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신도(四神刀) 전쟁터. [말도 안됩니다!] 사람들은 어이가 없다는 듯이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단지 200의 병력만 가지고 5000의 병력을 공격한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맞습니다!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시는 겁니까?] 사람들 중에서 그나마 준수한 얼굴을 가지고 있는 남자가 외치자 사람들도 이구동성으로 그의 말에 동조하기 시작했다. 그들이 시작하기에 이것은 완전히 자살행위였기 때문이었다. [하...하지만 파이로드님의 결정입니다. 저는 그냥 전한 것 밖에는...] 전령은 흉흉한 기세에 겁을 먹었는지 더듬거렸고 준수한 남자는 다시 외쳤다. [이건 말도 안돼는 이야기입니다! 우리는 당사자에게 확인해야하겠습니다!] [올소!] 사람들은 그의 말에 동조했고 일단의 무리들은 흉흉한 기세를 보존하며 파이로드의 처서로 찾아갔다. 위대한 마법사인 파이로드는 밖으로 나와서 마법서를 읽고 있었고 사람들은 그런 그를 포위하듯 둘러섰다. [파이로드여! 이번 공격은 어떻게 된 일이오! 우리는 해명을 들어야만 하겠소!] 위대한 마법사 파이로드는 사람들에 신경 쓰지 않고 책을 읽고 있었으나 곧 상당한 수의 사람들이 신경이 쓰였는지 고개를 들었다. 수많은 사람들의 살기 등등한 눈빛을 받으며 그는 상당히 띠꺼운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모두의 시선이 집중되는 가운데 그의 입이 천천히 열렸다. [시끄러우니까 좀 닥쳐줄래?] 제이스 제국의 『제국이야기』 『위대한 마법사의 이야기』에서 발췌 휙 시험관이 들고 있던 나무토막을 허공으로 던졌고 정육면체 모양인 나무토막은 포물선을 그리며 허공을 날았다. 티티틱틱! 촤라라락! 나는 오른손에 들고 있던 사신도를 정확히 6번 움직여 나무토막을 잘랐고 나무토막은 순식간에 정확히 27조각으로 나누어지더니 바닥에 떨어졌다. "....!!" "에엑! 나도 겨우 6조각으로 잘랐는데....!" "...당연히 실력의 차이지" 나는 피식 웃으며(나는 이래서 로브가 좋다. 웃어도 아무도 모르지 않는가?) 어깨를 으쓱했다, 별거 아닌 제스쳐였지만 다크에게는 가슴이 뚫리는 듯한 충격으로 다가온 모양이었다. "크윽...! 그 착하고 순진하던 레인이 이런 싸가지에 밥 비벼 먹을 소리를 하게 될지 그 누가 상상이나 했단 말인가?" 다크는 비통함이 가득한 목소리를 내었다. 자세나 표정이 상당히 심각한 분위기를 만들어 내었으나... 어이없는 대사는 그 심각함을 일거에 날려버리기에 충분했다. 빠악! "쿠헥!?" 나는 가볍게(?) 다크의 뒤통수를 가격했다. 다크는 본능적으로 피하려고 했으나... 어림없는 소리였고 그는 그대로 기절해 버렸다. 걱정할 필요는 없겠지. 얼마 안 있으면 정신을 차릴 테고 다크에게는 검술시험이 마지막 시험이니까. "점수는?" "으...응? 아... A++이다" "...그럼" 나는 고개를 꾸벅 숙이고 다음 시험장으로 향했다. 그러고 보니... 나, 내가 봐도 성질이 나빠진 것 같다. 지금 말투만 해도 반말을 쓰지는 않지만 흔히 다크가 말하는 '무(無)싸가지 모드(mode))'가 아닌가? 뭐, 상관은 없지만. "....." 나는 다음 시험장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귀찮군. 역시 너무 많은 과목을 신청했던 건가? "으아아앗! 거기 서엇!!" "...?" 나는 뒤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내 뒤쪽에는 한 개의 푸른 뿔을 가지고 있는 거대한 개? 아니 푸른색의 뿔에 새하얀 색의 털을 가지고 있는 늑대가 뛰어오고 있었고 그 뒤에서는 샤이나라고 했던가? 하여튼 우리반에서 소환사라고 소개했던 여학생이 뛰어오고 있었다. "서라고!! 아? 거기 로브? 비켜!! 다친다고!" 흐음... 저 여자가 소환사라고 말을 했으니까 저기 달려오고 있는 늑대같이 생긴 녀석이 솨환수인가? 소환수는 처음이군. 신기한걸? "비...비키라니까? 그 녀석 지금 신경이 날카로워서 아무나 공격한다고!!" 음... 전투력은 거의 레디에 맞먹는 것처럼 보이는데? 물론 한∼참 떨어져 보이지만. 상당히 강력하다. "이...이봐!!" "크아앙!" 스윽 나는 아무렇지도 않게 손을 들었다. 괴수를 쳐내기 위해서였다. 저 녀석이 꽤 강한 편이 라지만 그래봐야 중급마족 보다는 훨씬 약하다. 그런 녀석이... 내게 상처 입힐 수 있을 리 없다. 하지만... 내가 그 녀석을 쳐내기 전에 먼저 내 품안에 있던 포션병의 뚜껑이 열렸다. 딸깍! "....?" 촤아아아아! 순간 붉은 색의 액체가 내 시야를 어지럽혔다. 그리고 그 액체는 허공에 뿌려지더니 사람의 형상을 만들어 내었다. 그리고... "크아아아앙!!" 순간 소환수의 입에서 무시무시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 사람의 형상을 하고 있던 붉은색의 기운이 손쯤 되는 부위를 날카롭게 만들더니 소환수의 심장에 찔러버렸기 때문이었다. "이런... 벌써 각성인가? 대략 만들고 하루나 이틀이라고 알고 있는데... 상당히 빠르군" 꿀럭... 꿀럭... 내가 그냥 조용히 바라보고 있는 사이 이미 소환수는 축 늘어진 채 부들부들 떨었다. 그 녀석의 피는 붉었고... 내 블러드 골렘이 그 녀석의 피를 흡수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녀석의 처음 크기는 대략 50센치 정도였으나 소환수의 피를 빨아들이고서는 나와 비슷한 크기로 커져 있었다. "꺄아아악! 이..이게 뭐야!!" 음... 시끄럽군. 어차피 소환수는 죽더라도 소멸하지 않는 한 일정 시간이 지나면 다시 소환 할 수 있다고 하니 무시하고 갈까? 아니.... 일단 뭐라고 든 말을 해 놓아야겠지. 나는 워프스펠을 외우면서 조용히 입을 열었다. "무슨... 일이 십니까?" "에...에? 도...도대체 뭐야? 그 피 같은 건... 내..내 소환수가!!" 나는 두서가 없는 그녀의 말을 듣고 있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제가 가지고 있는 골렘입니다." "고...골렘? 그런데 그런 게 왜 내 소환수를....!" "...이 녀석은 내 신변을 보호하려고 했던 모양입니다" "...." 샤이나는 입을 다물었다. 뭐, 객관적으로 볼 때 먼저 달려든 건 그녀의 소환수. 내가 그 녀석을 아주 소멸시켜버린 것도 아닌 상황에서 내가 꿀릴 것은 하나도 없다. "그럼. 텔레포트(TELEPORT)" "어...? 자...잠...!!: 그녀는 내가 슬쩍 빠지자 당황해서 날 잡으려고 했으나... 언제나 그렇듯 나는 간단히 빠져 나와 파이로드간 만들었던 비밀의 방(말이 조금 이상한 걸?)으로 워프했다, 당연한 이야기였지만 블러드 골렘도 데리고 말이다. ....그러고 보니 요즘 내가 사람들을 특히 여자들을 피해 달아나는 일이 자꾸 생긴다는 생각이 자꾸 든다. 고의는 아닌데(가끔은 고의다)여자를 만날 때마다 할 일이 생기는 것이다. 물론 여자에 별로 관심이 없는 나로서는 그리 억울한 일은 아니지만 하여튼 그렇다는 이야기다. 부르르르 "앗차! 늦겠군" 나는 재빨리 잡생각을 지우고 블러드 골렘을 바라보았다, 녀석은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 듯 입을 빠끔거렸으나... 할 수 있을 리가 없지 않은가? 녀석이 태어난 지는 막 하루밖에 되지 않은 것이다. 웅웅! 나는 손에 마력을 모은 뒤 블러드 골렘의 머리부분에 손을 올려놓았다. 약간 질척질척한 감각이 기분 나빴으나 그리 거부감은 없었다. 다행히 이 녀석에게 이제부터 말을 가르쳐야 한다든지 하는 변(?)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저 녀석은 피의 계약으로 묶인 나의 '종'이자 '일부분'이다. 녀석은... 나의 허락 안에서 어느 정도의 지식을 공유할 수 있다. "역시... 이런 피 모습보다는...." 나는 천천히 녀석의 모습을 재구성 시켰다. 붉은 갑옷과 붉은 투구.... 그리고 붉은 검. "음... 꼭 피묻은 철갑기사 같은 모습이지만, 이 정도면 되겠지. 그리고..." 나는 천천히 기본적인 지식들과 언어를 공유하기 시작했다. 더 많은 양의 지식을 공유시킬수록 더 많은 시간이 걸렸음으로 그리 많은 지식을 전해 줄 수는 없었다, 기껏해야 이곳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 그리고 기본적인 언어들. "....이름은?" "...." 음... 언어지식을 전하자마자 입을 열다니. 굉장히 급한 녀석이로군. "나의... 이름은?" 보통은 자신의 이름을 남에게 묻는 것은 잘못된 일이지만 나는 조용히 생각에 잠겼다. 저 녀석이 하는 말의 뜻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나의...이름은?" 녀석은 다시 한번 재촉하듯 입을 열었고 나는 그 녀석의 모습에서 가장 간단하게 떠오르는 이름을 생각할 수 있었다. "너는....블러드. 피의 맹약자" "블러드...." 녀석은 조용히 블러드라는 이름을 중얼거렸고 나는 다시 입을 열었다. "나는...너의 주인이다" 나는 그 녀석을 바라보았다. 나와 비슷한 키의 붉은 기사는 나와 마찬가지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천천히 열리는 녀석의 입. "예...나의...영원한 주인이시여" 우리들의 사이로 한줄기 시원한 바람이 스쳐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