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 신 도 (四 神 刀) 쉬이이익! 귓가로 빠르게 바람이 지나가는 소리가 들렸고 나는 따라 오지 못하는 라이드 일행을 위해 속도를 조금 줄였다. 레디가 빠를 건 사실이지만 철마(鐵馬)는 아니니까 쉬는 것도 좋을 거라는 생각도 있었지만 말이다. "푸아∼ 대단하군. 우리야 마법으로 역중력 마법을 사용한다고 하지만 지금 자네 말은 그냥 달리고 있는데 그 속도로 지치지도 않는군. 하아∼ 오히려 말들에게 역중력 마법을 사용하는 내가 지칠 정도야" 라이드가 내 옆에 다가와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 사실 나도 레디가 정확히 어떤 녀석인지는 모른다. 다만 마계에서 만났지만 마족은 아니라는 것과 여러모로 특이한 녀석이라는 것 정도? "레인, 레디라고 했던가? 말갈기가 신기해 붉은 색이라니 본적도 없는걸?" "글세요..." 루니는 틈만 나면 심심한 듯 내게 말을 걸어왔다. (어느새 말은 놔버렸다)하지만 내가 마계에서 보낸 기간은 10년이다. 그 중에서 3년째에 미랜드를 만나 1년 동안 쌍검술을 익혔음으로 6년 동안 언어라는 존재와 단절된 것이다. 그나마 말을 잊지 않은 것도 다행일지 모른다. 사람들과는 되도록 말을 안하고 지내기로 했다. 말하는데 그리 문제는 없었지만 별로 하고 싶은 마음도 들지 않았다. 좋게 말하면 엄청 침착해 진 것이고 나쁘게 말하면 바보같이 말하면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이 어색해져 버렸다는 말이다. 하지만 그리 상관은 없다. 그리 많은 대화가 필요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다. 정말 필요한 대화만 해도 상관은 없다. 오랫동안 혼자 지내온 내가 외로움을 탄다는 것도 현실성이 없는 이야기다. "그러니까.... 어?" 루니는 혼자서 뭘 더 말하려고 하다가 갑자기 귀를 쫑긋 세웠다. 저 귀는 인간과 겉모습은 별로 다를 것이 없는 엘프들의 유일한 특징이라고 했다. 그나저나 루니도 느낀 건가? "숲에서 몬스터들과 어떤 사람이 싸우고 있어요! 별로 상황이 좋은 것 같지는 않고요!" 대단하군, 루니는 보이지도 않는 숲 속에서 일어나는 일을 소리만으로 알아차렸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저 애가 저걸 느낄 수 있다는 것이 놀랍다는 거지 내 관점에서는 그리 대단한 것도 아니다. 그 증거로 나는 아까부터 알고 있었다. 단지 몬스터와 싸우는 인간이 상당히 강해 보였기에 신경 쓰지 않았는데 새로운 녀석이 나타난 모양이다. "우리는 말을 타고 소리가 나는 쪽으로 달렸다. 소리는 점점 커졌고 라이드 할아버지도 그걸 알아차릴 정도로 가까이 왔을 때 오거와 싸우는 한 녹색 머리의 소년을 볼 수 있었다. 소년은 상당히 지친 듯 숨을 헐떡이고 있었고 그 녀석의 주위에는 꽤 많은 수의 몬스터들이 시체로 변해있었다. "하앗!" 그 녀석의 짧은 쇼트 소드(Short Sword)를 휘둘러 오거가 휘두르는 메이스(Mace)를 막아냈다. 빠른 몸놀림은 칭찬 해 줄만 하지만 힘이 부족하다. 녀석은 간단히 날아가 버렸고 오거는 그 뒤를 쫓아 치명타를 주려는 듯 메이스를 휘둘렀다. 약간.. 위험하군. 쾅! 우어어! 나는 순간적으로 내 옆에 있던 나무를 뿌리 채 뽑아 던져버렸고 크기가 3∼4포스쯤 되어 보이는 나무는 엄청난 속도로 날아가 오거녀석에 정확히 명중했다. "..." "..." "..." "..." 순간적으로 모두 말을 잃어 버렸다. 루니도 라이드도 토크와 지금 상당히 괴로워해야 할 녹색머리 녀석도... 하지만 그런 분위기와는 어울리지 않는 오거가 다시 일어나 내 쪽으로 손을 휘둘렀다. 턱 "우..워어..." 나는 가볍게 그 녀석의 손을 잡아버렸다. 오거라고 했던가? 힘은 상당히 강한 녀석이다. 물론 이곳에서는 말이다, 하지만 마계에서는 최하위 급 마족들 중에서도 이것보다 강한 녀석은 얼마든지 있었고 나는 솔직히 마족의 힘(뭐, 마족의 힘이라고 하게는 마성이 있는 것도 아니고 순수한 힘이지만....)을 얻은 것까지 치지 않더라도 이 녀석보다는 약간의 차이긴 하지만 더 강하다. 게다가 마족의 힘을 얻은 다음인 지금은 저 녀석보다 거의 10배에 가까운 힘까지 낼 수 있었다. "바보로군... 상대를 가려가면서 힘 자랑을 해라" 나는 나에게 손을 잡힌 채 한참을 끙끙대는 오거를 바위가 있는 쪽으로 던져 버렸고 오거는 바위에 충돌하고는 바로 즉사 해 버렸다. "이.. 이럴 수가!" 다시 일행 쪽을 바라보니 다들 턱이 빠질까봐 심히 걱정이 될 정도로 입을 딱 하고 벌리고 있었고 나는 그들을 무시하며 약간 상처를 입은 소년에게 다가갔다. "괜찮으십니까?" "아, 가...감사합니다" 녹색머리 소년은 서둘러 감사를 표하며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다. "윽!" 나는 그 녀석의 웃옷을 살짝 들어 올렸다. 역시 내 생각대로 복부 부근에는 상당히 큰 상처가 남아 있었다. 아까 오거 녀석에게 당한 것이겠지... "힐(heal)" 쉬이잉 내가 잠시 녀석의 상처를 살피고 있을 때 라이드가 마법을 사용했다. 그 녀석의 상처는 작은 빛에 휩싸였다가 아물기 시작했다. "감..사...합....니.....다" 녀석의 말이 길게 여운을 남겼다. 어..어라? 털썩 쓰러졌네? 상당한 충격을 받았나 보군. 나는 그 녀석을 살짝 들었다. "잠시.. 쉬어 가는 것이 좋겠군요" "그렇게 하지" 라이드는 다시 우리말이 있는 쪽으로 갔고 토크와 루니가 빠르게 다가왔다. "도대체 어떻게 한 건가? 오거와 힘 겨루기를 해도이길 정도라니..." "마법을 사용 한 거야? 아니면 토크아저씨처럼 몸 속의 마나를 사용 한 거야?" 이해시키기도 귀찮다. 내가 마계에서 지내는 동안 내 몸의 근육은 무서울 정도로 성장해 버렸다. 이미 내 몸은 거의 대부분이 근육으로 덮여있었다. 그뿐이 아니라 마족의 고기를 먹은 탓인지 비정상 적으로 강한 힘을 낼 수 있었다. 물론 그렇게 되기까지는 엄청난 고통이 있었다. 하루종일 검을 휘두르고 밤마다 마족의 눈을 피해 잠들면서도 엄청난 근육통에 괴로워해야 했다. 상당히 오랜 기간이 지나고 나서는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지만 그 고통들은... 무시무시할 지경이었다. "...순수한 근력입니다" "뭐? 말도 안돼! 어떻게 순수한 근력으로 오거를..." "믿어지지 않으면 믿지 않으셔도 좋습니다" 나는 간단히 말한 후에 어이없어 하는 둘을 무시한 후 다시 말이 있는 쪽으로 다가왔다. 라이드 할아버지는 말들을 묵어놓고 있었고 나는 나무를 한 개 잘라서 장작으로 만들어 불을 피웠다. "아직 밤이 되려면 시간이 조금 남았군요" "그렇군. 어차피 저 녀석도 깨워야 하니 쉬고 있어라" 나는 라이드 할아버지의 말을 듣고 아직 다 배우지 못한 마법을 배우기로 하였다. 이미 지식이 다 내 머리 속에 있다고는 하지만 그걸 다시 내 것으로 만들려면 다시 익혀야 한다. 이곳으로 오기 전 3클래스까지 마스터를 하고 시간을 너무 잡아먹는다는 생각에 길을 가면서 마법을 익히기로 했다. 게다가 검과 도를 주로 사용하던 내게 마법은 상당히 매력적인 힘으로 다가왔다. ....파이로드 할아버지는 강했던 걸로 기억한다. 나와는 종류가 다른 힘, 즉 마나를 사용했지만 얼마나 강한지는 충분히 알 수 있었다. 강했다, 너무 강했다. 내가 최선을 다해도 상대가 될 거라고는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어딜 가는가?" "아, 잠시 둘러볼게 있어서요. 레디, 쉬고 있어라" 푸륵! 나는 몸을 가볍게 한 후 발을 굴러 빠르게 숲 속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마나 가 많아 보이는 한 곳에 자리를 잡고 앉아 조용히 명상을 시작했다. 쉬우우우 상당한 시간이 지난 후 내 주변의 마나가 가볍게 내 몸을 돌기 시작했고 나는 내 머리 속에 있는 기억을 찾아 조용히 암송하기 시작하였다. "...아이스 스톰(ice storm)" 쩌저쩍! 내 주변에 있던 네 그루의 나무들에게 작은 얼음폭풍이 불었고 순식간에 나무들이 얼어버렸다. "콘 오브 아이스(cone of ice)!" 콰아아 쿵! 내 앞으로 다시 원뿔모양의 얼음이 나타났고 얼어붙어 있는 나무들을 순식간에 부숴 버렸다. 음.. 다 된 것 같은데? "월 오브 파이어(wall of fire)... 소(小)" 나는 다시 불 마법을 사용하여 천천히 얼음 들을 녹여버렸다. 작게 불꽃의 벽이 만들어졌고 얼음 들을 모두 증발시켜 버렸다. "..." 나는 계속 명상을 하며 마나를 움직였다. 지식은 이미 있는 지금 필요한 것 은 마법에 대한 감각이기 때문이다. "된..것 같군" 나는 조용히 몸을 일으켰다. 이미 주위는 어둑어둑해져 있었다. "4시간 30분... 상당히 빨리 되었군..." 나는 시계를 보면서 중얼거렸다. 시계는 내가 가져온 몇 개안되는 물건 중의 하나였다. 뭐, 공부해야 한다고 가져온 과학사전이나 몇 개의 책들도 있었지만 별로 쓸모는 없었다. 시계는 쓸데가 많았지만 말이다. 미랜드가 마법을 걸어주고 나서는 약도 필요 없어서 편리하다. 그리고 요번에 4클래스를 마스터하는 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은 것이다. 예전에 조금 해놓은 것이 있었기 때문에... "자고 있는 건가?" 나는 다시 일행들에게 돌아가고 모포를 덮고 자고 있는 일행들에게 다가갔다. 모두 자고 있었지만 토크가 불침번을 서고 있었다. "응? 어디에 갔다 오는가?" "잠시 수련을 하고 왔습니다" "그래?" "불침번은 제가 서지요. 토크님도 쉬어야 하니까요" "아, 괜찮.." "쉬십시오" 나는 나직하게 다시 말했다. 괜찮은 척 하고 있지만 토크는 더 쉬어야 했다. 그리 위험한 상태는 아니었지만 아직까지 몬스터들의 싸움의 후유증이 남아있었다. "...고맙네" 토크는 조용히 모포를 덮고 누웠다... 솔직해서 좋군. "잘 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