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原大天邪(중원대천사) 서 장 (잊혀진 神話를 찾아서) 여기.... 잊혀진 전설이 있다. 악마의 저주와 공포,그리고 찬란한 신화를 꽃피웠던 전설! 그것은, 무려 천이백년전(千二百年前)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들은.... 하늘의 능력조차 초월한 절대의 힘을 지닌 자들이었다. 아니, 그들은 가히 악마적이었다. 난공불락의 거대한 미증유의 사대세력! 철왕신부(鐵王神俯)! 백마탑(百魔塔)! 만황독궁(萬皇毒宮)! 북해빙궁(北海氷宮)! 그들은 세상의 땅끝, 그곳 동(東),서(西),남(南),북(北)에서 일제히 일어났고, 중원무림(中原武林)을 지배하리라! 무서운 야망의 폭풍이 되어 중원을 향해 치달려 들었다. 천하는 하얗게 질려 버렸다. 무림으로서는 그들 사대세력을 막을 힘이 없었던 것이다. 그들은 알고 있었던 것이다. 악마적인 힘을 지니고 있는 사대세력, 바로.... 천외사세(天外四勢)! 이렇게 불리우는 그들, 그 언젠가 그들이 단 한 번 무림에 나타난 적이 있었던 것이다. 아니, 단 일인(一人)이었다. 그는 신비 속에 잠겨있는 안개의 섬에 있는 철왕신부에서 왔다고 했다. 그리고, 그 사내는 천하를 향해 외쳤다. 중원의 무공을 시험하리라! 오오....! 그것은 실로 엄청난 광오함이었다. 처음, 무림인들은 미친놈이라고 코웃음을 쳤다. 당시 무림은 최절정기를 맞이하고 있었기에 그만큼 자만과 자신감에 차 있었던 것이었다. 하나, 무림인들은 소스라치게 놀라고야 말았다. 단 한 명의 사내에 의해..... 무림 최강이라 불리우던 칠십 개 대방파가 붕괴되고, 천하 최강의 고수라 불리던 환우십팔고수(桓宇十八高手)중 십인(十人)이 그에게 무릎을 꿇었다는 사실 앞에.... 그것은 단 백일(百日)만이었다. 실로 이것은 믿을 수 없는 엄청난 사실이었다. 사내는 광소를 토했다. 크하하핫....중원!위대한 중원의 힘이 고작 이 정도였단 말인가? 실 망했도다! 이 정도라면 중원은 접수할 가치도 없다! 그것은 실로 엄청난 수치와 조롱이었다. 중원인들은 참담했다. 한데, 사내가 떠나면서 남긴 한 마디는 천하를 망연자실하게 만들었으니..... 기억하라! 철왕신부에는 나 정도의 고수는 수백 명에 달한다는 사실을...! 오오! 이것은 전율 그 자체가 아닐 수 없었다. 그 하나만으로도 무림은 속수무책이었거늘.... 그를 능가하는 고수가 수백 명에 달한다니, 아아....! 철왕신부! 정녕 그곳은 천외천(天外天)의 인간들이 존재하는 곳이란 말인가? 만약 그들이 중원을 접수하려든다면 불보듯 너무도 뻔한 일이 아닐수 없었다. 전율! 그리고 공포! 중원무림을 진저리치게 했다. 그러나, 그 후..... 철왕신부의 고수들은 백 년이 지나는 동안 단 한 번도 무림에 나타나지 않았다. 아득한 전설로 화한 것이다. 한데, 그런 철왕신부가 대거 무림을 향해 몰려오고 있을 분아니라, 그 철왕신부와 버금가는 가공할 백마탑,만황독궁,북해빙궁이 일제히 무림 을 향해 폭풍처럼 밀려오고 있었으니, 중원무림! 그야말로 풍전등화였다. 대책이 없었다. 그 중 한 세력만으로도 중원인은 상대할 임이 없었던 것이다. 천하는 통곡했다. 하늘이시여! 정녕 중원을 이대로 버리시나이까....? 한데.... 이것은 정녕 기적이었다. 아니,그것은 하나의 불멸할 위대한 신화의 탄생이었다. 천외사세! 그들이 돌연 멈춘것이다! 단 일인(一人) 앞에... 새하얀 백의(白衣)에 눈부신 신위를 일신에 구름처럼 감싼 인물. 처음, 무림인들은 어이가 없었다. 그 가공할 천외사세를 홀연단신으로 막아서다니.... 한데, 천하인들은 상상도 못할 기적을 보아야만 했다. 천외사세의 사인(四人)의 절대자들! 그들이 그 신비의 백의인에 의해 단 일초만에 패해 무릎을 꿇는 눈부시고 도 감동적인 광경을..... 오오.....! 이 엄청난 기적. 그것은 인간이 이룰 수 없는 기적이었기에.... 그 분은 중원을 위해 하늘이 내려주신 하늘의 아들이시리라. 천하인들은 그 백의인에게 경배했다. 하늘의아들이시여! 당신을 무림의 영원한 신(神)으로 받드오리다! 무림의 영원한 주인이 되어 주소서! 천하무림인들은 그에게 주우언무림을 맡아주기를 간청했다. 하나, 백의인은 홀연히 돌아섰다. 그리고 남긴 말 한 마디, 기억하시오! 후일 무림은 천외사세로 인해 엄청난 혈란에 휩싸일터... 그때는 하늘조차 그들을 막지 못할 것이오! 오직 중원인 스스로가 지켜야 하오! 힘(力)... 힘을 기르시오. 천하를 지킬 불멸의 힘을....! 그리고 그는 떠났다. 나타날 때처럼 신비스럽게 그는 사라진 것이다. 천하인들은 안타까움과 허전함을 금치 못했다. 가장 아끼던 보물을 잃은 듯... 아울러, 천하인들은 외쳤다. 잊지 않으리라! 하늘의 아들... 불세천자(不世天子)! 그 불멸의 영세 베일인을...! 그는 무림의 영원한 신으로 우리의 가슴에 살아 있어리라! 그리고... 힘을 기르리라! 불멸의 힘을...! 오오...! 불멸의 대영웅(大英雄)! 불세천자! 그 찬란한 신화의 이름은 이렇게 탄생되었고, 무림인들은 각자 힘을 키우기에 열중했다. 불멸의 힘을 키우기 위해.... 그러나, 세월....! 그 천이백년의 세월은 모든것을 다시금 무상하게 만들었고, 또 하나의 무선운 태동을 일으키고 있었으니.... 전설과 신화, 그리고 세월.....! 이 함수관계 속에 이야기는 시작된다. 第 一 章 薔薇少女 북경(北京), 천하의 중심지라 할 수 있는 곳, 천하의 모든 문물이 이곳 북경에 집중되어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 이유는, 자금성(紫禁城)! 바로 천하의 주인인 황제(皇帝)가 살고 있는 자금성이 이곳 북경에 있기 때문이었다. 때문에..... 북경은 천하에서 가장 화려하고 웅장했다. 한데, 이 북경에는 자금성보다 더 유명한 곳이 네군데 있었다. 이름하여, 북경사비(北京四秘)! 바로 그렇게 불리운다. 북경만서루(北京萬書樓)! 장미장원(薔薇莊院)! 만육방(萬肉房)! 십자매(十字魅)! 그것을 일컬어 북경사비라 해 . 북경에서 이 북경사비를 모른다면 결코 북경사람이 아니었다. 아니, 촌놈 취급을 받을 정도였다. X X X X X X X 북경만서루! 이곳은 하늘아래 가장 방대한 대서고(大書庫)였다. 태고때부터 존재하던 모든 고서와 기서(奇書)들이 이곳에 망라되어 있었다 황궁서고! 그곳에 없는 것도 이곳엔 있었다. 어떻게 하늘아래 존재하는 모든 고서와 기서들이 이곳에 존재할 수 있단 말인가? 그것은 불가사의였으며, 하나의 신비였다. 특히, 놀라운사실은, 북경만서루의 주인이 바로 천하제일뇌라 불리우는 인 물이라는 것이다. 십뇌천옹(十腦天翁) 우문현백! 오오.....! 이 이름, 천하의 그 누가 모를것인가? 이미 백여년 전 부터 황사를 지냈던 인물..... 그는 만사 무불통지였다. 세인들은 말한다. 그가 모르는 것은 하늘도 알지 못한다! 그는 그야말로 이 시대 최고의 현자였다. 한데, 북경만서루의 영업방침은 특이했다. 결코 금전을 받고 책을 팔지 않았다. 단지, 반드시 책의 가치만큼 되는 전설,비사,비화,등을 말해주어야만 책을 주었 다. 하나, 이미 북경만서루에서 알고 있는 내용은 안된다. 처음 북경만서루가 열렸을 때는 수많은 사람이 찾아 들었다. 그러나, 지금은 단 한 사람도 북경만서루를 찾는 사람이 없었다. 그것은 이미 천하의 그 어떤 기문괴사나 비화도 북경만서루는 모두 알고 잇었기 때문이었다. 왜? 북경만서루는 천하의 모든 기문괴사들을 알려고 하는 것인가? 그것은 하나의 신비였다. 장미장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곳, 이곳엔 흑장미,백장미,붉은장미 등 수없이 많은 장미들로 둘러싸인 장원이 었다. 하나, 세상에서 제일 슬픈 곳이기도 했다. 왜....? 이곳은 바로 세상에서 버림받은 고아들이 모여 있는 곳이기 때문이었다. 더욱이 장미정원의 주인, 장미공자(薔薇公子) 담천우! 그역시 일찍이 부모를 잃은 천애고아였다. 하나, 그는 천하의 모든 고아들을 형제처럼 따뜻하게 받아 들였고 보살피고 있었 다. 북경사람들은 그를 이 시대의 마지막 남은 성인(聖人)이라고 불렀다. 또한, 장미공자 담천우! 그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지혜를 지녔고,세상에 모르는 학문이 없을 정도로 박식했다. 그는 북경의 힘없고 불우한 사람들에게 자신의 지혜를 나누어 주었고, 때로는 자신의 의복도 서슴없이 벗어 주었다. 때문에, 불우한 사람들에게는 그는 거의 신과도 같은 존재였다. 한데, 과연 그는 어디서 금전이 나서 그 많은 고아들과 불우한 이웃들을 도울 수 있단 말인가? 그것은 하나의 신비였다. 만육방! 북경 아니,천하제일의 푸줏간이었다. 종업원이 무려 천여 명, 하루에 처리하는 소가 수천마리,돼지가 만여 마리에 이른다. 천하의 모든 고기가 이곳에서 나갈 정도였고, 육질이 최상품이어서 자금성에 까지 납품하고 있었다. 한데, 놀랍게도 만육방에서 도살되는 소와 돼지가 단 한사람에 의해 처리된다는 것이었다. 만육방의 주인, 좌무엽(左武葉)! 그는 약관의 청년이었다. 한데 그가 짐승을 도살하는 장면은 그야말로 환상적이었다. 단 일도(一刀) 상상을 불허하는 쾌(快)로써 피 한방울 없이 도살한다 했다. 전혀 무공을 익히지 않았다는 그, 태어나면서 부터 도(刀)를 쥐었고, 그때부터 짐승을 도살했고 지금의만육방을 일으켰다는 자수성가의 표본인 그...... 왜......? 그는 거대한 만육방을 이룩하고도 아직까지 도를 놓지 않는 것인가? 십자매! 북경사비 중 유일하게 사람이었다. 하나, 그는 안개 속의 인간처럼 모든것이 신비에 가려져 있었다. 하지만 북경사람은 안다. 그가 양상군자(도둑)임을.... 그는 어찌나 신출귀몰한지 단 한번도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거나 들킨 적이 없었다. 그리고, 그는 결코 무림인이 아니었다. 단지 그는 현묘한 지혜를 지니고 있어 그 어떠한 진식과 기관지학,그리고 열쇠제조술은 타의 추종을 불허해, 상대의 금품을 귀신처럼 털어가는 것이었다. 또한, 그에게는 철칙이 있었다. 결코 불우한 사람의 것은 털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오직 갑부나 악랄한 고관대작을의 집만을 골라 털었다. 그리고, 금품을 없는 자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한마디로 그는 북경의 의적 이었다. 북경사비중 제일 신비한 인물로 평가되고 있다. 하나, 천하는 모르고 있었다. 북경사비! 그것이 후일 천하에 엄청난 파란과 전무후무한 신화를 창조하게 됨을.... 오직, 하늘만이 알 뿐이었다. X X X X X X X X X 북경에서 약 백여리쯤 떨어져 있는곳, 그곳에 아름다운 꽃동산이 있다. 꽃동산! 오오......! 그것은 온통 장미꽃으로 이루어진 황홀하도록 아름다운 동산이었다. 흑장미....백장미.....붉은장미...등등.... 각양각색의 장미들, 한마디로 장미의 세계같았다. 그리고, 그 장미꽃들 속에 하나의 자그마한 건물이 세워져 있는 것이 아닌가! 아아! 장미의 장원! 그렇다. 이곳이 바로 북경사비 중 하나인 장미장원인 것이다. 천애고아들의 천국! 지금은.... 밤(夜)! 짙은 어둠 속에 장미장원은 고요했다. 이미 백수십 명의 고아들은 깊은 잠에 빠진 듯 초롱한 별빛만이 은은히 장미 장원에 뿌려지고 있었다. 한데, 유독 한 실내에서 은은한 불빛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실내, 고아하면서도 아득한 분위기였다. 한데, 그곳에 일남일녀가 있었다. 오오....! 장미꽃의 요정들인가? 두 사람, 그들은 실로 눈부시도록 아름다운 선남선녀들이었다. 사내, 대략 십칠세 가량의 수려한 백의서생이었다. 뚜렷한 이목구비는 강렬한사내의 기상을 느끼게 했고, 두 눈, 마치 태양을 담은 듯 신비스러웠다. 언뜻 보면 지극히 평범한 듯 했으나 오히려 그 평범함이 더욱 비범하게 느껴지는 아름다운 사내였다. 아! 이 사내..... 장미공자 담천우! 바로 장미 장원의 주인이었다. 그 자신 역시 조실부모하여 천애고아로서 수많은 어린 고아들을 돌보고 있는 북경의 성자였다. 그리고, 소녀! 십 육세 정도 되었을까? 그녀는 마치 활짝 핀 흑장미처럼 아름다운 소녀였다. 커다란 눈망울은 마치 흑진주를 담은 듯 영롱했고, 오똑한 콧날, 앵도같은 입술, 깜찍하고 오목한 볼우물.... 실로 보석처럼 아름다웠다. 그녀의 이름은, 추옥상(秋玉翔)! 그녀 역시 고아였다. 그래서인지 그녀의 눈빛은 가을날 쓸쓸히 떨어지는 낙엽처럼 슬펐다. 하지만, 그녀는 담천우를 대할 때면 항상 웃었다. 두 눈 그득히 행복감을 담은 채.... 추옥상, 그녀는 장끗미장원에서 담천우를 대신해 어린 고아들을 친누이처럼 때로는 어머니 처럼 보살피고 있었다. 지금, "......." 추옥상은 정감이 그윽히 담긴 커다란 눈망을을 깜빡이며 겉옷을 걸치고 있는 담천우를 바라보고 있었다. 담천우, 이 밤늦게 어디를 가려는가? 그는 겉옷을 걸치고 천천히 그녀를 향해 돌아섰다. 그는 미소한 채 부드럽게 말했다. "옥상." "........!" "밤바람이 차니 혹시 아이들이 이불을 걷어 차고 자는 지 잘 살펴보고 자거라." 추옥상은 고개를 살며시 끄덕였다. "염려마세요. 한데....." "......?" "담오빠는.... 꼭 이렇게 늦게 밤일을 나가셔야 하나요?" 염려스런 정감이 담뿍 담겨 있었다. 담천우는 조용히 웃었다. "옥상.... 너는 항상 똑같은 말을 하는구나.내가 하는 장사는 항상 밤에만 이루어지니 어쩌겠느냐." ".......!" "너무 걱정하지 말아라. 오늘은 일을 일찍 마치고 돌아오마." 추옥상은 그런 그를 그윽히 올려 보았다. 담천우는 살며시 그녀의 하얀 이마에 가볍게 입맞춤을 했다. "옥상 나는 아이들과 너를 보면 항상 새로운 의욕을 느끼고 사는 보람을 느낀다." "오빠....!" 추옥상의 커다란 눈망울에 어떤 걱정이 차올랐다. "오빠는 소매의 희망이에요. 만약.....오빠가 어찌되신다면 소매는..... 소매는 이세상을 살아갈 의욕을 잃고 말거에요." 와락! 그녀는 담천우 의 가슴 속으로 파고 들었다. "옥상!" 담천우 역시 가슴에 울컥 치미는 뭉클함을 느낀 듯 와락 그녀의 교구를 끌어 안았다. 그는 그녀의 삼단같은 머리결을 부드럽게 쓸었다. "옥상." ".....!" "나역시 옥상이 있었기에 항상 기쁨을 느낀다." "오빠!" "옥상!" 포옹! 그들의 포옹은 뜨거운 사랑을 안고 있었다. 가슴 벅차 오르는 행복감과 함께.... (아아....천우오빠, 오빠는 소녀의 생명보다 더 소중해요.영원히...영원히 사랑할거예요....!) (그리고...하늘에 감사드려요.오빠는....오빠는 위험한 일을 하고 계시다 는 것을 소녀는 알고 있어요. 오빠....) 그녀의 눈빛은 뿌연 안개막에 가려지고 있었다. "오빠...." 추옥상, 그녀는 서글한 눈을 돌려 창밖을 바라보았다. 초롱한 별빛이 흐르는 밤하늘...... 왠지 오늘따라 더 슬퍼 보이는 이유는 무었일까? (부디...조심하세요. 오빠가 하루라도 보이지 않는다면 소녀는..소녀는..) 또르륵! 한방울의 눈물이 소리없이 그녀의 뺨을 적셔 내렸다. 사랑이 담긴 눈물이...... 밤, 장미장원의 밤이었다. 弟 二 章 예쁜 시체 장미장원의 밖, 교교한 달빛만이 어둠 속에 고요히 흐르고 있었다. "......!" 담천우, 그는 별빛 흐르는 밤하늘을 응시하며 눈빛을 신비스럽게 반작였다. (오늘은 유난히 달빛이 밝군. 일이 잘 안되겠는데....) 무슨 말인가! 달빛하고 표국의 밤일하고 무슨 관계이기에 잘 안된다는 것인가? 아직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이내, 그는 천천히 장미장원을 뒤로 하고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한데, 약 이장쯤 갔을까? 돌연 조소어린 음성이 그의 옆에서 들려오는 것이 아닌가? "후후...엉터리 같은녀석!" ".....!" 담천우는 흠칫하며 급히 돌아섰다. 그러다가 그의 얼굴에 씨익 웃음이 번졌다. "무엽.....!" 전면, 한 명의 흑의사내가 우뚝 서 있었다. 대략 이십 세 정도.... 한데, 차다(冷)! 아니, 너무도 무심해서 차가운 느낌을 전해 주고 있었다. 준미한 가운데 강인한 느낌을 느끼게 했다. 이때, 그는 담천우를 향해 다가오며 실낱같은 미소를 지였다. "후후...천우,나는 여지껏 밤에 일하는 표국이 있나는 소리는 처음 들었다." 일순, 담천우는 멋적은 듯 피식 웃었다. "무엽....다 들었구나!" "그래! 네놈이 추소저를 안고 있을 때 피가 거꾸로 돌아 하마터면 즉사할 뻔 했다." "후후...북경 제일의 만육방 주인이 장미장원에서 즉사했다면 난리가 나겠 지?" "후후후..." 두 사람, 바라보는 서로의 시선에는 진한 우정이 흐르고 있었다. 한데, 아아....! 만육방의 주인이라니..... 그렇다. 흑의사내, 그가 바로 북경사비 중 하나인 만육방의 주인인 좌무엽이었다. 그리고, 담천우와 좌무엽! 그들은 둘도 없는 친구였다. 문득, 담천우는 좌무엽에게 의미심장한 시선을 주었다. "한데 무엽... 이곳엔 왠일이지?" 좌무엽은 불쑥 한쪽 손을 내밀었다." "네놈이 고기가 떨어진 것 같아 주려고 왔다." 순간 담천우는 피식 웃었다. "후후...무엽,나를 속이려 하지마라. 나는 네놈이 오늘 이곳에 올 줄 미리 알고 있었다." 좌무엽의 눈이 살며시 씰룩였다. "이유는.....?" "얼마전부터 장미장원 주위에 네놈이 얼씬거렸다. 그것도 항상 내가 밤일 을 나갈 때마다...." "그게 무슨말이지?" "후후...능청떨지마라.네놈은 내가 없는 장미장원을 은밀히 지키고 있음을 나는 알고 있다." "....!" 좌무엽의 표정이 멋쩍게 일그러졌다. 이어, 그는 씁쓸한 고소를 지었다. "들키고 말았군. 천우...네놈이 내가 세상이서 가장 사랑하는 친구가 아니 었다면 추소저는 벌써 내가 납치해 갔을 것이다.이것은 진심이다." "후후...그래서 나도 네놈이 좋다." 담천우는 빙글 돌아섰다. 그리고 가던 길로 걸음을 옮겼다. "무엽 네놈을 믿고 나는 일을 갔다 오겠다." 그의 등 뒤로, 좌무엽의 시선이 조용히 머물렀다. 그러다가 문득 입을 열었다. "천우,조심해라. 오늘은 왠지 기분이 좋지않다." "걱정마라.이 바닥에선 이제 이골이 난 솜씨니까." "천우,이제 그만 자존심을 꺾고 친구의 도움을 받는 것이 어떨까?" ".....!" 담천우는 말이 없었다. 그의 시선에는 환한 밤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무엽...저의 우정은 고맙다.하나...나는 내 방식대로 살아갈것이다.) 차츰, 그의 모습은 저 멀리 어둠 속으로 사라져 갔다. 유난히 밝은 밤.... 왠지 무슨 일이 일어날 것만 같았다. ..... X X X X X 북경, 수많은 고루거각들이 즐비하게 세워져 있는 북경의 하늘 역시 어둠에 잠겨 있었다. 그리고, 만상이 잠들은 듯..... 고요와 적막이 앙금처럼 깔려 있었다. 한데, 바로 그때였다. 돌연 무지막지한 고함이 밤하늘을 뒤흔들었다. "도둑이야! 저놈잡아라-----------!" 동시에, 한 채의 거대한 장원 속에서 한 인물이 빠르게 뛰쳐나와 실타래처럼 엉켜 있는 골목길을 무섭게 달리기 시작했다. 후다다닥-----! 얼마나 급하게 달리는지 말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한데, 눈썹이 휘날리도록 달리는 인물, 담천우! 바로 그가 아닌가? 지금쯤 표국에서 밤일을 하고 있어야할 그가 웬닐로 이곳에서 발바닥에 연가가 나도록 뛰고 있단 말인가! 그의 얼굴은 낭패감으로 일그러져 있었다. (빌어먹을 수전노영감 같으니....! 잠귀가 도둑고양이처럼 예민할줄이야!) 그의 손에는 하나의 금포전대가 꽉 움켜쥐어 있었다. 그때, 우당탕---! 담천우가 나온 거대한 장원으로부터 십여명의 건장한 하인들이 뛰쳐나왔다 선두, 노기충천하다 못해 안색이 새파랗게 질린 금포노인이 앞장서고 있었다. 금포노인, 비계덩어리로 뒤룩뒤룩 뭉쳐진 노인이었다. 뛸때마다 살집이 물결처럼 출렁거렸다. 만금보(萬金寶)! 노인의 이름이었다. 북경제일의 수전노이며 지독한 고리대금업자였다. 또한, 금전이 되는 일이라면 어떤 짓이라도 서슴지 않은 지독한 노랑이였다. 이때, 만금보는 저만큼 달리고 있는 담천우를 발견하고 벼락같이 고함을 질렀다. "놈이 저기간다! 잡아라------!" 그를 위시한 십여 명의 하인들이 담천우의 뒤를 기세흉흉하게 쫓기 시작 했다. 만금보, 둔해 보이는 몸집과는 달리 뛰는 모습은 완전 물찬 돼지였다 그는 담천우의 뒤를 쫓으며 입에 허연 게거품을 물었다. "서라----!네놈이 나 만금보의 금전을 훔치고도 무사할 성 싶으냐!" 하자, 함께 뒤를 쫓는 하인들이 냅다 목청을 뿜었다. "도둑잡아라!" "십자매 잡아라-------!" 아아! 십자매-----! 그렇다면 담천우가 바로 북경사비 중 하나인 의적 십자매였단 말인가? 정녕 놀라운 사실이 아닐 수 없었다. 장미장원의 주인인 그가 십자매였다니..... 북경의 성자로 불리우는 그가..... 하여튼, 정적과 고요의 북경 하늘은 졸지에 갈기갈기 찢어지고 있었다. 그때, 눈썹을 휘날리며 달리고 있는 담천우, 그는 내심 고소했다. (제길...천하의 십자매인 내가 수전노인 만금보영감에게 걸리다니...! 어쩐지 오늘밤은 ⇔가 불길한 예감일 들더라니.....!) (하여튼 이런 낭패는 처음이다.....!) 그렇다. 신출귀몰한 십자매! 그로서는 오늘 처음으로 들킨 것이었다. 만금보! 정녕 지독한 돈벌레 였다. 아니, 아예 금전을 신주단지 처럼 여기는 그였기에.... 그의 금고는 너무도 처절한 보안장치가 되어 있었다. 겹겹이 싸인 기관장치, 하나, 십자매인 담천우에게는 그것은 문제가 아니었다. 문제는, 어이없게도 금전 하나하나에 투명한 명주실로 엮어 그의 발목에 묶어 놓 았다는 데에 있었다. 실로 지독한 자였다. 더욱이 그 실이 풀리면 경보장치가 울리게 되어 있었으니.....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나, 담천우는 그 모든 불가능한 보안장치를 뚫고 금전을 수중에 넣었다. 그것은 십자매였기에 가능했다. 한데, 금전이 담긴 금포전대에까지 명주실이 연결되어 있을 줄이야. 그것은 실로 생애 최대의 실수였다. 뒤를 슬쩍 돌아본 담천우는 입맛을 쩝 다셨다. (지독한 영감..걷기도 힘든 몸집인데 무섭게 빠르네....!) 그의 뒤를 쫓는 함성소리가 더욱 거세어졌다. "도둑잡아라!" "십자매,잡아라------!" 만금보는 악을 바랍바락 질렀다. "저놈을 잡는 자에게는 상금으로...금전 아니,동전 한....냥을 주겠다!" 동젼 한냥! 그것도 아까운가? 그의 음성은 바들바들 떨렸다. 노랑이도 정말 지독한 노랑이 영감이었다. 일순, 담천우는 냉소했다. (후후...나를 잡겠다고...십자매를 너무 우습게 보는군.) 찰나 그의 몸이 더욱 빨라졌다. 순식간에 골목 세개가 지나가고 그의 몸이 다음 골목으로 휙 끼어들었다. 순간, ".......!" 담천우의 안색이 무참히 일그러졌다. (맙소사....! 길을 잘못들었다!) 전면, 전혀 뜻하지 않은 상황이 펼쳐져 있었던 것이다. 아닌 밤중에 홍두개인가! 상여! 한대의 상여가 떡하니 가로막고 있었던 것이다. 더욱이 상여꾼들이 소란한 함성소리에 상여를 내려놓고 담천우를 향해 몸을 돌리는 것이 아닌가? 담천우는 가슴이 철렁했다. (꼼짝없이 잡혔구나.....!) 하나, 그는 두뇌가 번개같이 회전했다. 이어 그는 갑자기 외쳤다. "저 도둑 잡아라!" 그러면서 득달같이 상여꾼들을 지나쳐 내달리기 시작했다. "뭐....? 도둑.....?" "어디... 어디냐...?" 상여꾼들은 엉겁결에 담천우가 가리키는 곳을 향해 우르르 몰려갔다. 한데, 일이 또 묘하게 꼬여졌다. 앞장 서서 달리던 담천우, 그의 얼굴이 또다시 낭피로 일그러지는 것이 아닌가? (젠장...! 길이 막혔잖아....! 오늘 정말 재수 옴붙은 날인가....?) 그의 앞, 완전 막다른 골목이었다. 담천우는 당혹했다. (큰일이다.....!) 지체없이 그는 몸을 빙글 돌아서며 왔던길로 다시 뛰기 시작했다. 뒤따라 오던 상여꾼들이 그와 마주치며 담천우에게 급한 듯이 물었다. "도둑은 어디에 있소?" 담천우는 돌아보지도 않고 뒤를 향해 대충 손을 휘둘렀다. "저기,저쪽이오!" "저쪽이다!" 상여꾼들은 앞뒤 살펴보지도 않고 탐천우가 가리키는 곳으로 무작정 달려 갔다. 한데, 담천우는 일생 최대의 속도를 내며 달려가다가 흠칫 멈추고 말았다. "......!" 저만큼 기세등등하게 다가오는 만금보와 그 일행을 발견한 것이다. (잡히면 끝장이다....!" 담천우는 급했다. 황급히 사방을 둘러보았지만, 주위는 높디높은 석벽 뿐이었다. 그러다가 문득, "......!" 그는 상여를 발견했다. 그리고 상여 가운데 놓여진 검은 관이 눈에 들어왔다. (저곳에 숨어....?) 이내 그는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하지만 어떻게 시체와 함께 관 속에서....!) 다급한 김에 생각난 것이지만 소름이 쭉 끼치는 일이었다. 하나, 상황이 상황이었다. 길이 막힌 것을 알고 상여꾼들이 돌아오고 있었고 만금보의 일행이 코앞에 다다르고 있었으니, 더이상 다른 방법이 없었다. 담천우는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에라....! 설마 시체가 생사람 잡아 먹겠는가...잡히는 것보단 만배천배 낫겠지....!) 그는 황급히 관뚜껑을 밀었다. 그르륵! 관은 쉽게 열렸다. 순간, "......!" 담천우의 눈이 부릅떠졌다. (햐....! 세상에 이런 미녀가.....!) 실로 뜻밖이었다. 관 속, 그곳에는 눈부시도록 아름다운 절세의 미녀가 잠자듯이 누워 있는것이 아닌가! 달빛조차 그녀의 황홀한 아름다움에 빛을 잃을 정도였다. 대략 십 칠팔 세 정도.... 마치 백옥을 깎아 만든 조물주의 걸작품 같았다. 또한, 고귀한 기품과 성스러움이 어린 여인이었다. 만약 이 여인이 눈을 뜬다면 세상의 모든 미는 그빛을 잃고 말리라. 정녕 달빛에 드러난 여인의 모습은 환상적일 정도로 아름다웠다. 담천우, 그는 절로 침을 꿀꺽 삼켰다. (세상에 이런 미녀도 존재하고 있었다니...! 아깝다. 이런 미인이 이토록 빨리 요절하다니....!) 잠시 그는 여인의 자태에 넋을 일었다. 그러다가 퍼뜩 자신의 처지를 깨달았다. (내가 지금 죽은 미인을 감상할 때가 아니지....!) 이어, 그는 재빨리 관속에 몸을 뉘이며 급히 관뚜껄을 닫았다. 관속이 워낙 좁아 시체를 곽 부둥쳐안지 않으면 안되었다. (으흑,내팔자야....! 그래도 예븐 시체라서 다행이다....!) 그와 동시에, 상여꾼들과 만금보 일행이 상여 앞에서 맞닥뜨려졌다. 숨이 턱에 찬 만금보의 거친 음성이 들렸다. "여...여보시오. 이곳으로 어떤 녀석이 지나가는 것을 보지 못했소?" 상여꾼 중 누군가가 대답했다. "우리도 도둑잡으라는 고함을 듣고 저쪽으로 달려가 보았지만 그곳은 막혀 있는 길이었소" "막다른 길....?" "누군가 우리에게 도둑이 그쪽으로 갔다기에 쫓아가 보았는데 허탕만 쳤소." 만금보는 급하게 물었다. "어떻게 생긴 자였소?" "글쎄...자세히는 보지 못했지만...그래,언뜻 그의 손에 금포자루가 쥐어 있는 듯했소." "바로 그놈이오!" 만금보는 분해 죽겠다는 듯이 길길이 날뛰었다. "그놈이 어디로 갔소?" "방금 우리를 지나쳐 당신네들이 오든 방향으로 달려갔는데..." "그럴 리....가...? 우리쪽으로는 아무도 오지 않았는데....?" 문득, 만금보의 음성이 착 가라앉았다. 필시 상여를 발견한 것일 게다. "혹시... 저 관속에 숨어있는것이 아닐까?" 순간, 관속의 담천우는 가슴이 철렁했다. (미...미친 늙은이...! 이무리 급하기로서니 관속에 숨는자가 어디있단 말이냐.....!) 그러다가 그는 입맛을 쩝 다셨다. (하긴....여기 있지만....) 그때, 상여꾼 중 누군가가 어정쩡한 음성으로 말했다. "설마...우리도 아직 시체를 보지 못했지만 저 관속에는 문둥병으로 죽은 노인의 시체가 들어있다고 하던데..." 하인들이 기겁했다. "문둥병....!" "시신이 완전 썩었겠군. 끕찍해라....!" 한데, 만금보는 도저히 도둑 맞은 황금의 미련을 떨칠 수가 없었다. "저 관을 열어 보아도 되겠소?" 상여꾼이 시큰둥하게 대답했다. "정 그렇다면 마름대로 하슈." 만금보는 하인들을 향해 호령했다. "저 관을 열어 보아라!" 하나, 선뜻 나서는 하인이 없었다. 하긴 죽은 시신을 쳐다보기도 끔찍한 일인데 문둥병으로 죽은 노인의 썩은 시체를 누가 보려하겠는가? 아예 생각만 해도 등줄기가 쭈삣쭈삣 서는 일이었다. 하인들은 서로에게 미루었다. 하자, 만금보가 빽 고함을 질렀다. "이런 쳐죽일 놈들....! 빨리 열어 확인해 보지 않겠느냐?" 어쩔 수 없이 한 하인이 비실비실 관을 향해 다가갔다. 그리고 관뚜껑을 움켜 잡았다. 이때, 담천우는 아찔했다. (제기랄...! 이젠 꼼짝없이 잡혔다....! 천하의 십자매가 끝내 이렇게 어이없게 잡히게 되다니....!) 관뚜껑이 덜컹 열렸다. 담천우는 모든것을 포기했다. 한데, 이건 또 무었인가? 관뚜껑을 연 하인, 그는 아예 눈을 질끈 감고 있는 것이 아닌가? 썩어 문들어진 시체가 너무도 끔찍할 것이라 생각한 그는 차마 보기가 섬뜩하여 눈을 감고 관뚜껑을 연 것이었다. 찰나, 쾅! 관뚜껑이 다시 닫히며, 하인은 부르르 떨리는 음성으로 말했다. "으.... 고름이 줄줄 흘러내리는 내 생전 처 보는 흉측한 시체였어..." 맙소사! 아예 보지도 않고 공포에 질린 표정이었다. 일순, 만금보는 분통을 터뜨렸다. "놈은 아직 멀리 가지 못했을 것이다. 찾아라!" "네." "알겠습니다. 대인!" 이윽고, 만금보와 하인들은 총총히 그곳에서 사라졌다. 담천우는 내심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휴... 하늘이 도왔다......!) 이어 그는 퍼뜩 의혹을 금치 못했다. (한데 이상하군...! 상여꾼들조차 이 관속에 이토록 아름다운 미녀의 시체 가 있다는 것을 모르는 듯 하니...?) 실로 기괴한 일이었다. 그때, "여보시게들, 너무 지체했네. 빨리가세." "그렇군.루주께서 늦지 않게 지시한 장소에 당도하라 하셨으니....!" 상여가 들리고. 상여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한데, 너무 조용했다. (이 또한 이상하군. 상여가 나가면 마땅히 구슬픈 잔혼가가 울려 퍼져야 하거늘....? 저들은 말한마디 없으니...) 담천우는 의아했다. (이들은 마치 남의 시선을 피하기 위해 은밀히 움직이는 듯 하지 않은가?) (하긴 이 야밤에 상여가 나간다는 것 자체가 이상하지만....) 이것은 정말 이상한 일이었다. --------------------------------------------------------------------- 第 三 章 武林皇帝 문득, 상여꾼들의 속삭이듯 대화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여보게, 도대체 문둥병으로 죽은 노인은 누구라 하던가?" "나도 잘 모르네." "한데.... 왜 꼭 밤에 움직여야 하는 거지?" "낸들 아나, 우리는 그저 루주님께서 지시한 장소에 갖다 놓으면 되는걸세" "그렇다면 누가 또 이 상여를 인수받는단 말인가?" "그렇다는구먼....." 그때, 누군가가 날카롭게 꾸짖었다. "쉿....! 조용히 해라. 루주님께서 은밀히 행동하라는 것을 잊었느냐." 상여꾼들은 일제히 입을 다물었다. 무거운 침묵이 다시 정막처럼 흐르고, 상여는 은밀하게 나아가고 있었다. 이때, 비로소 여유를 찾은 담천우는 주위를 살펴보았다. 문득 그는 이상한 것을 느꼈다. 머리 윗부분에 손가락 굵기의 구멍이 뚫려있는 것을 발견한 것이다. 은은한 월광과 공기가 그곳을 통해 스며들고 있었다. '시체도 숨을 쉬라고 뚫어놓은 건가?' 그때까지 담천우는 시체와 얼굴을 꼭 붙이고 있었다. 그만큼 관 속은 협소했던 것이다. 일순 그는 한쪽 손의 감촉이 이상한 것을 느꼈다. 뭉클! 너무도 긴장한 그는 여인의 젖가슴을 터질 듯이 움켜쥐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주착없이 내가 무슨짓을...!' 황급히 손을 떼려는데 그는 기분이 야릇해졌다. 탱탱한,그러면서 솜사탕처럼 부드러운 육질의 촉감... '기분은 괜찮은데....따뜻하고...' 그랬다. 오른손에 전해지는 젖가슴의 감촉 뿐만 아니라 여인의 얼굴에 닿은 뺨이 따뜻하지 않은가? '금방 죽은 시체인가....?' 바로 그때였다. 싸늘한 옥음(玉音)이 느닷없이 담천우의 고막으로 스며들었다. "응큼한 인간.... 빨리 이 손을 치우지 못해요." '으헉...!' 담천우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이어, ".......!" 그는 심장이 터질 듯 대경실색 했다. 여인의 시체, 돌연 눈을 번쩍 뜨는 것이 아닌가? 더욱이 입을 열어 말을 하지 않은가? "알고보니 당신은 도둑이군요. 그것도 북경에서 유명한 십자매라는..." 이러는데야 천하의 담천우라고 까무러치치 않을 수 없었다. 그는 그만 자신도 모르게 꽥 비명을 터뜨렸다. "으악.....!" 순간 여인의 옥수(玉手)가 재빨리 담천우의 입을 틀어막았다. "이런 바보 같은...!" 찰나 상여가 우뚝 멈추었다. 그리고 누군가의 바싹 긴장된 음성이 들려왔다. "응? 어디에서 비명소리가 들렸다." "나도 들었어...!" 순식간에 상여꾼들 사이에 술렁거림이 일어났다. "한데 어디에서 들렸지?" "속시 잘못 들은 것 아니야...." 아니 분명히 들었어." 하자, 주군가가 아는 체를 했다. "조금전에 그 뚱뚱한 늙은이가 도둑을 잡아서 늘씬하게 패주는 소리일 거야." "아...! 그런가보군." 그 한 마디에 상여꾼들의 술렁임은 가라앉으며 또다시 살여는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러할때, 담천우, 그는 시체의 손에 입이 틀어막힌 채 미칠 듯이 눈을 부릅뜨고 있었다. '귀... 귀신....!' 그때 여인의 음성이 싸늘하게 들렸다. "내가 지금 이 손을 놓아도 고함을 치지 않겠지요?" '어럽쇼...! 제법 타협도 할 줄 아는 귀신이네...!' "......!" 담천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자, 그의 입을 막았던 여인의 손이 스르르 떼어졌다. 담천우는 씨익 웃었다. "후후... 당신은 이제보니 죽은 것이 아니었구려?" 뚫어진 구멍을 통해 희미하게 들어오는 월광, 처음으로 시선과 시선이 부딪쳤다. "......!" "......!" 담천우는 내심 감탄했다. '아름다운 눈이다...! 천하의 모든 미와 지혜를 담은 듯한....!' 여인의 놀람도 컷다. '아... 이토록 아름다운 사내도 있었던가...!' 그녀의 눈빛이 잘게 흔들렸다. 하나 이내 사라지며 차디차게 가라앉았다. "당신같이 잘 생긴 남자가 세상에 할 일이 없어 도둑질을 하다니... 참으로 한심하군요." "소저같이 아름다운 미인이 이런 귀신흉내를 내다니..... 참으로 어이없구려." 피차 일반이었다. 여인의 눈에 한광이 어려들었다. "지금 당장 소리를 쳐서 당신을 내쫓아 버리겠어요." 하나, 담천우는 능글능글 웃었다. "후후...마음대로 하시오. 보아하니 당신 역시 소리칠 입장이 못되는 것 같은데...." 배짱! "....!" 여인의 눈꼬리가 상큼 치켜 떠졌다. '제법 담력이 있는 사내로군. 하지만...' 일순, 여인의 눈에서 실낱같은 살기가 스쳤다. '이번 일은 철저한 비밀을 요하는 일이다! 그 누구도 알아서는 안되는..!' 여인, 그녀의 오른손이 스르르 담천우 의 등뒤를 타고 올라가 그의 백회혈에 머물렀다. 그곳은 왠만한 무림인이 살짝만 눌러도 즉사하는 사혈이었다. '안 지만 어쩔수 없다. 비밀을 지키기 위해 죽일 수밖에...!' 아아! 살인함구시키려 하는가! 그러나, 담천우는 전혀 알지 못했다. "후후...소저, 설마 당신같이 아름다운 여인이 산채로 무덤속에 을어갈려 는 것은 아니겠지...?" 이때, 여인의 오른손에 지그시 힘이 들어갔다. '나를 원망하지 말아요. 이것은 당신의 운명이니까...' 절대절명의 위기! 그런데, 왠일인가: 여인의 손에 힘이 풀리며 스르르 미끄러져 내리는 것이 아닌가? 동시에, 여인의 눈에 갈등이 어렸다. '안돼! 그럴 수는 없어... 내가 살인을 하다니...! 더욱이 이사람은 무공 도 모르는것 같은데...' 담천우의 얼굴에 차가운 미소가 어려들었다. "후후... 왜 살수를 멈추는 것이오?" 찰나 여인은 당혹한 표정을 지었다. "아... 알고 있었군요." "후후.. 백회혈이 사혈이라는 것은 무림인이 아니라도 삼척동자가 아는것 이 아니겠소." "그럼 왜 피하지 않았지요?" "내 보기에 소저는 무림인이오. 그러니 내가 피한다 한들 소용이 랜겠소. 또... 소저는 결코 사람을 죽이지 못하리라 판단했기 때문이오." 여인, 그녀의 눈빛이 파르르 떨렸다. "대단하군요." "원래 이 바닥에서 살아남으려면 대단해야 하오." "흥, 과연 십자매 다운 입심이군요." "후후... 나는 강물에 빠지면 입만 둥둥 뜰 사람이라오." "....!" 여인은 담천우의 말솜씨에 아예 기가 질리고 말았다. '이사람... 정말...' 그녀는 할말을 잃고 말았다. 이때, 담천우는 희혹어린 그리고 소근거리는 음성으로 물었다. "한데 소저는 어째서 이런 귀신놀음을 하는 것이오?" 아까부터 묻고 싶던 말이었다. 순간, 여인의 안색이 얼음장처럼 차갑게 굳어졌다. "알려고 하지 마세요. 그러면 당신을 죽여야만 하니까요." 담천우는 섬뜩한 느낌이 들었다. 그만큼 그녀의 음성은 차가웠던 것이다. "아.... 알았소." 문득, 여인은 무거운 한숨을 토해냈다. "휴... 하지만 어차피 당신은 죽게 될거예요." 담천우는 움찔 물었다. "아니..? 멀쩡한 내가 왜 죽게 된단 말이오?" "당신은 이 상여가 어디로 가는지 알고 있나요?" 담천우는 피신 웃었다. "보나마나 총각귀신 옆에 있는 무덤으로 가겠지..." 여인은 이런 상황에서도 농담을 할 수 있는 배짱을 지닌 그를 어이없는 듯 보다가 무겁게 입을 열었다. "지금 우리는 제황성으로 가고 있어요." 순간, "제황성.....!" 그토록 여유자적하던 담천우의 안색이 확 일변했다. 아아...! ----------제황성! 그 누가 이 위대한 이름을 모른다 할것인가? 대륙에 자금성이 있다면, 중원무림에는 바로 제황성이있었다. 제황 단후황! 바로 그, 그가 바로 무림천하의 황제라 불리우는 제황성주였다. 무려 천년전에 세워진 제황성! 제황 단후황은 그런 제황성의 제십팔대 성주인 것이다. 제황성! 무림의 성역과도 같은 곳이었고, 정사마도 제황성 앞에서는 고개를 들지 못했다. 그야말로, 소림사를 위시한 구파일방과 무림의 샘백여 개의 대소방파가 우러르는 정도의 우상이었다. 한데, 세월의 무상함인가? 언제부터인가 제황성은 무림활동을 완전 단절한 채 제황성 안에서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마치 잠자는 사자처럼.... 조용할 분이었다. 한데, 그런 제황성으로 상여가 들어가다니....! 더욱이 이런 야밤에...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는 일이었다. 담천우는 의심 가득한 시선으로 여인의 눈을 그윽히 바라보았다. 영롱한 별빛같은 여인의 눈망울은 하나의 가식도 없이 맑게 빛나고 있었다. '이 여인은 지금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담천우는 조금 긴장된 음성으로 물었다. "어째서 이 상여가 체황성으로 들어간다는 것이오? 순간, 여인의 안색이 차디차게 굳어졌다. "말할 수 없어요. 알게 되면 당신이 죽어야 할 이유가 하나 더 늘어나게 될 뿐입니다." "......" "그보다 이 상여가 제황성에 도착하게 되면 당신은 발각 될테고... 그들이 당신을 죽일거예요. "그들....?" 담천우의 의혹은 더욱 구름처럼 피어올랐다. "그들이란 도대체 누구요?" "알 필요 없어요." 여인이 너무도 차갑게 쏘아붙이는 바람에, 담천우는 멀쓱하게 입을 다물고 말았다. '젠장...! 되게 쌀쌀하네.뭐가 그리 비밀이 많아...' 그는 내심 투덜거렸다. 아울러, 그는 내심 불안함을 금치 못했다. '제황성... 그곳에는 수만의 고수들이 있다고 한다. 문지기조차 무림의 절정 고수들이라 하던데... 자칫 잘못하다간 이거 뼈도 못추리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군.' '제기랄...이거 미친개를 피하려다가 호랑이굴로 빠져드는 꼴이 아닌가?' 일순. 그는 몸을 꿈틀했다. "제황성에 도착하면 곤란하니 나는 지금 이곳에서 그만 나가야겠소." 순간, 여인의 팔이 담천우를 재빨리 얼싸안았다. 뭉클... 가슴의 감촉이 부드러웠다. "그것은 안되요. 지금 당신이 나가게 되면 상여꾼들에게 나의 존재가 발각 되고,그렇게 되면 일이 더욱 복잡하게 되요." "아니, 그러면 내가 제황성에서 발각되어 개죽음을당하란 말이오?" "하면....이곳에서 죽고싶은가요?" 여인, 그녀의 두 눈에 단호하면서도 차가운 살광이 번뜩였다. '이 여인...평범한 무림인이 아니다.무서운 고수다...무언가 대단히 중요한 비밀이 있는 것 같군.....!' '하긴, 나도 호기심에 말로 듣던 제황성까지 따라가보고 싶었다...무림인이 라면 제황성에 드는 것이 꿈이라 하던데...어디 얼마나 대단한 곳인지 한번 가보는 것도 괜찮겠지.....!' 호기심! 사실 그는 치미는 호기심을 억제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내, 그는 입맛을 쩝 다시며 움직이려던 몸을 다시 여인의 몸에 딱 붙였다. "한데...본인의 이름은 담천우라 하오만...소녀의 방명은 무엇이오?" "그것 역시 알려줄 수 없어요. 당신이 죽어야 할 이유니까." 담천우, 그는 쓴웃음을 지었다. "빌어먹을... 죽어야할 이유가 너무도 많군!" 그때였다. 돌연 여인이 앙칼진 전음을 토했다. "빨리 이 손 치우지 못해요!" "손....?" 그러고보니 그때까지 담천우는 여인의 젖가슴을 움켜쥐고 있지 않은가? "아....! 이거 미안하오." 담천우는 손을 스르르 내렸다. 한데, 하필이면 손이 머문 곳이 여인의 아랫배 부근이 아닌가? 그것도 주금 아래 부분... 여인은 기절할 듯이 쏘아붙였다. "이.... 응.... 큼한자....! 빨리 손을 치우지 못해요....!" "이런... 장소가 워낙 협소하다보니..." 담천우는 다시 손을 올렸다. 한데 이번에도 다시 여인의 젖가슴이다. 여인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오르며 독기 서린 음성을 토해냈다. "내.... 내려요...!" 그러나, 담천우의 표정은 완전히 여유였다. "쳇...! 소저의 음성이 너무 크오. 상여꾼들이 듣겠소." 비로소 여인도 자신의 실태를 개닫고 흠칫했다. 워낙 다급하다보니 전음이 아닌 육성을 지른 것이었다. 그때, 담천우의 손이 다시 아래로 내려갔다. 손이 보꼽 근처에 이를 쯔음, 여인이 다급하게 쏘아붙였다. "거... 거기에 멈춰요!" "여기 말이오?" 그러면서 배꼽을 꾹 눌렀다. 여인이 숨찬 음성으로 말했다. "그.... 그래요...!" "알았소." 담천우는 느긋한 표정을 지으며 은근히 손에 힘을 가했다. '후후... 기가 막힌 몸매로군...!' 그럭 보니 그는 여인의 위아래를 모두 더듬은 격이었다. 하나, 관 속이 워낙 좁아서 서로 꼭 붙어있는 얼굴만은 어쩔 수 없었다. 담천우의 쥣가에 여인의 조금 높아진 숨소리가 쌕쌕 들렸다. 또한 야릇한 여인의 방향도 코끝에 스몄다. 그는 지그시 눈을 감았다. '후후... 감촉 좋고,분위기 좋고,냄새좋고... 이런 일이 있다면 밤일 하다 매일들켜도 되겠는걸....' 담천우의 생각은 엉뚱한 곳으로 치달리고 있는데, 여인, 그녀는 또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그것은 알 수 없었으나, 여인의 얼굴은 이순간 붉게 물들어 가고 있었다. 하복부에 무엇인가가 자꾸 쿡쿡 찌르는 느낌을 받으며... 실로, 야릇한 밤이었다. 第 四 章 帝皇城에 들다 상여, 어둠 속을 조용히 행진했다. 그러던 어느순간, "멈춰라. 이곳이 바로 루주님께서 상여를 갖다 놓으란 곳이다." 상여꾼의 음성과 함께 상여가 우뚝 멈추었다. 이어 상여는 가볍게 지면으로 내려섰다. 순간, 여인의 표정이 딱딱히 긴장되었다. 이어 그녀는 전음으로 재빨리 담천우에게 말했다. "지금부터 일체 입을 열어서는 안되요. 숨소리까지 죽이세요.그들의 청각은 백장 밖의 낙엽 떨어지는 소리까지 감지할 정도로 예민하니까요." ".....!" 담천우는 눈을 빛내며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음... 이 상여를 인수받으려는 자들이 나타나려는가 보군.' 그때였다. 무심냉막한 음성이 차갑게 들려왔다. "이 상여가 북경만서루에서 온 것이냐?" 하자, 상여꾼 중 하나가 두려운 듯이 대답했다. "예... 그렇습니다." 예의 냉음이 자르듯 말했다. 짐작컨데 사람의 모습은 보지 않고 음성만 들리는 것 같았다. "루주에게 물건을 확실하게 인수받았다고 전하고... 너희들은 물러가라." "예,알겠습니다." 이윽고, 상여꾼들의 득달처럼 사라져 가는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담천우는 내심 놀라고 있었다. '북경만서루...! 그곳은 바로 북경사비중 한곳이 아닌가?' 실로 뜻밖이 아닐 수 없었다. 상여, 그것이 천하제일의 대서고인 북경만서루에서 나온 것이라니...! 문득, 담천우는 의미심장한 시선을 여인에게 주었다. '북경만서루의 주인인 십뇌천옹 우문현백에게 지다성이라 불리우는 손녀가 한명 있다고 들었는데... 혹시 이 여인이...?' 순간, 그의 내심을 헤아렸음인가? 여인의 섬날한 전음이 담천우의 고막을 날카롭게 파고들었다. "엉뚱한 상상은 하지 말아요! 당신의 생명을 단축시키는 일이예요." 담천우는 움찔했다. '젠장... 눈치 하나는 더럽게 빠르네...!' 바로 그찰나, 상여 주위에 옷깃이 스치는 듯한 미세한 음향이 일었다. 사사삭------------! 스... 스스슷...... 동시에, 흔들... 상여가 들려졌다. 순간 예의 냉막무심한 음성이 울렸다. "너무 시간을 지체했다. 서둘러라! 담천우의 눈이 긴장으로 빛났다. '떠나는구나...!' 닿을 듯이 눈앞에 여인의 동공이 혜지를 빛내고 있었다. "........" "........" 둘은 그렇게 한참을 마주 보았다. 문득, 여인의 눈빛이 파문처럼 흔들렸다. 담천우는 씨익 웃었다. 순간 여인은 샐쭉해지며 눈을 감아 버렸다. 상여, 그것은 또다시 소리없는 행진을 게속했다. 하나 이번에는 실로 무시무시한 속도로 쏘아져 가고 있었다. 마치 허공을 날아가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쐐애애애액-------------! 무서운 바람소리가 귓전을 에일 듯이 들려왔다. 그것으로 미루어 상여는 가공할 속도로 움직이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한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여는 한점 흔들림이 없었다. 담천우는 내심 경악을 금치 못했다. '우.... 이 정도의 속도라면 한시진에 천리를 주파하고도 남는다. 가공할 고수들이다.....!' '대체 상여를 운반하고 있는 이들은 누구인가? 제황성의 고수들인가? 과연 어마어마한 자들이다....!' 그는 놀라움을 어쩌지 못했다. 더욱이, 말로만 듣던 무림인들의 가공할 신법에 경이감마저 느꼈다. ..... ..... 얼마나 지났을까? 시간상으로 북경에서 엄청나게 멀리 온 것만은 확실했다. 일순, 담천우의 눈빛이 반짝였다. '멈췄다....! 그럼 벌써 북경에서 천오백리나 떨어진 천산의 제황성에 도착했단 말인가?' 아연한 느낌이었다. 이때 상여가 살며시 내려졌다. 바로 그 순간, 여인이 담천우를 부둥켜 안고 번개같이 몸을 빙글 돌렸다. 담천우가 아래로,여인이 위로... 관뚜껑이 열어질 때 담천우가 들키지 않도록 하기 위한 그녀의 세심한 배려 였다. 한데, 담천우, '크윽....! 감촉 더욱 좋고...' 기가 막힐 일이었다. 그때, 무심하면서도 냉막한 음성이 들려왔다. "소저... 당도했소이다. 그만 나오시오." 순간, 여인의 동공에 아쉬움이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동시에 전음을 담천우에게 재빨리 보냈다. "이곳은 제황성 내에서도 가장 깊숙한 내전이예요. 이제부터 죽고 사는것은 그대의 운명... 그럼 행운을...!" 일순, 그릉.....! 여인이 관뚜껑을 열어 제치며 밖으로 나감과 동시에 덜컹! 다시 뚜껑이 닫혔다. 그것은 순식간에 일어난 동작이었다. 너무도 날렵하게 이루어진 상황이라 밖의 인물들은 미처 담천우 를 발견 하지 못했다. 눈깜빡할 사이에, 눈이 부신 찬란한 빛이 쏘아져 들어왔다가 다시 어두컴컴해졌다. "......" 담천우는 가자기 쏘아져 들어온 빛으로 인해 눈을 질끈 감았다. 그때, 예의 무심한 음성이 들렸다. "소저, 제황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안내하세요." "이쪽으로..." 일순, 냉음이 짤막하게 명령을 내렸다. "저 관을 치우도록 해라. 담천우는 가슴이 철렁했다. '큰일이다...!' 위기일발! 바로 그 순간 여인이 교묘하게 담천우를 위기에서 구해주었다. "아니 관을 구대로 두세요. 어쩌면... 일이 빨리 끝나 제가 다시 나갈때 이용할지 모르니까요." "....!" 상대가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잠시 머뭇거리는 듯, 담천우는 간이 납작하게 오그라 들었다. '으휴....! 저런 주착맞은 자식... 제발, 그냥 가라....!' 그때 냉음이 저음을 깔며 들렸다. "소저의 의향이 그러시다면.... 관을 그냥 두어라." 이윽고, 상여 주위의 소음은 씻은 듯이 싹 사라졌다. 모두 이곳에서 떠난 듯했다. 바깥은 쥐죽은 듯이 조용했다. 담천우는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휴... 그 여자 정말 의리있군.' ------------의리있는 여자! 과연 적절한 표현이었다. 하여튼, 담천우, 그는 여인의 젖가슴을 만졌던 손바닥이 왠지 간질간질 했다. 가슴이 텅 빈 듯이 허전했다. '제기랄.... 그 여자가 사라지니까 왜 이리 가슴이 뒤숭숭하지...?' 아마, 여인의 심정도 지금쯤 그러하리라! 문득, 담천우의 눈빛이 긴장했다. '한데.... 이곳이 제황성의 내전이라니...!일이 어렵게 되겠는걸, 하지만 언제까지나 이속에 누워있을 수는 없는 일이고...' '에라, 일단 슬슬 나가보자...!' 스릉---------! 관뚜껑이 옆으로 매끄럽게 미끄러지며 담천우가 밖으로 조심스럽게 몸을 내밀었다. ".....!" 예상대로 주위에는 아무도 없었다. 이어, 사방을 둘러보던 담천우의 눈이 휘둥그래졌다. '와----! 엄청나다...! 황궁보다 더 으리으리하구나...!' 이곳은 한꺼번에 수백명을 수용할 수 있는 넓은 대전이었다. 관은 대전의 한 구석에 놓여 있었다. 한데, 주위의 광경... 실로 화려의 극치를 이루고 있지 않은가? 바닥에는 천축의 양탄자가 푹신푹신하게 깔려 있고, 기둥과 벽에는 휘황찬란한 금은보석으로 치장되어 있었으며 주먹만한 야명주 수십개가 실내를 대낮같이 밝히고 있었다. 진정 눈이 부실 지경이었다. '과연... 제황성은 제황성이다....!' 주위의 경관에 연신 탄성을 터뜨리던 그는 문득, 재던 정면에 있는 문을 발견했다. '내가 지금 이렇게 있을 때가 아니지.. 일단 저곳으로...' 그는 급히 문을 향해 다가갔다. 그리고 신중히 동정을 살폈다. '음... 아무도 없는 것 같군.' 손잡이를 잡아당기자 문은 소리없이 열렸다. 먼저 십 장 길이의 복도가 눈에 들어왔다. 고요한 정적 속에 복도의 전면에 우아한 형태의 문이 있었다. '저곳이 입구인 듯하군. 우선 이곳을 바져 나가자....!' 담천우, 그는 숨을 죽인 채 복도 끝에 있는 문을 향해 다가갔다. 한데, 그가 복도의 중간지점에 이르렀을 쯔음, 돌연 그 문으로부터 인기척이 들려왔다. "나 혼자 가겠다." "알겠습니다. 공녀님." 담천우는 질겁했다. '누가 오는구나!' 대전으로 다시 돌아가자니 시간이 없었다. 부리나케 사방을 휘둘러보던 그의 눈에 언뜻 중간쯤에서 꺽어지는 복도를 발견했다. "......!" 지체없이 그의 신형이 그곳으로 꺾여졌다. 한데, 그의 안색은 다시금 낭패의 기운을 떠올렸다. '우라질...! 오늘은 왜 이렇게 막다른 길을 자주 만나지....!' 실로 발바닥에 연기날 일만 생기고 있었다. 그때 복도의 문이 열리며 사람이 다고오는 인기척이 들렸다. 급했다. 이것 저것 따져볼 상황이 안되었다. '일단 이곳에 숨자!' 담천우는 앞에있는 문을 열며 다급하게 안으로 뛰어들었다. 먼저 진한 기향이 코 끝에 확 풍겼다. 사방이 이 장 넓이의 공간, 한 옆에 보드라운 유지가 차곡차곡 쌓여 있고, 한쪽 구석에 칸을 막아 맑은 물이 채워져 있었으며, 그 위에 깨끗한 수건이 놓여져 있었다. 그리고, 바닥의 중앙에 정사각형의 구멍이 뻥 뚫려 있었다. 단언하건데, 이런 류의 구조는 사용하는 이유가 단 한 가지 뿐이리라! '젠장... 하필이면 측간일게 뭐람....!' 측간! 그것도 여인들만이 사용하는 측간이었다. 담천우의 안색이 쓰디쓰게 일그러졌다. '제황성의 신분 높은 여인들만 사용하는 곳 같군...!' 그렇다. 이런 곳이면 당연히 풍겨야 할 좋지 않은 냄새는 전혀 없고 도리어 그윽한 향기가 가득했다. 내부는 화려할 정도로 깨끗했다. 한데, 상황이 더욱 다급해졌다. 인기척이 측간의 문을 향해 다가오는 것이 아닌가? "....!" 담천우의 안색이 급변했다. '빌어먹을....! 왜 일이 자꾸 꼬이나...!' '아무리 여자라지만... 이 정도의 측간을 사용할 정도의 여자라면 제황성 에서도 대단한 신분이 분명할 것이고... 무공도 어마어마할 것이다....! 문제는 이런곳에서 잡히면 침입자라기보다 치한으로 몰려 박살나고 만다 ....!' 그는 급히 사방을 두리번거렸다. 하나, 사방은 꽉 막혀있어 더이상 도망갈 데가 없었다. 그러다가 문득 바닥의 구멍을 바라보았다. 순간, 그의 얼굴이 휴지조각처럼 구겨졌다. '크으...! 이제 숨을 곳이라곤 저곳밖에 없군....!' 더이상 지체할 수가 없었다. 누군가 문을 돌리고 있었던 것이다. '에라 모르겠다.....!' 담천우는 황급히 바닥의 구멍 속으로 몸을 집어 넣었다. 그는 쓰디쓴 고소를 지었다. '푸훗, 담천우.. 출세했군. 제황성의 여인 측간 구멍 속을 다 구경하고..!' 그가 밑으로 떨어지자 마자 문이 벌컥 열렸다. 실로 아슬아슬한 순간이었다. 철푸덕....! 구멍 속은 반 장 넓이의 석도로 이루어져 있었다. 바닥에서 구멍까지의 높이는 약 일 장 정도 되었다. 담천우, 그는 한쪽 벽에 몸을 바싹 밀착시켰다. '다행히 냄새 하나없이 깨끗하구나...' 그때, 위에서 옷을 헤치는 야릇한 음향과 함께 누군가가 구멍을 막으며 걸터앉 았다. 담천우는 몸을 더욱 벽에 밀착시켰다. '으이크...! 잘못 하다간 날벼락 맞는다....!' 손간, 쪼로로록-------! 위에서 한 가닥 물줄기가 일직선을 그으며 쏟아져 내렸다. 물줄기를 바라보는 담천우의 얼굴에 서글픈 고소가 번졌다. '처량하군, 천하의 십자매가 밤일 하다 난생 처음 들키지 않나.. 멀쩡하게 관 속에도 들어가고... 이젠 팔자에도 없는 측간 구경하다 못해... 여자의 오줌줄기까지 감상하게 되었으니...!' 담천우, 그는 오늘 실로 엉뚱하고도 기가막힌 경험을 하고 있었다. 한데, 오줌줄기를 바라보던 담천우는 문득 뇌리에서 어떤 생각이 스쳤다. '조금전에 공녀라 했었지...!' '그렇다면 혹시 이 여인이 바로 제황성주 단후황의 금지옥엽인 유리공녀 단후선혜가 아닐까...?' 아아! 유리공녀 단후선혜---------! 무림에서 가장 고귀한 여인, 천하에서 그녀를 모르는사람은 없었다. 이미, 열 세살때 천하제일미라 불리웠던 여인... 하나 그녀는 지극히 말괄량이었다. 제황 단후황도 두 손을 들 정도로... 현제 나이 십 오 세, 제황성에서 가장 무서운 여인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전혀 무공을 익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득, 담천우의 입가에 야릇한 미소가 스쳤다. '맞았어...! 이곳은 유리공녀가 전용으로 사용하는 측간이다....!' 그는 무심결에 시선을 들었다. 짧은 순간, 무수한 감정의 변화가 그의 얼굴에 수백 번 교차되었다. 경탄.. 실망.. 환희.. 허탈.. 그는 털썩벽에 몸을 기대었다. 지금 그의 표정은 괴상망측하게 일그러져 있었다. 우는 건지... 웃는건지... '흐... 봤다....! 나는 봤다.... 천하에서 유리공녀의 거기를 본 사람은 담천우 뿐일 것이다....!' 무심코 그는 보고 만것이다. 여인의 은밀한 신비지물을... '후후.. 왼쪽 궁둥이에 나비의 문신이 새겨져 있었어...!' 그렇다. 나비문신...! 그것이 유리공녀의 달덩이 같은 둔부에 은밀히 새겨져 있었던 것이었다. 한데, 담천우! 그는 알까? 지금 본 나비문신으로 인해 훗날 묘한 운명의 변수로 작용한다는 것을... 하여튼 이내, 똑.... 똑.... 오줌줄기가 점점 가느다랗게 변하면서 옷을 추스르는 음향이 들렸다. 그리고, 찰랑... 찰랑... 아마 손을 씻는 소리인 듯했다. 담천우는 꼼짝도 하지 넴었다. 숨소리까지 죽였다. ".....!" 감히 제황 단후황의 금지옥엽의 그곳을 허락없이 보았으니... 이제 들키기만 하면 목숨이 백 개라 해도 살지 못할 것은 뻔했다. 이윽고, 문을 여닫는 음향과 함께 인기천은 사라졌다. "휴....! 갔나 보군..." 담천우는 비로소 위를 올려다 보며 주위를 살폈다. 한데, 내려올 때는 간단했지만 다시 올라갈 방법이 막막했다. 사방 벽이 극히 매끄러운 석벽으로 이루어져 도저히 삼장이나 되는 위로 올라갈 재간이 없었다. '제기랄...! 잘못하다가는 평생 이곳에서 썩겠군.....!' 그는 필사적으로 탈출구를 찾아 보았다. 하나, 사방 벽은 단단한 돌로 둘러싸여 있어 도저히 밖으로 빠져나갈 출구가 없었다. 담천우는 점점 조급해 졌다. '지체할 수록 나에게는 불리하다....!' 그는 사방 석벽을 세밀하게 더듬었다. '물이 흐르는 것으로 보아 어딘가 출구가 있을 것 같은데....!' 그는 물이 흐르고 있는 석벽을 가만히 두들겨 보았다. 퉁...... 퉁..... 텅 빈 듯한 음향이 일었다. 담천우의 눈에 생기가 돌았다. '석벽 저쪽은 비어있다.....!' 그는 조심스레 석벽을 살폈다. 그러다 문득, '저것은....!' 그의 눈빛이 번쩍 빛났다. 선, 그것은 한쪽 석벽에 미세하게 사각을 그리고 있었다. 얼핏 보아서는 전혀 발견할 수 없을 정도로 가는 선이었다. 일순, 담천우의 눈은 마치 먹이를 발견한 야수처럼 벅뜩였다. '이것은 이곳 석벽과 또다른 석벽이 끼어 맞추어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 혹시....?' 그는 있는 힘을 다해 사각의 석벽을 밀었다. 한데, '앗....?' 그릉--------! 갑자기 석벽이 빙글 돌지 않는가? 그 순간, 그의 몸은 휘말리듯 그 속으로 사라졌다. 그리고, 그긍..! 사각의 석벽은 본래의 위치로 돌아와 굳게 침묵했다. 원상태를 회복한 것이었다. 第 五 章 하늘아래 가장 강한 人間 콰당------! "아이쿠....!" 바닥으로 사정없이 나동그라진 담천우, 그는 뒤통수를 쓰다듬으며 일어서다 흠칫 놀랐다. "여긴....?" 뜻밖에도 하나의 거대한 지하석실이었다. 한데, 얼마나 오랜 세월을 그대로 방치해 두었는지 뿌연 먼지가 자욱하게 깔려 있었고, 사방은 온통 거미줄로 칭칭 감겨져 있었다. 그리고, 전면, 하나의 거대한 돌사자상이 놓여 있을 뿐이었다. 허연 먼지에 휩싸인 채... '도대체 여긴 또 어디란 말인가....? 제황성 지하에 이런 곳이 있다니...! 보아하니 오랜 세월동안 그대로 방치해 둔 모양인데...' 담천우, 그는 얼떨떨해 사방을 둘러 보다간 이내 이맛살을 찌푸렸다. '제길....! 도대체가 가는 곳마다 막힌 곳이니...! 오늘 내가 귀신에게 씌 워도 한참 씌운 모양이군...!' 석실, 완전 밀페된 공간이었다. 사방은 온통 벽으로 둘러 싸여 있을 뿐 문 이라곤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었다. 하나, ".....!" 담천우는 눈을 빛냈다. '분명 어딘가에 통로가 있을 것이다. 어디선가 신선한 공기가 들어오는 것을 보면....!' 이어, 그는 천천히 석실 중앙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한데, 바로 그때였다. 어디선가 지극히 싸늘한 음성이 들려오는 것이 아닌가! "이곳에서 사람을 만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헉....!' 담천우는 기절할 듯 놀라며 황급히 주위를 살폈다. "누... 누구시오...?" 하나, 눈을 씻고 보아도 사람은 커녕 사람의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담천우는 고개를 갸웃했다. '내가 너무 긴장하여 환청을 들었는가...?' 순간, 탄한 음성이 다시 들렸다. "너는 누구이며... 이곳에 어떻게 들어올 수 있엇느냐?" 담천우는 바싹 긴장했다. '환....청이 아니다....! 어디엔가 사람이 있다....!' 그러나, 그는 배에 힘을 주며 주위를 두리번거린 채 말했다. "내가 누구냐고 묻기 전에 당신은 누구시며... 어디에 계신것이오....?" "녀석... 내가 먼저 물었다." '도대체 어디 있는거야...! 이곳은 완전 밀페되어 있는데 음성이 들려오다 니....!' 담천우, 그는 놀란 가슴을 애써 가라앉혔다. 이어 그는 자신이 이곳에 들어오게 된 경위를 솔직하게 말했다. 일순, 탁한 음성에 실소가 묻어서 들려왔다. "후후... 무척 재미있는 녀석이군." "이제 당신이 누구인가를 말할 차례요." 문득 음성이 정색을 띄었다. "아이야, 너는 이곳이 어디인줄 알고 있느냐?" "다만... 제황성의 지하 어느 곳이라는 것밖에 모르오." "네가 서있는 이곳은 바로... 제황성의 금마동(禁魔洞)이다." 순간, 담천우는 대경실색했다. "금마동---------!" 제황성에는 오랜세월 전부터 내려오는 절대의 삼대금역이 있었다. 제황성의 제일대 성주인 제황 단후혁세에 의해 절대금지로 정해져 내려 오는..... 무려 천년의 세월동안 그곳은 사람의 출입을 금하고 있는 것이다. 세 군데의 금역, 그곳을 이름하여... --------절대삼역! 사정(死井)! 혈무탑(血霧塔)! 금마동! 바로 그것이었다. 하나, 사정과 혈무탑은 천 년 전 제황성이 세워지기 그 이전부터 그곳에 자리하고 있었다고 한다. 사정! 혈무탑! 과연 그것은 누가 만든 것인가? 아직 알려진 것이 없었다. 단지, 그것이 제황성 안에 지금도 존재하고 있으며 금역으로 정해져 있다는 것만 알려져 있을 뿐이었다. 사정! 죽음의 우물이었다. 항상 검은 물이 치솟고 있으며, 그 물에 닿은 것은 그 무엇이라도 한줌의 독수로 녹아 버린다. 그것은 제황성 동쪽 끝에 존재하고 있다. 오랜 세월동안.... 제황성 인물들도 그곳에 발길을 끊고 있었다. 혈무탑! 항상 핏빛 안개가 사방 오십 장을 뒤덮고 있는 구층석탑이었다. 한데, 놀라운것은 그 핏빛 안개에 닿기만 하면 한줌의 얼음덩이로 변하고 만다는 것이 었다. 실로 가공할 빙기의 안개였다. 금마동! 유일하게 제황성과 함께 생겨난 곳이었다. 천년전, 제일대 제황성주인 제황 단후혁세에 의해 만들어지고, 바로 백년전... 제십칠대 제황 단후성에 의해 금역이 된 곳이다. 금마동, 그곳은 제황성 북쪽에 있었다. 천년 전 이곳은 무림의 가공할 대마인들을 가두어 두는 곳으로 사용 했다고 한다. 하나, 세월과 함께 펴허처럼 변해버렸다. 한데 갑자기 그곳을 제십칠대 제황 단후성이 금혁으로 정해버린것이다. 그것도 절대 삼역 중 가장 엄하게... 바로 지금 담천우가 서 있는 곳이었다. '이곳이 제황성 제일의 금역인 금마동이라니....!' 담천우는 경악을 금치못했다. 금마동! 제황조차 출입을 통제한다는 금역이 아니겠는가! 이내, 담천우는 신중하게 말했다. "이곳이 진정 금마동인지... 숨어서 말하는 그대의 말을 내가 어찌 믿는단 말이오." "허허...." 음성이 나직하게 웃었다. 가슴에 섬뜩한 서리가 내려앉는 차디찬 웃음이었다. "믿지 않겠다면... 노부가 지금 네놈에게 농담이라도 하고 있단 말이냐?" ".....!" '하긴... 지금 이런 상황에서 내게 농담할 이유가 없지...' 담천우는 정색을 띤 음성으로 말했다. "그렇다면 이제 당신의 모습을 보여 주시오." "허허.. 담력이 제법 대단한 녀석이군. 너는 두렵지 않느냐?" "솔직히 두렵소. 하나... 어차피 당신을 만나야 될 상황이 아니겠소?" "....." 잠시 음성이 끊어졌다. 갑자기 찾아든 정적이 담천우의 전신을 긴장으로 저며들었다. 일순, 탁한 음성이 이어졌다. "노부를 만나면 너는 죽을지도 모른다." ".....!" "그래도 노무를 만나 보겠느냐?" 음성, 살을 저미는 듯한 가공할 살기가 얼음조각처럼 차갑게 번졌다. 담천우는 오싹한 전율을 느꼈다. 비추처럼 전해드는 느낌, '이자는 정말 나를 죽일 수도 있다....! 뭔가의 비밀을 지키기 위해....' 섬뜩한 두려움이 전해 들었다. 한데, 이어 담천우의 얼굴에 찾아드는 것은 공포의 그림자보다 한줄기 냉소였다. '후후... 담천우, 부끄럽지 않느냐? 사내로 태어나 이 정도에 겁을 집어 먹다니... 이것은 사내의 자존심 문제다...!' 순간, 담천우의 표정은 담담하게 변했다. 그는 어느 새 평정을 되찾은 것이다. "보지 않겠다면... 당신은 이곳을 빠져나갈 방법을 나에게 가르쳐 주시겠소!" "네가 노부를 만나고 싶지 않다면 이곳을 벗어날 수 있는 출구를 가르쳐 주겠다." 담천우는 씨익 웃었다. "만약... 내가 당신을 만나고 싶다면...?" 문득, 음성이 멈칫했다. 이어 태산도 압도 당할 듯한 위압감이 은은하게 어린 음성이 들려왔다. "네가 노부를 만나고 싶다면 각오를 해야 한다." "......!" "이 후에 일어날 일은 모두 노부에게 결정권이 있다는 것을...." ".....!" "선택해라!" 일순, 담천우의 눈빛이 침중하게 가라앉았다. 그의 눈에는 심비스런 혜지가 스치고 있었다. '이 사람은 결코 나쁜 사람은 아니다. 출구를 가르쳐 주겠다고 한 것으로 보아......' '더욱이 나 담천우가 호기심을 풀지 못하고 그냥 지나친 것이 있었던가..?' 결정했는가? 담천우는 단호하게 말했다. "나는 당신을 만나고 싶소!" "정말 후회하지 않겠느냐?" "결코... 본인이 결정한 일이오." "허허... 좋다. 노부도 네놈의 배짱이 마음에 들었다. 하나..노부를 보아 도 놀라지는 말아라." "어째서 말이오?" "노부의 모습이 끔찍하기 때문이다. "당신이 귀신이 아닌 다음에야 나는 결코 놀라지 않을 것이오." "허허... 노부의 모습은 귀신보다 백 배는 끔찍한 것이다." 음성에는 끈끈한 비애가 담겨져 있었다. 문득, 담천우는 웬지 연민을 느꼈다. '필시... 상당히 추악하게 생긴 인물인 모양이군.사람에게 자신의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을 정도로...' 이어 그는 담담히 말했다. "당신이 귀신보다 더 끔찍하게 생겼을지라도 나는 조금도 놀라지 않을 것이오." "허허... 두고 보겠다." 이어, 음성은 냉담하게 이어졌다. "너의 정면에 돌사자상이 있을 것이다. 그 머리를 좌측으로 세번 돌려라. 그러면 노부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 담천우는 즉시 정명의 사자상 앞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돌사자상의 머리를 움켜 잡았다. ".......!" 은은히 긴장되는 전신, 이윽고 그는 돌사자상의 머리를 좌측으로 세번 돌렸다. 빙글! 돌사자상의 머리가 좌측으로 세 번째 돌아갔을때, 예기치 못했던 광경이 벌어졌다. 크그긍---------! 한 소리 굉음이 터지며 전면의 석벽이 좌우로 쩍 갈라지는 것이 아닌가? 순간, 눈이 멀어버릴 정도로 휘황찬란한 빛이 안으로부터 쏟아져 나왔다. '읏....!' 담천우는 움찔하며 눈을 부릅떳다. 사방 오 장 넓이의 실내, 천정에 머리만한 야명주가 박혀 있어 빛은 거기로부터 뿜어지고 있었다. 한데, 중앙에 석대가 하나 놓여 있었다. 너무도 찬란한 야명주의 빛에 의해 석대의 형상을 대번에 알아볼수가 없었다. 차차... 찬란한 빛이 눈에 익자, 담천우는 석대를 향해 시선을 주었다. 순간, "헉.....!" 그의 입에서 다급한 헛바람이 토해지며 눈이 휘둥그래졌다. 동시에, 그의 전신은 마치 폭풍에 휩싸인 버들가지처럼 세찬 전율을 일으키는 것이 아닌가? 그의 시선은 석대 위에 꽉 고정되어 있었다. 한데, 오오... 이럴 수가! 어째 인간이 이럴 수가 있단 말인가? 심장, 그곳에 하나의 장검이 박혀 등뒤로 삐죽이 나와 있었고, 그곳으로 연신 핏물이 뚝뚝 떨어지고 있지 않은가? 그러고 보니, 석대위.... 그곳은 오랜세월 핏물에 의해 검붉게 변해 있지 않은가? 더욱이, 석대 위의 인물, 온통 수북한 머리가 바닥까지 흘러내려 있었고, 수염은 칭칭 휘감겨 겨우 번뚝이는 눈만이 보일정도였다. 한데, 두 눈.... 그것은 마치 벼락의 광선처럼 번뜩이고 있었다. 언뜻 보면 마치 도깨비불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또한, 그 전신에서 흐르는 기도는 마치 하늘을 찌르는 듯한 태산이 웅크리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헉...! 무..... 무서운 눈빛이다....!' 담천우는 숨이 콱 막히는 느낌이었다. 순간적으로 온몸이 찌르르 해지는 느낌이었다. 마치 거대한 벼락을 맞은 듯.... 그는 전신이 마비되듯 꼼짝할 수가 없었다. '어.... 엄청난 사람이다...! 하늘아래 이토록 가공하고도 패도적인 기운을 지닌 인물이 있다는 것은 아예 듣도 보지도 못했다.....!' 이때, 괴인의 벼락같은 눈빛이 일순간에 마치 명경지수처럼 변하며 맑은 광채를 뿜어냈다. "녀석... 결국 놀라는구나." 담천우는 번쩍 정신을 차리며 자세를 바로했다. "죄송.... 합니다." "아니다. 내 모습을 보고도 놀라지 않는다면 그것은 감정이 없는 인간이라 할 수 있겠지....." 일순, 담천우는 눈빛을 빛내며 공손하게 물었다. "한데.. 노대협께서는 어쩌시다가 그런 일을 당하셨습니까?" 하자 괴인은 자신의 심장에 박힌 검을 내려다 보며 처연한 실소를 지어냈다 "허허... 당했다고....?" 문득, 괴인은 시선을 들어 담천우를 뜨겁게 직시했다. "노부를 이렇게 만들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자는 하늘아래 존재하지 않는다" 음성에는 확고한 자부심이 배어 있었다. "이것은.... 노부 스스로 내 몸에 검을 박은 것이다. 담천우는 경악했다. "스스로....?" 괴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 이 방법밖에는 다른 도리가 없었지...." '다른 도리가 없어....?' 담천우는 묘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노대협께서는 고통스럽지 않으신가요?" 그는 왠지 괴인이 측은하게 여겨진 것이다. 일순, 괴인의 얼굴에 한 줄기 미소가 어둡게 스쳐 지나갔다. "허허... 심장에 검을 박고 있는 노부에게 고통스럽지 않느냐고 묻는것이 냐?" "......!" 담천우는 곧 자신의 실수를 깨닫고 입을 다물었다. '하긴... 보통 사람같았으면 즉사할 일인데 괴롭지 않을 리가 없지... 아니,이건 불가사의한 일이다.....!' 그렇다. 어찌 심장에 검을 박고 살아 있단 말인가? 더욱이 오랜세월을 심장에 검을 박고 살아온 듯 하였으니... 불가사의! 바로 그것이었다. 제 육 장 세월 속에 묻힌 秘事 담천우, 그는 의혹을 느끼며 지그시 괴인을 응시한 채 물었다. "한데... 노대협께서는 무슨 이유로 검을 스스로 심장에 박으셨습니까?" 일순, 괴인은 빙긋이 웃었다. 그리고 돌연 엉뚱한 말을 꺼냈다. "그토록 대담한 녀석이 이렇게 어린 녀석일 줄은 몰랐구나.....!" 감탄이 어려 있엇다. 담천우는 씨익 웃었다. "거친 세상을 홀로 살다보니 간덩이만 부었지요." "허허... 괜찮은 간덩이군." "하하... 제법 쓸만은 하지요." 두 사람, 그들의 시선은 부딪쳤다. 만남! 이것은 바로... 하늘과 땅 사이에서 시작된 대풍운의 서막이며, 담천우의 인생을 결정짓는 운명의 만남이었다. 문득, 따스한 정감이 피어 오르던 괴인의 두 눈, 그 눈에 언뜻 놀라움이 어려들었다. '오오... 이 아이... 실로 엄청난 근골을 지녔다. 더욱이 두 눈에는 하늘을 담을 영기가 흐르고 있지 않은가....!' '정녕.... 천년에 하나 있을까 말까한 천골지상이로다.....!' 괴인, 그는 한 눈에 담천우의 잠재된 무한한 능력을 읽고 있었다. 순간, 괴인의 두 눈엔 어떤 격동이 물결쳤다. '하늘이 노부를 저버리지 않으셨도다...!' 괴인은 한참동안 담천우를 쳐다보더니, 문득 자상한 웃을을 흘렸다. "허허... 노부 백팔십 평생 너같은 아이는 처음이구나..." 이어 담천우를 그윽히 응시했다. "네 이름이 무엇이냐?" 담천우는 또렸하게 대답했다. "담천우라고 합니다." "담천우...." 괴인은 나직하게 되뇌이더니 재차 물었다. "부모님은 계시냐!" 순간 담천우는 어깨를 으쓱했다. 그리고 담담하게 말했다. "하하.. 보시면 모르시겠습니까. 애당초 부모님의 얼굴도 모르고 태어난... 말하자면 고아지요. 하하..." 울면서 말해도 시원찮은 말을 담천우는 웃으면서 하고 있었다. 괴인은 내심 감탄했다. '과연 대단한 녀석이다....!' 이어, "아이야 너는 노부의 모습이 끔찍스러우냐?" 담천우, 그는 더 이상 놀라고 있지 않았다. 그는 담담히 말했다. "솔직히 말해 그렇습니다." "허허..." "......!" 담천우는 보았다. 서서히 불길이 담겨지는 괴인의 동공, 괴인의 두 눈은 불 이었다. 아니, 무섭게 이글거리며 타오르는 화산의 불길이었다. 그것은 응어리진 한이 타오르는 것과도 같았다. 문득, 담천우의 가슴도 점차 뜨거워지는 것을 어쩌지 못했다. 그는 조용히 좀전의 말을 이었다. "하나... 두렵지는 않습니다." 괴인은 타는 듯한 시선으로 쳐다보더니 엄숙한 음성으로 말했다. "너는 조금 전에 두 가지 선택 중에 노부를 만나는 것을 택했다. 그러므로 이제부터 너에 대한 모든 결정은 노부에게 있는 셈이다." "......!" "하나... 네가 싫다면 지금이라도 출구를 가르쳐 주겠다." 순간, 담천우는 단호하게 말했다. "저는 비록 나이는 어리지만 사내입니다. 사내에게 있어 신의는 곧 생명 .....! 저를 신의 없는 놈으로 만들지 말아주십시오." 괴인의 눈에 조용한 미소가 어렸다. "녀석... 앉거라, 네게 할말이 있다." ".....!" 담천우는 석대 앞에 가부좌를 정하고 앉았다. 하자, 괴인의 눈빛은 점차 침중하게 굳어져 들었다. "먼저... 지금부터 노부가 하는 말을 누구에게도 하지 않을 것을 약속해라" 담천우는 약간 긴장되는 것을 느끼며 대답했다. "약속합니다." 괴인은 시선을 들어 허공을 응시했다. 그런 그의 두 눈에서는 어떤 감회가 어려들고 있었다. "내일이면... 노부가 이 금마동에 든지 꼭 백 년이 되는구나.. 하루만 늦었어도 노부는 어떤 중대한 결정을 하려고 했다." "......!" "노부는 너와의 만남을 주선해 준 하늘에게... 그리고 움명에게 감사하고 싶다." '하늘과 운명.....!' 담천우는 의아한 시선을 괴인에게 주었다. 드디어... 세월속에 붇혀진 비사가 괴인의 입에서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먼저... 노부가 누구인지 말해주마." ".......!" 담천우는 숨을 죽였다. 순간, 괴인의 음성이 천년의 세월을 깨어버리듯이 담담하게 울려퍼졌다. "노부는 바로 십지무황 단후천세이다." 순간, 담천우의 뇌리는 뻥 터져나가는 충격 속에 넋을 잃고 말았다. "그.... 그럴 리가....!" 경악! 그것은 엄청난 놀라움이었다. 아아....! 십지무황 단후천세--------! 그 이름은 신화적인 것이다. 또한 슬픈사연이 있는 이름이었다. 백팔십년전, 제황성의 후계자로 그는 태어났다. 놀랍게도 그는 천 년에 한 명 태어날까 말까한 천고의 기재였다. 아니, 역대 제황성의 최고 기재로 불리웠다. 열 살 때 이미 천하의 문을 달통했고, 열 다섯에 제황성의 모든 무공을 설렵했다. 이에, 당시 부친인 제십육대 제황성주는 물론, 세인들은 입을 모았다. ----단후천세! 그야말로 제황성의 역대 그 어떠한 제황보다도 가장 위대한 제황이 될것이다! ----하늘아래 가장 강한 무의 제황이 되리라! 천하는 결코 그것을 의심하지 않았다. 단후천세! 그는 과연 천하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약관의 나이에 가히 천하제일인이라 불리우게 된것이다. 하나, 그는 워낙 무공을 좋아하며 거기에 만족하지 않았다. 무예수업을 위해 그는 천하를 주유했다. 그의 부친도 말리지 않았다. 고금제일의 제황성주가 되기 위해서 천하를 알고 더욱 강해져야 한다고 생각했기에.... 십지무황 단후천세! 그는 하늘아래 가장 강한 무공을 얻고자 중원을 물론 새외 변방까지 넘나들 었다. 그리고..... 오랜세월이 흐른후, 홀연 단후천세는 제황성에 돌아왔다. 한데, 엄청난 사건이 터지고 말았으니.... 차기 제황성주의 후계자 폐위! 그의 부친은 단후천세를 후계자에서 폐하고 그의 동생인 단후성을 제십칠대 제황성주로 봉한 것이다. 아아! 정녕 모를 일이었다. 그토록 신뢰하고 믿었던 단후천세를 후계자에서 폐하다니... 그 후, 단후천세의 모습은 영원히 볼 수가 없었다. 그리고 한 가지 소문이 떠돌았다. ----십지무황 단후천세는 너무도 극강한 정사마의 무공을 하나로 이룩하다 주화입마에 빠져 죽고 말았다! 하나 확인할 길 없는 소문이었다. 한데, 그 십지무황이 지금 담천우 앞에 심장에 검을 꽃은 채 앉아 있었으니...! 정녕 경이로운 일이 아닐수 없었다. 한때 천하최강의 인간으로 비운의 운명을 ８이했다는 십지무황! 그가 버젓이 살아있었으니... 담천우는 경악에 찬 뇌까림을 흘려냈다. "십지무황은 주화입마에 빠져 죽은 것으로 알려졌는데...!" 일순, 괴인, 십지무황의 눈에 강렬한 빛이 ∮아졌다. "그래 천하인들은 모두 노부가 죽은 것으로 알고있겠지. 하나... 노부는 죽지 않았다. 아니, 죽을 수가 없었다. 노부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 남았기에......!" 이어, 그는 돌연 형형한 시선으로 담천우를 응시했다. "이제 그 일을 네가 대신한다.....!" "무슨....?" 담천우는 얼떨떨한 표정을 지었다. 십지무황, 그의 전신에는 고고한 위엄이 서리고 있었다. "이것을 결코 노부의 뜻이 아니다. 바로... 하늘의 뜻인 것이다.....!" 하늘의 뜻! '천의(天意)......!' 담천우, 그는 일순간 가슴깊은 곳에 뜨거운 것이 느껴지는 것을 느꼈다. 문득 십지무황은 무겁게 물었다. "너는 불세천자를 알고 있느냐?" '불세천자....!' 담천우는 두 눈에 놀라움을 담았다. 이어 그는 알 수 없는 듯한 어조로 대답했다. "알고 있습니다." 오오! -----불세천자! 그 누가 이 위대한 신화의 전설적인 인물을 모른다 할 것인가! 무림사 가장 위대한 인간으로 불리우는 그..... 천이백 년 전, 홀홀단신으로 천하무림을 짓밟으려던, 천외사세----------! 철왕신부! 만황독궁! 백마탑! 북해빙궁! 바로 그 가공할 세력을 쫓아내었언 불세의 대기인. 한마디로, 그는 아직까지 불멸의 초인간으로 세인들의 기억 속에 영원히 기억되어 오고 있지 않은가? 한데, 십지무황이 그 불멸의 대기인을 언급하는 것은 무슨 이유인가? ".........?" 담천우는 의아한 듯 십지무황을 응시했다. 십지무황은 조용히 말을 이었다. "불세천자 그 분은 노부의 사조이시다." "에엣-----------!" 담천우는 경악했다. 어찌 제황성의 후예가 불세천자의 진전을 이었단 말인가? 실로 놀라운 사실이 아닐 수 없었다. 이때, 십지무황의 말은 이어졌다. "노부가 무예수업을 위해 제황성을 떠나 천하를 주유할 때 노부는 한 분을 만났다." "......!" "그 분은 여을목이란 분이셨다." '여을목.....?' 담천우는 의아한 빛을 띠었다. --------------여을목! 한번도 들어보지 못한 이름이었던 것이다. 십지무황은 허공을 응시하며 어떤 회상에 잠긴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 분은 세상에 단 한 번도 나온 적이 없는 기인이셨다. 하나... 노부는 단언할 수 있다. 그 분이야 말로 그 시대 최강의 인간이었음을.....!" ".......!" ----------불세천자의 마지막 후손! 실로 놀라운 사실이 아닌가? '천이백 년 전의 전설적인 대기인 불세천자의 마지막 핏줄... 여을목...!' '그 여을목의 제자 십지무황...! 그렇다면 십지무황이야말로 불세천자의 마지막 후예가 아닌가?' 담천우는 경이의 시선으로 십지무황을 바라보았다. 십지무황! 이순간 거대한 태산처럼 느껴졌다. ---------불세천자의 마지막 제자 십지무황! 담천우는 어떤 감동같은 느낌까지 받았다. 아울러, 한편으로 가슴 찡한 슬픔마저 느껴졌다. 그 위대한 인간이, 어이해 백 년 동안 이 금마동에 갇혀 있었단 말인가? 더욱이 심장에 스스로 검을 박은 채..... ---------------------------------------------------------------------- 第 七 章 千二百年의 세월을 잇는 奇才 이때, 십지무황이 무겁게 입을 열었다. "불세천자... 그 분이 지금까지 자신의 후예를 남겨 온 것은 하나의 이유 에서 였다." ".........!" "천 이백 년 전 불세천자께선 천외사세의 종주들을 꺾고 그들을 물러가게 할 당시 한 가지 묵계를 하셨던 것이다." "묵계....?" 담천우는 의아한 빛을 띠었다.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비사가 있었단 말인가? 그렇다면 그 묵계는...?' 십지무황의 침중한 음성은 이어졌다. "그 묵계는 바로 천외사세가 천이백 년 간 절대 무림에 한 발자국도 들여 놓지 않는다는 것이다." ".......!" "그리고 그 분은 그 증표로 천외사세의 신물을 거두셨다." "아.......!" 담천우는 경악했다. 실로 뜻밖의 사실이었던 것이다. 천 이백년 전에 그런 묵계가 있었다니....! '그래서 그동안 천외사세가 중원무림에 전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것이 란 말인가? 한데 천외사세의 신물이란...?' 십지무황, 그는 담천우의 내심을 읽은 듯 말했다. "천외사세의 신물.. 그것은 철왕시,독황석정,백마극,빙정풍검이라 한다." 철왕시! 독황석정! 백마극! 빙정풍검! 이것이 바로 천이백 년 전 불세천자가 천외사세의 종주들에게 빼앗은 신물 이란말인가? 묵계! 천이백 년 간 중원무림에 들어오지 않는다는 묵계의 증표.....! 십지무황의 음성은 재차 무겁게 이어졌다. "하나... 불세천자께선 후일 천회사세에 의해 중원무림이 엄청난 혈란에 빠짐을 예견하셨다." "......!" "바로 천 이백 년 후... 때문에 불세천자께선 그 날을 위해 자신의 후인을 두어 그 혈란을 막을 기재를 기다렸던 것이다." "기재요....?" "그렇다 그분께선 천기를 보고 후일 그들 천외사세를 막을 천고의 기재가 나타남을 아셨던 것이다." ".....!" "노부도 스승이신 여을목 그 분의 유명을 받들어 지금까지 천고기재를 찾아 왔었다." 아아! 그래왔던가! 문득, 담천우는 긴장된 음성으로 물었다. "그 천 이백 년의 묵계는 얼마나 남았나요?" 십지무황은 지극히 무거운 음성으로 대답했다. "삼년... 앞으로 삼년 후에는 그 묵계의 위력도 사라지는 것이다." "......!" 담천우는 자신도 모그레 입술을 꼭 깨물었다. 그리고 재차 물었다. "그러면 불세천자 그분께서 예언하신 천고기재는 찾았나요?" 일순, 십지무황은 담천우를 뚫어지게 응시했다. 불꽃처럼 이글거리는 눈빛, 그것을 맞받는 담천우의 시선은 그지없이 맑고 영롱했다. 십지무황의 입술은 천천히 열어졌다. "노부는 찾지 못했다...." 담천우는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아직도 그 기재를 찾지 못했단 말인가요?" 한데, 십지무황은 고개를 좌우로 조용히 젓는 것이 아닌가? "찾지 못했다는 말이 아니다." 담천우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 십지무황은 번갯불 같은 안광을 쏟아내며 담천우를 직시했다. "......!" 담천우는 그의 시선이 전신을 훑어가자 마치 수백개의 바늘이 한꺼번에 온몸을 찌르는 듯한 전율을 느꼈다. 십지무황은 충혈된 두 눈에 한 줄기 실낱같은 광채가 피어오른 것은 바로 그 순간이었다. "노부는 찾지못했지만... 하늘이 그 기재를 찾아 노부에게 보내주었다." 담천우는 두 눈을 크게 떴다. "그게 무슨 뜻인지.....?" "드디어 오늘 노부는 그 기재를 만났다." "오늘.....?" 순간, 십지무황의 동공에 뇌전이 작렬했다. "담천우... 바로 너다!" "옛!" 담천우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그는 경악한 채 음성을 더듬거렸다. "지.... 금 저를 놀.... 리시는 겁.... 니까....?" 담천우, 그가 불세천가가 예언한 천고 기재라니....! 담천우는 어이없는 얼굴을 했다. "저는.... 결코 그런 인물이 못됩니다." 그는 강력히 부인했다. 하나, 십지무황의 표정은 지극히 엄숙했다. 그의 입술이 무겁게 열어졌다. "앉아라." "......!" 거역할 수 없는 무형의 기도가 담천우의 전신을 무섭게 조여들었다. 담천우는 다시 자리에 앉았다. 그때 십지무황의 음성이 장중하게 흘러나왔다. "너는 노부가 생전 처음 대하는 기재이다. 과거 노부를 천하제일기재라고 불렀지.... 하나 지금 너에게서 느껴지는 영기는 당시 노부에게서 느껴지 던영기보다 훨씬 뛰어나다." 담천우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제가요?" "너는 이곳엘 어떻게 들어왔느냐?" "조금전에도 말씀드렸듯이 슛기다가 우연히 이곳에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십지무황, 그는 무겁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다.... 그것은 우연이 아니라 하늘이 너를 이곳으로 보내 노부를 만나 게 하기 위한 안배니라...." 너무도 허무맹랑한 말! "...." 담천우는 망연히 십지무황을 바라보았다. 십지무황은 지그시 눈을 감았다. "노부는 그렇게 믿고 싶다." 음성! 거기에는 하늘을 울릴 듯한 한으로 충만해 있었다. 담천우는 말을 잃었다. 그는 십지무황에 대한 연민이 가슴속에서 안개처럼 터졌다. '이분... 기재를 찾기 위해 한이 응어리지신 분이다....! 내가 기재이기를 믿고 싶은 것이다.....!' 이때, 십지무황은 눈을 감은 채 침중한 음성을 흘려내었다. "설사... 네가 기재가 아니라 해도 지금 이 상황에서 노부의 부탁을 들어줄 사람은 너밖에 없다." "......!" "사실 너를 만나기 직전 노부는 이곳을 빠져나가려고 결정을 내렸었다. 기재를 찾으면 알려주기로 한 그로부터 아무 연락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 "하나 엄청난 모험이 수반되는 결정이었다. 어쩌면... 천하가 더욱 혼란에 빠질지도 모르는 결정일지도...." "......!" "때문에 노부의 결정보다는 너에게 부탁을 하는 것이 백배는 나을 것이다." 일순 십지무황은 눈을 번쩍 떳다. 어떤 염원이 가득 서린 눈빛이었다. "들어 주겠느냐?" 물음, 하나 그것은 차라리 애원이었다. 이번에는 담천우가 눈을 감았다. ".....!" 시간은 억겁의 세월처럼 흐르고... 담천우는 눈을 뜰 줄 모른다. 아......! 지금 그의 가슴에는 천만가지의 번민이 흐르고 있으니까! 어느 순간, 번쩍! 담천우는 눈을 떳다. 그리고 음성, "우둔한 자질이라고 탓하지는 마십시오." 일순 십지무황의 입술이 가늘게 떨렸다. "들... 어 주겠느냐....?" "천하를 위하는 일이라면....!" 변했다. 담천우의 모습이 일순간에 변해 있었다. 보라! 태산이 웅크리고 앉아 있는가? 저 고고한 자태, 눈빛, 심혼을 송두리채 빨아들이는 초마력적인 시선, 그 시선은 보는 이를 지극히 초라하게 위축시킬 정도였다. 십지무황은 돌변한 담천우의 자태를 바라보면서 거센 격동에 휩싸였다. '이.. 녀석... 노부가 결코 잘못 보지는 않았구나...!' 이윽고, 십지무황은 격동을 가라앉히며 입을 열었다. "당시 불세천자께서는 천외사세의 신물을 제외한 모든 진전을 천고기재를 위해 남기시고 백 년 전에 열반 하셨다." "......!" 담천우의 표정은 진지했다. ---------불세천자의 마지막 후예! 그 지정한 마지막 후예의 맥이 자신에게 이어진 것이 아닌가? 천외사세로부터 중원무림을 구해야 하는 막중한 운명을 알아야 하는.... 십지무황의 말은 계속되었다. "불세천자께서 천외사세의 신물을 남겨주지 않으신 것은 이유가 있었다. ".....!" "그것들은 너무도 가공할 무물들이었기 때문이지... 차라리 세상에서 없어 지는 편이 낫다고 생각하신 것이다." "......!" "하여튼... 불세천자 그 분의 무공은 도저히 인간으로서 익힐 수 있는 무공 이 아니었다. 노부도 전력을 다하였지만 칠성만을 깨우쳤을 정도로..." 오오...!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무의 귀재였던 살아있는 신화 십지무황도 겨우 칠성뿐이 익힐 수 없었다니! 더욱이, 그 당시에는 이미 무의 최고봉을 이룬 십지무황이 아니던가? 한데, ---------결코 인간이 익힐 수 없는 무학이었다! 그조차 그런 말을 할 정도였으니... 불세천자의 개세절학! 그것은 도대체 얼마나 불가사의한 것이란 말인가? 문득, 십지무황의 음성에 어떤 비애가 어려 들었다. "한데... 예기치 못한 일이 발생하였다." ".......?" "당시 노부는 노부나름대로 그때까지 알고 있던 모든 무공을 집대성해 하나 의 무학을 창안하려 했다. 노부가 알고 잇는 정사마의 모든 무공을 통틀어 하나의 개새무학을 만드려는.....!" ".......!" "하나... 너무도 극고한 무공인지라 그만 노부는 주화입마에 빠져 가공할 마성에 빠지고 말았다." ".......?" "노부는 다행이 주화입마에서 겨우 헤어났으나... 골수에 맺힌 마성만은 어 쩔 수가 없었다." "........!" "결국 노부는 제황성의 비전신공으로 마성을 없애기 위해 제황성에 다시 돌아왔다. 하나... 비전신공 역시 마성을 어쩔 수 없었다. 오히려 마성이 더욱심하게 발동하게 되었지." "......!" "결국... 노부의 부친께선 나를 금마동에 가두시고 노부의 아우인 단후성을 제황성주로 봉하게 된것이다." 아아.....! 비사가 껍질을 벗는다. 왜 그토록 천하제일기재라고 불리우던 십지무황이 갑자기 무림에서 사라졌 는 지를.... 또한 금마동이 금역이 되었는지.... 그 이유가 선명하게 드러나고 있었다. 이내, 십지무황의 침중한 음성은 재차 이어졌다. "노부는 금마동에 갇힌 채 마성을 없애려 했다. 하지만... 실패했다.오히려 마성이 억제할 수 없을 정도로 발동하고 말았다." "......?" "결국 노부는 마성의 발동을 억재하기 위해 노부 스스로 이와같이 심장에 검을 박은것이다." 담천우는 아연히 눈이 커졌다. '그래서....!' 마성을 억제하기 위해 스스로 자신의 심장에 검을 박다니..... 진정 그 고통이 어떠하였을까! 담천우는 새삼 십지무황이 위대하게 느껴져 . 심장에 검을 박고 잇는 그의 자태는 차라리 장엄하기까지 했다. 담천우는 가슴으 뭉클해졌다. '이분... 만약 제황성주가 되셨다면 전대미문의 위대한 제황으로 불리웠으 리라....! 또한 천외사세도 걱정하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다....!" 이때, 십지무황은 그를 직시한 채 심중히 입을 열었다. "우리는 지금 시간이 없다." 담천우는 그 느닷없는 말에 어리둥절했다. "무슨....?" "현재 무림이 평화롭다지만... 노부는 결코 그렇게 생각지 않는다. 노부가 조기엔 폭풍전야와 같다." "......!" "천외사세... 그들이 비록 불세천자와 묵계가 있었다지만... 오랜세월이 흘 것고 결코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필경 그들은 암암리에 자신들의 신물 을 찾기 위해 애쓰고 있을 것이다." 담천우는 놀랐다. "그럼 천외사세가 은밀히 중원에 들어와 있단 말입니까?" "노부의 추측이다. 하나.... 너는 그 점을 주의해야 할 것이다." "음.....!" 담천우의 표정은 무겁게 굳어졌다. '그렇다. 천이백 년간 천외사세가 가만히 있었을리는 없을것이다. 선조들의 묵계를 지키고 있다고는 볼 수 없는 일이다.....!' '더욱이... 그들의 신물이 중원에 있음은 그들에겐 수치이니까.....!' 문득, 십지무황은 담천우를 응시하며 잔잔한 음성으로 입을 열었다. "천우... 네 우측 바닥에 구멍이 있을 것이다. 그곳에 손가락을 집어 넣어 눌러라." "......!" 담천우는 그의 지시에 따라 우측으로 시선을 주었다. 과연 손가락 굵기의 구멍이 바닥에 뚫려 있었다. 그는 주저없이 구멍 속에 손가락을 집어넣었다. 순간, 그르릉.....! 돌이 밀려나는 음향과 함께 바로 눈앞의 바닥이 좌우로 갈라지는 것이 아닌가? 동시에, 사방 일 척 넓이의 구멍이 나타나며 그 속에 세가지 기이한 물건이 들어 있었다. 第 八 章 하늘의 大奇緣 세 가지 물건, 그것은 묵빛의 검은 철패와 역시 묵광이 흐르는 팔찌 형태의 철환, 그리고 한 권의 철서였다. 일순, 십지무황의 음성이 엄숙하게 들렸다. "천우, 철패를 꺼내라." "......!" 담천우는 철패를 조심스럽게 집어들었다. 철패에는 구룡이 날아갈 듯 양각되어 있었다. 범상치 않은 물건 같았다. 이때, 십지무화의 음성이 다시 조용히 이어졌다. "그 철패는 구룡천령이다." "구룡천령...?" 담천우, 그는 의아한 시선으로 십지무황을 응시했다. 하나, 십지무황은 돌연 그를 향해 물었다. "너는 북경만서루를 알고 있느냐?" "........!" 담천우는 흠칫했다. 어찌 북경만서루를 모그겠는가? 북경사비 중 하나이며 천하제일의 대서각을.... 또한, 자신이 이곳으로 들어올 때 우연히 타고 들어온 상여가 바로 북경만서루에 서 나온것이 아닌가? 담천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고 있습니다." "네가 가장 먼저 해야 할일은 구룡천령을 북경만서루의 루주에게 보여주고 북경만서루를 접수하는 것이다." "북경만서루를 접수하라구요.....?" 담천우는 경악하며 놀란 시선으로 십지무황을 응시했다. 십지무황의 표정은 엄숙했다. "북경만서루는 노부가 기재를 찾기 위해... 또 천외사세의 동태를 살피려고 은밀하게 세워둔 유일한 세력이다." "........!" 담천우는 입을 딱 벌렸다. '북경만서루가 십지무황이 만든 세력....!' 실로 상상하지도 못한 일이었다. 십지무황의 음성은 재차 신중히 이어졌다. "북경만서루의 본체는 구룡회라 한다." '구룡회...!' 아아!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하나의 비밀세력이 이렇게 드러나고 있었다. --------구룡회! "구룡천령은 바로 구룡회의 회주를 나타내는 영패이다." '그랬단 말인가.....!' 담천우는 그저 놀라울 뿐이었다. 문득, 십지무황은 가벼운 한숨을 내쉬었다. "구룡회의 총사이자 북경만서루의 루주인 십뇌청옹 우문현백이 기재를 찾으면 노부에게 연락해 주기로 하였지...." "....!" "하나... 지금까지 아무 소식이 없었다." 십지무황이 조금 전에 말했던 그,그란 바로 우문현백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담천우는 내심 기이한 느낌을 금치 못했다. '북경만서루... 나하고 묘하게 인연이 맺어지는구나....!' 이때, 십지무황은 다시 입을 열었다. "천우, 철환을 꺼내라." 담천우는 말없이 철환을 집어들었다. "....!" 차다. 손 끝에 스며드는 냉기 에 팔이 저렸다. 한데 기이하게도 묵광이 은은히 흐르는 철환의 중앙에 시뻘건 태양이 양각 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 마치 살아있는 태양이 철환 속에 담겨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핏빛 태양! 일순, 담천우의 동공이 경탄으로 번뜩였다. '오오.. 이것은 만년물철로 만들어진 것이구나!' 만년묵철! 이것은 지상에서 가장 강한 금속이었다. 만년의 음정이 응축되어야 만들어진다는.... 천하의 그 무엇으로도 만년물철에 흠집을 낼 수 없었다. 어떤 형태를 만든다는 것! 그것은 한 마디로 불가능 했다. 담천우는 내심 경악했다. '만년묵철을 다듬어 이같은 철환을 만들다니....?' 한 마디로 신기였다. 그 순간 십지무화으이 음성이 엄숙하게 울려퍼졌다. "그 철환은.... 태양철환이다." "태양철환.....!" "그것은 불세천자의 유품으로... 이제 그것을 너에게 주겠다." 오오! 태양철환--------! 그것이 천이백 년 전의 불멸의 대기인 불세천자의 유품이었다니.... '아.....!' 담천우는 가슴이 벅차오르는 것을 느꼈다. 십지무황의 음성은 이어졌다. "태양철환은 천고의 병기로 공렬을 주입시키면 검으로 화한다. 또한... 피독,피수,피화,피사의 위력도 있다." 담천우는 새삼 태양철환을 바라보았다. '실로... 대단한 물건이구나....!' "하나 무엇보다도... 태양철환의 비밀을 푼다면 너는 하늘의 힘을 얻게 될것이다. 그것은 불세천자께서도 풀지 못하셨다." '태양철환의 비밀....? 하늘의 힘....!' 담천우는 태양철환이 더욱 심비롭게 느껴졌다. 십지무황, 그는 뜨거운 시선으로 담천우를 응시하며 진중하게 말을 이었다. "이제부터 태양철환을 네 몸의 일부처럼 여기고 한시도 몸에서 떼어놓으면 안된다. 지금... 팔목에 끼도록 해라." "예." 담천우는 구룡천령을 품속에 갈무리하고 태양철환을 팔목에 찼다. 찰칵! 태양철환은 식기하게도 담천우의 팔목에 딱 들어맞았다. 한데, 더욱 신기한 것은 태양철환을 팔목에 차자 그토록 시리던 냉기가 씻은듯이 사라지는 것이 아닌가? 담천우는 내심 감탄을 금치못했다. '볼수록 신기한 물건이구나...!' 한데, 태양철환을 빼려고 하자 꼼짝달싹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닌가! 담천우는 흠칫했다. '응....? 이게 왜 안 빠지지...?' 그가 태양철환을 빼려고 힘을주면 줄수록 태양철환은 손목을 더욱 죄어 들 었다! 그때, 십지무황이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네가 사용방법을 익혀서 공력을 주입시키지 않는 이상 절대 빠지지 않을 것이다." ".....!" 담천우는 곧 태양철환을 빼려던 동작을 멈추며 십지무황을 지그시 응시했다 십지무황은 재차 말을 이었다. "이제 그 철서를 꺼내라." "........!" 담천우는 바닥에서 철서를 꺼내들었다. 얄팍한 연철로 된 책자였다. 책의 겉 표지에는, <불세태양천서(不世太陽天書)!> 황금빛의 글씨가 박혀 있었다. 십지무황의 음성이 진중하게 흘러나왔다. "그것이 바로 태양철환을 사용하는 방법과 무공이 기록된 책이다. 불세천자 의 모든 무학이 집약된 책이라고 말할 수 있지...." "........!" 담천우는 왠지 책이 든 손이 무겁게 느껴졌다. 천 이백년의 세월을 느낀 때문인가? 내심 역시 은은하게 격동을 일으키고 있었다. '이... 이것이 바로 하늘아래 가장 강한 무학이구나....!' 왠만한 무림인이라면 그 순간 미칠 듯이 기뻐하였을 것이다. 하나, '두렵다...! 내가 과연 이것을 받을 만한 자격이 있는 것인가?' 담천우는 무심결 눈을 지그시 들어 허공을 응시했다. '하늘이시여...! 정녕제가 자질이 없다면 지금 이 자리에서 막으소서...!' 불세태양천서를 쥔 그의 손에 불끈 힘이 들어갔다. 오오...! 담천우, 지금 그의 전신에서는 장엄한 신태가 태양처럼 빛나오르고 있었다. 바로 그 순간, 우----- 우------- 우------- 웅--------! 돌연 담천우의 왼선 팔목에 찬 태양철환에서 기이한 음향이 울려나오는 것이 아닌가? ".....!" 담천우는 흠칫 놀라 보았다. "이게 어찌된 일이지....?" 순간 십지무황의 전신이 격동에 세차게 떨려들었다. "오오.. 태양철환.. 진정한 주인을 만나면 포효를 터뜨릴 것이라고 조사님 이신 불세천자께서 말씀하셨다 했는데... 그 현상이 지금 나타나다니..!" 우----- 우------ 우--------- 웅--------! 태양철환에서 울려나오는 기음은 약 일각 동안 들리더니 뚝 그쳤다. "........!" 담천우는 신기한 표정으로 정신없이 태양철환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차차 그의 얼굴에 번지는 장중함 그의 입을 비집고 태산과도 같은 웅후한 음성이 흘러나왔다. "진정... 이것이 하늘이 나에게 부具과한 운명이라면 나는 결코 그 운명을 거부하지 않으리라...!" 맹세! 사내의 뜨거운 피가 역류하며 흘려낸 맹세였다. 십지무황, 지금 그의 노안에는 물기가 축축히 흘러내리고 있었다. 눈물, 격동과 감격의 눈물이었다. "하늘이시여...! 이 늙은이의 소원을 들어주시다니... 감사하나이다. 오오 ... 이제 중원은 또하나의 불멸할 영웅을 탄생시키리라!" 눈물이 흘러 가슴을 적시건만 닦을 줄을 모른다. 어찌 감격이지 않겠는가? 고독 속에 백년을 바라던 염원이거늘.... 잠시 후, 십지무황은 격정을 주스르며 담천우를 그윽히 응시했다. "천우... 노부는 너무도 행복하다. 생전에 너를 만나다니.. 하지만 잊지 말아라. 결코 하늘의 뜻만으로 모든 일이 저절로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 이제부터 네가 하기에 달린 것이다." 담천우는 심중한 눈빛을 하였다. "맹세하겠습니다." "노부도 불세태양천서를 삼분의 일밖에 이해하지 못했다. 하나... 너는 완 전하게 연성할 줄 믿겠다." ".....!" "네가 북경만서루를 접수하면 우문현백이 앞으로 네가 할 일을 일러 줄것 이다." 문득, 십지무황의 표정에 공허가 피어올랐다. 모든 일을 끝마쳤다는 안도감... "휴....! 이제 한 가지 일만 남기고 노부가 해야 할 일은모두 끝난 것 같구나." 일순, 십지무황의 동공에서 그지없이 자애로운 눈빛이 흘러나왔다. 마치 친손자로 대하는 듯한 정감 서린 눈빛, "천우... 노부에게 절을 하지 않겠느냐?" '절.....?' 담천우는 짐작했다. '아마 사제의 에를 취하라는 것인가 보군.' 한데 십지무황의 요구는 의외였다. "노부는 지금까지 혈육을 얻지 못했다. 그래서... 너를 손자로 삼고 싶구나 들어주겠느냐?" 한서린 음성, 순간, 담천우는 절로 콧등이 시큰해짐을 느꼈다. '이분... 그동안 너무 외로우셨던 거야.' 가슴이 점차 뜨거워졌다. '그래... 나도 고아가 아닌가...! 외롭기는 마찬가지.. 나 역시 혈육을 갖 고 싶었다.' 혈육! 그 말이 담천우의 가슴을 찡하게 때렸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십지무황을 향해 정중하게 머리를 조아렸다. "할아버지, 손자의 절을 받으십시요....!" 십지무황의 노안이 벅찬 감동으로 가득차 들었다. "고... 고맙구나...." 축축히 젖어드는 음성, "이제 이 할아비는 죽어도 여한이 없다." 이윽고 담천우가 공선이 절을 마치고 자리에 앉았다. 순간, 십지무황이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심장의 검을 꽂고 있는 그의 모습은 실로 섬칫했다. 그는 더없이 사랑스런 눈길을 담천우에게 주었다. "천우야... 이제 이 할아비가 너에게 해 줄 수 있는 일은 한 가지 뿐이구나" ".....!" 담천우는 십지무황을 묵묵히 응시했다. "할아비가 평생을 걸쳐 완성한 검법을 너에게 물려주고 싶다. 비록... 불세태양천서의 무공보다는 약간 떨어지나...." ".....!" "자신할 수 있다. 네가 이것을 익힌다면 천하의 그 누구도 너를 꺾을 자는 없을것이다." 십지무황의 음성에는 확고한 자부심이 담겨 있었다. 문득, 그의 눈빛이 침중하게 굳어졌다. "그 전에... 이 할아비가 너에게 무엇을 부탁하든지 들어 줄 것을 약속해라." ".......!" 담천우는 흠칫했다. 십지무황의 음성에서 무언가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느낀 것이다. "말씀하십시오." "먼저 약속부터 해라." 담천우는 또렷한 음성으로 말했다. "말씀을 들은 연후에 결정하겠습니다." 하나, 십지무황은 조용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다. 먼저 약속을 해야 한다." 돌연 십지무황의 눈빛이 무섭게 타오르며 담천우를 항해 준엄하게 쏘아졌다. "어서!" 힐책하듯 토해내는 음성, 담천우는 내심 안타깝게 뇌까렸다. '어 이상 거절한다면 도리어 이분에게 누를 끼치는 것이다....!' 그는 할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약속합니다." 내심 그 약속이 천륜을 어기는 일이 아니기를 빌 뿐이었다. 비로소 십지무황의 얼굴에 만족의 표정이 떠올랐다. "너에게 전해 줄 검범은 천황만상검엌鑒라 한다. 모두 삼처식으로 이루어 졌다." 아아....! 천황만상검류---------! 그것은 바로 십지무황의 모든 무학이 집대성된 미증유의 검학이었다. 이곳 금마동에서 백 년 동안 참수해 끝내 완성한.... 그 위력! 아직은 아무도 몰랐다. '천황만상검류.....!' 담천우는 절로 가슴이 뛰는 것을 억제치 못했다. 그는 느낀 것이다. '필경...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하늘의 검학이다....!' --------------------------------------------------------------------- 第 九 章 쓰러진 巨星 십지무황, 그는 좌측의 석벽을 가리키며 말했다. "결결의 내용은 저곳에 기록해 두었다." "........!" 담천우는 시선을 좌측으로 돌렸다. 과연 좌측 석벽 한 구석에 깨알같이 작은 글시가 새겨져 있었다. 일순, 십지무황의 음성이 무섭게 가라앉았다. "지금부터 이 할아비가 천황만상검류를 차례로 시전해 보이겠다. 기회는 단 한번뿐... 잘 봐두어야 한다." "....!" 담천우, 그의 안색이 일시 경직되었다. 십지무황의 음성은 심중히 이어졌다. "그렇게 되면 억제해 두었던 마성이 발동하게 될 것이다. 누구도 막을 수 없는 마성이..." "....!" 담천우는 십지무황의 음성에서 비장한 무엇을 느꼈다. '왠지 불안해....' "검을 뽑음과 동시에 할아비는 천황만상검류를 전개할 것이다. 그로부터 마성이 발동하는 시간의 간격은 일 각... 그 전에 너는 할아비의 심장에 다시 검을 꽂아야 한다." 하! 심장에 다시 검을...! 그것은 바로 죽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가? 꽝! 담천우는 뒤통수를 쇠망치로 얻어 맞는 듯한 충격을 느꼈다. '조금 전의 약속... 바로 이것이었구나...!' 그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며 부르짖었다. "할아버지,안됩니다. 저는 도저히 그럴 수 없습니다." 순간, 십지무황의 눈에서 노기가 벼락같이 피어 올랐다. "이녀석...! 사내대장부가 한 입으로 두 말을 하는거냐?" "용서하십시요. 할아버지... 비록 졸장부가 되더라도 그것만은 할 수 없 습니다." "이미 마성이 골수에까지 스며 할아비는 어차피 한 달을 넘기지 못한다. 차라리 하고싶은 일을 하자는 것이다." 담천우는 마구 고개를 저었다. "그래도 안됩니다." 문득, 십지무황의 입가에 처연한 미소가 짧게 스쳤다. "녀석... 할아비를 염려해 주니 고맙다. 할아비는 너를 믿는다." 순간, 으윽! 말릴 사이도 없이 십지무황은 자신의 심장에 박혀 있는 검을 뽑았다. 파아..... 핏줄기가 대번에 분수처럼 솟구쳤다. 담천우는 대경실색하며 달려갔다. "안됩니다." 하나 이미 때는 늦었다. 십지무황은 심장에서 검을 빼어든 채 전신은 어느 새 피로 물들어 있었다. 일순, 십지무황은 벼락같은 외침을 터뜨렸다. "기회는 단 한 번... 단 한 번 뿐이다. 잘 보아라!" 담천우는 흠칫 그 자리에 뻣뻣이 굳고 말았다. ".......!" 그 사이, 십지무황의 음성이 장중하게 울려 퍼졌다. "제일초식... 쾌의 검식.. 여의섬!" 다음순간, 그의 검이 천천히 수평으로 뉘여졌다. 검날이 움직인다. 그리고, 번------쩍! 상상을 불허하는 쾌검강이 허공을 갈랐다. 아니, 그것은 착각처럼 느껴졌을 뿐이었다. 한데, 아아.....! 정녕 착각인가? 찰라지간에 장검이 야광주에서 뻗어나는 찬란한 빛을 양단시켰다. 스---------각! "베어졌다.....!" 담천우의 입술에서 꿈결 같은 탄성이 터져 나왔다. 순간, "크윽....!" 십지무황은 여전히 그 자세에서 장검을 쥔 채 검붉은 핏줄기를 토해내며 전신을 더욱붉게 물들이고 있었다. 혈인, 담천우는 안색이 하얗게 질리며 십지무황을 향해 달려갔다. "움직이지 마세요!" 순간, 십지무황의 음성이 냉엄하게 부르짖었다. "멈춰! 다가오지 마라!" 담천우는 흠칫했다. "......!" "검 끝을 봐라, 검 끝을...!" 십지무황의 음성은 거의 필사적이었다. 담천우는 정신없이 검끝을 응시했다. 그때, 검이 수직으로 세워지며 재차 검기를 그려내고 있었다. "제 이식 묵혈하... 하늘이 빛을 잃는다!" 콰우우! 검이 부르르 떨었다. "묵------- 혈--------- 하---------!" 스------------파아....! 새파란 검이 허공에서 꿈틀거리며 춤을 춘다. 노도처럼 광란한다. 어디가 하늘이며 어디가 땅인가? 순간, 담천우는 내심 경악의 외침을 터뜨렸다. '어둡다...!' 이럴수가...? 이것은 또 무슨 괴변인가? 그토록 찬란하게 쏟아지던 야명주의 빛은 어디가고 석실속은 칠흑같은 더둠속에 사무쳤다. 그 속에 움직이는 것은 오직, 새파란 검.... 이때, 어둠속에서 십지무황의 음성이 처절하게 터졌다. "시선을 놓치지마라! 검의 생명은 시선이다....!" 담천우의 시선이 황급히 검을 따라잡았다. "마지막 삼초식 천지멸... 하늘과 땅이 종말을 고하리라!" 고.... 오..... 오오오오...! 어둠속을 번개 이상의 속도로 쏘아가는 창백한 빛줄기 하나! 콰쾅! 쩌러러러렁....! 천지를 혼돈 속으로 짓구겨 넣은 대굉음이 터지며 석실 벽에 이장의 구멍이 뻥 뚫렸다. 그리고, 쩌저저저적! 사방 벽면이 메마른 논바닥처럼 균열하기 시작했다. 분명 십지무황은 공력을 사용하지 않았건만, 이 엄청 무비한 위력이라니... 오오.....! 정녕 그 불가사의한 위력은 설명할 말이 없다. 맹세코! 그것은 하늘마저 가를 수 있는 최극강의 힘이었다. "아아....!" 담천우는 넋을 잃고 서 있었다. 그때, 어둠이 걷히며 십지무황의 신형이 쓰러질 듯 비틀거리고 있었다. "크.... 윽....!" 그의 입과 심장에서는 무섭게 핏물이 콸콸 ∮아져 나오고 있었다. 심기를 사용하자 마성이 용트림을 하며 억제하고 있던 주화입미가 다시금 재 발 하고 있는 것이었다. 담천우는 미친 듯이 달려가 십지무황의 어깨를 부퉁켜 안았다. "할아버지!" 십지무황은 피로 범벅이 된 장검을 지면에 콱 박으며 몸을 지탱해며 무었다 "보.... 보았느냐?" 담천우는 눈빛을 반짝이며 대답했다. "보았습니다." "할수 있...겠느냐?" "지금 당장이라고 해보일 수 있습니다." 순간, 선혈로 얼룩진 십지무황의 입가에 씰룩 미소가 번졌다. "허허... 나를 위로하는 거짓말... 이라도 멋... 지군..." 덥썩! 십지무황이 자신의 검을 담천우의 손에 재발리 쥐어주었다. "천우야... 이제 네가 해야 할 일을 알고 있겠지." ".....!" 순간 담천우는 말뜻을 깨닫고 비틀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안돼.... 요....! 저는 할.... 수가 없습니다." 십지무황의 눈빛은 뜨겁게 끓고 있었다. "정확하게 심장을 찔러라... 처음 찔러 있던 곳 외엔 소용 없다." 검을 쥔 담천우의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그는 고개를 마구 흔들었다. "아... 니... 저는 하지 않겠습....니다." 일순, 십지무황의 음성이 준엄하게 터져 나왔다. "이 녀석! 너는 이 할애비가 마성에 빠져 하늘을 볼 수 없는 죄를 저질러도 된단 말이냐?" 하나 담천우는 움직이지 않았다. 어느새 그의 눈에서는 뜨거운 눈물이 흘러 내리고 있었다. "그... 래도... 도저히... 저.... 는....." 순간, 십지무황의 얼굴에 노기가 불길처럼 번졌다. "이 녀석...! 이 할아비의 혼백이 한을 품고 구천을 해매게 할테냐?" 그때였다. 십지무황의 동공이 시뻘겋게 충혈되면서 온몸이 은은하게 진동을 일으키기 시작한것은... 찰나, 십지무황이 담천우를 무섭게 쏘아보며 다급히 외쳤다. "마... 마성이 발동하기 시작했다. 시간이 없다. 빨리...!" 하나, 담천우는 두 눈을 딱 부릅뜨고 여전히 움직일 줄 몰랐다. 급기야... 십지무황의 전신이 팽팽하게 부풀어 오르며 미심혈에 붉은 반점이 나타나 기시작했다. "천우야... 급하다. 어서.. 이성도 없는 대마인으로 변하기 전에 어서...! 모든일을 허사로 만들지 마라!" 그것은 차라리 애원이었다. 담천우의 동공이 가늘게 흔들렸다. "......!" 그의 이빨이 아랫 입술을 파고 들었다. '허락하는 것이 이분을 위하는 길임을 나는 잘 안다. 하나... 어떻게 그런 일을......' 검을 쥔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갈등! 그것이 뇌리에서 수천 번 교차되었다. 불현듯 담천우의 동공에 불똥이 확 튀었다. '아니다. 해드리자! 그래서 가시는 길이라도 편하게 해 드리자. 이것은 피 할수 없는 운명이다.....!' 그는 십지무황의 눈을 직시했다. 십지무황의 눈빛은 간절한 애원으로 이글거리고 있었다. "천우야... 어서...!" 시선과 시선이 얽혔다. 불현듯, 담천우의 동공에 섬날한 기광이 피어 올랐다. '그래 그것을 보여드리자, 그래서 가시는 길이라도 기쁘게 해 드리자...' 무엇을 보여준다는 것인가? 어느순간, 담천우의 눈이 꽉 감겨지며 심장을 쥐어짜는 절규를 토앴다. "여-------의---------섬!" 찰나, 담천우의 신형이 무섭게 앞으로 내달리며 검을 쥔 손이 앞으로 쭉 밀려 나왔다. 스파-------앗! 오오, 방금 담천우가 전개한 것은 비록 불완전하지만 분명 천황만상검류의 제 일초식 여의섬이 아닌가? 단 한 번을 보았을 뿐인데 흉내를 내다니... 푸욱! 검이 십지무황의 심장을 쏘고 등 뒤로 삐죽 빠져 나왔다. ".........!" 십지무황의 몸이 부르르 떨렸다. 결코 고통 때문이 아니었다. 부릅떠지는 그의 눈, "네....네가 천황만....상검류를...?" 복받치는 감동 탓이리라! 더 이상 목구멍 밖으로 말이 새어나오지 못하는 이유는... 십지무황은 무슨 말인가를 하기휘해 입술만 몇차례 달싹거리더니, "와하하하하핫!" 돌연, 다죽어가는 사람의 것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우렁찬 광소가 그의 입에서 터져 나왔자. "할아비는 빨라도 십년이 걸리리라고 생각했는데... 단 한 번을 보고 해내 다니.. 으하하하핫!" 한데, 돌연 광소가 둑 멎으며 울컥 피를 토해냈다. 담천우는 그대로 십지무황의 품에 안기며 오열을 터뜨렸다. "할아버지... 용서하십시요..." 십지무황의 얼굴에는 더 없이 만족한 미소가 번지고 있었다. "이 녀석... 고맙.... 구.... 나...." 바로 그때, 파앗...! 십지무황의 쌍장이 섬전처럼 담천우의 백회혈과뇌호혈을 덮는 것이 아닌가? "이 할아비가 너에게 마지막으로 주는 선물이다." 순간, 담천우는 전신이 터져 나가는 듯한 통증에 전신을 부들부들 경련시켰다. 하나 고통은 잠시였다. 뒤를 이어, 전신 혈맥이 뻥 뚫어지는 듯한 느낌과 함께 심신을 상쾌하게 하는 기운이 뇌호혈과 백회혈로부터쏴아 하니 밀려 들었다. 담천우는 깨달았다. '내공을 나에게 주입시키는구나.. 죽는 순간까지...' 그의 가슴이 뜨거워졌다. 하나, 혈맥을 제압당한 그는 꼼짝할 수가 없었다. 일각이 지났을 무렵, 담천우의 머리에서 십지무황의 손이 떼어졌다. 순간, 풀썩.. 십지무황의 신형이 무겁게 침몰되었다. 진기를 모조리 담천우에게 넘겨준 그는 더 이상 버틸 수가 없었던것이다. 담천우는 십지무황을 얼싸안으며 울부짖었다. "할아버지... 왜 그런 바보같은 행동을...!" 하나, 십지무황은 웃고 있었다. 그지없이 행복한 미소였다. "적어도... 삼갑자는 될 것이... 다." "....!" 천우야... 할아비는 졸립... 구나." 이미 십지무황의 두 눈에는 죽음의 그늘이 앙금처럼 깔리고 있었다. 그의 초점이 희뿌옇게 풀렸다. "중원을... 지켜야 한... 다. 그것이 천...하를 위하...는 길..." "염려마십시요." 십지무황의 회색빛 시선이 담천우를 찾았다. "천..... 우.... 야.... 너를.... 만..... 나서.... 기쁘.....다!" ".....!" 순식간에 죽음의 손길이 십지무황의 얼굴을 덮었다. "푸른 하... 늘이 보고.... 싶... 구나...그곳이...피로...적셔지면...안돼 ....천우야....네가 대신...지....켜...." 입술이 몇 차례 움직이기는 했으나 더 이상 말이 되어 나오지 못하고... 스르르... 십지무왕의 고개가 옆으로 힘없이 기울어졌다. 죽음! 아아, 한 시대를 풍미한 노영웅은 이렇게 생을 마감한 것이다. 담천우는 싸늘히 식어가는 십지무황의 가슴에 고개를 파묻으며 처절히 오열했다. "할아버지------!" 한 영웅이 가고 또 한 영웅이 탄생한 이곳, 제황성의 금마동이었다. 第 十 章 稀代의 연극 밤, 별빛이 초롱한 어둠이 깔린 밤, 제황성은 그 어둥속에 고요한 정적이 흐르고 있었다. .... 방, 은은한 황촉불 아래 화려의 극치를 이루고 있었다. 바닥은 푹신한 양탄자가 깔려 있고, 실내장식도 눈이 뒤집힐 정도로 초호화판이었다. 실내 한쪽 구석에는 망사 휘장에 가리워진 화려하고 은 침대가 놓여 있는데 침대는 텅 비어있었다. 별빛.... 창문으로 고요히 흘러 들고 있었다. 실내 역시 고요했다. 한데, 바로 그때였다. 스르르르륵! 돌연 창문이 조심스럽게 열리며 한 백영이 쑤욱 들어서는 것이 아닌가? 극도로 긴장된 표정의 백영, 하나 그의 눈빛은 샛별보다 더 영롱한 영기가 서려 있었고, 신비스러울 정도로 아름다운 사내였다. 담천우! 다름아닌 바로 그였다. 그는 바닥에 살며시 내려서며 투덜거렸다. "빌어먹을... 벌써 두 시진째를 해매고 있는데 재황성이 워낙 넓고 또 경비가 삼엄해 빠져 나갈 수가 없으니..." 그는 입맛을 쩝 다셨다. "쳇....! 이러다간 평생 이곳에서 미아가 되겠군..." 그는 창문을 향해 시선을 쓰윽 돌렸다. "확실히는 알수 없지만 대충 짐작컨데 금마동에서 삼일은 보낸것 같은데..." 그렇다. 천고기연을 얻고 삼 일만데 금마동을 빠져나온 것이다. 하나, 제황성이 워낙 넓고 또한 경비가 삼엄하여 지금까지 헤매고 있는 것이었다. 담천우는 실내를 조심스럽게 둘러 보았다. "음, 다행히 빈 방인 것 같군.." 문득 그는 코를 실룩 거렸다. 코 끝에 스미는 향긋한 방향, "여인의 규방인가...? 흠... 보아하니 꽤 신분이 높고 고귀한 여인의 방인 듯하군!" 과연... 실내 구조는 여인 특유의 화려한 장식물로 치장되어 있었다. '일단 이곳에서 쉬었다가 다음 행동을 궁리해야겠다.' 제황성을 헤매느라 사실 그는 매우 피곤해 있었다. 문득, 한쪽 구석에 길다랗고 푹신한 의자가 눈에 띄었다 "옳지, 누워 있기는 안성맞춤이다....!" 담천우는 기지개를 쭈욱 폈다. "으가가가가... 정말 피곤하구나...!" 그러면서 기분좋게 의자 위로 털썩 쓰러졌다. 순간, 이게 왠일인가? 물컹....! ".....?" 담천우가 흠칫하는 찰나, "아얏-------!" 느닷없이 두터운 양털 밑에서 뾰족한 비명성이 터져 나오는 것이 아닌가? '으이크...!' 담천우는 기겁하며 몸을 일으켰다. 순간, 양털 한쪽이 걷어지며 머리 하나가쏘옥 빠져 나왔다. 십 오륙세의 소녀, 한데, 이것이 진정 인간의 용모인가? 실로 무진장 아름다운 미녀였다. 마치 백장미의 요정 같았다. 더욱이 살짝 패인 보조개는 그야말로 환상적인 매력을 느끼게 했다. 또한, 고귀로운 품위는 절로 보는 이를 압도했다. "......!" 지금 소녀는 유리알 같은 눈망울은 극도의 놀라움으로 동그랗게 떠져 담천 우를 올려다 보고 있었다. 담천우는 자신의 처지도 잊은 채 잠시 을 잃었다. '으와....! 무진장 예쁘다.....!' 순간, 소녀는 겁먹은 음성으로 더듬거렸다. "누... 누구냐.......?" 담천우는 퍼뜩 정신을 차렸다. '아이고....! 사람이 있었잖아......!' 그는 당혹했다. "소.... 소저, 나.... 나는 나쁜 사람이 아니고 그.... 저...." 일순, 소녀가 발딱 몸을 일으키며 벼락같이 고함을 질렀다. 일신에 능라 잠옷을 걸치고 있었다. "철접! 도와줘-----!" 담천우는 다급했다. '자..... 잘못하다간 큰일나겠다.....!' 사정이 워낙 다급한 지라 담천우는 정신없이 소녀의 입을 틀어 막아 . "소.... 소저, 고정하시오. 나는 나쁜 사람이 아니란 말이오....!" "읍....! 이놈 어디에다 감히 손을 대는.... 으읍...." 소녀는 빠져나가려고 마구 발버둥을 쳤다. 그럴수록 담천우는 더욱 소녀를 바싹 안았다. 둘의 자세가 묘하게 되었다. 마치 사랑하는 연인끼리 진한 애무를 하는 듯한 행세였다. 담천우의 등에 식은 땀이 흘렀다. "소... 소저, 잠깐 내 말을 들으시오?" "으음..." 바로 그 순간, 꽈당------! 방문이 부서져라 열리며 한 인영이 섬전처럼 뛰어 들었다. "공녀! 무슨 일이십니까?" 이십 대 중반의 미녀였다. 일신에 철갑을 걸쳤고, 허리에는 검이 비스듬히 걸려 있엇다. 또한 눈빛은 검날처럼 예리했다. 실로 가공할 기도의 여인이었다. 마치 여전사를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아아....! 이 여인, 철접 은하경! 무림에선 이 여인을 철의 여인이라 부른다. 아울러 유사이래 처음으로 여검후라 불리우는 여인....! 그녀는 무서운 여전사였다. 하나, 그녀의 무공이 어느 정도인지는 알려져 있지 않았다. 한 마디로 제황성의 신비여고수였다. 또한, 바로 유리공녀 단후선혜의 호위무사였다. 철접은 담천우를 발견하자 대듬 차가운 일갈을 터뜨렸다. "네놈은 누군데 감히 공녀의 방에 무단 침입했느냐?" 담천우는 가슴이 철렁했다. '공녀...? 그렇다면 이 소녀가 바로 유리공녀 단후선혜....!' 소녀, 그녀는 바로 제황성주 단후황의 금지옥엽인 유리공녀 단후선혜였던 것이다. 제황성주도 손발든 말괄량이! 그녀는 침대위에서 자는 것 보다 의자 위에서 자는 것을 좋아했다. 담천우는 대경실색하며 소녀를 노려 보았다. '어... 쩐지....! 이젠 꼼짝없이 죽었구나....!' 그는 뒷골이 서늘했다. 그는 엉거주춤 몸을 일으켰다. 그 사이, 유리공녀는 사슴처럼 빠져나가 철접의 등 뒤에 몸을 숨겼다 "철접, 저 자를 붙잡아!" 하자, 철접은 담천우를향해 추상같은 기세로 다가섰다. "겁도 없는 놈! 여기가 어디라고 감히....!" 쿵! 철접이 한쪽 발을 구르자 아연하게도 대리석 바닥에 한 자 깊이의 구멍이 뻥 뚫렸다. 담천우는 가슴이 서늘하게 식었다. '보.... 아하니... 철갑의여인은 굉장한 무공을 지닌 것 같구나... 이젠 꼼 짝없이 죽었다....!' 제대로 걸린 것이다. 하나, 담천우! 그가 누구인가? 머리 하나는 기차게 잘 돌아가는 위인이 아니던가! 문득, 그의 눈에 기광이 반짝하였다. '그렇지...! 저 소녀가 유리공녀라면....!' 돌연 그는 그지없이 슬픈표정을 지었다. "선혜... 떠나야 하는 본인의 가슴도 찢어질듯이 아프다오. 하나 어쩌겠소... 그것이 우리들의 운명인 것을... 하지만 그대를 향한 마음만은 진심이었소 ." 순간. 유리공녀 단후선혜는 어리둥절했다. '미친 자인가...?' 멍청해진 것은 철접도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차가운 기세로 다가가던 걸음을 흠칫 멈추며 멍한 시선으로 담천우를 바라보았다. 담천우는 더욱 처연한 음성을 흘려 내었다. "차라리... 그냥 이대로 헤어집시다. 붙잡을 수록 서로의 아픔만 더할 뿐이 라오. 훗날 다시 돌아와서 본인의 진심을 낱낱이 밝혀 주겠소." 철접은 기세를 누그러뜨리며 그를 향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공자... 공녀님과 아는 사이인가요?" 순간, 담천우는 철접을 무섭게 쏘아보았다. "아는 사이냐구....? 후후...." 담천우의 이빨 사이에서 비감에 찌들린 헛웃음이 푸들푸들 새어 나왔다. 그는 이빨을 악물었다. 그리고는 망연히 천정을 응시했다. 그 얼굴은 영락없이 비통에 충만해 있는 표정이었다. "그동안 선혜와 지내면서 겪은 수많은 사연들... 다정한 눈길.. 행복했던 순간 순간들... 하지만 지금은 모두 물거품이라오...." 담천우는 고개를 푹 떨구었다. 그의 동공에는 눈물까지 핑 감돌았다. 담천우는 내심 고소를 금치 못했다. '젠장... 내가 다 감동이 되네....!' 그때, 유리공녀의 안색은 너무도 어이없고 분해 파랗게 질려 있었다. 말을 들어보니 담천우와 자신은 영락없이 연인 사이가 아닌가? "철..... 접....! 속지마! 저 자는 지금 거짓말을 하고 있는거야. 붙잡아서 물고를 내야해....!" 돌연 담천우는 그지없이 결연한 표정을 지으며 가슴을 쭉 폈다. "선혜... 그렇게 하시오. 떠나는 내가 그리도 밉다면 아음껏 때리시오. 그래서... 그대의 기분이 풀린다면 나는 피하지 않으리다." 상황이 이쯤되자 철접은 헷갈리기 시작했다. '하긴... 공녀는 제황조차 말리시지 못하는 말괄량이... 워낙 엉뚱한 일을 잘 저지르는 분이시니....!' 드디어 철접의 상상은 엉뚱하게 치달리기 시작했다. '더구나... 이 늦은 밤에 제황성의 내전에 타인이 출입할 수는 없지... 그리고 조금전의 의자 위에서의 그 자세는...!' 철접은 담천우를 찬찬히 훑어 보았다. '또한 저 공자의 자태... 내 생전 처음 대하는 놀라운 기품이다....!' 기품하면 담천우 아니겠는가? 더욱이 하늘조차 시샘할 정도로 아름다운 용모... 철접의 판단은 더욱 흔들렸다. 그때, 유리공녀는 악이 극도로 받쳐서 소리를 질렀다. "내가 너와 연인 사이라는 증거를 대라, 증거를....!" '그렇지, 증거....!' 철접은 매섭게 담천우를 쏘아보았다. 하자, 담천우는 천정을 응시하며 더욱 서글픈 표정을 떠올렸다. "증거... 그대 따뜻했던 입술이 증거이고... 아직도 내 팔에 남았는 그대 의 체온과 귓가에 맴도는 그대의 떨리던 음성이 증거라오...." 순간, 유리공녀의 입술이 바들바들 떨렸다. 너무도 약이 올라 눈물까지 글썽하였다. "이... 차렴치... 한...! 그따위 거짓말은 하지 말고 확실한 증거를대라...!" 그러자, 철접도 담천우를 차갑게 쏘아 보았다. "공자, 이 일은 매우 중대한 일입니다. 만약... 공자가 확실한 증거를 제시 하지 않는다면 이 철접은 공자를 침입자로 간주하여 취급할 것이예요." 당장이라도 철접의 검이 쏘아질 것 같은 기세였다. 일순 담천우는 눈을 지그시 감았다. 매우 괴롭다는 표정이었다. "확실한 증거... 내 이것을 결코 말하지 않으려 했으나 상황이 이쯤 되었으니 말하지 않을 수 없구려." 그는 한숨을 길게 흘려내며 말을 이었다. "언젠가... 선혜가 본인에게 보여주었었지. 왼쪽 궁둥이게 새겨져 있는 나비 문신을..." "......!" 유리공녀의 안색이 창백하게 질렸다. '아... 아무도.. 모르... 는 그것을 어떻.... 게....?' 더구나 나비문신은 자신의 은밀한 곳 바로 옆에 새겨져 있지 않은가? 그것은 보통 사이라면 도저히 볼 수 없는 장소였다. 철접은 내심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전에 공녀를 목욕시키면서 나도 보았다....!' 그때, "으흐흐흐흐흑.....!" 유리공녀는 울움을 터뜨리며 허물어졌다. 너무도 분하고 창피했기 때문이었다. 하나, 철접의 눈에는 떠나는 님이 서러워서 흘리는 눈물로 보였다. '가엾으신 공녀... 어느새 사랑을 아셨군...' 맙소사! 동상이몽도 이런 동상이몽이 없는 것이다. 철접은 담천우를 향해 지극히 침중한 시선을 주었다. "공자, 본녀가 배웅해 주겠어요." 담천우는 비장한 표정으로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아니... 나 혼자 가겠소." "이곳은 제황성의 내전이라 경비가 삼엄하여 공자 혼자서 나간다는 것은 불가능해요. 본녀를 따라오세요." 철접은 오열하는 유리공녀를 힐끗 바라보며 앞장을섰다. 담천우는 마지못한듯 철접의 뒤를 따랐다. "그럼... 수고 좀 해주시오." 문득, 문밖으로 나서던 담천우는 유리공녀를 향해 한 마디 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선혜... 내 다시 돌아오리다." "흑흑... 흑흑흑..." 오열하는 유리공녀의 귀에 그 말이 들릴 리가 없었다. .... 철접의 뒤를 따라 제황성을 빠져 나오는 담천우, 그는 내심 연신 실소를 흘렸다. '후후... 나는 거짓말 한거 하나도 없어... 내가 그곳에서 떠나야 할 처지 이니까 헤어진다고 했고 사실 제황성이서 삼일을 보냈거든...' '따뜻한 입술과 공주의 체온이야 조금전에 입을 틀어막으면서 직접 경험했 던것이고.. 나는 공주와 어떤사이라는 말 한 마디 안했지... 모두 자기들 멋대로 상상해서... 후후...' 담천우는 입맛을 쩝 다셨다. '하지만.... 조금 안됐는걸...' 유리공녀의 우는 모습이 떠올랐다. 밤, 제황성을 빠져 나오는 담천우에게 비친 밤은 유난히 초롱했다. 第 十一 章 밤의 女人들 향주, 예로부터 색향으로 소문난 곳이다. 초호화판의 주루와 기루...! 오직, 금전! 황금만능주의가 판치는 곳이었다. 때문에 수많은 부호화 권력자들이 몰려 흥청이는 곳으로 유명했다. 하나, 그러한 초호화판의 중심지와는 달리 오직 밤에만 피어나는 야화들의 거리가 있다. 향주의 외각에 자리한 곳, 동전 한 냥만으로도 여자를 품을 수 있는 곳! 춘화로! 이곳은 초호화판의 향주 중심지와는 완전 상반된 판자촌이었다. 바로 창녀촌이었다. 이곳은 지저분하고 초라한 거리였다. 하나, 이곳에는 약 삼백여 명의 여인들이 살고 있었다. 그녀들은 밤이 되면 화장을 했다. 그리고, 속살이 노골적으로 내비치는 투명한 망사의를 입고 거리로 나선다. 손님들을 받기 위해... 창녀! 바로 몸을 파는 여일들이었다. 원래 창녀들은 과거가 대부분 불투명하지만 특히 이곳 춘화로의 창녀들의 정체는 신비하도록 불투명했다. 어디서 왔는지... 왜 이렇게라도 돈을 벌어야 하는지.... 나라의 법도 이곳에서는 통하지 넴았다. 그러나, 이곳에서도 이들 나름대로의 엄격한 규칙이 있었다. 밤의 삼불칙! 첫째--------- 동료의 손님은 절대 빼앗지 않는다. 둘째--------- 이곳 춘화로에서의 일은 절대 외부에 발설하지 않는다. 셋째--------- 대모의 말에 절대 순종한다. 이것은 춘화로에서 절대의 율법처럼 지켜지고 있었다. 한데, 대모! 누구를 두고 말함인가? 삼샙대의 여인이다. 대모 수정부인! 그녀는 이곳 춘화로에서 신처럼 군림하는 여인이었다. 그녀의 말은 그야말로 이곳에선 황제의 명보다 더 절대적이었다. 창녀! 험하게 세상을 살아가는 여인들이다. 때문에 온갖 섬뜩한 일들이 주위에서 무수히 벌어진다. 실컷 즐기고 화대를 지불하지 않고 도망가려는자, 술먹고 행패를 부리는 자, 창녀들을 상대로 공갈 협박을 하여 금전을 긁어 내려는 파렴치한 사내, 이러한 모든 일들로 부터 수정부인은 창녀들을 지켜준다. 하여튼, 춘화로! 그것이 생긴지는 무려 십여 년이 지났으나 그 밤의 삼불칙은 절대적으로 지켜지고 있었다. .... 밤, 어둠이 깔리는시간, 하나, 춘화로는 불야성을 이루고 있었다. 이때부터 춘화로의 하루는 시작되는 것이다. 곳곳에 휘황찬란한 홍등이 걸려지고, 그 아래.... 요염하고 선정적인 모습으로 서 있는 여인들, 바로 춘화로의 창녀들이었다. 그리고, 뭇 사내들은 동전 몇 냥이면 자신의 욕구를 만족시켜줄 상대를 찾기 위해 음흉한 음소를 흘리며 기웃기웃 거리를 헤맨다. 그들을 향해 여인들은 안간힘을 다한 미소를 보내고, 사내들은 그것을 즐긴다. "호호호... 아이, 공자님, 고르긴 뭘 골라요... 여자란 다 똑같은 거예요." 한 여인이 홍등 아래서 술이 약간 취해서 지나가는 사내를 향해 추파를 던지고 있었다. 이름은 옥선! 이곳춘화로에서 제법 반반하고 수단 좋기로 이름난 여인이었다. 사내는 은근 슬쩍 다가서며 흉물스럽게 이죽거렸다. "뭐가 똑같단 말이냐?" 옥선이 몸을 비틀며 둔부로 사내의 허리를 툭 쳤다. "응큼하긴... 다 알면서..." "흐흐... 나는 잘 모르겠는데...." 옥선의 팔이 슬쩍 사내의 허리를 감았다. "이리 와봐요... 내가 자세히 아르켜 줄테니까...." "만약... 재미없으면 그냥 간다...." "호호호... 걱정마, 똑 소리나게 아르켜 줄테니까." 옥선과 사내는 한 덩어리가 되어 움막 같은 집안으로 사라졌다. 잠시 후, "헉헉... 그... 그래... 너.... 정말... 최고다....!" "아.... 하학....!" 후끈한 육질의 열기가 움막으로부터 쏟아져 나왔다. 허름한 판자집이라 안에서 일어나는 소리가 밖에서도 역력히 들을 수 있었다. 대충 보이지만 않으면 된다는 것인가? 이곳 춘화로의 집들은 대부분이 그랬다. 비설아, 나이는 이십대 중반, 춘화로에서는 그녀를 욕장이라고 부른다. 그녀는 항상 기상천외한 욕을 하며 손님들을 유혹하는 것이었다. 어떤 때는 도저히 귀에 담을 수 없을 정도로 험악하게 할때도 있었다. 당연히 손님들은 눈살을 찌풀여야 할텐데 이상하게도 그녀에게는 항상 많은 단골 손님들이 줄을 이었다. 오늘도, 비성아! 그녀는 지나가는 사내들을 향해 신나게 욕을 퍼붓고 있었다. "야, 아랫도리가 썩은 자식아! 보긴 뭘봐! 쳐다보면 그곳에 힘만 뻗치지..." 뽀오얀 피부에 밉지 않은 용모였다. "임마! 이리와, 순신간에 삶은 배추처럼 만들어 줄테니까." 지나가던 한 사내가 느물느물 맞장구를 쳤다. "낄낄... 비설아, 네년의 입이 그토록 걸죽한 것을 보니 그것도 입으로 하나 보구나." 일순, 비설아는 사내를 향해 새끼 손가락을 까닥거렸다. "요만한 자식아... 제발 이 바닥을 떠나다오. 이래뵈도 내 몸 위로 향주 인구 반이 지나갔다." 하자 사내가 허공에 손가락으로 커다란 원을 그렸다. "낄낄... 말타고 지나갔나?" "뭐야! 이 똥누다 벼락맞을 자식...! 나 오늘 열받았어.. 너 이리와, 말타 고 지나갈건지 아니면 헤엄치며 지나갈건지 가르쳐 줄테니...!" "그래 좋다!" "너 오늘 이곳에서 걸어나갈 생각은 마라." 비설아는 사내의 멱살을 움켜잡고 집안으로 사라졌다. 오늘따라 그녀의 욕이 유난한 것을 보니 더욱 뜨거운밤을 만들려나 보다.." 다른 곳보다 유달리 홍등의 불빛이 어두운곳, 그 아래도 역시 한 여인이 서 있었다. 한데, 오오...! 이것이 도대체 사람인가? 산인가? 풍녀! 체구가 산 만한 여인이었다. 워낙 살이 쪄서 입,귀,눈이 도대체 어디에 붙어 있는지 분간할 수 없을 정 도며 사내 열 명은 족히 그녀의 몸 위에서 뒹굴어도 될 정도였다. 삼십대 후반으로, 이바닥에서는 폐물이나 다름없는 여인이었다. 춘화로의 창녀들은 이제껏 사내들이 그녀와 집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다. 아니, 딱 한 번 있었다. 반 년 전, 술이 엉망으로 취한 한 사내가 재수없이 그녀에게 걸려든 적이 있었다. 한데, 일각도 채 못되어 사내는 투덜거리며 나왔다. "빌어먹을...! 도대체 닿아야 뭘 해 먹어도 해 먹지...!" 풍녀, 그녀는 오늘도 어둠침친한 홍등아래서 얼굴에 분을 떡칠하고 딴에는 요염한 교소를 지으며 서 있었다. "호호홍... 이리와요. 다른것은 몰라도 푹신한 것은 끝내준다고요." 풍녀, 그처럼 엄청난 체구로 창녀짓을 한다는 것은 실로 불가사이할 정도였다. 하여튼, 찬란한 홍등 불빛아래 춘화로의 밤은 이렇게 깊어가고 있었다. X X X X X X X X X 허름한 실내, 커다란 침상이 자리잡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침상위에서는, 우람한 구리빛 사내와 뽀오얀 우유빛 여체가 뱀처럼 위엉켜 율동하고 있었다. 땀으로 번들거리는 두 나신, 풍만하면서도 희멀건 둔부는 시야를 어지럽히고, 어찌들으면 규칙적인것 같기도 한 묘한 음향인 여인의 비음과 함께 실내를 야릇하게 물들였다. "아흐흥... 이제 그만... 어서!" 점점 고조되어가는 열락의 비음, 사내의 ㎉이 깔려 있는 여인은 춘화로에서 욕장이라고 알려진 비설아였다. 그녀의 위, 세모진 사내의 얼굴이 극도의 쾌락으로 고통처럼 일그러져 있었다. "흐으... 설아... 네년은 정말 최고.... 다....!" "아아... 허.... 헉!" 더욱 격렬해지는 비설아의 허리 율동, 어느 순간, "아아흐흑...!" 악물린 비설아의 이빨 사이로 신음 같은 기음이 흘러 나오며 그녀의 허리 가 활처럼 휘어저 들었다. 동시에, 사내의 둔부가 비설아의 허벅지 사이로 미친듯이 파고 들며 부르르 떨었다. 그리고 짐승 같은 울부짖음이 토해졌다. "허허헝....!" 일순 급격히 밀착되어 바르르 경직되는 두 개의 육체! 시간은 짧았다. 하나 사내와 여인은 숨막히는 희열 속에 구름위를 날고 있었고, 최절정을 치닫고 있었다. 잠시 후, 달짝지근한 비음과 함께 사내와 여인의 몸뚱이는 물먹인 소처럼 축 늘어졌다." 사내의 얼굴은 땀으로 번들거리고 있었다. 그는 아직도 욕념의 찌거기가 끈적하게 남아 있는 독사눈을 빛내고 있었다. "흐흐.. 비설아, 네년이 이토록 화끈할 줄은 나 조충은 미처 몰랐다." 비설아는 아래에서 배시시 요염한 미소를 지었다. "호호호.. 자기 만족했어?" "흐흐.. 만족했다. 뿐이냐? 죽는 줄 알았다." "그러면 지금 죽어도 여한이 없겠네....?" 조충은 음흉한 미소를 지어내며 입술에 침을 발랐다. "흐흐.. 나를 십년 만에 처음 만족시킨 네년의 품에서라면 죽을 만하지. 흐흐흐...." 그러면서 또다시 비설아의 젖무덤을 움켜 잡았다. 비설아는 몸을 묘하게 비틀었다. "흐흥... 정말 죽어도 후회없는 거지...?" 찰나, 그녀의 동공에 살광이 번뜩 스쳤다. 동시에, 파아아악-------! 돌연 비설아의 옥수가 번개처럼 조충의 옆구리로 파고드는 것이 아닌가? 미처 생각지도 못한 상황, 아니 설사 알고 있었다해도 도저히 피할수 없는 빠르기였다. 옥수가 여지없이 조충의 옆구리로 쑤셔 박히는가 싶었는데, "흐흐흐... 우습군. 그따위 실력으로 나를 어떻게 해 보려고 하다니...!" 슝우우우웃---------! 조충의 신형이 빛살처럼 퉁겨지며 천정으로 떠오르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천정에 찰싹 달라 붙었다. 그것은 거짓말 같은 촌각의 동작이었다. 헛손질을 한 비설아, 그녀는 드러누운채 위를 쏘아보며 다급한 경악성을 터뜨렸다. "아앗! 네놈은 알고 있었구나!" 조충은 아래를 내려다보며 차가운 냉소를 흘려냈다. "흐흐흐... 춘화로, 이곳이 심상치 넴은 곳이라고 짐작은 하고 있었지. 역시....." 한데, 그때였다. 한 줄기 냉소가 그의 뒤통수를 거머잡는것이 아닌가? "네놈은 똑똑한것이 탈이다." '헛!' 조충의 안색이 홱 급변하며 신형을 뒤집으려는데, 그때는 이미, "......!" 그의 등이 뜨끔하였고, 그는 나무토막처럼 바닥으로 곤두박질 쳐 졌다. 퍼억... 어느 새 무형의 강기에 의해 혈도를 짚힌 것이다. 조충의 동공은 경악과 불신으로 부릅떠져 있었다. '이.... 토록 빠른 점혈 수법이 있다니....!' 그 순간, "네놈은 춘화로에 들어선 것부터가 실수다." 음성과 함께 천정에서 붉은 인영이 깃털처럼 사뿐히 떨어져내렸다. 한데, 이럴수가....! 붉은인영, 그것은 놀랍게도 춘화로에서 비대한 몸집으로 인하여 단 한번의 손님도 받 지 못한 풍녀가 아닌가? 풍녀! 산을 방불케 하는 그녀의 체구, 한데, 지금 그녀는 공기보다 더 가볍게 움직이고 있었다. 비설아가 퉁겨지듯 일어서며 그녀를 향해 허리를 꺾었다. "십팔호, 제일좌를 뵈옵니다." 풍녀는 비설아를 향해 얼굴을 돌렸다. 살점 속에 파묻인 그녀의 눈빛은 도무지 심중을 읽어낼수가 없었다. 다만 두 줄기 실낱같은 광채가 파르스름하게 빛나고 있을 뿐이었다. "비설아... 너는 오늘 큰 실수를 했다. 무심한 음성, 공포감을 느끼게 하는 음성이었다. "너는 조금 전에 저자를 제압할 수 있는 기회가 한 번 있었다. ".....!" 비설아의 나신이 가늘게 떨렸다. 두려움이었다. "너의 허리가 활처럼 휘고 저자의 쾌감이 극치에 이르렀을 때... 하나 너 역시 그것을 참지못하고 저자와 함께 배설을 하고 말았다..." 순간, 비설아는 고개를 푹 숙였다. "인정... 합니다." 그녀의 동공에서는 두려움이 가득 몰려들고 있었다. 풍녀는 시선을 슬쩍 허공으로 띄우며 무심하게 말했다. "하나, 없었던 일로 해 주겠다. 너 역시 쾌감을 느낄 줄 아는 인간일테니.." 비설아의 고개가 번쩍 들려지며 비로소 안도의 기색이 떠올랐다. "감... 사 하옵니다." "하지만... 기억해라. 너는 언젠가 그 색으로 인하여 손해를 볼 때가 있을 테니...." 말을 마치며, 풍녀는 조충을 향해 천천히 거구를 옮겼다. 이번에는 조충의 안색에 공포가 피어 올랐다. '으....' 풍녀는 조충의 나신을 위에서 아래로 쓰윽 煖었다. 순간, 주충은 전신에 소름이 쫘악 돋았다. 마치 지네가 온몸을 기어다니는 듯한 느낌을 받은 것이다. '으.... 이 계집... 심상치 않구나...!' 풍녀의 살점덩어리 얼굴이 헤벌쭉하니 웃었다. 미소... 그것은 차라리 떡반죽의 꿈틀거림이었다. 하나 그 순간, 조충은 떡반죽 같은 비계덩어리의 웃음이 이토록 가슴을 공포로 자지러지게 한다는 것을 절실히 느껴야만 했다. 문득, 풍녀의 입에서 무심한 음성이 흘러 나왔다. "주충... 너는 누구냐? 그리고 왜 이곳에 들어왔지?" 조충은 입을 꽉 닫고 있었다. 이에, "호호호... 하긴 네놈이 쉽게 입을 연다면 본녀가 오랜만에 고문술을 펼칠 기회가 없어질테니 재미가 없겠지..." 풍녀, 그녀는 친근한 미소를 던지며 춤속에서 한뼘 길이의 묵빛 침을 한웅큼 꺼냈다. 한데, 묵침의 표면은 뱀의 비늘처럼 꺼끌꺼끌 하지 않은가? "이것은 축은자의 혼백도 자지러지게 한다는 사혼침이라고하지... 겉에 천갈시독을 발라두었으므로 이것이 살에 박히면 어떤 효력을 나타낸다 는것은 너도 너무나 잘 알 것이다." 천갈시독! 목숨을 잃게 하는 맹독은 아니다. 하나, 피부에 스치기만 해도 껍질이 타는 듯이 지독히 따갑다. 상상해보라. 그것이 살속으로 스며든다면.... 동영의 인자들이 지독히 입이 무거운 자를 상대로 사용하는 고문전문의 독이었다. 풍녀, 그녀는 사혼침을 살랑살랑 흔들었다. "괴롭겠지만 부디... 본녀를 즐겁게 하기 위해 오래 버티어 주기를 바란다." 그녀는 사혼침을 잘그락거리며 조충을 향해 또 미소를 던지고 있었다. 그러나, 조충에게는 악마의 미소를 방불케하는 공포를 주고 있었다. 풍녀의 고문술! 과연.... 第 十二 章 天下第一美를 보호하라 풍녀, 그녀는 조충의 눈앞에 십여 가닥의 사혼침을 흔들며 말을 이었다. "자, 잘 보거라. 이것이 너의 전신에 하나씩 박힐 것이다. 예를 들자면..." 문득, 풍녀의 음성이 음산하게 낮아졌다. "손톱 밑이라든가 사타구니라든가... 하, 그렇지! 눈 속에도 몇개 박아주어 야 하겠지..." 그러다가 일순, 그녀의 시선이 조충의 벗은 하체로 내려갔다. 그녀의 눈빛은 묘하게 빛났다. 매우 새로운것을 발견한 듯... 그녀는 조충의 남성을 손가락으로 탁 튕겼다. "오... 그래! 나는 여지껏 이곳에는 그 고문술을 사용해 보지 않았는데 마침 잘 됐군." "으음.....!" 조충은 전신이 공포로 가늘게 흔들렸다. 풍녀는 그런 그를 바라보며 입가에 더욱 섬칫한 미소를 그려내었다. "그 전에... 나는 비명 소리가 들리는 것을 달가와 하지 않으니 우선 너의 아혈을 막아야겠다." 순간, 콰직-------! 풍녀의 한쪽 발이 조충의 이빨과 턱뼈를 통째로 짓뭉개 버렸다. '크.....윽.....!' 조충은 심장이 짓터지는 비명을 터뜨렸지만 그것은 내심 뿐이었다. 피가래가 목구명을 막았기 때문이었다.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입술을 움직여라. 네 입모양을 보면 나는 알아 들으니까...." 조충의 눈이 커졌다. 앞으로 당할 고통이 얼마나 혹독한 것인지 잘 알고 있는 듯한 눈초리였다. 가느다란 사혼침이 풍녀의 손가락에 들려졌다. "호호호... 되도록이면 오래 참아주도록...." 잔혹한 미소가 조충의 고막에 천둥처럼 울렸다. 동시에, 푸욱-------! 한뼘 길이의 사혼침이 조충의 손톱 밑으로 무지막지하게 파고 들었다. 뱀의 비늘과 같은 침의 표면이 살을 깎아먹고, 천갈시독이 상처에 스며들고 있으니... 그 고통이 어떠하겠는가? 하나, 단 한방을의 피도 스며나오지 않고 있었다. '으......!' 조충의 얼굴이 참혹하게 일그러졌다. 하지만 입술은 굳게 다물고 있었다. 그러나, 풍녀의 고문 방법은 실로 세인의 상상을 불허하는 것이었다. 푸------욱! 또 한개의 사혼침이 다른 손톱 밑에 박혔다. "......!" 조충의 몸이 푸드득 진동했다. "흐흐.. 입을 열지 않아도 상관없다. 인간에게는 자유라는것이 있으니까..." 풍녀는 가만히 상대의 눈을 들여다 보며 또다는 사혼침을 박아 넣었다. '지.... 지독하다!' 이 광경에 비설아는 고개를 흔들었다. '마... 마치 호박에 침을 박듯 아무런 표정도 없이...' 오히려 구경하고 있는 비설아가 식은 땀을 흘렸다. 푹! 푸---------욱! 어느새 십여가닥의 사혼침이 박혔다. "호호호... 제법 참을 성이 있군." 풍녀의 흐믈거리는 웃음이 흘러 나왔다. 그것은 잔인한 미소였다. "자, 이제부터는 머리로 올라가 볼까?" 눈 그 주위로 사혼침이 박히기 시작했다. "......!" 조충의 힘줄이 툭툭 불거졌다. "호호호... 잘 참아주니 고맙다. 이 즐거움이 제법 오래 갈듯 하니 더할 나위없이 흡족한데..." 풍녀의 입에서 미소가 피어날 때마다 십여개씩의 사혼침이 살 속으로 파고 들었다. 그러는 중에도, 얇은 벽 저쪽에서는 남녀의 후끈한 거친 호흡소리가 들려왔다. "아아.. 어서... 빨리... 아흐흑...." "헉헉... 주.... 죽여... 주는구나....." 그렇다. 이곳은 창녀의 거리 춘화로가 아니겠는가? 풍녀는 씨익 웃었다. "땀이 나는군. 더운가?" 그러면서 한 가닥의 사혼침을 조충의 눈자위에 푹 박았다. 순간, 조추의 입이 딱 벌어졌다. '그, 그만....!' "호호호... 나는 그런말을 듣자고 이짓을 하는 것이 아니야..." 푹---------! 반대편 눈자위에 또 한 가닥의 사혼침을 박았다. ".........!" 조충의 입술이 마구 씰룩거렸다. 그의 입술을 바라보며 풍녀는 잔혹한 미소를 떠올렸다. "비밀을... 발설하면 죽는다고... 호호, 그것은 자네 사정이고..." 푹! 푸욱-------! 연달아 사혼침이 동공 속으로 파고 들었다. 일순, "......!" 조충의 전신이 펄쩍 뛸 듯이 경련하며 입술이 움직였다. "흐흐... 벌써 입을 열겠다니, 섭섭하군... 한참 재미있어지려던 참인데..." 풍녀는 손을 멈추며 조충의 입술을 응시했다. "......!" 풍녀의 눈빛이 번뜩였다. "이곳 춘화로가 수상하니 조사해 보라고 지시를 받았다고...? 네놈의 소속 은 어디냐?" ".......!" 조충의 입술이 꿈틀 거렸다. 찰나, 풍녀의 눈에서 잔광이 파랗게 피어올랐다. "그것은 말할 수 없다고... 흥, 네놈이 아직도..." 순간, 푸---------욱--------! 사혼침이 조충의 남성에 무자비하게 쑤셔 박혔다. ".......!" 조충의 눈알이 극심한 고통으로 허옇게 까뒤집어졌다. 동시에 그의 입술이 급하게 꿈틀거렸다. 한데, 입술을 응시하던 풍녀의 얼굴 근육이 극도의 긴장으로 굳어지는 것이 아닌가? "네놈이... 살인각의 살수란 말이냐?" -------살인각! 풍녀, 그녀는 급박한 동작으로 또 하나의 사혼침을 조충의 남성에 박았다. "왜 살인각에서 춘화로를 의심하는 것이냐?" 부르르....! 너무도 지독한 고통에 조충은 혀를 깨물어 자결을 하려 하였지만 이미 턱뼈가 박살이 난 터라 허사였다. 그의 입이 경련을 일으키며 달싹거렸다. 풍녀의 실눈이 점점 찢어졌다. "춘화로가 미녀림의 거점일지도 모르기 때문에...! 네가 죽으면 다음 살수가 또 온다고....!" 급기야 그녀의 안면이 무섭게 경직되며 재차 사혼침을 박으려는데, 조충의 몸이 축 늘어졌다. 너무도 극독한 고통에 내장이 터져서 죽어버린 것이었다. "허긴... 지금까지 버틴 것도 놀랍다...." 풍녀는 나직이 죄까리며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한데, 그녀의 표정이 굳어있지 않은가? "무서운 놈들... 이곳 춘화로를 의심하다니...! 이것은 그냥 넘길 수 없는 일이야." 불현듯, 그녀의 동공에서 새파란 귀화가 피어 올랐다. 살점 속에 파묻힌 그녀의 입술이 달싹거려졌다. "살인각... 네놈들이 우리 미녀림을 건드리겠다면... 우리도 가만있지 않겠다." -----미녀림! 아아...! 정녕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어찌 춘화로의 허름한 골방에서 부르기조차 가슴 떨리는 중원의 이대살수 집단의 이름이 튀어 나오고 있단 말인가? 아는가? 주우언에 존재하는 이대살수 집단을... 그들은 공포의 대명사였다. 살인각! 미녀림! 바로 이들이었다. 살인각, 칠백년 전통을 지킨 살수집단! 그들은 중원제일의 살수 집단이라는 긍지와 자부를 지니고 있었다. 이백년전, 동영의 인자군단이 중원으로 진출하려다 실패한 원인이 바로 살인각 때문이었다. 천 이백 명의 인자군단이 육지에 채 발을 내딛기도 전에 살인각의 살수들에 의해 산산토막으로 저며진 것이다. ------중원제일살수! 그것을 노리는 자는 누구도 살인각이 용납지 않았다. 한데, 살인각의 모든 것은 안개에 가려져 있었다. 살인각이 어디에 있으며, 살인각주가 누군지는 아무도 모른다. 오직 공포의 이름으로 존재하고 있을 뿐이었다. 미녀림, 십여년 전 부터 갑자기 부상하기 시작한 신진 살수세력이었다. 연들로 이루어져 있으며, 밤의 제황으로 불리운다. 살인각 조차 밤에만큼은 미녀림에게 한수 접어준다. 하나, 미녀림 역시 극도의 신비에 가려져 있었다. 이들의 살인수법은 가히 공포적이었다. 살인청부를 받는 즉시 일각 이내에 상대를 죽여 줄 수 있다. 하지만 비싼대신 확실하게 죽여준다. 한데, 이들의 지나간 자리에는 반드시 한 가지 흔적이 남았다. ------검은장미! 그것은 죽음의 흑장미였다. 미녀림의 상징....! 한데, 춘화로의 창녀들이 미녀림의 일원이라니...! 실로 경이로운 사실이 아닐 수 없었다. 풍녀, 그녀는 비설아를 향해 냉담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비설아, 너는 이 자의 시신을 없에고 옥선과 함께 춘화로 일대를 은밀히 수색하여 수상한 자를 색출하라." "......!" "나는 곧 이 일을 대모에게 보고하겠다." "알겠습니다." 비설아의 허리가 풍녀를 향해 접어지는 순간, 스슷! 풍녀의 모습은 이미 한개처럼 사라져 버렸다. 실로 귀신 같은 신법이 아닐 수 없었다. 그토록 거대한 그녀가 이토록 빠르게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이 가히 불가사의 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하여튼, 비설아는 이내 허리를 일으키며 품 속에서 무엇인가를 꺼냈다. 콩알만한 녹단이었다. 그녀는 녹단을 조충의 시신위에서 터뜨렸다. 똑.... 파란 액체 한 방울이 시신위에 떨어졌다. 순간, 스물스물... 조충의 시신이 순식간에 녹으며 한줌의 핏물로 화해버리는 것이 아닌가? "옥선... 고것이 지금 손님을 받고 있지 않으면 좋을텐데..." 나직한 뇌까림과 함께, 슷....! 비설아도 그곳에서 사라졌다. "헉헉... 모..... 못참겠다...." "아흐흑... 조.... 좀더.... 빨리..." 옆방에서는 여전히 뜨거운 작업이 고조되고 있었다. 아마도 어떤 사내가, 창녀에게 환전 녹아나고 있는 듯했다. X X X X X 이곳, 춘화로의 판자집으로 둘러싸여 있는 역시허름한 판자집이었다. 한데... 실내, 실로 화려의 극치를 이루고 있었다. 천정에서는 주먹만한 야명주가 빛을 발했고, 바닥에는 붉은빛의 천축산 양 탄자가 깔려 있었으며, 온통 화려한 보화로 장식되어 있었다. 그리고, 한쪽에 욕탕이 보였다. 욕실안, 바닥과 벽에는 새하얀 대리석으로 운치있게 깔려있고, 정중앙에는 뜨거운 물이 넘치는 욕탕이 자리하고 있었다. 스으으으으.... 스으으... 뿌옇게 피어 오르는 수증기, 한데, 여인! 욕탕속에 한 여인이 가슴까지 깊숙히 몸을 담그고 있지 않은가? 얼굴은 수증기에가려 잘 보이지 않았다. 하나, 희끗희끗 드러나는 살결은 그야말로 뽀오얀 우유빛이었다. 여인은 미동도 않은 채 그렇게 앉아 있었다. ".....!" 문득, 스스스스.... 천정에서 극히 미세한 음향이 일었는가 싶은 순간, 사르르륵! 허공에서 흑형이 깃털처럼 떨어져 내려 욕탕을 향해 부복하는 것이 아닌가? 실로 바람같은 신법이었다. 흑영! 그는 머리 끝에서부터 발끝까지 흑의에 검은 복면을 뒤집어 쓰고 있었다. 보이는 것은 오직 섬전같은 눈빛이었다. 대단한 고수인 듯 했다. 하나, 여인은 꼼짝도 하지 않고 있었다. ".....!" 순간, 흑의인의 음성이 흘러 나왔다. 무겁게 굳어진 음성이었다. "금릉에서 왔습니다." 하자 욕탕의 수증기를 헤치는 여인의 음성이 들려왔다. "물건은 가지고 왔느냐?" 아! 뜻밖에도 음성은 너무도 맑고 아름다우며 지극히 부드러운 음성이었다. 흑의인, 그는 품 속에서 하나의 전통을 꺼냈다. 전통은 밀봉되어 있었다. "주인께서 이것을 전해 드리라 하셨습니다. 그는 전통을 두 손으로 정중히 내밀었다. 순간, 스으으으윽----------! 전통이 놀랍게도 어떤 무형의 강기에 이끌리듯 공중에 붕 떠오르며수증기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동시에, 물속에서 뽀오얀 섬섬옥수가 빠져나오며 전통을 잡아갔다. 밀봉을 뜯어내자 서찰 한 장이 전통 속에서 나왔다. ".......!" 잠시후, 여인의 음성이 흘러 나왔다. "가서 감노야에게 전해라. 청부는 분명하게 이행될 것이라고..." 문득, 흑의인은 품 속에서 또 다른 전통을 꺼냈다. "주인께서 이것도 전해 드리라고 하셨습니다. "그래...?" 스으으윽-----! 전통은 또다시 여인의 손으로 옮겨졌다. 역시 밀봉되어 있었다. 밀봉을 뜯어내자 역시 서찰 한 장이 나왔다. 이런 일련의상황은 극히 담담하게, 그리고 신속하게 진행 되었다. 잠시 후, 여인의 음성이 더욱 나직하게 흘러 나왔다. 가슴이 따뜻하도록 부드러운 음성이었다. "너는 부모형제가 있느냐?" 갑작스런 물음에 흑의인의 눈빛이 가늘게 흔들렸다. 하나 곧 대답했다. "노모가 한 분 계십니다." 일순, 여인의 음성이 부드러우나 차갑게 흘러 나왔다. "노모는 네 주인이 잘 돌보아 줄 것이다." "........!" 순간, 흑의인의 고개가 번쩍 들려지며 어깨가 부르르 떨렸다. 여인의 말이 무엇을 암시하는지 깨달은 것이다. 자결! 흑의인의 두 눈이 지그시 감기더니 천천히 떠졌다. 눈빛은 굳어 있었다. 그는 무쬠을 꿇은 채 욕탕을 향해 가볍게 목례했다. "주위를 더럽히게 되어 죄송합니다. 물이나 뿌려 주십시오." "알았다." 흑의인은 허리춤에서 반척 길이의 단검을 꺼냈다. 스윽---------! 검날이 빠져나오자 이빨시린 광채가 번뜩였다. 검날이 거무스름한 것으로 보아 독이 발라져 있는 듯했다. 흑의인은 검집을 이빨에 꽉 물었다. 그것은 행여 비명이 새어 나오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인 듯했다. 문득, "....!" 검을 응시하던 그의 눈빛이 가볍게 흔들렸다. 끓는 용암속이라도 주저없이 몸을 던질 정도로 주인에 대한 충성이 대단한 그였지만, 죽음 앞에선 결코 태연할 수는 없는 것인가? 하나 이내, 푸욱-------! 가차없이 단검이 심장으로 박혀 들었다. 움찔! 그리고 손목이 한 바퀴 돌았다. 심장을 완전히 조각낸 것이다. ".....!" 툭 불거지는 흑의인의 두 눈! 와르르 핏물이 고였다. 동공에 어리는 극도의 공포와 절망감.... 하나 그것은 순간이었다. 그의 머리가 푹 꺾어짐과 동시에 썩은 볏단처럼 앞으로 고구라졌다. 욕탕의 여인은 미동도 하지 넴고 이 모든 광경을 주시하고 있었다. ".......!" 한데, 보라! 흑의인의 시신이 단검이 박힌 심장으로부터 스물스물 녹기 시작하는 것이 아닌가? 모조리 녹고 있었다. 육신, 옷... 심지어 가슴의 단검까지... 종래에는 단 한줌의 혈수만이 남았다. 순간, 섬섬옥수가 움직이며 바가지로 욕타으이 물을 한가득 떴다. 그리고, 촤악....! 바가지의 물이 혈수 위에 끼얹어졌다. -------물이나 뿌려 주십시오! 혈수가 물에 씻겨 내려가며 하수구로 흘러 들어갔다. 실로 어처구니 없는 죽음이었다. 문득, 여인의 손에서 흑의인이 두 번째로 준 서찰이 떨어지며 거기에 적힌 글씨가 눈에 들어왔다. 살구(殺口)--------- 죽여 입을 봉하라! 철저히 비밀을 지키라는 뜻인가? 일순, 여인이 나직한 음성으로 중얼거렸다. "감노야... 네놈은 진정 좋은 수하를 두었었구나..." 감노야! 대체 그는 누구인가? 그리고 서찰의 내용이 얼마나 중요하기에 전달한 자를 자결케 했단 말인가? 이때, 문밖에서 미세한 인기척이 일며 공손한 음성이 들려왔다. "대모... 제일좌입니다." "오, 풍녀..." 문밖의 음성은 왠지 딱딱하게 긴장되어 있었다. "부르셨습니까?" "그래... 잠... 깐 기다려라." 순간, 여인의 용탕에서 쑥 몸을 일으켰다. 확연히 드러나는 그녀의 자태... 육감적이면서 늘씬한 육체였다. 터질 듯이 팽팽한 젖가슴, 급격히 좁혀진 허리, 갑자기 확산된 둔부,물기에 젖어 착 달라 붙은 비림에서는 물방울이 똑똑 떨어지고, 늘씬하게 쭉 뻗은 각선미의 다리... 아아....! 실로 황홀할 정도였다. 더욱이, 그녀의 미모는 아찔할 정도였고 우아하면서도 고아했다. 성스러울 정도였다. 나이는 대략 삼십 대 정도, 하나 십대의 소녀보다 더 청초로움을 지니고 있었다. 실로 숨막히는 매력을 지닌 여인이 아닐 수 없었다. 여인, 그녀는 욕실 문을 향해 천천히 다가갔다. 물기가 맺힌 그녀의 몸은 싱싱하도록 탄력이 있었다. 드르륵! 욕실문이 열렸다. 욕실 문 앞에 거대한 체구의 풍녀가 무릎을 꿇고 있었다. 풍녀가 고개를 들자, 여인의 벗은 몸이 한눈에 들어왔다. 순간, 부르르... 풍녀의 동공이 뜨겁게 떨렸다. 그것은 놀랍게도 욕정의 불길이었으니... 풍녀! 그녀에게도 욕념이란 것이 있었던가? 풍녀마저 욕정을 일으키게 하는 여인의 나신은 그만큼 육감적이었던 것이다. 이윽고, 풍녀가 마른 침을 삼키며 입을 열었다. "대모, 어떤 분부가 계신지...?" 대모! 그렇다. 나신의 여인... 수정부인! 바로 그녀였던 것이다. 춘화로의 신과 같은 여인, 또한 공포의 살수집단 미녀림의 림주이기도 했다. 수정부인의 눈빛은 도저히 살수집단의 절대자라고 믿어지지 않을정도로 청 초하고 부드려웠다. 일순, 그녀의 붉은 입술이 향긋한 내음을 풍겨냈다. "풍녀... 네가 직접 손님을 받아야 할 일이 생겼다." "......!" 풍녀는 흠칫했다. 그녀의 눈에 새파란 살광이 피어 올랐다. "청부가 들어왔습니까?" "황금 천만 냥..." "가격이 엄청나군요." 풍녀는 전신이 팽팽하게 긴장되었다. '지금까지 제일좌인 내가 직접 나선 일은 단 한 번도 없었다. 한데... 상대 대단한 인물인가보군.' 그녀의 눈빛이 싸늘하게 식었다. "상대는 누구입니까?" 수정부인의 표정은 여전히 은은한 미소를 담고있었다. 그것이 도리어 섬뜩했다. "이것을 참고 해라." 팔랑... 풍녀 앞으로 서찰 한 장이 가볍게 떨어졌다. 조금 전 흑의인이 준 서찰이었다. 그것을 읽어가는 풍녀의 눈빛에 경악이 스치는가 싶더니 곧 싸늘한 한광이 피어올랐다. 이어 그녀의 입술이 차갑게 떨어졌다. "금릉... 제황성과 가까운 곳이군요. 한데..." 문득, 그녀의 동공에 짙은 의혹이 피어올랐다. "여지껏 살인청부가 아닌 보호청부는 처음입니다. 그것도... 십전미인 벽하군을 보름간 보호하라는..." 아아! 십전미인 벽하군! 그녀는 바로 천하제일미가 아닌가? 천상의 미모와 재지를 겸비한 기녀(奇女)였다. 그녀의 음성을 듣는 순간 이성은 정재되고, 얼굴을 보는 순간 눈이 멀어버린다. 십전미인, 그녀는 금릉제일의 기루 여황루의 루주로서 내로라하는 풍류남아들이 그녀 와 하룻밤을 지내고자 황금을 수레에 싣고 쫓아다니지만 듯을 이룬 자는 단 한명도 없었다. 한데, 어째서 그녀를 보호해 달라는 청부가 미녀림에 떨어졌단 말인가? 진정 모를 일이었다. 하여튼, "........!" 수정부인이 더 이상의 다른 말이 없자, 풍녀는 몸을 일으켜 세웠다. "이만 물러 가겠습니다." 그녀가 막 몸을 돌리려는데 돌연 수정부인의 음성이 조용히 흘러나왔다. "풍녀... 조 전 네가 보고한 살인각의 일은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 "......!" 풍녀는 흠칫 멈추며 수정부인을 조심스럽게 응시했다. 풍녀는 의아한 눈빛을 했다. "무슨....?" 수정부인의 옥신에선 여전히 물방울이 흘러 내리고 있었다. "동영의 인자군단이 이백 년 전의 빚을 갚기 위해 곧 중원으로 잠입한다는 정보가 있었다. 그들을 상대하기에도 살인각은 바쁘다." "......!" "하나... 아직은 조심해야 할 것이다. 어쩌면 이번 금릉 일에 놈들이 개입 되어 있을 듯한 예감이 든다." 말을 마치며 수정부인은 돌아섰다. "욕탕 물이 식겠는걸..." 탁! 욕실 문이 닫혀졌다. ".......!" 풍녀는 잠시 욕실 문을 응시하다가 신형을 돌렸다 그리고, 스슷! 그녀의 모습은 바람처럼 사라져 버렸다. 과연... 이곳은, 창녀들이 웅집하있는 춘화로였다. 또한 살수집단 미녀림의 비밀기지였다. 第 十三 章 美女 앞에서 부린 객기 천왕산! 천험의 절산이었다. 금릉에서 백여리 떨어진 이곳은 울울창창한 수림과 기암괴석 그리고 수많은 절곡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너무도 험해 왠만한 사람은 아예 오르지도 못한다. 한데, 때는 오전 무렵, 햇살이 울청한 수림사이로 부서지고 있을때, 한 백의서생이 한가로이 산로를 걷고 있었다. 백의서생, 실로 눈이부시도록 아름다운 사내였다. 담천오! 다름아닌 바로 그였다. 그는 제황성을 기적적으로 빠져 나온 후, 장미산장의 추옥상과 고아들이 궁금하여 북경으로 가는 지름길인 산로를 택한 것이다. "그동안 소식 하나 없이 내가 사라졌으니 옥상이 얼마나 걱정하고 있을까....!" 하긴, 밤일 나간다고 나간 사람이 갑자기 행방불명이 되었으니... 담천우는 길을 재촉했다. 문득, 그는 입가에 실소를 떠올렸다. "후후... 지금쯤 유리공녀는 내가 그 비밀을 어떻게 알고 있는가 궁금하여 머리를 싸매고 끙끙대고 있겠지..." 그는 어깨를 으쓱했다. "그때 측간 속에서 유리공녀의 그곳 문신을 보아두기를 잘했어... 하마터면 그 무서운 철갑녀의 검에 머리가 날아갈 뻔했으니..." 철갑녀! 바로 철접 은하경을 말함이리라. 지금 생각해도 등골이 써늘한 일이었다. 하나, 담천우! 그는 짐작도 하지 못했다. 그 일로 인하여 앞으로 얼마나 골치 아픈사건이 일어나리라는 것을... "....!" 담천우는 시선을 들어 창공을 응시했다. 하늘은 그지없이 맑았다. 문득, 그는 나직히 뇌까렸다. "마치... 그 여인의 눈망울 같군..." 그 여인....? "달빛에 희미했지만 호수 같은 눈망울이었어... 의리가 제법 있는 여자였는 데....." 의리 있는 여자...? 그렇다. 담천우는 지금 관 속에서 함께 제황성으로 들어갔던 관 속의 미녀를 생각 하고있는 것이었다. 관 속의 미녀, 왠지 그날 이후부터 담천우의 뇌리에 간간이 떠오르고 있었다. 문득 담천우는 픽 웃었다. "후훗... 옥상이 알면 무섭게 질투하겠군..." 산로는 어느덧 수림에서 급격하게 옆으로 틀어 제쳐지고 있었다. 산로가 휘어지는 부분에 수십 장 낭떠러지가 있었다. 정적... 주위는 쥐죽은 듯이 고요했다. 담천우는 상념에 잠기며 무서울 정도로 조용한 산로를 걷고 있었다. 한데, 그가 산로의 중간쯤에 이르렀을 때였다. 돌연 어디선가 차가울 정도로 무심냉막한 음성이 들려오는 것이 아닌가? "멍청한놈...! 함부로 깨어들다니, 죽고 싶지 넴으면 빨리 이곳에서 꺼져라!" 마치 얼음구덩이에서 흘러 나오는 듯한 차가운 일갈이었다. 담천우는 흠칫 신형을 멈추었다. "누.... 구요.....?" "알것 없다. 빨리 사라져라!" 한데 바로 그 순간, 두두두두두두---------! 산로의 저 끝에서 느닷없이 말발굽 소리가 천둥처럼 울려 퍼지는 것이 아닌가? 순간, 들려오던 음성이 일시에 사라졌다. 동시에, 두두두두두! 한 필의 적토마가 이끄는 마차가 산로끝에서 나타났다. 마부는 보이지 않았다. 마차는 무서운 속도로 맹렬하게 산로를 따라 달려오고 있었다. 한데, 그 뒤를 이어, 똑 같은 형태의 마차가 계속 달려오고 있지 않은가? 한대... 두대... 네대... 여덟대... 열여섯대... 모두 이십 대였다. 순간, 숲속에서 다급한 음성이 터져 나왔다. "앗! 은검대주, 사전의 정보와는 틀리지 않습니까?" 하자 누군가 이빨을 으드득 갈아붙였다. "으음....! 모주리 도륙해 버려라. 그러면 필시 어느 마차에 그 계집이 타고 있을 것이다." 지독하게 살기찬 음성이었다. 한편, 그는 자신을 향해 무지막지하게 짓쳐오는마차를 발견하고 기겁을 하며 수림속으로 뛰어 들었다. '아앗! 위험하다....!' 찰나, "쳐랏!" 한 줄기 살벌한 음성이 터짐과 동시에, 풀썩... 풀썩.... 땅거죽이 뒤집히며, 바위, 나무들이 돌연 수십명의 흑의인으로 변하면서 마차를 향해 벼락처럼 덮쳐가는 것이 아닌가? 그들은 각기 한 자루씩의 은월검을 꼬나쥐고 있었다. 슈우우우우웃----------! 파아아아앗.....! 쐐애애애애-------- 애애액--------! 찌르고, 베고, 가르고... 마차의 속도는 섬전처럼 빨랐지만, 따라붙는 흑의인들의 신법은 더욱 빨랐다. 새파란 검광이 환상처럼 파고든다 싶은 순간, 말과 마차는 통째로 양단되고 있었다. 파앗------! 말머리가 허공으로 퉁겨오르며 확 뿜어지는 피분수, 쩌어....어어어억...... 마차는 쪼개지고 있었다. 한데, 이게 웬 날벼락인가? 돌연 마차가 대촉음과 함께 터져 나가는 것이 아닌가? 콰콰콰쾅! "크아아악!" "으아-------- 아아악---------!" 마차를 향해 덮쳐가던 흑의인들의 육신이 갈가리 찢어져 날아갔다. 피를 토하는 듯한 다급성이 울려 퍼졌다,. "함정이다! 피해랏-------!" 촤아아앗! 파아.... 빛살처럼 사방으로산개되는 흑의인들, 하나, 마차들은 그 뒤를 득달같이 쫓으며 연달아 대폭발을 일으켰다. 콰콰콰------- 콰콰콰쾅! "속았... 크아아악!" "으아악!" 지옥 문턱을 후벼파는 참혹성이 줄줄이 터져나왔다. 투.... 투투------- 투두둑... 팔, 다리, 몸통, 머리들이 우수수 떨어져 내렸다. 순식간에 일대는 폭음, 비명, 먼지 피비로 아수라지옥도를 그려내고있었다. 잠시 후, 폭음과 비명이 멈추고 먼지가 가라앉자 장내의 광경이 드러났다. 오오... 보라! 이 끔찍하도록 참혹한 광경을.... 나뭇가지의 덕지덕지 걸려있는 것은 팔, 다리, 인간들의 살점덩어리였고, 바닥에는 피의 냇물이 흘렀다. 목불인견! 바로 그것이었다. 이때, 산로에는 단 한 대의 마차만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순간, 스스스슷! 사삭....! 십여명의 흑의인들이 마차를 번개처럼 에워쌌다. 눈에는 증오의 살광이 줄기줄기 폭사되고 있었다. 문득 독사 눈빛의 흑의인이 잔혹한 살음을 짓씹었다. "앙큼한 계집년! 우리의 기습을 알고 있었구나!" 동공에 살광이 무섭게 이글거렸다. "하나... 네년은 이제 끝장이다. 나와라! 십전미인 벽하군! 갈기갈기 찢어 죽여 주겠다!" 순간, 마차안에서 음성이 흘러 나왔다. "소원이라면 나가 주마." 덜컥! 마차 문이 열리고 한 명의 홍의여인이 밖으로 몸을 내밀었다. 한데 이럴 수가...? 산을 방불케 하는 비계덩어리의 거대한 여인, 풍녀! 놀랍게도 바로 그녀가 아닌가! 그녀는 살점 속에 파묻인 작은 입술을 기묘하게 오물거렸다. "흐흐흐... 본녀에게 십전미인이라는 칭호를 붙여 주다니... 네놈들의 눈도 제법 괜찮은 편이구나..." 흑의인들의 눈에 극도의 놀람이 스쳤다. "헛.....! 네년은 누구냐?" "호호호... 우아한 숙녀에게 너무 말버릇이 고약하구나." 일순, 흑의인들의 눈에 분염이 불길처럼 솟구쳤다. 독사 눈빛의 흑의인이 이빨을 갈았다. "이런 비계덩어리 같은 계집! 감히 우리의 행사에 방해를 놓다니....!" 순간, 풍녀의 얼굴 살점이 출렁거리며 새파란 살기가 번뜩였다. "살인각... 애초부터 네놈을이 이번 일에 관련되어 있으리라 짐작하고 있었다." 찰나 독사 눈빛의 흑의인이 기겁성을 삼키며 흠칫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헛...! 네년이 어떻게 우리의 신분을....?" 무섭게 경직되는 눈빛, 흑의인들, 그들은 바로 살인각의 살수들이었던 것이었다. 마차에 십전미인 벽하군이 탄줄알고 기습한 것이다. "네년의 진정한 정체는 무엇이냐?" 풍녀는 차갑게 말했다. "미녀림....!" "웃....! 미녀.... 림....!" 흑의인의 얼굴에 무서운 살기가 화르륵 피어 올랐다. 찰나, "가라! 건방진 년!" 번---------- 쩍! 스파파파----------- 앗-----------! 마치 달무리와도 같은 십여 줄기의 은빛 검망이 풍녀를 향해 폭발하듯 난도 질해 갔다. 순간, 풍녀의 손이 번쩍 들려졌다. "호호호... 아직도 네놈들의 죽음을 실감하지 못하는구나!" 그와 함께, 주위에는 거대한 거목 두 그루가 서있었다. 한데, 파파파파파파팍-------! 거목의 입사귀들이 우박처럼 흑의인들을 향해 쏘아박히는 것이 아닌가? 푹! 푹! 푹! "크윽!" "커억!" 순식간에 흑의인들은 잎사귀가 전신에 고슴도치처럼 박힌 채 고꾸라졌다. 순간, 독사 눈빛의 흑의인은 머리 위로 벼락처럼 은월검을 떨쳐냈다. 휘류류륭! 화려하게 원을 그리며 회전하는 은빛검망, 캉! 캉! 캉! 캉! 날카로운 금속성이 연달아 고막을 후벼팠다. 이윽고, 쏟아지던 잎사귀가 멈추었을때, 지면에 서 있는 자는 단 두 명, 훙녀와 독사 눈빛의 흑의인 뿐이었다. 나머지 흑의인들은 전신에 수십 줄기의 피분수를 짜내면서 널브러져 있었다. 풍녀는 독사 눈빛의 흑의인을 바라보며 감탄성을 흘려냈다. "호.....! 과연 살인각의 사대살객중 하나인 은검대주답게 실력이 대단하구나." 순간, 스으읏! 사삭! 거목 위에서 두 명의 흑의여인들이 깃털처럼 떨어져 내렸다. "호호호... 비엽폭참공을 막아내다니 과연 살인각이다." 아! 그녀들은 바로 춘화로의 옥선과 비설아였다. 독사 눈빛의 흑의인, 은검대주는 자신도 모르게 한 걸음 물러서며 경악과 불신에 찬 눈빛으로 그녀들을 응시했다. "실.... 수다....! 미녀림, 네년들이 이토록 신속하게 관여할 줄은 미처 생각지 못했다." 동시의 그의 눈빛이 사방을 예리하게 쓸어 보았다. 일순, 풍녀는 비릿한 조소를 흘렸다. "호호.. 은검대주, 도망가려는가? 그렇게 되면 본녀가 섭섭하다." 그녀는 소매를 쓰윽 걷어 올렸다. 손목에는 실낱같은 핏빛의 혈사가 칭칭 감겨 있었다. "이것은 혈망사라고 하지... 스치기만 해도 살점이 날아간다." 그러면서 그녀는 히죽 웃었다. 꿈틀거리는 얼굴의 살점, 하나 은검대주에게는 죽음의 미소였다. '으... 상황이 불리하다. 일단 돌아가서 각주에게 이 사실을 알려야 한다. 빠르게 염두를 굴리는 순간, "은검대주, 각오해라. 스치면 죽는다!" 살기찬 교갈이 터지면서, 피--------- 잉! 기척도 없었다. 한줄기 붉은 빛줄기가 풍녀의 속목을 떠나 쭉 뻗어 은검대주를 향해 쏘아갔다. '헛! 빠르다!' 은검대주는 흠칫했다. 그러는 순간, 핏빛의 줄기는 이미 그의 몸에 와 닿고 있었다. '막아야 한다!' 찰나, 은검대주는 은월검에서 새파란 은광이 날벼락처럼 쏟아져 나왔다. 화르르릉! 파앙--------! 은광과 붉은 빛줄기가 맞부딪치면서 고막을 영을 듯한 굉음이 터졌다. 동시에, "크으윽....!" 심장을 씹어내는 듯한 비명과 함께 은검대주의 신형이 거세게 퉁겨나갔다. 툭! 그의 왼팔이 지면에 떨어졌다. 순간, "두.... 고 보자... 미녀림! 오늘의 빚은 천 배로 반드시 갚아준다." 휙-------! 그의 신형이 번개처럼 뒤로 날아가고 있었다. 이때, 풍녀의 얼굴에 한 줄기 차가운 냉소가 피어올랐다. "호호호.... 혈망사의 살상 범위는 오십 장이라는 것을 알아야지..." 찰나, 피이이잉------! 혈망사가 허공으로 빛줄기처럼 쏘아져 갔다. 한편, 담천우! 그는 느닷없이 당한 정신을 차릴 수 없는 대격전을 피해 몸을 피하고 있었다. 한참을 정신없이 몸을 피하던 그는 흠칫 멈추었다. 자신이 벼랑 끝에 와 있는 것을 발견한 것이었다. '으이휴...! 잘못하다간 뼈도 못추릴 뻔했다.' 그때였다. 두두두두! 말발굽소리가 울려 퍼지며 산로 끝에서 눈부신 백설총이 이끄는 한 대의 마차 가 나타나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마차는 담천우가 엎드려 있는 수림 앞에서 멈추었다. 문득, 덜컥! 마차의 문이 열리면서 한 백의 궁장여인이 밖으로 나왔다. 한데, 오오....! 여인, 도대체 이 눈부신 미모는 무엇이란 말인가? 천하의 그 어떠한 미사여구도 이 여인의 미모를 설명할 수 없을 정도였다. 천상의 미녀, 조물주의 최대 걸작! 그러한 말도 오히려 이 여인에게는 모독일 정도였다. 성스럽고... 지적이며... 고결스러운... 황상처럼, 아니 신기루처럼 아름다운 미녀였다. 나이는 대략 십 칠팔세! 한데, 왜일까? 그 여인의 눈망울에는 어두운 그림자가 가득 서려 있었다. 숨어서 여인을 바라보던 담천우는 감탄을 금치 못했다. '우와....! 아름답다. 세상에 저토록 아름다운 여인도 있었던가?' 아예그는 넋을 잃고 있었다. 그때, 여인은 멀리 처참한 광경을 응시하며 처연한 음성으로 나직이 중얼거렸다. "나 벽하군으로 인해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생명이 죽어야 한단 말인가...!" 아아! 벽하군! 이여인이 바로 천하제일미인 십전미인 벽하군이었다. "휴... 나는 진정 죄많은 여인이다...." 비애로 가득찬 음성, 담천우는 왠지 자신의 가슴이 찡해지는 듯한 느낌이었다. '천하의 우물처럼 아름다운 여인이지만 슬픔이 많은 여인이구나....' 한데, 바로 그때였다. 돌연 한 줄기 음랭한 음성이 들려오는 것이 아닌가? "흐흐... 벽하군! 영특한 계집... 내 이럴줄 알았다." 순간, 휙! 휘------- 익! 죽음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다섯 명의 흑의인들이 유령처럼 떨어져 내리며 마차를 에워사는 것이 아닌가? 살인각의 살수들! 그들의 눈에는 잔혹한 살기를 담고 있었다. "흐흐... 벽하군, 네년이 수작을 부릴 것에 대비하여 기다리고 있었다." 벽하군은 당혹감에 전신을 떨었다. "네.... 네놈들은...!" "흐흐... 아름다움이 목숨을 지켜주지만 때로는 생명을 단축시킨다는 것을 알아야지..." 스릉! 스츄우웃-----------! 흑의인들의 손에서 은월검이 검집을 벗어나며 섬날한 은광을 뿌렸다. "흐흐.. 미녀의 피는 아무래도 한결 아름답겠지." 벽하군의 안색이 새하얗게 질려갔다. '아....! 미녀림의 여살수들에게 알리기에는 너무 늦다.....!' 살수의 검이 코앞에 닿아 있는 것이었다. 그녀의 죽음은 기정사실, 벽하군은 자신의 육신이 저며지며 선열한 피가 뿌려지는 환상을 보았다. 숨어서 이 광경을 지켜보던 담천우, 그는 전신에 뜨거운 피가 끓어 올랐다. '저런 못된놈들....! 저렇게 아름다운 여인을 죽이려 하다니...' 그 순간, 그는 자신도 모르게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고 있었다. "멈춰라!" 일어서서야 담천우는 자신의 실태를 깨달았다. '아이고...! 내가 지금 무얼 믿고 이런 짓을...' 상대는 가공할 살수집단 살인각의 살수 다섯 명이 아니겠는가? 하나, 사태는 이미 벌어진 것이었다. 사내의 기개도 부릴때 부려야지... 이때, 흑의인들의 살기 짙은 시선이 일제히 담천우를 향해 쏘아졌다. "왠놈이냐?" 순간, 흑의인들은 어리둥절해지고 말았다. 뜻밖에도 소리를 치며 나타난 자가 약관도 안된 소년으로 책벌레처럼 생긴 서생이 아닌가? 닭모가지 하나 비틀 힘도 없어 보이는 흑의인들은 약간 기가막힌 듯한 표정을 지었다. 이때, 담천우는 그들의시선이 전신을 훑어가자 마치 수십개의 바늘이 한꺼번에 온 몸을 찌르는 듯한 전율을 느꼈다. '이제 꼼짝없이 죽었구나....! 공연한 객기를 부려... 나는 아무대고 주책 없이 끼는 것이 탈이란 말이야...' 하나, 담천우! 배짱으로야 하늘도 못말릴 인물이 아니겠는가? 그는 마음을 고쳐먹었다. '젠장....! 이왕 일은 벌어진 것, 말이나 멋있게 하자.' 미녀가 보는 앞이었다. 그는 벽하군의 앞을 늠름하게 가로막으며 한 마디 던졌다. "나는 세상의 마를 척결하러 하늘이 보낸 사자다!" 그러면서 이 척 길이의 나뭇가지 하나를 뚝 꺾었다. 사실, 그는 내심 한가닥 믿는 구석이 있긴 있었다. 십지무황 단후천세가 남겨준 천황만상검검류의 검결!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담천우는 검결을 암기하면서 대충 흉내를 내보았던 것이다. '지금까지는 멋있게 진행이 잘 되었는데... 앞으로 단후할아버지의 검식이 어느정도 위력이 있는지가 문제다....!' 겉으로야 이를 데 없이 태연하고 당당했지만 내심은 바싹바싹 타고 있었다. 第 十四 章 또하나의 絶世奇緣 그때, 흑의인들의 눈에 섬뜩한 분노가 섬광처럼 일었다. "이런 천둥벌거숭이 같은놈!" "한꺼번에 죽여라!" 순간, 파아아앗--------! 스---------- 파----------- 앗----------! 찬란한 달무리가 어리는가 싶더니, 예리한 검광이 벼락처럼 벽하군과 담천우를 덮쳐갔다. 일체의 불필요한 동작이 배제된 완벽한 살초! '아.....!' 벽하군의 안색이 하얗게 질려가고, 담천우는 나뭇가지를 앞으로 쑤욱 밀어냈다. "여의섬-------!" 찰나, 파파파팟---------! 나뭇가지가 검광 사이를 빛살처럼 헤집었다. 다음 순간, 쨍! 쨍! 쨍! 날카로운 금속음이 터지는 가운데, "크윽........!" "케애액!" 숨찬 비명성이 울려 퍼졌다. 오오.... 보라! 담천우의 신형은 한 걸음 앞으로 나가 있는 반면, 흑의인들은 은월검이 반토막으로 부러진 채 비틀거리고 있지 않은가? 더구나, 쩌.... 어억....! 그들의 놈이 정수리에서 부터 가랑이까지 분리되고 있지 않은가? 그들의 동공에서는 극도의 불신과 경악이 사무치고 있었다. "어.... 째서.... 이럴 수.... 가...." 쿵, 쿵, 쿵.... 속절없이 무너지는 흑의인들의 육신, 그들은 자신들이 죽어가고 있다는 사실보다는 어째서 나뭇가지 따위가 검을 동강내며 자신들의 몸가지 양단할 수 있었는지 의문을 품으며 죽어갔다. 이때, 아예 절망하고 잇던 벽하군, 그녀는 이 돌변한 눈앞의 현실에 그만 을 잃었다. '이런 일이... 이 사람이 숨은 절대고수였다니....!' 하나, 정작 더욱 놀란 것은 당사자인 담천우였다. '가.... 가공할 위력이다....! 나는 지금 여의섬의 검식을 십분의 일도 전개하지 않았는데....' 그는 갈라진 흑의인들의 시신을 바라보며 새삼 십지무황의 말을 떠올렸다. ----천황만상검류의 검결을 절반만 이해해도 너는 무림의 최강자가 될 것이다! 담천우는 나뭇가지가 들려진 자신의 손을 망연히 응시했다. '거짓말이 아니었다....!' 이때, 벽하군이 담천우를 향해 지극히 정중한 음성으로 말했다. "공자... 정말 감사합니다." 담천우는 빙글 돌아서며 호쾌하게 웃었다. "하하하하... 천만에 본인은..." 한데 바로 그 순간, 콰아아아앗---------! 돌연 해일같은 잠경이 폭풍처럼 담천우를 향해 밀려왔다. 전혀 예측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콰앙....! 통렬한 격타음이 담천우의 가슴에서 터지면서, "크으윽....!" 담천우는 온몸이 부서지는 듯한 충격과 함께 피분수를 뿜으며 벼랑쪽으로 날아갔다. "아앗! 공자..." 벽하군은 대경실색 하며 외쳤다. 순간, 슈우우우우---------! 거대한 인영 하나가 벽하군 앞에 떨어져 내렸다. 풍녀! 바로 그녀였다. 그녀는 벽하군을 향해 긴장된 음성으로 흘려냈다. "벽하군, 큰일날 뻔하였소." 일순 벽하군은 벼랑쪽을 바라보며 안타까운 음성을 터뜨렸다. "그분은 소녀를 살인각의 살수들에게서 구해준 사람이예요." "넷....?" 비로소 풍녀는 반토막이 되어 널브러진 흑의인들의 시신을 발견하고 자신 의 실수를 깨달았다. 하나, 그때는 이미 가슴에 일장을 맞은 담천우는 아득한 벼랑 아래로 떨어지고 있었으니... 풍녀의 눈에 언뜻 후회의 빛이 스쳤으나 이내 차갑게 변했다. "어차피 우리들의 행사를 보았으니 살려둘 수 없는 자였소. 어서 떠납시다. 벽소저!" ".....!" 벽하군, 그녀는 벼랑쪽을 하염없이 응시하며 눈에 뿌연 물안개를 떠올렸다. '가엾으신 분... 이 못난 계집 때문에 억울한 죽음을....' 비록 짧은 순간이었지만, 담천우의 눈빛, 음성, 자태가 그녀의 가슴에 선명하게 새겨지고 있었다. 왠지 낯설지 않게 느껴지던 아름다운 사내... '말 한마디 제대로 나누지도 못했는데...' 아쉬움에 뭔가 가슴이 뻥 뚫린 듯한 느낌이었다. 급기야, 주르륵... 맑은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 내렸다. 순간 풍녀가 다급하게 재촉했다. "벽소저, 시간이 없소. 빨리 갑시다." 하나, 벽하군은 벼랑을 향해 굳은 채 움직일 줄을 몰랐다. '훗날... 이 죄만은 계집이 목숨을 부지한다면 반드시 돌아와 공자님의 시신을 거두어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핑그르르르! 벽하군의 몸이 팽이처럼 돌더니 재빨리마차 안으로 들어갔다. 필시 복받치는 오열을 참으려 함이리라! 잠시 후, 두두두두두---------! 벽하군을 실은 마차는 산로를 벗어나고 있었다. 풍녀, 비설아, 옥선! 미녀림의 여살수 들인 그녀들은 은밀히 그 뒤를 따랐다. 서서히.... 깔려드는 석양 빛을 뒤로 한 채... 과연, 벼랑으로 떨어진 담천우는 이대로 끝나는 것인가? X X X X X X X X X 툭, 투투둑... 하늘에 잔뜩 먹구름이 몰리기 시작하더니, 결국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하늘이 점점 시커멓게 변하는 것으로 보아 폭우가 오려는가? 그것은 곧 사실로 나타났다. 쏴아아아아아! 억수같은 빗줄기가 새까맣게 쏟아지며, 번쩍! 우르르릉--------- 콰쾅! 벼락의 섬광이 새파랗게 천공을 갈랐다. 뒤를 이어 터지는 굉렬한 우뢰음! 마치 천지의 종말이 도래한 듯 했다. 초지, 어른 키만큼 자란 무성한 덤불이 깔려 있었다. 그리고, 한 백의인이 죽은 듯 누워 있었다. 쏴아아아! 폭우가 사정없이 백의인의 전신을 난타하고 있었다. 눈부실 정도로 아름다운 사내, 담천우! 다름아닌 바로 그였다. 그는 풍녀의 일장을 맞고 벼랑에서 떨어져 지금 이곳에 널브러져 있는 것이었다. 죽은 것인가? 미동도 없었다. 번-------쩍! 콰르르------ 꽈꽝! 쏴아아아아! 폭우와 뇌성벽력은 점점 더 광란하고 있었다. 문득, 파르르! 담천우의 눈꺼풀이 사르르 열려지는 것이 아닌가? 아아...! 살아있었던 것이다. 그는 눈을 뜨면서 제일 먼저 전신에 섬뜩섬뜩 부딪히는 차가움을 느꼈다. 그리고 새까맣게 떨어지는 폭우를 보았다. '저승에서도 비가 내리나 보군...' 담천우, 그는 자신이 아직도 죽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어찌 안그러하겠는가? 절대고수의 장력에 격중되고 아득한 낭떠러지 밑으로 떨어졌으니 대라신선 이라 해도 살아 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그는 생각치 못하고 있었다. 십지무황이 죽으면서 그에게 남겨준 삼갑자의 공력! 그것이 풍녀의 장력으로부터 담천우를 보호한 것이었다. 더구나 아래는 푹신한 초지였으니... 그야말로 천우신조였던 것이다. 이때, "........!" 담천우늬 눈에 번뜩 기광이 스쳤다. '가만... 죽은 자가 배가 고플리가 없잖은가...?' 그는 허기를 느낀 것이었다. 제황성을 떠난 이후 음식을 전혀 입에 대보지 못했으니... '그렇다면 나는... 죽지 넴고 살아있는 것이다!' 그는 벌떡 몸을 일으켰다. 그러다가, "윽!" 그는 가슴에 뻐근한 통증을 느기며 신음을 흘려내었다. '그 돼지 같은 계집에게 맞은 가슴이....!' 그는 몸을 움직여 보았다. 다행히 가슴이 조금 뻐근한 것과 떨어지면서 약간 긁힌 상처 외에는 전혀 이상이 없었다. 담천우는 눈을 빛냈다. '정말 신기하구나...!' 삼갑자의 내공의 위력을 알리 없는 그는 자신이 살아있다는 것이 신기할 뿐이었다. 그는 주위를 살펴 보았다. '일단 비를 피할 수 있는 적당한 곳을찾자...' 문득, 사방을 살피던 그의 눈에 반짝 광채가 서렸다. '동굴...!' 무성한 수풀속에 교묘히 가리워진 동굴의 입구를 발견한 것이었다. '잘됐다.... 비를 피하기에 안성마춤이구나...' 그는 재빨리 동굴을 향해 달려갔다. 담천우, 그는 몰랐다. 그 동굴속에서 고금미증유의 기상천외산 기연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음을... 쏴아아! 엄청나게 쏟아지는 폭우.... 이곳은 천왕산의 이름없는 한 계곡 아래였다. '.....!' 담천우는 동굴앞에 우뚝 섰다. 순간 희미하게나마 매캐한 내음이 동굴 속으로부터 풍겨나오는 것이 아닌가? 그것은 약초 냄새와도 같은 것이었다. 담천우는 미간을 찌프렸다. '이게 무슨 냄새지....? 혹시 동굴 속에 짐승이라도 사는 것이 아닐까?' 그는 잠시 주저하였으나 곧 동굴속으로 걸음을 내딛었다. '에라...! 달리 비를 피할 곳도 없는데 일단 들어가고 보자....' 동굴은 꽤 길었다. 일각을 걸었는데도 끝이 보이지 않았다. 한데, 동굴 안으로 점차 진입할 수록 어두컴컴하던 내부가 차차 밝아지며 약초 냄새가 더욱 짙어지는 것이 아닌가? "어디선가 빛이 흘러 나오고 있다. 이상한데...?" 담천우는 바싹 긴장되었다. 그때 동굴이 좌측으로 꺾어지고 있었다. 담천우도 따라거 좌측으로 몸을 틀었다. 순간, 그는 놀란 듯 중얼거렸다. "어떻게 이런 곳에 계단이....?" 계단, 동굴 끝에 계단이 나선형으로 돌아가면서 아래로 이어져 있지 않은가? 얼핏 보아도 삼십 장을 족히 내려가는 것 같았다. 담천우는 의혹을 금치 못했다. "누군가가 인공적으로 이렇게 만든 것 같은데... 그렇다면 이곳에 사람이 살고 있단 말인가?" 그는 고개를 갸웃했다. '하지만 이곳은 외부와 완전히 차단된 곳인데...?' 진정 괴이한 일이었다. 담천우는 염두를 굴리다가 곧 눈을 빛냈다. "하여튼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밝혀지겠지..." 그는 거침없이 계단을 따라 내려가기 시작했다. 아래로 내려갈 수록 빛은 더욱 선명해지고, 또한 약초의 냄새도 농도를 더해갔다. 끝이 없을 듯 이어지는 계단! 과연..... ------------------------------------------------------------------- 第 十五 章 기적의 손을 지닌 怪老人 "아.....!" 담천우는 극도의 놀라움에 두 눈을 휘둥그래 뜨고 있었다. 계단은 끝나 있었다. 한데, 그의 전면, 사방의 십장 크기의 넓은 광장이 나타나 있지 않은가? 원형의 광장 석벽에는 일곱개의 철문이 띄엄띄엄 세워져 있었다. 학초 냄새는 그곳으로부터 흘러 나오고 있었다. 한쪽 구석에는 일장 높이의 거대한 천동화로가 있었는데 거대한 불길이 활 활 타오르고 있었다. 담천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불빛의 근원은 바로 저 청동화로였구나." 그러다가 문득, 그의시선이 광장 중앙에 날아가 꽃이며 기광을 반짝였다. "저것은 무엇이지...?" 광장 중앙, 하나의 긴 석대가 놓여 있어 . 한데, 그 위에 무엇인가가 놓여져 있고 흰천이 덮여져 있었다. 담천우는 나직한 뇌까림을 흘려 내었다. "놀라운 일이다. 이런곳에 사람이 살고 있다니...?" 그렇다. 비록 지금 주위에는 사람의 모습은 보이지 않지만 장내의 경관으로 보아 사 람이 살고 있음을 확연히 느낄 수 있었던 것이다. ".......!" 담천우는 긴장끗된 표정으로 석대를 향해 다가갔다. 한데, 석대에 가까이 가자 그의에 다른 두 가지의 물건이 놓여 있는 것이 보였다. 한뼘 길이의 투명한 유리침, 호두알만한 금빛의 단환! 금빛의 단환에서는 전신을 상쾌하게 하는 기이한 향기가 발산되고있었다. 담천우, 그는 끌리듯이 금빛 단환을 집어 들었다. "언뜻 보아도 범상치 않은 물건 같은데..." 단환의 향기가 코속으로 스며들자 담천우는 더욱 허기를 느꼈다. 담천우는 자신도 모르게 이빨로 단환을 살짝 깨물었다. 순간, 사르르륵.... 그가 미처 뱉폿을 사이도 없이 금빛 단환은 물처럼 녹아 향긋한 기향과 함께 목구멍을 타고 흘러 들어가고 말았다. 그것은 순간이었다. 담천우는 흠칫했다. "이런 실수를... 살짝만 깨물어 보려고만 했는데..." 찰나, 단전 부근이 화끈했다. 동시에 엄청나게 뜨거운 열기가 단전에서 솟구치며 전신으로 퍼져 나가는 것이 아닌가? 담천우는 대경했다. "앗! 이것이 도대체 무슨 현상이지...!" 일순, 그의 피부가 불이 붙은 듯 시뻘겋게 변하더니, 콰아아아.... 꽝! 꽝! 꽝! 꽝! 열기가 솟구치며 전신 혈맥이 뚫어져 버리는 듯한 느낌과 함께 극심한 고통 이 전신을 강타했다. "크으으윽!" 담천우는 전신이 갈기갈기 찢어져 터져 버릴 것 같은 엄청난 고통에 비명을 토하며 앞으로 고꾸라졌다. 전신이 화산처럼 터질 것 같은 고통! 혀까지 뻣뻣하게 굳어 신음성 조차 새어나오지 못했다. 담천우는 그대로 혼절해 버리고 말았다. 그 순간에도, 꽝! 꽝! 꽝! 꽝! 담천우늬 전신에서 기이한 기류가 전신 혈맥을 뚫어내고 있었다. 그의 피부는 완전히 불덩어리였다. 그로부터 일각이 지났을까? 단전에거 솟구치던 열기도 멎었고 불덩어리 같던 피부 빛깔도 차차 본래의 모습을 되찾기 시작했다. 한데, 오오...! 담천우의 피부를 보라. 마치 순백색의 우유빛갈처럼 뽀오얗게 변해잇지 않은가? 예전보다 더욱 윤기가 흐르고 있었으며 은은한 영기마저 감돌고 있었다. 그때, "으음..." 희미한 신음성과 함께 담천우가 눈을 번쩍 떴다. "내.... 가 잠시 정신을 잃었구나..." 그는 부시시 몸을 일으켰다. 순간, 그는 자신의 몸이 이상함을 느꼈다. 조금전 까지 뻐근하던 가슴의 통증은 씻은 듯이 사라지고 엄청난 기운이 내부에서 용솟음 치는 것이 안닌가? 담천우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태산이라도 엎어버릴 수 있을 듯한 기분인데..." 그는 가만히 염두를 굴렸다. "으음... 조금전 멋모르고 먹었던 금빛 단환이 어떤 효력이 있었나 보군." 효력! 담천우, 그가 어찌 짐작이나 하겠는가? 그것은 고금 미증유의 대영웅이 탄생되는 일대사건이었음을.... 하여튼, 담천우는 막연하게 추측하며 다시 석대 앞으로 다가갔다. 그는 투명한 유리침을 집어 들려다가 흰천으로 덮인 물건이 궁금하여 그곳 으로 손을 가져갔다. 흰 천을 슬쩍 잡아당기자, 스르르륵.... 천은 십게 석대 밑으로 흘러 내렸다. 순간, "헉.....!" 담천우는 기겁했다. 그의 시선은 석대위에 꽂힌 채 부릅떠져 있었다. 석대, 오오.... 그 위에는 벌거벗은 한 사내의 시신이 반듯하게 누워있지 않은가? 담천우는 대경했다. "누... 누가 이런 곳에 벌거벗은 시신을 갖다 놓았지...?" 하나, 시신이라고 하기에는 사내의 피부가 살아 있는듯 탄력있어 보였다. 더욱이 놀랍게도 눈부시도록 아름다운 용모와 균형잡힌 근육은 차라리 황홀할 정도로 아름다왔다. 담천우도 내심 탄성했다. '아.... 실로 완벽한 몸매다. 더욱이 대단히 멋있는 얼굴이군. 세상 여자 들이 이자를 보면 모두 을 잃을지도 모르겠는걸...' 그는 놀라움을 추스르며 시신을 향해 다시 다가갔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손을 코 에 갖다대었다. "죽은 것은 확실하군." 콧김이 손에 전혀 느껴지지 않았던 것이다. "세상에.... 이렇게 잘생긴 사내가 있었다니....!" 담천우는 사내의 용모에 새삼 감탄했다. 그러다가 문득, "으응....? 이게 무어지..." 그는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사내의 미심혈에 미세한 구멍이 뚫어져 있었던 것이다. 구멍을 자세히 살펴보던 담천우의 눈에 일순 기광이 번뜩 스쳤다. "혹시....? 저 유리침을..." 그의 시선이 석대 위의 유리침을 향해 기광을 폭사했다. 묘하게도 미심혈의 구멍이 유리침의 굵기와 똑같았던 것이다. "........?" 담천우는 호기심이 불같이 일었다. 그는 유리침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미심혈의 구멍 속으로 살며시 밀어넣었다. 이것은 순전히 호기심의 발로였다. 약간의 힘을 가하자, 쑥! 유리침은 쉽게 미심혈 속으로 빠져 들었다. "엇, 너무 세게 눌렀구나!" 미처 붙잡을 사이도 없이 유리침이 미심혈 속으로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빨려 들어가버렸다. 담천우는 약간 당황하며 손을 떼었다. "어라... 유리침이 완전히 사라져 버렸네." 한데, 바로 그때였다. 실로 통천기겁할 상황이 벌어졌으니.. 돌연 시신이 눈을 번쩍 뜸과 동시에 자리에서 몸을 벌떡 일으키는것이 아닌가? "으악....!" 담천우는 대경실색하며 후다닥 뒤로 물러났다. "주.... 죽지 않았었단 말인가....? 아니야 분명히 시신이었는데..." 담천우는 넋나간 표정으로 망연자실 움직이는 시신을 쳐다보았다. 그때, 벌거벗은 사내의 시신이 석대 아래로 쿵 내려서며 담천우를 향해 웃음을 발하는 것이 아닌가? "네가 내 주인이냐?" 시체처럼 무표정한 얼굴, 기뻐하는지 좋아하는지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무심한 음성이었다. ".....!" 담천우는 어리둥절했다. '주인....?' 그는 얼떨떨한 음성으로 말했다. "어째서 내가 그대의 주인이란 말이오?" 하자 사내는 얼음장처럼 무신한 시선으로 담천우를 응시했다. "주인이 나를 살려 놓고 그것을 나에게 물으면 어쩌란 말이냐?" '내..... 가 자기를 살려 놓았다고....?' 담천우는 도무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주은 시신이 살아니지를 않나, 또한 시신이 자신을 향해 주인이라 부르고 있으니... 담천우는 한쪽 벽에 등을 기댄 채 을 잃고 있었다. "자... 잠깐 나도 정신을 좀 차.... 리.... 자." 그때였다. 덜컹! 좌측 석문이 급하게 열려지며 한 폐포의 괴노인이 나왔다. 그는 양손에 붉은 빛 서기가 감도는 단환을 수북이 들고 있었으며,머리도 봉두난발이었다. 일순, 괴노인은 사내와 담천우를 발견하자 단환을 내팽개치며 대경성을 터뜨렸다. "이... 게 어찌된일이냐?" 그의 전신은 미친 듯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그는 잡아먹을 듯이 담천우를 노려 보았다. "네.... 네놈은 지금 이녀석에게 무슨짓을 했느...냐?" ".....!" 담천우는 찔끔했다. '이 괴노인이 바로 사내의 주인인가 보구나!' "죄송합니다. 소생은 그저... 호기심으로 이 사람의 미심혈에 유리침을 꽂았을뿐..." 순간, 괴노인은 석대를 향해 시선을 홱 돌렸다. 동시에, "으와-------- 내 불사금정단!" 괴노인은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경악성을 터뜨렸다. 담천우는 가슴이 철렁했다. '이크....! 내가 무언가 크게 잘못했구나...! 보아하니 저 괴노인은 보통 이 아닌 것 같은데... 잘못 걸렸다.' 괴노인이 분노하여 발을 구를 때마다 돌로 된 지면이 한 자나 푹푹 꺼지 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괴노인은 담천우를 향해 몸을 돌리며 무서운 분노의 살광을 폭사시켰다. "네놈은 이곳에 있던 불사금정단을 어떻게 했느냐?" 담천우는 곧 짐작했다. '내가 조금 전에 먹은 금빛 단환을 말하는가 보구나...!' 그는 비겁하게 숨기고 시 지 않았다. 그는 지극히 송구스러운 태오로 간신히 말했다. "그것... 은 제... 가 먹었.... 습니.....다." 순간, "그걸.... 먹어...? 이... 이런 쳐죽일 놈아!" 엄청난 분노의 일갈이 벼락처럼 터져 나오며, 슈우우우....! 가공할 강기가 폭풍처럼 담천우를 향해 쏘아져 들었다. 담천우는 미처 생각치 못한 일격이었다. 아니, 설사 알고 있었다 하더라도 강기의 기세는 무지막지하여 도저히 막을 수가 없었다. 담천우는 피떡이 될 판이었다. 한데 그 순간, "잡스러운 늙은이..! 감히 주인에게 손을 쓰다니!" 돌연 사내의 좌수가 춤을 추듯 떨쳐졌다. 찰나, 꽈르르릉! 우레음이 이는가 싶자, 한 마리 금룡의 환상이 창출되어 엄청난 속도로 강기를 휘어감아가는 것이 아닌가? 꽈꽝! 고막을 찢어 발기는 대폭음이 터졌다. 순간, 사내는 손을 툴툴 털고 있는 반면 괴노인은 가랑잎처럼 날아가고 있었다. "크으윽!" 괴노인의 신형은 맞은편 석벽에 그대로 부딪치며 털썩 무너졌다. 입가로는 선혈이 흐르고 있었다. "이.... 이런 개 같은 경우가....!" 괴노인은 입가로 선혈을 닦으며 비틀비틀 일어섰다. 그리고 사내놈을 향해 바락바락 고함을 질렀다. "야, 이놈아....! 정신 좀 차려라. 네놈의 주인은 바로 노부다, 노부야!" 괴노인은 답답하다는 듯 자신의 가슴을 쾅쾅 쳤다. 일순, 사내는 괴노인을 턱으로 슬쩍 가리키며 담천우를 향해 무심하게 말했다. "주인, 미친 늙은이 같은데... 깨뜨려 버릴까?" 깨뜨려 버린다. 곧 목숨을 끊어 주겠다는 말이 아닌가? 괴노인은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었다. 그는 선불맞은 멧돼지처럼 길길이 날뛰었다. "야, 이놈아! 백년이 걸려 간신히 살려놓으니까, 주인도 몰라보느냐? 이 배 은망덕한 놈아!" 사내는 재차 무심하게 말했다. "주인, 한 주먹이면 끝날 것 같은데... 깨뜨려 버리지?" 괴노인은 너무도 분하여 입에 게거품을 물며 담천우를 살기차게 쏘아보았다. "네놈 때문에 모든 일이 허사가 되었다. 찢어 죽일놈!" 순간, 사내가 괴노인을 향해 저벅저벅 걸어갔다. "죽고싶어 환장한 늙은이.. 감히 주인에게 눈알을 부라려!" 이어, 휙... 그의 손이 괴노인의 ㉦을 향해 번개처럼 날아갔다. 일순, 헛! 괴노인은 기겁성을 삼키며 황급히 신형을 뒤집었다. 실로 귀신도 통탄할 빠른 신법이었다. 하나, 철썩! 통렬한 격타음이 그의 뺨에서 일어난 뒤였다. "크윽!" 괴노인은 참혹성을 터뜨리며 또다시 가랑잎이 되었다. 그는 벌떡 일어섰다. "으와... 내가 미처....!" 그는 울화가 극에 달하여 스스로 자신의 머리를 석벽에 꽝꽝 부딪치기도 하고, 바닥을 데굴데굴 구르는가 하면, 처지르고 앉아 땅을 치며 통곡을 하다가, 허탈하게 웃기도 하였다. 하나, 감히 담천우에게 덤비지는 못했다. 무언가 사내를 상당히 겁내는 눈치였다. ".....!" 담천우는 그저 몸둘 바를 몰랐다. '도대체.... 뭐가 뭔지 모르겠다.' 사실 뭐가 뭔지 모를 일이었다. 그는 그저 멍하니 괴노인을 응시하고 있을 뿐이었다. "이럴수가...! 이럴 수가....!" 선불맞은 맷돼지 마냥 길길이 날뛰던 괴노인, 이윽고 제풀에 꺾여 털썩 힘없이 주저앉았다. "이것도.... 하늘의 뜻인가보군...." 왠지 그의 음성에는 비애가 가득 서려 있었으며 어깨 위로 허무가 앙금처럼 가라앉고 있었다. 담천우는 내심 생각했다. '무언가 사연이 있는 분이로군....!' 그때, 괴노인이 담천우를 향해 고개를 들며 처연히 입을 열었다. "네 이름이 무었이냐?" 담천우는 공손하게 대답했다. "담천우라 합니다." "담천우..." 괴 노인은 나직하게 죄까리더니 담천우를 향해 손짓했다. "이리 가까이 오너라. 너에게 할 말이 있다." 순간, 담천우는 흠칫했다. '나에게 무슨 할 밀이...? 혹시....' 자신이 지은 죄가 있던 터라 괴노인이 부드럽게 부르자 괜히 겁이 덜컥났다. 이때, 사내가 다시 괴노인을 향해 버럭 고함을 질렀다. "이런 겁대가리 없는 늙은이....! 감히 주인에게 오라가라 하다니 정말 깨지고 싶으냐?" 당장 괴노인을 향해 덮쳐갈 기세였다. 담천우는 기겁을 하며 재빨리 괴노인의 앞으로 다가가 조심스럽게 무릎을 꿇었다. "보아하니 소생이 어르신네의 일을 망쳐 놓은 것 같습니다. 용서하십시오." 사내는 담천우의 등 뒤에 태산처럼 우뚝 서 있었다. 일순, 괴노인은 사내를 힐끗 응시하며 쓰디쓴 미소를 지어 내더니 무겁게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아니다. 엉뚱한 방법으로 놈에게 복수를 하려던 노부가 잘못이지.." 그러면서 천정을 망연히 올려다 보았다. 노안에 비감이 담겨 있었다. "하늘이 허락지 않은 것이다...." 담천우는 고개를 갸웃했다. '복수....?' 그때 괴노인은 담천우를 똑바로 직시했다. 지금에서야 담천우를 제대로 살펴보는것이다. 문득, 괴노인의 노안에 지극한 경탄이 떨리듯 빠르게 스쳐지나 갔다. "......!" 하나 그것은 곧 재빨리 스러졌다. 그는 표정을 정색시키며 무겁게 입을 열었다. "노는 노부가 누구인지 모를 것이다." 담천우, 그가 어찌 알겠는가? 외부와 완전히 차단된 절벽 밑의 동굴 속에서 백 년이나 지냈다는 괴이한 몰골의 괴노인을..... "......!" 담천우는 잠자코괴노인을 응시했다. 누득, 괴노인의 시선이 허탈하게 허공으로 떠올랐다. 그리고 음성이 흘러 나왔다. "너는 혹시 불사약왕 이란 명호를 들어본 적이 있느냐?" 순간, 담천우는 경악했다. '불사약왕....! 들어본 적이 있다. 백 년 전, 죽은 자도 살려냈다는 천하제일의 명의....!' 불사약왕--------! 그는 불가사의한 의술의 달인이다. 설사 인간의 육신이 수천토막 난다해도 단 한줌의 온기가 있으면 살려내는 천하의 의술을 지니고 있었다. 해서, 기적의손! 바로 그렇게 불리웠던 인물이었다. 역사상 최고의 명의로 불리운 기인이었다. 한데, 백 년 전! 그는 홀연히 사라졌다. 이유는 아무도 몰랐다. 한데 그런 그가 이런 황량한 동굴 속에서 살고 있었다니.... 실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第 十六 章 十甲子의 공력을 얻다. 담천우는 내심 경이로움을 금치 못했다. '아.... 이 괴노인이 바로 기적의 손을 지녔다는 불사약왕이라니...' 문득, 불사약왕은 감회 서린 어조로 처연하게 말을 꺼냈다. "사람들은 어째서 노부가 갑자기 사라졌는지 아무도 모를 것이다." ".....!" 담천우는 의혹의 시선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이때, 불사약왕의 노안에 아픔이 샘물처럼 고여 들었다. "그것은 사랑 때문이었다." '사랑....?' 드디어 불사약왕의 음성이 비애로 가득처서 흘러 나오기 시작했다. 불사약왕, 당시그가 신의로 명성을 떨치기 시작할 때가 나이 삼십 후반, 뒤늦게 여인을 만났고 사랑을 배웠다. 여인의 이름은 감리혜! 감리혜도 불사약왕을 사랑했다. 늦게 시작한 연정이었던 만큼 둘의 사랑은 불같이 뜨거웠다. 그 누구도 말릴 수가 없었다. 한데, 문제가 생겼으니... 감리혜! 그녀의 앞에 문무와 부를 겸비하고 용모까지 절륜하여 중원의 모든 여인들 의 선망의 대상인, 무림의 명문세가인 검왕문의 소문주인 북궁후가 나타난것이다. 사실, 불사약광은 의술은 타의추종을 불허하지만 생김새는 너무도 볼품이 없었던 것이다. 아.....! 못 믿을 것이 여인의 마음인가? 감리혜는 순식간에 북궁후 쪽으로 돌아서고 말았다. 불사약왕은 감리혜를 붙들고 애원했다. 자신에게 돌아오기를.... 하나, 그녀의 마음은 이미 돌처럼 굳어 있었다. 자신은 도저히 북궁후의 상대가 아니었다. 사랑에 배신당한 불사약왕! 그는 참혹한 상처를 쓸어안고 피눈물을 뿌리며 돌아섰다. 그리고, -------복수, 복수하리라! 가장 완벽한 사내를 만들어 검왕문의 후손 모든 여인들에게 사내에게 버림 받은 수모를, 남자에게는 여인에게 배신 을당하는 치욕을 안겨 주리라! -------나 불사약왕의 분신을 만들자! 그렇게 다짐하며 그는 속세를 떠났던 것이다. 불사약왕의 음성은 한으로 응어리져 공허하게 흘러 나왔다. "그리고 이 동굴 속에서 저녀석을 만들기 시작한 것이다. 그는 담천우 뒤에 서 있는 사내를 가리켰다. 하나, 사내는 마냥 무표정이었다. 문득 불사약왕은 사이로운 눈빛을 번쩍이며 담천우를 쏘아보았다. "너는 노부의 말이 믿어지지 않겠지만... 저녀석은 이 세상에서 가장 강했 던 오인의 인간들의 일부를 떼어내어 조립한 인간이다." '조립인간....?' 담천우는 경악과 불신을 금치 못했다. '인간의 몸을 잘라서 그것을 다시 하나로 조립했다고...? 허... 허... 이노인은 이곳에 너무 오랫동안 혼자 있어 머리가 어떻게 된 것인가? 어찌 하늘 아래 그런일이 있을 수 있단 말인가?' 그는 믿지 못했다. 아니, 그것은 천하의 그 누구라도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하나, 거짓말이라고 하기에는 불사약왕의 재주가 너무도 불가사의하였고 또한 지금 그의 표정은 너무 진지했다. 과거... 기적의 손이라고 불리우던 기인! 일순, 불사약왕은 지극히 담담한 음성으로 입을 열었다. "너는 믿지 않는구나. 믿지 않아도 좋다. 하나... 그것은 분명 사실이다." ".....!" "저 녀석의 모리와 몸뚱아리는... 당시 중원제일의 기남아로 여인들의 흠모 의 대상이었던 화화공자의 것이다. 낙마하여 죽었었지..." ".....!" "오른쪽 팔은 장왕이라 불리웠던 금룡대제의 팔... 왼쪽 팔은 검왕 환후겸 의 것이고...." "......!" "양 다리는 빛보다 빠르다는 경공 제일인자 추풍무제 비엽의 것이며..." ".....!" 담천우는 그저 불사약왕의 말을 꿈결처럼 듣고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두 귀는 천리밖의 낙엽 떨어지는 소리를 들었다는 환제 여무송의 것이다." ".....!" 담천우의 입은 딱 벌어지고 있었다. 화화공자! 자왕 금룡대제! 검왕 환후겸! 추풍무제 비엽! 환제 여무송! 비록 그들은 이미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지만 아직도 무림에 그 이름은 신적으로 알려져 있는 이름들이 아닌가? 각 방면에서는 가히 무적의 인간들... 한데, 그런 그들의 일부를 떼어내어 재조립하여 한 인간을 탄생시켰다니...? 정녕 이것을 믿어야 할 것인가? 하나, 불사약왕의 표정은 너무도 진지했다. "노부는 백 년간 저 녀석을 완전하게 조립하였고 또한... 의술을 이용해 금 강불괴지신으로 만들었다." 오오...! 불사약왕, 기적의 손! 그는 실로 엄청난 기적을 이룩해낸 것이다. "이제 두 가지의 일만 저 녀석의 몸에 베풀면 저 녀석은 고금미증유의 완벽 한 인간이 되는 것이었다." 담천우는 눈을 빛냈다. '두 가지 일....?' "첫째는 영의 신단을 복용시켜 인간이 지닌 수 있는 희노애락의 감정을 느 끼게 하는것과..." "..........!" "두 번째는 가장 중요한 일로, 미심혈에 영혼생사침을 꽂아 영혼을 소생시 키는 것이다. 또한 영혼생사침을 꽂는 자를 영원히 주인으로 섬기게 되는 것이다. 한데...." 불사약왕은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허무! 그것이 그의 전신에서 안개처럼 피어 오르고 있었다. 담천우는 지감했다. '유리침... 그것이 바로 영혼생사침이었구나....! 그래서 이 사내가 나에게 주인이라고 불렀군.' 일순, 불사약왕은 담천우를 무섭게 쏘아보았다. "노부가 영의 신단을 제조하고 있는 사이에 네놈이 먼저 영혼생사침을 꽂아 버렸다. 저 녀석은 감정이 없는 인간이 된 것이다." 담천우는 너무도 송구스러워 어찌할 바를 몰랐다. "어르신네... 제가 엄청난 잘못을 저질렀습니다. 어르신네를 주인으로 섬겨 야할 사람을 제가 가로챈 꼴이 되어 버렸으니..." 담천우는 고개를 푹 숙였다. 하자, 불사약왕은 고래를 설레설레 저었다. 허탈이었다. "아니다. 네가 저녀석의 주인이 되어버려서 억울한것이 아니다. 완벽한인간 을 만들으 보려던 노부의 꿈이 무산된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불사약왕, 그는 여전히 알몸으로 담천우 뒤에 서 있는 사내를 향해 공허한 시선을 던 졌다. "저 녀석은.... 노부의 삶이며 보람이었다. 하나... 이제 모든것은 끝났다." "......!" 담천우는할 말이 없었다. 백 년의 세월을 오로지 한 가지의 집념으로 무서운 고독과 싸운 불사약왕 이다. 무슨말로 그를 위로할 수 있겠는가? 문득, 불사약왕의 노안에 번뜩 기광이 스쳤다. "설사... 저 녀석에게 영의 신단을 복용시켰다 하여도 최초로 완벽한 인간 이 탄생된다는 생각은 노부의 착오였다." 담천우는 의아한 시선으로 불사약왕을 응시했다. "어째서입니까?" 불사약왕은 입가에 기이한 미소를 그려내었다. "그것은 바로 천우... 네놈을 만났기 때문이다." 순간, 담천우는 눈을 휘둥그렇게 떳다. "어르신네... 지금 무슨 말씀을....?" 불사약왕의 눈은 날카롭게 빛나고 있었다. "천우... 네놈이야말로 가장 완벽한 인간이다. 노부가 만든 저녀석 따위와 비교한다면 태양과 반딧불 차이라고 할 수 있지..." 일순, 담천우는 피식 웃었다. "하하... 어르신네, 소생을 놀리시는군요." "너는 지금 노부가 농담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느냐?" ".....!" 담천우는 움찔했다. 불사약왕의 음성이 너무나 엄숙했기 때문이었다. 이때, 불사약왕은 표정을 정색시키며 담천우를 그윽히 응시했다. "어쨌거나 네놈은 노부의 꿈을 무산시켰고 또한 노부의 백 년 세월을 가져 갔다." 그것은 사실이었다. 담천우는 잠자코 입을 다물고 있었다. "때문에.... 노부는 너에게 무엇이든지 한 가지만 부탁할 자격이 있다고 생 각한다." 불사약왕은 진지하게 말했다. 담천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말씀하십시요." 하자, 불사약왕의 노안이 빛을 뿜었다. "검왕문에 대한 노부의 복수... 네가 대신 해다오." 순간, 담천우의 안색이 흠칫했다. '검왕문에 대한 복수를 내가....?' 검왕문의 여인들에게 버림받는 수모를....! 남자들에게는 치욕을...! 담천우에게 하라는 것이다. 담천우는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지금으로서는 부탁을 거절할 수가 없다....! 나의 불찰이 너무 크다.' 이윽고, 담천우는 길게 한숨을 쓸어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이에 불사약왕의 얼굴에 만족의 미소가 번지고 손을 들어 알몸의 사내를 가리켰다. "그리고... 저 녀석을 천무종이라 불러다오. 노부가 붙여주고 싶었던 이름 이었다." 천무종! 하늘아래 유일한 인간이라는 뜻, 그것은 곧 불사약왕의 긍지이며 자부심이었다. 담천우는 대답했다. "명심하겠습니다." 말을 마친 불사약왕은 한동안 허공을 망연히 응시하고 있었다. 그의 전신에서 허무의 기운이 짙게 피어 오르고 있었다. 불사약왕! 그는 지금 그 동안 고독하게 살아온 백 년의 세월을 헤아리고 있는 것인가? 문득, 그의 입에서 적막한 음성이 느릿하게 흘러나왔다. "네가 조금 전에 먹은 금빛 단환은 불사금정단이라고 한다." ".....!" "불사금정단은 천하의 신초 열여섯가지와 아홉 마리의 영물 내단으로 제조 된 것이다. 노부가 그동안 필생을 걸쳐 모은 것이지..." "아....!" "하지만... 불사금정단은 하늘 아래 가장 강한 극양의 영단이기 때문에 몸 안의 음기를 배출하지 않으면 효력이 없다." 그는 조용히 일어섰다. "지금부터 네 체내의 음기를 배출시키는 개정대법을 시전하겠다. 옷을 벗어라." ".....!" 담천우는 착잡한 시선으로 불사약왕을 올려다 보았다. 타는 듯한 시선이 마주쳐 왔다. 담천우는 결정했다. '이것은 거절할 수 없는 일이다.' 이윽고, "알겠습니다." 그도 따라서 일어섰다. 잠시 주저하였지만 곧 옷을 벗기 시작하였다. 스르르륵! 순식간에 옷은 떨어져 나가고, 담천우는 나신을 유감없이 드러냈다. 순간, 불사약왕의 노안에 극도의 경탄이 떠올랐다. "오....! 노부의 예상보다 더 굉장한 육체다! 완벽해...!" 감정이 없다던 개조인간 천무종의 동공조차 찰나지간 흔들렸다. 담천우의 나신! 그것은 진정 완벽한 것이었다. 여인의 피부보다 매그럽고 보오얀 살결, 은은한 서기마저 감돌고 있었다. 잠시 감탄에 젖어 있던 불사약왕은 석대를 가리키며 다급하게 말했다. "시간이 없다. 발리 저 석대 위에 누워라." 담천우는 곧 불사약왕의 지시에 따라 석대 위에 반듯이 몸을 눕혔다. 어느새... 불사약왕의 손에는 금침이 한웅큼 들려 있었다. "이제부터 천우... 네 전신에 삼백 육십개의 금침을 꽂아갈 것이다. 너는 곧 잠이 든다." ".....!" 담천우의 영기 서린 눈으로 담담히 천정을 응시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때, 불사약왕의 손이 번뜩 허공을 갈랐다. 그리고, 푹-------! 금침 한 개가 담천우의 머리 위 천개혈에 꽂혔다. 순간, 담천우의 두 눈이 스르르 감기며 그는 깊은 잠에 빠져 들었다. 불사약왕의 손이 연달아 허공을 가르며 담천우의 전신에 금침이 꽂혀 지기 시작했다. 푹! 푹! 푹.....! 천돌혈, 백회혈, 명문혈... 모두 지극히 위험한 사혈이었지만 불사약광은 한치의 오차도 없이 정확 하게 금침을 꽂아 나가고 있었다. 과연, 기적의 손이었다. 불사약왕의 이마에 땀방을 이 맺혔다. '단 한개라고 실수를 하면 내장이 파열되어 죽는다.' 마침내 땀방을은 비오듯 떨어졌다. 그때, 천무종은 무표정한 얼굴로 동굴 한쪽 구석에서 묵묵히 지켜보고 있었다. 시간을 흘렀다. 죽은 듯이 잠들어 있는 담천우, 불사약왕의 온몸은 땀으로 완전히 푹 젖었다. 이윽고, 마지막 금침이 담천우의 음지혈에 푹 꽂혔다. 순간 불사약왕은 허물어질 듯이 비틀했다. 탈진한 것이다. 그는 삼백 육십개의 금침이전신에 빽빽이 꽂여 있는 담천우를 초조한 눈빛 으로 바라보았다. "개정대법은 끝났다. 제발.... 성공해야 할텐데...." 그는 한쪽 구석에 서 있는 천무종을 힐끗 응시했다. 그때였다. 돌연 담천우의 전신에 버 혀 있는 금침이 은은하게 진동을 일으키는 것이 아닌가? 동시에, 스스스스... 스스.... 스.... 금침이 박혀있는 살갗에서 시커먼 묵기가 피어 오르는 것이 아닌가? 찰나 지간에 담천우의 온몸은 묵기에 휩사였다. 순간, 불사약왕은 환희의 탄성을 터뜨렸다. "서.... 성공이다....!" 찰나, 팟, 팟, 팟, 팟! 기이한 음향이 일어나며 금침들이 콩 튀듯이 튕겨나가는 것이 아닌가? 그것을 바라보며 불사약왕은 감격에 벅찬 음성을 발견했다. "생애 처음으로 펼쳐 본 개정대법의 역환술이 성공을 했구나...!" 맙소사! 개장대법의 역환술----------! 그것을 생애 처음 펼친 것이라니...! 그렇다면 담천우는 천분의 일의 확률도 희박한 대법에 목숨을 맡겼고, 불사약왕은 그것을 성공했다는 결론이다. 실로 대단한 배짱들이 아닐 수 없었다. 하여튼 이때, 불사약왕의 노안에 가득 정감이 스쳤다. "녀석... 깨어났을 때는 십잡자라는 전대미문의 내공을 지니게 될것이다." 오오...! 십갑자의 공력! 그것은 실로 무림사에 존재하지도 않던 천년의 내공이 아닌가? 정녕 경이로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문득, 불사약왕은 품속에서 한 권의 책자를 꺼냈다. "이것은 노부 불사약왕의 모든것이 들어있는 의서다. 훗날... 도움이 될것 이다." 그는 책자를 담천우의 머리맡에 살며시 내려놓았다. 그는 손을 거두며 공허한 음성을 흘려냈다. "이제... 노부가 할 일은 끝났다." 갑자기 그의 전신에서 허무가 빠르게 피어올랐다. 그는 천천히 돌아섰다. 그리고 입구를향해 허탈한 듯이 걸음을 옮겼다. 그의 신형이 입구 앞에 이르렀을때, 문득 그는 걸음을 멈추었다. 천무종! 그를 더없이 부드럽게 응시하고 있었다. 천무종은 불사약왕을 거들떠보지도 않고 오직 석대위의 담천우만 응시하고 있었다. 순간, 불사약왕의 노안에 물기가 고요히 서렸다. "천무종... 그동안 네놈에게 정이 무척 들엇었다...." 그는 소리없이 겉옷을 벗어서 바닥에 내려놓았다. "노부가 너에게 줄 수 있는 것은 이제 이것 뿐이구나.. 주인을 잘 섬겨라." 그는 다시 걷기 시작했다. 처연한 음성이 그의 뒤를 따랐다. "이후로... 천하인물들은 노부 불사약왕을 영원히 볼 수 없을것이다." 터벅... 터벅.... 터벅.... 공허한 발소리가 동굴을 따라 울려퍼졌다. 드디어 희미한 발소리와 함께 불사약왕은 동굴 밖으로 완전히 사라졌다. 아아...! 희대의 기인 불사약왕, 이렇게 조용히 세상을 등지고 말았다. 엄청난 불가사의의 기연을 담천우에게 남겨주고..... ---------------------------------------------------------------------- 第 十七 章 風雲의 一步 홍예, 오색빛갈 무지개가 유리알처럼 투명한 하늘 위에 구름다리를 이루고 있었다. 청명한 아침..... 싱그러운 느낌을 주고 있었다. 산로, 이인이 한적한 길을 따라 걷고 있었다. 훤칠한 체격에 준수한 폐포사내, 하나, 표정이 전혀 없었다. 무심! 바로 그것이었다. 그리고, 그 앞에는 표현할 수 없이 눈부시도록 아름다운 백의서생이 앞장서고 있었다. 담천우와 천무종! 다름아닌 바로 그들이었다. 담천우, 그는 드디어 인간 아닌 인간 천무종을 거느리고 동굴 밖을 나선 것이었다. 아니, 거느린 것도 아니고 천무종이 악착같이 따라 붙었다. 문득, "......!" 담천우의 얼굴에 의미모를 미소가 스쳤다. '후후... 그분께서 남겨 주신 불세천의경만 제대로 익히면 나도 예쁘장한 개조 인간을 만들 수 있겠는걸.' 그분? 바로 불사약왕을 뜻함이리라! '나를 벼랑아래로 떨어뜨린 그 비계덩어리 여자를 만나면 한턱 내야겠군. 뜻밖에 전화위복이 되었으니...' 풍녀! 졸지에 한턱 먹을 일이 자신도 모르게 생겼다. 문득, 담천우는 등 뒤에서 묵묵히 따라오는 천무종을 흘끗 쳐다보았다. '한데 다른 것은 다 좋은데... 저 녀석이 영 마음에 안든단 말이야. 말 끝마다 반말짓거리니...' 그는 입가에 고소를 지었다. '빌어먹을...! 내가 주인인지 저 녀석이 주인인지 모르겠군.' 담천우, 그는 입맛을 다셨다. '내가 귀찮은 혹 하나 매달은 거 아닌지 몰라...' 천무종을 언짢은 눈길로 슬쩍 노려보았다. 여전히 무표정하게 따라오는 천무종! 어느덧, 산로는 더욱 좁아지고 있었다. 일순, 담천우는 눈썹을 가볍게 찡그렸다. '조금전 갈증이 나서 물을 많이 마셨더니 귀찮은 일이 생겼는 걸...' 아마 생리작용이리라. 그는생리작용을 해결할 수 있는 적당한 장소를 찾아 두리번거렸다. '오! 저곳이 좋겠군.' 한 그루의 거대한 고목이 서있고 주위가 대충 덤불로 가리워진 곳이었다. 그는 팽팽하게 당겨지는 아랫배를 지그시 참으며 그곳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천무종, 돌아서라." 한 마디 던지고 막 옷깃을 헤치려는데, 바로 그때였다. "흐흐흐... 훌륭하신 나리들, 한푼 적선합쇼." 난데없이 음흉한 음성이 들리며, 부스슥... 사방에서 험상 은 얼굴의 인물들이 불쑥불쑥 나타나는 것이 아닌가? 여섯 명! 한결같이 짐승 가죽옷을 입고 손에는 보기에도 끔찍한 철퇴,감산도,쇠사슬 등을 들고 있었다. 대충 어떻게 먹고 사는지 짐작케 하는 인물들이었다. "흐흐흐... 이렇게 깊은 산중에서 귀하신 공자님들께서 호위무사도 없이 길을 가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지..." 그는 누런 이빨을 드러냈다. "우리처럼 믿음직한 분들의 호위를 받아야 되는거야. 흐흐흐... 약간의 은자 가 필요하지만..." 순간, 독사 눈빛의 인물이 감산도를 흔들며 험악하게 쏘아붙였다. "귀찮다. 두 놈들은 냉큼 껍데기를 홀랑 벗고 이곳에서 빨리 꺼져라!" 그들이 보기엔, 담천우와 천무종이 허우대가 준수한 고관대작의 자제들로서 닭모가지 비틀 힘도 없는 일개 서생일 뿐이었다. 이때, 담천우는 급한 처지에 있었다. 생리작용! 그것이 너무 급했던 것이다. 그가 엉거주춤 하고 있자, 험상한 인물들은 살기등등하게 죄어들었다. "흐흐흐... 은자가 아까운가 본데... 그렇다면 목숨 귀한 것도 가르쳐 주지...!" 순간, 잠자코 있던 천무종이 무심한 음성을 툭 던졌다. "주인, 문질러 버릴까?" 담천우는 다른데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터지기 일보직전이었다. 그는 아랫배를 움켜쥔 채 급히 나무뒤로 돌았다. "마.... 마음대로 해라." "알았다, 주인!" 천무종의 대답을 귓전으로 들으며 담천우는 팽팽한 아랫배에 지그시 힘을 주었다. 쏴아아아.... 거목은 난대없이 뜨거운 비를 만났다. 담천우가 흐믓한 기분에 젖어들고 있을때, 그의 등 뒤에서는 둔탁한 기음이 몇 번 가볍게 들렸을 뿐이었다. 이윽고, 어깨를 몇 번 움찔하며 볼일을 마친 담천우가 나무 뒤에서 나왔다. 순간, "헉....!" 그의 눈이 확 커졌다. 보라! 조금 전까지 그토록 살기등등하던 여섯 명의 산적들이 피떡이 되어 죽어있 지 않은가? 정확히 말하자면, 천무종! 그가 어떤 무공을 사용하였는지 여섯 산적의 시신이 지면에 문질러진 상태 로 죽어있었다. 마치 벌레를 발로 문지른 듯이... ".....!" 너무 끔찍한 광경에 담천우는 부르르 치를 떨었다. 비로소 조금 전에 천무종이 하던 말이 생각났다. ---------문질러 버릴까? 정말 문질러 죽인 것이었다. 담천우는 깊이 후회했다. '내가 실수했다. 천무종은 내 말이라면 복종하는데, 더욱이... 천하무적이 라고 할 수 있지... 다음부터는 조심해서 다루어야겠군.' 그는 천무종을 준엄하게 응시했다. 천무종은 마냥 무심하게 서 있을 뿐이었다. "천무종, 너는 이제부터 내 명령없이 함부로 살인을 하지 말고 또한 사람들 의 이목이 있으니 은밀하게 나를 따라와라." "알았다." 순간, 후스스슥.... 천무종의 신형이 연기처럼 사라지는 것이 아닌가? 천무종이 갑자기 사라지자 담천우는 약간 당황했다. "천무종, 어디있느냐?" 하자, 그의 발 ㎉에서 무뚝뚝한 음성이 들려왔다. "땅 속에 있다." 담천우는 내심 슨 고소를 지었다. '귀신 할아비 같은놈....!' 담천우는 다시 휘적휘적 산로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북경의 장미정원! 그곳을 향해.... 하나, 담천우, 그는 짐작도 하지 못했다. 엄청난 사건이 장미장원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음을... 第 十八 章 친구여, 원망하지 않겠다. 북경, 그 외각에 하나의 거대한 장원이 있엇다. 항상 피비린내가 죽음처럼 감돌고 있는 이곳, 만육방! 바로 북경사비 중 하나인 천하제일의 정육점인 만육방이었다. 태양은 이미 서산에 기울고, 붉은 석양의 빛이 감돌고 있었다. >< >< >< 하나의 거대한 창고, 지붕은 수백 장의 소가죽을 이어 쳐져 있었다. 바닥은 모래가 두텁게 깔려 있었으며 네 기둥에는 소의 머리가 매달려 있었다. 죽음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곳, 바로 만육방의 도살장이었다. 지금, 그곳에는 한 인물이 우뚝 서 있었다. "......." 전신에서 지극히 패도적인 기운이 해일처럼 당당하게 밀려나오는 흑의사내, 바로, 만육방의 주인인 좌무엽이었다. 그의 좌수에는 거무틱틱한 도가 들려 있었다. 한데, 그가 그곳에 서 있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그곳에는 아무것도 없는 듯 허전 했다. 그가 기둥에 기대어 서 있으면 그를 기둥이라 부를 것이고, 그가 모래에 누워 있으면 모래의 일부분이라 느껴질, 묘한 그런 분위기였다. 공허롭게 앞을 응시하고 있는 그의 눈빛은 무엇을 생각하는지 마냥 무심했다. "...." 그때, "주인님, 이백 칠십 마리째입니다." 바깥에서 긴장된 음성이 들렸다. 동시에, 우다다다! 도살장 안으로 한 마리의 거대한 검은 소가 벼락같이 뛰어 들어왔다. 흑우! 흉맹하기로 이름난 소였다. 더구나 자신의 죽음을 예감하고 있었기에 광폭한 성질이 극에 달해 있었다. 흑우는 좌무엽을 발견하자 창날같에 날카로운 뿔을 곤두세우며 더운 콧김을 훅훅 뿜어 냈다. 하나, 좌무엽은 두 팔을 축 늘어뜨린 채 무심하게 서있을 뿐이었다. "...." 문득 흑우의 핏발선 눈과 좌무엽의 무심한 시선을 마주쳤다. 순간, 흑우가 전신을 부르르 떠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머리를 푹 숙이며 체념 서린 걸음으로 좌무엽을 향해 비실비실 다가왔다. 찰나, 팟.... 도가 새하얗게 번뜩였다. 일체의 기척도 없었고 피보라도 없었다. 그러나, 그 순간 흑우는 풀썩 고꾸라지고 있었다. 처음 자세 그대로 서 있는 좌무엽 언제 찌그로 언제 거두었는가? 쾌! 그것은 차라리 빛보다 더한 빠름이었다. 불가사의하게 느껴지는 쾌였다. "가져가라." 순간, 열 두어 명의 장한 르이 우르르 쏟아져 들어와 이미 숨이 끊어진 소를 밖 으로 끌고 나갔다. 장한들은 혀를 내휘둘렀다. "도대체 주인님께서는 소의 어느부분을 찔러 도살하시는건지 전혀 발견할 소가 없단 말이야....?" "그러게 말일세. 피 한 방울 없이...." 장한들은 새삼 경탄을 감추지 못했다. "하여튼... 주인님의 솜씨는 천하제일이야." "한데 오늘은 몇마리를 도살해야 되는거지?" "천 이백 마리." "일찍 끝나겠군." 일찍 끝난다! 제아무리 기가막한 솜씨의 도살수라도 하루에 오십마리 이상을 도살하지 못한다. 한데, 좌무엽은 하루에 천 이백 마리를 도살하는 것이었다. 실로 신기의 솜씨가 아닐 수 없었다. "주인님, 이백 칠십 한 마리째입니다." 그 후에도 계속 소는 도살장 안으로 들어왔고, 좌무엽은 똑같은 솜씨로 처리했다.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파앗... 빛! 그리고 죽음! ..... 문득, 무심하던 좌무엽의 눈썹이 꿈틀했다. '인기척....!' 그것은 소에서 느껴지던 기운이 아니었다. 좌무엽은 빙글 돌아섰다. 순간, 그토록 무심하던 그의 동공에 미묘한 광채가 피어오르며 가늘게 흔들리는 것이 아닌가? 등뒤, 담천우! 그가 자신을 조용히 응시하고 있엇던 것이었다. 한데 무슨일인지 담천우의 시선은 핏발이 서있었고 무섭게 경직되어 있었다. 일순, 좌무엽의 표정도 침중하게 굳었다. "천우, 왜 이렇게 늦게야 돌아왔나....?" 순간 담천우의 음성이 얼음장처럼 싸늘하게 흘러나왔다. "무엽, 나는 지금 장미장원에서 오는 길이다." "그러면 모든 것을 다 보았겠군." "말해다오. 누가 장미정원을 그 지경으로 만들었으며 또한... 추옥상을 어 찌되었는지..." 잔잔한 음성! 하나 그 음성의 저 밑바닥에서는 엄청난 분노가 섬뜩하게 끓어오르고 있었다. 장미장원! 북경사비 중 하나로 고아들의 천국이었던 곳.... 필경 무슨 일이 생겼음이 분명했다. 그때, 좌무엽은 고개를 무겁게 가로젓고 있었다. "나도 모르는 일이다. 삼 일 전... 저녁애서냐 나도 장미장원이 폐허가 된 것을 발견했다." 아아...! 그곳이 폐허가 되었단 말인가? "삼 일 전...." 담천우의 동공에 불꽃이 확 일었다. '그 시각이면 내가 제황성의 금마동에 있을 때... 그때 장미장원의 모든 고아들이 떼죽음을....!' 피가 용솟음 치는 분노가 치밀었다. '그리고... 추옥상 그녀가 사라졌단 말인가? 바로 그 시각...' 아아! 그랬단 말인가 ? 그렇다. 장미장원! 그곳은 완전 초토화가 되어 있었고, 수많은 어린 고아들이 떼죽음을 당해 있었던 것이었다. 하나, 추옥상! 그녀의 시신 만큼은 그곳에 없었다. 실종된 것이었다. 담천우는 그 처참한 현장을 목격하고 엄청난 분노와 충격을 안은 채 유일한 친구 좌무엽을 찾아 온 것이었다. 어찌된 진상인지 알고 싶었기에.... 그러나, 좌무엽! 그 역시 모르고 있는 듯 하지 않은가? 문득 담천우의 얼굴이 차디차게 굳어졌다. "무엽, 너라면 아이들과 추옥상을 충분히 지켜주리라 믿었는데.... 실망했다." 순간, 좌무엽의 얼굴에 핏기가 시뻘겋게 솟구쳤다. 어떤 상황이라도 냥정을 잃지 않던 좌무엽이었는데.... 좌무엽의 안색이 흐려졌다. "미안하다. 천우... 하지만 나에게는 할 일이 너무 많았었지. 그 시각에 나는 이천 마리의 소를 도살해야만 했다." 담천우는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안다. 무엽... 너에게는 잘못이 없다. 모든 것이 늦게 돌아온 내탓이다...!' 그는 좌무엽을 지그시 응시하며 말을 이었다. "짐작되는 것은 없나?" "전혀... 하나,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순간, 담천우의 두 눈에 한 줄기 섬뢰가 작렬했다. "그게 어떤 것이지?" 불덩어리처럼 이글거리는 담천우의 눈빛.... 일순, 좌무엽은 천 개의 태양이 한꺼번에 자신을 향해 쏟아지는 듯한 착각을 일으 켰다. 하마터면 자신도 모르게 질끈 눈을 감을 뻔했다. '웃....! 지독한 눈빛이다. 천우... 가끔 너의 이런 모습을 대할 때마다 나 조차 두려움을 느낀다....!' 좌무엽은 담천우를 그윽히 응시하며 입을 열었다. "너는 무공을 모르기 때뭉에 알 수 없겠지만 나는 어느 정도 추측할 수 있지." ".....?" "장미장원이 박살난 형태는 필경 중원인의 수법이 아니다." 순간, 담천우의 눈빛이 더욱 강렬하게 뿜어졌다. "어째서지...?" "놈들이 장미장원을 무너뜨릴 때 사용한 무공은 북해의 고수들만이 사용하 는 혈화빙강이란 무공이다. 즉... 지극히 차갑게 되면 도리여 열기로변하 는 무공이지." "북해의 어느 문파가 사용하는 무공이냐?" 좌무엽은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그것은 나도 알 수 없다. 다만... 극히 일부분의 북해 초절정고수들이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음....! 북해....!" 일순 담천우의 시선이 허공으로 쓰윽 향했다. 꽈악 말리는 그의 주먹! 북해! 앞으로 무서운 파란이 일 것이다. 이때, 좌무엽은 안색을 신중하게 굳히며 긴장된 음성으로 말했다. "혈화빙강을 그토록 극강하게 전개할 수 있을 정도라면 놈들은 보통이 아니다." "....!" 일순, 허공을 향한 담천우의 눈빛이 야릇한 기광을 반짝였다. "무엽, 네가 높이 평가할 정도라면 놈들은 분명 엄청나겠지." 좌무엽은 쑥스러운 듯 어깨를 으쓱했다. "나도 소문으로 약간 들었을 뿐이다." 순간, "무엽... 너는 비밀이 많은 녀석이다. 나는 오래 전부터 네가 평범치 않은 무공을 지녔음을 짐작하고 있었다." "......!" 찰나 좌무엽의 눈빛이 담천우를 향해 섬날같이 쏘아박혔다. 살기라고 느겨질만큼 무서운 눈빛! 음성이 싸늘하게 가라앉았다. "천우... 알고 있었구나." "친구란 바라보는것이 아니라 느끼는것이다." "알고 있으면서 왜 모른 척했지?" "그것이 서로 편했으니까." "....!" 문득, 담천우는 말꼬리를 돌렸다. "너는 잘 알 것이다. 내가 아이들과 추옥상을 얼마나 사랑했는지.. 어쩌면 생명 이상이었다." 그는 잠시 말을 멈추었다. 그러나 다시 말을 이었다. "아이들에 해한 복수를 할 것이다. 그리고 만약 추옥상 그녀의 신상에 조금 이라도 이상이 생긴다면 나는... 세상을 피고 씻어 버릴지도 모른다." 오오....! 진저리쳐지도록 무서운 말이었다. 그리고 그의 전신에서는 하늘이라도 짓뭉갤 듯한 엄청난 살기가 폭풍처럼 휘몰아쳐 나오고 있었다. 좌무엽은 흠칫했다. '천우... 그동안 엄청나게 변했군... 예전에는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는데...' 그때였다. 한 줄기 무심한 전음이 담천우의 귓전을 두드렸다. "주인...." 담천우는 내심 흠칫했다. '천무종....!' 전음은 이어졌다. "내가 이런 방면에 개입하기를 무척 좋아하는 녀석을 하나 알고 있다. 놈을 닥달하면 무언가를 알아낼 수 있을 것이다." 천무종, 그는 어딘가에 숨어서 귀신같은 방법으로 전음을 날리고 있는 것이었다. 담천우의 눈빛이 안으로 깊숙히 가라앉았다. '그렇다....! 천무종은 백 년 전에 강호를 쩌렁 울리던 인물들의 집합체! 필경 아는것이 많겠지....!' 일순, 그는 좌무엽을 침중하게 응시했다. "무엽... 너는 내가 알고 있는 한 가장 멋진 친구다. 하나... 추옥상 그녀 는 반드시 나 혼자 힘으로 찾을 것이다." 그러면서 담천우는 빙글 돌아섰다. "무엽 잘 있어라!" 좌무엽은 흠칫하며 담천우를 다급하게 불렀다. "잠깐, 천우... 내 말은...." 그때는 이미, 담천우는 도살장을 빠져나가고 있었다. 의미모를 뇌까림을 흘리며.... "천무종, 가자." 第 十九 章 聖女, 몸으로 울었다. 무림, 그곳엔 하나의 괴의한 집단이 있었다. 소림사를 위시한 구파일방과 사파의 인물둘도 감히 함부로 다루지 못하는... 야교. 어둠의 인간들이 있는곳, 소매치기, 사기꾼, 도둑, 거지... 세상의 가장 밑바닥에서 기생하고 있는 온갖 잡배들로 이루어진단체였다. 하나, 그들을 감히 무시할 수가 없었다. 그들의 이목은 천하를 덮고 있어다. 세인들은 주저없이 말한다. --------야교는 모르는것이 없다. --------있다면 오직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것 뿐이다. --------천하의 모든 정보와 비밀은 야교의 이목을 벗어나지 못한다. 만약, 어느 문파에서 야교를 섣불리 건드린다면, 그날로 당장! 그 문파의 비리가 만천하에 까발려지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문파는 영원히 매장이다. 가히 공포의 집단 야교-------! 그러나, 대가만 만족하게 지불한다면 무엇이든지 알려준다. 중원 뿐만 아니라 새외의 그 어떤 문파의 비밀까지도.... 심지어, 빨래 간다던 마누라가 정작 두 시진 동안 무슨 짓을 했는지도... 야교! 한 마디로 천하의 귀이며 눈이었다. 중원의 정보통이라 할 수 있었다. >< >< >< >< 바므 먹물 같은 어둠이 천지를 덮고 있었다. 한데, 그 어둠 속에 하나의 거대한 건물이 웅크리고 있었다. 왠지 괴기롭고 을씨년한 기운이 감도는 건물, 언뜻 스러지는 유성의 빛줄기에 힐끗 현판의 그림자가 드러났다. <야교--------!> 그렇다. 이곳이 바로 야교의 총단이었다. 간간이 흘러나오는 희미한 불빛 외에 야교는 온통 어둠이었다. 그때, 야교를 향해 조용히 다가서는 일인이 있었다. 눈부시도록 아름다운 백의 사내, 담천우! 바로 그였다. "....." 그는 야교 앞에서 걸음을 멈추며 무려 오장 높이의 담장을 쓰윽 올려다보며 나직하게 뇌까렸다. '엄청나게 높군....' 이때, 어디선가 천무종의 전음이 들려왔다. "주인, 넘고 싶으면 흉내만 내라. 그 뒤는 내가 책임지겠다." '칫... 나를 담장 너머로 가볍게 던져주겠다는 말이군....' 담천우는 내심 실소했다. 하나, 경공술을 아직 배우지 못한 그로서는 어쩔 수 없었다. 이내 그는 한쪽 다리를 슬쩍 들어올려 아떤 자세를 취했다. 한데 바로 그 순간, 돌연 담천우는 행동을 멈추며 담장에 재빨리 착달라 붙었다. "......!" 그의 시선은 어느 한 곳을 매섭게 쏘아보고 있었다. 십 장 밖, 흑영 하나가 야교의 담장을 야조처럼 날아넘고 있지 않은가? 휙--------! 전신에 흑의를 둘둘감은 야행복을 하고 있었다. 담천우는 나직이 뇌까렸다. "음.... 야교의 인물인가?" 하자, 천무종의 무뚝뚝한 전음이 들려왔다. "주인.... 저놈은 야교의 일원이 아니다. 야교는 비록 밤을 좋아하는 녀석 들 이지만 야행복은 하지 않는다. 저놈은 분명 외부인다." "외부인..." 담천우는 두 눈에 혜광을 띄웠다. "천무종... 저런 방법으로 야교를 찾는 외부인이 많은가?" "말도 안된다. 그래뵈도 야교 녀석을은 자존심이 강하다. 정문이 아니면 출입을 허락지 않는다." "그렇다면... 저놈은 무언가 냄새를 풍긴다는 결론인데..." 담천우는 손가락을 탁 퉁겼다. 어떤 결정을 내린 것이다. "좋다....! 천무종, 이제부터 저놈의 뒤를 슛는다." "그거 좋지." 일순, 담천우는 허공으로 몸을 훌쩍 띄웠다.. "천무종, 네놈만 믿겠다." 찰나, 스으으윽--------! 담천우의 신형은 연기처럼 야교의 담을 넘고 있었다. 물론 은밀한 천무종의 도움을 받아... 야교의 내부는 의외로 으리으리할 정도로 넓었다. 수많은 고루거각들이 즐비했고, 운치를 돋구는 연못도 여러개가 있었다. 휘이익! 흑영은 전각 사이를 그야말로 야조처럼 스치고 있었다. 그 뒤를 슛는 담천우, 그는 감탄성을 흘려냈다. "엄청나게 빠른 놈이군...! 마치 섬전같다...." 하자, 천무종이 어디선가 콧방귀를 뀌었다. "흥, 저것도 신법이라고 펼치는 건가... 한심한 녀석...! 저 정도는 내가 새끼 발가락만 꼼지락거려도 따라잡겠다." 담천우는 입맛을 쩝 다셨다. '하긴... 천무종, 이녀석은 백년 전 빛보다 빨랐다던 추풍무제 비엽의 다리 를 달고 있으니...' 지금 자신의 상황을 보아도 능히 짐작할 수 있었다. 마치 유성처럼 허공을 쏘아가고 있었으니.... 그때, 흑영은 한 채의 화려한 전각 앞에서 흠칫 멈추었다. 창문을 통해 은은한 불빛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곧, 스으으윽.... 흑영은 전각 안으로 연기처럼 쑤욱 빨려 들어갔다. 잠시 후, 스스...! 기척도 없이 하나의 인영이 창문가에 찰싹 달라붙었다. "....." 담천우 였다. '지금 뒤따라 들어가는 것보다 이곳에서 잠시 동태를 살펴보는 것이 좋겠군.' 이어, "천무종.... 실내의 광경을 볼 수 있게 해다오." 담천우는 모기소리처럼 중얼 거렸다. 하나 천무종은 알아듣고 있었다. 천리 밖의 낙엽 떨어지는 소리를 듣는다던 환제 여무송의 귀를 달고 있는 천무종이 아니겠는가? "알았다 주인." 순간, 휴류류륭....! 한 줄기 실낱같은 불줄기가 전각의 한쪽 벽을 향해 다가가는 것이 아닌가? 찰나, 스르르륵! 불줄기가 스치는 벽이 소리없이 녹아내리며 대추만한 구멍이 뻥 뚫리는 것 이 아닌가? "주인... 감상해라." 담천우는 혀를 내둘렀다. "천무종, 방금 네가 사용한 무공이 어떤 것이냐?" "별거 아니다. 금룔열화지를 이용해서 새끼손가락으로 벽을 살짝 건드렸을 뿐이다." 담천우는 말을 잃었다. '그래... 천무종의 오른쪽 팔은 장법의 대가로 장왕으로 알려진 금룡대제의 팔이라고 그랬지...!' '하지만... 금룡대제, 그는 지법에도 타의추종을 불허한다고 했다....!' 천무종! 천무종은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기가막힐 개조 인간이었다. 담천누는 곧 구멍을 통해 실내를 살펴보기 시작했다. "....." 한데, 지금 실내에서는 실로 사람 살떨릴 광경이 벌어지고 있었으니... 실내, 화르르륵...! 한 자루의 황촉이 은은하게 타오르고 있었다. 한쪽 구석에 열명은 족히 뒹굴수 있는 거대한 침상이 놓여 있는데, 그 위, 벌거벗은 남녀가 삼 대 일의 비율로 뒤엉켜 있지 않은가? 남자가 하나, 여자가 셋이었다. 철탑처럼 거대한 체구의 중년인, 눈빛은 독수리와 같고 얄팍한 입술을 그 심중을 추측키 어려웠다. 전체적으로 슴사한 것이 결코 평범치가 않았다. 그리고, 여인들.... 요염하면서도 풍만한 곡선미를 가진 이십대의 여인들이었다. 한데, 지금 침상 위에서는 눈뜨고 보기에 민망스러운 실로 해괴한 자세가 연출되 고있었다. 중년인의 밑에 두 여인이 깔려 있고, 한 여인은 중년인의 등 위에서 꿈틀거리고 있었다. 쾌락의 열풍이 뜨겁게 휘몰아치고 있었다. 중년인의 몸이 한번씩 율동을 일으킬때마다, 출렁.... 침상이 흔들리고, 여인들의 입술이 살짝 벌려지며 비음이 토해지는가하면..... 전신에 바르를 경련이 일어났다. 땀으로 번들거리는 중년인의 나신, "흐흐흐.... 고.... 고것들... 감칠 맛이... 기.... 기가막히는... 구...나..." 그의 둔부가 아래로 요동을 치자, 세 여인은 동시에 까무러치고 있었다. 중년인이 단연 우세였다. 한편, 뚫어진 구멍을 통해 실내의 화끈한 정경을 지켜보고 있던 담천우의 손에는 땀이 고였다. '저..... 정말 지독하군....!' 이런 구경은 난생 처음이 아니겠는가? '전에 밤일나가서 어떤 부부가 하는 것을 보았지만 이것과는 아예 비교가 안되는 어린애 장난이다....' 그때, 천무종의 전음이 무뚝뚝하게 들려왔다. "주인... 어디 아프냐? 갑자기 심장 뛰는 소리가 빨라졌다." "......!" 담천우는 흠칫했다. 그는 얼굴을 붉히며 입맛을 쩝 다셨다. '천무종 저놈은 오감이 말살된 개조인간이니 감정이 있을 턱이 없지...' 전무종의 투덜거림이 재차 들려왔다. "저렇게 힘든일을 땀 뻘뻘 흘려가며 왜 하는지 도대체가 모르겠단 말이야..." "천무종... 너도 보고 있는거냐?" "물론 보고 있다." "....?" 담천우는 황급히 사방을 둘러보았다. 하나, 뚫어진 구멍은 분명 하나 뿐이었다. 그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천무종, 너는 지금 어디있느냐?" "침대 밑에 있다." 일순 담천우의 얼굴이 무참하게 구겨졌다. '크....! 귀신같은 놈, 언제...? 도대체 저녀석은 예의도 전혀 없군.' 그러다가 담천우는 쓴 고소를 머금었다. '하긴... 숨어서 구경하는 나도 예의가 없지만...' 그는 어깨를 으쓱했다. '우라질... 괜히 기분이 이상해지는데...' 그때, 천무종의 전음이 나직하게 들려왔다. "주인... 지금 침상위에서 헐떡거리는 녀석이 바로 야교의 교주인 야제 탁우비다. 원래부터 색을 더럽게 밝히는 위인이지." "....!" 담천우는 내심 놀랐다. '뭣이...! 저자가 야교의 교주라고...!' 중년인, 야제 탁우비! 바로 그가 야교의 교주였다. 천하의 정보를 팔아서 먹고사는 공포의 인간... 더욱이, 그는 비록 현제 중년인으로 보이지만 이미 나이 백이십세를 넘고있는 인물 이었다. 이때, 침상위에서는 쾌락이 최고조에 이르고 있었다. 신음처럼 쥐어짜는 쾌락음, 탁우비의 몸뚱아리는 무섭게 경직되었고, 세 여인의 나신도 활처럼 휘어 바르르 떨리고 있었다. 얼굴은 고통처럼 일그러졌다. 한데 바로 그 순간, 스스스! 미세한 파공성이 일어나는가 싶더니, 천정에서 한 임물이 지면으로 깃털처럼 가볍게 내려섰다. 야행인, 바로 그였다. 그의 두 눈에서 새파란 살광이 폭사되면 침상 위의 광경을 무섭게 쏘아 보 았다. "......" 순간, 탁우비의 육체에 짓눌려서 쾌락에 하얗게 숨넘어가던 한 여인이 야행인을 발견했다. 그녀의 얼굴이 순식간에 새파랗게 질렸다. "대..... 가.... 저기....!" 일순, 나른함에 젖어들던 탁우비는 이상함을 느꼈다. 그는 힐끗 고개를 돌렸다. 순간 그의 안면근육이 딱딱하게 경직되었다. "....!" 야행인을 발견한 것이었다. 하나, 곧 굳어진 그의 얼굴이 풀어지며 음흉한 미소가 스물수물 번지는 것이 아닌 가? "흐흐흐... 화모, 언제 왔소?" 찰나 흑복면의 야행인의 두 눈에 살기가 더욱 새파랗게 타올랐다. 第 十九 章 聖女, 몸으로 울었다. 이어, 그의 입에서 살음이 쨍 터졌다. "더러운 색마! 함부로 내 이름을 부르지 마라!" 뜻밖에도 그 음성은 여인의 냉갈이 아닌가? 그렇다면, 야행인은 여인....? 탁우비는 침상에서 쓰윽 일어서며 바닥으로 내려섰다. 여전히 벌거벗은 나신, 정사 뒤임에도 불구하고 탁무비는 천산처럼 버티고 있었다. 그것을 바라보는 야행인의 눈빛이 묘하게 뒤엉켰다. "....!" 살기와 욕념! 묘하게 상반되는 눈빛이었다. 이때, 탁우비는 음산한 음성을 흘려냈다. "흐흐흐... 화모 질투를 하는 것이오?" 야행인은 이빨을 바드득 갈아붙였다. "흥, 질투...! 웃기지 마라. 어린 계집들을 희롱하는 늙은 네놈에게 심한 역겨움을 느낀다." "흐흐... 늙은 말은 햇콩을 좋아하는 법이다." "이... 이 파렴치한...." 엄청난 분노로 몸을 떨고 있는 야행인, 한데, 그러면서도 눈빛은 욕정으로 범람하고 있는 까닭은 무슨 연유인가? 그때, 탁우비가 침상의 세 여인을 향해 차갑게 말했다. "너희들은 물러가라." 세 여인들은 겁먹은 표정으로 급히 몸을 일으키며 자신들의 겉옷을 움켜 잡았다. 순간, 탁우비가 버럭소리를 질렀다. "시간이 없다. 그냥 꺼져." ".......!" ".......!" ".......!" 세여인들은 잡았던 겉옷을 황급히 놓으며 주춤주춤 뒤로 물러섰다. "저... 희들은 물러갑니다." 그리고 벌거벗은 채로 방문을 향해 다가갔다. 방문 앞에는 야행인이 서있었다. 그는 여전히 탁우비를 노려보고 있었다. 세 여인들은 잔뜩 겁먹은 표정으로 슬금슬금 야행인의 뒤로 돌아갔다. 한데 바로 그 순간, 세 여인의 나신들이 섬전처럼 퉁겨졌다. 동시에, 파아....! 슈우우우웃--------! 그녀들의 옥수가 벼락처럼 야행인의 등을 향해짓쳐드는 것이 아닌가? 실로 짐작치 못한 느닷없는 기습! 또한 빛살같은 빠름이었다. 야행인의 몸뚱이에 구멍이 뚫린다는 것은 기정 사실이었다. 한데, 야행인은 빙글 돌아서며 냉소를 터뜨렸다. "흥, 건방진 것들!" 그와함께, 츠화아아앗! 야행인의 쌍수가 화려하게 번뜩이며 수많은 수영을 그려내었다. 찰나, "아악....!" "으아악....!" 세마디 뽀족한 비명성이 울려퍼지며, 툭, 툭, 툭..... 피범벅이 된 세 개의 살덩이가 바닥에 떨어졌다. 놀랍게도 그것은 세 개의 젖가슴이 아닌가? "으....." "으음.....!" 세 여인들은 자신들의 왼쪽 가슴을 부여안고 비틀거리고 있었다. 손가락 사이로 선혈이 콸콸 쏟아지고 있었다. 그녀들의 동공에 사무치고 있는 것은 살점이 저며진 고통보다도 경악과 불 신이었다. "우.... 우리들이 훨씬 빨랐는.... 데...." 분명 빨랐다. 하나, 그녀들의 왼쪽 유방이 어느새 야행인에 의해 잘라진 것이었다. 그때 야행인의 지극히 싸늘한 음성을 토해냈다. "다음부터 생각보다 빠르기 전에는 결코 살수를 펼치지 마라. 목숨은 남겨 둔다 사라져...!" ".....!" 세 여인, 그녀들은 독기어린 시선으로 야행인을 노려보다가 급히 문 밖으로 몸을 날 렸다. 그녀들은 절실히 느낀것이다. 자신들의 상대가 아니라는 것을... 이때, 짝짝짝...! 박수소리가 터졌다. 탁우비가 만면에 음소를 피워올리며 손뼉을 치고 있었다. "흐흐흐... 화모, 멋진 소수환영수 였소." 야행은은 그를 향해 홱 돌아섰다. 눈에 살광이 작렬하고 있었다. "언젠가는 네놈의 목도 잘라낼 것이다." "지금 그렇게 해 보시지." 일순 야행인의 눈빛이 흐려졌다. 그의 음성은 비감으로 젖어들었다. "지금은 그럴수 없다." 탁우비의 얼굴에 빙긋 조소가 떠올랐다. "흐흐... 왜, 본좌를 사랑하기 때문인가?" 순간, 야행인의 눈빛이 섬날하게 탁우비를 향해 날았다. 원독이 사무치는 눈빛! "내가 어처구니 없이 네놈의 음모에 말려들어 이 지경이 되었지만 반드시 내손으로 네놈을 갈기갈기 찢어 죽이고 말 것이다. 반드시....!" 야행인의 손이 부들부들 떨려 들고 있었다. 손! 서럽도록 새하얀 섬섬옥수였다. 일순, 탁우비의 얼굴에 얼음장처럼 차디찬 냉기가 서렸다. "화모... 네년에게는 그럴 기회가 영원히 없을 것이다." 야행인의 눈에는 서릿발 같은 한광이 줄기줄기 뿜어졌다. "착각하지마라. 탁우비...! 나는 언제까지나 네놈의 종이 아니다." 탁우비, 그의 입가에 음흉한 웃음이 서려들었다. "흐흐흐... 과연 그럴 수 있을까....?" ".....!" "화모, 네년은 본좌와 한달에 한 번씩 관계를 가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네년의 몸 속에있는 춘고가 격발되어 타 버리고 만다." 아아! --------춘고! 그것은 묘강의 요지에서만 나는 무서운 것이 아닌가? 일단 걸리면 무서운 욕정에 휘말리고 마는... 그리고, 한 달에 한 번씩 시술자와 관계를 가져야만 하는.... 한데 그 춘고에 야행인이 걸렸단 말인가? 이때, 야행인은 무섭게 이빨을 갈았다. "바로 네놈이 치사한 수법으로 풀어놓은 것이었지....?" 탁우비는 징그러운 웃음을 흘렸다. "흐흐흐... 천하에서 춘고를 억제시킬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는 사람은 나 탁우비 뿐이다. 한데... 네년이 본좌의 곁을 떠날 수 있단 말이냐?" 비웃음이 섞인 음성이었다. 야행인, 그의 눈에 뿌우연 물안개가 피어올랐다. 결국, 또르륵... 눈물이 되어 굴러 떨어졌다. "그 아이만 없었더라면 이 더러운 목숨 벌써 끊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날 내가 왜 산착을 하다가 약수를 마셨는지 운명이 원망스럽구나...!" 음성은 후회로 절절이 배어들고 있었다. 이때, 탁우비의 두 눈에서 사악한 빛깔이 깔렸다. "흐흐... 우리가 관계를 가진 지 한달 하고도 삼일... 용케도 버티었지만 더 이상은 참기가 곤란하겠지....." 그의 얄팍한 입술이 씰룩이며 여유롭게 음성이 이어졌다. "한데 말이다.... 본좌는 지금 매우 피곤하다. 오늘은 네년과 관계를 가지 고 싶은 마음이 없구나." 일순, 야행인은 전신을 세차게 떨었다. "이 더럼.... 고.... 치사한.... 놈...! 내 몸속의 춘고가 격발하기 직전이 라는 것을 잘 알면서 나를 희롱하다니...!" "호오...! 본좌와 관계를 갖는 것이 그렇게 소원이냐?" "아.... 악독한..... 놈.....!" 야행인의 눈빛은 극도로 수치와 모멸감으로 잘게 떨리고 있었다. 하나, 내면에서 번지고 있는 욕념의 불덩어리는 훨씬 뜨겁게 이글거리고 있었다. 탁우비는 여전히 벌거벗은 채였다. 그는 여유롭게 뒤집을 지며 야행이느이 전신을 쓰윽 훑었다. "좋아, 본좌가 약간 피로하지만 자비를 베풀어 네년과 관계를 가져겠다. 그 전에...." 문득, 그는 손을 쓱 내밀었다. "그것을 다오." 일순 야행인은 눈을 지그시 감았다. 파르르...! 눈까풀이 떨리는 것으로 보아 내심 번민에 휘싸이고 있는 듯했다. '외부로 유출되는 것이 절대 금기인 가문의 비급 다섯 권째가 놈에게 넘어 가는 것이다....' 눈까풀이 더욱 심하게 떨렸다. '하지만 나는 어떻게 해서라도 살아야한다...! 남편의 복수와 그 아이를 위해서라면....!' 야행인의 눈이 번쩍 떠졌다. 그는 눈빛을 비장하게 빛내며 품 속에서 한 권의 책자를 꺼냈다. 겉표지에 금박의 글자가 박혀 있었다. <어뢰탄제조술.> 일견 대단한 책자임을 느낄 수 있었다. 탁우비는 책자를 가볍게 낚아채 내용을 대충 살폈다. 이윽고 만족한 미소가 얼굴에 번졌다. "흐흐... 확실하군." 그때, 야행인은 전신을 묘하게 비트는 것이 아닌가? "아... 하아... 더 이상 참을.... 수 없.... 어..." 단내가 물씬 풍기는 비음이 토해지고 있었다. 그동안 극도의 인내로 억눌러 왔던 욕정이 이제는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지 경에 이른 것이었다. 탁우비는 야행인을 감상하듯이 바라보며 차갑게 말했다. "화모, 옷을 벗어라." 일순, 야행인은 어깨가 가늘게 떨렸다. 여인의 자존심! 하나 솟구치는 욕정의불길은 걷잡을 수 없는 것이었다. 야행인은 곧 단호한 동작으로 복면을 벗어 던졌다. 드러난 얼굴, 오오...! 너무도 고아하고 수려하며 깨끗한 절세미모의 여인이 아닌가? 나이는 대략 삼십대, 성스러울 정도로 고결한 미부였다. 눈빛, 성스럽기조차한 용모와는 달리 눈빛은 욕정으로 무섭게 이글거리고 있었다. 여인의 동작은 거침없이 이어졌다. 신발이 벗겨지고, 상의와 하의와 속옷이 흘러내렸다. 드러난 나신! 아아...! 실로 눈부시도록 아름다운 여체였다. 풍요함과 매끄러운 살결을 지닌 완벽한 나신... 더욱이전신에서 흐르는 우아한 기품은 더욱 그녀의 나신을 화려하게 느껴 지게 하고 있었다. 마치 여신의 여체처럼 느껴졌다. 한데, 여인은 지금 욕정에 전신을 떨고 있었으니... 여인의 나신을 응시하는 탁우비의 눈에도 서서히 색광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흐흐.. 언제 보아도 네년의 몸매는 천하일품이다." 그는 침상에 털썩 걸터 앉으며 음흉한 음성을 흘려내었다. 화모... 거기에서 이곳으로 기어와라. 그리고 본좌의 발을 핥아라." 명령조! 그것은 실로 치욕적인 요구였다. 하나, 여인은 무릎을 털썰 꿇었다. 이미 내부에서 욕정이 격발되어 여인은 제정신이 아니었다. 충혈된 동공, 한 마리 발정난 암캐였다. 그녀는 개처럼 엉금엉금 기어 탁우비를 향해 다가갔다. 그 광경은 실로 해괴하고 기묘했다. 욕정을 야릇하게 자극 시키는... "흐흐흐... 천하에서 가장 정숙한 여인으로 알려진 화모 우문화의 이 모습 을 세인들이 본다면 어떤 표정을 지을까....? 흐흐흐..." 그 순간, ".....!" 담천우, 그는 내심 놀라움의 충격을 받았다. '뭣이...! 저 여인이 바로 화모 우문화란 말인가...?' 그것은 차라리 경악이었다. 당금 중원의 하나의 가공할 절대가문이 있었다. 폭탄제조! 그것에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태양세가. 만들지 못하는 폭탄이 없었다. 물 속에서도 폭발할 수 있는 어뢰탄! 마음먹은데서 일정한 시간이 지난 후 터지게 하는 시한폭탄! 폭발의 위력은 없고 불이 일어나 백여장을 태우게 하는 소염폭탄! 등등.... 태양세가가 하려고 든다면 태산을 하룻밤에 없애버리고, 장강의 물결을 거꾸로 흐르게 할 수도 있었다. 하나, 그들의 폭탄제조술은 절대비밀이었다. 태양천장 모화성! 바로 태양세가의 가주였다. 강직한 성품의 소유자였다. 화모 우문화! 그녀가 바로 모화성의 부인인 것이었다. 천하를 통틀어 가장 우아하고 정숙하며 백설같이 깨끗한 성품을 지녔다는 성녀같은 여인.... 모든 남성들의 우상이었으며, 모든 여인들은 화모 우문화를 닮으려고 노력했다. 한데, 삼 년 전! 태양천장 모화성이 의문의 죽음을 당한 것이었다. 그것도 육신이 수십토막으로 잘려진 악랄한 수법으로... 당시 모화성의 일신무공이 초극의 경지에 이르고 있었다고 알려져 있었는데 ..... 세인들의 경악은 극에 달했다. 그 후, 태양세가는 가장 정숙한 여인 화모 우문화가 이끌고 있어 . 한데, 그녀가 지금 야교에서 얼굴 뜨거운 자세를 취하며 색녀가 되어 있었으니... 第 二十 章 이제 누가 그녀의 몸을 달래주나 ".....!" 담천우의 눈빛이 긴장되었다. '무언가 심상치 않구나...!' 그때, 실내에서는 화모 우문화가 탁우비의 발을 개처럼 핥고 있었다. 화모의 두 눈은 꺼질 줄 모르는 욕화로 시뻘겋게 충혈되어 있었다. 그녀는 이미 정숙한 여인이 아니었다. 색녀! 그녀는 탁우비의 발을 개처럼 핥았다. 탁우비의 팔이 뻗어나와 화모의 머리카락을 움켜잡았다. "흐흐흐... 잘해봐라. 네년의 성의에 따라 만족이 달라질 것이다." 화모, 그녀의 혀가 탁우비의 발 등을 타고 거슬러 올라갔다. 아아! 이 광경.... 그녀를 우상처럼 숭배하고 있는 사내들이 보았다면 눈알이 툭 튀어나올 일 이 아니겠는가? 화모의 혀는 거침없이 올라갔다. 종아리.... 무릎... 허벅지.... 어느순간, 탁우비의 전신이 부르르 경직되었다. 화모의 혀가 그의 어느부분을 건드린 것이었다. 순간, "허억....! 나도 더 이상 못 참겠다...." 탁우비는 화모를 부둥켜안더니 빙글 침상 위로 허물어졌다. 그리고 화끈 한열풍이 휘몰아쳤다. 화모의 자세는 차라리 필사적이었다. 세 여인을 상대로 단연 우세한 몸싸움을 벌이던 탁우비, 그도 화모에게는 밀리고 있었다. 그때, 담천우는 아예 눈을 감고 말았다. 나중에는 귀까지 틀어막아 버렸다. 뜨거운 정사! 이미 끝나 싸늘하게 열기는 식어 있었다. 그리고, 화모! 그녀는 어느새 처음의 흑의복면을 하고 침상을 무섭게 쏘아보고 있었다. 그녀의 눈에 무섭게 이글거리던 욕화는 씻은듯 사라지고 없었다. 대신, 지독한 살광이 폭사되고 있었다. "....!" 탁우비는 침상에 비스듬이 누워 게슴츠레한 시선으로 화모를 바라보고 있었 다. "흐흐... 화모, 정말 멋진 밤이었다. 한 달 후에 다시 보자." "바드득..." 흑면 속에서 화모의 이빨이 무섭게 갈아졌다. "맹세한다....! 훗날 야교 네놈들에게 천 배를 더하여 갚을 것이다." 저주서린 음성이었다. 일순, 스스스...! 화모의 신형이 문밖으로 연기처럼 사라져 갔다. 탁우비의 사악한 음성이 그 뒤를 재빨리 따랐다. "잊지마라! 다음에 올 때에는 굉천벽화탄제조술의 책자를 가져와야 한다." 하나 대답은 없었다. 탁우비, "흐흐..." 그는 음사한 웃음과 함께 침상에서 쓰윽 일어났다. 그의 손에느 조금 전 화모가 건네준 책자가 들려 있었다. 그는 책자를 응시하며 탐욕스런 소성을 흘려냈다. "흐흐흐... 황금 천만 냥 짜리다...." 한데 바로 그 순간, 느닷없이 정면에서 음성이 터져 나오는 것이 아닌가? "금전을 위해서 중원조차 팔아먹을 놈이군." 이에, "헛!" 탁우비는 기겁을 하며 고개를 들었다. 아! 언제 그곳에 나타났는가? 한명의 눈부시도록 아름다운 백의서생이 자신을 도도하게 응시하고 있지 않 은가? 담천우! 바로 그였다. 탁우비는 지금의 상황을 도저히 믿을수가 없었다. '내 이목을 속이고 이토록 가까이 접근을 하다니...! 더욱이 상대는 책벌래 같은 약관의 소년...!' 그는 무서운 고수였다. 그의 허락없이 십 장 이내로 접근한다는 것은 하늘이 두 쪽 나도 불가능한 것이었다. 한데, 그 불가능이 가능으로 나타났으니.... 그의 눈에 살기가 무섭게 피어올랐다. "네놈은 누구냐?" 담천우는 씨익 웃었다. "후후.... 네놈에게 할 말이 많고 따질 것이 많은 사람이지." 탁우비, 그는 긴장되는 것을 느꼈다. '평범치 넴은 놈이다....!' 그의 얼굴에 기이한 웃음이 번졌다. "흐흐... 대단한 놈, 겁도 없구나...! 야교의 심장부에 침입하다니...." 그러면서 손에 든 책자를 한쪽 구석으로 휙 집어던졌다. 담천우의 시선이 무심결에 책자로 향했다. 순간, "잘가라, 애송이놈------!" 파아아앗--------! 표현 못할 엄청무비한 장경이 벼락같이 담천우를 후려쳐 갔다. 일장, 이미 노리고 있었고 살의가 극에 달한 탁우비의 일장은 태산을 박살 낼 듯 이 위력적인 것이었다. 꽈----------- 꽝----------! 천지박살의 격타음이 담천우의 몸에서 터졌다. "크....... 으으윽--------!" 이빨 저린 숨찬 비명이 울려퍼졌다. 한데, 정작 산산가루가 되어야 할 담천우는 끄떡이 없는데, 도리어 공격한 탁우비가 두 손을 축 늘어뜨린 채 비틀거리고 있지 않은가? 장경이 담천우의 몸을 격다하는 순간 마치 거대한 철벽을 두드린 듯한 충격 이 전해진 것이었다. 탁우비, 그의 눈은 극도의 경악으로 부릅떠져 있었다. '미... 믿을 수 없.... 다....!' 자신은 사력을 다했고, 상대는 정통으로 격중당했다. 한데, 으스러진 것은 자신의 손이었다. '으... 알고보니 놈은 최절정의 호신강기를 사용하는 놈이었구나....억울하 지만 놈은 나보다 한 수 위다....!' 그의 뇌리가 영악하게 회전했다. '시간을 끌자....! 그동안 수하들이 달려올 것이다....!' 그때, 담천우는 피식 실소를 흘렸다. "아참! 깜빡 잊은 것이 있군. 곤히 자는 네놈 졸개들의 수면을 방해하고 싶 지 않아 소음이 밖으로 새어나가지 않도록 주위에 보호강막을 펼쳐 두었 음을 알려주겠다." 그러면서 그는 화병에 꽂혀있는 꽃 한송이를 집어 들었다. "으...." 탁우비의 안색이 무참하게 일그러졌다. '귀.... 신 같은 놈....!' 하나, 그의 눈에 기광이 번뜩 스쳤다. '흐흐... 하나 네놈은 죽는다.' 그는 주춤주춤 물러섰다. 환전히 겁먹은 표정이었다. 그가 침대의 한쪽 모서리에 이르렀을 즈음, 돌연 그는 광소를 터뜨렸다. "으하하하핫! 죽어랏-------!" 탁우비는 침대의 어느 한 부분을 번개처럼 눌렀다. 순간, 파--------- 앗---------! 침대가 벌떡 일어서면서 무수한 암기가 우박처럼 쏟아져 나가는 것이 아닌가? 피이이이이잉-----------! 쐐---------- 애----------- 애----------- 액---------! 츠파파파팟! 오오... 파천비! 호신강기만을 전문적으로 분쇄하는 수천개의 파천비가 아닌가? 피할 수 있는 공간이란 전혀 없었다. 한데, 담천우는 조소했다. "후후... 하여튼 여러가지 하는 놈이군. 네놈은 말로 사람을 죽이느냐?" 찰나간, 그의 손에 들려진 꽃송이가 쓰윽 밀려나갔다. "여의섬--------!" 버------------번----------쩍----------! 눈을 멀게 하는 화영이 송이송이 피어올라 실내를 화려하게 메워버렸다. 천황만상검류의 제 일식이 펼쳐진 것이다. 까---------까------------까---------까------- 깡깡깡-------! 탱탱탱탱! 고막을 뒤집어 놓는 파공음이 어지럽게 울려퍼졌다. 이어, 후두두둑-------- 툭툭툭.... 바닥을 두드리는 소음! 순간, "........!" 탁우비는 눈알이 투욱 튀어나오고 있었다. 파천비는 모조리 바닥에 떨어져 있는데 담천우는 꽃잎 하나 트흐리지 않은 꽃송이를 빙글빙글 돌리고 있지 않은가? '저.... 놈....! 사람..... 도 아니.... 다.....!' 더구나, 한 개의 파천비가 자신의 사혈에 틀어박혀 자신은 지금 뻣뻣하게 굳은 상태 였으니.... '으....' 공포의 전율이 소름처럼 쫘악 전신에 돋고 있었다. 도무지 눈앞의 현실이 믿어지지가 않았다. 이때, 담천우는 꽃향기를 맡으면서 잠시 생각에 잠겨 있었다. "십지무황... 할아버지가 너무 자랑스럽다. 진정... 당신이 남겨주신 검식 은 천하무적입니다....' 십지무황 단후천세를 생각하고 있었다. 그때, 어디선가 천무종의 돌같이 무심한 전음이 들려왔다. "주인.... 최고다! 정말 내 주인답다." 담천우는 퍼뜩 정신을 처렸다. '아참....! 조금 전에 천무종이 침대 밑에 숨어있다고 했는데...?' 하나, 제쳐진 침대 밑은 텅 비어 있지 않은가? 담천우는 입술을 벙끗했다. "천무종, 저의 위치는 지금 어디냐?" 천무종의 전음이 이어졌다. "천정 속... 한데 쥐새끼 다섯 마리를 잡아 두었다." '쥐새끼....?' 담천우는 내심 피식 웃었다. '후후... 천정에 숨어있는 탁우비의 졸개들이로군.' 이어, 담천우는 탁우비를 향해 천천히 다가가 . 탁우비는 혈도를 제압당한 채 공포로 새하얗게 얼어붙고 있었다. '머..... 멍청한 자식들...! 빨리 도와주지 않고 뭘하는 거.... 야....!' 아마도 천무종에게 잡한 천정의 다섯 쥐새끼들을 말함이리라. 이때, 담천우는 바로 앞에서 걸음을 멈추며 그의 눈을 가만히 응시하고 있었다. "....." 한점 티없이 맑고 깨끗한 눈, 하나 탁우비의 심장은 싸늘하게 식고 있었다. '으...' 일순 담천우는씨익 웃었다. "두려워 말아라. 탁우비... 나는 너에게 몇가지를 물을 것이고 너는 착실하 게 대답만 하면 된다." 그때, 천무종의 전음이 들려왔다. "주인... 무식한 놈은 무식하게 다루어야 한다. 뭣하면 나에게 맡겨라." 담천우는 입맛이 썼다. '크웃... 사실 무식한 것은 천무종 네놈이다.' 천무종이 탁우비의 입을 열게 하는 방법이란 뻔한 것이었다. 가랑이를 찢는다든가, 혀와 팔을 잡아뽑고, 아니면 목아지를 비트는 그런 무지막지한 방법을 사용 할것이 분명했다. 담천우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천무종, 이 일은 내가 해결한다." "그러면 멋지게 한마디 하면서 천정을 가리켜라, 그 다음 일은 내가 처리해 주겠다." 담천우는 천무종의 말뜻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았다. '그건 좋지...' 문득, 그는 우수를 천정을 향해 쭉 벋었다. "탁우비, 이런 쥐새끼들은 믿지 마라." 순간, 꽝--------! 천정이 박살나면서, "케애애액--------!" "크아악!" 심장 짓이겨지는 비명이 울려퍼지며 피떡이 된 다섯 구의 시신이 바닥으로 굴러 떨어졌다. 우당탕....! 툭... 툭! 일순 탁우비의 안색이 하얗게 질렸다. '저... 저런 병신 같은 놈들....!' 그들은 바로 은밀히 믿고 있었던 자신의 경호무사들이 아닌가? 아울러, 그는 담천우의 가공할 무공에 기가 질려 버렸다. 그는 아직 천무종의 존재를 까맣게 모르고 있었던 것이었다. 이때, 담천우의 음성이 조용히 그의 고막을 파고 들었다. "탁우비, 저 폭탄제조술의 책자는 누구에게 팔기로 된 것이냐?" 탁우비의 동공에 두려움이 가득 피어 올랐다. "모... 모른다...." "....." 담천우는 아무 말이 없었다. "모... 모른다...." 탁우비는 그가 말이 없자 더욱 질려 가는 표정을 지으며 재차 말했다. 하나, "....." 담천우는 여전히 말이없었다. 대신, 퍽-------! 탁우비의 면상에 담천우의 주먹이 작렬했다. "크윽.....!" 대번데 탁우비의 코뼈가 으스러지며 선혈이 펑펑쏟아졌다. 담천우, 그는 십지무황의 일신내력과 불사금정단의 개세기연을 얻었으므로 지금 그 의 일신 내공은 가히 추측불허할 정도였다. 그런 그의 주먹의 위력이 어찌 하겠는가? 담천우의 주먹이 연달아 탁우비의 면상을 향해 날았다. 퍽! 팍! 팍! 팍! 그것도 한곳에 집중적으로... "크아아아악!" 처음 맞았을 때의 충격은 별로지만, 계속 한 곳에 연속적으로 집중되어 가격을 당할 때는 고통이 배가 되는 법 이다. 퍽! 퍽 ! 퍽 ! 퍽! "으--------- 아아악!" 참혹무비한 비명이 선혈과 함께 탁우비의 입에서 토해졌다. 상상해 보라! 살이 으깨지는 음향을 자신의 귀로 들으며 하얗게 드러나는 코뼈가 눈앞에 보이고, 더구나, 상대는 말이없으니... 결국, "말... 말하겠.... 다.....!" 탁우비는 굴복하고 말았다. 한데도, 퍽! 퍽! 퍽! 담천우는 여전히 그의 면상을 두들기고 있었다. "말하고 싶으며 해라. 준비운동은 필요 없잖아..." 탁우비의 고통과 공포는 극에 달했다. "크으으윽....! 북해... 빙... 궁에서... 시킨 것..... 이다...." 순간, "....!" 담천우는 경악했다. 너무도 엄청난 충격으로 인해 잠시 멍해졌다. '북.... 해빙궁.....!' 아아...! 북해빙궁! 그것은 바로 공포와 전율의 천회사세 중 한 세력이 아닌가? 청왕신부! 만황독궁! 백마탑! 북해빙궁! 바로 이들 천외사세 중 한 세력... 한데, 그 공포의 이름이 돌연 탁우비의 입에서 터지다니.... 실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담천우는 내심 아연함을 금치 못했다. '천외사세...! 벌써 행동을 개시하였단 말인가? 십지무황 할아버지의 추측 대로... 그들이...!' 담천우, 그는 탁우비를 무섭게 쏘아보았다. 이제 상황이 달라진 것이다. "중원을 팔아먹으려는 더러운 놈!" 퍽--------! 담천우의 주먹이 탁우비의 면상을 무지막지하게 강타했다. "크....으으윽!" "네놈은 그들과 언제부터 거래를 하였느냐?" "삼.... 삼 년.... 전....." '삼 년.....!' 담천우의 눈빛은 극도로 긴장되었다. '놈들이 태양세가의 폭약제조술을 수집하는 것은 분명 중원을 침공할때 사용하려는 수작....!' 그의 뇌리가 무섭게 회전했다. '북해빙궁의 행동을 개시했다면 필시... 다른 세력들도 움직이기 시작했을 터.... 일이 급하게 되었구나...!' 그렇다. 사건이 급하게 된 것이다. 그때였다. "끄.... 으으... 으윽....!" 돌연 탁우비가 목구멍에서 가래끓는 듯한 괴이한 음향이 울려 나오는 것이 아닌가? 그것은 바로 죽음의 징조였다. 엄청난 고통과 공포로 인해 그의 혼이 육신을 빠져나가고 있었다. ".....!" 담천우는 흠칫했다. 정작 자신이 알고 싶던 말을 아직 물어보지 못했던 것이다. 그는 탁우비의 목을 움켜잡아 자신의 코 앞으로 바싹 끌어당겼다. "야교... 네놈들은 천하에서 모르는 것이 없다. 북경의 장미장원을 누가 폐허로 만들었느냐?" 문득, 탁우비의 눈에 실낱같은 광채가 스쳤다. 그리고 그이 입술이 희미하게 달싹거렸다. "북.... 해..... 빙.... 궁.... 큭!" 그는 고개를 마침내 꺾고 말았다. 죽은 것이었다. 순간, 담천우의 손에 힘이 쭉 빠졌다. "북해빙궁... 놈들이....!" 스르르륵------! 쿠쿵....! 탁우비의 시신은 썩은 짚단처럼 허물어졌다. 담천우는 망연히 서있었다. "일이 묘하게 꼬이는구나..." 꼬이는 정도가 아니었다. 무섭게 뒤엉키고 있었다. 문득, 담천우의 두 눈에 기광이 섬뢰처럼 터졌다. "서둘러야 한다....." 그는 바닥에 떨어진 어뢰탄제조술의 책자를 집어든 다음 꽃송이를 석벽을 향해 겨누어 . 찰나, 꽃송이가 번쩍 허공을 갈랐다. 츠와아아아아아앗-------! 오오! 이게 어찌된 일인가? 실내가 갑자기 화영에 휩싸이며 어두워지다니.... 다만, 어둠 속에 느릿하게 움직이는 한 송이 꽃! 묵혈화-------- 천하가 어둠에 잠긴다! 바로 천황만상검류의 제 이식이었다. 이윽고, 어둠이 걷히자, 아아... 보라! 단단한 석벽에 한 치 깊이의 글귀가 새겨져 있지 않은가? <북해빙궁! 주우언의 혼이 너희들을 지켜보고 있음을 기억하라!> 담천우가 천황만상검류로 석벽에 글을 남겨놓은 것이다. 오오! 그토록 연약한 꽃송이로.... 일순, 파아앗-------! 담천우는 꽃송이를 석벽에 집어던졌다. 콱---------! 놀랍게도 꽃송이는 글귀 바로 옆에 깊숙히 틀어박혔다. 그것을 보며 담천우의 눈빛은 침중히 굳었다. "북해빙궁... 이것을 본다면 당분간 행동을 함부로 하지 못할것이다." 뇌까림과 함께, 그는 황급히 밖으로 사라졌다. 한데 그가 사라짐과 동시에, 스스슥! 한쪽 벽이 물 흐르듯이 녹아내리며 지극히 음사한 모습의 회색인간이 나타 나는 것이 아닌가? 그는 살기가 번뜩이는 시선으로 벽에 새겨진 글귀를 노려보았다. "엉뚱한 놈이 끼어들어 일을 망쳐놓는구나... 하나, 소름끼치도록 무서운 놈이었다." 회식인간, 그의 전신에 어떤 전율이 일었다. 하나, 그의 주위에는 섬뜩하리만치 싸늘한 냉기가 일고 있었다. "일단 이 사실을 북해빙궁에 알려야겠다." 한데, 퍼.... 억...! 갑자기 수박 터지는 듯한 음향이 고막을 강타하는 것이 아닌가? 그것은 그가 세상에서 최후로 들은 소음이었다. 회색인간! 그의 두개골이 빠개져 하얀 뇌수가 사방으로 튀고 있었으니.... 쿠웅....! 그의 육신이 허물어지자, 등 뒤에 한 인물이 보였다. 감정이라곤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절세의 미사내, 천무종! 그였다. "하여튼... 이 바닥의 놈들은 꼬리가 너무 길다니까...." 그리고, 스스...! 그의 모습은 연기처럼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실내엔 오직 죽음의 피냄새가 흐르고 있을 뿐이었다. .... 어둠속에 웅크리고 있는 야교, 그것을 지켜보는 두 인물이 있었다. ".....!" ".....!" 담천우와 천무종, 그들이었다. 문득 담천우는 나직한 음성으로 말했다. "천무종.... 지금 저 속에 있는 야교의 놈들을 모조리 없애라. 당분간 활동 을 못하도록... 그리고 나를 찾아와라." "주인, 어디로 찾아가면 되냐?" "나는 북경만서루에 있겠다." 아! 북경만서루-------! 북경사비 중 하나이며 엄청난 신비를 지니고 있는 곳! 담천우는 드디어 그곳을 접수하기로 한 것이다. "알았다, 주인." 스스스... 천무종은 순식간에 그곳에서 사라졌다. 담천우도 몸을돌려 어둠속으로 터벅터벅 걷기 시작했다. 북경마서루를 향해... 하나, 한 가지만 덧붙여두자. 담천우! 그가 야제 탁우비를 죽였으니이제부터 누가 화모 우문화의 욕정을 억제시 킨단 말인가? 당연히 담천우의 책임일진대.... 第 二十一 章 神皇, 그는 누구인가? 대륙검존 여송--------! 그는 중원제일검이다. 검으로 그를 당할 자가 없다는.... 천광십팔검해. 그의 독문검법으로, 찰나간에 삼백육십 방위를 폭풍처럼 찢어내는 가공무쌍의 검법이었다. 고독한 검자! 그는 한 자루 검만을 친구로 철저하게 혼자였다. >< >< >< >< 대륙검존 여송, 그는 지그시 눈을 감은 채 단아하게 무릎을 굻고 앉아 있었다. "......" 황촉불빛에 드러난 그의 용모, 밤송이 같은 수염에 굴강할 기운이 엿보였고, 마치 칼날과 같이 반듯한 이목구비에는 바늘끝만한 빈틈도 엿보이지 않는 육십세 가량의 노인이었다. 한데, 그의 앞.... 천풍검. 거의 애검이 검빕을 반뼘가량 벗어난 채 놓여있지 않은가? 단언컨데 이런일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상대가 뽑기 전에는 결코 먼저 검을 뽑는 법이 없는 자존심이 강한 그였다. 더구나, 팽팽하게 부풀어 오른 그의 흑포! 그는 지금 극도로 긴장하고 있었다. 왜...? 중원제일검이라 불리우는 그가 이토록 긴장하고 있단 말인가? 대륙검존, 그는 삼 일 전 한통의 서찰을 받았다. 서찰의 내용은 실로 황당무계하고 광오한 것이었다. <대륙검존 여송, 그대를 본인의 수하가 될 수 있는 영광을 주겠노라. 거역하면 죽을 뿐이다. 그 증거로 본인은 그대를 죽일 수 있음을 삼 일 안으로 세번 모여 주겠다. 신황------!> 신황! 그는 누구인가? 알 수 없었다. 아니, 아예 금시초문이었다. 하여 대륙검존은 서찰을 그다지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다. 강호에는 온갖 기상천외한 괴인들이 많으므로 과묵한 그에게 장난을 치는 것이리라 여겼다. 한데, 이틀전, 그가 아침에 눈을 떴을 때, 놀랍게도 그의 머리맡에 한 자으이 서찰이 단검에 꽂혀 있지 않은가? <첫번째 죽음.> 대륙검존은 심장이 뻥 터지도록 기겁했다. 상대가 마음만 먹었다면 자신의 이마에 구멍이 뚫렸을 것이 아닌가! 대륙검존은 검의 달인이었다. 그의 감각은 취침 중에도 십 장 밖에 낙엽 떨어지는 소리를 감지할 정도로 지극히 발달 되어 이썽 다. 그런데, 머리맡에 검이라니....!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 일이었다. 그는 바싹 긴장했다. '서찰.... 장난이 아니었구나...! 상대가 엄청난 초강고수다....!' 대륙검존은 한시도 천풍검을 몸에서 떼지 않았다. 한데, 동천가공할 일은 또 멀어졌다. 어제... 대륙검존은 수많은 인파가 득실거리고 번잡한 대로를 가로지르고 있었다. 어깨가 기우뚱 찌그러진 꾀죄죄한 노인이 스치고, 문득, 그는 가슴이 허전했다. 섬뜩하여 고개를 숙이는데, 오오! 이런 믿을 수 없는 일이...! 앞섶이 한 치가량 베어져 있고 서찰 한 장이 끼워져 있지 않은가! <두번째 죽음!> 수많은 인파가 득실대는 대로상에서 번개같이 검을 휘두르고 서찰을 끼워둔 귀신 같은 솜씨! 하나, 대륙검존은 패배를 인정하지 않았다. '상대는 치사하게 암수를 사용했다. 정면에서 겨룬다면 내가 이긴다....!' 오늘 밤, 대륙검존은 신황을 기다리고 있었다. 눈을 지그시 감은 그의 전신 촉각은 송곳처럼 곤두서 있었다. '놈은 반드시 온다. 오늘 밤이 마지막 삼일째....!' 창문이 열려 있었다. 그만큼 대륙검존은 자신이 있었다. '만일 내가 진다면 자진해서 놈의 수하가 되겠다. 하나... 후후, 그것은 만 분의 일의 확률도 없는 것이다.' 숨막힐 듯한 정적, 화르르륵! 타오르는 촛불 속에 미동조차 하지 않는 대륙검존, 시간이 흘렀다. 문득, 대륙검존의 검미가 꿈틀했다. '왔다....!' 물결이 퍼져나가는 듯한 미세한 음향이 청각에 감지된 것이었다. 쓰윽! 왼손이 소리없이 뻗어 천풍검의 검집을 잡아갔다. '후후... 일단 기다리고 있는 상대라면 네놈은 본인의 상대가 아니다...!' 그때였다. 돌연 한 줄기 무심한 음성이 들어오는 것이 아닌가! "여송.... 기회는 단 한 번! 너의 최고 절기를 사용해라." 그야말로 대륙검존의 자존심을 깔아뭉개는 모욕적인 말이었다. 대륙검존은 이빨을 빠드득 갈았다. "업도 없는놈....!' 검집을 잡는 그의 왼손이 극도의 분노로 부르르떨렸다. 그가 이토록 엄청난 살기를 품은 것은 근래에 처음이었다. 그는 눈을 번쩍 떳다. 동공이 새파랗게 타오르며 섬날한 눈빛을 쏟아냈다. 솟구치는 살심! 애초에 그는 실추된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상대를 제압만 하려고 했다. 하나, 지금은 죽이기로 마음을 고쳐먹었다. 그는 촛불을 향해 입김을 훅 불었다. 팟! 촛불이 꺼졌다. 동시에 손끝도 보이지 않는 칠흑 같은 어둠이 실내를 뒤덮었다. '네놈은 반드시 죽는다!' 대륙검존, 그는 지금 아직까지 단 한 번도 시전해 보지 않았던 천광십팔검해의 마지막 초식을펼치려는 것이었다. 단천암흑검류! 오직 감각으로 전개하는 쾌검식, 일단 펼쳐지면 아무리 빛과같은 신법을 지닌 자라도 피할 수 없는 가공무쌍 한 쾌검식 이었다. 대륙검존은 자신감으로 충만해 있었다. '삼장 안으로 접근하는 순간 모든것은 끝난다....!' 그때였다. 스-------읏---------! 미세한 파공음이 창문으로부터 흘러들어오는 것이 아닌가! "......!" 대륙검존의 입가에 비릿한 조소가 번졌다. '후후... 어리석은 놈....!' 찰나, "단천암흑검류---------!" 날카로운 기합성과 함께, 스------- 파------- 아--------- 앗-------! 한 줄기 섬뜩한 검은 빛줄기가 허공을 뇌전처럼 갈라냈다. 빛을 능가하는 속도! 그 짧은 순간에 대륙검존의 천풍검은 가공스럽게도 삼백 육십 번을 쳐내고 있었으니.... 공기도 빠져나갈 수 없는 엄청무비한 검막이 형성되고 있었다. 순간, 사아아악----! 허공 중에서 무언가가 베어지는 파공음이 터졌다. 대륙검존은 내심 득의의 냉소를 머금으며 지면으로 사뿐이 내려섰다. 그는 어느새 허공에 둥실 떠 있었던 것이다. '후후... 단천암흑겸류는 패배를 인정치 않는 검법이다....!' 한데, 지면으로 내려서던 대륙검존은 돌연 이마가 싸늘함을 느꼈다. "........!" 동시에 입 안으로 끈적한 액체가 흘러 들어왔다. 대륙검존은 황급히 불을 켰다. 그리고 자신의 이마를 만지던 대륙검존은 기절초풍했다. "허억-------" 오오...! 어느새 그의 이마에 가느다란 혈선이 그어져 핏물이 배어나고 있는 것이 아 닌가! 바닥에 떨어져 있는 것은 두쪽난 서찰, <세번째 죽음!> 대륙검존이 당한 것이다. 이것은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대륙검존의 단천암흑검류는 완벽했고, 또한 먼저 공세를 발출했다. 한데 당한것은 자신이었다. 더구나, 소리 기척도 없는 검에 의해... 찰라, "푸하하하하....!" 대륙검존은 미친 듯이 대소했다. 이어 그는 검을 바닥에 꽉 쑤셔박으며 무릎을 털썩 꿇었다. "크으으윽... 졌다." 져도 완벽하게 진 것이었다. 그때, 창문 밖에서 음성이 재차 들려왔다. "하하하핫! 여송... 이제부터 너는 철풍백팔살객이라 부르겠다. 다음지시를 기다... 려.... 라...." 음성은 희미하게 끊어졌다. "......." 대륙검존, 그는 망연히 창문밖을 응시했다. 그의 전신은 허무로 휩싸여 있었다. 중원제일검이라 자부하던 그가 변명의 여지도 없이 완벽하게 패배한 것이었 다. 그것도 검으로... "나를 검으로 무릎꿇게 할 자는 당금 무림에 없다! 단언컨데 저자는 이미 천년전에 사라졌던 천외사세의 인물일 것이다." 아아! 천외사세------! 대륙검존의 입에서 가공할 말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과연.... 그 인물은 천외사세 인물이란 말인가? 아직은 모를 일이었다. 하여튼, 이날 대륙검존은 철풍백팔살객이라는 또 다른 명칭을 은밀하게 받았다. 신비의 신황으로 부터..... >< >< >< >< >< "찢어 줄일 놈....!" 한 인물, 민대머리에 세 가닥 염소수염을 기른 청삼노인, 대략 육십대 초즘 되었을까? 그의 손에는 한 통의 서찰이 와락 움켜져 있었다. 문득, 청삼노인은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또다시 서찰을 펼쳤다. 극심한 분노에 전신을 부들부들 떨며... <섬광투존 천무승, 그대를 수하로 거두겠다. 거역하면 죽는다. 삼일동안 그대에게 세번의 기회를 주겠다. 숨어라. 신황-----------!> "으윽!" 엄청난 분노로 청삼노인의 얼굴은 시뻘겋게 달아올랐고, 부스스스.... 그의 손에서 서찰이 가루가 되어 흩어졌다. "감히 나 섬광투존을 희롱하다니...! 용서할 수 없다....!" 아아! 섬광투존 천무승------! 그가 바로 중원에서 가장 바르다는 경공의 귀신 섬광투존이었다니.... 그는, 천하제일의 신투였다. 그가 마음만 먹는다면 염라대왕의 속옷이라도 훔칠 수 있을 정도라고 했다. 당금 무림에서 그의 독문절기, 섬광비행술! 그 경공을 필적할만한 신법은 없었다. 때문에 그를 죽일 수 있는 무공은 천하에 없었다. 상대가 워낙 빠른데야 어찌해볼 도리가 없지 않겠는가? 한데, 그런 그에게 도발적인 서찰이 날아 들었으니.... "어떤 놈의 부은 간덩이인지 꺼내 버리겠다." 섬광투존은 이빨을 빠드득 갈아 붙였다. 섬광투존, 그에겐 그만한 능력이 있었기에... 그날부터 섬광투존은 자신의 행적을 더욱 은밀하고 복잡하게 했다. 한번 지나간 길은 두 번 다시 지나지 않았다. 파아.... 섬광보다 더 빠르게 한 채의 지붕위를 쏘아가는 한 줄기 청영, "흐흐흐... 미친놈, 나를 세 번 찾아내겠다고... 나의 머리카락조차 찾지 못할 것이다. 삼일이 지난 후 내가 네놈을 찾아내겠다. 그리고... 그만한 대가를 지불해 줄 것이다." 섬광투존! 바로 그였다. 시간이 대낮임에도 불구하고 그의 신법이 얼마나 빠른지 형체조차 잡아낼수 없었다. 슈아아아.... 섬광투존의 신형이 빨리듯 맞은편 담장 위로 떨어져 내렸다. 그러다가 문득, ".......!" 그의 신형이 흠칫 멈추었다. 담장 위 나뭇가지에 걸려 있는 하나의 천조각, 섬광투존의 시선이 그곳에 머무는 순간, "헉......!" 그의 허파에서 헛바람이 팍 터져나왔다. <첫번째 발각!> "이.... 놈....!" 섬광투존의 얼굴 근육이 무참하게 일그러지면서 전신이 급살맞은 듯 부르르 떨렸다. 들킨 것이다. 세 번을 찾아내겠다던 신비의 신황에게...! 섬광투존의 이빨 사이로 이갈리는 신음성이 새어나왔다. "여... 영리한 놈....! 내가 지나가려던 길목을 눈치채다니...!" 그는 주먹을 꽉 움켜쥐며 부르르 떨었다. "하나... 이것은 네놈을 너무 쉽게 생각한 나의 실수다! 두뇌로는 네놈이 뛰어날지는 몰라도 능력으로는 나의 적수가 아니다." 찰라, 팟! 섬광투존의 신형은 그곳에서 연기처럼 꺼지듯 사라졌다. 섬광투존, 그는 소맷속에 한 자루 단검을 숨겼다. 평소 무기를 사용하지 않는 그로서는 매우 특이한 일이었다. 그만큼 그의 자존심이 상했던 것이었다. 또한, 짧은 거리를 움직일 때도 그의 최대절기인 섬광비행술을 시전했다. 평야, 백 장 이내로 보이는 것이라곤 발목에도 채이지 않는 풀포기, 중심에는 이미 바싹 메말라 죽은 한 구루의 고목 만이 황량하게 우뚝 서 있 을 뿐이었다. 주위에는 개미 기어가는 소리라도 들릴 정도로 철저하게 적막했다. 섬광투존, 그는 지금 호흡을 끊고 고목 속에 숨어 천리지청술을 펼치고 있었다. 섬광투존은 상대를 기다리기로 작정한 것이다. 일단 그가 천리지청술을 펼친다면 백 장이내의 접근은 불가능하다. 더구나 장소는 적막한 평야, 누구라도 십 장 이내에 접근하는 순간 그의 소맷속의 단검이 섬광비행술과 함께 폭사될 것이고, 상대의 목은 날아갈 것은 기정사실이었다. '두번의 실수는 없을 것이다.' 그때였다. 두두두두두--------! 지축을 뒤흔드는 굉음이 섬광투존의 고막을 무자비하게 후벼팠다. '말발굽소리...!위치는 백장 밖이다!' 섬광투존의 전신이 바싹 긴장되었다. 하나, 두두두두두두..... 마차는 희미한 소음을 일으키며 지나갔다. 아무 일도 없었다. 섬광투존은 내심나직하게 중얼거렸다. '흐음.... 그냥 지나가는 마차였군....' 한데, 바로 그대였다. 쩌------- 어------- 억-----! 돌연 고목이 반쪽으로 갈라지는 것이 아닌가? 순식간에 모습이 드러난 섬광투존, "허엇! 이게 어찌된.....!" 섬광투존의 눈이 부릅떠질 때, 팔랑팔랑.... 허공에서 종이 한 장이 떨어져 내렸다. <두번째 발각!> "으으윽....! 믿을 수 없다.....!" 섬광투존은 털썩 무릎을 꿇었다. 상대는 무척 영악한 놈이었다. 마차가 소음으로 섬광투조으이 이목을 흐트러뜨린 다음 소리기척 없이 다가 와 순식간에 고목을 벤 것이었다. 섬광투존의 두 눈은 불신으로 흔들리고 있었다. "아... 아무리 내 이목이 분산되어 있었다 하지만 고목에 칼질을 할 정도라 니.....!" 그는 등골이 써늘했다. 비로소 상대가 무서운 인물임을 실감한 것이었다. 문득, 섬광투존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두 눈에서 무서운 눈빛이 폭사되고 있었다. "이번 일에 나는 목숨을 건다! 실패하면 진정으로 그 자의 수하가 되리라...!" 나머지 한 번 남은 숨박꼭질에 섬광투존은 자신의 목숨을 걸었다. 하나, 소용없는 일이었다. 그는 신황에게 발각되고 만 것이다. 위치는 이백 장 밑 물 속! 섬광투존은 눈물을 흘렸다. 경공제일인자라고 자부하던 그의 긍지가 무참하게 구겨졌으니... "크흐흑....! 졌다. 이제부터 나의 목숨은 신황 그 자의 것이다." 그리고, 섬광투존에게 철풍백구살객이라는 명칭이 붙여졌다. 철풍백구살객....! 이후, 중원무림에서 그런 일들이 은밀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그 수요가 얼마인지? 신황의 정체가 무엇인지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단 한가지! 심상치 넴은 일이 벌어지고 있음이 분명했다. 과연..... 第 二十二 章 무식한 놈들의 만남 노을, 붉은 빛줄기가 그림처럼 천지를 채색하고 있었다. 이곳은 북경! 그것도 번화한 중심지였다. 한데, 그곳의 수많은 물 중에서도 유독 광대하며 거대한 하나의 전각이 눈에 띄었 다. 그 입구에는 오랜 풍상에 빛바랜 현판이 걸려 있었다. 북경만서루. 바로 중원제일의 서점이며, 북경사비 중 하나인 북경만서루였다. 실로 광대했다. 정문은 전각의 중앙에 있었는데 양 옆으로 전각의 끝이 가물가물할 정도였다. 삼층 크기의 북경만서루는 창문만 하여도 사백 개가 넘었고 정문을 제외한 입구만도 칠십여 개였다. 더욱이, 지하실가지 포함한다면 그 방대함은 상상을 불허하는 곳이었다. 지금, 북경만서루는 고요한 적막에 잠겨 있었다. 석양의 노을빛은 점점 더 짙어지고, 어느덧 땅거미가 북경만서루의 지붕위에 어둑어둑 내려앉고 있었다. 그때였다. 꽝------! 돌연 북경만서루의 정문이 부서져라 왈칵 열리는 것이 아닌가? 무언가 심상치 않은 일! 한데, 뜻밖에도 열려진 문으로부터 한 명의 흑의장한이 나른한 표정으로 걸어나오 는것이 아닌가? 그는 제쳐진 문짝을 바라보며 투덜거렸다. "젠장.... 오늘은 조심하느라고 손가락으로만 살짝 밀었는데...." 그렇다. 지금 그토록 난리가 난 듯 열려진 문을 흑의장한이 열은 것이다. 한데, 맙소사! 그것이 손가락으로 살짝 민 것이라니... "빌어먹을...! 또 무을 고쳐야겠군. 벌써 몇 백번 째인지 모르겠군...." 아니나 드를까? 쿠웅....! 집채만한 문짝이 옆으로 속절없이 떨어져 나갔다. 장한은 입맛을 쩝 다셨다. "청강석보다 더 단단하다는 오강목도 별거 아니잖아... 쯧쯧, 루주님의 고 리타분한 일장 훈시를 또 듣게 됐는걸..." 구척 거구의 이십대 장한, 드러난 피부에는 전신이 시커먼 털로 뒤덮여 이썽 다. 마치 거대한 철탑을 연상케하는 인간 산맥이었다. 부리부리한 모습은 마치 사대천황을 연상케했다. 더욱이, 주먹 하나가 아예 어린아이 머리통만 했다. 보기만 해도 질릴 그런 모습이었다. 아에 그와 대면한 다면 오금이 질릴 정도였다. 실로 엄청난 체구의 장한이었다. 흑의장한은 어슬렁 걸어나와 주위를 한 번 휘둘러보더니 하품을 커다랗게 터뜨렸다. "아.... 함....! 오늘도 손님이 한 명도 오지 않았군. 이제 슬슬 문이나 고쳐볼까...." 흑의장한, 그의 이름은 흑천왕, 북경만서루의 유일한 단 한 명의 하인이었다. 이토록 거대한 북경만서루에 하인이 단 함 명 뿐이라니 얼른 이해가 가지 않는 일이었지만 그럴 수밖에 없었다. 십년이 지나도록 단 한명의 손님도 없었으니... 전설이나 비사를 듣고 책을 파는 북경만서루! 북경만서루는 천하의 모든 전설과 비사를 알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제 사람들은 더 이상 북경만서루에 전설이나 비사를 팔 것이 없는 것이다. 그러했으니, 북경만서루에 항상 파리가 날리는 것은 기정사실이었다. 오늘도 손님 하나 없이 따분한 하루가 지난 것이다. 흑천왕, 그는 정문을 향해 돌아서며 권태롭게 중얼거렸다. "제길랄... 요즘은 아가씨도 없으니까 심심해서 미치겠네...." 그러면서 그는 문을 향해 돌아섰다. 그때였다. 문득, 등 뒤로부터 희미한 그림자가 늘어져 나오며 낭랑한 음성이 들리는 것이 아 닌가? "이곳이 북경만서루요?" 흑천왕은 흠칫하며 돌아섰다. 동시에 그의 얼굴에 묘한 표정이 떠올랐다. 등뒤, 눈부시도록 아름다운 백의서생이 입가에 신비로운 미소를 머금고 조용히 서 있지 않은가? 더욱이 눈빛은 심혼을 잡아끄는 마력적인 눈빛이었다. 담천우, 바로 그였다. 흑천왕은 담천우의 자태에 잠시 넋을 잃다가 곧 어정쩡한 음성으로 대답했 다. "그... 래.... 이곳이 북경만서루다." 담천우는 천천히 걸음을 옮기며 입을 열었다. "책을 사려고 왔는데... 벌써 장사가 끝났소?" 순간, 흑천왕의 굵은 눈썹이 가볍게 짜푸려졌다. '또 금전으로 책을 사려는 녀석이로군...' 북경만서루의 규칙을 모르는 작자들이 종종 금전으로 책을 사러 오곤 했던 것이었다. 더구나 상대는 약관도 안된 나이어린 책벌레 같은 서생, 흑천왕은 곧 짜증섞인 음성으로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이곳은 아무한테나 책을 파는 곳이 아니다." 그러면서 상대할 필요가 없다는 듯이 다시 돌아섰다. 순간, 담천우의 음성이 흑천왕의 고막을 매섭게 파고들었다. "하인이 손님에게 너무 말버릇이 고약하군." 일순, ".....!" 흑천왕의 머리가 띵해지며 안색이 핼쓱하게 변했다. '뭐? 말.... 버릇....!' 단언컨대 지금까지 자신에게 이런 말투를 사용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 다. 아무리 철담간장을 지닌 자라도 자신의 우락부락한 거대한 체구를 보는 순 간 겁을 집어 먹었던 것이다. 흑천왕은 자신이 잘못 들었는가 싶었다. 그는 엉거주춤 돌아었다. "너 지금 무어라고 그랬느냐?" 한데, 담천우의 표정은 조금도 변함이 없었다. "손님 대접 잘하라고 하였소." 일순 흑천왕의 눈꼬리가 쭉 찢어졌다. "요런 쥐방울만한 놈이....!" 그의 머리통만한 주먹이 번쩍 쳐들어졌다. 그야말로 모골이 송연하도록 섬뜩한 인상에 담천우의 머리를 단숨에 박살내 버릴듯한 기세였다. 하나, 담천우는 피식 웃었다. "후후... 북경만서루에서는 손님들이 찾아오면 두들겨 패는 규칙이 있는가 보구려." ".....!" 흑천왕은 손을 든 채 뻣뻣이 굳고 말았다. 이쯤해 두면 담천우가 겁에 질려 사색이 되어 줄행랑을 치리라 생각했는데 도리어 미소를 짓고 있었으니... 흑천왕은 어이가 없었다. "......" "때릴려면 빨리 때리고 말려면 말고... 도대체 손님에게 책을 팔거요,말거 요?" '손님....!' 흑천왕의 얼굴이 우거지상으로 구겨졌다. 고객은 왕! 그렇다. 어쨌거나 담천우도 손님이 아니겠는가? '그.... 그렇지... 손님은 왕이라고 루주님께서 누누히 말씀하셨지...?' 흑천왕, 그는 손을 슬며시 내리며 담천우를 잡아먹을 듯이 험악하게 노려보았다. "조.... 좋다.... 책을 팔겠다. 한데.... 네놈은 우리 북경만서루의 규칙을 잘 알고 있겠지?" 흑천왕은 주먹을 꽈악 쥐어보였다. 하나, 담천우는 또다시 피식 웃었다. "후후... 그것을 모르고서야 어찌 이곳엘 찾아왔겠소. 생각도 생긴대로군." 일순 흑천왕은 귓구멍에서 연기가 치솟아 오를 듯한 표정을 지으며 주먹을 부들부들 떨었다. '으... 참..... 자.....! 루주님께서 손님에게 친절하라고 하셨으니...' 흑천왕은 분을 참느라고 목구멍에서 쇳소리를 냈다. "마.... 만약 네놈이 우리 북경만서루에서 이미 알고 잇는 전설이나 비사를 가지고 본인을 농락한다면 그대는.... 각오해라." "앞장 서시오." '큭....!' 흑천왕은 목구멍에 침이 탁 걸렸다. '서시오....? 요런 쥐방울 만한 놈이 말 끝마다 야자를 비슷하게....!' 그의 얼굴은 폭발직전의 풍선이었다. 하나, 그는 오줌보가 뻐근하도록 꾹 눌러 참았다. '으.... 참자, 마구 참자... 조금있으면 놈의 대갈통을 수박처럼 갈겨줄수 있다.' 딴에는 무슨 꿍심이 있는 듯, '흐흐... 북경만서루에서 모르는 전설과 비사는 없다. 지난 세월동안 책을 사간 사람이 없을 정도로... 네놈도 필시....' ...... >< >< >< >< >< 서각, "........" 그곳을 바라보는 담천우의 두 눈은 놀라움으로 휘둥그래져 있었다. '으와....! 과연 소문대로 엄청난 분량의 책이구나....!' 북경만서루 내의 책은 실로 방대햇다. 서각은 수십개의 서가로 나뉘어져 있고 서가마다 만여 권의 책으로 가득 채 워져 있었다. 한데, 지금 보고 있는 것은 일층에 불과한 것이다. 이층, 삼층, 그리고 지하실까지 합친다면...? 담천우, 그는 입을 딱 벌렸다. '우.... 책의 숫자를 세는 데만도 십년은 걸리겠군....!' 그때, 흑천왕이 거친 음성을 토했다. "자, 이제 말해라. 어떤 내용의 전설과 비사이냐?" 하자 담천우는 흑천왕을 바라보며 핀잔하듯 말했다. "허... 그 사람 성질 한 번 더럽게 급하네, 일단 사고 싶은 책을 골라야 되 지 않겠소." '그사람....? 더럽게....!' 지금 흑천왕의 오장육부는 극도로 팽창되어 분통으로 벙하고 터질 지경이었 다. 하나 참아야 했다. 좌우지간 손님은 왕이니까... 분노를 참느라 뻐근하던 오줌보에 힘이 불끈 들어가며 한 방울의 오줌이 찔 끔 새었다. "그.... 그래 무슨 책을 사고 싶으냐?" "북경만서루에는 이곳외에 또 얼마나 책이 더 있소?" "그것은 왜 묻는거냐?" 흑천왕은 지금 급했다. 그의 뇌리는 온통 담천우의 머리를 수박처럼 갈겨버릴 생각으로만 가득한 것이다. 그러나, 담천우는 느긋한 표정이었다. "하참... 그 친구 정말 장사 못해먹을 사람이네, 책을 사려면 흥정을 해야 하고 그러자면 책이 어느정도 있는가 알아야 될게 아닌가?" '그 친구... 사람이네....! 이제는 아예 반말....!' 흑천왕, 그는 미치고 환장할 지경이었다. 하나, 그는 폭발하려는 울화통을 자신도 감탄할 정도로 참아내고 있었다. 어쨌든 손님은 왕이니까. 흑천왕은 연달아 오줌을 찔금찔금 싸며 대답했다. "이곳에 있는 책들은 북경만서루에서 소장하고 있는 책 중에 십분의 일 정 밖에 안된다." 담천우는 내심 고소를 머금었다. '후후... 이자는 매우 험악하게 생겼어도 성격은 순진한 면이 있군.' "호....! 굉장하군." 하나 말은 그렇게 하지만, 담천우의 얼굴은 대수롭지 않다는 표정이었다. "빨리 책을 골라라." 그 말뜻은 곧 담천우의 머리통을 빨리 박살내버리고 싶다는 듯이 아니겠는 가? 한데, 담천우의 입에서 흘러나온 말은 실로 엉뚱했다. "북경만서루의 책을 모두 접수하려면 당신 능력으로는 되지 않을 것이니 루 주를 데려 오시오." "엉....?" 툭 튀어나오는 흑천왕의 눈방울, '알고보니 미친 놈이었구나....' 미친놈... 그렇다. 북경만서루의 책을 모두 사겠다니 그것이 어찌 제정신이 있는 사람이겟는가? 급기야, 흑천왕은 그동안 꾹꾹 참았던 분노가 터지고 말았다. "요런 쥐방울 만한 놈이 나를 놀려-------!" 찰나, 슈아아앙! 그의 솥뚜껑만한 손이 활짝 펴지며 무지막지한 기세로 담천우를 덮쳐갔다. 오줌보가 뻐근하도록 참았던 분노였으니 그 위세가 얼마나 무시무시하겠는가? 그야말로 담천우의 머기가 수박통처럼 부서져 나갈 판국이었다. "이런 성성이 잡종 같은 놈, 어디서 감히 파리채를 휘둘러!" 꽝! 동시에 엄청난 파공성이 북경만서루를 통째로 뒤흔들었다. "우욱!" 일순 흑천왕은 고통스런 표정을 지으며 주춘 물러섰다. "네놈은 왠놈이냐?" 어느새 그의 앞에는 절세의 미사내가 가로막고 있지 않은가? 무감정한 사내, "제법 똥힘깨나 쓰는 놈이군. 나의 금룡패천강을 받아내고도 두팔이 성성하 다니." 천무종! 바로 그였다. 담천우의 지시를 받고 야교의 총단을 한바탕 뒤집어 놓은 다음 지금 도착한 것이다. 사실 담천우는 오래 전부터 주위에 천무종이 와 있음을 알고 있었다. 흑천왕이 담천우에게 눈알을 부라릴때 천무종이 전음으로 흑천왕의 모가지 를비틀어 버리겠다고 졸라댔던 것이다. 그것을 담천우가 간신히 만류하였다. 이때, 흑천왕의 눈, 입, 코가 천무종을 향해 한꺼번에 쭈욱 찢어졌다. 극도로 분노한 것이다. "개구리 넙적다리 같은놈! 네놈이 내가 세상에서 가장 싫어하는 성성이 잡 종이라는 욕을 했겠다....!" "나는 거짓말 할 줄 모른다." "뭐야!" 성성이 잡종과 개구리 넙적다리...! 무지막지한 놈들끼리 제대로 만난 것이다. "흐으....!" 흑천왕의 코에서 더운 김이 훅 빠짐과 동시에, "이놈----------!" 쿠오오오오오--------! 엄청무비의 장경이 흑천왕의 쌍장에서 벼락같이 떨쳐졌다. 순간, 천무종의 양선이 쑤욱 밀려나왔다. "제법이다." 파--------- 아아앗! 찰나 천무종과 흑천와으이 쌍장이 허공에서 정면으로 맞닥뜨렸다. 꽈아------ 꽈꽈꽝! 우르르-------- 르르르릉--------! 오! 그 가공할 광경을 무어라고 표현할텐가? 천지박살의 대폭음이 고막을 찢어 발기며, 치이이이이익---------! 천무종과 흑천왕의 마주친 쌍장에서 검은 빛의 연기가 피어올랐다. 고무가 타는 듯한 매캐한 냄새... 이어, 흑천왕이 두어걸음 쿵쿵 물러섰고 천무종의 발이 바닥으로 한뼘 깊이로 푹 꺼졌다. 흑천왕의 얼굴은 시뻘겋게 달아 있었다. 천무종을 바라보는 그의 왕방울만한 두 눈은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불신이 가득 서려 있었다. "나의 대력붕천장을 받아낼 수 있는 자는 중원을 통틀어 백년전에 장왕이라 불리우던 금룡대제 뿐이라고 루주님께서 말씀하셨는데. .." 그럴 수 밖에, 비록 개구리 넙적다리처럼 미끈하게 생긴 천무종이지만, 그의 팔은 바로 장왕 금룡대제의 팔이 아니겠는가? 반면에, 감정없는 천무종의 얼굴은 마냥 무표정했다. "성성이 잡종 같은 놈아, 그러게 그런 실력으로는 파리나 잡는 것이다." 이때, 담천우는 상황을 주시하며 내심 감탄을 금치 못했다. '저 흑의 장한, 알고보니 엄청난 고수였구나... 천무종과 겨루어 끄덕 없다 니.....!' 그것은 사실이었다. 날고기던 초절정고수들이 천무종의 손가락 운동 한 번에 벌집이 되지 않았 던가? 그때, 천무종과 흑천왕은 또 한 번의 격전을 치룰 판국이었다. 第 二十三 章 九龍會 "이놈! 이번에는 짓뭉개 버리겠다!" "그거 좋지." 흑천왕의 주먹이 팽팽하게 부풀어오르며 꽈악 말렸다. 빠바바------ 바바바박-------! 허공이 짓이겨지는 듯한 파공음, 쿠와아아아아앗! 천무종과 흑천왕은 험악하게 뒤엉켰다. 와르르릉--------! 사방 벽이 속절없이 무너지고, 서가의 책들이 가루가 되어 산지사방으로 날았다. 인간산맥처럼 거대한 체구임에도 불구하고 흑천왕의 몸놀림은 섬광 강았다. 한데, 천무종! 그 흑천왕의 가공할 공세 속에서도 나비처럼 슬쩍슬쩍 여유있게 움직이고 있지 않은가? 담천우는 한쪽 구석에서 여유있는 모습으로 격전을 주시하고 있었다. '후후.... 이즘 해두었으면 나타날 때가 되었는데...' 무슨 말인가? 한데, 바로 그때였다. "흑천왕..... 무슨일이냐?" 홀연 한줄기 지극히 온유로운 음성이 들려왔다. 순간, "........" 담천우의 입가에 의미모를 미소가 희미하게 떠올랐다. '후후... 드디어 나타났구나.' 이때, "아, 루주님...!" 흑천왕이 흠칫 손을 거두며 뒤로 물러섰다. 하나 천무종은 감정이나 예의라곤 눈꼽만큼도 없는 냉혹한 인간이다. 흑천왕이 주춤하는 사이에 가차없이 우수가 늑골을 향해 파고 들었다. 아아아앗------! 흑천왕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의 얼굴은 극도의 당황으로 일그러졌다. "치.... 치사한 자식...!" 바로 그 순간, 담천우의 음성이 날카롭게 허공을 갈랐다. "천무종, 멈춰라!" 팟! 흑천왕의 늑골에서 종이 한 장 사이를 두고 찰나간에 멈추는 우수! 담천우의 명령은 절대적이었다. 천무종은 흑천와으이 옆구리를 툭툭 쳤다. "지독히도 운이 좋은 놈이다." 흑천왕은 식은땀을 쭉 흘리고 있었다. "이.... 이놈....!" 그 사이 천무종은 깃털처럼 몸을 음직여 담천우의 등 뒤에 태산처럼 우뚝섰다. 그의 두 눈에는 시퍼런 정광이 뇌전처럼 폭사되고 있어 . 담천우를 목숨처럼 보호하려는 듯이... 여차하면 또다시 살벌하게 퉁겨질 판이었다. 이때, "허허허.... 오늘 북경만서루에 대단한 손님들이 찾아 오셨구려." 서가의 한쪽 구석, 그지없이 자애로운 신태의 백의노인이 담천우와 천무종을 향해 천천히 다고 오고 있었다. 머리에는 문사건을 두르고 백설이 내려앉은 듯 하이얀 백미, 백염은 신선처럼 가슴까지 흘러내려 있었다. 일견 선풍도골 같은 노인이었다. 하나, 눈빛! 범접할 수 없는 비범한 신광이 번뜩이고 있었다. 또한, 고요한 걸음걸이에서는 한점의 흐트러짐도 엿볼수가 없었다. "허허허... 하인이 실수를 한 것이 있으면 용서하시오." 일순, ".....!" 담천우는 노인을 향해 신형을 돌리며 기광을 반짝였다. '십뇌천옹 우문현백... 기다리고 있었소.' 아....! 십뇌천옹 우문현백--------! 그렇다. 백의노인이 바로 북경만서루의 루주 십뇌천옹 우문현백이었다. 천하제일뇌라 불리우는... 우문현백, 그는 담천우 앞에서 걸음을 멈추며 온후한음성을 흘려냈다. "공자... 북경만서루를 찾는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으리라 생각하오만...?" 일순, 담천우의 입가에 신비한 미소가 그려졌다. "본인은 이곳의 주인인 십뇌천옹을 만나러 왔소이다." "노부가 그 사람일세." 그리고, 시선과 시선이 뒤엉키는 순간, 잠잠하게 가라앉은 우문현백의 노안이 깊숙한 곳에서 한줄기 짙은 신광이 피어올랐다. "한데... 공자는 무슨 이유로 노부를 찾는지...?" 번-------- 쩍-------! 섬광이 작렬하는 듯한 눈빛, 그것은 태산이라 할지라도 한 걸음 뒤로 성큼 물러서게 할 만큼 섬날한 것 이었다. 한데, 담천우, 그는 눈 하나 깜박이지 않고 오히려 혜안을 더욱 빛내며 입가에 담담한 미 소를 띄우지 않는가? "......!" 우문현백은 내심 감탄했다. '이 공자... 평범치가 않다....! 소림사의 장문인도 슬며시 피하던 내 시선 을 이토록 담담하게 받아내다니....!' 이때, 담천우의 음성이 냉엄하게 흘러나왔다. "루주, 본인을 시험하지 마시오, 불쾌하오." 순간, "......!" 우문현백은 내심 뜨끔했다. '상대의 마음을 꿰뚫어 보는 듯한 시선....! 저 눈빛 앞에서는 숨길 수 있 는 것이 없겠구나....!' 우문현백은 곧 신광을 지우며 지극히 부드럽게 말했다. "허허... 미안하게 됐네. 늙으니까 주착없이 아무때나 눈에 힘이 들어가네 그려." 말을 하다말고 우문현백은 갑자기 가슴이 철렁했다. 그것은 놀랍게도 담천우의 전신에서 돌연 구름처럼 피어오르는 장중한 기도 때문이었다. '헛!' 담담하게 굳어지는 담천우의 표정, 다음순간, "루주, 그동안 수고 많으셨소 이제부터 북경만서루를 본인이 접수하리다." 엄청난 말! 담천우가 우문현백을 향해 마치 수하에게 하듯이 하대를 하지 않는가! 순간, 흑천왕의 표정이 험악하게 일그러지며 흉흉한 노갈을 터뜨렸다. "이놈! 보자보자 하니까 못하는 말이 없구나!" 당장이라도 들이칠 기세였다. 찰나, 천무종이 한 걸음 쓱 나섰다. "그래서 어쩔래." 또다시 분위기가 험악해졌다. 순간, 우문현백, 그는 인물이 아니겠는가? '예사 공자가 아니다....!' 담천우가 평범치 않음을 직감한 것이다. 그는 미소를 잃지 않았다. "허허.... 그럴만한 이유가 분명하다면 거절치는 않겠네." 음성에는 칼날이 맺혀 있었다. 담천우의 태도 여하에 따라 어떤 행동을 취하려는 듯.... 담천우는 우문현백을 그윽히 응시하며 손을 품속에 집어넣었다 꺼냈다. 그리고, "루주, 이것을 아시겠소?" 그의 손에는 하나의 철패가 들려 있었다. 아홉 마리의 용이 날아갈 듯 양각 되어 있는..... 순간, 우문현백의 두 눈이 확 커졌다. "허억....! 그것은 구룡천령!" 그의 전신이 극도의 경악으로 휘청거렸다. 그것도 잠시, 털썩 무너지는 우문현백의 신형! "총사 우문현백, 회주님을 뵈옵니다." 오오... 보라! 희열과 감격에 눈물을 흘리고 있는 우문현백의 모습을.... 졸지에 어리둥절해 진것은 흑천왕이었다. "어....?" 하나 우문현백이 꿇고 있는데야 어쩌겠는가? 그도 엉거주춤 담천우를 향해 무릎을 꿇었다. "흑천왕이 회주님을 뵈옵니다." 우문현백의 두 눈에서는 끊임없는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늙은.... 목숨.... 이제 죽어도 여.... 한이 없읍니다." 담천우는 부드럽게 우문현백의 어깨를 손으로 덮었다. "총사, 이러고 있기에는 우리에게 너무 시간이 없소, 일어나시오." 우문현백은 몸을 일으켰다. "회주.... 이 늙은이가 얼마나 오랜 세월을 기다렸는지 아십니까....?" 눈은 울고 있건만 얼굴은 웃고 있었다. 담천우느 그의 눈을 가만히 응시하며 씨익 미소했다. "이제부터 그 세월을 본인이 보상해 주리다." "회주....!" 우문현백의 가슴은 감겨긍로 벅차오르고 있었다. 북경만서루! 이곳에서 담천우는 또다시 변신을 하고, 천하는 새로운 대영웅의 탄생을 맞이할 것이니.... 그것은 운명이었다. >< >< >< >< 밤, 이미 사위는 짙은 어둠으로 감싸여져 있었다. .... 실내, 사방 벽은 우아한 벽화가 가득 그려져 있었고 야광주가 빛을 발하고 있었다. 이곳은 북경만서루의 지하였다. 중앙에는커다란 석탁이 마련되어 있었고, 사인이 마주 앉아 있었다. 담천우와 십뇌천옹 우문현백, 그리고 천무종과 흑천왕이었다. 이미, 대화가 상당히 진전된 후였다. 우문현백은 불신 가득한 시선으로 천무종을 바라보고 있었다. "불사약왕.... 그가 엄청난 일을 해냈군요....!" 불가사의하다는 듯한 눈빛이었다. 하나, 천무종의 표정은 마냥 무감각했다. 이때 흑천왕은 지극히 못마땅한 시선으로 천무종을 노려보고 있었다. '인간 같지도 않은 자식.....!' 하여튼 그는 천무종에게 불만이 많았다. 그때, 우문현백이 숙연한 표정으로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제황성이 있는 북쪽을 향해 구배를 올리기 시작했다. "주군이시여....! 결국 그렇게 생을 마치셨습니까? 백 년.... 속하가 그토 록 목숨걸고 기다렸는데...." 한 번을 절하고 두 번을 절하고... 그의 앞섶은 눈물로 흥건히 젖어들고 있었다. 우문현백, 그는 지금 금마동에서 장엄하게 죽어간 십지무황 단후천세를 향해 구배를 하고 있는 것이다. "구룡천령을 지니신 분을 새로운 회주로 섬기라던 주군의 분부, 이제... 그 뜻이 이루어졌읍니다." 우문현백의 음성은 격정으로 떨리고 있었다. 장내의 분위기는 순식간에 숙연해졌다. 담천우는 우문현백의 행동을 말없이 응시하고 있었다. '충절이 대단한 인물이다....! 단후할아버지께서 좋은 수하를 두셨군....!' 이때, 우문현백은 구배를 마친 후 허리를 폈다. 그는 물기 축축한 눈을 들어 허공을 응시했다. 마치 그곳에 십지무황의 모습이 있기라도 하듯이.... "주군이시여... 안심하십시오. 속하, 혼백이 늙은 육신을 떠날때까지 새로 운 회주님을 보필할 것입니다. 아니, 당신께서 세우신 구룡회의 전 고수들 이 전력을 다하여 모실것입니다." 아아! ------구룡회! 북경만서루는 바로 구룡회의 분신체가 아닌가? 바로 십지무황이 세웠다는... 하여튼 이때, 우문현백은 눈가를 쓰윽 닦았다. 그의 전신에서는 어떤 확고한 결의가 뭉게구름처럼 피어나고 있었다. 그는 진정 충신이었다. 이윽고, 우문현백은 자리에 다시 앉으며 담천우를 향해 숙연한 음성을 흘려냈다. "회주의 짐작대로 함께 관을 타고 들어간 소녀는 속하의 손녀입니다." '역시 그랬었군...' 담천우는 조용히 듣고 있었다. "이름은 우문연지라고 하지요." 그렇게 말하는 우문현백의 눈빛에는 따스한 정감이 고여들고 있었다. 미루어 그는 손녀를 지극히 사랑하는 것 같았다. '우문연지...' 담천우는 내심 뇌까리며 무심결 자신의 오른손을 살며시 쥐었다. 우문연지의 여체를 감상한 손이 아니겠는가? '후훗... 보고 싶군....' 미묘한 웃음을 내심 흘려냈다. 이어, 그는 궁금한 점이 있는 듯 우문현백을 응시하며 물었다. "한데... 무슨연유로 관속에 숨어 은밀하게 제황성을 들어간 것이오?" 우문현백의 표정은 진지해졌다. "그것은 두 가지 이유 때문입니다. ".....?" "첫째는.... 제황성주 때문입니다." '제황성주... 제황 단후황에게 무슨일이 있단 말인가?' "제황성주는 지금 언제부터인가 기이한 괴질에 걸려 일신의 모든 무공을 상 신해 가고 있읍니다." ".......!" 담천우는 경악했다. '괴질...! 무공을 상실하고 있다고...!' 실로 놀라운 사실이 아닐 수 없었다. 제황성주! 무림의 우상이며 신적인 존재가 아닌가? 한데, 그런 그에게 그런 괴질이 있었다니... 그것은 실로 엄청난 극비의 사실이 아닐 수 없었다. '그렇다면... 그 때문에 제황성이 지금까지 무림에서의 활동을 끊고 있었단 말인가?' 그랬다. 왜? 제황성이 무림에 활동을 전면 중지했는지 이제야 어느정도 이유를 알 수 있 었다. 담천우는 결코 그것이 남의 일처럼 여겨지지 않았다. 바로 십지무황 단후천세 때문이리라. 현 제황성주 단후황은 바로 십지무황의 사질이 아니던가? 이때, 우문현백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사실 저희 북경만서루는 지상에서 존재하는 모든 학문에 관하여 모르는 것 이 없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니지요." 그의 음성에느 확고한 긍지와 자부심이 서려 있었다. "제황 단후황은 괴질의 원인을 알기 위해 북경만서루로 사람을 은밀히 보내 고... 상황이 워낙 비밀을 요하는 일인지라 연지를 은밀하게 숨겨 제황성 으로 들여 보낸 것입니다." 담천우는 내심 고개를 끄덕였다. '대충 모든 것을 알겠다....' 그때, 우문현백은 입가에 부드러운 미소를 떠올리며 그윽히 담천우를 응시했다. "기실.... 연지의 학문은 이미 속하를 앞지르고 있지요." "흠...." 담천우는 가벼운 감탄성을 흘리며 질문을 던졌다. "두 번째는 무엇이오?" "그것은 주군의 위치를 찾아내기 위해서였습니다." "......!" "세인들은 주군께서 자살을 하였다고 생각하였지만 속하는 결코 돌아가실 분이 아님을 굳게 믿고 있었습니다." 그의 두 눈에는 신념어린 정광이 그득 어려 있었다. "속하의 짐작으로 주국께서 제황성의 삼대금역 중 어딘가에 계실 것이라고 판단되었습니다. 하여... 연지로 하여금 그곳을 은밀히 조사하라고 일렀지 요." 일순, 담천우는 이맛살을 살짝 찌푸렸다. "제황성은 비로 오랫동안 활동은 하지 않고 있지만 용담호혈과 같이 삼엄한 곳이거늘 위험하지 않겠소?" 우문현백은 조용히 웃었다. "그 점은 염려 마십시오. 그래뵈도 연지의 무공은 중원에서 열손가락 안으 로 꼽힐 것입니다. 결코 발각되는 일이 없을 것입니다." 그의 음성에는 손녀의 대한 자랑이 은은히 배어나고 있었다. 담천우는 그의 태도를 보며 내심 적이 놀랐다. '거짓말이 아니다....! 알고보니 대단한 여인이었군....!' 문득, 우문현백은 손을 들어 흑천왕을 가리켰다. "흑천왕 역시 그 정도 수준입니다." 담천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조금 전에 천무종과 거의 평수를 이루었군....' 흑천왕, 그는 갑자기 칭찬을 듣자 콧구명을 벌렁벌렁하였다. "흠흠... 으흠흠..." 그러면서 아니꼽다는 듯이 천무종을 째려보았다. 담천우는 내심 고소를 금치 못했다. '후후... 무공은 고강하나 매우 순박한 인물...!' 第 二十四 章 안개 속의 獅子神殿 이때, 우문현백의 표정이 엄숙하게 굳어졌다. "이제부터 북경만서루에 대해 대충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 담천우는 진지한 눈빛을 띄웠다. 우문현백의 음성은 부드러우나 냉철했다. "천이백 년 전에 대기인이신 불세천자의 진전을 그분의 마지막 후손인 여을 목이란 분에게 이어받으신 주군께서는 천외사세와 대응하기 위해 은밀히 구룡회를 세우셨습니다." 담천우, 이미 십지무황에게 들어 알고 있는 이야기였다. 우문현백의 말은 이어졌다. "구룡회... 북경만서루를 중심으로 천하각지에 약 삼만면의 고수들이 활동 하고 있습니다." "삼만 명.....!" 담천우는 경악했다. '엄청난 숫자다...! 한데도 전혀 정체가 드러나지 않았다니...!' 그렇다. 구룡회! 무림에서는 아예 드러나지도 않은 단체가 아닌가? 새삼 우문현백의 능력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그토록 엄청난 구룡회를 이끌어 오면서 무림의 눈을 속일 수 있었다는 것은 실로 상상을 불허하는 지혜를 요하는 일이기 때문이었다. 문득, 우문현백은 담천우를 향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회주... 소림사의 장문인 천불선사도 구룡회의 고수라면 믿으시겠습니까?" '소림장문인이 구룡회의 고수...!' 담천우는 새삼 경악하고 말았다. 그는 우문현백을 한참 쳐다보다간 픽 웃고 말았다. "대단하오." 우문현백은 그윽히 마주 미소하다가 재차 말했다. "회주." ".......!" "구룡회의 고수들을 속하는 구룡전사라 명칭했습니다." "구룡전사...?" 아아! --------구룡전사! 담천우는 가슴이 절로 부풀어 오르는 것을 느꼈다. '실로 멋진 이름이다....!' 그러면서 그는 우문현백의 다음 말을 귀담아 들었다. "구룡전사들의 주임무는천외사세의 활동에 관하여 정보를 수집하고 유사시 그들과 대처하는 것입니다." "......!" "아무리 십팔만리 떨어진 새외변방의 동태라도 이곳에서는 구룡전사를 통새 두시진 이내에 알아낼 수 있지요." "아.....!" 담천우는 탄성했다. 도무지 믿어지지 않았기에.... 생각해보라! 중원을 준마로 가로지르자면 무려 한 달여의 시간이 필요하다. 아무리 절세의 경공을 지닌 자라 할지라도 십일의 시간이 소요된다. 한데, 새외변방의 정보를 두시진 이내에 알아낼 수 있다니....! 실로 믿어지지 않는 일이었다. 일순, 우문현백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회주, 한 번 시험해 보시겠습니까?" 시험! 즉 믿지 못한다면 구룡전사들의 능력을 평가해 보란 말이 아닌가? '그것도 좋겠지...!' 담천우는 내심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 그는 슬쩍 천무종을 바라보며 말을 던졌다. "근래 야교의 동향에 대해서 알아봐 주시오." 야교! 얼마 전, 담천우와 천무종이 야교의 교주인 야제 탁우비를 죽이고 또한 당분간 활동 을 못하도록 천무종이 박살낸 문파가 아니겠는가? 구룡회의 능력을 평가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잠시만 기다리십시요." 순간, 우문현백은 말과 함께 천정을 향해 나직하게 입을 열었다. "구룡전사 환풍.... 야교의 근래 동향을 알아오라." 찰나, "알았습니다." 돌연 천정에서 무심하면서 정중한 음성이 들리면서, 스으으으.... 미세한 음향이 일어났다. 우문현백은 자신있는 표정으로 담천우를 응시했다. "곧 소식이 올 것입니다." "....." ...... 그로부터 약 반 시진 후, 스스스! 옷깃을 스치는 듯한 음향과 함께, 천정의 미미하게 갈라진 틈 사이로 종이 한 장이 쓰윽 밀려나오는 것이 아 닌가? 팔랑..... 종이는 나비처럼 우문현백 앞으로 정확하게 떨어졌다. 그곳에는 글씨가 날렵하게 적혀 있었다. 우문현백은 잠시 서찰의 내용을 읽더니 담천우 앞으로 내밀었다. "회주, 이 정도면 만족하실런지..." "...." 담천우는 서찰을 건네 받았다. 그리고 서찰을 읽어나가던 그의 얼굴은 경악으로 점점 굳어지는 것이 아닌 가? <총사께... 이틀전 야교의 교주 야제 탁우비가 두 명의 침입자로부터 살해 당했음. 살해를 당하기 전 정사의 흔적이 있었고, 침입자의 무공은 초극강함, 상황의 흔적으로 미루어 야제 탁우비가 정사를 하는 동안 한 명은 벽에 구 멍을 뚫고 구경을 하고, 또 한명은 침대 밑에 있었음. 야제 탁우비는 아예 반항도 못하고 당한 듯함. 그는 엄청난 공포에 심장이 파열되어 죽었음.> ".....!" 담천우는 얼굴이 화끈했다. '젠장.... 정사를 훔쳐본 것까지 알아내다니...!' 실로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그 후, 한명이 남아 야교에 있던 이백여 명의 야교 고수들을 무자비하게 척살했음 . 놀랍게도 그 자는 백여년 전에 사라진 금룡대제의 장법과 검왕 환후겸의 월영검법을 사용하였음. 그 자의 성격은 잔악함이 분명함. 이유는 야교 고수들의 시체로---- 함부로 날뛰지 마라! -----라는 글씨를 만들었기 때문임.> 담천우는 천무종을 노려보았다. 천무종, 그는 허공을 응시하며 마냥 딴청을 하고 있었다. <대학살이 있은 직후, 야교의 각 분타의 고수들은 본거지를 여산의 귀령곡으로 옮겨 흉수를 찾기 위해 이를 갈고 있음. 회주님의 귀환을 환영합니다. 구룡전사 배> 정녕 경이로운 일이었다. 담천우와 천무종의 행적을 마치 손바닥 들여다보듯 훤히 알고 있지 않은가? 담천우는 혀를 내둘렀다. '진정 구룡전사들의 이목을 피할 수 있는 것은 천하에 없겠구나...!' 불현듯, 담천우는 전신에서 뜨거운 피가 역류했다. '해보자! 천외사세를 이길 수 있다....!' 실로 구룡회의 능력은 상상 이상이었다. 문득, 담천우는 우문현백을 무겁게 응시하며 입을 열었다. "한 가지만 더 알아보겠소." "말씀하십시오." '북해빙궁으로 납치된 추옥상의 행적을 알아보자.....!' 바로 그것이 생각난 것이다. 그리고, 막 입을 열려다가 일순, '아니다. 북해빙궁은 함부고 건드릴 수 없는 세력.... 잘못하다가 옥상에게 해가 미칠지 모른다.' 담천우는 애초에 물으려던 생각을 지워버렸다. 이어 대신, 엉뚱한 질문을 던졌다. "흠흠... 본인의 사적인 일이오." "말씀하십시오." 담천우는 멋쩍은 듯 헛기침을 한 후 입을 열었다. "제황서으이 유리공녀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고 싶소." 유리공녀 단후선혜! 얼떨결에 담천우의 정부가 되어버린 여인이 아니겠는가? 사실, 그때 담천우는 유리공녀에게 상당한 죄책감을 가지고 있었다. 우문현백, 그는 잠시 담천우를 묘한 시선으로 바라보다가 곧 천정을 향해 음성을 날렸 다. "환풍, 유리공녀의 근황을 알아오라." "알겠습니다." 천정에서 재차 공손한 음성이 들리고, 그로부터 약 이각후, 이번에는 상당히 빨랐다. 스으으.... 또다시 한 장의 서찰이 천정 틈에서 밀려나와 탁자 위로 툭 떨어졌다. 담천우는 서찰을 펼쳤다. <삼일전, 유리공녀는 누군가를 찾기 위해 제황성을 은밀히 빠져 나갔음. 이유는 자세히 알 수 없으나 떠나기 전 유리공녀는 제황성주에게 자신을 어릴적 어떤 사내와 목욕을 함께 시킨적이 있느냐고 울면서 따졌다고 함.> ".....!" 담천우느 가슴이 철렁했다. '혹시... 그녀가 찾으려는 자가 바로 내가 아닐까?' 생각을 찬찬히 더듬어 보니 자신의 추측이 분명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내심 쓴 고소를 지어냈다. '쯧...! 일이 묘하게 꼬이는구나....' 그때였다. 우문현백이 신중한 눈빛을 하며 은근한 음성을 흘려냈다. ".....!" 담천우는 그를 바라보았다. 우문현백은 심각한 듯한 음성으로 말을 이었다. "근래에 수집된 정보에 의하면 천외사세의 동태가 심상치 않습니다. 회주께 서 하루빨리 구룡천동에 들으셔야 합니다." "구룡천동...?" 담천우는 의아한 눈빛을 했다. 하자, 우문현백은 고개를 끄덕였다. "예, 불세천자의 무학이 숨겨진 비고로서 구룡천령을 지니신 분만이 들어갈 수 있습니다." "흠...." "구룡천동에 들어가시려면 필수적으로 거쳐야 할 단계가 있습니다.회주 께 서는 준비를 단단히 하셔야 할 것입니다." 담천우는 긴장했다. "그 필수적인 단계란 것이 무엇이오?" 하나 우문현백은 신비로운 미소를 조용히 머금을 뿐이었다. "북경만서루는 세인들이 생각하는 이상으로 엄청난 곳이지요. 그것은 회주 께서 이곳에서 생활하시면서 아시게 될 것입니다." 말을 마치며, 우문현백은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내일부터는 무척 바빠지실 것입니다. 오늘은 이만 쉬십시오." 그는 흑천왕에게 지시를 내렸다. "흑천왕, 회주님을 구룡전으로 모셔라." "알았습니다." 흑천왕은 담천우를 향애 거구를 흔들었다. "이쪽으로 오십시오." "...." 담천우는 잠시 우문현백을 바라보다가 어깨를 으쓱하며 몸을 일으켰다. 천무종도 따라 일어섰다. 우문현백은 담천우를 향해 하리를 숙였다. "회주, 편히 쉬십시오." "내일봅시다 총사." 이윽고 담천우와 천무종, 흑천왕은 실내에서 사라졌다. 우문현백, 그는 한동안 그 자리에 선 채 담천우가 사라진 문을 바라고보 있었다. 차갑게 얼어붙은 눈빛, 그러다가 문득 나직한 뇌까림을 흘려내었다. "회주... 세월이란 많은 것을 변하게 하는 것임을 아셔야 하오." 아아! -------세월이란 많은 것을 변하게 하는 것! 이 무슨 의민심장한 말인가? 무엇인가 많은 것이 함축횐 말이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아직은 모를 일이었다. 문득, 우문현백의 차갑게 얼어있는 눈빛이 가늘게 흔들렸다. "하나... 회주를 보는 순간 솔직히 마음이 흔들리고 있소이다." 꽈악 맞물리는 입술.... 돌연 우문현백의 음성이 냉랭하게 터졌다. "환풍, 사자신정에 회주의 귀환을 전하라." 일순, 천정에서 무심한 환풍의 음성이 있었다. "알았습니다." 스스스! 사라져 가는 미세한 인기척! 한데, 사자 신전---------! 그것은 또 무엇인가? 들어보지 못한 이름이 아닌가? 또 하나의 감춰진 세력이란 말인가? 깊어가는 밤, 알 수 없는 의문이 앙금처럼 가라앉고 있었다. 이곳은... 북경만서루 였다. ------------------------------------------------------------------- 第 二十五 章 天下의 武學들 책, 책의 산인가? 북도를 중심으로 양쪽에 서가가 늘어서 있고 책들이 빽빽하게 꽂혀 있었다. 완전 책으로 파묻혀 있는 곳이었다. 또한, 책의 내용도 다양했다. 천문지리, 토목지학, 신산지술, 예서, 잡학 등등.... ..... 저벅.... 저벅..... 한 백의인이 복도 사이를 담담하게 걷고 있었다. 뒷짐을 지고 유유자적한 태도... 가끔씩 걸음을 멈추고 서가에서 책을 꺼내어 잠시 훑어보기도 하나 그것도 무심한듯 순식간에 넘겨 버리고 있었다. 문득, 백의인은 또다시 걸음을 멈추며 서가에서 책 한 권을 끄집어 냈다. <어린탄강결.> 일순, ".....!" 백의인의 신비롭도록 맑은 눈빛이 가볍게 흔들렸다. '오....! 이것은 수백 년 전에 사라진 자부문의 무공이 아닌가? 어떠한 암 기와 독도 무형의 강기로 퉁겨내 버리는 신공....!' 펄럭.... 펄럭.... 백의인의 손에서 책장이 순식간에 넘어갔다. 책장을 헤아리는 것인가? 아니면 무심결 넘겨보는 것인가? 눈빛은 하늘빛처럼 신비롭기만 한데.... 탁, 이윽고 마지막 장이 덮이고, 백의인은 어린탄강결을 서가에 다시 꽂으며 나직하게중얼거렸다. "소림사의 달마세수경과 비교해 조금도 뒤떨어지지 않는다." 감탄어린 음성이었다. "아니... 반탄강이 부분에서는 도리어 달마세수경을 앞선다. 실로 놀라운 일이다....!" 아아! 이럴 수가... 이것은 진정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어린탄강결의 내용이 놀라운 것이 아니라 백의인의 말이 놀라운 것이다. 그의 말은 이미 달마세수경을 완벽히 이해하고 있다는 뜻이 아닌가? 달마세수경! 그것은 소림사의 최고무학이 아니던가? 천여 년 동안 소림사에서도 그것을 완벽히 터득한 고승은 겨우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로 심오한 것이었다. 한데, 백의인이 이해하고 있다니.... "달마세수경은 심결을 이용하여 머리의 백회혈에서 시작된 진기가 발바닥의 용천혈로 내려가는 순리운행법이지만..." ...... "어린탄강결은 진기가 용천혈에서 시작되는 역행법이다. 때문에.... 반탄강 기가 그만큼 강해지는 것이다." 백의인 도대체가 막힘이 없었다. "자부문은 일대검가인줄 알았더니 신공 분야에서도 상당한 조예가 있었군...!" 그순간 백의인은 또다시 유유한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그 후에도 백의인의 행동은 처음과 똑같았고책을 그집어 내어 순식간에 넘 기고 가끔씩 놀라운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숨막힐 듯한 정적... 그 속에, 백의인의 발소리와 간간이 들리는 책장 넘어가는 소리만이 적막에 휘싸인 서고를 울리고 있었다. ..... 문득, 백의인은 돌연 걸음을 멈추었다. 복도 바닥, 그곳에는 붉은 선이 그어져 있었다. 백의인의 발은 그 붉은 선이 그어진 바로 앞에 멈춰 있었다. 일순, ".......!" 백의인은 쓰윽 자신이 지나온 끝없이 펼쳐진 서가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후후... 제 삼서관, 팔일 만에 빠져 나오는군..." 제 삼서관....! 그가 지나온 서가의 명칭인가? 이마를 지그시 눌러보는 백의인의 손, 여인의 손인 양 새하얀 섬섬옥수였다. "내가 북경만서루에 들어온지 오십 일... 볼수록 나를 감탄시키는구나....!" 백의인, 그는 바로 담천우여 . 이곳은 북경만서루의 서고였고..... 담천우는 엄청나게 변해 있었다. 그 중에서도 눈, 담천우의 눈에서 일어나는 지혜의 빛! 그 빛은 대해의 깊음처럼 무겁고 잔잔하여 보는 이의 심혼을 빨아들이는 마 력적인 눈빛이었다. 또한, 전신에서 늠연히 피어오르는 기도, 하늘을 떠받치고 있는 애산의 장엄한 기운이었다. 오오...! 어찌 이토록 변했단 말인가? 오십일! 북경만서루에 든지 오십일만에 그는 너무도 엄청나게 변해 있는 것이었다. 일순, 담천우는 붉은 선을 성큼 넘어서며 나직이 뇌까렸다. "이곳부터가 제사서관인가.....?" 제사서관...! "제사서관에는 십 육개의 검파와 서른 두개의 대소문파의 비기가 내장되어 있다." ..... "그 중에서 검문의 풍뢰검류와 백와교의 백화미가수가 가장 강하다." ..... "법사곡의 사술도 익혀둘만한 것이지..." 그러다가 담천우는 흰 이를 드러내며 미소했다. "후후... 하여튼 북경만서루 이곳은 천하를 옮겨다 놓은 것 같군...." 일순, 그의 뇌리에 우문현백의 북경만서루에 대한 설명이 떠올랐다. ------회주.... 천이백 년 전 천외사세가 중원을 침범할때, 천하가뭉쳐 그 들과 맞섰습니다. 하나... 이기지 못했습니다. ------천외사세...! 그들은 엄청나게 강합니다. 그들과 대항하려면 우선 천 하의 형편과 그들의 무공을 알으셔야 합니다. 천하를 알아야 한다! ------북경만서루에 모든 것을 완벽하게 준비해 두었습니다. 중원은 물론 동영,천축,대막,북해의 모든 것을 서고의 스물 네 칸에 나누어 지역의 풍습 ,학문, 무학들을 구분하여 비장해 두었습니다. 즉, 북경만서루에 천하를 축소해 둔것이다. -----각 지역의 경계를 붉은 선으로 표시해 두었고... 회주께서는 이곳을 통과하셔야 합니다. -----책의 양은 거의 백만 권에 이르도록 엄청납니다. 제목만 외우려 해도 몇십년이 걸릴 것입니다. 선별해서 읽으십시오. 그것은 회주의 능력입니다. -----이곳을 통화사힌 후 회주께서는 평가를 받으실 것입니다. 물론...합격 되지 않고서는 구룡천동에 들 수가 없습니다. 일은 그렇게 된것이다. -----잊지 마십시오. 천외사세...! 그들은 이미 활동을 개시했고....시간이 촉박하다는 것을...! 담천우, 그는 우문현백의 말을 떠올리면서 소리없는 미소를 지어냈다. '총사... 본인을 시험하지 않아도 되오. 평가는 이미 내 스스로 했으니...!' 스스로...! '후후... 가장 확실한 방법이지.' 이내, 담천우는 붉은 선을 넘어 제사서관 속으로 유유히 걸음을 옮겼다. 담천우, 그는 그곳에서 또 무엇을 얻을 것인가? 고즈넉히 그의 등 위로 내려앉는 정적... 한데, 바로 그 순간! 담천우의 모습을 은밀히 쏘아보고 있는 두 줄기 신광이 있었으니.... '두 눈으로 보면서도 도무지 믿어지지가 않는다....' 신광은 불신으로 흔들리고 있었다. '하나... 분명히 한치의 오차도 없이 적절한 책만을 선별해서 읽고 계시다...' 그때 담천우의 모습이 서가의 모퉁이를 돌아 사라졌다. 하자, 스스슥! 한쪽 구석에서 한 인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우문현백, 바로 그가 아닌가! 혜안에 번갯불 같은 신광이 폭사되고 있지만 격정이 어우러져 있었다. "나는 적어도 회주께서 한 서관을 통과하는데 소요되는 일자를 오십일로 잡 았다. 한데...." 가늘어지는 눈매, 무엇을 생각함인가! "처음 제 일서관을 일십 팔 일만에 통과하였고 제 이서관을 십 사일, 제 사 서관을 팔일만에 통과했다. 음... 믿어지지가 않는다....!" 얼굴빛이 기쁨과 침중함이 빠르게 교차되고 있었다. "하여튼... 회주의 성취가 상상 이상으로 빠르다. 이대로라면 회주께서는 일년안으로 구룡천동에 들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꽈악 맞물리는 입술, 비장함이 서렸다. 일순, 맞물린 입술 사이에서 한 서린 뇌까림이 새어나왔다. "내 계획도 앞당긴다....!" 문득 그의 음성이 칼날처럼 허공을 끊었다. "환풍, 사자신전에 연락하여 구룡첩을 발송하고 사자군림전을 열도록 일러라." 순간, 어디선가 무심한 환풍의 음성이 대꾸해 왔다. "총사... 너무 성급하신 것 같습니다." 찰나, 우문현백의 눈에서 서릿발 같은 섬광이 번쩍 토해졌다. "환풍, 말이 많아졌구나!" 잠시 대꾸가 없었다. 그리고, "죄송합니다." 무심한 음성 속에 두려움이 은은하게 배어져 흘러나왔다. "신속하게 움직여라." "알았습니다." 무심한 환풍의 음성은 사라졌다. 우문현백, "....." 그는 담천우가 사라진 곳을 바라보며 움직일 줄 몰랐다. 그러다가 한참 후, "어쩌면..... 늦었는지도 모른다....!" 그의 입에서 의미모를 중얼거림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대체 그의 진정한 신분은 무엇인가? 아직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밤, 북경만서루의 밤은 다시금 깊어 가고 있었다. 알 수 없는 비밀과 신비를 간직한 채.... 제 이십육 장 껍질을 홀랑 ----구룡전! 북경만서루의 후원에 위치한 거대한 구층의 전각, 조용하고 고요가 흐르는 가운데, 인기척을 전혀 느낄 수 없었다. 하나, 아는가? 이곳엔 감히 나는 새조차 함부로 출입할수 없다는 것을... 우주건곤구구진! 가공할 절진이 펼쳐져 있는 것이었다. 함부로 침범했다간 아예 형체도 없이 분시되고 만다. 밤, 천지가 온통 어둠에 가리워지고, 그 속에 은은한 월광이 빛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월광은 구룡전의 지붕에 부서지고 있었다. ..... 실내, 한자루의 황촉이 스스럼없이 몸을 태우고 있는 가운데, ".....!" 백의사내, 실로 눈부시도록 아른다운 사내..... 담천우! 그는 단아한 모습으로 탁자에 앉아 책장을 넘기고 있었다. 사락... 사라락.... 책장이 넘어가는 소리가 마치 여인의 옷을 벗는 음향처럼 들렸다. 한데, 책자.....! 그 속에는 남녀가 온갖 해괴한 자세로 정사를 벌이는 광경이 적나라하게 적 혀있지 않은가! 불빛 탓인가? 담천우의 얼굴이 붉어졌다. "후후... 색화문의 방중술은 정말 지독하군...." 멋적은 뇌까림, "화모의 일만 아니었더라면 보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 그가 지금 보고 있는 것은 극심한 내상이나 독에 중독되었을때 남녀가 정사 를 하면서 치유하는, 기상천외의 방중비술 이었다. 색화문! 무림에는 여인들로만 구성된 사이한 집단이 있었다. 색녀들의 집단, 그곳이 바로 색화문이다. 색화문의 여인들은 늙지를 않는다. 이유는, 색화문에서만 비전되어 내려오는 옥녀음양비술이라는 방중비술이 있기 때문 이었다. 즉, 정사중 사내들의 양기를 흡입하여 젊음을 유지하는 비법! 또한, 색화문의 여인들은 지독히도 아름답다. 눈이 멀어버릴 정도로.... 그래서 이런 말이 있다. ----색화문의 여인들을 만나면 차라리 자신의 두 눈을 뽑아 버려라! ----그로인해 목숨을 유지할 것이다. 그 정도였다. 그만큼 색화문은 사이한 집단이었다. 한데, 담천우가 지금 색화문의 옥녀 음양비술을 탐독하고 있었으니..... 웬만한 일에는 조금의 동요도 보이지 않던 담천우조차 핏발이 은은히 곤두 서고 있었다. "이것이면 화모의 춘고를 충분히 억제시킬 수 있겠군." 화모! 그렇다. 그녀는 지금 야교의 교주 야제 탁우비의 춘고에 중독되어 한달에 한 번씩 탁우비와 정사를 갖지 않으면 욕정이 폭발하여 내장이 녹아버릴 형편이 아 니겠는가? 한데 담천우가 탁우비를 죽여 버렸으니..... 하여튼, 누군가가 그녀의 춘고를 억제시켜야만 되는 것이었다. 담천우는 바로 그것을 생각하고 있었다. 탁, 이윽고, 옥녀음양비술의 마지막 책장을 조용히 덮었다. 고개를 드는 담천우, 그의 눈빛이 신비롭게 빛나고 있었다. "후후.... 팔자에 없는 괴이한 짓을 해야 되겠군..." 담천우, 그는 대체 어떤 방법으로 화모의 욕정을 억제시킬 것인가? 두고볼 일이었다. 문득, 담천우는 자리에서 조용히 일어났다. "이제 그만 눈을 붙여 볼까...." 쓰윽! 그의 손가락이 황촉불을 향해 겨누어졌다. 순간, 파파파앗! 손 끝에서 무시무시한 뇌전이 벼락처럼 토해졌다. 오오....! 그 기세.... 천근 암반이라도 일지에 꿰뚫어 버릴 최강의 힘이었다. 한데, 정작 그 빛이 황촉불에 닿자 황촉불이 마치... 살랑 바람에 꺼지듯 가볍게 꺼지는 것이 아닌가? 파아! 일시에 스며드는 어둠, 하나 달빛이 워낙 밝으므로 어렴풋이 실내의 모든 것이 보였다. 담천우, 그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과연 천뢰탄지의 위력은 천하무적이다. 과거 천회옹이 일지로 사도의 고수 이백여명을 꿰뚫어 버렸다는 것이 허언이 아니구나...." 아아! ------천뢰옹-----! 그는 바로 칠백년 전의 기인이 아닌가? 지법! 그 하나로 천하무적으로 군림했던.... 천뢰탄지! 바로 천뢰옹을 천하무적으로 일컬으게 했던 가공할 지공 이었다. 한데, 조금전에 담천우가 펼친 지공이 바로 천뢰탄지라니....! 더욱이 담천우는 천뢰탄지를 자유자재로 운행하고 있지 않은가? 일단 발출된 강기를 강약으로 연환시킨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그런데, 담천우의 손끝에서 뇌전처럼 폭사되던 경력이 촛불에 이르러서는 미충처럼 변했던 것이다. 그것은 바로 강기를 마음대로 조절한다는 증거가 아니겠는가? 이때, "...." 담천우는 창 밖을 망연히 응시했다. 물결처럼 스며드는 달빛.... 담천우의 온몸은 달빛에 푹 젖어들었다. "나는 많은분들에게 너무 많은 은혜를 입었다." 눈빛에 아스라이 고이는 상념, "십지무황 할아버지의 목숨과 바꾼 사갑자의 내공.... 불사약왕께서 평생을 걸쳐 제조한 불사금정단을 내가 먹었다. 내 몸에는.... 나조차 알수없는 엄청난 내공이 잠재해 있는 셈이지." 그렇다. 내공! 그것은 가히 불세의 천년내공이었으니... 고금미증유의 공력인 것이었다. 천하의 그 누가 그와 내공을 견줄 수 있단 말인가? "덕분에 나의 연성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빠르게 진전되고 있는 것이다." 담천우 그의 눈 빛은 신비롭도록 맑고 깊었다. 문득, 그의 동공에서 한 줄기 기광이 번쩍 토해졌다. 착각인가? 담천우의 전신이 찬란한 광채에 휩싸인 듯하더니 월광이 그의 주위에서 주 춤 물러서는 듯했다. "나로 인해 희생된 그분들을 위해서라도 기필코 중원을 지켜야 한다." 아아! 아는가? 중원이여그대를 향한 영웅의 눈빛이 이곳에 있음을... 일순, 담천우는 천천히 돌아서서 침상을 향했다. "피곤하군...." 그는 옷을 입은채로 침상위에 몸을 던졌다. 곧이어, 고른 숨소리가 침상 위에서 들려왔다. ...... 창문을 통해 월광이 서러운 빛깔을 부리며 흘러 들어오고 있었다. 꼼짝도 하지 않는 담천우, 한데, 그때였다. "후후... 대단하군...." 돌연 담천우의 입에서 나직한 실소가 흘러나오는 것이 아닌가? 잠들지 않았단 말인가? 문득, 담천우는 눈을 번쩍 떴다. 그는 깨어 있었다. "우주건곤구구진을 단 한치의 오차도 없이 깨끗하게 통과하고 있다. 경공술 또한 초일류급이다......" 대체 무슨 말인가? 별빛처럼 빛나는 눈빛 "이십 잘 밖.... 한데.... 이상하군. 몸을 은밀하게 숨길 생각을 하지 않으 니...." 그렇다. 담천우는 지금 침대에 누워 구룡전으로 다가오는 누군가를 포착하고 잇는 것이었다. 사실 그의 천리지청술은 상당한 경지에 이르러 있었다. 잠 속에서도, 그는 수십 장 안의 모든 인기척을 감지할 수 있을 정도였다. 문득, 담천우는 씨익 미소했다. "후후... 저러다가 천무종에게 혼나지..." 그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파아아악! 허공을 일시에 양단시키는 섬날한 파공음이 터졌다. 동시에, "아악!" 다급한 비명성이 울려 퍼지며, 찌이----- 이이익------! 의복이 찢어나가는 듯한 음향이 들렸다. 이어, "웬놈이냐?" 뜻밖에도 여인의 음성이 아닌가? 뒤를 이어 천무종의 무감정한 음성이 들렸다. "계집치곤 제법 한 가닥 하는구나...." 담천우는 침상에서 벌떡 일어섰다. '무식한 저녀석이 사고를 치기 전에 빨리 나가봐야겠군.' 스스슥! 어느새 그의 신형은 연기처럼 창 밖으로 빠져나가고 있었다. >< >< >< >< >< >< 후원의 뜰, 교교로운 달빛을 받으며 두 인물이 오 장 간격으로 대치하고 있었다. 석상처럼 무표정한 천무종! 그리고, 한 명은 여인이었다. 아찔하도록 아름다운 미녀 였다. 일신에 새하얀 백의를 걸쳤는데 늘씬한 굴곡의 교구는 숨길 수 없었다. 마치, 한 떨기 백장미를 연상케 하는 여인이었다. 더욱이 청초하면서도 고귀로운 기풍은 사내로 하여금 아찔한 현기증을 느끼 게 할 정도였다. 더구나 달빛 속에서 있는 모습이라니.... 한데, 오오....! 그녀였다. 언젠가 담천우와 함께 관 속에 숨어 제황성에 들어갔던 여인! 그렇다. 우문연지! 바로 우문현백의 손녀인 그 여인이었던 것이다. 그녀는 지금 앞섶이 찢겨져 가슴이 거의 드러날 지경이었다. 눈빛이 어리둥절함과 분노로 차갑게 굳어 있었다. "그대는 누군에 이유도 없이 나에게 이런 짓을 하는 거죠?" 날카로운 음성이 었지만 아름다왔다. 하나, 천무종에게서는 어떠한 감정의 동요도 없었다. "자고로 야밤에 살금살금 다니는 계집이란 엉뚱한 짓이나 하고 다니는 법이 다. 그저 껍질을 홀랑 벗겨 매달아 두는 것이최상책이지...." ------껍질을 홀랑! 무지막지한 천무종의 말, "......! 우문연지는 기가막힌 표정이었다. 그래도 느닷없이 자신에게 살수를 펼쳐오는 상대가 뜻밖에도 너무나 준수하 여 잠시 부드럽게 대하려 했건만, 천무종의 말은 너무도 무식하지 않은가? 그녀의 눈썹이 상큼 치켜졌다. "흥, 이.... 파렴치한! 남의 집에 함부로 들어온 주제에....!" 돌연 그녀의 신형이 둥실 더올랐다. 찰나, 파..... 아아앙....! 허공에 뜬 채 신형이 그대로 틀어젖혀지며, 슈우우우욱-------! 그토록 고운 섬섬옥수에서 무수한 장영이 피어올라 벼락처럼 천무종을 향해 꽂혀갔다. 가공할 기세였다. 천무종은 슬쩍 머리를 들었다. "계집치곤 제법이다." 천무종의 우수가 쭉 뻗어오는 것은 그 순간이었다. 우우우우웅--------! 엄청무비의 장력이 폭풍처럼 허공을 무찔러갔다. 콰르릉------! 천지박살의 대폭음이 터져나가고, "어맛!" 우문연지의 신형은 허공에서 가랑잎처럼 휘청거리고 있었다. 그녀는 경악했다. '이.... 이럴 수가....! 천환옥수장이 밀리다니....!' 아아? 천환옥수장---------! 삼백 년 전의 기인, 천수신군이 대마왕 혈영오마존을 꺾어 버렸던 경세무공이아닌가? 사실 그녀는 천환옥수장이면 쉽게 제압하리라 굳게 믿었었다. 그래서 칠성 정도의 공력만을 사용했었다. 그녀의 실수였다. 천무종을 너무 몰랐던 것이다. 우문연지는 맑은 기합성을 토하며 다급히 몸을 쑤욱 솟구쳤다. "야핫------!" 하나, 천무종이란 인간은 원래 감정이란 것이 없었다. "웃기는 수작!" 그의 왼손에는 어느새 한 자루 단검이 들려 있었는데, 번------ 쩌--------- 억------! 휘황찬란한 검화가 몸서리치게 피어오르며 우문연지를 가차없이 쪼개가는 것이아닌가? 우문연지의 안색은 파랗게 질려 버렸다. '시..... 실수다.....!' 신형을 간신히 가다듬은 터라 미처 피할 수가 없었다. 그녀의 허리가 반쪽이 날 판이었다. 한데, 바로 그때였다. 담담한 음성이 들려왔다. "천무종, 멈춰라." 순간, 스------ 으으------- 윽--------! 한 줄기 흰 빛이 번개 이상의 속도로 우문연지를 향해 쏘아갔다. 파아아아앗! 검기가 속절없이 허공을 그어냈다. 그 사이, 우문연지의 신형은 사뿐히 지면으로 내려서고 있었다. 한데, 그녀의 허리를 바싹 끌어안고 있는 백의인! 담천우가 아니겠는가? 그가 천무종의 검기로부터 우문연지를 구해 낸 것이다. 이때, 천무종은 무뚝뚝한 음성으로 말했다. "주인, 어서와라." 담천우는 천무종을 슬쩍 노려본 후 우문연지를 그윽히 응시했다. "소저, 다시 만나게 되어 정말 반갑소." 우문연지는 이미 자신은 죽은 목숨이라 생각했던 터라 정신이 하나도 없었 다. 그러다가 담천우의 음성을 듣고 시선을 들었다. 순간, 그녀의 눈망울이 커질 대로 커지고 말았다. "다.... 당신은....!" "그렇소.... 언젠가 당신과 제황성으로 동반했던 사람이오." 담천우는 신비롭게 미소했다. 우문연지는 약간 놀란 표정을 지었다. "당신이 지... 금 나를 구했나요?" "그런셈이오." "......!" 우문연지는 머리가 혼란해졌다. 과거 담천우는 무공이 백지상태가 아니었던가? 한데, 담천우가 지금 허공에서 자신을 낚은 수법은 초일류고수를 능가하는 경공술 이 었으니.... 우문연지는 경악의 시선으로 담천우를 응시했다. "당신이 어떻게 이곳에...?" 일순, 담천우는 씨익 웃었다. 사내라도 반해버릴 정도로 마력적인 미소! 우문연지의 가슴은 묘한 떨림으로 와르를 무너져 내렸다. "......!" "하하... 소저와의 만남은 항상 기이하구려. 달밤 그리고... 묘한 자세...." 순간, 우문연지는 기겁했다. "어맛!" 그녀는 가슴을 감싸안으며 화들짝 담천우의 가슴에서 떨어졌다. 천무종에 의해 앞섶이 찢겨져 가슴이 거의 노출된 상태였고 담천우의 품안 에 안간 사오항이었던 것이다. 우문연지, 고개를 숙이는 그녀의 목덜미와 얼굴이 불에 타는 듯이 붉어졌다. "하하.. 이렇게 되어 우리는 서로의 목숨을 한 번씩 구해준 셈이 되었소이다." "그.... 그렇군.... 요....." 더욱 숙여지는 우문연지의 얼굴, 그때였다. "아가씨....!" 허공을 뒤흔드는 굉음이 들리는가 싶더니, 우우우웅! 바람을 가르며 거대한 체구가 떨어져 내렸다. 쿵! 지축이 흔들렸다. 그리고 또 한 번의 웅후한 음성이 터졌다. "아가씨, 언제 오셨습니까?" 흔천왕, 바로 그였다. 흑천왕은 우문연지의 모습을 바라보다가 눈이 휘둥그래졌다. "아가씨....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우문연지를 자신의 목숨보다 소중하게 여기는 흑천왕이 었다. 일순, 그의 시선이 맞은편에 서 있는 천무종을 향해 돌아갔다. 그는 상황을 대번에 파악했다. 그의 눈꼬리가 쭈우욱 찢어졌다. "우아아아아! 이 개구리 넙적다리 같이 희멀건한 자식, 오늘 사생결단을 내 겠다." 쿠아아아아앗-------! 천무종을 향해 무지막지하게 쳐들어가는 흑천왕의 권풍! 사양할 천무종이 아니었다. "그거 좋지." 슈우우우웅------! 폭풍처럼 떨쳐 나가는 장력의 소용돌이, 콰쾅! 땅가죽이 뒤입어지고 천지가 대굉음 속에 짓이겨졌다. 쿵,쿵! 한 걸음씩 물러서는 흑천왕과 천무종, 흑천왕이 조금 밀리는 편이었다. 흑천왕의 얼굴이 분기탱천하여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이... 개구리 넙적다리 같은 자식이.....!" "곧 죽을 성성이 잡종놈이 말이 많다." "이.... 이놈....!" 또다시 무섭게 격돌하려는 순간, "너희 두 놈은 한시도 조용할 날이 없구나." 후원 구석에서 온후한 음성이 들리며 우문현백이 쓰윽 모습을 드러냈다. 일순, 흑천와으이 시선이 힐끗 돌아갔다. "루주님....!" 흑천왕은 지난 번 엉겁결에 손을 멈췄다가 냉혹한 천무종에게 혼쭐을 당한 적이 있는지라 이번에는 아예 멀찌막히 물러섰다. 第 二十七 章 무서운 毒功을 사용하는 少女 이때, 우문연지는 탄성을 터뜨리며 우문현백을 향해 달려갔다. "할아버지....!" "허허허... 연지야!" 우문현백의 벌린 팔 안으로 우문연지가 사슴처럼 안겼다. "얼마나 보고 싶었다구요, 할아버지." 우문현백은 그녀의 어깨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그의 눈빛에는 지극한 자애로움이 밀물처럼 고여들고 있었다. "허허... 몇달 도앙 우리 연지가 부쩍 더 큰것 같구나. 그래.... 제황성 의생활은 재미있었느냐?" 우문연지, 그녀는 우문현백의 가슴에 얼굴을 부비며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 하나도 재비가 없었어요. 역시 연지는 북경만서루가 제일이예요." 천하의 재녀인 그녀, 그녀도 이순간만큼은 응석을 부리는 손녀였다. 우문현백은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허허허... 그거 실망이구나. 이 할아비는 네가 제황성에서 멋진 백마의 기 사님이라도 만날 줄 알았는데..." 우문연지는 입술을 삐쭉 내밀었다. "피이.... 연지는 시집 안가요. 할아버지하고만 살거예요." 우문현백은 짐짓 눈을 부라렸다. "녀석...! 이 할아비에게 증손자를 안아볼 기회도 주지 않겠다는 것이냐?" 우문연지의 얼굴이 대번에 연분홍빛으로 물들었다. "그녀는 우문현백의 가슴을 마구 쿵쿵 두들겼다. "아이... 할아버지...." "허허허허....." 우문현백은 담천우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담천우는 조손의 흐뭇한 상봉을 말없이 바라보며 은은한 미소를 지어내고 있었다. 우문현백은 우문연지의 어깨를 밀어내며 말했다. "연지야... 먼저 회주님께 인사부터 드려라." "회주....?" 우문연지는 총기 서린 눈망울을 동그랗게 뜨며 우문현백을 빤히 올려다 보 았다. 그러다가 우문현백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느 담천우가 달빛을 흠뻑 받으며 조용히 서 있었다. ".....!" 콰앙....! 그녀의 가슴은 엄청난 격동으로 치떨리며 터져나갔다. 멍한 그녀의 귓전에 우문현백의 음성이 스쳤다. "회주, 속하의 미숙한 손녀입니다. 귀엽게 보아주십시오." "총사... 대단한 미인을 손녀로 두었소이다." 그 순간, 우문연지의 모든 기능은 일시에 정지되었다. '저 분이 회주....!' 회주! 지금까지 우문현백으로 두터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은 단어였다. ---------언젠가는 회주께서 찾아오실 것이다. ---------그분께서는 구룡회를 이끌고 중원을 구하실 분이란다. ---------그 분은 천고의 영웅이시며, 중원의 주인이시란다. '아....!' 우문연지의 가슴이 마구 떨렸다. 달빛 속에 서 잇는 담천우의 모습은 너무도 신비로운 것이었다. 일순, 우문연지, 그녀의 신형이 나비처럼 사뿐히 가라앉았다. "우문연지, 회주님께 인사드립니다." "하하하....!" 맑게 웃어버리는 담천우, '아....!' 고개르 드는 우문연지의 동공 가득 담천우의 자태가 자리를 잡으며 그녀 의 눌길은 아련한 몽념 속에 잦아졌다. '저분... 저분이 회주라니...!' 그러면서 담천우의 손길이 스쳐갔던 부분이 새삼 따뜻하게 느껴지는 것은 무엇인가? 이때, 우문현백이 그녀의 어깨를 토닥 거렸다. "연지야, 제황성에서 있었던 일이 듣고 싶구나." 언뜻 우문연지는 상념에서 깨어났다. "예, 할아버지" "어서 들어오너라. 회주께서 너무 오랫동안 서 계셔서 송구스럽구나." ".....!" 우문현백을 따라 걸음을 옮기는 우문연지는 자꾸만 뒤를 돌아보았다. '저분이 회주.... 저분이....!' 담천우는 그저 조용히 웃고만 있는데, 우문연지의 가슴은 수만 가지의 벅찬 상념으로 정신없이 교차되고 있었다. '저분과의만남은... 운명... 운명이었어...!' 운명! 그녀는 이순간 어떤 운명을 떠올리고 있었다. >< >< >< -------제황성주의 고질은 이미 손을 대기엔 늦었어요. -------이미 그 분은 내공을 구할 이상 상실했으니까요. 소녀는 단지 금혈 대법으로 더 이상 고질이 번지지 않게 했을 뿐이예요. -------그리고 절대삼역을 조사해 보았지요. -------금마동에서 작은 무덤을 발견했어요. 회주의 말씀을 듣고 보니 그곳 이 바로 십지무황, 그 분의 무덤이었군요. -------한데, 십지무황 그 분의 행방을 추적하다가 이상한 것을 발견했어요. -------절대삼역 중 사정과 혈무탑에 누군가가 은밀히 드나들고 있었어요. -------확실해요. -------하마터면 그들과 마주칠뻔 했으니까요. 더구나 그들에게서 느껴지는 기도는 결코 소녀보다 하수가 아니었어요....! 심상치 넴은 일, 그것이 제황성에서 벌어지고 있음이 확실했다. 과연..... >< >< >< 가을, 맑은 하늘이 유난히 푸르게 보였다. 천고마비의 계절이기 때문인가? 천지의 모든 것이 풍요롭고 아름다왔다. 파아....! 한 줄기 인영이 북경만서루의 담을 넘어 빛살처럼 치달리고 있었다. 오오...! 섬광! 실로 엄청나게 빠른 신법이었다. 육안으로조차 느낄수 없는..... 단지 백색광선이 쏘아져 나가는 듯한 착각을 느끼게 할 뿐이었다. 백영, 순식간에 백여장을 벗어나고 있었다. 방향은 동남쪽, 슈아아아앗--------! 미끄러지듯 쏘아져 나가는 백영, 문득, 백영이 우뚝 신형을 멈추었다. 한적한 야산의 수림 속이었다. 숲, 밀림처럼 고목들이 둘러싸여 있어 . 이때, ".....!" 백영은 쓰윽 뒤를 돌아보았다. 아! 담천우, 그가 아닌가! 그는 입가에 의미모를 야릇한 미소를 그려내었다. "후후.... 이쯤이면 천무종 그녀석을 감쪽같이 따돌렸겠지...." 이어, 그는 여유있게 걸음을 떼어놓기 시작했다. "주착없는 자식....! 화모를 만나러 가는데 자꾸 따라오겠다면 어쩌겠다는 거야. 더구나...." 담천우는 입맛을 쩝 다셨다. "다른일도 아니고 그일 때문인데..." 그 일.....? 대충 짐작이 가는 일이었다. 지금쯤 화모의 춘고가 서서히 발동될 시기였던 것이다. '그녀의 욕정이 폭발하기까지는 아직 여유가 있다....' 맑은 하늘, 소슬한 바람... 붉게 물들어 눈을 현란케 하는 산하! 담천우는 이러한 것들을 감상하며 느릿하게 걷고 있었다. '이런 분위기는 실로 오랜만이군.' 한데, 문득 그의 표정이 돌연 무참하게 일그러지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지극히 험악한 음성이 터져나갔다. "천무종, 정말 이렇게 계속 따라올테냐?" 하자, 수림 속에서 무뚝뚝한 음성이 들려왔다. "주인, 그런말마라... 주인이 있는 곳에 내가 있고 주인이 가는 곳에 나도 간다." 천무종, 바로 그의 음성이었다. 담천우는 발을 쾅 굴렀다. "하여튼 따라오지 마라. 제발..." "나는 따라가는 것이 아니고 주인을 보호하는 것이다." 천무종의 음성은 유들유들 했다. 담천우는 이를 갈았다. "이제 내 한몸을 충분히 지킬 수 있으니 너는 없어도 된다." "항우가 힘이 없어 수하들을 데리고 다녔냐? 주인이란 부하가 있어야 제격 이다." '크... 말이나 못하면...!' 도저히 포기할 천무종이 아니었다. '도저히 이대로 돌아갈 놈이 아니다.' 담천우는 귿 한숨을 쓸어내며 체념 서린 음성으로 말했다. "네 마음대로 해라. 하나... 내 일에 방해가 되면 그냥 안 두겠다." "알았다. 주인." 음성과 함께, 파아아앗...! 수림속에서 흑영이 번뜩 솟구쳐 담천우의 옆에 나란히 섰다. 그는 검은 무복을 멋들어지게 차려 입고 있었다. 담천우는 그를 힐끗 응시하며 영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다. '찰거머리 같은자식...!' 그는 천무종을 거들떠 보지도 않고 휘적휘적 걸어갔다. 그 뒤를 묵묵히 따르는 천무종, 담천우의 내심을 아는지 모르는지 마냥 무표정할 뿐이었다. "...." 초가을의 무르익은 풍광이 어우러진 야산, 그 산로를 이제 두 사람이 다정하게 걷고 있었다. ..... 그로부터 거의 한 식경 동안, 담천우와 천무종! 그들은 말 한마디 나누지 않고 산로를 진행하고 이었다. 한데, 문득 천무종의 이마가 가볍게 찌푸러졌다. "주인, 십리 밖에서 무언가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지고 있는데...." 천무종, 그는 백 장 밖의 낙엽 떨어지는 소리를 들었다던 환제 여무송의 귀를 달고 있지 않은가? 담천우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퉁명스럽게 말했다. "나도 듣고 있다." "가보자, 주인." 담천우는 영 입맛이 썼다. '크윽.... 자기가 꼭 주인같군.' 일순, 담천우는 몸을 쑤욱 솟구쳤다. "천무종, 따라와라." 파아.... "같이가자, 주인." 슈아아앗--------! 천무종도 황급히 담천우를 따라 신형을 날렸다. 삽시간에 그들의 모습은 사라져 버렸다. ..... 수림의 공지, 매우 기이한 광경이 벌어지고 있었다. 십 이 세 정도의 혈의소녀를 중심으로 기괴한 행색의 흑의인 들이 둘러싸고 있었다. 모두 열 두 명, 머리는 흘러내려 허리까지 이르러 있고, 가슴에는 푸른 초생달 무늬, 손에는 섬뜩한 빛을 발하는 시퍼런 잔월검을 들고 있었다. 눈 빛은 무심했다. 아예 모든 감정이 죽은 듯한 눈빛이었다. 단지, 지독한 살기 만이 흐르고 있었다. 아아! 이러한 눈빛.... 이러한 눈빛은 죽음과 인간한계에 도전한 적이 있는 무섭도록 가혹한 훈련 을 거친 살수들에게서만 볼 수 있는 눈빛이 아닌가? 반면에, 혈의소녀! 숨막히도록 아름답고 귀여운 소녀였다. 한데, 그토록깜찍하고 아름다운 소녀의 얼굴에는 어쩐지 사악한 사기가 짙게 배여 있었다. 일신에는 몸에 꽉 끼는 혈의를 입고 나이에 맞지 않게 성숙한 육체의 굴곡 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었다. 막 솟아오르는 봉긋한 젖가슴.... 한줌에 쥐어질 듯 잘록한 허리에서 무르익어가는 둔부로 이어지는 묘한 분 위기의 선..... 오오....! 온몸으로 뿐어내는 그 숨막히는 매력이여...! 더구나, 입가에 매달고 있는 사이한 미소... 실로 마력적인 느낌이었다. 한데, 그녀의 주위에는 대략 십여구의 끔찍한 시신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반쯤 녹아버린 시신들! 모두 흑의인들과 같은 행색의 시신이었다. "호호호.... 꽃을 사세요. 아름다운 꽃이에요." 기이하게도 소녀의 손에는 한 송이 붉은 장미가 들려 있었다. 소녀는 꽃송이를 흑의인들을 향해 흔들고 있지 않은가? 한데도, 흑의인들은 표정을 긴장시킨 채 함부로 소녀를 향해 접근하지못하고 있었 다. 그때였다. "요망한 계집년!" 파------ 아-------- 아-------- 앗---------! 잔월검 하나가 소녀의 등뒤로 섬날하게 파고들었다. 빛을 무색하게 하는 가공할 쾌! 찰나, 소녀의 신형이 빙글 돌려지며 꽃송이가 쑤욱 밀려 나갔다. "호호호... 꽃을 사세요!" 순간, "크윽!" 검과 한 덩어리가 되어 쏘아지던 흑의인이 목을 움켜잡고 비틀거리는 것이 아닌가! 순식간에 그의 얼굴은 시푸르뎅뎅하게 변했다. "으으... 윽------! 어.... 느새.... 당했...... 다..... 니...." 쿠웅....! 그의 신형이 나무토막 처럼 허물어지는데, 오오! 널브러진 그의 육신이 가슴부터 스믈스믈 녹기 시작하는 것이 아닌가? 실로 가공할 광경이었다. "이.... 이.... 찢어죽일 년.....!" "사라...! 네년의 독공을 너무 쉽게 생각한 우리 백발살객의 실수다....!" 나머지 흑의인들의 눈에서는 극심한 살광이 무섭게 폭사되고 있었다. "호호호.... 꽃, 아주 예쁜 꽃이예요. 원하시면 도두 드릴 수 있어요." 소녀는 생글생글 웃고 있었다. 아랫도리가 후끈할 정도로 염색적인 미소... 바로 그 순간, 흑의인들의 시선이 찰나간에 교환되었다. '어떠한희생을 치루더라도 계집을 반드시 죽여야 한다!' '그것을 목숨을 걸고 완사하라는 검주의 명....!' '살폭지옥검진을 펼쳐라!' 순간, "검주를 위해서....!" "검주를 위해서....!" "가랏-------! 계집!" 흑의인들이 일시에 잔월검을 머리위로 곧추세웠다. 그리고, 파아아아아앗-------! 스---------- 아아-------- 아------- 악--------! 번--------- 쩍! 버-------- 어---------- 언--------- 쩍-------! 솟구치는 자, 날으는자, 지면을 비스듬히 가르는자, 종으로 횡으로 흑의인들이 잔월검과 한 덩어리가 되어 소녀를향해 폭풍처 럼 폭사되어갔다. 오오! 삶을 포기한 동귀어진의 살초! 한데, "호호호... 꽃사세요. 이 꽃은 향기가 참 좋답니다. 마력적인 교갈을 터뜨리며 꽃송이를 허공으로 떨치는 소녀, 휘리리리릭-------! 돌연 꽃입을이 공중에서 폭발하듯이 화려하게 확 뿌려졌다. 파파파파------! 그리고, "으아아아악!" "크------ 아-------- 악!" "끄으으윽!" 흑의인들의 가슴, 목, 얼굴 등에 그토록 유연한 꽃잎들이 사정없이 틀어박 혔다. 정녕 가공할 소녀의 무공! 쿵! 쿵! 쿵! 쿵! 흑의인들의 육신은 마치 서로 다투듯이 무너졌다. 또한 꽃잎들이 박힌 곳으로 부터 스물스물 녹고 있었다. 두 눈에 불신과 경악을 가득 담고.... "호호호.... 오늘은 정말 즐거운 날, 꽃을 다 팔았어." 실로 끔찍한 살인을 저지르고 나서도 소녀는 천진하게 웃고 있었다. 한데, 바로 그때였다. 第 二十八 章 欲情에 몸부림치는 女人 혈의소녀, 그녀의 등 뒤에 이인의 흑의인들이 쓰러져 있었다. 꽃잎은 그들의 배에 박혀 있었다. 돌연, 번쩍! 그들의 눈이 떠지는 것이 아닌가! 눈빛은 죽음이 임박하여 흐릿했지만, 그들은 최후의 기력을 짜내어 소리없이 잔월검을 들어 올리고 있었다. 하나, 소녀는 마냥 교소를 터뜨리고만 있었다. "호호호...." 흑의인들의 손에 불끈 힘줄이 솟았다. 일촉즉발의 순간이었다. 한데, 그때였다. 파아.....! 섬날하게 날아드는 두 줄기 광채, 그것은 붉은 빛으로 곱게 물든 단풍잎이었다. 단풍잎은 소녀를 향해 잔월검을 날리려던 두 명의 흑의인들의 이마에 빛살 처럼 정확이 틀어박혔다. "크윽!" "컥!" 숨찬 비명성, 잔월검을 쥔 손이 부르르 떨리더니 흑의인들이 털썩털썩 무너졌다. 비로소, 소녀는 쓰윽 고개를 돌렸다. 여전히 그녀의 입가에는 사이한 미소가 어려 있었다. "호호호....!" 한데 소녀가 시선을 주는 곳은 흑의인들의 시신이 아니라 오른쪽 숲 속이었 다. 숲속, 그곳에는 눈부시도록 아름다운 두 명의 사내가 서 있었다. 담천우와 천무종! 바로 그들이었다. 소녀의 시선이 천무종의 얼굴에 잠시 머물다가 슬쩍 스치며 담천우의 얼굴 에 날아가 꽃혔다. "오빠가 지금 나를 도와준 거야?" ".....!" 담천우는 대답대신 고개만 가볍게 끄덕였다. 소녀는 픽 웃었다. 순진무구한 치기로움과 극도의 사기로움이 묘하게 뒤엉킨 미소! "피이... 괜히 헛수고만 했어. 나는 이미 알고 있었는데... 잔월검은 결코 나를 어쩌지 못했을 거야. 하여튼...." 스스슷! 소녀의 몸은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는데 미끄러지듯 소녀는 담천우 앞에 다 다르고 있었다. "오빠의 행동은 고마와." 담천우를 빤히 올려다보는 눈망울, "....!" 담천우의 눈빛은 조금의 동요도 없이 마냥 신비롭기만 했다. 하나, 그의 내심은 경악하고 있었다. '굉장한 소녀다....!' '조금 전 꽃잎으로 펼친 무공은 북경만서루의 무공비급에서도 찾아볼 수 없 는 가공할 독공이었다.....! 더구나 지금 시전한 신법 역시....!' '사기와 치기가 공존하는 묘한 분위기... 분명 중원인은 아니다....!' 그때, 소녀는 배시시 미소를 떠올렸다. 일순 담천우는 숨이 콱 막히는 것 같았다. '훗....! 마.... 마소다.....!' 자신이 떠올린 미소가 어느 정도인지 모르는 듯 소녀는 마냥 천진한 음성을 흘려내고 있었다. "내이름은 사라야. 한데... 오빠의 이름은...?" 담천우는 담담히 말했다. "담천우...." "담.... 천우...? 호호... 참 멋진 이름이네." 소녀 사라는 어깨를 웅크리며 깔깔거렸다. 너무도 앙증스런 모습이었다. 도무지 조금 전에 그토록 잔인한 살인을 했다고 여겨지지 않는 모습이었다. 이때, 담천우는 흑의인들의 시신을 쓰윽 바라보며 조용히 입을 열었다. "사라! 이들은 누구며, 너는 어째서 이들을 죽였지?" 순간, 사라는 씨익 웃었다. 가슴이 시릴 정도로 사이한 미소.... "사라는 오빠가 괜히 좋아, 그래서 말할 수가 없어." "어째서지?" "말을 하게 되면 오빠를 죽여야 되거든." 도무지 꺼리낌이 없는 말. ".....!" 담천우는 흠칫했다. '저 눈빛..... 진심이다. 한데....' 그는 사라의 시선을 그윽히 직시했다. '사기로운 눈빛 뒤에는 맑은 빛깔이 보인다. 본래의 심성은 착한 것 같구나...' 그때였다. 잠자코 있던 천무종이 기어코 본색을 드러냈다. "요런 쥐방울 만한 계집....! 감히 아디다 대고 건방진 주둥아리를 놀려...!" 천무종의 주먹이 쳐들어졌다. 하나, 사라는 끄떡도 없었다. 그녀는 천무종을 바라보며 생글거렸다. "호호... 보아하니 아저씨는 천우오빠의 종 같은데 주인 허락도 없이 함부 로 끼어들어도 되는거야?" 기가 막힐 노릇, 담천우는 내심 감탄을 금치 못햇다. '실로 영특한 소녀다....! 한눈에 천무종과 나의 관계를 간파하다니.....' 그때, 무정한 천무종의 눈꼬리가 쭉 찢어졌다. "요게------!" 하나, "천무종!" 담천우의 냉엄한 음성이 가로막았고, 천무종은 입맛을 쩝 다시며 할 수 없다는 듯이 손을 내렸다. 담천우는 사라를 부드럽게 응시했다. "사라가 말을 하고 싶지 않다면 안해도 좋아. 한데 너는 어디서 왔지?" 그러나, 사라는 고개를 살레살레 흔들었다. "그것도 말할 수 없어. 아버님이 절대 말하지 말라고 했거든." "흠...." '무언가 비밀이 많은 아이다.' 담천우는 내심 생각했다. 이어, "오빠는 일이 있어서 이만 가봐야겠다. 사라는 어디로 가지?" 담천우는 부드럽게 말했다. 일순, 사라는 눈을 동그랗게 떳다. "벌써 가려구?" 그러다가 고개를 푹 숙였다. "치잇... 그래서 사라는 언제나 혼자야... 하긴 아버님이 다른 사람들하고 만나지 말라고 했지만...." 그 순간만은 그녀의 전신에서 흐르고 있던 사기도 사라지고 짙은 고독이 피 어나고 있었다. 고개를 들었을 때에는 어느새 본래의 사기로 꽉 차 있었다. "호호호....!" 돌연, 슈아아아아-------! 사라의 신형이 한 마리 비조가 되어 섬전처럼 떠올랐다. "잘 가 오빠------! 언젠가는 또 만날거야!" 그녀의 모습은 순식간에 그곳에서 사라져 ." 담천우는 마치 환상에 사로잡힌 듯한 눈길로 사라가 사라진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사라...! 왠지 기억해 두고 싶구나....' 그러다 이내, 담천우는 몸을 돌렸다. "가자, 천무종!" 천무종은 텅 빈 허공을 힐긋 응시하며 못마땅한 듯이 투덜거렸다. "정신 헷갈리는 계집애 같으니라구..." 이윽고, 담천우와 천무종도 그곳에서 사라졌다. 휘이이잉.... 가을바람이 적막하게 흐르는 아래 말없는 주검들만이 남았다. 만남, 아아...! 그들은 짐작이나 하였을까? 이 한 번의 만남으로 인하여 훗날 중원의 역사가 바뀌어 버린다는 것을... >< >< >< 천화산-------! 수많은 휴화산들로 이루어진 거대한 절산이었다. 무수한 기암괴석과 계곡들로 이루어져 험란했지만 천연의 요지이기도 했다. 하나, 무엇보다 이곳이 유명한 것은, 이곳에 천하제일의 세가가 자리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화기제조의 천하제일 가문! ---------태양세가! 바로 그곳이었다. 폭탄 제조에 있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가문... 바로 태양세가가 이곳 천화산에 자리하고 있는 것이었다. 밤, 이미 사위는 짙은 어둠으로 감싸여져 잠들어 있었다. 그 어둠 속에 하나의 거대한 잔원이 어렴풋이 드러나 보인다. 태양세가였다. 지금, 어둠과 정적 속에 태양세가는 잠들어 있었다. 한데.... 하나의 실내, 불빛 한 올 없이 어두운데 간간이 흘러나오는 달빛만이 너울거리고 있었다. 한데, "아.... 아아.... 으..... 으음...." 이 무슨 야릇한 신음성인가? 그것은 바로 욕념을 주체하지 못하는 여인의 비음이 아닌가! 실내의 한쪽, 그곳에는 화려한 침상이 있었다. 비음은 바로 그곳으로부터 들리고 있었다. "아흐흐흑.... 도... 도저.... 히..... 못 참겠..... 어.... 아아...." 침상에는 풍만한 여인의 나신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헉헉...." 여인, 그녀는 자신의 손으로 젖가슴, 배, 비소등을 마구 주무르고 있었다. 욕정을 풀기위한 자위행위! 누가 본다면, 그 화끈한 장면에 역겨움마저 느껴버리고 말았으리라! 문득, 여인의 손이 허벅지 안쪽으로 깊숙히 진입하면서, "흐윽....!" 여인의 허리가 활처럼 휘어지고 있었다. 어느 순간, 여인의 둔부가 무섭게 경직되면서 허벅지가 파르르 떨렸다. 봉긋이 벌어지는 입술.... 지금 여인은 도저히 주체할 수 없는 쾌락에 숨이 넘어가고 있는 것이었다. 이윽고, "아하하하학...." 나른한 비음과 함께 축 늘어지는 여체, 하나, 그것도 잠시였다. 여인은 또다시 달아오르는것이 아닌가? "헉헉... 미.... 미치겠어...." 진정 끝이 없는 것이 욕념의 세계인가? 여인의 용모는 눈부시게 아름다왔다. 도저히 이러한 행위를 할 수 있는 여인이라 여겨지지 않도록.... 더욱이, 성스러울 정도로 고귀로운 품위가 흐르고 있지 않은가? 아아...! 이 여인, 화모 우문화! 바로 그녀가 아닌가? 야교의 교주 야제 탁우비의 음모에 걸려 춘고에 중독된 여인.... 그렇다. 벌써 예정된 시간이 지났고, 그녀는 춘고에 의한 욕정에 몸부림 치고 있는 것이었다. 꺼지지 않고 불꽃처럼 타오르는 욕정! 화모는참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 있었다. 그녀는 스스로 욕정을 해결하려고 했다. 그러나, 번번이 실패했다. 이미 예정된 시간에서 삼일이나 초과한 그녀는 깊숙한 내전에서 지금 격발 되는 욕정과 치열한 사투를 벌이고 있는 것이었다. 화모, 꽉 맞물린 그녀의 입술에서 선혈이 흘렀다. "으흐흐흑... 더 이상... 버틸..... 수.... 가 없.... 어....." 벌써 일곱번이나 쾌락의 절정에 도달했지만 몸 속의 춘고를 진정시킬 수는 없었다. 춘고! 실로 무서운 것이었다. "악.... 마 같은.... 그.... 그놈..... 을 찾아.... 가야.... 겠다.... 허 어억......" 그녀는 꿈틀거리며 몸을 일으켰다. 바로 그 순간, 지붕 처마 밑.... 그곳에 박쥐처럼 착 달라붙어 전음으로 속삭이는 이인이 있었다. "천무종, 나는 지금부터 안으로 들어가겠다. 그 동안 너는 누구의 접근도 금지 시켜라." "알았다, 주인." 담천우와 천무종, 바로 그들이었다. 일순, 스스슷....! 담천우의 신형은 창문을 통해 연기처럼 스며들고 있었다. 그러면서 한 마디 싸늘하게 덧붙였다. "만약 안에서 벌어지는 일을 품쳐보면 네놈을 그냥 안두겠다." "염려마라 주인. 안본다." 그 순간 담천우는 내심 중얼거리고 있었다. '안보긴 뭘 안봐... 능청맞은 놈...!' "삼일... 더 이상 참는 것은 불가능.... 하..... 다....." 화모, 그녀는 전신 혈맥이 모조리 터져나가는 듯한 욕정을 초극의 인내로 누르며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바로 그때였다. 홀연 한 줄기 지극히 심후한 음성이 들려오는 것이 아닌가? 그것은 심신을 묘하게 편케 하는 음성이었다. "부인.... 탁우비는 이 세상에 없소. 그러니 갈 필요가 없을 것이오." '헉....!' 화모는 대경실색하며 주위를 살폈다. 하나, 어느 곳에서도 음성의 주인을 찾을 수 없었다. '내가 비록 욕정에 사로 잡혀 정신이 없었다고 하지만 이토록 가까이 접근 하도록 몰랐다니....!' 그녀는 싸늘하게 쏘아 붙였다. "누구냐?" 음성이 재차 들렸다. "부인을 결코 해하려는 사람이 아니오. 탁우비는 본인이 죽였소." "....!" "우연히 부인이 춘고에 중독되었음을 알았소. 부인을 도와주고 싶소이다." '이... 이런....!' 화모의 자존심을 무참하게 구겨졌다. 그녀는 천하에서 가장 정숙한 여인으로 알려져 있지 않은가? 한데, 그런 여인이 욕정에 몸부림치고 있음을 누군가가 알고있었으니... 여인에게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존심이다. 그것을 지키기 위해서는 목숨도 아낌없이 내던지는 것이 여인이었다. 화모는 혀를 깨물어 죽고 싶었다. 하나, 죽을 수가 없었다. '아.... 더러운 목숨... 그 아이만 아니라면....' 전신이 부들부들 떨렸다. 이번에는 욕정때문이 아니라 수치 때문이었다. 문득, 그녀의 동공에 살광이 섬뜩하게 스쳤다. '그래... 일단 놈의 정체를 알아내고 사실을 확인한 다음... 여의치 않을 경우에는 죽이자...!' 여인은 살심을 품었다. "나는 숨어서 말하는 자를 믿지 않는다." "좋소." 순간, 스슷....! 그녀의 앞에서 하나의 백영이 환상처럼 어리는 것이 아닌가? 담천우, 그였다. 일순, "......!" 화모의 눈매가 바르르 떨렸다. '너무나 잘 생긴 공자... 고귀하게 느껴지는 저 은은한 기도...!' 그녀는 더욱 부끄러워졌다. 그런 것이다. 자신의 치부를 아는 자가 평범하다면 덜하겠거니와 감탄할 정도라면 그 수 치의 농도가 더하는 법! '죽일거야....!' 그녀는 살심을 더욱 굳혔다. 그녀는 매섭게 담천우를 쏘아보았다. "그 사실을 어떻게 알았죠?" 담천우는 범접할수 없는 신비로운 서기를 뿌리며 서 있었다. "본인은 담천우라 하오." 대해처럼 담담하게 퍼져나가는 음성, 그는 화모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보고 있노라면 심혼까지 빨아당길 듯한 유심한 두 눈.... 태산처럼 느껴지는 고아한 자태.... 어느 순간부터인가? 화모의 가슴은 무너지고 있었다. '좋은사람... 믿고 싶어...' 결국, "흐흐흑...." 오열을 터뜨리며 화모는 침상위로 무너졌다. 담천우는 그녀를 향해 조용히 다가섰다. "부인, 결코 부끄럽게 생각지 마시오. 부인은 무림인의 더러운 야욕에 희생 된 가엾은 분일 뿐이오." 가슴이 따뜻해지는 음성이었다. 담천우의 손길이 살며시 그녀의 어깨를 덮었다. "본인은 춘고를 해독하는 방법을 알고 있소. 부인... 잠시만 참으시오." 화모는 고개를 돌렸다. 그녀의 두 눈에는 눈물이 그렁했다. "공자... 나는...." 문득, 담천우의 식지가 살며시 그녀의 입술을 막았다. "아무 말도 하지 마시오." ".....!" 화모는 입술을 다물었다. '그래... 지금 무슨 말을 하겠는가? 다음에.... 떳떳한 자리에서 모든것을 말해주리라....!' 그때였다. 第 二十九 章 氷人 화모는 등어리가 뜨끔했다. 그리고, 스르륵....! 그녀의 나신이 나무토막처럼 허물어지며 그녀는 깊은 잠 속에 빠져들었다. 담천우가 그녀의 마혈을 짚은 것이었다. 그는 화모의 나신을 내려다보며 침음하게 뇌까렸다. "부인... 깨어날 때는 춘고에 완전히 해방되어 있을 것이오." 이어, 그는 자신의 옷을 벗기 시작했다. 실오라기 하나 남기지 않은채.... 아....! 눈부시도록 아름다운 나신이었다. 완벽한 신체! 여인의 살결인 양 뽀오얀 피부.... 한점의 불필요한 부분도 없이 골고루 분포된 근육질.... 그곳에 사내의 야성을 느낄 수 없었다. 어느 여인이, 이 자리에서 담천우의 모습을 본다면 그녀는 평생 다른 사내의 품에 안길 생각을 하지 않으리라. 담천우에 비해서는 모두 시들은 배추처럼 느껴질 것이기에... 하여튼 이내, 담천우는 화모를 향해 천천히 다가갔다. 화모, 그녀는 반듯이 누워 있었다. 부끄러운 비소를 아낌없이 드러낸채.... 그녀 역시 눈부시도록 풍요로운 굴곡을 지니고 있었다. 담천우는 그녀의 나신을 그윽히 내려다 보았다. '진정.... 아름다운 여인이다.....!' 하나, 그의 눈빛에는 한 올의 욕념도 없었고 그지없이 맑고 청수했다. "색화문의 옥녀음양비술... 희대의 방중술이지. 나는 그것을 조금 변형시켜 남녀가 정사를 하지 않고도 춘고를 제압할 수 있는 방법을 창안했다." 오오....! 이럴수가... 그의 두뇌는 도대체 어느 정도이기에 연성하기에도 십 년이 걸린다는 옥녀 음양비술을 변형시켜 새로운 무공을 창안했단 말인가! 문득, 그의 입가에 실소가 스쳤다. "후후... 조금 낯뜨거운 광경이 되겠지만 말이야." 그는 화모의 나신 위에 올라탔다. 즉, 화모의 허벅지 위에 걸터앉은 자세가 된 것이다. 담천우는 서서히 손을 뻗어 그녀의 풍만한 젖가슴을 움켜잡았다. 뭉클! 탄력감이 손안에 가득 전해졌다. 하나, 담천우의 눈빛은 여전히 호수처럼 가라앉아 있었다. "먼저 음기를 자극시켜 춘고의 격발을 최고조에 달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그의 눈빛은 신비스럽게 빛을 뿌렸다. "나의 전신 모공을 통해 양기로써 그녀의 음기를 보호하고 회음혈로 공력을 불어넣어 춘고를 순양진기로 태워 버리는 것이다." 그의 표정은 진지했다. "조금의 실수도 허용치 않는다. 실패하면 춘고의 격발로그녀의 내장은 터 져버리고 그 여파로 나 역시 죽게된다." 젖무덤을 움켜죈 그의 손에서 지그시 힘이 가해졌다. "시전하는 동안 조금의 욕념에라도 사로잡히면 모든 것은 끝장이다." 담천우의 안색은 담담하게 굳어 있었다. 마치 석상처럼.... 그의 손이 젖무덤을 움켜쥐고 율동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음기를 자극하는 행위! 그것이 시작된 것이다. 젖가슴을 문지르던 손이 그 위에 살짝 얹힌 유실을 비틀어 짜는 듯하더니 탁퉁기고, 어느덧... 슬쩍 미끄러져 아랫배를 문지르는가 하면 돌연 흘러내려 그녀의 허벅지를 묘하게 쓰다듬었다. 그리고, 갑자기 허벅지 깊숙히 뛰어들면서 그녀의 비소를 툭툭 두들기며 그러다가 왈칵 움켜잡고, 담천우의 손은 여인들의 가장 예민한 부분만을 골라서 찾아다녔다. 그의 손은 마술사였다. ..... 시간이 흘렀다. "......" 담천우, 그의 이마에는 송글송글 땀방울이 맺혔다. 하나 그의 눈 빛만은 더욱 영롱하게 빛나고 있었다. 한데, 화모! 그녀는 분명 혈도가 짚혀 깊은 잠속에 빠져있을 터인데... 그녀의 전신이 푸들푸들 떨리는 것이 아닌가! 그 형상은 바로 여인들이 절정의 쾌락에 이르렀을 때 일어나는 현상이었다. 더욱이, 촉촉히 젖어드는 그녀의 비소.... 그렇다. 그녀는 지금 담천우의 손동작에 의해 쾌락의 절정을 맛보고 있는 것이었다. 무의식 속에서... 문득, 담천우의 눈에서 이채가 스쳤다. '이때다...! 양기로써 음기를 보호해야 한다.' 담천우는 지체없이 자신의 몸으로 그녀의 나신을 덮었다. 한데, 자세가 해괴했다. 담천우의 발이 화모의 머리쪽이고 그의 머리가 그녀의 허벅지 쪽이었다. 머리카락 한 올의 틈도 없이 그들은 밀착되었다. 순간, 담천우의 뇌리에는 옥녀음양비술의 심결이 물처럼 흘렀다.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백회... 중곡... 양곡... 음부... 옥문...' 담천우의 전신은 땀에 젖었다. 옥녀음양비술을 운행하자, 그의 동공에 욕기가 서리며 충혈되기 시작했다. 원래 옥녀음양비술이란 극도의 쾌락을 유발시켜 상대의 양기를 탈취하는 색 공이다. 따라서 자신이 먼저 흥분해야 되는 것이었다. 담천우는 그것을 지금 역으로 운행하고 있었다. 상대의 기를 탈취하는 것이 아니라 보호하는 것이므로.... 하나, 담천우도 사내가 아니겠는가? 풍요로운 여인의 나신 위에 몸을 앉었고 눈앞에 기묘한 향기를 풍기는 여인 의 비소가 보이는 데에야... 문득, 뜨거운 불덩어리가 그의 단전에서 불끈 솟구쳤다. '흑!' 그의 얼굴이 낭패로 일그러졌다. '크... 큰일이다....! 요.... 욕정이 일어나려... 고... 이... 이러면... 둘.... 다 죽고 만다.....' 담천우는 입술을 피가 나도록 깨물었다. 인간이란 그런 것이다. 특히, 사내는.... 힐끗 드러나는 여인의 허벅지를 보기만 해도 불쑥 욕념이 솟구치고 손으로 만지기라도 한다면 욕념을 걷잡을 수 없이 변해버린다. 더욱이 서로가 알몸이 되었을 때, 그때는 목에 칼이 들어와도 욕정을 해결해야 되는 것이다. 한데, 지금 담천우와 화모는 알몸이었고 가장 자극적인 자세로 밀착되어 있었으며, 더구나, 욕정을 유발시키는 방중비술을 시전하고 있었으니.... 그 상태가 어떠하겠는가? 담천우의 얼굴은 시뻘겋게 달아 올랐다. 그의 눈앞에서 여인의 비소가 어지럽게 어른거리면서 눈빛이 더욱 충혈되었 다. 이빨 사이에서 입술이 짓씹혀지며 찝찌름한 액체가 목구멍으로 흘러 들어왔 다. '욕... 정을... 눌.... 러야 한.... 다....!' 담천우, 그는 필사적으로 욕졈을 떨쳐 버리려고 했다. 하나, 그럴수록 화모의 나신이 그의 동공을 가득 채워들었다. 일순 그의 코에서 회색기류가 뿜어지는 것이 아닌가? ".....!" '이... 이런.... 진기가 역규를 하다니...!' 진기가 역류를 하면 오장육부가 녹아버린다. 절대절명의 위기였다. 한데, 바로 그때였다. 그것은 참으로 이상한 일이었다. 어째서 그 순간 그 얼굴이 떠올랐을까? 담천우의 뇌리에 하나의 얼굴이 환상처럼 피어나고 있었다. '아....!' 바로 추옥상의 얼굴이었다. 그리고, 그녀의 물빛처럼 맑은 눈망울... 그녀의 눈이 말하고 있었다. ------- 천우오빠, 나는 고아라는 것을 슬퍼하지 않아요. 나에겐 천우오빠 가 있기 때문이예요.... ------- 하지만 섭섭할 때가 있어요. 그것은 천우오빠가 제 곁에 없을 때예 요.... "옥상....!" 담천우의 입에서 꿈결 같은 음성이 새어나올때, 신기한 일이었다. 욕정이 치밀어 오르던 그의 심기가 차갑게 가라앉는 것이 아닌가? 담천우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그는 재빨리 정신을 가다듬으며 북경만서루의 제이서관에서 본 적이 있는 소림사의 천불수미대심법을 운기했다. 그의 동공에 핏발이 차차 걷혀졌다. 그러면서 장엄한 기운을 되찾았다. 순간, 코에서 뿜어지던 회색기류는 어느새 그쳤고 대신 전신 모공에서 은은한 서 광이 뻗어나오는 것이 아닌가? 서광은 두 사람을 완전히 감쌌다. 오오...! 장엄한 광경이여...! '이때다...! 순양진기로 하여 춘고를 태워버려야 한다!' 담천우는 섬전처럼 화모의 회음을 쌍수로 덮었다. 그리고 양손에서 금광이 어렸다. 그리고, '금불대능력.....!' 파아아아앗! 무형의 강기가 그의 양손에서 폭출되어 화모의 비소를 통하여 전신으로 퍼지기 시작했다. 화모의 나신이 푸들푸들 떨렸다. "아아...!" 무심결 그녀의 입에서 비음이 새어나오며 둔부가 자꾸만 떠오르려고 하였다. 쾌락이 잘정에 도달한 현상! 순간, 츠으으으읏... 츠으으으읏.... 그녀의 전신에서 괴이한 기음이 터지면서 전신 모공으로 검은 흑무가 뿜어 지기 시작했다. 아! 그것은 바로 담천우의 순양진기에 의해 춘고가 타버리는 광경이 었다. 파아아아아앗! 츠으으으읏... 츠으으으읏.... .... 얼마 후, 담천우는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그의 전신은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그는 과도한 진기소모로 인하여 거의 탈진할 지경이었다. 하나, 그는 만족한 미소를 떠올리며 화모를 내려다보았다. "후후... 부인, 덕분에 좋은 경험을 하였소이다." 화모, 그녀는 깊은 잠에 빠져 지극히 평화로운 모습으로 쌕쌕 고른 숨을 쉬고 있 었다. 이제 그녀의 몸에서 춘고가 완전히 제거된 것이다. 문득, "....." 담천우는 시선을 쓰윽 들어 허공을 응시했다. 그의 눈빛이 아득한 회한에 젖어들고 있었다. '옥상.... 네가 나를 구한거야...' 추옥상! 그녀의 얼굴이다. 담천우의 손이 꽈악 말아 쥐어졌다. '옥상.... 반드시 찾아낸다. 반드시... 그리고 장미장원에서 처럼 다시 행 복하게 사는거다....!' 그의 동공에 신념의 불꽃이 활화산처럼 타오르고 있었다. 그때였다. 홀연 다급한 전음이 그의 상념을 깨뜨렸다. "주인, 누군가 이쪽을 향해 다가오고 있다. 상당히 빠르다!" 천무종이었다. '누가 와...?' 담천우는 화모를 힐끗 바라보며 재빨리 의복을 걸치며 전음을 보냈다. '위치는...?' "북쪽.... 백장 밖." 그러다가 천무종의 다급한 음성이 재차 들렸다. "엄청난 기도를 지닌 자다...! 이곳에서도 그자의 예기를 느길 수 있다." 이어, 천무종의 음성이 씹어뱉듯이 흘러나왔다. "억울하지만... 나로서도 감당하기 힘든 기운이다....!" 일순, 담천우는 흠칫함과 함께 경악했다. '천무종보다 강한 기도...! 무서운 자다....!' 그때, 천무종이 또다시 숨찬 전음성을 보내고 있었다. "다른 곳에서 또 다가오는 자가 있다....! 땅속... 남쪽.... 역시 내가 밀 리는 기도를 지녔다." 담천우의 전신은 바싹 긴장되었다. '심상치 넴은 일이다...! 상상이상의 무서운 기도를 지닌 자가 동시에 이곳 으로 다가오다니...!' 그는 고른 숨을 쉬고 있는 화모를 힐끗 바라보았다. '혹시... 저 부인 때문에...?' 순간, 다급한 천무종의 전음이 연거푸 들려왔다. "주인, 하늘이다...! 서쪽, 숨통을 조일 듯한 마기가 다가오고 있다." "....!" 담천우는 대경했다. '한꺼번에 세 곳에서...!' "주인, 어떻게 할까?" 무식한 천무종도 긴장한 듯한 음성이었다. 담천우는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당금 무림에서 천무종을 압도할 기도를 지닌 자는 쉽지 않다! 그렇다면 이 곳이 그만큼 중요한 어떰 비밀을 간직하고 있다는 증거...!' 일순, 담천우의 동공에 불꽃이 화르륵 타올랐다. 투지! 결정을 내렸다. '일단 부딪쳐 보자!' 이어 그는 빠르게 전음을 했다. "천무종, 너는 나의 지시가 있을때까지 절대 모습을 드러내지 말고 은폐해 있어라." "이곳에서 말이냐, 주인?" "그렇다." "주인이 위험한 지경에 빠져도 나서지 말아야 되냐?" "내 입에서 도와달라는 말이 날올때 까지...!" "크읏, 절대 나서지 말라는 뜻이군." "천무종, 잔소리하지 마라. 시간이 없다." "알았다, 주인." 이윽고, 천무종의 전음은 사라졌다. 담천우는 침상 위에 잠들어 있는 화모를 조용히 응시했다. '부인.... 걱정하지 마시오. 나 담천우가 책임지기로 하였으니 끝까지 책임 을 지겠소...' 책임! 어느 한계까지인가? 하여튼, 담천우는 우뚝 서서 기다렸다. '느껴진다....! 전신 살갗을 옥죄어드는 압박감... 그들이 피어올리는 기도 다...! 그의 전신 말초신경은 올올이 곤두섰다. 기도! 그것만으로도 사람을 이토록 긴장시킬 수 있는 것인가? 바로 그 순간, 얼음가루가 풀풀 날리는 듯한 빙음이 들려왔다. "대단하다. 기다리다니...!" 북쪽이었다. 음성이라기 보다는 차라리얼음조각 같은 음향이었다. 누구라도 이 자리에서 그 음성을 들었다면 심장이 동결되는 듯한 착각을 느 끼며 몸서리쳤으리라! 하나, 담천우는 담담하게 대꾸했다. "어쩐지 그러고 싶었을 뿐이오." 순간, 지독한 빙음이 서릿발처럼 쓰윽 밀려 들었다. "너는 곧 후회하게 될 것이다." "그것은 결과를 보아야 알겠지." "후후..." 웃음, 그것은 웃음이 아니었다. 얼음가루가 삭풍에 깎여나가는 듯한 소리였다. "내가 이곳에 찾아온 이유를 알겠나?" 이유는 그대가 곧 말해 주겠지." ".....!" 북쪽의 빙음이 뚝 끊어졌다. 그러다가 곧 들렸다. "후후... 대단한 배짱을 지녔군. 하지만... 더이상 배짱은 부리지 마라. 두 고두고 후회할일이 생기게 될 것이다." 하나, 담천우의 표정은 전혀 변함이 없었다. 무엇을 생각하는 지 알 수 없는 무심한 눈빛에 태산 같은 도도한 기도가 고 요히 흐르고 있을 뿐이었다. "이제 이유를 듣고 싶소." "후후... 말해 주지." 일순 빙음이 더욱 차갑게 가라앉았다. "그 여인을 데리러 왔다." "그것참 곤란하구려. 본인은 지금 이 여인을 재우고 있는 중인데..."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담천우의 내심은 지극히 긴장되고 있었다. '짐작대로 화모에게는 무언가 비밀이 있다.....!' 그때, 빙음이 싸늘하게 얼어 붙었다. "경고했었다. 더 이상 고집을 부리지 말라고... 잠시의 영웅심은 죽음을 부 른다." 담천우는 입가에 실낱같은 미소를 그려내었다. "미안하오. 나는 원래 고집이 좀 센 편이라...." "후후... 말로해서는 알될 자로군..." 동시에, "그대는 단단히 간이 부었구나." 차다! 천지를 얼리는 듯한 지독한 한기가 풀풀 날리는 음성이엇다. 휘이이잉..... 무시무시한 한풍이 실내 안으로 노도처럼 밀려들었다. 담천우는 이빨을 악물었다. '뼈... 까지.... 얼어버릴 것만 같다....!' 이때, 정면에서 비음이 터졌다. "뜻밖이군...! 나의 말을 거역한자가 이토록 어리다니..." "......!" 담천우는 급히 앞을 직시했다. 第 三十 章 어둠 속의 그는 누구인가 어느새인가? 방문 앞, 일인이 유령처럼 서 있었다. 백포인! 아니, 그것은 인간의 모습이 아니었다. 얼음인간, 차라리 하나의 얼음기둥이었다. 눈가루를 뒤집어 쓴 듯 전신은 백색일색이었다. 얼음을 깎아 놓은듯한 피부.... 얼음조각을 깎아 박아놓은 것처럼 무심투명한 동공.... 불혹의 중년인이었다. 한데, 특의한것은, 어개까지 흘러내린 머리카락 역시 새하얀 백발이라는 점이었다. 진정, 인간의 다스한 감정이라곤 단 한 올도 느낄 수 없는 인물이었다. 그가 나타나자 실내는 차디찬 얼음굴처럼 꽝꽝 얼어붙고 있었다. '결코 중원인이 아니다....' 담천우는 직감했다. 이때, 백포중년인의 다물린 이빨 사이로 얼음장 같이 냉막한 음성이 새어나왔다. "기회를 주겠다. 그대는 이곳을 떠나라... 저 여인은 본인이 데려간다." 눈빛 만큼이나 무심한 음성이었다. 거기에는 억양이나 감정 따위는 티끌만큼도 섞여있지 않았다. 담천우는 심장이 얼어 붙는 듯한 느낌이었다. 하나, 그의 눈빛 만큼은 여전히 담담했다. "그것은 곤란한 일이오. 이 여인이 깨어나서 내가 없으면매우 섭섭하게 생 각할 테니 말이오." 순간, 백포중년인의 몸에서 뼈골시린 살기가 몰아쳐 나왔다. "나는 두 번의 기회는 주지 않는다." 그러면서 그의 우수가 눈처럼 새하얗게 변하고 있었다. 담천우는 바싹 긴장했다. '심상치 않은 기세...! 예사 무공으로는 상대할 수 없다. 그렇다면...' 일순, 그의 뇌리에는 천황만상겸류의 검결이 스치고 있었다. 옆에는 장식용 철창 한 자루가 걸려 있었다. 담천우가 창자루를 잡아가고, 백포중년인의 우수가 허공을 쳐낸것은 거의 동시였다. "어리석다!" 파아아아앗--------- 파앗------! 지독한 냉기품은 가공할 장력이 회오리처럼 담천우를 얼려들었다. 주위의 공기들이 급속도로 얼어 붙었다. 찰나, 파아....! 담천우의 신형이 둥실 떠올랐다. "여의섬----------!" 번------- 쩌-------- 쩌-------- 적-------! 허공을 벼락같이 양단시키는 섬광의 덩어리! 천황만상검류 중 제 일식 여의섬이 펼쳐진 것이었다. 여의섬! 하늘도 양단시키는 극쾌의 검식-------! 콰아앙....! 하늘을 주저앉히는 격돌음이 울려퍼지는 가운데, 담천우가 사뿐히 떨어져 내렸다. 그의 오른손에는 철창이 들려 있었다. 한데, 투.... 툭툭툭..... 돌연 청창이 얼음덩이로 변하더니 우수수 부서져 내리는 것이 아닌가? 더구나, 쩌쩌... 쩌쩌쩍.....! 사방 벽이 새하얀 서리로 뒤엎이며 균열을 일으켰다. 담천우는 손을 타고 전해지는 극심한 냉기에 기혈이 뒤틀렸다. '그동... 안.... 천황만상검류가 만족할 성취에 이으렀다고 자신했었는데.. 이럴 수.... 가....!' 그는 아연히 얼음가루가 된 철창을 응시했다. 하나, 더욱 경악에 사무치는 것은 백포중년인이었다. 그는 본래의 자리에서 두 걸음 뒤로 물러 서 있었다. 그의 무심투명한 동공이 흔들리고 있었다. 극도의 놀라움! "중원에 빙극천마장을 받아내는 인재가 있다니 놀랍다....!" 담천우는 백포중년인을 향해 그윽한 시선을 주며 말했다. "당신의 무공은 더욱 놀랍소." "당연하지..." 그러면서 백포중년인은 엄청난 말을 툭 던졌다. "나는 북해빙궁에서 왔으니까." 순간, '북해빙군...!' 담천우의 안색이 홱 급변했다. 그는 머리가 멍해질 정도로 엄청난 격동에 곤두박질 치고 있었다. 아아...! 북해빙궁-------! 북해의 절대자, 공포의 천외사세 중 한 곳...! 천이백 년 전 중원의 전고수들이 덤볐어도 이들의 중원침범을 막지 못했지 않은가! 한데, 그 가공할 공포의 집단 북해빙궁이 이곳에서 모습을 나타내다니...! 담천우, 그는 곧 심기를 가다듬으며 백포중년인을 냉철하게 응시했다. "여의섬과 평수를 이룬 것은 당연한 일이었군..." 일순, 백포중년인은 소름끼치도록 무정하고 냉막한 음성을 흘려냈다. "나는 빙어사라고 한다. 중원에 아직 그대같은 인물이 있다는 것은 실로 불 쾌한 일이다." "그래서..." "불필요한 잡초는 일찍 제거하는 것이 좋겠지." "쉽지 않을것이오." 백포중년인, 빙어사의 쌍수가 다시금 눈가루에 뒤집어 씌인 듯 새하얗게 변해지고, 담천우의 자세가 슬쩍 우측으로 미끄러졌다. 급박하게 조여드는 긴박감! 한데, 바로 그 순간이었다. "그년은 죽어야 돼-------!" 쾅! 천정이 뻥 뚫리면서 시뻘건 불기둥이 침상으로 쏘아져 꽂하는 것이 아닌가? 쿠오오오오옷-------! 빙어사의 쌍수가 섬전처럼 틀어져 불기둥을 향해 장력을 쓸어내고, 파아아아앗-------! 담천우가 화모의 몸을 바닥으로 이동시킨 것은 거의 동시였다. 콰르르르르....! 쩌어어어어어------- 어--------- 쩍--------! 침상이 박살나고, 눈가루와 불똥이 현란하게 퉁겨지며 풀풀 날아내렸다. 빙어사와 담천우의 섬전 같은 동작이 아니었더라면 화모의 육신은 가루가 되고 말았으리라. 순간, 스아아앙! 뚫어진 구멍으로부터 한 덩어리 붉은 구름이 사뿐히 떨어져 내렸다. 그리고, 사이로운 앙칼진 교갈이 터져나왔다. "호호호... 빙어사, 역시 북해빙궁의 무공은 매섭군요." 붉은 구름, 그것은 혈의를 걸친 소녀였다. 오오! 사라---------! 바로 그녀가 아닌가? 담천우는 대경하며 외쳤다. "사라!" 사라는 담천우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녀의 눈빛은 더 한층 사기롭게 빛나고 있었다. "호호호... 천우오빠, 이렇게 빨리 다시 만날 줄은 몰랐어요." "네가 어떻게 이곳에...?" 사라의 눈길이 화모를 향하며 지독한 살광을 뿜어냈다. "저 계집을 죽이러 왔어요." '화모를....!' 담천우는 거듭 격동되는 심기를 추스르며 사라를 무섭게 쏘아보았다. "이유는....?" 사라는 여전히 웃고 있었다. 하나, 그 웃음은 가슴이 저릴 정도로 사이한 미소였다. "본궁에 쓸데없는 짐이 되고 있거든요." "본궁...?" 그때, "그것은 내가 말해주지." 빙어사가 냉음을 흘려내고 있었다. 담천우는 빙어사를 향해 눈길을 주었다. 빙어사는 얼음 같은 표정을 짓고 서 있었다. "그녀는 만황독궁의 궁주 만독천황의 딸이다." "만황독궁...!" 담천우는 경악했다. 그는 미칠듯이 사라를 노려보았다. "사라... 사실이냐?" "그래요." 사라는 간단히 말했다. 담천우는 망연자실 사라를 응시할 뿐이었다. 아아! -------- 만황독궁! 그 전율의 마역을 뉘라서 모르랴? 단 하루만에 중원 전역을 독으로 녹일 수 있다는 가공할 독궁! 이들과 함께 지상에서 존재한다는 자체가 공포였다. 더욱이, 그 역시 천외사세 중 한 곳이 아니던가? "......" 담천우, 그의 안색은 무섭게 굳어졌다. '겉으로 드러나는 것을 꺼려하던 천외사세가 모습을 나타낸 것은 보통일이 아니다....!' 사태가 심상치 넴음을 직감한 것이다. 이때, 빙어사가 사라를 향해 얼음가루를 풀풀 날렸다. "사라... 백팔살객이 막을 수는 없으리라 짐작했지만 반 시진 정도는 버티 어 줄 줄 알았는데..." 사라는 사악한 이웃음을 지어냈다. "호호호... 북해빙궁이 직접 온다해도 힘든데 그 따위 동영의 살수 따위로 나를 막으려 했다니.. 빙어사, 당신도 이제 망령이 났군요." 빙어사는 재차 싸늘한 냉음을 흘려냈다. "이렇게 되면 서로의 행사에 간섭하지 않기호한 애초의 약속이 깨어진다." 약속? "약속은 그대 북해빙궁이 먼저 어겼어요. 동영의 살수들을 끌어들였고... 태양세가의 폭탄제조술을 탈취하여 단독으로 중원을 차지하려고 했어요. 더욱이....." 사라, 그녀의 눈빛이 더욱 짙은 사기를 품었다. "북해빙궁이 암암리에 중원 곳곳에 세력을 구축하고 있음을 우리는 알고 있 어요." 빙어사는 씨익 미소했다. 미소, 그것은 미소라기 보다는 차라리 얼음이 갈라지는 듯한 표정이었다. "후후... 그것은 만황독궁도 마찬가지 일텐데... 녹림총맹, 사천당가, 장백 파에 은밀히 세력을 침투시키고 있음을 우리는 진작부터 눈치채고 있었다." 정곡을 찔렀음인가? 사라는 잠시 말이 없었다. 문득, 그녀의 눈꼬리가 사이롭게 말려 올라갔다. "태양세가의 폭탄제조술은 중원 뿐만 아니라 우리에게도 위협이 되고 있어 요. 그녀는 데려갈 수 없어요." "나는 데려간다." "차라리 죽여버리겠어요." "사라... 너의 만황천독공이 상당한 경지에 가지 이르렀다는 말을 들었다. 하나.... 나의상대는 아니다." "호호호... 어디 시험해 보고 싶군요." 일순간에 착 가라앉는 분위기, 일촉즉발의 순간이었다. 이때, 담천우는 내심 경악을 금치 못했다. '북해빙궁과 만황독궁은 오래 전부터 은밀히 중원에 마수를 ⅛쳐 놓은 겉 같다. 그렇다면 나머지 철왕신부와 백마탑도 필시...!' 그는 전신이 은은히 긴장으로 조여들었다. 바로 그때, 천무종의 전음이 급박하게 그의 고막속을 파고들었다. "주인, 조심해라... 누군가 땅속에서 화모를 노리고 있다." ".....!" 담천우는 이빨을 가만히 사려물며 염두를 굴렸다. '이미 짐작하고 있었다....! 놈은 필시 검이나 도를 사용할 것이다.' 문득, 담천우의 동공에 기광이 스쳤다. '왔다.....!' 순간, 그의 발이 죽은 듯이 누워있는 화모를 슬쩍 밀었다. 주르르! 미그러지듯 한쪽으로 밀려나는 화모, 찰나, 츄우우우우웃--------! 화모가 누워있던 바닥에서 돌연 한 자루 묵빛 도가 솟구치는 것이 아닌가? 화모가 한쪽으로 미끄러지고 도가 솟구친 것은 찰나를 수십분의 일로 쪼갠 간격이었다. 츠으으으읏------- 츠으으읏--------! 하나, 도는 바닥을 두부처럼 갈라내며 재차 화모를 향해 다가갔다. 담천우의 신형이 움직인 것은 그 순간이었다. "천만에!" 번쩍! 그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다만 한 무더기 빛이 토해지는가 싶었다. 동시에, 뫄모의 몸은 간테 없고, 쩌------- 어어어어억--------! 도에 의해서 애꿎은 석탁이 반쪽이 나고 있었다. 순간, 츄파아아아앗-------! 도가 떠오르며 그 뒤를 따라 한 흑의인이 바닥에서 물 속을 빠져나오는 듯 솟구쳤다. 오오! 실로 기상천외한 광경이었다. 흑의인, 어둠 같은 흑의를 걸치고 시체처럼 창백한 안색에 섬칫하게 동공은 휜자위 뿐이었다. 가슴에 이척 길이의 묵도를 안듯이 품고 있는데 그에게서는 그 무엇도 느 껴지지 않았다. 허무! 그것뿐이었다. 때문인가? 그는 마치 어둠의 일부분처럼 느껴질 뿐이었다. 그의 시선은 한쪽구석을 향했는데 약간의 놀라움을 담고 있었다. "실전된 전진밀문의 천광섬영비를 펼친 그대는 누구인가?" 지독하게 메마른 음성이었다. "후후... 보다시피 여인들의 목숨을 끔찍하게 소중히 여기는 사람이오." 한쪽 구석, 그곳에는 담천우가 서 있었다. 한데 그의 품에는 어느새 화모가 안겨져 있지 않은가? 화모, 그녀는 아직도 깊이 잠들어 있었다. 그때, 빙어사가 이빨 시린 침음성을 흘려냈다. "백마탑의 시마... 그대까지 왔는가?" 일순, 담천우의 안색은 무섭게 굳어졌다. '저자가.... 백마탑....!' 오오! 드디어 백마탑도 나타났다. 공포의 극마집단, 그들이 마음만 먹는다면 천하인을 모두 도륙할 수 있다 하였으니.... 백마탑의 힘! 그것은 아예 타의 추종조차 불허하는 실로 가공무비한 것이었다. 한데, 흑의인! 그가 바로 공포의 극마집단 백마탑에서 나왔다니....! 담천우는 장내를 둘러보며 묘한 표정을 지었다. '이렇게 되면 철왕신부를 제외하고천외사세가 모두 모인 셈이군...' 이것은 실로 엄청난 일이었다. 천이백 년 동안 중원 진출을 하지 않았던 그들이 동시에 한 곳에 모습을 드 러낸 것은 진정 가공할 폭풍을 예고하는 것이 아닐 수 없었다. 짜르르 젖어드는 초긴장감! 창문을 통해 스며들던 달빛조차 파랗게 질려버리고 있었다. 사라, 그녀가 앙칼진 교갈을 토했다. "호호호... 빙어사, 이렇게 되면 이대 일이에요. 그대의 생각은 포기하는 것이 좋겠군요." 그러다가 문득 담천우를 응시했다. "아니, 이 대 이군요. 천우오빠가 있으니....!" 담천우는 화모를 들어 안은 채 담담한 표정을 지어내고 있었다. 빙어사, 그의 눈빛은 차갑게 얼어 붙었다. '시마까지 합세한다면 상황은 절대적으로 불리하다....! 궁극적으로 저 청 년도 내 편이라 할 수 없다. 내가 화모를 데려갈려는 것을 막을 테니까... ' 빙어사는 망설였다. '방법은 단 한 가지... 지옥명옥강을 사용하는 것이다.' '하나... 그렇게 되면 이곳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보장은 그 누구에게도 없다. 화모는 물론 나조차도...' 문득, 빙어사의 쌍수가 가슴으로 쓰윽 모아지고 있었다. "사라... 시마....! 너희들이 끝내 내 앞을 막는다면 나는 최후의 방법을 쓸수밖에 없다." 다시 분위기는 긴박하게 조여지고 있었다. 사라의 사이로운 눈꼬리가 극도의 긴장으로 팽팽하게 당겨지고, 허무한 듯한 시의 전신에서 은은한 살기가 번지기 시작했다. 한데, 바로 그 순간이었다. 번! 버------ 어----- 언------- 쩍------! 츄우우우웃------- 파파------ 파앗-----! 요란한 폭음소리와 함께 창문밖이 대낮처럼 밝아지는 것이 아닌가! 일시에 천지가 환해졌다. 동시에, 함성소리가 터져나왔다. "침입자가 있다." "부인이 계시는 내전쪽이다. 포위하라-----!" "화전을 계속 터뜨려 놈들의 도주를 막아라!" 순간, 빙어사, 사라, 시마의 안색이 홱 급변했다. "태양세가의 인물들이 눈치를 챘다. 빙어사, 그는 입술을 지그시 사려물었다. '내공으로 건물의 사방 십장 이내의 소리를 차단시켜 두었는데... 이것이 도대체 어찌된... 으음... 일이 꼬이는구나...' 태양세가의 고수들의 모두 한꺼번에 엄빈다하여도 빙어사를 어찌할 수는 없 다. 하나, 지금은 상황이 다른 것이다. 사라, 시마, 그리고 담천우가 방해를 하고 있으니.... 입장은 사라와 시마도마찬가지였다. 사라는 화모를 살기차게 노려보았다. '빙어사와 천우오빠가 있는 한 저 게집을 죽일 수는 없다. 또한... 태양세 가의 인물들이 몰려오면 일이 시끄럽게 된다.' 그때, 함성소리는 더욱 거세어지며 내전을 향하고 잇었다. "벽뢰천폭대진을 펼쳐 놈들의 퇴로를 차단하라!" "먼저 부인의 신변을 지켜야 한다!" 이대, 담천우는 입가에 묘한 미소를 지어내고 있었다. '후후...' 그것은 천무종의 전음을 들었기 때문이었다. "주인, 저 함성소리는 구룡회의 전사들의 것이다. 내가 만약을 대비하여 연 락을 취해두었거든..." ".....!" "주인, 염려하지 마라. 구룡회의 전사들에게 태양세가의 인물처럼 행동하라 하였으니 우리의 정체는 모를 것이다." '후후.... 천무종, 제법 쓸만한 구석도 있군.' 이때, 사라가 한 가지 제안을 내놓았다. "빙어사, 우리 이렇게 하면 어때요?" ".....!" "오늘은 이대로 헤어지는 거예요. 그대는 화모를 데려가지 않고 우리 역시 그녀를 건드리지 않겠어요." 일순, 빙어시의 빙안이 미미한 흔들림을 일으켰다. '지금 상황으로서는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이다. 다음으로 미룰수 밖에...' 그의 판단은 얼음처럼 냉철했다. 문득 그의 시선이 담천우를 향했다. 서릿발 같은 눈빛이었다. "그대와 같은 인재가 중원에 있음을 본궁은 잊지 않을 것이다. 하나... 다 음에 만나면 반드시 목숨을 받아내겠다." 순간, 스으으읏.... 그의 신형이 연기처럼 흐릿해지는 것이 아닌가? "만황독궁, 백마탑...! 본궁과의 약속을 위반하지 마라... 이년 아직 이젼 이 남았음을...!" 빙어사는 곳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그대였다. 츠으으읏... 츠으으읏.... 시마의 몸이 지면으로 꺼져들고 있었다. 가슴이 텅 비어버릴 듯한 허무로운 음성을 담천우를 향해 남기면서... "본인의 암흑참혈도를 피한 것은 그대가 처음... 다음에는 피하지 못할 것이다." 그의 모습은 마치 물속에 잠기듯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사라, 이제는 그녀 혼자 뿐이었다. 그녀의 눈길은 야릇한 기광을 담고 담천우를 향해 있었다. "천우오빠, 사라의 적이 되지 말아... 부탁이야." 왠지 비애가 느껴지는 음성이었다. 그녀는 빙글 돌아섰다. 그때, 담천우는 부드러운 음성으로 말했다. "사라... 조금 전에 도와줘서 고마왔다." "....." 사라는 막 몸을 솟구치려다가 흠칫 멈추었다. "빙어사와 내가 재차 격돌하려고 할 때 네가 일부러 화모를 공격하여 빙어 사의 공세를 흐트러드렸지... 사실 그때 빙어사와 대결을 했다면 내가 졌을 것이다." 일순, 사라는 돌아보지 않고 말했다. "또 다른 말은?" "그것 뿐이야." 순간 뒤돌아선 사라의 어깨가 바르르 떨리는가 싶었다. 문득, "오빠를 위한 것이 아니었어 그럴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으니까." 야멸찬 음성과 함께, 파아아아.....! 그녀의 신형은 한 덩어리 붉은 구름이 되어 빛살처럼 뚫어진 천정을 통해 사라졌다. "......" 담천우는 담담하게 사라가 사라진 천정으로 시선을 주고 있었다. 팔에는 여전히 잠에 빠진 화모가 나신으로 안겨 있었다. '일이 급하게 되었다.....! 천외사세는 벌써부터 중원에 세력을 키우고 있 엇다. 그것도 막강한....' 그의 검미가 날카롭게 꿈틀거렸다. '어쩌면 그들은... 아직 남은 삼년의 약속을 어기고 중원으로 침범해 올지 모른다. 음... 빨리 구룡천동에 들어야 겠군.' 그러다 문득, 그는 의아한 빛을 지었다. '한데... 철왕신부! 그들은 어째서 나타나지 않았을까? 가장 신비롭다는 철 왕신부... 그들은 정말 약속을 지켜 활동을 하지 않는걸까?" 하나 일순, 그의 동공에 섬광이 작렬하듯 무서운 광채가 피어올랐다. '아니다. 어쩌면... 철왕신부, 그곳이야말로 가장 경계해야할 곳인지도 모 른다." 지그시 힘이 들어가는 두 주먹, '하여튼... 나는 중원을지킬 것이다.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꽉 다물린 입술에서는 태산과 같은 의지가 엿보이고 하늘도 몸을 사릴 듯한 혜광이 그의 동공에서 폭사되고 있었다. 이 순간, 그의 모습은 산이었다. 아니, 하늘 이었다. 아니다. 우주 그 자체였다. 담천우는 도도히 서 있었다. 쏟아지는 달빛을 뒤집어쓴 그의 모습은 더욱 신비로왔다. 그대였다. "으음... 음...." 미약한 신음성을 흘리며 화모가 잠에서 깨어나고 있었다. 눈을 번쩍 뜬 화모, ".....!" 첫번째 그녀는 자신이 벗은 몸이라는 것에 놀랐고, 두 번째 자신이 어떤 사내 품에 안겨 있다는 것에 놀랐으며, 마지막으로 엉망이 되어버린 실내와 들려도는 함성소리에 놀랐다. "아앗!" 그녀는 퉁겨지듯 담천우의 팔에서 빠져나왔다. 어렴풋한 기억속에 자신이 춘고에 괴로워할때 담천우가 나타났고 그의 소매 가 가볍게 흔들리자 자신은 깊은 잠 속에 빠져들던 생각이 떠올랐다. 화모, 그녀는 황망히 자신의 치부를 가리며 담천우를 응시했다. "공자... 이게 어찌된 일이지요?" 담천우는 씨익 웃었다. "하하... 부인, 옷부터 입으시오. 지세히 말해줄테니..." 그러면서 그의 신형은 쓰윽 떠오르고 있었다. "천무종, 구룡회의 전사들을 퇴각시켜라. "주인, 알았다. 화모는 급히 의복을 걸쳤다. 그리고 담천우를 따라 신형을 날렸다. 스------ 으으읏! 한데, 그녀가 사라지자 마자, 어둠 저 편에서 실내를 응시하는 두 줄기 시선이 있었으니... "천우... 천우 네가!" 눈빛은 뜻밖에 무거운 침음성을 흘리고 있었다. 눈빛! 어디선가 많이 본 눈빛인데.... 과연 그는 누구인가? 누구이길에 담천우를 보고 이토록 격동한단 말인가! 필시 무척 가까운 사이인 듯한 느낌이었다. 과연...... ---------------------------------------------------------------------- 아이고... 아마도 몇일 못올릴것 같아요.. 이번주 토욜날이 면허시험이걸랑요.. 그래도 예의상 공부는 해야죠... 캬캬캬... 기럼.. 제 삼십일 장 그의 능력은 어디까지인가 여명, 찬란한 태양이 서서히 떠오르고.... 그 햇살속에, 슈아아아앙--------! 파아.... 초상비! 아직 채 마르지도 않은 풀 위를 미끄러지듯 쏘아져가는 두 줄기 인영이 있 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풀잎끝에 매달린 이슬방울은 떨어지지도 않았다. 그야말로, 가공할 경공술이 아닐 수 없었다. 그들... 입이 딱 벌어지도록 절세의 미장부들이었다. 담천우와 천무종! 태양세가를 빠져나와 북경만서루로 향하고 있는 바로 그들이었다. 이때, 담천우, 그는 몸을 날리면서 염두를 굴리고 있었다. '오 년 전... 태양세가의 가주였던 태양천장 모화성의 죽음...! 무언가 석 연치 않다.' 옆에서 따라붙고 있는 천무종. 그는 입을 꽉 다물고 있었다. 그것은 진기를 흐트러뜨리지 않기 위함이었다. 그만큼 그들은 빠른 것이다. 담천우의 눈빛은 혜광으로 맑기 빛나고 있었다. '세인들이 알기에는 모화성이 폭탄을 다루다가 실수를 하여 폭사한 것으로 알고있다. 하나....' 도무지 짐작할 수 없는 그의 깊은 눈빛, '화모의 말에 의하면 모화성은 누군가의 암습으로 엄청난 내상을 입은 상태 에서 돌연 폭탄이 터졌다고 했다. 또한....' '죽기 며칠 전, 한 통의 서찰을 받았고 그로인해 모화성이 매우 고민을 하 다가 결국 태양세가 주변에 천뢰폭멸진을 설치하였다는데... 분명 그 서찰 과 모화성의 죽음은 반드시 어떤 관계가 있을 것이다.' 이때, 천무종이 담천우를 힐끗힐끗 노려보고 있었다. 그는 숨이 가빴던 것이다. 한데, 담천우는 숨결 하나 흩어지지 않고 있었으니.... 천무종의 다리가 누구의 것인가? 추풍무제 비엽! 바로 그 불세출의 경공제일인자의 다리가 아니었던가? 그런데도, 경공술에서 담천우에게 밀리고 있었으니.... 천무종은 담천우를 사람 같지도 않는다는 듯이 노려보았다. '나는 개조인간이라고 치자.... 주인, 이게 사람이야, 기계야?' 하나, 담천우는 천무종의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거들떠 보지도 않고 있었다. '폭탄제조술의 제일인자라는 그가 실수를 할 리가 없지... 필시 음모에 의 한 죽음이다. 천외사세와 관련이 있는 듯한 예감이 든다. 특시 북해빙궁...!' 콰아아아아-------! 누군가 담천우와 천무종이 달리는 모습을 보았다면 다만 두 줄기 빛이 지나 쳤다고느꼈을 것이다. 천무종은 숨이 찼다. '으... 빌어먹을, 다리가 떨어져 나가는 것 같다.....!' 그때, 담천우의 추리는 또 다른 사건으로 접어들고 있었다. '화모의 딸이 오음폐혈증이 있었다니 안된 일이다.' 오음폐혈증------! 전신의 혈맥이 조금씩 타들어 가면서 십 칠 세를 넘기지 못하는 괴이한 병 이다. 치료 방법은 단 한 가지. 오갑자 이상의 내가고수 다섯 명이 벌모세수를 시키는 것이다. 오갑자 이상의 내가고수 다섯명! 그것은 실로 불가능한 일이 아니겠는가? 담천우는 지그시 염두를 굴렸다. '하여튼... 이번 일로 천외사세의 활동을 파악하게 되었으니 다행한 일이다. 구룡회의 전사들로 하여금 화모를 은밀히 보호하라고 하였으니 당분간 놈 들이 접근을 못할테고....' 그때였다. 천무종이 결국 신형을 멈추고 있었다. 그리고 그는 잔뜩 불만서린 음성으로 투덜거렸다. "주인, 좀 쉬었다 가자." 일순, 담천우는 신형을 가만히 세우며 천무종을 향해 씨익 웃었다. "그럴까....." "우라질.......!" 천무종은 풀썩 주저앉고 있었다. >< >< >< >< 북경만서루------! 그곳에는 천하의 모든 학문과 무학이 산재해 있었다. 그토록 엄청난 양의 책과 비급들을 소장할 수 있었던 것은 모두 구룡회의 전사들의 도움 덕분이었다. 구룡회의 전사들.....! 그들은 천하 어느 곳에서나 은밀히 박혀 있었다. ..... 북경만서루의 스물 네 개의 서관! 그곳으 통과하고 시험에 합격해야만 담천우는 구룡천동에 들 수 있었다. 담천우, 그는 태양세가를 다녀온 이후 더욱 빨리 북경만서루의 비급들을 섭렵하기 시작했다. 그러는 가운데, 담천우는 구룡회의 전사들을 통해 천하 모든 문파들의 동태를 보고받았다. 이제 그가 모르는 천하의 대소사가 없을 지경이었다. 특히, 우문현백의 능력은 놀라왔다. 모든 정보를 종합적으로 분석하여 구룡회 전사들에게 지시를 내렸는데, 한치의 오차도 없이 들어맞았고 시행되었다. 그 중에서 심상치 않은 강호 정세가 있었다. 중원 최대의 이대살수 집단, 살인각! 미녀림! 그들이 정면으로 싸움을 시작한 것이다. 한데, 그 싸움은 엉뚱한 방향으로 전개되었다. 동영의 인자군단 오천여 명이 백 년 전의 빚을 갚고자 중원으로 상륙하여 살인각을 향해 도전한 것이다. 인자군단! 그들의 위세는 과거와 비교할 수 없도록 엄청난 것이었다. 이제, 살인각은 인자군단을 상대하기에도 벅차게 되어 . 하여튼 강호무림은 기묘한 파바람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 하나,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것도 있었다. --------천외사세의 동태! 그들의 활동은 도대체가 오리무중이었다. 실내, 묵향이 은은하게 흐르는데, 일견 비범한 신태의 백의노인이 석탁을 마주하고 단정히 앉아 있었다. "......." 우문현백, 바로 그였다. 이곳은 우문현백의 거처인 것이다. 석탁 위에는 길다란 양피지 한 장이 놓여 있었고 옆에는 벼루와 붓이 놓여 있었다. 문득, 우문현백의 입에서 무거운 침음성이 흘러나왔다. "으음.... 도저히 믿을 수가 없다....." 그의 시선은 양피지에 못박혀 있는데 불신과 경악이 어우러져 있었다. 양피지... 그 윗 부분에는 알 수 없는 글자와 숫자들이 나열되어 있었다. <제 일서관 이십팔일, 제 이서관 십사일, 제 삼서관 팔일, 제 사서관 구일, 제 오서관 칠일, 제 육서관 십일, 제 칠서관 십이일, 제 팔서관 십일일, 제 구서관 구일, 제 십서관 십이일, 제 십일서관 육일, 제 십이서관 칠일,> 이 글은 도대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가? 일순, 우문현백은 감탄성을 한숨처럼 쓸어내었다. "휴.... 도대체 회주의 능력은 어느 정도이기에 천하의 무학을 이토록 빨리 섭렵한단 말인가?" 그렇다. 양피지의 글, 그것은 담천우가 북경만서루의 스물 네 개의 서관을 한 서관씩 통과할 때마 다 표시한 날짜인 것이다. 우문현백, 그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양피지의 내용을 다시 한 번 훑어보더니 이 번에는 붓을 잡아 . 그리고 벼루의 먹을 듬뿍 묻혔다. 한데, 붓을 든 그의 손이 조금씩 떨리고 있지 않은가? 격정! 놀랍게도 좀처럼 감정의 동요가 없던 그가 격정에 휩싸이고 있었다. 일순, 그의 붓이 양피지 위로 떨어지며 하나의 글자를 그려냈다. <제 십이서관.....> 그리고 그의 붓이 약간 이동을 하면서 재차 바르르 떨렸다. 그러다가 문득 그의 입가에 허탈한 미소가 스치며 양피지 위에 숫자를 적었 다. 일일(一日), 제 십팔서관 일일! 오오! 진정 통천가공할 일이었다. 담천우는 제십팔서관을 단 하루 만에 통과한 것이었다. 우문현백은 붓을 내려놓으며 조심스럽게 중얼거렸다. "적어도 삼 년이 걸릴 것이라 생각했던 것을 일년으로 수정하였다. 한데... 이제는 그 생각마저 고쳐야 겠다. 어쩌면 회주께서는 북경만서루를 이백 일 안에 통과할 지도 모른다." 그는 자리에서 조용히 일어섰다. "이 일을 믿어야 될지 아니면.... 안 믿어야 할런지..." 그는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하여튼... 구룡천동에 들어가면 세 단계의 시험을 거쳐야 할테니 그때 알 게 되겠지..." 세 단계의 시험! 그것은 대관절 어떠한 것일까? 아직은 알 수 없었다. 第 三十二 章 둘만의 조용한 공간을 찾아 연못, 사방이 이십 장 넓이의 작은 연못이었다. 또한 거울처럼 맑디 맑았다. 이곳은 북경만서루의 후원에 위치한 연못이었다. 휘이이잉..... 차가운 초겨울의 삭풍이 연못 위를 쓸고 있었다. 사아아아아아------------! 수면에 미세한 파문이 번졌다. 누렇게 죽어버린 잔디가 바람에 이리저리 흔들이며 듬성듬성 서있는 관목은 삭풍에 몸을 사리고 잇었다. 고요하다. 이때, "....." 연못 수면에 번지는 파문을 조용히 응시하는 눈빛이 있었다. 오오....! 눈, 연못에 고인 물이 맑다한들 이보다 맑을 텐가? 깊었다. 그리고 깨끗했다. 문득, 그는 뒹구는 낙엽을 하나 집어 들어 연못을 향해 던졌다. 낙엽은 수면에 미세한 파문을 만들며 바람의 손짓에 따라 쓰윽 미끄러졌다. 일순, 담담한 뇌까림이 흘러나왔다. "북경만서루에 들어온지 어느새 백 이십일... 벌써 겨울이 되었구나." 앉아 있는 그의 등에서는 무한한 어떤 힘을 느낄수 있었다. "중원의 무학은 대충 살펴보았으니 내일부터는 새외변방을 뒤져봐야겠군..." 나직이 중얼거리는 인물, 담천우! 다름 아닌 바로 그였다. 그는 엄청나게 변해있었다. 과거에는 그의 전신에서 태산과 같은 장중함이 쉴새없이 뻗치고 있었으나... 지금은, 그 기도가 안으로 은은히 갈무리되어 도저히 짐작할 수 없는 무한한 경지를 느끼게 했다. 그것은 신비롭기 까지 한것이었다. 담천우는 독백하고 있었다. "역시 가장 심호한 것은 소림사의 무학이었다. 중원 무학의 근원지가 소림 사라는 것이 허언이 아니었다." 아아....! 소림사--------! 천여 년의 세월을 간직하고 있는 무림의 태산북두가 아니겠는가? "특히... 달마조사 외에는 구성 이상을 연성한 자가 없다는 금강부동심법은 천하최강이라 할 수 있다. 바로 이런것...." 일순, 쐐------------ 애----------- 애------------ 액-------------! 스파파파파파앗! 담천우는 손끝하나 움직이지도 않았는데, 주위에 뒹굴고 잇던 십여개의 낙엽들이 비수처럼 날아가 맞은편 바위에 두 부판처럼 꽂히는 것이 아닌가? "후후후.... 마음으로 무공을 펼칠 수 있는 무공이지, 십성으로 펼쳤다면 저 바위는 가루가 되었을 것이다." 오....! 그 말뜻은, 담천우가 금강부동심법을 십성으로 펼칠 수 있다는 뜻이 아니겠는가? "새외변방의 무학도 중원무학과 비교해 조금도 뒤떨어지지 않는다는 말을 들었다. 특히 포달랍궁과 소뢰음사... 그리고 남해의 해왕도...." 문득, 그의 검미가 가볍게 찌푸러졌다. "한데 이 모든 무학을 모두 완벽하게 익혀야만 들어갈 수 있다는 구룡천동 의 무공은 어느 정도일까?" -----------구룡천동! 천이백 년 전, 불세천자가 천외사세를 단신으로 물리치고 후일의 중원을 위해 남겨 놓은 무학비고! 필경 천외천의 무학이 존재하리라. 일순, ".........!" 담천우는 품속에서 한 권의 책자를 꺼냈다. -------불세태양천서! 바로 십지무황이 담천우에게 남겨준 것으로서 태양철환을 사용하는 비법이 기록된 최고의 무공비급이라고 말한 책! 담천우는 살며시 자신의 왼손 소매를 걷었다. 순간, 그의 손목에 채워진 철환이 드러났다. 팔찌 속에는 타오르는 태양이 핏빛을 뿜으며 생생히 형성되어 있었다. "불세천자께서도 이 핏빛태양의 비밀을 풀지 못했다고 하셨지..." 팔찌.... 그것이 바로 태양철환인 것이었다. 공력을 주입시키면 검으로 화하는 개세병기! 또한, 하늘의 비밀을 담고 있는 신비의 기물이었다. "나는 아직 한 번도 불세태양천서를 들쳐보지 않았다. 그것은 십지무황 할 아버지와의 약속 때문이었지." 일순, 담천우의 두 눈에 따스한 정감이 피어올랐다. "구룡천동의 무공을 익히기 전에는 결코 불세태양천서를 보지 말라시던..." 그는 불세태양천서를 품 속에 갈무리하며 소매를 내렸다. "하여튼... 구룡천동에 들어가면 모든 것이 밝혀지겠지." 바로 그때였다. 츄파아아아앗-----------! 물 속에서 섬날한 광채가 솟구치며 담천우의 미심을 향해 쏘아가는 것이 아 닌가! 육안으로조차 식별할 수 없는 극쾌! 순간, 담천우의 얼굴에 싱긋 미소가 떠올랐다. "후후.... 많이 늘었군." 그리고 그이 손이 연못을 행해 쫙 펼쳐졌다. 찰나, 스츄우우우웃....! 연못물이 한 웅큼 떠올라 담천우를 향해 쏘아오는 광채를 향해 빛살처럼 쭉 뻗어나가는 것이 아닌가? 광채와 연못물이 부딪쳤다. 아니, 연못물이 광채를 감싼 것이다. 촤아아악! 그리고 담천우의 손짓에 따라 연못물은 지면에 떨어졌다. 한데, 이럴 수가....! 웅덩이에는 한 마리 금빛 잉어가 퍼덕거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광채.... 그것은 금빛 잉어였던 것이다. 담천우는 손을 뻗어 잉어를 집어들었다. "이런 것은 있을 곳에 있어야지." 그는 잉어를 연못으로 던졌다. 풍덩.....! 생기가 넘쳐 유영하는 금빛 잉어, 잉어는 살았다는 듯이 물 속으로 깊숙히 가라앉았다. 순간, "도저히 회주를 당할 수가 없군요." 한 줄기 아름답고도 달콤한 음성이 흘러나오며 맞은편 고목 뒤에서 한 인영 이 살며시 빠져나왔다. 눈이 부시도록 화사하고 청초한 여인.... 우문연지! 바로 그녀였다. 오늘따라 그녀의 모습은 더욱 아름다왔다. 바라보다 보면 풍덩하고 빠질 것만 같이 청명한 호수 같은 눈망울.... 입술은 너무도 앙증스러워 깨물면 단박에라도 단물이 베어날 듯하고, 틀어올린 궁장머리 아래 서럽도록 하이얀 목덜미.... 비단 백견사에 감싸여 흐느러지는 몸매는 사박사박 걷는 걸음에 어울려 그 토록 고아하게 느껴질 수가 없었다. 담천우는 그녀를 발견하자 밝은 웃음을 지어냈다. "하하하... 우문소저, 태극십팔해의 이기어형술은 거의 완벽에 가까왔소." 우문연지는 배시시 웃었다. 그 못습은 한 송이 백합이었다. "호호호... 모두가 회주께서 가르쳐 주신 덕분이에요." 이기어형술-------! 움직이는 물체에 무형의 강기를 발출하여 시전자가 원하는 방향으로 쏘아가 게 하는 태극문의 비전절학이었다. 즉, 조금 전 우문연지가 잉어에게 펼쳐내었던 신기의 수법인것이었다. 하여튼 이때, 우문연지는 담천우 앞에서 걸음을 단아하게 멈추었다. "할아버지께서 회주의 진전 속도가 너무 빠르다고 도리어 염려를 하고 계시 더군요." 담천우는 씨익 웃었다. 하늘의 심장이라도 부숴버릴 초마력적인 미소! 우문연지는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아..... 저 미소.....! 바라보고 있으면 전신이 힘이 빠져...' 담천우는 그녀의 전신을 감탄 서린 시선으로 바라보며 담담한 음성을 흘려 냈다. "우문소저, 정말 아름답소." 우문연지는 얼굴을 사르르 붉히며 손을 입으로 가져갔다. "회주, 저를 놀리시는군요." "우문소저, 놀리는 것이 아니오. 진심이오." 일순, 우문연지는 담천우를 곱게 흘겨보았다. "또 저를 그렇게 부르시는군요." "그렇게 부르다니....?" 담천우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가 곧 알았다는 듯이 커다랗게 웃었다. "하하하... 내가 깜빡 잊었소. 그대를 연지라고 부르기로 했었는데... 연지 ... 됐소?" 우문연지는 볼에 홍조를 떠올리며 입술을 삐쭉내밀었다. "피잇... 회주께서는 잊으신 것이 아니라 일부러 그러셨어요. 제가 가까이 다가가는 것이 두려우신거죠?" 문득, 담천우는 웃음을 멈추며 우문연지의 눈을 깊숙히 응시했다. 표정이 엄숙하게 변해 있었다. 그는 손을 뻗어 우문연지의 어깨를 살며시 잡았다. "연지, 그대는 대단히 영특한 여인이오. 맞소. 나는 솔직히 그대라 두렵소. 왠지 아시오?" 우문연지는 고개를 푹 숙였다. 고개를 떨구는 그녀의 두 눈망울에는 물안개가 소리없이 번지고 있었다. "알아요. 할일이 너무 많아 회주께 소녀 따위가 방해되서는 안되겠죠." 가녀리게 떨리는 어깨... "....." 담천우는 얼굴을 들어 창공을 응시했다. 그의 눈빛은 번민으로 흔들리고 있었다. '연지 그것이 아니오. 나는 그대를 보면 자꾸만 한 여인이 생각나기 때문이 오. 옥상이라는.....' 추옥상! 담천우는 아직도 그녀를 잊지 않고 있었다. '나는 그녀를 찾아야 하오. 나만 믿고 살아가던 여인이었소.' 그때, 우문연지는 홱 몸을 돌렸다. "소녀는 이만 물러가겠어요." 축축히 젖어 떨리는 음성.... 우문연지는 총총걸음으로 멀어져 갔다.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담천우는 지그시 눈을 감았다. 이내 그는 눈을 번쩍 떴다. "연지....!" 돌연 그의 입에서 우문연지의 이름이 터져나오고, 우문연지는 불에 데인 듯 흠칫 걸음을 멈췄다. ".....!" 돌아서는 그녀의 동공에 담천우의 모습이 조용히 자리잡고 있었다. 동공 속의 담천우가 말했다. "북경만서루의 생활.... 지겹고 답답하였소. 그래도 참을 수 있었던 것은 연지 그대가 있었기 때문이오." ".....!" "고맙게 생각하오." 일순, 우문연지의 눈꼬리가 희열에 바르르 떨렸다. "무슨 말씀을..." 그녀의 고개가 살풋이 떨구어지려는데, "연지!" 부르는 음성이 있었다. 그녀는 고개를 들었다. 담천우는 웃고 있었다. "나의 가슴을 넓다오. 그대 한 명쯤 차지할 공간은 있지." ".....!" 우문연지는 가슴이 쾅 내려앉았다. '담가가....!' 하지만 말은 입 밖으로 나오지 않고 입안에서 맴돌았다. 목이 메었기 때문이었다. '사.... 랑해요.....!' 그녀는 달리기 시작했다. 담천우는 팔을 벌리고 웃고 있었다. 이 장도 채 안되는 거리가 그 순간 왜 그다지도 멀게만 느껴지는지... 이내, 와락....! 우문연지는 담천우의 품 속으로 사슴처럼 뛰어들었다. '이 가슴 얼마나 안겨보고 싶었는가....!' 그녀는 담천우의 가슴에 얼굴을 마구 부볐다. "회주...." 순간, 담천우의 손이 그녀의 턱에 닿으며 살며시 치켜들었다. 눈과 눈이 마주쳤다. "연지... 지금은 회주가 아니라오." ".....?" "늑대같은 사내일 뿐이오." "그게 무슨?" 그녀는 더 이상 말을 이을 수가 없었다. 담천우의 입술이 번개같이 그녀의 입술을 덮었기 때문이었다. "웁...." 혀가 밀려 들어왔다. 그녀는 숨이 막혔다. 숨을 쉴 수가 없어서가 아니라 너무도 황홀하여 숨이 막혔다. 우문연지, 그녀는 청초한 여인이다. 하나, 이 순간만은 그녀도 청순하지만은 않았다. 그녀도 혀로 담천우의 혀를 휘감았다. 그리고 힘차게 잡아 당겼다. 그녀는 정열적이었다. 너무도 돌연한 사태에 담천우는 혀뿌리가 뽑히는 것 같았다. "억....!" 자신도 모르게 터져나오는 비명성, 하나, 우문연지는 물러설 줄 몰랐다. 더욱 담천우의 입술에 달라붙었다. "웁.... 웁.....!" 바로 그때였다. 갑자기 놀란 듯한 음성이 들려오는 것이 아닌가? "주인, 무슨 일이냐? 비명을 지르고...?" 슈우우우웃! 섬날한 파공음과 함께 흑의인이 떨어져 내렸다. 천무종, 바로 그였다. 한데, 그의 표정은 긴장으로 잔뜩 굳어져 있지 않은가? "엇!" "어맛.....!" 담천우와 우문연지는 후다닥 떨어졌다. 천무종은 다짜고짜 우문연지를 향해 살벌한 음성을 터뜨렸다. "아가씨, 지금 우리 주인에게 무슨 암수를 펼친거냐?" 비명! 바로 그것이 문제였다. "......" 우문연지, 그녀는 느닷없는 말에 어리둥절해 멍한 표정을 지었다. '암수....?' 무슨 소리냐는 듯 오히려 그녀는 천무종을 쳐다 보았다. 그런 그녀를 향해 천무종은 재차 험악하게 쏘아붙였다. "왠만해선 주인은 비명을 지르지 않는다. 아가씨, 주인에게 무슨 짓을 하였 지?" 담천우는 어이가 없었다. '이... 이런 주책맞은 자식....!' 하나 천무종의 표정은 그지없이 엄숙했다. "주인, 비켜라, 내가 맡겠다." 담천우의 표정은 완전히 돼지 쓸개 씹은 표정이었다. '뭐... 자기가 맡겠다고....!' 맡길 것이 따로 있지... 담천우는 얼굴이 무첨하게 일그러지며 막 분노를 터뜨리려는데, 이것은 또 무언가? "아가씨! 무슨일입니까?" 쿵! 땅이 지진을 만난 듯 흔들리며 한 인물이 득달같이 내려섰다. 철탑같은 장한, 흑천왕! 바로 그였다. 그는 천무종을 향해 도끼 같은 눈알을 부라렸다. "이 희멀건 자식아! 우리 아가씨에게 무슨 짓을 했느냐?" 천무종은 싸늘한 음성으로 말했다. "네놈의 아가씨가 우리 주인에게 암수를 펼쳐 미명을 지르게 했다." 우문연지의 혀....! 졸지에 암기가 되어 버렸다. "뭐야....?" 흑천왕은 우문연지와 담천우를 쓰윽 살펴보았다. 우문연지, 그녀는 이미 천무종의 말뜻을 깨닫고 부끄럽다 못해 파랗게 질려 있었다. 반면에, 담천우는 어설픈 표정으로 서 있고.... 흑천왕은 천무종을 험악하게 노려보았다. "내가 볼 때는 그 반대다. 희멀건 자식아!" 천무종은 담천우를 향해 따지듯이 물었다. "주인, 말해줘라 누가 암수를 썼는지." 흑천왕은 우문연지를 향해 시선을 홱 돌렸다. "아가씨, 겁내지 말고 사실대로 말해요. 이 흑천왕이 있으니가요." 쾅! 흑천왕은 자신의 가슴을 늠름하게 쳤다. 이러는데야, 담천우의 분통은 참을수 없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으... 이 도대체 말도 안되는 자식들...!' 하나, 어쩌겠는가? 자신들 딴에는 충성을 한다고 하는 짓인데.... 결국, 담천우는 우문연지의 손을 덮썩 잡았다. "연지, 이런 무식한 놈들은 피하는 것이 상책이다." 슈아아아아앙....! 빛살보다 더 빠르게 허공으로 솟구치는 담천우와 우문연지, "앗! 주인." "아가씨!" 슈아아앗! 콰아아아....! 천무종과 흑천왕은 황급히 그들의 뒤를 따랐지만, 어디 담천우의 상대가 되겠는가? 담천우는 지금 혼신을 다해 실전된 개세의 경공술 유성비행을 펼치고 있는데... 하여튼, 담천우와 우문연지! 그들은 어디로 가는 것인가! 아마도... 둘만의 조용한 장소를 찾아가리라. ---------------------------------------------------------------------- 제 삼십삼 장 절정의 순간에 초친 무식한 놈 실내, 대낮임에도 불구하고, 창문들이 꼭꼭 닫혀있고 주렴까지 늘어져 있어 방안은 어두웠다. 대신, 야릇한 감정을 불러 일으키는 홍등이 실내를 은은히 밝히고 있었다. 일남일녀, 실내의 중앙에서 정겨운 시선으로 마주보고 서 있었다. "연지, 이곳이라면 아무도 우리를 방해하지 못할것이오." 그렇게 말하는 자는 담천우였다. 그 앞에 발그스레 홍조를 띄우며 꿈꾸는 듯한 눈망울로 그를 바라보는 여인 은 바로 우문연지였다. 이곳, 담천우의처소 구룡전이었다. "담가가....!" 담천우의 가슴으로 살며시 기대오는 우문연지의 육신, 때가 겨울임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체온은 불이 붙은 듯하고, 춥지도 않은 실내의 온도임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담천우는 그녀를 더욱 바싹 끌어 당겼다. "연지, 후회하지 않겠소?" 그 말 뜻은 무엇인가? 우문연지, 그녀는 더욱 바들바들 떨었다. "결.... 코.... 처음부터 이렇게 되길 원했..... 어..... 요." 그녀는 혼신의 힘을 다해 말했다. "후후... 알고보니 연지... 그대는 매우 용기있는 여인이오." "아....!" 우문연지는 구름을 탄 듯 온몸이 노곤하였다. 문득, 그녀의 몸이 구름을 탄 듯 붕 떠올랐다. 그녀는 점점 몽롱한 눈빛이 되었다. 일순, 그녀의 등이 지면에 닿았다고 느꼈는데 그것은 침사으이 비단 금침의 감촉 이었다. 그녀는 살며시 눕혀졌고, 괜히 눈이 부셨다. 그것은 담천우의 얼굴이 바로 앞으로 다가서고 있기 때문이었다. 우문연지는 그 순간 입술을 가볍게 벌리며 어깨를 부들부들 떨었다. 일순, 담천우는 한 마리 나비가 되어 그녀의 꽃술위로 날아내렸다. 너무나도 뜨거운 입술이었다. "하아아...." 우문연지의 숨소리가 끊어질듯 고조되었다. 그녀로서는 처음으로 맡아보는 뜨거운 입술이었다. 입술에 짓눌린 우문연지의 가슴은 쿵쿵 소리를 내었고, 섬섬옥수는 어디에 두어야 할지 모르는 채 파르르 떨리기만 했다. 입맞춤은 꽤나 길었다. 그리고, 담천우는 꽃밭을 휘집는 한 줄기 바람으로 화했다. 우문연지의 몸은 침상에서 길을 잃었다. 옷자락이 흐트러지고 뽀오얀 속살이 희끗희끗 나타났다. 도발적으로 부풀어 오른 젖가슴은 담천우의 가슴에 의해 납작 눌리고, "으..... 음.....!" 그녀의 숨소리는 흐느적거리느 해초의 노랫소리로 변했다. 불붙은 대낮이었다. 사륵.... 사르르륵....! 담천우의 몸짓은 우문연지의 옷자락을 자꾸만 느슨하게 만들었다. 우유빛 살결이 조금씩 조금씩 드러났고.... "아아... 으으음....!" 고혹스럽던 숨소리는 차츰차츰 고조되었다. 여인, 그 여인의 문은 쉽게 열리지 않으나 한 번 열리게 되면 거침없이 열리게 되 어있었다. 우문연지, 그녀는 몸이 부풀어 오름을 느껴 . 저항하지 못할 거대한 힘이 그녀를 자꾸만 빨아들였고 풋풋한 사내의 채취 는 그녀의 몸을 화로의 불처럼 타오르게 했다. 토실토실한 젖가슴, 그것은 처음으로 애무를 경험하며 경직되었고.... 연분홍의 유실 포도알은 바람에 떨리듯 자지러지기 시작했다. 담천우의 손은 자꾸만 자꾸만 그녀의 옷속으로 파고 들었다. 매끄러운 피부에 땀이 흐르고, "으으.... 음.....!" "아..... 하하하학.....!" 남녀, 그들의 숨결은 하나로 뒤엉켰다. 뜨거운 열정... 그리고 사랑! 두 사람은 불새가 되어 무지개 속으로 날아 오르고 있었다. 그것은 사랑의 눈물이었고, 벅찬 어떤 행복감에 가슴이 터지는 듯했다. 문득, 그녀는 자신의 옷이 벗겨져 나가는 것을 느겼다. '아아...' 그녀는 부끄러웠다. 하나, 사랑하는 님을 위해... 그녀는 그의 손을 도와 슬며시 몸을 꿈틀거렸다. 그가 옷을 벗기기 쉽게 하기 위함이었다. 이윽고, 그녀의 몸은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나신으로 화했다. 아아...! 홍등 속에 드러난 여체여! 실로 황홀했다. 젊음의 향기가 팽만해 있는 나신.... 풍만하면서도 앙증스러운 젖가슴, 앵도 같은 유실, 잘룩한 허리, 기름진 배와 깜찍스러운 배꼽, 펑퍼짐한 둔부와 대리석인 양 늘씬하게 뻗은 두 다리, 그리고, 매끄러운 허벅지 속으로 숨막히게 자리하고 있는 여인의 비지여..... 정녕, 숨막힐 정도로 아름다운 여체였다. 드디어..... 어떤 사내의 눈에도 보여진 바 없던 순결한 처녀신이 아낌없이 한 사내를 위해 드러난 것이었다. "아름답소, 연지..." 담천우는 눈 앞이 현란함을 느끼며 절로 탄성했다. "부.... 부끄럽습니다." 우문연지는 눈을 뜨지 못했다. 눈을뜨면 그의 얼굴이 바로 앞에 있기 때문이다. 우문연지는 희열에 떠는 표정을 한 채 고개를 뒤로 젖히고 있었다. "아아....아...." 그녀는 뜨거운 비음을 흘렸다. 뭉클.....! 야릇한 감촉 속에 젖가슴이 그의 입 속에 한웅큼 물려드는 것을 느꼈던 것 이다. '아.... 파.....' 파르르....! 그녀의 교구가 떨렸다. 약간은 거친 듯한 그의 애무에 짜릿한 아픔이 가슴에 전해왔던 것이다. 그리고, "아아.... 아학....!" 그녀는 뜨거운 숨결을 토해냈다. 혀! 사내의 혀가 흥분해 돌출된 유실을 희롱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울거, 사내의 손이 서서히 그녀의 매끄러운 비를 지나 아래로 미끄러지는 것을 느 꼈다. 대리석 같은 그녀의 허벅지 위에 맴돌던 사내의 손..... 일순, "헉.....!" 그녀는 숨을 딱 끊으며 전신을 경직시켰다. '모.... 몰라....' 깊숙한 여인의 숲, 그 속으로 사내의 손이 거침없이 침입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손은 갈증을 느낀 듯 숲속을 헤치며 샘을 찾아 가고 있었다. "아아.... 아흐흑....." 너무도 예민한 곳에 사내의 손길을 느꼈기 때문인가? 우문연지는 전신 혈관의 피가 급속도로 뜨거워지는 것을 어쩌지 못했다. 전신이 멍멍한 것이, 어떤 환상의 세상으로 깊숙히 빠져드는 듯한 느낌이었다. 문득, "아흑....!" 파르르... 그녀의 교구가 세찬 떨림을 토했다. 아울러 그녀의 둔부가 약간 떠올랐다. 그리고, 느꼈다. 사내의 손이 예민한 속살 속으로 슬며시 밀려드는 것을.... '아아...' 그녀는 전신이 짜릿한 희열의 전류에 감전된 듯한 느낌을 받앗다. 사내의 입술은, 그녀의 매끄러운 배에 머물러 앙증스런 배꼽을 애무하고 있었다. "아흐... 흑... 아아....." 우문연지, 그녀는 너무 엄청난 희열과 환희에 까무러칠 듯한 기분이었다. '모.... 몰랐.... 어... 이런 기분은... 아아....' 그때, 담천우의 숨결도 거칠어졌다. 더 이상 참을 수 없었음인가? 이내 그는 그녀의 몸에서 떨어지며 자신의 옷을 벗어내리기 시작했다. 한 순간, 사내의 아름다운 균형잡힌 나신이 드러나고 있었다. ".......!" 어떤 호기심 때문인가? 우문연지는 자신도 모르게 살며시 눈을 떠 보았다. '아... 아름다와...! 사내의 몸이 저토록 멋있다니... 한데.... 어맛!' 돌연 그녀는 화들짝 놀라며 얼굴을 발갛게 물들이며 황망히 눈을 감아 버렸다. 무엇을 보았기 때문일까? 꽝..... 꽝..... 그녀의 감슴은 천둥치듯 뛰기 시작했다. '모.... 몰라.... 너.... 너무 커.....' 그녀는 아랫도리가 괜히 짜릿해지며 어던 두려움이 왈칵 일어나는 것을 어 쩌지 못했다. 그렇다. 그녀는 사내의 거대한 실체를 본 것이었다. 하늘을 찌를 듯 솟은.... 처녀로서, 사내의 거대한 실체를 보고 겁이 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리라. 하여튼 이때, 출렁.... 담천우는 그녀의 몸 위에 올랐다. "아.....!" 우문연지의 몸은 급격히 떨리고 있었다. 침대의 용동과 함께, 그녀의 아랫부분에 사내의 드거운, 그러면서도 거대한 실체를 감지할 수 있 었다. 아니, 그 부분에 딱 밀착이 되어 있음을 느낀 것이다. 담천우는 그런 그녀의 머리를 부드럽게 쓸며 귓전에 뜨거운 숨결을 흘려 내 었다. "연지... 사랑하오." "아... 담가가... 소녀도 사랑합니다." 우문연지. 그녀는 와락 그의 목을 끌어 안았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두 남녀, 이 순간 두 사람은 한치의 틈도 없이 밀착되어 있었다. 그리고, 파르르...! 우문연지의 교구가 경련을 일으켰다. "아.....!" 그녀는 더욱 힘껏 사내의 목을 끌어 안았다. 여인의 성! 단 한 번도 열린 적이 없기 때문일까? 사내는 쉽게 입성하지 못했다. 하나 어느 한 순간, "아--------- 악!" 우문연지는 찢어지는 듯한 비명을 토하며 고개를 뒤로 휘청 꺾었다. 파괴의 아픔, 그 극렬한 고통이 하반신을 마비 시키는 것을 느낀 것이었다. 부르르...! 그녀는 마치 작살에 맞은 고기인양 경련을 일으켰다. '아... 이.... 이런 것이었어....' 그녀는 환희와 희열이 얼룩진 뜨거운 숨결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아픔! 이미 씻은 듯 사라지고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쾌감이 전신을 휘어감기 시작 한것이었다. 사내의 율동에 따라... "아....." 너무도 황홀한 희열, 콧소리는 이제 신음소리에 가까와졌다. 열 손가락에는 사내의 건장한 여깨가 꽈악 쥐어져 있었다. ..... 절정! 우문연지는 전신이 터져버릴 것만 같았다.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기분...! "아.....!" 우문연지의 손톱이 담천우의 등을 파고 들며 길다란 혈선을 그어냈다. 그녀의 몸은 무섭게 경직되었다. 한데, 이것은 또 무언가? 쾅! 우지끈.....! 방문이 박살나면서 이인이 벼락같이 뛰어드는 것이 아닌가? 천무종과 흑천왕이어 . "어맛!" 우문연지는 통천기겁을 하며 금침속으로 몸을 숨기고, 담천우는 빙글 신형을 뒤집었다. 그때, 천무종이 담천우를 가리키며 흑천왕을 잡아먹을 듯이 쏘아붙이고 있었다. "이 무식한 놈아! 봐라! 네놈의 아가씨가 우리 주인의 등에 공격을 가해 상 처를 내지 않았느냐?" 하자, 흑천왕은 천무종을 향해 눈을 딱 부릅떴다. "하지만 밑에 딸려서 비명을 지른 것은 우리 아가씨였다. 이 개구리 넙적다 리같은 놈아...!" 담천우는 그저 기가 막힐 지경이었다. 절정에 이르는 순간인데, 천무종과 흑천왕이 망쳐버린 것이다. '으... 이 천하에 둘도 없는 무식한 놈들....! 도저히 참을 수 없다.' 담천우는 벌떡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천지가 터져라 울부짖었다. "제발.... 지구를 떠나다오!" ------------------------------------------------------------------- 第 三十四 章 地獄死路 우문현백! 그는 지극히 엄숙히 입을 열고 있었다. "회주, 세 가지 시험을 거치는 과정에서 회주께서는 죽음을 각오하셔야 합 니다." ".......!" 담천우는 담담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그의 뒤, 우문연지를 비롯해 천무종,흑천왕이 입을 굳게 다문채 서 있었다. 담천우를 바라보는 우문연지의 눈길은 불아노가 초조로 뒤엉켜 있었다. 그들의 정면, 하나의 동혈이 악마의 아가리처럼 뻥 뚫려 있었다. 또한, 어둠을 부어놓은 듯 칠흑같이 어두웠다. 이때 우문현백이 재차 말을 이었다. "첫 번째 시험은 이 지옥사로를 통과하는 것입니다." 그의 손은 동혈을 가리키고 있었다. 동혈, 그것이 바로 지옥사로인 것이었다. 오늘..... 드디어 담천우가 북경만서루의 스믈 네 개의 서관을 모두 통과하였고, 구룡천동에 들어가기 위해서 최종관문이 세 가지 시험을 거치려는 것이었다. 담천우를 바라보는 우문현백의 시선은 엄숙했다. "백만권이 넘는 북경만서루의 책들 중에서 회주께서는 판단하여 필요한 책 들만 선별하여 읽으셨을겁니다. 하나....." "......!" "그 중에서 꼭 읽으셔야 하는 책은 천백 삼십 칠권입니다. 그 중 단 한권도 읽지 못하셨으면 지옥사로를 통과하지 못합니다." ".......!" 담천우의 눈빛은 은하처럼 빛나고 있었다. 하나, 우문현백의 음성은 마냥 굳어 있었다. "지옥사로... 그곳엔 천 백 삼십 칠 명의 고수들이 숨어 있습니 . 한 가지 방면에는 가장 완벽한 절대자들입니다." ".....!" 담천우는 곧 직감했다. '북경만서루의 책 천 백 삼십 칠 권을 한 가지씩 통달한 고수들이겠군...!' 이때, 우문현백의 음성은 재차 이어졌다. "회주께서 지옥사로를 통과하는 동안 그들은회주를 공격할 것입니다. 어쩌 면 회주께서는 죽음을 각오하셔야 할지도....." ".....!" "단 한 번의 패배가 있어도 실패입니다. 또한 오래 걸려도 안됩니다. 삼일. .. 그 기한내에 지옥사로를 빠져 나오셔야 합니다." 우문현백은 한 걸음 성큼 옆으로 물러섰다. "나머지 두 가지 시험은 지옥사로를 통과하신 다음 알려 드리겠습니다." 담천우, 그는 우문현백을 조용히 응시했다. "총사, 무기를 사용해서는 안되는 것이오?" "상관없습니다." 순간, 챙--------! 그들의 뒤에서 맑은 금속성이 터지는 것이 아닌가? "회주, 제것을 사용하세요." 우문연지가 어느 새 자신의 허리에 찬 연검을 끌러 담천우에게 내밀고 있었다. 님을 염려하는 마음... 담천우는 우문연지를 향해 싱긋 미소를 지었다. "연지, 고맙소. 하나... 그 검은 그대에게 필요한 것이오." 담천우는 손을 뻗어 이 척 길이의 나뭇가지 하나를 뚝 꺾었다. "나는 이것이면 되오." 그러면서 또다시 싱긋이 웃어주는 담천우, 우문연지는 가슴이 환희로 하얗게 탈색되고 있었다. '저 미소... 담가가는 반드시 지옥사로를 거뜬히 통과할 거야. 반드시...!' 단 한 번의 미소, 그것은 우문연지의 가슴에 확신을 심어주고 있었다. 담천우의 미소! 그만큼 신비한 마력이 있었다. 일순, 우문현백의 눈빛은 격동으로 조금씩 흔들리고 있었다. '회주의 행동... 너무 광오하다!' '동혈속의 인물들은 적어도 한 문파의 지존이 될 정도로 가공할 능력의 소 유자들이거늘... 나는 아직 회주의 진정한 능력을 한 번도 보지 못했다. 과 연... 해낼 수 있을까?' 그때 담천우는 지옥사로의 입구를 향히 성큼성큼 다가갔다. "다녀 오리다." 순간, 천무종이 무심한 음성을 툭 던졌다. "주인, 나도 같이 가면 안될까?" 담천우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대꾸했다. "다녀올 동안 흑천왕과 싸우지 말고 잘 놀아라." "....!" 천무종은 입맛을 쩝 다셨다. 일순 우문연지가 지극히 걱정스런 음성으로 말했다. "회주... 꼭 성공하세요." "하하하... 마치 성공하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말처럼 들리는군!" 담천우의 모습은 동혈 속으로 사라졌다. 찰나, 콰르르릉.... 쿠--------- 아---------- 앙----------! 하나의 거대한 석벽이 내려오며 입구를 차단시켜 버렸다. 우문현백은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이제... 기다리는 일만 남았다. 그렇다. 기다리는 일...! 그것만이 남지 않았겠는가? 우문현백을 비롯해 우문연지, 천무종, 흑천왕은 오랫동안 그렇게 움직일 줄 몰랐다. ...... >< >< >< 암흑, 빛이라곤 단 한점도 없었다. 자신의 손 끝조차 보이지 않는 지독한 어둠만이 깔려 있는곳, 이곳은 어디인가? 한데, "제기... 이 정도일 줄이야....!" 돌연 그 어둠속에서 투덜거리는 음성이 터져 나오지 않는가? "철저히 감각에 의존해야겠군. 훗... 코 앞에서 목을 잘라가도 모르겠는걸..."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여유로운 음성이었다. 담천우, 바로 그였다. 이곳은 지옥사로의 동혈 속인 것이다. 한치 앞도 볼수 없는 어둠! 담천우의 전신은 극도의 긴장으로 터질 듯이 팽팽하게 당겨지고 있었다. '천 잭 삼십 칠명... 엄청난 숫자로군. 만나서 인사만 하는데도 삼일은 걸 리겠다....!' 그는 천안투시공을 펼치면서 조금씩 안으로 진입해 들어갔다. 저벅... 저벅.... 다섯 걸음, 그때였다. 돌연 정면에서 한 줄기 무심한 음성이 들려왔다. "회주, 조심하십시오." 담천우는 걸음을 멈추지 않으며 대꾸했다. "괘념치 마시오." 한데, 그것이 아니었다. ..... 소리도 없고, 빛도 없는 한 줄기 검기가 그의 뒤에서 가공할 속도로 파고들 고 있었다. 음성은 앞, 공격은 뒤...! 방향을 잡아낼 수 없는 암흑....! 믿는 것은 오직 초능력적인 감각 뿐이었다. "훗....! 성동격서!" 성동격서-------- 동쪽에서 소리를 지르고 서쪽을 친다. 파--------- 아아아앗--------! 담천우의 손에 들려진 나뭇가지가 바람을 일으켰다. 츠아아아앙! 날카로운 금속성이 동굴 안을 가득 메웠다. 동시에, "헉....!" 다급한 헛바람을 집어삼키는 소리가 들리며, "회.... 회주... 훌륭하십니다. 속... 하가 졌... 습니..... 다...." 감탄으로 사무치는 음성이 들렸다. 뒤를 이어, 담천우의 담담한 음성이 새어나왔다. "화산파의 태을천허검법을 그토록 완벽하게 시전하다니 놀랍소. 하마터면 머리가 몸뚱아리를 떠날뻔 하였구려." 어둠속에서 음성이 재차 들리고 있었다. 감동으로 약간 떨리고 있었다. "검기를 중간에서 멈추어 주셔서 감사합.... 니..... 다...." "하하.. 수고하시오." 담천우는 어둠을 헤치며 천천히 앞으로 전진했다. 지옥사로는 좌측으로 꺾어지고 있었다. ...... ...... "회주, 반각 이내에 속하에게 들키지 않고 오 장을 통과하셔야 합니다." 어둠속에서 그런 음성이 들렸다. "그러지." 담천우의 간단한 대답이었다. 어둠 속의 음성이 재차 말을 이었다. "다른 무공을 사용하여서는 안됩니다. 오직 무영환상비만을 사용하십시오." "하하.. 나는 분명히 무영환상비만을 사용하였네." 한데 이럴 수가...! 담천우의 음성은 어느 새 오장 앞에서 들리는 것이 아닌가? 어둠 속의 음성은 대경실색했다. "아앗! 회.... 회주... 토.... 통과하신 것입니.... 까....?" "하하... 증거로 그대의 소매를 조금 잘라 두었네." "....!" 급박한 움직임이 어둠 저편에서 일렁였다. 순간, "헉!" 숨넘어가는 다급성, 털썩! 신형이 허물어지는 음향이 들렸다. "회.... 회주, 통과... 하셨습니다." "그대의 무영은둔술은 완벽하였지만 기를 안으로 갈무리 하지 못한 것이 흠 이라네." 담천우는 계속 안으로 진입하면서 염두를 굴렸다. '지금까지 모두 삼백 삼십 사 명이 나를 시험했다. 모두 초절정의 고수들...' 담천우는 벌써 삼백 삼십 사명을 거친 것이다. '내가 만약 그들이 사용한 절기의 비급을 읽지 않았다면 패배했을 것이다. 한데... 우문현백, 그는 어떻게 이 많은 고수들을 모았을까?' 담천우의 심중은 조심스럽게 더듬어 내려가 . '그들이 모두 구룡회의 전사들이라면 구룡회의 위세는 실로 상상을 불허할 정도이다. 천하를 넘볼 수 있을 정도로...' 담천우는 은근히 가슴이 무거웠다. 그것은 진정 끈적끈적한 상상이 아니겠는가? '하여튼... 소흘이 넘길 수 없는 일이다....' 그때였다. 띠딩... 띠이잉... 띠디딩....! 돌연 비파음이 은은하게 울려퍼지는 것이 아닌가? 동시에, 비파음에 실린 음성이 들렸다. "회주께서는 그곳에서 이각을 버티셔야 합니다. 단 한 발자국이라도 움직이 면 패하신 것입니다." 담천우는 조용히 걸음을 멈추었다. 순간, 띠디딩... 띠딩... 띠이잉...! 비파음이 점점 거세어지기 시작했다. 그 뿐만 아니었다. 파-------- 아-------- 앙------! 파-------- 아-------- 앙-------! 오장육부가 뒤집어질 듯한 괴음이 들리는가 하면, 사라라랑.... 사라라라랑....! 천상의 옥음인 양 기막힌 환상음이 어우러지고, 빠빠빠빡------ 빠-------- 빠--------- 빠----------! 살갖을 저며내는 듯한 섬날같은 파열음이 동혈 속의 공기를 발기발기 찢어 발겼다. 순간, 담천우는 욱 하고 기혈이 뒤틀렸다. '헛....! 탈백섭혼음공!' 탈백섭혼음공---------! 이것은 이미 사백여 년 전에 실전된 것으로, 음 으로 상대의 혼을 제압하는 무서운 음공이었다. 일시에 서른 여섯 가지의 기괴막측한 음률이 쏟아져 상대는 듣는 순간 이미 심맥이 파열되고, 혼백이 갈가리 흩어져 탈진해 버리는 악마의 음공이었다. 귀를 막아도 소용없다. 음률은 피부의 모공을 뚫고 들려오는 것이기에... "......!" 담천우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탈백섭혼음공을 시전하는 자가 있다니.....!' 그는 재빨리 청심대라현공을 펼쳤다. 순간에 그의 심기는 명경처럼 맑아졌다. 쩌저적... 쩍쩍.... 우수수수.... 음파의 진동에 의해 주위의 석벽이 쩍쩍 갈라지며 무너져 내렸다. 가공할 음공의 위력! 이때, 담천우의 음성이 낭랑하게 흘러 나왔다. "비파의 음은 너무 높고... 저의 음률은 너무 낮다.... 호각은 되도록이면 건위를 차단하며 불어야 한다." 오오....! 청심대라현공을 펼치면서 말을 할 수 있다니....! 이상한 일이었다. 담천우의 음성이 울려 퍼지자, 서른여섯 가지의 온갖음률이 묘하게 그의 주위에서 비켜가는 듯했다. 짐작도 못하리라! 담천우가 지금 음성으로 탈백섭혼음공을 펼치고 있음을... "혼을 흔드는 음은 완벽하나. 하지만... 이어지는 북의 격타음이 약하다..." 띠.... 잉.... 띠디딩..... 띠..... 잉.....! 파--------- 아---------- 아----------- 앙----------! 사라라라랑.... 사라라라랑..... 빠빠빠-------- 빠빠------- 빠빡-------! 혼을 빼앗는 듯한 갖가지 괴이한 음률들.... 그것은 미친 듯이 동혈을 뒤흔들었다. 그리고, 시간은 흘렀다. 문득, 어둠속에서 들려오던 음률이 갑자기 뚝 그쳤다. 동시에 담천우의 음성도 멎었다. 순간, 어디에선가 비릿한 음성이 가늘게 떨려왔다. "으.... 윽....! 회.... 주... 통과하셨습니다....." "고맙소." 담천우는 조용히 섰던 자리에서 걸음을 떼어놓았다. 일순 뒤에서 재차 음성이 들려왔다. "다.... 단언컨대 회주의 음공은 천하제일입니다." "하하하하.....!" 담천우는 긍정도 부정도 아닌 맑은 대소를 터뜨렸다. 이어, 그의 걸음은 조금 빨라지기 시작했다. '아직 반도 통과하지 못한 것 같은데 서둘러야겠군....!' 암흑, 그것은 이제 담천우에게 아무런 장애가 될 수 없었다. 파아....! 어둠 속을 그는 물살처럼 가르며 쏘아가고 있었다. 이곳, 지옥사로였다. ------------------------------------------------------------------- 제 삼십오 장 황당무계한 시험 밤, 별빛이 곱게 떨어지고 있었다. 한데, 하늘의 별이 홀연 지상에 내려 앉았는가? 두 줄기 맑은 광채가 야천을 향해 빛을 던지고 있었다. 아아....! 그것은 여인의 곱디고운 눈망울 이었다. 우문연지.... '담가가... 꼭 지옥사로를 통과하셔야 되요. 꼭....!' 그녀는 하늘을 우러러 가슴이 하얗게 타도록 빌고 또 빌었다. 담천우가 지옥사로를 든 것은 오늘 아침! 우문연지는 잠을 못 이루고 후원 뜰에 나와 있엇다. 한참을 그녀는 그렇게 서 있어다. '......!' 마치 석상인 양... 그녀의 모습은 너무도 간절했다. 이윽고, 그녀는 나직하게 한숨을 쓸어 내며 몸을 돌렸다. "만약... 당신이 죽는다면 소녀도 죽은 목숨이예요." 그녀는 자신의 처소인 연화각으로 처연히 걸음을 옮겼다. 그녀가 연화각에 이르렀을 즈음, 문득 그녀는 입구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담천우의 처소였던 구룡각은 연화각의 바로 옆에 있었다. '담가가...' 우문연지는 지옥사로를 통과하고 있을 담천우를 생각하며 시선을 무심결에 구룡각을 향해 주었다. 그러다가 일순, "......!" 그녀는 몸을 흠칫했다. 구룡각 창문을 통해 밝은 불빛이 흘러 나오고 있지 않은가? 우문닛지는 아미를 가볍게 찌푸렸다. "천무종이 불을 켜두었나?" 그녀는 생각을 툭 털어 버리며 재차 걸음을 떼어 놓으려다가 다시 움찔 걸 음을 멈추었다. "아니야...! 천무종은 그런데까지 자상하게 신경을 쓸 위인이 아니다." 그녀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럼 누굴까?" 궁금증이 솟구쳤다. 그때는 이미 그녀의 신형은 구룡각을 향해 바람처럼 미끄러지고 있었다. 스스슷....! .... 우문연지는 구룡각의 내전 문 손잡이를 잡았다. 그리고 살며시 밀었다. 확연히 보이는 실내, 실내의 중앙에는 석탁이 놓여있었다. 그녀의 시선이 그곳을 향하는 순간, "헛.....!" 그녀는 그 자리에서 꽝꽝 얼어붙고 말았다. 석탁에는 한명의 백의인이 단아하게 앉아 있었던 것이다. 한데, 그의 뒷모습....! 분명 담천우가 아니겠는가? '담가가는 지금 지옥사로에 있는데 내가 너무 그분 생각을 하였더니 헛것을 보는 것인가?' 우문연지는 자신이 환각을 보는 것이라 굳게 믿으며 눈을 감았다가 떴다. 한데, 석탁의 백의인의 모습은 여전하지 않은가? "......!" 그때 백의인이 천천히 몸을 돌렸다. 오오....! 그는분명 담천우가 아닌가? "연지... 늦은 밤에 무슨일이오?" 우문연지의 눈은 더 이상 커질 수 없을 만큼 커졌다. "다... 당신은 지금 지옥사로 안에 있어야 되는데.....?" 그러면서 우문연지는 가슴이 철렁했다. '실패했구나....!' 담천우는 예의 신비스런 미소를 조용히 머금었다. "그 지긋지긋한 어둠 속에 있는 것보다 이곳 구룡각이 훨씬 좋을 것 같아서 빨리 통과하였소." 순간, 우문연지의 신형이 휘청했다. 그녀는 기절할 듯이 외쳤다. "지.... 지옥사... 로를 통과하셨.... 단 말입.... 니까.....?" 그녀의 두 눈에는 믿어지지 않는다는 듯한 불신이 가득했다. 담천우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소." "그.... 럴 수가....!" 우문연지는 너무도 엄청난 사실 앞에 까무러치게 놀라고 있었다. 경악! 아니, 그것은 경이로움이었다. 그녀는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듯히 고개를 마구 저었다. '이... 것은 꿈이야...! 할아버지께서 중원의 초강고수 백명이 한꺼번에 덤 빈다 하여도 지옥사로를 통과하려면 백일이 걸린다고 하셨는데....!' 우문연지는 간신히 정신을 가다듬으며 더듬거렸다. "저... 정말인가요?" 담천우는 싱긋 웃었다. "후후... 연지, 그대는 내가 거짓말장이이기를 바라오?" "아... 아니요." "그러면 믿으시오." 우문연지는 꿈을 꾸는 듯한 표정이 되었다. "이... 사실을 할아버지께서도 알고 계신가요?" 담천우는 담담하게 말했다. "아마 모를 것이오. 방금 지옥사로에서 도착했으니까." 순간, 우문연지는 벼락같이 신형을 돌리며 미친 듯이 달려가기 시작했다. "할아버지....!" 일순 할아버지....! 일순 담천우는 그녀의 뒤에 대고 맑은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하... 연지... 넘어지겠소." 담천우, 가공스럽게도 지옥사로를 단 하루만에 통과한 것이었다. 실로 그것은 기적이었다. "......!" 우문현백, 그는 불신 가득한 시선으로 담천우를 뚫어지게 쏘아보고 있었다. "회주... 방금 지옥사로의 전사들로부터 연락을 받았습니다. 통과하셨다고..." 이곳은 구룡각! 담천우는 석탁에 앉아 담담한 표정으로 우문현백을 마주보고 있었다. 그의 뒤, 우문연지가 마냥 꿈결 같은 눈길을 담천우에게 주고 있었다. 우문현백의 음성은 은은히 떨리기조차 했다. "회주의 능력이 생각보다 뛰어나리라 짐작하였지만 이 정도일 줄은 정말 몰 랐습니다. 지옥사로를 단 하루 만에 통과하시다니...!" 담천우는 멋적은 얼굴로 씨익 웃었다. "하하... 그러지 마시오. 아직... 두 가지 관문이 남았으니..." "다음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그것이 무엇이오?" 일순, 우문현백은 표정을 엄숙하게 변색시키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피곤하실테니 오늘은 편안히 쉬십시오. 내일 말씀드리겠습니다." "......!" "그럼 속하 물러가겠습니다." 우문현백은 문 밖으로 조용히 사라졌다. 우문연지도 아쉬운 눈길을 담천우에게 주면서 살며시 뒤걸음질쳤다. "회주...안녕히 주무십시오." "연지도 잘 자오." 이윽고 실내에는 담천우 혼자만이 남았다. 그의 눈빛이 의미심장하게 타오르고 있었다. '음... 총사의 신중한 태도로 보아 내일 시험은 더욱 어렵겠군.' 두번째 시험! 과연 그것은 무엇일까? >< >< >< 다음날, 우문현백은 담천우를 데리고 한 거대한 석벽 앞으로 데리고 갔다. 사방 삼 십 장 넓이의 석벽! 석벽은 백지처럼 깨끗했다. 우문현백은 담천우를 그윽히 응시하며 입을 열었다. "상대를 제압하려면 무공의 우위보다도 먼저 기로써 상대를 눌러야 합니다." "......!" "이번은 회주의 기를 시험하는 단계입니다." 정작 당사자인 담천우, 그는 담담한데 뒤에 서 있는 우문연지와 흑천왕의 표정이 긴장으로 굳어있 었다. 그때, 짝,짝! 우문현백이 손바닥을 마주쳤다. 순간, 스으으윽! 허공에서 한 개의 상자가 떨어져 내리는 것이 아닌가? 우문현백은 상자를 열었다. 하자, 이것은 또 무엇인가? 상자속.... 화관조 한 마리, 검은 윤기가 흐르는 고양이 한 마리, 물그릇 속에 담겨 있 는 잉어! 바로 그것이 들어 있지 않은가! 또한, 그 옆에는 금종 하나도 놓여 있었다. 우문현백은 석벽을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회주께서는 지금부터 이 석벽에 그림을 그리십시오." "그림을....?" 담천우는 검미를 가볍게 찌푸렸다. 우문현백은 묵연한 음성을 흘려냈다. "하나... 그냥 평범한 그림은 안됩니다. 그림이 완성되었을 때에는...." 그는 상자 속을 가리켰다. "화관조는 그림속의 나무에 앉고.... 고양이는 공포에 질려 도망을 가야하 며 그릇의 잉어는 그림속의 물로 뛰어들어야 합니다. 또한..." "......!" "그림에서 뻗어나오는 기에 의해 금종의 종소리가 울려 퍼져야 합니다." "......!" "즉, 살아있는 그림을 그리십시요. 그러자면 그림에는 탁월한 기가 실려있 어야 합니다." 오오! 이것은 도무지 말도 안되는 것이었다. 어찌, 한낱 그림으로 새가 날고 고양이는 공포에 질려 도망을 가야하며 잉어가 그 림속으로 뛰어들고 종이 소리를 낸다는 말인가? 황당무계! 바로 그것이었다. 우문연지는 기가 막힌 듯한 표정으로 우문현백을 응시했다. "할아버지... 그것은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예요." 불가능하다 뿐이겠는가? 미처도 단단히 미친 소리였다. 감정이라곤 전혀 없는 천무종 조차도 헛웃으을 지어내고 있었다. "훗....! 사람 웃기네." 한데, 우문현백의 표정은 그지없이 진지했다. "회주, 기한은 십 일! 그동안에 그림을 완성하셔야 합니다. 실패하실경우.. .... 회주께서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셔야 합니다." 십일! 그 안에 말도 안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 한 마디로 환상을 그리라는 말인데..... "알겠소." 담천우의 말은 간단했다. 이건 무슨 말인가? 담천우, 그렇다면 그는 그런 그림을 그릴 수 있단 말인가? "회주... 성공하시기를 바랍니다." 그러면서 우문현백은 준엄한 시선으로 우문연지 등을 응시했다. "회주의 심기가 흐트러지지 않도록 그만 물러가거라." ".....!" 우문연지는 잠시 담천우를 안타깝게 응시하다가 가벼운 한숨을 쓸어내며 흑 천왕과 함께 사라져 . 천무종은 무뚝뚝한 음성을 툭 던지며 물러갔다. "주인, 수고해라." 이윽고, 남은 것은 담천우 분이었다. ".....!" 그는 하이얀 석벽을 뚫어져라 노려보았다. '살아있는 그림이라.... 가장 어려운 일이 되겠군....' 옆에는 온갖 색색의 물감과 붓이 놓여 있었다. 하나 담천우는 붓을 잡지 않았다. ".....!" 그 자리에 석상처럼 굳어진 채 석벽을 노려보고만 있을 뿐이었다. 시간은 물처럼 흐르고 있는데.... 담천우는 움직일 줄 몰랐다. 한 시진.... 두 시진.... 세 시진..... 하루.... 이틀.... 그는 밥은 물론 물도 마시지 않았다. 낮과 밤이 바뀌고, 엄동의 매서운 바람이 그의 전신을 할퀴고 있었지만 그는 돌이었다. 그가 살아 있음을 알 수 있는 것은 그래도 그의 눈 때문이었다. 쉴 새 없이 쏟아지는 별빛 같은 눈빛..... 너무도 맑고 영롱했다. 한데, 어느날, 그것은 그가 석벽 앞에 선 지가 사 일째 되는 날이었다. 돌연, 담천우의 전신에서 허무한 기운이 무지막대하게 피어오르는 것이 아닌가? 십 장 이내의 공기가 마치 텅 비어 버린 듯했다. 마치 천 길 물속처럼 무심투명하게 변하는 그의 동공.... 문득 그의 손이 뻗어나가 붓을 잡았갔다. 시선은 여전히 석벽, 그의 붓이 움직여 물감을 듬뿍 찍었다. 그리고, 드디어 그가 사 일만에 움직였다. 파아아아앗! 제일 먼저 붓이 찍힌 곳은 석벽의 상단이었다. 붉은 색, 그의 붓이 석벽 위에서 마치 춤을 추듯 휘날리기 시작했다. 긋고... 찍고... 칠하고... 흐르고... 뻗치고... 내리고... 돌리고... 그 순간 모든 시간이 그의 주위에서 정지되 듯 싶었다. 담천우는 시간을 잊었다. 정지된 공간 속에서 담천우는 한 마리 학이었다. 무아지경....! 그렇게 꼬박 하루가 지났다. 문득, 붓이 멈추었다. 그리고 담천우는 천천히 돌아섰다. 얼굴에 피곤한 기색이 조금 흐르고 있었다. 하나 눈빛만큼은 그지없이 맑았다. 석벽! 오오.....! 그곳에 한 폭의 산수화 가 가득 그려져 있었다. 태양이 있고, 산과 나무가 있었고, 그 아래 청푸른 한 줄기 강물이 흐르고 있으며, 언덕 위 바위에는 한 마리 대호가 이쪽을 행해 웅크리고 잇는 정경! 담천우는 상자를 덜컥 열었다. "......!" 순간, 기상천외한 일이 벌어졌다. 후두두둑! 화관조가 섬전처럼 날아오르더니 석벽의 나무를 향해 날아 그송에 앉으려고 안타깝게 몸부림을 치는 것이 아닌가? 또한, 촤아아앗! 그릇 속의 잉어가 튀어 오르며 그림 속의 강물을 향해 날아갔다. 좁은 그릇, 자유로운 강물이 그리웠음인가? 하나 어쩌랴! 그곳은 석벽이었으니... 콰직! 얼마나 세게 부딪쳤는지 잉어는 머리가 박살나서 툭 떨어졌다. 그때, 야아------- 아아아옹! 야옹! 고양이가 공포에 질린 울부짖음을 터뜨리며 미친 듯이 달려나가는 것이 아 닌가? 그림속의 대호, 포효를 하며 덮치는 듯하였으니.... 한데 바로 그 순간, 데--------- 애애앵-------! 데애애앵! 오! 금종마저 울려 퍼지고 있었다. 석벽의 그림에서 기가 뻗어나와 금종을 두드린 것이었다. 담천우, 결국 해낸 것이었다. 살아있는 그림! 바로 그것을.... 일순, 담천우는 붓을 툭 던졌다. "정말.... 어려운 작업이었다." 피곤에 지친 듯한 음성이었다. 하나 곧 그 특유의 신비한 미소가 얼굴에 은은히 번졌다. "후후... 이제부터 잠자는 일만남았는가?" 슈우우우웃! 그의 신형은 어느 새 그곳에서 유성처럼 사라지고 없었다. 한데, 그가 사라지는 순간, 스스스슷! 한 인영이 그곳에 연기처럼 어리는 것이 아닌가? 선풍도골의 백의노인, 바로 우문현백이었다. "........!" 그는 맞은 편 석벽을 무섭게 노려보고 있었다. 격한 감정을 억누르려는 듯 그의 주먹이 꽈악 말려져 있었다. "눈으로 보면서도 도저히 믿을 수 없다....! 오 일 만에 조화만상도를 그려 내다니....!" 조화만상도! 그의 시선이 석벽 그림의 상단부를 향하면서 가늘게 흔들렸다. "태양...보고있노라면 전신이 타버리는 것 같다." 그의 시선이 조금씩 내려왔다. "강물.... 그 속에 내가 잠긴 듯 느껴진다.....!" 그러다가 그는 끝내 눈을 감고 말았다. "한낱 그림 속의 대호 따위에 내가 두려움을 느끼다니....!" 그는 지그시 눈을 감은 채 나직하게 중얼거렸다. "회주의 기도느 내가 상상했던것 이상이다....!" 아아....! 석벽의 그림, 그것은 담천우의 기도이며 웅심이었다. 하늘도 압도하는..... 第 三十六 章 千年의 大奇緣을 찾아 석탁, 그 위에 한 개의 바둑판이 놓여있고, 그것을 중심으로 이인이 마주 앉아 있었다. 담천우와 우문현백! 바로 그들이었다. 우문현백이 혜안을 빛내며 먼저 입을 열었다. "마지막 세 번째 시험은 속하와 바둑을 두는것입니다." "흠.... 바둑이라...." 담천우는 언제나 처럼 담담했다. "예, 하나... 이 바둑은 다릅니다." "......!" "속하가 두 수를 둘 때 회주께서는 한 수를 두셔야 됩니다. 물론 저를 이기 셔야만 시험을 통과하신것입니다." 오.....! 우문현백이 두 수를 둘때 담천우는 한수! 이것은 아예 말도 안되는 소리가 아닌가? 바둑이란, 제아무리 천하제일의 국수라 할지라도 한 점을 둘때 두 점을 두는 사람에게 는 결코 이길 수 없는 것이다. 한데, 우문현백! 그가 누구인가? 천하제일뇌로 알려진 천하제일의 국수가 아니겠는가? 그런데, 담천우가 한 점을 둘 때 우문현백은 두 점씩이나 두다니...! 바둑을 조금 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이것은 아예 하늘과 땅이 뒤바뀌는 것보다 더 어렵다는 것을 알 것이다. 문득, 담천우는 짐짓 눈을 동그랗게 떳다. "호....! 총사의 바둑 실력이 굉장하다는 말을 들었는데...." 우문현백의 표정은 진지했다. "이것은 회주의 재지를 시험하는 단계입니다. 천외사세를 상대하려면 적어 도 속하의 능력보다 열 배는 뛰어나야 합니다." "처음 두어보는 바둑이라 망신이나 안당할지 모르겠구려. 하하...." "그럼 속하가 먼저 두겠습니다." 우문현백은 백돌을 잡았다. 딱, 딱... 우문현백은 우변에 백석 두 개를 내려놓았다. "두십시오. 회주...." 그의 표정은 어디까지나 엄숙하고 진지할 뿐이었다. "그럼..." 담천우는 온화한 서생인 양 담담히 대꾸하며 검은 돌 하나를 반상에 내려 놓았다. 딱.... 드디어 싸움이 시작되었다. 비록 검이나 도가 날으지 않고, 험악한 살기가 공기를 질식시키지는 않지만 지금 바둑판 위에서는 피가 튀 고 있었다. 가슴을 짓누르는 정적.... 딱, 딱.... 딱.... 바둑판을 두드리는 돌소리만이 적막하게 울려퍼졌다. .... 딱, 딱.... 딱...... 벌써 여섯 시간째다. 바둑이 시작된지는... 하나, 아직 바둑은 오분의 일도 진행되지 않았다. 담천우의 눈빛은 신비롭도록 깊숙이 가라않았다. '이것은.... 바둑돌을 이용한 대라천망쇄혼진이다.' 바둑판! 그것을 응시하는 담천우의 눈빛은 빛났다. '놀라운 일이다...! 우문현백이 칠백 년 전 천축의 일만 초강고수들을 가두 어 죽였다는 대라천망쇄혼진을 알고 있다니....!' 아아...! 대라천망쇄혼진--------! 그것은 바로 하늘조차 가두어 버린다는 천고의 절진이 아니던가? 한데, 그 신의 절진이 지금 바둑판 위에 펼쳐지고 있다니.... 실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하여튼, 시간은 말없이 흐르고, 어느새 바둑판은 이틀이상을 끌고 있었다. 우문현백은 담천우의 인내력을 시험이라도 하는 듯이 바둑판을 질질 끌었다. ....... 오일째 되는 날이었다. 담천우는 검을 돌을 오른 손 중지와 식지 사이에 끼운 채 우문현백을 보고 있었다. 우문현백의 이마에는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히고 있었다. 그는 담천우가 손을 쳐든 채 돌을 두지 않지 의아하다는 듯 담천우를 응시 했다. "회주, 어이해 두지 않으십니까?" 그가 초조히 말하자, 담천우는 입가에 미소를 매달았다. "한가지 말에 대답을 해야 이 돌을 두겠소." "무엇입니까? 회주." "총사는 어찌 이제껏 천하를 넘볼 생각을 하지 않았소?" ---------우문현백, 당신의 능력은 이미 하늘에 닿아 있는데 어찌 천하를 손안에 넣을 생각을 하지 않았는가? 바로 그런 말이 아닌가? 하나, 우문현백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처... 천하를 넘보다니요...! 무슨말씀이신지?" 담천우는 입가에 신비로운 미소를 매달고 그의 눈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대 정도라면 충분히 넘볼만도 한 것인데...." 그의 눈에서 일순 광망이 폭사되었다. 섬날한 눈빛이었다. 마치 비수와 같은..... 일순, 우문현백의 이마에 배어 있던 한 방울의 차디찬 땀방울이 콧등쪽으로 쭉 미 끄러졌다. '상상 이상이다...! 기도와 안목에서.....!' 우문현백은 한참만에야 무겁게 입을 열었다. "잘보셨습니다. 회주!" 그의 음성은 전과 달랐다. 야심만만한 음성인 것이다. "하나... 속하는 잘 알고 있습니다. 천하를 넘볼 수는 있어도 이루어지지는 않을 것임을... 그것은 회주께서 존재하시기 때문입니다." "하하... 그것 참 듣기 괜찮은 말이구려." 딱! 담천우의 흑돌이 바둑판의 어느 한 부분에 떨어져 내렸다. ".....!" 이마에 고였던 땀은 이제 굵은 방울이 되어 흘러 내렸다. 이윽고, "회주... 내일 구룡천동에 드십시오." 우문현백은 손을 바둑판 위에서 조용히 내려 놓고 있었다. "하하.... 총사가 많이 양보한 덕분이오." 담천우는 드디어 세 번째 시험을 통과한 것이었다. 이제, 남은것은, 구룡천동! 그것이 담천우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 >< >< 눈, 눈이 내린다. 솜털 같이 사박사박 떨어지는 하이얀 백설.... 사르락..... 사르락 ..... 마치 여인의 속옷을 벗는 소리처럼 들린다. 겨울이 다 지나도록 그 동안 한 번도 내리지 않던 눈이 어른의 주먹만한 함 박눈이 되어 떨어지고 있었다. 담천우, 그는 머리를 단정하게 빗고 우문연지가 장만해준 백의 를 오랜 시간을 걸쳐 조심스럽게 걸쳤다. "오늘은 십지무황 단후할아버지께서 안배해 두신 불세천자 조사의 구룡천동 에 들어가는 날이다." 그는 경건한 마음이 되었다. "이것은 나 개인을 위한 일이 아니고 천하를 위한 일....!" 그는 허리에 찬 채대를 꽈악 졸라매었다. 그의 뇌리는 별빛처럼 맑았고 가슴은 신념으로 차올라 있었다. 그가 마지막으로 영웅건을 머리에 질끈 묶었을때, 홀연, 한 줄기 온유로운 음성이 흘러들어왔다. "회주.... 준비가 되셨습니까?" 우문현백이었다. 그는 오래 전부터 담천우의 준비가 끝나도록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곧 나가겠소." 담천우는 담담하게 대꾸하며 방문을 향했다. ..... 사르락.... 사르락.... 하늘이 모두 눈이 되어 떨어져 내리는 듯 펑펑 쏟아지는 함박눈, 담천우와 우문현백, 그들은 눈을 맞으며 걷고 있었다. 오신강기를 사용하면 단 한 송이의 눈도 맞지 않겠지만 굳이 그들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들의 머리와 어깨 위로 수북이 눈꽃이 쌓여갔다. 그들이 발을 멈춘 곳은 후원에 있는 연못이었다. 연못! 바로 전에 우문연지와 담천우가 입맞춤을 했던 곳, 지금 연못은 꽝꽝 얼어 있었다. 이때, 우문현백은 눈길을 연못에 주며 입을 열었다. "회주, 구룡천동은 바로 이 연못속에 있습니다." ".....!" 뜻밖이었다. 구룡천동이 연못 속에 있었다니..... 놀라운 사실이었지만 담천우는 우문현백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이곳에 구룡천동이 있음을 아는 자는 속하 단 하나 뿐입니다. 이유는... 사람들의 이목을 피해 극히 비밀로 해야하는 일이기 때문이었습니다. "이해가 가는 일이오." "십지무황 주군께서는 건축지학에도 상당한 조예가 있었지요. 이곳에는 약 간의 기관장치가 되어 있습니다." 연못가, 그곳에는 용의 모습을 연상시크는 거대한 바위가 있었다. 우문현백은 바위를 향해 다가가 . 그는 담천우를 향해 힐끗 시선을 던지며 바위의 어느 부분을 묘한 방향으로 눌렀다. 순간, 그그그-------- 그그그-------- 그그긍! 돌바닥을 긁는 듯한 기이한 음향이 울려 퍼지며 땅이 지진을 만난 듯 은은 한 진동을 일으키는 것이 아닌가? 그때였다. 쩌---------- 쩌쩌쩍--------! 연못 중심의 얼음판이 미세하게 균열을 일으키는 소리가 들렸다. 급기야, 쩌쩌쩌쩌--------- 쩌어어억--------! 연못 전체의 얼음이 무섭게 갈라졌다. 동시에, 츄아아아앗! 물 속에서 요란한 물보라와 얼음조각을 뒤집어 쓰며 무엇인가 서서히 솟구 쳤다. 철탑! 용의 형상을 한 구층 철탑이었다. 구구구구구---------! 구층철탑은 연못 한가운데에서 우뚝 솟았다. "........!" 담천우는 내심 감탄을 금치 못했다. '연못에 이토록 정교한 기관장치가 있었다니....!' 그때, 우문현백이 약간 격정 어린 음성으로 말했다. "저 구층 철탑이 바로 구룡천동입니다. 속하 역시 아직 한 번도 들어가 보 지 못한 곳이지요." "음...." "용의 입속에 구룡천령을 끼우면 구룡천동이 열리게 되어 있습니다. 담천우는 불현듯 자신의 품 속으로 손을 가져갔다. 그리고 용의 문양이 새겨진 한 개의 철패를 꺼냈다. 구룡천령! '이것이 구룡천동을 여는 열쇠였구나....!' 일순, 우문현백이 담천우를 향해 재촉했다. "회주, 구룡천동이 물 위로 솟아 있는 시간은 반각입니다. 어서 구룡천령을 꽂으십시오. 구룡천동 안에는 모든 것이 준비외어 있을 것입니다." "알았소." 슈우우우웃! 담천우의 신형이 빛살처럼 철탑을 향해 날아갔다. 이어, 꾹! 구룡천령이 용의 입 속에 끼워지자, 콰르르르릉-------! 하늘을 양단시키는 굉음이 울려 퍼졌다. 순간, 구구구궁-------! 용의 입이 쩌억 벌어지는 것이 아닌가? 그 속으로 계단이 보였다. "차앗-------!" 담천우는 재빨리 통로 속으로 몸을 날렸다. 꽈꽝! 담천우가 통로 속으로 들어가자마자 용은 입을 닫았다. 동시에, 쿠르르르------- 쿠르르르릉.... 구층 철탑은 다시 연못 속으로 잠겼다. 실로 신묘한 기관장치가 아닐 수 없었다. 순식간에 연못의 수면은 정적을 되찾았다. 수면위에 둥둥 떠다니는 얼음조각.... ".....!" 우문현백, 그는 함박눈이 펑펑 쏟아지는 하늘을 향해 얼굴을 돌렸다. 그리고 문득, 그의 입술을 비집고 차디찬 음성이 흘러 나왔다. "환풍, 사자신전에 알려라. 드디어 구룡천동에 들어갔다고...." 순간, 허공을 격하여 냉음이 들려왔다. "알았습니다." 우문현백, 그는 사자신전이라는 곳에 자꾸만 무엇인가를 알리고 있는데, 사자신전--------! 그곳은 과연 무엇이란말인가? 눈, 탐스럽게 쏟아지고 있었다. 천지를 하얗게 백색의 세상으로 만들며..... 第 三十七 章 그것은 天外天의 武學이었다 계단은 아래로 이어져 있었다. 벽을 따라 주먹만한 야명주가 박혀 있어 실내는 대낮처럼 밝았다. "일단 내려가 보자." 담천우. 그는 계단을 따라 아래로 내려갔다. 계단은 여섯 번을 꺾어 졌고, 일곱 번을 돌았을때, 하나의 거대한 철문이 나타났다. 철문 위에는 용사비澗한 글씨로 쓰여진 현판이 있었다. <구룡천동!> "음... 바로 이곳이 마지막 도착지인 것 같군!" 담천우는 호흡을 가다듬으며 철문을 살며시 밀었다. 순간, 스르르릉---------! 철문은 쉽게 열렸다. 담천우가 안으로 들어가자, 쿠궁! 철문은 곧 닫혔다. "엇....!" 담천우는 흠칫하며 뒤를 돌아보았으나 곧 태연한 표정을 지었냈다. "매우 정교하게 만들어진 건물이다. 마치 살아있는 듯하군." 사방에는 역시 야명주가 박혀 있었 밝았다. 먼저 중앙에 석탁이 있었고, 그 위에는 양피지로된 서찰 한 통이 눈에 들어왔다. 담천우는 곧 짐작했다. "나보고 보라는 뜻이군....." 그는 석탁으로 다가가 서찰을 조심스럽게 펼쳤다. <후인이여, 그대는 필시 노부 십지무황의 구룡천령으로 이곳에 들어왔을 것이고 태양 철환과 불세태양천서를 지녔을 것이다.> "하....! 이것은 할아버지가 남기신 서찰이구나." 담천우, 그는 격동되는 마음을 억누르며 다음을 급히 읽어 내려갔다. <후인이여.... 명심하라. 그대는 천회사세로부터 중원무림을 구해야 하는 막중한 책임이 있노라. 중략...... 지금쯤 중원은 천외사세로부터 암암리에 위협을 받고 있을 것이다. 천외사세! 그들이 동시에 중원으로 밀려온다면 아무도 막을 수 없을 것이다. 오직 그대밖에는..... 중략....> "할아버지 짐작대로야... 천외사세가 활동을 개시했으니...." 담천우의 눈빛은 신중했다. <이곳은 오직 그대가 불세태양천서의 무공을 익히는 연공관일 뿐이다. 그대가 불세태양천서의 무공을 완전히 익히지 않으면 결코 이곳을 빠져 나 가지 못할 것이다. 이곳은 특수하게 만들어져 있어 불세태양천서의 무공이 아니면 절대 무너 지지 않는다. 즉, 불세태양천서의 무공을 완벽하게 익히지 못하면 이곳에서 영원히 빠져 나갈수 없는 것이다.> ".......!" 담천우는 급히 사방을 둘러 보았다. 거대한 공간, 텅 비어 있을 뿐이었다. "사실이다. 이곳에는 무공비급 따위는 단 한 권도 없다. 이곳은 불세태양천 서를 연성하는 연공관일 뿐이야......!" 그는 곧 모든 것을 짐작했다. "불세천자께서는 오직 태양천환을 사용하는 불세태양천서만을 남겨 두셨을 뿐이다." 그는 시선을 다시 서찰로 주었다. <불세태양천서를 완벽하게 연성하지 않고서는 결코 천외사세를 상대할 수 없다. 중략.... 마음을 조급히 하여 대의글 그르치지 말라. 그동안 그대의 식량은 구석에 준비해둔 공청석유와 만년석균으로 하라.> 오오....! 정녕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공청석유! 만년석균! 이것은 희대의 영약 과 영초가 아닌가? 만년석균 한 뿌리면 죽은 자가 살아나고, 공청석유 한 방울이면 뼈다귀에도 살이 생긴다는.....! "......!" 담천우는 경악하며 한쪽 구석을 바라보았다. 과연 그곳에는 푸른 이끼가 사방 일장 넓이에 가득 돋아 있었고, 구덩이에는 우유빛 액체가 가득 고여 있었다. 담천우의 눈이 크게 떠졌다. "오-----------! 만년석균과 공청석유....! 족히 이백년은 먹을 수 있는 식 량이다....!" 서찰은 끝부분에 이르러 있었다. <그대는 노부 십지무황의 분신, 중략.... 이것은 인간의 듯이 아니고 하늘의 뜻일지니, 후인이여, 그대는 힘을 다하여 천하를 구하라! 십지무황 서.> 서찰은 끝났다. 담천우는 스르르 눈을 감았다. '내가 얻은 힘은.... 나의 것이 아니라 천하의 것이다. 천하를 위해서만... 나의 이 거대한 힘을 사용하리라....!' 그는 서찰을 석탁위에 경건히 올려 놓고 지극히 숙엄한 자세로 구배지례를 올렸다. "불세천자 조사님..... 그리고 십지무황 할아버지, 소생 반드시 천하를 구 하겠습니다." 실내에는 장엄함이 가득 서려 있었다. 아는가? 그대가 편안히 잠을 잘 수 있음은.... 그대가 놀고, 떠들고, 웃을 수 있음은.... 그리고, 존재할 수 있음은.... 오래전부터 자신을 희생하여 천하를 구하는 영웅이 있었기 때문이라는것을....! 영웅..... 연못 깊숙히 철탑 속에서도 한 영웅이 있었다. 드디어, 그날부터 담천우는 불세태양천서를 연성하기 시작했다. >< >< >< <불세태양천서는 태양철환을 사용하여 펼치는 검학이다. 태양천환은 천하에서 가장강한 병기이며 가장 신비한 병기이다. 태양철환에 불세태양천서의 검결을 이용하여 강기를 주입하면 하나의 신검 으로 변하여 위력을 발회한다. 검의 이름은 태양천검이다. 태양천검으로 펼치는 불세태양천서의 검학은 태양사천검결이라 한다. 태양사천검결! 그것은 네 가지 하늘의 검식이다. 우주에서 가장 강한.... 하나, 가장 강한 것은 태양철환 속의 혈양이다. 혈양의 비밀을 푼다면 태양철환은 하늘도 진저리칠 병기가 되리라.> -------태양사천검결! 제 일식, 태양폭섬류! 일명, 태양의 분노라 불리운다. 아는가? 태양이 폭발하는 듯한 그 가공할 위력을..... 일검에 천지는 그대로 박살이 나고 만다. 제 이식, 태양어린참! 일명 태양의 저주라 불리운다. 태양의 광란이 천지를 휩싸는 순간 그 자리에 남아 있는 것은 오직 한줌의 재 뿐이다. 일검에 하늘과 땅은 초토화가 된다. 제 삼식, 태양천멸우! 일명 태양의 재앙이라 불리운다. 태양의 재앙에 하늘조차 파멸하고 만다. 생각해 보라! 태양이 산산히 박살나듯 뿌려지는 검식을..... 제 사식, 태양일만파! 일명 태양의 겁이라 불리운다. 일시 일만개의 태양이 뿌려지는 천지개벽의 위력..... 그것은 아예 생각조차 치떨리는 것이었다. 아아.....! 태양사천검결----------! 그것은 정녕 인강의 무학이 아닌 하늘의 무학이었다. 바로 천외천의....! 천하의 그 누가 있어 이 상상을 초월한 검학을 받아낼 수 있단 말인가? 없다. 아니, 존재한다는 것이 불가능이다. 세월, 세월이 흘렀다. 일 개월... 삼 개월..... 육 개월.... 일 년, 그리고 또 육 개월.... 대영웅을 잉태시키는 세월은 이렇게 무상하게 흐르고 있었다. 구룡천동에서.... >< >< >< 담천우, 그는 태양철환이 채워진 팔을 쳐들고 천천히 떠오르고 있었다. 그에게서 하늘이 느껴진다. 엄청나게 변모된 그의 모습....! 돌연, 그의 입에서 일갈이 벼락처럼 토해졌다. "태양폭섬류.....!" 창.....! 아아! 손목의 태양철환은 어느 새 사라지고 그의 손에 쥐어진 태양 광채의 검, 태양천검! 검이 태양의 불꽃을 뿜었다. 콰---------- 아---------- 아------------ 앗! 버---------- 언---------- 쩍! 번----------- 쩍! 오오....! 태양이 폴발하는 듯한 검광이 폭풍처럼 휘몰아 친다. 일순, 담천우의 몸이 검광 안으로 사라졌다. 콰아아아아아........ 보이는 것은 폭발하는 태양의 검광 뿐이었다. 고오오오오..... 고오...... 천지를 검의 빛 속으로 함몰시켜 가는 가공할 검세! 쿠아아아아앗.......! 연공관 안에는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한 순간을 위해.... 나의 혼을 태우리라!' 슈파앗! 담천우의 신형이 재차 회전을 일으키며 음성을 쩌렁 터뜨렸다. "태양어린참....!" 아! 태양의 저주가 펼쳐졌다. 번--------- 쩌------------- 쩌----------- 쩌---------- 쩍----------! 천지가 온통 광란속에 진저리친다. 태양의 비늘이 작렬하는가? 우르르르르.... 릉.... 콰앙.....! 균열된 석실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파아아앗! 태양천검이 그의 손을 떠났다. "태양천멸우!" 아! 태양의 재앙이 잇달이 펼쳐진다. 콰----- 아------ 아------ 아------- 아------ 아------- 아-------! 태양이 산산이 폭발해 쏘아지는 것인가? 아니면, 하늘이 박살나 버리고 있는 것인가? 태양의 파편이 무시무시한 회오리를 일으켰다. 그에 따라, 쩌어어.... 어... 쩍.... 꽈꽝.... 꽝! 집채만한 돌이 무너져 내리고 그 속의 철벽이 조각조각 터져 버리고 있다. 순간, 담천우는 심장을 토해내듯 마지막 일성을 터뜨리고 있었다. "태양일만파!" 쿠-------- 아-------- 앙--------! 아! 태양의 겁.....! 그 마지막 검식이 드디어 불을 토했다. 일만 개의 태양이 일시에 토해져 나가는.... "천외사세는 무너져라! 이것은 하늘의 뜻이다." 구구구구궁----- 콰르르릉! 공간과 시간을 최단거 리로 가르며 쏘아가는 일만 개의 태양줄기, 단언컨데, 이것은 하늘 아래 최극강의 힘이다. 콰콰콰------- 콰콰콰쾅----------! 연공관은 결국 어마어마한 굉음을 토하며 한줌의 잿가루로 흩어져 나가 . 상상을 불가하는 천의 위력! ...... 슈우우우욱! 폭풍을 만난 듯 광란하는 연못의 수면을 박차고 한 줄기 태양의 광채에 휘 감긴 백영이 하늘로 솟구치고 있었다. 백영! 그는 최강의 인간이었으니.... 담천우, 바로 그였다. [원작:서문하] 중원대천사 5권 38장. 第 三十八 章 펼쳐진 太陽의 분노 사라라랑..... 바람, 더없이 포근한 봄바람이 옷깃을 스친다. 초봄의 설레임이 한결 무르익는 어느 날 오후...... 선녀교! 무창성의 명소인 그곳은 봄나들이를 나온 인파로 붐비고 있었다. 무지개 형상의 구름다리인 선녀교, 봄빛을 받아 일곱 빛깔을 찬란하게 쏟아내고 있었다. 지금, 인파를 헤치고...... 유유히 걸음을 옮겨 선녀교 위를 가로지르는 한 사람이 있다. 새하얀 백색 장삼을 춘풍에 나부끼며, 하얀 영웅건을 단정히 쓰고 산뜻한 모습으로 걸음을 내딛는 백의서생! 아아....! 실로 눈부시도록 아름다운 사내였다. 군계일학! 그의 모습은 많은 사람들 중에서 유난히 돋보였다. 담천우! 다름아닌 바로 그였다. 그로부터 삼 장 뒤, 흑의를 걸친 천무종이 무표정하게 뒤따르고 있었다. 감정이 없는 천무종에게 있어 봄날의 선녀교는 아무런 의미도 없었다. 한데, 난리가 났다. 봄나들이를 온 모든 부녀자들이 넋을 잃은 것이다. 천하제일미남이라는 천무종.... 그보다 한 단계 위의 준미한 용모를 지닌 담천우....! 그들같은 절세미남을 만나보기란 그야말로 하늘의 별을 따기보다 힘든 일이 아니겠는가? 정말이지, 나이를 불문하고 지금 모든 여인들의 눈은 담천우 한 몸을 향해 퍼부어지고 있었다. 완전히 넋을 놓고 황홀경 속을 헤매는 여인들의 눈빛.... 어쩌면 훈훈한 봄바람이 그것을 재촉했는지도 모른다. 단언하건대, 이럴 때 담천우의 눈 짓 한 번이면 죽음이라도 불사할 분위기였다. 하나, 담천우는 무심하게 뇌까렸다. "불세태양천서의 무학을 완전히 익힌 지금.... 천하에 나의 적수는 없다." 첫 마디부터가 광오했다. "하나.... 천외사세는 그동안 더욱 놀라운무학을 창안했을지도 모르는 일... 우선 북해빙궁에 가보자." 오오! 지금 그는 천외사세 중의 하나인 북해빙궁을 상대하려 한단 말인가? "추옥상... 보고싶다. 과연 그녀가 북해에 있을까?" 아련한 그리움이 두 눈에 차올랐다. 이때, 갑자기 천무종이 담천우의 곁으로 오며 속삭이듯 말했다. "주인을 노리는 자들이 있다. "......!" 담천우의 얼굴에 길장이 어렸다. 천무종은 사위를 눈빛으로 경계하며 나직하고 엄숙히 입을 열었다. "여인들의 눈빛이 이상하다. 주인을 힐끔힐끔 노려보는 눈에는 기이한 열기 가 갈무리 되어있다. 분명.... 가공할 열양기공을 익힌 흔적이다." '열양기공.....?' 담천우는 비로소 여인들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빛에 접한 여인들은 얼굴을 사르르 붉히며 고개를 숙이기도 하고 잡 아먹을 듯 마주 보기도 했다. 끈적하면서도 뜨거운 눈빛들......! '윽!' 담천우는 내심 비명을 터뜨렸다. 여인들의 눈빛.... 그 의미를 개달은 것이다. 지긋지긋하도록 겪어본 그였으니까. '저게 열양기공의 흔적...?' 담천우는 어이가 없었다. 일순, 꽝! 담천우는 천무종의 머리를 한 대 쥐어 박았다. "천무종.... 신경과민이다." 천무종은 얼굴을 확 일그러뜨리며 고함을 질렀다. "아야! 죄없는 사람을 왜 때려!" 순간, "어멋!" "아아..... 깜짝이야!" 여인네들은 뇌성벽력 같은 천무종의 고함에 화들짝 놀라며 자지러지는 비명 을 질렀다. 괴이하게도.... 비명을 지르면서도 눈동자는 담천우에게서 떨어질 줄 모르니 왠 사건이란 말인가? 하여간, 너무 잘 생긴 것이 문제였다. 이때, "에이.... 신경질나는데 싸악 쓸어버릴까?" 천무종은 얼굴을 흉악하게 일그러뜨리며 여자들을 노려보았다. "천무종.... 쓸데없는 소리할 시간이 없다. 성 안에 빨리 가서 점심을 먹고 북해로 달려야 한다." 담천우는 걸음을 빨리해 선녀교를 건넜다. 이때, 다리가 끝나는 길가에는 한 노인과 한 소동이 장기를 두고 있었다. 마외단삼을 걸친 촌노는 탐스런 은발을 가슴에까지 내려뜨렸고, 소동, 다섯 살 정도로 깜찍하게 귀여웠다. 소동은 고사리 같은 손으로 장기알을 집어갔다. 그 모습은 진정 앙증스러웠다. "할아버지... 장 받으세요!" 소동이 면포 앞의 상을 움직여 포장을 불렀다. 그 순간, 노인의 얼굴에 낭패한 기색이 떠올랐다. "쯧쯧... 유인수에 말리다니.... 내가 어쩌다가 이렇게 빤한 수를 못보았지...?" 하자 소동은 큰 소리로 재촉했다. "아이! 할아버지, 장받으란 말이에요!" "허어... 포장 부르는 통에 차가 떨어지게 생겼는데 장군에 신경쓰게 됐냐?" 촌노는 상에 의해 죽게 된 차를 아까운 듯 만지작 거렸다. "에이.... 그렇다면 한 수 물러 드릴께요." 소동은 치기 어린 미소를 지으며 선심쓰듯 말했다. "허허... 고맙다. 벌써부터 마음이 그토록 넓으니 너는 이 다음에 크면 위 대한 인물이 될 것이다." "치이.... 또 그 말이에요? 칭찬할 말은 그것말고도 얼마든지 있을텐데..." 소동은 장기판을 복기하다가 엇? 하고 비명을 질렀다. 담천우와 천무종을 본것이다. 담천우는 소동을 보고 빙긋 웃더니 유유히 걸어갔다. 소동은 눈을 크게 뜨고 탄성을 터뜨렸다. "멋진데... 나 환랑을 뺀다면 능히 고금제일미남의 칭호를 듣겠는걸.... 어, 할아버지, 왜 그래?" 소동은 말하다 말고 눈을 크게 떴다. 이때, 촌노는 사라져 가는 담천우와 천무종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는데, 이 순간 그 눈빛은 지독한 살기를 잔뜩 담고 있는 것이 아닌가? "드디어 나타났구나." 살기가 뚝뚝 떨어져 내리는 음성이었다. "야교... 받은 것은 반드시 되돌려준다." 아아! 야교-----------! 기억하는가? 천하제일의 정보망과 잔인극랄한 모든 수단으로 목적을 관철하는 강호의 야교! 과거.... 담천우와 천무종은 교주 야제 탁우비를 비롯한 이백여명의 야교 고수를 뭉 게버린 적이 있지 않은가? 하나, 야교는 천하에 흩어져 있고 그 숫자는 적게 잡아도 십만 명을 항회하고 있 었다. 일순, 촌노는 엄숙히 소동에게 말했다. "환랑.... 저 놈들을 은밀히 미행하라. 그리고 십리 마다 표기를 남겨라." "알았어요. 할아버지...." 그순간, 놀랍게도 소동의 얼굴이 안개처럼 몽롱하게 변하는가 싶더니, 또두둑... 뚝! 관절이 부러지는 음향과 함께 소동의 몸이 쭈욱 늘어나는 것이 아닌가? 다음순간, 오오....! 여인, 이십대 중반의 요염 미려한 미녀로 변해버린 것이 아닌가? "호호... 할아버지, 전 가볼께요." "크크.... 졸지에 남자하나 없어졌군!" 소동, 아니 환랑은 풍염한 전신을 요리조리 흔들며 담천우가 사라진 방향으 로 뛰어갔다. "모으리라! 무창성의 야교 고수들을.... 그리고 죽이리라! 두 놈을...." 팟! 꺼지듯.... 촌노의 몸이 사라진것은 다음 순간의 일이었다. 하나의 사건은 이렇게 발단하고 있었다. >< >< >< 천향제일루! 무창성 제일의 주루였다. 중원의 오대객점 중 하나로 불리울 정도로 그 규모가 어마어마했다. 무려 칠층의 전각에, 수천 평의 대지를 형성하고 있는 그야말로 으리으리한 곳이었다. 때는 석양이 질 무렵, 천향제일루는 하루 중 가장 바쁜 시간을 맞이하여 몹시 분주했다. 또한 매우 시끄러웠다. 술잔 부딪치는 소리..... 논쟁하는 소리.... 점원을 부르고 주문하는 소리 등등..... 그야말로 왁자지껄하였다. 드넓은 이층 주루에는 천여 명의 주객들이 입추의 여지도 없이 꽉 들어차 있었고, 그 중에서, 유독 눈이 번쩍 뜨일 만큼 멋들어지게 생긴 두 인물이 음식을 먹고 있었다. 담천우와 천무종! 바로 그들이었다. 담천우는 맛있게 음식을 먹는데 천무종은 담천우의 입과 손을 번갈아 바라 보고만 있었다. 담천우는 빙긋 웃으며 말했다. "천무종... 너도 좀 먹지 그러냐?" 천무종은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나는 체질상 음식을 저장할 곳이 없다. "음, 그러냐? 그럼 구경이라도맛있게 해라." "에이... 빨리 먹고 나가자 주인." 이때였다. 이 무슨 청천벽력이란 말인가? 꽈꽈꽈-------- 꽈꽝! 쿠------ 아--------- 앙-------- 꽈꽝! 벽력치는 굉연한 음향과 함께 천향제일루가 통째로 무너져 내리며 엄청무비 의 화염에 휩싸여 버리고 말았으니.....! 꽈--------- 꽝! "크아아악!" "으아아악!" 단말마의 천절한 비명이 하늘을 천율케 했고, 터져나가는 인육과 골편은 붉은 화염을 뚫고 솟구쳤다. 타오르는 무서운 불길...! 꽈지-------- 직! 칠층의 천향제일루가 그대로 무너져 내리고 있을때.... 천향제일루를 포위한 채 지켜보고 있는 삼천여 명의 인물들이 보였다. 하나 같이 흉흉한 살기를 폭출시키며.... 날카로운 병기로 간혹 천향제일루에서 엉금엉금 기어나오는 사람들을 무자 비하게 쳐죽이고 있었다. 그 중, 거대한 구척의 장신에 검은 피부의 장한, 마치 태산같은 거구였다. 그는 양손에 거대한 크기의 도끼를 하나씩 쥐고 휘둘렀는데..... 간혹 주루에서 빠져 나오는 자를 수박 쪼개듯 양단시키는 맹활약을 보이고 있었다. 그때마다, 삼천여 명의 인물들은 환호성을 터뜨리며 외쳤다. "귀부신! 잘한다!" 열광하는 피에 굶주린 악마들인가? 지옥이 있다 해도 이보다는 잔인극랄할 수 없으리라! 한데, 바로 이때였다. 고--------- 오--------- 오--------- 오----------! 형용하기 어려운 신묘한 기음이 터지며.... 오오! 하늘을 사를 듯하연 시뻘건 화마의 중앙이 쩍! 갈라지며 찬란한 빛무리가 해일처럼 일어나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그 빛무리 속으로... 담천우와 천무종이 천신 처럼 천천히 걸어나오고 있는데, 그들은 조금도 불에 데인 흔적이 없었으니.... "저....럴 수가!" "사람도 아니다!" 삼천여 명의 무리가 비명을 토하며 두 사람을 에워쌌다. 이때, 담천우의 표정은 몇 겹 서리가 쌓인 듯 차디찼다. 그는 불 밖으로 완전히 빠져나온 후 싸늘한 일갈을 내뱉았다. "네놈들은 누구이기에 죄없는 사람들을 무더기로 죽였느냐?" 순간, 귀부신이 쌍도끼를 풍차처럼 휘두르며 외쳤다. "야교를 건드린 네놈을 죽이는데 무슨 방법을 가린단 말이냐? 모두 네 놈이 자초한 대가다." "야교....?" 담천우의 눈빛이 싸늘해졌다. "음, 야교의 놈들이었군. 그렇지 않아도 하늘의 뜻을 거역하는 네놈들을 없 에려던 중이었다." 차----------앙! 담천우의 오른손 손목에서 눈부신 검날이 솟아나왔다. 태양천검! 바로 그것이었다. 그 순간, 쐐-------- 애액! 귀부신의 쌍도끼가 담천우의 이마를 노리고 찍어 내렸다. 소름이 오싹 끼칠 정도의 흉맹한 기세였다. 담천우는 빙긋 웃을 뿐 몸을 움직이지 않았다. 찰나, 꽈--------- 지직! 쌍도끼가 담천우의 이마를 찍어버렸고 무언가 부서지는 음향이 있었다. 다음 순간, 장내의 광경이 일목요연하게 드러났다. "으아.... 저럴 수가....!" "믿을 수 없다! 내 눈에 보이는데도...." 경악에 찬 음성이 울리는 그 찰나, 아아.....! 담천우는 여전히 차디차게 웃고 있었고, 그의 머리를 빠개갔던 도끼는 형체조차 찾을 수 없도록 부서져 버린 것이었 으니..... 장내의 인물들은 귀신을 본 듯한 표정들이었다. 일순, "이번에는 내가 손을 쓸 차례인가?" 담천우는 담담히 말하며 수중의 태양천검을 천천히 치켜세우고 있었다. 하나, 이루 말할 수 없는 살기가 뭉게구름처럼 사위를 잠식해 가기 시작했고, 엄엄한 살기 속에 담천우의 태양천검은 가공할 태양의 광채를 허공에 피어 내고 있었다. 콰아아아......! 현란한 태양광선이 귀부신의 머리 위에서 작렬하는가 했더니, 쩌------ 쩌-------- 쩌억! 천천히 머리 끝에서 가랑이까지 나누어지며 촤아악.... 치기둥이 허공을 현 란하게 물들이고 있었다. 쿠------- 쿵! 반쪽의 거구가 마침내 둔중한 음향과 함께 땅위로 나뒹굴었다. 눈 깜짝할 순간이었다. "우우.....!" "으-------- 아----------- !" 공포.... 전율....! 삼천여 명의 야교 고수들은 안색이 새파랗게 질린 채 아예 그 자리에 석상 인양 굳어버리고 말았다. '가.... 가공할 놈.... 이..... 다.....!' '인.... 간 같지도 않은놈.....!' 그때, 담천우는 천천히 걸음을 내딛으며 차갑게 말을 던졌다. "너희들.... 오늘 한 놈도 살려 보내지 않을 것이다!" 오오.... 그 음성! 나직하게 떨리는 음성 속에는 누구도 거역할 수 없는 짙디 짙은 잔인함이 가득 들어 있었다. 이때, "무엇하느냐? 포위하여 죽여라!" 촌노, 장기를 두던 촌노의 명령이 떨어졌다. 스스슷! 순식간에 담천우와 천무종은 삼천여 명의 고수들에게 포위됐다. 담천우는 엷은 미소를 입가에 배어 물며 천무종을 돌아다 보았다. "오랜만에 몸을 푸는 기회를 주겠다. 이들을 한 명도 남김없이 죽여라." 엄청무비의 살인명령이 너무도 간단히 떨어졌다. 천무종의 입이 쫙 찢어졌다. "과연 너는 내 주인이다. 내가 살인을 어떻게 하는 지 보여 주겠다." 말을 끝마치자 무섭게 그는 적진 속으로 뛰어 들었다. 천무종! 그가 어떤 인물인가? 천하에서 제일 빠른 발을 가지고 있어 퍼붓는 소나기의 사이사이를 빠져 나 갈수 있음은 물론이고, 태산이라도 밀어버릴 수 있는 무적의 왼손과, 하늘을 쪼갠다는 검왕의 오른 손을 지닌 그가 아닌가? 꽈지직---------! 천무종이 왼손을 휘두르자 선두의 인물은 비명도 없이 피떡이 되어 버렸다. 천무종은 그 순간 그가 놓친 장검을 오른손에 잡았다. 이어, 좌수의 손이.... 우수의 검이 엄청난 살인 예술을 펼쳐내기 시작했다. 퍽.....! "크아아악!" 장을 휘두르면 그같은 음향이..... 검을 번쩍일 때마다, 쓰윽! "케---------- 엑!" 수급이 허공에 소리없이 떠오르고, 촤아아악! 갈라진 목구멍에서 엄청난 분량의 핏기둥이 거꾸로 떨어지는 폭포를 방불케 했다. 쾅--------! 천무종의 검을 상대가 막으면 먼저 쾅 소리가 일고, 이어 천무종의 검은 상대의 무기를 드대로 절단해 버리며 그 여세를 몰아 몸까지 동강내고 있었다. 뿐인가? 틈틈이 천무종의 발길질로 적의 가랑이를 파괴하고 있었으니..... 지옥의 전귀가 저러할까? 그는 마치 싸우기 위해 세상에 태어난 사람 같았다. 순식간에 백여며으이 인물이 너저분하게 천무종 주위에 깔렸다. "헤헤.... 신난다!" 천무종은 극도의 희열을 느끼며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이때, 담천우 역시 서서히 적들의 수림 속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천무종의 신위를 보고 놀라는가 본데.... 내 무공을 본다면 그것은 조족지 혈에 불과함을 실감하게 될 것이다." 말과 함께, 그의 왼손이 쭉 뻗으며 엄청난 장력이 폭풍처럼 휘몰아 나가고 있었다. "받아보라! 천년공력으로 펼치는 철풍와선강이다!" 철풍와선강----------! 왕년 천하를 피로 씻었던 저주의 세력 마교의 가공지학이 아닌가? 가공할 철기류의 폭풍이 일어 십장 방원의 모든 것을 산산이 박살내 한줌 가루로 만들어 버리는..... 못 믿겠으면 보라! 콰우우우우우----------! 철기류의 폭풍! 그리고, "크------ 아--------- 아--------- 아---------- 악----------- !" "으아아악!" "커어어억!" 형형색색의 단말마와 함께, 콰지지직! 부서진다. 스치는 것은 무조건 가루가 되어 흩어지고 있었다. 단 일장에 백수십 명이 그대로 산산조각이 되고 말았다면 믿겠는가? "우우....." 촌노, 그는 진저리를 쳤다. 너무도 엄청난 공포에 안색이 완전 흑빛이었다. '시.... 실수다....! 상대를 너무 몰.... 랐다..... 저런 인물이었다니... 으으......' 그는 느꼈다. 야교! 그 처참한 몰락을.... 이때, "삶을 사랑할 줄 모르는 네놈들은 차라리 없는 편이 세상에 이롭다!" 담천우의 우수가 재차 움직였다. "태양폭섬류!" 아아! 태양의 분노-------! 그하늘의 검학이 드디어 태양천검에서 불을 토했다. 콰------- 아-------- 아--------- 아---------! 번------- 쩌-------- 쩌--------- 쩌--------- 쩍----------! 태양빛의 해일인가? 천지는 온통 빛 속에 휘감겨 들었다. ..... ..... 그리고 침묵, 한데, 오오! 이럴 수도 있는가? 수백여 명..... 단 일초의 검학에 무려 칠백여 명이 절명하고 말았던 것이니.... 이 어찌 인간이 펼칠 수 있는 검법이라 하겠는가? 한데, 담천우의 입에서는 더욱 경악할 음성이 터지고 있었으니.... "놀라지 마라. 방금 펼친 검초는 겨우 삼서으이 공력으로 펼쳤을 뿐이다. 십성의 태양폭섬류를 받아랏---------!" 쿠-------- 아---------- 아---------- 아---------- 아--------- 번-------- 어---------- 어---------- 쩍----------! 빛! 천지에 태양이 주저앉고 있다. 사위는 온통 광선 속에 파묻혀 버렸다. 그리고 침묵.... 그 결과는 깨끗해 . 장내의 야교의 고수들은 단 한 명도 살아남지 못했으며, 온전한 시신은 하나도 남지 못했다는 점만 말하기로 하자. 정녕, 태양사천검결! 그것은 인간의 무학이 아닐지니.... 그 위력은 한마디로 태양폭탄이었다. 삼천여 명을 일초에 끝내버린 것이었으니.... "........!" 담천우, 그는 태양천검을 보고 있었다. 피 한 점 묻지 않은 검신에는 혈양의 문양이 비쳐들고 있었다. 이때, 주변 그득히 널브러진 시신에는 피가 꾸역구역 흘러 너오고 있었고, 피비린내가 구토를 일으키게 만들었다. "주인, 정말 이러기냐?" 갑자기 천무종이 분노의 대갈을 터뜨렸다. 찰--------- 칵! 담천우는 태양천검을 거두며 천무종을 바라보았다. "내가 죽일 몫까지 네가 다 죽이면 나는 뭐냐?" 천무종은 몹시 불만에 찬 표정이었다. 담천우는 달래듯 말했다. "너무 화낼 필요는 없다. 이 기회에 야교의 잔당을 완전히 파멸시킬 테니까 그때 실컷 죽여라!" 천무종은 기쁜 표정을 금치 못했다. "주인, 정말이냐?" "우선 야교를 지상에서 없앤 후 북해빙궁으로 가겠다. 구룡회의 전사에게 야교 잔당들이 모인 근거지를 파악케 한 후... 모조리 죽일 것이다." 지극히 잔잔한 어조였다. 하나, 그 내용은 소름돋게 하는 끔찍함으로 차 있지 않은가? 담천우는 두 손을 허공에 대고 움직였다. 순간, 이리저리 짚단처럼 쓰러져 있던 시체들이 떠오르며 어떤 형상으로쌓이는것 이 아닌가? 무슨 표식 같았다. "이제 구룡회의 전사들이 우리를 따를 것이다. 가자." 아! 시체로 쌓은 표식, 구룡회에서 사용하는 암호였던가? 하여튼, 담천우와 천무종은 시체를 두고 천천히 사라져 가기 시작했다. 석양! 어느 새 사라지고 스물스물 땅거미가 밀려 오고 있었다. 그 속에, 휘이이잉..... 봄바람은 피냄새를 멀리 싣고 사라지고 있었다. [원작:서문하] 중원대천사 5권 39장. 第 三十九 章 中原의 神話 여산----------! 중원의 북단에 위치한 이곳, 실로 험난하기 그지없는 절산이다. 마치 죽음의 산처럼 항상 잿빛의 안개가 자욱이 깔려 있었다. 또한, 때는 봄이건만, 항상 사이로운 냉풍이 일고 있었다. 때문에 이곳은 사람이 출입하는 것을 꺼리고 있었다. 일명 귀산이라 불리우기에..... 한데, 지금 사이로운 냉풍을 뚫고 묵묵히 산로를 오르고 있는 두 사람이 있었다. 눈부시도록 아름다운 사내들.... 담천우와 천무종! 바로 그들이었다. 그들의 시야는 자욱한 안개에 가려 있었다. 하나, 그들은 개의치 않았다. 그들의 능력으로 그 정도의 안개는 꿰뚫어 볼 수 있었기에.... 문득, 천무종이 말했다. "주인, 백년 만에 처음 보는 안개다." 담천우는 힐끗 천무종을 바라보고는 묵묵히 걸음을 옮겼다. '하긴.... 천무종의 말이 사실이다. 개조인간이 되느라 그 정도는 동굴속에 갇혀 있었을테니....' 담천우가 그런 생각을 하는 순간 천무종이 그의 고막을 때렸다. "주인.... 설마 헛걸음만 하는것은 아니지?" 무슨말인가? 담천우는 엄숙한 표정으로 말을 받았다. "구룡회의전사들은 거짓을 말하지 않는다. 이제 오십리만 가면 야교의 총 단이 나타난다." 아아....! 이들은 지금 야교 총단을 박살내려는 참인가? 돌연, 천무종이 무서운 표정으로 협박하듯 말했다. "주인, 이번에 만약 주인이 죽인 숫자가 나보다 많으면... 더 이상 말하지 않아도 알겠지?" 담천우는 내심 터져 나오는 웃음을 꾹 눌렀다. "그러면 어쩔테냐?" 천무종은 안면에 사뭇 위협적인 인상을 그려내었다. "만약 그런 불상사가 생긴다면 우리사이는 끝장이다. 다시 말해 깨끗이 절 교할 것이다." ".....!" "뿐만아니라 나는 주인을 적으로 생각할 거다." 담천우는 미간을 찌푸렸다. "그렇게도 그 일이 즐겁냐?" 천무종은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몇 번씩이나 끄덕였다. "나는 그 재미 없으면 살 맛이 안난다." 맙소사! 이런 말이 어찌 인간의 입에서 나올 수 있단 말인가? 아무리 개조인간이라도 그렇지.... 담천우는 잠시 고민했다. '현재 총단에는 야교의 고수가 오만여 명이나 운집해 있다고 구룡회의 전사 는 말했다. 한데... 이틀은 꼬박 싸워야 끝날텐데...' 고민이라면 고민이었다. 불세태양천서의 무학을 쓴다면 한 시진이면 깨끗이 끝낼 싸움을 천무종은 스스로 희열을위해 이틀을 끌려고 하니... 하나, 천무종이 오래 싸우길 좋아해서 그런것은 아니었다. 천무종에게 있어 문제는 시간이 아니라 숫자였으니.... 생각해 보라! 이만 오천 명씩 고루 분배한다면 담천우는 반시진이면 끝낼 수 있지만, 천무종의 무공으로는 이틀을 잠시도 쉬지 않고 싸워야 가능하지 않겠는가? 이는 천무조으이 무공이 약해서가 절대로 아니었다. 다만, 담천우가 익힌 태양사천검결이 너무도 뛰어나기 때문에 그와 같은 엄청난 격차가 있는 것이다. 이때, 담천우는 한 시진 전에 구룡회 전사에게 보고 받은 사항을 떠올렸다. <회주 전, 어제는 야교에서 새로운 교주를 선출하는 날이었습니다. 따라서 좀처럼 모이지 않는 야교의 고수가 대부분 여산 귀령곡에 모였습니다. 특히 핵심고수들은 한 명도 빠지지 않고 그곳으로 갔습니다. 새 교주를 선출한 후 삼일 동안 큰 잔치를 벌이며 노래와 춤을 추는 것이 야교의 습성입니다. 흥청거리는 잔치에 들이 닥치는 것이야말로 놈들을 가장 비참하게 만들 수 있는 것입니다. 하나, 방심을 금물입니다. 놈들은 귀령곡 주변에 갖가지 진세와 함정, 그리고 보초를 세웠으며, 또한 ... 오만이라는 숫자가 연합해서 펼치는 야전혈우대살진은 소림의 백팔나 한진과 비교해도 결코 뒤지지 않는 것입니다. 기습이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재삼 조심하셔야 합니다. 놈들은 별 희귀한 잡술을 무려 수백 종이나 구하사고 있으니까요. 구룡회 비검 전사 배.> 문득, ".....!" 담천우의 눈빛이 밝게 빛났다. '그렇다! 천무종과 함께 천지멸살진을 펼친다면 천무종도 불만 이 없을테고 ..... 놈들의 야전혈우대살진을 빠른 시일내에 격파시킬수 있을 것이다.' 천지멸살진---------! 그런 진법도 있었던가? 풀이를 하건데.... 천지 두 방위에서 멸살 즉, 몰살 시켜버리는 진인 듯했다. "천무종, 똑같이 나누어 죽이면 불만은 없겠지? 반반씩 말이다." 천무종은 잠시 생각한 후 고개를 끄덕였다. "손해를 보는 기분이 들지만.... 그정도 까지는 양보해야 종의 도리겠지." "호오! 이제야 사람이 돼 가는구나. 종의 도리를 다 알고..." "하나 한 가지는 알아 둬라. 그 결정을 할 때까지 내 마음은 뼈를 깎는 고 통을 삭혀야 했다는 사실을....!" 맞긴 맞는 말이었다. 감정이 없는 천무종의 눈에 눈물이 핑 돌고 있으니.... 천무종의 입장에 돌아가 생각할 때 이런 기회가 일생에 몇 번이나 있겠는가? '내가 이해해야지...' 담천우는 문득 가슴 깊은 곳으로 부터 치밀어 오르는 진한 동정심을 느꼈다. 그리고, "고맙다. 내 청을 허락해 주어서, 이제 절반씩 공평히 나누는 방법을 알려 주마." "어떤 방법인데.....?" 천무종은 눈알을 번득이며 급히 되물었다. "손해를 보게는 안할테니 너무 긴장할 것은 없다. 그 방법은 천지멸살진을 둘이 동시에 펼치는 것이다." "천지멸살진....?" "그렇다. 살인 동작이 거울 앞에서 춤을 추듯 똑같아 죽이는 사람도 완전히 똑같다. 불만은 없겠지?" 천무종은 잠시 심사숙고 하더니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주인, 그런데 다 죽고 한 놈만 남으면 어떻게 하지? 예를 들면 그 놈들이 홀수라면 말이야." 담천우는 천무종의 치밀한 이기심에 소름이 오싹 돋는 것을 느꼈다. "그건 네가 가져라." 순간, 천무종의 입이 한지박처럼 벌어졌다. "고맙다 주인!" 담천우는 천무종의 머리를 점잖게 쓰다듬으며 말했다. "이제부터 내 말을 잘듣는거지?" 천무종은 고개를 끄덕였다. "최선을 다하겠다, 주인!" "좋다. 지금부터 한 시진 동안 천지멸살진을 함께 익히도록 하자." 이어, 둘은 연습에 들어갔다. 천지멸살진! 이는 담천우가 북경만서루에서 온갖 진법을 설렵한 후 창안한 절대살진이었 다. 진! 그것은 최소한 두 명 이상이 펼쳐야 한다. 이 원리를 연구해 극한까지 발전시킨 진법이 바로 천지멸살진이다. 하늘과 땅을 몰살시기는 진법! 그 위력은.... 상상하기도 두렵다. ...... >< >< >< 자고로.... 소문난 잔치는 먹을 것이 없다고 했다. 그렇다면...? 소문 안 난 잔치는 먹을 것이 많지 않겠는가? 진정 그러했다. 야교의 잔치는 소문내지 않고 비밀리에 행해지는 잔치였다. 그래서 그런지 진수성찬 산해진미가 산적해 있었고, 띠가------ 띵까----------- 띵! 하늘조차 황홀해 하는 풍악 소리하며..... 남녀노유가 홀딱 벗고 어울려 춤추고 노래하는 그 짜릿한 풍경은 제쳐 놓는 다 하더라도, 탈을 쓰고 벌이는 한 판 연극을 위시해서, 방원 수백 장안을 맴도는 수천명이 벌이는 기마전 등등.... 야교의 축제는 진정 화려와 호화의 극을 달리고 있어 . 귀령곡! 그 안의 드넓은 평야.... 태양빛은 지금 축제가 벌어지는 곳으로 집중적으로 쏟아져 현란한데, 노랫소리.... 악기소리.... 고함 지르는 소리 등으로 인해, 젖막는 힘을 내야 옆 사람의 귀에 자신의 의사를 전달할 수 있을 정도였다. 따라서, 대부분의 사람은 아직도 그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일천명의 인간이 이미 세상에 몸만 남기고 혼백은 구천지하로 떨어졌다는 사실을..... 그 빛은 살인을 위한 검광.... 하나 그 빛은 눈부신 태양빛 아래 먹혀버려야 했고, 피의 꽃...! 단말마....! 이는 주흥과 소음 속에 돋보일 수 없었다. 꽃이 핀다. 수백 송이씩 한꺼번에 피어나는 그 꽃은 죽음의 꽃이다. 그리고, 붉었다. 혹자는 이것을 보았다. 그의 눈에 놀람이 차오르고 비명을 질러 사건을 알리려고 할 때, 이미 그는 한 송이 피꽃을 피우며 쓰러져야 했다. 피꽃의 행진은 밀물처럼 거대했고 번개처럼 빨랐다. 일만 송이의 피꽃이 피어났을 때 비로소 전투는 시작되었다. 이대사만! 그 처절한 혈투는 귀령곡의 평야 위에서 그 처절한 아름다움을 산출하고 있 었으니.... 후일.... 중원의 사가들은 이 대혈전을 일컬어 다음과 같이 불렀던 것이다. 귀령대혈전! 붉은 피의 평야를 본 적이 있는가? 없다면 지금 적나라하게 펼쳐지는 이 엄청난 싸움을 보라! 참혹하거나 끔찍하다고 생각하지 말자! 거룩하다고만 생각하지, 천하를 위한 인간의 위대함이 거기에 있었으니... "크아--------- 악!" "으아악!" 참혹한 단말마의 비명이 귀령곡의 평야를 통째로 흔들었다. 파아.... 피, 분수처럼 솟구쳐 오르는 피는 비린내 풍기는 선혈.... 떠오르는 수급은 허공에서 어지러운 춤을 춘다. 천지 멸살진--------! 우우..... 그 가공할 무공이여.....! 담천우와 천무종의 신형은 삼백 장을 반지름으로 한 원을 그리고 있었다. 자석의 양극처럼.... 육백장을 사이에 둔 두 사람 사이엔 기이한 인력이 작용한 채 무서운 회전 을 일으키고 있었다. 오! 그들이 그리는 원 안에는 사만 명의 야교 고수들이 갇혀 있지 않은가? 두 사람이 사만 명을 포위할 수도 있는 것인가? 회전과 함께 펼쳐지는 죽음의 살수... 살수! 버--------- 번쩍! 콰우우우우-------! 검의 길은 있다. 검로가 지나가는 곳에는 섬뜩하도록 붉은 핏기둥이 생겨났다. "크아아악!" "케---------- 에---------액!" 카카-----------캉! 태양의 폭풍처럼 허공을 가르며 여지없이 인육을 잘라내는 검! 그리고 해일처럼 휩쓰는 절세의 장법! 콰콰------ 쾅! 뭉개진다. 야교 고수들의 전신이 형체를 찾을 길 없이 찌그러졌다. 검은 자르고.... 장은 짓뭉개고 있다. 그때마다 귀에는 처절무비의 단말마가 섬뜩하게 파고 들며, 현란한 피꽃이 눈앞을 가로막았다. 오오....! 시산혈해--------! 하늘고 끔찍해 구름속에 숨었고... 땅은 공포에 전신을 떨어야 했다. 담천우와 천무종이 그리는 원은 점차 작아지고 있었다. 그때마다, 시신은 기하급수적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시체를 밟으며 싸우는 담천우와 천무종! 꽈-------- 꽈꽝! 퍽퍽퍽퍽--------! "크----------- 아------------ 악----------!" "켁!" 버------------ 쩍! 버--------- 어---------- 언---------- 쩍! 파아.... 오오! 끔찍.... 전율..... 가공.... 처절..... 참혹! 목불인견의 대참살이여....! 작아지는 원! 원의 안에는 살아있되 임박한 죽음을 기다리는 산송장이며... 원 밖은 죽어 있어 썩기를 기다리는 진정한 시체들.... "이히힛! 뒈져라!" 장왕의 손이라 했던가? 천무종의 좌수에서 눈부신 금룡의 광채가 전면의 인간무더기를 강타했다. 꽈아아앙---------! "끄아악!" "컥!" 비명... 그리고 삼십 명의 죽음....! "검왕의 월영파천검결 맛을 보아랏!" 천무종의 호기에 찬 사자후! 그는 말과 함께 우수의 검을 수평으로 뻗었다. 달무리처럼 어리는 검광! 그리고 쾌! 이어 허공에 나란히 떠오르는 백여개의 수급은 아직도 경악의 표정을 지우 지 못하고 있었다. 천무종.... 그의 전신은 크고 작은 상처 투성이었다. 자신의 피와 타인의 피가 그의 전신에서 폭포처럼 흘러 내리고 있었다. 반면, 담천우의 몸은 피 한방울 묻지 않았다. 천년공력의 가공할 호신강기를 빗기동이 침범할 수 있겠는가? 번개같은 손놀림, 츄츄츄츄....! 그의 좌수에서 실날같은 강기가 소낙비처럼 쏟아졌다. 비명은 없다. 그냥 닿기가 무섭게 녹아버렸으니까....! 우수의 태양천검이 어느 한 순간 태양의 폭죽을 토했다. 버--------- 어--------- 어-------- 언--------- 쩍-------------! 콰--------- 아--------- 아-------- 아--------! 태양의 저주인가? 잘라졌다. 비명.... 지를 틈도 없다. 오백 명의 전신이 허리 부근에서 일제히 절단되었다. 쿠-------- 쿠쿵! 썩은 짚단처럼 쓰러지는 마졸들.... 대홍수인양 콸콸 쏟아지는 붉은 피.... 피..... 피..... 담천우의 표정은 무심했다. 마치 수많은 늑대들 속에 고고히 울부짖는 대호처럼.... 그런 그의 모습은 오히려 성스럽기까지 했다. ...... 어느 한 순간, 그토록 진저리치던 단말마가 그쳤다. 시야를 가리던 혈화가 잦아들었다. 그리고, 두 사람! 수만 구의 시신을 딛고 두 사람이 우뚝 서 있었다. 깨끗한 백삼을 표표히 날리는 담천우, 피로 목욕을 한 천무종.... 휘이이----------- 잉--------! 바람, 불어오는 바람은 한풍, 바람은 참상을 못보겠다는 듯 한무더기 짙은 안개를 시신위에 뿌렸다. 스스스.... 스스.... 스스.... 선혈은 아직 뜨거웠다. 안개는 핏물에 어리며 선홍한 피무지개를 그려내었다. 피비린내나는 선혈의 바닥에 우뚝 몸을 세운 담천우의 입에서 겨울 바람보 다 차갑고 황량한 음성이 새어나왔다. "나의 모든 행동은.... 천하를 위한 것! 그것은 곧 하늘의 뜻에 따른 것이 다." 하늘의 뜻.... 천의! "이제 나의 별호는 천의종사로 하리라---------!" 오오....! 아는가? 무림사 오천 년이 탄생시킨 영세제일인... 천의종사의 탄생이 바로 이곳 여산 귀령곡에서 이루어졌음을! 천의종사-------! 오오.....! 너 영세제일인이여.....! 너의 위대한 이름은 담천우! "......!" 담천우는 시리도록 파랗고 맑은 하늘을 응시했다. 그리고 천천히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이때, "주인, 너 혼자 죽인 것도 아닌데 너만 좋은 별호를 가질 거냐?" 천무종의 화난 음성이 들려왔다. 담천우는 빙긋 웃었다. "좋다. 너에게 지옥객이라는 멋진 별호를 내리겠다." "지옥객....! 마음에 든다." 천무종은 흐믓해 했다. ..... >< >< >< 귀령곡의 절벽에 금강지력으로 쓴 글자가 발견되었다. <무림을 좀먹는 야교의 붕괴.....! 이것은 하늘의 뜻에 따라 불세천자의 후예 천의종사가 징계했노라. 천의종사는 수하 지옥객과 함께 앞으로도 영원히 강호무림에서 악을 징계 하리라!> >< >< >< 무림! 경악과 함께 경동했다. ------ 천의종사와 지옥객이 오만여 야교 고수들을 몰살시켰다. ------ 그들의 무공은 하늘의 무학으로, 그들은 무의 신이다! ------ 천의종사는 천 이백 년 전 천외사세를 물리쳤던 대기인인 불세천자 의 후예이다! ------ 그는 중원을 수호하기 위해 나타난 영세제일인이다! 천의종사! 지옥객! 그 명성은 천하를 진동시켰다. 가공할 무학과 투철한 정의감, 그리고 냉혹무비한 살상수법! 정도인에게는 영원한 우상이며, 사도와 마도에게는 무궁한 죽음과 공포의 대명사로 부각되었다. 한 마디로, --------- 천의종사! 그 이름은 중원의 신화였다. 제 사십 장 女人의 기쁨은 입술로 금릉, 중원의 오대도시 중 하나로 문물이 발달된 곳이다. 때문에, 수륙 양도가 잘 발달되어 있었다. 금릉의 북문대로! 그곳은 온갖 인물들이 모여 번잡한 시장을 이루어 북적대고 있었다. 실로 이 거리는 시민들의 애환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지금, 그곳을 두 사람이 걷고 있었다. 담천우와 천무종! 바로 그들이었다. 그들은 야교를 섬멸하고 사흘 만에 이곳에 들어선 것이다. 이때, 천무종이 사위를 휘둘러 보며 무심한 음성을 흘렸다. "야.....! 주인, 이곳에 있는 사람들도 야교의 애들처럼 좀 문질러 줄까...?" 순간, 담천우는 내심 덜컥했다. 천무종의 말, 그것은 바로 이 북문대로를 아수라장으로 만들겠다는 것이었다. 이 감정없는 천무종, 그는 어떠한 일도 저지를 수 있는 것이다. "안돼.....!" 담천우는 단호한 음성을 발했다. 그 말이 떨어지자 천무종은 검미를 찡긋 치켜 올렸다. "야교에서 몸을 푼지가 오래됐는데 참으란 말이냐....?" ".....!" 담천우는 어이가 없었다. 야교에서 나온지 겨우 삼일, 그런데 오래됐다고 말한단 말인가! 그때, 천무종은 억양이나 감정이 일체 담기지 않은 음성으로 불평했다. "주인도 자주 갈아야지....! 어디 심심해서 살겠나....!" ".....!" "그래! 내도 한 번 다시 생각해봐야겠어. 주인을 바꿔치기할 것인가 아닌가...." 이어 그는 눈을 지그시 감았다. 깊이 생각하여 결정을 해야 된다는 듯..... 순간, 담천우는 버럭 노성을 질렀다. "천무종....! 다 말했냐....?" 그 노성에 천무종은 천천히 눈을 떴다. 그리고 느릿느릿한 음성으로 말했다. "야! 주인 나는 농담도 못하냐....!" ".....!" "쳇! 요즘 주인들은 같이 농담도 못한다니까!" 그의 말은 우습기 이를데 없었다. 하나 무심한 음성이기에 그것은 분간하기 어려웠다. 이때, 담천우는 내심 생각을 굴렸다. '요즘 더욱 의문이 간다.....! 과연 천무종이 감정이 있는 것인지... 없는 것인지....' 하나, 그는 일단 생각은 접어두고 입가에 웃음을 떠올렸다. "크읏! 그럼 나는 농담에 장단도 못맞춘단 말이냐....!" 순간 천무종은 걸음을 멈추며 담천우를 지그시 바라보았다. "많이 늘었어....!" ".....!" "종이 똑똑하면 주인도 따라서 똑똑해지기 마련이지.....!" 하나 그는 말을 채 끝맺지 못했다. 툭! 누군가 그와 맞부딪쳐 나동그라진 것이다. "아이쿠....!" 얼굴이 누렇게 뜬 허름한 중년유객, 그의 눈은 흰자위로 뒤덮으며 손에는 기다란 깃발을 들고 있었다. 깃발 위, <천하의 모든 운세가 나의 손 안에 있노라! 천하제일 점복술사---------!> 실로 광오한 글귀였다. 이때, 중년유객은 나동그라진 채로 찢어지는 듯한 목소리를 발했다. "빌어먹을... 야! 너는 눈도 없냐?" 담천우는 내심 웃음을 금치 못했다. '장님이 남보고 눈이 없냐고....?' 한데 그때, 돌연 담천우는 경악을 금치못했다. 천무종, 그가 친절하게 중년유객을 일으켜 세우는 것이 아닌가? "점술가....! 내가 앞을 보지 못해 미안하다." 그의 음성이 한치의 감정도 없이 무심하기 이를 데 없었지만.... 미안하다는 말을 담천우가 들어본 것은 처음이었다. 이에, 담천우는 자신의 귀를 의심하며 말했다. "천무종....! 혹시 머리가 어떻게 된거 아니냐...?" "야! 주인, 나는 미안하다는 말도 못하냐!" 천무종이 뒤를 돌아보지도 않고 말했다. 그리고, 중년유객을 일으켜 세운 후 그의 전신을 샅샅이 훑어보았다. "점술가...! 아픈 곳이 있으면 말해!" ".....!" "좀 문질러줄께.....!" 천무종은 최대한 부드럽게 말했다. 하나 억양이 없는 그 음성이 귀를 괴롭게 하기는 마찬가지였다. 한데 이때, 담천우는 미간을 찌푸렸다. '그럼 그렇지....! 천무종이 친절할 리가 없지....!' 천무종의 친절....! 그것은 오직 문질러 주기 위한 친절이었던 것이다. 이때, 돌연 중년유객은 짐짓 근엄한 태도를 지었다. "허! 이렇게 경노사상이 투철한 애들도 있다니....!" ".....!" "내 그것을 기특하게 생각하여 너희들의 운수를 무료로 봐주겠노라...!" 그 말에, 담천우는 실소했다. '후후... 착각도 자유군....!' 하나, 중년유객은 그의 내심을 이해하지 못하도 떠벌려대기 시작했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이찍이 제갈공명에게 천지를 가르쳐 주어 적벽대전에 서 서북풍을 일으키게 했고...." ".....!" 그의 쉴새없이 떠들어 대는 자랑은 점점 극을 달렸다. 삼황오제부터 시작하여.... 당금의 환제까지 자신의 신복술에 탄복하여 초청하였은나 천기란 오직 하늘 이 점지한 인물에게만 밝힐 수 있어 거절했다는 것이다. 실로 역사에 등장한 영웅호걸들이 총망라되어 그의 혀에 등장한 것이다. 담천우와 천무종, ".....!" 그들은 할 말을 잃었다. 그 기척을 느꼈는지 중년유객은 짐짓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내가 너무 과했나....!" ".....!" "하여튼... 맹복신유는 천기를 알아 맞추는 데는 기차니라!" 말을 끝내는 중년유객... 맹복신유는 정색을 했다. 이어, 그는 신중한 표정으로 오른 손을 쫙 펼쳤다. 동전, 손바닥에는 일곱개의 동정이 기이한 형상을 이루며 놓여있었다. 순간, 그것을 만져본 맹복신유는 탄성을 터뜨렸다. "오! 하늘이 돕는 천인지상.... 그리고....." "......!" "천인지상을 보좌하는 지옥천군상....! 실로 구주팔왕사에 오악을 통틀어 최고의 상이로다." 그는 연신 감탄하며 다시 손을 흔들었다. "흠....! 더욱이 호랑이에다 날개를 붙여주는 하늘의 도움이 있다니... 한 데....." 그는 고개를 모로 꼬았다. 천기에 큰 의문을 느낀 듯..... "흠! 지라.... 서찰을 일각 내에 받는단 말인가?" ".....!" 순간, 담천우는 넋을 잃었다. 아무리 귀신 같은 신복이기로서니 일각 후에 무엇을 할 것인지도 예측할 수 있단 말인가? 이때, 천무종이 맹복신유를 빤히 바라보며 말했다. "내기를 할까...! 만약일각 안에 서찰을 받지 못하면 나는 잠시 점술사를 주물러 주기만 할테니까....!" "허허허... 내 신복을 믿지 못한단 말이냐!" 맹복신유는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그는 자신의 복술을 확신한다는 태도가 역력했다. "흥! 좋아, 나는 서찰을 받는다면 점술사의 어떤 부탁이라도 들어주겠어." 천무조으이 태도는 맹복신유가 가짜 점술가라는 태도가 역력했다. 이어, 그들은 시간이 가기를 기다렸다. 이윽고, 일각이 거의 지나갔을 무렵, 천무종이 뚝뚝! 손을 꺾었다. "아! 요즘 나는 왜 손이 자주 근질근질거리지....!" 그말과 함께, 그는 천천히 맹복신유에게 다가섰다. 한데, 천무종이 다가서는 것을 알면서도 맹복신유는 태연자약했다. "쯧쯧! 요즘 애들은 참을성이 없어... 내가 왕년에 무림을 종횡천하 할 때 만 해도 하늘이 옆에서 무너져도 끄떡하지 않았는데....!" 그 말과 동시에 그는 품 속에 손을 집어 넣었다. 하나, 그에 상관치 않고 천무종은 손을 들어 올려 . 순간, 맹복신유는 품 속에서 손을 빼며 말했다. "보아라....!" 천무종과 담천우, 그들은 맹복신유의 손을 향해 시선을 돌려 . 손, 그곳에는 한 통의 서찰이 들려 있었다. "......!" 담천우와 천무종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결국 맹복신유는 서찰을 전하기 위해 천기를 운운했단 말인가? 이때, 맹복신유는 신색을 엄숙하게 가다듬으며 말했다. "허허허.... 어떤가, 나의 신복술이 신통하기 이를 데 없지 않은가!" 그는 말을 하며 서찰을 담천우에게 넘겼다. 그리고, 발걸음을 떼어 놓으며 한 마디를 남겼다. "다음에라도 혹시 어려운 일이 있으면 나를 찾아오게....!" 이윽고 그는 북문대로를 통과하여 멀리 사라졌다. 그때, 천무종이 맹복신유가 사라진 쪽을 바라보며 말했다. "주인아....! 우리도 점장이나 되어볼까?" "....!" "저렇게 신복을 하면 중원의 황금을 모두 긁어 모으는데 한 달도 안걸릴 것 같다." 천무종의 말에 담천우는 피식 실소를 터뜨렸다. 하나, 그는 곧 안색을 가다듬으며 서찰을 바라보았다. '필시 이 서찰에는 이유가 있다......!' 찌---------- 익! 그는 밀봉된 서찰을 뜯으며 내심 생각을 굴렸다. '맹복신유의 행동으로 보아 재미있는 일이 있을 것이다.' 서찰, 그곳에는 향긋한 향기와 함께 산뜻한 글씨가 적혀 있었다. <천하의 영웅 천의종사께.... 생명의 은혜를 오늘에서야 감사를 드립니다. 살인각으로부터 소녀 벽하군의 생명을 구해주신 것에 감사도 드리지 못하 여 그동안 소녀는 항시 마음이 아팠습니다. 이번에 천의종사를 뵙고 감사의 뜻으로 일주배를 올리겠사오니, 강상천화루에 들려 주시옵소서. 또한, 술잔을 올리며 천의종사께 부탁을 드릴 것도 있사옵니다. 벽하군 배상.> "천하제일의 기녀 십전미인 벽하군이....!" 담천우는 흠칫했다. 실로 뜻밖이 아닐 수 없었다. 설마 십전미인 벽하군의 서찰을 받아보리라는 것은..... 아울러, 그는 의문을 금치 못해 . '십전미인.... 그녀가 어떻게 내가 자신의 생명의 은인이라는 것을 알았을 까? 당시 그녀와의 만남은 촌각이었거늘.....' '더욱이 내가 이곳에 도착하리라는 것을 어떻게....?' 이때, 천무종이 옆으로 다가서며 말했다. "주인, 또 여자지....?" "......!" "제발 부탁이니 여자에게 좀 져줘라! 남자는 말이야, 여자에게 가끔씩 져줘 도 돼!" "져줘, 무엇을.....?" "주인, 너는 말이야....! 매일 여자에게 위에서 이기려고만 들더라. 가끔씩 밑에서 져줘도 되는 거야." 밑에서 져주라니.... 무슨 뜻인가? 상상에 맡기고 넘어가자....! 담천우, 그는 천무종의 말을 깨닫고 내심 실소를 금치 못했다. "그래! 이제는 가끔씩 밑에서 질테니... 나도 부탁 하나 하자....!" "......!" 순간, 천무종은 담천우를 빤히 쳐다보았다. 그리고 담천우에게 다가서더니 어개를 툭툭치는 것이 아닌가? "주인, 나를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마....!" ".....!" "주인의 첫 부탁인데 내가 안 들어 주겠냐....!" 그는 무슨 부탁이든 들어줄테니 말하라는 듯 재촉했다. 이에, 담천우는 내심 한숨을 푸욱 내쉬었다. '누가 주인이고... 누가 종인지....' 하나 그가 이런 일을 한두번 겪어 보았는가! 그래서 그는 태연히 말했다. "천무종! 제발 부탁이니 지금부터 모든 행동은 나와 똑같이만 해다오....!" "주인, 그것도 부탁이라고 하는거냐!" "그것이 너에게 하는 최초이자 마지막 부탁이다." "좋다! 죽은사람 소원도 들어준는데 그것쯤 못 들어주겠냐....!" 천무종은 염려말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에 담천우는 내심 한시름을 놓았다. '천무종....! 저 녀석은 여자가 있는 곳에서는 꼭 말썽을 피운단 말이야. 하나 이제 걱정은 없다.....!' '천무종이 나와 똑같이 행동해 주기만 한다면....' 한데 과연..... 천무종이 조용히 지날 수 있을까! 의문을 안고... 그들은 떠나갔다. >< >< >< 강상 천화루-----------! 강상에 떠 있는 거대하고 화려한 배였다. 또한, 금릉의 가장 유명한 기루였다. 이곳은 미인이 많기로 유명했고 언제나 풍류를 아는 거상이나 고관들로 붐 비었다. 오색찬란한 등이 빛을 뿌리는 가운데, 강상천화루는 오늘도 흥청거리고 있었다. ".......!" 담천우와 천무종은 강상천화루 앞에 나타났다. 이때, 담천우는 내심 깊은 의혹을 느끼고 있었다. '천하제일의 기녀로 유명한 십전미인 벽하군이 왜 이런 곳에....?' 그렇다. 천하제일의 고귀한 기품과 정숙미로 유명한 십전미인이 왜 기루에 있단 말 인가! 그때, 그들이 정문에 다다른 순간 점원이 재빨리 뛰어나왔다. "천의종사 공자님과 지옥객이시지요....?" "맞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점원은 말과 동시에 그들을 안으로 인도했다. "벽하군 소저는 안에 있는가?" "예, 한데.... 공자님들을 접대하려고 분주하십니다." ".......!" "그래서 먼저 강상천화루의 네 절세기녀가 공자님들을 모실 것입니다." 점원의 말이 끝났자, 천무종이 돌연 불쑥 말을 내뱉았다. "주인, 설마 사 대 일로 싸우는건 아니겠지....?" 사 대일의 싸움....? 무엇을 뜻하는지 상상할 수 있으리라! 이때, 담천우는 버럭 노성을 질렀다. "천무종....! 나하고 똑같이 행동하기로 했잖아....!" "그래 알았어....!" 천무종은 못마땅하다는 듯 대답했다. ...... 이윽고, 점원을 그들을 아름다움 정자로 안내햇다. 강상천화루! 비록 거대한 배였지만 안에는 마치 지상처럼 없는 것이 없었다. 정자의 편액, <추풍정.> 운치가 있는 이름이었다. 가을바람이 쉬었다 가는 정자라는 뜻.... 또한, 꽤 넓은 인공의 연못에 둘러싸여 있었고 온갖 기화요초가 만발해 있었다. 연못이 훈풍에 가볍게 출렁이는 광경은 실로 너무나 아름다왔다. 담천우와 천무종, 그들이 정자 안으로 들어서자 점원을 허리를 굽혔다. "잠시만 기다리십시요. 곧 네 기녀들을 보내드리겠습니다." "알았다." 담천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내 점원을 꽃밭을 통과하여 사라졌갔다. 그것을 지켜보던 담천우의 입가에 잔잔한 미소가 피어 올랐다. '청초하고 가련하던 모습의 십전미인 벽하군..... 그동안 어떻게 변했을까?' 바람.... 춘풍은 연못을 스치며 기화요초를 희롱하고 있었다. ...... 정자안, 어느새.... 그곳에는 산해진미의 술상이 차려져 있었고, 담천우와 천무종은 네 명의 기녀와 함께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네 절세기녀의 이름은.... 추상, 옥려, 백화, 설하였다. 추상! 우수가 깔린 눈동자 하나로 중원의 모든 남자를 가슴 저리게 만들 수 있는 절색의 기녀였다. 옥려! 꿈을 꾸는 듯한 환상의 교태로 사내를 나긋나긋 녹여 버리는 기녀였다. 백화! 학을 닮은 목과 눈웃음은 사내로 하여금 모든것을 주어도 아깝지 않게 만드 는 새하연 백설처럼 아름다운 미녀였다. 설하! 눈꽃 같은 여인, 하나, 그녀의 전신에선 숨막히는 색기가 염색적으로 발산하고 있었다. 한 번 보면 무조건 평생 운우지락을 나누고 싶은 요염한, 그러면서 순백한 우물 같은 기녀였다. 담천우와 천무종은 이들 절색의 기녀에 파묻혀 한잔 술을 들고 있었다. 이때, 담천우는 들이킨 술잔을 놓으며 말했다. "한데... 벽하군 소저는 이곳에서 무엇을 하느냐.....?" "벽아가씨는 바로 본 강상천화루의 루주이세요....!" "누구라고....?" 담천우는 경악했다. 그가 대경실색하는 것은 당연했다. 무림의 모든 신진고수들에게 꿈의 여인으로 불리우는 십전미인 벽하군이 기 루의 루주라니....? 믿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한데 이때, 돌연 설하가 코먹은 음성으로 투정을 부렸다. "아아! 공자님.... 벽아가씨의 이야기는 그만두고 저희들과 즐겁게 놀아요." 그녀의 말에 담천우는 내심 생각을 굴렸다. '그렇다! 십전미인.... 그녀의 신비는 곧 풀려지리라!' 이어, 담천우는 호탕한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하.... 좋다. 즐겁게 놀자구나!" ".....!" "한데.... 너희들 네 명을 모두 거느리고 술을 마시는 남자는 본 공자들이 처음이라고....?" 설하가 짤랑짤랑한 교소를 터뜨렸다. "호호호... 공자님! 이제는 오히려 저희가 영광인걸요?" "왜지?" "천의종사 담천우.... 그리고 지옥객이라는 이름은 이제 천하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어요." 그렇다. 무림의 최대난제이자 골칫덩어리인 야교....! 그 야교를 단 두 사람이 쳐부쉈는데 천하에 이름이 나지 않고 배기겠는가! 더욱이, 천의종사 담천우----------! 그 이름은 이미 천하무림의 태양과 같았다. 그가 바로 천이백 년 전의 최대 기인인 불세천자의 후예이였기에.... "......!" 담천우는 그녀가 따라주는 술잔을 받으며 담담히 웃을 뿐이었다. 그런 담천우를 바라보며 설하는 녹아내릴 듯한 교태를 지었다. "여인의 최대 기쁨은 영웅에게 입을 맞춘 술잔을 올리는 것...." "......!" "저도 공자님으로 인해 최대의 기쁨을 누리고 싶어요." 설하가 교태를 부리며 말했다. 순간, 담천우는 호탕하게 웃었다. "대장부가 어찌 미녀의 입김이 담긴 술잔을 사양하겠느냐....!" 담천우가 술잔을 내밀자, 설하는 술을 따르더니 먼저 한 모금을 마시고 그 술잔을 담천우에게 조심스 럽게 내밀었다. "역시 공자님은 천하제일의 대장부세요....!" "하하하....! 담천우는 웃음을 터뜨리며 술잔의 술을 마셨다. '술에 무언가 있다......!' 실날 같은 광채는 곧 경악! 하나 그것은 나타날 때보다 수배의 빠르기로 사라졌다. 이어, 벌---------- 컥! 그는 한 방울도 남김없이 술을 마셔 버렸다. 한데 이때, 옆에 있던 옥려가 그것을 보고 투정을 부렸다. "아이....! 공자님! 저에게도 기쁨을 누릴 기회를 주세요." "하하하.... 그럼 너도 술을 따르거라!" 담천우의 말에 옥려는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공자님.....! 소녀는 술잔보다 직접 입으로...." 그녀는 말을 끝내지 않고 짐짓 부끄럽다는 듯 옷깃으로 얼굴을 살짝 가렸다. 오오....! 장담할 수 있다. 옥려의 이 교태를 보고 거절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절대로 남자가 아니라는 것을..... <五卷 끝> ------------------------------------------------------------------- 히유~~ 드디어 5권도 끝났군요... 앞으로 두권더 남았군요... 올리는 속도가 느려졌죠?? 죄송.... 요세 몸이 좀 불편해서리.... 기럼 다음편을 기대하셔요... 헤헤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