한숨을 내쉬었다. 철한빙의 총명한 두뇌로도 그가 어떻게 빨리 말하는지 불과 두어가지 밖에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비록 그가 음탕하긴 하지만 출가인이니 오동나무를 써주시오.] [오! 오동나무, 역시 공자는 범상치 않네 그려.] 흑의노인은 철한빙을 은근히 추켜 세운 뒤 또 다시 주판을 퉁겼다. 따닥! 딱! 딱! 철한빙이 옆에서 보니 주판을 놓는건지 아니면 장난하는건지 도부지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엉망진창으로 퉁기고 있었다. 철한빙은 그의 모습을 바라보며 터져나오려는 웃음을 억지로 참았다. 흑의노인은 아주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머리를 요리조리 갸우뚱 거리며 열심히 주판 을 퉁기고 있었다. 잠시후, [흠----- 우! 다�┳럼�. 예상 외로 얼마 나오지 않았군.] 철한빙이 넌지시 물었다. [대체 얼맙니까?] 흑의노인은 마치 굉장히 싸게 값을 쳤다는 듯이 서슴없이 말했다. [은자 팔백 냥!] 철한빙은 소스라치게 놀라고 말았다. 은자 팔백 냥이라니! 시체 한 구 치우는데 고작해서 이십냥 안팎이었다. 철한빙은 기가 막혀 멍하니 입만 벌리고 있었다. 그러자 흑의노인이 정색을 했다. [아니! 왜그런 표정을 짓는건가? 너무 싸서 그런가?] 이어 눈앞을 또르륵 굴리며 중얼거리 듯이 말했다. [어디서 계산이 잘못됐나?] 다시 중얼거리 듯이 말했다. 철한빙은 그 말을 듣고 급히 손을 내저었다. [아..아닙니다.. 다시 계산하실 것 없습니다. 팔백 냥을 드리겠습니다.] 그의 말이 끝나자 흑의노인이 입을 함지박만하게 벌리며 해벌쭉 웃었다. [헤헤헤... 팔백 냥이면 정말 싼값일세. 노부는 자네가 마음에 들어서 이같이 후한 값으로 준것이지 만약 다른 사람 같았으면 어림 반푼어치도 없는 일일세.] 철한빙은 곧 품속에 손을 넣었다. 이때, [히히히.. 망할놈의 늙은이, 이곳에서 또 사기를 치고 있구나.] 말소리가 끝남과 동시에 역시 흑의를 걸친 노인이 장내에 내려섰다. 흑의노인은 그를 바라보며 오만상을 다 찌푸렸다. [이 주책맞은 늙은아! 왜 이곳에 나타나서 노부의 장사를 망치려 하느냐? 어서 썩 꺼 지지 못해!] 육십 세 정도의 나이에 약간 익살스러운 얼굴이었으며 오른손에 큼지막한 기를 들고 있었다. 또한 왼손에는 수십개의 대나무가 꽂힌 자죽통을 움켜쥐고 있었다. 큼지막한 깃발에는 이런 글이 적혀져 있었다. <세상사 길흉은 일순간의 일일진대, 그 뉘라서 앞날을 점칠소냐?> 철한빙은 글귀를 보고 실소를 금치 못했다. (저런 글을 써가지고 다니다간 굶어 죽기 십상이겠구나. 어떤 사람이 저 글귀를 보고 저을 치고자 하겠는가?) 글귀의 내용은 세상의 앞일은 아무도 모른다는 말이었다. 그러니 자신도 모른다는 얘기가 아닌가? 점장이인 듯한 흑의노인이 어깨를 추스르며 입을 묘하게 움직였다. [아니 노부가 잇으면 장사가 안된단 말인가? 노부는 저분 공자에게 점을 보라고 할 참이었네.] 이어 성큼성큼 걸음을 옮겨 철한빙의 앞으로 다가섰다. [공자, 점 한번 보지 않겠나?] 철한빙은 이 사람도 틀림없이 기인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예! 좋습니다. 어디 한번 볼까요.] 점장이 노인은 깃발을 땅에다 내려 놓았다. [공자는 길을 묻겠는가 아니면 흉을 묻겠는가?] 철한빙은 점장이 말에 의아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선배님,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길과 흉 중에서 한가지만 물어야 한단 말입니까?] 점장이 노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네. 노부는 일반 엉터리 점장이와는 틀리네. 그러니 어서 둘 중에 하나를 택하 게.] [흉을 보아주십시오.] 그러자 점장이 노인이 무릎을 탁 쳤다. [역시 공자는 군자다운 풍모를 갖추었네.] 한쪽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주판을 든 노인이 뱁새 눈을 뜨며 냉랭한 코웃음을 쳤다. [흥! 사기를 칠데가 없어 선량한 공자에게 사기를 치려고 하느냐? 응큼한 늙은이 같 으니라고.] 그러나 점장이 노인은 그의 말은 들은척도 하지않고 자죽통을 열심히 흔들며 입으로 는 전혀 알아듣지 못할 이상한 말을 중얼거렸다. 철한빙이 가만히 들어보자 전혀 주문을 외우는 것 같지 않았다. 잠시 후 노인은 행동을 멈추었다. 그는 매우 엄숙한 표정을 지으며 심각하게 입을 열었다. [어험! 노부가 점쾌를 보니 공자는 오늘 막대한 손해를 입을 것 같네. 이 액운을 면 하려면...] 이때 주판을 든 흑의노인이 손뼉을 치며 큰소리를 질렀다. [옮거니! 자네의 점쾌가 실로 족집게 일세.] 그리고는 철한빙을 향해 말했다. [공자, 저 늙은이의 말을 들었을 것이네. 막대한 손해란 바로 늙은이가 점을 쳐준 복 체를 말하는 것일세.] 철한빙은 의혹에 젖은 눈으로 점장이 노인을 바라보았다. [선배님, 복채라니 그게 무슨 말입니까?] 점장이 노인이 히히덕 거리며 웃었다. [헤헤헤.. 저 늙은이가 배가 아파서 헛소리를 한것이니 마음에 두지 말게.] 이어 정색을 하며 말했다. [노부가 특별히 싸게 복채를 받겠네.] 말을 끝낸 그는 철한빙이 귀로 입을 가져가 나직이 소곤거렸다. [저 늙은이가 들으면 너무 싸게 했다고 또 아우성을 칠 것이 뻔하네. 내 공자가 마음 에 들어 파격적으로 칠백 냥만 받겠네.] 철한빙은 이번에는 놀라지도 않았다. 그는 두 흑의노인이 강호의 괴걸이라는 것을 눈치채고 이렇게 나올 줄 미리 예상하고 있었던 것이다. 번호:196/227 등록자:HYUN9876 등록일시:97/04/06 20:08 길이:546줄 제 목 : [사마달] 불세마왕경 제 18장 불세마왕경 저자: 사마달 출판사: 대현출판사 제 18장 개방을 향하여 철한빙은 빙그레 미소를 저으며 나직하게 입을 열었다. [선배님, 감사합니다. 칠백 냥이면 복채가 그리 비싼 편은 아니로군요.] 이말에 오히려 점장이 노인이 멍청해지고 말았다. [엥! 비싸지 않다구?] 이때, 주판을 든 노인이 끌끌 혀를 찼다. [쯧쯧.... 젊은 나이에 돈 아까운 줄 모르니 앞날이 훤하군, 훤해!] 철한빙은 여전히 미소를 지으며 그들에게 물었다. [두분 선배님께서는 강호의 기인들이신 것 같은데 존성대명이 어찌 되십니까?] 그러자 점장이 노인이 좀전에 든 주판을 든 노인이 했던 말과 똑같은 말을 했다. [공자, 뭐라고 했나? 조...존.. 뭐라고 했더라?] 철한빙은 점장이 노인이 이같이 말하자 짐짓 단호한 음성으로 말했다. [좋습니다. 그렇다면 소생도 복채와 시체 치우는 값을 드리지 않겠습니다.] 두 흑의노인은 이 말을 듣고 기절초풍을 하도록 놀라고 말았다. [고.... 공자, 그런 억지가 어디 있나? 그건 말도 안되네.] 그들은 이구동성으로 이렇게 외치며 서로를 잔뜩 노려보았다. 마치 너 때문에 다 잡은 꿩을 놓쳤다는 듯이, 철한빙은 그들을 아랑곳 하지 않은 채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순간, 점장이 노인이 울상을 지으며 그의 앞을 가로막았다. [공자, 노부가 이미 점을 보아 주었으니 복채를 주고 가야하지 않는가?] 그리고는 주판을 든 노인을 가리켰다. [저 늙은이야 아직 일을 끝내지 않았지만 노부의 경우야 틀리지 않는가? 안그런가 공 자!] 철한빙이 걸음을 멈추며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 [그러니 두 분의 존성대명을 가르쳐 주십사 하는 것이 아닙니까?] 점장이 노인이 할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좋네, 노부가 파격적으로 가르쳐 주겠네. 대신 천냥의 은자를 별도로 내야하네.] 철한빙은 아예 기가 막혀 버리고 말았다. 돌연, 주판을 든 노인이 고래고래 고함을 질렀다. [이 엉터리 점장이야! 노부의 승락도 없이 어찌 너 혼자서 이익을 보려고 하느냐? 만 약 노부의 이름을 말한다면 네 깃발과 자죽통을 박살내고 말겠다.] 그러자 점장이 노인이 허겁지겁 깃발과 자죽통을 품안으로 감싸 안아 버렸다. [아..알겠네. 그러니 제발 노부의 죽통만은 깨지 말게나.] 주판을 든 노인은 그제서야 허허 거리며 웃음을 날렸다. 그리고는 철한빙을 향해 말했다. [자, 이제 노부와 흥정을 했던 것을 마치세. 시체를 치워주는 마당에 이름은 알아서 뭘 하겠나. 팔백 냥일세.] 하며 손바닥을 내밀었다. 철한빙은 터져나오는 웃음을 간신히 억누르며 짐짓 엄숙한 표정을 지었다. [소생은 두 분께서 명호를 말씀하시지 않는다면 절대로 은자를 내놓을 수 없습니다.] 두 명의 노인은 죽상을 지으며 한동안 멍청히 서 있었다. 이어 그들은 한쪽으로 간 뒤 뭐라고 소곤거리기 시작했다. 잠시 후, 그들은 만면에 희색의 만발하여 희희낙락한 태로로 철한빙에게 다가섰다. [좋네. 노부들의 존... 존.... 하여간 존을 알려주겠네.] 철한빙은 그들의 능청에 그만 웃으을 터뜨리고 말았다. [하하핫.. 선배님들, 이제 그만 하십시오. 소생은 배꼽이 빠져 이대로 죽고 말겠습 니다.] [어이구! 공자가 죽으면 노부는 파격적으로 팔 아니, 칠백 냥만 받고 시체를 치워주 겠네.] 철한빙은 이말에 급히 입을 다물고 말았다. 더 이상 입을 열었다가는 무슨 말이 나올 줄 모르기 때문이었다. 그는 공손히 허리를 굽히며 짐짓 진지하게 말했다. [서냅님의 파격적인 대우에 정말 몸들 바를 모르겠습니다.] 이번에는 점장이 노인이 히죽 웃었다. [헤헤헤.. 공자는 우리하고 얼마간 있는 동안에 벌써 파격적이란 말을 배웠군. 그것 하나만으로도 백냥은 더 내놓아야하네.] 철한빙은 그들이 말 끝마다 은자 은자 하자 언젠가 상관소에게 들은 두 명의 돈벌레 가 생각났다. 이에 급히 입을 열었다. [두 분 선배님께선 혹시 강호에서 협명을 떨치시는 남북이괴가 아니십니까?] 두 사람은 동시에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이어 점장이 노인이 정색을 했다. [풍가야! 노부가 진작 공자에게 명호를 말하자고 했을 때 들었으면 은자를 날리지 않 았을 것이 아니냐?] 그러자 주판을 든 노인이 버럭 화를 냈다. [함가야! 언제 노부에게 그런 말을 했느냐? 정말 환장하겠구나. 어이구! 내 은자야!] 하며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철한빙은 그들의 익살스런 태도에 빙그레 웃음을 띠었다. [두분 선배님, 아직 한번의 기회가 남아 있습니다.] 땅바닥에 털썩 주저 앉아 있던 북괴가 마치 용수철처럼 퉁겨져 일어났다. [고..공자, 대체 그 기회가 무엇인가? 어서 말해보게.] 철한빙은 두 사람의 얼굴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바로 두분의 존성대명입니다.] 남북이괴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를 쳐다보았다. [존?] 두 사람의 입에서 똑같이 나온 존성대명 존! 사실 남북이괴의 본명을 알고 있는 무림인은 극히 드물었다. 하지만 두 사람은 철한빙이 처음부터 마음에 들었는지라 이름을 가르쳐 주기로 작정 했다. [노부는 풍준명이라고 한다네.] 이번에는 남괴가 말했다. [에험! 노부의 존은 함창기일세.] 철한빙은 급히 허리를 굽히며 가명을 대었다. [소생의 미천한 이름은 설운몽이라고 합니다.] 철한빙이 이름을 밝히자 남북이괴가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설운뭉이라? 이름 한번 좋구먼.] 철한빙이 잔잔한 미소를 지으며 남북이괴를 향해 말했다. [선배님들, 소생이 한잔 사겠으니 어디 조용한 곳으로 가시지요.] 남북이괴는 동시에 손을 저었다. [안돼네. 공자가 은자를 내놓지 않는다면 어디로 갈 수가 없네.] 두사람은 동시에 말을 한 뒤 입술을 핥았다. 철한빙이 웃음과 함께 말했다. [두 분 선배님꼐선 은자에 대해서 걱정을 마십시오. 명륜대사는 적당히 묻어주면 될 것입니다.] 그의 말이 끝나자 풍준명이 정색을 했다. [정히 그렇다면 노부가 적당히 처리를 하겠네.] 그는 명륜대사의 전라의 시체를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 이어 자색병을 시체 위에서 거꾸로 기울였다. 그러자 한 방울의 액체가 시체 위에 떨어졌다. 순간, 피시식! 하는 소리와 함께 명륜대사의 시체가 순식간에 누런 핏물로 화해 버렸다. 풍준명은 핏물로 변한 시신을 바라보며 철한빙에게 말했다. [이자는 비록 음탕하긴 하지만 아미파의 제자일세. 만약 공자가 살해한 것을 안다면 필시 사인 조사를 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공자를 몰아 세울 것이네. 하지만 이렇게 처리해 버리면 쥐도 새도 모르지.] 철한빙은 그의 세심함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자, 그만 가세.] 세사람은 곧 신형을 날려 멀리 사라져 갔다. x x x x x 신안성에서 제일 큰 태평주루, 철한빙과 남북이괴는 이층에 자리를 잡았다. 곧 이어, 점원이 조르르 달려왔다. [손님들 무얼 드시겠습니까? 저희집 요리는 이 일대에서 알아주는 별미입죠.] 철한빙이 천천히 입을 열어 주문을 하였다. 순간, 함창기가 재빨리 입을 열었다. [여보게. 이 집에서 제일 잘하는 요리가 무엇인가?] 점원이 입을 한번 쑥 문지르더니 이름을 대기 시작했다. [상어 간으로 만든 요리, 오향죽순, 팔선복, 농어찜.....] [아-----! 됐어. 됐어.] 그리고는 점원에게 나직하게 물었다. [여보게. 지금 자네가 말한 요리를 다 시킨다면 요리 값이 얼마나 나오겠는가?] 그러자 점원이 옮거니 오늘 큰 손님이 걸렸구나 싶어 열심히 계산을 한뒤 아부의 웃 음과 함께 말했다. [헤헤헤... 전부 시키신다면 은자 스물 두 냥 입지요. 헤헤...] 함창기는 두 눈을 휘둥그래 뜨며 어이가 없는 표정을 지었다. [아니! 그 많은 요리 갑이 그것밖에 안되는가? 아무래도 계산을 잘못한 것 같네. 다 시 한번 해보게.] 이때, 철한빙은 남괴가 또 무슨 짓을 하려고 할까 궁금하기 짝이 없었다. 점원은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다시 계산하는 척 했다. 잠시 후, [아! 정말 어르신네 말씀대로 계산이 틀렸습니다.] 함창기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노부가 계산해 보니 금전 한닢 정도는 될듯 싶은데 자네 계산은 어떤가?] 순간, 점원은 미치도록 기뻤다. (히히히.. 이 작자들이 처음 요리를 사먹는 모양이구나. 분명히 은하 스물두냥이 맞 거늘 어쨌든 오늘 횡재를 했구나.) 점원은 재빨리 생각을 굴린 뒤 급히 대답했다. [헤헤헤.. 어르신네께선 요리를 많은 드신 분이군요. 단번에 그 많은 요리값을 맞추 시다니오.] 함창기는 득의의 웃음을 지었다. [암! 암!] 그리고는 철한빙에게 시선을 돌렸다. [공자! 어떤가? 요리값을 치룰 수 있겠는가?] 철한빙은 잠자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함창기는 오른손을 불쑥 내미었다. [그럼 금전 한닢을 노부에게 주게. 노부가 기분좋게 계산으 해보고 싶네.] 철한빙은 그가 무슨 꿍꿍이 속이 있는 줄 알았으나 이내 금전 한닢을 그에게 건네 주었다. 함창기는 금전을 받아 품속에 넣은 뒤 저원을 향해 요리를 주문하려는 듯했다. 그러다가 시선을 철한빙과 풍준명에게 돌리며 넌즈시 말했다. [그런데 우리 세 사람이 그 많은 음식을 어떻게 다 먹지? 공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나?] 철한빙은 그의 뜻을 재빨리 알아차렸다. [그럼 선배님께선 알아서 시키십시오.] 풍준명은 이때 입이 잔뜩 부어 올라 있었다. 사실은 그가 먼저 선수를 치려했던 것이 그만 남괴보다 한걸음 늦고만 것이었다. 함창기는 철한빙을 향해 물었다. [노부가 아무 요리나 시켜도 상관없겠는가? 그리고 남는 돈은 어떻게 할까.] 철한빙이 미소를 지었다. [그것도 선배님이 알아서 하십시오.] 함창기는 비로소 밝은 미소를 지으며 점원에게 말했다. [여보게, 여기 국수 세 그릇과 죽염청 한근을 갖다주게.] 그러면서 매우 아깝다는 듯이 입맛을 쩝쩝 다셨다. [아깝다, 아까워. 아무것도 안시키면 금전 한 닢이 고스란히 노부의품속으로 안길텐 데!] 철한빙은 기가 막혀 말도 안나왔다. 풍준명은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이 잔뜩 부어오른 얼굴로 연신 코웃음을 치고있었다. [흥! 흥! 흥!] 한참 부풀어 있던 점원은 울화가 잔뜩 치민 얼굴로 뭐라고 쏘아 부치려고 하다가 상 대도 하기 싫다는 듯이 몸을 홱 돌려 사라져 버렸다. 잠시 후 다른 점원이 국수 세 그릇과 죽엽청을 들고 올라왔다. 세 사람은 국수를 들기 시작했다. 풍준명은 신경질적으로 국수를 들었다 놓았다, 뒤집었다 엎었다 하며 화풀이를 국수 에다 하고 있었다. 함창기는 즐거운 표정으로 국수를 들고 나서 국물까지 후루룩 마셔 버렸다. [끄윽! 잘 먹었다.] 그리고는 철한빙에게 말했다. [공자, 그만 가세. 노부는 또 일거리를 찾아 나서야겠네.] 이어 세 사람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남괴는 계산대 앞에 서서 잠시 품속을 뒤지는 듯 했다. 한참을 뒤적거리던 그는 철한빙에게 고개를 돌렸다. [공자, 노부는 은자 부스러기가 없네. 다음에 틀림엇이 갚을테니 자네가 대신 좀 내 세.] 철한빙은 졌다는 듯이 은자를 지불했다. 세 사람은 주루를 나온 뒤 관도를 거닐었다. 함창기가 철한빙을 향해 다짐을 반듯이 말했다. [공자, 시체를 치워준 값은 다음에 받기도 하겠네. 공연히 많은 은자를 지니고 다니 다간 편히 지낼 수가 없네. 그럼 다음에 만나세.] 그는 말을 마치자 그에게 웃음을 보낸 뒤 바람같이 사라져 버렸다. 풍준명이 철한빙의 어깨를 툭 치며 즐거운 표정을 지었다. [공자, 덕분에 즐거웠네. 그가 공자의 금전을 가져간 이상 틀림없이 어디엔가 쓸데가 있는 모양이네.] 그는 잠시 말을 멈춘 뒤 다시 이었다. [노부와 그는 겉으로는 은자를 생명보다 중히 여기는 듯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네. 노부 등은 상대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절대로 접근조차 하지 않네. 그가 금전을 가져 간 이상 언제가는 그 보답을 할 것이네.] 철한빙은 벌써부터 이러한 사실을 피부로 느끼고 있었다. [선배님, 소생은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풍준명이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지었다. [노부도 볼 일이 있어 공자와 헤어져야겠네. 그럼 몸조심하게.] 이어 번뜩한는 사이에 벌써 시야에서 사라져 버렸다. 철한빙은 그들이 사라진 곳을 한참동안 바라보았다. [아...! 정말 풍진기협이로다.] 그는 나직이 뇌까린 뒤 걸음을 옮겼다. 사흘 뒤, 철한빙은 완강에 도착했다. 그는 곧 두종악이 머물고 있는 완강분타로 향했다. (아.. 두 선배님에게 구언을 받은 후 처음으로 이곳을 찾아오는구나. 두선배님도 그 동안 많이 변하셨겠지.) 그는 급히 걸음을 제촉했다. 멀리 낡은 절간이 눈에 띠였다. 철한빙은 절간을 보자 감회가 새로와졌다. 무공을 익히기 전 갖은 학대를 받으며 강호를 떠돌던 일! 무림삼공자에게 장력을 얻어맞고 실신했던 일, 두종악으로부터 처음으로 따뜻한 인간 애를 느꼈던 일 등이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그는 낡은 절간을 향해 뛰다시피하며 당도했다. 철한빙은 서서히 낡은 절간 문을 밀려고 했다. 이때, [누구냐?] 우렁찬 고함소리와 함께 중년 비렁뱅이가 나타났다. 철한빙은 중년 비렁뱅이가 삼결제자인 것을 보고 두종악의 수하라는 것을 알았다. [소생은 두선배님을 찾아 왔습니다.] 그러자 중년 비렁뱅이가 그의 아래 위를 훑어보았다. [소협이 타주님과 안면이 있는 듯 하나 지금은 만날 수가 없소. 그러니 다음에 한번 찾아주시오. 정말 죄송하오.] �괩교ず昰� 그의 안색이 엄중한 것을 보고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을 느꼈다. 그는 서서히 품속에서 청죽패를 꺼냈다. [대협께선 이것을 알고 계십니까?] 중년 비렁뱅이는 청죽패를 보고는 급히 허리를 굽혔다. [아.. 소협을 몰라뵈어 죄송합니다. 한데 어떻게 타주님의 청죽패를....] 철한빙은 빙그레 웃으며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 [소생은 귀타에 해를 끼칠 사람이 아니니 두선배님께 전갈을 부탁드리고 싶소.] 중년 비렁뱅이는 다시 허리를 굽힌 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잠시후, 무엇에 쫓기는 듯 잔뜩 긴장한 얼굴의 두종악이 철문을 열고 나왔다. 순간, 철한빙은 너무도 반가운 심정에 이슬이 맺혔다. 두종악은 철한빙의 얼굴을 유심히 살펴보며 경계하는 듯한 어조로 말했다. [소협은 뉘시길래 노부를 찾아 오셨소? 그리고 청죽패는 어떻게 얻게 되셨소?] 철한빙은 그의 얼굴을 뚫어져라 바라보며 가라앉은 음성으로 말했다. [두 선배님, 소생을 기억하시지 못하겠습니까?] 두종악은 만면에 의아한 기색을 떠올리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글쎄! 노부는 전혀 소형을 본적이 없는 듯 하구려.] 철한빙은 그때의 모습과 지금 자신의 모습이 천양지차가 있음을 깨닫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 [두선배님께선 오년 전에 어떤 가련한 비렁뱅이 아이를 구해준 적이 있으시지요?] 그러자 두종악이 즉시 대답했다. [그렇소. 그때 설운몽이란 아이를 구해준 적이 있소? 한데 그건 어째서 물으시오?] 철한빙은 두종악이 아직도 자신의 가명을 잊지 않고 있자 가슴이 뭉클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는 손안에 쥐고 있던 청죽패를 서서히 그의 앞으로 내밀었다. [엇! 청죽패!] 두종악은 그것을 바라보며 의혹에 가득찬 얼굴로 철한빙을 응시했다. [소협, 이것은 노부가 설운몽에게 준 것인데 어떻게 소협이 가지고 있소?] 철한빙은 천천히 그리고 나직하게 입술을 떼었다. [두선배님, 소생이 바로 설운몽입니다.] 순간 두종악의 얼굴에 반가움과 경악, 그리고 의혹에 젖은 탄성이 터져나왔다. [뭐라고, 소협이 설운몽이라고!] 그는 이렇게 외친 뒤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그럴 리가? 설운몽은 나약하기 이를데 없었으며 얼굴은...] 두종악은 여기까지 말한 뒤 급히 철한빙의 얼굴에 시선을 고정시켰다. 비록 변하긴 했지만 아직도 그대로 남아 있는 준수한 용모, 그리고 알 수 없이 끌리는 포근한 마음! 두종악은 그가 설운몽이 틀림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철한빙의 두 손을 덥썩 잡으며 환희에 찬 음성으로 말했다. [소형제, 정말 소형제가 설운몽이란 말인가?] 철한빙은 눈물을 글썽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소생이 바로 설운몽입니다.] 두종악은 기뻐서 어쩔줄을 몰라했다. [자, 자, 어서 안으로 들어오게. 가서 그동안 쌓인 회포나 풀어보세.] 그리고는 그의 얼굴을 찬찬히 뜯어 보았다. [정말 준수하네. 인중룡봉지재란 바로 소형제, 아니 이젠 노제라 칭해야겠군. 하하하...] 이어 두종악은 철한빙의 손을 이끌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들이 안으로 들어서자 몇명의 개방 제자들이 동그랗게 모여앉아 있었다. 두종악은 그들에게 철한빙을 소개한 뒤 자리를 권했다. 철한빙은 틀림없이 개방이나 완강분타에 무슨 일이 일어났다는 것을 알 수가 있었다. 두종악은 철한빙을 바라보며 나직이 한숨을 불어냈다. [휴----우! 노제,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노제가 잘못 찾아온 듯 하네.] 철한빙은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넌지시 물었다. [선배님, 그게 무슨 말씁이십니까?] [휴----우! 노부는 곧 총단으로 떠나야 하네. 그러니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하지 않 는가?] �괩교ず昰� 그의 근심스러운 얼굴을 바라보며 정기가 번뜩이는 눈빛을 하였다. [대체 무슨 일로 총단으로 떠나신단 말씀입니까?] 두종악은 그의 눈빛을 의식하지 못하고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본방의 방주는 취몽주개라고 하네. 한데 방주의 신변에 위험이 닥치기 시작했네. 아 니 철방주의 신변도 문제지만 개장 전체가 위기에 몰려있다네.] 철한빙이 또 다시 물었다. [위기란 무엇을 두고 말씀하시는 겁니까?] 두종악은 잠시 망설이는 듯 하다가 천천히 입술을 떼었다. [그것은 한장의 붉은 혈첩 때문일세.] [노부도 자세한 내막은 모르네. 아마 신비의 세력이 본방에 협박을 헤 온 듯하네. 그 래서 방주께서 각분타주 이상의 직책을 가진 제자를 불러 들이고 잇는것이네. 그래서 지금 곧 떠나야 하네.] 철한빙은 잠시 무엇인가 골똘히 생각하는 듯했다. 이어 두종악을 향해 진지한 어조로 말했다. [선배님, 소생이 선배님과 동행을 하고 싶은데 허락해 주시겠습니까?] 그러자 두종악이 깜짝 놀라며 두 손을 저었다. [안되네. 무공을 모르는 소제를 데리고 갈 수 없네. 설사 자네가 무공을 안다고 할지 라도 절대로 위험한 곳에 끌어들이고 싶지않네.] 철한빙은 그가 이토록 자신을 생각해주자 더욱 의협심이 일어났다. [소생이 비록 무공을 모른다고 하나 머리만은 남보다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저도 따라 가겠습니다.] 두종악이 안된다는 듯이 다시 입을 열려고 했다. 그러자 철한빙이 자리에서 나직이 입을 열었다. [자, 늦기전에 어서 가시지요.] 두종악은 할 수 없다는 듯이 몸을 일으켰다. [그럼, 노제는 절대로 일에 끼어 들어서는 안되네. 만약 노부의 말을 어긴다면 지금 부터 데리고 갈 수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하네.] 철한빙은 그에게서 승락을 받자 고개를 끄덕였다. [선배님 말씀에 따르겠습니다.] 이어 두 사람은 개방 총단을 향해 길을 떠났다. 번호:197/227 등록자:HYUN9876 등록일시:97/04/06 20:09 길이:518줄 제 목 : [사마달] 불세마왕경 제 19장 불세마왕경 저자: 사마달 출판사: 대현출판사 제 19장 정체불명의 인간들 금릉성에 자리한 개봉의 총단, 수많은 거지들이 금릉성을 향해 모여 들고 있었다. 그들은 서로 가볍게 인사만 주고 받을 뿐 예전처럼 농담이나 익살을 전혀 부리지 않 았다. 개방의 총단은 금릉성 북쪽으로 약 삼십여 리 정도 떨어진 거대한 산신묘에 위치하고 있었다. 철한빙과 두종악은 산신묘의 문을 열고 들어선 후 신상의 귀를 두번 비틀고 지하실로 내려갔다. [아...] 철한빙은 지하실로 내려간 뒤 그곳에 펼쳐진 광경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거지의 집단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청결하고 우아한 수십 채의 건물들! 두종악이 그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노제, 거지들이 지내기에는 너무 깨끗한가?] 철한빙은 정색을 하며 얼굴을 붉혔다. [형님,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역시 일방의 총단답습니다.] 두종악은 그의 말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이곳으로 오는 동안 칭호를 바꿔 호형으로 불렸다. 두종악은 철한빙을 이끌고 여려 채의 건물을 지나 어느 웅장한 대전으로 들어갔다. 그곳에는 이미 수많은 개방제자들이 자리를 빽빽이 메우고 있었다. 그들이 들어서자 개방의 방주인 취몽주개가 만면에 근심의 빛을 떠올리며 두종악을 맞았다. 두종악은 급히 허리를 굽혀 방주에 대한 예를 올렸다. [사형, 그동안 별고 없으셨습니까?] 두종악은 바로 취몽주개의 사제였던 것이다. 철한빙은 그가 방주의 사제인 줄 꿈에도 생각지 못했었다. (음.. 역시 형님께선 자신을 남에게 내세우지 않는 분이시구나. 그가 방주의 사제일 줄이야.) 취몽주개는 두종악의 손을 잡았다. [사제, 예를 거두게.] 그리고 철한빙에게 시선을 돌렸다. (아.. 준수한 소년이로구나. 한데 어디선가 본 듯한 인상인걸...) 그는 이렇게 생각을 하는 한편 두종악에게 물었다. [사제. 이분 소협은 뉘신가?] 두종악이 철한빙을 소개했다. 취몽주개는 끝까지 얘기를 들은 뒤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노제, 경황중이라 대접이 소홀하더라도 이해해 주게. 오늘 저녁만 무사히 넘긴다면 노부가 한 잔 크게 사겠네.] 철한빙은 급히 허리를 굽혔다. [방주님, 소생에게 신경쓰지 마십시오.] 취몽주개가 정색을 했다. [노제, 방주님이 뭔가? 두사제의 아우라면 응당 노부의 아우도 되지 않는가? 그러니 형님이라고 부르게.] 철한빙은 잠시 주저하는 듯 하다가 서서히 입을 열었다. [형님의 분부에 따르겠습니다.] 그러자 취몽주개가 호탕하게 웃었다. [하하핫.. 자, 어서 안으로 들어가세.] 세 사람은 대전 뒤로 돌아가 아담한 정자에 마주 앉았다. 두종악이 취몽주개를 향해 물었다. [사형, 그런데 장로들께선 어디 계십니까?] 취몽주개가 말했다. [음... 장로들께선 지금 제자들과 함께 방비태세를 갖추고 있는 중이네.] 두종악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 정기가 번뜩이는 눈으로 취몽주개를 바라보았다. [사형, 놈들이 보낸 혈첩은 대체 어떤 내용입니까?] 취몽주개가 품속에서 붉은 혈첩을 꺼내 두종악에게 건네주었다. 두종악은 혈첩을 펼쳐보았다. 철한빙이 곁눈질로 바라보니 다음과 같은 글이 적혀 있었다. <취몽주개는 보아라! 오는 초 나흘 날 사경에 개방 총단을 쑥밭으로 만들 것이니 그 대는 전 제자들의 몸을 깨끗하게 씻도록 해놓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리고 맨끝에는 피가 뚝뚝 떨어지는 손이 그려져 있었다. 붉은 바탕에 그것보다 더 새빨간 그림이 그려져 있어서 그런지 혈첩에는 으시시한 귀 기가 풍겨져 나왔다. 두종악은 혈첩을 취몽주개에게 건네주며 심각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사형, 혹시 강호의 쓸데없는 잡배들이 본방의 위세를 시기해서 그냥 한번 협박을 해 보는 것이 아닐까요?] 취몽주개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노부도 그렇게만 됐으면 좋겠네. 하지만 노부가 판단하건데 단순한 협박장은 아닌듯 싶네.] 세 명의 건장한 거지노인이 올라왔다. [방주, 모든 준비를 끝냈소.] 철한빙은 천천히 고개를 들어 그들을 바라보았다. 맨 오른쪽에 있는 거지는 왼쪽 눈이 멀은 애꾸였다. 그 다음에는 험상궂은 얼굴에 약간 몽롱한 눈빛을 가진 인물이었다. 마지막에는 만면에 화사한 웃음을 띤 빨간 코의 거지였다. 이들이 개방삼장로인 도안신개, 호면구개, 그리고 통비협개였다. 철한빙은 그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인사가 끝나자 취몽주개가 삼장로를 향해 말했다. [사숙들께선는 수고하셨습니다.] 독안신개가 오른쪽 눈에서 정광을 폭사하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방주, 이제 사경이 얼마 남지 않았소. 한데 혈첩을 보낸 인물이 정말 올 것 같소?] 취몽주개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그것도 한 두명이 아닌 무리들이 지어 올 듯 합니다.] 또 다시 침묵의 시간이 흘렀다. 드디어 사경이 되었다. 순간, [으----아---악!] 지하 건물 밖에서 처참한 비명소리가 연이어 들려왔다. 취몽주개등이 급히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두종악은 철한빙을 근심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며 다급하게 입을 열었다. [노제, 절대로 이곳을 떠나서는 안되네. 만약 노부들에게 무슨 불상사가 일어난다면 자네는 곧 적당한 곳으로 몸을 피해야하네. 그럼 몸조심하게.] 이어 그들은 한줄기 바람으로 변해 지하 건물 입구로 몸을 날렸다. 철한빙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서며 안색을 침중하게 굳혔다. (감히 천하제일방에 공식적으로 도전해온 인물이 대체 누구일까?) 그는 생각에 잠기는 한편 서서히 걸음을 옮겨 입구 쪽으로 향했다. [으----아----악!] [으----악!] [....] 지하 건물 입구 쪽에선 여전히 처절무비한 비명이 끊이지 않고 들려왔다. 철한빙이 그곳을 바라보니 개방의 제자들이 무더기로 뒷걸음질 치고있는것이 보였다. 챙! 챙.....! 마치 뚝 터진 물처럼 밀어붙이고 있는 인물들은 전신을 흉의로 감싸고 복면을 감싸고 복면을한 홍의인들이었다. [이---얏!] [받아랏!] [으----으----!] 푹갈소리와 비명소리, 병기 부딪치는 소리등이 개방의 총단을 완전히 뒤덮어 버렸다. 취몽주개등은 수중의 타구봉으로 종횡무진 홍의인들을 때려 죽였으나 상대는 외눈하 나 깜짝하지 않는 듯 했다. 이때, [본교의 제자들은 듣고라! 전력을 기울여 총단 안으로 침입하라!] 순간 홍의인들의 병기가 찬란한 빛을 내뿜기 시작했다. [으---아-----악!] [...] 개방의 제자들은 손 한번 제대로 놀리지 못하고 추풍낙엽처럼 쓰러져갔다. 우르르.. 홍의인은 급기야 입를 뚫고 총단 안으로 침입하는데 성공했다. 취몽주개는 쉴새 업이 타구봉을 휘두르며 벼락같이 고함을 질렀다. [개방의 모든 제자들은 목숨을 아끼지 말고 홍의인들을 막아라!] [와---와----!] 쌍방은 요란한 함성을 지르며 서로의 목숨을 취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때를 같이하여, 근 백여명에 달하는 홍의인들이 다시 입구를 통과해 안으로 들어왔다. 바야흐로 개방 총단은 피로 물들기 시작했다. 두종악과 개방삼장로는 마치 한 마리 청룡과도 같이 홍의인들을 향해 무자비한 살수 를 전개하고 있었다. [캑!] [으---악!] 개방의 제자와 홍의인들이 한데 어울려 분수같은 선혈을 내뿜으며 피바닥에 뒹굴었 다. 이때, [멈추어라!] 고막을 찢을 듯한 우렁찬 고함소리가 들리자 곧이어 장내에 세 명의 홍의인이 유령처 럼 나타났다. 취몽주개들은 그들의 신법이 어떻게나 빠른지 다만 붉은 그림자가 번뜩하는 것만 느 꼈을 뿐이었다. 세명의 홍의인들은 가슴에 똑같이 피가 뚝뚝 떨어지는 붉은 손이 새겨져 있었다. 쌍방은 일제히 손을 멈추며양쪽으로 갈라섰다. 중앙에 서 있는 홍의인의 입에서 지옥의 악귀와도 같은 지극히 사악한 음성이 흘러나 왔다. [흐흐흐흣... 취몽주개, 본교의 솜씨가 어떠냐?] [으드득.. 이놈! 네놈들은 본방과 무슨 원한이 있다고 이토록 무자비한 살생을 저지 르는 것이냐?] 그러자 중앙에 있던 홍의인이 말을 받았다. [흐흐흣.. 이것은 일차 경고에 불과할 뿐이다. 하지만 본교가 제시하는 한가지 일을 승낙한다면 오늘 일어날 참사를 방지할 수도 있지.] [네이놈! 감히 정체를 숨기고 천인공노할 짓을 저지르다니! 어서 썩 복면을 벗지 못 할까?] 그의 호통이 끝나자 왼쪽에 있는 홍의인이 모골이 송연할 정도로 음침하게 입을 열었 다. [허허허.. 독안신개, 노부등이 네놈등이 네놈들에게 정체를 밝힐바에야 아예 복면을 하고 오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러니 한쪽 눈깔마저 뽑히고 싶지 않다면 아가리닥치고 있거라.] 독안신개는 분을 참지 못하고 전신의 털을 모조리 곤두세웠다. 이때 두종악이 독안신개를 진정시키며 차분한 어조로 말했다. [당신들은 무슨 이유로 본방을 침입했소? 그리고 본교, 본교, 하는데 대체 무슨 교인 지 말해줄 수 없겠소?] 중앙에 있는 흑의인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네놈들이 본교가 제시하는 명령을 받들겠다면 말해줄 수 있다. 하나 만일 거절한다 면 오늘로써 개방은 무림에서 제명될 것이다.] 그의 인하무인격인 말에 개방의 인물들은 물론 철한빙까지 분노하고 말았다. 두종악은 끓어오르는 분노를 가까스로 억누르며 이를 악물고 입을 열었다. [당신들이 제시하는 한가지 일이란 대체 무엇을 말하는 것이오?] 중앙에 있는 홍의인이 두 눈에서 야릇한 광채를 띠우며 느릿하게 말했다. [그것은 지극히 쉬운 일이다. 바로 개방전체가 본교에 투항하는 것이다.] 취몽주개를 비롯한 전제자들은 혼비백산하고 말았다. [뭣이라고!] 그들은 일제히 몸을 부르르 떨며 주먹을 으스러져라 움켜쥐었다. [흐흐흐.. 왜, 너무도 쉬운 일이라 믿어지지가 않느냐? 노부가 생각해도 이처럼 수 월한 일은 없지.] 이때 호면구개가 마치 으르렁거리듯이 사납게 외쳤다. [네이놈! 네놈은 노부와 단 둘이 일전을 벌일 용기가 있느냐?] 그러자 세명의 홍의인이 동시에 사악한 웃음을 날렸다. [훗훗훗..] 그들은 웃음을 멈춘 뒤 이번에는 오른쪽에 있는 홍의인이 가소롭다는 듯이 말했다. [호면구개, 네놈은 자신을 너무 과대평가하는 모양이구나. 좋다! 노부가 네놈과 몇 초 어울려 주마.] 이어 성큼성큼 걸음을 옮겨 양편의 중앙에 우뚝 버티고 섰다. [노부는 네놈의 용기를 가상히 여겨 특별히 살길을 열어 주겠다.] 그리고는 취몽주개를 바라보며 비웃음이 가득찬 음성으로 입을 열었다. [취몽주개, 네놈은 아무나 세 사람을 내보내 삼전을 벌일 용기가 있느냐?] 취몽주재는 상대방 세 사람과 이쪽 세 사람이 대표적으로 일전을 벌이자는 말에 잠시 생각에 잠기는 듯 했다. 이때 그의 귀에 통비협개의 전음이 들려왔다. [방주, 승낙을 하시오. 패싸움을 벌인다면 아무래도 본방의 제자들에게 많은 사상자 가 생길것은 뻔한 일이오.] 취몽주개는 그의 전음을 듣고 홍의인을 향해 말했다. [좋다. 승낙을 하겠다.] 홍의인은 그의 말을 듣고 음침하게 웃었다. [흐흐흐.. 삼전을 벌이되 조건을 붙이는 것이 어떻겠느냐?] 취몽주개가 말했다. [조건이란 무엇을 말하는 것이냐?] [세 번을 겨루되 먼저 두번을 이기는 쪽이 승리하는 것으로 하겠다. 만약 네놈들이 진다면 본교에 투항을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패한다면 네놈들에게 곱게 목 을 바칠 것이다.] 취몽주개는 그의 말을 듣고 깊은 생각에 잠겼다. (음.. 저놈이 이같은 조건을 내세울 때는 그만한 자신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승낙을 하지 않는다면 본방이 저들을 물리친다고 해도 사상자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방대할 것이다.) 여기까지 생각한 그는 천천히 그리고 단호한 음성으로 말했다. [좋다! 그쪽에선 누가 출전할 것이냐?] 그러자 중앙에 있던 홍의인이 승리는 이미 결정났다는 듯이 득의의 웃음을 날렸다. [흐흐흐.. 노부등 세 사람이 그대들의 재주를 구경해보겠다.] 왼쪽에 있는 홍의인과 중앙에 나가 서있는 홍의인을 가리켰다. 취몽주개는 그들의 모습을 일일이 쳐다본 뒤 하늘에게 빌었다. (역대 조사님들의 영령이시여! 본방을 보호해 주소서!) 이어 호면구개를 향해 엄숙하게 말했다. [사숙께선 조심하십시오.] 호면구개는 사태의 심각함을 알고 신중을 기했다. [방주께선 심려 마십시오.] 그리고는 중앙에 나가 서있는 홍의인을 향해 천천히 다가섰다. [자, 한바탕 놀아 보자.] [흐흐흐.. 노부는 이미 준비된지 오래이니 어서 덤비거라.] 호면구개는 수주의 타구봉을 서서히 들어 올렸다. [받아랏!] 우렁찬 기합소리와 함께 타구봉이 순식간에 홍의인을 감아버렸다. 홍의인은 차갑게 코웃음을 친 뒤 바람처럼 옆으로 몰을 튕겼다. 이어 왼손으로는 지법을 오른손으로는 장법을 전개해 호면구개의 전신대혈을 노려갔 다. 순간 호면구개는 재빨리 타구봉을 회수하며 오른발로 상대의 턱을 걷어차는 반면 뒤 로 몸을 힘껏 제쳤다. 휙! 강맹한 일퇴가 자신의 턱을 노려오자 홍의인은 급히 보법을 전개해 피하는 한편 왼손 을 갈쿠리처럼 오므려 호면구개의 가슴을 후벼갔다. 한편 두종악은 철한빙이 가까이에서 지켜보고 있는 것을 깨닫고 급히 그의 곁으로 다 가갔다. [노제, 어째서 이곳에 나와 있나? 어서 들어가 있게.] 철한빙은 입가에 뜻모를 미소를 떠올리며 나직이 입을 열었다. [형님, 너무걱정마십시오. 한데 호면구개 선배님이 이걸것 같습니까?] 철한빙은 그가 여러 소리를 할까봐 슬쩍 화제를 돌렸다. 두종악은 결전장으로 시선을 돌리며 초조한 듯이 말했다. [글쎄, 지금 같아서는 우열을 가리기 힘드네. 하지만 사숙께선 좀처럼 열세에 물리시 지 않을 것이네.] 철한빙은 두 사람의 접전을 주시하며 나름대로 생각하고 있었다. (음.. 내가 보건대 앞으로 삼십 초 이내에 호면구개 선배님이 패할 것 같군. 세번을 싸워서 두번을 이겨야 하는데 첫판부터 그가 진다면 개방의 사기가 많이 꺾일 것이 다. 그렇다면....) 그는 재빨리 생각한 뒤 암암리에 호면구개를 도와주기로 작정했다. 호면구개와 홍의인의 싸움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홍의인의 우세로 돌아가기 시작했 다. 취몽주개등 개방제자들은 초조와 긴장 불안등으로 눈 한번 깜빡이지 않고 격전장을 주시하고 있었다. 반면 홍의인들은 매우 여유있는 듯 뒷짐마저 지고 있었다. [으---야----압!] [차-----랏!] 두 사람의 입에서 호통이 터져나올 때마다 요란한 장풍과 파공음이 뒤를 따랐다. 쉬---익! 우------르-------릉..... 또다시 사십 오륙 초가 지나자 호면 구개의 타구봉법이 눈에 띄게 늘어졌다. 홍의인은 이 순간을 놓치지 않고 벼락같은 고함을 지르며 쌍장을 힘껏 밀어냈다. 순간 수십 개의 붉은 장영이 허공에 난무했다. [흡!] 호면구개는 다급한 나머지 찬 공기를 한모금 들이키며 취구보법을 이용해 마치 술취 한 개 마냥 흐느적거렸다. 그러자 그의 몸은 비틀비틀 거리며 교묘하게 상대방의 장력을 피하는 것이 아닌가? 이에 홍의인은 가볍게 한편 코웃음을 쳤다. [흥! 취구보법은 역시 개방의 절기답군.어디 얼마나 비틀거리나 두고 보자.] 하며 신경질적으로 살수를 전개했다. 홍의인의 초식을 일반 강호인들의 수법과는 전혀 달라 도데체 어느 파의 무공인지 분 간할 수가 없었다. 한 마디로 괴이정박하며 매 초식마다 살수가 아닌 것이 없을 정도였다. 호면구개는 전신에 비지땀을 흘리며 연속 뒷걸음을 쳤다. 그는 자신의 승패가 개방의 운명과 직결된 것을 아는지라 한 가지 굳은 결심을 했다. (만약 내가이자에게 패한다면 역대 조사는 물론이고 방주와 제자들을 대할 면목이 없 다. 그렇다면 최소한 비기는 수라도 찾아야 한다. 동귀어진! 그렇다. 동귀어진의 수 법만이 최선의 방법이다.) 그는 자신의 목숨을 버리는 한이 있더라도 상대방과 함께 죽을 각오를 했다. 호면구개는 결심을 굳히자 급히 공력을 최대한으로 끌어 올렸다. 이어 홍의인을 향해 막 덮쳐가는 순간, [선배님, 무모한 행동은 삼가하시고 소생의 말을 잘 들으십시오. 먼저 허공으로 몸을 솟구쳐 오른쪽으로 두 바퀴 돌은 뒤에 탁구봉으로 상대의 백회혈을 노리십시오. 그러 면 홍의인은 틀림없이 뒤로 한 걸음 물러설 것입니다. 이 순간을 이용하여 재빨리 타 구봉으로 백운출수의 일초를 펼치십시오. 그리고 왼손으로 복결혈을 노리고 동시에 쌍퇴로 그의 안면을 걷어차십시오.] 호면구개는 생각할 겨를도 없이 전음이 알려준대로 허공으로 몸을 솟구쳤다. 이어 계속 타구봉으로 홍의인의 백회혈을 찔러갔다. [앗!] 홍의인은 호면구개가 갑자기 평범한 초식을 펼치자 기겁을 하고 말았다. 그는 재빨리 뒤로 한걸음 물러선 뒤 쌍장을 밀어내려고 하였다. 그러나 호면구개는 타구봉을 교묘히 옆으로 뒤집어서 일초 백운출수를 전개했다. 홍의인은 그가 계속해서 평범하기 짝이 없는 초식만을 펼치자 크게 당황하고 말았다. 그가 당황하는 것을 본 호면구개는 전음술을 보내온 사람이 누군지 몰라도 무림의 일 대기인이라고 생각했다. ---평범한 곳에서 허점을 찾고 이동제동의 묘를 살릴지어다. 상승무공의 첫번째에 나오는 구결이었다. 바로 승극도의 비결, 호면구개는 조금도 손을 늦추지 않고 왼손으로 상대의 복결혈을 노려가고 동시에 앞발로 턱을 걷어찼다. [아----앗!] 공격을 받은 홍의인은 대경실색을 하며 황급히 괴초의 진법을 펼쳐 뒤로 번개같이 날 았다. 그러나, 퍽! 하는 소리와 함께 홍의인은 털끝만한 차이로 복결혈을 강타당하고 말았다. [으----윽!] 그는 입으로 검붉은 선혈을 울컥 토해내며 떨리는 손으로 호면구개를 가리켰다. [네..네놈이 무공의 최상승 경지인 승극도허의 비결을 알고 있었단 말이냐?] 이어 또 다시 한모금의 진한 핏덩이를 뱉어냈다. 호면구개는 말없이 그를 노려본 후 천천히 몸을 돌려 취몽주재 앞으로 다가갔다. 그러자 개방의 제자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역시 장로님은 무적의 신공을 지니셨습니다.] [와---우!] [....] 호면구개는 그들을 바라보며 쓰디쓴 미소를 지었다. 취몽주개와 이장로, 그리고 두종악이 흐뭇한 마음으로 그를 반겼다. 취몽주개는 그의 손을 덥썩 잡았다. [사숙, 정말 숨이 조여드는 것 같아 미칠 것 같았습니다.] 호면구개는 그의 말에 고개를 숙여 보인 뒤 주위를 둘러 보았다.] 그리고 철한빙의 몸에서 시선을 고정시켰다. (혹시 저 소년이 전음을 보낸 것이 아닐까? 아니야, 저 소년은 무공을 전혀 익히지 않은 듯 하지 않은가? 그렇다면 이곳에 제 삼의 무림고인이 몸을 숨기고 있는 것일 까?) 한편 복결혈을 얻어맞아 심한 내상을 입은 홍의인은 비틀거리는 걸음걸이로 자기 진 영으로 돌아갔다. 그는 두명의 홍의인을 향해 분하다는 듯이 말했다. [두분에게 죄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겠소. 일시적인 방심으로 그만 역습을 당하게 될줄 이야.] 그러자 중앙에 있던 홍의인이 위로하듯이 입을 열었다. [예향주, 너무 억울해 하지 마시오. 앞으로 두번의 기회가 있으니 아무 걱정 없소.] 그의 말이 끝나자 옆에 있는 홍의인이 말을 받았다. [예향주, 노부가 대신 통쾌하게 복수를 해줄테니 박수나 보내주이오.] 예향주라 불리운 홍의인은 품속에서 붉은 환약을 꿀꺽 삼킨 뒤 힘겨운 듯이 입을 열 었다. [전향주, 노부를 대신해 놈들을 갈가리 찢어 죽여주시오.] 전향주라고 불리운 홍의인은 고개를 끄덕인 뒤 천천히 중앙으로 걸음을 옮겼다. 번호:198/227 등록자:HYUN9876 등록일시:97/04/06 20:10 길이:393줄 제 목 : [사마달] 불세마왕경 제 20장 불세마왕경 저자: 사마달 출판사: 대현출판사 제 20장 무적신공 취몽주개는 독안신개를 바라보며 엄숙하게 입을 열었다. [사숙께서 저놈을 맡아 주시기 바랍니다.] 독안신개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방주가 이 비렁뱅이를 믿어 주셔서 감사하오. 노부는 목숨을 돌보지 않고 최선을 다 하겠소.] 그리고는 천천히 걸음을 옮겨 전향주의앞에 우뚝 버티고 섰다. 전향주는 그를 음침한 눈으로 바라보며 사악하게 웃었다. [으흐흐흐.. 양쪽 눈을 가진 놈도 노부 앞에서 백초 이상을 넘기지 못하거늘 감히 외 눈깔이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고 꼬리르 치려 들다니! 정말 가소롭구나.] 독안신개는 전혀 동요하지 않고 수중의 타구봉을 천천히 수평으로 뉘였다. 전향주도 이에 질세라 소매 안에서 쇠갈고리 모양의 이상한 병기를 꺼내들었다. 독안신개는 상대의 병기를 보고 잔뜩 긴장했다. (으음! 듣도 보도 못한 괴이한 무기로구나. 저런 무기는 초식이 괴이하거나 사람의 공력이 초범입성의 경지에 도달해야만 사용할 수 있는데...) 그는 타구봉에 공력을 주입시키며 상대의 허점을 찾았다. 그러나 독안신개는 상대방에게서 털끝만한 허점도 찾아낼 수 없었다. 이에 독안신개는 천천히 좌측으로 몸을 이동시켰다. 한 발, 또 한 발... 걸음마다 살기가 감돌았다. 약 일각 동안 서로 대치하던 그들이 동시에 대갈일성을 터뜨리며 상대를 덮쳐갔다. 탕! 탕! 병기가 서로 부딪치자 독안신개는 손아귀가 찢어지는 아픔을 느끼며 하마터면 타구 봉을 놓칠 뻔했다. 단 일초만에 열세를 드러낸 독안신개는 상대의 공력에 등골에 식은땀이 흘렀다. 전향주는 기선을 제압하자 재빨리 일보 앞으로 내딛으며 쇠갈고리로 독안신개의 어깨 를 찍어갔다. [앗!] 독안신개는 질겁을 하며 급히 취구보법을 전개했다. 순간 그의몸이 비틀거림과 동시에 쇠갈고리가 아슬아슬하게 어깨를 스치고 지나갔다. [흥!] 전향주는 일격이 실패로 돌아가자 싸늘한 코웃음을 치며 전광석화같이 쇠갈고리를 집 어 독안신개의 옆구리를 후려쳤다. 그리고는 왼쪽의 두 손가락으로 그의 하나 남은 눈을 곧장 찍어갔다. 독안신개는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기도 전에 일초 이식을 대하자 눈앞이 아찔했다. 그 는 필생의 송력으로 타구봉을 휘두르는 한편 황급히 취구보법을 전개했다. 그러나, 찌------익! 쇠갈고리는 실날같은 차이로 독안신개의 옆구리와 옷자락을 길게 찢어버리고 말았다. 순간, 홍의인들 사이에서 우레와 같은 박수갈채가 터져 나왔다. 짝! 짝! 짝! 독안신개는 자신의 찢어진 옷자락을 내려다 보며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는 취몽주개를 향해 눈물을 짓씹는 듯한 음성으로 말했다. [방주, 노부가 부족하여 방의 명예를 더렵혔소이다. 부디 노부를 대신해 저놈들의 씨를 말려 주십시오.] 이어 자신의 천령개를 무서운 속도로 내리쳤다. [앗! 사숙!] [장로님!] [...] 취몽주개를 비롯한 개방의 전 제자들은 기절초풍을 하며 황급히 말리려고 하였다. 그러나 독안신개의 동작이 너무도 신속하여 그 누구도 제지하지 못했다. 독안신개의 두개골이 박살이 나기 일보 직전, 갑자기 독안신개의 손이 천령혈과 종이 한장 사이를 남겨두고 우뚝 멈춰버리는 것이 아닌가? 중인들이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하고 있을 때 철한빙이 그의 앞으로 천천히 다가갔다. 이어 독안신개를 향해 윗사람이 아랫사람을 꾸짖듯이 진지하게 말했다. [장로님, 승패는 병가상사라고 했거늘 어찌 한번의 실수로 목숨을 끊으려 하십니까? 장로님께선 한목숨을 끊으시면 그것으로 모든 것을 잊으실줄 아시는 모양이나 소생이 보기에는 책임을 도피하려는 비겁한 행동으로밖에 보이지 않는군요. 지금의 형세로는 단 한 사람도 아쉬울 텐데 이같이 경거망동을 하시다니 소생은 정말 크게 실망했소 이다.] 독안신개는 그의 말을듣고 얼굴을 붉히는 한편 전신에 식은땀이 흐르는 것을 느꼈다. (그렇다! 지금은 경솔히 목숨을 끊을 때가 아니다. 이 소년이 아니었다면 천추의 한 을 남길 뻔했구나. 정말 비범한 소년이로다.) 그가 생각에 잠겨잇을 때 한줄기 부드러운 장력이 봉쇄했던 혈도를 가볍게 풀어주는 것이 아닌가? 독안신개는 또 한번 놀랐다. (아니! 이 소년은 노부의 혈도를 찍고 또 풀어주었단 말인가? 도무지 믿어지지가 않 는구나.) 그는 재빨리 생각을 멈추며 철한빙을 향해 공손히 허리를 굽혔다. [소협, 노부를 깨우쳐 주셔서 정말 고맙소이다. 소협이 아니었다면 노부는 역대 조사 들의 영전에 고개를 들지 못할 뻔했소.] 철한빙은 빙그레 웃으며 마주 답례를 했다. [장로님께서 소생이 무례하다고 꾸짖지 않으시는 것만도 감지덕지한 일입니다. 소생 의 망언을 용서해 주십시오.] 독안신개가 다시 입을 열려는 순간 취몽주개가 끼어 들었다. [사숙, 대체 어찌된 일입니까?] 독안신개는 철한빙을 주시하며 천천히 입을 떼려고 하였다. 이때, 그의 귓전으로 한 줄기 모기소리만한 지극히 작은 음성이 들려왔다. [장로님, 소생을 빼시고 적당히 얼버무리십시오.] 독안신개는 역시 철한빙이 절정의 무공을 지닌 무림기재라는 것을 깨달았다. 아예 그는 적당히 얼버무리고 말았다. [방주, 다음에 조용히 말씀드리겠습니다.] 한편, 홍의인들도 독안신개가 어째서 손을 멈추게 되었는지 영문을 알 수가 없었다. 그럴 즈음에 철한빙이 나서자 더욱 어리둥절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들은 철한빈의 준수한 모습과 범상치 않는 위엄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홍의인쪽에 있던 한 사람이 옆의 사람에게 나직이 말했다. [나형, 이제 일승일패니 당주님의 일전에 운명이 걸렸구려.] 옆에 있던 홍의인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순간 혈수가 새겨진 홍의를 입고 있던 세 사람 중 가운데 있던 홍의인이 천천히 중앙 으로 걸어나왔다. [흐흐흐.. 이것으로 일승일패가 됐다. 이제 마지막 일전이 남았는데 네놈들쪽에선 어 떤 비렁뱅이가 나오겠느냐?] 그러자 두종악이 울분을 참지 못하겠다는 듯이 취몽주개를 향해 비통하게 말했다. [사형, 저를 내보내 주십시오.] 옆에 있던 통비협개가 단호한 음성으로 입을 열었다. [아니오! 방주, 노부가 나가겠소이다.] 취몽주개는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그들을 제지했다. [사숙, 그리고 사제, 지감까지 개방의 운명은 이 미천한 비렁뱅이가 맡아왔소. 그러 니 이 비렁뱅이가 끝까지 책임을 지겠소이다.] 그의 단호한 음성에 개방제자들도 숙연한 표정을 지었다. 취몽주개가 비장한 각오로 중앙으로 걸음을 옮기려는 순간. [잠깐! 형님, 소제가 놈들의 실력을 견시하고 싶습니다.] 취몽주개는 물론 중인들의 시선이 한꺼번에 철한빙에게 쏠렸다. 두종악이 급히 철한빙에게 말했다. [노제, 그게 무슨 말인가? 무공을 모르는 자네가 어찌 흉도들을 상대할 수 있단 말 인가? 그건 도저히 말도 안되네.] 철한빙은 그의 말을 들으며 오른손을 번개같이 뻗어 두종악의 맥문을 움켜지었다. [헉!] 도중악은 그가 느닷없이 맥문을 움켜지자 대경실색을 했다. [아니! 노제는 무공을 알고 있었단 말인가?] 철한빙은 맥문을 놓으며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그저 자신의 몸을 지킬 정도는 됩니다.] 중인들은 이 광경을 보고 하나같이 두 눈이 휘둥그래졌다. 일개 서생으로밖에 보이지 않던 소년이 어떻게 손을 썼는지조차 모르게 두종악의 맥 문을 움켜쥐다니! 설사 두종악이 방심을 했더라손 치더라도 그는 개방에서 첫 손가락을 꼽는 절정고수 가 아닌가? 철한빙은 취몽주개를 향해 진지한 어조로 말했다. [형님, 소제는 자신이 없는 일엔 결코 뛰어들지 않습니다. 그러니 염려 마시고 소생 에게 맡겨 주십시오.] 취몽주개도 그가 범상치 않은 인물인 줄 알았으나 개방의 흉망이 걸린 일전인지라 심히 망설였다. 또한 외인에게 일대 중대사를 맡긴다면 개방의 체면도 문제였다. 철한빙은 그의 의도를 재빨리 알아차렸다. 이어 품속에서 두종악이 주었던 청죽패를 꺼내 들었다. [형님, 소제는 결코 외인이 아닙니다.] 취몽주개는 그가 청죽패를 꺼내 보이자 곤혹한 표정을 지었다. (노제가 비록 무공을 숨기고 있었다고는 하나 이제 고작 이십여 세에 불과하지 않은 가? 만약 노제가 이겨준다면 별 문제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어떻게 될 것인가! 또한 상대에서 나온 놈은 그들 중에서 무공이 제일 고강한듯 한데 ...) 이때 그의 귓전에 독안신개의 전음이 들려왔다. [방주, 이 소년을 출전시키시오. 노부가 자결 일보 직전에 제지를 당한것도 바로 이 소년이 상승의 격공점혈수법을 사용했기 때문이었소. 무례한 말씀이기는 하지만 방 주께서 출전하셔도 상대를 격패시킨다고는 장담할 수 없소. 그러니 운명을 하늘에 맡 기고 그의 말에 따릅시다.] 취몽주개는 독안신개의 전음을 듣고 결정을 내렸다. 그는 철한빙을 향해 침중한 음성으로 말했다. [좋네. 노제가 개방의 운명을 짊어져 보게.] 철한빙은 그를 향해 잔잔한 웃음을 보냈다. 이어 서서히 뒷짐을 지고 홍의인 앞으로 다가섰다. 홍의인은 조금 전 그의 수법을 보자 얕잡아 볼 인물이 아니라는 것을 느꼈다. 이에 신중한 자세를 취하며 그를 노려보았다. 철한빙은 그를 힐끗 쳐다본 뒤 허공으로 시선을 던지며 말했다. [당신은 어떤 방법으로 초식을 겨루길 원하오. 본 공자는 그대가 편리한대로 따라 주 겠소.] 개방인물들은 그의 말을 듣고 등줄기에 식은땀을 흘렸다. 상대방에게 싸움의 방법을 맡긴다는것은 마치 이겨 주십시오 하는 것과 똑같은 것이 었다. 상대가 자신의 장기로 삼는 무공으로 겨루자고 하면 십중팔구는 패하기 때문이다. 홍의인은 어이가 없다는듯이 실소를 터뜨렸다. [흐흐흐... 대가리에 피도 마르지 않은 놈이 우쭐대는 기는 잇는 모양이구나. 이놈 아! 노부는 네놈의 의향대로 할테니 아무 방법이나 택해라.] 철한빙은 여전히 허공에 시선을 고정시킨 채 차분한 음성으로 말했다. [허허헛.. 만약 본 공자가 제안하는 방법으로 겨룬다면 그대는 본 공자의 반초도 받 아내지 못할 것이다.] 그의 말이 끝나자 홍의인의 눈에서 싸늘한 살기가 쏟아져 나왔다. [이.. 이놈이 감히 노부를 조롱하다니! 뒈지고 싶어 환장한 모양이로구나.] 철한빙은 그가 안중에 없다는 듯이 오히려 한술 더 뜨기 시작했다. [허허허헛... 본 공자가 보건대 그대의 무공으로는 내 손에서 삼초도 견디지 못할 것 이오. 그러니 본 공자가 먼저 삼초를 양보해 주겠소.] 취몽주개를 비롯한 개방의 인물들은 하늘이 노래지는 것을 느꼈다. (아니! 저 소년이 혹시 미친 것이 아닐까?) 홍의인들은 너무도 어이가 업는지 너털웃음을 터뜨리는 자도 있었다. 철한빙과 대치한 홍의인은 전신을 부들부들 떨며 이를 부드득 같았다. [으.. 네놈이 감히 노부를... 좋다! 네놈의 사지를 토막내지 못한다면 당장 자결을 하고 말겠다.] 철한빙은 그제서야 시선을 그에게 돌렸다. [허허헛.. 그럴 것까지는 없소. 다만 다시는 개방에 대해 음흉한 속셈을 갖지 말아 달라는 것이오.] 홍의인은 분노가 극에 달했는지 두 눈에서 핏발이 선 채 줄기줄기 살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철한빙은 그의 모습을 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자, 방법을 택하지 않겠다면 덤비시오.] 홍의인들은 더 이상 참지 못하겠다는 듯이 공력을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의 홍의가 점차 불어나는 것이 아닌가? 철한빙은 그가 공력을 십성까지 끌어올렸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받아랏!] 홍의인의 입에서 폭갈이 터져 나오자 동시에 한 줄기 붉은 장력이 태산을 무너뜨릴 듯이 철한빙의 전신을 뒤덮었다. [흥!] 철한빙은 싸늘한 냉소를 지르며 오른쪽 소매를 마치 장난이나 하듯이 가볍게 반원을 그렸다. 순간, 천지를 뒤엎을 듯한 붉은 장력이 형체도 업이 사라져 버리는 것이 아닌가? 홍의인은 자신이 십성 공력으로 밀어낸 일장이 상대방의 소맷자락의 깊은 수령에 빠 진 돌맹이마냥 사그러지자 대경실색을 하고 말았다. 중인들은 역시 그의 믿을 수 없는 신공절예에 멍하니 넋을 잃고 있었다. [일초!] 철한빙의 입에서 나직한 외침이 터져나왔다. 홍의인은 급히 심신을 안정시킨 뒤 다시 십이성의 공력으로 쌍장을 동시에 밀어냈다. 순간, 하늘을 가득 뒤덮는 붉은 장영이 철한빙의 전신을 에워싸 버렸다. 콰---르---릉 중인은 장풍의 여력에 견디지 못하고 제각기 세 걸음씩 물러서며 철한빙을 감싸 버린 붉은 장영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잠시 후 흙과 먼지, 그리고 땅바닥에 널렸던 시신들이 땅으로 떨어지는 소리가 귓전 을 울렸다. 중인들은 붉은 장영이 사라지기를 기다렸다. 홍의인은 자신이 십이성의 공력으로 밀어낸 장력에 철한빙이 설사 즉사는 하지 않더 라도 다시는 무공을 펼치지 못할 정도로 막중한 내상을 입었으리라 생각하며 눈가에 미소를 띠었다. 붉은 장영이 잠시가 지나가 서서히 걷히기 시작했다. 실로 무시무시한 장영이 아닐 수 없었다. 붉은 장영이 완전히 걷히자 중인들의 입에서 경악의 탄성이 울려 나왔다. [아...저럴수가!] 손에 땀을 쥐고 있떤 개방인들은 자신도 모르게 환호를 질렀다. [무적신공이다! 무적신공...] 철한빙은 제자리에 우뚝 선채 여유있게 웃음마저 띠우고 있었다. 두종악은 그의 늠름한 모습에 미칠 듯이 기뻤다. (오년전에 우연히 그를 구해준 것이 개방의 액겁을 막게될 줄은 정말 상상도 못했구 나. 한데 노제는 불과 오년동안에 어떻게 이토록 고강한 무공을 연성했을까?) 한편 홍의인은 정신이 아득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는 연신 뒷걸음질 치며 고래고래 고함을 질렀다. [사...사술이다! 사술..] 철한빙은 사늘한 눈빛으로 그를 응시하며 차갑게 입술을 떼었다. [이초!] 홍의인은 그말을 듣고 전신을 한 차례 떨었다. (으----음! 저놈의 공력이 이토록 고강할 줄은 정말 몰랐구나. 할 수 없이 최후의 십 초를 사용하는 수밖에는 다른 도리가...) 그는 재빨리 생각을 굴린 뒤 품속에서 시뻘건 팔둑을 꺼내들었다. 바로 그자의 가슴에 새겨진 혈수였다. 그것은 매우견고한 강철도 만들어진 듯 했으나 이상하게도 붉은 빛을 띠우고 있었다. 철한빙은 그가 이상하게 생긴 병길르 꺼내들자 절초가 펼치려는 것을 재빨리 간판했 다. 홍의인은 혈수를 밑으로 한번 내렸다가 번개같은 동작으로 철한빙의 혼혈사처를 괴 이하게 찔러갔다. 하나의 혈수가 교모하게 수십 개의 붉은 손으로 변하자 일순간 허실을 분산하기조차 어려웠다. 철한빙은 급히 한 모금의 진기를 들이마시며 표효잠형보법을 펼쳐 순식간에 스물 네 개의 환영을 만들어냈다. [앗!] 홍의인은 기급을 하며 대체 어느 환영을 공격해야 할지 목표를 잃어버리고 말았다. 그가 잠시 주춤한느 사이에 스물 네개의 환영이 돌연 사라져 버렸다. 홍의인은 자지러질 듯이 놀라며 급히 신형을 뒤로 날렸다. 그는 초식을 채 뻗어내지도 못하고 중도에서 거두어 들이고 만 것이다. 이때 그의 등뒤에서 차가운 외침이 들려왔다. [이제 당신은 본 공자가 양보한 삼초를 넘겼소. 이제 본 공자의 삼초를 받아보시오.] 그의 말이 끝나자 동시에 신형을 허공으로 솟구쳤다. 이어 섬전같이 밑으로 내려오며 홍의인의 전신 각대혈을 향해 쾌속절륜한 일장을 후려쳐갔다. [일초, 괴성유두!] 홍의인은 황급히 신형을 옆으로 날리며 수궁의 혈수로써 장벽에 맞부딪쳐갔다. 펑! 하는 둔탁한 음향이 일며 홍의인은 뒤로 주르르 밀려나고 말았다. 그는 손아귀가 찌르르 저려오는 것을 느끼며 혼비백산을 금치 못했다. 홍의인이 채 신형을 안정시키기도 전에 철한빙의 몸이 허공에서 곤두박질치듯이 뒤로 내려섰다. 그와 동시에 장과 지를 동시에 밀어냈다. [이초, 야화소철!] 순간 검은 불꽃이 홍의인의 전신을 휘감기 시작했다. 호의인은 연속적으로 수세에 몰리자 이를 악물고 혈수에 공력을 주입시킨뒤 사력을 다해 옆으로 후려쳤다. 바로 마공의 극치인 혈수마공을 전개한 것이다. 철한빙은 갑자기 한 줄기 광풍노도와 같은 기운이 전신을 엄습해오자 가볍게놀라고 말았다. 이에 급히 초식을 철퇴하며 표표장형보법을 펼쳐 환영을 만들어 낸뒤, 적혈비급에 기록된 적혈장을 오성의 공력으로 밀어냈다. 순간 중인들의 눈에 두 줄기 붉은 기운이 허공에서 부딪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서로 장관이 아닐 수 없는 광경이었다. 읽기(번호) 쓰기(W) 목록열람(DIR,L,LL) 다음메세지(N) 앞메세지(P) 도움말(H) 등록자검색(FROM) 제목검색(SUBJ) 답장(R) 삭제(DEL) 기타(Z) 선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