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 신 도 (四 神 刀) 스윽 나는 방문을 열고 문 밖으로 나섰다. 상당히 이른 아침이라 사람들은 별로 없었기에 특별히 할 일도 없던 난 식당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아직 아침이잖아?" "뭘 그런 거 가지고 그래. 카인. 한번 둘러보면 어때?" "후..다크 오늘은 우리의 시합이 있는 날이야. 메모라이즈 정도는 할 시간을 줘야 하는 거 아니냐?" "아! 맞아! 마법사는 그 메모... 어쩌구 해야 하는 걸 해야 한다고 했지?" 나는 순간 익숙한 목소리에 고개가 들려졌다. 어디에선가 들어본 목소리. 나는 무의식적으로 그들을 향해 걸음을 옮기려고 했다. 하지만 내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가 그것을 막았다. "호.. 레인 아닌가? 일찍 일어났군" 내 뒤에서는 라이드가 상당히 반가운 얼굴로 서 있었다. 우리와 같이 다닐 때 입던 여행 복이 아닌 검은 로브와 마법지팡이를 들고 있는 라이드의 모습은 하얗게 세어버린 머리와 검은 색의 로드와 상당히 조화가 맞아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훈훈하고 너그러운 노인의 대표적인 모습이라는 생각이 나게 했고 내 관점으로는 오랜만에 이 학교의 교장다운 풍모를 보여주고 있었다. "..." 나는 다시 한번 뒤를 돌아보았다. 내가 바라보는 곳에는 푸른색의 로브를 걸친 마법사로 보 이는 소년과 전사로 보이는 소년이 있었다. 하지만 이곳과 반대쪽으로 걸어가고 있었기 때 문에 얼굴이 보이지는 않았다. "응? 아는 사람들인가?" "아닙니다. 단지..." "단지?" "단지 제가 아는 사람들과 조금 닮은 것 같아서..." "..." 약간 우울해 지는 내 말투에 라이드는 더 이상 아무 질문도 하지 않았다. 하긴 질문을 하더라도 대답할 내가 아니지만 말이다. "그래... 무슨 일이십니까?" 내 말에 뭔가 부탁할게 있는 것처럼 라이드는 약간 머뭇거렸다. 하지만 곧, 마음을 다잡았는지 입을 열었다. "부탁할 것이 있어서 왔네" "부탁할 것?" "그래.... 사실 이번에 8클래스 마법에서 막히는 것이 있어서.... 물어보려고..." 대단하군. 자신보다 한참은 어린 나에게 전혀 부끄러움을 느낄 만도 한데 말이다. 라이드가 마법에 대한 관심이 많은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라니... "하지만 아직 저는 4클래스인데요. 8클래스의 마법을 돕기는 힘들어요" 내 말에 라이드는 약간 서운한 표정을 지었다. 하긴 그럴 것이다. 그도 아마 약간의 기대 때문에 온 것일 테니까. "나도... 그 정도 생각은 해 보았네... 하지만 자네 이외에 떠오르는 사람이 없어서 말이야" "그렇군요... 뭐를 모르시는데요?" 나는 혹시나 하는 조용히 물어보았고 별로 기대하는 것 같지는 않는 것 같았지만 라이드는 자신이 풀어나가는 도중에 해결이 되지 않는 부분을 이야기 해 주었다. "....그런 거라네. 이곳에서 공간좌표가 필연적으로 뒤틀린단 말이네! 벌써 일주일째 고민을 해 보았지만 도저히 이걸 수정할 수가 없어! 만약에 이 마법을 사용한다면 마나가 푝주...!" "진정하시죠" "그러니까! 응? 아... 미안하다 나도 모르게...." 별로 기대를 안 한다는 처음의 표정과는 달리 라이드는 정말이지 열성적으로 손짓발짓까지 동원해 빠르게 설명을 해 나갔다. 정말이지.... 그 열성에 놀랐다. "공간좌표의 뒤틀림이라... 이 정도라면..." "응?" "도울 수 있을 것 같군요" "하지만 자네는 4클래스..." "저도 어느 정도의 지식은 가지고 있습니다. 저는... 파이로드의 유일한 제자이니까요" "...." 라이드는 황당한 얼굴을 지었다. 그 얼굴은 내 말을 믿지 못한다는 얼굴이 아니라'8클래스 마법에 대한 지식이 어느 정도의 지식이란 말이야?'라는. 완전하게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표정이었다. "설명하겠습니다" "아... 고..고맙네" 나는 되도록 간단하게 말을 시작했다. 다행히 라이드가 어느 정도의 지식과 빠른 두뇌회전을 가지고 있었기에 내 설명을 잘 떠오르고 있었다. 하지만 라이드가 질문한 것은 상당한 난이도를 가지고 있는 문제였기에 어느 정도의 시간을 소비하는 것은 나로서도 어쩔 수 없 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파이로드가 질문한 것이 깨달음에 대한 것이 아니라 마법지식이라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좌표 (135 . 786)에서 마나를 회전시키면..." "하지만 그렇게 하면 마나가 충돌하지 않나? 그 정도의 마나가 한자리에 모이면 위험하니 말일세" "그렇지 않습니다. 여기서 마나를 회전시키면 좌표 (839 . 557) 마나와 완전한 평행을 이루 면서 좌표 (447 .638) 마나와 함께 안전한 원을 이루게 됩니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마나의 평행이 뒤틀어지지 않습니까?" "...?" "응?" 나와 라이드의 고개는 새로이 끼어든 목소리에 동시에 한쪽으로 돌아갔다. 그곳에는 파란색머리에 안경을 낀, 학자풍의 청년이 서 있었다. 모습으로 보아 대충 20대 중반인 것 같았다. 그 청년은 우리가 동시에 쳐다보자 얼굴이 붉게 변했다. 그는 당황하며 변명을 늘어놓았다. "죄..죄송합니다. 지나가던 길에 갑자기 고 난이도의 마법설명이 들려오기에 나도 모르게...... 어..어라? 교장선생님?" 청년의 얼굴이 황당함에 물들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라이드와 아는 사이인 것 같았다. "응? 칼 아닌가? 여기에 무슨 일인가?" "아...제가 이곳 선수들은 담당하고 있어서요. 아니.. 이게 아니지... 오히려 내가 그 말을 해 야 하는 것 아닙니까? 교장선생님은 학교에 계셔야지요!" "내가 말했지 않은가? 마법을 공부하러 가겠다고. 자네들도 허락했을 텐데?" "우리야 당연히 마법서를 공부하시는 줄 알았죠! 요번에 8클래스 마법서를 얻으셨다고 하기에... 엥 공부? 설마 이 소년에게서 마법을 배우시는 겁니까? 8클래스 마법사가?" "그렇다네" 칼은 경악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하긴 그럴 것이다. 파이로드를 제외하고 대륙 최고의 마법사가 어려 보이는 소년이게 마법을 배우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나도 그렇게 어리지는 않은데 말이다... 마계로 넘어간 후 10년이 지나고 이 곳으로 넘어온 지도 거의 1년이 되어간다. 원래 내 나이가 17살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지금 내 나이는 28살이다. 하지만 내 모습은 아무리 잘 봐줘도(설사 내가 봐도) 17살에서 18사이 이상은 보기 힘들었다. 마계에서 있는 동안은 전혀 나이를 먹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유는 모르지만 그렇게 알고 싶지도 않 다. 그저 그렇구나... 하고 생각할 뿐. "자...네. 8클래스 마법을 알고 있나?" "대충은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건 4클래스까지 뿐입니다" "그럼... 지식은 다 알고 있다는 것인가?" "그렇게 되는군요" "대단해! 자네정도의 나이에 그 정도라니... 엄청나! 아무리 지식뿐이라지 만 8클래스라니!" 보통은 '말도 안돼!'라던지 '그럴 수가!'같은 식으로 해야 정상 아닌가? 한번에 믿어버리다니 순진한 거야 아니면 멍청한 거야? "칼! 그만 떠들고 주위나 돌아. 나는 나머지를 들어야 하네" "싫어요. 저도 마법사라고요" "이 근처를 돌아야 한다며!" "안 돌아도 돼요!" "으이구... 맘대로 해라. 아참 소개를 안 했군. 레인군. 이쪽은 내 제자로 이제 막 7클래스에 간신히 들은 애송이 마법사 칼 테리안 이라고 한다. 세인트의 선생이지" "뭐가 애송이에요!" "글쎄다... 그리고 칼 이쪽은 요번에 여행을 오면서 만난 레인군이네. 마검사지" "엑! 마검사? 마법을 그렇게 익히면서 검을 쓸 수 있어요?" "짜샤! 너도 빈둥거리는 시간에 운동해봐! 기본체력은 될 수 있어!" "제가 언제 빈둥거렸다고 그래요!" 도대체가 내 예상은 빗나가지를 않는군. 성격이고 하는 짓이 너무 닮아서.... 생긴 거는 별로 안 닮았지만 성격은 완전히 붕어빵이군. 그나마 라이드는 얼마 전 까지만 해도 어느 정도의 이미지는 보존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망가지다니... "...라이드님. 설명은 안 들으실 겁니까?" 나는 계속 티격태격하고 있는 두 사제에게 낮게 말했다. 비록 언뜻 보기에는 그 난리를 말리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였으나 라이드와 칼에게는 내 말이 거의 언령 마법 수준으로 작용하였다. "무.. 무슨 소린가! 당연히 계속해야지!" "맞습니다! 이런 설명을 놓친다면 그건 마법사도 아닙니다!" "...." 나는 서로 악을 써대는 두 사람을 보고 한숨을 쉬었다. 정말이지 내가 불쌍하다. "그럼 조용히..." "당연한걸 가지고. 칼. 떠들지 마라" "흥! 사부님이야 말로" 그 말을 끝으로 나는 다시 마법에 대한 명 강의(?)를 시작하였고 두 사람은 뜨거운 열기로 수업에 참가해 열띤 토론을 하며 공방전을 펼쳤다. 약간 시간이 지난 후... 이미 처음의 라이 드의 질문은 모두 끝이 나있었지만 칼과 라이드의 새로운 질문과 의견에 내 설명은 늘고 늘 어 거의 세 시간 동안이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리고 더욱 큰 문제는 사람들이 몰려 들고 있다는 점이었다. 그나마 약간 전에는 이른 아침이라 사람이 별로 없었지만 지금은 날 이 밝아서 사람들이 점점 나오고 있었고 사람들은 자연스레 우리의 주위로 몰려들고 있었다. "그러니까... 그 공식에서... 응?" 라이드는 말을 하다 말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마법사 세 명이 나누는 마법에 대한 잡담(?) 이 꽤나 신기했는지 상당한 수의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그리고 그 중에서 라이드를 알아본 사람들은 서로가 경악해 하고 있었다. "맙소사! 저건 세인트의 교장이잖아?" "그럴 리가... 왜 세인트의 교장이 이런 곳에 나와있는 거지?" "이럴 수가!" 각자 사람들은 나름대로의 의견을 꺼내고 있었고 점점 여관은 소란스러워 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들을 가르치는(누가 봐도 그랬다)나를 보고 더욱 경악하는 것 같았다. "사람들이 꽤 모였네?" 그걸 이제야 안 것일까? "여기서는 그만 하고 방으로 들어가는 건 어떨까요?" 후... 더 이상은 할 생각도 없다. "됐습니다. 이제 그만 돌아가서 쉬도록 하세요. 정 뭣하면 마법서나 연구하세요. 궁금한 건 이미 해결 하셨으니..." "하지만..." "설명만 들어서 어쩌실 생각이십니까? 이렇게 질문만 해서는 마법수련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만" "그렇군. 하여튼 고맙네, 나는 그럼 가 보도록 하지. 나중에 보자 텔레포트(Teleport)" 슈우우 라이드가 말을 끝마치고 가볍게 주문을 외우자 약간의 빛을 뿌리며 라이드의 신형이 사라졌 다. 주위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으나 나는 가볍게 무시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시합은 10시부터 시작한다고 했던가? "오늘 고마웠다" "상관없습니다. 이걸 받으시죠" "응? 뭐... 어? 마...법서?" 칼은 내가 내민 마법서를 보고 눈이 휘둥그래졌다. 나는 그런 칼을 바라보면서 말을 이었다. "7클래스 마법서입니다. 이제 7클래스가 되셨다고 하니 도움이 될 겁니다" "...." 칼은 한동안 말도 하지 못하고 마법서를 뒤적거렸다. 그러기를 30초... 칼은 마법서를 탁 덮 어 버리더니 로브 깊숙한 곳에 쑤셔놓고는 내 손을 덥썩 잡았다. 눈이 초롱초롱 한 것이 엄 청 감동 받았다는 눈초리였다. "고맙다. 정말 고마워. 고위 마법들은 마법서가 별로 있지도 않고 있어도 전부 싸구려라... 부탁이 있으면 언제든지 말해라 뭐든 들어줄 테니, 아! 조금 있으면 시합이겠군. 나중에 보자 레인, 고맙다. 텔레포트(Teleport)" 슈우 칼은 말을 마치고 바로 공간이동 마법을 사용하여 사라졌다. 아마도 다시 학교로 돌아간 것 이겠지.... "..." '뭐, 필요도 없으니...'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경기장 쪽으로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이미 거의 경기시간이 다 되 었기 때문에 사람들이 꽤나 많이 몰려나와 있었고, 그 중에서 상당수의 사람들이나를 쳐다 보고 있었지만 나는 그런 시선에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다. "동규... 정식..." 너무 닮아 있었다. 그 마법사와 전사녀석... 느낌이 너무나 비슷했고 10년이나 지나는 바람에 이제는 가물가물 하지만 목소리도 비슷한 것 같았다. 하지만... 그들이 여기에 왔을 리가 없 다, 차원의 통로로 넘어온 사람은 오직.... 나뿐이다. "후... 기분이 더럽군" "왜?" "..." 나는 아주 익숙하게 입을 다물었다. 내 옆으로는 어느새 린이 따라오고 있었다. 실수로군. 그녀가 듣는데 혼자서 떠들다니... "왜 기분이 더러운데?" "..." "왜 더러운데? 누가 시비라도 걸었어?" "..." "히이잉... 레인∼ 내 말에 신경 좀 써봐∼" 린은 내가 그녀의 말을 무참히 씹어버리자 애교를 떨기 시작했다. 그 효과는 직빵이었다. 내 주위로 엄청난 살기가 휘몰아치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내 살기는 아니었다. 사방에서 린을 흘끔 흘끔 훔쳐보던 남자들이(안 봐도 뻔하니 따지지 말자. 설마 여자가 그렇겠는가?) 단체 로 나를 죽일 듯이 노려보았기 때문이었다. 내 뒤통수에 날아와 박히는 그 시선 때문에 나 는 내가 쓰고 있는 알타그라로 만든 투구가 버틸 수 있는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 시선 은 강력했다. "린. 제발 로브를 입고 다니십시오. 신경 쓰입니다" 나는 은연중에 살기까지 품어 린에게 말했다. 정말이지 지겹다. 매일 이런 일을 겪으면서도 로브를 입고 싶지 않은 건가? "시..싫어. 너무 답답하다니까" 린은 내가 보낸 살기에 약간 몸을 움찔거렸지만 태연하게 살기를 받아넘기며 말했다. 나는 그냥 입을 다물고 말았다. 물론 살기를 강하게 내 뿜거나 한다면 어떻게 될 것도 같았지만 굳이 그렇게 까지 하고는 싶지 않았다. "..." 나는 조용히 경기장으로 들어왔다. 린이 계속 내 옆에서 쫑알쫑알 대었지만 나는 되도록 그 녀의 말에 신경을 쓰지 않았기에 무슨 말을 한 지는 모르겠다. 그렇게 우리가 경기장으로 들어가 자리에 앉아 사회자가 나왔다. 하늘은 맑았기에 날씨는 더없이 화창했다. "자! 그럼 세인트 무투대회 2회전을 시작하겠습니다!" 시합은 다시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