딩동! 딩동! 내가 가볍게 명상을 하고 있을 때(페른은 또 자지 말라며 시비를 걸었다) 종이 쳤고 페른은 시험지를 걷어갔다. "흥!" 페른은 나를 향해 다시 한번 으르릉 거렸고, 나는 그런 그를 가볍게 씹어주었다. "도대체가 저 인간은 왜 저러는 거냐?" "글세..." 나는 괜히 화나서 중얼거리는 그를 보면서 말을 돌렸다. 필요 없는 이야기다. "그나저나 시험은 잘 봤냐?" 나는 이미 사라져 버린 페른을 향해 연신 중얼거리고 있는 다크에게 어깨를 으쓱이며 말을 건 냈다. "아... 대충은 봤어. 기초수학은 그나마 할 만하거든? 게다가 우리들은 검사라서 높은 점수도 필요 없고 말이야" 시험은 그다지 어렵지 않았고(여기서는 마법이나 검술 같은 것을 특기로 여기기보다는 오히려 주 종목으로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문제가 그리 어렵지는 않았다) 우리들은 필기시험을 차례차례 풀어나갔다. 비록 다크가 뭐가 뭔지 모르겠다며 징징댔지만 나와 카인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으다다다다! 드디∼∼어 끝이다!!" 다크는 필기시험이 끝나자 마자 환호성을 질렀다. "음... 어차피 의례적으로 보는 시험이잖아? 무슨 일로 네가 그렇게 신경을 쓰는 거야?" 카인은 자신이 푼 문제를 가볍게 다시 확인하고 있다가 의아하다는 눈길로 다크를 바라보았다. "헤헤... 그래도 이곳에 와서는 처음 보는 시험이잖아? 노력은 해야지" "....시험공부도 안 했잖아?" 다크가 잠시 움찔거렸다. 정곡을 찔린 건가? "괜찮아... 괜찮아 냐하하하하하!!" 그 웃음소리는 또 뭐냐? "중요 한 건 실기시험이야 다크. 이건 카인의 말대로 의례적인 시험에 불과하니까" "걱정 마시지! 나는 실기가 더 좋아!" "하긴 다크정도 되는 녀석이 점수를 깍인다거나 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겠지" 뭐... 저 녀석 실력은 쓸만하니 걱정할 필요 없겠지. 나는 카인과 다크를 데리고 식당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런 나를 향해 날아든 두 인물. 스륵 나는 내 양쪽 팔을 점하려는 린과 루니의 움직임을 몸을 뒤로 옮김으로써 가볍게 피해냈다. "헉! 놓쳤다." "윽! 아까워라" "안녕 레인! 시험은 잘 봤어?" "...예" 나는 되도록 간단하게 대답했다. 아까 와 같은 경우라면 그녀의 말을 무시할 수 있지만 이렇게 대답을 요구하는 말은 쉽게 무시할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내가 그녀의 말을 무시함과 동시에 같은 질문을 수백 번이라도 날릴 수 있는 끈기가 그녀들에게는 있었기 때문이었다. "헤에? 굉장히 당당하네?" "....다크 밥이나 먹자" "레인, 굉장히 당당하네?" "알았어 가서 식판 받아와" "레인 굉장히 당당하네?" "...." 이런... 할 말이 떨어졌다. "레인 굉장히 당당하네?" "...." "레인 굉장히 당당하네?" "...." "레인 굉장히 당당하네?" "...." "레인 굉장히 당당하네?" 끈질긴... "레인 굉장히 당당...." "쉬웠습니다. 됐습니까?" 결국.... 대답하고 말았다. 역시 괜한 고집이었던가? "쉬워? 생각보다 어려웠는데... 히잉! 나 어떻게 해" 생각보다 공부를 못하는 건가? 그렇게 보이지는 않는데... 아니면 평균 90이상 맞아놓고 '나 시험 망쳤어 어떻게 해...'하는 부류 중에 하나인가? "...." 나는 잠시 심각한 상태에 빠진 린을 무시하고 식사를 시작했다. 세인트는 많은 거부들과 귀족들이 다니는 학교였기에 식당의 음식도 훌륭한 편이었다. "그렁뎅 옹훙헤느 뭐 하응거아?" 다크는 입 속으로 마구 음식을 쑤셔 넣으면서도 뭐가 궁금한지 카인에게 질문을 날렸다. 앗! 밥풀 튄다! "응? 오후에 뭐 하냐고? 간단해 각기 신청한 과목으로 가서 시험을 보면 되는 거야" "그앵? 긍렁 낭는 겅술푸랑 궝술붕롱 가양됭?" "그렇지" 호! 말이 잘 통하는군. 하여튼 카인의 말이 틀리지 않았다면 나의 경우에는 연금술 부와 검술부. 그리고 특수무기 반까지 가야하는 건가? 조금 바쁘겠는데? 드륵 나는 간단히 식사를 끝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 잠깐 레인. 다음 연금술 시험 보는데 같이 가자!" "나도!" 내가 연금술 시험장으로 가려고 하자 대답도 듣지 않은 채 린과 루니가 내 쪽으로 들러붙었다.(물론 나는 그것을 피했다.) "험... 레인 있다가 보자!" "그...그래! 레인 연금술 시험 본 다음에 검술시험장으로와∼!" 카인과 다크는 린과 루니가 내 쪽으로 옴과 동시에 자리를 피해야 할 때라고 느꼈는지 잽싸게 도망쳤다.(이 과정에서 급식을 애초에 많이 먹는 다크는 단 세입만에 1인분을 다 먹어버리는 만행(?)을 저질렀다.) "자 그럼 천천히 가보자 카인" "그래 다크" 다다다다다! 그렇게 말하면서 뛰어가는 저의는 뭐냐? "레인, 가자" 이런... 당황해서 도망갈 타이밍을 놓쳤다. "...." 왜... 내가 끌려가다 시피 하는 거지? "자자! 연금술 실은 이쪽이라고. 따라와 레인" 나는 린과 루니에게 질질 끌려가다시피(그래봐야 내가 뒤에서 따라가는 정도였지만)해서 연금술실로 들어갔다. 평소에도 이론과 시험을 반복하던 그곳에는 시험을 위해서인지 많은 종류의 약초들과 수 십 개의 실험기구들이 책상 위에 놓여있었다. "...포션을 만드는 시험인가?" "응! 그것 때문에 우리들이 지난 한달 간 비장의 포션을 만드느라고 얼마나 고생을 했다고" "맞아. 나는 정령술까지 이용했지롱∼ 만점 맞을게 틀림없어!" 그녀들은 내 옆을 떠나지 않고 재잘거렸고(내 양쪽자리에 그녀들의 자리가 위치해 있었다. 이게... 정말 우연인가?)나는 그녀들에 대꾸도 하지 않은채 듣기만 했다. 물론 그 반응에 주위에서는 살기가 몰아쳤지만. 뭐, 이제는 익숙해 져서 상관도 없다. "자! 연금술사 여러분! 모두 잘 오셨습니다. 지금부터 시험을 시작할 테니 모두들 자신의 이름이 써 있는 자리에 앉아주십시오!" 시험관으로 나온 듯한 갈색머리 사내는 마이크 비슷한 것을 들고 학생들을 인솔하기 시작했다. 약간 살이 쪄서 둔해 보이는 사내였는데 이일을 많이 해 왔는지 느리게 움직이면서도 할 일은 확실하게 다 하고 있었다. "재료는 이미 준비되어 있은 시험에 응하는 학생 분들께서는 각자의 자리에서 포션을 만들어 병에 담아 주십시오. 제한시간은 30분입니다. 그럼... 시작!!" 그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모든 학생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고 나도 포션을 만들기 시작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생각해놓은 포션이 있었다. 점수가 높을수록 좋을 테니 잘 해볼까나? "세운드의 이슬" 세운드의 이슬은 습기가 짙은 깊은 숲 속에서만 자라는 세운드의 잎사귀에 맺히는 이슬이다. 세운드가 워낙 효능이 좋아서일까? 상당한 마법적 효과가 있었다. 물론 세운드 자체의 약효가 더 좋은 것은 당연한 말이었지만 아무도 세운드를 캐지 않았다. 놔두면 아침마다 비싼 이슬을 만들어 내는 약초를 어떤 돌 머리가 캐겠는가? 또르르 나는 세운드의 이슬을 정확하게 그릇에 넣었다. 단 한 방울이라도 양이 틀려서는 안 된다. "블러드 머쉬룸" 나는 선명한 붉은 색을 띠고 있는 버섯 두어게 정도를 칼로 가루가 되도록 잘라서 세운드의 이슬을 받아 놓은 그릇에 넣었다, 블러드 머쉬룸은 어느 곳에서는 자랄 수 있지만 오직 피만을 양분으로 삼는 녀석이다. 그렇기에 보통은 자라기 힘든 녀석이지만 지혈이나 상처회복에 뛰어난 효과를 가지고 있기에 많은 연금술사들이 채집해와 기르는 버섯이다. 다행히 피를 가리거나 하지는 않아서 보통 가축의 피를 사용하고 있었다. 쉬이이이 에운드의 이슬은 블러드 머쉬름이 들어가자 얼마 지나지 않아 완벽하게 붉은 색으로 물들었다. 그것을 살짝 저어 섞은 나는 한구석에 있는 풀을 약간 집어들었다. "체른" 별 것 아닌 약초다. 그냥 어느 정도의 치료효과만 가지고 있기에 감기를 치료할 때나 쓰이는 약초로 길가에서 발견할 정도로 흔하다. 하지만 연금술사들에게는 없어서는 안 되는 중요한 약초다. 왜냐하면 체른은 잘 섞이지 않는 약초들이 잘 혼합되게 만드는 촉매제 역할을 하기 때문이었다. "해왕의 조개" 나는 그릇에 들어있던 가루를 들어 붉은 색을 띠고 있는 세운드의 이슬에 뿌리듯 넣었다. 해왕의 조개는 해왕이라고 불리는 조개껍질을 가공해서 만 듯 것이다. 아주 약간이지만 마나를 응집시키는 효능을 가지고 있다. "파이어 실드(fire shield)" 화아악! 나는 잘 섞은 재료들을 비커에 넣은 후 마법을 사용해서 그것들을 가열하기 시작했다. 물론 가열기구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마법으로 해야 불 조절을 확실하게 할 수 있는 것뿐이었다. 부글부글 얼마 지나지 않아 비커 속의 재료들이 끓기 시작했고 나는 마지막 재료를 꺼내들었다. "만드라고라...." 엄청나게 귀한 재료였다. 인간형으로 생긴 녀석으로 발견하기가 쉽지 않다. 주로 낮은 온도에서 서식하는데 뽑을 때 사람의 마음을 파괴해 버리는 비명을 내지른다. 하지만... 귀하고 위험한 만큼 효과도 확실하다. 상당한 효과의 마력효과를 가지고 있었으며 다른 약초와 만날 때 그 효과가 무궁무진했다. 세간에는... 생것을 씹으면 정력이 강해진다는 소문이 있었고 그것은 어느 정도만 사실이었다.(어느 정도만. 사실은 최음제와 비슷하다) 딱 나는 손가락을 살짝 튀겼고 파이어 실드가 한순간 사라졌다. 그리고 나는 손바닥보다 약간 작은 만드라고라를 비커에 넣었다. 쉬이익 만드라고라는 넣자마자 한줌의 핏물로 화하며 비커 속으로 섞여 들어갔다. "음... 내가 내 살에 상처를 내게 될 줄이야" 나는 작은 단검을 꺼내 손가락 끝을 찔렀다. 마나를 넣거나 삼대마계술을 사용하면 미스릴로도 쉽게 상처를 내기 힘든 피부였지만 내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기에 피가 흘러서 비커 속으로 들어갔다. 쉬이이익 내 피가 들어가자마자 비커에 들어있는 재료들이 선명한 피색으로 변해 부글부글 끓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것을 본 나는 손가락을 빠르게 지열한 훈 마력을 모았다. "합!" 슈우우웅! 주위사람들의 시선이 내 쪽으로 몰렸다. 내 양손에 마력구가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왼 손에는 은은한 빛을 내뿜는 빛의 마력이. 오른손에는 암흑보다도 더 어두운 기운을 내 뿜는 어둠의 마력이. 슈우우 나는 마력이 반발하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두 마력을 적절히 혼합한 후 비커 안으로 집어넣었다. 상당한 정신력을 요하는 일이었지만 정신력이라면 넘치도록 많은 마나보다도 더 자신 있는 나였기에 안전하게 성공할 수 있었다. 웅웅 비커안에서 검은 기체가 솟아올랐다. 검은 기체는 솟아오르자 마자 사방으로 흩어지려고 했으나 나는 바람을 이용하여 그것들을 모두 잡아 포션병에 넣었다. "완성이군" 나는 조용히 중얼거리면서 검은 기체를 넣은 포션 병을 내 품속에 넣었다. 하지만 누구도 신경 쓰지 않았다. 나를 바라보고 있던 몇몇 사람들은 비커에 남아 혼자서 꿈틀거리고 있는 붉은 액체에 더 신경을 쓰고 있었고 나는 비커에 있는 액체도 나머지 포션 병에 넣었다. "핫! 루이네 소환!" ...응? 나는 내 머리 만한 포션병에 피 색의 액체를 넣고 있다가 고개를 돌려 루니를 바라보았다. 루니의 정면에는 사랑의 정령인 루이네가 소환되어 포션병 주위를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재미있군. 정령의 기운을 약초와 혼합시키는 방식인가? "나와라! 파이어 골렘의 기운이여...." 이번에는 린이로군. 린은 내가 잡아 주었던 파이어 골렘의 카드를 들고 주문을 외우고 있었다. 이쪽도 재미있는 방식이군. 파이어 골렘의 불의 기운을 일부분만 사용하는 것 같다. "레인! 끝났어?" "그렇습니다만?" "같이 내자고. 나도 이제.... 끝" "나도 끝" 그녀들은 각자 의 손바닥만한 포션병에 포션을 넣고 내쪽으로 다가왔다. 소요시간 13분 34초. 우리가 일등이로군. "여기에 있습니다" 내가 먼저 만들었지만 루니가 먼저 냈다. 하지만 우리들은 같이 와서 같은 점수를 받기 때문에 그리 문제는 없었다. "흐음... 치료를 주된 목적으로 만든 포션인가?" "예" "그런가? 이보게 사용해 보도록" "루이네의 이름을 부르신 후 사용하시면 됩니다" 루니가 덧붙였고 심사의원에게 지적된 선생은 상처 입은 실험용 넬에게로 다가갔다.(토끼만한 크기의 쥐과 동물) 아마도 준비되었던 녀석 같다. "루이네" 슈우웅! 그의 말이 끝나자 포션병에 담겨있던 분홍색의 액체가 허공으로 떠오르더니 한 개의 형상을 만들어 냈다. 두 쌍의 투명한 날개를 가진 여성체인 사랑의 하급정령. 루이네였다. "....!" 그는 정령사가 아닌 자신의 말에 정령이 소환된 것에 놀란 듯 싶었으나 곧 침착하게 손을 내밀어서 상처 입은 넬을 가리키면서 치료하라고 말했다. 슈우웅! 그의 말에 무표정의 루이네가 넬의 상처를 감싸안았고 넬의 상처는 상당히 컸음에도 불구하고 깔끔하게 낳았다. "오...대단하군" 심사위원은 약간 놀란 듯한 시선을 보였다. 정령술을 모르는 사람의 손에 일시적이지만 정령이 소환되어 상처를 치료한 것에 감탄 한 것 같았다. "헤헤! 마력은 포션에 담겨있어서 포션 안에 담긴 마력을 다 사용하면 정령은 떠나버리지요. 일반인들이 사용하기에는 편리할 거에요" "그렇군. 점수는 A일세" "감사합니다" 루니는 꾸벅 고개를 숙이더니 우리의 옆으로 돌아왔고 다음으로는 린이 자신의 포션을 내밀었다. "음... 화염계속성을 건 포션인가?" "예. 이렇게" 린은 손가락을 포션안에 넣어 포션 안에 든 투명한 액체에 손가락을 적셨다. "불" 화아악! 그녀의 말과 함께 그녀의 검지손가락에는 15센치 정도 되는 불길이 피어올랐다. "멋지군. 손가락은 괜찮은가?" "물론입니다. 이 포션이 닿은 부분은 불에 피해를 입지 않아요. 하지만" 린은 작은 종이조각을 들어 자신에 손가락에 붙은 불길에 대었고 종이는 순식간에 불타 없어졌다. "이렇게 다른 물건에는 피해를 입히지요. 지속시간은 1시간. 순간적으로 마법무기를 만들기에 더없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실용적이고도 뛰어난 포션이군. 올해는 뛰어난 학생들이 들어온 것 같아 점수는 A+일세" "감사합니다∼" 린도 자신의 점수에 만족했는지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그럼.... 다음차례는 나인가? 턱 나는 피 빛의 액체가 들은 포션병을 심사위원들에게 내밀었다. 물론 진짜로 중요한 건 기체가 담긴 포션이었지만 이들 정도라면 이것만으로도 놀라 자빠지리라. "뭐...뭔가? 이건?" ================================================ 아.... 결국 쓰고야 말았다. ㅠㅠ; 결국은 이렇게 되는건가? 공부해야 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