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 신 도 (四 神 刀) "와아아아!!" 사람들의 환호성 소리가 들려왔다. 레인은 사람들을 한번 둘러보았다. 요번 시합에는 경기자들이 많이 줄어 있었다. 아마 탈락한 사람들 때문이리라. 그리고 여기에 나와있는 사람들은 그 중에 승리한 자들... "자, 그럼 경기 규칙을 설명...." 참가자들을 앞에 두고 사회자가 다시 한번 경기규칙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레인은 거기에 별로 상관 쓰지 않고 준준결승전에 올라온 사람들이 누구누구 있는지 살펴보았다. 일단은 레인을 비롯해 린과 딘이 있었다. (다행인 건지 불행인 건지 그들끼리 만날 일을 없었다.) 그리고 동규와 정식이... 아니 이곳 이름으로 카인과 다크가 있었고 레인이 만났던 거인보다도 덩치가 더 큰 거인족 검사, 그리고 프릴리아 제국의 왕자라는 느끼한 변종오크와 온 몸을 갑주로 뒤덮고 있는 카렌이라는 검사(레인도 로브를 벗은 채 갑주로 온 몸을 덮고 있었기 때문인지 레인과 카렌의 분위기는 묘하게 비슷했다)까지 8명 정도 되었다. "자! 그럼 첫 번째 시합은 검사 딘님과 마찬가지로 검사인 카렌님의 시합입니다!! 대기중인 참가자들께서는 관람석에서 기다려 주십시오!" "...관람석? 아! 저기네 레인 빨리 가자 딘의 시합이라고" "..." 레인는 지치지도 않는 건지 다시 자신의 팔을 잡아끄는 린을 잠시 바라보다가 관람석으로 향했고 딘은 약간 긴장한 표정으로 경기장에 올라갔다. "하하... 안녕하세요?" "..." 딘은 자신의 상대에게 말을 걸어보았다가 멋 적은 웃음을 지었다. 레인만큼이나 말이 없는 사람이었다. 그는 상대에게 말을 거는 것을 포기하고는 자신이 평소에 사용하던 은색의 한쌍의 단검이 아닌 다른 단검을 들었다. 은은한 붉은 빛을 띠는 단검과 푸른빛을 띠는 단검들이 보통 사람이 보기에도 예사롭지 않아 보였다. 딘은 두개가 한 짝인 두 단검을 늘 사용해 왔는지 자연스럽게 양손에 나누어 쥐었고, 그런 그를 보면서 카렌도 자신의 등뒤에 매에 있는 일포스 남짓의 두 자루의 봉을 들었다. "선수 제 위치에! 경기 시작!" 챙! 경기가 시작하기가 무섭게 카렌이 빠른 속력으로 딘을 압박해 들어갔다. 거의 순식간의 기습이었지만 딘은 이외로 침착하게 두 개의 검을 겹쳐 막아내었다. 챙! 챙! 딘은 공격을 받아내고 두 개의 단검을 든 채 온 몸을 돌리듯 회전시키며 올려쳤고 카렌은 그런 딘의 공격을 공중으로 몸을 약간 띄우면서 가볍게 흘려보냈다. 하지만... "걸렸다!" 퍼억! 보통 발로 온 몸을 덮은 금속 갑옷을 차면 오히려 찬 사람이 충격을 받는 것이 보통이었으나 딘은 발에 마나를 집중했는지 몸을 빙글 돌려 공중에 약간 뜬 카렌의 몸을 발로 강하게 찼고 상당한 무게로 보이는 카렌을 공중 3포스 정도 날려보냈다. "하압!! 파이어 소드!(fire Sword) 그리고 아이스 소드!!(ice Sword)" 순간 딘의 검중 하나는 붉게 불타기 시작했고 다른 한 자루의 검은 하얗게 얼어붙기 시작했다. 딘이 특별히 마법을 사용한 것이 아닌 걸로 보아 마법검인 듯 했다. "....!" 카렌은 공중에서 떠있는 상태로 딘의 검을 보았으나 하늘을 나는 능력이 없는 그는 검을 들고 자세를 가다듬을 수밖에 없었다. 쐐에엑! 짧은 시간동안(사실 사람이 공중에 잠시 떠 있다가 떨어지는데 까지 시간이 얼마나 걸릴까?)준비를 마친 딘의 두 단검이 점점 붉은빛을 더해서 한 개의 불덩이, 그리고 점점 하얀빛을 더해서, 한 개의 얼음 덩어리로 화하여 빠른 속력으로 카렌에게 쏘아져 나갔다. 퍽! 쾅! 순간 공중에서 막 바닥에 내려서려고 하던 카렌이 빠르게 두 개의 봉을 휘둘러 두 개의 단검을 쳐냈다. 하지만 딘은 이미 예상이라도 했는지 별로 실망하는 기색을 보이지 않고 어느새 활에 활시위를 재어 카렌을 겨냥하고 쏘았다. 쌔앵! 카렌은 믿을 수 없을 정도의 빠르기로 자신의 복부를 향해 날아오는 화살을 쳐내고 다시 고개를 들었을 때는 어느새 딘의 쌍검이 은색 호선을 그리며 다가오고 있었다. 엄청난 속도와 잠시도 쉬지 않는 연속기였다! 카렌은 간신히 딘의 쌍검을 막았으나 그에 이어서 오는 그의 다리까지 막을 수는 없었다. 퍼억! "윽...!" "후..." 둘은 잠시 떨어진 후 대치상태에 들어갔다. 관람석에서는 너무나도 빠른 공격과 방어에 아무 소리도 내지 않고 그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카렌은 두터운 갑옷을 입고 있었으나 딘이 내지른 발 차기가 발경을 이용한 공격이었는지 상당히 충격을 받은 듯 했고 딘도 잠시도 쉬지 않고 공격을 했던 터라 잠시 숨을 고르고 있었다. 쉬이이 레인은 둘의 대결을 흥미진진하게 바라보고 있다가 바람을 가르는 아주 미세한 소리를 듣고 한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 레인은 다시 경기장으로 돌렸다. 아무도 보지 못했지만 제법이라고 하는 듯한 미소를 지으며... "대단하군요. 설마 그걸 다 막을 줄이야..." "..." 카렌은 딘의 말에 대꾸를 하지 않고 다시 두 개의 봉을 들었다. 딘은 문득 그의 무기가 매우 신기하다고 생각했으나 그도 은색의 단검 두 개를 다시 들었다. "그럼... 다시 갑니다!!" 그는 다시 품속에서 몇 개의 단검을 꺼내 던지고 공격하는 방식으로 절묘한 시간차 공격을 하기 시작했다. 챙! 챙! 챙! 챙! 챙! 딘은 단검을 하나 날리고 쌍검을 빠르게 좌우로 공격했고 카렌은 두 개의 봉을 휘둘러 공격을 막았다. 그와 함께 딘이 단검 두 개를 더 던지고 다시 발 차기를 날려 카렌을 공격했다. 타악! 챙! 카렌은 딘의 발차기를 막고 딘을 공격했으나 딘은 다시 검을 올려쳐 그 공격을 막고 공중으로 몸을 띄워 두어개의 단검을 더 날린 후 다시 검을 휘둘렀다. 챙! 챙! 챙! 그의 품속에서는 단검이 거의 끝없이 쏟아져 나왔고 그와 함께 두 개의 단검을 이용해 끝없이 연속적으로 공격을 날렸다. 카렌은 딘의 공격에 제대로 된 반격을 날리지는 못하고 방어만 하고 있었지만 딘은 점점 자신이 불리해져 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가 던지고 있는 단검이 언제 모자라게 될 지 모르는 일이고 지금까지 그가 공격한 것 중 제대로 성공한 공격은 고작 발경 뿐이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에게는 마지막 카드가 있었다. 그는 공격을 멈추고 카렌의 앞에 멈추어 섰다. "후우... 후우... 대.. 후우.. 대단하군요. 이번에 공격해서 실패하면 제가 진 걸로 하고 물러날게요... 각오 단단히 하세요" 딘은 가쁜 숨을 내쉬며 말했고 카렌은 그의 말에 대비를 하기 위해 봉을 들었다가 잠시 의아한 빛을 띄웠다. 그가 한 말 과는 다르게 그가 취한 자세는 좀 점의 공격자세와 전혀 다를 것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스윽 딘은 천천히 두 개의 단검을 든 채 자세를 잡았다. 그런 그를 바라보던 카렌의 눈에 잠시 이채가 띄었다. 그를,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그의 하반신이 행하고 있는 자세를 보고서 말이다. '어째서...' 딘은 바로 카렌에게 뛰어들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것은 검술에서는 잘 사용되지 않는 자세였다. 보통은 다리에 어느 정도의 힘은 남겨둔다. 그것은 적이 공격을 막고 반격을 했을 때 그것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보험이었다. 그런데 저런 자세를 취하는 것은 두 가지 밖에 생각나는 것이 없었다. 하나는 같이 죽으려고 하는 경우로 방어를 하지 않는 경우였고 또 하나는 적의 반격을 막을 필요가 없는 경우였다. 하지만 카렌이 보기에 딘은 자신의 생명을 걸 정도로 승부에 집착하지 않았고 결론은 한가지. '방어할 필요가 없다?' 카렌은 방어자세를 취했다. 뭔가 위험하다. "후우... 갑니다!!!" 딘은 그대로 땅을 박차고 카렌에게 달려들었다. 누가 보아도 무모해 보이는 공격을 보며 그를 공격할 준비를 했다. 하지만... 쿠아아아아아! "이런..!" 카렌은 뒤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낭패한 표정을 지었다. 그의 뒤에서 처음에 딘이 던졌던 두 개의 단검이 엄청난 기세로 제비처럼 빠르게 날아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카렌은 지금 거의 경기장 끝에 있었기 때문에 뒤로 피하기도 좋지 않았고 그렇다고 앞에서 공격하고 있는 딘 때문에 정면으로 나갈 수도 없었다. 게다가 좌우로는 두 개의 단검이 바람을 부숴 버리는 듯한 위력으로 날아오고 있어 그쪽도 몸을 피하기에는 용이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위로 뛰어오르거나 고개를 숙인다고 해도 딘은 충분히 공격할 수 있었고 지금까지 그의 변칙적인 공격을 막아왔던 카렌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할 수 없지' 카렌은 빠르게 다가오는 검들을 보면서 봉을 들었다. 그리고 그런 그의 봉에서 푸르스름한 빛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웅웅웅 그런 그의 봉을 보며 딘의 눈이 커지기 시작했을 무렵 카렌은 번개같이 두 개의 봉을 휘둘렀다. 콰아아앙 순식간에 무서운 기세로 날아오던 두 개의 검은 바닥에 박혀 버리고 딘이 들고 있던 단검까지 날려버린 그의 봉은 딘의 목 바로 앞에서 멈추었다. 그런 그의 봉은 여전히 푸른빛에 둘러 쌓여 있었다. "거..검기(劍氣)?" 주위에서 놀라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럼 이자는 대륙에서도 15명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는 소드마스터 중의 한 명이란 말인가? "후... 졌습니다" "스... 승자는 검사 카렌!!" 잠시 놀라다가 딘의 말에 정신을 차린 심판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고 카렌은 주저 없이 자신의 자리로 돌아왔다. 그리고 딘은 잠시 그렇게 서 있다가 자기 자리로 돌아가며 조그만 하게 중얼거렸다. "나도 이 정도면 꽤 강하다고 생각했는데... 정말 대단하네... 레인님도 그렇고... 더욱 분발해야 하겠는걸?" 딘은 경기장에서 살짝 뛰어 관람석으로 돌아왔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탈락하고 오늘은 경기하는 사람이 별로 없기 때문에 오후에 준결승전까지 마칠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런 그에게 린이 말을 걸어왔다. "쯧... 너도 운이 없구나... 소드마스터를 만나다니...." "하하! 뭐 상관없어요. 준준결승까지만 올라와도 상금은 어느 정도 나오고 이런 경험 자체가 중요하니까요" 다행이라고 해야할까? 딘은 패배에 그리 억울한 표정은 아니었다. 오히려 후련한 표정... 아마도 상대가 소드마스터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