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 신 도 (四 神 刀) 스윽 아무도 없는 3층 짜리 여관 지붕에서 갑자기 레인의 모습이 나타났다. 온몸을 덮고 있던 갑주는 어느새 사라지고 검은 색의 로브를 입고 있었다. "잘...한 걸까?" 레인은 조용히 중얼거렸다. 확실히 린은 그녀와 너무나 닮았다. 그런 느낌은 루니도 비슷했지만 성격 때문일까? 린을 보면 자꾸 그녀의 모습이 보이는 것 같았다. "정신차려야겠군. 시간이 없어" 레인은 조용히 중얼거리고는 지붕에서 한쪽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서 그의 주위에 있는 마나를 조금씩 흡수하기 시작했다. 일단은 쉬는 시간 동안 마나를 최대한 회복시켜 놓는 것이 중요했기 때문이었다. 가만히 다른 일을 해도 자연적으로 마나가 모이지만 그렇게 모아서는 시합 때까지 마나를 다 모을 수는 없었기에... 웅웅 레인의 주위에서 마나가 조금씩 레인에게 빨려 들어가고 있었고 레인은 편안하게 계속 그 자세로 앉아 있었다. 레인으로써는 아주 잠깐 시간이 지났다고 느꼈지만 어느새 두시간의 시간은 거의 다 흘러 휴식시간이 끝나가고 있었다. 후우우웅 레인의 주위에 있던 마나가 바람이 불듯 가볍게 움직였고 눈을 감고 있던 레인은 조용히 눈을 떴다. "이 정도면... 됐겠군!" 쉬익! 챙! 레인은 조용히 중얼거리다가 별안간 뒤쪽으로 검을 휘둘렀고 뒤쪽에서도 검이 다가와 레인의 검과 충돌했다. 레인은 고개를 들었다. 소드마스터라고 하던 카렌이라고 하는 녀석이었다. "이런 곳에는 무슨 일이십니까?" "이런 곳엔 무슨 일이냐?" 둘은 동시에 말을 꺼내었다가 잠시 침묵을 지켰다. 그리고 상대가 자신을 미행하거나 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레인이 먼저 입을 열었다. "바람 쐬러" @해석 (바람 쐬러 잠시 나왔습니다) "마찬가지" (나도 마찬가지다) "의사는?"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내려간다" (내려갈 생각이다) "어느 쪽" (어느 쪽으로 가실 생각입니까?) "이쪽" (나는 이쪽으로) "나는 저쪽" (나는 저쪽으로 가지요) "..." (....) "..." (....) 둘은 잠시 침묵을 지켰다. 둘 다 서로 그리 할 말이 없는데다가 원래 말이 없는 이들이어서 대화는 점점 짧아져만 갔고 잠시의 침묵 뒤에 이번에는 카렌이 입을 열었다. "시합은?" (시합은 어떻게 될 것 같나?) "아마도" (아마도 이길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런가..." (역시 그런가...) "그쪽은?" (당신은 어떻게 될 것 같습니까?) "마찬가지" (마찬가지로 이길 것 같군) "그렇군요" (역시 그렇군요) 보통사람이라면 도저히 알아듣기도 힘들 정도로 압축한 말을 둘은 서로 잘도 대화했다. 아마도 다크가 이것을 보았다면 '얼씨구? 뽕짝이 척척 맞네 그려?'라고 말할 것이다.(도저히 다섯 글자를 넘어가지 않는다) "그럼" (그럼 가보도록 하죠) "가겠다" (나도 그만 가보겠다) 스륵 스륵 둘은 거의 동시에 사라졌다. 만약에 이것을 누군가 보았다면 각 국의 스파이들이 비밀리에 만났다고 오해하기 딱 좋은 모습이었으나 아쉽게도 둘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스륵 레인은 경기장 근처에서 갑자기 모습을 드러내었다. 어느새 갑옷으로 갈아입은 그는 피식 실소를 흘렸다. '나 같은 사람이 또 있었다니...' 그는 경기장으로 모여드는 사람들을 한번 쳐다보고 발걸음을 옮기면서 생각했다. '그런데... 여자였어. 의외로군' 요즘 놀랄 일이 상당히 많다고 생각한 레인은 경기장으로 뛰어갔다. 이제 준결승전. 두 경기만 끝내면 대회가 끝난다. "준결승전을 시작하겠습니다! 참가자들은 경기장 쪽으로 모여주시고 구경오신 분들은 관람석 쪽으로 모여주십시오!" 경기장에 심판이 올라가서 소리치자 곧 소리가 마법으로 이곳 저곳으로 퍼졌고 얼마 안돼서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어? 레인 언제 왔어?" "..." "쳇! 또 조용해 졌군. 아까는 말만 많이 하더니..." 린은 레인이 마나를 넣어 준 것 때문인지 팔팔해져서 떠들어대었고 곧 시간이 지나자 관람석으로 딘이나 다크같은 탈락자들도 모였고 참가자들은 레인을 비롯해 카인. 카렌. 린. 이렇게 네 명이 모두 모였다. "자... 경기는 카렌님과 린양의 경기와 레인님과 카인님의 경기입니다. 먼저 카렌님과 린양의 경기부터 진행하겠으니 참가자들은 경기장으로 올라가 주십시오" 우리들에게 안경을 쓴 사무적으로 생긴 여자가 다가와서 기계적으로 설명했고 그 말을 들은 린은 자신의 차례라는 것을 알고는 레인 쪽으로 살짝 윙크를 하더니 경기장으로 총총걸음으로 올라갔다. "안녕하세요" "..." 레인은 묵묵히 카인이 자신의 옆자리에 앉는 것을 지켜보았다. 카인은 뭔가 말할 것이 있는 듯 잠시 머뭇거리다가 입을 열었다. "레인님? 여쭤볼게 있습니다" "...뭔가요?" "그게... 다크에게 무슨 말을 했나요?" "...?" "다크가 약간 이상해 진 것 같군요. 말도 잘 안하고 뭔가 고민하는 표정이고... 물어봐도 대답도 안 하고..." 알만하군. 내가 한 말 때문에 고민에 빠진건가? "그렇습니까?" "예? 아 예..." 카인은 레인이 조용하게 있다가 갑자기 입을 열자 조용하게 대답했고 레인은 나직히 입을 열었다. "우리들의 경기가 시작되면..." "...예?" "우리들의 경기가 시작되면 알려드리지요. 무슨 말을 했는지" "..." 레인은 그 말을 끝으로 경기장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다시 말을 건다고 해도 대답할 것 같지 않았기에 카인은 도대체 무슨 말을 한 걸까 하고 생각에 빠졌다. "린양과 카렌군은 양쪽에 서 주십시오" 카렌과 린은 각자 자신의 자리로 가서 자세를 잡았다. 서로 상대가 그리 만만한 상대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두 명 모두 진지했다. "그럼.. 경기 시작!" 심판은 시작 구호를 외치고 빠르게 뒤로 물러났다. 여태까지 금방 뒤로 가지 않았다가 위험에 빠진 심판으로써는 신속한 판단이었고 그 판단은 틀리지 않았다. "그대의 주인 된 자가 부르나니 나의 부름에 답하라! 소환 라몬슬라임(LAMOI SOURAED) . 그리고 라몬 슬라임! 칼날공격!" 챙! 린은 카드법사 답지 않게 빠른 속력으로 처음부터 라몬 슬라임을 불러내어 공격했다. 지름이 0.3포스(30센치)정도 밖에 안 되는 라몬 슬라임에서는 어울리지 않게 크기가 3미터쯤 되는 거대한 검이 직선으로 뻗어나가 카렌을 공격했다. 카렌은 그 공격을 어렵지 않게 막았으나 라몬 슬라임에서 나온 검은 마치 젤리가 움직이듯 자유롭게 움직이며 카렌을 재차 공격했다. 챙챙챙! 카렌은 액체같이 생긴 슬라임에서 마치 금속을 치는 듯한 소리가 나자 그 슬라임을 자세히 바라보았다. 그리고 나직히 그녀의 입에서 신음이 흘러나왔다. "...보석이군" 챙! 챙! 까앙! 카렌은 공중에서 마치 공중제비를 하듯이 돌면서 재차 라몬 슬라임에서 나온 검에 대항하고 있었다. 라몬 슬라임은 몬스터 사냥꾼들에게는 전설로 통하고 있는 몬스터이다. 대륙 깊숙한 곳 침묵의 숲에서 서식하고 있으며 온 몸이 보석으로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라몬 슬라임 하나의 몸값만 해도 어마어마하다. 라몬 슬라임은 온 몸이 보석으로 강도는 다이아몬드보다도 훨씬 단단하고 마치 액체처럼 움직일 수 있다.(죽었을 경우에는 단단한 보석으로 변한다) 그 개체 수는 거의 500여 마리로 상당히 많은 숫자인데다가 장소까지 알려져 있어 사냥하기 딱 좋은 형태이나 지금까지 무사할 수 있었던 까닭은 그 강력함 때문이다. 일단 자신의 몸인 보석을 자유자제로 움직이기 때문에 웬만한 상대는 그대로 당해 버리고 모든 마법에 강력한 내성을 가지고 있어 라몬 슬라임 동굴은 드래곤조차도 함부로 건들지 않는다. 그 전투력은 막강한 것이어서 소드마스터라면 1:1로 싸웠을 경우, 이길 수 있었지만 둘 이상이면 거의 힘들었다. 하물며 500마리나 서식하는 라몬 슬라임 동굴에 들어가 라몬 슬라임을 잡는 것은 군대가 동원되어도 불가능한 일이었다. 챙! 챙! 다시 한번 빠르게 좌로 돌아가려고 했던 카렌은 두 개의 칼날이 갑자기 공격을 하는 바람에 다시 처음의 자리로 돌아갔다. 그는 계속 방어만 했다가는 체력만 낭비한다는 생각에 오른 손에 들고 있던 봉에 마나를 주입하여 정면으로 밀고 들어갔고 마찬가지로 정면으로 들어오던 라몬 슬라임의 검과 강력하게 충돌했다. 쩌엉! "큭!" 카렌은 팔을 통해 전해오는 통증에 작은 심음 성을 흘렸으나 곧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상대적으로 무게가 가벼운 라몬슬라임이 뒤로 날아가는 게 보였기 때문이었다. "합!" 카렌은 미처 피하지 못하고 있는 린을 향해 양쪽으로 두 개의 봉을 휘둘렀다. 그의 생각으로는 도저히 그녀가 피할 방법은 없어 보였다. 하지만... "히나! 세클릿! 환상의 메이스!" 쿠아아! 카렌은 순간적으로 휘두르려던 봉을 드대로 들어 엄청난 기세로 날아오는 거대한 메이스를 막았다. 린의 곁에는 어느새 두 마리의 오거가 메이스로 변한 세클릿을 들고 있었다. "헹! 내가 계속 라몬 슬라임만 쓸 줄 알았어? 날 너무 무시하지 말라고" "..." 카렌은 자신이 방심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자신이 아무리 소드마스터라고 해도 저 상대 역시 준결승전까지 올라온 실력자. 무시하면 위험하다. 우우우웅웅! 카렌의 봉에서 울리는 듯한 소리가 나기 시작하면서 점차 푸른색의 검기가 흘러나오기 시작했고 린은 그 모습을 보면서 역시 긴장한 듯 몇 개의 카드를 더 뽑아들었다. 둘은 잠시 서로를 바라보면서 가만히 있었다. 잠깐의 침묵이 지나가고 린이 먼저 그 침묵을 깼다. "그대의 주인 된 자가 부르나니 나의 부름에 답하라! 소환! 고스트!" 꺄아아아악! 린이 한 장의 카드를 뒤집어 꺼내자 카드에서 끔찍한 비명 같은 귀곡성이 울려 퍼지며 희끄무레한 물체가 모습을 들어내었고 린은 쉬지 않고 고스트에게 명령을 내렸다. "고스트! 빙의(憑依)!" 꺄아악! 고스트는 한줄기 비명을 지르며 허공으로 잠깐 퍼져 나갔다. 자신을 공격하는 줄 알고 방어를 하던 카렌은 차가운 기운을 품은 고스트가 난데없이 린의 라몬 슬라임에 마치 스폰지에 물이 흡수되듯 들어가는 고스트를 바라보았다. "고스트라고 불리는 영체 몬스터야. 보다시피 냉기의 힘을 가지고 있지 약간 소름끼치기는 소리를 내기는 하지만 맘에 드는 녀석이지. 한가지 기술이 있거든" 린은 마치 얼어붙은 듯 꼼짝 하지 않는 라몬 슬라임의 위로 손을 가볍게 들어올려 주먹을 살며시 쥐었다. 그리고... 쩌저적! "...!" 카렌은 더욱 그녀를 경계하며 자세를 잡았다. 라몬슬라임 주위로 2미터 정도 이내가 얼어버렸기 때문이었다. "빙의(憑依). 말 그대로 정신 능력이 낮은 다른 생물에게 기생하지 그리고 자신의 기운이 냉기는 그 생물의 기운을 받아 좀더 강화되고 말이야. 그러니까 지금부터는..." 린은 조용히 손을 들어 올렸다. 별로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한 건지 두 마리의 오거는 이미 돌아가 버린 뒤였고 다만 강철의 나무 세클릿 만이 갑옷의 형태로 그녀를 보호하고 있었다. "각오하는 게 좋아!" ==================================== 쿨럭! 되지도 않는 실력으로 간신히 한편 더 올립니다. 자꾸 전용선에 문제가 생겨서 쉽게 들어올 수가 없군여 (에프터 서비스를 하던지 해야지 원...) 레인과 카렌과의 대화에서 대화만 쓰면 사람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관계로...(이해하신다고염? 똑똑하시군여^^) 옆에 해석까지 올립니다.(처음에는 안 올렸는데 바로 고칩니다) 일단 한편 올렸으니까염 재미있게 보시고 행복하세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