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r 218-227 번호:218/227 등록자:HYUN9876 등록일시:97/04/14 23:04 길이:688줄 제 목 : [사마달] 불세마왕경 제 40장 불세마왕경 저자: 사마달 출판사: 대현출판사 제 40장 오인의 말로 천당주의 죽음... 불문제자들은 너무도 끔찍한 시체의 모습을 보고 연신 불호를 외웠다. [아무타불....!] 철한빙은 시선을 칠절성군에게 돌리며 나직이 입을 열었다. [맹주, 뒷 수습은 그대가 해주기 바라오. 노부는 그만 떠나겠소이다.] 칠절성군이 급히 말했다. [노선배님, 마가 승하고 도가 쇄하는 이때 어찌 무림을 버리시려고 하십니까?] 철한빙은 잔잔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맹주, 노부는 천문지리를 조금이나마 알고 있소. 해서 감히 장담하거늘 멀지 않 아 젊은 영웅이 해성같이 나타날 것이오.] 칠절성군은 재빨리 입을 열었다. [노선배님, 젊은 영웅이란 대체 누굽니까?] 철한빙은 두 눈을 스르르 감았다. [자세한 것은 노부도 알지 못하겠소. 한 가지 그 사람은 무림을 위해 몸을 바칠 것이라는 것밖에는 말씀드릴 수가 없구려.] 그리고는 두 눈을 천천히 뜨며 재차 말을 이었다. [그 젊은이는 신풍처럼 나타날 것이오. 그것도 빠른 시일안에 말이오.] 이번에는 헌원일검이 물었다. [사백님, 그 사람의 이름이 무엇입니까?] 철한빙은 천천히 고개를 내저었다. [천기는 누설하지 않는 법, 노부 또한 그 이치를 거역하고 싶지 않네.] 이어 칠절성군에게 말했다. [자, 그만 갑시다.] 세 사람은 서서히 걸음을 옮겼다. 헌원일검 등이 황급히 말렸다. [사백님, 강호에 좀더 머물러 계시면 아니되겠습니까?] 철한빙은 고개를 돌려 그들을 향해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러나 곧 걸음을 옮겼다. 그것은 평범한 걸음이 아닌 육지비행술의 절정 신법이었다. 세 사람은 이내 그들의 시야에서 눈깜박할 사이에 사라져 버렸다. 군웅들은 철한빙의 신법을 보고 또 한 번 경악했다. 월하노인은 그들이 사라진 방향을 한참 동안 바라보며 숙연한 표정을 지었다. [아.. 무수옹이야말로 세외를 등진 공문제일기협이로다. 한데 그 분이 말씀하신 젊은 영웅이 정말 나타날까? 신비교의 야망을 그가 막아줄 수 있을까?] 지금 자신들의 힘으로는 신비에 싸인 마두들의 집단에 대항해 나간다는 것은 역 부족이었다. 그것은 오늘 일어난 참사로도 익히 알고도 남음이 있었다. 그드이 바라는 것은 마두들을 물리칠만한 무공과 기지를 지닌 인물이었다. 칠절성군은 군웅들을 돌아보며 우렁차게 말했다. [여러분, 무림맹을 열어 회의를 벌이고자 하니 이래 후에 풍운장원으로 왕림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별도로 무림첩을 돌리겠습니다.] 그도 현세를 절감한 듯 서슴없이 무림맹을 개회하겠다고 선언했다. 군웅들은 서로 인사를 나눈 뒤 금정산 흑운애를 떠났다. 끼악! 끼악! 언제 날아 들었는지 모를 수 많은 까마귀 떼들이 대지를 덮어버렸다. x x x x x 한편-------! 금정산을 떠난 철한빙 일행은 북쪽을 향해 질풍같이 달려갔다. 철한빙은 신법을 펼치는 한편 생각에 잠겼다. (취련무아 신법을 익힌 뒤로는 이상하게도 마성이 일어나지 않는구나. 나는 군웅 들이 예고한 대로 무림을 위해 몸을 바칠 것이다. 하나, 각파의 원수만은 잊을 수가 없다.... 마와 협의 갈림길에서 방황하게 될 줄이야 꿈엔들 생각이나 했는 가?) 추평해가 그의 얼굴을 힐끗 쳐다보며 넌지시 물었다. [공자님께서 좀 전에 말씀하신 신풍같이 나타나는 젊은 영웅이란 바로 공자님이 아닙니까?] 철한빙은 계면쩍게 웃고 말았다. [추형은 그렇게 생각하시오?] 추평해는 자신있게 대답했다. [물론입니다. 공자님을 제외한다면 당금무림에 영웅이 그 누구이겠습니까?] 철한빙은 고소를 지었다. [영웅호걸은 바닷가의 모래알같이 무수하거늘 어찌 영웅을 자처할 수 있겠소? 소 생을 너무 과대평가 한것 같소.] 타구언규가 걸걸한 목소리로 재빨리 말했다. [아.. 아닙니다. 수노제의 말은 결코 과장된 것이 아닙니다. 오.. 오히려 공자님 께서 겸손하신 겁니다.] 이때 멀리 중경성이 시야에 들어왔다. 추평해가 재빨리 입을 열었다. [공자님, 우선 성내에 들어가서 요기를 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철한빙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않아도 그럴 생각이었소.] 그들은 경공술을 멈추고 천천히 도보로 성내에 들어섰다. [저..저기 객점이 보이는군요. 저곳으로 가시지요?] 탁원규가 가리킨 곳에는 객점을 표시하는 높은 깃발에 소호라고 큼지하게 쓰여있 었다. 그들은 소호객점으로 걸음을 옮겼다. 객점 안은 제법 손님이 많았다. 철한빙 일행은 점원의 안내로 자리를 잡고 음식을 주문했다. 음식이 나오자 그들은 젓가락을 놀렸다. 이때, 주렴이 거칠게 젖혀지며 네 명의 청의대한이 객점에 들어섰다. 그들은 빈 탁자에 털썩 주저 앉으며 고함을 지르듯이 말했다. [이봐, 여기 빨리 술과 요리를 가져 오너라.] 그러자 점원이 아닌 주인인 듯 싶은 뱁새 눈의 뚱뚱보가 쪼르르 달려와 그들을 향해 코가 땅에 닿도록 절을 올렸다. [헤헤헤.. 나리님들, 이거 얼마만입니까요? 요사이는 통 보이지 않으시던데 무슨 일이라도 있습니까?] 네 명의 대한 중 메기 입에 들창코를 지닌 사람이 거칠게 말했다. [이봐, 우리들은 근 한 달 간을 장원에만 쳐박혀 있었다네. 그러니 여러 수작말 고 빨리 술이나 가져오게.] 제법 점잖게 하는 말이었으나 듣기에는 무척이나 거북했으며 어색하기 짝이 없었 다. [예, 예!] 주인장은 연신 허리를 굽신거린 뒤 잽싸게 물러섰다. 그가 사라지자 이번에는 세모꼴 모양의 얼굴과 짝귀를 지닌 인물이 나직하게 말 했다. [제기랄, 장주님도 너무 하시지. 그놈의 무명마인가 세외일마인가 하는 놈이 두 려워할 장원의 사람들을 일체 바깥 출입을 시키지 않으니 말이나 될법한가? 오늘 우리가 물건을 구입하는 순서가 아니었다면 정말 예전에 뛰쳐 나왔을 것이네.] 순간 철한비의 두 눈이 번뜩였다가 사라졌다. 나�˘⊙� 세 사람이 맞장구를 쳤다. [누가 아니라나, 한데 장주님은 어째서 무명마를 두려워 하는 것일까?] 매기 입에 들창코 대한이 짝귀에게 물었다. 짝귀의 대한이 두 눈을 동그랗게 뜨며 짐짓 으시대기 시작했다. [이 사람아! 아직도 그걸 모르는가? 장주님은 옛날에 무림제왕보를 습격했을 때 거기에 참가한 적이 있다네. 바로 그 이유 때문에 고개를 디밀고 있는 것이지.] 세 사람은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때 점원이 그들에게 술고 음식을 갖다 준 뒤 휑하니 사라졌다. 그들은 마치 며칠은 굶은 듯이 술과 음식을 정신없이 먹어대기 시작했다. 철한빙은 그들의 얘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들은 뒤 천운으로 원수 중에 한 명을 찾아내자 기쁘기 짝이 없었다. 네 명의 청의대한들은 삽시간에 술과 음식을 바닥내고 급히 객점을 나가 버렸다. 철한빙은 주인장을 불러 그들이 어느 장원의 사람이냐고 물었다. 주인장은 아첨의 웃음과 함께 대답했다. [헤헤헤.. 그들은 칠진장원의 사람들입지요.] [칠진장원?] 철한빙은 나직이 중얼거린 뒤 제채 물었다. [혹시 장주가 누구인지 알고 있소?] [예, 칠진장주를 모르는 사람이 이 일대에 누가 있겠습니까? 장주는 추혼객 사도 악이라는 사랍입니다.] 철한빙은 몇번 고개를 끄덕였다. [칠진장원은 어디에 있소?] [헤헤헤... 이�¡�에서 동쪽으로 십여 리 정도만 가면 웅장한 장원이 있습지요.] 철한빙은 품 속에서 금전 한 �낼습� 꺼내 주인장의 손에 쥐어 주었다. [주인장, 친절하게 알려주어 고맙소. 오늘은 이곳에서 유숙하겠소. 이것이면 음 식값과 방값이 되겠소?] 주인장은 두 눈이 휘둥그래졌다. [어이쿠! 어르신네, 되고말굽쇼. 곧 거스름 돈을 가져오겠습니다요.] 철한빙은 빙그레 웃었다. [됐소. 나머지는 주인장 몫으로 하시오.] 주인장은 입을 함지박만하게 벌리며 연신 치하를 해댔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이어 급히 안쪽으로 사라졌다. 철한빙 등이 잠시 담소를 나누고 있자 주인장이 다시 나와 뒷채에 있는 깨끗한 방으로 안내해 주었다. 주인장은 철한빙의 신분이 천외쌍절보다 높다는 것을 재빨리 간파하여 어느새 두 개의 방을 마련해 주었던 것이다. 철한빙은 독방을 차지하고 혼자 침상에서 이런 생각 저런 생각에 잠겼다. (오늘밤 진장원을 찾아가보자. 만약 추혼객 사도악이 원수가 분명하다면 요절을 내고 말리라.) 그의 두 눈에서는 살기가 끝없이 폭사되어 나왔다. 삼경, 먹물을 뿌려 놓은 듯한 칠흑같은 어둠을 가르며 하나의 인영이 유령같이 달려가 고 있었다. 그 인영의 신법은 흐르는 유성과도 같이 유연하면서도 빠르기 그지 없었다. 인영은 칠진장원을 향해 번개같이 달려갔다. 십여 리 정도 왔을까? 그의 눈앞에 거대한 장원이 어둠에도 아랑곳 없이 우뚝 버티고 서 있는 것이 보 였다. (음.. 이곳이 칠진장원인가 보구나. 한데 추혼객의 처소를 알아야 손쉽게 일을 끝낼 텐데.) 철한빙은 일단 안으로 잠입하기로 했다. 그는 공공답허신법을 전개해 무형의 그림자로 화한 채 담장을 뛰어 넘었다. 담장 사이마다 경장차림의 대한이 지키고 있었으나 아무도 그를 발견하지 못했 다. 장원의 모든 누각들은 깊은 잠 속에 빠져 들은 듯 불빛 한 점 보이지 않았다. 철한빙은 추혼객의 거처를 찾으려면 많은 시간은 물론 장원의 사람들을 깨우는 격이 되므로 그 자리에서 잠시 망설였다. 그는 우선 한 사람을 잡아 그에게서 추혼객의 거처를 알아내기로 했다. 이에 즉시 몸을 날려 좌측을 향했다. 그곳에는 삼십 이삼 세 가량 된 중년인이 연신 하품을 해대고 있었다. 철한빙은 등 두이�˙� 소리없이 내려서며 그의 혈도를 가볍게 짚었다. [흑!] 중년인은 대경실색을 하며 고함을 지르려고 했다. 철한빙은 재빨리 그의 아혈을 짚었다. [경거망동을 하지 마시오. 만약 그럴 때에는 황천 구경을 하게 될 것이오.] 그리고는 싸늘하게 안색을 굳히며 위엄있게 말했다. [추혼객의 거처가 어디요? 그것만 알려 준다면 당신의 손끝 하나 건드리지 않겠 소.] 중년인은 눈앞의 백발노인을 바라보며 공포에 젖은 눈빛을 발했다. 철한빙은 아혈을 풀어주며 넌지시 으름장을 놓았다. [소리를 질러도 좋소. 그러나 노부의 손속이 더 빠르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 오.] 중년인은 눈앞을 데룩데룩 굴리며 마른 침을 꿀꺽 삼켰다. [자..장주님의 거처는 여섯 번째 누각입니다.] 철한빙은 재차 물었다. [몇 번째 방인지 자세하게 말하시오.] 중년인은 안면 근육을 파르르 떨며 떨리는 음성으로 말했다. [누각 안의 녹색 문이 있는 방이 자.. 장주님의 바...방입니다.] [고맙소.] 철한빙은 그의 수혈을 짚어 깊은 잠 속에 빠지게 했다. [미안하오. 두 시진 후에는 저절로 깨어날 것이오.] 이어 여섯 번재 누각을 향해 신법을 전개했다. 그는 누각 위에 사뿐히 내려선 뒤 납작하게 엎드렸다. 이때, 바로 옆에서 부시럭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것이었다. (이크! 이곳에도 경비병이 있을 줄은 몰랐군.) 철한빙은 가볍게 놀라며 소리가 나는 쪽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흑의경장대한이 납작하게 엎드려 주위를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철한빙은 무형의 지풍을 그에게 쏘아 보냈다. 흑의경장대한은 홀연 이상한 낌새를 차렸는지 몸을 일으키려고 했다. 그러나 지풍에 의해 제압당한 채 제자리에서 넙죽 엎드려 깊은 잠속에 빠져 버렸 다. 철한빙은 그를 제압한 뒤 누각 밑을 조심스럽게 내려다 보았다. 입구에는 두 명의 대한이 왔다갔다 하며 주위를 살피고 있었다. (음.. 추혼객이 경계령을 단단히 내린 모양이구나. 수하들이 이토록 철저하게 경 비를 서는 것을 보니...) 대략 이십 장 간격은 되어 보였다. (이들은 이십 장 밖은 능히 꿰뚫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아래에 있는 경 비병을 소리없이 처리한다고 해도 그들이 보이지 않음에 양쪽 누각의 경비병이 침입자가 있다고 눈치를 차릴 것이다.) 철한빙은 여기에 생각이 미치자 공공답허신법을 최고도로 전개하여 누각 안으로 잠입하기로 했다. 그는 공력을 십성으로 끌어 올려 신법을 펼쳤다. 순간 그의 몸이 형체도 보이지 않을 만큼 희미한 연기로 변해 버렸다. 철한빙은 경비병이 양쪽으로 갈라서는 극히 짧은 시각에 재빨리 미�낵막� 몸을 날 렸다. 그리고는 입구를 들어서자마자 번개같이 천정에 몸을 붙였다. 그의 임기응변은 전광석화와도 같이 재빠르기 이를데 없었다. 편복쾌천의 수법으로 천천히 매달린 후 조심스럽게 주위를 살펴 보았다. 안에는 한 사람의 경비병도 보이지 않았다. 그는 편복쾌천의 수법을 이용해 대들보 사이로 몸을 숨기며 소리없이 몇 개의 방 을 지나쳤다. 여덟 번째 방문 앞에 이르자 그는 몸을 정비시켰다.이 방이 바로 추혼객 사도악 의 방이었던 것이다. 녹색칠을 한 방문은 화려하기 짝이 없었다. 철한빙은 먼지 한 점 일지 않게 가볍게 내려섰다. 그리고는 천지지청술을 전개해 방안의 동병을 살폈다. [아이! 장주님, 숨이 막혀 죽겠어요.] [흐흐흐.. 요 계집아, 잠시 후면 하늘을 날으는 기분을 느낄 텐데 무슨 앙탈이야 ? 앙탈은!] [호호호.. 장주님, 소첩은 더 이상 기다리다가는 혈관이 터져 죽고 말것이와요.] [흐흐흐. 오냐, 고 계집 정말 끈질기고도 귀엽기 짝이 없구나.] 철한빙은 급히 천리지청술을 거두며 얼굴을 붉게 물들였다. (음탕한 작자들! 하늘을 대신해 벼락을 내려주리라.) 사람의 혼백을 송두리째 앗아갈 듯한 야릇한 교성과 숨소리가 점차 크게 들려왔 다. 철한빙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문을 박차며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순간, [누...누구냐?] 침상에는 벌겁�В♣� 남녀가 서로 뒤엉켜 있다가 소스라치게 놀라며 고함을 질렀 다. 남자는 육십 세 가량의 노인이었다. 가슴에는 수북한 털이 무수히 자라 있었고 생김새는 너구리를 방불케 했다. 여인은 어느집 기녀인 듯 짙은 화장과 춘색에 들뜬 거슴츠레한 눈을 하고 있었 다. 철한빙은 급히 그들의 몸에서 시선을 돌리며 소름이 오싹 끼치는 차가운 목소리 로 말했다. [음부들, 어서 옷을 걸치지 못하겠소.] 여인은 전신을 오들오들 떨쳐 침상 옆에 옷을 잽사게 주워 입었다. 하나 노인은 옷을 입을 생각은 하지 않고 살기에 가득 찬 시선으로 철한빙을 노 려 보았다. [늙은놈아! 네놈은 대체 어느집 잡종이기에 노부의 방에 침입했느냐?] 철한빙은 냉막한 음성으로 차분하게 말했다. [무명마!] 돌연, 노인의 안색이 흙빛으로 변하며 전신을 부르르 떨었다. [뭐..뭣이! 무명마...] 철한빙은 빙전이 폭사되는 듯한 싸늘한 눈빛으로 그를 쏘아 보았다. [그렇소. 귀하가 추혼객 사도악이 맞소?] 전신을 부들부들 떠는 벌거숭이 노인, [그...그렇소만 귀하는 어..어째서 야밤에 노부를 차..찾아 오셨소?] 철한빙은 간단하게 말했다. [무림제왕보!] 순간 추혼객은 사색으로 변했다. [노..노부는 무림제왕보와는 아무런 관계도 없소. 정말이오.] 철한빙은 이를 부득 갈았다. [더러운 인간! 귀하는 장주의 신분을 망각하고 시치미를 떼려고 하다니 부끄럽지 도 않소?] 추혼객은 점차 정시을 차리며 재빨리 생각을 굴렸다. (소문에는 이놈의 무슬이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고강하다고 했다. 하나 직접 만나보니 선풍도골의 모습일 뿐 별다른 점은 없지 않은가?) 그는 재빨리 철한빙의 태양혈로 시선을 옮겼다. 밋밋한 태양혈, 추혼객은 이에 그를 경시하는 마음이 생겼다. [흐흐흐.. 무명마, 네놈이 운수가 좋아 지금까지 살아있다만 노부에게 걸린이상 염라첩을 받아야 할 것이다.] 이어 침상 곁에 있는 검을 집어 들었다. 맑은 금속성이 일며 새파란 검빛이 방안을 뒤덮었다. 추혼객은 검을 빼든 후 음산하게 웃었다. [흐흐흐.. 무명마, 마지막으로 남길 말은 없느냐?] 철한빙은 추혼객의 꼴물견같은 태도에 실소를 금치 못했다. [후후후.. 벌거숭이가 검을 꼬나들고 있으니 정말 볼만하구려. 염라전의 사자들 이 당신의 옷을 벗기는 번거로움이 없어져 굉장히 우대해 줄 것 같소.] 그리고는 재차 말을 이었다. [추혼객, 귀하는 무림제왕보의 습격에 가담하였소?] 추혼객은 그제서야 고개를 끄덕여 시인했다. [흐흐흐.. 그렇다. 그런데 네놈은 무림제왕보와 무슨 연관이 있느냐?] 철한빙은 두 눈에서 불같은 화염을 뿜어냈다. [후후후.. 그건 염라대왕에게 물어보면 친절히 가르쳐 줄 것이오.] [뭐라구! 이놈..] 추혼객은 노발대발 하며 수중의 장검으로 추혼검법을 전개했다. 그�Ŀ� 방안은 온�낟앉�＂ 검영으로 뒤덮였다. 철한빙은 표표잠형보법을 펼쳐 여유있게 초식을 펼쳐내며 입을 열었다. [추혼객! 그 당시 습격에 가담했던 인물 중 아는 사람이 없소?] 추혼객은 연속 삼초를 전개하는 한편 흉측한 입을 열었다. [흐흐흐.. 주제에 물어보는 것은 많구나. 오냐? 이왕 황천으로 갈 것이니 속시원 히 알려주마. 노부의 의형제인 색혼객과 탈혼객, 그리고 귀혼객, 초혼객등이 가 담했다.] 철한비은 가볍게 냉소를 쳤다. [흥! 알고보니 귀하가 중원오개의 우두머리 였구려. 귀하들의 악행은 익히 들어 서 알고 있던 바이오.] 그는 이제 깥장을 내야겠다고 생각했다. 급히 원양신공을 끌어 올려 오성의 공력으로 일장을 밀어냈다. [자살화공!] 순간, [으아아악!] 추혼객은 초식을 정통으로 얻어맞아 골통이 으스러지고 전신이 새까만 숯덩이로 변하고 말았다. 그는 공포에 떨며 이불을 뒤집어 쓰고 있는 음녀의 옆에 볼상스럽게 거꾸러지고 말았다. 검붉은 선혈이 이불을 수놓으며 밑으로 주르륵 흘러내렸다. 철한빙은 싸늘한 시선으로 시체를 응시한 뒤 신형을 날렸다. 뒤늦게 장주가 살해당한 것을 안 수하들은 벌집을 쑤셔 놓은 듯 소란스럽게 떠들 어 대기 시작했다. 그들은 음녀의 말을 듣고는 무명마의 절세적인 무공이 사색으로 번해 버렸다. 철한빙은 장원을 빠져 나와 흐르는 구름과 같이 우연한 신법으로 객점을 향했다. x x x x x 무림은 또다시 들끓기 시작했다. 천하에 악명을 떨치던 사파의 절정고수인 중원오객이 으레 사이에 처참한 시체로 발견되었던 것이다. 또한 우내십기와 거의 버금가는 무공을 지닌 항세마군이 사지가 잘리고 골통이 박살난 채 목불인견의 흉측한 시체로 발견되었다. 무림인들은 수법이 다양한 점에 흉수가 누구인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그러나 정파의 인물들은 하나같이 마두들이 살해된지라 어느 잔인한 협객이 살수 를 전개한 것이라고 믿었다. 반면 흑도의 무리들은 혹시 자신의 신변에 불똥이 떨어질까 두려워 전갈이 활개 를 치고 다니지 못했다. 철한빙은 천외쌍절도 이같은 소문을 들으며 금릉성으로 향하고 있었다. 천외쌍절은 소문에 오르래리는 인물이 자기들의 공자인 철한빙임을 어렵기 않게 짐작할 수 있었다. 그가 지나온 곳에서 연속적으로 중원오객과 항세마군이 살해되었기 때문이었다. 철한빙은 금릉의 재상과 약속을 지키기 위해 가고 있는 중이었다. 며칠후------! 세 사람은 금릉성에 도착했다. 황제가 머무는 곳 답게 화려하며 찬란하고 굉장히 광활하기 그지 없는 성이었다. 일행은 행인에게 길을 물어 곧바로 재상의 저택을 향했다. 철한빙은 얼마를 걷다가 걸음을 멈추었다. 그리고는 천외쌍절에게 말했다. [두 분께서는 이곳 객점에서 이삼일 머물러 계시오. 여러 사람이 찾아가면 불편 한 점도 있고 하니 말이오.] 천외쌍절은 쾌히 승낙했다. [공자님 말씀에 따르겠습니다. 한데 그 모습 그대로 가시겠습니까?] 철한빙은 자신의 모습을 내려다 보고 실소를 금치 못했다. [하마터면 실수를 저지를 뻔했구려.] 그는 천외쌍절과 함께 맞은 편에 있는 용문객점에 기지를 정했다. 철한빙은 본래의 면목으로 회복한 뒤 재상의 저택을 향했다. 뜨거운 차 한 잔 마실 시간을 걷자 눈앞에 웅장하면서도 당기찬 건물이 보였다. 문앞에는 두 명의 관졸이 지키고 서 있었다. 철한빙은 그들 앞으로 천천히 다가갔다. 왼쪽에 있던 삼십 세 정도의 관졸이 철한빙의 앞을 가로막았다. [실례지만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철한빙은 잔잔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소생은 설운몽이라고 합니다. 죄송하지만 통보를 해주셨으면 합니다.] [아.. 설공자이셨군요. 그렇지 않아도 오늘 내일 당도하신다는 말씀을 들었습니 다. 어서 소인을 따라 오십시오.] 철한빙은 그를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관졸은 곧 다른 사람에게 안내를 부탁한 뒤 예를 올리고 밖으로 나갔다. 철한빙은 어느 화려한 별채로 안내되었다. [잠시만 기다리시오.] 안내를 한 사람은 허리를 굽힌 뒤 물러갔다. 곧 이어 시녀가 찻잔을 놓고 갔다. 잠시 후, 가벼운 발자국 소리와 함께 재상이 모습을 나타냈다. [선생, 어서 오시오. 본직은 그대를 기다리다 지쳐 쓰러질 뻔했소.] 철한빙은 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예를 올렸다. [소인 설운몽이 재상님을 뵈옵니다.] 재상은 자리에 앉으며 손을 내저었다. [선생, 예를 거두시고 어서 자리에 앉으시오.] [그래 그동안 볼일은 다 보시었소.] 재상의 물음에 철한빙은 잔잔하게 대답했다. [볼일이 있겠습니까? 그저 여러 곳을 유람했을 뿐입니다.] 재상은 자상한 미소를 지었다. [그렇지 않아도 본직이 주상전하에게 선생의 말을 아뢰었더니 속히 만나보고 싶 다고 하셨소. 오늘은 이곳에서 머물러 내일 같이 궁으로 갑시다.] 철한빙은 잠자코 듣고만 있었다. 재상이 계속 말을 이었다. [주상전하께서도 선생의 화예를 전하신다면 크게 치하하실 것이 틀림없소.] 철한빙은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재상님의 과분한 칭찬이십니다. 소생 따위가 어찌 궁내에 머물러 계시는 화사들 과 비교할 수가 있겠습니까?] 재상은 가볍게 웃었다. [허허허... 겸손의 말씀이오. 본직은 이제까지 선생과 같은 화선은 일찍이 본적 이 없었소.] 철한빙은 쑥스럽게 웃음을 띠었다. 다음날, 철한빙은 재상과 함께 궁전으로 들어갔다. 말로만 듣던 궁전은 아름다우, 화려함, 위엄 등이 고루 갖추어져 있었다. 철한빙은 곧 어전으로 들어갔다. 잠시 기다리자 황제인 범명왕이 천천히 옥체를 드러냈다. 철한빙은 급히 자리에서 일어서며 머리를 조아렸다. [일개 미천한 백성이 주상전의 옥체를 뵈옵니다.] 범명왕은 자상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대는 고개를 드시오.] 철한빙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순간 범명왕의 옥안에 놀라움에 가득찬 빛이 스치고 지나갔다. [오! 옥골선풍이로군.] 이어 옆에 있는 재상을 향해 고개를 천천히 끄덕여 보였다. [역시 재상께서는 인재를 보실줄 아시는구려.] 그리고는 철한빙을 일으켰다. [짐은 재상에게 그대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들었소. 오늘 직접 대하니 재상의 말 씀은 조금도 과장된 것이 아님을 느끼겠구려.] 철한빙은 숙연한 표정을 지었다. [아니오. 그렇지 않소. 짐은 이제까지 그대와 같이 인중용봉지재는 처음 대하는 것 같소.] 범명왕은 철한빙에게 의자를 권했다. 철한빙은 그제서야 범명왕을 똑 바로 볼 수가 있었다. (아.. 과연 일국의 어버이답게 위엄과 인자함을 지니셨구나.) 범명왕의 모습은 천하의 호걸을 연상하게 했다. 네모 반듯한 얼굴에 부리부리한 봉황의 눈, 또한 일자로 굳게 닫힌 커다란 입등 은 절로 고개를 숙이게 만들었다. 범명왕은 신하들으 물린 뒤 재상과 철한빙만 남게 했다. 그는 철한빙을 향해 천천히 말했다. [그대는 너무 어려워 마시오. 오히려 짐이 거북해지는 것 같소.] 재상은 재빨리 말했다. [선생, 주상전화께서는 다소곳한 것보다 호쾌한 것을 좋아하십니다.] 범명왕이 호탕하게 웃었다. [허허허.. 재상의 말씀이 맞소. 짐은 어전이 답답하게 느껴질 때가 한 두번이 아 니었소.] 그리고는 철한빙을 향해 말했다. [짐도 그대를 선생이라 부르겠소.] 철한빙은 크게 당황하며 어쩔줄 몰라했다. [주상전하, 어찌 미천한 백성에게 그같은 호칭을 하실 수 있겠습니까? 또한 아직 나이도 어린...] 범명왕은 그의 말을 끊으며 입을 열었다. [선생, 경개여구라는 말을 알고 있겠지요? 짐은 뜻이 맞는 사람에게는 나이나 그 밖의 사소한 예절 따위는 가리지 않는 성미이오.] 철한빙은 경개여구라는 말에 놀랬다. 경개여구란 잠깐 만나도 구면과 같이 친근하다는 뜻이었다. 철한빙은 범명왕이 왕실의 풍도와 일반 백성의 풍도를 아울러 갖춘 사람임을 깨 달았다. [주상전하의 본부에 따르겠습니다.] 범명왕은 너털웃음으 터뜨렸다. [허허허.. 짐의 마음이 오랜만에 탁 트이는 것 같소. 선생 덕분에 말이오.] 철한빙은 그와 몇마디 나누는 동안에 마치 호탕한 무림인같은 기질이 있다는것도 아울러 느꼈다. 재상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선생, 잠시 후에 후원의 뜰로 나가 주상전하의 옥체를 화폭에 옮겨 보시오. 아 마 조정대신들은 물론 화사들까지 선생의 화예를 보고자 나올 것이오.] 범명왕이 미소를 지었다. [짐은 선생에게 거는 기대가 크오. 짐은 지금까지 많은 초상화를 보았으나 마음 에 차는 것이 하나도 없었소.] 철한빙은 빙그레 웃음을 띠었다. [ 5권끝 ] 번호:219/227 등록자:HYUN9876 등록일시:97/04/14 23:05 길이:454줄 제 목 : [사마달] 불세마왕경 제 41장 불세마왕경 저자: 사마달 출판사: 대현출판사 제 41장 어사패 제 42장 지존교 제 43장 웃기는 괴물들 제 44장 소멸불선 제 45장 암사곡 제 46장 탄지신통 제 47장 마녀의 암수 제 48장 천하제일의 춘약 제 41장 어사패 재상 역시 철한빙의 그림을 이미 보았는지라 잔잔한 미소를 띄워 올렸다. 범명왕은 자리에서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선생, 지금쯤은 모든 준비가 끝났을 것이오. 자, 같이 나갑시다.] 철한빙과 재상은 그의 뒤를 따랐다. 후원에는 많은 조정대신들이 나와 있었다. 그들은 범명왕을 향해 일제히 허리를 굽혔다. 범명왕은 그들에게 철한빙을 소개했다. 조정대신들은 철한빙의 용모에 격찬을 금치 못했다. 그러나 그가 범명왕의 옥체를 화폭에 옮긴다고 하자 경시하는 마음이 일었다. 특히 화사들은 며칠 전부터 화선의 경지에 이른 사람이 온다고 하여 대체 누구일 까 상당히 궁금했었다. 한데 고작 약관의 백면서생이 아닌가! 그들은 크게 실망을 느끼는 한편 어이가 없었다. 범명왕은 철한빙의 어깨를 살며시 어루만지며 말했다. [서생, 그럼 수고좀 해주시오.] 그는 천천히 걸음을 옮겨 정해진 자리에 가서 앉았다. 철한빙은 이미 준비된 화구앞에 조심스럽게 다가섰다. 이어 정면에 있는 범명왕을 잠시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슬며시 두 눈을 감았다. 약 이각이 지나자 그는 눈을 떴다. 철한빙은 범명와을 향해 공손히 예를 한 후 지극히 느린 속도로 화필을 움직였 다. 범명왕의 화고를 뜨는데만 장장 세 시진이 걸렸다. 이때에 철한빙은 마치 우화등선의 도를 닦는 듯이 엄숙하기 그지 없었다. 조정대신들은 몹시 지루한지 가볍게 아미를 찌푸리는 사람도 있었다. 조정의 화사들은 아예 볼것도 없다는 듯이 자기들끼리 낮은 목소리로 얘기를 주 고받을 뿐이었다. 또 다시 두 시진이 지나자 철한빙은 길게 한숨을 토해내며 화필을 놓았다. [휴-----우!] 그는 이마에 맺힌 땀방울을 닦으며 범명왕을 향해 나직이 입을 열었다. [주상전하, 옥체를 피곤하게 한 죄 크옵니다.] 범명왕이 뿌듯한 몸을 천천히 일으켰다. [허허허.. 고생이야 선생이 했지 어찌 가만히 앉아 있는 짐이 했겠소. 정말 수고 하셨소.] 이대 조정대신들과 화사들이 철한빙의 그림을 보며 대경실색을 했다. [이...이럴수가!] 재상은 만면에 웃음으 띄우며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범명왕은 조정대신들과 화사들이 입을 벌린 채 다물지 못하자 급히 걸음을 옮겨 화폭을 들여다 보았다. [오! 과연 화선의 솜씨답도다. 짐은 지금껏 이렇게 생동하는 화예는 처음보는도 다.] 화폭에는 또 한 사람의 범명왕이 앉아 있었다. 자상한 미소와 위엄, 그 어느 한곳 틀린 곳이 없었다. 아니, 오히려 실물보다 훨씬 생동감이 있었다. 조정대신들과 화사들은 할 말을 잃고 말았다. 그들은 철한빙이 사람같지가 않았다. 화사들 중에 허연 수염이 가슴 앞까지 드리워진 창노한 노인이 철한빙에게 고개 를 돌렸다. [놀랐습니다. 어찌 인간의 손으로 이같은 그림을 그릴 수 있겠습니까? 선생에게 감봅할 뿐입니다.] 철한빙은 마주 예를 올렸다. [과찬의 말씀이십니다. 약관인 소생이 어찌 화사들을 따를 수가 있겠습니까?] 화살들은 그의 겸손에 존경심까지 일었다. 재상이 철한빙의 옆으로 다가가며 귓속말로 말했다. [선생, 약란이를 그렸을 때보다 열배는 훌륭하게 그린 듯 하오. 정말 놀랬소. 저 것 좀 보시오. 주상전하의 기뻐하는 모습을 말이오.] 철한빙이 고개를 돌려보니 범명왕은 화폭을 들고 이리 저리 보며 입가에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범명왕은 천천히 철한빙의 곁으로 다가갔다. [선생, 짐의 마음이 오늘같이 기쁘기는 처음인 듯 하오. 짐은 그대를 위해 오늘 밤 향연을 베풀 것이오.] 그리고는 조정대신들에게 말했다. [경들도 빠짐없이 참석하기 바라오.] [주상전하의 은혜 하해와 같사옵니다.] 조정대신과 화사들은 일제히 허리를 굽혔다. 범명왕은 철한빙에게 시선을 돌렸다. [선생, 짐의 거처로 갑시다.] 철한빙은 재상과 함게 그의 뒤를 따랐다. 그날 저녁 어전에서는 성대한 향연이 벌어졌다. 철한빙은 이 자리에서도 많은 시사들의 청에 못이겨 몇수의 시를 적었다. 시사들은 그의 용사비등한 필체와 시의 문구에 혀를 내두르고 말았다. 범명왕의 마음은 철한빙에게 송두리째 기울어졌다. 향연은 사경 무렵이 되어서야 끝이 났다. 철한빙은 정해진 숙소로 돌아가 피곤한 몸을 뉘였다. x x x x x 이튿날, 철한빙은 일찍 일어나 어전을 찾았다. [오! 어서 들어오시오. 그렇지 않아도 선생에게 할 말이 있던 참이었소.] 범명왕은 어좌에 앉아 그를 반겼다. 철한빙은 그를 향해 예를 올린 뒤 잔잔한 어조로 물었다. [하실 말씀이란 무엇입니까?] 범명왕은 잠시 생각을 정리하는 듯 했다. 그리고는 잠시 후 두툼한 입술을 열었다. [짐은 선생을 경연원에 머물게 하고 싶은데 짐의 뜻을 받아주겠소?] 철한빙은 차분한 어조로 말했다. [주상전하의 은혜는 하해오 같사오나 소생은 달리 할 일들이 태산과 같사옵니다. 주상전하께서는 헤아려 주시기 바랍니다.] 범명왕은 크게 실망했다. [허어! 정말 안타깝구려. 짐은 그대를 곁에 두고 싶었는데 말이오.] 철한빙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황공하옵니다.] 범명왕은 무엇인가 잠시 생가하는 듯 했다. 그리고는 잠시 후에 품속에서 조그만 옥패를 꺼냈다. [선생, 짐은 그대를 잡을만큼 뛰어나질 못하구려. 짐은 그대에게 이것을 하사하 는 바이네 짐을 대하듯 아껴주기 바라오.] 철한빙은 거절하려다 말고 재빨리 생각에 잠겼다. (옥패는 범명왕을 대신하는 신물이다. 천하에는 자신의 욕심을 채우기 위한 탐관 오리들이 부지기수이다. 예를 들어 나천성주만 하더라도 그러니 받아 두었다가 후일 주상을 대신해 그들을 징벌하리라.) 그는 번개같이 생각을 마치며 공손히 옥패를 받았다. 범명왕은 부드러운 웃음을 입가에 띠었다. [그래 선생은 언제 떠나실 예정이오?] 철한빙은 차분하게 말했다. [소생은 지금 곧 떠날 예정이옵니다.] 범명왕은 아쉬움과 함께 정색을 했다. [아니! 어찌 그리 빨리 떠나려 하시오? 며칠만 더 머무르면서 짐과 벗해줄수 없 겠소?] 철한빙은 난처하기 그지 없었으나 승낙을 할 수밖에 없었다. 범명왕은 만족하지는 않아으나 그래도 위안은 된 듯 했다. 철한빙은 그날 또 다시 몇장의 초상화를 그렸다. 범명왕은 그와 하루종일 같이 지내다시피 했다. 이튿날, 철한빙은 범명왕과 작별하고 재상과 함께 궁전을 나섰다. 재상은 철한빙을 향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선생,주상께서 하사하신 옥패는 주상전하의 어지가 담겨있는 어사패이오. 어사 패가 당도하는 곳엔 곧 주상전하�＃� 납시는 것과 마찬가지외다. 선생은 막대한 성 은을 입은 것과 동시에 총애를 한몸에 받게 됐소.] 그는 의미심장한 말과 함께 미소를 지었다. 철한빙은 가볍게 놀랐다. (아니! 주상이 하사한 것이 어사패일 줄이야... 성은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주 상의 한 팔이 되어 조정을 좀먹는 무리들을 가차없이 응징하리라.) [주상전하의 은혜에 감사할 뿐입니다. 이 모든 것이 재상님의 덕분인가 합니다.] 재상은 두 손을 가볍게 저었다. [무슨 말씀을 하시는게요? 모두가 선생의 특출한 인품 탓이 아니겠소?] 철한빙은 계면쩍게 웃은 뒤 말했다. [재상님, 소생은 이만 작별을 고하겠습니다. 일행이 용문객점에서 소생을 기다리 고 있습니다.] 재상은 얼굴 가득히 아쉬움과 섭섭함을 드러냈다. [선생, 부디 몸 보중하시오. 그리고 본직을 언제라도 찾아 주시오.] 철한빙은 공손하게 허리를 굽혔다. [그럼 이만 물러 가겠습니다.] 재상은 그의 두 손을 슬그머니 잡은 뒤 두어 번 흔들었다. 그리고는 아쉬운 작별 을 나누었다. 철한빙은 그와 헤어져 천외쌍절을 찾아갔다. 그러나 천외쌍절은 어젯밤 어떤 사람과 함께 용문객점을 떠났다는 것이었다. 철한빙은 그들이 자신에게 남긴 말은 없냐고 물었다. 그러나 아무런 말도 없이 부리나케 객점을 떠났다는 것이다. 철한빙은 그드을 데리고 간 사람이 누구인간 물었다. [글쎄요.. 얼핏 보아서 잘 모르겠는데 체격은 왜소한 편이었고 키도 약간 작은 축에 들었습니다. 나이는 잘 짐작이 가지 않는군요.] 철한빙은 이런 말을 듣고 상대가 누구인지 도시 짐작할 수가 없었다. 그는 할 수 없이 용문객점을 나와 목적없이 발걸음을 옮겼다. 이때, 그의 시야에 많은 인파를 헤치고 막 길 모퉁이를 돌아서는 두명의 인물이 들어왔 다. 일남일녀였으며 남자는 백의 노인이었고 상당히 낙천적으로 생겼다. 여인은 홍의를 걸친 십 팔구 세 정도의 절세미인이었다. [엇! 저들이 어째서 이곳에 나타났을까? 그리고 몹시 다급한 표정들인데 무슨 일 이 있는 것일까?] 철한빙은 나직이 중얼거린 뒤 재빨리 두 사람의 뒤를 따랐다. 두 남녀는 인적이 드문 곳에 이르자 신법을 전개하기 시작했다. 그들의 신법은 지극히 빨라 가볍게 옷자락 스치는 소리만 들릴 정도였다. 철한빙은 두 사람의 뒤를 따르며 생각에 잠겼다. (이상하다. 저들의 안색은 몹시 침중하며 누군에겐가 쫓기는 듯 하지 않은가?) 두 남녀는 어느 산중으로 접어 들었다. 그리고는 재빨리 사방을 둘러 본뒤 동쪽을 향해 또 다시 몸을 날렸다. 돌연, [흐흐흐.. 네까짓 것들이 가면 어디까지 가겠느냐? 천도불수를 찾아 도움을 청하 려는 듯 하지만 그 늙은이는 이미 시체로 변한지 오래다.] 말소리와 동시에 양쪽 숲에서 삼십여 명의 자의대한들이 번개같은 신법으로 나타 나 두 사람을 둘러쌌다. 백의노인은 소스라치게 놀라며 급히 홍의소녀를 보호했다. 그러는 한편 두 눈에서 살기를 끊임없이 뿜어냈다. 철한빙은 멀지감치 숨어서 자의인들을 바라보았다. 삼십여 명의 자의인들 중 가운데 두 사람은 가슴이 지자가 새겨져 있었다. 왼쪽 사람은 사십대의 중년인으로 몇가닥의 염소수염을 기르고 있었다. 또한 등 뒤에는 보검인 듯한 장검이 메어져 있는 것이 보였다. 오른쪽 사람 역시 장검이 메어져 있었고 육십 세 정도의 간사하게 생긴 노인이었 다. 백의노인은 오른쪽 노인을 향해 이를 부드득 갈아붙이며 악에 겨운 듯이 말했다. [문광지, 네놈이 천도불수까지 살해하다니..] 문광지는 음산하게 웃었다. [흐흐흐... 네놈이 불사도를 갖고 무사히 지존교의 손을 벗어 날 수 있을 것같으 냐?] 그러자 왼쪽에 있는 중년인이 입을 열었다. [흐흐흐... 구지신투, 우리들에게 불사도만 내놓는다면 깨끗하게 죽여주마. 아무 고통도 없이 말이다.] 순간 홍의소녀가 앙칼지게 외치며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동공찬, 불사도는 한낱 휴지 조각에 불과한 가짜라고 몇번이나 말해야 알겠어요 ? 그리고 그것은 지금 가지고 있지도 않아요.] 동공찬은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더러운 입술을 노렸다. [헤헤헤.. 비파선녀, 그말은 더 지껄였으 것이다. 여러 수작 부리지 말고 어서 불사도를 내놓지 못하겠느냐?] 철한빙이 뒤따라온 두 남녀는 구지신투와 비파선녀였다. 구지신투는 삼십여 명의 인물들을 쭉 훑어본 뒤 차갑게 입을 열었다. [노부는 그대들과 손속을 겨루려고 하지 않았으나 천도불수를 해친 이상 더 이상 참을 수가 없다.] 그러자 문광지가 음침하게 웃으며 그의 말을 받았다. [흐흐흐.. 네놈은 경공술을 빼면 시체나 다름없거늘 노부 등과 손속을 겨루겠다 고? 정말 가소롭기 짝이 없구나.] 이어 뒤에 있는 수하들 중 다섯 사람에게 말했다. [십일호부터 십오호까지 구지신투를 상대하라!] [예!] 다섯 사람은 우렁찬 대답과 함께 구지신투와 정면으로 마주섰다. 철한빙은 그들의 걸음걸이를 보고 하나같이 일류고수라는 것을 알았다. 구지신투 역시 다섯 명이 무공이 범상치 않다는 것을 느꼈다. (음.. 지존교의 일개 수하가 범상치 않은 무공을 지닌 것으로 보아 천도불수가 당한 것도 우연은 아니었구나. 얕잡아 보다간 큰코 다치겠는걸...) 그는 공력을 천천히 끌어 올렸다. 다섯 사람 역시 등뒤에 병기를 서서히 뽑아 들었다. 스르릉! 소름이 오싹 끼치는 마찰음과 함게 검빛이 사방으로 뻗쳤다. 비파선녀는 침중하게 안색을 굳히며 천천히 비파를 품안에 안았다. 동공찬의 입에서 우렁찬 호통이 터져나왔다. [놈을 죽여라!] 순간, [받아랏!] [이----얍!] 다섯 사람은 동시에 폭갈을 터뜨리며 일제히 병기를 휘둘러 구지신투를 덮쳐갔 다. 구지신투는 급히 보법을 전개해 옆으로 비켜서며 우장으로는 일장을 후려치며 좌 측으로 지풍을 날렸다. 쌩! 쉬----애액! 날카로운 음향이 귓전을 때리며 사방으로 흩어져 나갔다. 그들은 순식간에 십여초를 교환했다. 구지신투는 초식을 펼치는 한편 생각에 잠겼다. (으음.. 이대로 지속하다가는 필시 비명횡사하고 말 것이다. 또한 비파선녀는 이 드 중 한 두 사람 밖에는 대적해 내지 못할 것이다.) 그는 재빨리 생각을 굴린 뒤 품속에서 조그만 자를 꺼내 들었다. 문광지가 그것을 보며 가볍게 놀랐다. [앗, 자옥척...] 자옥척은 쇠붙이를 끌어당기는 묘한 작용을 하는 일종의 자석으로 된 옥척이었 다. 문지광은 급히 수하들에게 외쳤다. [놈이 들은 것은 자옥척이다. 덜대로 병기를 부딪쳐서는 안된다. 그리고 속전속 결을 해라.] 순간 다섯 사람은 사방으로 쫙 흩어지더니 장검을 수직으로 그어댔다. [억!] 구지신투는 기겁을 하며 황급히 자옥척을 비스듬히 후려쳐 장검을 막아갔다. 다섯 사람은 재빨리 장검을 회수하여 이번에는 두 자루의 장검이 구지신투의 옆 구리를 세 자루는 다리와 목을 베어갔다. 구지신투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십성의 공력을 전개해 노해광도의 살초를 펼쳐냈 다. 한편으로는 무형환영신법을 전개해서 스믈 여덟번 몸을 비틀었다. 순간, [으아악!] [으---악!] 두 마디의 처절한 비명소리가 산중을 메아리쳤다. 다섯 명 중에서 두 명이 자옥척에 머리를 맞고 두 개골이 박살난 채 비참하게 생 을 마친 것이다. 문광지와 동공찬은 대경실색하며 동시에 외쳤다. [아니! 저놈은 경공술 외에도 무시못할 초식을 전개하지 않는가?] 문광지가 수하들을 돌아보며 살기에 가득찬 음성으로 외쳤다. [십육호부터 이십호까지 합세해서 놈을 죽여라!] 그러자 또다시 다섯 명이 번개같이 격전장으로 덮쳐갔다. 이렇게 되자 구지신투는 점차 열세에 몰리기 시작했다. 그의 이마에 송글송글 땀이 맺히며 차츰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비파선녀는 황급히 섬섬옥수를 비파위에 얹어 놓았다. 이때, 동공찬은 비파음의 무서움을 아는지라 재빨리 그녀에게 덮쳐들며 고함을 질렀다. [비파선녀, 경거망동은 삼가하는 것이 몸에 이로울 것이다.] 하며 일장을 벼락같이 밀어냈다. 비파선녀는 급히 손을 떼며 나긋나긋한 몸을 비틀어 장력을 피했다. 그러는 한편 또다시 비파를 퉁기려고 했다. 하나 동공찬이 그대로 두고볼 리 없었다. [흐흐흐.. 네년의 모습이 하도 뛰어나기에 목숨만은 살려두어 환락을 누려주려고 했는데 이제는 어쩔 수 없이 생각을 바꾸어야 겠군.] 그는 말을 하는 도중에 신속무비한 동작으로 연속 삼지를 퉁겨냈다. 비파선녀는 계속해서 비파를 퉁기지 못하자 불같은 노기가 치밀었다. 그녀는 삼지를 피함과 동시에 비파를 휘둘러 천지개태의 일초를 전개했다. 동공찬은 음침하게 웃으며 오른손을 갈고리처럼 오므려 비파를 움켜 쥐어갔다. 비파선녀는 대경실색을 하며 급히 보법을 전개해 옆으로 미끌어졌다. 이어 비파를 뒤집어 상대의 초식을 벗어나며 왼손을 곧장 뻗었다. 동공찬은 비파선녀가 의외로 강경하게 나오자 분기충천하고 말았다. [이년이 정말 뒈지고 싶어 환장을 했구나. 이제는 더 이상 용서할 수 없다.] 그는 동시에 산악과 같은 일장을 밀어내며 그녀의 늑골을 향해 쌍퇴를 날렸다. [아...] 비파선녀는 상대의 괴이한 초식에 아연실색을 금치 못했다. 그녀는 장력을 향해 비팔르 휘두르는 한편 허겁지겁 뒷걸음질 쳐서 아슬아슬하게 발을 피했다. [펑! 비파와 태산을 무너뜨릴 듯한 장력이 부딪치자 엄청난 폭음이 일어나며 부서진 돌가루와 풀뿌리들이 허공을 뒤덮어 버렸다. 동시에 하나의 조그만 물체가 허공으로 떠오르며 십 장 밖으로 떨어져 내렸다. 띵! 맑은 음향이 일어나며 떨어진 물체는 바로 비파였다. 비파선녀는 장력에 의해 비파를 놓친 뒤 연신 뒷걸음질 쳤다. 그녀의 삼단결 같던 머리카락은 엉망진창으로 휘날리고 있었다. 동공찬은 일장이 성공을 거두자 음산한 웃음을 날리며 재차 십성의 공력으로 ��＂ 장력을 발출했다. 우르릉.... 태산을 일시에 밀어부칠 듯한 무시무시한 광풍이 비파선녀의 전신을 휘감아갔다. 비파선녀는 두 눈에서 비장한 빛을 쏘아내며 입술을 악물었다. 이어 혼신의 공력을 끌어올려 자신의 절초인 천망회회를 전개했다. 그러나 동공찬의 공력은 그녀보다 두어 수위에 있었다. 칼날같이 날카로운 장력은 비파선녀가 형성한 천망회회의 초식을 뚫고 빛살같이 쏘아 들어갔다. [악!] 비파선녀는 날카로운 비명을 지르며 두 눈을 질끈 감고 죽음을 기다리고 말았다. 비파선녀의 꽃같이 하느적거리는 몸이 천참만륙으로 변하고 말 절대절명의 순간 이었다. 번호:220/227 등록자:HYUN9876 등록일시:97/04/16 00:43 길이:503줄 제 목 : [사마달] 불세마왕경 제 42장 불세마왕경 저자: 사마달 출판사: 대현출판사 제 42장 지존교 난데없이 한줄기 무형의 잠재력이 비파선녀를 가볍게 허공으로 퉁겨 보내는 것이 아닌가! 순간, 무시무시한 장력은 아슬아슬하게 그녀의 발밑을 스치고 지나갔다. 동공찬은 갑자기 그녀가 허공으로 솟구치자 대경실색을 금치 못했다. 그러나 곧 이어 누군가가 암암리에 손을 써서 비파선녀를 구해주었다는 것을 깨 달을 수 있었다. 그는 안색이 울그락붉그락해지며 사방을 둘러보고 막 호통을 치려는 찰나, [시체를 치워 드립니다. 노부는 파격��В으로 싼 값에 어려운 일을 깨끗하게 해결 해 드리는 사람입니다.] 말이 끝남과 동시에 우측 숲에서 흑의노인이 천천이 걸어나왔다. 노인의 오른 손에는 철로 된 주판이 들려 있었다. 또한 왼손에는 큼직한 자를 어깨에 척 걸쳐 놓았다. 괴팍스러운 얼굴에 헐렁헐렁한 흑의가 가관이 아닐 수 없었다. 숨어있던 철한빙은 노인을 보자 반가운 빛을 떠올렸다. (후후후.. 풍준명이 또 바가지를 씌우려고 나타났구나. 하지만 이번 장사는 쉽지 가 않을 걸.) 흑의노인은 바로 남북이괴 중 북괴 풍준명이었다. 그는 비파선녀가 위기에 처하자 암중으로 그녀를 구했던 것이다. 풍준명은 처음부터 그들의 뒤를 따라 온 듯 했다. 그는 한쪽에서 불꽃튀는 접전을 벌이고 있는 구지신투를 향해 해벌죽 입을 벌렸 다. [섭가야! 황천으로 가기전에 미리 관을 사놓는 것이 어떠냐? 노부가 파격적으로 싸게 해주마.] 구지신투는 그가 나타나자 뛸듯이 기뻤다. [풍가야, 개소리 하지마라. 노부는 죽더라도 너같은 늙은이에게는 바가지를 쓰고 싶지 않다.] 그러자 풍준면은 이내 동공찬에게 시선을 돌렸다. [젊은이, 그럼 자네와 흥정을 해야겠구먼. 어떤가? 싸게 해줄테니 흥정을 해볼 생각이 없는가?] 동공찬은 직감적으로 그가 비파선녀를 구해준 인물이라는 것을 알았다. 이에 살기를 가득 떠올리며 음침하게 말했다. [늙은 놈아! 네놈이 저 계집을 구해 주었느냐?] 풍준명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젊은이, 어른 보고 늙은 놈이 뭔가? 그리고 노부는 한 사람이라도 더 죽어야 장 사가 잘될 터인데 어찌 남을 구해서 은자를 손해보겠나?] 동공찬은 얼굴이 시뻘겋게 변하며 고함을 질렀다. [늙은 놈아! 네놈의 나이가 대체 얼마나 되기에 이 어르신네에게 젊은이 젊은이 하는것이냐?] 풍준명은 커다란 입을 벌리며 두 눈을 데구르르 굴렸다. [엥! 그럼 젊은이가 아닌가? 그럼 어린애가 너무 조숙해서 늙어 보이는 모양이 군.] 순간 동공찬은 두 눈에서 짙은 살기를 뿜어냈다. [이.. 늙은 놈이 어르신네를 놀려도 분수가 있지. 흐흐흣.. 오냐! 죽고싶어 발버 둥치는 놈은 일찍 황천으로 보내주어야 저승에 가서라도 고마움을 느끼는 법이 지.] 풍준명은 코를 벌름거리며 익살스럽게 웃었다. [헤헤헤.. 젊은이, 좌우지간 우리 흥정을 해보세. 관은 무엇으로 정하겠나?] 동공찬은 급기야 분노가 극에 이르렀다. [늙은놈아! 이 어르신네가 네놈을 위해 대신 관을 정해주마.] [엥! 노부는 아직 죽을 때가 되지 않았는데 어째서 그런 망발을 하는가?] 동공찬은 음침하게 웃었다. [흣흣흣.. 이 어르신네가 네놈의 관상을 보니 오늘 죽음을 면치 못할 상이로구 나.] 이때였다. [헤헤헤.. 관상을 보아드립니다. 파격적으로 싸게 말입니다.] 동시에 어느 새 장내에는 또 다른 흑의노인이 버티고 서 있었다. 오른손에는 큼직한 깃발이 들려져 있었으며 왼손에는 자죽통을 들고 있었다. 철한빙은 남괴 함창기가 나타나자 남북이괴의 행동을 유심히 주시했다. 동공찬은 흑의노인이 소리도 없이 나타나자 크게 놀라며 말했다. (아니! 이놈의 무공은 이미 신의 경지에 도달했지 않았는가? 기척도 없이 장내에 나타나다니?) 함창기는 동공찬을 바라보며 익살스런 표정을 지었다. [젊은이, 관상을 보게나.시체치워주는 늙은이가 오늘 죽을것인지 아닌지말일세?] 이때, 한쪽에서 지켜보고있던 문광지는 상대방의 모습을보고 기겁을 하고말았다. 그는 강호에서 두 명의 기인을 생각해 냈던 것이다. (음.. 혹시 저들 두 늙은놈은 남북이괴가 아닐까?) 그가 생각에 잠겨 있을 때 함창기는 땀을 뻘뻘 흘리며 악전고투를 벌이고 있는 구지신투에게 말했다. [섭가야! 젊은 사내들과 그만 어울려 놀고 이리와서 관상이나 보지 않겠느냐?] 구지신투가 빛살처럼 들이닥치는 장검 때문에 입을 열 기회조차 없었다. 한편 비파선녀는 급히 땅바닥에 떨어진 비파를 집어 들었다. 그녀는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쓸어올리며 이를 부드득 갈았다. 이때 구지신투 쪽에서 처절한 비명소리가 연이어 들려왔다. [으아악!] [아악!] [....!] 중인들은 황급히 그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앗!] 동공찬과 문광지는 기겁을 하고 말았다. 아! 땅바닥에는 사지가 잘리고 전신이 피투성이로 변한 여덟구의 시체가 처참하 게 나뒹굴고 있었다. 풍준명은 입을 함지박만하게 벌리며 기쁨의 환호를 질렀다. [이야! 은자가 자꾸만 쌓이는구나. 섭가야! 나머지 쓰레기들도 휩쓰는 것이 어떠 냐?] 순간 동공찬이 벼락같은 고함을 질렀다. [닥쳐라! 오늘 이곳에 있는 놈들은 한놈도 살아날 생각을 버려라.] 문광지가 급히 그에게 전음을 보냈다. [동단주, 노부의 얘기를 듣기만 하시오. 저기 있는 두 늙은이는 아무리 보아도 남북이괴인것 같소.] 동공찬은 기겁을 하며 황급히 남북이괴를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두 눈을 휘둥그렇게 치켜떴다. (음.. 소문에 퍼진 것과 똑같은 용모가 아닌가? 그렇다면 오늘 잘못 걸린것 같은 데.) 그는 재빨리 생각을 굴린 뒤 천천히 입을 열었다. [두 분께서는 혹시 남북이괴 선배님들이 아니십니까?] 함창기가 두 눈을 연신 깜박이며 말했다. [남북이... 뭐라고?] 동공찬은 그가 엉뚱하게 되묻자 틀림없이 남북이괴라는 것을 알았다. [선배님들이 남북이괴가 틀림없군요. 저희들은 지존교에 몸을 담고 있습니다.] 풍준명이 재빨리 입을 열었다. [지랄교? 허어! 정말 희한한 방파도 다 있구나. 어쩐지 지랄들을 기가 막히게 한 다고 생각했더니 지랄교의 무리들이었군.] 그는 잠시 말을 끊고 지존교의 인물들을 훑어보며 재차 말을 이었다. [하여튼 지랄교의 젊은이들이 안타깝게 죽었으니 장사를 치뤄야 할것이 아닌가?] 그리고 문광지를 바라보며 말했다. [늙은 양반! 노부가 싸게 장사를 치뤄줄테니 우리 흥정을 해봅시다.] 문광지는 재빨리 생각을 굴렸다. (음.. 이놈들은 은자를 보면 사죽을 못쓴다고 들었다. 그렇다면 적당히 은자를 줘서 쫓아 보내는 것이 상책일 것이다.) 그는 생각을 굴린 뒤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렇게 합시다. 여덟구의 시체를 치우는데 얼마나 들겠소?] 그러자 함창기가 혀를 끌끌 찼다. [쯧쯧쯧.. 늙은이가 세상사를 너무도 모르는군. 어쨌든 오늘 단단히 바가지를 쓰 게 됐군.] 문광지의 두 눈에서 일순 살기가 떠올랐으나 이내 사라져버렸다. 풍준명은 남괴를 흘겨보고는 재빨리 주판을 퉁기기 시작했다. [관은 오동나무로 해서 한개당 천냥, 도합 팔천 냥하고 수의가 여덟 벌이니까 역 시 천냥 또...] 이윽고 엉터리 계산을 마친 그는 해벌쭉 웃었다. [헤헤헤... 지랄교의 양반! 파격적으로 싸게 나왔구려.] 문광지가 천천히 물었다. [그래요? 얼마가 나왔습니까?] [황금 팔백냥!] [에엑!] 문광지는 물론 중인들은 아연실색하고 말았다. 황금 팔백냥이라니 풍준명은 조그만한 성을 지으려는 모양이다. 함창기는 지극히 못마땅한 얼굴로 잔뜩 부은 음성을 뱉아냈다. [쳇! 은자 오륙십 냥만 있으면 호의관으로 치루고도 남을 것을 뭐, 황금팔백냥?] 문광지가 재빨리 입을 열었다. [좋소! 황금 팔백 냥을 드리겠소. 그 대신 우리의 일에 일체 참견을 하지 말아주 시오? 약속할 수 있겠소? 만약 그렇게 할 수 없다면 흥정을 할 수 없소.] 풍준명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요, 물론! 노부는 시체를 치우는데만도 딴곳에 신경을 쓸 겨를이 없소.] 문광지는 품속에서 조그만 비단 주머니를 꺼냈다. 이어 찬란하기 그지 없는 커다란 진주를 손바닥에 쏟았다. 모두 네알, 그는 그 중 한알을 집어 들었다. [이 진주는 극히 구하기 힘든 진주요. 능히 황금 천냥 값어치는 나갈 것이오.] 풍준명은 잽싸게 진주를 받아쥐고 유심히 살펴보았다. [에이! 이게 무슨 황금 천냥이오? 진짜인지 가짜인지도 모르고? 노부는 이런 물 건을 받고 싶지 않소. 그러니 현찰로 주시오.] 하며 돌덩어리 집어 던지듯이 문광지에게 집어 던졌다. 문광지가 화가 머리 끝까지 치밀어 올랐으나 어떻게 해서든지 구지신투의 손에서 불사도를 빼내오라는 교주의 명을 받은지라 남북이괴를 쫓아 보내야만 했다. 그는 곧 두 알의 진주를 집어 다시 건네주었다. [자, 이 두알이면 되겠소?] 풍준명은 못마땅한 듯이 진주를 받아쥐었다. [할수없군. 지랄교주를 봐서라도 파격적으로 이것만 받겠소. 하나 다음에 또 초 상이 나면 꼭 노부들을 불러 주어야 하오. 특히 지랄교주가 죽었을 때 말이오.] 순간, 동공찬이 전신의 털을 모두 곤두세우며 살기에 가득찬 고함을 질렀다. [뭐라고! 이 늙은이가 보자보자 하니까 못하는 말이 없구나.] 하며 그를 향해 일장을 후려치려고 했다. 문광지는 재빨리 제지하며 음침하게 말했다. [알겠소. 이제 그만 가주시오.] 풍준명이 재빨리 말했다. [알겠소이다. 노부는 시체를 한곳에 모으고 나머지 잔일을 해야하니 지금부터 몹 시 바쁘오. 절대로 그대들 일에 끼어들지 않을 테니 안심 푹 놓고 일들 보시오.] 그리고는 중얼중얼 콧노래를 부르며 시체들을 향해 다가갔다. 동공찬이 재빨리 문광지에게 전음을 보냈다. [문단주, 남북이괴가 정말 물러갈 것 같소?] 문광지도 역시 전음으로 말했다. [글쎄, 잘 모르겠소. 놈들은 은자만 보면 사족을 못쓴다고 하니 일단 은자로 달 래서 쫓아보는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소.] [하지만 놈에게 치룬 값이 너무 엄청나지 않소? 또한 그들이 정말 소문처럼 무공 이 고강한지도 미지수이고 말이오?] [아니 땐 굴둑에 연기 나겠소. 이제 한 놈만 처리하면 되오.] 그들이 전음을 주고 받을 때 함창기가 요란스럽게 자죽통을 흔들었다. [자, 노부에게 점이나 관상을 보실 동의는 없으시오?] 문광지가 잽싸게 말했다. [어디 노부를 한번 보겠소?] 함창기는 익살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 [은자는 얼마나 있소?] [충분히 있습니다.] 함창기가 힘있게 말했다. [좋소! 그럼 길을 묻겠소. 아니면 흉을 묻겠소?] 문광지가 입을 열었다. [길을 묻고 싶소.] 함창기는 커다랗게 웃었다. [허허헛.. 역시 당신은 호걸이구려. 영웅은 흉을 묻지 않고 길을 묻는 법이오.] 숨어서 이들의 대화를 듣고 있던 철한빙은 속으로 대소를 터뜨렸다. (후후후.. 남괴는 내가 흉을 물었을 때도 그와 같은 말을 했었지. 길을 묻던 어 쨌던 그는 무조건 영웅호걸이로군.) 그가 생각하고 있는데 함창기는 죽통을 흔들며 괴상한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잠시후, 그느 자죽통을 멈추었다. 그리고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당신의 운수가 기가 막히게 좋구려. 조만간 요지선녀와 단꿈을 꾸게될 팔자외 다. 부럽소. 정말 부러워...] 구지신투는 그의 말에 박장대소를 터뜨렸다. [하하하.. 그것 참, 기가 막힌 운수로구나.] 문광지의 안색은 그야말로 똥빛으로 변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문광지는 지하로 들어간다는 말이 아닌가! 문광지는 속으로 치를 떨며 온작 욕설이란 욕설을 모두 뱉어냈다. 그러나 겉으로는 내색을 하지 않은 채 미미한 웃음마저 지었다. 철한빙은 그의 견고함에 내심 크게 감탄했다. (으미.. 문단주라는 인물은 천하의 호응을 방불케 하는구나. 저 사람의 심기는 지극히 음침하구나.) 문광지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과히 나쁘지는 않은 운수로군. 복채는 얼마나 드리면 되겠소?] 함창기가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허허.. 이렇게 좋은 점을 쳐주고 나니 은자 생각이 없어지는구려. 하지만 그대 가 주겠다니 파격적으로 조금만 받겠소.] 문광지가 미소를 머금었다. [그래 얼마나 될 것 같소.] [황금 구백 냥!] 문광지와 동공찬은 내심 이빨을 부드득 갈았다. 그러나 그들은 한시바삐 쫓아 보내야겠다는 생각에 울분을 눌렀다. 문광지가 한 개의 진주를 건네주었다. 함창기는 재빨리 손을 내저었다. [아아! 노부가 어떻게 진주를 믿고 받겠소? 현찰...] 문광지가 신경질적으로 두 개의 진주를 받아 쥐었다. [진가는 구별하지 못하겠으나 성의를 봐서라도 받아 두겠소.] 이때 시체를 발로 툭툭 걷어차 한 군데로 모으던 풍준명이 잔뜩 부르튼 음성으로 고함을 질렀다. [함가야, 노부는 이렇게 힘들어 가면서 황금 팔백 냥인데 너는 고작 입술을 몇번 놀리고 황금 구백 냥이라니, 사기를 쳐도 염치가 있어야 할 것이 아니냐?] 함창기는 그를 향해 두 눈을 부릅떴다. [풍가야, 잔소리 집어 치우고 시체들과 놀기나 해라.] 문광지가 재빨리 말했다. [자, 이제 그만 가주시겠소?] [엥! 어디를 가란 말이오?] 순간 문광지의 두 눈에서 불같은 살기가 띄워 올랐으나 이내 사라졌다. 함창기가 재차 말했다. [노부는 그대와 참견하지 말라는 약속을 한 기억이 없소.] 문광지는 어이가 없었다. 그는 구지신투와 일을 빨리 해결하기 위해 그들에게 고개를 숙였으나 이제는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흐흐흐.. 늙은 놈이 조금 양보를 해주니까 청방지축으로 날뛰는구나.] 이어 구지신투를 향해 사악한 미소를 보냈다. [구지신투, 목숨이 아깝다면 어서 불사도를 내놓아라. 노부 등은 한가롭게 노닥 거릴 시간이 없다.] 비파선녀가 재빨리 말을 받았다. [흥! 여우같이 간사한 늙은이가 제법 으시대려고 하다니 정말 눈꼴이 시려서 못 봐주겠다.] 문광지는 그녀의 말을 듣고 음침하게 웃었다. [흐흐흐.. 계집년의 입이 제법 날카롭구나. 하지만 잠시 후에 여우같은 노인이 얼마나 무섭다는 것을 똑독히 인식시켜주마.] 구지신투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문광지, 네놈은 다수의 힘을 믿고 소수를 핍박하려고 들지만 헛된 생각일 뿐이 다.] [흐흐흐... 그런지 아닌지는 두고 봐야 할 일이다.] 이어 수하들을 향해 명을 내렸다. [놈들은 죽이되 시체를 갈가리 찢어 버려라.] 소름이 오싹 끼치는 지독히 살벌한 말이었다. 구지신투와 비파선녀는 급히 공력을 끌어올려 사태에 대비했다. 함창기는 두 개의 진주를 바라보며 연신 만족한 웃음을 지었다. [받아랏!] [차----랏!] 지존교의 무리들은 일제히 병기를 휘둘러 두 사람에게 덮쳐갔다. 문광지와 동공찬은 각기 남북이괴를 감시하고 있었다. 구지신투와 비파선녀는 십 칠 팔명의 지존교 수하들과 생사의 접전을 벌이며 전 음을 주고 받았다. [낭자, 어서 이곳을 빠져 나가 선배님에게 달려가시오. 한시가 급한 일이오!] [안돼요. 선배님을 남겨 두고 소녀 혼자만 갈수는 없어요. 또한 이들은 소녀가 가도록 놔주지도 않을 거예요.] 구지신투는 옆구리를 향해 찔러오는 장검을 자옥척으로 막으며 재빨리 말했다. [낭자, 이곳에는 노부의 친구인 남북이괴가 있으니 걱정없소. 그러니 속히 선배 님의 거처로 달려가시오.] 비파선녀는 망설이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때 두 자루의 장검이 그녀가 잠시 주춤하는 사이에 번개같이 빠르게 사혈을 찔 러왔다. [앗!] 비파선녀가 놀라는 순간, 퍼퍼퍼퍽! 무엇인가 깨지는 소리가 나고 피가 튀었다. 풍준명이 박살을 낸 것이다. 동공찬은 만면에 흉측한 빛을 띄우며 한걸음 한걸음 풍준명에게 다가섰다. [늙은이, 네놈은 신의를 헌신짝처럼 팽개치는 조잡한 놈이로구나.] 풍준명이 무슨 소리냐는 듯이 입을 열었다. [아아! 그건 당신이 오해를 하는 것이오. 노부는 그들이 하도 무겁기에 약간 힘 을 주어 찼더니 그만 휑하니 도망가지를 않겠소? 아마 그들은 죽어서도 매를 맞 기는 싫었던 모양이오. 그런 어찌 노부에게 잘못이 있겠소? 안그렇소?] 맙소사! 발로차서 박살을 냈단 말인가. 문광지는 지극히 침착한 어조로 말했다. [흐흐흐.. 네놈의 말이 맞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노부는 네놈의 손속이 소문과 같이 매서운지 한번 견식을 해봐야겠다.] 하며 천천히 쌍장을 들어 올렸다. [어이쿠! 이거 왜 이러시오. 노부는 시체를 치워야 될 바쁜 몸이오. 그러니 귀찮 게 굴지 마시오. 노부는 이래뵈도 한번 시체를 치워준다고 은자를 받으면 꼭 실 행하는 성미외다.] [잔소리 말고 이거나 받아랏!] 문광지가 쌍장을 동시에 뒤집어 내자 마치 연기와 같은 무지막지한 장력이 파도 처럼 밀려갔다. [여보시오. 우리 말로 합시다. 말로...] 풍준명은 유연한 동작으로 장력을 피해내며 짐짓 크게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한편, 구지신투와 비파선녀는 계속 궁지에 몰리고 있었다. 상대방의 무공이 한사람 한사람 모두 일류고수들인지라 그들도 힘에 부쳤던 것이 다. 비파선녀는 수중의 비파로 그림자처럼 따라 붙는 장검을 막아내느라 전혀 궁세를 펼칠 여유가 없었다. 구지신투는 그녀보다는 훨씬 덜한 편이었으나 마찬가지나 진배 없었다. 두 사람은 전신이 땀으로 흥건이 젖어 옷이 찰싹 붙어 있었다. 머리에서는 쉴새없이 더운 김이 무럭무럭 솟아오르고 입으로는 연신 거친 숨이 새어나왔다. 비파선녀는 땀으로 옷이 몸에 찰싹 달라붙자 요염하고 풍만한 몸매의 굴곳이 여 실히 드러났다. 그녀를 공격하던 검수들은 마른 침을 꼴깍 삼키며 색정에 불타는 눈빛으로 그녀 의 전신을 훑어보았다. 덕분에 그들은 초식이 자연히 산만해지며 무분별하기 짝이 없었다. 비파선녀는 다행인지는 몰라도 자신의 아름다운 몸매 때문에 조금이라도 더 버틸 수 있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검수들의 초식이 약해져 갔다. 비파선녀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혼신의 공력을 끌어 올렸다. 이어 천무봉소의 초식으로 비파를 전광석화같이 휘둘렀다. 쉬-----액! [크아아악!] 지존교의 검수들은 처절무비한 비명을 내지르며 생의 종지부를 찍고 말았다. 번호:221/227 등록자:HYUN9876 등록일시:97/04/16 00:43 길이:345줄 제 목 : [사마달] 불세마왕경 제 43장 불세마왕경 저자: 사마달 출판사: 대현출판사 제 43장 웃기는 괴물들 한편 동공찬은 수하들이 피를 뿌리며 쓰러지자 불같은 노기를 느꼈다. 그는 이를 부드득 갈아붙이며 비파선녀를 향해 사악한 음성을 뱉아냈다. [비파선녀, 네년이 사람을 홀려 살생을 저지르다니. 이 어르신네가 네년을 지옥 으로 보네주마.] 동공찬은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전광석화와 같은 일장을 펼쳐냈다. 비파선녀는 숨 돌릴 겨를도 없이 급히 한 모금의 전기를 끌어올리며 허공으로 솟 구쳤다. 이때였다. 함창기는 가래침을 칵 뱉으며 나직이 투덜거렸다. [에이! 저 녀석들이 패싸움을 벌이니 이제 점보기는 틀렸다. 그만 딴 곳으로 가 보아야 겠는걸.] 그가 내뱉은 가래침을 요상하게도 동공찬의 유물혈을 향해 쏜살같이 쏘아가고 있 었다. [앗!] 동공찬은 갑자기 등뒤에서 날카로운 파공음이 들려오자 대경실색을 했다. 그는 창졸지간에 몸을 돌리며 쌍장을 동시에 밀어냈다. 쉬익! 웅대무비한 장력은 가래침을 정확하게 후려쳐 버렸다. 순간, 찰싹! 가래침은 힘없이 날아가 한 그루 노송에 찹살떡같이 달라 붙었다. 동공찬은 자신의 유문혈을 노렸던 것이 더러운 가래침이었다는 것을 알자 분노와 경악을 동시에 느꼈다. 그는 재빨리 함창기를 쏘아보았다. [남괴야! 네놈이 어르신네에게 더러운 가래침을 선사하다니. 흐흐흐.. 스스로 무 덤을 파고 기어 들어가려는 어리석은 짓이다.] 함창기는 한쪽 콧구멍을 막고 코를 팽하고 풀었다. [엥! 그게 무슨 소린가?] 수간 그가 힘껏 풀은 코가 누런빛을 빈뜩이며 동공찬의 벌린 입으로 쏜살같이 쏘 아 나갔다. [아니!] 동공찬은 아연실색을 하며 급히 입을 다물어 옆으로 몸을 뉘였다. 그는 계속해서 가래침과 코를 선사받자 노기충천하다 못해 전신을 파르르 떨었 다. 이어 등뒤의 장검을 쾌속하게 뽑아들며 섬전과 같이 일초를 그어갔다. [늙은놈아! 초식을 받아라!] 그가 노기충천하여 발출한 일검의 위력은 천근 바위를 두쪽으로 쪼개 놓고도 남 음이 있을 정도였다. 함창기는 연신 두 손을 내저으며 허겁지겁 뒤로 물러섰다. [아이쿠! 젊은이, 노부는 닭이 아니네. 그러니 제발 닭 잡는 칼은 거두세.] 하며 교묘한 보법으로 초식을 피해버렸다. 동공찬은 양쪽 콧구멍에서 더운 김을 씩씩 뿜어내며 쉴새없이 살초를 전개했다. [아이쿠! 이거 미치겠구나.] 그러는 한편 풍준명을 향해 고래고래 고함을 질렀다. [풍가야! 형님이 곧 돌아가시게 될 판인데 너는 그곳에서 오리 궁둥이와 소꼽장 난만하고 있느냐?] 순간 풍준명은 문광지의 장력을 가볍게 피하며 코를 벌름벌름 거렸다. [함가야! 그거 듣던 중 반가운 소리구나. 노부는 너 때문에 은자를 손해볼 때가 한 두번이 아니었다. 그러니 어서 염라록에 등록이나 하거라. 파격적인 봉사로 어만은 공짜로 시체를 치워주마.] 그러자 함창기는 안색을 푸르뎅뎅하게 변모시키더니 그를 향해 가래침을 퉤 하고 뱉아냈다. [에라. 이 늙은 친구야! 이거나 먹어라.] 그러나 그가 뱉은 가래침은 정작 풍준명을 향해 쏘아가는 것이 아니었다. 가래침은 도중에서 두 갈래로 갈라지며 문광지의 두 눈을 섬전같이 찔러가는 것 이었다. [아앗!] 문광진은 대경실색을 터뜨리며 급히 허리를 젖혀 가래침을 피해냈다. 탁! 두 갈래의 가래침은 그의 얼굴을 아슬아슬하게 스치고 지나가 뒤에 있는 바위에 커다란 구멍을 뚫어버렸다. 풍준명은 상체가 뒤로 젓혀진 문광지의 허리띠를 전광석화와 같은 순간에 거머쥐 어버렸다. 이어 슬쩍 잡아당기자 허리띠는 그의 손에 가볍게 딸려 나왔다. 순간 문광지의 아랫바지가 스르르 내려가는 것이 아닌가! [헛!] 문광지는 혼비백산을 하며 쏜살같이 뒤로 몸을 튕겨냈다. 그러나 바지는 이미 무릎 아래까지 내려간 뒤였다. 그의 안색이 순식간에 대여섯 차례 변하더니 마침내는 썩은 돼지간처럼 변해버렸 다. 그는 황급히 바지를 추켜올려 왼손으로 거머쥐었다. 그리고는 두 눈에서 지옥의 악귀와도 같은 시퍼런 녹광을 줄기줄기 뿜어냈다. [이이.. 죽일 놈들!] 문광지는 머리가 깨질듯이 분노하며 등뒤의 장검을 빠르게 빼어 들었다. 삽시간에 검광은 삼 장 둘레를 덮어버렸다. 한편-----! 구지신투는 그의 장기인 경공술을 전개해 막중지세의 형세를 이루고 있었다. 그는 경공술 하나만으로 상대방 검수들과 대적하자 여러번 위기를 겪어야만 했 다. 그의 이마에서는 쉴새없이 땀방울이 흘러내렸다. 그러나 땀을 닦아 낼 시간적인 여유가 없었다. 급기야 그의 진기는 서서히 고갈되어가기 시작했다. 자연적으로 둔해진 경공술, 때를 같이하여 세 자루의 장검이 빛살같이 짓쳐 들어왔다. 구지신투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급히 자옥척으로 두 자루의 장검을 퉁겨내는 한편 금나수법을 전개해 한 자루의 장검을 움켜쥐어갔다. 하나 움켜쥐어간 장검이 돌연 뱀처럼 미끄러지며 왼쪽 옆구리를 향해 무서운 기 세로 베어 오는 것이 아닌가! [윽!] 그는 머리가 윙하고 울리는 착각을 느끼며 필생의 공력으로 무영환형신법을 전개 했다. 그러나, 씨----익! 그는 초식을 완전히 피하지 못해 백의가 길게 찢어지고 말았다. 다음 순간 그가 미처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기도 전에 여섯 자루의 장검이 전신을 휘감아왔다. [아...] 구지신투는 사방에서 검영이 난무하자 어떻게 손을 써 볼 도리가 없었다. 하물며 상대방은 하나같이 일류고수들이 아닌가! 그는 생을 포기한 채 이를 악물었다. 어차피 이곳에서 뼈를 묻어야 한다면 최후의 한명까지 저승의동반자로 삼으리라. 구지신투는 혼신의 진기를 끌어올려 만천출영의 절초로 검수들의 옆구리를 무자 비하게 쓸어갔다. 바야흐로 동귀어진의 수법을 전개한 것이었다. 순간, [으아악!] [악!] [....] 여섯 마디의 처절한 비명소리가 듣는 사람의 간장을 쥐어 뜯어 버렸다. 혈! 혈! 혈...! 순식간에 허공에는 사지가 찢겨져 나간 살점들과 핏빛 무지개로 지옥도를 그려놓 았다. 지옥도가 사라지자 뜻밖의 광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구지신투는 멍청하게 넋을 잃고 있는 방면 그를 향해 덮쳐들던 여섯 명의 검수들 은 목불인견의 시체로 변해 있었다. 구지신투가 영문을 모른체 멍청하게 서 있을 때였다. 그의 귓전에 모기소리만한 전음이 들려왔다. [선배님, 속히 비파선녀를 도와주십시요. 조금만 늦는다면 그녀는 필시 변을 면 치 못할 것입니다.] 구지신투는 신비의 전음술을 듣고 급히 비파선녀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녀는 십여 명의 검수에게 둘러싸여 절대절명의 순간에 몰리고 있었다. 그녀가 십여 명의 검수들을 상대로 지금까지 버티고 있는 것은 기적에 가까운 일 이었다. 구지신투는 자신을 구해준 사람을 향해 인사할 겨를도 없이 몸을 날렸다. [낭자, 노부가 가니 힘을 내시오.] 풍전등화같은 비파선녀는 그의 음성을 듣자 힘이 솟았다. [받아랏!] 그녀는 앙칼진 호통을 지르며 섬전같이 비파를 휘둘렀다. 십여 명의 검수들은 구지신투가 동료들을 일시에 살해하고 자신들을 향해 덮쳐오 자 은근히 겁에 질렸다. 그렇게되자 그들의 초식은 무질서하기 짝이 없었다. 구지신투는 비파선녀와 회합한 뒤 연속 살초만 전개했다. 십여 명의 검수들은 파랗게 질리며 점차 뒷걸음질 치기에 바빴다. 그들은 죽음이 두려워 제대로 공격을 할 수가 없었다. 그렇지 않고 종전처럼 공격을 했다면 그들은 이토록 몰리지도 않았을 뿐더러 구 지신투 등을 궁지에 몰아 넣을 수 있었을 것이다. 구지신투와 비파선녀는 더욱 힘을 얻어 그들을 향해 매서운 살수를 전개했다. 속수무책----! 이미 정신이 분산된 검수들은 자신의 생명만 돌보기에 바빠 동료들은 아예 거들 떠 보지도 않았다. 순간 자옥척과 비파가 요란한 파공음을 내며 그들의 머리 위를 덮쳐버렸다. 쌔----앵! 우우웅! 검수들으 혼백이 달아나도록 놀라며 일제히 머리 위를 향해 장검으로 맞서갔다. 그러나 구지신투와 비파선녀가 전개한 것이 허초였다는 것을 그들은 짐작초자 하 지 못했다. 자옥척과 비파는 장검과 마주칠 찰라같은 순간에 돌연 밑으로 휘어지며 그들의 허리를 휩쓸어갔다. 실로 궤이정박하며 기묘한 수법이 아닐 수 없었다. [앗!] 검수들은 동시에 경악을 터뜨리며 저마다 필생의 공력으로 몸을 튕겨내려고 하였 다. 하나, [으아악!] [크----윽!] 산중을 메아리치며 나뭇가지 사이를 오해도록 맴돌고 사라지지 않는 처절무비한 비명이 잇달아 들려왔다. 이어 분수처럼 피를 내뿜으며 썩은 나무 토막처럼 힘없이 쓰러지는 십여명의 검 수들, 그들 중 대여섯 명은 허리가 두동강이가 나있었다. 또한 나머지 검수들은 허연 뼈를 들어낸 채 옆구리에서 샘물같은 선혈이 콸콸 쏟 아져 나오고 있었다. 남북이괴와 접전을 벌이고 있던 두 당주는 수하들이 깡그리 몰살되자 정신이 아 득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들은 동시에 눈빛을 교환했다. 문광지가 풍주명에게 매서운 독수를 펼치며 전음을 보냈다. [동단주, 아무래도 오늘은 돌아가야만 할것 같소.그러니 속히 이곳을 떠납시다.] 동공찬이 전음을 보내왔다. [문단주, 남북이괴만해도 이곳을 벗어나기 힘든데 하물며 구지신투와 비파선녀가 있지 않소? 한데 어떻게 놈들의 손에서 벗어 날 수 있단 말이오?] 문광지가 황급히 말했다. [동단주, 한가지 계책이 있오만 매우 어려운 일이오.] [무엇이오?] [그것은 동단주가 가지고 있는 아비최혼산을 이용하는 것이오.] [아비최혼산을?] 이때 풍준명이 일지를 퉁겨내며 해벌쭉 웃었다. [헤헤헤... 이보시오, 무슨 숙덕공론을 하고 있소? 혹시 노부에게 준 진주를 다 시 뺏으려는 것은 아니겠지요?] 문광지는 잽싸게 지풍을 피하며 동공찬에게 계속 전음을 보냈다. [그렇소. 아비최혼산을 일단 동단주가 대적하고 있는 남괴에게 전개하시오. 그런 다음에 곧장 비파선녀를 덮쳐 가시오. 그때 노부는 북괴를 미러내고 구지신투에 게 덮쳐가겠소. 그렇게되면 그들은 잠시 주춤하게 될 것이오. 그 짧은 시각을 이 용해 놈들의 손아귀를 벗어납시다.] 동공찬은 그 방법밖에는 달리 좋은 방법이 없을 듯 했다. [좋소, 그렇게 합시다.] 그가 동의하자 문광지의 입가에 뜻모를 미소가 스치고 지나갔다. [그럼 노부가 셋을 셀테니 그것을 신호로 행동을 개시합시다.] 이어 두 사람은 남북이괴를 향해 필생의 절초를 전개해 갔다. 순간 남북이괴는 잠시 주춤하는 듯했다. 문광지는 숫자를 세지 않고 이 순간을 이용해 벼락같은 음성을 질렀다. [동단주, 빨리 아비추혼산을 뿌리시오.] 동공찬은 그가 소리치자 엉겁결에 왼손을 품속에 넣었다. [아비추혼산!] 남북이괴등은 대경실색을 하며 동시에 대갈일성을 터뜨리고 동공찬에게 번개같이 덮쳐들었다. [동공찬, 손을 멈추어라.] 그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천지가 무너져 내릴 듯한 장력을 십성의 공력으로 격출했다. [아앗...] 동공찬은 기절초풍을 하도록 놀라며 더 할 수 없이 신속한 동작을 전개해 몸을 튕겼다. 그러는 한편 수중의 장검에 십이성의 공력을 주입시켜 극살취령을 펼쳐냈다. 쉬익! 우르르릉... 미약한 검강과 태산같은 장력이 각기 상반된 음향을 발해냈다. 한편, 문광지는 만면에 흉칙한 미소를 자아내며 혼신의 공력을 끌어올려 신법을 전개했다. 그가 날아가는 방향은 격정장과 정반대 반향이었다. [흐흐흐... 동공찬, 노부를 원망하지 말아라. 네놈은 심기가 비상하지 못함을 탓 해야 할 것이다.] 그는 동공찬을 이용해 자신의 비열한 심계를 썼던 것이다. 그러나 그가 지금 향하고 있는 방향은 바로 철한빙이 숨어 있는 곳일 줄이야 꿈 에라도 상상이나 했겠는가? 그는 도저히 헤어날 수 없는 죽음의 길로 잘못 방향을 택했던 것이다. 그가 막 이십여 장 쯤 벗어났을까? [으아악!] 귀청을 찢을 듯한 처참한 비명소리가 등뒤에서 들려왔다. 젖먹던 힘가지 바루히해 힘차게 두 발을 굴렀다. 등줄기에서는 계속해서 식은 땀이 주르르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는 동공찬이 죽음을 당했다는 것을 알고 십이성의 공력으로 신법을 전개했던 것이다. 이때 등뒤에서 함창기의 분노에 찬 음성이 들려왔다. [문광지, 네놈은 동료를 이용해 노부들의 손아귀를 벗어나려고 하지만 어림도 없 는 일이지.] 이어 가볍게 옷자락 소리가 들려왔다. 문광지는 깜짝 놀라며 급히 품속으로 넣었다. [흐흐흐...] [아비최혼침의 맛을 보아랏!] 일순 뒤에서부터 경악에 찬 음성이 터져나왔다. [앗! 아비최혼침...] 문광지는 그들이 허겁지겁 독침을 피해내는 기척을 듣고는 음침한 미소를 지었 다. 그런 연후에 신속하게 좌측으로 몸을 회전시키려고 하였다. 번호:222/227 등록자:HYUN9876 등록일시:97/04/16 00:44 길이:901줄 제 목 : [사마달] 불세마왕경 제 44장 불세마왕경 저자: 사마달 출판사: 대현출판사 제 44장 소멸불선 이때, 그는 갑자기 눈앞의 경물을 의식하고 소스라치게 놀라고 말았다. 뒤로 물러서야 할 나무들과 숲들이 반대로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아닌가? 문광지는 자신이 한줄기 흡입력에 의해 뒤로 끌려가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아...아니! 이럴수가?) 그는 두 눈을 튀어나올 정도로 놀라며 급히 전신의 공력을 끌어올려 흡입력에 대 항했다. 그러나 흡입력은 그가 공력을 끌어올릴수록 더욱 강해지는 것이었다. 이때 남북이괴 등이 아비최혼침을 떨쳐 버리고 자신을 향해 번개같이 쏘아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문광지는 전신이 땀으로 뒤범벅이 된 채 또 다시 진기를 끌어올리려고 했다. 이순간, 두 줄기 미약한 파공음이 들리며 천종혈과 영대혈을 향해 지풍이 엄습해왔다. 문광지는 기겁을 하며 황급히 옆으로 몸을 퉁기려 했으나 막중한 흡입력 때문에 꼼짝도 못한 채 혈도를 제압당하고 말았다. 때를 같이하여 남북이괴가 그의 옆에 당도하며 뒷덜미를 낚아챘다. 그리고는 이네 깜짝 놀랐다. [엇! 이게 어떻게 된 노릇이지? 이놈은 혈도를 제압 당한 것 같은데...] 구지신투등도 깜짝 놀라는 듯 했다. 그러나 곧 확연히 깨닫는 것이 있었다. 풍준명이 급히 사방을 둘러보며 쩌렁쩌렁한 음성을 말했다. [어느 고인이 도움으 주셨는지요? 모습을 나타낼 수 없겠소?] 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낭랑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하하하핫.. 풍선배님, 그렇게 큰소리로 부르시면 나오다가도 도로 들어가겠소이 다.] 소리와 함께 좌측 숲속에서 철한빙이 걸어나왔다. 함창기는 그를 보며 커다란 입을 벌렸다. [공자, 오랜만이네. 역시 솜씨가 여전하구먼!] 구지신투와 비파선녀가 철한빙의 준미한 용모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특히 비파선녀는 앵투같은 입술을 반쯤 벌린 채 다물지를 못했다. 구지신투가 그 모양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낭자, 먼저 들어가겠소.] 순간, 비파선녀는 후다닥 정신을 차리며 귀뿌리까지 도화빛으로 물들어 버렸다. 철한빙은 지극힌 느린 걸음으로 그들에게 다가와 가볍게 포권을 했다. [그 동안 별고 없으셨습니까?] 구지신투는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노부에게 하는 말이오?] 철한빙은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여러분 모두에게 드린 말입니다.] 그가 냉막한 얼굴에 미소를 짓자 장내의 인물들은 넋을 잃고 말았다. 비파선녀는 반쯤 혼이 달아나 있었다. (아... 어찌 남자의 미소가 이토록 아름다울 수가 있단 말인가?) 구지신투가 재빨리 입을 열었다. [소협은 노부를 알고 있소?] 철한빙은 나직하게 말했다. [천하에 위명을 펼치시는 선배님을 몰라본대서야 어찌 무림인이라 할 수 있겠습 니까?] 구지신투가 정색을 했다. [소협은 정말로 무공을 알고 있소?] 그는 의심쩍은 듯한 눈초리로 그의 전신을 훑어보았다. 철한빙이 입을 열기도 전에 풍준명이 크게 웃었다. [하하하. 섭가야! 문광지의 혈도를 제압시킨 사람이 공자라는 것을 아직도 눈치 채지 못했느냐?] 이어 혀를 끌끌 차며 말했다. [그저 늙으면 죽어야지. 암! 그렇구말구.] 구지신투와 비파선녀는 망연자실해졌다. [뭣이! 이 소년이 지존교의 단주인 문광지를 제압했다고? 도시 믿어지지가 않는 구나.] 철한빙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선배님, 혹시 문광지에게 물어보실 말씀이 없습니까?] 구지신투가 급히 대답했다. [있소이다.] 그는 짤막하게 말한 뒤 문광지를 향해 지풍을 날렸다. 순간, 문광지는 잠시 꿈틀하는 듯 하더니 전과 같이 굳어있는 것이 아닌가? (엇! 노부의 수법으로도 풀 수 없는 점혈수법이 있었다니. 정녕 불가사의한 일이 로구나.) 구지신투는 별호가 말해주듯이 혈도를 찍고 푸는 것과 경공술은 타의 투종을 불 허할만큼 뛰어나 있었다. 한데 그가 문광지의 혈도를 풀지 못하다니! 그는 얼굴을 붉히며 경악에 찬 눈빛으로 철한빙을 응시했다. 풍준명이 코를 벌름거렸다. [섭가야! 네가 공자가 점한 혈도를 풀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 쯧쯧쯧.. 자기 분 수를 알아야지?] 그러자 구지신투가 버럭 고함을 질렀다. [풍가야! 그렇다면 네가 풀어 보아라. 흥! 네 실력 갖고는 어느 렬도가 금제되어 있는지도 모를 것이다.] 풍준명이 헤벌쭉 웃었다. [헤헤... 노부는 조금전에 격전을 벌이다가 손가락을 삐었다. 정말 미안하고 안 타깝게 됐구나.] 하며 짐짓 식지를 파르르 떨었다. 이때, 철한빙은 그들의 익살에 가볍게 웃으며 문광지를 향해 일지를 날렸다. 순간 문광지가 전신을 부르르 떨더니 몸을 움직였다. 그러자 구지신투가 번개같이 그의 완맥을 움켜쥐었다. [문광지, 노부가 묻는 말에 솔직히 대답한다면 목숨만은 살려 주겠다.] 문광지는 만면에 사악한 빛을 떠올리며 생각을 번개같이 굴렸다. (음... 만약 사실대로 말하지 않는다면 필시 목숨을 부지하지 못하리라.) 그는 재빨리 생각을 굴린 뒤 음침하게 말했다. [흐흐흐.. 노부가 묻는 말에 대답을 한다면 살려 주겠느냐?] 구지신투는 차분하게 말했다. [노부는 한번 한 말은 죽어도 지키는 성미이다. 그 점은 안심해도 좋다.] 문광지가 철한빙을 재빨리 훑어보았다. [네놈들도 구지신투의 말에 동의하겠느냐?] 철한빙은 그가 목숨을 구걸하는 듯함에 역겨움을 느꼈다. 비파선녀가 비웃듯이 말했다. [흥! 당신같이 비겁하며 비열한 인간의 피를 묻힌다는 것은 손만 더럽힐 뿐이에 요.] 문광지가 음침하게 웃었다. [으흐흐... 그렇다면 좋다.] 이어 구지신투에게 시선을 돌렸다. [물어볼 말이 있으면 속히 묻거라.] 구지신투는 잠시 생각에 잠기는 듯 하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지존교가 은거한 마두들을 불러 들이고 있다는 것이 사실이냐?] 문광지가 짤막하게 대답했다. [그렇다.] 구지신투가 고개를 끄덕였다. [음.. 역시 노부가 알아본대로 사실이었구나.] 그리고는 다시 물었다. [은거한 마두들을 끌어들이는 이유가 무엇이냐?] 문광지가 잠시 주춤거렸다. 구지신투는 손가락에 공력을 주입시켜 완멱을 점차 조여갔다. [으----음!] 문광지가 잠시 고통에 찬 나직한 신음을 토해냈다. 구지신투가 다그쳤다. [어서 말하지 못할까?] 문광지는 점차 완맥이 조여들자 마침내 입을 열고 말았다. [은거한 마두들을 이용해 천하무림을 재패하기 위해서이다.] 순간 중인들은 대경실색을 했다. [뭣이! 지존교가 무림제패의 야욕을 품고 있단 말인가?] 철한빙은이 나직하게 물었다. [문단주, 귀하의 교주는 어떠한 인물이오?] 문광지가 그를 힐끗 쳐다보며 고개를 가로 저었다. [본교 교주는 지금까지 한번도 모습을 나타낸 적이 없었소. 그렇기 때문에 교주 가 누구인지는 모르오.] 풍준명이 버럭 고함을 질렀다. [문가야! 거짓말 하지마라. 세상에 자기 교주를 모른다니 삼척동자도 믿지 않을 것이다.] 문광지가 싸늘하게 웃었다. [늙은 놈이 믿던 안믿던 노부의 말은 사실이다.] 철한빙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럼 일체의 명령은 누가 내리는 것이요?] [그것은 본교의 태상호법이 하오. 그는 교주의 신분을 알고 있을 것이오.] [그럼 태상호법이 누구라는 것은 알고 있겠구려?] 문광지는 고개를 두어 번 저었다. [그는 항상 복면을 하고 있어 진면목은 알지 못하오.] 철한빙은 입을 다물고 생각에 잠겼다. 구지신투가 나직한 음성으로 입을 열었다. [음.. 교주도 모르고 태상호법도 모른다? 그렇다면 지존교의 총단은 어디냐?] [숭산에 있소.] [...] 철한빙 등은 멍청해졌다. 지존교의 총단이 소림사가 위치한 곳에 있다니! 철한빙은 가벼운 한숨을 내쉬었다. (으음.. 지존교주의 심계가 지극히 뛰어나구나. 그 누가 숭산에 지존교의 총단이 있다고 상상이나 하겠는가?) 구지신투는 문광지의 완맥을 놓아주며 차갑게 말했다. [이제 가도 좋다.] 이어 번개같은 수법으로 기해혈을 찍어 버렸다. [흑!] 순간 문광지는 양쪽 어째죽지를 축 내려뜨렸다. 동시에 두 눈에서 번뜩이던 정광이 순식간에 자취를 감추어 버렸다. 구지신투가 냉랭한 음성으로 입을 열었다. [문광지, 노부는 약속대로 네놈의 목숨을 살려 주겠다. 하나, 무공만은 폐지시켰 으니 나머지 여생을 착하게 보내거라.] 문광지는 무공이 전폐되자 두 눈에서 빙전과 같은 살기를 뿜어내며 이빨을 부드 득 갈았다. [으으.. 구지신투, 노부의 무공을 폐지시킬 바에야 차라리 죽여라. 노부는 지옥 에 가서라도 네놈을 잊지 않겠다.] 구지신투가 입술을 달싹거렸다. [노부를 잊지 않겠다? 왜 너무도 큰 은혜를 입어서 그러느냐?] 그리고는 두 손을 저었다. [문광지, 하찮은 은혜를 갖고 뭘 그러나?] 철한빙 등은 웃음을 참지 못하고 쿡쿡거렸다. 문광지는 살기가 끊임없이 쏘아져 나오는 눈빛으로 그들을 노려보았다. [좋다. 노부는 오늘의 일을 잊지 않으마.] 그는 재빨리 그들을 쏘아본 뒤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무공이 폐지되어 보통 늙은이보다 더 허약해진 그는 비실비실 시야에서 사라져버 렸다. 철한빙은 구지신투에게 말했다. [선배님께선 놈들의 추격을 피해 어디로 가시는 중이셨습니까?] 구지신투는 잠시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다. [노부는 지존교에서 은거한 마두들을 불러들인다는 사실을 알고 낭자와 함께 이 선중에 소멸불선 선배님을 찾아가고 있던 중이었소.] 철한빙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같은 사실을 천하무림에 공포하시지 않고 어찌 소면불선 선배님에게 알리시려 고 하십니까?] 구지신투가 두 눈에 정광을 번뜩이며 말했다. [그... 그것은 소협에게 한 가지 승낙을 해주신다면 알려드리겠소.] [무슨 부탁이십니까?] 구지신투가 심각하게 입술을 떼었다. [소협께서 절대로 오늘의 일을 그 누구에게도 알리지 말아달라는 것이오.] 철한빙은 더욱 더 오리무중에 빠져들었다. [아니! 어째서 오늘의 일을 비밀에 부치자는 말씀이니까? 지존교의 음모를 천하 무림에 알려 사전에 야욕을 막아야 하지 않습니까?] 구지신투가 고개를 저었다. 이때 비파선녀가 은쟁반에 옥구슬이 구르는 듯한 청아한 목소리로 말했다. [공자님, 할아버니를 만나보실 의향은 없으세요?] [할아버니?] 철한빙은 의아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풍준명이 재빨리 대답했다. [매낭자는 소면불선 선배님의 손녀일세.] 철한빙은 그녀가 소면불선의 손녀라는 점에 가볍게 놀랐다. (음.. 어쩐지 무공이 고강하더라니 소면불선의 손녀였구나.) 그는 생각을 끊으며 잔잔한 어조로 말했다. [아.. 낭자께서 노선배님의 손녀 분이셨구려. 한데 노선배님께서 소생을 만나 실 수가 있겠소?] 비파선녀는 얼굴 가득이 환한 미소를 피어올렸다. [공자님 같으신 분이라면 할아버니께서는 쌍수를 들고 환영하실 거예요.] 철한빙은 천천히 남북이괴에게 시선을 돌렸다. [선배님들은 노선배님을 아시고 계시는 듯 하군요.] 남북이괴는 고개를 가볍게 끄덕였다. [그렇네. 섭늙은이와 노부 등 그리고 많은 기인이사들이 그분을 알고 또 따르고 있네.] 철한빙은 따른다는 말에 무엇인가 모를 큰 뜻이 숨겨져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음.. 무림이선중에 한 분이라면 전에 보았던 망아혜선과 같은 인물이 아닌가? 필시 비범한 인물일 것이니 한번 만나보는 것도 괜찮을 듯하구나.) 그는 재빨리 생각을 한뒤 비파선녀를 향해 차분하게 말했다. [노선배님께서 거절하시지만 않으신다면 한번 만나뵙고 싶구려.] 비파선녀는 기쁜 표정을 지으며 옥음을 굴렸다. [호호호... 할아버지께서 공자님을 모시고 온 줄 아시면 상당히 기뻐하실 거예 요.] 함창기가 재빨리 입을 열었다. [히히히... 보누가 보기에는 낭자가 더 좋아서 어쩔 줄 모르는 듯 한데 어째서 할아버지를 들먹이는 것이오?] 순간 비파선녀는 두 볼을 빨갛게 물들이고 말았다. 철한빙 또한 계면적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 구지신투는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허허헛.. 함가야! 낭자를 놀리지 말거라. 잘못하다가는 백련홍은 커녕 자엽청조 차 얻어 마시지 못한다는 것을 모르는 것은 아니겠지?] 그러자 함창기의 얼굴이 죽상으로 변했다. [매낭자, 노부가 한 말은 취소하겠소. 그러니 제발 백련홍만은 남겨 주시오.] 비파선녀의 얼굴이 더욱 새빨개져 아예 홍시처럼 붉어져 버렸다. 철한빙은 그들의 익살에 떨떠름한 웃음을 흘렸다. 풍준명이 그를 바라보며 넌지시 말했다. [공자, 어째 웃음이 그런가? 노부 등이 옆에서 너무 주착을 떤 것이 아닌가?] 철한빙은 정색을 하며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별말씀을 다 하십니다. 선배님의 해학이야말로 험한 세파에 더할 수 없는 청량 제가 아닙니까?] 풍준명은 두 눈을 동그랗게 치켜떴다. [헤헤헤... 공자도 남을 추켜세울 줄 아는구려.] 구지신투가 정색을 하며 입을 열었다. [자, 이제 그만 길을 재촉합시다.] 그들은 동시에 몸을 날려 동쪽을 향해 질풍같이 달려갔다. x x x x x 철한빙 일행은 천목산에 도착했다. 비파선녀가 멀리 바라다보이는 구름에 덮인 봉우리를 가리켰다. [공자님, 저 봉우리가 설하봉이에요. 할아버지께서는 저곳에 기거하고 계세요.] 철한빙은 고개를 끄덕이며 설하봉을 바라보았다. 새하얀 백설이 눈이 부시도록 찬란하게 빛나고 있었다. 비파선녀가 재차 입을 열었다. [설하봉은 언제나 눈에 덮여 있어요. 그리고 한 여름이 되어도 전혀 눈들이 녹지 를 않아요.] 철한빙은 나직이 입술을 떼며 말했다. [그럼 봉우리 위에서 사철 매서운 찬바람이 휘몰아치겠구려.] 비파선녀는 새초룸히 웃었다. [그렇지 않아요. 봉우리 위는 항상 따스한 봄날을 연상하도록 훈훈하기만 해요. 그건 공자님께서 가보시면 아실거예요.] 철한빙은 그녀의 말에 반신반의했으나 전혀 내색을 하지 않았다. 그들은 곧 선하봉을 향해 신형을 날렸다. 뜨거운 차 한잔 마실 시간이 지나자 그들은 봉우리 중턱에 동도할 수 있었다. 철한빙이 봉우리를 오르면서 대자연의 신비함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하늘을 찌를 듯한 고송의 가지에는 바람에 못이겨 힘없이 휘날리는 눈가루가 심 신을 상쾌하게 했다. 그들은 잠시 후 봉우리 정상에 도착했다. 철한빙은 정상에 올라서자 가슴이 확 트이는 것을 느꼈다. 좌측 백여 장 밖에는 조그만 암자가 세워져 있었으며 그 옆에는 초옥이 자리 잡 고 있었다. 철한빙은 선경도원에 빠진 듯한 느낌이 들었다. 풍준명이 웃음섞인 음성을 말했다. [공자님, 저 초옥이 할아버지가 기거하시는 곳이에요.] 그들이 초옥 앞에 도착하자 안으로부터 지극히 창노한 음성이 들려왔다. [밖에 오신 분들은 뉘시오?] 비파선녀가 사립문을 열고 기어들어갔다. [할아버지, 소녀예요.] [오! 어서들 들어 오너라.] 그들은 조그만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방안에는 두 개의 침상과 헤아릴 수 없는 고서들 그리고 조그만 탁자외에는 별다 른 것이 눈에 띄지 않았다. 방안의 청결함과 간결함으로 보아 소면불선은 조용한 성격의 소유자임을 알 수 있었다. 우측 창가에 있는 탁자에 백발이 성성한 백여 세 정도에 달하는 지극히 자상해보 이는 백의노인이 앉아 있었다. 백의노인은 그들이 들어오자 만면에 미소를 지었다. [오! 세 분께서도 오셨구려. 어서 이쪽으로 앉으시오.] 그리고는 철한빙에게 시선을 돌리다 가볍게 놀랐다. (아.. 불세출의 골격을 지녔도다. 하나 너무 냉막함과 미간에 어려있는 살기가 짙은 것이 흠이구나. 또한 그의 몸에 천성적인 고질병이 있는 듯 한데 좀처럼 알 아낼 수가 없구나.) 역시 소면불선은 고인다운 예리한 안목을 지니고 있었다. 하나 그도 한가지 모르는 것이 있었으니 철한빙이 약간의 무공만 알고 있으리라 는 점이었다. 그는 비파선녀를 향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아, 이분 소협은 뉘시냐?] 비파선녀가 재빨리 말했다. [이분은 우연한 기회에 만나게 됐어요. 그리고 이괴 선배님과 안면이 있구요. 또..] 그녀는 철한빙을 만나게 되어 이곳까지 동행하게 된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철한빙은 소면불선의 자상한 얼굴을 바라보며 내심 존경심이 일었다. (음.. 과연 무림이선에 끼일 만한 인물이구나. 항상 웃음이 떠나지 않을 듯한 얼 굴, 또한 불그레한 안색이 그의 공력을 가늠하기 어렵게 만드는 구나.) 철한빙이 천천히 포권을 했다. [무림말학 설한몽이 노선배님께 인사 드립니다.] 소면불선은 천천히 그를 부축하며 자상하게 말했다. [소협, 예는 무슨 예인가? 노부는 사소한 예절을 싫어하네.] 철한빙은 자리에 앉았다. 소면불선이 나직한 음성으로 입을 열었다. [소협, 그대는 현 무림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나?] 철한빙은 그가 느닷없이 물어오자 일시 말문이 막혔다. 그러나 곧 차분하게 대답했다. [소생은 우둔하기 짝이 없어 노선배님의 말씀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 수가 없군 요.] [허허허.. 그럼 노부가 당금 무림의 정세를 말해 볼테니 소협이 판단해 보게. 현 무림은 역사상 가장 어려운 시기에 놓여있네. 소협도 이미 알고 있겠지만 지존교 가 무림제패의 야욕을 꿈꾸고 있네. 하나 이에 버금가는 세력이 또 하나 있다네. 아니! 아직 정확한 것을 모르는 실정이네. 그러나 마도의 무리들은 지금 무림제 패의 야욕과 불사비도라는 비도 때문에 끊임없이 살겁을 일으키고 있네. 반면에 정도는 점차 쇠약해져가고 있는 실정이네. 얼마전의 소식을 들으 바에 의하면 화 산파의 전대고인인 무수옹이라는 분이 나타나 금정산 흑운애에서 정파의 인물들 을 극적으로 구출하셨다고 했는데 그분은 또다시 은거를 했다고 하네. 조만간 불 세출의 영웅이 나타난다는 예시를 하였으나 십분 믿을 수가 없는 말이네.] 철한빙은 잠자코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비파선녀는 별빛같은 눈뭉울로 연신 곁눈기를 하고 있었다. 소면불선의 음성이 계속 이어졌다. [금정산에서 극악한 흉계를 꾸몄던 신비의 홍의집단, 그리고 은거한 마두들을 끌 어들이는 지존교, 이 둘 세력만으로도 능히 정파는 물론 무림을 제패하기에 충분 할 것이네.] 그는 잠시 말을 멈춘 뒤 긴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는 제차 말을 이었다. [다해한 일이라면 그 두 세력이 암중으로 서로의 눈치만 보고 있어 공개적으로 무림에 손을 뻗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네.] 철한빙은 여기까지 말을 들은 뒤 천천히 입을 열었다. [하지만 무림맹과 각파, 그리고 몇몇 정파의 고인들이 합세한다면 그들의 엄청난 야욕을 막을 수 있지 않겠습니까?] 소면불선이 고개를 저었다. [그건 소협이 잘 몰라서 하는 말일세. 각파는 겉으로 보기에 일치단결하여 매우 견고한 듯 하나 실은 자신들의 인재를 깊숙이 감추고 내놓지 않는 실정이네.] 비파선녀도 그 말은 금시초문인 모양이었다. [예! 그게 사실이에요?] 함창기가 재빨리 말했다. [그렇소. 그렇기 때문에 정파가 썩어가고 있다는 것이오.] 소면불선은 안색을 엄숙하게 바꾸며 진지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노부는 쓰러져가는 정파를 일으켜 세우고 무림을 넘보는 사악한 무리들을 징계 하고자 인재를 구하고 있는 중이라네.] 구지신투가 말을 받았다. [소협, 우리는 그대와 같은 인재를 간절히 바라고 있소. 소협께서는 우리와 함께 뜻을 합하는 것이 어떻겠소?] 철한빙은 깊은 생각에 잠겼다. (천하를 위해 일어선 이들과 뜻으 같이한는 것도 남아의 뜻을 펼치기에는 적결일 것이다. 하지만 지금 무명마라는 후대의 마두로 낙인이 찍혀 있지 않은가? 그런 데도 불구하고 뜻을 합한다는 것은 이들을 기만하는 것과 다름이 없는 일이다.) 그는 생각을 마치며 다섯 사람을 둘러보았다. [선배님들의 웅지야말로 우세에 남을 훌륭한 뜻인 줄 압니다. 하지만...] 철한빙이 말꼬리를 흐리자 풍준명이 급히 입을 열었다. [공자, 하지만 무엇이오?] 철한빙은 차분하게 그리고 또렷한 어조로 말했다. [소생도 선배님들과 뜻을 같아하고 싶으나 저에게는 따로 말못한 사연이 있습니 다.] 풍준명이 재빨리 물었다. [공자, 그렇다면 우리들과 뜻을 같이 할 수 없다는 말이 아니오?] 철한빙은 고소를 지으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선배님들께는 죄송스럽기 그지없으나 부득이한 사정이 있으니 널리 이해하여 주 시기 바랍니다.] 순간 다섯 사람은 크게 실망하고 말았다. 비파선녀는 실망 그 이상을 뛰어넘어 두 눈에 눈물을 글썽거릴 정도였다. 소면불선이 미소와 함께 말했다. [소협, 너무 미안해하지 마시오. 부득이한 사정이 있다니 더이상 얘기를 하지 않 겠소.] 그리고는 엄숙하게 낯빛을 고쳤다. [소협, 노부와 한 가지 약속을 해주실 수 있겠소?] 철한빙은 즉시 대답했다. [무슨 약속인지 말씀을 해보시오.] [다름이 아니라 노부 등이 말했던 사실을 다른 사람에게 일체 비밀로 해달라는 것이오. 만약 지존교나 그밖의 신비교, 그리고 마두들의 귀에 들어간다면 시끄러 운 일이 벌이짐은 물론 강호의 혈겁이 훨씬 앞당겨질 것이오.] [노선배님, 그 점은 안심하십시오. 소생 아직 한번 한 약속은 깨뜨린 기억이 없 습니다.] 소면불선은 계면쩍게 웃었다. [노부도 짐작은 하오. 다만 노파심에서 새삼 부탁한 말이니 너무 고깝게 듣지 마 시오.] 철한빙이 황급하게 입을 열었다. [별 말씀을 다하십니다. 소생이 힘이 되어 드리지 못함에 송구스러울 뿐입니다.] 그는 이곳에 더 이상 머무를 필요를 느끼지 않았다. 공연히 그가 있음으로 인해 어색한 자리만 될것 같아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소생 이만 작별을 고할까 합니다.] 순간 비파선녀가 정색을 했다. [아니! 공자님, 차도 한잔 드시지 않고 벌서 가시려고 하다니오?] 철한빙은 급히 입을 열었다. [아니오. 마신 것과 진배 없소이다.] 이어 소면불선 등을 향해 가볍게 포권의 예를 취했다.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그리고는 비파선녀를 향해 말했다. [장자, 공연히 폐만 끼친 것 같소. 그럼 다음에 강호에서 뵙겠소.] 그는 말을 마치고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비파선녀가 눈에 가득 아쉬움을 표하며 다소곳이 따라 나았다. [낭자, 그맘 들어가시오.] 그는 가볍게 미소를 보낸 후 공공답허신법을 펼쳤다. 순간 그는 한 줄기 무형의 그림자로 화해 유유히 하늘을 날았다. [아깝다, 아까워. 저같은 인재를 놓치다니.] 소면불선은 나직이 중얼거렸다. 비파선녀는 두 눈에 가득 이슬을 맺힌 채 철한빙이 사라진 방향을 향해 전음술을 전개했다. [공자님, 소녀의 이름은 매설염이에요. 꼭 다시 놀러오세요.] 그녀는 이윽고 얼굴을 가리며 초옥 안으로 뛰어 들어가고 말았다. 철한빙이 자신의 전음술을 들었는지 못들었는지도 모르는 채.. 한편, 철한빙은 절세적인신법으로 설하봉을 내려오는 도중 애수에젖은 전음술을 들었 다. 그는 가슴이 뭉클해지는 것을 느끼며 더욱신형을 빨리해 봉우리에서 멀어져갔다. 그가 대여섯 개의 봉우리르 단숨에 넘어섰을 때였다. 돌연, 휘익! 휙! 좌측 숲으로부터 옷자락 스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철한빙은 그냥 지나치려다가 무심코 고개를 돌려보았다. 순간 그의 두 눈이 반가움에 얼룩졌다. (앗! 상관형이 이곳에 왜 또 나타났을까?) 좌측에는 태서체에서 헤어진 상관소와 이십여 명의 청의대한들이 빛살같이 몸을 날리고 있었다. 철한빙은 의혹에 잠기는 한편 상관소의 뒤를 암암리에 따르기 시작했다. 상관소는 청의대한의 인솔자인 듯 맨 앞장에 서서 구름같이 날아가고 있었다. 그들은 점차 깊은 계곡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또한 쉴새없이 주위를 살피며 지극히 조심스럽게 행동해 나갔다. 철한빙은 그들의 뒤를 따르며 생각에 잠겼다. (저들의 조심스러운 행동으로 보아 누구를 찾아가고 있는 듯 하구나. 대체 그들 이 암중으로 찾아가는 인물이 누구이며 또 어디로 가는 것일까?) 그가 생각에 잠겨있을 때 상관소 등은 음산한 기운이 사방에 널브러져 있는 귀기 서린 곡에 당도했다. 상관소는 청의대한들에게 손을 들어 멈추라는 시늉을 했다. 그리고는 나직하게 말했다. [여기서부터 십분 조심해야 하오. 특히 발밑을 조시하시오.] 이어 조심스럽게 곡안으로 들어섰다. 청의대한들도 차례로 그의 뒤를 따랐다. 잠시 후, 그들은 좌측 꼬부라진 곳으로 신형을 감추었다. 철한빙은 가볍게 신형을 날려 곡 입구에 내려선 뒤 주위를 둘러보았다. 곡 우측에 청색 바위를 깎아서 만든 조그만 비석이 눈에 띠었다. 그는 걸음을 옮겨 비석을 바라보았다. <음사곡!> 철한빙은 주위의 음산함과 어울리는 곡이름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깃털처럼 가볍게 몸을 날려 안으로 들어갔다. 곡 안은 온톤 습기로 가득가득 했으며 쾨쾨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또한 이름모를 독충들이 바위마다 엎드려 슬금슬금 움직이고 있었다. 철한빙은 자신도 모르게 등골이 오싹해지는 것을 느꼈다. (휴! 이름 그대로 으시시한 곳이로구나. 한데 상관형이 어째서 이런 곳엘 찾아 왔을까?) 그는 생각에 잠기는 한편 그들이 사라진 모퉁이로 신형을 날렸다. 약 삼십 장 밖에 상관소 등이 조심스럽게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이때였다. 갑자기 모골이 송연할 정도의 괴음이 들려오며 코를 찌르는 역한 비린내가 비위 를 뒤집어 놓았다. 상관소 등은 제자리에서 걸음을 멈추며 잔뜩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상관소가 나직이 입을 열었다. [모두들 신중을 기하시오. 역한 비린내와 듣기 거북한 소리로 보아 독사들이 곧 몰려올 것 같소.] 끼익! 끼익! 괴음은 점차 그들을 향해 귀기를 뿌려댔다. 쨍! 쨍! 상관소 등은 일제히 장검을 빼어들며 두 눈에서 신광을 번뜩이며 서로 등을 맞댔 다. 스르륵! 스르륵! 급기야 물기가 축축한 지면으로부터 수를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독사들이 그들을 향해 몰려들었다. 한결같이 손가락 굵기만큼 가느다랗고 크기는 이척 정도로 조금한 독사들이었다. 그러나 그 뒤로는 몸통의 굵기가 어른의 두 팔을 벌려 한 아름이나 되는 거대한 독사들이 줄을 잇고 있었다. 또한 세모꼴의 머리에는 한결같이 붉은 벼슬이 달려 있었다. 상관소가 나직이 중얼거렸다. [계관사와 혈륭사...] 상관소가 장검을 불끈 움켜쥐며 입술을 깨물었다. 스르륵! 스르륵! 독사들은 지면을 가득 메우고 그들을 포위해 갔다. 상관소는 청의대한들을 향해 나직이 말하며 장검을 내리그었다. [독사들을 처치하시오.] 쌔앵! 파팍! 그가 내리친 일검에 순식간에 십여 마리의 독사들이 수십 토막으로 잘리며 피를 뿌렸다. 끼익! 끽! 독사들은 피를 보자 끔찍스런 굉음과 함게 조그만 두 눈에서 붉은 빛을 뿜어냈 다. 이어 그들을 향해 화산처럼 퉁겨져 오르며 벌떼처럼 덮쳐 들었다. 쌔----앵! 앵! 장검이 허공을 그을 때마다 여지없이 핏방울이 튀었다. 또한 속을 뒤집어 놓을 듯한 역겨운 냄새가 코를 찔렀다. 약 반시진이 지나자 형륭사들은 점차 수가 줄어가기 시작했다. 이때, 꽤꽤꽥! 전신의 털이 모두 곤두설 정도의 처절한 괴음이 들려오며 좌측의 숲들이 힘없이 옆으로 누웠다. 그 사이로 연방 괴음을 터뜨리며 징그럽게 기어오는 십여 장 정도의 엄청나게 큰 뱀, [아앗! 신령사....] 그렇다. 그들을 향해 죽음의 시선을 던지며 서서히 다가오고 있는 뱀은 독사의 왕인 신령 사였다. 계관사와 혈륭사는 마치 응원군이라도 만난 듯이 더욱 거세게 날뛰기 시작했다. 철한빙은 한 그루 고송위에 몸을 숨긴 채 신령사를 바라보았다. 몸뚱이는 거의 집채를 방물케 했다. 또한 사람의 머리통만한 두 눈에서는 쉴새없이 냉기가 쏟아져 나왔다. 새모의 머리통에는 눈이 부실 정도의 금빛 찬란한 금관이 달려 있었다. (음.. 저놈만 처치한다면 나머지 독사들은 자연히 꽁무니를 뺄 것이다.) 그의 생각이 끝나기도 전에 상관소가 벼락같은 고함을 지르며 신령사를 덮쳐가고 있었다. [이------얍!] 날카로운 폭갈소리와 함께 눈부신 검광이 신령사의 머리통을 거세게 찔러버렸다. 쨍! 하는 맑은 금속성만 들릴 뿐 신령사는 두 눈을 꿈뻑거리고 상관소를 쳐다 보았 다. [앗!] 상관소는 대경실색을 하며 급히 신법을 전개해 뒤로 몸을 퉁겼다. (아니! 신령사의 몸뚱이가 도검이 침입할 수 없다는 전설을 들었지만 그것이 사 실일 줄이야...) 그는 장검을 쥔 손이 찌르르 저려옴을 느꼈다. 신령사는 가볍게 몸을 상관소에게 다가갔다. 스르르륵! 시령사가 스치고 지나가는곳마다 조그만나무와 잡초들이 맥없이 옆으로 쓰러졌 다. 상관소는 두 눈에서 신광을 쏘아내며 장검을 굳게쥐었다. (신령사의 몸은 강철과 같이 견고하다. 하지만 어디엔가 치명적인 급소가 있을것 이다. 그곳을 찾아내야만 한다.) 돌연, [으악!] 처절한 단말마의 비명소리가 음사곡을 뒤덮었다. 상관소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급히 시선을 돌려보았다. 한 명의 청의대한이 계관사에게 머리를 물려 허연 뇌수가 뿌려지며 나뒹굴고 있 었다. [아--앗!] 상관소는 기겁을 하며 재빨리 신형을 날리려고 했다. 그러나 신령사는 느려터지던 동작이 갑자기 전강석화와 같이 신속해졌다. 쉬-----잉! 신령사의 거송같은 꼬리가 무시무시한 기세로 상관소의 허리를 후려쳐갔다. 상관소는 혼비백산하여 황급히 급류용퇴의 신법으로 뒤로 물러서며 혼신의 공력 으로 일장을 밀어냈다. 펑! 둔탁한 소리와 함께 상관소의 몸이 반탁력으로 인해 사오 장정도 퉁겨져 나갔다. 그는 허공에서 재빨리 포물선을 그리며 재차 신령사를 향해 장력을 격출했다. 신령사는 몸으로 장력을 받으며 사납기 그지없는 기세로 꼬리를 휘둘어갔다. 펑! 쉬익... 시야를 어지럽히던 파공음과 장풍소리가 음사곡에 메아리쳤다. 한편, 청의대한들의 무공 또한 무시못할 정도로 고강했다. 그들은 동료가 일시간의 실수로 비참한 생을 마치자 불같은 노기를 느꼈다. 이에 은연중에 검진을 형성하며 검과 장을 날렸다. 파파팍! 계관사와 혈륭사는 위명하기 그지없는 살수에 여지없이 피바다속을 뒹굴어야했 다. 하지만 인간의 힘이란 한계가 있는 법, 청의대한들은 점차 진력이 흩어지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것은 지친 이유도 있은 독사들이 내뿜는 독기와 토막난 뱀들이 뿜어내는 피의 악취 때문이었다. (청의대한들이 연륜검진을 형성하고 있으나 얼마 못가서 쓰러지고 말것이다. 또 한 상관소형도 신령사의 급소를 찾아내지 못하는한 필히 변을 당할 것이다. 그렇 다면....) 이때, 그의 생각을 끊기라도 하듯이 나직한 피리소리가 들려왔다. 삘리리! 삘리리리... 순간 신령사를 비롯한 수많은 뱀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것이 아닌가! 독사들은 스르르 뒤로 물러서며 꼬리를 바삭 쳐들어 새빨간 눈빛을 발하고 있었 다. 때를 같이하여 여디서 몰려오는지 분간할 수 없는 지극히 사악한 음성이 귓전을 때렸다. [흐흐흐... 애송이 놈들이 겁대가리 없이 본곡을 침범하다니! 지금까지 보여 준 것은 노부의 착한 아이들이 네놈들을 환영하는 뜻에서 가볍게 접대를 한 것이다. 이제부터 더욱 멋있는 환영식을 벌여주겠다.] 이어 가냘프기 그지없는 피리소리가 들려왔다. 그러자 신령사를 위시해서 수를 헤아릴 수 없는 독사들이 천천히 몸을 움직여 진 을 형성하는 것이 아닌가! 상관소는 정광이 번뜩이는 눈으로 독사들이 형성하는 진을 응시했다. [음사독지...] 그는 진의 무서움을 잘 아는지 가볍게 몸을 떨었다. 청의대한들 역시 조금씩 공포를 느낀 듯한 표정이들이었다. 번호:223/227 등록자:HYUN9876 등록일시:97/04/17 21:23 길이:506줄 제 목 : [사마달] 불세마왕경 제 45장 불세마왕경 저자: 사마달 출판사: 대현출판사 제 45장 음사곡 수를 헤아릴 수 없으리만치 많은 독사들은 백 마리씩 일조가되어 진을 형성했다. 삘리리! 삘리... 갑자기 피리가 곡조가 돌변하며 귀청을 찔렀다. 순간 맨 앞에 있던 백여 마리의 독사가 동시에 화살처럼 지면을 박차고 상관소등 에게 덮쳐들었다. [무곡의 방향을 확보하고 호신강기를 펼치시오.] 상관소는 벼락같은 고함을 지르며 장력과 검을 동시에 후려쳤다. 때를 같이하여 십여 마리의 독사들이 전신이 토막난 채 허공에 뿌려졌다. 이때였다. 청의대한들이 재차 장검을 후려치려는 찰나에 일진이 물러서며 계관사들로 구축 된 이진이 번개같이 덮쳐드는 것이 아닌가! [앗!] 그들은 동시에 소스라치게 놀라며 황급히 장검을 뒤집어 황초천군의 일초를 전개 했다. 그러나 독사들은 빛살같이 뒤로 퉁겨지며 제 삼진이 덤벼들게 비켜주었다. 청의대한들은 아연실색을 하며 재차 장검을 휘둘러 검화를 피어 올렸다. 하나-----! [으아악!] [아악!] 간장을 쥐어 뜯는 듯한 처절한 비명소리에 이어 두 명의 청의대한이 십여 마리의 독사들에게 전신을 물어 뜯겼다. 그들의 몸은 새까맣게 몰려드는 독사들에 의해 눈깜짝 할 사이에 앙상한 뼈만 남 고 말았다. 실로 눈 뜨고 보지 못할 처참한 광경이었다. 상관소는 분기충천하여 독사들을 향해미친듯이 장검을 휘둘렀다. 신령사는 피리소리에 맞추어 계관사와 혈륭사를 지휘하는 듯 나직하게 울부짖고 있었다. 철한빙은 상관소 등이 더할 수 없는 절박한 상황에 놓이게 되자 급히 신령사를 응시했다. (저놈의 급소가 어디인지 찾아내기란 극히 힘들다. 겉의 비늘은 철갑을 방물케하 니 일단은 저놈의 두 눈을 노리는 것이 급선무일 것이다.) 그는 재빨리 생각을 굴린 뒤 최고의 정예인 석파반향지를 전개했다. 오성의 공력으로 지력을 퉁겨내자 지극히 미약한 음향이 일며 쏜살같이 신령사에 게 쏘아갔다. 지풍은 연신 울부짖고 있는 신령사의 두 눈을 정확하게 꿰뚫어 버렸다. 크와왕... 순간 천지가 진둥하는 듯한 괴성이 하늘을 뒤덮어 버렸다. 그와 동시에 신령사의 두 눈에서 분수와 같은 선혈이 빛살같이 솟구쳐 나왔다. [앗!] 피리를 불던 인물이 대경실색에 가까운 경악이 귓전을 때렸다. 신령사는 두 눈을 잃자 쩌렁쩌렁한 포호를 질러대며 미친듯이 날뛰기 시작했다. 그러자 계관사와 혈륭사는 산악을 무너뜨릴 듯한 신령사의 기세에 추풍낙엽처럼 날아가 버렸다. 피와 살점들이 사방으로 난무하며 처참한 광경을 이루었다. 몸을 숨기고 있던 괴인은 몹시 당황한 듯 급히 찢어지는 듯한 곡조를 불기 �Ь믈＃� 했다. 그러나 신령사는 피리소리는 개의치 않고 사방으로 날뛰기만 했다. 상관소 등은 신령사의 흉악한 기세에 재빨리 신형을 뒤로 퉁겼다. 삐빅빅---------! 급기야 피리소리가 날카롭게 울려퍼지자 수많은 독사들이 저마다 앞을 다투어 숲 속으로 사라졌다. 바닥에는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의 많은 독사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신령사는 고통에 못이겨 전신을 비틀며 마구 구르기 시작했다. 우지끈! 우지끈! 신령사가 몸부림칠 때마다 우거진 나무와 숲들이 온통 짓뭉개졌다. 철한빙은 신령사에서 한시도 눈을 떼지 않고 주시하고 있었다. (저거다!) 신령사가 몸을 뒹굴며 몸부림칠 때 그는 배밑에 있는 하얀 반점을 발견해냈다. 철한빙은 그것이 신령사의 급소임을 짐작하고 곧 지풍을 날리려고 하였다. 그러나 어찌나 흉폭하게 날뛰는지 배밑의 반점은 눈깜짝할 사이에 시야에서 사라 지곤 했다. 철한빙은 오른손 식지에 설파반향지를 펼칠 준비를 했다. 그리고는 압력을 집중시켜 신령사가 몸을 뒤집어 반점이 나타나기를 기다렸다. 신령사는 사방을 향해 미친듯이 꼬리를 휘둘렀다. 그러는 한편 급기야 커다란 입을 쩍 벌리며 허연 독기를 뿜어내기 시작했다. [앗! 신령사가 독기를 뿜어낸다.] 청의대한들은 대경실색을 하며 허겁지겁 코를 가리며 오십 장 밖으로 번개같이 몸을 피했다. 철한빙 역시 귀식대법을 전개하며 기회를 엿보았다. 신령사는 수십 차례 꼬리를 후려치고 고막이 터질듯한 포효를 질러냈다. 이어 몸을 뒤집어 독시를 뿜어냈다. 그러자 극히 짧은 순간에 배밑에 있는 반점이 드러났다. [이때다!] 철한빙은 이 순간을 놓치지 않고 십성의 공력으로 지풍을 퉁겨냈다. 팍! 지풍은 정확히 신령사의 반점을 꿰뚫고 말았다. 순간-----! 크위잉.... 산천초목이 울리는 우렁찬 포효에 이어 신령사의 흉폭하던 기세가 점차 누그러졌 다. 잠시 후, 신령사는 몇번 몸을 뒤집어 꿈틀꿈틀 하더니 이내 잠잠해졌다. 때를 같이하여 신령사가 뿜어내던 독기도 점차 사라지기 시작했다. 돌연 사방에서 지극히 음험하며 분노에 가득 찬 음성이 들려왔다. [흐흐흐흐.. 어느 놈이 감히 노부의 신령사에게 독수를 전개했느냐? 어서 그 모 습을 나타내지 못할까?] 말소리가 끝남과 동시에 구름이 흐르듯 유연한 신법으로 하나의 인영이 장내에 내려섰다. 실로 번개같이 빠른 신법이었다. 사십 칠팔 세 정도의 나이였으며 안색은 창백하기 짝이 없었다. 또한 일신에 흑의를 걸쳐 더욱 음산한 기운을 풍겨 주었다. 그는 장내에 내려서자 주위를 매서운 눈초리로 훑어보았다. 그러나 주위는 쥐 죽은 듯이 고요할 뿐이었다. 한편, 상관소는 어떤 인물이 자신들을 암암리에 도와주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는 대체 어떤 인물일까 생각하며 흑의인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는 원한에 가득 찬 음성으로 말했다. [음사곡주, 어서 아버님을 돌려주지 못할까?] 흑의인 즉 음사곡주는 잠시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아버님이라니 그게 무슨 말이냐?] 상관소가 이빨을 부드득 갈았다. [네놈이 사흘 전에 붙잡아 오신 분이 본인의 아버님이시다.] 그러자 음사곡주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 바로 그 늙은이를 말하는 것이군. 그놈은 지금 지하뇌옥에서 잘 지내고 있 다.] 상관소가 두 눈에서 살기를 발하며 말했다. [네놈은 무고한 사람을 함부로 잡아다가 갖은 고통을 가하고도 사람이라고 할수 있느냐?] 음사곡주가 음침하게 웃었다. [흣흣흣.. 네놈의 아버지는 천하제일의 비도인 불사비도를 수중에 넣었다. 한데 그 놈은 절대로 불사비도를 가진 적이 없다고 시치미를 떼어 그 어르신네가 이곳으로 모셔온 것이다.] 상관소는 전신을 가볍게 떨며 두 눈에서 섬전과 같은 화염을 쏘아냈다. [음사곡주, 어서 아버님을 풀어 드려라. 그렇지 않으면 이곳을 초토화로 만들고 말겠다.] [네놈에게 그런 능력이 있다면 얼마든지 재간을 펼쳐 보아라.] 상관소가 청의대한들을 향해 나직이 말했다. [당신들은 속히 안으로 들어가 아버님을 구출하시오.] 그러자 음사곡주가 가소로운 듯이 입을 열었다. [흐흐흐.. 네놈들이 지하뇌옥을 찾아낼 수 있을 것 같으냐? 어림 반푼어치도 없 는 일이다.] 상관소는 그의 말을 귓전으로 흘리며 재차 다그쳤다. [어서 오시오.] [예!] 청의대한들중 십여 명이 대답을 하고 안족을 향해 신형을 날렸다. 나머지 대한들은 그곳에 남아 사완소와 호응하려는 듯했다. 음사곡주는 그들을 힐끗 쳐다보고는 안중에도 두지 않는다는 듯이 말했다. [이 어르신네는 네놈들과 한가하게 노닥거릴 시간이 없다.] 이어 공력을 돋구어 음성을 사방에다 실어 보냈다. [어떤 놈이 신령사를 헤쳤는지 썩 나오지 못할가? 쥐새끼마냥 잔뜩 움츠리고 있 다니 가소롭기 짝이 없구나.] 철한빙은 그의 음성을 듣고 천면신공을 끌어올렸다. 그러자 곧 모습이 변모했다. 그의 모습은 놀랍게도 무영신편의 모습으로 변해 있었다. 그는 곧 진기를 가볍게 끌어올려 낭랑한 웃음을 터뜨리며 몸을 솟구쳤다. 장내의 인물들은 고막을 찌르르 할 정도의 웃음소리에 아연실색은 금치 못했다. 그들은 일제히 이에 항거하며 허공으로 시선을 던졌다. 그곳에는 지극히 우아한 은의노인이 능공허도의 신법으로 천천히 지면으로 내려 서고 있었다. 표표히 날리는 은삼자락, 유연하기 그지 없는 상승의 경공술, 철한빙이 마치 깃털처럼 가볍게 지면에 내려서자 중인들의 입에서 경악의 외침이 터져나왔다. [앗! 무영신평 조작후....] 그들은 그의 신법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상관소와 음사곡주는 내심 생각에 잠겼다. (무영신편의 공력이 어찌 이토록 증가했을까? 태서채에서 강시독괴에게 당했을 당시에는 이같이 엄청난 공력이 없었지만, 그 사이에 어떤기연을 얻었단말인가?) 그들이 생각에 잠겨 있을 때 철한빙의 창노한 음성이 들려왔다. [허허헛.. 음사곡주, 그동안 별고 없으셨소?] 그의 음성이 무영신편의 음성과 틀린 곳이 한 군데도 없었다. 음사곡주는 급히 정신을 되찾으며 음침하게 웃었다. [흐흐흐.. 무영신편, 당신이 무공이 몰라볼 정도로 심후해졌구려. 무림인은 삼일 만 헤어져 있다가 만나도 전혀 딴판이라고 하더니 바로 그대를 두고 한 말인듯 하구려.] 철한빙은 가볍게 웃었다. [허허헛. 음사곡주의 말씀을 칭찬인지 시기인지 분간할 수가 없구려.] 음사곡주가 낯빛을 고치며 사악한 살기를 떠올렸다. [무영신편, 당신이 신령사에게 암수를 전개했소?] 철한빙은 잔잔한 어조로 말했다. [어허! 음사곡주께서 무엇을 잘못 알고 계시는 듯 하구려. 노부의 공력으로 어찌 신령사를 죽일 수 있겠소?] 순간 음사곡주는 물론 상관소조차 어리둥절해졌다. (그렇다. 그의 공력이 가일층 진보하긴 했으나 신령사를 죽일만큼 심후하지는 않 을 것이다. 그렇다면 대체 누가 신령사를 죽였을까?) 그들이 생각에 잠겨 있을 때 철한빙의 음성이 재차 들려왔다. [음사곡주, 뭘 그리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시오? 그 사람은 이미 멀리 사라졌을 것이오.] 음사곡주는 반신반의하며 입술을 떼었다. [흐흐흐.. 그렇다면 당신은 그놈을 알고 있겠구려. 그자가 대체 누구요?] 철한빙은 그를 향해 차분하게 말해 주었다. [그 사람은 노부하는 막역지우의 사이오. 하나 강호에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잘 모를 것이오.] 음사곡주는 신경질적으로 물었다. [도데체 그가 누구요?] 철한빙은 잠시 그를 응시하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 사람은 음사곡왕이라 하오.] 음사곡주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음사곡왕?] 이때 상관소가 대소를 터뜨렸다. [하하핫... 그 분 노선배님이 뉘신지는 모르나 정말 별호가 일품이군요.] 철한빙이 음사곡주에게 시선을 돌렸다. [소협도 그렇게 생각하오? 음사곡주와 촌수를 따진다면 그는 왕이니까 아마 곡주 의 증조뻘은 족히 될 것이오.] 순간 음사곡주의 안색이 썩은 돼지 간빛으로 변하며 전신을 부르르 떨었다. 음사곡주는 뒤늦게서야 철한빙에게 조롱 당했다는 것을 깨닫고 두 눈에서 흉폭한 살기를 뿜어내었다. [이.. 죽지 못해 환장한 늙은놈아! 네놈이 감히 본 곡주를 희롱하다니 도저히 용 서할 수 없다.] 그는 길길이 날뛰며 품 속에서 철피리를 꺼내 들었다. 그리곤느 번개같이 신속한 동작으로 운주유악의 살초를 뻗어냈다. 철한빙은 그가 느닷없이 공격해올 것을 미리 짐작이라도 했다는 듯이 지극히 유 연한 동작으로 초식을 피해 버렸다. 음사곡주는 분노가 치밀은 일초를 상대가 가볍게 피해내자 움찔 놀랐다. (으음.. 이놈의 공력이 이토록 변할 줄은 꿈에도 몰랐구나. 십성의 공력으로 뻗 어낸 초식을 가볍게 피해내다니 신중을 기하지 않는다면 큰코 다치겠구나.) 그는 재빨리 분노를 가라 않히며 철피리를 거두었다. 이때였다. 상관소의 부친을 구출하러 갔던 청의대한들이 번개같이 달려오고 있었다. [어찌 되었소? 어째서 보이지 않소?] 청의대한들은 가볍게 내려섰다. 그리고는 입술을 비뚤어진 삼십 오륙 세 정도의 대한이 다급하게 입을 열었다. [공자, 저희들이 음사곡주가 거처하는 거처하는 장을 이잡듯이 뒤졌으나 지하뇌 옥을 발견할 수가 없었습니다.] 음사곡주는 득의에 찬 음성을 뱉어냈다. [흐흐흐.. 본 곡주가 사전에 말하지 않았느냐? 지하석실은 아무도 찾아낼수 없다 고 말이다.] 상관소가 두 눈에서 불꽃을 퉁겨내며 냉막하게 말했다. [음사곡주, 어서 지하석실로 본인을 안내해라.] [흐흐흐.. 웃기는 소리 작작해라. 본 곡주는 오늘 네놈들은 한 놈도 살려보내지 않겠다.] 철한빙은 양천대소를 터뜨렸다. [으하하핫... 드높은 기상이외다.] 그리고는 냉막하게 안색을 굳혔다. [하지만 노부가 보기에는 필부지용일 뿐이오.] 그러자 음사곡주의 얼굴이 소태를 씹은 듯이 일그러졌다. [무영신편! 네놈은 스스로 무덤을 파려고 드는구나. 좋다! 소원대로 황천으로 보 내주마.] 그리고는 재빨리 철피리를 들어 올렸다. 이때 상관소가 철한빙의 앞을 가로 막으며 허리를 굽혔다. [노선배님, 후배에게 양보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 철한빙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좋소. 그의 철피리를 조심하시오.] 상관소는 깊숙이 허리를 굽히 뒤 음사곡주를 응시했다. [음사곡주, 죽음이 두렵다면 어서 지하뇌옥으로 안내를 하시오.] 음사곡주는 귀찮다는 듯이 버럭 고함을 질렀다. [애송이 놈아! 여러 소리 집어 치우고 본 곡주의 초식이나 받아라.] 말이 끝남과 동시에 철피리를 쭉 뻗어 대거혈을 찔러갔다. 동시에 왼손을 번개같이 뒤집어 목덜미를 후려쳤다. 상관소는 급히 보법을 전개해 철피리를 피했다. 이어 상대의 왼손을 향해 날카로운 검기를 발출했다. 음사곡주는 오른 발 끝으로 지면을 박차며 허공으로 솟구쳤다. 그러는 한편 머리를, 지면으로 향한 채 장력과 철피리를 동시에 전개했다. 상관소는 재빨리 장검을 위로 찌르며 왼손으로 장력을 마주쳐갔다. 순간, 펑! 둔탁한 음향과 함께 땅바닥에 널려있던 독사들의 피와 살이 허공으로 솟구쳐 올 랐다. 그들의 싸움은 점차 격렬해지기 시작했다. 검영과 지영, 그리고 장영등이 온통 시야를 뒤덮었다. 철한빙은 두 사람의 접전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지금은 막중지세를 이루고 있지만 십여 초가 지나면서 상관소가 몰릴 것이다.) 그의 예상은 정확하게 들어맞았다. 십여 초가 지나자 상관소는 연신 뒷걸음질을 쳤다. 또한 전신을 땀으로 얼룩져 있었다. 청의대한들은 안절부절을 못하며 얼굴을 잔뜩 일그러뜨리며 초조한 빛을 띠었다. 음사곡주는 기선을 제압하자 점차 악독한 살초를 전개했다. 쌩-----쌔앵! 날카로운 파공음이 들릴 때마다 상관소는 실날같은 차이로 간신이 초식을 피해냈 다. 연신 뒷걸음질 치던 그는 갑자기 한 소리 맑은 기합을 토해냈다. 순간 몸이 허공으로 솟구치며 창졸간에 아홉 바퀴 회전을 하였다. 음사곡주는 깜짝 놀라며 급히 두 걸음 물러섰다. [구현의풍검법!] 그의 입에서 경악에 찬 음성이 뻗어지기가 무섭게 하늘에는 온통 검영으로 난무 했다. 음사곡주는 황급히 독문절예인 음사한골공을 끌어올렸다. 그러자 그의 몸에서부터 전신을 열려 얼려 벌릴 듯한 음기가 폭사되어 나왔다. 그리고는 철피리를 수직으로 뻗으며 대갈일성을 터뜨렸다. 다음 순간, 콰쾅! 엄청난 폭음이 울려퍼지며 한줄기 핏빛이 허공으로 뿌려졌다. [아앗! 공자...] 청의대한들은 대경실색을 하며 일제히 상관소에게 달려들었다. 상관소는 입가에 새빨간 선혈을 주르르 흘리며 얼굴을 잔뜩 일그러뜨리고 있었 다. 반면 음사곡주는 옷소매만 약간 찢겨져 나갔을 뿐 전혀 상처를 입지 않았다. 그는 상관소를 싸늘한 눈빛으로 쏘아보고 음산하게 웃었다. [흐흐흐.. 애송이 놈아! 고작 그까짓 보잘 것 없는 실력으로 본 곡주에게 큰 소 리를 쳤느냐?] 상관소는 비통하게 외쳤다. [닥쳐랏! 이것으로 끝난 것으로 착각하지 말아라.] 그리고는 재차 공력을 끌어올리며 번개같이 덮쳐갔다. 그는 구현의 풍검법의 삼대 절초 중에서 경홍천위를 펼쳤다. 그러자 장검에서부터 붉은 빛이 눈을 현혹시켰으며 하늘을 두쪽으로 갈라놓을이 엄청난 강기가 뻗어갔다. 음사곡주는 감히 태만하지 못하고 철피리에 음사한 골공을 주입시켜 십성의 공력 으로 마주쳐갔다. 때를 같이하여, 우르르릉...! 콰쾅쾅.... 지축이 흔들리고 돌과 나무들이 온통 허공에 난무하며 중인들의 정신을 혼미하게 말들었다. 철한빙은 희뿌연 시야를 해치며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음사곡주는 가슴 앞이 길게 찢어져 선혈을 샘물같이 쏟아내며 고통에 겨울 표정 을 짓고 있었다. 또한 수중의 철피리는 간 곳이 없었고 전신을 가늘게 떨었다. 철한빙은 상관소를 바라보았다. 그는 왼쪽 옆구리에 음사곡주의 철피리가 깊숙이 꽂혀 있었다. 철피리 사이로는 마치 대롱을 타고 흘러내리 듯이 쉴새없이 선혈이 쏟아지고 있 었다. 안색은 지극히 창백했다. 철한빙은 최후의 살초를 전개할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던지라 그들을 저지할 시간 적 여유가 없었다. [공자!] 청의대한들은 황급히 상관소의 몸을 부축했다. 상관소는 몸을 두어번 휘청거린 뒤 이를 악물고 옆구리의 철피리를 뿜어냈다. [음사곡주, 본인의 무공이 네놈보다 못한것이 한스럽기 짝이 없었다.] 음사곡주는 급히 품 속에서 한 알의 단약을 꺼내 꿀꺽 삼켰다. 그리고는 재빨리 혈도를 찍어 지혈을 시키며 지극히 음산하게 말했다. [애송아! 본 곡주가 네놈의 구현의풍검법으 너무 경시해서 이같은 상처를 입었다 만 이제는 사정이 다를 것이다. 네놈은 본 곡주의 음사한 골공에 격중되어 삼일 을 넘기지 못하고 차가운 시체로 변하고 말것이다.] 상관소가 이를 부드득 갈았다. [음사곡주, 본인은 이대로 죽지 않으 것이다. 최소한 네놈과 함게 동귀어진할 공 력은 아직도 남아있다.] 음사곡주는 만면에 사악한 빛을 떠올렸다. [으흐흐... 네놈이 만약 지금 진기를 끌어올린다면 아�뉼막� 세 시진을 넘기지 못 하고 피를 토하고 죽고 말것이다.] 그는 여기까지말한 뒤 두 눈을 번개같이 굴렸다. (청의대한들의 무공은 무시무시할 정도로 고강하다. 또한 무영신편이 있으니 어 서 이놈들의 손에 빠져나가야 한다.) 철한빙은 그가 두 눈을 재빨리 굴리는 것을 보고 코웃음을 쳤다. [흥! 음사곡주, 당신의 생각은 매우 타당하지만 노부는 그대를 이대로 보낼수가 없소.] 순간 음사곡주의 안색이 돌변하고 말았다. 순간, 겉으로는 짐짓 태연한 척 했다. [무영신편, 네놈은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것이냐?] 철한빙은 차갑게 말했다. [노부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당신이 더 잘 알고 있지 않소?] 음사곡주는 그가 자신의 내심을 간파했다는 것을 알고 기겁을 하고 말았다. 하지만 겉으로는 나타낼 그가 아니었다. [흐흐흐.. 무영신편, 네놈은 소인의 마음으로 군자의 뜻을 헤아리려 들다니 정말 가소롭기 짝이 없구나.] 철한빙은 재차 냉랭하게 코웃음을 쳤다. [흥! 노부는 당신의 이벵서 나온대로 그대가 군자이기를 바라오.] [음사곡주, 우리의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의 옆구리에는 어느새 청삼으로 감겨져 있었다. 청의대한 한 사람이 옷자락을 찢어 상처를 싸매 주었던 것이다. 음사곡주는 두 눈에서 지옥의 나한과도 같은 무시무시한 살기를 쏘아냈다. [으흐흐.. 네놈이 스스로 죽음을 원하는데 본 곡주가 어찌 마다 하겠느냐?] 그리고는 두 다리를 서서히 벌리고 공력을 끌어올렸다. 상관소는 또한 이를 악물고 장검을 가슴 앞까지 지극히 느린 속도로 들어올렸다. 번호:224/227 등록자:HYUN9876 등록일시:97/04/17 21:23 길이:429줄 제 목 : [사마달] 불세마왕경 제 46장 불세마왕경 저자: 사마달 출판사: 대현출판사 제 46장 탄지신공 두 사람의 안색은 더없이 침중했으며 심각하기 이를데 없었다. 철한빙은 두 사람이 내상을 입은 가운데 다시 맞부딪친다면 틀림없이 양패구살할 것이라 믿었다. 그는 재빨리 생각에 잠겼다. (양패구상을 당하되 상관소는 어쩌면 목숨을 잃을지도 모른다.) 철한빙은 그들 사이에 끼어들 수가 없어 안절부절을 금치 못했다. 이때, [으흐흐. 음사곡주, 네놈이 불사비도를 차지 했다는 것이 사실이냐?] 말소리와 동시에 서쪽 하늘에서 두 줄기 빛살같은 인영이 유유히 나타났다. [앗! 흑백무상...] 음사곡주는 상대를 바라보고 급히 손을 내리며 공포에 젖은 눈빛을 발해냈다. 두 줄기 인영 즉, 흑백무상은 그의 앞에 종잇장처럼 가볍게 내려섰다. 철한빙은 천천히 시선을 돌려 그들을 바라보았다. 흑색장삼을 걸친 칠십 세 가량의 노인은 양쪽 볼에 길게 칼자국이 나 있었다. 백삼장삼을 걸친 노인은 육십 사오 세 정도였으며 두 눈이 툭 불거져 나왔다. 또한 옆구리에는 커다란 가죽 주머니를 차고 있었다. 두 사람 모두 등뒤에 커다란 칼을 메고 위용을 자랑하듯했다. 흑색장삼을 입은 노인은 흑무상 염천백이었다. 백색장삼의 노인은 백무상 염천비였다. 백색무상의 형인 흑무상이 음헝하게 웃었다. [흐흐흐.. 음사곡주, 네놈이 상관규를 납치해 불사도를 차지했다는게 사실이냐?] 음사곡주는 점차 냉정을 회복했다. [흑무상, 너는 강호의 헛소문에 상당히 민감하구나.] 그러자 백무상이 버럭 고함을 질렀다. [음사곡주, 개수작 부리지 마라. 노부형제가 들은 소식은 정확한 것이다. 잔소리 하지말고 좋은 말로 할 때 순순히 불사비도를 내놓아라.] 음사곡주는 두 눈을 번개같이 굴리며 생각에 잠겼다. (정말 첩첩산중이로구나. 갈수록 태산이란 말은 나를 두고 한 말인가 보구나.) 그는 내심 당황했으나 겉으로는 전혀 내색을 하지 않았다. [흑백무상, 본 곡주는 불사도는 커녕 종이쪽지조차 구경 해보지 못했다. 상관규 를 납치해 왔으나 그는 절대로 불사비도를 가지고 있지 않다고 우기는 바람에 화 가 치밀어 일장에 박살내고 말았다.] 순간, [뭣이!] 상관소는 정신이 아찔해지는 것을 느끼며 두어 번 몸을 휘청거렸다. 이때 그의 귓전으로 철한빙의 전음이 들려왔다. [상관소협, 음사곡주의 말을 믿지마시오. 그는 흑백무상을 꼬이고자 하여 그런 말을 했던 것이오.] 상관소는 이말에 어느 정도 냉정을 회복할 수 있었다. 그는 놀랜 가슴을 진정시키며 음사곡주와 흑백무상을 응시했다. 백무상이 앞으로 한 걸음 내딛이며 사악하게 웃었다. [흐흐흐.. 네놈은 노부형제가 한 두살 먹은 어린애인 줄 아느냐? 네놈이 발뺌을 한다면 노부에게도 생각이 있다.] 이어 또 다시 한 걸음 내딛으며 그를 향해 바싹 다가섰다. 으사곡주는 황급히 뒤로 물러서며 당황한 듯이 말했다. [백무상, 네놈으 기어코 본 곡주를 상대로 손속을 겨루어 보려고 하느냐?] 백무상은 그의 상처를 바라보며 입술을 실룩거렸다. [네놈이 몸에 중상을 입고도 여�˘┍� 큰 소리를 치는구나. 평상시에도 노부의 손 에서 삼 백 초를 넘기지 못하거늘 하물며 그같은 몸으로야 십초도 당하지 못할 것이다.] 음사곡주는 내심 크게 당황하여 미칠 것 같았으나 겉으로는 여전히 음산하게 말 했다. [백무상, 네놈은 비열하게도 남이 위급한 상황을 틈타 득을 얻으려고 하는구나. 그래도 낮짝을 들고 무림동도들을 대할 수 있겠느냐?] 그러자 흑백무상은 동시에 서로를 바라보았다. 어처구니 없다는 듯이.... 백무상은 듣기 거북한 웃음을 흘렸다. [헤헤헤.. 정말 가소롭구나. 뭐 묻은 개가 뭐묻은 개 나무란다더니 바로 네놈을 두고 하는 말이로군. 이곳에 모인 사람들은 네놈의 말에 배꼽을 잡고 웃을 것이 다.] 음사곡주는 지금의 상황으로는 그들을 당할 수 없다는 것을 절감했다. 이에 뺑소니 칠 궁리에 몰두하고 있었다. 그는 두 눈을 쉴새없이 굴리며 빠져나갈만한 구멍을 찾으려고 했다. 흑무상이 재빨리 그의 눈치를 알아 차리고는 사악하게 입을 열었다. [흐흐.. 네놈이 노부 형제의 손에서 뺑소니를 칠 수 있다고 생각하다면 크나큰 착각이다. 곱게 불사비도를 바치는 길만이 네놈이 통쾌하게 죽는 길이다.] 참으로 잔인하 말이 아닐 수 없었다. 이때 백무상이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듯이 버럭 고함을 질렀다. [노부는 인내심이 강하지 못해 오래 기다리며 우물쭈물 하는 것은 딱 질색이다. 어차피 네놈을 제압해 고통르 가한다면 불사비도를 내어 놓을 것은 뻔한 일, 더 이상 긴말 하지 않겠다. 어떠냐? 내놓겠느냐 못내놓겠느냐?] 음사곡주는 주춤주춤 뒷걸음질을 치며 공포에 젖은 눈빛을 지었다. [.....] 그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자 백무상이 벼락같은 수법으로 일장을 쪼개가며 음 험하게 말했다. [네놈은 관을 보기 전에는 절대로 눈물을 흘리지 않을 놈이구나.그렇다면..흐흐] 쉬------익! 날카로운 파공음이 일며 광풍노도와 같은 장력이 곧장 음사곡주의 삼대요혈을 노 려갔다. 음사곡주는 이를 악물고 공력을 끌어올려 사영분열의 신법으로 신속히 장력을 피 했다. 백무상이 비틀거리는 그를 향해 재차 일장을 밀어내려는 찰나, [잠깐!] 철한빙의 입에서 나직하면서도 힘찬 호통이 흘러나왔다. 백무상은 급히 손을 멈추며 그를 향해 몸을 돌렸다. [무영신편, 네놈은 어째서 노부의 손을 제지시켰느냐?] 철한빙은 느릿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음사곡주는 이미 깊은 내상을 입은 몸이거늘 그 틈을 노려 살수를 전개하려고 하다니 정말 짐승만도 못한 치사한 인간들이 아니오?] 흑백무상의 안색이 순식간에 똥빛으로 변했다. [뭣이라고!] 그들은 동시에 고함을 질렀다. 흑무상이 재빨리 말했다. [으흐흐.. 네놈이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고 노부 형제에게 더러운 주둥아 리를 놀리다니! 네놈이 스스로 죽음을 택한 것이니 노부 형제를 원망하지 말아 라.] 이어 재빨리 오른손을 갈고리처럼 구부려 철한빙의 목을 움켜쥐어갔다. [흥!] 철한빙은 차갑게 냉소를 친 뒤 왼손을 가볍게 들어올려 상대의 손목을 번개같이 후려쳐 갔다. 실로 지척에서도 분간하지 못할 쾌속절륜한 수법이었다. 순간, 탁! 둔탁한 음향이 들리며 곧 이어 짤막한 신음이 터져나왔다. [으----윽!] 흑무상의 입에서 나온 신음이었다. 그는 오른손을 잔뜩 움켜쥔 채 서너 걸음 물러섰다. 그리고는 전신을 가볍게 떨며 고통에 안색을 일그러뜨렸다. 또한 두 눈은 밖으로 튀어 나올 듯이 툭 불거져 나왔다. [네...네놈이 정말 무영신편 조작후가 틀림없느냐?] 그의 음성은 심하게 떨리고 있었다. 철한빙은 내심 실소를 지었으나 짐짓 목청을 돋구었다. [흥! 노부는 귀하의 말뜻이 무엇인지 이해할 수가 없구려.] 흑무상이 고함을 치듯이 말했다. [노부가 일기로는 네놈의 공력이 이토록 심후할 리가 없다. 또한 당금무림에서 노부를 일초간에 물리칠 수 있는...] 그는 말을 하다 말고 급히 입을 다물었다. 철한빙은 넌지시 번죽거렸다. [허허허.. 그래도 자기 자신이 모자란다는 것은 아는구려. 어찌 일초만에 패했다 고 계속 말하지 않소?] 흑무상은 안색이 창졸간에 수십 번은 변했다. 그는 철한빙이 손속에 사정을 두어 손목을 부러뜨리지 않았다는 것을 전혀 깨닫 지 못했다. 이에 자신이 그를 경시했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실수했다고 믿었다. [흐흐흐. 네놈은 잠깐의 우세를 차지했다고 기고만장할 필요없다.] 이어 사악하게 말했다. [네놈이 노부의 흑염장앞에서 도대체 얼마나 날뛰나 보아야겠다.] 철한빙은 가소롭다는 듯이 피시 웃었다. [흑무상, 귀하의 공력으로는 노부의 옷깃조차 스치지 못한다는 것을 알아야 하 오.] 흑무상은 분기충천하여 콧구멍으로 연신 거친 숨을 내뿜었다. 다음순간, 그의 입에서 대갈일성이 터져나왔다. [개수작 말고 노부의 장력이나 받아랏!] 그는 쌍장을 들어올려 팔성의 공력으로 흑염장을 격출했다. 철한빙은 제자리에 우뚝 선 채 흑염장을 향해 왼쪽 소매를 한 바퀴 휘저었다. 그러자, 두 줄기 장력이 허공에서 맞부딪쳤다. 퍼엉! 땅이 흔들릴 정도의 괴음과 함게 솟구쳐 오르는 수 많은 돌과 나무, 그리고 독사 들의 피와 살점들, 중인들은 그것들이 가라앉기를 기다려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아...] 그들의 입에서 한결같이 탄성이 흘러나왔다. 철한빙은 장승처럼 제자리에 버티고 서 있었으며 안색 역시 지극히 평정했다. 그러나 흑무상은 어떠한가! 그는 두 팔이 부러져 아래로 축 늘어져 있었으나 연신 구슬같은 땅방울을 흘리고 있었다. 거기에다 안색은 창백하기 그지없었다. 또하 입으로는 가느다란 선혈이 쉴새없이 흘러나왔다. [형님!] 백무상은 외마디 고함을 지르며 급히 그에게 달려갔다. [으------음!] 순가 �ⅲ▥疫セ瓚� 두 눈을 잔뜩 부릅뜨며 나직한 신음과 함께 옆으로 꼬꾸라졌다. 그는 충격과 고통에 못이겨 까무러치고 말았던 것이다. [형------님!] 백무상은 대경실색하며 황급히 그를 부축해 무릎에 앉혔다. 한편, 음사곡주는 무영신편의 무공이 도무지 믿어지지가 않았다. (음.. 저놈의 무공이 흑무상을 일장에 날려 보낼 정도일 줄은 상상도 못했다. 그 것으로 보아 놈은 아직도 완전히 공력을 전개하지 않은 듯하다. 저놈이 만약 불 사비도를 탐하고 왔다면 그것을 미끼로...) 그는 재빨리 생각을 굴린후 천천히 전음을 보냈다. [무영신편, 당신은 혹시 불사비도 때문에 오지 않았소? 만약 그렇다면 본 곡주와 합작을 하는 것이 어떻겠소?] 철한빙은 전음을 듣고 잽싸게 생각했다. (놈은 내가 불사비도를 탐내고 온줄로 아는 모양이구나. 만약 무력으로 상관소의 부친을 요구한다면 그는 절대로 응하지 않을 것이다.) 여기에 생각이 미친 그는 역시 전음으로 말했다. [음사곡주, 만약 노부가 불사비도 때문에 왔다면 어떻게 하시겠소? 또한 합작이 란 무엇을 말하는 것이오?] 음사곡주는 그가 합작할 의향이 있음을 짐작하고 쾌재를 불렀다. [본 곡주는 당신과 함게 불사도를 동시에 연구합시다. 그러나 여기에는 조건이 있소.] 철한빙이 물었다. [조건이란 대체 무엇이오?] [상관규의 아들 놈과 흑백무상을 죽여 달라는 것이오.] 철한빙은 그의 악독함에 치를 떨었다. 그러나 차분하게 말했다. [귀하가 바라는 것은 그들이 이곳에 떠나기만 하면 될 것이 아니오?] 음사곡주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오. 그들이 강호로 나가 이 소문을 퍼뜨린다면 본 곡주와 당신은 발 붙일곳 을 잃고 말것이오.] 철한빙은 그의 치밀함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한데 귀하는 불사비도를 몸에 지니고 있소?] 음사곡주가 말했다. [지금은 없소. 하지만 상관규 늙은이가 알고 있소. 그놈은 숨겨논 위치를 절대로 말하지 않겠다는거요. 하나 본 곡주에게도 생각이 있으니 우리들의 손에 들어온 것이나 진배없소.] 철한빙은 그의 화술에 혀를 내둘렀다. (흥! 가소롭기 짝이 없구나. 우리라고 말을 해서 교묘하게 올가미를 씌우려드는 구나.) 철한빙은 잠시 생각에 잠기는 척 하며 상관소에게 전음을 보냈다. [상관소협, 노부의 말을 잘 들으시오. 음사곡주를 강제로 다그친다면 절대로 부 친을 찾을 수 없을 것이오. 노부에게 한가지 계책이 있는데..] 상관소는 두 눈을 감고 전음을 들었다. 철한빙은 계책을 말한 뒤 천천히 말했다. [소협은 이미 내상을 입었으니 노부에게 모든 것을 맡겨 보는 것이 어떻겠소?] 상관소는 깊이 생각에 잠겨들었다. 잠시 후 그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간신히 진기를 끌어올려 청의대한들에게 철한빙의 계책을 설명하고 이 에 호응하도록 명령했다. [좋소! 노부가 당신의 수락을 받아 드리겠소.] 음사곡주는 만면에 의미심장한 미소를 떠올렸다. 이때였다. 백무상의 원독에 찬 음성이 돌려왔다. [무영신편, 네놈이 감히 형님에게 부상을 입히다니... 흐흐흐..] 그는 천천히 장검을 빼어 들었다. 사르릉! 소름이 오싹 끼치는 금속성이 일어나며 은빛 찬란한 검빛이 허공으로 솟구쳤다. 이어 생각할 겨를도 없다는 듯이 날카롭게 호통을 지르며 백염검법을 전개해갔 다. 쉬-----익! 날카로운 파공성과 함께 수십 송이의 검화가 피어 올랐다. 이것으로 보아 그의 검법은 이미 노화순청의 경지에 이른 듯 했다. 철한빙은 재빨리 표효잠형보법을 전개해서 옆으로 미끌어져 장검을 피했다. 백무상은 일검이 실패하자 장검을 번개같이 뒤집어 마잔낙백의 살초를 전개했다. 철한빙은 상대방의 검초가 점차 매서워지자 생각을 바꾸었다. (아무래도 속전속결을 해야만 하겠구나.) 여기에 생각이 미친 그는 마잔낙백의 살초를 가볍게 피하며 재빨리 육성의 공력 을 전개해 적혈장을 후려쳤다. 백무상은 한 줄기 핏빛 광풍이 몰아쳐오자 대경실색을 금치못했다. 그는 황급히 장검으로 장력을 후려치며 보법을 전개해 상대의 뒤로 돌아가려고 하였다. 그러나, 철한빙이 전개한 적혈장은 허에 불과했다. 백무상이 창졸지간에 등뒤로 돌가가려고 하자 철한빙은 재빨리 오른손 식지를 오 무렸다가 번개같이 퉁겨냈다. 쉐--------액! 한 줄기 지풍은 막 몰아서려는 백무상의 미심혈을 향해 빛살같이 쏘아갔다. [아----앗! 탄지신통..] 그는 아연실색을 하며 혼신의 공력을 끌어올려 장검을 뻗어내며 오른발로 지면을 박차고 허공으로 솟구치려고 하였다. 하아------! [으아악!] 실로 터럭같은 차이로 미심혈을 강타하고 말았다. 순간 한 줄기 핏�ぞ심괏� 무지개가 허공으로 곧장 뻗어올랐다. 쿵! 백무상은 미심혈에 손가락만한 구멍이 뻥 하니 뚫린 채 즉사해 있었다. 그곳에서 새빨간 선혈이 꾸역꾸역 흘러나오고 있었다. 음사곡주는 탄지신통의 절기에 혼비백산했다. (아니! 저놈은 지법 중에 최상승 수법인 탄지신통까지 익혔단 말인가?) 그가 넋을 잃고 있을 때 철한빙은 즉시 상관소 등에게 전음을 보냈다. [노부가 손을 쓸테니 어서 준비를 하시오.] 이어 그들을 향해 무지무지한 장력을 격출했다. 동시에, [으-----악!] [아악!] 상관소 등은 처절한 비명과 함께 분수같이 피를 뿜으며 차례로 쓰러졌다. 음사곡주는 비명소리에 정신을 차렸다. 그는 땅바닥에 즐비하 시신을 바라보며 음침하게 웃었다. 그리고 천천히 흑무상에게 걸음을 옮겼다. 흑무상은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혼절한 상태였다. 돌연 음사곡주가 우장을 번개같이 뻗어 그의 머리를 후려쳐갔다. 퍽! 강맹하기 짝이 없는 장력은 여지없이 흑무상의 머리를 박살내고 말았다. 허연 뇌수와 피살점들이 곧장 퉁겨져 사방으로 흩어졌다. 철한빙은 음사곡주의 잔인함과 악랄함, 그리고 흉독절륜함에 아연해졌다. 음사곡주는 흑무상의 시체를 음침하게 내려다 본 뒤 철한빙에게 말했다. [흐흐흐.. 살아서 숨 쉬는 것은 모조리 죽여야 후환이 없는 법이오.] 그리고 재차 입을 열었다. [자, 이제 깨끗해졌으니 본 곡주의 거처로 가서 상관 늙은이를 다그쳐 봅시다.] 철한빙은 그의 뒤를 따르며 누구에겐가 전음술을 보냈다. [노부는 그를 따라가 기회를 봐서 사람을 구출하겠소. 그러니 절대로 경거망동을 삼가하고 신중하게 행동하시오. 음사곡주는 매사에 철두철미하고 지극히 간교한 이물이오.] 음사곡주는 일장을 서서 걸으며 나름대로 생각에 잠겼다. (으흐흐.. 이제 이놈만 처치한다면 모든 것이 깨끗해진다. 우선 본 곡주가 기력 을 회복한 다음에 손을 써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놈에게 절대로 이상한 눈치를 보이면 안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단 상관규를 만나보게 하여 그를 안심 시켜야 할것이다.) 두 사람은 제각기 다른 생각을 품으며 걸음을 재촉했다. 철한빙은 주위를 유심히 살펴보았다. 만일에 대비해 지형을 익혀두자는 심산에서였다. 번호:225/227 등록자:HYUN9876 등록일시:97/04/17 23:37 길이:495줄 제 목 : [사마달] 불세마왕경 제 47장 불세마왕경 저자: 사마달 출판사: 대현출판사 제 47장 마녀의 암수 철한빙은 음사곡주를 따라 어느 커다란 동굴로 들어갔다. (음... 의외로 이렇게 초라한 동굴에서 기거하는구나. 내 짐작으로는 큼직한 장 원에서 머물 줄 알았는데.) 음사곡주는 약 차 한잔 마실 시간이 지나서야 철한빙을 어느 조그만 석실로 안내 했다. [이곳이 본 곡주가 기거하는 곳이오. 잠시만 기다리면 상관 늙은이를 데리고 오 겠소.] 철한빙은 그의 눈빛을 살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하시오.] 음사곡주는 곧 석실을 나갔다. 철한빙은 석실을 한바퀴 둘러보았다. (음.. 만약 밖에서 문을 잠근다면 그야말로 독안에 든 쥐 꼴이 되겠구나. 한데 음사곡주가 이곳에 기거하는 것을 보면 어디엔가 비밀 통로나 다른 기관장치가 되어 있을 것이 분명하다.) 그는 생각에 잠기는 한편 주위를 세밀히 살펴보았으나 이상한 곳은 한군데도 발 견할 수가 없었다. 얼마를 기다렸을까? 갑자기 몹시 다급한 발자국 소리가 들려오며 석문이 거칠게 열렸다. 순간 음사곡주의 다급한 음성이 들려왔다. [큰일났소. 지하뇌옥에 갇혀있던 사오간소가 감쪽같이 사라졌소.] 철한빙은 깜짝 놀라며 그의 얼굴을 살폈다. 안절부절 못하며 당황하는 것으로 보아 거짓은 아닌 듯 싶었다. 하지만 도무지 믿을 수가 없었다. (만약 상관규가 사라졌다면 음사곡주가 나에게 알릴 이유가 없지않은가? 상관규 가 없어졌다면 분명 자신이 불리하다는 것을 알고 있을텐데...) 그는 의혹에 젖은 음성으로 입을 열었다. [곡주, 그게 무슨 말이오? 사람이 없어지다니?] 음사곡주는 안색을 일그러뜨리며 당황한 듯이 말했다. [본 곡주의 말은 거짓이 아니오. 지하뇌옥에 내려가보니 사람은 간 곳이 없고 엉 뚱하게 제자 녀석이 갇혀 있었소.] 철한빙은 그에게 제자가 있다는 말에 의혹을 금치 못했다. [곡주 노부가 믿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이상해서 하는 말이오만 지하뇌옥에 같이 가 볼 수 없겠소?] 음사곡주는 잠시 주춤거렸다. 그러나 승낙을 하지 않는다면 자신에게 이로울 것이 없었다. [좋소. 같이 가 봅시다.] 철한빙은 석실을 나와 지극히 은밀한 지하뇌옥으로 가 보았다. 그러나 음사곡주의 말대로 삼십 세 가량의 중년인이 입가에 피를 흘린 채 갇혀있 을 뿐이었다. [곡주, 이 지하뇌옥을 알고 있는 사람은 몇이나 되오? 노부가 보기에는 지극히 은밀하여 발견해내기가 극히 어려울텐데 말이오?] 음사곡주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휴우! 본 곡주도 모르겠소. 정말 귀신이 곡할 노릇이오.] 이때였다. [호호호.. 당신은 너무 자화자찬을 하는군요. 이곳이 무슨 대라금궁이나 용담호 혈이라도 된다는 말 같군요.] 철한빙은 여인의 목소리를 어디선가 들어본 적이 있는 것 같았으나 기억을 할수 가 없었다. 음사곡주는 혼비백산하며 극히 뇌옥 입구를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어느 새 절세미인이 양허리에 손을 얹어놓고 우뚝 버티고 서 있었다. 철한빙은 그녀를 보고 가볍게 놀랐다. (엇! 저 여인은 언젠가 상관소에게 실연을 당하고 떠났던 여인이 아닌가?) 그가 생각에 잠겨 있을 때였다. [진예청, 네년이 감히 상관 늙은이를 빼돌리다니 간이 부어도 단단히 부은 모양 이구나.] 그러나 진예청이 가볍게 코웃음을 쳤다. [흥! 당신이 감히 상관보주를 납치하여 욕을 보이려 하다니, 오늘 나찰옥녀의 무 서움을 보여주겠다.] 철한빙은 강호에서 여협으로 알려진 나찰옥녀가 그녀임에 다시 한번 쳐다보았다. 음사곡주는 음침하게 웃으며 사악하게 말했다. [으흐흐흐흣.. 진예청, 네년이 상관 늙은이를 숨겨 놓았느냐?] 진예청은 그의 말에 대꾸도 하지 않은 채 철한빙에게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 [무영신편께서는 어인 일로 이곳에 오셨습니까?] [솜털도 벗지 않은 계집년아! 무영신편께서는 본 곡주와 생사고락을 같이 하기로 하신 몸이다.] 철한빙은 그의 약삭빠른 대답에 곤혹을 느끼며 양미간을 찌푸렸다. 순간, [노선배님, 그게 사실이세요?] 철한빙은 급히 전음술로 사실 얘기를 했다. 진예청은 전음을 듣고 짐짓 싸늘하게 안색을 굳혔다. [노선배님께서 사악한 무리들과 어울리실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정말 열 길 물 속은 알��＂도 한 길 사람속은 모른다는 말이 사실이었군요.] 철한빙은 그녀가 일부러 한 말인지는 알고 있었으나 자신도 모르게 얼굴을 붉혔 다. 한편 음사곡주는 재빨리 생각에 잠겼다. (이거 이러다가 불사비도는 커녕 뼈도 추리지 못하겠구나. 무영신편과 저 계집을 이간질시켜서 싸움을 붙여놓고 삼십육계 줄행랑을 치는 것이 제일 현명한처사일 것이다.) 음사곡주는 생각을 멈추며 진예청에게 말했다. [흐흐흐.. 계집년아! 네년은 오늘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만약 상관 늙은이를 내 놓는다면 몰라도 그렇지 않으면 무영신편님께서 네년을 가만 두지 않을 것이다.] 여기까지 말한 뒤 철한빙을 힐끗 쳐다보았다. [무영신편, 저 계집년이 상관 늙은이를 빼돌렸소. 저년을 추궁해서 그 늙은이를 찾아낸다면 불사비도를 얻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이오.] 철한빙은 속으로 냉랭한 코웃음을 쳤으나 겉으로는 점잖게 말했다. [설사, 나찰옥녀를 제압한다고해도 그녀가 상관규가 숨어 있는 장소를 알려 줄지 가 의문이오. 또 상관규가 틀림없이 불사비도를 가지고 있다고는 장담할 수 없 소. 해서 노부는 이 일에서 손을 떼고 상관치 않겠소.] 순간 음사곡주는 두 눈이 튀어나올 정도로 놀랐다. [아니....아니! 그게 무슨 소리오? 상관 늙은이는 틀림없이 불사비도를 갖고 있 소이다.] 그러는 한편 속으로는 온갖 욕설을 다 퍼부었다. (죽일 놈의 늙은이. 꾀가 마치 천년 묵은 여우에 비할 바가 아니구나. 어떻게 해 서든지 놈을 구슬려야 할텐데.) 그는 안절부절 못했다. 이때 진예청이 천천히 걸음을 옮겨 음사곡주 앞으로 다가섰다. 그리고는 품속에서 자색 빛의 영롱한 옥검을 꺼내 들었다. 옥검은 약 반 자 정도의 길이였으며 투명한 빛이 지하뇌옥을 밝혔다. 음사곡주는 급기야 이마에서 식은 땀을 흘렸다. 그는 지금 내상을 입고 있는터라 평소의 절반 밖에 공력을 펼칠 수가 없었다. 그러나 오성의 공력으로는 나찰옥녀를 감당해 낼 수가 없은 터였다. 철한빙은 의식적인지 무의식적인지 서서히 몸을 움직여 지하뇌옥의 입구를 가로 막고 섰다. 음사곡주는 그 모습을 보고 이를 부드득 갈았다. (뭣이 죽일 놈의 늙은이같으니! 만약 이곳을 벗어날 수 있다면 네놈을 갈기갈기 찢어 죽이리라.) 진예청은 천천히 옥검을 들어올렸다. 음사곡주는 전신에 식은 땀을 흘리며 남은 진기를 억지로 끌어올렸다. 순간 가슴이 미약하게 쓰려왔다. 때를 같이하여, [마두야, 받아라!] 진예청은 재빨리 옥검을 뒤집어 상대의 목을 찔러갔다. 그리고는 왼손으로 태산을 무너뜨릴 듯한 강맹한 장력을 격출했다. 철한빙은 그녀의 공세에 고개를 끄덕였다. (음.. 역시 나찰옥녀라는 별호답게 초식이 날카롭기 그지없구나. 지금의 봉항전 시만해도 가히 절정의 초식이거늘....) 음사곡주는 사 오 초가 지나도록 제대로 공격 한번 못해보고 연신 뒷걸음질을 쳤 다. 철한빙은 나름대로 생각에 잠겼다. (앞으로 십초 내에 음사곡주는 죽음을 면치 못하겠구나.) 두 사람은 순식간에 팔초를 교환했다. 순간 진예청의 입에서 낭랑한 휘파람 소리가 발해졌다. 이어 번개같이 허공으로 솟구치며 재차 몸을 뒤집었다. 그런 연후에 음사곡주의 백회혈을 향해 섬전과 같은 일검을 찔러갔다. [으음!] 음사곡주는 그녀의 돌연한 초식에 아연실색을 토하며 황급히 옆으로 몸을 뉘어백 팔십도로 회전했다. 그러자 진예청의 앵두같은 입술이 조그맣게 들썩였다. [자룡백봉!] 순간 옥검에서부터 자색빛의 용과 백봉이 허공을 난무했다. 때를 같이하여, [으----악!] 간장을 쥐어뜯는 듯한 처절무비한 비명소리가 지하뇌옥을 흘런와 멀리까지 메아 리쳤다. 음사곡주의 목은 썩은 무우처럼 잘라져 한쪽 벽으로 데구르르 굴러갔다. 잘려진 부분에서 한 줄기 핏빛 기둥이 솟구쳐 오라 천정을 적셔버렸다. 목이 떨어져 나간 뒤에도 한동안 서있던 음사곡주의 죄많은 몸뚱이는 힘없이 쓰 러졌다. 쿵! 둔탁한 소리와 함께 사파의 마두가 목없는 고혼이 되어버렸다. 진예청의 옥검에는 희안하게도 전혀 피가 묻어 있지 않았다. 그녀는 옥검을 집어넣으며 철한빙에게 말했다. [그가 내상을 입지 않았다면 이처럼 쉽게 당하지 않았을 것예요.] 철한빙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때 밖으로부터 요란한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이어 상관소의 다급한 음성이 들려왔다. [선배님, 이곳에 계십니까? 아무 일도 없으십니까?] 철한빙은 진예청을 힐끗 쳐다보며 밖을 향해 대답했다. [상관소협, 노부는 괜찮소.] 말소리가 끝나기가 무섭게 상관소 등이 달려 들어왔다. [앗!] 상관소는 진예청을 발견하고는 가볍게 놀랐다. 그리고는 재빨리 물었다. [진낭자께서 이곳에 웬 일이시오.] 진예청은 전날에 있었던 일은 까맣게 잊은 듯 부끄러움에 고개를 떨구었다. 상관소는 급히 감옥을 들여다 보고는 의혹에 젖은 표정을 지었다. 그는 철한빙에게 고개를 돌렸다. [노선배님, 아버님께서는 어재서 보이시지 않습니까?] 그는 한족에 나뒹굴고 있는 음사곡주의 수급을 보았으나 아버님의 안위 때문에 신경을 쓰지 않았다. 철한빙은 나직하게 입을 열었다. [여기 진낭자가 상관소협의 아버님을 구출해서 은밀한 곳으로 모셨다네.] 순간 사오간소의 눈에서 묘한 빛이 번뜩였다가 사라졌다. 그는 진예청의 두 손을 덥석 잡으며 말했다. [진낭자, 이 고마움을 무엇으로 보답해야하오? 이 은혜 결초보은이외다.] 진예청은 상관소에게 두 손을 잡히자 잠시 몸을 움찔거리며 얼굴을 불혔다. 상관소는 그녀의 맑은 눈을 바라보며 나직하게 말했다. [진낭자, 소생이 낭자의 마음을 모르는 것이 아니오. 하지만 소생에게는 커다란 취약점이 있소.] 이어 머리에 동여 맨 문사건을 천천히 풀었다. 순간, 철한빙과 진예청은 대경실색을 하고 말았다. 아! 상관소가 문사건을 풀자 금시 비단결같이 아름다운 머리카락이 그의 등뒤를 덮어 버렸다. 진예청은 전신을 부르르 떨며 떨리는 손으로 그를 가리켰다. [다.. 당신, 당신...] 상관소는 다름아닌 남장을 한 여인이었던 것이다. 그녀는 쑥스러운 웃음을 지으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러자 마치 은쟁반에 옥구슬 구르는 듯하 지극히 맑고 깨긋한 음성이 흘러나왔 다. [진언니, 정말 미안해요. 소매는 고의로 언니를 놀리려고 했던 것은 아니예요. 소매는..] 진예청은 급히 손으로 그녀의 입을 막았다. 그리고 억지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상관동생, 더 이상 말하지 말아요. 이 언니는 오히려 이제 속이 후련해지는 것 같아요. 덕분에 이렇게 아름다운 동생을 얻게 되었잖아요.] 그녀의 마음은 역시 강호의 여걸답게 호방함이 깃들어 있었다. 상관소는 철한빙을 향해 가볍게 허리를 굽혔다. [노선배님, 소녀가 일시적으로 진면목을 감춘 점, 너그러운 이해를 바랍니다.] 철한빙은 한동안 넋을 잃고 있다가 황급히 손을 저었다. [허허헛.. 낭자 노부가 낭자를 사랑한 적이 없으니 개의치 않소이다.] 그러자 상관소와 진예청은 동시에 목덜미를 붉혔다. 철한빙은 도화빛으로 변한 상관소의 얼굴을 바라보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정말 아름답구나. 어쩐지 그녀의 귀에 구멍이 뚫어져 있더라니. 또한 여인과 같 은 아름다움과 나긋함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느꼈는데도 내가 왜 진작 그것을 깨 닫지 못했을까?) 그는 떨떠름한 입맛을 다셨다. [상관낭자, 한데 조금 전에 상처를 입었던 곳을 어떻소?] 상관소는 다소곳이 말했다. [대대로 내려오는 가문의 영약을 복용해 십중 칠 팔은 쾌차 하였습니다. 염려해 주셔서 감사하옵니다.] 철한빙은 전신이 짜릿해지는 것을 느꼈다. 너무도 아름다운 자태와 용모였다. 진예청의 용모도 가히 절세적이었으나 그녀에 비하면 일푼 정도는 차이가 있었 다. 철한빙이 나직이 입을 열었다. [한데 상관낭자, 부친께서 불사비도를 가졌다는 것이 사실이오?] 상관소는 고개를 저었다. [그것은 낭설이예요. 아버님은 전혀 그런 것을 가지고 계시지 않아요.] 이때 진예청이 입을 열었다. [아참! 상관동생, 어서 아버님이 계신 곳으로 가보도록 해요.] 하며 그녀를 끌어당겼다. 그들은 지하뇌옥을 나와 서쪽으로 향했다. 철한빙은 더 이상 그들을 따라가 보았자 쓸데없이 시간만 낭비할 것 같아 해어지 기로 했다. [낭자들, 노부는 급한 용무가 있어 그만 작별을 해야겠소. 그럼 다시 만납시다.] 그는 말이 끝나자마자 몸을 번뜩여 그녀들의 시야에서 사라져 버렸다. [노선배님, 노선배님...] 상관소는 그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인사도 못했는데 그가 떠나자 다급하게 불렀다. 그러나 철한빙의 신형은 시야에서 사라진지 이미 오래였다. 진예청은 그의 쾌속한 신법에 멍청해지고 말았다. [아.. 그의 무공이 이토록 절세적일 줄이야. 알고보니 그는 무공을 깊숙이 감추 고 겨우 일이성의 공력만 전개해 왔었구나.] 그녀는 넋두리처럼 이렇게 중얼거리고 있었다. 한편----! 철한빙은 공공답허신법을 전개해 순식간에 백여 리를 달려왔다. 그의 뇌리에 온통 상관소의 모습으로 가득차 있었다. 또 다시 얼마쯤 달렸을까? 그가 본래의 면목으로 돌아와 숲속을 지나고 있을 때였다. [으으음!] 그의 귓가에 지극히 미약한 신음성이 들여왔다. 철한빙은 급히 신형을 멈추며 신음성이 들려온 곳을 바라보았다. 그 신음성은 우측 숲속에서 들려왔다. [으음!] 또 다시 신음성이 들려오자 철한빙은 재빨리 신형을 날리며 생각했다. (여인의 신음인 듯한데 부상을 입은 것 같구나.) 죽립을 헤치고 약 삼십여 장 가까이 전진했을 때였다. 그의 눈앞에 전신이 피투성이가 된 중년여인이 몸을 비틀며 연신 신음을 발하고 있었다. 철한빙은 황급히 여인의 곁으로 다가가 급히 입을 열었다. [부인, 부인! 정신을 차리시오. 어쩌다 이같은 봉변을 당하셨소?] 중년여인은 꼭 감았던 두 눈을 힘겹게 치켜떴다. 철한빙은 재빨리 그녀의 명문혈에 손바닥을 갖다대고 진기를 불어넣어 주었다. 하나 여인은 무공을 모르는 듯 진기를 흡수하지 못했다. [부인, 정신을 차리시오.] 그러나 힙격게 떠졌떤 여인의 눈이 스르르 감겨지고 말았다. 철한빙은 그녀가 어디를 다쳤는지 알아보고 싶었으나 어찌 남의 부인에게 손을 댈 수가 있겠는가! 그는 할 수 없이 그녀를 연신 부를 수밖에 없었다. 그�Ŀ� 중년여인의 눈이 다시금 치켜떠졌다. [으음.. 사..상공, 천첩은 이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살고 있는 왕씨의 부인이랍 니다.] 철한빙은 그녀가 입을 열자 다급하게 물었다. [왕씨부인은 어쩌다 이같은 봉변을 당하셨소?] 왕씨부인은 띄엄띄엄 말했다. [천첩은 친척 집에 다니러 가다가 치.. 치한에게 요..욕을 당하고 이.. 이곳에 버려졌습니다.] 철한빙은 엉겹결에 그녀의 피투성이가 된 몸으로 시선을 던졌다. 순간 그는 두 눈을 감아 버렸다. 왕씨부인의 옷은 대여섯 군데가 찢겨져 나가 피에 얼굴진 살결이 훤히 들여다보 였다. 새하얀 살결에 여기저기 묻어있는 선혈은 사내의 가슴을 진탕시키기에 충분하고 도 남았다. 또한 찢어진 부분은 교묘하게도 여인의 허벅지 부분과 앞가슴 부분이었다. 이에 철한빙은 두 눈을 감아버렸던 것이다. 왕씨부인은 고통에 겨운 듯이 신음성 비슷하게 말했다. [사...상공, 죄송스럽지만 천첩의 부군이 계신 곳까지만...] 그녀는 못내 부끄러우며 민망스러운 듯이 도중에서 말을 끊고 말았다. 철한빙은 그녀의 말 뜻을 알아 차릴 수 있었으나 심히 망설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자 왕씨부인이 길게 한숨을 쉬었다. [상공 같으신 분이 대낮에 유부녀를 부축하고 간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것을 천첩도 잘 알고 있어요. 하지만..] 철한빙은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한 채 두 손만 싹싹 비벼댈 뿐이었다. 왕씨부인은 이를 악물며 몸을 일으켰다. 그러자 두 다리를 후들후들 떨며 쓰어질 듯이 휘청거렸다. [부인!] 철한빙은 깜짝 놀라며 급히 그녀의 몸을 부축했다. 이때였다. 그는 갑자기 그녀의 몸으로부터 지극히 향기로운 내음이 풍기는 것을 느꼈다. 철한빙은 심신이 격탕되자 급히 정신을 차리려고 했다. [상공, 처.. 천첩은 쓰러질 것만 같아요.] 철한빙의 귓전에 바싹 갖다대고 속삭이듯이 말하자 더운 김과 향긋한 내음이 춤 을 추듯이 퍼져나갔다. 철한빙은 귓전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끼며 정신이 가물가물했다. 또한 그녀의 몸에서 풍겨나오는 향기는 더운 김과 향긋한 내음이 춤을 추듯이 퍼 져나갔다. 왕씨부인은 의식적인지 무의식적인지 몸을 휘청거리며 터질 듯이 부풀은 가슴을 철한빙의 어깨에 부딪쳐갔다. 순간 철한빙은 기절초풍을 하며 그녀를 밀어젖히려고 했으나 정작 손이 말을 듣 지 않았다. 왕씨부인은 아예 철한빙의 품에 안기다시피하여 몸을 기대였다. 철한빙은 몽롱해지는 의식을 찾으려고 급히 공력을 끌어올렸다. 그러나, 그는 아연실색을 하고 말았다. 공력을 끌어올리자 한줄기 뜨거운 기운이 단저에서부터 용솟음치는 것이 아닌가? [으음!] 철한빙은 걷잡을 수 없느 기운에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이때였다. 왕씨부인은 쓰러질 듯 하던 몸이 갑자기 생기를 발하는 것이었다. 또한 두 팔로 철한빙의 건장한 허리를 나긋나긋하게 휘어감는 것이 아닌가! 철한빙은 뜨거운 기운이 욕정의 화신임을 깨달았다. 그러나 아무리 이를 악물고 억제를 하려고 했으나 그럴수록 더욱 거세게 치솟아 올랐다. 설상가상으로 왕씨부인은 솜같이 부드러운 몸을 가볍게 기대오는 것이었다. 또한 연체동물을 연상하게 만드는 기다란 두 팔로 허리를 감아오는데는 이성을 차릴 재간이 없었다. 그 원인은 그가 맡은 왕씨부인의 향기 때문이었다. 왕씨부인은 좀전에 다 죽어가던 모습은 간곳도 없어져 버렸다. 두 눈에서는 쉴새없이 색정에 불타는 음탕한 빛이 쏟아져 나왔다. 음탕한 빛 안에서 알수없는 살기마저 포함되어 있었다. [으음!] 철한빙은 색정에 견디다 못해 그녀를 와락 끌어안고 말았다. 다음 순간, [호호호호...] 왕씨부인의 입에서 간드러진 웃음이 터져나왔다. 이어 무시무시한 살기를 발산해냈다. [이제서야 네놈이 그물에 걸리고 말았구나. 이날을 위해 얼마나 원한의 칼을 갈 았던가!] 그리고는 천천히 헝클어진 머리를 쓸어올렸다. 그녀는 또 다시 피묻은 얼굴을 쑥 문질렀다. 그러자 백옥같이 매끄러운 살결의 요염한 얼굴이 나타나는 것이 아닌가? 정신이 혼미해진 철한빙은 그녀의 웃음소리에 꺼져가는 이성을 찾으며 몽롱한 시 선으로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아----앗! 너.. 너는.. 묘춘선고...] 때를 같이하여 수혈이 뜨끔하는 것을 느끼며 정신을 잃고 말았다. 묘춘선고는 그의 수혈을 짚은 뒤 탕자가 새겨진 이마를 쓰다듬었다. 다음 순간 그녀는 철한빙을 옆구리에 끼며 번개같이 몸을 날려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번호:226/227 등록자:HYUN9876 등록일시:97/04/17 23:38 길이:359줄 제 목 : [사마달] 불세마왕경 제 48장 불세마왕경 저자: 사마달 출판사: 대현출판사 제 48장 천하제일의 춘약 화월산, 가을이 되면 천하에 그 아름다움을 한껏 과시하는 꼿들로 얼룩진 산이다. 그러나 화월산 중에서도 사람이 들어가기를 꺼려하는 곳이 있었다. 바로 춘묘곡이 그곳이었다. 춘묘곡은 결코 팔열지옥이나 팔한지옥이 아니었다. 그런데 세인들은 무슨일 때문인지 춘묘곡으로 들어가려고 하지 않았다. 아니, 간혹 들어가는 사람이 있었으나 그들은 두번 다시 나오지 못했다. 그 이유는 대체 무엇 때문이란 말인가? 춘묘곡 안에는 귀기서린 음산한 기운보다는 오히려 따스하고 포근한 기운이 감도 는 곳이었다. 그런데, 곡 안으로 깊숙이 들어가노라면 사방을 칼로 깍아 세운 듯한 절벽단애를 볼 수가 있었다. 그 절벽단애 끝에 마치 황궁을 연산케 하는 화려하기 짝이 없는 궁이 자리잡고 있었다. 춘묘궁. 이것이 궁의 이름이다. 수를 헤아리기 힘들 정도의 누각들과 객청들이 즐비하게 자리잡은 곳이었다. 한 가지 신비한 점은 춘묘궁에 거주하는 사람은 한결같이 여인이라는 점이었다. 궁 안으로 들어가자면 외청을 지나 눈이 부실 정도로 으리으리한 내청을 볼 수가 있었다. 또한 내청 중에서 가장 큰 궁주의 거처인 듯한 방은 일 년중 거의 비어있다시피 했다. 그런데-----! 오늘은 무슨일인지 그 방이 밝은 빛을 내는 것만 같았다. 화려하기 짝이 없으며 온통 방안은 금은보화로 치장을 하다시피했다. 진주와 호박들로 감싸있는 붉은 경대 위에는 듣도 못한 이상한 향수병들이 즐비 하게 놓여져 있었다. 좌측으로는 금으로 만든 예브장한 향로가 놓여 있었다. 그 옆에는 빨간 빛을 자랑하는 휘장이 쳐져 있었고 역시 붉은 빛의 침상을 볼수 가 있었다. 향로에서는 전신의 뼈마디가 살살 녹아내릴 듯한 묘한 향기가 모락모락 피어올랐 다. 그러나 벽쪽으로 시선을 돌려보면 그 누구라도 기절초풍을 하고 말리라! 그곳에는 남녀가 교합하는 벽화가 그려져 있었다. 한쪽 뿐만이 아니라 사방 벽이 온통 춘화로 수놓아졌으니... 또한 남녀가 나신으로 교합하는 자세가 하나같이 틀려 아무리 눈을 씻고 보아도 같은 것을 찾아낼 수가 없을 지경이었다. 한마디로 천하의 음부가 기거하는 방임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었다. 이때였다. 방문이 소리없이 열리며 앞 머리�∃‰薦막� 이마를 덮고 그 외의 머리카락은 곱게 따서 올린 중년미부가 들어왔다. 그녀는 입가에 매우 만족스러운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그녀가 미소를 짓자 깊게 패이는 볼우물이 눈을 현혹시킬 정도였다. 참으로 요염하지 짝이 없는 여인이었다. 그러나 그녀의 미간과 두 눈은 색정과 음욕에 타오르는 음녀의 눈빛이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전신에 매미날개같이 투명한 옷을 걸치고 있다는 점이다. 속살이 적나라하게 들여다 보이는 것이 전라의 모습보다 더 한층 육정을 불러일 으켰다. 동그스름하게 빚어진 뽀얀 살결의 양어깨, 또한 대리석을 깎아 만든 듯한 매끄럽기 그지없이 쭉 빠진 다리, 천하 그 어떤 냉혈한도 그녀의 모습을 본다면 당장에 동공이 터지고야 말 극치의 몸매였다. 대체 이 여인은 누구란 말인가? 그녀는 바로 철한빙에게 간교를 전개한 묘춘선고였다. 그렇다면 그녀가 묘춘궁주란 말인가! 어쨌든... 묘춘선고는 만면에 음탕한 미소를 지으며 침상으로 다가갔다. 이어 가볍게 휘장을 들췄다. 그러는 한편 앵두같은 입수을 벌렸다. [호호호.. 귀여운 것! 네녀석은 이제 본 궁주의 착실한 종이 되는 것이다. 너는 무공이 이미 극에 달했으니 그 양기를 흡수하여 내것으로 만든다면 본 궁주의 공 력은 일취월장할 것이다.] 그리고는 천천히 침상에 걸터앉았다. 아! 침상에는 뜻밖에도 철한빙이 주근 듯이 누워있는 것이 아닌가! 한데, 그의 전신은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벌거숭이였다. 묘춘선고는 그의 전신을 가볍게 손으로 쓸었다. [으으음!]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나직한 신음을 토해냈다. 철한빙의 무쇠같이 단단한 울퉁불퉁한 근육은 그녀의 눈을 현혹시키기에 족했다. 또한, 묘춘선고의 앵두같은 입술은 죽은 듯이 누워있는 철한빙의 전신을 애매해갔다. 그녀의 손도 질세라 실새없이 그의 몸 위에서 탄주를 하고 있었다. 묘춘선고는 온몸을 비비 꼬며 연신 코먹은 교성을 흘려냈다. 급기야 그녀는 매미같이 얄팍한 옷을 내동댕이 치듯이 벗어던지고 황급히 경대로 향했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출렁이는 무르익을대로 익은 풍만한 육체가 끊임없이 춤을 추었다. 그녀는 경대 위에서 붉은 병을 열어 한 알의 새빨간 단약을 꺼내 침상으로 돌아 왔다. 그리고는 철한빙의 혈도를 찍어 입을 벌린 뒤 단약을 넣어 주었다. 연후 또 다시 혈도를 찍자 단약은 소리없이 녹아 목구멍으로 넘어가 버렸다. 그녀는 욕정이 꺼지는 것이 두렵다는 듯 다시 철한빙의 전신을 애무하기 시작했 다. 약 일각 동안 미친 듯이 몸부림치던 그녀는 천천히 철한빙의 얼굴을 주시했다. 죽은듯이 누워있던 철한빙의 안색이 점차 붉어져가기 시작했다. (이쯤이면 이녀석의 공력이 아무리 깊다고 해도 욕정을 참을 수가 없을 것이다. 이 녀석에게 복용시킨 춘홍연심단은 천하제일의 강력한 춘약이니 도저히 헤어나 지 못할것이다.) 순간 철한빙은 두 눈을 번쩍 뜨자마자 욕정에 불타는 시선으로 묘춘선고의 나신 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묘춘선고는 온몸을 비비 꼬며 요염한 몸짓을 하였다. 지금 철한빙의 눈에는 이 세상에서 그녀가 제일 아름답게 느끼고 있을 뿐이었다. 아니, 그녀 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호호호.. 공자님, 어서 이몸을 안아주세요. 정말 미칠 것만 같아요.] 그는 욕정의 포로가 되어 있었다. [으----음!] 두 사람은 동시에 나직한 신음을 토하며 서로의 입술을 찾았다. 실로 춘홍연심단의 약효는 천하제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철한빙조차 약효를 견디지 못하니 짐작할만 하지 않은가! 철한빙은 한 마리 야수처럼 묘춘서고의 전신을 거칠게 애무해갔다. 묘춘선고는 또한 이 방면에 이미 도통하지 않았는가. 그들은 손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서로를 탐하기 시작했다. 전광석화와 같은 손놀림, 정말 기가 막힐 정도의 빠른 탄주 솜씨였다. 아무리 천하제일의 현악기 거성이 온다해도 이들의 탄주를 본다면 혀를 내 두를 것이다. 묘춘선고의 입에서는 전신을 짜릿하게 만드는 음탕한 교성이 연신 흘러나오고 있 었다. 철한빙 역시 거친 숨을 씩씩거리며 미친 듯이 몸부림 쳤다. 급기야 묘춘선고는 옥같이 매끄러운 하복부를 꿈틀거렸다. [으흠흠... 공자님, 소첩을 .... 소첩은 미칠 것만 같아요.] 철한빙은 두 눈이 벌것헤 충혈된 채 색욕에 불타는 눈빛으로 그녀의 전라를 탐하 며 쓸어보았다. 그러다가 고양이가 쥐를 덮치듯이 번개같이 신속한 동작으로 우악스럽게 덮쳐갔 다. 묘춘선고는 연신 교성을 토해내며 자신의 온갖 기교를 펼쳐 쾌락을 만끽했다. 그녀의 방침술은 신의 경지에 이르러 유연하며 광폭하고 달콤하며 짜릿하기 이를 데 없었다. 철한빙은 하마터면 서너 번을 강변에 도착할 뻔했다. 그러나 이를 악물고 참으며 춘홍연심단의 약효를 발산했다. 철한빙은 춘약의 기운 때문이라고 하더라도 묘춘선고는 그야말로 초인이 아닐 수 없었다. 묘춘선고는 철한빙이 격�ºデ構� 공격해올 때면 비명에 가까운 교성을 토해냈다. 순간 묘춘선고는 전신이 심하게 격탕되는것을 느꼈다. 철한빙은 이내 깊은 잠소긍로 빠져들었다. 묘춘선고의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에 환희와 만족에 겨운 미소가 스치고 지나갔 다. 그녀는 재빨리 철한빙의 혈도를 짚은 뒤 솜같이 나른한 몸을 이끌고 밖으로 나갔 다. 철한빙과 묘춘선고는 이틀에 한번씩 교합을 가졌다. 철한빙은 그녀와 교합을 하는 시간 외에는 깊은 잠속에 빠져들었다. 그동안 묘춘선고는 그의 양기를 흡수해서 엄청난 공력을 얻었다. 반면 철한빙은 점차 피골이 상접해 뼈만 앙상하게 남고 말았다. 세월은 유수와 같은 것, 철한빙이 춘묘궁에 잡혀온지도 두 달이 지났다. 묘춘선고는 그가 이제는 전혀 힘을 쓰지 못하자 아예 혈도까지 풀어주었다. 철한빙은 완전히 폐인으로 변해 있었다. 그는 전신의 양기를 모두 빼앗겨 전혀 공력을 끌어올리지 못했다. 묘춘선고는 그에게서 더 이상 얻을 것이 없는지 아예 거들떠 보지도 않았다. 또 다시 한 달이 지나자 철한빙은 춘묘궁의 여인들은 모두가 음탕한 계집들이라 는것을 알았다. 하지만 진흙속에 핀 한 송이 해당화가 있었으니... 그녀는 바로 묘춘선고의 몸종인 반미량이었다. 반미량은 매일 철한빙에게 식사를 날라다 주었다. 그녀는 철한빙이 멍청히 창밖을 바라보고 있는 것을 볼 때마다 동정이 가득한 눈 빛으로 쳐다보고는 했다. (아... 궁주의 말을 들으면 그는 강호의 절정고수라고 하는데 저같은 처지에 놓 여졌으니 얼마나 비통할가?) 이날도 식사를 가지고 오자 어김없이 창밖을 보고 있는 철하빙--------! 반미량은 천천히 걸음을 옮겨 탁자에 음식을 내려놓았다. [공자님, 시장하실텐데 어서드세요.] 철한빙은 서서히 고개를 돌렸다. 그의 얼굴은 광대뼈가 불숙 튀어나와 있었고 전신에 걸친 은의가 헐렁할지경이었 다. 두 눈은 음푹 들어가 음침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원해 준수한 용모는 어느정도 남아 있었다. [매번 낭자에게 폐만 끼치는구려.] 철한빙은 그녀가 악마속의 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반미량은 살포시 고개를 숙였다. [공자님도 별 말씀을 다하시는군요. 음식이 식기전에 어서 드세요.] 철한빙은 또 다시 시선을 창밖으로 돌렸다. 이때 창밖으로 준수하게 생긴 이십대 청년이 묘춘선고의 품에 안겨 어느 방으로 들어가는 것이 보였다. [휴------우! 또 한 사람이 묘춘선고의 녹수에 걸려 들었구나.] 그는 춘묘궁에서 하루에도 수십 명의 젊은이가 드나드는 것을 보고는 안타까운 한숨을 내쉬었다. 묘춘선고의 제자들 또한 지극히 음탕하여 춘묘궁은 하루도 빼놓지 않고 여인의 음탕한 교성과 사내의 거친 숨소리가 그칠 날이 없었다. 춘묘궁의 제자들은 철한빙을 향해 색정의 눈길을 던지곤 했으나 묘춘선고는 그를 자기방에 감금해 놓고 전혀 출이블 못하게 했다. 그녀는 철한빙이 폐인이 되기는 했으나 너무도 준수한 용모에 제자들에게 넘기기 에는 아까웠던 것이다. 철한빙은 다시 시선을 돌려 반미량을 바라보았다. [낭자가 이같이 더러운곳에 있기에는 너무도 아까운 생각이 드는구려.] 반미량은 나직이 말했다. [그래도 공자님에 비한다면 소녀는 훨씬 나은 생활이에요. 이곳을 벗어나려고 무 척 애를 썼지만 빠져나갈 수도 없거니와 설사 나간다 해도 갈 곳이 없어요.] [휴우!] 철한빙은 길게 한숨을 쉰 후 식사를 했다. (내가 이곳을 벗어난다면 춘묘궁은 물론 천하의 음부음녀들을 모조리 죽여버리고 말리라.) 그가 식사를 마치자 반미량은 수반을 들고 사뿐사뿐 밖으로 나갔다. 철한빙은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고개를 흔들었다. (너무도 청순하구나. 비록 천하절색은 아니더라도 그녀에게는 애수에 젖은 새초 롬한 향기가 피어있구나.) 두 사람은 점차 서로를 이해하게 되었다. 며칠 후, 갑자기 묘춘선고가 찾아왔다. 그녀는 철한빙의 전신을 한번 훑어보고는 재빨리 지풍을 날렸다. [음!] 철한빙은 힘없이 옆으로 쓰러졌다. 묘춘선고는 그를 옆구리에 끼고는 뒷산으로 올라갔다. 그녀가 몸을 멈춘 곳은 밑이 보이지 않는 천야만야한 절벽이었다. 묘춘선고는 철한빙을 내려다 보며 사악하게 웃었다. [호호호.. 네놈이 과거에 내 이마에 글자를 새겨 낮을 들고 다닐 수 없게 한 대 가를 반쯤을 갚았구나. 이제 마지막 반값의 대가를 치루어주마. 네놈이 전날고묘 에 갇힐 운명에 놓였을 때 구해준 것은 바로 오늘을 기약하기 위해서였다.] 아! 묘춘선고는 전날 철한빙이 여인의 순음을 채취해서 천하의 마공을 연성하는 괴인 을 죽일때 무덤을 열어준 장본인이었던 것이다. 그녀는 천천히 철한빙을 들어올렸다. [애송아! 저승에 가더라도 나를 원망하지 말아라. 이것은 네놈이 스스로 자처한 일이다. 너를 절벽으로 떨어뜨리기는 조금 아깝기는 하지만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네놈을 그냥 둔다는 것은 벌뇌만 자초하는 것이다.] 이어 한 줄기 붉은 살광을 두 눈에서 뿜어내며 그를 밑으로 집어던졌다. 아! 불세출의 기재이며 복수의 화신인 철한빙이 이대로 죽어야만 한단 말인가! 철한빙의 몸은 눈깜짝할 사이에 밑으로 떨어져 시야에서 사라졌다. 묘춘선고는 곧이어 몸을 돌려 절벽을 떠나갔다. 그녀의 신형이 절벽에서 모습을 감추었을 때였다. 갑자기 한 줄기 청색인영이 철한빙이 떨어진 절벽�＃♧� 번개같이 내려섰다. [아.. 공자님, 어찌 이대로 억울한 생을 마치십니까?] 나타난 인영은 바로 반미량이었다. 그녀는 또르륵 굴러떨어지는 눈물을 삼키며 한없이 절벽 밑을 바라보았다. [이 절벽에 그 얼마나 많은 무고한 젊은이들이 희생되어 갔던가!] 그녀는 양볼을 타고 흘러내리는 구슬같은 눈물을 살며시 훔쳐냈다. [공자님, 소녀는 공자님을 위해 아무것도 해드릴 것이 없군요. 복수도 그리고 공 자님께서 못다하신 원대한 사명도 말이예요.] 듣는 사람의 신금을 울리는 처연한 속삭임이었다. 그녀는 천천히 몸을 돌려 절벽을 떠나려 했다. 이때, 그녀의 눈빛이 섬광처럼 빛을 발했다. (그렇다. 만약 공자께서 천명이 다하지 않았다면 만에 하나 살아 계실지도 모른 다. 그렇다면 나 혼자만이 아는 비민통로로 절벽 밑을 내려가 보자.) 그녀는 재빨리 생각한뒤 좌측에 있는 거대한 고목으로 다가갔다. 이어 고목의 중간 부분을 조심스럽게 더듬기 시작했다. 그러자, 갑자기 껍질이 미끄러지듯이 벗겨지는 것이 아닌가! 아니, 벗겨지는 것이 아니라 동그란 통로를 만들어내는 것이었다. 한 사람 겨우 드나들 수 있을 정도의 작은 구멍이었다. 고목 안은 인공적으로 파놓은 듯 속이 텅비어 있었다. 마치 시커먼 동혈이 입을 쩍 벌리는 형상이었다. 반미량은 급히 구멍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는 안에서 다시 통로를 봉해버렸다. 순간 먹물을 뿌려놓은 듯이 어둠에 휩싸였다. 바로 코앞에 손가락을 들이대도 분간하기 어려울 지경이었다 그녀는 잠시 눈을 감고 어둠에 익숙해지려는 듯 했다. 그러나 좀처럼 시야가 밝아지지 않았다. 반미량은 다급하기 짝이 없었다. (만약 공자님이 살아계신다 해도 전혀 무공을 쓸줄 모르며 또한 혈도가 폐지되었 지 않은가? 설상가상으로 절벽밑에는 수많은 독물들과 맹수들이 진을 치고 있는 데 그가 살아날 수 있을까? 촌각을 다투어 그곳에 당도한다면... 아! 천우신조를 바라는 도리밖에 없겠구나.) 그녀는 더듬거리는 발걸음을 옮길 수밖에 없었다. 퀴퀴한 냄새와 곰팡이 냄새가 코를 찔렀다. 또한 습기가 가득찬 곳에는 어떤 끔찍한 독물들이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 아닌가? 반미량은 등골이 오싹해지는 것을 느끼며 발길을 옮겼다. 사락! 사락! 밑에 깔린 것은 조그만 잔돌들인 것 같았다. 그러나 습기에 의해 물리고 축축히 젖어 있었다. 그녀가 천천히 걸음을 옮기고 있을때였다. 갑자기 그녀의 옷소매를 붙잡는 것이 있지 않은가! [아------악!] 반미량은 혼백이 달아나도록 놀라며 황급히 신법을 전개해 뒤로 몸을 퉁겼다. 순간, 찌익----길게 옷자락 찢어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쨍그랑... 지극히 맑은 금속성이 바닥에서부터 울려퍼졌다. 그�Ŀ� 돌연 비밀통로가 한줄기 붉은 광채에 의해 대낮같이 밝아지는 것이 아닌가! 반미량의 얼굴에 놀라움과 기쁨의 빛이 동시에 떠올랐다. [��＂... 궁주의 경대 위에서 빼어낸 공자님의 검이 이토록 신통한 것일 줄이야.] 바닥에 떨어진 것은 철한빙이 묘춘선고에게 빼앗긴 혈비검이었다. 그것을 반미량이 철한빙의 것임을 알고 모험을 하여 훔쳐냈던 것이다. 만약 묘춘선고가 혈비검에 신경을 썼더라면 이내 발각이 나고 말았을 것이다. 반미량은 급히 혈비검을 집어들며 자신의 옷자락을 움켜쥐었던 곳을 바라보았다. [휴--------우!] 그녀는 안도의 한숨과 어이없는 한숨을 동시에 토해냈다. 그녀의 옷자락을 잡았던 것은 다름아닌 옆으로 삐져나온 덩굴의 가지였던 것이 다. 반미량은 계단을 밟으며 혼신의 공력을 끌어올려 빛살같이 내려갔다. 그녀는 신법을 전개하는 한편 하늘에 빌었다. [하늘이시여! 공자님을 굽어 살펴주세요.] 그녀의 신형은 번뜩하는 순간에 시야에서 사라져 버렸다. < 육권 끝 > 번호:227/227 등록자:HYUN9876 등록일시:97/04/18 22:16 길이:457줄 제 목 : [사마달] 불세마왕경 제 49장 불세마왕경 저자: 사마달 출판사: 대현출판사 제 49장 절곡의 생과 사 제 50장 불사비도를 얻다 제 51장 천극일과 제 52장 무인도의 혈투 제 53장 전설의 여래산 제 54장 불세마왕경 제 55장 최후의 결전 제 56장 천년영웅 제 49장 절곡의 생과 사 한편, 철한빙은 혈도가 찍혀 의식을 잃은 채 천야만야한 절벽으로 쏜살같이 떨어져 내 렸다. 쉬이잉! 의삼을 갈가리 찢어 버릴듯한 매서운 강풍이 몸을 할퀴고 지나갔다. 한참을 떨어지던 그의 몸이 갑자기 어떤 반탄력에 의해 퉁겨져 올랐다. 순간 강한 반탄력에 의해 막혔던 혈도가 저절로 흩어져 버렸다. 그의 몸은 허공으로 솟구쳐 올랐다가 이내 밑으로 떨어져 내렸다. 그가 떨어진 곳은 땅바닥이 아닌 바로 삼십여 장 정도에 달하는 거미줄이 아닌가 ! 철한빙은 거미줄에 거려 분골쇄신을 면할 수가 있었다. [으으음...] 그는 혈도가 풀리자 서서히 의식을 회복했다. 철한빙은 주위의 환경을 접하자 대경실색을 하고 말았다. 또한 자신은 엄청나게 큰 거미줄에 걸려있는 것이 아닌가! 철한빙은 이 모든 것을 보고는 곧 깨닫는 것이 있었다. (음.. 묘춘선고가 나를 이곳으로 떨어뜨린 모양이구나.) 그는 묘춘선고의 악랄함에 두 눈에서 화염과 같은 살기를 뿜어내며 치를 떨었다. 이어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러나, 전혀 몸이 움직여지지 않는 것이 아닌가! 철한비응�ⅲ� 대경실색을 하며 혼신의 힘을 다해 몸을 일으키려고 했다. 하지만 움직일 수 있는 부분은 오른 손과 머리 뿐이었다. 오른손은 그의 가슴 위에 얹혀져 있어 기미줄에 달라 붙지 않았던 것이다. 머리는 헝크러진 머리카락 때문에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는 억지로 고개를 돌려 밑을 내려다 보았다. 순간, 그는 전신에서 식은 땀이 솟구치는 것을 느끼며 두 눈이 화등잔만하게 커졌다. 거미줄 밑은 절벽의 바닥이었다. 그곳에는 족히 십여 장이나 될직한 커다란 구렁이와 수를 헤아릴 수 없는 독물들 이 우글거리고 있었다. 또한 이름모를 갖가지 맹수들이 장사진을 이루다시피 했다. 맹수들은 철한빙이 거미줄에 걸린 것을 발견하고 광폭한 포효를 지르며 길길이 날 뛰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밑에는 조그만 동산을 이루는 해골더미가 수북이 쌓여있는 것 이었다. (아.. 춘묘궁의 음녀들은 사내들을 실컷 농락한 뒤에 이곳에다 버리는 모양이구 나. 내가 거미줄에 걸리지 않고 저곳으로 곧장 떨어졌다면 몸이 박살나는 것은 고사하고 독물들의 밥이 될뻔하지 않았는가?) 그는 생각에 잠기는 한편 속히 거미줄로부터 벗어나려고 몸을 휘저었다. 그러나 그러면 그럴수록 거미줄은 더욱 거세게 달라붙는 것이었다. 그는 오른 손으로 품 속을 더듬으며 절말의 한숨을 내쉬었다. (아... 천하의 요부가 혈비검마저 가져가 버렸으니 어떻게 거미줄을 벗어난단 말 인가? 그런데 대체 이 거미줄은 어떻게 이렇게 크며 또한 질긴 것일까?) 그는 사력을 다해 거미줄에서 벗어나려고 했으나 도저히 몸이 떨어지지 않았다. 철한빙은 전신이 땀으로 뒤범벅이 되어 기진맥진하고 말았다. 이때였다. 쉬익! 쉬이익! 갑자기 삼십여 장에 달한 거미줄 끝에서부터 고막을 찢는 듯한 굉음이 들려오는 것이 아닌가! 모골이 송연할 정도의 듣기 거북한 소리였다. 철한빙은 아연실색을 하며 황급히 그곳으로 시선을 돌려보았다. 다음 순간, 그는 뒤통수를 거세게 얻어 맞은 듯한 충격을 받았다. 데체 그는 무엇을 보았단 말인가? 그의 눈에 비친 것은 몸통이 일 장 정도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거미였다. 전신은 눈이 부실 정도로 새하얗고 다리 하나만도 족히 이장은 되어 보였다. 또한 징그럽기 짝이 없는 무수한 백색 털이 바람이 불때마다 휘날리고 있었다. 백색거미의 양미간에는 핏빛같은 붉은 점이 찍혀 있었다. 쉬익! 쉬익! 백색거미의 파란색 눈에서 쉴새없이 녹염을 발해지며 털이 숭숭한 긴 다리를 지 극히 느린 속도로 옮기고 있었다. 철한빙은 혼비백산하며 머친 듯이 몸을 비틀어 거미줄로부터 버어나려고 했다. 그러나 허사였다. 백색거미가 여덟 개의 기다란 다리를 옮길 때마다 거미줄이 심하게 출렁거렸다. (아... 혹시 저 거미는 전설 속에 뱀잠주가 아닐까? 만약 뱀잠주가 틀림없다면 이대로 죽음을 맞이해야 할 형편이 아닌가?) 철한빙의 생각대로 백색거미는 백잠주였다. 지독한 맹독을 지녔을 뿐만 아니라 난폭하기 이를데 없는 괴물이었다. 철한빙이 백잠주의 백색 빛을 보니 족히 천 년 이상은 묵은 영물인듯 싶었다. 밑에서는 피에 굶주린 독물들이 길길이 날뛰고 바로 코 앞에서는 징그러운 백잠 주가 다가오자 철한빙은 전신의 맥이 쭉 빠지고 말았다. (이럴 때 공력을 끌어올릴 수 있다면 저까짓 백잠주 쯤이야 두려울 것이 없을텐 데.) 쉬! 쉬익.. 백잠주는 어느덧 그와 십 오장 정도까지 다가오고 있었다. 철한빙은 이제는 더 이상 몸부림을 칠 기력조차 없었다. (부모님의 원수도 갚지 못하고 이대로 눈을 감아야 하다니 정말 허무하기 짝이 없구나.) 그는 묘춘선고를 원망하고 싶지도 않았다. 모든 것을 천리에 맡기는 수밖에 없었다. 철한빙은 삶을 포기하자 그렇게 마음이 평온할 수가 없었다. 그의 입가에는 오히려 담담한 미소마저 떠올랐다. 급기야 백잠주는 삼 장 가까이까지 다가왔다. 그리고는 거대한 입을 쩍 벌리며 징그러운 굉음을 토해냈다. 절대절명의 순간, 돌연 허공에서부터 여인의 다급한 음성이 들려왔다. [공자님, 공자님! 살아 계신다면 대답을 해주세요.] 철한빙은 갑자기 들려오는 음성에 깜짝 놀랐다. 그는 여인의 음성이 반미량의 음서이라는 것을 알았다. 삶은 절정에 달했을 때는 비록 죽음을 두려워 하지 않지만 그 삶에 여운이 보일 때면 그 삶을 추구하는 것은 인간 본연의 자세, 철한빙은 말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그의 머리 위 약 백여 장 정도에 보일 듯 말듯한 조그만 동굴이 뚫려져 있었다. [반낭자, 소생 이곳에 있소!] 그러자 동굴에서 반미량의 상반신이 고개를 내밀었다. 그리고는 흥분에 들뜬 목소리로 다급하게 말했다. [공자님, 정말 하늘이 도우셨군요. 지금까지 이곳에 떨어져 목숨을 잃지 않으신 분은 공자님이 처음이에요.] 철한빙은 백잠주를 힐긋 쳐다본 뒤 급한 음성으로 소리쳤다. [반낭자, 낭자의 공력은 어느 정도이오?] 반미량은 부끄러운 듯이 말했다. [소녀의 공력은 반갑자는 조금 넘어요.] 철한빙은 저으기 실망했다. 그는 또 다시 입을 열었다. [반낭자, 혹시 수중에 검을 지니고 있소?] [예, 바로 공자님의 비검을 소녀가 가지고 왔어요.] 순간 철한빙은 두눈에서 정광이 번뜩였다. [반낭자, 그러면 속히 혈비검을 소생에게 던져 주시오. 몸을 전혀 움직이지 못하 니 낭자가 검에 진력을 넣어 던져야 되오.] [어느 곳으로 던지면 되죠?] 철한빙은 재빨리 대답했다. [소생의 오른손을 향해 던져주시오.] [알겠어요.] 이때 백잠주는 그와 일 장 정도의 거리까지 다가와 있었다. 철한빙은 이제 모든 거슬 혈비검에 맡길 도리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공자님, 검을 던질테니 받을 준비를 하세요.] 이에 허공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핏빛 검이 철한빙 향해 지극히 느린 속도로 날 아왔다. 혈비검은 철한빙과 칠 척의 거리에서 신속하게 뒤집히며 검자루가 앞으로 하여 오른 손을 향했다. 드디어 철한빙은 혈비검을 수중에 잡을 수가 있었다. 순간 그는 알 수 없는 힘이 거세게 솟구치는 것을 느꼈다. 우우웅! 그의 손에 잡힌 혈비검이 갑자기 구슬프게 울며 핏빛 광채를 뿜어냈다. 그 광채는 순식간에 철한빙의 전신을 덮어버렸다. 철한빙은 붉은 광채에 싸이자 심신이 더 할 수 없이 상쾌해지며 전신에서 힘이 솟았다. (아.. 혈비검의 신비는 정말 상상도 못할 정도로구나.) 이때, 백잠주는 징그럽기 짝이 없는 커다란 입을 쩍 벌리며 그를 막 집어삼키려는 일촉 즉발의 순간이었다. 철한빙은 혼신의 힘을 다해 혈비검을 번개같이 빠른 동작으로 백잠주의 입을 찔 러갔다. 그러자 백잠주는 붉은 빛이 번뜩하는 것을 느꼈는지 급히 입을 다물고 뒤로 물러 서려고 하였다. 그러자 공교롭게도 혈비검은 뒤로 물러서며 약간 머리를 숙인 백잠주의 붉은 점 에 깊숙이 박혀버리고 말았다. 백잠주의 전신은 도검이 뚫지 못할 강철같은 비늘로 싸여 있었다. 하지만 모든 영물은 한 가지 급소가 있기 마련이었다. 급소는 마치 솜처럼 부드러워 어린아이가 손가락으로 찔러도 즉사하는 곳이었다. 한데 혈비검이 박힌 곳은 백잠주의 치명적인 급소였던 것이다. 푹! 하는 가벼운 음향과 함께 혈비검은 검자루만 남고 붉은 점에 깊숙이 박혀 버렸 다. 순간, 크아악------! 천지가 진동할 듯한 요란한 괴성과 함께 백잠주가 광폭하게 몸부림쳤다. 철한빙은 대경실색을 하며 엉겁결에 검자루를 놓고 말았다. 백잠주가 거대한 입을 벌리며 괴성을 지를 때였다. 돌연 백잠주의 입으로부터 시커먼 물체가 빛살같이 튀어 나어더니 쏜살같이 밑으 로 떨어졌다. 철한빙은 검은 물체는 보기는 했으나 거기에 정신을 쓸 겨를이 없었다. 크으응... 백잠주는 약 일각 정도 몸부림을 치다가 그 육중한 몸으로 철한빙의 전신을 덮어 버렸다. [앗!] 순간 철한빙과 이 광경을 손에 땀을 쥐며 보고 있던 반미량의 입에서 동시에 놀 람과 가득찬 음성이 터져나왔다. 백잠주는 그의 몸을 누른 뒤 점차 광폭기가 약해지기 시작했다. 드디어 백잠주는 거대한 머리를 푹 떨구고 말았다. 그러나 여덟개의 흉측한 다리는 여전히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그것도 잠시 뿐, 곧 잠잠해졌다. 그런데 백잠주가 머리를 틀어박은 곳은 바로 철한빙의 입 부근이었다. 그것도 혈비검이 있는 곳, 철한빙은 역한 냄새를 맡는 한편 징그럽기 짝이 없는 머리통에 전신에 소름이 오 싹 끼쳤다. 그러나 백잠주의 육중한 머리에 눌려 전혀 머리를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때였다. 혈비검이 박힌 곳으로부터 한 줄기 가느다란 피가 흘러 내렸다. 그 피는 곧장 혈비검을 타고 철한빙의 입의로 들어가는 것이 아닌가! 철한빙은 혼비백산하며 급히 입을 다물려고 했으나 입조차 다물지 못할 정도로 강하게 눌려있었다. [읍!] 그는 오만상을 찌푸리며 혀로써 몰아내려고 하였다. 그러나 오히려 백잠주의 피는 그의 목구멍을 타고 뱃속으로 넘어가고 말았다. 순간 철한빙은 더 할 수 없는 그윽한 향기와 청량함을 느꼈다. 백잠주의 피는 쉴새없이 그의 입에 고이며 연신 목구멍을 타고 배 속으로 들어갔 다. 때를 같이하여 그토록 떠러지지 않던 거미줄이 갑자기 흡착력이 사라지는 것이 아닌가? 또한 백잠주의 몸이 솜처럼 부드러워지며 가볍게 변했다. 철한빙은 흥분에 젖은 안색으로 급히 백잠주를 밀어냈다. 그러자 백잠주는 마치 종잇장처럼 가볍게 이 장밖으로 날아가 살며시 떨어졌다. 그는 몸을 벌떡 일으켰다. 그리고는 백잠주에게 다가가 미간에 박힌 혈비검을 뽑아 들었다. (아... 백잠주의 정기를 내가 흡수해 버리자 종잇장처럼 가볍게 변하다니! 내 눈 으로 직접 보고도 믿을 수가 없구나. 정신이 맑아지고 기력이 회복되는 것으로 보아 백잠주의 피는 일종의 청량제인 모양이구나.) 그러나 철한빙의 생각은 반밖에 맞지 않았다. 천 년 묵은 백잠주의 피는 하늘과 땅의 정기를 흡수한 천 년 동안의 결정체였다. 심선을 상쾌하게 하고 기력을 회복시키는 것은 물론 여기에 비할 바가 아닌 다른 엄청난 점이 있었다. 그것은 백잠주의 피를 일단 사람이 복용하면 일정한 기한이 지나 저절로 체내에 서 작용을 하게 된다. 일단 체내에서 작용을 일으키면 무공을 연마한 사람은 아무리 공력을 사용해도 끊이지 않게 되는 것이다. 또한 은연 중에 일갑자의 공력도 증가 시켜 주는 것이었다. 일반 평범한 사람이 복용을 한다면 영원히 늙지도 않고 불로장생할 수가 있었다. 이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극히 드물었으며 설사 안다고 해도 백잠주를 찾아낼 수가 없었다. 만약 묘춘선고가 절벽 밑에 백잠주가 있었다는 것을 알았다면 예전에 손을 썼으 리라. 한 가지 백잠주의 정기에 흠이 있다면 뒤늦게서야 영험을 나타낸다는 점이었다. 긴장과 초조에 전신을 땀으로 적시던 반미량의 떨리는 음성이 들려왔다. [공자님, 어디 다치시지 않으셨어요?] 철한빙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눈빛에는 감격에 젖어 있었다. 반미량은 근심과 기쁨, 그리고 그윽한 눈빛으로 그를 응시했다. 철한빙은 조심스럽게 거미줄을 움켜쥐고 반미량이 잇는 동굴 밑으로 몸을 이동시 켰다. 밑에서는 여전히 맹독들이 아우성을 치고 있었다. 이때 철한빙은 거미줄을 타고 움직이기 때문에 자연히 밑을 응시하게 되었다. 순간 그의 눈에 바닥에 떨어져 있는 검은 물체가 시선에 들어왔다. 바닥에 있는 검은 물체는 조그만 목합이었다. 반미량은 철한빙이 자기 쪽으로 다가오자 급히 소리쳤다. [공자님, 잠깐만 기다리세요. 소녀가 덩굴을 내려보내겠어요.] 그리고는 철한빙의 시야에서 사라져 버렸다. 철한빙은 그녀가 덩굴을 준비해올 때까지 거미줄 위에서 기다리는 도리밖에 없었 다. 그는 검은 목합을 내려다 보며 의혹에 잠겼다. (저 목합이 어째서 백잠주의 뱃속에 들어 있었을까? 목합 안에는 대체 무엇이 들 어 있을까?) 철한빙은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목합에 들은 것을 보고 싶었다. (어떻게 해야 목합을 끌어올릴 수가 있을까?) 목합 주위에는 수많은 맹독들이 둘러싸고 있어 밑으로 내려가 목합을 얻는다는것 을 꿈도 꾸지 못했다. 철한빙이백잠주의 정기를 흡수하기는 했으나 기력을 회복하여 힘이 장사에 그칠 뿐이었다. 만약 백잠주의 정기가 지금 발동하여 그가 공려긍�ª� 회복한다면 또 모를까...? 철한빙은 곰곰이 생각에 잠겼으나 뾰족한 수가 떠오르지 않았다. 그러다가 한 가지 영감이 스치고 지나갔다. (옳지! 이 거미줄은 흡착력이 없어지기는 했으나 질기는 천잠사에 못지 않다. 혈 비검은 쇠를 무우 베듯이 자르니 거미줄을 끊어서....) 그는 급히 밑바닥에 닿을만큼 거미줄을 절단했다. 질기기 짝이 없는 거미줄이었으나 간단하게 잘려져 나갔다. 철한빙은 혈비검을 거미줄 끈에 단단히 묶었다. 이어 밑에 있는 목합을 겨냥하고 혼신의 힘을 집어던졌다. 그러나, 혈비검이 채 목합에 닿기도 전에 수십마리의 맹수가 검을 물어오는 것이 아닌가! 철한빙은 질겁을 하며 거미줄을 잡아당겼다. 이때 그의 동작이 조금 늦어 한 마리의 금빛찬란한 호랑이에게 혈비검을 물리고 말았다. 철한빙은 대경실색을 금치 못하여 어쩔 줄 몰라했다. 혈비검은 천하의 명검이자 희세의 마검이었다. 금빛 호랑이가 혈비검을 물자 곧 엄청난 포효를 질렀다. 혈비검의 검날에 의해 입안이 온통 찢겨져 버린 것이다. 포효와 함께 사람 팔뚝만한 새하얀 이빨이 피와 동시에 허공으로 튀었다. 금빛 호랑이는 급히 혈검을 놓아버렸다. 철한빙이 이 짧은 시간을 이용해 전신의 힘을 두 팔에 집중시켜 힘껏 혈비검을 잡아당겼다. 혈비검은 거미줄이 당겨짐에 따라 허공으로 솟구쳐 철한빙의 수중으로 돌아왔다. [휴우!] 그는 길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맹독들 때문에 이 방법도 안되겠구나. 옳지! 반미량이 돌아오면 그녀에게 부탁 을 하면 되겠구나.) 그는 제자리에서 반미량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렸다. 잠시 후, 그녀의 모습이 동굴에 나타났다. 그녀는 급히 상체를 내밀고 기다란 덩굴을 아래로 내렸다. [공자님, 이 덩굴을 타고 위로 올라오세요.] 약 백여 장에 달하는 덩굴은 군데군데 단단하게 얽매어져 있었다. 철한빙은 덩굴을 붙잡으며 그녀의 정성에 가슴이 찡하는 것을 느꼈다. [낭자, 소생이 염치 불구하고 부탁드릴 일이 있으니 이곳으로 내려 오시겠소?] 반미량은 재빨리 대답했다. [알겠어요. 잠시만 기다리세요. 덩구릉�ª� 묶어 놓고 내려가겠어요.] 그녀의 모습이 잠깐 사라졌다가 이내 나타났다. 이어 덩굴을 타고 미끄러지듯이 철한빙의 면전에 내려섰다. [낭자!] 철한빙은 살며시 반미량의 손을 잡았다. 그의 눈은 부드럽기가 한이 없었다. 반미량은 손을 잡히자 움찔하는 듯 했으나 곧 침착하게 말했다. [공자님, 속히 이곳을 벗어나야만 해요.] 철한빙은 그녀의 손을 굳게 잡은 채 짤막하게 입을 열었다. [낭자, 알고 있소.] 그리고는 조금 전에 목합을 끌어올려다가 실패한 일을 설명했다. [그러니 낭자께서 공력을 이용해서 목합을 끌어올려 주시오.] 반미량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소녀의 능력으로 할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힘껏 해보겠어요.] 철한빙은 곧 혈비검을 그녀에게 넘겨주었다. [낭자, 정말 고맙소.] 반미량은 그를 향해 환하게 미소를 지어보였다. 이어서 두 팔에 공력을 주입시켜 목합을 향해 홱 뿌리쳤다. 순간 혈비검은 전광석화와같은 기세로 목합을 찍어갔다. 때를 같이하여 수많은 맹독들이 혈비검을 물어갔다. 반미량은 예상을 하고 있었다는 듯이 재빨리 손바닥을 뒤집었다. 그러자 혈비검은 옆으로 비켜서며 곧장 목합을 찔러갔다. 혈비검이 맹독들의 여세를 피해 목합에 거의 당도하려는 순간, 갑자기 십여 장에 달하는 커다란 구렁이가 번개같이 꼬리를 휘둘러 혈비검을 쳐 가는 것이아닌가? [앗!] 반미량은 전혀 예상치 못했던 구렁이의 돌박적인 행동에 소스라치게 놀랐다. 때를 같이하여 철한빙의 다급한 음성이 들려왔다. [낭자, 속히 풍차급전의 숩버으로 검을 뒤로 퉁신 뒤 한 바퀴 돌려 목합을 찍으 시오.] 반미량은 그의 말대로 번개같이 신속한 동작으로 풍차급전을 전개했다. 그러자 혈비검은 뒤로 급격히 퉁겨져 구렁이의 꼬리를 피했다. 그리고는 한바퀴 허공을 맴돈 뒤 목합을 여지없이 찍어버렸다. 탁! 혈비검이 목합에 박히자 철한빙의 재빠른 음성이 또 다시 들려왔다. [금륭회수의 수법을 십이성의 공력으로 펼치시오.] 순간 목합은 혈비검에 매달려 빛살같이 빠르게 반미량의 수중으로 빨려들어가 버 렸다. 철한빙과 반미량은 동시에 길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반미량은 혈비검을 풀어 목합과 함께 건네주었다. [공자, 받으세요.] 철한빙은 혈비검을 받아 쥐었다. [목합은 낭자께서 얻으셨으니 낭자가 열어보시오.] 반미량은 급히 사양했다. [아니예요. 소녀는 공자님의 본부에만 따랐을 뿐이에요. 그러니 공자님께서 열어 보세요.] 철한빙은 두어번 사양했으나 반미량은 연신 고개를 저으며 목합을 억지로 건네주 었다. 철한빙은 할 수 없이 목합을 받아 들고 자세히 훑어보았다. 목합의 겉은 새까만 나무로 평범하기 그지 없어쓰며 뚜껑에는 섬이 하나 그러져 있었다. [낭자, 소새오가 같이 무엇이 들었는지 열보 보도록 합시다.] 반미량은 미소와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철한빙은 조심스럽게 목합의 뚜껑을 열었다. 그러는 한편 만일을 대비해서 집어던질 자세를 취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뚜껑은 천천히 젓혀졌다. 그러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두 사람이 급히 안을 들여다 보니 손바닥 두 개를 합한 크기만한 오래된 양피지 가 들어있었다. 철한빙은 조금 실망하며 양피지를 꺼내 들었다. 다음 순간, [아!] 읽기(번호) 쓰기(W) 목록열람(DIR,L,LL) 다음메세지(N) 앞메세지(P) 도움말(H) 등록자검색(FROM) 제목검색(SUBJ) 답장(R) 삭제(DEL) 기타(Z) 선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