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신도(四神刀) 쩌엉! 나는 강력한 검기를 실은 채 날아오는 봉에 검을 휘둘렀고 검과 봉이 충돌하자 엄청난 충격파가 터져 나왔다. 보통 사람은 충격파에 몸이 날아갈 정도였으나 나는 충격파를 마나를 일으켜 막아내고 나머지 한 손의 검을 휘둘렀다. 왼손에 들고 있던 도베라인이 일순간 사라졌다. 챙! 스윽 나는 마지막 순간에 휘둘러지는 봉을 다시 한번 쳐내고 카렌을 바라보았다. 이미 도베라인은 그녀의 목에 닿아 있었다. "또 졌군" "...." 나는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짓고 있는 카렌을 바라보면서 피식 웃었다. 초반에는 지는 것에 상당히 괴리감을 느끼는 듯 했으나 요즘에는 자신의 실력을 정확히 파악하고 나를 상대하는 듯 했다. 그래서일까? 요즘에 들어와서 그녀의 실력이 상당히 증가한 것 같다. "후후. 도저히 이길 수가 없군. 너는 검술을 어디서 배운 거지?" 할말이 없는가 보군. 우리 둘이 같이 있으면 말이 잘 이어지지 않는다. 기껏해야 검술 대련 전. '시작하겠다'나 끝날 때 '졌군'정도? 그런데 그녀가 먼저 말을 건 것은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놀랄만한 일이었지만 나로서는 그다지 놀랍지 않았다. . "아는 분에게서" 우리는 지금 야외 검술연습장 중에 한 곳에 있었다. 이곳은 상당히 외진 곳에 있어서 누가 구경하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카인과 다크는 내가 발견한 훈련장에서 마나를 모으고 있었고 나는 마계쌍룡검법을 마나를 주입하며 기술이 아닌 그냥 검술로 사용하는 것에 익숙해 지기 위해 학생 중에서는 가장 뛰어난 실력을 가지고 있는(나는 제외)카렌에게 부탁한 것이었다. 카렌은 내 부탁을 승낙했고 말이다. "좋은 분 이셨나보지?" "그렇습니다. 카렌님은?" 나는 그녀에게 오히려 질문을 날렸다. 그녀는 확실히 뛰어난 실력이었다. 그런 그녀가 아무에게서나 창술을 배웠다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기사단장" 나는 약간 의아한 빛을 띄웠다. 기사단장은 만나기도 어렵고 뭘 배우기는 더 어려울 텐데? "기사단장이?" "당연하지. 나는 일국의 공주인데 말야" "...공주셨습니까?" "...." 이번에는 카렌이 당황한 듯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그녀의 눈은 '아직도 몰랐다니!!'하는 기색을 가득히 띄우고 있었다. "애들이 말 안 해줘?" "묻지도 않습니다. 내가 말을 나누는 상대는 몇 명되지도 않습니다" 카렌은 잠시 조용히 있었다. 뭐랄까... 동질감이라도 느끼는 건가? "그래? 나도... 전에는 말이 적었었지. 상대도 없었거니와 다 내 신분이나 얼굴만 보고 접근하는 사람들 밖에 없었거든" "그렇습니까?" "그래, 지금은 그나마 말투가 길어진 건가?" 솔직히 지금도 그렇게 말이 많지는 않다. 하지만 평소 생각을 한다면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지금 우리는 획기적으로 말을 많이 하는 것이다. 나도 다크나 카인이 아니면 되도록 입을 열지 않는다. "레인님!!" 나는 그녀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고개를 돌렸다. 딘이 나를 부르면서 뛰어오고 있었고 나는 그런 그에게 답했다. "무슨 일이십니까?" "아.... 안녕하세요. 카렌님" "..." 카렌은 다시 얼굴을 굳히며 고개를 까닥했고 그는 그런 그녀를 잠깐 바라보다가 다시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레인님. 교장선생님께서 부르시고 있어요" "라이드 님이?" "예. 무슨 일이 일어나거나 한 건 같지는 않던데요" 라이드가? 무슨 일이지? 나는 고개를 갸우뚱하면서도 발걸음을 옮겼다. 바쁠 것도 없었기에 내 발걸음은 그렇게 빠르지 않았다. "...." 나는 둘을 향해 고개를 약간 끄덕하고는 교장실로 향했다. 무슨 일일까? "다녀오세요" 나는 천천히 걸어가기 시작했다. 가는 도중에는 많은 사람들이 있었지만 얼굴을 붉히거나 할 뿐 내가 내뿜고 있는 위압감 덕택에 말을 걸거나 하지는 않..... "안녕" ...지 않았다. "...." 나는 조용히 나에게 말을 걸었던 상대를 바라보았다. 전에 라이드와 함께 내 마법강의(?)를 들었던 칼이었다. "하하! 그렇게 무심하게 쳐다보지 말아. 나를 기억하니?" "예" "다행이군. 전에 마법서는 고맙게 쓰고 있어. 아... 교장선생님이 불러. 이쪽으로...." 나는 그를 따라 교장실로 들어갔다. 교장실에서는 라이드가 이미 기다리고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나는 조용히 그에게 인사를 하였고 그런 나를 보며 살짝 웃음을 지었다. "그래, 레인군. 오랜만이군. 학교생활은 할 만 한가?" "예" "다행이군.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지. 물을 것이 있어서 부르게 되었네" 라이드는 말을 늘리지 않고 바로 나에게 이야기를 시작했다. 질문이라... 나는 그렇게 답해 줄 것은 없는데. "무슨 질문이십니까?" "스톰블링거의 문제네" "...." 나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아마도 어제 그는 검을 빼앗기지 않고 도망갔을 것이다. 비록 그 검이 진짜 스톰블링거는 아니라고 하더라도 상당한 마법이 걸려 있었고, 만약의 순간이라고 하더라도 그 검의 '그 능력'이 발동되었다면.... 아마 모르긴 몰라도 수십 명의 사람들이 학살당했을 것이다. 고로... 그 녀석은 이미 도망갔다는 결론이 나온다. "자네는... 어제 그 검이 스톰블링거가 아니라고 했었지?" "그렇습니다" 나는 단정적으로 말했고 내 말을 들은 라이드의 눈에는 의혹의 빛이 떠올랐다. "어떻게 그렇게 확신하는 거지?" "본 적이 있습니다" "어디서?" "스승님과 함께.... 스승님의 탑에서" "...." 예전부터 느끼는 거지만 나는 너무 말을 잘 지어내는 것 같다. 게다가 상대가 어떤말을 하던지 표정하나 변하지 않고 무덤덤한 말투로 답할 수 있는 성격까지...(뻔뻔함일지도...) 속지 않을 수가 없을 것이다. "아직 스승님의 탑의 봉인은 풀리지 않았습니다. 스톰블링거가 외부로 나올 리가 없지요. 게다가... 그 검은 생김새도 비슷하기는 하지만 틀립니다. "그런가.... 요즘 그 검 때문에 대륙이 상당히 문제가 되고 있네. 일단. 어제 그 검을 가지고 있던 검사는 절명했다 네" 어떻게? "그 검의 위력이 상당했지만 암습을 당했던 모양이야. 검을 빼앗으려고 하던 공작아들 녀석에게서 벗어나고 나서 말이야" 그렇군. 미처 생각할 사이도 없이 죽게 된 다면 '그 능력'은 발동하지 않으니 말이다. "그렇습니까? 그럼 무엇이 문제입니까?" 나는 일단 궁금한 것을 물어보았다. 짐작은 하고 있으나 확인차원이었다. "요즘 귀족들의 분위기가 좋지 않다네... 그 검 때문이지. 예전이라면 이 정도까지는 아닐텐데 요즘 마물들이 많아져서 그 검에 혈안인 녀석들이 많아" 라이드는 잠시 조용히 있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 "여차하면 전쟁이라도 벌어질 분위기지" "...." 멍청한 녀석들... 자신의 목숨을 버려서라도 강력한 무기를 얻고 싶은 건가? "...한심하군요" "어쩔 수 없는 일이지. 자네와는 다르게 그들은 좋은 무기를 가지고 싶어하는 마음이 엄청나게 강렬하니까" 아마 지금쯤이면 세인트 밖으로 나갔을 것이다. 만약에 그런 마법무기가 상대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강자의 손에 있다든지 아니면 강력한 힘을 가진 귀족가문의 손에 있다면 모를까 싸움은 계속될 것이다. 게다가 그 검의 '그 능력'이 불시에 각성한다면... "아마... 많은 사람이 죽겠지요" "그렇다네" 라이드는 나를 보면서 빙그레 웃었다.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이만 가보겠습니다" "그래, 너무 오래 잡고 있는 것도 안 좋겠지" 나는 태연하게 말하는 그를 바라보다가 등을 돌려 교장실의 문 쪽으로 향했다. 교장실에서 나가기 위함이었다. "짐작인데 말이네" "...." 밖으로 나가던 내 발걸음이 멈추었다. 라이드는 내가 자신의 말을 듣고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고개를 돌리지도 않았는데 말을 이었다. "이런 생각이 드네. 누군가 스톰블링거를 가지고 있으면서 당장 쓸 일도 없는데다가 자신의 실력에 자신이 있기에 검을 꺼내지 않는 것은 아닐까....?" 속지 않을 수도 있군. "협박이십니까?" 나는 계속 고개를 돌리지 않은 채 답했다. "허허! 우리사이에 무슨 말을 그렇게 하는가? 부탁이라네" 라이드는... 지금 나에게 부탁이 아닌 '협박'을 하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죽을 지도 모르는 사태를 막아주지 않으면 내가 스톰블링거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떠벌리겠다는 협박. 물론 그들이 내가 가지고 있는 차원의 문을 열 수도 없으니 발뺌을 하면 할 수 없지만 라이드는 세인트의 교장. 저런 자가 말을 한다면 상당히 무게가 있는 말로 치부되어 상당히 귀찮아 질 것이다..... 음흉한 영감. "...." "물론 그냥 시키기만 하려는 것은 아니네. 무리한 일이겠지만 자네의 학교생활을 반년정도 당겨보지" 망할.... 내가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도 알고 있다. "다크와 카인은?" "그들도 실력은 충분하니 가능하네" ....쳇! 어쩔 수 없군. "....일단은 계약성립이라고 해 두죠" "고맙네. 나와는 상관이 없는 일이라고는 하지만 많은 사람들의 생명이 달려있는 일이야" 그의 목소리에는 진심이 담겨 있었다. 세인트가 가진 힘으로도 이 정도의 분쟁은 가볍게 잠재울 수 있겠지만 모든 일에 중립에 서야하는 그로써는 지금의 상황이 상당히 괴로울 것이다. 물론 전혀 신경쓰지 않는 수도 있었지만 거기에 담겨있는 생명의 수가 너무도 많았다. "언제까지?" "걱정하지 말게. 지금은 가짜 스톰블링거의 위치는 잘 알려지지 않았어. 몇 개의 귀족가문들이 서로 견제하고 있으니 시간은 많을 것이야. 아마도 여름방학쯤에 나가면 되겠지. 다행히 수업에 빠지거나 할 필요는 없겠군. 마침 다크나 카인에게도 실전경험이 필요했으니 차라리 잘 된 건가? "....그럼" 나는 가볍게 목례를 하고 교장실을 나왔다. 그런 내 귀로 라이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맙네" 무슨 소리... 난 단지 협박에 당했을 뿐이야. ================================= 즐독하시고염. 행복하세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