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신도 "....." 쉬익! 나는 백호의 앞발을 고개를 숙여 후 뒤로 물러나 녀석과의 거리를 벌렸다. 정말이지 징그러울 정도로 빠르다. 게다가 파워도 장난이 아니고 말이다. 뭐, 지금은 어떻게 마법도구들로 버티고 있지만 말이다. 위잉! 나는 시공의 반지를 이용해서 그래도 백호가 가장 많은 빈틈이 보이는 허리를 노리고 녀석의 허리와의 차원과 내 정면의 차원을 연결한 후 검을 휘둘렀다. 촹! 녀석과 내 검과의 거리는 대략 4미터 정도여서 닿을 리가 없는 거리였으나 내 사신도의 절반정도는 허공에 빨려들 듯이 사라져 백호의 허리부근에서 불쑥 튀어나왔다. 시공의 반지의 힘이었다. 차원을 마음대로 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까지는 조종할 수 있는. 9클래스 급의 반지. 쩌엉!! 젠장! 큰 덩치를 가지고 있는. 게다가 틀림없이 금속으로 만들어진 백호인데 완전히 고무줄 움직이듯이 움직이면서 내 검을 쳐낸다. 보지도 않고 자연스럽게 쳐내는 것을 보니 아무래도 나처럼 주변의 마나를 느끼는 것이 가능한 모양이었다. 쩌정!! 나 역시 측면으로 공격해 들어오는 백호의 앞발을 쳐냈다. 속도. 힘. 마력. 모든 면에서 내가 상대에 비해서 떨어졌다. 다행히 상대는 그다지 전투경험이 많지 않은 듯 노련함이 떨어졌고 거기에 사신도의 날카로움을 아는 듯 사신도의 옆면만 쳐내고 있었기에 움직임에 많은 어려움이 따랐다. 게다가 나에게는 엄청난 능력들을 가진 마법도구들이 존재했기에 싸움은 대등한 상태였다. "좋군. 그럼 힘으로 해 볼까?" 스륵! 내 손이 조용히 올라갔고 나는 순간적으로 마력을 내뿜었다. 마계쌍룡검법(魔界雙龍劍法)! 제 6장. 강룡승천(鋼龍昇天)!! 크와아아앙!! 거대한 푸른색의 강룡(鋼龍)이 백호를 향해서 포효하며 뻗어나가기 시작했다. 이 세상 모든 것을 파괴해 버릴 것 같은 강력한 기운. 보통이라면 이런 기운을 보고 피할 생각부터 할 테지만 백호는 오히려 그런 강룡을 향해 입을 벌렸다. 쉬우우웅!! 백호의 입가로 모여드는 빛 무리. 저건....? "크아아앙!!!" 파아아아앙!!! 백호의 입에서 뿜어져 나오는 빛줄기. 그 빛줄기는 어느 새인가 백호의 형상을 띄면서 내 강룡과 정면으로 충돌했다. 내 강룡도. 녀석의 백호도(백호의 입에서 백호의 모양을 한 기 덩어리가 뿜어 나오는 약간은 우스웠다.)모두 폭파형 기술은 아니었기에 그것들은 마치 두 마리의 맹수가 맞붙듯이 힘을 겨루기 시작했다. 하지만.... 드디어 빈틈 발견이다! 녀석의 기술은 계속해서 내뿜는 방식의 공격이고 내 것은 모아서 뿜어 던지는 방식. 예를 들자면 나는 물 풍선을 던진 것이고 녀석은 호스로 물을 뿌리는 거랑 같다고 할 수 있다. 그러니까.... 당장은 내가 진다. 당연한 이야기다. 물 풍선이 호스에서 뿜어지는 물을 단숨에 뚫고 가지 못한다면 계속해서 밀려드는 물줄기에 밀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그러니까.... 물을 호스로 뿌리는 사람은 계속해서 고무호스를 잡고 있어야 하지만 물 풍선은 일단 던지면 그 다음에 무슨 짓을 해도 상관이 없는 것이다. "좋아!!" 우웅! 나는 빠르게 허공을 갈랐다. 진공의 검. 이것만으로도 위협적인 능력을 가지고 있었지만 내 목적은 그게 아니었다. 내 검이 휘둘러지면서 생겨난 진공의 검에 몸을 실은 것이다. 피이이이잉!! 마치 공기가 찢겨나가는 듯한 소리가 귓가를 찔렀다. 엄청난 속도! 아무리 나라도 공기의 저항을 무시할 수는 없기에 평소에는 이 정도의 속도를 내기는 불가능하다. 응? 평소에는 어떻게 보이지 않는 속도로 움직이느냐고? 아니다. 아무리 빨라도 그렇지 어떻게 눈에 전혀 안 보이는 속도로 움직인다는 말인가? 내가 광속(光速)을 낼 수 있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하지만.... 총알이 광속이 아닌데도 사람들에게 쉽게 보이지 않듯이 감각기관이 느끼는 한계를 벗어나는 경우가 가끔씩은 있다. 하지만 그것도 그건 지금 같은 경우고 그 전에 안 보이게 움직였던 것은 대부분이 잔상을 이용한 기술이다. 빠르게 움직이면 아주 안 보이지는 않더라도 보기 힘들어진다. 물론 그에 따르는 안력(眼力)이 따라주지 않는 다는 전제하에서. 하지만 이건 어떨까? 빠르게 움직이면 몸의 크기가 마치 작아지는 것처럼 축소된다. 정말로 축소되는 것은 아니고 시각의 한계에 따라서 그렇게 느껴진다는 이야기다. 피이잉!! 그 상태에서는 여러 가지 방법이 가능해 진다. 첫 번째는 달려가는 도중에 공기중의 마나를 조금이나마 흔들어 모습을 감추는 것이다. 물론 그것이 아니더라도 방법은 많다. 예를 들어 검광(劍光)으로 자신의 모습을 감춘다든지 또는 바람의 움직임으로 자신의 모습을 가리는 것이다. 나는 주로 공기중의 마나를 흔드는 방법을 사용하고 다크 같은 경우는 보통 바람의 움직임으로 자신의 모습을 감춘다. 스슷! 약간 떨어졌던 백호의 모습이 어느 새인가 코앞까지 다가왔다. 아직도 미처 뿜어내고 있던 마나를 회수하지 못한 상태였다. 당연했다. 녀석이 아무리 빠르더라도 내가 이곳까지 오는데 걸린 시간은 많이 잡아야 0.1초도 안 걸렸으니까. "마계쌍룡검법.....!" 마계쌍룡검법(魔界雙龍劍法)! 제 5장. 파황일섬세(破皇一閃世)!! 절대적인 개인용 공격 기술. 단 한 명의 상대에게는 다른 어떤 기술보다도 빠르고 어떤 기술보다도 강력하다! 파황일섬세는 오직 직선으로만. 그것도 한 공격으로만 이루어진다. 먼저 진각을 밟아 하체의 힘을 이용한 뒤 순간적으로 마나를 두 개의 검으로 모아 쥔다. 그리고 오른쪽의 검을 왼쪽의 검에 대고서 마치 미사일이 발사되듯이 끌고 올라가는 것이다. 스르르르릉!! 오른쪽 검(정확히는 도)이 왼쪽의 검면을 타고 올라가듯이 올라가면서 받침대 역할을 하여 짧은 시간에 엄청난 속도로 가속됨과 동시에 왼쪽의 검에 모여있던 검은 완벽하게 발사되는 오른쪽으로 전이(轉移)된다. 그리고..... 그리고.....! 서걱!! "베었다!!" 분명했다. 손끝에는 뭔가가 베이는 느낌이. 그리고 눈에는 커다란 상처가 나는 허리의 모습이 보였다. 엄청난 강도를 가지고 있는 금속으로 만들어진 듯한 녀석이었으나 아무리 금속이라고 해도.... 이 세상에 사신도에 베이지 않을 수는 없었기에 문제없었고 말이다. 보통이라면 녀석이 사신도의 검면을 쳐내듯이 막았겠지만 요번에는 확실하다! 이겼.....! "크아아앙!!" "......어?" 나는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었다. 어느 새인가 백호의 몸을 매개체로 해서 어마어마한 기운이 모여있었다. "틀림없이......허리를 베었는데?!" 착각은 아닌 모양이었다. 분명히 백호의 허리에는 커다란 상처가 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실수로군. 녀석은 생명체가 아닌 물건. 그러니까 만들어진 녀석이다. 쿠오오오오!! 막기에는 너무나도 강력했고, 막기에는 너무나도 늦어있었다. 어쩐 일인지 은연중에 나를 봐주던 녀석이었지만.... 허리를 베인 탓일까? 강렬한 기운이 백호의 기운이 모여있었다. 정말이지 강력한 기운. 나 따위는 단번에 죽여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정도의 기운이.... "뭐....야? 이렇게..... 끝?" 주위의 사물이 느리게 움직인다. 서서히 모여서 하나의 거대한 검의 형상으로 변하는 기의 덩어리. 강하다. 너무나도 강하다. 피할 수도.... 막을 수도 없다. 주변의 바람이. 다크와 카인의 외침이. 그리고 백호가 내뿜는 살기가 느껴진다. 끝? 정말로 이대로 죽어야 하는 건가? 내가 왜 마계에서 그렇게 살아남았는데!? 내가 왜 죽어 가는 혜진을 보면서도 살아가야 했었는데!!!! "죽기...싫어....." 손을 움직였다. 오른손에 들렸던 사신도가 자연스럽게 딸려왔다. 왼손에 있는 도베라인도 마찬가지였고 말이다. 두검 모두.... 내 손에서 수백. 수천. 수만 마리의 마족들의 피를 마셔왔다. 생명. 무슨 가치가 있을까? 나는 그 많은 생명들을 끊으면서도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비록 살기 위해서였다고는 하지만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왜 내가 죽어야 하는 상황에서 이렇게 약해지는 거지? 쿠오오오오!! 근처에 돌아다니던 바람이 백호의 주변으로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의도적으로 빨려 들어간 것이 아니라 녀석이 마나를 모으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그렇게 된 것이다. 무시무시할 정도의 마나. 죽을 것이다. 틀림없이. 하지만.... 죽기 싫다. "쿠아아아앙!!" 마지막으로 포효를 내지르는 백호. 그리고.... 쿠아아아아!!!! 엄청난 마나의 흐름과 함께 강력한. 세상 모든 것을 파괴할 것 같은 검이 내 쪽으로 발사되었다. "죽기 싫어....." 드드드드득!!! 단단한 바닥이지만 강력한 파멸(破滅)의 검이 내뿜는 기운만으로도 뒤집어지듯이 부서지며 조각이 날렸다. "죽기 싫어......" 사신도와 도베라인을 들어올렸다. 어느 새인가 내 두 검에는 나의 온 마력이 집중되기 시작했다. [헤헤.... 바보 같은 생각하지마.... 절대로 잘 살아야 해.... 헤헤.... 꼭 늙은이 같은 말이지만....] 혜진이가 죽을 때의 모습이 떠오른다. 흘러내리는 피. 그녀를 감싸던 날개..... 그래, 나 때문에 죽었다. 분명히 나 때문에 죽었다. 하지만.... 그녀는 나에게 살라고 말했다. 드드드드득!!! 어느 새인가 코앞까지 다가온 파멸의 검...... 내 입에서 빠른 속도로 스펠이 지나간다. 마법을 사용하는 것이었지만 동시에 몸은 검술을 사용하고 있었다. "룬 실드(Rune shield)!!" 쩌엉!!! 내 실드와 녀석의 공격이 정면으로 맞붙기 시작한다. 밀린다. 자칫하면 단번에 깨질 정도로 위태로웠다. 하지만.... 여기서 포기할 순 없어!! "룬 실드, 변형(transformation)!! 절대 방어. 엡솔루트 디펜스(absolute defense)!!!" 티디디디딕!!! 순식간에 잔금이 가기 시작한 룬 실드. 볼 때보다도 더 엄청나군. 9클래스 급 마법이 아니면 뚫리지 않는다던 엡솔루트 디펜스가.... 파괴력은 9클래스에 필적하는 공격이라는 말인가? "나는.....나는......!" 드드드드득!! 티디디디딕!! 점점 룬 실드에 잔금이 늘어가기 시작했다. 당장이라도 깨져버릴 것 같은 기세. 나는 그대로 검술을 전개했다. "죽을 수 없어!!! 죽기 싫단 말이다!!!!" 촤라라라랑!! 마계쌍룡검법(魔界雙龍劍法)! 제 8장. 마왕강림(魔王降臨)!! 크오오오오오!!! 내 등뒤로 엄청난 덩치를 가지고 있는 갑옷의 남자가 겹치듯이 나타났다. 거대한 덩치. 이마에 달린 뿔. 그리고 등뒤에 달린 네장의 날개..... 마왕의 형상을 하고 있는 마왕강림이라는 초식이었다. 언뜻 들어서는 마왕을 불러오기라도 하는 것 같지만... 그건 아니고 단지 모습을 내는 것 뿐. 마왕강림은 쌍룡승천을 제외한 마지막 초식이었다. 순간적으로 왼손에는 양기(陽氣)를 집중시키고 오른손에는 음기(陰氣)를 집중시킨 다음 두 기운을 충돌시켜 파괴적인 힘을 만드는 기술. 쿠아아아!! 내 등뒤에서 생겨난 붉은 빛의 거인은 괴성을 지르며 두 손으로 파멸의 검을 잡았다. 하지만... 파멸의 검은 전혀 힘을 잃지 않고 계속해서 밀어붙이기 시작했다. 그대로 나까지 꿰뚫을 것 같은 움직임. 나는 이를 악물고 발동어를 외쳤다. "룬 실드(Rune shield)!" 나는 마왕강림의 힘을 전부 사신도로 옮겨버렸다. 도박이었다. 지금으로써는 다른 방법이 없었기에. 마왕강림을 성공적으로 움직인 나는 내 나머지 검인 도베라인에 룬 실드를 주입시켰다. 쿠아앙!!! 파멸의 검은 어느 새인가 거인의 힘을 밀어내면서 나와 손가락 하나를 두는 거리까지 다가왔다. 시간이 없어!! 나는 그대로 사신도에 담긴 마왕강림의 기운과 도베라인에 담긴 룬 실드의 기운을 충돌시켰다. "하압!!!!" 마왕강림(魔王降臨). 룬 실드(Rune shield)... 나는 사신도와 도베라인에서 무시무시한 속도로 증폭되는 마나를 조정하기 시작했다. 자칫 잘못하면 죽는 것은 나였음으로... 융합(融合)!! 룬 실드가 거인의 몸에 흡수되듯이 들어갔다. 그리고 그 거인의 몸에 들어있는 마나가 충돌하면서 엄청난 크기로 증폭되면서 파멸의 검에 맞서기 시작했다. 쿠아아아!!!!!! 쩌저저저정!!! 거인의 몸이 더더욱 커지면서 파멸의 검을 밀어내기 시작한다. 강력한 기운을 가진 파멸의 검이었지만.... 두 가지 기운이 충돌하면서 생긴 엄청난 기운은 파멸의 검을 조금씩 밀어내기 시작한 것이다. "젠장" 내장이 입으로 쏟아질 것 같다. 괴롭다. 너무나도 괴롭다. 비록 두 가지 기운이 융합되면서 녀석의 공격을 막을 수는 있게 되었으나.... 그 반동은 착실하게 나에게도 오고 있었다. 검술과 마법을 강제로 융합한 부작용이었다. "젠...장! 이대로는 오래 있을 수 없어...." 몇 초만.... 몇 초만 저 녀석의 움직임을 막을 수만 있다면..... 젠장! 이대로 있다가는 녀석의 공격보다는 마력의 반동으로 내장이 진탕되어 죽게 되는 게 먼저 일 것이다. "젠장....젠장....." 그렇다고 이 상태에서 충돌하고 있는 두 개의 기운을 멈출 수도 없다. 이 기운들이 사라지는 순간.... 파멸의 검이 내 심장을 꿰뚫을 테니까. "젠.....장. 어떻게.... 어떻게 해야.....응?" 입에서 쏟아지고 있는 핏물을 간신히 삼키고 있던 나는 문득 고개를 들었다. 무언가 엄청나게 빠른 것이 백호를 향해서 뻗어나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경악을 담아 소리쳤다. "다....다크?!" ================================ 또.... 이틀만이로군요. 지...진짜 약간씩 속도가 빨라지는 것 같다는 ㅡ.ㅡ;;; 요번에는 양도 조금 되는 것 같다는 ^ㅇ^! (아니라고요? 그럼 죄성 ㅠ.ㅠ;;;) 았싸! 이틀후에 또하나 올리는 도전을!!!!! (남들은 연참하는 세상에서 뭐하는 건지 원....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