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호:228/234 등록자:HYUN9876 등록일시:97/04/21 01:24 길이:475줄 제 목 : [사마달] 불세마왕경 제 50장 불세마왕경 저자: 사마달 출판사: 대현출판사 제 50장 불사비도를 얻다 철한빙은 양피지에 시선이 머무는 순간 전신을 부르르 떨었다. [이..이것은.. 이것은...] 그의 음성이 심하게 떨려나오고 있었다. 반미량도 양피지를 들여다보고 역시 약간 들뜬 음성으로 말했다. [공자님, 소녀는 언젠가 궁주에게 불사비도가 있다는 말을 들었는데 혹시 이것이 아닐까요?] 철한빙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것 같소. 여기 한 구의 시조만 보더라도 삼척동자도 알아볼 것이오.] 양피지에는 아름다운 풍수도가 그려져 있었다. 마치 금방 넘칠 듯한 바닷물 한가운데에 조그만 섬이 그려져 있었다. 또한 그 섬은 반즘은 구름에 가려져 있었으며 마치 환상을 불어 넣은 듯햇다. 굽이치는 물결 밑에는 붉디 붉은 물고기가 한가롭게 노닐고 있었다. 거기에다 뽀얀 연긴인지 안개인지 모를 운무 속에는 눈이 부실 정도의 백조.... 그밑에는 금빛 글씨로 다음과 같은 시가 적혀 있었다. 푸른 하늘 아득한 물에 떠 있는데 구름에 잠신 섬 여래산인줄 알았네, 물결 밑에 붉은 고기 떠다니고 연기 속엔 흰 새 날아오네. 이 시는 바로 백 년 전 천태산에서 중추절 삼경에 들려오던 귀령곡이 아닌가? 철한빙은 너무도 뜻밖의 기연에 기쁨마저 잃어버렸다. 광불화엄진경! 철한빙의 마성을 없앨 수 있는 불세신협의 무공비급을 찾을수 있는 천하의 비도, (아... 이것이 전설로만 전해져 내려오는 불사비도라니 정말믿어지지 않는구나.) 대체 불사비도가 어찌해서 백잠주의 배 속에 들어 있엇단 말인가? 지난날 춘묘궁이세워지기 전에 절벽 위에서 불사비도 때문에 일대 혈전이 벌어졌 었다. 천검마성이라는 절세마두가 목합을 얻었는데 그와 의형제를 맺었던 세명의 아우 가 그 사실을 알고 말았다. 아니, 천검마성은 별호와는 달리 온화한 성품의 소유자이었기에 아우들에게 목합을 보 여 주었던 것이다. 세 명의 아우들은 탐욕스러운 마음을 품고 있었으나 저마다 내색을 하지 않았다. 그들은 어느 날 화월산으로 유람을 가게 되었다. 그들 중 나이가 제일 어린 막내가 어느 절벽가에 도착하자 술잔을 나누자고 체의 했다. 세 사람은 그의 말에 찬성을 한 뒤 술을 마셨다. 그러나 술에는 극독이 들어 있었다. 무형무독에 중독된 그들 중 내공이 비교적 약한 두 사람은 그 자리에서 즉사했 다. 천검마성은 심후한 내공탓으로 간신히 목숨을 부지했으나 막내를 향해 인면수심 의 더러운 놈이라고 욕설을 퍼부은 후 스스로 절벽으로 몸을 날려 자결을 하고 말았다. 그는 뜻밖에도 천검마성이 불사비도와 함께 절벽 밑으로 몸을 날려 자살을 하자 노화가 치밀었다. 그는 사실 오늘과 같은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오래전부터 계략을 세웠었다. 그런데 막상 불사비로를 얻지 못하게 되자 억울하기 이를데 없었다. 그느느 천검마성이 몸을 던진 절벽밑을 향해 입에 담지도 못할 욕설을 퍼부운 후 그곳에서 떠났다. 천검마성은 철한빙이 걸렸던 거미줄에 걸려 백잠주에게 통채로 멱혀 비참한 최후 를 마쳤던 것이다. 이러한 연유로 불사비도는 백잠주의 뱃속에 들어가게 되엇던 것이다. 그것이 오십 년 전의 일이었다. [낭자, 이것을 받으시오. 불사비도는 낭자의 것이나 다름없소.] 반미량은 당황함과 함께 수줍은 듯이 말했다. [공자님께서는 소녀를 궁주와 같은 나쁜 여인으로 밖에 여기지 않으시는 모양이 군요.] 그녀의 안색은 점차 싸늘하게 굳어졌다. 철한빙은 그녀가 이같은 말을 할 줄은 상상도 못했는지라 크게 당황하고 말았다. [낭자, 그게 무슨 말씀이오? 어찌 진주를 하찮은 돌맹이에 견줄 수 있겠소?] 그러자 반미량이 단호하게 입을 열었다. [공자님께서는 소녀를 너무 과찬하시는군요.] 그리고 천천히 말했다. [소녀는 하찮은 물건을 탐내는 무분별한 여인이 아니예요. 그러니 공자님께서는 어서 목합을 거두어 주세요.] 철한빙은 할 말을 잃었다. 그저 그녀의 한떨기 모란꽃과 같은 순박한 모습을 물그러미 쳐다볼 뿐이었다. 반미량은 급히 입술을 떼었다. [공자님, 속히 이곳을 벗어나야해요. 궁주가 소녀가 없어졌다는 것을 알면 필시 혈비검도 없어졌다는 것을 눈치채고 말고예요. 그러기 전에 어서 화월산을 벗어 나야만 해요.] 철한빙은 재빨리 목합과 혈비검을 품 속에 집어넣었다. [공자님, 먼저 올라가세요. 소녀는 뒤에 올라가겠어요.] 그녀는 자신이 앞에 올라간다면 철한빙이 뒤따라 올라오다 떨어질까봐 걱정이 되 었다. 이에 그가 면저 올라가라고 한 것이다. 철한빙이 어찌 그녀의 의도를 모르겠는가! 그는 반미량의 섬섬옥수를 덥석 움켜쥐었다. 두 사람은 말없이 서로의 눈만을 응시했다. 반미량은 천천히 손을 빼며 속삭이듯이 말했다. [공자님, 어서 서두르셔야 해요.] 철한빙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 뒤 넝쿨을 타고 오르기 시작했다. [조심하세요.] 그녀는 마치 철한빙을 어린아이 보듯이 했다. 철한빙은 조심스럽게 넝쿨을 잡고 올라가며 또 한 번 반미량의 세심함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넝쿨은 발을 딛고 올라가기 좋게 한 자 반마다 매듭이 지어져 있었다. 백여 장 밖에 되지 않는 높이였으나 그렇게 힘이 들수가 없었다. 반미량은 그가 무사히 동굴에 도착한 것을 보고서야 천천히 넝쿨을 타기 시작했 다. 신법을 전개하여 넝쿨을 탈수도 있었으나 철한빙의 마음이 상할까봐 평범하게 올 라갔다. 철한빙은 돌연 그녀가 더없이 사랑스럽다는 것을 느꼈다. 그는 그윽하면서도 사랑이 담긴 시선으로 넝쿨을 타는 반미량을 응시하였다. 잠시 후, 그녀는 철한빙의 옆에 올라섰다. [공자님, 혈비검을 꺼내세요. 통로는 지척을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어두워요.] 철한빙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그녀가 하라는데로 어김없이 행동했다. 품 속에서 혈비검을 꺼내 그녀에게 넘겨주었다. [낭자, 이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할지 모르겠소.] 반미량은 혈비검을 받아 쥐며 살며시 고개를 숙였다. [은혜라니요? 공자님께서 소녀를 시비라고 부르시지 않은 것만으로도 더없이 고 마워요.] 철한빙은 그녀의 다소곳한 모습이 한없이 사랑스러웠다. 그는 반미량의 동그스름한 어깨를 살포시 감싸안았다. 순간 그녀의 몸이 가볍게 떨렸다. 하나, 반미량은 평범한 여인이 아니었다. 그녀는 사뿐히 한 걸음 물러서며 그의 손길을 뿌리쳤다. [공자님, 소녀가 앞장을 설테니 손을 잡으세요.] 하며 백옥같이 매끄러운 왼손을 살며시 뻗었다. 철한비은 얼굴을 붉히며 마주 손을 잡았다. 두 사람은 동시에 짜릿한 감정을 느꼈다. 반미량이 급히 입을 열었다. [고자님, 조심해서 소녀를 따라오세요.] 그녀는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안으로 들어갈수록 점차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혈비검 덕분에 어렵지 않게 걸음을 옮길 수가 있었다. 뜨거운 찬 한잔 마실 시간이 지나자 끝이 보이지 않는 계단이 나타났다. 그들은 계단을 밟고 천천히 올라갔다. 다시 향 한 자루가 탈 시간이 지나서야 출구에 당도할 수가 있었다. [공자님, 이제 다 왔어요. 이곳이 비밀통로의 끝이에요.] 그녀가 말을 끝내며 고목의 껍질을 드러내려고 했을 때였다. [빌어먹을 계집! 그년이 평소에는 얌전한척 하더니 궁주님의 검을 갖고 도망을 칠 줄 누가 알았어야지. 한데 돼체 어디로 갔는지 알아야 찾을 수가 있지.] [그러게 말이에요, 언니, 우리 저쪽으로 가봐요. 혹시 그곳에 숨어 있을지도 모 르니.] 철한빙과 반미량은 대경실색을 하고 말았다. 반미량은 급히 손을 움츠리며 당황한 듯이 속삭였다. [큰일 났어요. 궁주는 소녀가 검을 가지고 없어졌는 것을 눈치챘어요.] 철한비은 전신의 맥이 쭉 빠지는 것을 느꼈다. [낭자, 소생 때문에 크나큰 난관에 봉착하게 되었구려.] 반미량은 이내 침착하게 말했다. [마음에 두실 것 없어요. 어차피 소녀도 이곳을 빠져나가려고 했으니까요.] 그러는 한편 재빨리 생각에 잠겨 들었다. [궁주는 내가 아직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했다는 것을 곧 알아낼 것이다. 그렇게 되면 구석구석을 샅샅이 뒤질 것이 뻔한 일, 지금 나와 이분은 아무것도 먹을 것 이 없다. 하루 이틀은 억지로 견딜 수 있다만 공력을 운용하지 못하는 이분은 며 칠을 견디지 못할것이다.] 철한빙은 가슴이 미어지는 것 같았다. 자신이 아니었다면 그녀는 이토록 곤경에 빠지지않았을 것이 아닌가! 그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낭자, 소생은 걱정말고 묘춘선고에게 검을 돌려주고 용서를 빌어 보시오.] 순간 반미량은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공자님게서는 그녀에게 당해서 이렇게 패인이 되셨는데도 아직 그녀의 인간됨을 파악하지 못하셨나요?] 이어 또박또박 말했다. [궁주가 소녀를 용서해 준다고 해도 공자님을 남겨두고 갈 수는 없어요. 또한 이 제는 돌아가고 싶지도 않아요.] 철한빙은 목이 메어지는 것 같았다. [낭자!] 그는 반미량을 와락 끌어안고 말았다. 그녀는 순간적으로 깜짝 놀라는 듯 했으나 이내 두 눈을 사르르 감아 버렸다. 반미량의 기다란 속눈썹 사이로 두 줄기 투명한 액체가 흘러나왔다. 그년느 철한빙이 처음 이곳에 잡혀 왔을 때부터 사랑의 감정이 싹텄다. 그러나 워낙 내성적인 그녀는 철한빙과 자주 접하면서도 시비의 신분임을 남몰래 눈물을 삼켜야했다. 철한빙은 검빛에 비친 그녀의 눈물을 발견했다. 우수에 젖은 듯 이슬을 머금은 백옥같이 투명한 액체, 철한빙은 천천히 고개를 숙여 맑고 투명한 액체에 입수을 갖다대었다. 순간 반미량의 전신이 가늘게 떨렸다. 철한빙은 서서히 입술을 알래로 옮겨 그녀의 앵두같은 입술을 더듬었다. [으음...] 급기야 반미량의 입에서 신음성이 터져나왔다. 또한 온몸을 사시나무 떨듯했다. 철한빙은 결코 일시적인 욕정에서 그녀의 입술을 탐한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가슴에서부터 우러나오는 뜨거운 사랑의 발로였던 것이다. 뜨거운 입맞춤은 한 동안 계속되었다. 갑자기, 쨍그랑! 반미량의 손에 들렸던 혈비검이 잔돌 위로 떨어지며 맑은 금속성을 냈다. [앗!] 순간 두사람은 황급히 서로를 밀어냈다. 그들은 동시에 고개를 푹 수그리고 말았다. 철한빙은 몹시 당황하여 안절부절 못했다. [나...낭자, 소생의 무..무례함을 용서하시오. 그러나 결코 무례한 마음을 먹고 한 짓은 아니었소.] 반미량은 고개를 들지 못하고 기어들어가는 듯한 음성으로 말했다. [소녀도 알고 있어요. 모두가 소녀의 자재력이 부족한 탓이예요.] 철한빙은 그녀의 세상을 포용할 듯한 너그러움에 살며시 허리를 감싸안았다. [낭자, 소생이 이곳으 벗어난다면 그대를 영원히 곁에 머물게 할것이오. 이것은 결코 낭자가 소생을 구해주어서만은 아니오. 또한 일시적인 충동으로 책임없는 망언은 더욱 아니오.] 순간 반미량은 왈칵 눈물을 쏟으며 그의 품에 머리를 묻었다. [흐흐흑.. 공자님, 소녀는 지금 죽어도 아무런 여한이 없어요.] 철한빙은 그녀의 등을 가볍게 어루만지며 토닥거려 주었다. [낭자, 울음을 그치시오. 어찌 어린아이처럼 눈물을 보이는 것이오.] 반미량은 손으로 눈물을 훔치며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 철한빙은 그녀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춰주었다. [공자님, 소녀는 공자님을 모시고 싶어도 모실 수가 없어요.] 그녀의 꽃같은 얼굴에 처절한 미소가 얼룩져 있었다. 철한빙은 급히 물었다. [낭자, 그게 무슨 말이오?] [소녀는... 소녀는.. 흐흐흑....] 철한빙은 정신이 아찔해지는 것 같았다. 그는 반미량이 이미 순결을 잃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는 이런 것을 따지고 싶지 않았다. [낭자, 소생은 그대가 어떻든 간에 버리지 않을 것을 맹세하오.] 순간 반미량의 두 눈이 샛별같이 빛났다. 다음 순간 천천히 고개를 가로 저었다. [그럴 수는 없어요. 소년느 천애고아의 몸이며 천하에서 제일 더러운 곳에 몸을 담았던 계집이에요. 비록 깨끗한 몸을 지니고 잇다고는 하나 이미 온몸에는 더러 운 냄새로 가득차 있어요.] 철한빙은 그녀가 순결을 잃지 않았다는 말에 저으기 감탄했다. [낭자, 더러운 곳에 있다고 해서 더럽혀진다면 세상에 그 누가 더럽지 않다고 자 부할 사람이 있겠소? 낭자의 말대로라면 소생이야말로 천하에 얼굴을 들고...] 그의 말은 반미량의 섬섬옥수에 의해 막혀지고 말았다. 그녀의 눈빛은 성녀의 눈빛이요 천사의 축복같았다. 이때 밖에서는 여인들의 음성으로 귀가 따가울 지경이었다. 반미량은 살며시 그의 품 속을 빠져나오며 차분하게 말했다. [공자님...] 철한빙은 급히 그녀의 말을 제지시켰다. [낭자, 소생의 이름은 철한빙이오.] 그러자 반미량은 의혹에 젖은 눈빛을 발했다. [아니! 공자님은 소녀에게 설한몽이라고 했는데...] 철한빙은 쑥스럽게 웃었다. [그것은 소생의 본명이 아니었소.] 반미량은 그제서야 고개를 끄덕였다. 곧이어 다시 입을 열려고 하다가 주춤하고 말았다. 철한빙은 재빨리 그녀의 눈치를 알아차렸다. [허허헛.. 소생이 낭자보다 한 두 살 많은 듯하니 오빠라고 부르는 것이 어떻겠 소?] 순간 그녀의 눈빛이 기쁨에 빛났다. 그러나 주저주저하며 입을 열지 못했다. 철한빙은 빙그레 미소를 지으며 속삭이듯이 말했다. [미매, 어서 불러 보시오.] 반미량은 그가 미매라고 부르자 눈물을 쏟으며 또 다시 그의 품 속에 얼굴을 묻 었다. [오...오빠, 정말 고마워요.] 철한빙은 그녀의 부드러운 머리결을 쓰다듬으며 다정하게 말했다. [미매, 나도 천애고아요. 그러니 우리 한몸같이 의지하며 지내도록 합시다.] [흐흐흑...] 두 사람은 서로를 얼싸안은 채 한참을 그대로 서 있었다. 잠시 후, 반미량은 그의 품에서 떨어지며 혈비검을 줏어들었다. [오빠, 춘묘궁의 여인들이 사라질 때까지만 지루하시더라도 참으셔야 해요.] 철한빙은 미소와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철한빙이 미소를 짓자 심신이 격탕되는 것을 느꼈다. 너무도 아름다운 미소, 이때였다. 갑자기 그들이 숨어 있는 곳을 가볍게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는 것이 아닌가! 두 사람은 대경실색을 하며 급히 숨을 죽였다. 통통! 통통! 열심히 두드리던 소리가 급기야 둔탁한 소리로 변했다. 퉁퉁퉁... 두 사람은 심장이 목구멍을 타고 넘어올 정도로 놀라고 말았다. 때를 같이하여 꾀꼬리같은 음성이 들려왔다. [애들아! 이곳이 이상하다. 어서 이리들 오너라.] 음성의 주인공은 다름아닌 묘춘선고였다. 순간 철한빙의 두 눈에서 무시무시한 살광이 쏘아 나왔다. 그는 급히 비밀통로의 입구를 박차고 밖으로 뛰쳐나가려고 했다. 반미량은 소스라치며 황급히 그의 소매를 잡았다. 이어 귓가에 입을 갖다대고 나직이 속삭였다. [오빠, 일시적인 충동을 억누르지 못한다면 큰일을 도모할 수가 없는 법이에요. 그러니 지금은 참으셔야해요.] 밖으로부터 호각소리와 급촉한 발걸음 소리가 사방에서 들려왔다. 다급해진 반미량은 재빨리 철한빙으이 팔을 이끌고 다시 안으로 들어갔다. 때를 같이하여 통로가 열리는 소리와 함께 한 줄기 햇살이 스며들어왔다. [얘들아, 반가 계집은 틀림없이 이곳에 숨어 있을 것이다. 몇 명만 본 궁주를 따 라들어오고 나머지는 밖을 지켜라.] 묘춘선고의 음성이 마치 죽음을 부르듯이 들려왔다. 반미량은 더할 수 없는 신속한 동작으로 혈비검을 철한빙의 품 속에 집어 넣었 다. 그러자 대낮같이 밝던 통로가 지척도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어두워졌다. 반미량은 급히 철한빙을 이끌고 발자국 소리를 죽이며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동시에 입구로부터 서너 개의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 반미량은 너무 다급한 나머지 미칠 것만 같았다. [흥! 네년이 발자국 소리를 죽이면 본 궁주가 모를 줄 아느냐? 그런데 또 다른 발자국 소리는 누구의 것이냐? 네년은 겉으로는 얌전한 척 하더니 알고보니 사내 놈을 꼬여 이곳에 숨어서 달콤한 재미를 보고 있었구나.] 묘춘선고는 철한빙의 양기를 흡수하여 백 장 이내에서 낙엽 떨어지는 소리도 들 을 수 잇을 정도로 청각이 발달 되어 있었다. 철한빙과 반미량은 대경실색을 했다. 반미량은 재빨리 철한빙을 옆구리에끼며 다급하게 말했다. [오빠! 어서 소매를 꼭 붙잡으세요.] 그리고는 필생의 공력을 끌어 올려 신법을 전개했다. 그러자 뒤에서부터 묘춘선고의 자지러질 듯한 비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이때 철한빙은 머리가 땅으로 향해 있는 형편인지라 눈앞이 빙빙 돌 지경이었다. 반미량은 전신에 식은 땀을 흘리며 최고의 신법을 펼치고 있었다. (나는 죽어도 좋다. 그러나 오빠만은 무슨 일이 있어도 살려야한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그녀는 이를 악물며 신법을 전개했다. 그들은 기다란 계단을 지나 구부러진 통로로 들어섰다. 이제 조금만 더 간다면 그들이 올라온 통로 입구였다. 그녀는 급히 신형을 멈추며 안절부절을 금치 못했다. 진퇴양난------! 반미량이 당황해하고 있을 때였다. [미매, 속히 나를 내려주시오. 저곳이 조금 이상한 것 같소.] 반미량은 엉겁결에 그를 놓아주었다. 그러자 철한빙은 잽싸게 좌측 벽쪽으로 다가가는 것이었다. [미매, 빨리 이리 좀 와보시오. 이것은 무슨 기관장치인 듯 하오.] 반미량은 이 말에 신속하게 그쪽으로 몸을 날렸다. 철한빙이 가리킨 곳에는 얼핏 보아서는 전혀 눈에 띄지 않는 조그만 단추가 박혀 있었다. 어둠에 익숙해진 철한빙은 머리가 땅을 향하고 있었던터라 밑에 있는 단추를 발 견할 수가 있었던 것이다. 만약 일부러 쭈그리고 앉아 찾지 않는다면 백 년이 지나도 찾지 못할 은밀한 곳 에 장치되어 있었다. 반미량은 생각할 겨를도 없다는 듯이 급히 말했다. [오빠, 그것이 기관장치이던 아니던 한 번 눌러보세요.] 철한빙은 역시 사태의 위급함을 직감하고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단추를 꼭 눌렀 다. 찰나, 철한빙이 쪼그리고 앉아 있던 벽이 양쪽으로 소리없이 갈라지는 것이 아닌가! 두 사람은 동시에 기쁨과 경악에 찬 눈빛을 발했다. 철한빙이 급히 입을 열었다. [미매, 이곳이 지옥으로 가는 길이던 용담호혈이건 간에 우선 이곳으로 몸을 숨 기고 봅시다.] 반미량은 급히 고개를 끄덕인 뒤 재빨리 벌어진 벽틈으로 몸을 날렸다. 이때 멀지 않은 곳에서 옷자락 나부끼는 소리가 들려왔다. 철한빙은 다급함을 금치 못하며 번개같은 동작으로 벽틈으로 뛰어들었다. 순간 두 사람이 들어감과 동시에 양쪽으로 갈라졌던 벽이 소리없이 하나로 합쳐 졌다. 때를 같이하여 묘춘선고가 섬전과도 같은 신법으로 그곳에 도착했으나 아무것도 느끼지 못한 채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쳐 버리고 말았다. 한편 위기일발의 순간에 묘춘선고의 손에서 벗어난 두 사람은 길게 안도의 한숨 을 내쉬었다. 또한 다급한 김에 벽틈으로 들어오기는 했으나 아무런 일도 없자 너무 기쁜 나머 지 동시에 서로 와락 끌어안았다. [양매, 하늘이 도우셨소. 이같은 곳에 또다른 비밀통로가 있을 줄을 그 누가 알 았겠소!] 반미량은 안도의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일단은 궁주의 손에서 벗어났지만 지금부터가 문제예요.] 그녀의 말에 철한빙은 두 팔을 풀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번호:229/234 등록자:HYUN9876 등록일시:97/04/21 01:24 길이:402줄 제 목 : [사마달] 불세마왕경 제 51장 불세마왕경 저자: 사마달 출판사: 대현출판사 제 51장 천극일과 철한빙은 두 눈을 휘둥그렇게 치켜떴다. 그들이 서 있는 곳은 조그만 석실이었다. 마치 뇌옥을 연상케 하는 네모반듯한 모양에 으시시한 기운마저 풍겨주었다. 설식 밑에는 조그만 동혈이 뚫려져 있었다. 아마도 출구인 듯 싶었다. 철한빙은 급히 입을 열었다. [글쎄, 저곳은 출구인 듯 싶소. 어차피 밖으로는 나갈 수가 없으니 저곳으로 들 어가 봅시다.] 반미량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자, 내가 앞장을 설테니 양매는 뒤를 따르시오.] 반미량은 급히 말했다. [아니에요. 소매가 앞장을 서겠어요.] 그리고는 철한빙이 제지할 여유도 없이 재빨리 동혈로 들어갔다. 철한빙은 깜짝 놀랐다. [양매, 조심하시오. 혹시 다른 기관 장치가 있을지도 모르오.] 순간 반미량은 움질하며 몸을 멈추었다. 동혈은 먹물을 뿌려놓은 듯이 어둠에 물들어 있었다. [오빠, 혈비검을 소매에게 주세요.] 철한빙은 재빨리 검을 넘겨주었다. 그녀는 검을 받아 동혈 안을 비춰보았다. 동혈은 두 사람이 간신히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걸을 수 있을 정도로 협소하기 짝 이 없었다. 또한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길게 뻗어있었다. [오빠 말씀데로 이곳이 출구인 듯 �돗슭楮�.] 철한빙은 신속한 동작으로 그녀의 옆에 다가섰다. [양매, 운명은 하늘에 맡기고 앞으로 나가 봅시다.] 두 사람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지극히 느린 속도로 걸음을 옮겼다. 동혈은 갈수록 좁아져 그들은 허리를 굽히고 걸어야만 했다. 뜨거운 차 한 잔 마실 시간이 지나자 두 사람은 무릎으로 걸어야 하는 곤욕을 치 루었다. 그들은 돌아가고 싶었으나 마음 뿐이었다. 급기야 동혈은 한 사람의 몸이 간신히 지나갈 수 있을 정도로 좁아지고 말았다. 손과 무릎으로 기다시피 해야만 했다. 반미량은 앞장을 서서 혈비검을 입에다 물고 앞을 살폈다. 철한빙은 그녀의 뒤를 바짝 따르며 어색하기 짝이 없었다. 혈비검의 광채는 그녀의 몸에 가려져 철한빙은 깜깜한 암흑을 해채야 했다. 그러나 가끔가다 반미량이 몸을 옆으로 움직일 때마다 검빛이 스며들어왔다. 철한빙은 그 순간에도 어김없이 얼굴을 붉혀야만 했다. 반미량의 펑펍짐한 둔부가 바로 코앞에 있기 때문이다. 그녀의 몸에서 풍겨 나오는 그윽한 향기 또한 숨을 막히게 하였다. 두 사람은 열심히 손발을 놀려 앞을 향해 기어갔다. 철한빙은 답답함을 금치 못하며 급히 입을 열었다. [양매, 출구가 보이지 않소?] 반미량의 옥음이 들려왔다. [아직 보이지 않아요. 하지만 곧 당도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들은 또 다시 약 한 시진 정도를 기었으나 출구는 보이지 않았다. [양패, 혹시 이 동혈은 막다른 길이라고 생각해 보지 않았소?] [앞으로부터 미미한 바람이 불어오는 것으로 보아 틀림없이 출구는 있어요.] 그녀가 말을 할 때는 손발을 멈추고 혈비검을 입에서 떼어야만 했다. 그럴 때마다 철한빙은 그녀의 물오른 펑퍼짐한 둔부에 얼굴이 살짝살짝 맞부딪쳤 다. 철한빙은 이에 크게 다오항하며 더 이상 입을 열지 않았다. 이때였다. 갑자기 그들이 들어온 입구로부터 묘춘선고의 냉랭한 음성이 들려오는 것이 아닌 가? 두 사람은 하늘이 노래지는 것을 느꼈다. 묘춘선고가 도대체 어떻게 기관장치를 찾아냈을까? 하기야 철한빙 들도 찾아냈으니 그녀라고 찾지 말라는 법은 없었다. 또 다시 싸이는 어둠의 정적, 때를 같이하여 묘춘선고의 살기어린 음성이 들려왔다. [반가 계집은 틀림없이 이 동혈로 들어 갔을 것이다. 이곳에 있는 발자국으로 보 아 아직도 사내놈과 같이 있는 것이 분명하다.] 이어 제자에게 동혈로 들어가라는 명령을 내렸다. 반미량은 대경실색을 하며 다급하게 속삭였다. [오빠, 소매의 옷자락을 꼭 잡으세요. 지금부터는 지척을 분간할 수 없으니 무작 정 앞으로만 나가야해요.] 그리고는 재빨리 손과 발을 놀렸다. 그러자 처음보다는 두 배나 빨리 전진할 수가 있었다. 뒤에서는 흙 �＜궐榻� 소리와 거치는 숨소리가 계속 쫓아오고 있었다. 반미량과 철한빙은 전신이 땀으로 범벅이 된 채 지친 몸을 이끌고 사력을 다해 전진했다. 만약 서로를 의지하는 마음이 없었다면 그들은 벌써 기진맥진하여 쓰러지고 말았 을 것이다. 급기야 뒤에서부터 화섭자를 들은 청의여인이 나타났다. 철한빙은 불빛을 의식하며 급히 말했다. [양매, 춘묘궁의 요녀들이 코앞에까지 쫓아왔소. 속도를 빨리하시오.] 순간 반미량은 사력을 다해 손발을 움직였다. 철한빙과 반미량의 손바닥과 무릎은 땅바닥에 긁혀 검붉은 피를 흘려냈다. 그러나 그들은 전혀 의식하지 못하고 필사적으로 몸을 움직였다. 이때 뒤에서부터 지저분한 말소리가 들려왔다. [흥! 사내 녀석의 엉덩이가 보이는 것으로 보아 반가 계집년은 앞에 있는 것같 군. 호호호.. 어디 얼마다 더 도망가나 두고 보아야겠다.] 두 사람은 이 말을 듣고 분노와 함께 다급함을 금치 못했다. 돌연, [오빠, 출구가 보여요. 빛이 보여요.] 반미량의 기쁨에 들뜬 목소리가 철한빙의 귓전을 맴돌았다. [양매, 그게 정말이오?] 철한빙 역시 크게 기뻐하며 급히 물었다. [예, 밝은 빛이 들어오는 것으로 보아 출구가 틀림 없어요.] 그들의 속도는 더욱 빨라졌다. 뒤에 쫓고 있던 청의여인 또한 다급하게 악을 썼다. [더러운 년놈들아! 게 섰지 못하겠느냐?] 반미량과 철한빙은 급기야 입구와 삼 척 정도를 남겨 놓았다. 반미량은 따가운 햇살에 눈을 뜨지 못하고 질끈 가믄채 번개같이 출구를 빠져나 갔다. [오빠, 이젠 살았....] 순간 그녀는 도중에서 말을 하다 말고 혼비백산하고 말았다. 출구를 막 빠져나온 그녀의 두 손이 허공을 짚은 것이다. [앗!] 그녀의 입에서 경악에 찬 음성이 채 나오기도 전에 급격히 밑으로 떨어지고 말았 다. 반미량이 막 밑으로 떨어지자 철한빙은 소스라치게 놀라며 급히 출구로 나갔다. [양매!] 그러나 그도 역시 허공을 짚으며 밑으로 쏜살같이 떨어지고 말았다. [아..아...악!] 광활한 창공을 헤치며 두 마디의 처절한 비명이 길게 울려퍼졌다. 출구는 온통 구름에 뒤덮인 천길만길의 절벽에 조그맣게 뚫려져 있었던 것이다. 그것도 모르고 그들은 출구를 찾은 기쁨에 앞 뒤 가리지 않고 무작정 나오다가 천야만야의 밑으로 떨어지고 만 것이다. 뒤따라 오던 청의여인은 출구에서 빠끔히 고개를 내밀어 밑을 바라보고는 의시시 몸을 떨었다. 그러나 이내 뒷걸음질로 입구 쪽을 향하며 나직이 웃었다. [호호호.. 년놈들이 정말 허공을 나는 기분에 싸여 황천으로 가게 생겼군.] 음탕하면서도 잔인한 말이었다. 그녀의 몸은 순식간에 출구에서 사라져 버렸다. 그녀가 사라지고 얼마 후, 청벙! 처엄벙... 들릴 듯 말 듯한 미약하기 짝이 없는 소리가 절벽을 타고 은은히 들려왔다. 쏴아! 쏴아아... 망망대해 저 편에 조그만 섬이 시야에 들어왔다. 섬 전체가 반쯤은 구름에 잠겨져 있어 마치 환상의 섬을 보는 듯했다. 철석! 처얼썩-----! 푸른 물결이 심술�５별� 파도를 일으킬 때면 여지없이 섬을 후려치곤 했다. 이때, 파도에 밀려 한 조각 일엽편주처럼 하나의 물체가 섬을 향해 떠오르고 있었다. 아니, 하나가 아니었다. 십여 장 뒤에는 또 다른 물체가 따라오고 있었다. 쏴아-----! 파도가 밀려옴에 따라 처음의 물체는 섬의 해변에 당도했다. 잇달아 뒤의 물체가 처음의 물체와 칠 팔 장 간격으로 떨어져 당도하였다. 두 물체는 해변에 당도 했음에도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얼마가 지났을까? 갑자기 처음의 물체가 조금씩 꿈틀거렸다. 그리고는 나직한 신음을 발해냈다. [으으음!] 아! 두개의 물체는 사람이었다. 일남 일녀, 지금 막 깨어난 사람은 청순한 용모의 여인으로 아름답기 짝이 없었다. 그녀는 천천히 눈을 뜨며 한동안 정신을 차리려는 듯했다. 이어 서서히 몸을 일으켰다. 전신에는 심한 고통이 엄습해 오는 듯 가볍게 아미를 찌푸렸다. [아.. 내가 살아 있었구나. 한데 이곳은 어디며 오빠는 어떻게 됐을까?] 그녀는 나직이 중얼거리며 주위를 둘러보는 순간, 남자의 몸에 시선이 닿았다. [오빠!] 그녀는 기쁨에 들뜬 목소리로 그를 부르며 황급히 뛰어갔다. 대체 이들은 누구란 말인가? 바로 천야만야한 절벽 밑으로 떨어져 생사불명이 되었던 철한빙과 반미량이었다. 반미량은 의식을 잃은 그를 몇번 흔들어 보았으나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급히 추궁과혈수법으로 그의 전신을 주물렀다. 잠시 후, [으음..] 철한빙은 천천히 의식을 회복했다. 반미량은 그가 정신을 차리자 몹시 기뻐하며 들뜬 목소리로 불렀다. [오빠, 정신이 드세요?] 철한빙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양매, 이곳이 어디오?] [소매도 잘모르겠어요. 어쨌든 구사일생으로 묘춘선고의 손아귀에서 빠져나왔어 요.] 철한빙은 잠시 심호흡을 한 뒤 몸을 세우며 주위를 살폈다. 그는 겨우 오백 장 벙도 밖에 되지 않는 섬의 크기에 막막함을 금치 못했다. (이건 도무지 섬인지 아니면 거대한 암초인지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큰 섬이구 나. 구사일생으로 살아나긴 했지만 또 어떻게 이곳을 벗어난다?) 그들은 한 식경이 흐르자 심한 허기를 느꼈다. 반미량은 급히 입을 열었다. [오빠, 잠깐만 기다리세요. 소매가 섬 주위를 둘러보고 먹을 것이 있나 찾아보겠 어요.] 그녀는 말을 끝냄과 동시에 재빨리 신형을 날렸다. 그런 반미량은 섬 전체를 뒤졌으나 보이는 것은 온통 기암괴석뿐이었다. 그녀는 힘없이 제자리로 돌아오고 말았다. [이 섬에는 먹을 것이라고는 하나도 없어요. 또한 나무조차 없어 이곳을 벗어나 지도 못하겠어요.] 철한빙은 이미 짐작하고 있었다는 듯이 차분하게 말했다. [할 수 없소. 천우를 바라고 지나가는 배를 기다리는 수밖에.] 그들은 깊은 실의에 잠겼다. 허기는 점차 심해져 염치없이 꼬르륵 하는 소리가 저절로 울려나왔다. 순간 반미량이 손뼉을 탁 쳤다. [아! 왜 그걸 생각지 못했을까!] 이어 급히 바닷가로 다가가 바닷물 속을 들여다 보았다. 다음 순간 그녀의 눈알이 묘하게 변했다. [오빠, 이 섬은 이상하기 짝이 없어요. 상식적으로 섬 주변에는 많은 물고기들이 몰려드는 법인데 전혀 물고기가 보이지 않아요.] 철한빙은 그녀의 곁으로 다가서며 바닷물을 응시했다. 희안하게도 물고기가 전혀 눈에 띄지 않았다. 두 사람은 동시에 털썩 주저앉아 버렸다. 이때 철한빙은 급히 생각을 굴리고 있었다. (정말 이상한 섬이다. 또한 어디선가 본 듯 하기도 하다 하지만 바다라고는 이번 이 처음이니 이같은 섬을 보았을리는 만무하고...) [아앗!] 그는 오른 손에 심한 통증을 느끼며 벌떡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는 급히 손을 바라보았다. 이어서 아픔이 씻은 듯이 사라지며 오히려 두 눈에서 빛을 발했다. 그의 오른 손에는 커다란 붉은 게가 엄지손가락을 물고 있었다. 철한빙은 재빨리 게의 깁게를 벌려 손에서 떼어내며 반미량을 바라보았다. [양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는 말을 이제야 실감하겠구려.] 반미량은 배시시 웃으며 천천히 쪼그리고 앉았다. 그녀는 혈비검을 꺼내 모래가 숭숭 뚤어진 곳을 파기 시작했다. 그러자 구멍마다 커다란 게들이 얌전하게 들어 있었다. 두 사람은 크게 기뻐하며 연이어 대여섯 마리의 게를 잡았다. [양매, 이제 허기를 면할 수 있을 것 같소.] 그러나 그들은 곧 난처한 기색을 띄었다. 개를 조리할 불이 없지 않은가! 두 사람은 어쩔 수 없이 날 것을 먹을 수밖에 없었다. 반미량은 낯을 찌으길며 먹기를 거부했으나 철한빙이 맛있게 먹자 군침을 삼켰 다. 철한빙은 역시 비릿한 내음에 속이 울렁거렸으나 반미량에게 맛있게 보이려고 짐 짓 입맛까지 다셨다. 그는 반미량을 위하여 마음에서 이같은 행동을 취했던 것이다. 급기야 그녀도 게를 먹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구역질이 날 정도로 역겨웠으나 점차 날것에 대한 맛을 느끼게 되었다. 그들이 이곳에 머문지도 이레가 지났다. 두 사람은 점차 야인으로 변해갔다. 어느 날이었다. 반미량이 바닷가에 앉아 멍하니 바닷물을 응시하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섬 밑바닥에서 한 마리 핏빛같이 붉은 물고기가 천천히 헤엄쳐 나오는 것 이 아닌가? 크기느 줄잡아 삼 척 정도는 됨직한 커다란 물고기였다. 반미량은 크게 기뻐하며 급히 공력으 끌어올려 지풍을 날리려고 했다. 다음 순간, 그녀의 눈빛이 경악에 가득 젖기 시작했다. 그녀는 급히 철한빙을 향해 말했다. [오빠, 빨리 이리 좀 와보세요. 빨리요.] 철한빙은 반미량이 급히 부르자 무슨 일인가하여 재빨리 그녀의 곁으로 다가섰 다. [양매, 무슨 일인데 이러오?] 반미량은 손가라긍로 붉은 물고기를 가리켰다. [오빠, 혹시 이 물고기를 보신 기억이 없어요.] 철한빙은 어이 없다는 듯이 웃었다. [허허허.. 양매는 며칠 사이에 이같은 물고기를 처음 보니...] 그는 마릉�ª� 하다말고 두 눈에서 정광을 발산하며 붉은 물고기를 뚫어져라 바라 보았다. 반미량은 물고기를 응시하며 잔잔한 어조로 물었다. [오빠, 이 물고기는 불사비도에 그려진 것과 똑같다고 생각하지 않으세요?] 철한빙 역시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나도 지금 그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소.] 그는 재빨리 목합을 꺼내 불사도에 그려진 붉은 물고기와 바닷물에 떠서 유유히 노니는 붉은 물고기를 대조해 보았다. [아...] 순간 그의 입에서 나직한 경악성이 터져나왔다. 똑같았다. 틀린 점이 있다면 크기가 다를 뿐이었다. [양매, 불사비도에 그려진 것과 똑같소. 이것을 보시오.] 반미량은 불사비도를 보며 흥분에 찬 음성으로 말했다. [오빠, 이 섬도 어디선가 본 듯 하다고 생각했는데 바로 그림에 그려진 섬이에 요.] 철한빙은 깨달았다. 바람이 불어도 흩어지지 않는 이상한 구름, 또한 그 구름은 섬을 반쯤 가리고 있지 않은가? 그리고 바닷물 속에서 한가롭게 노니는 붉은 물고기, 다만 흰 새만이 보이지 않을 뿐이었다. 반미량은 떨리는 음성으로 입을 열었다. [오빠, 호...혹시 이 섬이 전설의 여래산이 아닐까요?] 철한빙도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으나 이내 고개를 저었다. [아닌 것 같소. 어찌 여래산이 이같이 평범한 곳에 있으며 또한 온통 돌투성이겠 소? 내 생각으로는 이 섬이 여래산과 깊은 연관이 있는 듯하오.] 이어 불사비도를 자세히 살펴보았다. 그러나 그림의 뜻을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섬과 구름 그리고 붉은 물고기는 찾아냈으나 연기인지 안개인지 모르는 운무속에 서 날고 있는 하얀 새는 무엇을 뜻하는지 몰랐다. 아니, 엄밀히 따진다면 흰새를 제외하고는 다른 것들은 우연히 발견했으나 그 뜻 은 알 수가 없었다. 두 사람은 우선 흰새는 제쳐놓고 나머지 부분이 무엇을 뜻하는지 찾아 보기로 했 다. 그들은 한 달 간을 골모리를 싸매고 연구해 보았으나 전혀 뜻을 이해할 수가 없 었다. 이렇게 되자 두 사람은 깊은 낙심을 하게 되었다. 그러나 조금은 소득은 있었다. 구름에 잠긴 섬은 일단을 그곳까지 찾아오라는 뜻이었다. 찾아오는 과정이 적혀 있지 않는 것으로 보아 기연을 만나야 하는 것 같았다. 바로 두 사람처럼 말이다. 그리고 붉은 고기는 항상 똑같은 길로 와서 한곳에서 머물다가 역시 가튼 길로 사라지곤 했다. 이에 그들은 물고기에 물고기에 깊은 뜻이 숨겨 있다는 것을 느꼈다. 문제는 바로 백조였던 것이다. 두 사람은 하늘을 응시하며 백조가 나타나기를 기다렸으나 감감무소식이었다. 번호:230/234 등록자:HYUN9876 등록일시:97/04/21 01:25 길이:396줄 제 목 : [사마달] 불세마왕경 제 52장 불세마왕경 저자: 사마달 출판사: 대현출판사 제 52장 무인도의 혈투 세월은 쉴새없이 흘러 또 다시 한 달이 지나갔다. 철한빙은 그동안에 반미량에게 무공을 전수하여 주었다. 그러는 사이에 철한빙은 점차 잃었던 양기를 회복하기 시작했다. 그는 약 이성정도의 공력으 끌어올릴 수가 있었다. 철한빙과 반미량의 사이는 급속히 진전되어 잠시도 떨어져 있지 않을 정도였다. 그들은 섬 주위에 조그맣게 뚫어져 잇는 오 장 방원의 음푹한 동굴에서 기거를 했다. 그동안 붉은 물고기는 세 번이나 나타났었다. 그러나 기다리는 백조는 나타나지 않았다. 철한빙은 해변가에 앉아 망망대해를 바라보고 있었다. 동짓달의 찬바람이 그의 머리를 휘날렸다. 이때 모래가 사각거리는 소리와 함께 반미량이 다가왔다. [오빠, 수염이 많이 자랐어요.] 철한빙은 천천히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 [번번히 고생만 기키는구려.] 반미량의 입가에 행복한 미소가 떠올랐다. [소매는 이때가 제일 즐거워요. 그러니 그같은 말씀은 하지 마세요.] 이어서 혈비검으로 그의 수염을 깎아 주었다. 그녀의 솜씨는 능숙하기 짝이 없어 그 동안 여러차례 수염을 깎아 준 모양이었 다. 반미량은 수염을 다 깎은 뒤 그의 준수한 얼굴을 바라보았다. 철하빙은 그녀를 가볍게 가슴으로 끌어당기며 살며시 끌어안았다. [오빠, 소매는 영원히 이곳에서 나가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철한빙은 고소를 지었다. [양매, 그대는 내게 피맺힌 원한이 있다는 것을 잊었소? 나는 무슨 일이 있어도 이곳을 떠나야만 하오.] 반미량은 천천히 고개를 쳐들었다. [소매도 알고 있어요. 지금 한 말은 일시적인 충동으로 한 말이었어요.] [알고 있소. 이제 공력도 점차 회복되어가니 조만간에 이 섬을 나갈 수 있을 것 이오.] 이때였다. 갑자기 철한빙의 두 귀가 쫑끗 하고 곤두섰다. 그리고는 환희에 넘친 표정을 지었다. [양매, 저 소리가 들리지 않소?] 반미량은 청각을 곤두세운 뒤 역시 환한 미소를 지었다. [오빠, 사람 소리예요. 누가 배를 몰고 이곳을 지나가는 것 같아요.] 두 사람은 살았다는 생각에 눈물을 글썽이며 서로를 끌어안았다. 반미량은 급히 품 속을 빠져 나오며 급히 동굴 밖으로 나갔다. 철한빙 역시 뒤따라 몸을 일으켜 막 입구를 나가려는 순간, 갑자기 반미량의 안색이 사색이 되어 번개같이 뛰어들어왔다. 철하빙은 그녀의 안색을 살피며 급히 물었다. [양매, 어째서 그런 표정을 짓소?] 반미량은 전신을 부르르 떨었다. [혀...혈령교의 마..마두들이에요.] [혈령교?] 철한빙은 대체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반미량은 급히 설명을 해주었다. 철한빙은 설명을 듣고 금정산 흑운애와 개방 총단에 나타났던 신비교의 홍의무리 들이 혈령교 사람들이라는 것을 알았다. 또한 춘묘궁은 혈령교의 일개 분단이라는 것도 알았다. 그러나 반미량은 그 외에는 아는 것이 없었다. 철한빙은 다급하기 짝이 없었다. 그는 급히 주위를 정리하여 자신들이 머물렀다는 흔적을 없앴다. [그들이 이쪽으로 오고 있소?] [예, 곧 당도할 거예요. 그들은 흉악하기 짝이 없어 오빠를 보면 누구이건간에 우선 죽이려고 들거예요. 소녀는 더 말할 것도 없고요.] 철한빙은 당황 중에도 침착함을 잃지 않았다. [이 섬에 있는 한 도저히 그들의 시야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이 일을 어쩐다?) 그는 깊은 생각에 잠겼다. 아무리 머리를 짜 보아도 도리가 없었다. 이때 한가지 생각이 번개같이 스치고 지나갔다. 그는 두 눈에서 신광을 뿜어내며 재빨리 입을 열었다. [양매, 어서 내 명문혈에 진기를 주입시켜 주시오.] 반미량은 영문을 몰랐으나 급히 쌍장을 그의 등뒤에 갖다붙였다. [셋을 셈과 동시에 전신의 공력을 불어넣으시오.] 이때 한 가지 생각이 번개같이 스치고 지나갔다. 그는 두 눈에서 신광을 발산하며 재빨리 입을 열었다. [양매, 붉은 물고기가 놀더 납로 옆에 물이 반쯤 찬 움�뉼� 파인 웅덩이를 본 기억 이 있소?] 순간 반미량의 두 눈에 희망의 빛이 떠올랐다. [아! 그래요. 그곳은 모래가 없기 때문에 파도가 밀려올 때마다 깊이 패여천연적 인 웅덩이를 형성한 곳이에요. 그곳에 몸을 숨긴다면 쥐도 새도 모를 것예요.] 철한빙은 급히 말했다. [양매, 그들이 도착하기 전에 어서 웅덩이로 갑시다.] 그들은 곧 밖으로 나와 혈령교의 무리가 타고 있는 배를 살폈다. 섬광의 거리는 약 이백여 장 가량 떨어져 있었다. 그러나 바닷 바람을 타고 은은한 소리가 들려오는 듯했다. [양매, 축골공을 사용해서 최대로 몸을 축소시키시오.] 연후 그들은 동시에 축골공을 사용했다. 그러자 순식간에 어린 아이만하게 축소되었다. 소매와 옷자락은 땅에 질질 끌렸으며 크기는 포대자루를 뒤집어 씌운 것 같았다. 두 사람은 서로의 모습을 바라보며 실소를 금치 못했다. 철한빙은 재빨리 옷을 걷어 올리며 나직이 말했다. [양매, 땅에 최대한으로 밀착하여 공공답허신법을 펼치시오.] 반미량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요.] [자, 먼저 가시오. 곧 뒤따라 가겠소.] 반미량은 옷을 걷어올리며 필생의 공력으로 공공답허신법을 전개했다. 그러자 희끄므레한 인영이 번득 하는 듯 싶자 어느 새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철한빙에게 무공을 전수받은 그녀는 가히 절정고수라 할만했다. 그러나 반미량 자신은 그것을 알지 못했다. 철한빙은 그녀가 들키지 않고 무사히 도착 했으리라고 믿고 혼신의 공력을 끌어 올렸다. 이때, [오빠, 잠시 기다리세요. 배 위에 사람이 나타났어요.] 철한빙은 그녀의 전음술을 듣고 황급히 제자리에 엎드렸다. 뜨거운 차 한 잔 마실 시간이 지나자 그녀의 재촉하는 듯한 음성이 다급하게 들 려왔다. [오빠, 그 사람이 먼 곳으로 고개를 돌렸어요. 이 순간을 이용해 이곳으로 오세 요.] 철한빙은 엎드린 자세 그대로 공공답허신법을 최대한을 펼쳤다. 그러나 평소에 이할 밖에 미치지 못하는 공력인지라 웬만한 무림고수라면 백여장 밖에서도 그의 신형을 발견 할 수 있을 정도였다. 다행히 혈령교의 이눌이 한 사람 밖에 나와 있지 않은 것이 천만다행이었다. 또한 그가 딴 곳으로 고개를 돌린 바에야... 철한빙은 혼신의 공력을 다하여 바닷물이 출렁이는 바위 끝에 당도했다. 순간 몸을 한 바퀴 뒤집어 곧장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아니, 바위와 바닷물이 마주치는 부분에 움푹 파인 웅덩이 속으로 들어간 것이 다. 웅덩이는 반쯤 바닷물에 잠겨 있었으나 조금 위로 가노라면 전혀 바닷물이 미치 지 않았다. 철하빙은 반미량의 곁에 가볍게 내려서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휴우! 이제는 안심이오.] 이때 배가 보래가에 닿는 소리와 함께 왁자지껄한 음성이 들려왔다. 때를 같이하여 깜짝 놀라는 음성이 들려왔다 [앗! 모래에 왠 발자국이 나 있지? 그럼 우리보다 먼저 이곳에 온 사람이 있단 말인가?] 이어 우렁찬 고함이 들렸다. [임향주, 소하들을 데리고 근처를 샅샅이 수색하시오. 누구든지 보이는 인물이 있으면 가차없이 죽여 버리시오.] [예!] 대답과 함께 어지러운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철한빙은 명령을 내린 사람이 개방총단에서 자신에게 패했던 전향주의 음성이라 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전향주는 입행주라는 사람과 같은 신분이에도 불구하고 명령조로 말하는 것으로 보아 상당한 권력을 쥐고 있는 모양이었다. 혈령교 인물들의 수색작업은 반 시진 정도 계속되었다. 간혹 두 사�∃꼭� 숨은 곳 위에서 기웃거리기는 했으나 이내 다른 곳으로 발길을 옮기곤 하였다. 다시 반 시진이 지나자 그들은 섬에 자기들 외에는 다른 사람이 없다고 단정지었 는지 한 자리에 모여들었다. 임향주의 목소리가 들렸다. [전향주, 이곳에 왔던 사람들은 그냥 떠난 듯합니다.] 그러자 전향주의 음침한 음성이 뒤따라 들려왔다. [흐흐흐.. 노부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소. 본교 외에 그 누가 이섬이 여래산과 연 관된 곳인 줄 알 수 있겠소.] 순간 철한빙과 반미량은 대경실색을 하고 말았다. (아니! 저들이 어떻게 불사비도도 없이 이곳을 알고 왔을까? 우리도 천재일우로 발견했거늘...) 전향주의 음성이 계속 되었다. [오십년 전 교주님게서 얼핏 여래도를 보셨는데 물속에 붉은 물고기가 있다고 하 오. 또한 흰 새가 허공을 날고 있다고 했으니 지금부터 물속을 샅샅이 살펴보시 오.] 우렁찬 대답과 함께 사방으로 발걸음 흩어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철한빙은 재빨리 생각에 잠겼다. (음.. 혈령교주가 오십 년 전에 여래도를 보았기 때문에 자세한 것을 알고 있었 구나. 혈령교주는 대체 누구일까?) 이때 가벼운 발자국 소리와 함께 그들의 머리 위에서 냉막한 중얼거림이 들려왔 다. [교주님의 기억은 뛰어나시구나. 오십 년 전에 힐끗 보았다는 것을 지금까지 잊 지 않으셨다니! 하기야 그러니까 가짜 불사도를 만드렁 내셨지 보통 사람 같았으 면 어림이나 있겠는가!] 전향주의 목소리였다. 그는 물 속에서 유심히 주시하고 있었다. 밑에 있는 반미량과 철한빙은 전신의 모골이 송연해지는 것을 느끼며 서로를 껴 안은 채 숨을 죽였다. 만약 발각된다면 끝장이 나고 말 판국이었다. 잠시 후, 발자국 소리가 멀어져갔다. 도 사람은 내심 길게 한숨을 내쉬며 콩알만해진 간을 활짝 폈다. 시간은 소리없이 흘러 사위는 점차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혈령교 인물들은 아무런 것도 발견해 내지 못했는지 웅성거리며 제자리로 모여들 었다. 전향주의 쩌렁쩌렁한 음성이 하늘에 메아리쳤다. [여래산의 입구를 찾을 때가지 이곳에서 야영을 할테니 잠자리를 만들어라.] 곧 이어 나무 박는 소리가 들리는 것으로 보아 모래사장에 천막을 치는 듯했다. 잠시 후 고기 굽는 냄새가 솔솔 풍겨오며 두 사람의 코를 간지럽혔다. 그들은 오랫동안 고기는 고사하고 익힌 음식을 먹어보지 못한터라 심한 허기를 느끼며 마른 침을 꿀꺽 삼켰다. 휘이잉! 휘잉.... 매서운 강풍이 밤바람을 동반한 채 웅덩이를 때렸다. 반미량은 취련무아심법을 전개해서 추위를 몰아낼 수 있었으나 철한빙은 그럼에 도 불구하고 약간의 한기를 느꼈다. 반미량은 살며기 그를 껴안아 포근한 기운을 전해주었다. 철한빙은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혈령교 무리들은 깊은 잠에 빠진 듯 고요하기만 했다. 가끔 경비병의 헛기침 소리만이 들려올 뿐이었다. 철한빙은 깊은 생각에 잠겼다. (붉은 물고기는 내일이면 나타날 것인데 저들이 발견하면 어떻게 처리를 할까? 아.. 빨리 흰 새의 뜻으 풀어야만 하는데.) 휘이잉------! 차가운 바닷바람이 그들의 뺨을 할퀴고 지나갔다. 그러는 사이에 서서히 여명이 찾아왔다. 두 사람은 서로를 끌어안고 꼬박 밤을 세우고 말았다. 반미량은 지금의 처지도 망각한 듯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혈령교의 무리들이 일어나기 시작했는지 왁자지껄한 소리가 들려왔다. 잠시 후, 그들은 또 다시 섬을 샅샅이 훑어나갔다. 그러나 허사에 그칠 뿐이었다. 이때, [앗! 왠 범선이 이쪽으로 오지?] 이어 전향주에게 사실을 알리는 음성이 들려왔다. 전향우즌 급히 그쪽을 바라보았다. 한 조각 구름처럼 유유히 흘러 오는 커다란 범선, 전향주는 뱃전에 우뚝 버티고 서 있는 건장한 체구의 노인을 보며 가볍게 놀랐 다. [아니! 저놈은 흑풍방주인 독각룡 장횡인데 어찌 이곳에 왔을까? 혹시 놈이 여래 산이 이곳에 있다는 것을 알고 온것이 아닐까.] 범선은 해변가에 도착했다. 순간 수십 줄기의 인영이 번개같은 신법으로 전향주의 앞에 사뿐히 내려섰다. 전향주는 그들을 바라보고는 대경실색을 금치 못했다. (아니! 이놈들이...) 나타난 사람 중 대표적인 인물을 꼽는다면, 마환도 장취, 중원오악, 탐랑호접 하지상, 녹립십팔채주 벽력진군 천패성 등이었다. 그리고 맨 뒤에는 백발이 성성한 백여 세 정도의 두 노인이 뒷짐을 지고 허공을 응시하고 있었다. 전향주는 두 노인에게 시선이 머무는 순간 안색이 백짓장처럼 창백해지고 말았 다. 이어 연신 뒷걸음질을 쳤다. 대체 두 노인이 누구이기에 혈령교의 향주인 그가 혼비백산한단 말인가! 오른쪽에 있는 노인은 청색과 갈색이 섞인 장삼을 걸치고 있었다. 안광은 섬전과도 같이 빛났으며 코는 사자코만큼 컸다. 안색은 백발과 대조를 이루어 불그스름 한것이 보기에는 호탕한 노인 같았다. 왼쪽 노인은 세모형의 얼굴이었으며 눈초기가 위로 쭉 찢어진 것이 상당히 음산 한 기운을 풍겨주었다. 그는 일신에 백의장삼을 걸치고 있었다. 이들은 우내십기중 삼존에 속하는 천살독존과 잔혼검존이었다. 천살독전은 오른 쪽의 노인이었고 잔혼검존은 왼쪽의 노인이었다. 독가룡 장횡은 전향주의 사색에 질린 표정을 음침하게 바라보았다. [흣흣흣.. 전가야! 어찌 안색이 납덩이처럼 굳어지는 거야? 그래! 여래산입구는 찾았느냐?] 순간 전향주를 비롯한 혈령교 인물들은 대경실색을 하고 말았다. 전향주가 급히 물었다. [장가야!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게냐? 노부는 도저히 네놈의 말을 이해할 수가 없구나.] 장횡이 사악하게 말했다. [늙은 놈이 여우처럼 대가리를 굴리려 하다니 가소롭기 짝이 없구나. 본좌는 네 놈들이 배를 탈때부터 줄곧 뒤를 미행했느니라.] 전향주의 안색이 보기 싫게 일그러졌다. [생각은 늙을수록 맵다더니 네놈을 두고 이른 말이구나.] 이어 째지는 듯한 목소리를 토해냈다. [장가야! 네놈의 머리가 비상하기는 하지만 노부는 아직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 다.] [흐흐흐.. 웃기지 마라. 네놈은 필시 여래산의 입구를 발견하고 혈령교주가 오기 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냐? 감히 존봐 앞에서 시치미를 떼려고 하다니.] 전향주는 그가 억지를 쓰자 은근히 부아통이 치밀었다. 그러나 지금의 형세로서는 맞설 수가 없었다. [방주, 그건 일방적인 생각이오. 노부는 정말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소. 정히 못믿는다면 직접 찾아 보시면 알 것이 아니오?] 그는 간교하기 짝이 없게 어느 새 말투까지 바꾸었다. 장횡은 여전히 사악하게 입을 열었다. [네놈이 끝까지 오리발을 내밀다니, 관을 보기 전에는 눈물을 흘리지 않을 놈이 로구나.] 이어 자신이 데리고 온 수하들을 향해 명령을 내렸다. [혈령교 놈들을 하나도 남기지 말고 깡그리 죽여라.] 때를 같이하여 전향주도 어쩔 수 없이 같이 대항하라는 명을 내렸다. [우와!] [이얍..] 쌍방은 우렁찬 폭갈소리와 함께 어지럽게 엉켜붙었다. 쨍! 쨍! [으아악!] 병기 부딪치는 소리와 처참한 비명소리가 조그만 섬을 삽시간에 진동시켰다. 순간 벽력진군의 입에서 고함에 가까운 음성이 터져나왔다. [여러분, 일부는 여래산의 입구를 찾아 봅시다.] 동시에 옷자락 나부끼는 소리와 함께 사방으로 인영들이 흩어졌다. 남은 사람이라고는 오직 이존뿐이었다. 그들으 여전히뒷짐을 진 채 싸움에는 흥미가 없는 듯 무표정한 얼굴로 허공을 바 라볼 뿐이었다. 조그만 섬은 삽시간에 아비지옥으로 변해갔다. 아비규환의 처참한 비명소리가 퍼질때마다 피와 살점 등이 허공으로 튀었다. 땅바닥에는 졸지에 잘려져 나간 팔 다리, 박살난 머리, 허리가 잘려 시뻘건 선혈 을 콸콸 쏟는 시체들로 발디딜 틈도 없을 지경이 되어버렸다. 철한빙과 반미량은 서로를 바싹 끌어 안은 채 전신을 움츠리고 있었다. 철한빙은 속으로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아.. 이게 무슨 꼴이란 말인가! 장부의 몸으로 이같이 움츠리고 있어야 한단 말 인가? 하늘이 원망스럽구나. 하늘이..) 그의 두 눈에서는 피맺힌 절규에 호응하는 뜨거운 눈물이 주르르 흘러내렸다. 비통의 눈물이.... 반미량은 그의 모습을 보며 두 눈 가득히 눈물을 고였다. (철오빠의 심정이 얼마나 쓰리고 아프실까? 천하를 쥐고 호령하던 그가 이처럼.. . 아! 그 심정이 오죽하겠는가!) 그녀는 철한빙을 더욱 세차게 끌어안았다. 번호:231/234 등록자:HYUN9876 등록일시:97/04/21 01:25 길이:375줄 제 목 : [사마달] 불세마왕경 제 53장 불세마왕경 저자: 사마달 출펀사: 대현출판사 제 53장 전설의 여래산 이때였다. 붉은 물고기가 살랑살랑 꼬리를 흔들며 섬 밑에서부터 헤엄쳐 나왔다. 반미량은 급히 철한빙에게 전음을 보냈다. [오빠, 큰일났어요. 물고기가 나타났어요.] 철한빙은 깜짝 놀라며 시선을 돌렸다. (아니! 물고기가 다른 때보다 두 시진 정동 일찍 나오다니. 만약 마두들이 발견 한다면 틀림없이 잡으려고 물 속으로 뛰어들테데. 그렇게 되면 우리가 발각당할 염려 또한 높아지기 마련이거늘..) 붉은 물고기는 그들이 있는 앞까지 다가와서는 천천히 멈추었다. 그리고는 제자리에서 꼬리를 흔들며 정지해 버렸다. 철한빙은 초조와 긴장 등이 휩싸여 안색이 창백해졌다. 반미량은 천리지청술을 전개해서 위의 동정을 살피고 있었다. 철한빙이 물고기를 바라보며 안절부절을 못하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그의 두 눈이 반짝하고 빛을 발했다. 물고기는 커다란 입을 벌렸다 오므렸다 하며 쉴새없이 운동을 하고 있었다. 한데---! 그럴 때마다 입에서 육안으로 분간키 어려운 정도의 지극히 가느다란 실같은 것 이 규칙적으로 뻗어나왔다. 가느다란 실은 일정한 지점에 도착해서는 연기처럼 사라지곤 했다. 철한빙은 의아한 표정과 함께 실같은 것이 다달은 지점을 쳐다보았다. 그것은 바로 그들이 웅크리고 있는 발 밑이었다. 이때 도저히 믿을 수 없는 기이한 일이 눈앞에 벌어졌다. 가느다란 실이 거무튀튀한 돌에 부딪혀 사라질 때마다 그 돌 위에 하얀 점들이 하나 둘씩 나타나는 것이아닌가! 철한빙은 너무도 기이한 광경에 넋을 잃을 지경이었다. 그는 황급히 반미량의 옆구리를 찌르며 그것을 가리켰다. 반미량 역시 두 눈을 휘둥그래 뜰 수밖에----! 가느다란 실은 끊임없이 뿜어져나와 한 지점에만 도착했다. 다음 순간, 붉은 물고기는 더이상 실을 뿜어내지 않고 천천히 방향을 바꾸어 사라지려고 하 였다. 철한빙은 마두들에게 발각당하기 전에 빨리 사라지기를 바라며 실이 부딪쳤던 곳 을 무심코 바라보았다. 돌연, [아..] 그의 입에서 경악에 찬 음성과 함께 두 눈은 곧 튀어나올 듯이 불거졌다. 반미량도 급히 시선을 던지고는 대경실색을 금치 못했다. 찰랑찰랑 하는 물결 밑에 금방이라도 살아서 날아갈 듯한 희고 흰 백조가 점차 뚜렷이 나타나는 것이 아닌가! 백조------! 두 사람이 몽매에도 기다리던 백조가 드디어 나타난 것이다. 반미량은 전음술을 하는 것도 잊은 채 기쁨에 찬 음성을 토해냈다. [오빠, 찾았어요. 불사도에 그려진 백조를 찾아내고야 말았어요.] 철한빙은 너무도 격동에 넘쳐 온몸을 부르르 떨고 있었다. [아.. 이제보니 백조는 실지로 살아있는 동물을 뜻한 것이 아니었구나. 이런 은 밀한 곳에 또 붉은 물고기의 신령으로 나타난다는 것을 어떻게 알 수가 있겠는가 !] 백조 주위에 물결이 가볍게 부딪칠 때마다 마치 뽀얀 운무가 일어나는 듯한 형상 을 만들어냈다. 불사도에 그려진 백조가 연기속을 날고 있는 모습 그대로였다. 백조 위에는 지극히 정순한 내공이 없으면 볼 수 없을 정도의 미세한 글이 새겨 져 있었다. 철한빙은 공력을 돋구자 간신히 글자의 형태를 알아볼수 있었다. <하늘이 내린 기재여! 영혈성어를 따를지어다.> 반미량도 글을 보았는지 급히 입을 열었다. [오빠, 어서 붉은 물고기를 따라가요. 어서요.] 그녀의 목소리는 은연중에 떨리고 있었다. [그럽시다. 그런데 양매는 함영법(일종의 잠수방법)을 알고 있소?] 반미량은 다급하기 짝이 없는 음성을 발하며 막 사라지려는 붉은 물고기를 바라 보았다. [오빠, 물고기가 사라져요. 어서요!] 그녀의 음성은 다급해지자 크게 울려 나왔다. 철한빙과 그녀는 더이상 생각할 겨를도 없이 급히 바닷물 속으로 뛰어들었다. 이때였다. [엇! 이 밑에서 웬 여인의 목소리가 들리까?] 그들의 머리 위에서 마환도 장취의 경악에 찬 음성이 들려왔다. 그는 이어서 번개같이 바닷물 속으로 잠기는 두 사람을 발견했다. [아앗! 불청객이닷!] 순간 근처에 흩어져 있던 마두들이 쏜살같이 모여들었다. 그러나 철한빙과 반미량은 이미 붉은 물고기의 뒤를 따라 섬 밑으로 사라진 뒤였 다. 잔혼검존이 싸늘한 시선으로 장취를 쏘아보았다. [어린 녀석이 감히 형주둥아리를 놀리다니. 황천이 그리워진 모양이구나.] 지극히 차가운 말에 장취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식음땀을 주르르 흘렸다. [아...아닙니다. 노선배님! 후... 후배는 결코 거짓으로 한 말이 아니었습니다.] 잔혼검존은 천천히 바닷물 속으로 시선을 돌렸다. [흐흐흐.. 네녀석의 말이 사실이라면 지금 곧 불청객이란 녀석들을 잡아 오너라. 그렇지 않으면 노부의 손이 매정하다고 원망하게 될 것이다.] 장취는 공연히 고함을 질렀다고 천번 만번 후회했으나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그는 잔혼검존의 잔인함을 아는지라 할 수 없이 바닷 속으로 뛰어 들어 갈 수밖 에 다른도리가 없었다. 그는 속으로 천만가지 욕설을 퍼부어며 가볍게 신형을 날려 밑올 내려섰다. 순간 허리까지 물에 잠겼다. 장취는 철한빙 등이 숨어 있던 곳을 쳐다보며 찢어 죽일 놈이라고 속으로 이를 부드득 갈았다. 그의 시선이 백조로 새겨졌던 곳에 닿았으나 그림은 이미 사라진지 오래였다. 장취는 급히 허공으로 몸을 띄우 뒤 머리를 아래로 향하고 바닷 속으로 잠겨들었 다. 철벙! 물방울이 퉁겨져 오르며 동그랗게 원을 형성했다. [으악!] [아아악!] 해변가에는 여전히 처절하기 이를 데 없는 비명소리가 섬 주위를 맴돌았다. x x x x x 한편------! 철한빙과 반미량은 귀식대법을 전개해서 입과 귀, 그리고 코를 막았다. 그리고는 붉은 물고기 즉, 영혈성어의 뒤를 따라 자맥질을 해갔다. 영혈성어는 그들이 따라오는 것을 아는 듯 느리지도 빠르지도 않게 걔속 밑으로 내려갔다. 두 사람은 서로 한 손을 맞잡고 익숙한 솜씨로 자맥질을 했다. 약 뜨거운 차 한 잔 마실 시간이 지나서 영혈성어는 앞이 벽으로 가로 막힌 곳까 지 당도했다. 다음 순간, 영혈성어가 벽쪽으로 다가서자 신기한 일이 벌어졌다. 홀연 열형성어가 감쪽같이 가라져 버린 것이다. 두 사람은 대경실색을 하며 급히 열혈성어가 사라진 곳으로 헤엄쳐갔다. 알고보니 영혈성어는 벽에 붙은 푸른 이끼 속으로 들어갔던 것이었다. 두 사람은 저차 숨이 차기 시작했다. 이때, 반미량은 영혈성어가 한 자리에 계속 머물러 있음에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급히 열혈성어 곁으로 바짝 헤엄쳐 갔다. 순간 그녀의 눈이 기쁨에 빛나기 시작했다. 영혈성어가 입으로부터 또다시 실을 뿜어내고 있는데 실이 닿는 곳에는 이끼에 가려져 지극히 발견하기 어려운 조그맣게 돌출된 부분이 있었다. 반미량은 황급히 철한빙을 향해 손짓을 했다. 철한빙은 숨이 턱에까지 찼으나 그녀에게 약한 것을 보이고 싶지않았다. 그는 이를 악물고 참아내며 그녀 곁으로 다가갔다. 아무리 귀식대법을 전개�∃ː� 있다고는 하지만 물 속에서 펼친다는 것은 어렵기 그지없는 일이었다. 이때 영혈성어가 갑자기 주둥아리로 돌출된 부분을 몇번 쿡쿡 찔렀다. 반미량은 즉시 그 뜻을 알아차리고 재빨리 그곳을 눌렀다. 때를 같이햐여, 푸른 이끼들이 저절로 움직이더니 글자를 형성하는 것이 아닌가! <인연있는 자여! 그대는 전설의 여래산을 보게 될 것이니라.> 그들이 막 글을 읽었을 때였다. 별안간 좌측으로부터 미약한 음향이 들리며 어느새 조그만 석문이 나타나는 것이 아닌가! 두 사람은 바다 밑에서 석문이 나타나자 동시에 신비함에 젖어 들었다. 그들은 그 석문이 여래산으로 들어갈 수 있는 입구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철한빙은 숨이 차서 더 이상 견디기 힘든 몸을 사력을 다해서 이끌고 석문 앞에 으로 다가섰다. 돌연, 그가 다가서는 것과 동시에 석문은 저절로 열리는 것이 아닌가! 그는 이토록 기묘한 기관장치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때 반미량이 그의 손을 이끌고 급히 석문 안으로 들어갔다. 동시에 영혈성어는 돌출된 부분을 주둥이로 거세게 눌렀다. 그러자----! 석문이 저절로 닫히며 푸른 이끼도 원래의 형상으로 되돌아갔다. 그렇데 되자 천하의 기인이라고 하더라도 석문을 찾아낼 수가 없었다. 정말 상상도 못할 신비의 조화였다. 한편 석문으로 들어선 두 사람은 위로 곧게 뻗은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계단 앞에 서 있었다. 그드이 선 곳은 물이 겨우 가슴까지밖에 차지 않았다. 두 사람은 놀랄 겨를도 없이 급히 물속으로 몸을 빼내 계단을 밟고 위로 올라갔 다. 계단의 길이는 끝이 없어 약 두 시진 정도 경공술을 펼쳐서야 간신히 끝에 당도 할 수 있었다. 깊은 한숨과 함게 위로 올라온 그들은 동시에 입을 쩍 벌렸다. 산! 산이 그들 앞에 우뚝 버티고 서 있었던 것이다. 수를 헤아릴 수 없는 나무들이 온통 산을 휘감고 있었으며 온갖 기화이초가 그들 을 반겼다. 가벼운 미풍이 스칠 때마다 무슨 향기라고 꼬집어서 말할 수 없는 싱그러운 내음 이 코끝을 스쳤다. 또한 오색찬란하며 천금을 주고도 구경치 못할 희귀한 새들이 즐겁게 지저귀고 있었다. 산에 심어져 있는 나무는 일반의 보통나무가 아니었다. 나무마다 눈이 부실 정도로 각양각색의 빛을 발산해냈다. 거기에다 보기에도 아름다운 주먹만한 열매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그러나, 더욱 놀라운 것이 있었으니! 정상봉에는 온통 금빛으로 찬란한 금궁이 새워져 있었다. 두 사람은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 현실에 멍청하게 서 있을 뿐이었다. [아아... 바다 밑 깊숙한 곳에 전설 속의 여래산이 있을 줄이야...] 그들의 이에서 동시에 이같은 감탄성이 터져 나왔다. 반미량이 재빨리 입을 열었다. [오빠, 우리 금궁으로 가보아요.] 두 사람은 동시에 몸을 솟구쳐 금궁으로 향했다. 급기야 그들은 궁 아펭 당도했다. 궁문은 활짝 열려 있었으며 아무런 현판조차 보이지 않았다. 두 사람은 궁문을 지나 안을 들어가다 말고 제자리에 우뚝 멈추고 말았다. 정면에는 나란히 세 채의 대전만이 보일 뿐 그밖에는 아무것도 없는 이상한 궁이 었다. 좌측에 있느 대전에는 아황전이었다. 중아의 금황전, 맨 우측이 파황전이었다. 반미량이 재빨리 말했다. [오빠, 우리 먼저 아황전부터 들어가보기로 해요.] 그들은 아황전 앞에 선 뒤 반미량은 조심스럽게 금고리를 움켜 쥐려고 했다. [양매, 조심하시오.] 철한빙은 잔뜩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이때였다. 돌연 금으로 만든 육중한 문이 저절로 열리는 것이 아닌가! 그들은 대경실색을 하며 급히 신형을 뒤로 퉁겼다. 그러나 문만 활짝 열렸을 뿐 아무런 이상도 없었다. [오빠, 어서 들어가 봐요. 혹시 먹을 것이 있는지 찾아볼겸 말이에요.] 철한빙은 총명하기 그지없던 그녀의 입에서 엉뚱한 말이 튀어나오자 빙그레 웃었 다. [허허허..어지간히 허기가 진 모양이구려. 양매 입에서 그런 말이 다 나오다니.] 반미량은 얼굴을 붉히며 전 안으로 시선을 돌렸다. 다음 순간 그녀의 안색이 대변했다. [어멋!] 철한빙은 급히 그녀를 보호하며 오른손에 공력을 끌어올렸다. 그러나, 전 안에는 한 사람의 백발노인이 단정히 누워있을 뿐이었다. 철한빙은 급히 반미량을 밀어내며 공손히 허리를 굽혔다. [노선배님이 계신 줄도 모르고 무례하게 들어온 죄 너그러운 용서를 바랍니다.] 하지만 백발노인은 대꾸가 없었다. 이대 반미량이 그의 오른팔을 붙잡으며 떨리는 음성으로 말했다. [오...오빠, 노..노인 앞에 위패가 놓여있는 것으로 보아 죽..죽은 사람인 것 같 아요.] 철한빙은 천천히 걸음을 옮겨 위패를 바라보았다. <고금제일기협인 불세신협, 여기 잠들다. 개세광마.> [아.. 이 노인이 천하제일고수이시던 불세신협이시구나.] 반미량은 그의 음성을 듣고 급히 다가와 불세신협의 모습을 살펴보았다. 무슨 연유인지 모르나 그의 시체는 전혀 부패하지 않았다. 세상의 모든 악을 용서할 것만 같은 이자하기 그지없는 성스러운 모습이었다. 두 사람은 그를 향해 절을 올린 뒤 천천히 뒷걸음질로 전을 나왔다. 불세신협의 위패 옆에는 낡은 책자가 한 권 있었으나 그들은 조금도 탐하거나 거 드리지 않았다. 그들이 전을 나서자 문이 또다시 저절로 닫혀졌다. [오빠, 이번에는 금황전으로 들어가 보아요.] [그럽시다.] 두 사람은 옆에 있는 금황전으로 걸음을 옮겼다. 역시 저절로 열리는 전문, 순간 그들은 동시에 두 눈을 감고 말았다. 왜, 무엇 때문에? 그것은 바로 전안으로부터 도저히 눈을 뜨게할 수 없는 찬란한 광채가 비추어 졌 던 것이다. 그들은 점차 광채에 익숙해지자 슬그머니 실눈을 떠 보았다. [앗!] 깜짝 놀라는 두 사람! 금황전에는 세상의 온갖 보물들의 본산지인 듯싶을 정도로 온통 보물들로 꽉 차 있었다. 한 마디로 금황전은 천하제일의 보고였던 것이다. 두 사람은 실망과 함께 금황전을 나왔다. 그들에게는 허기를 메울 수 있는 것이 오히려 반가운 것이었다. 두 사람은 마지막 파황전으로 들어섰다. 그곳에는 역시 백의를 걸친 백의노인이 지극히 엄숙하며 지상한 표정으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두 사람은 그 노인이 개세광마라는 것을 느끼고 급히 큰 절을 올렸다. [후배 등이 노선배님의 성안을 뵈옵니다.] 그러나 백발노인 역시 죽은지 이미 오래된 시체에 불과하다는 것을 이내 깨달았 다. 백의노인의 무릎 밑에는 낡은 책자 한권과 종이조각이 놓여져 있었다. 또한 천태산에서 불세신협과 격투를 벌인 대목도 쓰여 있었다. 마지막 부분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쓰여 있었다. <노부는 불세신협을 안고 바닷가에 투신했으나 오히려 전화위복이라고 할까, 영 혈성어의 도움으로 이곳 여래산을 발견하게 되었다. 이곳 금궁은 언제 누가 세웠는지 노부도 알지 못한다. 불세신협에게 감화한 노부는 이곳에 머물면서 일 년에 한번 중추절 밤 삼경이면 천태산으로 가서 여래산에서 노부와 불세신협의 무공을 익힐 만한 기재를 발굴하 려고 하였다.> 철한빙과 반미량은 귀령곡의 주인공이 개세광마임을 알게 되었다. <해서 십 년간을 기다렸으나 시의 뜻을 풀어 이곳을 찾아오는 인물은 아무도 없 었다. 이에 노부는 한 장의 비도를 그려 이틈에 강호에 내보내 인연있는 자를 기다리기 로 했다. 연후, 노부는 불세신협의 광불화엄진경과 노부의 월영천화심경을 이곳에 찾아오 는 인물에게 남기기로 했으며 이 두가지를 통틀어 불세마왕경이라 이름지었다. 노부는 두 가지 무공을 부디 선한 곳에 사용해주기를 바라며 이제 죄많은 생을 불세신협에게 던지기로 결심했다. 노부는 불세신협과 더불어 저승에서 후세의 안녕을 위해 빛을 뿌리겠노라.> 철한빙과 반미량은 개세광마의 숭고함에 존경심을 금치 못했다. 그들은 그를 향해 공손히 절을 한 뒤 천천히 파황전을 물러나왔다. 두 사람은 이상하게 지은 금궁을 한 차례 둘러보았으나 전혀 먹을만한 것이 없었 다. 이때 반미량이 손뼉을 쳐서 맑은 음향을 발해냈다. [아.. 왜 진작 그 생각을 못했을까?] 이어 철한빙의 손으 이끌고 급히 궁밖으로 나왔다. 그녀는 찬란한 빛을 발하는 나무들을 바라보며 철한빙을 향해 미소를 지어 보였 다. [오빠, 우리는 정말 멍청하기 그지 없어요. 나무에 달린 수를 헤아릴 수 없는 열 매들과 과일들을 놓아두고 엉뚱한 곳만 찾아서 헤맸으니 말이에요.] 철한빙은 애매모호하게 웃었다. 반미량은 가볍게 신형을 날렸다. 마치 꽃을 찾아 날아다니는 아름다운 나비마냥 경쾌하게 만들어진 신법이었다. 그녀는 곧 몸을 한 바퀴 회전시킨 뒤 놓은 고송위에 매달린 윤기가 자르르 흐르 는 과일을 단번에 십여개나 움켜쥐었다. 공력을 이용해 흡인력을 사용했던 것이다. 그녀는 하늘거리듯이 사뿐히 철한빙의 앞에 내려섰다. 번호:232/234 등록자:HYUN9876 등록일시:97/04/21 01:26 길이:398줄 제 목 : [사마달] 불세마왕경 제 54장 불세마왕경 저자: 사마달 출판사: 대현출판사 제 54장 불세마왕경 반미량은 철한빙에게 과일을 내밀었다. [오빠, 향기가 더없이 좋은 것으로 보아 맛도 일품일 것 같아요.] 철한빙은 과일을 받아 쥐고 한동안 바라보았다. 붉은 빛이 반짝반짝하는 것이 보기에도 먹음직스러웠다. 그는 호깃 과일에 독이 있는 독과일 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먼저 확인해 보기로 했다. 이때, 오색빛이 영롱한 작은 새 한 마리가 그들이 딴 나무에 가볍게 앉더니 과일 을 쪼아 먹는 것이었다. 잠시 후, 새는 아무 탈 없이 날개를 활짝 펴고 창공으로 날아갔다. 철한빙은 이것을 보고 급히 반미량과 함께 과일을 한 입 가득 물었다. 과일은 입안에 들어가자 곧 그윽한 향기와 함께 스르르 녹아버렸다. 실로 기가 막힌 향기와 맛이었다. 그들은 과일로 허기를 채운 뒤 다시 궁을 향했다. 반미량은 세 개의 대전 앞에 서서 철한빙에게 말했다. [오빠, 개세광마 노선배님의 유시대로 무공을 수련하도록 하세요. 그래서 하루 빨리 원수를 갚은 뒤 피비린내나는 무림을 떠나도록 하세요.] 철한빙은 그녀의 말에 감격하는 한편 속으로 헤아렸다. (양매, 나는 원수 외에도 사부님의 유명에 따라 천하를 평정해야 하오. 연후 영 원히 스승님 곁에서 일생을 마칠 것이오. 원한을 되씹으며 비명에 사라져간 무림 제왕보의 영령들과 함께 말이오.) 반미량이 재촉했다. [오빠, 우선 불세신협 노선배님의 광불화엄진경을 익히도록 하세요. 소매가 뒤에 서 보살펴 드리겠어요.] 철한빙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 그녀와 함께 아황전으로 들어갔다. 철한빙은 불세신협의 유체에 공손히 큰절을 올린 뒤 천천히 낡은 책자를 집어 들 었다. 광불화엄진경---------! 그는 겉 표지를 보며 심하게 몸을 떨었다. (아... 드디어 마성을 제지할 수 있는 천하제일의 불문비급이 내손에 들어오다 니...) 철한빙은 감격에 젖은 한편 급히 첫장을 넘겨 보았다. 그리고는 계속 끝까지 넘겨본 그는 불문에도 이같이 엄청난 무공이 있었음에 경 악을 금치 못했다. 경허반야심법. 이것은 불문 최고의 심법으로서 사악한 심성과 온갖 번뇌를 몰아낼 수 있는 지고 무상한 심법이었다. 바로 철한빙의 마성을 제거시킬 수 있는 심법, 철한빙은 너무도 기뻐 버럭 고함이라도 지르고 싶을 지경이었다. 광불화엄진경에는 심법 외에도 검법과 장법이 기재되어 있었다. 광음천강검법, 천불여래장법, 두 가지 모두 일초씩이었으나 초식의 이름은 적혀있지 않고 귀결만 적혀 있었다. 철한빙은 광불화엄진경을 반미량과 함께 익히기로 했다. [양매, 나와 함께 무공을 익히도록 합시다.] 그러자 반미량은 진지한 음성으로 말했다. [아니에요. 만약 소매와 같이 무공을 연마한다면 정신이 분산되어 진전을 가져올 수가 없을 거예요. 그러니 먼저 오빠께서 익히신 다음에 천천히 소매에게 가르쳐 주세요.] 철한빙은 그녀의 손을 가볍게 잡았다. [양매, 그대의 마음은 정말 측량키 어렵구려.] 반미량은 다소곳이 고개를 숙이며 얼굴을 붉혔다. 다음 날부터 철한빙은 경허반야심법을 익히기 시작했다. 반미량은 그가 무공을 연마 할 때면 아황전을 물러나와 과일등을 준비했다. 철한빙은 그녀의 정성어린 뒷바라지 덕분에 나날이 심법의 정수를 터득할 수가 있었다. 급기야 석 달만에 경허반야심법을 십성까지 익힐 수가 있게 되었다. 심법을 끌어올리면 전신이 한없이 가벼워지며 심신이 그렇게 평온해질 수가 없었 다. 이제 그는 아무리 분노해도 마성이 발작하지 못하게 되었다. 철한빙은 더 없는 기쁨에 하늘을 우러러 감사를 드렸다. 그는 또 다시 검법을 익혀 나갔다. 광음천강검법 부드러운 가운데 강한 것이 있고 가벼운 중에 무거운 점이 있었다. 가히 불문의 최고 검법다운 면모가 있었다. 철한빙은 어렵지 않게 한 달만에 터득할 수가 있게 되었다. 그동안 반미량은 그와 더불어 말을 나눈 것이 고작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였다. 항시 과일을 갖고 들어오면 그윽한 눈비층로 그를 한번 쳐다보고는 이내 사라지 곤 했다. 철한빙은 그녀가 자신의 무공 수련에 방해를 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 그같은 행동 을 취한다는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이에 더욱 무공수련에 박차를 가했다. 광불화엄진경의 마지막 천불여래장법을 익히는데는 보름 밖에 걸리지 않았다. 천불여래장법은 일단 전개했다 하면 하늘은 온통 부처의 형상으로 뒤덮였다. 드디어 그는 다섯 달 보름 만에 광불화엄진경의 모든 것을 터득했다. 만약 보통 사람이 그것을 익히려면 적게 잡아도 십여 년은 걸려야했다. 그러나 철한빙은 천지만물의 지배성인 조화신웅의 반향조화신공을 익혀 어렵지 않게 터득할 수가 있었다. 반미량이 대로 엮어 만든 바구니에 하나 가득 과일을 가지고 들어왔다. [오빠, 광불화엄진경을 익히신 것을 축하드려요.] 철한빙은 살며시 그녀를 끌어안으며 나직이 속삭였다. [이 모두가 양매의 덕이 아니오? 만약 양매가 없었다면 이토록 빨리 불세신협 노 선배님의 무공을 익히지 못했을 것이오.] 반미량은 부끄러움에 머리를 숙였다. 그리고는 이내 고개를 쳐들어 영롱한 눈말울을 깜박였다. [오빠, 이제 개세광마 노선배님의 무공을 익히도로 하세요. 만약 두 노선배님의 무공을 익힌다면 강호에 떠도는 소문대로 천하에 유아독존할 거예요.] 철한빙은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나는 부모의 원한과 무림을 구한다면 그것으로 만족하오. 어찌 천상천하 유아독 존이라는 말을 할 수가 있겠소?] 반미량은 얼굴을 붉히며 재빨리 붉은 과일을 집어 그에게 내밀었다. [시장하실테니 어서 드세요. 그리고 내일부터 다시 월영천하심경을 익히셔야죠.] 철한빙은 과일을 한 입 가득 베어 물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철한빙의 피눈물나는 수련은 다음 날부터 또 다시 시작되었다. 개세광마의 월영천하심경은 천지를 진동시키고도 남을 무시무시한 대살초들로 구 성되어 있었다. 반원무살도법, 파혈매한지법, 철한빙은 백여년 전 개세광마가 천하에 적수가없었던 이유를 짐작할수가 있었다. (아.. 정말 불세신협과 개세광마 두 분의 무공은 정사의 지고무상한 무공이구나. 반향조화신공과도 우열을 가리기 힘드니..) 그는 감탄과 함께 반월무살도법을 익히기 시작했다. 또 다시 석 달이 걸려서야 도법을 터득할 수가 있었다. 철한빙은 쉴새도 없이 파혈매한지법을 익혀 나갔다. 급기야 한 달이 흐르자 철한빙은 두 사람의 무공을 완전히 터득하게 되었다. 불세마왕경-------! 무림인들이 몽매에도 잊지 못하며 찾아 헤매던 그 불세마왕경은 불세출의 기재인 철한빙이 드디어 터득하고야 만것이다. 반미량은 그가 무공을 완전히 터득하고 파황전을 나오자 마치 자신의 일 같이 기 뻐했다. [오빠, 소매는 기쁘기 한이 없어요. 이젠 죽어도 여한이 없을 것 같아요.] 철한빙은 와락 그녀를 껴안으며 감격에 겨워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동안 양매의 정성이야말로 그 무엇을 준다고 해도 바꿀 수 없는 것이었소.] 반미량은 급히 입을 열었다. [오빠, 소매는 불세마왕경이라고 일컫는 무공을 한번 보고 싶어요.] 철한빙은 재빨리 말했다. [양매의 청을 어찌 거절하겠소. 자, 밖으로 나갑시다. 나도 그동안 익혀 무공이 어느 정도인지 확인해 보고 싶소.] 철한빙과 반미량은 같이 궁밖으로 나갔다. 찬란한 빛을 발하던 수많은 나무들은 거의 자신들의 열매를 잃고 있었다. 그것은 두 사람이 과일을 음식 대신에 먹어버렸기 때문이었다. 철한빙은 천천히 산등성이에 서서 혈비검을 꺼내들었다. 순간 붉은 광채가 두 눈을 부시게 했다. 그는 공력을 십성으로 끌어올려 광음천강검법의 기수식 자세를 취했다. 다음순간, [타앗-----!] 마치 용이 울부짖는 듯한 청아한 기합소리와 함께 그의 몸이 허공으로 솟구쳤다. 동시에 혈비검을 앞으로 쭉 뻗으며 재빨리 옆으로 뉘었다. 그러자 혈비검에서 천지를 집어 삼킬 듯한 광음이 울려 퍼지며 검강이 온통 하늘 을 뒤덮었다. 콰르르르릉.... 고막이 파열될 듯한 광음의 여운이 채 사라지기도 전에 철한빙의 신형을 어느새 반미량이 곁에 장엄하게 버티고 서 있었다. 반미량은 검강이 스치고 지나간 곳을 유심히 살펴보았으나 전과 같이 말짱함에 저으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사라랑... 한둘기 미풍이 가볍게 불어왔다. [아...세상에 저럴수가!] 때를 같이하여 그녀의 입에서 감탄에 찬 경악성이 터져나왔다. 보라! 혈비검의 검강이 스치고 지나간 곳은 미풍이 불어옴에 따라 점차 변하기 시작했 다. 우르르릉! 꽈꽈쾅... 퍼퍽!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의 많은 고송들이 삼 척 간격으로 뿌리 바로밑까지 잘 려져 나갔던 것이다. 순식간에 산등성이는 잘려진 나무들로 산더미를 이루었다. 반미량은 물론 철한빙은 광음천강검법의 위력에 위력에 혀를 내두르고 말았다. 반미량은 급히 입을 열었다. [오빠, 천불여래장법도 전개해 보세요.] 순간 철한�ぃ♣缺� 신형이 번뜩 하는 동시에 허공에서 말소리가 들려왔다. [어찌 양매의 분부를 따르지 않겠소?] 이어 쌍장을 쭉 밀어내 좌측에 있는 방원 십여 장 정도의 엄청난 바위들을 향해 장력을 발출했다. 그와 함께 우렁찬 굉음이 장시에서부터 들려왔다. 우르르릉! 그러나 정작 놀라운 일은 뒤에 벌어졌다. 장력은 갑자기 수십 수백 줄기로 나누어지기 시작했다. 연후 점차 부처가 가부좌를 틀고 앉은 형상으로 변하는 것이 아닌가! 동시에 장력은 각기 바위돌을 무지막하게 강타해갔다. 때를 같이하여 지축을 뒤흔들 듯한 광폭음이 고막을 때렸다. 쾅! 꽈꽈꽝... 순간, 엄청난 바윗돌이 삽시간에 가루로 변하여 온통 돌가루를 날리며 여래산을 뒤덮어버렸다. 아! 과연 누가 이 광경을 믿을 것인가! 믿지 않을 것이다. 아니 이것은 꿈이라고 외칠 것이다. 철한빙은 바람같이 가볍게 반미량의 곁에 내려섰다. [양매, 보잘 것 없는 재질는 이 정도밖에 펼치지 못하니 너무 탓하지 마오.] 반미량은 화들짝 정신을 차렸다. [오빠 대라신선이라도 이같은 무공을 전개하지 못할 거예요.] 철한빙은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는 땅에 즐비한 나뭇가지 하나를 이화접목의 신공으로 수중으로 끌어당겼 다. 넙적한 나뭇가지는 쏜살같이 그의 손아귀에 쥐어졌다. [양매, 지금부터 반월무살도법과 파혈매한지법을 전개할테니 자세히 보시오.] 곧 이어 지극히 느린 속도로 수많은 고송들을 향해 초식을 전개했다. 순간 나뭇가지에서 안개에 휩싸이는 듯한 희미한 반월이 형성되어 번개보다 빠른 속도로 나무들을 베어갔다. 아! 세상에 이같은 궤이정박한 도법이 있었단 말인가! 이도법은 검술의 극치인 어검술과 거의 비슷한 듯 했으나 그보다 한단계 위의 수 법이었다. 이 검술은 검을 날려 사람을 살상하나 반월무살도법은 도에서 반월의 도강이 베 어나가 인명을 살상하는 수법이었다. 도강을 펼친자의 공력에 따라 그 위력이 틀려지는 것이었다. 쇄애액------! 반월형상의 도강이 스치고 지나가는 고송마다 여지없이 요란한 굉음을 내며 쓰러 져갔다. 도강은 눈깜짝할 사이에 수백 그루와 나무를 배고는 점차 그 위력이 떨어지기 시 작했다. 철한빙은 지극히 느린 속도로 도법을 철회했다. 동시에 동강은 형체도 없이 사그라지고 말았다. 그는 나뭇가지를 버리는 한편 열 손가락을 앞으로 쭉 뻗으며 백여 장 밖에 있는 만 근 이상은 됨직한 바위를 향해 지풍을 퉁겼다. 순간 열 줄기 핏빛 그림자가 번뜩하는 것과 동시에 바위에서부터 지극히 미약한 소리가 울려나왔다. 퍼벅! 퍽...! 순간 도저히 믿지 못할 현실이 눈 앞에 전개되었다. 만 근에 달하는 집채만한 바위에 열 개의 구멍이 가지런히 뚫려 있었다. 그 사이로 소슬한 바람이미꾸라지처럼 빠져 나가고 있었다. 또한 열 개의 구멍은 한 떨기 아름답기 짝이 없는 매화형상을 이루고 있었다. 반미량은 반월무살도법에 놀랄 겨를도 없이 재차 파혈매한지법을 보고는 그만 혼 백이 달아나고 말았다. 불세마왕경------! 과연 이 무공 앞에 무릎을 꿇지 않는 자, 그 누구란 말인가! 명실공히 천상천하 유아독존, -------불세마왕경을 익혀 군림천하하리라. 무림인들이 입버릇처럼 떠들기도 할만했다. 반미량은 이슬을 머금은 듯한 촉촉한 눈망울로 철한빙을 응시했다. [오빠, 이제 불공대천의 운수를 갚는 것도 시간 문제예요. 이제 다시 강호로 나 가도록 하세요.] 철한빙은 급히 그녀의 촉촉한 눈망울을 주시하며 차분하게 말했다. [아니오. 먼저 양매에게 무공을 전수해준 뒤에 같이 강호로 나갑시다.] 반미량은 설레설레 고개를 저었다. [아니예요. 사내대장부의 앞 길에 한낱 여인의 그림자를 형성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에요.] 그리고는 그윽한 눈길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래서 소매는 한 가지 결정을 내렸어요. 아니, 결정이 아니라 여인으로 당연히 지켜야할 도이에요.] 철한빙은 급히 물었다. [양매, 대체 그 결정을 내렸다는 것이 무엇이오?] 반미량은 천천히 말했다. [소매는 이곳에서 오빠께서 천하를 평정한 뒤에 돌아오시기를 기다리고 있겠어 요.] 철한빙은 크게 당황하며 황급히 입을 열었다. [양패, 그것은 안될 말이오. 어찌 여인의 몸으로 홀로 이같은 곳에서 지낼 수가 있단 말이오? 절대로 아니되오!] 돌연 반미량의 안색이 엄숙하게 변했다. [오빠는 한낱 소녀로 인해 어찌 나약한 마음을 가지십니까? 또한 무림제왕보의 수많은 영령들은 오빠에게 피의 혈채를 받아내기를 무간에서나마 바라고 있을 것 입니다.] 철한빙은 그녀의 폐부를 찌르는 말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그는 눈시울을 적시며 그녀의 섬섬옥수를 살며시 쥐었다. [양매, 그대의 천공해홀한 마음, 새인의 빛이 될만 하구려. 내 그대를 위해서라 도 속히 돌아오겠소. 그동안 부디 몸조심 하시오.] 그의 두 눈에는 은은히 눈물이 고였다. 반면 반미량은 입가에 미소마저 띠우며 밝은 음성으로 말했다. [오빠, 소매 생각은 마시고 부디 옥체보증하세요. 소매는 오빠의 영혼을 영원히 간직하고 있겠어요.] 철한빙은 영혼이라는 말에 의아한 표정을 지었으나 별로 개의치 않았다. [양매, 부디 몸조심 하고 기다려 주시오.] 반미량은 더없는 아름다운 미소를 떠올렸다. [오빠, 어서 가세요.] 짤막한 말이었다. 철한비은 그녀의 손을 놓으며 아쉬운 작별을 고했다. 그의 몸은 마치 흐르는 구름처럼 유유히 허공을 날았다.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반미량은 급기야 옥구슬같은 눈물을 주르르 흘리고 말았 다. 잠시후, 철한빙의 모습은 그녀의 시야에서 사라져 버렸다. 반미량은 그가 사라진 곳을 바라보며 나직이 중얼거렸다. [오빠, 소매는 오빠를 죽도록 사랑해요. 하지만 소매는 오빠를 사랑할 수가 없어 요.] 반미량, 그년는 천천히 금궁으로 걸음을 옮겼다. 반미량은 불세신협이 안장되어 있는 아황전으로 들어갔다. 그리고는 들릴 듯 말 듯한 조그만 소리로 속삭였다. [노선배님, 소녀의 때묻은 몸을 이제 망령되어 이곳에 눕히려 하오니 허락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순간 불세신협의 인자스러운 얼굴에 미미한 미소가 흐르는 착각이 들었다. 반미량은 불세신협과 십 장 정도 떨어진 곳에 조심스럽게 누웠다. 이어 살며시 눈을 감았다. [오빠, 부디 소녀를 잊어버리시고 행복하시기를 저승에서나마 기원하겠어요, 오 빠.] 그녀의 꼭 감긴 눈가에서는 가느다란 눈물이 흘러내려 바닥을 적셨다. [철한빙..] 반미량은 그의 이름을 나직이 부른 뒤 천천히 심맥을 끊어갔다. 기구한 운명에서 피어난 한 떨기 꽃 송이는 이렇게 떨어지고 말았다. 반미량! 그녀는 왜 생을 버리지 않을 수가 없었단 말인가! 그녀의 가슴 속 깊은 곳에는 철한빙의 미소짓는 모습이 연기처럼 피어오르고 있 을 것이다. 반미량의 가슴에는 철한빙에게 전하는 뜨거운 피눈물의 애한이 깃들어 있었으니. .... 번호:233/234 등록자:HYUN9876 등록일시:97/04/21 01:27 길이:354줄 제 목 : [사마달] 불세마왕경 제 55장 불세마왕경 저자: 사마달 출판사: 대현출판사 제 55장 최후의 결전 드디어, 철한빙은 다시 중원무림에 발을 디디었다. 한데 중원무림은 온통 술렁이고 있었다. 왜, 무엇 때문에... 그것은 무림쟁패의 야욕에 사로잡혀 있는 혈령교가 정파를 상대로 공식적인 도전 장을 띄운 것 때문이었다. 소림사를 위시한 천하의 영웅호걸들은 이에 무림맹주엔 칠절성군 유세천의 풍운 장원으로 몰려들었다. 철한빙은 소문을 접하자 일단 복수는 뒤로 미루고 천하의 대마두를 상대하고자 했다. 그는 무수옹으로 변장을 하고 풍운장원을 찾아갔다. 정파의 고수들은 그가 나타나자 은연중에 사기충천했다. 철한빙은 넓은 대청에 앉아 칠절성군을 향해 천천히 입을 열었다. [맹주, 혈령교에서 도전장을 보냈다는데 약속장소가 어디오?] 칠절성군은 재빨리 품속에서 붉은 혈첨을 꺼내 그에게 건네주었다. 철한빙은 혈첩을 보고 개방에서 보았던 붉은 손에서 피가 뚝뚝 떨어지는 그림이 그려진 마의 혈첩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그는 지극히 느린 행동으로 혈첩을 바라보았다. < 정파라고 자처하는 파렴치한들은 보아라. 본 교주는 진해무림을 평정하려 영원한 태�¸맑병釉� 이룩하고자 하느니라. 만약 본 교주의 성행을 거역한는 자가 있다면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일이로다. 그대들이 본 교주의 성행에 쌍수를 들고 환영할 수 없다면 시월 대보름삼경에 무 릉산 망향곡에서 정사의 최후결전을 선언하는 바이다. -----혈령교주. > 철한빙은 날짜를 짚어보니 오늘이 시월 열 이틀이었다. 그는 칠절성군을 향해 물었다. [맹주, 현 정파의 세력은 마교에 비해 어떻소이까?] 칠절성군은 침울한 표정을 지었다. [당금 정파무림은 무명마와 혈령교, 그리고 지존교등 의해 거의 일어서기 힘든 결박 상황에까지 도달했습니다. 아직 피끓는 풍진기협들이 건재해 있으나 사파에 대응하기에는 역부족입니다.] 그는 거의 체념 상태에 놓여 있었다. 철한빙은 두 눈을 지그시 감고 생각에 잠겼다. (음.. 혈령교! 드디어 천하무림을 집어삼키려고 마각을 드러냈구나. 그들의 전력 이 대체 어느 정도인지를 알 수가 없으니 더욱 갈피를 잡을 수가 없구나.) 그는 생각을 마치며 문득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그렇다. 소면불선 노선배님에게 도움을 청하면 될 것이다. 아니, 그는 이미 혈 령교가 공공연히 천하무림에 도전장을 던졌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철한빙은 여기에 생각이 미치자 소면불선을 찾아가기로 했다. [맹주, 노부는 급히 다녀올 곳이 있소. 시월 대보름날 망향곡으로 달려 가겠으니 맹주께서 만반의 준비를 갖춰주시오.] 실장 정파는 자신들이 역부족임에 천하무림이 피로 물들기 전에 혈령교에게 고개 를 숙이려고 했었다. 한데 몇몇 고인들이 도저히 그럴 수는 없다며 반대하는 바람에 가부를 결정하지 못했다. 이때 철한빙이 나타나자 그들은 혈령교에 목숨을 내던져 대항하기로 했다. (음.. 노선배님께서도 혈령교와 대응코저 이미 강호로 나가신 것 같구나.) 철한빙은 다시 몸을 돌렸다. 그는 원래의 면목의 회복한 채 중경성에 도착했다. 그가 맞은편에 보이는 객점으로 막 들어가려는 순간이었다. 갑자기 등뒤에서 격동에 떨리는 음성이 들려왔다. [노..노제, 설노제가 아.. 아닌가!] 철한빙은 고개를 돌린 후 눈에 반색을 띠었다. [아니! 형님이 아니십니까? 그리고 추형과 탁형이 아니오?] 철한빙을 부른 사람은 바로 취몽주개와 천외쌍절이었다. 취몽주개는 그의 두 손을 덥석 잡으며 눈물을 글썽거렸다. [노제, 천외쌍절에게 들어서 살아있는 줄은 알았으나 이렇게 만나보니 정말...] 철한빙은 재빨리 그의 입을 막았다. [형님, 안으로 들어가서 말씀을 나눕시다.] 네 사람은 곧 객점으로 들어갔다. 철한빙은 음식을 주문하 뒤 천외쌍절에게 물었다. [두 분은 금룽에서 어찌 떠나있었소?] 추평해가 급히 말했다. [그때 소인들은 한 여인에게 공자께서 변을 당하셨다고 하기에 정신없이 그녀를 따라갔었습니다.] 그들이 따라간 여인은 묘춘선고였다. 그녀는 철한빙에게 독수를 전개하기 위해서 천외쌍절을 따돌렸던 것이다. 천외쌍절은 그녀에게 속아 어느 석실에 감금되었으나 취몽주개가 그곳을 지나다 가 구해주었던 것이다. 철한빙은 그들의 말을 듣고 묘춘선고를 반드시 찢어 죽이라고 다짐했다. 이때 취몽주개가 물었다. [참, 노제는 어찌 풍운장원에서 무명마를 살해한 뒤 종적을 감췄나? 우형은 그의 시체가 노제인 줄 알고 얼마나 낙심천만한 줄 알기나 하는가?] 철한빙은 죄스러운 듯 얼굴을 붉혔다. 그는 이내 얼굴을 굳히며 천천히, 그리고 나직이 입을 열었다. [형님, 소제는 그동안 너무도 많이 형님을 속여 왔습니다.] 순간 취몽주개의 안색에 의혹이 떠올랐다. [노제, 속이다니? 그게 무슨 말인가?] 철한빙은 괴로운 표정을 지었다. [형님, 천하의 대마두라고 일컫는 무명마는 바로 소제입니다.] [뭣이!] 취몽주개는 청천벽력과 같은 말에 아연실색하며 벌떡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그러자 주위 사람들이 그를 힐끗 쳐다보았으나 이내 고개를 돌려 버렸다. 취몽주개는 천천히 자리에 앉았다. [노... 노제가 무명마라니? 그럴 리가 그럴 리가...] 철한빙은 자신의 본명이 철한빙이며 옥적금궁의 일점 혈육이라는 것을 알려 주었 다. 그리고 왜 자신이 무명마가 되지 않을 수 없었던지도 설명해주었다. 취몽주개는 그 말을 듣고서야 고개를 끄덕였다. [음.. 노제의 심중은 이해할 수 있네. 만약 우형이 그런 경우에 처했더라면 노제 보다 더했을 것이네.] [형님께서 이해해 주시니 고맙기 짝이 없습니다.] 이어 혈령교에 대해 얘기를 주고 받았다. 취몽주개는 그가 무수옹이었다는 것도 아울러 알게 됐으며 그의 무공에 새삼감탄 했다. 그들은 식사를 마친 뒤 무릉산을 향했다. 시월 대보름, 하늘을 동그랗게 수놓은 만월이 온통 대지를 하얗게 밝혀 주었다. 무릉산 망향곡------! 때는 이경, 수를 헤하릴 수 없는 많은 정사의 인물들이 장사진을 이루었다. 바야흐로 정사의 최후결전이 벌어질 피의 장송곡이 서서히 고개를 쳐들고 있었 다. 양쪽으로 갈라서 잇는 정사의 고수들은 굳게 입을 다문채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아직 시간이 되지 않아서인지 혈령교주는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정파의 고수들은 안색을 침중히 굳힌 채 초조한 표정들을 짓고 있었다. 정파의 인물들을 본다면. 칠절성군 유세천을 비롯하여, 혜인선사, 원강선사, 헌원일검, 항룡진인, 자죽검 구양서, 두종악, 허유광, 해천 검성 연계무, 철기방주 좌방원, 창룡회주 단극, 사해방주 한관중, 대막신타, 금 면서생, 피발두타, 형설방주, 사천당가의 쌍연태랑, 구지신투, 남북이괴, 무영신 편, 무림삼공자 중 조소천과 한상헌. 그리고 허숙경, 연화옥, 한소군, 상관소, 진예청, 비파선녀, 마지막으로 개방의 삼장로와 그밖의 각파 제자들 등이었다. 반면 사파의 인물들은, 사검혈마 장사굉, 흑풍방주, 마환도 장취, 탐랑호접, 벽력진군, 그밖에 지존교의 당주급 인물들, 혈령교의 무리들이었다. 그러나 사파의 수는 족히 망향곡을 뒤덮을 만한 수효였다. 정파의 인물들은 무수옹이 아직까지 당도하지 않자 초조하기 그지없었다. 개방삼장로 역시 방주인 취몽주개가 지금까지 소식이 없자 불안하기 짝이없었다. 칠절성군 등은 지존교와 흑풍방 등이 혈령교와 합작했음에 더 놀랬다. (아.... 우내십기 중 일황과 이선께서 와주신다면 형세는 틀려질텐데.) 지금 이곳에는 어찌된 일인지 우내십기 중에 한 사람도 눈에 띄지 않았다. 시간은 흐르는 물과 같은 것, 급기야 삼경에 접어 들었다. 수많은 군웅들은 일시에 숙연해지며 쥐죽은 듯이 조용해졌다. 바늘 떨어지는 소리까지 들릴 정도의 정막! 때를 같이하여, [으흐흐흐흐..] 마치 십 팔층 지옥에서 울려나오는 듯한 지극히 음산한 괴소와 함께 하나의 붉은 신형이 백여 장 밖에서 날아왔다. 그의 신형은 마치 행운유수와 같아 눈깜짝할 사이에 군웅들의 면전에 내려섰다. 실로 대단하기 이를데 없는 신법이었다. [아.. 육지비행술!] 군웅들의 입에서 경악에 찬 음성이 터져 나왔다. 사파의 인물들은 그가 나타남과 동시에 허리를 굽혔다. [속하 등이 만인지상을 뵈옵니다.] 만인지상! 그렇다면 홍의인이 혈령교주란 말인가. 그렇다. 그가 바로 천하의 대마두인 혈령교주였다. 일신에 홍의를 걸쳤으며 붉디붉은 복면을 하고 있었다. 혈령교주는 거만한 태도로 그들의 예를 받은 뒤 칠절성군을 향해 말했다. [흐흐흐.. 우세천, 네놈이 감히 조무라기들을 이끌고 본좌와 대항하려고 들다니,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어서 무릎을 꿇지 못할까!] 정파의 인물들은 그의 광적인 말에 전신을 부르르 떨며 분노에 이를 부드득 갈았 다. 칠절성군은 타오르는 분노를 가까스로 억누르며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 [혈령교주, 그대는 감히 막상되게 천하무림을 넘보다니 정파의 영웅들은 물론이 거니와 하늘도 용서치 않을 것이오.] 혈령교주는 그의 말에 아랑곳하지 않고 엉뚱한 질문을 하였다. [으흐흐.. 네놈들이 우상으로 받드는 무숭옹이라는 늙은이는 어째서 코빼기도 보 이질 않느냐? 그 늙은이는 죽음이 두려워 꽁지를 말고 도망을 친 것이 분명하구 나.] 이때 헌원일검이 벼락같은 고함을 질렀다. [혈령교주, 어찌 일파의 지존이 상대방을 헐뜯는 언행을 할 수 있소?] 혈령교주는 음침한 눈빛을 발했다. [헌원일검, 네놈은 무수옹이 화산파의 사백이라고 너무 두둔할 필요는 없다.] 이어 지극히 악독한 음성으로 말했다. [본좌는 긴 말을 늘어놓는 것을 제일 싫어하는 성미다. 지금부터 셋을 셀 동안 본좌에게 무릎을 꿇지 않는다면 정파라고 자처하는 놈들은 이곳 망향곡에 뼈를 묻을 것이다.] 그리고는 나직하게 세기 시작했다. [하나!] 칠절성군은 급히 군웅들을 향해 전음을 전개했다. [무림동도 여러분, 이미 운명은 결정되었소. 구차한 삶을 갈구하는니 차라리 망 향곡에 뼈를 묻어 후세무림의 수호신이 됩시다.] 순간, [와아! 후세에 혈화를 남깁시다.] [...] 군웅들은 일제히 환호성을 지르며 병기를 불끈 움켜쥐고 비참한 각오를 하였다. 혈령교주는 그들을 재빨리 훑어보며 사악한 웃음을 날렸다 [으흐흐... 어리석은 놈들, 스스로 화를 자처하는구나.] 이어 사파의 무리들을 향해 피의 전주곡을 울렸다. [영웅들이여! 소위 정파라는 자들의 목을 쳐 태평성대를 이룩하시오.] [와-----아! 모조리 죽여라.] [씨도 남기지 말아라.] 급기야 정사의 군웅들은 최후 의 결전에 돌입하고야 말았다. [으-----아악!] [아악!] 번쩍이는 검광, 신출귀몰한 신혀으, 요란한 폭갈, 처절한 단말마의 비명소리, 쌍 방의 접전이 시작된지 채 일각도 못되어 피가 내를 이를고 시체는 조금만 동산을 이루었다. 이때였다. 돌연 한 줄기 인영이 연기처럼 망향곡에 나타났다. [아.. 한 걸음 늦고 말았구나. 한 걸음..] 인영은 바로 망아혜선이었다. 때를 같이하여 그의 앞에 붉은 그림자가 어른거렸다. [흐흐흐.. 망아혜선, 기어기 모습으 �ª∏づ립짹막�. 그렇지 않아도 그대를 기다리 고 있었소.] 망아혜선은 아비지옥과 같은 격전장에서 눈을 떼었다. [교주, 어찌 일시적인 욕망 때문에 이같은 혈겁을 일으키시오?] 혈령교주는 잠시 주춤하는 듯 했으나 이내 차갑게 냉소를 쳤다. [흥! 망아혜선, 그대는 이미 세속을 초월한 몸, 어서 이곳을 떠나시오.] 순간 망아혜선의 두 눈에 맑은 신광이 쏟아져 나왔다. [휴우! 명예, 권세, 만인지상, 천상천하 유아독존, 이 모든 것을 세인들은 어찌 떨쳐 버리지 못한단 말인가?] 이 말을 들은 혈령교주의 전신이 미미하게 떨렸다. [닥치시오. 만약 더러운 주둥이를 또다시 놀린다면 당장 죽여버리고 말겠소.] 그의 두 눈에서는 무시무시한 살광이 쉴새없이 쏟아져 나왔다. 한데 돌연 망아혜선의 눈에서 한 줄기 눈물이 소리없이 흘러내렸다. [우내십기, 무림이선 모두가 허울좋은 이름 뿐이로다. 이제 무림에는 이러한 말 이 영원히 사라질 것이다.] 그리고는 천천히 혈령교주에게 시선을 돌렸다. [혈령교주, 아니, 소면불선! 천하를 넘본다는 것은 인간의 미약한 힘으로 이뤄질 수가 없소! 우리는 근 칠십여 년간의 막역지우가 아니오? 이제 우리는 조용히 무 림을 떠날 때가 되었소. 자, 노부와 함께 이 피묻은 세속을 떠나도록 합시다. 이 진해무림을 말이오.] 혈령교주는 그 말을 듣고 대경실색을 금치 못하며 쉴새없이 뒷걸음질을 쳤다. [마...망아혜선, 당신.... 당신...] 아, 혈려교주가 바로 소면불선이었다니 이게 대체 어찌된 일이란 말인가? 그는 인면수심의 흉악한 대마두였단 말인가? 혈령교주, 아니 소면불선은 천천히 고개를 흔들었다. [망아혜선, 노부는 이제 어쩔 수가 없소. 모든 것은 이미 끝나가고 있소. 모든 것이 말이오.] 망아혜선은 지극히 느린 속도로 걸음을 옮겨 그의 앞으로 다가섰다. [소면불선, 노부의 나이 이미 백 이십 세, 새삼 무슨 미련이 있겠소. 자, 노부를 따라 갑시다.] 소면불선은 결전장을 힐끗 쳐다본 뒤 복면을 씰룩거렸다. [아... 일시의 욕망이 천추의 한을 남길 줄이야! 내 어찌 천하무림과 손녀를 대 할 수 있겠느냐? 또한 노부에게 속아온 모든...] 그의 몸은 서서히 옆으로 쓰러졌다. 망아혜선은 그가 스스로 자결한 것을 보며 소리없이 눈물을 흘렸다. [갑시다. 다시는 핏빛이 어리지 않는 멀고 먼 저편을 향해서 말이오.] 망아혜선은 만면에 미소를 띄우고 이미 숨이 끊어진 소면불선을 조심스럽게 가슴 에 안았다. 그리고는 격전장을 뒤로 한채 바람과 함께 사라졌다. 번호:234/234 등록자:HYUN9876 등록일시:97/04/21 01:27 길이:575줄 제 목 : [사마달] 불세마왕경 제 56장 대미 불세마왕경 저자: 사마달 출판사: 대현출판사 제 56장 천년영웅 한편------! 정사 쌍방은 상대의 목숨을 취하기에 혈안이 되어 있었다. [으얍!] [으아아악!] 천지를 진동시키는 고함소리에 이어 여지없이 처절한 비명이 뒤를 따랐다. 쨍! 쨍그랑! 쉬익------! 검영과 장영이 허공에 난무하며 서로 얽히고 쌍방의 인영이 번뜩이는 가운데 둔 탁한 굉음이 천지를 진동시키는 치열한 격전이 벌어졌다. 이때였다. 장내에 유령과도 같은 신법으로 일곱 개의 신형이 미끌어져 내려갔따. 한결같이 홍의를 입었으며 복면을 하고 있었다. 그들의 앞가슴에는 피가 뚝뚝 떨어지는 혈수가 그려져 있었다. 그들은 쌍방의 접전을 바라보며 저마다 음흉한 웃음을 흐렸다. [흐흐흐...] 군웅들은 그들이 나타난 것도 모른 채 쉴새없이 병기를 휘두르고 있었다. 칠절성군은 사검혈마 장사괴를 맞아 백중지세를 휘두르고 있었다. 보검과 보검의 대결, 두 사람은 전신이 땀으로 뒤범벅이 된 채 전신의 공력을 쏟아냈다. 칠절성군의 검이 사검혈마의 목을 후려치는 순간이면 사검혈마는 재빨리 신형을 비틀어 재차 장검을 곧장 찔러갔다. [으아아악!] [크----악!] 두 사람이 한창 겹전을 벌이고 있는 사이에도 정사 쌍방은 처절한 비명과 함게 썩은 나무토막처럼 쓰러져갔다. 목불인견의 대참살! 정파의 인물들은 수적인 열세를 면치 못하고 점차 하나 둘씩 맥없이 쓰러지기 시 작했다. 급기야 그들은 이제 겨우 반정도 밖에 남지 않았다. 사파의 무리들은 이에 더욱 기고만장여 미칠 듯이 검을 휘둘러갔다. 장검이 한 번 허공을 가를 때마다 끊어진 팔다리와 목없는 시선들이 즐비하게 춤 을 추었다. 일곱 명의 홍의인 중 맨 우측에 있는 인물이 공력을 집중시켜 벼락같은 고함을 질렀다. [정파의 무리들은 이미 사기가 완전히 떨어졌다. 너희들은 일시에 놈들의 목을 쳐라!] 마치 천둥이 치는 듯한 우렁찬 고함이었다. 듣는 사람들은 심신이 격탕되는 기혈이 들끓었다. 실로 무성운 공력이었다. 칠절성군등은 그쪽으로 고개를 둘리다 깜짝 놀라고 말았다. (아.. 저놈들의 공력은 이미 노화순청의 경지에 이른 듯 하구나. 그분마더..) 그들은 마치 허수아비처럼 나뒹구는 정파의 인물들을 바라보며 피눈물을 흘렸다. (끝났다. 모든 것이 끝났다.... 아... 정도가 이대로 무너져야 한단 말인가? 하 늘이 원망스럽구나.) 그는 쉴새없이 사검혈마의 장검을 막아내며 이를 악물었다. 이때였다. [우-------!] 천지를 통째로 집어삼킬 듯한 어마어마한 장소성이 길게 울려퍼졌다. [앗!] 군웅들은 기혈이 격탕되는 것을 느끼며 급히 소능로 귀를 틀어막고 일제히 뒤로 물러섰다. 공력이 약한 사람은 병기를 떨어뜨리고 제자리에 주저앉아 운공조식으로 들어갔 다. 흡사 용의 울부짖음과도 같은 긴 장소성이 채 끝나기도 전에 무릉산 내에서부터 하나의 은빛 인영잉 쏜살같이 날아오고 있었다. 일곱 명의 홍의인은 그의 장소성과 신법에 크게 놀라며 말했다. [앗.. 드디어 무수옹이 나타난 모양이구나.] 맨 우측에 있던 홍의인이 나직하게 중얼거렸다. [무서운 공력이다. 본교의 태상교주와 거의 맞먹는 내공이구나.] 은빛 인영은 눈 깜짝할 사이에 장내에 우뚝 내려섰다. [공자님!] [오빠...] [태상호법..] 동시에 정파인물들 틈에서 격통에 찬 외침이 들려왔다. 장내에 나타난 인영은 준수하깆작이 없으며 냉막하기 이를데 없는 철한빙이었다. 철한빙은 싸늘하기 그지없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피바닥을 뒹구는 수많은 시체들 을 바라보았다. 이어 일곱 명의 홍의인들 향해 천천히 다가섰다. 한편 일곱 명의 홍의인들은 두 눈을 화등잔만하게 치켜떴다. (아니! 이 애송이 녀석이 장소성을 발했단 말인가?) 그들은 서로의 얼굴만 멍청하게 바라보았다. 철한빙은 그들을 재빨리 훑어본 뒤 우측에서 두 번째에 있는 왜소한 체구에 가녀 린 몸매를 지니 홍의인을 가리켰다. [흥! 여자인 주제에 감히 천하무림을 넘보려하다니 정말 가소롭기 짝이 없구려.] 순간 홍의인들의 두 눈이 순식간에 살기로 물들었다. 맨 우측에 있는 홍의인이 사악하게 말했다. [흐흐흐. 애송이 녀석의 안목이 날카롭기 짝이 없구나. 네놈은 대체 어느파의 제 자냐?]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허공에서 새 줄기 인영이 떨어져 내렸다. 그들은 바로 뒤늦게 당도한 취몽주개와 천의쌍절이었다. 일곱 명의 홍의인들은 그들을 힐끗 쳐다본 뒤 안중에도 두지 않는 듯 이내 시선 을 철한빙에게 돌려버렸다. 이번에는 맨 좌측에 있는 홍의인이 음침하게 말했다. [흐흐흐. 애송아! 네놈은 감히 본좌등의 앞을 가로막고 무엇을 하자는 것이냐? 네놈이 철없이 날뛴다만 본좌가 특별히 용서해 줄테니 어서 어미 품속으로 돌아 가거라.] 철한빙은 이 모욕적인 말에도 아랑곳 하지 않은 채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 [허허헛.. 그대들의 호의에 깊이 가사드리오. 하나...] [하나 무엇이냐?] [본 공자는 그대들을 징계한 후에 돌아가기로 마음 먹었소.] 이때 우측에 있는 홍의인이 버럭 고함을 질렀다. [이놈! 감히 본좌등을 놀리다니 뒈지고 싶어 환장을 한 모양이구나.] 철한빙은 천천히 그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가 막 입을 열려는 순간이었다. 허공으 가르는 파공음과 함께 장내에 한 명의 노인이 사뿐히 내려섰다. 그는 바로 월하노인이었다. 월한노인은 곧 일곱 명의 홍의인을 향해 힐책하듯이 말했다. [당신들은 당금 강호에서 지극히 높은 신분을 지니고 있거늘 어찌 이같이 흉측한 음모를 꾸몄소? 노부는 당신들의 심중을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구려.] 순간 일곱 명의 홍의인들은 두 눈에 경악의 빛을 떠올리며 크게 한 걸음씩 물러 섰다. [뭐...뭣이! 네.. 네놈이 본좌등의 정체를 알고 있단 말이냐?] 월하노인은 방금 말한 우측의 홍의인을 바라보았다. [노부는 그대들의 정체를 폭로하지 않겠소. 그러니 속히 이곳을 떠나 각자의 위 명을 더럽히지 마시기바라오.] 그러자 왜소한 체구의 홍의인이 말했다. [호호호.. 월하노인, 정말 사람을 웃기는구나. 네놈이 본좌등의 진멱목을 알고 있다는 말을 믿을 수가 없다. 설사 알고 있다고해도 이제 천하는 본좌등의 손에 들어온 것이나 진배없는 사실인데 그까짓 정체가탄로날까봐 두려워할줄 아느냐?] 나머지 홍의인들은 동시에 고개를 끄덕여 동의를 표시했다. 월하노인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아.. 욕망의 힘이 이토록 무섭단 말인가?] 이때, [일곱 부교주는 들으시오. 세째 부교는 경망되게도 자결을 했소. 그러나 그대들 은 속히 정파의 인물들을 깡그리 살해하시오.] 그러자 일곱 명의 홍의인들은 일제히 고개를 수그리며 이구동성으로 입을 열었 다. [속하 태상교주님의 명을 받들겠습니다.] 암중에서 들려온 그 목소리는 천리전음술로써 사방에서 울려 퍼져 위치를 파악 할 수가 없었다. 순간 월하노인이 공력을 잔뜩 운집시켜 고함을 질렀다. [혈령교주, 아니, 혈적무황! 어째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것이오. 당신들의 정 체는 이미 드러난지 오래요.] 중인들은 그의 말을 듣고 혼비백산하고 말았다. [뭣이 혈..혈적무황이 천하의 대마왕인 혈령교주라고!] 월하노인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소. 혈령교주는 바로 망인의 존경을 받고 있는 혈적무황이오. 노부는 그의 정체를 알기 위해 멀리 서장까지 갔다오는 길이오.] 그러자 혈령교주의 경악에 찬 음성이 사방에서 들려왔다. [뭣이! 네놈이 서장에 갔다 오는 길이라고! 그렇다면 무림만사통이 아직 죽지 않 았단 말이냐?] 월하노인의 안색이 비통에 잠겼다. [혈적무황, 네놈은 무림만사통을 죽이려 했으나 그분은 구사일생으로 살아나셨 다. 하하 그분은 전신의 경맥이 끈어져 백치가 되셨다.] [으음.. 본좌가 일생일대의 실수를 범했구나. 그때 그 늙은이의 생사를 확실하게 확인해 볼 것을...] 말이 끝남과 동시에 세 개의 인영이 좌측 백여 장 밖에서 튀어나왔다. 그들은 눈 깜짝할 사이에 월하노인의 앞에 당도했다. 철한빙은 세 사람 중 한 명을 보고는 전신을 와들와들 떨었다. [으...묘춘선고!] 세 사람은 이남일녀로서 좌측에 있는 여인은 묘춘선고였다. 그리고 우측이 있는 사람은 구십여 세의 늙은이로서 만면에 사악한 기가 물씬 풍 기고 있었다. 중앙에 있는 사람은 혈려교주, 즉 혈적무황이었다. 세 사람은 할결같이 홍의를 걸치고 있었으며 가슴에 혈령교의 상징이 그려져 있 었다. 정파의 군웅들은 물론 사파의 인무들까지 소스라치게 놀라고 말았다. [아... 설마했는데 이것이 사실일 줄이야!] 혈적무황은 월하노인을 보며 사악하게 웃었다. [흐흐흣.. 네놈이 본좌의 정체를 용케 알아냈으나 이미 부질없는 일이 되고 말았 다. 오늘 이곳에 모인 놈들은 모두 황천으로 가게 될 것이다.] 이때 철한빙은 묘춘선고를 향해 이를 부드득 갈았다. [묘춘선고! 오늘 본 공자가 너의 사지를 찢어버리지 못한다면 이 자리에게 자결 을 하고 말리라.] 묘춘선고는 의외로 침착했다. [흐흐흐.. 귀염둥이 녀석이 아직까지 살아있다니 정말 명이 질기구나. 하나 오늘 은 본좌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이때 혜인선사가 나직이 불호를 외웠다. [아무타불.... 그렇다며 저기 있는 일곱 시주는 혹시 우내십기중 일곱 분이 아니 오?] 월하노인이 급히 말했다. [그렇소. 그들이 바로 우내십기 중의 일곱 사람이오.] 순간 원강선사의 입에서 비통에 찬 음성이 터져나왔다. [아아.. 천하의 우내십기가 대마왕들이었다니 아미타불... 아미타불...] 그는 두 눈을 지그시 감고 연신 불호를 외웠다. 철한빙은 우내십기라는 말에 전신을 부르르 떨었다. 최심무형귀와 사음귀녀, 꿈속에서도 잊지 못하던 원수 중의 원수가 아닌가! 이때 월하노인의 음성이 들려왔다. [혈적무황, 그대는 오십년 전 피로써 의형제를 맺은 천검마성과 두 형제를 무자 비하게 암살했소. 차마 인간으로서는 할 수 없는 끔찍한 짓을 말이오. 그것도 단 한 장의 불사비도 때문에 말이오.] 아! 그렇다면 혈적무황이 바로 천검마성을 자살하게 만든 그의 의형제 중 막내가 아 닌가? 실로 상상을 초월한 흉악한 마두였다. 급기야 혈적무황의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그도 인간의 피를 가진 이상 수치심을 느끼는 모양이었다. 그런 이것도 잠시 뿐, 그는 수치심이 분노로 바뀌었고 그 분노는 겉잡을 수 없는 일대살기로 변하고 말 았다. 월하노인의 피맺힌 음성이 계속 귓전을 때렸다. [또한 당신은 이십 년 전 천하제일보라고 일컬어지던 무림제왕보를 쑥밭으로 만 든 원흉이기도 하오.] 중인들은 놀라움과 극에 달해 아예 멍청해지고 말았다. 아아! 이 얼마나 엄청난 음모인가! 이 얼마나 잔인박행한 일인가! 중인들 중에 제일 충격이 큰 사람은 역시 철한빙이었다. 원수, 원수, 원수..... 급기야 몽매에도 잊지 못하던 원흉을 찾고야 말았다. 그는 비통에 젖은 얼굴로 피의 절규를 터뜨렸다. [형적무황, 노선배님의 말씀이 사실이냐?] 혈적무황은 분노가 극에 달해 있던 차에 그가 이렇게 묻자 만면에 흉측한 미소를 지었다. [흐흐흐.. 그렇�＃¤� 한데 네놈은 어째서 그것을 묻는게냐?] 철한빙은 두 줄기 피눈물을 흘렸다. [하하하핫.... 네놈은 옥적금궁 철음교에게 갓난 아이가 있었다는 말을 듣지 못 했느냐?] 그는 자신도 모르게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 [뭐라구! 그... 그렇다면 네놈이 철한빙이라는 놈이냐?] 철한빙은 이를 부드득 갈았다. [그렇다. 본 공자가 바로 복수의 화신인 철한빙이며 천하의 마두 무명마이고 또 한 무수옹이기도 하다.] [뭣이!] 장내의 군웅들은 잇따른 충격에 땅바닥에 주저앉을 뻔했다. 특히 정파의 인물들은 아예 혼백이 달아나고 말았다. 이때 취몽주개가 정파인들을 향해 철한빙이 어째서 무명마가 되지 않으면 안되었 는가를 설명해주었다. 이때, [모두 죽여라! 갈가리 찢어 죽여라!] 혈적무황의 입에서 거의 광적인 음성이 터져나왔다. 순간 무릉산을 완전히 뒤덮을 듯한 함성이 울려퍼졌다. [와아!] [죽여라!] 정사 쌍방은 또 다시 대혈전에 돌입하고 말았다. 철한빙은 절정의 신법을 펼쳐 혈적무황의면전에 내려섰다. [원수! 본 공자는 네놈을 찾기 위해 온갖 고통을 감수해왔다. 내 자신마저도 잊 어 버리고 말았다. 하나 이제는 내 영혼, 내 자신, 그리고 나 철한빙을 찾기위해 네놈을 죽이고 말겠다. 또한 속절없이 쓰러져간 무림제왕보의 영혼을 위해서 말 이다.] 이어 천천히 혈비검을 꺼내들었다. [아앗.. 혈비검이 어떻게 저놈 손에...] 이때 두 명의 홍의복면인이 혈적무황의 앞을 가로막고 섰다. [태상교주, 어찌 닭 잡는데 소 잡는 칼을 사용하려고 합니까? 속하들이 저애송이 를 당장에 요절내고 말겠습니다.] 철한빙은 분노에 몸을 떨었다. [네놈들은 대체 누구냐?] 그러자 두 복면인은 천천히 복면을 벗었다. [흐흐흐.. 네놈의 애미와 귀혼수라를 황천으로 보낸 장본인들이시다.] 철한빙은 그들이 최심무형귀와 사음귀녀임을 알자 전신의 피가 역혈하였다. [으아아아------!] 그는 마치 짐승과 같은 울부짖음을 토하며 십이성의 공력을 끌어올려 두 사람을 향해 후려쳐갔다. 그러나 두 사람은 우내십기에 속하는 최절정의 고수들이었다. 그들은 철한빙의 초식을 간단히 피한 뒤 동시에 양쪽으로 갈라섰다. 이어 그의 옆구리를 향해 산악과 같은 장력을 쏘아냈다. 철한빙은 속전속결을 결심했다. 순간 그의 몸이 허공으로 붕 떠올랐다. 그리고는 벼라같이 밑으로 떨어질 천둥같은 고함을 질렀다. [광음천강검법!] 순간 우를릉 소리와 함께 수백 개의 검광이 두 사람의 전신을 덮쳐갔다. 실로 전광석화와도 같은 일초! [아앗! 어서 피하시오!] 혈적무황의 입에서 다급하기 짝이 없는 고함이 터져나왔다. 그러나, 어찌 천하제일의 검법을 피할 수 있으랴! [아아악!] [아---악!] 간장을 쥐어 뜯는 듯한 처절한 단말마의 비명이 멀리멀리 메아리쳐 갔다. 최심무형귀와 사음귀녀는 전신이 갈가리 찢긴 채 형체도 찾아 볼 수 없게 되었 다. 처참한 몰골, 혈적무황은 그들의 시체를 바라보며 전신을 부르르 떨었다. 그리고는 이내 냉정을 회복했다. [흐흐흐흐.. 네놈의 무공이 이토록 가강할 줄은 상상도 못했구나.] 이대 나머지 다섯 명의 부교주 즉, 우내오기는 중인들 틈에 뛰어들어 무자비한 살생을 저지르고 있었다. 이에 정파의 고수들은 검진을 형성하고 맞서갔다. 그러나 우내오기의 공력을 너무나도 뛰어났다. 축풍낙엽-------! 정파의 군웅들은 그들에 의해 가랑잎처럼 목숨이 떨어져 나갔다. 칠절성군은 또 다시 사검혈마와 엉켜붙어 있었다. 그는 급히 군웅들을 향해 고함을 질렀다. [각파의 장문인들께서는 자기 파의 진산검진을 펼쳐 우내오기를 막으시오.] 때를 같이하여 정파의 고수들은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 한편 묘춘선고는 연화옥등 여섯 명의 여인에게 둘러싸여 한창 고전을 면치 못하 고 있었다. 또한 혈적무황과 같이 나타났던 홍의인은 월하노인과 천외쌍절을 맞아 �♥봇�한 접 전을 벌였다. 철한빙은 혈적무황을 찢어 죽일 듯이 노려보며 천천히 혈비검을 들어올렸다. 혈적무황 역시 핏빛처럼 붉은 피리를 꺼내들었다. 철한빙은 원한과 비애, 그리고 살기 등으로 얼룩진 안면이 잔뜩 일그러져 있었 다. [혈적무황. 네놈은 어찌하여 천하의 무림동도들을 속여 무림제왕보를 쑥밭으로 만들었느냐?] 혈적무황은 음흉하게 웃었다. [흐흐흐.. 그것은 본좌가 무림을 재패하는데 있어서 무림제왕보의 세력이 너무나 막강하기 때문이었다.] 철한빙은 피눈물을 흘렸다. [원수, 이제 네놈의 목을 취해 억울하게 죽어간 무림제왕��＂보의 영령들을 위로할 것이다.] [흐흐흐.... 네놈의 복수는 부질없는 짓일 뿐이다.] 철한빙은 천천히 그리고 또박또박 말했다. [복수는 인생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가장 멋진 순간임을 네놈은 잊어서는 안될것 이다.] 그리고는 전신의 공력을 혈비검에 운집시켰다. 바야흐로 전무후무한 대혈투가 벌어지기 일보직전이었다. 그들은 서로의 빈틈을 노렸으나 전혀 허점을 찾아낼 수가 없었다. 이때였다. 여인의 처절한 비명이 잇달아 들려왔다. 또한 쉴새없이 피와 살이 허공을 난무했다. 그러나 두 사람은 옆의 상황에 신경을 쓸 겨를이 없었다. 돌연, 두 사람의 신형이 천천히 움직였다. 그들은 천천히 원을 그리며 걸음을 옮겼다. 깊숙이 패이는 네 개의 발자국! 급기야 두 사람의 신형이 점차 빨라지기 시작했다. 마친내는 희뿌연 홍색 그림자와 은빛 그림자로 변하고 말았다. 순간, [이----얍!] [받아랏!] 그들은 동시에 허공으로 백여 장 가량 솟구쳐 서로 일초를 교환했다. [으윽!] [으-----음!] 동시에 두 마디의 신음성이 터져나왔다. 이윽고 지면에 내려선 두 사람은 한 차례 몸을 휘청거렸다. 철한빙은 천불여래장법과 파혈매한지법을 사용했으나 혈적무황의 왼쪽 어깨에 가 벼운 상처밖에 입히지 못했다. 혈적무황 역시 최절정의 마공인 태음혈령신공을 펼쳤으나 철한빙의 옆구리를 가 볍게 스쳤을 뿐이었다. 그들은 득도 실도 보지 못하자 상대의 공력에 새삼 감탄하며 이를 악물고 혼신의 공력을 끌어올렸다. 이어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의 빠른 동작으로 순식간에 이삼초를 교환했다. 철한빙은 혼신의 공력으로 반월무살도법과 반향조화장, 그리고 석파반향지를 전 개했으나 혈적무황을 어쩌지는 못했다. 혈적무황 또한 태음혈령신공의 삼대절초를 모두 사용했으나 철한빙의 옷자락조차 스치지 못했다. (할 수 없다. 최후의 절기로써 승패를 가름하는 수밖에...) 그들은 재빨리 깊은 생각을 굴린 뒤 서서히 십이성의 공력을 끌어올렸다. 그러자 그들의 몸에서부터 눈이 부실 정도의 은은한 광채가 어리기 시작했다. 두 사람의 광채에 부딪치는 곳마다 괴변이 일어났다. 피식! 피시식! 쾅! 콰쾅..... 돌과 나무, 그리고 흙먼지가 그들의 강기에 의해 허공을 난무했다. 때를 같이하여, 두 사람의 신형이 까마득히 높이 치솟아 올랐다. 동시에, [경세지천검법!] [태음혈령공!] 두 사람의 입에서 천등과 같은 음성이 터졌다. 펑! 퍼펑------! 천지가 부오기될 듯한 광폭음에 이어 허공에서 핏빛 무지개가 피어올랐다. [으---아----아----악!] 세상의 종말을 예고하는듯한 처절무비한 비명소리가 천지를 진동했다. 핏빛 무지개는 금시 혈우로 변해 대지 위에 뿌려졌다. 잠시 후, 하나의 신형이 천천히 지면에 내려섰다. 그러자, [와아! 만세! 만세---!] [정파가 이겼다. 천하의 대마왕이 죽었다!] 군웅들은 일시에 병기를 집어던지며 철한빙에게 몰려들었다. 살아남은 사파의 부하들은 꽁지가 빠져라 도주하고 말았다. 철한빙은 땅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동시에 하늘에서 전신이 짓뭉개진 하나의 혈영이 그의 앞에 떨어졌다. 쿵! 바로 희대의 대마왕 혈적무황의 시체였다. 그는 전신이 짓뭉개진 채 하나의 고깃덩어리로 변해 있었다. [하늘에 계신 영령이시여! 부디 고이 잠드소서.] 그는 하늘을 향해 배를 올린 뒤 나직이 중얼거렸다. [아버님, 그리고 어머님, 소자 이제 모든 것을 잊고 초야에 묻히고자 합니다. 이 제 영원히 범인의 몸으로 돌아가고자 합니다.] 그는 천천히 몸을 일으키며 피바다로 얼룩진 땅바닥을 바라보았다. 먼저 사지가 잘려져 처참하게 죽어있는 우내칠기의 시신이 눈에 들어왔다. 사파의 인물들은 이삼류의 인물들만 간신히 살아서 도망쳤을 뿐 전부 목숨을 잃 고 말았던 것이다. 반면 정파에서도 소림의 혜인선사와 그밖에 수천 명의 영웅이 아까운 목숨을 잃 었다. 살아남은 사람은 고작 백 여 명에 지나지 않았다. 철한빙의 두 눈에서는 끊임없이 장부의 뜨거운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복수, 원한, 은원, 욕망 이 모든 것을 위해 인간은 살아가는 것일까? 아니다! 그것은 결코 아니다. 그러나 이 많은 시신들, 이 많은 피들은 과연 무엇이란 말 인가?] 이때 온몸이 피로 뒤범벅이 된 연화옥이 다소곳이 말했다. [오빠, 이제 무림에는 평화가 찾아 왔어요. 영원한 평화가 말이예요.] 철한빙은 그녀를 향해 씁쓰레한 미소를 보냈다. 그리고는 자신을 둘러싼 나머지 여인들을 바라보았다. [낭자들, 부디 행복하시오. 소생은 이미 피로 얼룩진 몸, 이대로 조용히 세속을 떠나고 싶소.] 그는 말을 하는 한편 천천히 중일들 틈을 헤집고 걸음을 옮겼다. 그의 뒷모습은 장엄하기 그지 없었다. 이때 누구의 입에선가 나직한 음성이 터져나왔다. [아! 성불....] 그러자 군웅들의 입에서 동시에 감탄사가 터져나왔다. [그렇다! 그는 무림사상 최대의 성불이다. 바로 무림성불....] 철한빙의 모습은 천천히 그들의 시야에서 멀어져갔다. 연화옥은 멀어져가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수정과도 같이 맑고 투명한 눈물을 소리없이 흘렸다. [오빠! 소매는 오빠의아이를 갖고 있어요. 그러나 소... 매는 오빠를 잡을 수가 없어요. 다만 언젠가는 오빠께서 저희들의 곁으로 돌아오신다는 것만 굳게 믿고 있을 뿐이에요.] 칠절성군은 하늘을 우러러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무림사상 가장 뛰어난 불세출의 기재였소. 그는 돌아올 것이오. 천하무림 이 위급할 때면 언제고 돌아올 것이오.] 전설이 이르기를... 이땅에 마가 생기면 영웅이 출현하리니, 그를 일컬어 천년영웅이라 칭하리라! < 대미 > 읽기(번호) 쓰기(W) 목록열람(DIR,L,LL) 다음메세지(N) 앞메세지(P) 도움말(H) 등록자검색(FROM) 제목검색(SUBJ) 답장(R) 삭제(DEL) 기타(Z) 선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