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 호 : 8312 게시자 : 윤원중 (re5280 ) 등록일 : 1999-05-02 11:53 제 목 : [연재] 천부외경 1 Ⅰ. 서장(序章) 1. 하늘의 장(章) 태초에 하늘은 인간에게 천지 조화와 우주만물의 생성 이치를 계시하여 주었다. 천지창조와 만물생멸의 원리, 하늘과 땅의 흐름과 조화, 그리고 이를 연결하는 통로인 인체의 신비에 대하여 무극(無極), 일원(一元), 음양(陰陽), 삼재(三才), 사상(四象), 오행(五行), 육합(六合), 칠성(七星), 팔괘(八卦), 구궁(九宮), 태극(太極)으로 대변되 는 무궁무진한 하늘의 이치를......... 그리고 그 것은 천부경(天符經)이라는 신비경전에 수록되어 현재까지 전해 내려오니 그 심오한 진리를 얻는 자는 능히 신의 반열에 오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단지 81자로 함축시킨 하늘의 이치를 탐욕과 아집으로 뭉쳐진 인간으로서 어찌 쉽게 해석할 수 있겠는가? 그래서 그런지 일만여년 인류역사상 이러한 천부경을 해석한 사람은 단 한사람에 불과했으니 그는 바로 신시를 열어 이 땅에 최초의 왕국을 건설한 환웅천제의 아들 단군왕검이였다. 그는 당시 천부경을 해득한 후 곧바로 신의 반열에 올랐으나 그 뜻이 너무나 심오해 과연 후세에서 이를 해석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걱정하여 이에 대한 주해서를 남겼다. 이름하여 천부외경(天符外經) 그러나 이러한 천부외경은 그 후 단군조선, 고구려, 발해로 이어지는 적통 왕가에만 비밀리 전해 내려오다 마침내 해동성국 발해의 멸망과 함께 행방불명이 되어 버렸으니 극히 소수 인원외에는 당금에 이르러 과연 그러한 경전이 있었는지 하는 사실을 알지 못하게 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인간들의 기억과는 상관없이 천부외경은 어딘가에서 인연자를 기다리고 있었다. 2. 땅의 장(章) 십팔만리(十八萬里) 검정중원(劍征中原)! 풍운의 대지, 중원에는 항상 두 개의 세계가 공존하고 있었다. 스스로 하늘의 아들(天子)이라 칭하는 황제(皇帝)와 그가 만든 법(法)이 지 배하는 세계와 오직 강(强)한 것 만이 법(法)이요, 정의인 강호무림세계가..... 이들 두 개의 세계는 비록 중원대륙이라는 같은 지역을 대상으로 하고 있 었지만 서로 독자성을 가지고 불간섭, 불개입을 원칙으로 나뉘어 져 있었 다. 황제의 힘이 아무리 거대하다 할 지라도 십팔만리에 이르는 중원 구석구석 까지 모두 미칠 수가 없었고, 강호무림의 힘이 아무리 강력하다 할 지라도 황제가 이끄는 수백만 대군을 당해낼 수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이들 두 개의 세계는 같은 지역, 같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 에 완전분리는 불가능했으며, 서로가 서로에게 끊임없이 영향력을 미치며 상호작용을 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호무림이 형성된 천여년 이래 서로간 독자성 을 인정해 주는 기본 원칙만은 아직 깨어지지 않고 있었다. 황제가 지배하는 세계, 크고 광활했으며, 수천만에 이르는 무수한 사람들이 그 세계에 속하고 있 었다. 그러나 그 곳은 모든 게 정연하였다. 황법을 중심으로 황제는 항상 권력의 핵심에 있었고 지배층과 피지배층, 귀족과 평민, 그리고 노예계층이 엄격히 구별되어 있었다. 그리고 이는 지 배왕조가 바뀌지 않는 한 결코 변할 수 없는 철칙이였다. 힘과 폭력이 지배하는 세계, 겨우 수십만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속해 있었다. 하지만 그곳은 항상 꿈틀거리고 있었다. 이 곳이라 해서 계급이 없을리 없었지만, 그 절대기준은 오직 힘이였다. 아무리 출신성분이 미천한 자라할 지라도 힘이 있다면 언제든 지배자로 나 설 수 있고, 자신이 믿고 있는 바를 실천할 수 있었다. 그것이 바로 법이 요, 정의였기 때문이다. 당연히 피끓는 젊은이들은 이러한 강호세계에 매력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젊은이들이 이의 지배자로 나서기 위해 뜨거운 야망을 불태우고 있었다. 3. 인간의 장(章) : 풍운일지(風雲日誌) 대명(大明) 2년, 1370년 3월 5일 드디어 중원무림인들이 그토록 염원하던 중원무림맹이 결성되었다. 구파일방과 오대세가를 포함한 백도 280개 방파와 중원마교, 혼패부, 사사천교 등 흑도 360개 방파, 그리고 녹림72채, 장강수로방, 청해검문, 청조각 등 중도파 170개 방파에 무산신녀문, 남해보타암, 북해신궁 등 은일세력까지 총 망라된 사상 초유의 동맹이 결성된 것이다. 과연 천년 무림사에 이와같은 일이 언제 있었던가? 절대로 화합할 수 없다던 흑도와 백도가 하나로 뭉쳤고, 여기에 녹림과 은일세력들까지 가세하였으니 이들의 힘은 가히 중원무림 그 자체라 해도 무방할 것이다. 대명(大明) 2년, 1370년 3월 12일 삼월 보름, 이 날은 무림사에 가장 중요한 날로 기억될 것이다. 이백여년 이상 강호무림을 지배하였던 천마무림련, 그리고 당대 최고의 강 자 철나한이 이 지상에서 영원히 살아지고 가장 길었던 암흑시대가 끝나는 날짜이기 때문이다. 이제 모든 준비는 끝났다. 오직 기다림과 용투야(龍鬪夜)의 혈전만 남아 있 을 뿐......... 대명(大明) 2년, 1370년 3월 18일 대승리(大勝利)다! 천마무림련은 무참할 정도로 괴멸되었고 단지 련주인 철나한, 부련주인 사마자극, 그리고 군사인 악명흔 등 핵심수 뇌부가 중상을 입고 도주하고는 있지만 강호무림 전역에 천라지망이 전개되어 있고 당대 최고고수 100인이 이들을 추적 제거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으니 그들을 제거하는 것도 이제는 시간문 제이다. 이번 격전이 비록 3일간에 걸친 대혈전이였지만 의외로 우리측의 피해가 적었던 것은 천무대장군 천응의 철갑기마대 덕분이다. 명장 천응이 이끄는 일만(一萬) 철갑기마대는 세계를 정복하였던 원제국의 막강 기마대를 괴멸 시킨 무적의 부대가 아니였던가? 한가지 걱정되는 것은 천기의 흐름마저 바꿀 수 있다는 악마의 두뇌 천면 귀령(千面鬼靈) 악무흔이다. 아무리 대세가 기울었다고 하나 그의 귀모(鬼 謀)라면 조금더 우리측에 피해를 입혔을 것인데 너무 쉽게 포기한 것 같 다. 그러나 결코 이변은 없을 것이다. 이번 일에 일만가지의 변수를 모조리 고 려하지 않았던가? 이제 그간 혼란스러웠던 무림의 질서를 재편하며 조용히 결말을 기다리면 되리라. 대명(大明) 2년, 1370년 3월 23일 아! 어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다는 말인가? 중원무림맹을 대표하는 5대고수와 추적단 70여명이 이미 회생불능의 치명 상을 입은 철나한과 사마자극, 악명흔등과 동귀어진 하다니..... 천면귀령 악명흔은 역시 악마의 두뇌다. 어찌 그 와중에서 하나의 산을 온 통 허물어 버릴 폭약을 매설해 놓았단 말인가? 만약의 경우에 대비해 천마령 부근에 그야말로 하늘마저 가둘 수 있다는 대천강지망을 발동했다. 대명(大明) 2년, 1370년 4월 5일 철저한 수색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흔적도 찾지 못했다. 하긴 수천여평에 이르는 계곡이 하나 완전히 사라져 버렸으니, 그 와중에 무슨 흔적이 남으리랴만....어쩐지 불길한 생각이 자꾸 드는 건 무슨 까닭일 까? 여하튼 이제 모든 일은 종결되었다. 비록 소림사, 남궁세가, 북궁세가, 중원마교, 혼패부를 대표하는 천하5대고 수가 희생되었지만 괴수 3인방도 같이 죽었다. 단지 하나 철나한의 여동생이자 악명흔의 처인 천마지화 찰극무연이 그의 씨를 잉태하고 실종된 것이 마음에 걸리지만...... 설혹 그녀가 살아있다할 지라도 이미 중원무림이 하나가 되었고, 그들의 최대후원세력인 원제국이 일패도지(一敗塗地)하고 있으니 무슨 힘을 발휘 할 수 있으랴? 이제 나도 좀 쉬어야겠다. 너무나 많은 피를 봤다. 대명(大明) 2년, 1370년 10월 2일 드디어 대도가 함락되고 원제국이 북방으로 완전히 물러났다. 이제는 중원대륙에는 다시 평화와 태평성대가 올 것이다. 대명(大明) 2년, 1370년 11월 11일 북궁세가의 새로운 가주로 취임한 북궁소의 생일잔치에 초대받아 참으로 오랬만에 중원나들이를 했다. 그런데 그처럼 기쁜 날에 그의 부인이 산고 끝에 죽고야 말다니..... 그야말로 알 수 없는 게 우리 인간사인 모양이다. 하늘에 있는 북궁후, 그 친구가 쉽게 눈을 감을 수 있을련지? 천생무골이였지만 단순하고 어리석은 아들 때문에 노심초사하다가 현명한 며느리를 맞아 한 시름 놓는 것 같더니만....그의 가묘에 흙이 채 마르기도 전에 이번에는 자식을 잘 내조하던 며느리를 잃다니..... 다행인 점은 그래도 그녀가 낳은 아들은 무사하다는 것이다. 자세히 보지 는 못했지만 천년 북궁세가의 후세답게 인세에 보기드믄 무골인 것 같다. 대명(大明) 2년, 1370년 11월 12일 북궁소의 간청을 뿌리치고 북궁세가를 벗어났다. 북궁후 그 친구를 생각하면 그의 아들을 도와 주어야 한다는 생각도 들었 지만 이 나이에 다시 강호무림에 발을 적시어야 된다는 사실이 싫었다. 나의 죽림현으로 돌아오는 동안 내내 한 여인의 얼굴이 머리속을 맴돌았 다. 북궁소 그 아이의 옆에 있던 30대의 그 여인이..... 단지 유모에 불과하다는 그 여인에게 자꾸 신경이 쓰이는 것은 무슨 까닭 일까?신분에 어울리지 않는미모와 기품, 그리고 기이한 기운 때문인 것이 아닌가 싶다. 4. 잉태(孕胎) 한 사람이 죽고, 한 개의 장원이 소멸되었다. 한 사람의 죽음은 중원무림에 상당한 파장을 일으킬 수 있었지만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죽었기 때문에 강호세계는 여전히 조용했고..... 한 장원의 소멸은 100여명에 이르는 식솔이 참변을 당하는 커다란 사건이 였지만 중원무림과 관계없는 평범한 장원이였기에 강호세계는 여전히 조용 했다. 그..... 한 사람은 중원무림맹의 초대군사이자 풍운일지의 저자인 만박선옹 오천우 였고,한 장원은 산동성 집현지역에서 평민들 사이에 명망이 높았던 대씨장 원이였다. Ⅱ. 인고지시(認苦之時) 1. 폭설(暴雪) 평민출신으로 일약 황제의 직위까지 오른 시대의 풍운아 주원장! 그가 사 상최대의 영토를 자랑하던 막강 대원제국을 중원에서 축출하고 대명을 건 설한 지 4년여... 대륙을 강타하던 풍운은 서서히 잦아 들고 있었지만 그 불씨만은 아직 꺼 지지 않았다. 대명 홍무4년 1374년,정월 원단! 중원천지에는 갑자기 폭설과 한파가 몰아치기 시작했다. 하늘과 땅이 온통 하얀 눈으로 덮히고 칼끝처럼 날카로운 삭풍이 대지를 갈기 갈기 찢어온지 3일! 마침내 폭설은 그치고 따사로운 햇살이 다시 대지를 비추기 시작했다. 산도 들도 호수도 마을도 온통 순백색으로 변한 가운데 대지는 햇살에 반사되는 영롱한 빛으로 가득 차 보는이의 찬탄을 자아내고 있었다. 그러나 이를 보고있는 일반백성들의 마음은 그리 밝지 못하였으니.. 이번 폭설로 중원천지에 무너진 가옥이 얼마나 되며.. 또 얼어죽은 사람들은 얼마나 될 것인가? 하남성 중부에 위치한 복우산(伏牛山)! 3일에 걸친 폭설로 역시 보이는 건 온통 흰색 일색으로 그동안 굶주렸던 산짐승 몇마리만 먹이를 찾아 나설 뿐 인적이 완전히 끊긴 이 조용한 대지의 적막을 뚫고 한사내가 나타났다. 한 30대 후반쯤이나 되었을까? 훤칠한 키에 은연중 고귀한 기품을 풍기 고 있는 이 사내는 그러나 마치 중병이라도 걸린 듯 창백한 안색에 가끔 씩심한 기침을 해대는 가운데 가슴에 한 3살쯤 되어보이는 아이를 안고 있었다. 과연 무슨 사연이 있길래 병이 든 몸으로 그것도 세살바기 어린애를 안고 정초부터 이 깊은 산중을 헤메고 있는 지? 사내는 외로운 산기슭을 마치 숙명처럼 걷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뒤를 따라 시간이 물처럼 흐르고 있었다. ........................................................................... ........................ 번 호 : 8313 게시자 : 윤원중 (re5280 ) 등록일 : 1999-05-02 11:54 제 목 : [연재] 천부외경 2 2. 백사회(白蛇會) 상유천당, 하유소항(上有天堂 下有蘇杭) "하늘에는 극락이, 땅에는 소주와 항주가 있다." 바로 송나라의 천재시인 소동파(蘇東坡)가 항주의 아름다움을 극찬한 글로 서 그만큼 항주는 산과 바다, 그리고 강과 호수 등이 어울려 있는 천하절 경(天下絶景)을 자랑하고 있었다. 특히, 양자강의 지류인 전당강(錢塘江)이 흘러들어와 형성된 서호(西湖)는 3면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으며 도화(挑花), 홍련(紅蓮), 국화(菊花), 매화(梅 花) 등 갖가지 꽃들이 사시사철 피어나 가히 선경을 방불케 하였던 것이 다. 제안비비만화제(堤岸 萬花齊) 서호낙조연화미(西湖落照然畵美) 쌍봉삽운신비경(雙峰揷雲神秘景) 평호쌍월진객심(平湖雙月振客心) 안개비 내리는 제방에는 수많은 꽃들이 피여있고, 서호의 저녁노을은 그림처럼 아름답다. 구름에 꽂혀있는 봉우리는 활홀경을 연출하고 하늘과 호수의 두 개의 달이 외로운 나그네의 심금을 울린다. 현무(玄武)는 호심정(湖心亭)에 홀로 서서 서호의 낙조(落照)를 바라 보고 있었다. 총기있는 눈빛과 강인해 보이는 용모, 짙은 흑색경장과 흑색영웅건, 특히 그의 허리에는 메어 있는 붉은 수실의 검(劍)은 가히 강호영웅(江湖 英雄)의 풍도(風度)를 짐작케 하고 있었다. "휴우!" 문득 그의 입에서는 깊은 한숨이 터져 나왔다. 아직 약관(弱冠)도 되지 않은 젊은 나이, 당연히 서호의 절경(絶景)을 보고 아름다운 감상에 젖어들어야 하겠지만..... 무슨 고민이 있는 지.... 그의 한숨은 짙은 회한(悔恨)의 염(念)을 담고 있었 다. 우울한 표정으로 한참을 더 서 있던 현무는 이윽고 발길을 옮기기 시작했다. 항주의 중심부를 향하여....... 바햐흐로 하늘과 땅, 그리고 호수를 온통 붉게 물들인 석양(夕陽)은 절정으 로 치달아 별유천지 비인간(別有天地 非人間)의 그윽한 정취를 연출하고 있는데.........., 한가로이 떠 도는 노릿배에서는 은은한 비파음(琵琶音)이 흘 러 나와 호숫물에 적셔지고 있었다. 숭무관(崇武館)! 바로 중원전역에 수천개는 존재한다고 알려진 무예도장(武藝道場) 중 하나 이자,항주지역의 폭력조직인 백사회(白蛇會)의 후원을 받고 있는 곳이였다. 그런데 이 곳 숭무관으로 향하는 길목에 소호를 바라보며 한숨을 짓던 그 젊은이가 나타났다. 여전히 우울한 얼굴, 하지만 그의 우수에 가득찬 표정은 오히려 그의 영웅적 풍도를 더 하고 있 었으니....마치 강호무림의 안위에 노심초사(勞心焦思)하고 있는 사람같았다. 그러나 정작 그와 마주치는 사람들의 눈빛에서는 그에 대한 존경과는 거리 가 있는 경외(敬畏), 공포(恐怖) 등 복잡한 감정들이 느껴지고 있었다. 그가 숭무관앞에 이르자 서너명의 장정들이 우르르 몰려나와 예를 표했다. "회주님! 나오셨습니까?" 이제야 그의 영웅적 풍도를 알아본 것일까? 그들의 태도는 한결같이 공경 스럽기 그지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들에게서 느껴지는 인상은 하나같이 강호상의 파락호나 한량과 같은 느낌이였다. "그래, 수고가 많다!" 현무는 그들을 향해 가볍게 고개를 끄덕거려 준 후 성큼성큼 안으로 들어 갔다. 사실 그는 외형에서 느껴지는 것과 같이 강호영웅이 아니라 이 지역 건달 패들의 두목이였던 것이다. 이름하여 백사회(白蛇會), 묵룡단(墨龍團)과 천마방(天馬幇)과 함께 항주지역 암흑가를 삼분(三分)하 고 있는 조직으로 비록 명칭도 그럴싸 했고, 암흑가라고는 했으나 실제적 으로 강호의 흑도세력은 집마부라는 거대한 연합체에 속해 행동의 제약을 받고 있었던 관계로 그들은 그저 이 지역 유흥가를 중심으로 삼류무사들과 낭인(浪人)들로 구성된 건달패 조직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 사회에서 현무의 명성은 대단했다. 항주 암흑가에 최초로 모습을 나타낸지 단 1년만에 군소조직에 불과했던 백사회를 항주 3대조직중 하나로 키워낸 신화적인 인물, 더욱이 그는 암흑가의 인물에 어울리지 않게 상당한 학식과 명석한 두뇌를 지니고 있었으며 용모마저 발군(拔群)이어서 혹자(或者)들은 그를 항주3군 자중 하나로 칭하고 있었다. 말이 항주3군자이지 이에 속한 인물들이 절강성 포정사(布政使)의 자제인 우원성과 전직 대학사(大學士)였던 마진평의 장남마사달 등 누가 보아도 내 노라하는 인물들이 함께 포함되어 있어 아무런 뿌리도 없고 단지 하오 문 부류의 폭력조직 두목에 불과한 현무가 이들과 함께 3군자로 포함되어 있다는 것은 그만큼 현무의 학식과 문장, 그리고 용모가 뛰어나다 할 수 있었다. 물론 항주지역 상류계층에서는 이를 인정하려 하지 않고 있었지만...... 현무는 수하들의 융숭한 환대를 받으면서 곧장 그의 개인연무실로 들어갔 다. 시비로 보이는 아리따운 소녀 하나가 그에게 공손히 다가와 백색무복을 건 넸다. "후후! 소백, 너는 볼 때마다 이뻐지는구나" 어찌보면 무시무시한 폭력조직의 두목에게 어울리지 않는 부드러운 목소리 였지만 소백이라는 그 시비는 그러한 현무의 태도에 익숙한 지 그저 부드 럽게 웃으면서 고개를 숙여 보였다. 현무는 그녀가 건네준 무복을 받아 옆에 그녀가 있건 상관하지 않고 그 자 리에서 옷을 갈아입은 후 곧바로 무공연마에 들어갔다. 그는 우선 다리를 반쯤 구부린 기마자세에서 왼 손은 단전에 대고 오른 손 은 호조(虎爪)형태로 구부려 우측 어깨에서 상향 십오도 방향으로 비스듬 히 뻗어 올렸다. 그러더니 숨을 아주 느리게 들이마시면서 우수를 크게 돌 려 원호를 그리고 이 때 단전에 있던 좌수는 우수의 움직임에 따르게 하였 다. 그의 손동작에 따라 그를 둘러싼 기류들이 미세한 흔들림을 보였다. 그러 다 갑자기 그의 동작이 정지 되었다. 그의 혀는 반쯤 구부려진 상태에서 입천장에 바싹 밀착되었고, 호흡을 비롯한 모든 신체운동이 완전 정지되 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그의 시선은 전면을 향해날카롭게 빛나고 그의 팔이 미미하게 떨리는가 싶더니 마침내 눈부신 속도로 전면을 향해 뻗어 나갔고 동시에 응축되었던 호흡을 일시에 품어 내는 것이였다. "얍!" 그의 입에서는 자연발생적으로 터져 나온 기합소리...... 이와함께 어느새 그의 전면벽에 위치한 두꺼운 나무판에는 마치 새 발자국 같은 기이한 형태의 흠집이 나 있었다. 어찌보면 형의권 중 호권(虎拳)을 연상시키게 하는 동작! 하지만 그것은 결코 형의권도 호권도 아니였다. 단지 그 만의 독문무공의 하나인 호심지공(護心之功)의 전위지술에 불과하였다. 아닌게 아니라 그는 계속하여 각양각색의 자세로 호흡을 가다듬더니 잠시 후 가부좌를 하고 보료에 앉아 본격적인 내공연마에 들어가기 시작하였다. 우선 아랫배와 단전이 규칙적으로 기복을 일으키더니, 일각여 시간이 지나 자 그의 주위를 둘러싼 기류가 미미하게 파동하였고 점차적으로 그 파동은 커지고 있었다. 이러한 현무의 무공연마를 지켜보고 있던 소백의 눈에서는 기이한 빛이 흘 러 내렸다. (회주님은 진정 대단한 분이야! 남들이 볼 때는 그저 주먹깨나 쓰고 위세부리기 좋아하는 건달패의 하나로 생각하지만 이처럼 진지하게 무공연마를 하고 또 이럴 때는 마치 태산을 누르는 듯한 장중한 기세와 위압감을 내 품는 다는 사실을 그 누가 알고 있을까?) 가세가 빈한해 기루에 팔려 왔다가 우연히 현무의 눈에 들어 그의 시비로 들어온 소백! 비록 한낱 시비에 불과하지만 그녀는 현무와 가장 가까운 사람중의 하나였 고, 그의 진면목이 소문과 다르다는 것을 알고 있는 몇몇 안되는 사람중의 하나였던 것이다. 현무는 무아지경에 빠진채 무공연마에 몰두하고 있었고, 이를 지켜보고 있 던 소백은 그대로 곳곳히 선 채 눈빛을 빛내며 그를 지켜보고만 있었다. 한시진쯤 흘렀을까? 현무의 연공은 막바지에 이른 듯 그를 둘러싼 기류는 옅은 백색띠를 이룬 채 그의 주변을 빙글빙글 돌더니 마침내 그의 콧속으로 모두 빨려들었다. "휴우!" 마침내 눈을 뜬 현무의 입에서는 자신도 모르게 짙은 탄식이 흘러 나왔다. 자신이 생각해도 의부 상천군이 알려준 이 호심지공이라는 심법은 상승무 공임이 확실했다. 비록 세 살때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연마하기는 했지만 어느새 내공은 일류고수 수준인 일갑자를 상회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를 외부로 표출하는 무공초식들은 기껏해야 팔극권이니 태극권이니 하는 기초무예에 불과했으니 자신도 모르게 한숨이 새어날 수밖에 없었던 것이 다. "똑, 똑!" 이 때 갑자기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러자 문앞에 서 있던 소백이 얼른 다가가 문을 열었다. 문밖에는30대쯤 되어 보이는 건장한 체구의 털복숭이 대한이 서 있었다. "아! 소백이구나. 그래 회주님의 무공수련이 끝났느냐?" 이에 소백이 그에게 가볍게 고개를 숙이더니 대답하였다. "예, 방금 전에 마치신 것 같아요" "그럼 회의준비가 모두 완료되었다고 말씀드리거라" "허허, 그렇다면 가야지!" 어느새 현무가 이야기를 들었는지 문쪽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잠시후 현무가 털복숭이 대한 즉, 백사회의 3인의 부회주중 하나이기도 한 흑운호 이규의 안내로 의사청에 들어서자한참 떠들고 있던 대여섯명의 장 한들이 분분히 자리에 일어서며 현무를 맞이 하였다. "어서오십시오. 회주!" "그래 모두들 잘 있었나? 모처럼 한 자리에 모이게 된 것 같군" "하하, 그새 회주님은 더욱 멋있어 진 것 같습니다" 현무의 눈길이 소리를 쫒아갔다. 이십대 후반쯤 되었을까? 대부분의 인물들과는 다르게 인물도 준수하였고, 호리호리한 체격에 문사차림을 하고 있었다. 현무의 입가에 기분좋은 미소가 서렸다. 그의 이름은 백현수, 무공을 전혀 모르는 문사임에도불구하고 백사회의 상층부에 속한 인물, 하지만 오늘의 백사회가 있기까지 그의 역할은 지대 하였다. 묵룡단과 천마방 사이에서 그들과 마찰을 줄이며 교묘하게 세력확장을 가 능케 하였고, 폭력, 협박, 갈취 등 비열한 범죄 보다는 지역상인들이나 주 민들의 해결사 역할 등을 통해 조직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토록하여 아무런 후원자나 배경이 없는 현무로 하여금 별다른 견제없이 오늘에 이르도록 한 일등공신이였던 것이다. "하하, 멋있어 진 건 내가 아니라 바로 현수그대인 것 같은데...? 그 사이 여자까지 생겼다고 들었는데 언제 한 번 데리고 오지!" 백현수가 이상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받았다. "그건 조금 곤란한데요?" "아니, 왜 곤란하다는 말이냐?" "회주님이야 이 항주땅에서도 명성이 자자한 3군자중 하나이며, 반반한 여 인이라면 그냥 지나치지 않는 분이 아닙니까? 차라리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고 말지.........." "어? 이 것 봐라? 그래도 명색이 회주인데 이제 노골적으로 모함을 하 네....? 야 임마! 내가 언제 그랬단말인가?" "차암 내....전부들 물어 보시오. 제가 빈 말을 하나....?" 그제서야 현무는 머리를 긁적이며 기세가 수그러 졌다. 다른 사람들에게 물어 봤자 뻔히 백현수의 말을 수긍할 것이 분명했다. "후후, 그런가? 하긴 나도 장담할 수 없지...! 어디 내 풍채가 좀 멋있나...?" 이에 백현수를 비롯한 모든 사람들이 박장대소를 하며 웃어댔다. "하하, 그건 회주의 말씀이 맞네 그려....사실 회주의 용모는 여인이라면 누 구나 반하지 않고는 못 배길테니까...?" 잠시후 웃음이 가라앉자 현무가 중앙의 좌석에 가서 앉았다. 그러자 좌중은 언제 웃고 떠들었냐는 듯 정숙을 되찾았다. 비록 현무가 농담을 좋아하고 수하들에게 격의없이 대하고는 있었지만 엄 연한 암흑가의 쟁쟁한 조직인 백사회였던 것이다. "각각 맡은 바에 대하여 보고를 하라!" 현무의 지시와 함께 그의 가까운 곳에 앉아있던 사람들로부터 한명 한명 일어나 보고를 하기 시작했다. "속하 철비한 보고드립니다. 3일전 우리 수하들과 천마방의 졸개들과 사소한 마찰이 있었습니다. 저희 가 관리하는 홍채루에 천마방의 졸개들이 찾아와 술을 마시고 행패를 부린 것을 성질이 급한 몇몇 수하들이 참지 못하고 각각 팔다리를 하나씩 꺽어 버린 것이지요. 이에 천마방의 행동대장이라고 하는 아도진이 십여명의 졸개들을 데리고 쫓아왔지만 제가 나서 적당히 힘을 보여준 후 치료비쪼로 동전몇푼을 주어 별 마찰없이 돌려 보냈습니다. 천마방에서는 우리의 세력이 급속히 확장되는 듯 하자 위기를 느낀 듯 호 시탐탐 우리들을 감시하고는 있으나 차마 직접적인 시비는 걸지 못하고 있 는 것 같습니다." 현무가 고개를 끄덕였다. 최근에 들어 수하들의 일처리가 더욱 원숙해 지는 것 같았기 때문이였다. "잘했다! 아마, 천마방 정도는 앞으로도 함부러 시비를 걸지 못할 것이고, 설혹 도전해 오더라도 별 문제가 없을 것이다. 문제는 묵룡단인데 말이 야....어쩐지 너무 조용한 것 같지 않냐?" 이에 철비한의 표정이 조금 굳어졌다. "저도 그 점이 수상하여 그들의 동태를 엄밀히 감시하고 있는데.... 최근에 그들의 본거지인 광풍각 부근에 못보던 인물들이 자주 목격되고 있습니다. 그들은 모두 흑의을 입고 있는데......행동거지로 보아 만만치 않는 인물들인 것 같습니다. 회주께서 조심하라하여 단지 지켜보고만 있는데 지시만 하신 다면 지금이라도 그들중 한명을 제압하여 정체를 밝혀보고 싶은 생각입니 다" 그러자 현무가 팔을 내 저으며 대답하였다. "아니다....지금과 같이 살펴보기만 하라... 묵룡단에는 분명 최근 무슨 변화 가 있는게 분명해 관내의 행동도 무척 은밀해 졌고.....경비가 훨씬 강화되 어 있으니, 그들에 대해서는 내가 한 번 방문을 해 보고 결론을 내릴테니... 너는 당분간 아무 것도 모르는 체 있어라!" 다른 인물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속하 지형묵 보고드립니다. 만보전장을 인수하는 문제는 별 차질이 없이 진행되고 있으나 지난번에 강호객잔을 인수하는 바람에 조금 자금이 딸립 니다. 제 생각에는 지금 우리가 관리하고 있는 사업장들에게서 받는 상납 금을 조금 올렸으면 하는데.....회주의 지시를 바랍니다" 현무의 시선이 한참 보고를 하고 있는 지형묵을 쫓아갔다. 그는 바로 현무 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백사회를 이끌던 인물로서 현무가 관할 상인들이나 업주들에 대해 지나치게 관대한 것이 아닌가 하는 불만을 갖고 있는 사람 이였다. "임마! 너는 그게 문제야, 그들도 먹고 살아야 할 것 아니야! 그래도 옛날에 비해 우리 백사회가 관 리를 맡으니 좋아 졌다는 이야기는 들어야 할 것 아니냐? 그러니 잔 말 말고 가급적 가격을 깍아봐! 내 부족한 것은 어떻게 해 볼 테니...." 이에 지형묵이 쏙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이미 현무의 운영방식에 진즉 승복했던 그였다. 이번에는 백현수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무공교두를 초빙하는 문제는 잘 되었습니다. 그는 팔쾌장 여천무란 자로 산동지역에서 꽤 알아주는 무인입니다. 어렸을 적 화산파에 속가제자로 입 문하여 매화장법을 익혔고, 화산파와 인연을 끊은 후 매화장법을 사용못하 게 되자 이를 바탕으로 팔쾌장을 창안하였으며 검이나 도 창 등 십팔반 무 예에도 일가견이 있어 금군교두로도 초빙하려 한 사람인데 이번에 제가 설 복할수 있었습니다. 문제는 보수인데 한달에 은백냥을 달라더군요" "아니, 은백냥이라니? 그 놈 미친 놈 아니야?" 백현수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사람들이 일제히 불만을 터뜨렸다. 은백냥이 라 하면 일반 서민들로서는 몇 년을 쓸 수 있는 거금이였기 때문이였다. 하지만 현무는 좌중을 진정시키며 말을 하였다. "그래 미친 놈은 미친 놈 같다만 그래도 어떻하냐? 그래도 그는 꽤 실력이 있는 모양인데.....할 수 없지 필요한 대가는 치루어야지! 비록 은백냥이 많 은 금액이라 하나 우리 애들이 제대로 무공을 익힐 수 있다면 그리 비싼 대가도 아니야! 그러니 현수 너는 신경쓰지 말고 그대로 추진해! 참, 그건 그렇고 무공비급을 입수하는 일은 어떻게 되었나?" 백현수는 현무의 태도에 만족한다는 듯 웃고 있었으나 무공비급 이야기가 나오자 뒷머리를 긁적거리며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말 하였다. "글쎄...그 일에 대해서는 별로 진척이 없습니다. 태극권, 용호권, 복마장 등 평범한 비급들이야 얼마든지 구할 수 있지만 회주님께서 만족할 만한 무공 은 결코 구하기 쉽지 않군요" 이에 현무는 조금 실망스런 표정을 지었으나 곧이어 쌩끗 웃으며 백현수의 어깨를 툭툭치며 괜찮다는 태도를 취했다. "하하, 할 수 없지.....까짓거 그런 것 없더라도 상관없어....." 이러한 말을 하는 현무의 뇌리속으로 순간 자신이 무공을 배우기 위해 천 하를 떠돌던 과거가 떠 올랐다. 14세의 어린 나이로 강호를 떠돌면서 아무 런 배경이 없는 자신으로서 출세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 무공연마임을 깨 달았고 그 후로부터 무수한 문파의 문을 두드려보았지만 결과는 차가운 거절뿐이였던 것이다. 하다못해 거지차림으로 걸식을 하며 개방에도 입문 하여 보았지만 죽도록 심부름만 하고 얻은 무공은 말 그대로 개를 쫓는데 이외에는 전혀 소용이 없는 타구봉법의 기수식, 그것도 단지 흉내정도나 내는데 불과했었으니 새삼스럽게 무림명문들의 높은 벽만을 통감했을 뿐이 였다. 물론 그로서도 기회는 있었다. 유일하게 중원의 모든 청년들에게 차별없이 입문자격을 주던 소림하원에 입문하려다 권장술의 기초를 측정하는관문에서 탈락한 것이 그 첫 번째 기회였으며, 3년전쯤 우연히 한 곱상하게 생긴 소년을 만났고, 마침 그가 실의에 빠져 있던 그에게 '정 무공을 배우고 싶으면 남궁세가로 찾아오라'고 하며 자신의 이름이 남궁수라고까지 밝힌 적이 있었는데..... 우선 상대방이 닭하나 잡을 수 없을 정도로 연약하게 생긴 소년이였고 또 한 무림명문들의 높은 벽에 짙은 절망감에 울분을 느끼고 있던 터라 그 말 을 믿을 수 없어 이를 무시해 버렸던 것 이다. 차후 실제로 무림에 남궁수라는 남궁세가의 후예가 주유하고 있다는 소문 을 듣고 아차 하는 심정이였지만 그 때는 이미 자신이 백사회에 몸담고 있 었기에 결국 포기했던 경험이 있었던 것이다. (만일 내가 그 때 남궁세가에 들어 갔었다면....지금쯤은 그래도 상당한 무 공을 익힐 수 있었을 텐데..... 또 모르지 벌써 강호협객이 되어 있을지 도.....) 현무가 이처럼 과거를 회상하고 있는 사이 이미 회의에 참석했던 수하들은 모두들 나가 버리고 그의 주변에는 백현수만 홀로 남아 있었다. 현무는 자신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 백현수를 보고 어색하게 웃 었다. "허허, 모두들 가 버렸군!" "이미 모든 보고도 끝났고, 또 회주께서 지시할 사항도 모두 마치신 것 같 아 일단 돌려 보냈습니다" "그래 잘했다 잘했어.....이젠 시키지 않아도 잘 하는군!" 백현수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현무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무릇 뜻이 큰 사람은 생각이 많은 법이지요. 난 가끔씩 회주께서 이처럼 백사회라는 군소조직의 두목으로 눌러 앉을 사람이 아니란 생각이 듭니다. 지금은저희들과 함께 있지만 언젠가는 훌훌 떠나고 말 것이라고......" 백현수의 이야기에 정곡을 찔렸음일까? 현무 역시 백현수를 이윽고 바라 보았다. 어찌보면 그는 백사회에서 유일하게 현무와 말이 통하는 친구와 같은 존재였다. 하지만 그는 이내 씁쓸하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후후, 뜻만 크면 무얼하냐? 현실이 따라주지 않는 걸...... 잡을 수 없는 꿈 에 메여 인생을 허비하기 보다는 지금 이 생활도 그런대로 괜찮아! 뜻이 맞는 사람들이 있고,,,, 술과 여인이 있으니..... 어찌보면 대명황제도 나를 부러워할 것이야! 그것보다 너야 말로 백사회와는 어울리지 않아....!" "하하, 그럴지도 모르지요. 하지만 회주가 있는 백사회가 어디 폭력조직입 니까?행동은 거칠지만 외로운 사람들끼리 모여 서로 정을 나누는...... 저는 중원천하에 우리 백사회만큼 의리가 있고 정이 있는 단체가 드믈 것으로 생각합니다. 비록 외부에서는 손가락질을 한다 할 지라도......" 현무가 백현수의 손을 굳게 잡았다. (그렇다! 이 이외에 더 이상 무엇이 필요하다는 말인가?한 때는 야망을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았고, 이 때문에 죽고 싶었던 적도 많았지만......비록 천하를 향해 마음껏 뜻을 펴지는 못하지만 이 것도 사나이로서 그리 나쁜 삶만은 아니지 않겠는가?) 사실 현무는 마치 생각도 없는 사람인 양 거리낌없이 마구 행동하고은 있 었지만 그래도 가슴속에는 생각이 많은 사람이였다. 어찌보면 가슴속에 응어리가 유난히 많아 그저 가벼운 행동으로 이를 덮고 있는 것 같았다. 더욱이 그는 그 누구보다 꿈이 컸고, 뜨거운 피를 지니고 있는사람이였던 것이다. 이러한 현무의 모습을 지켜보던 백현수는 그의 마음을 충분히 짐작한다는 듯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띠우다가 문득 생각난 듯 입을 열었다. "참, 회주 명일(明日)은 우리 백사회가 다시 시작한 지 꼭 1년째 되는 날입 니다.어떻습니까? 연회라도 베풀어 이를 자축하고 수하들의 사기를 돋구어 주심이....?" 이에 현무는 서슴없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참, 벌써 그렇게 되었군... 좋다! 그렇다면 아예 서호루의 기루를 통채로 빌려 잔치를 하지!" "하하, 그러신다면 수하들도 모두들 좋아할 것입니다." 백현수의 입가에 밝은 미소가 떠 올랐다. 번 호 : 8314 게시자 : 윤원중 (re5280 ) 등록일 : 1999-05-02 11:55 제 목 : [연재] 천부외경 3 3. 연회(宴會)의 끝 서호루! 소호의 그림같은 풍경이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거대한 주루겸 객잔으로 항 주의 대표적인 누각(樓閣)중의 하나였다. 특히 이 곳은 주루, 객잔, 기루, 도박장 등이 종합적으로 완비된 곳으로 주 루와 객잔은 풍광이 좋은 소호 호안에 위치하게끔하여 고급손님들을 유치 토록 하고 기루와 도박장은 상대적으로 아늑한 안쪽에 설치하여 강호의 호 걸들이나 한량들이 비교적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였다. 때는 술시무렵! 서호루의 안쪽에 위치한 기루에는 건장한 대한들이 삼삼오오 모여들고, 곱 게 단장한 기녀들이 입구에서부터 이들을 환영하고 있었다. "하하하, 소홍! 정말 오랬만이구나! 그동안 이 오래비가 보고싶어 어떻게 지냈느냐?" "호호호, 어서 오세요! 요즘 백사회가 한참 잘 나간다는데......이곳에는 콧뱅 이도 비치지 않으니....그동안 변하셨나봐!" "허허, 나라 해서 왜 너처럼 어여쁜 계집을 보기 싫겠느냐? 하지만 회주께 서 기루와 도박장 출입을 금지시켰으니.....어쩌겠느냐?" 그들은 바로 백사회의 조직원들이였던 것이다. 백사회 재건 1주년을 맞아 전날 백수현이 현무에게 연회를 건의하였고, 이 에 현무는 비록 자금이 딸리는 상황이였으나 그동안 금욕생활을 강요했던 수하들의 마음도 달래줄 겸 해서 이러한 잔치를 연 것이였다. 잠시후 건 300여명에 이르는 백사회 조직원들이 모두들 자리잡고 있는 가 운데 현무가 기루안으로 들어섰다. 좌중에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사람들이 일제히 일어나 현무에게 예를 표하 였다. "회주를 뵙습니다" 이에 현무는 가볍게 손을 흔들어 그들의 예에 답한 후 부드러운 미소와 함 께 좌중을 쓸어 보았다. "하하, 모두들 안색이 좋은 것 같구만..... 연회에서까지 내 긴 말을 할 생각은 없고, 그저 오늘은 뜻깊은 날이니, 모 두들 마음껏 들고 마음껏 즐기라!" 현무의 간단한 인사말이 있은 후 곧바로 연회가 시작되었다. 백사회로서는 유일한 기념일이니 만큼 장황한 절차나 포상 등이 있을 법도 하건만 형식 을 싫어하는 현무의 성격에 맞추어 곧바로 부어라 마셔라 하는 질퍽한 분 위기로 빠져 들어가기 시작했다. "와아!" "백사회의 끝없는 발전을 위하여!" "회주님의 건강과 용맹정진을 위하여!" 현무가 커다란 술통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 내가 모두들 한잔씩 돌리지!" "하하, 역시 회주답군요! 멍청한 놈들이 회주의 용모만 보고 어떻게 저러한 사람이 백사회의 회주인가 하지만 우리 회주야말로 진정한 호걸이 아니겠 습니까? 잔을 돌리시려거든 우선 저부터 한잔 주시오" 현무가 고개를 돌려보니 그는 바로 철비홍이였다. "그거 좋지! 그런데 그대는 아무리 보아도 작은 술잔으로는 안 되겠어" "하하, 좋습니다. 회주께서 주시는 술인데....설혹 통채로 마시라 해서 제가 거절하겠습니까?" 현무는 조그마한 술잔을 던져 버리고는 커다란 사발을 하나 가져오게하여 그 곳에 술을 가득 따라 철비홍에게 건넸다. 철비홍은 서슴없이 잔을 받아 단숨에 들이켰다. 이를 보고 있던 수하들이 일제히 박수를 치며 그의 호기로움에 호응을 해 주었다. "이제 제 술도 한잔 받으셔야죠!" 술을 다 마신철비홍이 이번에는 현무에게 잔을 권했다. "하하, 얼마든지...." 현무 역시 술을 거절하는 사람이 아니였다. 이렇게하여 현무가 좌중을 한바퀴 돌고 커다란 술통이 서너통이 비워지자 좌중의 분위기는 더욱 소란스럽게 변했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 기루의 입구쪽에서 감미로운 풍악소리가 들리는 듯 하더니 누군가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와! 서호루 루주이다!" 좌중이 일제히 정적을 찾으며 모든 이들의 시선이 입구쪽으로 향했다. 마침 입구쪽에서는 수많은 여인들이 나타나고 있었는데 무엇보다 그들 중 앙에 걸어나오는 녹의궁장여인의 자태는 가히 환상적이라 할 수 있을 정도 로 아름다워 보는 이들로 하여금 저절로 감탄하게 만들고 있었다. 그녀는 바로 당금 서호루의 루주로서 항주일미로 칭송받고 있는 소하란 여 인으로 기녀들과 무희, 악사들을 데리고 주흥을 돋구기 위해 들어오고 있 는 중이였다. 좌중에서 수근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저 여인이 정말 루주야?" "보면 모르겠나? 과연 항주일미란 칭호가 부끄럽지 않지?" "항주일미는 콧대가 높아 웬간한 좌석에는 나오지 않는다 하던데...." "후후, 자네는 들어온 지 얼마 않되어 잘 모르는 구먼....저 유명한 항주일 미가 우리 회주님을 좋아하고 있다는 사실이 공공연한 비밀이란 걸...." "하긴 회주님정도 되면 그 어떠한 여인이라 할 지라도 반할 만도 하지...." 아무리 개인적인 용모나 능력이 뛰어나다 할 지라도 단순한 폭력조직의 두 목에게 이러한 평가는 과분하겠지만 지금 이들에게 현무는 그야말로 우상 적인 존재였던 것이다. 그러는 사이 소하는 데리고 온 기녀들과 무희, 악사들을 곳곳에 적절히 배 치한 후 곧바로 현무의 앞으로 다가서고 있었다. 천성적인 교태일까? 그녀 의 전신에서는 폭발적인 매력이 품어 나오고 있었고, 현무를 향해 쌩긋 웃 는 모습은 은은한 조명아래 그야말로 천상의 선녀가 하강한 듯한 느낌을 주고 있었다. "호호, 오랬만이군요! 무에 그리 바쁘다고 그처럼 얼굴보기 어려우니....." 화사한 미소를 머금고 있었지만 어쩐지 원망하는 듯한 말투.... 이에 현무의 입가에도 조금은 계면쩍으면서도 정겨운 미소가 그려졌다. "하하, 그러고 보니 정말 오랬만이군. 그동안 별 일 없었나?" 소하는 마침 현무의 수하들이 마련해준 현무의 옆자리에 앉으면서 그를 가 볍게 흘겨 보았다. 결코 밉지 않는 눈초리였다. "글쎄요....별 일이야 있겠어요? 단지 보고 싶은 사람이 자주 찾아주지 않아 속상할 뿐......." 기루의 주인으로서 손님에게 이야기할 수 있는 일반적인 표현이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평소 그녀의 성격을 잘 아는 현무로서는 그리 태연할 수만없었다. 아무리 기루까지 갖춘 서호루의 루주였지만 그녀가 술좌석에 얼굴을 보이 는 경우는 거의 드믄 것이였고 설혹 얼굴을 보였다 할 지라도 그저 인사정 도나 할 뿐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무는 자신의 이러한 마음을 내색하지 않은 채 그저 농담으로 그 녀의 말을 받았다. "하하, 루주와 같은 재색을 겸비한 가인이 나를 기다렸다니....사실 믿기지 는 않지만 그래도 기분은 좋군..." 그러나 소하는 여전히 기이한 눈빛으로 현무를 바라보고 있었다. "정말 기분이 좋긴 좋은 건가요?" "그럼 세상에 그 어떤 사내가 기분이 좋지 않겠나?" "후후, 그러면 됬어요. 현공자께서 최소한 소녀를 싫어하지는 않으시니..... 이제 소녀가 한 잔 따라 올리죠!" 소하는 술병을 잡아 현무의 잔에 술을 따랐다. 그녀의 아름다운 눈빛은 여 전히 현무를 향하고 있었으며 미묘한 열기까지 품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의 술을 받는 현무의 마음은 조금 복잡했다. 아름다운 미인의 애정표현! 분명 싫은 것은 아니였으나 동시에 부담이 느껴졌다. 그라해서 왜 여인이 싫겠는가? 더욱이 그는 수하들이 모두 인정하는 것처 럼 주변에 많은 여인들이 따랐고, 또 그의 행동도 그리 거침이 없었다. 하지만 현무는 소하에게만은 그럴 수 없었으니..... 그녀처럼 아름답고 순결한 여인의 애정은 아직 현무로서는 받을만한 준비 가 되어있지 않았던 것이다. 아무 것에도 얽매이지 않는 철저한 자유인을 지향하는 그의 의지, 더욱이 그는 비록 안정되어 가고는 있지만 내일을 기 약할 수 없는 거친 세계에 속해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의 이러한 생각은 더 이상 이어질 수 없었으니.... 갑자기 와! 와! 하는 커다란 함성소리와 함께 기루의 문이 박살나며 화살 을 비롯한 수많은 암기들이 장내를 향해 덥쳐 왔다. "으윽! 이게 웬 변이냐?" "으헉! 모두들 피해라!" 한참 술을 마시며 무희들의 춤을 감상하고 있던 백사회 조직원들은 갑작스 런 상황에 기겁하며 놀라며 분분히 자리에서 일어나며 몸을 피하고 있었지 만 문쪽에 있던 수십명의 조직원들이 비명을 지르며 그대로 쓰러져 버렸 다. 현무가 그대로 몸을 솟구치며 커다랗게 소리를 질렀다. "당황하지 말라! 무기를 뽑고 대형을 갖추라!" 그러나 이미 좌중은 거대한 혼란속으로 빠져들고 있었다. 정문 뿐만아니라 모든 창문까지 뚫고 일제히 날라오는 무수한 암기(暗器)들, 더욱이 이중에 는 화시(火矢)까지 포함되어 있어 장내 곳곳에 불길이 솟아오르고 시커먼 연기가 피어 올라 시야를 가리고 있었다. 따라서 비록 일부 침착한 조직원들이 대열을 정비하려 했지만 기녀들이며 무희들이 비명을 지르며 우왕좌왕하는 터라 오히려 혼란만 부채질하는 꼴 이 되어 버렸다. 이에 현무는 다급하게 주위를 향해 소리쳤다. "비홍! 이규! 어디에 있는가? 길을 열어라! 일단 밖으로 나간다!" 그와 함께 그의 신영(身影)은 그대로 우박처럼 쏟아지는 암기를 뚫고 주루 의 정문을 향해 짓쳐들고 있었다. 그의 전신에서는 복마장, 나한장 등 여러 가지 장법이 일갑자 공력을 바탕 으로 폭풍처럼 쏟아지고 있었으며, 어느새 철비홍, 이규등이 나타나 그의 뒤를 받쳐 주었다. "으아아아아!" 참을 수 없는 분노의 고함을 지르며 마침내 현무의 신형(身形)이 기루 앞 마당에 나타났다. 거대한 분노로 훨훨 타오르는 눈빛, 비록 무수한 장법으 로 암기를 물리쳤지만 이미 그의 팔과 다리 등에는 서너개의 암기들이 꽂 혀 그의 몸을 피로 물들이게 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의 출현과 함께 빗발치던 암기공세는 거짓말처럼 뚝 끊겼다. "회주! 괜찮습니까?" 어느새 그의 뒤를 따라온 흑운 이규가 그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피를 보며 걱정스러운 태도로 물어 보았다. "괜찮다. 이 정도는 아무 것도 아니다! 그것보다 애들은...?" 현무의 시선은 말보다 빠르게 뒤쪽으로 향했다. 여기저기 부상을 입은 수 하들이 기루의 문을 통해 밖으로 나오는 중이였다. "이규! 속히 피해상황을 점검해 보아라!" 이 때 그들의 전방으로부터 차가운 냉소소리가 터져 나왔다. "후후, 한가하군! 피해상황이나 점검하다니......" 현무의 시선이 획 돌아갔다. "누구냐? 쥐새끼같이 숨어 있지만 말고 나서라!" 암중의 목소리가 더욱 차가워 졌다. "흥, 아직도 사태파악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군! 그리 않해도 막 나서려 는 참이다" 갑자기 주위가 밝아지는가 싶더니 그들을 둘러싸고 수십개의 횃불이 나타 났다.그리고 그 햇불아래......드러나는 무수한 인영들... 그들이 지닌 병장기들이 이글거리는 횃불에 비쳐 날카롭게 빛나고 있었다. "으음! 바로 네놈들 이였구나! 묵룡단.....?" 현무의 입에서 침음이 흘러 나왔다. 바로 백사회와 함께 항주 암흑가를 삼분하는 세력 그리고 그 세력중 가장 잔인하고 횡포하다는 묵룡단! 하지만 승산이 없으면 결코 싸움을 걸지 않는 그들이기에 설마 했는데....바 로 그들이 백사회의 연회를 기습했고, 자신들의 서너배에 이르는 인원으로 위협을 가하고 있는 것이였다. 이때 흑운 이규가 현무 곁으로 다가와 머리를 숙였다. "회주! 벌써 백여명 정도가 적에게 당한 것 같습니다" 현무의 시선이 주위를 훌터 보았다. 이규의 보고는 사실이였다. 당초 삼백여명에 이르는 수하들중 지금 자신의 주위에 있는 인원은 기껏 이백여명, 그것도 대부분 부상을 입고 있는 상황 이었다. 현무의 시선이 바로옆에 있는 백현수에게 향했다. 이번 사태에 대한 그의 의견을 묻는 것이였다. 항상 밝은 표정을 유지하고 있던 백현수였지만 오늘 만큼은 무척 무거운 표정이였다. "회주! 아무래도 상황이 불리합니다. 인원수에서도 중과부족이지만 저들이 더욱 문제입니다." 그러면서 백현수는 묵룡단주 옆에서 범상치 않는 기세를 흘리고 있는 수십 명의 흑의복면인들을 가리켰다. 물론 현무 역시 그들을 주시하고 있었다. 움직임들이 예사롭지 않았고, 날 카로운 안광을 품어 내는게 필히 강호계의 인물들인 것 같았기 때문이였 다. "으...음!" 현무의 입에서 자신도 모르게 신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 때 무리중에서 묵혈단주 단혈수가 앞으로 나왔다. "하하, 백사회주! 오랜만이군. 그래 의논들은 끝났나?" 현무는 그의 느물거리는 태도를 보자 새삼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단 혈 수! 이 야비한 놈! 연회를 하고 있는 장소를 기습하는 것도 부족해 외부인들을 끌어 들이다니....!" 그러나 단혈수는 이러한 현무의 분노에 찬 음성에도 전혀 굴하지 않고 지 극히 태연했다. 이미 독안에 든 쥐라 생각하는 듯.... "어허, 야비하다니...? 백사회주 답지 않군! 오직 힘만이 법이요, 정의인 이 세계에서 그런 말을 쓰다니.....여하튼 긴 말이 필요없다. 지금이라도 투항한 다면 살길이 열리겠지만 그렇지 않는다면....흐흐흐! 말을 안해도 짐작하겠 지?" 실로 노골적인 협박이였다. 하지만 그는 현무의 성격을 잘 몰랐다. 누르면 누를수록 튀어 오르는 그의 성격을..... 당초 세불리를 느꼈고, 수하들을 살리는 방법을 고려하고 있었던 현무는 그의 협박하는 듯한 기세에 오히려 얼굴을 굳히고 있었다. "흐흐, 기고만장하군....하지만 나 현무와 백사회는 결코 호락호락 하지 않 는다!" "이미 알고 있지....네 놈의 무위가 뛰어났다는 걸... 하지만 이미 늦었다. 어 디 우리 묵룡단이 승산없는 싸움을 하는 것을 봤더냐?" "하하, 묵룡단의 쥐새끼들이 아니라 저 귀신같은 놈들을 믿고 그러는 것이 겠지?" 현무의 정곡을 찌르는 말에 단혈수는 순간적으로 움찔했다. 하지만 칼자루 는 자신이 쥐고 있다는 자신감에 신색을 회복하며 곧바로 대답했다. "하하, 그러한 것은 어찌되었건 중요하지 않다. 문제는 바로 너희들의 선택 이지.. 삶의 길과 죽음의 길에 대한.... 내 정확히 일각의 시간을 주겠다. 그 안에 결정하라!" (아뿔싸! 내 왜 저들의 수상한 동향을 그리 간과했다는 말인가?) 현무는 내심 깊은 한탄을 하였다. 당초 그들의 동향이 수상타 생각했었으나 이토록 갑자기, 더구나 강호인들 까지 동원해 기습할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못한 것이다. 하지만 후회는 아 무리 빨라도 늦는 법, 이제는 결단만 남아 있었고, 현무는 이미 그 결단을 내려놓고 있었다. 현무는 잠시 주위를 돌아 보았다. 백현수, 철비홍, 이규, 소천리 등 그들은 모두 일전불사의 결의를 다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후후, 못난 상전을 만나 결국 이처럼 막다른 골목에 몰리게 되었네!) 그러나 현무는 이러한 마음 속의 말을 그대로 접어둔 채 수하들 앞으로 나 섰다. 그리고 잠시후 침중한 그의 목소리가 좌중에 울려 퍼졌다. "너희들도 알다시피 상황은 최악이다! 하지만 나 현무와 백사회에 있어 굴복이라는 단어는 없다. 그래서 난 이 시간부로 백사회를 해체하고자 한다" 백사회 조직원들 사이에 웅성거림이 있었다. 그리고 성질이 급한 소천리가 나서려 했다. 하지만 현무는 손을 들어 그들의 행동을 제지한 후 말을 이 어 갔다. "거듭말하거니와 이 시간이후 백사회는 해체된다. 그리고 이제부터 그대들 의 행동은 자유다. 삶을 택하든 죽음을 택하든....아니면 탈출을 택하든...." 현무의 이야기가 끝나자 좌중은 더욱 소란해 졌다. "안됩니다. 회주! 이러기 위해 애써 기반을 확대시켰고, 우리들에게 무공수 련을 강요했습니까?" 소천리가 마침내 울분을 토해 내었고, 대부분의 의견은 현무의 결정에 반 대하는 것이였다. 그러나 현무의 결정은 요지부동이였다. "싸울 사람은 싸우라! 나도 싸우겠다. 하지만 너희들에게 백사회의 일원으 로서 죽음은 강요하지 않겠다. 삶이 필요한 사람은 삶을 택하라! 이미 백 사회는 해체되었으니 그건 배반도 비겁도 아니다. 삶이 필요한 사람은 뒤 쪽으로 물러서고 나와같이 운명을 갖이할 사람만 나를 따르라!" 주춤주춤 이삼십여명의 인원들이 뒤로 물러섰다. 백사회가 아무리 현무를 중심으로 똘똘 뭉쳐있다 하지만 생사의 기로앞에 이탈자는 생기게 마련이였다. 더욱이 그들중에는 처자식이 있고 부양해야 될 늙은 부모가 있는 사람도 많았다. 현무는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그들에게 오히려 따뜻한 눈길을 준 후 단혈수를 향해 뚜벅뚜벅 앞으로 나갔다. "그대도 들었겠지만 난 이미 백사회를 해체시켰다. 저 뒤쪽에 남아 있는 사람들은 투항하여 묵룡단에 가입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싸움을 택했다. 과연 묵룡단의 힘이 얼마나 세며, 너희들이 초빙한 자들의 힘이 얼마나 강 한지 시험해 보겠다." 너무나 당당한 현무의 태도에 단혈수는 주춤거렸다. "그렇다면 기어이 죽음을 택하겠다는 말이냐?" 그 때 단혈수의 옆에 있던 한 흑의복면인이 앞으로 나섰다. "단주! 너무 말이 많은 것 같지 않소? 그저 쓸어버리면 그 뿐인걸.....그리고 투항자는 필요없소. 우린 백사회의 수뇌부를 원하는 거지 저들과 같은 조 무라기 들이 아니요" 그의 말투는 누가 보아도 무례하기 그지 없었다. 그러나 단혈수의 태도는 오히려 그를 향해 비굴한 웃음을 흘리고 있었다. "헤헤, 알았소이다!" 그러면서 그는 곧바로 손을 들어 무언가 신호를 보냈다. 그러자 수백명의 함성소리가 뒤 따랐다. "와! 와! 공격명령이다! 백사회 놈들을 모두 쓸어버리자" 번 호 : 8315 게시자 : 윤원중 (re5280 ) 등록일 : 1999-05-02 11:56 제 목 : [연재] 천부외경 4 흑의복면인들을 제외한 묵룡단의 전 인원이 현무와 백사회를 향해 물밀 듯 이 밀려 들었다. 현무는 일부 인원이라도 살리려던 자신의 최소한의 의도마저 빗나가 버리 자 어이가 없었지만 상황은 너무 급박했다. 이젠 오직 전력을 다해 싸울 수밖에 없었다. "들어라! 오늘 우리는 개만도 못한 묵룡단의 무리들에게 핍박을 받고 있다. 하지만 무릇 살고자 하는 자는 죽을 것이요. 죽고자 하는 자에게는 오히려 살 길이 열릴 것이다. 모두들 최선을 다해 포위망을 뚫어라! 그리고 기필 코 살아남아라!후일 이 원한은 백배 천배 갚을 날이 있으리려니......죽기로 싸우되 결코 죽지는 마라!" 아비규환의 혼전이 벌어졌다. 비록 주위에 수십개의 횃불들이 빛은 내고 있었지만 피아를 구분할 수 없 는 극심한 혼전! 이들은 단지 살아남기 위해 무기를 휘두르고 있었다. 현무는 그 혼란한 와중에도 무공을 모르는 백현수가 걱정이 되어 그를 찾 았다. "현수는 어디에 있는가?" 그의 바로 뒤에서 음성이 들려왔다. "여기 있소이다. 회주!" 현무의 시선이 뒤로 향했다. 그런데 의외로 백현수는 뛰어난 무공을 발휘 하여 적들을 베어 넘기고 있었다. "아니, 그대가 무공을.....?" "후후, 죄송하외다. 허나 일부러 숨긴 것이 아니라...굳이 발휘할 기회가 없 었을 뿐....." 백현수의 무공은 오히려 현무를 능가하고 있었다. 어디서 구했는지 칼하나 를 주어들고 있었으며 칼을 휘두를 때마다 두서명의 적들이 동시에 쓸어지 고 있었다.이에 현무는 안색이 밝아 졌다. 그와 자신이 전력을 다한다면 숫 적 열세정도는 만회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놀랍군! 나보다 뛰어나다니.....?" 그러나 이러한 현무의 마음과는 다르게 백현수의 표정은 다급해 보였다. "회주, 나를 따르시오! 일단 이곳을 벗어나야 합니다" "하하, 그대가 있으니 한 번 해볼만 하지 않겠나? 더욱이 수하들이 죽어가 고 있는데 나만 탈출할 수는 없지!" "물론 회주와 제가 힘을 합한다면 묵룡단의 무리들이야 처리할 수 있을 것 이요.. 하지만 그들을 지원하고 있는 흑의복면인들은 바로 강호무사들이요. 그것도 상당한 실력들을 지닌....." 물론 현무도 이러한 사실을 대강은 짐작하고 있었다. 강호무사들은 결코 단순한 건달패들과는 차원을 달리하는 자들인 것이다. 비록 자신에게 일갑 자라는 놀라운 공력이 있으나 이를 운용할 수 있는 실전법문이 없는 상황 이였고, 백현수가 뛰어난 무위를 보이고 있으나 진정한 강호인들과 상대한 다면 상황은 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현무는 더 더욱 수하들을 버리고 탈출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는 완강히 고개를 저었다. "나는 여기에남겠다. 그러니 너만이라도 탈출하여 훗일을 도모하라!" 그러는 사이 상황은 더욱 다급해 지고 있었다. 백사회 조직원들이 그야말 로 눈부신 투혼을 전개하고는 있었지만 숫적으로 워낙 열세인 관계로 시간 이 갈수록 전세는 기울어 가고 있었는데....이제는 흑의복면인들까지 개입하 기 시작한 것이다. 이에 백현수는 더욱 다급한 표정으로 현무에게 다시 말을 하였다. "회주!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시오! 이대로 죽는 것은 그야말로 개죽음이요. 수하들도 회주가 같이 죽는 것 보다 살아남아 복수해 주기를 원할 것이 요!" 현무는 대답대신에 다시한번 장내의 상황을 살펴보았다. 갖가지 부상에도 불구하고 눈부신 투혼을 발휘하는 수하들! 그러나 이미 흑의복면인들의 개입이 시작되었고, 그들 앞에는 투혼도 악착같음도 아무 런 소용이 없었다. 이제 단 한명도 남지 않고 몰살하는 것은 기정사실, 자신도 모르게 현무의 눈에서는 눈물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시뻘건 혈루 가......... 바로 회주인 그만 믿고 있던 사람들이 아닌가? 이러한 현무의 태도에 백현수는 더 이상 그를 설득할 생각을 버렸다. 결코 꺽일 고집이 아니였던 것이다. (정말 고집불통이군....! 하지만 당신의 이러한 점이 바로 수하들을 하나로 따르게 했고... 나 백현수를 이곳에 잡아 두긴 했지만.....그러나 당신은 이곳을 떠나야만 하오!) 여기까지 생각한 백현수는 더 이상 지체하지 못하고 현무의 혼혈을 집었 다. "으윽!" "우훗!" 갑작스런 백현수의 기습에 현무는 그만 백현수의 품에 쓰러지고 말았지만 그의 혈도를 점하던 백현수는 현무의 몸에서 자연발생적으로 나오는 반탄 력에 손가락이 부러지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는 이를 상관하지 않고 그대로 현무를 들쳐업고 끈을 하나 꺼내 어 현무와 자신의 사이를 단단히 묵었다. 그리고 주위에 다가드는 적을 하나 베어 넘긴후 다급하게 소리쳤다. "비홍, 이규, 형묵은 어디에 있나?" 마침 부근에 있던 철비홍과 이규가 적들을 물리치며 다가왔다. "형묵은?" 철비홍이 침울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는 그만 쓸어지고 말았네..." 그렇게 말하는 철비홍의 전신도 무수한 도상과 함께 피투성이 인 채였다. 순간 백현수의 얼굴에 안타까운 표정이 스치고 지나갔다. (아! 아까운 사람.....!) 그러나 그에게는 시간이 없었다. 그러한 백현수의 마음을 그들이 먼저 알아차렸다. "이제 가려는가?" "그렇네! 내 목숨을 버려서라도 기필코 회주만은 살리고 말겠네!" "그럼 어서 가게! 우리가 어떻하든 최대한 추격을 저지해 보겠네...." "미안하네! 자네들만 남기고....." "하하, 우리들보다 자네가 더 고생할 것 아닌가?저 지독한 놈들이 악착같 이 추격할 것을 생각하면....." 철비홍과 이규의 지시에 따라 백사회 조직원들의 저항이 갑자기 격렬해 졌 다. 팔다리 하나정도 잘리는 것은 아예 상관도 하지 않았고 심장에 칼이 박히는 그 순간에도 악착같이 칼을 휘둘러 댔다. 이에 묵룡단과 흑의복면인들의 공세도 잠시 주춤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간극의 틈을 이용해 철비홍과 이규, 소천리가 셋방면으로 흩어 져 각기 포위망을 뚫고 탈출하기 시작했다. "앗! 저 자들이 탈출한다. 막아라!" 비로소 눈치 챈 묵룡단과 흑의복면인들이 황급히 이들 삼인을 막아섰다. 하지만 갑작스런 변화와 세방면에서 동시에 이루워진 일이라 이들의 대응 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바로 그 때 현무를 들쳐업은 백현수가 허공으로 몸을 날렸다. 그런데 그의 경공은 앞의 3인과 비교할 수가 없었다. 곧장 허공으로 삼사 장을 도약하는 가 싶더니 눈깜짝할 사이 혼전을 벌이고 있는 무리들을 넘 어서는 것이였다. "와! 저 자가 백사회주를 데리고 탈출한다! 막아라!" 다시 무리들 사이에 혼란이 일었고, 비교적 몸이 빠른 흑의복면인 수명이 백현수를 막으려 했지만 이미 그는 간발의 차이로 그들 사이를 스쳐 지나 가 사라wu 가고 있는 중이였다. 그 놀라운 경공술에 묵룡단의 무리들은 감히 추적할 생각도 못한 채 우왕좌왕하고 있었다. 하지만 흑의복면인들은 달랐다. 비록 혼전속에서 순간적으로 백현수를 놓 치고 말았지만 그들은 당황한 가운데에서도 황급히 그를 추적해 오고 있 었다. 쫓고 쫓기는 추적전이 한동안 계속되었다. 그 사이 이미 그들은 항주 관내를 벗어났으며.... 이름모를 수개의 야산을 스쳐 지나갔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그들간의 거리는 차츰 좁혀지고 있었다. 비록 백현수의 경공이 놀라운 것이였지만 이를 추격하는 흑의인들의 실력 도 그에 못지 않는데다 격렬한 싸움에 이어 무거운 현무를 등에 업고 경공 을 전개하고 있는 탓이였다. 어느 순간, 백현수는 추격자들의 움직임을 바로 등뒤에서 느끼게 되었다. 그리고 바로 등 뒤에서 호통소리가 들려왔다. "멈춰라! 실력은 제법이지만...감히 우리의 수중을 벗어나려 하다니...." 백현수는 이크 하는 심정에 발길에 더욱 힘을 주었다. 그 순간, 휘익 하는 바람소리와 함께 등뒤로부터 날카로운 기세가 밀려드 는 것이였다. 더 이상 도주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듯 그들이 암기를 날린 것이였다. "우훗!" 정신없이 앞을 향해 몸을 날리던 백현수도 별수없이 우측으로 몸을 틀며 암기를 피할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자신이 빠르다 해도 암기의 속도에는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였다. 그러나 그 짧은 시각! 이미 그의 주위에는 서너명의 흑의복면인들이 길을 막고 있었다. 백현수의 눈빛이 흐려졌다. 이제 그들을 물리치지 않는한 더 이상 도주는 불가능한 것이다. "너희들은 도대체 누구길래 묵룡단같이 하찮은 조직을 도운단 말인가?" 흑의복면인들은 백현수의 태도에서 일전불사의 의지를 읽은 듯 경공전개를 위해 잠시 접어 두었던 칼을 뽑으며 그의 주위를 에워쌓다. 그들중 한사람이 앞으로 나섰다. 유독 허리에 금빛 띠를 두른 것이 아마 그들중 우두머리로 생각되었다. "그건 우리가 할 말이다. 곤륜파의 고수가 어찌 백사회 같은 조직에 몸을 담고 있다는 말이냐?" 순간 백수현이 움찔했다. 자신이 전개한 운룡표흘신법을 알아 본 것이다. "후훗! 대단하군...내 신법을 알아보다니...그대는 현천보의 인물인가?" 이번에는 흑의인이 움찔했다. 그 역시 자신의 무공을 알아봤던 것이다. 그가 놀라는 것을 보고 백수현은 자신의 짐작이 맞았음을 느꼈다. 하지만 이에 백수현은 더욱 큰 의혹을 느꼈다. 묵룡단을 돕고 있기에 당초 그들이 녹림의 무사들이나 흑도의 무사들로 짐작했었다. 그렇지만 서호루 앞의 격전에서 그들이 전개하는 무공이 이야기 들은바 있던 현천보의 현천 구궁도법과 비슷해 반신반의 했었는데 그것이 사실이라니....... 사실 현천보하면 최근에 두각을 나타내는 일장이보중의 하나로 엄연히 백 도무림계에 속해 있는 곳이지 않는가? "설마 했는데...사실이였군! 허허, 현천보가 그래 항주의 폭력조직간 다툼에 개입하다니....." "닥치거라! 누가 현천보라고 했느냐?" 백현수의 비웃는 듯한 말투에 흑의인은 무척 당황한 모양이였다. 화를 벌 컥 내며 곧바로 그를 향해 칼을 뻗어 왔다. 순간 그의 칼이 수개의 방위로 갈라지며 기이한 도영(刀影)을 품어냈다. "후후, 역시 현천구궁도법이군!" 백현수는 다급히 신법을 전개해 도영을 벗어나면서도 한 마디 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어딜...? 여기도 있다!" 백현수가 피하는 방위에 있던 흑의인이 마치 기다렸다는 듯 칼을 휘둘러 왔다. 이에 백현수도 감히 더 이상 몸을 피할 생각을 하지 못하고 그대로 검을 휘둘러그의 칼을 마주쳐 갔다. 흑의인의 도영이 혼란스럽게 비영하는 것 과는 달리 그의 검은 은은한 검은 기운을 흘려내면서 단선을 그렸다. "쨍!" 하며 두 개의 무기가 부딪쳤다. 그 충격에 흑의인은 주춤주춤 뒤로 물러섰다. 비록 뒤늦게 발출되었지만 분명 백현수가 한 수 위였던 것이다. "으음! 곤륜묵검식이군!" 어느새 다가왔는지 그 우두머리 흑의인이 침음을 흘려내었다. 백현수는 그가 또다시 자신의 검법을 알아보는 것을 보자 눈가에 이채를 띠었으나 이번에는 곧바로 그를 향해 돌아서며 검을 맹렬하게 휘둘렀다. 이번에는 그의 검으로부터 꿈뜰거리는 듯한 검영이 품어 나왔다. 바로 곤 륜파의 대표적인 검식인 운룡십팔식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흑의인들도 분분히 칼을 휘둘러 그에 대항하여 왔다. 검과 도가 일으키는 선풍이 그들 주위의 기류를 거세게 흔들기 시작했다. 확실히 백현수는 뛰어난 무공을 지니고 있었고, 그 무위는 흑의인들보다 앞서는 것이였다. 하지만 그 차이는 겨우 백지장 한 장 정도의 차이에 불 과했다. 특히 그들중 우두머리 흑의복면인의 무공은 결코 백현수의 아래라 고만 할 수 없었고, 그들은 숫적으로도 우세했다. 결국 시간이 흐를수록 백현수는 힘이 딸리는 것을 느꼈다. 이미 팔과 다리 여러군데 도상을 입었고, 등에 업혀있던 현무에게도 도에 격중당한 듯 피 가 흘러 내리고 있었다. (아! 이대로 끝나야 한다는 말인가? 곤륜십팔식중 후삼식이라도 마저 익혔 다면 이들을 물리칠 수 있었을 텐데....) 백현수의 눈에서 절망의 빛이 흘러 나오고 있었다. 사실 그는 곤륜파의 속가제자였던 것이다. 당시 백도무림은 속가제자들에 게 무공의 정수를 알려주지 않는 것이 관례인 관계로 백수현은 그 뛰어난 자질에도 불구하고 곤륜의 성명절학인 곤륜십팔식중 단지 십오식까지만 익 혔던 것이다. 상황은 갈수록 불리해져 갔다. 백현수는 점차적으로 몸이 무거워 지고 신법도 예전처럼 영민하지가 않았 다. 그러나 흑의인들의 공세는 마치 이를 기다리기라도 하듯 더욱 공세를 강화시켰다.어느 순간, 백현수는 등뒤로부터 강렬한 기세를 느꼈다. 필히 그 우두머리 흑의인일 것이다. 하지만 이 때 그는 좌우에서 밀려드는 두 개의 칼을 막아 내고 있었기 때문에 미처 뒤쪽에 까지 방비할 수가 없었 다. 그러나 그의 등에는 자신의 목숨보다 더 소중한 현무가 업혀 있었다. 이에 백현수는 입술을 세게 깨어 물었다. 그리고 우측의 칼을 막음과 동시 에 좌측의 칼은 돌볼 틈도 없이 그대로 몸을 굴려 우측으로 맹렬히 굴렸 다. 다행이 그의 우측에 있던 자의 도는 백현수의 검에 밀려 어쩔 수없이 윗쪽으로 이동하고 있었기에 그 빈공간이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좌측에서 공격해 오던 흑의인의 칼은 굴러가는 백현수의 신형을 집요하게 쫓아왔다. 그리고 "푹!"하며 마침내 백현수의 좌측옆구리 부근에 박혀 버리고 말았다. "으헉!" 백현수의 옆구리에서 분수처럼 피가 품어져 나오고.... 비록 경황중에도 백현수는 몸을 일으켰지만 그 충격으로 비틀거리고 있었 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 우두머리 흑의인의 칼이 백현수의 머리를 향해 내려 오고 있었다. 비틀거리던 백현수는 미처 그걸 알아차리지 못하고 그 칼은 백현수와 현무를 동시에 갈라버릴 기세로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백현수가 이를 알아차렸을 때는 이미 늦었다. "아....!" 백현수의 입에서 절망에 찬 신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 그의 등뒤로부터 강력한 바람이 일어나 도의 진로를 방해했다. 그러나 바람이 아무리 강력하다 할 지라도 얇은 도의 기세를 완전히 누구 러뜨릴 수는 없는 법, 우두머리의 칼은 비록 기세가 줄긴했지만 그대로 백 현수와 현무의 좌측어깨를 가르며 한웅쿰의 살점을 도려내어 버렸다. "윽!" "으윽!" 두마디의 비명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러나 그 순간 백현수는 통증과 함께 등뒤가 허전함을 느꼈다. 그리고 어느 새 그의 좌측에서 주춤거리는 현무를 발견했다. 그 긴박한 순간 마침내 현무가 깨어났던 것이다. 본래 점했던 현무의 혼혈이 우연찮게 백현수가 그와 함께 땅을 구르는 사 이 풀렸고, 현무는 의식을 회복하자말자 바로 머리위에서 짓쳐오는 칼에 반사적으로 일장을 내어 갈긴후 어깨로부터의 부상에도 불구하고 그와 백 현수를 묶고 있던 끈을끈고 그의 좌측에 내려선 것이다. "회주! 깨어 나셨구려!" 반가운 마음에 백현수는 이렇게 외쳤지만 현무의 몰골도 그에 못지 않았 다. 본래부터 입은 상처에 백현수 등에서 일도를 격중당했고, 이제는 좌측어깨 마저 심한 부상을 입은 것이였다. 결국 현무가 깨어남으로 인해 백현수는 상대적으로 몸이 가벼워 졌고, 또 한 비록 초식은 별 거 없으나 공력이 심후한 현무가 가세했으나 그렇다고 상황은 별반 나아질 것이 없었다. 대신 그들의 부상은 더욱 심해졌기 때문이였다. 현무는 그야말로 혼신의 힘을 다했다. 일갑자에 이르는 전 공력을 발휘해 팔방풍우, 선인지로, 복마삼검 등 자신이 알고 있던 모든 검식을 연이어 전 개했고, 그 위력에 흑의인들도 혀를 내두를 지경이였다. 그러나 강호인들이 보기에 이러한 허술한 삼류초식은 군데군데 빈틈 투성 이였다. 결국 시간이 지날수록 백현수 보다는 현무의 부상이 심해졌다. 더욱이 설상가상으로 그들의 뒤쪽으로부터 십여명의 흑의복면인들과 묵룡 단주 단혈수, 그리고 악귀탈을 쓴 회의인이 놀라운 속도로 달려오고 있는 것이 눈에 띄였다. 특히, 그들중 악귀탈을 쓴 회의인은 거의 발이 땅에 닫 지 않을 정도로 놀라운 경공을 보이고 있었다. "아! 이들만도 벅찬데....후발추격대까지...?" 백현수의 입에서 절망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런데 이러한 백현수의 태도와는 다르게 현무의 입에서는 오히려 커다란 광소(狂笑)가 터져 나왔다. "하하하하, 이 놈들! 잘도 오는 구나, 내 이미 여기에 뼈를 묻기로 작정했 거늘... 지옥길에 단 한놈이라도 더 데리고 가주마!" 그러나 그건 현무의 기세일 뿐이였다. 이미 너무나 심한 부상에 몸하나 제 대로 가누지 못하는데...어찌 적들을 죽일 수 있다는 말인가? 이에 우두머리 흑의인도 감탄하는 듯 했다. "허허, 일개 파락호의 두목이 저런 기세가 있단 말인가? 진정 죽이기 아까 운 인물이군....!" 하지만 그가 잠시 주춤한 그 짧은 시간에 장내에는 다시 변화가 생겼다. 그들이 드잡이질을 하던 좌우측의 숲에서 갑자기 청,홍,백의 세줄기 인영이 튀어 나오더니 곧바로 두명의 흑의인들이 쓰러져 버렸고, 그들중 청과 홍 색의 인영은 흑의인들을 가로막는 사이, 백색의 인영은 비틀거리는 현무를 낚아 채고는 그대로 좌측 숲을 향해 몸을 날려 사라져 가는 것이였다. 비통에 가득찬 여인의 목소리만 남긴채...... "청연! 홍연! 너희들의 희생은 내 잊지 않으마!" 너무나 갑작스럽게 벌어진 사건! 이에 흑의복면인들은 물론 백현수도 멍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 바로 그들 등뒤에서 싸늘한 호통소리가 들려왔다. "무엇들 하느냐? 어서 추적하지 않고...." 백현수가 황급히 놀라 뒤를 돌아 보니 바로 그 악귀탈 회의인이 어느새 다 가와 있었다. 우두머리 흑의복면인이 황급히 그에게 달려가 머리를 숙였다. "어서오십시오!" 하지만 그는 우두머리 흑의인의 예를 받지도 않은 채 날카로운 눈빛을 빛 내며 그를 노려 보았다. "에이, 이 쓸모없는 작자 같으니.....그래 저까짓 하오문의 두목하나 제대로 처치 못하여 우리 보의 명예를 실추시킨단 말인가?" "죄송합니다" 흑의인의 머리가 더욱 숙여졌다. "내 너에게딱 한시진의 여유를 더 주겠다. 만일 그 안에 그 자의 목을 내 게 가지고 오지 못한다면 대신 내가 너의 목을 자르겠다" 이에 우두머리 흑의인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리고 황급히 아직 두명의 여인의 방어를 뚫지 못하고 있는 흑의인들을 향해 몸을 날렸다. 청색과 홍색의 경장을 차려입은 두명의 여인! 사실 백현수도 이들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었다. 바로 서호루주인 소하를 따라다니던 청연과 홍연이라는 두명의 시녀들이였 던 것이다. 하지만 백현수는 그녀들에게 이처럼 놀라운 무공이 있을 줄은 꿈에도 짐작하지 못하였다. (으음, 내 서호루주는 어느정도 무공을 지니고 있는 줄 짐작하였지만....그 녀의 시비들까지 이처럼 놀라운 무공을 지니고 있을 줄이야.....!) 그러나 상황은 백현수에게 더 이상 생각을 할 수 없게 하고 있었다. 그리 않해도 흑의인들의 공세에 위태롭던 그녀들의 처지가 우두머리 흑의 인이 가세함으로써 풍전등화의 위기에 처한 것이다. 이에 백현수는 황급히 몸을 날려 흑의복면인들을 향해 검을 전개하며 소리 쳤다. "어서 피하시오! 내 이들을 잠시 막아볼테니....." 그러나 백현수는 자신의 공세가 곧바로 거대한 벽에 가로막힘을 느꼈다. "흐흐, 곤륜파의 애숭이! 여기는 너와 같은 어린애들이 노는 곳이 아니다" 어느새 악귀탈 회의인이 그의 앞에 나타나 간단히 그의 공세를 막아내 버 린 것이다. 바로 그 순간! 아악 하는 날카로운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백현수가 자신의 처지도 잊은 채 돌아보니 바로 청연이 가슴에 칼을 맞고 쓰러지고 있었다. "아!" 백현수의 입에서 어쩔 수 없는 안타까움이 흘러 나왔다. 그리고 곧이어 터진 또 다른 비명소리! 그러나 백현수는 그 비명소리에 고개를 돌릴 수 없었으니 이미 자신의 심 장에 하나의 비수가 박혀버린 것이다. "으흑! 이렇게 빠를 수가....?" 백현수 역시 속절없이 쓰러질 수밖에 없었다. 잠시 시선을 돌린 그 찰라지 간, 악귀탈 회의인은 그 짧은 시간에 백현수의 가슴에 비수를 박아 넣어 버렸다. 실로 예의 흑의인들과는 상대도 되지 않는 놀라운 무위였던 것이다. "쯔쯔, 보잘 것 없는 놈들! 그래 이 정도의 인물들 하나 처치하지 못하 고...." 악귀탈 회의인은 이미 사라져 버린 백색의 인영을 따라 황급히 추적에 임 하고 있는 흑의복면인들을 바라보며 혀를 끌끌 차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사실 백현수 등이 경황중에 너무 쉽게 당해서 그렇지 실제로 지닌 무공은 그리 만만치 않음을 모르고 있었다. 그들을 단지 하오문의 무 리들이라 생각했기에..... 번 호 : 8316 게시자 : 윤원중 (re5280 ) 등록일 : 1999-05-02 11:57 제 목 : [연재] 천부외경 5 안휘성(安徽省)의 황산(黃山)에서 구화산(九華山)으로 이어지는 험한 산길 에 실로 비참한 몰골의 일남일녀가 나타났다. 비록 경공을 전개한다고 하고는 있으나 그들의 움직임은 겨우 범인이 달리 는 정도에 불과했으며 곳곳에 자상을 입어 온 몸이 만신창이가 되어 있었 다. 게다가 그들이 입은 의복은 당초 무슨 색깔이였는지 구분하지 못할 정도로 온통 혈의로 변해 있었다. 남자가 헉헉거리며 입을 열었다. "루주! 지금이라도 이대로 떠나시오! 그들이 노리는 사람은 나 이니...." 여자는 남자의 말에 대답도 하지 않고 그대로 발길만 옮기고 있었다. 남자가 갑자기 발길을 멈추었다. 그리고 조금 더 강한 목소리가 이어졌다. "루주! 어서 떠나라 하지 않았소! 내 그대가 떠나지 않으면 이곳에서 한발 자욱도 움직이지 않을 것이요" 여인의 발길이 멈추어 졌다. 그리고 남자를 향해 돌아섰다. 흩틀어진 머리하며 몰골은 엉망이였지만 여인의 아름다움만은 감출 수 없 었다. 남자를 바라보는 여인의 눈에는 야속함과 원망이 담겨 있었다. 그리고 남자를 향한 음성에는 그보다 더한 아픔이 배여 있었다. "지금 소녀더러 현공자님을 버리고 가라 하였습니까?" 그러나 남자의 표정은 냉랭하기 그지 없었다. "그렇소! 가라 하였소! 이제 모든 것이 귀찮소. 그대의 호의도.....그대의 희생도...." 남자의 냉랭한 표정과 그 보다 더욱 차가운 말투에 여인의 눈동자는 뿌옅 게 흐려졌다. 그리고 이슬같이 투명한 눈물 한방울이 볼을 타고 흘러 내렸 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여인은 무슨 생각을 하였는지 소매를 들어 눈물을 훔 친후 애써 밝은 미소를 띠여 올렸다. 그리고 남자에게 다가와 천천히 절을 올리는 것이였다. 어디선가 급박한 호각소리가 그들의 귓가에 들려왔다. 무릎을 꿇은 채 여인의 입이 열렸다. "공자께서 가라면 가겠어요. 부디 몸조심 하시길......" 여인의 눈에 다시 눈물이 맺혔고, 남자는 그 모습을 차마 보지 못하겠다는 듯 고개를 돌렸다. 잠시후 여인이 좌측 숲을 향하여 몸을 날렸다. 아까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빠른 몸놀림으로...... 그녀의 신영(身影)은 곧 남자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그래....잘 가시오! 그대같이 곱고 아름다운 여인이 왜 나와같이 보잘 것 없는 사람을 위해 희생한다는 말이요?' 조금은 맥이 빠진듯한 중얼거림을 남기고 남자도 산길을 따라 걷기 시작했 다. 아주 느린 걸음으로...... 그런데 갑자기 그의 귓전에 날카로운 휘파람소리가 들려왔다. 필히 여인이 내었을 것으로 생각되는 높은 톤의 소리였다. 그러자 발길을 옮기던 남자의 동작이 일순 정지되면서 그의 얼굴에는 경악 과 당황스러움이 서렸다. 그 휘파람소리가 무엇을 의미한지 금방 알아차린 것이다. '이런...? 어리석은 여인!' 남자는 어쩔줄 몰라하며 휘파람소리가 나는 방향을 향해 급히 발걸음을 옮 겼다. 발길을 옮기는 그의 귓전을 혼란스러운 호각소리가 어지럽히고 있었다. 그들 일남일녀는 바로 현무와 소하였다. 묵룡단과 이들을 후원하는 강호인들에게 갑작스런 기습을 받고 모든 기반 을 잃어버린채 목숨마저 위태로와진 현무, 그리고 극적인 순간, 그를 구출해 달아난 소하, 이들은 항주외곽에서 이곳 구화산의 기슭에 이르기까지 참으로 집요한 추 적에 시달려 왔다. 휴식한번 제대로 할 수 없었으며, 수차례 혈투를 벌인 끝에 결국 만신창이가 된 몸으로 구화산의 기슭까지 도주해 온 것이였다. 당초 방심의 허를 뚫고 현무를 구한 소하는 청연과 홍연의 희생으로 상당 한 시간을 벌 수 있었고, 이 시간은 그들에게 비교적 여유있는 마음을 갖 게 하였다. 그리고 당초 현무를 추적하였던 흑의인들도 무슨 일이 있더라도 그를 추격 살해해야 한다는 악착같은 마음같은 것은 없었다. 그들에게 현무는 그저 하오문 부류의 소두목에 불과했기 때문이였다. 그러나 우연히 악귀탈 회의인이 현무를 추적하던 무리들을 만나는 바람에 상황이 괴이한 방향으로 흘러가게 되어 버렸다. 그는 자신의 수하들이 겨우 조그마한 폭력단 두목하나 제압하지 못하고 있 는 상황에 분개, 결국 그들의 책임자인 흑의복면인을 참하는 사태에 까지 이르게 되었고... 결국 상황은 본의아니게 그의 자존심 문제로 바뀌어 버린 것이다. 이후 악귀탈 회의인은 현무를 추적하는 일에 전력을 기울이게 되고 따라서 현무와 소하는 죽을 고비를 몇번이나 넘은 끝에 그곳에 까지 이르게 되었 던 것이다. 하지만 거기까지가 그들의 한계였다. 특히, 현무는 수많은 부상을 입은데다 치료마저 제대로 못하고 도주와 악 전고투를 병행하다보니 그야말로 만신창이가 되어 버려 그대로 도주하다가 는 자신은 물론이요, 소하까지 살아나기 힘들 것으로 판단하였고, 결국 그 녀를 살리기 위해 냉정한 태도로 그녀를 떠나보내게 되었다. 그런데 정작 소하는 이러한 현무의 마음을 짐작하고 오히려 현무의 안전을 위해 적들을 유인하는 방법을 택했던 것이니.......... 현무는 갑작스런 상황에 놀라고 다급한 심정으로 황급히 휘파람소리를 따 라 몸을 움직였다. 그러나 만일 그에게 일갑자란 높은 수준의 공력이 없었다면 죽어도 몇번은 죽었을 치명적인 상처를 입고, 몸하나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그가 전력을 다해 적들을 유인하고 있는 소하를 어찌 따라갈 수 있으랴? 그의 걸음은 마치 술에 취한 듯 비틀거렸고, 험한 산길에 중심을 잃고 구 르기를 수도없이 반복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 그는 갑자기 자신의 발밑이 허전해 짐을 느꼈다. 자신의 몸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추락하고 귓전을 스치는 날카로운 바 람소리도 들려왔다. 입은 벌렸지만 비명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먼 곳으로부터 아스라히 여인의 비명소리가 들려온 것 같았다. 그리고 마침내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마치 온 몸이 산산히 부서지는 듯한 극심한 충격을 느끼며 그는 그대로 의식을 잃고 말았다. 현무는 물끄러미 전방을 주시하고 있었다. 산하(山河)를 온통 붉게 물들이는 황혼을 배경으로 어쩐지 눈에 익은 커다란 봉우리와 그 밑에 아담하게 자리잡은 조그마한 움막이 있었다. 움막에는 밥짓는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고 열려진 창문을 통해 어린 소년의 글읽는 소리가 들려왔다. 너무나 평화로운 전경! 이를 바라보고 있던 현무의 입가에는 자신도 모르게 부드러운 미소가 새겨 있었다. 갑자기 광경이 돌변했다. 사방에는 온통 화염(火焰) 일색인데..... 그 화염에 싸여 수많은 사람들이 몸부림을 치며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낮익은 얼굴들이였다. 백현수가 있었고, 철비홍. 이규에다 소백도 있었다. 그들의 표정은 하나같이 공포에 질려 있었다. 그들이 갑자기 현무를 향해 달려 들었다. "회주! 회주! 제발 우리를 버리지 마시오. 우리들을 이 죽음보다 더한 고통 에서 구해주시오!" 그들의 몸에 붙은 불이 현무에게 옮겨 붙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뜨겁지는 않았다. 육신이 활활 타오르고 있음에도 전혀 뜨겁지않았다. 다시 광경이 돌변했다. 저 멀리서 아주 흉악하게 생긴 거인들이 한 여인을 포위하고 있었다. 여인은 공포에 질려 이리 저리 도망가려 하였지만 그들은 결코 여인을 놓 아주지 않았다. 여인은 아름다웠다. 아니, 그렇게 생각이 되었다. 여인은 울부짖고 있었다. 아니, 그렇게 생각이 되었다. 현무는 그녀를 구해주기 위해 다가갔다. 하지만 그것은 마음뿐이였다. 그녀를 향해 다가서고 있는데 거리는 전혀 좁혀지지 않았다. 광경은 또다시 변했다. 아니, 단순히 변하는 정도가 아니라 주마등 처럼 현무의 눈앞에 수없이 명 멸되었다. 환한 미소를 띠고 있는 사람들 가운데 한 갓난아이가 울고 있었고, 초라하게 생긴 봉분앞에 한 소년이 역시 울고 있었다. 어린 거지 하나가 나뭇가지 같은 것을 들고 이상한 자세도 취하고 있었고. 바로 그 소년이 커다란 장정들을 마구 때려 눕히고 있었다. 아까 봤던 낮익은 얼굴들이 다시 나타났다. 그런데 이번에는 물속에 빠져 허우적 거리고 있었다. 백현수가.... 철비홍이.... 소백이.... 갑자기 그의 얼굴앞에 나타나 울부짖는가 하면..... 소하가 흉악한 거인들에게 무참하게 능욕당하고 있었다. 갑자기 거인들이 현무를 향해 몰려왔다. 흉신악살과 같은 모습으로 현무의 온 몸을 난자질했다. 거인들의 모습이 갑자기 낮익은 얼굴들로 바뀌었다. 소하도 있었고, 철비홍도 있었고, 소천리, 소백도 있었다. 그러나 그들 역시 흉악한 표정으로 현무의 몸에 마구 칼질을 했다. 순간 이제껏 느끼지 못했던 극심한 통증이 몰려들었다. 가히 인간으로서는 참지 못할 극한의 통증이였다. "아아아악!" 현무의 입에서는 자신도 놀랄만큼 커다란 비명소리가 터져 나왔다. 번 호 : 8317 게시자 : 윤원중 (re5280 ) 등록일 : 1999-05-02 11:57 제 목 : [연재] 천부외경 6 "으헉!" 자신의 비명소리에 놀란 현무는 감고 있던 눈을 번쩍 떴다. 그 순간 광경이 완전히 바꾸어 져 있었다. 잔인한 미소를 띠우고 자신을 향해 칼질을 하던 사람들이 하나도 눈에 띠 지 않았다. 대신 아늑하게 꾸며진 실내가 그의 눈에 들어 왔다. '으음, 여기가 도대체 어디지?' 현무는 갑자기 돌변한 주위의 상황에 잠시 어리 둥절하였다. 그러나 차츰 정신이 돌아오며 현실을 깨닫기 시작하였다. '참, 그렇군. 난, 소하를 향해 정신없이 가다가 그만 낭떨어지에 떨어지고 말았지.......그건 그렇고 여긴 도대체 어딜까? 내가 죽어 저승엘 왔나?' 하지만 보이는 광경은 자신이 알고 있던 저승과는 너무나 달랐다. 현무는 조심스럽게 고개를 돌려 자신의 몸을 살펴보았다. 온 몸이 하얀 천으로 감싸여 있었다. 조심스럽게 몸을 움직여 봤다. 그 순간 아까 느꼈던 극심한 통증이 다시 밀려 들었다. "으윽!" 통증에 얼굴을 잔뜩 찌뿌리면서 현무는 비로소 자신이 살아있음을 느꼈다. 어찌된 영문인지 알 수는 없지만 누군가 자신을 구해 주었다는 사실을 짐 작할 수 있었다. 그 때 문득 방문이 열리고 한 십대후반쯤 되어 보이는 빨간색의 시녀복장 을 한 한 소녀가 들어섰다. 그녀의 손에는 하얀 천이 하나 들려 있었고, 무언가 기분 좋은 일이 있는 듯 콧노래를 흥얼거리고 있었는데 문득 현무가 깨어난 것을 보자 화들짝 놀라며 얼굴을 살짝 붉혔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그녀는 무척 반갑다는 표정으로 빵끗 웃으며 현무에게 다가왔다. "어머, 공자님. 깨어 나셨군요. 그래 좀 어떠세요?" 현무는 그녀를 보고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나려 하였으나 순간 가슴으로부 터 강 한 통증을 느끼며 가벼운 신음과 함께 그대로 쓰러져 버렸다. 이것을 보고 소녀는 급히 다가와 현무를 부축하였다. "아직 몸을 움직이시면 안되어요" 현무는 예쁘장한 소녀의 부드러운 손길에 잠시 얼굴을 붉혔으나 이내 정색 을 하 고 소녀를 향해 입을 열었다. "소저가 나를 구해 주셨소?" 그러나 그 소녀는 고개를 살래살래 흔들었다. "아니예요. 소녀는 그저 간호만 하였을 뿐 공자님을구한 분은 저희 아가 씨예요" 내심 그녀가 시녀의 복장을 하여 그러리가 생각하였지만 그녀의 얼굴에서 결코 속된 기가 느껴지지 않아 그렇게 이야기 했던 현무인지라 그녀의 대답에 별로 놀라지 않고 입가에 미소를 띄운 채 말을 이었다. "그렇군요. 하지만 어찌되었건 낭자의 간호에 우선 감사드리오. 그런데 여 기는 도대체 어디요? 그리고 내가 얼마동안이나 혼절하였소. 그리고...." "호호호, 물론 궁금하신 것이 많겠지만 한가지씩 물으세요" "참, 그렇군. 그럼 여기가 도대체 어디며, 또 나를 구해준 분은 어떤 분이 요" "참! 한가지씩만 이라 했는데 또 두가지를 물으신다. 하지만 소녀가 아는 데까지 는 대답을 해 드리지요. 먼저 소녀의 이름은 아난이라 하오며, 여기는 장강 삼협 중 서능협의 남진관(南津關)에서 멀지 않은 유씨세가의 별원이예요. 물론 공자님 을 구하신 분은 저희 아가씨고요" 이에 현무는 어리둥절 했다. 분명 자신이 의식을 잃은 곳은 구화산(九華山) 기슭이였는데 난데없이 서능협 남진관이라니..... 더구나 유씨세가라 함은 도대체 어디를 지칭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유씨세가라 함은?" 아난은 현무의 어리둥절한 표정이 우수운지 소매로 입가를 가리며 웃으면 서도 말을 계속하였다. "후훗, 천하에 유씨성을 사용하는 사람이 무척이나 많고 또 이들중 훌륭한 가문 도 많이 있지요. 하지만 당금 중원에서 유씨세가라고 공공연히 불리울 수 있는 곳은 오직 한곳 뿐이지요" "아니, 그렇다면..?" 현무는 너무나 놀라 눈을 동그랗게 뜬 채 자신도 모르게 커다란 소리로 반 문을 하였다. 아난은 현무의 짐작이 맞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맞아요! 바로 신주제일(神州第一) 유씨세가 예요" 문득 현무는 자신이 강호를 떠돌아 다닐 때 들었던 이야기를 떠 올렸다. (중원대륙에 최고가문은 바로 신주제일 유씨세가이다. 유씨세가주 유천학 은 대명개국공신이요. 홍무제의 부마도위일 뿐만아니라 10여년간 승상역임 을 통해 대명조의 토대를 닦은 사람이다. 그에 대해서는 당금 황제도 양보 한다고 알려져 있으며 그가 세운 현천학림의 제자들이 당금 대명조정을 이 끌어 가고 있다고 단언할 수 있다) 고아이며 근원마저 알 수 없는 현무로서는 감히 상상해 볼 수도 없는 최고 명문 유씨세가! 현무는 자신이 이러한 사람들에게 구원을 받았다는 사실에 실소가 터져 나왔다. "허허, 유씨세가란 말이지..?" 하지만 아난은 이러한 현무의 마음을 아는 지 모르는 지 말을 계속했다. "사실 공자님은 무척이나 운이 좋았어요! 당초 그 한적한 산길, 풀 속에서 혼절해 있던 공자님께서 저에게 발견됬다 는 사실, 그리고 단지 시체일 것으로 간주하려던 순간 우연히 신음소리를 흘렸던 것등이 모두 기적과 같은 우연이라고 할 수밖에.......... 게다가 산길 곳곳에 강호인들이 검문을 하고 있었는데 그들이 감히 유씨세 가의 마차를 검문할 수 있겠어요? 물론 아가씨의 추측처럼 그들이 공자님을 찾고 있었다면요..." 아난의 이야기가 사실이라면 정말 우연이 몇번씩이나 겹치는 공교로운 일 이 아닐 수 없었다. "정말 그렇구려! 그런데 어떻게 저를 발견할 수 있었지요? 그 한적한 산길 에서...?" 이러한 현무의 의문은 지극히 당연했다. 어딘가 갈 길을 재촉하던 마차가 엉뚱한 산길에서 그것도 풀속에 은폐되어 있던 그를 발견할 수가 있었겠는 가? 하지만 아난은 이러한 현무의 질문에 얼굴을 빨갛게 붉히며 말을 흐렸다. "그...그저 그런 일이 있었어요" 사실 그녀는 갑자기 소피가 급해 마차를 세우고 으쓱한 곳을 찾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니 처녀가 어찌 그러한 일을 말할 수 있었겠는가? "여하튼 그러한 일로 아가씨께서는 공자님께서 우리와 인연이 닿는 것같 다며 구해 주시게 되었어요. 그리고 당시 공자님께서는 상처가 무척이나 심해 가까운 마을에서 응급처치를 받았으나 금방 치료될 상처도 아니고 또 한 저희들도 일정이 있는지라 부득불 여기까지 모시고 오게 된 것이예요" 이제까지 아난의 이야기에서 현무의 의문은 상당부분 풀리게 되었다. 그러나 막상 의문이 풀리자 현무는 기쁘기 보다는 허탈한 감정이였다. 다시금 과거의 일이 생각났기 때문이였다. 정작 자신이 지켜주었어야 할 사람들은 모두들 희생당했는데....자신만이 이 와같은 기막힌 곡절 끝에 살아 남다니..... 자연 현무의 표정은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어두워 졌고, 그의 눈빛에서는 참담한 고통의 빛이 새어 나왔다. 이러한 현무의 모습을 보고 있던 아난이 다 안스러울 지경이였다. (아, 사연이 있을 것으로 생각되었지만.....이 분의 고통이 상상외로 깊구 나!) 하지만 그녀가 도대체 무슨 말을 할 수 있을 것인가? 한참동안 그를 지켜보다 그저 묵묵히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현무는 아난이 사라진 것도 모른채 복잡하고 고통스런 상념에 젖어 있었 다, 어렸을 적 유일한 의지처였던 의부 상천군이 죽고나서 뿌리도 없이 중원천지를 떠돌던 그가 마침내 마음에 드는 사람들도 만나고 정착해 보고 싶게 하였던 유일한 근거지가 송두리채 부서져 버리고 말았으 니 그가 느끼는 고통은 더욱 심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백수현, 철비홍, 이규, 소천리, 소백 등 정겨운 얼굴들이 하나 둘씩 그의 뇌 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그들은 비록 남들이 경멸하는 백사회의 조직원들이 였으나 모두들 뜨거운 정과 인간성 들을 지니고 있었다. 그리고 그에대한 믿음과 의리가 있었다. 그러한 그들이 이제는 모두들 죽고 말았으니..... 비록 상황은 그에게는 불가항력이였지만 어찌보면 모두들 자신이 능력이 없는 탓이였고, 그들이 자신과 같이 무능력한 자를 믿고 의지했던 탓이 아 닌가? 이번에는 소하의 아름답던 얼굴이 떠 올랐다. 비록 서하루라는 기루의 주인이였지만 그 어떤 여인보다 순결한 여인, 그러했기 때문에 선뜻 그녀의 순정을 받아들이지 못했었는데..... 그녀도 필히 자신으로 인해 죽고 말았으리라.....! (아~아~ 이들의 원한과 이들의 억울함을 어찌한단 말인가...?) 현무의 눈에서는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결코 쉽게 흘려서는 안될 사나이의 눈물! 하지만 현무의 두눈에서는 쉬임없이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이 때 똑! 똑! 하는 문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아난이 두손에 김이 모락모락 나는 그릇하나를 받혀든채 조심스럽게 들어왔다. 그녀는 비통한 표정으로 눈물을 흘리고 있는 현무를 보자 흠칫했지만 애써 밝은 표정으로 말을 하였다. "다 큰 어른이 철부지 처럼 눈물을 흘리시다니.... 어서 이거나 드시고 기운을 차리세요" 비록 단순한 말한마디였지만 그녀의 말에는 따뜻한 정이 스며 있었다. 흔 치않는 인연으로 인해 그를 구하게 되어 더욱 마음이 쏠리는 것 같았다. 이에 현무는 슬쩍 눈물을 닦고 애써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그 표정은 우는 것도 웃는 것도 아닌 기괴한 모습이였다. 아난이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킥! 울다가 웃으면 뿔이 난대요!" 아난의 밝은 웃음은 현무에게도 전달되어 그의 어두움을 많이 가시게 했 다. "후후, 그런 말도 있었소?" 그러자 이번에는 아난이 얼굴을 붉혔다. 사실 현무와는 아직 농담을 할 정도로 가까워진 것이 아니였던 것이다. "어마! 죄송해요. 제가 너무 버릇이 없었죠?" "하하, 괜찮소! 난 오히려 소저께서 서스름없이 대해주어 고맙게 생각하오! 참, 그것은 무엇이요?" 아난이 잊고 있었다는 듯 손에 들고 있던 그릇을 현무에게 내밀었다. "연자탕이예요. 아직 기력이 많이 부족하실테니...." "고맙소! 참, 그리고 내가 도대체 얼마동안이나 혼절해 있었던 것이요?" "미처 그 말씀은 드리지 않았군요. 공자님은 자그마치 이십일만에 깨어나 신 거예요!" 잠시 꿈을 꾼 것 같은데 20여일이나 흘렀다는 말에 현무는 무척 놀랐다. "어허, 그렇게 오랫동안....? 그동안 소저가 고생을 많이 하셨겠구려!" "뭘요? 오히려 제가 도움을 줄 수 있었던 것에 기뻐요. 아무튼 앞으로도 한동안 더 치료해야할 테니...아무런 걱정말고 푹 쉬세요!" 아난의 말처럼 현무가 입은 상처는 너무나 깊었기에 그가 어느정도 거동을할 수 있을 정도로 몸이 회복된 것은 그로부터 또다 시 열흘정도가 걸렸다. 그동안 아난은 마치 친동생이라도 된 듯 성심으로 현무를 보살폈고, 이에 현무도 그녀의 정성에 감동하여 차츰 마음의 문을 열어갔다. 특히, 현무는 그녀의 밝고 쾌활한 성격으로 인해 마음속에 떠나지 않는 아 품을 상당부분 줄일 수가 있었다. "물론 희생되신 분들은 안타깝지만 그분들도 공자님께서 그처럼 실의에 빠 져 있는 것을 원하지 않을 거예요. 그러면 그럴수록 어서 빨리 건강을 되찾고, 힘을 길러 그분들의 한을 풀어 주는 것이 옳지 않겠어요?" "허허, 네가 나보다 낫구나! 네 말이 백번 옳고, 나도 그러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그동안 그녀와 많은 이야기들을 나누었던 현무의 말투는 자연스럽게 내림 으로 변해 있었고 아난은 오히려 이를 기쁘게 받아들이고 있었던 것이다. "참, 그것보다 너의 아가씨는 언제쯤 돌아오지? 아직까지 인사도 못 드렸는데....." "호호, 그리 않해도 제가 잠시후 안내해 드리려고 했어요. 마침 아가씨께서 는 어젯밤에 돌아 오셨거든요" "아, 그렇다면 잘 되었구나! 그동안 영 찝찝했는데....!" 그를 안내하면서 아난은 아직은 절뚝거리는 모습에 그를 부축하려 하였다. 그러나 현무는 씽긋웃으며 손을 저었다. "괜찮다. 조금 힘들더라도 스스로 움직여야 하루라도 빨리 회복하지!" 자신의 마음이 저지당해서 인지 아난은 머쓱해 하다가 입을 삐쭉거렸다. "피! 공자님은 저와 헤어지는 것이 좋으신가봐!" "하하, 내 어찌 그러고 싶겠나? 이제 아난 너는 아마 이 세상에서 나와 가 장 친한 사람일텐데....." 현무의 그 말은 결코 과장된 것이 아니였다. 사실 그는 고아이며 떠돌이였 던 관계로 유일하게 정을 붙였던 사람들이라면 오직 백사회와 관련된 인물 들 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러니 그들이 모두들 살겁을 당한 지금에 와서는 그야말로 하늘아래 친인이 하나도 없다고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아난은 현무의 말을 믿을 수 없었다. "치, 그런 말을 누가 믿어요? 하지만 빈말이래도 기분은 좋군요." 현무는 이렇듯 아난과 기분좋은 대화를 하며 그녀의 안내에 따라 별원 북 쪽에 위치해 있는 인공가산(假山)에 올랐다. 가산위에는 아담하게 꾸며진 하나의 정자가 세워져 있었는데 서능협의 기암괴석과 호호탕탕 흐르는 물줄기를 배경으로 그림과 같은 정 취를 자아내고 있었다. 아난이 뽐내는 듯한 표정으로 말을 하였다. "어때요? 이곳의 정취가?" 현무는 이러한 아난의 모습이 마치 순진무구한 철부지 아이같아 실소를 금 치 못했다. 하지만 서능협의 절경을 배경으로 서 있는 정자의 모습에는 그도 감탄할 수 밖에 없었으니 자신이 그토록 감탄한 바 있던 항주의 서호의 절경과는 또 다른 정취를 뿜어내고 있는 것이다. 문득 그의 시선에 한 여인이 들어왔다. 그녀는 거센 물결을 일으키며 거칠게 돌아드는 서능협의 물결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대개 빼어난 절경 앞에 서면 인간은 초라해 보기 마련이다. 하지만 지금 현무 앞에 서 있는 여인은 그러기는 커녕 오히려 그림의 주인 공이 되고 있었다. 마치 불어오는 바람에 라도 날려가 버릴 듯 갸날프지만 적절히 균형잡힌 몸매,그리고 그 절묘한 곡선을 따라 물결치듯 휘날리는 순백의 궁장, 더욱이 무언가 상념에 잠긴 조각같은 옆 모습은 가히 인간이 아닌 천상선녀(天上仙女)를 연상시키고 있었다. 운상의상 화상용 (雲想衣裳 花想容) 추풍불의 노화농 (秋風拂衣 露華濃) 하늘하늘 그대의 자태 용모는 활짝 핀 모란일세 순백의 궁장을 스치는 가을바람에 이슬을 함빡 머금은 아름다운 여인이여..... 번 호 : 8318 게시자 : 윤원중 (re5280 ) 등록일 : 1999-05-02 11:58 제 목 : [연재] 천부외경 7 이미 정자안으로 현무가 들어선 것도 모른 채 그녀는 여전히 서능협만 내 려다 보고 있었다. 기다리다 못해 아난이 조심스럽게 말을 하였다. "아가씨, 현공자님을 모셔 왔어요!" "아! 그래?" 비로소 그녀가 현무를 향해 몸을 돌렸다. 순간 현무는 갑자기 주위가 환해 지는 느낌와 함께 아찔한 충격을 받을 수 밖에 없었다. 옆 모습을 볼 때와는 또 다른 아름다움! 하지만 그 아름다움은 결코 인간세상의 것이 아니였으니...... 가히 침어낙안(侵魚落雁), 폐월수화(閉月羞花)의 미태라 할 수 있었다. 현무의 눈이 마치 꿈을 꾸듯 몽롱해 졌다. 우연히 아난을 통해 그녀의 미모가 뛰어나다는 이야기를 들은 바 있었지 만, 그렇다고 그녀가 이토록 아름다운 여인일 줄은 상상도 못했던 것이다. 여인은 이러한 현무의 시선에 당혹감을 느낀 듯 잠시 얼굴을 붉히는 듯 했 다. 그러나 그녀는 이미 이러한 시선에 익숙한 듯 그를 향해 쌩끗 웃으며 인사 를 하였다. "현공자이시죠? 빠른 쾌차를 축하해요. 소녀는 유선이라고 합니다" 비로소 현무는 정신을 차렸다. 그리고 자신의 태도가 예의에 어긋난 것을 깨닫고 계면쩍은 표정을 지으며 마주 고개를 숙였다. "그만 초면에 추태를 보이고 말았구려! 유소저의 구명지은(救命之恩)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어려운 상황에 처한 사람을 보고 도우는 것은 당연한 일 아니겠어요? 마 음에 두지 마세요" 그녀의 음성은 그윽하니 무척 감미로왔고 또 무척 밝은 것이라서 듣는 순 간 현 무의 가슴이 다 시원해 지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녀의 몸짓과 태도는 최상류 계급의 여인답지 않게 지극히 친절하 고 온화하였으며 또 성격이 쾌활하고 거침이 없어 현무를 무척 편안하게 해 주었다. 대개 미인은 많았지만 유선처럼 첫대면에 상대방을 이처럼 유쾌하게 하는 여인은 드물었다. 이는 단지 천성적인 외모만으로 이루어 지는 것은 아니 고 밝고 아름다운 심성, 그리고 오랜 세월 형성된 지성 등이 겸비되어야 하기 때문이였다. 따라서 현무는 오랫동안 그의 마음을 무겁게 하던 모든 것들에게서 벗어나 지극히 유쾌한 마음으로 그녀와 담소를 나누게 되었다. "참, 현공자께서는 어쩌다 그처럼 어려운 상황에 빠지시게 되었는지....." 문득 유선이 궁금한 표정으로 현무에게 물어왔다. 이에 현무는 잠시 망설였다. 그녀처럼 아름답고 고결한 여인이 혹씨 자신에 대해 실망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였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자신의 생명을 구해준 은인에게 거짓말을 꾸며댈 수도 없었고, 더욱이 그녀라면 최소한 신세내력과 같은 부수적인 조건으로 인해 사람을 판단하지 않을 거라는묘한 믿음이 생겨나 마침내 자신이 살아왔던 과정에 대하여 간략하게 이야기를 해 주었다. 무슨 연유에선지 알 수 없었지만 복우산중에 버려졌던 자신, 그리고 세상사에 환멸을 느껴 깊은 산중에 은거하기 위해 복우산을 찾던 상천군에 의해 보살핌을 받고 학문과 내공을 익히게 되었던 어린 시절, 14세의 어린 나이에 상천군이 죽으면서 사실상 고아가 되었고 그의 유언에 따라 복우산의 오두막에서 학문 등을 익히면서 살았던 2년간의 생활, 그러다가 결국 고독과 끓어 오르던 젊은 피를 참지 못해 세상에 나오고...... 무공을 배우기 위해 떠돌던 생활, 마침내 항주에 이르러 우연한 시비를 계기로 백사회와 인연이 닿았고, 지금에 이르기 까지..... 거의 모든 사실은 그대로 유선에게 말 해 주었다. "아! 그랬었군요?" 유선의 현무의 기대대로 그의 모든 것에 대해 알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를 경멸하거나 가볍게 보는 듯한 태도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대신 자신과는 전혀 다른..... 너무나 가슴아프고, 외로운 상황을 보냈던 현무의 지난 일에 대해 같이 아 파해 주는 따뜻함으로 오히려 현무의 마음을 송두리채 빨아들이고 있었다. "참, 공자께서는 다시 무공을 배워볼 의향이 없으세요? 힘이 있어야 복수 할 수도 있고 이번 일과 같이 억울한 일은 당하지 않으실 텐데......" 현무는 이러한 유선의 이야기에 가볍게 한숨을 쉬며 대답했다. "생각이야 간절하지만....글쎄 강호의 문파들은 나와같은 사람이 필요하지 않는 모양이요!" 그러나 유선은 자신있는 표정이였다. "그건 그들이 보는 눈이 없는 탓입니다. 다행이 소녀에게는 무림의 몇몇분 들과 조금 교분이 있는 편이니 만일 괜찮으시다면 제가 한 번 공자께서 들 어가실 만한 문파를 물색해 볼까 합니다." 현무는 유선의 이러한 제안에 솔깃하면서도 미안한 마음이 강해 더 이상 아무 말도 못했다. 생면부지의 처지에서 목숨을 구원받은 것만 해도 어딘데....한달가까이 신세 도 지고, 이번에는 또 무림입문을 위해 주선하겠다니...... 그저 유선에 대한 이러한 고마움을 마음속에만 담아놓고 있을 수밖에..... 그 후로도 그들은 상당히 많은 이야기들을 하였다. 가끔씩 무산삼협(巫山三狹)의 절경에 대해서 이야기도 하고 고래(古來)의 시문이나 역사에 대한 이야기도 하고....... 세상을 보는 견해에 대해서도 많은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대화를 나누면 나눌수록 현무는 유선의 그윽한 인품과 순수하고 쾌활한 그 녀만의 향기에 흠뿍 취해갔고, 또한 유선은 유선대로 그처럼 불우한 환경속에서도 굳굳이 살아온 현무의 강인한 의지와 시문(詩文) 등에 해박한 식견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그리고 마침내 밤이 되어 아쉬운 만남의 시간은 끝이 났다. 이윽고 유선과 아쉬운 작별을 하고 다시 숙소에 돌아온 현무는 조금 피곤 한 듯 하여 곧바로 잠자리에 들었으나 어찌된 일인지 밤이 이슥토록 잠을 이룰 수 없었다. 혼자있는 시간이 되면 어김없이 떠오르는 낮익은 얼굴들! 다행이 그들은 더 이상 현무를 향해 원망하는 표정을 짓지 않았다. 단지 슬픔이 가득찬 그들의 눈빛들이 현무의 가슴을 안타깝게 하고 있을뿐...... 게다가 오늘 밤에는 유선의 아름답고 기품있는 얼굴도 현무의 잠을 방해하고 있었다. 모든 것을 다 잃고난 후 갑자기 자신앞에 나타난 여인! 그 여인은 나타나자 마자 현무의 마음을 송두리채 앗아가 버렸지만 그가 도달하기엔 너무나 높은 곳에 자리잡고 있었던 것이다. 이처럼 여러 가지 상념에 싸여 잠을 못 이룬 현무는 새벽녘이 되어서야 겨우 잠에 들 수 있었다. 현무가 다음날 눈을 뜬 것은 이미 해가 중천에 떠있는 사시(巳時)무렵이였 다. 비록 늦게 잠에 들었지만 오랜만에 비교적 평온한 잠을 잔 탓인지 그의 몸 상태는 하루전 보다는 훨씬 좋아진 것 같았다. (아마, 이 정도면 머지 않아 이 곳을 떠날 수 있겠군) 이러한 생각을 하며 현무는 상쾌한 기분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미 아난은 아침식사를 준비해 놓고 그가 나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허허, 이거 내가 너무 늦잠을 잤나보군!" "어서오세요! 어제 저희 아가씨와의 만남은 즐거웠나요?" 아난은 그것이 가장 궁금했던 모양이다. "아가씨께서는 아무 말씀 안하시더냐?" "치, 아가씨는 제가 말을 걸 시간도 없이 갑자기 또 떠나셨어요!" 이에 현무는 깜짝 놀라며 반문했다. "아니, 그게 정말이냐? 분명 어제는 한동안 이곳에 머무르겠다고 하셨는데.....?" "본래는 그러할 계획이였는데...어제 밤 본가에서 급히 좀 들어오라는 전갈 이 있었어요" "아! 그랬구나" 현무의 표정에는 실망스러운 기색이 그대로 드러났다. "많이 섭섭하신 모양이죠?" 현무의 마음을 익히 짐작하겠다는 듯한 어투였다. 현무는 짐짓 헛웃음을 보이면서 태연히 식탁에 앉았다. "허허, 은인께서 너무 급하게 떠났다니 하는 말이지...." 이러한 현무를 아난은 한동안 기이한 표정으로 바라 보았지만 더 이상 아 무 말도 하지 않고 그의 식사를 준비해 주었다. (쳇! 아쉽기는 아쉽군!) 식사를 하면서도 현무의 뇌리에는 유선의 아름다운 모습이 쉬이 떠나지 않 았다. 마침내 현무가 식사를 마치자 아난은 차와 함께 봉서 한 통을 내어 놓았다. "이것이 무엇이냐?" 현무가 아난을 올려다 보았다. "아가씨께서 떠나시면서 공자님께 드리라고 한 서신이예요" "아, 그래?" 현무는 마치 누가 주어갈까 염려되기라도 하듯 얼른 봉서를 집어 개봉을 하였다. 이러한 광경을 지켜보던 아난이 슬쩍 자리를 비켜 주었다. [쾌차하신 것을 보고 떠나려 하였으나, 갑자기 급한 일이 생겨 미처 인사 도 못 드리고 떠나가게 되었습니다. 극히 짧은 만남이였지만 현공자님과의 만남이 저에게는 무척이나 즐거웠던 시간으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 너무 많은 고초를 겪으시고 너무나 많은 것을 잃어 버려 상심이 크시겠지 만 무릇 하늘은 사람을 크게 쓰기위해 시련을 주어 단련시킨다고 합니다. 비록 현재는 어렵지만 이제껏 해 오셨듯이 굳굳이 참고 이겨 내시면 공자 님께서는 후일 반드시 큰 일을 하실 것으로 저는 믿습니다. 그리고 제가 베푼 작은 도움은 염두에 두지 마시기 바랍니다. 공자님을 도울 수 있어 소녀도 기뻤기 때문입니다. 참, 무공을 배우고 싶다고 하셨군요? 사실 공자님은 무공을 시작하기에는 이미 근골이 굳어 버려 조금 늦은 감 이 있습니다. 그래도 한가지 다행인 점은 공자께서 어렸을 적부터 꾸준히 내공연마를 해 오셨고, 권법.각법 등을 익히는 것을 게을리 하지 않아 노력 만 뒷받침 된다면 충분히 대성할 수 있을 것입니다. 사실 큰소리는 쳤지만 소녀가 공자께 추천할 수 있는 문파는 몇개 되지 않 아요! 저는 정식 무림인도 아닐뿐더러 근래에 멀리 남해에 나가 있었기 때 문이죠. 그들중 특히 당금 무림맹의 최대 지주인 북궁세가를 추천하고자 합니다. 북궁세가는 당대 무맹주를 배출하여 5대세가중 수좌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당금 백도무림계의 지주인데다 외부인들에 대한 태도도 개방적이라 아마 공자께서 무공을 배우기에는 가장 좋은 곳이 될 것 같습니다. 다행이 소녀의 부친께서는 북궁맹주와 막역지교간이니 동봉한 저의 추천서 를 가지고가면 환영해 줄 것입니다. 그밖에 상승무공을 보유하고 외부인들에게 개방적인 곳이라면 남궁세가와 소림과 무당이 있으나 남궁세가는 근래에 이르러 쇠퇴하고 있으며, 소림은 출가하는 경우가 아니면 소림하원에 입문하기 위한 선발절차를 거 쳐야 하는 문제가 있고, 무당은 출가를 하여야만 무당무공의 진수를 배울 수 있다는 문제가 있습니 다. 참, 소림하원에서는 몇일후 금년의 선발대회를 개최한다고 하더군요. 아무쪼록 모든 고난을 이겨내고 강호무림의 영웅으로 우뚝 설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겠습니다. 그럼, 다음에 좋은 인연으로 다시 만나 뵙기를...... 유선 올림 ] 현무는 편지를 접어 품속에 넣었다. 비록 사적인 내용이나 재회의 약속같은 것은 없었으나 그 서신에는 유선의 아름답고 따뜻한 마음이 숨어 있었다. 단 한 번의 만남이였지만 이미 그녀는 현무의 가슴에 깊게 각인(刻印)되어 있었다. 은인이자......우상으로..... 그로부터 몇일 후 현무는 아난과 작별을 고하고 한달여 머물렀던 유씨세가의 별원을 떠났다. "잘 가세요! 부디 몸조심하시고....." "아난! 내 너의 고마움은 평생 잊지 않겠다. 그리고 무공을 이루고난 후 반드시 너를 찾겠다" 결국 아난은 울음을 터트렸고, 현무는 이러한 아난의 손을 힘껏 잠아준 후 아쉬운 발길을 옮겼다. 바로 천하무림의 본류인 숭산(嵩山) 소림사(小林寺)를 향해... 그가 손쉬운 북궁세가를 마다하고 굳이 소림사를 택한 것은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지 않고 혼자의 힘으로 그 길을 개척하고 싶다는 의 지와 자존심, 그리고 혹 잘못하면 유선에게 폐가 될 지 모르는 상황에서 더 이상 그녀의 도움을 받기 싫다는 생각에서 였다. 실우인 산하불변 (失友人 山河不變) 각소적 보보중중 (覺所的 步步重重) 하시성 정무지공 (何時成 正武之功) 결은원 평정중원 (結恩怨 平正中原) 벗들은 잃었으나 산하는 여전하고 갈 길은 알았으나 걸음은 무겁도다 언제나 진정한 무공을 이루어 모든 은원 해결하고, 중원대륙 평정할까 번 호 : 8319 게시자 : 윤원중 (re5280 ) 등록일 : 1999-05-02 11:59 제 목 : [연재] 천부외경 8 십팔만리(十八萬里) 검정중원(劍征中原)! 바로 열혈대한(熱血大漢)들의 뜨거운 야망과 피로 항상 시비가 그치지 않 는 풍운의 대지를 일컫는 말이다. 하지만 당금 강호무림은 유래없는 평온의 시기를 누리고 있었다. 사람들은 이러한 현상을 두고 두 사람을 떠 올린다. 바로 정사무림계를 대표하는 두명의 거인을..... 신주제일검 북궁소, 바로 자타가 공인하는 천하제일인이며, 당금 무림의 최대세력인 무림맹의 제3대 맹주이자, 무림오대세가 중 북궁세가주 패황 추천상, 10년전 중원무림맹의 해체를 선언하며, 마도의 전세력을 이끌고 탈퇴하여 집마 부를 세운....중원마도의 살아있는 전설 바로 당금 강호무림은 이들 두명의 인물들에 의해 완전 통제되고 있는 것 이다. 여기에는 특히 패황 추천상의 힘이 크다고 할 수 있었다. 대부분 강호상의 분란은 마도인들에 의해 발생하기 때문이다. 비록 그는 10여년전, 천마무림련을 축출하는 과정에서 정사연합으로 결성 한 중원무림맹을 탈퇴하여 집마부를 세웠지만 이후 무림맹과 평화협정을 맺고 백도무림계와 다툼을 금지시켰고 소속 마도인들에 대해 살인, 방화, 간음 등의 행동을 철저히 단속했던 것이 다. 이에 대하여 굳이 중원무림맹도 집마부와 분쟁을 일으킬 필요는 없는 터... 따라서 무림의 양대축인 정.사 무림계가 이들 양대단체의 통제를 받고 있 는 상황에서 기타 군소단체들은 몸조심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혹자는 이를 두고, 패황 추천상이 신주제일검 북궁소와 무림맹의 위세에 눌 렸다고도 말한다. 그러나 이들은 진정한 추천상의 면모를 잘 모르고 하는 소리이다. 마도의 십마천(十魔天) 중 혼패부의 출신인데다 힘과 패도를 추구하여 마 도인 으로 분리하였지만 천생이 악을 미워하고 비열한 행동을 싫어하는 그로서 는 지극히 당연한 행동이였다. 더욱이 지금은 양대세력이 정립되어 있지만 10년전만해도 양대세력은 중원 무림 맹이라는 하나의 단체에 속했던 한 솥밥을 먹던 세력들인 것임에야......... 그러나 이처럼 평온한 무림계의 분위기도 최근들어 차츰 미묘하게 변하기 시작 했으니.....그 변화의 단초는 바로 무림평화의 양대축의 하나인 패황 추천상 의 갑작스런 폐관이였다. 평소 후계자를 양성하지 않고 또 슬하에 1남1녀를 두었으나 그 유일한 아 들이 천잔절맥이라는 희귀한 절증에 걸려 무공을 전혀 익히지 못한 상태에서 그 의 패 관은 집마부내 권력이동을 의미했고, 그 권력의 추는 자연스럽게 집마부의 제2 인자이자 중원마교의 제33대 교주인 파천마 진자량에게로 기울기 시작했 다. 진자량 그는 천년마교의 부흥을 주장하고 있는 야망이 큰 인물이였다. 만 일 그 에게로 권력의 이동이 완료된다면 어떤 결과를 초래할 지는 아무도 알 수 없는 것이다. 변화의 단초는 또 있었으니, 바로 북망무림의 동향이였다. 대원제국의 중원점령과 함께 이들의 후원으로 중원무림계를 일통한바 있었 던 대막과 대초원의 무림인들이 천하무림련의 부활을 주장하며....서서히 힘을 모으 고 있는 것이다. 물론 무림의 원로들은 입을 모아 주장하고 있었다. 북방무림계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이들은 이미 20여년전 천하무림련 축출과 철저한 잔당 소탕작전의 과정에 서 도저히 회복할 수 없는 치명적인 타격을 입었고 따라서 다시 힘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한세대 정도는 흘러가야 될 것으로 생각되기 때문이라 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원로들의 생각과는 달리 실제 꿈틀거리고 있는 북방무림계의 동향은 조금씩 중원무림계에 전달되고 있었다. 여하튼 풍운의 강호세계 한 구석에서는 이 시간에도 수많은 젊은이들이 야 망과 투지를 불태우고 있었다. 천년전통의 대소림사! 바로 중원5악중 중악에 해당하는 숭산의 소실봉밑에 웅장한 자태를 자랑 하며 들어서 있는 이 소림사는 불교 선종(禪宗)의 본산일 뿐만아니라 중원 무학 의 뿌리로서, 세워진 후 지금에 이르기 까지 거의 천여년동안 중국불교계 와 강호계의 우뚝 솟은 지주역할을 수행하여 왔다. 특히 소림사가 창시되던 시기에 강호무림계는 극히 초보적인 무예만 전승 되고 있었는데 소림사의 등장과 함께 비약적인 발전기를 맞이하게 되었으 니 이는 바로 무학조사라 일컬어 지고 있는 달마선승이 달마역근경과 칠십 이종의 절기를 창안하였고 이중 달마역근경은 인체를 단련하는 방법과 무학의 기초이론을 집대성하여 정리한 것으로 이로써 무학이 체계적으로 발달할 수 있는 기틀이 마련되었다. 결국 이러한 영향으로 그 다음세대에서는 소림 36절을 창안한 소림의 혜 능, 내가기공을 창안한 무당파의 조사 장삼봉, 검법의 이론을 집약시킨 화산의 천검 악천비 등의 등장과 함께 황금기를맞게 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역사와 전통을 간직한 소림사라 할 지라도 한가지 문제점은 있었으니, 이는 바로 소림사가 무공만을 연마하는 단체가 아닌 불문의 성 지라는 점이였다. 즉, 소림에는 비록 무공만을 주로 연마하는 무승들이 있었으나 이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제자들은 무공을 단지 불법을 익히는 과정에서 필요한 심 신을 연마하는 수단으로 여겼고, 때문에 아무래도 무학만을 연마하는 사람 들 보다 진전이 느릴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러한 약점들이 그래도 과거에는 여타 무림단체들보다 한차원 높은 무공 을 보유하고 있었다는 점과 뛰어난 기재들이 불문에 많이 귀의했다는 사실 로서 보완되었고 따라서 소림은 무림의 태산북두로서의 전통을 유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소림의 위명이 극도로 위축되어 버렸다. 중원무림의 대표세력으로서 몽고에 저항하다가 결국 몽고군병들이 수차례 나 사찰에 침입함으로써 치명적인 타격을 입은데다 사회추세상 뛰어난 기재들이 출가를 기피한 탓이였다. 이러한상황에서 바로 20여년전 당시 중원사대고수이자 소림무공을 대성한 공공대사가 천하무림련을 축출하는 과정에서 다른 사대고수들과 함께 폭사 하게 되자 소림은 격론 끝에 결국 소림하원이라는 속가단체를 탄생시키기에 이른 것 이다. 무림의 태산북부의 위명과 정의수호를 위해 무림고수들이 필요하다면, 굳이 불법을 연마하는 승려들에게 무공을 강요할 것이 아니라 천하의 기재 들을 모아 무공을 익히게 하는 속가제자 집단을 별도로 양성하자는 것이 다. 그러나 비록 속가제자라 할 지라도 소림의 정통무공을 익히려면 아주 어렸 을 적부터 체계적인 수련을 받게 해야 하는데..... 소림은 그러한 방법보다는 아예 십대후반의 젊은이들중 무공에 대한 기초 와 자질, 그리고 품성이 뛰어난 기재들을 골라 이들에게 소림의 진산절예 를 전수하는 방법을 택했다. 그리고 이들에게는 10년간의 기한을 정해 소림하원 소속으로 소림에 봉사 하여야 하며, 그 이후에는 본래의 적(籍)을 찾아 자유로이 활동이 가능하나 소림절예에 한해서는 소림의 승인이 없이는 함부로 전수를 못함은 물론 소 림무예를 사용해 불의를 행해서는 안된다는 조건을 붙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원천하의 20세이하의 젊은이면 누구나 도전이 가능하 고 일단 소림하원의 제자로 선발만 된다면 천년소림의 모든 특혜가 제공되 었기 때문에 무림에 뜻을 둔 수많은 청년들은 소림하원의 제자가 될 수 있 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물론 소림은 이로 인해 널리 천하의 기재들을 대상으로 소림과 무림정의를 위해 봉사할 수 있게 하였고, 간접적으로는 소림의 우군을늘리는 효과를 보고 있었으나 동시에 소림의 진산절예가 불가피하게 외부로 유출되는 약점을 면할 수 없 었기에 이는 무공에 대해서는 철저히 개방적이고 또한 진산절예가 산처럼 쌓여있 는 소림이 아니고는 감히 생각할 수 없는 조치였던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역사와 전통을 지닌 소림하원에 현무가 다시 도전하기 위해 찾아온 것이다. 때는 진시말경! 아직 대회시작까지는 한시진이상이 남아있건만, 소림사 일주문으로부터 일백여마장 떨어진 소림하원의 정문앞에는 상당히 많은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물론 대부분은 직접 관문을 통과하여 소림하원에 입문하려는 사람들이였지 만 그 밖에 그들을 응원하려 온 사람들과 비록 관문에 탈락하더라도 쓸만 한 인재가 있으면 자신들의 문파에 영입하려 온 강호제파(江湖諸派)의 인 사들도 상당수 섞여 있었다. 현무는 이러한 사람들 틈에 섞여서 하원의 정문앞에 내걸린 방을 읽고 있 었다. 예상처럼 관문은 모두 3개가 개설될 것이라 하였다. 내공관, 권(拳)·장(掌)관, 그리고 자질관이 바로 그것이다. '후후, 예나 지금이나 비슷하군!' 이렇게 중얼거리며 현무는 새삼 과거의 일을 떠 올렸다. 바로 4년전, 여기에 도전했다 제2관인 권장관에서 탈락된 쓰라린 경험을..... 그러나 현무는 이번만큼은 그리 호락호락 물러서지 않으리라 다짐을 하였 다. 4년전에 비해 내공은 오히려 증진되었으니.... 별다른 문제는 없을 것이고, 권장관 역시 당시에는 강호를 떠돌아 다니면서 실의와 좌절로 인해 충분히 단련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보았지만 한 2년전부터 꾸준하게 단련하지 않 았던가? 비록 나한권, 복호장, 태극권 등 평범한 무공들이였지만 이제 현무는 미세 한 흐름과 호흡, 그리고 세부동작에 이르기까지 훤히 눈앞에 그릴 수가 있 었다. 문제는 자신이 아직 겪어보지 못한 자질관인데.... 듣기로는 일반인들이 알 지 못하는 특수한 무공하나를 알려준 후 하루의 시간을 준 후 그 성취를 측정하는 방법으로 이루어 진다고 하였다. '휴우! 여하튼 일단 부딪혀 보면 알겠지' 일단 이렇게 마음을 정리한 현무는 서둘러 등록을 한 후 각 관문이 설치된 소림하원의 연무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연무장에는 이미 수백명의 사람들이 모여 있었으며, 삼삼오오 짝을 지어 이번 관문을 과연 몇 명이나 통과할 것인가 하는 등의 화제로 이야기들을 나누고 있었다. "자네, 이번에 몇 명이나 통과될 것 같나?" "글쎄... 이번에 등록한 사람들이 한 200여명 된다고 하니 그래도 열명정도 는 통과하지 않을까?" "하하, 그건 너무나 많은 것 같아! 작년에도 250여명 지망했는데 단 7명만 이 입문했다고 하더군!" "어허, 이게 그렇게 힘드나?" 현무로서는 아는 이도 없고 하여 그저 여기저기를 구경하면서 주위에서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이야기들을 듣고 있을 뿐이였다. 이윽고 오시(午時)를 알리는 범종소리와 함께 대회가 시작되었다. 먼저 금년 선발대회의 주관을 맡은 소림하원의 무학당 당주인 무상대사의 간단한 관문 및 관문통과방법 설명이 있은 후 곧바로 관문이 공개되었다. 단 3차관문인 자질관은 1,2차 관문을 모두 통과한 사람들에게만 기회가 주 어지기 때문에 공개되지 않았을 뿐이다. 현무는 먼저 2차관문인 권장관으로 향했다. 아무래도 1차관문보다는 덜 혼잡한 것 같았고, 그에게는 이 관문의 통과가 관건이였기 때문이다. 권장관은 다시 3단계로 나뉘어 있었는데... 먼저 마련된 바위에 1장정도를 격하여 흔적을 남기면 심사관들이 그 흔적 을 조사하여 운용된 공력의 세기(細技)를 측정하며, 초식시범을 통해 정확한 동작과 절도, 빠르기 등을 판단하며 마지막으로 하원제자중 1명과 대련을 통해 초식 운용능력, 임기응변 등을 심사하여 통관여부를 최종적으로 판단하게 된다. 다만 이러한 관문들이 현재의 무공실력이 아니라 탄탄한 기초와 향후 가능 성을 측정하려는 의도이기 때문에 단순히 흔적이 깊고, 초식이 화려하고, 대련에서 잘싸우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였다. 물론 하원제자를 이길 정도로 무공이 고강하다면 또 모르지만...... 따라서 현무는 거의 십여명에 이르는 청년들의 도전을 지켜 보았지만 정작 무공이 고강한 사람들은 탈락된 반면 의외로 무공도 약한 15세 소년 한 명 만이 통과했을 뿐이였다. 이러는 사이 마침내 현무의 차례가 왔다. 현무는 먼저 심사관에게 자신의 신분을 밝혔다. "항주출신 현무라 하오!" 그러자 심사관은 의아한 표정으로 다시 물었다. "어디서 무공을 배웠소?" 현무는 잠시 망설이는 듯 하다가 대답했다. "항주의 숭무관(崇武館)이요!" 관중들 사이에서 잠시 웅성거림이 있었다. 최소한 소림하원에 도전할 정도라면 명문은 못되더라도 꽤 이름있는 무장 (武場)이나 명가(明家)출신은 되어야 하는데 항주의 숭무관에 대해서는 전 혀 들어보지 못했기 때문이였다. 하지만 본래 자격상 제한은 없는 법, 심사관은 못마땅하지만 고개를 끄덕여 승낙할 수밖에 없었다. 마침내 권장각에 재도전하게된 현무! 거의 집채만한 거대한 시험석앞에선 현무는 새로운 감회를 느꼈다. (아! 드디어 재도전 하게 된 것인가? 이번에는 통과되어야 할텐데.....) 현무는 심호흡을 하며, 체내의 기운을 순환시킴으로써 끌어오르는 가슴을 진정시켰다. 그리고 다리를 약간 굽힌채 미간에서 한치정도 앞부분에 우수를 세워 약간 구부렸고, 좌수는 우수 팔굽 밑에 받혀든 형태를 취했다. 바로 나한장의 기수식이였다. "어? 저것은 나한장의 기수식 아냐?" 관중들에게서 실소가 터져 나왔다. 나한장이라면 강호의 떠돌이 삼류무사들도 할 줄아는 지극히 평범한 장법 에 불과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평범한 장법임에도 불구하고 기수식이 있었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예 기수식 자체를 익히지도 않고 관심도 두지 않았었 다. "허허, 나한장의 기수식이라..... 그래도 그 진지함만은 장원감이로다!" 칭찬인지 야유인지 모를 소리들! 하지만 현무는 이에 전혀 동요되지 않고, 우수를 원호를 그리면서 가슴쪽 으로 당기면서 채내의 기를 순환시킨 후 마침내 "얍!"하는 짧막한 기합소리와 함께 힘차게 뻗어 내었다. 순간 "꽝!"하는 격타음이 장내를 뒤흔들었다. 비록 초식은 단순하지만 최대한 응축된 일갑자의 공력! 이미 바위에는 손바닥형태의 흔적이 자그마치 두푼정도의 깊이로 패여 있 었다. 더욱이 그 흔적은 멀리서 보아도 상당히 매끄러웠으니....... "와! 잘한다" 정작 나한장이란 평범한 장법을 전개한 현무, 하지만 그 위력에 중인들을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대개 예상밖의 현상에 사람들은 더욱 열광하게 되는 법, 당초 그를 비웃었 던 많은 사람들이 그의 장법에 박수를 보내준 것이다. 이에 심사관도 상당히 의외란 표정이였다. 이름도 들어보지 못한 평범한 무관의 출신이.....그야말로 평범한 나한장을 사용해 그와같이 놀라운 위력을 보였다는 사실이 쉬이 믿어지지 않는 모양 이였다. 그는 두푼정도의 깊이로 파여진 바위와 현무의 얼굴을 몇차례 보더니 마침내 "통과!"하고 큰 소리로 외쳤다. 굳이 바위앞에까지 가서 확인해볼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다시한번 관중들에게서 박수가 터져 나왔다. 번 호 : 8320 게시자 : 윤원중 (re5280 ) 등록일 : 1999-05-02 11:59 제 목 : [연재] 천부외경 9 1단계를 무사히 통과한 현무는 다시 2단계인 권법시범을 위해 앞으로 나섰다. 이제껏 응시자들중 가장 놀라운 위력으로 1단계를 통과한 현무인지라 관중 들은 숨을 죽인채 호기심이 가득한 눈빛으로 그를 지켜보고 있었다. 이번에은 학다리 자세를 취한 현무는 우수를 비스듬히 우상방을 향해 타원형 형태로 뻗어 올린후, 좌수는 반대로 좌하방으로 뻗어 양손이 커다랗게 마주보게 하였다. "하하, 이번에는 태극권(太極拳)이군!" 역시 평범한 태극권의 기수식, 하지만 관중들에게서는 더 이상 비웃음이 나오지 않았다. 이미 평범한 초 식으로 놀라운 위력을 발휘하는 것을 목격하지 않았던가? 대신 그들의 시 선에는 호기심이 더욱 강해졌다. 이러한 관중들의 심정변화를 아는지 모르는 지 현무는 가만히 눈을 감은 채로 동작을 이어갔다. 기수식에 이어 제1초식 천지혼합(天地混合)! 멀리서 마주보던 좌우수가 기(氣)를 상생(相生)시키면서 접근하더니 어느 순간 전방을 향해 일권(一拳)을 전개되었고, 연이어 우권(右拳)과 다시 좌 권(左拳)이 번갈아 가며 눈부신 속도로 뻗어나갔다. 연이어 전개되는 제2초식 천지교태(天地交胎), 이번에는 정권(正拳)만이 아닌 손등이 동시에 활용되었으며 그 범위도 전 방만이 아닌 전후좌우로 확대되었다. 동시에 두 발은 태극권의 기본보칙(步則)인 역팔자(逆八字)형태로 쉬임없 이 움직이고 있었는데..... 권법의 전개와 자연스럽게 맞아 떨어져 마치 발이 저절로 움직이는 것 같 았다. 제3초식 태극무변(太極無變), 갑자기 현무의 동작이 느려졌다. 그리고 굳게 감아쥔 그의 우권(右拳)이 미미하게 떨리면서 서서히 전면을 향해 뻗어 나갔다. 지극히 단순한 동작이지만 주변의 기류들이 그의 주먹을 따라 거세게 파동 치고 있었다. 그리고 어느순간 그의 입에서 "이얍!"하는 커다란 기합소리와 함께 일자로 뻗어진 그의 주먹으로부터 날카로운 기류가 뻗어 나왔다. 바로 권풍(拳風)이였던 것이다. 마침내 태극권의 시범이 끝났다. 관중들은 실망반 감탄반인 것 같았다. 실망은 누구나 전개할 수 있는 별로 다를 것 없는 태극권초식에 대한 것 이였고, 감탄은 과연 태극권이 저토록 빠르게 전개될 수 있는가 하는 것과 그의 동작에 막강한 힘이 느껴진 것에 대한 것이였다. 관중들의 시선은 심사관을 향했다. 여하튼 시범은 끝나고 과연 어떻게 결론이 날 지 궁금했던 것이다. 심사관은 바로 소림의 자랑인 십팔나한승의 하나인 일운(一雲)이라는 무승 (武僧)이였는데 정작 시범이 끝났건만 그는 판정을 내릴 생각도 않하고 한동안 기이한 눈 빛으로 현무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불쑥 질문을 했다. "시주께서는 태극권을 얼마나 수련하였소?" 현무의 입이 열렸다. "5년이외다" "허허, 5년이라..... 그 단순한 초식에 5년 연습이라....? 아무튼 시주의 태극권은 소승이 처음보는 완벽한 태극권이였소! 미세한 동 작하나하나와 공력조절,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보칙까지...... 어떻소? 소승이 권법을 하나 전개해 보려 하는데 한 번 잘 보시오!" 그러면서 일운은 다짜고짜 시범대로 걸어 나오더니 하나의 권법을 전개하는 것이 아닌가? 어찌보면 현무가전개했던 태극권과 기본형이 비슷하면서도 동작이 더욱 복잡했고 변화가 많았다. 보법 역시 역팔자 보칙에 좌우를 종횡하는 현란 스런 동작이 가미 되어 있었다. 여하튼 전체적으로 볼 때 현무가 전개했던 태극권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수준높은 무공이였던 것이다. 잠시후 초식전개를 마친 일운은 현무를 향해 빙그레 웃었다. "허허, 어떻습니까? 소승의 초식이....?" 일운의 초식전개를 손짓 발짓으로 흉내 내보며 유심히 지켜보던 현무는 대 답대신 놀랍다는 표정으로 반문했다. "도대체 그게 무슨 무공입니까?" "사실 태극권은 후일 상당히 많은 권법들의 기초가 되었을 정도로 기본적 인 운용법칙과 힘과 빠르기에서는 대단한 권법이요. 단지 초창기 고대무예 인 탓에 변화와 다양성, 그리고 수비식이 갖추어지지 않아 문제가 있을 뿐..... 소승이 전개한 무공은 바로 태극권의 이런 약점을 보완한 태극용호권(太極 龍虎拳)이라 하오!" 이에 현무는 일운에게 같이 합장해 보였다. "아! 그렇군요. 아무튼 스님의 가르침에 감사드립니다" "허허, 가르침이라니...소승이 감당할 수 없군요. 단지 시주의 태극권을 보 니 호기가 일어나서 전개해본 것 뿐인데.... 어찌되었든 시주가 이번에 하원제자로 선발되기를 바라겠소!" 드디어 현무는 제2단계 시험까지 통과한 것이다. 현무는 내킨 김에 제3단계인 실전시험까지 통과하고야 말았다. 물론 소림하원의 제자들은 저마다 일갑자 이상의 공력과 소림의 진산절예 를 습득하고 있어 현무가 이들을 물리칠 수는 없었다. 하지만 현무는 지극히 정통적이고 완벽하게 익힌 각종의 기초무예, 그리고 완벽하지는 못하지만 일운승의 시범으로 얻은 깨달음에, 적절한 임기응변 등으로 그의 매서운 공격을 50여초나 막아냈으며 이후 그에게 여러번 격타당하면서도 결코 굴하지 않고 중간중간 날카로운 반격을 하는 놀라운 투혼을 보인 끝에 무사히 제2관 권장관을 통과한 것이 였다. 제1관인 공력관은 어찌보면 지극히 간단한 관문이였다. 과거에는 몇가지 단계의 시험이 필요했는데 이번에는 단지 한명의 나이 지 긋한 노승과 손을 한 번 맞대고 일각여 시간을 보내는것으로 바로 끝이였 다. 손바닥을 뗀 후 노승은 곧바로 통과여부를 결정하였고, 이에 탈락을 한 몇몇 응시자들은 불만을 토로하였지만 그들도 그 노승이 바로 소림장문인 지현대사(止玄大師)의 사형이자 소림의 3대고수중 한명인 지천대사(止天大師)임을 알자 더 이상 아무런 이의도 달지 못했다. 현무 역시 심사관인 지천대사와 손을 맞댈 수밖에 없었다. "우훗!" 현무는 지천대사와 손을 대는 순간 그의 장심에서 기이한 뜨거운 기류가 자신의 몸으로 밀려드는 것을 느끼고 깜짝 놀랐다. 그러나 그 순간 그의 귓전에 지천대사의 전음소리가 들려왔다. '너무 놀라지 마시게나! 단지 그대의 공력과 이의 순후함을 알아보려는 것 일 뿐이니.....' 장심을 통해 밀려든 뜨거운 기류는 순식간에 현무의 몸을 일순배 돈 후 곧 바로 다시 장심을 통해 빠져 나갔다. 직후 현무의 귀에 다시 지천대사의 전음이 들려왔다. '지순하기 그지없는 일갑자의 공력이라.... 그대가 연마한 기공을 알려줄 수 있겠나?' "예, 호심지공(護心之功)이라고 합니다" '허허, 그렇군! 유가(儒家)에서 전설적으로 내려오는 양생연단지공(養生練丹 之功)이였군. 축하하네!' 그러더니 지천대사는 현무를 부드러운 표정으로 바라보면서 육성으로 관문 통과를 선언했다. 다음날 정오(正午)! 전날 정오에서 시작한 만 하루동안의 1,2차 관문통과가 모두 끝이 났다. 총 211명이 응시했으나 관문통과자는 모두 14명, 물론 3차관문에서 얼마나 탈락할 지는 모르겠지만 여기까지는 예년과 비슷 한 숫자였다. 탈락한 응시자들과 구경 등을 하러 온 사람들은 삼삼오오 모두 떠나갔고, 마침내 선발된 14명의 사람들은 하원내의 실내 연무장으로 이동했다. 그런데 이들중에는 단지 청년들 뿐만아니라 2차관문에서 현무가 본 바있던 15세의 소년도 있었고, 젊은 여인도 세명씩이나 포함되어 있었다. (후후, 대단하군! 이 현무가 그렇게 고생하여 통과했건만 아직 어린소년에 다 여인들까지......하긴 단지 무공실력이 아닌 준비된 기재들을 뽑는 시험이 니....) 현무는 내심 이러한 생각들을 하며 같이 선발된 사람들을 훌터 보았다. 하지만 그들을 제외하고는 현무가 보기에 전부들 날카로운 안광이며 흘리 는 기세들이 모두들 현무의 수준이상이였다. 바로 그 때 그들앞에 지천대사와 첫눈에 무척 뛰어나게 보이는 젊은 청년 이 나타났다. "아! 무유소협이다" 얼핏 누군가 감탄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에 현무는 깜짝 놀라며 새삼스러운 눈빛으로 앞에선 청년을 바라보았다. 이마에는 검은 영웅건을 둘러매고 횃불처럼 빛나는 눈빛과 강인해 보이는 턱을 지닌 비교적 영준한 용모의 청년! 그런데 그가바로 소림이 낳은 최대의 기재이자 당금 중원5룡에 속해있는 달마검협(達摩劍俠) 무유였던 것이다! 무릇 강호에 몸을 담고 있는 젊은이들이라면 누구나 동경해 마지 않는 후 기최고지수(後期最高之秀)들인 강호오룡(江湖五龍)! 신품제일공자 북궁휘, 마천룡 진흑송, 달마검협 무유, 만박옥룡선 제갈청운 그리고 남해패검 후궁예! 자타가 공인하는 당대 최고후기지수들이며, 지닌바 무공은 오히려 일파지 존(一派之尊)들을 능가한다고 알려져 있었다. 특히 이들은 역시 고절한 무공과 미모까지 겸비한 여인들인 강호오봉(江湖 五鳳)들과 함께 신주십출(神州十出)로 불리우고 있었다. 지천대사가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현무 등을 바라보며 말을 했다. "사질(師姪)! 어떠나? 이번 사람들이....?" 이에 무유도 시선을 일행들에게 돌렸다. 부드러운 듯 하였으나 날카로운 예기가 느껴지는 시선, 하지만 그 시선은 일행들을 잠깐 훌터 보았을 뿐 곧바로 지천대사를 향했다. "좋군요! 모두들 눈들이 살아있으니...." "허허, 그러면 이번 관문은 사질이 한 번진행해 보게!" "예, 알겠습니다" 무유의 시선이 다시 일행등에게로 옮겨졌다. 그러나 이번 시선은 좀더 날카롭고 오래 지속되었다. 마치 한사람 한사람 꽤뚫어 보듯이..... 이에 일행들은 슬쩍 불쾌한 심정이 드는 듯 했지만, 이미 그는 자신들이 넘볼 수 없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였고, 더욱이 이제는 자신들의 탈락여부 를 결정지을 수 있는 위치에 있었기 때문에 감히 불만을 드러낼 수 없었 다. 그래서 대부분은 무유의 시선을 감히 맞받지 못하고 시선을 떨꾸고 말았으 나 그중 몇 명은 역시 날카로운 빛을 품어내며 그의 시선을 맞받음으로서 은근히 무유의 무례함을 이야기하고 있었고, 현무는 그저 담담한 눈빛으로 그를 마주보았다. 무유의 시선에서 얼핏 이채가 떠 올랐다. (으음, 역시 이 번의 응시자들은 지난 번 보다 낫군! 무인으로서 기백들이 있어! 상대가 누구이건....결코 굴하고 싶지 않다는....) 그의 시선이 다시 현무를 향했다. (그런데 저 자는 정말 특이하군! 항주 숭무관출신 현무라 했던가? 가히 사 백께서 관심을 둘만한 자임에는 틀림없군) 단지 시선하나로 무유는 벌써 이들에 대한 일차심사를 마쳤던 것이다. 무유는 일행들을 향해 정중하게 포권(抱拳)의 예를 취한 후 말을 하였다. "제 시선이 불편하였다면 이해해 주시기 바라오! 단지 여러분들의 시선에서 무언가를 느끼기 바랬던 것이요!" 순간 현무의 눈에서 빛이 발했다. 그의 의도를 짐작한 것이다. 단지 눈빛하나로 상대방을 읽는다는 것! 그만큼 그가 뛰어난 영걸임을 입증하고 있었다. (역시 소림최고의 후기지수답군! 사람을 보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마 음의 창이라할 수 있는 눈이라는데.....혹씨 그가 이미 선발을 끝낸 것은 아 닐까?) 하지만 현무의 이러한 의심과는 달리 무유는 차분한 어조로 말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럼 이제 제3관인 자질관(資質關)에 대하여 설명해 주겠소! 이번 자질관은 간단하오. 즉 잠시후 전수하게 되는 한가지 무공을 명일 정 오까지 연마한 후 그 성취도를 시험하는 것이요. 일단 이성이상의 성취가 있다면 통과하는 것으로 하겠소" 무유가 말하는 자질관 통과방법은 이들도 익히 알고 있었다. 제1,2관의 내 용은 해마다 바뀌었지만 제3관만은 이제껏 같은 방법으로 행해졌기 때문이 였다. 단 통관이 가능한 성취도는 무공마다 달랐는데.... 이번에는 단 이성만 성취하면 된다니, 필히 이번 무공이 익히기 극히 힘들 것으로 생각될 뿐이였다. 그러면서도 이들은 혹씨 통관무공(通關武功)이 자신들이 알고있는 무공중 에서 나왔으면 하고 은근히 기대하는 것이였다. 하지만 이제껏 그러한 기대들은 모두 무산되고 말았으니 이는 그만큼 소림의 무공이 무궁무진하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자, 이제 통관무공인 창천보(蒼天步)의 구결을 알려주겠소! 구결은 단 5회 암송할 것이며, 해설은 없고, 시범은 빠르게 2회, 느리게 2 회 전개할 것이오. 참고적으로 보법을 통관무공으로 정한 까닭은 검법, 도 법, 권법, 장법 등 일반무공은 각자의 특기가 달라 형평을 기하기 힘들다는 점이요. 물론 보법도 개인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을 수 있으나 본래 보 법은 모든 무공의 기초이니 커다란 문제는 될 것이 없을 것이요" 그러면서 무유는 곧바로 구결암송을 시작했으니..... 이들은 비록 마음속에 일부 의문이 있는 사람도 있었지만 모두들 한 자라 도 놓이지 않기 위해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었다. 구결암송과 시범이 끝난후 현무등 14명은 각기 다른 하나의 개인연무실이 배당되었다. 서로간의 영향을 철저히 배제하려는 주최측의 생각 때문이였다. 마찬가지로 하나의 연무실을 배정받은 현무는 곧바로 정좌하고 앉았다. 무조건적 연습보다는 일단 구결의 내용을 이해하는 것이 먼저라는 생각이 였던것이다. {창해일속(滄海一粟) 표표만리(飄飄萬里) 일변다변(一變多變) 일보만보(一 步萬步) .................................... 전삼후일(前三後一) 우이좌삼(右二左三) 상팔하이(上八 下二) ...........} 이미 무유가 삼회째 낭송하였을 때 모든 구결을 완전 암기했던 현무였지만 막상 그 구결을 떠올리며 이해하려 하자 그 뜻이 너무 어렵다는 사실을 실 감했다. 분명 앞부분은 창천보의 기본원리와 발걸음을 옮길 때 집중해야할 원리를 적어 놓은 것이고, 뒷부분은 옮겨야할 발걸음을 이야기하는 것이지만 그렇 다면 또 상팔하이아 같은 것은 무슨 뜻인지 알 수 없었다. 허공과 지하를 향해 발걸음을 옮길 수는 없는 일이 아닌가? 번 호 : 8321 게시자 : 윤원중 (re5280 ) 등록일 : 1999-05-02 12:00 제 목 : [연재] 천부외경 10 결국 난해한 구절들로 인해 아까운 시간이 쉬임없이 지나갔다. 온 밤을 뜬 눈으로 세웠고, 다시 아침이 되었건만 그동안 현무가 알아낸 내용이라고는 본 창천보가 아주 작은 움직임의 반복을 통해 오히려 커다란 변화를 일으키는 보법이라는 점과 당초 의문시 했던 상팔하이라는 구결이 발걸음의 동작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보법을 시행할 때 공력을 상단전 과 하단전에 분배하는 비율일 거라는 사실정도만 짐작할 수 있었다. 이처럼 구결이해가 늦어지자 현무는 자연 다급한 생각이 들었다. (허참, 이거 큰 일났군! 이미 다른 이들은 상당히 연습들을 했을텐데..... 그렇다고 구결에 대한 완전한 이해없이 무작정 연습할 수도 없고....) 그러한 것은 어쩌면 현무의 독특한 천성이였다. 않하면 모르겠지만 일단 하게되면 기초부터 가장 완벽하게 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결국 이러한 현무의 성격 때문에 그는 정오가 다 되어 약속된 장소로 나갈 때까지 창천보를 단3회, 그것도 수도없이 넘어지는 통에 경우 발걸음 옮기 는 위치만을 기억하는 것으로 만족할 수밖에 없었다. (아! 여기서 또 탈락해야 하나?) 발걸음을 옮기는 현무의 마음은 지극히 무겁기 그지 없었다. 분명 탈락할 것 같았기 때문이였다. 물론 그에게는 아직 북궁세가에 대한 유선의 추천장이 있었다. 하지만 이 는 이제부터 모든 것을 혼자의 힘으로 해결한다는 자신의 의지를 포기하는 것이기 때문에 현무로서는 정말 내키지 않는 일이였다. 결국 측정이 시작되었지만 모든 것이 현무의 예상과 같았다. 당초 무유가 시범을 보인 것처럼 모두들 능숙한 발놀림으로 이를 재현했고 이중 반정도는 조금씩 중심을 잃었으나 거의 티를 내지 않고 무사히 마쳤 는데 단지 현무만이 한 번 전개하는데 발이 꼬여 세 번이나 넘어졌고 몸의 중심을 잃 어 비틀거렸던 경우는 수도없이 많았던 것이다. 모든 시범이 끝나고 무유가 다시 앞으로 나섰다. 그리고 통관자들을 하나 하나 호명하기 시작했다. "사천당문의 당옥상" "북해검문의 천세호" "청향문의 옥서향" "장강수로맹의 여불위" "하북 황보세가의 황보현" "상천보의 주청" 이들 6명을 호명한 후 무유는 말을 잠시 중단했다. 이에 사람들은 모든 발표가 끝난 것으로 생각했다. 사실 호명된 6명의 지원자들은 모두들 아무런 파탄없이 물흐르듯 자연스런 동작으로 창천보를 시범보였던 사람들이였다. 그리고 호명되지 못한 8명의 사람들은 모두들 조금씩 중심을 잃었고, 아예 현무는 세차례나 넘어지기까지 했던 것이다. 이에 연무장 내에서 복잡한 감정의 회오리들이 몰아치기 시작했다. 거론된 사람들은 그야말로 뛸 듯이 기뻐하며 어쩔줄 몰라하는 반면, 거론 되지 않는 사람들은 모두들 고개를 떨꾼채 의기소침해 하고 있었다. 이는 현무 역시 마찬가지였다. 밀려드는 허탈감, 공허함, 자괴감...... 그는 단지 이러한 자신의 감정을 내보이지 않고 그저 씁쓸한 웃음만 짓고 있을 뿐이였다. (모두에게 똑같은 기회가 주어졌건만..... 이게 안 된다면 그야말로 나의 자질과 능력이 부족한 탓이지...어떻하겠는 가? 하지만 내가 방법을 달리했으면 어땠을까? 지금 합격한 저들처럼 가장 어 려운 부분들은 조금씩 변형해서 전개했으면......) 그러나 이 때 무유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잠깐, 아직 끝나지 않았고 한 사람이 더 있소!" 현무를 제외하고는 모두들 혹씨나 하는 심정으로 무유를 바라 보았다. 하지만 현무는 벌써부터 모든 것을 포기하고 있었다. 단 한차례도 파탄을 보이지 않는 사람들만 거명될 때부터...... "사실 그를 가장 늦게 거명한 것은 이유가 있었기 때문이요. 바로 합격된 분들이나 아깝게도 탈락된 분들이나 무공을 포기하지 않는 한 반드시 명심 해야할 사항이...... 이미 거명된 여섯분들은 창천보를 2성정도 성취한 분들이요. 그래서 약속 대로 통관시켰고....... 하지만 항주 숭무관출신 현무는 이미 창천보를 5성정도 성취했소!" 믿어지지 않는 무유의 말에 좌중이 술렁거렸다. 어찌 그러한 일이 있을 수 있다는 말인가? 모두들 보다시피 그는 가장 형 편없는 보법을 시전했었는데..... 이에 현무도 깜짝놀라며 무유를 바라보고 있었다. 무유의 말이 계속되었다. "여러분들은 창천보를 연마하면서 어쩐지 불완전한 보법이라 생각했을 것 이요.중요한 고비마다 즉 정확히 이야기하면 총 여덟군데에서 발길이 꼬이 고 중심을 잃게되니 말이요. 하지만 바로 그 부분이 본 보법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며, 이는 모두 여러 분들이 미묘한 공력운행에 실패한 탓이지 보법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 요. 바로 여기에서 현무소협과 여러분들의 차이가 나타난 것이요. 여러분들은 모두들 한두번 시도해보자 않되니 이를 회피하고 나름대로 보법을 자신들 이 아는 다른 보법으로 변형시켜 버렸소. 하지만 그만은 결코 굴하지 않고 이러한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였던 것이요. 비록 그가 세 번씩이나 넘어졌지만 혹씨 여러분들중 그의 발길을 자세히 본 분이 있다면 그는 여러분들이 회피했던 부분들을 원칙적으로 이행했고 그러한 부분에서는 마치 그의 발길에 구름이 일어나듯 하고 그의 신영이 흐려지는 것을 알아차렸을 것이요. 즉 그는 총8곳에서 발생하는 요체를 3 곳은 완전 극복했고 나머지 부분들도 단지 연습부족일 뿐 극복하는 과정이 였던 것이요. 그러니 정확히 이야기한다면 사실 그는 창천보를 단지 5성이 아니라 7,8성 정도 성취를 이루었던 것이요. 무릇 모든 상승무공을 성취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본이요. 결 코 굴하지 않는 의지요. 그리고 개인적 자질은 그 다음인 것이요" 마침내 무유의 이야기가 모두 끝났다. 그리고 장내에는 침묵이 흐르는 가운데 기묘한 기류가 흘렀다. 지천대사등 소림의 참관인들은 대부분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 이고 있었고, 당옥상 등 이미 통관이 확정된 몇몇 사람들은 사실 자신들의 보법이 그처 럼 편법으로 연마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나름대로 완벽하게 시행했다고 자신 했던 자신들을 반성하는 듯 부끄러운 표정을 보였으며, 일부는 갸웃갸웃하고 또 일부는 무유의 말을 못 믿겠다는 표정들이였다. 이러한 미묘한 기류속에서 무유가 현무앞으로 와서 손을 내밀었다. "하하, 미안하외다. 가장 뛰어난 성과를 보였음에도 가장 늦게 호명하게 되 어서..." "아닙니다. 오히려 미미하기 그지 없는 저의 성취를 그처럼 높이 평해주셔 서 감사할 따름이지요" 하지만 이미 현무는 자신감을 회복하고 있었다. 무유가 지적했던 모든 상황들을 이해하면서도 내심 상승무공을 연마해본 사실이 없어 자신감을 가지지 못했고, 오히려 자신에 대해 실망하고 있었 는데..... 무유의 이야기를 통해 자신의 생각이 맞았음을 확신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날 통관이 허락된 7명의 신임 하원제자들에게는 모두들 이레간의 시간이 주어졌다. 앞으로 본격적인 무공수련이 시작될 테니 가족들과 작별도 하고 집에 다녀오거나 미진했던 일들을 처리하고 오라는 것이였다. 하지만 마땅히 갈 곳이 없던 현무는 그대로 남아 창천보나 마저 연마하기 로 하였다. 그로부터 3일후, 막 창천보를 연마한 후 휴식을 취하고 있던 현무는 뜻하지 않는 손님을 맞 이했다. "하하, 그래 연습은 잘 되는가?" 그는 바로 달마검협 무유였다. 이미 현무가 소림하원의 제자로 선발된 후 인지라 무유의 어투는 자연스럽 게 변해 있었다. 사실 무유는 소림장문인의 직전제자로서 일반 하원제자들이 그와 동렬인 무자돌림의 무승들에게서 무공을 배운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현무에게는 사 숙뻘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이 이미 강호상에 이름이 있는 사람들 로 구성된 하원제자들에게는 이러한 항렬과는 상관없이 주로 직책에 의해 상하관계가 형성되어 있었고, 여기에서 무유는 특정한 직책을 지니지 않는 상당히 특수한 존재였기 때문에 현무와의 관계나 호칭등이 애매하기 그지 없었다. 하지만 그는 분명 현무에게는 윗사람이 되는 것은 분명한 터 현무는 갑작스런 그의 출현에 의아스럽기는 했으나 공손한 태도로 고개를 숙였다. "어서오십시오! 무대협!" "대협은 무슨? 그저 내가 자네보다 나이가 조금 많고 또 입문도 빠르니 선 배라고 부르게!" "알겠습니다. 그런데 무슨 일로...?" 무유는 이러한 현무의 물음에는 대답하지 않은 채 현무를 살펴보았다. 아마 창천보 연마때문인지 현무의 의복은 흙투성이였고, 몸 군데군데에 일 부 상처까지 있었다. 이에 무유의 입가에 빙그레 미소가 떠 올랐다. "어때? 창천보가 보기보다는 까다롭지?" "금방 습득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까다롭군요. 특히 499번째 걸음에서 '우 일보(右一步)한 후, 몸을 우측으로 회전하여 좌삼(左三) 우사(右四)의 보법 을 밟아야 하는데 번번히 그 부분에서 나둥그러 지는 통에......" "그럼 그 부분말고는 다른 부분들은 모두 해결했나?" "겨우 넘어지지 않을 정도입니다" 순간 무유의 눈에 감탄의 빛이 흘러나왔다. 사실 이러한 현무의 재질과 근성은 소림최고의 기재라는 자신을 능가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무유는 그에대해 질투의 감정은커녕 오히려 흐뭇하 기만 하였다. "하하, 겨우라고....? 나는 열흘을 연습하고서야 겨우 자네수준에 도달했었는데....." 그러나 현무는 그의 말이 단지 자신에게 용기를 주기 위한 것으로 생각했 다. "이거 내 말을 믿지 않는 모양이군! 하지만 어쨋든 좋네! 이제부터 내 발 움직임을 자세히 보게!" 그러면서 무유는 곧바로 창천보를 전개했다.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의 빠른 발놀림, 하지만 무유는 일부러 중요한 부분 에서는 속도를 늦추어 현무가 충분히 볼 수 있도록 해 주었다. "어때....다 보았는가?" "예" "그럼 무엇을 느꼈나?" "물흐르듯 유연함과 전체 움직임이 태극(太極)의 흐름처럼 끝없이 이어지 는 것을 느꼈습니다" 무유에게서 다시한번 통괘한 웃음이 터져 나왔다. "하하하, 이래서 뛰어난 사람을 가르키는 것이 무엇에 비할 수 없는 즐거 움이라 했던가? 잘 봤네! 창천보의 위력은 바로 그 곳에서 나타나네 전체가 하나로 연결되 어 끊임없이 이어지는 것. 즉, 일단 익히고 나면 순서도 없고 형식도 없이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변환이 가능하다는 거야. 이미 자네는 개별적인 동작들은 모두 익혔을 것이야! 그럼 이제는 전체의 흐름을 마음속으로 떠 올리면서 한 번 전개해 보게 단순한 발동작이나 착지(着地)위치가 아니라 흐름 그 자체에 몸을 맡기는 것이자. 물론 499번째 동작에서 중심이 흩어 지는 것도 마찬가지야. 지나치게 정확 한 동작에 신경을 쓰다보니 몸 자체가 은연중 굳어 버린 것이야" 무유의 말에서 상당히 많은 것을 느낀 현무는 그가 보는 앞에서 창천보를 시전해 보였다. (마음이 앞서야지 행동이 암서서는안된다. 전체의 흐름을 항상 염두에 두 라! 지나치게 형식에 구애받지 말라!) 물론 처음에는 잘 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무유가 말한 의미를 되새기면서 거듭하여 연습을 계속하자 차 츰차츰 신형이 안정되어 감을 느끼게 되었다. 전에는 전개하면서도 어딘가 부자연스럽다는 느낌이였는데.....비록 아직까지는 중간중간 균형을 잃는 경 우가 있었으나 몸놀림만은 한결 부드러워 졌다 과거와는 달리 연습을 거듭하면 할수록 급속히 상태가 좋아지는 것에 재미 를 붙인 현무는무유를 의식하지도 못한채 연습에만 열중하다가 마침내 빙 그레 웃고 서 있는 무유를 발견하자 미안한 감이 들어 동작을 멈추고 그에 게 다가갔다. 그리고 공손한 태도로 그에게 머리를 숙였다. "무유선배님께서 이처럼 관심을 갖고 지도까지 해 주신 점 정말 감사드립 니다" "어허! 이사람아! 그만두게 난 딱딱한 예의는 질색이야" 그러면서 무유는 가볍게 팔소매를 흔들었는데....현무는 무형의 기운이 자신 의 상체를 바로 세우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아! 이게 바로 무형지기란 것이구나!) "그것보다 어떤가? 우리 산 아래에 내려가서 술이나 한잔 하는 것이....?" "예?" 무유의 갑작스런 제의에 현무는 놀라워 했다. 이에 무유는 껄걸 웃으면서 현무의 등을 탁 쳤다. "하하, 한잔 사란 말이네. 즉, 말로만 고맙다고 하지 말고....행동으로 보이 란 것이야! 어때, 돈이 없나?" "물론 돈이야 있지만...." "하하, 그렇다면 되었네, 자! 오늘 만큼은 다 때려 치우고 가세" 현무는 망설이고 자시고 할 것없이 무유에게 거의 강제다 시피 끌려 내려 갈 수밖에 없었다. 사실 술이라면 현무 또한 무척 좋아했었는데..... 항주의 그 사건 이후로 단 한 번도 술을 입에 대지 못한 상태인지라 비록 무유에게 끌려가다시피하여 가고는 있지만 한편으로는 기분이 무척 좋았 다. 더욱이 상대는 자신이 평소부터 존경해 하던 기협(奇俠) 무유였으니, 그야 말로 금상첨화(錦上添花)라 할 수 있었다. "그나저나 무선배께서는 언제부터 무공을 익히셨소?" "글쎄 내가 철나면서 부터이니 한 20여년 되었을까?" "아니, 20년씩이나요?" "하하, 왜 앞으로 무공을 익힐 일이 까마득한가?" "그건 아니지만 무선배보다 재질이 형편없는 나로서는 무사히 무공을 익히 고 강호에 출도하려면 적어도 삼십여년을 잡아야할 것 같으니......" "자네의 심정은 이해가 가는 군! 하지만 너무 걱정은 말게! 내 보기에 이미 자네는 기초도 잘 닦여져 있고, 내공도 상당한 데다.....자질마저 좋으니 한 삼사년만 열심히 수련하면 나 이상의 성취를 얻을 수 있을 것이네" 그러나 현무는 이러한 무유의 말을 못 믿겠다는 표정이였다. "하하, 두고보게! 나 무유가 그래도 사람은 잘 본다네! 하지만 본래 무공의 길은 끝이 없는 것. 평생을 두고 연마해도 그 끝에 도 달할 수 없는 것이니....항상 배우는 수련자의 자세를 잃지 말게나!" 말을 하다보니 무유의 말투는 진중해 졌고, 이에 현무도 진지한 표정으로 무유를 향해 포권을 해 보이며 말했다. "선배님의 금과옥조(金科玉條) 마음깊히 새기겠습니다" 그러나 무유는 이러한 현무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였다. "왜 또 그러나? 자네 나하고 사귀려거든 우선 그 고리타분한 예의부터 벗 어 던져 버리게! 어디까지가 중요한 것은 형식이 아니라 마음이니..... 참, 그렇고 자네의 말을 듣다 보니 비록 내가 이야기는 했지만, 그 선배님 이라는 호칭도 별로 맘에 들지 않네. 그러지 말고 내가 자네보다 서너살 나이가 많으니 차라리 나를 형이라 부르면 어떤가?" "아니, 제가 어찌?....." "왜, 싫은가?" "글쎄, 싫은 것은 아니지만......" 무유는 현무의 이야기를 더 들어볼 필요가 없다는 듯 그의 손을 덥썩 잡았 다. "하하, 그러면 됬네! 그럼 이제부터 자네는 나의 동생이 되는 거야!" 이에 현무도 별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후후, 알았습니다. 형님! 저야 형님같이 훌륭하신 분을 모시게 되어 좋긴 하지만 그러다 나중에 무 르자고 할까봐 어째 걱정이 되오!" "허허 이 사람! 나 무유를 뭘로 보고.....?" "하하, 농담이외다" 번 호 : 8330 게시자 : 윤원중 (re5280 ) 등록일 : 1999-05-03 09:18 제 목 : [연재] 천부외경 11 이윽고 갑자기 형제가 되어 버린 현무와 무유는 산아래쪽에 위치하고 있는 자그마한 산촌 어귀에 위치한 허스름한 주막에 마주 앉았다. 비록 집기하나 갖추어지지 않은 초라한 주막이였지만 창가로 보이는 한가 로운 산촌풍경과 바햐흐로 산하를 붉게 물들이는 노을이 절묘하게 조화되어 그윽한 정취를 자아내고 있었다. 산하서하채(山河瑞霞彩) 옥상연초기(屋上煙初起) 목동횡취적(牧童橫吹笛) 구독하산혜(驅犢下山蹊) 상서로운 저녁노을은 산하를 붉게 물들이고 산촌가옥의 지붕위에는 저녁연기가 피어오른다. 목동은 비스듬히 앉아 피리를 불며 소를 몰아 좁은 산길을 내려온다. "하하, 장소의 누추함이 무슨 상관이 있나? 마실 수 있는 술이 있고, 뜻이 통하는 벗이 있고, 또한 이처럼 멋들어진 풍치가 있으면 되지" 주막은 비록 초라했지만 아우를 얻은 흐뭇한 마음과 그윽한 산촌의 풍경에 무유가 감탄을 하며 말을 했다. 물론 이러한 생각은 현무도 마찬가지였다. 아무리 좋은 술이 있다 하더라도 마주앉은 사람이 거북한 사람이라면 어찌 술맛이 제대로 나겠는가? 그리고 아무리 고급스러운 실내장식이라 하더라도 어찌 지금 저 평화로운 산촌을 붉게 채색해 가는 황혼(黃昏)의 아름다움에 비기겠는가? 이러한 생각에 그들은 무척 만족스러운 마음으로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자, 우선 축배부터 들세! 우리의 결연(結緣)을 위하여" "좋지요! 형과 저의 영원한 우애를 위하여!" "본래 피를 섞어 나누어 마시고, 하늘에 제를 올려 우리의 결의를 알려야 하겠지만,사실 그러한 형식이 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정말 중요한 것 은 마음이지...." "하하, 형님은 어찌 그렇게 저와 마음이 같습니까? 제 생각도 그렇습니다. 후후, 그런 의미에서 한잔!" 산촌의 저녁은 무척이나 짧았다. 그들이 술을 몇순배 돌리지도 않았는데 어느덧 해는 지고 마을은 어둠과 적막에 잠기고 있었다. "참, 아우는 이제껏 어떻게 살았나?" "제 이야기를 하려면 온 밤을 다 새워도 못할 것입니다" "어허, 그래도 내 어찌 단 하나뿐인 아우에 대해서 모르면되겠는가?" "참..내! 좋소. 여하튼 듣고 후회나 하지 마시오! 사실 전 이곳에 오기 전까지만 해도 백사회라고 항주지역의 암흑가 조직의 두목이였소!" 이렇게 시작한 현무의 이야기는 한동안 계속되었다. 이제 겨우 20년이 된 현무의 삶, 하지만 그의 삶은 그야말로 한편의 소설 과 같은 것이였으니...... 무유는 현무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마치 자신이 직접 겪기라도 하듯 안타까 워하며 듣고 있었다. "후후, 난 그렇게 살아왔소! 짜여진 굴레를 벗어나려 무척이나발버둥을 쳤지만.... 결국 백사회의 회주로 만족했지요. 그런데 그토록 바라던 기회가 모든 것을 다 잃고 난 후 찾아 왔으니..... 이 무슨 기막힌 일이요!" 과거를 떠올리자 다시 침울해 진 현무는 목이 타는 지 술을 연신 들이켰 다. "내 결코 그들을 가만히 두지 않겠네!" 아무리 건달패들간의 싸움이였지만 강호인들까지 동원하고, 투항하고 도주 하는 사람들까지 무참하게 살해한 그들의 야비하고 잔인한 행동에 무유는 분을 참을 수 없는 듯 이를 갈며 말을 했다. 그러나 현무는 고개를 살래살래 저었다. "아니요. 가만히 놔 두시오! 그들은 누구에게도 양보할 수 없는 나의 몫이 니...." "알았네! 아우가 직접 처리하게. 하지만 내 자네가 무공을 익히는 사이 그 들 흑의복면인들에 대해 한 번 알아보지.... 그들에게는 무언가 수상한 냄새 가 나거든.." "알았소! 그러나 이젠 소제의 재미없는 이야기 보다는 형님의 이야기나 들려 주시오 " "나는 별로 할 말이 없는데....?" "아니, 그럼 형님은 과거가 없다는 말이요?" "그건 아니지만..... 사실 나도 고아라네. 부모님은 평범한 일반백성이셨는데 지금으로부터 십팔년전 전쟁 뒷끝으로 발생한 역병에 걸려 모두들 돌아가 셨네! 난 다행이 근처를 지나던 지천사백께서 구해 주셨고.... 그 후로 쭈욱 소림에서 자랐네! 본래 출가하려고 마음 먹었었는데....사부님께서 불가와 인연이 없다고 받아 주질 않으셨지! 그게 바로 다야" 무유의 이야기를 듣고 현무는 그에대해 더욱 친근한 감정이 드는 것을 느 꼈다. 달마검협 무유라고...... 무림인이라면누구나 선망해 마지 않는 중원오룡의 일원인지라 그의 태생 도 당연히 고귀한 집안출신으로 생각했는데, 그도 자신과 마찬가지인 고아 였던 것이다. 그들은 비워진 술병이 하나 둘 쌓여가고, 이야기들이 진행되면 될수록 더욱 상대방에게 감탄을 하고 정을 느끼게 되 었다. 초저녁부터 마시기 시작한 술좌석이 어느덧 자시(子時)를 넘기고 있었다. 그러니 그들이 아무리 주량이 세다할 지라도 취하는 것은 불문가지! 이미 그들의 혀는 잔뜩 꼬부라져 있었다. "후후, 그나저나 아우는 운도 좋아!" 갑자기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무유가 말했다. "밑도 끝도 없이 그게 무슨 말이요?" "왜 하필 자네의 생명을 구해준 사람이 신화군주(神華郡主) 유선이냔 말이 야!" "아니! 그녀의 별호가 신화군주였소?" "그것도 모르고 있었나? 하긴 그녀의 출현이 늦어 아직 명호가 충분히 알 려지지 않았지만....." "그건 그렇고 그녀가 나를 구해 준 것이 뭐 잘못되었소?" "사람이 살다보면 다른사람의 도움을 받은 일은 흔한 일이지 하지만 내가 운이 좋다는 이야기는 그것이 아니고, 생명의 은인이 바로 신화군주 유선과 같은 천하절색의 여인이라는 것이야! 후후, 나에게는 그런 기회가 안 오나?" 현무는 말도 안된다는 듯 무유를 바라보았다. "세상에! 부러워할 것을 부러워 해야지! 제가 그녀를 구했다면 또 모를까? 더욱이 지극히 별볼일 없는 자들에게 그 토록 당했으니 그녀가 나를 얼마나 한심하게 생각하겠소 이런 경우는 운이 좋은 것이 아니라 나쁜 것이요. 그처럼 형편없는 처지로 첫 인상을 심어 주었으니....." "하하, 그래도 그녀의 나긋나긋한 손길로 아우를 치료했을 것 아닌가?" 그러면서 현무를 바라보는 무유의 눈빛은 더욱 이상야릇해 졌다. 이에 현무는 기가 막힌 표정을 지었다. "허 참! 난 또 왜 형님이 불문과 인연이 닿지 않는다고 했는지 알 수 없었 는데...이제서야 짐작이 가군요. 그런 요상한 상상이나 하고....아마 머리를 깍았다면 천하의 똘중이 되었을 겅이요. 형은...." "하하, 그런가? 그 것도 괜찮은 일인데....." "정말 못말릴 형이군! 쓸데없는 장난은 그만하고 술이나 마셔요!" 그러나 무유는 무언가를 알아내려는 듯 현무를 이리저리 훌터보고 있었다. "어허, 그만 두시라니까....." 현무는 무유의 집요한 눈초리에 질린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지만 새삼스럽 게 유선의 화사한 얼굴이 머리속에 떠 올랐다. (그녀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사실 무유도 유선을 잘 알고 있다. 그녀의 사문은 바로 은일문파의 하나인 남해보타임이였고, 소림과 남해보타암과는 어느정도 교분이 있었던 것이다. 그런 이유로 몇년전 무유는 사부인 공공대사의 심부름으로 남해보타암에 갔다가 마치 학처럼 고고하고 선녀처럼 아름답던 그녀를 만난 것이다. 그런데 그녀의 그처럼 아름다운 자태는 내내 불문에서 자란 그였지만 한동 안 잊을 수 없었는데....혹시 이 순진한 아우가 그녀에게 반하지 않았나 하 는 호기심이 든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런 일을 직접 물어볼 수도 없었고, 또 물은다고 사실대 로 고백할 현무가 아니였으니 괜히 무유는 엉뚱한 이야기를 하고 말았다. "아우! 자네는 그러한 말을 알고 있나? 예로부터영웅을 가장 많이 망친 것이 바로 여인이걸 말이야 그래서 모름지기 진정한 영웅이 되려면 미인을 품되 빠지지는 마란 이야기 지...." "후후, 형은 내가 마치 영웅이라도 된 듯 이야기 하는 구려...". "지금 당장은 아니겠지만....아운 소질이 많아....그 영웅이라고 하는 별로 재 미없는 역할에 대한..... 여하튼 아우는 묘하게 사람을 끄는 매력이 있는 것 같아! 사내인 나도 그러는데 앞으로 강호주유하다 보면 꽤 많은 여인들이 따를거 야!" "좋게 봐줘서 고맙긴 한데.....영 잘 못 집었소!" "하하, 그럴까?" "그렇소" "그럼 어디한번 두고 보지!" 그날 밤 현무는 참으로 오랬만에 술이 취하도록 마셨다. 무유의 성격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호탕하면서도 소탈하여 비록 신분의 차이에도 불구 하고 둘 사이에는 급속도로 가까워 졌으며 더우기 그들 둘다 천하에 알아 주는 주당이였던 관계로 초저녁부터 시작한 술자리는 동편에 희미한 여명 이 비쳐올 때까지 계속되었으며 결국 죽엽청 세말을 모두 비우고서야 끝 이 나게 되었다. 4일이란 시간은 금방 지나갔다. 선발된 자체로 이미 일류고수가 보장된다는 강호 최정예집단인 소림하원의 제자로 선발된 기쁨을 안고 고향들을 찾았던 사람들이 모두들 돌아오고, 그 사이 현무는 난해하기 그지 없다던 창천보를 완벽하게 익힐 수 있었다. 본격적인 무공수련을 위해 무학동에 입동하기 전까지는 종종 만나 술을 마 시자던 무유는 현무와 술을 마신 그 다음날 강호상에서 발생한 한가지 사 건을 조사한다고 하원제자 10명을 인솔하고 총총히 하산하였고, 난생 처음 형이 생겼다고 기뻐하였던 현무는 그가 없는 가운데 다른 선발제자 6명과 함께 하원제자로서 입문식을 마친 후, 각기 30년정도 의 공력을 증진시킬 수 있는 소환단이 하나씩 지급 받았으며 곧바로 무학 동에 입동하게 되었다. 본래 소림하원의 제자가 되면 누구나 1년간은 소림본사의 무학동에 들어가 소림의 진산절예를 익힌 후 하원에 복귀하게 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사실 소림의 무학동은 누구나 함부로 들어갈 수는 없었고 본사의 무승들도 1회에 한해 단3개월동안만 허용되어 있었다. 물론 당주급 이상의 인물들에 대해서는 다시 추가 기회가 있지만 어찌되었건 이처럼 들어가기 힘든 대소 림사의 무학동에 그것도 1년동안이나 들어가 무학연구를 시키는 것만 보아 도 소림이 하원을 얼마나 중시 여기는가 하는 정도를 알 수 있었다. 그런데 사실 소림의 무학동은 본래부터 무학동이 아니였다. 본래는 소림의 고승들이 득도를 하고 열반하는 장소로서 열반동이라 불리우게 되었었는데 제33대 방장이였던 일운스님이 위축된 소림의 무공능력을 높이기 위하여 이를 개조하여 무학동이라 명명하고 제자들의 무공수련을 위한 장소로 만 든 것이였다. 물론 단지 고승들이 열반하는 장소가 어찌 좋은 장소가 되겠 는가 하는 의문이 생길 수도 있겠지만 사실 이 동굴은 바로 양강과 음한지 맥들과 연결되어 사체보존은 물론이요, 무공수련이나 참선을 하는 사람들 에게는 최적의 장소였을 뿐만아니라 제6대조사 혜능선사가 이곳에서 열반할 당시 평생의 깨달음을 석벽에다 적 어 놓은 후 그후 많은 고승들 역시 석벽에 자신의 평생의 심득을 적어놓아 가히 무학의 보고라 할 수 있을 정도였던 것이다. 더우기 소림은 이곳을 개조하면서 이곳에 소림의 장경각에 있던 대부분의 무공서들의 사본을 비치하여 상호 비교해 가며 무학이 증진될 수 있도록 하였고 기축적에 좋은 각종 약재들을 지원하여 가히 무공수련에는 그 이상 의 장소가 없다고 해야할 것이였다. 현무는 무학동에 들어서면서 무척 감회가 깊었다. 사실 이와같은 상승무공을 접하려고 그는 얼마나 몸부림을 쳤던가? 그런데 이제 그의 눈앞에 이러한 무공들이 질리도록 놓여 있었으니..... 자연히 무공을 배우기 위해 강호를 떠돌던 생각이 난 것이다. 무학동 내부는 상상외로 무척 넓었다. 이미 선배 고승들의 유체는 별도의 장소로 옮겨져 있었고, 반경이 7,8장에 이르는 중앙광장을 중심으로 5개의 통로와 상당한 수의 석실이 갖추어 져 있었다. 비록 입구가 패쇄된 동굴속 이지만 어디에 통풍구가 만들어 져 있는 듯 동굴내 공기는 신선함을 유지 하고 있었고 천장에는 군데 군데 야광주가 박혀있어 단지 장소의 협소함을 제외하고는 생활하는데는 별다른 불편함을 느낄수 없을 정도였다. 현무는 내심 천연동굴을 이처럼 정교하고 치밀하게 개조해 놓은 대소림의 저력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그 때 갑자기 자신을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현무형! 이리 오시오!" 현무가 고개를 돌려보니 광장 한쪽에 마련된 석순(石筍)의자에 이미 다른 6인의 신입제자들이 앉아 그를 바라보고 있는 것이였다. 현무가 그쪽으로 걸어갔다. 현무가 다가오자 그들중 가장 좌측에 앉아 있던 당옥상이 말을 하였다. "이왕 한 배에 탄동기들인데 서로 통성명을 해야하지 않겠소!" 이에 현무도 한 쪽의 빈 의자에 앉으며 대답하였다. "그렇군요. 갑자기 너무 좋은 곳에 오게되어 흥분된 나머지......" 그러자 당옥상은 고개를 갸웃했다. "아니 이 지하에서 1년을 살아야 하는데...그게 그리 좋소?" 그러나 현무는 그러한 당옥상의 태도가 오히려 이해되지 않았다. "당연히 좋고 말고요. 이처럼 배우고 싶었던 무공들이 산처럼 쌓여 있는 데....." 이러한 현무의 태도에는 진정 기쁜 빛이 넘쳐 흘렀다. 이에 당옥상 등 다른 6인은 여전히 현무의 태도가 이해하기 힘들다는 표정 으로 그를 기이하게 바라보았다. (하긴, 당초 3차관문 통과때부터 그는 특이한 사람이였지만......) 물론 그들 6인도 천년 소림의 진산절예를 배울 수 있다는 사실이 싫은 것 은 아니였다. 하지만 그들은 현무와는 다르게 어렸을 적부터 충분히 무학 을 접하고 아직 그러한 무학들도 채 소화시키지 못한 상태들이였다. 그러니 새로운 무공에 대한 열의보다는 답답한 지하에서 단지 벽곡단으로 만 연명하며 1년을 수련해야 한다는 사실이 더욱 가슴에 와 닿았던 것이 다. 이는 단지 개개인의 자라온 환경과 무공성취에 대한 집념의 정도 차이일 뿐이였다. 하지만 그러한 차이가 앞으로 어떠한 결과로 나타나게 될 지....... 여하튼 현무를 비롯한 7인의 신입제자들은 이제 한 배에 탔다는 동질감 때 문인지 아니면 이 지하에 단지 그들만이 있다는 동병상련인지 서로간 친밀 한 감정을 가지고 통성명을 하였다. 이들은 이미 강호에서 활약을 하던 젊은이들이였고, 따라서 서로간 안면이 있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리고 현무를 제외하고는 전부들 비록 구파일방이나 5대세가의 소속은 아 니였지만 쟁쟁한 무림명문의 자제들이였다. 따라서 현무는 이러한 영기발랄한 젊은 기재들과 사귀는 것이 기뻤고, 그 들은 그들 나름대로 현무에게서 느껴지는 기이한 매력과 출신 등에 있어 자신들과는 다른 특이함에 현무에게 관심을 갖었다. "현공자께서는 항주의 숭무관 출신이라 하였는데.... 솔직히 강호상에 그러한 무관(武館)이 있다는 이야기는 못 들어 봤는데...." 청향문이라는 특이하게 여인들로 구성된 문파 소속이라는 옥서향이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현무를 바라보며 묻는 말이였다. 이에 현무는 계면쩍은 표정으로 웃으며 대답하였다. "후후, 소저께서 못 들어 본 것은 당연하겠지요. 사실 그 곳은 정통무관이 라기 보다는 백사회 회원들이 체력을 단련하기 위해 만든 곳이기 때문이 요" "어? 백사회요? 백사회는 또 뭐죠?" "허허, 백사회라.....! 그건 항주지역의 폭력조직 이름이요!" 현무의 대답에 정작 질문을 한 옥서향 뿐만아니라 다른 5인들도 얼처구니 없다는 기색이였다. 폭력조직이라면 자신들은 상대조차 않는 그저 건달들이나 무뢰배들의 무리 였는데 정작 그러한 곳의 출신이 당금 강호의 최정예집단인 소림하원의 제 자로 선발될 수 있었다니...... 사람은 참으로 간사한 속성을 지닌 모양이였다. 당초 이름을 들어 보지 못한 숭무관이라는 곳에 대해 그들은 그래도 최근 에 생긴 정통무관이거나 강호의 이인(異人)이 비공개하에 무공을 전수하는 곳으로 생각해 그리않해도 자신들과 다른 현무에 대해 미묘한 신비감까지 느끼고들 있었는데 정작 그가 하찮은 건달조직 출신이였다니 대부분의 사람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고, 은연중 그를 경멸하는 눈빛까 지 보이고 있었다. 이에 그들과의 대화는 자연 시들해 졌다. 이제껏 주로 현무에게 화제가 많이 집중되어 있었는데.... 이후 주로 그들간의 이야기들이였고, 현무에 대해서는 관심조차 보이지 않 았다. 현무는 내심 어이가 없었다. 그래도 그들에 대해 상당한 친밀감을 느꼈었 는데..(칫, 치사한 자식들.....그 깟 허줄좋은 배경이 다 무슨 소용이라고...... 에라 이 놈들아! 너희들에 비하면 하늘과 같은 무유형님이나 유선소저도 그러지 않았다!) 이런 생각을 한 현무는 더 이상 그들과 같이 있고싶은 생각이 없어 그만 자리에서 일어섰다. "나는 그만 가겠소" "아니, 벌써 가시려오? 조금 더 계시질 않고......" 그래도 그를 가장 먼저 불렀던 당옥상이 미안한 표정으로 말을 하였다. 이에 현무는 (너희들과 노닥거리느니 차라리 낮잠이나 자겠다!)라는 말이 금방이라도 튀어 나올 것 같았으나 꾹 참고, 점잔은 표정으로 말을 했다. "나는 촌뜨기라 한시바삐 이곳의 무공들을 보고 싶어 참을 수 없소" 그러면서 현무는 그대로 자리를 벗어나고 말았다. "하긴, 무뢰배출신이 언제 고급무공을 접해 보았겠는가?" "초반에 저렇듯 무대포로 달려들다가 곧 지치고 말겠지요" 비로 소리죽여 말을 한다고 하였지만 현무의 귀에는 그들이 중얼거리는 소 리들이 모두 들려왔다. 이에 현무는 그저 씁쓸하게 웃을 뿐이였다. 번 호 : 8331 게시자 : 윤원중 (re5280 ) 등록일 : 1999-05-03 09:18 제 목 : [연재] 천부외경 12 여전히 대화가 진행되고 있는 자리를 벗어난 현무는 우선 좌우에 늘어선 석실들을 차분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석실은 크게 3부류로 나뉘어 있었는데 먼저 소림의 장경각에서 주요한 무 경들만 모아놓은 대형 무경실, 그리고 강호의 대소사와 일반학문, 각종 진법.도해.용독.기관.예도 관련 서 적을 모아둔 서경실 등 서가가 그 한부류였고, 그 다음은 바로 벽곡단 등 식량, 침구등을 모아둔 곳,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각 개인이 취침하고 독자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개인 용 석실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단 한가지 특이한 점은 도검류등을 비치한 병기실이 없다는 점이였으나 이 는 소림사가 자비를 최우선으로 여기는 불교 성지임을 감안하면 충분히 이 해할 수 있었다. 현무가 그 다음으로 살펴본 곳은 바로 전대고승들이 평생의 심득을 남겼다 는 참오혈이였다. 이는 동굴의 가장 깊숙한 곳에 수백개의 조그마한 동혈로서 구성되어 있었 는데 각 동혈은 겨우 어른 하나 지나갈 정도로 좁았으나 사방의 벽에는 온 통 수많은 글귀들로 새겨져있었다. 현무는 이곳 동혈에서 등 일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는데 그들은 각기 한 동혈씩 틀어박혀 전대고승들이 남긴 글귀들을 해석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하지만 현무가 얼핏 보기에 그 글귀들은 지극히 난해하기가 그지 없어 그 들은 그저 끙끙 앓고 있을 뿐이였다. (쯔쯔, 평생을 수양해온 고승들이 깨달음을 적어 놓았는데 그것을 일시에 얻으려 하다니......) 하지만 현무는 그러한 생각을 그저 마음속에 접어둔채 그 동혈들을 나올 수 밖에 없었다. 모두들 그보다 훨씬 뛰어난 사람들이라 자부하는 사람들 이 아닌가? 현무는 다시 지하광장으로 돌아와 무경실로 향했다. 그는 아직 고승들의 깨달음 보다는 이곳 장경각의 무학비급들을 보는 것이 우선이였다. 하지만 사실 무경실의 무학비서들은 워낙 많았으며 그 분량은 실로 엄청났다. 아 마 이곳의 책을 모두 읽기 위해서는 단순히 읽기만 해도 평생을 읽어야만 할 정도였다. 더우기 그 뜻을 파악하고 또 계속되는 연습이 필요한 무학비 급인 바에야. 이에 현무는 결코 서두르거나 욕심을 내지 않기로 했다. 여기에 있는 모든 무경들을 모두 익히는 것 보다 단 몇가가지만 익히더라 도 확실하게 익히기를 원했던 것이다. 어차피 자신의 소망대로 이곳 무학동에 들어올 수 있었고, 여기에서는 아 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온전히 무공연마에만 전념할 수 있지 않는가? 현무는 이렇게 작정한 후 차분하게 무공실의 비급들을 살펴보며 자신이 익 힐 무공을 고르는 작업부터 사작했다. 그 유명한 달마역근경부터 시작하여 이러한 달마역근경으로부터 파생된 달 마현공 등 내가기공 그리고 달마성승이 창안했다는 칠십이종의 절기와 혜능선사의 삼십육종의 절예, 각각 일가를 이루웠다는 무학의 천재 십팔인의 십팔가 절예 등 무공 초식들, 또한 보법과 경신술, 그리고 기타 온갖 잡기 들에 이르기 까지 수를 셀 수 없는 소림의 진산절예들이 있었고 기타 어떤경로에서인지 알 수는 없지만 외부로부터 들어온 수백권의 비급 들까지 갖추어져 있었다. 그 수가 워낙 많다보니 현무는 그들중 제목과 종류만 파악하는데도 사나흘 이 걸릴 것 같았다. 이에 아무리 무공에 굶주린 현무라 할 지라도 질릴 수밖에 없었지만 결국 꾸준한 인내를 가지고 열흘이라는 시간을 투자한 결과 마침내 모든 비급들 을 개요나마 파악할 수 있었다. 그 사이 다른 6인들이 모두들 왔다 갔지만 그들은 그저 제목정도만 일별하 고 그중 비교적 이름이 많이 알려진 마하반야장이나 백보신권, 달마혜검 등의 무공만 일부 필사해 갔을 뿐이였다. 그럴 수밖에 사실 이곳의 무공들 은 외부의 장경각에도 얼마든지 있었고, 이 무학동의 핵심은 단연 참오혈 이였던 것이니..... 그들은 단지 익히는데 많은 시일이 요하는 소림진산절예를 고집하는 현무 에 대해 비웃음만을 남기고 하나 둘 참오혈을 향해 떠나갔다. 이러는 사이 현무는 마침내 자신이 익힐 무공들을 모두 골라낼 수 있었다. 그것들은 총 열가지의 무공이였는데..... 우선 전설의 부동명왕(不動冥王)의 몸놀림을 본 따 창안했으되 너무 난해 하여 소림역사상 익힌 사람이 거의 드물다는 금강부동신법과 소림무예의 근간이라할 수 있는 달마역근경이 그 첫 번째이고 소림칠십이종 절기중에는 현천삼검과 적하장, 삼십육절예중에서는 백팔나한금나수와 금강지 십팔가(十八家)의 절기에서는 파옥쇄권과 칠절선법, 고리고 기타 무공에서는 태극권과 기환무극보가 바로 그것이였다. 이중 특히 태극권은 현무도 익히 익혔으며 강호에서 삼류무사들도 전개가 가능하다고 알려져 있었는데....현무가 그냥 장난삼아 넘겨보다 의외로 자신 이 본 태극권 무해도보다는 수십배 두꺼운 내용과 그곳에는 단순한 초식전 개만이 아닌 내부기혈 운행법칙까지포함되어 있어서 여기에 포함시키게 되었다. 일단 수련할 무공을 모두 선별한 현무는 곧바로 그 자리에 앉아 이들 비급 들을 필사하기 시작하였다. 아무래도 이곳 무경실에서 직접 무공을 연마할 수는 없는 일이였고, 또 이 러한 비급들을 무경실 외부로 유출시키는 것은 금지되어 있어 비록 시간은 아까웠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였다. 다만 현무는 이러한 시간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필사하는 가운데에서도 무공의 개요를 파악하고 주요부분을 암기하고자 노력하였다. 이렇게 무공을 익히기 위한 모든 준비가 끝나자 현무는 석실보다는 조용한 동굴하나를 골라 자신의 수련장소로 삼고 침구며 건량, 벽곡단 등 필요한 물품을 모두 운반해 왔다. 그리고 그날 부터 현무의 무공수련은 시작되었다. 항상 일정한 빛, 항상 일정한 바람 속에서 현무는 배가 고프면 건량을 먹 었고 참을 수 없을 만큼 졸리면 잠을 자고 그 외의 시간에는 온통 무학수 련에 투자했다. 그는 우선 소림무학뿐만아니라 나아가 중원무공의 토대라 할 수 있는 달마 역근경부터 우선 살펴보기 시작했다. 그러나 달마역근경은 그 명성과는 너무 차이가 있었다. 우선 萬여면에 이 를 정도로 방대한 분량이 그렇고 또 대부분의 내용이 무공과는 거리가 먼 인체의 구조나 경맥의 흐름과 같은 의학적인 내용이나 근골과 신체를 단련 하는 방법등으로 채워져 있었던 것이다. 따라서 남들보다 뒤쳐져 마음이 다급한 현무로서는 크나큰 실망감을 느끼 고 과연 이처럼 시일이 많이 걸리는 방법을 과연 익혀야만 하는 건지 상당 기간 망설였다. 그 결과 현무가 내린 결론은 일단 달마역근경상의 수련법이나 여기에서 파 생된 달마현공은 연마하지 않되 그 내용만은 무학의 기초가 되는 것이니 만큼 철저하게 이해하고 넘어간다는 것이였다. 하지만 당초 지루한 내용에 최대한 인내를 가지고 시작했던 현무는 시간이 갈수록 그 내용에 빠져들게 되었다. 비록 그 내용은 기공이나 무공초식과 직접적인 연관관계는 없었으나 대신 그가 평소부터 궁금하게 생각하고 있던 인체의 신비와 그 무한한 잠재력, 그리고 마음상태가 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등을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었던 것이다. 즉, 인간은 누구에게나 무한한 잠재력과 공능이 있으나, 대부분 일반사람들 은 이의 수백분의 일도 사용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부단한 신체단 련과 정신력 강화를 통해 이러한 잠재력을 자신의 능력으로 활용할 수만 있다면 그는 가히 초인이 될 수 있다는 식이였다. 또한, 인간 뿐만아니라 삼라만상은 모두 기(氣)란 걸 내재하고 있고, 이 기 의 원천이 바로 우주(宇宙)이기 때문에 수련자는 몸과 마음을 열어 이 우 주(하늘과 땅, 그리고 삼라만상을 포용하고 있는 무한한 공간)의 무한한 기 (氣)를 받아들여야만 하고, 상호간 막힘없이 교류가 될 수 있을 때 비로서 그의 능력은 완성되게 되며, 이른바 천인합일(天人合一)의 경지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현무는 차츰 처음의 어렵고 지루한 상태에서 벗어나 책속에 몰두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기간이 한달여 지나자 현무는 어느정도 달마역근경에서 주장하는 달마성승의 뜻을 알게 되었고, 생각같아서는 모든 시간을 이 것에 투자하 고 싶었지만 한정된 시간인지라 금강부동신법, 적하장 등 여타무공을 중심 으로 연마를 하고 달마역근경은 중간중간 틈을 내어 연구하는 식으로 시간 운영을 바꾸었다. 대신 그는 앉을 때나 누울 때 심지어는 식사하는 시간까지 달마역근경상에 나타난 720가지 자세를 반복함으로써 체내에 자연히 기가 쌓이도록 하였 다. 그러는 가운데 시간은 계속하여 흐르고 있었다. 한편 이시간, 소림하원의 제자 10명과 하산했던 무유는 무이산 깊은 계곡의 한 동굴안으로 하원제자 5명과 함께 진입하고 있었다. 탁한 기운과 음습한 한기가 몰려나오는 어쩐지 기분나쁜 동굴! 가장 선두의 검흔이 들고 있는 화섭자의 불길마저 파르르 떨리는게 금방이 라도 무엇이 튀어 나올 것만 같았다. 그러나 무유와 소림하원의 제자들의 눈빛에는 추호도 두려움을 읽을 수 없 었으니.....대신 그들의 눈에서 흘러나오는 빛은 그 어떤 상황이라도 곧바로 대처하겠다는 듯 날카로운 기세만 흘리고 있었다. 잠시후 길은 세갈레로 갈라지고 있었다. 선두의 검흔이 조심스런 목소리로 무유에게 말을 하였다. "무대주! 어떻게 할까요?" 무유는 잠시 망설이다 말을 하였다. "중앙의 길로...... 그리고 이제부터는 내가 앞장 서겠다" 그러면서 무유는 뚜벅뚜벅 걸어 검흔의 앞으로 걸어갔다. 검흔이 길을 비켜주며 화섭자를 건네 주었지만 무유는 묵묵히 고개만 저었 을 뿐이다. 한참을 더 걸었을까? 이미 동굴의 내부는 상당히 좁아졌지만 그 길만은 꾸준히 이어지고 있었 다. 그런데 그순간 갑자기 앞서가던 무유가 주춤하며 멈추어 섰다. 순간적으로 옷깃을 스치는 소리가 그의 귓전에 들려온 것이였다. 그러나 순간적으로 들려오던 그 소리는 그가 멈추어 섬과 동시에 다시 사 라져 버렸다. 아마 상대방도 무슨 낌새를 느낀 것 같았다. 눈치를 챈 검흔이 가지고 있던 화섭자의 불마저 꺼버려 동굴내부는 본래의 어둠으로 변해 버렸다. 바로 눈앞의 사람마저 보이지 않는 칠흑같은 어두움. 하지만 무유의 눈빛은 날카롭게 빛나고 그의 몸은 최대한 기척을 죽인채 소리가 났던 방향으로 접근하기 시작하였다. 일장, 이장, 삼장, 그리고 사장, 마침내 모퉁이를 만나 바로 그 뒤에 적이 있음을 직감한 무유는 양팔에 공 력을 잔뜩 주입한 채 소리없이 반대편 벽으로 움직여 갔다. 바로 그순간 번쩍하며 백색의 찬란한 검기와 함께 날카로운 바람소리가 무유를 향해 덥쳐 왔다. 비록 대비를 하고 있던 무유였지만 너무도 갑작스런 공격에 무유는 순간적 으로 당황스런 심정이였다. 그러나 오랫동안 무공을 연마하고 감각을 단련 해 온 사람답게 곧바로 좌측으로 한걸음 비켜서며 검을 뽑아든 무유는 그 대로 검기의 측면을 향해 맹렬하게 검을 휘둘렀다. 이러한 무유의 반응은 그야말로 신속한 가운데서도 유효적절한 대응으로 검을 전개하여 무유를 기습한 상대방도 "어?"하는 의외의 탄성이 들리더니 검광이 넓게 비산되었다. 곧바로 공격에서 방어로 검세가 변환된 것이였다. 순간 "차창!"하는 날카로운 파공음과 함께 무유의 단색검기가 상대의 검망 (劍網)과 부딪쳤다. 격돌한 부분에서는 번쩍거리는 섬광이 일어나며 빛의 무리는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으음, 여인인가?) 짧막한 탄성소리에 상대방이 여인임을 안 무유는 상당히 의외라는 표정이 였다. 이처럼 음습한 동굴 깊숙히에서 여인의 미성(美聲)이라니..... 동굴속은 다시 완전어둠으로 변해버렸고 터질듯 한 긴장감과 함께 일촉즉 발의 침묵이 흘렀다. 하지만 무유는 이미 상대방의 위치를 파악하고 있었 고 이는 상대방도 마찬가지 였다. 그리고 정적의 시간은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이얍!"하는 가늘면서도당차게 느껴지는 여인의 기합소리와 함께 다시금 무유를 향해 빛의 무리가 몰려왔다. 비록 아까와 같은 속도감은 없었지만 미처 도달하기도 전에 장중을 휩쓸어 가는 기세만은 그 전의 공격과는 비교되지 않을 정도였다. 무유는 상대방이 여인이라는 사실에 마음이 약해졌으나, 상대의 공세는 그의 이러한 마음을 허락하지 않았다. 전후좌우상하(前後左右上下) 그의 십육방 방위를 점하며 밀려드는 검세에 그는 더 이상 생각할 여유도 없이 그대로 하단전에 응축되고 있던 공력을 팔과 검에 보내면서 그의 최대의 절기이자 성명절학인 달마혜검 제1초 항 마지검을 전개했다. 사실 외견상 그의 검법은 극히 보잘 것 없는 것처럼 보였다. 상대방의 변화무쌍한 검법에 비해 그의 검은 그대로 전면을 향한채 미미하 게 떨리면서 그저 커다란 원호를 한번 그렸을 뿐이였다. 하지만 그 보잘 것 없고 단순하게만 보이던 동작속에는 무수한 현기가 포 함되어 있었으니.... 그의 십육방 방위를 점한 채 찬란하게 빛을 뿜으며 거 세게 밀려오던 검기가 무유가 장난한 듯이 전개한 수법에 의해 형성된 둥 그스름한 빛의 막에 막혀 버린 것이였다. 그러자 이에 질 수 없다는 듯 그 미지의 여인은 다시금 날카로운 기합을 토해내면서 초식을 변화시켰다. 이번 초식은 위력이 더욱 막강한지 세력을 크게 확장하며 무유의 방어막을 그대로 돌파할 기세였다. "헛!" 무유의 입에서도 당혹한 듯한 헛바람이 새여 나왔다. 그가 전개한 달 마혜검은 무학조사인 달마성승이 창안한 소림의 최대절예라 할 수 있는 것 으로 비록 그의 공력이 완성되지는않았으나 가히 무적이라할 수 있는 초식이였는데 엉뚱하게 이곳 동굴에서 호적수를 만난 것이였다. 그러나 아직 달마혜검은 2초식이나 남아 있었다. 비록 무유가 의외로 강한 상대방에 대해 순간적으로 놀라기는 했지만 그는 당대 최고 후기지수의 1 인, 그는 한발을 뒤로 물러섬과 동시에 흐트러지려는 기를 다시 모우고 달마혜 검 제2식인 복마지검을 전개하였다. "사천왕의 법력이 검을 통해 쏟아 지나니....세상의 모든 마는 이에 굴복하 도다. 복~마~지~검!" 아무것도 구별할 수 없는 칠흑같은 암흑속에서 홀로 무유의 낭랑한 목소리 가 우랑차게 퍼져 나오고, 바로 그 순간 그의 검은 부르르 진동을 하면서 마치 수십조각으로 분리되는 것처럼 중심부에서 외부를 향해 빛살과 같은 검기들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무유의 장검에서 쏟아져 나온 검기들은 곧바로 그를 둘러싸고 밀려들던 검망(劍網)과 지지직하며 부딪쳐 갔다. 그러자 그 부분에서는 마치 거대한 먹구름 무리가 부딪치며 번개를 쏟아내 는 듯 무수한 불꽃들이 발생하여 사면팔방으로 비산하더니 마침내 번쩍!하 며 찬란한 광휘와 함께 폭발해 버렸다. "으으윽!" 폭발의 여파에 장내에 있던 사람들은 비명소리와 함께 주춤거리 며 뒤로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그만큼 격돌의 여파가 강했던 것이다. 하지만 폭발처럼 발생했던 빛의 잔치는 발생과 동시에 사그라져 버리고 장내는 다시 암흑과 침묵이 흘렀다. 마치 개개인의 숨소리가 천둥소리처럼 들릴만큼 고요한 정적이였다. 그런데 이러한 정적을 뚫고 여인의 억눌린듯한 신음소리와 함께 "쨍그랑" 하며 쇠붙이가 동굴바닥에 떨어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에 무유는 자신과 상대했던 여인이 부상 입었다는 사실을 알고, 조심스 럽게 앞을 향해 걸음을 옮기였다. 그러나 바로 이순간! "끼아악!"하는 괴성과 함께 어둠속에서 번쩍하며 금빛 물체가 뛰어나오더니 눈부신 속도로 무유를 향해 일직선으로 짓쳐들어오는 것이 아닌가? (이크! 이건 또 뭐냐?) 갑작스러운 이러한 공세에 무유는 깜짝 놀라며 검을 맹렬하게 휘둘렀다. 하지만 그 금빛물체는 아직 수비식이 완성되기도 전에 어느새 이를 뚫고 무유의 안면을 향해 접근하고 있었으니, 무유로서는 공중제비를 돌 듯 황 급히 몸을 좌측으로 굴리며 피할 수밖에 없었다. (도대체 무엇이 이처럼 빠르고, 파괴적이란 말인가?) 황급히 좌측으로 물러섰던 무유는 곧바로 이어질 상대의 후속공격에 대비 하여 검을 앞으로 세웠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그 금빛물체는 더이상 무유를 추적하지 않고 그대로 다시 되돌아 가 버리는 것이였다. 아마 그의 접근만을 막겠다는 생각이였 던 모양이다. 이러한 상황은 말로 설명하기는 길었지만 그야말로 순식간에 발생한 일로 서 좌중에 있던 사람들은 그저 광채가 몇번 번쩍거리는 장면만 보았을 뿐 이다. 번 호 : 8332 게시자 : 윤원중 (re5280 ) 등록일 : 1999-05-03 09:19 제 목 : [연재] 천부외경 13 장내는 다시 침묵속으로 빠져들어 갔다. 그러나 이순간 누군가가 화섭자를 켜서 대치하고 있던 중앙에 던졌다. 비록 약한 빛이였지만 동굴내부가 너 무 어두웠던 관계로 화섭자의 불빛은 마치 섬광처럼 동굴 내부를 환하게 비추게 되었다. 그러자 비로소 대치하고 있던 쌍방이 완연하게 드러났는데, 무유일행은 고강한 무공과는 달리 정작 상대방들이 순수하게 여인들로만 구성되어 있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십수명의 늘씬한 여인들, 그녀들 중앙에는 백색궁장을 입고 가슴에 설매화를 장식한 호리호리한 여 인이 어깨에 황금빛 원숭이를 태운채 시녀인듯한 여인의 부축을 받으며서 있었고 그녀의 주위에는 모두 열댓명의 여인들이 각기 병장기를 꺼내들고 이쪽을 노려보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순간 무유의 입에서 극히 놀란듯한 음성이 튀어나왔다. "아니, 그대는 혹씨 북해빙궁의 북해신녀 설지 소저가 아니요?" 무유는 바로 중앙의 그 백색궁장의 여인을 가르키고 있었는데 그녀는 마침 부상을 당한 듯 시녀의 부축을 받고 있다가 무유의 이야기에 깜짝 놀라며 그에게 시선을 돌려 이윽고 바라보더니 결국 가벼운 탄식과 함께 입을 열 었다. "그렇군요. 당신은 바로 중원오룡의 일원인 달마검협 무대협이군요." 사실상 그녀도 무림5봉의 일원이니 그들은 동시에 신주십출에 속해 있던 사람들이였던 것이다. 무림십출이란 당대무림에서 가장 뛰어난 10인의 후기지수를 일컫는 말로 남녀 각 5명씩 5룡과 5봉으로 구분되어있었다. 이중 5룡은 무유를 비롯한 5인의 인재를 지칭하는 것이였고, 5봉은 여기에 있는 북해신녀(北海神女) 설지를 비롯, 남궁세가의 천혜옥인(天慧玉人) 남궁하(南宮霞), 북궁세가의 비류옥봉(飛琉玉鳳) 북궁지, 집마부의 환상비연(幻想飛燕) 추수빈, 그리고 청향문의 화중화(花中花) 소연를 지칭하는 것으로 이들은 무예도 물론 걸출하지만 무엇보다 그 미모가 가히 경국지색이라 할 만큼 뛰어나 가히 재색겸비(材色兼備)의 여걸들이라 할 수 있었다. 물론 강호세계에는 무수한 기인이사들이 있었고, 거의 한달이 멀다 않게 신진고수들이 배출되고 있어 이들이 과연 십팔만리 중원대륙의 후기지수들 을 대표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누구든 장담할 수 없었지만 여하튼 현재 로서는 이들이 가장 명망있고, 화려한 활동을 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 실이였다. 이처럼 신주십출로 분류되는 2인의 만남, 하지만 설지는 무작정 반가워 할 수만은 없었으니, 이는 문도들이 보는 앞 에서 그것도 단2초만에 무유에게 패배하고 부상까지 입었던 탓이다. 이러한 복잡한 심정을 알 수 없는 무유로서는 전혀 생각지 못했던 곳에서 그녀를 만나자 한편으로는 이상하기도 하였지만 그것보다 우선 반가운 마 음이 앞서고 있었고 따라서 그녀에게 성큼성큼 다가와 포권을 해 보이며 말을 하였다. "하하하, 이거 정말 반갑소이다. 그러니까 지난 번 합비(合肥)의 무림맹에 서 만난 후 거의 2년이 되었구려!" 웃는 얼굴에 침을 뱉을 수는 없다고 이 때 설지는 무척 마음이 상해 있었 지만 그렇다고 반갑게 웃고 있는 무유를 향해 화를 낼 수는 없었다. 그래 서 애써 마음을 추수리며 그를 향해 가볍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대신하였 다. "후우, 무대협의 무공은 갈수록 늘어가는 것 같군요. 그래 그동안 별고는 없었는 지요?" "하하, 수행자가 무슨 일이 있겠소? 참 그러나 이거 본의아니게 소저께 상 처를 입히게 되어 죄송하게 되었습니다. 모르고 한 일이니 부디 한번만 용 서해 주구려" 이에 설지는 새삼 씁쓸한 생각이 들었지만 그저 가볍게 웃을 뿐이였다. "후후, 전부 제실력이 부족해서 인걸 더우기 공격을 제가 먼저 했는데 무 대협이 죄송할 것 까지는 없지요" 그러나 무유는 자신이 설지와 같이 아름다운 여인을 상처입혔다는 사실이 너무 미안할 뿐이였다. 그래서 품속에 손을 넣어 둥그스름한 환약을 하나 꺼내 설지에게 건네주었다. "이거 별로 좋은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복용하면 조금은 나을 것입니다" 설지는 내미는 무유의 손을 바라 보더니 눈가에 이채를 띠었다. "이건 소림의 영단인 소환단이 아닌가요?" "예, 바로 그것입니다" 이때는 이미 설지도 어느 정도 마음이 풀어진 상태였다. 더욱이 그가 대 환단에는 비하지 못하지만 그래도 한 알로서 30년의 공력을 증진시킬 수 있다는 귀한 영단을 서슴없이 건네자 씽긋 웃으면서 이를 받아 들였다. "주신다니 고맙게 받겠어요. 하지만 저의 상처는 이처럼 귀한 약을 낭비할 정도로 심한 것이 아니라서 이 약은 제가 나중에 요긴하게 쓸 계획인데 그 래도 되겠지요" "하하, 물론입니다 " "호호, 역시 무대협의 마음은 바다처럼 넓고 호탕하기 그지 없군요" 아무리 무유라 하지만 강호 최고의 재녀이자 미인의 칭찬을들으니 자연 얼굴이 붉어짐을 느꼈다. 그래서 감히 도발적이기 까지 한 설지의 시선을 감히 맞받지 못하고 황급하게 시선을 돌렸다. 그런데 마침 그의 눈에 설지의 어깨에 앉아 있는 황금빛 털의 조그마한 원 숭이가 들어왔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화제를 돌렸다. "설소저께서는 보잘 것 없는 이 무모의 얼굴에 금칠을 하시는 군요. 참, 그 것보다 이 금모신원이 바로 아까 저를 공격했던 그 주인공입니까?" "호호, 그래요. 혼나셨죠?" 무유는 이 조그맣고 귀엽게 생긴 금모신원이 맹수의 제왕이라고 불리우고 또한 그처럼 빠르고 용맹하다는 사실이 잘 믿어지지 않았으나 아직까지 그 에 대해 적의를 드러내고 금방이라도 공격할 것 같은 태도를 보고 고개를 살래살래 저었다. 이 금모신원이란 비록 확인되지는 않았으나 바로 밀림의 왕자인 백호와 무 적흑원 사이에서 태어났다고 전해 지는데 그 커다란 맹수사이에서 태어났 다기에는 기형이라할 정도로 몸집은 극히 작았으나 실제로 이들의 장점만 을 골라 가지고 있어 그 힘은 무적흑원이상이고 그 빠르기와 용맹성은 인 세에 드믄 백호이상일 뿐만아니라 천성이 영특하여 왠간한 무인들 마저 당 해내기 힘들다고 알려져 있었던 천하의 영물이였다. 더욱이 이 금모신원은 아마 북해빙궁에서 특수훈련을 받은 듯 경이적인 경 공술까지 지니고 있었으니, 천하의 무유로서도 크게 곤혹을 치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윽고 좌중이 어느 정도 정리되고 서로간 인사가 끝나자 그들은 이곳에서 그들이 만나게된 이유에 대하여 이야기 하기 시작하였다. 본래 무유는 무림맹의 요청에 따라 최근 강호상에 일어난 한가지 사건을 조사하러 하산 하였다. 그 사건이란 바로 두달전쯤 발생한 대규모 실종사건인데.... 정작 기이한 점은 실종자들이 모두들 십대후반의 젊은이들이였고, 중원각 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했다는 점이었다. 강호상에 실종사건은 결코 드믄 것이 아니였으나 동시에 수백명에 이르는 젊은이들이 흔적도 없이 실종되어 버렸으니 비록 그들중에는 무공과는 전 혀 상관없는 자들이 대부분이였지만 강호무림이 동요하고 무림맹이 발칵 뒤집힐 수밖에 없는 사건이였던 것이다. 이에 결국 무림맹은 소림등 주요방파에 사건조사를 의뢰하였고, 소림에서 는 무유로 하여금 그 임무를 맡겼던 것이다. 그런데 알고보니 설지도 무림맹의 협조요청을 받고 산서(山西)에서 일어난 실종사건을 조사하다 흉수의 흔적을 발견하고 이를 추적 이곳에 이르게 된 것이며 무유와는 입구가 달라 서로간 오해하게된 것 같았다. "허참, 이상하구려 분명 흉수의 흔적은 이곳으로 이어졌는데 그들의 그림 자는 눈을 씻고 봐도 없고 엉뚱하게 추적자들만 있다니.... 혹씨 이것도 음 모가 아닐지?" 무유는 흔적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요 몇일간의 불안감이 이처럼 공교로운 일을 만나자 더욱 강해졌다. 하지만 막상 설지는 태연하였다. "무대협께서는 혹씨 이것이 함정이라 말하려 하신 건 아니세요? 물론 무대 협과 제가 공교롭게도 이 곳에서 만나기는 했지만 과연 그들이 함정을 파 놓았다면 그토록 은밀하게 처신을 했겠어요? 저는 물론이고 무대협께서도 필히 갖은 곡경 끝에 이곳을 발견하게 되었을 텐데요" 물론 설지의 추측은 틀림이 없었다. 적들은 나름대로 흔적을 은폐하려고 갖은 노력을 다 했고, 그들은 한가닥 실날같은 단서를 찾아 이곳에 이르렀던 것이다. 그래서 무유역시 별다른 의심없이 동굴에 진입을 하긴 했는데.... 정작 적들의 흔적이 보이질 않는 것이다. 이 때 설지가 다시 말을 하였다. "설혹 함정이라 할 지라도 저는 두렵지 않아요. 더우기 지금 여기에는 달 마검협까지 있는데....오히려 이번 기회에 이들의 음모를 밝혀 내지요." 이에 무유는 이 여인이 자기의 실력만 믿고 너무 자신만만해 하는 것 같았 지만 그렇다고 그의 의심에도 뚜렸한 증거는 없는 상황이라 더이상 의문을 제기할 수 없었다. 무유일행은 이제 설지의 북해빙궁의 인원들까지 합세하여 거의 이십여명 으로 불어난 상태에서 다시금 수색에 돌입했다. 무유가 지나왔던 동혈과 설지가 수색했던 동혈은 별다른 이상한 점이 없어 대신 그들은 그들이 만 났던 지하광장에서 조금은 아랬쪽으로 비스듬히 나 있는 커다란 동혈로 진입하 였다. 그 동혈은 완만하게 경사져 아랬쪽으로 나 있었는데 비교적 넓었고, 일부 불편한 장애물들이 치워져 있어 사람의 흔적을 엿볼 수 있었다. 이에 일행들은 더욱 긴장하였고, 주위를 경계하며 더욱 조심스런 걸음으로 전진하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순간! 갑자기 무유가 걸음을 멈춰서며 손짓으로 일행들을 제지하였다. 무엇을 감지하였는지 그의 눈빛은 날카로운 빛을 발하고 있었으며 우수는 검병으로 향하고 있었다. 무유의 갑작스런 제지에 일행들은 영문을 몰라했지만 모두들 숨을 죽인 채 추이를 관망하고 있었다. 팽팽한 긴장감과 침묵속에 오직 화섭자의 불길만 공기의 흐름에 따라 이리 저리 춤추고 있었다. 갑자기 무언가 느낀 듯 설지의 눈이 동그래 지며 가벼운 탄성소리가 터져 나왔다. "아!" 그러나 그 소리가 미처 입밖으로 나오기 전에 이미 무유는 행동에 나서고 있었다. 그의 우수가 움직이는가 싶더니 한줄기 날카로운 검광이 솟아나왔고, 그 빛은 곧장 삼장여 전방 좌측벽을 향해 뻗어나가고 있었다. 그리고 바로 그 뒤를 따라 무유의 신형이 움직였고, 일장을 내 갈겼다. "퍽!" "콰쾅!" 검이 동굴벽에 박히는 소리와 바로 뒤를 이어 장풍이 격타하는 소리가 들 려왔다. 그리고 동굴내부는 장풍의 여파로 생긴 돌가루와 충격기파로 거세게 요동 을 쳤다. 잠시후 일행들이 그들의 좌측벽에 손바닥만한 구멍이 뚫리고 그 곳을 통해 한줄기 빛이 새어 들어오는 것을 보았다. "검흔! 통로를 개설하라!" 무유의 명령에 따라 검흔과 하원제자 2명이 달려가 뚫린 구멍을 통해 반대 쪽 상황을 살핀후 아무런 인기척이 없자 구멍 부근에 도(刀)를 박아 넣고 는 연이어 장풍을 갈겼다. 그러자 마침내 사람이 통과할 만한 통로가 뚫렸다. "모두들 조심해서 나를 따르라" 통로가 개설된 것을 본 무유가 먼저 몸을 날렸고, 일행들이 하나둘 뒤를 이었다. "아!" 설지의 입에서 다시 탄성이 터져 나왔다. 사실 그들이 통과했던 동혈과 이곳과의 사이는 겨우 삼,사푼정도의 벽만이 놓여 있을 뿐이였는데.... 이곳 역시 천연동혈임에는 분명하나 벽들이 말끔히 깍기고, 곳곳에 유등이 걸려 있어 바로 얼마전까지 사람들이 있었다는 사실을 확신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녀의 시선이 무유를 찾았다. 이 때 무유는 자신이 던져내었던 검을 살피고 있었는데... 설지가 보기에도 그 검에는 혈흔이 맺혀 있었다. "검에 맞긴 맞은 모양인데....그 짧은 시간 어디로 사라져 버렸을까요?" 이에 무유는 묵묵히 안쪽을 가리켰다. 설지가 무유의 손길을 따라가보니 미세한 핏방울이 안쪽으로 향하고 있었 다. 하지만그 흔적은 상대의 놀라운 경공수준을 짐작하게 하는 듯 거의 서너 장 간격으로 떨어져 있었다. "그렇다면 추적해야죠?" "물론이요. 다만 이제부터는 적들의 기습이나 혹씨 있을 지 모르는 기관에 최대한 경계해야 할 것이요" 삼사장 간격으로 떨어져 있는 핏자욱을 따라 추적이 시작되었다. 그러나 추적이 계속되면서 무유는 자신들이 이미 한 발 늦었음을 느끼고 있었다. 분명 곳곳에서 사람들이 거주했던 흔적은 있지만 이미 모두들 철수한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이미 늦은 것 같은데...." 혼자말 처럼 하는 무유의 이야기에 설지가 끼여 들었다. "그렇군요. 이미 철수해 버린 것 같군요. 그것도 황급히...." "우리가 너무 신중히 접근하느라 오히려 추적이 늦어진 것 같소!" "하지만 아직 단서는 남아 있지 않아요?" "그렇군요. 나의 검에 격중당한 그 자, 모두들 철수했음에도 무슨 목적으로 남아 있었는지 알 수는 없지만 일단 그 자를 잡아 알아내는 수밖에... 그럼 서두릅시다. 그 자마저 놓이면 막막하니...." 무유의 움직임이 빨라졌고 설지가 이를 뒤따랐다. 비록 좁은 공간이라 충분히 경공전개는 어려웠지만 그들의 신영(身影)은 어느새 동굴 모퉁이를 돌아 사라졌으며, 이에 수하들도 경공을 전개해 이 들 뒤를 따랐다. 그러나 수하들은 모퉁이를 돌자말자 곧바로 다시 되돌아 오는 무유와 설지 를 발견하고 의아해 했다. 그들은 추적하는 속도보다 훨씬 빠르게 되돌아 나오고 있었는데...그들의 몸보다 먼저 무유가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모두들 피하라! 폭약이다!" 이에 일행들도사태의 다급함을 알았는지 모두들 전력을 다해 동굴을 빠져 나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미 폭발은 시작하고 있었다. "쾅! 콰쾅!" 동굴전체를 울리는 굉음과 함께 동굴벽들이 마치 지진이라도 만난 듯 거세 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아뿔싸! 천려일실이라고...내가 왜 폭약이 매설되어 있음을 짐작하지 못했 던가? 이미 늦고야 말았군) 다급한 마음에 무유는 더욱 공력을 높였다. 이리저리 굴곡된 동굴벽들에 몸이 스치고 피부일부가 찢어져 피가 흘러 나오고 있었지만 이미 그러한 것을 고려할 입장이 못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부상의 영향인지 설지가 조금 뒤 쳐지는 것 같았다. 이에 무유는 그대로 설지의 팔을 붙잡아 주었으며 내킨 김에 옆에 있던 현 청이란 하원제자의 뒷덜미를 붙잡은 채 그대로 일직선으로 날아갔다. 한 번 터진 폭팔은 연쇄적으로 가까운 곳으로 이어지고 있었으며 이에 동굴천정이 균열이 가고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번 호 : 8333 게시자 : 윤원중 (re5280 ) 등록일 : 1999-05-03 09:20 제 목 : [연재] 천부외경 14 마치 동굴전체가 함몰하듯 우박처럼 쏟아지는 흙과 바위덩이들..... 무유는 그 와중에서도 설지와 현청의 보호를 위해 강기막을 펼쳤는데 동굴의 천정 으로부터 떨어져 내리는 바위덩어리가 그 강기막에 부딪칠 때마다 상당한 충격과 함께 기혈이 틀어 오름을 억지로 참아야 했다. 집채만한 바위덩어리가 머리위로 떨어지는 가 하면 주먹만한 파편들이 마 치 암기를 던지듯 그들을 향해 쏟아져 왔다. 다행이 끝이 없을 것만 같았던 동굴의 입구가 희미하게 보였다. 그러나 반가움도 순간, 마침내 상상할 수 없는 굉음과 함께 대폭발이 일어 났으며 동굴은 그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통채로 함몰되어 버렸다. "콰르르르릉!" 무유는 그 순간 혀끝을 깨물었다. 비릿한 피 내음....하지만 이미 잠력까지 격발한 무유는 그야말로 한줄기 빛 이 되어 동굴을 벗어났다. 그리고 그대로 나둥그러 지며 혼절해 버렸다. "단주님" 동굴주위를 지키고 있던 소림하원의 제자들이 놀라며 무유를 향 해 몰려 들었다. "잠깐, 그에게 다가가지 말아요" 하원의 제자들은 갑자기 들려오는 여인의 날카로운 소리에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주춤거렸다. 바로 설지였다. 무유의 도움으로 본래 입었던 내상외에 별다른 부상없이 동굴을 벗어난 그녀는 어느새 무유를 안고 있었다. 그 커다란 두눈에 눈물을 가득안고.... "흑, 무대협이 결국 이렇게 중상을 입으면서까지 소녀를 구해 주었군요. 하지만 이번에는 제 차례에요" 이렇게 중얼거리며 설지는 품속에서 무유가 건네준 소환단을 꺼내 무유의 굳게 닫친 입을 벌리며 입속에 밀어 넣었다. 그러나 이미 혼절한 무유가 이를 삼킬리는 만무했다. 설지는 무유의 등을 툭 툭 치면서 환약이 넘어갈 것을 유도했지만 그것도 별 소용이 없었다. 잠시 곤혹스런 표정을 짓던 설지, 그러나 그녀는 더 이상 망설이지 않았다. 그에게서 소환단을 다시 회수한 그녀는 무유의 침이 묻은 그것이 전혀 더럽지 아니한 듯, 자신의 입에 넣고 자신의 침으로 녹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자신의 입을 통해 그에게 전해주기 시작했다. 어찌보면 남녀간의 달콤한 입맞춤, 그러나 그녀의 이러한 행동을 보고 이를 느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무이산 봉래봉! 바로 무이산의 제2봉이자 바로 붕괴가 일어났던 동굴의 바로 위에 위치하 고 있는 높다란 봉우리였다. 그런데 이 봉우리에 무유와 설지등이 침울한 표정으로 계곡 아래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 이제 겨우 내상에서 회복된 듯 창백한 얼굴을 하고 있는 무유! 그리고 계곡을 바라보며 말없이 눈물만 흘리고 있는 설지! 현청, 검흔 등 살아남은 제자들은 물론이고 무유의 지시에 의해 동굴에 진 입하지 않은 채 경계를 하던 제자들 역시 침울한 표정들이였다. 이미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린 동굴! 하지만 그 안에는 거의 이십여명에 이르는 젊은이들이 빠져나오지 못한 채 묻혀 있었으니...... 설지를 따라온 열다섯명의 북해빙궁 제자들, 그리고 무유와 함께 간 5인의 소림하원의 제자들중 검흔과 현청을 제외한 나머지 3인 들이 모두들 빠져나오지 못한 것이다. 특히, 이들중 자신을 따라온 사람들이 모두 죽어 버린 설지의 충격은 말할 수없이 클 수밖에 없었다. 마치 넋이 빠진 듯 계곡아래를 바라보며 하염없이 눈물짓는 여인! 그녀로 인해 일행들의 슬픔은 배가되고 있었다. 무유가 말 없이 설지에게 다가가 가볍게 그녀의 어깨를 감싸 주었다. "설소저, 그만 슬픔을 거두시오! 어차피 강호계에 몸담은 우리들에게 죽음은 항상 옆에 있는 것! 이렇게 마냥 슬퍼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든 흉수를 찾아내 그들의 한을 풀 어줘야지 않겠소?" 그러나 설지는 더욱 서럽게 울어댔다. 북해빙궁주 설지연의 천금으로곱게만 자랐으며, 평온한 무림정세 덕분인지 가는 곳마다 환대만 받았던 그녀, 그녀는 사실 이번 실종사건 수사도 별다른 부담없이, 그저 이 기회에 문파 나 자신의 무명이나 날려 보리라 생각하고 가볍게 나섰던 참이였다. 그런데 문파를 출발할 당시 열여섯이던 일행이 단지 그녀 혼자만 남게 되었다. 더욱이 그들중에는 자신을 그처럼 따르던 시녀들과 사형제들도 끼여 있었으니....그녀의 슬픔이 얼마나 될 지 짐작이 갔다. 그래도 설지는 무림의 여인이였다. 무유의 가슴에 안기어 펑펑 울고난 그녀는 한동안 그대로 있더니 어느정도 감정이 진정되었는지 살며시 무유의 가슴에서 벗어났다. 그리고 무슨 생각을 했는지 그녀의 두볼을 불그스름하게 상기되어 왔다. 비록 극한 상황에서 였지만 남자의 손길한번 잡아 보지도 못한 그녀는 오늘 한 사내와 입맞춤을 했고, 또 그의 품에서 실컷 울기까지 했던 것이 다. "미안해요! 무대협!" "아니 오히려 내가 더 면목이 없소! 어찌되었건 그들을 보호해 주었어야 하는데......" "아니예요. 무대협은 최선을 다하셨어요. 무대협이 아니였으면 소녀역 시......" "그것보다 이젠 어떻하시겠소? 난 일단 무맹에 들려 결과를 보고하려 하는데....같이 가겠소?" 이에 설지는 망설이는 듯 했으나 잠시후 고개를 살래살래 저었다. "아무래도 저는 본궁으로 귀환해야 하겠어요. 속절없이 제자들을 잃은 용 서도 구해야 하고......" "참, 그러시겠군요" 이에 무유는 남은 일곱명의 제자중 무공이 가장 강한 검흔으로 하여금 북 해빙궁까지 설지의 경호를 맡겼으며, 나머지 제자들은 반으로 나누어 반은 하원으로 돌아가 결과를 보고하고, 나머지 반은 호북성쪽으로 돌아간 마차 를 찾을 것을 지시했다. 폭발로 인해 모든 흔적과 증거들이 사라져 버린 이상 유일한 단서는 그 마 차였기 때문이였다. "그렇군요. 유일한 단서는 그것밖에 안 남았군요. 만일 단서를 찾게되면 소녀에게도 연락을 주시겠죠?" "당연한 일이지요" "그럼 소녀는 본궁으로 돌아가 무대협의 전갈을 기다리겠어요. 이번에 뼈 져리게 느낀 부족한 무공도 보충할 겸.... 참 그리고 단서를 찾건 못찾건 무대협께서는 우리 빙궁에 한 번 들려주시 기를 바라겠어요" "하하, 물론입니다. 기약할 수는 없지만 저도 북해 구경을 한번 하고 싶군 요" "자, 그럼 소녀는 돌아가겠어요. 부디 몸조심하시기를....." "조심히 가시요" 북해신녀 설지는 무유를 향해 쌩끗 웃어보이고는 그대로 몸을 돌려 떠나갔 다. 그러자 검혼도 무유에게 예를 표한 후 그녀를 따라 몸을 날렸으며, 무유는 나머지 제자들 마저 떠나 보냈다. 이윽고 무이산 봉래봉에는 무유 홀로 남게 되었다. 모두가 가 버린 지금 그 역시 합비의 무맹으로 떠나야 하건만.......어쩐지 발길이 쉬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의 마음은 여전히 복잡했고 아쉬움이 너무 강했기 때문이였다. (너무나 평온했던 이 강호에 또다시 바람이 부려나.........? 과연 당금 강호에서 수백명의 젊은이들을 일제히 사라지게 만들고..... 그토록 무지막지한 수단으로 추격대를 끊어 버릴 수 있는 세력이 어디에 있다는 말인가? 휴우! 일단은 무맹에 가볼 일이다. 혹 다른 조사대에서는 무언가 사실을 밝혀 내었을 지 모르는 일이니......) 문득 그의 머리속으로 아름다운 설지의 모습이 떠 올랐다. (후후, 아름다운 여인.... 천방지축 날뛰더니 이제 강호의 무서움을 조금은 깨달았겠지..... 그런데 그녀의 그 모습이 웬지 현아우와 무척 닮았다는 생 각이 드는 건 또 무슨 일인가?) 한참동안을 그 자리에 서서 있던 무유는 마침내 서서히 발길을 돌렸다. 너무 허망하게 끝난 이번 사건의 조사가 마음에 걸려 자꾸 뒤를 돌아 보았지만 추가적으로 산사태마저 일어난 봉래봉의 협곡은 온통 흙더미에 묻힌채 태고의 정적만이 감돌고 있었다. 무유의 발걸음은 차츰 빨라지고 급기야는 흰점으로 화해 무이산에서 사라져 갔다. 고도(古都) 합비(合肥)에서 북쪽으로 50여리 떨어진 곳에 행화촌(杏花村)이 라는 조그마한 마을이 있다. 바로 마을 북쪽지역에 집중적으로 심어져 있는 살구나무들로 인해 봄이 되 면 온통 연분홍 살구꽃으로 장관을 이룬다고하여 행화촌이라 이름붙여졌다 하였다. 그런데 이곳 행화촌의 북쪽지역, 즉 살구나무가 무성한 그 지역에 하나의 아담한 장원이 세워져 있었다. 이름하여 규원장(閨怨莊)! 한 십여년전 건립되었다고 하는데.... 원한에 가득한 장원이름과는 다르게 장원주인은 은퇴한 전직관리라 하였 고, 가끔씩 마을공동회(公同會)에 거액의 기부도 하였기 때문에 행화촌내에서 도 비교적 평판이 좋았다. 언젠가 마을 촌로한 사람이 왜 이름을 그렇게 지었냐고 물어본 적이 있었 는데.. 장주는 그저 굴원의 규원가란 시를 너무 좋아하다 보니 그렇게 지었을 뿐 별다른 뜻은 없다고 말하며 담담히 웃더라고 하였다. 그런데 정작 이 규원장은 하나의 껍데기일 뿐이요, 이의 지하에 오히려 지상의 건물보다 더욱 거대한 지하공간이 은밀한 비밀 통로와 함께 마련되어 있었고, 여기에서 무언가 비밀스런 일이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아는 이들은 거의 없었다. 이러한 규원장의 지하, 그 중에서도 가장 깊숙히 위치한 조그마한 규모의 의사청에는 괴이한 복장 을 한 세명의 복면인이 앉아 있었다. 각기 흑(黑), 백(白), 회(灰)의 특이한 색상의 장삼을 입은 세사람, 과연 어떤 비밀스런 일을 도모하고 있기에 이처럼 은밀한 지역에서까지 복 면을 하고 있는 건지, 단지 그들의 날카로운 눈빛만 번쩍거리고 있을 뿐이 였다. 그들중 중앙에 앉아 있던 회의 장삼인이 먼저 입을 열었다. "두분! 참으로 오랜만에 뵙군요" 비교적 호리호리한 체격에 헐렁한 장삼을 입은 그는 보통사람들보다 오히 려 키가 조금 크다고 할 수 있었으나 다른 두사람의 체구가 워낙 장대해 상대적으로 왜소해 보였으며, 조금 쉰듯한 목소리는 아마 가성을 사용한 듯 하였다. 이러한 회의장삼인의 말에 좌측의 흑의인은 전혀 가타부타 하지 않았고 대 신 우측의 백의인이 대답을 하였다. "그렇군요. 거의 일년만이군요" 그의 목소리 역시 가성을 사용하고 있어, 목소리만으로는 남녀노소의 구분 이 되지 않았다. 일년만에 만난 사람들 치고는 너무 무뚝뚝한 태도들! 하지만 회의장삼인은 이를 전혀 상관하지 않았고, 다시 같은 어조로 말을 이었다. "두 분이 일년동안 했던 일에 대해 듣고 싶군요" 역시 우측의 백의인이 먼저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 아이는 생각보다 잘하고 있소! 선천적인 자질과 각종 영약을 바탕으로 무공이 급속도로 증진되고 있으며, 대련주의 후예를 자처하며 주변을 통합해 나가고 있소! 이러한 두가지 과업은 동시에 이루워 지고 있으며, 늦어도 이삼년이면 마 무리 될 것이오!" 지극히 짧막한 백의인의 이야기가 끝나자 이번에는 회의장삼인의 시선이 말없이 흑의인에게로 향했다. 그러자 평생 열리지 않을 것 같던 흑의인의 입이 열렸다. "그 늙은이는 비급과 영약을 발견한 기연을 천운이 자신에게 따르고 있다 고 해석한 듯 은밀하게 세력을 끌어모우고 있는 중이오. 다만 추가의 위세가 워낙 대단하여 진척이 느렸으나 이제 그러한 장애가 사라졌으니 본격적으로 나설 것이요" "그렇다면 그가 부를 완전 장악하는데 까지 소요될 기간은...?" "그 늙은이가 워낙 교활해 속생각이나 계획을 잘 밝히지 않고 있으나 일년 육개월에서 이년사이가 될 것이요!" "그렇군요! 여하튼 이 일은 우리들의 피맺힌 한을 되돌려 주는 일이니.... 반드시 차질없이 진행되어야 할 것이요" "물론이오. 그러나 그 결과도 못지 않게 중요한 것, 그대는 일이 성사된 후 우리와의 약속을 결코 잊지 마시오" "그 일은 걱정하지 마시오. 두분이 약속대로만 해 준다면 반드시 그에 상 응한 대가가 돌아갈 것이요" "좋소. 그럼 우리들은 돌아가셌소! 다음 회동은...?" "그건 별도로 연락하겠소!" 어느 정도 이야기가 끝난 듯 흑백의 두 사람은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나 뚜 벅뚜벅밖으로 걸어 나가 버렸다. 그들이 사라진 문쪽을 바라보는 회의장삼인의 눈빛이 마치 얼음장처럼 차 가워 지고 있었다. "흥, 건방진 늙은이들! 모든 것이 나에게 있건만 나를 인정하려 하지 않다니.... 내 아직은 필요해서 그대로 보고 있지만 언젠가는 나의 무서움을 뼈져리게 느끼게 해 주겠다" 이렇게 중얼거리던 회의장삼인이 갑자기 허공을 향해 소리를 쳤다. "풍영!" 그의 말이 떨어지자 무섭게 그의 앞에 희뿌연 물체가 하나 나타났다. 마치 본래부터 그 자리에 있었던 사람처럼 아무런 기척없이 나타난 유령과 같은 인간, 더욱이 그의 몸은 안개속에 서 있는 듯 분명치 않는 형체가 끊 임없이 떨리고 있었다. 그 흔들림 사이에서 역시 기이하게 떨려오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부르셨습니까? 군주!" "지금 나간 저 늙은이들에게 이 시간 이후부터 1호와 2호를 붙여라! 그리 고 그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빠짐없이 기록 나에게 보내도록 하라!" "명령대로 이행하겠습니다" 그의 신영은 어느새 햇빛을 만난 안개처럼 흩어지고 있었다. 번 호 : 8334 게시자 : 윤원중 (re5280 ) 등록일 : 1999-05-03 09:20 제 목 : [연재] 천부외경 15 회의장삼인의 목소리가 다시 텅빈 허공중에 울려 나왔다. "기밀대주(機密隊主) 채연을 불러 와라!" 이미 그의 주위에는 아무도 없는데 그는 과연 누구에게 말하는 것일까? 그러나 어김없이 허공중에서 우렁찬 목소리가 들려왔다. "존명!" 그리고 잠시후 회의장삼인의 앞에 30대 초반쯤 되어보이는 미부(美婦)가 나타났다. "군주! 찾으셨습니까?" 회의장삼인의 시선이 그녀를 향했다. 그러나 그의 시선은 이제까지와는 다르게 부드럽게 변해 있었다. 마치 그녀에 대한 신뢰를 말해 주듯이..... 하지만 그의 입에서 나오는 목소리만은 여전했다. "최근의 무림동향에 대해 알고 싶다" 이에 여인은 그를 향해 생끗 웃어 보이더니.... 총명해 보이는 눈을 반짝거리며 말을 하였다. "정보는 많지만 군주께서 관심갖을 만한 정보는 모두 세가지로 생각됩니 다. 첫째, 바로 동영무계의 동향입니다. 최근 동영무림에는 성전무웅이라는 걸출한 인재가 출현했는데.... 그는 수백년부터 분리 발전해 왔으며 현 동영무림을 지탱하고 있는 낙일류 (落日流)와 이도류(二刀流)의 양대무맥을 일통하였다고 합니다. 그로인해 각 성(城)들로 이합집산(離合集散)을 거듭하던 제후들간의 싸움 이 소강상태로 접어들 정도입니다" "그건 오히려 좋은 현상이군! 그들이 중원을 침공할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없습니다. 설혹 그가 동영무계를 완전 일통한다 할 지라도 중 원무림의 힘에는 턱없이 모자라기 때문입니다" "만일 그들을 움직이게 하려면 어떻해야 하는가?" "일단 북방무계가 움직여야 하겠죠! 그들이 움직인다면필히 동영쪽도 동요할 것입니다. 그러한 상태에서 그들을 적당히 부추기면 될 것입니다. 예를 들어 중원의 유력한 세력이 그들과 연합한다던가? 아니면 그들 무예의 가장 단점인 보법과 경신술을 흘려 그들에게 자신감을 준다면....." "좋다! 그렇다면 일단 그들에게 보법과 경신술의 비급을 은밀히 흘려라! 사실 그들의 인자술(忍者術)과 쾌도술(快刀術)은 대단하다고 들었다. 거기 에 이들을 보완할 보법과 경신술이 있다면....그들은 풍요의 대지 중원에 대 해 충분히 유혹을 느낄 것이다. 연합책(聯合策)은 그 다음 문제다" 여인의 입가에 미소가 서렸다. "역시 군주다우신 판단입니다. 다음은 최근 발생한 사건들에 대한 조사 결과입니다. 먼저 중원 각지역에서 발생한 하오문 조직들간의 전투는 그 배후에 현천보 라는 강호세력이 있음이 밝혀 졌습니다. 다만 그들이 무엇을 노리고 그러한 일을 했는지..... 그 뒤에 또다른 배후가 있는지는 아직 조사중입니다. 그리고 최근에 중원무림을 들끓게 하고 있는 대규모 실종사건인데... 아쉽게도 아직 그들의 정체에 대해서는 밝혀내지 못했습니다. 다만 당초 추측했던 집마부와는 전혀 무관한 듯 하며, 일사분란한 거사와 무맹의 추적을 철저하게 단절시킨 치밀함으로 볼 때 군 주께서 관심을 두고 지켜봐야 할 새로운 세력의 등장이라 생각합니다. 우리 기밀대에서는 명예를 걸고 조사해 내겠습니다" "어떻게 할 건가? 아무런 흔적이 없다며....." "그들은 무맹측 추적대를 차단하면서 막대한 양의 폭약을 동원했습니다. 물론 치밀한 그들인지라 필히 그 과정도 은폐시켰겠지만 그정도의 물량동 원에는 필히 조그만 흔적이라도 남게 될 것입니다" "그렇군! 좋아 다음은...?" "무림맹주의 장자인 북궁휘가 최근 무적이단(無敵二團)을 중심으로 은밀히 젊은 기재들을 포섭하고 있습니다. 이는 당금 최고후기지수요, 차기 무맹주 의 지위가 거의 보장된 그로서는 의외의 행동으로 이로인해 우리측의 포섭 작전이 일부 차질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차기를 확실히 보장받으려는 목적에서 그러한 행동을 취할 수 있지 않는 가? 그것이 어찌 내가 관심을 갖어야할 정보란 말인가?" "어쩐지 그러한 느낌이 들었을 뿐입니다. 군주께서 관심이 없으시다면 물 론 제가 잘못 생각한 것이고요" 회의 장삼인의 눈빛이 지극히 날카로와 졌다. 그러나 정작 그의 눈빛을 받은 채연의 표정은 태연하였다. "알았다. 그만 물러가도록....." "예, 그럼....." 채연이 회의 장삼인에게 예를 표한 후 물러갔다. 하지만 그의 시선은 그녀가 물러간 후에도 한동안 입구쪽을 향하고 있었 다. (후후, 너무 컸나? 나에 대하여 조사할 정도로.....?) 잠시후 회의 장삼인의 모습도 의사청에서 사라졌다. 마치 허깨비처럼........ 당금 무림의 지축인 무림맹의 코앞에서 발생하고 있는 일 들....... 무언가 명확히 알 수는 없지만 분명 천하무림을 상대로 무언가 철저한 계획이 진행되고 있는 것 같았다. 동맹자는 물론이요, 수하들에게 까지 정체를 숨기고 있는 한 신비인에 의 해.... 무림맹(武林盟)! 바로 20여년전 대명이 건국되어 막강 몽고제국을 대륙에서 몰아낼 때, 전 중원 무림인들이 함께 모여 결성하였으며 몽고의 후원으로 대륙무림을 지배하던 천하무림련을 일거에 쓸어 버리고 천무대장군 천웅과 함께 몽고 군의 최강의 전력이라는 철갑기마대 까지 패퇴시키면서 대명이 중원을 지 배하는데 가장 큰 공을 이루워낸 사상초유의 초거대단체...... 비록 그 후로 공동목표가 사라진 마도세력이 집마부를 결성하여 떨어져 나 갔고, 맹주의 독단에 불만을 품은 구파일방에서 일부 제자들을 철수시킨 적이 있었지만 아직 무림맹은 여전히 전통적인 강호명문인 구파일방과 오 대세가를 비롯해 700여개 대소방파가 가입되어 있는 당대 최강의 세력이였 다. 당금맹주는 제3대로서 바로 10여년전 30대 중반의 나이로 전임맹주이자 천하제일인으로 불리우던 무당의 일양자를 물리치고 맹주의 직에 오른 신 주제일검 북궁소란 인물로서...... 특히 그는 부친이였던 북궁후가 천하무림련주였던 철나한을 추적하다 다른 사대고수들과 함께 실종된 후 급격히 쇠락해 가던 북궁세가를 단 10년만에 당대 최고의 무문(武門)으로 성장시킨 가히 신화적인 인물이라 할 수 있었 다. 그러나 사실 무맹의 핵심간부들은 그의 놀라운 신화 뒤에는 한 여인이 있 음을 알고 있었다. 이십여년전 북궁소의 후처로 들어온 허무연이란 이름의 여인..... 가히 경국지색(傾國之色)이라 할 정도로 놀라운 미모와 함께 학문에서부터 금서기화(琴書技畵)에 이르기 까지 십전(十全)의 재색을 겸 비한 완벽한 여인이 바로 그녀였다. 바로 그 여인이 북궁소의 부인으로 들어오면서 모든 것이 달라지기 시작했 다. 부친의 죽음에다 설상가상으로 부인까지죽은 충격으로 실의와 방황에 빠 져 방탕한 생활을 일삼던 북궁소가 절치부심 무공에만 전념하기 시작했고, 그가 오직 무공에만 전념하고 있는 동안 그녀는 놀라운 지혜와 관리능력으 로 기울어져 가던 북궁세가를 다시 일으켜 세웠다. 그리고 마침내 십여년전 북궁소는 모든 사람들의 예상을 깨고 제3대 무림 맹주로 선발되었다. 이에 사람들은 이제 맹주인 북궁소 못지 않게 맹주부인인 허무연의 영향력 이 지대할 것으로 생각했었다. 그러나 정작 북궁소가 맹주가 된이후, 허무연은 이러한 중인들의 예상을 비웃기라도 하듯 모든 대외활동을 중단 한 채 맹주부의 후원에 칩거한 채 북궁휘와 북궁지 남매를 교육하고, 화초 를 재배하거나, 가끔씩 야참 등을 만들어 무맹의 하급무사들에게 나누어 주는 것을 유일한 낙으로 삼고 있었다. 언젠가 무맹의 원로 한 사람이 그녀에게 왜 그처럼 훌륭한 능력을 무맹을 위해 발휘하지 않느냐고 질문한 적이 있었다. 당시 그녀는 부드럽게 웃으면서 "부군(夫君)께서 제가 나서는 것을 싫어해 요!" 라고 한마디를 했을 뿐이였다. 허무연의 이러한 처신은 가히 현모양처의 전형을 보여 주는 것으로 비록 맹주에 대해서는 그의 단순한 성격과 독단으로 반발심을 갖는 사람들 이 있었지만 무맹의 무사들 치고 허무연에 대해 존경심을 가지지 않는 사 람은 아무도 없었다. 아무튼 이러한 무림맹은 현재 일원(一院) 일부(一府) 이단(二團) 삼대(三 隊) 십지부(十支部)에 총인원 3만여명으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이중 구파일방과 오대세가, 그리고 중원이보(中原二堡)의 대표자로 구성된 장로원과 맹주와 이를 보좌하는 부맹주, 군사(軍師)가 소속되어 있는 맹주 부는 지도부, 그리고 맹내 최고정예세력들로 구성된 무적철사단과 무적흑표단의 무적이 대와 맹내 수비를 담당하는 호천대, 감찰업무를 담당하는 감찰대, 각종 정 보와 연락업무를 담당하는 추밀대 등 3대, 중원각지에 흩어져 있는 십지부 등은 집행부적 성격을 띠고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방대한 조직과 인원을 가지고 있던 무림맹은 그동안 평온하기 그지없던 강호정세로 인해 그저 형식적인 무공연마나 하 고 강호상의 사소한 분쟁정도나 처리할 뿐이였다. 그런데 이러한 무림맹이 최근에 발생한 대규모의 실종사건과 이들의 흔적 을 추적하던 4개 조사단이 폭사당하는 사건이 발생함으로써 다시 긴장감이 감돌기 시작했다. 특히 지금 무림맹의 대의사청에서 개최되고 있는 확대연석회의는 이러한 무맹내 분위기를 짐작케 하는 것으로 여기에는 맹주을 비롯한 무맹의 모든 간부들이 모두 참석하였고 특별히 맹주의 지시로 신품공자 북궁휘와 폭사당했던 조사단중 유일한 생 존자라할 수 있는 달마검협 무유도 참석하게 되었다. 즉 부맹주인 전대청성장문인 천무검 좌일패와 남궁세가주 인의검객 남궁용 수, 군사인 제갈세가주 신기산통 제갈후상, 무적이단인 무적철사단주 신궁 화영, 무적흑표단주 전광일패 용천비, 3대주인 호천대주 호천대주로 풍뢰도객 갈천휘, 감찰대주 진주언가주 언지 황, 추밀대주 무영신보 서대응 등 무림맹을 지탱하고 있던 전 간부진이 모두 참석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사실 열 개의 조사단중 단지 네 개의 조사단만 겨우 흉수의 흔적을 추적하였고, 지금에 이르러서는 그들 네 개의 조사단이 모두 폭사당한 채 흉수에 대한 단서는 모두 끊어져 버렸는데...... 천하이대지(天下二大智)중 하나인 신기산통 제갈후상을 비롯한 무맹의 모 든 간부진들이 모두 모였다고 하나 무슨 뾰족한 대책이 나올 리가 없었다. 그저 이번 사건의 영향력과 그 배후, 그리고 그들의 의도 등에 대한 근거 없는 추측들로 설왕설래 하다가 제갈후상과 무유의 제의에 의해 폭약의 출처와 무이산에서 우회한 마차를 추적조사하기 위해 추밀대주 서대응을 중심으로 조사단을 파견한다는 결론 을 맺었을 뿐이다. (어허! 이러한 결론을 위해 확대연석회의를 열었단 말인가?) 회의를 마치고 의사청을 나서는 무유는 이번 사건에서 보여준 무림맹의 무 기력한 태도에 대해 한탄하고 있었다. 물론 흉수들이 그만큼 주도면밀했던 탓도 있었지만, 그래도 당금 강호무림 의 지주라는 무림맹만은 무언가 다른 면모를 보여 주어야 했던 것이다. (어쩐지 무림맹이 너무 엉성한 느낌이 들어! 비록 맹주와 무맹간부들의 무위는 하늘을 찌를 듯 하지만 전부들 제각각이 고 체계적으로 조직되지 못한 것 같아! 도대체 그동안 맹주와 제갈세가주는 무엇을 하고 있었단 말인가?) 이러저러한 생각에 잠겨 무작정 걷고 있던 무유는 갑자기 자신을 부르는 소리를 들었다. "무유형! 이게 얼마만인데 그냥 가시려오!" 비로소 상념에서 벗어난 무유가 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 곳에서는 눈이 확 뜨일 정도로 영준한 백의청년이 서 있었다. "아! 자네였군!" 그는 바로 자타가 공인하는 당대 최고의 후기지수이자 막강한 배경으로 빛 나는 신품공자 북궁휘였던 것이다. 관옥같은 얼굴에 칼날같은 검미, 이미 무공이 조화경에 이른 듯 눈을 아리하게 하는 강력한 눈빛 특히 그의 눈빛은 같은 반열에 올라있던 무유라 할 지라도 감히 마주보기 힘들정도로 예리한 기운이 흘러 나오고 있었다. 그러나 그러한 예기는 북궁휘가 그를 보며 빙그레 웃는 사이 이미 사라져 버렸다. 이에 무유는 침음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도대체 그 무엇이 그를 그토록 강하게 하고 있는가? 무유가 추측키로 그의 무공은 이미 십대고수의 일인이자 무맹내 우상인 무 적철사단주 화영을 능가하고 있는 것 같았다. "하하, 소제를 처음 봅니까? 아니면 저의 얼굴에 무엇이라도 묻어 있습니 까?" 이에 무유는 얼른 신색을 회복하며 그를 향해 손을 내 밀었다. "자네의 무공이 그동안 눈부실 정도로 늘었군. 당금 중원에는 오룡이 있는 것이 아나리 단지 하나의 용이 있을 뿐이야" "아니, 무유형은 그세 칭찬만 늘었나보오. 만나자 마자 웬 칭찬을 그리.... 그건 그렇고 정말 오랜만인데...어찌 그냥 가려하오! 술한잔은 해야지...." 그러나 무유는 고개를 살래살래 저었다. "명색이 조사대라고 나섰는데...정작 아무런 단서도 못잡고 단지 수하들만 희생시킨 내가 무슨 술을 마시겠는가? 그저 하루빨리 본사에 돌아가 죄를 청해야지..." "그거야 어찌 무유형의 잘못이겠소? 오히려 모든 인원들을 희생시킨 다른 조사단에 비해 무유형은 단지 3명의 희생만 냈을 뿐인데..... 그건 안될 말, 여하튼 소제는 오늘 무유형에게 술한잔을 대접해야만 하겠 소!" 그러면서 북궁휘는 막무가내로 무유를 무맹내 유일하게 있는 화운루라는 술집으로 데리고 갔다. "허허, 이 사람도!" 그런데 막상 그들이 주루의 한쪽 탁자에 앉으려 하자 점원이 이를 제지하 는 것이 아닌가? "두 분의 좌석은 이곳이 아닙니다. 두 분을 초청하신 분들이 계시니 저를 따라 오십시오!" 무유는 북궁휘를 바라 보았다. 그러나 북궁휘도 도대체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이였다. "아무튼 가보죠. 설마 무맹내에서 저희들에게 시비걸 사람이 있겠소이까?" 번 호 : 8346 게시자 : 윤원중 (re5280 ) 등록일 : 1999-05-04 10:54 제 목 : [연재] 천부외경 16 점원에 의해 안내된 곳은 3층에 마련된 별실이였는데 점원의 안내에 따라 그들이 안으로 들어가자 곧바로 하나의 맑은 여인의 음성이 들려왔다. "어서오세요! 두 분" 그들의 눈앞에는 마치 한떨기 장미꽃처럼 화사한 미모를 자랑하는 한 소녀 가 서 있었던 것이다. 특히 그녀는 금방이라도 불타버릴 것 같은 진홍색 (眞紅色) 경장(經裝)에 머리는 뒤로 쓸어 묶었는데....그로 인해 우아하게 뻗 어내린 목선과 움직일 때마다 빛에 반사되어 반짝거리는 귀거리가 유난히 보는이들의 시선을 아리하게 하고 있었다. 그러나 북궁휘는 그녀를 발견하고는 어이없다는 표정이였다. "아니, 네가 도대체 웬 일이냐? 여기는 어떻게 또 알고....." "왜요? 저는 이런 곳에 오면 안 되나요?" 도발적으로 눈을 상큼하게 뜨는 그녀의 모습이 오히려 화사한 아름다움을 주고 있었다. "하하, 지매! 오랜만이구나. 그러고 보니 이제 처녀가 다 되었군" 무유가 환하게 웃으면서 그녀에게 아는 척 했다. "안녕하세요? 무유오라버니!" 그러면서 그녀는 한발자국 옆으로 비켜섰다. 그러자 그녀에 가려졌던 별실 내부가 한 눈에 들어왔는데.... 이미 그 곳에는 일남일녀가 앉아 있는 것이 보였다. "허허, 이거 제갈소제도 와 있었군!" 마치 여인을 연상할 정도로 단아한 얼굴의 귀공자를 보고 무유가 아는 척 했다. 그러나 그의 옆에 앉아 있는 백의의 미녀에 대해서는 어디선가 본 듯한 데...얼핏생각이 떠 오르지 않았다. 그런데 그 때 북궁휘가 잔뜩 흥분된 목소리로 그녀에게 성큼 다가서며 말 을 하는 것이였다. "아니, 이거 유소저가 아니시오! 그리 않해도 보타암에서 공부를 마치고 귀 가했다는 소식을 듣고 한 번 찾아가려 했는데.....그래 여기는 언제 오신거 요?" 그녀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오랫만인데....저를 알아 보시는 군요" 북궁휘와는 다르게 차분한 모습, 하지만 그녀의 맑고 투명한 눈빛에서도 반가운 기색은 역력했다. "하하, 내가 어찌 유소저를 몰라 보겠소? 어렷을 적 그처럼 친하게 지냈는 데.... 그래 백부님께서는 잘 계시죠?" "예, 아버님께서도 북궁공자님을 보고 싶어 하세요" "죄송합니다. 그간 찾아 뵈었어야 하는데......." 그 때 당초 그들을 맞이 했던 화사한 미모의 여인이 한 소리 했다. "아니, 두분은 얼마동안 그렇게 있을 거예요? 모두들 어색하여 서 있는 데......" 그녀의 말에 두 사람은 비로소 실례를 깨달았는 듯 얼굴을 가볍게 붉혔다. "이거 미안하게 됬군요. 유소저와는 너무 오랜만인 지라....모두들 자리에 앉으시지요" 그러나 그러면서도 그의 시선은 백의여인에게서 떨어질 줄 몰랐다. 이윽고 자리에 앉게 된 3남2녀의 영기발랄한 젊은이 들! 무유에게는 모두들 구면이였다. 먼저 가장 먼저 그들을 맞이 하였던 홍의소녀는 바로 북궁휘의 동생이며 동시에 중원오봉중 가장 화려한 미를 지녔다는 비류옥봉 북궁지였고, 단아한 용모의 귀공자는 제갈세가의 후계자이자 역시 중원오룡의 일인인 만박옥룡선 제갈청운이였으며..... 어쩐지 본 것 같다고 생각이 들었던 백의궁장의 여인은 그가 남해보타암에 심부름 갔다 한 번 만난적이 있던 신화군주 유선이였던것이다. 이 것을 모르고 북궁지가 무유와 유선을 바라보며 말을 했다. "참, 아직 두 분은 잘 모르시죠? 이 분은 바로....." 그러나 이 때 유선이 그녀의 말을 가로챘다. "지매! 내 어찌 소림이 낳은 천하기재요, 철담협한(鐵膽俠漢)의 호걸이신 달마검협을 모르겠어?" 그러더니 그녀는 무유를 향해 반가운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안녕하세요? 무대협! 오랜만에 뵙네요" 이에 무유도 껄껄걸 웃으면서 대답하였다. "아마...한, 4,5년 됬죠? 유소저께서 너무 아름다워 지셔서 하마터면 못 알 아볼 뻔 했습니다" 평소에 남을 잘 칭찬하지 않던 무유가 감탄할 정도로 유선의 아름다움은 뛰어났다. 수려한 얼굴에 은은한 기품, 단아한 이목구비와 깊고 깊은 혜지(慧智)로 반짝거리는 눈동자 북궁지가 마치 화려한 장미와 같은 미모를 소유하고 있다면 유선은 마치 맑고 깨끗한 수선화의 미와 고절(孤節)한 멋과 그윽한 향을 지닌 난화(蘭花)의 아름다움을 동시에 갖춘 그러한 용모의 소유자라 할 수 있었던 것이다. 여하튼 이처럼 저마다 빼어난 삼남이녀의 젊은이들이 함께한 좌석은 모두 들 오랜만에 만났고, 서로를 흠모하는 마음들이 있는지라 금방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바뀌었고, 무유 역시 당초의 울적한 기분에서 벗어나 기꺼운 마음으로 술을 마시게 되었다. 비록 그들은 무공에 뜻을 둔 젊은이들이였지만 만박옥룡선 제갈청운이나 신화군주 유선, 그리고 신품공자 북궁휘등은 모두들 학문에도 밝아 화제는 무공과 별로 관계없는 고래(古來)의 시가(詩歌)나 명문장(名文章), 그리고 동서고금의 기화(奇話) 등을 중심으로 전개되었고, 따라서 담담하면서도 은은한 분위기가 지속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분위기는 술이 몇순배 돌자 자연 당금 무림의 정세쪽으로 화제가 옮겨갔다. "그나저나 무유오라버니! 이번 대규모 실종사건을 일으킨 자들이 정말 그 렇게 무서워요?" 북궁지가 최근 떠들썩한 무맹내 분위기를 감지한 듯 무유에게 물어왔다. 그러나 무유는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대답했다. "글세.... 그들이 무서운 지는 알 수 없지만 중원각지 수십군데에서 동시에 소년 소녀들을 납치했으나 거의 흔적을 남기지 않았고, 더욱이 대규모의 폭약을 동원해 조사단들을 폭사시킴과 아울러 흔적을 모조리 제거할 정도 면.....필히 탄탄한 조직력과 놀라운 무공, 그리고 치밀한 계모(計謀)를 겸비 한 무시못할 세력이라는 느낌이 들어..... 과연 당금 무림에 어떤 세력이 그와같은 일을 할 수 있는 건지......" 이와같은 무유의 이야기에 북궁지는 더욱 흥미가 가는지 눈을 반짝거리며 다시 반문해 왔다. "혹씨, 집마부가 아닐까요? 그만한 능력을 지닌 세력이라면...그들밖에 없잖 아요" "집마부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일단 그들은 모두 노출되었기 때문에 오히려 은밀한 행사에는 적당하지 않 을뿐더러 그들이 그러한 행동을 할 동기가 전혀 없기 때문이지" 무유의 대답에 이번에는 제갈청운이 거들었다. "그건 무유형의 말씀이 맞는 것 같습니다. 사건 직후 저희 무맹에서도 그 들을 염두에 두고 조사를 벌였으나 아무런 혐의점도 발견하지 못했고, 그 들 역시 조사대를 파견, 일부가 희생되었습니다. 제 생각에는 그 보다 그들의 방계세력이 혹씨 개입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 입니다. 의외로 중원마맥(中原魔脈)의 뿌리는 깊은 것이니 말이오. 여하튼 그 일은 이제 본격적으로 무맹에서 나섰으니 무언가 단서가 잡힐 것이요" 이에 무유는 과연 무맹이 이번 일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가 하는 의문 을 제기하고 싶었지만 애써 참았다. 그러다 무슨 생각을 한 지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서며 유선을 향해 포권의 예를 취하며 말을 하는 것이였다. "참, 내 잊고 있었지만 이 자리를 빌어 유소저께 감사의 뜻을 전하고자 합 니다" 이처럼 밑도 끝도 없는 무유의 행동과 감사에 유선은 어리둥절 하면서도 무유의 예에 고개를 숙여 같이 답례할 수밖에 없었다. "그게 무슨 말씀인지....." 좌중에 있던 다른 사람들도 관심이 가는지 무유에게 시선을 집중했다. 이에 무유는 부드럽게 웃으면서 말을 계속했다. "저는 얼마전 아우를 하나 맞이 하였소이다. 그는 바로 이번에 소림하원에 입문한 사람으로 이름은 현무라고 합니다" 무유의 말을 듣고 있던 유선의 입에서 감탄이 터져 나왔다. "아! 그가 이번에 하원에 입문하였군요" 무유는 여전히 궁금한 표정을 풀지 않고 있는 다른 사람들을 위해 말을 이 었다. "다름이 아니고 그가 유소저께 목숨의 구원을 받았기 때문이죠" 이제야 사람들은 무유의 갑작스런 행동을 이해할 수 있었다. 즉 무유는 최근 결의형제를 맺어 아우를 받아 들였는데...그가 유선에게 도 움을 받았으니 무유가 그를 대신하여 유선에게 감사의 표시를 한 것이였 다. 하지만 사람들은 또 다른 의문이 생겼다. 무유라 하면 당대 최고의 기재중 하나이며, 더욱이 소림장문인 허허대사의 직전제자로 배분또한 높아 모두들 함부로 대하지 못하는 사람인데..... 그가 선뜻 결의형제를 맺었으며, 더욱이 강호활동이 생소한 유선에게까지 구원을 받은 현무란 인물이 궁금했던 것이다. 역시 성질이 급한 북궁지가 먼저 입을 열었다. "그는 어떤 사람이죠?" 그녀 답게 직선적인 질문이였다. "하하, 나도 그에 대해서는 자세히 모른다. 다만 같은 사내로서 멋있다 생 각하고 있으며, 수년내 나를 능가할 정도로 기재란 것이지" 그러한 무유의 대답은 오히려 북궁지의 궁금증만 더 해 주었을 뿐이다. 그 래서 그녀는 이번에는 유선에게 말을 걸었다. "유언니! 그는 도대체 어떤 사람이죠? 언니는 어떻게하여 그의 목숨을 구 해 주었고, 과연 어떠한 사람이길래 무유오라버니가 그토록 칭찬하죠?" 무척이나 빠르고 동시에 수가지 질문이 포함된 북궁지의 말, 그러나 유선은 미소를 지은 채 그저 담담한 어조로 말을 하였다. "나도 자세히 몰라! 그저 구화산(九華山)의 기슭에 쓸어져 있어 구해주었고, 무공에 대한 열의 와 자질이 뛰어나 그를 이곳 북궁세가에 추천하여 주었는데.....그는 의외로 자존심이 쎈 사람인 모양이야! 나의 추천서를 마다하고 자력으로 소림하원 에 입문하다니......" 순간, 유선의 머리속으로 현무의 얼굴이 떠 올랐다. 거칠게 자라왔으면서도 의외로 훈훈한 인간미와 친근한 느낌을 주던 현무, 하지만 유선은 그런 느낌 이외에 그가 조만간 중원오룡과 같은 성취를 이 룰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못 했는데....의외로 무유는 그를 극찬하고 있 었다. (그의 출신과 치료할 때 처참한 몰골등으로 내가 그를 평가할 때 선입감을 가지고 있었던가? 하긴 내 예상을 뒤업고 그가 소림하원에 입문한 일이 나....아난까지 그에게 흠뻑 빠진 듯 하니....여하튼 그는 특이한 인물인 것만 은 사실인 것 같군) 이러한 생각을 하면서 유선은 슬쩍 북궁휘를 바라다 보았다. 마침 이때는 북궁휘도 유선을 바라보고 있었는데....그의 눈에는 기이한 열 기가 베여 있었다. 유선은 얼굴을 살짝 붉히며 그의 시선을 피했다. 하지만 그녀의 마음은 그의 시선이 불쾌한 것만은 아니였다. 중원천하에 그만한 인물이 어디있겠는가? 절세적인 무공, 뛰어난 용모, 해박한 학문, 화려한 배경에 고아한 기품까지 갖춘 청년기재....... 다만 한가지 무유처럼 호협(豪俠)한 기질은 조금 부족한 듯 하였으나 생각 하기에 따라서 그러한 점은 문제가 될 수 없었던 것이다. 그 후로도 그들은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 후 마 침내 자리에서 일어섰다. "참, 현공자를 구해준 후 그를 습격했던 인물들이 궁금해서 한 번 알아보 았더니 그 배후에 현천보란 단체가 있더군요. 나중에 현공자가 무공을 성 취한 후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자리에서 일어서며 유선이 무유에게 넌지시 알려준 말이였다. 이에 무유는 빙그레 웃으면서 그녀를 향해 포권(包拳)을 했다. "잘됬군요. 그리 않해도 제가 한 번 알아 보려던 참인데....." 무유는 일행들에게 작별인사를 한 후 소림을 향해 떠 나갔고... 제갈청운도 자신의 거처로 발길을 옮겼다. 북궁휘는 오랜만에 만난 유선과 헤어지는 것이 싫은 듯 넌지시 그녀에게 말을 하였다. "유소저! 어떻소? 저의 거처로 가 이야기나 조금 더 나누는 것이......" 이에 유선은 잠시 망설이다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죠! 이번에는 어렸을 적 이야기나 나눠요!" "참! 방금전 현천보 운운했는데.....그게 무슨 이야기요?" "별 것 아니예요. 단지 호기심에서 현공자를 습격했던 인물들을 조사해 보 았더니 의외로 그들의 배후에 당금 중원이보의 하나인 현천보가 있더군요. 그래서 그 이야기를 했어요" 무슨 생각을 하는 지 북궁휘는 잠시 말이 없었고, 대신 그의 눈에서 이채 가 발했다. "무슨 생각을 그리 하세요!" "아, 아무 것도 아니요! 그런데 유소저에게도 정보망이 있소?" "사실 저의 정보망이 아니라, 아버님의 정보망이자 대명황실의 정보망이죠! 저는 그걸 사적으로 조금 이용했고요" "아니 그런 것도 있소?" "후후, 북궁공자께서는 아직 모르시군요. 황제께서 도찰원(都察院)이란 새 로운 조직을 만들었다는 것을... 사실 이건 비밀인데..북궁공자야 상관없겠 죠!" "으음, 도찰원이라......" 도찰원이란 단어는 한동안 북궁휘의 뇌리를 떠나지 않았다. 번 호 : 8347 게시자 : 윤원중 (re5280 ) 등록일 : 1999-05-04 10:54 제 목 : [연재] 천부외경 17 아주 미약한 바람에도 꺼질 듯 흔들거리는 희미한 유등(油燈) 불빛아래 현무는 동굴벽을 향하여 가부좌를 하고 있었다. 그가 앉아 있는 주변에는 여러 권의 책들과 아마 벽곡단이 들어 있는 듯한 용기들이 어지럽게 놓여 있었고, 또한 바로 그 뒤로 돌을 골라 만든 듯한 볼품없는 침상도 하나 보였다. 소림하원의 제자로서 무학동에 들어선지 어언 십개월, 그는 오직 하루 두시진씩 잠을 자는 것을 제외하고는 온통 무공수련에 전 념했다. 심지어는 세수를 하거나 수염을 깍는 시간조차 아껴 무공수련에 임했기에 이제 그는 무공이 무엇인지 희마하게나 알 것 같았고, 자신이 익히려고 가져온 무공들을 거의 오성(五成)이상이나 익힐 수 있었 다. 지나치게 단조로운 생활로 인해 때로는 가슴이 터질 듯 답답했고, 자신의 출생비밀이나 백사회의 혈겁과 같은 괴로운 기억들이 끊임없이 그 를 괴롭혔지만 그는 그럴수록 자신의 몸을 혹사해 가며 무공연마에만 박차 를 가했다. (현무야! 참아라, 참아라! 오늘의 이 땀은 내일의 영광으로 이어질 수 있으려니..... 비록 부평초 처럼 왔다가 사라지는 것이 우리네 인생일 지라도.... 사내로 태어나 천하를 울리는 소리한번 지를 수 없다면 그게 어디 삶이겠 느냐!사내로 태어나 마음에 드는 여인 하나 얻을 수 없다면 그게 어디 살 아 있다고 할 수 있겠느냐? 사내로 태어나 나를 위해 죽어간 사람들의 원한 하나 풀어줄 수가 없다면 그게 어디 장부(丈夫)라 할 수 있겠느냐!) 괴로울 때마다, 힘들 때마다 이렇게 스스로 채찍질을 하였다. 그러나 그렇게 열심히 무공을 수련했건만 그의 마음속에는 아직 부족한 것 이 너무나 많았다. 그러나 그는 이러한 모든 아쉬움을 접어 버리고 이제 십개월동안 정들었던 동혈(同穴)을 벗어나기로 하였다. 비록 아직 만족할 만한 수준은 되지 못하지만 이왕 이 곳에 왔으면 그래도 참회혈에는 한 번 가봐야 했기 때문이다. '무공초식이야 나가서도 익힐 수 있는 일이지만 이곳까지 와서 참회혈을 가 보지 못한다면 필히 나중에 후회하고 말 것이야' 아쉬운 마음을 이러한 중얼거림으로 달래며 현무는 서서히 주변을 정리하 고 마침내 동혈을 벗어났다. 항상 같은 빛, 같은 환경속에서 시간의 흐름이야 제대로 인식했겠냐 만은 그가 동혈에 들어와 식료품 창고 를 열번정도 다녀왔으니 대강 열달정도가 흘렀으리라 추측을 하며, 현무는 당초 다른 동료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던 지하광장으로 나왔다. 문득 현무는 당옥상 등 다른 동료들이 그리워 졌고, 그들의 성취정도가 궁 금했다. '후후, 그동안 그들은 얼마나 진전이 있었을까' 그러나 현무는 우연의 일치인지 지하광장에 들어서자 마자 곧바로 궁금했 던 여섯명의 제자들을 모두 만날 수 있었다. 마침 그들은 지하광장의 탁자 에 앉아서 무언가에 대해 한참 이야기하고 있었는데 현무가 나타나자 그를 무척 반색하며 맞이하였다. "하하, 그리 않해도 지금 자네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데.... 드디어 나타났는 가?" 지하동굴 생활에도 여전히 깔끔한 여불위가 만면에 웃음을 가득 띠우 면서 현무를 반겼다. "하하, 여형의 신수가 훤해 보이는데 아마 많은 발전을 이룬 것 같군. 어쨋 든 축하하네. 그리고 나머지 분들도 마찬가지고" 현무역시 지하생활 탓인지 그들이 반갑기는 마찬가지였다. 이번에는 당옥상이 반갑게 웃으며 말을 하였다. "하하, 그런데 지금 자네의 몰골이 어디 사람꼴인가? 만일 그 모습으로 세 상에 나간다면 모두들 기겁하고 도망갈 것이네! 괴물이 나타났다고....." 이에 현무는 슬쩍 동굴바닥에 고인 물에 자신의 모습을 비춰 보다가 깜짝 놀랐다. 물에 비친 그 모습은 자신이 보아도 너무 추레하기 그지 없었다. 마치 고슴도치 같이 얼굴을 가득 덮고 있는 수염에 덥수룩한 머리, 거기에다 세수마저 안 했기에 얼굴은 먹물처럼 시커먼데....오직 두눈만 번 쩍거리고 있었다. 이에 현무는 다른 여섯사람들을 바라 보았다. 하지만 그들은 모두들 깔끔한 모습들이였고, 특히 옥서향과 주청, 두명의 여인은나름대로 멋도 부리고 있었다. 이 때 당옥상이 그의 어깨를 툭 쳤다. "하하, 그렇다고 그렇게 의기소침하다니.... 후후 사실 우리도 바로 하루전 에는 자네의 몰골보다 낫다고 할 수가 없었지? 하지만 이제 출동할 날도 20여일 밖에 안 남았고....." 그러나 그말에 현무는 너무나 놀랐다. "아니, 그게 정말인가? 그럼 별써 일년이 다 지나갔단 말인가? " "하하, 역시 자네답군. 그래 얼마나 열심히 수련을 하였으면 시간의 흐름도 다 잊는단 말인가?" 현무는 말을 하고 있던 천세호나 나머지 5인의 표정으로 결코 그들이 거짓 말을 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자 곧바로 그의 심정은 놀라움에서 실망감으로 연결되었다. "휴, 아뿔싸! 이 일을 어찌하면 좋단 말인가? " 현무의 낭패한 듯한 표정에 천세호도 더이상 웃고 있을 수 없었다. "아니, 갑자기 왜 그러는가?" 그러나 현무는 차분하게 그와 대화를 나눌 여유가 없었다. "아, 미안하네. 실로 오랜만에 만나 회포도 풀어야 하건만, 갑자기 내 마음 이 급해졌네. 사실 나는 참호혈의 어떤 내용도 본 적이 없거든" 그 말과 함께 현무는 그들에게 손을 한번 흔들어 보이고 나서 곧바로 참오혈 쪽으 로 걸음을 옮겼다. "아니, 그렇다고...." 이에 천세호가 잠깐이라도 그의 발길을 잡아보려 했지만 이미 현무는 저만 큼 멀어지고 있었다. "아니, 저런 친구가 있나? 사실 이곳 장경각에 있는 무학이야 외부 에서도 얼마든지 배울 수 있고, 이곳의 핵심은 바로 참오혈에 있다 는 것을 모를 리 없을텐데..... 이제서야 참오혈로 향하다니...그렇고 또 단 이십일간의 시간으로 도대체 무엇을 얻을 수 있다고 그리 바 쁘게 가는지 원...." 천세호가 탄식처럼 중얼거렸다. 그 말에 이어 다시 여불위의 비웃는 듯한 음성이 이어졌다. "후후, 하오문출신이라 그렇지 뭐. 삼류무공만 보다가 갑자기 훌륭한 무예를 접하게 되니 정신을 못차린 거지" 그러나 당옥상은 고개를 살래살래 흔들었다. "아니, 난 그렇지 않다고 생각해! 비록 그가 일반적인 무공수련과 다 른 방식을 선택하고는 있지만, 어쩐지 신비한 면이 느껴져! 사실 그 는 우리와는 다른 생각을 갖고 있지만..... 달마검협 무유가 칭찬한 사람이 아닌가?" 이러한 당옥상의 견해에 여불위는 여전히 수긍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옥서향과 황보현등은 고개를 끄덕여 그들도 공감하고 있다 는 생각임을 밝혔다. 현무의 무공수준에 대하여 천세호등은 한동안 더 이야기를 하였지만 결국 결론을 내지 못하였다. 하지만 그들이 동감하는 사항은 어찌되 었건 현무는 이십일간의 짧은 시간에 참오혈에서 얻을 것은 아무 것 도 없으리라는 것이였다. 그들 자신이 거의 일년정도 그 것에 매달 렸지만 겨우 십에 이,삼정도의 깨달음만을 얻었을 뿐, 아무리 노력해 도 더이상의 진척이 없어 그 것으로 만족해야만 했던 것이기 때문이 였다. 결국 그들은 더이상 참오혈에서 머무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생각에 거의 동시에 그 곳에서 나오게 되었고, 이곳에 이르러 서로간 얻은 것들을 비교하고 상호간 단점을 보완하기 위하여 지금 이곳에 모여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특별나게 현무는 전혀 그들과 다른 방법을 선택하였으니 그 들로서는 이해할 수 없음은 지극히 당연했던 것이다. 참오혈에 이르는 동안 현무는 한편으로는 시간이 없음에 심란해 하 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어떻게 하는 것이 남은 이십여일을 가장 효 율적으로 보낼 수 있는가에 대한 생각을 하였고, 그는 결국 수많은 참오혈 중에서도 제6대 조사인 혜능선사의 동혈을 선택하기로 하였 다. 혜능선사는 무학에 있어서는 달마조사 못지 않은 천재로서 이미 그 나이 삼십팔세에 소림 삼십육종의 절기를 창안하였다고 알려져 있었다. 물론 그 이후로는 별다른 업적이 기록되어 있지 않았지만 이미 그가 남긴 적하장과 백팔나한금나수를 익힌 바 있었던 현무는 과연 삼십 팔세에 그만큼 훌륭한 무공을 창안한 자가 최종적으로 임종에 이르 러 어떠한 내용을 남겼는 지 무척 궁금하였던 것이다. 헤능선사의 동혈은 제1혈로서 그곳에는 혜능선사와 그의 제자 3인, 그리고 일무대사라는 별로 알려지지 않은 고승의 심득이 기록되어 있다고 표시되어 있었다. 그러나 막상 동혈에 들어간 현무는 무척 당황하게 되었으니 혜능선 사가 남긴 글귀는 무척 간단하였는데 그 뜻이 달마역근경상의 공색 론(空色論)이나 대아론(大我論)과 비슷한 듯 하면서도 도무지 무슨 이야기인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였다. (허허, 덧없는 세월이여! 후인이여 그대는 부디 마음의 집착과 욕심 을 버리고 대우주의 흐름에 모든 것을 맡겨라. 인간의 존재는 보잘 것 없으나 대자연의 흐름은 영원할 지니, 인간이 이에 순응함은 곧 대자연과 일체가 되는 것이다. 인간은 곧 소우주라 대자연과 교감의 길이 연결되어 있으니 마음을 맑게하고 대자연의 기를 받아들이면 이에 동화될 수 있음이 다. 뜻도 죽이고 의식도 죽이고 존재를 잊은채 마음을 맑게하여 관조 하게 되면 천지의 흐름이 보이나니 천지의 흐름에 따라 온몸을 열어 기를 받아들이라. 마음이 일면 뜻이 따르고 대자연의 무궁무진한 기운을 느낄 수 있음 이다. 보이는 것은 순간이고 보이지 않는 것이 영원할지다. 보이는 것은 육신의 눈으로 볼 수 있으나 보이지 않는 것은 마음의 눈으로 만 보아야 하나니 그대가 진정으로 마음의 눈을 뜨게 되는 날, 그대는 다음 구결의 뜻을 알게 될지니 곧 그대앞에 대자연무도의 참 된 길이 열릴 것이다. 천지지간 조화생기 우주만물 일체유심 (天地之間 造化生氣 宇宙萬物 一切有心) 수심명경 축기자연 심안개통 수수유유 (修心明鏡 蓄氣自然 心眼開通 授受流流) 공공허허 무생무유 .............. (空空虛虛 無生無有 ................) (아니 밑도 끝도 없이 도대체 이게 무슨 소리인가? 무공초식이나 구 결이 아니라 이건 단지 마음을 비우라니... 적을 앞에 두고 어찌 마 음을 비울 수가 있을 것이며, 마음을 비운다고 상황이 달라질 수 있 단 말인가? 대자연의 힘, 물론 그것이 대단하다는 것은 잘 알고 있지만 그렇다 고 어떻게 인간이 이러한 힘을 이용할 수 있단 말인가? 도무지 모를 소리이다.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현무는 헤능선사가 남긴 글귀가 그가 창안한 삼십육종의 절예를 거 의 완벽하게 보완하는 내용이거나 평생에 무공을 익히면서 느껴왔던 사항들일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글귀는 온통 모를 소리로만 가득차 있었던 것이다. 물론 마음을 거울처럼 맑게하고 집착과 욕심을 버리는 것은 상승무 공을 수련할 때 가장 기본적인 마음가짐이였으니..... 분명 무언가 있을 것 같으면서도 이를 알 수 없는 현무는 그저 답답 하기만 했다. 더우기 마음의 눈으로 보아야 한다는 160자의 글귀에 대해서는 더더 욱 알 수 없었다. (후, 도대체 이게 무슨 뜻인가? 처음의 글귀는 그래도 대충 뜻만은 알겠는데 뒷부분은..도무지... 도대체 주고받고 흐르고 흐르고, 비어있는 것과 허한 것, 살아 있지 도 존재하지도 아니하는.... 이러한 글귀들은 도대체 무슨 뜻이란 말 인가? 혜능선사와 같이 무학의 귀재요, 대선사가 잘못 써 놓았을리 는 없는데..... 하지만 독서백편의자현(讀書百篇意自顯)이라고 계속 생각하다보면 무언가 알 수 있겠지) 현무는 한편으로 자신이 시간의 흐름을 놓치는 바람에 시간이 많지 않음을 안타가워 했지만 일단 남은 시간이라도 최선을 다해 혜능선 사가 남긴 글귀를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설마 혜능선사가 거짓을 기 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믿었기에..... 하루, 이틀, 안타까운 시간들이 흘러갔다. 하지만 글귀를 읽어가며 참오하면 할 수록 무언가 잡힐듯 하면서도 다시 모호해 져 버렸다. 부분부분의 뜻은 어느 정도 해석이 되었으나 중심이 되는 어휘가 여 전히 모호해서 전체가 연결되지 않았던 것이다. 더우기 시간이 흘러 가고 출동할 날이 다가올 수록 다급해 지는 마음에 비례하여 그 뜻 은 더욱 모호해졌으니... 마침내 현무는 단지 혜능선사가 남긴 글귀를 암기한 것으로 만족하 고 그 뜻에 대한 해석은 다음으로 유보하기로 하였다. 이제 남은 시 간은 단지 7일, 현무는 이 7일동안 단 하나라도 더 얻기를 바랬다. 번 호 : 8348 게시자 : 윤원중 (re5280 ) 등록일 : 1999-05-04 10:55 제 목 : [연재] 천부외경 18 혜능선사의 심득, 다음에는 바로 그의 제자들인 3인의 승려들의 글 귀가 쓰여져 있었다. 그들의 글귀는 현무의 예상처럼 바로 무공에 대한 내용이였는데, 현무로서는 이 내용이 그동안 그가 익혔던 달마 역근경이나 여타 무예들에 비해 별로 뛰어난 것이 느껴지지 않자 단 지 읽어보는 것으로 만족을 하고 더욱 깊숙히 발길을 옮겼다. (휴, 이제는 일무선사라는 분의 기록만이 남았는가? 이 분에 대해서 는 결코 들어보지 못했는데..... 과연 어떤 내용을 남겼는 지?) 하지만 곧바로 있을 것으로 예상했던 일무선사의 기록은 한참을 가 도 보이지 않았다. 이제 동굴은 현무로서는 겨우 몸을 완전히 굽히 고서나 지나갈 수 있을 정도. 더우기 동굴 곳곳에는 돌기둥들이 솟아 있어 현무는 이를 지나는데 무척 고생을 하여야만 했다. 하지만 그는 굴하지 않았고 결국 다시 동굴이 넓어지고 가장 깊은 막장에 가서야 현무는 조그만 흔적을 발 견할 수 있었다. (후후, 이 분은 상당히 괴팍했던 분 같군. 그래 사람을 이렇게 고생 시키고서야 기록을 남기다니......이곳에 사람의 흔적이 없는 것이 이 해가 가는군..... 무명의 일무대사가 가는 길까지 어렵게 만들어 놓았 으니...이처럼 체득할 곳이 많은 곳에서 나같은 멍청이 말고는 누가 오려 하겠는가?) 현무는 내심 이렇게 생각하고 그 흔적에 다가가 살펴보았다. 그러나 그는 그순간 더욱 황당해 져 버렸으니, 기실 그 곳에는 분명 히 인공으로 남겨진 것 같았는데 글자라기 보다는 그저 지렁이가 기 어간 듯한 이상한 문양들만이 남아 있었던 것이다. (아니, 도대체 이것이 무엇이란 말인가?) 하지만 현무는 그러한 이상한 문양이 어떤 일정한 규칙이 있으며 더 우기 상당히 눈에 익음을 느끼고 곰곰히 기억을 더듬어 갔다. 그리고 한순간 얼핏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설마? 이것이바로 고대 동이족들이 사용했다던 설형문자의 일종인 강토문자(江土文子/ 가람토문자)란 말인가?} 순간적으로 이러한 생각이 든 현무는 서둘러 목에 걸고 있던 봉황패 를 꺼내 보았다. 바로 복우산중에 버려진 자신에게 유일하게 남겨진 물건! 전면에는 마치 날아갈 듯 날개를 활짝 펴고 있는 봉황이 그려져 있 었고 후면에는 바로 그 강토문자로 수록되어 있는 의미모를 단어 현 무(玄武)란 말이 새겨져 있었다. 문득 현무는 의부 상천군이 과거 그에게 강토문자를 배우도록 하면 서 했던 말이 생각났다. '너의 출신이 무엇인지 난 잘 모른다. 다만 강보에 싸인 너에게 유일 하게 같이 있던 것이 바로 이 봉황패이고 이 봉황패에 쓰여진 글자 가 바로 고대 동이족들이 사용했다던 강토문자이다. 설혹 네가 그들의 후예가 아니더라도 필히 관계는 있을 터, 비록 너무나 오래된 글자고 아는 사람이 전무하다시피 해, 별다른 도움이 되지않겠지만 그래서 너에게 이 강토문자를 가르켜 준다. 먼 훗날 너의 뿌리를 찾는데 도움이 될 지 모르니 귀찮더라도 충심 으로 배워라!' 이에 현무는 너무 우연스런 일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고대 백두산족들이 사용했다는..... 아마 고대 전설시대의 설형문자나 은나라의 상형문자보다 훨씬 오래 되었을 거라 추측이 되는 강토문자를 여기에서 보게 될 줄이야 정말 이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하지만 어찌되었던 현무는 과거에 배웠던 기억을 되 새기며 동굴벽 에 새겨진 글자를 하나 하나 읽어 내려갔다. 다행이 그 글자들은 별로 어려운 구절이 없었기에 비록 시간이 걸리 긴 했지만 현무로서는 이를 해독할 수 있었다. (후인이여....천추성은 하늘을 움직이는 좌표이니...칠성에 각각 일성 의 힘을, 그리고 천추성에 나머지 삼성의 힘을 가하라... 그대에게 하 늘의 인연이 연결될 지어니...) (음, 천추성이란 북극성을 지칭하는 것일테고...칠성이란 이를 찾기 위한 북두칠성을 지칭하는 것 같은데 도대체 어떻게 힘을 가하라는 뜻이지.....) 어럽게 고문자는 해석했지만 다시 새로운 수수께끼에 접한 현무는 고개를 살래살래 흔들면서 주위를 면밀하게 살피기 시작했다. 그러 기를 한참, 마침내 현무는 좌측의 벽에서 희미한 칠성무뉘를 찾을 수 있었다. 아마 초창기에는확연한 문양이였을 법한 그 무늬는 수십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가는 사이 많이 퇴색되어 버린 것 같았다. (휴, 이제 이곳에 힘을 가하는 일만 남았는데...과연 여기에 무슨 변 화가 일어날지....) 단지 문양에 불과한 곳에 각기 다른 힘을 가한다고 해서 별다른 변 화가 있을 것이냐만 그래도 현무는 내킨김에 해보자는 식으로 자신 이 초기에 익혔던 일선지를 양손에 운영하였다. (이 일선지는 비록 단 한가닥의 지풍일 때 가장 위력을 발휘하지만, 열손가락 모두에서 동시에 지풍을 발할 수가 있지...공력을 나누는 것이 조금 까다롭겠지만.....십분결을 잘 이용하면 될 것 같다) 내심 이렇게 마음을 정하고 심호흡을 한 후 현무는 마침내 두손을 활짝 펼침과 동시에 열손가락을 통해 기를 품어 냈다. "슈 슈 슝" 순간 그의 손가락으로부터 발출되는 어지러운 지풍, 그 열가닥의 지풍은 정확하게 목표로한 칠성문양과 북극성 문양에 적중 했다. 그중 일곱가닥은 각각 칠성에 그리고 나머지 세가닥은 북극성 에........정확히 적중했다. 아! 그런데 이게 왠 일인가? 그순간 갑자기 "콰르릉!"하는 굉음소리 와 함께 현무가 서 있던 동굴바닥이 통채로 함몰되는게 하닌가? "이크, 이게 웬 조화냐?" 현무는 너무 갑작스런 변괴에 깜짝놀라 급히 신형을 전개하려 했지 만 이미 붕괴되어버린 바닥은 그의 몸을 치솟게할 어떤 지지대도 되 지 못했으니......결국 그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의 몸은 바닥이 함몰 되면서 생긴 깊은 지하의 어둠속으로 빠져들 수 밖에 없었다. 더우기 설상가상으로 붕괴로 인해 발생한 듯한 바위덩이 하나가 중 심을 잃고 떨어지는 현무의 뒷머리를 강타해 버렸으니 현무는 미처 비명을 지르지도 못한채 그만 혼절해 버리고 말았다. 동굴바닥이 굉음과 함께 붕괴되고 현무가 깊은 함정속으로 빠져가는 순간, 지하광장에 남아 있던 천세호등도 갑작스런 굉음과 진동에 깜 짝놀라 다급히 참오혈로 달려왔다. 하지만 그들이 발견한 것은 그저 먼지만 나오고 있는 제1동혈이였고 내부로 들어가 보았으나 이미 동굴 중간부근은 완전 붕괴되어 도저 히 사람이 출입할 수 없게 되어 버린 것만을 발견할 수 있었다. "아니, 이게 도대체 웬 변고란 말인가? 그리고 현무는 도대체 어떻 게 된건가?" 제일 먼저 도착한 천세호가 망연자실 외쳤다. 물론 놀라기는 당옥상 이나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 였다. "이봐! 형형, 도대체 어떻게 된 건가?" "어디에 있나?" 이미 막혀버린 동혈 앞에서 이들 6인은 소리쳐 현무를 불러 봤지만 아무런 대답도 없었고, 오히려 소리의 공명음에 불완전한 동굴벽이 다시 무너지려는 징후를 보였다. 결국 그들은 속수무책 동혈에서 다시 나올 수밖에 없었다. 이러는 사이에 드디어 출동일이되었고 현무의 변고를 전해들은 소 림과 소림하원에서는 붕괴된 동혈을 오십여장 이상 파는 대대적인 발굴작업이 벌어졌다. 물론 이 일에는 무유가 가장 충격을 받았고... 가장 앞장서서 발굴작업을 벌였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현무의 종적은 오리무중, 결국 발굴작업은 무유의 강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중단될 수밖에 없었으니 자칫하면 무학동 자체의 붕괴를 염려한 까닭이였다. 하지 만 이를 가강 안타까워하는 무유의 눈에는 이러한 행동이 현무의 생 사여부보다는 단지 해능선사의 유진이 무사함을 반기는 듯한 것으로 보여 내심 야속하기 그지 없었으니..... 무유로서는 분명 붕괴된 동혈가운데...현무가 묻혀 있거나 고립되었 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었으나 사실상 붕괴된 동굴을 파 내려가는 일 은 새로이 동굴을 뚫는 일보다 몇십배 힘든 일이였고, 그들의 염려 대로 자칫 무학동이 붕괴라도 된다면 천년소림의 역사가 통채로 무 너지는 것과 마찬가지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 으니 그저 망연자실 발만 동동 구를 뿐이였다. '아! 현무, 이 형은 더 이상 어쩔 수가 없구나.....부디 이 형을 용서 해 다오... 그리고 부디 하늘의 가호로 살아 돌아오길.....' 결국 소림은 현무에 대한 발굴작업을 완전 종료하였으며.... 보름간 의 유예기간을 둔 후 그를 실종처리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현무는 결국 숭산 깊은 곳에 위치해 있는 대소림사의 참오 혈에서 한많은 생을 마감하고 말았는가? 그건 아니였다. 비록 그는 수백장 높은 곳에서 떨어지고 그 와중에 서 커다란 바윗덩어리에 의해 뒷머리를 다치는 바람에 그 충격으로 정신은 잃었으나 사실 그의 몸은 단단하기 그지 없어 별다른 부상을 입지 않고 아무도 모르는 곳에 살아있었던 것이다. 지금 그가 있는 곳은 넓다란 지하광장이였다. 반경이 거의 수십장에 달하는 넓은 광장을 가로 질러 맑은 지하계류가 흐르고 있었고 중앙 천장에는 눈알만한 야광주가 수십개 빛을 토하며 광장을 밝게 비쳐 주고 있었다. 그리고 벽쪽으로는 수개의 석실이 늘어져 있는 것 같 았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현무는 서서히 혼절상태에서 깨어나기 시 작했다. "으으, 머리야. 여긴 도대체 어디지?" 뒷머리에 극심한 통증을 느끼면서 깨어난 현무는 너무나 돌변한 주 위상황에 상당히 놀랐다. 자신은 분명 어두컴컴한 동혈속에 있었는 데 이곳은 그야말로 상반된 환경이였던 것이다. "혹, 내가 죽어서 저승이란 곳에 왔나?" 한편으로는 이러한 의문을 가져 보았지만 그렇다고 자신이 죽은 것 은 아닌 것 같았다. 현무는 가만히 눈을 감고 상황을 정리하기 시작 했다. 그리고 잠시후에 자신이 있는 곳은 바로 그 일무대사란 사람 의 안배한 지역일 것으로 추측을했다. 물론 한편으로는 자신을 찾을 것으로 예상되는 천세호 등이나 소림 의 제자들이 염려도 되었지만 그로서는 일단 이곳을 살펴보는 것이 급선무였다. 그러나 이렇게 생각한 현무가 막상 몸을 일으키려는 데 문득 그의 눈에 자그마한 탁자가 보이고 그 위에 있는 양피지와 두 툼한 책자가 눈에 띠였다. 아마 그러한 것을 비치한 사람은 현무가 어떻게 해서 그곳에 떨어질 것이라는 것을 예측하고 일부러 그가 보 기 좋은 곳에 그러한 것들을 가져다 놓은 모양이였다. 현무는 당연히 그는 양피지를 먼저 집어 들었다. 다행히 양피지의 내용은 평범한 한자로 쓰여있어 굳이 어려운 문자를 해독할 필요는 없었다. 『허허, 덧없는 인생이여.... 공수래 공수거(空手來 空手去)라, 아무 것도 지니지 못한채 한줌 고 토로 돌아갈 덧없는 육신은 왜 그리 욕망이 많았던가? 후인이여, 생사의 위기를 겪고난 그대에게 넋두리리로부터 시작해서 미안하구 나 하지만 노납에게는 이게 한조각 뜬 구름같은 생을 마감하는 자리일 지니.... 돌아보면 노납만큼 파란만장한 생애를 살아온 사람도 별로 없을 것 이다. 물론 이름하나 남기지 못했지만... 노납의 속명은 왕천웅, 바로 고려왕가의 후손이다. 노납은 본래 누구보다 꿈도 많았고 야망도 컸던 사람이였다. 나이 열두살 때 원나라의 볼모로이곳 중원과 인연을 맺게 된 나는 원황 실의 끊임없는 감시와 핍박에도 불구하고 결코 야망의 뜻을 포기하 지 않았다. 비록 볼모였지만 왕가의 후손이였던 나는 갖가지 재화를 동원하여 무공비급을 입수 비밀리 무공을 연마하였고 당시 원의 핍박을 받던 한족, 거란족, 여진족 들의 인재를 모았다. 바하흐로 원은 그 거대한 체구를 이기지 못하고 각 부분이 서서히 곪기 시작하는 몰락기였으 니...이러한 나의 의도는 그대로 적중해 수많은 사람들이 나의 휘하 에 모이고 중원각지에서 내 뜻에 동조하는 사람들이 구름처럼 늘어 났다. 더욱이 나는 나의 사촌형제였던 고려국 공민왕과 언약을 하였으니.... 우리 선조들의 영토였던 광활한 중원북부의 영토를 되찾아 대제국을 건설할 것을 굳게 맹세함이였다. 한동안은 모든 것이 나의 뜻대로 이루워 지는 듯 싶었다. 나에게 동 조하는 세력은 더욱 늘어나 난 천지회란 비밀결사조직을 결성할 수 있었고, 공민왕은 그 나름대로 대원으로부터 독립하는데 성공하고 군비를 확충하기 시작하였다. 번 호 : 8349 게시자 : 윤원중 (re5280 ) 등록일 : 1999-05-04 10:55 제 목 : [연재] 천부외경 19 그리고 마침내 거사일이 정해지고..... 우리는 고려국 군대가 중원동북부의 광활한 벌판으로 진입하고, 이 를 진압하기 위한 몽고군대의 출병과 동시에 원의 수도인 대도를 점 령하기 위한 모든 계획을 세밀하게 수립하였다. 아, 그러나 하늘의 장난인가? 천하를 향한 한 영웅의 웅지가 일개 여인 하나로 무너져 내리게 될 줄이야..... 노국공주 예스게.....그녀는 노납도 익히 아는 여인이였지. 그야말로 여인으로서 모든 것을 완벽하게 갖춘, 사내라면 누구나 한 번쯤 품고 싶었던 여인이라..... 더욱이 그녀는 유목민의 관례에 따라 공민왕과 결혼한후 철저히 고 려여인이 되었으며, 고려의 독립과 고토회복이라는 남편의 뜻을 위 해 부모의 나라 원과 결별하는데 결코 주저하지 않았던 여걸이였기 에 그녀의 죽음은 나로서도 무척 애석한 일이였다. 그러나 그로인해 공민왕의 웅지가 완전히 무너져 버릴 줄은 그야말 로 나로서도 상상도 하지 못했다. 워낙 철석같이 한 약속이였기 때 문이였다. "내게 있어서는 천하를 얻더라도 이 조그마한 한 여인과 바꿀 수 없 네.." 평소 농담과 같았던 그 친구의 이야기.... 하지만 그 이야기는 사실이였네...개인의 야망보다, 민족의 염원보 다....광활한 초원을 확보하여 유목민이였던 그녀에게 고향을 되찾아 주리라던 그의 소박한 꿈은 예스게의 죽음과 동시에 산산히 깨어지 고....아예 삶의 의지조차 박탈해 버린 듯 싶었네.... 거사일을 기다리던 나는 허겁지겁 그에게 달려갔지만....이미 반 폐인 이 되어버린 그는 아예 나를 상대하려고도 않았네... 천하를 지배하는 것은 남자지만 그 남자를 지배하는 것은 여인이라 했던가? 나는 온갖 수단을 동원해 그를 설득하려 해 보았고, 심지어는 격렬 한 언사로 그를 꾸짖기도 하였지만 이미 모든 것은 물거품이 되고 말았네..... 결국 나는 그를 포기하고 내 스스로의 힘으로 거사를 하려 했지.... 그러나 비록 몰락기에 처한 원제국이였지만 사상최대의 제국을 건설 한 원의 힘은 나에겐 너무 벅착 상대였다네.... 마치 거대한 공룡과도 같은 원제국을 향해 나는 각가지 기습전술로 끊임없이 괴롭혔지만 그들의 힘이 약화되는 것 이상으로 나의 세력 은 급속히 줄어들기 시작했네.... 그 때 나에게 합작을 제의해 온 사람이 있었네.... 그의 이름은 주원장, 바로 원을 축출하고 대명을 세운 명태조, 홍무 제가 바로 그였다네... 그는 비록 영웅이였지만 지나치게 독선이 강 한 듯하여 나로서는 선뜻 내키지는 않았지만 당시 나에게는 다른 선 택의 기회가 없었지.... 결국 그와 손을 잡고...그의 지원을 받은 나는 그야말로 호랑이가 날 개를 단 듯 눈부신 활약을 보일 수 있었지. 특히 중원무림맹과 연합, 제국의 최강이라던 철갑기마대를 격파한 일은 원이 다시 일서설 수 없는 결정적 타격을 입혔다네. 이를 고비로 원제국은 급속도로 붕괴되어 갔고....마침내 원의 수도인 대도의 함락과 함께 그들은 일패도지.....나는 그들의 잔당을 추격하 면서 드디어 평생의 숙원이 이루워 지는구나 하는 감회에 잠겼었 지... 주원장은 나에게 합작제의 하면서 장성이북의 땅에 대한 관할권을 나에게 넘기기로 굳은 약속을 했었거든..... 아! 그러나 하늘은 정녕 이 왕천웅을 버리시는가? 나의 용맹과 재지를 시기한 주원장이 나를 배반할 줄이야.... 바햐흐로 나의 꿈이 이루워 지는 바로 그 시기에....나는 결국 주원장 의 심복들로부터 기습을 받고야 말았다. 나는 그야말로 필사의 기세로 저항을 하였지만 애초 무인의 길 보다 는 지배자의 길을 택했던 나이기에 고도의 인술로 무장한 전문 살수 집단의흉수들을 당해 낼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주원장에 대한 거대한 분노와 복수심은 나에게 초인적인 힘 을 주었고, 내 인체가 뽑아낼 수 있는 모든 잠력을 격발시킨 나는 마침내 그들을 모두 죽이고 탈출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거기까지가 나의 한계였다. 온 몸에 수십군데의 검상을 입고 피를 너무 많이 흘린 나는 결국 그로부터 100여리지 벗어난 어느 야 산에서 그만 혼절하고 말았다. 하늘은 나에게 그토록 많은 시련을 주시고 핍박하더니....그래도 인간 왕천웅이 불쌍했나 보다... 결국 내가 정신을 차린 곳은 바로 이 소림사였다. 당시 나와 같이 출정을 한 중원무림맹의 공동맹주였던 당대 소림방장 공공대사를 만 나고 돌아가던 그의 사숙 천허성승이 나를 구해준 것이지..... 한동안 나는 거의 미칠 지경이였다. 온몸은 분노와 배신감, 그리고 강렬한 복수감으로 불타올랐지만 이미 전신경맥이 부서져 버려 무공 마저 파괴되어 버렸고, 한쪽 다리마저 절단된 나로서 무엇을 할 수 있었겠는가? 그대는 그 때 나의 심정을 짐작할 수 있겠는가? 나는 주원장을 저주했고, 하늘을 저주했으며, 내가 살아남았다는 사 실마저 저주했다. 그러나 시일이 흐르고 천허대사의 꾸준한 설득으로 불법을 익히기 시작함으로서 나의 마음은 차츰 안정이 되어 갔다. 이미 모든 것을 잃고 삶의 의미마저 잃은 나였지만 어찌보면 그런 나의 마음상태가 오히려 도움이 되었던지 나의 깨달음은 차츰 깊어 만 갔고...결국 천허대사와 함께 불법을 논하고 깨달음을 논하는 단 계에 까지 발전되었다. 인생과 사물, 그리고 나의 부질없는 야먕을 평온한 마음으로 관조할 수 있게된 나는 비로소 심안을 뜰 수 있었던 것이다. 이처럼 새로운 눈을 뜨게 된 나에게는 이미 세상 모든 것이 달라져 있었다. 금강경, 법화경, 다라니경 등 경전을 읽으면 경전속에 숨어 있는 석가세존의 뜻이 저절로 나타나고, 비록 반이상이 훼손된 사본 이였지만 그 때까지 품에 지니고 있었으나 전혀 이해하지 못했던 천 고의 비경 천부외경(天符外經)의 난해한 뜻마저 이해하게 되었던 것 이다. 그러던 어느날 난 우연히 천기를 보았다. 잔뜩 일그러진 천기.... 이는 앞으로 20여년 후 강호상에는 거대한 혈겁이 도래함을 말해 주 고 있었다. 결국 난 결심하였다. 평생을 손에 피만 묻치고 살았던 나 였기에 이 러한 혈겁을 줄이기 위해 무언가를 남기기로.. 많아야 5년정도 남은 나의 수명, 하지만 난 그 때부터 무척 바빠졌 다. 우선 소림에서 전해 내려오던 일부 비기, 그리고 그동안 강호를 주 유하며 입수한 무학 들에 대한 보완작업에 들어갔다. 물론 이들 절 기는 자체로 뛰어난 절기였고, 또 소림의 무예는 천여년을 거쳐 오 면서 다듬어진 거의 완벽한 무학이였지만... 이미 깨달음을 얻은 나의 눈에는 그래도 보완할 점이 있었다. 결국 이러한 보완작업 끝에 나는 소림무예 4종과 일반무예 4종 해서 총 8종의 무예를 완성시킬 수 있었으니... 소림의 금강부동신보, 복마장법, 일선지, 백팔나한금나수와 일반무예 중에서는 천지무극검법, 은하낙성수, 수유간극퇴법, 겨자무한보법 이 바로 그것이다. 하지만 난 그것만으로는 무언가 부족한 것 같았다. 장차 다가올 혈 겁은 무림사상 전무후무할 정도로 거대한 것이였기에... 결국 난 천부외경상의 깨달음을 무공으로 창안하기로 하였다. 그리하여 탄생된 것이 이른바 열가지 초극무예..... 비로소 나는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있었다. 그러나 후인이여! 이 초극무예는 완성된 무예가 아니다.... 단지 완성을 기다리는 무예일 뿐... 이미 나에겐 더 이상의 시간도 없었을 뿐더러... 내가 가지고 있던 천부외경이 반이상이 유실된 불완전한 것이기에...비록 나의 깨달음 과 심득으로 얼마간 보완할 수 있었지만 그래도 천고의 기학 천부외 경을 복원하기에는 그야말로 턱없이 역부족이였다. 만일 그대가 무(武)에 대한 끝없는 열정으로 무의 완성을 추구한다 면.... 옛 발해지역으로 한 번 찾아가 보아라! 그 곳 왕가의 어느 무덤엔가 완벽한 천부외경이 있을 것이니 만일 그대의 인연이 닿는다면 그대는 천부외경의 놀라운 내용과 초 극정신무예를 완성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그대는 가히 영세제일 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이 동굴의 출구는 개봉된지 정확히 일년후에 열리게끔 되어 있 으니 그간 초극무예의 기초를 완성하고 못 하고는 그대의 의지와 정 신력에 달려 있음이니라. 나무아미타불! 모든 것은 석가세존의 뜻에 달려 있을 것이라. 후인이여! 난 그대가 누군지 잘 모른다. 단 강토문자를 해석할 수 있기에 필경 백두산족의 후예일 것으로 추 측할 수 있으나, 고대문자에 관심이 많은 희대의 석학일 지도 모른 다. 몰론 소림과 인연이 있을 테고.... 난 그대에게 단 한가지만 부탁하고자 한다. 본디 삼라만상 천하만물은 저마다 존재의 뜻이 있는법.... 부디 이 모 든 것을 결코 가벼운 마음으로 대하지 말고, 모든 생명이 있는 것들 을 존중하라... 그리고 또한 그 어떠한 것에도 얽매이지 말고 철저한 자유인이 되거라.... 그대의 무운을 빈다... 일무(一無) 절필. ] 이윽고 장문의 편지는 끝났으나...현무는 너무 진한 감회에 그대로 편지를 덮을 수 없었다. '아! 일무대사, 이 무명의 승려가 바로 대원제국을 붕괴시키는데 결 정적인 기여를 한 천무대장군 천웅 이였을 줄이야... 그는 대도를 점령한 후 모반을 일으켰다가 명태조 주원장에 의해 척 살되었다고 알려져 있었는데.... 그런 그에게 이처럼 복잡하고 파란만장한 생애가 숨겨져 있을 줄이 야..... 본디 주원장은 거사가 성공한 이후...명조의 안녕을 위해 당시 공신 들에 대해 무자비한 숙청을 하였다는데....아마 그 일호가 바로 이사 람 이였을 것 같다. 당시 가장 영향력이 강한 사람이였으니..... 그건 그렇고 장차 다가올 혈겁이란 도대체 무엇인가? 당금 무림은 이처럼 조용하기만 한데.... 하긴 내가 이곳에 들어온지 벌써 1년이상 지났으니....그간 무슨 변화 가 있었을 지도.... 여하튼 모를 일이야.... 내가 백두산족의 후예일 가능성이 많다는 사실도.... 여하튼 지금으로서 할 일은 무공을 열심히 연마할 뿐...' 깊은 상념에서 깨어난 현무는 우선 허기가 무섭도록 밀려와 견딜 수 가 없었다. 그래서 그는 서둘러 먹을 수 있는 것들을 찾아 보았다. 다행히 그는 한 석실에서 수백알에 이르는 벽곡단과 일무대사가 소 림에 머무르면서 발견한 것으로 추측되는 열댓뿌리의 산삼을 찾을 수 있었다. 물론 현무로서는 이보다 따뜻하고 향기로운 음식을 원했 지만 이 석실에 그러한 음식이 있을리 없었다. 그래도 굶어죽는 것 보다는 백번 낫지 않은가. 단숨에 산삼 한뿌리와 2알의 벽곡단을 입에 털어 넣은 그는 더 먹고 싶은 욕망을 강하게 참으면서 우선 일무대사가 보완했다는 8대무공 에 대하여 살펴 보았다. 우선 자신도 익힌바 있는 금강부동신보, 일선지, 백팔나한금나수 를 살펴 보았다. 어찌보면 별로 보완되지도 않았을 것 같은....그러나 현무의 눈에는 분명 변화는 있었다. 특히, 그가 가장 오래 연마하여 거의 7성수준에 있는 일선지만 해도 본래는 여러 손가락에서 동시에 지풍을 발할 때 그 위력이 현저히 감소된다는 것이 단점이였는데.....일무대사가 지적한 대로 공력을 운 용하다 보니...마치 한 개의 지풍만 발할 때 처럼 놀라운 위력을 발 휘하는 것이였다. 물론 공력은 많이 소모되었지만..... (허참, 이처럼 간단히 보완될 것을 가지고.....) 그러나 현무는 일선지에서 보완된 위력으로 일무대사의 능력을 더 이상 의심할 생각을 못했다. 결국 그의 무공수련은 다시 시작되었다. 다행이 현무는 소림의 무공은 비록 익히지 않았을 지라도 한 번씩은 보아온 무공이였고, 가장 근본인 달마역근경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 던 상황이기에 비교적 큰 힘을 들이지 않고 연마할 수 있었다. 그러나 다른 4가지 무공은 기괴할 뿐더러....보완된 내용이 많아서 인 지... 현무가 익히기 무척 까다로웠는데....물론 그 만큼 위력이 있는 것 같 았다. 특히, 천지무극검법은 십성으로 전개할 경우 6천4백개의 검극이 동 시에 발생하게 되고 십이성 극성의전개에는 마침내 검마저 사라지 고 빛만 남는다는 그야말로 천지변색의 검초였으며...... 겨자무한보법은 명칭 그대로 반경 1장남짓의 좁은 공간을 마치 수십 장, 수백장이나 되는 것처럼 활용할 수 있다는 놀라운 구궁팔쾌의 원리를 담고 있었고, 이밖에 일수에 하늘의 별들이 우수수 떨어지는 듯한 변화가 있다는 은하낙성수와 일수유 지간에 백팔십번의 가격이 가능하다는 수유간 극퇴법 등 그야말로 경천동지할 무공들이였다. 배우고 익힐 것은 많고...시간은 부족하고... 새록새록 무공에 대한 열망이 쌓이기 시작한 현무는 그야말로 촌극 을 아끼면서 무공연마에 혼신을 다했다. 그리하여 5개월쯤 경과한 어느날..... 마침내 현무는 천부외경에서 깨달음을 얻었다는 초극무예를 수록한 천무비전의 책장을 열 수 있었다. 물론 8가지 새로운 무공이 이제 겨우 5성정도에 머물르고 있었지 만...더이상 이에 얽매일 수가 없었던 것이다. 번 호 : 8350 게시자 : 윤원중 (re5280 ) 등록일 : 1999-05-04 10:56 제 목 : [연재] 천부외경 20 (도대체 어떠한 무공 들인데....새로운 차원의 초극정신무예라고 하는 지.....) 어서 알고 싶은 욕망에 현무는 지체없이 책을 열었다. 다행이 책자 는 강토문자가 아닌 한자로 쓰여 있었다. 아마 고대의 강토문자로는 무공을 충분히 설명할 수 있는 어휘가 부족했을 것이다. 장을 넘기니 사람들이 좌정해 있는 그림들과 함께 초극무예를 익히 기 위한 기초운기법이 자세하게 설명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다음장 부터는 본격적인 초극무예에 대하여 설명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호기심으로 책을 연 현무는 그러나 책장을 넘기면 넘길수 록 그곳에 수록되어 있는 놀라운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의 기술내용이 사실이라면 이는 그야말로 파격적이며 놀라운 新 무예였던 것이다. 천무제1비전 잠영진기, 신비무예의 유일한 내가운기법으로 인체내의 64개 대혈과 360개의 소혈외에 알려지지 않은 240개의 미세혈을 이용해 진기를 운용하는 방법이다. 이를 익히면 익힐수록 신체외부에 기이한 기류가 형성되 는데 이 기류는 강한 반탄력을 가지고 있어 외부압력으로 부터 강한 호신진기의 역할을 수행하게 될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 신비한 것은 일단 이를 7성이상 익히게 되면 마음먹기에 따라 이 기류를 이용 상 대방의 시각을 혼란 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무공이나 공력의 고저와는 관계없는 시술자의 강한 정신력이 상대의 감각기관에 작용하는 것으로 일단 대성하는 경우에는 천안통 이나 천리안과 같은 특별한 안공을 익히지 않는 사람은 그의 존재를 주위의 사물과 구별할 수 없다는 것이다. 현무는 막상 책자를 읽으면서도 그 내용이 믿어지지 않았다. (허, 그야말로 반투명인간이 된다는 것인데 그러한 일이 결국 가능 할 것인지? 결코 믿기지 않군) 그러나 일무대사는이에 대해 친절한 설명까지 곁들어 놓았다. "그대는 물론 쉽게 믿어지지 않으리라 생각된다. 실제로 창안한 나 조차도 아직 연마해 보지 못했으니....하지만 인간의 감각기관은 본래 완전한 것이 아니다. 그리하여 특별한 경우 본래 환상을 본다든가 환각을 한다든가 하는 경우가 많은데...여기에서는 강한 정신력과 보 이지 않는 기를 활용하여 상대의 시각을 혼란시키는 것으로 아마 틀 림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대가 만약 완벽한 천부외경의의미를 깨닫 게 된다면 단지 시각이 아닌 신체 모든 감각에 혼란을 일으킬 수 있 을 것이다. 하지만 그대는 결코 자만하지 말아라. 이 잠영진기를 10성이상 익힌 다는 것은 그야말로 극도의 정신력과 함께 수많은 시간이 필요할 지 니.... 또한 그대는 진도가 늦다고 체념하지도 말라. 오직 꾸준한 수 련만이 이를 대성할 수 있는 첩경이다." (후후, 그는 점쟁이인가 어떻게 내마음을 알고 이렇게 친절한 해설 까지 붙여 놓다니) 현무는 내심 믿기지 않았지만 이렇게 까지 써놓았는데 믿지 않을 수 도 또한 없었다. 그는 의혹과 경의로움을 누르면서 다음장을 펼쳤다. 천무제2비술 만상변환술, 일종의 변장술이다. 그러나 일반적인 변장술과는 차원을 달리하고 있다. 기존의 변장술이 대부분 약품을 사용하거나 인피면구를 사용 하고 드물게 축골공과 공력을 사용하여 강제로 변환시키는 고급변환 술이 있으나 이 만상변환술은 순수한 정신력으로 신체 각 부분을 통 제해 변환을 일으킨 다는 전혀 다른 차원의 변환술인 것이다. 즉 인간의 신체는 의지로 움직일 수 있는 부분이 제한되어 있는데 이 비술을 익히면 신체의 어느부분이건 불문하고 움직이거나 변환이 가능하고 때에 따라서는 체내의 효소들을 이용해 착색까지 할 수 있 다는 것이다. 이 기공의 특색은 일정수준 이상이 되면 단순히 일별하는 것만으로 대뇌의 민활한 작용에 의하여 감각기관에 들어온 모든 정보가 활용 되어 그대로 변환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특히 이 기공과 잠영진기를 동시에 운용하면 비록 각각의 수준이 변환을 일으킬 정도 되지 못하 더라도 양자가 적절히 보완작용을 해 실제변환효과가 있는 점도 특 이한 점이다. 천무제3비술 영정이체술, 이는 무공이라기 보다도 오히려 정신수련 에 가깝다. 고도의 정신수련을 통해 잠시동안 정신 즉 영혼이 육체 를 떠날 수 있게된다. 육체를 이탈한 정신은 그야말로 모든 육신의 속박과 구속에서 자유롭게 공간을 이동할 수가 있게될 뿐만아니라 실제 육신이 느끼는 모든 것을 행할 수 있게 된다. 단 육신이 없는 정신에 불과함으로 대상을 해치거나 물리적 힘을 가할 수는 없으며 정신이 육신을 떠나 있는 동안 육신은 그야말로 무방비상태에 놓여 진다는 것이다. 이는 잠영진기와 동시에 전개할 수가 있으며, 2시진이상의 시전이 불가능하고 극도의 심력이 소모되는 단점이 있다. 흔히 고승들이나 고도의 수련자들이 행하는 유체이탈술과 비슷하다. 천무제4비술 섭혼비술, 일종의 최면지술이다. 그러나 일반 최면술과 는 달리 단순한 안광으로 상대는 최면지정에 빠지게 되고 시술자가 이를 해제시킬 때 까지는 결코 시술자의 암시를 벗어날 수 없게 된 다. 여기에는 피시술자의 모든 행동을 지배할 수 있는 섭혼지정이 있고 일반 일상생활에는 지장이 없으나 단지 그의 잠재의식 속에 시 술자의 암시가 뚜렷히 남아 특정계기시 특정한 행동을 하게 되는 암 시지정이 있다. 단, 피시술자가 시술자보다 공력이 강하거나 정신력이 아주 강하거 나 하는 경우에는 통용이 안되며 피시술자가 급박한 생명의 위험등 극단의 정신적 충격으로 이 섭혼비술이 깨어지는 수가 있다. 천무제5비술 경신차풍비술(輕身借風飛術) 이는 경신술의 일종이다. 정신력을 이용하여 몸을 가볍게 만들고 이 름 그대로 바람의 힘을 빌어 나르는 기술이며 십성에 이르면 아주 미세한 바람에도 극히 신속히 이동이 가능하여 상대가 휘두르는 칼 바람이나 손바람에도 전혀 손상됨이 없이 이를 피할 수 있다. 이의 장점으로는 이를 전개하는데 거의 힘이 소모되지않아 아무리 먼거리라도 정신만 잃지 않으면 나르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이나 단 점은 바람이 없으면 이동이 불가능하고 따라서 바람의 방향과 반대 로의 이동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천무제6비술 뇌력지술(腦力之術) 이는 말 그대로 강한 정신력과 뇌파의 힘으로 물체의 이동을 가능케 하는 방법으로 무림에서 흔히 사용하는 능공섭물지기와 비슷하나... 능공섭물지기가 공력을 외부로 발출하여 물건을 움직이는데 반해 이 는 전혀 공력이 없어도 사용이 가능하다는 특색이 있다. 천무제7비술 전심술(傳心術) 극단적 상황에서 발생되는 초강력 뇌파를 이용 다른지역에 존재하는 사람에게 뜻을 전달하는 방법으로 극고의 수련을 통해 초강력뇌파의 발출을 반복하고 이를 특정대상에게 보낼 수 있는 수련을 통해 이러 한 능력이 이루워 진다. 흔히 강호에서도 아주 드물게 이러한 능력을 구사하는 사람이 있으 나 이는 선천적인 것으로 특정대상에게만 영향을 미치거나 그 공간 적 범위가 한정되어 있다는 문제가 있다. 물론 본래 이러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본 비술을 연마하면 더욱 빠른 진전이 있겠지 만..... 천무제8비술 천안통(千眼通) 시각을 극대화하여 100장밖의 개미하나까지 볼 수 있는 능력 천무제9비술 천이통(千耳通) 청각을 극대화하여 100장밖의 개미가 기어가는 소리까지 들을 수 있 는 능력 천무제10비술 제동지술(制動之術) 이 역시 강한 뇌력을 이용해 상대방의 뇌에 충격을 주고 그 영향으 로 일순간 상대의 행동을 마비시킬 수 있는 방법. 이밖에 강한 정신력으로 상대의 꿈을 통제하는 몽환비술, 상대방의 마음을 읽어내는 독심술 등의 명칭은 있었으나 실제로 이를 연마하 는 방법은 스스로 연구해 보라고 쓰여 있었다. 마침내 현무는 천무비전을 다 읽고난 후 너무 경의로움에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휴, 진정 이러한 비술들이 이론뿐만 아닌 실제 시전이 가능하단 말 인가?) 그러나 이론상으로는 분명히 가능한 것으로 되어 있었고 이를 전개 하기 위해서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강한 정신력이라는 것이다. 현무는 새삼 이러한 비공을 창안했다는 일무대사의 가공할 능력에 감탄했으며 과거 이야기속에서나 들었던 선승이나 도사들의 각종 이 술이 다 이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날로 부터 현무는 지하광장에서 초극무예를 익히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본래 정통을 중시여기는 그는 틈틈히 부족하나마 천부외경의 내용을 음미하는 것과 기존의 무공에 대해서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하지만 무공을 익히는 길은 결코 쉽지가 않았다. 특히 초극무예를 익히는 과정은 하루하루가 고통의 연속이였다. 아무리 정신력이 중 요하고 모든 것을 좌우할 수 있다지만 실제로 그렇게 할 수 있는 사 람은 그야말로 성인이나 몇몇 득도한 고승들 의 극히 일부분이지 않 는가? 아무리 이치를 알려 준다고 하더라도 보통의 평범한 범인들이 이러 한 정신력의 무한대한 능력을 쉽게 발휘하기에는 그야말로 불가능에 가까운 것이다. 하지만 현무는 본래 천성적으로 강한 정신력을 타고 났으며, 또한 성장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이러한 정신력을 단련할 기회를 맞았던 관 계로 다른 사람에 비해 그의 정신적 수련의 수준은 상당하다고 할 수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본래 장기간의 고행과 깨달음을 통해 전개되어야 할 초극무 예를 일무대사가 단기간에 익힐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하기는 했으나 그 수련과정은 그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혹독하였다. 우선 그는 바닥이 온통 철침이 꽂혀진 지역을 아무런 무공도 사용하 지 않은 채 오직 정신력으로만 통과해야 했다. 하지만 그것이 제대로 될 리가 없었다. 아무리 그가 정신을 집중하 여 그건 철침이 아니고 그저 평범한 바닥이라는 자기 암시를 하였건 만 날카로운 철침은 그의 맨발을 온통 만신창이로 만들어 놓았다. 물론 그곳에는 일무대사가 사전 안배를 해 놓은 약초지가 있어 발바 닥의 상처는 곧바로 치료가 될 수는 있었다. 하지만 알고 보니 이 일 역시 일무대사의 혹독한 안배였으니 ...... 일반적으로 상처를 치료하다 보면 그 치료된 상처에는 굳은살이 돋 아나게 마련이여서 결국에는 강철과 같이 단단하게 되어 아무리 철 침이라 하더라도 별다른 부상이 없이 통과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 만 그가 안배해 놓은 약초지에는 피부를 부드럽게 하는 약초가 섞여 있었던 탓에 현무로서는 치료하면 할수록 오히려 피부가 더욱 부드 러워 졌던 것이다. 그러한 형편이니 현무로서는 그야말로 죽을 맛이였다. 통증을 가장 민감하게 느끼는 부분이라는 발바닥에 느껴지는 그 무한대의 통증! 그러나 자칫 정신을 잃고 쓰러지기라도 하면 온 몸에 철침이 박히고 자칫 과다출혈로 목숨까지 위태로워 지는 형편이니....... 현무로서는 과연 아무런 무공의 도움을 받지 않고 이 철침들을 통과하는 것이 진정 가능한 일인지 하는 회의감이 강하게 임을 느꼈다. 하지만 그는 그럴 때마다 아직도 원한에 가득찬 마음으로 구천을 헤 매고 있을 백수현 등 백사회 회원들의 눈빛을 떠 올렸다. 그리고 결 코 이대로 굴복할 수 없다는 강한 오기를 되 살렸다. 그러다 그것도 안되면 이미 자신의 마음을 정복해 버린 유선의 눈빛 을 떠 올렸다. '그것도 못 참으면서 무슨 사내라 자부하냐'고 비웃는 눈빛을...... 하루, 이틀,.... 십일, 지옥과 같은 날들이 흘러갔다. 그러던 어느 날, 드디어 성과가 있었다. 그야말로 전신 세포 하나까 지 온통 집중하여 거의 무아의 경지에서 철침을 통과한 것이다. 현무는 그야말로 뛸 듯이 기뻐하였다. 그무한의 고통에서 해방됨은 물론 자신이 그러한 고련을 이겨냈다는 희열감과 자신감에 그는 금 방이라도 그 마술과 같은 신비무예를 전개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다 끝난 줄 알았던 고련은 그것이 시작이였다. 곧이어 이어 지는 수행과정은 천연적인 열혈지기에 달구어진 현철바닥을 역시 맨 발로 통과하거나 화염속을 통과해야 하는 등 그야말로 철침통과는 상대도 되지 않을 관문들이 즐비하였다. 더욱이 현무가 완벽하게 수 련했다고 생각하고 있던 정신 집중력수련도 완벽한 것이 아니여서 그가 약간만 정신이 흐트러 지면 그대로 다시 철침에 박히곤 하였 다. 그러나 어느정도 정신력의 요체와 그 집중법을 몸으로 직접 체험한 현무인지라 훈련효과는 하루가 다르게 숙달되기 시작했으며, 육체적 고통도 차츰 감소하기 시작하였다. 더욱이 이러한 정신력의 수련은 그가 익히는 여타 무공수련에도 도 움이 되었으니 그는 다른 사람에 비해 월등한 정신집중력으로 그 복 잡한 구결들과 동작들을 습득해 들어간 것이였다. 시간은 잠시라도 멈추지 않고 쉬임없이 흘러갔다. 그는 수면도 최소 한으로 줄였고 벽곡단을 사용하였기에 식사시간마저 절약할 수 있었 다. 이러한 결과 시간이 지날수록 그의 무공은 차츰 진전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그를 괴롭히는 것은 정신적인 피로감이 였다. 그의 체내에서 가동되기 시작한 거의 이갑자에 이르는 공력과 열심 히 씹어 먹었던 산삼 등의 약력으로 육체적인 피로는 거의 느끼지 못하였지만 그의 무공자체가 막대한 정신력이 소모되는 것이라서 정 신적인 부담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가고 있는 것이였다. 하지만 그는 그럴수록 더욱 자신에 대해 박차를 가했다. 지금 흘리 는 땀이 언젠가는 결실을 맺으리라는 생각과 함께 그는 과거에 무의 미하고 희망이 없었던 세월에 비하면 지금의 처지는 비록 고되다 할 지라도 얼마나 보람되는가 하는 생각으로 버티어 나갔다. 번 호 : 8352 게시자 : 윤원중 (re5280 ) 등록일 : 1999-05-04 11:37 제 목 : [연재] 천부외경 21 시간의 쉬지 않고 흘러가고.... 그리고 마침내 지하광장의 출구가 열렸다. 지하광장은 엄밀한 기관지술에 의해 한 천연동굴로 연결되어 있었는 데 그 동굴은 상당히 길어 소실봉이 아닌 태실봉의 기슭에까지 이어 져 있었다. 2년 정도의 지하생활에서 벗어난 현무는 우선 개울가를 찾아가 용모 부터 다듬었다. 물론 이년동안 입었던 옷에서는 지독한 냄새가 났고, 일부분이 닳아 형편없었지만 그래도 길게 자란 수염을 자르고, 머리를 감아 뒤로 넘겨내고 보니 어느 정도 사람 몰골은 회복할 수 있었다. '가만.. 그런데 하원에 가서 무슨 말로 변명을 하나?' 처음에는 비교적 가벼운 마음으로 소림하원을 향했던 현무는 당장 돌아가면 그 동안의 생활을 어떻게 이야기 해야 할 지 걱정이 되었 다. 사실대로 이야기 한다면 일단 일무대사의 동혈이 공개될 것이고, 초 극무예나 천부외경 등의 존재가 드러날 것이고, 또 무엇보다 완고한 소림승들이 그들의 입장에서 본다면 일종의 사술이라 생각할 초극무 예를 인정할 것이라 장담할 수도 없었다. 결국 고민 끝에 자신은 갑작스런 동굴의 붕괴와 함께 천연의 지하광 장에 떨어졌으며 벌레등으로 연명하다가 다행이 구렁이 굴을 통해 빠져 나올 수 있었다는 변명을 생각해 놓았다. 그러나 막상 소림하원의 태도는 현무에 대해 냉랭하기 그지 없었다. 소림하원주나 무유는 본사에 들어가 있었고, 대신 그와 면담한 무경 각의 각주인 무상대사는 이미 그는 실종으로 판명되어 소림하원에서 제적처리된 상황이라 이제와서 그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였다. "아니, 말씀드렸다 시피 제가 처한 상황은 불가항력이였고, 겨우 그 러한 상황에서 벗어나 하원에 복귀하였는데.....받아들일 수 없다니 요?" 현무는 전혀 예상치 못한 하원의 태도에 당황스럽기도 하고 또 화도 치밀어 항의를 하였다. 하지만 무상대사의 태도는 변함이 없었다. "물론 시주의 처지를 이해하지 못한바는 아니지만 시주는 엄격히 말 해서 하원제자라 할 수 없었네. 비록 선발은 되었으나 무학동에서 일년을 수련한 후 정식 입문절차 와 계를 받아야 하는데....시주는 그것을 받지 않는 상태에서 실종처 리가 되었거든....." "그렇다면 지금이라도 입문의식과 수계를 행하면 되지 않겠습니까?" "허허, 시주 한 사람을 위하여 방장대사나 장로승들이 다시 모여 수 계식을 거행해야 한다는 말인가?" 이에 현무는 어이가 없었다. 그래 대소림이 절차가 번거롭다고하여 자신을 거부한단 말인가? 그래서 그는 이 것이 소림이나 하원의 의사가 아니라 무경각주 개인 의 뜻이라 생각했다. "좋습니다. 그럼 일단 원주님이나 만나겠습니다. 그 분 생각도 대사 님과 같다면 제가 그냥 조용히 물러나지요" 무상대사는 그 것마저 거절할 수는 없었다. 한편으로 현무의 처지를 동정하는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였다. "좋네! 그럼 일단 객방에 가서 기다리게 내 본사에 연락해 원주를 오시라 하겠네" 객방으로 가는 길은 하원의 연무장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현무는 주 그 과정에서 하원제자들이 열심히 수련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특히, 그 중에는 당옥상, 여불위 등 그의 동기들도 끼여 있었는데 현 무는 무승들의 지도아래 수련에 전념하고 있는 그들의 모습이 상당 히 부럽게 생각되었다. 하지만 막상 객방에 들어와 누워 있노라니 슬며시 다른 생각이 들었다. 하원제자로 된다면 무공이야 체계적으로 연마할 수 있겠지만 한편으 론 10년동안 하원에 얽매여야 하는 것이다. 더욱이 하원제자가 사사로이 개인적인 복수를 한다고 개별행동을 할 수도 없었고, 또 그들의 입장에서 본다면 단지 하오문간의 다툼인데 정식으로 나설리도 만무했다. 이에 현무는 생각이 더욱 혼란스러워 졌다. 아직 완성되지 못한 무공을 생각하고, 천하에 아무 데도 소속이 없 는 자신의 입장을 생각한다면 어떻하든 하원에 남아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반, 또 한시라도 빨리 복수를 하고, 중원천지를 자유롭게 종횡하고 싶다 는 생각이 반이였던 것이다. 그렇게 혼란스런 생각으로 뒤척뒤척하고 있는데.... 저녁무렵이 되어 그를 찾아온 사람은 소림하원주인 무오대사가 아니 라 바로 무유였다. "하하, 역시 나의 아우야, 자넨.... 체념을 하면서도 어디엔가 꼭 살아있을 거라는 생각이였거든...." 무유는 하나도 변함이 없었다. 현무와 결의형제를 맺고 술을 나눌 때의 태도나 2년후인 지금의 태 도나 마찬가지로 시원시원했고, 진정 현무의 생환을 환영해 주었다. "그래, 그동안 어떻게 지냈나? 상당한 진전이 있었던 것 같은데...." 이에 현무는 그 동안 자신의 경험에 대하여 이야기를 해 주었다. 하 지만 일무대사의 과거와 초극무예에 관한 것은 말이 너무 길어 질 것 같아 생략한 채, 그저 일무대사가 나름대로 보완한 소림무예와 다른 일반무예를 익혔다는 사실만 간단히 이야기 해 주었다. "그래? 그렇다면 한 번 시전해 보겠는가? 내 이년동안 수련한 아우 의 솜씨도 보고 싶으니....." 현무는 서슴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하, 내 형님앞인데 무얼 못 하리까? 하지만 형편없다고 흉보지나 마시오!" 두 사람은 이미 어둠이 내려온 연무장으로 향했다. 연무장은 이미 수련이 모두 끝나 정적만이 감돌고 있었고, 멀리서 소림승들이 밤예불을 올리는 독경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어떤 무공을 전개할까요?" 연무장에 우뚝 선 현무가 무유에게 물었다. 이에 무유는 허리에 찾던 검을 끌러 현무에게 던져주며 말을 하였 다. "천지무극검이라고....필히 무서운 검공일 것 같네!" 그는 어느새 현무의 이야기 속에서 초식이름을 기억하고 있었던 것 이다. "좋습니다. 내 형님에게 첫 무예를 선 보이게 됬군요" 이렇게 대답하며 현무는 연주장 한 가운데에 가서 섰다. 바햐흐로 천공에는 둥그스런 달이 은은한 월광을 토해 내고 서 있는 데 드넓은 소림하원의 연무장에 우뚝 선 현무는 검을 뽑아 천공을 향해 우뚝 세웠다. 그리고 자신의 모든 공력을 검 끝에 모았다. 이갑자에 이르는 공력이 주입된 검극(劍極)은 부르르 떨리기 시작하 였고, 어느 순간! 현무의 입에서 낭랑한 음성이 터져 나옴과 동시에 검이 어지럽게 천 공을 가르고 있었다. "천지의 조화는 끝이 없나니.... 한 자루의 검에서 일백개의 검극이 허공을 가른다. 천...지...무...극....검....!" 아! 그런데.....분명 검은 한 자루 이건만, 현무의 검에서 발출되는 것은 수십개의 검극이였다. 단지 한치 정도밖에 되지 않는 새하얀 빛의 덩어리... 하지만 그건 단지 빠름에 의해 나타나는 검의 잔영(殘影)이 아니였 고 바로 날카로운 검기(劍氣)덩어리였다. 단숨에 십여장 방위를 덮어 버리는........ "하하, 훌륭해! 최고야!" 이를 지켜보고 있던 무유는 놀란 입을 다물지 못한 채 아낌없는 박 수를 쳐 주었다. 설마 설마 했지만 현무는 단 이년만에 자신의 경지에 육박하고 있었 던 것이다. "내 이미 아우의 자질을 간파하고 있었지만 단 이년만에 검이성기 (劍以成氣) 수준에 오르다니......" "후후, 겨우 오성(五成)수준에 불과합니다. 어때요 이번에는 보완된 소림무예를 한 번 펼쳐 볼까요?" "하하, 아니네....자네의 성취는 충분히 알 수 있으니, 이젠 목이나 축 이러 가세!" "혹씨, 원주이신 무오대사님께서 오실 지도 모르는데....." "후후, 무오사형께서는 안 오시네. 대신 내가 왔지" 무유는 망설이는 현무의 팔을 잡아 끌고 예전에 그들이 결의형제를 맺던 그 술집으로 데리고 갔다. "그러고 보니 이곳도 이년만이군요" 그 술집, 그 자리에 앉은 현무가 감회서린 표정으로 말을 하였다. "그렇지 이년만이지. 하지만 여기에 있는 아우는 결코 예전의 사람 이 아니네....이미 무예를 배우러 찾아온 신출내기가 아니라 어엿한 청년기협이야!" 계속되는 무유의 찬사에 현무가 웃으면서 손을 흔들었다. "하하, 왜 이러시요? 이제 막 무공이 무엇인지 깨달은 사람에게...." "아, 그렇나? 난 아직 무공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는데..." "후후, 말만 그렇지 사실 저도 무공이 무엇인지 잘 몰라요..." 마치 청산유수처럼 말을 토해내는 현무를 보고 무유는 어처구니 없 다는 듯 웃었다. "자넨 그 사이 구두공(口頭功)만 연마 했나보군..... 하지만 무유는 본래 현무를 잘 모르고 있었다. 그동안 수많은 시련 과 고통이 그의 평소 성격을 우울하게 바꾸어 놓았기 때문에.... 으래 현무를 조용하게만 보아왔던 것이다. 그러나 사실 현무는 행동을 함에 있어 체면이나 차리고 점잔을 빼는 성격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저 되는대로 행동하고 가끔씩은 익살맞 기까지 하는 그런 성격이였다. 비록 그러한 특징이 많이 변하긴 했지만 이제 어느정도 무공도 익히고 마음의 여유도 생긴터라 서서히 옛날 의 유쾌한 성격이 나오고 있었던 것이다. 무유는 정이 가득한 눈빛으로 현무를 바라 보았다. 비록 의형제는 맺었지만, 이제 겨우 서너번의 만남! 하지만 그는 현무에게 친동생이상의 정을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러한 현무가 자신의 기대이상으로 잘 해주고 있었다. (그래! 너는 천하를 풍미하는 영웅이 될 자질을 가지고 있어....!) 문득 그의 뇌리에 지난 번 무맹에서 만났던 북궁휘의 얼굴이 떠 올 랐다. 자신보다 어리면서도 이미 자신을 한참 능가해 버린 천하의 기재! 하지만 무유는 어쩌면 현무라면 그와 한 번 자웅을 겨루워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짐짓 심각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사실 내 이야기는 과찬이 아니야! 지금 아우의 무공수준은 이십년 을 연마한 나의 수준과 거의 비슷할 정도지! 하지만 결코 자만하지는 말게. 이미 아우정도의 나이에 나를 배이상 능가하는 사람도 있으니......." "아니, 그게 도대체 누구요?" 현무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비록 자신에 대해 과찬을 하고 있지만 무유가 과연 누구인가? 소림이 낳은 최대의 기재요. 중원최대후기지 수중 상위라고 말하는 달마검협 무유가 바로 그 인데 오히려 그 보 다 어린 나이에 그의 수준을 두배이상 능가하는 사람이 있다니..... "그는 바로 신품공자 북궁휘란 친구네. 아우와는 전혀 다른 배경을 지닌....." 무유가 굳이 북궁휘 이야기를 한 까닭은 현무로 하여금 강한 경쟁의 식을 느끼도록 하게 함이였다. 강한 경쟁상대는 자연 그를 강하게 해 줄 수 있을 것이니까.... 이러한 무유의 의도대로 이미 북궁휘의 이름은 현무의 머리속에 깊 게 각인되고 있었다. 더욱이 그는 자신과는 다르게 강호제일의 배경을 지닌 인물이였다. 자신이 무공을 익히려고 천하를 헤매면서 갖은 고생을 다 할 때 온 갖 특혜속에 마음껏 무공을 수련할 수 있던 그러한 인물....... 한참있다 다시 무유가 입을 열었다. "아우는 이제 어떻게 할텐가?" "왜요? 하원에서 나를 받아들이지 못하겠다 합디까?" "그건 아니네! 비록 우형이 힘이 없다 할 지라도 아우하나 못 받아 들이겠는가? 하지만 생각해 보니 아우는 소림하원이라는 좁은 구역 보다는 보다 넓은 천하를 무대로 활약하는 것이 나을 것 같아. 더욱이 하원은 소림에서 운영하는 단체라 의외로 고리타분한 제약이 많아" "하긴 저도 그러한 생각을 안 해본 것은 아니지만 아직 무공이 완성 되지 않았는지라...." 하지만 무유는 고개를 저었다. "그건 아니야! 하원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은 한계가 있네.... 그 후로는 자신의 깨달음이지.... 사실 자네가 익히고 있는 금강부동신법, 적하장, 백팔나한금나수 등 무공은 단 하나라도 완벽하게만 익히면 가히 천하를 오시할 수 있는 그런 무공들이야! 굳이 잡다하게 여러 가지를 익힐 필요가 전혀 없 지!" 이러한 무유의 말에 현무도 그럴 듯 하다 생각이 되었다. 그러한 무 공들이 처음에는 쉽게 진전이 있었으나 일단 오성(五成)이 넘어가면 서 비록 그 위력은 기하급수적으로 커져갔지만 대신 진전은 무척이 나 느려진 것이다. 즉 한 단계 단계마다 새로운 깨달음이 필요했던 것이다. 모두들 무학조사라는 달마성승과 혜능선사의 창안무예가 아 니였던가? 무유의 말이 이어졌다. "오히려 잘 된거야! 아우가 정식제자가 되었다면 싫어도 부득불 예정된 기한동안은 소림 에 얽매여 있어야만 되었을 텐데....아우는 무공도 배우고 기한제약에 도 구해받지 않게 되었으니... 후후, 아마 아우의 자질과 성취도를 무오사형이라도 알 았다면 땅을 치고 후회할 걸세..." 마침내 현무도 더 이상 소림하원에 연연하지 않기로 하였다. "참, 그나저나 이제 아우는 정식으로 무림에 출도도 하게 되었으니 아예 이 기회에 명호까지 하나 만들면 어떠나?" "예? 명호란 본래 강호인들이 만들어 주는 거 아닙니까?" "왜? 나는 강호인이 아닌가?" "하하, 그것도 의미있는 일인 것 같군요. 아직 강호에 이름도 날리기 전에 명호라니 좀 어색하긴 하지만.... 나에게는 가장 의미 있는 형님께서 지어 주신다니..... 그래 어떻게 지을테요? 이왕이면 멋있게 지어 주시오!" "천지객(天地客)이 어떻까? 마치 한줄기 바람처럼 천지(天地)를 종횡하는 철저한 자유인.....어떤 가?" "천지객.....? 글세 괜찮기도 한 것도 같고.....좋소 까짓거 그렇게 정 해 버립시다" 현무는 무유가 해석하는 내용도 맘에 들었지만 어쩐지 자신의 신세 와 흡사한 명호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좋게 이야기 하면 자유 인이지만 어찌보면 이 넓은 대명천지에 갈 곳 하나 없는 사고무친의 천애고아....그래서 필연적으로 천지를 헤메이며 방랑할 수밖에 없는 존재! "하하, 그렇다면 이제부터 자네는 천지객 현무로군....자 축배를 들 세.........중원무림에 새로운 협사 탄생을 축하하며....." "좋습니다. 형과 나의 영원한 의리를 위하여.....!" 번 호 : 8353 게시자 : 윤원중 (re5280 ) 등록일 : 1999-05-04 11:38 제 목 : [연재] 천부외경 22 다시 술판이 벌어졌다. 서로 주거니 받거니....오랫동안 못하한 이야기들을 나누며.... 오가는 잔에는 술보다 훨씬 귀중한 사나이들의 정과 뜨거운 마음이 담겨 있기에 더욱 의미있는 술판이..... "이제 어디로 갈건가?" "흉수들의 흔적부터 찾아 봐야죠! 무엇보다...." "너무 서두르지는 말게! 군자의 복수는 십년이 걸리더라도 늦지 않 다고 했네!" 현무는 무유의 이야기에서 무언가 이상함을 느꼈다. "형은 무언인가를 알고 있군요!" "사실, 아우를 만난 이후 나는 나름대로 많은 조사를 했네! 그런데 아우의 사안은 결코 단순한 것이 아니였어. 자네가 이끌던 백사회뿐만아니라 중원천지의 모든 암흑가 조직들에게서 동시에 혈 겁이 진행되었으며, 그들의 배후에는 바로 중원이보중 현천보가 개 입되어 있었던 거야! 하지만 그들이 무엇 때문에 그러한 일을 했는지는 아직도 알 수가 없어 왜냐면 바로 그들이 일년전! 감쪽같이 사라져 버렸기 때문이야. 그들에 대해서는 나 뿐만아니라 정체를 알 수 없는 다른 세력들도 관심을 갖고 조사를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었는데... 아마 그들이 그러한 낌새를 눈치채고 잠적해 버린 것 같아. 그러나 사실 그들의 갑작스런 잠적이 더욱 수상해. 무슨 커다란 음 모가 없다면 결코 그러한 행동을 취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야" "그래도 무슨 흔적이라도 남겼을 것 아니요?" "아니야 그들이 사라진 곳을 샅샅이 뒤져 보았지만 아무런 흔적도 없었네! 그리고 그들의 끄나풀이였던 묵룡단 등 폭력조직의 수뇌들 이 그들의 사라짐과 동시에 시체로 변해 버렸고...... 마치 그 전의 대규모 실종사건처럼...." 그러면서 무유는 자신이 직접 조사한 실종사건에 대하여 현무에게 자세히 이야기 해 주었다. 이에 현무는 난감하기 그지 없었다. 자신이 출도하면 가장 먼저 그 일을 처리하려 했는데, 의외로 단순 하게 생각했던 그 일들이 복잡하기 그지 없게 변해 버렸던 것이다. "허참, 그리 않해도 상당한 실력을 지닌 강호인들이 개입되어 이상 하다 생각했건만...그 일이 이처럼 복잡할 줄이야!" 이에 무유가 다시 차분한 어조로 말을 했다. "그러나 너무 걱정말게! 그들은 다시 나타날 수밖에 없을 테니.... 그들에게는 분명 무언가 목적이 있을테고....그 것이 강호무림과 관계 된 것이 분명할테니 분명 나타나지 않고 배기겠는가? 그러니 아우는 그동안 실력이나 더 쌓아 놓고 있게! 그 어떠한 세력이라 할 지라 도, 또 아무리 악독한 음모라 할 지라도 분쇄할 수 있을 정도로...." 이어서 무유는 강호초행길에 나서는 현무를 위하여 당금 무림정세에 대하여 개략적으로 설명해 주기 시작했다. 중원무림을 양분하고 있다시피하는 무림맹과 집마부로부터 시작하여 이들의 사이에서 생존의 길을 모색하는 녹림도의 세력분포, 최근에 심상치 않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북원(北元)등 북방무림계 와 동영 등 남방무림계, 그리고 무언가 불길한 느낌을 주고 있는 최근의 여러 가지 기이한 사건들에 이르기 까지...... 그의 이야기는 건 한시진에 걸쳐 계속되었다. "분명 겉으로는 평온한데..... 안으로는 무언가가 있군요. 심상치 않는 움직임들이......" 무유의이야기를 듣고 있던 현무는 이렇게 중얼거렸다. 무유의 이야기에 일무대사의 예견을 떠 올리는 현무는 아마 이러한 것들이 혈겁의 전조가 아닌가 의심이 들었던 것이다. "맞네! 어쩐지 예감이 좋질 않아......그래서 우리 구파일방을 개방을 중심으로 별도의 정보망을 가동하고 있네...그러니 앞으로도 아우가 관심을 갖을만한 정보가 있으면 알려 주겠네" 그날 밤 무유는 현무를 위해 객점을 하나 잡아주었고, 노잣돈이라며 미리 준비한 비단주머니까지 하나 건네준후 늦은 밤 다시 하원으로 떠나갔다. 그리고 심신이 모두 지친 현무는 강호초행이라는 설레임을 생각할 틈도 없이 깊은 잠에 빠지고 말았다. 다음날 해가 거의 중천에 떠 서야 자리에서 일어난 현무는 그동안 묵은 때를 벗겨내기 위해 바삐 움직였다. 몇회에 걸쳐 목욕을 하고 머리를 감아 단정히 빗었으며, 새로이 옷 도 맞춰 입었다. 그러고 보니 그도 꽤 멋있어 졌다. 하긴 항주시절부터 풍체하나는 강호영웅 이상이였던 그 였는데, 이 젠 명실공히 강호인이 되었으니 더욱 그럴싸 해 보였던 것이다. 하지만 막상 이처럼 모든 채비를 갖추고 나자 그에게는 막상 갈 곳 이 없었다. 당초에는 항주를 찾아 복수의 행보를 시작하려고 했는데 그 유일한 목표가 없어져 버렸던 것이다. '으음, 별 수 없지!그래도 어느 정도 무공을 익히고 강호에 나왔는 데 일단 의부(義父)께 신고나 해야지' 이렇게 생각한 현무는 발걸음을 복우산으로 향했다. 거의 기억이 없던 어렷을 적부터 십오세에 이르기까지 십년이상을 살아왔던 실질적인 고향, 복우산을 찾아서..... 현무는 일단 이렇게 마음을 먹자 그래도 한결 마음이 밝아지는 것을 느꼈다. 그래도 그에게는 고향이 있었던 것이다. 비록 반겨주는 이 하나도 없을 지라도...... 중조고비진(衆鳥高飛盡) 고운독거한(孤雲獨去閑) 무적객불염(無籍客不厭) 지유복우산(只有伏牛山) 산새들은 높이 날아 사라저 버리고 외로운 구름만 한가로이 떠도는 구나 천하에 적(籍)이 없이 외로운 나그네를 그래도 싫어하지 않는 건 복우산 뿐일까 하네...... 현무는 복우산으로 향하는 길목에서 말도 한필 구입하였고 또 명색 히 무공을 익힌 무림인이라고 병기점에 들려 평범한 청강검 한자루 를 구입하여 허리에 찼다. 그래도 어제와와는 다르게 왼쪽허리가 묵 직한 게 비로소 자신이 정말 강호인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복우산으로 향하면서 현무는 당금 무림의 정세가 표면상으로는 극히 평온한 것이 무유의 이야기와 똑 같았음을 보았다. 그러나 정작 그 의 예감은 이러한 평온함이 마치 폭풍전야의 고요함처럼 생각되었으 니 이는단지 무유의 이야기를 들어섬 이었을까? 여하튼 갈길은 그리 바쁘지 않았으나 현무는 부지런히 말을 몰아 저 녁무렵에는 호북성(湖北省)의 사시(沙市)에 이를 수 있었다. 아직 해는 저물지 않았지만 계속하여 말을 달렸던 현무는 마침 배도 고팠고 또 이곳에서 삼십여리 지나면 곧바로 장강인지라 그냥 이 곳 에서 하루를 쉬었다 가기로 하였다. 급하게 가야할 길도 아니였고, 밤에 장강을 건널 배를 찾는 것도 바 람직하지 않았기 때문이였다. 마침 그의 눈 앞에 조그마한 객점이 하나 있었다. 중원객점(中原客店)이라는 이름과는 다르게 조그마한 규모에 별로 화려하지도 않았지만 비교적 깨끗하게 단장되어 있었고, 주루까지 겸하고 있어 그런대로 마음에 들었다. 현무는 우선 방을 하나 잡고 난 후 주루로 나왔다. 주루라고 해봤자 기껏 이십여평 남짓.... 중앙에 커다란 화로를 중심으로 십여개의탁자가 있었는데.... 아직 저녁시간이 되지 않은 탓인지 단 두 개의 탁자에만 손님이 있 을 뿐이였다. 현무가 밖으로 향한 창문이 나 있는 탁자에 자리를 잡고 나자 곧바 로 점원이 달려왔다. "손님! 무엇을 드시겠습니까?" "편육과 국수 한 그릇 주게나!" "술은 안 드시겠습니까?" "죽엽청이나 한 병 주지!" 전 날, 무유와 과음한 탓인지 별로 술생각이 없었으나 점원의 묻는 말에 반사적으로 술을 시키고 만 현무는 자신의 이러한 행동에 실소 를 터뜨리고 말았다. '후후, 이래서 버릇은 못 속인다는 말이 나왔군!" 그러나 막상 말을 나눌 상대도 없는 현무로서는 그래도 술이라도 한 잔씩 기울리고 있으니 훨씬 나았다. 창밖에는 저녁무렵이라 그런지 많은 사람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 다. '모두들 바쁘군! 하긴 저게 우리네 살아가는 모습들이지' 문득 현무는 자신이 항주에서 살던 시절이 생각났다. 그 때는 백사회란 조그만 조직을 하나 맡고 나서 정말이지 너무 바 쁜 생활을 했었다. 다른 조직들의 견제를 피해가며 조직을 키워나가기 위해, 서로 제멋대로이고 불만투성이였던 수하들을 다둑거리며 하나의 조 직원으로 일체감을 주기 위해 정말이지 밤낮으로 뛰어 다녔었다. 그리고 그 와중에서 정말 두터운 정들이 들었다. 현무는 새삼 그들의모습이 그리워 졌다. (과연 앞으로 그와같은 사람들을 다시 만날 수 있을까?) 현무는 그들에 대한 생각을 하는 동안 복우산 보다는 우선 항주에 들려봐야 하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그들이 흔적을 감추었다 할 지라도 세밀히 조사해 본다면 무 슨 단서라도 있을 것 같았고, 혹씨나 생존자들이 있다면 그들을 보 살피는 건 바로 자신의 몫이였기 때문이였다. 바로 그 때, 그의 상념을 깨는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너희가 감히...내가 누군지 알고.....?" "흐흐, 네 놈이 도대체 누구냐? 바로 대명황실의 황자라도 되느냐?" 현무의 시선이 소리를 쫓아 갔다. 어느새 주루안은 대부분의 탁자가 찰 정도로 많은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는데..... 소란스런 소리는 그로부터 이삼장 정도 떨어진 탁자에서부터 흘러나 오고 있었다. 그 곳에는 첫 눈에 무척 아름답게 생긴 두 명의 소녀가 불안한 기색 으로 앉아 있었고, 그녀들의 옆에는 무척 화려해 보이는 비단옷을 입은 젊은 청년하나가 검자루에 손을 댄채 서서 노한 눈으로 옆 탁 자를 보고 있었으며, 바로 그들의 옆 탁자에는 우락부락하게 생긴 세명의 대한들이 앉아 그를 비웃고 있었다. 아마 술을 마시던 세명의 대한들이 소녀들을 희롱하자 그 청년이 발 끈한 모양이였다. 그러나 현무가 보기에 세명의 대한들은 그래도 꽤 무공을 익힌 흑도 의 무리들인데 반해 그 청년은 겨우 무관에나 좀 다녔을 뿐 별로 힘 을 쓸 것 같지가 않았다. 하지만 그 청년은 상대방들이 여전히 앉아 있는 것을 보고 자신의 위세에 겁을 먹어서 그런 것으로 생각하고 더욱 큰 소리를 쳤다. "나는 바로 이곳 만금장의 장자(長子)이다. 우리 집에는 너희와 같은 자들은 단 칼에 목을 날려버릴 강호무사들이 수십명이나 되고, 내 말 한마디면 너희들은 모조리 감옥에 쳐 박힐 것이다" 그러자 한 명의 대한이 자리에서 일어나 뚜벅뚜벅 그에게로 다가갔 다. "흐흐, 그러면 너는 어떠냐? 너희 집 졸개들이 한 칼에 우리 목을 벨 수 있다면 너는 더욱 대단하겠구나! 어때 내 목부터 한 번 베어 보지 그래!" 막상 큰 소리를 쳤던 청년은 그 대한이 의외로 강하게 나오자 불안 한 표정으로 주춤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 "멈추거라!" 그러나 그 대한은 멈추기는커녕 그대로 다가가 그의 멱살을 잡고 번 쩍 들어 버렸다. "쥐새끼같은 놈이 감히 입만 살아서......" 단숨에 허공에 들려 바둥거리던 청년은 벌써 두려운 표정이였으나 그래도 소녀들 앞이라 그런지 한 소리를 더했다. "이.. 이 놈! 당장 놓지 못하겠느냐?" "아니, 이 놈이 그래도...?" 이에 대한은 더 참지 못하고 그대로 청년을 집어 던져 버렸다. "으아아!" 비명을 지르며 날아간 청년은 그대로 옆탁자에 박혀 버렸고, 이에 음식물이 쏟아지며 그 탁자에 있던 사람들이 놀라서 자리를 피하는 통에 장내는 온통 소란스럽게 변해 버렸다. 그러나 청년을 던져버린 대한은 그를 돌아보지도 않고 소녀들에게 다가가 그 중 한 소녀의 볼을 쓰다듬으며 음충맞은 웃음을 흘려 내 었다. "흐흐, 저런 허우대만 멀쩡한 놈 보다야 이 나으리가 훨씬 낫지 않 겠냐?" 하지만 의외로 그 소녀는 성깔이 있는지 탁자에 있던 그릇하나를 집 어 그 대한의 얼굴에 던지며 소리를 질렀다. "치워라! 이 더러운 놈!" 이에 대한은 황급히 놀라 얼른 고개를 숙여 그릇을 피하긴 했으나 거리가 너무 가까웠던 터라 일부 음식찌꺼기들이 그의 얼굴에 튀어 버렸다. "이 죽일 년이?" 하찮은 어린 소녀에게 봉변을 당한 대한은 그야말로 뛸 듯이 노했고 그의 손이 번개처럼 소녀의 얼굴에 작렬했다. "짜악!" "아악!" 대한의 우악스런 손길에 맞은 소녀는 그대로 피를 품으며 의자와 함 께 뒤로 나둥그러 졌다. 그러나 아직 대한의 노기는 풀리지 않는 듯 이를 부드득 갈며 허리 에 칼을 뽑아들고 그 소녀에게 다가갔다. 그러자 그 옆에 겁에 질려 있던 소녀가 얼른 그의 앞에 무릅을 꿇고 두손을 싹싹 빌며 애원했다. "살려주세요! 제발....한 번만...." 이에 대한은 업드린 소녀를 그대로 발로 차 버리려 하다 무슨 생각 을 한 듯 음충맞은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젖가슴을 움켜 쥐었다. "흐흐, 살려주면 그래 오늘 밤 나를 위해 봉사하겠느냐?" 바로 그 때 갑자기 누가 고함을 지르는 것이였다. "야! 시끄럽다 이제 그만들 해라!" "아니, 어떤 놈이?" 대한이 여인을 놓아둔 채 신경질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의 눈에 눈을 부라리며 자신을 향해 걸어오는 현무의 모습이 들어 왔다. 비록 자신보다 체구도 적었고, 일부러 눈을 부라리는 듯한 표정이 조금 우습긴 했지만 그의 두 눈에는 날카로운 기세가 일어나고 있었 다. (우훗!) 대한은 감각적으로 현무가 녹녹치 않는 상대라는 것을 깨달은 모양 이였다. "당신은 누구요! 감히 우리 태행삼마(太行三魔)의 일에 간섭할 참이 요?" 그는 현무의 기세가 심상치 않자 자신들의 이름으로 겁을 주려한 것 같았다. 하지만 이제 갓 강호에 나온 현무가 어찌 그의 이름을 알 것인가? "태행삼마인지, 태행삼흉인지 몰라도 연약한 여인이나 괴롭히는 조 무래기들의 이름에는 관심이 없다!" 번 호 : 8354 게시자 : 윤원중 (re5280 ) 등록일 : 1999-05-04 11:38 제 목 : [연재] 천부외경 23 그 사이 동료의 옆에 합류한 나머지 두명의 대한들도 이처럼 대담한 현무의 태도에 주눅이 드는 지 주춤거렸다. 더욱이 그들은 현무가 무심코 내 뱉은 태행삼흉이란 말에 그가 자신들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사실 그들의 본래 명호가 태행삼흉이였기 때문이다. 특히 이러한 자들은 본래 약한 자에게는 강하고, 강한 자에게는 약 한 속성을 가지고 있었던 까닭에 현무의 심상치 않는 기세를 보고 쉽게 모험하고 싶은 생각이 없어졌던 것이다. 이에 그들은 체념한 듯한 표정으로 말을 하였다. "알았소! 우리가 이대로 물러가면 될 것 아니요" 현무는 그처럼 흉악스럽게 굴던 그들 태행삼흉이 갑자기 약하게 나 오자 무척 의외라는 생각이 들어 그들에게 다시 물었다. "정말 너희들은 이대로 물러가겠다는 말이냐?" "그렇소. 당초 그 자가 거드럭 거리는 것이 눈에 거슬러 그랬던 것 뿐이니....그냥 물러가면 될 것 아니요?" 그러면서 그들은 몸을 돌려 떠나가려 했다. 그러자 현무는 그들을 제지했다. "잠깐!" 그들이 불안한 눈빛으로 현무를 돌아다 봤다. 이에 현무는 빙그레 웃으며 아직도 나둥그러 져 있는 청년과 소녀들 을 가르켰다. "후후, 저들에게 상처를 입혀 놓고 떠나고 싶다고 마음대로 떠나면 되겠나? 정 떠나고 싶으면 그들에게 사죄를 하고 수중에 있는 모든 돈들을 치료비로 내어 놓고 가라!" "아니, 뭐라고? 이 자가.....!" 그러자 그 중 한 대한이 발끈하며 손을 칼자루로 가져 갔으나 그의 옆에 있던 대한이 그의 행동을 막은 후, 아직도 주저 앉아 있던 그 소녀들에게 다가가 사과의 말과 함께 탁 자에 주머니 하나를 꺼내 내 놓았다. "이거 미안하게 됬소이다. 자, 치료비요!" 그러고 나더니 그는 현무를 향해 돌아서면서 말을 하였다. "이제 됬소이까?" 그러나 이미 현무는 뒤로 돌아서 자신의 탁자로 돌아가고 있었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그런데 그 모습을 보고 있던 그 자의 눈에서 순간 악독한 빛이 쏟아 져 나오는 가 싶더니 품속에서 무언가를 꺼내 곧바로 현무의 등을 향해 던져 버리는 것이였다. "이 놈아! 이거나 받아라!" 그의 품에서 나온 것이 무엇인 지는 알 수 없었으나, 순간 그의 손으로부터 새하얀 빛들이 튕겨 나오면서 현무의 등을 향 해 눈부신 속도로 쇄도하고 있었다. 모든 것이 해결된 것으로 생각하고 자신의 자리로 걷던 현무는 갑작 스런 고함소리와 함께 날카로운 경기가 자신을 향해 밀려 옴을 느끼 고 다급한 마음에 그대로 허공으로 뛰어 올랐다. 가히 인간이 어찌 저토록 빠른 솜씨를 보일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놀라운 속도였다. 그 덕분인지 대한이 날렸던암기는 단 하나도 현무를 적중시키지 못 하고 속절없이 주루의 벽에 가서 박혀 버렸다. 그러나 귀신같은 신법으로 암기의 공세를 피해내는 것 까지는 좋았 으나 현무의 몸은 암기를 피해내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계속 올라가 더니 결국 "쾅!"하며 대들보에 부딪쳐 버렸다. "아이쿠!" 얼마나 세게 부딪쳤는지 건물이 다 흔들릴 정도였고 현무는 자신도 모르게 비명을 질르며 머리를 깜싸 안았다. 대낮에 별이 보이고 머리가 빙글빙글 도는 것 같았다. 마치 나는 강호의 픗내기요 라고 광고하듯 얼처구니 없는 실수를 한 것이다. 이처럼 좋은 기회를 놓일 수 없는 대한들이 일제히 현무를 향해 암 기를 날리며 칼을 어지러이 휘둘렀다. "아악! 어서 피하세요" 현무를 향해 암기가 빽빽히 날아 들고 무시무시한 공세가 이어지고 있건만 여전히 머리를 감싸안으며 주저앉아 있는 현무의 모습을 보 고 봉변을 당했던 소녀하나가 소리를 질렀다. '이크, 이건 또 뭐냐?' 현무는 여인이 지르는 소리와 또 다시 자신을 향해 밀려드는 대한들 의 공세에 퍼뜩 정신을 차리고 잽싸게 옆으로 몸을 굴렸다. 그의 몸에 의해 몇 개의 탁자들이 부서지며 주루안은 다시 혼란 속 으로 빠져들고 있었다. 미처 일어날 생각도 못한 채 태행삼흉들의 집요한 공세에 정신없이 몸을 굴리는 현무..... 하지만 대한들도 이러한 현무를 효율적으로 공격할 수 없었으니 부 서진 탁자 등이 그들의 신법과 공세를 방해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이 계속이어질 수 없었다. 아무리 기습을 당해 정신이 없던 현무였지만 그는 이미 달마검협 무 유마저 감탄할 정도로 고수가 되어 있었던 것이다. 각종 장애물로 인해 잠시 공세가 늦추어진 틈을 타 현무가 손에 잡 히는 대로 부서진 탁자를 하나 집어던진 후 곧바로 신형을 곧추 세 울 수 있었다. 하지만 그 모습은 가관이였으니.... 머리는 풀어져 산발이 되었고, 의복에는 온통 음식물 찌꺼기들이 묻 어 있어 말이 아니였다. 현무는 이를 부드득 갈았다. 강호에 나와 처음으로 하는 협행이 이 처럼 억망으로 되어 버릴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이 쥐새끼처럼 기습이나 하는 놈들...! 내 너희들을 결코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그 후로부터 현무의 양손에서는 눈부신 절기들이 동시에 쏟아져 나 왔다. 허공중에 무수한 수영(手影)이 생겨 마치 백팔명의 나한들이 동시에 공격하는 듯 한다던 백팔나한금나수가 전개되었고, 그 뒤를 이어 마치 천공의 은하들이 비처럼 쏟아지는 듯 착각을 일 으킨다는 은하낙성수에 수유지간(須臾之間)에 수백번의 발길질이 동 시에 작렬하는 수유간극퇴법이 쉴새없이 전개되었다. 태행삼흉이 비록 어느정도 흉명은 날리고 있다고 하나 이처럼 절세 적인 공세를 받아들일 수는 없었다. 그들은 너무나 빠른 현무의 공세에 미처 비명도 지르지 못했으며 쓰 러질 틈도 없이 그대로 멍하니 선 채로 무수히 격타당한후 그대로 피를 토하며 기절해 버리고 말았다. "별 것도 아닌 놈들이 까불고 있어!" 현무는 투덜거리며 손을 뚝뚝 털었다. 바로 백사회 회주시절의 버릇이 나온 것이다. 이를 지켜보던 사람들은 현무의 우수운 몰골과 마치 뒷골목의 깡패 와 같은 태도에 웃음이 절로 나왔지만 그의 놀라운 무위를 생각하니 차마 웃을 수도 없어 전부들 기괴한 표정들을 짓고 있었다. 이 때 구석에 있던 탁자 밑에서 바로 소녀들과 같이 있었던 청년이 엉금엉금 기여 나오더니 현무를 향해 넙죽 인사를 하였다. "헤헤, 대협! 정말 감사합니다" 그러나 현무는 그의 모습을 보고 그만 폭소를 터뜨리고 말았다. 본래 상당히 준수한 편에 속했던 그의 얼굴은 이곳 저곳 멍들고 부 어텨져 이상하게 변해 있었고, 화려함을 자랑하던 비단의복은 음식 물찌꺼기 들이 덕지덕지 붙어 있어서 오히려 입지 않는 것만 못하게 되어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사실 현무의 몰골도 결코 그 보다 낫다 할 수는 없었으니... 한 사람은 정신없이 웃고, 다른 한 사람은 우거지상을 하고 이를 지 켜볼 수밖에 없는 건 오직 무력(武力)의 차이로 인한 것이였다. 한참 제멋대로 웃고 난 현무도 이러한 상황을 깨달았는지 정색을 하 고 흩틀어진 머리칼을 뒤로 쓸어 넘기며 점잖은 목소리로 그 청년에 게 물었다. "그래 괜찮은가?" "예, 대협 덕분에....." 처음으로 들어본 대협이란 호칭에 현무의 입가에는 빙그레 미소가 서렸다. "대협은 무슨.....그저 불의를 보고 참지 못하는 과객(過客)일 뿐...... " 그러나 그 청년은 당치도 않는 다는 듯한 표정으로 열변을 토했다.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하늘과 땅이 뒤집어 질 정도로 놀라운 무위 를 발휘하셨는데.....아마 당금의 무맹주와 왔다할 지라도 대협만큼은 못할 것입니다" 이에 현무는 속으로 실소를 터뜨렸다. (허허, 이 놈, 허풍한번 심하네.... 뭐 하늘과 땅이 뒤집혀질 정도의 무위? 무맹주가 와도 나만은 못하다고...?) 하지만 본래 인간의 심리란묘한 것이라. 비록 그가 허풍을 치고 아 첨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지만 현무는 그래도 한편으로 기분이 좋아지는 것은 사실이였다. 어찌 안 그러겠는가? 천하제일인인 무맹주 보다 실력이 낫다고 하고 있으니...... "하하, 공연한 칭찬은 그만하고 이제 그만 가보게! 그리고 무공을 열심히 연마해서 앞으로 그러한 봉면은 당하지 않도 록 조심하게! 그녀들 보기에도 부끄럽지 않는가?" 그러면서 현무는 손가락으로 한쪽에서 주춤거리는 여인들을 가르켰 다. 그러나 그 청년은 여전히 물러가지 않은 채 다시 현무를 향해 머리 를 조아렸다. "그러시지 마시고, 대협! 저의 집에 가시죠. 제 목숨을 구해 주셨는데....식사나 한 번 대접해 드리고 싶습니다" 그러더니 그는 한 쪽에 서 있던 여인들을 향해 소리 쳤다. "무엇들을 하느냐? 어서 대협을 모시지 않고...." 이에 그리 않해도 무언가를 해야 된다고 생각하던 여인들이 재빠르 게 현무에게 달려와 공손히 절을 하는 것이였다. "대협의 은혜 하늘과 같습니다. 저희 공자님의 청대로 만금장으로 와 주시기를 바랍니다" 이에 현무는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어허, 왜들 이러신가? 갈 길이 바쁜 몸이거늘....." 하지만 그러면서도 유달리 여인들에게 약한 현무인지라 이처럼 아름다운 여인들이 공손히 절도 하고 또 입을 모아청을 하 는지라 망설여 지는 것이였다. 이러한 현무의 기색을 눈치 챈 여인하나가 재빠르게 현무에게 다가 와 그의 팔짱을 꼈다. "아이, 그러시지 마시고 어서 가세요!" 그러자 현무는 마지 못한 듯 발걸음을 옮길 수밖에 없었다. (하긴...어차피 내일아침에 까지 할 일도 없는데.....) 그런데 그들이 막 주루를 벗어나려 하는데 갑자기 십여명의 장한들이 몰려 들었다. (엥? 이거 또 웬 떨거지들이야?) 현무는 또다시 누가 시비를 거는 것으로 생각하고 앞으로 한 발 나 섰다. 그런데 그들은 의외로 그들앞으로 와 공손한 태도로 머리를 숙이는 것이였다. "소장주! 저희가 한 발 늦었습니다" 이에 예의 그 청년이 나서며 벼락같이 호통을 쳤다. "이 쓸모없는 자들...! 그래 이제서야 오다니....." 사실, 그 청년의 장담대로 그는 만보장이라고 하는 이 곳 호북성에 서는 첫째, 둘째하는 갑부의 아들이였고, 그들은 바로 만보장의 호위 무사들이였던 것이다. "뭣들 하고 있느냐? 어서 마차를 내와 이 분을 모시지 않고...." 비로소 그 청년은 기세가 등등해 졌다. 이러한 모습을 보고 있던 현무는 실소를 금치 못했다. 방금 전까지 만 해도 살살 거리던 그가 호위무사들 앞에서는 그처럼 기세를 올리 고 있었으니..... 하지만 웃고있으면서도 현무는 그 청년이 그래도 순진한 면모를 지 니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잠시 후 아니나 다를까? 상당히 화려해 보이는 마차가 한 대 등장했고, 현무는 그 청년과 함 께 마차에 올랐다. "자네의 이름은 무언가?" "예, 저는 황용웅이라 합니다" "자네의 춘부장께서는.....?" "저의 아버님은 황거형이라 하며 이곳에서는 모두들 만금대부라 부 르십니다" 나이차이가 별로 없음에도 불구하고 현무는 자연스럽게 황용웅에 대 해 말을 내리고 있었고, 황용웅 역시 이를 아무런 거부감이 없이 받 아들이고 있었다. 잠시후, 지극히 화려한 만금장에 도착한 현무는 그야말로 칙사대접을 받았다. 온갖 향유를 뿌린 욕실에서 시녀들의 시중을 받아가며 목욕을 마치 고 나니 멋들어지게 보이는 백삼이 한벌 준비되어 있었고, 빈청에는 온갖 요리가 첨부된 술상까지 차려져 있었다. "대협! 어서오세요" 바로 주루의 그 여인들이였다. 그런데 주루에서와는 달리 여인들은 각기 진홍색과 연청색의 궁장으 로 성장(盛裝)하고 있었는데 황촛불 아래 그 모습들이 눈이 부실 정 도였다. 하지만 입이 벌어지긴 그 여인들도 마찬가지였다. 당초 주루에서 현무가 나설 때는 미처 그의 모습을 볼 여유가 없었 고 사태가 수습되고 그를 봤을 때는 비록 영준하긴 했으나 산발된 머리칼이나 지저분한 의복등으로 조금 우수쾅스럽기 까지 했으나 이 제 말끔하게 차려입고 나온 그의 모습을 보니 가히 천하영웅의 풍도 였던 것이다. 자연히 여인들의 시선이 몽롱해 졌다. 이 때 빈청의 문이 열리고 황용웅이 나타났다. "하하, 대협! 벌써 와 계시는 군요" 그의 모습도 많이 달라져 보였다. 비록 얼굴은 여기저기 멍이들어 있는 상태였으나 이제보니 상당히 귀공자 같아도 보인 것이다. 현무가 자리를 잡고 앉아 얼른 좌측의 홍의궁장소녀가 그의 잔에 술을 따랐다. "소녀는 홍연(紅蓮)이라 합니다" 그러자 현무의 우측에 있던 청의궁장소녀도 질세라 생끗 웃으며 자 신을 소개하였다. "소녀는 청연(靑蓮)이라 하고요" 현무의 시선이 슬쩍 황용웅에게로 향했다. 그의 시선을 받은 황용웅이 잠시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있더니 이내 그 뜻을 알아차리고 말을 하였다. "하하, 대협께서는 이 애들의 신분이 궁금한 모양이군요. 사실 이 애 들은 이곳 사시에서 가장 유명한 기루인 명월루(明月樓)에 팔려온 기녀들입니다. 본래 괜찮은 집안의 여식들이라 하였는데....지난 정난(政難)때 가문이 참화를 입어 기루로 팔려왔다더군요." "그런데 이 여인들이 왜 자네와 함께 있었나?" 이에 황용운은 어색하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헤헤, 사실은 명월루주에게서 연락이 왔더군요. 괜찮은 애들이 들어 왔으니 한 번 와 보라고..... 그래서 제가 가서 보니 너무 아까운 애 들이라 거금을 들여 사 왔지요" 이에 현무는 그간 사정을 짐작할 수 있었다. 자신이 보기에도 상당한 미색들을 지닌 여인들의 미모에 황용웅이 홀려 그녀들을 사 왔고, 미처 집에 데리고 갈 마음의 여유가 없어 주루에 들려 수작을 부리다가 마침 태행삼흉에게 걸렸던 것이다. 그 때 황용웅이 은근한 어조로 현무에게 말을 했다. "대협께서 괜찮으시다면 이 애들을 대협께 드리고 싶습니다. 그래도 총명한 애들인지라 첩으로 삼아도 좋고...시녀로 삼아도 좋을 것 같 은데....." "어허, 이 사람이....? 갑자기 왜 이러나?" 현무는 너무 갑작스런 황용웅의 제의에 당황스러워 졌다. 난데없이 여인들을 자신에게 주겠다니.... 자신도 모르게 그의 시선은 청연과 홍연의 기색을 살폈다. 하지만 의외로 그녀들은 볼을 가볍게 상기시킨채 무언가를 기대하는 눈빛으로 현무의 반응을 살피고 있었다. 번 호 : 8355 게시자 : 윤원중 (re5280 ) 등록일 : 1999-05-04 11:39 제 목 : [연재] 천부외경 24 사실 그녀들로서는 비록 자신들이 사물처럼 주고 받는 다는 사실에 기분나쁠 법도 하건만 이미 그러한 것은 체념한 터.... 오히려 기루에 팔려 이 사내, 저 사내들을 상대로 웃음과 몸을 팔아 야 하는 신세에서 그래도 황용웅에게 소속된 것이 조금 낫다 자위하 고 있었는데....어쩌면 그 보다 훨씬 잘 생겼고, 무공도 뛰어난 호걸 을 모시게 될 지도 모르니 어찌 그러지 않겠는가? 사실 현무 정도면 그녀들의 가문이 몰락하지 않았다 할 지라도 전혀 군말없이 그를 따를 수 있을 것도 같았다. 하지만 이 때 현무는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비록 자신이 많은 여인들을 희롱한 적은 있었으나 결코 순결한 여인 들은 건든 적이 없었다. 더욱이 그녀들의 신세가 자신과 마찬가지인 사고무친 의지하나 할 곳 없는 신세이며 아직 순결한 처녀들이란 사 실을 알고 나니 은근히 그녀들에 대해 동정심이 일고 있었던 것이 다. 그래서 그는 그녀들에게 물어 보았다. "어떠냐? 너희들의 생각은....?" 이러한 현무의 태도에 청연과 홍연의 눈빛은 밝게 빛나고 두 볼은 오히려 빨개졌다. 그리고 조금더 활달한 성격인 홍연이 조그마한 목 소리로 대답하였다. "소녀들은 오직 대협의 의사에 따를 것입니다" 이에 현무는 만족한 듯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허허, 그것 잘됬군!" 그러면서 다시 황용웅에게 말을 하였다. "정말 이 애들을 나에게 줄건가?" "물론입니다. 제가 어찌 대협께 허튼 소리를 하겠습니까?" "그렇다면 좋네! 하지만 자네에게 한가지 더 부탁할 것이 있는데 들 어줄 수 있는가?" 이에 황용웅은 자신있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무엇이든지 하겠습니다" "하하, 고맙군. 그렇다면 내 말하겠네. 난 이 애들을 자네의 집에 잠시 맡겨 놓으려 하네! 하지만 이 애들 은 나의 소유이니 자네는 이들을 손님으로 대접해 주게! 그리고 글 공부을 나 무공이나 이들이 하고 싶다는 것은 무엇이든 할 수 있도 록 해주게! 그러면 내 그에대한 보답은 충분히 하겠네" "예?" 황용웅은 현무의 예기치 않는 말에 눈을 동그랗게 뜨며 반문했다. 너무 예상치 못한 이야기였기 때문이였다. 하지만 현무는 빙그레 웃고만 있을 뿐이였다. 청연과 홍연은 자신도 모르게 감격에 찬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자신들의 미색을 탐하여 황용웅의 제의에 응한줄 알고 있었는데.... 그는 바로 자신들에게 자유인으로서 새 삶을 주려 하지 않는가? 당초, 만금장에서 단 하룻밤만을 묵으려던 생각은 수포로 돌아가고 현무는 그후로도 일주일 정도를 더 그 곳에서 지냈다. 이는 비록 갑부의 아들로서 방탕한 생활을 하였던 황용웅에게 이미 현무는 하나의 우상으로 변해 버려 그가 애써 현무를 잡고 놔주지 않는데도 원인이 있었지만..... 현무로서는 거금을 투자했던 청연과 홍연을 넘겨받은 호의를 받은 터라 그의 부탁을 냉정히 거절하기도 힘들었고, 더욱이 다음날 만금장에 돌아온 만금대부 황거형이 제발 자신의 자 식에게 가르침을 주라고 애원하다시피 한 것이였다. 부인마저 일찍 세상을 떠나 너무나 귀엽게만 키웠더니 약해 빠지고 세상물정도 모른데다 방탕한 생활을 즐겨 그간심복대한(心腹大恨) 이였는데 그러한 자식이 우상처럼 생각하는 사람이 나타났으니 모든 체면을 버린 체 애원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여하튼 본의아니게 이레동안 만금장에서 머무르게 된 현무는 태어나 서 가장 평온한 기간을 보낼 수 있었다. 눈만 뜨면 진수성찬이 준비되어 있었고, 자신의 생각을 그대로 알아 모든 것을 척척 해주는 아름다운 청연과 홍연이 시중을 들어 준데다.... 의외로 황용웅은마치 친동생처럼 그를 잘 따랐던 것이다. 이에 현무는 호의호식을 하며 황용웅과 많은 이야기들을 나누었고 나름대로 무공연습도 하였다. "어때? 나에게 무공을 좀 배워 보겠나?" "어? 정말입니까?" "물론 정말이지! 대신 청연과 홍연도 이리 나오라고 하게! 서로 같 이 배워야 연습도 같이 하고 서로 토의도 할 수 있을테니...." 그러면서 현무는 그들 삼인에게 무공도 가르켜 주었다. 물론 태극권에 불과하였지만 사실 현무가 가르켜 주는 태극권은 일 반적인 태극권이 아니라 그 어떤 무공보다 기초가 충실한 그야말로 정통 태극권이였다. 게다가 현무는 자신이 익히고 있던 유가의 호심지공까지 그들에게 전수해 주었고, 자신이 알고 있던 몇가지 무공은 자세하게 해설까지 곁들어 책으로 만들어 그들에게 전해 주었다. "지금 익히고 있는 무공에 어느정도 숙달이 되면 이것을 익히게나!" 그러고 나서 비로소 현무는 떠날 생각을 하였다. 강호에 나와 아직 아무 것도 하지 못했는데 무작정 이곳에 머물 수 는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결국 현무는 만금대부 황거형을 비롯한 모든 식솔들의 환송 속에 만금장을 떠나게 되었다. 황용웅과 청연, 홍연은 헤어지는 것이 못내 아쉬워 장강 기슭에 까 지만이라도 그를 배웅하겠다는 것을 현무는 굳이 마다하고 발길을 옮겼다. 양자강! 황량한 변방인 청해성부터 시작되어 십팔만리 중원대륙을 휘감고 돌 아 마침내 강소성(江蘇省)에서 서해로 빠지는 중원 제일의 대강(大 江)으로 중원인들은 이를 장강(長江)이라 부르고 있었다. 아침나절 만금장을 출발한 현무는 지금 장강 기슭의 나룻터에 앉아 한가로이 장강의 물결을 바라 보고 있었다. 비록 유선과 바라보던 무협(巫峽)의 절경만은 못하지만 한 낮의 햇빛에 은빛으로 반짝이는 맑은 강물과 그 사이로 떠도는 새들의 모습이 지극히 한가롭게 보였다. 현무의 입에서는 자신도 모르게 시 한수가 흘러 나왔다. 은강연연포포류 (銀江連連抱浦流) 청추강촌사사유 (淸秋江村事事幽) 자거자래제상연 (自去自來堤上燕) 상근상친수상구 (相近相親水上鷗) 햇빛에 부서지는 은빛강물이 끊임없이 나룻터를 돌아 흐르니 맑은 가을 강마을에 모든 것이 그윽하다 제비는 긴 제방위를 자유로이 넘나들며 강물위의 갈매기 한가로이 떠도네 '정말 평화로운 모습이로군! 우리네 인간들도 저처럼 유유자적(悠悠自適)하면서 한평생 보낼 수 가 있다면 좋으련만.....' 비록 거칠게 살아왔으나 상당히 감상적이였고, 의부 상천군에게 배운 학문중 유난히 시(詩)를 좋아했던 그 인지라 이처럼 평화로운 강촌의 전경을 보니 자신도 모르게 깊은 감회에 젖 게 되었다. 그가 이 곳에 도착한 지는 한참 전, 아침일찍 손님들을 실고 강 저편으로 간 나룻배가 다시 돌아 와야지 만 도강(渡江)할 수 있다는 마을 사람의 이야기에 지금 이렇게 마냥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렇듯 감상에 젖어 있다보니 어느새 포구에 나룻배가 도착 하고 있었다. 비록 나룻배라 하지만 워낙 강폭이 넓고 군데군데 물살이 센 곳이 있어 배는 상당히 컸고 많은 사람들이 타고 있었다. "사공! 이 배는 언제 출발하오?" 기다림에 지쳤는지 현무는 한참 손님들을 내려주고 있는 뱃사공에게 출발시간을 묻고 있었다. 이에 상공은 그를 쳐다보지도 않고 대답했다. "앞으로 반시진은 더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손님들이 타지요" '허허, 또 기다려야 하나!' 비록 갈 길은 바쁘지 않았지만 다시 기다려야 한다는 사실에 현무는 조바심이 났지만 일단 배에는 올라 있으려고 배 앞으로 나갔다. 아직 배에서는 강 저편에서 타고온 손님들을 내려주고 있었는데 마 을 사람들이며, 장사치며 여러부류의 사람들이 섞여 있었다. 그런데 그들중 유난히 그의 시선을 끄는 사람이 있었으니...그는 연 청색의 문사복을 입고 있는 십대후반쯤 되어 보이는 청년이였다. (어허, 무슨 사내가 저처럼 곱게 생겼나?)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그 청년은 마치 아름다운 여인을 보는 것 처 럼 준수한데나 그 얼굴에서는 은연중 고귀한 기가 흐르고 있었던 것 이다. 하지만 현무는 그를 보고 있으면 있을수록 어쩐지 그의 모습이 눈에 익음을 느꼈다. 분명 어디선가 본 듯한데 생각이 나질 않는 것이였다. (도대체 어디서 보았나?) 이 때 그 청년도 현무의 따가운 시선을 느꼈는지 시선을 돌려 현무 를 바라 보았다. 그리고 무심코 다시 고개를 돌리려다 조금 이상한 감을 느끼고는 다시 그를 바라 보았다. 두 개의 시선이 얽혀 들었다. 그런데 그 청년의 눈빛은 너무나 맑아 마치 현무가 그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 같았다. "아!" 순간 현무의 입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그리고 무척이나 반가운 표정으로 그 청년 앞으로 다가갔다. "아니, 이거 남궁형이 아니요?" 그러나 그 청년은 아직 현무가 기억이 나질 않는 모양이였다. "글쎄 어디서 뵙긴 뵌 분인 것 같은데....잘 기억이..." "저 올시다 현무! 바로 오년전쯤 합비의 한 주루에서 만났던......그 때 남궁형이 나에게 남궁세가로 찾아 오라고 하였지 않소?" 그제서야 그 청년도 기억이 난 모양이였다. "아! 바로 그 현무형이였구려! 이거 참, 이러한 곳에서 만나게 되다 니 전혀 예상밖이군요" "하하, 본래 우리네 인생이 그와같이않겠소? 만나면 헤어지고 헤어 지면 다시 만나는 게..... 아마 남궁형과 저와는 아직 인연이 끊어지지 않는 모양이요" 그는 바로 현무가 강호를 떠 돌던 시절 우연히 만났던 남궁수란 소 년이였다. 당시 실의에 빠져있던 현무에게 무공을 배우고 싶거든 하 남의 남궁세가를 찾아 오라고 했고, 현무로서는 당시에 그 말을 무 사하고 무척이나 후회를 했던 까닭에 유난히 기억에 남는 인물이였 던 것이다. "그래 지금 어딜 가시는 길이요?" "현무형은요? 아마 장강을 건너시려고 하는 모양인데...." "지금 막 건너려고 하고 있었소! 그런데 어딜.....?" "저는 사천의 집마부에 가는 길입니다" 이에 현무는 잠시 의아한 감이 들었지만 더 이상 묻지 않고 대신 그 의 팔을 잡아 끌었다. "그래도 저와 술한잔은 나눌 시간은 있겠지요?" "하하, 지난 번 처음 만났을 때도 술마시고 있던데....현 형은 무척 애주가인 모양이구려... 만나자 마자 술타령이니....." 그러나 남궁수는 현무에 의해 이끌려 가면서도 그리 싫지만은 않은 눈치였다. 그에게도 현무란 존재는 상당히 인상깊었던 것이다. 마침 부근에 객점을 겸한 주루가 하나 있었다. 비록 큰 마을은 아니였지만 그 지역이 장강을 건너는 교통의 요로인 지라 많은 사람들이 왕래하고 있어 이들을 대상으로 이러한 시설이 존재하는 모양이였다. "후후, 저는 현무형인지 모르고 아까부터 저를 힐끔힐끔 쳐다보기에 어떤 작자가 시비를 거나 했지요" "하하, 어떤 담 큰 자가 감히 남궁형에게 시비를 걸겠소? 대 남궁세 가의 후예한테....." 현무는 남궁수와의 만남이 왜 이리 반갑고 유쾌한지 그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그저 단한차례, 그것도 그는 완전 실의에 빠져 있던 상황 에서 잠깐 만난 것 뿐인데..... 물론 이건 남궁수도 마찬가지였다. 별일은 없었으나 방금 전까지만 해도 괜히 우울했었는데....예기치 않게 그를 만나자 유쾌한 마음이 드는 것이였다. "그나저나 현형은 그간 상당한 무공을 익힌 모양이군요. 신수가 훤 해진 걸 보니...... 그래 저의 제의를 거절하고 과연 어떤 곳에 들어 갔습니까?" 비록 남궁수는 별 뜻 없이 한 말이였지만 현무는 가슴이 찔끔하였 다. 하지만 그는 사실대로 이야기 했다. "어찌 감히 대 남궁세가의 제의를 거절하겠소이까? 솔직히 그 때 저 는 남궁형의 말을 의심하고 있었지요. 소위 무림명문이라는 곳들에 서 계속해서 거절당해 낙담하고 있던 상황이니까요. 물론 나중에 남궁형의 말이 사실일 거라는 확신은 가졌지만, 차마 다시 찾아갈 생각은 못했죠! 그러다가 우연히 기회가 닿아 소림하원에 들어갈 수 있었지요. 물론 지금은 그곳에서도 쫓겨난 신세이지만....." 이어서 현무는 자신이 남궁수와 헤어진 이후 지금까지 생활을 간단 하게 이야기 해 주었다. 어떻게 해서 항주에 정착을 하게 되었고, 결국 소림하원에 들어가게 되었는지...... 번 호 : 8356 게시자 : 윤원중 (re5280 ) 등록일 : 1999-05-04 11:40 제 목 : [연재] 천부외경 25 현무의 이야기기 계속되는 동안 남궁수는 계속 현무를 주시하고 있 었다. 그런데 현무의 이야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그를 바라보면 볼수록 그 에 대해 감탄하게 되었다. 천애고아로서 무수한 역격을 겪으면서도 포기하지 않는 그의 의지와 평범한 듯 하면서도 소림하원 입문 단 이년만에 자신이 보기에도 놀 라운 성취를 이은 그의 자질, 특히, 지난 5년전 그를 만났을 때 이미 느낀바 이지만 그의 감수성 과 자연스럽게 배여 나오는 따뜻한 인간미는 사람으로 하여금 묘한 감동을 불러 일으키고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서로에 대한 호감들이 겹친 탓일까? 그들은 마치 오랬동안 못 만났던 친구를 만난 것처럼 기꺼운 마음으 로 서로 이야기를 나누었으며 거침없이 술잔도 교환했다. 대화가 진행되면서 현무는 남궁수에 대해 거듭 감탄하게 되었는데... 도무지 남궁수는 모르는 것이 없었던 것이다. 무공과 일반학문은 물론이요, 고금역사에서부터 병법, 금서기화 및 잡기에 이르기까지 모르는 것이 없었으며, 강호견문도 풍부한데다 화술(話術)도 좋아 그의 이야기라면 몇날 몇일을 들어도 전혀 지루 하지 않을 것 같았다. (흠, 정말 놀랍군. 저 조그마한 머릿속에 무엇이 그리 많이 들었는 가? 내 듣기에 남궁가에 천혜옥인이라고 뛰어난 재녀가 하나 있다던 데 남궁가의 후예들은 모두들 저 처럼 뛰어난가?) "아니, 현무형! 왜 그리 내 얼굴을 뚜렷히 바라보오. 내 얼굴에 뭐라 도 묻었소?" "후후, 별 것 아니외다. 나는 그저 지금 남궁형의 얼굴이 제 얼굴이 아닌가 하고 생각하고 있었소이다" 이순간 현무는 그저 입에서 나오는데로 이야기를 했으나 어쩐지 그 런 느낌이 강하게 와 닿고 있었던 것이다. "참, 현무형은 가끔 엉뚱한 이야기를 곧잘 하는군요. 아니 좀 못생기 긴 해도 이 얼굴이 내 얼굴이 아니면 도대체 누구 얼굴이란 말이 요?" "허허, 그냥 무심코 해본 말이요" 현무는 남궁수의 약간 이상한 반응에 정말 그가 역용한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지만 강호의 평범한 역용법은 현무의 천안통을 속일 수 없다는 사실을 생각해 내고 그냥 지나치고 말았다. 그러나 막상 이러한 생각이 들자 남궁수의 행동 하나하나가 이상하 게 보였는데 실제 남궁수의 행동은 그토록 호탕하게 보이면서도 어 딘가 부자연스러웠고 술을 마시더라도 여인처럼 아주 조금씩 음미하 듯 마시곤 했던 것이다. (후후, 그저 그의 성격탓이겠지) 현무는 쓸데없는 상상은 일축하고 남궁수에 대하여 아까부터 궁금했 던 사항을 물어 보았다. "참, 남궁형은 집마부에 무슨 일로 가시오? 비록 당금무림에 있어 정사간은 서로 교류도 하고 교통도 한다지만.....그래도 서로 생각하 는 바가 많이 다를건데......" "하하, 현무형은 아직 모르시고 있나 보군요. 지금 집마부에는 정사를 불문하고 강호의 수많은 젊은이들이 모여 들고 있는데..... 이는 바로 신주십출 중의 두 사람인 옥수마룡 진백송과 환상비연 추 수빈의 혼사때문이지요. 사실 이들은 저와도 조금 교분이 있는지라...." 현무는 놀랍다는 듯 감탄을 했다. "아! 그렇다면 그야말로 마도의 최대의 경사이군요. 가히용과 봉의 결합이라..." 그러나 남궁수는 현무의 말에 고개를 살래살래 흔들었다. "본래는 그렇지요. 하지만 꼭 경사라고만 할 수 없는게 이 일이 본 인들의 의사에 의해 이루어 진 일이 아니라는 거죠!" 그러면서 남궁수는 그 일이 불행한 일이고, 또 마치 자신이 그러한 일을 겪고 있기라도 하는 듯 어두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에 현무는 더 자세한 내막을 물어 보려다 그의 어두운 표정 때문 에 그만 두었다. 그러나 잠시후 남궁수는 곧바로 유쾌한 표정을 회복하면서 현무에게 말을 하였다. "참, 현형! 바쁘지 않으면 저와 함께 집마부에 가 보시지 않겠어요? 아직 강호 초행이니 많은 사람들을 사귈 기회도 갖을 겸 말이예요" 그러자 현무는 잠시 망설였으나 그의 제의를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지금 자신이 가려하는 복우산행이 그리 급한 사안도 아니고 남궁수 의 제의도 그럴싸 했기 때문이다. "좋소이다. 그와같은 일이라면 일부로라도 가 볼 일인데.... 남궁형과 같은 분과 동행한다면야....." "하하, 현무형께서 동행하신다니....가는 길이 심심치 않겠군요" 이렇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사이 이미 밖은 서서히 어두워 지고 있었다. 옛 말에 신선노름에 도끼자루 썩는 지 모른다더니 한 낮에 시작된 그들간의 대화가 어느새 밤에까지 이어진 것이다. 두 사람은 이러한 사실에 놀라면서도 워낙 분위기가 좋았던 터라 쉽게 자리를 떠날 생각을 못했는데 결국 밤이 깊어서야 자리를 파하게 되었다. (후후, 남궁수라... 마음에 드는 친구야! 생긴 것하고는 다르게 시원시원하고.... 명문가의 자제들에게 흔히 보이는 허식(虛飾)이나 오만함이 보이지 않는 게 특히 좋아! 굳이 흠을 잡는다면 술이 좀 약한 것이라 할 수 있는데 그건 본래 사람마다 다른 것이니......) 오늘 남궁수와 만난 일에 현무는 크게 만족하며 잠자리에 들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비교적 상쾌한 마음으로 일어날 수 있었다. (어디, 남궁형도 일어났을까?) 현무는 이렇게 생각하며 여장을 꾸려 그들이 아침에 만나기로 한 반 점(飯店)으로 나갔다. 반점안은 상당히 넓었는데 아직 아침시간인 지라 비교적 한적한 상 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는 혹씨 남궁수가 먼저 와 기다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이리저리 반점안을 살펴보았지만 남궁수는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유난히 그 의 시선을 끄는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창가쪽을 점한채 무언가 골똘 히 생각에 잠겨있는 황의여인이였다. 그런데 그녀는 눈이 번쩍 뜨이도록 아름다운 여인이였고 은은히 스 며나오는 기품하며 우아함과 어울려 마치 천상의 선녀가 하강한 듯 한 느낌을 주는 듯 하였다. (호, 정말로 아름다운 여인이군. 내 유선낭자를 만난 이후 저토록 아 름다운 여인은 처음이군. 유선낭자가 마치 백합처럼 청초하면서도 코스모스처럼 밝음을 지니고 있다면 저여인은 난초처럼 우아하면서 도 국화와 같은 기품이 서려있어 좋은 대비가 되는군) 그러한 생각을 하면서 현무는 한쪽의 비어있는 좌석에 자리잡았다. 그리고 남궁수를 기다렸으나 그는 한참이 지나도록 나타나지 않았 다. 그러나 현무는 그러한 시간들이 별로 지루하지 않았으니 예의 그 황의여인을 은근히 훔쳐보는 즐거움이 있었기 때문이였다. 비록 현무는 자신의 그러한 행동이 대장부로서 떳떳치 못하는 것으로 생 각했지만 왠지 시선은 자꾸 그 쪽으로 향했다. 그만큼 그여인의 아 름다움은 절세적이였던 것이다. (허참, 남궁형이 왜 이리 늦나? 늦잠이라도 자는 것일까? 가서 깨 워야 하나, 어쩌나) 한참을 기다려도 남궁수가 나타나지 않자 현무는 이제 서서히 지루 해 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가 이러저러한 생각을 하고 있는 사이 갑자기 아주 느낌이 좋은 향기가 나면서 자신의 옆에 그림자가 하나 나타나는 것이 였다. (엥?) 현무는 약간 놀라며 고개를 돌려 보았다. 아! 그런데 자신의 앞에 바로 그 황의여인이 아름답게 웃으며 자신 을 바라보고 있지 않은가? 현무는 순간적으로 당황했고 얼굴까지 빨 갛게 변했다. "소, 소저! 나에게 볼 일이 있소?" 그여인은 이러한 현무의 표정이 재미있는 지 손으로 입을 가리며 웃 으면서 현무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을 하였다. "왜요? 저는 소협에게 볼일이 있으면 않되나요?" 여인의 의외로 대담하고 도전적인 이야기에 현무는 더욱 정신이 없 었으니 사실 이처럼 아름다운 여인이 왜 자신에게 관심을 보이는 지 도저히 알 수 없을뿐더러 어쩐지 그녀는 사람으로 하여금 극도로 당 황하고 혼란스럽게 만드는 기질을 지니고 있는 것 같았다. 현무가 더욱 당황하여 무어라 말을 못하고 있자 그 여인은 현무에게 아무런 양해도 구하지 않은 채 현무의 맞은 편에 그대로 앉았다. (아니, 지가 이쁘면 이쁘지 나를 언제 보았다고..... 이렇게 함부로 행 동하고 있지?) 현무는 이러한 그녀의 태도에 약간 거부감을 느꼈지만 그렇다고 차 마 야박하게 소리칠 수도 없었고 또한, 감히 여인의 눈빛을 직접 받 을 수도 없어 그저 당혹스런 표정으로 그녀의 눈빛을 피했다. 그러나 이순간 현무의 귀에 낮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하, 현무형은 정말 순진하시군요. 접니다. 남궁수!" 바로 그가 기다리던 남궁수의 목소리였다. 현무는 깜짝놀라 고개를 들었다. 그러나 남궁수는 없었고, 그 앞에는 예의 그 여인만이 앉아 그를 향해 미소를 지어보고 있는 것이였다. 현무는 문득 그 여인의 눈빛이 무척 낮익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 리고 곧바로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그녀가 바로 남궁수였던 것이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남궁수는 바로 그녀가 변장한 모습이였던 것이다. "아니, 그대가 정말 남궁수요?" 현무의 놀란 반문에 그녀는 야릇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하였다. 다시 여인의 목소리였다. "호호, 제가 남궁수가 아니고, 남궁수가 바로 저이지요. 그동안 본의 아니게 당신을 속이게 된 점 정식으로 사과드려요. 그리고 저의 이 름은 남궁하예요" 그러자 현무는 깜짝 놀랐다. 남궁하하면 바로 중원5봉중 하나이며, 지혜롭기 그지없다는 천혜옥인(天慧玉人)남궁하가 아닌가? "아니, 그대가 정말 강호오봉의 하나인 천혜옥인 남궁하소저란 말이 요?" 현무는 새삼스럽게 남궁하를 다시한번 쳐다 보았다. (흠, 난 어디에서 난데없이 이처럼 아름다운 여인이 나타났는가 했 더니 이 여인이 바로천년남궁세가의 소공녀이며 강호오봉중 수위를 차지한다고 하는 천혜옥인 남궁하였군. 설마 남궁수가 바로 이 여인 이였을 줄이야....) 남궁하는 역시 보통여인이 아니였다. 현무가 자신을 뚜렷히 쳐다보 며 이리저리 뜯어보고 있어 보통여인이라면 화를 내던지 아니면 부 끄러워 하던지 할 텐데 그녀는 전혀 그러한 기색이 없었고 지극히 고요한 표정만 유지하고 있었다. "형은 항상 그렇나요?" "아니, 뭘요?" 멍하니 남궁하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던 현무는 깜짝놀라며 반문하였 다. "항상, 그렇게 여인만 보면 정신을 잃는가 그말이예요?" "하하, 어찌 그러겠소? 하지만 세상에 사내치고 남궁소저와 같이 아 름다운 여인을 만나 한 자리에 있으면서 그러지 않을 사람이 누가 있겠소?" "후후,이제보니 형은 말도 아주 듣기좋게 잘하시는군요" 현무의 능청스런 대꾸에 남궁하는 그만 피식웃고 말았지만 그다지 싫은 표정은 아니였다. 세상에 자신을 아름답다고 칭찬해 주는데 싫 다는 여인이 있겠는가? 물론 남궁하도 예외는 아니였다. 기실 그녀는 자라면서 이 아름답다 는 이야기를 수없이 들었지만 여전히 기분 좋은 일임에는 틀림이 없 었다. 그러나 그녀는 곧 무슨 생각을 하였는지 곧 얼굴에서 미소를 지우며 다시 말을 하였다. "본래 저는 어렸을 적부터 남자로 태어났으면 하는 생각을 많이 해 왔었어요. 그건 바로 남궁세가의 무남독녀로서 평소에 가친께서 그 러한 것을 바란 탓도 있었지만 자라면서 보니 이 세상은 여인에게 불리한 점이 너무 많더군요. 하지만 그렇다고 여인인 제가 남자로 다시 태어날 순 없는 법, 대신 저는 강호상에 다닐 때 남장을 많이 하고 다니게 되었고, 그래서 현무형을 만날 때도 그랫던 것이지 제 가 일부러 속일 의사는 전혀 없었다는 사실을 말씀드리고 싶어요." "그런데 왜 갑자기 생각을 바꾸셨소?" "어차피 들통날 행세라면 더 이상 감추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생각이 예요. 막상 형하고 집마부에 가려고 생각하니까 우선 집마부의 초청 장에는 남궁수란 인물은 없었고, 더우기 그곳에 가면 저를 아는 많 은 사람들이 있을텐데 그렇게 되면 더이상 남자행세를 할 수 없지 않겠어요? 그래서 이왕 발혀질 것 차라리 일찍 자수하는 것이 났다 고 생각했지요.왜, 제가 여자라서 실망했나요?" "후후, 실망반 기쁨반입니다" "그게 무슨 뜻이죠?" "실망은 바로 사귀고 싶던 한 친구가 어쩐지 멀어진 것 같다는 뜻이 요, 기쁨은 대신 남궁소저처럼 아믈다운 여인을 알 수 있게 되었다 는 뜻이지요" "호호, 그렇다면 둘다 좋은 점만 선택하시지요. 비록 여인이지만 친 구로 못사귀는 것은 아니니 전처럼 여전히 친한 벗으로 대해주시고 또한 한 여인을 알게 되었다는 것도 실현이 가능한 일이구요" "아하, 그러나요? 내 미처 그것을 몰랐군요" 현무는 갑자기 새로운 사실을 알았다는 듯 약간 우수꽝스러운 표정 으로 껄껄걸 웃었고 이러한 현무의 표정이 또한 우수워 남궁하도 따 라서 커다랗게 웃고 말았다. 번 호 : 8360 게시자 : 윤원중 (re5280 ) 등록일 : 1999-05-05 10:32 제 목 : [연재] 천부외경 26 이렇게하여 현무는 남궁수가 아닌 남궁하란 아름다운 여인과 함께 사천성의 성도(成都)에 자리잡고 있는 집마부로 향하게 되었다. 성도(成都)는 바로 사천성의 성도(城都)로써 특히 저 유명한 삼국시 대의 유비가 촉한을 세운후 그의 수도로 삼았던 유서깊은 도시로 지 금도 유비현덕과 제갈량의 사당이 있는 무후사(武候祠) 등에는 강호 협사들과 시인묵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는 곳이기도 하였다. 이러한 성도는 이곳에서 삼사일 정도의 거리였는데, 마침 현무에게는 말이 있었으나 남궁하에겐 없어 현무는 기꺼이 그 말을 남궁하에게 양보하였다. "그러면 형은 어떻게 하고요?" "나야 뭐 그냥 달려가지요. 아직 몸에 익지 않는 경공이나 익힐겸.." 그러나 막상 경공으로 따라가겠다고 큰 소리를 치긴 했으나 길을 떠나게 되자 현무는 당장 곤란한 지경에 빠져 버렸으니....... 사실 그가 알고 있던 경공이래야 단지 두가지, 금강부동신법과 경신 차풍비술 뿐이였고 그 어떤 경공도 남궁하를 따라 가는데는 적절치 않았던 것이다. (이크, 이거 괜히 큰 소리를 쳤군. 사내체면에 이제와서 다시 번복할 수도 없고...) 하지만 남궁하는 이러한 현무의 심정도 모르는 체 말에 박차를 가해 출발을 하는 것이였다. "그럼 저 먼저 출발할테니 따라 오세요!" 이에 현무는 별 수 없이 금강부동신법을 전개하였다. 그러자 그의 몸은 마치 허깨비라도 되는 듯 잠시 흔들리다 그 자리 에서 사라져 버렸고, 대신 멀리 남궁하를 따라 한 줄기 은선이 그려 졌다. 그러나 그 것도 잠시 그는 곧바로 남궁하를 추월하게 되었고, 비록 잠깐동안이였지만 남궁하를 거의 수백장이나 지나쳐서야 멈출 수가 있었다. 사실 이 금강부동신법이란 것은 그 움직임이 너무 빨라 미처 잔영이 사라지기도 전에 이미 몸이 이동을 완료한다고 해서 그러한 명칭이 붙은 절세적인 신법임에는 틀림없으나 이는 단거리에서 적을 상대할 때나 적합한 신법으로 이와같이 먼 길 을 갈 때에는 오히려 불편하고 공력소모만 막대한 단점이 있었던 것 이다. 그제서야 현무에게 다가온 남궁하가 밝게 웃으면서 소리쳤다. "호호, 그게 바로 소림의 금강부동신법이예요? 절세적인 신법이긴 하나 익히기가 너무 어려워 소림에서도 익힌자가 거의 없다고 하던데....형이 이를 익혔군요. 축하해요!" 하지만 이러는 남궁하의 얼굴에는 기이한 미소가 어려 있었는데... 사실 상황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금강부동신법의 전개에 그녀는 현무가 자신의 경공을 자랑하기 위해 일부러 이를 전개한 것으로 생 각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그 후에도 현무의 기괴한 행동은 계속되었다. "쓍!" 하니 손살같이 남궁하 옆을 스쳐가서 핵!핵! 거리다가 남궁하 가 올 때까지 기력조절을 하였고, 그녀가 지나가면 다시 휙! 하니 그녀를 스쳐 지나갔다. 그러니 계속하여 정신없이 자신의 앞 뒤를 왔다갔다하니 남궁하도 무척이나 혼란스러웠다. (아니, 이 사람이 장난을 치는 건가....?) 그런데 그러하던 현무가 이번에는 더욱 기이한 행태를 보이고 있었 다. 마치 허깨비처럼 허공을 훌훌 날아 올르더니, 바람에 휩싸인 종이조 각처럼 바람의 방향에 따라 오락가락 하더니 마침 역풍이 불었던지 홱! 하며 반대방향으로 날아가 버리는 것이였다. 이에 남궁하는 실로 어이가 없어 그 자리에 멈추어 서 버렸다. 잠시후 현무가 다시 금강부동신법으로 그녀를 향해 오는 것이였다. 아마 현무는 최선을 다해 느리게 신법을 전개한다고는 하는 것 같은 데 여전히 번개처럼 빨랐는데 남궁하가 이를 발견한 순간 어느새 그 는 십여장 앞에 멈추어 선후 다시 되돌아 오고 있었다. 남궁하가 짐짓 화난 표정으로 소리쳤다. "아니, 지금 무엇을 하는 거예요?" 이에 현무는 하릴없이 머리만 긁적일 수밖에 없었다. "이거 참, 마음대로 되는 것이 없군요!" "그렇다면 형은 경공술이라고는 금강부동신법과 그 요상한 신법밖에 몰라요?" "헛, 헛! 사실이 그렇소..." 공연히 헛웃음을 치는 현무의 태도에 남궁하는 그만 더 이상 화를 내지 못하고 피식웃고 말았다. 남궁하는 설마 그처럼 절세적인 금강부동신보를 익힌 현무가 그보다 훨씬 쉬운 일반경공을 못익혔으리라 생각은 못하고 있었는데 막상 현무가 그렇다고 하자 내심 얼처구니가 없었던 것이다. "참, 내.... 정말 형은 못말릴 분이군요. 그 절세적인 부동신법을 익혔 으면서 정작 손쉬운 경공하나 익히지 못하고, 왔다 갔다 우수쾅스러 운 행동만 하고 있다니...... 좋아요! 그렇다면 제가 한가지 경공술을 알려줄테니 배워보실 의향 이 있으신가요? 사실 부동신법은 적과의 전투나 단거리에서는 가히 절세적인 경공술이요, 보법이지만 장거리에는 지극히 적합하지 않아 요. 물론 공력이 무한대이다면 경우가 약간 다르겠지만....." 현무는 남궁하의 제의에 눈이 번쩍 띄였다. 본래부터 그는 자신의 무학이 너무 편중되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던 터였고, 게다가 초 극무예를 익힌후 그는 무엇보다 무공을 배우는 것이 재미있었던 것 이다. 그래서 그는 무척 반가운 얼굴로 웃으면서 대답을 하였다. "하하, 정말입니까? 물론 가르켜 준다면 배워야지요. 하지만 그걸로 나의 스승 행세는 않으시겠지요" 현무의 엉뚱한 말에 남궁하는 다시 피식하고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 다. "그러한 것은 업드려 빈다고 해도 사양하겠어요. 후후, 제가 현공자 의 스승이 된다니요. 참 그것보다 어떤 경공술이 좋을까?" 남궁하는 막상 현무에게 경공술을 알려준다고 하였으나 이러한 것에 대하여 별로 생각을 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잠시 생각에 잠겼다. (후, 도대체 어떤 것을 알려주지? 너무 심오한 것은 단기간에 배우 기 어렵고 또 그렇다고 부동신법까지 익힌 저사람에게 너무 평범한 것을 알려주기도 그렇고.....) 이때 현무는 한참생각에 잠긴 남궁하를 바라보고 있었는데 남궁하처 럼 아름다운 여인이 생각에 잠겨있는 모습은 또다른 감탄을 자아내 기 충분하였다. 더우기 그녀가 생각에 잠겨있는 관계로 현무로서는 그녀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마음껏 그녀의 미모를 감상할 수 있었 으니..... (참, 인간이 어쩌면 저토록 아름다울 수 있을까? 후후, 내게 무슨 염 복이 있어 저러한 미인과 동행을 하게되다니....) 그러나 이러한 현무의 행복은 얼마가지 못하였으니 갑자기 남궁하가 고개를 번쩍하고 든 것이였다. (이크, 무언가 생각이 난 모양이군. 왜 더 좀 생각을 하지않고...) 현무는 내심 서운함을 느꼈으나 자신의 이러한 마음을 들킨 것처럼 얼른 시선을 외면하였다. 그러나 그건 남궁하의 시선을 벗어날 수가 없었다. 그녀가 마침 좋은 생각이 떠올라 반가운 마음에 고개를 들 자 마침 현무가 그녀를 빤히 보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물론 현 무는 곧 시선을 거두웠지만 남궁하는 그가 이제껏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에 문득 마음이 이상해 졌다. 그러나 그녀는 이러한 현무의 태도를 애써 모른체 하였다. 그리고 조금이라도 지체하면 다시 잃어버릴 것 같다는 듯이 다급히 말을 하 였다. "내 방금 좋은 경공술이 하나 떠올랐어요. 그건 바로 유운신법이라 고 형이 익힌 부동신법과는 비슷한 시기에 창안된 고대무예의 하나 이예요. " "후후, 흐르는 구름과 같은 신법이라! 이름만 들어봐도 반드시 훌륭 한 무공이라 여겨지구려. 어서 알려주시요" 현무는 마침 남궁하에게 자신의 내심을 들킨 것 같아 어색했는데 마 침 남궁하가 경공술의 이야기를 꺼내자 더이상 들어볼 필요도 없다 는 듯 훌륭한 무공이라 단정하고 어서 알려줄 것을 재촉하였다. 이러한 현무의 태도에 남궁하는 다시 실소를 터뜨렸다. "아니, 왜 그리 급하세요. 고대정통무공이 그렇게 익히기 쉬운줄 알 아요?" 남궁하는 약간 새초롬한 표정으로 현무에게 이렇게 핀잔을 주었는데 문득 요즘들어 자신이 유난히 웃는 일이 많아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는 단지 현무의 순수하고 밝은 성격때문인 것으로 생각하 고 그저 가볍게 넘어갔다. "사실 이 무공은 저도 단지 구결만 알 뿐 익히지는 못하였어요. 그 러나 형의 말처럼 훌륭한 무공임에는 틀림없을 거예요. 특히 이 경 공의 특성은 마치 흐르는 구름처럼 자연스럽고 진기의 소모가 적어 부동신법과는 달리 아주 먼거리 여행때 적합하다는 것이예요. 우선 구결을 알려드릴께요" 이렇게 이야기 한 후 남궁하는 현무에게 유운신법의 구결을 하나하 나 알려주기 시작했다. 유운신법의 구결은 상당히 길었고 또 복잡하 기 그지 없었다. 그러나 이미 무학의 가장 기초라 할 수 있는 달마 역근경의 요체를 깨닫고 있던 현무로서는 그 구결을 듣자 쉽게 이해 가되었고 오히려 자신의 진기를 이용해 몸을 가볍게 만들고 또한 이처럼 가벼워진 몸을 움직이는 방법에 대한 새로운 깨달음까지 얻 을 수 있었다. 따라서 그는 남궁하가 단2회 구결암송을 끝내자 이미 그 구결을 외 울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현무의 암기력과 이해력은 남궁하로서는 극히 예상밖 이였으니 그녀가 보기에 물론 현무의 자질이 뛰어나긴 하였으나 그 렇다고 절세적인 것은 못 되었고 더욱이 그 자질도 총명하고는 약간 거리가 있는 마음의 수양과 같은 것으로 비롯되었다고 느낀 것이기 때문이였다. 그러나 사실 현무로서는 그 복잡한 구결을 단 두 번만 에 외워버렸으니 그녀가 극히 이례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무리는 아 니였다. 하지만 여기에는 그녀가 한가지 간과한 점이 있었으니 그건 현무가 이미 달마역근심공과 천부외경의 기본적 내용을 거의 통달했다는 사실이였다. 본래 이 달마역근경은 강호상에 단지 신체를 가장 효율적으로 단련 시키는 기본적인 원리를 구술해 놓은 책으로만 알려져 있었으나 사 실 여기에는 모든 무학의 기초적인 것이 담겨있었던 것이다. 앉는 법, 걷는 법, 자는 법부터 시작하여 기를 받아들이고 이를 축적하고 또한 이를 운용하는 법, 몸을 가볍게 하거나 반대로 무겁게 하는 법, 그리고 인체의 미세한 부분과 그 작용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사항 을 망라하고 있었는데 이는 달마성승이 단지 무공의 하나로서 이를 창안한 것이 아니라 심 신을 단련하고, 득도를 하기 위해서 창안했다는 사실에 기인하는 것 이였다. 게다가 현무는 비록 불완전하나마 하늘의 이치와 신선이 되는 법술 인 천부외경까지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있었으니 이러한 사실을 알 리 없는 남궁하로서는 극히 예외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어쩌면 당연 한 일일 것이다. "왜, 그처럼 나를 빤히 바라보고 있소? 왜, 구결에 잘못된 점이 있 소?" 현무의 물음에 남궁하는 시선을 걷우고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 "휴, 여하튼 형은 너무 신비한 점이 많아요. 좀 알았다 싶으면 또다 시 새로운 면모를 보이고 있으니......" 현무는 그녀가 구체적으로 무엇을 지칭하는 지는 정확히 알 수 없었 지만 단 그녀가 자신에 대하여 감탄을 하고 있다는 사실만은 짐작할 수 있었다. 여하튼 현무로서는 기분좋은 것만은 사실이였다. 그러나 아무런 시범도 없는 상황에서 단지 구결만으로 유운신법을 전개한다는 것은 현무의 생각처럼 그렇게 쉽지가 않았다. 현무는 나 름대로 구결의 내용을 충분히 이해했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터라 남 궁하가 보는 앞에서 한 번 자신의 실력을 뽐내보려고 전신의 기를 상반신으로 보내 경(輕)자결과 부(浮)자결을 운용하며 "얍!"하는 기 합소리와 함께 하늘로 솟구쳐 올랐다. 그러자 놀랍게도 현무의 몸은 그저 허공으로 둥실 떠 올랐다. 마치 허공중에 무언가가 있어 그의 몸을 떠 받들고 있는 것 처럼..... 하지만 비록 부공에는 성공하였지만 막상 기를 움직여 몸을 앞으로 나가려 하자 이론처럼 그렇게 쉽게 되지 않았다. "어? 이게 왜 이렇지...?" 분명 이론대로 기를 움직였다고 생각했는데 정작 몸이 움직이지 않 자 현무는 무척 당황하게 되었고, 더욱이 남궁하까지 반짝거리는 눈 빛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자 그만 당초 몸을 가볍게 하는 운기법까지 놓쳐 버리게되어 버렸다. 그러자 결국 그는 그대로 땅으로 곤두박질 치게 되었다. "어? 어, 어!" 현무의 입에서는 당황스러운 헛바람 소리까지 새어나오고, 다행이 마지막 순간 낙법을 써 간신히 나둥구는 것은 면했지만 현무 는 그야말로 실력을 자랑하려다 오히려 망신만 당하게 되자 그만 얼 굴을 잔뜩 붉힌 채 남궁하의 눈치만 살피게 되었다. 그런데 현무가 생각키로 박장대소하며 웃을줄 알았던 남궁하는 그저 입가에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현무를 바라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마치 어린아이의 재롱을 바라보는 어머니와 같은 눈빛이였다. (칫, 이거 완전히 체면만 구겼군) 현무는 쩝쩝 입맛을 다시고 이번에는 정신을 차려 다시 연습을 시작 했다. 역시 헤메기는 마찬가지였지만 그전보다는 조금 좋아졌고 횟 수가 거듭될수록 차츰 좋아지게 되었다. 하지만 본래 유운신법은 말 그대로 유유적적하게 경공을 전개하는 것인데 현무는 그야말로 기를 써가며 전개하는 통에 한편으로는 무 척 우수쾅스럽게 보였다. 그러나 현무로서는 그러한 사실을 알 수 없었고 남궁하는 그저 빙그 레 웃기만 할뿐이여서 현무는 자신의 그러한 모습을 전혀 알 지 못 한채 오히려 조금씩 늘어가는 실력에 우쭐하기까지 하였던 것이다. 현무가 어느정도 유운신법이 익숙되자 그들은 이제 정식으로 길을 떠나기로 하였다. 이미 많은 시간이 지체되어 그들이 예정된 날짜까 지 집마부에 도착하기 위해서는 상당히 서둘러야 했다. 다행이 현무 의 신법이 시간이 지날수록 차츰 익숙되어 그들은 상당한 속도로 나 아가게 되었으며, 하루정도가 지나자 현무는 남궁하 옆에서 신법을 전개하면서도 그녀와 대화를 나눌 수 있을 정도였다. 물론 그러다 보니 그들 사이는 마치 오래된 벗처럼 급속히 가까워지 게 되었다. 그리하여 마침내 출발한 지 3일만에 그들은 집마부의 정문앞에 도착 할 수 있었다. 번 호 : 8361 게시자 : 윤원중 (re5280 ) 등록일 : 1999-05-05 10:34 제 목 : [연재] 천부외경 27 집마부! 중원무림맹과 함께 중원무림을 양분하고 있는 초거대세력으로 마도 320여개 방파의 연합세력이였다. 하지만 마도세력이라고는 하나 정 도와 연합하여 중원무림맹을 결성 몽고를 대륙에서 축출하는 과정에 서 상당부분 순화되었고 더욱이 현 집마부주인 패황 추천상이 살인, 강도, 강간 등 세인의 지탄을 받는 행위를 엄단하고 있어 엄격히 말 하면 마도라기 보다는 중원무림맹과 뜻을 달리하는 무림세력으로서 의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이러한 집마부는 명색이 마도 360여개 방파의 연함체답게 그 규모가 방대하기 그지 없었으니........ 비록 그 총규모는 중원무림맹에 미치지는 못하고 있었으나 마도 특 유의 성질에서 우러나오는 응집력과 단합력만은 오히려 무림맹을 능 가하고 있었다. 이 집마부는 외형상 십마천(十魔天)이라는 거대한 10개의 세력이 연 합하는 형태로 이루워져 있었는데 각각 천(天) 지(地) 인(人) 금(金) 목(木) 수(水) 화(火) 토(土) 일(日) 월(月) 마천이라는 명칭을 사용 하고 특히, 이중 천마천인 중원마교와 지마천인 혼패부의 세력이 가장 거 대해 여타 팔마천의 형세를 제압하고 있었다. 따라서 당금에 있어 집마부는 바로 천마천인 중원마교와 지마천인 혼패부가거의 대등한 수준으로 이끌어 가고 있다고 알려져 있으며, 혹자는 집마부주를 십여년이상 역임하고 있는 추천상의 영향력으로 인해 오히려 혼패부의 세력이 더 강할 것으로 추측까지 하고 있었 다. 하지만 실제로 들여다 보면 꼭 그것만은 아니였으니..... 이는 추천상은 개인적 성향에 기인한다고 하겠다. 본래 성격이 담백하고 사심이 없는 추천상은 자파인 혼패부의 세력 확장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으며 단지 범 마도계의 단합에만 관심과 노력을 기울였던 것이다. 더욱이 추천상의 유일한 후계자인 추명이 무혈절맥이라는 희귀한 병 에 걸려 무공을 전혀 익히지 못하는 데다 갑자기 추천상마저 3년폐 관을 선언하고 칩거해 버리자 혼패부는 단합의 구심점을 찾이 못하 고 지리멸멸하고 있었으며 이틈을 타 각세력들은 서로간 세력확대를 위해 암투를 벌이고, 절대자의 공백을 틈타 하부세력에서는 각종 비 열한 범죄가 다시 성행될 조짐을 보이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던 차에 패황 추천상이 한달전 갑자기 폐관을 풀고 나타나게 되 었으니... 사람들은 모두들 이제 패황 추천상이 다시 집마부를 정비할 것을 믿 어 의심치 않았다. 그러나 복귀한 추천상이 정작 추진한 일은 전혀 엉뚱한 일이였으 니..... 그는 바로 옥수마룡 진백송을 자신의 후계자로 삼음과 동시에 그와 자신의 딸인 추수빈과의 혼인을 선포해 버린 것이였다. 물론 그는 진정한 후계자가 없음으로 인해 그와 같은 고육지책을 선 택한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정작 그를 알고 있는 사람들은 그같은 일에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었으니...추천상의 평상시 성격으로서 그 런 정치적인 계산이나 타협하고는 거리가 워낙 멀었던 까닭이였다. 여하튼 결정은 내려졌고....그래서 지금 마교최대의 혼사가 벌어지게 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사실 이와같은 일들을 이야기하는 남궁하의 표정은 그리 밝 지 않았으니.... 그녀는 자신의 친구인 추수빈을 걱정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녀에 따르면 추수빈은 결코 진백송을 마음에 두고 있지 않다는 것 이다. 추수빈은 그야말로 전형적인 여인으로 야망을 위해 진백송을 선택할 성격도 아니고...그저 부친의 완고한 뜻을 거절할 수 없어 마 지못해 이번 혼인을 준비하고 있다고 하였다. 현무는 이러한 자세한 내막을 이곳까지 오는 동안 남궁하를 통해 들 었고 새삼 이집마부의 복잡한 세력관계의 복잡함에 머리가 아팠지 만 정략결혼의 희생자라 할 수 있는 환상비연 추수빈이라는 여인에 대한 연민을 동시에 느끼고 있었다. (허허, 패황 추천상이 과연 세인들이 말하는 것처럼 영웅인가? 그가 뜻하는 바가 무엇인지 알수는 없지만 진정한 영웅이 어찌 자신의 딸 을 희생시켜 그것을 얻으려 한다는 말인가...?) 현무는 이런저런 여러 가지 생각에 별 다른 대화없이 그저 집마부의 정문을 향해 기계적으로 걸었고 또한 남궁하도 막상 이곳에 이르자 새삼 추수빈의 처지가 생각나는 지 그저 침울한 표정으로 묵묵히 걷 고 있을 뿐이였다. 집마부의 정문에는 위맹한 느낌을 주는 수비무사들이 지키고 있었으 나 이미 남궁하의 방문을 통보받았는지 그들은 간단히 방명목에 서 명만 한 후 내부로 안내받아 들어갔다. 한참후, 그들은 한 아담한 소축에 안내되어 갔다. "남궁소저, 이곳이 도대체 어디요? 객사는 아닌 것 같은데....." 현무는 저녁도 되었고 하여 자신들이 바로 객사로 안내될 것으로 생 각하고 있었는데 이곳은 너무 조용했고 더욱이 탈속한 듯 고아하면 서도 정결한 느낌을 주고 있었으니 이는 분명 개인이 특정한 관심과 애정을 갖고 가꾸었을 것으로 일반 객사는 아닐 것으로 생각했기 때 문이였다. 아닌게 아니라 현무의 질문에 남궁하는 쌩긋 웃으더니 대답하였다. "호호, 오늘 형은 경국지색의 미인을 만나실 수 있을 거예요........물 론 내일이면 다른 사람의 부인이 될 터이지만......" "아니, 그렇다면 이곳이 바로 그 추소저의 거처?" "짐작대로예요. 당연히 경사집에 와서는 그 주인공을 먼저 만나야지 요" 이러한 이야기들을 나누는 사이 그들은 어느새 그 소축앞에 도착하 였는데 마침 소축에서는 한 녹의를 입은 무척 아름다운 여인이 좌우 에 시녀인 듯한 소녀들과 함께 막 나오고 있었다. 그 여인은 한 이 십세 정도로 보였고, 약간은 야윈 듯 했으나 마치 달빛을 타고 막 하강한 선녀처럼 신비스럽고 청초한 미가 돋보였다. 현무는 첫눈에 그녀가 바로 환상비연 추수빈임을 알 수가 있었다. (허! 세상에 이렇게 아름다운 여인이 많을 줄이야, 더욱이 이 여인은 유선이나 남궁하와는 또 다른 향기가 느껴지니 마치 한떨기 수선화 를 본 듯한 느낌이 바로 이런 것일까?) 현무가 이렇듯 은근히 그 녹의여인에 대한 품평을 하고 있는 사이 그녀는 남궁하를 발견한 듯 얼굴에 미소를 띠우며 빠른 걸음으로 달 려왔다. "호호, 왜 이리 늦었니? 너를 기다리다 눈이 빠질뻔 했다" 이에 남궁하도 반가운지 마주 다가서며 녹의여인 즉 추수빈의 손을 마주 잡으면서 장난스럽게 웃었다. "히히, 그럴일이 좀 있었지. 그나저나 내일이면 결혼할 새색시가 나 를 눈이 빠지게 기다렸다는 말은 좀 어폐가 있는 것 같은데......" 추수빈은 남궁하의 이러한 이야기에 약간 표정이 어두워 지고 침울 해진 듯한 기색을 보였으나 곧바로 안색을 회복하였다. 그리고 남 궁하를 잡은 손에 더욱 힘을 주었다. "하지만, 나는 새롭게 맞이할 신랑보다 네가 더 좋은 걸 어떻하니?" "허참, 얘는? 그러한 소리를 만일 네 신랑이 들으면 나에게 질투를 하겠다" "흥, 할테면 하라지...." 이렇게 이야기하다 추수빈은 문득 남궁하의 옆에 한 청년이 서 있는 것을 보고 남궁하에게 나지막하게 속삭였다. "참, 너와 함께 온 멋있는 청년은 누구니? 처음 보는 것 같은데......" 그러자 남궁하는 현무를 쳐다보며 손짓하며 불렀다. "형! 이리 좀 와봐요! 내 형에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미인을 소개시켜준다고 약속했 지? 바로 얘가 환상비연 추수빈이예요" 이에 현무는빙그레 웃으면서 다가왔고 남궁하에게 그의 정체를 물 었던 추수빈은 막상 남궁하가 직접적으로 자신을 소개하자 얼굴을 살짝 붉혔다. 아마 남궁하와는 다르게 이 여인은 상당히 여성적인 심상을 지니고 있는 듯 하였다. "하하, 반갑습니다. 저는 현무라 합니다. 청하지 않았는데 이렇게 불 쑥 찾아와 죄송합니다" 현무가 이렇게 인사를 건네자 추수빈은 얼굴을 붉힌 가운데에도 마 주 미소를 지어 보이며 가볍게 고개를 숙여 답례했다. "무슨 말씀을.... 하아(霞兒)가 모셔온 손님이면 저에게도 귀빈이지요. 저는 추수빈이라 합니다" 이렇게 현무와 추수빈이 인사를 나누는 사이에 소축의 문이 다시 열 리며 힘은 없으나 무척 밝은 청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니, 빈아! 남궁소저가 왔으면 어서 모시고 들어와야지 지금 이 오 빠를 기다리다 지쳐 죽게할 참이냐?" 갑작스런 소리에 모두의 시선은 소축쪽으로 향했다. 현무가 보니 지금 막 소축에서 한 백의청년이 만면에 활짝 웃음을 머금고 걸어나오고 있었는데, 비록 상당히 말랐고 또 심약하게 보이 긴 하나 창백한 얼굴에 은은한 기품이 흐르고 더욱이 두 눈에는 깊 은 지혜의 빛이 일렁거리고 있었다. (음, 추낭자의 오빠라면 바로 구전병서생으로 알려져 있고 집마부주 의 아들인 추명인 모양이군) 현무는 첫눈에 그가 추명일 것으로 생각했는데 이 세상에 추수빈을 동생이라 부르며 더욱이 그와같은 용모를 지닌 사람이라면 뻔한 것 이 아니겠느가? 이때 추명을 발견한 남궁하는 얼굴에 반가운 기색을 하며 그에게 다 가갔다. "추오라버니, 오랜만이예요." "하하, 그래 너무 오랜만이구나! 그동안 통 안보이다가 이렇게 수빈 이 혼인식이 되니 오긴 오는 모양이구나! 자, 이렇게 밖에서 이야기 하지 말고 어서 안으로 들어가자" 이러한 추명의 제의에 일행은 안으로 향했고 그사이 남궁하의 중재 로 현무은 그와 인사를 교환했음은 물론이다. 안으로 들어가 자리를 잡은 후 남궁하와 추명남매는 평소부터 상당 히 절친한 사이인 듯 화기애애한 분위기속에 상당히 많은 이야기들 을 하였는데 이중에서도 현무가 많이 대화에서 소외되는 듯 하자 추 명남매는 자꾸 현무를 대화속으로 끌어들이려 노력했고 마침 현무도 이들 남매의 첫인상이 무척 좋아 자연스럽게 이들과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특히, 이들은 비록 혼인이라는 최대의 경사를 맞이하고 있었으나 남 궁하의 이야기처럼 그렇게 기쁜 행사만은 아닌 듯 그 쪽에 관한 이 야기들은 의식적으로 회피하려는 경향을 보였고 따라서 화제는 처음 의 안부말이외에는 주로 무림에 관한 이야기들이였다. 따라서 현무로서는 자연스럽게 대화에 끼여들긴 했으나 무림에 대하 여 별로 경험도 또 아는 것도 별로 없었는데 추명이 자꾸 그에게 말 을 시키자 현무는 별 수 없이 자신이 항주에서 경험했던 일들을 이 야기 해 주었는데..... 추명남매는 물론이고 남궁하까지 자신들이 평소 경험해 보지 못한 이야기에 흥미로와 했다. "참, 현공자께서는 우리들의 안계를 한 번 넓혀주시지 않겠소?" 현무의 강호경험에 대한 이야기가 끝나자 문득 추명이 현무의 무공 이 궁금한 듯 그에게 무공을 한 수 보여줄 것을 요청하였다. "참, 좋아요. 소녀도 한 번 보기를 원하는데요!" "형, 다들 소원인데 한수 보여주시지요" 마침 현무의 무공에 대하여 궁금하던 추수빈이 합세하였고 또한 남 궁하마저 현무의 난처한 지경을 배려하지않고 현무를 독촉하였다. 하지만 현무는 보통사람들도 아니고 강호의 최대 후기지수들인 이들 앞에서 절기를 전개하는 것이 조금 어색해 망설이고 있었는데 그들 의성화가 계속되자 마침내 승낙하고 말았다. "좋습니다. 까짓거 제가 못한다고 흉보실 분은 여기에 안 계실 것 같으니........" 현무는 이렇게 이야기를 한 후 무슨 절기를 전개할까 잠시 생각해 보았는데 아무래도 일반적인 무공보다는 초극무예를 전개하는 것이 이들에게 조금더 흥미롭지 않을까 하였다. 마침 탁자에 놓인 꽃들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이에 현무는 꽃을 한참 보더니 다시 시선을 돌려 추수빈을 바라 보 았고, 그리고 다시 꽃을 보고 추수빈을 보기를 되풀이 했다. 이에 당사자인 추수빈은 얼굴을 빨갛게 붉힌 채 차마 그의 시선을 마주보지 못하고 고개를 숙이고 말았으나 남궁하는 현무의 이러한 태도에 짙은 호기심과 우려를 동시에 느꼈 다. (어허! 이번에는 또 무슨 짓을 하려고.....) 하지만 이 때 현무는 무언가 생각을 마친 듯 더 이상 추수빈을 바라 보지 않고 그저 고요한 표정으로 탁자에 놓인 꽃들을 응시하기 시작 하는 것이였다. 아! 그런데 잠시 후 갑자기 꽃들이 서서히 허공으로 솟아 오르기 시 작하는 것이였다. 그러더니 마치 꽃들에게 생명이라도 있는 듯 허공에서 서서히 움직 여 현란한 춤을 추기 시작했다. 이를테면 화무(花舞)라 할 수 있을텐 데, 그 움직임이 빨랐다. 느렸다 하면서 절묘한 곡선을 그리며 남궁 하와 추수빈, 그리고 추명의 주위를 맴돌면서 춤을 추기 시작했다. 빨간꽃 노란꽃 하얀꽃들이 서로 엇갈리기도 하고 서로 기묘하게 합 해지기도 하면서 연출하는 춤은 그대로 환상적인 광경을 연출하고 있었다. 그러더니 마침내 현무가 "얍!"하며 가볍게 기합을 주자 그 꽃들은 손살같이 전면의 벽을 향해 날아갔는데 개개의 꽃잎들이 떨 어져 나와 마치 거짓말처럼 벽속에 깊숙히 박혀 수많은 글귀를 형성 하였다. 석입성도채운간(夕入成都彩雲間) 금일가인월하봉(今日佳人月下逢) 오색만화분분유(五色萬花紛紛遊) 의시하연해어화(疑是賀然解語花) 환상적인 아름다움과 놀라운 절기에 이은 절묘한 시 한수! 이에 사람들은 너무 감탄한 나머지 박수치는 것도 잊은 듯 했다. 묵묵히 이를 보고 있던 추수빈이 고운 목소리로 이를 따라 읊조렸 다. '저녁에 성도에 들어설 때 노을이 그리 곱더니 오늘 달빛아래 아름다운 여인을 만났네 오색의 아름다운 꽃들이 분분히 휘날리는 건 아마도 말하는 꽃을 축하하는가 싶구나' 번 호 : 8362 게시자 : 윤원중 (re5280 ) 등록일 : 1999-05-05 10:35 제 목 : [연재] 천부외경 28* 그녀의 커다란 눈에는 어느새 이슬이 한방울 맺히고 있었다. 그녀는 이번 혼사로 인해 무수히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또한 그들 에게 수없이 축하의 말들을 들었지만 오늘처럼 감동적인 축하는 정 말 처음이였다. 하지만 정작 그녀는 감사의 말보다 눈물부터 쏟아져 내리고 있었으니 원치않는 결혼을 해야만 하는 여인의 슬픔인가? 자신의 축하시를 읊조리던 추수빈이 갑자기 눈물을 흘리자 현무로서 는 무척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특히 이미 남궁하를 통해 그녀 의 처지를 들은 바 있었던 그로서는 그저 그녀의 아름다움을 칭찬하 고 말 건데 괜히 축하한다는 내용을 포함시킨 건 아닌지하는 후회까 지 들었다. 그러나 이러한 좌중의 분위기를 감지한 추수빈은 애써 눈물을 감추 고 현무를 향해 웃음을 지어 보였다. "죄송해요. 현공자님! 감히 상상하지도 못했던 아름다운 축하를 받고 보니, 그만 감격했나봐요!" 그러자 남궁하와 추명도 현무에게 다가서며 그의 절기며, 절묘한 작 시에 대하여 칭찬하기 시작했다. 서둘러 분위기를 전환하려는 의도 였던 것이다. 그러나 이러는 과정에서도 남궁하는 현무의 솜씨에 대해 은근히 감 탄을 금치 못하고 있었은데, 사실 탁자의 수많은 꽃들을 허공에 띄우고 이들을 이리저리 옮기는 것은 어느정도 무공에 능통한 고수라면 능공섭물 등의 방법을 통해 얼마든지 시전이 가능한 절기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현무의 경우처 럼 그 여러 가지 꽃들을 자유자재로 속도와 방향을 조절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는 일이였다. 여기에는 극히 고강한 공력과 또 이를 극 도로 세밀하게 운영할 수 있는 운용법이 필요하기 때문이였다. 게다가 현무는 이러한 운공의 과정에서 절묘한 축시(祝詩) 한수까지 지었던 것이니 그의 운공능력 뿐만아니라 뛰어난 문재(文才)에 대해 감탄하지 않을수 없었던 것이다. (정말, 이 사내는 짐작키 어렵게 만들군. 내가 짐작키로 그의 무공수 준은 나와 비슷한 것 같은데.....저러한 절기는 나로서는 감히 어찌할 수 없을 것 같으니......후후, 그렇고 비록 세상의 사람들이 나에게 총 명하다하여 천혜옥인이라는 별호를 지어 주었지만 만약 나라면 그 짧은 시간안에 저토록 아름다운 시를 지을 수 있을까?) 그러나 사실 남궁하는 현무의 무공을 평가하기 위해서 가장 기본적 이라할 수 있는 현무의 초극무예를 전혀 짐작조차 못하고 있었으 니..... 아무리 총명한 그녀라할 지라도 혼란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여하튼 현무의 절기시전은 그리 않해도 현무에 대하여 상당한 호감 을 느끼고 있던 추명 남매로 하여금 더욱 감탄하고 탄복하게 만들었 다. 특히, 추수빈은 현무의 순수함과 밝음, 그리고 인간적 향기와 잠 재된 능력에 단순 탄복 이상의 감정까지 느끼고 있었으니 현무를 바 라보는 그녀의 아름다운 눈동자에서는 안타까운 빛이 흘러나오고 가 슴 저 깊은 곳에서부터 아련한 아픔이 밀려들었다. (하늘은 왜 유독 나에게만 이리 무정한 것일까? 부친의 명을 거역하기 힘들어 차마 원치않는 결혼을 결심했지만..... 과연 이 일이 옳은 길인가? 진정 하아가 부럽구나. 중원천지를 자유롭게 주유하면서 또 현공자 와 같은 훌륭한 분이 옆에 있으니.....) 추수빈의 아름다운 얼굴은 자신도 모르게 수심의 빛이 가득했다. 이 를 보고 있던 추명, 남궁하, 현무의 마음에는 어찌할 수 없는 안타까 움이 흐르고 가슴속 저 깊은 곳에서부터 찡하는 울림이 전해져왔다. 하지만 모든 것이 결정되어 버린 후, 그들은 단지 그녀의 처지를 안스러워할 뿐이였다. 그러나 추수빈은 잠시후 마음을 추수리고 애써 미소를 지어 보였다. "참, 현공자님! 언제 기회가 된다면 저에게도 그러한 절기를 가르쳐 주시겠어요?" "하하, 수빈소저와 같은 가인의 부탁이라면 언제든지 환영입니다. 그 러나 사실 이 절기를 배우려면 무척 고통스러우실텐데..." 그러자 옆에있던 남궁하가 짐짓 얼굴을 찡그리며 현무에게 항의했 다. "아니, 형은 수빈의 부탁만 들어주고 저의 부탁은 안 들어 주실거예 요?" 현무는 갑자기 어린아이처럼 떼를 쓰는 듯 말을 하는 남궁하의 의도 를 충분히 알 수 있었다. 그리하여 그는 약간 우수쾅스러운 표정을 지어 보이며 말을 받았다. "후후, 그건 안되겠소. 난 수빈낭자의 결혼식에 왔는데 마침 아무런 선물이 없어 대신 부탁을 들어주려 하는 것인데... 대신 남궁소저도 결혼을 하시오. 그러면 내 선물대신 한가지 부탁을 들어주지요" "허허, 이제보니 현공자께서는 결혼을 앞둔 여인들. 즉 남의 여자가 될 여인들에게만 부탁을 들어주는 묘한 취미가 있군요. 내 미처 몰 랐소이다" "하하, 그게 또 그렇게 되나요?" 잠자코 있던 추명이 다시 한마디를 거들었고 이에 현무가 기묘하게 웃으며 머리를 긁적거리자 다시 좌중은 화기로운 웃음이 감돌았다. 그리고 잠시 후, 그들은 자리를 이동해야만 했다. 바로 내일의 주인 공인 진백송과 추수빈이 신주십출 등 비교적 가까운 벗들을 위하여 연회를 베풀기로 하였기 때문이였다. 물론 현무는 자신이 낄 자리가 아니라며 사양했지만 추수빈이 거듭 권하고 있었다. "사실 우인(友人)이라 해 봐야 저로서는 여기 있는 하아를 제외하고 는 별로 친한 사람도 없어요. 그리고 이젠 현공자님과도 상당히 친 해 졌잖아요? 그 곳에 있는 그 어떤 사람들 보다도요!" "허허, 추소저께서 저를 잘 봐주시니 고맙기는 하오만,,,,," 그러자 남궁하가 나서며 그의 팔을 잡아 끌었다. "그러면 됬어요. 그 자리의 주인공이 간절하게 초대하는데 그 누가 가타부타 하겠어요?" "허 참, 이거 순 강제로군...." 결국 현무는 남궁하에 이끌려 발길을 옮기면서도 투덜거리고 있었 다. 이를 보고 있던 추명의 입가에는 훈훈한 미소가 감돌았다. 모처럼 사람들의 정이 느껴지는 보기 좋은 광경이였던 것이다. 그러나 무림인과는 거리가 있는 그는 연회에 참석하지 않고, 대신 연회가 끝난 후 현무에게 잠깐 자신의 거처에 들려달라는 말을 했 다. 이번 혼인식에는 명색이 마도 최고의 경사로 인정되는 만큼, 무척 많은 하객들이 모여들었다. 공식적으로 중원무림맹에서도 사절을 보내왔고 각 방파에서도 많은 인물들이 왔을 뿐 아니라 마도계에서는 기라성과 같은 고수들이 대 거 참석하였음은 물론이다. 또한 혼인당사자인 두사람이 모두 신주십출에 속해 있었기 때문에 특히, 무림의 젊은 기재들이 대거 참석하였는데 신주십출중 신품공 자 북궁휘, 달마검협 무유, 천혜옥룡선 제갈청운, 비류옥봉 북궁지, 화중화 소연 등이 참석해 당사자인 진백송과 추수빈, 그리고 남궁하 까지 포함하면 남해패검 후궁예와 북해신녀 설지를 제외한 모든 사 람이 참석한 것이였으니 그야말로 굉장한 행사였던 것이다. 이러한 내용은 연회장으로 향하면서 특히 강호경험이 별로 없는 현 무를 위해 추수빈이알려준 사항이였는데 현무는 막상 많은 사람들 이 올 것으로 예상은 하였으나 이렇듯 많은 사람이 왔다는 사실에 우선 놀랐고, 달마검협 무유가 와 있다는 사실에는 기쁨을 그리고 신품공자 북궁휘가 왔다는 사실에는 호기심을 동시에 느꼈 다. "하하, 오늘 강호에서 유명한 젊은이들은 모두 만나 보게 되겠군. 이 거 영광인데....?" 물론 현무가 그들을 만난다고 하여 영광으로 생각할 사람은 아니였 다. 하지만 이러한 현무의 농담을 진담으로 받아들인 남궁하등은 못 마땅한 표정이였다. "흥, 뭐 그들이 삼두육비라도 되는 줄 알아요? 만나는 것이 영광이 게....?" 이에 현무는 그녀의 이러한 반응이 재미있어 짐짓 그렇지 말라는 투 로 말을 하였다. "그들이야 말로 강호무림의 차기를 책임질 수 있는 영웅들이지 않 소? 그러니 나같은 촌뜨기에게는 그야말로 영광일 수밖에...." "참, 내.... 형이 왜 촌뜨기야? 내 보기에는 그들보다 백배는 낫다! 수 빈! 내말이 잘못되었니?" 남궁하는 자신의 말을 증명이라도 해 주라는 듯 추수빈을 걸고 들어 갔는데 이미 현무의 의도를 짐작하고 있던 추수빈은 그만 웃음을 터 뜨리고 말았다. "호호, 하늘의 지혜를 지녔다는 하아의 말이 왜 틀리겠어?" 그러자 추수빈의 어조에서 이상한 감을 느끼고 얼핏 현무를 쳐다본 남궁하는그제서야 현무가 자신을 놀리는 것을 깨닫고 매서운 눈초 리로 현무를 노려 보았다. "이크! 왜 그처럼 무서운 눈빛으로....." 질겁한 듯 한발자욱 물러서는 현무, 하지만 그의 가슴속에는 그녀에 대한 따뜻한 마음이 물밀 듯 밀려들 고 있었다. 추수빈의 말처럼 하늘의 지혜를 지녔다는 남궁하가 현무의 단순한 농담을 하나 눈치채지 못하는 건 그만큼 그녀의 가슴속에 현무가 소 중한 존재로 자리잡고 있다는 것을 이야기 해 주고 있었던 것이다.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는 사이에 그들은 어느새 연회장에 도착하였 다. 이미 그 곳에는 십여명의 젊은이들이 모여 있었는데 현무와 추 수빈, 그리고 남궁하가 들어서자 모든 사람들이 일어서서 그들을 맞 이했다. 물론 그들의 대부분이 남궁하와 추수빈을 맞이한 것이였지만 그 중 무유만은 현무 앞으로 다가와 그의 손을 덥썩 잡았다. "하하, 아우도 왔군! 그리 않해도 이처럼 큰 경사에 혹시 아우가 오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었는데.....강호초행 한달만에 최고의 미인들을 대동하고 나타나다 니, 놀랍군. 정말" "하하, 무유형! 그동안 별고 없으셨습니까?" 기껏해야 그와 헤어진 지 채 한달도 되지 않았는데....그들은 마치 한 몇 년을 못 만난 것처럼 반가워 했다. "참, 이러고 있을 것이 아니라 일단 자리에 앉지!" 이렇게 이야기하며 무유는 현무를 잡아끌고 자신의 옆자리에 앉게 했다. 그러자 남궁하도 쪼르르 달려와 현무의 옆좌석에 앉았는데, 추수빈 만은 오늘의 주인공인지라 앞쪽에 특별히 마련된 좌석에 앉을 수밖 에 없었다. "안녕하세요! 무대협!" "허허, 평소에 보기 힘들었던 남궁소저까지 오시고....그런데 남궁소 저께서는 언제부터 우리 현아우와 그렇게 친해 지셨소?" "글쎄요? 한 오년정도 된 것 같은데요...!" 이에 무유는 고개를 갸우뚱 하였다. 현무에게서는 그런 이야기를 못 들었기 때문이였다. 바로 그 때 저 쪽에서 그들을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무선배, 그리고 남궁여협! 그 분이 도대체 누구신지 우리에게도 좀 소개시켜 주시지 않겠소?" 이들이 대화를 중단하고 그 곳을 바라보니 그는 바로 오늘의 주인공 중의 하나인 진백송이였다. 사실 이들 신주십출은 무공이 뛰어날 뿐 아니라 대부분 당금 무림에 서 내노라하는 명문세가의 출신들이였다. 그래서 그런지 오만했고, 자존심들도 강해 다른 사람들과는 잘 어울리지 않았는데 갑자기 자 신들만의 좌석에 엉뚱한 사람이 출현하게 되자 자연 그쪽에 관심을 쏟게 되었던 것이다. 더욱이 그는 나타날 때부터 오봉중 단연 돋보이는 남궁하와 추수빈 과 함께 등장했으며 또 여간해서는 감정표현을 잘 하지 않던 무유에 게 거의 이끌리다 시피 해서 등장했으니 이들이 궁금해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에 무유는 현무의 팔을 이끌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 사람은 본인의 아우이자 동시에 친구입니다. 본래 나와같은 소 림하원 출신이였는데 특별한 사정으로 지금은 자유인이라 할 수 있 지요. 이름은 ........" 그러나 무유의 소개는 계속되지 못했다. 현무가 그를 제지하였기 때 문이다. "형님! 제가 직접하지요!" "그 것도 좋지!" 현무는 잠시 좌중을 훌터 보았다. 첫 눈에 이미 뛰어나 보이는 젊은 기재들! 그들은 호기심이 가득한 눈빛으로 현무를 바라보고 있었다. 현무의 조용한 목소리가 시작되었다. "반갑습니다. 신주십출이라 용과 봉과같은 최고 후기지수들이라 들 었는데 막상 여러분들을 대하게 되니 결코 허언이 아닌 것을 잘 알 것 같군요. 저는 현무라고 하며, 그저 잔재주 몇 가지를 가지고 강호 를 떠돌아다니는 무부에 불과합니다. 아직은 강호의 무명소졸(無名小卒)이며, 풋내기에 불과하니 많이 도 와주시기 바랍니다" 지극히 간단하고 겸손한 소개였다. 이에 사람들은 그의 출신이나 배경, 무공수준 등에 대해 궁금한 것 이 많았으나 그렇다고 처음 본 사람에게 꼬치꼬치 물을 수도 없었 고, 더욱이 그 자리는 진백송과 추수빈의 혼인을 축하하는 자리였기 에 모두들 참는 것 같았다. 번 호 : 8363 게시자 : 윤원중 (re5280 ) 등록일 : 1999-05-05 10:36 제 목 : [연재] 천부외경 29* 하지만 그 자리에는 궁금함을 참지 못하는 여인이 하나 있었다. "잠깐만요! 현공자께서는 혹씨 신화군주 유선언니를 아세요?" 너무나 갑작스런 질문인지라 현무는 잠시 주춤거렸다. 그 때 옆에 있던 무유가 전음으로 현무에게 이야기 해 주었다. '그녀는 바로 북궁휘의 동생으로 비류옥봉 북궁지라고 하지! 지난번 내가 무맹에 들렸을 때 우연히 저들과 유소저와 만난 적이 있었는데 그 자리에서 자네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던 거야! 원래 성격이 천방 지축이니 신경쓰지 말고 상대만 해줘' 현무는 북궁지를 향해 빙그레 웃으며 대답하였다. "아! 북궁소저였구려. 그런데 신화군주 유선이라 하면 일전에 본인이 도움을 받은 적이 있었습니다" 이러한 엉뚱한 질문과 대답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저 어리둥절 할 수밖에 없었으나 당시 그 자리에 있었던 북궁휘 등은 새삼스러운 눈 빛으로 현무를 바라보았다. 특히 북궁지는 마치 새로운 흥미거리라도 발견된 것처럼 두 눈을 반 짝거리고 있었으니.... (어? 이것봐라! 조금 잘 생겼을 뿐, 겉으로는 별로 뛰어나 보이지 않 는 사람인데, 왜 그를 아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뛰어난 인물들이지? 달마검협은 동문이였다니 그렇다 하더라도 신화군주 유선이나 천혜 옥인 남궁하등이 어찌 시시한 인물을 기억하고 또 호기심을 표현할 까? 후훗, 재미있겠어. 한 번 연구해 봐야지.....) 북궁지는 사람을 보는 안목은 별로 없었지만 대신 눈치와 심리파악 은 뛰어났던 것이다. 여하튼 갑작스런 현무의 출현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호기심을 느끼고 나름대로 그에 대한 평가를 하고 있었으나, 정작 현무 본인은 소개를 마친 후 이러한 사람들의 반응에는 관심이 없다는 듯 그는 곧바로 무유와 남궁하와 어울려 이런 저런 이야기들 을 나누며 즐겁게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아니, 그런데 남궁소저는 왜 자꾸 현소제를 형이라고 부르지?" "그건, 제가 현무형을 친구로 알고 또 그렇게 사귀고 싶기 때문이죠. 그냥 소협이나 공자란 호칭은 너무 먼 것 같아 싫고, 비록 현형의 나이가 나보다 두 살이 많다 하더라도 그렇다고 오빠라고 부르기도 싫고.... 후후 그저 그런 거지요. 뭐!" "하하, 그렇지만 다른사람이 볼 때는 이상하지 않겠나?" "치, 저는 그런 것 상관않해요. 안 그렇나요? 형!" "하하, 맞습니다. 남궁소저와 저는 비록 성별차이는 있으나 친구로 지내기로 했습니다. 호칭이야 아무러면 어떻습니까? 그저 편하면 되 지...." 그때 갑자기 그들의 이야기에 끼여드는 사람이 있었다. "호호, 그렇다면 저도 형이라고 불러도 될까요? 현공자님!" 현무는 갑자기 여인의 영롱한 목소리가 들려오자 약간 놀라며 뒤 돌 아보았다. 아! 그런데 어느새 그들 뒤에는 북궁지가 와 있는 것이 아닌가? 그 녀 역시 오봉의 일원답게 극히 아름다운 미모를 지니고 있었고, 마 치 여왕처럼 화려한 의복에 화사한 용모을 지니고 있었다. 얼핏보면 남궁하보다 훨씬 아름다을 정도로 그녀의 미모는 화려했고 눈부신 것이였다. 현무는 갑작스럽게 다가와 말을 건 북궁지의 대담함에 놀라며 약간 당황스러운 기색이였지만 북궁지가 대담한 시선으로 현무를 계속 바 라보며 대답을 요구한 듯 하자 마지못한 듯 대답을 하였다. "저로서야 북궁소저가 저를 벗으로 대해 준다면 그야말로 영광이지 요" 그러자 북궁지는 반갑다는 듯 생긋 웃으며 곧바로 입을 열었다. "호호, 고마워요. 그럼 저는 이제부터 현공자의 벗이네요. 그렇다면 친구로서 현공자에게 한가지 부탁하고 싶은 일이 있는데 들어주시겠 어요?" 북궁지는 마치 계획한 듯이 빠르게 이야기 하였고 이를 보고 있던 남궁하가 가볍게 눈쌀을 찌뿌렸다. "아니, 지매! 도대체 무얼 하려고?" 그러나 북궁지는 이러한 남궁하의 말을 마치 못들은 척하며 현무에 게 다시 이야기했다. "저의 부탁은 별로 어려운 것이 아니예요. 단지 지금 이 자리에 있 는 모든 사람들이 모두 현공자의 무공에 대하여 궁금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이번 기회에 저희들의 안계를 좀 넓혀주시지 않겠어요?" 현무는 갑작스런 그녀의 제의에 조금 황당해 했지만 짐짓 미소를 지 으며 대답하였다. "물론 북궁소저의 부탁이니 들어 주어야 하겠지요. 하지만 지금 이 자리는 진공자와 추소저의 혼인을 축하해 주기 위한 자리인데.... 공 연히 분위기만 버릴까 싶소!" 그러나 북궁지는 결코 그만두려 하지 않았다. "호호, 누가 감히 현공자님의 절기를 흉보겠어요? 게다가 좋은 자리 이니 현공자님께서 축하의 의미로 묘기를 한 수 보여주시란 이야기 지요!" 게다가 이젠 제갈청운이나 진백송까지 북궁지의 의견에 찬동하고 나 섰다. "하하, 저희들도 사실 현공자의 절기가 보고 싶습니다" 그러자 현무는 더 이상 사양할 수 없었다. (쳇, 오늘 이 현무가 완전히 원숭이가 되는 날이구만.....) 내심 투덜거리면서도 현무는 엉거주춤 자리에서 일어날 수밖에 없었 다. "무릇 무인은 무공으로 사귄다니 이젠 별 수 없군요. 부득불 잔재주 를 부려 보는 수밖에....혹시 부족하더라도 욕은 하지 마시오." 이렇게 이야기 한 현무는 그러나 무공을 전개할 생각은 안하고 술과 음식들이 가득쌓인 식탁을 노려보고만 있었다. '아니, 저 자가 무엇을 하고 있지? 갑자기 배가 고파 졌나?' 처음에는 현무의 얼굴만 보고 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의아한 표정으 로 식탁으로 향했다. '도대체 무엇이 있길래' 그러나 그들의 의아한 시선은 곧 놀람으로 바뀌어 지고 있었으니... 바로 자신들 앞에 놓인 술잔은 가만히 있는데 그 안에 들어 있던 술 만 덩실 허공으로 떠오르고 있었던 것이다. "허어, 놀라운 능공섭물의 절기군...!" 이를 보고 있던 진백송이 무심코 소리쳤다. 그러나 상황은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허공으로 떠오른 술들은 일단 하나로 합쳐졌고, 잠시 후 가느다란 물줄기 모양으로 길게 늘어지더니 마침내 서로 가닥가닥 분리가 되 어 두 개의 글자를 형성하는 것이였다. 華 婚 이라는...... 허공중에 술줄기로 형성된 기이한 글자! 이는 마침 넘실대는 황촛불의 빛에 반사되어 영롱하게 반짝거리고 있었다. "아! 아름다워...." 북궁지의 입에서 감탄이 터져 나왔다. 그러나 그 것도 순간, 갑자기 술줄기 한쪽 끝으로부터 불길이 일어나는가 싶더니 삽시간에 술줄기가 아닌 불줄기로 변해 버리는 것이였다. 파르스름한 불길로 형성된 화혼이라는 글자! 그것은 두 사람의 결혼이 그 불줄기 처럼 밝게 타올라야 한다는 것 을 말해주고 있는 것 같았다. 이 때 현무의 입에서는 커다란 소리가 터져 나왔다. "하하, 신랑께서는 화주(火酒)를 한 잔 마셔야 합니다." 이에 사람들은 도대체 그게 무슨 말인가 의아하게 생각하고 있었는 데 혼인 혼(婚)자를 이루고 있던 불이 붙은 술덩어리가 하나로 합쳐 짐과 동시에 곧바로 진백송의 얼굴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였다. 그러자 진백송이 호탕하게 웃으면서 입을 크게 벌렸다. "하하하, 이 처럼 멋있는 축하주를 내 안 마신다면 평생 후회할 거 요!" 그러면서 그는 입을 통해 흡기(吸氣)를 운용했는데 그러자 화주덩어 리는 곧바로 진백송의 목안으로 넘어가고 말았다. "어머나!" 이를 보고 있던 여인들이 기겁을 하였지만 정작 불덩어리를 먹은 진 백송은 태연하게 안주를 집어 먹고 있었다. 홀로 남은 화려할 화(華)자만 마지막 열기를 발하며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하하, 정말 멋 있는 절기였소! 절정에 이른 능공섭물에 이화접목, 그리고 삼매진화까지......" 북궁휘가 아낌없는 칭찬을 하며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곧 이어 우뢰와 같은 박수소리가 뒤 따르고 모두들 현무의 절기에 한마디씩 찬사의 소리들을 하였다. 이러는 가운데 북궁휘가 뚜벅뚜벅 현무의 좌석으로 걸어오더니 술한 잔을 따라 주는 것이였다. "하하, 정말 놀라운 솜씨였소! 우리 앞으로 한 번 잘 사귀여 봅시다. 나, 북궁휘요" 이에 현무는 서슴없이 그 술잔을 받았다. "후후, 감사하오이다. 하지만 신주제일이라는 북궁공자의 칭찬을 감 히 감당할 수 있을 건지......" 잠시 현무와 북궁휘의 시선이 마주쳤다. 날카로우면서도 마치 바늘로 찌르는 듯한 예기가 느껴지는 북궁휘의 눈빛, 그리고 그저 담담히 맑은 빛만 흘려내는 현무의 눈빛 현무는 단지 눈빛이였지만 거기에서 북궁휘의 놀라운 무공 수준을 짐작할 수 있었다. (으음, 무유형의 이야기가 결코 과장된 것이 아니군.....) 하지만 이러한 현무를 바라보는 북궁휘는 조금 의아하게 생각되었 다. 자신이 읽을 수 있는 현무의 공력수준은 이갑자 정도, 물론 그 정도만해도 충분히 중원오룡에 필적할 정도이긴 하나 방금 전에 전개한 수법은 그 이상의 수준이 필요했던 것이다. (후후, 그 방면에 특별히 노력을 했던 것이겠지....) 이렇듯 서로 마주보고 있는 두 사람의 마음은 각각 다른 것이였으나 그래도 서로에 대해 감탄하는 마음은 같았다. 북궁휘는 내킨 김에 현무의 맞은 편 좌석에 앉아 버렸고, 현무를 비롯한 무유, 남궁하등과 술잔을 교환하면서 대화를나누었 다. 그러나 이 때 현무는 북궁휘에 대하여 약간 상반된 느낌을 받고 있 었다. 한편으로는 예상보다 훨씬 뛰어나 보이는 그의 기세와 무공수준에 찬탄을 금치 못하는 반면, 다른 한편으로는 무림 최고의 배경을 지녔고 무엇하나 부족할 것이 없을 것 같은 그에게 어쩐지 음울한 그늘과 함께 기이한 분위기가 느껴지는 것이였다. 야망과 날카로운 발톱을 감추고 웅크리고 있는 맹수들에게서나 느낄 수 있는 그런 기이한 느낌이...... 하지만 겉으로 보기에 그는 여전히 호탕하고 시원시원한 호걸이였 고....이에 현무는 자신의 이러한 느낌이 그저 잘못된 것으로 치부한 채 그와 술을 나누며 대화를 하였다. 그 때 진백송도 그들 쪽으로 건너왔다. "하하, 현공자의 화주는 내 이제껏 마셔본 술 중에서 가장 맛있는 것이였소이다. 이번에는 내 술잔을 한 번 받아 보시오!" "이거 오늘의 주인공께서 주시는 술잔을 소생이 어찌 거절하겠소?" 사실 이 연회의 중심은 바로 진백송과 북궁휘라 할 수 있었다. 한 사람은 집마부의 후계자이자 연회의 주인공이였고, 다른 한 사람은 마치 군계일학처럼 빼어난 중원최고의 기재였으니 그 중심축이 자연 히 이들에게로 기울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정작 이들 두 사람이 현무를 찾아 오는 바람에 묘하게 연회 의 중심이 이제는 현무가 되어 버렸다. 이제 강호에 갓 출도한 풋내기인 그가 기라성같은 기재들 사이에서 중심이 된다는 것은 상당히 의외라 할 수 있었는데.... 이에 사람들은 조금 기이하게 생각하면서도 단지 그가 독특한 절기 를 구가했고 또 새로운 사람이라 그런 것으로 간주했다. 다만 이중 남궁하만이 그러한 점을 조금 기이하게 생각하고 있었을 뿐이였다. (도대체 그의 매력이 어떤 것일까? 북궁휘처럼 강함도, 제갈청운처 럼 총명함도, 무유처럼 호탕함도 없는 것 같은데.....그를 만나는 사람 들은 모두 그를 좋아하는 것 같으니.....) 그녀의 이러한 마음속에는 자신도 포함되어 있었다. 수없이 강호를 주유하면서 무수한 사람들을 만났건만 결코 같은 또 래의 사내에게 그와같은 호감을 갖은 적이 없었으니..... 이러는 가운데 어느듯 밤은 깊어 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시간, 북궁휘가 일어서서 말을 하였다. "허허, 이거 내일 대사(大事)를 치를 사람들을 너무 오래 잡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제 그만 해방시켜 주지요?" "하긴 그래야 겠지요" 북궁휘의 의견에 몇 사람들이 맞장구를 쳤고, 마침내 연회는 끝이 났다. 모두들 신랑 신부에게 다시한번 다가가 축하의 말을 건넷고 서로 뿔 뿔히 헤어져 자신들에게 배정된 숙소로 향했다. "다시한번 두 분의 혼인을 축하합니다. 부디 행복하시길 빌겠소!" "현공자, 오늘 만나서 정말 즐거웠소! 그리고 생각하지 못했지만.... 저희 혼인식에 참석해 준 점 감사드리고요" "현공자님! 정말 고마워요" 잠시 추수빈과 현무의 눈이 마주쳤다. 그리고 곧바로 떨어졌다. 하지만 현무는 그 짧은 순간, 추수빈의 아름다운 눈 속에 아련한 습 막(濕幕)이 형성되고 무언가 호소하는 듯한 빛깔을 읽을 수 있었다. (어허! 가장 행복해야 할 신부가.......) 돌아서는 현무의 마음속에서는 깊은 탄식이 터져 나왔다. 번 호 : 8364 게시자 : 윤원중 (re5280 ) 등록일 : 1999-05-05 10:46 제 목 : [연재] 천부외경 30 '후후, 오늘 하루는 꽤 바빴고 변화가 많았던 하루였군!' 숙소에 도착한 현무는 하루를 회상하며 안락의자에 몸을 묻었다. 삼 일에 거친 여행길에 미처 쉴 틈도 없이 연이어 많은 사람들을 만나 고 상당히 많은 술까지 마셨으니 아무리 무인이라 할 지라도 피곤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현무는 미처 휴식할 틈도 없었으니, 추명이 잠시 보자고 사 람을 보낸 것이였다. '아참, 그렇군! 추명이 밤에 잠깐 보자고 했지....!' 현무는 다시 하인을 따라 나섰다. 다행이 추명의 거처는 그리 멀지 않는 곳에 있었고 추명은 술상까지 보아놓고 현무를 기다리고 있었다. "하하, 어서오시오. 내 눈이 빠지는 줄 알았소! 그래 연회는 즐거웠 소이까?" "저야 뭐 즐겁고 말고 할 일이 있겠습니까? 단지 추소저의 마음이 편하지 않은 것 같아서......" 동생 이야기가 나오자 추명의 얼굴이 잠깐 흐려졌다. 그리고 그의 입에서 깊은 한숨이 터져 나왔다. "할 수 없지요. 이제와서 어쩌겠소? 그래도 진백송의 성품이 그 동 생과는 달리 순후해 참고 살면 그런대로 괜찮을 것이요" "그에게 동생도 있소이까?" "배다른 동생이 하나 있지요. 진흑송이라고....... 하지만 그는 진백송과는 달리 실로 무서운 인물이요. 아무도 그의 의중을 알 수 없을 정도로....." "그래도 그는 중원오룡에 포함되지 않았는데....." "그게 바로 그 자의 무서움인 것이요. 집마부내에서도 자신의 무공 을 감추고, 전혀 앞에 나서지는 않지만 그 가슴속에 예리한 칼날을 숨기고 있는 것이요" 현무가 잠시 기이한 표정으로 추명을 바라보았다. 이에 추명은 씁쓸하게 웃으며 말을 하였다. "후후, 나가 그와같은 사실을 어떻게 아느냐 이거지요? 사실 나는 선천적으로 병약해 무공을 익힐 수 없는 입장이지만, 아 마 하늘이 이를 불쌍히 여기셨나 특이하게 사람의 내면을 볼 수 있 는 심안을 주셨소! 아직 그 것이 하늘의 혜택인지 알 수는 없지만..." 현무는 추명의 어조에서 불우한 천재의 안타까움을 읽을 수 있었다. 완벽한 사람을 의미하는 십전(十全)에서 무공을 익힐 수 없는 병약 한 신체를 지니고 있었기에 구전병서생(九全病書生)이란 명호가 붙 은 추명, 특히 그는 마도의 제황이자 집마부의 지존인 패황 추천상의 독자였 기에 더욱 불운한 것이였다. 정통무가에 있어 무공을 모른다는 사실 은 아무리 다른 능력이 뛰어나다 하더라도 결정적인 흠이 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기에.... "혹시 다른 사람들도 추형의 그러한 능력을 아시오?" "글세 아는지 모르는 지는 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아직 아무에 게도 이야기한 적은 없지요" "그렇다면 앞으로도 이야기 않는 것이 좋겠습니다. 누가 자신의 마 음을 알고 있다는 것은 결코 유쾌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지요. 특히 비밀이 많은 사람들은 더욱 그렇지요" "저도 요즘에는 그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자, 그 것보다 우선 제 술한잔 받으시지요!" 현무는 술보다는 과연 추명이 무슨 까닭으로 이처럼 밤 깊은 시간, 그것도 단 하나뿐인 동생의 결혼식 전날 자신을 청했는지가 궁금했 지만 그저 묵묵히 술잔을 기울리면서 그가 말을 꺼내기만 기다렸 다. "사실 소제가 현형을보자고 한 까닭은 다른데 있습니다" 한참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던 추명이 마침내 얼굴을 심각하게 굳힌 채 말을 하였다. "물론 저도 짐작하고 있었습니다. 구전병서생이 단순히 술이나 마시 고자 저를 부르지 않았을 것이라는 걸......" 막상 서두를 꺼낸 추명은 잠시 망설이는 듯 하였으나 잠시후 다시 이야기를 시작하였다. "사실 현형도 이번 혼사가 결코 단순한 경사만은 아니라는 걸 짐작 하셨을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본래 혼인이란 사람에 있어 가장 기쁜 경사가 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렇지 못한 건 이번 혼인식이 철저 히 당사자의 의사를 무시하고 전격적으로 이루워진 데 있습니다. 비록 진백송이 마도의 최고 후기지수이며, 신주십출에 속해있으나 우리 빈아와는 평소부터 별로 어울리지 않았던 사람입니다. 그런데 아버님은 그 누구보다 사랑하는 자신의 딸의 의사를 단한번 도 물어보지 않은 채 전격적으로 이들의 혼사를 결정해 버린 것입니 다. 물론 아버님께서는 그 정도면 빈아의 신랑감으로 별로 손색이 없다고 생각하셨을 지 모르죠. 더욱이 명색히 후계자를 지명하면서 최소한 자신과 인척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셨을 지도......" "아니, 그렇다면 직접 물어 보시지 그랬습니까?" 이러한 현무의 이야기는 당연한 의문이였다. 그들은 다른 사람들도 아닌 부자지간, 부녀지간이 아닌가? 그러나 추명은 씁쓸하게 웃으면서 고개를 저었다. "당연하지요. 우리가 그 소식을 듣고 가장 먼저 한 일이 바로 아버 님을 찾아 간 것이지요. 그런데 우숩게도 아버님은 저희들의 면담을 거절해 버린 것이요. 아니, 현형! 도대체 이게 믿어지는 일이요? 2년이상을 폐관한 아버님이 폐관을 푼지 3개월이 지났건만 단 한차 례도 저희 오누이를 만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그게 정말이오까?" 추명의 이야기는현무에게도 전혀 의외이였다. "제가 어찌 현형에게 빈말을 하겠소? 더욱이 평소에 아버님과 저희들과는 아무런 문제도 없었으니..... 그야말로 기가막힌 일인 것이요" "그렇다면 이번 일에 무슨 흑막이라도...?" "그렇습니다. 여기에는 분명 흑막이 있습니다. 우선 부친께서 아무런 예고나 상황변화도 없는데 갑자기 폐관을 단축하고 출관한 것부터 그렇고, 무엇보다 그이후 사람이 완전 변해 버렸으니....." "그렇다면 혹씨 추형께서는 집마부주에게 무슨 변고가 있는 것으 로.....?" 막상 이렇게 이야기 했지만 현무는 자신이 말을 잘못한 것 같았다. 바로 추명의 부친에 대하여 변고를 거론한 것도 적절하지 않았고 추천상하면 바로 마도계의 하늘이자 천하이대고수중 일인인데 과연 이처럼 평온한 상황에서 변고가 가능한 가 하는 점이다. 그러나 정작 추명은 현무의 이야기에 서슴없이 동의를 표하고 있었 다. "예 맞습니다. 무척 많은 생각들을 해 보았지만.... 그 이유밖에 없습니다. 변고까지는 아니더라도 필히 무슨 곡절이 있 을 거라고....결코 정상적인 상태에서 결정을 내린 것은 아닐 거라는 것이 저의 결론입니다." "앗, 잠깐" 갑자기 현무가 추명의 말을 중단시키더니...좌측에 나 있는 창문을 향해 날카로운 지풍을 날렸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그의 신형이 마 치 유령처럼 그 자리에서 사라져 버렸다 "아니, 현형...도대체 왜?" 갑작스런 현무의 태도변화에 추명이 깜짝 놀라며 말을 했지만 이 때 이미 현무는 창문을 뚫고 지붕위에 올라가 있었다. 현무는 추명의 이야기 도중 창문밖으로부터 가는 숨소리를 들었고 바로 그 순간 일선지와 함께 절세적인 금강부동신법을 전개해 이곳 지붕위로 올라온 것이였다. 이는 거의 순간적으로 발생한 일이였고, 더욱이 금강부동신보의 빠름을 생각한다면 현무는 곧바로 그숨소리 의 주인공을 발견해야만 했었다. 그러나 막상 현무의 눈에는 아무것 도 띄이지 않았으니...... 그러자 현무는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급히 천안통을 전개해 전후좌우 을 살폈다. "혹씨, 저자가...?". 순간, 번쩍거리는 현무의 눈에는 멀리 수십장밖에서 어둠속으로 사 라져 가는 검은 인영의 형체가 들어왔다. 그러나 그 형체는 곧바로 현무의 시야에서 사라져 갔다. 그도 그럴 것이 아무리 천안통을 익 힌 현무지만 칠흑같은 어둠속에서 검은 옷을 입은 사람을 그렇게 멀 리까지 볼 수가 없었던 것이다. 순간 현무는 그 인영을 추적해야하나 잠시 망설였다. 아무리 그가 빠르더라도 현무의 금강부동신법이라면 능히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이 기 때문이였다. 그러나 현무는 이곳이 집마부인 이상 단지 손님에 불과한 자신이 함부로 행동하기도 그렇고 또한 아래에 남아 있는 추 명에 대한 걱정 때문에 이내 모든 걸 단념하고 다시 추명의 방으로 돌아왔다. 다행이 추명은 무사한 채 불안한 표정으로 창문부근을 서성거리고 있었다. (휴, 다행이군. 최소한 그는 추명을 노린 것은 아니고....허나 그렇다 하더라도 암암리에 우리를 감시했을 터인데...누가 감히 집마부주의 아들인 추명을 감시한단 말인가?) "아니, 현형 도대체 무슨 일이요?" 현무는 자신이 듣고 보았던 사실에 대하여 설명을 해주었다. 그러나 막상 추명은 별로 놀란 기색이 없었다. "후후, 짐작하고 있었지요. 필히 그들이 나나 수빈의 주위를 감시하 고 있을 것으로...." "그들이라면....?" "바로 아버님에게 변고를 생기게 한 자들 말이요. 이미 내 짐작가는 바가 있으니 확신이 서는대로 현형께 다시 이야기 하지요." 그 때 갑자기 추명이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현무를 향해 무릅을 꿇었 다. "아니, 추형! 갑자기 왜 이러는 거요?" 갑작스런 추명의 행동에 깜짝 놀란 현무가 황급히 그를 부축해 일으 키려 하였다. 그러나 추명은 현무의 부축을 거절한 채 현무를 바라보았다. "아니요. 현형! 제발 저를 막지 말아 주십시오" 무언가 결심한 듯 그의 입술은 앙 다물어 져 있었고, 그의 눈빛은 간절한 빛으로 가득찼다. 그러자 현무는 더 이상 그를 만류하지 못한채 가벼운 한숨과 함께 그의 맞은편에 마주 무릅꿇고 앉았다. "휴,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이렇게 까지 할 필요는...." 이에 추명은 당치도 않다는 듯 현무를 일으켜 세우려고 했으나 이미 현무의 눈빛도 더할나위없이 강해져 있던터라 미처 행동에 옮기지 못한 채 말을 시작했다. "현형, 내 비록 오늘 현형을 만났지만....염치 불구하고 내 형에게 부 탁을 드리고자 하오" "말씀하시지요. 내 힘이 닿는 한....." "휴... 이미 형도알고 계시겠지만 저는 선천적인 절맥으로 무공을 익히지 못했으며.....이제 남은 수명이래봤자 겨우 2년에 불과하오." "아니, 그게 정말이요?" 현무는 비록 그가 선천절맥으로 무공을 익히지 못하는 허약한 체질 이라는 것은 알았지만 그렇다고 그의 수명이 2년도 못 남았다니....너 무 놀라고 당황스러워 이렇게 반문했다. 그러나 정작 추명은 씁쓸하게 웃을 뿐이였다. "후후, 그렇다고 그런 표정은 짓지 마시오, 내 비록 과거에는 이와같 은 불행에 대하여 절망과 비통에 빠지고 세상에 원망도 많이 한 것 은 사실이오. 하지만 지금에 와서 내 마음은 담담하기 그지없으며, 하늘이 내린 천명에 순응할 준비가 다 되었소. 하지만...하지만 현형, 내가 이렇게 무기력하고 또 남은 시간도 별로 없으니.....지금 우리 가문에 닥친 불행을 어찌한단 말이요? 분명 부친에게 무슨 일이 있는 건 확실한데, 무능력한 이 추명은 아 무런 행동도 취할 수 없소. 그리고 혹 부친에게 불행한 일이라도 있 었다면...홀로 남은 우리 불쌍한 빈아를 누가 있어 보살펴 주겠으며, 그 누가 있어 따뜻한 말한마디라도 해 주리오?" 말을 이어가는 추명의 두눈에는 어느덧 눈물이 맺혔다. 누구보다 불행한 숙명을 떠 안고 있었으나, 항상 웃음을 잃지 않고 있었던 추명이였지만 부친의 변고여부도 확인하지 못한채 단 하나 뿐인 누이동생을 불행의 한가운데로 보내야하는 상황에 처해서는 결국 눈물을 보이고 만 것이다. 이에 현무로서도 이들 처지가 기가 막혔고 안타깝기 그지 없었다. 처음에 추수빈의 결혼과 관련된 이야기를 들을 때만해도 현무는 단 지 부친의 강요에 의해 맘에 들지않는 혼처와 결혼을 해야하는 그리 드물지 않는 상황을 연상했었다. 하지만 막상 추명의 이야기를 듣고 나니 이건 상황이 심각해도 보통 심각한 것이 아니질 않는가? 주변정황을볼 때, 마도의 제황 추천상에게 무슨 변고가 있는 것 같 고 직계후손들에게는 감시까지 붙어 있었으니.... 추명의 이야기는 계속되었다. "사실, 이제 갓 만난 현형에게 이러한 이야기를 터 놓고, 더욱이 이 렇게 부탁까지 하게 될 줄은 소제도 몰랐소. 하지만 현형이라면 어 쩐지 이 모든 것을 이해해 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소. 더욱이 전혀 눈치를 못 챈 사이에 이 모든 것이 바뀔정도 상황이니 제가 주변에 있는누구를 믿겠소?" "보잘 것 없는 저를 그처럼 믿어 주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그렇다면 제가 무엇을 어떻게 도와드리면 될까요?" "은밀히 한 사람을 찾아 주시오. 그분은 바로 아버님의 유일한 스승 이자 후원자라 할 수 있는 분으로....사실 아버님께서 영원한 숙적이 자 오히려 우리 혼패부보다 강하다고 할 수 있는 중원마교를 누르고 마도를 제압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그 분의 무공을 일부나마 사 사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라 해도 과언은 아니요." "아니, 세상에 그러한 분도 있단 말이요?" "후후, 세상에는 기인 이사(奇人 異師)가 많다고 합니다. 그 분은 본 래 명리를 초월하여 신선의 도를 닦던 사람인데....저도 자세한 것은 잘 모름니다. 단지 그가 장춘곡이라는 곳에 은거하고 있다는 것과 그저 무명산인으로 불리운다는 사실 외에는..... 사실 그 분의 연세가 워낙 많아 지금까지 살아 계실지 모르지만 지금으로서는 유일한 희 망이니....) "좋습니다. 내 필히 그 분을 찾아 보지요. 그럼 그 분을 만나 어떻게 해야 됩니까?" "제가 드린 이 증표를 그 분께 드린후 자세한 상황설명과 함께 도움 을 청해 주시면 됩니다" 말과 함께 추명은 품속에서 대나무가 그려진 자그마한 동패를 하나 꺼내어 현무에게 건네 주었다. 이에 현무는 무심코 이를 받아 품속에 넣은 후 다시 그를 향해 말했 다. "그밖에 또 제가 도와줄 일은 없겠소?" "만일 기회가 된다면 우리 빈아를 좀 보살펴 주시기 바라오. 부친도 없고 또 저마저 없다면 그애는 그야말로 천애고아, 진씨일가에서도 홀대할 것이 틀림없는바, 만일 그 애가 도저히 못 견디어 한다면 그 애를 탈출시켜 주시고 그렇지 않더라도 따뜻하게 좀 감싸주시기 바 랍니다. 사실 그 애는 무공도 뛰어나고 인물도 빼어나 사람들이 모두들 부러 워 하지만 알고보면 무척 불쌍한 아이요. 모친의 사랑도 변변히 받 아 본 적 없고, 엄한 부친 밑에서 응석한번 부려보지 못했으니까요. 내 소원은 그아이가 훌륭한 남자를 만나 그의 사랑을 듬뿍 받고 행 복해 주길 바랬는데....일이 이렇게 되어 버렸으니..... 휴우, 여하튼 이제 갓 만난 현무형에게 이런 부탁을 해 정말 죄송합 니다. 일이 성사되건 되지 않건 내 이 은혜는 잊지 않으리다. 현생에 서 갚을 수 없다면 내생에서라도 필히...." 이윽고 추명의 거처를 나서는 현무는 마음이 무겁기 그지 없었다. 번거로운 부탁을 받아서가 아니라 추명남매의 처지가 너무 딱했던 까닭이였다. 일반 사람들이 보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으며 오히려 부러움을 사고 있는 그들 남매, 하지만 그 이면에는 그와같은 복잡 한 사정이 있었으니..... 게다가 마도계의 제황 추천상에게 무슨 변고가 있는 것이 분명하다 면 이 일은 단지 추천상 개인이나 그의 가족들의 문제가 아니라 바 로 천하의 안위와 직접 연관되는 중대한 사건인 것이다. (후우, 여하튼 추명의 생각이 단지 기우(杞憂)이길 바랄 수밖에....) 번 호 : 8365 게시자 : 윤원중 (re5280 ) 등록일 : 1999-05-05 10:47 제 목 : [연재] 천부외경 31 다음날 계획대로 추수빈과 진백송의 결혼식이 개최되었다. 추천상은 이번 행사를 명실공히 마도계의 단합과 화합을 위한 계기 로 삼으려는 듯 마도계 뿐만아니라 백도계와 정사중간적 인사들을 모두 초청한 가운데 성대하게 치루었으며, 추수빈도 현무의 우려와 는 달리 밝은 표정으로 내외귀빈들을 맞이했다. 그러나 끝이 없는 잔치란 없는 법! 혼인예식이 끝난후 일부 하객들 이 떠나더니 축하연이 끝나자 대부분 떠나갔다. 하객들이 떠나간 잔 치집은 옛날과 하나도 달라진 것이 없었으나 어쩐찌 쓸쓸한 분위기 가 감도는 듯 했다. 그러나 현무를 비롯한 무림의 젊은이들은 대부분 남았는데 이는 그 날밤 신랑신부 우인들을 위한 공식축하연이 별도로 준비되어 있었기 때문이였다. 단지 북궁휘와 무유를 포함해 갈 길이 바쁜 몇몇 젊은이들만 양해를 구하고 집마부를 떠났을 뿐이였다. "형, 정말 갈거요?" "하하, 미안.....나라고 해서 왜 자네하고 같이 머물고 싶지 않겠나? 하지만 사문의 임무는 공적인 것. 대신 내가 일이 끝나는대로 반드 시 자네을 찾겠네" "어? 내가 어디에 있는 줄 알고....." "개방이 있지 않는가? 자네의 움직임이 결코 개방의 정보망을 완전 벗어나지는 못할 걸세" 우인들을 대상으로 한 결혼 피로연도 무사히 끝났다. 신랑신부는 박수로 이들을 보내는 친구들에게 손을 흔들어 보이고 나란히 신방에 들었으며, 현무는 그들 모두와 헤어져 다시 혼자가 되었다. 그리고 서서히 어둠이 밀려들었다. 어쩌면 위선일 수도, 가식일 수도 있는 인간관계에서 벗어나 다시 혼자가 된 현무, 그는 막연히 창가에 서서 한 없이 깊어가는 어둠을 바라보고 있었 다. 문득 그는 이 어두움의 깊이가 얼마나 되는지 궁금해 졌다. 마치 지옥의 무저갱처럼 끝이 없는 어두움! 과연 이 어두움에는 끝이 있는 걸까? 그러다 그는 자신의 터무니 없는 생각에 픽! 하고 실소를 터뜨리고 말았다. (후후, 공간이 아니라 시간인 것을..... 어차피 새벽이 오지 않으면 결코 끝나지 않는 것이 어둠이거늘....... 하지만 공간과 시간은 어차피 연결되게 되어 있는 것이 아닐까? 어둠의 두께를 재기위해 무작정 달리다 마침내 새벽이 오면 그곳이 끝이 아니겠어? 물론 그 두께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이번에는 갑자기 추수빈의 우수에 찬 얼굴이 떠올랐다. 자신을 바라보는 맑은 눈동자, 하지만 그 깊은 곳에는 알 수 없는 슬픔과 하지못한 말들이 있었다. (과연 그녀는 나에게 무슨 말을 하려고 했을까?) 그러나 현무는 애써 추수빈의 영상을 지워 버렸다. 아무리 추명이 자신에게 그녀를 부탁했다지만 이미 그녀는 진백송의 아내였기 때문이다. 이러한 생각에 잠겨있다 문득 현무는 자신이 이처럼 한가하게 있을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일이면 이곳 집마부를 떠날 예정인데, 정말 추명이 말한 것처럼 무슨 내밀한 음모가 진행되고 있다면 이를 알아볼 시간이 오늘밤 밖에는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이와같은 생각이 들자 현무는 급히 시녀를 불렀다. 그리고 그녀에게 자신이 조금 피곤하여 일찍 잠에 들겠으며 아무런 방해도 받고 싶지 않다는 이야기를 한 후 그는 곧바로 불을 끄고 정 좌를 하고 앉았다. 바로 초극무예중 육신과 영혼을 분리시킬 수 있는 영정이체술을 시 전하려한 것이였다. 그의 영정이체술은 아직 4성수준에 머무르고 있으나 이미 그 요체는 깨닫고 있는 상황이라서 전개하는데는 이상이 없었고 단, 그 전개시 간이 조금 짧을 뿐이였다. (시간은 단 한시진 뿐이다. 그 안에 본체로 돌아와야지 그렇지 못하 면 나는 영영 본체를 갖을 수 없게된다) 이와같이 자신의 마음속에 주의사항을 새기면서 현무는 서서히 무아 의 경지에 들어갔다. 약간의 시간이 흘렀을까? 현무는 문득 자신의 영혼이 본체에서 분리 되는 듯한 야릇하고 황홀한 감각을 느끼게 되었다. 그리고 곧바로 현무는 천장에 떠서 정좌하고 있는 자신의 본체를 바라볼 수 있게되 었다. '사람이 죽으면 저렇게 본체를 놔둔채 영혼만 승천하는 것일까? 기 분이 참 이상하군. 그러나 너무 상쾌해!' 본체에서 이탈한 현무는 잠시 허공을 맴돌다 곧바로 방밖으로 나갔 다. 육신이 아닌 영혼인지라 그는 전혀 공간적 장애물에 제한을 받 지 않아 그대로 벽을 뚫고 나왔으며 나무며 건물이며 무조건 투과해 그대로 일직선으로 날아갔다. 그가 가장 먼저 들린 곳은 바로 부주의 거처인 패황부였다. 바로 추 명의 의견처럼 추천상에게 무슨 변고가 있는지를 확인하려 하는 것 이다. 다행이 그는 혼인식에서 추천상 등 집마부 핵심인사를 확인할 수 있 었으며, 폐황부는 집마부의 중앙에 웅장한 규모로 우뚝 서 있었기 때문에 현무로서는 쉽게 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예상외로 추천상의 거처는 너무 조용했다. 수많은 하객들이 찾아 왔고, 당연히 오늘같은 밤이면 추천상은 몇몇 절친한 하객이나 친척들과 술이라도 한잔 하고 있어야 했다. 그러나 정작 추천상은 자신의 연무실에서 좌정을 한채 무공연마를 하고 있었으며 그의 주위로는 삼엄한 경계가 펼쳐지고 있었다. 그중 특히 그의 지척지간에서 은밀히 호위하는 다섯명의 무사들은 칼날같 은 예기를 흘려내며 철저한 경계를 펼치고 있었는데 개개인의 무공 이 거의 자신과 필적할 정도로 추측되었다. 그 자체로는 아무런 이상이 없었으나 전체적인 맥락을 따져볼 때 분 명 기이한 일이 한두가지가 아니였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현무가 추천상에게서 느끼는 감은 지극히 정상 적인 것이였으니.....그에게서는 마도계의 제황답게 극강한 기세가 뿜 어 나오고 있었고, 절대자로서 위엄과 고독감까지 베어 나오고 있었 던 것이다. 그에게서는 마공을 연마하다가 마성에 빠지게 되었다던가 정신에 이 상이 생겼다는 어떠한 이상징후도 발견되지 않았으며, 절대자의 기도로 볼 때 쉽사리 다른 사람이 그를 가장하고 있다고 판단내리기도 모호했다. 또한 그가 누군가에게 감시당하고 있는 것도 같지 않았다. (그렇다면 추명의 추측이 잘못되었다는 말인가?) 그러나 현무가 선뜻 그렇게 판단내릴 수도 없는 것이 추명이 거짓말 을 하지 않는 이상 그의 행태는 결코 정상이 아님은 분명했다. 그렇다면 역시 가장 가능성이 많은 것은그가 가짜라는 것이다. 그 것도 추천상의 기질이나 기도까지도 가장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자 에 의해서..... 이에 현무는 그의 변장여부를 더욱 정밀히 알아보기 위해 바로 추천 상의 코 앞에 바싹 접근했다. 그런데 바로 그순간 추천상의 두 눈이 번쩍 뜨이며 현무를 노려보는 것이였다. '이크! 들켰나' 현무는 기겁하여 뒤로 두어장 물러났다. 그러나 이미 추천상으로부터 강력한 기파(氣波)가 현무를 향해 밀려 들고 있었다. 이에 현무는 급히 좌측으로 영체를 이동시켰다. 육신이 아닌 영체였고, 본래 영체의 움직임은 마음만 먹으면 곧바로 이동하는 것이여서 그의 움직임은 그야말로 전광석화와 같이 빨랐 다. 하지만 추천상이 발출한 기파의 영향권을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듯 그는 뒷머리 쪽으로부터 극렬한 통증과 함께 자신의 영체가 부르르 떨림을 느낄 수가 있었다. '으흑!' 그의 입에서는 자신도 모르게 신음소리가 터져 나왔으며, 그의 영체 는 그 자리에서 비틀거렸다. '이럴수가' 통증과 충격도 충격이였지만 무엇보다 현무는 영체의 존재도 발각이 가능하고 또 무공에 의해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에 크게 낙담 하였다. 하지만 추천상은 추가공격을 할 생각을 않고 황급히 수하를 부르는 것이였다. "묵상! 어디에 있느냐?" 그러자 갑자기 허공으로부터 한 인영이 떨어져 내려왔다, "부르셨습니까?" 짙은 패기가 물씬물씬 품어 나오는 흑의대한이였다. "무언가 요사스러운 기운을 느꼈다. 속히 이 부근을 샅샅히 수색하 라!" 이에 묵상의 얼굴에서 얼핏 의아한 빛이 흘렀지만 절대자의 명령인 지라 감히 지체하지 못하고 그의 명을 받들었다. "존명!" 곧이어 수비무사들이 부근으로 흩어지는 기척들이 일어났다. 이러한 사실에 현무는 조금 기이한 점을 느꼈다. 만일 그가 자신의 종적을 확실히 발견했다면 그와 같은 지시를 내릴 턱이 없이 바로 그에게 추가공격을 가해야만 했던 것이다. 이에 현무는 언제라도 후퇴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갖춘채 조심 스럽게 다시 추천상에게 접근을 해 보았다. 그런데 정작 이번에는 그의 존재를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비로소 현무는 상황을 추측해 낼 수 있었다. 바로 무인이 좌정수련을 할 때에는 모든 것이 영민해지게 마련인데 특히 추천상같이 극고한 무공을 수련한 사람들에게는 가히 초인적인 감각이 생기는 것이다. 따라서 그 상태에서는 극히 미약하나마 자신 의 영기(靈氣)를 느낄 수 있었으나 막상 좌정을 풀자 이목이 둔해 진 것이였다. 또한 본래 무림에는 드물기는 하나 배교출신 등 환술을 익힌자들이 있었고 그들에 대한 효과적인 공격수단을 찾다 보니 바로 기파(氣 波)를 이용한 공격수단이 개발되었는데....의외로 이 방법이 영체에도 통한다는 사실이였다. 현무는 이러한 판단을 하자 한편으로는 자신의 영정이체술이 여전히 유효함에 안심을 하면서도 앞으로 고수가 좌정수련을 할 때에는 조 심하여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으며, 다른 한편으로는 만일 육신이 영체를 공격할 수 있다면, 그 반대로 영체도 육신을 공격할 수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으음, 나중에 시간이 나면 한 번 연구해 보리라! 만일 그 방법을 발 견할 수 있다면 정말 유용한 수단이 될 것이니.....) 이러는 사이 어느새 현무가 영정이체술을 전개한 지 이각정도의 시 간이 흘러갔고 현무로서는 더 이상 아무런 사태나 이상한 점이 발견 되지 않자 그만 그 패황부를 떠나고 말았다. (언젠가는 의혹이 밝혀 지겠지....) 그러나 막상패황부를 벗어난 현무는 어디로 향해야 할 지 망설여 졌다. 생각같아서는 집마부내 제2인자이며 동시에 중원마교의 교주 인 파천마 진자량을 염탐하고 싶었지만 그의 거처는 패황부와 다르 게 특색이 없는 것인지 쉽게 찾을 수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는 그저 불이 켜져 있는 곳을 찾아서 무작정 몸을 움직이 기 시작했다. 연인원 3만여명이 거주한다는 거대한 집마부의 전각들! 하지만 그 곳에서는 각양각색의 일들이 전개되고 있었다. 누가 지켜보고 있는 지도 모른 채 입에 침을 튀겨가며 상위자를 욕하는 자! 부내 순찰을 한답시고 끊임없이 여인들이 거주하는 곳들을 훔쳐 보 는자! 창고와 같은 음침한 곳에서 은밀히 만나 방사를 벌이는 탕남탕녀들! 무언가 비열한 음모를 꾸미는 자! 입가에 게기름을 흘리며 자위행위를 하는 자! 물론 현무도 남자인지라 가끔씩 여인의 목욕하는 장면이나 남녀가 방사하는 장면에 시선이 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목적이 있었고 시간의 제약이 있던 그는 본능적 호기심을 억 제한 채 발길을 옮겨야만 했다. 그러다 보니 그의 입에서는 자연 한숨이 새어 나왔다. '휴우! 이러다가 언제 진자량의 거처를 찾나? 말을 할 수 없으니 누구를 하나 잡아 물어볼 수도 없고......' 번 호 : 8366 게시자 : 윤원중 (re5280 ) 등록일 : 1999-05-05 10:48 제 목 : [연재] 천부외경 32* 그런데 바로 그 순간 저 멀리서 '삐이익!'하는 날카로운 호각소리가 들려오더니 잠시후 급박한 종소리가 집마부 전체를 울렸고, 수비무 사들의 일부가 황급히 어디론가 이동하는 것이였다. '갑자기 무슨 일이지?' 이와같은 갑작스런 사태에 호기심이 동한 현무의 발길은 자연히 수 비무사들이 몰려가는 방향으로 향하게 되었다. 그러나 현무가 미처 반도 채 못 갔는데, 다시 그의 좌측 건물로부터 또 다른 소동이 터져 나왔다. 역시 급박한 호각소리에 이어 누군가가 소리치는 소리. "큰일났다. 진소교주께서 살해 당했다" 현무는 깜짝 놀랐다. 진소교주라면 바로 오늘 혼인식을 치룬 진백송을 말하는 것이 아닌 가? 그런데 지금 신방에서 초야의 달콤한 시간을 보내고 있어야할 그가 엉뚱한 곳에서 살해를 당했다는 것이다. 이에 현무는 급히 그 곳으로 이동하였다. 그 곳은 건물과 건물을 연결하는 통로였으나 비교적 외지고 좁아서 평소에 별로 이용하는 사람들이 없을 것 같았은데...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횃불을 들고 모여 있었으며 그 한가운데에 혼례복을 그대로 입은 진백송이 파르스름한 얼굴로 누워 있었다. 그를 발견하고 경보음을 울렸던 사람들은 바로 경내를 순찰하는 수 비무사들 같았는데 그들은 그저 진백송의 시체를 둘러싼채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못한 채 그저 우왕좌왕만 할 뿐이였다.. 바로 그 때 우측의 건물에서 추수빈이 뛰어 나왔으며, 연이어 당주급으로 보이는 집마부의 간부가 도착했다. 수비무사들은 신속히 그들에게 길을 비켜 주었다. 당주급으로 보이는 황의중년인은 곧바로 진백송에게 다가가 맥을 집 어 보더니 추수빈을 보며 고개를 살래살래 저었다. "이미 숨이 완전히 끊어진 상태입니다" 추수빈은 마치 넋이나간 사람처럼 그저 멍하니 서 있을 뿐이였다. 그럴 수밖에.... 바로 그 날 그와 혼례를 치루었으며, 무언가 전갈을 받고 잠깐 나갔 다 온다던 사람이 미처 반시진도 되지 않아 시체로 변해 버렸으니,, 아무리 그에대한 애정이 없던 추수빈이라 할 지라도 망연자실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러는 사이 많은 사람들이 모여 들었다. 그리고 그 중에는 현무가 아는 얼굴들도 몇 명 포함되어 있었다. 그들은 바로 혼례식이 진행되는 동안 남궁하가 넌지시 알려주었던 인물들로서 집마부내에서 공식적인 3인자이자 제갈후상과 함께 천하 이뇌(天下二腦)로 불리우는 마뇌 후두평과 십마천(十魔天)중 인마천 주(人魔天主)인 갈명 등이였다. 그들은 한결같이 당황한 기색이였으며, 입을 한일자로 굳게 다문채 표정이 굳어 있었다. 그러나 언제까지 그러고는 있을 수 없는 일, 마침내 후두평이 입이 열렸다. "여당주!" "예, 군사!" 후두평 보다 먼저 와 있었던 40대 황의인이 그의 앞으로 나왔다. "진소교주의 시신을 그대로 환밀당의 빈청으로 옮기시오! 그리고 지금 즉시 집마부 내외에 천라지망을 전개하시오! 또한 당분간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모든 사람들의 출입을 금지시키시 오. 이건 비상사태니 추호도 착오가 없도록....." "예, 알겠습니다" 여당주가 후두평의 지시를 이행하기 위해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 다. 이번에는 후두평이 갈명에게 다가갔다. "갈천주! 이번 일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무공에 관해서는 추천상과 진자량외에는 그 누구에게도 양보하지 않 는다는 갈명, 그는 인마천인 사사천교의 교주답게 이러한 상황속에서도 굳강한 기 세를 흘리고 있었다. "혼례식 때문에 잠시 경계가 소홀했던 것 같소. 그나저나 이번 사건이 초래할 결과가 걱정되는 구려! 추명 대공자에 이어 이번에는 진소교주까지 살해당했으니...... 부주와 부부주의 진노를 어떻게 감당할 지....." 무심코 이들의 대화를 듣고 있던 현무는 기겁하도록 놀랬다. 갈명의 입에서 나온 말, 바로 추명까지 살해당했다는 것이 아닌가? '그렇다면 그 호각소리가...?' 현무는 비로소 당초 수비무사들이 몰려가던 방향이 추명의 거처쪽임 을 생각해 낼 수 있었다. 그러나 그 사이에도 후두평과 갈명의 대화가 계속되고 있었다. "그나저나 이 사실을 공녀에게 알려야 할지...." "아무래도 잠시동안이라도 보류함이 좋겠소! 그리 않해도 충격을 받 아 넋이 나가 있는데.... 친오빠까지 살해당했다고 한다면 어떻게 될 지 걱정이 앞서오!" 현무 역시 추수빈이 걱정이 되어 그녀를 살펴 보았다. 그녀는 여전히 망연자실 서 있었는데 아직 그들의 나눈 대화내용은 못 들은 것 같았다. 이 때 후두평이 그녀에게 다가갔다. "공녀께서는 일단 거처로 돌아가 안정을 취하시는 게 좋겠소! 상황이 정리 되는대로 바로 연락을 드리겠소!" 그러면서 그는 추수빈의 뒤에 시립해 있던 시녀에게 그녀를 모시고 가라고 지시했다. "일단, 우리도 환밀당으로 가 보아야 하지 않겠소?" "그래야 겠지요. 그리고 십마천주 회의도 소집해야 겠지요" 후두평과 갈명이 환밀당을 향해 몸을 날리자 현무도 잠시 망설이다 그들을 따라 이동했다. 이들이 옮겨간 환밀당(幻密堂)은 바로 집마부내 모든 정보를 관장하 는 기관으로 집마부의 서쪽지역에 위치하고 있었다. 환밀당의 외부는 무수한 횃불로 대낮처럼 밝혀져 있었으며, 수많은 수비무사들이 철통같은 경비를 펴고 있었다. 그 곳의 빈청에 안치된 두 구의 시체! 그리고 시신 주변에는 방금 도착한 후두평과 갈명을 포함해 환밀당 주 여강극 등 십여명의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후두평의 입이 열렸다. "여강주! 천라지망은 전개했소?" 여강극이 후두평에게 읍을 한 후 대답했다. "예, 곧바로 전개했습니다" "1차적인 사인(死因)은?" "대공자는 백도의 것으로 추정되는 세가지 무공에 의해 당했습니다. 그리고 진소교주에 대해서는 아직 조사를 못 했는데.....안색이 파르 스름한 것과 뒷머리의 상처를 고려해 볼 때 약물에 중독된 후 무언 가 둔탁한 무기에 의해 뒷머리를 가격받은 것 같습니다" "으음...!" 후두평의 입에서 침음이 흘러 나왔다. 아마 이번 사건의 여파를 걱정하는 것 같았다. 이 때 갈명이 여강극에게 말을 하였다. "그렇다면 지금 백도의 애송이들은 모두들 어디에 있는가?" "그들은 모두 객사에 있으며, 이미 무사들을 보내 그 곳을 봉쇄하라 고 했습니다" "좋아! 역시 여당주 다운 발빠른 조치군" 어디선가 여인들의 흐느낌소리가 들려왔다. 그러자 후두평이 차가운 음성으로 소리쳤다. "저 요사스런 울음소리들을 당장 중단시켜라! 그리고 이 일에 대해 서는 그 누구도 발설치 못하도록 하라!" "예, 알겠습니다" 이번에는 우람한 체구의 한 흑의인이 후두평에게 공손히 대답을 하 고 자리를 물러나는 것이였다. "잠깐, 모대장!" 흑의인이 후두평의 부르는 소리에 멈칫하며 돌아섰다. "그리고, 부내에 남아있는 백도의 인물들을 모두 체포하라!" "만약 그들이 반항을 하면 어떻게 할지...." 후두평이 잠시 머뭇거렸다. 그러나 그의 옆에 서 있던 갈명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런 자들은 모조리 죽여 버려라!" 이에 후두평이 잠시 이마를 찌뿌렸지만 별 다른 이야기는 하지 않았 다. "예! 명대로 거행하겠습니다" 흑의인은 후두평과 갈명에게 다시 예를 표한 후 명령을 이행하기 위 해서 재빠르게 방에서 벗어났다. 그러자 현무는 깜짝 놀랐다. 후두평의 명령이 그대로 이행된다면 결혼피로연 때문에 부중에 머물 던 대부분의 백도 젊은이들이 고스란히 체포될 것이기 때문이였다. 물론 여기에는 현무 자신도 예외가 될 수 없었고...... '이크, 큰 일이군! 일단 돌아가야겠다.' 이렇게 중얼거리며 현무는 신영을 옮겨 환밀당에서 벗어 났다. 그 때 갑자기 현무는 가슴으로부터 거대한 통증과 함께 자신의 영체 가 마구 흔들림을 느꼈다. (으윽, 아니 갑자기 왜 이러지...뭐가 잘못되었나......?) 전혀 경험해 보지 못한 미증유의 통증과 마치 영체가 부서지는 듯한 기이한 떨림에 현무는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문득 그의 뇌리를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 (시간 경과....!) 추명과 진백송의 피살이라는 갑작스런 사태변화에 그는 미처 자신이 반시진내에 자신의 본체로 돌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던 것 이다. 너무나 놀랐다. 고, 바로 그 순간 자신이 추명의 죽음이라는 너무 갑작스런 상황변 화에 미처 시간의 흐름을 잊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이에 현무는 입술을 앙당물어 극고의 고통을 이겨내며 황급히 영체 를 이동시켜 나갔다. 그러나 그러한 것은 마음뿐, 시간이 경과해 부 서질 듯 마구 진동하는 그의 영체는 이미 그의 통제를 벗어나 있었 고 생각처럼 빠른 이동을 할 수 없었다. "으아아아!" 육체적 고통과는 또다른 영혼의 아품, 그 아품은 인간의 인내로서 가히 참기 힘들 정도였던 것이다. 너무 극심한 고통으로 그의 의식은 가물가물해 지고 있었고, 그러자 그의 영체는 금방이라도 소멸되어 버릴 듯 지극히 파장이 높은 진동 과 함께 흩어졌다 다시 모였다를 반복하고 있었다. 그러다어느 순간 흩어진 그의 영체가 다시 모이지 않게 된다면 그 순간 그의 본체는 그대로 폭발해 버리고, 일반적 사람들과는 달리 영혼까지 남기지 못하는 존재소멸의 과정에 처하게 될 것이였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이 때 쓰러져 떼굴떼굴 구르고 있던 그의 영체를 무자비하게 밟고 지나가는 가죽신이 있었으니 바로 뒤늦게 친오빠의 살해소식을 듣고 황급히 뛰어가는 슬프도록 아름다운 여인 추수빈이였다. 본래 인간의 육신이란 영혼이나 영체에 대하여 전혀 물리적인 힘을 가할 수가 없도록 되어 있었다. 하지만 극히 드물게 이러한 초월적 인 존재에 대하여 일부나마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으로 극고의 무 공수련자들이 발할 수 있는 기파(氣波)와 선천적으로 초능력이 발달 된 사람들에게 나타나는 염파(念波)가 있었으니 바로 추수빈이 그 후자에 속한 사람이였고, 이 때 후수빈의 의식은 그야말로 극단에 이른 상태였던 것이다. 따라서 거의 의식을 잃고 었던 현무는 이러한 추수빈의 영향으로 순 간적으로 나마 일부 의식들 되 찾을 수 있었고, 그 순간 마지막으로 그는 초인적인 의념(意念)을 발했다. 다행이라할까 그처럼 절박한 상태에서 터져 나온 극단의 의념은 곧 바로 그의 영체에 작용되어 그의 영체는 곧바로 공간이동을하여 본 신속으로 합체되었다. 반은 부서진 상태로 겨우 본신과 합류한 현무의 영체.....! 하지만 반이상이 손상된 그의 영체는 이미 시간의 경과와 통제주체 의 상실로 그의 본신내를 제멋대로 헤집고 다니는 광포한 진기의 힘 을 다스리기에는 역부족이였다. "으아아악!" 이번에는 육신으로부터 오는 미증유(未曾有)의 통증! 현무의 의식은 다시 혼돈속으로 빠져 들어갔다. 그러자 다시 통제를 잃은 2갑자의 진기는 마치 태풍을 만난 성난 파 도와도 같이.....뚝이 터져 분노한 물줄기 같이 현무의 전신경락은 물 론 모든 신체기관들을 전쟁터의 폐허와 같이 황폐화 시켰으며...마침 내 조각낸 내장조각들을 입밖으로 꾸역꾸역 밀어내기 시작하였다. 이제 누가 보더라도 현무의 육신은 산 사람이 아니였다. 온몸에 힘 줄은 마치 거대한 산맥처럼 부풀어 올랐고, 입. 눈. 귀 뿐만아니라 미세한 땀샘에 이르기까지 신체내부와 연결된 구멍이란 구멍에서는 모두 피가 베어 나오고 있는 그의 몸은 그야말로한덩어리 고기덩어 리 같았다. 설상가상으로 이러한 현무에게 집마부의 무사들이 들이 닥쳤다. 그리고 단지 받은 바 명령만 집행할 뿐인 이들 무사들은 현무의 상 태를 아랑곳하지 않고, 아니 오히려 시체나 다름없던 현무였기에 더 욱 거칠게 다루며, 현무를 어느 밀폐된 차가운 석실바닥에 집어 던 지고 사라져 버렸다. 번 호 : 8367 게시자 : 윤원중 (re5280 ) 등록일 : 1999-05-05 10:50 제 목 : [연재] 천부외경 33* 집마부가 발칵 뒤집혀 졌다. 철옹성을 자랑하던 마도무림의 총연합체인 집마부내에서 그것도 가 장 깊숙히 자리잡고 있던 내전에서 당금 부주의 친아들과 차기 후계 자로 내정된 제2인자의 장남이 처참하게 살해당한 사건, 이 초유의 사건은 그야말로 일파만파의 파장을 불러 일으키고 있었 다. 집마부 내에는 물론이고 사방 백리내에 집마부의 천라지망이 펼쳐지 고.... 마도 최대의 혼인식에 들떠 있던 분위기는 마치 삭풍이 몰아치는 허 허벌판처럼 싸늘하게 식어 버렸다. 추수빈과 진백송의 결혼식을 축하하려 왔던 백도의 젊은이들은 단 하나도 예외없이 무공이 폐쇄된 채 차가운 뇌옥에 수감이 되었으며, 이에 저항하던 10여명의 젊은이들은 집마부 무사들의 칼날앞에 그저 덧없는 혼이되어 사라져 갔다. 특히 이중에서도 현무는 가장 마지막까지 추명과 같이 있었으며, 영 문모를 부상을 입었기에 추명을 살해했을 가능성이 가장 농후한 것 으로 분류되 천금뢰라는 특수감옥에 수감되었다. 그러나 사경을 헤메는 고깃덩어리 처럼 변한 현무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으니......, 집마부에서는 부상의 경위를 조사하고 그의 자백을 받아내기위해 마 뇌 후두평이나 집마부내 이름난 명의(名醫)등이 여러사람 다녀갔으 나 모두들 고개만 저을 뿐이였다. 이들은 현무가 입은 부상이 어떻 게 해서 발생했는지 아무도 몰랐고, 그가 치유되어 입을 열 가능성 은 전혀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결국 그는 이 사건의 용의자중 한 사람으로 지적되었음에도 불구하 고 천금뢰에서 나와 시체임시보관실에 안치되는 신세가 되어 버렸 다. 그리고 시간이 서서히 흘러가고 있었다. 죽은 사람은 예나 지금이나 환영받지 못하는 모양이다. 더욱이 죽은 이들이 일가친척 하나없는사람들이고 보면.... 지금 집마부의 시체임시보관실이 바로 그랬다. 이곳에 안치되어 있는 시체는 모두 11구, 바로 집마부 무사들에게 저항하다 죽은 백도의 젊은이들과 시체아닌 시체 현무였다. 이곳은 단지 관리하는 사람 한둘만 몇시진 간격으로 찾아와 이상유 무를 점검하고 있었을 뿐 그외의 인기척은 찾아볼래야 볼 수도 없었 다. 그런데 그러던 어느 순간, 갑자기 황량하기만 이곳에 한 여인이 나타났다. 하이얀 상복으로 갸날픈 몸매를 감싸고 마치 슬픔의 여신처럼 얼굴 가득히 처연함과 깊고 깊은 우수를 띠고 있는 여인! 그러나 그 여인의 얼굴만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아름답기 그지 없었 으니, 그녀는 바로 신혼 첫날밤 남편을 잃고, 거기에 단 하나뿐인 오빠를 잃어 버리게 된 여인! 공교롭게도 그 덕분으로 무척이나 싫었던 첫날밤을 회피할 수 있었 던 추수빈이란 이름의 여인이였다. 추명과 진흑송의 살해사건으로 온통 어수선하기만 한 당금의 집마부 에서, 그의 사망으로 이젠 부주 추천상의 유일한 핏줄이 되어 버린 비운의 여인 추수빈! 그녀가 이러한 경황중에 아무도 찾지 않는 을씨년 스러운 시체보관실을 찾아온 까닭은 과연 무엇일까? 그 무엇이 있어 웬간한 사내들 마저 찾기를 꺼리는 이곳을 그것도 혼자 찾아오게 만들었을까? 어쩐지 괴기스런 느낌마저 드는 황량한 시체보관실, 시체들에게서 나오는 싸늘한 냉기... 팔 다리 어느 것 하나 온전한 부분이 없는 참혹한 죽엄들..... 인간이라면 마땅히 본능적인 두려움을 느껴야 당연한 그런 분위기였 다. 그러나 추수빈은 전혀 망설임이 없이 그 한가운데를 그저 기계적으 로 걸어가고 있었다. 하이얀 상복에 어찌보면 시체보다 훨씬 창백한 안색을 하고....... 마침내 그녀의 걸음은 참혹한 모습으로 누워있는 현무앞에 멈추어 졌다. 그리고 한동안 멍하니 서 있었다. 그렇다 그녀는 바로 현무를 만나러 왔던 것이였다. 이미 시체나 다 름없이 되어 버린 참혹한 모습의 그를..... 이제 만난지 겨우 3일밖에 되지 않는 사내! 하지만 그의 죽어가는 모습에서 추수빈은 왜 그리 가슴이 저며오는 지 알 수 없었다. 이미 말라버렸을 줄만 알았던 눈물이 그녀의 커다란 눈에 그렁그렁 맺히고, 눈물속 현무의 모습은 참혹함 보다는 물빛으로 아련히 빛나 고 있었다. (아, 현공자님! 과연 이게 당신의 모습이나요? 절망에 빠져있던 소녀에게 꿈처럼 나타나...... 너무나 아름답고 환상적인 화무(花舞)를 보여주고....부끄러운 듯 살 며시 웃던... 그런데..... 이게 바로 당신의 모습이나요? '진정 크게 될 인물이다. 내 이미 그에게 너를 보살펴 줄 것을 당부 해 놓았으니.....혹 무슨 일이 있거든 그를 이 못난 오래비처럼 여기 고 의지하도록 하여라' 바로 몇시간 후면 싸늘한 시체가 될 자신의 운명도 모르는체.....바보 같은 오빠는 자신의 목숨보다 더 소중하게 아끼던 이 빈아를 부탁했 건만, 정작 부탁을 받은 당신은 왜 이리 누워만 있나요? 이제 단 하나뿐인오빠마저 잃고, 아버님마저 외면하는 이 갈데없고 불쌍한 빈아는 이렇게 눈물을 흘리며 서 있는데....... 이젠 당신마저 빈아의 곁을 떠나가고 있군요. 금방이라도 벌컥 일어나 이 빈아를 따뜻히 안아 주고, 흐르는 눈물 을 닦아 주실 것 같은데.... 당신은 왜 이리 아무 말도 없나요? 아! 야속한 사람, 차라리 나타나지나 말았더라면, 이렇게 하늘이 무너지듯 가슴이 아 프진 않았을 텐데...... 이제 이 빈아는 어떻게 해야 되나요. 주위에 의지할 사람 하나도 없이 모두들 떠나 버리고 있는데 하지만..... 하지만, 차라리 잘 되었어요. 당신곁에는 아름답고 밝은 하아가 있고....... 나는 이미 혼례식까지 치룬 여인, 어차피 이승에서는 맺어지지 못할 운명이라면...... 이제 이 빈아가 당신을 따라 가겠어요 당신이 이 세상을 떠나는 시간.... 바로 그 시간.... 소녀도 당신을 따라 가겠어요 바로 그 곳에는 당신이 있고, 오빠가 있고, 어머니가 있고, 설마 어머니는 나에게 사랑하는 사람을 두고 다른 사람에게 시집가 란 이야기는 않겠지요? 바로 이 순간, 당신 곁에서 같이 죽고 싶지만..... 이미 결혼을 한 몸 조금이라도 당신의 청명(淸名)에 누가 될까봐.... 소녀는 이제 이곳을 떠나겠어요. 그리고 당신이 이 쓸쓸하고 황량한 곳을 떠났다는 소식이 들리는 그 시간을 기다리겠어요. 저승길은 춥고 어둡대요. 부디 먼저 가시지 말고, 빈아를 기다려 주세요. 그곳에서만은 더 이상 울지 않을 거예요. 그곳에서만은 더 이상 외롭지 않을래요. 안녕! 안녕! 내사랑.....) "흑!" 마침내 추수빈은 참고 있던 오열을 터뜨리며,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그 자리를 떠나갔다. 들어 올 때보다, 더욱 황량해진 마음으로 ......... 현무와의 그 짧은 시간의 만남! 추수빈은 그 짧은 만남에 그만 현무를 사랑해 버리게 될 줄은 진정 상상도 못했다. 그를 보면 무언가 가슴이 아리해 지고, 자신의 모든 슬픔들을 이야기하고 싶다고만 생각되던 그! 그러나 정작 그가 죽어가고 있다는 사실에..... 그녀는 마치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슬픔을 느꼈고 비로소 그를 사랑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던 것이었다. 하지만 막상 추수빈은 극단적인 감정상태로 인해 한가지 중요한 사 실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비록 시체처럼 변해버린 현무였지만..... 그가 이곳 시체보관실로 옮겨올 때보다 훨씬 좋아지고 있다는 사실 을..... 최악이였던 그의 상태를 알지 못했기 때문에.... 절망이 그녀의 온 몸을 감싸고 있었기 때문에.... 이 때 현무는 그야말로 생(生)과 사(死)의 한 가운데 있었다. 당연히 돌아와야할 영체의 복귀가 늦었기에....통제력을 잃은 체내의 진기들이 온 몸을 마구 헤집어 놓아 신체의 모든 기능들이 파괴되 고....마침내 정지시켜 버리는 지경에 이르렀지만 초극무예의 단련과정에서 얻는 초인적인 정신력과 신체의 근원적인 잠력은 미약하게나마 그의 생명력을 유지시켜주고 있었다. 하지만 그러한 상태는 단지 대뇌의 우측하단부에 있는 무의식 중추를 제외 한 신체의 모든 기능이 완전 정지된 상태로서 사실상 시체나 다름이 없다고 봐도 될 것이다. 하지만 그가 익힌 초극무예는 인체내에 잠재되어 있던 무한한 잠력 을 활용하는 것으로서 본래 의식상태에서는 일정한 제약을 받는 반 면 오히려 아무 것도 억메이지 않는 무의식의 상태에서는 원활하게 작용될 수 있던터라.... 현무가 생과 사의 한가운데에서 무의식의 지배를 받는 시간이 길어 지게되자 서서히 잠영진기가 꿈틀거리며 운용되기 시작했던 것이다. 이렇게 운용되기 시작한 잠영진기는 서서히 그의 경맥을 따라 돌기 시작하였는데, 비록 실날같이 미약한 힘이였지만 신체 각부분의 자 생력을 촉발시키는 계기가 되고 있었다. 그러자 이번에는 또 다른 기적이 일어나기 시작하였으니....물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듯 당초 그의 세맥(細脈)안으로 녹아 사라 져 버렸던 체내의 2갑자의 진기와 소림의 소환단, 산삼 등의 약력이 단전에 단 한올의 진기조차 남지 않는 공허(空虛)산태가 되어 버리 자 오히려 이번에는 잠영진기를 따라 경맥으로 역류하게 된 것이다. 이렇게 되자 그의 체내를 돌던 잠영진기는 급격하게 활성화되기 시 작했고.....마침내는 거대한 흐름으로 변했다. 당초에 현무의 몸을 훼손시켰던 기운들은 그야말로 통제가 되지 않 던 광폭한 죽음의 힘들이였다면, 지금의 기운들은 무의식과 잠영진 기의 인도에 따라 부드럽게 변한 생명의 힘이라 말할 수 있었다. 그러한 힘이 흐르는 신체 각부분에서는 자연치유력이 발생되어 훼손 되었던 부분들을 스스로 치유하고 있었는데.... 현무의 신체를 지배하고 있던 무의식은 이를 필요로 하는 부분으로 적절히 배급하면서, 64개의 대혈과 124개의 소혈 뿐만아니라 360개 에 이르는 미세혈까지 골고루 순환시키면서 그간 손상시켰던 부위들 을 원상회복시켜 나갔다. 그리하여 마침내 하룻밤이 지나고....다음날이 밝아 올 무렵이 되자 현무는 무의식적으로 운공을 시작하고 있었다. 번 호 : 8368 게시자 : 윤원중 (re5280 ) 등록일 : 1999-05-05 10:51 제 목 : [연재] 천부외경 34* 한편 이 시간, 집마부의 대의사청에서는 집마부주 추천상이 직접 주관하는 비상회 의가 열리고 있었다. 회의는 사건이 사건인 만큼 추천상의 직접 주재아래 집마부의 십마 천주중 직접 천라지망에 참여하고 있는 금마천주 우문황과 수마천주 구자광을 제외한 전원, 그리고 마뇌 후두평과 환밀당주, 마천수위단 주가 보고를 위해 참석하고 있었다. 회의는 이제 막 시작된 것인지 집마부내 정보와 각종 조사를 담당하 고 있는 환밀당 당주인 천리대이(千里大耳) 여강극이 이제 막 사건 조사 보고를 시작하고 있었다. "이번 사건에 대하여 현재까지 조사된 사건에 대하여 보고드리겠습 니다. 살해된 시기는 대공자께서는 그날밤 자시무렵, 그리고 진소교주는 그로부터 일각정도 후 입니다. 피살장소는 대공자는 거처 서재이며, 진소교주는 교태각과 진풍전 사이의 소로입니다. 사인은 모두들 피살이며, 먼저 대공자에 대한 살해수법은 북궁세가의 비학검법, 소림의 백보 신권, 사천당문의 칠접비화로 조사되었습니다. 먼저 당문의 칠접비화 에 의해 온몸의 주요경혈을 격중당한 상태에서 소림의 백보신권에 의해 내부가 부셔졌으며, 마지막으로 북궁가의 비학검법의 일침단혼 이라는 초식에 의해 정확하게 심장이 관통되어 즉사하신걸로 판단되 고 있으며, 그 증거로 대공자의 몸에서 추출된 당문의 칠접비화 암 기가 있습니다. 반면 진소교주는 조금 특이합니다. 그 분은 살해되기 이전 이미 화혈무흔(化血無痕)이라 불리우는 묘강 산 극독에 의해 중독되어 있었으며, 뒷머리부분에 극(戟)과 같은 둔 탁한 무기가 격중된 것이 직접적인 원인입니다. 두 분의 살해전 행적은 대공자께서는 서재에서 홀로 독서중이였던 것으로 조사되었으며, 소교주는 공녀님과 함께 대화를 나누던 중 패 황부의 수비무사 전극이 부주께서 호출하셨다는 전갈을 가지고 와 아마 패황부로 가던 중, 살해된 것 같습니다. 그리고 막상 전갈을 전했다는 전극은 사건직후 실종되었습니다. 이상 환밀당의 사건조사에 대한 보고를 마치겠습니다" 이어서 부내 수비를 담당하는 마천수위단(魔天守圍團)의 단주 악우 연이 보고를 시작하였다. "사건직후 부내와 인근 십여리 부근에 천라지망을 전개하였으며, 그 로부터 한시진후 천라지망의 범위를 인근 오십여리로 확대하였습니 다. 그리고 다음날 진시경 천라지망에 금마천주와 수마천주께서 합 류하였습니다. 아직까지 천라지망을 빠져나간 사람은 아무도 없으며, 단지 진흑송 공자께서 오일전 출타하셨다가 어제 귀환하였을 뿐입니다. 사건직후 본 단은 당시 혼례식 참석차 내방하였다가 잔류해 있던 백 도계의 인물 85명에 대해 체포작전을 수행했으며, 저항하던 10명은 격살했습니다. 그리고 어제 미시경 환밀당주로부터 사인을 전해듣고 체포한 백도계 인물들에 대해 조사를 해 보았습니다. 당초 내방한 자를 포함 흉수가 사용한 삼대방파에 소속된 사람들은 모두 5인으로 이중 북궁세가의 북궁휘와 소림하원의 무유는 바로 혼 인식이 끝난 직후 본 부를 떠났으며, 현재 부내에 남아있는 자들은 바로 북궁세가의 비류옥봉 북궁지와 사천당문의 팔수소웅(八手小雄) 당경상, 그리고 소림하원 출신이라는 천지객 현무 등 3인으로 공식 적인 조사결과 그들은 사건당시 모두들 객사에 있었음이 확인 되었 습니다. 다만 그 중 현무란 자는 당초 전일 추명대공자와 독대를 한 바 있어 특히 유의하였으나 극심한 주화입마의 현상으로 추측되는 치명적인 상처로 뇌사상태에 빠져 버렸습니다. 이상 보고를 마치겠습니다." 환밀당과 마천수위단의 상세한 보고가 끝났다. 하지만 회의장내에는 침울한 적막만 감돌뿐 어느 누구하나 먼저 이 야기 하려는 사람이 없었다. 그러자 추천상이 후두평을 불렀다. "후군사! 그대의 견해를 듣고 싶다" 이에 후두평이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차분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무릇 모든 사건에는 동기가 있게 마련인데..... 본 사건들은 모두 그 동기가 짐작되지 않습니다. 특히 대공자께서는 비록 부주의 친자라고 하나 무공을 익히지 않았으며 후계자로 지정 되지도 않았습니다. 즉 그 사건으로 그 어느 누구도 이익을 볼 사람 이 없습니다. 다만 진소교주의 경우 후계자의 지명 등이 사건과 관 련될 수 있으나 이미 그의 후계자 지명이 모두에게 예견되고 있었다 는 사실과 관계자들의 행적으로 볼 때 그것도 별로 타당하지 않습니 다. 다음은 살인자의 흔적입니다. 여기에서도 두 사건은 각각 다릅니다. 물론 두 사건이 발생한 시점이 단지 일각정도 차이밖에 나지 않고 사건발생 지점도 백여장 정도의 거리인지라 동일인 일 가능성을 전 혀 배제하지 않고는 있으나 정작 대공자의 흉수는 세사람 정도로서 마치 과시하듯 자신의 무공 의 흔적을 남긴데 반해, 소교주에게서는 평범한 타법(打法)을 사용했 고, 전극이 실종되었던 것으로 추측할 때 은폐를 기도했다는 점에서 동일인이 아닐 가능성이 더욱 높은 것으로 추측됩니다. 이상입니다" 후두평의 이야기가 끝나자 잠시 회의장안은 실망스런 분위기가 흘렀 다. 명색이 마도의 최고의 두뇌라는 후두평이였기에 무언가를 기대 했지만 정작 그의 이야기는 날카롭긴 했으나 결론이 없었던 것이다. 이 때 추천상의 입에서 스산한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후두평! 그대가 본좌앞에서 언제부터 말장난을 했던가? 본좌는 지 금 결론을 듣고 싶다" 비록 음색은 차가왔지만 그 내용은 단순했다. 하지만 평소 추천상의 성격을 잘 알고 있던 사람들은 지금 그의 어 조에서 짙은 살기를 읽을 수 있었다. 그 살기가 과연 후두평을 향한 것인지 아니면 미지의 살인자를 향한 것인지 알 수 없었지만..... 이에 막 자리에서 앉으려던 후두평의 안색이 창백해 지며 지체없이 다시 입을 열었다. "죄송합니다. 부주! 전 다만 확신이 없어서....." "후후, 확신이라.... 사건 형장에도 없었던 그대가 확신을 가진다면 그것도 이상한 것이 아닌가?" "그렇다면 미흡하지만 저의 생각을 말씀드리겠습니다. 가능성은 바로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백도계의 짓으로서 무맹이 우리에게 시비를 걸어온 것입니 다. 즉 전통적으로 그들이 취해왔던 제마멸사의 기치를 드러낸 것이 지요. 그들은 우리가 중원무림맹에서 탈퇴한 것을 못마땅하게 생각 하고 있으며 언젠가는 정사대전이 벌어질 것을 걱정하고 있는 상황 입니다. 비록 현단계에서 그들이 이러한 도발을 하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으나 북궁소의 단순한 성격을 감안할 때 전혀 불가능한 것도 아닙니다. 두 번째는 최근의 강호사태 등을 감안할 때 제삼세력이 우리와 무맹 간의 분쟁을 일으키고 그 와중에서 어부지리를 취하여 하는 것입니 다. 하지만 저는 두 번째의 가능성에 더 비중을 두고 있습니다" "그 두 가지 이외에는 더 없는가?" 그러자 후두평은 의식적인지 무의식적인 것인지 파천마 진자량을 한 번 쳐다보더니 고개를 저었다. "없습니다" 회의는 그 후로도 한동안 더 진행이 되었다. 후두평의 견해에 대해 첫 번째가 맞다는 주장과 두 번재가 맞다는 주장이 팽팽히 대립되었으며, 일부 강경한 자들은 가능성을 따질 것도 없이 이번에 무맹을 쳐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하였다. 어찌되었건 흉수가 사용한 수법이 백도 무림의 것임이 틀림없을 터 오만한 백도계에 대해 응징을 하지 않으 면 세인들이 집마부를 우숩게 생각할 거라는 것이였다. 그리고 마침내 추천상의 입에서 결론이 나왔다. "지금부터 환밀당과 마천수위단은 후군사의 직접 지휘를 받으라! 그리고 후군사는 한달이내에 흉수를 직접잡아 내게 데려올 것이며, 그대가 언급하였던 제삼세력의 실체를 밝혀내라! 여당주는 지금 즉시 장안으로 달려가 북궁소를 만나보고 무림맹의 동태를 살펴 보라! 동시에 그에게 본 사건에 백도계 무예가 사용되 었다는 사실을 알리고 이에 대한 명확한 해명을 받아 내라! 그 때까지 백도계의 인물들은 계속 억류할 것이며, 천라지망도 유지한다 장례식은 흉수가 잡힐 때까지 보류하며, 이번 사건과 본 회의내용은 별명이 있을 때까지 함구하라!" 추천상의 명령을 끝으로 회의는 끝이 났다. 회의 직후 누군가 추수빈에게 은밀히 찾아 갔다. "그래 회의결과는 어떻게 났어요?" 추수빈이 다급한 어조로 물었다. "이번 사건을 백도계의 짓으로 결론을 냈고, 그 보복으로 내일 아침 현재 억류중인 74명의 백도계 인물들을 모조리 처형하기로 하였습니 다." "아니, 어떻게 그런 터무니 없는 결론이.....?" "그게 바로 천년을 내려오는 마도계의 율법이기 때문입니다. 피값은 그 백배로 갚는다는...... 더욱이 친아들과 후계자이자 사위를 잃은 부주의 진노가 하늘을 찌 르는 듯 했습니다" "알았어요. 아무튼 고마워요. 알려주셔서...." "비밀을 지켜 주십시오. 회의결과를 함구하라는 부주의 엄명이 있었 던 지라......" 추수빈은 암담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왔다간 직후 추수빈은 은밀히 무영쌍위(無影雙衛)를 불렀다. 그들은 바로 부친인 추천상의 비밀호위들이였는데 폐관하기전에 자 신의 호위로 붙여준 자들로 지금에 있어서는 추수빈의 호위뿐만 아 니라 눈과 귀의 역할까지 하고 있었다. "그대들은 지금즉시 뇌옥주변의 동정을 파악해 주세요. 그리고 오는 길에 시체안치실에 들려 현무란 사람의 현재상황도 좀 알아봐 주시 고요" "예, 알겠습니다" 다시금 혼자가 된 추수빈, 그리 않해도 항상 슬퍼 보였던 그녀의 얼굴은 몹시 상해 보는 이들 이 민망할 정도 였다. 문득 그녀의 입에서 자조적인 중얼거림이 들려왔다. '하늘은 결국 나에게서 모든 이들을 빼앗아 가는구나....! 현공자에 이어 이젠 하아까지..... 하지만 내 비록 살 생각은 없으나 하아만은 살리고 말겠다.!" 그녀의 입술이 굳은 결심으로 꽉 다물어 졌다. 현무의 굳게 감겨졌던 두 눈이 번쩍 뜨였다. 마침내 모든 상처를 치유하였고, 오히려 쓰러지기 전보다 훨씬 좋아 진 상태로 운공을 마친 것이다. 눈을 뜬 현무의 시야에 가장 먼저 들어온 것은 황량하고 음산하기 그지없는 시체실이였고, 참혹한 모습으로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백 도 젊은이들의 시체였다. (아니, 이게 도대체 웬일인가?) 그동안의 사태흐름을 전혀 알 수 없었던 현무로서는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영정이체술을 전개하다 시간을 넘겨 참을 수 없을 정도의 고통을 받았고, 어떻게하여 다행이 본체와 합류할 수 있었지만 극심 한 주화입마의 증상과 함께 그대로 혼절하였던 그 였는데...... 눈을 뜨고 보니 난데없는 시체실이라니..... 게다가 오히려 온 몸에는 활력이 넘쳐 흐르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영문을 알 길 없는 현무는 마침내 더 이상 생각하기를 포기하고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시체실 내부 를 살펴 보기 시작했다. 팔다리가 잘리고, 심지어는 목까지 잘린 십여구의 참혹한 시체들! 현무는 이들의 복장과 조금 낮이 익은 모습에서 바로 이들이 이번 혼인식에 하객으로 참여한 일부 백도의 무사들임을 알 수 있었다. 그러자 문득 현무는 현실이 걱정되었다. 자신이 목격한 추명 및 진흑송의 죽음과 후두평에 의해서 내려진 모 든 백도인들을 체포하라는 명령......... 어쩌면 무림에 거대한 혈겁을 몰고 올 지도 모르는 이러한 사태는 이미 발생했고, 과연 자신이 얼마동안 의식을 잃고 있었는지 알 길 없으니.....그동안 사태가 어떻게 변했을 지 도저히 짐작할 수 없었던 것이다. 더욱이 그의 앞에는 이러한 그의 염려를 증폭시키기라도 하듯 십여 구의 참혹한 시체가 있었으니..... 이에 다급해진 현무는 황급히 시체안치실을 벗어났다. 다행이 시체실 주변은 인적이 뜸한 곳이라서 그의 행동에 아무런 제 약이 될 수 없었다. 하지만 그 부근을 벗어나서 집마부의 심장부쪽으로 접근하자 경비는 마치 철통과 같이 삼엄해 져 현무로서는 잠영진기를 운용할 수밖에 없었다. '아직 5성에 불과하지만 그래도 일반무사들의 눈정도는 속일 수 있 을 것이다' 이같은 현무의 생각 처럼 수비무사들은 바로 눈 앞을 스쳐가는 현무 의 종적을 전혀 눈치채지 못하였다. 정작 환한 대낮에 이동을 하는 현무였지만 시각에 착각을 일으킨 그 들은 그저 바람이 한 줄기 스쳐가는 정도로만 생각할 뿐이였다. 이처럼 은밀히 이동하는 현무에게 한 무사가 다가오고 있었다. 지금 현무가 있는 곳은 잡목으로 가려져 극히 은밀한 지역이였는데 마침 그 무사는 아랫도리로 손이 자꾸 가는 것을 보니 아마 소피를 볼 곳을 찾는 모양이였다. '음, 잘됬군!' 그리 않해도 뇌옥의 위치를 몰라 이곳 저곳 마구 다니던 그 인지라 얼핏 그를 제압해 뇌옥의 위치를 물어 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어?" 마침내 으슥한 곳에 막 당도한 그는 눈앞에서 현무가 빙그레 웃고 있자 화들짝 놀라며 소리치려 하였다. 하지만 이미 현무가 날린 일 선지는 그의 아혈과 무릎쪽의 마혈을 점한 후였기에 그의 외침은 단 지 마음속에서만 울려날 뿐이였다. 현무가 눈빛을 빛내며 그에게 물어 보았다. "백도인들이 갇혀 있는 뇌옥이 어디냐?" 이에 그 무사는 눈빛이 흐리멍텅해 지더니 무언가를 말하려다 아혈 이 찍혀 말을 못하자 손가락으로 동남방을 가르켰다. "후후, 그래 고맙다! 너는 그저 여기에서 단지 소피를 보았을 뿐이 다. 알겠느냐?" 무사는 그저 무의식중에 고개만 끄덕이고 있었다. 바로 초극무예중 섭혼비술이 전개된 것이다. 이에 현무는 처음으로 전개한 자신의 섭혼비술에 만족하며 그 무사 가 가르키는 곳을 향해 몸을 날렸다. 다시 잠영진기를 일으켜 몸을 감춘 채로..... 번 호 : 8369 게시자 : 윤원중 (re5280 ) 등록일 : 1999-05-05 10:52 제 목 : [연재] 천부외경 35* 잠시후 현무는 무사들에 의해 철통같이 경비되고 있는 하나의 건물 과 만날 수 있었다. 그 건물은 무척 견고하게 생겼으며, 일반 건물에서 볼 수 있는 그 흔한 창문하나 없었기에 필히 뇌옥으로 짐작되었다. '그렇다면 이제 뇌옥안으로 들어가 볼까?' 이제껏 잠영진기의 덕택으로 전혀 들키지 않고 이곳까지 이를 수 있 었던 현무는 자신이 붙어 그대로 뇌옥입구를 향해 몸을 날렸다. 그런데 누군가 자신을 향해 소리치는 것이였다. "엇! 이곳을 향해 오는 저 희뿌연 물체가 무엇이냐?" '앗, 들켰다' 이번에도 여전히 통할 줄 알고 태연하게 접근하던 현무는 깜짝놀라 며 급히 금강부동신법으로 뒤로 물러 섰다. 그리고 순식간에 건물 몇 채를 지나 몸을 숨겼다. 잠시 소동이 뒤를 이었다. 뇌옥 주변에서 수많은 무사들이 몰려나오더니 부근을 이잡듯이 뒤졌 다. 이에 현무는 간이 콩알만 해 졌지만 다행이 그들에게는 아직 잠영진 기가 통하는 것 같았다. 이에 현무는 내심 실소를 금치 못했다. 자신의 잠영진기가 겨우 오성에 불과함을 잘 알면서도 순간적인 우 쭐감에 그처럼 대담한 행동을 했던 자신의 행동이 우수웠던 것이다. '잘 나가다가 간혹 이와같은 실수를 한단 말이야!' 현무가 이와같은 생각을 하며 잠시 몸을 숨기고 있는데... 문득 현무의 시선에 낮익은 사람이 눈에 띠었다. '아니, 저건 추소저가 아닌가? 그녀가 무슨 일로....' 그는 바로 추수빈이였다. 무슨 일인지 그녀는 한명의 강인해 보이는 무사를 대동한 채 급히 뇌옥으로 향하고 있었다. 이에 호기심을 느낀 현무는 슬며시 그녀의 뒤를 따랐다. 방금 전보다 훨씬 신중해진 태도로...... "비키거라! 내 만날 사람이 있다" 이미 뇌옥앞에 당도한 추수빈은 싸늘한 목소리로 황의를 입은 위맹 하게 생긴 무사에게 소리치고 있었다. 바로 현무의 종적을 발견한 그 자였다. (음, 저 자가 필히 이곳의 책임자인 모양이군) 현무는 이렇게 짐작하며 상황을 주시했다. "안됩니다. 공녀! 부주와 군사의 명령없이는 그 누구든 출입을 금지 시키라는 명령입니다" 황의무사의 태도는 상당히 완강했다. 하지만 추수빈은 결코 물러날 생각이 없는 듯 했다. 그녀의 어조는 더욱 차가와 졌고, 비록 핼쑥한 얼굴이였지만 그녀의 얼굴에서는 서 릿발 같은 기세가 흘러나왔다. "네가 감히 내 말을 거역할 셈인가?" "죄송합니다. 공녀! 워낙 명령이 지엄한 지라....." "호...! 정녕 그렇단 말이지" 추수빈은 그의 태도에 차가운 냉소를 머금은 채 옆에 섰던 무사에게 말을 하였다. "무영! 이 자를 베어라! 하극상(下剋上)의 죄이니라" 추수빈의 명령에 그녀를 따라왔던 무영이 챙! 하며 검을 뽑으며, 황 의무사를 노려 보았다. 금방이라도 그의 목을 향해 검을 날릴 기세였다. 이에 황의무사가 주춤 한 발을 물러 서며 다급히 소리쳤다. "공녀! 왜 이러십니까? 제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 "너는 지금 쌍스러운 말로 집마부의 공녀인 나를 능멸했다. 내 먼저 너를 처단한 후 악우연에게 수하를 잘못 가르킨 죄를 묻겠다" "아니, 제가 언제 그런 말을....." 그러나 그는 더 이상 말을 이을 수 없었으니 추수빈과 무영이라는 자의 기세는 필히 그러고도 남을 것 같았기 때문이였다. 그리고 그는 자신이 아무리 명령을 이행했다 할 지라도 막상 추수빈 이 자신을 베어 버리고 적당히 둘러 대면 결국 자신만 억울하게 개 죽음을 당할 것이라는 예측을 할 수 있었다. 비록 악우연이나 후두평이 그녀의 말을 믿지 않는 다 하더라도 그녀 의 체면을 보아 그 일을 문제삼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이와같이 머리를 굴린 그는 마침내 한숨을 쉬며....옆으로 비킬 수밖에 없었다. "좋습니다. 대신 빨리 나오셔야 됩니다" "이제야 말귀를 알아 먹는 구나!" 추수빈은 싸늘한 표정으로 그를 한 번 쏘아본후 무영과 함께 뇌옥안 으로 들어갔다. '허어, 추소저에게 저와 같은 기세가 숨어 있었다니.....' 이를 지켜보던 현무는 전형적인 여인이였던 추수빈에게서 새로운 면 모를 발견하고 놀라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녀의 그림자에 몸을 숨겨 뇌옥안으로 들어갈까도 생각해 보았으나 참기로 했다. 어떻게 황의무사의 시각은 피할 수 있을 지 모르나 추수빈과 그 옆 의 무영이 자신의 존재를 눈치챌 것 같았기 때문이였다. 잠시후 뇌옥으로 들어간 추수빈은 남궁하를 만나고 있었다. "하아! 고생이 많구나?" "아, 수빈! 괜찮으니? 추오라버니가 살해당했다고 하더니...." 남궁하는 오히려 추수빈을 걱정하고 있었다. 하지만 추수빈은 애써 미소를 지으며 말을 했다. "지금 누굴 걱정하고 있니? 난 괜찮아, 아직은 견딜만해!" 다시 남궁하가 무슨 말인가 하려고 했다. 하지만 순간 그녀는 흠칫하며 말을 중단했으니..... 바로 그녀의 귓전으로 추수빈의 전음소리가 들려온 것이다. '하아! 주위의 이목이 있으니 계속 무슨 말인가를 하면서 듣기만 해! 지금 사태는 너무 심각해. 내일 아침 너희들을 모두 처형하기로 결 정된 모양이야' 이에 남궁하는 화들짝 놀랐지만 이러한 표정을 얼른 숨긴채 말을 시 작했다. "아! 어쩌다가 이런 일이.....추오라버니와 진대공자까지 살해 당하고 말았다니.....참 너에게 뭐라고 할 말이 없구나! 특히 추오라버니는 나를 참으로 잘 대해 주었는데....마치 친동생처 럼.... 수빈, 너는 생각나니? 그 때 우리 셋이서 뛰어놀던 때가.....? ........" 그 사이에도 추수빈의 전음은 계속되고 있었다. '내 우선 너의 혈도를 풀어 줄게! 기회를 봐서 다른 사람들의 혈도 를 풀어준 후 오늘 밤 자시를 기다려! 주위에 불을 지른 후 뇌옥을 부술거야! 그러니 주위가 밝아지고 소동이 일어나거든 일제히 뛰쳐나와 오직 동남방으로만 뛰어가 그 곳이 방비가 가장 허술하니....... 모두들 일심단결하고 거기에 너의 지혜가 합쳐진다면....반드시 벗어 날 수 있을 것으로 믿어' 그러면서 추수빈은 은밀하게 지풍을 날려 남궁하의 혈도를 풒어 주 었다. "그럼 나 갈게! 잘있어!" 추수빈이 몸을 돌렸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 남궁하가 다급하게 그녀를 불렀다. "수빈! 잠깐만..... 혹씨 현공자의 소식을 아니? 분명 이곳에 갇히지는 않았는데....." 추수빈이 흠칫했다. 그리고 잠시후 돌아서지도 않은 채 되뇌었다. "그는.....그는 죽었어!" 그 소리와 함께 추수빈은 마치 도망이라도 치듯 뇌옥을 벗어났다. 두 눈에 눈물을 흘리면서...... 그 뒤에 남은 남궁하는 마치 넋이 나간 모습으로 중얼거렸다. '그가 죽었다고...? 그가? 아니야! 그럴 리 없어.....절대!' 하지만 이미 그녀의 두 눈에서도 하염없이 눈물이 흘러 내리고 있었 다. 그녀의 마음은 추수빈의 이야기를 강하게 부정하고 있었지만, 그녀 의 머리는 결코 추수빈의 이야기가 거짓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그 녀가 거짓말을 할 이유도 없었고, 추수빈의 음성에서 진한 슬픔을 동시에 느꼈기에...... 그러나 이 때 이러한 남궁하의 마음속으로부터 기이한 울림이 전해 졌다. (남궁소저! 거기 있소?) 처음에는 너무나 큰 슬픔에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다. 하지만 그 마음의 소리는 계속되고 있었다. (남궁소저! 거기 있으면 대답하시오!) 이에 남궁하는 슬픔중에서도 마음속으로 이야기 했다. (그...그대는 누구인가요?) 그러자 마치 이에 대답이라도 하듯 다시 울림이 전해왔다. (아! 그 곳에 있었그려! 나 현무외다.) (아니, 그럴 리가....? 그는 죽었다고 했는데......) (후후, 그럴 뻔 했소!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시체안치실에 누워 있었 으니.....) 이에 남궁하는 믿어지지 않는다는 듯 다시 반문했다. (당신이 정말 현무형인가요?) (그렇다니까요. 허허 속고만 살아왔소?) 갑자기 남궁하의 가슴속으로부터 환희가 밀려 들었고, 이젠 그녀의 눈에서 슬픔의 눈물이 아닌 감격의 눈물이 흘러 나왔 다. (아! 살아 있었군요. 죽은 줄로만 알았는데.....고마와요!.... 살아 있어 주어서.....정말!) 그녀의 이러한 감정의 변화는 뇌옥밖에서 초극무예중 전심지술(傳心 之術)을 전개하고 있던 현무에게도 느껴질 정도였다. (그런데 이건 도대체 무슨 무공인가요? 전음술도 아니고 불문의 혜 광심어도 아닌......마치 전설상 부처님이 시전했다는 염화시중의 법술 같은데.....) (내 나중에 알려 주겠소! 그것보다 추소저와 무슨 이야기를 나누었 소?) 그러자 남궁하는 추수빈이 해 주었던 이야기를 그대로 현무에게 전 해 주었다. 이에 현무는 집마부 수뇌부의 결정이 너무나 파격적임에 놀라면서도 설마 추수빈이 위험을 무릎쓰고 전해준 이야기가 잘 못되지 않았을 것으로 생각되었다. (으음, 의외의 결정이군요! 좋소! 그렇다면 나도 자시에 행동을 같이 하겠소! 그리고 추소저가 이야기 했던 동남방의 장애물들을 가급적 치워 보겠소! 내 상황을 조금 살펴본 후 다시 연락을 취하겠소!) (조심하세요) 전음지술을 통해 남궁하와 의사소통을 마친 현무는 자신의 초극무예 에 대해 만족할 수 있었다. 당초에는 그토록 커다란 고통을 수반하면서도 실전에는 별로 도움이 될 것 같지 않던 초극무예를 꼭 배울 필요가 있는가? 하는 의문이 한두번이 아니였기 때문이였다. 하지만 막상 위기가 닥치자 초극무예의 위력이 여실히 증명되고 있 었던 것이다. 이처럼 자신의 초극무예에 만족을 한 현무는 이번에는 다시 전심지 술로 추수빈을 찾았다. 아무래도 탈출이 순조롭게 이루워 질 수 있으려면 그녀와 보조를 맞 추어야 했기 때문이다. (추소저! 지금 어디계시오?) 막상 전심지술로 추수빈을 찾으면서도 현무는 과연 그 것이 제대로 통할까 걱정하고 있었다. 아직 자신의 초극무예가 겨우 오성수준에 불과해 거리가 멀면 잘 되지 않는 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의외로 추수빈에게서 곧바로 답변이 왔다. (이처럼 내 마음을 울리고 있는 당신은 바로 누구입니까?) 비록 현무는 알 지 못했지만 그녀는 선천적으로 초능력이 발달되었 던 탓이였다. (나 현무입니다! 바로 추소저께 축하시를 지어 바쳤던.....) 추수빈 역시 처음에는 현무의 말을 믿지 못했다. 하지만 현무가 그녀와의 있었던 일들을 거듭 이야기 하고, 또 마침 시체안치실을 다녀왔던 무영2호가 그의 시체가 살아졌다는 보고를 받았던 후라 잠시후 현실을 인정하기 시작하였다. (아! 당신이군요. 정말....) 현무의 가슴에 남궁하에게서 느꼈던 감정보다 더한 감정이 느껴졌 다. 기쁨과 희열! 하지만 거기에는 현무가 이해할 수 없는 서운한 감정도 일부 섞여 있었으니..... 현무가 어찌 그녀의 마음을 짐작이라도 할 수 있겠는가? 그의 생환이 당연히 기쁘면서도 마음 한구석이 텅 비어 버리는 듯 쓸쓸함을 동시에 느끼는 그녀의 마음을..... 불가연금생(不可緣今生) 기성연명도(冀成緣冥途) 천불인아모(天否認我謀) 이승에서 맺을 수 없는 인연 저승에 가서라도 맺기를 그토록 원했건만..... 하늘은 그것마저 허락하지 않았으니...... 하지만 그녀는 애써 이러한 마음을 지워 버렸다. 그리고 그의 생환을 진심으로 기뻐해 주었다. (어떻게 된 거예요? 죽은 줄로만 알았는데.......) (허허, 나도 잘 모르겠습니다. 여하튼 나는 살아있고 지금 추소저와 대화를 나누고 있지 않소? 그나저나 남궁소저에게 이야기는 들었소! 어떻게 할 계획인지.......) (죄 없는 사람들이 죽는 걸 저는 볼 수 없어요. 아버님이라도 만날 수 있다면 매달려라도 보겠지만 이젠 만날 수도 없으니..... 그래서 파옥(破獄)을 결심했어요!) (그럼 추소저께서는 어찌 하시고요?) (저야 어찌 되어도 상관이 없어요! 중요한 것은 이 일이 옳은 일이 라는 거예요) 추수빈은 의연하려고 노력하였지만 현무는 그녀의 어조에서 자포자 기적 심정을 느낄 수가 있었다. 아마 연이어 발생한 불행이 그녀로 하여금 삶의 의지를 박탈한 것 같았다. (소저! 이걸 아시오? 삶은 파도타기라고..... 어렵고 힘든 때가 있다면 필히 좋은 날이 있을 것이요. 특히 소저처 럼 아름답고 착한 마음을 지닌 사람에게는 반드시.......) (소녀에게도 그러한 날이 올까요? 저에게는 그런 날이 없을 것 같아 요!) (난 반드시 오리라고 믿소!) (고마와요! 저를 위로해 주셔서......하지만 일단은 그들을 구해야 하 지 않겠어요?) (그래야 겠지요. 하지만 난 소저께서 앞에 나서지 말기를 원하오!) (그건 오라버니와 약속 때문인가요?) (약속도 약속이거니와 내가 소저의 불행을 더 이상 지켜볼 수 없기 때문이요.) 추수빈이 잠시 침묵을 지켰다. 많은 갈등을 느끼고, 여러 가지 복잡한 생각을 하는 듯 현무의 마음 속에 서로 다른 파장들이 교차되고 있었다. 그러다 무언가를 결심한 듯 추수빈의 울림이 다시 전해져 왔다. (좋아요. 그럼 한가지만 저에게 약속해 주세요!) (.......) (이번 일에 두 사람을 데리고 가세요!) (그들은 누구요?) (그들은 무영쌍위라 하며 제가 믿고 있는 수하들이예요) 이에 현무가 망설였다. 추수빈의 이야기로 미루어 아마 자신이 뇌옥 앞에서인상깊게 보았 던 그 무사를 말하는 것 같았다. 그의 무공은 뇌옥의 책임자가 두려움을 느낄 정도로 고강하니 분명 이번 거사에 도움은 될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지금 추수빈에게도 극히 필요한 인물들일터.... 또한 그렇다고 이 제안을 거절하면 추수빈은 분명 자신이 직접 나선 다고 할 것이다. 결국 현무는 여러 가지 생각을 한 끝에 그녀의 제의를 수용할 수밖 에 없었다. (좋소! 대신 그들을 철저히 변장시켜 소저의 수하들이란 점이 드러 나지 않게 해 주시오) (알겠어요! 그런데....그들을 어떻게 보내죠?) (내 일행들에게는 미리 이야기 해 놓을 테니....한 일각쯤 전에 주변 에 불을 놓은 후 자시 정각에 내가 뇌옥에 대한 공격을 시작하면 바 로 합류하라고 하시오) (예, 알았어요. 부디 성공하시기를......) (소저께서도 옥체보중하시오! 결코 약한 마음은 먹지 말고.....) 그러면서 현무는 전심지술을 거두려고 했다. 그 때 추수빈이 다급하게 마음을 전했다. (잠깐만요.....) (..........) (후일......, 저를 한 번 찾아 주시지 않겠어요?) 차마 하기 힘든 마음을 전하는 듯....그 파장이 미미하게 떨리고 있었 다. (내 반드시 그러리다!) (고마와요! 그럼......) 번 호 : 8380 게시자 : 윤원중 (re5280 ) 등록일 : 1999-05-06 09:20 제 목 : [연재] 천부외경 36 마침내 현무는 전심지술을 거두었다. 그러나 그의 마음은 결코 편하지 않았으니..... 거듭 그녀의 처지가 애처러웠기 때문이였다. '하지만....잘 해낼 거야! 약한 듯 하면서도 의외로 강한 면모도 지닌 여인이니.....' 그러면서 현무는 애써 아까 뇌옥앞에서 보여 주었던 그녀의 당찬 모 습을 떠 올렸다. 현무는 다시 뇌옥쪽을 향하여 몸을 날렸다. 아무래도 어떻해서든 뇌옥안으로 들어가볼 생각인 것이다. 어느덧 서산으로부터 시작된 짙은 노을이 대지를 붉게 물들고 있었 다. 보는 이들의 찬탄을 자아낼 만큼 아주 고운 빛깔로...... 하지만 그것도 잠시, 대지를 붉게 장식했던 황홀한 색조는 금방 시들해 지고 이내 어둠이 내리기 시작했다. '왜 노을은 이처럼 짧기만 할까?' 추수빈은 극히 잠깐 동안 대지를 황홀하게 장식한 채 곧 사라지는 노을이 문득 자기 자신의 신세와 같다고 생각했다. 중원오봉중 환상비연...... 집마부의 천금이자 마도계의 꽃...... 하지만 그 화려함은 단지 겉모습 뿐이며..... 곧 사그라져야 하는 자신의 운명! 특히 이미 사랑을 알아버린 그녀이기에 이러한 자신의 신세가 더욱 안타깝기만 하였다. 천기청취풍(天氣淸吹風) 일광조우하(日光照雨下) 사군생당희(思君生當喜) 공심하소소(空心何蕭蕭) 하늘은 맑은데 바람이 불고 햇빛은 비추는데 비가 내린다 사랑하는 님이 살았으니 당연히 기쁘나 부질없는 마음은 왜 이리 쓸쓸한가? 추수빈의 입에서는 깊은 탄식이 터져 나왔다. 이 때 현무는 뇌옥의 주변에서 호시탐탐 뇌옥으로 들어갈 기회를 살 피고 있었다. 뇌옥주변은 여전히 철통같은 경비가 펼쳐져 있었지만 그래도 밤이 되니 현무가 활동하기에는 조금 편한 것 같았다. 그래도 현무로서는 자신의 잠영진기가 통하지 않던 그 황의를 입은 수비대장이 두 눈을 부릅뜨고 있는지라 차마 결행을 못하고 망설이 고 있었다. '저 자는 화장실도 안 가나?' 비록 적이였지만 그의 근무태도에 현무는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기다리는 사람에게는 기회가 오는 법, 꾸준히 기다린 보람인지 마침그가 자리를 벗어나는 모습이 현무의 눈에 띠였다. '그럼 그렇지.....철인이 아닌 이상.....' 그가 자리를 완전히 벗어난 것을 확인한 현무는 마침내 잠영진기를 최대한 일으킨 채로 곧바로 뇌옥입구를 향해 부동환상신법을 전개했 다. "쑤우욱!" 미세한 공기의 파장과 함께 그의 몸은 마치 허깨비처럼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그리고 그와 거의 동시에 그의 형체는 뇌옥의 입구에서 삼사장쯤 들 어간 갈림길 모퉁이에 나타났다. 하지만 여전히 그의 몸은 잠영진기에 가려진 상태로 일반무사들은 그를 본다고 해도 단지 텅빈 허공만을 보게 되는 것이였다. 갈림길은 지상 석실로 통하는 길과 지하로 향한 계단으로 나뉘어져 있었는데.... 현무가 보기에 지상의 석실은 교대한 수비무사들의 대기소로 활용되 는 듯 싶었고, 필경 뇌옥은 지하에 있는 것 같았다. 이러한 판단을 한 현무는 유운신법과 잠영진기를 동시에 운용한 채 조심스럽게 지하계단을 통해 이동하기 시작했다. 비록 잠영진기를 운용한 상태였지만 군데군데 밝혀진 횃불과 수비무 사들의 시선을 가급적 피해가며 최대한 주의를 기했다. 뇌옥내부라 해서 고수가 없다고는 할 수 없었기 때문이였다. 이러한 주의 때문인지 현무는 마침내 남궁하들이 갇혀 있는 뇌옥을 찾을 수 있었다. 다행이 칠십여명에 이르른 백도젊은이들은 모두 한 감옥안에 갇혀 있었는데.....모두들 이미 혈도가 풀렸으련만 미동도 않고 앉아 있었 다. 필경 수비무사들의 시선을 의식한 탓으로 생각되었다. 수비무사들은 2명정도가 그들이 갇혀있는 뇌옥주변에 있었고, 조금 떨어져 다시 2명이 눈에 띠였다. 현무는 아무래도 갇혀있는 사람들과 의사소통을 하려면 일단 그들부 터 제압해야 할 것 같았다. 제압한 후 그들에게 섭혼비술을 전개하면 오히려 그들을 적의 접근 에 대한 감시자로 이용할 수 있을테고 탈출시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 는 생각이였다. 이러한 생각과 함께 곧 현무의 행동이 이어졌다. 이미 그의 무공은 2갑자를 상회한데다 초극무예까지 달통한 현무에 게 그들과 같은 일반무사들은 상대가 되지 않았다. 현무의 일거수에 곧바로 뇌옥입구쪽 무사들이 허수아비로 변했고, 미처 그러한 상황을 발견도 못한 채 뇌옥앞의 무사들마저 현무의 일 선지에 마혈이 찍혀 버렸다. '후후, 모두들 이와같다면 얼마나 편할까?' 이제 굳이 잠영진기를 운용할 필요가 없어진 현무는 곧바로 신영을 드러내며 제압된 무사들을 한 곳으로 데리고 갔다. 그러면서 슬쩍 뇌옥쪽을 살펴보니 남궁하 등이 이미 그의 존재를 눈 치챈 듯 무언가 소리치려 하고 있었다. 이에 현무는 남궁하에게 눈을 한 번 깜빡여 보이고, 가만히 있으라 는 손짓을 하였다. 그런 직후 곧바로 섭혼비술을 전개했다. 마치 두눈을 찌를듯한 날카로운 안광! 그리고 비록 소리는 작았지만 뇌를 찌렁찌렁 울리는 그의 음성..... 그들의 안광은 급격히 빛을 잃어 갔다. "듣거라! 너희들의 영혼의 주인으로서 명령하노니...... 너희들은 평상치 처럼 계속하여 근무에 임하라! 단 한가지 뇌옥안의 움직임에 대해서는 전혀 상관하지 말 것이며, 그들의 행동을 제지하거나 이를 외부에 알려서도 안된다. 그리고 누구라도 뇌옥에 접근하려는 자가 있거든 두 명을 이를 제지 하고 나머지 두 명을 그러한 내용을 나나 저기 보이는 저 소저에게 신속히 알려야 한다. 영혼의 주인으로서 명령하노니....이 일에는 추호도 어김이 없어야 할 것이다. 지금 즉시 실행하라!" 뇌리를 울리는 현무의 음성에 그들은 마치 바보라도 된 듯 고개를 끄덕이다가 현무의 말이 끝나자 다시 평상시의 안광을 회복하며 근 무를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들은 현무를 보고도 전혀 상관하지 않는 것이 섭혼비술이 제대로 작용하고 있음이 틀림없었다. 비로소 현무는 뇌옥으로 접근했다. 수비무사에게서 빼앗은 듯 그의 손에는 어느 새 뇌옥의 열쇠가 들려 있었다. "고생이 많구려!" 유난히 수척해진 남궁하를 바라보며 현무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이야 기 하였다. 이에 남궁하는 막상 그의 생존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새삼 감정이 벅차 오는 듯 한동안 말을 하지 못하고 그저 그의 얼굴만 멍하니 바 라보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새어나오는 한 마디..... "나쁜 사람...!" 지극히 짧은 한마디였지만 온갖 감정이 다 배여있는 소리였다. 현무는 빙그레 웃으며 그러한 그녀의 손을 잡아 주었다. "미안하오!" 남궁하의 얼굴에 조금씩 웃음이 떠 오르기 시작했다. 여전히 눈물이 맺혀 있는 상태로..... "괜찮아요. 지금 형이 내 눈앞에 있는데요...뭘.." 잠시후 현무를 알고 있던 제갈청운, 북궁지 등 신주십출의 인물들이 분분히 현무앞으로 다가왔다. "반갑소이다. 현공자!" 현무는 환하게 웃으면서 그들과 인사를 하였다. "하하, 이상한 곳에서 다시 만나게 되었군요! 그래 모두들 다친데는 없소?" "예, 다행이..... 본래는 체포되는 과정에서 저항하려 했으나 저들의 숫자가 너무나 많았고, 또 무슨 영문인지 알 수가 없어서 일단 순수 히들 체포되기로 했어요. 하지만 성질이 급한 몇몇 사람들은 불행히 도 희생당했고요..." 남궁하가 뇌옥안에 있던 사람들을 대신하여 대답하였다. "그것보다 현무형은 정말 놀라운 재주를 가지고 있군요. 이처럼 삼 엄한 뇌옥안을 마치 안방 들어다니듯 들어오고, 또 저들을 마치 하 인처럼 길들여 놓았으니......" 갑자기 들려오는 영롱한 목소리도 목소리였지만...남궁하 외에는 자 신을 이렇게 부를 사람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던 현무는 기이한 표 정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그녀는 바로 북궁지였다. 그녀는 감옥에 갖혀 있으면서도 여전히 화사한 미모를 자랑하고 있 었는데...아마 스스로 생각해도 자신이 사용했던 어투가 대담했는지 계면쩍게 웃고 있었다. "아, 난 또 누구신가 했더니 바로 북궁소저였구려.... 그저 잔 재주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그 잔 재주도 지금에 있어서는 무척이나 유용할 것 같은데 요?" "하하, 그래서 굼뱅이도 구르는 재주가 있다 하지 않았소?" 이에 북궁지는 그만 까르르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호호 그럼 현...형께서 굼뱅이가 되나요?" "쉬잇! 밖에서 듣겠소이다" 그러자 북궁지는 얼른 입을 가렸는데.... 두 눈만은여전히 웃고 있어 그 모습이 무척이나 귀여워 보였다. 잠시후 현무는 조금 심각해진 표정으로 남궁하를 바라보며 말을 하 엿다. "남궁소저! 어떻소? 탈출방법에 대한 묘안이라도......?" "글쎄요...! 이 상황에서 묘안이 나올 수 있겠어요?" "물론 그렇소! 외부의 조력이나 방조자가 없는 상황이니...그저 뚫고 나갈 수밖에 없긴 한데......" "그러나 복안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예요. 병법에 '송곳전법' 이란 게 있어요. 보통 기동력이 있는 소수가 다수 의 적을 상대할 때 사용하는 방법인데, 그 내용은 최대한 기동력을 발휘하여 열의 힘으로 하나를 공격하는 것이예요. 즉 우리들이 하나 로 똘똘 뭉쳐 막는 적들에 대하여 집중공격을 가하면서 최대한 기동 력을 발휘하여 최단경로로 집마부 영내와 천라지망을 벗어나는 거예 요." 남궁하의 의견에 제갈청운이 두뇌집단의 후예답게 맞장구를 치고 나 왔다. "아하! 바로 몽골의 풍운아 테무친이 주로 사용했던 전술을 말하는 군요. 그것이 이 상황에서는 거의 유일한 방법인 것 같습니다. 그런 데 여기에 있는 우리들의 힘으로만 과연 집마부의 천라지망을 뚫을 수 있을까요?" 이에 남궁하가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말을 받았다. "물론 장담할 수는 없어요. 하지만 최선은 다해 봐야죠! 다행이 적들 이 아직 우리의 계획을 모르고 있으니 기습이 통할 것이고..... 여기 에 적절한 화공(火攻)과 죄수들을 몽땅 풀어 놓아 적들에게 최대한 혼란을 주게 된다면 의외로 효과가 클 거예요. 다만, 여기에 외부의 적절한 조력만 가세된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 인데........" 그 때 무리중에서 한 청년이 앞으로 걸어 나오며 말을 하였다. "저에게 한 가지 방법이 있긴 하지만....." 남궁하가 반색을 하며 바라보니 그는 바로 사천당문의 삼공자인 팔 수소웅 당경상이란 사람이였다. 신체 어느 부위에서라도 암기를 발할 수 있다고 해서 명호에 팔수 (八手)라는 호칭이 붙어 있는...... "그게 무슨 방법이죠?" "우리 당문의 제자들이 위급할 때 날리는 신호탄이 있습니다. 비록 모든 암기들은 저들에게 빼앗겼지만 이것만은 워낙 은밀하게 감추어 둔 터라......" "사천당문이라면 이곳에서 거의 이백여리 떨어져 있는데...과연 그 신호가 당문까지 갈 수 있을 까요?" "물론 그렇습니다. 하지만 본래 이곳 사천지방에는 본문의 제자들이 많이 활동하고 있어 어쩌면 연락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그들이 이 곳까지 도착하려면 아무리 빨라도 반나 절 이상은 걸릴텐데.....과연 우리가 그 때까지 버틸 수 있을는지.... 더욱이 충분한 인원을 보내줄 지도 의문이고....." 이러한 남궁하의 의문제기에 대해 당경상도 더 이상 대책이 없는 지 아무 말도 하지 못했고.....그들의 대화에 은근히 기대를 하고 있던 사람들도 실망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러나 이 때 현무가 나섰다. "일단 그 시간을 최대한 줄입시다." "어떻게요?" "지금 내가 바로 나가서 신호탄을 발출하지요" 이에 사람들이 반색하였다. 그렇게 된다면 최소한 두시진정도는 앞 당길 수 있는 것이다. "그것 참 좋은 의견이군요" 현무의 이야기기 계속 되었다. "그리고 참 당소협께 한가지 묻겠습니다. 그 신호탄은 당소협만 가 지고 있습니까?" "모든 당문제다들이 모두 신호탄을 가지고 있으나 그 신호들은 각각 입니다" "그렇다면 그 신호탄을 날린 사람이 당소협인줄 알겠군요. 그리고 지금 당소협이 집마부에 있다는 사실도....." "아마 그럴 것입니다" "그렇다면 당문에서도 필히 충분한 인원을 가장 빠른 경로로 파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들도 집마부내 무슨 변고가 있음을 추측하고 있을 테고....더우기 당문의 직계가 날린 신호탄이니 말이요" 이러한 현무의 주장에 중인들은 아! 하는 탄성을 터뜨렸다. 집마부 주변 백리에 천라지망이 펼쳐졌는데.....그 곳에서 별로 떨어 지지 않는 사천당문에서 이를 모르지 않을 테고....당경상이 이곳에 있으니 필히 촉각을 세우고 있을 터였다. "그렇다면 혹 운이 좋으면 청성이나 아미 등 다른 도움도 받을 지도 몰라요. 그들 역시 집마부이 변고를 짐작하고 조사단을 파견했다면 그들은 필히 천라지망의 외곽에서 활동을 하고 있을 테니까요" 이러한 남궁하의 이야기는 사람들에게 더욱 희망을 갖게 하였다. 이에 현무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이야기 했다. "그렇다면 저는 일단 나가서 신호탄부터 올리겠소! 그리고 동남방쪽 의 수비무사들을 최대한 무력화시키는 한편, 정각 자시에 뇌옥을 깨 겠소! 그러니 여러분들께서도 운기조식 등으로 기력조절을 하시오" "예, 그러세요. 부디 조심하고요......." 번 호 : 8381 게시자 : 윤원중 (re5280 ) 등록일 : 1999-05-06 09:21 제 목 : [연재] 천부외경 37 남궁하의 걱정스런 표정을 뒤로 한 채 현무는 다시 뇌옥을 벗어났 다. 이 때는 다시 수비대장이 뇌옥입구에서 근무자들을 독려하고 있었지 만 전혀 예상치 못하게 내부로 부터....그것도 절세적인 금강부동신법 으로 빠져나오는 현무를 발견하지 못했다. 뇌옥을 빠져 나온 현무는 그 때부터 그야말로 종횡무진 활약을 보이 기 시작했다. 잠영진기와 절세적 신법으로 집마부 내부를 내집들어다니듯이 활보 하며 은밀히 신호탄을 올렸고..... 동남방을 수비하는 무사들 상당수를 제압한 후 은밀히 그들에게 섭 혼비술을 전개하여 사태가 발생시 오히려 혼란만 조장하게 암시를 걸었다. 예정했던 미시가 가까워 지자 남궁하는 백도의 젊은이들을 그녀의 주변에 불렀다. 비록 그 곳에는 제갈청운과 같은 오룡의 일원도 있었지만 지혜에 관 해서는 그녀를 따를 수 없었고, 더욱이 이번 거사에 있어서 가장 큰 힘이 되고 있는 현무와 절친한 관계인지라 그녀는 은연중 일행들의 지휘자가 되어 있었던 것이다. "혹 제 말이 기분나쁘더라도 모두들 위한 것이니 참고 이행해 주시 기 바랍니다. 먼저 제갈소협께서는 자시 일각전에 북궁동생과 몇사람을 데리고 신 호가 올라오는 즉시 각 뇌옥을 일제히 열어 죄수들을 석방시키세요. 이는 혼란을 가중시키는 일입니다. 그들은 어리둥절 하겠지만 사방 에 비치는 화광 때문에 적절히 혼란을 만들어 줄 것입니다. 다음은 모든 분들의 행동요령입니다. 잠시후 자시가 되면 뇌옥 주변에서 일제히 화염이 솟아 오르고 현공 자께서 뇌옥을 깰 것입니다. 우리는 그에 상응하여 내부로부터 뇌옥 을 깨고 나가야 하며 나가는 즉시 일직선으로 동남방으로 질주하면 됩니다. 단 한가지 유의할 점은 우리들의 전력은 이들에 비해 현격 한 차이가 있는 관계로 최대한 신속히 이동해야만 하고, 설혹 부상 병이나 희생자가 있더라도 돌 볼 틈이 없다는 것입니다. 다행이 적들의 숫자는 많더라도 분산되어 있고, 우리의 집중된 힘은 오직 한 곳을 향하여서만 분출될 것이니...이 점만 명심한다면 무사 히 이곳 집마부 경내를 벗어날 수 있을 것입니다. 집마부를 벗어날 때까지는 저와 현공자가 앞에서 길을 뚫어 나갈 것 이니 제갈공자와 북궁소저, 화연여협 등은 후미를 맡아주시기 바랍 니다. 그리고 집마부를 벗어난 직후에는 적들을 추적을 분산시키기 위해 2 개조로 나누어 움직이는데...합류 지점은 바로 호북성과 경계지역인 만현(萬縣)입니다. 특히 명심할 것은 잠시도 쉬지 않고 앞으로만 달려야 한다는 것입니 다. 적들의 천라지망은 실로 완벽하게 갖추어 져 있어 잠시라도 멈추어 선다면 곧바로 이중 삼중 포위될 것이니 설혹 희생이 따르더라도 절 대로 멈추어 서서는 안됩니다. 그래서 다행이 사천당문이나 정파 조사단 등과 합류할 수 있다면 그 들이 잠시의 시간을 벌어줄 수 있을테고, 일단 사천성을 벗어나면 어느정도 안심을 해도 될 것입니다. " 이러한 남궁하의 의견에 대하여 제갈청운은 차라리 모두들 분산하여 각개 약진을 하면 어떠겠느냐는 의견을 개진하였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리 않해도 부족한 힘을 더 분산시키면 곤란할 거라는 남궁하의 의견에 찬동을 하였고, 시간이 부족한 지라 일단 그녀의 의견에 따르기로 하였다. 마치 목을 죄는 듯한 긴장의 시간이 흐르고... 마침내 자시(子時)를 알리는 북소리가 집마부 경내를 울리기 시작했 다. 뇌옥의 지붕위에서 몸을 웅크린 채 날카로운 눈빛으로 뇌옥의 주변 과 집마부 경내를 살피던 현무의 눈에 막 치솟아 오르는 불길이 눈 에 띄였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어디선가 고함소리가 들려왔다. "불이야...! 불..!" 그리고 그 불길은 삽시간에 거세게 타오르기 시작하였다. 이처럼 갑작스런 사태에 뇌옥주변을 경계하던 무사들이 동요를 보이 기 시작했다. '바로 이 때다!' 이러한 순간을 노리고 있던 현무는 검을 빼어 들고 곧바로 뇌옥입구 를 향해 몸을 날렸다. 그의 일차적 목표는 바로 황의를 입은 수비대장! 만일 그 마저 쓰러진다면 수비무사들의 동요는 더욱 커질 것이기 때 문이였다. 그리 않해도 갑작스런 사태에 안절부절 못하고 있던 수비대장은 일 직선으로 자신을 향해 쳐들어 오는 물체에 깜짝 놀라며 뒤로 물러섰 다. "의헉! 웬 놈...." 하지만 현무의 검은 그의 말이 끝나기를 기다리지 않고 그대로 그의 왼쪽 가슴을 향해 밀려들고 있었다. 이에 그는 미처 말도 마치지 못한 채 다급히 우측으로 몸을 굴렸다. 그 상황에서는 가장 적절한 임기응변이라 할 수 있었다. "이 미꾸라지 같은 놈!" 그러나 이미 작정하고 나선 현무의 검은 그의 구르는 몸을 따라가며 연이어 광채를 뿜어내고 있었다. "만마를 굴복시키나니 복마지검~~ 수백의 검극이 하늘을 가린다 천지무극검법~~" 낭랑한 외침과 함께 그의 손에서 연신 전개되는 천지변색의 절초들! 이에 수비대장은 도저히 피해내지 못할 것을 직감하고 다급한 와중 에서도 칼을 뽑아 휘두렀지만..... 이미 그의 몸에는 현무의 검이 수차례 격중되고 있었다. "아아악!" 수비대장의 입에서 터져나온 최후의 비명소리, 하지만 그 비명소리는 끝이 아니고 시작에 불과했다. 현무는 최대한 속전속결을 다짐한 듯 수비대장을 베어버린 여세로 그대로 수비무사들을 향해 거의 손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검을 휘두 르기 시작했는데...... 이에 수비무사들은 미처 저항할 생각도 못한 채 우수수 쓰러질 수밖 에 없었으며, 현무의 검을 피해 우왕좌왕 이리저리 밀려나는데 급급 하고 있었다. 그런데 설상가상 그러한 그들의 좌우측에서도 눈부신 검광(劍光)과 함께 비명소리가 터져 나왔다. 경황중에서도 현무가 고개를 돌려보니 온몸을 흑의로 감싼 두명의 복면인들이 수비무사들을 도륙하는 것이였다. 바로 그순간 그의 귓전에 그들중 한 명이 보내는 듯한 전음소리가 들려왔다. "현공자이시오? 저희들은 무영쌍위입니다. 공녀의 명을 받고....." 이에 현무는 그의 전음이 채 끝나기도 전에 소리를 쳤다. "잘왔소! 난 옥을 깰테니 그대들은 통로를 개설해 주시오" 말과 함께 현무는 곧바로 뇌옥을 향해 몸을 날렸다. 이 때는 뇌옥에서도 상당수의 수비무사들이 몰려 나오고 있었는데.. 그들은 미처 채비도 차리기 전에 현무의 육장과 퇴법에 어육이 되고 있었고, 그들에게 막혀 뒤쪽의 무사들도 전진하지 못한채 혼란만 부 채질 하고 있었다. 그 때 뇌옥으로 향한 지하통로에서 거대한 함성소리와 함께 수많은 사람들 이 밀려나오기 시작했다. "형! 저희들입니다" 그들은 바로 남궁하와 백도의 젊은이들이였으며, 그 밖에 죄수들로 생각되는 무수한 사람들이 같이 섞여 있었다. "신속해서좋소! 자, 그럼 이제부터 탈출이요. 모두들 나를 따르시 오" 그러면서 현무는 그들의 가장 앞에서 길을 뚫기 시작했다. 비록 수비무사들은 아직 수백명에 달했으나 이미 전의를 상실한 듯 그저 속절없이 길을 비켜줄 수밖에 없었다. 더욱이 백도인들과 함께 뇌옥을 빠져나온 수백명의 죄수들이 좌충우 돌하며 혼란을 조성하고 있었기에 그 와중에서 현무와 무영쌍위, 백 도인들은 곧바로 집마부의 남동쪽을 향해 몸을날렸다. "와! 죄수들이 탈출을 한다" 그제서야 수비무사들도 상황을 알아차렸는지 경보를 울림과 동시에 일부가 그들의 행로를 가로막고 나섰고, 여러군데에서 많은 수의 무 사들이 몰려들고 있었지만 오직 방향을 동남방으로만 향한 채 전력 을 집중하는 일행들을 가로 막을 수는 없었다. 한밤중 집마부 경내에 갑자기 비상사태를 알리는 요란한 북소리들이 울리기 시작했다. 허나, 이미그 순간 현무와 남궁하가 앞장 선 백도의 젊은이들은 서 남쪽을 진로로 삼아 전력을 다해 질주하고 있었으니..... 모두들 생사 가 걸린 사안이라 그 빠르기는 질풍과도 같았다. 단지 동남쪽으로만 방향을 잡은 채 하나의 직선이 되어 날아가는 팔 십여명의 젊은이들! 특히 이들은 생사가 달린 문제인지라 마치 질풍같은 속도로 달리고 있었다. 이들이 나아가는 방향에서는 군데군데 집마부 무사들의 저항이 있었 으나 이미 현무의 섭혼지술에 제압당한 무사들이 자중지란을 일으키 고 있었던 터라 단지 그들의 속도를 조금 줄이고....대형에서 뒤 떨어 진 몇몇 젊은이들을 가로 막는 정도에 불과하였다. 물론 그들중에는 몇몇 무공이 높은 집마부의 간부급 인사들이 포함 되어 있었으나 이들은 현무와 남궁하, 그리고 무영쌍위들이 전력으 로 전개하는 합격술에 주춤거릴 수밖에 없었으며, 그들에게는 본대 에서 다시 십여명 이상의 공격이 집중되고 있었다. 그러한 상황이니 비교적 무공이 높은 자들이라 할 지라도 부상을 입 고 나둥그라 졌으며....감히 추적할 생각을 못하였다. 그러나 그 사이에도 몇몇 무공과 경신술이 뒤쳐진 인물들은 불나방 같이 덤벼드는 집마부의 무사들에 의해 지속적으로 희생될 수밖에 없었다. (미안하오. 당신들을 돌보지 못해서.....하지만 내 능력이 이 정도밖에 되지 못하니 어떻하겠소) 현무는 내심 이렇게 중얼거리며 일행을 독려하여 더욱 빠른 속도로 집마부의 외곽을 향해 돌진하였다. 마침내 이들의 시야에 집마부를 둘러싼 담장이 보이고 있었다. "야! 드디어 담장이다!" 그야말로 죽을 힘을 다하여 앞으로만 달리던 이들에게 집마부의 담 장은 바로 희망의 상징이였던 것이다. 그러나 아직 이들에겐 마지막 고비가 남아 있었으니....이미 경보가 발한 지 일각여....어느새 담장 주변에는 백여명 이상의 집마부 무사 들이 집결하고 있었던 것이다. 바로 앞에는 백여명의 집마부 무사들, 그리고 뒤에는 마치 아귀들처 럼 악착같이 쫓아오는 추격병들.... 하지만 이들에겐 오직 싸워 돌파하는 방법 이외에는 다른 수단이 없 었다. "최후의 힘을 발휘합시다. 어차피 죽기 아니면 살기요!" 이러한 외침과 함께 현무는 가장 앞장서 적들을 향해 돌진하기 시작 했다. 이미 핏발이 선 그의 눈에서는 마치 섬전처럼 날카로운 빛이 쏟아져 나오고 분심공(分心功)을 운용한 그의 양팔과 양다리는 마치 풍차처럼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우와와와!" 이미 죽음을 각오한 일행들의 저돌적인 공격! 그들의 입에서는 마치 야수와 같이 날카로운 고함소리가 터져 나오 고, 앙당 물은 이빨은 금방이라도 부서질 것만 같았다. 단지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이들을 막는 자, 그리고 죽음을 각오하고 이들을 뚫으려는 자, 과연 누가 우세할 것인가? 당연히 뚫으려는 자들의 광포한 기세에 수비무사들은 제대로 공격다 운 공격한번 못해보고 쓰러지거나 주춤거리기 시작했으며 일행들은 마침내 그 기세를 몰아 담장을 넘을 수 있었다. 당초 77명이 탈출을 감행했는데....이곳까지 도착한 사람은 모두해서 60여명! 결국 이십여명의 아까운 젊은이들이 희생되어 버렸으나, 그래도 집 마부 본부를 뚫고 나온 대가치고는 적은 편이였다. 이는 오로지 혼란과 기습전술, 그리고 사전에 현무가 섭혼비술로 자 중지란을 일으킨 덕분이였다. 하지만 일행은 이러한 감회에 젖어 잠시라도 지체할 수 없었으니..... 이미 가시권에 들어오는 추격병들의 숫자가 그야말로 어마어마 했던 것이다. 따라서 이들은 계획에 따라 일제히 두줄기로 나누어 방향을 동쪽으 로 튼 후 다시 앞만 보고 달리기 시작했다. 다행이 집마부를 벗어나자 자시의 칠흑같은 어둠이 이들의 흔적을 감싸 추적자들의 발길을 더디게 만들었다. 그러나 그들은 조금도 방심할 수 없었다. 이미 집마부의 천라지망을 전개된 상태! 만일 자신들의 발길이 조금이라도 지체된다면 곧바로 신호가 터져 나올 것이고....이를 향해 수천명 이상의 천라지망이 급속히 좁혀들게 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저 길도 무시한 채, 숲과 같은 장애물도 무시한 채 최대한의 경공 으로 앞만보고 질주하는 것이 유일한 살 길이였던 것이다. 이러한 방법은 필히 일부의 희생을 전제할 수밖에 없었으니...... 부상을 입거나 대열에서 낙오된 사람들을 돌볼 여유가 없었고, 결국 이들은 몰려드는 집마부 무사들에게 굴복하거나 처참히 살해되고 있 었다. 시간이 흐르고 있었다. 여기저기에 난 부상으로 성한 사람이 하나도 없었고 전력을 다한 경 공으로 금방이라도 숨이 먿을 듯 했지만 오직 초인적인 인내로 천라 지망을 뚫고 있는 젊은이들..... 이미 이들에게는 말이 없어진 지 오래 되었다. 그야말로 사력을 다한 기나긴 탈출행로! 미처 경보가 달하기전 더구나 칠흑같은 어둠을 틈탄 기습적인 행로 였지만, 과연 집마부의 천라지망은 대단한 것이여서, 곳곳에서 수많 은 무사들이 이들의 행로를 막았고, 이들을 뚫기위해 잠시만 지체하 면 지체없이 경보음과 함께 수많은 무사들이 떼거지로 몰려들었다. "휴, 지독하군....미리 예상못한 바는 아니였지만 이토록 지독할 줄이 야" 남궁하와 함께 가장 앞장서서 길을 열고 있던 현무는 요소요소마자 밀려드는 적들의 공세에 질릴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이 남궁하의 무공이 거의 무유에 필적할 정도로 강 했고, 추수빈이 붙여준 무영쌍위의 실력도 상당히 뛰어나 많은 도움 이 되었다는 사실이다. 이에 현무는 다른 조가 걱정이 되었다. 비록 그들중에는 신주십출중 3인이 포함되어 있었지만 사실 오봉의 실력은 남궁하를 제외하면 오룡과는 한단계 이상의 차이가 있는 것 이라 오히려 현무와 무영쌍위가 가세한 이쪽 조에 비해 열세였던 것 이다. 그러나 현무는 이러한 생각을 애써 지웠다. '내 코도 석자인데....지금 누굴 걱정하고 있나?' 일단 현무는 자신의 일행들이라도 최대한 희생을 줄이며 천라지망을 벗어나는 것이 가장 급선무라 생각했던 것이다. 벌써 그들이 탈출을 감행한지 두 시진 가량이 흘러갔으며, 탈출행로 는 어림 추산을 해도 70여리가 되었으니 이제 한 반시진 정도만 더 버틴다면 창천령에 이를 수 있을테고...... 남궁하의 예측대로라면 그 부근에서 사천당문의 구원대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번 호 : 8382 게시자 : 윤원중 (re5280 ) 등록일 : 1999-05-06 09:22 제 목 : [연재] 천부외경 38 그런데 바로 그 순간! "멈춰라!" 하는 마치 천둥같은 호통소리와 함께.... 한참 질주하던 이들의 앞에 마치 땅에서 솟아오른 듯이 이십여명의 대한들이 갑자기 나타나 이들의 행로를 가로막는가 하더니.... 그들 사이에서 "꽈르르릉"하는 천둥소리와 함께 갑자기 거대한 잠력 이 몰아쳐 왔다. "피하시오!" 너무나 거대한 잠력에 현무는 일행들을 향개 급히 외친 후 수중의 검을 허공으로 던져 버리고 두 손을 앞을 향해 맹렬히 뻗어 내었다. 그러자 그의 양수에서는 황급한 순간임에도 불구하고 거센 기류가 쏟아져 나와 그 잠력을 향해 마주쳐 갔다. "얍!" 이 때는 남궁하도 수중의 검을 놀라운 속도로 휘두르고 있었다. 그녀의 검에서는 하얀 빛줄기 같은 검기가 무수히 일어나더니 현무 의 장력이 지나간 자리에 새하얀 검막을 형성하고 있었다. 바로 남궁세가의 최대 수비식인 '수렴검막'이였다. 마침내 세 개의 힘들이 거세게 충돌했다. "콰앙!" "파박!" 서로 다른 종류의 충격음이 거세게 울리며 주변 나무들이 세차게 흔 들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현무와 남궁하는 창백한 얼굴로 뒤로 밀려났다. 그 폭풍과 같은 잠력의 위력이 워낙 대단해서..... 현무의 나한장을 뚫고 남궁하의 수렴검막까지 뒤흔들어 버린 것이였 다. 그러나 다행이 그들의 보호를 받고 있던 일행들은 무사할 수 있었 다. (우훗! 이렇게 막강하다니...? ) 가슴으로부터 밀려오는 거대한 충격에 어쩔 수없이 뒤로 물러나면서 도 현무와 남궁하는 도대체 그가 누구인데 이처럼 놀라운 장력을 날 릴 수 있는가 하는 의문에 빠졌다. 그 때 전면으로부터 탄성이 터져 나왔다. "감히 나 철탑패신 우문황을 물러서게 하다니.....대단하군! 그래도그 정도가 되니 그 삼엄한 천라지망을 뚫고 이 곳에 까지 이 를 수 있던 것이지..." 이에 남궁하는 기절할 듯이 놀랐다. 그는 마치 조그마한 동산을 연 상케 할 정도로 거대한 몸짓을 자랑하고 있었는데, 설마 그가 집마 부 십마천중 서열 3,4위에 든다하는 금마천주(金魔天主)이자 암흑마 방의 방주인 우문황일 줄이야! "아니, 당신이 바로 금마천주란 일이예요?" 남궁하의 놀란 음성에 우문황은 번쩍이는 시선으로 그녀를 바라보았 다. "하하하, 남궁가의 수렴검막이 펼쳐지길래 난 또 누군가 했더니 네 가 바로 천혜옥인이라는 아이구나! 듣자하니 네가 여우같이 총명하 다던데, 이 우문황이 여기에 있는데 어찌 항복할 생각을 하지 않느 냐?" 남궁하는 깊고 깊은 절망감을 느꼈다. 그가 정녕 집마부에서도 서열 이 3,4위에 들고 강호십대고수중 하나인 우문황인 이상 오늘 그들에 게는 길보다 흉이 많으리란 생각이 드는 것이였다. 이를 보고 있던 현무가 그녀에게 전음을 날렸다. (그가 진정 그토록 무서운 자요?) 이에 남궁하는 현무에게 간단하게나마 그의 무공수준에 대해 알려 주었다. (그렇다면 큰 일이구려! 금방 무수한 적들이 밀려들텐데.....) (그래요! 그만해도 당해내기 힘들텐데....적들에게 포위라도 당한다 면...아마 우리들 중 단 하나도 이 곳을 벗어나기 힘들거예요) 잠시 침묵이 오갔다. 그러나 우문황은 그 사이도 못 참겠다는 듯 소리를 질러댔다. "무엇들 하느냐? 어서 항복을 하지 못하고.... 뜨거운 맛을 보고야만 굴복하겠느냐?" 이에 현무가 남궁하에게 다시 전음을 날렸다. (일단 붙어 봅시다. 그가 아무리 뛰어나도 우리 둘이 전력을 다해 공격한다면 필히 무언가 틈을 만들 수 있을 것이요!) (좋아요! 한 번 해 보죠. 하지만 적들이 더 몰려들기 전에 일단 일행 들부터 보내야 겠어요. 그러니 제가 어떻해서든지 잠시동안 우문황 을 잡아 둘테니 형은 그동안 무영쌍위와 함께 그들을 처치하세요. 그러고 난다면 최악의 경우 몸을 피할 수도 있을 거예요) (좋소!) 이처럼 협의를 하는 순간 우문황은 마침내 더 이상 참지 못하고 그 들을 향해 한 걸음씩 접근하고 있었다. 이에 현무는 무영쌍위에게 그리고 남궁하는 일행들에게 다급히 전음 을 날려 그들의 계획을 알렸다. 즉 남궁하가 우문황을 저지하고, 그 사이에 현무와 무영쌍위가 앞을 막고 있는 적들을 처치하며 나머지 인원들은 전력을 다해 이 곳을 벗어나기로...... 급박한 상황에서도 모든 계획을 짠 남궁하는 마침내 우문황을 향해 생글거리며 한걸음 앞으로 나섰다. "우문노선배의 위명앞에 어찌 저희들이 대적하리오까? 하지만 저의 평생 소원은 바로 노선배와 같이 고강하신 분의 가르침을 한 번 받 아보는 것이라! 그 직후 모두들 항복하겠어요" 이러한 남궁하의 태도에 우문황은 기쁜지 커다랗게 웃었다. "하하하, 그대는 그래도 선배를 알아보는구나! 좋다 어서 나오너라 내 후배에게 한수 지도해 주지!" "호호, 손속에 사정을 두세요" "하하, 걱정마라! 설마 내가 너를 해치겠느냐?" 마치 모르는 사람들이 본다면 다정한 조손(祖孫)간 연습비무라도 벌 이는 것으로 착각할 지경이였다. 이를 지켜보던 현무도 그녀의 능수능란한 언동에 실소를 금치 못했 다. 과연 이러한 남궁하의 태도에 우문황은 정작 그녀와 비무를 시작하 면서도 장난하듯 허초로부터 시작하였다. 하지만 남궁하로서는 생사 가 달린 문제, 암암리에 전 공력을 검 끝에 주입한 그녀는 우문황의 헛초가 지척에 다가오자 이를 무시한채 번개같은 신법으로 그에게 다가서며 눈부신 속도로 검을 전후좌우로 마구 휘둘렀다. "천공을 가르며 무수한 유성이 쏟아지나니....이를 일러 은하유성연환 검법이라 하노라!" 남궁하의 낭랑한 음성과 함께 그녀의 검에서는 마치 천지를 가를듯 한 찬란한 검기가 일직선으로 우문황의 가슴을 향해 밀려들고 있었 고, 연이어 마치 폭죽이 작렬하듯이 빗살같은 수많은 검의 잔영들이 그의 사면팔방을 봉쇄한채 그 뒤를 따르고 있었으니.......가히 연환검 (連環劍)의 극치라 할 수 있었다. "으헉! 아니 이 년이..?" 그대로 방심의 허를 찔린 우문황은 미칠 듯이 노했지만 우선 눈앞에 밀려드는 놀라운 검세에 그도 어쩔 수 없었으니, 그는 황급히 신영 을 멈춘 채 제자리를 맹렬히 돌며 연이어 강력한 장력을 쳐댔다. 그러자 일대는 검기와 장력의 격돌로 마치 강력한 회오리 바람을 만 난 것과 같이 흙과 돌, 그리고 나뭇가지들이 분분히 날아올라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가운데 날카로운 마찰음만이 들릴 뿐이였다. 그러나 바로 그 순간, 현무의 신영(身影)이 부르르 떨리면서 그 자리에서 사라져 버리더니 거의 동시에 적들 한가운데 나타나는 것이였다. 바로 한정된 공간에서는 가장 빠르다는 금강부동신법이 다시 나타난 것이다. 이러한 갑작스런 상황변화에 우문황의 수하들은 미처 대비를 못하고 있었으며...바로 그 방심의 허를 찌르며 현무가 자신의 최대절학인 천지무극검법을 전개하였다. 마치 하늘과 땅, 전후사방에서 수십자루의 검극이 날라오는 형세! 이에 속절없이 서너명이 그 자리에 쓰러져 버리고.....무영쌍위는 다 시 이들의 좌우측으로 짓쳐들며 협공을 시작하고 있었다. 이 틈을 놓일새라 기회를 보고 있던 백도의 젊은이들은 마치 천지를 떠나갈 듯 함성을 질러대며 일제히 몸을 날리며 각자 자신의 최대의 절학들을 쏟아 부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우문황의 수하들이 아무리 훈련이 잘 되어 있다 하더라도 자신의 자리를 지킬 수 없는 것이였다. 결국 혼전속에 다시 서너명의 대한들이 쓰러지고.... 마침내 그 틈을 이용해 백도의 젊은이들이 썰물처럼 빠져 나갔다. "당신들도 가시오!" 현무는 이제 겨우 대여섯명 남아 있는 우문황의 수하들을 거세게 몰 아붙이면서 무영쌍위에게도 소리쳤다. "우리는 안 가겠소! 목숨으로 공자를 지키라는 공녀의 명이요!" 이에 현무는 화를 벌컥 내면서 벌써 다른 적들이 몰려오고 있는 곳 을 가르키면서 소리쳤다. "저들이 몰려오는 것이 안 보이요? 당신들이 남아 있다면 우리들의 행동도 자유롭지 못한단 말이요" 이러한 상황에 무영쌍위들도 자신들이 현무를 보호하기는커녕 오히 려 그에게 짐이 될 수 있음을 깨달았다. "알았소이다. 부디 몸조심하시오!" 결국 무영쌍위마저 현무의 곁을 떠났다. '휴우, 이제는 됬다' 비로소 현무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러나 그의 귓전에 남궁하의 날카로운 음성이 들려왔다. "지금 뭐하고 있는 거예요? 힘들어 죽겠는데....." 이에 현무는 깜짝놀라며 남궁하를 바라 보았다. 이때 남궁하는 이미 칠십이초에 달하는 연환검법을 모두 쏟아낸 후 였는데.....처음에는 그녀의 기세가 워낙 폭풍처럼 밀려 들어 잠시 주 춤하던 우문황이 지금은 남궁하를 마치 쥐를 공격하는 고양이처럼 거세게 몰아치고 있었고, 이에 남궁하는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 하면서도 용케 절묘한 보법으 로 간신히 그의 공격을 피하고 있었지만 더 이상 버티기에는 역부족 인 듯 하였다. 특히, 주변의 상황을 잘 알면서도 남궁하의 연환검법에 휩싸여 개입 을 할 수 없었던 우문황은 마치 분풀이라도 하듯 더욱 거세게 남궁 하를 몰아 붙이고 있었던 것이니...... 이에 현무는 더 이상 우문황의 수하들을 상대할 생각을 버리고 그대 로 우문황을 향해 몸을 날렸다. "야! 이 곰같이 미련하고 밥만 축내는 밥통같은 놈아! 여기도 있다.." 우문황은 이제 3,4초 정도면 이 건방진 계집애를 황천에 보낼 수 있 겠다는 생각에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다가 느닷없이 자신을 욕하며 달려드는 현무의 모습에 그만 불같이 노하며, 남궁하는 제쳐둔채 현 무를 향해 마주 달려 들었다. "이런, 뒈질려고 발광하는 놈이?" 사실 금마천의 천주이자 집마부에서도 서열5위에 드는 그가 어찌 그 처럼 심한 욕을 들어 보았겠는가? 그러나 그건 사실 현무의 계책이였으니.... 우선적으로 남궁하의 위기를 모면시키기 위해서는 그가 장풍을 날려 현무를 저지하기 보다는 직접 몸을 날려 와 주기를 원했던 것이다. 더욱이 불같이 노한 우문황은 장풍을 날리기 보다는 그의 얼굴을 직 접 가격하기를 원했으니....그는 자신을 향해 돌진하고 있는 현무를 그대로 부셔버릴 듯이 마주 다가서며 거대한 주먹을 휘둘렀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 그가 마치 허깨비처럼 사라져 버리는 것이 아 닌가? "아니, 이 쥐파리만한 놈이 갑자기 어디로 사라진 거야?" 순식간에 현무의 코 앞에 당도하였고, 그리하여 도저히 자신의 주먹 을 피할 여유가 없으리라 생각하며 마음껏 주먹은 내 질렀지만 정작 상대는 사라져 버리고 빈 공간만 가격하게 되자 우문황은 무척이나 놀랬다. 도대체 그와같은 짧은 시간에 이건 자신의 공격을 피하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사라져 버렸던 것이다. 하지만 그는 마냥 놀라고만 있을 수 없었으니.....바로 그의 뒷통수를 향한 강한 기세를 느낀 것이다. "하하하, 이 미련한 곰아 내 발길이나 받아라" 보기좋게 우문황의 의표를 찌르며 그의 뒤로 이동한 현무가 마침내 일수유지간에 180번의 연환퇴가 작렬한다는 수유간극퇴법을 전개한 것이다. 좌우의 양발이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우문황의 머리, 목, 등에 작 렬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역시 우문황은 허명만을 날리던 인물이 아니였으니, 단지 감 각만으로 현무의 발길을 느꼈던 그는 뒤로 돌아서기 보다는 그 자리 에서 훌쩍 허공을 향해 뛰어 오르면서 현무의 발길질을 피하고 역습 을 꾀하는 것이였다. 그러나 그 순간 "야 미련팅이 곰아! 본 낭자는 잊었느냐?" 현무의 공격으로 잠시 숨을 돌린 남궁하가 허공에 뜬 그의 몸을 향 해 날카로운 검을 휘두르는 것이였다. 이에 우문황은 그야말로 미치고 꼴딱 숨이 넘어갈 지경이였다. 새파란 애숭이에 이젠 마치 솜털도 안 가신 듯한 계집애까지 나서 자신을 욕하고 있는 것 아닌가? 그러나 그는 치밀어 오르는 울화를 애써 참고 호흡을 가다듬었다. "흐흐, 어디 너희들이 얼마나 더 살아 주둥이를 나불거리는가 보자!" 그러면서 그는 자신의 최대절기인 암흑마장을 전개하기 시작했다. 이암흑마장은 바로 마도계의 3대절기중의 하나로서 방주에게만 전 해 내려온다는 암흑마방 수호장법으로 그 위력은 가히 필설할 수 없 을 정도로 대단하다고 알려져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우문황이 자신의 전 공력을 발휘하여 암흑마장을 전 개하자 그리 않해도 깜깜하던 주변은 한치앞도 보이지 않을 정도의 암흑으로 변해 버렸으며, 마치 폭풍우가 몰아치듯 무시무시한 바람 소리와 함께 수많은 장력들이 현무와 남궁하를 향해밀려들어오고 있었다. "으흑, 이런 무공도 다 있는가?" 한참 득의해 하며 우문황을 놀리던 현무의 안색이 심각하게 변했다. 그도 그럴 수밖에 무엇이 보이던지 해야지 피하거나 공격하거나 할 텐데....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그야말로 순전한 암흑속에서 도대체 어 디에서 날라오는 지 모를 강력한 장풍만 연이어 그의 전신을 공격해 오고 있었으니..... 그저 그러한 장풍이 코앞에 이르러서야만 비로소 반사행동적으로 피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에 현무는 일단 그의 장세권에서 벗어나는 것이 급선무라 생각하 여 급히 금강부동신법을 전개해 좌측으로 10여장 밖으로 물러났다. 그러나 우문황의 암흑마장은 마치 자석이 달린 듯 곧바로 그를 따라 와 다시 그 암흑의 장세로 감싸버렸다. 이 때 남궁하의 날카로운 음성이 현무의 귀를 울렸다. "도저히 안되겠어요. 형! 차라리 앞으로 치고 나가요" 이에 현무는 더 생각해볼 틈도 없이 곧바로 행동에 옮겼다. "좋소이다. 자, 일검에 천지를 가른다. 천지무극검............!" "천공의 번개가 검을 타고 흐른다 청천뇌벽검..........!" 거의 동시에 현무와 남궁하의 최대의 절기가 암흑의 마세를 향해 일 제히 전개되었다. 순간, 마치 번개가 대지를 가르며 떨어지듯 장내에는 번쩍! 하는 강 렬한 섬광이 일어나는 듯 싶더니 곧이어 꽝! 하는 굉음과 함께 거대 한 충격파가 몰아치기 시작했다. "윽!" "으윽! 역시 안되는가? 그 여세로 현무와 남궁하는 3,4장을 비 칠 비칠 물러날 수밖에 없었고, 남궁하는 그 충격으로 한웅큼의 피 까지 쏟아냈다. 그러나 우문황이 아무리 무공이 뛰어나다고 하더라도 단지 신진 두 고수의 협공만이 아닌 바로 무학의 천재 일무대사와 무명노인의 최 대의 절기를 무사히 받아 넘길 수만은 없었다. 그 역시 2장정도를 물러났으며 좌측 어깨에 허벅지에 기다란 검상을 입고 불신과 경악의 표정으로 주춤거리고 있었다. (바로 이 때다!) 비록 현무도 거대한 충격을 입고 정신을 못차리고 있었지만...순간적 으로 우문황의 빈틈이 보이자 현무는 이를 앙당물고 최후의 공격을 감행했다. "천지간 어디든 못 갈곳이 없도다. 금강부동신법!" "천공의 은하들이 별이되어 쏟아진다. 은 하 낙 성 수!" "무수한 검극들이 그대의 전신을 가르고 지나가니... 천지무극검!" 눈깜박할새 현무의 몸은 우문황의 코앞으로 이동했고, 우문황이 미 처 어찌된 상황인지 알아볼 틈도없이 그의 우수(右手)가 우문황의 머리를 향해 쏟아지고 있었다. "으헉!" 이에 우문황은 그야말로 반사적으로 머리를 숙여 현무의 은 하낙성수를 피해내긴 하였지만 바로 그를 뒤이어 쏟아지는 수백개의 검극에 도저히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서너군데 검상을 입은 채 무 너질 듯 비틀거리고 있었다. 그러나 현무의 공세는 결코 거기에서 끝나지 않았으니..... 어느 새 한 자루의 칼이 그의 사타구니를 가르며 단전에 이르기 까 지 푹! 하고 박혀 버린 것이였다. 연이은 공격을 가하면서도 현무는 마침 우문황의 발 끝에 떨어져 있 던 칼 한 자루를 발견하고 염력지술을 전개했던 것이다. "아아아...악!" 급소로부터 예리한 통증과 자신의 전공력이 흩어져 버리는 참을 수 없는 고통에 우문황은 짐승처럼 비명을 지르며 무너져 내렸다. "으! 이러한 공격이 있었다니.....내...내...." 그러나 우문황은 말도 마저 끝내지 못한 채 고개를 떨꾸고 말았다. "드디어 그를 쓰러 뜨렸군요!" 어느새 그의 곁으로 다가온 남궁하가 나지막하게 속삭였다. "휴, 그렇소이다. 진정 힘든 상대였소. 참, 좀 어떻소?" 방금전 각혈을 한 것이 생각나 현무의 시선이 문득 남궁하에게로 향 했다. 그녀의 입가에는 아직 피가 묻어 있었고, 하이얀 백의의 가슴 은 피로 얼룩져 있었다. 순간, 현무의 눈빛은 안스러움으로 바뀌었 다. 아무리 강호의 여장부라 하더라도 여인은 여인이였던 것이다. 여 전히 갸날프고, 보호해 주고 싶은........ 그러나 남궁하는 짐짓 눈꼬리를 치켜뜨고 현무를 노려 보았다. "아니, 뭐예요? 숙녀의 가슴이나 쳐다보고 있고...." "하하하, 내가 그랬나? 미안, 미안" 번 호 : 8383 게시자 : 윤원중 (re5280 ) 등록일 : 1999-05-06 09:23 제 목 : [연재] 천부외경 39 하지만 적진 한가운데에서 이러한 대화들이 계속될 수는 없었다. 우문황의 죽음이란 도저히 상상하지 못할 사태에 멍하니 있던 집마 부의 무사들은 마침내 분노의 함성과 함께 현무와 남궁하를 향해 밀 려들고 있었던 것이다. "이크! 저들이 화가 단단히 났군! 어떻소? 남궁소저 일단 불길은 피하고 보는 것이...?" "호호, 그래요. 굳이 저들과 상대할 필요는 없지요" 이에 현무는 빙그레 웃으면서 그녀의 손목을 잡은 채 앞을 향해 몸 을 날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들이 황급히 추적을 시작했고, 진로상에 있던 몇몇 무사들 은 진로를 가로막아 섰다. "어딜 마음대로 가려 하느냐?" 하지만 미처 이러한 말이 끝나기도 전에 현무와 남궁하의 신영은 저 멀리 어둠속으로 사라지고 있었다. 암흑마방의 간부들 등 그들중에는 무공실력이 결코 현무나 남궁하의 아래라 말할 수 없는 실력자들도 있었지만 경공에서만큼은 금강부동신법을 전개하는 현무나 고금의 경공법에 두루 정통한 남궁하를 추격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현무와 남궁하의 경공이였지만 그들은 미처 십리도 채 못가 멈출 수밖에 없었다. 우문황을 만나 지체했던 것이 화근이였던지 급속도로 천라지망은 압 축되고 있었고....결국 먼저 자리를 피했던 무영쌍위와 백도의 젊은이 들이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한 채 발길이 묶여 있었던 것이다. 이에 현무가 막 장세속으로 뛰어 들려는 순간 남궁하가 가볍게 그의 손을 잡았다. "잠깐만이요! 저기를 보세요" 현무가 이제 서서히 밝아져오는 미명속에서 남궁하의 손짓에 따라 시선을 돌려보니.... 동쪽에서부터 백여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몸을 날려오고 있었다. 이를 본 현무의 입에서 탄식이 터져 나왔다. "어허...설상가상이라더니......" 그러나 남궁하는 이러한 현무의 모습을 보고 킥! 하며 웃었다. "이건 설상가상(雪上加霜)이 아니라....천만다행(千萬多幸)이라 하는 것이예요" 현무가 그게 무슨 소리냐는 듯 남궁하를 바라 보았다. "후후, 저들이 바로 사천당문의 인물들이거든요" 남궁하의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마침내 가까이 다가온 이들은 집마 부 무사들을 향해 무수한 암기 등을 뿌려댔고..... 그러자 장세는 급격히 역전되기 시작하였다. "당사자인 우리가 지켜볼 수만은 없지 않겠소?" "그래요.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피를 보기가 싫어요!" "알았소! 가급적이면 혈도를 제압하도록 하지요" 그리 않해도 역전되어 가던 전세는 현무와 남궁하의 개입으로 의외 로 싱겁게 끝나 버렸다. "당문엽 부문주께서 직접 와 주셨군요. 도와주신 점. 감사드려요!" 남궁하가 사천당문의 무사들 중 문사차림을 한 중년인에게 다가서며 고개를숙였다. 그러자 그는 반갑게 웃으면서 말을 하는 것이였다. "아, 남궁소저였구려! 그래 다친 곳은 없소?" "예, 덕분에요" "그런데 우리 삼공자는 어디에 있소?" "아직 여기까지는 당도하지 못했을 것이예요" 그러면서 남궁하는 그간 사정을 간략하게 이야기 해 주었다. 그러자 당문엽은 다급한 표정이 되었다. "그렇다면 일단 그들부터 구하는 것이 급선무군요" "저희들도 힘을 보탤까요?" 이에 당문엽은 일행들을 훌터 보았다. 모두들 악전고투를 치룬 후라 거의 성한 사람들이 없었다. "괜찮소이다. 아직은 안전한 곳이 아니니 신속히 이 곳을 벗어나 몸 조리나 하시오. 우리도 그들을 구한 즉시 빠져 나올테니......" 남궁하도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일행들이라 해 봤자 현무와 자신을 제외하면 거의 도와줄 여력이 없 었고, 그의 말처럼 아직 안전한 곳은 아니였기 때문이였다. 이윽고 한시가 촉박한 사천당문의 구원대와 현무일행은 서로 작별을 고한 후 서둘러 발길을 옮겼다. "아무튼 모두들 무사하면 좋을텐데....." 이러한 바램을 뒤로 남긴채 그들은 다시 이동하기 시작했다. 다행이 그 후로 현무일행은 별다른 제지를 받지 않았고, 결국 집마 부의 천라지망을 완전히 벗어날 수 있었다. 또한 한 가지 다행인 것은 마침 동향파악을 위해 부근을 서성거리던 청성파의 제자들을만나 도움을 청할 수 있었는데.... 마침 제갈청운 등의 조에는 청성파의 제자가 한 사람 포함되어 있어 서 이들은 서슴없이 그들을 도와 주기 위해 달려갔다. "휴우! 이제 조금 안심이 되는 군" 하지만 겨우 한숨을 돌리던 현무는 일행들을 돌아보고 탄식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그곳까지 현무와 남궁하를 따라 올 수 있었던 사람은 단지 16명..... 당초에 현무를 포함 77명이 탈출을 감행하였고, 최초 집마부 영내에 서 17명정도가 희생되었으며, 나머지 60여명의 젊은이중 현무일행에 포함되었던 사람이 30여명이였으니 다시 12명이 다시 희생된 것이였 다. 이제 그 지옥같았던 밤이 물러가고 서서히 날이 밝아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비록 천라지망을 벗어났다고는 하나 아직은 집마부의 추적권 내....그들은 인근 냇가에 가서 겨우 응급처치와 함께 얼굴이며 손에 묻은 핏자욱만을 닦아 냈을 뿐 미처 휴식을 취할 시간도 없이 계속 이동하였으며......... 마침내 해가 다시 질 무렵에야 사천성을 벗어나 호북성에 이를 수 있었다. 본래는 사천성과 호북성의 경계지역인 만현에서 제갈청운의 조와 합 류하기로 하였는데.... 집마부의 추적이 걱정되었던 사람들의 반대로 그들이 도착하거든 호 북성의 성천(盛川)으로 장소를 변경한다는 내용을 남기고 사천성을 벗어난 것이다. 이에 비로서 일행은 안심할 수 있었는데..... 이곳 호북성은 무맹의 세력이 미치는 지역으로 비록 집마부의 추격대가 편성되었다 하더라도 이곳에 까지 이르지는 못할 것으로 생각되었기 때문이였다. 그러나 막상 위험지역을 벗어나게 되자 일행들은 하나 둘씩 떠나가 기 시작하였다. 부상도 입고, 또 생사위기를 넘다 보니 무엇보다 고향과 따뜻한 가 족품이 생각나는 것 같았다. "현소협, 그리고 남궁여협! 미처 고마움도 다 표현하지 못하고 떠나 갑니다. 저희들의 도움이 필요할 때면 언제든지 불러 주십시오. 오늘 생명의 빚을 졌으니....그 곳이 어디든...어느 때는 가리지 않고 달려 오리다" "하하, 정말 섭섭하군요. 부디 몸 조리 잘 하시오!" 이렇게하여 모두들 떠나가고 결국 현무의 곁에는 남궁하와 무영쌍 위, 그리고 양가창법으로 유명한 양가장(梁家莊)의 후예인 양가휘와 청평각의 여제자인 화운빈, 그리고 장강 소검파(小劍派)의 대제자인 혁무비 등 여섯사람밖에 남지 않았다. 물론 남궁하나 양가휘 등이라 해서 집생각이 나지 않은 것은 아니였 으나.... 남궁하는 어쩐지 현무와 헤어지는 것이 싫었을 뿐만 아니라 집마부 의 동향과 다른 조의 생사가 궁금했고, 양가휘와 화운려는 그리않해도 현무에 대해 호감을 느끼고 있었는 데, 이번에 그의 놀라운 활약으로 구명지은까지 입게 되자 그들 따 르고 싶은 마음에 일부러 현무곁에 남았던 것이다. "하하, 결국 이젠 우리들만 남았구려.... 나야 비록 나는 갈 곳이 없어 이대로 있다 하더라도 그대들은 모두 집이 있건만 굳이 고집을 부려 떠나지를 않으니....이거 원..." 말은 그렇게 하지만 현무로서도 이들의 잔류가 싫은 표정은 아니였 다. 그처럼 어려운 고비를 겪고나서 금방 다시 혼자가 된다는 사실이 영 내키지 않았던 것이다. "형! 그러지 말고 어디가서 술이나 한잔 해요! 긴장이 풀리니 목이 말라 죽을 지경이예요" 이러한 남궁하의 제의에 일행들이 모두 찬동하고 나섰다. "그거참 듣던 중 반가운 소리입니다. 그리 않해도 피도 많이 보고하 여 슬며시 술생각이 났는데....." "까짓거 그럽시다!" 이들은 이렇게 떠들면서 곧장 주루로 향했다. 사실 피곤하기도 했지만 그렇게라도 않으면 중간에 희생된 동료들의 생각에 견딜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들은 그날밤 주루하나를 잡아서 실컷 술을 마셨다. 처음에는 그 아찔하던 순간들과 희생당한 동료들 생각에 별다른 말 이 없이 그저 술로써 감정을 무디게 하는데 전력을 다했지만 차츰 술이 들어가고 특히 이들은 서로간 마음이 통한 사람들이라 차츰 주 석의 분위기는 부드럽게 변하기 시작했다. 술이란 참으로 묘한 물질이다. 마음속에 기쁨을 간직한 사람들에게 는 그 이상의 기쁨을, 마음속에 슬픔을 간직한 사람들에게는 그 이 상의 슬픔을 가져다 준다. 또한 술은 마음속 저 깊은 곳에 잠재되어 있는 마음을 외부로 이끌어 내기도 한다. 그래서 마음속에 비밀이 많은 사람들은 술을 싫어하고, 자기 마음을 표현하고 싶지만 마음이 약한 사람들은 술의 힘을 빈다고 했던가? 술은 감정을 극화시키고 과장시키는 경우가 많아 사람들이 취중허언 이라 하여 이를 무시하곤 하지만 또한 사람들은 취중진담이라는 말 을 믿고 있다. 그러나 본래 하루 하루를 칼끝에서 살아가는 강호의 무사들은 의식 적으로 이 술이란 물질을 자제한다. 술을 마시게 되면 의래 신체의 감각이 떨어지게 되고 촌각을 다투는 무사들의 대결에서 이러한 감 각의 둔화는 치명적으로 작용할 수가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래저래 술마실 꺼리가 겹친 현무일행은 그날밤 그야말로 정신없이 술을 마셔댔고, 마침내 모두들 술이 취해 잠에 떨어지고 말았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그들은 다시 만났다. 비록 전날 과음들을 했지만 이들은 모두 무공을 익힌 사람들이라 비 교적 일찍 일어났고, 추명과 진흑송의 살해와 이로인한 일련의 사건 들이 미칠 파장들이 걱정되어 다시 모인 것이다. "도무지 이번 집마부의 행동은 이해가 되지 않아요. 정사간 평화협 정이 맺어져 있고, 또 그동안 아무런 문제도 없었는데..... 단지 추명 등이 백도의 수법에 의해 살해됬다는 한가지 이유만으로 백도의 젊은이들을 모조리 살해하려 하다니? " 이구동성으로 이야기하는 의문점이였다. "그러게요. 이와같은 도발의 결과가 어떠하리라는 것을 예측못할 사 람들이 아닌데....왜 그처럼 무모한 일을 하였는지?" "뻔하잖아요. 이번 살해사건을 빙자하여 무림맹에 시비를 걸겠다는 것 아니겠어요? 그리않해도 최근 집마부의 하부조직에서 일부 약탈, 살인등 도발사태가 계속되고 있다던데....필히 그들의 본색이 드러난 거지요" 이에 현무가 입을 열었다. "문제는 바로 추천상입니다. 그는 바로 마도계의 제황이요. 그의 한마디는 바로 법이니까 말이요. 그런데 그의 행동에는 의문투성이요. 갑작스런 폐관 해제, 그리고 진 흑송의 후계자 지명과 추소저간의 정략결혼...... 더욱이 아무리 자신의 아들인 추명과 후계자이자 사위가 죽었다 하 더라도 백여명 가까운 백도계의 젊은이들을 모조리 죽이려 한다는 건 아무래도 납득이 가지 않아요. 내가 들었던 그의 평소 성품과는 정반대의 행동이란 말입니다" 이러한 현무의 견해에 남궁하도 찬동을 하고 나섰다. "그건 형의 말처럼 아무래도 이상해요. 필히 무언가 흑막이 있는 것 이 틀림없어요" "그렇다면 앞으로 무림정세는 어떻게 변할 것 같소?" 이에 남궁하가 한숨을 쉬며 말을 하였다. "이번 일에 대해 무맹이 방관하지는 않을 것이요. 필경 집마부의 처 사에 대한 해명과 살해된 수십명의 젊은이들에 대한 책임을 물으려 할 것이예요. 또한 그렇다고 집마부에서 호락호락 하지도 않을 거예요. 비록 탈출 과정에서 이루어 졌을 지언정 그들 역시 수백명의 무사들이 죽었고, 거기에는 금마천주 우문황이 포함되었기 때문이죠. 어쩌면 이번 일은 정사대전으로까지 비화될 수 있어요" 그러자 양가휘가 고개를 갸우뚱 하면 말을 하였다. "설마 그렇게 까지 되겠습니까? 오늘이라도 진흑송과 추명을 살해한 사람이 밝혀진다면 서로간 화해 를 도모하겠죠!" "물론 그럴 가능성도 있죠! 하지만 너무 늦은 것 같아요. 당금의 정세는 마치 기호지세와 같아서 먼저 도발을 시작한 집마부 나 엉뚱하게 백도의 수많은 젊은이들을 희생당한 무림맹이나 발을 빼지는 못할 형편이예요." 이제껏 침묵을지키고 있던 화운려가 남궁하를 향해 물어 왔다. "그렇다면 우린 어떻게 해야죠?" 그러나 남궁하는 자신없는 표정이였다. "아직은 모르겠어요! 어떻게 해야할 지..... 일단 이번 사건의 파장이 어떻게 연결될 지, 그저 지켜보는 정도밖 에..." 이에 현무가 인상을 찌뿌리며 나섰다. "하지만 그건 너무 소극적이지 않소? 어쩌면 대규모의 혈겁이 벌어 질 지도 모르는데....." 아무래도 남궁하의 소극적인 태도가 마음에 들 지 않았던 모양이다. 이러한 현무의 의견에 혁무비와 화운려가 거들고 나왔다. "그렇소이다. 본의 아니게 당사자가 되고 말았지만 이왕 이렇게 된 것 우린 지켜보고 있을 수만 없다고 생각하오!" "그건 소녀도 마찬가지예요. 설혹 이번 일이 우리가 끼여들 여지가 없는 전체 무림의 정세와 관계된다 할 지라도....막상 혈겁이 예견되 는 이 때 무언가 역할을 하고 싶어요!" 그러자 공박을 당한 남궁하는 별 수 없다는 투로 말을 하였다. "모두들 그렇게 생각한다면.... 아예 우리가 이번 기회에 하나의 조직을 결성했으면 해요. 일단 의 혹을 조사하고 정사대전을 반대하는 여론을 조성하면서 차츰 동조자 들을 규합하는 거예요" "그것 참, 좋은 생각이군요. 그렇다면 이번 혈겁에서 살아난 사람들 을 모두 포함시키지요. 직접 피해자들이고, 또 같이 생사의 고비를 넘었으니....." "좋은 의견이나 그중에서 북궁지, 제갈청운 등 무림맹과 직접 연관 있는 사람들을 일단 제외하는게 낫겠어요. 상황에 따라서는 중립적 인 입장에서 양자간 화해를 중재해야될 지도 모르니 말이예요" 결국 남궁하의 의견에 모두 찬동하게 되었고, 강호무림상에 하나의 새로운 조직이 결성되었다. 이름하여 유운회(流雲會), 흐르는 구름처럼 억메이지 않은 활동을 전 개하되, 높은 하늘에 떠서 강호의 안위를 지키자는 의미였다. 그리고 우선은 그들만의 조직이였지만 그래도 기본적 형태는 갖추어 야 하는 관계로 회주를 현무로 부회주겸 군사로 남궁하로 정했다. 이에 현무는 그러한 자리는 남궁하와 같이 무공도 높고 지혜로운 여 인이 더 적당하다고 극구 사양했지만, 이번에 살아난 사람들이 이미 그에게 감복해 있어 그들을 참여시키려면 필히 그가 필요하다는 주 장에다가 방금 전 남궁하의 의견을 반박하고 무언가 역할을 해야한 다고 주장하였던 탓에 별수없이 회주가 될 수밖에 없었다. "좋소! 까짓거 그럽시다" 번 호 : 8384 게시자 : 윤원중 (re5280 ) 등록일 : 1999-05-06 09:23 제 목 : [연재] 천부외경 40 문득 현무는 웃고 있는 남궁하를 보면서 이 일이 본래부터 그녀의 머릿속에 계산되지 않았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부러 자신없는 투로 자신과 양가휘 등의 반발할 것 까지 염두에 두면서..... 하지만 어찌되었건 결국 현무는 승낙을 하였고, 이에 이들은 술한잔 씩을 따라 간단한 결맹의식도 가졌다. "하늘을 우러러 맹세하노니.... 나 현무는 유운회의 회주로서 강호의 정의와 평화를 위해 모든 힘을 다할 것이며 회원들을 내 몸처럼 생각할 것이요" 현무에 이어 남궁하, 양가휘, 혁무비, 화운려가 차례로 유운회와 회 주에 대해 모든 것을 바칠 것을 맹세하였다. 이에 한 쪽에 서 있던 무영쌍위도 나서려 하였다. 그러자 현무가 이들을 제지하였다. "두 분은 나서지 마시오!" 당연히 그들도 유운회에 포함될 것으로 생각하던 사람들은 모두들 의아해 했고, 당사자인 무영쌍위는 조금 분개한 표정이였다. "왜 저희들이 집마부 출신이라 자격이 없다 생각하십니까?" 현무가 너털 웃음을 지으며 황급히 두 손을 저었다. "허허, 내 어찌 그럴 수 있겠소? 단지 내 생각은 두 분이 이제 집마부로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이요. 다행이 두분의 정체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니....돌아가서 추소저를 잘 보필해 주셔야 하오. 그리 않해도 고립되어 있는 그녀를......" 현무의 갑작스런 이야기에 좌중은 잠시 말을 잃었다. 당사자인 무영쌍위는 자신들의 생각이 짧았음을 후회하고 있었고, 남궁하는 정작 친구인 자신보다 그녀를 먼저 생각해주는 현무의 태 도에 한편으로는 추수빈에 대한 미안함과 다른 한편으로는 현무에 대한 미묘한 섭섭함 등이 복합되는 듯 했으며, 양가휘등도 당초부터 추수빈의 비밀 호위들이라는 그들이 자신들보 다는 현무를 보호하기 위해 나왔다는 것을 짐작하고 있었던 터라... 현무와 추수빈과 무슨 관계가 있지 않나 의심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현무는 이러한 반응들에 대해 전혀 관심없다는 듯 곧이어 일 행들이 해야 할 일에 대해 일사천리로 이야기 하고 있었다. "우선 이번 사건의 영향과 반응을 파악해야 할 것 같소! 집마부의 반응은 내가 살펴 보겠소! 그러니 남궁소저와 화소저는 이에대한 무맹의 반응과 기타 일반 강 호계의 반응을 파악해 주시오! 그리고 양소협과 혁소협은 이번에 살아남은 사람들 중 우리의 뜻에 동조하는 사람들을 모아 주시오!" 유운회 회주로서 첫 번째 지시를 마다할 사람들은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한편으로 남궁하는 현무에 대해 이상한 마음이 드는 것을 애 써 억제하고 있었다. 바로 그가 다시 집마부로 들어가는 것과 추수빈이 자꾸 연결시켜 지 는 것이였다. (내가 왜 자꾸 이런 이상한 생각을 하고 있지? 그는 필히 가장 위험한 임무니 자신이 맡겠다고 했을 것인데......) 그래서 남궁하는 일부러 크게 웃으며 말을 하였다. "호호, 역시 회주께선 대단하군요. 그처럼 힘들게 벗어났던 사지속으 로 다시 걸어들어 가려 하다니......" "하하, 나에게는 비장의 방법이 있소! 그러니 가려하지 왜 나라해서 다시 적지속으로 들어가고 싶겠소?" 물론 남궁하는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현무에게 신비한 능력이 있음 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별다른 만류없이 그를 보내주려는 것이였다. "좋아요! 그렇다면 우리의 다음회동은 언제, 어디서 하는게 좋겠어 요?" "별로 시간이 많지 않으니 바로 한달후 군산, 낙영루에서 만납시다" 이렇게 모든 사항을 정하고 나자 이들은 한결 마음이 가벼워 졌고, 또한 이제는 한 배에 탔다는 동지의식까지 생겨 밝은 표정으로 환담 을 나누기 시작했다. 그런데 바로 그 때 갑자기 등뒤에서 빽 하는 고함소리가 들려왔다.. "아니, 우리들은 피곤한 몸을 이끌고 정신없이 찾아 다녔는데.....그래 여기에서 한가하게 떠들고 있기예요?" 현무가 깜짝 놀라 뒤를 돌아 보니 바로 비류옥봉 북궁지가 눈에 쌍 심지를 켜고 두손을 착 허리에 올려 놓은 채 그들을 노려보고 있었 다. 하지만 현무는 그러한 북궁지의 태도에 왠지 웃음이 나왔다. 아마 서로 의지하며 생사의 고비를 넘다보니 어느새 정이 들었는지 북궁 지의 그러한 태도도 전혀 밉게 보이지도 않았고 단지 그녀가 살아 돌아온 것만이 반가울 뿐이였다. "하하, 어서오시오. 그리 않해도 이제나 저제나 하며 기다렸소이다" "흥, 기다리긴 뭘 기다려요?" "호호, 우리 지매가 왜 이리 화가 났을까? 그러지 말고 어서 이리와 따끈한 차한잔 해!" 남궁하 역시 환하게 웃으며 그녀를 반기자 북궁지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현무의 맞은 편 빈의자에 털썩 주저 앉았다. 항상 깔끔한 용모에 화사함을 자랑하던 그녀는 과연 생사의 고비를 넘나들었나 싶지 않게 어느새 말쑥한 차림이였고, 약간은 핼쑥해 보 이는 얼굴이 오히려 그녀의 미를 더해 주는 것 같았다. "참, 북궁소저! 다른 분들은....?" "아마 알아서 찾아 오겠죠 뭐..." "아니 지매 그런 말이 어디있어?" "좌우지간 우린 서로 나누어서 찾기로 했는데....제가 안 오면 어떻해 서든지 찾아 오지 않고 배겨요?" 이러한 북궁지의 태도는 사실 그녀의 성격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이였다. 곱고 귀엽게 자라서 인지 별 생각도 없이 하고싶은데로 마음껏 하는...... 아닌게 아니라 잠시후 제갈청운 등이 나타났다. 사실 그들은 현무일행을 서로 나누어 찾아보기로 하고 다시 모이기 로 했는데...아무리 기다려도 북궁지가 오질 않자 혹씨 무슨 일이라 도 있는 지 걱정하며 찾아 나섰는데... 막상 북궁지가 현무일행과 어울려 차를 마시고 있자 그들도 어이가 없는 듯 했다. 그러나 제갈청운은 평소 그녀의 성격을 잘 알고 있는지라 애써 이를 무시하고 현무를 향해 말을 하였다. "현소협! 무사하셨구려....." "제갈소협께서도 무사해 다행입니다. 참 그런데 화연소저는....?" 제갈청운의 표정이 침중해 졌다. 그리고 깊은 한숨과 함께 말을 하였다. "화연소저는 아깝게도 구자광에 의해 당하셨소이다" "구자광이라 함은......?" "그가 바로 집마부의 수마천주요....동시에 강호이보중 수라보의 보주 이기도 하지요" "아...아!" 현무의 입에서 탄식이 터져 나왔다. 그들의 예상처럼 다른 십마천주가 하나 있었다는 사실과 꽃다운 나이로 희생된 화중화 화연에 대한 안타까움이 같이 작용 한.... 잠시 침묵이 흘렀다. 모두들 뇌리속에 그 피비린내 나는 격전과 수 많은 사람들의 죽음, 그리고 지옥과 같은 암흑 속의 탈주를 생각되었다. 비록 대낮이지만 다시 술이 시켜졌고.....이들은 한동안 술만 열심히 마셔댔다. "참, 당소협과 사천당문의 무사들은 어떻게 되었나요?" 마침내 참지 못하고 화영이 먼저 입을 열었다. 다시 제갈청운이 나섰다. "당소협 역시 죽고 말았소! 사천당문은 당초 백오십명의 고수들이 왔다는데....단지 오십여명만이 남아 당소협의 시체를 안고 쓸쓸하게 당문으로 귀환하였소" "그렇다면 도대체 몇 분이나 살아 남았단 말이예요?" "나와 북궁소저를 포함 모두 다섯이요" 이러한 제갈청운의 이야기에 좌중의 분위기는 다시 우울해 지고 말 았다. 막상 많은 피해를 예상했지만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죽음을 당했던 것이다. 다시 제갈청운의 음성이 이어졌다. "어쩌면 단 한 명도 살아나오지 못할 뻔 했소! 이미 당문의 구조대가 도착하기도 전에 우리는 완전 몰살지경에 이 르렀으니 말이요.... 그런데 웬 일인지 갑자기 나와 북궁소저를 몰아치던 구자광의 공세 가 주춤거렸소! 아무런 이유도 없는데..... 그 덕분에 우리는 당문의 구조대가 올 때까지 버틸 수 있었소" 이런 말을 하는 제갈청운의 음성에는 회한의 빛이 가득했다. 자신이 책임자이나 마찬가지였는데....그토록 처참한 패배를 당했고.. 더욱이 구자광이 봐줘서 살아났다는 것을 시인해야만 했으니.... 강호오룡의 한 사람으로서 그 누구보다 오만했던 평소 그의 태도는 이미 사라진 지 오래였다. 잠시후 제갈청운과 함께 살아남은 사람중 한 젊은이가 현무를 향해 말을 했다. "그 쪽은 어떻습니까?" 이에 현무는 자신들이 겪었던 이야기를 해 주었다. 현무는 이야기를 하면서도 마치 그들에 비해 무공의 우위를 이야기 하는 것 같아 가급적 자신의 활약에 대해서는 생략을 하고 넘어갔지 만 정작 그와 남궁하 둘이서 금마천주 우문황을 격살했다는 대목에 가서는 모두들 놀랄 수밖에 없었다. 특히 제갈청운과 북궁지는 더욱 놀랐으니.... 자신들은 화연과 세 사람이 우문황보다 무공이 뒤 떨어지는 구자광 을 상대했어도 상대를 격살은커녕 한 사람이 죽고 간신히 살아남았 는데 그들은 단 둘이서 우문황을 격살해 버렸던 것이다. 비록 이들은 남궁하의 무공이 결코 제갈청운의 아래만은 아니라는 사실은 알고 있었으나 설마 현무의 실전무공이 그토록 높은 것일줄 은 몰랐던 터였으니...... 그들의 감탄은 현무에게 집중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는 마냥 이렇게 놀라고만 있을 수 없었으니....이처럼 중대 한 사건에 대해 속히 무림맹에 보고하고 후속대책을 논의해야만 했 던 것이다. "무맹에 대한 보고는저와 지매가 같이 할 것입니다. 어떻습니까? 현소협과 남궁여협도 같이 가는게....." "아니예요. 보고는 두 분만 하시면 충분할 것 같아요! 저희들은 따로 할 일이 있어서....." 그들은 한참을 더 이야기 한 후 마침내 작별을 고하게 되었다. 제갈청운, 북궁지 등은 안휘성의 합비에 위치한 무림맹으로..... 그리고 현무 등은 그 전에 논의했던 유운회의 임무수행을 위하여..... "현공자님! 훗일 저희세가에 한 번 들려주시기 바랍니다" "북궁소저께서 초청해 주신다면 제 어찌 사양하리까? 더욱이 천하제일무문인 북궁세가 인데..... 그런데 저에 대한 호칭은 다시 바꾸기로 했소?" "어쩐지 어색하더군요!" "하하, 어떻든 상관있겠소이까? 아무튼 조심해 가시오!" "예, 현공자님도요...." 제갈청운과 북궁지 등이 먼저 떠나고 이어 양가휘와 혁무비가 현무에게 작별을 고했다. "후! 이제 형하고 헤어져야 하나....?" 모두들 떠난후 남궁하가 현무와 헤어지는 것이 못내 싫은지 이렇게 중얼거렸다. 이에 현무는 빙그레 웃었다. 사실 그도 남궁하 등과 헤어지는게 싫 었던 것이다. "하지만, 어쩌겠소? 할 일은 많고...이를 할 사람은 별로 없으니....." "후후, 알았어요. 저는 형에게 어리광부릴 시간도 없군요. 어쨋든 몸 조심 하시고.....한달 후 다시 만날 때까지 한눈팔기 없기예요!" "하하, 알았소. 명심하리다" 이윽고 모두들 떠나가자 현무는 무영쌍위와 함께 다시 집마부를 향 해 발길을 옮겼다. 이곳 성천에서 집마부가 있는 사천성의 성도까지는 팔백여리! 비록 집마부의 추적을 피해 올 때는 미처 몰랐지만 일반인들이라면 거의 이레를 꼬박 걸어야 하는 꽤 먼 거리였다. 이에 현무는 말을 타고 갈까 하는 생각도 들었었지만...이미 사천성 경내에는 그들에 대한 수배령이 내려졌을 것으로 생각되었고 또한 그 사이라도 경공 을 연습할 겸 그대로 가기로 하였다. 따라서 그는 우선 무영쌍위에게 먼저 가서 추수빈을 보필하고 이쪽 의 소식을 전달할 수 있도록 조치한 후, 비교적 인적이 드믄 산길을 골라 마음껏 신법연습을 하며 이동하기 시작했다. 금강부동신법, 유운신법, 차풍경신지술 등 자신이 알고 있던 모든 신 법들과 겨자무한보법, 창천보법, 기환미리보법 등의 보법까지 운영해 보면서 서로간의 장단점과 융합가능성 등을 검토 연구하였다. 이러다 보니 그의 경신법이 갈수록 익숙되고 향상되었다. 그의 몸은 마치 한줄기 바람이라도 된 듯 대지위를 스쳐지나가고 있 었으니 멀리 보이던 산들도 순식간에 그의 뒤로 쳐지고, 방금 지났 던 산하는 어느새 그의 뒤로 까만 점이 되어 사라졌다. 그러다 보니 저녁무렵이 되자 그의 몸은 어느새 지륜산에 도착하게 되었는데 마침 지치기도 하고 또한 지륜산의 봉우리들과 절묘한 계 곡을 배경으로 하는 자연의 풍치가 이만 저만 한게 아니라서 그는 경공을 중단한 채 차라리 한가한 마음으로 걷기 시작했다. 번 호 : 8385 게시자 : 윤원중 (re5280 ) 등록일 : 1999-05-06 09:24 제 목 : [연재] 천부외경 41 때는 바야흐로 술시(戌時) 무렵! 대지는 아직 미명이 남아 어렴픗이 사물의 형태를 구별할 수 있으나 이미 천공(天空)에는 높은 산맥들을 배경으로 달과 별이 떠 있고 그의 발 아래에서는 계곡의 맑은 물 사이에 또 하나의 달이 떠 있었 다. 이에 현무는 호기가 크게 일어나는 것을 느꼈다. 성수산봉활(星隨山峰闊) 월파계수류(月波溪水流) 표표하소사(飄飄何所似) 천지일진풍(天地一進風) 별은 산봉오리를 따라 하늘에서 빛나고 달빛은 계곡물에 부서지며 끝없이 흘러간다 떠도는 이네 몸은 무엇과 같은가 천지를 종횡하는 한줄기 바람 같으리 자연의 정취에 흠뻑 빠져 문득 시한편을 읊조리던 현무는 그러나 갑자기 외로운 생각이 들었다. '후후, 비록 하늘을 나는 새한마리도 저마다 자신의 둥지가 있건만 천지지간에 오직 나만이 집도 가족도 없구나!' 하지만 그는 예전처럼 외롭지만은 않았으니...... 이미 그에게는 따뜻한 마음으로 서로의 안위를 걱정해 주는 여러 사람들이 있었던 것이다. (후후, 그래도 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비록 갈 곳은 없다하나 먹을 것 잘 곳은 걱정하지 않아도 되니 천하가 모두 내 집인걸..... 더욱이 이미 나에게는 친구도, 동료도, 그리고 내가 책임져야할 조직 도 있지 않는가? 이밖에 더 뭐가 필요하리......) 이에 다시 마음이 밝아진 현무는 이제는 노래까지 흥얼거리며 지륜산의 험한 산길을 걷고 있었다. 지륜산을 넘으면서 현무는 약간은 촌티가 나는 서생모습으로 역용을 하였다. 비록 그의 실력으로는 그 어떤 공격에서도 몸하나는 무사히 피할 자신이 있었지만 불필요한 시비가 발생하는 것을 막의려는 의도였다. 아닌게 아니라 지륜산을 넘어서 집마부에 가까이 접근하면 할수록 집마부의 무사들로 보이는 수많은 사람들이 눈에 띠였고 그들은 날카로운 눈초리로 행인들에 대한 감시를 게을리 하지 않았 는데... 그렇다 하더라도 촌티가 물씬 풍기는 현무에 대해 수상히 여기는 사 람은 아무도 없었다. 결국 현무는 별다른 말썽없이 집마부 부근까지 도착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집마부 앞은 마치 전쟁에 임하는 병부의 막사처럼 삼엄한 경계가 펼쳐지고 있던터라 현무는 부득불 으슥한 곳에 몸을 숨긴채 내외의 동정을 살피기 시작했다. (후후, 집마부가 혼나긴 혼났던 모양이군.....그나저나 이렇게 살벌해 서야 어떻게 염탐을 하나? 영정이체술을 전개하더라도 이곳부근에는 마땅히 오랫동안 몸을 숨 길 곳이 없으니....그리않해도 전개할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한데...무작 정 멀리 떨어진 곳에서 전개할 수 없고...... 음~ 할 수 없이 우선 집마부 무사로 변장하여 안으로 들어가 보는 수밖에 없군) 내심 이렇게 주위상황을 판단하고, 나름대로 결론을 내린 현무는 은 밀하게 집마부 무사를 하나 잡아 왔다. 그리고 그의 옷을 벗겨 겉에 걸친 후 서서히 만상변환술을 전개하기 시작했다. 일단 촌티 나는 서생에서 이젠 어엿한 영웅의 풍토가 엿보이는 본 모습으로 회복되고....다시 평범한 무사의 모습으로 변화되기 시작했 다. 그런데 바로 그 때 갑자기 집마부의 쪽문이 열리더니 심상치 않는 기세를 풍기는 십여 명의 인물들이 몰려나왔다. 그들은 저마다 형형한 안광을 발하고 있었고, 태양혈이 불룩 튀어 나온 것이 일반 수비무사들과 차원을 달리하는 상당한 고수들이였는 데..... 문을 나서자 말자 일제히 서쪽으로 몸을 날리는 것이였다. 현무는 진한 호기심을 느꼈다. 그들과 같은 고수들은 집마부내에서도 거의 당주급 정도라 할 수 있 었는데....그들이 십여명씩이나 몰려가는 것이 필경 예사롭지가 않았 던 것이다. 이에 현무는 당초 집마부에 잠입하려던 계획을 유보시킨 채 급히 그 들의 뒤를 추적하기 시작했다. 어차피 그의 목적은 집마부의 동향을 감시하는 것이였고 이건 필히 중요한 동향이 될 것 같았기 때문이였다. (으음~ 도대체 무엇을 하러 가는데 저렇듯 급하게 그것도 중무장을 하고 가는 것일까? 설마 이번일을 복수하기 위해 백도의 한방파를 치기 위해 가는 것은 아니겠지?) 하지만 그들 정도라면 사실 일개방파와 충분히 대적할 정도였다. 더욱이 그들은 일반인들이 많이 다니는 관도를 피해 급히 서둘러 달 리고 있었는데, 식사시간이 되어도 객점에 들리지 않고 그저 준비한 건량으로 해결하는 등 무척 다급한 기색들이였다. 이로인해현무는 본의아니게 쫄쫄 굶어가며 그들을 미행할 수밖에 없었다. (쳇, 치사한 자식들....뭐가 그리 급해서 객점에도 못 들리고....이 현 무를 이렇게 고생시키나....) 현무는 이렇게 투덜 거리면서도 그들의 추적을 늦출 수가 없었기에 그저 그들을 따라 은밀히 움직이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이러한 그의 신영을 막아서는 한 여인이 있었다. "잠깐만요! 혹씨 현공자님 아니예요?" 현무는 갑자기 자신을 막고 서는 여인의 출현에도 의외였지만 정작 그녀가 자신을 아는 척하자 눈이 휘둥그레 졌다. 이에 현무는 미처 대답도 잊은 채 그녀를 유심히 살펴보기 시작했 다. 둥그스름한 얼굴에 커다란 눈이 무척 귀여운 인상을 주는 20세가량 의 소녀! 문득 현무는 그녀의 얼굴에서 약탕기를 들고 화사하게 웃 던 한 소녀의 얼굴이 겹쳐졌다. "아니, 그대는 아난이 아닌가?" 그러자 그녀는 활짝 웃으며 현무를 향해 한 발 다가섰다. "아! 혹씨나 했는데....정말 현공자님이셨네요! 그런데 얼굴이 왜 그렇죠?" "내 얼굴이 어때서....?" 그러다 현무는 문득 자신이 만상변환술로 집마부의 수비무사의 얼굴 로 역용하던 생각이 났다. "아! 참, 그렇지...." 이 때 현무의 얼굴은 반만 그였고, 나머지 반은 수비무사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러니 그 모습이 실로 기괴하였는데 막상 그의 옆모 습만보고 아는 척 했던 아난은 놀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에 현무는 계면쩍게 웃으며 슬쩍 만상변환술을 해제하였다. 아난은 그러한 현무를 신기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참, 그런데 네가 여기 웬일이냐?" 그러자 아난은 현무의 팔을 잡아 끌었다. "잠깐 이리 좀 와보세요!" "어? 난 지금 저들을 추적해야 하는데....." 자신의 임무를 생각한 현무가 망설였지만 아난은 막무내가로 그를 끌고 가는 것이였다. 사천성(四川城) 성도(成都)에서 남쪽으로 이백여리 떨어진 곳에 낙 산(樂山)이라는 유명한 산이 있었다. 비록 중원오악에는 속하지 않았지만 그 풍취와 절경이 너무나 빼어 나 아무리 슬픈 사연을 지닌 사람이라도 모두 잊고 저절로 즐거운 마음이 든다고하여 낙산이라 이름 붙여진 이 산은 그 빼어난 절경만 큼이나 험준함으로 유명하였다. 그러나 이 산은 주 교통로에서 제외되어 있었고, 그 배후에 인적이 거의없는 험난한 산악지대로 연결되어 있었기 때문에 찾는 사람이 거의 없다시피 하였는데.... 특히 이 산의 제이봉(第二峰)인 극천봉(極天峰)의 동편에 위치한 만 장절애(萬丈絶崖)라는 곳은 일년이 지나가도록 사람그림자 하나 찾 아볼 수 없는 절지(絶地)라 할 수 있었다. 그 골이 너무 깊어 하늘이 안 보일 지경이고, 하루중에 겨우 일각정 도만 햇볓이 들어온다는 천하험지(天下險地)! 하지만 정작 이곳에 사람의 흔적이 없고 심지어 짐승들마저 접근을 꺼려하는 보다 결정적인 이유는 이곳이 바로 항아리 모양으로 생긴 전형적인 애형(隘形)의 지세로서 낙산의 모든 음기(陰氣)가 모여들 기 때문에 무릇 모든 생기를 가진 생명체들은 도저히 버틸 수가 없 다는 사실이였다. 그런데 이 험난한 음지를 향해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사람들이 있었 으니 그들은 바로 달마검협 무유와 소림의 제자들이였다. 그들은 무유를 포함해 모두 해서 30여명이 되었는데... 젊은 승려가 다섯명이 있었고 나머지는 모두들 영기발랄한 청년들로 바로 소림하원의 제자들이였던 것이다. 그들이 도대체 무슨 까닭으로 이곳 만장절애에 나타나게 되었는 지 알 수 없었지만 모두들 상당히 지친 표정들이였다. "휴우! 정말 지독한 음기(陰氣)군! 도대체 이러한 곳에 무엇이 있길래 그들의 흔적이 이곳으로 이어지 고 있는 것이지?" 너무나 지독한 음기에 중간쯤에 걸음을 옮기던 청년하나가 낮은 목 소리로 투덜거렸다. 그러자 그의 옆에 있던 청년승이 대답하였다. "그렇긴 하지만 이처럼 음기가 강한 곳은 오히려 음공(陰功)을 연마 한 사람들에게는 좋은 장소가 아닐까?" 그 때 그들의 대화에 무유가 끼여들며 대신 대답하였다. "허허, 꼭 그렇다고 볼 수만도 없네! 아무리 음공을 연마한 사람이라 할 지라도 사람이란 무릇 음과 양이 적절히 조화되어야 하는 법! 지나친 음기는 오히려 몸을 해치게 되는 것이야. 혹씨 모르지 지금 은 단맥되었다고 하는 반양극음공(反陽極陰功)을 익힌 사람들에게는 좋을 지......" "반양극음공이라하면 바로 마교의 3대 금기공(禁技功)의 하나이며 무공이 높이 질수록 음양인이 되어 간다는 무공을 말하는 것이 아닙 니까?" "맞네...바로 그 무공이지!" "그렇다면....." 그러나 그의 말은 무유에 의해 중단이 되었다. "자세한 것은 나중에 이야기 하세! 이제 슬슬 저들의 본거지에 가까 워진 듯하니....조심해야지" 그러면서 무유는 일행들에게 무언가 손짓을 했다. 그러자 30여명에 이르는 전 대원들이 소리없이 흩어지기 시작했다. 이제부터는 최대한 신형(身形)을 은폐시킨채 접근해야 하는 것이다. 길이 비좁은 관계로 그들은 무유를 중심으로 거의 일렬로 대열을 이 룰 수밖에 없었으나 모두들 신형을 최대한 은폐시킨 채 따라오고 있 었기 때문에 겉으로 보기에는 아무도 나타나지 않았다. 그저 바람에 풀들이 움직이는 정도가 고작이였다. 하지만 이와같은 무유의 조심스러움이 마침내 적중하여 한 굽이를 돌자마자 선두에 섰던 사람들의 시선에 은밀하게 서있는 하나의 망 루가 들어왔다. 이에 무유는 뒤 따라오던 사람들을 모두 정지시킨 채 은밀히 망루로 접근하였다. 그 망루는 나무와 풀들 사이로 교묘하게 은폐되어 있었는데.... 그 위치가 계곡안으로 들어오려는 사람에게는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곳이였고 또한 전방에 장애물이 될만한 것들을 모두 제거해 버린 상 태가 망루에 서 있는 자들의 감시를 피하기는 거의 불가능할 것 같 았다. (으음, 이로서 이 안에 무언가 있다는 사실은 확인되었는데.....이제 저들의 눈을 피해서 어떻게 들어가나 하는 것이 관건이군!) 이러한 생각을 한 무유는 망루의 감시자들을 살피기 위해 조금 더 접근했다. 그러자 서서히 무유의 시야에 망루안의 광경이 잡히기 시작했다. 그 안에는 마침 두 명의 흑의무사들이 있었는데...어찌된 일인지 전 방을 살피기는커녕 둘이 마주 앉아서 무언가에 한 참 열중하고 있었 다. 그러나 망루의 위치는 높았고....그들은 않자 있었던 터라 그들이 무 엇을 하고 있는 지는 알 수가 없었다. 그저 그들의 손이 부지런히 왔다 갔다 하는 것만 보일 뿐이였다. 바로 그 때 그들중 하나가 소리를 지르는 것이였다. "안돼! 외상이라니.....그러지 말고 빨리 돈을 내놔!" 그러자 다른 하나가 마주 고함을 질렀다. "내일 준다지 않나! 치사하게 그 정도 가지고 왜 그래?" "좌우지간 안된다면 안돼! 노름에서 외상한 사람치고 제대로 갚는 사람 하나도 못봤어!" 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던 무유는 웃을 수밖에 없었다. 그들은 바로 주사위 놀음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무리 봐도 사람은커녕 짐승 한 마리도 나타나지 않으니 그들은 설 마하는 마음에 임무는 잊은 채 놀음을 하였고, 마침내 말다툼까지 하기에 이르렀던 것이다. 이에 무유는 당초 그들을 제거하려는 생각을 버리고 그냥 통과하기 로 마음먹었다. 말다툼까지 벌어졌는데....은밀히 이동하는 그들을 알아차릴리 만무하 다 생각했기 때문이였다. 그래서 무유는 다시 일행들에게 돌아와 그와같은 상황을 설명하고 이인 일개조씩 은밀히 그들의 밑을 통과하도록 하였다. 당연히 그들은 모두들 무사히 통과할 수 있었다. 무유는 이제 역으로 그들을 감시할 수 있도록 하원제자 한 명을 남 기고 계곡안으로 진입해 들어갔다. 그리고 마침내 계곡안의 광경이 환하게 보이는 지점에 까지 도달할 수 있었다. 번 호 : 8386 게시자 : 윤원중 (re5280 ) 등록일 : 1999-05-06 09:25 제 목 : [연재] 천부외경 42 그러나 막상 계곡안을 살펴본 순간 무유는 너무나 기이한 광경에 그 만 두 눈이 휘둥그레 졌다. 계곡의 중앙에는 기이한 향기와 함께 김이 무렁무렁 나는 한 개의 못이 있었는데.... 정작 기이한 점은 그 못안에는 온통 벌거숭이의 사람들로 가득 찼는 데 그들은 무언가 기이한 주문들을 외우고 있었으며, 못 주위에서는 망루에 있던 흑의인들과 같은 복장의 사람들이 계속하여 하얀 가루 들을 뿌려대는 것이였다. 특히 그들은 모두들 젊은 사람들로 보였는데.... 부끄럽지도 않는 듯 남녀 구별이 없이 모두 벌거벗고 있었으며... 머리는 완전 산발했고...가끔씩 야수와 같이 차가운 눈빛을 번득이고 있었다. 무유에게 가까이 다가운 검흔이 조용히 속삭였다. "그들이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 거죠?" "글세.... 무언가 사이한 대법을 시행하고 있는 것은 분명한데.....잠시 더지켜보지...." 그러나 한참동안을 지켜 보았지만 그들이 행하는 일들은 전혀 변화 가 없었다. 다만 시간이 지나갈수록 그들의 입에서는 단지 주문만이 아닌 기이 한 신음소리들이 섞기기 시작하였고.... 눈빛들이 더욱 사이하게 번득거리고 있었다. 결국 그러한 광경은 하루해가 넘어가고 천공에 달이 뜰 때까지 계속 되었으며 마침내 해시가 되자 못지에서 일어나 절벽하단부에 송송히 뚫려있는 동혈속으로 하나 둘씩 자취를 감추는 것으로 끝이 나게 되 었다. 그런데 특이하게 그들중 십여명만은 흑의무사들의 인솔하에 중앙의 가장 큰 동굴로 들어가는 것이였다. 그리고 잠시후 계곡안은 태고적 정적과 깊은 어둠속에 잠기게 되었 다. 이에 무유는 제자들을 불러 모았다. "좋다! 그럼 지금부터 행동개시를 한다. 먼저 백옥! 너는 대원 10명을 데리고 주변을 철저하게 경계하라! 무 슨 동향이 감지될 시는 즉시 내게 보고하고, 그 누구의 출입도 철저 히 봉쇄하라" 그러자 당초 무유을 향해 말을 붙였던 청년승이 무유를 향해 합장을 하며 대답하였다. "예, 사숙 명심하겠습니다" 무유의 말이 계속되었다. "묵현은 어디있는가?" 이에 그의 좌측에서 날카로운 기세를 뿜어내고 있던 25세쯤 되어 보 이는 한 청년이 나서며 고개를 숙였다. "너는 대원 5명을 데리고 중앙의 못지는 물론 계곡 전체를 은밀히 수색하라! 그리하여 증거가 될 수 있는 모든 것을 수집하라! 단 저 들의 감시조가 혹씨 있을 지 모르니 이를 유념하고...." "예, 대주!" "검흔, 상홍! 너희들은 나를 따라 중앙의 동굴을 조사한다. 다만 그 곳은 가장 은밀한 접근이 필요한 곳이니 너희들은 나로부터 10장 정도 뒤에서 따라오라!" "예, 대주!" "마천! 너는 나머지 제자들을 데리고 부근 높은 지역에서 대기하고 있으라! 자, 그럼 모두들 정확히 한시진 후 이곳에 다시 모인다. 행동개시하라!" 무유의 지시에 따라 검흔과 상홍을 제외한 모든 제자들이 주변으로 흩어져 나갔다. 단 한점의 소리도 들리지 않는 은밀한 행동들이였다. 이에 무유는 검흔과 상홍을 한 번 바라보더니 이윽고 중앙의 동굴을 향해 몸을 날렸다. 검흔과 상홍이 10여장 간격을 두고 그를 따라 몸을 날렸다. 만장애의 하부에는 마치 벌집을 옮겨 놓은 듯이 수많은 동굴들이 뚫 려 있었는데... 그중에서도 무유가 접근하고 있는 중앙의 동굴은 가장 컸을 뿐만아 니라 다른 동굴과는 달리 흑의인 두 명이 보초까지 서고 있었다. "아..흠! 이처럼 깊은 계곡에 누가 온다고 보초까지 세우나?" 흑의인중 우측에 있던 자가 하품을 하며 투덜거리고 있었다. "그러게 말이야! 일년 열두달이 가도록 중앙의 사자를 제외하고는 심지어 짐승들 조차도 접근을 하지 않는데...... 그나저나 자네는 요즘 좀 이상한 것을 못 느끼나?" "무슨...?" "기력이 딸리지 않나 이거야!" "글세 이 곳에 들어온 후로는 내내 기운이 없고....조금 이상하긴 해! 참, 그러고 보니 물건도 서질 않더군. 왜 있잖아 새벽만 되면 그게 불끈불끈 서서 괴롭히더니 요즘은 싱싱한 것들의 그것을 보고 또 은 근슬쩍 만져 보아도 꼼짝도 않는 것 있지?" 말소리가 갑자기 적어졌다. "있잖아...지난 번 하당주가 이야기 하는 걸 우연히 들었는데...그게 바로 이 계곡의 강한 음기 때문에 그런다더군. 그래서 자신은 양기 가 강한 약을 복용하고 있다던데....." "어! 정말? 그렇다면 큰 일 아닌가?" "그래 큰 일이야! 무슨 수를 쓰던지 해야지...." "무슨 좋은 수가...." 그런데 바로 그 순간 무유는 그들을 향해 금강지(金剛指)를 날렸다. "쉬이익!" 바람을 가르는 날카로운 파공음과 함께 무유의 손가락에서 두 줄기 의 날카로운 지풍이 쏟아져 나와 곧바로 흑의무사들에게 쇄도했다. "앗! 뭐냐?" 한참 대화를 나누던 흑의무사들은 본능적인 위험을 느끼며 황급히 피하려 하였지만 그 때는 이미 늦어 있었다. 그들이 미처 행동에 옮기기도 전에 이미 그들의 마혈에 무유의 지풍 이 격중되어 버린 것이다. 무유의 지풍에 제압당해 엉거주춤한 상태로 굳어버린 흑의무사들! 그래도 멀리서 보기에는 그들이 여전히 경비를 서는 것처럼 보였다. 무유는 그들의 상태를 일견한 후 곧바로 발길을 옮겨 조심스럽게 동 굴속으로 진입하기 시작했다. 동굴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길었는데...안으로 들어가면 갈수록 점 차 넓어 지고 있었다. 그런데 정작 기이한 일은 입구에 보초까지 세워두고.....군데 군데 유 등을 밝혀둔 동굴 내부가 너무나 조용하다는 점이였다. '이거 아무도 없는 것 아니야?' 분명 자신의 눈으로 이곳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들어가는 것을 보았 음에도 불구하고 무유는 이렇듯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무유는 계속해서 안쪽으로 발길을 옮겼고, 마침내 하나의 커 다란 지하광장에 이를 수 있었다. 그 지하광장은 그 폭이 거의 이십여장에 이를 정도로 무척 넓었는데 인기척이 없기는 통로쪽이나 마찬가지였고, 그 끝부분에는 안으로 향한 세 개의 동혈이 뚫려 있었으나 그 입구는 석문으로 굳게 닫쳐 있었다. 그 때 무유의 귀에 기이한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그 소리가 무척 작아 무슨 소리인지 명확히 구분할 수는 없었지만 각각 성질이 다른 여러 가지 소리들이 섞여 있는 것 같았다. 마치 짐승의 소리와 같은 해괴한 신음소리, 저승의 사자가 읊는 듯한 기이한 주문소리, 그리고 거기에는 끼끼끼 하는 물체의 마찰음도 같이 섞여 있었는 데... 그 소리는 분명 동굴안쪽으로 향하는 중앙의 동혈속에서 흘러 나오고 있는 것이였다. '으음, 무언가 진행되고 있는 것은 틀림이 없군!' 무유는 더욱 강한 의혹을 품고 중앙의 동혈로 접근했다. 그리고 석문앞에 이르러 서는 잠시 망설였으나 무작정 그러고 있을 수도 없고하여 가만히 석문을 밀어 보았다. "끼끼끼....!" 유난히 크게 느껴지는 소리.... 그러나 석문은 의외로 쉽게 열렸고....빠꼼하게 열린 석문의 뒤에서도 아무런 인기척이 없었다. 이에 자신감을 얻은 무유는 자신이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석문을 열었다. 그러나 바로 그 순간! "콰콰쾅!" 하며 석문이 그대로 폭발되어 버리면서 석문의 파편과 함께 은빛화 살들이 번개같은 속도로 무유를 향해 쏟아져 나왔다. "으헉!" 무유는 너무 갑작스런 상황에 기겁을 하며 황급히 우측으로 신형을 옮겼다. 갑작스럽게 전개한 신법이였지만 그야말로 전광석화와 같은 몸놀림 이였다. 하지만 바로 코 앞에서 폭발의 힘으로 터져나오는 파편과 화살들을 모두 피해 내기란 사실 거의 불가능한 것이였다. "팍! 팍!" 거의 동시에 몇 개의 파편들이 몸에 부딪쳤고.... 화살중의 하나가 그의 좌측 어깨부분에 격중되어 버렸다. 그러나 상황은 거기에서 끝나지 않았으니.... 비틀거리는 무유의 신형이 채 안정되기도 전에 동굴천장에서 거대한 쇠그물이 덮쳐 내려오고 있었던 것이다. "흐흡!" 어깨를 파고드는 예리한 통증으로 자연발생적으로 튀어나오는 비명 을 미처 뱉어낼 시간도 없이 무유는 곧바로 검을 뽑아 덮쳐오는 그 물을 향해 맹렬한 속도로 휘둘렀다. 그러자 그의 검에서는 은빛 검기들이 뿜어져 나오며 쇠그물과 거세 게 부딪쳤다. "챙! 챙! 챙!" 쇠끼리 부딪치는 마찰음과 함께 불꽃이 팍!팍! 튀었다. 이에 무유는 쇠그물이 갈기갈기 찢어질 것을 기대했다. 하지만 의외로 쇠그물은 전혀 손상이 없었고, 단지 덮쳐오는 속도만 주춤했을 뿐 여전히 그를 향해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거의 반장가까이 접근한 쇠그물..... 더욱이 그 것의 넓이는 거의 오륙장에 달한 지라 무유는 그대로 쇠 그물에 갇힐 것 같았다. 그러자 무유는 우측발에서부터 기를 품어내며 황급히 몸을 좌측으로 굴렸다. 그러나 그의 몸은 동굴바닥을 구르는 것이 아니라... 바닥으로부터 이삼푼정도 건격을 둔 채 마치 와선표(渦線 )처럼 허 공을 빙글빙글 돌며 눈부신 속도로 그물의 사정권 밖으로 벗어나는 것이였다. "앗! 소림의회풍와선류(回風渦線流)다!" 누군가의 입에서 감탄의 소리가 터져 나왔다. 바로 소림의 칠십이종의 절기중 하나이며 회전하는 힘으로 순식간으 로 공간이동을 한다는 절세적인 절기였던 것이다. "감탄만 하고 있을 거냐? 어서 쳐라!" 누군가의 입에서 다시 호통소리가 터져 나오며 이동해 오는 무유를 향해 다시 무수한 무기들이 빛을 품기 시작했다. 경황중에도 무유는 자신의 앞부분에 무수한 무사들이 나타나 있는 것을 보고 회전하는 상태 그대로 검만 곧추 세웠다. 그러자 그의 검은 그의 몸을 따라 톱니바퀴처럼 돌며 마치 수십자루 로 변한 것처럼 전면을 향해 쏟아졌다. "윽!" "으윽!" 전면에 있던 흑의인들 수명이 그대로 고꾸라 지며 무유는 그대로 그 들을 뚫고 이삼장 밖으로 날아가 멈추어 섰다. 하지만 다시 그의 등에는 기다란 도상이 하나 더 생겨 버렸다. "우훗!" 회풍와선류의 여파로 몸을 안정시키지 못하고 비틀거리는 무유의 입 에서는 다시 짧막한 비명이 터져 나왔고.... 급격히 진기를 끓어 올리느라 그의 얼굴은 마치 백지장 같이 변해 버렸다. 이 순간 두 개의 그림자가 날아와 무유의 양 옆에 섰다. "대주! 괜찮으십니까?" 그들은 바로 십여장 뒤에서 무유를 따르던 검흔과 상홍이였다. 단 십여장 정도에 불과했지만 그들이 이제야 무유 앞에 도착할 정도 로 모든 상황이 순식간에 발생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무유는 그들의 등을 치며 화급하게 외쳤다. "함정이다! 일단 이곳을 벗어나자" 경황중에도 이미 자신들 세사람만으로 그들을 모두 상대하기 벅차다 는 상황을 파악한 무유는 검흔과 상홍을 재촉하여 동굴입구쪽으로 신형을 날렸다. "앗! 저들이 도망간다! 쫓아라!" 중첩된 함정을 뚫고 나가는 무유의 신기(神技)에 잠시 주춤했던 흑 의무사들은 그제서야 와! 하는 함성과 함께 무유 등을 추적하기 시 작했다. 쫒고 쫓기는 추격전이 계곡의 중심부까지 이어졌다. 그런데 정작 큰 싸움은 못지를 중심으로 한 계곡의 중심부에서 이루 워 지고 있었다. 언제 나타났는지 거의 백여명에 이르는 흑의무사들이 소림제자들을 둘러싸고 공격을 감행하고 있었고.... 이에 소림의 제자들도 둥그렇게 원진을 형성한 채 그들에 대항하고 있었던 것이다. 무유와 검흔등이 포위한 흑의무사들 일부를 베며 곧바로 소림제자들 의 대열에 합류하였고.... 그들을 쫓던 오십여명의 흑의무사들은 그들의 일행과 합류했다. 이러한 상황변화에 잠시 소강상태가 되었다. 번 호 : 8387 게시자 : 윤원중 (re5280 ) 등록일 : 1999-05-06 09:25 제 목 : [연재] 천부외경 43 무유는 황급히 주위를 훌터 보았다. 누군가 일부러 지른 듯, 계곡한쪽의 수목들이 타오르고 있었고...그 불빛에 의해 장내의 광경이 한 눈에 들어 왔다. 그들을 포위하고 있는 적들의 숫자는 거의 백오십여명, 그리고 이 쪽은 아직 십팔나한진을 풀지 않고 있는 백옥을 중심으로 이십여명..... 나머지 일곱명의 제자들은 부상을 당한 듯 네 명은 나한진의 가운데 에서 운기조식을 하고 있었고, 세명은 쓰러져 있었는데 몇몇 제자들 이 그들의 상처를 보살피고 있었다. "백옥! 어떻게 된 거냐?" 무유의 화난듯한 음성이 터져 나왔다. 이에 백옥이라는 청년승이 황급히 대답하였다. "삼개조가 동시에 기습을 받았습니다. 그들은 이미 우리들의 움직임 을 알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부상자는?" "사망이 하나, 중상이 둘, 나머지는 경미한 부상입니다" 이에 무유는 탄식을 터뜨리고 말았다. "어허! 그들이 어찌 눈치를 챘다는 말인가?" "산 입구에서 만났던 사냥꾼이 문제였던 것 같습니다. 이 인적드믄 낙산에 사냥꾼이 혼자 돌아다니고 있었다는 것 자체 가..." 이러한 백옥의 주장에 무유도 고개를 끄덕였다. 당초 그의 거동이 수상하지 않는 것은 아니였으나... 아직 낙산의 단장애에 그들의 비밀 소재지가 있는 줄 몰랐던 터였 고....자비를 중시하는 그들인지라 제압하지 않았었는데.... 낙산 부근에 와서는 그 외에 만난 사람이 없었던 것이다. "아, 그런데 저들이 왜 포위만 하고 공격을 하지 않지?" 잠시 생각에 잠겨 있던 무유가 문득 기이함을 느끼고 말했다. "그렇군요! 아까는 그리 급하게 공격을 하더니....." 이에 나머지 제자들도 의문을 느끼고 자신을 포위한 무리들을 살펴 보았다. 단지 포위만 한 채 자신들을 묵묵히 지켜보고만 있는 흑의인들.... 일부 부상자들이 치료를 하고 있기에 잠시후면 이 쪽의 진영이 안정 된다는 사실을 충분히 짐작할 법 하건만....그들은 하등 공격해 올 기 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것이였다. 잠시 그들의 모습을 보고 있던 무유가 입을 열었다. "저들의 행동이 말해주는 것은 단 하나,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는 것 이다..... 바로 원군을... 그렇다면 우리가 먼저 공격을 한다. 검흔! 너는 제자 세명과 함께 사상진(四象陣)으로 부상자들을 보호 하라! 그리고 상홍 너 역시 제자 세명과 함께 그 부근에서 적들을 상대하며 유사시 검흔을 도와라! 그리고 나머지는 모두들 적을 친다 공격개시!" 무유의 명령과 함께 소림제자들은 일제히 빗살처럼 퍼져 나가며 공 격을 시작하였다. 단일집단으로는 최강이라는 소림하원의 제자들! 그들은 이제껏 당한 분풀이라도 하듯 마치 우리에서 풀려난 호랑이 처럼 맹렬한 기세로 적진속을 누비기 시작하였다. "자! 소림이 왜 천년동안 무림의 태산북부였는가를 보여주마!" 찌렁찌렁한 호통소리와 함께 가장 앞장서 적들을 유린하기 시작하는 무유, 그리고 그 뒤를 따르는 청년 무사들! 단신으로 파고드는 그들의 기세와 투지는 놀라울 지경이였고.... 이에 그들보다 거의 열배나 많은 흑의무사들이 겁을 먹고 혼란을 일 으키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의 무예도 그리 호락호락 하지 않았다. 처음에 혼란을 일으키며 우왕좌왕하던 흑의무사들은 곧바로 허리춤 에 은빛 패를 찬 사십대의 중년무사의 지휘아래 각각 대여섯명씩 무 리를 이루어 소림하원의 제자들을 상대하기 시작하였는데.... 특히 그들의 초식은 평범한 것 같으면서도 초식 곳곳에 악랄한 암수 들이 숨어있어 소림하원의 제자들이 애써 승기를 잡았다 하더라도 번번히 기회를 놓일 수밖에 없었다. 적막하던 만장애 계곡은 순식간에 죽고 죽이는 치열한 싸움터로 변 해 버렸다. 이 때 무유는 자그마치 이십여명의 적들에게 둘러쌓여 있었는데....그 들은 무슨 진법을 전개하고 있는 듯 진퇴가 일정한 법칙에 따라 흐 르고 있었고, 수비와 공격이 절묘하게 배합되고 있어 쉽사리 이를 무너뜨릴 수 없었다. (허허! 사교집단의 무사들이 이처럼 강하다니.....) 무유는 당초 가볍게만 생각했던 이들이 의외로 고강한 무예를 전개 하며 버티자 이들의 존재에 대하여 더욱 깊은 의구심이 느껴졌다. 사이하기 그지없는 법술, 기이하고 흉험한 무공초식, 그리고 기묘한 진식 등은 이들이 결코 단순한 사교집단이 아님을 강하게 시사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무유는 이들에 대해 감탄만 하고 있을 수 없었으니, 이렇게 나가다가는 시간도 시간이지만 소림하원의 제자들 피해도 상당히 클 것으로 생각되었던 것이다. 그리하여 그는 비록 무리가 되더라도 조 금 더 과감한 공격을 감행하기로 하였다. 내심 이러한 결심을 한채 공력을 응축시키며 괴한들의 진세를 살피 던 무유는 마침내 흑의인들의 공격과 수비가 엇갈리는 그 미묘한 틈 세를 파고들며, 응축시켰던 전 공력을 일시에 품어대면서 자신의 검 으로 전방을 향해 무수한 원호를 그려내기 시작하였다. 아! 그러자 그의 조그마한 검에서는 마치 보광처럼 찬란한 빛이 품 어져 나오더니 이는 곧 무수한 조그마한 원호로 바뀌고, 바로 그 순 간 마치 폭죽이 폭발하듯이 놀라운 속도로 흑의인들을 향해 폭사되 는 것이였다. 바로 그 유명한 소림의 최대검학인 달마혜검의 제2초식 원월만공(圓 月滿空)이 전개된 것이다. "이크, 검강이다 피해라!" 너무나 놀라운 무유의 검법에 흑의인들은 다급히 신형을 옮겨 피하 려 하였다. 그러나 무유가 어찌 이를 방치하겠는가? 곧이어 제3초식인 벽파단해(碧波斷海)를 전개하였다. 그러자 그의 검이 부르르 떨리더니 마치 그물망같이 가늘기 그지없 는 무수한 검기들을 토해내기 시작했으니... 이들 검기들은 미처 원형의 검강이 사라지기도 전에 흑의인들을 사 정없이 관통해 버리고 있었다. "으헉! 이럴 수가....?" 너무나 놀라운 무유의 검법에 진법을 전개하던 흑의괴한들은 두눈에 믿을 수 없다는 불신을 가득 담은 채 우수수 쓸어져 버렸다. 하지만 당초 진법에 의해 공수가 교차하고 상호간 보호를 받던 터였 고, 달마혜검은 지극히 공력이 많이 소요되는 초식이여서 무유로서 는 이를 연이어 전개하기에는 조금 무리였던지라 비록 그의 기습공격이 성공을 거두었지만 무유역시 옆구리 부분이 삼푼정도가 베어지는 부상을 입게 되었다. 동굴안에 이어서 연이은 부상.... 특히 은빛화살에는 극독이 발라져 있었는지 혈도를 폐쇄하였지만 은 근히 그의 좌수는 저려오고 있는 것이 심상치가 않았다. 그러나 명색이 사내대장부라 자부하고, 이제껏 검 끝에 살아왔던 무 유가 어찌 이러한 상처에 마음을 쓰겠는가? 내킨김에 그의 검끝은 곳바로 자신을 공격한 좌측의 2인에게 향했다. 이에 이미 진법까지 깨어진 상태에서 동료의 죽음을 목격한 흑의인 들은 당황스러운 마음에 공격은 생각하지도 못했고, 그저 이리저리 몸만 피하다가 마침내 무유의 검에 목이 잘리는 비극을 맛보게 되었 다. 단숨에 7,8명의 흑의인을 제거한 무유는 나머지 흑의인들은 쳐다보 지도 않은 채 그대로 허공으로 몸을 띄웠다. "이놈들! 내 오늘 너희에게 소림하원의 무서움을 알려주고야 말겠다 " 이때부터 무유는 마치 우리에서 탈출한 호랑이처럼 이리 번득, 저리 번득 놀라운 활약을 보이기 시작했으니..... 팽팽하던 국면이 급격히 소림하원쪽으로 기울기 시작하였다. 더욱이 무유의 무위에 고무받은 소림하원의 제자들은 사기가 충천하 여 거침없이 무공을 전개하고 있는 반면, 흑의인들은 위축이 되 차 츰 손발이 어지러워 지고 있었으니....이건 누가 보더라도 승부는 이 미 결정되었다 할 것이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 귀를 찌렁찌렁 울리는 커다란 고함소리가 들려왔다. "멈춰라!" 마치 산천초목을 쨍 쨍 울리는 듯한 놀라운 고함소리에 혼전을 벌이 던 양측은 일제히 싸움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무유도 갑작스러운 고함소리에 적을 베어가던 손속을 멈춘채 소리나 는 곳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그런데 그곳에는 어느새 눈에서 형형한 광채를 뿜어내는 십여명의 무사들이 일렬로 늘어서 있었는데.... 특히 그들 가운데에서 한두장 앞으로 나와있는 청의의 중년인이 눈 에 확 들어왔다. (아니, 저자는...?) 순간 무유의 눈빛이 놀라움으로 자신도 모르게 흔들리고 있었다. "아니, 당신은 바로 집마부 목마천(木魔天)의 천주인 조형당 선배가 아니요?" 그렇다. 그는 바로 집마부의 십마천중 목마천의 당대천주인 조형당 이란 사람이였다. 그는 집마부내에서도 추천상과 더불어 비교적 담 대한 사람으로 알려져 있었고, 널리 정파와도 교분이 깊은 지라 무 유하고도 이미 안면이 있는 사이였던 것이다. 그러나 막상 무유의 놀란 표정과는 다르게 그는 지극히 무표정한 얼 굴을 하고 있었으며, 이와같은 무유의 물음에 그 무표정한 얼굴만큼 이나 전혀 감정이 없는 목소리로 간단히 대답할 뿐이였다. "그래, 오랜만이군" 그러나 정작 무유는 그들이 왜 갑자기 여기에 나타났는지 도저히 짐 작이 가지 않았다. "그건 그렇고 조선배가 여기는 웬일입니까?" "나는 부주의 명을 받들어 그대를 제압하러 왔다" 이에 무유는 눈이 동그래졌다. "아니? 저를 말입니까? 도대체 집마부주께서 밑도 끝도 없이 왜 저 를 갑자기........더욱이 제가 여기에 있는 줄 어떻게 알고...........? " 그러자 조형당의 목소리는 더욱 차가워 졌다. "그대는 여기가 집마부의 안방인 사천지방임을 잊었는가? 그리고 이 곳이 어딘지 나에게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단지 이 시점에서 대공 자의 흉수로 유력하게 지목되고 있는 소림의 인물들이 우리의 안방 을 횡행하는 것이 싫을 뿐이다" 이러한 조형당의 완고한 태도에 무유는 고개를 살래살래 저을 수밖 에 없었다. 물론 그도 귀가 있는지라 집마부의 대공자인 추명과 후 계자로 지명된 진백송이 살해당했고 또한 그로인해 백도와 일부 갈 등이 조성되고 있다는 사실은 들었다. 하지만 아수라환교라는 사교 집단을 추적하기에 급급해 별로 관심을 기우리지 않았던 것이였는 데..... 정작 그들이 이처럼 은밀한 지역에 까지 자신들을 찾아와 핍박할 줄 은 몰랐던 것이다. 하지만 그는 지금 집마부와...특히 조형당 같은 인물과 마찰을 일으 키기 싫었다. 그래서 가볍게 한숨을 쉬며 말을 하였다. "휴, 좋소이다. 내 이번 일만 해결하면 이 지역에서 조용히 물러나리 다" 그러나 조형당은 고개를 강하게 저었다. "그건 안된다. 본래 부주께서는 그대를 압송하여 오되 반항하면 그 자리에서 살해해도 된다고 하셨다. 그러나 그대는 내가 알기로 진정 한 사내대장부! 만약에 지금 이 자리에서 모든 것을 손떼고 물러간 다면 내 부주께 문책받는 한이 있더라도 그대를 보내주겠다" "아니, 지금 조선배께서는 이곳이 어디인줄 알고나 그런 말씀을 하 시오?" "아까도 말했지만 그건 나에게 전혀 중요하지 않다고 했다" 이에 무유는 어처구니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조형당을 똑바로 쳐다 보았다. "이곳은 바로 최근 민심을 혼란시키고, 백성들을 마구 잡아다 천인 공로할 만행을 저지르고 있는 아수라환교의 근거지란 밀이요! 더욱 이 지금 이곳에는 수백명의 젊은이들이 잡혀와 있는데......" 이와같은 무유의 설명에 조형당은 약간 의외인 듯 하였다. 사실 그 도 최근에 물의를 일으키고 있는 아수라환교란 존재에 대해 들은 바 있었고, 만일 과거의 집마부같으면 오히려 백도 보다 먼저 이들을 치려고 했었을 것이였다. 하지만 그가 받은 명령은 단지 무유와 소림하원의 인물만 잡아올뿐 그 외의 일에는 전혀 개입하지 마라는 것이였으니...... 결국 한참을 생각하던 조형당은 고집스런 표정으로 최후의 통첩을 하고야 말았다. "여기는 집마부의 관할구역! 그들이 누구고 어떤 악행을 하였건, 그 건 그대가 상관할 사항이 아니고 집마부에서 알아서 할 일이다. 내 그대에 마지막 기회를 준다 열을 셀 동안에 이곳을 떠나라! 그렇지 않으면 곧바로 공격하겠다" 이러한 조형당의 고집스런 태도에 마침내 무유도 참지 못하고 화를 내고 말았다. "내 지금껏 선배가 두려워서 이렇듯 사정한 줄 아시오? 지금 저들 동혈에서 잠들어 있는 수백명의 무고한 백성들을 구하기 위해 그랬 을 뿐이요. 선배가 만약 이러한 경우도 모르고 제 일을 방해하겠다 면 알아서 하시오. 내 대소림의 명예를 걸고 선배와 한판 붙어 보겠 소" "후후, 그렇다면 할 수 없지...굳이 권주를 마다하고 벌주를 들려하다 니.... 내 그대가 소림이 낳은 최대의 후기지수임을 들어 잘 알고 있다. 그 리고 소림하원의 명성도.......하지만 이 조형당에게 감히 도전하다 니........" 그러더니 그는 고개를 돌려 수하들을 향해 명령을 내렸다. "모두들 듣거라! 지금 당장 저들을 포박하라...반항하면 베어도 좋다" 이에 무유도 큰 소리로 외쳤다. "대소림은 아직 그 어떤 방파에게도 핍박받은 적이 없다. 그들이 바 로 집마부라 하더라도... 모두들 소림의 명예를 위해 싸워라.!" 번 호 : 8388 게시자 : 윤원중 (re5280 ) 등록일 : 1999-05-06 09:26 제 목 : [연재] 천부외경 44 드디어 다시 싸움이 벌여졌다. 하지만 이번 싸움은 역시 소림하원의 제자들에게는 역부족이였다. 무유가 아무리 신주십출에서도 2,3번째로 꼽히는 신진고수라 하지만 아직 집마부의 핵심인 십마천의 주인을 단독으로 상대하기에는 조금 모자랐고, 소림하원의 제자들도 개인적 기량으로는 오히려 그들을 능가하는 목 마천의 간부들에다 역시 만만치 않는 흑의무사들도 가세하고 있었던 것이니.....당초부터 상대가 될 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소림의 명예를 걸자'는 무유의 다짐처럼 그들 은 참으로 눈부신 투혼을 발휘하며 분투에 분투를 거듭했다. 그러나 너무나 확연한 전력의 차이는 단지 투혼과 정신력만으로는 극복될 수 없는 사항이었다. 자신의 모든 절기를 최대한 발휘하며 맞서는 소림하원의 제자들을 상대로 목마천의 고수들과 흑의무사들 은 여유있는 태도로 맞섰으며, 때로는 합공을, 때로는 차륜전을 전개 하며 지속적인 공격을 해 왔다. 그러자 차츰 소림하원의 제자들은 지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시간 이 지나면서 한명, 두명 쓰러지기 시작하더니....마침내 반시진도 못 되어 거의 십여명에 이르는 제자들이 부상을 입어 항거불능의 사태 에 빠져 버렸다. 이에 비하여 목마천의 고수들은 거의 다치지 않았으며, 단지 흑의무 사들만 30여명이 쓰러졌을 뿐이였다. 그렇게 되자 나머지 인원들도 더 힘든 악전고투를 겪을 수밖에 없었 다. 무유로서도 막상 이러한 상황을 알면서도 아까처럼 몸을 빼내 그들 을 도울 수가 없었으니, 사실 그도 젖먹던 힘까지 다해가며 조형당 과 싸우고 있었던 탓이였다. (아! 정녕 여기서 이대로 무너지고야 마는가? 결코 패배를 모르던 우리 소림하원이....?) 다시 일각여 시간이 더 흘렀다. 그리고 이제 전세는완전히 기울었 다. 도저히 뒤집을 수 없을 정도로..... "어때 이래도 아직 항복하지 않겠는가? 이미 더 이상의 저항은 무모 하다는 걸 잘 알면서도.." "대장부는 죽일 수 있을 지는 모르나 결코 모욕할 수 없다" 이러한 무유의 태도는 가히 장부다웠다. 너무나 뻔한 승부였고, 굴복 을 하면 목숨을 구할 수 있으련만 그는 떳떳한 죽음을 원하는 것이 였다. 그리고 이러한 선택을 함에 있어 그는 전혀 흔들리지 않았던 것이다. 이에 조형당은 내심 무유의 기개를 아깝게 생각하면서도 부득불 최 후의 명령을 내리지 않을 수 없었다. "후후, 좋다. 그대들에게 후회없는 죽음을 내려주지. 들어라! 더 이상 시간을 끌 수 없다. 전력을 다해 공격하라" 이제껏 공격은 하면서도 최후의 살수만은 삼갔던 목마천의 무사들은 서서히 자신들도 지겹다는 생각이 들고 있었는데 마침 조형당의 명 령이 떨어지자 이제 전력을 다해 공격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리 않해도 기울던 전세는 급격히 목마천쪽으로 기울기 시 작했고, 마침내 무유와 소림하원의 제자들의 목숨은 그야말로 바람 앞의 등불처럼 위태롭기 그지 없게 되었다. 하지만 아직 무유의 명이 다하지 않았는지........그 급박하던 순간 기 적은 일어나고 있었다. 갑자기 흑의무사들의 후방이 어지러워 지더니 3남1녀의 젊은이들이 마치 혜성처럼 장내에 출현하였던 것이다. 그들은 나타나자 마자 곧바로 십여명의 흑의무사들을 제거해 버리 고, 마침 상황의 변화에 어리둥절하던 무유쪽으로 몸을 날려왔다. "형님! 제가 왔습니다. 이 현무가 왔습니다" 무유가 깜짝 놀라 바라보니 그는 바로 자신의 결의형제인 현무였으 며..... 그리고 그와 함께 나타난 여인중 유난히 날렵한 경공으로 눈부신 손 속을 보이고 있는 여인은 바로 자신도 알고있는 신화군주 유선이였 던 것이다. "아니, 자네가 여길 어떻게...? 그리고 유소저는 또......" "하하, 무유형, 자세한 이야기는 우선 이들부터 물리치고 난 후에 하 지요" 그들 4인의 등장은 확실히 장내에 충분한 변수가 될 수 있었다. 비록 남궁하의 도움을 받기는 했지만 어찌되었건 현무는 조형당보다 훨씬 무공이 높았던 우문황을 베어버린 바 있었으며, 신화군주 유선 은 비록 정통무가의 출신은 아니였으나 전설적 은일 문파인 남해보 타암의 모든 진전을 이은 여인이였던 것이다. 게다가 유선을 따라온 두명의 여인들은 비록 유선의 시녀에 불과했 으나 그 개개인의 무공은 결코 소림하원의 제자들 못지 않았으니, 양자간의 전세는 바햐흐로 역전의 국면에 돌입하게 되었다. 이 때 현무는 상대방들의 무공수위가 결코 만만치 않을 뿐 아니라 수도 많았기 때문에 비록 자신들이 개입했다 할 지라도 그 승부는 쉽게 예측하기 힘들다는 상황을 간파하고, 최대한 속전속결의 전법 을 택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래서 유선에게도 이와같은 뜻을 전음으로 전하고, 비록 고전하고 있었지만 아직은 더 버틸 여유가 있는 것 같은 무유는 버려둔 채, 나머지 인물들을 향해 자신의 최대장기인 경공을 사용해 종횡무진 무차별 공격을 가 했다. 너무나 빨라 마치 신영(身影)이 전혀 움직이지 않는 것 처럼 보인다 는 불문의 금강부동신법, 흘러가는 구름처럼 표흘하게 움직인다는 고대의 유운신법, 창천보법에 무한겨자보법에 이르기 까지 무엇하나 평범한 것이 없었던 그의 경공은 그야말로 눈부셨고, 마치 바람처럼 표흘하게 좌에서 번쩍, 우에서 번쩍 하며 흑의무사들과 목마천의 고 수들의 혼을 빼 놓으며 그들을 하나 둘씩 쓰러뜨려 갔다. 게다가 여기에 유선의 세외절기까지 가세하고 있었으니, 미처 일각 도 되지 않아 전세는 급격히 역전되기 시작했다. 그러자 무유와 싸우고 있던 조형당은 다급한 심정에 힘을 크게 한 번 내어 무유를 뒤로 물러나게 한 후 곧바로 현무에게 달려왔다. 그러나 현무는 그를 요리저리 피해 가면서 계속 다른 무사들을 공격 하고 있었다. "하하하, 다급하더라도 조금만 더 기다리시오! 내, 딱 10명만 더 베 고나서 실컷 상대해 주겠소!" 이에 조형당은 머리에 김이퍽퍽 나도록 노했지만, 경공에서는 도저 히 현무의 상대가 되지 않는지라 그저 뒷북만 치고 있을 수밖에 없 었다. 이러기를 일각여....현무는 흑의무사들 이십여명과 목마천의 고 수 두어명을 더 베어버린 후 마치 조형당과 약속을 지키기라도 하듯 더 이상 그를 피하지 않았다. "후후, 이제 약속처럼 한판 신나게 붙어 봅시다" "네가 바로 남궁계집애와 함께 우문황을 살해한 현무란 애숭이로구 나" "하하, 이제 알아 보셨소이까?" "그럼 어디 나도 우문황처럼 한 번 베어 보거라!" "좋소이다. 도전은 결코 피하지 않는 게 바로 이 현무의 법칙" 역시 조형당은 십마천의 주인답게 만만치 않았다. 비록 우문황의 암 흑마장과 같은 위력적인 마공은 없었지만 역시 우세한 공력을 바탕 으로 전개하는 초식 하나 하나마다 결코 소홀히 볼수 있는 것은 없 었으니....현무로서는 최대한 경각심을 가지고 그를 상대할 수밖에 없 었다. 그러나 정작 조형당은 크게 놀라고 있었으니....아직 애숭이로만 보았 던 현무의 무공수준이 그가 상대하기에 이미 무유의 수준을 넘고 있 었던 것이다. (음, 난 우문황이 얼마나 방심했으면 계집애와 애숭이에게 당했느냐 고 우숩게 생각했더니 결코 그런 것만은 아니군......더욱이 이자의 무 공은 평범하면서도 한 초식 초식마다 깊은 현기가 숨어 있으니...자 칫하면 나도 망신당하겠군....) 일진일퇴(一進一退) 용호쌍박(龍虎雙迫)...... 한마디로 지금 현무와 조형당의 싸움이 그랬다. 먼저 조형당이 그의 절세적인 장법으로 현무를 핍박하는가 하면, 현 무는 어느새 그의 장세를 벗어나 백팔나한금나수와 수유간극퇴법으 로 조형당을 어지럽게 하고, 다시 조형당이 크게 힘을 내어 자신의 최대의 절기인 지옥마라수로 현무의 사방팔방을 덮어 버리는가 하더 니....현무는 어느새 금강부동신법으로 조형당의 뒤로 돌아가 은하낙 성수로 그의 혼을 빼어 놓고 있었다. 그러나 이 틈을 타, 무유가 그동안의 울분을 풀어 내듯이 달마혜검 등 자신의 절기를 연신 시전하며 적들을 제압하였고, 상황변화에 힘을 얻은 소림하원의 제자들도 더욱 투혼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반면에 흑의무사들이나 목마천의 고수들은 현무가 워낙 혼을 빼어 놓는 바람에 사기가 크게 떨어져 있었기에 제 실력도 발휘하지 못하 고 있었다. 특히 이러한 싸움은 고수들의 숫자에 좌우되게 마련이여서 비록 집 마부에서도 뛰어난 무사들이 몇 있기는 하였으나 무유나 유선을 당 해내기에는 역부족이였기 때문에 이제 전세는 완전 역전되고 있었으 며 흑의무사들은 일부 몸을 빼는 사람들도 생겨났다. 이러한 상황변화는 곧바로 현무와 조형당의 싸움에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그럴 수밖에 현무는 모든 것을 무유와 유선에게 맡기고 조형당과의 싸움에만 전념하면 되었으나 비명소리가 나서 슬쩍 시선을 돌려보면 자기측 무사들이 죽어 넘어 지는 광경만 눈에 들어오는 조형당은 마음이 크게 혼란스러울 수밖 에 없었던 것이다. "하하, 고수가 싸움을 하는데 어찌 딴 곳에 신경을 쓴단 말이요? 일수(一手)가 백팔개의 손으로 변하고, 지축이 흔들리는 위력에 마귀 들이 사라진다. 백 팔 나 한 금 나 수!" "십지(拾指)의 위력이 철판을 뚫나니.....일 선 지!" "사대천왕의 항마법력이 이 한주먹에서 실렸으니...... 항 마 천 왕 권!" 주변정세를 살피느라 잠깐 한눈을 팔았던 조형당은 이를 기회로 연 신 터져나오는 현무의 위력적인 연환공격에 미처 반격할 엄두도 못 내고, 그저 피하기만 급급해 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그의 몸이 갑자기 중심을 잃고 비틀 거렸다. 바 로 현무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 황급히 뒤로 물러 나다가 그만 돌뿌 리에 걸렸던 것이다. (좋다! 절호의 기회이다!) 단 한치의 빈틈도 허용하지 않는 고수간의 싸움에서 이처럼 좋은 기 회를 현무가 놓일 리가 없었다. 그 찰라의 순간 현무는 곧바로 절대무쌍의 금강부동신법으로 그이 좌측 사각지대로 이동하였고 조형당이 미처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 현무의 좌수가 그 빈틈을 파고 들었다. "은하의 변화무쌍과 낙성(落星)의 빠름이 이 한수에 있도다. 은 하 낙 성 수....!" "으흑, 이렇게 빠를 수가....?" 그 짧은 시간의 파탄, 하지만 이미 현무의 우수는 그의 좌측옆구리 지척에 이르러 있었으니.....조형당은 그저 그의 신법과 수도(手刀)의 빠름에 놀라는 것 이외에 전혀 피할 염두도 내지 못했다. 결국 무방비상태로 좌측 옆구리를 강타당한 조형당은 그 충격을 이 기지 못하고 그대로 비틀비틀 삼사장을 물러 서더니 그만 왈칵 피를 쏟고 말았다. "하하, 손속에 사정을 두어 감사하오이다" 물론 현무는 완전히 흩틀어진 조형당을 추적하여 결정적인 일격을 가할 수 있었으나 막상 그와 손속을 겨루다 보니 그가 생각보다 정 대한 인물인 것 같아 그만 공격을 멈추고 겸양의 말을 건넨 것이였 다. 그러나 정작 새파란 애숭이에게 격타당하고 게다가 그의 공격중단으 로 목숨을 구걸받은 바나 마찬가지였던 조형당은 이 때 죽기보다 더 한 치욕을 느끼고 있었다. (아! 이 조형당이 저런 애숭이에게 지고야 말다니......) 그는 너무 참혹함에 그만 고개도 들 수가 없었다. 이러한 조형당의 패퇴와 함께 목마천의 무사들을 함참 몰아붙이던 무유와 유선, 그리고 소림하원의 제자들도 일제히 공격을 멈추었다. 사실 더 이상의 공격은 무의미했던 까닭이였다. 아닌게 아니라 목마 천의 무사들도 더 이상의 저항을 멈추고 패배를 자인하는 듯 하였 다. 그러나 바로 이 순간 사이하고 뇌리를 울리는 듯한 음성이 계곡전체 에 울려 퍼졌다. "호호호, 소림의 애숭이들이 감히 이곳에 까지 와서 설치다니....." 갑작스런 소리에 현무가 흠칫하며 고개를 돌려보니..... 어느새 시간이 많이 경과한 듯 새벽의 미명이 계곡안에 스며들기 시 작한 가운데..... 바로 그 중앙의 동굴로부터 창백한 얼굴에 사악한 아름다움을 지닌 듯한 한명의 중년여인이 몸을 날려 오는 것이였다. 그런데 정작 그 여인은 생김새와는 달리 헐렁한 흑색장포를 걸치고 있었다. 이 때 무유가 놀라움이 가득찬 음성으로 소리쳤다. "아니, 정말 그 자란 말인가?" 이에 현무가 그에게 다가서며 물었다. "그녀가 도대체 누구인데....그렇게 놀라시오?" 무유는 고개를 살래살래 흔들었다. "그녀가 아니고 그 일세..... 아마 내 짐작이 맞다면 그는 바로 중원배교의 전대 고수인 혼음마령 (混陰魔靈) 음처서란 자야! 반양극음공이라는 희대의 음공을 연마해 마치 여인처럼 변해 버렸고, 배교에서조차 금지된 온갖 사이한 법술 로 무림에 혼란을 조성하다가 이십여년전 나의 사숙조인 공공성승과 남궁세가의 전대가주 남궁평천 대협에 의해 제거되었다고 알려져 있 었는데.....이러한 곳에서 나타나다니...." 이러한 무유의 말을 그 자도 들었는지 그대로 허공에 선 채 사이한 음성을 흘러냈다. "호호, 어린 놈이 제법이구나! 나를 한 눈에 알아 보다니....." 이십여년전 중원무림맹과 천하무림련의 쟁투를 틈타 중원을 어지럽 히던 희대의 마주 음처서, 그의 갑작스런 출현은 모두에게 의외인 듯 하였다. 정작 그들을 도우려 왔던 조형당도 그 사실만은 몰랐는지 멍하니 서 있었고, 필히 그들의 수하들이라 짐작되는 흑의무사들도 그의 정체 를 아직 모르고 있었던지 기이한 눈빛을 빛내고 있었다. 이 때 무유의 얼굴에는 암담한 빛이 떠 오르고 있었다. 그래도 설마했었는데....이제 그가 진정 혼음마령으로 판명되었으니 오늘 그들에게는 길보다 흉이 더 많을 것이 틀림 없었다. 특히 그의 뒤에는 파아란 인광을 품어내는 십여명의 젊은이들이 서 있었는데..... 모든 것을 미루어 볼 때 그들이 바로 말로만 듣던 활강시임에 틀림 이 없는 것 같았다. 단 한구만으로도 웬간한 군소문파정도는 초토화 시킬 수 있다던...... 하지만 언제까지나 그러고만 있을 수 없는 일, 마침내 무유는 현무와 유선, 그리고 검흔과 백옥에게 전음을 날려 은밀히 자신의 주변으로 모이게 했다. '아무래도 일단 이곳을 벗어나는 것이 낫겠소!' 이에 현무는 무유의 이러한 생각이 필히 음처서의 출현 때문이라 생 각하고 반문했다. '그가 정말 그토록 무서운 자입니까?' '사실 그의 무공은 그리 뛰어나지 않네...하지만 그의 법술과 뒤에 서 있는 활강시들은 우리로서는 역부족이야! 일단 물러난 후 원군을 청해 다시 와야겠어!' 그러자 현무와 유선도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여하튼 이곳의 지휘자는 무유였고, 그들은 단지 도와주려 온 사람들 이기 때문이였다. 그런데 정작 기이한 일은 음처서의 행동이였다. 무유의 판단대로 그의 기묘한 법술과 열 구의 활강시라면 아무런 문 제가 없는데 그는 당장 공격할 의사가 없는 듯 했기 때문이였다. 이에 무유는 그의 행동을 의심하면서도 한편으론 다행으로 생각하고 수하들에게 은밀히 지시했다. '일단 나의 신호가 있게되면 모두들 최선을 다해 이 자리를 벗어나 도록 하라!' 그러고 난 후 그는 이제까지도 멍하니 있는 조형당을 보고 소리쳤 다. "조선배! 이래도 할 말이 있소? 천하공적인 음처서나 감싸고 돌고... 활강시나 만드는게 그래 집마부였단 말이요?" 마치 비웃는 듯한 무유의 어투, 이에 음처서가 발끈하며 무언가 소리치려 했다. 그러나 그 보다 먼저 조형당이 큰 소리를 질렀다. "닥치거라! 그들은 우리와 무관하다" "하하, 그런 억지가 어딨소? 모든 것이 명백하게 드러났는데...손바닥 으로 하늘을 가리려 하시오?" "내 말을 못 믿나? 난 다만 너희들을 지체없이 제압하라는 명만 받 들고 왔다" 그러나 이렇게 무유와 조형당이 실갱이 하고 있을 때 음처서가 품속 에서 무언가 둥그스름한 물체를 꺼내 던지는 것이였다. 그런데 그 물체들은 사람이 없는 외곽지대를 향해 날아갔는데....지면 에 닿기만 무섭게 펑! 펑! 소리를 내며 터졌고.....그러자 갑자기 주위 가 어두컴컴 해지며 계곡내부에 스산한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그리고 곧이어 계곡안은 마치 한밤중이라도 된 듯 한 치 앞도 안보 이는 어둠과 주먹만한 돌맹이들마저 휙! 휙! 나를 정도의 강한 바람 이 불기시작했다. 번 호 : 8389 게시자 : 윤원중 (re5280 ) 등록일 : 1999-05-06 09:27 제 목 : [연재] 천부외경 45 이에 무유가 다급하게 소리쳤다. "큰일났다. 음처서의 법술이다! 소림의 전 제자들은 지체없이 이 곳을 벗어나라!" 그러면서 조형당에게도 한 마디 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내 조선배를 믿소! 하지만 행동으로 보여주시오! 결코 저들과 한 패가 아니라는 걸......" 그러면서 무유는 서둘러 장내를 벗어나려 했다. 하지만 그들이 가만히 있을 때는 잘 모르겠더니....계곡을 벗어나려 하자 사이한 바람이나 그 바람들이 몰고온 돌맹이들이 마치 암기라 도 날리는 듯 일제히 그들을 향해 밀려드는 것이였다. "헉! 이게 웬 조화냐?" "아악!" 순식간에 소림제자들의 대형이 흩틀어 졌고.... 몇몇 사람들은 돌맹이에 맞고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이 때 현무가 소리쳤다. "모두들 당황하지 마시오? 환상일 뿐이요! 모두 정신통일을 하고 차분하게 전진해 보시오!" 그리고 이와 맞추어 무유도 마치 으르렁 거리듯 소리를 질렀다. "맞다 모두 환상이다. 참선하는 심정으로 정신을 집중하라!" 무유가 내 짓는 소리는 불문의 항마음공인 사자후였던 것이다. 따라서 무수히 날라오는 돌맹이 들을 피하려 혼란스럽던 제자들이 잠시 정신을 차리는 것 같았다. 하지만 사실 그 혼란스런 상황에서 정신통일을 하기는 거의 불가능 한 일..... 곧 다시 혼란이 그들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무유가 허공으로 삼사장을 튀어 오르며 소리를 질렀다. "음처서! 이 비열한 자, 어서 사술을 거두지 못하겠느냐?" 어둠속에서 사이한 목소리가 그 뒤를 이었다. "흐흐...그래 사술이다. 하지만 오늘 네 놈들은 단 한 놈도 이곳을 벗 어나지 못할 것이다" 무유는 막상 사술이라고 외쳤지만 사실 그로서도 어찌 해 볼 수가 없었다. 비록 허공으로 튀어 올랐지만 그 곳 역시 마찬가지라 그저 무형강기를 휘둘러 날라오는 돌맹이들을 방어하기도 급급했던 것이 다. 하지만 이 때 현무는 생각에 잠겨 있었다. 비록 음처서의 법술이 위력적이긴 하였으나 정신을 통일하고 천안통 을 운영하는 그에게는 별다른 영향을 못 미치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이것 역시 분명 실제상황이 아니라 인간의 감각기관에 작 용해 허상을 띄우고 마치 그것이 사실인양 느끼게 끔 하는 것이 분 명할 터.... 그렇다면 자신의 초극무예로 이를 극복할 수 있지 않을 까 하는 생 각이 드는 것이였다. 이에 현무는 전신에 잠영진기를 일순배 시킨 후 그 진기를 주위를 향해 확장 시켰다. 그러자 어찌된 일인지 그의 잠영진기가 미치는 일장여 공간에서는 환상이 말끔히 사라지고 본래의 광경으로 회복되는 것이였다. 그저 미미한 바람과 은은한 밫이 스며들어오는 계곡의 형태 그대 로... 그러자 현무가 큰 소리로 외쳤다. "됬소이다! 모두들 이곳으로 모이시오!" 이러한 현무의 외침에 바로 그의 옆에 있던 사람들이 현무에게 바싹 다가왔고...그러자 그들도 환상에서 벗어난 것이다. 그러나 아직 대부분의 사람들은 환상속을 헤메고 있었으며 현무의 위치를 찾지 못하고 있었다. 현무가 보기에는 아무런 일도 없었지만 그들은 여전히 한 치 안 보 이는 어둠과 돌맹이 공세에 시달리고 있었던 것이다. 이에 현무는 최대한 공력을 발휘하여 잠영진기의 범위를 주변 삼사 정 정도로 확대시켰고.....헤매고 있는 사람들에게 거듭 소리쳐 자신 의 주위로 불러 들였다. "자! 이제 이곳을 벗어납시다!" 현무가 먼저 발길을 옮겼고.....그의 영향권에 있던 사람들이 이를 따 랐다. 이 때 현무는 곧바로 계곡을 벗어나는 것이 아니라 아직 헤매고 있 는 사람들을 경유하여 그들을 모두 데리고 나가고 있었다. 그러면서 그는 이어질 음처서의 법술이나 활강시들의 공격에 잔뜩 경계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의외로 음처서는 이러한 광경을 모두 보았을 법 하건만.... 아무런 추가 조치를 취하지 않고.... 그저 놀라움을 토해내고 있었다. "으음, 나의 아수라환상지술을 깨는 자가 있다니......" 다행이 음처서의 이러한 소극적인 태도에 힘입어 일행들은 마침내 법술의 범위내를 벗어났고...그러자 저마다 최대한 경공술을 발휘하 여 계곡을 벗어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각 정도 후 그들은 낙산의 천주봉을 넘어서게 되었다. "그것참 이상하군!" "아니 뭐가 그렇게 이상하다고 아까부터 그렇게 고개를 갸웃 갸웃하 고 있소?" 낙산의 천주봉을 넘어서게 되자 어느 정도 마음이 놓인 무유는 마침 내 자신의 느낀 의문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그는 충분히 우리들을 잡을 수 있었을 것 같은데......왜 순순히 놓아 주었을까?" 이에 현무는 아까부터 무유가 의문을 느끼는 심정을 이해할 수 있었 다. 그와같은 의문은 그 뿐만아니라 이곳에 있던 대부분의 사람들이 공통으로 느끼는 것이였기 때문이였다. 하지만 현무는 빙그레 웃으면서 말하였다. "후후, 형은 왜 그 자의 법술에 당한 제자들이 별다른 부상을 입지 않았는 지 생각해 보았소?" 이러한 현무의 말을 듣고 서야 무유도 그 점이 기이하게 생각되었 다. 당초 그들은 주먹막한 돌맹이에 무수히 격중당해 거의 인사불성 지경이였는데....어느새인지 별로 부상을 입지 않는 것처럼 경공도 발 휘하고 대열에서 처지지 않고 따라오고 있었던 것이다. "이제 아셨소? 사실 그 자의 법술은 단지 환술에 지나지 않았기 때 문이요. 실제로 이루어진 공격이 아니라 그저 그렇게 느끼게끔 만드 는...... 따라서 그의 환술은 그러한 원리를 이해한 사람들에게는 별다른 타 격을 입히지 못하는 법이요. 아마 그 자도 그러한 점을 잘 알고 있 었기에 우리를 순순히 놓아준 것이 아니겠소?" 이러한 현무의 이야기에 무유는 수긍하면서도 또 다른 의문을 제기 했다. "하지만....그들에게는 공포스런 활강시들이 있지 않았는가?" 이번에도 현무는 자신이 있는 목소리로 대답하였다. "그건 필히 그 활강시들이 완성되지 않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우선 다급해서 위협용으로 데리고 나오긴 했지만....필히 무언가 중대한 결 함이 있겠지요" 그 때 유선도 나서며 현무의 말에 찬동을 표했다. "그건 현공자의 생각이 맍을 것 같아요. 이미 활강시들이 완성되었 다면.....그들은 망설일 이유가 전혀 없고....특히 집마부의 도움을 요 청하지 않았을 것이예요" "그렇다면 집마부와 그들과의 관계는 또 어떤 것일까요? 분명 조형 당의 태도는 그들의 존재에 대해 잘 모르는 것 같았는데......" 이에 현무도 아무런 대답을 할 수 없었다. 결코 우연이 될 수 없는 상황, 우연이 아니면 필연인데.....과연 그들 이 집마부의 하부세력이거나 연관되어 있다면 십마천주의 한 사람인 조형당이 이를 모를 리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 때 유선이 맑은 눈빛을 빛내며 다시 나섰다. "확신할 순 없지만....집마부내 무언가 이상기류가 흐르고 있는 것만 은 틀림없는 것 같아요. 집마부 후기세대를 대표하는 두 사람이 갑자기 살해된 것이나.... 무리하게 백도계를 격발시키는 것이나.... 또 이번의 기이한 일들 마저....." 이에 현무와 무유등은 잠시 침묵을 지켰다. 유선이 이야기한 바는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다. 결국 그렇다면 이 러한 일련의 사건들은 필히 전 무림으로 퍼져 나갈게 분명한데..... 그 파장이 걱정된 것이다. 잠시후 무유가 가볍게 한숨을 쉬며 말을 하였다. "일단 우리는 다시 만장애로 돌아가 보아야 하는 것이 아닌가? 아우의 말이 사실이라면 그 활강시들이 안정되기 전에 제거해야 되 지 않겠나?" 그러나 현무는 고개를 살래살래 저었다. "그럴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소? 하지만 이 상태로 어떻게 다시 공 격한단 말이요. 특히 음처사의 기이한 법술은....결코 우리의 접근을 허락하지 않을 것이요. 지난번에는 다행이 나의 잠영진기가 도움이 되었지만....사실 잠영진기를 다시 삼사장 정도 전개하면 나로서는 단 일각도 버티기 힘들 것이요" 그러면서 현무는 주위에 흩어져 앉아 있는 사람들을 가르켰다. 그제서야 무유는 상황을 정확히 파악했는지 깊은 한숨을 쉬고 말았 다. 사실 현무와 유선정도만 제외하고는 이곳에 있는 모든 사람들 이 거의 기진맥진한 상태였고 무유역시 억지로 참고 있었지만 심각 한 부상을 입고 있어 이러한 상태에서는 공격은커녕 수비도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황이였다. "후우, 별 수 없군....일단 이러한 사실을 알리고 원군을 데려올 수밖 에....." 그러면서 무유는 그래도 자신의 제자들 중 가장 부상이 경미한 상홍 을 불렀다. "그대는 제자중 부상이 가장 경미한 사람을 한 명 골라 적들의 동태 를 살펴라! 단 절대 접근은 하지 말 것이며, 단지 그들이 이곳에서 철수하는 지 여부와 철수한다면 어디로 이동하는 지를 알아내어 보 고하라!" 무유는 이러한 지시를 내린 후 아직 적들의 추적을 염려하여 그대로 반시진 정도 더 이동을 하다가 마침내 제자들에게 숙영준비를 시켰다. 더 이상의 이동은 불가능했던 것이다. 그러자 모두들 기진맥진한 상태였음에도 불구하고 소림하원의 제자 들은 무유의 지시에 따라 분주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가장먼저 그들이 넘어왔던 천주봉측 후방에 경계를 배치하였으며.... 일부는 적당한 장소에 간이천막 설치 등 숙영에 필요한 일을 하였 고, 일부는 부상자들을 치료하기 시작하였다. 본래 소림하원의 제자들은 속가인으로 구성되어 있었지만 그래도 소 림사의 소속단체였던 관계로 평상히 행동하는 것은 수행인들의 그것 과 비슷하였다. 따라서 그들은 오랫동안 출타하는 경우에도 가급적 객점 등에 들기보다는 산사 등을 찾아 숙박하는 경우가 많았으며, 이것도 저것도 아닌도 아닌경우에는 부득불 야영을 하여야 했기 때 문에 일상적인 야영장비등은 휴대하는 것이 관례화 되어 있었던 것 이다. 이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는 동안, 무유와 현무, 그리고 유선은 별로 할 일이 없었기 때문에 한적한 곳 을 찾아 모닥불을 피워놓고 대화를 나누기 시작하였다. 무유로서는 무엇보다 갑자기 현무가 나타난 경위가 무척 궁금했기 때문에 이야기가 시작되자 말자 그것부터 질문하였다. "그나저나 자네는 어떻게하여 이곳에 나타나게 되었는가? 더욱이 난 데없이 유소저까지 대동을 하고......" "후후, 그것이 그렇게 궁금하오?" "자네같으면 안그러겠는가? 전혀 엉뚱한 곳에 있을 줄 알았던 사람 이... 그처럼 외딴 지역에 그것도 위기에 처해있는 바로 그 시점에서 나타났으니....." "후후, 갑자기 하늘에서 음성이 울려 오더군요. 무유형이 바로 낙산 의 만장애에서 곤경에 처해 있으니 가서 구해주라고......" 그러나 현무는 이처럼 농담을 하면서도 그간 일어 났었던 일을 하나 하나 이야기 해 주기 시작했다. 집마부에서 무유와 헤어지던 그날부터 마치 회오리바람처럼 거세게 몰아친 그 위태위태 하던 순간까지.... "결국 그렇게 된거요! 따라서 저는 집마부 동정을 살피는 임무를 수 행하기 위해 그들의 대문앞에 쪼그려 있었는데....때마침 조형당인가 그 사람이 나오지 않겠소? 물론 처음에 저는 그가 그인지 모르고 그 저 그중 한명을 잡아 대강의 사정을 들은후 집마부에 잠입하려 하였 지요. 그런데 정작 그들을 미행하다 보니 심상치 않더란 말이요. 그 래서 에라 모르겠다 하고 그들을 추적하게 된거요" 그제서야 무유는 영문을 알았다는 듯 껄껄대면서 웃었다. "하하, 바로 그렇게 된 거군. 그렇다면 유소저는 어떻게 만나고...?" 그러자 유선이 나서며 대신 대답했다. "그 이야기는 제가 할께요" 이에 무유가 반기며 말을 하였다. "하하, 그것도 좋지요." "저는 본래 강호세계와 직접 연관이 없는 관계로 그저 시녀들을 데 리고 견문이나 넓힐 겸, 산천경계 유람을 다니던 중이였죠. 그러다가 마침 성도부근의 한 야산(野山)지역에 이르게 되었는데 갑자기 십여 기에 이르는 인마들이 놀랄만한 속도로 질주해 오지 않겠어요? 그래 서 우리는 괜히 번거러움을 초래할까 싶어 잠시 몸을 피했죠. 그런데 우연히 이들을 미행하던 현공자를 만난 것이지요. 처음에 저는 현공자께서 너무 많이 변하시어 몰라봤어요. 물론 그들 을 미행하느라 정신이 없었던 현공자도 마찬가지였고요. 그런데 마 침 아난이 그를 알아본 것이예요. 그러다 보니 본의아니게 그들 목 마천의 무사들보다 조금 늦게 도착하게 되었고요" 이에 무유는 고소를 금치 못하고 있었다. 그토록 기묘한 일들이 계 속되다니...... "후후, 사람이 인연이 있으면 어떻게 해서든 만나게 된다더니.... 자네와 유소저는 아마 전생이건 전전생이건 굉장한 인연이 있었던 무양이구만......" 그러면서 무유는 흐뭇한 미소를 지으면 현무와 유선을 바라보았다. 한 사람은 강호에 갑자기 나타난 신진 영걸이요, 다른 한 사람은 자타가 공인하는 당대 최고의 가인(佳人)이였으니... 이러한 후배들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이 어찌 흐뭇한 빛을 띠지 않겠 는가? 그러나 이 때 현무는 무유의 이러한 시선에서 마치 자신의 내심이 들킨 것과 같아 얼굴을 붉히고 말았다. 사실 이렇다 말도 못하고 또 당시 상황의 최악이였지만 신화군주 유 선의 영상은 이미 그의 마음 깊은 곳에 각인되어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현무의 귀에 무유의 전음이 들려왔다. '이봐! 현아우, 자고로 용자(勇者)만이 미인을 얻을 수 있다고 했 네.... 그녀는 내가 생각해도 멋있는 여인이야....기회를 놓이지 말고 꽉 붙들어 매게!' '후후, 그건 좋은데....과연 어떻게 붙들어 매죠? 그녀같은 여인이 그 저 순순히 묶일리도 없고......형이 비책이라도 좀 알려주소!' '하하, 낸들 그것을 알 수 있나? 난 머리만 깍지 않았을 뿐 출가인이 나 마찬가지인데.....' "아니, 두분만 무슨 대화를 그리 나누죠? 설마 제 흉을 보고 계신 것은...?" 현무와 무유가 전음으로 대화하는 것을 눈치 챈 유선이 짐짓 화난 표정으로 이렇게 항의하였다. 이에 현무는 혹시 유선이 자신들이 나누는 대화내용을 알았을까봐 간이 덜컥하며 당황했는데 무유는 껄껄 웃으며 현무를 바라보며 기 괴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하하, 이거 들켜 버렸군요. 이래서 내가 자네에게 유소저를 흉보지 말라고 이야기 했잖아" "어마, 그럼 정말이군요. 아니, 현공자께서는 비겁하게 면전에서 제 흉을 볼 수 있어요?" 물론 무유와 유선은 농담을 하고 있었지만....현무로서는 감히 농담으 로 맞장구 칠 수가 없었다. (허허 유소저, 내 어찌 그대의 흉을 보겠소? 감히 시선을 마주할 수 없을 정도로.....그대를 좋아하는데......) 이러한 현무의 표정을 보고 유선은 의외란 기색이였으나, 무유는 내 심 현무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이러는 사이 화제는 다시 강호정세에 관한 것으로 돌아갔고, 장차 예견되는 사나운 폭풍에 대해 걱정스런 맘이 앞서....한동안 침묵을 지킬 수 밖에 없었다. 현무는 무유와 유선에게도 유운회에 가입할 것을 권유하고 싶었으나 설혹 나중에야 바꾼대도 지금으로서는 자신이 회주로 있기에 차마 그 밑으로 들어오라고 말할 수 없었다. "참, 그런데 무유형은 아수라환교를 어떻게 할 계획입니까?" "휴, 글쎄.....어떻게 해야할지.... 일단 사문에 돌아가 윗분들과 좀 상의해 봐야겠다. 그리고 그 불쌍 한 사람들을 금제에서 해소시킬 수 있는 방안이 있나에 대해서도 알 아봐야 할테고....." "그러다가 그들이 다른 곳으로 옮기기라도 하면 말짱 헛수고 아니 요?" "그래서 상홍에게 그들의 동태를 감시하라고 하였지만 어쩐지 불안 하군....." "그렇다면 소림까지 갈 것이 아니라....사천성에 있는 아마와 청성의 도움을 받으면어떨까요?" 그러자 무유는 손벽을 짝! 치며 반겼다. "옳아! 그러한 방법도 있었군...." 이에 유선도 찬동하고 나섰다. "그것이 가장 좋은 의견인 것 같군요. 그렇긴 한데....우리의 짐작처 럼 그들이 집마부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면 과연 집마부가 이를 지켜 보고만 있을까요?" "물론 그런 점은 있지요. 하지만 이 일은 천인공로할 만행이요, 모든 사람에게서 지탄받을 일이요. 설혹 집마부와 관계가 있다고 하더라 도 그들이 공공연하게 나서지는 못할 것이요. 그리고 만약을 위해 본사에도 지원을 요청해 놓기로 하지요" "그렇다면 청성과 아미에는 누가 가지요?" "청성에는 제가 가지요. 그리고 아미는 여승들이 있으니 유소저께서 수고해주시면 좋겠소만...." 무유의 이와같은 제의에 유선이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예, 그렇게 하지요" 이에 현무가 다시 나섰다. "그럼 저는 요?" "하하, 자네는 유소저와 같이 가지....이 기회에 아미파의 여승들과 사귀어 둘 겸..." 그러자 현무는 반색을 하고 그의 의견을 따르려 하였다. 이는 그가 그토록 그리던 유선과 함께 하는 일이였기 때문이였다. 하지만 그 순간 그의 뇌리속으로 스쳐가는 얼굴이 있었으니..... 그는 바로 슬프도록 아름다운 추수빈의 얼굴이었다. 그리고 과연 무영쌍 위들이 무사히 그녀를 만났을 지도 걱정되었고...게다가 자신이 회주 로 있는 유운회의 임무도 게을리할 수 없는 일이었다. 이에 현무는 무유를 보고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저는 이 기회를 빌어 집마부 상황이나 점검해 보죠. 어차 피 제가 수행해야될 임무이니....." 그 때 당옥상이 무유앞에 나타났다. "사숙, 숙영지는 완료되었고....식사준비도 다 되었습니다. 가시지요" 번 호 : 8396 게시자 : 윤원중 (re5280 ) 등록일 : 1999-05-07 08:48 제 목 : [연재] 천부외경 46 식사를 하면서 현무는 소림하원의 제자들과 반가운 대화들을 나누었 다. 현무로서는 비록 그곳에서 파문당한 것이나 마찬가지 신세였지 만, 그 과정에서 그의 잘못은 없었으며 현무역시 그러한 점은 별로 신경쓰지 않았기 때문에 현무와 그들은 마치 한 동료들처럼 부담없 이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특히, 현무와 같이 무학동에 입동했었던 당옥상, 천세호, 여천위 등 은 마치 죽은 마누라가 돌아온 것처럼 그를 반갑게 대해 주었으니, 현무로서도 이들의 따뜻한 정이 고맙기 그지 없었다. "하하, 현형을 어떻게 불러야 할 지 난감하오이다. 입문동기이긴 한 데...우리 무사숙과 결의형제를 맺었고, 더욱이 이제는 중원의 신성 천지객 현무로 이름을 날리고 있으니...." "어허, 그게 무슨 상관이 있소? 장부가 벗을 사귀는데 그의 이름과 지위를 논한단 말이요? 그러한 것으로 따진다면 난 미천한 고아출신 인데...그대들은 당당한 명문세가 출신이 아니요? 그런 고리타분한 것 다 때려치고....우린 입문동기이니 그냥 친구로서 지냅시다" 그러자 천세호가 반색을 하며 말했다. "그야 우리로서도 바라는 바이지만 정말 그래도 되겠는가?" 현무는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하하, 물론이네...그대들은 나 현무가 그래 말하고 생각하고 다른 사 람으로 아는가?" 그제서야 당옥상, 여천위 등도 기쁜 미소를 지으며, 훨씬 친근해진 표정으로 현무의 곁으로 조금씩 더 다가왔다. "하하, 역시 자네는 시원시원하군. 그런데 정말 자네는 놀라운 사람 이군! 그래 그 짧은 기간내에 어느새 그와같이 놀라운 무공을 익혔 단 말인가? 당당한 집마부의 십마천주중 일인과 동수를 이룬데다... 음처서의 사이한 법술까지 무너뜨렸으니.....과연 지금 자네의 이러한 모습에 그 누가 창천보를 익히기 위해 만신창이가 되었던강호초출 을 연상시킬 수 있겠는가?" 그들의 과도한 칭찬에 현무는 씁쓸하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 사실 그들 역시 자신을 무시하지 않았던가? "후후, 자네들은 지금 나의 얼굴에 금칠을 하고 있군!" "우리들이 지나친 지는 모르겠네....하지만 지금의 속도라면 자네는 필히 불세출의 대영호(大英豪)가 될 수 있을 것이네...!" 현무는 물론 그들의 이야기가 과장다고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그래 도 대영호라는 말에 상기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강호무림을 질타하는 대영호(大英豪)! 무공을 익히기 위해 중원천지를 떠 돌면서...... 얼마나 되고 싶었던 인물이며.... 그 얼마나 듣고 싶었던 이름인가? 물론 아직은 아니지만 자금에 와서는 자신이 열심히 노력한다면 결 코 불가능한 일만은 아니였다. 이렇듯 현무는 당옥상 등과 한참 대화를 나누고 있는데.... 하원의 제자 한명이 와서 무유가 그를 찾는다고 하였다. 이에 현무가 당옥상 등에 양해를 구한 후 무유에게 가 보니 그는 홀 로 불가에 앉아 자작(自酌)하고 있었다. "아니, 형도 참..... 그래 그렇게 혼자 자작하고 있으니 무슨 술맛이 나겠소?" 그러자 무유가 마침 잘 왔다는 듯 껄껄 웃으며 현무를 반겼다. "하하, 그래서 너를 부른 것이 아니냐? 조금 있으면 네가 좋아하는 유소저도 올 것이다" 현무는 무유 앞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참, 형도...내가 그녀를 얼마나 좋아한다고, 말끝마다 그말이요? 유소저 앞에서는 제말 그런 말좀 하지 마시오. 괜히 분위기만 이상 해 지니...." "후후, 현아우도 이럴 땐 무척 귀엽단 말이야" 그러자 현무는 답답하다는 듯 가슴을 탕탕 치면서 무유를 노려봤다. "아니, 형! 말 다했수?" "후후, 그래 다했다. 어쩔래?" "이그....내가 참아야지...형만 아니라면.......그저..." 이에 무유는 짐짓 화가 난다는 듯 인상을 험악하게 하였다. "아니? 형만 아니라면...도대체 어떻게 하겠다는 거냐!" 그러자 현무는 슬쩍 꼬리를 내렸다. "아니...그게 아니라 술이나 한잔 따라 드린다고요.." "호호, 두분은 마치 서로 좋아하는 연인사이 같애!" 현무와 무유가 돌아보니 어느새 유선이 와 씽긋 웃고 있었다. 어느덧 해는 저물어 어두운데..... 달빛을 배경으로 빙그레 웃고 서 있는 유선의 모습은 한마디로 환상 이였다. 월궁의 항아라 할 지라도 저보다 아름다울 수 있을까? 왕소군이나 조비연이 저런 우아한 자태를 보일 수 있을까? 자신도 모르게 현무의 입에서는 시 한구절이 흘러 나왔다. 경운화월토(輕雲華月吐) 월광조가인(月光照佳人) 미풍휘장발(微風揮長髮) 비현환상녀(非現幻想女) 가벼운 구름이 밝은 달을 내 보내니.... 그윽한 달빛이 아름다운 여인를 비추네 부드러운 바람이 긴 머리카락을 날리니.... 마치 현실이 아닌 환상속의 여인같구나 너무나 적절한 시구에 무유는 크게 박수를 치며 찬탄했고.... 갑자기 찬사의 시를 들은 유선은 그녀의 대담한 성격에도 불구하고 가볍게 얼굴을 붉히고, 쑥쓰러운 표정으로 현무의 옆자리에 앉았다. 하지만 시까지 지어 자신을 아름답다고 칭찬하는데 싫어하는 여인이 있겠는가? 그녀는 그윽한 눈빛으로 현무를 바라보며 말을 하였다. "고마와요, 현공자님! 하지만 너무 과도한 찬사를 받아 몸둘바를 모 르겠군요" 그러자 현무는 당치 않다는 듯 고개를 흔들었다. "어허, 그게 무슨 말이요. 사실 문재(文才)가 형편없어 그 정도밖에 표현하지 못했지만 만일 이백이나 두보가 이 자리에 있었다면 필히 유소저의 아름다움을 더욱 적절히 표현했을 것이요" "호호, 그만 하세요? 숨을 곳도 없는데...저보다 어디로 가라고....그리 칭찬만 하시나요? 참, 그보다 어때요? 일단 시작하셨으니...이 자리의 주흥을 돋구는 시나 한편 들려주시는 것이...?" 이에 무유가 적극 찬동하고 나섰다. "하하, 그거 참 좋은 의견입니다. 술이 있고, 벗이 있고 아름다운 정 취가 있으니....어이 시 한수가 없을 소냐...." "그렇다면 좋습니다. 대신 두분도 빠지면 안됩니다" "하하, 물론이지. 비록 실력은 형편없지만......주흥을 돋구기 위해서라 면....." 그러자 현무가 술을 가득따라 한잔을 마신후 일어나 가볍게 걸으면 서 낭랑한 음색으로 읊조리기 시작했다. "거작권주군(擧酌勸酒君)하니 만작불수사(滿酌不須辭)하오 화발다풍우(花發多風雨)하나 금정서불망(今情誓不忘)이라" 잔을 들어 그대에세 술을 권하니 넘치는 이 잔을 결코 사양 마오 꽃이 피면 비바람이 불겠지만 오늘의 이 정을 결코 잊지 마시오 "하하, 좋군 좋아. 내 듣거니 위나라의 조홍이 일곱걸음만에 시를 지 어 조조를 감동케 했다더니....우리 아우는 한걸음을 떼자 바로 시가 나오는군! 그럼 이제 내 차례인가? 에라 그럼 나도 즉흥시이다 삼인대작 두견명(三人對酌 杜鵑鳴)이요 일배일배 부일배(一杯一杯 復一杯)라 주유우유 온정유(酒有友有 溫情有)이니 하불만취 칭장부(何不滿醉 稱丈夫)라...." 이에 저절로 흥이 난 현무가 크게 박수를 치며....따라 읊었다. "세사람이 술을 마시는데 두견마저 우니... 한잔, 또 한잔 실컷 마시세 술이 있고, 벗이 있고, 따뜻한 정이 있으니... 어찌 취하지 않으면 장부라 할까...." 그러자 이제는 유선마저 흥이 나는지 청아한 목소리로 곧바로 뒤를 이었다. "풍정화유락(風定花猶落)이요 조명야산유(鳥鳴夜山幽)이라 천공백운효(天空白雲曉)이니 수화명월류(水和明月流)라 바람은 자건만 꽃은 떨어지고... 새가 지저귀니 밤의 산이 오히려 그윽하다. 하늘은 흰구름과 함께 새벽을 여는데, 밝은 달은 물에 잠겨 함께 흐르네....." 이렇게 돌아가며 시를 한 수씩 읊고 나자 분위기는 정말 그윽하게 변하였다. 가을바람에 나무가지가 흔들리는 소리, 계곡을 따라 졸졸졸 흐르는 물소리, 어디선가 지저귀는 이름모를 밤새 소리, 바햐흐로 밤은 깊어 자시를 향해 가건만..... 가을산의 정취는 이들을 흠뻑 취하게 만들었다. 그토록 초연하고 감히 범접치 못할 고귀함을 느끼게 하던 유선도 이 러한 분위기에 이끌린 탓인지 권하는 술을 전혀 사양않고 마셨으며, 특히 무유는 자신의 시 처럼 일배일배 부일배(一杯一杯 復一杯)하며, 엄청난 양을 마셔댔다. "아니, 형! 오늘 술을 너무 마시는거 아니요?" 그러나 무유는 막무내가였다. "하하, 이런 날 아니 마시면 언제 또 마시겠는가?" "그래요. 놔두세요. 설마 천하의 무공자께서 술이 취해 주정을 부리 기야 하겠어요?" "후후, 그건 알 수 없죠. 의외로 술버릇이 나쁠지....." "하하, 술을 마시면 취하는게 당연한 것 아니냐? 내 설혹 주정을 부 리더라도 아우가 받아주지 않을 사람도 아니고...." 이러다 보니 자연 무유는 상당히 취하게 되었고, 마침내 비틀거리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아취욕면선차거(我醉欲眠先且去), 명일유의포금회(明日有意抱琴會)라, 내 취하여 먼저 일어날 것이니, 내일 뜻이 있으면 거문고를 안고 다 시 만나세...) "어? 형, 가시게?" "후후, 취기가 도니 더 있다간 아우말대로 주정을 부릴 것 같아 서....." 이렇게 이야기 한후 무유는 비틀비틀 숙영지로 사라져 갔다. 천하의 달마검협 무유가 그까짓 술에 어찌 취하련만.... 부상을 입은데다 피곤이 겹처 쉬고만 싶다는 생각과 함께.. 한편으로는 자신의 아우를 위해 자리를 피해 준 것이다. 이윽고 현무는 유선과 단 둘이만 남았지만, 아마 취기가 오른 탓인 지 그렇게 어색하지만은 않았다. "그나저나 현공자님은 참으로 대단한 분이세요" "뭐가요?" "사별삼일(士別三日)이요, 괄목상대(刮目相對)라더니, 그 짧은 기간에 이처럼 놀라운 성장을 하셨으니 말이예요" "후후, 그것은 모두 유소저의 덕이지요" "어마, 제가 무엇을 했다고....?" 이에 유선은 단지 현무가 겸양을 하는 것으로만 알았다. 하지만 맨몸으로 바늘이 총총히 꽂힌 지역을 통과하고, 활활 타오르 는 불속을 걸어가야 하는 그 극한의 고통을 그녀가 어찌 알 수 있겠 는가? "참, 현공자님은 따르는 여인들이 많다면서요?" "아니, 누가 그런말을?" "호호, 왜 그리 놀라세요? 어디에서 들었는지 아난이 그러더군요. 당 금 무림의 꽃이라는 5봉(五鳳)중 천혜옥인 남궁하 소저, 비류옥봉 북 궁지에 천향미염 화운빈소저까지..... 하긴, 현공자님과 같은 분이면, 당연히 여인들이 좋아하겠지요. 문과 무를 겸비한데다, 정의롭고, 따뜻하고, 해학까지 있으시니까요" "허허, 그건 모두 사실무근입니다. 내 우연히 그들과 같이 어울리기 는 했지만....그녀들이 뭐가 부족해 저와 같은 사람을....?" "후후, 굉장히 겸손하시군요. 그러나 그녀들이 사실 현공자를 좋아하 고 있다면 어떻하실 거예요?" 현무는 내심 한숨을 쉬었다. 사실 그가 진정으로 좋아하는 여인은 바로 앞에 있건만, 그녀는 엉뚱한 이야기나 하고 있으니.... "물론 그럴리는 없겠지만, 설혹 그렇다 하더라도 이미 제 마음속에 는 한 여인 이외에는 들어갈 자리가 없습니다" "어마! 그래요? 도대체 그 행운의 여인이 누구죠?" 그러자 현무는 유선을 바라다 보았다. (바로 당신입니다. 이미 내 마음은 당신이 점령해 버려, 당신이외에는 그 누구도 들어설 자리가 없습니다. 이러는 내 마음을 나 자신도 모르겠습니다. 어찌하여 당신과 같은 여자를 좋아해 내가 이리 애를 태우는지.....) 그러나 잠시후 현무의 입에서 나오는 소리는 다른 이야기였다. "후후, 글쎄요! 저도 잘 모르겠네요" 그러자 유선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뜨며 반문하 였다. "아니, 그런 말이 어디있어요? 누군가를 너무 좋아해 다른 여인이 차지할 공간이 없다면서...정작 잘 모르겠다니... 설마, 좋아해서는 안 될 사람을....?" 현무는 유선의 이야기 속에서 순간적으로 환상비연 추수빈을 떠 올 렸다. 아마, 유선이라는 여인이 없었다면, 그녀와 사련(邪戀)에 빠졌 을 지도 모르는.... 너무나 갸날프고, 너무나 청초하여 남자라면 누구 나 보호해 주고 싶은 마음을 들게 하는 그러한 여인! 문득 그는 진실한 사랑이란게 진정 하나뿐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비록 유선의 그림자가 너무 컸기에, 상대적으로 다른 여인을 향한 마음이 가리워 졌을 지 모르지만....사실 그에게 추수빈이나 남궁하에 대한 애뜻한 마음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였다. 그러나 이처럼 생각에 잠긴 현무를 보고, 유선은 자신의 말이 사실 이 아닌가 의심하게 되었다. (어마! 이제보니 정말인가봐. 하긴, 겉으로는 대범한 듯 보여도 의외로 외롭고 정이 많은 사람이 니.........그럴수도.... 하지만 설마 그건 아니겠지? 그렇다면 혹씨 나를 좋아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 깊은 산중에서 지금 나와 같이 밤을 세우고 있는 이 사내! 분명 매력이 있는 것은 사실이나.......글쎄.....? 아무튼 나도 잘 모르 겠 어.....) 침묵 가운데서 서로 상념에 빠져있는 두 사람! 고아로 태어났으며, 온갖 시련에도 굴복하지 않고 마침내 강호에 신 성처럼 떠오르게 된 현무, 그리고 당금 중원의 최고명문가의 소공녀이며, 동시에 천하제일의 재색을 겸비하고 있는 유선, 그러나 단 한가지 확실한 것은 비록 침묵가운데에서도 이들 둘 사이 에는 무언가 기이한 감정이 교류되고 있다는 사실이였다. 물론 현무 로서는 그녀를 만난 바로 그 순간부터 그녀에게 빠져 버렸지만, 유 선으로서는 당초 그저 스쳐지나가는 사람이였던 현무가 처음으로 그 녀의 가슴에 한 사내로서 다가오는 순간이였던 것이다. 번 호 : 8397 게시자 : 윤원중 (re5280 ) 등록일 : 1999-05-07 08:49 제 목 : [연재] 천부외경 47 마치 밤의 깊은 어두움을 몽땅이라도 태워버릴 것 같이 활활 타오르 는 모닥불! 그 불빛 사이로 보는 그녀의 얼굴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현무는 앞으로 그녀와 어찌되던간 오늘밤을 영원히 잊을 수 없을 것 같았다. "아득한 옛날! 이곳으로부터 5천여리 떨어진 해동의 한 지역에 여옥이라고 하는 한 여인이 살고 있었소!" 갑자기 현무가 침묵을 깨며 이야기를 시작하였다. 이에 유선은 그가 왜 갑자기 머언 옛날의 그것도 이곳이 아닌 해동 지역의 한 여인에 대한 대한 이야기를 할까 궁금했지만 왠지 쓸쓸해 보이는 그의 표정에 그냥 말없이 이야기만 듣고 있었다. "그녀는 그곳을 통치하던 부족장의 딸로서 지극히 아름다우면서도 지혜롭고 온화하여 전 부족민들의 사랑을 듬 뿍 받는 그러한 여인이였다 하오. 하지만 그녀는 그저 부모의 후광밑에서 평범한 아녀자의 꿈을 키워 가던 그런 여인이였소. 그러던 어느날 그녀는 우연히 한 젊은이를 구해주게 되었소. 그 젊 은이는 바로 이웃부족의 용사였으나 부족간의 싸움에서 패하는 바람 에 전 부족이 해체되고 그 마저 부상을 입고 죽어가던 중이였던 것 이요. 본래 인정이 많고 마음씨가 따뜻했던 여옥은 이를 가엽게 여겨 주위 사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화인이란 이름의 그를 자신의 집으로 데 려와 따뜻히 보살펴 주었소 부족마저 해체되고 다 죽어가던 그의 앞에 홀연히 나타나 생명을 구 해준 선녀처럼 아름다운 여인! 급기야 화인은 그러한 여옥에 대해 깊고 깊은 연정을 느끼게 되었소! 하지만 부족장의 딸인 그녀와 부족마저 해체되어 갈곳없는 떠돌이 신세가 되어버린 사내는 도저히 맺어질 수 없는 일, 그는 고민을 거듭하다가 결국 그녀의 시종이 되어 평생토록 그녀의 곁을 지켜 주겠노라 마음을 먹게 되었지요.. 그 후로부터 화인이라는 그 젊은이는 그야말로 여옥의 그림자가 되 었소! 그녀가 가는 곳이면 어디에나 따라다녔고, 그녀가 바라는 일 이면 무엇이든 다 해주었소. 아마 그는 그녀가 죽으라 해도 서슴치 않고 웃으면서 죽어줄 수 있었을 것이요. 다행이 그는 지혜와 학문이 깊었기에 그녀가 적적할 때는 말상대도 해 줄 수 있었고, 그녀를 괴롭히는 사람을 혼내줄 수 있는 용력도 지니고 있었소. 하지만 그러면서도 그는 충분히 행복했소. 바로 그의 옆에는 항상 여옥이 있었기 때문이요. 그런데 그러던 어느날! 이러한 여옥에게 청혼이 들어왔소. 그는 그 지역에서 가장 강맹한 웅그라트그부족의 후계자였는데, 그 청혼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이들의 침략이 예상되는 지라 여옥의 부 모들은 할 수 없이 그들의 위세에 눌러 청혼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 었소 그러나 이러한 사실은 여옥만을 바라보고 있던 화인에게는 그야말로 청천벽력이였소. 게다가 여옥이 시집가게 되는 그 부족이 하필이면 화인이 속했던 부족을 멸망시킨 그 부족이였던 것이니..... 이에 화인은 여옥을 찾아갔소! 그래서 여옥에 대한 그의 지극한 사랑을 고백하고, 그녀에게 같이 도망갈 것을 권유하였소! 하지만 그녀로부터 돌아오는 반응은 차가운 냄담뿐, 여옥은 비록 자신을 항상 지켜준 그가 고마왔지만, 부족을 버리고 도피생활을 해야 할 정도로 그를 사랑하고 있지 않다고 생각한 것이 요. 이에 화인은 절망할 수밖에 없었소! 자신의 목숨보다 더 중하게 여기는 여인이 원수의 여인이 된다는 현 실. 결국 그는 무작정 여옥의 곁을 떠났고, 아무런 의욕도 없이 광야를 방황하다가 그만 죽어 버리고 말았소. 하지만 이 때는 이미 여옥도 후회하기 시작하였소! 자신의 그림자처 럼 항상 옆에 있었기 때문에 그의 소중함을 몰랐고, 자신이 바라는 바를 언제나 군말없이 해 주었기에 그를 하나의 독립체로서 생각을 못했던 것이요. 그러나 막상 자신의 주변에서 그가 사라지자 비로소 그녀는 화인이 없다면 자신도 살아갈 수 없을 정도로 그를 사랑하고 있었다는 사실 을 깨달았소. 온갖 기름진 음식이 마치 나무토막 같았고, 온갖 화려한 의복이나 패물도 넝마보다 못했으며 아무리 즐거운 일이라도 전혀 즐겁지 않 았던 것이요. 항상 웃음을 띠우고 있던 그녀의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졌으며 나날 이 말라만 갔소 그러다 결국 여옥은 화인을 그리는 마음을 도저히 견디지 못해 혼인 식 전날 밤 모든 것을 버린 채 화인을 찾아 나섰소. 그러나 결국 그녀가 발견한 것은 화인의 싸늘한 죽엄! 그를 잃었다는 슬픔과 자신이 그토록 사랑했던 그를 죽게 했다는 자 책감에 여옥은 그의 죽엄을 앞에 놓고 3일 낮밤을 목놓아 울었소. 그 울음이 얼마나 구슬펐던지 하늘의 신들도, 땅의 신들도 모두 따 라 울었소! 그리고 마침내 그녀도 죽어갔소. 울다 지쳐서......" 여기까지 이야기한 현무는 잠시 침묵을 지키다가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르키며 말을 이었다. "그 여옥과 화인이 결국 죽어 저 별들이 되었다 하오! 바로 우리 한 족들이 견우와직녀라 부르는 저 별들이....." 마침내 현무의 이야기가 끝났다. 유선은 처음에는 왜 그가 그러한 이야기를 할까 하고 궁금해 하였으 나 이야기를 듣다보니 그만 그에 빠져 영롱한 눈빛을 반짝이며 그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그러다 마침내 현무의 이야기가 끝나자 깊은 한숨을 내쉬면서 현무에게 말을 하였다. "휴우, 참으로 아름답고 슬픈 이야기이군요" "무척 안타까운 일이지요! 정작 서로를 사랑하면서도 맺어지지를 못 했으니까요" "하지만 그래도 지금은 저 높은 하늘에 떠서 항상 서로를 바라볼 수 있잖아요!" "그러면 뭘 합니까? 일년에 단 한 번밖에 만나지 못하는데....." "그런데 왜 상제께선 그토록 사랑하던 그들을 저렇게 떨어져 있게 해 놓았을까요?" "후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경종을 울리기 위해서라나요? 서로 좋 아하면서도 자존심만을 내세우고, 인습과 제도, 그리고 신분 등으로 인해 맺지 못한 수많은 사람들에게.........." 이러면서 현무는 시선을 돌려 견우와 직녀성을 찾아 보았다. 하얕게 흩어져 있는 은하(銀河)를 사이에 두고 마치 서로를 그리워 하듯 유난히 반짝이는 두 개의 빛나는 별..... 마침 그 사이에는 하얀 반달이 떠서 밤하늘에 신비한 광경을 연출하 고 있었다. 문득 현무의 입이 다시 열렸다. 수단곤산옥(誰斷崑山玉) 재성여옥소(裁成麗玉梳) 화인사별후(華人死別後) 수척벽공허(愁擲碧空虛) 누가 곤륜산의 고운 옥을 잘라 여옥의 머리빗을 빚었나? 사랑했던 화인과 사별후에 그 수심을 텅빈 허공에 던져 버렸네... "호호, 오늘따라 현공자님은 유난히 감상적이신 것 같아요" "아마, 이 가을밤의 정취때문이 아닌가 하오. 그리고 굳이 더 들자면 아름다운 유소저와 한잔의 술도 가세를 했겠죠" "후후, 그런가요? 그나저나 정말 좋은 시군요. 은하를 사이에 두고 서로 그리워하는 여옥과 화인, 그리고 벽공에 외롭게 떠 있는 반달을 서로 연결시켜 사랑하는 임과의 슬픈이별을 형상화시킬 수 있다니........ 정말 놀라운 시적 감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네요" "하하, 그러고 보니 유소저도 상당히 감상적인 데가 있군요" "호호, 저도 가을밤의 정취 때문인가 보죠? 그리고 굳이 더 하자면 이처럼 멋있는 현공자와 한잔의 술도 있고요...." "비록 농담이겠지만 그래도 기분은 좋군요" "참, 그런데 저에게 여옥과 화인의 이야기를 들려주신 이유가 있을 것 같은데요?" 그러나 현무는 이와같은 유선의 질문에 그저 신비하게 웃을 뿐이였 다. "후후, 그저 문득 생각이 나서 했을 뿐입니다. 유소저를 보니 그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유소저를 좋아하고 있을까? 그들은 아마 유소 저의 사랑을 얻지못해 이밤도 한숨을 쉬고 있겠지 하는 생각도 잠 시 들었고......" 이에 유선은 기이한 눈빛으로 현무를 바라 보았다. (과연 지금 이 사람은 지금 나를 좋아한다는 이야기를 이렇게 돌려 서 하는 것일까? 나를 여옥에, 그리고 자신은 화인에 비교하면 서....?) 그러나 유선은 아직 자신의 마음을 알 수 없었다. 자신이 그를 좋아하긴 하는 건지....... 그를 한 사내로서 사랑할 수 있을지...... 자신도 모르게 그녀에게서는 깊은 한숨이 나왔다. (아! 나도 모르겠어.... 내 마음을.....?) 그 뒤로도 현무와 유선의 대화는 한참 더 이어졌으며....마침내 술이 바닥나고, 동편하늘로부터 서서히 미명이 몰려올 무렵에야 끝이 났 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그들은 다시 뿔뿔히 헤어졌다. 무유는 청성산으로... 유선은 아미산으로... 그리고 현무는 집마부로... 10일후 해시무렵 만장애 입구에서 다시 만나기로 약속하면서..... 그리고 그로부터 몇일 후 현무는 집마부의 수비무사중 하나로 변장 한 채 집마부 안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우연히 집마부에서 나오는 일단의 무리중 가장 후미에 있는 자를 제 압해 그로 변장한 것이다. (후후, 만상변환술이 역시 편하긴 편하군....단 한 번 일별하는 것만 으로 그로 변장할 수 있으니.....) 아닌게 아니라 그의 변장은 자신이 보아도 완벽하리만큼 그 수비무 사와 똑같이 변해 있었다. 체구에서부터 손, 발, 그리고 머리색깔까지 완전히 그였던 것이다. 그는 바로 이선풍이라는 집마부 외전의 수비무사로서..... 모종의 임무를 띠우고 사천성 남단에 있는 집마부 지부로 가고 있었 는데 그 일이 무슨 일인지는 자신도 모르고 있었다. "아니, 선풍, 자네는 왜 다시 오는가?" 마침 집마부 정문을 지키고 있던 무사 하나가 그를 아는체 했다. (이크 그 자를 알고 있었군) 현무는 속으로 놀랐지만 내색하지 않고 얼버무렸다. "당주님께서......" 그러자 그 자는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하, 오당주께서 그녀를 데리고 오라고 하였구나! 어쩐 일인지 대 동하지 않고 가는데...이상했는데...." 이에 현무는 맞장구를 치며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그래 맞네....당주께서 깜빡했는 모양이야! 그럼 나중에 보세!" 그를 뒤로 하고 집마부 내부로 들어가는 현무는 더욱 주의해야 겠다 는 생각이 들었다. 비교적 공개적이였던 집마부 내부가 최근 연달아 사건이 발생한 탓 인지 보통 삼엄해 진 것이 아니였다. 하지만 그 수많은 사람들이 출입하는 집마부내로 잠입하는 것은 현 무로서는 별로 어려운 일이 아니였다. 그는 그 후로 별다른 제지 없이 추수빈의 거처 가까이 접근할 수 있 었다. 그런데 바로 그 때 그의 전면에 갑자기 한 사람이 나타났다. "웬 놈이냐? 감히 외전의 수비무사가 이곳 내전에 까지 들어오다 니...." 현무가 깜짝 놀라며 바라보니.... 그는 바로 현무도 익히 알고 있던 당시 뇌옥을 지키고 있던 수비대 장이였다. 이에 현무는 더욱 경각심을 가지고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그...그게, 사실 저는 입문한 지 얼마되지 않아 지리를 잘 몰라 서....." "아니, 뭐라고? 그게 말이나 되는 소리냐? 어서 소속을 밝혀라" "예, 저는 수호당 소속의 이청풍이라 합니다." 그러자 그 수비대장은 화를 발칵 내면서 칼을 뽑아 들었다. "뭐라고...? 수호당 소속이라고.....? 이 놈이 아무래도 수상하구나! 본 래 수호당이라면 일반 외전무사들 중에서도 오년이상 경과된 사람들 만 들어갈 수 있거늘....." 그러면서 그는 현무에게 칼을 겨누며 다가서고 있었다. 이에 현무는 자신이 큰 실수를 하였음을 깨달았다. 당초 집마부 내부의 상황을 잘 모른 그가 수비대장과 같은 깐깐한 인물을 만난 것부터 문제 였다. 하지만 순순히 그에게 잡힐 수는 없는 일, 현무는 슬쩍 주위를 돌아 다 보았다. 다행이 그 곳은 한적한 곳이라 별다른 인기척이 없었다. 이에 현무는 슬며시 내공을 갈무리 하며 그를 안심시켰다. "소인이 실수했습니다. 한 번만 용서해 주기를......" "아니다. 그건 결코 실수가 될 수 없다. 아무래도 네 놈은 무맹측의 첩자가 틀림없다. 순순히 포박을 받으라!" 그러자 현무는 마치 체념한 듯한 표정으로 두 손을 내밀었다. 하지 만 그의 손은 곧바로 부채살같이 펴지며.....동시에 열 줄기 지풍이 수비대장을 향해 몰려 가는 것이였다. "아니, 이 놈이...." 이에 기겁한 수비대장이 황급히 뒤로 물러섰지만 그가 어찌 현무의 기습을 피할 수 있을 것인가? 그는 속절없이 현무의 지풍에 몸에 열 개의 구멍이 뚫리며 그 자리에 쓰러지고 있었다. 그러나 그의 각 요혈을 향한 현무의 지풍이 그의 긴박한 몸놀림에 일부 빗나간 모양이였다. 그는 쓰러지는 순간에도 최후의 기력을 다 해 품속에서 무언가를 꺼내 허공으로 던져 버리는 것이였다. 그러자 그 물건은 허공 이삼장의 높이에서 그대로 폭발하며 요란한 소리와 함께 오색불꽃을 품어내고 있었다. '아뿔싸! 낭패다' 몸에 구멍이 열 개나 뚫리고 쓰러지는 순간에도 신호탄을 올리는 그 의 끈질김에 현무는 혀를 내 두르면서도 황급히 추수빈의 거처를 향 해 담을 넘었다. 막 담을 넘는 그의 뒷전으로 급박하게 외치는 소리와 함께 무사들의 발소리가 들려왔다. "와아...침입자다!" 그런데 막 담을 넘는 그를 향해 날아오는 날카로운 검이 있었다. 마치 뇌전이 치듯 사선으로 그를 베어오는 번쩍거리는 검! 그 검은 현무가 막 담을 넘어 착지한 순간....그 절묘한 틈을 타 공격 해 오고 있었으며....너무나 빨랐기 때문에 현무는 이를 피할 수도 그 렇다고 마주 검을 뽑을 수도 없었다. 그래서 그는 그저 반사적으로 검집채로 들어 그 검을 막아갔다. "째앵!" 그의 검세가 얼마나 날카로왔는지 현무의 검집은통채로 잘렸으며 검도 일부 이가 빠지며 불꽃이 번쩍하며 일어났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현무는 그 충격에 한 발자국 물러섰다. 하지만 그를 공격했던 자는 뒤로 서너발자욱 물러나며 비틀거리고 있었다. 필히 현무보다 훨씬 많은 충격을 받은 모양이였다. 그런데 그의 모습을 본 현무의 입에서 반가운 음성이 튀어 나왔다. "자네는....무영좌위(無影左衛)가 아닌가?" "아니, 너는 누구인데.....?" 평범한 수비무사 복장을 한 자가 자신을 알아보자 무영좌위는 주춤 거리며 중얼거렸다. 이에 현무는 역용을 풀며 그에게 다가갔다. "하하, 날세....현무!" 그제서야 무영좌위도 그를 알아보고 탄성을 터뜨렸다. "아! 현대협이였구려.....어서 오십시오! 그런데 밖에 왜 이리 소란스 러운 거죠?" 번 호 : 8398 게시자 : 윤원중 (re5280 ) 등록일 : 1999-05-07 08:50 제 목 : [연재] 천부외경 48 그 때 담장의 밖에서는 무척 소란스러운 소리들이 들려오고 있었다. 이에 현무는 머리를 긁적거리며 게면쩍은 듯이 대답하였다. "에이, 다 와서 그만 들키고 말았네....바로 그 뇌옥을 지키던 수비대 장이란 놈이였는데....불가피하게 해치우고 말았지" 그러자 무영좌위는 놀라면서도 황급히 현무를 내전으로 안내했다. "아가씨! 현대협께서 오셨습니다" 마침 무영우위로부터 무언가를 보고받고 있던 추수빈은 화들짝 놀라 며 고개를 홱! 하며 들었다. 커다란 눈, 갸름한 얼굴..... 그녀는 여전히 아름다웠고, 여전히 갸날펐다. 특히 그녀는 최근 겪은 여러 가지 충격 때문인지 얼굴이 말할 수 없 을 정도로 여위어 있었는데.... 그러한 그녀의 모습이 그녀의 갸날픈 미를 더욱 돋보이게 하는 것 같았다. 사내라면 누구라도 따뜻히 감싸주고 싶은 여인! 그녀의 입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아, 현공자! 당신께서 마침내 와 주셨군요. 금방 오신다고 했는데... 안 오시길래 걱정을 했는데......" 하지만 현무는 그녀의 맑은 눈빛을 차마 마주 보지 못하였다. 금방이라도 자신의 그 안에 빨려 들어가 버릴 것 같았기 때문이였 다. "갑자기 일이 생기는 바람에..... 그나저나 별 일은 없었소?" "예, 현공자님께서도요....?" 그러나 바로 그 때 밖에서 문을 거세게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문좀 열어 주시오!" 이에 아직 영문을 모르고 있던 추수빈과 무영우위는 어리둥절 해 했 다. 그러자 현무가 급하게 바로 담 앞에서 부득이하게 수비대장을 죽일 수밖에 없었던 상황을 이야기 했고, 무영좌위가 대문을 향해 달려갔 다. "그렇다면 어서 저를 따라 오세요" 이윽고 상황을 짐작한 추수빈이 그를 데리고 내전 깊숙히 들어갔다. "자, 이리 들어오세요" 무심코 그녀의 안내에 따라 하나의 아담하게 생긴 방안에 들어선 현 무는 코끝으로 밀려드는 기분 좋은 향기와 시각을 자극하는 부드러 운 천과 운치있는 침상으로 인해 깜짝 놀랐다. "아니, 이곳은......." 현무의 놀라는 모습에 추수빈은 얼굴을 빨갛게 붉혔다. 그리고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말을 하였다. "할 수 없어요. 저들의 눈을 속이려면.....특히 지금은 부내에 비상이 걸려 있는 상황이라......" 이에 현무는 머저 얼굴을 붉히면서도 그녀가 시키는대로 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현무는 그녀의 말처럼 침상아래로 들어가는 것만은 사양하고 부드럽고 얇은 침상의 천 뒤로 몸을 숨겼다. "아, 그것은 안될텐데......" 그러나 어느새 침상뒤에 있던 현무의 그림자는 말끔히 사라지고 있 었다. 바로 잠영진기가 펼쳐진 것이다. 물론 현무의 오성수준의 잠영진기로는 추수빈의 시선을 속이기 힘들 었지만.....은밀한 촛불아래서..그것도 천으로 일부 시야기 가려지는 상황에서는 전혀 알 수가 없었다. 바로 그 때 이 쪽으로 향하는 급박한 발걸음 소리와 함께 거센 소리 들이 들려왔다. "안되오! 진 이공자! 어찌 무례를 범하려 하시오?" "닥치거라! 벌건 대낮에 바로 코 앞에서 뇌옥의 수비대장이 살해되 었는데.....그게 무슨 소리냐? 어쩌면 흉수는 지금쯤 형수를 인질로 잡고 있을 지 모르는데......" 그러한 소동을 듣고 있던 추수빈의 얼굴에 순간 불안한 기색이 서렸 다. 그리고 잠깐 망설이다.... 순간적으로 겉옷을 벗어 버리는 것이였 다. '아니, 이럴 수가....?' 현무의 눈이 동그래 졌다. 얇디 얇은 비단 능라의에 감싼 추수빈의 아름다운 몸매가 그대로 드 러났기 때문이였다. 보이지는 않지만 이러한 현무의 시선을 의식한 탓일까? 추수빈은 가 볍게 얼굴을 붉히더니...그대로 침상속에 몸을 묻고 말았다. 그러자 현무는 더욱 곤혹스러워 졌다. 비록 얇은 천이 다시 그녀의 몸에 덮혔지만 그와 그녀와의 간격은 겨우 두세치 정도.... 현무의 후각으로 그녀의 향기가 밀려들고 있었던 것이다. 이 순간, 침실문이 거칠게 열리며....서너사람이 안으로 밀려 들었다. "이게 무슨 짓이예요?" 추수빈이 몸을 더욱 감싸며 날카로운 음성으로 소리쳤다. 이에 그들의 가장 앞에 서 있던 비교적 준수한 얼굴의 백의공자가 음충스럽게 웃었다. "흐흐, 형수! 아직 무사했구려.... 하지만 별 수 없소! 살인범이 침입했는지라......" "그게 무슨 소리예요? 아무튼 이곳에는 아무도 없으니 어서 나가요! 난 그래도 명분상 그대의 형수가 되는데....이렇게 무례할 수가....?" 그러나 이렇듯 추수빈이 거듭 소리를 쳤어도 진흑송은 결코 물러날 생각이 없는 듯 했다. "흐흐, 그래서 내가 더욱 이러는 것이 아니요? 내 형수가 되니....혹 무슨 일이라도 발생하지 않을 까.....혹씨 그 침상밑에라도 숨어 있을 지 어찌 알겠소?" 그러면서 그는 성큼 성큼 추수빈의 침상쪽으로 다가왔다. 이에 추수빈은 얼굴이 하얕게 질리며....이를 부드득 갈았다. "네가...나를 이토록 무시하다니....." 그러면서 그녀는 우수를 천천히 들어 올렸다. 금방이라도 공격을 가 할 기세였다. 하지만 이러한 추수빈의 기세에도 불구하고 진흑송은 전혀 위축되지 않았다. "후후, 형수가 나를 때린다면 이 시동생은 기꺼이 맞아 드리지!" 그러면서 그는 더욱 다가와 추수빈의 몸매를 흉물스러운 시선으로 한 번 훌터 보더니 침상 밑을 들어다 보는 것이였다. "이, 나쁜 놈!" 바로 그 순간 추수빈이 참지 못하고 맹렬한 기세로 일장을 뿌려댔 다. 바로 일장도 못되는 짧은 거리...! 더욱이 추수빈은 비록 여인이였으나 당당한 신주십출중 하나 였으니 그 위력은 놀라울 정도였다. 하지만 진흑송은 어느새 그녀의 공격을 피해 문쪽으로 몸을 이동해 있었다. "형수가 결혼 첫날 밤 청상과부가 되더니....성격이 무척 날카로와 졌 군. 그러지 말로 정 외로우거든 언제든지 나를 부르쇼! 내 외로움을 달래줄테니....." 그러면서 그는 잽싸게 방문을 나가 버렸다. 닫혀지는 침실문에 이미 기세를 잃은 추수빈의 장력이 다시 한 번 작렬했다. "이 더러운 자식!" 추수빈은 그 수치를 잊을 수 없는 듯 그대로 침상에 얼굴을 묻고 흐 느껴 울고 말았다. 너무나 서러운 그녀의 울음, 특히 그녀는 내심 자신이 마음에 두고 있던 현무가 지켜보고 있던 터라 그 슬픔과 억울함은 더하는 것 같았다. 이에 현무는 이미 잠영진기를 해제하고 그녀 앞에 나섰지만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었다. "추소저! 그만 우시오!" 하지만 한 번 터진 추수빈의 울음은 그동안의 서러움을 일제히 품어 내듯이 끝일 줄 몰랐다. 현무는 부득불 그녀에게 다가가 어깨를 다둑그러 주었다. "그만하시오. 소저! 내 언젠간 소저의 억울함을 말끔히 해소해 줄 것 이요!" 그러자 추수빈은 더욱 서럽게 흐느끼면서 현무의 품에 얼굴을 묻고 말았다. "그래요! 공자님이 저의 원한을 갚아 주세요...! 불쌍한 우리 오라버 니의 원한도......그러시면....소녀는 이 자리에서....죽어도 아무런 한이 없어요" 추수빈은 아마 슬픔이 극에 이르러 미처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지만 현무로서는 가슴에 안겨 흐느끼는 여체의 뭉클한 감촉에...코 끝으로 밀려드는 그녀의 향기에 몸둘 바를 몰랐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그는 추수빈을 꼬옥 안아 주었다. 이미 다른 사람의 아내가 되어 버린 여인이 아닌....그저 의지할 데 없는 가엽은 여인을 위해..... 잠시후 추수빈의 흐느낌이 잦아 들고 그녀는 서서히 이성을 찾기 시 작했다. 하지만 그러자 자신의 철 없는 행동에 이제 부끄러워 차마 고개를 들 수가 없어 한참동안 현무의 품에 얼굴을 묻고 있었다. 현무가 서서히 품에서 그녀를 떼어 내었다. 그리고 두 손이 그녀의 얼굴을 감쌌다. 아직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는 추수빈의 커다란 눈동자! 현무는 그녀의 눈동자를 똑바로 바라보며 마치 자신에게 다짐하듯 중얼거렸다. "내 별로 힘은 없지만 반드시 소저를 지켜 주겠소!" "아! 고마워요. 현공자님....." 다시 잠시의 시간이 흘러갔다. 그리고 추수빈은 두 볼을 온통 도화빛으로 물들인 채 현무에게서 떨 어져 나갔다. "죄송해요! 잠시 고개를 돌려 주겠어요?" 이에 현무가 고개를 돌렸고..... 잠시 부시럭 거리던 소리가 나더니 이윽고 추수빈이 모기만한 목소 리로 말했다. "이제 됬어요!" 현무가 다시 고개를 돌려보니 어느새 추수빈은 의복을 모두 차려 입 고 있었다. "제가 너무 경망스러웠죠? 흉보실 것 같애......!" "하하, 내 어찌 흉을 보리오. 오히려 보잘 것 없는 나에게 서스럼 없 이 대해 주어 기쁜데....... 추소저! 이제 앞으로 그렇게 하시오! 슬프면 울고....괴로우면 하소연 하고...." 잠시 후, 다시 빈청으로 나온 현무와 추수빈....그리고 무영쌍위는 서로 마주 보며 앉았다. 현무가 먼저 입을 열었다. "요즘 집마부내 분위기가어떻소?" 그러자 추수빈의 얼굴이 다시 어두워 졌다. 그리고 한참 동안 망설 이는 듯 하다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전부 제 잘못이예요! 당시 회의의 결론은 무맹으로부터 명확한 해명이 있을 때까지 백도 젊은이들을 억류하는 것이였는데..... 그만 제가 접촉했던 이인로라는 장로가 제가 거짓정보를 준 거예요. 바로 다음날 모두 처형하기로 하였다고요...." 이에 현무는 깜짝 놀랐다. "아니, 그게 정말이요?" 그러자 추수빈은 더욱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예...사실이예요" "그가 무엇 때문에 그런 거짓말을 더욱이 추소저에게 했단 말이요?" "그건 소녀도 잘 모르겠어요. 사실을 알고 나서 급히 그를 찾아 보 았지만 이미 그 마저 행방불명이 되어 버렸어요....지금까지...." 이에 현무는 크게 탄식을 했다. "아뿔싸! 우리가 그 자의 술수에 놀아났구나....! 이 일을 어쩐단 말인가? 이미 물은 쏟아져 버렸으니... 아마, 그자는 필히 의도적으로 그랬을 것이요. 무맹과 집마부간 분쟁 을 일으키려고.....결국 소저와 나는 그 일에 이용당한 죄인이 되었 고....." 추수빈은 고개만 푹 수그리고 있었다. 현무는 그러한 중대한 일은 확인해 보지도 않고 전달한 추수빈이 한 편으론 원망스러웠지만....그렇다고 그녀가 무슨 잘못이 있겠는가? 그녀는 그 것이 사실인 것으로 믿었고...결국 모든 것을 버리고 그들 을 구하려 하지 않았던가? 그는 새삼 음모자들의 치밀한 간계에 무서움을 느꼈다. 그녀와 남궁하가 절친한 친구임을 파악하고 결국 그녀에게 거짓된 정보를 흘림으로 인해 결국 백도의 젊은이들이 탈옥을 하고 그 과정 에서 많은 사상자가 발생할 것까지 예견하였으니..... "그렇다면 그 일은 누구에게 이야기 하였소?" "아직 아무에게도 말을 하지 못했어요. 누가 누군지 아무도 믿을 수 없었고....아버님께 말하려 했지만...아직까지 만나뵙지도 못했어요. 지금이라도 후군사에게라도 말을 할까 해요" 그러자 현무는 고개를 강하게 저었다. "안되오! 말하지 마시오! 자칫하면 소저만 반역자로 몰리게 되니...." 추수빈은 자신을 걱정해 주는 현무가 고마웠다. 하지만 그녀는 그 일이 단 한시도 뇌리에 떠나지 않고 괴롭히고 있었던 것이니..... "소녀는 어떻게 되어도 상관이 없어요. 하지만 이 일을 이야기 할 수밖에 없어요. 이미 부의 분위기는 무맹과 정면대결을 불사한다는 것이고 우선 사천당문을 쳐서 본보기를 보인다는 거예요" 현무는 더욱 놀랄 수밖에 없었다. 갈수록 태산이라고 이번에는 사천 당문을 공격한다고 하는 것이다. "왜 하필이면 사천당문이요" "그들이 지난 번 탈출 때 많은 사람을 살상했기 때문이죠. 더욱이 그들은 당공자가 죽어 충격을 받았는지....추격로에 독을 풀어 수백명 의 집마부 추격대를 몰살시켜 버렸던 거예요" 이에 현무는 그만 망연자실해 질 수밖에 없었다. 사태가 그렇게 되었다면 이미 이를 막을 방법이 없는 것이다. 설혹 추수빈이 모든 것을 고백하고 이것이 누군가의 음모라는 사실 을 알릴 지라도 집마부로서는 자존심을 위해서도 당문에 대한 공격 을 철회할 수 없을 것이다. 더욱이 음모자들의 손길이 집마부 구석 구석에 뻗혀있는 상황이고 이를 증명한 이인로가 실종된 상황에서 선뜻 추수빈의 말을 믿을 지 도 의문이였다. 문득 현무는 낙산 만장애에서의 일을 떠 올렸다. 분명 집마부가 개입되어 있는데.... 수뇌부라 할 수 있는 조형당은 이를 모르고 있지 않았던가? 그렇다면 집마부 전체가 무언가 깊은 음모속에 빠져 있는 것이 분명 했다. 마도 최대연합세력인 공룡 집마부가...... 그 때 추수빈의 울먹이는목소리가 현무의 상념을 깼다. "이제 소녀는 어떻게 해야해요?" 현무는 고개를 들어 추수빈을 바라보았다. 가끔씩 당찬 기세를 보여주기도 했지만 여전히 약하고 가련하기 그 지 없는 여인 현무의 뇌리에 추명의 얼굴이 떠 올랐다. 동생을 보살펴 달라고 부탁하던..... 현무의 입이 다시 열렸다. "나하고 이 곳을 벗어 납시다. 지금 집마부는 거대한 음모속에 빠져 있소! 음모의 주재자가 누군지도 모를.......이 곳에 계속있다가는 소 저마저 다칠까 두렵소!" 그러나 추수빈은 고개를 저었다. "그럴 수는 없어요. 홀로 계신 아버님만 놔 두고 어떻게 저만..... 그리고 소녀가 이곳을 벗어난 다면 결국 공자님의 짐만 될 뿐이예요 " "필히, 부친께서도 무슨 일이 있는 것이 틀림없소이다. 그렇지 않고 서야 어찌 단 하나 남은 딸을 이렇게 방치한단 말이요. 하다못해 미 물이라 할지라도 제 새끼는 보호하건만....." 그러나 현무는 말을 하다보니 자신이 지나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황급히 말을 멈추었다. 그녀의 단 하나뿐인 부친의 이야기였기에..... 그러나 이미 추수빈은 눈물을 뚝 뚝 흘리고 있었다. "공자님의 말씀이 맞아요. 필히 아버님에게 무슨 일이 있는게..... 하지만 아버님을 한 번도 뵙지 못한 채 어찌 소녀가......." 현무는 답답하기 그지 없었다. 지금 그녀의 형편으로 누구를 걱정한 다는 말인가? 설혹 추천상에게 무슨 변고가 있다 할 지라도 지금의 그녀 형편으로 무슨 일을 할 수 있다는 말인가? 하지만 그녀는 결코 고집을 꺽으려 하지 않았고 이에 현무도 더 이 상의 설득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좋소이다. 그렇다면 일단 이 일에 대해서는 조형당천주와 한 번 은 밀히 만나 상의하도록 하시오. 내 그에 대해 들은 바도 있거니와 그 와 같은 인물은 결코 음모와는 거리가 먼 성격이요. 필히 무언가 소 저께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요" 번 호 : 8399 게시자 : 윤원중 (re5280 ) 등록일 : 1999-05-07 08:50 제 목 : [연재] 천부외경 49 그러고 나서 현무는 집마부의 사천당문 침공계획에 대하여 자세히 물어 보았다. 거사일은 앞으로 삼일 후, 공격대는 진흑송과 수마천주 황석산이 지휘하게 되었고, 집마부의 정예무사 3천과 사천지부의 인원 2천하여 총 5천명이 공격한다고 하 였다. 현무는 이번 일 역시 음모가 아닌가 했으나 이는 진흑송이 자랑하듯 흘린 이야기였고....더욱이 자신이 변장하였던 무사들이 급히 사천지 부로 이동하고 있었던 탓에 거의 정확한 것으로 판단되었다. 그러자 현무의 마음은 갑자기 다급해 졌다. 이러한 사실을 몰랐으면 그만이나 일단 알았으니 무언가 대책을 강 구해야만 했던 것이다. 사천당문하면 구파일방과 오대세가를 제외한 나머지 백도문파들의 대표자격을 자처하고 있는 전통적인 문파였으며....더욱이 그들은 자 신들의 탈출을 도와주었을 뿐만아니라 자신의 소림하원 입문동기인 당옥상의 가문이였던 것이다. 그러자 현무는 더 이상 망설이지 못하고..... 추수빈과 작별을 했다. "부디 옥체 보중하시오! 그리고 혹 무슨 일이 있으면 무영위들을 보 내 지체없이 나나 남궁하 소저에게 연락을 취하시오. 내 언제라도 달려오리다" "조금만 더 계셔주실 수 없나요? 저녁식사라도 대접해 드릴 수 있도 록......" 현무는 추수빈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맑고 큰 눈동자에는 수많은 감정들이 깃들어 있었다. 어떤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애틋함과 간절함, 그리고 안타까움 등... 하지만 현무는 애써 그녀의 시선을 외면했다. 자신이 이 곳에 조금 더 머무르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더욱이 그녀의 눈을 바라보고 있으면 도저히 떠나지 못할 것도 같았 다. 그래서 애써 웃음을 지으며 큰 소리로 이야기 했다. "하하, 내 소저의 호의는 마음속에 넣어두고 있겠소! 대신 저에게 식사대접을 하신다는 말씀은 잊지 마시오!" 그리고는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더 이상 머무르면 마음이 약해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다시 집마부를 나서는 현무, 그의 마음은 무겁기 그지 없었다. 남기고 온 가엽은 여인 추수빈에 대한 생각도 생각이였지만 당장 눈 앞에 닥친 사천당문의 사태를 어떻게 해결해야할 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였다. 이제 그의 눈앞에 펼쳐진 상황은 3가지, 그 중 동정호의 군산에서의 유운회 회합은 아직 여유가 있는 편이였 으나 당장 코앞으로 다가온 단장애에서의 무유, 유선과의 만남과 사 천당문의 일은 도저히 병행할 수 없었다. (휴, 어떻해야 하나..... 물론 사천당문의 일이 급하긴 한데....내가 혼 자 나선다고 해서 별 도움이 될 것 같지도 않고.....만일 지금이라도 무유형과 연락이 될 수 있다면 아수라환교건은 뒤로 미루더라도 우 선 당문의 일을 해결하면 될 것 같은데.....청성산까지 갈 시간도 없 고.... 이거 완전히 진퇴양난이로군...........여하튼 당문쪽으로 가면서 생각 해 보지!) 사천성의 남서부 지역은 그 험난한 지세와 울창한 밀림지대로 유명 하다. 이러한 지형적인 특성으로 이 지역은 예로부터 독립적인 성격이 무 척 강했는데, 지금에 이르러서도 황권(皇權)이나 지방병부(地方兵附) 의 위력이 미약한 반면, 수많은 군소부족들이 독립적인 세력을 형성 한 채 난립하는 독특한 형태를 지니고 있었다. 이러한 특수성은 곧바로 강호무림인들에게도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즉 이들에게는 검이나 도와같은 정형적인 무기 보다는 암기나 화기 와 같은 무기들이 훨씬 유용했었고 따라서 불가피하게 이러한 것들 을 운용하는 기술이 타 지역에 비해 월등히 발전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바로 이들을 대표하는 무림세력이 사천당문이였다. 흔히 이들을 무림오대세가와 견주어 당씨세가라고도 일컫는 사람들 이 있었는데....사실 이들은 사천 남서부지역에 거주하는 여러부족들 의 연합세력이였고, 단지 이중 당씨 혈족들이 가장 우수한 혈통과 암기제조술을 바탕으로 지배세력을 형성하고 수많은 세월동안 이를 고착화시켰던 탓에 그러한 오해를 불러 일으키게 되었던 것이다. 이러한 요인으로 인해 비록 사천당문은 그 무공수준은 약했으나 강 호상에서 그 어떤 문파도 감히 함부로 대하지 못했으니 이는 바로 이들이 보유한 막강한 화기와 암기를 두려워 하는 탓이였다. 하지만 이러한 사천당문에도 마침내 풍운의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 었으니...... 바로 중원마도계 360여개 방파의 연합세력인 집마부가 그 막강전력 으로 밀고 내려오고 있다는 것이였다. 물론 사천당문은 당초에 집마부의 이러한 기습공격에 대하여 전혀 알 지 못하고 있었다. 그만큼 집마부의 행사가 은밀했던 까닭이였다. 하지만 어제저녁 갑자기 방문한 당문의 제2공자 당옥상이 이들의 기 습소식을 가지고 왔으니... 그 시간이후 당문은 초비상이 걸렸고, 마 침내 세작(世作)들을 총동원한 결과 거의 5천에 이르는 집마부 공격 대를 확인하였던 것이다. 이에 당문은 마치 초상집같이변해 버렸다. 사실 그들의 인원은 여 자들과 어린아이들을 포함하여 겨우 2천남짓한데....그들은 이들의 수 배에 달하였고, 필히 개개인의 무공도 당문에 비해 우월하면 했지 못하지 않을 것이였다. 게다가 때마침 당문의 문주인 당철엽마저 무 맹에 가 있는 상황이였으니.... 당문의 주요간부들은 미처 대책을 세 울 생각도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와중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열심히 움직이는 사람 이 있었으니 그는 바로 어제저녁 귀가했던 당옥상이였다. 그는 귀가 하자마자 잠시도 쉴틈이 없이 수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여기저기를 조사하고 다녔다. 그리고 결국 자신의 형이자 현재 문주의 대리역을 맡고 있던 당지상과 거의 2시진에 이르는 숙의를 한 후 마침내 대책 회의를 개최하였다. 대책회의는 초반부터 격렬한 논쟁이 전개되었다. 800년 전통의 사천당문이 어찌 싸워 보지도 않고 굴복하겠냐는 주전 론과 워낙 절력열세니 일단은 몸을 굽히고 다음을 준비하자는 주화 론이 팽팽히 맞섰던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주화론이 우세 해 지기 시작하였으니 그들은 자신의 안위만이 아닌 가족들의 안위 까지 생각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이대로 아무런 저항도 해 보지 못하고 투항하게 된 다면 800년을 이어 내려오는 우리 사천당문의 명예는 어찌합니까? 비록 살아남았다 해서 정말 사는 것입니까? 이제까지 친구였던 사람들에게 칼을 들이 대어야만 하고, 우리의 막 강한 암기와 화기들은 그들을 살상하는데 사용될 것입니다. 부디 다시한번 생각들을 해 주기 바랍니다. 과연 우리들이 집마부의 하인으로 전락하여야만 합니까?" 바로 가장 적극적인 주전론자인 벽력투사 소비문의 눈물에 겨운 호 소였다. 그러나 아무리 그의 호소가 있다 하더라도 승산이 없는 싸움에 자신 과 소중한 가족들의 목숨을 걸려는 사람은 그리 많지가 않았다. 그러나 이 때 당옥상이 나섰다. 비록 아직까지는 뚜렷한 대책을 제시하지는 못했지만 가장 중요한 소식을 전해왔고, 실의에 빠진 그들을 찾아다니며 그래도 상호간 격 론을 벌일수 있을 정도로 기본적인 용기를 북돋아 주었던 그였기에 좌중의 시선은 무언가 기대를 갖고 그에게 시선을 집중하였다. "싸우자는 쪽이나 굴복하자는 쪽이나 모두 우리 당문과 당문의 식솔 들을 사랑하는 마음은 같다 생각합니다. 하지만 여러분들은 왜 제3의 방법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으십니까? 무의미한 희생도 굴욕적인 항복도 아닌 제3의 방법을....?" "아니, 집마부의 근거지나 마찬가지인 사천성에서 자그마치 5000여 명이나 되는 집마부의 정예들에 의해 포위되어 있는데 제3의 방법이 도대체 무엇이란 말이요?" 이 회의 참석자중 가장 연장자인 암향비표 명후철의 반론이였다. 그 러자 좌중은 잠시 술렁거림이 있었다. 명후철의 이야기가 사실이였 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옥상은 마치 이러한 반론이 나올 줄 알고 있었다는 표정으 로 태연히 말을 이었다. "후후, 바로 그 방법을 찾지 위해 저는 어젯밤 잠을 한숨도 자지 못 한채 우리 당문의 수많은 기록들을 뒤졌고, 형님과 머리를 맞대고 상의했습니다. 그 결과 우리 당문에는 이백여년 동안 사용하지 않았 던 비밀통로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비록 지금에 이르러서는 아무도 우리 당문을 침공할 생각을 못하고 있었기 때문에 전혀 필요 가 없게 되었지만 이삼백년 전만해도 우리 당문에 너무도 많은 적들 이 있었고, 따라서 우리의 선조들은 유사시를 대비하여 이 비밀통로 를 만들어 두었다고 기록되어 있었습니다. 물론 2백년전의 그 통로 가 지금도 사용가능할 것인가 의문을 제기하겠지만 이미 저는 탐사 까지 마쳤습니다." 그러자 좌중은 다시 소란스러워 지기 시작했다. 아무도 모르는 비밀 통로라.... 분명 새로운 하나의 가능성을 부여하고 있는 내용이였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어떻게 적들을 속이고, 2천여명에 달하는 식솔들이 과연 어디로 간단 말인가? "병법에 금선탈각지계란 것이 있습니다. 바로 뱀이 허물을 벗듯이 상대방을 속이면서 실체만 빠져나간 다는 것이지요. 물론 여기에는 부득불 일부의 희생이 따를 수밖에 없습니다. 적들을 속이기 위해서는 불가피하게 결사대가 필요하기 때문이죠. 제 계획 은 이렇습니다. 우선 당문 곳곳에 폭약을 매설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난 후 부녀자 들을 대피시키고 그동안은 당문앞에 펼쳐진 진법과 우리가 가진 암 기와 화기를 사용해 적들을 최대한 저지하는 것입니다. 물론 그 와중에서도 결사대를 제외한 모든 문도들은 하나하나 빠져 나가고 마침내 최후에 남은 결사대들은 적들을 최대한 끌어 들인후 자폭함으로써 적들이 우리가 최후의 수단으로 공멸하는 쪽을 택했다 생각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이에 좌중에서는 감탄이 터져 나왔다. 정말 그대로 한다면 적들을 충분히 속일 수 있었던 것이다. "좋은 방법이요. 그렇다면 우리들이 옮겨갈 곳은...?" 당옥상이 바라보니 그는 바로 가장 강한 주전론자였던 소비문이였 다. "소당주는 혹씨 석림에 대하여 들어 보셨소?" "석림이라 함은 바로 운남성의 그 석림을 말씀하십니까? 불모의 대 지인....." "후후, 맞소이다. 하지만 석림은 결코 불모의 대지만은 아니올시다. 그 불모의 대지 일부분에는 놀라운 곳이 있습니다. 그곳은 사실 우 리 당가의 근원이라할 수 있는 지역으로 바로 세상에 몇 곳없는 지 극열화지기(地極熱火之氣)의 땅입니다. 사실 그러한 곳이 있었기에 우리 당가는 다른 부족들에 비해 앞서서 우리 당문을 이끌어 나갈 수 있었던 것입니다 제가 오늘 아침 형님과 상의한 내용이 바로 그것입니다. 이제껏 신 비에 가려졌던 당가의 비밀, 과연 그곳을 개봉해야 하는가? 하지만 당문이 사라진다면 자연히 당가도 존재의미가 없어지는 것. 바로 우리는 그곳으로 옮겨갈 것이요. 밀림과 거산지대를 통과하 여........... 그렇다면 이제 문제는 단 하나! 과연 누가 결사대로 남느냐는 것인 데... 결국 이것은 자원에 의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우선 제가 먼저 자원하고자합니다" 그러자 당가직계중 유일한 여인인 당자혜가 깜짝 놀라며 벌떡 일어 섰다. "아니, 오라버니! 무슨 그런 말을...?" "그렇소! 그건 소공녀의 이야기가 맞소. 아무쪼록 이공자와 같은 사 람은 필히 살아남아 오늘의 치욕을 설욕하고 당문을 재건해야 하오" "맞습니다. 이공자는 살아남아야 합니다. 결사대는 저희들과 같은 늙 은이들이 맡겠습니다" 회의 참석자중 가장 연장자인 암향비표 명후철을 비롯한 대부분의 참석자들이 당옥상의 결사대 잔류를 반대하고 나섰다. 사실 당문의 위기에서 갑자기 나타난 그는 결코 과거의 그가 아니였 다. 과거에는 생각치도 못할 열정과 지휘력으로 실의에 빠져있던 사 천당문의 제자들에게 투지와 희망을 불러 일으키고 있었고, 따라서 문주가 없는 현상황에서 은연중 지도자로 부각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당옥상은 나름대로 생각이 있었다. "물론 저를 아껴주시는 여러 선배님들의 배려에 정말 감사드립니다. 하지만 금선탈각지계의 핵은 바로 저입니다. 제가 솔선수범을 보이 지 않고는 어느 누가 홀연히 결사대에 자원하겠습니까? 또한 그들을 속이기 위해서는 필히 당가의 직계가 결사대에 포함되어 최후까지 적들의 시선을 끌어야만 합니다. 그것이 바로 제가 결사대를 자원한 가장 중요한 이유입니다" 이와같은 당옥상의 결연한 이야기에 순간 좌중은 그야말로 숙연해 질 수밖에 없었다. 세상에 영웅을 자칭하는 사람은 많았지만 그와같 이 모든 사람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홀연히 목숨을 던질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되겠는가? 결국 회의는 당옥상이 주장한 대로 결론을 지었다. 그리고 당문의 모든 사람은 그와같은 계획을 조용한 가운데 이행하 기 시작했다. 우선 결사대는 소비명, 명후철 등이 직접 나서서 자원자를 뽑기 시 작했다. 그리고 일부는 폭약을 매설하고, 일부는 비밀통로를 점검하 고, 또 일부는 수비망과 화기 등을 점검하는 등 각기 분주하게 움직 이기 시작했다. 한편, 모두들 바쁘게 움직이는 그 시간 당가의 내실에는 당지상과 당옥상, 그리고 당자혜 등이 모여 있었다. 바로 당가의 직계로서 유 일하게 결사대에 속한 당옥상에 대한 이별의 자리가 마련된 것이다. "아우! 진정 남아야만 하는가?" "후후, 이미 결정된 사실을 가지고 왜 또 그러십니까?" "그래도 아우가 스스로 사지를 택해야 한다니....나로서는 정말 할말 이 없네... 사실 아우가 본문을 떠난 이유도 바로 나때문이 아닌가? 문주계승을 놓고 이래저래 말이 많다는 사실을 알고...스스로 소림하원으로 떠나 지 않았는가? 그런 아우가 또다시 내가 남아야할 그 역할을 대신한 다니..." "하하, 형님도..... 다 제가 좋아서 하는 일인데 무엇을 그러십니까?" 물론 이와같은 당옥상의 이야기는 의연하기 그지없었다. 그러나 이를 듣은 형제들이 감은 그렇지만은 않았으니.... 마침내 아까부터 울먹이던 당자혜가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흑, 세상에 오빠같은 바보가 또 어디있겠어? 그래 바보같이 갑자기 나타나서.....뭐라고? 자신이 만든 계획이니...자신이 끝내야 한다 고....?" 그러자 당옥상이 그녀에게 다가가 가만히 안아 주었다. "혜매, 울지마라....이 오빠는 결코 그렇게 쉽게 죽지 않는다. 내 비록 결사대에 포함되어 있지만 너를 봐서라도 어떻해서든지 살아 남으 마....." 그러나 이와같은 당옥상의 말을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저 다른 사람들을 위로하기 위해 한 말에 불과하다고......생각할 뿐이였 다. 번 호 : 8400 게시자 : 윤원중 (re5280 ) 등록일 : 1999-05-07 08:51 제 목 : [연재] 천부외경 50 이때 당가의 무사하나가 나타났다. "무엇이냐?" 형제들만의 이별의 자리에 갑자기 나타난 그에대해 당지상이 약간은 화난듯한 목소리로 물어왔다. "예, 죄송합니다. 사실은 집마부에서 사자가 도착해서...." "아니, 뭐라고? 그들이 벌써 본문앞까지 이르렀다는 말이냐?" "아직 이곳까지 당도한 것은 아니고....그들은 바로 지산평에 집결해 있다고 합니다" "으음... 아우! 일단 그들이 무어라 말하는 지 들어나 봐야겠지?" "물론입니다" 집마부의 서신에는 당옥상이 예상한 내용들이 그대로 적혀 있었다. 투항을 권유하는 내용과 거절하면 사천당문은 역사속에서 제명될거 라는 협박성 문구에 이르기 까지........ "이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요?" 서신을 돌려 읽고난 당지상이 좌중의 의견을 물었다. "이미 우리의 방침은 결정되었는데.....더이상 무엇을 고려합니까? 당 장 그들의 목을 베어 우리의 결전의지를 보여주어야지요" 역시 다혈질인 소비명이 생각할 필요도 없다는 듯 단호하게 이야기 했다. "하지만, 예로부터 사자는 목을 베지 않는 것인데......" "물론 평상시 같으면...그렇겠지요. 하지만 지금은 당문의 존망이 걸 려있는 상황, 특히 이공자의 금선탈각지계가 완벽히 성공하기 위해 서는 그들을 베어 우리의 결사항전의 의지를 확실하게 보여줄 필요 가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소비명의 주장은 한편으로는 과격한 것으로 보였으나 사실 그들의 계획을 완벽히 이행하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선택이라 할 수 있었다. 옥쇄를 각오하고 있는 사람들이 적의 사자를 순수히 놓아주 었다는 것은 인간의 심리를 고려할 때 의혹을 사기에 충분한 일이였 기 때문이다. 만에 하나 그들이 대피했다는 사실을 집마부에서 알게 된다면....그들이 어찌 운남의 석림까지 무사히 퇴각할 수 있겠는가? 결국 집마부의 사자(使者)는 모두 목을 베어 버리되, 이와같은 사실 을 전할 수 있도록 단한명만 남기기로 결론이 났다. 그리고 이들을 처리한 직후, 당지상은 당문의 전 식솔을 한자리에 모았다. 이제 반시진도 못되어 밀물처럼 밀려올 집마부의 공격에 대하여 최 종적인 다짐을 하고, 결사대에 대한 위로를 하기 위해서 였다. 물론 만약에 우려되는 정보의 유출을 방지하기 위하여 주위에는 철통과 같은 경계가 펼쳐 졌음은 물론이였다. 먼저 문주대리인 당지상과 총관인 당상중의 이제까지 준비한 계획의 전모와 행동요령, 이동경로 등에 대한 소상한 설명이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결사대주인 당옥상이 주위의 권유에 못이겨 단상에 올랐다. "800년을 이어 내려오던 우리 사천당문이 지금 존망의 위기에 처하 게 되었는데...사실 제가 여러분들께 무슨 말씀을 드리리까? 드릴 말씀은 단 한가지 우리는 결코 오늘의 치욕을 잊지 말아야 한 다는 것입니다. 사실 우리는 그동안 평화시대를 맞아 너무 안일했습니다. 그러나 강호무림이란 근본적으로 약육강식의 냉혹한 세계! 승자는 영웅이며, 난세의 주인이 될 수 있지만 패자는 아무리 비참 한 경우를 당하더라도 곧 잊혀져 버리고야 맙니다. 결코 오늘의 치욕을 잊지 마십시오. 그리고 결사대로 자원한 형제들의 뜨거운 피도 결코 잊지 말아주십 시오. 석림에 도착하시거든 부디 절치부심하여 힘을 기르십시오. 그러시면 필히 오늘의 치욕을 극복하고 중원무림사에 우뚝 솟는 위대한 가문 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당옥상의 이야기는 지극히 간단했다. 하지만 거기에는 당문을 사랑 하는 그의 마음과 뜨거운 의기가 가득 담겨 있었다. 당옥상의 이야 기가 계속되는 순간 당문의 모든 사람들은 저마다 두 주먹을 불끈 쥐었고, 자신도 모르게 흘러나오는 눈물을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그들은 그 와중에서 한가지 사실을 간과했으니..... 이는 당옥상이 너무도 많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물론 과거에도 당옥 상은 뛰어난 인물이였다. 하지만 이렇듯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로 그 들의 마음을 휘어잡는 능력은 없었다. 그런데 출가한지 단 2년만에 갑자기 귀가한 당옥상은 모든 점에서 그야말로 발군의 능력으로 전 사천당문의 식솔들로부터 전폭적인 신뢰를 끌어내고 있었으니......이 는 과연 그가 소림하원에서 2년여를 수련했다고 해서 갑자기 생겨난 능력일까? 드디어 집마부의 공격이 시작되었다. 기마대가 2천, 그리고 일반무사가 3천하여 총 5천에 이르는 집마부 공격대의 위용은 가히 장관이였으며, 경천동지(驚天動地)할 정도였 다. 더욱이 이들의 선봉에는 수마천주(水魔天主)인 황석산과 최근 집마 부주 후계자로 선포된 진천흑수룡 진흑송이 황금색 전포를 입고 이 글거리는 눈빛으로 진운(陣雲)으로 자욱한 사천당문을 노려보고 있 었다. "흐흐흐,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줄 모른다더니....너희들이 감히 집마 부의 사자를 처형해? 어디 두고보자 얼마나 견딜 수 있는 지........" "황천주! 먼저 우리의 진로와 시야를 가로막고 있는 저 진(陣)부터 파해시켜야지요" "후후, 일단 시험부터 해 봅시다! 화시대(火矢隊)에게 불화살을 날리 라고 하게!" 이와같은 황석산의 명령에 그의 기수가 검붉은 깃발을 좌우로 거세 게 흔들었다. 그러자 진영의 중간부분으로부터 500여명의 궁사들이 재빠른 동작으 로 대열앞으로 나왔고, 그들은 대열의 10여장 앞에 이르자 일제히 전통에서 불화살을 뽑아 심지에 불을 붙인후 안개가 자욱한 사천당 문을 향해 분분히 발사하기 시작하였다. 밤하늘을 수 놓은 무수한 불의 세례! 그러나 그 불화살들은 당문주위에 가득히 퍼져있는 안개에 닿자 마 자 곧바로 사라져 버렸다. 그대신 그 안개속으로부터 작은 항아리만한 크기의 수개의 검은 공 들이 집마부의 진열을 향해 날아오기 시작하였다. "이크! 피해라....당문의 진천뢰(震天雷)다" 당문의 무사들중 일부 견문이 많은 사람들이 이것들을 알아보고 급 히 몸을 피하면서 이렇게 외치기 시작했고, 그러자 집마부의 진영은 순식간에 혼란으로 변해버렸다. 진천뢰하면 사천당문이 보유하고 있는 가장 강력한 화기중의 하나로 하나면 반경 십여장을 초토화시킬 만큼 공포적인 화기였던 것이다. 이 때 황석산이 우뢰와 같은 목소리로 고함을 질렀다. "모두들 진영을 흩틀이지 마라 진천뢰는 이곳까지 도달할 수 없다" 황산석의 고함소리는 곧바로 효과가 있었다. 너무 공포스러운 소문 에 순간적으로 혼란을 일으켰지만 역시 집마부는 마도의 최고집단 답게 그의 명령한마디에 곧바로 진영이 유지되고 있었던 것이다. 순간 "쾅! 꽝! 꽝!" 하는 굉음소리와 함께 집마부 진영의 십여장 앞 에서 진천뢰가 폭발하였다. 물론 황산석의 예측대로 진천뢰는 그들의 본대에 영향을 미치지 못 했다. 하지만 이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고 진천뢰의 사거리를 감안하 여 황산석이 대열위치를 잡았던 탓이였다. 그러나 미처 대피하지 못한 궁사대 수십명은 그야말로 걸레쪼각 같 이 변해버렸으며, 폭발의 여력으로 튀어나온 수많은 파편들로 인해 대열의 앞쪽에 있던 몇몇 무사들이 그 자리에서 쓰러져 버리고 말았 다. "음, 저들이 정말로 결사항쟁을 하려는가? 수십개 밖에 없을 진천뢰 를 벌써부터 사용하다니....." 황석산은 당문이 초반부터 가장 강력한 진천뢰로 상대해 오고, 미처 공격해 보기도 전에 수십명의 사상자가 발생하자 어이없다는 기색이 가득했다. 그러나 사실 이는 당옥상의 계책이였으니, 그는 우선 적과 싸우기 보다는 당문의 식솔들이 충분히 대피할 수 있는 시간을 벌고 싶었던 것이다. 게다가 모든 싸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기이니, 초반에 가장 강력한 무기를 사용함으로써 적들이 함부로 경거망동을 삼가게 하는 효과와 집마부 무사들도 별 것 아니라는 인식을 수하무사들에 게 심어주려는 것이였다. 하지만 백전노장이자 병법까지 통달한 황산석이 이정도의 공격에 주 늑들 리 없었다. "후후, 초반에 기선을 제압하겠다 이거지....하지만 그게 그리 쉽게 될까?.......이번에는 투석기로 돌을 퍼붓고, 와서위대(渦線衛隊)로 적 을 혼란시키도록 하라" 이에 다시 그의 기수가 청홍색삼각깃발을 흔들었다. 그러자 진영의 후미에서 "쿠구궁!"하며 거대한 투석기가 10여대 전 면으로 나오기 시작하였는데...바로 그 뒤에는 커다란 돌들을 가득실 은 마차들이 따르고 있었다. 잠시후 전면에 배치된 투석기 들에서 무수한 돌들이 당문을 향해 어 지럽게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수백명에 이르는 기마궁대(騎馬弓隊)가 뛰쳐 나 오더니 사천당문을 빙글빙글 선회하면서 어지럽게 화살을 날리기 시 작하였다. 투석기로는 당문 전면에 설치되어 있는 거석진(巨石陣)을 무력화시 키고, 빙글빙글 선회하면서 화살을 날리는 와선위대는 당문의 진천 뢰를 경계하면서 공격을 퍼붓기 위함이였다. 그러자 당문에서도 진천뢰대신 화살과 기관장치에 의해 발사되는 암 기들로 이에 대항하기 시작하였다. 물론 이러한 싸움은 공격하는 쪽이 절대적으로 불리하였다. 더욱기 당문의 무사들은 에워싸고 있는 성벽과 거석진의 보호를 받고 있었 으니...... 하지만 황석산의 의도는 다른데 있었다. 비록 당문에 비해 자신들의 희생이 많다고 하나 이는 월등한 숫적우세를 고려해 볼 때 별 의미 가 없었으며.....당문의 화살이나 암기가 많다하나 얼마나 많겠느냐는 생각이였던 것이다. 그러나 이는 오히려 당옥상도 원하던 바, 집마부가 월등한 숫적우세를 바탕으로 곧바로 밀고 들어온다면 비록 강력한 화기를 사용해 지금보다 훨씬 많은 적들을 사상시킬 수 있겠 으나 자신들이 버틸 수 있는 시간은 얼마되지 못할텐데...그들이 이 처럼 소모전으로 나오자 내심 쾌재를 부르고 있었던 것이다. (후후, 내 듣자니 황석산이 병법을 많이 안다고 하던데....이럴 때는 많이 아는 것도 병, 그는 공성전(攻城戰)의 핵심인 소모전을 택한 듯 보이나 무릇 모든 병법은 시기와 상황에 따라 그 효과는 다른 법. ) 지리한 소모전이 한동안 계속되었다. 비록 성벽과 거석진에 의해 보호되고 있다고 하더라도 하나 둘씩 쓰 러지기 시작한 당문의 무사들이 꽤 되었고, 집마부의 와선위대도 수 많은 사상자와 함께 그 기동력이 현저히 감소되기 시작하였다. "황천주! 소모전의 전략은 좋긴한데....그래 대 집마부가 이까짓 당문 하나 손 쉽게 점령하지 못해 이렇게 시간을 끌어야 한단 말이요? 그 러지 말고 일제히 밀어 버립시다" 결국 성질급한 진흑송이 나선 것이다. 본래 진흑송은 아무리 마도제일의 후기지수라 할 지라도 집마부내에 서는 그저 천마천(天魔天) 중원마교의 제이공자에 불과했었으나, 그 의 형인 진백송이 갑자기 살해당하고 더욱기 그로인해 그가 추천상 에 의해 집마부의 후계자로 지명되면서부터는 비록 십마천의 천주라 할 지라도 그를 함부로 대하지 못하고 있었다. 따라서 황석산이 다른 사람의 말 같으면....그대로 묵과했겠지만 이러 한 진흑송의 이야기인지라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거렸다. "본래 병법의 기본은 아군의 피해는 최소화하면서 승리하는 것인 데...한편으로는 소공자의 말도 일리가 있소. 하지만 아직 성벽이 깨 지지 않았고, 십방천화진(十方天華陣)이라는 거석진도 건재하니...아 직 전면공격은 이르고 내 이를 위해 특별히 준비한 것이 있으니 소 공자는 한 번 보시겠소?" "하하, 황천주께서 특별히 준비하셨다니....기대가 크군요" "후후, 결코 실망은 하지 않을 것이요. 연환합력대(聯環合力隊)를 대 기 시켜라!" 그러자 거의 이백여명에 이르는 날렵한 무사들이 대열전면에 나서기 시작하였다. 그런데 그들은 50여명씩 일렬로 대열을 이루더니....앞쪽 의 무사들의 등에 장심을 갖다 대는 것이였다. "아하, 황천주께서는 격체공을 전개하시려는 것이군요" "후후, 바로 맞추었소이다. 본래 격체공이란 공력이 순수하여야 하고 또 그 성질이 같아야 하는 것으로 이제까지 겨우 십여명이 시전하는 데 만족하였소. 하지만 이번에 우리 집마부에서는 전적으로 격체공 만을 위한 연환합력대를 만들었소이다" 이렇게 이야기한 황석산은 자랑스러운 눈빛으로 연환합력대를 한 번 쓸어 보더니..... 마침내 공격명령을 내렸다. 사천당문을 향하여 일렬로 줄지어 있는 총 사대(四隊)의 무사들! 그들은 황석산의 공격명령과 함께.....자신의 앞에 서있는 무사들의 명문혈을 향해 지닌바 모든 공력을 주입하기 시작하였고, 결국 50여명의 무한대 공력을 전해받은 선두의 홍건을 두른 4명의 무사들은 일제히 장력을 발출하였다. 그러자 그들에게서는 마치 수십개의 태풍이 동시에 몰아치듯 거대한 회오리바람이 발생하는가 싶더니 가공할만한 기세로 당문을 향해 밀 려가는 것 이었다. "꽈꽝!" 드디어 그들이 발출한 장력이 격돌하였다. 자그만치 50여명의 공력이 합하여진 미증유(未曾有)의 거력! 이 앞에는 아무것도 거칠 것이 없었다. 그토록 견고함을 자랑하던 당문의 성벽이 마치 종이짝 찢어지듯 파괴되어 버렸으며.....십방천화 진을 형성하고 있는 수십톤에 이르는 거대한 거석들이 금방이라도 넘어지듯 요란스럽게 흔들거렸다. "후후, 거석진이라...그런지 꽤 튼튼하군! 50명의 격체장력을 견디어 내다니....그러나 과연 얼마나 더 버틸수 있을까? 제일대와 제이대, 그리고 제삼대와 제사대는 각각 장력을 하나로 모 으라" 그러자 제1,2대와 3,4대는 각각 1장남짓하게 간격을 좁혔으며, 일정 한 신호에 따라 동시에 장력을 날렸다. 그런데 그러한 장력은 서로 비스듬히 엇갈리더니 중간부근에서 하나로 합하여 지는 것이 아닌 가? 그리않해도 막강한 위력을 자랑하던 연환합력대의 장력은 두 개의 힘이 합하여 지자, "구구구구 궁~" 하며 마치 하늘과 땅이 울릴정도 로 굉장한 굉음소리와 함께 폭풍같은 기세로 당문을 둘러싸고 있는 십방연화진을 그대로 강타해 버렸다. 그러자 "콰과광~" 하며 마치 수백톤의화약이 폭파하는 듯한 강렬한 파열음이 모든 사람들의 귀를 울리고, 뒤이어 거석이 쓸어지는 소리, 이에 깔린 듯 사람들의 날카로운 비 명소리가 뒤를 이었다. 그러자 당문을 감싸고 있던 진운(陣雲)이 서서히 약화되고 있었다. 이를 보고 있던 진흑송은 너무 놀라운 위력에 입을 다물지 못했고, 황석산도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 "하하하, 이제 한두번이면 십방천화진은 완전히 붕괴되고 말 것이외 다" 한편 이때 당문의 결사대를 이끌고 있는 당옥상은 당혹감을 금치 못 하고 있었다. 설마 설마했지만 진정 그들이 그토록 무지막지한 방법 으로 공격해 올 지는 몰랐던 것이였다. (설마 50여명의 무사들이 격체공을 전개하다니....저들이 언제 저런 것 까지 준비하였지? 그나저나 시간이 급하게 되었군) "소당주! 지금 당문의 식솔들은 얼마나 대피했습니까?" "예, 2공자! 이미 여자들과 어린아이들은 모두 들어갔고, 이제 막 당 문의 무사들이 들어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앞으로 예상소요시간은?" "본래는 한 2각정도면 충분할 것 같았는데....짐들이 있어서 1각정도 더 잡아야 할 것 같습니다" "음, 그렇다면 이거 야단났군, 적들은 금방이라도 밀고 들어올 추세 인데..... 소당주! 나에게 진천뢰 2개만 주시겠소? 그리고 이번 결사대원중 암 기술과 경공술이 가장 뛰어난 제자 10명만 선발해 주시고요" "아니, 어떻게 하실려고....?" 소비문은 당옥상의 의도를 짐작할 수 없는 지라, 이와같이 의문을 표했지만 당옥상이 그저 신비로운 미소만 짓고 있자 더 이상 이의를 제기하지 못한 채 곧바로 그 명령을 이행하기 위해 달려갔다. 번 호 : 8401 게시자 : 윤원중 (re5280 ) 등록일 : 1999-05-07 08:51 제 목 : [연재] 천부외경 51 그리고 잠시후 그는 십여명의 당문 무사들과 진천뢰를 하나씩 등에 짊어진 수하들을 데리고 나왔다. 진천뢰는 비록 수박정도 되는 크기였지만 과연 그 안에 무엇이 들었 는지 수하들은 진천뢰를 옮겨오면서도 상당히 힘들어 하는 표정이였 다. 그러나 이를 받아든 당옥상은 진천뢰를 양손에 각각 하나씩 들고 마 치 공기놀이 하듯 이를 허공에 1,2장 정도 던져보는 것이였다. (아니! 저 무거운 것을 가지고.....?) 화기당주인 소비문은 무겁기 그지 없을 뿐 아니라 자칫하면 땅에 떨 어져 방원 10여장 내를 초토화시킬 수 있는 물건을 마치 장난처럼 던져내는 당옥상의 행동에 너무가 어이없어 미처 저지할 생각도 못 하고 있었다. 하지만 당옥상은 결코 장난을 하는 것이 아니였다. 진천뢰의 무공과 자신의 공력의 한계 등을 가늠해본 것이였다. (음, 예상외로 무겁군. 이 정도라면 그야말로 전력을 다해야 겠군..... 게다가 무리한 힘을 가하면 곧바로 폭발한다니.....필히 달마역근경상 의 유자(柔字)결을 사용해야 할 것 같고......) 이렇게 판단을 한 당옥상은 전신의 기를 장심에 모으며, 집마부 진 영을 노려 보았다. 비록 부분적으로 붕괴되었다고는 하나 아직은 십 방천화진이 위력을 보이고 있어 적들은 명확히 눈에 들어오는 데 반 해, 아직 그들에게는 당옥상의 모습이 보이질 않았다. 당옥상이 보기에 이제 연환합력대는 막 2차공격을 준비하고 있었는 데... 홍건을 두른 각조의 선두들이 손을 치켜드는게 금방이라도 이 들의 공격이 쏟아질 것만 같았다. (이크, 이거 큰 일났군) 마음이 다급해진 당옥상은 체내에 끌어모았던 기를 한꺼번에 발휘하 며....연환합력대 제1대와 3대를 노려 양손에 쥐고 있던 진천뢰를 힘 껏 던졌다. 그러자 진천뢰는 "피이이!"하며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눈부신 속도로 연환합력대를 향해 날아가기 시작했다. (아니, 설마 저 곳까지 진천뢰를 던지겠다는 말인가?) 이것을 보고 있던 소비문은 의혹을 감추지 못했다. 기관의 힘으로 이를 날려 보냈어도 미처 도달하지 못했거늘 어찌 사람의 힘으로 그 것을 능가한다는 말인가? 그러나 이러한 소비문의 의혹과는 다르게 당옥상의 손을 떠난 진천 뢰는 힘차게 날아가고 있었으니.... 이 순간! 득의의 미소를 짓고 있던 황석산과 진흑송도 당문에서 날 아오는 자그마한 항아리 크기의 진천뢰를 발견하였다. (아니? 진천뢰는 분명 이곳까지 당도하지 못하는데.....) 하지만 진천뢰는 연환합력대를 향해 정면으로 날아오고 있었고, 이 에 황석산과 진흑송은 다급한 마음에 의혹을 느낄 틈도 없이 곧바로 몸을 날리면서 진천뢰를 향해 매서운 장풍을 내 질렀다. 그러나 이들의 장풍은 조금 늦은 바 있었다. 비록 그들의 장풍은 진 천뢰를 격중하여 공중폭발시키는데는 성공하였지만 그 지점은 바로 연환합력대의 바로 머리 위였던 것이다. 그러하였으니 오히려 이를 저지하는 것보다 못한 형편, "꽝! 꽝!"하는 굉음소리와 함께 이들의 바로 위에서 폭발한 진천뢰는 막 공격을 준비하고 있던 연환합력대의 머리위로 무수한 파편들을 쏟아붓기 시작하였다. 마치 우박과 같이 쏟아지는 진천뢰의 파편들..... 이에 연환합력대의 대원들은 허겁지겁 몸을 날려 이를 피해갔다. 하지만 폭발의 힘으로 쏟아지는 파편들의 빠르기를 능가할 만한 경 공을 구사하는 무사가 있을 리 없었다. 결국 무수한 파편들은 연환합력대 무사들의 몸에 그대로 박혀들고 말았으 니..... 여기저기에서 비명소리, 신음소리와 함께....수많은 무사들이 그대로 쓰러져 버리고 말았다. (아뿔싸! 이럴 수가.....?) 몸을 날리던 여파로 연환합력대의 십여장 앞까지 다가온 황석산과 진흑송은 그들에게까지 날라오고 있는 일부 파편들을 호신강기와 장 력을 사용하며 막아내면서도 우군의 막대한 피해에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도대체 당문에 누가 있어 그 무거운 진천뢰를 이곳까지 던질 수 있 다는 말인가? 공력이 3갑자에 이르는 나로서도 과연 가능할 지 의심 스러운데..... 혹씨 그 사이 새로운 기계를 발명했다는 말인가? 하지만 기계의 힘 으로는 그것이 한계인데....? 조금만 더 강하게 발사하면, 바로 그 압 력으로 미처 날라오기도 전에 폭발해 버릴테고....) 그러나 황석산은 더 이상 생각할 수가 없었다. 진천뢰의 폭발로 인한 혼란을 틈타 당문에서 십여명의 무사들이 무 서운 속도로 날아오고 있었기 때문이였다. 특히 그들 중앙에서 지쳐 오고 있는 백의의젊은이는 그야말로 놀라운 속도의 경공을 발휘해 그를 발견했다 싶은 순간 어느새 연환합력대의 중앙에 도달해 눈부 신 검기(劍氣)를 쏟아내며, 대원들을 마구 베고 있었다. "하하하, 나는 사천당문의 당옥상이다! 누가 감히 내 앞을 가로막겠 는가?" 당옥상의 활약은 참으로 눈부셨다. 그의 일거수 일투족에 집마부가 자랑하는 연환합력대의 무사들이 수명씩 팍! 팍! 쓰러져 버렸고, 그 는 거의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의 몸놀림을 자랑하며 연환합력대 뿐 만아니라 집마부 본진까지 종횡무진(縱橫無進) 누비기 시작하였다. 게다가 그에 이어 당도한 사천당문의 무사들은 그야말로 몸 전체가 암기로 무장되었는 듯 무수한 암기를 쏟아내고 있었으니....그리 않해 도 부상과 진천뢰의 위력에 혼비백산한 집마부의 무사들은 이들에 대한 공격은 커녕 이리저리 피하기에만 급급하였다. "모두들 당황하지 말고 공격하라! 적들은 단 10여명에 불과할 뿐이 다" 이에 황석산과 진흑송이 큰 소리로 진중을 향해 고함을 지르며, 마 치 미친 망아지처럼 날뛰는 당옥상을 저지하기 위해 몸을 날렸다. 설명은 길었지만 진천뢰가 폭발하고, 지금에 이르기까지 거의 순식 간에 발생한 일...... 당옥상을 추적하는 황석산과 진흑송은 경악과 분노로 몸이 떨리고 있었다. "이 놈! 당옥상, 이 빚은 천배 만배로 갚아 주겠다" 그러나 그들의 이러한 움직임은 한발 늦었으니... 바로 그 순간 당옥상은 "우~ 우~ 우~"하는 구슬픈 장소(長笑)소리와 함께 수십장 허공으로 비상하고 있었던 것이다. "형제들이여~ 부디 잘 가시오!" 수십장 허공에서 들려오는 비장한 당옥상의 목소리...... 그리고 그와 동시에 집마부 진중 곳곳을 누비며 암기세례를 퍼붓고 있던 당문의 무사들의 입에서도 동시에 커다란 고함소리가 터져 나 오는가 싶더니.... "꽝! 꽝! 꽝! 꽝!......."하며 그들의 몸은 인간폭탄이 되어 그대로 폭발하고 말았다. "사천당문이여! 영원하라~" 그들이 마지막으로 내뱉은 함성소리는 폭발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사 람들의 가슴을 진동시키고 있었다. 십여개의 인간폭탄! 그들은 의도하기라도 한 듯 집마부 진중 곳곳에 흩어져 있었기에, 이로인한 집마부의 피해는 그만큼 클 수밖에 없었다. 집마부 진중은 마치 전쟁이 휩쓸고간 폐허처럼 아비규환의 참상을 이루고 있었다. 거의 수백명에 이르는 무사들이 그대로 절명하였으며, 그 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부상을 당했다. "으으...이럴수가?" 두 눈을 멀거니 뜬 채, 속수무책 당해버린 황석산은 그야말로 경악 과 분노, 그리고 참담함으로 핏발이 가득한 눈을 부릅떳다. 하지만 그보다 훨씬 분노하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는 성질이 급하기 로 유명한 진흑송이였다. 그는 분노를 참지 못하고 "으아아아아!" 하는 절규와 함께 그대로 20여장을 허공으로 솟아오르며 집마부 진중을 향해 분노에 찬 목소 리를 토해냈다. "모두들 일제히 공격하라! 당문의 식솔이라면....단 하나도 남김없이 죽여버리고.... 나뭇가지 하나, 기와장 하나도 남김없이 쓸어버려라! 핏값은 몇천배 몇만배로 받아내는 마도의 율법을집행하라!" 진흑송의 이러한 명령에 4천여명에 이르는 집마부 무사들이 일제히 사천당문을 향해 물밀 듯이 밀려들기 시작했다. 이미 그들에게는 전 술도 필요없고, 부분적으로 건재하는 성벽이나 거석진도 눈에 보이 지 않았다. 당문에서 날리는 암기에 앞 사람이 고슴도치가 되면 그대로 그들을 방패삼아 전진하였고, 화기에 격중당해 걸레조각이 되어버린 동료의 시체들을 그대로 밟고 밀려들어오고 싶었다. 하지만 죽기를 맹세하고 이들을 저지하는 사천당문의 결사대의 투혼 도 결코 이에 못지 않았다. 화기를 날리다 않되면 암기를 날렸고, 그래도 안되면....육탄으로 이 들을 저지했다. 그리고 잠시 후! 핏발이 가득한 눈으로 이를 지켜보고 있는 당옥상의 귓전에 이미 퇴 각이 완료되었다는 소비문의 음성이 들려왔다. "그래, 수고했소! 그렇다면 통로는 봉쇄했소?" "아직....." "완전히 봉쇄해 버리시오. 적들이 전혀 눈치채지 못하게...." 그러나 이러한 당옥상의 지시에도 불구하고 소비문은 망설이고 있었 다. "하지만...이공자! 아직 늦지 않았소. 사천당문의 장래를 위해서도 무 의미한 죽음보다 피신하는 것이...." 사실 소비문은 통로를 봉쇄해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당옥상을 위해 아직 봉쇄하지 않은 것이였던 것이다. 그러나 정작 당옥상의 목소리는 냉정하였다. "소당주의 눈에는 이들의 죽음이 무의미한 것으로 보이요?" "그것은 결코 아닙니다. 그러나 이 상황에서 이공자가 남고 안 남고 는 이미 대세에 영향을 미치지 못합니다. 그러니 불필요한 희생은 자제하는 것이..." "알겠소! 소당주의 이야기가 무엇을 뜻하는 것인줄...... 하지만 당옥 상은 살거요. 무슨 일이 있더라도 살아서 석림을 찾을 것이요" "그게 무슨 말씀이...." 그러나 소비문은 자신의 말을 마치지 못했으니....갑자기 당옥상이 그 의 마혈을 집어버린 것이다. "고맙소, 소당주! 당신은 진정한 호걸이요. 당문을 위해서는 당신과 같은 사람이 필요한 것이요. 그리고 당옥상은 반드시 석림을 찾을 것이요" 이렇게 중얼거린 당옥상은 옆의 무사에게 지시했다. "속히 소당주를 비밀통로에 집어 넣은후 통로를 봉쇄하라! 그리고 가는 길에 명당주에 일러 전 결사대원으로 하여금 중앙의 연무장부 근까지 퇴각하라 일러라! 속히...." "옛, 알겠습니다" (후후, 최후의 만찬인가? 하지만 이 많은 사람들의 피를 보아야 한다니....진정 내키지 않군....) 그로부터 정확히 일각후 "꽈꽈꽈꽈 꽝!" 하며 마치 천지가 무너지는 듯한 굉음과 함께 사천 당문이 그대로 폭발해 버렸다. 그 폭발이 얼마나 거셌던지, 집채만한 바윗덩어리가 십여장씩 하늘 로 떠 오르고....당문의 무수한 대소전각들이 통채로 날아가 버렸다. 그러한 폭발의 가운데....사람들이 있었다면 어떻게 될까? 그야말로 흔적도 없이 가루가 되어 버릴 것은 명확관화(明確觀火)한 일이였다. 번 호 : 8402 게시자 : 윤원중 (re5280 ) 등록일 : 1999-05-07 08:52 제 목 : [연재] 천부외경 52 "800년 전통의 사천당문이 지상에서 사라져 버렸대..." "집마부는 5천명의 군단을 동원해 사천당문을 쓸어버리려 하였으나, 자폭까지 한 당문의 거대한 저항에 이중 3천여명이 희생되어 버렸 고..." "당문의 2공자인 당옥상은 수마천주인 황석산과 진천흑수룡 진흑송 도 당해내지 못할 만큼 놀라운 무위를 선보이며, 수백명의 집마부 고수들을 베어 버렸으며....결국 당문과 함께 산화했다더군" "그런데 그가 언제 그와같은 실력이 있었지?" "글쎄, 그건 잘 모르겠어. 하지만 그는 그야말로 진정한 영웅이야!" "그렇지! 참으로 아까운 인물이 한 명 갔군......" "사천당문의 대폭발로 황석산은 왼쪽팔이 날라 갔으며, 진흑송은 그 곳에 파편을 맞아 고자가 되어 버렸다는데...그게 사실일까?" "후후, 나도 그 소문은 들었는데..." 이미 몇일이 지나버린 사천당문의 대폭발로 사천무림계는 떠들썩 했 으며, 이 소문은 급기야 전 중원으로 퍼져 나갔다. "자네 소문 들었는가?" "무슨 소문? 집마부가 사천당문을 와해시킨 소문 말인가?" "그렇다네...이 일로 무림맹주인 신주제일검 북궁소 대협이 크게 노 하여 집마부와 일전불사의 의지를 표명했고, 30여년만에 처음으로 무맹비상회의를 소집하였다네....." "그렇다면 참으로 큰 일이 아닌가? 정사대전이 발생하게 되는......." "그러게....물론 그렇다하여 우리같은 일반백성들이야 별 일이 없겠지 만....그 와중에 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어갈까.....!" (이제 정사대전은 피할 수가 없는가?) 유운회의 모임에 참석하기 위해서 동정호의 군산으로 가고 있던 현 무는 오는 동안 무수히 이러한 소문을 들을 수 있었다. 그런데 오늘 은 평범한 백성들로 보이는 사람들의 입에서도 비슷한 이야기를 듣 고 보니 참으로 찹찹한 심정이 되어 버렸다. (으음~ 이렇게 평범한 백성들에 까지 그러한 소문이 퍼지다니..... 그렇다면 사천당문에서 내가 한 일이 과연 잘 한 일일까? 정사대전 의 기폭제가 될지도 모르는 그러한 일이...?) 그렇다 사실 사천당문에 갑자기 나타난 당옥상은 바로 현무의 변신 이였다. 워낙 시일이 촉박한 상태에서 도와줄 어떤 사람도 구하지 못한 현무는 궁여지책으로 소림하원의 입문동기인 당옥상으로 변장 을 했고, 결국 갑작스런 당문현의 출현과 함께 금선탈각지계로 사천 당문의 주력을 빼어돌린후 자폭을 위장했던 것이다. 물론 그 마지막 순간, 그는 그야말로 젖먹던 힘까지 모두 동원하여 금강부동신법과 차풍경신비술을 전개해 무사히 대폭발의 여파를 피 할 수 있었다. 당초 그러한 일은 그 자신조차 확신하지 못하고 있였으나 의외로 차 풍경신비술의 위력이 놀라운 것이라 대폭발로 발생한 기류는 단 하 나의 부상도 없이 그의 몸을 수백장 밖으로 던져 버렸던 것이다. 그러나 그러는 과정에서 시일이 경과되어 단장애의 약속을 지킬 수 없게된 그는 내킨김에 장춘곡의 무명산인를 찾아가기 까지 했다. 그러나 무명산인이 산다는 장춘곡은 그야말로 폐허가 되어 있었고, 그는 가슴에 금검을 꽂은 채 숨져있는 한 노인의 시체를 찾아내 묻 어주는 것으로 만족해야만 했다. (그나저나 도대체 누가 있어 패황 추천상의 사부 무명산인이 산다는 장춘곡을 그렇게 쑥밭으로 만들 수 있을까? 그리고 그는 과연 무명산인이 분명할까? 무공전수를 통해 마도 최강 의 인재를 키워낸 무명산인이 그토록 허망하게 죽을 수가....? 그렇다면 이제 추천상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서는 내가 직접 나서야 하는데....과연 나의 힘으로 그의 정체를 밝힐 수 있을까?) 워낙 촉박한 무림의 정세에 현무는 발길을 재촉하면서도 정작 그의 마음은 복잡하기 그지 없었다. 석문동정수(昔聞洞庭水) 금상악양루(今上岳陽樓) 오초동남탁(吳楚東南托) 건곤일야부(乾坤日夜浮) 옛날 동정호의 빼어남을 들었더니.... 오늘에야 악양루에 올랐네... 여기에서 오나라와 촉나라가 갈리었고... 하늘과 땅이 밤낮으로 물위에 떠 있네 동정호(洞庭湖)! 호남성에 위치한 중원최대의 호수로서 그 광활한 넓이와 곳곳에 산재한 절경은 예로부터 수많은 시인묵객 들의 주요한 소재가 되어왔다. 오죽하면 당나라의 천재시인 두보(杜甫)가 이를 "건곤일야부(乾坤日 夜浮)"라 표현하였겠는가? 이러한 동정호에는 마치 그림처럼 하나의 조그마한 섬이 떠 있었다. 이름하여 군산, 바로 하늘의 신선들이 동정호를 감상하다가 피곤하여 잠시 쉬기위해 만들었다는 전설이 스며있는 곳이기도 하였다. 이러한 군산에 지극히 한가로운 걸음으로 낙영루(落影樓)을 향하는 한 젊은이가 있었으니, 그는 바로 부운회의 군산모임에 참석하기 위한 현무였다. 깨끗한 이미지에 각(角)이져 비교적 준수하면서도 강인해 보이는 얼 굴! 하지만 그의 전신에서 은연중 느껴지는 부드러운 기운과 입가에 머 물고 있는 훈훈한 미소는 그에게서 강인함 보다는 마치 이웃집 총각 과 같이 정겨운 느낌을 주고 있었으며, 강호출도당시 촌티가 물씬 풍기던 그의 용모도 어느덧 강호인 다운 틀이 갖추어 가고 있었다. (후후, 약속시간이 미시이니 아직도 한시진정도의 여유가 있군.... 이 기회에 소동파와 두보가 그렇게 칭찬해 마지 않던 동정호의 풍광 이나 감상하지....) 강호에 출도이래 항상 시간에 쫓기며 살아왔던 현무! 하지만 지금 그의 걸음은 그야말로 천하태평 느긋하기 그지 없었으 니...그는 모처럼 찾아온 만중한(忙中閑)의 시간을 최대한 즐기고 있 었던 것이다. 군산의 낙영루는 악주부에 위치한 악양루화 함께 동정호를 바라보기 가장 좋은 곳으로 알려져 있었다. 아닌게 아니라 낙영루에 올라보니 동정호의 그윽한 풍광이 한 눈에 들어 왔다. 바햐흐로 때는 태양이 중천에 떠 있는 오시무렵! 티없이 맑은 가을하늘과 햇빛에 반사되어 은빛으로 반짝거리는 동정 호의 푸른 물결..... 그리고 그 한가운데 서 있는 현무 넓다란 동정호는 마치 현무를 집어 삼킬 듯 출렁거리고, 푸른 물결에 부서지는 햇빛은 주위를 온통 물색으로 물들이고 있었 다. (어허, 지금 내가 어디에 서 있는가? 쪽빛 푸른 하늘 한가운데 서 있나, 잔잔히 부서지는 동정호의 물결 가운데 서 있나? 내 발은 낙영루를 밟고 있건만, 지금 내 마음은 허공중에 떠 있으 니.....) 현무는 이러한 그윽한 정취에 몰아의 경지에 빠져 들었다. (저녁무렵이였으면 더 좋았을 걸....) 문득 현무는 동정호의 석양(夕陽)을 보고 싶어 졌다. 지금은 비록 하늘과 땅이 온통 물빛이지만, 저녁이 되면 온통 붉은 빛으로 바뀌겠지....... 유난히 황혼을 좋아하는 현무, 특히 그는 황혼이 자신의 마음을 대변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천지가 온통 한 색으로 바뀌는 그 무렵에는 인간은 누구나 혼자가 된다는 것이다. 하늘과 땅, 그리고 인간 (天, 地, 人)이 서로 뒤엉켜 하나가 되는 데..... 거기에 무슨 명예나 권력이나 애욕이 개입될 수 있겠는가? 그러나 이러한 현무의 상념은 계속될 수가 없었으니.... 갑자기 그의 등을 치는 손길이 있었다. "이크, 깜짝이야!" "후후, 무슨 생각을 그리 깊이 하세요?" 현무가 깜짝놀라 고개를 들어보니 그는 바로 천혜옥인 남궁하였다. 중원이 낳은 가장 지혜로운 여인! 하지만 그녀의 미모는 결코 이에 못지 않았으니..... 한떨기 난초처럼 그윽한 기품과 마치 조각처럼 잘 다듬어진 이목구 비, 특히 지혜로 반짝이는 그녀의 커다란 눈동자는 마치 동정호의 푸른 물결처럼 깊고 심오하기 그지 없었다. "아! 남궁소저였군요. 그간 별고는 없으셨는지...." 그러자 북궁지는 현무의 얼굴을 바라보며 킥킥 웃어댔다. "아니, 왜 갑자기 웃기만.....?" "아! 남궁소저였군요. 그간 별고는 없으셨는지...호호호, 형은 언제나 그런 책버러지 같은 말투를 고칠련지........" 남궁하는 현무의 말투를 그대로 흉내내면서 그를 놀려대었다. "어허, 내 말투가 그렇게 우숩소?" "그러지 않고요. 그나저나 무슨 생각을 그리 골똘이 하세요? 명색 이 고수(高手)가 사람이 접근하는 것도 모르고....." "하하, 그렇게 되었군요. 하지만 자 보시오! 동정호의 푸른 물결에 산산히 부서지며 비산하는 저 아름다운 빛깔들이 참으로 곱지 않 소?" 이에 남궁하는 현무가 가르키는 동정호의 풍광을 바라 보았다. "많이 보아 왔지만 좋긴 좋군요!" "강호가 어떻게 돌아가건, 인간사가 어찌되건, 상관없이 이 동정호의 푸른 빛깔은 영원하지 않소? 옛날이나....지금이나...." "그렇긴 그래요. 아마 우리들이 모두 죽어 없어져도 저 동정호는그 대로 이겠죠?" 현무와 남궁하는 한동안 동정호의 물결을 바라보고 있었다. 비록 남궁하는 강호를 주유하면서 수도없이 동정호를 봐 왔지만, 막 상 현무와 함께 이러한 경치를 감상하고 있자니 새로운 기분이 느껴 졌다. 사실 자연은 항상 그대로 인 것 같았지만 빛의 강도 등에 따라 끊임 없이 변화하고 있었다. 게다가 이를 보는 사람의 마음에 따라 각기 다르게 보이는 것이였으니..... 한창 감수성이 강할 나이인 남궁하는 매번 보던 경치였지만 오늘따 라 더욱 새롭게 느껴졌고, 그윽한 운취까지 느껴졌던 것이다. 이 때 현무의 입에서 낭랑한 시한수가 흘러 나왔다. 청수일곡포산류(淸水一曲抱山流) 추천하루만상유(秋天下樓萬像幽) 상친상근수중구(相親相近水中鷗) 호수영경공인심(湖水影景空人心) 맑은 물은 군산을 휘어 안고 흐르니 투명한 가을하늘 아래 낙영루는 모든게 그윽하다 물위에 갈매기는 한가로이 떠도는데... 호수에 비친 아름다운 경치가 사람의 마음을 비우는 도다! 그리않해도 그윽한 풍광에 흠뻑 빠져있던 남궁하는 낭랑한 목소리로 시를 낭송하고 있는 현무의 옆얼굴을 바라 보고 있었다. (후후, 볼 때마다 새로워지는 이 사내! 바로 이러한 점이 좋아 내가 이이를 따라 다니고 있을까?) 현무의 시선이 다시 그녀를 향했다. 그러자 마침 그윽한 눈빛으로 그의 옆얼굴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겨 있던 남궁하는 갑작스런 그의 시선에 화들짝 놀라며 가볍게 얼굴을 붉혔다. "아니, 왜 그런 눈으로 나를 봐요?" "아마 남궁소저께서 저를 비웃고 계셨나 보죠? 그 주제에 풍류공자 흉내를 낸다고...? 그러길래 깜짝 놀라며 얼굴을 붉히죠" "어마, 그것이 아니예요. 난 형에게 이처럼 놀라운 재주가 있나 감탄 하고 있었는데....저라면 결코 즉석에서 그러한 시를 짓지 못해요" "하하, 빈말이라도 칭찬해주니 기쁘긴 기쁘군요! 내 그런 의미에서 소저께 선물하나 하죠!" 그러자 남궁하가 반색을 하였다. "무슨 선물인데요...?" "가만히 눈을 감아 봐요" 이에 남궁하는 약간의 의혹이 생겼지만 더 이상 반문을 하지 않고 살며시 눈을 감았다. 바햐흐로 동정호의 정취는 더욱 그윽해 지는데.... 살포시 눈을 감고 있는 아름다운 여인! 마침 불어오는 가을바람에 그녀를 감싸고 있는 녹색궁장이 가볍게 날리고....무언가 기대섞인 표정으로 입가에 미소를 머금은 채 동정호 를 배경으로 서 있는 그녀의 모습은 그야말로 한폭의 미인도였다. 하지만 현무는 애써 마음을 진정한 채, 정신을 한곳으로 모았다. 그리고 염력지술을 이용해 아주 천천히 그녀의 몸을 허공에 띄여 올 렸다. "아직, 멀었나요?" 남궁하는 자신의 몸이 허공에 떠오르고 있는 것도 인식못한채 이렇 게 물어왔다. "후후, 이제 됬소이다. 눈을 한 번 떠 보시오" 그러자 남궁하는 눈을 떳는데.....그만 깜짝 놀라고 말았다. "어마, 이제 웬일이야!" 자신도 모른 사이에 허공에 2,3장 떠 있는 모습에 기겁하고 놀라지 않을 여인이 어디있는가? 그러나 놀람도 순간, 그녀는 너무 신기한 현상에 손발을 마구 흔들 어 보고....고개를 돌려 좌우를 살펴보며 재미있어 했다. "호호, 정말 멋있어요! 내가 이렇게 허공에 떠 있을 수 있다니....마치 구름속에 선녀라도 된 기분이야...." 사실 그녀야 자신의 무공으로 얼마든지 허공에 떠 있을 수 있었다. 하지만 정작 자신은 아무런 힘을 발휘하지 않고 있는데, 전혀 자연 스런 자세로 공중에 떠 있다는 사실이 그저 놀랍고 신기하기만 한 것이다. 게다가 2,3장 허공에서 바라보는 동정호의 정취는 또 다른 흥취를 일으켜 주고 있었으니..... 번 호 : 8403 게시자 : 윤원중 (re5280 ) 등록일 : 1999-05-07 08:53 제 목 : [연재] 천부외경 53 "짝짝짝짝!" 이 때 갑자기 그들 뒷편에서 박수소리가 들려왔다. 현무가 놀라 뒤를 돌아보니, 마침 그곳에는 어느새 왔는지 양가휘등 이 박수를 치고 있었다. "하하, 무언지 모르지만 정말 놀라운 절기입니다. 회주!" "호호, 이렇게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계신줄 알았다면....일부로라도 조금 늦게올 걸 그랬나요?" 이에 현무는 쑥스러운 표정으로 남궁하를 가만히 내려 놓고 그들을 맞이 했다. "어서오시오!" 그러자 양가휘, 혁무비, 화운빈 등과 그들을 따라온 10여명의 청년들 이 일제히 현무앞에 한쪽 무릎을 꿇어 군례를 취했다. "회주를 뵙습니다" 양가휘는 이미 그들에게 부운회에 관한 모든 이야기를 해 주었고, 기꺼이 이에 가입하기로 한 젊은이들이 이제 정식으로 현무에게 인 사드린 것이다. 갑작스럽게 여러 청년기재들로부터 지극한 예를 받은 현무는 당황스 러워 어쩔 줄 몰라했다. "아니, 왜 들 이러시오?" 하지만 그들은 꼼짝않고 있었으며, 이를 보고 있던 남궁하 마저 현 무앞에 한쪽 무릎을 꿇는 것이였다. "회주께서는 마땅히 저희들의 예를 받으셔야 합니다. 무릇 아무리 작은 단체라 할 지라도 주인이 있고, 질서가 있은 법. 어찌 이를 거 부하려 하시나요" 그러자 현무는 할 수 없이 그들의 예를 받았다. 여전히 거북하기는 했지만 그 자신도 남궁하의 말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자! 이제 예를 받았으니, 모두들 일어나시오. 이렇게 어색해서야 어 찌 말이라도 제대로 나오겠소? 이에 비로소 남궁하 등은 몸을 일으켰으며, 현무는 그들 하나 하나 손을 잡아 주며 그들의 참여를 환영해 주었다. "모두들 제 뜻에 따라 주어 고맙소이다. 내 비록 부족한 점이 많지 만 여러분들의 기대를 저바리지 않도록 열심히 하겠소" "저희들도 회주를 충심으로 보필하여 유운회를 강호의 평화를 지키 는 수호세력으로 만드는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윽고 서로간 인사들이 끝나자 남궁하가 활짝 웃으면서 말을 하였다. "회주, 이제 자리를 옮기시지요!" "아니, 어디로?" "후후, 이제 유운회가 정식으로 출범했으니 어찌 축하술이 한 잔 없 을 수 있겠어요. 내 그럴줄 알고 배를 한척 준비했어요" "어, 그게 정말이요? 하하, 역시 천하에 남궁소저답소! 푸른 동정호반에 배를 띄워놓고..... 축하연이라....." 이에 남궁하는 밉지않는 시선으로 그를 흘겨보았다. "참, 내.... 그렇게도 좋아요?" "하하, 좋다 뿐이겠소? 이러한 절경에 뱃놀이라니...." 잠시후 낙영루 밑으로 배가 한척이 나타났고, 남궁하의 신호에 따라 일행은 모두들 뱃전으로 몸을 날렸다. 이미 뱃전에는 술이며 음식들이 완벽하게 준비되어 있었고, 이에 일 행들은 서로간 술을 따라 유운회의 탄생과 무궁한 발전을 위해 건배 를 하였다. "그런데 남궁소저! 당초에 우리가 부운회를 만든 목적은 어떻게 해 서든지 강호상 혈겁을 막아보자는 것이였는데.....상황이 이처럼 급박 하게 변해 버렸으니 우리가 과연 어떻게 해야 되겠소?" 이에 남궁하는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사실 정사대전이 벌어진다면 우리와 같이 독자적으로 움직이려 하 는 세력은 설 자리를 잃고 말아요. 모든 것이 정사 양진영으로 나뉘 어 지고 중립이란 게 존재할 수 없게 되는 거죠. 따라서 저는 당분 간 우리 유운회를 잠복시켰으면 해요!" "잠복이라 함은....?" "일단 유운회란 명칭으로 대외적인 활동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죠" "그렇다면 사실 유운회를 만들 필요도 없지 않겠소" "그건 아니예요. 이번 사건들이 누군가의 음모에 의해 진행되었다면 필히 정사대전 그 자체보다 그 이후가 중요할 것이예요. 따라서 우 리는 당장 활동은 않되 그 때를 대비하여 동조세력을 규합하고 힘을 비축해 두는 것이지요" 이 때 양가휘가 조심스럽게 그들의 대화에 끼여들었다. "하지만 정사대전이 벌어지는 경우 명색이 정파출신인 우리가 방관 할 수도 없지 않겠습니까?" 이에 현무가 일행들을 돌아보니 모두들 양가휘와 같은 심정인 듯 고 개들을 끄덕이고 있었다. 하지만 남궁하는 고개를 저었다. "물론 여러분들의 심정은 잘 알아요. 하지만 지금 이곳에 있는 분들 이 가세한다고 해서 결과가 달라질까요? 그건 결코 아니예요. 게다 가 모두들 정사대전에 희생되어 버린다면 그 후에 나타날 해외이세 나 제3의 세력을 누가 있어서 저지하겠어요. 물론 아직까지 우리의 힘은 미약하기 그지 없어요. 하지만 지금 강호상에는 이와같은 우려 를 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을 터 우리는 그러한 사람들을 세력으로 조직하고 힘을 기르며 때를 기다리는 것이 더 현명하리라 생각해요" 이에 현무가 남궁하의 의견에 동조를 하고 나섰다. "그건 아무래도 남궁소저의 말이 맞는 것 같소!" 그러자 양가휘 등 일행도 더 이상 이의제기를 하지 못했다. 비록 이 제 갓 만들어 진 단체였지만 그들의 지휘자인 회주요, 군사의 이야 기였던 것이다. 이 때 갑자기 현무가 벌떡 일어서며 배의 밑창부분을 가르켰다. "아! 가만, 어째 배가 이상한데...." 이에 사람들이 현무가 가르키는 곳을 바라보니, 어쩐 일인지 배에 물이 스며들고 있었다. "아니, 이게 웬 일이지?" "어마, 물이 새잖아" 사람들은 모두 깜짝 놀라 급히 사공을 찾아 보았다. 하지만 이미 사 공은 사라져 버린 후였다. "이거 야단났군" 서서히 스며드는 듯한 물이 어느새 발이 찰랑찰랑할 정도로 물이차 오르고 있었다. 게다가 어느새 그들 배 주위로는 정체불명의 괴선들이 마치 그들을 포위하는 형세로 접근하고 있었다. "아니, 저 배들은 또 뭐야? 우리를 포위하고 있잖아...." "큰 일 났다. 이건 분명 함정이야!" 이와같은 갑작스런 상황변화에 모든 사람들은 일제히 불안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갑자기 사공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리고, 배에는 물이 차 오르는 데다 난데없이 괴선들이 포위를 해 오고 있었으니, 그야말로 진퇴양 난이였던 것이다. 이에 남궁하가 다급한 목소리로 말을 하였다. "여러분! 당황하지 마세요. 비록 함정이라도 우리가 어떻게 대처하느 냐가 중요합니다." 이러면서 그녀는 몇몇 청년에게 속히 양동이 등을 찾아 차오르는 물 을 퍼내도록 지시했다. 하지만 상황은 훨씬 급했다. 미처 남궁하의 지시가 끝나기도 전에 어느새 괴선들로부터 무수한 불화살이 날라오고, 갑자기 배 밑부분 으로부터 꽝!하는 충격음과 함께 차오르는 물이 급격히 불기 시작했 다. 이에 현무와 남궁하가 다급히 장력을 날려 불화살들을 차단하였고, 물을 퍼내는 일에 몇몇 청년들이 더 가세했다. 그러나 아마 배 밑창이 뻥 뚫렸는지 마치 분수처럼 차오르는 물이 어찌 퍼낸다고 줄어들겠는가? 급기야 배는 수압에 못이겨 한쪽 끝으 로 기울며 서서히 가라앉고 있었다. (아뿔싸! 이거 큰 일 났군) 이제껏 산간지대에서만 살아와 수공에는 전혀 문외한이였던 현무는 무척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어느새 배는 동정호 한가운데로 밀려와 군산과의 거리는 거의 삼사백장에 이르고 있어 아무리 경공이 뛰어 난 사람이라 할 지라도 이를 건너기에는 역부족이였다. 상황은 그야말로 백척간두의 지세! 이미 배는 거의 대부분의 형체가 물속에 잠겨버려, 일행들은 발 디 딜 곳을 찾기 힘들었으며 하늘의 화살 세례에 이어 물속에서도 표창 과 같은 암기들이 그들의 하반신을 노리고 밀려들고 있었다. (이크, 도저히 안되겠군. 일단 적들의 배를 빼앗아 야지....) 일단 괴선을 점령하려고 마음먹은 현무는 금강부동신법을 전개하려 하였다. 그러나 이순간 "아악!"하는 날카로운 비명소리와 함께....화운빈이 피를 흘리며 물속 으로 꼬꾸라 지는 것이였다. 이를 목격한 현무는 미처 생각할 틈도 없이 그저 반사적으로 화운빈을 따라 물속에 뛰어 들었다. "읍" 난생 처음으로 물속에 뛰어든 현무, 더욱이 그는 화운빈의 위기에 그저 아무런 준비나 대책도 없이 뛰어 들어 왔던 것이니, 화운빈을 구하기는 커녕 입수하자마자 곧바로 물 을 한모금 마셨으며, 미처 눈도 뜨지 못하고 있었다. 본래 물과 불에 대한 공포는 인간 본연의 본능, 여기에는 무림인이 나 일반인이나 별반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현무정도의 무공이면 비 록 수공을 익히지 않았다고는 하나 어느정도 운신은 할 수 있으련 만, 전혀 대책이나 마음의 준비가 없는 상태에서 갑자기 물속에 뛰 어들게 되자 그만 자신의 절세적인 무공도 발휘해 보지 못한 채 본 능적인 공포에 휩싸여 허우적 거리게 된 것이다. 현무일행이 물속에 떨어지기만을 기다리며 대기중이던 적들이 이러 한 절호의 기회를 결코 놓일 리 없었다. 그들은 허우적거리는 현무 를 향해 일제히 달라들며 분수자며 작살이며 표창과 같은 암기를 날 려왔다. 그를 향해 밀려드는 무수한 암기들, 그러나 정작 정신도 못차리고 허우적 거리는 현무! '앗! 위험해요!' 바로 이 순간 다급한 전음소리와 함께 현무의 몸을 거세게 잡아끄는 힘이 있었다. 그리고 "창! 창! 창!"하며 검과 암기들이 부딪치는 소 리들이 들려왔다. 그 위급하던 순간 남궁하가 나타나 그의 몸을 밀치고 암기들을 저지 한 것이였다. 하지만 그녀라 하더라도 그 무수히 밀려오던 암기들을 모조리 막아낼 수 없었고, 이중 몇 개는 그대로 현무의 허벅지 부근 에 격중되어 버렸다. "으윽!" 현무는 갑자기 밀려오는 날카로운 통증에 그만 눈을 부릅뜨고 말았 다. 그 때 그의 귓전으로 남궁하의 다급한 전음이 들려왔다. '아니, 형!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 거예요. 속히 공력을 하반신으 로 옮며 중심을 잡도록 하세요' 이에 순간적으로 경각심을 느낀 현무는 그녀의 말대로 체내의 기운 을 하반신으로 옮겼다. 그리고 달마역근경상의 정(靜)자결을 운행했 다. 그러자 비로소 신형이 안정되고 눈앞의 상황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 작했다. 자신은 이미 남궁하에 의해 안기다 시피한 상태로 그녀의 보호를 받 고 있었으며, 일행들도 모두들 물속에 들어온 듯 수중 여기저기에서 는 격렬한 격투가 진행되고 있었다. 그리고 다행이도 화운빈은 건재 한 채 혁무비의 보호를 받고 있었다. 하지만 수중전에 경험이 별로 없는 일행들은 대부분 고전하고 있었 으니, 단지 장강소룡이라는 별호가 있는 혁무비와 무공이 높은 남 궁하 정도만 어느 정도 여유를 갖고 적들을 몰아붙이고 있을 뿐이였 다. 이에 남궁하의 날카로운 전음소리가 들려왔다. '모두들 이쪽으로 모이세요! 함께 상대해야 해요!' 그러자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일행들이 그녀의 주변으로 모여들었고 이에 남궁하는 그들에게 원형으로 진형을 갖추게 한 후 적들의 공격 에 공동으로 대처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되자 개인적으로 적을 상대할 때보다 분명 상황은 나아졌다. 최소한 배후로부터 공격은 신경 안 써도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적들은 수적으로도 월등히 많았을 뿐만아니라 수공만 전문적 으로 익힌 자들이였고, 작살이나 분수자, 수표(水 )등 수중에서 전 문적으로 사용하는 무기들로 무장하고 있는데 반해 이쪽은 대부분 수공에 익숙치 못한 사람들이였으니..... 상황은 일행들에게 극히 불리한 것 같았다. 하지만 가장 답답한 사람은 역시 현무였다. 명색히 회주이면서도 물속이 처음이였던 그는 남궁하에게 팔을 잡힌 채 겨우 신형만 안정시키고 있을 뿐 오히려 짐이 되고 있었던 것이 니...... '남궁소저! 나를 놔 주시오. 나도 싸우리다' '참, 네...! 아니 수영도 못하는 사람이 어찌 물속에는 들어와요? 그 러지 말고 물위로 올라가 적선을 탈취하세요!" 그러자 현무는 이러한 남궁하의 의견이 그럴 듯 했다. 수영도 못하 는 자신이 이곳에서 아무리 기를 써봐야 오히려 일행들의 짐만 될 뿐이였으니 '알았소! 그럼 내 최대한 빨리 적선을 탈취한 후 신호를 보낼테니.... 이곳을 좀 부탁하오' '알았어요. 부디 조심하세요!' 이러면서 남궁하는 크게 한 번 힘을 써 부근의 적들을 물러나게 한 후 현무를 힘껏 위로 던져 올렸다. 이에 현무 역시 경(輕)자결을 운용하여 몸을 가볍게 하자 마치 그의 몸은 하나의 공기주머니 처럼 급속히 수면상으로 부상하게 되었다. 하지만 수면위라 하더라도 결코 안심할 수 없었으니...마치 그가 떠 오르기를 기다렸다는 듯 무수한 화살이 그에게 쏟아졌다. (이크, 이곳도 난리군...!) 이에 현무는 황급히 적하장 중 최대의 수비식인 서기장막(瑞氣掌幕) 으로 온몸을 보호한채 자신이 떠오르던 부력(浮力)을 활용 그대로 허공으로 솟구쳐 올랐다. (휴! 이제야 살 것 같군) 자신을 압박하던 수압에서 벗어난 현무는 비로소 만족해 하며, 허공 중에서 심호흡을 한차례 한후 그대로 유운신법을 발휘해 수면위를 빙글빙글 돌고 있는 적선중 가장 가까이 있는 조그마한 배로 이동해 갔다. 그리고 이제껏 당하던 분풀이라도 하듯 마음껏 실력발휘를 하 기 시작했다. "비겁한 놈들....감히 암습을 하다니...! 내 너희들에게 오늘 뜨거운 맛 을 보여주고야 말리라!" 답답하던 수중에서 벗어난 현무는 그야말로 날개를 얻은 호랑이와 같이 눈부신 활약을 보이기 시작했다. 비록 부상을 입어 자유스럽지 못했지만 종횡검법에서부터 천지무극검법에 이르기 까지 그가 알고 있는 무수한 절기들이 터진 물줄기 처럼 그의 검으로부터 쏟아져 나 오는 것이였다. "으윽!" "악!" 어느새 2갑자 반에 이르게 된 현무의 본신진기에 고대무예의 정수와 일무대사의 8대절기들이 합하여져 마치 폭풍처럼 몰아치는 그의 기 세앞에 저항할 자 아무도 없었으니 거의 순식간에 조그마한 배에 타 고 있던 이십여명의 궁수들과 무사들은 모조리 황천행이 되어 버렸 다. (이제 되었군! 어서 일행들에게 신호를 보내야 겠군....) 순식간에 적들을 베어 버리고 적선 탈취에 성공한 현무는 수중에 있 던 남궁하 등에 신호를 보낼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하지만 상황은 현무의 생각처럼 그렇게 쉽게만 진행되지 않았다. 그 가 막 전심지술(傳心之術)로서 수중의 남궁하에게 연락하려고 하는 순간 좌우측의 적선들이 그를 향해 접근하고 있었고, 특히 그 중에 서 본선으로 보이는 커다란 검은 배로부터 신영을 날리는 네명의 흑 의복면인들이 그의 눈에 뜨인 것이다. (아니, 저들은 또 누구인가?) 순간 현무의 얼굴에는 긴장된 표정이 그대로 드러났다. 단지 날라오는 신법만 봐도 그들은 현무가 이제껏 상대했던 그러한 인물들과는 비교할 수 없이 강한 자들인 게 분명했다. 번 호 : 8404 게시자 : 윤원중 (re5280 ) 등록일 : 1999-05-07 08:53 제 목 : [연재] 천부외경 54 아니나 다를까 그들은 거의 이삼십여장이나 되는 거리를 단숨에 건 너왔으며 현무의 사방을 봉쇄하며, 내려오는 기세 그대로 날카로운 공격을 퍼붓는 것이였다. 그러자 그들의 검이 갑자기 수십자루, 수백자루로 늘어난 듯한 환상 과 함께 온통 하늘을 검의 잔영으로 물들이며 현무를 위에서부터 옥 죄어 왔다. (우훗! 피할 곳이 없다) 현무는 그들의 공격을 나름대로 예상했지만 막상 하늘로부터 마치 그물망처럼 치고 내려오는 그들의 날카로운 공격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 지 막막했다. 하지만 초반부터 그들의 기세에 밀릴 수 없는 일, 현무는 이를 악물 고 전신의 공력을 우수에 모으며 아래쪽에 쳐져 있던 검을 기이한 호선을 그리며 위로 치켜 들었다. 순간 그의 검에서 마치 빛살같은 수십줄기의 검기가 뻗어나오더니....그를 향해 내려오고 있는 검망(劍 網)에 정면으로 부딪쳐 갔다. 바로 그의 절기중에 하나인 은하낙성수를 검법으로 변화시켜 이를 역으로 전개한 것이였다. 그러자 검기와 검망이 부딪치는 곳에서는 마치 번개불이 치듯 이글 거리는 불꽃이 일며, 찌지직! 하는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거대한 충 격파가 그들 5인을 덮쳐갔다. "윽! 윽! ~~ " 그 순간 그들 다섯명의 입에서는 동시에 짧막한 비명소리가 터져 나 왔고, 격돌의 충격으로 흑의복면인들은 1장여 솟아 오르는 반면, 현 무의 발은 부지직! 하며 갑판을 지탱하는 나무판을 부수며 2,3푼정 도 내려 앉았다. 얼핏보면 대등한 격돌이였다. 하지만 정작 현무의 사방에 내려선 흑의인들은 말짱한 반면 현무의 입에서는 가느다란 한줄기 핏줄기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비록 그들이 받은 충격은 비슷하다 할 지라도 그들은 허공으로 떠 오르며 그 충격을 대부분 완화시킨 반면, 현무는 갑판의 단단한 나 무의 반탄력에 그만 내상을 입고 말았던 것이다. 그러나 정작 흑의복면인들은 약간 놀란 빛으로 현무를 바라보고 있 었다. 부상을 입은 듯 보이지만 상대가 자신들의 합공을 받고도 굳굳이 그 자리에 서 있다는 사실이 의외였던 모양이다. "흐흐, 네놈이 바로 요즘 한창 잘나간다는 천지객 현무란 놈이구나!" 그들중 현무의 전방에 위치한 흑의인이 음산한 목소리로 하는 말이 였다. 그러자 현무는 깜짝 놀랐다. 이들이 어떻게 자신을 알고 있다는 말 인가? 사실 그는 이제 강호무림에 막 출도한 초출이였는데....아무리 강호상 의 소문이 빠르다 할 지라도 생판 처음보는 흑의인들에게 까지 자신 에 대한 것이 알려졌을 리 만무한 것이다. 그렇다면 해답은 하나 그들은 바로 자신을 노리고 있다는 것이였고 당금 강호에서 자신을 노릴만한 세력은 집마부가 아니면 아직 정체 가 밝혀지지 않는 신비세력 뿐이였다. 그러나 집마부의 형편으로서는 단지 그를 제거하기 위해서 이곳까지 무사들을 파견할 형편은 되지 못할 터..... 단지 그들이 자신을 알아 보았다는 사실에서 여기까지 추론을 한 현 무는 이를 앙당 물었다. 정말 그들이 신비세력의 일원이라면 필히 이들을 제압하여 그들의 정체를 밝혀내야 하는 것이다. "흥, 파렴치한 놈들! 그래 네놈이 합공하고도 전혀 부끄러운 빛도 없 으니....그러는 네놈들은 도대체 어떤 물건들이냐? 무슨 더러운 짓들 을 저질렀기에 얼굴도 못 내놓고...." 현무의 이러한 말은 다분히 상대방을 격분시키려는 의도가 베여 있 었다. 그들이 누구인지 알 수는 없었지만 개개인이 무영쌍위 정도의 놀라운 실력을 지니고 있는데다 그들의 합격지술이 완벽하기 그지없 어 현무로서도 쉽게 승기를 잡을 수 없었던 것이다. "이런 쳐 죽일 놈이....?" 현무의 의도대로 그들은 불같이 노했고, 마치 현무를 찢어 죽일 듯 이 거칠게 공격했다. 그러나 이건 현무의 노림수였다. 바로 그 순간 그들의 합격술에 미 미한 틈이 보이자 현무는 곧바로 금강부동신법을 전개하였다. "천하에 가장 빠른 신법이 있으니 이를 금강부동신법이라 한다.....!" 마치 허깨비처럼 그 자리에서 푹 꺼져버린 현무는 그와 동시에 그들 의 후면에 나타났고, 그의 검은 그들의 빈틈을 향해번개처럼 베어 가고 있었다. "으흑! 이처럼 빠른 신법이...." 그들은 기절할 듯 놀래며 황급히 몸을 돌렸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천하십대고수중의 하나였던 우문황마저 못 피한 그의 공격을 어찌 그들이 피해 낼 것인가? 현무의 검은 거의 무방비 상태로 있던 2명의 목을 베어 버렸으며, 곧바로 나머지 2명을 향해 밀려 들었다. 그러나 그 짧은 시간, 어느 새 나머지 두명은 뱃전을 구르며 현무의 검을 피하고 있었다. "어딜...? 너희들 같은 미꾸라지와 같은 자들을 위한 검이 있으니 바 로 현천삼검이라 한다" 비록 일검에 그들을 모두 베지는 못했지만 이미 합격술도 깨어지고 균형까지 잃은 그들을 현무가 어찌 그대로 보겠는가? 그의 검은 그 대로 방향을 바꾸어 뱃전을 구르고 있던 흑의인들을 향해 단선으로 뻗어 나갔다. 이에 흑의인들의 눈에는 절망감이 감돌았다. 모든 형식을 배제한채 오직 그들만을 향하여 직선으로 날가오는 검을 도저히 피할 수 없다 는 생각을 한 것이다. 그러나 바로 그 순간 그들은 악독한 표정을 지으며 품속으로부터 무언가를 꺼내 현무를 향해 던져내는 것이였 다. 그러자 마치 쇠털과 같이 가는 무수한 침들이 현무의 시야로 급격히 확산되어 왔다. 하지만 그 순간 이미 현무의 검은 그들의 목에 꽂치 고 있었으니, 이에 현무는 미처 검을 회수할 생각도 못한 채 황급히 금강부동신법으로 신속히 몸을 뒤로 이동시켰다. "으윽! 이게 도대체 무어냐?" 비록 급하게 몸을 피하기 했지만 적들의 목에 검을 찔러넣는 그 잠 깐의 지체로 현무의 몸에는 어느새 수십개의 암기들이 격중되어 버 린 것이다.물론 그 침들은 머리칼 처럼 가늘었고 충분한 힘이 실리 지 못했기에 이에 격중되었다고 하나 현무로서는 겨우 피부가 조금 상한 정도였다. 그러나 그 순간 현무는 격중된 부위가 급속도로 마비되고 있음을 느 끼고 있었으니.....필경 여기에는 극독이 발라 있었음이 틀림없었다. (아뿔싸! 부상에 이번에는 독이라니.....) 현무는 황당한 표정으로 암기에 격중된 좌수(左手)의 혈맥을 막았다. 그리고 재빨리 주변상황을 살펴보았다. '아니, 또 온다는 말인가?' 마침 그 검은 배로부터 다시 날라오고 있는 두 명의 흑의인! 이에 현무는 가슴이 답답해 졌다. 수중에서는 자신의 연락만 기다린 채 악전고투하고 있을텐데....자신은 부상에다 중독으로 오른팔까지 못쓰게 되어 버렸으니, 남궁하 등에 대한 구원은 물론이요. 자신마저 위태롭게 되었던 것이다. 방금 전 자신이 해치운 적들보다 훨씬 무공이 고강한 듯한 2명의 흑 의인들! 그들은 현무의 좌우측에 내리자 말자 아무 말없이 곧바로 공격해 들 어왔다. '우 훗!' 현무는 날카로운 그들의 공세에 저항도 못한 채 그저 겨자 무한보법으로 그들의 공세를 피하기만 급급했다. "이 미꾸라지 같은 놈!" 그들은 현무가 기이한 보법으로 번번히 자신들의 공세를 피하자 이 렇게 소리치며 더욱 공세를 강화하였다. 아예 방어는 생각도 않은 듯 칼을 풍차처럼 돌리며 마구잡이로 현무 의 전후좌우 상하를 찔러오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자 현무는 그야말로 위태롭기 그지 없게 되었으니, 좁은 뱃전에 서 무작정 그들의 공격을 피해내는 데는 한계가 있었던 것이다. 이에 현무는 이를 앙당 물면서.....그들의 공격을 무시한 채 곧바로 검을 치켜 세우면서 거세게 휘둘렀다. "하늘이 놀라고....바다가 갈라진다...천지무극검!....." 수비를 도외시 한 채 오직 적들의 목을 향해 짓쳐 들어가는 수십개 의 반월형 검극들..... 그 놀라운 위력은 상대방으로 하여금 겁을 먹게 하기에 충분했다. 과연 현무의 그러한 검세에 그들은 당황한 빛을 드러내더니....그 중 우측에 있는 자는 황급히 공세를 회수하고 그의 검을 막아갔다. 그러나 다른 한 명은 악독한 표정을 짓더니...오히려 공세를 강화하 는 것이였다. '이런 무모한.....' 자신의 공세역시 무모하였다는 것을 생각 못한 듯 현무는 그 자의 저돌적인 공세에 주춤하며 겨자무한보법을 밟으려 하였지만 이미 때 는 늦어 있었다. "푹!" "싸각!" 마침내 그의 옆구리 부근에 적의 칼이 박혔고, 대신 현무의 검은 그 자의 목을 베어버렸다. "으흑!" 이미 적의 목을 베어버렸지만 옆구리에 박힌 칼로부터 느껴지는 통 증에 현무는 주춤 뒤로 물러섰다. '지독한 자들이군.....자신의 생명마저 도외시 하다니.....' 그러나 현무는 미처 다른 생각을 할 수 없었다. 그의 공세를 피했던 그 우측의 흑의인이 동료의 죽음에 보복이라도 하듯 곧바로 맹렬한 공격을 퍼붓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 때는 현무도 신형을 안정 시킨 후인지라 곧바로 마주 검 을 전개했다. "내 아무리 부상을 입었더라도 네 놈정도는 언제라도 황천으로 보낼 수 있다" 그 순간 현무의 신형이 부르르 떨리더니 그 자리에서 사라져 버렸 고...대신 그 자의 우측에서 출현하며 단선으로 검을 전개하는 것이 였다. 가장 짦은 거리를 통과한다는 현천삼검 중의 제2검, 그의 검은 경악해 있는 흑의인의 가슴에 그대로 박혀 버렸다. "푹!" 그대로 심장을 관통당한 흑의인은 피를 분수처럼 내 품으며 그 자리 에 쓰러져 버렸다. 하지만 현무도 거세게 비틀거리고 있었다. 갑자기 과도한 진기를 쏟아부은 터라.....봉쇄하였던 좌수의 혈맥으로 부터 급속히 독기가 침투한 것이였다. 황급히 다시 혈맥을 봉쇄하긴 하였지만 머리가 어질어질한 것이 금 방이라도 쓰러질 것만 같았다. 그런데 설상가상으로 이러한 현무의 뒷통수를 향해 다시 날카로운 예기가 느껴지는 것이였다. 이에 현무는 그대로 몸을 굴렸다. 시간도 없었거니와 다시 신법을 전개해 그의 공격을 피할 힘도 남아 있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자신의 죽음을 예감했다. 그처럼 어설 픈 동작으로 뱃전을 구르는 그를 상대가 가만히 놔 두지 않을 것으 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상대는 현무가 배의 난간에 까지 굴러가고 결국 그곳에 멈추어 몸을 일으킬 때까지 추가적인 공격을 하지 않았다. 이에 현무는 어리둥절하며 그를 찾아 보았다. 그 자는 지금까지와 같이 흑의 복면을 하고 있었으나 대신 허리춤에 금빛 패를 하나 차고 있었는데....하등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듯 살기 를 품어내며 한 발, 한 발 그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그만큼 자신있다는 태도였다. 현무가 느끼기에도 그 자는 고수가 분명했다. 그가 흘리는 기세만 보아도 최소한 십마천주의 일원인 조형당 정도는 되어 보였던 것이 다. 이에 현무는 다시 까마득한 절망감을 맛보았다. 그 정도라면 그의 몸이 정상인 상태에서도 승기를 예측하기 어려운데....치명적인 부상 에다 독기까지 밀려오고 있었던 것이니...... 한발, 그리고 두발..... 그의 걸음은 무척 느렸다. 마치 한 걸음 걸음 마다 현무의 영혼을 조금씩 베어내고 있는 것 같았다. 이에 현무는 혓바닥을 거세게 깨물었다. 순간 그의 입안에 번지는 짜릿한 피 내음....하지만 그 충격으로 현무의 단전에는 다시 진기가 고이고 있었다. (단, 일수다! 일수(一手)로 승부를 낼 것이다) 현무는 현실을 잊었다. 그의 의식이 온통 자신의 단전과 상대가 들 어오는 칼에 집중시켰다. "받아라!" 마침내 흑의인의 광포한 공격이 밀려들었다. 마치 하늘을 가득 메우 는 듯 밀려드는 칼 그림자! 그러나 바로 그 순간 현무의 우수도 번개처럼 허공을 갈랐다. 무수 히 밀려드는 도영(刀影)사이를 뚫고...... "퍽!" 현무는 자신의 검이 무언가를 베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날카롭고 예리한 물건이 자신의 아랫배에 박히 는 통증도 동시에 느껴졌다. "쿵!" "쿵!" 뱃전에 충격을 가하는 두 개의 물체가 있었다. 하나는 머리통이 부서진채 쓰러지는 검은 물체였고, 하나는 아랫배 에 칼을 박은채 쓰러지는 빨간 물체였다. (으.... 내가 여기서 쓰러지면 안되는데... 남궁소저등은 어쩐단 말인 가?) 현무는 온몸을 온통 피로 물들인채 이를 악물며 혼미해져 가는 정신 을 추수렸다. 하지만 이미 그의 눈은 이미 거대한 절망으로 혼탁해 져 있었다. 그런데 바로 그러한 현무의 귓전에 누구인지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 다. 번 호 : 8405 게시자 : 윤원중 (re5280 ) 등록일 : 1999-05-07 08:54 제 목 : [연재] 천부외경 55 "멈춰라! 너희들은 과연 누구인데 감히 이곳으로 접근하고 있는가? 목숨이 아까우면 당장 배를 돌려라!" 그리고 잠시 후 이에 대응하는 듯한 상대방의 고함소리가 들려왔다. "그러는 너희들은 누구냐? 어찌 백주 대낮에 우리의 길을 막는단 말 인가?" (아니, 이 목소리는...?) 현무는 의식이 가물가물한 상태인데도 나중에 들려오는 목소리가 어 쩐지 귀에 익은것을 느꼈다. 그래서 기를 쓰고 고개를 돌려 보았다. 희뿌연 시야(視野)! 하지만 기를 쓰고 두눈에 힘을 모은 결과 현무 는 희미하게나마 전방의 상황을 관찰할 수 있었다. 바로 그의 50여장밖 예의 그 공포스러운 검은 배는 여전히 위용을 자랑하고 있었고, 그 배의 이삼백장쯤 떨어져 역시 한척의 커다란 배가 조금씩 접근하고 있었다. 다시 검은 배에서 노한듯한 음성이 터져 나왔다. "당장 그 자리에 멈추지 못하겠느냐? 우리는 무림의 호걸들이다. 지금 방파내의 일을 처리하고 있으니 다 치기 싫으면 속히 물러가라" 그러자 이번에는 반대편의 배에서 커다란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하하하, 우리 역시 무림인들이다. 나는 소림하원의 무유다! 그대들 은 어떤 방파인가?" 이에 현무는 깜짝 놀랐다. 어쩐지 목소리가 귀에 익다고 했는데....설 마 그가 무유일 줄이야... (그렇다면 내가 이렇게 있을 수 없지..!) 마침내 암흑속에서 한줄기 빛을 발견한 현무는 기를 쓰고 몸을 일으 키려 하였다. 하지만 아무리 정신력이 강한 현무라 할지라도 그게 어디 마음 대로 될 것인가? 현무는 그야말로 젖먹던 힘과 초인적인 정신력으로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결국 난간을 붙잡고 뱃전에 무릎 을 꿇는 정도가 한계였다. 다시 그의 몸으로부터 피가 흘러내렸다. (후후, 그렇게 많이 빠져 나갔어도 아직 내 몸에 피가 남아 있는가?) 그래도 막상 조금이라도 몸을 일으키니 전방의 상황이 훨씬 눈에 선 명하게 들어왔다. 이 때 그 검은 배의 갑판 위에는 무척 큰 체구의 은빛면구인이 한사 람 우뚝선채 멀리서 이쪽을 향해 다가오고 있는 배를 노려보고 있었 고, 그의 맞은 편 배에는 수십명의 사람들이 갑판에 서 있는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이를 보고 현무는 조금 안심이 되었다. 결국 무유는 혼자가 아닌 하 원의 제자들과 함께임이 틀림없었고, 그렇다면 희망이 있는 것이다. 그렇다 공교롭게도 그들은 바로 단장애에서 현무와 만나기로 했던 무유의 일행들이였다. 당초 무유와 유선은 각각 청성과 아미에 원병을 요청하고, 현무는 집마부의 동태를 파악한 후 단장애에서 합류하기로 했었다.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현무가 나타나지 않자 그들은 그에대한 걱정스런 맘이 들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차에 집마부가 사천당문을 습격, 멸 망시켜 버린 대사건이 발생하여 무림이 떠들썩 한데도 정작 이를 염 탐하러 갔던 현무에 대한 소식은 감감했고 따라서 결국 더 이상 궁금증을 참지 못한 이들이 그를 찾아 나서게 된 것이였다. 다행이 그들은 이번에 군산에서 유운회의 회동이 있다 는 사실을 현무에게 들은 기억이 있어 혹씨나 하고 이 쪽으로 향했 고 마침 악주부에서 배를 한 척 빌려 군산으로 향하던 길에서 이들 을 만나게 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들은 설마 여기에서 현무의 일행이 절대적인 위기를 맞고 있을 줄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이 때 은빛면구인도 무척 놀라고 있었다. 그는 본래 갑작스럽게 배가 한 척 출몰했지만 그저 지나가는 상선정 도로만 생각했고, 따라서 적당히 겁을 주어 쫓아 버리려 했었는데, 설마 그 배에 무유와 같은 놀라운 인물이 타고 있을 줄은 그야말로 뜻밖이였다. 하지만 그는 본래 자존심이 강한 인물로 그가 설사 무 유라 할 지라도 별로 안중에 없었다. 그렇지만 막상 그의 입에서 나오는 소리는 상당히 정중하게 변해 있 었으니, 이는 귀찮음을 초래하고 싶지 않은 까닭이였다. "아, 바로 달마검협 무유소협이셨구려! 하지만 이 것은 우리 문파 내부의 일이니, 더 이상 상관말고 배를 돌려주시면 좋겠소이다" "문파라면....도대체 어느 문파이신지...?" "그것까지는 알 필요가 없지 않겠소?" "하하, 귀 문파의 일이라면 우리들이 무엇 때문에 상관하리까? 하지 만 이곳은 누구나 통과할 수 있는 길! 우리가 어찌 이름도 밝히지 않는 귀 문파의 일 때문에 배를 돌리리오? 우리는 그저 지나쳐 지나 기만 할테니 그 쪽도 상관하지 마시오" 본래 은빛면구인이 정당하게 문파의 이름을 밝히고 협조를 구했다 면, 무유도 강호의 관례상 그들을 우회하여 통과하였을 것이다. 하지 만 이곳은 자신들이 목표로 하는 군산에서 겨우 삼사백장 정도밖에 떨어지지 않는 곳인데다 백주대낮에 면구로 얼굴을 가리고 문파의 이름까지 밝히지 않으니 도저히 그대로 지나칠 수 없었다. 그래서 이렇게 이야기 한후 자신의 의지를 보여주려는 듯 사공을 향 해 큰 소리로 배를 더욱 빨리 몰 것을 지시했다. "흥! 상당히 건방진 자로군! 내 비록 지금은 대사를 위해 참지만 언 젠가는 쓴 맛을 톡톡히 보여주겠다..." 은빛면구인은 이렇게 중얼거리며 그의 옆에 시립해 있던 갈의인에게 지시했다. "자친! 일단 그들의 배를 통과시켜라! 대신 수중에 있는 자들이 절 대 물밖으로 나올 수 없도록 묶어두도록 지시하고, 너는 저 쪽 배로 건너가 그 현무란 놈의 죽음을 확인하라!" "예, 알겠습니다" 자친이라는 갈의인은 은빛면구인의 지시를 받자 공손하게 대답을 한 후 수하들을 불러 무어라 지시를 했다. 그리고 곧바로 현무가 타고 있는 배를 향해 몸을 날리려 했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 수면위로 시체하나가 떠오르고 있는 것이 아닌 가? "아니 하필 이 때에..." 그의 눈에는 순간적으로 당황스러운 기색이 떠 올랐고, 재빨리 무유 등이 탄 배의 동향을 살폈다. 비록 무유의 배는 그들로부터 팔십여장 정도로 가깝게 접근해 있었 지만 아직 그런 낌새는 눈치채지 못한 것 같았다. (휴! 다행이군) 그는 내심 한숨을 쉬며, 재빠르게 그 시체를 향하여 압(壓)자결을 이 용하여 장력을 전개하였다. 그러자 그의 장력은 그대로 시체를 강타 했는데 막상 그의 장력에 격중된 시체는 별다른 손상이 없이 그대로 물속으로 들어가 버렸고, 대신 주위에 물결만 거세게 일었다. 이 때 문득 고개를 돌린 무유의 시선에 거세게 일어나는 물결과 손 속을 거두는 갈의인이 비쳤다. "아니, 저 자는 왜 쓸데없이 수면위에다 장력을 전개하지?" 그러자 그의 옆에 서있던 유선이 의혹서린 눈빛으로 말을 받았다. "글쎄요..... 저도 미처 보지를 못해서.... 여하튼 지금 이들은 무언가 수상한 일을 벌이고 있는 것만은 분명한 것 같아요. 가끔씩 수면위 로 물방울이 올라오는 것을 봐서는 수중에서 무언가를 찾는 듯도 하 고.....차라리 이들이 반발하더라도 조사를 해 보는 것이 어떼요?" "나도 그러고 싶은 생각이 없는 것은 아니요만....일단 현소제의 행방 이 우선 궁금하니...." "아마, 별 일은 없을 거예요. 그의 뛰어난 무공과 기이한 경공 등을 감안할 때 당금 무림에서 그를 해칠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테니요" "하긴 그렇겠지만 어쩐지 예감이 않 좋은 것 같아서요" "그렇다면 배의 속도를 조금 높이지요" "그럽시다. 무옥! 사공들로 하여금 배를 조금 우회시키되, 대신 속도 를 더욱 높이도록 이야기 하라" 이 때 현무는 그야말로 초조하기 그지 없었다. 당장이라도 이들에게 소리치고 싶었지만 기력이 거의 쇄진한 그로서 는 그의 배가 가까이 오기를 기다렸었는데.....이젠 갈의인 마저 건너 와 그를 매섭게 노려보고 있었으니, 그가 비록 무유의 배 때문에 공 격을 삼가고 있다 하더라도 만일 소리치려는 기색이 보이면 언제든 그의 매서운 공격이 쏟아질 것이 뻔한 일이였기 때문이였다. 하지만 막상 무유의 배가 그대로 그들을 지나쳐 버릴 듯 하자 이제 그는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자신이 설혹 주화입마에 빠진다 하 더라도 최소한 남궁하나 북궁지 등은 구해야만 했던 것이다. 그런데 그 순간 현무의 뇌리를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 (가만, 혹씨 전심지술(傳心之術)은 시전이 가능하지 않을까? 거리도 가깝우니...........) 일단 현무는 충분히 시전해 볼 가치는 있는 것으로 생각되었다. 만 일 성공한다면 자신을 호시탐탐 노리고있던 갈의인도 눈치채지 못 할 것이기 때문이였다. 단 하나 그의 기력이 너무 미약해 과연 성공 할 지는 자신할 수 없었지만..... 이에 현무는 정신력을 최대한 모은 후 가만히 마음속으로 무유를 불 렀다. (형님! 무유형! 접니다 현무입니다) 그러나 한참 기다려도 무유에게서는 아무 반응도 없었다. (휴우, 심력이 미약해 도저히 안되는가?) 현무는 아무리 불러도 그에게서 아무런 반응이 없자 실망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현무는 아직 포기하지 않고 이번에는 유선을 불러 보았다. (유소저, 접니다 현무!) 아! 그러자 이번에는 비록 미약하지만 유선에게서는 반응이 오는 것 아닌가? (아니, 현공자 지금 도대체 어디예요?) 본래 현무의 정신력이 정상적이였다면 무유나 유선을 가리지 않고 전심지술이 통했겠지만 그의 심력이 워낙 미약한 상태라 서로의의 사교환이 가능하려면 일방적이 아닌 상대방에게도 어느정도 감응력 이나 강한 뇌파등이 있어야만 했던 것이다. 이에 무유는 이러한 감 응력이 약했으나 다행이 유선은 의사소통이 가능할 정도로 감응력이 강했던 모양이였다. 막상 유선과의 의사소통이 되자 현무는 우선 기뻤으나 그에 못지 않 게 다급하였다, 그래서 황급히 뜻을 전달했다. (저는 지금 마치 난파선같이 보이는 조그마한 배 안입니다. 바로 검 은 배 배의 좌측에 있지요) (알았어요. 여기서도 보여요! 그런데 그 곳에서 무엇을 하고 있죠?) (저는 지금 심한 부상을 당해 꼼짝도 못한 채 적으로부터 감시당하 고 있는 형편입니다. 그것보다 급한 건 지금 이곳 바다 밑에는 남궁 하 등이 적들에 포위된 채 악전고투를 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아 마 지금쯤은 극한 상황에 처해 있을 것 같으니... 무유형에게 속히 일러 이들을 구해 주라고 하세요) (아! 그럴 수가....? 여하튼 알았어요. 현공자님! 힘들더라도 내 암암 리에 현공자에게 갈테니...잠시만 기다리세요.) (어? 유소저도 수공을 아세요?) (후후, 현공자께서는 제가 남해보타암에서 10년이상 거주한 사실을 잊었나요?) 사정이 너무 급한지라 이들은 더 이상 의사소통을 중단하였으며, 그 직후 유선은 이 사실을 무유에게 알렸다. 그리고 현무가 위험에 처 한 상태인지라 공개적인 공격보다는 비밀리 공격대를 투입하는 것이 좋겠다 하였다. 이에 무유로서는 여러 가지 의문이 많았으나, 더 이상의 반문은 유 보한 채 곧바로 적들이 보이지 않는 배의 반대측면을 통해 소림하원 의 제자들을 침투시켰다. 물론 여기에는 유선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러나 막상 수중을 통해 적선의 밑에 도달한 유선은 현무에게 가려 던 당초의 의도는 접어둔채 놀라운 속도로 돌진하고 있었으니..... 그만큼 남궁하들의 사정이 급했던 것이다. 사실 이 때 남궁하 등의 상황은 그야말로 극에 이르러 있었다. 본래 여기저기 흩어져서 난투를 벌이던 이들은 현무가 지상으로 나 간 직후, 남궁하의 의사에 따라 한 곳으로 모여 공동으로 방어를 하 기 시작했는데, 그래도 다행이 수중에 침투한 자들중에는 특별한 고 수가 없었던 관계로 초반에는 그런대로 버틸 수가 있었다. 하지만 워낙 숫적 열세인데다 적들은 작살 등 각종 수중무기로 중무 장하고 있어 시간이 갈수록 상황은 불리해 지고 있었다. 단지 유일 한 희망인 현무의 신호를 기다리고 있었지만 그 역시 감감무소식, 결국 그러다가 마침내 양가휘를 비롯한 5명의 청년들이 적들의 암기 에 격중당해 죽고 말았으며.....화운빈도 거의 거동도 못할 정도로 중 상을 입고 말았던 것이였으니..... 그리 않해도 불리한 싸움이 그야말로 절대절명의 상황에 놓이게 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전세는 유선과 소림하원의 제자들의 합세로 급격히 반전되었다. 괴한들이 비록 남궁하 등에 비해 우세를 확보하고는 있었고, 수공에 능한 인물들이였다고 하나 계속되는 전투로 상당히 지쳐있던 상태에 서 개개인이 뛰어난 무술로 무장된 소림하원의 제자 10여명의 합세 를 도저히 당해낼 수가 없었던 것이다. 이에 유선은 굳이 손을 쓸 필요도 없이 주위를 경계하며 그들이 탈 출하여 수중의 상황이 위에 알려지는 것만을 막았다. 그런데 한가지 다행인 것은 괴한들은 모두들 수중에 무거운 병기며 암기 등을 지니 고 있어 설혹 죽었다 하더라도 수면위로 떠오르지 못하고 오히려 바 닥에 가라앉아 버렸던 것이니 훨씬 은폐하기가 좋았다. 이윽고 전세가 완전히 기우는 것을 본 유선은 현무가 있다는 조그만 배를 향해 나아갔다. (음, 이 배가 틀림없나?) 유선은 마침내 목표하던 배의 밑부분에 도착을 하였으나 과연 그 배 가 확실한 지 자신할 수 없었다. 그래서 물밖으로 가만히 고개를 내밀어 보았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그녀가 고개를 내밀자 말자 현무를 감시하고 있 다는 갈의인과 시선이 딱 마주쳐 버리고 말았다. 사실 갈의인은 무유 등의 배가 서서히 멀어지는 것 같아 안심을 하 고 있었는데, 갑자기 멀어지던 배가 그 자리에 멈춰선 후 주위을 배 회하기 시작하자 의혹을 느끼기 시작했고, 그 순간에는 날카로운 눈 초리로 수면을 살피고 있었던 것이다. "아니, 너는 누구냐?" 갈의인은 유선을 발견하자마자 이렇게 소리를 지르며 곧바로 유선을 향해 장풍을 날려왔다. 이에 유선은 찔끔했지만, 한편으로는 그가 현무를 감시하고 있다는 사람이라는 걸 알고 오히려 잘되었다는 듯 그의 장풍을 가볍게 피하 며 날렵한 몸짓으로 뱃전에 내려섰다. "너는 도대체 누구냐?" 갈의인은 그녀의 용모가 너무나 수려하고 은연중 고귀한 기품이 서 려있어 필히 보통여인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러한 여인에 대한 소문은 전혀 듣지 못한지라 더 이상의 공격은 하지 않은 채 다 시 물어왔다. "흥, 그러는 너는 누구냐? 상대방의 신분을 묻기전에 먼저 자신의 정체부터 밝히는 것이 도리가 아니겠는가?" 그가 처음부터 반말로 나왔기 때문에 유선으로서도 곱게 나올 수가 없었다. 더욱이 갑판에 내려서면서 슬쩍 살핀 현무의 몰골은 그야말 로 처참하기 그지 없어서 그녀는 차갑게 코웃음을 치며 이렇게 반문 했다. 그러나 갈의인은 비록 상대가 보통여인은 아닐 것으로 생각이 들었 지만 그래도 새파란 계집애한테 비웃음과 반말을 듣자 살기가 치밀 어 오는 듯 눈빛을 싸늘하게 빛냈다 "흐흐, 새파란 계집아이가 겁도 없구나" "후후, 그렇다면 새파란 계집애의 매서운 맛을 한 번 보여주지...." 유선역시 항상 존중만 받았지 욕설은 처음이였고, 더욱이 이미 그에 대해 분노하고 있던지라 더 이상 대꾸않고 차갑게 웃으면서 그를 향 해 도약하며 힘차게 검을 펼쳐내었다. 번 호 : 8410 게시자 : 윤원중 (re5280 ) 등록일 : 1999-05-08 10:50 제 목 : [연재] 천부외경 56 그녀의 검은 그 자체로 차가운 예기가 살을 에일 듯하여 필히 보검 이 틀림없는 것 같았는데, 그녀가 공력을 주입하여 휘두르자 눈부신 보광과 함께 새파란 검기가 호선을 이루며 갈의인을 향해 밀려들었 다. 갑작스럽게 자신의 향해 밀려오는 날카로운 검기에 갈의인은 흠칫 놀라며 재빠르게 뒤로 물러섰다. 그는 설마 그녀가 검기까지 전개할 정도인지는 전혀 예상치 못했을 뿐만아니라 그 검법에서 문득 한가 지 초식을 떠 올린 것이였다. "아니, 그 검법은 남해보타암의 번뇌3검이 아닌가? 그대는 남해보타 암에서 왔는가?" 그러자 유선은 의외인듯한 표정을 지으며 일단 공격을 중단했다. 자신의 남해보타암은 100년전 천마무림련과 격전때 이후 단한차례도 중원무림에 출현하지 않았던 관계로 만일 이 번뇌3검을 알아볼 정도 면, 전대 기인이거나 상당한 무림의 명숙임이 틀림없을 것인데... 그 와같은 인물에 대해서는 전혀 들어보지 못했던 것이다. (그가 도대체 누구인데 번뇌삼검을 알아본다는 말인가? ) 갈의인은 그녀가 비록 수긍은 않았지만 기이한 눈빛으로 자신을 바 라보자, 자신의 짐작이 틀림없는 것으로 생각하였다. "으음, 틀림없는 것 같군. 그대는 지금 무유와 함께 온건가?" "도대체 당신은 누구죠? 과연 누구길래 번뇌삼검을 알아볼 뿐만아니 라..... 감히 천지객 현무공자와 남궁세가의 남궁하 소저를 해치려 하 죠?" "흐흐, 그건 알 필요가 없고...." 그러면서 그는 다시 공격을 시작하였다. "흥! 건방진 자...." 이에 유선도 질 수 없다는 듯이 마주쳐 갔다. 그러나 바로 이 때, 무유는 제자들로 하여금 총공격 명령을 내렸다. 이미 유선과 갈의인이 맞 붙은 것을 본 것이였다. 무유의 배는 급격히 선로를 돌려 검은 배를 향해 돌진였고,양 쪽 배 사이에는 어지러히 화살이 날기 시작했다. 이 때 갑자기 검은 배에서는 날카로운 호각소리가 들려왔다. 그러자 유선과 맞붙어 싸우던 갈의인이 갑자기 몸을 돌려 검은 배를 향해 신형을 날리는 것이였다. "싸우다 말고 어딜 가는가?" 이에 유선이 어렇게 소리를 치며 그를 추적하려다 문득 현무의 상세 가 걱정되어 이를 포기한 채 현무에게 날아왔다. "현공자님! 괜찮아요?" "후후, 아직은 견딜만 하오! 그것보다 남궁소저등은....?" "물론 몇 명이 다치긴 했지만 아직 무사해요" 그러자 비로소 현무는 안심이 된다는 듯 힘없이 웃었다. 이 때 검은 배에서 울렸던 호각소리가 퇴각신호 이었던지 검은 배를 필두로 주변을 배회하던 모든 배들은 급격히 뱃머리를 돌려 장사(長 沙)쪽으로 달아나기 시작했다. "앗! 저들이 달아난다. 속히 추격하라!" 그들의 갑작스런 퇴각에 무유는 황급히 이렇게 소리치고, 그들을 추 격할 것을 지시하였다. 하지만 특수하게 제작된 적들의 배를 단지 평범한 일반선으로 추격 하기에는 무리였다. 시간이 갈수록 그들과의 차이는 더욱 벌어졌고, 마침내 무유는 추격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굳이 추격하자면 승선한 인원들이 일제히 장풍을 전개하여 수면을 격타하는 방법들이 있을 수 있었으나 부상을 입은 현무나 수중의 인물들을 그대로 남겨 둔 채 무작정 추격하는 것이 부담스러웠기 때문이였다. 무유가 다시 본 위치로 오자 이미 상황은 종결된 듯, 모두들 수면위 로 몸을 드러내고 있었다. 이에 무유는 나머지 하원의 제자들을 동 원해 그들 모두를 자신의 배로 옮겨오게 하였다. 얼마나 심한 악전고투를 겪었던 지, 현무를 비롯해 남궁하 등 모든 사람의 몰골이 그야말로 말이 아니였다. 그중 가장 경미한 부상을 입은 남궁하만 겨우 쩔뚝쩔뚝 힘겨운 걸음 을 옮길 수 있을 정도였고, 그밖에 현무와 화운빈, 그리고 유운회의 살아남은 청년들은 운신을 못한 채 부축을 받고 있었다. 이에 무유는 일단 그들에 대한 응급처치와 함께 배를 다시 악주부로 돌렸다. 우선 이들에 대한 치료부터 급했기 때문이다. 무유는 악주부에 도착직후 아예 객점한채를 통채로 빌려 이들의 치 료를 전념케 했고, 양가휘 등 5명의 시체는 악주부에 있는 개방의 힘을 빌려 간단한 내막과 함께 자신들의 집으로 호송하게 했다. (아! 정말 면목이 없구나! 나를 믿고 유운회에 가입하기 위해 온 사 람들인데......미처 뜻도 못 펴보고 죽고 말았으니.....) 현무는 극심한 부상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소식을 듣고 슬픔과 탄식 을 감추지 못했다. 자신의 능력이 조금이라도 더 뛰어 났으면 결코 그를 그렇게 보내지 않았을 텐데...하는 자책감도 강하게 일었다. 이렇게 부상자들의 치료에만 전념한지 삼일, 마침내 현무는 자리에서 일어날 수 있었다. 비록 그의 부상이 보통 심한 것이 아니였으나 워낙 강인한 체력과 정신력이 있었기에 급속 도로 쾌차를 보였던 것이다. 그러자 무유와 유선, 남궁하 등은 현무의 처소에 모였다. "하하, 현아우의 체력하나는 알아줘야되! 벌써 이렇게 팔팔해 지다 니.... 그나저나 아우에게 소개시켜줄 사람들이 있지..." 무유는 완쾌된 현무가 반가운지 환한 미소를 지으면 그를 맞았고, 그에게 1남1녀를 소개시켜 주었다. 그들은 바로 청성파의 장문제자인 수라쾌검 악성비와 아미파의 법진 사태였는데, 비록 신주십걸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그에 못지않는 무공과 명망을 지닌 뛰어난 젊은이들이였다. "반갑습니다! 저는 현무라 합니다" 현무는 첫눈에 범상치 않게 보이는 그들의 기도에 은근히 감탄을 하 며 정중한 태도로 포권을 하였다. "하하, 무선배에게 현소협의 뛰어난 활약을 소문으로만 듣고 흠모하 는 마음이 간절했었는데....이렇게 만나뵙게 되어 반갑소이다. 저는 악성비라 합니다" "빈니는 아미의 법진입니다" "참, 그런데 아우는 도대체 어떻게 된건가? 약속장소에는 나타나지 도 않고 엉뚱하게 이곳에서 싸움놀이나 하고 말이야" 이윽고 대충 인사소개가 끝나자 무유가 궁금하여 못견디겠다는 표정 으로 현무에게 이야기 하였다. 그러자현무는 그의 질문에 대한 대답을 슬쩍 회피하였다. "사실은 그럴 일이 좀 있었습니다. 내 나중에 기회를 봐서 말씀드리 지요. 참 그것보다 만장애의 일은 어떻게 되었습니까?" "하하, 자신은 말도 않고 나에게만 이야기를 강요하나?" "제가 나중에 말씀드린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참, 치사하게 그런 것 가지고 따지기요?" "후후, 할 수 없지. 무언가 손해본 느낌이지만 아우를 잘못둔 죄로 이야기 해 주어야지....사실 우리는 그만 허탕치고 말았네" "예? 허탕이라니요.....? 혹 그들이 이미 옮겨버렸습니까?" 내심 무언가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기대하고 있던 현무는 눈이 동그 래지면서 이렇게 반문했다. "그건 아니지만..... 어느새 계곡주위에는 천금마라진이라는 절세적인 진법이 설치되어 있어서 우리는 접근도 못했네" "아니, 도대체 어떤 진이기에...." "후후, 그것은 나보다는 유소저에게 물어보지..." 그러자 현무의 의혹서린 시선이 유선을 향했다. 이에 유선은 현무를 향해 씽긋 웃어보이더니 차분한 목소리로 이야기 해 주었다. "그 천금마라진은 바로 300년전 기인인 천기자 천수웅이 창안했다고 알려진 천고의 절진입니다. 당금에 이르러서는 겨우 명칭과 기본형 태만 알려져 있을 뿐 이미 절전되었다고 하던데, 설마 그러한 곳에 설치되어 있더군요" "그렇다면 전혀 파해가 불가능합니까?" "물론 전혀 불가능한 것은 아니예요. 어차피 진법이란 음양오행과 무극칠성, 그리고 태극양의의 기본법칙을 벗어날 수는 없으니 말이 예요. 하지만 혹 여기 계신 남궁소저라면 모를까 저의 능력으로는 이에 전념해도 거의 수개월이상 걸릴 것 같아요" 유선의 이야기에서 갑자기 남궁하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중인들의 시선이 일제히 남궁하에게 쏠렸다. 마치 그대는 이 진을 알고 있으 며, 파해가 가능하냐고 묻는 표정같았다. 이에 남궁하가 쑥쓰러운 표정으로 나설 수밖에 없었다. "유언니께서 못한 일을 어찌 제가 할 수 있겠어요. 사실은 저도 그 진법의 파해방법은 몰라요. 단지 이는 인공으로만은 설치할 수 없고, 자연적인 조건이 겸비되어야 한다더군요. 비록 그 만장애라는 곳을 가보지 못했지만 아마 애형(隘形)의 지세를 띠고 있을 것으로 짐작 이 가는군요" "하하, 맞소이다. 그곳은 마치 항아리와 같은 지형을 갖추고 있더군 요" 무유가 놀랍다는 표정으로 이를 수긍하였다. 이 때 현무는 혹 남궁하라면 이를 파해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느낌 을 받았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그처럼 짧은 시간에 천금마라진이라 는 천고의 절진을 설치한 아수라환교에 대해 더욱 신비감을 느꼈으 며 그들과 집마부의 관계에 대하여 더욱 궁금해 졌다. "정말 그들은 보통집단이 아니군요. 도대체 그들과 집마부와의 관계 가 어떤 관계일까요?" 그러나 이러한 현무의 의문에 대해 답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으며 무유가 고개를 살래 살래 저으며 말을 하였다. "도대체 알 수가 없어...조형당도 의문을 품고 돌아갔다니...아마 그를 만나보면 실마리를 잡을 수 있을 지 모르지만......" 결국 현무는 그들의 정체에 대한 의문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자 이번에는 자신들을 습격했던 무리들의 정체가 궁금해 졌다. 우두머리도 아니였고, 단지 습격조의 2인자 정도로 밖에 보이지 않 았는데....그 자의 무공이 집마부의 십마천주 정도라면 그들이야말로 보통의 세력이 아니였던 것이다. 그래서 혹씨 좌중에 이들에 대해서 아는 사람이 있는 지 물어 보았 다. 그러나 모든 사람들은 고개만 살래 살래 젓고 있었다. 단지 유선 만이 그들의 무공이 대단했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혹씨 그들의 특징이나 차림새에 대해서 말해 줄 수 있어요?" 남궁하가 유선에게 물었다. 그러자 유선은 자신과 대결했던 갈의인과 그들의 두목으로 보이던 검은 배의 은빛면구인에 대하여 이야기를 해 주었다. 이에 남궁하는 무엇을 생각하는지 잠시 침묵을 지키다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저는 그들이 신비각의 인물들이 아닌가 의심이 들어요!" "아니, 신비각이란 말이요?"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신비각이라 함은 바로 당금 강호상의 3대 신 비세력 중 가장 은밀하다고 알려진 단체였던 것이다. 이에 무유가 반문하였다. "그렇게 생각하신 이유는?" "그처럼 뛰어난 실력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우리가 알 수 없는 존재 는 그들밖에 없기 때문이죠! 더군다나 제가 듣기로 그들의 상층부는 유언니께서 이야기 했듯 면구를 쓰고 있다고 하더군요" "그렇다면 그들이 왜 현아우 일행을 습격했을까요?" "그것까지는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혹씨 그들이 집마부나 당금 무 림에 위기를 조장하는 어떤 세력과 손이닿고 있지 않나 생각해요. 만일 그렇다면 그들에게는 이것저것 방해만 하고 돌아 다니는 현무 형이 눈에 가시같이 생각되었을 테니까요" 이러한 남궁하의 견해에 사람들은 그럴 듯 하다 수긍하였다. 이러는 사이 갑자기 문밖에서 무유를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무유소협! 혹씨 안에 계십니까?" 이에 무유는 의아한 표정으로 문을 열어 보았다. 그러자 거기에는 허리에 매듭을 두른 웬 중년거지 하나와 말쑥하게 생긴 젊은 무사가 서 있었다. "아니, 이거 동선배가 아니시오? 그런데 여기는 웬일로...." 그른 바로 개방의 호남지부를 맡고 있는 취불개 동아적이란 사람이 였는데 아마 무유하고는 안면이 있는 듯 싶었다. 마침 그는 무유가 이처럼 반문해오자 얼굴에 바보같은 웃음을 지으 며 대답했다. "헤헤, 사실 본 거지보다는 이 청년이 찾길래.....그는 무맹에서 왔다 는 거요" 사실 그의 이 바보같은 표정은 개방의 오랜 전통이라고도 할 수 있 었는데, 그래서 무유는 그러한 태도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고 그가 지적한 청년무사를 바라보았다. "무맹에서 왔다구요?" "예, 그렇습니다. 달마검협 무유대협이 맞습니까?" "제가 무유이긴 한데....." "저는 북궁공자님의 심부름으로 왔습니다" 그러면서 그 청년은 품속에서 봉서 한 장을 꺼내 무유에게 건네주었 다. 이에 무유는 의아한 표정으로 봉서를 펼쳐 보았다. 사실 그가 북궁 공자라 함은 바로 신품공자 북궁휘를 일컬음이요. 비록 그와 북궁휘 와는 절친한 관계였지만 그렇다고 이렇게 봉서를 보내는 건 또 처음 이였기 때문이였다. [ 무유형 보시오! 갑작스런 서신에 놀라셨을 줄 아오나, 사정이 급해 이렇게 무례를 범하게 되었소 이미 집마부가 사천당문을 멸문시키고, 이에 대응하여 무맹에서는 비상대책회의가 열렸다는 이야기는 익히 들어서 알 것이요 비상대책회의에서는 비록 그들의 행위가 극악무도한 짓이라 규정했 음에도 불구하고 정사대전의 우려와 그로인해 입을 무고한 생명들을 생각하여 일단 그에 상응한 응징만을 결의했소. 그러나 사태는 그리 간단하지만은 않았으니, 바로 당시에 무맹에 와 있던 사천당문주 당철엽이 가문의 복수를 한 다고 집마부의 호북성 지부를 괴멸시켜 버렸소! 특히 이 일에는 무 맹의 호북지부도 가세했었는데....그 사건에서 당철엽과 무맹 호북지 부장 마저 전사해 과연 당철엽이 어떻게 무맹지부를 동원했는지 파 악도 못했소! 하지만 이 일로 인해 집마부에서는 우리에게 정식으로 선전포고를 해 왔소. 아직 그들의 전면공격은 시작되지 않았으나 이제 정사대전은 피할 수 없는 것 같소! 이에 무림맹은 오는 시월삼일 본가에서 청년영웅대회를 개최하기로 하였소! 대회의 목적은 바로 집마부와의 정사대전에서 백도의 청년 들이 선봉에 서려 함이요. 이미 집마부의 잔인한 손길에 수많은 백도의 젊은이들이 살해당했으 며, 사천당문은 남녀노소 이천여 식솔들은 물론 풀한포기 없는 폐 허로 변해 버렸소 이들의 만행을 어찌 우리 피끓는 젊은이들이 두고만 볼 것이요? 소제가 이미 백도의 수많은 청년호걸들에게 초청장을 띄웠거니와 부디 무유형께서는 이자리에 참석하여 자리를 빛내주시기 바랍니 다. 소제 북궁휘 올림.. ] "아니, 무유형! 도대체 무슨일인데 그리 표정이 심각하우?" 심각한 표정으로 서신을 읽고 있던 무유를 향해 마침내 현무가 궁금 증을 참지 못하고 다가왔다. 그러자 무유는 아무런 이야기를 하지 않고, 그저 서신을 현무에게 넘겨주었다. 번 호 : 8411 게시자 : 윤원중 (re5280 ) 등록일 : 1999-05-08 10:51 제 목 : [연재] 천부외경 57 서신을 읽고 있던 현무의 표정역시 심각해 지긴 마찬가지였고, 마침내 북궁휘의 서신은 모든 사람들이 한 번씩 읽게 되었다. "휴우! 이거 상황진전이 너무 빠르군..... 미처 대처할 시간도 없이 전면전이라.... 더욱이 사천당문에 이어 이 번에는 호북성에서 커다란 전투가 벌어져 무수한 인명피해가 나 버 렸으니...." 가벼운 한숨과 함께 이렇게 중얼거리던 현무는 슬쩍 청성파의 제자 인악성비의 기색을 살폈다. 북궁휘의 서신에 그 누구보다 충격을 받은 사람은 바로 그일 것이기 때문이였다. 사실 그는 사천당문이 집마부에 의해 멸문당한 후 몇번이고 사문이 걱정되어 다시 되돌아 가려고 하였다. 하지만 설마 집마부가 무맹을 상대로 정면대결을 감행하지는 못할 것이라 생각하고 무유를 따라 이곳까지 오게 되었는데, 결국 집마부의 선전포고가 있었고, 그렇다 면 집마부의 우선 공격목표는 같은 사천성내에 자리잡은 청성과 아 미가 될 것은 불문가지였다. 따라서 지금 그의 얼굴은 마치 백지장처럼 새하얗게 변했고, 안절부 절할 수가 없었다. "무선배! 아무래도 난 돌아가야 겠소!" 마침내 더 이상 참지 못한 악성비가 무유에게 다가오며 말을 했다. 이에 무유로서는 그의 발길을 잡을 수 없었다. "알았소! 돌아가 보시오. 하지만 이미 무맹에서도 그러한 사실을 짐 작하고 있을 터....필히 구원대가 나갈 것이요" 이에 법진사태역시 작별을 고했다. 청성과 아미는 이미 한 배에 탔 다고 할 수 있었기 때문이였다. "두 분! 일단 집마부와 정면대결은 피하는 게 좋겠소. 사람만 있다면 문파는 언제든지 재건할 수 있는 일, 일단 문파의 제자들과 함께 합 비로 오시는 것이......" 무유는 떠나는 악성비와 법진에게 이와같은 말을 전했고, 이에 그들 도 고개를 끄덕였다. 악성비와 법진은 더 이상 머무를 마음의 여유가 없는 일인지라 서둘 러 작별하고 떠나갔다. 이들을 보내는 중인들의 마음은 어둡기 그지 없었으니, 일단 정사대 전이 시작된 이상 그 누구도 안심할 수 없었기 때문이였다. "휴우! 과연 그들을 그냥 보낸 것이 잘한 일인지......" 같은 구파일방에 속해 있었던 터라 누구보다 그들의 안위가 걱정되 었던 무유가 한숨을 쉬며 이렇게 중얼거렸다. 악성비와 법진이 떠나간 후 나머지 사람들도 떠날 채비를 갖추었다. 북궁휘가 지정한 날짜가 이틀밖에 남지 않았던 것이였다. 물론 여기 에는 정사대전에 대해 극히 부정적이였던 현무도 합류할 수밖에 없 었으니 더 이상 다른 역할이 존재할 수 없을 정도로 사태가 급진전 되어 버렸던 것이다. "후후, 이제는 유운회가 잠복할 수밖에 없겠구려....." 회합을 마치고 나오면서 남궁하에게 현무가 씁쓸한 표정으로 하는 이야기였다. 다른 사람들이 모두 자신의 방으로 가 떠날 채비를 하는 동안 현무 는 남궁하와 함께 이번 격전에서 살아남은 유운회의 인물들을 불러 모았다. 그들은 모두 크게 부상을 입은 터라 안색이 백지장 같이 창백했으 며, 특히 혁무비와 화운빈은 마치 단짝처럼 강호를 함께 주유했던 양가휘가 죽어 버렸던 탓인지 두눈 가득 슬픔을 안고 있었다. "여러분 정말 면목 없습니다. 모두들 회주가 변변치 못해서......" 그러자 혁무비가 눈빛을 빛내며 말을 하였다. "아닙니다. 오히려 우리는 목표가 뚜렷해 졌습니다. 누군가 우리를 달가워 하지 않는 세력들이 있고, 그들이 필히 음모의 주인공일 테 니까요. 그리고 이번 사건으로 우리들에게는 강호평화를 지키는 것 이외에 복수라는 한가지 더 중요한 목표가 생긴 것이지요" 현무가 그들을 살펴보니 모두들 눈빛을 빛내며 투지를 다지는 듯 했 다. 이에 현무는 그들을 석림으로 보낼 의향을 비쳤다. "그 곳에 무엇이 있는데요?" 갑자기 석림의 이야기가 나오자 남궁하가 반문을 하였다. 이에 현무는 자신이 사천당문에서 했던 활약을 알려주었다. 그러자 남궁하는 물론이고 모든 사람이 놀라움과 찬탄을 금치 못했 다. 특히 남궁하는 새삼스러운 표정으로 현무를 바라보며 감탄을 하는 것이였다. "여하튼 형이란 사람은 놀라운 재주를 지녔군요. 언제 또 그와같은 일을 하다니....." 하지만 이들은 모두 자신들이 회주로 모신 현무의 활약에 대해 기꺼 이 기뻐하여 주었고, 또한 그렇다면 사천당문의 힘들이 자신들과 합 류될 수 있다는 사실에 새로운 희망을 느끼게 되었다. "그렇다면 우리가 석림에 가서 무엇을 어떻게 하죠? 그리고 언제 우 리들을 부르실 건데요" 현무와 헤어지는 것이 섭섭한듯 화운빈이 이렇게 반문했다. "여러분들은 그곳에 가서 부상도 치료도 하고 무공도 조금 더 연마 하시면 됩니다. 그리고 여러분들을 부를 시기는 확신하지는 못하지 만 필히 멀지않는 장래입니다. 진정 무림에서 우리의 힘이 필요할 때....바로 그 때지요" 이에 그들은 섭섭해 하면서도 부득불 현무의 지시에 따르지 않을 도 리가 없었다. 당분간 유운회가 잠복하여 힘을 기른다는 일은 이미 결정되었던 일이였기 때문이였다. 그들 역시 떠날 준비를 하기 위해 흩어지자 현무는 다시 발길을 당 옥상에게 옮겼다. "당형! 나 현무요....." 당초 소림하원의 입문동기 중 현무에 대해 가장 우호적이였고, 또 그와 낙산에서 재회 후 누구보다 현무를 좋아했던 당옥상이였지만 현무의 방문에도 불구하고 그저 멍하니 허공에 시선을 두고 있었다. 사실 당옥상이 아니고 그 누구라 할 지라도 당옥상의 위치에 처하면 그렇게 변해 버릴 것이다. 아닌밤에 홍두께라고 청천벽력같이 발생 한 전문파의 멸문에 이은 유일한 생존자였던 부친의 죽음.......! 본래 사건직후 당옥상은 곧장 사천당문으로 가려했으나 무유가 애써 만류했었다. 이미 사건은 종결되었을 뿐만아니라 그 상태로 당문을 찾았다가는 당옥상은 도저히 참지 못하고 집마부로 달려갈 것이였기 때문이였다. ("옥상! 너의 심정은 내 모르는 바 아니다. 하지만 지금 이순간 개죽 음은 그야말로 먼저가신 분들의 기대를 저바린 일밖에 안된다. 만일 소문 그대로 당문이 멸문했다면 이제 당문의 생존자는 무맹에 있는 부친과 너 뿐이다. 어떻해서든 부친을 만나 복수를 하고, 당문을 재 건해야 할 것 아닌가?") "쯔쯔...그 사이 완전 얼굴이 반쪽이 되어 버렸구만....자 내 자네를 위해 술한병 사 왔으니 받게..." 현무는 당옥상의 손에 잔을 쥐어주고 술한잔을 따라 주었다. 비로소 당옥상의 시선이 현무를 향했다. 하지만 그의 시선은 그저 무표정할 뿐, 마치 혼도 넋도 모두 빠져버린 그런 시선이였다. (어허, 얼마나 심적고통이 심했으면 이렇게 변해 버렸나..... 내가 무 척 큰 잘못을 저질렀군...본래 사건직후 옥상부터 찾아 그를 안심시 켰어야 했는데....) 현무는 내심 자신의 행동을 자책하면서 곧바로 사건전말에 대해서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옥상! 자네는 사건당시 당옥상이 얼마나 큰 활약을 했는지 소문을 들어 봤겠지?" 그러자 비로소 당옥상의 시선에서 하나의 감정이 내 비쳐졌다. 의혹 을 품은 듯한....... 사실 그 청천벽력과 같은 사건의 소문에서....왜 현장에도 없었던 자 신이 등장했는지에 대해서는 그야말로 의문이였기 때문이였다. 물론 그는 그 소문이 잘못 전해진 것으로 넘겨 버렸지만...... 그러나 현무의 이야기가 계속되자 당옥상의 안색은 차츰 살아나기 시작했고, 마침내 현무가 이야기를 끝내자 그는 더 이상 참지 못하 고 현무의 발아래 업드려 뜨거운 눈물을 펑펑 쏟고야 말았다. "아! 이런 일이..... 이런 일이 있었을 줄이야.... 하늘이 무심치 않았군, 하늘이 이 당옥상을 불쌍히 여겨 결국 자네 와 같은 사람을 보내준거야.... 나, 당옥상은 이시간 하늘을 두고 맹 세하겠네...평생 자네의 종이 되어 모실 것을...." 그러자 현무가 깜짝 놀라며 당옥상을 일으켜 세웠다 "아니, 그게 도대체 무슨 말인가? 자네는 내 친구야! 만일 자네가 내 입장이였다 했을 지라도 어찌 사태를 외면했겠는가? 그런 쓸데없는 생각은 버리고, 어서빨리 부친을 시신을 수습한 후 운남으로 달려가 재기할 준비나 하게..... 특히, 자네의 형제들은 지금 자네를 잃은 슬 픔에 빠져 있을 걸세... 참, 그리고 이번 석림행은 몇사람의 동행이 붙을 것이네. 그들은 바 로 자네들과 뜻을 같이할 사람들이니 자네가 잘 좀 보살펴 주게!) 현무는 계속 고집을 피우는 당옥상을 겨우 달래어 그들은 유운회의 청년들이 있는 곳으로 보냈다. 어차피 목적지는 같았으니까..... "내 무유형에게 모든 일을 이야기 해 줄테니....자네는 어서빨리 떠나 게, 필히 당문이 이 중원을 위해 크나큰 역할을 할 일이 있을 것이 네...." 물론 현무는 당옥상이 떠나간 직후 무유와 유선에게 사천당문 사태 의 전말과 당옥상이 떠나간 사실을 알려주었다. "하하, 역시 이 무유의 아우답군! 내 그것도 모르고....얼마나 옥상을 안타까워 했는지...." "현공자님! 정말 잘하셨어요." 현무의 이야기에 이구동성으로 그를 칭찬하는 소리에 현무는 쑥쓰러 워 얼굴을 붉히고 말았다. "헤헤, 정말 내가 일을 잘하긴 잘한건가?" "하하, 물론이지 그 상황에서 가장 최선의 해결을 한 셈이야! 더군다 나 누군가의 무서운 음모가 있을 것으로 짐작하면서도 전혀 대비를 하지 못하고 있는데......언젠간 사천당문의 응어리진 힘이 무림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야..." "하지만 결사대의 그 뜨거운 투혼과 의기만은 내 영원히 잊을 수 없 을 것 같아요. 그리고 그들을 버려두고 나혼자만 탈출한 일도...." 현무는 그들의 칭찬을 들으면서도 결사대들을 폭사시키면서도 자신 만 탈출했다는 사실이 못내 아쉬웠다. 하지만 그 당시 도저히 다른 방법이 없었으니...... 이러는 사이 이미 날이 저물어 그날밤을 다시 그 곳 악주부에서 머 무른 일행들은 마침내 다음날 아침 합비의 북궁세가로 떠나게 되었 다. 악주부에서 무맹과 북궁세가가 있는 합비로 가는 길에서 현무와 그 일행들은 정사대전의 분위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아직 이 곳까지는 아무런 조짐도 보이지 않았지만 무인들은 저마다 긴장된 표정으로 정사대전을 화제로 삼고 있었으며, 이동이 많은 상인들에게서도 갖 가지 소문이 떠돌고 있었다. "무림맹과 집마부간 한판 붙기로 했다며?" "글쎄, 그렇다더군. 그리않해도 먹고 살기도 힘든 마당에 무인들까지 이렇게 싸우니.....우리같이 돌아다녀야 하는 장사치들은 자칫 잘못하 면 비명횡사하기 딱 알맞은데......" "그런데 그들이 붙으면 과연 어디가 이길까?" "글쎄, 그래도 무림맹이 좀더 세지 않을까?" "하지만 집마부도 만만치 않아! 더욱이 이번 싸움은 그들이 먼저 시 작했잖아, 무언가 자신이 있으니 그러했겠지....." "무유형! 이번 청년영웅대회에 과연 얼마만한 사람들이 올까요?" 시간이 촉박하여 계속 말을 바꾸어 가며 달리던 현무가 마상에서 무 유에게 하는 이야기였다. "글쎄, 사건이 사건이니 만큼 몇천명 정도는 오지 않을까?" "와! 그럼 상당히 대단한 대회가 되겠군요" "물론 그러겠지, 비록 이번행사가 집마부와의 정사결전을 앞두고 소집된 비상대회라 할 수 있었지만, 영웅과 호한을 꿈꾸는 강호의 젊은이들에겐 오히려 강호상에 협명을 날릴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그러니 자연히 사람도 많이 오고, 따라서 흥미로운 일도 많 겠지" 현무 역시 이제 서서히 짙어가는 혈겁의 기운에 걱정이 되지 않는 것은 아니였으나, 그 역시 피가 끓는 젊은이. 더욱이 그는 그러한 고 민에 얽메이지 않는 낙천적인 성격이였으니 무유의 이러한 이야기에 자신도 모르게 들뜬 마음이 되어갔다. 사실 그는 강호에 출도하자 말자 수많은 격전을 겪은 상황이였지만 아직은 강호에 출도한지 채 몇달도 안된 픗나기였으며, 알고 있는 사람도 별로 많지 않던 터였다. 그러한 그가 이렇듯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대규모 행사에 가게 되니 어찌 들뜨지 않겠는가? "후훗, 유언니! 저 현무형 눈 좀 봐! 마치 개구리처럼 동그래지지 않 았겠어?" "호호, 그렇구나! 얼굴도 빨갛게 상기되었는데....?" 어느새 언니 동생하며 친해진 유선과 남궁하는 이러한 현무의 모습 에 깔깔거리며 놀려댔다. 하지만 현무로서는 그녀들의 그러한 모습이 보기좋기만 하였으니...... 한 쪽은 그의 목숨을 두차례나 구해주었으며 이미 자신의 마음을 점 령해 버린 꿈 속의 여인이였고, 다른 한쪽은 그녀 이상으로 아름답 고 총명하면서도 마치 오랜 친구와 같이 편하기만 한 현실의 여인이 였던 것이였다. 악주부에서 합비까지는 건 일천오백여리, 일반인이라면 말로 쉬지않고 달린다 해도 사나흘정도가 걸리는 거리 였다. 하지만 현무와 무유등은 시간이 촉박하다 생각하여 계속말을 바꾸어 달렸고, 비록 현무는 아직 부상에서 충분히 완쾌되지 않았지만 워낙 체력이 좋았고 든든한 약기운이 받쳐 주었던 그리 오히려 부상상태 는 좋아지는 듯 했다. 그리하여 마침내 다음날 점심때쯤 그들은 합비의 서쪽 교외에 자리 잡은 천년북궁세가의 정문에 다다를 수 있었다. "후후, 다행이 늦지 않게 당도하였군" "그렇군요. 대회는 미시무렵이라 했으니 약 한시진정도의 여유가 있 군요" 오늘이 대회 당일날이라 그런지 북궁세가의 앞은 무척 복잡하기 그 지 없었다. 특히, 정문에 게시된 방과 등록대 앞에는 저마다 갖가지 병장기를 휴대한 수많은 청년무사들 몰려 있었으며, 등록을 마친 사람들은 서 둘러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그들 복잡한 사람들 틈사이를 비집고 들 어가고 있었다. "참, 강호란 세계는 묘한 곳이군요. 정사대전이 벌어진다면 반이상이 십중팔구 죽을 수밖에 없는데, 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저렇게들 아우 성이라니...." 이러한 광경을 보고 있던 유선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 중얼거렸 다. 마침 그녀의 옆에 서 있던 현무가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를 표했다. "묘한 곳은 묘한 곳이죠. 하지만 강호인들은 본래 목숨을 초개같이 여겨야 한다고 배워왔던 사람들이 아닙니까? 더욱이 이들은 혈기만 만한 젊은 청년들이니....." "하지만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인간의 본능 아니겠어요?" "그건 그렇지요. 하지만 이들중 누구에게나 한 번 물어보십시오. 죽 기위해 이곳에 온 사람이 있는지... 아마 대부분 다른 사람들은 다 죽더라도 자신만은 살아남아 빛나는 명예와 업적을 남길 수 있을 것 이라고 이야기 할 것입니다." "후후, 하긴 그렇게 자기 펀리하게 해석하는 것도 인간 본연의 특성 이지요. 게다가 아직 이들은 위기를 실감하지 못하고 있을테니...." 번 호 : 8412 게시자 : 윤원중 (re5280 ) 등록일 : 1999-05-08 10:52 제 목 : [연재] 천부외경 58 이러한 이야기들을 하면서 일행은 방에 적힌 내용을 살펴보았다. 본래 무공이란 신체 각부분의 능력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단련시키 는 것이 기본이였고, 이미 이들의 무공은 어느 수준을 넘고 있던터 라 굳이 혼잡한 사람들의 틈을 뚫고 방에 가까이 갈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방에 적힌 내용은 지극히 간단명료했다. 즉 집마부가 사천당문을 멸문시키는 등 극악무도한 행동을 하고 무 림맹에 정식으로 선전포고를 해 부득불 정사대전이 시작되었고, 이 에 청년영웅대회를 개최하게 되었다는 것. 그리고 이 대회는 백도소속이면서 17세이상 30세 이하인 사람들은 모두 참석할 수 있으며 참석을 원하는 사람들은 각각 5대세가, 구파 일방, 기타방파의 3개부류로 나누어 등록을 해야 한다는 것 등이 그 주요한 내용이였다. 방의 내용을 읽고 난 유선이 다시 현무에게 물어 보았다. "왜 굳이 이들 3개부류로 나누려 하죠?" "제가 무엇을 알겠소이까? 단지 이들 부류간에는 보이지 않는 경쟁 심과 암투가 있어 아마 이를 방비하려는 의도겠지요" "하지만 이러한 문제점들은 혼합해 놓으면 개인간의 문제가 될 것이 나 구분을 해 놓으면 오히려 조직간의 문제가 될 수 있어 오히려 심 각할 텐데...." "후후, 긍정적으로 본다면 오히려 선의의 경쟁심을 부추길 수도 있 겠지요" 이 때 남궁하가 그들 옆으로 다가서며 말했다. "아니, 두 분은 무슨 이야기들을 그리 재미있게 하세요?" "재미있는 이야기는 무슨? 그저 이번 대회에 대한 평범한 이야기들 이지...." "후후, 그런데 왜 제 눈에는 아주 즐거운 표정들로 보이죠?" "호호, 나와 현공자가 서로를 좋아하는 모양이지?" "하긴 그래요! 두 분은 그야 인중룡(人中龍)이요 인중봉(人中鳳)이 니.....정말 잘 어울리는 데요" 유선은 단지 농담을 했을 뿐인데, 정작 남궁하가 이에 맞장구를 치 자 유선은 가볍게 얼굴을 붉히며 슬며시 현무를 쳐다 보았다. 하지 만 이 때 현무는 무언가 골똘히 생각하고 있어 미처 그들의 대화를 못 들은 것 같았다. "인중봉은 무슨 인중봉, 그건 하매에게나 어울리는 말이지.....괜히 사 람 놀리지 말고 우리도 등록이나 하지" "그래요. 언니!" 이윽고 그들도 등록을 하기 위해 앞으로 나아갔다. 그러자 많은 사람들의 시선이 그들에게 쏠렸다. 어찌 안 그렇수 있 겠는가? 신화군주 유선, 천혜옥인 남궁하의 미모는 그야말로 경국지색이라 할 정도 빼어났고, 무유와 현무는 물론이고 이들의 뒤를 따르는 소 림하원의 제자들의 기상이 누구하나 걸출하지 않는 사람이 없었으 니..... 그러나 의외로 그들을 알아보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이는 유선이나 현무는 아직 강호세계에서는 신출내기였고, 무유역시 강호행을 삼가는 편이였기 때문이였다. 그 때 그들 눈에 북궁세가의 정문으로부터 자신들을 향해 걸어나오 는 한 사람이 눈에 띠었다. 관옥같은 용모에 청색 문사건을 머리에 두른 젊은 청년! 그는 바로 천혜옥룡선 제갈청운 이였다. "하하, 무선배! 어서오십시오. 소제가 영접이 늦어 죄송합니다. 마침 유소저, 남궁소저, 그리고 현공자도 함께 오셨군요" 이에 무유도 앞으로 나서며 반갑다는 인사를 했다. "그래 그동안 잘 있었나? 그날 집마부에서 보고 처음이구먼...." "참, 그렇게 되었군요. 그날은 마도와 그렇게 사이가 좋았는데....." "그래서 인생사가 알 수 없다고 했지 않는가?" 그러면서 무유는 서서히 등록대 앞으로 나아갔다. 그러자 제갈청운이 웃으면서 그를 만류했다. "하하, 무선배께서는 등록 안하셔도 됩니다" "아니, 그게 무슨 말인가?" "신주십출에 속하신 분들은 등록이나 관문통과가 면제되었기 때문이 죠! 이미 그들의 신분이나 실력은 공인된 거 아닙니까?" 그러자 유선이 나섰다. "어마, 그러면 저와 현공자님만 등록해야 겠네요" 그러나 제갈청운은 여전히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유소저는 저희 무림맹과 북궁세가의 귀빈 아닙니까? 그 러한 분을 어찌 일반인 들과 함께 등록하게 하오리까?" "그럼 현공자님은요?" 이러한 유선의 질문에 제갈청운은 무척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사실, 현공자께서도 명망이나 무공을 보아 당연히 등록을 면제해야 할 것이나 규칙이....." 이 때 남궁하가 그의 말을 자르며 나섰다. "아하, 그러니까 일반인들과 함께 등록하라 이 말이죠? 좋아요! 그렇 다면 저도 정식으로 등록하겠어요. 무림십출이 아니라 남궁세가의 한 제자로서....." 그러자 현무가 얼른 나섰다. "남궁소저! 굳이 그럴 필요까지는없지 않겠소?" "흥, 뭐 무림십출이 별 건가요? 아니 그리고 유언니는 손님신분이 될 수 있는데...도대체 형은 왜 안된단는 거예요?" 특히, 남궁하는 유선에게는 예외를 인정하는데, 현무에게는 굳이 등 록을 하라는 그들의 처사에 화가 난 것같았다. 이렇게 되자 정작 난처한 사람은 제갈청운이였고, 또한 자신만 특별 대우를 받게된 유선이였다. 그래서 유선 또한 나서지 않을 수 없었 다. "저도 그냥등록을 하겠어요" "허허, 도대체 왜들 그러시오! 잠시만 기다리시오. 내 금방 해결하고 올테니...." 이렇게 이야기 하면서 현무는 순간적으로 자리에서 사라져 버렸다. 차라리 얼른 등록을 해 버림으로서 더 이상의 마찰을 줄이려는 생각 이였던 것이다. 아닌게 아니라 그의 신형은 바로 제3의 등록대 앞에 나타났고, 난데 없는 그의 출현에 깜짝놀란 그의 뒷사람에게 씨익 멋적은 웃음을 지 었다. "헤헤, 미안하외다. 그렇지 않으면 싸움이라도 일어날 것 같아서...." 이렇게 이야기 한 후 현무는 곧바로 방명록에 자신의 출신과 이름을 커다랗게 적은 후 등록을 상징하는 패를 하나 받았다. < 복우산 출신, 천지객 현무 > 그 때 갑자기 현무의 바로 뒤에서 옷깃을 스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현무가 깜짝놀라 뒤를 돌아보니 바로 거기에는 어느새 남궁하가 웃 고 있는 것 아닌가? "으흠, 형장 등록을 마쳤으면 자리 좀 비켜 주시겠소?" 현무가 어쩔수 없다는 표정으로 자리를 비켜주자 그녀역시 방명록에 서명한 후 등록패를 받아 내는 것이였다. < 남궁세가 출신, 천혜옥인 남궁하 > "아니, 오대세가의 등록대는 이곳이 아니지 않소?" "상관없어요. 그러한 규칙은 강제규정이 아니니.... 아무튼 저는 형과 함께 다니고 싶어요" "하여튼 성질하고는....." "에? 제 성질이 어쩌는데요?" 그러나 현무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자신을 바라보는 그녀의 모습이 너무 귀여워 그만 피식 웃고 말았다. 문득 이러한 현무의 머리속으로 지난번 집마부에서 탈출당시와 동정 호에서 격전에서 그녀의 의연한 모습이 떠 올랐다. (후후, 평소에는 그처럼 온화하던 여인이 어쩔때면 남자 이상이니....) 이런 생각을 하며 현무는 남궁하와 함께 일행들에게 돌아왔다. "쳇, 즈그들이 뭐라고....함부로 새치기나 하고..." 어리벙벙한 상태에서 현무와 남궁하를 멍하니 바라보고만 있던 그들 뒤의 사내는 이렇게 투덜거리며 등록대 앞으로 나갔다. 그러나 그는 방명록에 적혀있는 이름들을 보고 깜짝놀랄 수밖에 없었다. (아니, 저 여인이 바로 신주십출 중 일인인 천혜옥인 남궁하란 말인 가? 그리고 최근 신성처럼 나타났다는 천지객 현무와......? 이크 큰 일날뻔 했네....괜히 성깔 부렸다가는....) 현무와 남궁하가 일행들에게 돌아오자 그 사이 제갈청운이 뭐라고 설득했는지 유선도 더 이상 고집을 부리지 않고 그저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함께 북궁세가의 안으로 발길을 옮겼다. 북궁세가는 과연 천년전통과 당금 강호 최고의 무가(武家)답게 넓고 화려하기 그지 없었다. 특히 중앙의 광장은 수천명의 청년들이 모여있음에도 그리 비좁아 보이지 않을 정도로 충분히 넓었는데, 마침 그곳에는 세 개의 커다 란 비무대가 설치되어 있었다. "히야! 과연 북궁세가 답군, 그 내부에 이렇게 넓은 광장이 있다 니...." 일개문파치고는 지나치게 넓은 광장을 보고 현무는 감탄을 터뜨릴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남궁하는 그의 옆구리를 쿡 찍으며 손을 들 어 한 쪽을 가르켰다. "물론 북궁가가 넓긴 하나 어찌 이처럼 큰 광장이 있겠어요? 그들은 이번 행사를 위해 전각까지 부셔버린 모양이예요" 과연 남궁하가 가르키는 곳을 살펴보니 주춧돌이며, 전각을 뜯은 흔 적이 눈에 띄었다. "아하! 그렇군요. 그렇다면 그들은 이번 대회에 상당히 비중을 두고 있군요. 기존의 건물을 부술 정도로...." "그러게요. 저는 이번 행사를 북궁가 내부가 아닌 제3의 장소에서 하는 걸로 짐작했었는데..." 마침 시작시간이 거의 다 되었는지 광장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 들어자리를 잡고 앉았으며, 현무일행은 그중 비교적 전망이 좋고 의자까지 갖추어진 곳으로 안내받아 갔다. 마침 그곳에는 신품공자 북궁휘를 비롯한 여러사람들이 앉아 있었는데, 이들이 나타나자 모 두들 자리에 일어서며 그들을 반겼다. "하하, 무선배, 그리고 유소저 어서오시오! 그리않해도 시작시간이 다 되어 가는데 왜 아직 오지 않나 기다렸는데...." 북궁휘는 얼굴에 환한 미소를 지으며, 한손에는 무유를 그리고 다른 손에는 유선을 잡은 채 자신의 옆좌석으로 그들을 이끌고 갔다. 그렇게 되자 멋쩍어 진 현무는 그들보다 한단계 아래에 있는 모서리 쪽의 빈좌석에 가서 앉았다. 그러자 남궁하도 따라와 그 옆에 앉게 되었는데....문득 이를 보고 있던 북궁휘가 미안한 기색으로 그들을 불렀다. "남궁소저! 그리고 현공자, 그 쪽에 앉지 마시고 이 쪽으로 오시오!" 그러자 현무가 슬쩍 그 쪽을 바라보니 정작 빈 좌석은 단 한석밖에 없지 않은가? "남궁소저는 저쪽으로 가 앉으시오. 저는 이곳이 좋으니....." 그러자 남궁하는 고개를 살래 살래 저었다. "저도 이곳이 좋아요" 그러면서도 남궁하는 좌석에 태연히 앉아 단 지 손짓으로 자신들을 부르는 북궁휘의 태도에 입술을 씰룩거렸다. "흥, 지가 잘났으면 얼마나 잘났길래....." 바로 그러는 순간 갑자기 장내에는 커다란 북소리가 울렸다. 마침내 청년영웅대회가 시작된 것이다. 그러자 광장에 모여있던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중앙의 높다란 누대 (樓臺)로 쏠렸다. 그리고 잠시후 다시한번 북소리가 울리더니 단상에 모두 일곱 사람 이 올라왔는데 그들 중 여섯 명은 자리에 가서 앉고 가장 우람한 체 구를 자랑하는 1명이 단상의 중앙으로 나왔다. 그 순간 사람들의 입에서 일제히 함성소리와 박수소리가 터져 나왔 다. "형! 저들이 누구인지 알아요?" 이를 보고 있던 남궁하가 현무의 귓전에 가만히 속삭여 왔다. "글쎄요. 지금 중앙으로 나온 분은 바로 무맹의 무적철사대주이자 화산장문인인 신궁 화영임은 알겠는데 단상에 앉은 여섯분은...." "그럼 맨 좌측에 계신 분들부터 말씀드릴께요. 먼저 가장 좌측에 계 신분은 무맹의 무적흑표단주인 전광일패 용천비, 그리고 그의 옆으 로 해서 무맹 호천대주 풍뢰도객 갈천희, 그 옆은 무당장문인 청련 자, 그리고 그 옆은 무맹의 군사이자 제갈세가주인 신기산통 제갈후 상, 그 옆은 전대점창장문인이자 무맹의 부맹주인 천무검 좌일패, 맨 오른쪽이 무맹의 공봉으로 있는 진주언가의 가주인 언지황이예요" 중앙으로 나온 화영이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끝내려는 듯 남궁하 의 말은 무척 빨랐고, 이에 현무는 남궁하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단 상의 인사들을 살피랴 정신없었다. "어휴, 정신이 없군" 그러나 그 순간 바로 화영은 이야기를 시작하고 있었다. "여러분! 저는 이번 대회에 주관자로 지정된 화영이라 합니다" 그러자 또 다시 우뢰와 같은 박수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만큼 화영 의 인기는 젊은사람들에게 대단했다. 그가 이끄는 무적철사단 역시 주로 젊은 청년들로 구성되었는바 사실 무적철사단은 강호의 젊은이 들이 꼭 들어가고 싶은 단체였기 때문이였다. "이렇게 많은 분들께서 이 자리에 참석하여 주신 점 깊이 감사드립 니다. 저는 본 대회의 주관자로서 대회운영과 진행방법에 대하여 간단히 설명하고자 합니다. 먼저 본대회에 참석하신 분들에게는 3가지의 관문이 준비되어 있습 니다. 물론 여기까지 오신 분들의 성의를 생각하여 모든 분들을 청년영웅 단으로 포함시켜야 당연할 줄로 알지만 불필요한 희생을 줄이기 위 하여 관문을 설치했다는 점 이해 바랍니다. 따라서 일단 3개의 관문중 단 하나라도 통과하신 분들에게는 청년영 웅단에 소속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중 2개를 통과하신 분에게는 초급지휘관의 자격을, 그리고 3개를 모두 통과하신 분들에게는 중급 지휘관의 자격과 함께 4개대로 나뉘는 청년영웅단의 대주에 도전할 기회를 드리겠습니다. 대주를 선발하기 위한 대진은 등록된 구분에 따라 5대세가, 구파일 방, 그리고 기타방파로 나뉘어 3개관문 통과자와 신주십출에 포함된 분들이 무작위 추첨에 의해 시합을 벌이게 됩니다. 그리고 나머지 1개대는 현 무적철사단이 무적철사대로 바뀌어 이에 포함하게 되며, 우선 제가 청년영웅단 단주를 맡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단주의 지위 는 누구나 도전이 가능하며, 만일 저와 겨루어 승리한 분이 계시면 저는 곧바로 단주의 지위를 그 분에게 드리겠습니다. 본 대회의 관문은 공력관, 경공관, 병기관의 3개이며, 시간관계상 관 문에 응할 수 있는 기간은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2일간이며, 그 이후 에는 대주를 선발하기 위한 대진에 들어가게 됨을 기억해 주시기 바 랍니다. 각관문을 통과하는 방법은 그 관문에서 설명해 줄 것입니다. 그럼 이번 무공시합에 판정관이자 참관인으로 선정되신 여섯분들을 소개하여 드리겠습니다 ............ " 마침내 화영의 이야기가 끝나고 정식으로 청년영웅대회의 시작이 선 포되었다. 번 호 : 8413 게시자 : 윤원중 (re5280 ) 등록일 : 1999-05-08 10:52 제 목 : [연재] 천부외경 59 현무는 과연 무맹에서 어떠한 관문들을 설치 해 놓았는지 궁금하였 다. "남궁소저, 어때요? 우리는 관문들을 한 번 둘러 보는게....." "후후, 좋아요! 사실 전 그들이 별로 마음에도 들 지 않을뿐더러 연 회같은 것은 별로 좋아하지 않으니까요" 사실 그들은 선포식 직후 북궁휘가 주최하는 축하연회에 참석해 달 라는 통보를 받고 있었다. 하지만 현무는 이처럼 특수계층만 참석하 는 연회를 별로 탐탁히 생각하지 않았고, 또 남궁하 역시 그들에 대 해 별로 좋은 감정이 아니였던 관계로 그들은 좌석을 슬쩍 빠져나와 버리고 말았다. 좌석을 빠져 나오면서 현무는 슬쩍 무유와 유선 등을 바라 보았는 데, 그들은 무슨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하는지 만면에 미소를 가득 띠우고 있었다. 3개의 관문은 각각 광장의 전면과 좌우에 설치되어 있었는데 이미 그곳은 관문을 통과하려는 사람들과 이를 구경하는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이 중 공력관에는 넓이가 2,3장정도에 달하고 두께가 1장정도 되는 거대한 바위하나가 놓여 있었는데, 그로부터 3장정도 되는 거리에 하얀 줄이 하나 그어져 있었다. "아마, 저곳에 서서 바위에 흔적을 남겨 그것으로 공력의 고하를 가 름하는 모양이죠?" "그럴 것 같군요" 마침 그곳에는 이들의 견해를 증명이라도 하듯 한 청년무사가 줄위 에 가서 섰는데, 이때 시험관이 말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먼저 자신의 성명과 출신문파를 이야기 하시오" "저는 산동 봉래파의 소리형이라 하오" "좋습니다. 그럼 소소협은 제3부류에 속하게 되겠군요. 이 공력관은 그곳에서 허공을 격하여 이 바위를 가격하여 1푼깊이의 흔적을 남기면 통과하게 됩니다. 기회는 두번 드리지요" 그러자 소리형이라는 그 청년은 그 자리에 선채 기력을 조절하기 시 작하였다. 사실 3장밖에서 바위를 가격하여 1푼깊이를 남긴다는 것은 결코 쉬 운 일이 아니였다. 최소한 반갑자 정도의 공력과 이를 적절히 운영 할 수 있는 권이나 장법을 익히고 있어야 하는 것이다. 본래 1갑자의 공력이란 정상인이 60년간 수련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공력의 깊이를 말하는데, 초창기에는 이정도의 공력이면 능히 일류 고수의 범주에 들 수 있었다. 하지만 그 후로 차츰 무공과 인체에 대한 조예가 깊어가면서 나름대로 공력을 증강시키는 갖가지 방법들 이 개발되었고, 따라서 당금에 있어서 1갑자의 공력이란 초창기처럼 그렇게 어려운 것은 아니였다. 그러나 이러한 것은 사실 훌륭한 무공과 좋은 스승, 그리고 공력을 증진시키는 영약들을 완비한 정통적 문파에서 일이였고, 기타 일반 무예도장이나 군소방파에서는 일갑자가 아니라 반갑자의 공력도 달 성한 사람이 드믄 사정이였다. 아닌게 아니라산동의 봉래파라면 그런대로 이름이 나 있는 방파였 고, 소리형이라는 청년도 산동지방에서는 한가닥 한다는 친구였지만 겨우 반푼이 조금 넘는 흔적만을 남긴 채 탈락되고야 말았다. 현무와 남궁하는 그 후로도 한동안 공력관의 상황을 지켜 보았지만 관문을 통과하는 사람은 겨우 3명에 한명꼴에도 미치지 못하였다. 이에 남궁하는 따분해 하는 표정으로 현무의 팔을 잡아 끌었다. "관문이 너무 간단해서 그런지 별로 재미가 없군요. 형! 우리 다른 곳으로 가요" "하하, 그럽시다. 그럼 어디 경공관을 한 번 구경해 볼까요?" 경공관은 한 5장여 길이로 펼쳐져 있는 모래밭을 경공을 사용해 뛰 어 넘도록 되어 있었는데, 불가피할 경우 그 모래밭을 밟을 수는 있 으나 그 발자욱의 깊이가 2푼을 넘지 않아야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사실상 모래밭에서 2푼이하의 발자욱을 남길정도의 경공수준 은 5장너비의 모래밭을 곧바로 뛰어넘는 것보다 훨씬 힘든 것으로 과연 그러한 규정이 무엇 때문에 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이러한 규정을 통해 관문을 통과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이에 남궁하는 거의 이해가 안간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아니, 저런 규정을 무었 때문에 두었죠?" "아마, 경공의 기초인 몸을 가볍게 하는 방법은 알고 있으나 마땅한 신법이 없는 사람들을 위해 둔 것이 아니겠소? 마치 남궁소저에게 유운신법을 배우던 나처럼 말이요" 그러자 남궁하는 그 때 자신에게 신법을 배우던 현무의 우수꽝스러 운 모습을 생각하고 입가에 미소를 띠었다. "후후, 그럴 지 모르겠군요. 하지만 그러한 사람이 도대체 얼마나 될 까요?" "그건 알 수가 없지요. 세상에는 워낙 기이한 사람들이 많으니 말이 요" 그런데 경공관은 공력관에 비해 통관되는 비율이 훨씬 미약했는데, 이는 무공을 배우는 사람들에게 공력은 기본적인 사항이였지만 경공 은 사람에 따라 게을리한 사람이 많았던 탓인 것 같았다. 이 경공관에서 한참을 더 지켜본 현무와 남궁하는 마지막으로 병기 관을 찾았다. 그런데 이 병기관에는 가장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을 뿐만아니라 멀리서부터 함성소리까지 들려오는 것이 상당히 흥미진진한 것 같았 다. 아니나 다를까, 그들이 병기관에 도착해 보니 이 때 한참 싸움이 벌어져 있었는데.... 한쪽은 바로 무적철사단을 상징하는 흰색에 포효하는 사자그림이 그 려져 있는 전포를 입은 두사람의 무사였고, 다른 한 쪽은 마치 작은 산만큼 거대한 체격을 지닌 거한의 청년이였다. 그런데 의외로 그 거한의 청년은 무림맹의 꽃이라는 무적철사단원을 거칠게 밀어 붙이고 있었는데, 정작 기이한 점은 무적철사단원이 휘 두르는 목검이 무수히 격중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청년은 전혀 충격을 받지 않는 듯 하였으며, 이에 개의치 않고 마구잡이로 공격 하고 있다는 사실이였다. "이야! 그의 맷집이 대단한데....?" 무적철사단원의 목검이면 보통사람같으면 거의 치명적일 정도로 대 단한 위력을 지니고 있을텐데, 그걸 마치 회초리정도로도 안 여기는 거한의 맷집에 현무는 자연스럽게 입이 벌어졌다. 그러자 남궁하가 피식 웃으며 그의 옆구리를 찔렀다. "참! 내,... 형은....그게 맷집으로밖에 안 보이나요?" "그럼 그게 맷집이지, 뭐 다른게 있어?" "그건 맷집이 아니라 외공이라 하는 겁니다. 무지무지하게 유식한 형!" 그러자 현무는 머리를 긁적거렸다. "헤헤, 그렇나? 난 그가 선천적으로 맷집이 좋은 줄만 알았지" "후후, 그는 아마 철포삼이란 외공을 익힌 것 같아요" 그러는 사이 심판관이 그의 통관을 외치며 싸움을 중단시켰다. 더 이상 진행되다가는 무적철사단원들이 변을 당하랴 싶었던 모양이 다. 그제서야 현무는 비로소 통관방법을 적어 놓은 방을 읽어 보았다. 그 내용은 바로 한 쪽에 준비되어 있는 목병기중 아무거나 사용하여 무적철사단원의 2인이 전개하는 합공을 십초이상 견디면 통관할 수 있다고 되어 있었다. "이거 관문이 갈수록 어려워 지는 군. 무적 철사단원이 어디 보통사 람들인가? 그들의 합공을 십초이상 견딜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후후, 형은 방금 그 자를 보지 못했어요? 의외로 강호상에는 숨은 실력자들이 많은 거 같아요" 그 때 현무는 갑자기 등뒤로 접근하는 인기척을 느끼고 깜짝놀라 뒤 를 돌아 보았다. 그러자 그 곳에는 무유가 환한 웃음을 지으며 다가오는 것이였다. "하하, 왜 안 보인다 했더니.... 이곳에서 관문구경을 하고 있었군" "어? 왜 왔어요? 아마 한참 연회가 진행되고 있을텐데...." "자네와 남궁소저가 빠져 버렸는데....연회가 무슨 재미가 있겠나? 더 욱이 유소저가 갑자기 부친의 부름을 받았고, 북궁지 마저 몸이 안 좋아 빠져 버리니....그만 시시하게 되고 말았지" 그러자 현무는 깜짝 놀라며 반문했다. "아니? 현천학림주이자 유씨세가주인 유천학선생이 이곳에 왔다는 말입니까?" 유천학이라면 바로 황실의 부마이자, 당대 유림의 본산이라 할 수 있는 현천학림의 주인이였다. 게다가 명대에서 가장 많은 재상을 배 출했다는 유씨세가의 가주로서 황실 및 관부에 가장 영향력이 큰 인 물로 알려진 거물이였으니 갑작스런 그의 등장에 현무는 물론 남궁하까지 놀람은 지극히 당연 했다. "사실 유가주와 북궁맹주는 막연지우라 하더군! 그는 마침 무림맹에 북궁맹주를 만나러 왔다가 이곳에 유소저가 있다길래 들린 모양이야 " 그제서야 현무는 전후사정을 짐작하겠다는 표정이였다. "아! 그래서 유소저와 북궁휘가 그렇게 절친했던 모양이군요. 그런데 그래도 유가주와 같은 거물이 움직였다면 필히 무슨 이유가 있을 것 인데.... 물론 단지 친구를 만나기 위해서 일 지 모르지만...." "그거야 나로서 알 길이 있나? 참, 그것보다 아우는 이곳에 계속 있 을 건가?" "후후, 형님께서는 또 술생각이 나나 봅니다" "하하, 모처럼 한가한 시간이잖아. 어찌 술한잔이 없을 수 있나? 안 그렇습니까 남궁소저?" "호호, 저도 끼워 주시게요?" "그거야 물론이죠. 남궁소저와 같이 아름다우신 분이 합석하신다면 그야말로 영광이지요" 그러자 남궁하는 마치 박꽃같이 환한 웃음을 지으면서 현무의 팔짱 을 딱 끼었다. "좋아요. 그럼 형! 어서 가요" 이처럼 남궁하의 대담한 행동에 현무는 순간적으로 얼굴을 붉혔지 만, 이미 그녀와 사이에는 생사를 두 번씩이나 같이한 정이 들었던 터라 그저 쑥쓰러운 웃음을 지으며 그녀에게 끌려갈 수밖에 없었다. 이 모습을 보고 있던 무유에게서도 흐뭇한 웃음이 떠 올랐다. (그래! 현아우, 어쩌면 너에게는 유선보다 남궁하가 더 잘 어울릴 지 모르겠다. 모든 면에서 유선보다 결코 뒤 떨어진 점이 없을 뿐만아 니라, 그녀처럼 까다롭지도...또한 까다로운 부친도 두지 않았으 니.......) 한편 이시간 신화군주 유선은 부친인 유천학을 만나고 있었다. "아버님을 뵙습니다" 날아갈 듯이 절을 하는 아름다운 딸의 모습에 유천학의 입가에는 흐 믓한 웃음이 감돌았다. "후후, 그렇게 강호유람을 고집하더니.... 그래 재미가 좋은 모양이 지? 집에 한 번 들릴 생각도 않하니..." 유천학의 전신에서는 당대의 거물답게 감히 거역치 못할 위엄이 배 여 나오고 있었다. 그러나 유선에게 그는 단지 자애로운 아버지였으 니.... "호호, 생각보다 재미있던데요? 그것보다 이곳에는 어인 일이세요?" "아니, 아버지가 딸을 만나러 왔는데 어인 일이라니?" "글쎄, 아버님이 단지 아무 용무없이 저를 만나러 왔다고요? 제가 그걸 믿을까 봐요?" "이런 자식하곤....이제 여우가 다 되었어" 그러더니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지 유천학의 표정은 조금 심각해 졌 다. 이에 덩달아 유선의 표정에서도 조금 진지함이 감돌기 시작했다. "사실 이번에 북궁맹주를 만난 김에 아예 청혼을 넣었다. 물론 너하 고 먼저 상의를 했어야 좋을 것이였지만.....어디 그가 좀 바쁜 사람 이냐?" 이에 유선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반문했다. "아니, 도대체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청혼이라니....누가 누구에게 청혼을 해요?" "누구긴 누구야! 너를 북궁휘에게 시집보내겠다는 말이지.... 사실 너 도 휘아를 좋아하지 않느냐?" 그러자 유선은 정말 깜짝놀랐다. 난데없이 북궁휘에게 시집가라니..... 물론 그녀는 옛날부터 북궁휘를 사위감으로 삼았으면 하는 부친의 이야기를 많이 들어왔다. 그리고 당시에 그녀도 부친의 이러한 이야 기에 별로 거부감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막상 부친이 자신의 의 사는 물어 보지도 않고 청혼을 했다니.....정말 황당한 생각이 들었다. "아니, 아버지! 제 의사는 물어 보지도 않고 어떻게 그러실 수 있어 요? 어떻게...." 유선은 너무나 황당하고 화가 나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기세였 다. 그러자 유천학도 당황한 듯 하였다. 물론 가벼운 반발은 예상했 지만 그녀가 이렇게까지 나올 줄은 몰랐던 것이다. "난 네가 휘아를 좋아한다고 여겼기에....." "그건 단지 어렷을 적부터 친하게 지내온 터라..." "아니, 그럼 그가 싫다는 말이냐?" 그러자 유선은 순간적으로 망설였다. 사실 그녀도 북궁휘만한 남자 가 없다고 여겼고, 만일 꼭 결혼을 해야한다면 그와 하는 것이 당연 할 듯 생각해 왔던 것이다. 하지만 요 근래에 들어서 그녀는 그러한 생각을 해 보지 않았던 것이다. "꼭 싫다기 보다는.... 아직은 결혼을 하고 싶지 않아요! 더군다나 무 림이 이처럼 시끄러운데..." 조금 약화된 그녀의 태도에 유천학도 약간 안심이 되는 것 같았다. "그렇다고....꼭 당장 하라는 것은 아니다. 아무래도 무림이 조금 조 용해 지면 해야겠지.... 어쨋든 나와 북궁맹주는 그렇게 약조를 했으니, 너는 그렇게 알고 있어라!" 이렇게 단정지으듯 이야기 하며 유천학은 입을 굳게 다물고 말았다. 이에 유선은 더 이상 뭐라 말할 수 없었다. 그녀는 부친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비록 그녀에게는 자상하기 그지없는 분이였 지만, 한 번 입에서 나온 말은 무슨 일이 있더라도 실천하는 사람이 였다. 더욱이 그것이 당금 무림맹주인 북궁소와한 약속이라면..... (휴우, 할 수 없지.... 당장 하는 것이 아니니 시간을 두고 생각해 보 지....) 이렇게 생각을 하며, 고개를 숙이던 유선의 뇌리에 문득 현무의 해 맑은 모습이 떠 올랐다. 무척 망설이던 표정으로 자신을 좋아한다던 말을 돌려서 하던 그의 모습이...... 하지만 아직 유선은 그를 사랑한다는 확신이 들 지 않았으니... 어쩌면 이는 그가 가장 약할 때 그를 구해 주었고, 그런 인상이 그 녀의 뇌리에 강하게 남아 있었던 탓인지 모른다... 번 호 : 8414 게시자 : 윤원중 (re5280 ) 등록일 : 1999-05-08 10:53 제 목 : [연재] 천부외경 60 다음날 현무는 가볍게 3개의 관문을 통과할 수 있었다. 남궁하 역시 제3부류로서 등록하였지만 그녀는 중원십출에 속해 있 었기에 관문통과를 면제 받았다. "형! 관문통과를 축하드려요" 전날과 마찬가지로 현무를 따라다니던 남궁하는 비록 땅집고 헤엄치 기와 마찬가지인 관문통과였지만 환한 미소와 함께 현무의 관문통과 를 축하해 주었다. "후후, 이런 것 가지고 축하받으려니....어째이상한데..?" 현무의 남궁하에 대한 어투는 전날 오후에서부터 자연스럽게 내림조 로 변해 있었는데, 현무는 물론 남궁하 역시 지극히 자연스럽게 받 아들였다. "그나저나 형은 언제까지나 저를 남궁소저라고 부를 거요?" "그러는 남궁소저는 나를 언제까지 형이라고 부를 건데?" "하긴 그렇긴 한데....그럼 뭐라고 불러요? 오빠라고 부르자니 너무 쑥쓰럽고..... 그래도 형이 저를 하매로 불러주면 저도 오빠라고 부르 지 뭐..." "하하, 알았어! 그렇지만 나야 뭐 이렇게 예쁜 누이동생이 생기게 되 었으니 좋은 일이지만 하매는 손해보는 일이 아닌가?" "저도 형과 같이 귀여운 오라버니가 생겼으니 좋을 수 밖에...." "엥? 오빠한테...귀엽다니....도대체 그런 말투가 어딨어?" "헤헤, 그래도 귀여운데...어떻해? 귀여운 우리 오빠!" "하매! 정말 까불래?" 현무는 짐짓 화난 듯 인상을 쓰며,남궁하의 옷깃을 잡으려 하였다. 그러자 남궁하는 장난꾸러기 같이 혀를 쑥 내밀더니, 깔깔거리며 도 망을 쳤다. 비록 장난이였지만 쫓고 쫓기는 사이 그들은 어느새 북궁가를 벗어 나고 있었다. "참, 하매! 고마워!" "예? 뭐가요?" "그냥 뭐든지 고마워!" "에이 그런 말이 어디있어요?" "후후..." 현무로서는 정말 남궁하가 고맙기 그지 없었다. 천애고아에다 출신 마저 비천한 자신을 그토록 따라주고, 좋아해 주는 여인! 더욱이 그 녀는 중원의 꽃이라는 무림오봉중에서도 수위로 꼽히는 아름답고 총 명한데나 무공마저 지극히 고강한 여인이였던 것이니..... 그러나 남궁하는 고개를 살래살래 젓고 있었다. "아니야 오빠! 고맙긴 내가 고맙지......." 사실 그녀 역시 무척 외로운 여인이였다. 형제자매하나 없는 무남독 녀 외딸에다 어렸을 적부터 부친의 기대 때문에 거의 가문을 뒤이을 아들로서 역할만을 강요당해야 했으니..... 지금 그녀의 명성은 어쩌면 그러한 영향인 탓도 있었다. 물론 선천 적으로 똑똑하고 무공에 대한 자질도 뛰어났지만, 그녀는 한창 뛰어 놀아야 할 어린아이 때부터 거의 쉴새없이 학문과 무공연마에 전념 해야만 했다. 결국 그러한 덕에 추수빈이나 북궁지와 같은 다른 오 봉의 여인들이 오룡에 비해 1단계이상 무공차이가 있건만, 그녀만은 결코 그들에 비해 뒤떨어지지 않았고 학문과 지혜까지 겸비하게 된 것이다. 물론 뛰어난 미모와 재지를 겸비한 그녀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많았 다. 대표적으로 그녀의 육촌오빠이자 남궁가의 대제자인 남궁상일과 같은 이를 들 수 있었다. 하지만 우선은 그녀 자신이 사내에 대해 관심이 없는데다, 주로 남장을 하고 다니고 거침없는 성격을 지닌 그녀에게 제대로 말을 붙여보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이는 천성이 과묵한 남궁상일도 마찬가지로 그저 그녀를 가슴속에만 넣어 둘 뿐 이였다. 그러하던 그녀가 현무를 만나고, 그의 갈무리된 매력과 따뜻한 인간 성에 그만 반해 버린 것이였다. 물론 처음에 무창의 한 주루에서 그 를 처음 만났을 때에는 단지 호기심과 동정심 정도였다. 그리고 그 를 재회했을 때, 그녀는 비록 그의 놀라운 변신에 감탄을 하긴 하였 지만 역시 호감의 범주에서 벗어나지는 않았고 남궁하란 여인이 아 닌 남궁수라는 사내로서 그와 사귀고 싶다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와 함께하는 시간이 길어 지면서 차츰 그의 기이한 매력에 빠져들고 있었으니, 더욱이 집마부의 혼사에 참석하기 위해 부득불 자신의 본 모습을 회복하게 되자 비로소 그녀는 자신이 여인이고 그 는 사내라는 사실을 인식하였던 것이다. 어느 조그마한 야산 기슭에 나란히 서 있는 두 남녀! 때는 바햐흐로 천공이 붉게 물들어 가는 저녁무렵이였다. 노을빛에 빨갛게 물들어 있는 그녀의 아름다운 얼굴! 그리고 지혜와 사랑으로 반짝거리는 맑은 눈동자! 현무는 순간 그녀가 무척 사랑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손이 그녀의 조그마한 손을 잡았다. 마치 어린아이의 손처럼 부드럽고 감촉이 좋았다. 그녀의 머리가 그의 어깨에 와 닿았다. 그의 팔은 자연스럽게 그녀의 어깨를 감싸 주었다. 기분좋은 그녀의 향기! 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쳤다. 무척이나 가까운 거리, 상대방의 눈동자 속에 비치는 자신의 모습을 보았다. 상대방의 입김과 새근거리는 숨소리도 느낄 수 있었다. 그녀의 아름다운 입술이 가볍게 벌어 졌다. "행복해....오빠!" 순간 그의 입술이 그녀의 붉은 입술위에 포개졌다. 마치 은은한 빛으로 대지를 붉그스름하게 바꾸어 버린 노을처럼 부드러운 입맞춤이였다. 그대로 시간이 흘러갔다. 석양을 배경으로 그들은 그렇게 하나의 그림이 되어갔다. 마침내 관문을 통과할 수 있는 시간이 모두 지났고, 이제 본격적인 비무가 시작되었다. 만 이틀간에 걸친 관문통과 결과, 하나의 관문만을 통과한 청년무사들의 수는 자그마치 3천여명, 이들은 대부분 공력관을 통과했지만 일부는 경공관이나 병기관을 통 과한 사람도 있었다. 2개의 관문을 통과한 사람은 이들의 십분의 일 정도인 300여명, 그리고 3개의 관문을 모조리 통과해 대주의 지위에 도전할 수 있는 자격을 획득한 사람은 역시 이의 십분의 일 수준인 30여명, 이제 이들과 관문통과가 면제된 신주십출 중 이미 유명을 달리한 진 백송과 화연, 그리고 추수빈, 설지을 제외한 6명 해서 총 36명이 3명 의 대주를 놓고 다투게 된 것이다. 그러나 이들역시 등록한 바에 따라 세부류로 분류되었으니, 바로 5 대세가 출신과 구파일방 출신, 그리고 기타방파 출신들로 구분되는 것이 바로 그것이였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관문을 통과한 30여명은 한 부류에 10여명씩 골 고루 분포되어 있었다. 드디어 이들 3개조의 대진표가 내 걸렸고, 이를 기다리던 사람들이 우 하니 몰려 들었다. "야! 이거 대단한데...? 백도의 내노라하는 후기지수들이 모두 포함되 어 있잖아!" "그렇군, 무림십출에서도 6명이나 포함되어 있고...." "어느 조가 가장 치열할까?" "글쎄, 아무래도 5대세가 쪽이 가장 치열하지 않겠어? 신주십출 중 에 3명이나 몰려 있으니..." "하지만 거기에는 중원제일공자라는 북궁휘가 있지 않는가? 제갈청 운이나 북궁지는 아무래도 그의 상대가 될 수 없다고 봐! 난 그 보 다 기타방파들인 제3조가 가장 치열할 것 같아. 거기에는 신주십출 중 2명이나 몰려있고, 더욱이 갑작스럽게 신성으로 떠오른 천지객 현무가 있잖아" "하긴, 그렇군! 그런데 남궁여협은 왜 3조에 포함되어 있지? 분명 5 대세가 출신인데...?" "후후, 낸들 알겠나? 무슨 생각이 있겠지?" "그렇다면 2조는 어떨까?" "2조에는 달마검협 무유가 버티고 있잖아!" "그러면 우린 3조의 비무가 열리는 비무대로 가세! 아직 시간은 있 지만 좋은 자리를 차지 해야지...." 대진표가 걸려있는 곳에서 두명의 청년이 나누는 이야기였다. "현아우, 어때? 자신있나?" 현무의 곁에서 대진표를 바라보고 있던 무유가 현무를 향해 말을 건 넸다. "글쎄요. 전 도대체 누가 누구인줄 잘 모르니...." "하긴 그렇겠군. 하지만 내가 보기에 그쪽 조에서 자네의 상대가 될 만한 사람은 세 사람 정도인 것 같아, 남해패검 후궁예하고 남궁가 의 남궁상일 정도...." "그럼 나머지 한사람은요?" 그러자 무유는 빙그레 웃으면서 남궁하를 바라 보았다. "후후, 바로 아우옆에 있지 않는가? 아마 정식으로 겨룬다면 이들중 남궁소저가 가장 강할걸...?" 이에 남궁하가 쑥쓰러운 표정으로 말을 했다. "제가 어찌 현무오라버니의 상대가 되겠어요?" "어? 언제부터 호칭이 바뀌었지?" 이렇게 이야기하면서 무유가 기이한 표정으로 남궁하와 현무의 얼굴 을 번갈아 쳐다 보았다. 이에 남궁하는 그만 얼굴이 빨개져 버렸고, 현무 역시 어색한 표정 으로 헛기침을 하였다. "흠, 흠! 아니 형은 왜 또 그런 표정으로 보시오? 사실 남녀간에 형 이란 호칭은 어쩐지 이상하지 않소? 그래서 바꾼 것인데....." "후후, 꼭 그럴까? "참, 형도...! 아무 것도 아닌 것을 가지고....." 그러나 비록 무유는 이들을 놀리고는 있었지만 속으로는 흐뭇한 마 음이였다. (남궁소저가 저리 얼굴이 붉어진 것을 봐서...필히 무슨 일이 있긴 있었군. 참으로 잘 된 일이야! 후후, 그나저나 마치 남자처럼 선이 굵고 활달한 남궁하가 저리 당 황해 할 때도 있었나?) "아니, 세분은 무슨 이야기를 나누는데....그리 표정들이 기이하죠?" 갑자기 들려오는 목소리에 현무가 고개를 돌려보니 그는 바로 유선 이였다. 백색궁장이 유연한 몸매를 감싸고, 입가에는 마치 아침햇살같이 찬 란한 미소를 머금고 있는 유선의 모습이 그 날따라 유난히 아름답게 보였다. "아! 유소저였군요. 그래 부친께서 오셨다는데....우리는 미처 뵙고 인 사도 드리지 못했군요" "어머, 현공자님께서도 그 소문을 들으셨군요! 하지만 가친께서는 워 낙 바쁘신 관계로 곧바로 가셨어요" "아, 그렇군요. 그렇다면 무슨 중요한 일이라도 있어 오셨나요?" 그러자 유선은 잠시 망설였다. 부친과 나누었던 이야기를 해야할 지, 말아야 할 지..... 하지만 그녀는 아직 자신의 마음이 확정되지 못했는데....굳이 그러한 이야기를 할 필요가 없을 것으로 생각되었다. "후후, 별 것 아니예요" 이에 무유가 끼여들며 이야기했다. "그건 그렇고, 유소저는 이번 대회에 참여하지 않으셨더군요" "제가 뭐 무림인이라도 되나요?" "하하, 유소저같이 뛰어난 무공을 지닌 분이 무림인이 아니면......" "하긴 그렇네요. 하지만 꼭 이번 대회에 참석하지 않더라도 나중에 나름대로의 역할이 있겠죠!" 이렇게 이야기를 하며 신비한 표정을 짓는 것이 아마 나름대로 무슨 생각이 있는 듯 싶었다. "유언니는 이 대진표를 어떻게 생각해?" 문득 남궁하가 대진표를 가르키며 유선에게 물어왔다. 그러자 유선은 대진표를 슬쩍 바라보더니, 입을 열었다. "당금 백도 무림에 뛰어난 인재들은 모두 참석했더군. 하지만 1,2조 의 결과는 뻔한 것이고....아무래도 제3조가 가장 흥미로울 것 같아! 그래서 나도 3조의 시합을 보려고 이렇게 왔지" 그러나 남궁하는 이러한 유선의 견해에 내심 불만이였다. 자신이 보기에는 제3조의 대진도 별다른 이변이 없는 한 현무가 우 승을 하는 것이였다. 하지만 유선은 정작 북궁휘나 무유에 대해서는 높이 평가한 반면 현무에 대해서는 그리 높게 평가하지 않는 것 같 았기 때문이다. 이는 물론 남궁하의 미묘한 심리적인 현상으로 그만큼 그녀에게 있 어서 현무의 존재가 소중해 졌다는 사실을 말해 주고 있었다. "호! 그래요?" 하지만 남궁하는 이와같은 자신의 심정을 밖으로 표현하지 않았다. 바로 당사자가 옆에 있었기 때문이였다. 이윽고 비무가 시작되었다. 사람들의 생각은 다 비슷한 것일까? 1,2조의 비무대에 비해 3조의 비무대에 훨씬 많은 사람들이 몰려 저 마다 승부의 결과들을 점치며 열띤 토론들을 벌이고 있었다. 물론 3조의 비무대에 사람들이 몰린 것은 다른 이유도 있었다. 그것은 바로 관문을 통과하여 청년영웅단의 자격이 생긴 사람들 중 제3조가 가장 많았기 때문이였다. 1차관문을 통과한 사람이 총 3천여명인데 이중 천삼백여명이 바로 기타방파 출신들이였던 것이다. 3조의 비무에 참여하는 사람의 수는 현무와 남궁하를 포함해서 총 12명이였는데 이중현무는 운 좋게 부전승이였고, 남궁하는 3번째 대진에 출전할 예정이여서 이들은 비교적 여유있는 태도로 관전하게 되었다. 첫 번째 대진은 두랑이라는 비쩍마른 청년과 광풍검 우화야란 사람 의 결투로 시작되었다. 그런데 광풍검 우화야는 광동지방에서 이름을 날리는 청년고수로서 마치 광풍처럼 상대방이 거의 숨도 쉴 수 없을 정도로 매섭게 몰아 치는 연환검식으로 가히 무림십걸에 못지 않는 실력을 지닌자로 익 히 알려져 있는 반면, 이의 상대인 두랑은 강호상에 전혀 알려지지 않는 인물로서 저런 사람이 어떻게 3개의 관문을 통과했나 의심스럽 기 까지 했다. "하하, 이번 시합은 보나마나군...." 중인들의 생각은 모두 비슷했다. 아마 두랑이라는 그 삐쩍마른 친구는 우화야의 광풍48식에 미처 십 초도 버티지 못하고 물러설 것이라고..... "하매! 이번 시합의 결과에 대해어떻게 생각하나?" 그러나 남궁하는 이러한 현무의 물음에 고개를 갸우뚱했다. "글쎄요! 두랑이란 저 청년도 날카로운 눈매나, 기세로 봐서는 결코 만만하지 않겠는데요?" "그런 모호한 답변말고, 단정적으로 누가 이길 것 같아?" "후후, 이거 순 강제적이군요. 그럼 우리 내기할까요?" "하하, 그거 좋지!" 현무가 흔쾌히 승낙하자 남궁하는 유선에게 시선을 돌렸다. "어때요? 언니도 참가하여야지요" "호호, 난 내기에는 별로 취미가 없는데..... 좋아 난 그럼 광풍검에게 걸지" "좋아요. 그럼 전 빼빼마른 두랑이란 친구에게 걸지요. 그럼 오빠는 요?" "이거 무척 어려운 문제인데....? 에라 그럼 나도 두랑이다. 어쩐지 그의 기세가 심상치 않아..." "어? 그럼 나하고 같잖아요. 좋아요 그럼 초수까지 걸어요!" 그러자 이번에는 현무도 난처한 표정이였다. 사실 그는 별다른 생각 없이 그저 감각적으로 두랑을 찍었는데 이번에는 초식까지 이야기 하라는 것이 아닌가? 하지만 남궁하는 그의 이러한 심정을 아는 지 모르는 지 반짝거리는 눈빛으로 그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에 현무는 될대로 되라는 심정으로 입에서 나오는대로 이야기 해 버렸다. "이십초야, 이십초...." 그러자 남궁하는 기이하게 웃었다. "후후, 저는 단 일초예요" "엥, 단 일초라고...?" 남궁하의 기상천외한 예측에 현무는 물론 남궁하까지 깜짝 놀랐다. 광풍검 하면 그래도 알아주는 고수가 아닌가? 그런데 단 일초라 니...... 그러나 남궁하는 자신있는 표정이였다. "호호, 두고 보시면 아실거예요" 번 호 : 8415 게시자 : 윤원중 (re5280 ) 등록일 : 1999-05-08 10:54 제 목 : [연재] 천부외경 61 이러고 있는 사이 참관인들이 들어와 이는 단순한 비무에 불과하니 가급적 살생을 금해 줄 것을 당부하는 등 몇가지 규칙을 이야기 했 고, 결국 시합개시가 선언되었다. "하하하, 나는 우화야라고 하오. 사람들이 나를 광풍검이라고 높여 불러 주기도 하지...." 시합이 시작되자 마자 기세좋게 우화야가 우렁찬 목소리로 자신을 소개했다. 마치 내 명성을 들어 봤으면 기권하여 목숨을 보존하는 것이 어떠냐는 듯 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두랑은 마치 어느 집 개가 짓느냐는 등 아무런 대 답도 하지않고 그저 날카로운 눈빛으로 우화야를 노려보고만 있었 다. (아니, 뭐 저런 작자가 다 있어....) 두랑의 무례한 태도에 대해 그는 이렇게 속으로 투덜거리면서도 경 쾌한 보법으로 그의 주위를 돌며 호시탐탐 빈틈을 노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정작 두랑은 칼도 빼지 않고, 손도 늘어 뜨린 채, 단지 눈빛 만 빛내고 있었다. 만일 그의 시선이 날카롭게 빛나며 꾸준히 우화야를 쫓고 있지 않았 으면, 그는 전혀 싸울 의사도 없는 사람처럼 보였을 것이고 따라서 참관인들이 싸움을 중지시켰을 지도 몰랐다. 그러자 우화야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별 시덥지도 않은 작자가 자신을 경시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더욱이 그의 전신에는 온통 빈틈 투성이였으니...... "이야얍!" 마침내 우화야는 눈부신 속도로 두랑을 덥쳐가면서 그의 가슴을 향해 맹렬히 검을 휘둘렀다. 그러자 그의 검에서는 어지러울 정도로 수많은 검영(劍影)이 발생해 두랑을 덥쳐가기 시작했다. 바로 그 유명한 광풍48식이 펼쳐진 것이다. "아, 아!" 사람들 사이에서 탄식이 터져 나왔다. 잠시후면 처참한 몰골로 나뒹 굴 두랑이란 청년의 모습을 생각하며..... 그러나 웬걸? 전혀 무방비 상태 같았던 두랑의 몸에서 순간적으로 하얀 빛이 발생 하더니..... 곧장 우화야의 목을 향해 날아가는 것이였다. 그런데 그 속도가 얼 마나 빠르던지 벌써 전개한 우화야의 검영이 미처 두랑의 가슴에 도 달하기도 전에 바로 우화야의 목을 관통하는 것이 아닌가? "아니, 저럴 수가?" "저렇게 빠른 쾌도식이?" 순간 이를 알아본 참관인들이나 현무 등의 입에서 감탄소리가 터져 나왔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미처 이러한 광경을 보지 못하고, 그저 비무대 위에 떨어진 우화야의 머리만 발견할 수 있었다. 얼마나 빨랐던지 아직 우화야의 몸은 머리를 잃은채 그 자리에 서 있었고, 비로소 그의 목에서 마치 분수와 같은 핏줄기가 솟구쳐 올 랐다. "와, 대단하다!" "최고다" 비로소 중인들에게서 우뢰와 같은 함성과 함께 박수소리가 터져 나 왔다. 사람들이란 이러한 이변과 신예의출현에 열광하는 모양이다. 이에 참관인들은 처음부터 발생한 살생에 대해 눈쌀을 찌뿌렸지만 그의 승리를 인정 안할 수가 없었다. "이번 시합은 두랑의 승리요!" 다시 한 번 함성이 터져 나왔고, 북궁가의 무사들이 나와 우화야의 시체를 처리하고 비무대의 핏자욱을 닦느라 분주하게 움직였다. "아니, 도대체 하매는 어떻게 저자가 쾌검을 쓰는 줄 알았소?" 현무가 감탄하는 표정으로 남궁하를 쳐다보았다. "후후, 좌수도(左手刀)에 저토록 비이상적으로 삐쩍말랐다면 뻔한 것 아니겠어요? 더욱이 비록 말랐지만 그의 몸은 단 하나의 군살도 없 었으니.....이는 필히 그가 극고의 수련을 통한 쾌도술을 익혔다고 볼 수 밖에요" "하지만 그가 쾌도술을 익혔다고 하더라도 반드시 승리하리라고 는...." 이번에는 유선의 의문이였다. "물론 광풍검이 그의 쾌도술을 알았다면 그렇게 쉽게만 당하지는 않 았겠죠! 하지만 그는 이러한 사실을 전혀 짐작하지 못했고, 게다가 그에대해 경시하는 마음까지 품었으니....." 이에 유선도 남궁하의 날카로운 안목과 분석력에 감탄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이러는 사이 다시 두 번째의 시합자들이 비무대에 올랐다. 제3조에 있어서 첫날 경기는 모두 4차례에 걸쳐 이루워 졌다. 첫 번째 시합이 이변을 연출하였던 터라 사람들은 그 이후의 경기에 도 이변을 기대하며, 열심히 응원하였지만 사실 그렇게 쉽게 발생하 면 이변이라 할 수도 없는 것, 그 이후의 경기는 대부분 중인들의 예상대로 끝나게 되었다. 천혜옥인 남궁하는 세 번째 개최된 경기에서 산동쾌호 진우형이란 자를 만나 단 10초만에 그의 검을 잘라버림으로써 무림십출로서의 면목을 과시했다. 다른 조의 경기도 마찬가지로 별다른 이변없이 역시 무공실력이 뛰 어난 것으로 알려진 사람들이 모두들 승리했는데...신품공자 북궁휘 를 비롯 신주십걸에 포함되어 있던 사람들은 모두 승리를 하게 되었 다. "유언니, 어때요? 이젠 내기를 이행해야죠!" "하지만 내기의 내용도 정하지 않았는데....?" "후후, 뻔한 것 아니겠어요? 저녁겸 술한잔 사는 것...." 그러자 유선은 그정도라면 얼마든지 이행하겠다는 듯 입가에 빵긋 미소를 지으면서 대답했다. "호호, 알았어! 그런데....현공자님도 내기에 졌잖아! 초수를 맞추지 못했으니...." "엥? 꼭 나를 끌고 들어가야 겠소이까?" 현무는 불만스런 표정으로 투덜거렸다. 하지만 남궁하는 이미 생각하고 있었다는 듯 신비로운 미소를 지으 며 현무를 바라 보았다. "후후, 오빠에 대한 것은 제가 이미 생각해 둔 바가 있어요. 조금있 다가 주석(酒席)에서 말씀드리지요" "하하하, 그 곳에 저도 좀 끼면 안되겠소이까?" 갑자기 뒤에서 들려오는 호탕한 목소리에 일행들이 뒤를 돌아보니 마침 그곳에는 신품공자 북궁휘가 서 있는 것이였다. 아마 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러자 남궁하는 심드렁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치사하게 남의 대화나 엿듣는 사람은 끼워줄 수가 없을 것 같은데 요. 더욱이 북궁공자께서는 내기에 참여도 하지 않았고 말이죠" 이에 북궁휘는 조금 황당한 느낌이였다. 자신이라면 그래도 후기제일지수이며, 차기 천하제일인으로까지 거 론되는 사람이 아니였던가? 더욱이 가문의 후광까지 입고 있던 그는 그 누구에게서나 극상의 대우를 받았고, 오히려 자신을 초청하지 못 해 안달을 하는 사람도 무척이나 많았던 것이다. 그런데 정작 남궁하에게서는 첫 말에 거절을 당했으며, 남의 말이나 엿듣는 치사한 자로 취급받았으니.... 그러자 이번에는 유선이 나섰다. "호호, 하매! 너무 까다롭게 굴지말고, 북궁공자도 끼워주지 그래! 대신 그에게도 한가지 역할을 부과하면 되잖아" 이럴수도 저럴수도 없는 북궁휘의 난처한 입장을 익히 짐작하고 있 다는 투였다. 이에 남궁하도 마지못한 듯 응했다. "그럼, 그러지요! 뭐, 우리가 별다른 특별한 자리를 같는 것도 아니 고..... 그나저나 제가 농담쪼로 이야기했는데....북궁공자께서는 그렇다고 정 색까지 하시다니..." 그러자 북궁휘의 표정은 더욱 우수쾅스럽게 변했다. (우이그, 이거 오늘 북궁휘 체면 완전 구기는군. 유소저의 사정으로 겨우 술좌석에 합석하게 되고..... 치사한 자에다 좀팽이까지 되어 버 렸으니....) 이런 생각을 하며 북궁휘는 새삼스럽게 남궁하를 다시 한번 바라 보 았다. 하늘의 지혜를 지녔다는 여인, 더욱이 그녀는 용모와 무공마저 겸비하고 있는데다.... 거의 천여년이상 자신의 가문과 쌍벽을 이루웠던 남궁가의 유일한 후계자였으니...... '으음, 내가 저 여인의 존재를 너무 무시하였는지 모르겠군......' 아무도 알아듣지 못하는 북궁휘의 중얼거림...... 하지만 그의 안중에는 남궁하나 현무는 여전히 어린 애들에 불과하 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굳이 그 자리에 합석하고자 하는 까닭은 오 직 유선 때문이였다. 누구나 인정하는 당대 최고의 여인, 더구나 그녀에게는 무림의 여인들에게서는 찾기 힘든 고귀한 기품과 위엄까지 깃들어 있었으니, 장차 천하제일인을 지향하는 그로서는 그야말로 가장 적합한 배필감이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결국 그렇게 해서 이들 2남2녀는 경향루라는 합비지역에서도 풍광이 좋기로 유명한 주루의 이층에 마주앉게 되었다. 특히 이 주루는 장강의 지류가 한눈에 보이는 지점에 위치해 있을 뿐만아니라, 그 뒤로는 수려하기 그지없는 천평산자락까지 한눈에 들어와 그야말로 자연에서 술을 마시는 느낌을 줄 정도로 풍광이 좋 았는데, 그래서 그런지 술값역시 비싸기 그지 없었다. 하지만 당대의 최고 가문인 유씨세가의 천금과 무림맹주의 아들이자 후기제일지수인 북궁휘가 동행하는 이들은 이 경향루에서도 최고 귀 빈일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아마 사전에 통보가 되었는지 이들이 당도하자 주루주인이 직접나와 그들을 가장 풍광이 좋은 별실로 안 내했으니.... 이를 보고 있던 현무는 술한잔 마시는데 꼭 이처럼 요란을 떨어야 하나 하고 가볍게 눈쌀을 찌뿌렸지만, 정작 유선이나 북궁휘는 이러 한 태도에 익숙한지 지극히 자연스러웠다. 그러나 현무는 막상 별실 에 들어서자 화려하면서도 고아하게 꾸며진 별실내부와 넓은 창문을 통해 마침 가을비까지 내리는 외부 경치에 그만 감탄하고 말았다. (후후, 역시 돈이란게 좋긴 좋구만.... 하지만 이러한 곳에서 술한잔 할 정도면 일반백성들은 못해도 한달정도는 살 수 있을텐데... 비록 분위기만 좋다고 해서 다는 아니지 않는가? 서로 진정 뜻이 맞고,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있다면 설혹 이보다 훨씬 못하다 하더라도 이 에 비할 손가?) 현무가 이러한 생각에 잠겨 있는데, 마침 음식과 술이 들어왔다. "자, 그렇다면 오늘 승리한 북궁공자와 남궁소저에게 축하의 잔을 한잔씩 드려야죠!" 술이 들어오자 그것 반갑다는 듯 현무가 얼른 술병을 집어 들고 북 궁휘와 남궁하에게 한잔씩 따랐고, 뒤를 이어 유선의 잔도 채우고 내킨김에 자신의 잔에도 술을 따랐다. "아니, 오빠! 직접 자작하는 법이 어디있어요?" 현무의 잔은 내심 자신이 따르려고 준비하고 있던 남궁하가 짐짓 화 난표정으로 항의했다. "헤헤, 미안! 워낙 성질이 급해서....? 자, 자! 우리 한잔씩 듭시다. 두 분의 승리를 축하하는 의미에서...." 이에 북궁휘는 현무의 조금 경망스러워 보이는 태도와 당대 최고의 후기지수인 자신을 마치 안중에 없다는 듯 행동을 하는 그에대해 내 심 눈쌀을 찌뿌렸지만 그렇다고 그러한 걸 내색할 수 없는 지라...그 저 껄걸 웃으면서 단숨에 술을 비워 버렸다. "하하, 이거 현소협께서 이렇게 술을 좋아할 줄은 몰랐군요" 물론 이러한 미묘한 심리적 상태는 현무로서는 알지 못했지만, 감각 이 예민하고 총명한 두 여인이 눈치채지 못할 리 없었다. 하지만 남 궁하는 이를 애써 외면하고 있었다. 이에 부득불 유선이 나설 수밖에 없었는데, 그녀는 여인답지않게 건 배잔을 흔쾌히 비운 후 문득 생각났다는 듯 남궁하에게 이야기 했 다. "참, 하매! 아까 술좌석에 가면 현공자께서 내기에 진 결과를 이행해 야할 일이 있다고 했잖아" 그러자 남궁하는 자신도 깜빡 잊었다는 듯 반색하였다. "참, 그걸 깜빡 잊었군요" 그러면서 남궁하는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현무를 바라보았다. 이에 현무는 움찔했다. (아니, 저 장난꾸러기 같은 하매가 어찌 나를 저런 표정으로 바라보 지?) "후후, 현오라버니께서는 상당히 긴장하시고 계시는 군요. 하지만 별 로 어려운 것이 아니니 걱정마세요" "도대체 하매! 무엇을 시키려고 그러지?" "지난번 낙산에서 무유공자님과 여기에 계신 두 분이 모닥불을 피워 놓고 술한잔씩 하면서 즉흥시를 지어 주석의 분위기를 돋구었다고 하더군요. 어때요? 이 자리에서도 한 번 시 한수를 지어 주흥을 돋 구시는 것이......" "호호, 그것 좋은 의견이네...!" 이에 유선이 박수까지 치며 찬동하고 나섰다. "할수없지, 하매가 그런 벌을 내린다면...따를 수 밖에..." 이렇게 말하면서 현무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러나 이 때 남궁하가 제지를 하였다. "아니, 우리 오라버니는 왜 이리 성질이 급하실까? 일단 저희가 운 자를 붙여야지요" 그러자 현무는 황당한 표정이 될 수밖에 없었다. "아니, 운자까지 붙여서 시를 지으란 말인가? 그것도 주흥을 돋굴 수 있는 시로...?" 그러나 남궁하는 이러한 현무의 황당함을 짐짓 모르는척 했다. "그정도는 되어야지 벌이 되지 않겠어요? 이러한 둘 사이의 대화를 유선은 기이한 표정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한편으로는 비록 현무가 상당한 문재(文材)가 있어 보이지만 과연 운자에 맞추어 적절한 시를 지어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였으나 다 른 한편으로는 너무나 다정해 보이는 둘 사이에 기이한 감정을 느끼 고 있었다. (과연 둘 사이의 관계가 어떻한데.... 저리 다정하게 보일까? 더욱이 호칭까지 오빠, 동생하고 있으니.... 과연 현무란 저 사내는 아직도 나를 좋아하고나 있을까? 후후, 못 믿을게 사내마음이라더니, 저리 쉽게 변할 수가....?) 바로 자기자신이 현무의 감정을 도외시한 채 북궁휘와의 혼인을 반 이상 승낙한 거나 마찬가지인 그녀로서도 현무가 남궁하와 다정하게 행동하는 것이 눈에 거스른 모양이다. 한편 이 때 북궁휘는 낙산의 이야기도 전혀 모르는 지라, 그저 막연 히 술을 마시면서 그들의 대화만 지켜보고 있었다. 마침내 현무는 남궁하의 강요에 못이겨 두 손을 휘 휘 저으면서 자 리에서 일어섰다. "아, 알았소! 내 운자에 맞춰서 시를 지으면 될 거 아냐! 그럼 운자 를 한 번 내봐!" 그러자 남궁하는 승리의 미소를 지으며 유선을 가르켰다. "어때요, 운자는 유언니가 한 번 내 보는 것이...?" 이에 유선은 반은 현무를 시험해 볼 요량으로, 또한 반은 얄미운 생 각에서 되는대로 운자를 불렀다. "그럼 운자를 부를께요. 첫 번째 운자는 바로 좋을 호(好)자 예요" 그러자 현무는 한참 생각하는가 싶더니 문득 창밖에 내리는 비를 보 고 낭랑한 목소리로 말을 하였다. "호우지적시(好雨知適時)하니" 이에 남궁하가 흥취가 나는지 맑은 목소리로 해석하였다. "좋은 비가 적절한 때를 알아 내리고 있으니...." "그럼 다음 자는 술 주(酒)자 예요" 이번에는 현무도 망설이지 않고 곧바로 대귀를 이었다. "주석풍치장(酒席風致長) 이라" "히야! 좋은데요? 술자리에 그윽한 풍치가 최고라...." "다음은 따를 수(隨)자 요" "수풍잠입하(隨風潛入下) 하니" "바람따라 은밀히 내리고 있으니" "그럼 마지막으로 젖을 윤(潤)자 이네요" "윤물세무성(潤物細無聲)이라" "만물을 적시는데, 가늘어 소리마저 없도다" "야! 우리 오라버니가 이렇게 대단한 시재(詩材)를 지니고 있을 줄은 몰랐는데요?" 현무의 절묘한 즉흥시에 남궁하는 감탄을 금치 못했고, 유선도 비록 그를 흘겨보며 한마디 했지만 결코 밉지않는 시선이였 다. "후후, 주선(酒仙)이 따로 없군요. 여하튼 술 주자만 들어가면 저절 로 흥이 난다니까...." 이에 북궁휘 마저 은근히 그의 재주에 감탄을 하는 눈치였다. 번 호 : 8416 게시자 : 윤원중 (re5280 ) 등록일 : 1999-05-08 10:54 제 목 : [연재] 천부외경 62 하지만 이제 화살은 북궁휘에게 돌아갔다. "이제, 북궁공자님 차례군요. 이번 운자는 제가 부르겠어요. 어때, 준 비가 되었나요?" 그러자 북궁휘는 화들짝 놀랐다. "아니, 나보다도 즉흥시를 지으라고요?" "후후, 그럼 세상에 공짜술이 어디있어요?" 이에 북궁휘는 정말 난색을 지었다. 물론 학문이야 자신도 누구 못 지않게 배운바 있지만, 시를 짓는다는가 하는 감상적인 면과는 전혀 거리가 멀었던 것이다. "허허, 시라....? 내 시는 도저히 못 짓겠소! 대신 옛 선현의 시 한수 를 낭독하는 것으로 하면 않되겠소?" 이렇게 북궁휘는 사정쪼로 말을 했지만, 그러나 남궁하는 전혀 양보 할 기색이 보이지 않았다. "않되요! 풍치가 다르고 사람이 다른데 어찌 옛사람의 시로써 주흥 이 일어나겠어요?" 이제 북궁휘는 자신이 괜히 이들을 따라 왔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 다. 잘못하면 크게 망신을 당하게 생겼으니.... 이에 현무마저 남궁하가 그를 너무 몰아부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 이 들었고, 보다못한 유선이 다시 나섰다. "하매도 알다시피 북궁공자께서는 이런 것하고는 거리가 멀잖아! 북 궁공자 대신 내가 하면 안될까?" 사실 이 때는 남궁하가 자신이 조금 지나쳤나 하는 생각을 하고 있 었는데, 유선이 이렇게 나오자 짐짓 할 수 없다는 듯 승낙하였다. "그렇담 할 수 없군요. 그럼 대신 술값은 북궁공자께서 내시는 거예 요!" 그러자 북궁휘는 반색을 하였다. "하하, 그깟 술값이 문제겠소!" (쯔쯔, 남자가 되어가지고 저리 호탕하지 못하니...... 설혹 못 지으면 또 어때? 그는 시인이 아니고 무인인데.... 그것가지고 누가 뭐라 할 려구...?) 유선은 오늘따라 유난히 초라해 보이는 북궁휘의 태도에 내심 크게 실망했다. 그럴수록 그녀는 현무가 새롭게 보였으니.... 그녀가 보는 현무는 비록 외형적인 인물이나 배경은 그에 훨씬 못 미쳤지만, 호기로움이나 뜨거운 정열만은 훨씬 남자 다웠다. (후후, 그와 그의 장점만을 갖춘 사내가 어디 없을까?) 순간적으로 이런 생각을 해 보았던, 유선은 자신의 이러한 생각에 웃음이 나왔다. "후후..... 참, 하매! 어서 운자를 불러! 이왕 맞을 매는 일찍 맞는게 낫다고...." 그러자 남궁하는 이번에는 현무에게 운자를 부르도록 부탁하였다. "하하, 알았어. 내가 부르지.... 우선 들 야(野)자 입니다" 이에 기라성같은 학자들 사이에서 자라왔고, 내노라 하는 황사들도 감탄했다는 유선이지만 망설일 수밖에 없었다. 그만큼 운자를 놓고 분위기에 맞게 즉흥시를 짓는 것은 어려운 일이였던 것이다. 하지만 역시 그녀는 당대최고의 현자(賢者)집단인 현천학림의 후예 다웠다. "야경운구흑(野徑雲具黑) 이요" 이번에는 북궁휘가 뒤를 이어 해석을 하였다. "들길이 짙은 구름에 덮혀 깜깜한데...." "두번째는 물 강(江)자요" "강선화독명(江船火獨明) 이라" "강위의 배한척 홀로 불빛 깜빡인다" "세번째 운(韻)은 조금 어려운데....새벽 효(曉)자요" "호호, 그 정도야 뭐.... 효간홍습처(曉看紅濕處)하니" "이크 이거 해석도 어렵군... 새벽에 붉게 젖은 곳을 바라보라!" "하하, 대단하군요. 그럼 마지막은 조금 쉽게 꽃 화(花)자요" 그러자 유선은 현무를 향해 방그레 웃었다. 마침 자신도 꽃 화자나 풀 초자를 생각하고, 세 번째 구절을 읊조렸는데, 어쩌면 그는 자신 의 마음을 이렇게 잘 안다는 말인가? "후후, 고마워요! 화화중강변(華花重江邊) 이라" "하하, 정말 절묘한 대귀요! 강변에 아름다운 꽃들이 수없이 피여 있을 것이니..." 비록 강호에는 정사대전이 시작되어 곳곳에 흉흉한 기운들이 만연하 고, 바로 옆 북궁가에서는 생사를 내걸고 비무대회가 벌어지고 있건 만 지금 이곳에 모여있는 2남2녀의 젊은이들은 이미 그러한 것은 잊 은 지 오래고, 그저 비가 내리는 강촌의 풍경과 그윽한 정취를 더해 주는 아름다운 시 구절에 기분좋은 술들을 마시고 있었다. 이래서 젊음이란 좋은 걸까? 아마 나이 든 사람들이라면 이러한 경우 시를 짓더라도 수심에 가득 찬 시들을 주로 내 놓았을 것이다. 다음 날 2일째의 비무대회가 시작되었다. 이 날 시합은 각조 공히 8강전이라 할 수 있었는데, 현무가 속한 제 3조도 마찬가지였다. 이 날 제3조의 8강전에 올라온 사람은 전날 1회전을 통과한 4명과 부전승으로 올라온 4명으로..... 먼저 전날 첫대결에서 광풍검 우하야를 단1초에 목을 베어버렸던 두 랑과 양가창법의 명인 양학수가 역시 첫경기를 벌이게 되며, 두 번째 시합은 남궁가의 수석제자로 전날 화려한 검법을 선보였던 만화비검 남궁상일과 무림십걸중의 남해패검 후궁예가 중인들의 분 분한 추측속에 두 번째 시합을 하게 되었으며, 세 번째는 천혜옥인 남궁하와 관문통과시 철포삼이란 외공으로 중인 들의 관심을 받았던 왕천상, 그리고 현무는 마지막으로 경공의 달인 비천야와 시합을 하게 되었다. "어떨까? 이번 시합의 결과가? 두랑이라는 그 섬뜻한 사내가 이번에 도 이변을 연출할 수 있을까?" "글쎄, 하지만 그 상대인 양학수도 무시못할 존재잖아! 창술의 명 가, 양가의 모든 것을 이어받았다고 하는데..." 이러한 군중들의 분분한 추측속에 드디어 첫 번째 시합이 시작되었 다. 물론 두랑은 전날 결코 양학수 못지 않는 광풍검을 단 1초만에 목을 베어 버렸지만, 정작 양학수의 생각은 달랐다. (후후, 비록 우하야는 그를 경시하였고, 그가 쾌도술을 익힌지 몰랐 기 때문에 그렇게 맥없이 당했지만 나는 다르다. 내가 미리 방비하 고 있는데...그가 아무리 빠르다고 하나 우리 양가창법의 엄밀한 수 비식을 뚫을 수 있을까?) 이렇게 내심 작정한 양학수는 시합이 시작되자 마자 곧바로 양가창 법중 가장 강한 수비식인 일망무해란 초식을 전재하여 일단 자신의 주변을 온통 창영(槍影)으로 감싼 뒤 서서히 두랑을 향해 접근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두랑도 망설이는 듯 했다. 상대방의 수비식에는 일점 헛점이 보이지 않았으며 어지럽게 휘두르는 상대의 창영에 가려 정작 상대 의 모습도 정확하게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그는 아예 공격을 포기한 채 상대방을 기다렸다. 상대가 언 제까지나 저렇게 방어만 하고 있지는 못할 것이라 생각을 한 것이 다. 과연 그랬다. 전날의 시합처럼 곧바로 공격을 취할 줄 알았고, 그 공 격이 실패하는 동시에 바로 수비식을 공격으로 전환하려고 마음먹고 있던 양학수는 정작 자신이 그에게 접근하고 있음에도 상대방은 아 무런 행동도 보이지 않자 당혹감이 들었던 것이다. 그렇다고 상대방은 그저 가만히 있는데 언제까지 수비만 하고 있으 면, 공력소모도 소모이지만 중인들의 조소가 터져 나올 것은 뻔한 일, 이에 그는 수비식을 전개하면서도 한자 한자 두랑을 향해 접근하고 있었다. 아무리 그의 쾌도가 빠르다 할지라도 거리가 가깝다면 선공 을 취하는 쪽이 유리하리라는 생각이였던 것이다. 아닌게 아니라, 양자의 거리가 가까워 지자 두랑도 더 이상 참지 못 하겠다는 듯 눈에 날카로운 살기를 품어내며 서서히 좌수로 도를 잡 아갔다. 이를 보고 있던 양학수의 눈에 미미한 기쁨의 빛이 흘렀다. (흐흐, 그래 어서 공격을 해라! 네 놈의 공격이 내 일망무해에 걸리 는 순간 나의 창은 너의 가슴을 꿰뚫어 버릴 것이니....) 이렇게 생각을 하며 양학수는 더욱 빠르게 팔을 움직였다. 바로 그 순간, 두랑의 우수가 번개처럼 움직이며, 그의 신영이 흔들리는 듯 싶더니 무언가 하얀 빛줄기가 번개처럼 양학수를 향해 짓쳐 들어갔다. 그러나 그 빛줄기는 "챙!"하며 양학수가 맹렬한 속도로 휘두르는 창 에 걸리고 말았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양학수는 승리를 확신하는 듯 그물처럼 퍼져있던 수비식을 거둠과 동시에 공격식으로 전환시켜 일직선으로 두랑의 배를 향해 찔러갔다. 헌데 바로 그 순간, 양학수는 무언가 기이함을 느꼈다. 분명 상대가 쾌도술을 전개하고, 그것이 가로막혔다면 그는 자세가 흩트러 지고 낭패감을 보여야 함이 분명한데.... 마치 한치도 움직이지 않는 것처럼 바로 그 자리에서 냉혹한 비웃음 을 흘리고 있었던 것이다. (아차, 무언가 잘 못 되었다!) 그러나 미처 이러한 생각이 끝나기도 전에 두랑의 좌수가 번개처럼 움직이고 있었다. 그러자 다시 그에게서는 한줄기 하얀 빛줄기가 발생해 눈부신 속도 로 양학수의 목을 향해 날아오고 있었다. 이에 양학수는 본능적인 위기감에 급하게 몸을 좌측으로 틀었다. 하 지만 이러한 양학수의 임기응변도 빠르긴 빨랐으나 두랑의 칼은 더 욱 빨라 이미 그의 인후에 박혀버리고 말았다. 한 번 발생했던 이변은 계속 이어지고 있었고, 관중들은 다시 환호 하였다. 하지만 그 환호성은 전날에 비해 조금 약화되어 있었으니....이는 연 이어 살생을 전개하는 그의 손속에 대한 반발감이 작용한 것이다. "저 자는 상당히 잔인하군! 저 정도의 능력이면 충분히 다른 곳을 공격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의 목만을 노리고 있으니....." 비록 실력은 뛰어나지만 그의 잔인함에 현무의 목소리에는 분노의 감정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래요! 그는 잔인할 뿐 아니라, 상대방의 의도를 읽고 절묘한 비도 술로 그의 허를 찌르는 영리함까지 지니고 있어요. 그런데 한가지 이상한 점은 저러한 동물적 감각은 무수한 실전을 통해서만 습득이 가능한데, 의외로 그의 이름은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는 사실이예요" 남궁하의 이러한 지적에 현무도 의아함을느꼈다. 분명 그녀의 지적 은 정확한 것이고, 의혹역시 당연했던 것이다. "그렇다면 그가 자신의 신분을 속이고 있다는 말인가?" "신분을 속이는 정도가 아니죠! 소매는 그를 동영쪽 무사가 아닌가 의심하고 있어요" 이에 현무는 깜짝 놀라며 반문했다. "아니, 하매! 그게 정말이야" 그러자 남궁하는 가볍게 웃었다. "물론, 확신은 못하죠! 저의 추측이니까? 본래 중원에도 쾌도술을 쓰 는 자들이 상당수 있긴 하지만 저렇게 모든 형식을 배제한 채 철저 하게 실전위주의 빠르만을 추구하는 것은 동영 무림계의 양대산맥의 하나인 낙일류(落日流)의 전형적 특징이예요" "그렇군! 그렇다면 다른 하나의 유파는 무엇이지?" 현무의 호기심은 이번에는 동영무림계에 대한 것으로 옮겨졌다. 그 럴수 밖에, 동영무림계에 대한 이야기는 별로 아는 사람들이 없을 뿐만아니라 최근에는 중원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해외이세에 포함 되어 있었기 때문이였다. 이에 남궁하는 이러한 현무의 호기심어린 얼굴을 그윽한 표정으로 보고 있었다. (후후, 내가 어떻게 이 사람을 좋아하게 되었을까? 이 걸 운명이라 고 하는 걸까? 처음 만날을 때부터 밉지않는 고집스러움으로 나의 호기심을 자극했던.... 어리숙했던 사람! 하지만 이제는 이 사람이 없 으면, 이 세상이 아무런 의미도 없을 것 같으니....) 현무는 자신의 물음에 대답도 않고, 입가에는 미소를 머금고 기이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남궁하의 태도에 어리둥절 했다. 그 래서 막 그녀를 재촉하려 하는데... 갑자기 장내에서 요란한 함성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에 현무가 시선을 돌려보니, 지금 비무대에는 한참 두 번째 시합 이 전개되고 있었다. (그렇지! 이번이 중요한 시합이지, 바로 남궁세가의 대제자와 무림십 걸 중의 하나가 맞붙는....) 이에 남궁하역시 현무에 대한 생각을 접어두고 주의를 비무대로 옮 길 수밖에 없었다. 자신 가문의 대제자이며, 그녀에게 유난히 잘 대해 주었던 남궁상일 의 경기였으니..... 사실 그는 남궁하에 대하여 잘해주는 정도가 아니라 그녀를 짝사랑 하고 있었다. 그녀를 따라다니면서 보호를 해 주기 위하여 일부러 제1조가 아닌 3 조에 등록했을 정도로.... 물론 남궁하도 그러한 사실을약간이나마 감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현무를 만나기 전까지만 해도 이러한 남녀간의 감정에 별로 관심이 없었을 뿐만아니라 그에대해 단지 육촌오빠이상의 감정을 느 낄 수가 없었던 것이다. 더욱이 비록 당시 중원에는 사촌이나 육촌간의 결혼이 가능했고, 종 종 이러한 일들이 발생하고는 있었으나 이건 어디까지나 예외적인 일이였기에, 남궁상일은 이러한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 한 채 그저 냉가슴만 앓고 있었으니....... 여하튼 이 때 남궁상일은 남궁가의 전형적인 변화막측한 검법으로 후궁예를 몰아붙이고 있었다. 하지만 후궁예도 결코 만만하지만은 않았으니, 워낙 남궁상일의 검법이 변화무쌍하여 밀리는 듯 보였지 만 오히려 중간중간 터져 나오는 날카로움만은 오히려 이를 능가하 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상황은 비교적 장기전으로 접어들고 있었다. 일반적으로 남 궁상일이 우세한 듯 하게 진행되다가 간간히 터져 나오는 후궁예의 날카로운 검법으로 다시 대등한 상태가 유지되고, 그러다가 다시 남 궁상일이 힘써 검을 휘두르게 되면 온통 장내는 그의 검에서 토해져 나오는 검기와 검영에 휩싸이게 되고..... 이에 현무는 그래도 남궁상일이 우세한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하 지만 정작 이를 지켜보고 있던 남궁하의 표정을 그리 밝지 못했다. "아니, 하매! 왜 그리 표정이 어두우시오? 남궁상일이 우세한 것 같 은데...." 그러자 남궁하는 현무를 바라보며 가벼운 한숨을 쉬었다. "겉으로는 그렇게 보이지만 사실은 그게 아니예요! 지금 대사형은 자신의 장기를 최대한 발휘하고 있지만 후궁예는 아직 최대한의 장 기를 사용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예요" 이에 현무는 다소 의아함을 느켰다. 그렇다면 왜 이처럼 시합을 길 게 끌고만 간다는 말인가? "후후, 그래서 아직오빠는 순진하다는 거예요. 사실 철저한 약육강 식의 강호세계에서 살아남으려면 자신의 능력을 삼푼정도는 숨겨 놓 아야 하는 것이예요. 그래서 지금 후궁예도 가급적 자신의 최대한 능력을 숨긴채 승리를 하려고 저렇듯 고생하는 것이고..... 사실 강호인들은 그의 장기를 별호처럼 검법으로 보고 있지요. 하지 만 그의 최대의 장기는 바로 비도술과 궁술이예요." "하지만 그는 지금 비도도 지니지 않았고, 활 또한 없지 않는가?" "그게 바로 그의 무서움이죠. 상대가 그것을 전혀 경계하지 않으니... 하지만 지금 그의 허리춤에는 무수한 비도와 함께 단궁(短弓)이 숨 겨져 있을 것이예요. 아마, 어느 순간 상대에 대하여 역부족이라고 느끼는 순간 그의 품으로부터 무수한 비도들이 발출될 것이며, 이러 한 갑작스런 비도의 공격에 상대가 당황하고 있을 때 신궁 화영에 못지않은 그의 단궁철시가 상대를 격중시켜 버리겠죠. 특히 그의 단 궁은 특수하게 제작되고, 일부 기계의 힘을 빌리고 있는 지라 빠르 기가 번개같고, 그 힘은 웬간한 쇠붙이 정도는 그대로 관통해 버린 다고 하더군요" 이에 현무는 비로소 약육강식이 지배하는 강호세계의 섭리를 어느정 도 느낄 수 있었다. 상대방을 죽이지 않으면 내가 죽는...... 어찌 검 으로 명성을 날리는 남해패검 후궁예에게 단궁과 비도라는 가장 비 장의 무기가 감추어져 있을 줄 짐작이라도 하겠는가? "후후, 그래서 강호에는 서푼이 실력이고 칠푼이 경험이라는 말도 있을 정도예요. 아무리 무공이 고강한 자라 할 지라도 암습을 받으 면, 자신의 능력을 채 발휘해 보지도 못하고 죽는 경우가 허다하니 까요?" "그렇다면 하매는 남궁상일에게 이와같은 사실을 알려주었어?" "물론이죠! 하지만 그는 나의 말을 그리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있 는 것 같았어요. 비도나 화살이 빠르면 얼마나 빠르겠냐며....." 그러자 현무의 얼굴에도 근심스런 표정이 깃들었다. 남궁하의 오빠 이니 현무로서도 그의 안위가 걱정되었던 것이다. "어허, 그렇다면 큰 일이 아닌가? 자칫 목숨까지 잃을 지 모르는...." 그러나 정작 남궁하는 태연했다. "후후, 오빠가 그를 걱정함은 바로 나를 걱정함이니....소매는 기쁘군 요. 하지만 그리 걱정하지 마세요. 본래 우리 가문에는 무영갑이라는 교룡의 심줄로 만든 호위갑이 있어요. 그가 내 말을 대수롭게 듣지 않자, 저는 그의 여동생에게 일러 강제로라도 그 무영갑을 입혀 보 내라고 했으니.... 그보다 제가 걱정하는 것은 그래도 그가 우리가문 의 장제자인데, 패배하여 가문의 명예를 실추시킬까 그것이 두려운 것이죠" 번 호 : 8417 게시자 : 윤원중 (re5280 ) 등록일 : 1999-05-08 10:55 제 목 : [연재] 천부외경 63 이에 현무는 다시 의문을 느꼈다. "명색이 그가 남궁가의 대제자인데...어찌 무공실력은 하매보다 못하 지? 더욱이 그의 무공이 하매의 것하고는 조금 다른 것 같으니...." 다시 남궁하의 수려한 얼굴이 어두워 졌다. 그리고 잠시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 하더니 이윽고 낮은 목소리로 이야기를 시작하였다. "오빠는 왜 제가 주는 것도 없이 북궁휘를 싫어하는 지 이상하죠? 물론 그는 누가 뭐래도 당대 최고의 후기지수예요. 아니 어쩌면 이 미 후기지수의 반열에서 벗어나 강호상 초극고수 중의 하나로 분류 될 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저는 본래 그와같이 잘난척 하는 사람들을 체질적으로 싫어 할 뿐만아니라 그에게서는 무언가 칙칙한 기운 같은 것이 느껴져요. 무어라 단정하긴 어렵지만..... 게다가 그의 가문과 우리가문과는 수백년에 걸쳐 내려오는 보이지 않는 갈등이 있어요. 본래 2,30여년전, 아니 정확히 말하면 20여년전만 해도 우리 남궁세 가는 북궁세가를 누르고 천하제일무가라는 명성을 얻고 있었어요. 바로 우리가문 비전의 천변만화검법이 북궁가의 지존무상검법과의 대결에서 승리했기 때문이죠. 그러나 20여년전 중원무림맹에서는 당시 천하제일고수였던 천마무림 련주 철나한을 추적 제거하기 위해 당시 가장 뛰어난 무공을 지니고 있던 5인으로 하여금 추적대를 편성하였어요." 이러는 사이 남궁상일과 후궁예간 대결은 극에 달했고, 따라서 남궁 하의 이야기는 중단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싸움의 결과는 역시 남궁하의 예측대로 였다. 시간이 너무 지체되고 공력까지 고갈되어 감을 느낀 남궁상일이 연거푸 최대절초 를 전개하며 후궁예를 몰아 붙이자, 이에 위기를 느낀 후궁예는 마 침내 허리춤으로부터 수십개의 비도를 날려 남궁상일의 빈틈을 유도 한 후, 공포적인 단궁철시로 남궁상일의 가슴과 허벅지를 격중시켜 버린 것이였다. 물론 남궁상일은 남궁하로 인해 무영갑을 입고 있어, 죽음만은 면했 으나 허벅지를 관통당한 상처에다, 가슴으로부터 충격을 이기지 못 해 그대로 쓸어져 버렸던 것이다. 이에 그의 여동생이라는 남궁소연과 남궁가의 무사들이 급하게 달려 나와 그를 호송하였다. 물론 남궁하 역시 그의 상세가 걱정되지 않 는 바는 아니였지만 바로 다음시합에 출전하게 되어 있어 부득불 이 를 보고 만 있었다. 세 번째 시합은 바로 남궁하가 출전하였다. 그런데 그녀의 상대는 바로 병기관에서 철포삼이라는 연성하기 극히 까다로운 외공으로 현무와 남궁하의 찬탄을 받은 바 있던 그 거한인 왕천상이였다. "그는 아무리 맞아도 끄떡없는 외공의 달인인데, 하매! 괜찮겠소?" 출전하기 위해 나서는 남궁하를 바라보며 현무가 걱정스런 표정으로 이렇게 이야기 했지만 남궁하는 마치 유람나가는 사람처럼 가벼운 표정으로 웃고 있었다. "후후, 한 번 맞아 안 쓸어지면, 열번을...그래도 안 쓸어지면 백번을 가격하면 되겠지요. 더욱이 그처럼 곰같은 자가 저를 잡을 수 있겠 어요?" 이와같은 남궁하의 자신있는 태도에도 불구하고 현무는 우선 체구에 서부터 그녀의 3배가 넘는 왕천상을 바라보자 은근히 걱정이 되어, 만일의 경우에는 언제든지 뛰쳐나갈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한 채 대결을 지켜보기 시작했다. "헤헤, 남궁여협의 협명과 미명은 익히 듣고 있었소! 하지만 나의 상 대는 되지 못할 터, 내 어찌 소저와 같이 아름다운 여인을 향해 독 수를 펼칠 수 있겠소! 그러니 기권을 하는 것이 어떻소?" 비록 상대가 무림십걸에 드는 사람이였지만, 겉보기에는 그저 나약 한데다 이루 말할 수 없이 아름다운 여인인지라 왕천상은 선심쓰듯 이야기 하였다. 하지만 남궁하는 그저 빙그레 웃으면 대답하였다. "후후, 왕소협께서 저를 그리 생각해 주니 고맙군요. 하지만 저는 왕 소협을 이길 자신이 있으니 어쩌죠?" 그러자 왕천상은 할 수 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호기롭게 한 마디 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하하, 그렇다면 할 수 없군요. 대신 내가 3초를 양보하겠소. 그리고 언제든 못견디겠다고 생각되면 나의 이름을 부른다면 내 언제든 공 격을 중단하겠소" "후후, 고마워요" 남궁하는 상대가 그래도 착한 것 같아 호감을 느낀 듯 부드러운 미 소를 지었다. 역시 시합은 예상대로 였다. 왕천상은 자신의 외공을 믿는 듯 전혀 수비를 하지 않은 채 그저 공 격일변도로만 나서고 있었고, 이에 남궁하는 그녀 특유의 날렵한 경 공으로 가볍게 그의 공격을 피해가며 중간 중간 날카로운 장법으로 그의 몸을 가격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왕천상의 표정도 심각하게 변했으니, 나약하게만 보이는 상 대의 가벼운 손짓이였지만 그 충격만은 이루 말할수 없을 정도로 강 해, 대여섯번 정도밖에 맞지 않았지만 마치 철갑보다 더 단단하다는 자신의 피부가 빨갛게 달아 오르며 기혈이 흔들리는 것 같았기 때문 이였다. 그래서 당초에 그녀를 얍잡아 보던 생각을 버리고 그도 전력을 다하 기 시작했다. 이에 남궁하도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둔하게만 생각했던 왕천상의 경공이 의외로 무척 빨랐던 것이다. (후후, 그러길래 저 육중한 몸이 경공관을 통과했겠지) 하지만 그의 경공이나 권장은 아직 남궁하를 따라 잡기에는 역부족 이였다. 그는 씩씩거리며 열심히 남궁하를 쫓아다녔지만 남궁하의 옷자락하 나 잡지 못했고, 결국 백여번이상에 격중당해 온 몸이 탱 탱 부은 후, 그만 두손을 들고 말았다. "이크! 그만 때리시오. 내 항복할테니....." 그는 두 손을 번쩍 들며 공포어린 눈빛으로 남궁하를 바라보고 있었 다. (저렇게 이쁜 여자의 손매가 그리 맵다니.....) 아마 이번 대회에서 가장 순조롭고 평화적으로 끝난 대결이였다. "하하, 역시 하매의 무공은 놀라워...! 결코 그의 무공도 만만치 않은 것 같았는데...그리 가볍게 이기다니...." 관중들의 우뢰와 같은 박수소리를 뒤로 하고 자신에게 다가오는 남 궁하를 보며 현무는 엄지손가락을 세워 보였다. "호호, 다른 사람들 보다 오빠의 칭찬을 들으니 감미롭기 그지 없군 요. 다음은 오빠 차례이니 어서 준비하세요. 비천야 그는 경공의 달 인이나 다른 쪽은 비교적 약하니 별 문제는 없을 것이예요" 드디어 현무가 최초로 비무대에 섰다. 그러자 관중들에게서는 이제까지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우렁 찬 박수소리와 함성소리가 들려왔다. 난세(亂世)는 영웅(英雄)을 탄생시킨다고..... 흔히 세상이 혼란스러울 때 두각을 나타내는 사람들이 있는데 현무 가 바로 그 대표적인 경우라 할 수 있었다. 강호에 출도한 지 채 한달도 되지 않아 집마부 탈출사건에 개입이 되고....그 와중에서 놀라운 활약을 보여 백도 젊은이들을 구해내는데 일조를 하고 무림십대고수중의 하나라고 하는 우문황을 격살시키기 에 이르렀으니....... 강호인들은 항상 기존의 고수보다는 신진고수의 출현에 더욱 많은 호기심을 나타내고 갈채를 하게 나름이였다. 따라서 이러한 현무에 대해서는 보다 많은 사람들이 그의 얼굴을 한 번 보려했고,,,,많은 관 심을 표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라 할 것이다.. 그러나 강호인들의 이러한 환호에 익숙치 않는 현무로서는 무척이나 어색하고 쑥쓰러웠다. 이십평생 자신이 언제 그처럼 사람들의 환호 를 받아 보았는가? 더욱이 우문황의 격살은 남궁하의 절대적인 도움 이 없었으면 결코 가능하지 않는 일임에도 중원에서는 마치 그의 혼 자 능력으로 그렇게 한 것처럼 소문이 떠돌았던 것이다. 하지만 그 사이에도 그의 무공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어, 사실 이 때 에 현무는 우문황과 일대 일의 대결을 벌인다고 해도 결코 밀리지 않을 정도였고, 사천당문의 혈전이건....동정호에서 격투건 아직 강호 상에 알려지지 않았으니 그의 이러한 태도는 오히려 소박한 그의 마 음을 잘 나타내고 있는 듯 했다. 그와 비천야의 대결은 의외로 쉽게 승부가 갈렸다. 비천야 하면 절세적인 경공으로 명성을 날리고 있었고, 일차전때에 도 경공으로 상대방을 현혹시킨 후 상대가 우왕좌왕할 때 비도를 그 의 오른 팔목에 격중시켜 상대의 무기를 떨어뜨려 이겼었다. 하지만 경공하면 현무도 자신있던 터, 특히 장거리라 하면 모르겠으나 단거리에서 그의 금강부동신법을 누 를 수 있는 신법이라면 북궁세가의 전광신법 외에는 거의 없다 할 수 있었으니, 현무는 그러한 절세적인 금강부동신법을 연이어 세차례나 전개한 후 에 백팔나한금나수로서 그의 뒷덜미를 잡아 비무대 아래로 던져 버 린 것이였다. 물론 그를 집어던질 때 과도한 힘을 사용하지 않았고, 또한 워낙 경 공의 달인인지라 비천야는 비무대아래로 떨어지면서도 낙법을 사용 해 아무런 상처없이 무사할 수 있었지만, 자신이 스물네가지의 신법을 전개하여 그로부터 벗어나려 했지만 거 의 순식간에 그에게 잡혀 버리자 그만 전의를 잃고 항복하고야 말았 다. 이러자 관중들에게서 다시한번 우뢰와 같은 박수와 함성이 터져 나 왔다. "와! 역시 천지객 현무답다. 몸놀림이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이 니....." "그래도 비천야 하면 아무도 자신을 잡을 수 없다고 큰소리 치던 인 물인데....마치 고양이가 쥐를 데리고 놀 듯 하지 않는가?" 드디어 둘째 날의 경기도 모두 끝났다. 이날의 경기로 각조에서는 모두 4강이 판가름 났는데.... 제1조에서는 예상대로 북궁휘와 제갈청운이 올라온 반면, 무림십걸 에 속하던 북궁지는 의외로 진주언가의 언지일의 권법에 패배를 하 였고, 나머지 한명은 하북팽가의 평도위가 4강에 포함이 되었다. 제2조에서도 예상대로 무유가 단연 발굴의 솜씨를 보이는 가운데, 무당과 화산, 그리고 개방에서 각각 한명씩의 제자들이 올라올 수 있었다. 이틀째 시합이 모두 끝나자 무유는 다시 술생각이 나 현무를 찾아 보았으나, 이미 현무는 남궁하와 함께 어느 한적한 주루에 마주 앉 아 있었으니 찾을 도리가 없었고, 대신 북궁휘와 제갈청운, 그리고 유선 등을 만나게 되자 거의 반강제로 이들을 끌고 역시 주루로 향 했다. 한 편 시합중에도 계속 남궁하의 남은 이야기가 궁금하였던 현무는 그녀와 주루에 이르자 곧장 그 이야기부터 재촉했다. 그런데 그 이야기는 남궁하로서도 별로 하고 싶지 않는 가문의 몰락 사였지만 현무의 성화가 워낙 강해서 본래 남궁하는 부득불 다시 이 야기를 계속 이어가지 않으면 안되었다. (하긴, 이 사람도 알긴 알아야 하지....어쩌면 남궁가의 사위로써 우 리가문을 다시 일으킬 수 있을 사람일 지 모르니......) 이렇게 생각한 남궁하는 슬며시 얼굴을 붉혔다. 하지만 얼른 자신의 이러한 표정을 감추며 말문을 열었다. "오빠! 제가 어디까지 이야기 했죠?" "후후, 찰나한을 추적하기 위해 추적대 편성했다는 이야기 까지....." "참, 그렇군요. 당시 천마무림련주인 철나한은 당대제일고수로서 중원의 무림인들에 게 무수한 핍박을 가하던 인물로서 일단 세력이 불리하여 대막으로 피신하긴 했지만 언제건 세력을 모아 중원무림을 위협할 수 있던 최 대의 숙적이라 할 수 있었죠. 그러한 사실을 익히 알고 있던 중원무림맹에서는 당시 무림맹주였던 소림의 공공성승을 포함, 당시 중원무림에서 최고의 고수들이였던 5 인을 주축으로 100여명의 추적대를 편성하여 그를 추적 제거하도록 하였어요. 바로 그 5인의 절대고수에 저의 조부님과 북궁휘의 조부님, 그리고 중원마교의 교주 지옥사신 진형우, 패황부의 부주 추강량이 포함되 어 있었던 것이예요. 그러나 결국 두달만에 날아온 소식은 이들이 모두 당시 천하무림련 의 군사였던 악명흔이 설치한 함정에 빠져 그들과 함께 폭사했다는 것이예요. 이는 당시 추적대원중 살아남은 삼십여명의 대원들의 보고가 정확히 일치하고 그 직후 그 지역에 대한 엄밀한 조사를 실시했기 때문에 틀림없는 사실이예요. 당시 강호무림계의 최강자들이였던 8인의 실종! 물론 이중 찰나한과 부련주였던 사마자극, 그리고 악명흔 등은 본래 제거되어야 할 인물이니 상관없지만 결국 나머지 5인의 폭사는 당시 강호무림계에 커다란 지각변동을 초 래하게 되었어요. 즉 이들이 포함되었던 5대문파는 졸지에 자파의 최고고수들을 잃었 고, 게다가 소림을 제외한 나머지 4대문파에서는 문파내 최대절학들 이 동시에 사라지는 타격을 입게 된 것이였어요. 본래 문파의 최대절학은 이를 유실되지 않게끔 비급으로 만들어 잘 보관하고, 또한 후계자들에게 최소한 구결만이라도 미리 알려 주는 것이 관례였으나, 천마무림련의 통제아래 있었던 각 파들은 행여 이 들이 노출될까봐 비급들을 없애버렸고, 그들과 치열한 전투과정에서 미처 그 구결들을 후예들에게 알려주지 못하고 있었기에 결국 그와 같은 얼처구니 없는 일들이 발생한 거예요. 따라서 그분들의 실종은 곧바로 문파의 최대절학의 상실을 의미했 고, 그리않해도 천마무림련과 싸움에서 수많은 인재들을 잃은바 있 던 우리 남궁가와 북궁가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힐 수밖에 없었던 것 이예요. 그런데....지금으로부터 15년전 지금의 무림맹주인 북궁소가 산서성의 한 고동에서 가문의 최대비학인 지존무상검법 비급을 찾았다는 것이 예요." 여기까지 듣고 있던 현무는 문득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한마디 의문 을 표했다. "아니, 어찌 그럴수가? 전대 북궁가주가 폭사되면서 지니고 있었다 는 비급이 엉뚱한 곳에서 나타나다니......" 그러자 남궁하는 씁쓸히 웃으며 이야기를 계속했다. "후후, 더군다나 그는 그로부터 5년후 무림맹주가 되면서 그 사실을 밝힌 거예요. 그러니 소림이나 저희나 의문을 느끼면서도 조사해볼 방법이 없었죠! 또한 그는 이미 무림맹주로 선출되었었고, 신망까지 무척 두터웠던 사람이였으니 그러한 그가 한말을 증거도 없이 무조 건 의심할 수도 없고...... 결국 사건은 그 것으로 종결되었고, 사람들은 망각하게끔 되어 있었 던지 이에 대해 의심을 품었던 사람들도 차츰 이러한 사실을 잊어만 갔죠. 여하튼 이러한 일로 해서 북궁가는 다시 욱일승천의 기세로 세력을 확장할 수 있었고, 결국 당금에 이르러서는 천하제일무가로서 타의 추종을 불허할 수 있었던 반면 저희 가문은 그대로 그들의 눈치나 봐야 하는 신세로 전락하고 만 거예요" 번 호 : 8418 게시자 : 윤원중 (re5280 ) 등록일 : 1999-05-08 11:14 제 목 : [연재] 천부외경 64 남궁하의 이야기를 듣고보니 현무는 참으로 기가막힌 일이라 생각되 었다. 서로간 사이가 좋은 것으로만 생각해 왔던 남궁세가와 북궁세 가 간에 그러한 사연이 숨어 있었다니..... 더욱이 남궁가로서는 상호 경쟁관계였고, 오히려 우세를 보이고 있 던 상황에서 한쪽은 잃었던 유진을 되찾아 천하제일무가로 우뚝 선 반면 자신들은 점점 쇠퇴하고 있었던 것이였다. "후후, 이제 왜 제가 북궁가에 대해 본능적 거부감을 갖고 있는 지 이해가 가세요? 비록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 의혹을 잊어 버렸지만, 저로서는 결코 그들에 대한 의심을 떨쳐 버릴 수가 없었던 것이예 요. 더구나 그 결과까지 그렇게 나타나고 있으니......" "그렇다면 하매는 90여년전의 실종사건과 지금의 북궁세가와 사이에 무슨 연관이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말인가?" "그건 아닐 지 몰라요. 하지만 최소한 현 무맹주가 우리 남궁가나 마교의 유진을 같이 발견했을 가능성은 많다고 봐요. 물론 이러한 생각도 단지 저의 추측에 불과하지만......." 현무 역시 이러한 남궁하의 추측이 일리 있다고 생각되었다. 어찌보 면 사람이란 마찬가지가 아닌가? 지속적으로 경쟁관계에 있던 문파 를 누를 수 있는 절대적인 기회! 그러한 기회를 포기할 수 있는 사 람이 얼마나 될까? 물론 깨끗하고 공정한 승부를 추구하는 강호무림계, 특히 정도무림 계에서 이러한 일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그는 만인의 지탄을 받을 수 있다. 더구나 그가 당금 무림맹주라면...... 하지만 이미 15년이나 지난 일! 아무리 가능성이 많다 하더라도 증 거가 없는 상황에서는 이러한 추측이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그리고 그러한 사실을 더 잘 알고 있기에 남궁하는 더욱 애가 타는 지 모른다. 사실 그녀는 가문의 쇠락기에 더욱이 무남독녀 외딸로 태어나 얼마 나 많은 고통과 어려움을 겪었는지 모른다. 여인으로서 남자나 마찬 가지 삶을 강요당해야 했으며, 한창 뛰어 놀아야 할 나이에 학문과 무공에 전념할 수밖에 없었으니..... 그러나 현무는 아직 의문이 채 해소되지 않았다. 물론 그녀가 북궁휘 등에 가지고 있던 막연한 반발심의 실체는 알 수 있었지만, 당초 그가 느낀 의문은 왜 남궁하와 남궁상일의 무공 이 다르며, 그는 대제자임에도 그녀보다 무공이 낮은가...라는 것이였 기 때문이다. 이에 남궁하도 자신의 이야기가 너무 서론이 길었다고 생각한 듯 어 설프게 웃으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사실 저도 최대절학이 유실된 가문의 무공만을 익혔으면, 결코 그 의 수준을 넘기 힘들었을 거예요. 그러나 저는 강호를 떠 돌던 중 우연히 한 이인(異人)을 만나 그에게 은하유성연환검법과 청천뇌벽 검 등 절세적인 검법을 배울 수가 있었던 거예요. 물론 지난번 오빠 에게 가르켜 드린 유운신법 역시 그 분이 심심할 때 익혀보라고 준 비급에 수록되어 있었던 것이고요" "그 분이 누구였는데...?" 그러나 남궁하는 고개만 살래살래 저을 뿐이였다. "저도 그 분이 누구인지 몰라요. 단지 산서의 태행산 부근 한 폐허 된 절간에서 우연히 그 분을 만났으며, 굽고 있던 산토기를 조금 나 누어 주었을 뿐인데 그분은 제 심성이 곱고 밝으니 필히 나중에 큰 일을 할 수 있을 거라며 무공을 가르쳐 주기 시작한 거예요. 그 때 저는 그곳에서 약한달간을 머물면서 무공을 배웠는데 제가 수 차 그 분의 성함을 물었으나 끝내 밝히지 않으신채 아직 연이 다하 지 않았으니 나중에 한 번은 더 만날 수 있을 거라고만 하시는 것이 였어요" 남궁하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현무는 참으로 강호상에는 이름이 알려 지지 않았지만 기인이사가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초극정신무 예를 창안한 일무대사가 그랬고, 추천상에게 무공을 전수한 무명산 인이 그랬고, 또 남궁하가 만난 그 사람이 바로 그런 사람들이였으 니.... 여하튼 현무는 남궁하의 이야기를 통해 얽히고 설킨 무림의 비사와 함께 그녀에 대해서도 상당히 많은 부분들을 알게 되었다. (후우, 평소에 밝기만 하던 그녀의 가녀린 어깨위에 천년 남궁세가 의 부흥이라는 무거운 짐이 올려져 있을 줄이야! 하긴 그러한 의무 를 지고 어렸을 적부터 혹독한 고련을 했기에 지금 그만한 지식과 무공을 지니고 있을 수 있었겠지......) 이러한 생각이 들자 현무는 새삼스럽게 남궁하를 다시 바라보았다. 한편으로는 찬탄과 다른 한편으로는 동정심이 깃든 눈빛으로....... 그러자 남궁하는 샐쭉한 표정으로 쫑알거렸다. "참, 내....! 내, 오빠더러 그런 눈빛으로 저를 보라고 그러한 이야기 를 한 줄 알아요?" "허허, 내가 어떤 눈빛으로 하매을 바라 보았는데?" "에구...불쌍한 우리 하아!.... 여인의 몸으로....? 그런 눈빛 아니였 어 요?" "하하, 내가 어찌 그런 생각을 하겠느냐? 당대에 가장 무공이 뛰어 난 여걸에게....?" "후후, 이제는 아부까지 하시는 군요. 당대에 가장 무공이 뛰어난 여 인하면 바로 화영대협의 부인이자 하북팽가의 가주이신 팽이지 언니 인데.....더욱이 저멀리 남해72군도에는 검후란 여인이 있고, 가까운 이곳에만 해도 유언니가 있는데...당대최고라니....." 그러나 이렇게 이야기 하면서도 남궁하는 결코 싫지는 않는 표정이 였다. "참, 유소저도 놀라운 무공을 소지하고 있더군! 하매, 그러지 말고 솔직히 이야기 해서 어때? 누가 더 셀까?" 그러자 남궁하는 얼처구니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허이구! 그게 그렇게 궁금해요?" "당연히 궁금하지. 팽가주나 검후는 제처 두고, 과연 누가 후기지수 중 최고 여걸인가? 하는 문제인데....." "그야 당연히 유언니가 저보다 낫죠! 그녀는 전설적인 남해보타암의 진전을 모두 이었는데...." 남궁하는 지극히 당연하다는 듯 말을 하였다. 하지만 현무가 보기에 는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하는 그녀의 태도에서 오히려 자신감을 느 낄 수 있었으니..... (후후, 하긴 난형난제 일거야....직접 겨뤄보기 전에는 알 수 없는.... 게다가 하매에게는 절세적인 지혜가 있고, 유소저에게는 100만 황군 이 있으니.....) 그러다 문득 현무는 남궁하가 이야기하려다 미처 못한 동영의 무림 계에 대한 생각이 났다. "참, 아까 동영무림계의 양대산맥에 대한 이야기를 마저 해 줄 수 있겠어?" "그렇군요. 그 이야기도 마저 못했지요?" "그래! 두랑이 낙일류의 계승자 같다는 이야기만 하다가 끊겼지" "그건 그렇고 도대체 이곳에 술을 마시러 온 거예요? 아니면 제 목 을 타게 하려고 작정하신 거예요?" 이렇게 이야기하면서 남궁하는 목이 타는 지 아예 술병을 통채로 들 고 몇 모금을 마셔댔다. (후후, 저렇게 예쁜 여자가....?) 현무는 지극히 아름다운 남궁하가 마치 거친 사내들처럼 행동하는 것에 대해 내심 고소를 금치 못했지만, 얼른 자신도 술한잔 털어 넣 은 후 대답을 했다. "하하, 술이야 이야기를 들으면서 마시면 되는 것이고....오히려 하매 의 감미로운 목소리에 술이 더 잘들어 가는데...." 남궁하는 현무의 이러한 능청스러운 태도에 사정없이 눈을 흘겼다. "내가 저런 오빠를 두고, 무슨 말을 하겠어? 차라리 궁금해 죽어 버 리라고 말하지 말아 버릴까?" "이크! 왜 그래 하매? 그래 꼭 내가 궁금해 죽어야 직성이 풀리겠 어?" 이에 현무는 깜짝 놀랐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 말을 했고, 이 에 남궁하는 그러한 그의 모습이 귀여운지 깔깔 웃더니 서서히 이야 기를 시작했다. "지금 동영 무림계는 한참 춘추전국시대를 맡고 있어요. 각 지역을 분할해 통치하고 있는 성주들과 이들에 소속되어 충성을 다하는 무 사들로 인해서..... 따라서 지금 동영에는 수백개의 무가들이 난립해 있다고 해요. 하지만 그들중 아무도 부정하지 못하는 두 개의 무파가 있으니, 그 들이 바로 아까 말씀드렸던 낙일류와 이도류(二刀流)예요. 이중 낙일류는 두랑과 마찬가지로좌수쾌도(左手快刀)를 전문으로 하고 있으며, 바로 낙일류라는 이름처럼 극에 이르면 하늘의 태양마저 벨 수 있다 는 것이예요. 물론 너무나 빨라 그렇게 보인다는 것이겠지만.... 그리고 이도류는 길고 짧은 두 개의 칼을 절묘하게 조화시켜 상대방 이 전혀 예측할 수 없는 공격을 퍼붓는 다고 하더군요. 물론 저로서 는 겪어 보지 못해서 그들이 어떻게 이들을 사용하는지 자세히는 말 씀드릴 수 없지만......" 현무는 난생처음 들어보는 동영의 무림계에 대하여 호기심이 일 수 밖에 없었다. 그래도 쾌도술에 대해서는 중원에서도 가끔씩 볼 수 있었고, 특히 두랑을 통해 그 위력도 짐작할 수 있었지만 이도류에 대해서는 정말 기이하게 생각되었으니..... 바햐흐로 청년영웅단의 비무대회는 점입가경에 이르고 있었다. 특히 현무가 속한 제3조의 경기는 더욱 그러하였으니..... 4강에 오른 두랑, 후궁예, 남궁하, 현무 등 그 누구도 확실한 우승을 장담할 수 없을 정도였으며, 중인들은 저마다 우승후보를 놓고 내기 까지 걸고 있었다. "이번 시합은 어때? 좌수쾌도의 달인 두랑과 검과 비도술의 달인 후궁예중 과연 누가 이 길까?" 첫 번째 시합이 시작되려 하자 현무가 남궁하게게 묻는 말이였다. 자신은 도저히 결과를 짐작 못하겠고, 남궁하라면 분명 알 수 있을 거라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그러자 남궁하는 현무를 향해 곱게 눈을 흘겼다. "후후, 오빠는...? 내가 마치 점쟁이라도 되는 줄 아는가봐!" "하지만 짐작은 할 수 있을 거 아냐!" "글쎄요. 이는 전적으로 후소협이 어떻게 두랑의 쾌도술을 상대하느 냐에 따라 달려있다고 봐요. 괜히 어설픈 검법으로 상대하려 했다간 당하기 쉽상일테고..... 만일 그가 초반부터 자신의 최대한 장기를 발휘하여 전력을 다한다 면, 그가 조금 낫지 않을까 생각해요" 이에 현무도 막연히 남궁하의 예상이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 다. 비록 두랑의 쾌도술이 무섭긴 하지만 그는 아직 충분히 검증되 지 않는 신인이였고, 후궁예로 말할 것 같으면 신주십걸에 포함된 인물일 뿐만아니라 남궁세가의 대제자인 남궁상일을 당당히 물리치 고 올라온 인물이였으니....... 현무와 남궁하를 비롯한 관중들의 구구한 추측속에 드디어 두랑과 후궁예가 비무대에 올랐다. "와! 두랑, 다시한번 이변을 보여달라...." "후구예, 두랑 저 잔인한 자의 목을 베어 버려라!" 뚜렷하게 그들과 관계도 없었지만 관중들은 두패로 나누어 자신의 바램들을 떠들어 댔다. 그러나 정작 비무대에 마주선 두사람은 이러 한 관중들의 고함소리들이 들리지 않는 듯 날카로운 눈빛으로 호시 탐탐 상대방을 노리기 시작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역시 후궁예가 선공을 시작했다. "바람이 대기를 가른다! 표풍단기비천검......" 그러자 후궁예의 싸늘한 검신에서 무수한 검영과 검기 조각들이 두 랑을 향해 몰아치기 시작했다. 이에 중인들은 잔뜩 긴장하며 비무대를 주시했다. 이제 후궁예의 공 격이 시작했으니, 결코 두랑도 이를 좌시하지 않고 그 공포의 쾌도 를 날릴 것이다. 그렇다면 어찌되었건 곧바로 결론은 나기 마련.... 그러나 두랑은 이러한 중인들의 바램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 자리에 꼿꼿히 서 있었다. 단지 눈빛만 더욱 싸늘히 빛내고 있을 뿐.... 과연 어떻게 된 것일까? 이미 후궁예가 검을 튕겨 날려보낸 검기들이 그의 지천에 도착하였 건만..... 하지만 이를 보고 있던 현무의 표정은 지극히 당연하다는 표정이였 다. "후후, 후궁예도 아직 상대를 잘 모르고 있군. 그가 어찌 이와같은 허초에 경솔히 몸을 움직일 것인가?" 아니나 다를까? 마치 천년거암처럼 꼼짝하지 않고 서 있는 두랑의 지척에 당도한 그 매서운 검기들은 마치 언제 그랬느냐는 듯 사르르 사라져 버렸고, 단지 두랑의 옷자락만 가볍게 휘날리고 있었다. 이에 그가 몸을 움직이는 기세만 있으면 곧바로 그의 장기인 비도를 날리려고 준비하고 있던 후궁예의 안색에는 미미한 실망감이 감돌았 다. 잔뜩 긴장해 비무대를 주시하던 관중들의 표정에서도 실망감이 감돌 며, 다시 얼마간의 대치국면이 지속되었다. 이에 처음의 긴장감에 쥐 죽은 듯이 고요했던 관중들 사이에 약간의 동요가 일어났다. "아니, 언제까지 저렇게 마주보고만 있을 것인가?" "그러게....닭싸움하나?" 그러나 정작 마주서 있는 두사람에게는 자신의 명예와 생명이 달린 문제, 결코 경솔하게 몸을 움직여 파탄을 자초할 수가 없었다. 두 사 람의 이마에는 서서히 땀이 맺히기 시작했다. 극고의 수련을 통해 고급무공을 습득한 그들이 땀을 흘린다는 것은 그 만큼 긴장과 심력 이 허비되고 있음을 말해 주고 있었다. 드디어 후궁예가 미약하게 나마 좌측으로 발을 옮기기 시작했다. 이 를 보고 있던 두랑의 시선이 그를 따라 움직이고, 그의 눈빛은 마치 야수의 그것처럼 번득거리고 있었다. 일보....일보... 거의 느끼지 못할 정도의 미미한 움직임! 물론 단지 시선만 움직이고 있는 두랑보다 단 한 군데도 빈틈이 없이 몸을 움직여야 하는 후궁예의 심력허비가 더 막대함을 말할 필요도 없었다. 그러나 이처럼 움직이고 있던 후궁예에게도 생각이 있었으니..... 마침내 그의 몸이 두랑의 사각지대에 접어들고, 두랑으로서는 부득 불 몸을 돌릴 수밖에 없는 그 짧은 시각! 다시한번 후궁예의 검은 날카롭게 빛을 토하고 있었다. 아까와는 비할 수 없을 정도로 신속하고 날카로운 기세로 두랑을 향 해 밀려드는 빛의 물결! 더욱기 그 바로뒤에는 언제 발출하였는지 9 개의 비도가 허공을 가르고 있었다. "후훗! 대단해 역시 후궁예답군...." 현무의 입에서 감탄이 터져 나왔다. 일반 무사였으면 어찌 그 짦은 순간의 파탄을 이용해 저처럼 날카로운 공격을 퍼 부을 수 있을 것 이며, 상대가 피할 수 있는 방위까지 계산해 비도를 날릴 수 있으 리...... 설혹 1차공격에 두랑이 피할 수 있다 하더라도 그 뒤를 따르는 9개 의 비도를 피하지 못할 것 같았다. 더욱이 그는 아예 손에 단궁철시까지 꺼내들고 만약의 경우를 대비 하고 있었으니 그가 이번시합에 얼마나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이에 두랑도 눈부신 속도로 몸을 움직이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동 작은 수비가 아니라 공격이였다. 후궁예의 검초가 놓인 유일한 방위, 그건 바로 지상으로부터 겨우 두치정도 되는 공간이였는데 두랑은 기이한 몸짓으로 그 좁은 공간을 이용해 화살처럼 후궁예를 향해 짓 쳐들고 있었으니 마치 그가 땅바닥에 업드린 채 무척 빠른 속도로 미끌어져 가는 것 같았다. 그러나 그 공간이 비록 후궁예의 검초는 놓였지만 9개의 비도중에 하나는 맹렬한 속도로 날라오고 있었다. 두랑은 몸을 날리면서도 순간적으로 갈등을 느꼈다. 굳이 피하거나 막으려고 하면 못할 게 없는 비도, 하지만 찰라지간에갈리는게 고 수들의 승부! 무슨생각을 하였는지 두랑은 전혀 속도를 늦추지 않고 마치 자살하려는 것처럼 비도를 향해 지쳐들고 있었다. "아니! 저 자가?" 이러한 예상밖의 행동에 후궁예는 깜짝놀라며 급히 좌수의 단궁철시 를 날렸다. 그러나 그 짧은 시간, 비도를 우측어깨에다 박아 넣은 두랑의 쾌도 는 이미 그의 복부를 "푹!"하며 꿰뚫고 있었으니...... 후궁예는 아랫배를 통해 마치 썰물처럼 기가빠져감을 느끼며 그 자 리에 쓰러질 수밖에 없었다. (아뿔싸! 비수에 이어 곧바로 단궁철시를 날렸어야 했는데......) 쓸어져 가는 그의 뇌리속으로 순간적으로 이러한 후회가 밀려들었 다. 상대는 철저한 실전을 통한 쾌도의 달인! 그는 설마 상대가 허공이 아닌 바닥에 붙어서 공격할 것을 예측하지 못했고, 더욱이 자신의 희생을 무릅쓰는 이도제강의 수법을 쓸 지는 몰랐던 것이다. 번 호 : 8419 게시자 : 윤원중 (re5280 ) 등록일 : 1999-05-08 11:15 제 목 : [연재] 천부외경 65 "와! 좌수쾌도 두랑, 최고다!" 그의 과감한 승부수에 관중들도 아낌없는 박수를 쳐 주었다. 이를 보고 있던 현무의 표정에서도 경탄의 빛이 흘렀다. "음, 대단하군.... 그 짧은 순간 저러한 선택을 하다니.... " "마치 야수와 같은 감각을 지닌 자예요. 과연 어떠한 수련과정과 실 전훈련을 거쳤으면 저런 감각이 나오는지....!" 현무의 감탄에 이어 남궁하역시 은근히 놀란 표정이였다. "그런데 왜 후궁예는 동시에 단궁철시를 날리지 않았지? 그랬다면 결코 두랑으로서도 이를 피하지 못했을 터인데......" "후후, 그래서 습관이란게 무서운 거예요. 그가 진정한 쾌검술이나 쾌도술을 만나본 경험이 없는지라 상대를 고려하지 않고 그저 평상 시 습관처럼 상대의 파탄만 기다린 것이지요." 이러한 남궁하의 이야기에 현무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하매의 말이 맞는 거 같아, 그래서 진정한 승부사는 상대가 아무리 하찮게 보여도 최선을 다한다고 하지 않나? 마치 상대도 안 되는 쥐를 잡을 때 고양이의 행동처럼 말이야...... " 그러자 남궁하는 이러한 현무를 바라보며 마치 대견스럽다는 듯 흐 뭇한 웃음을 지었다. "호호, 오빠도 이제 무사가 다 되었군요" "엥? 그럼 난 그동안 무사가 아니였단 말인가?" "진정한 무사는 결코 무공만으로만 이루워지지 않아요. 무수한 실전 경험과 임기응변, 그리고 상대방의 진정한 실력을 간파하는 능력까 지 갖추어 져야 하는 것이예요" "그렇게 무사되기 어렵다면 강호상에 과연 무사가 몇이나 있겠어?" 비로 겉으로는 얼처구니 없다는 표정으로 이렇게 투덜거리는 현무였 지만 내심 남궁하의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그 때 비무대 쪽에서 다음 시합하게 되는 현무와 남궁하에게 출전하 라는 이야기가 들려왔다. 이에 현무는 난처한 표정으로 남궁하를바라 보았다. 물론 그들은 본래 대진표상 4강전에서 만나기로 되어 있었지만 이제 껏 별로 신경쓰지 않고 있었다. 적당히 싸우는 척 하다가 한쪽이 양 보하거나 아님 기권하면 될 것이라는 생각을 막연히 하고 있었던 것 이다. 하지만 그 어떤 방향으로든 아직 이야기가 되지 않는 상태에서 막상 출전을 하라는 이야기를 듣고 보니 현무로서는 난처하기 그지 없었 던 것이다. "이거, 하매와 내가 서로 칼부림할 수 는 없잖아! 어때? 그냥 내가 기권을 해 버릴까?" 그러나 이미 남궁하에겐 어떤 생각이 있는지 생끗 웃고 있었다. "후후, 그냥 기권을 한다면 관중들이 실망하잖아요! 그것보다 소매에 게 생각이 있으니 일단 비무대로 올라가세요" 이에 현무는 도저히 남궁하의 생각을 짐작할 수 없었지만, 결국 계 속되는 주최측의 요청으로 일단 비무대에 올라갈 수밖에 없었다. 그 리고 잠시후 남궁하 역시비무대에 올랐다. 그런데 그녀는 올라오자 마자 참관인들을 향해 가볍게 고개를 숙여 예를 표한후 무언가 이야기를 시작하는 것이었다. "사실, 저는 이분 천지객 현무소협과 약간의 교분이 있어요. 그래서 직접 칼부림하는 것보다 새로운 대결방식을 제의해 보고 싶은데..... 두 분의 생각은 어떠신지...." 이러한 남궁하의 이야기에 두 사람의 참관인들 중 연장자이자 선배 라 할 수 있는 무당장문인 청련자가 자애로운 미소를 지으며 대답하 였다. "허허, 남궁여협께서는 무슨 좋은 생각이 있으시오? 사실 이번 대회 는 대주를 선발하는 것이 목적이지 싸움이 아니니 객관적으로 두 분 간의 우열만 구분할 수 있다면 빈도는 이를 따르지요. 도대체 두 분 은 무슨 방법으로 겨루려 하시오?" 사실 청련자도 이번 대회의 의미가 퇴색될 정도로 격렬하게 변했고, 이미 희생자도 몇 명 발생한데 대해 안타깝께 생각하고 있었으니, 이러한 남궁하의 제의에 솔깃했던 것이다. 이에 남궁하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쌩긋 웃어 보였다. "호호, 장문인께서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고맙군요. 이번에 저희들은 논검(論劍)을 해 볼까 해요" "아니, 논검이란 말인가?" 남궁하의 이야기에 참관인들과 관중들은 물론 이고 현무도 깜짝 놀 랐다. 논검이라 함은 글짜 그대로 병기를 맞대고 싸우는 것이 아니라 자신 이 지닌바 무공을 말로써 표현함으로써 무공의 고하를 가르는 수법 으로 무림역사상 간혹 고인들간의 고사(古事) 정도로만 흘러 나올 뿐, 이와같은 비무대회에서는 거의 발생하지 않던 일이였던 것이다. 특히 이 논검을 하기 위해서는 내 무공뿐만 아니라 상대방 초식까지 훤히 알아야 하고, 게다가 이를 판정하는 판정관은 시합에 임하는 자들에 대한 무공초식과 정확한 무공구사능력까지 파악할 정도로 무 공에 뛰어나지 않으면 안되었던 것이였으니.... 참관인들도 고개를 살래살래 저을 수밖에 없었다. "무량수불! 남궁여협께서는 너무나 어려운 문제를 주문하고 있군요. 사실 빈도가 무당장문인 직을 역임하여 이 자리에 참관인으로 있긴 하나, 어찌 두 분의 논검을 평할 수 있겠소?" 그러나 남궁하는 태연했다. "판단은 저희들이 할 것이고, 만약 졌다고 생각한다면 스스로 알아 패배를 자인할 테니, 그 점은 걱정마세요. 단지 두분께서는 저희들의 승패를 추인만 하시면 됩니다." 너무나 자신있게 말하는 남궁하의 태도에 청련자도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사실 그로서도 이 깜찍한 소녀검사의 재지가 무척 뛰어나다 고 말은 들어봤지만 과연 어떤 방법으로 승패를 판가름할 지 궁금하 기도 했던 것이다. 따라서 그는 현무의 의사를 물어본후 다른 참관 인인 무맹의 무적흑표단주 전광일패 용천비에게 말을 하였다. "어떻소? 용대협, 일단 이들을 지켜보는게...." 이 때는 거의 표정변화가 없다던 용천비도 갑자기 튀어나온 논검이 란 이야기에 은근히 호기심이 동하는 지 고개를 끄덕여 수긍을 표하 였다. 이에 청련자가 커다랗게 웃으면서 선언하듯 말했다. "하하하, 좋아 좋아! 빈도가 설마 논검의 참관인까지 하게 될 줄이 야. 그렇다면 두 분은 한 번 논검을 해보시오!" 이 때 남궁하는 마치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빙그레 웃고 있었는데.... 마침 그녀의 귓전으로 현무의 다급한 전음소리가 들려왔다. '아니, 하매! 난 논검을 한 번도 안해봤단 말이야!' '호호, 그건 소매도 마찬가지예요' 그러자 현무는 황당해 했다. 그녀가 자신있게 이야기하길래 그녀는 충분한 경험이 있는 줄 알았던 것이다. '아니, 그러면서 논검을 하자고 해?' '그렇다면 어떻해요? 오빠와 제가 칼부림할 수도 없고.....사실 논검 이라 해봤자 별거 있겠어요. 그저 고사에서 들은대로 하면 되겠지요. '참, 내....못 말릴 아가씨군....' '후후, 준비하세요! 소매 먼저 공격할 테니......' 이러면서 남궁하는 그 자리에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그러자 현무도 별 수 없이 그대로 주저앉고 말았다. (까짓거 그냥 무공을 전개하듯 하면 되겠지.....) 바야흐로 보기드문 논검이 시작되려 하자 관중들도 자신들로서도 처 음 보게되는 광경에 숨을 죽이고 이들의 행동을 지켜 보게 되었다. 예고된 대로 남궁하가 먼저 공격을 시작했다. "무릇 무공시합에도 예의가 있는 법! 저는 먼저 삼성의 공력으로 동 자배불로써 현소협께 예의를 갖추고자 합니다" 그러면서 그녀는 손짓으로 동자배불을 취하는 듯 행동을 해 보였다. 이에 현무가 낭랑하게 웃으면서 말을 받았다. "그렇다면 나는 유운신법으로 좌측으로 반장여 비켜선 후 역시 삼성 의공력으로 횡소천군으로 예를 받으리다" 역시 현무도 횡소천군을 취하는 행동을 해 보였다. "호호, 역시 예의를 아시는 분이라 다르시군요. 하지만 이번에는 진 짜이니 조심하세요! 소녀는 남궁세가의 표흘보법으로 순식간에 현소 협의 3장앞으로 접근한후 8성의 공력으로 무산신녀문의 천녀현신의 일초로 현소협의 허리를 공격합니다" 그러면서 그녀는 손을 들어 삼푼정도 힘으로 실제 천녀현신의 일초 를 시전해 보였는데, 단지 공력만 줄였을 뿐 실제로 전개한 거나 마 찬가지로 그 기세가 반장정도 뻗어 나갔다. 이에 현무는 깜짝놀란 표정으로 다급하게 말을 하였다. "이크, 천녀현신은 무산신녀문의 비전절기인데...남궁소저께서 그것까 지 익히고 계실줄이야...저는 별수 없이 소림의 금강부동신법으로 순 식간에 소저의 우측 사각지대로 이동한후 역시 9성의 공력으로 일선 지를 사용해 소저의 우측에 있는 10개 요혈을 공격하겠소" 이러면서 현무는 남궁하가 한데로 일선지를 전개해 보였는데 역시 그의 열 개 손가락에서는 미약한 지력이 발출되었다. "금강부동신법이라니...소녀는 심히 감당하기 어렵군요. 저는 급히 표 휼보법으로 일장여 뒤로 물러서면서 남궁가의 현천장법으로 일선지 를 해소시키고자 해요" "하하 그렇다면 나는 뒤를 바로 이어 십성의 복마장법으로 소저의 뒤를 바싹 압박하고자 하오" "호호, 무명노인의 무영신법은 허공에서 자유자재로 몸을 움직일 수 있는 것, 저는 그 즉시 허공으로 이장여 상승한후 다시 좌측으로 돌 면서 검을 뽑아 저의 성명절기중 하나인 은하유성연환검으로 소협의 좌측을 공격하겠어요" "이크, 절묘하군! 마치 천공에서 수만개의 유성이 떨어지듯 연거푸 전개되는 은하유성연환검이라..... 저는 별수 없이 경신차풍비술로서 이리 흔들 저리 흔들 하며 피할 수밖에 없군요" "초극무예중 경신차풍비술이라면 능히 제 연환검을 막을 수 있겠지 요. 저는 그럼 더 이상 공력낭비를 막고자 연환검을 중단하고 대신 빠르면서 지극히 무거운 청천뇌벽검으로 전환합니다" "청천뇌벽검은 바람보다 더 빠르니 내 어찌 경신차풍비술을 고집하 리오. 비록 전환과정에서 일부 부상을 무릅쓰고 난 다시 금강부동신 법으로 소저의 등뒤로 이동한 후 소림의 백팔나한금나수로 소저의 목덜미를 잡아가겠소" "저는 도저히 피할 수 없어 호신진기를 최대한 발휘, 몸을 보호하면 서 뇌려타곤으로 소협의 공세를 벗어나고자 합니다" "하하, 임기응변은 좋지만 어찌 내 그것을 지켜만 보고 있겠소! 뒤를 이어 은하낙성수와 수유간극퇴법이 전개되오" "참, 소협의 공격은 매정하기 그지 없군요. 땅을 뒹굴며 피하는 여인 에게 무수한 발길질이라... 소녀는 품속에서 단검으로 꺼내 마지막으 로 절대호신절초인 쇄금단초의 3초식으로 역습을 가하고자 해요" 이러면서 남궁하는 현무가 보지 못한 쇄금단초를 알려주기 위해 손 으로 시전해 보였으니 이는 그야말로 완전한 수비식에다 기운을 마 치 바늘처럼 한곳으로 몰아 최후의 일초를 가하는 것이였으니 현무 로서는 그러한 초식이 실전에 전개된다면 과연 피할 수 있을까 의심 될 정도였다. 하지만 그대로 당할 수만은 없는 일, "이번에는 부상을 무릅쓰고 겨자무한보법이 전개되오. 물론 경황중 이라 완벽하지 못하지만 나는 이로써 낭자의 후좌측 빈틈을 파고 들 며 천지무극검법으로 후좌측 옆구리에 검을 갖다 대겠소!" 그러자 남궁하는 한동안 말이 없더니, 가벼운 한숨과 함께 그를 향 해 고개를 숙였다. "소녀가 졌습니다. 저의 옆구리를 베지 않는 점 감사드려요!" 이에 관중들에게서 우뢰와 같은 박수소리가 들려왔다. 비록 말로만 하는 논검이였지만 그들은 가급적자세한 설명과 함께 손짓으로 초식전개까지 하였기 때문에 마치 머릿속에 그러한 광경이 떠오르는 듯 해 상당히 실감이 났고 이색적인 논검에 무척 흥미가 일었던 것이다. 이 때 청련자가 박수를 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하하, 빈도가 처음보는 훌륭한 시합이였소! 물론 청천뇌벽검이니 천 지무극검이니 경신차풍비술과 같은 초식은 아직 겪어 보지 못해 정 확히 판단을 내릴 수는 없지만 아무튼 두 분이 최선을다해 공격하 고 수비했다는 사실은 인정할 수 있으며, 또한 두분이 서로 승패를 자인했으니 이번 시합은 천지객 현무소협의 승리로 판정하고자 하오 " 현무에 대한 승리선언이 있자 관중들에게서는 다시금 거대한 환호성 과 박수소리가 터져 나왔다. 마침내 제3조의 결승전은 두랑과 현무 라는 각기 신주십출 중 한명씩을 물리친 신예들간의 대결로 결론 난 것이었다. "후후, 어째 미안한데....? 사실 하매의 쇄금단초의 일식은 실전에서 전개되었다면 아마 겨자무한보법을 전개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을 지 모르겠소" 비무대에서 나란히 퇴장하면서 현무가 미안해 하는 표정으로 남궁하 에게 넌지시 말을 걸었다. 그러나 정작 남궁하는 전혀 섭섭해 하지 않는 표정으로 현무를 향해 빵끗 웃어 보였다. "호호, 오빠의 금강부동신법은 정말 빨라요. 도저히 예측불허이니... 사실 실전이였다면 저는 이미 이 신법에 이은 백팔나한금나수에 당 했을 거예요" 그러다 문득 무슨 생각을 하였는지 남궁하는 아미를 찌뿌리며 현무 를 노려보았다. "참, 그나저나 정말 오빠는 제가 나뒹굴며 있는데 수유간극퇴법이란 무지막지한 발길질을 해 댈 거예요?" 그러자 현무는 부드럽게 웃으면서 남궁하의 손을 살며시 잡았다. "내 어찌 하매에게 그럴 수 있겠소? 그냥 보기만 해도 아까운 우리 하매에게....." "칫, 말로만....." 이러면서 남궁하는 현무를 흘겨보았지만, 그래도 손을 빼지 않는게 싫지는 않는 모양이였다. 제3조의 경기가 비록 치열하긴 했지만 너무나 빨리 끝나는 바람에 3 조의 비무대에 몰려 있던 사람들이 우 하니 1,2조로 몰렸다. 이에 현무도 넌지시 남궁하를 바라보며 말을 했다. "어때...우리도 한 번 저곳으로 가 볼까?" "좋아요! 그럼 어디를 가죠? 1조?....2조?..." "후후, 후기제일지수라는 북궁휘의 무공을 보고 싶군..... 이미 무유형 님의 경기는 1회째였으니 벌써 끝났을 것 같고...." 현무의 에측대로 제2조에서 무유는 4강 1차전에서 화산의 제자 매화 검영 송천영을 물리치고 결승에 올라갔으며 지금 한참 무당과 개방 의 제자간 접전이 벌어지고 있었으며, 제1조에서는 제갈청운이 하북 팽가의 팽도위를 500여초에 이르는 접전 끝에 누르고 결승에 선착하 였고, 이제 막 신품공자 북궁휘와 진주언가의 언지일간의 시합이 시 작되려 하고 있었다. 마침 그곳에는 이미 결승에 오른 제갈청운과 무유가 유선, 북궁지 등과 함께 모여 있었는데, 마침 현무와 남궁하가 이곳에 도착하자 모두들 반겨 맞아 들였다. "하하, 현아우, 그리고 남궁소저! 어서오시오. 지금 그리 않해도 두분 간의 논검소식을 화제삼아 이야기 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이야기 하며 역시 무유가제일 먼저 나섰고, 오랬만에 그들 을 만난 북궁지도 입가에 화사한 미소를 지으며 앞으로 나왔다. "형! 오랜만에 뵙게 되었네요! 그래 쟁쟁한 고수들을 물리치고 결승 에 오른 소감이 어때요?" 북궁지는 현무가 무척 반가운 모양이였다. 이 때 북궁지는 현무의 눈에 그동안 상당히 성숙된 듯이 보였다. 아 마 평생을 고생을 모르고 자랐던 그녀였는데....집마부에서 호되게 당 했고, 또 이번에는 다시 비무대회에서 진주언가의 언지일에게 불의 의 패배를 당하는 등 계속되는 시련이 그녀를 성숙하게 하였는가 하 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그녀는 어디가 아픈지 얼굴이 무척 창백 해 보였다. "이런...소저의 무척 안색이 안좋군요. 그래 괜찮소?" 이러한 현무의 걱정스런 말투에 북궁지는 커다란 눈을 들어 현무를 바라보았다. 자신도 모르게 너무나 가까이 와버린 사람! 그래서 의식적으로 그를 피해 보긴 했지만 다시 보니 이렇게 반가운 건 또 무엇일까? (바보같은 사람! 내가 이렇게 된 것이 그까짓 부상과 무공시합에서 패배한 것 때문인줄 알아? 그건 모두 당신때문이란 말이야.... 당신이 너무나 갑자기 나에게 다가왔는데...정작 당신은 유선에 대한 환상에 빠져있고, 그 주위에는 또 남궁하가 가로막고 있으니.... 그런 당신에 게 너무 깊이 빠져들까봐.....내 스스로를 억제한 것이고..... 하지만 이제는 너무 늦어 버린 것 같아... 당신을 만난게 이렇게 기 쁘기만 하니....) 그러나 이러한 북궁지의 마음을 알 수 없는 현무는 자신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 그녀의 커다란 눈동자에 습막까지 서리는 것을 보고 무척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 (하긴, 이처럼 곱게자라기만 한 여인에게 그러한 충격은 클 수밖에 없었겠지. 더구나 북궁휘가 그녀의 이러한 마음들을 따뜻하게 감싸 주는 성격도 아니고......) 서로 마주보고 있는 두 남녀! 하지만 그들의 생각은 각기 달랐으니...... 과연 이들의 미래는 어떻게 결정되어 갈지...... 번 호 : 8425 게시자 : 윤원중 (re5280 ) 등록일 : 1999-05-09 11:33 제 목 : [연재] 천부외경 66 이 때 이들의 이러한 행동으로 좌중의 분위기가 어색해 짐을 느낀 남궁하가 현무의 허리를 꾹 찔렀다. "오빠! 뭐해? 벌써 시합이 시작되었는데......" 그러자 현무는 비로소 현실을 깨닫고 주위를 둘러 보았다. 이미 비무대에서는 북궁휘와 언지일이 서로 대치한 상태에서 보법을 밟아가고 있었고, 이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들에게 시선을 쏟고 있 었다. 그러나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제갈청운과 북궁지는 복잡한 시 선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으니...... 북궁지로서는 남궁하가 현무를 부르는 너무나 다정한 호칭에 마음을 상한 듯 했고, 또 은근히 북궁지에 대하여 연심을 품고 있던 제갈청 운은 현무를 대하는 북궁지의 심상치 않는 태도에 역시 신경쓰이는 듯 했다. 하지만 현무로서는 그들의 시선이 무엇을 담고 있는지 알 수 없어 그저 어리둥절 했고, 총명한 남궁하 정도만 대강 이들의 복잡한심 정을 알 것 같아 그저 씁쓸하게 웃고 있었다. (후후, 그야말로 복잡하기 그지없는 인간의 마음이여....! 왜 신은 인 간으로 하여금 단 한사람만 좋아하고 그 감정이 상호교감되도록 만 들지 않았던가? 정이란 그물이 이처럼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아프게 만들다니.... 하긴 나도 얼마나 마음이 아팠던가? 이젠 그의 마음이 많이 돌아선 것 같지만......난, 아직 느낄 수 있어, 그의 마음속 깊은 곳은 여전히 그녀가 지배하고 있다는 사실을.....) 그 때 들려오는 현무의 목소리가 그녀의 상념을 깼다. "하매! 의외로 언지일의 무공이 고강한데...?" 시선을 돌리는 남궁하에게 현무의 해맑간 모습이 잡혔다. 볼수록 정 이 가는 사람! (후후, 하긴...내가 이 사람을 이해하지 않으면 그 누가 이해하리.... 젖먹이 때부터 거친 산중에서 고아로 자란 이 사람을....) "아니, 왜 말은 않고 내 얼굴만 그리 보고 있어?" 다시금 들려오는 현무의 목소리에 남궁하는 멋쩍게 웃었다. "호호, 오빠의 모습이 너무 멋있어서....." 물론 현무는 그녀의 그런 말이 그냥 얼버무리는 말인줄 잘 알고 있 었다. 하지만 그 역시 갈수록 이런 남궁하에 대한 정이 깊어감을 느 꼈다. (아름답기는 하늘의 선녀같고.....총명하기는 촉한의 제갈량에 비견될 정도고..... 마음은 또 그토록 넓기만 하니..... 내 어찌 이러한 여인 을 좋아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참, 정말 그렇군요. 그는 진주언가의 직계도 아닌 방계인데..... 무공 만은 신주십걸 중 제갈소협보다 오히려 높은 것 같으니...." 현무가 자신에 대한 생각을 하고 있는 지도 모르고 비무대에 시선을 돌려 시합을 관찰하던 남궁하는 이렇게 이야기 했다. 그러자 현무로서도 다시 비무대로 시선을 돌렸다. 물론 북궁휘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후기제일지수 답게 그저 가벼 운 몸놀림만으로 언지일의 공격을 무위로 돌리면서 그를 압박하고는 있었지만 의외로 언지일도 잘 버티고 있었고, 가끔씩은 매서운 공격 으로 그를 물러서게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사실은 무척 놀라운 일로써, 비록 3조에서 이름도 들어보지 못한 두랑이라는 신예가 출현하여 후궁예를 누르고 당당히 결승에 오른 바 있었지만 언지일은 그렇게 은폐되었던 사람이 아니였던 만 큼 그 이상으로 의외의 상황이였던 것이다. 이에 그의 옆에 있던 북궁지가 끼여들었다. "형! 전혀 의외죠? 사실 저도 무척 놀랐어요. 그가 그토록 숨은 실력 을 지니고 있을 줄은.....그는 분명 얼마전까지만 해도 저의 아래였는 데....." 이러한 북궁지의 이야기에 문득 현무는 그녀가 그에게 패했음을 기 억하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본래 진주언가는 권법으로 유명하지 않나? 그런데 그는 지금 도법 을 많이 쓰고 있잖아!" "그래서 저희들도 이를 이상하게 생각했지만, 결국 그가 그 사이에 무슨 기연을 얻었고, 아무래도 적수공권(赤手空卷)보다는 무기를 사 용하는 것이 유리하다 생각했을 것으로 결론을 내렸어요. 물론 나중 에 그에게 물어보면 자세히 알겠지만....." 이에 현무는 내심 그럴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사실 자신도 복우 산에서 천고의 기연을 만났었고, 남궁하 역시 이인을 통해 절세적인 검법을 연마할 수 있었으니.... 그러나 남궁하는 아직 의혹을 풀지 못하고 있었다. 비록 현무와 자 신에게서 그 기연이란게 작용했지만 기연이 그리 많다면 어찌 기연 이라 부를 수 있겠는가? 더구나 아무리 상대가 무기를 사용하고 있다 하더라도 진주언가 하 면 그래도 권법이 장기인데 그 장기의 이점을 버리고 도법을 주로 사용한다는 것이 기이하게만 생각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의혹에도불구하고 남궁하는 그리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지 않았으니, 이는 그녀가 언지일이라는 인물과 접촉하거나 그의 평상시 무공을 접할 기회가 드물었다는데 원인이 있었다. (사실 강호상에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본 실력을 숨기고 있는가? 필히 그도 그러한 유형에 속하는 사람이겠지.......) 한편 이 때 정작 그와 겨루고 있던 북궁휘도 상당한 당혹감을 느끼 고 있었으니, 진주언가의 용호권 언지일이라 함은 그도 익히 알고 있던 사람이였기 때문이다. 비록 그가 아들이 없는 언지황의 총애를 한 몸에 받아 언가권법을 모두 전수받았고, 그것으로 무림십출에 필적하는 실력을 지녔다 하 더라도 어디까지나 자신보다는 한참 아래였었다. 하지만 정작 오늘 맞닥뜨린 그의 솜씨는 결코 예사롭지가 않았으며 특히 간간히 터져 나오는 기이한 초식들은 사이사이 흉험한 암초들이 숨어있어 그로서 도 방어하기에 무척 까다로웠던 것이다. 게다가 그는 간혹 권법을 병행하고는 있었으나 주로 도법을 사용하 고 있었는데, 칼 자체가 기형의 반월도까지 사용하고 있었다. 그러나 북궁휘가 누구인가? 후기제일지수일 뿐만아니라 차기 무림맹주감으로 가장 많이 거론되 는 인물이 아니였던가? 그는 용호권 언지일이 의외로 만만치 않다는 사실을 알고 그 때까지 의 경시하던 태도를 버리고 자신의 진재절학을 전개하기 시작하였 다. "검이 하늘을 가르고, 검명이 천지를 진동하나니.... 천공단횡지검!, 천하에 가장 강한 힘은 낙뢰일지니.....낙뢰의 힘을 검에 실어 보낸다. 낙뢰파석검!" 그의 검에서는 줄줄이 기상천외한 검초들이 튀어 나오고, 새파란 검 기들이 언지일의 신영을 감싼 채 연이어 용음(龍音)과 같은 날카로 운 소리를 토해내고 있었다. 이에 잘 버티던 언지일도 파탄을 보이며 뒤로 비칠 비칠 물러서더 니, 마침내 비무대 아래로 떨어지고 말았다. "와! 최고다...." "역시 후기제일지수 답군" 그 순간 터진 맹렬한 함성소리들! 이에 비록 비무대 아래로 떨어졌지만 낙법을 사용해 신형을 바로 세 운 언지일은 그만 고개를 숙이고야 말았다. "졌소이다!" 다시한번 터지는 함성과 박수소리들! 이를 뒤로하고 참관인 대표인 천무검 좌일패가 그의 승리를 선언하 였다. "하하, 축하하네! 승리를...." 언제 격전을 벌였냐는 듯 지극히 평온한 신색으로 좌석으로 돌아오 는 북궁휘를 향해 무유등 여러사람들이 나서며 축하해 주었다. 그러나 북궁휘는 그저 담담히 웃을 뿐이였다. "하하, 축하는 무슨....? 당연한 승리인데..." 발군의 무공, 뛰어난 외모, 수많은 관중들의 맹렬한 환호성을 뒤로 하고 담담히 웃고 있는 북궁휘는 역시 후기제일지수이며 당대 최고 의기린아 다웠다. 특히 그의 자신만만한 태도는 비록 오만하였지만 좌중의 그 누구도 이를 역겨워하지 않을 정도였으니..... (후후, 역시 그는 싸울 때가 가장 멋있어.... 비록 호탕하고 시원시원한 성격은 아니지만, 그는 자타가 공인하는 후기제일지수이니....) 신화군주(神華軍主) 유선이 보기에도 그는 충분히 멋이 있었던 것이 다. 드디어 청년영웅대회 마지막 날이 시작되었다. 제1조의 신품공자 북궁휘와 천혜옥룡선 제갈청운, 제2조의 달마검협 무유와 무당의 상청진인 묵호자, 그리고 3조의 좌수쾌도 두랑과 천지객 현무, 물론 여기에는 이번대회에서 비로소 두각을 나타낸 좌수쾌도 두랑이 나 최근 급격히 상승세를 타고 있는 현무와 같은 신예들이 포함되어 있었지만 오늘의 결승전에 맞붙을 사람들은 누가 뭐라해도 당대의 최고 후기지수들이였으니...... 대회가 시작되기도 전에 이미 장내는 뜨거운 열기로 불타오르고 있 었다. "오빠! 조심하세요. 상대를 얕보지 말고...." 비록 현무의 실력을 잘 알고 있지만 생사가 걸린 대전이라 여전히 남궁하는 마음을 놓을 수 없는 모양이다. 하지만 현무는 문제없다는 듯 아주 밝은 미소로 화답했다. "하하, 걱정마! 그가 아무리 빠르다고 하더라도 나의 금강부동신법을 능가하겠어?" "그렇다면 괜히 멋부리지말고, 초반부터 그 신법으로 끝내 버려요" 이미 비무대 위에는 두랑이 대기하고 있었고, 현무가 올라오자 마치 야수와 같이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를 노려 보았다. 더욱이 그의 눈 빛에서는 강한 분노와 적개심까지 드러내고 있었다. (후후, 저렇게 눈빛을 빛내고 있다는 것은 그도 긴장하고 있다는 것 을 말해주고 있지! 하지만 유난히 나에대하여 적개심을 드러내는 건 또 무슨 까닭일까?) 현무는 그의적개심의 원인을 알 수 없었지만, 그의 그러한 시선에 대하여 부드러운 미소로 화답하였다. 좌수쾌검 두랑! 갑자기 혜성처럼 나타나 일약 이번대회의 최대의 풍운아이자, 중원 최고의 쾌도술사로 자리잡아 버린 인물, 하지만 현무는 그가 결코 두렵지 않았으니... 그가 빠름을 추구하는 쾌도술의 달인이라면, 자신역시 극쾌의 경공 술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의 싸움은 서로 마주보며 탐색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되었다. 그 럴수 밖에, 두랑은 단 1,2초에 승부를 거는 쾌도술의 소유자이었으니 결국 승부는 이 1,2초내에 판가름 난다고 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두랑은 이제껏 선공을 취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바로 상대방이 출 수하는 그 잠깐동안의 파탄을 노려야 했고, 비록 상대방의 선공이 있다 하더라도 충분히 그 보다 먼저 찌를 수 있는 자신이 있었기 때 문이다. 하지만막상 현무와 마주선 그는 자꾸 다급해 지는 마음을 느꼈으 니, 자신이 아무리 매섭게 그를 노려 보아도 그는 마치 유람나온 사 람처럼 유유자적하는 듯한 태도와 입가에 머물로 있는 미소를 거두 지 않았기 때문이다. 상대방은 전혀 긴장하지 않는데, 자신만이 긴장 한다면 결국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자신의 심력허비가 더 막대할 것이고 결국 그만큼 더 피로하게 될 것이였다. 그러나 사실 현무도 외형상만 그렇게 보일 뿐, 긴장하기는 마찬가지 였다. 상대는 그가 전혀 겪어보지 못한 쾌도술의 달인이였으니.....그 는 온 신경을 상대방의 눈빛에 쏟고 있었고, 공력은 최대한 발끝으 로 모았다. 바로 이순간! 드디어 참지 못한 두랑이 선공을 개시했다. 마치 섬전같은 몸놀림! 어느새 빼어들었는지 그의 좌수에는 칼이 쥐어 있었고, 그 칼은 번 쩍하며 거의 찰라지간에 현무의 목을 찔러버렸다. (성공이다!) 자신의 칼이 그의 지척에 있건만 현무의 신형이 변화가 없자 두랑의 무표정한 얼굴에서 희색이 감돌았다. 허나 바로 그 순간, 그는 자신의 칼 끝에 와닿는 허전함과 상대의 신영이 마치 그림자처럼 사그라지는 것을 보아야만했다. 너무나 빨랐기 때문에 신영이 그 자리에 남아 있는 듯 보인다 해서, 붙여진 금강부동신법! 그 불문의 전설적인 경공이 시전된 것이다. 자신의 쾌도가 실패했음을 직감한 두랑은 급히 몸을 이동시켰다. 공 격의 실패는 그대로 상대의 공격으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 만 그는 자신의 공격만 피한 채 미동도 않고 있는 현무의 모습을 보 아야만 했으니..... (으... 이자가? 나를 무시하고 있는가?) 두랑의 눈 빛은 붉은 빛으로 변했다. 좋은 기회가 있어도 공격을 하 지 않음은 자신을 경시하는 것! 이에 두랑은 체내의 모든 잠력을 격 발시키며 다시 현무를 향해 짓쳐들어갔다. 이전의 공격보다 훨씬 빠른듯한 공격! 더욱이 그의 칼은 비록 그 차 이는 극히 미세하다 할 지라도 조금이라도 반응이 느릴 수밖에 없는 현무의 하체를 향하고 있었으니...... (후훗! 더욱 빨라지다니...?) 이에 현무도 화들짝 놀라며, 다시 금강부동신법으로 상대방의 측면 을 향해 몸을 이동시켜 나갔다. "쓰윽!" 현무의 경장바지가 한치가량 베어져 나갔고, 그의 허벅지에 미세한 혈흔이 생겼다. 그절세적인 금강부동신법을 전개하였음에도 두랑의 공격을 완전히 피하지는 못한 것이다. 그러나 놀람도 잠깐, 바로 그 순간 현무는 두랑의 좌측 옆구리를 향 해 발길질을 시작하고 있었다. "후후, 그대가 쾌도술의 달인이라하나 나의 발길질도 결코 그에 못 지는 않는 것! 수유지간에 그대의 모든 방위를 공격한다. 수유간극 퇴법~~" 과연 그랬다. 현무가 수유간극퇴법을 전개하자 마치 그의 두발은 거 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어지럽게 돌아가며 두랑의 좌측면을 무자비 하게 난타하기 시작했으니..... 두랑은 마치 어찌된 영문인지도 모르는 채 무수한 발길을 얻어 맞고 그 자리에 쓰러져 버리고 말았다. 참으로 허망하기 그지없는 승부였다. 단 2초의 번개같은 공격, 그러 나 이번대회의 최대의 풍운아였던 두랑은 그 대가로 무수한 발길질 과 비무대에 실신해 누워버린 신세로 전락해 버렸으니.... 물론 당사자들로서는 그야말로 최선을 다한 승부였다. 하지만 관중들에게는 너무나 싱거운 승부였으니, 처음에는 그저 어 안이 벙벙해 침묵만을 지키고 있었다. 그러다가 마침내 누군가가 일 서서는 것을 계기로 장내가 떠나갈 듯한 함성과 기립박수로 새로운 영웅탄생을 축해해 주었다. "와! 최고다.... 천지객 현무!" "그 무시무시한 두랑을 단 한 번의 공격으로 때려 눕히다니....역시 떠오르는 신성 답다" "호호, 고생했어요" "현공자님! 축하해요! 우승을.... 어떻게 갈수록 무공이 늘어가기만 하니...." 남궁하에 이어 어느새 이곳에 왔는지 유선까지 현무에게 다가오며 환한 웃음으로 그의 승리를 축하해 주었다. 아마 유선은 제1조의 경 기가 너무 뻔히 예측되는 지라 이곳으로 온 모양이였다. "하하, 고맙소이다!" 현무로서도 기쁘기 그지 없었다. 물론 이때까지도 그의 협명이 퍼지 고 있긴 하지만 수만은 관중들 앞에서 정식으로 자신의 실력을 입증 받게 되었으니 그로서도 감개무량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유선 역시 현무의 진정한 실력에 진정 감탄하고 있었으니..... 당초 그에게 무공입문을 권유하면서 내심 그가 자신정도 실력이 되 려면 최소한 10년정도는 그야말로 뼈를 깍는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하지 않았던가? 비록 그 동안 그의 활약상을 여러차례 듣고, 또 만장애에서는 직접 목격까지 하였지만 아직도 그를 처음 만났던 그 어리숙한 모습에 대 한 영상이 떠나지 않았던 터라 설마하는 마음이였었는데.....막상 그 가 우승까지 하다니 그녀는 새삼스러운 눈빛으로 그러한 현무를 바라보고 있었다. (참으로 알 수 없는 사내! 어찌보면 평범하기까지 하는 그의 외모에 과연 그 누가 무공입문 단 2년만에 최고후기지수 반열에 당당히 오 른 것을 믿겠는가?) 최고의관심들이 집중되었던 결승전의 시합들은 그러나 너무들 싱겁 게 끝났다. 이미 자신의 실력이 도저히 그에 못 미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던 1조의 제갈청운은 북궁휘를 맞아 그저 형식적으로 몇차례 공격에 임한 후 곧바로 패배를 시인해 버렸으며, 제2조의 무유도 무당의 상청진인 묵호자를 맞아 초반부터 자신의 최 대 장기인 달마혜검 등을 연거푸 전개하는 듯 맹공을 가하여 일백여 초만에 그의 소매자락을 베어 버림으로써 상대의 굴복을 얻어냈다. 물론 가장 빨리 끝난 제3조의 대결도 마찬가지였고..... 마침내 비무대회의 최종 승자들이 모두 가려지자 이번대회의 주관자 였던 신궁 화영은 성대한 연회를 베풀었다. "자네들의 우승을 진심으로 축하하네! 어때? 자네들 중 나에게 도전 하여 청년영웅단 단주가 되고 싶은 사람은 없나?" 연회성격을 고려 북궁휘, 무유, 현무를 나란히 단상에 앉게 한후 무 유는 정식으로 이들의 의사를 물었다. 이에 이들 3인은 모두들 고개를 저었다. 물론 그와 겨루어 단주가 되고 싶은 생각들이 전혀 없다고는 못하고, 또한 자신들 생각으로 결코 그에게 진다고만 하지는 않았지만 그들은 선배이자 젊은 청년 들의 우상인 화영과 굳이 지금 겨루는 것이 별로 내키지 않았던 것 이다. 그러자 화영은 관중들을 향해 정식으로 대회의 종료와 청년영웅단의 발족을 선포했다. 이에 이번대회에 참가하여 관문을 통과한 무사들이나, 단지 이를 구 경하러 왔던 사람들이나 모두들 가리지 않고 축배를 들며 이를 즐거 워 했다. 물론 세부적인 조직이나 편성이 끝나지 않아 청년영웅단이 완전 발 족했다고는 할 수 없었지만 이들은 그것만으로도 벌써 집마부와 전 투에서 이긴 것처럼 생각되었던 것이다. 번 호 : 8426 게시자 : 윤원중 (re5280 ) 등록일 : 1999-05-09 11:34 제 목 : [연재] 천부외경 67 "여러분들의 승리를 진심으로 축하하네. 지금 이곳에 계신분들은 명실공히 우리 청년영웅단의 핵심간부들로 서 앞으로 집마부와의 전투에서 눈부신 활약들을 하리라 믿네!" 마침내 연회가 파한 후 청년영웅단주인 신궁 화영이 각조에서 4강이 상에 오른 젊은 청년들과 무적철사단의 간부들을 의사청에 부른 후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먼저 간단하게 우리 청년영웅단의 기본조직과 운영에 대하여 설명 을 해 주겠네. 우리 청년영웅단은 앞으로 중원무림맹의 유일한 선봉 세력이 될 걸세. 그래서 그동안 이의 역할을 수행해 왔던 무적흑표 단은 맹주의 직속세력으로 그리고 무적철사단은 바로 청년영웅단의 4개대중 철갑위대로서 재편될 계획이네. 나머지 3개대는 이번 영웅 대회에서 각 관문을 통과했던 청년들로서 제1조가 정천위대(正天衛 隊), 제2조가 무적위대(無敵衛隊), 그리고 제3조가 열혈위대(熱血衛 隊)란 명칭으로 조직될 것이네 물론 그 구성원은 등록한 바에 따라 오대세가, 구파일방, 그리고 여 타방파 출신들로 충원되며 각 대의 대주들은 바로 이번대회의 우승 자들인 신품공자 북궁휘, 달마검협 무유, 천지객 현무 그리고 철갑위 대의 대주는 현재 무적철사단의 부단주를 맡고 있는 패도무적 하철 악이 맡도록 하였네 그리고 부대주 이하는 대주들의 자율성을 최대한 존중하기 위하여 여기에 있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대주들이 각각 추천한 후 맹주께서 추인하도록 하였네. 또한 각 대간의 서열은 존재하지 않으며 대원들 의 조직에서부터 훈련, 외부인사 영입, 전투수행에 이르기까지 철저 하게 대주들의 자율성과 각 대의 독립성을 보장하고자 하며, 이는 각 대간에 선의의 경쟁을 통해 전투력을 극대화하고자 하는 무맹집 행부의 뜻이기도 하네. 단 한가지 전투임무는 맹주와 단주인 나에 의해서만 부여될 것이며, 무슨일이 있더라도 그 임무는 완수해야 하네. 결국 자네들은 무림 맹에 소속되어 있으면서도 최대한 독립성이 보장되는 작은 무림맹이 라 할 수 있네! 혹씨 무슨 질문사항이 있는가?" 화영의 기본사항에 대한 설명이 있었고, 이에 몇몇사람의 질문이 이 어졌다. "그렇다면 우리들은 평상시 어디에서 거주하게 됩니까?" "후후, 그것도 자네들 자율로 맡기네! 무맹안에 거주하고 싶으면 무 맹내 자리를 만들어 줄 것이며, 그외 다른 곳에 거주하고 싶으면 그 곳에 장원이나 영채를 세워주겠네. 단 명령의 신속한 전달을 위해 그 범위는 무맹에서 50리 이내로 제한될 것이네. " "그렇다면 군자금이나 물자조달은요?" "물론 무맹에서 지원이 되지! 그대들이 소요량을 정확히 산출하여 제출해 준다면...." "우리들은 앞으로 어떤 임무들을 주로 맡게 되나요?" "물론 전투이지. 그것도 최전방에서 선봉대 역할을 말일세! 당연하지 않는가? 자네들은 젊으니...." 화영의 대답은 그의 성격처럼 시원시원했으며, 이미 모든 일에 대하 여 무맹의 간부들과 이야기를 끝낸 후 인듯 하였다. "그렇다면 우리들은 단지 단주와 맹주 두분의 명령만 받으면 된다는 말이세요? 그 외의 다른 무맹간부들의 말은 들을 필요없이?" 바로 천헤옥인 남궁하의 말이였다. 이에 화영은 이미 그녀에 대하여 잘 알고 있는지라 부드럽게 웃으며 대답해 주었다. "후후, 그렇지! 그리고 사실 맹주의 명령도 나를 통해 내려질 것이니 그대들은 나의 말만 들으면 될 것이야" "하오면 우리들에 대한 단주의 명령권은 어디까지가 한계나요? 단지 임무를 부여하는데 그칠 것인지, 아니면 인사에 관한 것 까지 포함 되는지...." "내 여러분들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한다지 않았는가? 당연히 전술 적 임무만 부여할 것이네...그러나 만약 그대들이 이 임무와 관련된 명령에 불복종한다거나 반역을 꾀한다면 단주인 나에게 그에대한 처 벌권이 있으며 그 밖의 잘못으로 강제축출 이상의 형이 내려져야할 경우에는 무맹 간부회의에서 결정할 것이네" 그러자 남궁하의 의문도 풀린 듯 비로소 그녀의 입이 닫혔고, 한참 을 기다려도 더 이상 질문이 없자 화영은 그만 회의를 끝낼 것을 선 포했으며 각 대주들에게는 하루의 시간동안 간부진의 구성과 거주할 곳을 선정해 통보하도록 하였다. "하매, 우리 열혈위대에서는 그대가 군사역할을 맡아 주어야 할 것 같아" 막상 조직의 구성, 훈련, 전투 등 모든 권한을 위임 받았지만 전혀 조직에 참여한 바 없던 현무로서는 남궁하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었 던 모양이다. 그는 의사청을 물러나기 무섭게 이러한 이야기를 하였 으니...... "호호, 오빠! 내 그러기 위해서 일부러 제3조를 지원하지 않았겠어 요? 우리 철부지 오라버니를 옆에서 보좌하기 위하여...." 이에 그럴줄 알았다는 듯 남궁하가 의미심장하게 웃으면서 현무를 향해 한 쪽 눈을 생긋 감아 보였다. 이에 현무는 그녀의 그러한 모습이 귀엽기도 하고, 또 골머리 앓아 야 할 문제들에 대한 부담감이 줄어들자 커다랗게 웃으며 좋아했다. "하하, 내 어찌하여 그대와 같이 현명하고 눈치빠른 어여쁜 동생을 다 갖게 되었단 말인가?" "후후, 나중에 박대나 하지 말아요!" "물론이지! 내 어찌 하매을 박대할 것인가? 천벌 받으려고....." "쳇! 말로는 무슨 말을 못해?" 눈을 흘기면서 이렇게 말했지만 여하튼 남궁하로서는 기쁜 모양이였 다. "그러니 오빠는 모든 근심을 덜어 버리고, 여기 이 책자를 읽으면서 빈둥거리로 있어요. 소매가 한나절 후에 기본계획안을 가지고 방문 할테니...." 그러면서 남궁하는 품속에서 한권의 두툼한 책자를 꺼내 현무에게 건넸다. "엥! 이게 뭐지?" "다 오빠에게 필요한 내용이예요. 최근 무림정세와 각 방파들의 상 황, 그리고 유의해야될 인물들까지...." 이에 현무는 눈이 휘둥그레 졌다. 그녀가 언제 그러한 자료를 다 만 들었단 말인가? 역시 남궁하는 천혜옥인 이라는 별호를 들을 수 있을만큼 현명했다. 미리 모든 상황을 예상하여 현무에게 필요한 자료들을 정리하여 두 었으니........ 더욱이 그 책자의 분량으로 보아 그녀가 이곳 북궁가에 도착한 후 거의 매일 밤을 세웠다는 이야기인데..... 현무는 그녀의 이러한 정성에 감복할 수밖에 없었다. "후후, 그렇다고 그렇게 감격에 찬 표정을 짓지 말아요! 다 내 좋아 하는 일이니....." 이윽고 자신의 숙소에 돌아온 현무는 새삼 깊은 감회에 잠겼다. 당초 복우산 깊은 산중에서 약초를 캐며 어린 시절을 보내다가 의부 상천군의 죽음과 더불어 강호를 떠돌던 그...... 평생소원이라면 강호무림에 협명을 날리는 협객이 되는 것이였는데 이젠 천하무림인들의 성지 중원무림맹에서 독립적인 지분을 인정받 는 열혈대주로서 젊은이들의 우상이 되었으니 어찌 감회가 깊지 않 겠는가? 하지만 자신의 목표가 성취되면 될수록 그의 뇌리를 떠나지 않고 괴 롭히는 일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백사회의 혈겁과 자신의 신세내력에 관한 것이였다. '휴우...그들이 지금의 나를 보면 뭐라고 할까? 소중한 목숨을 바쳐 나를 구해 주었건만 난 그들의 혈안을 미처 조사할 시간도 없으 니....' 하지만 현무는 그들도 자신의 처지를 이해해 줄 것으로 생각했다. 강호에 출도하기가 무섭게 음모와 혈겁에 휩싸여 거의 정신차리지 못할 정도로 지나가 버린 지금까지의 생활! 더욱이 지금은 전 무림의 존폐문제가 걸려있는 정사대전의 고비였 고, 혈겁의 유일한 단서인 묵혈단과 현천보의 존재가 감쪽같이 사라 져 버렸으니 그들이라 해서 자신을 원망하고만 있지 않을 것으로 자 위하는 것이다. 이밖에 자신을 길러주고 또 뛰어난 학문까지 가르켜준 의부 상천군 에 대해서도 그의 과거와 혹씨 자신이 보살펴 주어야할 그의 후손등 이 있는지 알아봐야만 하고, 유선과의 인연도 어떻게든 매듭을 지어 야 한다. 자신의 스승이라 할 수 있는 일무대사의 당부처럼 천부외경을 찾아 초극정신무예를 완성하는 일, 그리고 혼란스럽기 그지없는 중원무림 에 대해서도 그대로 묵과할 수만은 없다. (휴우! 할 일은 많은데.....몸은 하나고, 또한 무엇하나 쉬운 일은 없 으니.......) 문득 현무는 남궁하의 해맑간 얼굴이 떠 올랐다. 어쩔때는 천진난만 하고 장난꾸러기 같은 소녀같다가도 상대의 잘못을 꾸짖고 응징할 때는 당당한 여장부요 여걸이 되기도 하고, 자신에겐 그야말로 둘도 없는 친구요 동생이요 연인이 되기도 한 여인! 만일 그녀라면 자신이 해결해야할 이러한 수많은 숙제들을 하나하나 풀어나갈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줄 수 있을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남궁하에 대한 생각을 하자 어느새 현무의 입가에는 훈훈한 미소가 어렸고 그녀가 주었던 책에까지 생각이 이어졌다. (후후, 정말 고마운 여인! 언제 또 이러한 자료를 준비까지 하였을 까?) 이런 생각을 하며 현무는 무심코 책장을 넘기는데 갑자기 쪽지 하나 가 떨어져 내렸다. "응? 이게 뭐지?" 현무가 의문을 느끼며 쪽지를 집어들자 눈에 익은 필체가 한 눈에 들어왔다. 바로 남궁하의 필체였던 것이다. [ 이 하아(霞兒)에게는 단 하나뿐인 소중한 오라버니! 밤새워 자료를 정리하며 책을 만들면서 오라버니에 대한 생각을 참 많이도 했어요. 어쩌다가 소매(小媒)가 오빠와 같은 사람을 만나사 랑하게 되었는지......지금 생각해도 참으로 신기해요! 아마 이러한 걸 두고 인연이라 하는 모양이죠? 그냥 스쳐 지나갔을 수도 있었던 오빠와의 첫 만남, 결국 그 인연은 당시 저에 대해 극히 무관심한 것으로 보였던 오빠가 저를 기억함으 로써 다시 이어지게 되었고, 결국 추명공자의 살해사건은 오빠에 대 한 저의 감정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던 것이죠. 그 후로는 저도 잘 모르겠어요. 그냥 무작정 좋았고, 같이 있고 싶어 서 따라 다녔고, 하지만 이제는 오빠가 없으면 소매는 살아갈 수가 없을 것 같으니 어쩌죠? 이러다가 혹 저를 버리시기라도 하면...... 유언니를 잊지 못하는 오빠의 마음을 잘 알고 있어요. 애써 모른 척 했지만, 모른 척 한다고 해서 초월할 수 까지는 없더 군요. 하지만 이제는 마음을 정리했어요. 유언니는 오빠의 첫사랑이자, 생 명을 두 번씩이나 구해주고 오빠로하여금 무공입문을 할 수 있게 도와준 고마운 분 아니예요? 더구나 소매는 따라갈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답고 고귀하신 분이니.....모든 것에서 이보다 부족한 제가 양보 해야죠 아니 양보정도가 아니라 소매가 나서서 유언니를 설득해 볼까 해요 후훗, 그래야 오빠가 저를 더욱 더 예뻐하실 것 아녜요? 소매의 바람은 단지 하나뿐이예요. 오빠가 이 중원무림에 불세출의 영웅으로 우뚝 서 주는 것, 그리고 오빠와 유언니와 함께 유유자적 강호유람도 하고 그러나 마음이 드는 곳이 있으면 머물기도 하고 실 증이 나면 다시 어디든 갈 수 있는 그러한 삶을 살아가는 것! 사랑하는 나의 오라버니! 오늘 제가 너무 감상적이였던 것 같죠? 부끄러움도 모르고 오빠에게 이런 말도 막하고......저도 저에게 이러한 면이 있을 줄 미처 몰랐어 요. 마치 오빠로 인해 제가 다시 태어난 것 같아요. 새로운 여인으로...... 다시한번 읽어 보려다 그러면 이 글을 오빠에게 전달하지 못할 것 같아 그냥 책갈피에 끼워 버렸어요. 여자가 감추는 맛도 없이 너무 솔직하다고 흉보지 마세요 이젠 저도 좀 자야겠어요. 몇일밤을 새다보니 피곤하네요. 사랑해요! ] 마침내 편지는 끝을 맺었지만 그 후로도 한동안 현무는 편지에서 시 선을 뗄 수가 없었다. 구절 구절 마다 자신을 위하는 그녀의 마음이 알알이 스며져 있었으 니, 현무로서는 눈시울이 다 뜨거워 지는 것 같았다. 그가 언제 이러한 뜨거운 정을 받아 보았던가? 젖먹이 때부터 항상 혼자였고, 이미 외로움에는 익숙해 져버린 그! 하지만 그의 마음은 그 누구보다 뜨거웠고, 성격마저 다정다감한 그 였으니 어찌 이러한 뜨거운 정을 받고 감격하지 않을 것인가? 하늘이 울기 전에는 결코 보이지 않는다는 사나이의 눈물! 물론 맺히지는 않았으나 그는 콧끝이 찡해지고 창밖으로 보이는 세 가의 횃불들의 잔영이 마치 무희처럼 춤을 추고 있었다. (내 어찌 그대의 뜨거운 정을 저버리겠소! 질투가 많은 여인으로서 나의 마음속에 들어 있는 다른 여인까지 포용한다는 그댈......!) 만인앙용색(萬人仰容色) 천혜부가심(天慧復佳心) 옥인독사아(玉人獨思我) 하불망군의(何不忘君意) 그윽한 자태, 아름다운 용모는 모든 사람이 우러러 보고 하늘을 덮는 지혜와 고운 마음씨 두루 겸비하였네 아름답고 귀한 여인이 홀로 나만 생각하니 내 어찌 그대의 뜻을 잊을 수 있을 건가 남궁하에 대한 감흥을 이기지 못해 현무는 서신 뒤에다 그녀의 별호 를 따서 시한수를 적어 놓은 후 그녀의 정성이 가득 담긴 책자를 열 었다. 책자의 내용은 모두 세부분으로 형성되어 있었다. 먼저 강호상에 존재하는 대소방파들의 현황을 수록한 제방파편, 그리고 이들간의 이합집산, 형세, 세력판도 등을 수록한 형세편, 마지막으로 당금 강호에서 유의할 필요가 있는 인물들에 대한 용모, 출신방파, 무공상의 특징 등을 수록한 인물편 등이 그것으로 각부분 모두 상세하게 기술되어 있어서 아마 강호 경험이 일천한 현무의 입 장을 생각해서 인 듯 하였다. [[ 강호의 세계는 조용히 존재하는 정적인 세계가 아니라 끊임없이 꿈틀거리는 동적인 세계이다. 따라서 지금 이시간에도 수많은 방파들이 새롭게 태어나거나 멸망하 고 있으며 이러한 방파들은 개개의 이해득실에 따라 끊임없이 이합 집산을 거듭하고 있다. 그러나 중원무림이 정형화되기 시작한 천여년 이래 비록 성퇴는 무 상할 지언정 끈질긴 생명력을 가지고 계속적으로 강호를 주도하는 세력이 있으니 바로 이들이 정파의 구파일방과 오대세가, 그리고 사 파의 십마천이 바로 그것이다. 물론 이들중에는 소림, 무당, 아미, 남궁가, 북궁가, 마교 등과 같이 천여년의 오랜 전통을 지니고 있는 방파도 있지만 개방, 제갈가, 혼 패부 등과 같이 비록 삼사백년의 역사를 지니지만 이들과 어깨를 나 란히 하는 방파들도 있다. ...........................]] 번 호 : 8427 게시자 : 윤원중 (re5280 ) 등록일 : 1999-05-09 11:34 제 목 : [연재] 천부외경 68 이와같이 시작한 제방파편은 구파일방, 오대세가, 십마천 등 당금 강 호를 주도하는 방파들 뿐만아니라 단순한 무예도장이 아닌 방파의 형태를 취하고 있는 수많은 대소방파들에 대하여 자세히 기록하고 있었고, 이밖에 천여년 무림역사상 특이할 만한 방파들이나 최근 문제되고 있는 신비세력과 해외이세에 대해서도 남궁하가 알고 있던 지식을 총망라하여 기술되어 있었다. 특히 남궁하는 신비세력중 가장 강한 세력은 신비각으로 꼽았고 특이하게 아수라환교는 마도와 그리고 자객루는 정도계와 연관이 있 는 것으로 추측하여 놓았다. 그리고 역시 해외이세의 세력중 북원의 막북무림계는 거의 집마부 이상이라 평가될 정도로 막강할 뿐아니라 거칠어 상대하기가 까다로 운 반면, 동영은 아직 독자적으로 중원무림을 침공하기에는 역부족 이라는 세력으로 직시해 놓았다. 그 다음은 형세편으로 작금에 일촉즉발의 상황을 보이고 있는 중원무림맹과 집마부간의 세 력비교에서부터 제3세력들과 관외무림의 세력 등에 대해 기술되어 있었다. 특이한 사항은 지금껏 무림맹이 집마부보다 세력이 강한 것으로 알 려져 있었으나 집마부의 잠재력이 동원된다면 오히려 무맹보다 앞서 는 편이며, 제3세력들 역시 만일 단합만 될 수 있다면 이들 양대세력보다 오히 려 강대할 것이라는 지적이였다. 더욱이 해외이세가 상호간 연합하고 여기에 아직은 중원대륙에 대해 전혀 야심이 없는 것으로 판단되나 검후 예지랑이 이끄는 남해72군 도가 가세한다면 무맹과 집마부 뿐만아니라 제3세력들 까지 연수해 야 비로소 이들을 물리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측이였으니 그렇다면 현무가 보기에 현재 무맹과 집마부간의 다툼은 해외세력들이 호시탐 탐 중토를 노리고 있는 입장에서 그야말로 볏을 지고 불속에 뛰어드 는 경우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남궁하의 견해는 이와 다른 것이였으니, 그녀는 무맹과 집마 부가 다투고 있기에 해외세력들도 상호간 연합할 생각을 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행동을 취할 가능성이 높아 이들을 적절히 이용할 방법 을 강구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였다. (후후, 무맹과 집마부의 다툼이 오히려 해외세력간의 연합전선을 방 해하고 있다...? 역시 하매다운 생각이군.....) 이렇게 현무는 무림정세를 한 눈에 꿰뚫어 보는 남궁하의 식견에 감 탄하면서도 한가지 의문을 감추지 못했으니 과연 이러한 세력분포와 정세분석이 단순히 지혜와 총명만을 가지고 가능할까 하는 점이였 다. 결론은 결코 아니라는 것이였다. 기초적인 분석정보가 없는데 어찌 총명만을 가지고 이러한 자료를 만들어 낼 수 있겠는가? [그렇다면 하매에게는 나름대로 정보원(情報源)이 있다는 이야기인 데....나로서는 금시초문이니....] 이에 현무는 나중에 남궁하를 직접 만나 물어 봐야겠다고 생각을 한 후 마지막으로 인물편을 펼쳤다. "세상에는 알 수 있는 일보다 알 수 없는 일들이, 보이는 것보다 보 이지 않는 것들이, 그리고 들을 수 있는 것보다 들리지 않는 소리들 이 더욱 많듯이 강호상에도 우리가 알 수 있는 인물보다 알지 못하 는 인물들이 더욱 많을 것이다"라는 전제하에 인물편을 시작한 남궁 하는 단지 3류무사들을제외한다면 과연 그녀에게도 강호상 알지 못 하는 인물들이 더 많을까 하는 의구심이 생길 정도로 수많은 인물들 에 대해 기록해 놓았다. 예를 들어 누구나 그가 전장에서 죽었다고 알고 있던 100여년전 인 물인 천기대장군 왕천웅에 대해서도 당시에 소림장문인에 의해 구원 을 받아 일무대사란 법명으로 소림에서 승려생활을 했었다는 내용들 이 수록되어 있었는데 이는 현무가 그에대한 이야기를 한 바가 없기 때문에 더욱 남궁하의 정보력에 놀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왜냐면 당시에 대명천지를 지배하던 홍무제 주원장마저 그가 죽은 것으로만 알고 있었기 때문이였다. 특히, 남궁하는 말미에서 당금 무림정세를 변화시킬 수 있는 주요한 인물들로서 모두 18명을 지적했는데 여기에는 당금 무림맹주인 신주제일검 북궁소와 집마부주인 패황 추 천상을 비롯해 제갈세가주 신기산통 제갈후상, 소림장문인 공공성승, 중원마교주 파천마 진자량, 혼천제후 찰목아, 단혼낙일도 성전무웅, 남해검후 예지랑, 추천상에게 무공을 가르켜 주었던 무명산인, 남궁 하에게 역시 무공을 가르켜 주었던 무명노인, 아직 정체가 노출되지 않는 신비각주, 현천학림주 이자 유씨세가주인 유천학, 남해보타암주 혜허신니, 북해신궁주 설지연 등과 함께 특이하게 북궁휘와 자신, 그 리고 북궁소의 부인인 허무연을 꼽았던 것이다. 이에 현무는 실소를 금치 못했으니.... 자신이 어찌 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으랴는 생각이였던 것이 다. (허허, 비록 그녀는 나를 높이 보고 나를 좋아하고 있다고는 하나 내 어찌...? 차라리 고강한 무공과 깊고 깊은 혜지, 방대한 정보력을 갖추고 있는 하매가 거기에 포함되면 또 모를까....?) 하지만 사실 이 책을 쓰면서 남궁하는 일약 3년만에 무림최고후기지 수인 북궁휘와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성장한 그의 잠재력과 자신 이 그를 도와준다는 전제하에 그를 지적하였으니, 비록 그녀가 현무를 좋아한다 할 지라도 결코 사감에 의해 그를 지 적할 여인이 결코 아님을 현무는 미처 모르고 있었다. 책을 다 읽은후 현무는 이러저러한 생각에 잠겨 있었는데 어느새 한나절의 시간이 지났는지 때 마침 남궁하가 그를 찾아 왔 다. 그런데 그녀는 그날따라 더욱더 아름다웠다. 특히 마치 남자처럼 치장도 전혀 하지 않던 그녀였는데, 그날 만큼 은 머리를 곱게 빗어 뒤어 묶어 내렸고 얼굴에는 옅은 화장까지 하 고 있었는데 현무가 보기에는 그야말로 월궁(月宮)의 항아(姮娥)가 따로 없었다. 현무는 그야말로 아름답기 그지 없는 그녀의 모습에 그저 넋을 잃고 바라 보고 있었는데 이에 남궁하도 부끄러웠는지 살며시 얼굴을 붉 힌채 그를 흘겨 보았다. "아니, 오빠! 소매를 처음봐요?" 그녀의 뾰쪽한 목소리에 비로소 현무는 정신을 차렸다. 그러나 무심 코 그의 입에서 나오는 한마디 "하매! 진정 아름답구려....." 세상에 아름답다고 감탄하는데 싫다는 여인이 어디 있겠는가? 애써 용기를 내어 그에게 소리를 질렀지만 이에 남궁하는 그만 고개를 숙 이고 말았다. 여인이 사랑을 하면 변한다고 했던가? 이러한 그녀의 모습에서 어떻게 남장을 하고 천하를 주유하던 여걸 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는 말인가? 고개를 숙이고 있던 남궁하의 시선에 우연히 자신의 서신 뒤에 현무 가 써 놓은 시구절이 보였다. 그녀는 가만히 이를 읖조려 보았다. '그윽한 자태, 아름다운 용모는 모든 사람이 우러러 보고 하늘을 덮는 지혜와 고운 마음씨 두루 겸비하였네 아름답고 귀한 여인이 홀로 나만 생각하니 내 어찌 그대의 뜻을 잊을 수 있을 건가' 이를 읽고 있던 남궁하의 커다란 두 눈에 눈물이 맺혔다. 그리고 은은히 떨려나오는 그녀의 목소리! "오빠! 저 좀 안아 주실수 있으세요?" 현무는 말없이 그녀를 안아 주었다. 남궁하는 자신도 모르게 눈을 감았다. (이 시간이 영원할 수 있었으면.......) 하지만 남궁하는 총명할 뿐만아니라 자제력까지 있는 여인이였다. 아무리 그의 품이 따뜻하다 하더라도 무조건 현무에게 매달려 어린 양을 피울수는 없는 것! 한참동안을 그의 품에 안겨 있던 그녀는 이윽고 슬며시 몸을 빼어 내었다. "그래 강호에 대한 공부는 많이 하셨어요?" "덕분에....그나저나 하매에게 하나 물어 볼 것이 있는데...." "후후, 우리 오빠가 무엇이 그리 궁금하시나?" "강호상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하여 어떻게 그리 많이 알고 있나 하 는 것이야. 하매 혼자서는 그처럼 많은 일들을 알 수 없을 것 같아 서 말이야" 그러자 남궁하는 현무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러더니 이 윽고 가벼운 한숨과 함께 입을 열기 시작하였다. "후우, 결국 오빠에게 저의 최대의 비밀을 밝혀야 하겠군요. 사실 소매가 그동안 수도없이 강호를 주유천하 했다는 사실을 잘 아 시겠죠? 저의 사정을 잘 아시는 분들은 이를 기이하다 할 것이예요. 가문은 하루하루 쇠락해 가는데, 그래 이의 유일한 후계자라 할 수 있는 제가 한가로이 강호유람이나 하고 있다고요. 하지만 저는 단지 유람이나 하고 있었던 것이 아니예요. 바로 가문을 다시 일으키기 위한 힘을 강호에서 찾으려 함이였죠. 저는 그동안 수많은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을 도와주었으며 역시 수많은 영재들을 발굴하였어요. 물론 여기에는 저 혼자의 힘만이 아닌 천년 남궁세가의 잠력이 동원 되었던 것이죠. 그 결과 탄생된 것이 바로 남궁외가(南宮外家)! 어찌보면 소림하원을 본따 만들었다고도 할 수 있어요. 하지만 아직 이의 존재에 대하여 아무도 알 지 못해요. 그러니까 본 가의 원로급이나 외가에 소속되어 있는 핵심인사들 외에는 오빠가 처음으로 이의 존재를 알게되는 사람이 되겠죠!" 현무는 문득 이야기를 하고 있던 남궁하를 바라보았다. 별호에 하늘 의 지헤란 말이 들어가는 그녀의 실체가 다시 확인되는 순간이였다. "그렇다면 남궁외가는 어떠한 사람들로서 주로 구성되었으며 현재 세력은 어느정도 되오?" "남궁외가는 명칭 그대로 외가(外家)예요. 남궁가의 직계들이 아닌 방계의 사람들이나 이성(異姓)의 인물들이죠. 북궁가 같으면 그들의 성세를 말해주듯 천하각지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어요. 하지만 우리 남궁가에는 그것이 쉽지 않더군요. 간혹 입문코자 오는 사람들이 있어도 북궁가에 비해 한단계 쳐지는 사람들이 고작, 그래 서 저는 인재들을 찾아 나서게 되었어요. 그들을 직접 찾아내 설득 도 하고 필요한 도움도 주고 하면서요. 그 결과 지근 우리에게는 300여명의 정식제자와 3000여명에 이르는 정보원들이 있어요. 물론 이들 정식제자들에게는 천년남궁세가의 저 력이 투입되고 있어요. 그동안 모아 놓았던 각종비급, 영약 등.... 그리고 정보원들에게는 그들이 가져오는 정보의 질에 따라 파격적이 라 할 정도로 거액의 급료가 지급되죠. 그러니 그들을 고용하고 있 는 사람이 누구인지는 잘 모른다고 하더라도 그들은 보다양질의 정 보를 얻기위해 그야말로 혈안이 되는 거예요. 정식제자들의 현재 실력은 소림하원의 제자들에 비해 조금 부족하다 할 수 있어요. 하지만 이들의 뭉쳐진 힘만은 그들을 능가하리라 믿 어요. 그리고 이들은 아직 완성되지 못한 힘이니 앞으로는 더욱 강 해질 것이고...." "아니! 그게 정말이요?" 현무는 너무나 놀라운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소림하원이 어떤 단체인가? 무림 최고의 정예집단이 그들이였고, 그 들의 힘은 오히려 소림사 본원을 능가할 정도라 하였는데 설마 아직 까지 강호에 전혀 알려지지 않았던 남궁외가의 힘이 이들을 능가한 다니....... "그건 사실이예요! 하지만 아직 북궁가에 비하면 어림도 없어요." 역시 남궁하는 북궁세가를 의식하고 있었다. 정도무림의 핵이요, 지주인 그들을..... 하지만 그녀의 이야기를 듣다보니 비로소 그동안 남궁가에 대한의 문이 많이 해소되었다. 사실 남궁가하면 그 전통만은 북궁가를 능가 하는 명문이였는데 지금에 와서는 북궁가는 물론이요, 제갈가나 팽 가, 언가에 비해 오히려 세력이 더 약하다고 알려져 있었던 것이다. 물론 현무는 당초에 이를 전대가주와 최대비학의 실종과 직계후계자 가 없다는 사실등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남궁하란 여인을 알고 봤더 니 그 무공이나 기질, 지혜 등에 있어서는 그 어떤 사내보다 오히려 뛰어난 것이였으니 현무로서는 의문을 느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에 현무는 남궁하를 향해 엄지손가락을 펴 보였다. "하매! 대단해..... 능력이 있으면서도 이를 드러내지 않고, 암암리에 그처럼 대단한 세력을 키울 수 있었다니......." 막상 담담한 기색으로 이와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었던 남궁하는 현 무가 경탄하며 자신을 칭찬하자 무척 쑥쓰러운 듯 했다. 하지만 가 슴만은 뿌뜻해 졌으니.....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자신의 능력을 알 아주고 칭찬해 주고 있었음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남궁하는 기이한 느낌이 들고 있었다. 가문의 부흥 을 위해 그토록 힘들게 만들었던 남궁외가를 통채로 현무에게 주고 싶다는..... (후후, 이래서 과거 뛰어난 여인들이 애정의 늪에 빠져 가문을 버리 고, 나라를 버리고 그러했던가? 이래서 여인으로서 크나큰 업적을 이룬 사람이 그리 드물었던가?) 여기까지 생각한 남궁하는 자신도 모르게 찹잡해졌다. 아닌게 아니라 그를 만난후부터 그녀가 외가의 일에 소홀히 했던 것 만은 사실이였다. 게다가 그에게 무림정세에 관한 책자를 만들어 주 기 위해 다시 외가의 힘들을 동원하면서 그녀는 그야말로 즐겁기 그 지 없었으니... 현무는 왜 갑자기 그녀가 침울해 하는 지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자신의 칭찬에 쑥쓰러워 하더니 어느 순간 갑자기 침울해 져 버린 것이다. (내가 무얼 잘못했나? 아니면 가문의 영화를 회복하는 일이 아직 요 원해서 인가?) "하매! 어디가 않좋아?" 현무의 걱정스러운 말투에 남궁하의 의식은 비로소 현실로 돌아왔 다. 고개를 드는 그녀의 시선에 현무의 걱정스러운 표정이 들어왔다. "가문을 부흥시키는 일이 힘들어서 그래? 너무 걱정마! 다 잘될거야 그리고 비록 미력하지만 나도 도와줄게!" 이에 남궁하는 가볍게 실소했다. (후후, 지금 내가 무슨 생각을....? 어찌 그가 나에게 가문에 역행하 는 일을 강요할 것인가? 지금 이렇게 나를 걱정해 주고 있는데...... 하아! 너는 참 멍청한 애구나. 아직 그의 성품을 모른단 말인가? 야 망을 위해 여인을 이용한다는 것은 그와는 전혀 맞지 않는다는 사실 을....?) 그래서 여인을 두고 변덕이 많다 했던가? 금방까지도 침울해 하던 남궁하의 얼굴에는 어느새 수심이 가시고 있었다. "그래요. 오빠! 저는 비록 여인으로 태어났지만 가문을 부흥시켜야 하는 무거운 짐을 안고 있어요. 사실 그 짐은 소매에게 너무 무거운 것. 하지만 오빠가 도와준다니 안심이 되요" 이러는 사이 남궁하의 표정은 더욱 밝아 졌으니, 그의 존재가 오히 려 가문의 영화에 더욱 빛을 더해 줄 것임을 점차 확신하게 되었던 것이다" 이에 현무도 그녀의 표정이 밝아져 기쁜 듯 큰 소리로 다시한번 다 짐했다. "하매의 일은 곧 나의 일, 내 어찌 이를 소홀히 하겠어? 필요하다면 데릴사위라도 들어가지 뭐..." "아니, 그게 정말이세요?" 미처 현무의 이야기가 끝나기도 전에 남궁하가 기뻐하며 반문하였 다. 그러자 현무는 슬그머니 꼬리를 흐렸다. "뭐, 꼭 그런다기 보다는....." 이에 남궁하가 픽!하고 웃으면서 곱게 눈을 흘겼다. "참, 내.....하여간 남자들이란 모두 똑같애! 큰 소리는 치면서도..... 걱 정말아요. 내 오빠를 설마 데릴사위 시키겠어?" 현무는 머리만 긁적거리고 있었다. 잠시후 남궁하는 품속에서 얄팍한 책자를 하나 꺼내 놓았다. "비록 시간이 없어 충분한 검토는 못 했지만 나름대로 구상해 보았 어요! 바로 우리 열혈위대의 조직구성과 근거지로 삼을 만한 곳 들, 그리고 앞으로 방향 등...." "하하, 그래 고생했군" 기뻐하면서 이를 받아들이는 현무의 머릿속으로 순간 이들을 위해 고심하고 있을 북궁휘나 무유등이 떠 올랐다. (확실히 나는 운이 좋다는 말이야! 이런 여인을 부인으로 삼으면 그 야말로 편하겠어. 아무 것도 않하고 있어도 모든 것을 스스로 알아 서 해 줄테니....) 번 호 : 8428 게시자 : 윤원중 (re5280 ) 등록일 : 1999-05-09 11:35 제 목 : [연재] 천부외경 69 영웅청년단은 모두 네 대의 대로 구성되어 있었지만 그 구성인원은 저마다 달랐다. 이중 현무가 대주로 있던 열혈위대의 수가 1,300여명 으로 가장 많았고, 철갑위대가 가장 적었다. 그리고 정천위대는 700 여명, 무적위대는 1,000여명의 순으로... 하지만 숫자가 많은 것이 그대로 전력이 강한 것으로 연결되지 않았 으니, 비록 철갑위대나 정천위대는 수가 적었지만 그 개개인의 무공 은 오히려 뛰어났고, 오히려 체계화되고 단합된 힘은 더 강하다 할 수 있었다. 오히려 숫자는 많지만 이러한 조직의 일체감이나 단합력은 현무의 열혈위대가 가장 약했으니 그야말로 온갖 제파 및 낭인출신들이 망 라되어 있었던 까닭이였다. 따라서 남궁하는 치밀한 조직 편재와 지속적인 훈련을 통해 이러한 약점을 보강하는 일이 가장 중요한 일임을 강조하고 있었다. 우선 그녀는 열혈위대를 조직화하는데 중점을 두었다. 즉 인간을 가장 효율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7,8명 단위로 기초단위 인 조(組)를 만들고 이들 조를 역시 7개 묶어서 합(合)이라는 중단 조직을 그리고 최종적으로 이를 네 개의 회(會)로 분리하여 조직을 구성한다는 것이였다. 단 이중 3개의 합은 별도로 떼어내어 각각 대주 수호, 병참 지원, 적 정 파악 등의 특수임무를 부여하게 하였다. 또한 그녀는 이러한 조직들이 충분히 위력을 발하기 위해서는 지속 적인 훈련과 엄격한 군율적용 등이 필요하다고 하였는데, 이들을 위 해 대의 본부를 무맹내 두기 보다는 맹으로부터 60여리 떨어진 천평 산에 둘 것을 건의하였다. 마침 천평산(天平山)의 오로봉(五老峰) 입 구에 있던 서씨장원이 팔려고 내 놓았다 하니 안성맞춤이라는 의견 도 덧붙여..... "그렇다면 좋긴 하나 이는 무맹으로부터 50여리내로 제한한다는 화 영단주의 지침에 반하는 것이 아니요?" "사실 50여리란 기계적 거리는 별 의미가 없어요. 단 명령의 신속한 전달을 위해 형식적으로 그어 놓은 선이니 만큼, 따라서 화단주가 이를 승인하지 않는다면 제가 직접 설득할 자신이 있어요" "그럼 회의 명칭과 회주들은 누구를 임명하였으면 좋겠소?" 그러자 남궁하는 얼처구니 없다는 듯 실소를 터뜨렸다. "아니, 제가 드린 자료에 다 기록되어 있는데....오빠는?" 이에 현무는 깜빡했다는 듯이 자신의 머리를 가볍게 치면서 책자의 뒷장을 넘겼다. 그러자 그곳에서 부터는 자세한 인원배치 방법등이 기록되어 있었다. 남궁하 본인은 군사로서 대주인 현무를 보필하며 동시에 수호, 병참, 정보의 3개합을 대리관리 하며, 4개회의 명칭은 각각 동서남북 4방의 수호동물인 청룡, 백호, 주작, 현무의 명칭이 좋을 것 같으나 이중 현무는 대주의 이름과 같으니 등사로 대치하되 회주들은 각각 좌수쾌검 두랑과 남해패검 후궁예, 그리고 남궁상일과 왕천상을 임명하라는 것이였다. (음, 이정도면 합리적인 인사군....) 현무가 내심 이렇게 생각하며 다음장을 넘겼다. 그러자 그곳에는 조금 사소해 보이지만 조직을 운영하는데 필요한 여러 가지 사항들이 기록되어 있었는데, 대원들에게 일체감을 주기 위한 복장통일에서부터 이들이 반드시 지 켜야할 군율, 집단전투에 필요한 기본대형 등에 이르기 까지 거의 모든 사항이 망라되어 있었다. 이에 현무는 무척이나 만족했을뿐더러 한나절이라는 짧은 시간안에 이와같이 완벽한 계획을 만들어 낸 남궁하의 숨은 능력에 대하여 다 시한번 감탄을 금치 못하였다. "하매! 정말 수고했어? 잘은 모르지만 그야말로 완벽한 계획인 것 같아!""호호, 완벽이란 말은 그리 함부로 쓰는 것이 아니예요. 하지 만 어때요? 제가 오빠 곁에 있음으로서 조금은 도움이 된다는 사실 을....?" "하하, 조금의 도움이라니 당치 않군! 지금의 내 심정은 천군만마를 얻은 듯, 아마 제갈량을 얻은 유비라 할 지라도 지금의 내 마음보다 흐뭇하지 않을 것이요" "후후, 빈말이라도 소매는 기쁘기 한량없군요" 현무는 남궁하가 가지고온 일부 내용을 다시 정리하여 청년영웅단주 인 화영에게 가지고 갔다. 화영은 단지 열혈위대의 본부를 천평산에 두고 싶다는 내용에 잠시 망설였을 뿐 결국 현무가 제안한 모든 사항을 쾌히 승인하였다. 현무의 열혈위대를 제외한 나머지 3개대는 모두 무맹내에 본부를 두 기를 원했다. 당당한 무맹의 선봉대로서 지위와 역할을 확인받기를 원했으며, 연무장, 장서각 등 완벽히 갖추어진 각종 시설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을 뿐만아니라 무맹내 지도부들과 충분한 교류 등의 잇 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현무와 열혈위대 역시 일단은 무맹으로 거처를 옮겼다. 무맹에서 서 씨장원을 인수하고 이들이 거주할 수 있도록 보수작업을 진행할 시 간이 필요했기 때문이였다. "오빠! 저는 잠시 자리를 비워야 겠네요" "아니, 왜?" "후후, 오빠 때문에 그동안 소홀히 했던 남궁외가좀 돌보려고요....아 마 당분간을 그들을 돌보지 못할 것 같으니.....하지만 걱정마세요. 여 산에는 제가 먼저 가 있을테니....." 이러한 기회를 이용 남궁하는 잠시 자리를 비웠고, 현무는 그로부터 3일간 무맹에 머물면서 주요 간부들과 인사를 나누는 등 비교적 한 가한 시간을 보냈다. 비록 열혈위대의 본부는 천평산에 위치하게 되었지만 무맹에서는 그 와 청룡, 백호, 주작, 등사 등 4개회주들에 대해서는 예우차원에서 무맹내에서도 거처를 마련해 주었는데 언제든 그가 필요할 때 자유 롭게 무맹을 방문할 수 있음은 또한 물론이였다. 그가무맹을 떠나기전 마지막 밤 이제는 무적위대주가 된 무유가 그 를 위하여 조촐한 환송연을 베풀어 주었다. 초청된 사람들은 북궁휘 남매와 유선, 제갈청운 등 해서 겨우 10여 명 내외 "아우, 이제 헤어지면 또 언제 만나게 될련지....?" "천평산하면 한나절도 못 걸리는 지척이 아니요. 그런데....." "후후, 지금도 집마부와 산발적인 전투가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으며, 오히려 무맹이 밀리고 있는데 언제까지 우리를내버려둘 줄 아는가? 아마 우리는 다시 만날 시간도 없이 곧바로 출정해야 될 거야 각지 로 흩어져서..." "하긴 그렇군요. 그러나 청산이 있는데 무슨 땔나무 걱정을 하리오! 필히 다시 만나게 되겠지요" "하하, 역시 자네의 성격은 밝아서 좋아! 필히 그렇게 되겠지. 단지 술친구가 당분간 없어서 걱정이지만...." 그 때 북궁지가 그들의 대화에 끼여들었다. "그런데 현무형은 왜 하필아무런 시설도 갖추어지지 않은 천평산을 택했죠? 무슨 특별한 이유라도...." 현무의 시선이 북궁지에게 향했다. 여전히 화사한 미모를 자랑하고 있는 여인, 하지만 그녀는 과거와 같이 함부로 말도 하지 않고 행동 도 조심하는 경향이 뚜렷했다. "뭐 특별한 이유라고 할 것 까지야 있겠소? 단지 이곳처럼 정형화된 곳보다 야산이 훈련하기도 좋고 개개인간 일체감을 느끼게 만드는 효과도 있을 것 같아서...." "하긴 그러한 효과도 있을 것 같군요. 열혈위대만의 그 곳은 열혈위 대만의 공간이니 말예요. 그런데 유언니와 함께 시간이 나면 놀러가 도 되나요?" 이에 현무가 막 대답하려 하는데 유선이 먼저 말을 하였다. "어마? 지매는 왜 또 나를 끼여 넣니?" 그러자 북궁지가 웃으면서 대답했다. "그럼 유언니 말고는 이곳에 한가한 사람이 없잖아요! 아직 아무데 도 소속되지 않았으니...." 이 때 북궁휘가 약간 나무라는 투로 북궁지를 향해 말을 하였다. "유소저는 우리 정천위대의 고문겸 군사로 초빙할 계획이다" 그러더니 아예 유선을 바라보며 제의를 하는 것이였다. "어떻소? 선매! 나를 좀 도와주는 것이......" "호호, 북궁오라버니께서 부탁하시니 거절할 수도 없고.....생각을 해 보겠어요!" 그러자 북궁지는 북궁휘가 자신의 말과 행동을 막는게 기분나쁜지 입을 삐쭉 내밀고 투덜거렸다. "치, 어찌 연약한 여인을 전장에 데리고 나가겠느냐 하며 호기롭게 큰 소리 칠 때는 언제고....괜히 난리야!" 비록 그 소리는 조그만 했지만 이곳에 있는 사람중 무공고수가 아닌 사람은 하나도 없는지라 모두들 들을 수 있었다. 하지만 북궁휘는 과거 자신이 그녀에게 그런 말을 했던 기억이 있던 지라 아무말도 못하고 그저 북궁지만 매섭게 노려 보았다. 이에 북 궁지는 이크 하며 그의 시선을 피하면서도 혀를 낼름 하였다. 현무는 이러한 북궁지의 행동에 실소를 금치 못했다. (후후, 역시 천성은 못 버려....하긴, 사실 그녀는 저러한 태도가 오히 려 매력이라 할 수 있었으니...) 그러다가 한편으로 방금전 그녀가 했던 제의가 생각나 좌중의 어색한 분위기도 해소할 겸 짐짓 큰 소 리로 말을 하였다. "천평산의 열혈위대는 누구에게나 개방되오! 북궁소저가 이 곳을 방 문한다면 어찌 환영하지 않겠소?" "호호, 정말이죠? 바쁘다는 핑계로 박대하지 않는단 말이죠?" 언제 움추려 들었냐는 듯 어느새 그녀의 모습은 활달하게 변해 있었 다. "하하, 물론이요. 대신 방문할 때 북궁가의 그 유명한 죽엽청을 가져 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이고...." "그거야 문제 없지요" 죽엽청주는 중원대륙 8대명주 중 하나로 찹쌀과 짠 호수물에 대나무 잎을 넣어 빚은 술로 본래 이곳에서 오십여리 떨어진 행화촌에서 시 작되었는데 강호에서는 이곳 북궁세가의 죽엽청주를 으뜸으로 치고 있었다. 한편 북궁휘는 동생인 북궁지가 자신이 별로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 현무와 즐겁게 떠들고 있는 것이 못마땅하기 그지 없었다. 하지만 이미 그는 자신과 같은 위치인 열혈대주였고, 무유 유선등이 그에 대해 호감을 갖고 있었던 관계로 그저 눈쌀만 찌뿌리고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북궁휘의 태도를 바라보고 있던 유선은 내심 탄식을 하고 있었으니.......총명하고 눈치가 빠른 그녀는 이미 모든 내막을 짐작할 수 있었던 것이다. (다, 좋은데... 왜 그리 포용력이 부족한 것인지....? 지매가 현공자에 게 함께 가자는 이야기에 민감한 반응을 보여 생각도 않던 정천위대 군사 제의를 한 것은 그래도 그가 나를 좋아한다고 치더라도 이렇게 여러사람이 모인 장소에서 그러한 편협된 행동은 장차 차기 무림맹 주를 꿈꾸는 그로서는 결코 좋은 일이 아닌데.....) 유선은 북궁휘에 대하여 실망하면 할수록 현무가 돋보이고 있음을 느꼈다. 비록 출신성분은 하찮했지만 순수히 자신의 힘으로 단 2년 만에 당당히 무림최고 후기지수의 반열에 올랐으니 이는 비록 현재 무공은 그에 비해 떨어지지만 그가 성취한 위업이상이였던 것이다. 그러나 유선은 이처럼 현무에게 기우는 자신의 마음을 애써 부정하 고 있었으니, 이는 한편으로 부친 등 가문의 반대가 뻔히 예상되는 데 과연 그러한 반대를 무릅쓰고 까지 그와 사귀어야 하는가에 대한 생각과 당초 자신만을 좋아하던 그였는데 어찌된 일인지 요즘은 남 궁하와 주로 같이 보내며 자신을 등한시 하는 것과 같은데에서 오는 묘한 반발심이였다. 하지만 이 때에는 그녀도 북궁휘에 대해 거듭 실망하고 있던 터라 마치 그가 보라는 듯 현무에게 달콤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건넸다. "어마! 그럼 저도 찾아가도 되나요? 저는 죽엽청주가 없으니 대신 저희집의 화조주(花彫酒)를 준비할까 하는데, 그것도 받나요?" "하하, 이를 말입니까 유씨세가의 화조주라 함은 술꾼이라면 누구나 맛보기를 소원하는 명주인데...저야 불감청 고소원(不敢請 顧所願)이 죠" 그러자 무유가 호탕하게 웃으며 현무의 등을 뚝 쳤다. "하하, 이거 누구는 절대가인들이 술까지 감싸들고 찾아가고, 누구는 술한잔 사준다는 사람도 없고...이거 불공평해서 살겠나?" 그러나 현무는 그저 싱글벙글할 뿐이였다. "후후, 형님도 부러우면 천평산으로 놀러 오세요. 내 북궁소저와 유 소저가 가지고 온 술을 한잔 정도씩은 남겨 놓을 테니......" "허허, 이러니까 동생도 다 소용없다는 옛말이 나왔지?" "어? 언제 그런 말이 있었지? 금시초문인데...." 하지만 이 때 북궁휘는 마치 벌레씹은 듯한 표정이였으니, 설마 유 선까지 자신의 생각에 반하여 그럴 줄은 몰랐던 터였고, 아무리 이 자리가 그에대한 환송연 성격을 띠고 있다 하더라도 온통 그의 주변 으로 화제가 집중하니...... 이에 그는 그만 내화를 참지 못하고 일어서고 말았다. "저 먼저 일어 서리다! 몸이 조금 안 좋은지라....." 그러자 현무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반문했다. "아니, 왜 더 드시지 않고...?" 북궁휘는 짐짓 호탕한 듯 커다랗게 웃음을 흘렸다. "하하, 많이 먹었소이다. 자, 부디 그대의 무운을 비오!" 이러한 말과 함께 북궁휘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자리를 뜨고 말았 다. (어휴! 저 소갈머리 하고는....) 이를 보고 있던 유선은 내심 깊은 한숨을 쉬었다. 다시금 부친이 사 람을 잘 못 보았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였다. 이처럼 갑자기 북궁휘가 좌석을 떠나자 요즘들어 특히 그의 눈치를 보고 있던 제갈청운 마저 작별을 고하고 자리를 떳다. 나머지 사람들은 그들의 갑작스런 이탈에 분위기가 스산해 졌지만 그래도 이에 상관없이 즐거운 환담을 나누며 한참동안을 더 술잔을 기우렸다. 그들은 이미 그러한 사소한 문제들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었던 것이 다. 다음날 아침 현무는 천삼백여명에 이르는 열혈위대 대원들을 이끌고 무맹을 떠나 천평산으로 향했다. 질서정연한 대열을 이룬채 무림맹을 나서는 천삼백여명의 청년들! 그리고 그들 맨 앞쪽에는 좌우로 열혈위대라 쓰여있는 깃발을 든 두 명의 호위를 거느린 채 검은 무복에 역시 검은 흑마를 탄 현무가 있 었으니..... 이를 보고 있던 일반백성들은 그들의 위풍당당한 모습에 감탄을 금 치 못하였다. "열혈위대라.....저들이 도대체 누구지? 무맹에 저런 부대가 있다는 말은 못들었는데....?" "하하, 자네는 소식이 깡통이군! 그래 이번에 발족된 무맹의 청년영 웅단을 모른단 말인가? 집마부를 상대하기 위해 전 백도계의 젊은이 들로 구성된 그들을...?" "아하, 그래서 요즈음 이곳에 그토록 젊은 무사들이 많이 보였나 보 군! 그런데 저 선두중앙에서 말을 타고 가는 젊은이는 또 누구인 가?" "그가 바로 요즘 한창 이름을 날리는 천지객 현무라네....이번에 열혈 위대의 대주로 선발되었지!" 초극무예를 터득한 현무로서는 유난히 귀가 밝은 지라 이러 저러한 백성들의 쑥덕거림을 모두 들을 수 있었다. 그는 일반백성들까지 자 신의 이름을 알고 있다는 사실에 뿌듯하였지만 한편으론 정말 소문 이란게 왜곡되기 마련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번 호 : 8429 게시자 : 윤원중 (re5280 ) 등록일 : 1999-05-09 11:36 제 목 : [연재] 천부외경 70 무맹으로부터 천평산까지는 겨우 육십여리! 그래도 일반백성들에겐 꼬박 하루를 걸어야 당도할 수 있는 거리지 만 이들 열혈위대의 무사들에겐 한시진 정도면 당도할 수 있는 거리 였다. 그러나 진시무렵에 무맹을 출발한 열혈위대는 겨우 오시무렵에 되어 서야 여산의 오로봉 기슭에 당도할 수 있었으니, 이는 관도상에서 왕래하는 백성들을 놀라게 하지 않기 위해 행군속도를 늦춘 탓이였 다. "천상!" 오로봉 기슭에 당도한 현무가 이곳의 지리를 잘 알고 있는 등사회주 왕천상을 불렀다. 이에 왕천상이 육중한 거구를 이끌고 재빠르게 현 무앞으로 나와 예를 표했다. "부르셨습니까? 대주!" "우리가 기거하게 될 서씨장원이 바로 이 부근이라고 하였지 않는 가? "예, 바로 저 앞이....." 현무의 질문에 무의식적으로 손가락으로 전방을 가르키며 대답하던 왕천상이 갑자기 눈이 휘둥그레 졌다. "아니! 이게 어디로 사라져 버렸지?" 그로서는 놀랄 수밖에 없었으니 이번 영웅대회에 참석하기 위해서 올 때만 해도 분명 이 곳에 웅장한 자태로 서씨장원이 존재했었는데 지금 보니 그것이 감쪽같이 사라져 버린 것이였다. 대신 그 곳에는 안개가 자욱한 울창한 숲만이 자리잡고 있었으니.... 이에 현무가 의심쩍하는 표정으로 그를 다그쳤다. "이곳이 분명한가?" "예, 진정 이 곳이 맞습니다. 제가 무맹으로 갈 때만해도 이곳에 들 러 하루밤을 묵었는데.....참으로 귀신이 곡할 노릇이네...!" 현무는 그가 거짓말을 하고 있지 않음을 느꼈다. 대개 이와같은 인 물들은 거짓말을 하지 못하는 것이다. 머리가 아둔해 기억을 못하면 못했지...... 그러자 현무는 일단 대형을 정지시키고 왕천상이 가르키는 방향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경사가 완만한 지역에 자연적으로 형성된 듯한 울창한 산림! 그러나 어쩐 일인지 정오가 다 되었건만 그 지역만은 아직 안개가 자욱해 있었으니, 현무는 이것이 자연적인 것이 아니라 절진에 의해 발생된다는 진운 (陣雲)임을 알아 볼 수 있었다. "허어! 도대체 누가 이곳에 절진을 펼쳐 놓았단 말인가? 더구나 그 짧은 시간에....." 현무 역시 진에 대해서는 조금 알고 있었다. 바로 일무대사가 초극 무예를 기록한 천무비전 하반부에 이에대해 언급해 놓았던 탓에...... 하지만 지금 그의 앞에 펼쳐진 진은 전혀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어찌보면 태극오행의 원리에 따라 배치한 것도 같은데 칠성의 변화 가 혼재되어 있었고, 곳곳에 육합과 팔괘의 흐름까지 숨어 있는 것 같았다. 이 때 고심하는 현무의 귓전에 남궁하의 음성이 들려왔다. '어때요, 오빠! 파해하실 수 있겠어요?' 아무도 없는 전방에서 갑자기 들려오는 남궁하의 전음, 그러나 현무는 놀라기는 커녕 담담하게 미소를 짓고 있었다. '후후, 역시 하매의 작품이였군! 내 하매 아니면 이런 일을 할 사람 이 없다고 짐작하고 있었지! 하지만 내가 이를 파해하기는 너무 힘 들어....' '그렇다면 열혈위대가 도착했으니 진을 열어 달라고 고함을 한 번만 질러 주세요' 그러자 현무는 남궁하의 의도를 어느정도 짐작할 것 같았다. 사실 현무가 그녀를 군사로 임명했지만 이에대해 열혈위대 대원들간의 불 만이 있는 것은 사실이였다. 비록 그녀가 무림십출에 속해 있는 사 람이였지만, 사실 그녀는 이들부류가 탐탁히 생각하지 않는 오대세 가의 인물이엿고, 더구나 4강전에서 탈락했을 뿐 아니라 여인임에도 일약 열혈위대의 2인자인 군사로 임명되었던 것이니..... 필경 남궁하는 이러한 분위기를 짐작하고, 처음부터 신비스러운 진 법운용을 통해 대원들의 경외감을 부추기려 했을 것이다. 더욱이 자 연적인 지세가 방어에 불리한 이곳 서씨장원을 근거지로 삼기 위해 서는 이와같은 호위진세가 필요하였던 것이다. 이에 현무는 안개만 자욱한 숲속을 향해 큰 소리로 외쳤다. "남궁군사! 나 열혈대주 현무외다! 이제 열혈위대 본진을 이끌고 이 곳에 당도하였으니 속히 진을 열어 주시오!" 이와같은 현무의 외침에 열혈위대 대원들 사이에 웅성거림이 들려왔 다. 자신들이 보기에 약간은 기이한 형태는 띠고 있었지만 분명 아 무도 없는 숲에 불과한데 그곳에 대고 남궁군사니, 무슨 진이니....하 고 있으니 그러나 바로 이 때 맑은 여인의 웃음소리와 함께 숲위로 홀연히 황 의를 입은 절세소녀 하나가 학익선을 들고 나타났다. "호호호, 대주! 영접이 늦어 죄송합니다" 울창한 숲과 이를 덮고 있는 자욱한 안개, 그리고 그 안개를 밟고 허공에 홀연히 떠 있는 신비한 소녀! 열혈위대의 대원들은 그녀가 진정 자신들의 군사인 남궁하인지 아니 면 천상의 선녀인지 구별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 때 더욱 놀라운 현상이 벌어졌으니 허공에 떠 있던 남궁하가 아랫쪽을 향해 학익선을 부치기 시작하자, 바로 그순간 숲이며, 안개며 갑자기 사라져 버리고 대신 한 채의 거 대한 장원이 그 웅장한 자태를 드러내는 것이였다. 마치 마술과 같은 신비한 현상이였다. 이에 대원들이 모두 놀라며 어안이 벙벙해 있는데 남궁하가 허공중 에 그대로 수십장을 날아 현무앞에 뚝 떨어져 내렸다. 그야말로 놀 라운 경공술이였다. 그녀는 현무앞에 내려서며 그를 향해 지극히 공경한 태도로 예를 표 했다. "소녀 남궁하! 대주를 뵙습니다" 이 때 비로소 대원들 사이에는 우뢰와 같은 박수와 함성이 터져 나 왔다. "와! 최고다" "역시 우리 열혈위대 군사 답군!" "내 앞으로 천혜옥인 남궁하 소저를 얕잡아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기필코 그 자의 목을 베리라!" 이를 바라보고 있던 현무는 단 일순간에 그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잡아와 버리는 남궁하의 능력에 새삼 감탄을 금치 못했다. 더욱이 그녀는 자신을 깍듯이 대우함으로써 앞으로 상급자를 대할 때의 자 세를 은연중 보여 주었으니..... 이에 현무는 통쾌하게 웃었다. "하하하, 그래 남궁군사! 수고가 많았소. 어느 새 이곳으로 와서우 리 열혈위대의 본부를 천험의 요새로 만들어 버리다니....." "감사합니다. 대주!" 그러나 그 와중에서도 남궁하는 좌중의 눈을 피해 현무를 향해 개구 장이와 같은 표정으로 한쪽 눈을 감아 보였다. 마치 어린아이가 자 기 행동을 뻐기는 듯이.... 이윽고 천평산 오로봉 기슭에 자리잡은 서씨장원을 보수하여 본부로 삼은 열혈위대는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입주 즉시 전 대원들을 모아 엄숙한 결맹 겸 단합의식을 개최한 현 무는 곧바로 비천야가 합장(合長)으로 있는 정보합(情報合) 대원 50 여명을 집마부와 산발적인 전투가 벌어지는 각 지역으로 파견했으며 나머지 대원들은 그대로 조(組)단위, 합(合)단위, 그리고 회(會)단위 로 집단훈련에 돌입하도록 지시하였다. 이는 개인전투에는 능하나 집단전투에는 약한 이들의 능력을 보완함 과 동시에 대원들간에 연대감을 조성하기 위한 방책이였다. 특히, 남궁하는 이들이 연마할 수 있도록 각 단위별로 진식을 전수 해 주기 시작하였는데 이미 그녀가 전개한 놀라운 진법의 위력을 경 험하였는 지라 대원들은 말없이 그녀의 지시와 설명을 듣고 있었다. 이렇게 하여 현무가 이끄는 열혈위대는 차츰 조직과 체계를 갖추기 시작하였다. 특히 현무는 대주임에도 불구하고 일반대원들과 똑같은 형태의 막사 와 식사를 고집하였고, 시간이 날 때마다 평대원들의 숙소에 들려 그들에게 술을 권하며 대화도 나누고 그랬는데, 최고지휘자인 대주의 이와같이 소탈한 행동은 곧바로 그 아래 회주, 합장, 조장 들에게 까지 이어져 열혈위대는 그야말로 급속히 하나가 되어 갔다. 그러는 사이 정도합 대원들은 속속 임무지에 도착하여 여러 가지 정 보를 보내 오기 시작했다. 이들이 보내온 정보에 의하면 초반 집마부와 무림맹과의 전투는 사천성과안휘성 등 자신들의 근 거지를 중심으로 조심스럽게 세력을 확장하려는 경향을 보이는 가운 데, 협서성과 귀주성 산서성 등에서 일부 마찰이 있었으나 아직은 대규모 전투는 벌어지지는 않고 있었다. 당초 무맹측이 걱정한 바는 집마부의 근거지인 사천성내 자리잡고 있던 청성과 아미파에 대한 집마부측의 공겻이었으나....다행이 아직 대대적인 공격은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이였다. 그렇다고 해서 안심할 상황은 아니였고... 양 세력은 지금 소속문파들을 단속하고...적정을 탐지하는 등 초반 탐색전을 전개하고 있으나 마치 폭풍전야의 고요처럼 언제 폭발할 지 알 수 없는 일촉즉발의 상황이라 할 수 있었다. 이러한 상황이 계속되던 몇일 후..... 현무는 드디어 집마부측의 대대적인 공세가 시작되었다는 최초의 보 고를 접했다. "드디어 집마부가 대대적인 공세에 들어갔습니다. 여기에는 집마부 십마천 중 5대마천이 동원된 것으로 그들중 2개마천은 청성과 아미파를 향해 그리고 나머지 3개마천은 일제히 호북성을 향해 서진하고 있음이 확인되었음이다. 이들의 구체적인 행로에 대해서는 다시 보고 드리겠습니다. 정보합주 비천야 배상..." "으음...드디어 본격적인 전투가 시작되었구려....." 비천야의 서신을 남궁하에게 건네주며 현무가 중얼 거렸다. 이에 남궁하는 그 서신을 읽어 본 후 심각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렇다면 곧 우리에게도 임무가 떨어지겠군요. 아마, 청년영웅단에 게는 호북성을 향하는 삼로군단을 저지하라고 하겠지요" 아니나 다를까 그로부터 정확히 반나절 후 천평산 입구에 청년영웅단주인 화영의 모습이 나타났다. 지난 번 한 번 순시를 하고 갔던 그이기에 분명 이번 방문은 출동명 령을 하달하기 위한 것이 분명한 터 현무는 군사인 남궁하와 사대회주를 대동한 채 의사청에서 그를 맞 이 하였다. "단주를 뵙습니다!" "하하, 현대주! 수고가 많소!" "하하, 수고라고 할 것이 있겠습니까? 그래, 출동명령이오까?" "그렇네! 이미 예상하고 있었구만....." "잘됬습니다. 그리 않해도 대원들 모두가 너무 쉬어서 몸이 다 아플 지경이라고 그러는데...그래 출동장소는 요?" 화영의 표정과 목소리가 조금 진중해 졌다. "바로 호북성의 사시(沙市)일세!" "그렇다면 우리가 막아야할 상대는.....?" "바로 집마부 화천주(火天主)인 화령천자 파일령이 지휘하는 중로무 단(中路武團)이 바로 양자강 북안(北岸)을 따라 진격하고 있네.... 바로 그걸 열혈위대가 막아 주어야 하겠네" "그렇다면 나머지 2개무단은? 어떻게 할 생각입니까?" 그러자 화영이 놀랍다는 표정으로 반문했다. "어떻게 3개무단이 진격하는 것을 알고 있었나?" 이에 현무는 대답을 않은 채 그저 빙그레 웃음을 지으며...그를 바라 보기만 했다. 화영은 시선은 현무 옆에 앉아 있던 남궁하에게 향했다. 그러더니 흐뭇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내 남궁소저를 잊었군....! 그들은 역시 정천위대와 무적위대가 맡을 걸세. 그리고 철갑위대는 무창에 대기하고 있다가 불리한 쪽을 지원하도록 되어 있고......" 현무는 그들의 이번 첫 번째 임무가 막중하기 그지 없음을 깨달았 다. 이번 청년영웅단의 저지가 뚫리면 중원의 중앙지역이 완전히 집 마부 수중에 넘어가게 되고....바로 무맹의 근거지인 안휘성이 위협받 게 되는 것이다. "그들의 전력은?" "화령천자 파일령과 화령방의 전 인원으로 5,000여명에 달하네!" "그렇다면 이쪽은 어느정도 지원이 가능합니까?" "호북 무맹지부와 백도세력중 4개방파에서 지원단이 도착할 거네.... 그 수는 약 3,000명 정도 될 것이네 무맹에서는 이미 그들에게 총동 원령을 내려 놓았고, 자네가 그곳에 도착 즉시 그들에 대한 지휘권 을 인수 받으면 될 것이네! 어때 자신있는가?" "후후, 오천대 사천삼백이라....일단 숫자상으로는 붙어볼 만 하군요!" 그러나 현무의 이처럼 담담한 어투와는 달리 남궁하는 이번 싸움이 열혈위대를 포함한 무맹쪽이 절대적으로 불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들의 수는 5,000여명, 더욱이 그들은 집마부의 핵심세력인 십마천 의 제자들인데 반해 이쪽은 자신의 열혈위대 천삼백여명과 무맹개봉 지부의 오백여명이 비교적 싸울만 했고, 나머지 4개방파의 2,500여명 은 보나마나 형편없을 터 (이런.....! 첫 번째 임무부터 이토록 비세의 어려운 임무를 맡기다 니....? 과연 그들이 우리를 믿고 있는 건가? 아니면 실패를 바라고 있는 건 가? 후후, 물론 그런일은 없겠지만 만에 하나 후자라면 그대들은 우리 열혈위대와 나 남궁하를 경시했다는 생각이 들게야....필경) 화영이 돌아간 이후 현무는 남궁하와 한동안 무언가 깊은 숙의를 가졌다. 그리고 나서 각 전선으로 흩어져 있던 정보합 대원들에게 일제히 사 시일원으로 집결할 것을 지시한 후 열혈위대 대원들을 회단위로 나누어 4개로로 이동한 후 이틀후 자시 에 사시 서북편에 위치한 환원평에 집결토록 했다. "하매! 이번 전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대원들을 모두 떠나 보낸 후 남궁하와 단 둘이만 남게된 현무가 그 녀의 의견을 물었다. "글쎄요...아마 정면으로 부딪쳐서는 별로 승산이 없을 것 같아요" "그들이 그렇게 세나?" "그들이 세기보다는 우리가 약하다고 봐야죠! 우리 열혈위대와 일부 무맹지부의 무사들 이외에는 믿을 사람이 별로 없으니......" 이에 현무는 큰 일났다는 듯 인상을 심각하게 굳혔다. "그럼 어떻게 하면 되지? 첫 전투에서부터 패배하면 안 되는데....." 그러자 남궁하가 밝게 웃으며 그의 손을 잡으며 입을 열었다. "호호, 걱정마세요! 소매가 멋지게 승전할 수 있도록 할테니까요" "정말, 자신이 있어?" 듣던중 반가운 소리라 현무는 남궁하의 손을 굳게 잡으며 반색을 하 였다. "아야! 그렇게 손을 세게 잡으면 어떻해요?" 이에 남궁하가 짐짓 손이 아프다며 고운 아미를 찌뿌렸다. 현무 못지 않은 무공을 지닌 그녀가 손을 세게 잡았다 해서 어찌 아 플 것이 건만, 그녀는 현무앞에서는 단지 연약한 여인에 불과했으 니.... "아이쿠! 미안, 나는 그저 반가운 소리에....." 이러면서 현무는 짐짓 그녀의 손을 들어 입으로 호호 불면서 너스레 를 떨었다. "후후, 오빠도 참...." 남궁하의 얼굴에는 자연스럽게 행복한 미소가 퍼져 나왔다. 사랑하는 사람! 그와 함께 있는 것이 왜 이리 마냥 행복하기만 하는 것인지...... "참, 우리 어서가야되요! 대원들이 모두 도착하기 전에 지형지세도 살펴보고 적정도 탐지하려면....." "그렇다면 가면서 이야기 하지! 우리 하매의 머리가 얼마나 좋은 지.....?" "하이구....정말 못 말릴 사람.....!" 잠시후 현무와 남궁하는 다정하게 손을 잡은 채로 그대로 신형을 날 려 서쪽으로 향했다. 번 호 : 8430 게시자 : 윤원중 (re5280 ) 등록일 : 1999-05-09 11:36 제 목 : [연재] 천부외경 71 그런데 정작 떠나가는 그들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 사 람이 있었으니, 그는 바로 신화군주 유선이였다. 그녀는 현무가 첫 임무수행에 나선다니 그를 격려도 해줄겸 이곳에 왔다가 남궁하와 단 둘이 있는 그들의 다정한 모습을 보고 미처 나 타나지 못하고 그들을 지켜보기만 했던 것이다. 멀어져 가는 남녀 한쌍! 그리고 이를 바라보고 있는 한 명의 여인! 순간유선은 가슴속 저 깊은 곳에서부터 원인 모를 슬픔이 복받쳐 오는 것을 참고 있었다. '왜, 저들의 다정한 모습에서 내 마음이 이렇게 아파 오는 거지? 그 가 나에게 있어 도대체 무엇이길래.....이렇게...' 이렇게 중얼거리는 유선의 뇌리속으로 순간 낙산에서 그와 함께 했 던 순간들이 떠 올랐다. 그윽한 산의 정취, 말없이 타오르는 모닥불, 춥지 않느냐며 겉옷을 벗어 다정히 걸쳐주던 그의 모습, 여옥과 화인의 슬프도록 아름다운 이야기를 들려주며 슬며시 자신의 눈치를 살펴보던 그의 천진난만한 얼굴, 문득 그녀는 자신이 그를 사랑하고 있지 않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 다. 하지만 이내 그녀는 의식적으로 고개를 저었다. (그럴 리가 없어! 아마 요즈음 집을 떠난 지 오래여서 내가 외로움 을 느낀 탓이겠지.....!) 자타가 공인하는 당대 최고의 여인! 하지만 그녀도 여인임은 분명할 터, 외로움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이미 옛날에 세상을 떠나버린 모친, 비록 그녀에게는 잘해준다고는 하지만 항상 바쁘시기만 한 부친, 더욱이 한창 감수성이 예민하던 소녀기에 집을 떠나 남해보타암에서 살아야만 했던 그녀이기에 다른 여인들에 비해 그 외로움의 강도는 오히려 강할 수밖에 없었다. 비록 그 누구보다 자존심이 강하여 말은 않하고 내색도 않고 있었지 만 그녀는결코 신이 아니였던 것이다. 게다가 부친에 의해 그녀의 정혼자로 결정된 북궁휘에게서는 거의 정을 느낄 수도 없었고, 그 역시 여인의 섬세한 마음을 알아 준다던 가 다정다감한 것과는 거리가 멀었으니..... 이미 현무와 남궁하는 까만 점으로 화해 보이지도 않았지만 그녀는 텅빈 북쪽 하늘을 바라보고만 있었던 것이다. (아무래도 집에를 한 번 다녀와야겠어! 내가 이렇게 이상하게 변하 다니...) 바햐흐로 강호무림에는 점차 혈운이 짙어 가고만 있었다. 초반 탐색전을 마치고....집마부의 대대적인 선공으로 본격 시작된 정 사대전! 특히 이번 집마부의 공격에는 그들 전력의 거의 반에 이르는 오마천 이 동원된 것이였으니.....사실상 초반 전투의 흐름을 가르는 중대한 고비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이처럼 중대한 시기, 무맹으로서는 한가지 고민을 안고 있었으니..... 이는 바로 전투를 진두지휘해야할 무맹주 북궁소가 벌써 한 달이상 폐관 칩거하고 있다는 사실이였다. 명분은 무공연마였지만..... 이처럼 중차대한 시기에 왜 하필이면 무공연마를 해야하는 지 이해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따라서 집마부와의 전투는 부득불 부맹주인 남궁용수와 좌일패, 그 리고 군사인 제갈후상이 나설 수밖에 없었던 것이니.... 이로 인해 초반전투에서 단지 수비라는 소극적 대응으로 일관할 수 밖에 없었고.....위기에 몰려 있던 청성과 아미파에 대해서도 직접 파 병이 아닌 그저 종남과 점창 등 비교적 가까운 방파에서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파발을 띄었을 뿐이였다. 이러한 고민들을 안고 맹내 의사청에는 이들 3인이 모여 있었다. "제갈군사! 맹주께서는 아직 연락이 없는가?" 성질이 급하기로 유명한 천무검 좌일패가 답답하다는 듯 가슴을 쾅! 쾅! 쳤다. 그러나 답답하기는 제갈후상도 마찬가지였으니 그 역시 단지 한숨만 쉬고 있었다. "휴우! 도대체 무슨 일인지.....오전에도 면담을 요청했는데.....불가 통 지만 받았소이다" "용단주는 무어라 하오?" "글쎄...용단주도 무엇 때문에 맹주께서 그러는 지 모르는 눈치였습 니다. 단지 그는 천성이 워낙 우직한 관계로 그저 맹주부 경계만 굳 건히 하고 있으며....맹주의 지시라고 아무도 출입시키지 않을 뿐입니 다. 심지어 어제 저녁에는 맹주부인께서도 왔다가 그냥 돌아갔다고 합니다" 이에 남궁용수는 탄식을 터뜨렸다. "허허, 허부인께서도 못 만났다니.....분명 무슨 일이 있기는 있는데... . 도무지 영문을 알 수 없으니..... 더욱이 하필이면 이런 중대한 시기에 그런단 말인가? 군사께선 정녕 짐작조차 못하시겠소?" 그러자 제갈후상이 자신없는 투로 말을 하였다. "글쎄요. 청년영웅대회가 개최되던 한달전 쯤 현천학림주와 면담하 신 이후 바로 맹주의 변화가 시작되었으니, 맹주의 변화가 혹씨 유 천학선생과 관련이 있는 것은 아닌지........" "그 분이야 본래 무림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분인데.....그 만남이 맹주의 태도변화에 무슨 영향을 미쳤겠소?" "그거야 알 수 없지요. 우리가 모르는 그 무엇이 있는지...... 다만 전 최근 한달이내에 맹주와 유일하게 만난 사람이 그 라는 것 을 이야기 한 것이요" 이러한 제갈후상의 이야기에 좌일패와 남궁용수는 맹주의 변화가 유 천학과 관계되어 있을 지 모른다는 생각에는 공감했다. 하지만 멀리 연경에 있는 유천학에게 직접 물어볼 수도 없는 일인지 라 그저 안타깝기만 할 뿐이였다. 이번 집마부 공세에도 우선 종남과 점창에 파발을 띠우고 최근에 발 족된 청년영웅단을 투입하긴 했지만..... 그건 누가 보더라도 그야말로임기응변식 조처였으며....그 정도로는 집마부의 5로무단을 막기는 역부족이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던 그들이였던 것이다. "어허...이것 참....집마부는 추천상이 직접 지휘하여 십마천 전원은 물론이고....마도 360여개 방파에 일제히 동원령을 내렸다는데..... 우리는 고작 청년들이나 앞 세운체....각 방파들은 자기들 보신에만 급급하고 있으니....." "여하튼 청성과 아미는 힘들 것 같고.....그저 청년영웅단의 선전만을 기대하는 수밖에......" 한편 이 시간.... 정천위대주 신품공자 북궁휘는 출전에 앞서 모친인 허무연에게 인사 를 드리고 있었다. 절세선자(絶世仙子) 허무연, 당금 천하제일인인 무맹주 북궁소의 부인이며....동시에 그를 도와 오 늘의 권좌에 오르게 한 여인으로 눈부신 미모와 후덕한 마음씨에 무 맹내 모든 무사들로부터 존경을 받고 있는 그런 여인이였다. 하지만 사실 그녀와 북궁휘와는 피 하나 섞이지 않았다. 바로 북궁휘의 생모가 그를 낳다가 산고 끝에 죽고 이를 이어 허무 연이 들어왔기 때문이였다. 그러나 허무연은 북궁휘를 마치 친자식처럼 모든 정성과 애정을 다 해 길렀고....그러한 그녀의 노력이 오늘날 북궁휘가 후기제일지수라 는 명예를 안게된 가장 큰 원인이라 할 수 있었다. 따라서 자라오면서 북궁휘는 오히려 친부인 북궁소에 대해서 보다는 의모인 허무연에 대하여 더욱 많은 애정과 친밀감을 느끼게 되었다. 하지만 한 일년쯤 전부터는 이들 모자간에도 보이지 않는 음영이 드 리우기 시작하였으니..... 이는 북궁휘가 허무연의 거처에 신비인이 출몰하고 있음을 목격하고 난 후부터였다. 한참 활동할 때면 모르지만... 무맹이나 세가의 일들을 모두 남편에게 맞긴 채 그저 책이나 읽으며 자식이나 키우며 살아가겠다던 그녀의 거처에 복면으로 얼굴을 가린 신비인이 출몰한다는 사실은 분명 보통일이 아니였던 것이다. 물론 워낙 모친을 존경하던 북궁휘로서는 처음에는 이 일을 그저 우 연으로 생각했었다. 그러나 몇일 후 극히 조심스러운 태도로 모친의 거처를 나서는 또 다른 복면인을 발견하고.....그를 추적 결국 그가 바로 군사인 제갈후 상이란 사실을 알고는 그만 커다란 충격에 빠지고 말았다. 한 사람은 당당한 맹주부인이고.... 한 사람은 무맹의 실질적인 이인자라는 군사인데..... 그들이 심야에 은밀히 만난다는 사실은 무엇을 의미하고 있는가? 더욱이 제갈후상은 부친과는 달리 무척이나 준수하게 생겼으며, 학 문에도 밝을 뿐 아니라 성격도 다정다감하였던 것이다. 비록 자신을 낳아 주진 않았지만 친모 이상의 정을 느끼고 이상적인 여인상이라고 존경심마저 품고 있던 모친에 대한 환상이 깨져버린 북궁휘는 그만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몇 일 낮 밤을 두문불출하며 술로서 지새우며 많은 생각을 했다. 당장이라도 제갈후상을 죽여 버리고....모친의 부정함을 만천하에 공 개해 버릴까 생각도 해 보았다. 모친에게 매달려 다시는 그러지 말라고 부탁하려고도 했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그가 내린 결론은 그녀는 그녀, 자신은 자신이라 는 것이였다. 비록 그동안 의지하고 존경했던 자신이 역겨웠지만 사실 그녀는 자 신과 피하나 섞이지 않는 여인이였던 것이다. 그 후로 그의 태도는 완전히 변했다. 물론 외형상으로 그와 허무연과의 관계는 여전히 다정한 모자관계였 다. 하지만 유일한 우상이 깨져버린 그는 그 후로 아무도 믿지 않았 다. 오직 자신의 힘과 능력만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줄 수 있다고 생 각했고 따라서 자신의 무공을 높이는 일과 자신만의 세력을 만드는 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그러한 결과 지금 그는 무공에서나 세력에서나 무시못할 실력을 쌓 을 수 있었다. 아무도 모르는 상황에서...... 하지만 그의 이러한 변화를 허무연이 모를 리가 없었다. 겉으로만 공손했지....그 눈빛은 비웃음과 차가움을 담고 빛나고 있다 는 사실을...... 그러나 허무연은 북궁휘의 이러한 변화를 애써 모른 채 했다. 분명 자신에 대해 무슨 오해가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굳이 나서 물어보려고도 이를 해명하려고도 않했다. 단지 안타까운 눈빛만을 흘려낼 뿐..... 이번의 대면도 마찬가지였다. 명색이 아들이 최초의 전투에 나서는데도 그들의 대화는 지극히 단 조로웠던 것이다. "어때...? 자신이 있느냐?" "후후, 이번 전투정도는 안중에도 없습니다" "지신감은 좋다만.....결코 상대를 경시해서는 안된다! 집마부의 십마 천이라면 유구한 전통을 지닌 뿌리깊은 마맥이니라!" "걱정하지 마십시오" "걱정은 무슨......?" "그럼 저는 이만 가 보겠습니다" 그러면서 북궁휘는 허무연의 대답도 듣지 않고 그대로 자리에서 일 어나 버렸다. 떠나가는 북궁휘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허무연의 아름다운 봉목에 어 떤 안타까움이 스치고 지나갔다. '이제 머지 않았다. 너에게 모든 것을 알려줄 때가...... 휴우....그 때가서 네가 나를 어떻게 생각할련지........' 수수께끼같은 중얼거림.... 잠시후 그녀의 입이 조용히 열렸다. "맹주부의 문이 여전히 열리지 않았는가?" 허공 중에서 기계적인 음성이 들려왔다. "예, 그렇습니다" "유천학의 움직임은..........?" "특별한 움직임이 없으며...그저 연경의 현천학림에서 글이나 읽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이에 허무연의 고운 아미가 살짝 찌뿌려 졌다. '으음, 진정 알 수 없군....도대체 그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기에 이처 럼 중요한 시기에 그러한 행동을 보이나.....?' 합비에서 사시까지는 거의 이천여리에 이르는 머나먼 길! 일반백성들이라면 거의 보름이상을 걸어야 당도할 수 있는 거리였 고, 무공을 닦은 무사들이라 해도 족히 3,4일은 걸리는 거리였다. 하지만 이미 열혈위대의 대원들에게 이틀안에 황원평에 집결하라는 지시를 내린바 있었던 현무와 남궁하는 길을 무척 서둘렀다. 최소한 그들보다 먼저 도착해야만 했던 것이다. 황원평(黃原平)은 사시에서 북서쪽으로 30여리 정도 떨어진 지역에 위치하 에 위치한 산동성과 하남성의 접경지대이며 개봉현의 서쪽에 위치한 거대한 분지를 일컫는 말이였다. 워낙 광활한 분지였던 관계로 역사적으로도 무수한 대소 전투가 이 루어 졌던 곳! 바로 이곳을 지나 구릉협이라는 협곡을 지나면 곧바 로 사시현이 나타나게 되는 전략적 요충지라 할 수 있었다. 때는 삼라만상이 모두 잠든 자시 무렵! 평소 높은 고원지대라 그런지 황원평에는 인적이 드믄 편이였고, 더 욱이 야심한 시각이라 더더욱 인적이 없어야 하건만, 날렵한 걸음으 로 이곳의 중심부를 향해 몰려드는 4개의 무리들이 있었으니 그들은 바로 현무의 지시를 받고 이곳에 집결하기로 한 무맹 청년영웅단의 열혈위대의 대원들이였다. 젊고 패기만만한 무인들이라 그런지 그들은 이틀간에 2천리를 주파 한 강행군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팔팔했고, 활기에 넘쳤다. 이윽고 단 한사람의 낙오도 없이 모든 대원들이 집결하였다는 보고 를 받은 현무는 그들을 향해 짤막한 지시를 내렸다. "모두들 수고했소! 여러분들의 노고를 알면서도 이렇게 강행군을 지시한 것은 모두 내 나름대로 생각이 있어서였소. 무릇 전투란 전력이 가장 극대화되어 있을 때 수행해야 하는 법. 비록 여러분들은 이 이틀간 험로에 고생 을 했지만 역시 앞으로 한 열시진 정도는 여기에서 충분한 휴식을 취하기 바라오. 그러고 나서 여러분들의 기력이 가장 충만할 때가 되어야만 비로소 집마부의 군단이 몰려올 것이요. 그러니 지금부터 전 대원들은 각 조별로 숙영준비를 완료한 후 휴식에 들어가길 바라 며, 사대회주는 나의 막사로 모여 주시오" "대주의 명을 따르리오다!" 천삼백여명이 일제히 내지르는 함성에 잠을 자던 들새들이 몽땅 날 아 올랐다. 잠시후 미리 쳐둔 현무의 막사에는 남궁하와 4대회주들이 모여들었 다. 이에 현무가 그들을 향해 입을 열었다. "우선 남궁군사께서 지금까지 파악한 정세에 대하여 설명해 주길 바 라오"그러자 남궁하가 공손한 태도로 현무를 향해 고개를 숙여보인 후 이야기를 시작했다. "회주들께서도 익히 잘 알고있듯이 적은 집마부 화마천주인 파일령 이 이끄는 화령방의 5,000여명이요. 그리고 우리는 내일 당도하게 되 는 지원인력까지 합하여 모두 4,300여명, 하지만 무릇 전투란 숫자만 가지고 하는 것이 아닌 만큼 우리가 대주의 지시에 따라 일사분란하 게 움직이기만 한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어요. 현재 그들은 토평(土平) 주변에 자리잡은 10여개 정파세력을 짓밟은 후 토평교외에 있는 집현이라는 곳에 주둔하고 있으며, 이곳 황원평 에 도착할 시간은 내일 해시무렵이 될 것으로 추측하고 있어요. 그 간 우리는 이곳에서 충분히 휴식을 취하며 전략을 세워야 하는 바, 각 회주들께서는 휴식을 취하되 언제라도 출동이 가능토록 준비하기 를 바랍니다" "잠깐! 군사께 질문이 있소이다" 이에 남궁하가 바라보니 그는 바로 남해패검 후궁예였다. 신주십출 의 일원으로 자타가 공인하는 1급고수, 하지만 그도 두랑에게 패한 후 상당히 기가 많이 죽어 있었다. 이에 남궁하는 언젠가 현무에게 일러 그의 기를 살려줄 수 있는 방도를 찾아봐야겠다고 마음먹으며 그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말씀하세요" "소관이 알기로는 그들에 비해 우리의 전력이 현저하게 약하오이다. 그렇다면 이런 평야지대에 숙영하는 것 보다 이 뒤의 협곡에 자리잡 는 것이 낫지 않소이까? 자연의 잇점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 록......" 이에 남궁하는 마치 그러한 질문이 나올 줄 알고 있었다는 듯 전혀 망설임이 없이 대답을 하였다. "후후, 좋은 말씀이예요. 하지만 후회주가 만일 적들을 이끌고 있다 면 우리가 진을 치고 있는 협곡을 향해 오겠어요? 당연히 장강변을 통해 사시로 곧바로 입성하던가 아니면 이를 우회하여 곧바로 무한 을 향한다던가 하겠지요. 지금 우리가 이곳에 숙영지를 형성한 것은 바로 이곳에서 싸운다는 것이 아니라 적들이 우회하지 않고 이곳을 향해 오도록 함이예요" "아! 그렇군요. 소관이 미처 그런 곳에까지는 생각이 미치지 못했습 니다. 그렇다면 군사께서는 어떤 전략으로 적들과 싸울 생각입니 까?" 후궁예는 남궁하의 논리정연한 대답에 수긍하였지만 못내 그녀의 전 략이 궁금했던 모양이였다. 사실 그도 나름대로 병법에는 일가견이 있다고 생각했던 사람이였던 까닭이다. 하지만 남궁하는 가볍게 웃으면서 고개를 살래살래 흔들고 있었다. "그건 아직 결정을 못했어요. 조금 더 적정을 탐지하고 주변지세도 관찰한 후 결정할 것입니다. 그리고 무릇 전략이란 가장 기밀이 유 지되어야 하는 분야! 내, 때가 되면 회주들께 알려 드릴테니 너무 조바심 내지 마시고 저를 믿고 기다리세요" 비록 웃으면서 이야기 했지만 남궁하의 태도는 단호했고, 은연중 상 대방으로 하여금 반발하지 못하게 만드는 기세까지 품어 나오고 있 었다. 이에 4대회주들은 더 이상 의혹을 갖지 못했으니.... 이밖에 현무는 몇가지 사항들을 더 주문한 후 그들을 돌아가게 하였 다. 번 호 : 8431 게시자 : 윤원중 (re5280 ) 등록일 : 1999-05-09 11:37 제 목 : [연재] 천부외경 72 "후후, 하매! 정말 아직 전략을 세우지 못한 것이요?" 그들이 돌아간 후 현무가 넌지시 물었다. 그러자 남궁하는 쌩끗 웃으며 대답하였다. "호호, 그들에게는 알려주지 않았지만 이미 전투가 하루앞으로 다가 왔는데 어찌 전략이 서지 않았겠어요. 저는 매복전을 염두에 두고 있어요" "매복전이라 함은....?" "바로 후회주가 이야기 했던 후면의 협곡을 이용하려 해요" 이에 현무는 강한 의혹을 나타냈다. 아까 그녀가 이야기 했듯이 적 들이 순수히 그곳으로 오겠느냐는 것이였다. 하지만 남궁하는 태연 했으니.... "바로 적들을 그리 오게끔 하는게 병법의 묘리 아니겠어요? 호호, 두고 보세요. 그들이 나의 매복에 걸리나 안걸리나...." 이렇게 이야기 하며 남궁하는 이미 시행에 들어간 자신의 매복계에 대하여 자세히 설명해 주기 시작했다. 현무와 남궁하는 이곳에 한나절 전에 도착을 하였고, 도착 직후 남 궁하는 잠시 어딜 다녀올데 있다 하면서 사라졌다 방금전에 나타났 었는데 그 시간들을 이용해 남궁하는 무언가 조치를 취했던 것이였 으니..... 현무는 그녀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새삼 그녀의 지모에 놀라움을 금 치 못했다. 그녀는 본래 이곳에 도착하기 전부터 매복계를 생각하고 있었으며 이곳에 도착 즉시 정보합의 50여명의 인원과 남궁외가의 일부 정보 원들을 동원해 소문을 퍼뜨리게 했으니.... 그 내용은 바로 상대로 하여금 이쪽을 가볍게 여길 수 있도록 하는 내용들이였다. 즉 천지객 현무란 인물은 무용만 앞세우는 용력하기 그지없는 자이 며, 아무 말도 듣지 않는 독불장군이라는 것! 따라서 그는 남궁하의 건의를 묵살하고 굳이 이곳 황원평에 진을 세 우려 하고 있다는 것! 또한 열혈위대는 수많은 군소방파들과 낭인무사들의 집합체로 행동 들이 제멋대로 이며, 거칠기 그지없어 통솔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거나 집마부의 위세에 겁을 먹어 벌써부터 이탈자가 속출하고 있다는 등 이였다. "하지만 저들에게도 지모가 있는 사람이 있을텐데 그리 쉽게 속을 까?" "그래서 내일쯤에는 일부로 거짓 투항자들을 몇십명 내 보낼까 해 요" "그렇다면 어떻게 저들을 협곡으로 유도할 건데...." "바로 내일 도착하는 4개방파의 무사들을 열혈위대로 위장시킨 후 적정한 시점에서 퇴각시키려 해요. 저들은 열혈위대가 우리의 주력 인줄 알고 있을 터 설혹 매복이 있더라도 별다른 위력이 없을 것으 로 생각하겠죠. 더욱이 파일령의 평소 성격으로 보아 주위의 만류가 있더라도 퇴각하는 열혈위대를 그대로 두고 보지는 못할 것이고......" "하하, 그렇군! 역시 하매는.......놀라운 여걸이야!" "후후, 저는 놀라운 여걸보다는 오빠의 사랑받는 여인이 더 되고 싶 은 걸요?" 남궁하가 생긋 웃으면서 교태를 부리듯 이렇게 이야기 하자 현무는 그만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남궁하를 껴안고 그녀의 볼에 입맞춤을 하고야 말았다. 후끈한 사내의 열기, 그리고 볼에 닿는 부드러운 감촉! 이에 남궁하는 그만 가슴이 두방망이 치며 얼굴을 붉히고 말았지만 내심 그가 자신의 입술에 입맞춤을 해 주지 않는 것이 섭섭했다. (치, 해 줄려면 입술에 해주지......! 후후, 하긴 오빠와 같은 쑥맥 이......) 다음날 날이 밝자 말자, 남궁하는 무엇을 하려는지 다시 사라져 버 렸고, 현무는 각 막사들을 돌며 대원들을 격려하여 주었다. 그리고 오시쯤 되어서 지원단이 당도하였는데, 현무는 그들을 반갑 게 맞아 들여 그 쪽의 분위기 등에 대하여 여러 가지 질문 등을 하 였다. 이러는 사이 때마침 세작들을 통해 집마부의 5000여 무사들이 마침 내 집현을 출발하여 이곳을 향하고 있다는 정보가 입수되었다. 그리고 황원평에 어둠이 깃들기 시작하자 다시 나타난 남궁하는 바 쁘게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우선 지원단의 무사중 반정도를 골라 열혈위대와 옷을 바꾸어 입게 하였고, 열혈위대는 협곡의 적정 지역을 골라 매복케 하였다. "적이 보인다고 해서 무조건 공격하지 말고, 화시(火矢)가 연속 3회 올라 오거든 그 때 비로소 공격하세요. 이는 곧 군령이니 추호도 어 김이 없도록 하시고...." 열혈위대의 대원들이 모두 은밀히 빠져 나간후 다시 남궁하는 지원 단의 수령들을 불러 모았다. 비록 적당히 싸우다가 군호에 따라 후 퇴할 것을 이야기 해 놓았지만 이미 빠져나간 1,300여명의 인원이 있기에 가급적 그들의 군세를 크게 보이고 피해규모를 줄이려는 계 책을 알려주기 위함이였다. "그대들은 군사 2명당 하나꼴로 볏집으로 허수아비들을 만들어 진영 후방에 세워 두도록 하세요. 물론 퇴각때에는 단드시 이들 허수아비 를 든 병사부터 퇴각시키시고요. 그리고 제가 가르켜 드린 진형에 따라 무사들을 배치한 후 횃불을 최대한 밝히세요!" 비록 여인에 불과했지만 그녀의 무명(武名)을 충분히 듣고 있었고, 또 그 옆에는 마치 신성처럼 등장해 제방파 젊은이들의 우상이 되어 버린 천지객 현무가 근엄한 표정으로 지키고 있어 각 방파의 수령들 은 시종 공손한 태도로 그녀의 지시를 받들었다. 이에 남궁하는 덧 붙여 공격, 퇴각 등 각종 군호에 대하여 자세히 설명한 후 이들을 돌려 보냈다. 자신들이 거느린 무사들 사이로 흩어진 수령들은 서둘러 남궁하의 지시를 시행하기 시작했다. 남궁하가 가르켜 준 진형은 바로 학익진을 변용시킨 것으로 군세를 크게 보이는 한편 중앙의 주력부대가 퇴각하면서 좌우측의 부대들은 자연스럽게 측면으로 퇴각하였다가 곧바로 적들의 후면을 공격할 수 있게끔 배치가 되어 있었다. "오빠가 선봉에 서야 한다는 사실 잘 아시죠?" "하하, 몰론이지 파일령도 내가 이곳의 수장인 줄 알테니....." "오빠만큼은 일단 전력을 다하여 우리들이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사 실을 보여주세요. 그러다 보면 아마 오빠는 고립무원으로 온통 적들 에 의해 에워싸일테니....바로 그 순간 비장한 목소리로 퇴각을 명하 시고....." "하하, 어느 명이라고 거역하리까?" "어? 자꾸 빈정대시기예요?" "하하하" "호호호" 부산한 무사들 사이로 두 남녀의 호탕한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드디어 해시무렵! 남궁하의 예측대로 집마부의 5,000여 무사들은 위풍당당하게 황원평 에 들어섰다. 그들은 집마부의 정예이였고, 또 이제껏 승승장구를 한 탓인지 거침 없이 황원평에 접어 들었고, 현무등이 도열하고 있는 전방100여장 을 앞두고 일단 대열을 멈추었다. 이윽고 그들의 중앙에서 하얀 백마를 탄 위맹하게 생긴 초로의 인물 이 앞으로 나왔다. "천지객 현무란 애숭이는 어디 있는가? 감히 나 파일령과 한판 붙을 용기가 있는가?" 이에 현무도 흑마를 탄 채 앞으로 나서며 커다란 목소리로 소리쳤 다. "하하, 어서오시오! 내 이미 기다린 지 오래외다. 그래 나에게 도전 하다니 우문황의꼴이 되고 싶은 거요?" "허허, 네놈이 암수를 써서 우문황을 베었다 하던데, 그야말로 기고 만장이군. 어서 썩 나오너라! 내 뜨거운 맛을 보여 주지!" 현무의 비아냥 대는 말투에 성질이 급한 파일령은 더 이상 참지 못 하고 홀로 말을 보아 나오고 있었다. 이에 현무도 마주 말을 몰아 나갔고, 이윽고 양측의 중앙부분에서 마주친 두 사람은 곧바로 무공을 겨루기 시작했다. 비록 그들은 말을 타고 나섰지만 이미 사소한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는지라 곧장 말등에서 벗어나 허공으로 도약하였고, 서로간 눈부 신 빛을 토해내며 공중전을 벌이기 시작했다. "너 이놈! 내 화령장의 뜨거움을 보여 주겠다. 불의 정기는 천하의 모든 만물을 태우노니....화극염화~!" 파일령의 거대한 손바닥에서는 그 뜨거운 열기를 증명하듯 짙은 황 색의 빛이 토해지며 열양장력이 현무를 향해 밀려들었다. "후후, 얼마든지.... 천하에 가장 강력한 수비장세가 있으니 이를 적 하장이라 하노라" 현무의 양수에서는 마치 저녁노을 처럼 붉그스레한 장력이 품어져 나와 이와 맞섰다. 파일령이 쏟아낸 황금빛의 화극염화, 그리고 현무의 장심에서 품어 져 나온 노을빛의 적하장, 마침내 이들 두줄기 장력은 허공에서 그 대로 격돌하며 눈부신 광휘를 토해내고 있었다. 그러나 막상 중인들의 예상과는 달리 충돌부분은 조용하기 그지 없 었으니 이는 적하장이 유(柔)자결을 기본으로 수비위주로 형성된 장 력인 관계로 비록 서로다른 성질의 기운과 격돌하였다 하더라도 이 를 밀어내고 반발하기 보다는 오히려 이를 흡수하여 해소시키는 성 질을 가진 탓이였다. 하지만 그 충격만은 거세게 몰아쳐 현무와 파 일령을 거의 십여장이나 날려 보냈으며 그 중심부분에서는 거대한 회오리바람이 형성되어 지상의 나뭇잎 뿐만아니라 나뭇가지며 자갈 들을 수십장 하늘로밀어 올렸으니 이들이 사용한 장력들의 위력을 가히 짐작케 하고 있었다. 이 한 번의 격돌로 두 사람은 모두 상대방이 결코 호락호학 하지 않 음을 깨달았으며 공격들도 최대한 신중해 졌다. 그러나 그 위력만은 더욱 막강해 졌다. "하하, 애숭이가 제법이군! 그렇다면 이것마저 받아 보거라! 화령장 제2식 지극염천이다" 그러자 파일령의 장심에서 이번에는 하얀 백색의 광채가 뿜어져 나 왔는데 미처 장세가 당도하기도 전에 현무로서는 그 열기를 느낄 정 도로 과연 인간의 장심에서 그와같은 뜨거운 기운이 나올 수 있는 것이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이크, 이번에는 적하장만으로는 안되겠는데...!) 첫 번째 격돌에서 이미 화기의 침입으로 손해를 본 바 있던 현무는 그보다 훨씬 강렬해 진듯한 그의 장세에 맞받을 생각을 포기했다. 대신 그는 창천보법으로 절묘하게 좌측으로 이동한후 그의 오른쪽 어깨를 향해 벼락같이 우수를 뿌려 대었다. "천공의 별들이 나의 손에서 뿌려지나니....은~하~낙~성~수~ !" 그러자 현무의 손 끝에서는 무수한 기운이 일어나 마치 유성처럼 파 일령의 우측 반신을 향해 밀려들었다. 이러한 현무의 생각은 과연 정확했다. 본래 이처럼 극강한 양강장력 은 극음의 장공이 아니면 필히 손해보기 마련이였고, 아무리 현무가 절세의 기연을 얻어 공력이 비정상적으로 높다 하더라도 오랜세월동 안 꾸준한 운공을 통해 정심하게 단련한 파일령에게는 아직 역부족 이였던 것이다. 더욱이 1차격돌에서 현무가 자신의 공세에 정면충돌을 하였기에 파 일령은 이번에도 그저 막연히 그가 정면으로 맞서리라는 생각한 듯 이와같은 눈부신 신법에 이은 역습에 무척 당황한 듯 하였으니, 몸 의 균형마저 흩틀이며 우선 이를 피하기에 급급하고만 있었다. 어찌 현무가 이와같은 좋은 기회를 놓일 것인가? "수유지간에 일백팔십번의 발길이라, 천하에 누가 있어 나의 퇴법을 막을 것인가? 수유간극퇴법~" "그 날카로움이 하늘을 가르나니 이를 일선지라 하노라!" 연이어 전개되는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의 빠른 발길질, 그리고 그와 거의 동시에 그의 십지에서 발출되는 비수같은 지풍! 특히 전후좌우 정신없이 가격하는 현무의 발길을 피하는데 급급해 하는 파일령의 바로 코앞에서전개되는 일선지는 그야말로 위력적일 수밖에 없었으니, 마도최고를 자랑하는 십마천주의 하나였던 파일령 도 마침내 서너개의 지풍에 격중당한 채 "으흑!"하는 급박한 신음소 리와 함께 십여장 밖으로 물러서고 말았다. 그러나 현무는 그를 더 이상 추격하지 않았으며 대신 그 자리에 우 뚝 선채 그를 향해 커다란 소리로 외쳤다. "하하하, 파일령! 나의 일선지 맛이 어떠한가? 정신없이 꽁무니를 빼 는 꼴이라니...! 어디, 그래도 큰 소리를 칠건가?" 이에 파일령의 얼굴은 그야말로 사색이 되어 버렸다. 오천명의 전 제자들이 보는 앞에서의 무참한 파탄! 사실 그는 현무의 일선지에 격중되었기는 하나 이미 수유간극퇴법에 전력을 기울이던 그가 상대의 주위를 분산시키기 위해 날린 지법인 지라 이에 실린 공력의 강도는 상당히 약했고, 더욱이 자신의 호신 진기에 막혀 대부분의 힘을 상실되었기에 실제로 그가 입은 타격은 거의 없었고 부상도 그저 가벼운 경상정도에 그쳤던 것이다. 따라서 그는 그저 약간만을 물러서도 될 일 이였으나 계속되는 현무 의 후속공격에 대해 기력을 조절하고 반격을 가할 시간을 벌기 위해 곧바로 십여장을 물러섰을 뿐인데 상대는 짐짓 아량이나 베푼것처럼 그 자리에 선채 마치 그의 패배처럼 몰아붙이고 있었던 것이다. "으으, 이 애숭이 놈이 아예 나를 가지고 노는 구나! 좋다! 어디 네 가 죽나 내가 죽나 한 번 해보자" 파일령은 노기가 극에 이른 듯 이를 바드득 갈며 현무를 향해 곧장 몸을 날리면서 손이 안 보일 정도로 무수한 장력을 갈겨댔다. 마치 네가 신법이 빠르면 얼마나 빠르겠냐 한 번 해보자 하는 것 같았다. (이크! 이 자가 단단히 화가 났군!) 자신의 전후좌우 사방에 온통 그의 열양장력 뿐으로 변해 버리자 현 무로서도 질릴 수밖에 없었다. 그야말로 한 마리의 물고기를 잡기 위해 무조건 막고 푼다는 비록 무식하지만 가장 확실한 방법이였던 것이다. 이러한 무식한 방법앞에서는 현무도 더 이상 신법을 전개해 이를 피 하려 할 수 없었다. 자칫하다 이들 무수한 장력중 하나에 격중당할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후후, 좋다 힘에는 힘이다" 이렇게 중얼거리며 현무는 전력을 다해 복마장을 내 갈겼다. 수비위 주의 적하장보다는 오히려 효과적일 거라는 생각에서 였다. "콰광!" 마침내 다시 장력대 장력이 격돌하고 중앙부분에서 격렬한 반발 기류가 발생해 이들 양인에게 되돌아 갔다. "으헉!" "흐윽!" 반발기류를 온 몸으로 받을 수밖에 없었던 양인은 급박한 신음소리 와 함께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섰다. 하지만 이번에는 오히려 파일령이 더 많은 손해를 볼 수밖에 없었으 니 수십번에 이르는 장력에 모조리 전력을 실을 수는 없었던 것이 다. 이에 비해 현무는 단 한차례의 장력으로 그들중 가장 정면으로 날아오던 하나의 장력만을 가격하였던 것이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 화령방의 무사들이 있는 곳으로부터 "와!"하는 커다란 함성소리와 함께 오천여의 인마(人馬)들이 일제히 공격을 감행하고 있었다. 화 령방의 간부들이 자신들의 방주가 아무래도 불리한 듯 싶었던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일제공격명령을 내린 것이였다. "저들은 오합지졸에 불과하다! 일제히 쓸어 버려라!" 거대한 황원평을 가득 메우는 듯한 거대한 함성소리, 말굽소리, 반쯤 찬 달빛 사이로 그들 오천여명의 무사들이 일제히 밀려오는 광 경은 마치 어두운 밤바다를 하얀 포말과 함께 거세게 몰아치는 거대 한 파도처럼 보였다. 이에 이를 지켜보고 있던 남궁하도 공력을 가득실은 낭랑한 목소리 로 명령을 내렸다. "우두머리가 저리 형편이 없는데, 그 밑의 졸개들이라해서 별 수 있 겠는가? 모두 공격하라!" 남궁하의 명령에 무맹측의 무사들도 "우!"하는 함성소리와 함께 마 주 나가기 시작하였다. 아직 장수들의 싸움은 계속되고 있는데 갑자기 시작된 전면전! 양측의 팔천여 무사들은 현무와 파일령이 대치하고 있는 부분에서부 터 그대로 혼전을 시작하니, 이들의 물결에 현무와 파일령도 휩싸일 수밖에 없었다. 이들을 응원하는 듯 양측후방에서 연신 들려오는 북소리, 피리소리, 뿔고동소리, 이와함께 고함소리, 비명소리등이 황원평 분지를 거대한 혼돈의 광장으로 만들고 있었다. 그러나 당초부터 상대가 되지 않는 싸움! 5천여명의 집마부 정예들을 열혈위대가 빠진 이천칠백여명의 허약한 무사들이 당해낼 수가 없었다. 초반, 무맹측의 무사들은 남궁하가 임 시방편으로 가르켜 주었던 학익진과 칠성진이 조화된 진법의 위력으 로 잠시 집마부 무사들의 걸음을 멈추게 했을 뿐 채 일각도 지나기 전 일방적으로 밀리기 시작하였던 것이다. "절대 밀리지 마라! 대열을 유지하고 칠성방위를 밟아라!" 이에 남궁하가 다급하게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한 번 밀리기 시작한 형세는 걷잡을 수 없었다. 이미 현무가 있던 위치는 온통 집마부의 무사들로 가득차 마치 죽은 벌레들을 향 해 까맣게 밀려드는 개미떼들 같은 형세로 변해 버린 듯 하였다. "이 놈들! 나, 천지객 현무의 무서움을 모르느냐?" 온통 집마부의 무사들에게 둘러쌓인채로 현무 혼자 고군분투하고 있 을뿐, 나머지 전선은 일방적인 공격과 일방적인 패퇴로 그 누가 보 던지 승패의 명암은 이미 갈린 지 오래였다. 이에 현무가 마침내 허공으로 이십여장을 솟구친 후 비장한 목소리 로 고함을 질렀다. "모두 퇴각하라! 퇴각하라!" 이러한 현무의 퇴각명령은 악전고투하며 버티고 있던 무맹의 무사들 에게는 그야말로 구원의 음성이였다. 마치 이 말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무맹측 무사들은 걸음아 날 살려라 하며 뒤를 향해 냅다 도 망을 치기 시작하였다. 번 호 : 8432 게시자 : 윤원중 (re5280 ) 등록일 : 1999-05-09 11:37 제 목 : [연재] 천부외경 73 물론 한참 기세가 오른 집마부의 무사들이 이를 두고 보고만 있지 않았다. 누구에서인지 "쫓아라!"하는 소리가 들려오고 그들은 도망가 는 자들을 쫓아가며 마음껏 공격하기 시작하였다. 순식간에 전선은 드넓기만 하던 황원평을 벗어나고, 어느덧 길은 서 서히 좁아지기 시작했다. "천주! 혹씨 함정이지 않을까요? 어거 너무 싱겁지 않습니까?" 어느새 파일령 옆으로 다가온 그의 참모들이 의혹의 눈빛을 하며 이 야기 하였다. 하지만 파일령은 고개를 크게 흔들며 도망가는 무맹의 군사들 가장 후미에서 추격병들을 저지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현무 를 가르켰다. "하하하, 함정을 파 놓은 자가 어찌 저렇게 추격을 결사적으로 저지 한다는 말인가? 내 이미 이러한 결과는 저들로부터 수없이 이탈자들 이 나올 때부터 알아봤다! 후후, 열혈위대라고...? 온갖 잡동사니들만 모인 저들이 어찌 우리들을 상대할 수 있다더냐! 무엇을 하느냐? 땅끝까지라도 추격하여 저들을 모조리 베어 버리라 군호를 내리지 않고...." "하지만 만약에....." 그러나 여전히 망설이는 참모들을 향해 파일령은 마치 서릿발처럼 차가운 목소리로 고함을 질렀다. "아니, 언제부터 내 명령에 그리 토를 달았던가? 당장 목을 베어야 만 군호를 내릴 것인가?" 그러자 그도 별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숙였다. "예, 알겠습니다" 천공에 파르스름한 불꽃을 내는 불화살이 떠 올랐다. 그러자 이제껏 혹씨나 하고 추격을 늦추던 집마부의 무사들이 일제 히 전력을 다해 무맹의 무사들을 추격하기 시작했다. 도망가는 자와 이를 추적하는 자! 이들은 모두 경공을 구사할 줄 아는 무사였들이였던 관계로 급격한 속도로 움직이고 있었다. 그러나 사실 이러한 사이에도 도망자들의 숫자는 서서히 줄어 들고 있었으니, 바로 야음을 틈타 길 옆의 숲속으로 무수히 숨어들고 있 었던 것이다. 더욱이 이들 가장 후미에서 결사적으로 추격을 저지하 던 현무역시 어느순간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한 번 내려진 명령, 게다가 추적을 막는 저항도 거의 없었으니 집마부의 무사들은 서서히 깊어져 가는 협곡의 길을 따라 마치 둑이 터진 거대한 물살 처럼 밀려들고 있었다. 한편 이 때 현무는 남궁하와 함께 협곡이 희미하게 내려다 보이는 중간부분의 절벽위에서 이들의 모습을 내려다 보고 있었다. "후후, 역시 하매는 대단해! 저들이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이 좁은 협곡으로 들어올 수 있게 만들다니....." "호호, 이 모든게 다 멍청한 파일령 덕분이죠! 만일 그가 조금더 신 중하고 머리도 잘 돌아가는 인물이였다면 꽤나 고생했을텐데......" 남궁하의 이야기는 비록 적장이 현명하다 할 지라도 단지 고생만 될 뿐 얼마든지 그들을 유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현무는 그녀의 이러한 자신감에 혀를 내둘를 수밖에 없었다. (허허, 자신감인지....과신인지.....) 하지만 그에게서 나온 이야기는 다른 이야기였다. "어때 이제는 매복을 풀어도 될 것 같은데......" 이에 남궁하는 신비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후후, 시기는 시지죠. 저들의 태반이 협곡에 접어들었으니......하지만 그 전에 오빠에게 보여줄 것이 있어요" 이러면서 그녀는 품속에서 조그마한 호각을 하나 꺼내 힘차게 불었 다. 그러자 "삐이익!" 하며 무척 날카로운 호각소리가 협곡안을 가득 메 우며 울려 퍼졌다. 아마 그녀는 이에 공력을 실었던 모양이였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 집마부 무사들로 가득찬 협곡안에서 "파파팍!" 하며 마치 땅가죽이 갈라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갑자기 땅 밑에서 무수한 철침들이 튕겨 나오는 것이였다. "으아악! 이게 뭐냐?" 전혀 예상하지 못한 가운데 갑자기 바로 발 밑에서 손가락만한 철침 들이 놀라운 속도로 튕겨져 나오자 곧바로 집마부 진영은 거대한 혼 란의 소용돌이에 빠져 들고 말았다. "으흑! 이럴 수가....?" "이크! 암기다! 모두들 피해라!" "그런데 도대체 어디서 암기가 날라오는 것인가?" 땅 속에 사람이 숨어 있는 것도 아닌데 바로 지척에서 무수한 암기 들이 쏟아져 나왔고 더욱이 깜깜한 협곡의 야음속이라 집마부 무사 들은 그저 속절없이 쓰러져 나갈 수밖에 없었다. "됬어요! 이제는 화시를 날리세요" 이러한 혼란을 지켜보고 있던 남궁하가 비로소 현무에게 이렇게 이 야기를 했고, 이에 현무는 미리 준비하고 있던 활과 화살을 꺼내 화 살 앞부분에 삼매진화로 불을 붙인 후 세 개의 화살을 동시에 하늘 을 향해 날렸다. 효시(嚆矢)라 하며 화살 가장 앞부분에 공기구멍이 있어 날카로운 바람소리를 동시에 내는 불화살 세 대! 이는 길 양편 바위 틈들 사이에 몸을 숨기고 있던 열혈위대 대원들 이나 갑작스런 암기세례에 우왕좌왕 하던 집마부 무사들에게나 동시 에 목격되었다. 하지만 집마부 무사들에게 있어서 이는 바로 그들을 황천길로 인도 하는 화살이였으니, 숨을 죽이며 기력을 모우고 있던 열혈위대의 젊은 무사들은 마치 계 곡을 모조리 허물어 버릴 듯한맹렬한 함성소리와 함께 화살이며 암 기며 표창등 수중에 지니고 있던 온갖 물건들을 몽땅 날리며 짓쳐 들고 있었던 것이다. 더욱이 이를 신호로 그동안 옆으로 빠져 그들의 후면에 재 집결하였 던 무맹의 무사들과 도망가기 여념없었던 전방의 무사들이 일제히 방향을 돌려 집마부 무사들을 공격하고 있었으니 그야말로 사면초가 의 형세였다. "겁을 먹지 마라! 모두들 정신을 차리고 싸워라!" 이에 상황이 다급함을 느낀 파일령 등 화령방의 간부들이 호통을 지 르며 무사들을 독려하였지만 이러한 상황에서 정신을 제대로 차릴 수 있는 무사들이 과연 몇이나 될까? 미처 병기한번 제대로 사용하 지 못해보고 쓰러진 자들이 부지기수였고, 이미 전의를 상실한 그들 은 탈출로도 없는 협곡안을 이리 뛰고 저리 뛰며 오히려 혼란만 가 중시키다 결국 일곱명 단위로 일정한 진형을 형성한 채 밀고 들어오 는 열혈위대의 대원들의 공격에 하나 둘 쓰러지기 시작하였다. "아! 이럴 수가?" 이를 지켜보고 있던 파일령은 그야말로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었다. 집마부의 중원제패에 선두를 서기로 작정하고 심혈을 기울여 키워 놓았던 무사들 아니였던가? 그런데 생각지도 않던 계략에 몰려 전멸 될 위기에 처해 있었으니....... "천주! 도저히 안되겠소이다. 어서 자리를 피하심이...." 주위에 무수히 밀려오는 무맹의 무사들을 필사적으로 저지하며 그의 휘하 무장들이 눈물로 피신할 것을 호소하였지만 지금 파일령에게는 그러한 소리들 마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바로 이러한 순간! 커다란 폭죽이 터지며 혐곡안이 순간적으로 밝아지고, 그 섬광속에 수십장 허공에서 홀연히 현무가 나타났다. 마치 사악한 어둠을 몰아 내는 천신과 같은 자태로...... 그리고 그의 입이 열리고 낭랑한 음성이 협곡안을 울렸다. "무맹의 무사들은 들으라! 자고로 전의를 상실한 무사들은 베지 않 는 법! 그들의 퇴로를 열어 주도록 하라!" 그러자 협곡의 후면쪽에서 이에 화답하여 동시에 외치는 우렁찬 소 리가 뒤를 이었다. "삼가 열혈대주의 명을 받듭니다" 그와 동시에 후면을 방어하고 있던 무맹의 무사들이 일제히 좌우측 으로 갈라지며, 전방과 좌우에서 집마부 무사들을 공격하던 사람들 도 일제히 공격을 멈추었다. 순간적으로 열린 삶의 길! 이에 집마부 무사들은 앞을 다투어 협곡안을 빠져 나가기 시작하였 으니,그 수는 미처 천여명도 되지 않았다. 비통한 심정으로 이를 바라보고 있던 화마천주 파일령! 그는 비감한 목소리로 현무를 향해 한마디를 하였다. "열혈대주라 했던가? 천지객 현무, 그대는 진정한 무사이다! 이제 나 파일령은 그대에게 완전히 패했음을 인정한다. 하지만 무사를 자부 하는 한 사람으로 언젠가는 다시 그대에게 도전할 지니 그 때는 진 정 후회없이 한 번 싸워 보겠노라!" 이에 현무는 그에게 포권의 예를 취하며 대답했다. "좋소이다. 파천주의 도전이라면 언제든지...응하리다. 잘 가시오!." 파일령의 퇴각과 함께 협곡안에 서 있는 사람들은 모두 무맹측 무사 들밖에 남지 않았다. 그리고 어느 순간 협곡안에는 거대한 함성소리 가 울려 나오기 시작하였다. "와! 승리다. 현무대협 만세!" "중원무림맹 만세!" "열혈위대 만세!" "호호, 역시 오빠는 인자하시군요" 함성소리를 가르며 현무에게 다가온 남궁하가 활짝 웃으며 말을 하 였다. 그러나 현무는 혐곡안을 가득메운 시체들을 가르키며 씁쓸하게 웃고 있었으니... "후후, 인자한게 그래 이처럼 무수한 시체들이요?" 이러한 현무의 허탈한 표정에 남궁하가 다가와 가만히 그의 손을 잡 아 주었다. "오빠의 마음은 잘 알아요. 하지만 어쩔 수 없잖아요. 어차피 역사란 피로 점철된 것일 수밖에 없는데....." 이러면서 남궁하는 문득 자신에게 전혀 이야기도 하지 않은 채 갑자 기 허공중에 신영을 띄우며 전의를 상실한 적들에게 퇴로를 열어주 라고 외치던 그의 늠름한 모습을 뇌리에 떠 올렸다. (이제야 알았어! 도대체 무엇이 나를 이 사람에게 그처럼 빠지도록 한 것인지..... 바로 이거였어....그 뜨거운 인간애와영웅의 기상....바로 이 것.) 이윽고 청룡회의 회주인 좌수쾌검 두랑이 그의 앞으로 다가왔다. 여 전히 무표정하고 딱딱한 모습이였다. "대주! 이번 전투에 대한 결과를 보고하고자 하오" "말씀하시오" "이번 전투로 인해 우리측은 사망이 221명, 부상이 482명 도함 703 명의 인명피해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중 열혈위대는 사망이 32명 중경상이 84명으로 비교적 경미한 편입니다. 이해 비해 집마부는 사 망이 3500여명 저들이 남기고 간 부상자가 400여명에 이릅니다. 한 마디로 대승입니다." "그렇다면 집마부측 부상자는 어떻게 처리하고 있소?" "일단 그들도 우리측 무사들과 같이 치료는 하고 있으나 대부분 중 상으로 살아나는 자는 극히 적을 것 같습니다" 이에 현무는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 어찌되었건 자신이 벌인 전투로 인해 수천명이 죽어버린 것이였다. 하지만 막상 전투를 수행하느라 피곤한 상태일 그들에게 이러한 내색을 할 수 없었다. 그저 따뜻하 게 그들의 노고를 치하하며 후속조치를 준비시켰다. "여하튼 수고가 많았소! 일단 두회주의 주관으로 각회별로 임무를 분담, 부상자 치료, 숙영지 재편, 사망자 처리 등의 조치를 취해 주시오. 또한 전령을 무한(武 漢)으로 보내 이곳의 상황을 알려주도록 하시오." "예, 명대로 시행하겠습니다" 두랑이 현무를 향해 고개를 숙여 예를 표한 후 물러갔다. 잠시후 현무는 병참을 담당하고 있는 위평우를 불렀다. "부르셨습니까? 대주!" 미천한 출신으로 신주십출중 2명이나 물리치고 일약 무맹의 열혈위 대 수장이 된 현무! 그는 이러한 사실 하나만으로 천삼백여 대원들 의 신망을 받고 있었는데 특히 이번 전투에서 전무후무한 대승까지 거두자 그야말로 그들의 우상이 되어 버렸다. 그래서 그런지 위평우 가 그를 대하는 태도는 지극히 공손하였을 뿐만아니라 두눈에 가득 존경의 염을 담고 있었다. 그러한 위평우에게 현무는 품속에서 전표한장을 꺼내 건네준후 의아 한 표정을 짓고 있는 그에게 말을 하였다. "사태가 수습된후 승전축하연회를 개최할 것이요. 이번 전투에서 흘 린 피에 대하여 몽땅 잊어버릴 수 있도록 성대한 잔치를 말이요. 준 비해 주시오. 그리고 남은 금액은 이번 전투에서 희생당한 사람들의 가족들에게 전달하시오. 그들이 평생을 살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위평우는 현무가 건네준 전표를 살펴보았다. 자그만치 십만냥이였다. 그 당시 열량정도면 한 가족이 한달을 먹고 살수 있을 정도였으니 십만냥하면 놀랄만한 금액이였다. 이에 위평우는 깜짝 놀라며 그 전 표를 다시 현무에게 내 밀었다. "대주! 아직 무맹의 지원금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이처럼 큰 거액은 필요없습니다. 그리고 희생자들에게는 별로로 무맹에서 위로금이 나 올 것입니다." 그러나 현무는 이를 받지 않은 채 고개를 저었다. "이번은 내가 열혈위대를 맡은 후 처음으로 거둔 승리요. 그러니 우 선 그걸로 사용하고, 무맹의 지원금은 별도로 비축해 두시오. 앞으로 도 쓸 곳이 많소!" 위평우는 계속 주춤거렸지만 이미 현무의 의지가 굳혀진 걸 알고, 결국 이를 품속에 갈무리 한후 물러갔다. 이를 지켜보고 있던 남궁하가 그의 곁으로 다가왔다. "이제 봤더니, 오빠는 참 부자군요. 십만냥이나 되는 거액을 아무렇 지 않게 내어 놓다니...." 그러자 현무는 빙그레 웃으면서 대답했다. "후후, 내가 부자가 아니라 그게 나의 전재산이라 할 수 있지! 과거 왕가의 후손이였던 한 분이 남겨놓으신 전표였는데 사실 강호낭인이 돈 쓸 일이 어디 있겠어?" 이에 남궁하는 새삼스러운 눈초리로 현무를 바라 보았다. 그저 담담히 이야기하는 그, 하지만 세상에 자신의 전 재산을 그저 종이쪽 내 던지듯 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그는 잘 안다고 싶을 때마다 항상 새로운 면모로 그녀를 깜짝 놀라 게 하는 재주를 가지고 있는 사람 같았다. "어? 하매 왜 그런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지? 마치 괴물을 보고 있는 듯 하지 않은가?" "그럼 자신의 전 재산을 아무렇지 않게 내 놓는 사람이 괴물이 아니 고 뭐예요? 난 또 오빠가 갑자기 무슨 갑부나 되어 버린 줄 알고 좋 아했는데.." "후후, 그럼 실망했나?" "호호, 비록 실망은 했지만 기분만은 좋으니 어떤 영문인지 모르겠 어요" "참, 하매! 그것보다 아까 매복을 발동시키기 전에 적들을 무수히 사 상한 암기의 정체는 도대체 무엇이지? 분명 우리 무사들이 던진 것 은 아니고... 만일 나라 해도 그 자리에 있었다면 피하기 어려울 정 도로 매섭던데....." 갑자기 생각난 듯한 현무의 질문에 남궁하는 신비로운 표정으로 소 매속에서 조그마한 원통같이 생긴 물건을 하나 꺼냈다. "이런 물건 보셨어요?" 현무는 남궁하에게 그 물건을 받아 이리저리 살펴 보았다. 그 물건 은 손바닥만한 크기의 쇠붙이로서 모양은 원통형을 형성하고 있었는 데, 그 안에 무엇이 들었는지 무겁기 그지 없었으나 완전 밀폐되어 있었다. 그리고 한 쪽 끝에는 원통내부로 연결된듯한 가느다란 끈 이 하나 매달려 있었고, 어디에 쓰는 건지 그 부근에는 넓직한 받침 이 형성되어 있었다. 현무는 한참을 더 살펴보았지만 아무것도 발견할 수 없었다. 그 물 건은 그로서는 처음보는 물건이였던 것이다. "그게 무엇인 것 같아요?" "글쎄, 사천당문의 기관암기발사기인 은하침통과 비슷하게 생겼지만 그것은 아니고, 무엇인지 잘 모르겠군. 단지 앞쪽의 철판이 다른 부 분에 비하여 현저하게 약하고, 이 줄과 받침이 무슨 작용을 하는 것 은 같지만...." 그러면서현무는 그 줄을 잡아당기는 시늉을 해 보였다. "어마, 안되요! 큰 일나요!" 그러자 남궁하가 황급히 현무를 제지하였다. 하지만 정작 현무는 태연히 웃고 있었으니... "후후, 역시 이 줄이 이 기계를 작동하는 것인 것 같군. 그런데 정작 그 줄을 잡아당기면 어떤 효과가 나타나지?" 이러한 현무의 태도에 남궁하는 자신이 속았다는 사실을 알고 그를 매섭게 흘겨 보았다. "참, 세상에...! 장난칠 것을 가지고 장난을 쳐야지...그게 어떤 것인 데...." 남궁하의 태도는 현무로 하여금 더욱 궁금증을 일어나게 만들었다. "그것이 도대체 무언데...그래?" "그렇게 궁금하면 그 줄을 한 번 잡아다녀보면 알게 아네요?" "바로 잡아다니면 큰 일 난다며.....?" "누가 그래서 바로 잡아 다니래요? 이리 줘봐요!" 그러더니 남궁하는 현무의 손에서 예의 그 물건을 다시 빼앗아 들더 니 한 서너걸음 앞으로 나간 후 그걸 아무도 없는 산쪽으로 향하게 한 후 앞부분만 남겨 놓고 땅에 묻었다. 그리고 이에 연결된 줄을 느려뜨려 그 끝을 현무의 손에 쥐어 주었다. "됬어요. 이제 잡아 다녀봐요!" 그러자 현무는 더 이상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그 줄을 힘차게 잡아 당겼다. 번 호 : 8433 게시자 : 윤원중 (re5280 ) 등록일 : 1999-05-09 11:38 제 목 : [연재] 천부외경 74 그런데 바로 그 순간! 서너걸음 앞에 묻혀있던 그 물건이 지지직거 리며 주위의 흙들을 날려 보낼정도로 요동을 하더니 마침내 펑하고 앞부분이 떨어져 나가더니 그 안에서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은 침들이 전면을 향해 놀라운 속도로 쏟아져 나오는 것이였다. "이크! 이게 뭐지?" 현무는 비록 그 물건에서 서너걸음 떨어져 있었고, 은침들은 앞부분 으로만 쏟아져 나갔지만 그래도 그 놀라운 위력에 깜짝 놀라 주춤 한걸음 물러섰다. 그러나 이러면서도 쏟아져 나간 은침들을 보고 그는 감탄을 금치 못 하였으니, 그야말로 순식간에 그 은침들은 삼사십장 멀리 떨어진 나 무며 잡목 등에 무수히 박혀 있었던 것이다. 과연 사람이라면 이를 피할 수 있을까 할 정도의 짧은 시간에....... "히야! 대단한데....도대체 이게 뭐야?" "후후, 제가 한 번 만들어 본 거예요! 이번과 같이 매복전이나 숫적 으로 절대적으로 불리한 전투에 사용하려고......이름은 폭뢰지통이라 해요!" "그렇다면 그 원리는?" "어찌보면 간단해요. 사실 당문의 은하침통은 용수철장치에 의해 암 기가 튀어 나오도록 고안되었는데...이 것은 철통안에 화약과 침들을 동시에 집어 놓은 후 줄을 당김과 동시에 폭발하도록 만든 거예요. 대신 다른쪽은 단단하게 만들어 화약폭발에도 전혀 손상이 없게끔 하고, 앞쪽만 비교적 약하게하여 그 압력이 동시에 앞으로 발산되도 록 한 거예요" 이러한 남궁하의 설명을 듣고 현무는 비로소 이해할 수 있었다. 그 러나 그 귀신같은 병법운용에 이어 이번에는 가공할 위력의 신무기 까지 만들어 내는 남궁하의 능력에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허허, 참! 아직까지 모든 사람들은 하매의 능력을 반, 아니 삼분의 일도 알 지 못하고 있구려....그러면서도 천혜옥인이라는 별호를 붙여 놓았으니....." 이에남궁하도 조금 쑥쓰러운 모양이였다. 이러는 사이에 동편하늘로부터 서서히 밝아 오기 시작하였다. 지난 밤 사이 그토록 처절한 전투가 있었건만 태양은 정확히 떠 오 르고 여전한 밝음으로 대지를 비쳐오기 시작한 것이다. 무맹의 무사들이 바삐 움직인 결과 장내의 상황은 어느정도 마무리 되었고, 다시 황원평에는 수백개의 군막이 설치되었다. 그리고 어느 새 황원평의 미명을 뚫고 술통이며 갖가지 음식들을 실은 마차들이 몰려오고 있었으니 위평우의 수완과 돈의 힘이 결합된 위력이였다. 그리고 잠시후 수천명이 동시에 즐기는 거대한 연회가 벌어졌다. 현 무가 주었던 돈의 액수가 많기도 했지만 대주의 의도를 짐작한 위평 우가 마침 개봉현내를 몽땅 돌아다니며 술과 음식을 쓸어 왔고, 기 루의 무희들까지 동원하였으니 얼마전까지만 해도 살벌한 전쟁터였던 황원평이 갑자기 환락의 대지 로 바뀌어 버린 것 같았다. 동료들의 죽음을 포함해 수천의 시신을 보았고, 온 몸에 인간의 피 로 목욕하듯이 하였던 열혈위대등 집마부 무사들은 갑자기 밀어닥친 술과 음식, 그리고 여자들을 보자 미칠 듯 기뻐하며 곳곳에서 술잔 치를 벌이기 시작했는데......한마디로 난장판이였다. "이거 너무 풀어 주는 것 아네요?" 이를 보고 있던 남궁하가 걱정스런 표정으로 말을 하였다. 하지만 현무는 이러한 광경이 오히려 마음에 드는 지 호탕하게 웃으 며 대답했다. "하하, 이럴 때는 화끈하게 풀어 주는 것이 좋아! 마음속에 쌓였던 분노, 두려움, 불만, 역겨움 등 모든 것을 마음껏 풀어 버리고 나면 이들은 더욱 일체가 될 것이며, 전투력 또한 극대화 될 것이요. 이에 남궁하도 현무의 이야기를 이해할 수가 있을 것 같았다. "그럼 어디 나하고 함께 한바퀴를 돌면서 우리도 한 번 광란의 파티 에 젖어 볼까?" "싫어요! 저는 주작회의 무리들과 어울리겠어요" 아무리 남궁하가 여장부이고 시원시원한 성격이지만 기녀들을 상대 로 온갖 짖궂은 장난을 다하는 거칠기만 한 사내들 사이에 끼여 함 께 어울리기는 곤란한 모양이였다. 다행이 열혈위대에는 주작회 라 는 주로 여인들로 구성된 부대가 있었으니 마침 남궁하는 이들을 찾 아가 그들과 어울리겠다는 것이다. "후후, 좋을 대로....." 현무는 이러한 남궁하의 마음을 짐작할 수 있었기에 흔쾌히 이를 승 낙하고 마침 가까이 있는 후궁예가 회주로 있는 백호회의 주석을 찾 아갔다. "하하하, 대주 어서오시오! 그리 않해도 술이라면 사양않는 대주라 소문이 났는데 어찌 지금까지 참고 계시나 했소이다" 무엇보다 그의 팬이 되어버린 후궁예가 제일 먼저 반기고 나섰다. "그래 후회주! 어떻소? 승전연회가....?" "하하, 제 생애 가장 맘에 드는 연회올시다. 듣자보니 대주께서 사재 를털어 사신 술이라면서요?" "허허, 벌써 그것까지 소문이 났소?" 바로 그 순간 술을 마시고 있던 삼백여 백호회 무사들이 요란한 박 수와 함께 한 소리로 외쳤다. "와! 대주를 환영합니다" 이에 현무는 손을 흔들어 그들의 환호에 답례를 했다. 그러자 그 순 간 좌중에서 한 무사가 벌떡 일어났다. "대주! 소인은 이 백호회에서 가장 말단 무사인 두칠이라 합니다. 하 지만 오늘같이 즐거운날 비록 말단무사라하여 어찌 대주께 술한잔 권하지 않으리까?" 그러자 무사들이 일제히 박수를 치며 이에 호응을 했다. 현무는 갑작스런 제의에 조금 의외인 듯 싶었으나 어찌 그가 이를 사양하리 "하하, 좋네! 두칠의 술이라면 이 백호회 무사 전체가 주는 술이라고 생각해도 되겠지! 그렇다면 아예 술통채 가져오게" 이러한 현무의 호쾌한 승낙에 다시 무사들이 와! 하고 박수를 쳤다. 그런데 정작 두칠은 대신 자신의 옆에 있던 한 기녀를 끌고 나왔다. "이미 대주께서 말술이라는 걸 잘 알고 있소이다. 그러니 오늘은 조 금 특별한 술로 대접해 드리고 싶습니다" 이렇게 이야기 한후 그는 옆의 기녀에게 큰 소리로 이야기 하였다. "내 오늘 우리 대주께 계곡주를 대접하고자 한다. 어서 준비하도록 하여라" 두칠의 갑작스런 이야기, 이에 영문을 모르고 그에게 끌려나왔던 기 녀도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계곡주라 함은 바로 여인의 가슴을 술 잔으로 삼아 마시는 술을 말하고 있음이 아닌가? 이에 현무도 황당해졌다. 사실 그도 계곡주란 말은 들어 봤지만 이 러한 광경을 본 적도 없었던 것이니.... 그러나 이러한 두칠의 제의에 대하여 무사들은 그야말로 황원평이 울릴정도로 커다란 환호성으로 환영했고, 계속하여 현무를 재촉했다. 이에 당황한 현무는 도움을 요청하는 듯한 눈빛으로 후궁예를 바라 보았지만 정작 후궁예는 한술 더 떴다. "여봐라! 무엇을 하느냐? 속히 남궁군사를 모셔오지 않고....군사께서 이 광경을 보지 못하면 아마 평생 후회하실게다" 이에 현무도 깜짝 놀랐다 "그것은 안되오. 내 이를 마시면 될 거 아니요?" 이들의 강요에 의해 할 수없이 마시라면 마시겠지만 도저히 이 광경 을 남궁하에게 보게 할 수는 없었던 모양이다. 이 때는 그 기녀도 앞섬을 풀고 있었는데, 처음에는 망설이는 듯 하였으나 무사들의 재촉이이만저만이 아니였 고, 더구나 그 대상이 자신도 익히 들어 보았던 젊은 영웅 천지객 현무인 바에야....비록 공개적인 장소라서 수치스럽긴 하나 여염집 규 수도 아니고 기녀인 그로서는 오히려 영광이라 생각할 수도 있었던 것이다. 드디어 기녀의 풍만한 가슴이 아침햇살아래 활짝 열렸고, 두칠은 그 가슴에 술을 넘치도록 부었다. 이에 그 기녀는 스스로 술이 흘러 내 리지 않도록 가슴을 잡은 채 어여쁜 목소리로 현무에게 말을 하였 다. "소녀가 비록 하찮은 기녀에 불과하지만 어찌 영웅에게 올리는 술을 사양하리오까? 소녀의 몸이 더럽다 여기시지 아니하면 어서 저의 계 곡주를 한잔 드시지요" 그러자 현무는 그녀를 바라 보았다. 비록 짙은 화장에 그리 예쁘다 고만 할 수 없는 여인이였지만 이 순간 그를 바라보는 눈동자만은 맑디 맑았다. "내 그대의 순수한 마음을 고맙게 여기며, 그럼 마시리다" 그러고 나서 현무는 그녀에게 다가가 그녀의 가슴에 입을 대고 소위 계곡주란 것을 단숨에 마셔 버렸다. 그러자 다시 한 번 터져 나오는 거대한 함성소리! 결국 현무는 이것을 계기로 청룡회, 등사회 등에서도 계곡주를 한잔 씩 마실 수밖에 없었고, 이로 인해 마지막으로 찾아간 주작회에서는 대신 한바탕 곤욕을 치룰 수밖에 없었다. 특히 이곳에서는 남궁하까지 한 편이 되어 현무를 몰아붙이기 시작 하였으니 마침내 현무는 이백여명에 이르는 소녀무사들에게 일일이 한잔씩 권하고 벌주로 이들의 잔을 모두 받아 마실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가 아무리 공력이 이갑자 반이 되는 고수라 할 지라도 그 렇게 술을 마셔댔으니 어찌 무사할 수가 있겠는가? 결국 그는 마지 막 소녀의 술잔을 반정도 흘려가면서 마시더니 그대로 그녀의 품에 쓰러지고 말았다. 갑자기 그의 몸을 안게 된 그녀! 그녀는 자신이 사모했던대주의 몸을 안게 되자 가슴이 두근거리고 얼굴이 빨개 졌 지만, 걱정도 되는 지라 얼른 남궁하의 눈치를 살폈다. 이에 남궁하 는 그야말로 얼처구니 없다는 표정이였다. 아무리 무사들이 강권한 다 하더라도 계곡주를 마신 것도 문제이지만 그렇다고 또 이백여명 의 술을 모조리 받다니...... 그녀는 또다시 현무의 새로운 면모를 발견하는 순간이였다. 물론 과 거와는 다르게 황당하기 그지 없던 발견이였지만...... 그러나 이러한 사건들은 그야말로 열혈위대를 하나로 똘똘 뭉치게 하는 계기가 되었음은 물론이다. 한편, 그시간! 무맹의 임시 지부가 마련된 무창에서는 청년영웅단주 신궁 화영이 주재하는 임시회의가 한참 열리고 있었으니 이는 북궁휘의 정천위대 와 무유의 무적위대에서 시급한 지원요청이 들어왔기 때문이였다. 물론 이러한 상황을 위하여 철갑위대가 준비되어 있었지만 양쪽을 동시지원하기 위해서는 역부족이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아직 열혈위 대의 승전소식을 모르는 지라 그에도 대비하여야 했으니.... "열혈위대의 상황을 알아보라고 보낸 전령은 어떻게 되었나? 왜 아 직 소식이 없단 말인가?" 마침내 너무 답답한 사정에 화영도 역정을 내고야 말았다. "그게 아직 도착할 시간이 되지 않아서......" "허허 답답한 지고......당초에 청년영웅단만을 가지고는 집마부의 3개 천을 막기에 역부족이라 누누이 역설했건만....." 바로 그 때 무사 한명이 급히 들어와 열혈위대의 전령이 도착했다고 보고 하였다. 그러자 화영의 안색은 긴장으로 굳어졌다. 막상 그 쪽의 상황이 궁 금하기 그지 없었지만 자신이 보낸 전령이 소식을 전하기 전에 그 쪽에서 먼저 전령을 보내 왔으니 행여 그 쪽마저 원병요청이지 않나 하는 염려가 들었던 것이다. 그러나 막상 전령이 가져온 서신을 읽은 화영은 통쾌하게 웃고야 말 았다. "하하하, 역시 현대주는 멋있는 친구야! 그래, 긁어 모은 인원 으로 집마부 화마천의 정예 5000명을 상대로 대승을 거두다니....." 한참을 통쾌하게 웃고난 화영은 수하무사를 시켜 다시 현무에게 전 령을 보내도록 하였다. 이제까지 들어온 정천위대와 무적위대의 전황과 현재 그들의 위치 등을 설명한 후 무적위대를 지원하도록 하는 내용의....... 그리고 정천위대에 대해서는 자신이 직접 철갑위대를 데리고 출정하 기로 하였다. 오후의 따가운 햇살아래 지금 황원평에는 해괴한 풍경이 연출되고 있었다. 지난 밤, 밤새도록 전개된 전투로 인해 수천명의 시신들이 묻힌 이 곳! 하지만 지금 이곳은 완전히 만취되어 여기저기 제멋대로 쓰러져 누 운 사람들로 가득차 있었던 것이다. 그럴 수밖에, 전투를 준비하랴, 실제로 전투를 수행하랴, 심신이 모두 지친 이들에 게 어마어마한 양의 술을 풀어 놓았던 것이니.... 취하지 않고 어찌 베기리오? "아무리 단합도 좋고, 무사들의 사기도 좋지만 꼭 이래야만 하나?" 제멋대로 쓰러져 뒹굴고, 일부는 오물까지 토해내는 모양들을 보고 남궁하가 이렇게 중얼거렸다. "호호, 사내들은 지극히 단순하데요. 그러니 이러한 방법이 또한 가 장 효율적일 지도 모르죠!" 옆에 서 있던 주작회의 합장 중의 하나인 이수묘화 지설란이 그녀의 말을 받았다. "하긴 술을 주니 좋아하긴 하던데.....그래도 이렇게 하다간 기강이 흩틀어 지는 것이 아닐까? 최하위 말단무사가 대주에게 계곡주인 지...그 희안한 술을 강요하지 않나....?" "그 다음이 바로 군사의 역할 아녜요? 자칫 흩틀어 질 가능성이 있 는 가능성이 있는 기강을 바로 세우는 것이...." "후후, 결국 나에게 악역을 맡으란 이야기야?" "비록 대원들에게는 악역이 될 지 모르지만....대주께는 도움이 되는 일이죠! 군사께서 좋아하시는......" 그러자 남궁하는 기이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 보았다. "그대의 눈에도 내가 대주를 좋아하는 것으로 보이는가?" "어찌 그걸 모르겠어요. 후후, 사실 주작회의 무사들 중 대주를 마음 속에 두지 않는 여인은 하나도 없을 거예요. 바로 군사라는 넘지못 할 장벽이 가로막고 있어 스스로 자제할 뿐....." "그가 어찌 그렇게 인기가 좋다는 말인가...." "대주는 기이하게 사람의 마음을 감동시키는 그 무언가가 있는 것 같아요. 오늘 새벽 전투 종결을 선언하던 그 늠름한 태도하며, 이번 승전연회에서 가장 하급무사들과 꺼리낌없이 어울리는 것 들 처럼 요...." 그 때 경계를 보고 있던 대원 하나가 웬 무사를 한명 데리고 남궁하 의 곁으로 다가왔다. "화영단주로부터 전령이 도착했습니다" "전령이라면 조금 전 왔다 갔지 않는가? 우리측 전황을 파악하러 왔 다며" "이번에는 별도로 화단주의 명을 받들어 왔다고 합니다" 이에 남궁하는 전령으로부터 화영이 보낸 서신을 받아 읽어 보았다. "무슨 내용이나요?" 서신을 다 읽고난 후 남궁하가 약간은 심각한 표정으로 무언가 생각 에 잠겨 있자 지설란이 궁금함을 참지 못하는 듯 물어 왔다. "아마, 정천위대나 무적위대의 상황은 무척 곤란한모양이야. 그래서 우리더러 산동성쪽으로 이동하여 무적위대를 지원하라는 거야..." 이에 지설란도 심각해 졌다. 사실 대원들이 모두 술이 취해 골아 떨 어져 있지를 않은가? "별수없지! 몽땅 깨워야지.... 지합장은 속히 무사들을 깨우고, 4대회주들을 대주의 막사로 부르세 요" 이에 남궁하의 명을 이행하기 위해 지설란이 물러가고, 남궁하는 한 참동안을 더 무언가 생각하다 서서히 현무의 막사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잠시후 현무의 막사에서는 긴급회의가 벌어졌다. 물론 참석자들은 남궁하만 제외하고 모두들 술이 덜 깨 몽롱한 상태 였다. 하지만 남궁하는 이러한 것들을 상관하지 않고 그저 일사천리로 회 의를 진행했다. "그러니까 무맹측 지원군들은 모두 무한으로 돌려보내고, 열혈위대 는 전 대원이 지금즉시 출발해야 한다는 말이요?" "당연하지요. 우리가 늦게 도착하면 할수록 무적위대의 희생도 늘어 날 테고, 만약 그들이 무적위대의 저지망을 뚫고 무한에 진입한다면 더욱 곤란해 질테니 말이예요" "좋소! 그렇다면 군사의 말대로 하는 수밖에..... 각 회주들은 들으시오. 목표는 진평진이며, 출발시각은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일각후, 행렬은 내가 직접 인솔하겠소! 그리고 남궁군사는 지금즉시 정보합 대원중 동원가능한 인원과 주작 회의 일부 인원을 데리고 출발하여 일단 무대주를 만나 적정을 탐지 해 주시오!" 술이 덜 깬 듯 몽롱한 상태로 있는 줄만 알았던 현무는 일단 결심을 하자 단호하게 지시를 내렸으며, 이에 따라 남궁하를 비롯한 4대회 주들이 그의 명을 이행하기 위하여 급하게 나갔다. 갑자기 비상이 걸린 열혈위대! 그들의 대부분은 갑자기 깨우는 것에 대해 투덜거리며 일어났지만 자신들이 존경해 마지 않던 대주가 직접 독려를 하고 다니자 감히 더 이상 게으름을 피우지 못하고 신속히 무기 등을 들고 집합하기 시작하였다. "지금 우리들의 동료인 무적위대 대원들이 위기에 빠졌다. 우리가 단 일각이라도 빨리 가면 그 만큼 동료들의 희생이 줄어 들 터, 군 막은 병참합 대원들이 철거하기로 하고 지금 바로 출발을 하겠다. 목표는 진평진! 출발순서는 청룡, 백호, 주작, 등사 순이다." 현무의 명과 함께 병참합과 부상자들을 제외한 일천여명의 열혈위대 대원들은 일제히 출발을 하였다. 최초의 격전지 황원평의 기울어가 는 햇살을 뒤로 하고...... 번 호 : 8434 게시자 : 윤원중 (re5280 ) 등록일 : 1999-05-09 11:39 제 목 : [연재] 천부외경 75 한편 이시간, 진평진에서 진세를 형성하고 집마부의 토마천(土魔天)의 4천여 무사 들과 대치하고 있는 무유의 정천위대는 그야말로 고전하고 있었다. 물론 당초에는 무유도 한 번 싸워볼만 하다고 생각했었다. 비록 그 들이 4천여명이였지만 자신들도 일천여명의 무적위대에 무한현내 무 맹지부와 백도 제파들로부터 2천여명의 인원을 지원 받았던 터라 3 천여명에 달하고 있었기 때문이였다. 하지만 이러한 무유의 생각은 전투 초기 벌써부터 깨어지기 시작했 으니, 2천여명에 달하는 지원인력의 실력이 형편없었을 뿐만아니라 마치 모래알처럼 제멋대로였기 때문에 무적위대가 본대를 형성하고 지원인력으로 하여금 좌우측으로 나누 어 협공을 계획했던 무유의 전술이 전혀 파고들지 못했던 것이다. 비록 무적위대는 눈부신 무위와 투혼으로 역시 집마부측의 본대와 능히자웅을 겨뤄볼 수 있었으나, 좌우측이 무너지고 이에 오히려 삼면에서 협공을 받는 형세가 되어 버렸으니 도저히 견디지 못할 지 경에 이르자, 마침내 무유는 퇴각과 함께 현재 저항하고 있는 고지대(高地帶)로 이동하여 수비에만 치중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하여 집마부측도 이들을 쉽사리 함락시킬 수만은 없 었으니 무유측이 고지대를 선점하여 전술상 이점을 안고 있었을 뿐 만아니라 무위가 뛰어난 무적위대 대원들을 중심으로 백팔나한진과 대칠성진과 같은 구파일방의 비전 진식으로 버티고 있었기 때문이였 다. 이에 지상종은 그들을 일거에 섬멸하려는 전술을 지구전으로 바꾸었 다. 즉 그들을 포위한 채 산발적이나 지속적인 공격으로 괴롭힘으로 써 전력의 쇄잔을 노린 것이다. 그렇게 되면 공격하는 측은 주도권 을 쥐고 교대로 공격함으로써 휴식과 병행이 가능하나 수비하는 측 은 언제 적들의 공격이 시작될 지 알 수 없었기 때문에 마음대로 쉴 수가 없게 되는 것이다. 물론 무유도 이러한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에 높은 곳에 망루를 설 치하여 적정을 세밀히 관찰하여 적들의 공격이 없을 때는 무사들로 하여금 쉴수 있게 하였다. 하지만 이를 간파한 지상종은 허수아비와 말 뒤에 나뭇가지 등을 달 아매 수차례 허위공격으로 무맹측이 쉴 수 있는 여유를 주지 않았으 며, 자신을 비롯하여 수십 명 단위의 소규모 부대로 하여금 무맹측 진지부근을 돌아다니며 그들을 겁쟁이라고 비웃으며 욕하며 다니는 등 심리전을 병행하고 있었다. 이에 무유는 휘하 대원들을 쉬게도 못하면서도 끊임없이 이들을 위무해야만 했으니, 그야말로 죽을 지 경이였다. "하하하, 소림의 애숭이 무유는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느냐? 진법속 에 웅크리고 만 있지 말고 어서 나와 한바탕 싸워보자!" 또다시 집마부의 토마천주인 수라보의 보주 지상종이 무유의 심기를 긁기위해 나타났다. 이에 무유는 당장 뛰쳐나가 그와 통쾌하게 한번 싸워보고 싶은 마음 은 굴뚝같았지만 그렇게 되면 곧바로 그의 술책에 말리게 되는지라 그저 끙!하며 참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이러는 사이 해는 어느새 서산으로 넘어가고 있었다. (허허, 철갑위대는 어찌 되었단 말인가? 벌써 지원요청을 한지 오래 되었건만....) 이런 생각을 하며 무유는 자기측 진영을 살펴보았다. 만 하루 반을 시달린 대원들의 얼굴에는 피로한 기색이 역력했고, 여기저기 부상마저 입어 그야말로 말이 아니였다. 그런데다 자신이 열심히 위무했음에도 불구하고 사기는 완전 바닥이였고, 이제는 군 량마저 바닥이 나 버린 상태였다. (필히 오늘밤 저들이 야음을 틈타 대대적인 공격을 해 올것이 뻔한 데...과연 이 밤을 무사히 버틸 수 있을련지....휴우!) 무유의 입에서는 자신도 모르게 한숨이 터져 나왔다. 바로 그 때, 그의 뒷편에서 가벼운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후후, 무적위대의 대주께서 한숨이라....결코 어울리지 않는 군요" 갑자기 들려오는 여인의 목소리, 무유는 깜짝놀라 뒤를 돌아 보았다. 순간, 짙은 저녁노을을 타고 눈에 들어오는 그림처럼 아름다운 여 인! 무유의 표정은 갑자기 활짝 펴졌다. "아니, 이거 남궁소저가 아니요? 어떻게 이렇게 갑자기...." "호호, 갑자기가 아니고 철갑위대 대신 지원나온 거예요. 정천위대 마저 고전중이라...." "그렇다면 열혈위대는...?" "다행이 우리는 승리할 수 있었어요. 지형적인 잇점 때문에......" "그게 정말이요?" 이에 무유는 깜짝 놀랐다. 당초 이번 출정시 적세를 판단한 결과 자 신들은 물론이고 3대위대가 모두 고전하게 될 것으로 짐작했었다. 집마부의 십마천은 아직자신들의 전력으로 상대하기에는 역부족이 라 생각했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중 정천위대가 상대하게 되는 수마 천(水魔天)이 가장 강대했고, 그 다음은 열혈위대가 상대해야하는 화 마천(火魔天)이, 그리고 자신들이 상대하는 토마천(土魔天)은 상대적 으로 가장 약한 전력이라 그래도 다행으로 생각했었던 것이다. 하지만 막상 부딪쳐 보니 그들의 전력은 예상외로 강했고, 무유는 비록 고전중이였지만 은근히 북궁휘나 현무가 걱정되었던 터였다. 따라서 정천위대가 고전중이라는 남궁하의 이야기는 예상대로 였지 만 설마 열혈위대가 그처럼 쉽게 승리했다는 이야기에는 쉽게 믿어 지지 않았던 것이다. 이에 남궁하는 자신들이 화마천과 파일령을 맞아 어떻게 승리하게 되었는가를 간략하게 이야기 해 주었다. 그러자 비로소 무유는 파안 대소를 하며 그들의 승리를 축하해 주었다. "하하하, 모처럼 묵은 체중이 쑥 내려가는군. 역시 현아우와 남궁소 저는 환상의 조(組)야! 그 성질급한 파일령이 패배를 자인하고 물러 가는 모습을 보았어야 하는데.....정말 아깝군!" 자신은 고전하고 있는데, 다른 측은 대승을 거두었다니 보통사람들 이라면 당연히 질투가 날텐데...정작 무유는 그런 내색이 전혀 없이 마냥 즐거워 하고 있었으니, 이를 보고있던 남궁하도 내심 그의 사 내다움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그래, 그럼 지금 현아우와 열혈위대가 우리를 지원하기 위해 오고 있다는 말이요?" "아마, 지금쯤은 한 삼십여리 정도로 접근하고 있을 것이예요" "그렇다면 좌우협공으로 이들을 동시에 쓸어 버립시다!" "후후, 무대주께서 그동안 속을 많이 끓었는가 보죠? 하지만 병법의 요체는 아군의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승리하는 것 아니예요?" "그럼...?" "이제 막 도착하였는 지라 아직은 어떻게 해야할 지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우리측 탐색요원들을 풀어 놓았으니....머지않아 좋은 방법이 떠 오르리라 생각해요. 그러니 무대주께서도 간략하게나마 저에게 상황설명을 해 주세요!" 그러자 무유는 남궁하에게 적의 군세와 사기, 지형 등 관련 상황을 남궁하에게 설명해 주었다. 이에 남궁하는 몇가지 의문스러운 상황 들을 더 물어본 후 마침내 무유에게 작별을 고했다. "그렇다면 저는 일단 조금 더 살펴본후 오빠하고도 상의하고 다시 오겠어요. 단, 비록 사기가 떨어졌다고는 하지만 아직 열혈위대의 지 원 사실을 알리지 마세요. 혹 적들에게 들어갈 염려가 있으니까요" "하하, 알았소이다" 무유의 진영에서 나온 남궁하는 높은 곳에 올라 적의 진형등 사항을 살피려 했지만 이미 밤이 되어 버려 포기하고, 대신 정보합 대원들 을 몇 사람 만나본 뒤 곧바로 현무를 찾아갔다. 그녀의 예상처럼 현무는 진평진으로부터 삼십여리 떨어진 곳에서 급 히 이동하고 있는 중이였다. "그래 좀 어떻소? 무적위대는 아직 무사하오?" "지상종이 머리를 쓰고 있어 아직까지는 커다란 피해는 없는 상황이 예요" "허허, 좀 쉽게 이야기 하시오!" 이에 남궁하는 자신이 보고 들었던 상황에 대해 이야기 해 주었다. "그렇다면 잘 되었군. 굳이 전략을 쓸 것도 없이 그대로 밀어버리지! 무적위대와 열혈위대라면...그들 정도야..." 그러자 남궁하는 그를 향해 곱게 눈을 흘겼다. "참, 남자들이란 모두 똑같애! 머리는 쓰지 못하고 행동만 앞세우려 하는 것이....." 결코 싫지만은 않는 남궁하의 질책에 현무는 그저 머리만 긁적거렸 다. "그럼 무슨 좋은 생각이라도....?" "지금 상황은 이래요! 무적위대는 고지대에 진을 형성하고 수비에 치중하고 있으며, 적들 은 이들을 완전히 포위한 채 산발적인 공격으로 우리측을 괴롭히고 있고요. 더욱이 이러한 점에 시점이 야밤인 점을 감안하여..... 소매는 위장지계(僞裝之計)와 기습전술(奇襲戰術)을 병행해 볼까 해 요. 즉, 야음을 틈타 적들을 일부 제압하여 그들로 위장을 하는 것이지 요. 더욱이 그들은 무적위대를 완전포위하고 있을 뿐만아니라 여러 개의 공격부대가 서로 마구 교차되고 있어 도저히 이를 짐작하지 못 할 것이예요. 그리하여 결정적인 순간 이들이 적의 내부를 교란하고 양측의 무단 이 이를 협공하는 것이지요. 그리고 그와 동시에 오빠와 저, 그리고 무공이 고강한 자 들이 주축 이 되는 기습부대로 적의 지휘부를 급습하는 거예요. 그렇다면 그리 않해도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지휘통제마저 차단된다면 적들은 그야 말로 지리멸멸을 면치 못할 것 아니겠어요?" 묵묵히 남궁하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현무가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후후, 역시 하매는 중원최고의 재녀 다워...!" 사실 현무가 그대로 밀어버리자는 것은 남궁하의 입장을 배려한 것 이였다. 아무리 절세적인 재녀라 할 지라도 그 짧은 시간에 뚜렷한 계책을 세우기는 힘들 것이고, 그렇다면 아예 그녀에게서 말이 나오 기 전에 먼저 이야기 함으로써 그녀의 난처한 입장을 해소해 주려했 음이엿던 것이다. 그런데 정작 남궁하는 이러한 현무의 마음에도 불구하고, 절묘한 계 책을 다시 만들어 냈던 것이니...... 이에 현무는 곧바로 남궁하의 계책을 이행하기 시작했다. 모두들 말에 천 등을 감싸 행군을 최대한 은밀하게하여 양측의 접경 지대로 조심스럽게 이동시키고, 그 사이 4대회주 등 무공이 고강한 자들로 하여금 적들의 일부를 제압하고 그들로 위장하게 하였다. 그 리고 대원들 중 가장 날쌔고 용맹한 자들과 가장 좋은 말들을 골라 기습부대를 편성하였다. 이 사이 남궁하는 다시 무유에게 찾아가 이와같은 사실을 알리고, 적들의 대대적인 공세가 막 시작되려는 시기, 오십여장 높이에 불 화살을 쏘아올리고 적들을 교란시킬 테니....그 순간을 이용해 좌우협 공을 가할 준비를 하라고 이야기 했다. 과연 남궁하의 생각은 들어 맞았다. 적들의 일부를 제압하고 이들로 변장하는 과정에서 일부 마찰이 있었지만 깜깜한 야밤이였고, 공격 대 등이 상호 교차되는 등 혼란과 설마 사기도 잃고 포위당한 적들 에게서 공격이 가능할 것인가 하는 방심에서 모든 위장지계들이 성 공적으로 이행이 되었다. 그리고 마침내 지상종이 이끄는 4천여 토마천 무사들이 조심스럽게 무맹측 방어진을 향해 접근하기 시작하였다. 물론 이들을 향해 좌우측과 전방에서 대기하고 있던 열혈위대와 무 적위대도 만반의 준비를 갖춘채 공격의 신호만 기다리고 있었고...... "음, 적들은 지금 어떤가?" 집마부 무사들 중앙에 자리잡은 지휘부에서 지상종이 휘하 부장에게 묻는 말이였다. "예, 천주! 정확히 알 수는 없사오나 무척 조용한 것이 아마 대부분 지쳐 잠이 들지 않았나 합니다" "후후, 그렇다면 좋고....설혹 그렇지 않고 그들이 대비하고 있다 하 더라도 이젠 필요없다. 그대로 짓밟아 버릴테니........ 공격시간은 앞으로 정확히 일각 후, 진격의 북소리와 함께 일제히 공격할 수 있도록 준비를 철저히 하도록하여라" "예, 알겠습니다. 천주!" 그러나 부장이 막 지상종의 명을 이행하기 위해 돌아서는 순간, 그 는 하늘 높이 솟아 오르는 찬란한 불화살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아니, 저건....?" 그런데 미처 그가 채 놀라기 전에 진중 여기저기에서 마구 비명소리 와 고함소리들이 들려오는 것이였다. "으악! 네가?" "아아악!" "네 놈들은 도대체 누구냐? 무맹의 첩자냐?" "하하하, 바로 네 놈이 무맹의 첩자이구나! 어디 이 칼을 받아 보아 라!" 이에 지상종이 화들짝 놀라며 뛰쳐 나왔다. 그러나 바로 이순간 좌우와 전방에서 마치 지축이 흔들리는 듯한 함 성소리와 함께 수많은 무사들이 새까맣게 밀려들고 있었다. "큰 일났다. 기습이다! 그런데 좌우측의 무사들은 어디서 갑자기 나 타났다는 말인가? 이봐, 부장!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나?" 허나 급히 부장을 찾는 지상종의 눈에 그를 단 일검에 베어버리고 자신을 향해 눈부신 속도로 날아오는 두명의 남녀가 눈에 띠었다. "아니, 저자들은....?" 그러나 이미 그들은 마치 포위라도 하듯 자신의 좌우에 내려서고 있 었다. "너희들은 누구냐!" "후후, 우리들 말이요? 혹씨 열혈위대라고 들어 보았소?" "뭐라고? 열혈위대라고.....그들은 파천주가 맡기로 했는데....그렇다면 네놈이...." "하하, 내가 바로 천지객 현무요. 그대들의 지옥사자!" 이에 지상종은 황당하기 그지 없었다. 자신의 진영 한가운데에서 전혀 예상치 못한 열혈위대주에게 자신이 포위되다니..... 하지만 그는 마냥 놀라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지금 이순간 자신의 진영은 내부적인 혼란에 갑작스런 적들의 기습으로 어쩔줄 모르며 우왕좌왕 하고 있었던 것이다. 지상종은 허공을 향해 비상을 하였다. 아마 허공에 비상한 채 휘하 무사들에게 경각심을 불러 일으키려 하려는 모양이였다. 그러나 그 를 호시탐탐 지켜보던 현무와 남궁하가 어찌 그의 행동을 보고만 있 겠는가? "하하, 어딜 가려 하시오! 그전에 나의 검을 받으시오. 검은 하늘에서 검기가 번쩍이니....현 천 삼 검~~" "호호, 여기도 있어요. 폭풍의 강력한 기세로 몰아친다 폭풍마참!" 바로 천하 십대고수중 하나인 금마천주 우문황을 황천으로 보냈던 현무와 남궁하의 합공이 아닌가? 어찌 지상종이 이를 무시하고 허공으로 비상할 수 있으리.... 그저 막강한 양인의 공세에 허겁지겁 뒤로 물러서기에 급급했다. 이를 보고 있던 토마천의 간부들과 휘하 무장들이 황급히 지상종 주 위로 몰려 들었다. 그러나 바로 그 순간 "여기도 있다!" 커다란 고함소리와 함께 어느새 수십명의 기마대가 그들을 덥쳐오는 바람에 그들은 부득불 이들을 상대할 수밖에 없었다. 깜깜한 밤의 대 혼란! 집마부 무사들은 그야말로 정신이 없었다. 사방에서 노호를 지르며 달려드는 적의 공세에다가 자기 편으로만 알고 있던 사람들이 경황 과 방심의 허를 찌르며 어지럽게 칼을 휘두르고 있었으니 그저 이리 몰리고 저리 몰리며 칼을 휘두르기 보다는 어떻해든 사람 들로부터 떨어지려고만 하고 있었다. 그런데 정작 이러한 상황들을 수습하고 반격을 명령해야할 지휘부는 현무와 남궁하가 이끄는 기습조에 의해 곤욕만을 치르고 있었던 것 이였다. 이러한 상황에 처하게 되자 그들이 아무리 집마부의 정예인 십마천 의 소속무사들이라 하더라도 별 수 없었다. 평상시 같으면 어림도 없을 백도계의 지원무사들이 휘두르는 그저 가벼운 검날에도 혼비백 산 하다가 목숨을 잃기 일쑤였다. 그러나 이 때 지휘부의 전투에서는 변화의 조짐이 일어나고 있었다. 비록 기습에 당황하긴 했지만 토마천인 수라보의 간부들의 무위는 열혈위대 대원들이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였고, 이들의 일부는 기습 조의 저지를 뿌리치고 지상종을 도와주기 시작하는 것이였다. 그러자 남궁하가 현무를 향해 전음을 날렸다. '오빠! 이제 됬어요. 우리들의 목적은 충분히 달성되었고, 이미 집마 부의 진영은 혼란에 극이 달하고 있어 이들이 아무리 소리쳐도 소용 이 없을 지경이예요. 그러니 이만 철수하죠!' '후후, 그래 알았어!' 이에 현무는 기습조에게 사방으로 흩어져 열혈위대와 합세하라는 명 령을 내리고 자신역시 남궁하의 손을 잡고 혼란의 극을 향해 달리는 집마부의 진중으로 몸을 날렸다. 현무와 남궁하의 사슬에서 풀려난 지상종은 이리 뛰며, 저리 뛰며 집마부의 무사들을 독려하였지만 남궁하의 예측처럼 이미 대세는 열 혈위대와 무적위대의 연합팀 쪽으로 완전히기울었던 터라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이에 결국 지상종은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모두 퇴각하라! 퇴각하란 말이다......" 그러자 지상종의 그러한 명령을 기다렸다는 듯 집마부 무사들은 마 치 썰물처럼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동안 무던히도 그들에게 시달려 왔던 무적위대의 대원들과 백도제파의 지원인력들은 그들을 쉽게 보내주지 않았다. 악착같이 그들을 쫓아가 추살하였고, 도망가는 그들의 등을 향해 무수한 화살 을 날렸다. "하하, 어딜.....? 올 때 마음대로 왔다고...갈 때도 너희들 마음대로 퇴각할 수 있을 줄 아는가?" 하지만 황원평에서 이미 현무의 명령을 들은 바 있던 열혈위대 대원 들은 그저 고함이나 지르며 쫓겨가는 그들을 비웃어 주었을 뿐이였 다. 번 호 : 8439 게시자 : 윤원중 (re5280 ) 등록일 : 1999-05-10 09:13 제 목 : [연재] 천부외경 76 그러는 사이 진평진의 벌판에도 서서히 미명이 찾아들고 있었다. 비록 밤사이에는 보이지 않아 잘 알 수 없었지만 새벽의 미명으로 드러나는 참혹한 광경! 보이는 이 모두 처참한 시체들이고....땅에 가득 고여 흘러 나오는 게 온통 피였다. 이러한 광경을 보고 있던 현무의 입에서는 자신도 모르게 탄식이 터 져 나오고 있었다. 지하음풍 동지래 (地下陰風 動地來) 진평살광 처연심 (鎭平殺景 凄然心) 시신개시 수작의 (屍身皆是 須謀作) 일출평원 비원혼 (日出平原 飛怨魂) 지하에서 불어오는 음습한 바람에 지축이 흔들리고... 진평진의 처참한 광경이 마음을 쓸쓸하게 한다.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시신들은 누구의 작품인가 평원에 해는 뜨나 억울한 혼들만 분분히 날고 있다 남궁하가 다가와 현무의 손을 가만히 잡아 주었다. 현명한 여인! 그녀는 어느새 현무의 쓸쓸한 마음을 알아차리고 그를 위로하고 있 는 것이다. 무적위대와 백도지원 무사들이 수천명에 달하는 시체들과 부상자들 을 수습하고 전과를 파악하고 있는 동안 현무는 지원대였으며 연이어 격전을 치룬 열혈위대 대원들을 휴식하 게 하였다. "모두들 정말 고생 많았소! 잠시라도 좀 쉬시오" 그때 무유가 다가왔다. "아우! 수고 했네! 지난번 만장애에 이어 두 번째로 이 무유를 구해 주었구먼......" "후후, 형도 새삼스럽게 그런 말을 다하고....." "하긴 그렇군! 우리 사이에 그저 마음으로 느끼면 될 것이야" 이렇게 이야기 하면서 무유는 지니고 있던 조그마한 가죽부대를 현 무에게 건네 주었다. 현무가 의아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하하, 술일세! 아마 목이 무척 탈 것 같은데....." 이에 현무는 말없이 가죽부대를 받아 꿀꺽꿀꺽 몇모금 마시고 다시 무유에게 건네주었다. "그나저나 정천위대는 별일이 없겠지?" "글쎄, 별일이야 있겠소이까? 정천위대와 철갑위대가 협력했는데 누 가 감히 상대한단 말이요?" "물론 나도 그러리라 믿네! 하지만 황석산은 결코 호락호락한 인물 이 아닐세! 그는 비록 사천당문과 싸움에서 호되게 당하고 한팔까지 잃었지만 바로 후두평과함께 마도계 2대 두뇌라 평가를 받을 만큼 무예뿐만아니라 지모까지 뛰어난 인물인데다....이번에 그들에게는 특 수하게 조련된 무사단이 참여하고 있다고 하였으니........" 이에 남궁하가 끼여들었다. "그 이야기는 저도 들었어요. 무슨 연환합력대라고 하던가..?" 무심코 남궁하의 이야기를 듣던 현무가 깜짝 놀라며 소리쳤다. "아니, 뭐라고? 연환합력대라고...?" 현무의 뇌리속으로 집체만한 바위돌을 날려버리던 연환합력대의 무 시무시한 위력이 떠올랐던 것이다. 물론 당시 사천당문에는 진천뢰 라는 무서운 화기가 있어 이들을 물리칠 수 있었지만....지금 그들에 게는 그와같은 화기가 있을 턱이 없었다. 이와같은 갑작스런 현무의 반응에 무유나 남궁하도 같이 놀랬다. 천 하태평인 현무가 저 정도로 놀랄 정도였다면 무언가 심상치 않았기 때문이다. "아니, 연환합력대라는 이야기에 왜 그리 놀라나? 아우가 이를 아 나?" 그러나 현무는 무유의 물음에 대답할 생각도 않은 채 황급히 무유를 잡아 일으켰다. "큰일이요! 어서 일어나시오. 빨리 갑시다" "아니 밑도 끝도 없이 어디를 가자는 말인가?" "어디긴 어디요? 정천위대와 철갑위대를 구원하기 위해 가자는 이야 기지요" 무유는 얼처구니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충분히 승리할 것이라고 가 장 느긋하던 그 아니였던가? 이에 현무는 마음이 급한 와중에서도 자신이 당문에서 겪었던 그 연 환합력대의 놀라운 위력에 대해 설명을하여 주었다. 그러자 무유와 남궁하도 비로소 안색이 심각해 졌다. 현무의 이야기가 사실이라면 진정 무시무시한 일이였기 때문이였다. 50명에 이르는 공력이 합하여 질 수 있다면 못해도 수십갑자의 공력 인데... 과연 그러한 위력앞에 무사할 수 있을 사람이 누구인가? 그 들은 여태껏 이들을 걱정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여유가 있었던 것이 북궁휘나 화영의 개인적 무위와 함께 그 어떤 장애라도 뚫어 버리는 철갑위대의 위력을 믿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고수거나 철갑위대라 할 지라도 수십갑자의 공력 앞 에서는 그야말로 무용지물이 될 것이 분명하였기 때문이였다. "이건 분명 보통문제가 아니군! 좋네 그렇다면 지금 당장 달려가세... 그들을 대처할 방법은 가면서 세우기로 하고....." 상황이 급박함을 느낀 이들은 곧바로 양측대원들을 소집하였다. 그리고 이들중 부상을 입지 않고 용맹한 자들만을 일천여명 골라 황 급히 그들이 대치하고 있다는 숙주(宿州)쪽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하매! 과연 그들을 어떻게 상대해야 하지?" "글쎄요, 여하튼 그와 같은 놀라운 위력을 가지고 있다면 결코 정면 대결해서는 안될 것 같아요" "그렇다면...?" "은밀히 그들 배후로 가서 화공(火攻)을 할 수만 있다면 좋겠는데.... 현지 여건이 어쩐지 몰라서..... 화공이 여의치 않으면, 희생을 각오하고 기습(奇襲)하는 수 밖에 없 죠. 날랜 자들로 십여개의 별동대를 조직하여 연환합력대의 허리를 뚫는 방법 말이죠. 하지만 그렇게 되면 별동대들이 거의 희생당할 각오를 해야 해요. 그들 50명의 합체공력이 일제히 이들에게 품어져 나올테니....." 이에 현무는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었다. "휴우! 화공이 될 수 있었으면 좋으련만..... 과연 그들은 어떻게 해서 그와같은 일을 가능하게 만들었지?" "그 것은 결코 단기간에 이루워질 수 없는 것이예요. 무공을 모르는 상태에서 아예 처음부터 그와같은 격체공만을 익히지 않는 이상......" "그렇다면 집마부는 오래전부터 무맹과 싸움을 준비했다는 말인가?" "그건 알 수 없지요"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하면서도 그들은 최대한 빨리 말을 몰았다. 거의 이틀동안 혈전을 벌였던 무적위대나 열혈위대 대원들은 이미 피로한 기색들이 연연했지만 결코 그들의 입장을 고려할 상황이 아 니였던 것이다. 그러나 이들의 우려와는 달리 그들이 숙주에 도착해서 보니..... 이미 상황은 끝나버린 상태였다. 황원평이나 진평진과 마찬가지로 무수히 널려있는 무사들의 시체... 하지만 무맹측 무사들의 태도와 표정에서 현무는 이들이 승리했음을 알 수 있었다. 화영과 북궁휘가 그들을 맞으러 나왔다. "진평진의 전투는 어떻게 되었나?" 이에 무유가 그에게 포권을 하며 대답했다. "다행이 열혈위대의 도움으로 승리로 이끌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곳은.....?" "이곳도 승리를 하였네!" 그러나 이렇게 이야기 하는 화영의 얼굴에는 씁쓸한 표정이 서려 있 었다. 이러한 화영의 표정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가는 마치 폭격을 맞은 것처럼 진영(陣營) 대부분이 파괴되었고....여기저기 뒹구는 철갑마와 철갑위대들의 시체들로 보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비록 승리를 하긴 했지만 그야말로 고전을 했다는 것을 말해 주고 있었던 것이다. 이 때 현무가 앞으로 나서며 입을 열었다. "비록 고전하신 것을 짐작이 가나 사실 이곳의 승리는 황원평이나 진평진 못지 않게 눈부신 승리라 생각됩니다" 그러자 북궁휘가 눈빛을빛내며 반문하였다. "그렇게 생각하는 특별한 이유라도 있소?" "바로 집마부의 연환합력대의 위력을 알 기 때문이요!" 이에 북궁휘는 조금 놀라는 듯한 눈빛이였다. "현대주께서는 그들의 존재를 알고 있었소이까?" "알다뿐이겠소? 직접 경험해 보기까지 했는데....." "아니? 어디서....어떻게...?" 이에 현무는 아차 하는 생각이 들었다. 굳이 비밀이라 할 것은 없었 지만 사천당문의 일은 남궁하나 무유를 제외하고는 당옥상이 처리한 것으로 되어 있었기 때문이였다. 그러나 일단 말이 나왔으니 대답을 않할 수 없는 입장 "사천당문에서도 그들이 출현한 바 있었습니다. 본래 당문의 당옥상 은 소림하원 입문동기라 우연히 그들을 도와준 적이 있었는데....." 그러자 북궁휘가 불만섞인 목소리로 끼여들었다. "그들의 존재를 알았다면 왜 우리에게 알려주지 않았소?" 현무가 그를 바라보았다. 그의 몰골 역시 형편없기는 마찬가지였으나 그래도 그는 별다른 부 상을 입지 않은 듯 했다. 이에 현무는 그에게 반론을 제기하려 하다가 그만 고전을 한 그들의 군세를 보고 그저 허허 웃고 말았다. (이 시점에서 이러한 이야기가 무슨 소용이 되겠는가?) 이윽고 군막을 철수하고....사상자들을 수습한 후 무맹으로 귀환하는 과정에서 현무는 화영으로부터 그들이 어떻게 싸웠으며....어떻게 이 기게 되었는가에 대하여 자세히 들을 수 있었다. 그의 말에 의하면 철갑위대의 구원으로 전세를 유리하게 이끌 무렵! 바로 그 공포의 연환합력대가 등장했다는 것이다. 격체공력으로 50여명의 공력이 하나가 된 무지막지한 공세.... 그 앞에는 철갑위대건....진법이건 그야말로 무용지용이 될 수 밖에 없었고...전세는 급격히 기울 기 시작했다. 결국 상당한 피해를 본 후... 마지막으로 화영과 북궁휘가 각기 20여명씩의 결사대를 이끌고 연환 합력대의 허리를 공격하게 되었는데....비록 그 과정에서 대부분의 결 사대원들이 합체된 그들로부터 나오는 반탄력에 희생되고 말았지만 그들의 합체가 깨지는 그 순간, 화영과 북궁휘의 놀라운 무위가 발 휘되며 그들을 무력화 시킬 수 있었다는 것이다. 특히 그 과정에서 보인 북궁휘의 무위는 놀라울 정도였는데.... 십대고수중 하나이자 무맹을 대표하는 고수인자신이 그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휴우! 이젠 나도 은퇴할 때가 된 것 같아....!" 물론 이제 30대중반인 화영이 그런 말을 하는 것은 그저 순간적 감 상에 불과하겠지만....그 이면에는 명색이 단주였고 무엇보다 자존심 이 강하던 그가 이번 싸움에서 느꼈던 좌절감이 얼마나 컸는 지 능 히 짐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러한 화영의 말을 듣고 현무는 새삼 북궁휘의 존재가 새롭게느껴 졌다. 물론 그 전에도 그의 무공수준이 의외로 깊을 것이라 생각했었지만.. 기껏해야 자신보다 반단계 정도 위로만 판단했었다. 하지만 화영의 이야기로나 정작 그러한 과정에서도 아무런 부상도 입지 않는 그의 상태를 짐작컨데....그의 무공수준은 최소한 자신보다 일갑자 정도는 더 깊은 것으로 짐작되었던 것이다. '으음, 역시 강호최고의 후기지수란 것이 허명이 아니야!' 이 때 남궁하가 그의 옆으로 다가오면 말을 하였다. "무엇을 그리 심각한 표정으로 중얼거리고 있어요?" 이에 현무는 생끗 웃으면서 딴 전을 피웠다. "후후, 아무 것도 아니요" 이러는 사이에 그들은 어느새 합비의 무림맹 앞에 이를 수 있었고... 수많은 무사들의 환영을 받으며 기세당당하게 개선을 하였다. "두회주! 일단 대원들을 본부로 인솔한 후 충분한 휴식을 주기 바라 오. 난 경과보고회의에 참삭한 후 돌아갈 것이니...." "알겠습니다. 대주!" 돌아오는 길에 현무는 청룡회주인 두랑에게 대원들을 인솔케하여 여 산 본부로 보냈다. 그 때 남궁하가 손에 자그마한 책자를 들고 들어왔다. "이것은 무엇이요?" 현무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이번 이번 황원평과 진평진에서의 전투에 대한 보고서예요. 어차피 보고는 해야할테니 말예요" 이에 현무는 남궁하가 건네준 책자를 들추어 보았다. 그곳에는 준비 상황에서부터 전술운영, 피해사항 등 이번 전투의 모든 것이 생생하 게 기록되어 있었다. 남궁하가 이번에도 모든 것을 잘 알아서 준비 해 주었던 것이다. 아닌게 아니라 잠시후 보고회의에 참석하라는 전갈이 왔다. 보고회의는 화기애애한 분위기속에서 진행되었다. 그럴 수밖에.... 당초 모두들 고전하리라 예상했는데, 의외로 집마부의 신무기까지 노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대승을 거두었으니 그 과정에서 나타난 전 사자들이나 일부 전력손실은 전혀 고려될 수 없었던 것이다. 특히 이번 전투의 결과 현무와 북궁휘의 활약이 돋보였다. 현무는 최소한의 피해로 가장 큰 승리를 거두었을 뿐만아니라 무적 위대를 구원해 다시 승리한 공적이 눈에 부실 지경이였고.... 북궁휘는 고전하는 가운데에서도 적의 신무기라 할 수 있을 연환합 력대를 상대로 고군분투 눈부신 활약을 보였다는 사실이 어느새 파 다하게 알려져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데에는 분명 문제가 있었다. 아무리 북궁휘의 개인적 활약이 돋보였다 할 지라도 그건 어디까지 나 개인이였고....이러한 집단전투에서는 오히려 개인보다는 집단을 가장 효율적으로 움직이고 전략을 잘 활용하여 승리하는 것이 우선 되는 것이기에 사실 북궁휘의 공적은 현무가 올린 공적에 비할 바가 못되었던 것이다. 이에 무유나 화영, 남궁용수 등 그러한 이치를 깨닫고 있던 사람들 도 그저 좌중의 분위기에 휩쓸려 별다른 이의제기를 하지 못했고... 현무 역시 공허한 명리에는 별 관심이 없어 그냥 지나쳐 버리고 말 았다. 그런데 의외의 일은 회의 말미에서 화영이 청년영웅단주 직을 사임 한다고 선언해 버린 일이였다. "비록 승리는 했지만 이번 전투에 희생된 사람은 자그만치 일천여명 에 이르오. 이는 모두 지휘관의 능력이 부족한 탓, 그래서 소관은 청년영웅단주직을 사임하고자 하오! 그 후임으로는 이번 전투에서 가장 놀라운 전과를 올린 천지객 현무 대주도 좋고 정천위대의 북궁대주도 좋소! 모두들 나보다 뛰어난 사 람들이오" 이에 모든 사람들이 나서 이를 말렸지만 화영은 고집을 굽히지 않고 자리를 떠나 버렸다. "당분간은 부족한 무공과 병법서를 공부하려 하오. 청컨데 나의 사 임을 수락해 주길 바라며....후일 무맹을 위해 봉사할 다른 기회가 있 겠지요" 예상치 못했던 청년영웅단의 승리와 갑작스런 화영의 사임으로 인해 무맹안이 술렁거렸다. 저마다 현무와 북궁휘의 무위를 칭찬하기 바빴고....후임 단주가 누가 될 것인가에 대한 추측들로 의견이 분분했다. 그러나 이러는 과정에서 청성과 아미는 대패하여 근거지를 집마부에 내어 주고 각각 겨우 백여명씩의 생존자만 남아 무맹무사들의 차가 운 눈길 속에 무맹에 합류한 사실은 별로 화제거리가 되지 못했다. "허허, 참 세상 인심이란 비정하오..... 청성과 아미는 당연히 패배할 수밖에 없는 전투를 했고....그래도 나 름대로 눈부신 투혼을 발휘하며 싸웠는데도 불구하고 정작 이들을 그대로 방치해서는 안될 책임이 있었던 무맹집행부로부터 냉대만 받 고 있으니....." 전투에서 승리하였지만 어쩐지 씁쓸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던 현무 가 무유와 함께 술을 나누며 하는 말이였다. "후후, 말을 해서 무엇하겠는가? 그저 입만 아프지.....! 그래 맹주는 아직까지 칩거를 풀지 않았다 던가?" "아니요. 오늘 아침에 드디어 의사청에 나타났습니다. 그래도 맹주는 맹주더군요. 나타나기가 무섭게 곧바로 전 백도에 총동원령을 내렸 고....이들을 바탕으로 청년영웅단과는 별도로 오로무단(五路武團)을 조직하여 집마부를 쓸어 버리겠다는 복안을 발표했습니다" "그렇다면 청년 영웅단주는 누구로....?" "그건 오후에 핵심간부 회의를 열어 최종 결정하기로 하였고요...." 무유가 들고 있던 술을 입안에 털어 넣은 후 말을 하였다. "혹 아우가 단주가 되지 못하더라도 너무 섭섭하게 생각말게!" 이에 현무는 씽긋 웃었다. "생각도 않고 있습니다. 당연히 북궁휘의 차지가 되겠지요" "후후, 자네가 부럽군. 결코 얽매이지 않고 모든 것을 대범하게 무시 해버리는......." "하하, 형님답지 않게 왜 이러시오!" 그러나 무유는 그저 씁쓸하게 웃을 뿐이였다. 그도 이번 전투에서 상당히 많은 것을 느낀 것 같았다. 번 호 : 8440 게시자 : 윤원중 (re5280 ) 등록일 : 1999-05-10 09:13 제 목 : [연재] 천부외경 77 오후에 개최된 핵심간부회의 결과는 현무와 무유의 예상을 벗어나지 않았다. 화영의 사퇴로 인한 후임 단주에는 신품공자 북궁휘가 임명이 되었 고....이번 전투에서 가장 타격이 컸던 철갑위대는 정천위대로 흡수되 어 그 후임대주로는 제갈청운이 맡게 되었다. 그리고 가장 큰 전공을 올렸던 열혈위대에게는 십만량이란 거금이 포상금으로 지금되었고 현무에게는 별도로 무혈검(無血劍)이라는 한 자루의 명검과 약 반갑자의 공력을 증진시킬 수 있는 금환단(金丸 丹)이라는 영약이 지급되었다. 집마부와 무맹간의 전투는 잠시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었다. 물론 이미 양자간은 물과 기름과 같이 변해버려 지속적으로 국지적 인 분쟁은 계속되고 있었지만....적어도 양측의 주력부대간의 전투는 서로가 자제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었다. 하지만 무림에 적을 두고 있는 강호인들중 이러한 소강상태가 계속 되리라고 믿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이러는 와중에 합비의 무림맹에는 하루가 다르게 수많은 무인들이 모여들고 있었 다. 바로 무맹주인 북궁소의 동원령에 의해 중원각지에 흩어져 있던 백도계 제파들에서 보내오는 무사들이였다. 이리하여 모여든 무사는 총 4만여명, 북궁소는 이들에다 청년영웅단을 제외한 기존 무맹의 무사 1만여명 을 합하여 오로(五路)에 이르는 대규모 무단(武團)을 조직하였다. 여기에는 바로 무맹주인 신주제일검 북궁소가 직접 오로무단의 총 단주가 되고, 신기산통 제갈후상을 총군사로 삼았으며 원로들을 배격한 채 정광일패 용천비, 신궁 화영, 풍뢰도객 갈천휘, 무적권왕 언지황, 냉면무상 이청천 등 패기만만한 중진인사들을 무 단주로 발탁하여 각각 일만여명의 무단을 지휘할 수 있는 전권을 부 여하였다. 그렇게 되자 그동안 화제를 주도하였던 청년영웅단은 어느 틈엔가 한쪽으로 밀려가 버리고..... 대신 오로무단의 막강한 위세와 무단주들이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되 었으며.... 무맹안은 유래없이 요란하고 복잡한 분위기에 휩싸이게 되었다. 하지만 이러는 와중에서도 지극히 평온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곳 이 있었으니..... 이는 바로 천평산에 자리잡은 열혈위대의 본부였다. 모처럼 한가로운 시간이 되자 현무는 그 동안 실전경험을 통해 느꼈 던 자신의 무공에 대한 미비점 등을 보완하고....한단계 높은 무공습 득을 위해 폐관수련에 들어 갔으며.... 남궁하는 나름대로 열혈위대의 훈련과 남궁외가에 대한 관리 등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벌써 현무가 폐관에 든 지도 이십여일 정도가 흘러 갔다. 그 사이 무유, 유선, 북궁지 등이 찾아 왔었으나....폐관수련중이라는 남궁하의 말에 모두들 하릴없이되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후후, 아우가 대단히 작심한 모양이군! 어때 조금 진척이 있는 듯 하오?" 그러던 차에 다시 찾아온 무유가 남궁하에게 묻는 말이였다. "글쎄요. 저도 만나지 못하니 알 수가 있어야지요. 하지만 시중을 드 는 아난에 의하면 초기에는 표정이 무척이나 밝아 보였는데..... 요즘 들어서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채... 하루종일 가부좌를 틀고 앉아 멍하니 벽만을 바라보고 있다고 하더 군요. 벌써 3일째 아무런 음식도 먹지 않고요......" 대답을 하는 남궁하의 표정에는 현무에 대한 걱정으로 가득했다. "하하, 그건 오히려 좋은 현상 같은데....남궁소저의 표정은 왜 그리 어둡소? 내 소저가 아우를 얼마나 생각하는지 잘 알고 있지만 너무 걱정 마시오. 지금 아우의 무공수준이라면 사흘이 아니라 열흘을 굶 어도 꺼덕없을 것이요. 더군다나 지금 그에게 있어서는 무공수련이 아니라 깨달음이 중요할 터...." 이에 남궁하는 한숨을 내쉬며 대답하였다. "그건 소녀도 잘 알고 있어요. 하지만 정작 제가 걱정하는 것은 혹 그러다가 주화입마라도 빠지지 않을 까 하는 점이예요. 그 동안 잘 하던 식사까지 거를 정도라면 필경 중대한 고비에 처해 있을 터..... 도와 드리고 싶지만 그럴 수도 없으니......" 무유는 현무를 생각하는 남궁하의 깊은 마음에 다시한번 감탄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녀 뿐만아니라 세상에 그 누구도 지금 현무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단지 그 스스로 모든 것을 극복하고 깨닫는 수밖에...... 그들의 걱정처럼 이 때 현무는 하나의 중요한 고비를 겪고 있었다. 당초 그 자신이 과거에 배우고 익혔던 무공들을 하나 하나 떠 올리 면서 실전경험과 비교해 보던 현무의 뇌리에 문득 소림 무학동에서 발견했던 헤능선사의 수수께끼같은 글귀가 떠 올랐고 그 심오한 뜻을 풀어 보려하니....극심한 심력이 소모되고 있었던 것 이다. 알 듯 알 듯 하면서도 풀리지 않는 글귀들.... 결국 이러한 것들이 모두 깨달음이요, 마음의 요체란 것은 짐작할 수 있었으나 과연 그것을 어떻게 무학에 접목시키느냐 하는 것이 문 제였다. [일체유심조(一切有心造)라! 모든 것은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니.....마 음이 일면 뜻이 일고, 마음이 변하면 모든 것이 변하노라! 인간은 곧 소우주라, 본래부터 대자연(大自然)과 교감의 길이 연결되 어 있음이니 마음을 맑게하고 대자연의 기를 받아들이라! 마음을 비우고 대우주(大宇宙)의 흐름을 받아 들이라! 뜻도 죽이고, 의식도 죽이고, 존재를 잊은 채 마음을 맑게하여 관조 (觀照)하게 되면 천지의 흐름이 보이나니 천지의 흐름에 따라 온몸을 열어라! 마음이 일면 뜻이 따르고 대자연의 무궁무진한 기운을 느낄 수 있음 이다. 보이는 것은 순간이고 보이지 않는 것이 영원할지다. 보이는 것은 육신의 눈으로 볼 수 있으나 보이지 않는 것은 마음의 눈으로 만 보아야 하나니 그대가 진정으로 마음의 눈을 뜨게 되는 날, 그대는 다음 구결의 뜻을 알게 될지니 곧 그대앞에 새로운 무도(武 道)가 열릴 것이다. 천지지간 조화생기 우주만물 일체유심 (天地之間 造化生氣 宇宙萬物 一切有心) 수심명경 축기자연 심안개통 수수유유 (修心明鏡 蓄氣自然 心眼開通 授受流流) 공공허허 무생무유 일시무시 삼합육생.............. (空空虛虛 無生無有 一始無始 三合六生................) ] 벌써 수백번도 더 암기하고 해석해 보았던 글귀였다. 하지만 현무로 하여금 곤혹스럽게 만드는 것은 이러한 글귀들이 연 구하면 연구할수록 더욱 모호해 진다는 사실이였다. 독서백편의자현(讀書百編意自現)이라고 모르는 글귀라 할 지라도 백 번을 읽으면 자연히 그 뜻이 떠오른다고 했는데....혜능선사의 유진은 백번이 아니라 수백번을 암기하고 그 뜻을 음미했는데....깨닫기는커 녕 오히려 알 것 같았던 뜻들이 더욱 모호해 지고 있었으니...그는 그야말로 미칠 것 같았고 당장이라도 까무라 칠 것만 같았다. 그러다 보니 심정은 더욱 다급해 지고....그의 체내에는 내화가 차곡 차곡 쌓여 가슴이 답답해 지고 있었다. 바로 전형적인 주화입마의 초입현상이였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 현무의 뇌리속으로 스치는 글귀가 있었다. [ 하늘(天)과 땅(地)과 사람(人)은 본래 하나였나니..... 인간의 어리석음이 이를 분리하는도다. 하늘이 무엇이고 땅이 무엇이고 인간이 무엇인가? 모든 것은 하나의 흐름속에 잠깐 머무는 부질없는 형상에 지나지 않 는 것을.....인간이 스스로명명하고 스스로 한계짓고 스스로 만족한 다. 뜻이 일면 마음이 따르고 마음이 따르면 기(氣) 또한 따를 것이 나 이 모든 것은 인간의 의지가 아니라 그저 자연히 흘러가는 흐름 인 것을.......] 바로 일무대사가 남긴 불완전한 천부외경의 한 구절이였다. 하지만 과거 무심히 지나쳤던 이 구절이 현무에게는 그야말로 생명 수나 마찬가지였으니..... 비로소 현무는 정작 자신이 혜능선사의 가르침을 벗어나 글귀와 그 뜻에 집착하고 있었음을 깨달았던 것이다. 그러자 현무는 이제와는 다르게 모든 것을 잊어 버렸다. 아니 잊는 다는 것 조차 인간의 의지가 개입되어 있었기에 그저 모 든 것을 버려 버렸다는 것이 적절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수백번씩이나 마음속으로 되뇌였던 글귀가 완전 히 사라진 것은 아니고.....그저 인간의 의지가 아닌 순수한 마음의 흐름속에 그 모든 것을 맡겨 버린 것이다. 시간을 잊고, 공간을 잊고, 자기자신까지 잊었다. 그러나 정해진 시간은 흐르고 있었다. 그리고 비로소 그의 얼굴은 환하게 밝아지기 시작했다. 단지 눈을 감고 있을 뿐인데.... 그리고 그로부터 3일후, 현무는 폐관을 풀고 밖으로 나왔다. 마치 다시 태어난 듯 하늘과 땅, 나무와 숲, 바람과 공기가 모두 새 로워 진 것 같았다. 남궁하가 뛰어 와 그의 품에 안겼다. "성공하셨군요. 결국......" 현무는 아무 말없이 그녀를 따뜻히 안아 주었다. 말이 없어도 그녀의 마음을 잘 안다는 듯이..... 그날 저녁 마치 그의 폐관이 끝났다는 것을 가다렸다는 듯 무맹으로 부터 사자가 도착했다. 황색무복을 입은 채.....등에는 존(尊)이라고 쓰여진 황금색 깃발을 꽂 고..... 황색무복은 맹주의 직속무사들만 입을 수 있었으며....존이라 쓰여진 황금색 깃발은 그가 바로 맹주의 사자임을 증명하고 있었다. 이에 현무는 물론이고 남궁하까지 조금 긴장된 표정이였다. 이제껏 받아왔던 명령은 주로 청년영웅단주로 부터였지 이렇듯 맹주 로부터 직접 사자가 오는 경우는 처음이였기 때문이였다. "허허, 맹주께서 직접 사자를 보내시고....그래 출동명령이오까?" 비록 상대의 신분이 자신보다 낮았지만 맹주의 사자인 관계로 현무 로서는 말을 올릴 수밖에 없었다. "그건 모르겠소이다. 단지 명령서를 전달하고 복명을 받으라는 것 밖에는......" 이에 현무는 부득불 공손한 태도로 그로부터 서신을 받아 펴 볼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를 읽어 내려가던 현무의 표정이 서서히 굳어 가기 시작하 더니 마침내 읽기를 마친 그의 표정은 굳어지다 못해 부르르 떨리고 있었다. "도대체 무슨 내용이길래.....?" 남궁하가 황급히 그에게 다가왔다. 현무는 아무 말 않고 명령서를 남궁하에게 넘겼다. 잠시후 남궁하의 표정 역시 참담하게 굳어졌다. "이런 말도 안되는 명령을....?" 명령서가 그녀의 손에서 힘없이 빠져 나와 팔랑팔랑 날리며 땅에 떨 어졌다. 무림맹주 북궁소의 직인이 찍혀진 명령서, 그 명령서는 다름이 아닌 열혈위대 소속 남궁하를 오로군단 총군사 인 제갈후상 소속으로 발령을 낸다는 내용과 함께.... 남패패검 후궁예, 좌수쾌도 두랑 등 열혈위대 소속 정예 이백명을 차출하여 다른 위대에서 차출한 사백명과 함께 청년영웅단주 북궁휘 의 직속위대를 만든다는 내용이였던 것이다. 어찌보면 그들 모두가 무맹의 소속이였으니.... 무맹주로서 내릴 수 있는 당연한 인사권의 행사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를 받아 들이는 현무나 남궁하에게는 그야말로 청천벽력과 같은 내용이였으니...... 그들 열혈위대는 이미 몇차례의 생사고투와 고련(苦練)으로 마치 한 가족과 같은 집단으로 변해 있었으며.... 특히 남궁하는 당초 현무와 같이 있기 위해 스스로 오대세가의 자제 들로 구성된 정천위대를 벗어나 열혈위대에 자원했을 뿐만아니라 지 금에 와서는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로 변해 있었기 때문이였다. 이 때 맹주사자가 무뚝뚝한 어조로 재촉 하였다. "현대주께서는 어서 맹주의 명령에 복명하시오" 이러한 그의 태도에 남궁하가 먼저 발끈했다. "닥치거라! 이 놈, 감히 사자인 주제에 누구에게....." 그녀의 눈에서는 새파란 예기가 품어져 나와 맹주사자의 얼굴에 박 혔다. 이에 맹주사자는 잠시 움찔하였지만 이내 비릿한 냉소를 치며 대답 했다. "그대야 말로 말 조심하시오. 난 지금 맹주님의 대리인 이외다" "뭐라고..? 이 놈이 그래도....?" 남궁하의 눈빛은 살기로 변하며 우수가 검자루를 잡아 갔다. 하지만 그러한 그녀의 팔을 지긋이 잡는 손길이 있었다. 바로 현무였다. "잠시 참으시오!" 그러면서 현무는 사자를 향해 입을 열었다. "내 맹주의 뜻은 잘 알았소! 하지만 복명하는데는 시간이 필요하오. 맹주께 하루의 시간유예를 청한다고 전해 주시오" "안되오이다. 지금 당장 복명하여야 합니다" 현무의 시선이 갑자기 스산해 졌다. 남궁하의 시선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차가운 빛이였다. "분명히 말하라! 맹주께서 분명 당장 복명하지 않으면 않된다고 하 셨느냐?" 이에 사자는 흠찟하며 뒤로 한 발자국 물러섰다. "그...그건 아니오만......" "그럼 되었다. 어서 가서 맹주께 내 말이나 전해라!" 그러나 사자는 여전히 주춤 거리고 있었다. 현무의 입이 열렸다. "두랑!" 그의 뒤에 서 있던 두랑이 현무앞으로 나와 예를 취했다. "예, 대주!" "이미 맹주의 명은 전달 되었다. 그렇다면 단지 맹주부의 일급무사 와 열혈대주, 그 중 누가 더 상급자인가?" "당연히 대주이십니다" "그렇다면 지금 저 자는 상급자의 명령을 이행하지 않고 주춤거리고 있다. 이는 무엇으로 다스려야 하는가?" "하극상의 죄는 당연히 참형입니다" "그렇다면 당장 저자를 참하라!" "예, 대주 명을 받들겠습니다." 그러나 두랑이 명을 받들기 위해 돌아서는 순간 이미 맹주사자는 저 만큼 줄행랑을 치고 있었다. "호가호위(狐假虎威)라고....저런 버러지 같은 놈들이....감히..." 현무의 입에서 차갑기 그지 없는 말이 흘러 나왔다. 이를 보고 있던 남궁하는 그의 말이 단지 그 보잘 것 없는 맹주사자 에게 하는 말이 아니라....썩어 빠진 무맹의 수뇌부에게 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번 호 : 8441 게시자 : 윤원중 (re5280 ) 등록일 : 1999-05-10 09:14 제 목 : [연재] 천부외경 78 잠시후 열혈위대의 4대회주와 현무, 남궁하등이 의사청에 모였다. 이미 맹주의 명령서 내용은 알려진 터...4대회주는 회의 시작때부터 이를 반대하고 있었다. "어디 명령이 명령같아야 듣지.... 차리리 우리 이대로 독립하고 맙시다" 누구보다 다혈질이고 단순한 왕천상의 말이였다. "그렇소이다. 비록 왕회주의 주장이 과도한 것 같으나....그들이 어찌 우리들에게 이런 명령을 내릴 수 있다는 말이요" "맞습니다. 우리들이 절대적으로 불리한 상황에서 목숨을 걸고 싸울 때, 그들은 철저한 방관자였고....거리가 멀다는 핑계로 청성과 아미 를 그대로 적들의 손에 넘겨주고야 말았습니다" 그러나 4대회주들의 이러한 이야기에 현무는 그저 듣고만 있었다. 그리고 잠시후 남궁하를 향해 말을 하였다. "군사의 생각도 같소?" 이에 남궁하는 깊은 탄식을 했다. 당연히 감정은 그들과 같았지만 선뜻 동의할 수도 없었기 때문이였 다. 그러나 잠시 망설이던 남궁하는 현무의 얼굴을 한 번 쳐다본 후 무 언가 결심한 투로 입을 열었다. "어차피 당금 강호정세는 한치 앞이 보이지 않습니다. 누가 옳은 것 이며....누구의 행동이 진정 정의를 위한 것인지...... 따라서 명분은 약하지만....독립을 할 수 있다고도 생각합니다. 물론 여기에는 정사양측으로부터 동시에 배척받는 상황이 따르겠지 요. 하지만 대주께서 결심하신다면 소녀는 충심을 다해 보필하겠습 니다" "허허, 군사까지....." 현무는 전혀 예상치 않은 남궁하의 이야기에 의외인 듯 하였다. 누구보다 현명한 그녀였기에 우발적인 왕천상의 의견에 반대할 줄 알았기 때문이였다. 그러나 여기에는 남궁하의 복잡한 감정이 개입되어 있었다. 그녀같은 총명한 여인이 어찌 그 길이 스스로 고난과 역경을 자처하 는 길이며 명분이 없다는 것을 모르겠는가? 단지 그녀는 그만큼 현 무와 떨어지기 싫고....그의 뜻이라면 무엇이든 하겠다는 의지표현이 였던 것이다. 하지만 현무가 그녀의 이러한 마음을 짐작한다고하여 어찌 그 길을 따르겠는가? 마침내 현무가 최종결론을 내렸다. "여러분들의 뜻은 진정 고맙기 그지 없소이다. 하지만 이미 중원대 륙은 정사대회전으로 물들어 있소! 비록 그의 명령이 심히 부당한 듯 하나....이미 우리는 무맹에 소속된 몸, 단지 우리 뜻에 반한다고하여 어찌 우리가 앞장서서 무맹을 혼 란 속에 몰아 넣겠소? 일단 따릅시다. 단지 맹주의 명령만이 아니라...그 일이 조금이라도 정의와 대의명분에 맞기 때문이요. 하지만 결코 잊지 마시오. 내 여러분들을 반드시 찾을 것이요. 어디에 있더라도 반드시......" 현무의 이러한 결론에 아무도 더 이상 이의를 달 지 못했다. 결국 그들도 이러한 결론을 예상하고 있었던 것이다. 단지 그들은 애궂은 회의용 탁자만 박살냄으로써 울분을 달랠 뿐이 였다. 다음날...... 남궁하와 후궁예, 두랑 등은 모두들 새로운 소속을 찾아 떠나갔다. 현무는 비록 마음이 좋지는 않았지만 모든 것을 훌훌 털어버린다는 마음으로 공석이 된 군사에는 임시적 으로 주작회의 부회주였던 이수묘화 지설란을 임명하였고, 천룡과 백호의 회주도 당분간 부회주들로 하여금 직무대리를 맡게 했다. 그리고 새롭게 직무대리로 임명된 사람들을 축하도 할겸, 대원들의 사기도 북돋아줄 겸 해서.....연회를 베풀었다. 하지만 남궁하등이 없는 자리의 공간이 더욱 크게 느껴져 연회내내 우울하기만 하였다. 결국 그날 현무는 상당히 많은 술을 마셨고, 현무와 남궁상일 등의 우울한 분위기가 전염된 탓인지 대부분의 대원들도 평상시와는 다르 게 조용한 가운데 그저 애궂은 술병만 비워가고 있었다. 그런데 그날 저녁, 현무의 숙소로 찾아온 한 여인이 있었다. 그녀는 현무로서 처음보는 여인으로 제법 예쁘게 생겼었는데 유선의 심부름으로 왔다는 것이였다. "그렇다면 낭자는 유소저와 어떻게 되시오?" "소녀는 아가씨를 모시고 있는 시녀로서 아죽(亞竹)이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아난과는.....?" "물론 소녀와 같이 아가씨를 모시고 있지요!" 이에 현무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난에게 유선을 시중드는 시 녀들은 매난국죽(梅蘭菊竹)의 네명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바 있었 던 것이다. "알겠소. 그런데 무슨 일로....?" "아가씨께서 현대주님을 한 번 뵙으면 해서요" 그러자 현무는 약간 기이하게 생각되었다. 상당히 밤이 깊었는데 유 선이 자신을 부르고 있다니... 하지만 이미 취한 상태였던현무는 이러저러한 생각을 해 볼 틈도 없이 그녀를 따라 나섰다. 우선 술이 취한 상태였고....이상하다는 생각보다는 오랫동안 보지 못 했던 유선을 만나고 싶은 생각이 더욱 강했던 것이다. 그를 발견하자 경비를 서고 있던 대원들이 일제히 그에게 예의를 표 했다. "대주! 잘 다녀 오십시오" 현무는 그들을 향해 손을 흔들어 주었다. 하지만 이러한 현무를 바라보는 그들의 표정이 기이했다. 마치 무언가 재미있는 일을 연상하는 듯한...... 마침 열혈위대의 정문앞에는 한 대의 화려한 마차가 준비되어 있었 고 현무가 이에 오르자 곧바로 출발을 했다. 아죽은 아마 마부석에 탔는지 마차내부로는 들어오지 않았다. 이미 밤이 상당히 깊었고 인적마저 뜸한 길을 마차는 그저 말발굽소 리와 바퀴굴러가는 소리만 내며 질주하고 있었다. 문득 현무는 마차안에서 술을 한병 발견하고 무심코 이를 다시 마시 기 시작했다. 보이는 건 온통 어두움뿐이요....말할 상대도 없어 따분 했던 것이다. 그러고 있는데 마침내 마차의 속도가 느려지더니....마침내 멈추어 지 는 것이였다. 밖에서 누군가 호통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멈춰라! 어디로 가느냐?" 그 뒤를 이어 다른 목소리가 들려왔다. "급한 일이 있어 열혈대주께서 내전에 들어가는 길이요. 어서 문을 여시오" 굵은 남자의 목소리로 아마 마부의 음성인 듯 하였다. 잠시후 휘장이 걷히더니 수비무사인 듯한 한 청년의 얼굴이 나타났 다. 하지만 그는 현무의 얼굴을 확인하는 순간 황급히 그에게 예를 취한 후 휘장을 다시 닫는 것이였다. "통과!" 잠시후 마차는 다시 이동하기 시작하였고, 어느 한적한 건물 앞에서 멈추어 섰다. 아죽이 다시 나타났다. "대주, 이제 내리시지요" "어? 벌써 다 왔소?" "아직이요. 이곳부터는 내전이라....마차를 사용할 수 없어서....." "허허, 그렇군요. 그럼 안내해 주시오" "예!" 아죽은 공손히 대답하고 현무의 앞에 서서 길을 인도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아죽은 일부러 인적이 뜸한 곳을 골라 현무를 안 내하는 것 같았다. 물론 아직 무맹내의 지리에 서투른 현무로서는 시간이 너무 늦었고, 또한 유선의 거처가 한적한 곳에 있어서 그런 모양이라고 생각했지만...... 잠시후 아죽은 유향소축이라는 한 아담한 별원으로 그를 인도하였 다. "여기가 바로 유소저의 거처요?" "예, 아가씨께서 본래 번잡한 것을 싫어하는 지라....." 아죽은 현무를 빈청으로 안내하고 차를 한잔 내어 왔다. "우선 차 한잔 드시고 계시면 곧 아가씨께서 나오실 거예요" "하하, 나는 차 보다는 한잔의 술이 더 좋은데....." "하지만 이미 현대주께서는 쾌 많이 술을 드신 것 같은데요?" "허허, 그대가 보기에도 그런가?" "예!" "그렇다면 이거 큰 일 났군. 유소저가 싫어하지는 않을 지....." 술기운이 돌아 기분이 좋은 건지, 아니면 심중인(心中人)인 유선이 그를 찾아 좋은 건지...현무는 아죽에게 가벼운 농담까지 하고 있었 다. 하지만 아죽은 그와 농담할 여유가 없는 지 그저 형식적으로 대답을 한 후 자리를 물러났다. "그럼 차를 드시고 계세요!" 이에 현무는 별 수없이 빈청에 홀로 남을 수밖에 없었다. (허허, 성격차이 인가? 지루한데 말 상대나 해주지....! 아마 아난같았으면 필히 그랬을 거야! 참, 그러고 보니 아난이 안보이는 군. 내가 왔다면 한 번 정도는 나 와 봤을텐데.....) 이러한 생각이 들자 현무는 다시 아죽을 불러 아난에 대해 물어 보 려다 밤이 늦었는지라 포기한 채 탁자앞에 놓인 찻잔을 들었다. '음, 무슨 차지..? 향기가 독특한데...?' 찻잔에서부터 모락모락 피어나는 아스라한 김과 그윽한 다향! 왠지 그 향기가 조금 진하다는 느낌이 있었지만 현무는 술기운으로 목이 많이 타는지라 더 이상 아무런 생각도 없이 그저 차를 마시기 시작했다. 그러나 정작 유선은 그가 차 한잔을 다 마시고, 한참을 더 기다렸지 만 감감 무소식이였다. '어허, 불러 놓고 왜 이리 안 오나......?' 기다리면 시간이 더욱 안간다고 했던가? 유선의 화사한 얼굴을 기다리던 현무는 마치 일각(一刻)이 삼추(三 秋)와 같이 길게 느껴졌다. 항상 마음 한쪽을 점령한 채 사라지지 않던 여인! 그러나 현무는 지금처럼 그녀가 보고 싶었던 적은 없었다. 그녀에 대한 생각만으로도 마구 가슴이 뛰었고 얼굴이 화끈거려 져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어허! 오늘따라 내가 왜 이러나? 마치 사춘기 소년처럼 가슴이 마 구 뛰고 있으니....' 이상하게 흥분되는 현무, 그러나 그는 그것이 단지 술기운 때문이라 생각했다. 이 때 아죽이 다시 나타났다. "아가씨께서 들어오시라는 데요!" "어디로 말이냐!" 그러나 그녀는 그저 기이하게 웃으며 말했다. "가 보시면 알아요. 저를 따라 오세요" 아죽은 현무를 소축의 안쪽으로 인도하더니....잠시후 그를 한 방문앞 에 인도해 놓고 다시 가 버렸다. "여기예요. 안으로 들어가시면 아가씨가 기다리고 계실 거예요" 어쩐지 이상한 아죽의 태도였지만 상당히 흥분상태에 있던 현무는 그러한 사실을 알 지 못하고 그녀의 말처럼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 갔다. (아니, 이 곳은...?) 막상 안으로 들어간 현무는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아스라한 등잔불 사이로 은은한 붉은 빛을 내는 부드러운 휘장, 더 욱이 그 휘장은 무척 얇았기에 내부가 훤히 들여다 보였는데 그 안 에는 커다란 원형 침대가 자리잡고 있었으니 여긴 누가 보아도 여인 의 침실임을 알 수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여긴 바로 유선의 침실이 아니겠는가? 이에 현무는 무척 당황스러운 가운데 마구 가슴이 두방망이 치는 것 같았다. 심야에 여인의 초대도 그러한데....그 초대한 장소가 결코 사 내라면 들어 올 수 없는 규방이였으니....... 그러나 현무는 비록 갑작스런 상황에 당황스럽고 얼굴이 화끈 달아 올랐지만 선뜻 발길을 돌릴 수 없었다. 무언가 자신의 발길을 꽉 잡 아 매고 있는 것 같았다. 그 때 찰랑거리는 물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기분좋은 목소리로 가볍게 흥얼거리는 듯한 여인의 음성이 들려오는 것이였다. 비록 물소리 때문에 명확히 구별할 수는 없었지만, 현무는 그 음성 이 유선의 음성으로생각했다. 현무의 붉게 충혈된 눈동자가 거세게 흔들렸다. 자신도 모르게 그의 두 주먹이 불끈 쥐어지고, 온 몸이 마구 떨려왔 다. 문득 현무의 머리속으로 성숙한 여인의 나신이 떠 올랐다. 그리고 희미하던 나신의 얼굴이 차츰 유선의 모습으로 바뀌었다. "아...아!" 현무의 입에서는 기이한 신음소리가 터져 나오고 자신도 모르게 하 체에 힘이 쏠렸다. (아니, 내가 왜 이러나?) 현무는 이러한 갑작스런 증상에 너무나 당황스러워 그대로 발길을 돌리려 했다. 하지만 마음 한편에서 속삭이는 악마의 음성이 그의 발길을 잡았다. < 유선도 너를 사랑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하여 너 에게 자신의 마음을 보여주기 위하여 이렇게 너를 초대한 것 아니 냐? 너는 그녀를 얼마나 그리워 하였더냐? 그런데 이제와서 발길을 돌리 려 하다니.... 네가 이곳을 찾아 온 것이 아니고... 바로 유선이 너를 불러서 온 거 야! > 한 번 불이 붙기 시작한 현무의 마음은 걷잡을 수 없었다. 그대로 욕실로 박차고 들어가고 싶은 충동이 강하게 일어났다. 그러나 현무 는 입술을 깨물며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아니야! 이건 아니야! 이럴 순 없어) 입술을 통해 느껴지는 통증에 순간적으로 이성을 차린 현무는 주먹 을 불끈쥐고 몸을 돌렸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 욕실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하얀 수증 기가 침실을 메우며 후끈한 열기와 함께 현무의 후각에 기분좋은 향 기까지 밀려 들었다. 그러자 현무는 그 자리에 얼어붙고 말았다. 그리고 의지와는 상관없이 그의 몸이 서서히 돌아가고.....그의 시선 에 얇은 휘장사이로 은은히 비치는 여체의 굴곡이 비쳐졌다. 그 순간 현무는 이성을 잃어 버렸다. 금강부동신보가 펼쳐지고....휘장이 찢어졌다. "캬악!" 갑자기 휘장이 찢어지며 자신을 덥쳐오는 그림자에 유선은 그야말로 기겁을 하며 비명을 지르고 반사적으로 몸을 움추렸지만 이미 그녀 의 나신은 한 사내의 품속에 있었다. "아악! 당신은 누구세요?" 다시 비명을 지르며 소리치는 유선! 그녀의 시선에 현무의 울긋불긋하고 충혈된 현무의 얼굴이 들어왔 다. "아니, 현공자! 미쳤어요? 도대체 이게 무슨 .....읍!" 그러나 유선은미처 말을 다 이을 수 없었으니 자신의 입술위에 현 무의 두툼한 입술이 덥쳐버린 것이였다. "으응..." 유선은 몸부림치며 도리질을 쳤지만 어찌 이성까지 잃은 사내의 힘 을 당하겠는가? (아! 이게 아닌데.....) 유선의 커다란 눈동자에는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한방울 맺혔다. 번 호 : 8442 게시자 : 윤원중 (re5280 ) 등록일 : 1999-05-10 09:15 제 목 : [연재] 천부외경 79 바로 그 순간! "쾅! 쾅! 쾅! 쾅!" 침실문을 거세게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유공녀! 괜찮소이까?" "유매! 나 북궁휘야! 들어가도 되겠어?" 순간적으로 들려오는 소리에 현무가 멈칫했다. 그 순간 "얍!"하는 기합소리와 함께 현무가 비명을 지르며 뒤로 일 장여 날아가며 "우당탕탕" 침대의 모서리에 거세게 부딪쳤다. 유선 이 혼신의 힘을 다해 현무의 복부를 가격한 것이였다. 그 때 침실의 문이 벌컥 열렸다. "유매! 무슨 일이야" 그러자 유선의 다급하면서도 날카로운 고함소리가 들려왔다. "나가요! 들어오지 말아요!" 그러면서 그녀는 신법을 날려 욕실입구 의 칸막이 사이로 몸을 숨겼다. 그러자 북궁휘 등은 황급하게 다시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 잠시후 간단하게나마 의복을 걸친 유선! 하지만 현무가 여전히 충혈된 눈으로 비틀비틀 그녀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입가에는 피를 흘리면서..... 그러자 유선이 다시 커다랗게 고함을 질렀다. "어서 들어와요! 들어와서 저 미친자를......" 미처 유선이 말을 다 끝내기도 전에 침실문이 활짝 열리며 서너명의 사람들이 비호처럼 들어왔다. "이런 후안무치한 놈! 죽어라!" 들어오자 말자 북궁휘는 비틀거리며 유선에게 접근하고 있던 현무에 게 그대로 일장을 후려 갈겼다. 이에 현무는 반사적으로 겨자무한보법을 전개해 이를 피하려 하였 다. 하지만 그날따라 현무의 움직임은 둔하기 그지 없었으며 북궁휘 의 장력은 전광석화처럼 빨랐다. "퍽!" "으윽!" 결국 현무의 몸은 다시 비명소리와 함께 피를 쏟으며 날아가 벽에 거세게 부딪쳤다. 하지만 자신의 약혼녀나 마찬가지인 유선의 봉변을 목격한 북궁휘는 이미 혼절한 듯한 현무를 향해 다시 이를 갈며 다가들었다. 이 때 그의 앞을 막아서는 사람이 있었다. 바로 신궁 화영이였다. "비키시오! 내 저 자를 당장 요절내고야 말겠소!" "그는 이미 혼절하였다. 상황이 명확히 가려지기 전에는 더 이상 어 떠한 행동도 할 수 없다" 그러더니 화영은 일단 현무의 전신혈맥을 제압한 후 경비무사들을 불러 그를 투옥하게 하였다. 혼절한 채로 수비무사들에 이끌려 나가는 현무! 경황중에도 화영은 그의 신색과 혈맥이 정상이 아님을 느꼈다. (과연 어찌된 일인가? 이처럼 파렴치한 일을 할 인물이 아니거늘.... 저 붉게 변한 얼굴...마구 들썩거리는 혈맥! 음, 무언가 심상치 않 아....) "잠깐만요! 그는 도대체 누구죠?" 현무를 끌고 나가는 수비무사들이 막 소축을 나서려 하는데...아죽이 놀란듯한 표정으로 튀어 나왔다. "그는 현무대주입니다. 어찌된 영문인지 알 길 없지만 화영단주께서 하옥하라는 지시가 있어서....." "어마, 그래요? 그런데 저 피 좀 봐!" 그러면서 아죽은 품속에서 손수건을 하나 꺼내 현무의 입가에 흐르 는 피를 닦아 주었다. 이에 수비무사들은 제지하려 하다 평소 현무 를 존경하고 있던 그들인지라 그만 두었다. 하지만 이 때 아죽은 아무도 모르게 현무의 입속에 조그마한 알약을 하나 넣어주고 있었다. 갑자기 유선의 침실에 나타난 사람들은 바로 북궁휘와 화영, 그리고 북궁지와 무맹의 부맹주이자 남궁세가의 현 가주인 남궁용수 등 모 두 네사람이였다. 이들에게 갑작스럽게 날아든 괴 서신! 하지만 그 내용은 유선의 처소에 누군가 침입을하여 시녀들을 간살 하고 유선을 핍박하고 있다는 경악할 만한 내용이였다. 이에 이들은 비록 반신반의하면서도 유선의 처소에 모여들었고, 하체에 피를 흘 린채 죽어 있던 아난의 시체를 발견한 순간 마침 들려온 유선의 비 명소리에 허겁지겁 달려들어왔던 것이다. 그런데 그 서신의 내용이 사실이였고, 정작 그 장본인이 최근 성가 를 날리고 있던 열혈대주 현무였으니...... 그들은 믿을 수 없는 현실에 입만 벌리고 있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 다. "흑, 흑...." 갑작스런 충격과 수치감에 유선은 침대에 몸을 던진채 마냥 흐느껴 울었다. 이에 북궁지가 그녀에가 다가가 위로하려 하였지만 그녀 역 시 너무 의외의 사실에 큰 충격을 받고 있었으니......사실상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화영과 남궁용수는 그저 탄식만 하고 있었고, 북궁휘 역시 충격으로 멍하니 허공만 쳐다 보고 있었다. 무맹이 술렁거렸다. 현무가 술이 취해 유선의 처소에 난입하여 시녀를 간살하고 유선마 저 강간하려다 북궁휘 등에 의해 붙잡혔다는 믿기 어려운 소문이 삽 시간에 무맹 전체로 퍼져 나갔다. "이런말도 안되는 일은 나보고 믿으라고요?" 청천벽력같은 소식에 황급히 뇌옥으로 달려 갔으나 면회가 금지된 상황에 망연자실하던 남궁하가 마침내 이 사건의 목격자이자 자신의 부친인 남궁용수에 찾아갔던 것이다. 하지만 그녀의 기대와는 다르게 남궁용수에게서 나오는 이야기는 현 무가 추행하려는 광경을 목격했다는 내용이였던 것이다. "물론 나도 잘 믿겨지지 않는다! 장래가 촉망받던 젊은이가 어찌 그 와같은 일을 저질렀는지...." "아니예요! 그건 결코 아니예요. 그가 누군데.....그가 누군데....그 런 파렴치한 일을...? 아니야! 여기엔 분명 무언가 있어...더럽고 추잡한 음모가...?" 몸부림치며 강하게 부정하던 남궁하는 잠시후 조금 진정되는지 남궁 용수에게 당시의 상황을 자세히 물어 보았다. 이에 남궁용수는 자신이 보았던 사실을 그대로 이야기 해 주었다. 하지만 현장에 가장 늦게 뛰어 들었고, 북궁휘와 화영에 가려 상황 을 정확히 볼 수 없었던 그는 남궁하가 바라는 대답을 해 줄 수 없 었다. (아니야! 어찌 오빠가 그런 일은.....말도 않되! 비록 그녀를 좋아하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이건 정말이지 말도 않되! 여기에는 분 명 무언가 음모가 개입된 거야! 그의 뛰어남과 부각을 경계하는...누 군가의.....) 참담한 표정으로 자신의 거처로 돌아온 남궁하는 몇번이고 곰곰히 생각해 보았지만 결코 현무가 자의에 의해 그와같은 행동을 취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 아무리 옆길 사람의 속은 알 수 없다지만 그 만은 결코 아니였던 것이다. 이 때 무유가 찾아왔다. 그 역시 황당한 소식에 분노하며 여기저기 다니며 알아 보았지만 아 무런 소득이 없자 답답한 마음에 남궁하를 찾아 온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여기에는 분명 무언가 음모가 개입되었을 거라는 의 견일치를 보았다. "그렇다면 우린 어떻게 해야 하겠소!" "일단 중독여부를 먼저 조사해 보아야 겠어요. 그리고 오빠의 거처 와 유선의 거처 주변을 엄밀히 탐색해 보고요" 이미 남궁하의 어투에서 유언니라는 호칭은 빠져 있었다. 어찌되었 건 그녀로 인해 현무가 곤경에 처했고, 만에 하나 그녀도 음모자의 하나일 가능성도 있었기 때문이였다. "내가 할 일은...?" "일단 무대주께서는 구파일방의 원로들을 움직여 오빠에 대한 약물 검증은 물론 이번 사건을 재조사할 것을 요구해 주세요. 그리고 화 영단주를 한 번 만나 주세요. 그래서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모두 알아 주세요" "알았소! 내 그리 하리다. 그렇다면 남궁소저는...?" "저는 일단 사대회주를 불러 오겠어요. 그리고 제 나름대로 주변을 조사할 것이예요" 갑작스런 충격에서 벗어난 무유와 남궁하의 발걸음이 갑자기 빨라졌 다. 여기저기를 다니며 관련 정보의 탐색은 물론 사건을 재 조사할 것을 요구하였으며, 사건에 의혹을 품은 사람들을 규합해 나갔다. 두랑과 후궁예를 포함해 본래 열혈위대의 회주들이였던 4인은 황급 히 남궁하의 처소에 모여 들었고, 열혈위대의 전 대원들은 시위성으 로 무맹의 일리밖에 진을 치며 대기했다. 그리고 마침내 사건에 대한 재조사와 현무에 대한 약물검증이 실시 되었다. 하지만 단지 괴편지가 전달된 경위만 의혹을 살 뿐, 다른 사항들은 전혀 변화가 없었다. 현무의 체내에서는 어떠한 약물증세도 나타나지 않았으며, 혼미중에 서도 그가 뱉어낸 아죽이란 시녀는 무맹에 있지 않고 유씨세가에 있 다는 사실이 밝혀져 현무의 혐의는 더욱 짙어졌다. 갑자기 현무에게 나타나 아죽을 가장한 채 그를 인도하였고, 붙들려 가는 그에게 약을 복용시킨 여인! 과연 그녀는 누구이며, 누구의 사주를 받고 그러한 일을 했던가? 만일 이번 사건에 개입된 그녀의 존재를 만일 남궁하등이 알았다면 어떻하든 음모의 실마리를 풀 수 있었을 텐데.... 아쉽게도 그들은 이러한 사실을 파악해 내 지 못했으며, 현무마저 혼미중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마침내 현무에 대한 처형내용이 확정되었다. [그의 죄는 유선의 시녀를 간살(姦殺)하고 유선을 강간하려다 미수 에 그친 사건으로 당연히 단두형(斷頭刑)을 내려야 하나, 그간 공적 을 참작하여 4대경맥을 파괴하고 우수(右手)를 절단하여 영원히 무 공을 익힐 수 없도록 하며 종신형에 처한다] 다시한번 무맹내가 술렁거렸다. 그와같은 형은 차라리 사형(死刑)보다 못한 것으로 모든 혐의내용을 그대로 인정한다 할 지라도 비록 유선을 강간하려 했지만 그건 미수 에 그쳤고, 실질적으로는 일개 시녀를 간살하는 죄이나.... 당금 무림맹주의딸인 북궁지를 포함 수십명에 달하는 백도의 젊은 이들을 구해 주었고, 집마부의 2개 마천을 섬멸한 공적을 감안한다 면 분명 지나친 형벌이 아니냐는 것이다. 그런데 이와같은 결정에는 비록 무맹내 지위는 없었지만 당대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인물이라는 부마도위이자 현천학림주인 유천학과 새로이 청년영웅단주로 화려하게 부각되었으며, 맹주의 아들로서 무 맹내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북궁휘의 압력이 작용했음은 물론이 다. 하지만 이처럼 과도한 형의 확정은 무맹내 현무를 지지하는 세력들 로부터 강한 반발을 불러 일으켰다. 그 대표적인 세력이 바로 현무가 대주로 있던 열혈위대로 그들은 사대회주를 포함 남궁하를 제외한 전원이 무맹의 정문앞에 무릎을 꿇고 그의 감형을 요구하고 나섰으며, 여기에는 무적위대와 철갑위대의 일부 대원들까지 가세했다. 또한 수치스러운 일을 당해 차마 중인들 앞에 나서지는 못하지만 정 작 피해자인 유선과 맹주의 딸인 북궁지 마저 그의 감형을 요청하는 탄원서를 보냈다는 소문이 들려왔다. 그러나 이러한 움직임은 곧바로 무맹 핵심지도부의 개입을 가져 왔 다. 무맹내 쌍두마차로서 무적흑표단을 이끌고 있던 용천비가 직접 정문 앞에 나타나 탄원하고 있던 젊은 무사들에게 12시진내에 철수하지 않으면 모두 체포하겠다는 통첩을 내렸으며, 유천학은 급히 무맹으로 와 자신의 딸인 유선을 유씨세가로 데리고 가 버렸고, 북궁지는 연금상태에 처해졌다. 또한 현무와 가장 친했던 무유와 남궁하는 각기 소림장문인과 남궁 세가주에 의해 불려가 만약 경거망동을 했다간 파문을 면치 못할 것 이라는 경고를 받았다. "사부님! 어찌 제자에게 불의(不義)의 길을 가라 하십니까?" "그게 어찌 불의의 길이란 말이냐!" "도대체 의(義)가 무엇이며, 불의(不義)는 또 무엇입니까? 자신의 양심에 비추어 하등 부끄러움이 없고, 자신이 옳다고 믿는 바에 따라 두려워하지 않고 행하는 것이 바로 의가 아닙니까? 제자는 백번 죽어도 그의 결백을 믿습니다. 그러니 제가 과연 어찌 행해야 하겠습니까? 사부님과 사문의 명을 거역할 수 없으나, 또한 어찌 의가 아닌 일을 보고만 있으리오까? 더욱이 그는 제자와 결의형제를 맺은 사람입니다. 비록 태어난 것은 다를 지라도 죽은 것은 같이 죽기로 한....." 무유의 눈에는 어느새 피눈물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사랑하는 제자의 이와같은 고통을 보고 있던 공공대사는 그만 불호 와 함께 깊은 탄식을 하고 말았다. "석가모니불... 어허! 이 일을 어찌할꼬? 난제로군, 난제야....!" 그러다 잠시후 다시 입을 열었다. "설혹 네 뜻이 옳다 하더라도 문제가 발생된다면 너는 곧 백도무림 계의 공적이 되는 것! 그렇게 되면 소림은 너를 파문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모든 것은 대자대비(大慈大悲)하신 부처님의 뜻! 어리석은 사람들이 어찌 부처님의 뜻을 헤아릴 수 있으리오....." 애매하기 그지 없는 공공대사의 말, 그러나 공공대사는 그 말을 끝으로 입을 굳게 닫고 말았다 "아버님! 소녀는 이제껏 아버님의 뜻을 한 번도 거역해 보지 않았습이다. 남들이 다 뛰어 놀던 어린나이에 아버님의 뜻을 따라 검을 잡고 책 을 잡았으며, 다른 여아들이라면 모두 한 번쯤은 해 보았던 그 흔한 소꼽장난 한 번 해 보지 못했습니다. 여인의 몸으로 수도없이 강호를 떠돌면서도 단 한 번도 아버님과 가 문을 원망해 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번만은 소녀의 뜻에 따라 행할 것입니다. 백번을 생각해 보아도 이 일이 옳다고 믿고 있거니와 그가 없다면 소녀는 존재의미가 없을 정도로 그를 사랑하고 있기 때 문입니다" "너는 이 일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알고 있느냐? 가문에서 파문당 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바로 정 . 사 무림계 뿐만아니라 관부에 까지 배척을 당하는 공적이 되는 것이다. 설혹 그를 구하더라도 도대체 어디로 숨겠느냐? 천하가 모두 추적하 는데....." "잘 알고 있습니다. 그를 구할 확률도 또한 살아남아 재기를 할 확률도.... 극히 희박하다는 사실을.... 하지만 소녀는 결코 두렵지 않습니다. 제 목숨보다 천배 만배 더 소중한 그를 위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이미 남궁하의 눈빛에는 하늘이 무너진다 할 지라도 결코 변치않을 확고한 의지가 배여 나오고 있었다. "아버님! 부디 이 불효여식을 용서해 주십시오! 소녀 하직인사를 올립니다...." 온통 눈물 투성인 채로 남궁하는 일어나서 남궁용수에게 절을 올렸 다. 차마 절을 받지 못하고 뒤로 돌아 앉는 남궁용수의 눈에도 어느덧 눈물이 가득 고였다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아, 불쌍한 것! 내 어찌 너의 하직인사를 받을 수 있다는 말이냐.....?) 물론 남궁용수는 그녀를 강제로라도 붙잡아 둘 수 있었다. 하지만 부친인 그가 어찌 그녀의 성격을 모르겠는가? 그건 그녀의 생명을 앗아 가는 것보다 더 한 일이라는 걸..........이에 그는 죽음보다 더 욱 깊은 탄식을 토해 내고야 말았다. 유일한 자식, 비록 딸에 불과했지만 누구보다 총명했고 자질도 뛰어 났기에 가문을 다시 일으켜 세우리라는 기대 또한 컸었던 것이다. 하지만 보다 가슴 아픈건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사랑스런 딸을 사지에 보내면서도 자신은 어떠한 일도 해 줄 수 없다는 사실이였 다. 번 호 : 8443 게시자 : 윤원중 (re5280 ) 등록일 : 1999-05-10 09:15 제 목 : [연재] 천부외경 80 평생을 의지하여 온 사문과 가문에 결별선언까지 한 무유와 남궁하 는 그 날부터 은밀히 파옥(破獄)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이미 집마부와는 돌이킬 수 없는 적대관계로 변한지 오래 였는데.... 이제 정도무림의 하늘인 무맹과도 싸워야 하는 현실에 문득 문득 한 숨이 새여 나왔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이들은 현무의 해맑간 미소를 떠올리며 굳게 마음을 먹었다. 이들의 거사에 동조자들을 모으는 일들은 주로 무유가 맡았으며, 남 궁하는 파옥과 탈출경로 등에 대한 세밀한 계획수립을 담당했다. 그리고 몇일 후 무유가 은밀히 남궁하를 방문했다. "그래 성과는 좀 있었어요?" "후후, 그래도 현아우가 헛 살지는 않았던 모양이요. 의외로 그를 좋 아하는 사람들이 많은 지라....." "어찌 오빠만의 덕이겠어요. 개중에는 무공자님을 보고 참여한 사람 도 많겠지요" "참, 주변에 감시하는 자들이 있는 것 같은데...." 이에 남궁하는 씁쓸하게 웃었다. "없을 리 없겠죠! 비록 우리들이 체념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는 있 지만......" 무유가 조그마한 소책자 하나를 건네 주었다. "자, 여기..... 내 그동안 규합한 동조자들 명단이요!" 이를 받아든 남궁하는 슬쩍 한 번 훌터보더니 만족한 듯 미소를 지 으며 무유에게 말했다. "의외로 많군요! 정말 수고 많으셨어요." "그나저나 최종 목적지는 어디로 생각하고 있소!" "저에게는 누구도 모르는 하나의 비밀세력이 있어요. 바로 그들의 근거지로 갈 것입니다. 하지만 자세한 것은 추후 말씀드리겠어요" "운남의 석림은 어떻소? 안전하기는 그곳이 더욱 안전할 것 같은 데...." "물론 안전만을 생각한다면 그곳이 더 낫겠죠! 하지만 그곳은 너무 오지예요! 중원의 정세는 하루 하루 급박하게 돌아가는데...." "알겠소! 그렇다면 거사일은...?" "형이 집행되기 바로 이틀전인 바로 모레밤 자시(子時)..." "좋소. 여하튼 남궁소저만 믿겠소! 그럼 내일 미시에 여산의 열혈위대 본부에서 최종점검 회의를 개최 하죠" "알았소! 그럼 조심하시오" "예, 무공자님도...." 들어올 때와 마찬가지로 무유가 은밀히 떠난 후 남궁하는 무유가 건 네준 명단을 자세히 살펴 보았다. 이제 자신이 세운 계획에 따라 이 들의 특성을 감안 이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해야 하는 것이다. 명단에 포함된 사람들은 열혈위대 대원들이 4대회주들을 중심으로 가장 많았지만, 간혹 무적위대나 구철갑위대의 인물들도 눈에 띠였 고 무유가 속한 소림하원의 제자들도 10여명 있었다. 대부분 현무에 게 진정으로 감복한 사람들이거나 그에 의해 목숨을 구한적이 있던 사람들이였다. 특히 지금은 북궁휘의 직속으로 소속이 바뀌었지만 두랑과 후궁예도 그 누구보다 적극적이였으며, 실질적으로 다시 열 혈위대로 복귀한 것 처럼 각각 청룡회와 백호회를 주도하고 있었다. (후후, 이들에다 남궁외가의 힘이 보태진다면 충분한 승산이 있다!) 당초 불확실한 상황에서 서서히 남궁하는 자신감이 붙기 시작하고 있었다. '후우, 아무래도 오늘 밤은 밤을 새워야 할 것 같아....!' 남궁하는 비록 한숨을 쉬고는 있었지만 어떤 야릇한 흥분도 느끼고 있었다. 다음날 미시! 여산에 위치한 열혈위대의 회의실에 남궁하, 무유, 열혈위대의 구4대 회주 등이 모였다. 그리고 남궁하의 탈주계획과 임무분담에 관한 설 명이 시작되었다. "이번 거사에 참여하기로 한 사람들은 이곳에 계신 분들 외에도 많 지만 보안유지를 위해 최소한으로 줄였습니다. 때문에 저의 설명을 들으시고, 여러분들께서는 휘하 무사들에게 개 별적으로 임무를 부여하되 소관사항에 대해서만 이야기 해 주시기 바랍니다. 무유대주께서는 소림하원과 무적위대, 구철갑위대에서 참여하게 되 는 분들의 지휘를 맡아 주시고, 4대회주들께서는 각각 소속 회(會)의 참여자들을, 그리고 저는 역시 위대의 3개 참모합의 인원들과 제가 별로로 확보한 사람들을 지휘하겠습니다. 먼저 파옥계획입니다. 여기에는 최대한 은밀하고 신속하게 실행해야 하는 관계로 지금 이 곳에 계신 분들과 극소수만 참여하게 되겠습니다. 우선 남궁사형께서는 등사회원 중 5명을 데리고 내일밤 자시무렵 뇌 옥주변에 불을 놓은 후 곧바로 서문(西門)쪽으로 달려가 왕회주와 합류, 그곳의 수비무사들을 무력화 시키십시오. 그리고 왕회주께서는 휘하 무사 20여명을 데리고 남궁회주가 오는 즉시 서문과 그 주변을 탈출로로 확보하십시오. 무대주, 후회주, 두회주께서는 불이 보이는 즉시 저와 함께현대주를 구출하여 서문을 통해 탈출합니다. 이 일은 가장 신속을 요하는 일 로서 현대주를 구출, 서문까지 가는 시간은 단 이각입니다. 일이 시작되면서 무대주께서는 불문의 사자후로써 현대주의 억울함 을 이야기하고 수비무사들의 소극적 태도를 유도해야 합니다. 아직 하급무사들 사이에 현대주는 여전히 우상이니 말입니다. 다음은 도주로 개척입니다. 4대회주께서는 내일 자시에서 한 이각정도 지난 시간을 정하여 이번 거사에 참여하지 않는 열혈위대 대원들을 무맹의 서문으로 집결시키 시고, 무조건 서문쪽에서 나오는 사람들을 저지하도록 명령을 내려 놓으십시오. 그들은 곧 집마부의 첩자들이라는 내용과 함께..... 또한 믿을 만한 수하들을 시켜 각각 한 대씩의 마차를 자시에 서문 쪽에 대기 시킨후 우리가 벗어나는 순간 일제히 4개방위로 나누어 전력을 다해 질주하라 하십시오. 물론 적당한 시점에서 마부들만 남 기고 벗어나라는 말을 전하는 것도 잊지 마시고.... 그리고 청룡회 대원들은 내일 밤, 합비에서 진춘으로 향하는 관도상 10여리를 지난 부근에 대못을 박아 추적대의 마필을 무력화시켜 주 세요. 무대주께서는 합비에서 진춘쪽으로 향하는 중간부근의 관도상에 모 래 묘시(卯時)에서 사시(巳時)까지 관도를 완전히 메울 수 있는 상 여행렬을 준비해 주십시오. 여기에는 필히 부녀자등 일반백성들과 인근의 승려들도 참여시켜 순수 상여행렬을 가장, 추적대의 추적을 최대한 늦추어야 합니다. 백호회 대원들은 진춘(進春)입구에 있는 기진협(畿陣峽)에 매복을.... 주작회 대원들은 진춘에서 청사(靑沙)로 향하는 팔달령(八達嶺)에 매복을... 그리고 등사회 대원들은 무호(蕪湖)의 청사쪽 호안(湖岸)에 있는 배 들을 단 한척도 남기지 않고 임대하여 팔방으로 흩어지도록 하세요. 마지막으로 나머지인원들은 전원 악부의 위수령에 집결, 혹 그곳까 지 추적해 오는 사람이 있으면 저지하면 됩니다." 여기까지를 단숨에 이야기한 남궁하는 잠시 침묵을 지켰다. 무유와 4대회주 들은 자신의 역할을 숙지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남궁 하의 뛰어난 전략에 감탄을 금치 못하였다. 그러나 아직 그들에게는 몇가지 의문이 있었다. 이에 무유가 나서며 말을 하였다. "그렇다면 임무를 수행하고 난 무사들은 어떻게 하면 되오?" "후후, 이제 막 이야기 하려 했는데....그들은 그로부터 정확히 2일후 은밀하게 여산(廬山)의 관일봉(觀日峯)아래 협곡에 모이도록 하면 됩니다" "그렇다면 악부이후의 추격대에 대해서는 어떻게 처리할 것이며, 최 종행로는.....?" "저에게는 별도의 세력이 있어요. 그 이후부터는 그들이 담당할 것 이예요. 그리고 최종행로는 극비사항으로 밝히지 못함을 양해해 주 시기 바랍니다. 여기에 계신분들을 믿지 못해서가 아니라, 만약의 경 우 포로로나 잡힌다면 고문이나 섭혼술의 대가에게 불가피하게 털어 놓을 수밖에 없을 경우를 대비한 것입니다." 그러면서 남궁하는 차를 마시는 듯 하며 슬쩍 무유에게 전음을 날렸 다. '후후, 이런 자리에서 그걸 묻다니 무대주 답지 않으시군요. 내 자세 한 이야기는 별도로 해 드릴께요!' 이에 무유는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남궁하의 주도면밀함에 감탄하고 있었다. "참, 한가지 빠졌군요. 화영단주께서는 비록 우리 거사에 참여하지는 않지만 당일 어떻게 해서든지 용천비를 상당동안 붙잡아 두시기로 했습니다. 추적대로 가장 유력시 되는 그를....." 바로 그 때, 갑자기 무유가 벼락같이 호통을 치며 창문을 부수며 밖으로 나갔다. "어떤 놈이냐?" 그러자 깜짝놀란 남궁하와 후궁예 등도 동시에 무유를 따라 창문밖 으로 튀쳐 나갔다. 이들이 지붕위에 올라 보니 어느새 무유는 청평 산의 깊은 숲속을 향해 사라져 가는 한 인영을 추적하고 있었다. 이에 남궁하는 같이 따라온 사대회주들에게 다급하게 소리쳤다. "큰 일 났어요! 만일 우리의 거사가 저들에게 알려진다면 모든게 허 사가 될텐데..... 후회주와 왕회주께서는 지금즉시 무맹의 정문으로, 그리고 두회주와 남궁회주께서는 서문으로 달려가 수상한 자가 안으 로 들어가려 하면 이를 저지해 주세요. 저는 일단 무대주를 따라 저 자를 추격할 테니.... 그와 동시에 남궁하는 눈부신 속도로 거의 사라져 가는 무유를 따라 몸을 날렸다. 그러자 남궁하의 지시를 받은 사대회주들도 사태가 심 각함을 깨달았는지 굳은 표정으로 각각 무맹을 향해 몸을 날렸다. "어떻게 됐어요?" 무유를 따라 거의 십여리를 쫓아갔던 남궁하는 어느 깊은 숲속의 한 가운데서 망연자실 서 있는 무유를 발견하고 이렇게 외쳤다. 그러자 무유는 한숨을 쉬며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 "그만 놓이고 말았소! 신법이 워낙 빠른데다 숲속으로 들어가는 바 람에..." 이에 남궁하도 탄식을 토해내고 말았다. "아, 큰 일이군요. 그들이 설마 이처럼 경비가 삼엄한 열혈위대 본부 에 까지 첩자를 보내다니.... 물론 급하게 사대회주를 무맹으로 보내 긴 했지만.." "외부에서 온 첩자가 아니라, 내부에 심어 놓은 첩자인 것 같소! 그 는 진식을 손쉽게 통과했을 뿐만아니라 열혈위대의 복장을 하고 있 었던 것 같았소!" "여하튼 이럴 게 아니라 우리도 어서 무맹으로 달려가 봐야 겠어 요." "그럽시다!" 몸을 날리면서도 그들은 불안한 마음을 억제할 수 없었다. 기습을 하더라도 결과를 예측하기 힘든데, 만일 사전에 본 계획이 노출되기 라도 하면 그들은 현무를 구하지도 못한채 이번 거사에 참여했던 모 든 사람의 처지가 위태로와 지는 것이다. 그들이 다시 무맹의 정문쪽으로 가다 보니 후궁예와 왕천상이 길옆 으쓱한 곳에서 한 구의 시체와 한 명의 포로를 앞에 둔채 그들을 불 렀다. 이에 무유는 우선 시체들의 복장부터 살펴 보았다. 하지만 둘 다 열혈위대의 복장은 아니였다. "이들의 경공과 무공수준은....?" 그러자 후궁예는 시체와 체포된 자를 교대로 가르키며 말을 했다. "이 자의 경공은 상당하여 도저히 사로잡지 못하고 결국 왕회주와 협공을 한 끝에 살해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이 자는 무척 은 밀히 행동하는 바람에 체포하긴 했으나....경공이나 무공실력은 별로 였고...." 그러자 무유는 그 시체에게 다가가 옷을 들춰보는 등 몇가지 조사를 진행하였다. 하지만 그의 신분을 추측할 만한 아무 것도 나오지 않 았다. "어찌되었건 이 자가 조금 수상하기는 한데....이를 증명할 수 있는 것이 아무 것도 없으니....." 이에 남궁하는 한참을 생각했으나 결국 뾰족한 방법을 찾지 못하고 후궁예를 향해 말을 했다. "할 수 없죠! 일단 후회주께서는 한 반시진 정도 더 지켜보다 서문 쪽으로 오세요. 그리고 왕회주께서는 이 자를 데리고 저를 따르시 고....." 서문쪽의 두랑과 남궁상일도 한 명을 잡아 놓고 있었다. 이에 남궁 하와 무유는 이들을 으쓱한 곳으로 데려가 문초를해 보았다. 그러 나 결국 이들의 찌뿌린 안색은 펴지지 않았다. 이들중 한명은 그저 평범한 무맹의 무사였고, 정문쪽에서 잡힌 다른 한명은 비록 집마부에서 무맹을 염탐하기 위해 보낸 첩자였다는 사 실이 밝혀졌지만 결국 그러한 사실은 그들에게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했던 것이다. 이에 무유가 가볍게 한숨을 쉬며 남궁하에게 말했다. "휴! 정문에서 살해당한 자가 바로 그 자 였으면 좋겠는데....알 수 없으니, 이제 어떻게 해야겠소?" "약간 준비가 부족하더라도 계획을 앞당겨야 겠어요! 설혹 그들이 우리의 계획을 알았다 하더라도 내일밤을 거사일로 알고 있을 테 니...." "그렇다면 어제로 할거요?" "오늘 밤, 아니 정확히 이야기하면 내일 새벽 축시(丑時)로 하죠!" "그 때까지 준비가 갖추어 질 수 있겠소?" "일단 최선을 다해 봐야죠. 일을 꾸미는 것은 사람이나, 그 성사여부 는 하늘에 달려 있는 것...." 이렇게 되자 그들은 갑자기 분주해 졌다. 벌써 해는 뉘엇뉘엇 서산으로 기울고 있는 유시무렵! 그들은 축시까지 네시진 내에 모든 준비와 안배를 마쳐야 되었기 때 문이였다. 사대회주와 무유는 각각 자신의 휘하 무사들을 집결, 각자의 임무들 을 부과하기 시작했으며, 남궁하는 남궁외가와 연락을 취하면서도 수시로 그 모든 사항들을 확인 점검하였다. 또한 그녀는 조금전의 사건이계속 걸리는 지라 은밀히 무맹의 집행 부의 동향을 살펴 보았으나 다행이 현재까지는 아무 일도 없는 것 같았다. "화영단주에게는 연락을 취했소?" "예! 거사시간이 바뀌었으니 어떻하든 오늘밤 용천비를 뇌옥에서 멀 리 떨어진 화운루로 불러내 붙잡고 있으라고 했어요" "잘했소! 이제 모든 것을 하늘에 맡길 수밖에...." 마침내 예정했던 축시가 가까워 지자 무유, 남궁하, 두랑, 후궁예는 현무가 갇혀있는 뇌옥으로 향했다. "멈추시오!" 심야에 뇌옥을 향해 걸어오고 있던 4인을 발견한 수비무사들은 분분 히 무기를 꺼내들고 소리를 쳤다. 그러자 무유가 당당히 앞으로 나서며 말을 했다. "나는 영웅청년단의 무적위대주 무유다! 속히 수비대장을 불러와 라!" 이에 수비무사들은 깜짝 놀라면서도 자신들이 상대할 인물이 아니라 고 생각했는지 수비대장을 불러왔다. 뇌옥을 지키는 수비대장은 우 악수란 인물로 바로 무적흑표단주의 심복으로 알려진 인물이였다. "아니, 무대주께서 이 밤중에 이곳에는 왠 일이요!" "나는 이곳에 갇혀있는 열혈위대주를 구하러 왔다" 그러자 우악수는 이러한 이야기를 당당하게 하고 있는 무유를 얼처 구니 없다는 듯 쳐다 보았다. "그는 무맹의 중죄인인데....그게 도대체 무슨 말이요?" 이에 무유는 벼락같이 호통을 질렀다. "닥치거라! 그는 진정한 영웅이며, 협사인데 누가 감히 그의 죄를 묻 는단 말인가?" 그러나 우악수도 결코 만만한 인물은 아니였다. 이와같은 무유의 호 통에 주눅이 들기는커녕 비릿한 냉소를 지었다. "흐흐, 이미 그의 죄가 만천하에 알려졌거늘.....어찌 억지를 쓴단 말 이요. 속히 물러가지 않으면 무대주도 체포하겠소!" "하하, 네놈이 용천비의 위세를 믿고 보이는 것이 없는 모양이구나! " 이러면서 무유는 두랑을 향해 말을 했다. "두회주! 이 자는 하극상(下剋上)의 죄를 범했소! 당장 참하시오" 상황이 이정도에 이르자 비로소 우악수는 겁을 먹은 듯 주춤거렸다. 야수와 같이 자신을 노려보고 있는 좌수쾌검 두랑의 소문을 그도 익 히 들었던 것이다. "아, 아니..이 자들이...감히 모반을...? 여봐라! 뭣들 하느냐..." 그러나 그의 말은 채 이어지지 못했으니 어느새 두랑이 그를 향해 빛살처럼 달려들며 목을 날려버렸던 것이다. 이러한 갑작스런 상황에 수비무사들이 어찌할 바 모른 채 웅성거렸 다. 바로 그 때 무유의 사자후가 터져 나왔다. "모두들 듣거라! 열혈대주는 진정한 영웅이다. 이번 사건은 그의 전 공을 질투하는 자들이 꾸민 치사한 모략이거늘 어찌 이에 현혹되겠 느냐? 이에 나 무유는 그를 구출하려 하거니와 이에 순수히 응한다면 영웅 을 위하는 길이요, 목숨을 부지하겠지만 만일 거역한다면 나 무유의 검이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번 호 : 8444 게시자 : 윤원중 (re5280 ) 등록일 : 1999-05-10 09:16 제 목 : [연재] 천부외경 81 이와같이 소리친 후 무유와 남궁하, 그리고 두랑과 후궁예는 주춤거 리는 몇 명의 무사들을 베어 버린 후 벼락같은 기세로 뇌옥을 뚫고 들어갔다. "아우! 지금 어디에 있는가? 나 무유다!" 막상 뇌옥안에 들어왔지만 현무가 어디에 갇혀 있는 지 알 수 없었 던 무유는 고함을 지르며 현무를 불러 보았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상황에 죄수들이 웅성거리고 시끄럽게 하는 바람에 아무런 소리도 들을 수 없었다. "아마, 가장 아래쪽에 있을 거예요. 하지만 혼란을 부추기기 위해 이 들을 모두 풀어주는 것도 좋겠네요" 남궁하는 무유와 함께 뇌옥의 아래쪽으로 향하며, 두랑과 후궁예를 시켜 뇌옥의 문들을 몽땅 열어주도록 지시했다. 한 편 이 때 뇌옥밖에서는 수비무사들이 아직까지 어쩔 줄 모르고 있었다. "이거 큰 일이다. 어서 비상을 울려야 하지 않느냐?" "비상은 무슨...? 사실 무대주의 말씀이 맞지 않은가? 더욱이 현대주 는 무맹내에서 유일하게 우리와 같은 하급무사들의 애환을 알아주던 분이 아닌가? 도와주지는 못할 망정....." "하지만 자칫하다간 우리도 성치 못해!" "까짓거 나도 이 기회에 무맹을 탈퇴하고야 말겠다" 그런데 바로 그 때 뇌옥의 좌우측 건물에서 갑자기 불길이 솟기 시 작했다. "불이야! 불! 어서 불을 꺼라" 그리 않해도 혼란스럽던 뇌옥 주변은 갑작스런 불길과 마침 뇌옥안 으로부터 몰려나오는 죄수들로 인해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하고 말았다. 그리고 이순간 무유와 남궁하는 마침내 현무를 발견하였다. 하지만 현무는 아직 혼절상태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탱탱 부어터진 얼굴에 온 몸에 말라붙은 피가 더덕더덕 붙어 있어 마치 처참하게 죽은 시체와 같은 몰골로..... '아, 오라버니....!' 너무나 처참한 현무의 모습에 남궁하는 그만 자신도 모르게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그러나 무유는 이러한 남궁하의 모습을 바라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 "시간이 없소! 어서 그를 데리고 빠져 나갑시다" 망연자실 그의 앞에 주저 앉아 버린 남궁하를 재촉해 일으켜 세운후 혼절한 현무를 들쳐 업었다. (잔인한 자들! 어찌 사람을 이리 방치한단 말인가?) 비록 시간이 없어 더 이상의 울분을 억누른채 현무를 업고 뇌옥을 빠져 나오기 시작했지만 무유의 눈에서는 분노의 불길이 솟아나오고 있었다. 뇌옥밖은 그야말로 혼란의 극치를 이루고 있었다. 주위는 불길이 타 올라 화광이 충천한데 불길을 피하는 사람들, 불을 끄려는 사람들이 이리 저리 뒤엉켜 혼란을 부채질 하고 있었고, 뇌옥을 빠져나온 죄 수들은 여기저기에서 수비무사들과 드잡이질을 하고 있었다. "후후, 다행이군! 자, 갑시다" 죄수들을 풀어준 후, 사위를 경계하던두랑과 후궁예는 무유의 소리 와 그의 등에 없힌 인영을 보고 마침내 그의 구출이 성공했다는 사 실을 알고 미소를 지으며 무유와 남궁하를 따라 신영을 날렸다. 중간에 간혹 몇몇 수비무사들과 마주치긴 했지만 그들은 무유 등의 신분을 확인하자 더 이상 캐어 물을 수 없었다. "아니, 왜 저리 황급히 달려가지? 무슨 일이 있었나?" "글쎄, 이 밤중에..... 더구나 무대주의 등에는 피투성이의 사람이 업 혀 있잖아! 그가 도대체 누구지?" 서문역시 이미 남궁상일과 왕천상에 의해 성공적으로 접수된 후라 그들은 그대로 무맹의 서문을 빠져 나갔다. "그대들은 속히 문을 닫아 건 후 우리들을 따라오길 바라네!" "예, 알겠습니다. 무대주!" 그들은 수하들을 시켜 서문을 굳게 닫아 버렸다. 바로 그 순간 비로소 무맹내에 호각소리와 다급하게 두드리는 북소 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드디어 비상이 걸린 것이다. 하지만 이미 어둠속으로 사라져 가는 무유! 이와 동시에 "히히힝!" 하는 말 울음소리와 함께 총 네 대의 마차들이 무맹의 사 방으로 일제히 달리기 시작했다. 한편 이 때, 용천비는 화영과 함께 화운루에 앉아 있었는데....갑작스럽게 들려오 는 북소리에 깜짝 놀라며 일어서고 있었다. "아니, 이 시간에 웬 일이지? 비상이 걸리다니......" "하하, 별 일 아닐거야! 불이라도 난 것이겠지" 화영은 그렇게 이야기 하며, 서쪽하늘에 화광을 가르켰다. "그렇군! 하지만 가봐야 겠네..." "허허, 한 참 술맛이 나는데 어디를 간다는 말인가?" 그러나 용천비는 화영의 이러한 이야기를 더 이상 들으려 하지 않았 다. "이 사람! 지금 비상이 걸렸는데....그 무슨 소리인가? 자네야 모든 직을 사퇴한 상태지만.....나야 무적흑표단을 맡고 있지 않는가?" 그러면서 용천비는 서둘러 화운루를 벗어났다. '허허, 남궁소저! 여기까지가 내 역할의 끝이요....부디 무사했으면 좋 으련만.....' 떠나는 용천비를 바라보며 화영은 이렇게 중얼거리고 있었다. "그게 도대체 무슨 말이냐? 그가 탈출을 하다니...." 급히 무적흑표단으로 복귀한 용천비는 현무가 탈옥을 했다는 수하들 의 보고에 길길이 날뛰기 시작했다. "도대체 누가 있어 그를 탈옥시켰다는 말이냐? 그리고 그들은 어디 로 탈출하고...? 어서 뇌옥의 수비대장을 불러와라!" "그는 두랑이란 자에 의해 죽었다고 합니다" "아니, 뭐라고...? 그렇다면 이건 모반이 아닌가? 그렇다면 과연 네 놈들은 이제껏 무엇을 하고 있었다는 말이냐?" "예..그 그것이 너무 갑자기 일어난 일인지라...." 그러자 용천비는 더 이상 분을 참지 못하고 "쾅!"하며 탁자를 후려 치고 말았다. "닥치거라! 이 놈들!" 바로 그 때 수하무사가 급히 다가왔다. "단주님! 군사께서 급히 찾으십니다" 그러자 용천비는 이를 부드득 갈며 일어섰다. "당장! 흑표단에 비상을 걸어라! 내, 군사를 만나고 와서 바로 출발 할 수 있도록..." 무맹의 지도부가 분주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용천비 휘하의 무적흑표단 500여명 전원과 열혈위대를 제외한 청년 영웅단 휘하 3개위대에 그들을 추적하라는 긴급명령이 떨어지고, 때 마침 청년영웅단 단주였던 북궁휘가 유선을 호위하여 금릉에 가 있 던 상황인지라 임시로 전임단주였던 화영에게 청년영웅단을 지휘하 라는 명령이 떨어졌다. 그리고 안휘성 일대 무맹지부와 가입방파들에게 일제히 전서구가 떳 다. 하지만 그들의 추적은 상당부분 지연될 수밖에 없었으니, 영문도 모르는 채 서문앞에서 우왕좌왕하던 열혈위대 잔류대원들의 방해를 받았고, 사건 직후 사방으로 흩어져 나간 마차 들로 인해 탈 출행로를 짐작할 수 없었기 때문이였다. 결국 수많은 추적전문가 들과 제갈후상 휘하 모사(謀士)들이 총동원 된 결과, 이들이 진춘쪽으로 도주했음을 알아낼 수 있었다. "그들은 교묘하게 위장을 하고, 진춘쪽으로 달아났소. 그렇다면 그 다음행로는 필히 청사와 무호를 거처 장강을 넘거나, 대별산맥(大別 山脈)을 통해 동백산쪽으로 갈 확률이 높은 것이요. 그러니 용단주는 진춘을 거쳐 청사쪽으로 추격하시고, 화단주는 동 호를 건너 대별산맥입구쪽으로 추격하기 바라오. 내 무맹의 각지부에는 미리 연락해 두겠소!" 남궁하와 무유가 현무를 탈출시킨 시간은 축시무렵! 그런데 정식으로 추격대가 무맹을 나서는 시간은 묘시였으니 남궁하 의 지략이 적중해 그들의 최초 진로(進路)를 파악하는데 벌써 두시 진이 소요된 것이였다. 하지만 이들은 출발부터 난관에 봉착하게 되었으니 그들이진춘쪽 관도에 접어든지 채 십여리도 못갔는데, 관도상에 꽂 혀있던 수많은 대못에 의해 이삼백여기의 마필들이 손상되어 버렸던 것이다. 때는 아직 해가 뜨기 전이였고, 워낙 다급하게 추격을 하고 있었으 니 비록 선두의 말들이 쓰러지는 것을 목격하고서도 쉽게 대열을 멈 출 수 없었다. "이런 황당한 일이....? 내 그들중에 남궁하라는 여우가 끼여있음을 잊었구나!" 용천비는 그리 않해도 추격이 늦었는데, 적의 종적을 찾기도 전에 무수한 인마가 거동불능이 되어버리고 이로 인해 추격이 지연되자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무수히 꽂혀있는 대못들과 부상당한 인마를 그대로 밟고 지나갈 수는 없는 법, 결국 이들을 제거하고 다시 출발하는데 는 다시 반시진정도의 시간이 지체되고 말았다. 그러나 남궁하의 지략은 이제 시작이였다. 달리는 말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한참 달리던 그들 앞에 다시, 새벽 의 미명을 뚫고 이동하는 대규모의 상여행렬이 나타난 것이다. 갑자기 선두의 행렬이 급격히 느려짐을 느낀 용천비와 화영이 급하 게 말을 몰아 선두로 나섰다. "아니, 왜 이리 늦어 지느냐!" 하지만 이들은 굳이 대답을 들을 필요가 없었으니, 그들의 눈이라 해서 장례행렬이 보이지 않을 리 없었기 때문이다. "이놈들아! 속히 길을 비키거라! 그렇지 않으면 그대로 짓밟고 자나 갈 테니...." 다급한 마음에 용천비가 마구 고함을 질렀다. 하지만 상여행렬은 마치 어떤 개가 짓느냐는 듯 신청도 않고 그대로 느릿느릿 진행할 뿐이였다. "아니, 이 놈들이 정말..? 안되겠다. 그대로 밀어 버려라" 마침내 용천비는 성질을 누르지 못해 이러한 명령을 내리고 말았다. 하지만 그 명령은 미처 시행되지 못했으니, 화영이 제지하고 나선 것이다. "그게 도대체 무슨 말이요? 이들은 평범한 백성들이거늘...." "허허, 답답하오! 이들도 모두 그 남궁하란 계집이 우리의 추격을 늦 추기 위해 꾸민 계략이란 말이요!" "설혹 이 것이 그들의 계략이라 할 지라도 무고한 백성들을 짓밟고 가는 것은 정말 안될 일이요! 맹주께서도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 요" 이에 용천비가 답답하다는 듯 가슴을 탕탕 쳤다. "그렇다면 언제까지 이들의 뒤만 쫓아가란 말이요?" "잠깐 기다려 보시오! 내 저들을 한 번 설득해 보리다" 용천비의 다급한 심정은 아랑 곳하지 않고 화영은 느긋히 그들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한참 후에 돌아오더니 웃으면서 용천비에게 말을 하였다. "하하, 그들이 비켜 주기로 했소! 잠시만 기다려 달라고 하더군...." 용천비는 자신은 다급해 하는데 화영은 느긋한 태도를 변하지 않고 있자 속만 부글부글 끓었다. 더욱이 정작 비켜 준다던 상여행렬은 그야말로 늘어터진 황소들마냥 천천히 움직이고 있었으니 그야말로 내화(內火)가 치밀어 죽을 지경이였다. 한편 이시간, 남궁하와 무유일행은 마차를 한 대 빌려 탄 후 청사를 지나고 있었 다. 당초 그들은 흔적을 남기고 검문까지 받을 가능성이 높은 마차를 택 하지 않고 무유가 직접 현무를 업고 가는 방법을 선택했었는데 현무 의 부상이 너무 심하여 마지못해 마차를 빌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현무는 무유가 소환단을 복용시키고 공력을 주입하는 등 갖 가지 노력을 취해 보았지만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 이에 남궁하가 침울한 목소리로 무유를 만류하였다. "그만 두세요. 이미 본인이 마음의 문을 닫아 버렸으니 아무리 좋은 영약이 있다할 지라도 아무런 효과가 없을 것이예요. 사실 오빠는 거의 삼갑자에 이르는 공력에, 달마현공이라는 초상승 내공심법을 익히고 있어 자연치료가 되었어도 벌써 되었어야 했어 요. 하지만 이번 일은 너무나 충격이 컸고, 결국 스스로 마음의 문을 닫아 버린 것 같아요" 이렇게 이야기 하는 남궁하의 표정에는 쓸쓸함과 처량함이 가득 배 여 있었다. 그럴 수밖에, 현무가 그만큼 충격이 컸다는 사실은 그에 게 있어서 유선의 비중이 그만큼 컸다는 사실을 말해 주고 있는 것 이였으니, 그를 자신의 목숨보다 더 사랑한다는...... 그리하여 그를 구하기 위해 명예도 가문도 모두 버린 채 도주하고 있는 그녀에게는 마음의 상처가 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에 무유는 그녀의 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그래서 슬쩍 말을 돌 렸다. "하긴, 아우처럼 담백한 성격을 지닌 사람이 간살과 강간미수라는 오명은 도저히 견딜 수가 없었을 것이요!" 그러나 남궁하는 그저 쓸쓸히 웃을 뿐이였다. 물론 그러한 누명도 누명이겠지만 그 대상이 바로 유선이였기 때문 에 결국 그가 마음을 굳게 닫아버렸다는 사실을 총명한 그녀가 모를 리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이러한 마음을 애써 돌렸다. (후후, 어차피 그의 그러한 마음까지 모두 수용하기로 하였던 나였 지 않는가? 이제와서 새삼스럽게 무슨 생각을.....?) "그렇다고 이대로 둔다면 무슨 일이 생기는 것 아니요?" "아무쪼록 하루속히 마음의 문을 열고, 스스로 회복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기만 바랄 뿐이죠!" "허허, 이럴 수도 없고, 저럴 수도 없고..... 정작 그의 탈출을 위해 지금 이 시간도 수많은 무사들이 피를 흘리 고 있건만........." "아무튼 우리는 하루빨리 장강을 넘어서야 해요. 아직 정식으로 천 라지망이 전개되기 전에......." "하지만 장강을 넘어 다시 어디로 갈 생각이요. 여전히 무맹의 세력 권이고.... 관의 추적도 예상되지 않소?" "일단 장강을 넘어 황산쪽으로 갔다가 번양호를 거쳐 다시 역도강 (逆渡江)을 해 대별산맥을 통해 화산으로 갈 거예요. 필히 그들은 우리의 행로가 황산이나 아니면 그 아래쪽에 있는 무이 산맥쪽으로 생각할 거예요. 따라서 우리는 다시 마차를 버린채 소로를 따라 이동해야 할 것 같 아요!" 이에 무유는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후후, 아무리 제갈군사가 지략이 뛰어나다 할 지라도 결코 남궁소 저에게는 못 미칠 것 같아! 벌써 그의 생각을 훤히 읽고 있지 않은 가?) 결국 남궁하의 예측은 또다시 적중했다. 마차를 버리고 산길을 따라 이동하면서 살펴보니 날이 밝자마자 관 도상에는 수많은 무사들이 쫘악 깔려 지나가는 마차나 행인들을 세 심하게 조사하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그들의 실력이야 별 것 아니 여서 전혀 장애물이 될 수는 없었으나 문제는 그들의 위치가 노출된 다는 사실이였다. 이렇게 은밀하게 이동한 결과 그들은 결국 그날 오시(午時)무렵 무 호에 이르렀고, 이미 등사회 대원들이 준비해 둔 배에 탈 수 있었다. "호안의 배들을 모조리 임대했나요?" "예, 단 한척도 남기지 않고 몽땅 임대해 잠시후 모두 이곳을 떠날 것입니다." "좋아요! 수고했어요. 배들을 모두 보낸 후 각자 흩어져 악부의 위수 령으로 집결하세요" "예, 군사의 명을 받들겠습니다. 그런데 대주께서는 좀 어떠신지....부 상이 심한 듯 한데...?" "걱정마세요. 괜찮을 거예요" 하지만 등사회의 합장인 그의 표정은 대주에 대한 염려로 가득했다. (허허, 아우의 어떠한 점이 이렇듯 사람들을 잡아 끌고 있는지......) 그 합장의 표정에서 진심을 읽은 무유는 은근히 현무의 그와같은 장 점이 부럽기까지 하였다. 비록 자신의 수하들도 충심으로 따르고 있 었으나 이 정도까지는 아니였던 것이다. 번 호 : 8445 게시자 : 윤원중 (re5280 ) 등록일 : 1999-05-10 09:17 제 목 : [연재] 천부외경 82 이때 화영과 용천비가 이끄는 추격대는 진춘입구에 있는 기진협(畿 陣峽)에 이르고 있었다. "어떻소? 화단주 이곳은 적들의 매복이 설 수 있는 곳인데....." 양쪽이 고지대로 형성된 협곡을 맞이하게 되자 용천비가 걱정된다는 투로 말을 하였다. 벌써 남궁하의 기지에 의해 두 번씩이나 당하지 않았던가? 하지만 이 때 화영은 내심은 어떻던간 심드렁하게 대답하였다. "물론 일반적 상황이라면 그렇겠죠! 하지만 쫓기는 입장에서 과연 매복 기습을 할 여유가 있겠소?" "후후, 하긴 설혹 매복이 있더라도 얼마나 있겠소? 그리고 이미 우 리에겐 시간이 없으니 매복이 있더라도 그대로 뚫고 나가는 수밖 에...." 사실 이렇게 용천비가 서두르고 있는 것은 그들이 장강을 건너기 전 에 잡아야 한다는 제갈후상의 당부가 있었기 때문이였다. 장강에 이 르면 필히 물길을 이용할 테고, 그렇다면 물길의 특성상 아무리 추 적술에 뛰어난 사람도 흔적을 잡기 힘들다는 것이였다. "자! 정면돌파다. 모두들 최대한 빠른 속도로 기진협을 통과한다" 용천비와 화영의 명령에 따라 일천이백여명에 이르는 추격대는 최대 한 속력을 내어 기진협을 통과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들의 선두가 기진협의 험난한 협로에 들어사자 곧바로 이 를 기다리고 있던 백호회의 공격이 시작되었다. "자, 우리 모두 대주를 위해 한 목숨을 바칠 각오로 싸우자!" "예, 대주를 위하여....!" 미리 기진협의 좌우측에서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던 백호회의 무 사들은 일제히 함성을 지르며 바위며, 돌맹이며, 암기, 화살 등을 분 분히 날리기 시작했다. 하늘로부터 쏟아지는 무자비한 공격! 그러나 용천비는 이러한 공격에 주춤거리는 추적대를 마구 독려하면 서 앞으로 앞으로를 외치고 있었다. "별것이 없다. 모두들 방패를 사용, 적의 공격을 막으며 신속히 통과 하라! 결코 희생을 두려워 하지 말라! 주춤거리거나 뒤로 물러서는 자에겐 나의 칼이 먼저 목을 칠 것이다." 이와같은 용천비의 저돌적인 진격에 백호회 대원들도 질릴 수밖에 없었다. 한 사람이 쓸어지면 이를 그대로 밟고 진격하고, 말이 쓰러 져 진로를 막으면 부근에 있던 중간 지휘자들이 곧바로 그 말을 어 육을 만들어 버리며 진격하고 있었던 것이다. 더욱이 그들은 바로 하루전까지만 해도 그들의 동료들이였으니, 자 연 공격이 무디어 질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적들의 수효는 천명이 훨씬 넘는데 그들은 단지 150여명! 결국 이들은 지형적인 이점을 안고 공격을 하였으나 겨우 그들의 추 격을 일각정도 늦출 수 있을 뿐이였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이들이 추격에만 급해 이들에 대한 공격을 생략 하고 곧바로 통과하고 있었던 탓에 그 희생은 극미했다. '음! 용천비의 용맹에 대하여 익히 들어보았지만, 실로 대단하군! 희 생을 두려워 하지 않는 과감함과 저돌성! 하지만 그의 부하들은 과연 그를 충심으로 따를 수 있을까?' 멀어져 가고 있던 그들을 바라보며 백호회주인 후궁예가 이렇게 중 얼거리더니 이윽고 수하들을 향해 지시를 내렸다. "자! 이제 모두들 흩어져서 최대한 빠른 속도로 무호를 돌아 악부의 위수령에 집결한다. 비록 그들은 먼저 갔지만 팔달령과 무호 호안에 서 지체할 수밖에 없을테니....." 후궁예의 말처럼 진춘을 통과하며 무맹 지부로부터 오백여명의 지원을 받은 용천비의 추격대는 팔달령(八達嶺)에서 다시 주작회의 대원들에 의해 다시 기 습을 받고 다시 추격을 늦출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팔달령은 기진 협과 달라 적들의 반격이 비교적 용이해 주로 여인들로 구성된 주작 회의 대원들은 상당수 희생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와같은 수없는 저지를 뚫고 막상 무호에 이른 용천비는 그 야말로 막막하기 짝이 없었다. 이미 도주자들은 무호를 건넜는지 아무런 흔적도 없었고, 이들을 추 적할 배들도 단 한척이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휴우! 결국 이곳에서 추격을 단념해야 한다는 말인가? 무호의 배들이 몽땅 사라졌다는 것은 그들이 필히 이곳을 통해 도주 했다는 것인데......도대체 어느 방면으로 도주했는지 알 길도 없고, 추적할 수단도 없으니.... 남궁하란 그 계집이 이토록 주도면밀할 줄이야...) 그러나 용천비는 도저히 그대로 철수할 수 없었다. 그대로 돌아간 후 상부로부터 떨어질 질책도 질책이였지만 이정도가 되면 자존심의 문제였던 것이다. 결국 그는 끝까지 추격하기로 마음먹고, 무사들을 동원해 뗏목을 만 들도록 지시하는 한편 인근의 마을사람이건 어부들이건 몽땅 잡아들 여 세세하게 조사했다. 이러한 집요한 그의 노력이 통했는지 어부들 중 하나가 자신들의 배 를 몽땅 임대한 무사들이 대화하는 내용에 악부가 언급되었다는 말 을 전해 들을 수 있었다. "되었다! 그들은 악부로 갔다. 속히 부근 무맹지부와 백도 제파들에게 전서구를 띄워라! 그 곳에 천라지망을 펼치라고.....그리고 조금이라도 수상해 보이는 자들은 모 두 잡아 들이라고..." 진춘에서 용천비와 헤어져 대별산맥쪽으로 방향을 튼 화영은 이 때 동호를 향해 평온하게 진격하고 있었다. 합비에서 진춘까지 올 때는 그 무수한 저항이 있었지만 진춘을 벗어나자 아무런 저항도 없었던 것이다. (후후, 이러한 사실은 그들이 이 곳으로 향하지 않았다는 것을 말해 주고 있지...... 하지만, 나는 그저 명령대로 동호까지 갈 것이다! 그 것이 그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것이므로.....) 청사(靑沙)에서 악부(岳府)까지는 배로 해서 거의 두시진정도 걸리 는 거리였다. 하지만 무유와 남궁하 등은 도주하는 입장인지라 그저 바람을 받고 노를 젓는 것만에 만족할 수 없었던 지라 교대교대로 선미(船尾)에 서서 물을 향해 장풍을 날렸다. 그러자 그들을 태운 배는 그야말로 물위를 나는 듯이 달려가기 시작 했는데 마침내 미시무렵이 되자 그들은 악부 부근의 한 한적한 호안 (湖岸)에 도착할 수 있었다. 하지만 관도에 쫘악 깔렸던 무사들이 이곳 악부라 해서 없을 리 없 었다. 비교적 인적이 드믄 지역에 정박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막 배를 내리는데....한 떼의 무사들이 달려오고 있는 것이였다. "거기 꼼짝하지 마라! 조사할 것이 있다" 그러나 무유등이 어찌 한가하게 그들의 말을 듣고 있겠는가? "하하, 꼼짝하지 마라 해서 꼼짝않을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우리들 은 바빠서 먼저 가노라!" 그 말과 함께 현무를 등에 업은 무유와 남궁하 등은 놀라운 속도로 그들의 시야에서 사라져 갔다. "아니, 저 자들이 감히...?" 이에 무사들은 그들을 실고 온 배를 잡으려 하였다. 하지만 그 배 역시 그들을 내려 놓은 채 잽싸게 다시 떠나버렸으니 무사들은 그저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 "저들은 도대체 누구일까?" "글쎄 금방 사라져 버렸으니 알 길이 있나? 단지 그들이 사라지는 수법으로보면 감히 우리들이 상대하지 못할 고수들임은 분명할 터...." "혹씨 이번에 수배령이 내려진 그 자들이 아닐까?" "설마! 오늘아침에 수배령이 떨어졌는데 벌써 이곳까지 왔을려고...?" "그래도 수상하잖아! 검문에 불응한 것이나, 무공수준이나, 더욱이 그 중 한 명은 등에 사람까지 업고 있었는데...." "에이, 그래도..? 그리고 사실 현무대협을 잡는 일에 협조하고 싶지 않아!" "하긴, 나도 별로 내키지 않는일이긴 해! 상부의 명령 때문에 이 짓 을 하고는 있지만....." 결국 그들은 이번 일을 그냥 묵과하기로 하고 다시 본래의 근무지로 복귀했다. 하지만 이 때 근무지를 은밀하게 빠져 나가는 사람이 있었다. '흐흐, 바보같은 자식들! 현무란 자가 도대체 뭐라고.... 그가 너희들 밥한끼, 술한모금이라도 사준 적 있나? 미안하지만 나는 그런 쓸데 없는 의리보다는 포상금을 선택해야 겠다' 무유와 남궁하 등이 아무리 은밀하게 움직이고 있다 하더라도 부상 당한 현무를 업고 있었던 관계로 모든 사람들의 시선을 완벽히 피할 수는 없었다. 그들이 별 것 아니라고 지나처 버린 어부, 나뭇꾼 등 평범한 백성 들! 하지만 그들중에도 신고한 사람에게 거액의 포상금을 준다는 방을 유심히 본 사람들이 있었던 것이다. 정발령(頂發嶺)! 바로 악부를 벗어나 장강쪽으로 가려면 반드시 지나가야 하는 고개 였다. 따라서 현무를 데리고 장강쪽으로 향하던 무유와 남궁하 일행 은 불가피하게 이 고개를 지나게 되었는데 악부의 관문이라 할 정도 로 중요한 길목이였기에 필히 감시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 같아 무유 와 남궁하는 부득불 변장을 할 수밖에 없었다. 무유와 남궁하는 평범한 시골부부로 위장하고 현무는 마치 그들의 노부(老父)마냥 위장하고 수레에 태운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정발령에 이르자 십여명의 무사들이 그들의 길을 막 아섰다. "잠깐 멈추시오!" 무유가 수레를 멈추며 바라보니 그들은 무맹을 상징하는 복장을 입 고 있었다. (으음, 이들은 아마 인근 금릉지부의 무사들인 모양이군!) 이에 무유는 남궁하에게 슬쩍 눈짓을 했다. 이들이 무맹지부의 무사 들이라면 그들은 무유나 남궁하, 그리고 현무에 대하여 더욱 자세히 알고 있을 뿐 아니라 무공도 결코 만만치 않을 것이기 때문이였다. 문득 무유의 뇌리속으로 한 인물이 떠 올랐다. 철심협한(鐵心俠漢) 심무외! 바로 무맹의 금릉지부장을 맡고 있었던 인물이였다. 별호가 말해 주듯이 그는 협을 살아가는 이유로 삼고 악을 원수처럼 미워하는 그야말로 사내라 할 수 있었다. 단 한가지 지나치게 고지 식하고 융통성이 없는 것이 험이라면 험이였고, 따라서 무공수준은 상당히 고강한데도 불구하고 여태껏 금릉지부장으로 있는 것도 그의 이러한 성격탓에 기인한다 할 수 있었다. "앗! 그를 건드리지 말아요!" 순간 들려온 남궁하의 날카로운 목소리에 무유는 비로소 심무외의 생각에서 벗어나 장내로 시선을 돌렸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남궁 하가 한 무사앞을 떡하니 가로막고 사나운 눈빛으로 그를 노려보고 있는 것이였다. 무유가 깜짝 놀라며 남궁하에게 물었다. "아니, 부인! 도대체 왜그러시오?" 그러자 남궁하는 여전히 그를 노려보며 대답했다. "이 자가 글쎄...오..아니 아버님의 옷을 마구 벗기려 하잖아요!" 이에 무유도 화난 표정으로 그들에게 큰 소리로 말을 하였다. "아니, 어찌 그럴수가 있단 말이요. 이처럼 추운 날씨에 병이들어 거 동도 못하는 늙은 노인의 옷을 벗기려 하다니....." 예상보다 거센 항의에 그 무사는 잠시 망설이다가 마침내 현무의 옷 깃을 잡았던 손을 슬쩍 내려 놓았다. 평소 힘없는 일반백성들을 괴 롭히는 자들을 결코 용서하지 않던 지부장의 성격이 생각났던 것이 다. 이를 보고 있던 무유와 남궁하의 얼굴에는 순간적으로 안도감이 감 돌았다. 만일 그가 고집을 피워 현무의 옷을 벗겼다면 천으로 감싼 상처부위와 장풍의 흔적을 감지했을 것이고, 그러한 것은 결코 시골 노인에게는 어울리지 않은 상처란 것을 금방 알아차렸을 것이라는 것이였다. "잠깐!" 그 때 갑작스런 소리와 함께 한 사내가 앞으로 나섰다. 무유가 보니 그는 아마 이들의 지휘관인 것 같았다. "너희들은 의심난 것이 있으면 확인을 해야지 어찌 그만두려고 하느 냐!"가까이 다가온 그가 현무의 옷을 벗기려는 무사들에게 하는 이 야기였다. "저희도 그럴려고 했지만 병든 노인에게 어찌 그럴수 있느냐고 항의 를 하는 통에......" "상관없다! 어서 그 노인의 옷을 벗겨봐라!" 사실 그 지휘관은 본래 상관하지 않으려 했다. 그런데 정작 무유와 남궁하의 태도가 예사 시골부부 같지 않았으니....평범한 시골사람들 이 어찌 감히 칼을 찬 무사들 앞에 저처럼 당당할 수가 있겠느냐는 생각이 들었다.. 더군다나 지금 이곳에는 비상이 내려져 있었으니 그 로서는 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던 것이다. 결국 그의 지시에 의해 무사들은 다시 무유와 남궁하의 저지를 물리 치고 현무의 옷을 벗기려 했다. 이에 무유는 남궁하에게 전음을 날렸다. '남궁소저, 안되겠소! 이들을 일단 치고 나갑시다' '휴! 할 수 없죠. 그대로 치고 나가 단숨에 장강을 건너 버리는 수밖 에...' '좋소! 그럼 제가 수를 세겠소. 하나, 두울, 셋!' 무유가 셋을 셈과 동시에 남궁하는 현무를 향해 접근하고 있던 무사 들에게 장풍을 날렸고, 무유는 잽싸게 현무를 들춰 업고 신형을 날 리기 시작했다. "윽!" "으윽!" 남궁하의 갑작스런 장풍에 미처 피하지 못한 무사들은 비명을 지르 며 그대로 일장여를 날라가 버렸고, 무유와 남궁하는 그 사이를 뚫 고 나갔다. 그러자 뒤에 있던 지휘관과 칠팔 명의 무사들이 황급히 이들을 막으 려 했다. "하하, 너희들이 감히 나를 막겠다는 것인가?" 무유는 가소롭다는 듯이 웃으면서 달리던 기세를 전혀 늦추지 않은 채 그들 중 중앙에 서 있던 무사 두 명을 발로 걷어차 버렸고, 남궁하 역시 그저 가벼운 손짓으로 세 명의 무사들을 날려 버렸다. "어딜 감히...너희들의 실력으로는 어림없다." 사실 그들이 비록 무맹의 무사들이였지만 당대 최고의 후기지수들인 무유와 남궁하를 당해내기에는 턱도 없이 부족했다. 그들은 거의 순 식간에 일곱명의 무사들이 쓰러져 버렸고 나머지 무사들도 그들의 놀라운 무위에 미처 쫓을 생각도 못한 채 멍하니 그들이 사라져 가 는 것을 보고만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지휘자 만은 조금 달랐다. "이런 병신같은 자식들!" 그는 자신 역시 그들을 저지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무시해 버리고 싶 은 듯 수하들을 향해 마구 욕설을 퍼붓더니 품속에서 무언가를 꺼내 하늘로 던졌다. 그러자 그것은 하늘로 7,8장 치솟아 오르더니 펑! 펑! 하며 터지더니 오색불꽃을 토해 내었다. 아마 대상자가 나타났 다는 신호용 폭죽이였던 모양이다. 그러나 사실 그 신호용 폭죽은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 무유와 남궁하가 그들을 지나쳐 미처 백여장도 가지 못하여 어느새 수많은 무사들이 그들의 앞을 가로막고 있었기 때문이다. 마치 그들의 출현을 예상하고 기다리기라도 한 듯 전면에 포진하고 발길을 저지하는 수백명의 무사들! 특히 그들 중앙에 유난히 패기가 물씬 흐르는 장년무사가 눈에 띄었 다. "하하, 무대주! 어서오시오. 내 이미 기다린 지 오래 됐소이다" 부득불 걸음을 멈춘 무유와 남궁하의 눈에 낭패감이 흘렀다. '남궁소저! 아마 그들은 우리를 기다렸던 모양이요.' '생각보다 그들이 치밀하군요. 저자가 철심협한 심무외라 했던가요!' '그렇소! 나하고는 꽤 잘 알고 있지만....쉽지 않을 것 같소! 어떻소? 저들을 뚫기는 쉽지 않을 것 같고....일단 후퇴를 하는 것이...?' '그건 별로 현명하지 못해요. 그들의 천라지망에 걸리고야 말아요. 무슨 일이 있더라도 일단 뚫고 나가는 길밖에 없어요' '그렇다면 일단 내 그를 한 번 설득해 보리다' 이렇게 서로간 의사소통을 한 후 마침내 무유가 앞으로 나섰다. "심지부장! 오랜만이구려.... 그나저나 나의 앞길을 막을 셈이요?" "무대주께서 순수히 포박을 받는다면 내 무대주의 체면을 봐서라도 최대한 편의를 베풀겠소!" "그대는천하의 협객으로 소문난 사람이요! 그런데 어찌 현대주의 무고함을 모른단 말이요?" "물론 나 역시 현대주의 소문을 들었고, 평소에 꼭 한 번 만나봤으 면 하던 사람이였소! 하지만 나는 무맹의 소속! 내 어찌 무맹의 명 령을 어길 수 있겠소!" "그가 음모에 의해 억울하게 희생양이 되었는데요 말이요?" "나는 그런 것은 잘 모르오. 오직 그를 잡아들이라면 명령만 알 뿐...." 심무외의 말은 의외로 단호했고 전혀 양보할 기색이 보이지 않았다. 이에 무유는 탄식을 하고 말았다. 그는 명실공한 협객이였고, 무맹지휘부에 대해서도 일부 불만이 있 으리라 생각하여 대화를 시도해 보았는데, 역시 고지식한 성격은 별 수 없는 것 같았다. 하지만 무유는 다시한번 그에게 말을 하였다. "사실 진실이란 항상 감춰져 있게 마련이요. 그대가 어찌 그 사실을 모른단 말이요. 직접 몸으로 체험했으면서도..... 현대주, 그는 진정한 영웅이며 이 시대에 몇 명 남지 않은 뜨거운 의기를 지닌 협한이외다. 그러한 인물을 기어이 패인으로 만들어야 직성이 풀리겠소?" 번 호 : 8446 게시자 : 윤원중 (re5280 ) 등록일 : 1999-05-10 09:18 제 목 : [연재] 천부외경 83 이에 심무외도 약간 망설여 지는 모양이였다. 자신 역시 현무에 대 한 소문을 들었고, 진정 한 번 사귀고 싶던 인물이였다. 더욱이 자신 이 생각하는 그런 사람이라면 결코 그러한 비열한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으리라는 막연한 추측도..... 하지만 그는 애써 고개를 저었다. "지금은 집마부와 전면전을 치루는 비상시국이요. 만에 하나 그가 억울한 누명을 썼다 할 지라도 무맹을 배반하는 일은 나 심무외가 결코 용납할 수 없소!" 그러자 무유도 마침내 그를 설득하려는 생각을 포기한 듯 하였다. "하하, 비상시국이라..... 좋지...! 하지만 아무리 비상시국이라 하더라도 그에 휩쓸려 진정한 협객이 무고하게 희생되는 것은 나 무유도 역시 용납 못하오! 이제껏 그러한 명분하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었는지 아시 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나면 그러한 것이 다 어느 특정인의 야욕 을 성취하기 위한 수단이였음이니...... 여하튼 그대의 생각이 그렇다면 우린 뚫고 나가는 수밖에.... 이제껏 그대를 설득하려 한 것은 우리의 안위를 걱정해서가 아니라, 영문도 모른 채 수많은 무사들이 희생되어야 한다는 사실이 안타까 워 그랬을 뿐..... " 그러면서 무유는 남궁하를 바라보며 큰 소리로 말을 이었다. "남궁소저! 준비하시오. 뚫고 나갑시다. 과연 저들 중 어느 누가 나 무유의 발길을 막을 수 있는 지 보겠소!" 이에 남궁하도 흔쾌히 대답했다. "좋아요! 비록 그들이 집마부가 아닌 무맹의 무사들 이긴 하지만..... 그 길밖에 없다면 부득불 희생을 무릎쓰는 수밖에...." 이미 그들 전면에 포진하고 있던 수백의 무사들은 전투대형을 갖추 고 있었다. 그러나 무유와 남궁하는 그들의 위맹한 기세에도 불구하고 전혀 위 축되지 않고 그들을 향해 몸을 날렸다. "너희들이 진정 의(義)를 알고 있다면 결코 나 무유의 앞길을 막지 마라!" 허공에 몸을 띄운채, 무유는 다시한번 이렇게 외치고는 그대로 진영 중앙을 향해 수십장을 연이어 갈겼다. 이에 남궁하도 그의 의사를 짐작할 수 있다는 듯 같은 지점을 향해 폭풍같은 장세로 합세 하였고, 이 여파로 중앙에 서 있던 십여명의 무사들이 분분히 뒤로 물러서자 무유와 남궁하는 그대로 그들 가운데로 파고 들었다. 비록 단 두 명에 불과했지만, 하나 하나가 개세의 무공을 지닌 고수 들! 이들은 마치 송곳같은 기세로 대열의 중앙을 가르기 시작했다. "절대 물러서지 마라! 그들은 단 두 명, 어찌 우리들을 당할 것인 가?" 이에 심무외도 무사들을 독려하며 그들을 향해 어지러이 공격하여 왔다. "나를 막지 마라! 막는 자에게는 죽음뿐!" 마침내 무유와 남궁하는 검을 빼어 들었다. 해치고 싶지 않는 자들 이라 애써 권장만 사용했지만 이것만으로는 도저히 이들을 뚫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과연 그들이 무기를 빼어들고, 잇달아 절초를 전개하자 그들의 앞길 이 조금씩 뚫리기 시작했다. 시야를 가득 메우고 밀려드는 성난 파도속을 거슬러 가는 한 척의 외로운 조각배! 하지만 그 조각배는 조금씩 조금씩 파도를 거슬러 앞으로 힘겹게 전진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이 아무리 고수라 할 지라도 어찌 수백명의 정예무사들 을 동시에 상대할 수 있겠는가? 베도 베도 끝이 없는 인의 장막, 더 욱이 사람을 하나 베어 버리는데 드는 힘은 거대한 나무를 베는 것 보다 힘이 들었으니 무유와 남궁하의 검은 차츰 무디어 지기 시작했 고, 여기저기에서 닥치는데로 찔러오는 공격에 여러군데 부상을 입 을 수밖에 없었다. 특히 무유는 등에 업고 있던 현무를 보호하기 위 해 신경을 쓰는 통에 더 많은 부상을 입을 수밖에 없었다. 이에 무유가 비장한 음성으로 남궁하에게 전음을 날렸다. '안되겠소! 내가 이들을 막을 테니....그 사이 남궁소저가 현아우를 데리고 먼저 피신하시오!' 그러자 남궁하 역시 전음으로 대답하였다. '그러지 말고 조금만 더 참으세요!' '그러다 우리 모두 죽거나 이들에게 잡히게 될 것이요. 시간이 없 소!' 무유는 그처럼 현명하고 주도면밀한 남궁하가 어러한 상황을 전혀 예측하지 못한 채, 더욱이 결정을 내려야 하는 순간에 망설이는 것 을 보고 애가 탔다. 하지만 이 때 남궁하는 비록 힘겹게 적들을 상 대하면서도 무언가 믿는 구석이 있는 듯 태연한 신색을 유지하고 있 었다. (허허, 이거 정말로 무슨 계책이 있는 건지...아니면 초연한 것인 지....?) 무유의 생각에 자신들은 만일을 대비해 최소한 사대회주들이나 소림 하원의 제자들만이라도 데리고 왔어야 했다. 아무리 위장전술도 좋 고 적의 추적을 막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번 거사의 목적인 현무를 무사히 구출하기 위해서는 그 정도의 대비는 필요했던 것이다. 하지 만 이들은 모두 위수령에 가 있는 입장이였으니....자연히 그의 입에 서는 탄식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내가 그녀를 너무 믿었구나! 이제는 어쩐단 말인가?' 그러나 바로 그 순간 무유는 자신들의 앞쪽, 그러니까 무맹무사들의 뒤쪽이 극도로 혼란스러워 지고 있음을 느꼈다. 분명 전투는 자신들 이 있는 주변에서 이루어 지고 있건만 그쪽에서부터 무수한 병장기 부딪치는 소리와 함께 비명소리가 들려오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이러는 사이 그들을 막고 있던 무사들의 수가 현저히 줄어 들었고, 이에 무유와 남궁하는 더욱 힘을 내어 전면의 무사들을 십여명 쓰러 뜨렸다. 그러자 그들의 시선에 한참 무맹의 무사들을 물리치며 접근 하는 흑색무복을 입은 일단의 무사들이 눈에 띠었다. 그 순간, 그들의 전면 허공에서 커다란 외침소리가 들려왔다. "가주! 속하들이 너무 늦지 않았나 모르겠습니다" 이에 무유가 시선을 돌려 소리가 난 쪽을 바라보니 첫눈에 무척 위 맹하게 생긴 중년대한 하나가 이쪽을 보며 외치고 있는 것이였다. 그러자 남궁하가 밝은 목소리로 화답하였다. "호호, 아직 늦지 않았어요! 이제 우리는 먼저 갈테니....이들의 추격 을 저지해 주세요!" "예, 명을 받듭니다!" 그러더니 그는 허공중에 그대로 소리쳤다. "가주께서는 아직 건재하시다. 먼저 가실테니 모두들 전력을 다해 이들을 저지하라!" "예, 알겠습니다" 이러한 갑작스런 상황변화에 어리둥절하고 있던 무유의 귓전에 가느 다란 전음소리가 들려왔다. '뭐하고 계세요. 어서 저를 따라 오시지 않고....' 무유가 놀라며 시선을 돌려보니 어느새 남궁하가 검을 거두고 장풍 을 날려 전방에 있던 무사 몇 명을 날려 보낸 후 몸을 날리고 있었 다. 이에 무유는 많은 의문을 느꼈지만 일단 그녀를 따라 몸을 날렸다. "남궁소저! 그들은 과연 누구요?" "호호, 고생많이 하셨죠? 제가 언제 말하지 않았던가요? 저에게도 숨겨진 힘이 있다고.....자세한 것은 나중에 이야기 해 드리지요. 일단 은 장강을 넘는게 중요하니....." "허허...참, 알수가 없군!..." 그들이 장강변에 이르자 예의 그 검은 무복의 무사들이 기다리고 있 다 공손히 예를 취했다. "가주를 뵙습니다" "그래 수고가 많아요. 배는....?" "예, 저희들을 따라 오십시오" 그들을 따라가자 마침 우거진 갈대숲 사이에 한 대여섯명이 탈 수 있는 배 한척이 대기하고 있었다. "자, 어서 올라타세요" 이에 무유는 의혹이 가시지 않는 눈빛으로 배에 올라탔다. 그런데 무유는 잠시후 또 다른 의혹을 느꼈으니 배는 곧장 강을 건 너는 것이 아니라 강물의 흐름에 따라 하류쪽을 향해 가는 것이였 다. "아니, 왜 강을 바로 건너지 않고...." 그러자 남궁하가 쌩끗 웃으며 대답하였다. "호호, 누구나 그렇게 생각하겠지요. 바로 강을 건너거나 아니면 상 류쪽으로 갈 것으로......그 길이 무맹과 그 세력권에서 멀어지는 길인 데다 우리는 한시가 급한 도주자들이니 말이예요." 이에 무유는 남궁하의 의도를 짐작할 수 있었다. 오히려 무맹가까운 곳을 통해 도주로를 설정함으로써 그들의 의표를 찌른다는 것이였 다. 과연 남궁하의 이러한 생각이 적중했는지, 더 이상 그들의 도주를 가로막는 사람들이 없었다. 그들은 장강의 흐름을 타고 하류쪽으로 진행하다가 아예 금릉을 지 나쳐 한시진 정도 뱃길을 더 달린 후 마침내 다시 장강의 북쪽강변 에 배를 내렸고... 이후 합비를 우회하는 대담한 전략으로 탁양을 거쳐 험난한 대별산 맥(大別山脈) 입구에 이르러 일단의 흑의무복을 입은 10여명의 무사 들과 합류하였다. 바로 정발령에서 그들을 도와 주었던 그 중년대한 일행이였다. 대별산맥쪽 역시 제갈후상의 예상에 놓였고, 따라서 화영이 이끄는 청년영웅단이 이 쪽으로 향하긴 했지만..... 이들의 도주로가 장강을 넘어선 것이 증명된 순간 이들에게 다시 남 행을하여 장강을 건너라는 지시가 내려졌던 터라 이들은 별다른 제 지없이 무사히 험난한 산악지대에 이를 수 있었던 것이다. 물론 이들은 그 사이 간혹 무맹측 무사들이나 관병들을 만났고, 탁 양을 지날 때 그들을 수배하는 방이 붙어 있는 것을 목격하긴 하였 지만 단지 형식적으로 검문을 하고 있는 그들의 이목을 속이는 것은 별로 어렵지 않았던 것이다. 이제 동백산을 거쳐 화산까지는 험준한 대별산맥(大別山脈)을 타고 가면 되었기에 더 이상 추적을 염려하지 않아도 되었고, 그 곳 화산 부근은 지세가 험난할 뿐만아니라 무맹과 집마부간 충돌하고 있던 지점이였기에 오히려 안전할 것으로 생각되었다. 이에 남궁하는 품속에서 지형도를 꺼내 무유에게 주면서 말하였다. "짐작하셨겠지만 우리의 최종 목적지는 화산이에요. 물론 그 곳까지 는 진총사께서 안내해 줄 것입니다!" 그러면서 남궁하는 그녀의 우측에 서 있던 중년대한을 무유에게소 개시켜 주었다. 그는 바로 낭인대부 진무빈이라는 자로서 강호십대고수 못지 않다고 알려진 유명한 사람이였는데 10여년전부터 강호상에 모습을 보이지 않아 무유등과는 생소한 처지였던 것이다. 이에 무유는 그와 인사를 한 후 다시 남궁하에게 말을 하였다. "그럼 남궁소저께서는?" "저는 다시 장강을 넘어 여산에 집결하기로 되어 있는 사람들을 데 리고 뒤 따라 가겠어요" "알았소!그럼 속히 따라 오시오" 무유가 떠나간 뒤 남궁하는 곧바로 신영을 날려 이동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녀가 가는 곳은 약속장소인 관일봉(觀日峯)아래 협곡이 아 닌 봉래봉(鳳來峯)이였다. 봉래봉은 비록 높은 봉우리였지만 정상부근에 평퍼짐한 공지가 있었 는데 마침 남궁하의 신형이 여기에 나타나자 수백명에 이르는 검은 무복 의 무사들이 대기하고 있다. 일제히 고개를 숙였다. "가주를 뵙습니다!" 그들은 바로 악양의 정발령에 나타났던 남궁외가(南宮外家)의 무사 들이였던 것이다. 남궁하는 그들을 부드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며 말을 하였다. "모두들 수고가 많았어요!" 대부분 자신과의 인연이 있었고, 남궁세가의 천년저력을 투입해 길 러낸 그야말로 믿을만한 수하들! 물론 그들은 남궁가의 부흥을 위해 키워 졌기에 설마 이들이 한 사 내를 구출하고, 또 그로인해 정파무림의 하늘인 중원무림맹과 충돌 하는데 활용될지는 꿈에도 생각 못했었다. 하지만 남궁하는 이러한 감회를 애써 눌러 버렸다. 이미 결단은 내 려졌고 이제는 앞만 보고 달리는 일만 남았던 것이다. 이 때 강인해 보이는 30대의 한 무사가 그녀의 앞으로 다가왔다. 바 로 남궁외가의 내총사인 진무빈과 함께 외총사(外總師)를 맡고 있는 철혈무객 류휘천이란 사람이였다. "지시하신대로 여산 주변 50여리를 면밀히 감시하였지만 아직 무맹 측이나 집마부측 무사들로 보이는 자들은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그렇다면 관일봉 주변은?" "그 쪽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마 우리측 무사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삼삼오오 속속 들어오고 있을 뿐.... 어찌할까요! 감시를 계속할까요?" 이러한 진충명의 보고에 남궁하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 때문에 자신이 이곳 여산에 재집결하는 시간을 그토록 촉박하게 주었던 것이다. 설혹 포로로 잡혀 입을 열게 되더라도 시간을 벌 수 있도록.... 하지만 그녀에게는 아직 한가지 문제가 남아 있었다. 그건 바로 내 부의 첩자였다. 만에 하나 내부에 첩자가 있다면 그들이 가고자 하 는 최종목적지는 곧바로 무맹에 노출될 것이기 때문이였다. "됐어요. 이제 그들을 모두 철수시키세요. 그리고 대신 무공이 뛰어 난 사람들을 골라 우리의 주변을 철저히 감시하세요. 전서구를 날리 거나 무슨 표식을 남기는 사람들이 있는가를......" "예, 알겠습니다. 그럼 나머지 무사들은?" "그들은 반으로 나누어 한쪽은 이쪽에 합류시키고, 다른 한쪽은 태 백산의 제2부로 복귀시켜 무공수련과 평상시 정보활동을 관리하도 록 하세요" 그러고 나서 비로소 남궁하는 몸을 날려 관일봉쪽으로 향했다. 관일봉 아래 협곡에는 역시 수많은 무사들이 모여 있었는데 남궁하가 나타나자 그들은 분분히 일어나 예를 표하였다. 비록 이들은 남궁하나 무유가 아닌 현무를 중심으로 모여든 세력이 였지만 이미 무맹의 본부에서 현무를 빼어돌린 그녀의 기지에 감탄 을 하고 있었고, 생사를 걸고 같이 거사를 일으킨 지라 진한 동류의 식을 느끼게 된 것 같았다. 먼저 청룡회주인 두랑이 그녀의 앞으로 나와 그간의 경과와 피해사 항을 보고했다. 거사에 참여한 인사는 열혈위대의 약 반수인 600여명의 무사, 그리 고 무적위대와 철갑위대, 소림하원의 제자 등이 약 200여명 해서 총 800여명에 이르렀는데, 기진협과 팔달령, 그리고 위수령에서 무맹의 추적을 저지하는 가운데 250여명의 희생자가 생겼고, 위수령에서 이 곳 숭산까지 오는 과정에서 30여명의 무사들이 행방불명 되거나 아 직 도착하지 않았다고 하였다. 그래도 희생자가 적었던 것은 이들이 무맹측 추격대와 싸움이 목적이 아니라 추격을 저지하는데 목적이 있었기에어느 정도 시간을 번 후 곧바로 퇴각한 까닭이였다. "그래요? 고생들 많이 했군요" 두랑의 보고에 대해 남궁하는 이렇게 치하를 한 후 신영을 날려 비 교적 높은 바위위에 올라갔다. 전체 무사들을 상대로 행선지 등을 알려주려 함이였다. "모두들 이번 거사에 고생을 많이 하셨어요. 그간 동료들이였던 무맹측과 싸움이였지만 저는 이번 거사가 무림에 정의와 의리를 지키려는 숭고한 일이였다고 확신하고 있어요. 비록 이번 거사로 인해 많은 분들이 희생되고, 또한 여러분들도 무 맹의 공적으로 몰리게 되었지만 언젠가는 모든 강호인들이 여러분들 의 의기를 높이 살 날이 있을 것이예요. 현대주께서는 무사하시며 현재 무유대주와 함께 우리의 최종 목적지 로 향하고 있어요. 그곳은 바로 이곳에서 남서쪽으로 200여리 떨어진 장치(長治)부근 소요산으로 앞으로 정확히 일각후 출발하겠어요. 출발은 이제까지와 마찬가지로 조별로 이동하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이야기를 마친 남궁하는 무사들이 각기 출발준비를 하는 동안 한적 한 곳으로 두랑을 불러냈다. "두회주! 이번에 우리 거사에 동참하여 주신데 깊은 감사를 드려요" "당연한 일입니다. 내 비록 사람을 잘 본다 할 순 없으나 대주와 같 은 사람은 결코 그처럼 비열한 일을 할 사람이 아니라는 걸 믿습니 다" "그렇게 생각해 주시니 고맙군요" "그것보다 무슨 일로....?" 두랑은 남궁하가 자신을 개인적으로...그것도 한적한 곳으로 불러낸 이유가 도저히 짐작이 가지 않는 듯 했다. 하지만 남궁하는 그의 질문에 대답을 하지 않고 대신 소매속에서 자 그마한 책자 하나를 꺼내 두랑에게 건네 주었다. "이게 도대체 무엇인데.....?" 번 호 : 8447 게시자 : 윤원중 (re5280 ) 등록일 : 1999-05-10 09:19 제 목 : [연재] 천부외경 84 이에 두랑은 의혹을 느끼면서도 궁금함을 참을 수 없는 듯 책자를 펼쳐 보았다. "아니, 이건....?" 순간 그의 시선에는 탄성이 터져 나왔다. 그러자 남궁하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이야기를 하였다. "그건 바로 두회주의 쾌도식이 가지고 있는 단점을 보완하는 것이예 요. 하나의 신법과 하나의 도초(刀招)! 사실 두회주의 쾌도식은 절세적일 만큼 위력적이예요. 하지만 만약 상대가 이를 피할 경우 오히려 역습을 당할 위험이 있는게 단점이지 요. 그래서 나름대로 이러한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보 았는데....그것이 바로 그것이예요. 상대가 이를 피하더라도 연속하여 공격할 수 있는 방법이죠! 내 그동안 두회주께서 수고하신데에 대한 보답이예요!" 두랑은 그리않해도 고민하고 있던 자신의 쾌도식에 대한 단점을 보 완할 수 있다는 남궁하의 이야기에 기뻐하며 경탄을 금치 못했다. 그러나 그는 곧바로 강한 의혹을 느꼈으니... 이는 남궁하의 마지막 이야기가 주는 느낌 때문이였다. 마치 헤어짐 을 의미하는 듯한.... "군사께서 지금 하신 말의 의미는.....?" "그래요! 짐작하신데로 이제 헤어질 시간이라는 것이예요. 두회주는 동영으로..... 저는 화산으로...." 이에 두랑의 시선이 날카롭게 빛나며 남궁하를 노려 보았다. 하지만 남궁하의 표정은 태연하기 그지 없었다. 날카롭기 그지 없는 두랑의 시선, 그리고 이를 담담하게 받고 있는 남궁하의 깊고 깊은 눈빛! 결국 두랑은 깊은 한숨과 함께 시선을 내려 뜨리고 말았다. "휴우! 알고 계셨구려....." "그래요. 짐작하고 있었어요. 두회주가 바로 동영 낙일류(落日流)의 후계자라는 것을...." "그러면서도 나를 열혈위대 청룡회주로 삼은 이유가 무엇이요?" "처음에는 주저했지요. 하지만 무맹과 집마부간 싸움에서 두회주가 우리 열혈위대를 해롭게 할 이유가 없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럼 이번 거사에는....." "두회주 역시 대주에게 감복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동영출신 이 아닌, 무(武)를 추구하는 한 무사(武士)로서 말이예요." 남궁하의 이야기는 전혀 거침이 없었다. 모든 사항을 확신하는 듯 이.... 이에 두랑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한 동안 말이 없었다. 남궁하 역시 그러한 그를 묵묵히 지켜보고만 있었다. 잠시후 두랑의 입이 다시 열렸다. 약간은 허무함 마저 느껴지는 나직한 말투로..... "고맙소! 나의 진심을 알아 주어서...... 사실 나는 이번 거사에 참여하지 않고 오히려 이를 밀고하여 무맹 집행부의 환심을 사야했소! 그것이 내 임무를 수행하는 첩경(捷徑) 일 것이기 때문이요. 하지만 우습게도 나는 대주의 인간성과 무혼(武魂)에 그만 빠져 버 리고 말았소! 그리고 그와 같은 분이 비열한음모에 빠져 희생되는 것을 도저히 묵과할 수 없었소. 그대의 말처럼 난 이제 고향으로 돌아가겠소! 그리고 어쩌면 이곳 중원을 다시 밟게 될 지도 모르오. 친구가 아닌 적이 되어..... 하지만 난 중원무림 전체하고 싸울지언정 결코 대주와는 싸우기 싫 소! 그는 본국에 있는 사부이외에 내가 존경하는 유일한 인물이니 말이요. 이 책자는 내 소중히 간직할 것이요. 바로 중원무림에서 가장 아름 답고 가장 지혜로운 최고의 여인이 준 귀중한 선물이니......그러나 결 코 나의 대(代)에서는 이를 보지 않겠소. 그대가 가르쳐 준 무공으로 그대의 동포들을 살해하고 싶지는 않기 때문이요. 그동안 고마왔소! 한 가지 부탁은 우리 열혈위대의 무사들에게 내가 동영으로부터 온 첩자였다는 이야기만은 하지 않았으면 하오. 구차한 이야기가 될 지 모르지만 난 그 동안 동영의 첩자가 아닌 진정한 열혈위대 대원이 였음을 자신할 수 있기 때문이요. 대주의 조속한 쾌차를 비오. 그리고 대주를 향한 그대의 아름다운 마음이 결실을 거둘 수 있기를......!" 말을 끝내자 두랑은 잠시 남궁하를 바라 보더니 그대로 몸을 날려 사라져 갔다. 이를 보고 있던 남궁하의 얼굴에 깊은 감회가 서렸다. (역시, 그는 진정한 무사였어! 그가 동영인만 아니였다면 오빠를 위해 많은 일을 할 수있었을 텐 데....) 잠시후, 남궁하는 무사들을 인솔하여 길을 떠났다. 화산이 아닌 장치(長治)의 소요산(逍遙山)으로...... 물론 이는 첩자들의 색출과 이들을 반간(反間)으로 이용하기 위한 남궁하의 계책(計策)으로 이 과정에서 남궁하는 두명의 첩자를 찾아 냈으며, 이들이 전서구를 날린 직후 잡아 처형할 수 있었다. 그러고 나서 남궁하는 방향을 선회, 화산으로 향했다. {** 反間 : 손자병법 중 용간(用間)편에 나오는 여섯가지 첩자 유형 으로 적의 간첩을 아군의 간첩으로 이용하는 것을 말함} 정도무림의 하늘이라는 중원무림맹의 공식결정에 반하여 달마검협 무유, 천혜옥인 남궁하 등 무맹소속 800여명의 무사들이 현무를 구출하여 잠적한 사건은 강호무림에 커다란 반향을 일으켰 다. 그리 않해도 집마부와의 초반전투에서 고전을 하고 있던 무맹은 이 사건을 계기로 급속도록 그 위세가 실추되고 있었으며, 집마부에서는 무맹지도부가 현무의 활약을 시기하여 비열한 음모로 그를 제거하려다 실패한 것으로 이는 그만큼 졸렬하고 포용력이 없 는 무맹지도부의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는 소문을 고의적으로 퍼트려 자신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는 강호상의 비난여론을 무맹쪽으 로 향하도록 유도했다. 이러는 가운데...... 무림맹주인 신주제일검 북궁소는 드디어 정비된 오로무단을 이용해 대대적인 대반격을 감행하였다. 그러자 상황은 달라졌다. 과거 북궁소의 칩거로 인해 일방적으로 몰리던 무맹은 오로무단의 막강한 힘을 바탕으로 단숨에 잃었던 대부분의 지역을 회복하였고 마침내 화산(華山)과 동정호를 축으로 길게 남북으로 잇는 세력선 (勢力線)을 중심으로 서로 물고 물리는 지리한 소모전의 양상으로 변하고 있었다. 한편, 이 즈음 현무와 무유, 남궁하들이 합류한 화산(華山)의 남궁외 가(南宮外家) 제일부(第一府) 본부는 하나의 강력한 세력으로 개편 되고 있었다. 갑작스런 충격에 스스로 마음의 문을 닫아 버렸던 현무는 자신을 구 출하기 위한 남궁하와 무유, 그리고 열혈위대 무사등의 희생을 알고 심기일전(心機一轉) 무공수련에 전념하고 있었고, 무유와 남궁하는 무림의 전황에 촉각을 세우면서도 외가의 기존인원 들과 새로 편입된 3대위대, 소림하원의 무사들을 조련하는 일에 전 력을 다하고 있었다. 언젠가 이들이 크나큰 역할을 하리라 믿으면서...... "오빠가 걱정되요! 비록 몸은 완전 회복되었다고는 하나 아직 심적충격은 그대로 남아 있는 상태에서 저렇게 말도 없이 무공수련에만 전념하고 있으니...... 저러다가 혹씨 주화입마에라도 처하지 않을지....." 바쁘게 움직이는 가운데에서도 항상 마음은 현무의 곁에 가 있는 남 궁하였다. 하지만 이러는 남궁하에 대해 무유는 따뜻한 미소로 안심시켜 주었 다. "너무 걱정 마시오! 아직 아우가 그 사건의 여파로부터 벗어나지 못했다고는 하나 그는 결코 약한 인물이 아니요. 더욱이 그가 익히고 있는 달마현공이나 초극무예등은 오히려 그의 마음을 다스리는데 도움이 될 것이요. 오히려 아우는 그 사실을 알고 있기에 더욱 무공수련에 박차를 가하 고 있는지 모르오. 아마 머지 않아 그는 예전의 모습으로....아니 예전보다 훨씬 성숙된 모습으로 우리 앞에 나타나게 될 것이요." "정말 그럴까요?" "물론이요. 그를 그렇게 걱정하는 남궁소저의 마음을 봐서라도 필히 그렇게 될 것이요. 우리는 다만 그가 다시 비상하고자 할 때를 위하 여 이들을 조련하고 나름대로 채비를 갖추고 있으면 될 것이요" 이 때 현무는 남궁하의 우려처럼 아직 심적 충격은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무공수련에 전념하고 있을 때는 잘 몰랐지만 한가한 시간만 되면 항 상 자신으로 인해 희생당한 많은 사람들의 얼굴이 떠 올라 그를 괴 롭히고 있었고 자신에게 그토록 잘해 주었지만 무참히 간살당한 아난과 몸을 부르 르 떨며 어서 이 미친자를 잡아가라고 외치던 유선의 차가운 눈빛을 잊을 수가 없었다. 그동안 총명하고 아름다운 남궁하가 항상 옆에 있어서 유선이 주는 의미를 크게 느끼지 못했지만 사실상 그의 첫 사랑이었고, 현재의 그가 있기까지 심적인 지주역할을 해 왔던 유선이 아니였던가? 어찌되었건 자신은 그러한 그녀에게 돌이킬 수 없는 수치를 안겨주 었을 뿐만아니라 평생을 잊지 못할 차가운 눈빛을 받았던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현무는 남궁하의 우려처럼 이러한 심적 고 통으로 인해 주화입마에 이를 정도는 아니였으니..... 청평산에서 혜능선사의 가르침과 천부외경의 일부의미를 깨우친 그 의 마음공부는 이미 이러한 경지를 넘고 있었다. 따라서 그가 심적 고통을 느끼고 칩거하며 무공을 수련하고 있었지 만 오히려 이러한 기회에 그의 무공과 마음공부는 한 단계 발전하고 있었던 것이다. "남궁언니! 현 공자님의 목에 걸려 있던 그 거북이와 뱀이 그려진 패(牌), 알 죠?" 몇일이 지난 후 갑자기 남궁하를 대신하여 현무의 시중을 들고 온 지설란이 그녀에게 찾아와 밑도 끝도 없이 끄집어 낸 이야기였다. "알지! 그건 바로 오빠가 아주 어렸을 적부터 지니고 있었다는 패인 데..." "소매는 그와 똑같이 생긴 패를 본 적이 있어요! 비록 무늬는 봉황 무늬였지만......" 그러자 남궁하가 화들짝 놀라며 벌떡 일어섰다. "아니, 어디서....?" "북해신녀 설지라고 알꺼예요!" "왜 모르겠어? 바로 나와같이 오봉(五鳳)에 속해 있는데..... 비록 그녀가 멀리 북해에 있고 강호출입이 뜸한지라 만나보지는 못 했지만....." "바로 그녀가 그와같은 패를 가지고 있었어요." "아니, 지매! 그게 정말이야?" "그래요! 틀림없어요. 분명 그녀의 목에 걸려 있었어요. 비록 우연이 였고, 얼핏보기는 했지만 워낙 특이하게 생겨서....." "그래! 지매, 고마워!" 너무나 감격해 하는 남궁하를 보고 지설란은 의아하게 생각했다. "그런데 언니, 그게 그렇게 중요한 것이예요?" "중요하다 뿐이야? 어쩌면 오빠의 신세내력이 밝혀질 지 모르는 데....." 그러자 지설란도 덩달아 기뻐했다. "그게 정말이에요? 언니!" "그럼, 사실 그 패는 갓난아이 상태로 버려진 오빠에게 유일하게 남 겨진 패였대... 그래서 오빠의 이름도 현무(玄武)라고 지었고....." "그럼 어서 현공자님에게 알려야 겠네?" 그러자 남궁하가 가만히 그녀를 제지했다. "아냐! 오라버니는 지금 중요한 연무중이며, 무맹은 물론 집마부와 관부에서까지 눈에 불을 켜고 찾는 사람이야. 아직은 강호출입이 위 험해! 그러니 일단 설소저를 이쪽으로 오라고 하자!" 지설란도 남궁하의 이야기가 수긍이 갔다. "알았어요. 그럼 누구를 보내지요?" "지매가 갔다와! 내 든든한 호위를 붙여 줄테니......" "그럴까....?" "후후, 그래!" 그러자 무슨 생각을 하였는지 지설란은 발그스름하게 얼굴을 붉혔 다. 그리고 이를 바라보고 있던 남궁하의 얼굴에도 흐뭇한 미소가 어렸 다. (그래, 지매! 외로운 오빠에게 가족을 찾아 줄 수만 있다면, 아니 신 세내력이라도 밝혀 줄 수만 있다면 지매는 오빠의 사랑을 얻을 지도 몰라!) 다음날 남궁하는 무유와 상의한 후 소림하원의 제자중 무유를 제외 하면 가장 강하다는 검흔으로 하여금 화운빈과 함께 북해로 떠나도 록 하였다. 특히, 검흔은 지난번 설지를 호송해 북해에 다녀온 적이 있었기에 안성맞춤이였다. 가도 가도 끝이 없는 대평원(大平原) 하지만 그 곳은 하루종일 말을 달려 가더라도 나무 한 그루 찾아볼 수 없었고, 그저 거치른 황야(荒野)와 사막(沙漠)에 군데군데 초지가 펼쳐져 있는 척박한 땅이였다. 바로 감숙성 이북의 험준한 고비산맥 너머에 펼쳐져 있는 내몽고 고 원을 지칭하는 말이다. 따라서 중원대륙의 거의 반에 이르는 거대한 지역이였지만 거주하는 인원은 거의 수십만에 불과하였다. 그러나 그 적은 수의 몽고민족이 세계를 정복하였고 중원대륙의 거 의 세 배에 이르는 광대한 영토를 지닌 대제국(大帝國)을 건설하였 던 것이니........ 이는 그 만큼 이들 민족이 우수한 혈통을 지녔고 그 지력이나 용력이 뛰어남을 말 해 주고 있었다. 비록 황제위의 계승과 제후국들간의 다툼으로 국력이 쇠한데다 한족 들의 대반격으로 200여년만에 다시 몽고고원으로 그 활동영역이 좁 혀지고 수많은 부족들이 몰살당하는 비운을 겪기도 했지만..... 그들의 잠재력만은 여전히 중원인들에게 공포의 대상이 되고 있었 다. 이러한 몽고고원에 다시 풍운이 일기 시작하고 있었다. 그러한 풍운의 주역은 바로 천하무림련주였던 철나한 이후 최대의 무골(無骨)이라는 혼천제후 찰목아란 이십대 후반의 청년이였다. 바로 5년전 막북무림계에 홀연히 나타나 단 이년만에 가장 거칠고 가장 억세다는 막북무림계를 일통하였으며..... 지금에 이르러서는 알타이산맥을 넘어 신강무림계까지 장악한 희대 의 풍운아! 이제 그가 정사대전으로 혼란한 중원무림계를 넘보고 있었던 것이 다. "갸륵대총사!" "예, 존주(尊主)!" "지금 중원의 정세는 어떠합니까?" "무맹과 집마부간의 전투가 화산과 동정호를 잇는 양측 세력의 경계 선에서 소모전을 전개하고 있는 상황이며..... 이는 양측이 모두 원하지 않는 상황인지라 머지않아 천지번복의 대 혈투가 전개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마치 사자를 연상시킬 정도로 위맹한 체구에 이글이글 타오르는 눈 빛을 지닌 혼천제후 찰목아! 그리고 이와는 대조적으로 몽고인으로는 드믈게 왜소한 체격에 쭈글 쭈글한 피부, 그러나 간혹 내뿜는 안광이 결코 평범한 노인네로 보 기는 힘든 갸륵대총사! 바로 그들 2인이 대화의 주인공 들이였다. 갸륵의 정황설명에 잠시 생각에 잠겨 있던 찰목아의 시선이 다시 갸 륵을 향했다. "그 여인은....?" 갑작스럽게 뛰어나온 질문에 갸륵은 잠시 의안한 눈빛을흘렸다. "그 여인이라 하심은.....?" "후후, 그대들이 존후(尊侯)로 부르는 천마지화 찰극무연을 말함이 요! 그 여인은 지금 무엇하고 있소?" 이에 갸륵의 안색이 잠시 흐려졌다. 이미 짐작하고 있었지만 그의 어조에서 무언가 불길한 상황을 연상 하였던 것이다. 철나한이 지녔던 대부분의 무공과 기약영초를 제공해 사실상 오늘의 혼천제후를 가능케 하였으며 암암리 막북무림계를 조정하는 여인! 하지만 찰목아의 태도는 분명 그녀에 대해 호의적인 것이 아니였으 며 자신이 알고 있던 찰목아는 결코 누구의 밑에서 만족할 사람이 아니였으니..... 필경 언젠가는 서로 주도권을 잡기 위해 쟁투를 버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후우..! 중원무림이 지금은 존후의 손아래 놀아나고 있지만 결코 호 락호락하지 않을 것이고....이들 두 사람이 서로 손을 잡는다 하더라 도 승률은 채 6할이 넘지 않을텐데......) 그러나 이러한 심중에도 불구하고 갸륵의 표정은 곧 정상을 되찾았 으며 평온한 어조로 대답하는 것이였다. "존후께서는 아직 추가적인 연락이나 별다른 동정은 보이지 않고 있 습니다." "후후, 과연 그럴까요? 아무튼 알았소! 중원정세는 수시로 나에게 보고해 주기 바라오!" "예, 알겠습니다. 존주!" 이야기가 끝났다는 사실을 파악한 갸륵이 자리에서 물러났다. 번 호 : 8448 게시자 : 윤원중 (re5280 ) 등록일 : 1999-05-10 09:19 제 목 : [연재] 천부외경 85 홀로 남은 찰목아의 눈빛이 화산처럼 타 오르며.... 냉소적인 중얼거림이 그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갸륵, 그대 역시 언젠가는 제거해야할 위험한 인물이지.....찰극무연 과 함께.....단, 지금은 유보한다. 대세를 완전 장악하기 까지는.....' 무언가 심상치 않는 대화이며, 중얼거림이였다. 바로 중원이라는 거대한 대지를 놓고 이루워지는..... 그리고 10년전 대혈전 이후, 감쪽같이 사라졌다던 천마지화 찰극무연이 최초로 언급이 되었다. 바로 철나한의 누이동생이자 악마의 두뇌를 지녔다던 악무흔의 처 (妻)였던 그녀가 음모의 핵을 차지하고 있을 지 모른다는 사실도..... 한편, 이곳은 금릉에 위치한 유씨세가의 별원! 바햐흐로 해는 중천에 떠서 삼라만상(森羅萬象)을 생명의 기로 충만 시키고 있었지만 이를 바라보고 있던 유선의 얼굴에 드리워진 그늘 만은 밝게 하지 못하였다. "휴우!" 아름다운 여인의 깊은 탄식에 이제껏 밝은 햇살아래 활짝 핀 기화요 초들이 시들해 지는 것 같았다. 중원천지에서 가장 고귀한 신분에.... 미모와 재지를 겸비한 여인! 하지만 지금 그녀는 깊고 깊은 우수에 잠겨 시간의 흐름을 잊고 있 었다. 아무리 지워 버리려 해도 그녀의 뇌리를 떠나지 않는 환상! 그 것은 바로 노(怒)한 현무의 얼굴이였다. 그의 비정상적인 상태를 알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은 도대체 왜 그랬을까? 결코 그처럼 무례한 일을 저지를 사람이 아니라는 걸 익히 알면서도 자신은 왜 그를 무자비하게 가격하고 사람들을 불러 그를 색마(色魔)로 만들고 말았을까? 그의 여리고 여린 마음이 얼마 나 충격을 받았으며, 또 얼마나 자신을 원망하고 있을까? 이미 그녀의 마음속에 북궁휘는 사라진 지 오래였다. 아니 어쩌면 처음부터 북궁휘란 존재는 하나의 실체가 아닌 환영(幻影)이였다. 바 로 자신의 오만과 허영이 빚어낸...... 그리고 언젠가부터 현무라는 한 사내가 나타나 그 환영(幻影)을 밀 어내고 자신의 가슴에 깊숙히 자리잡기 시작했다. 아무리 부정(否定)하려 했지만..... 결코 부정할 수가 없었던 그 사내! 밤의 정취가 그토록 그윽할 수 있다는 것을 가르켜 주고, 최초로 자신에게 외롭다는 느낌을 갖게 만들었던 그 사내! 자신의 입술, 자신의 나신(裸身), 그리고 이제는 자신의 마음까지 점 령해 버린 그! 문득 유선은 그의 모습이 보고싶어 졌다. 그의 해맑간 미소가 못견디게 그리워 졌다. 생각해 보면 그와 함께 했었던 시간들은 항상 편안했다. 항상 즐겁고 유쾌하기만 했었다. 바로 그 불행했던 사건이 있었던 날만 빼 놓고........ 은한성광파계류(銀寒星光破溪流) 천중청휘영만물(天中淸輝映萬物) 천하단아불수광(天下但我不受光) 사이암롱처천루(似以暗籠悽 淚) 차가운 별빛은 시냇물에 부딪쳐 부서지고 맑은 달빛은 만물을 비추네 어찌하여 나홀로 빛을 느끼지 못하고 깜깜한 어둠속 눈물만 흘리는가 다시한번 그녀의 뇌리에 현무의 분노한 얼굴이 떠 올랐다. 그러자 그녀는 갑자기 마음이바빠졌다. (어서 가야 되! 어서 가서 그에게 용서를 빌어야 해! 너무나 사랑하고 있노라고, 그가 없으면 살 수 없노라고 어서 말을 해야해! 그이가 더 이상 화를 내기 전에.....) 바로 사랑이였다. 모든 자존심을 팽개치게 만들고..... 신분도, 명예도, 그리고 부친의 노한 얼굴도 모두 잊게 하는.... 그건 바로 사랑이였다. 결국 그녀는 그날 밤! 아무도 모르게 길을 떠났다. 항상 그녀의 곁을 떠나지 않던 시비들도 그대로 놔 둔채.... 오직 용서를 비는 서신 한 장만 덜렁 남겨둔채 그렇게 길을 떠났다. 유씨세가가 발칵 뒤집혔다. 설마 무엇하나 부족함이 없었고, 단 한 번도 말썽을 피우지 않았던 유선이 가출을 할 지 아무도 몰랐던 것이다. 물론 그녀는 평상시 거처를 많이 비웠다. 무공수련을 위해 수년간 남해 보타암에 있었을 뿐만아니라 강호유람을 위해서도 많은 시간들을 집 밖에서 보냈었다. 비록 여인이였지만 보다 많은 것을 배우고 느껴야 한다는 유천학의 생각 덕분이였다. 하지만 이번의 경우는 달랐다. 가문에 치욕이 될 지도 모르는 불행한 사건을 겪었고... 철저히 부친의 의사에 반하는 가출이였기 때문이였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소 유천학의 성품을 고려할 때 이번 사 건에서 유천학의 태도는 분명 정도를 넘는 것이였다. 유천학은 마치 폭발하는 화산처럼 노했고, 시비들이나 식솔들은 물 론이고 유씨세가의 모든 무사들이 벌벌 기었다. "너희들은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었길래 그 자식이 집을 나간 것도 모르고 있었단 말이냐? 그러고도 너희들이 세가(勢家)의 밥을 먹고 있다 할 수 있다는 말이냐?" 평소에 잘 화를 내지 않던 그였지만 한 번 노했다 하면 산천초목이 다 떤다고 하는 유천학이였다. 그러한 그가 이성을 잃을 정도로 노 했으니......과연 그 누가 그 앞에서 감히 대답이라도 제대로 하겠는 가? "검천(劍天)!" "예, 가주!" 무척이나 강인해 보이는 백의의 중년무사가 유천학 앞에 섰다. "내 두 달의 시간을 주겠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그 애를 잡아와라! 천하를 다 뒤져서라도....." "명을 받들겠습니다!" "도객(刀客)!" "예, 가주!" 마치 잘 갈아진 칼날처럼 날카로운 기세를 품어대는 흑의의 청년이 유천학 앞에 섰다. "지금 당장 북경으로 달려가 철아에게 내 말을 전하거라! 설혹 십만 금위군(禁衛軍)과 도찰원(都察院), 그리고 백만 관병(官兵)을 모두 동원하는 일이 있더라도 기필코 그 애를 찾아 내라고........." "예, 명대로 거행하겠습니다" 명을 받고 나가는 도객의 뇌리에 한 인물이 떠 올랐다. 바로 유천학 의 양자(養子)로서 40대의 나이에 병부상서(兵部尙書)겸 대장군의 지위에 오른 유무철이란 무장이..... "명사(冥士)!" "예, 가주!" 마치 저승사자와 같이 창백한 얼굴에 표정변화가 전혀 없는 문사차 림의 중년인이 유천학 앞으로 나섰다. "너는 북궁휘에게 가서 전하라! 그 애는 무맹에서 수치를 당하고 집 을 나갔다. 집마부와 전투고 뭐고 당장 나서 그 애를 찾지 못한다면 결코 두 번 다시 나를 볼 생각을 말라고...." "예, 알겠습니다" "추향(追香)!" "예, 가주!" 이번에는 염소수염에 뱁새눈을 한 60대 노인이 유천학 앞으로 나왔 다. "천지객 현무란 놈이 있다. 그는 용천비의 추적을 받다 장강에서 사 라졌다. 그를 찾아내라!" "그를 찾아서 어떻게 해야 합니까?" "내 앞으로 끌고 와라! 병신이 되도 좋다" "예, 가주!" 그리고 가악(嘉岳)이라는 유씨세가의 총관은 유천학의 비밀서신을 지니고 무맹주 추천상을 만나기 위해 떠나갔다. 유씨세가가 발칵 뒤집히고 유천학의 분노가 폭발하자, 그 여파는 곧바로 천하로 퍼져 나갔다. 유선이라는 한 소녀를 찾기 위해 거의 십여만에 달하는 사람들이 움 직였으며 국경의 수비대를 제외한 백만 관군들에게 특급경계령이 내 려졌다. 더욱이 이 사건을 계기로 이제껏 강호무림에 불개입을 원칙으로 하 던 관부(官府)와 황실(皇室)의 고수들이 대거 정사대전(正邪大戰)이 벌어지고 있던 강호상에 출현했으니 그 결과가 어떻게 나타날 지는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다. 남궁외가의 정보원들을 천하에 깔아 놓고 있었던 남궁하가 이러한 강호상의 변화에 대하여 모를 리 없었다. 남궁하는 이와같은 정보를 접하자 한동안 생각에 잠겼다가 이윽고 유천학의 동향 등 추가적인 정보수 집을 지시한 후 진무빈과 비천야를 불렀다. "진총사! 지금 이시간부터 본가의 대외활동을 모두 중단시키시오" 남궁외가의 내총사였던 진무빈이 공손한 태도로 남궁하의 명을 받고 이를 이행하기 위해 나갔다. 이번에는 남궁하의 시선이 비천야를 향했다. 열혈위대의 정보합을 이끌면서 그녀와는 상당히 친숙해 진 인물! 비록 그 무공은 별로 뛰어난 것이 없었으나...경공만은 천하 십대고 수와 겨루어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는 그였다. "지금 무유대협은 어디가 있나요?" "글쎄요. 답답하다고 강호정세나 파악할 겸 나가 있다는 사실밖 에...." "당장 그를 찾아 잠시 은익하라 하세요. 천하의 이목이 우리들 몇 사람에게 쏠려 있으니.....그리고 혹씨 유선을 만나더라도 절대로 그 녀를 이곳에 데리고 오지 말라는 내용도 함께..... 그를 찾는일은 아마 진총사가 도와줄 거예요" "예, 알겠습니다" 남궁하의 표정에서 사태가 무척 심각하다는 사실을 감지한 비천야도 지체없이 자리를 벗어났다. 다시 혼자 남은 남궁하! 그녀의 표정은 여전히 어두었다. '누구보다 총명한 여인으로 알고 있었건만.....왜 그리 무모한 행동을 하였는지....? 이 일이 결코 오빠나 우리들에게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닫 지 못한단 말인가? 다행이 그녀가 이 곳의 위치를 모른다지만....문제는 무대협이야... 무대협의 성격으로 만일 그녀를 만난다면 필히 이곳으로 데리고 올 텐데......' 누구보다 총명하고 같은 여인이였던 남궁하는 유천학과 마찬가지로 유선의 가출동기를 짐작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일이 어떠한 파장을 몰고 올 지도...... 그러나 한편으로 남궁하는 유천학의 태도가 너무 지나치지 않냐는 생각을 하였다. 아무리 천금처럼 아끼는 딸이 가출을 했다할 지라도 사사로운 집안 문제로 인해 백만관군을 움직이고....집마부와 전투에 정신이 없는 무 맹을 움직인다는 사실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여기에는 단지 유선과 현무를 찾는 일 외에 무언가가 있다 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었다. 그리고 그 일이 중원무림과 당금 무림정세와도 필히 관련이 있을 거 란 사실도....... '으음, 그 역시 무림에 욕심을 품고 있었다는 말인가? 무림인이 아닌 그가 관부와 황실에 충분한 사윗감이 있을터인데도 굳이 북궁휘와의 혼사를 추진한 것도 이상하고......' 낙양(落陽)! 중원고대문화가 화려하게 꽃피었던 고도(古都)로서 최초로 주(周)의 수도간 된 이후 후한(後漢), 북위(北魏), 서진, 수, 당, 후당, 후진 등 고대 9개왕조가 도읍으로 정한 역사적인 도시였다. 특히 이곳에는 삼국시대의 명장(名將) 관우(關羽)의 목이 묻힌 관림 당(關林堂)이란 곳이 있는데..... 당시 호북성의 당양(唐陽)에서 관우의 목을 베었던 오(吳)나라의 손 권은 도원결의(桃園結義) 삼형제인 유비와 장비의 보복을 우려하여 관우의 목을 베어 위나라 조조(曺操)에게 보냈던 것이다. 이러한 손권의 의도를 파악한 조조역시 전전긍긍하다가 마침내 그를 의사(義士)로 칭하고 제후의 예를 갖추어 이곳에 후이 장사를 지내 줌으로써 그 화살을 다시 오나라로 돌리게 하였고, 바로 이곳 관림당은 이러한 관우를 기리기 위해 지어진 사당이라 할 수 있는 곳이였다. 이러한 관림당 옆에는 장군루(將軍樓)라는 꽤 유명한 주루가 있었는 데, 바로 관운장을 추모하기 위해 몰려드는 수많은 무사들과 시인묵 객(詩人墨客)들을 주요고객으로 운영되는 술집이였다. 이러한 장군루의 3층 창가에 언젠부터인가 한 청년이 앉아 있었다. 이미서산에 해가 떨어지고 머언 대지로부터 서서히 어둠이 밀려들 고 있는 유시말(兪時末), 장군루는 마침 때를 맞은 듯 떠들썩한 분위기에 여기저기에서 유쾌 한 웃음소리와 술잔 부딪치는 소리들이 장내를 가득메우고 있건만, 그 청년은 마치 전혀 다른 차원의 인물인양 전혀 미동도 않고 그저 창밖만 바라보고 있었다. 왠지 짙은 허무가 느껴지는 그의 눈빛! 그의 앞에는 전혀 손댄 흔적 이 보이지 않는 한병의 술과 빈잔 하나가 뎅그라니 놓여 있을 뿐.... 문득 그의 입에서 깊은 탄식이 터져 나왔다. (휴우! 막상 이곳까지는 왔건만.....과연 그를 만나야 할 지....? 이제와 그를 만나 도대체 무슨 말을 한다는 말인가? 사랑하고 있다고....? 잘못했으니 한 번만 용서해 달라고....? 막상 세가를 나설 땐, 그의 얼굴을 단 한 번이라도 본다면 그 자리 에서 죽어도 좋다고 생각했었는데.....그가 아무리 화를 내더라도 그 의 품에 안겨 펑펑 울고 싶었는데..... 지금 내 마음은 왜 이리 무거운가? 왜 이처럼 그와 만남이 두려워 지는걸까?) 바로 그는 모든 것을 버리고 현무를 찾아 나섰던 유선이였다. 떳떳하게 유람을 나온 것이 아니라 중원천하에서 가장 영향력이 크 다는 부친의 눈을 피해 가출한 상태였기 때문에 부득불 남장을 하고 역용(易容)을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특히 유선은 부친의 성격을 익히 잘 알고 있었기에 더욱 조심할 수 밖에 없었으니, 평상시에는 무척 부드럽고 자애로운 인상을 주고 있었지만 무언가를 결심하면 목에 칼이 들어온대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실행을 하였 으며, 자신의 권위에 도전하려는 사람은 철저하게 응징을 하고야 마 는 그러한 성격의 소유자가 바로 자신의 부친인 유천학이였던 것이 다. 그러나 이러한 부친의 반응을 예상하고 그에 대비하였던 유선이지만 막상 그녀가 강호상에서 접하는 분위기와 소문은 예상보다 훨씬 더 심했다. 마치 천하가 그녀를 찾아서 움직이는 것 같았던 것이다. 문득 유선은 자신이 그날 밤 집을 나선후 지금까지 겪은 그 무수한 고초가 떠올랐다. 번 호 : 8456 게시자 : 윤원중 (re5280 ) 등록일 : 1999-05-11 08:46 제 목 : [연재] 천부외경 86 그녀는 당초 화산을 목표로 집을 나섰다. 하지만 그 방향은 서행(西行)이 아닌 남행(南行)이였으니, 뻔히 예상 되는 추적을 염려한 탓이였다. 그리고 점심나절 도착한 선성(宣城)에서는 생전처음 뒷골목을 찾아 역용약이며 역용도구들을 구입하였다. 물론 이 과정에서 그녀의 미 색을 탐내 몇몇 한량패들이 수작을 걸었지만 당초부터 상대가 되지 않던 그들인지라 문제가 될 수는 없었다. 그러나 오후가 되면서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 졌다. 세상에 유선과 같은 여인이 뒷골목에서 역용도구를 구입하고, 더욱 이 한량패들을 혼내주기 까지 했으니 유씨세가의 치밀한 정보망이 어찌 지척(咫尺)거리에서 이를 놓일 리 있겠는가? 곧바로 선성(宣城)부근은 물론이요, 안휘성과 절강성 등 화중지역(華 中地域) 전역에 비상이 걸렸고, 유씨세가를 중심으로 관과 무맹이 합동으로 전개하는 천라지망이 펼쳐졌다. 그리고 검천(劍天)이 세가의 핵심고수들을 이끌고 직접 추적해 왔다. 그로부터 유선의 행로는 그야말로 고난의 연속이였다. 잠한번, 식사한번 변변히 하지 못했고 수많은 추격대를 격퇴시켜 가 면서 이리 저리 옮겨 다녔다. 무수히 산을 넘고 수많은 호수와 강을 건넜으며 수도없이 변장도 해 보았다. 하지만 세가고수들의 추적은 결코 떨쳐 버릴 수 없었다. 다만 좌(左)로 가는 듯 하면서 우(右)로 가고, 동(東)으로 가는가 싶 으면 어느새 서(西)로 향하는 등 특유의 총명한 두뇌를 사용해 이들 에게 혼란을 주고 어느정도 추적을 지연시킬 수만 있었을 뿐...... 여전히 그들은 집요하게 그녀를 추적해 왔던 것이다. 길을 가다 겨우 만두하나 사서 먹는 것으로 식사를 대신하고, 첩첩 산중 짐승의 굴에서 웅크리고 밤을 지샜다. 차분히 목욕한번 하지 못했고, 산속을 가다 평범한 나무꾼이나 사냥꾼을 만나도 그저몸을 숨기기에 급급했다. 아무리 피곤해도 잠을 잘 수가 없었고 마음한번 편히 놓지 못했다. 천하제일가의 후예인 그녀가 어찌 이러한 고난과 압박을 받아 보았 겠는가? 너무나 달라져 버린 환경속에서 그녀는 참으로 많이도 울었 고, 많이도 생각을 했다. 자신에게서 가문의 후광을 빼고 나니 이렇듯 보잘 것 없고, 초라하 기만 한데 과연 그동안 자신은 무엇이 그리 잘났었고, 왜 그리 오만 했었던가? 그럴때면 어김없이 나타나는 현무의 얼굴! 그녀는 그대로 현무에게 달려가 그의 품에 안겨 펑펑 울고만 싶었 다. 한 사내의 존재가 그처럼 그녀의 가슴에 와 닿은 적이 없었다. 결국 그녀는 이러한 고생 끝에 겨우 집요한 추적을 따 돌린 듯 하였 고 마침내 자신이 강호주유를 할 때 우연히 구해준바 있던 개방의 후개(後 ) 아삼청의 도움으로 이곳 낙양의 장군루에서 무유와 만나 기로 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한가닥 불안함만은 아직 떨쳐 버리지 못했다. 그 수 많은 수단들을 다 동원했지만 결코 떼어버리지 못했던 집요한 추적 이 왜 어느 날 갑자기 사라져 버린 것인지.... (후후, 아마 그들은 장강에서 나의 흔적을 놓였던 것일게야! 끊임없 이 흐르는 물은 결코 흔적을 남기지 않는 법이 려니....) 물론 그녀는 무수히 물을 건넜지만 그 때마다 추적이 이어진 건 자 신을 겉네준 사공에서거나, 건너고 나서의 조그마한 흔적 등 무언가 헛점이 있었을 것이고, 이번만은 완벽했기에 마침내 그들도 흔적을 못찾지 않았나 하는 생각으로 자신의 마음을 안정시켜 나갔다. 창공에 하얀 반달이 떠 올랐다. 창문사이로 들어오는 달빛에 비치는 유선의 얼굴, 비록 역용을 해 보잘 것 없는 얼굴이였지만 깊고 깊은 눈빛만은 달 빛을 닮아 있었다. 그리움과 안타까움, 왠지 모를 서러움이 가득 배 인 우수에 가득찬눈빛! 거안망야천(擧眼望夜天) 반월조오안(半月照吾顔) 피월지아심(彼月知我心) 사군암루심(思君暗漏心) 눈을 들어 밤하늘을 처다보니 하얀 반달이 나의 얼굴을 비추네 저 달은 나의 마음을 알고 있을까? 님을 그리워하며 남몰래 흘리는 눈물의 의미를.... "쪼르르르!" 마침내 빈 잔에 술이 따라졌다. 그리고 하얀 손 하나가 그 술잔을 잡았다. 그 옛날 현무와 함께 마셨던 술, 문득 유선은 그 때가 너무나 그리워 졌다. (후후, 여옥과 화인이라 했던가? 저 반달을 사이에 두고 빛나는 두 개의 별이.....) "툭!" 눈물 한 방울이 술잔에 떨어졌다. 그리고 유선은 그 술을 단숨에 비워버렸다. 자신의 서러움과 함 께...... 그러는 사이 주루에 한 사내가 나타났다. 허름한 마의를 걸치고 등에는 책보따리, 손에는 낡은 서책 한 권을 든 전형적인 서생차림의 청년이였다. 하지만 유선은 첫 눈에 그가 바로 자신과 만나기로 한 무유임을 알 아 보았다. 어쩐지 눈에 익은 체구와 눈빛, 특히 그의 날카로운 안광과 무공으로 닦여진 잘 짜여진 몸매는 관찰 력이 예리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가 단순한 서생이 아님을 짐작할 정도였다. 이에 유선은 자신의 심란한 마음에도 불구하고 실소가 터져 나왔다. 그의 어설픈 변장 때문이였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웃을 일도 아니였다. 사실 도둑질도 해본 사람 이 잘한다고...소림이 낳은 최대의 후기지수요, 당당한 중원오룡의 일 원인 달마검협 무유가 언제 변장을 해 보았겠는가? 고달픈 도피생활에서 그래도 정겨운 무유를 발견한 유선은 한층 마 음이 밝아 진 것 같았다. 특히 그는 바로 자신이 그토록 그리던 현 무와 결의형제를 맺은 가장 가까운 사람이였던 것이니..... (그래....! 일단 그이를 만나는 거야, 그이만 내 곁에 있다면 그 어떤 고난과 역경도 두렵지 않아!) 내심 이렇게 마음을 정한 유선은 조심스런 눈빛으로 주위를 한 번 살핀 후 서서히 무유에게 접근했다. 마침 주위를 두리번 거리던 무유도 유선을 알아보는 것 같았다. 비록 유선의 변장은 완벽할 정도였지만 낙산이후 상당히 많은 기간 을 그녀와 동행했던 무유에게 그녀의 눈빛은 금방 알아볼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두 사람 다 사람들의 이목을 피해야 하는 입장, 그들은 서로 모른채 했다. 그리고 유선도 그가 자신을 알아보는 듯 하자 곧바로 그의 좌석에 합석하지 않고 그의 옆자리에 앉으며....사람을 불렀다. "주인장!" 마침 괜히 자리를 옮기는 그녀를 지켜보고 있던 점소이가 쪼르르 달 려왔다. "내 이곳으로 자리를 옮길테니 술과 안주를 다시 내 오시오" 그러면서 유선은 무유에게 은밀히 전음을 보냈다. '무대협! 오랜만에 뵙게 되는군요' 무유에게서 곧바로 전음이 왔다. 하지만 그의 시선은 여전히 창밖을 향한 채 였다. '유소저! 그래 얼마나 고생이 많소? 내 이야기는 다 들었소!' '죄송해요! 괜히 저 때문에.....사문도 버리고...쫓기는 신세가 되었 으 니....' '아니, 그게 왜 유소저 때문이오? 따지고 보면 유소저 역시 우리 못 지않게 피해자인 것을..... 그래 무슨 일로....?' '현공자님이 계신 곳을 좀 가르켜 주세요! 그 이를 만나야 해요!' '으음, 역시 그 일 때문이군요.' 무유는 짐작하고 있었다는 투였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그는 한편으로는 의외란 심정이였으니..... 그래 천하의 신화군주 유선이 어찌보면 자신에게 치욕을 안겨 주었 다할 현무 때문에 모든 것을 버리고....그를 찾아나서다니....? 당초 그는 현무가 내심 그녀를 좋아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 것이 현무의 일방적인 마음으로 그치고 사실상 그 둘이 결합하기 힘들다는 생각에 가급적 현무의 마음을 돌리려고 노력하였던 것이 다. 그런데 그러한 그녀가 현무의 위치가 사면초가에 몰린 최악의 상황 에서 모든 것을 희생하고 그를 선택한 것이다. 그녀가 자신을 찾는다면 필히 현무와 연관되어 있을 것이라는 사실 을 짐작하고 있었음에도 무유가 의외라 생각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 었다. '알았소! 내 직접 유소저를 현아우에게 데려다 주겠소!' 자신의 이러한 결정이 얼마만한 위험을 안고 있는가 하는 것을 예상 하면서도 무유는 유선의 부탁에 선뜻 응할 수밖에 없었다. 비록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그 길이 아직도 심적고통을 겪고 있는 현 무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이였고.... 모든 것을 포기하고 그를 찾아나선 유선에게 자신이 응당 해주어야 할 의무로 생각되었기 때문이였다. '그 곳은 바로 화산의 운중협(雲中峽)에 위치하고 있소이다. 하지만 지금 천하의 이목은 모두 유소저에게 몰려 있으니 조심해서 나를 따 라 오시오' 그러면서 무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단 한차례도 유선에게 눈길을 주지 않은 채 였다. 그리고 뒤를 이어 유선이 장군루를 벗어났다. 낙양에서 화산까지는 건 오백여리에 이르는 거리! 무공을 읶힌 그들에게는 하루면 충분히 도착할 수 있는 거리였다. 하지만 그들은 최대한 조심을 기해야 하는 관계로 때로는 관도를 피 해 산길을 택했고, 때로는 가까운 거리를 피해 우회해야 했으며 사 람들이 있는 곳에서는 경공도 전개할 수 없었던 관계로 그들은 꼬박 이틀을 소비하고서야 비로소 화산입구에 접어들게 되었다. 무유가 뒤 따르던 유선에게 다시 전음을 날렸다. '이제다 왔습니다. 하지만 여기에서부터는 특히 조심해야 합니다' '알고 있어요' 무유가 이야기하는 것 이상 이 일이 초래할 위험을 알고 있던 유선 은 서슴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이미 그녀의 마음은 이제까지 아무런 불상사가 없이 이 곳에 이르렀고.... 또 얼마 안 있으면...그리던 현무를 만날 수 있다는 사실에 무척 흥 분되어 있는 상태였다. 잠시후 그들은 화산에서도 가장 깊숙한 지역에 위치한 한 협곡에 다 다를 수 있었다. 골이 깊어 끝이 안 보이고...항상 구름에 덮혀 있다 는 운중협! 특히 그 곳은 유난히 짙은 구름이 덮고 있어 거의 일마장 앞도 잘 안보일 정도였다. 유선은 이 것이 자연스런 구름탓도 있지만 거기에 진운(陣雲)때문인 것으로 짐작하고 주위를 유심히 살펴 보았다. 하지만 구름으로 인해 시야기 가리운 탓도 있지만 도대체 무슨 진이 펼쳐져 있는 지 그녀로서는 도저히 알 수 없었다. 마침 그녀의 심중을 짐작이라도 하듯 다시 무유의 전음이 들려왔다. '천문역행금쇄진이라는 천고의 절진이요! 이제부터는 그렇게 멀리서 따를 것이 아니라 바싹 따라와야 합니다. 자칫 진에 갇히기라도 하 면 남궁소저를 불러올 때까지 갇혀 갖은 고생을 해야할 테니......' 이에 유선은 그의 말처럼 바싹 뒤 따르면서도 남궁하를 생각하게 되 었다. 같은 여인인 자신이 보아도 무엇하나 부족한 점이 없는 아름답고 총 명한데다 무공마저 고강한 여인, 서로간 뜻이 잘 통하여 한떄는 무척이나 가까운 적도 있었지만....현 무와의 관계 때문에 지금에 와서는 서먹하게 변해버린 미묘한 관계 인 그들 사이..... 문득 유선은 자신의 이번 방문을 남궁하가 달가워 하지 않을 것 같 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자신역시 이렇게 찾아가는 것이 그녀에 게 무척 미안한 일이 될 거라는 생각도..... 사실 자신 역시 현무를 구해 주었고, 그의 무공입문 기회를 제공하 였지만 남궁하에 비하면 어림없었기 때문이였다. 그녀처럼 물심양면 모든 것을 현무를 위해 헌신했고 적극성도 없었다. 단지 기회가 되어 그를 도와 주었던 것이니.... 유선으로서는 이제와서 그녀의 그러한 적극성과 헌신성이 부럽기만 할 뿐이였다. 서서히 구름속으로 사라져 가는 무유와 유선, 하지만 그들은 계곡입구에서 자신들을 지켜보는 한 사람이 있는 줄 은 꿈에도 알 지 못했다. 바로 검천(劍天)이라는 이름의 아직은 중원무림에 잘 알려지지 않았 던 신비의 고수이자....유천학의 오른팔이라할 수 있는 그가......... 무유가 한 젊은 청년과 함께 진을 통과하고 있다는 보고를 받은 남 궁하는 깊은 탄식을 터뜨리고 말았다. 그와 함께 오고 있다는 청년은 필경 유선이 변장한 모습일 터..... 그녀가 무유를 찾이 않고, 또한 찾더라도 비천야가 자신의 전갈을 먼저 전달한 이후이길 바랬던 그녀의 바람이 결국 헛수고에 그쳐 버 렸던 것이다. '후우! 이 것도 어쩔 수 없는 운명이라면 어떻하겠는가? 단지 그들 이 유씨세가의 치밀한 추적망을 피했을 것을 바라는 수밖에......' 그러면서 그녀는 서서히 발길을 입구쪽으로 옮겼다. 어찌되었건 그들이 이 곳에 도착한 이상 그들을 맞아 들여야 했던 것이다. "유언니! 어서오세요. 그간 고생이 많았지요?" 진을 지나면서 역용을 해제하였던 유선, 비록 십여일간의 도피생활 때문에 상당히 여위에 있었지만 여전히 아름답고 기품있는 얼굴이였다. 그러나 이 때 유선의 커다란 두 눈에는 눈물이 맺혀 있었다. 그간 고생도 고생이였고, 또 얼마 안 있으면 현무도 만날 수 있다는 생각이였지만 무엇보다 자신을 따뜻하게 맞아 주는 남궁하의 태도가 고마웠기 때문이였다. "아! 남궁동생, 정말 미안해.....!" 남궁하는 그녀의 손을 따뜻하게 잡아 주었다. "뭐가요?" "모든 것이 다....!" "그러지 마세요! 언니, 오히려 언니가 고생하며 도피하는 동안 도움 을 못 주어서 제가 미안한데요....! 그것보다 어서 빨리 오빠를 만나 봐야죠? 아직 오빠에게는 사실을 안 알렸어요. 가서 한 번 놀래켜 주세요!" 유선에게 목욕도 하고 옷도 갈아 입을 수 있도록 준비하여 준 남궁 하는 곧바로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아무리 그녀의 마음이 넓다고 하더라도 여인으로서 연적이라고도 할 수 있는 유선이 도착을 하고 현무를 만나게 된다는 사실에 속이 상 하지 않는 것은 아니였지만, 단지 속 상해 하고 있기에는 해야할 일 이 너무나 많았던 것이다. 무엇보다 급한 것은 그들이 추적당했을 경우를 대비해 동원할 수 있 는 정보망을 완전히 가동시켜 무맹측이나 유씨세가의 동향을 감지해 야만 했고...나름대로 수비망을 점검하는 것이였다. 그리고 유사시를 대비해 다시 이곳을 탈출할 수 있는 계획도 마련해야만 했다. 결국 정작 화약더미에 불씨를 안고 들어온 무유나 유선은 태연하건 만 그녀만이 홀로 애를 태우고 있었던 것이다. 이러는 사이 오랜만에 차분히 목욕도 하고 또한 남궁하가 내준 의복 으로 갈아입은 유선은 어느새 평상시의 아름다움을 회복한 채 마치 처음으로 남자를 만나는 시골처녀처럼 설레이는 마음을 안고 현무의 거처로 향하고 있었다. 지척에 불과한 현무의 거처였지만 그 곳을 향하는 시간은 마치 억겁 처럼 길기만 하였고, 그녀의 뇌리속에는 온갖 상념이 환영처럼 스치 고 지나가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현무가 거처하는 방문앞에 도달한 순간 그녀의 심정 은 그대로 멎어져 버릴 것만 같았다. 금릉에서 그 많은 귀공자들의 시선을 한 눈에 받으면서도 단 한 치 의 평정도 잃지 않았고...... 강호를 주유하면서 당대 제일기재라는 북궁휘를 포함한 무수한 영걸 들을 만나보았지만 그저 담담히 대할 수 있었던 그녀가 현무라는 한 사내의 방문 앞에서 이처럼 긴장하고 망설이고 있다는 사실을 어떻 게 설명해야 할 지...... 하지만 결국 유선은 크게 심호흡을 한 후 조심스럽게 방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번 호 : 8457 게시자 : 윤원중 (re5280 ) 등록일 : 1999-05-11 08:47 제 목 : [연재] 천부외경 87 단아한 모습으로 탁자에 앉아 책을 읽고 있는 현무의 모습이 한 눈 에 들어왔다. 머리는 단정하게 빗어 뒤로 쓸어 내렸고, 창문으로 스며드는 미광 (微光)이 온화하고 수려한 그의 옆 얼굴을 아스라이 비치고 있었다. 순간 유선은 그 자리에 그대로 굳어 버리고 말았다. 얼마나 그리웠고....얼마나 목이 메이던 그의 모습이였던가? 당초 평범하게만 보았던 한 청년, 그를 강호상에서 다시 보았을 때, 그저 반갑고 웬지 편안한 느낌이 들었던 그, 갑자기 자신의 처소에 난입하여 무례하게 굴었던 그에게 말할 수 없 는 수치와 분노, 당혹감을 느꼈고...... 북궁휘의 장풍에 맞아 마치 구겨진 휴지처럼 무사들에게 끌려나가는 그의 모습에서는 원인모를 슬픔을 느꼈던 그녀였다. 하지만 막상 그가 처형될 것이라는 소문을 들었을 때 그녀는 마치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듯한 충격을 받았고.... 부친에 의해 세가로 강제로 끌려갈 때는 세상이 온통 깜깜해 지는 듯한 절망감을 맛 보았다. 그리고 세가에서 처음으로 자신이 그를 사랑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바로 그 순간부터 그녀의 뇌리에는 온통 현무의 생각밖에 없었다. 단지 떠 올리기만 하여도 웬지 가슴이 아팠고 그의 영상에는 자신도 모르게 눈물을 흘려야만 했던 그녀, 현무를 만나면 해야겠다는 무수한 말이며 행동들이 단 하나도 떠오 르지 않았으며 오직 그의 얼굴에 시선이 박힌 채 그대로 화석이 되 어 가고 있었다. 한참 책을 읽고 있던 현무는 얼핏 옷자락이 스치는 소리를 들었지 만, 단지 시비가 차를 가져오는 것으로 생각을 하고 그대로 독서를 계속했었다. 그러나 그 후 아무런 기척도 들리지 않자 문득 기이한 생각이 들어 책에서 시선을 떼고 고개를 돌릴 수밖에 없었다. 순간 그의 시선에는 마치 꿈결같이 아름다운 한 여인의 영상이 잡혔 다. "아니! 그대는......" 항상 그의 뇌리를 지배하면서도 실체를 볼 수 있을 거라고는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유선의 모습을 발견한 현무는 너무 놀라 그 자리에 벌떡 일어섰으나 미처 말도 다 하지 못하고 마찬가지로 선 채로 굳 어져 버렸다. 마치 조금이라도 움직인다면 자신의 앞에 나타난 유선의 영상이 사 라져 버리기라도 하듯....... 그 때 유선이 조심스럽게 앞으로 걸어 나오더니 현무를 향해 절을 하는 것이였다. "소녀 유선.....현공자님께 죄를 빌려 왔어요" 눈물이 그윽한 눈동자는 여전히 현무의 얼굴에 고정되어 있었고....그 녀의 음성은 은은히 떨리고 있었다. "이게 무슨....." 이에 현무는 화들짝 놀라며 황급히 그녀에게 다가가 그녀의 몸을 부 축해 일으켜 세우려고 했다. 하지만 그 순간 유선은 그대로 현무의 품에 안겨 버리고 말았다. "현 공자님...! 정말 죄송해요, 소녀를 용서해 주세요" 현무의 품에 안긴 채 그대로 흐느끼는 여인, 그리고 어리벙벙한 상태로 그녀를 끌어안고 있는 현무, 도대체 어떻게 하여 갑자기 자신앞에 나타나게 되었는지...... 무엇이 이 오만한 여인으로 하여금 이렇게 자신의 품에 안겨 울게 만들었는지...... 그리고 도대체 무엇이 그리 죄송하고 미안한지.... 하나도 알 수 없었다. 그러나 그 해답은 곧바로 유선의 입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사랑해요! 그리고 너무나 보고 싶었어요" 그건 바로 사랑이였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가장 고귀한 감정.....사랑! 바로 그 것이 천하의 신화군주로 하여금 이와같이 변화되게끔 만든 것이다. 한참을 더 현무의 품속에서 흐느끼며 하소연하던 유선은 이윽고 어느정도 감정이 진정되었는지.... 살며시 얼굴을 붉히며 현무의 품에서 떨어져 나왔다. "죄송해요! 현공자, 제가 너무 어린애같이 굴었지요?" 자신이 생각해도 너무나 대담했던 행동이며 고백에 얼굴을 빨갛게 붉히며 차마 현무의 얼굴을 바라보지 못하는 유선, 현무는 그러한 그녀의 손을 꽉 잡아 주었다. "고맙소! 이렇게 와 주어서......" 다시 유선이 현무의 품에 안겨왔다. 이미 그의 품에 안겨 실컷 울었고, 자신의 마음을 다 고백해서인지 그녀의 행동은 지극히 자연스러웠다. 그리고 비로소 그녀는 한 사내의 품이 이처럼 포근하고 따뜻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잠시후 탁자에 나란히 마주 앉은 현무와 유선은 상당히 많은 이야기 들을 나누었다. 그 동안 서로가 얼마나 괴로웠는지...... 그리고 유선이 어떻게 하여 이 곳까지 찾아오게 되었는지...... 그러던 차에 무유와 남궁하가 찾아 왔다. "호호, 오빠 축하해요! 그리고 언니도요......" 두 사람의 다정한 모습에 질투를 느낄 법도 하건만 남궁하는 환하게 웃으면서 이들에게 축하의 인사를 건넸고 들고 온 간단한 술상을 탁 자위에 차려 놓았다. 그러자 무유가 좌석에 앉으며 현무의 등을 탁! 치며 말을 하였다. "세상에 우리 아우처럼 복이 많은 사람이 어디 있을까? 천하에서 가장 아름답고 총명한 두 여인의 사랑을 한 몸에 받다 니..." 이에 현무는 쑥쓰럽게 웃었다. "참, 형도...." 하지만 현무는 무유의 말처럼 자신이 정말 복이 많다고 생각했다. 특히 남궁하에 대해서는 이루 말할 수 없는 고마움과 사랑을 동시에 느꼈다. "하매, 정말 고마워! 그리고 사랑해!" "치..! 괜히 미안하니까....?" 다른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 공개적으로 사랑한다는 현무의 말을 들 은 남궁하는 겉으로는 입을 삐쭉이면서도 내심은 날아갈 듯 기분좋 은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자신이 그렇게 하기를 정말 잘했다고 생 각했다. "하하, 이거 질투가 나서 살 수가 있나? 누군 천하절색의 미인들이 둘이나 있고....누군 하나도 없으니....에이, 난 술이나 마셔야 겠다." 무유가 짐짓 화난다는 표정을 지으며 술병을 잡아 갔다. 그러자 남궁하가 얼른 술병을 가로 채 그의 잔에 술을 따르며 그의 얼굴을 보며 기이하게 웃었다. "후후, 검흔이 이야기 하더군요. 북해신녀 설지소저가 무대협을 좋아 하는 것 같다고....그리고 무대협께서도 마찬가지고요...?" "어? 그것이 아닌데....!" 이에 무유는 황급히 두손을 저으며 변명하였지만 얼굴을 붉힌 그의 표정과 당황스런 표정은 오히려 남궁하의 말을 시인하는 것이나 마 찬가지였다. 현무와 유선이 빙그레 웃으며 동시에 이야기 했다. "하하, 축하합니다. 형님!" "축하해요! 무대협!" "허...참, 그게 아닌데....검흔 이 자식은 괜히 쓸데없는 이야기를 해서 사람을 난처하게 만들고 있어...."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고, 아껴주며.... 서로가 서로의 마음을 알고..... 마음이 따뜻한 이들의 좌석은 그 어떤 자리보다 포근했으며, 화기애애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러는 와중에서도 남궁하의 마음속을 떠나지 않는 한 가닥 불안감은 이들의 미래가 반드시 밝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예견 해 주고 있었다. 남궁하가 무맹과 유씨세가의 움직임을 감지한 때는 그들의 본대가 화산의 남궁외가의 본거지를 향해 출발한 직후였고, 이미 화산주변에 이들의 천라지망이 전개되고 난 이후였다. 유난히 그들의 동정에 신경을 쓰고 있었던 남궁하가 이처럼 늦게 정 보를 입수한 것은 본거지를 은폐하기 위해 화산주변의 정보원들을 모두 철수시킨데도 원인이 있었지만 무엇보다 무맹과 유씨세가의 움 직임이 은밀했던 것을 말해 주고 있었다. 더욱이 누군가가 이번 일을 집마부에도 유출시켰는 지 화산의 이면 (裏面) 즉 협서성(陜西省)쪽에서도 집마부의 일개무단이 접근하고 있다는 정보도 입수되었던 것이다. '아! 이 일을 어째...? 내가 너무 방심했어....일단 태백산으로 옮겼어 야 했는데.....' 비로소 남궁하는 자신이 상황을 너무 낙관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사실 유씨세가의 잠재력은 대단한 것이여서 무유나 유선으로서는 그 들의 추적을 피하기가 어려울 것으로 생각하면서도 그들의 이야기만 듣고 방심했던 것이였다. 그리고 설혹 그들의 말이 사실이더라도 일 단 안전이 확인될 때까지는 대피하여 최대한 안전을 도모하는 것이 옳았던 것이다. 하지만 이미 사태는 벌어진 것, 남궁하는 서둘러 회의를 소집했다. 이에 현무와 무유등은 황당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들을 치기 위해 유씨세가와 무맹, 그리고 집마부까지 동원되고 있다니...... "그렇다면 도대체 이번 일로 동원된 무사들은 얼마나 됩니까?" "무맹에서는 전광일쾌 용천비가 이끄는 중로무단 일만 여명, 유씨세 가가 세가직계의 수호위사대 일천여명에 오천 명의 금위대, 그리고 집마부가 목마천주(木魔天主) 조형당이 이끄는 일만 여명 해서 연인 원 이만 육천명이예요" "아니, 그렇게 많다는 말이요?" "거기에다 화산파를 비롯한 인근 방파에서 천라지망을 펼치고 있어 요. 사실 그들은 그렇게 많은 인원을 동원할 필요가 없었지만 이 지 역이 양 세력간의 접경지역이라 만일에 발생할 지 모르는 양 세력간 의 충돌에 대비하여 과다한 인원이 투입된 것이예요" 남궁하의 이러한 설명에 모든 사람들은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들의 세력이라 해 봤자, 당초 무맹을 벗어나 이 곳에 합류한 사 백여명의 열혈위대 등 무사들과 남궁외가의 인원 이백여명 해서 총 육백여명 정도였고, 긴급히 태백산의 이본부에서 지원을 받더라도 겨우 이삼백명 정도인데..... 이건 도무지 중과부족도 이만저만 한 것이 아니였다. 현무는 그만 허탈한 웃음을 흘리고 말았다. "허허, 아예 이번에 우리들의 씨를 말리려고 작정했군!" 이 때 유선이 나섰다. "모두 저로 인해 비롯된 일! 제가 나가겠어요. 미리 가서 아버님께 용서를 구하고 병력을 철수시키도록 하겠어요" 남궁하의 최초 이야기를 듣는 순간부터 얼굴이 창백해 지며 망연자 실해 하던 유선이 책임감을 느끼고 하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남궁하는 씁쓸하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언니의 마음은 잘 알지만 이미 늦었어요. 언니가 지금 돌아간다 해 서 유가주의 성질상 병력을 물릴리도 없거니와 이번 일은 무맹과 유 씨세가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예요. 그리고 필경 중원무림을 향한 일종의 수순일 지 모르고......." 비록 남궁하의 마지막 말은 아무도 그 의미를 짐작하지 못했지만 나 머지는 모두들 동감하는 내용이였다. 그러한 행동으로 병력을 돌릴 생각이면 당초 그 많은 인원을 동원하 지도 않았을 것이고 이처럼 은밀하게 계획을 꾸미지도 않았을 것이 다. 더욱이 이미 무림의 이단자들이 되어 버린 현무와 남궁하, 무유 등 을 제거하기로 무림의 거대세력간 묵시적인 합의가 이루어 진 것과 같았고.....상황은 무맹이나 집마부가 양자간의 싸움에 최대의 변수가 될 수 있는 유천학의 의사를 무시할 수 없는 것으로 굳어져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어찌 해야만 하오?"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단 한 가지 예요. 무조건 뚫고 나가는 것!" 이렇게 대답을 하였지만 지금 남궁하는 최선의 방법이 그들에게 투 항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럴 경우 무유와 자 신, 그리고 유선은 비록 무림의 이단자가 되었다 할 지라도 아직 배 경이 있으니 살 수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본보기로 현무와 사대회 주를 처형할 것이라는 것은 불문가지였다. 그러한 길은 남궁하가 어찌 입밖에 낼 수 있다는 말인가? 그녀의 목숨보다 아니 천하 그 자체보다 훨씬 소중한 현무를 희생시 키는 길을...... "이대로 버틸 수도 있지 않겠소?" "물론 그럴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우리가 버틴다고 하여 얼마나 버 틸 수가 있겠어요? 무력으로는 아무리 지리적 잇점을 안고 있다할 지라도 상대가 되지 않고, 천문역행금쇄진이 있다고 하나 보름정 도....? 더욱이 그들이 대규모 화약을 사용한다면 단 하루도 버티기 힘들 거예요.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그들의 포위망이 좁혀지기 전에 하 루빨리 이곳을 벗어나는 거예요" 그러면서남궁하는 자신이 만약의 경우를 대비하여 세워놓은 탈출계 획을 이야기 하기 시작했다. 대안은 뻔한데 더 이상의 설왕설래는 상황을 더욱 약화시킬 수밖에 없었고...자칫 중론이 투항하기로 모아진다면 그야말로 그녀는 진퇴 양난에 빠질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였다. "가장 뚫기 어려운 곳은 북쪽에서 내려오는 유씨세가와 금의위의 세 력이예요. 이들은 수는 가장 적을 지라도 최정예인 세가의 위사단이 있고.....우리에 대해 가장 적대적일 것이기 때문이죠. 이에 비해 무맹의 중로무단은 비록 용천비가 우리에 대해 이를 갈고 있지만 일반 무사들은 아직까지 우리들에 대한 감정이 호의적이고 집마부의 무사들은 단지 유씨세가의 요청으로 지원나온 것이나 마찬 가지 입장이고 저나 오빠로 인해 우문황 등을 잃은 원한은 지금으로 서는 미약할 것이예요. 그래서 저는 2개조로 나눌 생각이예요. 일개조는 바로 오라버니와 유언니가 지휘하여 서쪽의 집마부 진영을 뚫고 나가고.... 일개조는 저와 무대협이 지휘하여 남쪽의 무맹측 저지선을 뚫는 것이지요. 다만 각자 데리고 갈 수 있는 인원은 자원자에 한하여 일백명 정도 예요. 그들이 노리는 건 우리들 지도부이지만 단지 우리들만 나가면 이곳 에 대한 공격을 가할 것이고, 그렇다고 대부분 희생될 것이 뻔한 상 황에서 너무 많은 인원이 데리고 갈 수도 없고..... 우리들과 이백명정도 인원이면..... 저들은 굳이 얼마남지 않았을 것으로 생각하는 이곳을 천문역행금쇄 진을 깨는데 필요한 인력과 자원을 소모해 가면서까지 공격하려 하 지 않을 거예요. 또한 이미 태백산의 이본부에는 연락을 해 놓았으니 탈출과정에서 이들이 일부 도와줄 것입니다. 그리고 만일 탈출에 성공하는 경우 모두들 운남의 석림으로 오세 요!" 마침내 남궁하의 탈출계획 설명이 모두 끝났다. 그러자 이미 다른 방법도 없고 시간도 없다는 사실을 잘 아는 그들 은 서둘러 탈출준비를 시작하였다. 번 호 : 8463 게시자 : 윤원중 (re5280 ) 등록일 : 1999-05-12 09:27 제 목 : [연재] 천부외경 88 그리고 그로부터 이각후, 현무와 유선은 일백여명의 무사들을 데리고 서 쪽으로..... 남궁하와 무유 역시 일백여명의 무사들을 데리고 남 쪽으로 이동하 기 시작하였다. "하매! 부디 몸 조심하고....필히 운남에서 만나기를 바라겠소!" "예, 오라버니도 조심하세요. 단명지상(短命之相)이 아니니 반드시 탈출하실 수 있을 것이예요" 멀어져 가고 있는 현무와 유선의 일행을 한참동안 물끄러미 바라보 고 있는 남궁하, 그녀의 맑은 두 눈에서는 어느새 눈물이 맺혔다가 그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떨어져 내렸다. 이를 보고 있던 무유가 넌지시 이야기 했다. "왜 그를 따라가지 않았소?" 이에 남궁하는 눈물을 훔친 후 애써 웃어 보였다. "오빠와는 너무 오래 같이 있었어요. 아무리 좋은 사람도 이렇게 오 래 같이 있으면 싫증을 낸대요.!" 무유는 가만히 남궁하의 손을 잡아 주었다. 마치 그녀의 친 오라버니가 된 듯한 심정으로...... 그는 이 여인의 마음이 너무나 곱다고 느꼈다. 이 여인 역시 왜 현무를 따라 가고 싶지 않겠는가? 하지만 그토록 힘들게 만나게 된 현무와 유선을 배려해서 그렇게 결심을 한 것으로 생각했다. 물론 남궁하의 마음은 그러한 것이였다. 하지만 여기에는 여러 가지 복합적인 요인이 추가되었으며, 무엇보 다 집마부쪽 포위망이 가장 뚫기 쉽다는 판단이였던 것이다. 훗일 무림사가 '화산 대탈주'로 기록하게 되는 이만육천명의 공격대 와 이들의 포위망를 뚫는 이백명의 열혈청년들의 싸움은 이렇게 시 작되었다. 바로 그들이 운중협을 벗어나는 순간부터...... 하지만 화산인근에 천라지망을 구축하고 있는 백도의 세력들을 뚫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그들은 명분이 약한 이번 싸움에 별로 열의도 없었으며, 그래서그 런지 비교적 허약한 무사들만 내 보내었던 것이다. 그러한 그들인지라 현무와 유선이 앞장서서 길을 트고.... 모두들 사즉생(死則生)의 기세로 무공을 전개하는 일행을 막기는 역 부족이였다. 다만 그들은 이들의 행로를 향해 신호탄을 날리는 것이 고작이였다. 그러나 그렇다 할 지라도 가는 행로가 계속 노출되고 있어 갈수록 이들을 막는 사람들의 숫자가 늘어나고 있었다. 뚫고 또 뚫고, 죽이고 또 죽여도 끝이 없는 천라지망....! 아직 집마부의 본 대를 상대하기도 전에 일행들은 지쳐 버릴 것만 같았다. 이에 현무는 갑자기 행로를 남쪽으로 수정했다. "않되겠소! 남쪽으로 갑시다" "아니 왜요? 남쪽에는 무맹의 무단이 오고 있으며.... 저쪽조가 가는 곳인데요" "이대로 장안(長安)과 함양(咸陽)쪽으로 가다가는 집마부와 만나기도 전에 우리 모두 지쳐 죽어버릴 것만 같기 때문이요. 일단 남쪽으로 해서 민산산맥(珉山山脈)을 타고 다시 서행(西行)합시다" "아! 그것도 좋은 방법이군요" 현무가 집마부에서 탈출할 때 처럼 야음을 틈타 기습탈출을 감행하 는 것도 아니고, 백주대낮에 뻔히 행로가 드러나는 상황에서는 그것 이 최선인 것 같았기 때문이였다. 아닌게 아니라 그들이 민산산맥의 초엽에 있는 기린산 입구에 들어 서자 적들의 포위망이 훨씬 약해지고 있었다. 험준한 지형으로 인해 비록 탈주자들도 힘들긴 하였지만 아무리 신 호를 날려도 추적자들이 집결하기가 힘들었기 때문이였다. 그런데 잠시후 공격이 뚝 그쳐 버렸다. 이에 유선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현무에게 물어왔다. "웬 일이죠? 갑자기....?" "이제부터가 진짜 위험이요! 저들의 공격이 끊겼다는 것은 이미 집 마부의 본대가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을 말해 주는 것 아니겠소?" 그러면서 현무는 이미 70여명으로 줄어든 일행들을 잠시 쉬게 한 후, 자신의 조에 편입된 후궁예로 데리고 지세를 살피려 앞 쪽으로 나아갔다. 일만여명에 이르는 공격대였고....이미 자신들의 행로가 노출된 이상, 어차피 피해갈 수 없는 입장이요, 추가공격이 없다면 일단 최대한 원기를 축적한 후 그들이 다가올 때를 기해 단숨에 포위망을 뚫고 나가야 한다는 생각에서 였으며, 그 경우 가장 손쉽고 저항이 약할 것으로 예상되는 지형을 따라 탈 출할 생각에서였다. 이미 천평산에서의 깨달음과 화산에서의 연무를 통해 무공이 한차원 이상 증진된 현무의 경신술은 거의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였고....... 후궁예가 낑낑대며 따라가 보니 이미 현무는 인근에서 가장 높은 봉 우리에 올라 앞 쪽을 살피고 있었다. "회주, 좀 어떠합니까?" 현무는 묵묵히 전방을 가르켰다. 후궁예가 가쁜 숨을 몰아쉬며 현무가 가르키는 전방을 살펴보니 전 방 이십여리 밖에서 산 등성을 온통 메우며 접근해 오는 무수한 무 리들이 눈에 들어왔다. 이미 집마부의 무사들이 다가오고 있었던 것이다. "정말 많기는 많군요! 우리들이 과연 저들의 포위망을 뚫을 수 있을 까요?" "쉽지는 않을 것이오!" 그러면서도 현무는 전방의 산세를 살피는 것을 잊지 않았다. 그들의 전방에는 모두 해서 세 개의 봉우리와 두 개의 협곡이 가로 막고 있었다. 그 중 좌측과 중앙의 봉우리는 비교적 완만한 경사를 이루고 있었으 나 우측의 봉우리 만큼은 절벽과 같이 경사가 급했으며 온통 바위산 이였다. 이에 현무가 우측의 봉우리를 가르키며 말했다. "어떻소? 저 쪽의 절벽을 넘는 것이....." "그 쪽은 너무 험하지 않습니까? 오르다가 혹 적들의 공격을 받으면 피할 곳도 없고...." "우리에게 험하면 저들에게도 험하긴 마찬가지요. 게다가 짐작컨데 저들이 저 곳까지 도달하려면 한시진 정도가 소모될 것이나 우리가 최선을 다한다면 그들보다 한 이각정도 먼저 도착할 수 있을 것이 니.....가파른 산을 오르느라 지친데다 협공이 곤란한 지형적 이점을 안고 기습을 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을 것이요" 그러면서 현무는 다시 일행들을 향해 몸을 날렸다. 일단 마음을 정했으니 한 시가 급하게 행동에 옮겨야 했던 것이다. 이윽고 일행들에게 돌아 온 현무는 급히 일행들을 재촉해 우측의 협 곡 아래로 이동했다. "자,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우리가 이 절벽을 얼마나 빨리 올라갈 수 있는 가의 의해 우리의 생사가 결정될 것이다. 긴 말을 않겠다 모두 들 최선을 다하라!" 그러면서 현무는 밧줄을 한웅큼 들쳐 메고 가장 앞장서 절벽을 오르 기 시작했다. 그리고 바로 그 뒤를 유선과 후궁예가 따르고 일반대 원들은 절벽의 험함에 혀를 내 두르면서도 이미 현무를 따라 나설 때부터 생사를 각오한 몸들인지라 하나 둘씩 그 뒤를 따르기 시작했 다. 비록 절벽은 수직에 가까운 경사를 이루고 있었으나 군데군데 갈라 진 흠들이 있어 현무와 유선, 후궁예등 고수들이 오르기에는 별로 문제가 없었다. 물론 중간중간 매끄럽게 깍인 곳과 손잡을 곳이 없 는 지역도 있었으나 벽호공을 이용해 현무가 먼저 오른 후 수중의 밧줄을 이용해 일부 무공이 약한 자들을 끌어 올리는 덕분에 모두들 무사히 절벽을 오르고 있었다. 그런데 그 순간 갑자기 현무의 귓전에 날카로운 비명소리가 들려왔 다. "아아아악!" 놀란 현무가 황급히 아래를 내려다 보니 아마 손 잡은 곳이 미끄러 졌는지 한 대원이 추락하고 있었고....그의 추락은 단지 그 뿐만이 아 니라 바로 그의 밑에서 절벽을 오르던 대원 서너명과 부딪치며 동시 에 수명이 추락하고 있는 것이다. 순간 현무의 눈에서는 짙은안타까움이 배여 나왔다. 비로 그들중 살아남을 자가 과연 몇이나 될 까 의심스러웠지만 그렇 다고 저렇게 맥없이 희생되는 것이 너무나 안타까웠기 때문이였다. 이러한 불의의 참사에도 불구하고 일행들은 꾸준히 절벽을 오르고 있었고 마침내 현무는 십여장 위에 절벽의 끝이 보였다. '이제 되었군!' 그러나 현무가 이처럼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는데 문득 절벽의 끝에 사람의 머리가 하나 불쑥 나타나는 것이였다. '아니, 벌써?' 이에 현무는 까무라치게 놀랐지만 마음보다 행동이 오히려 빨랐다. 나타난 머리가 경악하며 소리치려 하는 순간 현무의 손가락에는 어 느새 날카롭기 그지 없는 일선지가 쏟아져 나와 그의 미간을 뚫어 버린 것이였다. "아아아악....!" 순간적으로 머리에 구멍이 뚫린 그가 떨어지며 내지르는 비명소리가 온 산에 가득 메아리 치고 있었다. 그러나 그 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최초로 나타난 단 하나의 머리.... 하지만 그 뒤로는 수십개의 머리가 나타났으며 그들은 나타나기가 무섭게 현무 등을 향해 무수히 머리통만한 바윗돌들을 던져대는 것 이였다. "모두들 피해라!" 현무는 미처 일선지를 전개할 틈도 없이 아래쪽을 향해 경고음을 발 한후 놀고 있던 우수를 어지럽게 흔들어 댔다. 그러자 그의 우수에서는 급한 와중에 황급히 쏟아낸 장풍이라 하기 힘들 정도로 놀라운 위력의 장풍이 쏟아져 나왔고 이는 쏟아져 내려 오는 바윗돌 들을 이리저리 튕겨 내었다. 하지만 언제까지 그러고 있을 수만은 없는 법, 그는 바로 아래를 향해 다급히 소리치며 마침내 신형을 위로 솟구쳤 다. "유소저!, 그리고 후회주! 올라갑시다" 의지할 곳 하나 없는 허공에서 솟구치는 그를 향해 쏟아져 내리는 바윗돌들! 하지만 현무는 이들중 일부는 박살을 내며 일부는 피해가며 순식간 에 절벽 끝에 내려설 수 있었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그는 검을 뽑아내며 자신의 최대절기인 천지무 극검법을 전개하였다. 그러자 그의 검으로부터 무수한 검극영(劍極影)들이 생성되더니 마 치 빗살처럼 그의 전후좌우로 비산(飛散)되었다. 이에 사방에서 비명 소리와 함께 십여명에 이르는 무사들이 그대로 푹푹 쓰러져 버렸다. 바로 그 기회를 이용, 유선과 후궁예가 절벽위로올라섰고 현무는 주위를 살필 여유가 있었다. 하지만 바로 그 순간 현무는 경악하며 눈을 부릅뜰 수밖에 없었다. "아니, 이럴수가.....?" 현무의 생각처럼 절벽끝은 일정 공간 분지를 형성하고 있었으나 그 후면은 그의 생각과는 정 반대로 완만한 경사를 이루고 있었고.... 지금 절벽 분지는 물론이고 이를 향하는 곳에는 새까맣게 집마부의 무사들이 오르고 있었던 것이다. "아! 이를 어찌한다는 말인가? 도대체 이러한 지형도 있었단 말인 가?" 현무는 절망할 수밖에 없었다. 당초 반대편쪽이 비록 그들이 올라온 곳보다는 험난하지 않을 지 모 르지만 그에 못지 않은 경사를 이루고 있을 것으로 추측하며 현무는 그러한 전략을 택했는데..... 특이하게 그 봉우리는 마치 무척이나 완만한 산을 반으로 뚝 쪼개어 그 한 쪽만을 세워 놓은 듯한 지형을 형성하고 있었던 것이다. 게다가 집마부 무사들은 마치 그들이 이 곳으로 올 것을 알고 있었 다는 듯 전력의 태반을 이 쪽으로 집결하고 있었던 것이니.... 현무로서는 그야말로 도끼로 발등을 찍는 심정이였다. 전투에서 지형숙지가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실감하였고 그처럼 기이한 지형이 하필이면 이곳에 존재하는 자신의 불운(不運)에 크게 한탄할 수밖에 없었다. 바로 그 때 집마부 무사들 무리속에서 낮익은 한 인물이 걸어나오며 소리를 쳤다. "천지객 현무! 오랜만이군.... 그래 겨우 탈출한다는 것이 호랑이의 입속으로 들어오는 것인가?" 그는 바로 낙산에서 현무와 만나 일전을 겨룬 바 있었던 목마천주 조형당이였던 것이다. 이에 현무는 할 말이 없었다. 스스로 함정속으로 걸어들어온 셈이였 으니 무슨 할 말이 있겠는가? 그저 자신을 믿고 따라온 대원들에게 미안했고..... 천하에서 가장 고귀한 신분으로 모든 것을 버리고 자신을 찾아 온 유선을 볼 낮이 없었다. 이 때 그의 옆으로 다가온 유선이 가만히 그의 손을 잡아주며 속삭 였다. "이것도 운명이라면 따라야죠! 우리 원 없이 한 번 싸워봐요! 무....., 처음이군요. 현공자를 이렇게 불러 보는 것이..... 난 무와 함께라면 설혹 이 자리에서 죽는데도 여 한이 없어요. 무! 사랑해요!" 현무 역시 유선의 손을 굳게 잡았다. "나도 사랑하오! 그댈..... 언젠가 무유형님에게 이렇게 말한 적이 있었지! 내 그댈 얻을 수 있 다면 아무 것도 되지 못한데도 아무런 한이 없다고.... 그렇소 이것이 우리의 운명이라면 따를 수밖에..... 단지 나를 위해 목숨을 바친 수많은 사람들의 한을 갚아 주지 못한 것이 안타까울 뿐......" 수 천명 대 팔십명의 싸움이 시작되었다. 조형당은 투항하는 자는 살려준다고 수차 거듭 소리쳤지만 팔십명 중 투항하려 하는 사람은 단 하나도 없었다. 상대도 되지 않는 싸움, 조족지혈(鳥足之血), 이란투석(以卵投石)의 싸움이였지만 그들은 참 으로 열심히 싸웠다. 명이 끊어지는 바로 그 순간까지 적들을 하나 라도 더 동행시키기 위해 최후의 기력을 모아 칼을 휘둘렀고, 쓰러 지더라도 그 방향만은 적들을 향해서 였다. 그리고 쓰러져 가는 수는 차츰 늘어나기 시작했다. "으으.....대주! 끝까지 모시지 못하고 소관이 먼저 감을 용서해 주시 오. 그 동안 대주를 만나 진정 기뻤소!" 마침내 후궁예까지 쓰러지고 이를 지켜봐야 하는 현무의 눈에서는 피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잘가시오. 후회주! 정말 고마웠소!" 이미 죽고 사는 문제는 염두에 없었다. 다만 한스러운 것은 무림의 평화와 장부의 뜻과는 상관이 없이 누군 가의 음모로 인해 아무런 의미없이 사라져야 한다는 사실이었으며, 자신에게기대를 걸며 기꺼이 한목숨들을 바친 그 많은 사람들을 만 나 무슨 말을 해야하는 것인지..... 그리고 자신의 뿌리마저 밝혀내지 못한 그를 과연 저승에서인들 받 아들여 줄까 하는 일이었다. '안돼! 이대로 무너질 수는 없어!' 현무는 사그러 지려하는 삶에 대한 의지를 다시 한번 북돋아 올렸 다. 이미 그의 주위에는 온통 집마부의 무사들뿐, 아직 모두가 쓰러진 것은 아니겠지만 필경 그들의 주변에도 이렇듯 온통 적들일 것이다. "으아아아아!" 현무의 입에서 절규에 가까운 고함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그의 몸이 허공으로 칠팔장을 뛰어 올랐다. "대원들이여! 나를 따르라! 단 한사람이 남더라도 기필코 뚫고 나가자! 그리고 당금 무림을 주도하는 자들이 과연 얼마나 비열했는가 하는 사실을 만천하에 공표하자!" 분노에 찬 절규! 그 뒤를이어 현무의 몸에서는 무수한 절기들이 연이어 전개되기 시 작했다. 검을 잡은 우수에서는 현천삼검과 천지무극검이 연이어 펼쳐지고 남은 좌수에서는 은하낙성수와 백팔나한금나수가..... 그리고 그의 발에서는 수유간극퇴법과 청마퇴가 펼쳐지고 있었다. 과연 사람이 저와같이 많은 무공을 동시에 전개하는 것이 가능한 건 지..... 하지만 현무의 몸은 마치 거센 바람을 맞은 풍차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속도로 빙글빙글 돌고 있었고.... 풍차위에 튀겨진 물방울처럼 무수한 파편들이 전후좌우 사방으로 비 산(飛散)되는 것이었다. 그러자 그의 주위에 있던 수십명의 집마부 무사들이 마치 폭풍을 만 난 허수아비들처럼 푹푹 쓰러지고 일부는 분분히 허공으로 날려가 버렸다. "자! 나의 형제들이여! 나를 따르라!" 현무는 그 여세를 몰아 그대로 전방을 향해 몸을 날렸고, 그 뒤를 유선과 남아있던 대원들이 따랐다. 너무나 놀라운 현무의 기세에 집마부의 무사들은 순간적으로 당황하 며 주춤거렸고 일부는 자리를 피하기에 급급했다. 눈 앞에 걸리적 거리는 것은 무엇이든 날려 버리며 길을 뚫어가는 현무, 그리고 유선의 보검이 그 뒤를 이어 막는 것은 무엇이든 잘라 버리는 것이었으니 비록 일부 용기있는 무사들이 서둘러 그들의 앞을 막으려 했지만 결 국 헛되이 목숨만 잃고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집마부 무사들은 결코 조무래기들이 아니었고 평소부터 엄격 한 훈련을 통해 규율이 확실히 선 정예무사들이었다. 따라서 당초 현무의 기세에 순간적으로 겁을 먹고 당황하였지만 잠 시후 중간급 두목들을 중심으로 대열을 정비해 체계적으로 현무일행 을 막기 시작했으며, 현무일행의 진행속도는 현저히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번 호 : 8464 게시자 : 윤원중 (re5280 ) 등록일 : 1999-05-12 09:28 제 목 : [연재] 천부외경 89 베도 베도 끝이 없는 인(人)의 행렬..... 이에 현무와 유선도 지칠 수밖에 없었다. 더욱이 그들은 10여명씩 조를 형성해 취약한 대열의 중간부분을 집 요하게 공격하고 있었으니, 현무는 앞장서 길을 뚫는 가운데에서 이 제 겨우 20여명밖에 남지 않은 대원들을 보호하느라 단 한시도 쉴 틈이 없었다. 이제 더 이상 수하들의 희생을 바탕으로 자신만이 탈출할 수 없다는 생각이었던 것이다. '허허, 여기까지가 나의 한계인가?' 결국 현무는 체력소모 못지 않게 전투의지도 급속히 약화되고 있었 다. 그러나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는 듯 현무의 시선에 집마부의 후방을 가르고 들어오는 일단의 무사들이 눈에 띠었다. 그들은 100여명 정도로 모두들 검은 색 무복을 입고 있었으며.... 기습의 묘와 사전에 준비한 듯 무수한 암기 등을 사용해 마치 송곳 같은 기세로 적의 후방을 가르고 있었다. 현무는 첫 눈에 그들이 바로 남궁하가 이야기 했던 태백산 남궁외가 (南宮外家)의 무사들임을 알아볼 수 있었다. 이에 그의 눈에서는 번쩍 불을 품었다. "자! 구원대가 도착했다. 모두들 최후의 힘을 내어 뚫고 나가자!" 일행들은 모두들 높은 곳에 위치해 있었기 때문에 현무의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대부분 구원대가 도착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현무 의 외침을 계기로 마지막 힘을 쏟아붓기 시작했다. 다시한번 현무의 눈부신 활약이 이어졌고.... 또 다시 집마부의 진영에서 혼란이 일어났다. 그리하여 마침내 현무일행과 남궁외가의 구원대간 조우가 이루어 졌 다. "현무대협! 저희들이 너무 늦었습니다" 그는 바로 남궁외가의 외총사직을 맡고 있던 철혈무객 류희천이였 다. "고맙소! 이렇게 와 주셔서....." 늦고 빠르고가 문제가 아니였다. 그들이 왔다는 그 자체가 중요한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여전히 집마부의 무사들에게 둘러쌓여 있었기에 더 이상의 대화가 이루어 질 수 없었다. "이제 저희들이 길을 트겠습니다" "그럼 부탁하겠소!" 이에 류희천이 수하들을 향해 명령을 내렸다. "자! 시작하라!" 그러자 남궁외가의 제자들이 일제히 품속에서 무언가를 꺼내더니 그 중 일부가 그것을 전방을 향해 던지는 것이였다. 그것은 어린아이 주먹만한 물체들로서 바로 집마부의 무사들 허공에 서 펑! 펑! 하며 폭발하고 있었는데.... 일부는 폭발과 함께 무수한 암기들이 쏟아져 나왔고..... 일부는 짙은 연기를 품어내 삽시간에 사방을 짙은 연기로 채워 버리 는 것이었다. 그 순간 류희천이 현무의 팔을 잡아 끌었다. "가시지요!" 갑작스럽게 연기로 시야가 가리워 지고....그 틈을 이용한 암기와 화 탄공세는 그들 전방에 포진하고 있던 집마부 무사들을 순간적으로 무력화 시켰고.... 이를 기다리고 있었던 남궁외가의 무사들이 재빠르게 앞으로 전진하 며 그들의 포위망을 뚫었다. 그리고 현무와 유선, 남아있던 10여명의 제자들이 별다른 저항없이 그 뒤를 따랐다. 잠시후 남궁외가의 무사들이 지닌 화탄들이 바닥이 났다. 하지만 이미 그들은 무사히집마부의 두터운 포위망을 뚫고 봉우리 아랫부분에 이르러 있었다. 이에 류희천이 다시 명령을 내렸다. "이제 되었다. 속히 미환팔괘진(迷幻八卦陣)을 펼쳐라" 그의 명령에 남궁외가의 무사들이 사방으로 분산되며 기이한 형태의 진형을 이루면서 품속에서 붉고 파란 두 개의 깃발을 꺼내더니 중앙부에 위치해 있던 한 무사의 구령에 따라 전후좌우로 현란한 보 법을 밟아 가면서 깃발을 흔드는 것이였다. 어찌보면 장관이였고, 또 어찌보면 마치 어린아이 장난과 같은 동작 들이였다. 하지만 정작 추격을 하던 집마부의 무사들은 그들 앞에 이르자 마치 보이지 않는 장애물과 그물에 걸리기라도 하듯 우왕좌왕 하면서 자 기들끼리 서로 얽혀 넘어지는 등 극도의 혼란스러운 광경을 연출하 는 것이었다. "자, 먼저 가십시오. 저희들이 벌 수 있는 시간은 단지 이각여에 불 과합니다." 현무는 이러한 모든 것들이 다 남궁하의 작품인 것으로 짐작하고 새 삼 그녀의 재주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하지만 류희천의 말처럼 감탄만 하고 있을순 없는 일.... 그는 급히 대원들을 이끌고 그 자리를 벗어났다. "우리들만 떠나게 되어 미안하오!" "하하, 저희들도 나름대로 대피할 방법이 있습니다" 류희천과 남궁외가 무사들의 도움으로 무사히 위기에서 벗어난 현무 일행은 심한 부상과 바닥난 기력으로 대부분 경공을 전개하지 못할 정도였지만 극고의 정신력을 발휘해 가며 험한 민산산맥을 따라 서 쪽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집마부의 포위망은 드넓은 지역에 포진하고 있었다. 그들이 어떤 경로를 택하든 곳곳에서 길을 막는 자들이 나타났고.... 미처 제거하지 못한 자들이 올린 신호탄으로 인해 악전고투는 끝없 이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기력이 바닥난 상황에서 험로를 달리면서 치루어야만 하는 처절한 고투(苦鬪)! 그들이 또 다시 한떼의 무사들을 만났고....이에 현무가 마지막 힘을 모아 그들으로 모두 처치할 수 있었지만 그 와중에서 모든 대원들이 희생되어 버렸으며, 마침내 유선마저 피를 흠뻑 뒤집어 쓴 채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 다. "아! 도저히 더 이상은......" 아름답던 그녀의 얼굴은 온통 피와 땀으로 얼룩졌고....머리는 산발된 데다.... 군데군데 찢어 진 의복사이로 말라붙었다 다시 터진 상처들 이 보이고 있었다. 이에 현무는 그녀를 부축해 일으켰다. "그래도 가야만 하오!" 현무는 차마 유선의 얼굴을 바라보지 못했다. 그녀가 얼마만한 인내를 발휘하고 있는가 하는 것은 자신역시 체력 적으로는 단 한걸음도 옮기지 못할 정도로 지쳐 있다는 사실이 여실 히 말해주고 있었다. 공주를 어머니로두고....천하제일의 권문세력가를 부친으로 둔 그녀 가 만일 자신을 알 지 못했다면 어찌 오늘과 같은 날이 있었겠는가? 그녀가 현무의 어깨에 기대여 가만히 속삭였다. "무! 이제는 포기해요. 어차피 사람은 한 번은 죽게 되어 있는 것! 저는 아무런 여한이 없 어요. 무와 함께라면...." 현무가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 보았다. 그저 바라보기만 해도 가슴이 아련했던 그녀, 밤하늘에 높이 떠서 반짝이던 별처럼 영원히 닿을 수 없을 것 같았 던 환상 속의 여인! 하지만 그러하던 여인은 지금 자신의 품속에서 자신과 함께 죽기를 원하고 있다. 빛하나 찾을 수 없는 암담한 현실속에서도 자신을 향 해 애써 미소를 지어 보이면서..... 현무의 눈에 습막이 서리고... 콧등이 시큰해 져 왔다. 그러나 다음 순간, 현무는 이러한 자신의 감정을 애써 억누른 채, 다 시 발걸음을 옮겼다. 한 발, 또 한 발.... 누가 보더라도 힘겨운 발걸음.....넘어질 듯 휘청 휘청하면서도 현무 는 결코 넘어지지도 않았고, 발걸음을 멈추지도 않았다. 그녀를 위해서도 도저히 여기서 포기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러한 그들앞에 다시 이십여명의 무사들이 나타났다. "흐흐흐, 마침내 우리들의 손에 걸렸군!" "그런데 이 건 너무 싱거울 것 같군! 가만히 있어도 금방 쓸어져 버 릴 것 같은데...?" "그래도 방심해서는 안되! 그는 벌써 수백명 이상의 동료들을 살해 하고 수십회의 포위망을 돌파했어!" "짜아식! 겁은 많아 가지고....잠깐 기다려! 내가 단숨해 처치해 버리 지" 그러면서 그들 중 하나가 앞으로 나섰다. 그러자 그에게 공(功)을 빼앗길 새라 서너명의 무사들이 황급히 같 이 따라 나서며 그 중 하나가 말을 하는 것이었다. "남자는 죽여도 되나,여자만은 생포하라는 명령이다!" "흐흐, 그랬었지! 하지만 조금 만져 보는 것은 괜찮겠지? 천하에서 가장 예쁜 여자라며...?" 이 순간, 현무의 눈에서 불길이 뿜어져 나왔다. "이 놈들! 내 이 자리에서 피를 토하고 죽을 지언정 네 놈들만은 동 행하고야 말리라!" 이러한 호통소리와 함께 현무는 최후의 잠력을 모아 신형을 날리며 현천삼검을 전개했다. 천지무극검과 같이 현란함과 변화는 없었지만, 대신 한정된 범위내 에서 속도와 위력만은 그 어떤 검법보다 강하다는 현천삼검! 이에 다가오던 무사들이 경악하며 칼을 들어올렸지만 현무의 청강검 은 그들의 칼을 수수깡처럼 자르며 순식간에 그들의 목을 모조리 잘 라 버렸다. 하지만 거기까지가 그의 한계였다. 그들의 잘린 목에서는 마치 분수처럼 핏줄기가 쏟아져 내렸지만 현 무는 미처 이를 피할 생각도 못한 채 휘청거리고 있었으며.... 검을 땅에 꽂아 이에 의지함으로써 겨우 중심을 잡고 있었으나 금방 이라도 쓰러져 버릴 것만 같았다. 호랑이는 죽기전에는 결코 모욕을 당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준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현무의 주위로 다시 집마부의 무사들이 모여들고 있 었다. 다 쓰러져 가는 그였지만 언제 또 다시 공격을 가할지 모른다 는 생각에 모두들 잔뜩 긴장하며 무기를 불끈 잡고서...... 현무는 힘겹게 고개를 돌려 유선을 바라 보았다. 하지만 이미 흐려진 그의 시선에 유선의 형체는 가물가물 거리고 있 었다. 그의 입에서 알아듣기 힘든 말이 흘러 나왔다. "미..안...하...오! 끝까지 그..대..를 지켜...주...지 못..하..여..... ." 그리고 그 말을 마지막으로 그의 몸은 그대로 쓰러지고 말았다. "아....아!" 이를 보고 유선은 안타까운 신음소리를 흘려 냈지만..... 이미 현무의 신형은 집마부 무사들에게 가려져 버렸고... 그녀 역시 손가락 하나 까딱할 힘이 없었다. 바로 그 순간, 커다란 호통소리가 들리는 것이었다. "멈춰라!" "아니, 또 어떤 자들이냐?" 일이 막 성사되려고 하는 순간, 방해자가 나타나자 집마부 무사들이 인상을 찌뿌리며 소리가 났던 곳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그들의 시선에 자신들을 향해 걸어오는 십여명의 흑의인들이 들어 왔다. 중앙에 위압스런 기세를 흘려내는 중년대한이 있었고...그의 주 위에 역시 날카로운 안광을 품어내는 인물들.... 그들을 발견한 순간 현무 주위를 둘러싸고 있던 무사들은 기겁하며 모두들 그 자리에 무너지듯 무릎을 꿇었다. "천주를 뵙습니다!" 그들은 바로 이번 공격대의 지휘자인 목마천주 조형당과 그의 십부 장들이었던 것이다. 절대절명의 위기상황에서 혹시나 하며 이들을 살피던 유선의 눈에 짙은 절망감이 감돌았다. 그래도 그 전에는 조무래기들이었으니 남궁외가의 무사들과 같은 구 원대가 나타난다면 희망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 누가 나타난다 하더라도 어렵게 되었다. 조형당도 조형당이였지만 그와 함께 나타난 목마천, 즉 흑풍곡의 십 대고수는 그녀와 현무가 정상적인 상태였다 할 지라도 상대하기 힘 든 그러한 고수들이였던 것이다. 번 호 : 8469 게시자 : 윤원중 (re5280 ) 등록일 : 1999-05-13 09:17 제 목 : [연재] 천부외경 90 그런데 웬걸.... 집마부 무사들 앞에 다다른 십무장들은 묵묵히 무기를 뽑았고.... 이에 그들이 의혹을 느낄 틈도 없이 그들의 목을 모조리 날려 버리 는 것이였다. "켁! 왜 우리들을.....?" 그들은 목이 떨어지는 상황에서도 믿을 수 없는 사실에 두 눈을 부 릅뜨고 있었다. 하지만 십부장들은 그들의 의혹에 전혀 상관하지 않았으며, 곧바로 쓰러진 자 중 한 사람의 의복을 벗긴 후 현무에게 입히는 것 이었다. 그리고 그 중 한 사람이 유선에게 다가와 보따리 하나를 던지며 말 을 하는 것이였다. "어서 그 의복으로 갈아입고....안에 들어 있는 역용도구를 이용해 이 들과 같은 모습으로 변장하시오" 이에 유선은 어이가 없었다. 죽이든 생포하든 할 것이지 난데없이 변장을 하라니..... 이 때 그녀의 귓전으로 조형당의 전음소리가 들려왔다. "유여협! 시간이 없소이다. 다른 자들이 몰려오기 전에 어서 빨리 변 장을 하시오. 그 길만이 이 위험에서 벗어나는 길이오!" 그의 표정은 전혀 놀리는 듯한 기색이 없었으며...어조 역시 심각했 다. 이에 평소 조형당의 성격을 듣고 있었던 유선은 그 일이 자신이 나 현무에게 결코 해롭지만은 않을 것으로 생각되, 서둘러 보따리를 끌렀고...그 안에서 흑의 무복을 꺼내 겉옷 위에 걸쳤고....머리를 묶 고 역용약을 바르는등 변장을 하기 시작했다. 비록 서둘러 행동을 한다고 했으나 기력이 쇠진한 유선의 행동은 지 루할만큼 늦었고.... 그 사이 영문을 모르고 접근하던 또 다른 집마부 무사들이 몰살당해 버렸다. 만일 그녀가 여인이 아니고, 설혹 여인이래도 평범한 여인이였으면 진즉 강제로 변장을 시켰을 것이다. 여하튼 유선이 그들의 요구대로 변장을 다 하자.... 조형당이 말없이 그녀에게 다가와 그녀의 수혈을 집었고, 그녀가 영 문도 모른 채 쓰러지자 십부장들을 시켜 준비했던 들 것에 그들을 옮겨 싣고 황급히 그 자리를 떠나는 것이였다. 어느새 어둠이 내려오기 시작하는 민산산맥의 이름모를 협곡! 단지 목이 짤린 수십명의 시체만이 두 눈을 부릅뜬 채 이들의 영문 모를 행동을 지켜볼 뿐이였다. 한편 이시간 화산 운중협을 떠나 남행하던 무유와남궁하도 커다란 위기를 맞이 하고 있었다. 그들은 현무의 조와는 다르게 지형을 잘 못 읽지도 않았고.... 더욱이 총명하기 그지 없는 남궁하가 포함되어 있었던 터라 다행이 아직까지는 용천비가 이끄는 무맹의 본대와는 맞닥뜨리지 않 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 공격조에는 용천비의 핵심세력인 무적흑표단 이외에도 거의 일만여명에 이르는 중로무단의 전 인원이 가세하고 있는데다 인근에 있는 백도제파들의 파견대까지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에.... 아무리 지혜로운 남궁하라 할 지라도 그들의 모든 눈을 속이고 탈출 한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따라서 그들은 벌써 수많은 적들과 충돌하였고.... 그 동안 태백산의 구원대를 포함 일백오십여명에 이르는 사상자를 내며 지금 이 곳까지 일백여리에 이르는 혈로를 뚫고 나왔다. 하지만 그 와중에서 결국은 위치가 완전 노출되었고.... 지금은 삼백여명 정도되는 무맹의 지대(支隊)에 포위되었을 뿐만아 니라 거의 그들의 열 배에 달하는 무수한 무사들이 전후사방에는 포 위망을 좁혀오고 있었던 것이다. "지독한 자들....! 얼마 전 까지만 해도 뜻을 같이 하던 동료들을 말 살하기 위해 이렇듯 비열하게 나오다니......!" 그들의 지독함에 무유가 질렸다는 듯 투덜거렸다. 이미 그의 전신에는 온통 상처투성이였고....안색 역시 창백해 기력소 모가 극심함을 짐작케 하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그는 슬며시 남궁하의 눈치를 살폈다. 위기위기마다 터져나왔던 남궁하의 놀라운 기지와 전술, 이번에도 그 것을 기대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남궁하 역시 허탈한 표정으로 고개를 살래살래 저을 뿐이였 다. "이런 상황에서 무슨 방법이 있겠어요? 그저 뚫고 나갈 수밖에..... 다만 이제 어둠이 깊어지고.....오십여리만 더 지나면 동백산이니 그 곳까지만 가면 방법이 있을 것 같은데......" 이에 무유도 실망할 수밖에 없었다. 오십여리라고 하나 이렇듯 포위된 상황에서 그 거리는 하늘과 땅의 거리만큼 멀게 느껴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풀이 죽은 남궁하의 모습을 보자 무유는 다시 오기가 발동했 다. 그리고 이제까지는 주로 남궁하가 주도를 해 왔으니 이제는 명 색이 사내대장부라고 하는 자신이 나설 때라는 생각이었다. 더욱이 그녀는 자신의 소중한 아우가 아끼는 여자였으니...... 그래서 애써 표정을 밝게하면서 그녀를 향해 껄껄 웃었다. "하하, 오십여리라.... 채 반시진도 걸리지 않는 거리군요! 그렇다면 어디 한 번 뚫어 봅시다. 막는 것은 모조리 베어 버리고....걸리는 것 은 모두 걷어 차 버리고...." 애써 밝게 이야기하는 무유의 의도를 남궁하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 었다. 그래서 그녀 역시 애써 쾌활한 표정을 지으며 맞장구를 쳐 주 었다. "좋아요! 못할 것도 없지요!" 무유의 사자후(獅子吼)가 터져 나왔다. "너희들이 나를 모르느냐?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도 없고, 평생을 협의만을 쫓아가던 나다! 내 이제부터 내 모든 무공을 다하여 뚫고 나갈 것이니.... 막을 자는 한 번 막아 보거라! 내 한 몸 죽는 것은 상관하지 않으나 다만 의지도 없이 불합리한 명 령에만 쫓는 너희들이 가엽도다" 무유가 검을 높이 치켜 들어 공력을 주입시켰다. 그의 검에서는 어둠속에서도 찬란한 광휘를 품어 냈다. 그리고 바로 그 뒤를 이어 그의 검이 둥그런 원을 그려내고 있었는 데, 주위의 모든 기운이 그의 검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 같았다. 그러나 그 것도 순간, 마치 그의 검이 허공에서 폭발하듯 무수한 검영(劍影)을 토해내는 것이었다. 바로 그의 최대의 절학인 달마혜검 중 원월만공(圓月滿空)이 전개된 것이다. "자! 모두들 나를 따르라! 우리의 뜨거운 의기를 보여주자" 무유의 사자후와 놀라운 달마혜검의 위력에 주춤하는 무맹의 무사들 을 뚫고 무유가 몸을 날렸고....이어 남궁하, 그리고 남아있던 50여명 의 대원들이 그 뒤를 이었다. 그러나 이들을 막는 무맹측 무사들의 기세는 현저히 약화되어 있었 다. 최악의 상황에서도 눈부신 투혼을 발하는 그들의 기세도 기세였 지만 무유의사자후가 그들에게 던져 놓은 회의감 때문이였다. 집마부 무사들과는 다르게 그들은 어찌되었건 나름대로 정도(正道) 와 명분(名分)을 쫓는다고 자부하던 자들이었다. 그래서 초기에는 집마부와의 전투에도 소극적으로 임하던 그들이였 는데......하물며 한 때 뜻을 같이 하던 동료들이였으니...그들의 칼날 이 무디어 질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미묘한 상황을 이용해 무유와 남궁하등 일행은 무사히 1차적 인 포위망을 뚫을 수 있었다. 하지만 연이어 전개되는 2차, 3차 포위망과 중과부족의 냉엄한 현실 에는 그들의 뜨거운 의기도 무용지물이였다. 그야말로 악전고투(惡戰苦鬪)에 하나 둘 쓰러져만 갔고.... 무유와 남궁하의 검도 무디어 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들이 이렇듯 주춤거리는 사이 어느새 또 다른 한 떼의 무 리들이 몰려오고 있었다. "아! 여기가 끝인가?" 애써용기를 북돋아 가며 고군분투하던 무유의 입에서 탄식이 터져 나오고..... 남궁하의 투명한 두 눈에서 눈물이 흘러 나왔다. '아! 이럴줄 알았다면....오라버니를 따라가는 것인데......' 이 순간 못견디게 보고싶은 현무의 얼굴이 그녀의 두 눈에 눈물이 맺히게 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웬걸? 막상 적인줄로만 알고 있었던 일단의 무리들이 의외로 무맹측의 무 사들을 향해 공격을 가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무유의 시선이 남궁하를 향했다. 이번 역시 남궁하의 안배로 생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남궁하 역시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 "어찌되었건 좋소! 이 기회를 이용해 이 자리를 벗어 납시다" 비록 이제 이십여명에 불과했지만 이와같이 갑작스런 상황변화에 이 들은 다시한번 힘을 내어 포위망을 전후에서 압박하기 시작했다. 비록 무유 일행은 모두들 부상당한데다 상처까지 심해 제대로 위력 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었지만, 새로 나타난 무리들은 그야말로 놀라 운 기세로 무맹측 무사들을 휩쓸고 있었다. 특히 그들중 가장 앞서서 달려오는 일남일녀(一男一女)는 실로 눈부 신 활약을 보이며.....무리들을 이끌고 있었는데 무유일행에 가까이 오면서 큰 소리로 외치는 것이였다. "대주! 접니다. 검흔!" "무대협! 소녀도 왔어요" 이에 무유가 시선을 돌려보니..... 바로 북해를 향해 보냈다던 검흔과 북해신녀 설지였다. 무유가 깜짝 놀라며 소리쳤다. "아니, 이게 도대체 어찌된 일인가?" "하하! 대주 일단 이들 조무래기들을 쓸어버린 후 이야기 합시다" 자신이 가장 신임했던 검흔, 그리고 그날 이후 한시도 마음속에서 떠나지 않았던 설지, 이들 두 사람의 등장은 무유로 하여금 새로운 기력이 솟아나게 만들 었다. 다시금 그에게서는 달마혜검이 전개되고... 남은 좌수에서는 반야장까지 펼쳐지고 있었다. 게다가 검흔을 따르던 복면인들은 모두들 일당백이라 할 정도로 누 구하나 무공이 약한 자가 없었다. 결국 순식간에 무맹측 무사들은 지리멸멸해 흩어져 버렸고..... 그 기세를 몰아 이들은 무맹의 3차 포위망까지 뚫고, 동백산 깊은 곳에 도착해 수목(樹木)과 수석(水石)을 이용해 남궁하가 전개한 천 문미리진(天文奇幻陣)속에 몸을 감출 수 있었다. 비록 급히 설치한 진법이였지만 고금(古今)의 진법을 달통한 남궁하 가 설치한 진법인지라 제갈후상이 오기 전에는 결코 진법의 존재조 차 감지하기 힘들었고, 비로소 일행들은 마음을 놓고 쉴 수 있게 되 었다. "이게 도대체 어인 일인가?" 무엇보다 도저히 나타나기 힘들었던 검흔과 설지의 출현에 내내 궁 금하게 생각했던 무유가 검흔에게 물었다. "대주! 이곳을 가르켜 이심전심(以心傳心)이라 하는 모양입니다. 아 글쎄....! 보름은 잡고 가는 북해길인데.....단 삼일만에 북쪽에서 내 려오고 있던 설소저를 만난 것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급히 설소저를 모시고 화산으로 오고 있는데....공교롭게도 이곳을 향하던 하원의 동 료들과 남궁가의 무사들을 만난 것입니다. 이미 장문인의 비밀명령을 받았고....여기에 남궁 부맹주의 밀명을 받 은 남궁가의 정예무사들이 두 분을 구출하기 위해 오고 있는 것이였 단 말입니다. 그러니 이 것이 천우신조(天佑神助)가 아니고 무엇입니 까?" 그래서 부득불 이들은 복면을 하게 되었고......." 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모든 사람들이 복면을 벗고 무유와 남궁 하를 향해 다가왔다. 전부들 낯익은 얼굴들...... 전부들 정겨운 얼굴들이었다. 특히 설지와 무유는 거의 이년 가까이 그리던 사람들이라 서로에게 시선을 향한 채 떨어질 줄 몰랐다. "무맹을 탈출했다는 소식을 듣고 단 한시도 지체할 수 없었어요! 하 지만 어디에 계신지 알 수도 없었고.....궁주님께서 무공을 완성하기 전까지는 출타를 허용하지 않는지라...." 그녀의 눈에는 어느새 습막(濕幕)이 어리고 있었다. "고맙소. 설소저! 이 못난 무유를 기억해 주어서......" 이 때 남궁하가 그들 사이에 끼여 들었다. 비록 오랜만에 만난 그들인지라 조금 더 시간을 주고 싶었지만.... 현무와 그녀사이가 너무나 궁금했던 것이다. "설동생! 패를 가지고 왔어?" "아! 남궁언니....경황중이라 미처 인사를 못 드렸네요. 그런데 패라면 무슨......." 이에 지설란이 그녀의 말을 잘랐다. "그 것말이예요. 제가 만나자 말자 확인했던...." "아하, 이것 말이군요!" 그러면서 설지는 목에 걸고 있었던 패를 꺼냈는데..... 바로 현무가 지니고 있었던 패와 똑 같았다. 단지 현무와 봉황의 그림이 달랐지만...... 한편, 이 때 현무는 드넓은 평원을 질주하는 마차 속에서 비로소 깨 어나고 있었다. "무! 이제 정신이 드나요?" 눈을 뜬 현무의 시선에 가장 먼저 유선의 아름다운 얼굴이 보였고.... 역시 자신을 바라보고 있던 조형당이 눈에 띠었다. "아! 유소저! 이게 어찌된 일이요? 우리가 죽어서 저승에라도 온것 이요?" "하하하, 저승은 무슨 저승인가? 바로 집마부로 향하는 나의 마차일 세!" "그렇다면....." 영문을 몰라 의혹에 가득 찬 현무의 손을 잡아주며 유선이 대답을 하였다. "추대협께서 집마부의 무저갱에 갇혀 있대요! 그래서 추소저와 조천 주께서 현공자와 저를 구출하게 됬고요!" "진작에 두 분을 구했어야 하는데....사실 공격대의 지휘자는 내가 아 니고.....진흑송이였던 까닭에....." 그러면서 조형당은 그 간의 결과를 현무에게 소상히 설명하기 시작 했다. 낙산에서 의혹을 느꼈던 조형당은 집마부에 돌아오기 무섭게 추수빈 을 찾았고.....거기에서 다시 한번 의혹을 느끼게 되었다. 그래서 무영쌍위와 자신의 심복들을 동원해 비밀리 의혹을 조사하기 시작했고, 마침내 지금의 부주가 누군가 변장했으며 진짜 부주는 무 저갱에 갇혀 있다는 사실과 중원마교가 비밀리 무언가를 꾸미고 있 다는 사실을 알았던 것이다. 그러던 차에 유씨세가로부터 무림의 이단자 현무가 숨어 있는 화산 을 정벌할테니...협조해 달라는 요청이 들어왔던 것이다. 이에 조형당이 자청해 공격대를 이끌고 나왔는데.....그를 믿지 못한 집마부주가 진흑송을 실질적인 공격대 대장으로 임명하는 바람에.... 처음부터 현무일행을 압박할 수밖에 없었고....험난한 계곡 속에 이르 러 비로소 구원의 손길을 보낼 수가 있었으며.... 궁여지책으로 현무와 유선을 집마부 무사들로 변장시켰다는 것이다. "아니, 그게 정말이요?" 조형당의 이야기를 듣고 현무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무언가 집마부 내에 심상치 않는 기운이 감돌고......추천상의 변고에 대해서는 이미 추명을 통해 그 의혹이 제기되긴 했지만 설마설마 했 었는데.....결국 그 것이 사실로 드러났으니..... 이건 결코 보통 문제가 아니였던 것이다. 번 호 : 8470 게시자 : 윤원중 (re5280 ) 등록일 : 1999-05-13 09:18 제 목 : [연재] 천부외경 91 다름이 아닌 마도계의 제황이 그것도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바뀌어 졌다는 사실은 그 이면(裏面)에 존재하는 음모와 그 음모를 꾸미고 있는 세력의 무서움을 여실히 증명해 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유감스럽지만 모든 것이 사실이요!" "그렇다면 앞으로 어떻게 할 계획이요?" "바로 그것 때문에 현소협을 초빙한 것이요. 집마부내에서는 마땅히 믿고 의지할만한 사람이 없기에....." 현무의 뇌리속으로 추수빈의 맑고 갸날픈 영상과 그녀에게 약속하던 내용이 떠 올랐다. 도움이 필요할 때 연락을 주면 언제 어디서건 달 려가겠다는..... "좋소! 일단 가 봅시다. 결코 쉽지는 않겠지만 일단 부딪혀 보는 거 지...." 그러면서 현무는 우려가 가득 찬 눈빛으로 유선을 바라보았다. 이미 집마부 무사로 변장해 본래의 아름다움은 찾아보기 힘들었지만 두 눈동자만은 한없이 맑고 영롱한 빛을 품어내고 있는 그녀, 총명한 그녀가 현무가 자신을 바라보는 눈빛이 무엇을 의미하는 지 모를 리 없었다. 하지만 유선은 애써 현무의 이러한 눈빛을 모른 체 했다. (칫! 위험하다는 핑계로 나를 떼어 놓으려고....? 난 갈 곳도 없을뿐 더러... 당신과 헤어지기도 싫다는 말이야! 얼마나 어렵게 만났는데... 어림도 없지!) 이에 현무도 별 수 없이 체념했다. 사실 그녀를 보낸대도 이미 전 무림이 그녀를 찾아 움직이고 있는 상황에서 운남의 석림 이외에 마땅히 보낼 곳이 없었으며....석림까지 는 이곳에서 몇천리에 이르는 머나먼 곳이였던 것이다. 비록 말은 없었지만 이러한 미묘한 감정의 교류속에 마차는 서서히 사천성 영내를 넘어 성도의 집마부로 향하고 있었다. 집마부와 무맹이 쟁패를 벌이고 있는 당금 중원무림에...... 최대 화제의 인물은 무맹 소속도 집마부 소속도 아닌 천지객 현무라 는 약관의 청년이었다. 항주지역의 시시한 무관(武館)출신으로 일약 소림하원의 제자로 선 발되더니.....사상 유래없이 소림의 명예제자로 인정된 그 강호출도와 동시에 수십명의 백도 젊은이들을 구해 내고, 십대고수 중의 일원인 우문황을 제거함으로써 가장 화려하게 신고를 하였 고...... 무림맹이 주최한 청년영웅대회에 우승해 일약 무맹의 열혈대주가 되 었는가 하면....천혜옥인 남궁하와 함께 집마부의 이대마천(摩天)을 쑥밭으로 만들어 버림으로써 일약 무림오룡을 능가하는 명성을 얻었 으며...... 급기야는 무림의 이단자라는 낙인과 함께 무유, 남궁하와 강호최대 세력인 무림맹을 탈출, 독립함으로써 화제를 끊이게 하지 않았던 그, 그런데 그러하던 그가 이번에는 집마부와 무맹은 물론이고 황실의 금위위까지 연인원 3만여명이 동 원된 섬멸작전에서 수천명을 척살하고 유유히 사라져 버렸으니........ 그는 그에 대한 엇갈린 평가와는 상관없이 최대의 문제아(問題兒)이 자 동시에 당대 최고의 풍운아(風雲兒)일 수밖에 없었다. 물론 이들 삼대세력은 그를 이단자(異端者), 색마(色魔), 살인마(殺人 魔)라 지칭하며 무림의 공적으로 선포하였다. 하지만 힘과 기개를 가장 중시하는 강호의 여론은 오히려 그에 대해 우호적이였고, 3만여명이나 되는 대규모 무사들을 동원하고도 현무 는커녕 무유와 남궁하 등 수괴급 인물들을 단 하나도 처리하지 못한 삼대세력의 무능함을 비웃고 있었다. 그러면 그럴수록 현무에 대한 명성은 높아만 가고, 혹자는 그를 가 르켜 신주제일검 북궁소, 패황 추천상, 유씨세가주 유천학과 함께 당 금 강호무림을 움직이는 4인중의 하나로까지 거론할 정도였던 것이 다. 이러는 와중에서도 무맹과 집마부간의 산발적인 전투는 계속되고 있 었고, 유선을 찾고, 현무를 제거한다는 명분으로 무림에 출현한 유씨세가 의 호위대와 오천명의 금위위들은 그대로 강호에 잔류한 채 은연중 무맹측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정사대전의 정황은 초기에 집마부측 우세에서 무맹의 오로군단 결성과 유씨세가측의 지 원에 힘입어 서서히 무맹측의 우세로 기울고 있었다. 하지만 아직 양측은 경천복지(驚天覆地)할 최후의 격전은 남겨놓고 있었으니...... 무림은 평온한 가운데 기이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었다. 금릉의 운회각(雲回閣)이라 함은 당금 명황실의 고관대작들이 자주 찾는 고급술집중의 하나로 모든 시설들이 밀실형태로 갖추어져 있어 비밀스런 회의나 거래가 많이 이루어 지고 있었으며....따라서 관부인물들에게는 작은 황실로까지 일컬어 지는 그러한 곳이였다. 때는 유시(酉時) 무렵! 아직 좌측으로 보이는 장강하류에는 햇빛이 남아 강물에 반사되고 있었는데 마침 그 빛을 등에 이고 이곳 운회각을 찾는 사람이 있었 다. 각(角)이 진 얼굴에 범상치 않는 기세마저 흘리고 있어 첫눈에 벌써 무시못할 사람이라는 인상을 풍기고 있는 사십대 후반의 인물, 그는 바로 병부(兵部)와 함께 당금 대명의 병권을 양분하고 있는 오 도독부(五都督府)의 제독(提督)인 오승우라는 장군이였다. 비록 부마도위이자 현천학림주인 유천학의 후원을 입고 있는 유무철 에 비해 그 영향력이 미약했으나 그래도 외형상은 어엿한 대명병권 을 좌지우지하는 대장군이였던 그, 하지만 그는 오늘 평복을 입고 있었으며.....무척 조심스러운 태도로 시종도 없이 홀로 운회각 안으로 들어서고 있었는데.... 이를 기다리기라도 했다는 듯 곧바로 한 명의 인물이 나타나 그를 안으로 안내해 들어가는 것이였다. "어서오십시오. 대인! 소인을 따라 오십시오!" "그 자는 왔는가?" "예, 한식경 전에 이미 도착해 대인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잠사후 오승우는 하나의 별실에 안내되었다. 마침 그 곳에는 헐렁한 흑색장포를 걸친 평범하게 생긴 중년인이 하 나 앉아 있었는데 그가 들어서자 자리에 일어서 그를 맞이 하였다. "어서오시오! 장군" 그런데 그의 목소리는 참으로 기이했다. 생긴 것은 분명 평범한 중년남자인데 목소리만은 기이하게 울리는데 남녀노소를 분간키 힘들었으며 힘이 없는 것 같으면서도 무연중 강 한 힘이 느껴지기도 하는 그런 음색이었던 것이다. 이에 오승우는 그를 기이한 눈빛으로 한 번 일견하였으나 곧 본래의 무심한 표정으로 돌아가며 그의 맞은 편 좌석에 앉았다. 그리고 곧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호부상서의 부탁으로 내 그대를 만나긴 하였지만 도대체 무슨 일이 요? 국기를 흔들만한 중대한 사건이라니......" 불필요한 이야기는 결코 하지 않으며, 들을만한 가치가 없는 이야기 면 결코 듣지 않겠다는 기세였다. 이에 흑색장포인이 가볍게 웃었다. "후후, 성질이 급하시군요! 좋습니다. 저도 곧바로 말씀드리죠! 혹씨 지금 유무철이 지금 직권남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소?" "직권남용이라니...? 강호무림에 오천명의 위사들을 파견한 일을 두 고 하는 말이요?" "예, 그렇소이다" 그러자 오승우는 실망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 일은 문제가 될 수 없는 일이요!" "왜 그렇지요? 그는 국록을 먹고 있는 위사들을 사사로이 사용하여 집 나간 자신의 동생을 찾는데 사용하였으며, 전통적으로 형성된 관 과 무림 불개입원칙을 깨며 공공연히 무맹을 지지하고 있는데도요?" "물론 일부 불법적인 사실이 있음은 잘 알고 있소! 하지만 나름대로 명분도 있소. 그가 찾고 있는 유선이라는 아이는 그의 동생에 그치 지 않고 공주마마의 딸인 군주의 신분이요. 더군다나 유무철은 위사들을 강호무림에 주재시키는 이유로서 무맹 과 집마부의 쟁투로 인해 희생되는 일반 백성들을 보호하기 위한 것 으로 명분을 내세우고 있는 것이오. 그러니 그러한 일로 최대 개국공신이자 부마도위요. 현천학림주의 양아들인 대장군 유무철을 탄핵할 수 없는 일이오" 오승우는 결코 어리석지 않았다.오히려 정확한 상황과 함께 명확한 정황판단을 할 수 있는 현명한 인물이였다. 이에 흑의장포인은 오히려 만족한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그 의 웃음은 단지 입만 웃는 것이여서 관찰력이 예민한 사람이라면 그 가 필히 역용을 하고 있음을 간파할 수 있을 것이다. "역시 소문대로 정확하신 분이군요. 하지만 그는 머지않아 필히 자신의 무덤을 파게 됩니다. 명분을 세울 수 없을 정도로 더욱 많은 관병들을 동원해야만 하고.. 무림에 개입하는 것에 대한 더욱 명확한 증거를 확보할 수 있을 것 입니다. 제 의견은 그 때 장군께서 나서 주기를 바라는 것입니다. 그 경우 증거자료나 증인을 모아 줄 수도 있으며....충분할 만큼 정치 적 지원이나 무력지원도 가능합니다" 비로소 오승우의 안색이 변했고...그의 안면근육이 굳어져 갔다. "그 말을 어떻게 믿을 수 있겠소?" "후후, 호부상서에게 물어 보십시오. 과연 내가 허튼 소리를 할 사람 인가 하는 것을....더욱이 나의 제의는 장군이 조금 더 주의를 기울여 그들을 충분히 공략할 수 있다고 믿었을 때 공략하라는 것이고....그 에 대한 나의 조건은 단지 그들이 제거되는 것에 불과하니...장군께 는 전혀 해가 되는 상황이 아니오" "하지만 그들의 조정내 세력은 너무 강하며..... 유천학림주에 대한 황제의 신임은 거의 절대적이라 할 수 있소" "하하,그렇다면 할 수 없지요. 장군께서는 풋내기인 유무철의 눈치 나 보며 계속 살아가는 수밖에...." 흑의 장포인의 비웃는 듯한 태도, 이에 오승우는 화를 발칵 내었다. "말을 삼가시오!" 그의 음성은 마치 벼락과 같았고 그의 전신에서는 위맹스런 기세가 흘러 나왔다. 세계 최강이라는 몽고의 군단을 상대로 무수한 전투를 겪어낸 용장(勇將)다운 기세였다. 하지만 흑의장포인은 전혀 움추려 들 지 않았다. "왜 그리 화를 내시오. 사실을 말한 것 뿐인데.....하지만 굳이 장군께 서 내 제의를 거절할 생각이면 그렇게 하시오! 하지금 유천학이 언 제까지 장군을 그 자리에 두리라 생각하시오?" 이에 오승우는 더욱 화를 내며 칼 자루를 움켜 주었다. 금방이라도 칼을 뽑아 그의 목이라도 벨 기세였다. 그러나 차마 그는 그렇게 하지 못했으니.....그에게서는 대장군인 자 신이 감히 감당하기 힘들정도의 신비로운 기운이 흘러나오고 있었던 것이다. "난, 가겠소! 더 이상 그대의 말을 들을 필요없으니....." 그러면서 오승우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하지만 그를 대하는 흑의 장포인의 태도는 처음과는 정 반대였다. 오만한 태도로 자리에 그대로 앉아 있었으며....비웃는 듯 한마디 하 는 것이였다. "후후, 잘가시오! 하지만 나의 제의가 결코 그대의 뇌리를 떠나지 않 을 것이요" 한 번 기세가 꺽인 오승우는 그의 비웃는 듯한 말에도 더 이상 상관 하지 못한 채 그대로 밀실을 나서고 말았다. 이를 보고 있던 흑의장포인에게서 낮은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그대는 결코 나의 제의를 거절하지 못할 것이다. 새파란 픗내기 유 무철에게서 당한 한과 울분이 가득 쌓여 있으니...... 하지만 유천학이 제거된다면 그대 역시 제거될 인물! 그대의 뒷 자리는 황제의 대외원정을 막을 새로운 인물이 필요할 터.....' 바로 이 때 밀실의 문이 조심스럽게 열리며 청수하게 생긴 초로의 관인(官人)하나가 들어왔다. 그는 바로 그와 오승우의 면담을 주선했던 호부상서 장이량이란 인 물이였는데 흑의장포인에게 예를 취하며 말을 하는 것이였다. "그에게 너무 심하게 대한 것이 아닙니까?" "후후, 그에게는 자극이 필요한 법이요. 그건 그렇고 황제가 대외정 벌을 계획하고 있다는 것이 정녕 사실이요?" "예, 환관(宦官) 왕진평이 알려준 것이니 틀림이 없습니다. 더욱이 지금은 북원세력이 고려와 서장, 그리고 운남의 양왕(梁王)와 연결을 꾀하고 있으니 이제 갓 세워진 명(明)의 안정을 위해서도 불가피한 일이지요" "좋소! 그럼 계속 수고해 주시오. 훗날 필히 바라는 바가 이루어질 터이니" "여부가 있겠습니까? 그런데......" 하지만 장이량의 말은 계속 이어지지 못했다. 마치 허깨비처럼어느 새 그의 모습이 장내에서 사라져 버렸던 것이다. 이에 장이량은 무시당한 분풀이라도 하듯 밖을 향해 고함을 질렀다. "이봐라! 뭣들 하느냐? 어서 술이나 내어오지 않고....." 흑의장포인! 역용을 하고 있기에.....그가 누구인지는 도저히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대명황실의 호부상서를 마치 하인 부리듯 부리고.... 당대 최고의 실력자 유천학의 제거를 노릴 정도면 필히 범상치 않는 인물임에는 분명했다. 그리고 그는 비록 얼굴모습은 달랐지만 그 분위기나 음색이 합비 도 화촌의 규원장(閨怨莊)에서 신비노인들과 무언가를 꾸미던 존(尊)이 라고 불리던 그 자와 흡사했다. 동백산에서 천문미리진에 몸을 숨기고 부상당한 상처를 치료하던 무 유와 남궁하 일행은 그로부터 5일후 무맹측의 천라지망이 해제된 직후 은밀하게 운남의 석림으로 향했다. 비록 현무의 안위가 걱정되지 않는 것은 아니였으나 아직까지 그가 잡혔다거나 살해되었다는 소식은 없고 어차피 그곳에서 합류하기로 한 까닭에 부득불 그곳으로 이동하기로 한 것이다. 이 대열에는 북해신녀 설지와 함께 구원대에 포함되었던 소림하원과 남궁세가의 제자 일부도 참여하였고, 검흔은 설지의 서신을 가지고 다시 북해신궁으로 향했다. 남궁하가 그리 궁금하게 생각하던 패(牌)의 내력을 아직 설지가 미 처 모르고 있었기 때문이였다. 다만 그 패는 가문의 내력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물건으로 설지가 무공연마를 끝낸 이후 알려주기로 하였는데 그녀가 무유 등의 소식 을 듣고 너무 급하게 궁을 나서는 바람에 미처 듣지 못했다고 하였 다. 본래 북해신궁으로 가는 것은 설지가 직접 맡아야 했으나 그녀가 무 유와 떨어지기 싫은 기색을 보였고.... 남궁하로서는 아예 이 기회에 필히 현무와 모종의 관계가 있을 것 으로 짐작되는 북해신궁을 중원무림으로 불러 들임으로서 현무의 신 세내력도 밝히고, 동시에 현무의 든든한 후원세력을 만든다는 일석 이조(一石二鳥)의 계책을 세운 후 이를 시행할 사람으로 다시 검흔 을 선택한 것이다. 이미 무맹의 천라지망이 해체된 이후이며.... 지혜로운 여인 남궁하가 포함되어 있는 일행들은 도중 아무런 흔적 이나 마찰없이 무사히 운남의 석림에 도착해 당옥상이나 먼저 와 있 던 유운회의 회원들과 반가운 재회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막상 기다리던 현무는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았으니..... 남궁하나 무유는 물론이고....그가 어쩌면 자신의 친 오빠가 될 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설지까지 다 애가 탈 지경이였다. "어떻소! 나가서 찾아봐야 하는 것이 아니요?" 답답한 마음에 무유가 이렇게 주장하였고 은근히 그와함께 중원을 주유하고 싶던 설지마저 찬동하고 나섰지만... 남궁하는 고개를 살래 살래 흔들 뿐이었다. "왜 저라고 오빠가 걱정되지 않겠어요? 하지만 우리도 숨어다녀야 하는 신세, 그리고 오빠는 더욱 은밀히 움직이고 있을 것인데....나간 다고 한 들 어찌 쉽게 찾겠어요. 직접 못 온다면 필히 연락이 올 것이니...일단 기다리면서...우리의 힘 을 키우고 세력을 확대하는 것이 옳은 일이예요" 이와같은 남궁하의 이야기는 여러모로 합당하였기 때문에 무유등은 중원으로 나가는 일을 잠시 유보하고 대신 당문의 제자들과 새롭게 추가된 인원들을 훈련하고 포섭할 수 있는 세력을 확보하는 일에 전 력을 기울이면서 애가 타는 마음을 달래려 하였고..... 남궁하는 자신의 총명과 당문의 암기제조술을 상호 보완하여 보다 위력이 강한 새로운 암기제조에 대신 관심을 돌렸다. 번 호 : 8476 게시자 : 윤원중 (re5280 ) 등록일 : 1999-05-14 09:45 제 목 : [연재] 천부외경 92 하지만 이 때 현무는 이들의 이러한 애타는 마음을 짐작하고 서신을 보내기에는 너무나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집마부 무사들로 변장하여 무사히 집마부 내부로 들어오고 추수빈과 반가운 재회를 했지만..... 아무리 찾아봐도 도와줄 사람이 별로 없는 적진의 한 가운데서 적들 의 최대 비밀을 찾아내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였기 때문이였다. 이 과정에서 현무는 비밀리 무영쌍위를 강호로 내 보내 강호정세를 파악하게 한후 그와 유선이 아예 무영쌍위로 화신해 집마부 내를 돌 아다니며 비밀을 탐지하고 조형당과 함께 끌어들일 만한 세력들을 규합하기 시작했으며...... 밤이 되면 그의 장기인 영정이체술을 이용해 낮 동안 의심스럽게 생 각했던 지역을 포함 집마부 영내를 샅샅이 뒤져 나갔다. 그러하니 밤낮없이 정신없이 바빴고, 차분하게 남궁하나 무유의 기 다림을 생각할 여유가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노고 덕분인지 현무는 마침내 집마부 최대비밀을 알 아낼 수 있었고..... 이제 본격적인 행동을 위하여 추수빈과 유선, 그리고 조형당 등을 불러 한 자리에 모았다. 그리고 차분하게 자신이 이제까지 파악한 사실들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하였다. "지금 집마부 내에는 실로 무서운 일이 전개되고 있소! 지금의 집마부주는 바로 파천마 진자량이 화신한 것이며.....진자량은 다시 제3의 인물이 변장한 모습이요. 그런데 정작 두려운 일은 그가 바로 전대의 중원마교주이자 진자량 의 형인 천지혈마 진천악이라는 사실이요" "아니, 그럴수가....? 그는 십일년전, 한중의 대폭발시 천하무림련의 삼대고수와 중원의 오대고수들과 함께 폭사하지 않았소!" 무엇보다 당시 함께 싸웠으며, 폭발 현장을 수색까지 했던 조형당이 기겁하고 놀랐으며...그 놀라움의 강도는 추수빈이나 유선도 못지 않 았다. 이에 현무는 그들의 놀라움이 당연하다는 듯 그들의 태도를 지켜 보 았으며 그들의 감정이 조금 진정되는 듯 하자 다시 입을 열었다. "그래서 두렵다는 것이요. 더욱이 당시 살아난 사람은 그 외에도 한 사람이 더 있는 듯하오! 그가 누군지 알아내는데는 실패했지만..... 그 역시 아직 알려지지 않았으니 필히 어딘가에서 무서운 음모를 꾸 미고 있는 것 같소! 그와 진자량은 마침 폐관수련을 하던 추천상 부주를 암습하여 무저 갱에 가두었고.....아직은 집마부내에 그의 영향력이 워낙 대단한지라 추부주로 변장하게 된 것이요. 그러한 연후 그들은 집마부 십마천중 8대마천을 완전 포섭했으며... 아직까지 포섭하지 못한 곳은 바로 조천주께서 이끄는 흑풍곡과 토 마천주 마극영이 이끄는 지저혈교요! 이 과정에서 이들은 혹씨 의심을 살까 싶어 집마부내 이목을 외부로 돌리려 했고....결과적으로 정사대전을 일으키려 하였는데...... 미처 이들도 예측하지 못한 사이 삽시간에 정사대전이 발생하게 되 어 이들도 의심을 품게 되엇고....따라서 비록 정사대전이 전개되고는 있지만 아직까지 이들이 양측의 주력이 전면적으로 맞붙는 건곤박투 를 주저하고 있는 주요한 이유인 것 같소" 그러면서 현무는 잠시 숨을 돌리려는 듯 탁자위에 놓인 차를 한 모 금 마셨는데..... 현무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사람들은 연이어 계속되는 기상천외한 일에 미처 찻잔에 손을 댈 생각도 못하고 있었다. "허허, 왜들 그렇게 긴장되어 있소이까? 아직도 놀랄 일은 한참 더 남았는데......" "뭐라고...더 있다는 말이요?" "그렇소이다. 그 중 가장 경악스럽고 공포스러운 일은 이들이 바로 일천구의 활강 시를 제조하고 있으며.....중원마교의 전설인 흑천마왕(黑天魔王)을 깨 우려 한다는 사실이요" "아니, 뭐라고요? 지금 흑천마왕이라 하셨소이까?" 조형당은 경악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고 말았는데...그의 얼굴에 는 은은한 공포마저 어려 있었다. 이에 유선이 의아한 표정으로 반문했다. "흑천마왕이 도대체 어떤 사람인데....그렇게 놀라나요?" 그러자 현무가 그녀를 향해 부드럽게 웃어 주었다. 이미 집마부에 거주하고 있는 사이 그녀와 사이는 뗄래야 뗄 수 없 는 연인사이로 변해 있었던 것이다. 이처럼 현무의 부드러운 시선을 느끼고 유선은 살며시 얼굴을 붉힌 반면 추수빈은 이러한 그녀를 아련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물론 그녀와 현무와의 사이도 예전에 비할 수 없이 친밀하게 변화되 어 있었지만 그들 사이에는 넘기 힘든 두터운 벽이 가로막고 있어.... 서로간 더 이상의 접근을 자제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러는 사이 조형당이 현무를 대신해 흑천마왕이라는 그 공포의 전 설에 대하여 이야기 하고 있었다. "흑천마왕은 중원마교의 살아있는 전설이요! 그는 바로 마교의 삼대 교주였던 아수라혈마 포천극이란 자로서 생전에 마교를 크게 일으켜 마도천하를 이루고자 수만명을 살해한 절대마두라 할 수 있소! 하지만 그의 극악한 만행은 결국 당시 해탈을 위해 은거중이던 소림 의 육대조사인 혜능선사의 하산을 불러왔고...결국 그에 의해 치명적 인 부상을 입게 되었지요. 하지만 한가닥 생기는 남아있던 그는 죽 기전 바로 마교의 발생지라 할 수 있는 흑천음월지동에 들었고 거기 에서 흑천음월지기를 받으며 자신의 몸을 스스로 강시로 만들어 버 린 것이요. 그것도 보통 강시가 아닌 천강묵천강시라는 전설상의 강 시대법으로..... 천강묵천강시는 아직까지 인세에 출현한 바 없으나 불문의 금강불괴 처럼 영원히 파괴할 수 없는 천하무적이 되나, 단 한가지 단점은 매 월보름이면 발광지경(發狂之境)에 들게되는데 이 경우 동정남녀각 10명씩의 생혈을 피부로 흡수하지 않는다면 영원히 미처 통제불능의 마물(魔物)로 화한다고 알려져 있소! 하지만 아직까지 이 흑천마왕이 잠들어 있다던 흑천음월지동의 위치 나 그를 깨우는 방법이 실전된 것으로 알려져 있었는데...... 어떻게하여 진가형제가 그것을 알게 되었단 말인가?" 조형당은 마침내 탄식으로서 말을 마쳤고..... 이에 유선과 추수빈은 물론이고....이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그저 막연 히만 알고 있었던 흑천마왕의 전설에 몸서리를 쳤다. 그러한 전설이 사실이라면 그야말로 천지번복할 일이였던 것이다. 이를 이용해 중원제패를 노리는 과정에서 흘릴 피도 피였지만.... 어찌 살아있는 사람들의 생혈을 매월 이십명씩 구한단 말인가? 결국 매월 이십명씩의 동남동녀를 구해 이들을 제물로 바쳐야 한다 는 것인데.....과연 아무리 무림제패도 좋지만 그들이 제정신이라면 도저히 할 수 없는 천인공로(天人空努)할 일인 것이다. "그렇다면 그 때가 언제죠? 그를 깨우는 시기가....?" 유선이 답답한 심정을 누르고 물어왔다. "그건 정확히 알 수 없소! 하지만 채 한 달도 못 남은 것 같소!" "그렇다면 우리가 도대체 어떻게 해야죠?" "물론 막아야죠! 그것만은.....모두들 목숨을 버리는 한이 있더라도.... " "좋아요! 하지만 우리들이 모두 목숨을 버린다고 해도 그것이 가능 할까요?" "그래서 난 이 일을 무맹측과 유씨세가에 흘리기로 하였소! 그들 역 시 이 일을 묵과하지 못할 터....그들의 힘이라면 능히 이 일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오! 하지만 그로인해 정사대회전은 피할 수 없게 되었으니.....그 와중에 흘릴 피를 어찌 해야할 지......" 현무의 이야기는 분명했다. 정사대회전을 치루는 한이 있더라도 흑천마왕의 부활만은 막아야 한 다는..... 하지만 이 때 현무는 어찌되었건 정사대전의 시초에 자신이 개입되 어 있었는데.....어쩌면 수만명 이상이 피를 흘리게 될 정사대회전마 저 자신이 열어야 한다는 애궂은 자신의 운명을 탓하고 있었다. 꼭 그것만이 아니더라도 당초에 그는 피를 볼 생각이 없었음에도 이 미 자신으로 인해 이미 수천명이 죽어 버렸지 않았던가? 이러한 현무의 마음을 짐작하고 있던 추수빈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그에게 말을 하였다. "현공자님! 너무 괴로워 하지 마세요. 어차피 이번 경우가 아니더라 도 한 번은 붙을 수밖에 없는 것이 당금 무림정세예요! 인간의 힘으 로써 어찌 이를 막겠어요" 물론 추수빈의 이야기는 맞는 이야기였다. 어차피 정사대회전은 예고된 터....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지금의 자 신의 심정이 위로가 될 수 없었다. 문득 현무는 자신이 천부외경을 찾아 이를 모두 깨달았다면 이러한 비극을 막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인간으로서 신의 반열에 오를 수 있다던 천부외경이기에..... 하지만 지금의 그로서는 이 천부외경이 어디에 있는지..... 설혹 이를 찾는 다 하더라도 그것을 단시일내 깨달을 수 있는지 자 신이 없었으니 이러한 것들은 모두 한갓 헛된 꿈에 불과했다. 결국 현무는 상념에서 벗어나 다시 자신의 계획을 이야기 하였다. "다행이 무맹측이 승기를 거두고....무사히 흑천마왕을 제거할 수 있 다고 생각되는 경우, 우리는 단지 추부주를 구출해 탈출하면 될 것 입니다. 하지만 마교측에는 활강시 등 비전의 무기가 있으니 그렇지 않을 경우 우리 역시 흑천마왕을 없애는 일에 목숨을 버려야만 합니 다" "그렇지는 않을 것이요! 무맹만 하더라도 그 전력이 객관적으로 우 리 집마부보다 앞선다고 알려져 있는데 거기에 유씨세가와 금의위들 이 합세한다면....필히 흑천마왕의 부활을 막을 수 있을 것이요! 하지 만 문제는 어떻게하여 무맹으로 하여금 우리의 정보를 믿게 하는가 하는 것이요. 그들이 우리의 정보를 한낱 불확실한 풍문이나 역공작 으로 여긴다면....모든 것이 헛수고일테니..... 아마 여기에도 현대협께서는 묘안을 세워 두었을 것이라고 믿소 만...." 이에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현무에게로 향했다. 이에 현무는 조심스런 태도로 말을 이었다. "물론 우리의 정보가 신빙성이 있다는 일부 증거자료를 확보하긴 했 지요. 하지만 그 자료로서만 완벽하게 믿게할 수는 없는 일.....문제는 누군가 신뢰할 만한 사람이 이 자료들을 들고가 자세히 설명해야 하 는데....." 말을 잇는 현무의 목소리는 갈수록 작아졌다. 그리고 이러한 미묘한 감정은 그대로 유선의 가슴에 와 닿았다. 현무의 목소리가 작아진 것은 바로 이 일을 맡을 사람이 유선밖에 없다는 이야기였고.... 결국 유선은 부친의 노여움과 자칫 북궁휘와의 정략결혼의 희생물이 될 지 모르는 위험을 안고 무맹이나 유씨세가로 복귀해야 한다는 이 야기였으니....그녀의 심정을 잘 아는 현무로서 어찌 이야기를 마칠 수 있었겠느가? 하지만 상황은 너무나 급했고....단지 그 방법밖에 없었던 것이니..... 이에 유선이 결국 용기를 내어 자원할 수밖에 없었다. "걱정마세요. 제가 가겠어요. 제가 가서 북궁맹주에게나 부친에게 모 든 일을 설명하겠어요. 그리고.....필히 다시 돌아 올 것이예요" 그러나 말을 하는 그녀의 눈에는 어느덧 눈물이 고여 있었고, 애써 웃어 보였지만....그 표정은 울음보다 더욱 슬픈 것이였다. 현무가 그녀에게 다가가 손을 잡아 주었다. "미안하오! 그대에게 이런 힘든 일을 시켜서......" 그러자 유선은 눈물을 훔치고 남은 손마저 그의 손을 마주 잡으며 배시시 웃었다. "괜찮아요! 어차피 지금으로서는 제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고... 강호무림, 나아가 전 중원을 위하는 일인데....소녀가 어찌 개인적인 욕심만 내 세울 수 있겠어요" 결국 이렇게하여 유선은 현무가 주는 증거자료들을 가지고 집마부를 떠나게 되었으며....... 현무는 추수빈과 조형당 등과 함께 무저갱에서 추천상을 빼 내는 계 획을 세우는 한편, 추가적인 동조자들을 규합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어떻소? 십마천주중 아직 저쪽에 가담하지 않는 마극영을 포섭하는 것이..." "그 자는 어인 영문으로 저쪽에 가담하지 않았는지 모르지만 의외로 음흉한 인물이외다. 차라리 그 보다 화마천주 파일령이 나을 것이 요" "그에 대해서는 나도 조금은 알고 있소! 비교적 담대한 인물 같더군 요. 하지만 그는 이미 그들 쪽에 붙지 않았소?" "그건 아마 추부주의 변고와 마교의 음모에 대하여 모르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요. 게다가 그의 성격으로 봐서 암흑마왕 건에 대하여 알게된다면 필히 우리에게 동조할 것이요" "좋습니다. 그렇다면 그렇게 합시다" 이러는 와중에서 현무는 문득 남궁하와 무유에 대한 생각이 났고... 이에 그들도 이번 일에 대한 것은 알아야 할 것 같아 비밀리 서신을 보내기로 하였다. "추소저! 무영좌위(無影左衛)를 내 잠시 써야할 것 같소!" 추수빈은 갑자기 찾아온 현무가 밑도 끝도 없이 이런 말을 하자 잠 시 어리둥절해 했지만....무슨 내용인지 물어 보지도않고 미소를 지 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세요!" "어? 무슨 일인지 물어 보지도 않네요!" "후후, 현공자님께서 어련히 알아서 하실려고요" 이러한 추수빈의 태도에 현무는 빙그레 웃으면서 자세한 이야기를 해 주었다. 어차피 자신들 역시 추천상을 구한 후 임시적으로 석림으로 대피해 야 했기 때문에 그녀 역시 그 곳에 대한 자세한 내막을 알고 있을 필요도 있었다. 이에 평상시 의문사항이 있어도 별로 질문하지 않았던 추수빈은 비 로소 그동안의 궁금한 점이 모두 풀리는 것 같았다. 지난번 현무가 집마부에 다시 방문했을 때 분명 사천당문에 대한 침 공정보를 듣고 갔는데도 불구하고 거기에서 현무에 대한 소식을 듣 지 못해 당시에 무척 궁금했었고....자신의 가장 친한 친구인 남궁하 의 소식도 궁금했던 것이다. "아! 그렇게 됬었군요. 사람들이 현공자님을가르켜 당대의 풍운아라 부른다던데.... 그러한 호칭이 딱 어울리는 것 같아요. 항상 풍운(風雲)을 몰고 다니시니....." "허허, 왜 다른 호칭은 빠뜨리시오? 무림의 이단자니, 색마니....살인 마니 하는 그런 호칭 말이요!" "호호, 호칭이란 무림인들이 그렇게 불러줘야 되는 것이지, 일부 세 력들이 마음대로 정한다고 해서 그렇게 되나요?" 현무는 사정이 어떻고 경위가 어떠했는지 아무 것도 묻지 않고 자신 을 무조건 믿어주는 추수빈이 무척이나 고마웠다. 물론 남궁하나 무유역시 무조건적으로 그를 믿었지만 그들은 현무와 많은 기간을 함께 보냈었으나 추수빈은 단지 그와 서너차례 만난 관 계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추수빈은 단 하나의 의심도 없이 강호상에 떠도 는 풍문이나 무림맹의 공식발표조차 가치없는 것으로 치부하고 있었 던 것이다. "추소저! 정말 고맙소! 이 보잘 것 없는 현무를 그토록 믿어 주어 서....." "고맙긴요? 사실을 사실대로 믿는 것인데....." "하지만 그 사실을 알 길이 없잖소?" 이에 추수빈은 생끗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호호, 소녀는 알 수 있어요" "어? 어떻게 말이요? 혹 독심술이라도 터득했소?" 그러자 추수빈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그저 그윽한 시선으로 현 무를 바라 보기만 했다. 하지만 이 때 그녀의 마음은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소녀는 당신의 눈만 보면 알 수 있어요. 당신이 어떠한 사람인지.... 당신처럼 마음이 따뜻하고 순수한 사람이 어찌 그러한 비열한 일을 했겠어요?) 은은히 타오르는 황촛불 아래 추수빈은 유난히 아름다웠다. 물찬 제비처럼 늘씬한 몸매에..... 환상처럼 아름다운 용모를 지녔다고 해서 환상비연이라는 별호가 주 어진 여인 특히 그날따라 그녀의 부드러운 목소리나 그윽한 눈빛은 마치 다정 한 연인을 대하는 듯 했으니..... 현무는 한편으론 어색하면서도 마음이 설레는 것 같았고 자신도 모 르게 감상적인 분위기에 젖어 드는 것 같았다. 서로간 별다른 말은 없었지만..... 그윽한 분위기는 더욱 깊어만 갔고..... 때 마침 들려오는 은은한 풍경소리에 두 사람의 입가에는 미소가 맺 혔다. 번 호 : 8477 게시자 : 윤원중 (re5280 ) 등록일 : 1999-05-14 09:46 제 목 : [연재] 천부외경 93 조형당의 예상처럼 모든 사실을 파악하게 된 파일령은 기꺼이 그들 과 운명을 같이 하기로 하였다. 현무는 자신으로 인해 화령방의 태반이 희생되었던 탓에 그가 자신 의 정체를 알면 마음이 다시 변할까 걱정하였으나 파일령은 그저 한 번 크게 웃더니 자신은 그 당시 적장이 누구인지 기억하지 못하며 단지 곤궁에 처했 던 자신의 수하들에게 퇴로를 열어주던 천지객 현무란 사람만 기억 할 뿐이라 하는 것이었다. 대의명분(大義名分) 앞에 사소한 원한은 훌훌 털어버릴 수 있는 그 의 호쾌함과 담대함에 현무는 감탄을 금치 못했으며, 추수빈과 조형당도 새롭게 자신들에게 가담한 든든한 원군에 기꺼운 마음이 들었다. 한편 이 때, 어쩌면 무림의 운명을 뒤 흔들어 버릴 수 있는 중대한 정보를 지닌 채 집마부를 나섰던 유선은 막 무림맹의 정문앞에 도착하고 있었다. 이미 도처에는 그녀를 찾는 수색령이 내려져 있었지만 도피과정에서 익힌 변장술 덕분에 불필요한 충돌을 예방할 수 있었으며....부친의 성격상 충분한 설명 기회도 주지 않을 것 같았고, 또한 유씨세가가 있는 금릉까지의 거리가 무맹의 합비보다 멀었던 까닭에 이곳 무맹 으로 향했던 것이다. "멈추시오! 무슨 일이요?" 정문앞을 지키던 호위무사들이 당연히 유선을 저지했다. 하지만 유선은 태연한 신색으로 품속에서 유씨세가의 상징인 금패를 꺼내 그들에게 보여준 후 자신은 유씨세가주의 심부름으로 맹주를 만나러 왔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이에 수비무사들은 그녀가 내미는 금패를 한 번 살펴본 후 비교적 공손한 태도로 말을 하는 것이였다. "아, 몰라봐서 미안합니다. 잠시 기다려 주시겠소? 내 안에 기별을하 여 안내할 분을 오시라 하겠소!" 이미유씨세가는 강호무림상의 실세로 등장한 지 오래였고....또한 유 씨세가주의 밀사자격으로 몇 사람이 찾아온 적이 있던 터라 그들은 별다른 의심을 하지 않는 것 같았다. 다행이 북궁소는 맹주부의 집무실에 있었고, 유선이 증표로 제시하였던 금패는 실제로 유씨세가주나 세가의 직계 임을 상징하는 물건인지라 그녀는 별다른 조사를 받지 않고 곧바로 맹주인 북궁소를 만날 수 있었다. "허허, 유천학이 요즈음에는 할 말이 많은 모양이군! 몇일전에 사자 를 보내더니....다시 또 사자라....그래 이번에는 무슨일인가?" 자타가 공인하는 천하제일인이자 당대 최고의 세력인 무림맹주! 공력을 운기하지 않았어도 저절로 그의 몸에서는 감히 항거하기 힘 든 막강한 기류가 흘러 나왔고....두 눈에서는 마치 횃불과 같은 광채 가 흘러 나오고 있었다. 하지만 유선으로서는 익히 접해본 그의 기세인지라 별로 위축되지 않았고, 단지 무슨 말을 어떻게 시작해야할 지 생각이 나지 않아 잠 시 주춤거렸다. 그러자 북궁소의 눈에서는 갑자기 번개불과 같은 빛이 흘러 나왔다. "너는 유천학의 사자가 아니구나! 도대체 누구길래 감히 유씨세가의 사자를 가장하고 이곳에 왔느냐?" 보통의 사자였다면 우선 무릅을 꿇어 예를 취하여야 하건만 멀뚱이 서 있는 그의 태도가 이상했고....더욱이 자세히 보니 역용까지 한 흔 적이 있었던 지라 북궁소는 금방이라도 그의 목을 베어버릴 기세였 다. 이에 유선은 무너지듯 업드렸다. "죄송합니다. 숙부님! 소녀 선아예요" 이에 북궁소는 깜짝 놀랐다. "아니, 뭐라고? 네가 선아란 말이냐?" 그토록 속을 썩였고, 결과적으로 유씨세가나 무맹의 위상마저 추락 시켰던 유선이 변장을 한 채 갑자기 자신 앞에 나타났으니 북궁소로 서는 쉽게 믿어지지 않는 모양이였다. 하지만 그녀의 목소리는 분명 유선의 목소리였고, 또한 자신을 숙부 로 부를 여인 또한 그녀밖에 없었다. 더욱이 이 때 그녀는 역용을 지우고 있었는데.....분명 자신이 알고 있던 유선임이 분명했다. "허허, 정녕 의외이구나! 네가 내 앞에 나타나다니......" 반은 어이 없어하고 또 반은 노여움이 서려있는 목소리였다. "죄송해요. 숙부님! 하지만 너무나 중요한 정보를입수한 터라.....뵐 면목이 없음에도 불 구하고 부득불 숙부님을 찾게 되었어요" "중요한 정보라.... 그게 도대체 무엇이냐?" 그러나 북궁소의 표정은 심드렁 했다. 무림에 대한 경험도 일천하고 중요한 세력의 일원도 아닌 그녀가 자신이 관심을 갖을 만한 중요한 정보와 접할리 만무했기 때문이였다. 다만 어느정도 노여움도 가셨고, 혹시 그녀가 마음이 변하여 중요한 정보를 핑계삼아 자신에게 찾아온 것이 아닐까 하는 기대로 그의 얼 굴은 상당히 풀어져 있었다. "혹씨 중원마교의 흑천마왕의 전설 아세요?" 유선의 이야기에 풀려가던 그의 안색이 다시 심각하게 굳었다. "아니, 뭐라고 했느냐? 흑천마왕이라 했느냐?" "예, 분명 흑천마왕이라 했어요." "으음, 흑천마왕이라면 마교의 실현되지 않는 전설이다. 그런데 그 흑천마왕이 어떻단 말이냐?" "지금 중원마교에서는 중원제패를 위해 그 흑천마왕을 소생시키려 하고 있어요" 이에 북궁소는 얼처구니 없다는 표정으로 실소를 터뜨렸다. "허허, 이제 네가 별 수작을 다 하는구나! 그건 한 마디로 불가능하 다" "틀렸어요! 이미 불가능이 아니라 현실이예요. 그것도 한달도 못 남 은......" "도대체 누가 그런 소리를 하더냐?" "누가 했건 그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그러한 음모가 누구에 의해 진행되고 있는가 하는 것이 중요해요" 어찌보면 당금 무림맹주에게 하는 언사치고는 상당히 불손한 언사 들! 하지만 북궁소는 그녀와의 기이한 대화에 미처 그런 점은 생각 도 못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누가 그런 일을 하고 있다더냐?" "놀라지 마세요. 그는 바로 11년전 한중에서 폭사했다고 알려진 천 지혈마 진천악이예요!" 이에 북궁소는 기겁할 정도로 놀랐다. "아니 뭐라고? 네가 어찌 그러한 사실을 알고 있다는 말이냐?" 너무도 놀라 무심결에 뱉어낸 북궁소의 말, 유선은 그의 말투에서 마치 천지혈마 진천악의 생존사실을 이미 알 고 있다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기이한 표정으로 반문했다. "숙부님께서도 그의 생존 사실을 알고 계셨어요?" 그러자 북궁소는 황급히 손을 저었다. "아니다. 내가 어찌 알겠느냐?" 그러나 그의 그러한 태도도 유선에게는 기이하게만 느껴지고 있었 다. 무엇이 그렇게 천하의 북궁소를 당황스럽게 만들었다는 말인가? 더욱이 이상한 점은 정작 흑천마왕의 부활소식에는 그토록 못 믿어 하더니 그에 못지 않는 진천악의 생존사실에는 더 이상 반문도 하지 않았으며.... 비로소 긴장된 표정으로 유선에게 묻는 것이였다. "그래 더 자세하게 이야기 해 봐라!" 하지만 유선은 막상 그가 관심을 갖자 비교적 여유있는 표정으로 대 답하는 것이였다. "뭐든 자세히 말씀드리겠어요. 그리고 필요하다면 증거까지도..... 하지만 대신 간부회의를 소집해 주세요. 회의석상에서 말씀드리겠어 요" 이에 북궁소는 화를 발칵 내었다. 감히 자신 앞에서 그런 소리를 하 다니...... "뭐라고? 네가 나를 못 믿는다는 것이냐?" 그러나 유선의 태도는 의외로 담담했다. 흥분한 그의 목소리에 비해 그녀의 목소리는 지극히 차분하게 흘러 나왔다. "숙부님을 못 믿는다는 것이 아니라, 제가 여러번 이야기하는 것이 싫기 때문이예요" 북궁소는 실로 어이 없었다. 귀엽게 봐 주었더니...그래 새파란 계집아이가 자신에게 조건을 내 걸고 있었던 것이다. 생각같아서는 그녀의 따귀라도 한 대 갈기고...그대로 옥에 처 넣고 싶었다. 하지만 그녀가 가지고 온 정보는 너무나 중대한 것이었기에 결국 북궁소는 노여움을 꾹 참고 그녀의 요구대로 하는 수 밖에 없 었다. 북궁소의 지시로 갑자기 무맹내 비상회의가 소집되었다. 그리고 의사청내에는 개미새끼 한 마리 접근하지 못할 정도로 엄중 한 경계가 펼쳐졌다. 아무리 평소 생각하기를 싫어하는 그였지만 이 일은 그만큼 중대한 것으로 생각되었기 때문이였다. 긴장된 표정으로 회의장에 집결한 무맹의 간부들! 여기에는 부맹주인 천무검 좌일패와 인의성검 남궁용수 뿐만아니라 군사인 제갈후상과 오로무단주에 청년영웅단주인 북궁휘까지 포함되 어 있었다. 하지만 막상 회의장에 들어선 그들은 다시한번 놀랄 수밖에 없었으 니....이는 바로 맹주인 북궁소 옆에 신화군주 유선이 같이 있음으로 인해서였다. "아니, 선매가 어떻게 여기를...." 무엇보다 놀란 북궁휘가 황급히 그녀에게 다가왔다. 하지만 그러한 그에게 북궁소는 벼락같이 호통을 치고 있었다. "여기가 어디라고 함부로 행동하느냐? 어서 네 자리에 가서 앉거 라!" 중대한 안건을 논의하는 회의석상도 석상이지만..... 여인하나 제대로 다스리지 못해 문제를 일으키는 자식에게 웬지 화 가 치밀어 올랐던 것이다. 이에 북궁휘는 머쓱해 하며 자신의 자리에 앉을 수밖에 없었지만 그 러면서도 그의 시선은 유선에게서 떨어질 줄 몰랐다. 하지만 유선은 그의 이러한 집요한 시선을 애써 모른체 하고 창밖만 바라보고 있었다. 어찌보면 아직도 자신에게 미련을 갖고 있는 것 같은 그의 시선을 맞 받기 미안했고....좌중에는 그가 아는 체 해야만 하는 많은 사람들 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러는 와중에서 회의에 참석해야하는 모든 사람이 도착했고.... 그러자 북궁소는 간단한 설명과 함께 처음부터 발언권을 유선에게 넘겼다. 이에 유선은 비교적 차분한 목소리로 자신이 현무에게서 들었던 모 든 내용을 하나하나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소란스러워 지는 좌중의 분위기에도 전혀 흔들 림이 없이....... 그리고 마침내 자신의 이야기를 증명할 수 있는 증거들을 좌중을 향 해 돌리는 것으로 그녀는 입을 굳게 닫았다. 그 증거들은 바로 현무가 영정이체술로서 그 위치를 파악하고.... 어둠을 틈타 외부에서 염력지술을 통해 은밀히 빨아들인 흑천마왕의 머리카락 한 올과 찢어진 책장 하나, 그리고 흑천음월지동에 각인된 아수라혈마 포천극의 저주내용 이였다. 도저히 사람의 머리카락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할 정도로 마기가 서려 있고 기이한 녹색빛으로 반짝거리는 머리칼과 이상한 주문이 쓰여진 낡은 양피지 책장 하나, 하지만 저마다 뛰어난 안목과 무공을 자랑하는 무맹의 간부들은 비 록 그 물건들이 흑천마왕의 부활에 대한 확실한 증거는 될 수 없지 만 결코 유선이 조작한 물건은 아니라 천여년에 가까운 무수한 세월 이 경과된 물건이며, 오히려 유선의 이야기에 대한 신빙성을 증가시 키는 효과를 주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더욱이 포천극이 죽는 순간 적어 놓았다는 피비린내 나는 글귀에는 모두들 몸서리칠 수밖에 없었으니...... "하늘을 저주하노라! 천하에 모든 생명을 가진 것들을 모조리 저주하노라! 나의 저주는 천년 만년이 가도 영원할지니.... 비로소 시산혈해속에서..... 울부짖으며 그들은 나의 저주를 깨달으리라.... ............."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음에도 불구하고 단 하나의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 만큼 유선이 가지고 온 정보는 공포스럽기 그지없었던 것이다. 가장 먼저 이를 접했던 북궁소가 침묵을 깼다. "제갈군사! 증거물들을 모두 살펴 보았소?" "예!" "어떻소?" "확신할 순 없으나 십중팔구 그녀의 이야기에 신빙성을 더해 주는 증거물들이라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이 일을 어떻게 처리했으면 좋겠소?" "본래 완벽을 위해서는 확인을 하고 행동에 들어가야 하나, 시간이 없습니다. 당장이라도 출병을 명하셔야 할 줄로 압니다" 북궁소는 좌중을 둘러 보았다. "군사의 의견에 반대하는 사람은 없소!" 모두들 제갈후상의 의견에 동조하는 듯 하였다. 이에 북궁소는 잠시 침묵을 지키더니 마침내 결정을 내렸다. "좋소 그렇다면 출병하도록 결정하겠소! 제갈군사는 이에 따른 계획 을 즉시 수립할 것이며, 휘아는 유조카와 함께 유씨세가에 가서 유 가주께 이와같은 사실을 알리고 집마부를 징벌하는 일에 동참해 줄 것을 요청하도록 하라!" 그러나 이 때 제갈후상이 나서며 입을 열었다. "잠깐, 맹주! 아직 더 알아야할 일이 있습니다" 그러더니 그는 유선을 향해 말을 하는 것이였다. "유군주! 그런데 그 흑천음월지동의 위치가 어디요? 그 것이 가장 중요한데....." 그러자 유선이 마치 그 말이 나올 줄 알았다는 듯 부드럽게 웃으며 이야기하는 것이였다. "그래요! 그 것이 가장 중요하지요. 하지만 저는 그에 앞서 맹주님과 여러 선배님들 앞에 한가지 약속을 받을 일이 있어요" 이와같은 유선의 이야기에 좌중은 잠시 술렁거렸다. 대담하게 조건을 제시하는 유선의 태도가 어이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러한 분위기와는 상관없이 유선의 이야기는 계속되었다. "어쩌면 전 강호무림은 물론 천하의 존망까지 걸려있다고 말할 수 있는 이러한 중요한 정보와 그 증거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생명의 위 험을 무릅쓴 사람이 있어요. 그는 그 누구보다 무림맹과 백도무림을 위해 많은 공헌을 했으며, 의(義)와 협(俠)을 중시하는 진정한 협한(俠漢)이라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는 누명을 쓰고 무림맹에 의해 공적(公敵)으로 지명되어 있습니다. 저는 이 자리를 빌어 그의 명예회복을 요구하고자 합니다" 술렁거리던 좌중의 분위기가 그녀의 이야기가 계속됨에 따라 잠시 진정이 되었는데 마침내 그녀의 말이 끝나자 거센 파동이 일었다. 직접 말을 하지 않았지만 모두들 그가 누구인지 알 수 있었던 것이 다. 무맹주인 북궁소는 너무나 당돌한 그녀의 태도에 화를 내는 것도 잊 은 듯 그저 실소를 터뜨렸고....대부분의 간부들은 눈쌀을 찌뿌렸다. 다만 남궁용수와 화영만은 암암리에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으나, 북궁휘는 얼굴이 하얕게 탈색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는 것이였 다. "선매! 지금 그...그걸 말이 라고 하는 것이요? 그는 바로 선매에 치 욕을 안겨 주었을 뿐만아니라 우리 무맹의 무사들을 무수히 살해한 살인마요!" 그러나 유선은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저는 그에게 치욕을 당한 적이 없어요. 오히려약물에 취해 이성을 잃은 그에게 부상을 입힌 가해자에 불과할 뿐이예요. 그리고 그가 무맹의 무사들을 살해한 것은 오직 정당방위에 따른 것 일 뿐.... 설마, 아무 잘못이 없는 그에게 반항하지 말고 그대로 죽어 달라는 이야기는 아니겠지요?" 정작 최대의 피해자인 그녀가 그를 적극 변호하고 나오는데...... 다른 사람들이 무어라 말할 수 있겠는가? 북궁휘는 더 이상 아무 말도 못하고 그저 극심한 분노와 배반감에 몸을 부르르 떨고 있을 뿐이였다. 번 호 : 8481 게시자 : 윤원중 (re5280 ) 등록일 : 1999-05-15 10:15 제 목 : [연재] 천부외경 94 이 때 제갈후상이 나섰다. "설혹 그가 억울하게 누명을 썼다 하더라도 이제는 이미 늦었소! 그 는 단지 우리 무맹뿐만 아니라 집마부의 무사들마저 살해하여 무맹, 집마부, 유씨세가에 의해 공동으로 공적으로 규정되지 않았소이까?" "상관없어요. 원인제공자는 바로 무맹이니 무맹에서만 복권을 시켜 주면....자연 그의 명예회복은 이루어 질 것이예요" 이에 제갈후상도 다시 하릴없이 자리에 앉을 수밖에 없었다. 드디에 참지 못한 북궁소가 입을 열었다. "네가 진정 나를 다시 볼 생각이 없는 거냐?" 낮게 저음으로 깔리는 음성, 이는 이미 그의 분노가 심상치 않음을 말해 주고 있었다. 특히 그 말이 주는 의미는 그녀의 답변여하에 따라 더 이상 친인으 로 여기지 않고 적으로 여기겠다는 의미까지 내포하고 있었으니, 그 가 당금무림에서 최대의 지분을 지닌 무림맹의 맹주임을 감안한다면 그의 말은 실로 무서운 협박이나 마찬가지였다. 이에 유선은 감히 북궁소를 바라보지 못했다. 비록 지금에 와서는 입장이 많이 변하게 되었지만 그는 한 때 자신 에게 무척 친절하게 대해주던 아저씨였던 것이다. 하지만 이왕 굳게 마음먹고 시작한 말...... 그녀는 여기에서 포기할 수 없었다. "죄송해요 숙부! 숙부께 무뢰하게 굴은 죄는 나중에 필히 용서를 빌 날이 있을 것이 예요" 비록 말은 부드러웠지만 그 내용만은 변화가 없었다. 이에 북궁소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녀를 한참동안 바라보더니... 마침내 차가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좋다! 네 뜻이 정녕 그렇다면 내 그동안의 정을 생각하여 특별히 그에 대한 사면령을 내려주마! 그 밖에 또 다른 요구사항은 없느 냐?" "한가지 더 있어요. 저는 곧바로 이 곳을 떠나려 해요! 숙부께서는 저를 잡지 않으셨으면 해요" "허허, 무엇이 너로 하여금 평탄한 길을 놔두고 스스로 가시밭길에 몸을 던지게 하는지 모르겠구나! 그래 좋다, 네 뜻대로 해라! 하지만 이 시간이후로는 너는 더 이상 나의 조카가 아니다......" 그 말을 끝으로 북궁소는 몸을 일으켜 의사청을 나가 버리고 말았 다. 그는 오늘 참으로 많은 양보를 했던 것이다. 만일 그녀를 아끼는 정 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지 않았다면 그는 아무리 흑천마왕에 관한 것 이라 할 지라도새파란 계집아이에 굴복하여 자신이 한 번 내렸던 결정을 번복하는 일이 없었을 것이다. 그건 바로 이제껏 무림을 호 령해 왔던 절대자의 자존심이였기 때문이다. 그가 싸늘한 태도로 자리를 떠나는 것을 보자, 유선도 마음이 아파옴을 느꼈다. 부친에 의해 생성된 숙질(叔姪)간의 관계에 대해서는 별로 미련이 없었다. 하지만 이 일은 단지 그와의 관계 뿐만아니라 사실상 그녀가 이제껏 살아오면서 맺었던 대부분의 관계와도 결별을 의미하는 사건이였기 때문이다. 이제는 자신의 부친마저도 쉽사리 자신을 보려 하지 않을 테니....... 하지만 그녀는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 만약 여기에서 흔들리게 되면 자신은 영원히 현무를 만날 수 없을 지도 모르는 일이였기 때문이었다. 자신의 생명보다 더욱 소중한 그를 잃는 다는 것은 가히 상상할 수 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녀는 품속에서 현무가 그려준 흑천음월지동의 지도를 꺼내 제갈후상에게 넘겨준 후 자신을 뚜렷이 바라보고 있는 북궁휘를 아 예 외면한 채 의사청을 나와 버렸다.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북궁휘의 시선에는 서릿발 같은 냉기가 흘러 나오고 있었다. '내 비록 너를 포기할 순 있지만.....그렇다고 네가 그 자에게 가는 것 은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설사...부친의 명을 어기는 한이 있 더라도.....' 백도무림계는 물론이고 관부까지 은밀한 움직임이 시작되었다. 흑천마왕! 그 전설이 설사 과장된 것일 지라도..... 이번 기회에 중원무림에서 아예 마도를 쓸어 버리겠다는 각오가 신주제일검 북궁소와 유씨세가주 유천학이라는 두 거인의 마음속에 굳건히 자리잡은 것이다. 그러나 이러는 움직임 가운데에도 특이한 두 개의 움직임도 있었다. 그 첫 번 째는 깊숙한 지하석실안, 바로 항상 헐렁한 흑포를 즐겨입 는 그 존(尊)이라는 인물의 주변에서 은밀히 진행되고 있었다. "그 음흉한 늙은이가 과욕을 부린다 했더니만....바로 진천악을 믿고 그랬었구만..... 하지만 감히 흑천마왕을 부활시키려 하다니..... 자칫 했으면 천려일실(千慮一失)의 우를 범할 뻔 했지 않는가? 후후, 유선...아니 현무라는 그 아이 상이라도 줘야 겠구만...... 무흔일호!" "예!" "즉시 초원과 동영에 이 사실을 알려라! 이제 때가 되었다고....." "무흔이호!" "옛, 존하(尊下)!" "현무란 그 아이에게 상을 줘야겠다. 그는 아마 집마부내에 은신하 고 있는 것 같다. 필히 이번 혼전을 틈타 그 곳을 벗어나려 할 테니 비각의 모든 힘을 동원하더라도 그를 척살하라 하라! 단 유선이라는 아이는 털 끝하나 다치지 않고 잡아와라! 내 선물을 줄 사람이 있다" "무흔삼호!" "예, 말씀을 기다립니다" "장이량에게 알려라! 유천학이 집마부를 치기 위해 대규모 병력을 동원하려 하고 있다고......그 곳에서 필히 증거를 잡아야 할 것이라 고....." "무흔사호!" "제갈후상과 비각주에게 내가 잠시 보자고 한다고 전해라! 묵묵히 흑포인의 명령을 받던 흐릿한 인영(人影)들이 순식간에 모두 사라졌다. 그리고 혼자남은 흑포인의 입에서 감회에 찬 중얼거림이 튀어 나왔 다. "으음! 이제 드디어 시작이군! 천지번복의 계(計)가......." 두 번째의 특이한 움직임은 바로 청년영웅단주인 북궁휘의 처소에서 이루어 지고 있었다. "그녀를 잡아 와라!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게...... 필요하면 비보(泌堡)의 일부 인원을 동원해도 좋다. 모든 이들에게 전하라! 이제 때가 얼마 남지 않았으니, 모두들 더욱 열심히 수련과 조련에 임하도록....할 것을.... 그리고 마지막 준비에 박차를 가하도록....." 과연 북궁휘는 그 누구에게....그 누구를 대상으로.... 그 어떠한 지시들을 하고 있는 것일까? 단 한가지 분명한 것은 그들이 분명 무맹의 청년영웅단은 아니라는 것이다. 무맹과 유씨세가, 그리고 신비세력들에 이어 이 때 운남의 석림에서도 남궁하가 주도하는 분주한 움직임이 시작 되고 있었다. "이번 일은 필히 무림에중대한 변화를 몰고 올 것이예요. 무맹과 집마부가 맞부딪치게 된다면 어느 쪽이 승리하든 양패구상의 결과가 나올 것은 분명한 일..... 그렇다면 이러한 결과를 기다려 왔던 해외이세와 암흑속에서 음모를 꾸미던 신비세력들이 준동할 터.... 이제 우리도 이에 대한 대비를 시작해야 할 것이예요" 남궁하의 상황인식은 정확했고...이에 무유등 대부분의 사람들이 고 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그렇다면 우린 어떻하면 되겠소!" "일단 무대협께서는 사천의 집마부로 가 주세요!" "가서는.....?" "가장 우선적인 것은 오빠와 추수빈, 조형당 등이 무사히 탈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일이고..... 가능하다면 화대협과 저희 아버님, 또한 구파일방의 일부 수뇌들을 만나 이제까지의 모든 상황을 설명드리고 우리에게 동조할 수 있도 록 설득하는 일이예요. 이미 양패구상의 참상에 흔들려 있는 그들이 기에 해외이세의 침공소식을 듣는다면 필히 저희 아버님을 포함하여 동조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예요" 이 때 설지가 끼여들었다. "그렇다면 저도 무대협을 따라 갈까요?" "아니예요. 설소저께서는 수고스럽지만 북해신궁에 다시 다녀오세요! 그 곳에 도착할 때 쯤이면 이미 해외이세의 침공소식이 전해질 터... 무슨 수단을 동원하더라도 신궁의 힘을 빌려 오셔야 해요" 비록 설지는 무유와 함께 하고 싶었지만 상황이 그만큼 심각한 지라 차마 남궁하의 말에 거절하지 못했다. "다음은 혁소협!" "예, 군사!" 혁무비가 마치 그녀의 명령을 듣는 수하처럼 남궁하 앞에 섰다. 이에 평상시 같으면 남궁하가 그의 그러한 행동을 제지했겠지만 그 날만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묵묵히 그를 바라보며 이야기할 뿐이였다. "금릉 황실에 아시는 분이 있다고 했죠?" "예, 아저씨뻘 되는 분이 황실의 학사로 있습니다" "그렇다면 혁소협은 금릉으로 가 주세요. 그리하여 어떻해 해서든지 황제께 상소문을 올려 주도록 부탁을 하세요! 그 내용은 바로 유천학의 전횡과, 해외이세 특히 대막의 중원무림 장악은 북원세력에게 막대한 원군이 될 것이니 무림자체에서 방어가 되지 않는다면....황군을 동원해야 할 것이라고......." "예, 반드시 상소를 올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그러자 당옥상이 나섰다. "그렇다면 우리 당문은 무엇을 하면 되지요?" "아직은 역할이 없어요. 다만 해외이세나 신비세력과 부딪칠 그 날 을 준비하는 것 밖에....." "그렇다면 남궁소저께서도 우리와 함께 있겠소?" "아니예요. 저는 남해에 한 번 다녀올까 해요! 바로 보타암과 검후 예지랑의 힘을 빌리기 위해......" 일사분란한 행동으로 하나 하나 지시해 가는 남궁하! 그녀를 바라보는 무유의 눈에서는 찬탄과 함께 존경의 빛이 흘러 나 오고 있었다. 만일 지금 그들에게 그녀가 없었다면 어찌 되었을까? 필히 어설프게 시간만 허비하다가 결국 중원무림을 위해 별다른 역 할을 하지 못할 것이 확연히 예상되었다. 이러는 사이 남궁하의 이야기가 모두 끝났고, 모였던 사람들은 하나 둘씩 자리를 뜨기 시작했다. 무유를 제외하고는 모두들 간단한 임무였지만...그래도 나름대로 떠 날 준비가 필요했던 것이다. 이에 무유 역시 자신과 함께 출발할 무사들을 점검하기 위해 자리에 서 일어섰다. "자, 그럼 이제 나도 나가 보겠소!" "그러세요. 아마 이번 일에는 많은 수의 인원보다는 소수 정예가 필 요할 것이예요"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소!" 무유마저 자리에서 일어나자 마지막으로 남은 설지가 잠시 남궁하를 바라보다가 가벼운 한숨과 함께 얼른 무유를 따라 나갔다. 이러한 모습을 보고 있던 남궁하의 입가에는 부드러운 미소가 감돌 았다. '후후, 설소저가 정말 무대협을 좋아하는 모양이군! 하지만 사랑이란 가끔씩 떨어져 있을 필요도 있는거야' 그날 저녁 한참 출발준비를 하고 있던 무유에게 남궁하가 다시 찾아 왔다. "한 가지 걸리는 문제가 있어요!" 갑자기 찾아온 남궁하가 밑도 끝도 없이 건네는 말에 무유는 어리둥 절할 수밖에 없었다. "아니, 무엇이 말이요?" "예정되긴 했지만 모든 일이 너무 빨리 진행되고 있어요." "그것이 그렇게 마음에 걸리오?" "그래요. 아직 신비세력의 실체를 파악하지 못했는데.....사태가 걷잡 을 수 없을 정도로 진행되고 있으니....." 무유의 시선이 수심에 가득찬 남궁하의 얼굴로 향했다.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지혜가 있었기에.....오히려 잠시도 편할 날이 없는 그녀였다. 문득 남궁하의 시선과 마주쳤다. "아니, 왜 저를 그렇게 바라 보시죠?" 무유가 어색하게 웃었다 "후후, 아니외다. 그저 소저가 무척 아름답다는 생각을 했소!" "호호, 무대협도 그런 말씀을 하시나요? 아무튼 빈말이라도 기분은 좋군요" 무유의 단순한 그 한마디는 남궁하의 얼굴에서 반이상 수심을 거두 어 갔다. 이에 무유는 다시 남궁하를 바라보며 말을 하였다. "소저의 마음은 잘 알고 있소! 하지만 걱정한다고 될 일이 아니 니...." 그러자 남궁하 역시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었다. "하긴 그래요. 그저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참, 떠나시기 전에 당 소협을 한 번 만나 보세요!" "무슨 일이 있소?" "해외이세도 문제는 있으나 아무래도 신비세력들이 자꾸 걸려요. 해 외이세야 이번 격전 이후 공개적으로 침공해올 것이지만.....신비세력 들이 이번 격전을 틈타 무슨 술책을 부릴지..... 그래서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서 몇 가지 물건들을 준비하라고 하였 어요" 이에 무유는 남궁하의 주도면밀함에 감탄을 하면서도 지나친 우려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럴 필요까지 있겠소? 나중에 쓸데가 많을텐데...." "만약을 대비해 가져 가시라는 거예요. 유비무환(有備無患)이라 하지 않았어요? 물론 사용할 필요가 없다면 더욱 좋고....." 계속적인 남궁하의 제의에 무유도 더 이상 거절할 수 없었다. "하하, 알았소이다. 내 필히 당옥상에게 들리지요" 그러면서도 그는 남궁하를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중얼거리 듯 한 마디 하였다. "이럴 때는 정말 아우가 부럽다니까....." 아무래도 현무를 생각한 그녀의 마음이 이와 같은 조치를 낳게 하였 다고 생각되는 모양이였다. 번 호 : 8482 게시자 : 윤원중 (re5280 ) 등록일 : 1999-05-15 10:16 제 목 : [연재] 천부외경 95 집마부에도 비상이 걸렸다. 무맹과 유씨세가측이 아무리 은밀하게 움직였다 하더라도 수만명이 움직이는 상황이 이들에게 촉각을 세우고 있던 집마부의 정보망에 걸려들 지 않을 수 없었으며, 이와 같은 대규모의 병력이동은 곧바 로 최상층부로 전달되었다. 이에 추천상을 가장한 진자량이나 이를 막후에서 조정하고 있던 진 천악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언젠가는 부딪쳐야할 정사대회전이지만...... 그 상황이 이처럼 갑작스럽게 닥쳐올 지 몰랐기 때문이였다. 더욱이 여기에는 그들이 그토록 공을 들였던 유씨세가와 3만금위위 까지 포함되어 있었으니 아직 준비가 덜 된 그들은 놀라고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긴급하게 이들 이 인과 군사인 마뇌 후두평이 모였다. "허허, 이거 완전히 허를 찔렸군! 도대체 그들은 왜 이처럼 갑자기 공격을 서두른단말이오? 분명 그들은 아직 준비가 덜 되었다 하지 않았소?......." 이와같은 진자량의 다그침에 후두평은 그저 죄송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을 뿐이었다. "죄송합니다. 저도 영문을 모르겠습니다. 도대체 무슨 이유로 이 같 이 급하게 병력을 움직이고 있는지......" "그렇다면 유천학은....? 그대의 판단으로는 만일 그가 무림에 야욕을 품고 있다 하더라도 필히 어부지리를 노리고 있을 거라 하지 않았는 가?" 추상과 같은 진자량의 다그침이 이어지자 후두평은 그만 식은 땀을 흘리고 있었다. "당...당연히 그가 생각이 있는 사람이라면....그랬을 것입니다. 다만 이번 일에는 그들 둘 사이에 무슨 밀약이 있는 것 같습니다" "허허, 밀약이 있을 것 같다니.....그래 그 것이 마도 최고의 두뇌라는 그대가 할 소리요?" "죄송합니다." 그 때 묵묵히 앉아만 있던 진천악이 나직한 음성으로 물어 왔다. "활강시는 어느 정도 완성이 되었소?" "예, 약 삼백구 정도가 완성이 되었고....이백구 정도도 어느정도 전 투에 투입할 정도입니다" "연환합력대는...?" "모두 해서 이십대입니다" "마왕은 얼마정도 더 기다려야 하오!" "급히 서두르면 보름정도면 그를 깨울 수 있습니다" 비록 나직하고 조용한 목소리였지만 후두평은 진자량의 날카로운 질 책보다 더욱 긴장하고 있었다. 그만큼 그는 무서운 인물이였던 탓이였다. "그렇다면 아무리 금의위의 도움을 받더라도 한 번 자웅을 겨뤄볼 만 하군! 금릉에는 누구를 보냈소?" "금천우사 환우군을 보냈습니다" 비로소 진천악의 입가에 미소가 어렸다. "잘했군! 그의 세 치 혀라면 금릉 관가의 여론을 움직일 만 하지! 본래 아무리 든든한 제방이라할 지라도 사소한 개미구멍을 통해 무 너지게 되어 있지! 더욱이 황제가 아무리 그를 신임하고 있다하더라 도 그는 버릴 때는 과감히 버리는 무서운 사람이야! 천무대장군 천 응을 숙청할 때 보지 않았던가?"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 잠시 말을 끊었던 진천악이 다시 후두평을 바 라보았다. "그래 어떻게 대처할 생각인가?" 이에 후두평은 이제까지와는 다르게 자신있는 목소리로 대답하였다. "사천의 험난함을 이용한 매복전과 연환합력대를 이용한 평야전을 동시에 병행할 계획입니다. 그리고 활강시를 이용한 교란전도....." 그러나 진천악이 그의 말을 끊었다. "활강시는 남겨두게! 꼭 필요하다면 미완성된 이백구를 활용하고 나 머지는 전부 흑천음월지동에 배치하도록 하게!" "하지만 흑천음월지동의 위치를 저들이 알 수 있을까요?" "그건 알 수 없지! 하지만 대비하는 것이 좋아. 비록 희생이 조금 크 다 할 지라도 보름정도만 버티면 승리는 자연히 우리의 것이니까...." 후두평의 두 눈이 그에 대한 탄복으로 바뀌었다. 무릇 병법을 통달한 책사들이 가장 범하기 쉬운 잘못이 바로 속단하 는 것이 아니였던가? 사실 그는 자신의 판단대로만 적을 속단했었다. 이번 전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마왕을 부활시키는 것임에도 적들 이 그 장소를 모를 것으로 예단한 것이었다. 중원무림에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기 시작했다. 그간 수없이 전개되었던 무맹과 집마부간의 전투였지만 이번에는 완 전 달랐으니... 그야말로 양측이 모든 전력을 집중한 사생결단의 전투였던 것이다. 무맹과 유씨세가측의 연합공격대가 모두 해서 팔만! 그리고 이에 저항하는 집마부측의 무사가 오만! 총 십삼만의 무사가 맞붙게될 정사대회전(正邪大會戰)! 이에 강호인들은 물론 전 중원인은 긴장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한편 이 때, 무맹을 나서 집마부로 향하던 유선은 무산삼협(巫山三峽)의 어귀인 선창(宣昌)부근에 이르러 갑자기 한 떼의 흑의복면인들에게 포위되 어 버렸다. 혹씨 있을 지 모르는 무맹과 세가측의 추적에 대비하여 서너차례나 변장을 했건만..... 어떻게 알았는지 그들은 다짜고짜 자신을 포위한 채 항복을 요구하 고 있었던 것이다. 복면사이로 번득거리는 날카로운 안광이 모두들 무시못할 고수들로 추측되는 오십여명의 복면인들! 분명 그녀 혼자의 힘으로는 벗어나기 힘든 상황이였다. "네 놈들은 도대체 누구길래.....누구의 명을 받고 있기에 무림맹주의 약속을 받은 나를 공격한다는 말이냐?" "그런 것은 우린 알 지 못하오! 단지 소저를 체포하라는 명 밖에.... 소저도 상황을 파악할 능력이 있을 터... 순수히 항복하시오" "흥, 어림없다! 내 설혹 너희들의 손에 죽는 한이 있더라도 항복할 듯 싶으냐?" "흐흐, 경주는 싫다하고 굳이 벌주를 들겠다면 할 수 없지! 마침내 우두머리 복면인이 우수(右手)를 번쩍 쳐들었다. 그것이 신호인 듯 그들중 이십여명이 유선을 향해 일제히 공격에 들 어갔다. "그래 오너라! 내 비록 여인이지만 그리 호락호락 당할 성 싶으냐?" 유선도 검을 뽑았다. 기울어져 가는 저녁 사광(斜光)에 오색 영롱한 빛을 품어 내고 있는 유선의 청홍검(靑紅劍)! 특히 그녀의 검은 황궁무고에서 나온 절세의 보검이였다. 비록 여인이였지만 그 한 몸에 남해보타암의 비전절기를 거의 습득 한데다 현무와의 동행시 그 처절했던 실전경험까지 겪은 유선은 이 십여명의 맹렬한 공격에도 불구하고 전혀 주늑이 들 지 않았다. 특히 그녀는 보검의 날카로운 예기를 빌었을 뿐만이 아니라 공격에 제한이 없었지만 적들은 아마 생포의 명을 받은 듯 극단의 공격은 자제하고 있었고 자칫 동료들에게 해가 미칠까봐 한정된 공격만 전개하고 있었으니, 오히려 그들을 압도하는 기세였다. "보살은 자비를 설법했으나 동시에 악한 자에 대한 징벌도 사양하지 않았으니.......... 사천왕의 법력이 검을 통해 실현된다! 사..천..왕...진...천...검...!" 마치 뇌전이 떨어지듯 도저히 여인이 펼치는 검법으로는 상상하지 못할 매서운 위력을 보이며...... 허공을 종횡하는 유선의 검! 너무 놀라운 그녀의 검법에 순식간에 대여섯명의 흑의인들이 부질없 이 쓰러지고 말았다. "으음! 대단하구나!" 미처 그녀의 무공이 그 정도라고는 생각하지 못한 우두머리 복면인 은 침음을 흘리더니 커다랗게 고함을 질렀다. "일진은 물러서고 이진이 나선다! 이진은 칠성역행진을 전개해 그녀 를 공격하라!" 그의 명령이 떨어지자 말자 앞서 유선을 공격했던 흑의인들이 썰물 처럼 빠져 나가며 그들의 뒤쪽에서 다시 열네명의 흑의인들이 나서 그 자리를 메꾸었는데....... 그들은 일곱명씩 기이한 진형을 갖춘채 교대교대로 유선을 향해 공 격하는 것이었다. 비록 수는 일곱이였지만 마치 하나가 된 듯 일제히 같은 초식을 전 개하는 복면인들! 이에 유선은 그들의 공격을 피해 측면으로 신형을 이동했다. 그러나 웬걸 그들의 움직임은 빨랐을 뿐만아니라 일곱명이 각기 일 장간격을 두고 공격하는 탓에 비록 유선의 신법이 날렵하긴 했지만 미처 그들의 공격범위를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고.... 그들중 가장 좌측에 있던 자의 검망을 피하지 못했다. "채 쨍!" 유선의 검과 그자의 검이 허공에서 불꽃을 일으키며 맞 부딪쳤다. 검과 검이 맞 부딪치는 순간! 공력도 더 고강했고, 보검의 날카로움 을 빌은 유선의 검은 여지없이 그의 검을 잘라 버리며 그의 머리를 향해 밀려드는 것이였다. "으흑!" 그 자는 기겁하며 눈만 동그랗게 떴다. 하지만 빤히 눈을 뜨고 있는 사람의 목을 그대로 베어 버리기에는 유선의 마음이 너무 약했다. 그래서 잠시 멈칫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바로 그 짧은 순간, 일곱명이 이루어진 진형은 마치 풍차처 럼 돌며 유선의 배후를 공격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너무나 빠른 공격전환이였고..... 가히 상상할 수 없는 진법 변화였다. 이에 미처 수비할 시간이 없었던 유선은 그대로 허공으로 신형을 솟 구치며 간발의 차이로 그들의 공격을 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들의 움직임이 유선의 아랫부분을 지나고 이에 막 유선이 신형을 하강하는 순간, 또 다른 일곱명이 그녀의 하부를 점거한 채 마주쳐 올라오는 것이였다. 허공이라 아무 것도 의지할 곳이 없어진 유선! 이에 유선은 부득불 검을 크게 휘둘러 그들의 검을 막을 수밖에 없 었다. 하지만 경황중이라 충분한 공력을 실을 수 없었고, 동시에 일곱명의 검을 상대한 유선은 그만 그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피를 토하며 다 시 허공으로 날라갔다. 그러나 그들의 집요한 공격은 거기에서 그치지 않았으니....이미 그 곳에는 또 다른 조가 그녀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이에 유선은 그만 눈을 질끔 감았다. 도저히 그들의 검을 피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단 한순간의 자비가 그녀의 운명을 좌우하는 순간이였다. 이제 일곱 개의 검이 그녀의 몸에 역시 일곱 개의 구멍을 뚫는 것은 단지 시간 문제일 뿐...... 그런데 바로 그 순간 매서운 장력이 그녀를 가격했다. "쾅!" "우욱!" 등으로부터 막강한 잠력이 가격된 충격에 유선은 다시 피를 한웅큼 토하였지만 그래도 다행이 그 충격으로 그녀의 몸이 좌측으로 이삼 장 날라가는 바람에 칼에 박히는 비극만은 면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연이은 충격으로 유선의 의식은 이미 가물가물해 지고 있 었다. "아! 현공자, 당신을 다시는 못 볼 것 같아요" 흐려지는 그녀의 의식속으로 현무의 해맑간 얼굴이 얼핏 비추는 것 같았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 그녀의 몸은 거칠게 땅에 박혔고.... 마침내 그 충격으로 혼절하고 말았다. "어서 그녀에게 단약을 복용시키고 혈도를 봉쇄하라!" 쓰러진 그녀를 향해 우두머리 대한이 급하게 소리를 쳤지만 이미 의 식을 잃은 유선은 아무 소리도 듣지 못했다. 천하의 북궁소와 무맹의 간부들을 앞에 두고 전혀 굴하지 않는 당당 한 태도로 그들과 담판을 지어 무림맹 역사상 처음으로 한 번 내려 진 결정을 번복하겠끔 만들었던 유선! 하지만 그녀는 그토록 사랑했던 현무의 얼굴을 보지도 못한 채,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중상을 입고 얼굴없는 괴한들에게붙잡힌 신세가 되고 말았으나....... 그 사실을 아는 자 아무도 없었다. 번 호 : 8489 게시자 : 윤원중 (re5280 ) 등록일 : 1999-05-16 12:56 제 목 : [연재] 천부외경 96 사천성(四川省)의 성도(成都)에 자리잡은 집마부(集魔府)를 향한 무 맹과 유씨세가의 연합무단은 총 팔로군(八路軍)으로 나뉘어 거침없 이 진격하고 있었다. 귀주(貴州)와 호북(湖北), 협서(陜西) 3개성 관내에 접어들면서 부터 는 이미 집마부의 세력권인 관계로 집마부 지부나 마도계(魔道界) 무사들로부터 일부 산발적인 저항이 있었으나.... 무맹과 유씨세가의 총 전력이 집중된 팔로무단의 위세 앞에는 그저 이란투석(以卵投石)에 불과했다. 더욱이 그들의 핵심무사들이 이미 집마부의 호출을 받고 사천성 일 대로 차출되어 갔던 관계로 더욱 그러했다. 하지만 초반의 이러한 기세에도 불구하고 용천비가 이끄는 중로무단 (中路武團)에 자리잡은 팔로무단 지휘부는 사천에 가까이 접근할수 록 우려가 앞서기 시작했다. 바로 사천성은 수만은 강과 험준한 산들로 둘러싸인 천혜의 요지였 기 때문이다. "팔로무단의 현재 위치와 진행방향은 어떻소?" 북궁소의 우려섞인 목소리에 제갈후상이 공손한 태도로 대답했다. "신궁 화영이 이끄는 동로무단(東路武團)은 멀리 운남을 거쳐 아미 산에서 아미파와 청성파의 잔류세력과 합류한 후 집마부의 배후를 치기 위해 현재 운귀고원(雲貴高原)에 접근 중이며.... 풍뢰도객 갈천휘가 지휘하는 서로무단은 귀주를 거쳐 내강(內江)을 도하해 사천분지로 향할 계획으로 현재 귀양(貴陽)지방에 이르고 있 고..... 무적권황 언지황은 현재 남로무단을 이끌고 무산삼협을 지나 장강 상류를 따라 서진(西進)하고 있습니다. 또한 냉면무상 이청천이 이끄는 북로무단은 대파산맥(大巴山脈)의 남쪽 능선로(稜線路)로 이동하고 있으며..... 검천(劍天)과 도객(刀客), 그리고 상기평 장군이 이끄는 세가와 금의 위의 삼로무단(三路武團)은 각각 민강(岷江)과 민산산맥(岷山山脈)을 넘어 집마부의 북쪽지역을 공격하기 위해 부근에서 전열을 정비하고 잇습니다." "그렇다면 집마부측은 어떠합니까?" 이번에는 유천학이 제갈후상에게 물어 왔다. "그들은 집마부로부터 50여리 떨어진 사천분지의 입구쪽에 지휘부를 개설하였으며, 주력부대가 사천분지 뿐만아니라 낙산과 내강 등에 집결하고 있습니다. 그 밖에 수십개의 별동부대를 편성, 협곡과 분지등으로 흩어져 나갔 다고 합니다. 필히 매복전을 생각하고 있음이 분명합니다." "그렇다면 이에 대한 우리측의 대책은?" "이미 각 무단에서는 정예무사 각 일천씩으로 별동대가 편성되어 비 밀리 진행경로를 우회하여 매복대의 배후를 공격하도록 지시되어 있 습니다. 그리고 각 무단들은 수시로 행로를 변경하여 적들이 우리측 의 진행경로를 예측하지 못하도록 만전을 기하고 있습니다" 북궁소와 유천학의 얼굴이 조금 풀리기 시작했다. 그는 역시 천하이뇌(天下二腦)중의 일인이였던 것이다. 문득 북궁소가 생각났다는 듯 다시 물어왔다. "흑천음월지동은....?" 제갈후상의 거침없는 답변이 이어졌다. "이미 보고드렸듯이 신품공자 북궁휘가 이끄는 청년영웅단과 각 무 단에서 차출한 오천명의 무사들은 동로무단의 남방을 진행중이며... 이미 아미산의 남부를 통과하여 목표지인 공후산(貢帿山)에 접근 중 이란 보고입니다" "그들만으로 가능할까?" "기습이 성공하면 충분히 가능합니다. 하지만 그 곳의 전투는 가장 먼저 전개되도록 되어 있으니....만약의 경우, 화영의 동로무단이 집 마부 배후를 친다는 당초계획을 변경하여 그들을 지원하도록 할 계 회이며, 이미 화단주에게 상황에 따라 처리할 수 있도록 자율권을 부여하였습니다" "으음, 그렇다면 이제 결전만 남아 있군!" 비로소 북궁소와 유천학의 얼굴에서 미소가 감돌기 시작했다. 그와같은 전략이라면 본래 무맹측만 하더라도 집마부 보다 우세할 것으로 생각되는 상황에서 유씨세가와 삼만 금의위까지 가세했으니 충분히 승리할 것이라는 예측이였던 것이다. 그러나 제갈후상은 아직 심각한 표정이였고, 그들의 기색을 살피면 서 조심스럽게 이야기 하는 것이였다. "본래 공격에는 수비측보다 최소한 한배반의 전력이 필요합니다. 그래도 한 가지 다행인 점은 집마부측이 허를 찔려 충분한 세력결집 이 이루워지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바로 해외이세(海外二勢)입니다. 그들은 필히 이러한 호기를 놓이지 않을 것이며.....속하의 정보망에는 이미 그들의 세력 이 결집되고 있다는 정보가 포착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그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북궁소는 오히려 호탕하게 웃으며 대답하는 것이다. "하하, 그 점은 제갈군사가 그리 걱정하지 않아도 될 일이네! 이미 그 점에 대해서는 복안(腹案)이 있으니......" 제갈후상이 미심쩍은 표정으로 그를 바라 보았다. "복안이라 하심은.......?" 그러나 북궁소는 그의 물음에 대답하지 않고 빙그레 웃기만 했다. 대신 그의 시선은 유천학을 향하고 있었다. "아...!" 문득 떠오르는 생각에 제갈후상은 가벼운 탄성을 터뜨렸다. 누구보다 명석한 그가 북궁소의 뜻을 파악한 것이다. 즉 그가 유천학을 바라보며 미소를 짓는 것은 필히 해외이세의 침공 에는 유천학의 힘을 빌어 백만황군을 동원하겠다는 생각이였고....이 미 그러한 복안은 쌍방간 합의가 된 듯 했다. 이 일은 충분히 가능한 것이..... 그들이 비록 무림인 들이라고 하나 분명 해외세력이라고 하는 것이 다. 따라서 무림과 황실이 상호 불가침의 전통이 세워져 있다 하더 라도 그들을 북원(北元)과 왜국(倭國)의 전위세력으로 간주하여 토 벌할 명분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할 계획이니 북궁소가 전혀 걱정하지 않고 미소를 띠울 수 있었 던 것이다. 그러나 정작 이러한 생각을 하는 제갈후상의 시선에는 순간적으로나 마 기이한 빛이 서렸다. 물론 그 빛은 곧바로 평범하게 바뀌었지만...... "그렇다면 속하는 그만 물러 가겠습니다." "알았소! 수고해 주시오!" 물러가는 제갈후상을 믿음직하게 바라보는 북궁소와 유천학! 하지만 그들은 물러나는 제갈후상의 마음속에 무슨 생각이 들어 있 는 지 결코 짐작하지 못했다. 그들의 면전에서 물러나 자신의 막사로 돌아온 제갈후상이 가장 먼 저 한 일은 비밀리에 전서구를 한 마리 날리는 것이었다. 바로 해외이세의 침공에 대한 그들의 복안을 기록한 내용을 지 닌....... 그리고 그 전서구는 연합지휘부의 군막들을 한바퀴 선회한 후 곧바 로 동쪽으로 날라가는 것이였다. 한편 막사에 남은 북궁소와 유천학은 막사 주위를 봉쇄한 후 비밀스 런 밀담을 나누기 시작했다. 이번 정사대회전, 그리고 예상되는 해외이세의 침공, 바로 그 이후의 중원판도에 대한 서로간의 기대에 대하여 상호 일치 점을 모색하기 위한 것이였다. 그러한 그들의 대화는 아침나절 시작하여 야밤이 되도록 계속되었 고, 마침내 달이 천공의 중심에 이르러 서야 끝이 났다. 그리고 그들은 비교적 만족한 표정으로 막사에 대한 봉쇄를 풀었다. "하하, 그래서 우리에겐 이십년의 우정이 있지 않는가?" "후후, 그래 우리 둘이만 합심한다면 천하에 이루지 못할 것이 무엇 이 있겠는가?" 협상이 잘 되었는지 서로간 기분좋은 표정으로 막사를 나서는 그들 두 사람! 문득 북궁소가 미안한 표정으로 유천학에게 이야기 했다. "참, 자네 딸아이에 대해서는 내 미안하네! 무슨 수를 써서라도 붙잡 아 두었어야 하건만.....글세 그 아이가 흑천음월지동의 위치를 가지 고 협상하고자 할 것이라고는 전혀 짐작도 못했네..!" 유천학의 표정이 조금 어두워 졌다 "내 어찌 자네를 탓하겠는가? 단지 딸 자식을 잘 못 키운 내가 더 문제지...! 내 아들녀석만 하나 있어도 벌써 끝장을 봤을 것이네..." 아무리 야망이 큰 사내라 할 지라도 자식에 대해서만은 어쩔 수 없 는 모양이였다. 그 후로 내내 유천학의 표정은 풀릴 줄 몰랐고..... 마침내 자신의 막사에 돌아온 후 그는 추향(追香)을 불러 들였다. "그 아이를 찾아라! 무슨 수를 쓰더라도..... 그리고 그 현무란 놈과 혼인을 허락할 테니....속히 본가로 복귀하라 고 하라!" "예, 가주!" 고개를 숙여 복명을 하면서도 추향의 얼굴에는 믿지 못하겠다는 표 정이 가득했다. 수십년간 모셔왔던 유천학이지만 당초 자신의 뜻을 굽힌 것을 단 한 차례도 보지 못했던 탓이었다. 그러고 보니 그는 요즘들어 유천학에 대해 부쩍 색다른 느낌을 많이 갖게 되었다. 무어라고는 꼭 꼬집어 말할 수 없었지만 웬지 허탈하 고 쓸쓸해 보일 뿐만아니라 마치 칼날과 같았던 예기가 그전처럼 날 카롭게만 느껴지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와같은 추향과 비슷한 느낌을 갖고 있는 사람이 또 하나 있었으니, 그는 바로 무맹이 낳은 최고의 용장이자 북궁소의 핵심측근인 용천 비였다. 그는 지금 북궁소와 대작(對酌)을 하고 있었는데..... 북궁소의 표정에서 평소와는 다른 쓸쓸함을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무엇이 맹주로 하여금 저리 쓸쓸함을 느끼게 하는 것일까? 천하제일인이라는 지위에 현숙한 부인, 뛰어난 자식들....거기에다 좋 은 친구까지 두고 있는 그에게..... 그러고 보니 맹주의 이러한 태도는 바로 폐관을 마친 후부터 였던 것 같아! 아니 엄격히 말하면 맹주 주변에 그 노인이 나타난 후라 말할 수 있지) 이와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용천비의 뇌리에 문득 그 노인의 모습이 떠 올랐다. 어부차림에 지극히 평범해 보이는 용모를 지녔으나 웬지 근접하기 힘들 정도로 신비로운 기세가 느껴졌던........ "아니, 자네는 무슨 생각을 그리 하고 있는가? 술을 마시지도 않 고...." 갑자기 들려오는 북궁소의 음성에 비로소 용천비는 생각에서 깨어났 다. 그리고 시선을 들어 북궁소를 바라보았다. 과거와는 다르게 웬지 정감이 느껴지는 북궁소의 시선, 문득 그의 입에서는 한마디의 말이 세어 나왔다. "맹주께서는 많이 변하신 것 같습니다" 그러자 북궁소는 기이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더니 너털웃음을 짓고 말았다. "허허, 내가 변했다...? 그래 무엇이 변했다는 말인가?" "웬지 쓸쓸해 보이십니다. 마치 소중한 무엇을 잊어 버리신 분처럼 말입니다" 북궁소는 이러한 용천비의 말에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묵묵히 술을 따라 마실 뿐이었다. 한참을 더 그렇게 술을 마시던 북궁소가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천비! 그대는 아는가? 가장 믿었던 사람이 딴 마음을 먹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의 그 기분을....?" 용천비의 눈이 동그래 졌다. "아니, 그게 도대체 무슨 뜻인지....?" 말 뜻이야 모를 리 없겠지만 그 것이 맹주 자신의 이야기인지, 아니 면 다른 사람의 이야기인지 도무지 짐작할 수 없었던 것이다. 맹주가 그토록 믿는 사람들이라 하면, 자신을 비롯한 극히 일부의 측근들과 가족들 밖에 없을 터인데.....그 중에 딴 마음을 먹고 있는 사람이 있다니.....? 하지만 북궁소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은 채 다시 술잔을 잡아가고 있었다. 번 호 : 8490 게시자 : 윤원중 (re5280 ) 등록일 : 1999-05-16 12:57 제 목 : [연재] 천부외경 97 그로부터 몇 일 후, 풍뢰도객 갈천휘가 지휘하는 무맹의 서로무단(西路武團)은 야음을 틈타 표호탕탕 흐르는 내강(內江)을 건너고 있었다. 내강만 건너면 바로 사천고원이였고.... 거기에서 집마부까지의 거리는 겨우 일백여리에 불과했기 때문에 극 히 긴장들을 하며 강을 건너는 무맹의 무사들! 물론 갈천위는 행로를 수십번이나 바꾸었고....사전에 수색대를 보내 강 건너편에 대한 수색을 마친 후였다. 하지만 강의 저쪽은 사실상 집마부의 영토나 마찬가지였고...바위에 부딪쳐 하얕게 부서지며 거센 기세로 흐르는 내강의 물결은 그들에 게 한 치의 방심도 허용하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들이 그처럼 주위를 기울였음에도 불구하고 강으로부터 겨우 수백장 정도밖에 떨어지지 않는 야트마한 구릉위에 는 검은 옷으로 은폐한 수천명의 여인들이 날카로운 안광을 빛내면 서 이들이 도강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특히 그녀들 중 가장 중앙에서 유독 연황색의 피풍을 걸쳐 시선을 끄는 여인이 하나 있었다. 때 마침 구름을 벗어난 달빛에 전신에서 사이한 광채가 흘러나오는 여인, 그녀는 눈이 확 뜨일 정도로 아름다웠고...겨우 이십대 초반정도의 나이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무림인이라면 누구나 몸서리 칠 정도의 마녀였다. 이름하여 음월아(陰月雅)! 바로 집마부의 십마천중 월마천주(月魔天主)이자 흡기냉월(吸氣冷 月)의 음공(陰功)과 채양보음(採陽補陰)의 색공(色功)을 주로 연마한 다는 음월곡의 당대 곡주였던 것이다. 집마부의 십마천중 가장 마지막에 위치한 여인들의 문파 월마천! 하지만 그들의 위치가 제십마천이라하여 그 세력이 가장 약한 것은 아니였고..... 오히려 천하가 음기(陰氣)에 의해 지배받는 밤에 있어서 그들의 위 력은 거의 인마천인 사사천교나 금마천인 암흑마방에 비견할 정도라 하였다. 또한 그들은 모두 여인들로만 보이나 실제는 외형만 그렇지 모두들 생리학적으로 여인들만은 아니였으니..... 사내들이라할 지라도 수십년 동안 음공을 연마하다보니 외모와 성격 이 모두 여인네들처럼 변모해 버린 탓이였다. 그러한 그들이 어떻게 알았는지 무맹의 서로무단의 도강위치를정확 히 파악하여 매복하고 있었던 것이다. 문득 음월아의 옆에 있던 한 여인이 나지막한 음색으로 말을 하였 다. "교주! 저들이 강을 건너고 있을 때 바로 기습해야 하는 것이 아닌 가요?" 음월아의 시선이 그녀를 향했다. 그녀 못지 않게 아름다운 미색을 지니고 있는 삼십대 초반정도의 미 부! 특히 그녀는 무공뿐만아니라 두뇌가 뛰어나 음월곡의 총사직위에 있 는 혁수인이란 여인이였다. 하지만 그녀를 바라보는 음월아의 시선에는 오히려 질투의 감정이 배여 있었다. (흥, 외모만 그렇듯 하지 준 것없이 미운 계집!) 어찌된 일일까? 설마 음월아가 자신보다 나이도 많고 외모도 조금 뒤 떨어지는 혁수 인을 질투한다는 말인가? 하지만 사실 음월아가 오십대 초반의 중늙은이였고.... 절색의 인피면구 안에 있는 실제 얼굴도 추하기 그지 없는 절세추녀 란 점을 아는 자라면 그녀의 그러한 심정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추한 외모가 한이 되어 평생을 면구속에 얼굴을 감춘 채 성격마저 괴팍하게 변해버린 여인이 바로 그녀였던 것이다. 그러한 음월아였기에 혁수인의 제의에 대해 차가운 냉소로서 응답하 고 있었다. "흥! 너는 어찌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느냐? 저들이 도강하는 사이 기습을 한다면....아직 건너지 못한 놈들은 종적을 감추어 버릴 테고.. 그렇다면 우리가 다시 그들의 도강위치를 파악할 수 있겠느냐? 더욱이 우리 음월곡이 그래 도강을 틈타 기습을 했다는 오명을 들어 야 하겠느냐? 오히려 도강을 끝내고 지쳐있는 그들을 공격한다면 퇴로가 막혀 있 으니 적들을 모두 섬멸할 수 있지 않겠느냐?" 이에 혁수인이 다시 무어라 말을 하려 했다. "하지만...." "그만해라! 결정은 곡주인 내가 한다" 싸늘하기 그지 없는 음월아의 음성에 그만 혁수인은 입을 봉할 수밖 에 없었다. 하지만 그녀의 눈에는 안타까운 빛이 흘렀다. (병법의 가장 중요한 지향점이 바로 승라하는 것이요. 적의 약점을 나의 장점으로 삼는다는 것인데...... 이는 오히려 그들의 퇴로를 차단한 결사항쟁의 의지만을 북돋아 주 는 일이 되지 않을련지.....) 이러는 사이 갈천휘와 무맹 서로무단의 일만여 무사들은 대부분 도 강을 완료할 수 있었고.... 갈천휘의 지시에 따라 서서히 진형들을 갖추기 시작했다. 도강직후라 아직은 흔란스러운 서로무단의 무사들! 하지만 그들은 잠시후 달빛을 등에 지고 달려오고 있는 수천명의 여 인들을 보고 눈이 휘둥그레질 수밖에 없었다. 비상상황에 웬 여인들이란 말인가? 그 것도 수천명이나 되는..... 처음에는 그들이 적이라 생각하지 못했다. 하지만 저마다 날카로운 안광에 역시 날카롭게 빛나는 무기들! 거기에 다급히 울리는 갈천휘의 음성은 그들에게 경각심을 일깨워 주기 충분했다. "저들은 모두 음월곡의 마녀들이다. 모두들 속히 진형을 갇추고 저 들을 상대하라!" 월하(月下)의 강변에 때 아닌 혈풍이 몰아치기 시작했다. 무맹측의 일만여 무사대 음월곡의 사천여 여인무사들과 그녀들을 뒤 따르는 삼천여 마도 무 사들! 처음에는 기습을 한 집마부측이 미처 진형을 갖추지 못한 무맹측을 거세게 몰아치고 있었다. 미처 진형을 갖추지 못한데다 상대가 여인들이라 아무래도 투지가 일어나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이를 일깨우는 갈천휘의 호통소리! "이 놈들아! 정신을 차려라! 상대는 남자들을 산 채로 말려 죽이는 마녀들이다. 어찌 딴 마음들을 먹느냐? 더욱이 이미 너희들에게는 퇴로가 없다! 저들을 모조리 죽이지 않는다면 대신 너희들이 죽는단 말이다" 갈천휘의 호통소리와 차츰 시간경과로 상황을 명확히 파악한 서로무 단의 무사들은 비로소 힘을 내어 싸우기 시작했다. 아무리 여인들이라고는 하나 바로 자신의 동료들에게 무참하게 칼 질을 하고 있었고....갈천휘의 이야기처럼 그들에겐 사실상 퇴로가 없 었던 것이다. 오직 그들을 물리치고 전진하는 것 밖에...... "음월아! 요녀는 어디에 있느냐? 썩 나와서 나 갈천휘의 칼을 받아라!" "호호, 주둥이만 살아 나불거리는 네 놈을 내 두려워할 줄 아느냐?" 격적의 중앙에서 갈천휘와 음월아가 맞 부딪쳤다. 한 쪽은 칼을 잘 쓰기로 소문난 무정도객! 한 쪽은 사이한 음공으로 흉명을 떨치는 절세마녀! 극양(極陽)과 힘을 위주로 한 도법과 극음(極陰)과 신법의 뛰어남, 그리고 부드러움을 특기로 하는 채법의 특성상 충돌음이나 파열음은 들려오지 않았지만..... 주위를 퍼져나가는 칼날과 같은 기류와 흉험함만은 주위에 다른 무 사들의 접근을 허용하지 않고 있었다. 갈천휘의 칼이 마치 천지를 양단할 기세로 음월아의 허리를 베어가 는가 하면..... 음월아는 어느새 부드러운 몸 놀림으로 그의 도망(刀網)을 빠져나가 채대로 갈천휘의 목을 감아왔다. 이에 갈천휘는 다시 날카로운 도기(刀氣)를 발하여 그녀의 채대를 잘라 버리려 했고..... 음월아는 채대 일부가 잘라지는 것을 감수하면서.... 그의 칼을 타고 그의 손목까지 감아버리려 했다. 그야말로 일진일퇴의 공박! 하지만 이들의 싸움은 무맹측의 기세에 밀려 차츰 열세를 보이기 시 작하는 음월곡이라는 외부의 형세로 차츰 음월아의 열세로 기울기 시작했다. 자기측 무사들의 승세에 오히려 능력 이상을 발휘하는 갈천휘에 비 해 이미 정신이 흩틀어진 음월아는 자신의 장점인 신법과 물흐르는 듯이 부드럽고 끊임없이 이어지는 채법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음월아의 채대는 갈천휘의 도기아래 한치 한치 짧아 지더니..... 마침내 이 사실을 잊고 그의 칼을 감으려 하다가...... 길이가 부족하여 미처 감아내지 못한 갈천휘의 칼에 그녀의 오른 팔 이 잘리우고 말았다. "크아아아악!" 평생을 한에 의해 살아왔던 음월아의 처절한 비명! 여인으로서 생명이라할 수 있는 추면을 평생 면구로 가리우고 살아 온 그녀의 외모에 대한 집착은 역시 생명이나 마찬가지인 한 팔을 잃자 그만 더 이상의 저항을 생각하지도 못한 채 그저 멍하니 그 자 리에 서 버렸다. 피가 철철 흘러나오는 왼쪽 어깨를 지혈할 생각도 못한채...... 이에 갈천휘도 더 이상 공격을 멈추었다. 이미 그녀의 태도에서 더 이상 살아갈 의지가 없다는 것을 느낀 것 이다. (으음, 의외로 약한 여인이였구만......!) 음월아의 패배를 고비로 무맹의 서로무단은 완전히 승기를 잡았다. 그리 않해도 밀리던 음월곡의 제자들이 곡주의 패배를 목격한 후 걷 잡을 수 없이 무너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바로 이 때, 일백여명의 괴이한 인물들이 나타났다. 마치 온 몸이 뻗뻗이 굳은 것 처럼 딱딱한 움직임에....파르스름한 빛 을 내는 안광! 더욱이 그들은 무기에 격중당하고도 결코 쓰러지지 않으면서 무맹측 진영을 혼란에 빠뜨리고 있었다. 이 때 갈천휘의 귓전에 흥분에 찬 음성으로 외치는 혁수인의 소리가 들려왔다. "모두들 기운을 내라! 장로께서 활강시를 보내 주셨다!" "아니, 저들이 바로 활강시란 말인가?" 갈천휘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살아있는 사람을 특수한 제련을 통해 단련시켜 인성을 말살하고 오직 싸움을 위한 도검불침의 기계로 화 하게 한다는 활강시! 그의 뇌리에는 바로 삼백년전! 바로 음월곡의 창시자인 흡정마녀 사 홍이 단 삼백구의 활강시로서 백도의 13개문파를 개미새끼하나 남기 지 않고 쓸어버렸다는 전설적인 이야기가 떠 올랐으며.... 이에 그의 얼굴은 암담함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바로 그 때 그의 앞에 활강시 한 구가 나타났다. 이를 본 갈천휘는 반발적인 노화가 치밀어 옴을 느꼈다. "어디 네가 죽나 내가 죽나 한 번 해 보자!" 그러면서 그는 필생의 공력을 도에 결집시켜 천지양단의 기세로 그 활강시를 베어갔다. 워낙 놀라운 기세였던지라 그 활강시도 주춤하며 물러서려 했지만 둔한 그의 몸놀림이 갈천휘의 도법을 피하기는 어림없었다. "까강 깡!" 마치 쇠와 쇠가 부딪치는 듯한 파열음이 들렸다. 하지만 그 활강시는 바로 허리가 양단되어 버리는 것이 아닌가? 이에 갈천휘도 멍해 졌다. 그들의 무서운 위력을 들었기에 미처 그를 양단하리라 생각은 못했 던 것이다. 단지 일부분을 베어 냄으로써 이들의 위력이 얼마나 약 해지는가 하는 것을 알아볼 심산이였던 것이다. 그러자 갈천휘는 비로소 그들이 아직 완성되지 못한 것임을 파악할 수 있었다. 갑작스런 기습에 집마부는 미처 완성되지 못한 활강시를 투입한 것 이다. 이에 갈천휘는 허공으로 삼사장을 뛰어 오르며.... 커다랗게 고함을 질렀다. "들어라! 아직 활강시는 완성되지 못했으며 도검불침도 아니다. 모두들 중병(重兵)을 사용해 이들을 집중공격하라!" 그러면서 그는 활강시들을 찾아 신법을 날렸다. 그리고 하나 하나 그들을 베어 나갔다. 하지만 갈천휘 마저 평생의 공력을 몰아 겨우 베어낼 수 있는 활강 시들을 수하들이 쉽게 쓰러트릴 수 없었다. 무수한 공격과 수십명이 쓰러져야 하는 희생을 통해 겨우 한구씩 쓰 러뜨릴 수 있었던 것이다. 결국 싸움은 동녘에 미명이 비칠 즈음해서 갈천휘의 서로무단의 승 리로 끝이 났다. 하지만 음월곡의 집요한 저항과 활강시들의 활약으로 서로무단 역시 상처뿐인 승리만을 거둘 수 있었으니..... 일만여 무단중 이미 반 이상이 죽어 버렸고..... 나머지의 반이상이 부상을 입게되었으니.....온전한 전력을 유지한 무 사들은 겨우 이천여명에 불과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번 전투로 집마부의 십마천중 하나인 음월곡은 아예 회복 불능의 상처를 입고 말았다. 곡주인 음월아는 결국 살아갈 의미를 잃고 자결하고 말았으며, 단지 총사인 혁수인이 분루를 흘리며 남아 있던 이백여명의 제자들 과 함께 퇴각하였을 뿐이다. 번 호 : 8494 게시자 : 윤원중 (re5280 ) 등록일 : 1999-05-17 08:40 제 목 : [연재] 천부외경 98 음월곡과 서로무단의 전투를 시작으로 집마부와 무맹,유씨세가 연합세력의 전투는 본격적으로 개시되었다. 사천성의 접경지역을 주무대로 한 연인원 13만명의 대혈투! 초반전투는 분명 연합세력이 우세한 국면을 형성하고 있었다. 8만여명에 이르는 막강 팔로무단(八路武團)은 숫적으로 뿐만아니라 질적으로도 분명 집마부 무사들 보다 앞서고 있었다. 이는 집마부가 개전 초기에 핵심세력이였던 금마천주 우문황이 죽었 으며 이어 전개된 사천당문 및 청년영웅단과의 전투시 목(木).수 (水).화(火)의 삼개마천이 막대한 타격을 입었던데 주 원인이 있었 다. 하지만 지형적 잇점과 연환합력대 등을 이용한 집마부의 저항은 결 코 만만치 않아 연합세력측도 막대한 피해를 입고 있었다. 특히 삼백여구의 완성된 활강시들이 동원된 공후산의 전투는 전체 전황과는 상관없이 집마부의 일방적인 승리로 끝났고 북궁휘는 일단 물러나 지원부대를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상황을 접한 제갈후상은 우선 운귀고원(雲貴高原)에서 집마 부와 대치중이던 화영을 공후산으로 이동하여 북궁휘와 합류토록 지 시한 후 유천학을 찾았다. "허허, 전투를 총 지휘하느라 정신이 없을 텐데....어인 일입니까?" 집마부와 전투도 비교적 예상대로 진행되고 있었고, 또한 계속하여 마음을 어지럽히던 유선의 문제도 결단을 내렸던 터라..... 한가하게 막사안에서 난(蘭)을 치고 있던 유천학은 부드러운 미소로 그를 맞아 들였다. "사실은 가주께 한 가지 부탁이 있습니다" "그게 뭐요?" 이에 제갈후상은 잠시 망설이는 듯 하다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유씨세가에는 황궁무고로부터 나온 보검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이번에 그것들을 빌렸으면 합니다" 보검이란 무인들에게는 생명과 같은 것, 따라서 이를 요청하는 제갈후상은 무척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유천학은 마치 이를 예상하고 있었다는 듯 태연하였으며... 그를 맞이하기 위해 잠시 중단하였던 난을 다시 치며 묻는 것이였 다. "활강시 때문이요?" 병법과 무사들간의 전투에 대해서는 제갈후상보다 뒤 떨어지겠지만 천하 유림의 본산인 현천학림주였던 유천학은 이미 모든 상황을 짐 작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자 제갈후상은 오히려 말을 잇기 편해졌다. "그렇습니다. 그들은 도검불침인 지라 이미 십대고수를 능가한다는 북궁단주가 평생의 공력을 모두 발휘하여 겨우 세명의 활강시를 벨 수 있을 정도랍니다" 이에 유천학은 고개를 돌리지도 않은 채 말을 했다. "그러한 사악한 마물을 베는 곳에 쓴다는데....내 어찌 거절하겠소? 총관을 찾아가시오! 내 이미 그에게 지시해 놓았으니......." 제갈후상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는 이미 자신이 와서 그러한 부탁을 할 줄 미리 알고 있었던 것이 다. 그러니 자신이 그를 설복하기 위해 생각해둔 말들은 모두 접어 두고 그저 고맙다는 이야기와 함께 하릴없이 그 자리를 물러서는 수밖에 없었다. 무맹과의 전투로 인해 집마부 안은 마치 초상집처럼 썰렁하게 변해 있었다. 그리 않해도 대부분의 무사들이 출전을 위해 부를 떠난 상황에서 들 려오는 것은 대부분 패전소식이요, 구원대를 요청하는 소식 뿐이였 으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밤이 되면서 이러한 분위기는 더욱 심화되는 것 같았다. 비록 요소요소에 경비를 서는 무사들이 있었지만 모두들 사기가 침 체되어 그저 우두커니 서 있었고, 평상시 같으면 많은 사람들로 붐 빌 주요 통로에는 싸늘한 적막감만 감돌고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속에서도 팽팽한 긴장감이 감도는 곳이 있었으니 그 곳은 바로 공식적으로는 집마부의 대공녀 신분에 있는 환상비연 추수빈이 거처하는 환비각(幻飛閣)이었다. 건물과 건물 사이의 은밀한 곳에는 이백여명에 이르는 무사들이 몸 을 감춘채 형형한 안광을 빛내고 있었으며..... 추수빈의 시비들 조차 모두들 가벼운 경장차림에 병장기를 휴대하고 있었다. 그리고 환비각의 빈청에서는 모두 여섯명의 사람들이 긴장된 표정으 로 회의를 하고 있었으니..... 그들은 바로 거사를 앞 둔 현무와 추수빈, 무영쌍위, 그리고 조형당 과 파일령이 남겨 두고 간 각 일백인씩의 정예무사들의 지휘자들이 였다. 그들 중 가장 가운데 좌석에 앉아 있던 현무가 좌중을 둘러보며 말 을 하였다. "자, 이제 정확히 일각이 남았소! 일각후면 바로 전장에 나갔던 조천주와 파천주가 일제히 무사들을 돌려 이곳을 향해 회군(回軍)할 것이고, 우리는 그에 맞춰 추부주를 구출해 이곳을 벗어나야만 하오! 그럼 이미 말씀을 드렸지만 다시한번 설명을 드리겠소! 일단 금역(禁域)에는 나 홀로 들어갈 것이요. 최소한 추부주를 구할 때까지만 이라도 은밀하게 행동해야 하기 때문이요. 그 사이 여러분들께서는 모두들 금역 앞 인공가산에 잠복해 있다가 내가 들어간 지 정확히 이각후 일제히 금역안으로 치고 들어와 무저 갱 입구를 장악해야만 하오! 입구를 장악한 직후 무영쌍위는 무저갱에 밧줄을 내려 보내는데... 추부주와 함께 내가 밧줄을 타고 무저갱을 빠져 나오는데 약 이각정 도의 시간이 걸릴 것이니.... 여러분들은 그 시간동안 그 누구도 접근을 허용해서는 안되오 그리고 무사히 무저갱을 벗어나게 되면 추부주의 호송은 무영쌍위가 맡게 되며 나와 추소저가 그들을 호위하여 집마부를 벗어날 것이오. 문제는 그들의 추격인데..... 우선 금역안에서는 목마천의 마대협께서 일각여 추적을 저지해 주시 고..... 화마천의 황대협은 경계선에서 그들의 추적을 역시 일각여 저지하시 면 되는 것이요. 이에 특히 유의할 점은 목표는 그들의 추적을 저지하는 것이니 적당 히 일각여 정도만 방어하다가 일제히 흩어져 오히려 추격대를 가장 하여 집마부 영내를 벗어나는 것이요. 우리는 아미산 은일봉 아래에서 양 천주의 무단과 합류할 예정이 며....일단 추소저와 무영쌍위는 추부주를 모시고 그들과 함께 남행하 나, 나는 아미산의 마황봉 아래 협곡에서 여러분들을 하루동안 기다릴 것이요!" 여기까지 이야기한 현무는 일단 한 숨을 돌린 후 좌중을 돌아보며 말을 하였다. "이상이요! 모두들 각오는 되어 있소?" 이에 추수빈을비롯한 모든 사람들은 결연한 표정으로 비록 나지막 했지만 힘이 있는 목소리로 대답하였다. "물론입니다!" "좋소! 그럼 곧 바로 행동 개시하시오! 모두들 무운을 비는 바이요" 이와같은 현무의 말을 끝으로 목마천의 마상정과 화마천의 황지혁은 각기 휘하 무사들을 지휘하기 위해 나갔으며..... 추수빈과 무영쌍위도 측근 시녀들과 함께 그들과 행동을 같이 하기 위해 빈청을 벗어났다. 그리고 홀로 남은 현무는 잠시 무언가 생각하는 듯 하더니.... 마침내 빈청의 창문을 통해 몸을 날렸다. 집마부의 금역! 바로 집마부 서쪽의 시체안치실로부터 오백여장 떨어져 있는 울창한 숲을 가르키는 말이며..... 부주인 추천상과 군사인 후두평을 제외하고는 그 누구도 출입을 허 용하지 않은 채, 높다란 목책으로 가리워져 있었기에 철저히 외부와 는 단절된 지역이라 할 수 있었다. 특히 이 금역에 대한 경비는 맹주직속인 패황부의 일급무사들이 전 담하고 있었는데.... 최근 비상사태를 맞아 일부 무사들이 차출되어 전장으로 투입되었으 며...일부는 일반수비무사로 바뀌어 있었다. 즉 지금의 금역은 이 곳이 생긴 이래 가장 허술한 상태였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역을 둘러싼 목책에는 거의 십여장 간격으로 2 명씩 조를 짠 수비무사들이 경계를 서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그 곳에 현무가 나타났다. 검은 야행복으로 온 몸을 감싼 채, 목책으로부터 십여장 떨어진 나 무그늘에 몸을 숨기고 있는 그, 하지만 그의 형체는 마치 어둠에 동화되어 버린 듯이 흐릿하게 변해 있었고, 바로 일이장 앞에서 유심히 살펴보지 않는한 결코 발견하기 힘들 지경이였으니...... 이는 바로 헤능선사의 심득과 천부외경의 일부 구절을 깨달은 후 그 의 무공이 일취월장(日就月將)하고 있음을 말해주고 있었다. 나무그늘 속에서 잠시 주변정황을 살피던 현무는 마침내 경비와 경 비 사이의 목책을 향해 몸을 날렸다. 마치 제비가 물을 찬 듯 날렵하게 몸을 날리는 그에게서는 미약한 공기의 파동이외에는 전혀 소리가 나지 않았으며, 비록 천공에 반달 이 비치고 있었지만 잠영진기로 몸을 감싼 그의 모습은 그저 희뿌연 형체로만 보일 뿐이였다. 그것도 그가 수비무사들의 경계가 허술하다는 사실을 알고 단지 유 운신법을 전개해서 그렇지 만일 그가 금강부동신법을 전개했다면 전 혀 흔적이 없었을 것이다. 수비무사들의 경계를 피해 무사히 금역안으로 잠입하는데 성공한 현 무는 이미 금역내부의 지리를 훤하게 아는 듯 곧바로 금역의 중심부 를 향해 이동해 갔는데..... 금역 내부는 울창한 숲으로 되어 있었기에 훨씬 더 어두운 상태였지 만 현무의 몸놀림은 더욱 은밀해 졌고.....그 중에서도 특히 음영이 짙은 지역만을 골라 움직이는 것이었다. 사실 그는 처음으로 금역에 들어섰다 할 수 있었으나, 이미 그 전에 영정이체술로 세차례나 답사한 적이 있었기에, 이 내 부가 더욱 위험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였다. 하지만 그가 이토록 주의를 기울였음에도 불구하고 마침 그가 한 아 름드리 나무 밑에 도착하는 순간, 그는 그만 흠칫하고 말았다. 바로 그가 도착한 나무위에서 그를 바라보고 있는 날카로운 시선을 느꼈던 것이다. 그러나 막상 현무의 존재를 발견한 그의 시선에서도 순간 당혹스러운 빛이 흘러 나왔으니....그는 분명 무언가가 다가왔다 고 느꼈고 이미 어둠에 익숙된 안력이였지만 그가 발견한 것은 단지 유령처럼 시커먼 윤곽에 불과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는 이내 자신의 임무를 깨달은 듯 목에 걸려 있던 호각을 잽싸게 잡아 들었다. 그러나 그 보다는 현무의 중지에서 튕겨나온 일선지가 훨씬 빨랐다. "으윽!" 미처 어찌된 영문인지 파악할 시간도 없이 그는 가벼운 비명과 함께 곧바로 서 있던 나뭇가지에서 떨어져 내렸다. 이에 현무는 재빠르게 그의 몸을 받아 들고서 신속히 좌측의 잡목 숲으로 숨어 들었다. 바로 그 순간 파파팍! 하는 소리와 함께 나무 주변에 서너개의 신형 이 몰려 들었다. 하지만 그들이 발견한 것은 그저 가볍게 흔들리는 나무뿐! "이게 무슨 일이지? 분명 무슨 비명소리 같은 것이 들렸는데....?" 의혹에 가득찬 음성이였다. "글세 말이야! 그런데 이 친구는 도대체 어딜 간거야?" "아무래도 수상해! 경보를 울려야 겠어...." "하지만 일단 노대를 찾아 봐야지 않는가?" "알단 경보부터 울려 놓고...." 그러면서 그는 곧바로 목에 걸고 있던 호각을 들어 입으로 가져갔 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 잡목 숲으로부터 누군가 부시럭 거리며 걸어 나왔다. "누구냐!" 날카로운 호통소리와 함께 순식간에 그는 서너명의 인물들에 의해 포위되었다. 이에 그는 깜짝 놀라며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 "이크! 날세....노대!" 이에 그를 포위하였던 자들 중 하나가 기이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 았다. "이런....? 자네 그 곳에서 무슨 일을 하고 있었나?" "글세.... 도대체 내가 무엇을 하고 있었지?" 아직 그를 포위하고 있던 동료들이 모두들 얼처구니 없다는 표정으 로 그를 바라 보았다. 괜히 비명을 질러 사람을 놀래키더니만....정작 저리 뚱한 태도라니.... 하지만 일단 그가 무사하고 주위에 아무 일도 없는 것을 파악한 그 들은 투덜거리며 본래의 자기 위치로 돌아갔다. '병신! 이제 별 짓을 다하고 있네....' 그러나 노대는 아직도 멍한 얼굴로 중얼거리고 있었다. '도대체 내가 거기에 왜 들어갔지?' 아직 잡목숲에 몸을 숨기고 있던 현무는 비로소 마음을 놓을 수 있 었다. (하마터면 큰 일 날뻔 했군!) 그는 잡목숲에 들어가자 말자 노대란 그 무사의 마혈을 풀며 동시에 그에게 전음으로 섭혼비술을 전개한 것이다. 그러니 만일 그가 이러한 생각을 못했고...또한 섭혼비술 전개가잠 시라도 늦었다면 영락없이 경보가 울려 졌을 것인데.... 물론 현무로서는 그들 정도야 얼마든지 해 치울 수 있고...이 곳을 빠져 나갈 수 있겠지만, 그렇게 되는 경우 추천상을 구하는 일이 물 거품이 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에 현무는 겨우 한숨을 돌렸고...더욱 신중한 태도로 아예 이번에 는 금강부동신법을 이용해 하나의 선이 되어 곧장 무저갱을 향해 몸 을 날렸다. 그 과정에서 몇몇 수비무사들이 무언가를 느꼈지만....잠영진기로 몸 을 감춘데다...보이지 않을 정도의 빠른 움직임을 보이는 그의 종적 을 알아채지는 못하고 그저 한줄기 바람이 스쳐 지나간 것으로 생각 할 뿐이였다. 이러한 현무의 움직임은 곧바로 금역 중심부 구릉위에 위치한 무저 갱으로 이어졌고, 아예 자신감이 붙은 현무는 그대로 탄력을 이용해 무저갱 안으로 뛰어 들었다. 이에 무저갱 앞을 지키고 있던 십여명의 무사들 중 일부가 깜짝 놀 라며 소리쳤다. "이크! 방금 뭐가 지나갔지?" "뭐가? 나는 아무 것도 못 봤는데....?" "아니야 나도 느꼈어...무언가 무척 빠른 것이 무저갱안으로 뛰어 들 어가는 것 같았어!" 그러자 그들은 황급히 무저갱 앞으로 가서 그 안을 들여다 보았다. 하지만 그리 않해도 밤이여서 어두운데....불도 없는 시커만 무저갱 안이 제대로 보일 리 없었다. 그저 그들은 차가운 음풍만을 느낄 뿐이였다. "하하, 날 짐승 하나가 실수로 들어간 모양인데....필히 벽에 부딪쳐 죽고 말았겠지!" 이에 모두들 고개를 끄덕이고....본래의 자리로 돌아갔다. 그처럼 빠르고 희미한 물체가 사람일 리도 없지만 만에 하나 사람이 라 할 지라도 끝이 없을 정도로 깊은 무저갱을 단지 경공하나에만 의자하여 내려가기란 거의 불가능했기 때문이었다. 번 호 : 8495 게시자 : 윤원중 (re5280 ) 등록일 : 1999-05-17 08:40 제 목 : [연재] 천부외경 99 그러나 이 때 현무는 유유자적한 몸짓으로 무저갱을 내려가고 있었 다. 바로 초극무예중 경신차풍비술(輕身借風秘術)에 유운신법을 적용시 키면서..... '허허, 만류귀일(萬類歸一)이라 하더니...천부외경에 이러한 묘용(妙 用)이 있었다니....' 비록 일부 였지만 그동안 수백번도 더 음미했던 천부외경이였고...거 기에 혜능선사의 심득이 이에 크게 벗어나지 않음을 깨달은 현무는 벌써 깨달은 내용을 무공에 응용하는 초보적 단계까지 이른 것이었 다. 이러는 사이 현무는 마치 끝이 없을 것 같았던 무저갱의 바닥에 도 달했다. '후우! 깊긴 깊군...' 거의 천여장 이상이나 되는 무저갱, 현무는 이곳까지 내려오는데 거 의 한식경이 걸렸던 것이다. 무저갱의 바닥은 꽤 넓은 공지를 형성하고 있었고.... 좌우측에 각각 대여섯개의 뇌옥이 만들어져 있었는데, 단하나 추천 상이 감금 되어 있는 뇌옥을 제외하고는 모두들 비어 있었다. 그동안 평온했던 무림이였기에 무저갱에 감금할 정도로 천인공로할 죄인이 더 이상 없었을 뿐더러....설혹 있다할 지라도 진자량은 추천 상의 비밀이 발각될까봐 그 외에는 아무도 수감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 때 현무는 한 가지 기이한 점을 느꼈다. 아무리 무공이 페쇄되었다 하더라도 추천상이 외부인의 출현을 모를 리 없을텐데...너무나 조용했던 것이다. '허허, 잠이 들었나?' 이렇게 중얼거리면서도 현무는 무언가 불길한 예감에 황급히 그가 수용되어 있는 뇌옥으로 향했다. 그러나 그가 뇌옥에 이르는 순간 그는 깜짝 놀랐다. 추천상은 온몸에 피가 엉겨붙어 있는 가운데 한 쪽에 쓰러져 있었던 것이다. "아니, 추대협! 추부주! 제 말 들리십니까?" 이에 현무는 그를 다급하게 부르면서 그대로 뇌옥을 부수고 그에게 다가갔다. "아! 이럴 수가.....?" 가까이 가서 보니 그의 몰골은 더욱 형편이 없었다. 그리 않아도 수년간 갇혀있는 상태인지라 엉망으로 헝클어진 머리에 멋대로 자라난 수염, 낡아 헤어진 의복등은 그의 모습을 형편없이 만들고 있었지만......지난번 영정이체술을 전개하여 방문하였을 때만 해도 그래도 은연중 절대자적 풍도와 위엄이 엿볼 수 있었는데..... 지금의 그의 모습은 차마 마주볼 수 없을 정도로....... 얼굴은 마치 지렁이가 기어 가는 듯 수많은 도상에다 여기에서 흘러 나온 듯한 피와 상처를 치료하지 않아 생긴 농이 엉켜 있었고, 사지의 관절이 모두 꺾여진 상태에서 손톱과 발톱이 모조리 뽑혀져 그야말로 처참한 몰골에 생과 사를 넘나드는 지경이었던 것이다. 현무의 놀람은 점차 거대한 분노로 바뀌여 갔다. "내, 진자량 이 자를 결코 그냥 두지 않으리라!" 그의 눈에서는 분노의 불길이 솟아 나왔고....자신도 모르게 이가 갈 려 왔다. 과연 인간이 얼마나 잔인해질 수 있는 것인지.....? 그토록 심한 고문을 가했으면서....지혈이나 금창약하나 발라주지 않 고 고통속에서 죽어가도록 했으니....이건 사람을 수백번 죽이는 것보 다 잔인한 행동이였던 것이다. 하지만 현무는 끌어 오르는 분노를 애써 누른 채 우선 그의 입을 벌 려 요상단약을 하나 넣어준 후명문혈에 장심을 대고 진기를 불어넣 기 시작했다. 비록 시급을 다투는 상황이였지만.... 그대로 그를 탈출시키다가는 중간에 그의 명이 끊어질 우려도 있었 고 무엇보다 그 처참한 광경을 추수빈에게 보여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이러한 현무의 노력이 성과가 있었던지..... 잠시후 추천상의 의식이 서서히 돌아오고 있었다. "추부주! 정신이 드십니까?" 현무의 목소리가 들렸는 듯 그는 끄응 하는 신음소리와 함께 힘겹게 눈을 떴다. "누구신....지?" 하지만 그의 목소리는 생기가 하나도 없었고 미약하기 그지 없었다. "저는 현무라 합니다. 바로 추수빈 소저의 부탁을 받고 부주를 구하 러 왔습니다" 그러자 추천상은 그러한 상황에서도 눈을 번쩍 뜨는 것이었다. "아니, 뭐...뭐라고? 빈아의....?" "그렇습니다. 부주께서는 잠시후면 추소저를 볼 수 있을 것입니다" 현무는 그렇게 이야기한 후 그의 수혈을 집었다. 그와 더 이상 이야기할 시간이 없었고...말까지 아껴야할 정도로 그 의 상태는 나빴기 때문이다. 잠시후 현무는 대충이라도 그의 얼굴에 묻은 피를 닦아 낸 후 등에 업었고 자신의 겉옷을 찢어 그의 몸을 단단히 묶었다. 그리고 황급히 입구쪽으로 몸을 날렸다. 다행이 이미 구명줄은 내려와 있었다. '으음! 그래도 다행이 무저갱은 장악한 모양이군...' 경황중에도 이를 다행이 여긴 현무는 곧바로 땅을 박차 신형을 수십 여장 띠워 올린후 늘어뜨린 밧줄을 잡았고....그 곳에서 힘을 받아 다 시 몸을 솟구쳐 올렸다. 그러기를 수차례 반복한 후, 밧줄에 의지해 간단히 기력을 조절한 후, 또 다시 같은 행동을 반복했다. 하지만 무저갱은 정말이지 깊어도 너무 깊었다. 벌써 수십차례 몸을 치솟아 올랐지만 아직 입구까지는 요원했고...공력은 갈수록 딸려 가 는 것 같았다. 그러나 그는 차분히 공력을 조절할 수 없었다. 아쉬운 시간만 연신 흘러가고 있었으며...지금 무저갱 입구에서는 얼마나 악전고투를 하 고 있을 지 짐작이 갔기 때문이였다. 한참의 시간이 더 흘러가고.... 마침내 끝이 없는 길은 없는지 현무는 지상으로 올라올 수 있었다. "아! 현공자님! 성공하셨군요" 겨우 지상으로 올라와 헉헉대던 현무에게 추수빈이 반가운 기색으로 다가왔다. "그렇소! 상황은 어떻소?" 사실 현무의 이러한 물음은 전혀 필요가 없었다. 이미 그의 시선이 주변을 살피고 있었기 때문이였다. 예상처럼 주변에서는 악전고투가 벌어지고 있었다. 마상정과 황지혁이 휘하 무사들을 이끌고 무저갱 주위에 둥그렇게 원진을 형성하며 방어하고 있었고...그들 주위에는 수백명의 무사들 이 이들을 둘러싸고 무자비하게 공격하고 있었는데.... 방어하는 측 무사의 수가 백삼십여명 정도 밖에 없는 것으로 보아 이미 일행중 삼분의 일 정도가 희생된 것 같았다. 이에 현무는 차분히 공력을 조절할 틈도 없이 곧바로 검을 뽑아 허 공으로 몸을 띄우며 크게 소리쳤다. "됬소! 이제 뚫고 나갑시다" 그렇게 이야기한 후 그는 그대로 적진을 향해 쏘아가며 수중의 검을 맹렬한 속도로 휘둘러 갔다. 그의 최대절기인 초극무예중 천지무극검을 위시해서 소림 삼십육절 예중 현천삼검에, 평범한 듯 하면서도 놀라운 위력을 보이는 양의검 법까지 그의 수중으로부터 마치 해일(海溢)처럼 거대한 검의 물결이 집마부 무사들을 향해 몰아쳐 갔다. 이에 집마부 무사들이 우수수 쓸어지며.... 한 순간 현무의 앞 길이 뚫렸다. 그 사이를 현무가 앞장서고 그 뒤를 추수빈과 무영쌍위, 그리고 마 상정과 황지혁이 이끄는 백삼십여명 무사들이 뒤를 이었다. 마치 폭풍과 같은 기세였다. 그 사이에도 현무의 양수(兩手)와 양족(兩足)은 쉬지 않았고...바로 그 뒤를 따른 추수빈의 현란한 검법도 집마부 무사들을 혼란에 빠뜨 리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이들이 모두 포위망을 벗어나는 순간! 계획된 대로 마상정과 목마천의 무사들이 그대로 돌아서며 추적대를 차단했다. "하하, 현대협! 먼저 가시오! 저는 이들과 장난좀 치다가 곧 뒤따라 가겠소!" "단, 일각의 시간만 벌어 주시오! 괜히 과욕을 부리지 말고...." "알았소이다. 어서 가기나 하시오" 마상정이 추적대를 주춤하게 만드는 사이 현무와 일행들은 최대한 경공을 발휘하며 금역을 벗어나기 시작했다. 마침내 목책들이 보였지만.... 현무는 날리던 기세 그대로 적하장을 갈겨 목책을 산산조각 내어 버 렸다. 그로서야 경공으로 목책을 넘는 것이 훨씬 빠르며 공력소모도 적겠 지만 뒤 따라오는 무사들을 생각한 것이다. 이미 집마부 영내에는 비상이 걸린 듯 수많은 무사들이 금역밖에 움 집해 있었는데.... 영문을 모르고 우왕좌왕하고 있던 그들인지라 갑자기 목책을 부수고 성난 사자처럼 달려드는 그들에게 하릴없이 길을 내어 줄 수밖에 없 었다. 사전에 탈출로까지 세밀하게 계획을 세워 두었던 현무일행은 대로를 피한 채 건물들을 이리저리 돌며 한편으로는 추격을 따 돌리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적들이 진로를 차단할 수 없도록 하면서 집마부 영 내를 마구 휘젓어 놓았으며.... 마침내 집마부를 둘러 싼 담장을 넘을 수 있었다. 무맹측과 대혈전을 벌이는 관계로 태반의 무사들이 전쟁에 투입되었 으며....진자량 등 집마부 간부들도 마침 영내에서 오십여리 떨어진 사천분지(四川盆地)의 임시 지휘부에 나가 있지 않았으면 도저히 불 가능한 일이었다. 결국 이렇게하여 무사히 집마부를 탈출한 현무와 추수빈 일행은 황 지혁과 화령방의 무사들이 잠시 퇴로를 막아주는 사이 내킨 김에 십 여리를 더 달렸고....중간에 수차례 방향전환을 함으로써 추격대가 쉽 게 쫓아올 수 없도록 한 후 잠시 발길을 멈추었다. 본래는 계속해서 탈출했어야 옳으나 추천상의 상태가 걱정되어 현무 가 먼저 발길을 멈춘 것이다. "추소저! 혹시 좋은 내상약을 지니고 있소?" 마침내 현무가 등에서 추천상을 내려 놓으며 추수빈에게 물었다. "예, 있긴 있는데....." 갑자기 영단을 찾는 현무의 물음에 추수빈은 기계적으로 대답을 하 였지만...이내 무언가 느낀 듯 굳은 표정으로 현무에게 다가왔다. 그리고 마침내 추천상의 몰골을 본 순간 그녀는 그대로 그 자리에 굳어 버리고 말았다. "아~ 아! 아버지....!" 수년간을 갇혀 지냈기에 필경 그 몰골이 초라할 것으로 각오는 하였 지만 결코 이건 아니였다. 천하를 질타하며 마도계의 황제로 군림하던 부친이 아니던가? 그런데 저 처참한 몰골은 무엇이며...또한 사지는 왜 저렇게 힘이 없 이 늘어져 있다는 말인가.....? 너무나 기가막힌 광경에 미처 그에게 다가가지도 못한 채 망연자실 서 있는 추수빈! 하지만 그녀의 고운 볼에는 하염없이 눈물이 흘러 내리고 있었다. 이 모습을 보고 있던 현무가 다가왔다. "추소저! 고정하시오. 부친께서는 치료를 하면 회복할 것이요 이 원 한은 백배 천배 갚아 주면 될 것이요. 그것보다 어서 영단부터 주시 오! 아직은 안전한 지대가 아니니....어서 빨리 부친께 복용시키고 이 자리를 벗어나야만 하오" 현무는 망연자실해 있는 추수빈을 재촉해 영단을 받아 황급히 추천 상에게 복용시키고 다시금 그의 등에 진기를 주입했다. 다행이 추천상은 무저갱안에서 별로 좋은 것은 아닐지라도 내상약을 복용했고 또 이미 현무로부터 한차례 진기주입을 받았던 터라 이제 추가적인 치료를 받게 되니 어느정도 혈색이 회복되고 있었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했다. 아직 현무의 진기주입이 다 끝나지 않았는데.... 벌써 멀리서 추적대의 기척이 들려오는 것이었다. 비록 황지혁이 막는다 했지만 무수히 쏟아져 나오는 추격대를 모두 막아낼 수 없었고....자신들의 행로가 오히려 왔다 갔다 하는 바람에 재수없이 다른 쪽으로부터의 추격대에게 걸린 모양이었다. 이에 현무는 황급히 추천상의 몸안에 진기를 일주천한 후 추수빈에 게 말을 하였다. "추소저! 아미산으로 먼저 가시오!" "그러면 현공자님께서는....." "어차피 나는 공후산을 들려 가야만 하오! 그러니 일단 저들을 적당 히 무력화 시킨 후 그들을 다른 곳으로 유인하겠소!" 이에 추수빈은 화들짝 놀라며 그에게 한 발 다가섰다. "안됩니다. 어찌 저희들만 살자고....." "허허, 아직껏 나의 무공을 모른단 말이요? 더욱이 일반무공은 어쩔 지 모른다 하더라도 경공만은 자신이 있소! 이는 어떤 경우든 내 몸 하나는 피할 수 있다는 말이요. 그러니 어서 가시오! 시간이 없소! 며칠후 석림에서 만납시다" 이에 추수빈은 여전히 내키지 않았지만 결국 현무의 말을 따를 수밖 에 없었다. 그래서 현무가 치료하는 사이 무영쌍위가 급히 만든 들것에 추천상 을 태운 후 차마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옮겼다. 잠시후 현무는 추적대와 맞닥뜨렸다. "하하, 어서 오너라! 나 천지객 현무가 여기 있노라!" 추수빈을 떠나 보낸 후 비록 극도로 지쳐있는 상태였지만 한편으로 는 홀가분해진 현무는 호탕하게 웃으며 자신의 신분을 밝혔다. 마음놓고 한 번 싸워 보겠다는 뜻인 것이다. "아니, 뭐라고? 네 놈이 바로 천지객 현무란 말이냐?" 현무의 소리에 추격대 중에서 장대한 체구의 중년대한이 튀어 나왔 다. 그런데 그의 기세는 여지껏 볼 수 없었던 위맹한 것이였다. "당신은 누구요?" 그의 기세가 결코 범상치 않은 것을 짐작한 현무가 넌지시 물었다. "하하, 나는 지저혈교의 마극영이다! 그리 않해도 네 놈을 한 번 만 나고 싶었는데 잘 됬다" 이에 현무는내심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는 바로 십마천중 토마천(土魔天)인 지저혈교(地低血敎)의 교주인 마극영이었으니....바로 십마천주중 집마부 방어를 위해 유일하게 잔 류하였던 인물이였던 것이다. 하지만 이 때 현무는 문득 그가 십마천주중 진자량에 의해 포섭되지 않았던 사람이란 걸 생각해 냈다. 그래서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말을 하였다. "아! 바로 토마천주셨구려! 하지만 당신은 이제껏 부주로 모셨던 사람이 바로 파천마 진자량이 였고....정작 부주인 패황 추천상은 그에게 암습을 당해 무저갱에 갇 혀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소?" 그러면서 현무는 그가 이 말을 들으면 깜짝 놀랄 것으로 생각하였 다. 그러나 그는 잠시 눈빛만 흔들렸을 뿐 태연한 표정으로 대답하는 것 이였다. "그게 무슨 씨도 먹히지 않는 술수냐? 부주께서는 지금 사천분지에 서 무맹과 전투를 지휘하고 있거늘....." "내가 무엇 때문에 당신에게 거짓말을 하겠소? 그리고 그렇지 않다 면 집마부의 대공녀인 추수빈이 무엇 때문에 부친을 거역한단 말이 요?" 그러나 마극영은 냉소를 터뜨리며 일갈을 하는 것이였다. "흐흐....! 네 놈이 뭐라 하든 이제 소용이 없다. 모두들 저 자의 말에 현혹되지 말고 일제히 공격해라! 어서빨리 저 자를 물리치고 반도들 을 잡아야 한다" 이러한 그의 태도에서현무는 그 역시 이미 진자량에 포섭되지 않았 을까 하는 의심이 들었다. 전혀 놀라지도 않았으며....황급히 그의 말 을 막으려 하는 것이였다. "네 놈도 이제보니 진자량의 앞잡이였군!" 이에 현무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은 채 그대로 밀려오는 그들을 향 해 맞부딪혀 갔다. "마극영! 네가 용기가 있다면 나와 한 번 통쾌하게 겨뤄보자!" 하지만 마극영은 우세한 상황에서 이미 십마천주중 세명이나 격퇴시 켰고...자신보다 무공이 훨씬 높은 암흑마방의 우문황을 격살한 현무 와 대결을 벌일 생각은 전혀 없었다. "하하, 네가 여기에서 무사히 살아난다면 한 번 고려해 보지!" 마침내 일대 수백명의 대결이 시작되었다. 숫자로는 도저히 상대가 되지 못할 싸움, 그러나 현무는 지친 상태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최대장기인 눈부신 경공을 발휘하며 여기에서 번쩍, 저기에서 번쩍하며 집마부 무사들 을 유린하기 시작했다. 비록 출도한 지 채 일년도 되지 않았지만 무수한 전투을 벌이며 쌓 은 실전경험에 호심지공, 달마현공, 잠영진기 등 하나 하나가 절세의 기공을 익힌 탓에 깨달음에 따라 자연 깊어진 삼갑자에 이르는 내공, 그리고 가장 정대하다는 소림과 고대기예, 초극무예 등이 합하여진 현무의 무위는 가히 신화적이였다. 그들 역시 정예라 하는 집마부 무사들이였고 더욱이 이들중에는 지 저혈교의 고수들이 상당수 끼여 있었지만..... 놀라운 경공에 이은 현무의 절기를 제대로 받아내는 사람이 없었다. 하지만 현무도 인간인지라 차츰 지쳐가기 시작했다. 천여장에 이르는 무저갱을 추천상을 업고 올라온데에 따른 공력소모 도 소모였지만 연이어 추천상에게 진기를 주입하는 바람에 그의 공 력은 거의 바닥을 달리고 있었던 것이다. 본래 그들의 추격을 늦추고 유인하기 위해 벌린 싸움, 더 이상은 불 필요했고...의미도 없는 살생에 지나지 않는 싸움..... 이에 현무는 미련없이 신형을 뽑아 그들의 포위망을 벗어났다. "앗! 저 자가 달아난다. 쫓아라" 현무가 달아나는 것을 보고 집마부 무사들은 일제히 그를 추적해 왔 다. 물론 그들의 경공실력으로 현무를 추격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어불성 설(語不成說)이라할 수 있었다. 하지만 현무는 최소한 그들이 추수빈 일행을 추적하는 것을 저지해 야 했기 때문에 일부러 신형을 늦추었다. '후후! 멍청한 자들 잘도 따라오는 구나!' 현무는 그들이 열심히 쫓아 오는 것을 보고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한참을 더 그들을 이리저리 끌고다닌 후 마침내 경신차풍비술을 전개해 한 야산의 절벽에서 뛰어 내림으로서 간단히 그들의 추적을 따 돌려 버렸다. 번 호 : 8500 게시자 : 윤원중 (re5280 ) 등록일 : 1999-05-18 09:53 제 목 : [연재] 천부외경 100 그의 다음 계획은 바로 목마천과 화마천의 탈출 무사들을 만나 그들 을 데리고 석림으로 퇴각하는 것, 그러나 아직 그 때까지는 시간이 있었던 터라..... 거의 바닥난 자신의 공력도 보충할 겸 행공(行功)이나 할까해서 두 리번 거리며 적당한 장소를 찾아 보았다. 하지만 의외로 그러한 장소는 잘 눈에 띄지 않았다. 따라서 그저 으슥한 곳을 찾아 여기저기 움직이고 있는데..... 갑자기 그의 감각에 강한 살기가 느껴지는 것이었다. '이건 또 무엇이란 말인가?' 그는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이미 모든 추격을 따 돌렸고....지금 집마부는 한참 무맹등과 전투에 정신이 없을 터인데... 이처럼 강렬한 살기라니.... 더욱이 그 기운은 현무가 주춤하는 사이 점차 강해지고 있었는데.... 그의 전후좌우 모든 방위로부터 흘러 나와 마치 질긴 거미줄같이 은 연중 그를 옥죄어 오는 것이었다. "으..음!" 그는 자신도 모르게 침음을 흘렸다. 최악의 상태에서 미처 자신이 감지하지도 못한 사이에 완전 포위당한 해 버렸으니....이건 예감이 너무 좋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무조건 달아날 수도 없는 일, 그는 잠시 기력조절을 한 후 조용한 목소리로 말을 하였다. "누군지 몰라도 나에게 용무가 있으면 모습을 먼저 드러내는 것이 순서 아니겠소?" 비록 조용했고 나직한 음성이였지만 거기에는 공력이 실려 있어 마 치 잔잔한 호수에서 일어나는 파문처럼 순식간에 숲 전체로 퍼져 나 갔다. "의외로 담대하군.....! 그대가 바로 천지객 현무란 자인가?" 그의 전방으로부터 흘러나오는 목소리, 그러나 현무는 오히려 시선을 돌려 하늘을 바라봄으로써 대답을 대 신했다. "후후, 상대하지 않겠다는 것인가?" "난 얼굴이 없는 사람과는 대화하지 않소!" 이에 전방의 숲속에서 커다란 웃음소리가 들려오더니 마침내 그곳으 로부터 황금면구를 쓴 흑의인이 걸어 나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와 거의 동시에 현무의 사방에서 수십명의 흑의인들이 출 현하였는데....그들중 대부분은 복면을 하고 있었으나 일부는 은빛과 청색 면구를 쓰고 있었다. 순간 현무의 시선에 짙은 의혹이 서렸다. 그들의 면모가 바로 동정호에서 자신들을 공격했던 자들과 흡사했기 때문이였다. 문득 그 사건이후 그들의 정체를 두고 남궁하가 신비각이라 추측하 던 것이 생각났다. 그래서 짐짓 커다랗게 웃으면서 말을 하였다. "하하하, 그대들이 바로 신비각인가 하는 비밀조직의 일원이구나! 그 런데 뭐가 그리 무서워 백주대낮에 얼굴들을 가리고 다닌단 말인 가?" 그러자 황금면구인은 눈빛을 기이하게 빛냈다. "내 너의 이름이 무림을 울리고있어....한갓 헛소문으로만 생각했더 니 그래도 한가닥은 하는 모양이구나 하지만 결과는 변함이 없다. 아니...네가 우리의 정체를 알고 있기에 더욱 확실해 졌다고 할 수도 있겠군" 그러면서 그는 한쪽 손을 들었다. 그리고 그의 그러한 행동이 신호이기라도 하는 듯 현무를 포위하고 있던 흑의인들이 일제히 병장기를 꺼내며 현무를 향해 다가오는 것 이였다. 이를 보고 있던 현무도 검을 뽑았다. 동정호에서 경험으로 보아 한바탕 악전고투는 면하기 힘들겠다는 생 각이 든 것이다. 그러면서도 그는 한 마디 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비열한 자들! 얼굴도 없는 자들이 이제는 떼거리로 몰려 드는구 나!" 이에 황금면구인이 비릿하게 웃었다. "흐흐, 헛된 심기는 버려라. 나도 너와 한 번 겨뤄보고 싶다만....아깝 게도 시간이 없구나!" 그의 말이 끝남과 거의 동시에 흑의인들의 공격이 시작되었다. 거의 삼십여명에 이르는 흑의인들, 그들은 현무를 완전 포위한 채 그의 주변을 빙글빙글 선회하고 있었 으며... 마치 빙글빙글 도는 풍차속에서 갑자기 톱날이 튀어 나오는 듯 각각 한 명씩의 면구인들이 포함된 5인이 일개조가 되어 현무에게 날카로 운 공격을 퍼 붓는 것이였다. 전후좌우(前後左右) 사방과 허공을 통해 일제히 짓쳐 들어오는 날카 로운 검의 그물! 특히 그들은 현무가 피할 수 있는 모든 방위를 사전 점하고 있었으 며 서로의 공격과 공격이 절묘하게 연결되어 어느 한 두 개만 막다 보면 자연 현무는 나머지 공세에 격중당하게 되어 있는데다.... 검이 채 밀려들기 전에 주위의 기류가 요동을 칠 정도로 놀라운 위 력까지 지니고 있었다. 이에 전혀 방심할 수 없었던 현무는 처음부터 바로 자신의 최대 절 기인 천지무극검법을 전개했다. 현천삼검이 주로 공격위주의 검법이라면 천지무극검은 공격과 수비 를 겸하고 있었을 뿐만아니라 이미 자신의 몸 상태를 잘 았고 있었 던 현무는 최대한 속전속결을 하기로 마음먹었기 때문이다. "하늘과 땅은 끝이 없나니.... 오직 검극만이 이를 메운다!" 매서운 기세로 밀려드는 검망(劍網)에 현무는 전혀 주늑이 들지 않 고 곧바로 이들을 향해 어지럽게 검을 휘둘렀다. 그러자 그의 검에서는 새하얗게 빛나는무수한 검극(劍極)들이 생성 되더니 곧장 사방으로 뻗어나가는 것이였다. (번쩍!) "파파박!" 순간 검망과 검극이 충돌하는 부분에서는 눈부신 빛이 생성되었고, 마치 폭죽놀이라도 하는 듯 불꽃이 튀어 올랐다. 그 것도 잠시 새하얗게 빛나던 빛나는 검극들이 마치 검망을 갈기갈 기 찢어 버리는 듯 하면서 이를 뚫고 나가는 것이였다. 이 때 현무는 가슴을 압박해 오는 무거운 압력에 가슴이 터져 버릴 듯 하였지만, 이처럼 자신의 검이 적들을 압도하는 것을 보자 한 발 을 크게 내 딛으면서 공력을 배가시켰다. 그러자 마침 장애물이던 검망을 뚫어 버린 검극들이 파르스름한 광 채를 토해내면서 마치 고무줄처럼 단숨에 일장여 범위로 늘어나더니 마침 주춤거리던 두명의 흑의인들의 가슴을 뚫어 버리는 것이었다. "으헉!" "컥!" 폐부를 쥐어 짜는 듯한 외마디 비명소리와 함께 두명의 흑의인이 그 자리에 쓰러져 버렸다. 이에 현무는 자신의 공격이 성공했음을 알고 내킨 김에 곧바로 검을 좌측으로 돌리며 바로 단거리에서는 가장 큰 위력을 보인다는 현천 삼검으로 전환시켰다. 하지만 검을 전환시키는 그 짧은 기간, 그곳에서는 당초의 흑의인들 이 빠져 나가고 대신하여 다른 흑의인들이 공격해 오는 것이였다. 현무의 주위로 다시 형성된 날카로운 검망! 이에 현무는 부득불 검세를 돌려 좌에서 우로 커다란 반월형으로 크 게 휘두르며 몸을 솟구쳤다. 공격을 계속하면 물론 그들이 형성한 검망의 좌측을 찢고 그들중 다 시 한두명의 인원을 쓰러뜨릴 수 있었지만 다른 방위에서 짓쳐들어 오는 검들을 막을 시간이 없었기 때문이였다. 이러한 현무의 임기응변은 곧바로 효과를 발휘해 그를 압박해 오던 검망이 좌에서 우로 크게 갈라졌고, 바로 그 틈을 이용해 현무는 허 공으로 몸을 솟구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현무의 몸 놀림은 곧바로 허공으로부터 밀고 내려오 는 은빛 면구인과 정면충돌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었다. 이에 현무는 검을 잡지 않는 좌수로 적하장을 전개해 그를 날려 버 리려 하였다. 이러한 현무의 공세에는 은빛면구인도 당황할 수밖에 없었으니...현 무의 검에 의해 한 쪽으로 치우쳐진 검을 회수하기엔 그와 현무와의 간격이 너무 좁았던 것이다. 그러나 동정호에서 자신들을 거의 생사지간까지 몰아 넣었던 무리들 을 이끌던 인물과 같은 지위에 있을 것으로 추측되던 그가 그렇게 쉽게 당할 리 없었다. 그 역시 그 짧은 순간 좌수를 이용해 마주 장풍을 내 갈긴 것이다. 하지만 그가 장풍을 쳐 내었을 때는 이미 현무의 적하장이 코 앞에 까지 이르러 있었고....마침내 이들 양 기류는 펑!하는 소리와 함께 격돌하였지만 받는 충격만은 조금 간격이 있는 현무에 비해 훨씬 심 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그는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피를 쏟으며 허공으로 다시 일이장 튕겨 나갔고.... 현무 역시 그 반탄력으로 올라가던 기세에세 급격히 추락하는 형세 가 되었다. 그런데 바로 그의 발 밑에서는 나머지 사인의 검이 그를 향해 밀려 오고 있었으니 이는 그야말로 절대절명의 위기라 할 수 있었다. "우훗!" 너무나 다급한 상황에 현무는 급히 헛바람을 들이키면서 거의 감각 적으로 전신에 경신차풍비술을 운용했다. 마치 그의 몸을 갈기갈기 찢어버릴 듯 밀려오는 네 개의 검, 그러나 그 네 개의 검이 막 현무의 피부에 닿은 순간 현무는 그 검 들이 일으키는 경기를 타고 다시 허공으로 삼사장 솟구쳐 올랐다. 그러는 과정에서 현무는 다시 허공에서 추락하는 은빛면구인과 마주 치게 되었는데...이번에는 이러한 상황을 짐작한 현무가 유운신법을 운용, 우측으로 비스듬히 진행경로를 변화시키면서 서로간 스쳐가는 그 짧은 시간을 이용해 검을 쥐지 않는 좌수가 눈부신 속도로 그의 몸을 가격하는 것이였다. 아마 현무와 충돌과정에서 내상을 입어 미처 이를 수습하지 못하던 은빛면구인은 현무의 백팔나한금나수에 그만 다시한번 피를 쏟으며 땅에 박히고 말았다. 그러는 사이 현무는 그대로 좌측으로 이동하면서 땅에 무사히 내려 설 수 있었다. 그러나 은빛면구인과의 근접격돌과 연이은 무리한 공력운행에 현무 역시 무사할 수 없었으니, 자신도 모르게 그의 입가에서는 두 줄기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던 것이다. 더욱이 이렇게 현무가 공중에서 곡예를 부리고 있는 것을 적들이 가 만히 지켜 볼 리 없었다. 비록 극히 짧은 순간에 불과했지만 그들은 어느새 현무를 향해 포위 망을 형성하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이에 현무는 무척 다급한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현재 상태로 그들의 포위망에 갇힌다면 도저히 희망이 없었 던 것이다. 그래서 그는 미처 기력조절을 할 틈도 없이 곧바로 금강부동신법을 전개해 아직 채 포위망이 구축되지 못한 좌측으로 번개처럼 몸을 이 동해 갔다. 미처 상황이 어찌 돌아가는지 파악할 틈도 없이 은빛면구인을 포함 세명의 흑의인들이 쓰러져 버렸고....다시 그를 포위하고 있는 사이에 마치 허깨비처럼 포위망을 빠져 나간 현무가 맹렬한 속도로 도주하 고 있었으니 이에 흑의인들도 순간적으로 멍 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곧바로 그들은 황금면구인을 필두로 현무를 추 격해 오는 것이였다. "쫓아라! 무슨 일이 있어도 그를 놓여서는 안된다!" 특히 그들중 황금면구인은 거의 현무와 비등할 눈부신 속도로 가장 앞서 현무를 추격해 왔다. 이에 현무는 연거푸 서너차례나 금강부동신법을 전개하며 그들의 추 격을 따 돌리려 했다. 그의 금강부동신법은 가히 전설적 신법이라 할 수 있었다. 마치 쏘아진 화살처럼 일직선을 그으며 추격해 오던 황금면구인이였 지만, 현무는 점차 그와의 간격을 벌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러던 어느 순간, 현무는 더 이상 진기가 이어지지 않음을 느꼈다. 그리 않아도 고갈지경에 처해 있던 그의 진기가 전혀 쉴 틈도 없이 연이어 무리하게 운용하는 바람에 마침내 모두 고갈되고 만 것이다. '아뿔싸!' 현무의 눈은 순간 다급함과 절망감으로 깊게 물들었다. 흑의인들은 점차 현무와의 간격을 좁혀오고 있었고....정작 진기는 이 어지지 않으니....그야말로 숨이 그대로 넘어갈 지경이었다. '안돼! 이럴순 없어!' 현무는 혀를 강하게 깨물었다. 순간 입안으로 번지는 비릿한 피 내음....! 하지만 현무는 그 충격으로 잠시 단전에 진기가 고이고 있음을 느꼈 다. 생명을 유지시키는 체내의 정기(精氣)와 잠력의 일부가 공력으로 화해 단전에 들어온 것이다. 그러나 이는 곧 그의 생명의 일부를 갈가 먹는 것과 같았다. 더욱이 그 사이 어느새 흑의인들은 다시 그를 포위해 버렸으니.... 현무는 다시 도주할 생각을 못한 채 오직 잠깐동안만이라도 공력을 다시 모으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벌이고 있었다. 다시 그를 포위하는데 성공한 황금면구인은 현무의 안색과 입가에 흘러내린 피를 보고 그의 상태를 짐작한 모양이었다. "진정 놀라운 초식운용이고....놀라운 경공이로다! 하지만 이미 너에게는 다른 기회가 없다. 잘못이라면 오직 존(尊)께 잘못 보인 죄지.....!" 그의 알 듯 모를 듯 이야기를 마지막으로 다시 그들의 공격이 시작 되었다. 한 번 그에게 당한 적이 있는지라 아예 이번에는 황금면구인을 필두 로 삼십여명 전 인원이 무차별 공격하는 것이였다. 이에 현무는 간신히 끌어 모은 미약한 진기와 초극무예중 경신차풍 비술로서 간간히 버티고 있었으나 이미 그의 몸은 여기저기 부상과 흘러나온 피로 인해 처참지경이었 다. 특히 황금면구인의 무공은 현무가 제대로 공력을 운용한다할 지라도 쉽사리 상대하기 힘들 정도로 강한 것이였는데.... 너무나 빠른 그의 공격에 현무의 경신차풍비술은 미처 제 위력을 발 휘하지 못하고 겨우 현무가 치명상을 입는 것을 방지하는 정도에 그 치는 것이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무는 참으로 끈질기게 버티어 가고 있 었다. 한 번의 공격으로 진기가 마르면 잠시 경신차풍비술로써 버티 며 조금씩 진기를 모았고, 기회가 보이는대로 다시 무공을 전개해 적을 격상시킨후 다시 그들 의 공격에 허공으로 이리저리 솟구치며 버티어 나가는 것이였다. 그러한 지경이니 만일 그에게 초극무예가 없었고... 이 초극무예라는 것이 공력과 무관한 정신력에 의해 전개되는 것이 아니였다면 그는 이미 죽어도 수십번은 죽었을 것이다. 이에 흑의인들은 물론이고 황금면구인 역시 질릴 수밖에 없었다. 세상에 괴이한 인물이 많다지만 현무처럼 끈질긴 사람을 처음 대했 고, 배교의 법술처럼 희안한 무공이 많다지만 현무의 무공처럼 기이 한 무공은 처음본 것이다. "으으...지독한 놈! 그러고서 아직 버틸 힘이 남았다니......." 그러나 본시 인간의 체력이나 잠력에는 한계가 있는 법, 마침내 한 시진 가까이 버티던 현무는 아무리 노력해도 더 이상 단 전에 진기가 고이지 않았고 피를 너무 많이 흘려서 인지 정신마저 가물가물해 지기 시작했다. (아...아! 여기가 끝인가?) 현무는 자신이 더 이상 버틸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리고 이미 자신이 죽음, 그 한없는 어둠속에 이미 한 발을 내딛고 있다는 사실 을 깨달았다. 순간 그의 뇌리속으로 무수한 영상들이 스치고 지나갔다. 기억할 수 없는 머언 어릴적 과거부터....최근에 이르기까지...... 이미 그의 의식은 현실세계를 떠나고 있었다. 날카롭게 밀려오는 적들의 공세도....사납게 호통치는 적들의 고함소 리도 이미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그저 본능적으로 아직 풀지 않고 있던 경신차풍비술에 의해 마치 공 놀이를 하는 공처럼 불규칙하게 허공으로 오르락 내리락 하고 있을 뿐, 그러다 결국 그의 의식이 완전 사라지는 날 그는 적들의 공세에 마 치 걸레처럼 찢겨지며 생을 마감하게 될 것이었다. 번 호 : 8501 게시자 : 윤원중 (re5280 ) 등록일 : 1999-05-18 09:54 제 목 : [연재] 천부외경 101 그런데 어느 순간! 현무는 갑자기 외부로부터 거대한 통증을 느끼게 되었고 그로 인해 순간적으로 나마 의식을 되찾을 수 있었다. "으헉!" 갑자기 밀려드는 통증에 그는 두 눈을 번쩍 떴다. 웬일인지 적들의 공세는 사라져 있었고, 그의 몸은 땅에 쳐 박혀 있 었다. '으음! 이게 웬 일이지? 모두들 어디 갔나?' 극한 상황에서도 그는 의혹을 느꼈다. 하지만 그의 귓전에는 여전히 어지러이 울리는 고함소리와 병장기가 부딪치는 소리들이 들려오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 소란스런 소리 가운데에서도 유독 현무의 귀에 익은 목소 리가 있었다. "현아우! 정신 차려라! 이 무유가 왔다" '아! 무유형.....!' 현무는 반사적으로 무유를 부르며 고개를 돌려 보았다. 그러나 그의 목소리는 그저 중얼거림에 불과했고, 그의 시야에는 그 저 어지럽게 왔다갔다 하는무수한 인영들만 보일 뿐이었다. 그리고 그 것이 끝이었다. 그의 의지에도 한계가 있는 듯 마침내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혼절 하고 만 것이다. 멀리서 이러한 현무의 모습을 보고 있던 무유는 진정 안타깝기 그지 없었다. 멀리서 보기에도 온 몸이 만시창이간 된 현무가 정신을 차리는 듯하 더니 다시 고개를 떨꾸고 말았으니..... 그의 생사가 걱정된 것이다. "이놈들아! 비켜라" 무유는 마치 발악이라도 하듯 검을 마구 휘 저으며 거센 공격을 전 개했다. 천년 소림의 저력을 말해 주는 듯 무수히 쏟아지는 기공절학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흑의인들의 공세를 뚫을 수가 없었 다. 단순 흑의인들이라할 지라도 이미 검흔의 경지에 이른 듯 했고... 구리빛 면구를 쓴 인물들이 자신과 비슷한 무공수위, 그리고 은빛 면구인들은 오히려 자신을 능가하는 것 같았다. "으으, 도대체 어디에서 이와같은 고수들이 무더기로 나타났다는 말 인가?" 마음은 다급한데 흑의인들의 포위망은 견고하기만 했고....오히려 쓰 러지는 것은 주로 자신이 선발해 데리고 온 유운회의 인물들이었다. 이에 무유는 결국 최후의 수단을 선택하기로 했다. 한낱 노파심으로 치부하며 당초 가지고 오기를 거부했던 남궁하와 당문의 합작품! 그는 체내의 기력을 모조리 격발시키며, 자신의 최대절기인 달마혜 검을 일제히 쏟아 내었다. 제1초식 복마지검에 이어 제2초식 항마지검이 연이어 터져 나왔고 마침내 제3초식인 원월만공까지 그대로 폭풍처럼 일어나 흑의인들을 행해 밀려 들었다. 이에 흑의인들도 주춤거렸다. 아무리 그들의 실력이 뛰어나다 할 지라도 달마성승이 창안한 달마 혜검이 연이어 터지자 당황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바로 그 순간을 이용해 무유의 호통소리가 터져 나왔다. "모두들 연무탄(煙霧彈)을 터뜨려라!" 이에 마침 무유의 발악적인 공세로 인해 역시 잠시 여유를 찾은 유 운회의 무사들이 일제히 품속에서 어린아이 주먹만한 둥그스름한 물 체를 꺼내 흑의인들을 향해 내 던지는 것이었다. "으흑! 이게 무어냐?" 갑작스럽게 자신들을 향해 날라오는 물체에 흑의인들 일부는 기겁하 며 몸을 피했고, 일부는 병기를 들어 이를 막아 갔다. 그러자 평! 펑! 펑! 하며 그 물체들은 일제히 터져 버렸는데.... 그 속에서는 짙은 연무들이 급격히 피어 올랐고, 거의 순간적으로 반경 수십여장 범위를 자욱한 연무로 가득 채우는 것이었다. 이에 무유는 현무가 쓰러진 방향으로 몸을 날리며, 다시 소리 쳤다. "자 이제는 비침탄을 던져라! 단 정방위(正方位)는 비워두라!" 이미 모든 시야는 가리워 졌기에 자욱한 연무속에서 일제히 함성을 지르는 유운회 무사들의 소리만 들려왔고, 잠시후 연무속에서 번쩍거리는 섬광과 폭발음이 들리더니....비명소리 가 뒤를 이었다. 필경 비침탄이라는 그 물체가 터졌고...이로 인해 흑의인들 일부가 부상당한 것 같았다. 그리고 그 혼란속에서 무유는 곧바로 현무를 잡아 허리에 끼어 찰 수 있었다. 사전에 이를 계획하고 그와의 거리와 방위를 정확히 계산해 두었던 무유였기에가능한 일이였다. 다행이 현무의 맥은 아직 살아 있었고, 단지 혼절한 것 같았다. 현무를 붙잡은 채 무유는 다시 허공으로 몸을 날렸다. "자! 이제 퇴각한다. 목표는 당초 우리가 집결했던 곳! 모두들 나머 지 연무탄과 비침탄, 그리고 굉열탄을 사용해 일제히 사방으로 비산 (飛散)하라!" 그러자 자욱한 연무속에서 유운회 무사들에게서 일어나는 듯 한 공 기마찰음이 분분히 들려오기 시작했다. 이 때 천지를 찌렁찌렁 울리는 듯한 노호소리가 들려왔다. "추적하라! 단 한 명도 놓여서는 안된다!" 필경 황금면구인의 호통소리일 것이다. 그리고 그 순간 장내에는 마치 모든 것을 날려버릴 듯한 굉포한 바 람이 일어났고 순간적으로 연무가 흩어져 사방을 향해 달아나는 신 형들이 시야에 드러났다. 그러나 그 때, 다시금 그들이 던져내는 검은 물체들이 있었고, 이들 이 폭발하며 마구 쏟아낸 연무들이며 암기들이 다시 흑의인들을 혼 란속으로 몰아 넣었다. "으으..! 도대체 이런 기괴한 물건들이 다 무어란 말이냐!" 불가피하게 시야가 온통 가려진 채 자신을 향해 무수히 밀려드는 비 침들을 튕겨낼 수밖에 없던 황금면구인이 당혹스러운 탄성을 터뜨릴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잠시후, 사방에서 쏟아지던 암기공세는 사라졌지만, 여전히 연무들은 자욱한 채 시야를 가리고 있었다. 마침 그 곳은 움푹 들어간 계곡지형인지라 연무가 쉽게 흩어지지 않 는 탓이었다. "모두들 장풍으로 연무를 제거하라!" 다시 황금면구인의 호통소리가 터져 나오고 그러자 이십여명이 일제 히 전개한 장풍으로 인해 장내에는 온통 어지러운 바람이 불기 시작 했고 곧이어 연무는 서서히 옅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이미 계곡안에는 그들과 서너명의 유운회 무사들의 시체만 있을 뿐 나머지는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린 후였다. 더욱이 그들은 일제히 사방으로 흩어져 나갔기 때문에 이들은 과연 어느 방향으로 추격을 해야할 지 알 수 없었다. 결국 길길이 날뛰는 황금면구인의 독촉으로 이들은 일제히 사방으로 흩어져 무유와 유운회 인물들의 종적을 찾아 보았지만, 유운회 무사 들 역시 고르고 고른 정예무사들인지라 그 짧은 사이 쉽게 추격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나 있었다. 단지 이들 중 황금면구인과 한 명의 은빛면구인만이 천여장 정도를 추적하여 단지 도주하는 유운회 무사 두명을 격살시켰을 뿐.... 결국 그들은 추격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휴우! 별 수 없지, 존주의 문책이 걱정이 되나....그렇다고 사방에 무 수히 깔린 무맹과 집마부 인물들에게 섣불리 정체를 드러낼 수도 없 고......" 어쩐지 허탈해 보이는 황금면구인의 탄식소리만 허공중에 울려 퍼졌 을 뿐이였다. 무맹과 유씨세가, 그리고 집마부가 맞붙은 정사대회전은 마침내 극 을 향해 치닫고 있었다. 당초 승승장구하던 무맹측은 공후산 깊숙히 자리한 흑천음월지동의 전투에서 번번히 패해 많은 전력상의 피해를 보았고.... 마침내 유선이 경고하던 한달기간이 거의 경과되는 다급함에 태반의 전력을 이에 투입하는 승부수를 띄웠고 이에 맞서 집마부도 남아 있 던 마지막 전력을 이곳에 투입하였던 것이다. 그리하여 전개된 최후의 격돌! 여기에는 개개인 무공의 고하도 절묘한 병법도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그저 만인이 개개인으로 흩어져 눈앞에 보이는 것은 무조건 베지 않 으면 자신이 죽는다는 공황심리에 싸여 거대한 백병전이 전개될 수 밖에 없었으니..... 시체가 쌓여 산을 이루고 피가 흘러 하나의 계곡을 이루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집마부는 뒤로 밀릴 수밖에 없었고.... 추천상을 가장한 진자량과 진천악이 북궁소와 유천학, 그리고 어부 차림의 한 노인의 협공에 의해 쓰러짐으로 인해 집마부는 그대로 걷 잡을 수 없이 와해되고 있었다. 이미 전의를 상실한 집마부의 무사들은 진자량과 진천악의 죽음으로 혼비백산 사방으로 흩어져 달아나고....악에 바친 무맹측의 무사들이 이들을 추적하여 무참히 살해하는 아비규환의 참상이 계속되면서 마침내 정사대회전은 급격히 종결로 향해 치닫고 있었다. 하지만 무맹과 유씨세가 연합세력의 지휘부는 아직 할 일이 남아 있 었다. 바로 전설적 마물인 흑천마왕의 부활을 저지하고 영원히 파괴해 버 리는 일이 바로 그것이었다. 따라서 그들은 목불인견의 참화를 뒤로 한 채 흑천음월지동으로 접 어 들었다. 마기가 물씬 물씬 풍겨나오고 사이한 기운이 감도는 흑천음월지동, 하지만 북궁소나 유천학등은 진자량과 진천악, 그리고 공포스럽던 활강시 등 저항세력이 모두 제거되었기에 그리 걱정스럽지 않았고 단지 마지막을 확실히 해야 한다는 마음 뿐이었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 동굴 안쪽으로부터 "끄까까까~"하는 공포스러운 괴성이 들려오더니 이어 피가 얼어붙을 정도로 공포스러운 비명소리가 이어지는 것이였 다. 이에 북궁소 등은 흠칫하며 자리에 멈추어 섰다. 그 괴성은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기괴한 것이였고 비명소리는 너무 공포스러웠기 때문 이다. "이거 너무 늦은 것은 아닌가?" 유천학이 걱정 가득찬 표정으로 북궁소 옆으로 다가왔다. 이에 북궁소의 얼굴에도 불안한 기색이 감돌았으나 그는 애써 이러 한 표정을 감추고 짐짓 고개를 크게 저었다. "그럴 리가 있나? 분명 우리의 정보망에 잡히기로는 그 괴물을 깨우 기에는 몇일 정도 더 필요하다지 않았나" "그렇긴 하지만 저 괴성과 비명소리는 또 무어란 말인가?" 그러나 이러한 유천학의 물음에 대답할 시간도 없이 순간 동굴내부 로부터 놀랄만한 속도로 한 인영이 뛰어 나오는 것이였다. "어딜 감히!" 이를 본 북궁소가 인상을 찌뿌리며 재빠르게 장력을 날렸다. 가히 천하제일고수다운 재빠른 임기응변이었고 부지불식간에 날린 장법이였지만 마치 번개가 치듯 놀라운 위력으로 동굴속에서 튀어나 온 인영을 그대로 가격해 버리는 것이었다. 이에 그 인영은 입으로부터 핏줄기를 뿜어내며 그대로 한쪽 동굴벽 에 가서 거세게 부딪쳤다. "쿵!" 얼마나 거센 충격이었는지 동굴벽이 흔들리는 것 같았다. 북궁소 등이 급하게 그에게 다가갔다. 하지만 그의 모습을 살펴본 그들의 입에서는 저도 모르게 경악스런 탄성이 터져 나오고 있었다. "아니, 이...이럴 수..가?" 그는 그들도 알고 있던 중원마교의 전대 장로인 지무괴란 자로서 십 여년전 천하무림련과 쟁투시 죽었다고 알려진 인물이였는데....그 사 실보다 중인들을 경악스럽게 만드는 것은 그의 몰골이였다. 마치 거대한 괴물에 의해 통채로 뽑혀진 듯 양팔이 처참하게 뜯겨진 상태였고....가슴으로부터 허벅지에 이르기까지 살점이 뭉퉁하게 떨어 져 나가 내장이 다 보일 정도로 그야말로 목불인견의 모습이였던 것 이다. "왝! 왝!" 따라왔던 일행중 일부는 도저히 못참겠다는 듯 구역질까지 하고 있 었다. 바로 그 때 지무괴의 입이 딸삭 거렸다. 이를 본 북궁소가 커다랗게 호통을 질렀다. "모두들 조용히 하라! 이 자가 무슨 말을 하려한다!" 그러면서 그는 황급히 그에게 다가가 그의 명문혈에 장심을 대고 일 부 진기를 흘러 넣었다. 그러자 그의 입에서는 미약하게나마 알아들을 수 있는 소리가 흘러 나왔다. "흐...흑천....이.....미....쳤....다.....으...으..모두...피...해.... .... 아...무....도....막...을.....수......" 비록 떠듬거리는 말이나마 입에서는 흘러나오고 있었지만, 이미 그 의 눈은 죽음과 거대한 공포로 인해 백태만을 보이며, 죽어가고 있 었다. 이에 유천학이 답답한 듯 그의 몸을 흔들어 댔다. "확실히 말을 해봐라! 흑천마왕이 깨어났다는 말인가? 그런데 왜 그 가 미쳤단 말이냐?" 워낙 커다란 소리인지라 동굴벽을 찌렁찌렁 울렸고...이에 진무괴도 미약하게나마 정신이 도는 듯 눈에 까만 눈동자가 돌아왔다. "으...속...성으...로....깨우...다...가...그... 으....이제....아 무도....막....을.... 수....." 그러다가 마침내 그의 고개는 힘없이 꺽이고 말았다. 번 호 : 8505 게시자 : 윤원중 (re5280 ) 등록일 : 1999-05-19 09:13 제 목 : [연재] 천부외경 102 그에게 진기를 주입하던 북궁소나 그를 잡아 흔들던 유천학의 손길 이 힘없이 그에게서 떨어져 나왔다. 흑천마왕의 그 공포스러운 전설이 마침내 실현되고 만 것이다. 그것 도 통제마저 불가능한 상태로..... 이 때 다시금 그 기괴한 소리가 들려왔는데 그 소리는 조금전의 소 리보다 훨씬 컸고 분노의 감정이 섞여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바로 이를 뒤 이어 무언가를 부수는 듯한 소리와 동굴전체를 울리는 충격 음이 이어졌다. 아마 진무괴가 도망나오면서 무슨 기관같은 것으로 흑천마왕을 가두 었는데....흑천마왕이 분노해 그것들을 마구 부시는 것 같았다. 이에 북궁소는 무언가를 결심한 듯 눈빛을 빛내더니 품속에서 어른 주먹만한 까만 구슬을 하나 꺼내며 말을 하는 것이었다. "모두들 신속히 퇴각하라! 동굴을 함몰시키겠다!" 이를 보고 있던 북궁소가 그의 손에 든 구슬을 바라보며 외쳤다. "그건 바로 굉열탄이 아닌가? 하나로서 바로 반경 이십여장을 초토 화시킬 수 있다는.....?" 그러자 북궁소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였다. "그렇네! 이미 사천당문에서도 그 제조비법이 단절되었다 알려진 굉 열탄이 맞네! 우연히 입수하여 혹시나 하는 심정으로 가져왔는데.... 결국 이걸 사용하게 될 줄이야..... 자네는 어서 빨리 수하들을 데리고 이곳을 빠져 나가게! 내 곧 뒤를 따를테니....." 이미 그 방법밖에 없다는 것을 인식한 유천학이 망설이는 수하들을 데리고 신속하게 동굴을 빠져 나갔다. 이에 혼자 남게된 북궁소의 입에서 약간은 허탈스런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허허, 이것으로 나의 비밀무기중 하나가 사라지게 되었군! 하지만 과연 이것으로 저 괴물을 막을 수 있을 것인지........?" 그러면서 그는 더 이상 망설이지 않고 손에 들고 있던 굉열탄을 동 굴 깊숙히 던져 버렸으며....그와 동시에 그의 신형은 그 자리에서 사 라져 버렸다. 바로 천하에서 가장 빠르다는 북궁가의 전광신법이었던 것이다. "쾨콰콰콰...쾅!" 지축을 울리는 거대한 폭음소리와 함께 흑천음월지동은 통채로 무너 져 내렸다. 바로 중원마교 최후의 전설을 품은 채 천여년 동안 건재했던 견고했 던 동굴이었지만 결국 한 알의 굉열탄에 힘없이 무너져 내린 것이 다. 역시 천여년만에 겨우 깨어난 흑천마왕과 함께...... 이를 묵묵히 지켜보던 북궁소의 입이 열렸다. "제갈군사! 흑천마왕이 저 붕괴를 뚫고 나올 확률은 얼마나 되는거 요?" "전설이 말하는 내용이 그대로 사실이라면.....약 육할정도이고, 전설 이 과장된 경우 삼에서 사할정도일 것입니다." 이에 그의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깜짝놀랐다. 지하 수백장아래 생매장되어 버린 흑천마왕이 이를 뚫고 나올 수 있 다는 것이다. 하지만 북궁소는 이를 예상했다는 듯 전혀 놀라지 않았다. "그렇다면 이에 대한 대비는.....?" "있다면 단 하나 대천강마라진을 설치하는 것인데.....이를 설치할 수 있는 만박천옹 오천우선배가 십여년내 소식이 끊긴 상황이라....." "그는 아마 찾기 힘들 것이오!" "예? 그것이 무슨 말씀이신지....?" 그러나 북궁소는 이에 대한 답변을 회피하였다. "그것 말고 다른 방법은....?" "천문금쇄진이라는 절진이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그가 수백장 지하 를 뚫고 나올 정도라면....겨우 한, 두달 정도 버틸 수 있을 뿐...." 그의 입에서는 자신도 모르게 침음이 흘러 나왔다. "으음, 그렇다면 오직 그가 뚫고 나오지 못할 것만을 바랄 뿐이군!" 그러나 그것도 잠시, 그는 곧 평상시 신색으로 회복하며 다시 제갈 후상에게 묻는 것이었다. "지금 집마부에는 누가 있소?" "예, 지저혈교의 마극영이 지키고 있습니다" "이제 더 이상 피는 보기 싫소! 그대가 알아서 그들을 해산시키고... 집마부를 접수하도록 하시오. 그리고 이 곳에 천문금쇄진을 설치하 는 것도 잊지 말고...." "그렇다면 맹주께서는......?" "난 우선 유가주와 함께 목이나 축여야 하겠소!" 이에 제갈후상은 필경 그들이 향후 무림정세에 대한 중요한 이야기 들을 나눌 것으로 짐작하였다. 그러나 고개 숙여 보이지 않는 그의 입가에는 야릇한 미소가 어리고 있었으니.....그 미소를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마침내 무맹과 유씨세가 연합세력의 승리로 끝난 정사대회전! 이에 백도무림에 적을 두고 있던 강호인들은 이를 크게 반기며 기뻐 하였지만 반면에 흑도무림은 지리멸멸 대부분의 조직들이 와해되어 버렸으며, 겨우 목숨을 보존한 사람들은 뿔뿔이 흩어져 깊은 산중으로 도피하 거나 다른 신분으로 변장하여 강호 곳곳에 스며 들었다. 사람들은 이제 다시 강호에 평화가 찾아올 것으로 기대하였다. 이번 정사대회전에서 흘린 피가 크면 클수록 이에 상응하는 더욱 큰 평화가 오리라고...... 하지만 이러한 사람들의 기대는 단 사흘을 가지 못해 무참히 깨어 지고 말았으니....... 뜻있는 사람들이 그토록 우려하던 막북과 동영의 해외이세(海外二 勢)가 마침내 집마부가 괴멸되고 무맹마저 전력의 태반이 상실된 틈 을 타 일제히 북남의 양쪽 끝에서 밀고 내려온 것이다. 바로 무맹과 집마부가 최후의 결전을 하던 바로 그 날로부터 정확히 삼일이 경과한 날이었다. 바로 그 날 혼천제후 찰목아가 이끄는 막북무림련은 기마단 5천을 앞세운 채 가곡관(嘉 關)과 옥문관(玉門關)을 넘어 감숙성으로 밀 고 들어 왔으며,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그 다음날 단혼낙일도 성전무웅이 이끄는 200여 선단(船團)은 복건성의 하문(廈門)에 상륙하였던 것이다. 이러한 소식은 곧바로 성도의 집마부 본부를 평정한 채 무맹이 있는 합비로 귀환하던 북궁소와 유천학의 귀에 전달되었다. "으음! 드디어 올 것이 왔군...." 소식을 들은 북궁소는 이러한 사실을 미리 예상했음에도 또 다시 무 수한 피를 봐야 한다는 생각에 깊은 탄식을 토해 내며, 급히 유천학 과 제갈후상을 자신의 막사로 불러 들였다. 그들의 표정 역시 어둡긴 마찬가지였다. 아무리 야망이 큰 인물들이라고는 하나 이번에 겪었던 막대한 양의 피가 그들의 마음을 약하게 했으리라! "천학! 우리의 예상이 틀리길 바랬지만 과연 그들은 중원에 대한 야 욕을 버리지 못하고 밀고 내려왔네! 더욱이 우리가 반반으로 짐작했 던 성전무웅이라는 쥐새끼까지 말이야!" "그렇군!" "현재 우리의 전력으로는 동영의 쥐새끼들은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막북련은 조금 벅찰 것 같네! 자네는 계획대로 관병을 동원해 주 게!" 이에 유천학은 시원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지! 하지만 동영의 무리들은 자네가 맡아 주어야 하겠네" 시원스런 유천학의 대답, 그러나 북궁소는 무척 의외란 표정으로 그를 날카롭게 쳐다 보았다. "아니, 그게 무슨 말인가? 해외이세는 전적으로 자네가 책임지기로 했지 않는가?" "물론 그랬었지! 하지만 이번 집마부와의 전투로 금의위의 피해가 너무 컸어! 그리고 금릉의 분위기도 조금 이상해! 내가 금릉을 잠시 비운 틈을 타 쥐새끼같은 무리들이 나의 전횡에 대해 문제를 삼고 있는 모양이야. 그 중 혁진명이라는 학사 한 놈은 제거해 버렸지만....오승우는 결코 호락호락한 자가 아닐세!" 하지만 이러한 유천학의 말이 북궁소의 귀에 제대로 들려올 리 없었 다. 황제의 신임을 한 몸에 받고 있을 뿐 아니라 나는 새도 떨어뜨 린다던 유천학의 세도 아니였던가? 북궁소는 여전히 그에 대한 미심쩍은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었다. "아니, 천하의 유천학이 그래 오승우와 같은 자를 두려워 한단 말인 가?" 이에 유천학은 씁쓸한 웃음을 띠우며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막사안을 잠시 걷더니....다시 북궁소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빛이 웬지 쓸쓸한 빛을 띠우고 있었다. "내가 걱정하는 것은 오승우가 아니네! 바로 그 뒤에 있는 황제를 걱정하고 있음이야. 내 이미 천응을 제거할 때 알아 보았지만 황제 는 실로 무서운 인물이지! 대명의 안전을 위해서는 그 누구에게든 서슴지 않고 칼을 뽑을 수 있는...... 내 비록 황제의 신임을 받고 있다고는 하나 난 아직도 마치 살얼음 판을 걷고 있는 심정이야! 언제라도 천응의 꼴이 될 수 있다는 생각 이 단 한시도 내 뇌리를 벗어난 적이 없어! 여하튼 내 긴 소리는 하지 않겠네! 이 일은 전적으로 강호무림의 일이야! 그래도 막북무림련이야 다시 강성해 지고 있는 북원의 발원을 사전 제거한다는 명분이 있지만, 동영의 무리들을 치는데 까지 관병을 동원할 수 없네! 명분이 없 어..... 명분이...." 말을 마친 유천학이 입을 굳게 다물었다. 더 이상은 할 말이 없다는 듯..... 그러나 북궁소는 결코 유천학의 말을 액면 그대로믿을 수 없었다. 비록 진심에 가득찬 표정이었고, 보는 이로 하여금 쓸쓸함마저 느끼 게 하는 어조였지만 평상시 유천학의 야망을 잘 알고 있던 그는 이 번 일을 핑계로 무맹의 힘을 완전 소진시킨 후 강호무림에 대한 지 배권마저 획득하겠다는 의도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는 비록 황제의 유일한 부마일 뿐만아니라 마음만 먹으면 황실까 지도 뒤업어 버릴 만한 힘이 있었던 것이다. 그만한 힘이 있고, 야망이 있는 그가 어찌 황제를 두려워한단 말인 가? 이러한 생각이 든 북궁소의 어조는 자연 싸늘하게 변해 있었다. "후후, 알았네! 내 그런 줄도 모르고 자네만 믿고 있었지!" 결국 이들의 논의에서 막북무림련은 유천학이 관병을 동원해 막고, 동영은 북궁소가 순수한 무맹과 백도의 힘으로 대적한다는 결론이 내려 졌지만 회합은 차가운 냉기만을 남긴 채, 끝이 났고.....제갈후상은 그저 하릴 없이 앉아만 있다가 북궁소의 막사를 나서게 되었다. 그리고 유천학은 바로 그 길로 금의위 무사들을 이끌고 연합세력을 이탈해 금릉으로 향했다. 비록 북궁소가 오해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까웠지만 일단 막북무림 련에 대해서는 하루빨리 대책을 수립해야만 했고, 막상 말이 나오다 보니 금릉의 정세에 대해서도 웬지 더욱 불안해 졌던 것이다. 사실 한 때 유천학은 강호무림과 황실을 동시에 지배한다는 야망을 품었었고, 그러한 그의 태도는 자연 북궁소에게도 느껴질 수밖에 없 었다. 하지만 사실 그는 요 근래 많은 심정변화를 겪고 있었으니.....무엇보 다 자신을 따르던 충성스럽던 수하들을 포함해 너무나 많은 사람들 의 피를 봤다는 점과 자신의 유일한 혈육인 유선의 행방불명이 직접 적인 원인이 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는 이미 나이가 들어 있었다. 사람에 따라서는 나이가 들면서 더욱 집요한 야망을 느끼는 부류도 있겠지만, 무장출신이면서도 평생을 책과 가까이 했던 유천학에게는 새삼 이러한 것들이 부질없이 생각되었다. 더욱이 이러한 야망의 결 과를 물려줄 유일한 후인인 유선이 엉뚱한 사내에게 빠져 가문을 버 렸고...지금에 와서는 생사조차 불분명한 채 행방불명되어 버렸던 것 이다. "허허, 부질없는 인간의 욕심이여.....! 내 진즉 이러한 것을 알았다면 그처럼 참혹한 광경을 보지 않아도, 선아(仙兒)를 힘들게 하지도 않았을 텐데...... 이제 선아 마저 사라져 버렸으니 내 어찌 공주의 얼굴을 본단 말인 가?" 자욱한 흙먼지를 날리며 사라져 가는 유천학과 이제 겨우 일만여명 도 채 남지 않은 금의위들, 하지만 이 때 북궁소는 그들이 떠나는 모습을 보지도 않은 채 자신 의 막사에서 술을 마시고 있었다. 한 번 품기 시작한 의심은 끝이 날 줄 몰랐고, 의혹은 의혹을 낳기 시작해 마침내 눈덩이처럼 커져 버렸으니...... 그는 유천학에 대한 배반감으로 미쳐 버릴 것만 같았던 것이다. 하지만 이와같은 그의 내면에는 또 다른 불안함이 한 가지 자리잡고 있었다. 동영과의 싸움에서 설혹 이기더라도 껍데기만 남게될 자신을 핍박할 것으로 예상되는 또 다른 사람의 그림자가....... 그리고 그 그림자에 대한 생각은 그가 유천학의 행동에 대해 그처럼 과민반응을 일으킬 정도로대단했다. 유천학이 떠난 직후부터 시작된 북궁소의 술좌석은 해가 기울고 대 지가 완전 암흑과 적막속에 빠질 때까지 계속되었다. 그 사이 용천비와 제갈후상이 수차례 드나들며 만류했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고 마침내 그들도 그를 설득하는 것을 포기하고 말았다. "허허, 맹주께서 평소와는 다르게 왜 이러시는가? 그 깟 동영의 무 리들이야 그대로 쓸어버리면 될 일을.....?" "그러게 말입니다" "이러고 있지 말고 내 막사로 가서 우리도 한잔 하세! 맹주의 저런 모습을 도저히 더 이상 볼 수가 없구먼......" 이와 같은 제갈후상의 제의에 마침 기분이 상해있던 용천비가 서슴 없이 따라 나섰다. "좋습니다. 술이나 마십시다. 무슨 이유인지 모르나 내일이면 다시 늠름하신 모습으로 호령하실 맹주이시니....." 이윽고 제갈후상의 손에 이끌려 그의 막사에 들어선 용천비! 하지만 그는 제갈후상의 막사에 들어서자 마자 곧바로 술대신 하나 의 비수를 마시고야 말았다. 번 호 : 8506 게시자 : 윤원중 (re5280 ) 등록일 : 1999-05-19 09:18 제 목 : [연재] 천부외경 103 이윽고 제갈후상의 손에 이끌려 그의 막사에 들어선 용천비! 하지만 그는 제갈후상의 막사에 들어서자 마자 곧바로 술 대신 하나 의 비수를 마시고야 말았다. 어느새 빼어들었는지 제갈후상이 날카로운 비수로 그의 심장을 찔러 버린 것이다. "으윽!" 짧막한 비명을 지른채 자신의 심장을 찌른 비수를 움켜쥔 용천비의 눈에서는 강한 불신의 빛이 뿜어져 나왔다. "군사! 이게 무슨 짓....?" 이러한 용천비의 모습에 제갈후상의 얼굴에 한가닥 미안한 감정이 서렸다. "미안하네! 하지만 이미 대세는 기울었다네.....이제 맹주의 시대는 끝 이났어. 자넨 누구보다 용맹한 무사였지만, 주인을 잘못 섬긴 것이 죄라면 죄일까....." 용천비의 시선이 의혹에서 강한 분노로 바뀌었다. "반역을 하다니....이 쥐새끼같은 늙은이!" 그러면서 그는 최후의 힘을 모아 칼을 뽑아 들었다. "내 비록 죽더라도 너 만은 용서할 수 없다" 이미 비수에 의해 심장이 뚫린 상태였지만 용천비는 이글거리는 눈 빛으로 최후의 힘을 모아 제갈후상을 향해 몸을 날렸다. 하지만 그건 오직 그의 마음뿐, 그가 막 땅을 박차는 순간, 그는 다시 등뒤로부터 화끈한 통증이 느 껴졌고, 겨우 끌어 모았던 최후의 잠력마저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것 이었다. "으...으! 이런 개 같은 일이.....?" 무기력하게 쓰러지는 그의 안공속으로 순간 황금면구를 한 장대한 대한 하나가 들어 왔다. 그리고 얼마전 북궁소가 언급했던 배반이라는 단어가 그의 뇌리를 스쳐갔다. '쿵!" 칠척거구인 용천비가 땅에 쓰러지는 소리가 심야의 정적을 뚫고 유 난히 크게 들리는 것 같았다. 무림맹의 최대의 용장으로 뽑혔고, 북궁소의 핵심 심복으로 맹주부 의 상징이라할 수 있었던 전광일패 용천비, 그가 마침내 쓰러지고 만 것이다. 전장(戰場)이 아닌.....제갈후상의 천막안에서.... 평생을 갈고 닦았던 무공을 단 한 수도 발휘해 보지도 못한 채..... 그리고 그의 가슴을 뚫었던 비수는 다시 그의 뒤에 있는 한 거인(巨 人)을 향해 은밀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황금면구인이 품속에서 비수를 하나 꺼내 제갈후상에게 건넸다. 마치 어린 아이 장난감처럼 조그마한 크기의 비수, 하지만 그 비수 는 어둠속에서도 사이(邪異)한 혈광(血光)을 품어내고 있었다. 이를 받아드는 제갈후상의 손길은 미미하게 떨려왔다. "이...이게 바로 마도삼대병기중의 하나라는 화혈비(化血匕)요?" 황금면구인은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이에 제갈후상은 한참동안 화혈비를 바라보다 이윽고 그것을 소매속 에 감추며 황금면구인을 향해 입을 열었다. "호위들은.....?" "선생께서 들어간 직후모두 제거될 것이요!" "나를 도와주실 분들은....?" "이미 주변에 대기중이오" "후후, 그럼 결행만 남았구려....!" 마침내 제갈후상은 발길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후 그의 발길은 북궁소가 거주하는 막사 앞에서 멈췄다. 그의 막사 주변에는 여전히 용천비의 휘하들이 경비를 서고 있었는 데 제갈후상이 나타나자 모두들 고개를 숙여 예를 표하는 것이었다. "수고가 많구만....그래 맹주께서는 여전하시나?" "예, 그렇습니다" "알았다. 내 들어가 보지!" "그런데 단주께서는.....?" "그는 갔네." 밑도 끝도 없는 그의 대답에 수비책임자는 의아스런 표정이었다. "예? 어디로....." 하지만 이미 제갈후상은 그를 뒤로하고 맹주의 막사로 들어가는 중 이었다. 제갈후상이 들어 왔건만 북궁소는 고개도 들지 않았다. 그저 변함없는 동작과 속도로 술만을 비우고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이미 제갈후상은 그가 취했음을 알 수 있었다. 겉으로 보기 에는 전혀 이상이 없었지만 술잔을 잡아가는 그의 손길이 미미하게 떨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제갈후상이 그에게 다가갔다. 비로소 북궁소가 눈을 들어 그를 바라 보았다. "왜? 군사께서도 술 생각이 났소?" 제갈후상이 그에게 다가서는 걸음을 늦추지 않은 채 말을 하였다. "이제 그만 드시지요! 자칫 건강을 해할까 두렵습니다" 그러자 북궁소는 크게 웃었다. "하하, 내가 말인가? 천하에 북궁소가 이까짓 술 때문에 건강을 상 한 단 말인가? 어림도 없지..." 그러면서 북궁소는 또 다시 술잔을 잡아갔다. 이에 코 앞으로 다가온 제갈후상이 먼저 술잔을 잡으려 하였다. "안됩니다. 이제는 더 이상 마실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미 술잔은 북궁소의 손 안에 들어 있었다. "하하, 내가 술이 취했기로서니....그래도 아직 군사보다는 손이 빠르 지요!" 그러면서 그는 마치 제갈후상이 이를 빼앗아 오기라도 하듯 얼른 고 개를 들어 입속에 술을 털어 넣으려 했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 제갈후상의 손이 번개처럼 움직였다. 그러자 그의 소매 속에서 짙은 혈광이 하나 솟아나더니 곧장 북궁소 의 좌측 가슴을 향해 쇄도하는 것이었다. 술을 마시기 위해 우수를 치켜들고 고개를 뒤로 젖힌 무방비 상태의 헛점을 노린 절묘한 기습이었다. 절묘한 거리, 절묘한 시간, 그리고 눈부신 빠름..... 삼박자가 적절히 조화된 기습에 천하에 북궁소도 어찌할 수 없을 것 같았다. 더욱이 그는 술이 취해 있어서 반사신경이 극히 둔감한 상 태였던 것이다. 그러나 막상 북궁소의 가슴에 이른 제갈후상의 손은 잠시 주춤할 수 밖에 없었다. 북궁소의 몸에서는 자연발생적으로 강한 반탄력이 뿜 어져 나왔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잠시의 틈을 타 북궁소의 몸이 미미하게 움직였다. '푹!' 순간 북궁소의 동작이 그대로 정지되었다. 그저 술잔을 잡은 손만 미미하게 떨릴 뿐...... 그러나 그 것도 잠시, 그는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술잔을 입 에 털어 넣더니 천천히 탁자위에 내려놓는 것이었다. "크으! 술이 이처럼 쓸 때도 있었군!" 그의 무심한 시선이 제갈후상을 향했다. "예상보다 최소한 서너배는 빠르군....! 그래도 동영의 쥐새끼들을 쓸 어버릴 때 까지는 기다릴 줄 알았는데......" 제갈후상은 흠칫하며 한 걸음 뒤로 물러 섰다. 분명 화혈비는 그의 가슴에 꽂혀 있었고, 그 곳으로부터 진홍빛의 선혈이 흘러 나오고 있었지만 제갈후상은 자신의 비수가 그의 심장 으로부터 약 반치정도 빗나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바로 그의 호신진기와 반사적인 움직임에 의해..... 북궁소의 담담한 음성이 당황스러운 제갈후상의 귓전을 울렸다. "무엇 때문인가? 그대는 야망이 없는 줄 알았는데....내가 잘못 보았 다는 말인가?" 제갈후상의 떨리는 듯한 음성이 뒤를 이었다. "야....야망은 없었소! 하지만 갖고 싶은 것은 있소. 내 모든 것을 버 리는 한이 있더라도 취하고 싶은 것이....." 말을 하는 사이 제갈후상의 표정도 서서히 정상으로 돌아 왔다. 그 역시 보통 인물은 아니였던 것이다. 북궁소의 시선이 기이하게 변했다. "후후, 그렇군.....! 그대가 정에 약한 사람이란 걸.... 하지만 그대는 나를 암살하면서 설마 내 손에 살아 돌아갈 수 있다 고 생각했단 말인가?" 그러면서 북궁소는 서서히 몸을 일으켜 세웠다. 바로 그 때, 막사 주위로부터 병장기 부딪치는 소리와 함께 비명과 호통소리들이 들려오는 것이었다. "으헉! 적이다. 적이 습격해 왔다!" 이러한 소리를 들은 북궁소의 눈빛이 싸늘하게 변하며 제갈후상을 향해 다가왔다. "준비를 많이 했군! 하지만 결과는 변하지 않는다" 제갈후상은 다시 주춤거리며 뒤로 물러섰다. 비록 심장은 비껴갔다 할 지라도 그래도 치명적인 부위에 악마의 비 도를 격중당한 그 였지만 그의 전신에서는 마치 폭풍과 같은 기세가 밀려들고있었던 것이다. 막사 주위의 비명소리는 계속되고 있었다. 하지만 그 비명소리는 대부분 북궁소에게 귀에 익은 음성들이었다. 이에 시간이 없다고 느낀 북궁소는 마침내 제갈후상을 향해 몸을 날 렸다. "배반자에게는 죽음뿐!" 그런데 바로 그 순간 갑자기 막사 천장부근이 길게 갈라지며 시커먼 물체가 맹렬한 속도로 북궁소를 향해 밀려드는 것이었다. "어딜!" 이에 북궁소는 반사적으로 제갈후상을 향해 쳐 가던 장(掌)을 그대 로 돌려 그 물체를 가격했다. '펑!' "으으윽!" 마치 가죽부대를 두드리는 듯한 소리와 짧막한 신음소리와 함께 그 물체는 그대로 막사 중앙부에 놓여 있던 탁자를 부수며 떨어져 내렸 다. "으으...! 맹주!" 미약하지만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북궁소의 시선이 그를 향했다. 그런데 그는 바로 용천비가 아닌가? "아니, 천비! 네가 어찌.......?" 북궁소가 기겁을 하며 그를 향해 날아갔다. 그런데 그 것마저 함정일 줄이야! 북궁소가 막 용천비 앞에 도달하며 그를 부축하는 순간 용천비의 입 이 활짝 열리면서 마치 쇠털같이 무수한 침들이 놀라운 속도로 북궁 소를 향해 쏟아 지는 것이었다. "헉!" 너무나 예기치 않은 공격에 북궁소는 그만 헛바람을 들이키며 황급 히 물러 섰지만....바로 코 앞에서 쏟아진 암기를 피하기란 당초부터 불가능한 일....이미 그의 가슴에는 우모침들이 무수히 박혀 버린 후 였다. 이는 바로 화혈비로 인해 호신지기가 깨어진 탓이었다. "이런 비열한 자들!" 북궁소의 입에서는 분노에 찬 음성이 새어나오고 있었지만 자신이 격중당한 우모침에는 극독이 발라져 있었던 듯 가슴부위로부터 아리 한 느낌과 함께 급격히 상체가 마비되는 것 같았다. 북궁소의 눈동자가 거세게 흔들리며 암담한 빛이 스며 나왔다. 다른 부위같으면 혈맥을 봉쇄라도 하겠지만 심장과 함께 모든 혈맥 이 집중된 가슴부위라 독이 퍼지는 것을 막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더욱이 그가 주춤하던 사이 제갈후상 등 모두 세 개의 방위로부터 맹렬한 공세가 쏟아지고 있었다. 하나 하나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가공한 공격, 북궁소는 이에 자신의 상태를돌볼 틈도 없이 몸을 급격히 회전시키 며 검을 맹렬히 휘둘렀다. 경황중에도 그의 검은 눈부신 빛을 토해 내었고, 그 빛의 무리들은 그의 주변에 물샐틈없는 검막(劍幕)을 형성했다. 선(扇)과 도(刀), 그리고 극(戟)으로부터 뿜어나오는 세 줄기 극강한 기운이 북궁소가 펼쳐놓은 검막(劍幕)에 거세게 충돌했다. '콰앙!' 순간 거센 충격음과 함께 막사 일부와 모든 물건들이 분분히 허공으 로 날아가 버릴 정도 거센 기류가 장내를 휘 감았다. 이어 들려오는 몇 마디 신음소리! 그 한 번의 충돌로 제갈후상은 입가에 피를 흘리며 주춤주춤 뒤로 물러서고 있었고, 용천비를 가장했던 자는 우수를 절단당한 채 주저 앉아 있었으며, 다만 뒤 늦게 이들과 합세한 황금면구인만이 바닥에 깊은 족적을 남기며 서너걸음 뒤로 물러 선 채 날카로운 눈빛을 빛 내고 있을 뿐이었다. 그러나 가장 처참한 상태는 역시북궁소였다. 화혈비에 의해 격중되었던 가슴에는 그 충격으로 화혈비가 자루까지 깊숙히 박혀 버렸고, 의복이 모두 갈기갈기 찢어진 채 피부는 마치 균열이라도 일어난 듯 갈라져 피가 새어 나오고 있었으며, 입에서는 쉴새없이 피가 토해지고 있었는데 그 색깔이 마치 죽은 돼 지피처럼 검게 변해 있었다. 어찌보면 그대로 버티고 서 있기도 힘든 상황, 하지만 아직 공격의 여력이 남아 있던 삼인은 그를 향해 다시 최후 의 공격을 퍼 부었다. 이에 북궁소는 급히 신법을 운용해 공격을 피하려 했지만 이미 뇌리 까지 침범한 독은 그의 몸을 마비시켜 버렸기에..... 그저 헛된 몸짓에 불과하였고, 그대로 삼인의 절대고수의 공격을 그 대로 몸에 격중당한 채 쓰러져 버리고 말았다. 번 호 : 8509 게시자 : 윤원중 (re5280 ) 등록일 : 1999-05-20 08:50 제 목 : [연재] 천부외경 104 천하제일인으로 숭앙받던 무림맹주 신주제일검 북궁소, 천하를 향해 호령하던 그가 마침내 쓰러지고 만 것이다. 어찌보면 그를 암습했던 삼인도 허탈해할 정도로 허망하게 쓰러져 버린 그, 하지만 이미 외부에서는 비상이 걸렸고.....무수한 무맹의 무사들이 밀려들고 있었기에 그들은 이러한 감회에 젖을 시간도 없었다. 황금면구인이 비정한 눈빛을 흘리며 극을 들어 그대로 북궁소의 심 장에 박아 버렸다. 이미 죽어가고 있던 북궁소였지만 그의 숨이 끊어지기까지는 전혀 마음을 놓을 수 없었던 것이다. 황금면구인이 제갈후상을 향해 돌아섰다. "이제 우리는 가겠소! 조심하시오!" 그러면서 그는 그대로 제갈후상을 향해 일장을 내 갈겼다. 그러나 제갈후상은 마치 죽음을 각오라도 한 듯 순수히 그의 공격을 가슴으 로 받는 것이었다. 무맹의 군사로서 맹주와 함께 당할 수밖에 없다는 고육지책(苦肉之 策)인 것 같았다. "우훅!" 비록 아무런 저항도 없이 공격을 받아 들였지만 제갈후상의 입에서 는 어찌할 수 없는 비명소리와 함께 한 가닥 핏줄기가 뿜어져 나왔 다. 그리고 서서히 쓰러져 갔다. 이미 막사내에 서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으며.... 제갈후상이 쓰러지는 소리는 진영(陣營) 전체를 울리는 거대한 함성 소리들에 묻혀 거의 들리지 않았다. 바로 그 시간, 무맹측과 분리하여 급히 금릉으로 귀환하던 현천학림주 유천학은 병 부상서이자 그의 양자인 유무철의 사자를 맞이하고 있었다. 그는 바로 유무철의 핵심측근이자 부장인 단극인이란 자였는데.... 온 몸에 핏자욱이 자욱한 채 유천학의 앞에 업드리면서 비통한 음성 을 토해 내는 것이었다. "대인! 참으로 원통하옵니다" 순간, 유천학의 안색이 창백해 졌다. 심야(深夜)에 현직 병부상서의 핵심무장이 피투성이로 달려온 것은 분명 보통 문제가 아니였던 것이다. 그의 다급한 음성이 장내를 울렸다. "그게 도대체 무슨 소린가? 확실하게 말해 봐라!" "역...역모로 몰렸습니다. 유대인께서 양자인 장군님과 모의하여 대명 황실을 뒤어 업으려 했다는 것입니다" "아니, 뭐라고? 역모라고 했느냐?" 유천학은 자신도 모르게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고 말았다. 그야말로 청천벽력과 같은 소리였다. "그렇다면 무철은 지금 어디에 있느냐?" "원..통 하게도...그만..." 단극인이 차마 말을 다 잇지 못하고 머리를 땅에 찍으며 통곡을 하 고 말았다. "뭐라고...? 무철이 죽었단 말인가....." 유천학이 마치 넋이 나간 사람처럼 중얼거리더니..... 결국 깊은 탄식을 터뜨리며 주저앉고 말았다. "허허...! 역모란 말이지? 역모... 황제가 나를 죽이려고 작정하였군! 그렇다면 세가(勢家) 역시 쑥밭이 되었겠지?" "예, 그렇습니다. 세가의 식솔들은 단 하나 남기지 않고 모조리 살해 되거나 체포되었습니다. 다만 공주님께서는 현재 황궁의 한 곳에 유 폐되었으며, 행방불명된 군주님을 찾으러 병사들이 흩어졌다 합니 다" 유천학은 더 이상 놀라거나 분노하지 않았다. 그저 씁쓸하고 허탈한 표정만 지을 뿐이었다. "역시 오승우겠지....?" "그렇습니다. 대인! 그 자가....." "후후, 그 자는 단지 허수아비에 불과하다. 그 자가 없더라도 이미 정해져 있었을 터....." 단극인이 핏발 가득찬 눈으로 유천학을 바라 보았다. "대인! 아직 대인의 한 마디면 들고 일어날 무장들이 많습니다. 결단 을 내려 주십시오!" 옆에서 이를 지켜보던 검천과 도객과 일제히 유천학 앞에 무릅을 꿇 었다. "그렇습니다. 가주! 어차피 더러운 누명을 쓴 것, 차체에 뒤어 업어 버립시다" "가주! 결단을 내려 주소서! 가주께서 일단 칼을 뽑으신다면 과거 직접 거느렸던 무장들과 천응장군의 휘하에 있었던 장수들은 필히 가주를 따를 것입니다" 조용하던 유천학의 막사가 울분과 그의 결단을 촉구하는 소리들로 가득 차 올랐다. 하지만 유천학은 아무런 말도... 아무런 반응도 없이 그저 이들의 소 리만을 듣고 있었다. 그러다 마침내 이들의 울분이 조금 가라앉을 무렵! 조용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자네들의 심정은 내 이해하네! 하지만 이미 늦었네! 영민하다는 황 제가 어찌 이를 예상하고 방비하는데 신경을 쓰지 않았겠는가? 더욱이 설혹 이 일이 가능하다 할 지라도 이미 시운(時運)이 따르지 않네! 한참 힘을 회복하고 있는 북원이나 돌궐이 이와 같은 내분을 두고 보지만은 않을 거고 그렇다면 다시 대륙은 풍운에 휩싸이게 될 것이네....... 그리고....그리고 말일세... 무엇보다 난 더 이상 피를 보기를 원치 않 네....황제가 나의 목을 원한다면, 그대로 내어 줄 뿐!" 검천이 참지 못하고 다시 나섰다. "그건 아니 될 말입니다. 도대체 우리가 황실에 무슨 잘못을 했습니 까? 한 일이 있다면 오직 대명을 세우기 위해 피를 흘린 적 밖에 없 지 않습니까? 그런데 역모라니요? 가주! 소인은 도저히 참을 수 없습니다. 어리석고 비열한 황제에게 뜨거운 맛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그러나 한 번 내려진 유천학의 결정은 결코 번복되지 않았다. "허허, 이제 그만하세! 이미 승부가 났는데....나를 구차하게 만들려 하는가? 자네들은 이 길로 곧바로 운남의 석림으로 가게! 최근 추향이 보내온 정보에 의하면 현무란 자가 그 곳에서 힘을 키 우고 있다고 하네! 그에게 가서 선아의 이야기를 전해주고 그가 아직 그 애를 좋아하고 찾겠다고 하면 그를 도와주게! 한편으로 생각하면 그 역시 뛰어난 젊은이였는데....내 욕심이 여러 사람을 힘들게 했어....... 참, 그리고 훗일 공주를 만날 기회가 있으면....내 말을 전해주게! 미안했다고....." 마치 마지막 유언과도 같은 유천학의 말에 검천과 도객 등 좌중에 있던 사람들은 분루(忿淚)를 흘리고 말았다. 이미 유무철이 당한 이상 유천학의 판단처럼 대세는 기울었고, 저항 을 하자는 자신들의 의견도 어찌보면 최후의 발악과도 같이 구차스 런 것임을 그들도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평생 주군으로 모셨던 유천학이 뜻을 이루지 못한 채 더러운 누명을 쓰고 사라져야만 한다는 사실과 그의 마지막 지시를 거역할 수 없기에 결국 마지막까지도 그를 따를 수 없음이 그들로 하여금 한 없이 눈물을 흘리게 하고 있었다. 맹호(猛虎)처럼 전장을 누비던 뜨거운 사나이들로 하여금...... 그날 밤, 검천과 도객 등은 유천학의 강요에 의해 운남의 석림으로 현무를 찾 아 떠났으며...... 다음날 아침, 유천학은 황제에게 올리는 서신 한 통을 남긴 채, 그대로 자결하고 말았다. 그리고 금릉에서는 반역세력의 제거라는 명분하에 한바탕 거센 피바 람이 휩쓸고 지나갔다. 권불십년(權不十年)이라고.... 참으로 권력(權力)의 비정함과 무상(無常)함을 느끼게 해주는 일대 사건이라 아니할 수 없었다. 중원무림의 최대지분을 지닌 북궁소와 유천학의 갑작스런 죽음은 그 리 않아도 해외이세의 침공으로 어수선하던 중원무림을 마치 폭풍과 같은 기세로 휩쓸기 시작했다. 그들의 죽음을 둘러싸고 구구한 억측들이 난무했으며, 그들을 중심으로 다시 힘을 모아 해외이세를 상대해야 했던 백도무 림계는 그 중심축을 잃고 저마다 자파의 안위만을 위해 전전긍긍할 뿐이었다. 집마부의 붕괴와 함께 거의 괴멸되다시피한 마도무림계에 이어 이제 는 백도무림계까지 이처럼 지리멸멸해 지자 해외이세의 기세는 그야 말로 거침이 없었다. 그들이 최초로 진주했던 감숙성과 복건성 지역은 이미 그들의 세력 권에 포함된 지 오래였고..... 인접한 청해성과 협서성, 그리고 광동성과 호남성 일부가 그들의 말 급아래 집밟혀 버렸다. 그것도 그들이 대명황실의 눈치를 살피느라 완급을 조절한 탓에 그 정도 였지..... 만일 그들이 전력을 다했다면 거의 중원대륙의 반이상이 그들의 수 중에 떨어지고 말았을 것이다. 마치 무주공산(無主空山)처럼 변해 버린 중원 대지였기에....... 한편 이 때, 현무와 무유등이 웅크리고 있는 운남의 석림에서는 한참 회의가 진 행되고 있었다. 그 내용은 바로 해외이세의 침공에 대한 것이었는데..... 중원무림인으로서 더 이상 그들의 침공을 묵과해서는 안된다는 측과 아직 신비세력들의 실체가 드러나지 않았을 뿐만아니라 그들 세력의 머리격인 천혜옥인 남궁하가 복구하지 않는 상태에서 섣불리 행동에 옮겨서는 안된다는 측으로 나뉜 채 쉽게 결론을 못 내리고 있었다. 특히 이 회의에는 무유, 당옥상 등 기존의 인물들에다 이제 갓 부상 에서 회복된 현무와 무공의 반이상을 상실한 패황 추천상, 목마천주 조형당, 화마천주 파일령, 환상비연 추수빈 등 최근 집마부에서 이탈 한 세력의 핵심인물들이 모두 참여하고 있었는데.... 신비세력의 무서움을 몸소 체험한 바 있던 무유와 남궁하의 능력을 잘 알고 있던 당옥상 등이 주로 신중론을 주장하는 반면, 파일령과 조형당 등 집마부측으로부터 이탈한 인물들은 주로 당장 중원으로 나갈 것을 주장하고 있었다. 이에 사람들의 시선은 자연히 현무와 추천상에게로 향했다. 그들 두 사람은 실질적으로 양쪽 세력의 지휘자나 마찬가지였는데... 묘하게 두 사람 모두 별다른 의견제시 없이 이들의 논쟁만 지켜보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자 추천상이 현무를 바라보며 말을 하는 것이었다. "나야 별다른 의견도 없을뿐더러 손님입장이지 않는가? 전적으로 현소협의 의견을 따르겠네!" 추천상의 그와 같은 말은 실질적으로 모든 결정을 현무에게 일임하 겠다는 이야기였고, 간접적으로는 파일령과 조형당으로 하여금 자신 과 같은 손님입장이니 가급적 자제할 것을 당부하는 것이나 마찬가 지였다. 이에 현무는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어 보였지만, 이러한 상황에서 자 신의 의견을 제시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제 생각은 일단 조금 더 상황을 지켜보자는 것입니다. 비록 무맹주가 살해당했다지만 아직 부맹주와 제갈군사 등이 건재한 무맹측에서도 조만간 어떤 결정을 내릴 터이고...... 무엇보다 무맹과 집마부의 양패구상, 그 뒤를 바로 이은 해외이세의 침공, 그리고 북궁맹주와 유가주의 죽음 등 최근에 연이어 발생하고 있는 사건들이 아직 실체가 드러나지 않는 신비세력들과 어울려 마 치 잘 짜여진 각본처럼 석연치 않는 느낌을 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바로 그 때, 갑자기 회의실 뒤쪽의 휘장이 열리면서 청아한 여인의 음성이 들려오는 것이었다. "호호, 그래요. 섣불리 움직일 때가 아니죠! 하지만 이제 때가 된 것 같아요" 번 호 : 8513 게시자 : 윤원중 (re5280 ) 등록일 : 1999-05-21 11:12 제 목 : [연재] 천부외경 105 갑작스런 여인의 목소리에 사람들이 놀라며 돌아다 보았다. 그런데 그곳에서는 바로 남궁하가 나타나 있는 것이었다. 반가운 그녀의 모습에 현무가 성큼 그녀에게 다가서며 말을 하였다. "아니, 하매! 언제 왔어?" "이제 막 도착했어요. 회의하고 있다는 이야기에 바로 이곳으로 직 행했죠! 그런데...오라버니, 안색이 왜 그래요? 부상을 입으셨어요?" 그녀 역시 현무가 너무나 반가왔지만 유달리 창백해 보이는 현무의 안색에 근심스러운 표정이 앞섰다. 현무가 그녀의 손을 잡으며 싱긋 웃었다. "이제 괜찮아...! 모두 무유형과 하매 덕분이지!" 서로간 헤어진 지 겨우 두세 달에 불과했지만 그간 무수한 격변과 위기를 겪은 탓인지 그들은 마치 수년이상 떨어졌다 만난 것처럼 보 였다. 이 때 무유와 추수빈등이 그들에게 다가왔다. "남궁소저! 그래 잘 다녀왔소?" "하아! 오랜만이야" 잠시 반가운 인사가 이어진 후, 남궁하는 곧바로 추천상에게 인사를 올렸다. "백부님! 정말 죄송해요. 무저갱에서 갇혀 지내시는 지도 모르고..." 이에 추천상이 씁쓸히 웃었다. "허허, 고생이 뭐가 있겠느냐? 전부 내가 부족해 그런 것이지..... 오히려 내가 부족하여 집마부까지 멸망하게 만든 것을 생각하면 살 아 있다는 것 자체가 부끄러울 따름이다" 남궁하의 표정에서 얼핏 안타까운 감정이 스쳤다. 그녀가 알던 추천상은 패황이란 명호가 말해주듯 호기와 패기가 물 씬 풍겨나던 그러한 인물이였는데.... 지금 그녀 앞에 서 있는 추천상은 그저 평범한 노인처럼 변해 있었 던 것이다. 필경 그 동안 겪었던 무수한 고통과 심적 갈등이 그를 이렇게 변화시켰으리라... 하지만 그는 자신의 힘으로 집마부를 건설했던 마도의 절대자였다. 비록 그동안 겪었던 무수한 고난과 심적 갈등으로 인해 본래의 패기 가 사라진 것만은 사실이였지만 은연중 그의 전신에서는 정상에 서 봤던 사람들에게서만 흘러 나올 수 있는 위엄과 기도가 자연스럽게 배어 나오고 있었다. 잠시후 자리에 앉은 남궁하에게 현무가 말을 하였다. "참, 그것보다 이제 때가 됬다는 말이 무슨 말이야?" 남궁하가 부드러운 눈빛으로 그를 바라 보며 대답했다. "무맹에서 전 무림에 대해 영웅첩을 돌렸어요. 다음 달 보름, 합비의 무맹에서 해외이세를 막기위한 영웅대회를 개 최한다는....." 그러면서 남궁하는 품속에서 무맹의 상징인 청룡이 그려진 첩지를 하나 꺼내 현무를 비롯한 사람들에게 돌렸다. 그 첩지는 무맹주였던 북궁소 대신에 부맹주인 남궁용수와 좌일패, 그리고 군사인 제갈후상 공동명의로 되어 있었는데...남궁하의 이야 기처럼 다음 보름날 해외이세에 대한 대응책을 강구하고 임시 무림 맹주 선출을 위한 영웅대회를 개최한다는 것이었다. 남궁하는 이를 석림으로 돌아오는 과정에서 입수할 수 있었다고 하 였다. 남궁하의 설명을 듣고 있던 무유가 의문을 표했다. "그렇다면 우리도 이제까지의 독자노선에서 벗어나 무맹측과 합류하 자는 것이요?" "꼭 그런 것만은 아니예요. 하지만 이번 영웅대회가 하나의 중요한 고비가 될 것 같아요. 해외이세에서는 필사적으로 영웅대회를 방해하려 할 것이고.... 아마 아직껏 꼬리를 감추고 신비세력들도 모습을 드러낼 지도 모르 고....또 어쩌면...." 남궁하는 마지막 말을 흐렸다. 하지만 남궁하가 가져온 소식과 그녀가 해석한 의미는 좌중에 묘한 흥분을 가져오고 있었기에 사람들은 그녀의 뒷 말에 대한 의혹을 금 방 잊어 버렸다. 대신 어떠한 방법으로 참여할 것인가? 그리고 어떠한 행동을 취해야 될 것인가에 대해 여러 의견들을 나누었다. 여기에서도 남궁하는 대안을 가지고 있었다. "암중세력들의 실체가 드러날 때까지 우리들 역시 신분을 숨길 필요 가 있어요. 그래서 저는 우리 모두가 북해신궁의 제자로 가장해 무 맹에 들어가는 것이 어떨까 생각해요" 이에 현무가 적극 찬동하고 나섰다. "그것참 좋은 의견인 것 같군요, 마침 북해신궁에서 우리와 합류하 기 위해 운남성 경내로 들어 왔다는 보고를 오늘 아침 받았소!" "아, 그것참 잘 됬군요" 남궁하가 참석함으로써 회의는 활기를 띠기 시작했고, 모든 것이 일사천리로 진행되고 있었다. 무사들이 움직임에 있어....특히 지금과 같이 실체가 보이지 않는 적 을 상대함에 있어 한 명의 뛰어난 책사(策士)가 얼마나 중요한 지 여실히 보여주는 예라 할 수 있었다. 특히, 남궁하는 자신이 다녀온 길을 설명하면서 좌중에게 가장 큰 선물을 주게 되었으니...... 이는 바로 칠십이군도를 포함한 남해지역의 맹주격인 검후 예지랑과 이 지역의 정신적 자주였던 남해보타암주가 책임지고 동영의 세력을 격퇴하기로 약속했다는 것이었다. 이 과정에서 그녀 자신이 어떠한 역할을 했는가 하는 이야기는 빠져 있었지만 현무와 무유등은 이들을 설득하는 과정에서 총명한 그녀가 필히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했을 것으로 생각하고 그녀를 대견스런 눈빛으로 바라 보았다. 저녁무렵, 남궁하가 현무의 처소로 찾아 왔다. 회의를 마치고 그녀와 함께 하고 싶었지만 오랜 여행 끝인지라 그녀 를 위해 쉬도록 배려하였던 현무는 갑작스런 그녀의 방문에 놀라워 하였다. "어? 좀 쉬라고 했더니...." 남궁하는 짐짓 토라진 표정을 지었다. "왜, 제가 찾아온 것이 싫은 모양이죠?" 현무는 유쾌하게 웃으며 얼른 그녀의 손을 잡아 이끌었다. 그렇지 않으면 그녀를 놓일지 모른다는 듯한 행동이었다. "하하, 싫긴....? 내 하매가 얼마나 보고 싶었는데....." 남궁하가 다시 입을 삐쭉거렸다. "피, 거짓말..! 그러는 사람이 그래 집마부에 있으면서 소식 한 장을 안 보내요? 내색도 못하고 얼마나 걱정하였는데..... 치, 필경 아름다 운 빈아가 옆에 있어서일 거야! 바람둥이 같으니...." 오랜만에 만나서 인 듯 마치 남궁하는 어린아이처럼 굴었다. 하지만 이러한 그녀의 모습이 현무에게는 그저 이쁘고 귀엽기만 했 으니..... 워낙 총명하고 이지에 넘쳐서 인지 같이 있을 때는 미처 느끼지 못 했던 감정들이 서너달이라는 공백과 그녀의 치기어린 애교에 물밀 듯이 밀려 드는 것이었다. "하매! 정말 보고 싶었어....그리고 사랑해!" 현무는 남궁하를 꼬옥 안아 주었다. 부드러운 목소리, 따뜻한 포옹....! 남궁하의 눈에 이슬이 맺혔다. 지금 자신을 따뜻하게 안아주는 이 사람....! 실로 자신에게 그 얼마나 소중한 사람이었던가? 하지만 그 사람을 다른 여인과 동행시킨 채 보내야만 했고.....그의 생사까지 모르게 되자 그녀는 참으로 안타까웠다. 남 보다 뛰어난 총명을 지녔기에....그리고 자신의 그러한 능력이 중 원무림에 절실히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겉으로는 대범 한 척, 마음껏 그를 찾아 너서지도 못하고 그저 마음속으로만 애를 태웠던 그녀..... 하지만 지금 이 순간, 남궁하는 이제껏 쌓였던 안타까움과 원망 등이 일시에 씻겨 내리는 것 같았다. 새삼 그의 사랑을 확인할 수 있었기에.... 지금 그의 실체가 자신을 꼬옥 안아주고 있었기에.... 한참을 현무의 품속에 안겨 있던 남궁하는 이윽고 살며시 그의 품에 서 벗어났다. 이제는 현무의 품이 익숙해 질 때도 되었건만....여전히 부끄러움으로 얼굴을 붉힌 채였다. "오빠! 미안해요...!" "뭐가...?" "신비각 무리들에게 습격을 당해 생사의 위기에 처했다는 소식을 들 었어요. 하지만 그들이 다시 나타나고, 또한 그토록 무섭다는 사실을 미리 알 수만 있었대두 전 결코 남해행을 택하지 않았을 것이예요. 저에게는 이 중원 전체보다 오빠가 더 소중하니 말이예요" "알아! 내가 왜 모르겠어 하매의 마음을....? 그리고 난 어차피 하매가 만들어 준 그 물건들 때문에 목숨을 건졌 잖아!" "그래도...." 현무의 손가락의 그녀의 입술에 닿았다. "그만, 더 이상 말하지마! 미안한 것으로 따지자면 내가 백번은 더 미안하지....하매가 그토록 걱정할 것도 생각 못한 채 연락도 하지 못했으니....." "후후, 그럼 우린 서로에게 미안한 것인가요?" "하하, 그렇지....본래 사랑이란 상대방에게 끝없이 미안한 감정이라 하더군!" 서로 얼굴이 맞닿을 듯 지척의 거리에서 서로의 눈만을 바라보며 이어지는 정담(情談)..... 문득 남궁하가 생각났다는 듯 품속에서 은으로 만들어진 함 하나를 꺼냈다. "오빠! 선물이예요" "선물...? 이게 뭔데...." 남궁하가 생끗 웃었다. "다시는 오빠를 두고 애태우기 싫어하는 소매의 마음이예요" 현무가 알 수 없다는 듯 표정을 지었다. "사실 이번 여행길에 저는 검후 예지랑이라는 언니가 하나 생겼어 요. 잠깐 동안이지만 우리는 정말 친자매 이상 정이 들었고....소매는 그 언니에게 오빠의 이야기를 모두 다 들려 주었어요. 어쩐지 해 주 고 싶더군요. 나의 조그만 가슴속에 가장 깊이 들어 있는 오빠의 이 야기를....... 이건 바로 오빠를 위해 그 언니에게서 받아온 선물이예요. 금왕단(金王丹)이라고......." 현무가 깜짝 놀랐다. 금왕단이라면 바로 남해에 산다는 전설적 영물 천년금구의 내단과 신비의 보리수과를 배합해 만들었다는 영단으로 이 것 하나면 능히 일갑자 정도의 공력증진을 기할 수 있다는 희귀한 영약이었던 것이 다. 어찌보면 자신이 익혔던 대부분의 무공에 대한 오의를 깨닫고 있었 으며 오직 공력의 부족으로 충분한 위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현 무의 입장으로서는 진정 필요한 물건이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현무는 남궁하가 내미는 은합을 받을 생각을 않은 채 고개를 저었다. "내 어찌 이처럼 귀한 것을 받겠소? 더구나 검후와는 아직 일면식도 없는 상태인데......하매나 복용하시오!" 그러나 남궁하는 거의 강제적으로 은합을 현무의 손에 쥐어 주었다. "사람의 성의를 그렇게 무시하는 것이 아니예요. 더군다나 지금 상 황은 그까짓 예의에 얽매어 있을 시간이 없어요. 그래 오라버니는 그깟 신비각의 무리들에게 당한 것이 분하지도 않아요?" 거의 강제적으로 그의 손에 쥐어 주며.... 혹 다시 거절할까봐 그의 자존심까지 거론하는 남궁하의 태도에 현 무는 차마 더 이상 사양을 못하고 이를 품속에 집어 넣었다. "세상에 이처럼 귀중한 물건을 강제로 떠 안기는 사람이 하매말고 또 있을까?" 그러자 남궁하는 만족한 듯 씽긋 웃으며 자리에 가서 앉았다. "사실 그 영단이 귀한 것이지만, 모든 사람에게 똑 같은 효과가 나 타나는 것은 아니예요. 말이 일갑자이지.....어찌 조그마한 영단 하나 만으로 일갑자에 이르는 공력을 쉬이 얻을 수 있겠어요. 다만 이는 탁월한 약력(藥力)으로 기(氣)를 보충해 줄 뿐이예요. 이 보충된 기 를 공력으로 전환시키는 곳은 오직 당사자의 깨달음과 능력에 달려 있을 뿐......그래서 이를 오라버니에게 드리는 것이예요. 소매나 예언 니보다는 더 큰 효과를 볼 수 있기에....." "그래 하매의 뜻은 잘 알겠어. 이왕 받은 것이니....잘 사용하지!" 바로 그 때, 인기척이 들리더니.... 백선국이라는 유운회 무사 하나가 나타났다. 그는 현무와 남궁하 단 둘이 있는 좌석에 방해자가 된 기분인지 상 당히 쑥쓰러운 표정을 지으며 현무에게 예를 표했다. "죄송합니다. 회주! 급한 전갈이 있어서......" 이에 현무는 그의 마음을 짐작하겠다는 듯 그의 예에 답하면서도 빙 그레 웃었다. "후후, 죄송할 게 무엇이 있겠소? 그래 급한 전갈이라니....." "유씨세가에서 검천과 도객, 그리고 추혼이라는 자들이 와서 회주님 을 찾고 있습니다" 그의 말을 듣고 있던 현무는 깜작 놀라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아니, 뭐라고...? 유씨세가라 했는가?" "그렇습니다. 분명 유씨세가라 했습니다" 이미 역모로 몰려 모두들 처형되었다던 유씨세가에서 사람이 왔다는 소식에 현무의 마음은 자연 다급해 질 수밖에 없었다. 그들의 존재는 당금 무림과 밀접한 관계가 있을 뿐 아니라 무맹을 향해 떠난 직후 아직까지 소식이 끊겨버린 유선의 가문이였으니..... 이러한 현무의 마음을 익히 짐작하고 있던 남궁하가 그를 대신해 말 을 하였다. "그렇다면 어서 그들을 들어오라 하세요!" "예, 알겠습니다" 백선국이 급히 나간 후, 현무는 마음이 안정되지 않는 듯 거실을 이리저리 걷는 것이었다. 이러한 현무의 태도에 남궁하는 한편으로 그의 마음을 짐작하고 당 연히 그럴 것이라고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기이한 감정이 들었 다. 비교적 안정적인 그가 이처럼 안절부절하지 못하는 것은 바로 유선 때문이 아닌가? 그것은 바로 그의 마음속에 여전히 유선의 존재는 무척 중요한 위치 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을 말해 주고 있었다. 자신에 대한 그의 마음과는 별도로....... ********** 안내 ******** 죄송합니다. 집안에 일이 있어 잠시 시골에 다녀와야 겠습니다. 아마 한 사흘 정도는 연재를 못할 것 같습니다. 그럼 좋은 주말 보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