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 신 도 (四 神 刀) "대..대단해요!" "레인! 정말 대단해! 아까 그 바람은 뭐였지?" "...." 나는 호들갑을 떠는 린과 딘을 무시한 채 내 자리에 앉았다. 내 말을 들었을 때의 다크의 표정으로 보아 그가 정식인 것은 틀림없었다. '아니지... 그가 정식인 것은 처음부터 알던 사실이 아닌가?' "레인" "...?" "도대체 어떻게 하는 거냐니까? 그 바람 말이야" "별거 아닙니다. 단지... 검과 검에 담겨 있는 마나를 빠르게 움직여서 돌풍을 만들었을 뿐..." "돌풍을 만드는 게 별거 아냐?" "...린. 다음 차례는 린의 차례입니다. 나가시는 게 좋을 텐 데요?" "알았어.... 쳇! 괜히 말 돌리기는..." 린은 약간 삐진 듯한 모습을 하더니 경기장으로 올라갔다. 나는 그런 그녀를 잠시 바라보다가 린의 상대방 쪽으로 고개를 돌렸고 그 상대를 확인한 내 입에서는 작은 한숨이 새어나왔다. "이런..." 린도 자신의 상대편을 보고 한숨을 쉬고 있었다. 그러자 그 상대편은 비릿하게 웃었다. "후후후. 이번에는 저번과는 틀리다. 그 괴물 녀석도 없고 하니 쓴맛을 보여주지!" 내가 괴물인가? "후... 왜 하필 저 녀석이냐고..." "하하! 겁나는가?" "당연히 겁나지! 너의 그 더러운 낮짝을 경기 내내 봐야 하는데!!" "뭐..뭐야?" 나는(카르난은 그 외모와 평소에 하는 짓 등으로 국민들에게 '신의 실패작' 또는 '하프오크' 라고 불리고 있다) 변종오크 녀석을 어이없다는 듯이 바라면서 도발하고 있는 린을 바라보았다. 솔직하게 말하면 린이 불리하다. 변종오크녀석이 대단한 것 같지는 않지만 그 녀석이 가지고 있는 스킬드의 위력은 상당했다. 딘의 말로는 변종오크 녀석이 가지고 있는 스킬드는 왕가에서 전해져 내려오는 카드 중에 하나라고 했다. 프릴리아 왕국의 왕족은 대대로 카드법사의 피가 흐르고 있었기 때문에 변종오크가 한 일은 다만 그 카드를 받았을 것이라는 이야기였다. "...." 나는 경기장을 조용히 바라보았다. 경기가 시작되려고 하자 변종오크를 도발하던 린은 신중한 자세로 카드를 뽑아들었다. 변종오크는 시합 전에 상대를 공격하면 실격패라는 사실을 아는지 얼굴이 벌개진 채로 카드를 들뿐 덤벼들지는 않았다. "카드 법사 린양 대 카드법사 카이란!" 심판이 소리지르고 나서 둘은 바로 카드를 꺼내들었다. 카드를 뽑는 속도가 차이나서 그런지 린 쪽이 약간 더 빨리 꺼내 들었다. "소환! 오거, 딜렌!" "치잇! 소환! 가고일!" 역시나 생각대로 불러낸 몬스터의 질은 변종오크 쪽이 좋았다. 내가 아는 바로는 가고일 한 마리가 4마리까지 오거를 상대할 수 있는 걸로 아는데? "가고일! 공격해!" "키에에에엑!" 가고일은 돌로 만들어진 날개를 펼쳐 하늘로 날아올랐다. 린은 카드를 한 장 더 꺼내 들었다. "그대의 주인된 자가 부르나니 나의 부름에 답하라! 소환! 오거, 히나!" "쿠워워!" 린이 소환한 두 마리의 오거는 방어자세를 잡으며 린의 앞을 막았다. 가고일은 상당한 높이 까지 올라간 후 독수리가 사냥감을 채가듯 하강하기 시작했다. 오거의 덩치가 있는 만큼 채가는 공격보다는 발톱으로 공격하려는 것 같았다. "키에에엑!" "좋아! 딜렌! 히나! 환상의 연속 합격술!" 저것이 오거의 움직임이란 말인가? 두 마리의 오거 중에서 한 마리가 갑자기 공중으로 뛰어올랐다. 하지만 오거가 뛰어봐야 얼마나 뛰겠는가? 2미터 약간 안되게 공중에 뜬 오거는 다시 땅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바로 땅에 떨어질 듯한 모습이었으나 오거는 떨어질 거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는지 두 손으로 메이스를 든 채 앞으로 내밀고 있었다. "공격!" "키에에엑!" "딜렌! 히나!" "쿠워워!" 갑자기 점프를 뛰지 않았던 오거가 막 땅으로 떨어지고 있는 다른 한 마리의 오거를 다리를 잡아 풍차처럼 돌리기 시작했다. 그 오거의 손에 들린 오거도 많이 해본 듯(?) 돌아가면 서도 당황하지 않고 메이스를 들었다. 오히려 당황한 것은 하강하던 가고일인 것 같았다. 가고일은 어떻게든 풍차처럼 돌아가는 오거를 피하려고 했지만 침착하게 돌아가던(?)오거는 돌아가던 원심력까지 이용해서 메이스로 가고일의 머리를 정확히 가격했다. 퍼억! 가고일은 머리부터 시작해서 온 몸이 순식간에 박살나서 가루가 되어 버렸다. 가고일은 원래 부서진 부분을 원래대로 복원시키는 능력이 있었으나 그건 어디까지나 부분적으로 부서졌을 때의 이야기다. 이렇게 까지 박살이 나면 복원시킬 수가 없었다. "이...이런!" "흥! 어림없다! 히나! 저 녀석을 공격해!" "쿠워!" 두 마리 중에 한 마리의 오거가 변종오크에게 달려갔다. 카드를 뽑기 전에 승부를 내려고 하는 것 같았다. 오거는 가까이 다가와서 변종오크를 공격했다. 죽일 생각은 없는지 메이스는 놔두고 주먹이 변종오크를 향해 날아갔다. 하지만 변종오크의 얼굴에서는 전혀 두려움 같은 것이 없었다. 린은 그 표정을 보고 아차 하는 표정을 지었지만 오거의 주먹은 멈추지 않고 날아갔고 막 오거의 주먹이 변종오크에게 성공되려고 하는 순간 변종오크의 팔찌가 푸른빛을 내뿜었다. 파지지지지직! "쿠워워워!!" 오거는 엄청난 전류에 감전된 듯 뒤로 물러섰다. "흥! 감히 이 옥체(玉體)에 손을 대려고 하다니!" "비겁한 녀석! 마법호부를!" "비겁? 내가 알기로는 두 개까지의 마법무기는 인정한다고 알고 있는데?" "...." 관람석에서는 변종오크에게 비겁하다고 항의하는 소리가 들렸으나 변종오크는 떠드는 그들을 무시하고 카드를 꺼내 들었다. "아무리 훈련을 잘 시켜봤자 나를 이길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마! 나 프릴리아 왕가의 핏줄을 이은 후계자로써 그대를 부르나니. 나의 부름에 답하라! 소환! 스킬드(SOKILDE)!" "캬아아아아!!" 순간 기분 나쁜 울음소리가 들리면서 두 마리의 스킬드가 소환되었다. 두 마리다 검을 들고 무시무시한 살기를 내 뿜고 있었다. "제..젠장! 빨리 끝냈어야 하는데!" 린은 당황한 듯 신음 성을 삼켰다. 스킬드가 소환 된 이상 린이 이길 가능성은 희박했다. 스킬드 한 마리가 상대할 수 있는 오거는 10마리. 거기에 소환된 스킬드가 두 마리이므로 적어도 20마리 이상은 상대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아는 바로는 린이 가지고 있는 오거 카드의 숫자는 4장. 내가 아는 바로는 그밖에도 몇십 개의 카드를 가지고 있었지만 스킬드와 대등한 카드는 몇 개 없었다. "죽여버려!" 변종오크의 명을 들은 스킬드는 순식간에 두 마리의 오거를 베어버렸다. 두 마리의 오거는 제대로 된 반격조차도 못해보고 강제 이동 당했다. "크워워!" "크와아!" "히..히나! 딜렌!" 린은 절망적이 표정으로 카드를 뽑아들었다. 하지만 별다른 묘책이 없는 듯 뭔가를 소환하지는 않았다. 나는 그런 그녀를 보면서 그녀와 어제 나눴던 대화를 떠올렸다. '레인! 내가 소환할 수 있는 몬스터 중에 제일 센 게 뭔 줄 알아?" '파이어 골렘이 아닌가요?' '....날 너무 과대평가 하지마. 파이어 골렘 이라면 적어도 카드마스터는 되야 소환할 수 있어. 필요한 마나가 막대한 것도 그렇지만 엄청난 정신력이 필요하다고!' '그럼?' '후후! 듣고 놀라지마! 바로 슬라임이다!' "..." '어이! 그렇게 무표정한 표정으로 쳐다보지마! 하다못해 어이없는 표정이라도 지어 보일 수 없냐?' '어째서?' '아... 물론 보통 슬라임은 아니지' '...?' '후후! 내 최강 몬스터는 바로 이거!' '이 카드는... 라몬 슬라임(LAMOI SOURAED)?' "헤헤! 이래 보여도 이 나이 또래에서는 뛰어난 인재라고. 저번에 우리 길드에서 몬스터를 토벌할 때 길드 마스터 님이 한 마리 잡은 건데 잘 싸웠다고 받았어' '그런가요.. 이 정도면 스킬드라도 이길 수 있겠는데요?' '그런데... 그게 잘 안돼' '....?' '알지? 몬스터를 소환할 때는 마나가 필요하다는 것을' '...' '딱 그것만 소환하고 나면 마나가 바닥이야. 다른 몬스터를 소환하고 나서는 소환할 수 없어' '그런가요?' '뭐, 그리 큰 문제는 아냐. 한 일년 정도 있으면 대충이라도 할 수 있게 되겠지' '....' 나는 다시 그녀를 바라보았다. 아마도 오거들을 소환했기에 라몬슬라임을 소환할 여력까지는 없는 것 같았다. 나는 그녀를 도와줄 수도 있었지만 그녀를 꼭 이기게 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기에 그냥 조용히 보고 있었다. "크크큭!" "쳇!" "크르르르르..." 스킬드는 점점 다가왔고 위협을 느낀 린은 강철의 나무 세클릿을 소환했다. 하지만 세클릿 혼자서 움직이지는 못하므로 방어적인 느낌이 강했다. "스킬드! 죽여!" 변종오크는 의기 양양한 표정을 지으며 스킬드에게 명령했다. 물론 세클릿을 가리켜 한 말이었다. 하지만 스킬드는 그다지 빠르지 않은 속력으로 린에게 다가서기 시작했다. 좋아서 낄낄대던 변종오크의 표정이 점점 굳어졌다. "스...스킬드! 지금 뭐 하는 거야!!" "크르르!" 린에게 점점 다가가던 스킬드는 변종오크의 말에 고개를 돌려 변종오크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스킬드의 눈에서 붉은 안광이 폭사되었다. "...헉!" 변종오크는 잠시 신음소리를 내지르더니 털썩 쓰러져 버렸다. 스킬드의 장기인 정신공격이었다. "이...이 무슨!" 린은 점점 뒤로 물러났나! 세클릿도 어느새 강제이동 당해 있었다. 잠시 그녀를 바라보던 스킬드들은 괴성을 지르며 검을 들었다. 젠장! 폭주로군! "꺄아아악!" 린은 살기를 내뿜어대는 스킬드를 보고 공포에 질려 비명을 질렀다. 그녀답지 않게 당황한 모습이었다. 그녀도 정신공격에 당한 것 같았다. "...." 나는 품속을 뒤졌다. 곧 내 손에 작은 반지가 잡혔다. 나는 그것을 들었다. 막 스킬드가 휘두른 검이 린에게 명중되기 직전이었다. 시간이 없었다! "합!" 나는 내가 들고 있던 반지를 빠르게 던졌고 반지는 무서운 속력으로 린과 스킬드의 사이로 날아갔다. "꺄아아악!" 린은 공포에 질려 비명을 질렀다. 그녀의 머릿속에서는 그녀가 겪었던 악몽 같은 기억들이 머리 속을 부셔버릴 듯이 헤집고 있었다. "아니야. 아니야!!" 그녀는 주저않아 비명을 질러대고 있었다. 몇몇의 경비병들이 달려오고 있었으나 이런 비상시는 생각하지는 않았는지 상당한 거리가 있었다. 어느새 스킬드의 검은 빠른 속력으로 그녀를 향해 날아오고 있었다. 스킬드들은 피를 원하고 있었다. 자신들의 갈증을 씻겨줄 신선한 피를! 피잉! 순간 레인이 관람석에서 뭔가를 던졌다. 그리고 그가 던진 작은 물체는 무서운 속도로 날아와 주저 않아 있는 린과 스킬드들의 사이에 빠른 속도로 끼어 들었다. 샤아아아앙! "...?" 린은 뭔가 따스하면서도 부드러운 빛에 고개를 들었다. 그녀의 앞에는 한 개의 반지가 떠 있었다. 그 반지에서는 부드러운 빛이 새어나오면서 실드를 형성하여 스킬드들을 밀어내고 있었다. [괜찮으십니까?] "레...레인?" 린은 하마터면 눈물을 쏟아낼 뻔할 정도로 기뻤다. 하지만 그런 그녀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레인은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 [반지가 보이나요?] "으..응!" [끼십시오] "자..잠깐! 저 반지는 뭐지?" [그 반지는 소환의 반지... 아마도 그 반지를 사용한다면 라몬슬라임을 무리 없이 소환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뭐? 소..소환의 반지? 세상에 하나밖에 없다는 그..." [시간이 없습니다. 소환의 반지에 비상시를 대비한 실드마법이 걸려있다고는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말 그대로 비상시를 위한 것, 곧 사라질 것입니다. 끼십시오! 당신이라면 할 수 있어요!] "...." 린은 고개를 들어 빛을 내고 있는 반지를 바라보면서 얼굴을 굳힌 채로 손을 내밀었다. 그리고 그런 그녀의 손에 마치 마법처럼 조용히 반지가 끼워졌다. 샤아아아앙 순간 부드러운 빛이 흘러나와 그녀의 몸을 감싸않았다. 그녀는 자신의 몸에 마나가 충만함을 느꼈다. "좋아.. 간다! 그대의 주인 된 자가 부르나니 나의 부름에 답하라! 소환! 라몬슬라임(LAMOI SOURAED)!" 부우우우웅! 순간 린의 카드에서 약간의 빛 무리가 새어나오더니 하나의 모양을 만들었다. 주황색의 슬라임이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아무런 이상도 없어 보이는 슬라임. "크르르르!" 스킬드는 자신의 앞에 있는 슬라임을 무시하고 린에게로 달려갔다. 슬라임 따위가 자신을 공격할 수는 없을 거라는 자신감인 것 같았다. 하지만 그것이 실수라는 것은 바로 들어났다. 피슛! "크르륵?" 막 린을 향해 달려가던 스킬드는 자신의 가슴을 들여다보았다. 평범해 보이던 슬라임에서 거대한 칼날이 튀어나와 스킬드의 가슴을 꿰뚫고 있었다. 스킬드의 몸이 점점 사라지기 시작했다. 마치 모래성이 무너지는 것처럼... "크아아아악!!" 남은 한 마리의 스킬드는 린에게 뛰어가는 것을 포기하고 방어자세를 취한 뒤 약간 뒤로 물러섰다. 그의 동족이 맥없이 당하는 것을 목격했기 때문이었다. "라몬 슬라임" 스르르륵 라몬 슬라임은 린의 부름에 조용히 움직여 그녀의 오른팔 손등위로 올라갔다. 그리고 천천히 그녀의 손을 덮었다. "크르르르" 스킬드는 신중하게 린의 주위를 맴돌았다. 린은 잠시 그런 스킬드를 바라보다가 자신의 오른 손을 들었다. 마치 보석 같은 슬라임이 그녀의 손을 덮어서 인지 그녀의 손에서는 영롱한 빛이 나오는 듯 했다. 그녀는 자신의 손을 스킬드에게 내밀었다. 그리고... "창" 푸슛! 갑자기 린의 손에 뭉쳐있던 슬라임에서 상당한 크기의 창이 번개처럼 튀어나왔다. 누가 뭐라고 할 틈도 없을 정도로 순식간이었다. 푹! "크륵?" 스킬드는 믿을 수 없다는 눈빛으로 자신의 심장을 바라보았다. 영롱한 빛을 내는 보석 같은 창이 자신의 심장을 관통하고 있었다. 스르르르 곧 남은 한 마리의 스킬드도 모래성이 무너지듯이 사라져 버렸다. 강제이동이었다. "승자는 카드법사 린!" 린이 스킬드를 쓰러트리자 지금까지 뭘 하고 있었는지가 불분명한 심판이 소리쳤고 린은 조용히 경기장을 내려왔다. 라몬슬라임은 어느새 그녀의 손에서 사라진 뒤였다. "괜찮으십니까?" "괜찮아요?" 린이 관람석으로 돌아가자 딘과 레인이 걱정스러운 얼굴로(다시 한번 쓰는 거지만 레인은 투구를 쓰고 있어서 얼굴이 보이지 안는다) 물었다. "헤헤! 괜찮아" 린은 밝은 얼굴로 말하고는 움직일 힘도 없기에 약간 기다란 모양의 벤치에 털썩하고 누워버렸다. 린은 그 상태로 조용히 레인을 바라보았고 레인은 마치 부끄러운 듯 그녀의 시선을 회피했다. "레인" "...?" "고마워... 정말로" 레인은 그냥 조용히 그녀를 바라보다가 다시 경기장으로 고개를 돌렸다. 심판의 외치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자! 그럼 잠시 쉬고 준결승전을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 쿨럭! 왠지 어설픈...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