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 신 도 (四 神 刀) "붉은 화염의 화살! 파이어 애로우(fire arrow)!" "가랏 차가운 냉기의 덩어리! 아이스 볼트(ice bolt)!" 경기장에서는 두 명의 마법사가 서로 마법을 난사하며 마법전을 벌이고 있었다. 별거 아닌 시합이었다. 평범한 사람들인 관중들은 화려한 마법전에 환호했지만 레인은 별로 흥미를 가 지지 못했다. 두 사람 다 3클래스 정도인 것 같았다. 이미 4클래스 마스터인 레인이 거기에 놀랄 이유는 없었다. '고전적이군' 두 사람은 전혀 다른 방법을 쓰지 않고 마법으로 정면 대결을 하고 있었다. 마법에 대한 응 용력은 애초에 없는 듯 마법을 적절한 순간에 능숙하게 사용하지 못했다. 아마도 더 많은 마나를 사용할 수 있는 자가 승리할 것이다. "하압! 붉게 타오르는 화염의 불꽃! 파이어 볼(fire ball)!" "이..이런! 강한 공기의 방패! 에어 실드(air shield)!" 퍼엉! 파이어 볼은 잠시 에어 실드에 멈칫 했다가 결국은 실드를 깨고 마법사에 명중했다. 마법사 는 기절해 버렸다. "승리는 마법사 체린이요!" 와아아 사람들의 환호가 이어지고 승리한 마법사는 많은 마나를 소비한 듯 지친 걸음으로 경기장에 서 나갔다. 그런 마법사들을 보면서 레인은 약간의 실망을 느꼈다. '모두 저 정도밖에 안 되는가? 숙련도가 떨어진다... 실전경험이 부족하군' 사실 실전경험을 기대하는 자체가 잘못이었다. 마법이라는 것이 무었인가? 오랜 시간 동안 연구하고 학습해야지 간신히 사용 할 수 있는 것이었다. 지금 시합을 보는 사람들이 거의가 10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들은 마법을 배우기에도 바빴으리라. "레인. 요번 무투 대회에서 누가 승리할 것 같아?" 린은 되도록 레인의 옆에 가까이 앉아 레인에게 말을 걸었다. 레인은 그런 린을 약간 밀어 내고 린의 말을 무시한 채 경기장만을 바라보았다. "..." '솔직히 말하면... 나나 저번에 그 갑옷을 입은 녀석' 레인의 솔직한 마음이었으나 레인은 굳이 소리내어 말하지 않았다.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하아∼ 이제는 내 말을 무시하는 거에 화도 안 나네" 린은 그런 레인의 반응에 한숨을 쉬듯이 말했다. 그런 모습에 주위사람들은 레인과 린을 계 속 힐끔 힐끔 쳐다보았다. 뛰어난 미모를 지니고 있는 린과 온 몸을 갑주로 뒤 덥고도 다시 그 위에 검은 로브를 입고 있어 더욱 음침한 기운을 뿌리고 다니는 레인은 사람들의 시선을 모으기 충분했다. 본인들이 무시해서 탈이지만. 딘은 그런 그들을 잠시 바라보다가 입을 열 었다. "그런데 레인님의 시합은 언제이십니까?" "17번째 시합" "그렇군요. 린님은?" "나? 나는 10번째 시합. 약간만 있으면 돼. 아! 그러고 보니 다음 시합이 딘의 시합이네?" 레인은 되도록 짧게 말했고 딘도 그 정도는 이미 익숙한지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었다. "네, 곧 경기장 쪽에서 딘의 이름이 들려오자 딘은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아 시작이네요. 다녀올게요" 딘은 린과 레인에게 살짝 손을 흔들고 무기를 점검한 후 시합장으로 향했다. 전에 비해서 상당히 차분한 모습이었다. "검사 딘!" "여기에 있습니다" 딘은 가볍게 경기장 위로 올라왔다. 상대방은 상당한 덩치를 가지고 있는 용병이었다. "크흐흐... 애송이 꼬마 녀석이 이곳까지 잘도 올라왔구나..." "..." 딘은 그의 말을 가볍게 무시하고 자세를 잡았다. 흥분해 봐야 좋을 게 없다는 생각에 서였 다. "경기 시작!" 휙! 심판이 시합을 시작하기가 무섭게 딘의 신형이 빠르게 움직였다. 속전속결! 딘이 선택한 방 식이었다. "하압!" "이..이런" 쨍!! 딘의 쇼트 소드와 덩치의 배틀액스가 충돌했다. 딘은 솔직히 약간 당황했다. 비록 얼결이긴 했으나 덩치가 자신의 검을 막았기 때문이었다. "이 자식이!" 덩치는 자신이 공격을 받은 것에 대해 화가 났는지 앞 뒤 살피지 않고 강하게 배틀액스를 휘둘렀다. 근력이 뛰어나 보이는 덩치가 배틀액스를 휘두르자 강력한 파공음과 함께 날카로 운 도끼날이 딘을 향해 달려들었다. "하압!" 딘은 최대한 빠르게 뒤로 물러났다. 상당한 몸놀림을 지닌 상대다. "빠르군... 좋아!" 휘익! 딘은 다시 몸을 날렸다. 그에 맞추어 덩치는 배틀액스를 휘둘렀으나 딘은 고개를 숙여 그것 을 피하고 다시 단검을 들었다. 쉬익! 딘의 단검이 빠르게 덩치에게 휘둘러졌다. 덩치는 다시 도끼를 들어 막으려고 했다. 하지만 무거운 도끼를 들고 막기에는 딘의 단검이 너무나 빨랐다. 스윽! "크윽!" 덩치의 가슴에서 피가 흘렀고 그 고통에 덩치의 눈이 붉게 변했다. 어지간히 흥분한 모양이 었다. "이 자식! 죽인닷!" '좋아, 이 정도 흥분한 상태라면...' 딘은 빠르게 상대와의 거리를 벌렸다. 그리고 나직하게 말했다. "정말 다행이에요. 약한 상대여서. 저는 덩치를 보고 강할까봐 걱정했거든요" "뭐...뭐?" 물론 도발이었다. 실제로 이런 X같은 말투를 사용할 리가 없는 딘이었다. 하지만 상대는 딘을 잘 알지도 못하거니와 알아도 흥분할 정도로 다혈질이었다. "죽여버리겠어!!" 덩치의 몸이 마치 달려가는 코뿔소와 같이 엄청난 속도로 딘에게로 쏘아져 나갔다. 보통 사 람이라면 그 모습만으로도 겁에 질릴 만큼 엄청나고 강력한 돌진이었다. 하지만... 딘에게 오 히려 그것은 찬스였다. 딘은 허리띠에 걸려있던 단검 중에서 하나를 골라 들어 정면으로 던 졌다. 물론 덩치를 향해서는 아니다. 상대방을 죽이는 것은 이곳의 규칙에 어긋나므로 명중 시키면 바로 즉사시킬 수 있는 머리나 심장은 안 된다. 하지만 저렇게 흥분한 상대의 다른 부위를 명중시켜 봐야 무시하고 딘을 베어버릴 것이다. 그래서 딘이 선택한 곳은 바로 바닦 이었다. 쉬익! 푸욱! 턱! "억!" 단검은 달려오던 덩치의 발 아래에 정확히 명중했다. 그리고 덩치는 그곳에 발이 걸리고 말 았다. 애초에 알지도 못했고 그 엄청난 속도에 멈추지도 못하는 덩치로서는 당연한 일이었 다. 덩치의 몸이 하늘을 날았다. "어억?" 슈우 딘의 눈에 느리게 날아오는 덩치가 보였다. 그가 노리는 곳은 머리였다. "합!" 빠악! "끅!" 쿵! 딘의 발길질에 덩치는 그만 기절하고도 데굴데굴 굴러 경기장 밖으로 굴러 떨어졌다. 딘은 바닥에 있는 자신의 단검을 뽑아 다시 벨트에 찼다. "검사 딘의 승리!" 와아아!! 사방에서 환호의 목소리가 들으며 딘은 다시 레인의 옆자리로 돌아왔다. "대단하네. 저런 덩치를 상대로" "상대가 단순해서 다행이었어요. 그렇지 않았으면 어려웠을 지도..." 딘은 약간 쑥스럽게 말하면서 레인을 바라보았다. 여전히 레인은 아무 표정도 없이 경기장 을 바라보고 있었다. 뭔가 말을 붙여볼까 생각했던 딘은 머쓱함에 그냥 자신도 경기를 관람 하기 위해 시선을 경기장으로 돌렸다. "자! 다음 시합은 파이터인 다크와 검사인 이렐의 시합입니다!" 사회자의 설명과 함께 경기장에 나이가 20대 중반쯤 되어 보이는 날렵해 보이는 사내와 간 단한 차림을 하고 있는 18살쯤 되어 보이는 소년 파이터 한 명이 올라왔고 린은 두 사람의 일정한 포복이나 걸음걸이를 보며 둘 다 어느 정도의 실력자라고 생각하면서 레인에가 말을 걸어볼 요량으로(지치지도 않는다) 레인을 바라보았다. 지금은 온 몸을 갑옷과 로브로 덮어 쓰고 있었기에 자연히 레인의 몸 중에서 드러난 곳은 눈과 그 주위 약간 뿐이었다. 린은 레 인의 눈동자를 잠시 바라보고 있었다. 흑 빛 눈동자가 차분하게 가라않아 있었다. 언제나 그 랬다. 몬스터들이 덤벼들 때도 그랬고 결투를 할 때도 그랬다. 하지만 그 법칙과도 같은 현 실이 갑자기 변화해 버렸다. 무심하게 경기장을 쳐다보던 그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기 때 문이다. 갑자기 레인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이...럴 수가... 저..정식이?" '무슨 소리지' 린과 딘은 경악과 의문의 눈초리로 레인을 바라보았다. 레인이 이런 반응을 보인 건 처음이 었다. 언제나 침착함을 잃지 않던 레인의 눈동자가 흔들리고 있었다. "무슨 일이죠?" "왜 그래?" 린과 딘이 동시에 같이 레인에게 말을 걸었다. 하지만 레인은 그들의 말에 신경을 쓰고 있 지 않았다. 경기는 이미 시작되어 있었고 레인은 파이터의 모습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그 렇게 잠시 후 레인의 눈동자가 천천히 가라앉았다. 레인은 아직도 린과 딘이 자신을 바라보 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고 디시 자신의 자리에 앉았다. "죄송합니다" "무슨 일이야?" "..." 레인은 다시 입을 다물었다. 린과 딘은 레인의 입을 열기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에 의문의 눈길만 보낼 뿐 복잡한 심정으로 다시 관람을 하기 시작했다. '정식이가 이곳으로 오다니... 동규도 온 것일까?' 레인은 자신이 아침에 보았던 마법사와 파이터의 모습을 떠올렸다. 자신은 단순하게 닮았다 고 생각했지만 아니었다. 바로 정식과 동규 본인들이었던 것이다. 물론 얼굴만 닮은 다른 사 람 일 수도 있었기에 확인이 필요했다. 레인은 주위에 붙어있던 대전표로 시선을 옮겼다. '...하지만 다크, 아직 아침이야' '뭘 그런 거 가지고 그래. 카인. 한번 둘러보면 어때?' 레인의 기억 속에 그들이 나누었던 대화가 떠올랐다. "다크... 카인" 그는 대진표에서 그들의 이름을 찾아내었다. 카인... 아마로 동규로 생각되는 녀석은 자신이 다음 시합을 마친 후 세 번째 시합에서 만나게 되어 있었고 정식... 그러니까 다크는 카인과 의 시합에서이기면 만날 수 있었다. "하압!" "헤에? 어림도 없는걸?" 쉬익! 레인은 다시 경기장 쪽을 바라보았다. 상대방 검사의 공격을 다크가 부드럽게 피하고 있었 다. 다크는 그의 칼을 피해내더니 살짝 몸을 띄웠다. "하압! 나도 간다! 파리채 크리티컬 어택!!!" 순간 다크의 몸이 마치 물구나무서듯 공중에서 다리를 위로한 채 떠있었다. 그리고... 쫘악! "으헉?" 쿵! "이..이번 시합은 파이터 다크의 승!" 또다시 와아아 하는 함성 소리가 들려왔고 다크는 웃는 낮으로 경기장을 내려왔다. 그리고 레인은... '저런 유치한 기술 명이라니... 구태여 정식인지 확인할 필요도 없지 않을까?' 레인은 세상에서 오직 정식 만이 지을 수 있는 기술 명에 크게 감동을 받으며(?) 심각하게 고민에 빠졌다. ==================================== 헥헥! 올리기도 힘드네... 오늘은 여기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