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신도(四神刀) 거대한 검이 나를 베고 들어왔다. 가로 베기였기에 원 안에서 내가 피할 곳은 어디에도 없었다. 스스스스 하지만 나는 나를 향해 좌에서 우로 베고 들어오는 검과 같은 속도로 좌에서 우로 움직였다. 카이져의 검은 나를 베려고 했지만 나는 검과 같은 속도로 움직였기에 검과 나의 거리가 유지될 뿐이다. "느립니다" 퍼억! "큭!" 나는 마나를 사용하지 않은 상태에서 주먹을 휘둘렀다. 건틀렛과 신발을 모두 착용하고 있었기에(상의와 하의는 상당한 무게를 자랑했기에 몸을 많이 움직일 때는 입지 않고 이론 수업이나 연금술 수업 같은 몸이 별로 안 움직이는 수업에만 입고 다녔다)속도는 평소보다 떨어졌지만 위력은 오히려 강했다. "하압!!" 꽤 강한 공격이었는데 재차 공격을 날리다니.... 근성하나 만큼은 인정할 만 하군. 나는 몸을 가볍게 숙이면서 다시 그의 복부를 가격했다. 퍼퍽! "공격도 공격이고 속력도 속력이라지 만... 동작이 너무 엉성합니다. 빈틈 투성입니다. 검을 좀더 치밀하게 휘두르십시오" 대련만 할 생각이었는데 나는 어느새 인가 그의 단점을 지적하고 있었다. 음... 이래가지고 서는 꼭 내가 검술을 가르치는 것 같잖아? 스슷! 나는 가볍게 몸을 움직여 카이져와 나와의 거리를 벌렸다. 뭐 그래봐야 2미터 남짓이라 얼마나 차이 나겠냐 만은 그가 생각 할 시간 정도는 줘야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후웅! 생각이 없는 건가? 아니면 뭔가 생각하고 있는 것이 있는 건가? 카이져는 잠시 숨을 고르더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다시 검을 휘둘렀다. 하지만 나는 이번에도 가볍게 그의 공격을 피하고 다시 그의 품안으로 파고 들어갔다. 하지만 몇번의 얻어터짐 끝에 더 이상 맞을 수많은 없다고 판단한 것일까? 그의 공격이 약간이지만 치밀해 지면서 그가 내밀었던 검이 빠르게 회수되었다. "합!!" 이제야 조금 할만해 졌군. 내 말을 받아들인건가? 탓! 나는 내 머리로 검이 날아와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허공으로 뛰어올라 그의 검을 피하면서 카이져의 머리를 잡은 채 물구나무를 서듯이 섰고 카이져는 그런 내 모습에 나를 재차 공격하려고 검을 들었다. "큭...!?" 이봐... 너무 무리하지 말라고, 알타그라로 만들어진 갑옷 중에서 상의와 하의는 입고 나오지 않았지만 건틀렛과 신발만 해도 내 몸무게를 거의 300Kg까지 늘린단 말이다. "조심하시길... 목뼈가 부러져 버릴 수도 있습니다" "큭!" 카이져의 입술이 살짝 열리면서 신음소라가 새어나왔다. 하긴 아무리 거인족이라고 해도 단지 목만으로 300Kg을 견디는 것은 무리다. 쉬익 나는 몸을 공중에서 한번 튀긴 후 가볍게 몸을 날려 다시 그와의 거리를 두었다. 그때 카이져가 아픈 목을 주물럭거리면서 입을 열었다. "정말... 강하군. 우리 부족 중에서도 뛰어난 실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어떻게 그정도 까지 실력을 쌓을 수 있지?" "별거 아닙니다. 그냥... 고생을 좀 했지요" 훗! 조금 고생이라... 내가 마계를 떠난 지 오래 지나기는 했군.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은 듯 이야기 할 수 있게 되다니... "그런가..." "...다시 갑니다. 하지만... 지금부터는 조심하시고 내 말을 잘 들으십시오" 팟! 나는 말을 마치기가 무섭게 정면으로 쏘아지듯 나아갔다. "합!" 팅팅팅! 나는 나를 찌르듯이 다가오는 검 위로 살짝 뛰어 검을 세 번 밟고 넘어 카이져 쪽으로 파고 들어갔다. "단점 첫째. 동작이 너무 큽니다. 그만큼 빈틈이 많은 것은 당연하고 말입니다. 상대가 품속으로 파고들었을 경우에 대비해서 약간의 반격기 정도 필요하겠군요" 퍽! "....!" 음... 맞다보니 익숙한 건가 나는 그대로 그의 검을 요리조리 피해가면서 그를 계속 공격했다. 처음에는 당황하는 듯 싶었으나 카이져는 금방 익숙해진 듯 검을 휘둘렀다. 쉬잉! 퍽퍽퍽!! "단점 둘째, 공격이 너무 단순하고 단조롭습니다. 어느 정도 이상의 실력자라면 검로를 예측하는 것도 그리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 사실이었다. 카이져의 무거운 큰 검은 막강한 위력과 넓은 사정거리를 자랑했지만 반대로 공격이 느린 편이고 단조롭다는 약점이 있었다. 기껏해야 찌르기나 베기정도? 나 같은 말도 안 되는 힘은 아니지만 굉장한 근력을 가지고 있는 그라면 약간의 노력만으로 변칙공격까지 가능해 지겠지만 아직까지 그런 생각조차 없는 것 같았다. 쐐에에엑! 계속 당하기만 하면서도 카이져는 포기하지 않고 재차 공격을 날렸다. 내려 찍기였다. 너무나도 강한 위력에 바람을 갈라버리는 듯한 착각이 일 정도였다. 스스스 나는 물 흐르듯 한 유수의 움직임을 흉내 내어 부드럽게 긴 검면을 따라 앞으로 돌진했다. 그리고... 나는 검을 들고 있는 그의 손을 가볍게 쳤다. "....?!" 콰앙! 내가 손목을 가볍게 치자 카이져는 검을 휘두르던 힘을 이기지 못하고 검을 놓쳤다. 마악 땅으로 내려 찍어가고 있던 검은 자신의 주인의 손을 떠나 상당히 큰 소리를 내며 땅에 박혔다. "단점 셋째. 검을 휘두르는 동작에 지나치게 힘이 들어가 있고 딱딱하군요. 손목의 힘을 효과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검을 가볍게 잡는 것이 중요합니다" 퍽! 검을 놓쳤다고 안 칠 수야 없지... "큭!" "오늘은 이만 하도록 하지요. 정신차리시고... 서두르싶시오" "...서두르라니?" "해떴습니다" 너무 오래 놀았군. 지금이 대략 6시 정도니까... 4시간 동안 있었던 건가? 나야 그렇다고 치고 4시간 동안 저만한 검을 쉬지 않고 휘두를 수 있다니... 대단한 체력이군. "그럼..." "자...잠시만 기다리십시오!!" 갑자기 왠 존댓말? "무슨 일이시죠?" 나... 오늘 무지하게 말 많다. 상대가 카인이나 다크도 아닌데 말이다. 무시하지도 않고... 왜냐고? 나는 지금 로브를 입고 있지 않은 상태이다. 하지만 카이져는 내 모습에 당황한다거나 흥분하는 등의 모습을 전혀 보여주지 않았다. 뭐, 물론 거인족과 인간의 미적 관점이 다르기 때문에 그런 것일 수도 있지만 일단 그걸로 카이져는 나한테 점수를 따고 들어온 것이나 마찬가지다.(이런 일로 상대방에게 점수를 주는 내 자신이 싫어지는군.) 털썩! "스승님!!" 이 인간은 또 왜이래? "저를 제자로 받아주십시오!!" "....무슨 말씀이신 가요?" "저를...제자로 받아달라는 부탁을 하였습니다" "...왜?" 나는 약간이지만 황당한 기분을 느끼며 그에게 반문했다. 이런 경험은 처음이라서 그런 것일까? 약간 당황스럽다. 덩치가 산만한 녀석이 무릎을 꿇고 제자로 받아달라니... "당신은... 강하십니다" 단지... 그것뿐? 거인족이 호전적인 종족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하아.... 평생에 한번 정하는 스승을 나로 정해 버리다니... 뭐 상관없다. 손해 보는 것은 없으니. "좋습니다. 내일부터 밤에 이곳으로 나오시지요. 어느 정도 까지는 지도해 드릴 수 있습니다. 그리고 오늘 내가 충고한 것들은 잊지 마십시오" "감사합니다!!!" ...목소리 한번 우렁차다. "존대 말은... 사용하지 마십시오" "하...하지만!!" "명령입니다" "..." 내 짧은 말에 카이져는 입을 다물었다. 거인족들의 스승이란 개념이 인간들과는 다르기 때문이다. 음... 그들에게 있어서는 스승이란 부모나 가족보다도 더 위대한 존재. 절대로 충성해야 하는 존재인 것이다. 인간의 관점에서 보면 개인용 왕이랄까? "그럼..." "안녕히 가십시오!!" 갑자기 이미지가 변했다. 조용하고 묵묵한 이미지였는데(어쩌면 이 곳의 말을 못 했기에 그랬는 지도 모른다)이렇게 되다니... 저 덩치에 고개를 팍 숙여 인사를 하니 근육에 양팔이 벌어진다. 마치... 조폭같지 않은가? "....텔레포트(TELEPORT)" 쉬잉 내 작은 중얼거림에 주위 배경의 모습이 순간적으로 변했다. 내가 기거하고 있는 숙소... 다크는 아직 자고 있었고 카인은 침대에서 메모라이즈를 하고 있었다 "후우..." 뭐, 내가 주 종목이 검술이라고는 하지만 메모라이즈 정도는 해 놓아야지. 워프마법 메모라이즈 한 것도 다 떨어졌고. 털썩 나는 침대위로 올라가 가부좌를 취했다. 음... 오늘부터 기말고사라고 했던가? 혹시모르니 메모라이즈를 더 많이 해 놓아야겠군. 나는 조용히 여러 가지 주문들을 떠올리며 눈을 감았다. ====================================== 에... 어케 한편 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