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신도 "일격필살(一擊必殺). 파황포(破皇砲)!!!" 쿠아아앙!!! 백호의 거구가 밀려서 날아갔다. 나와의 힘 대결에서 보인 빈틈을 다크에게 확실하게 한방 얻어맞았기 때문이었고, 나는 그 사이 생긴 빈틈을 이용해서 약간 뒤로 물러났다. "쿠....쿨럭!" 내 입에서 떨어지는 핏덩어리. 물론.... 다크의 공격에 영향을 받아서 그런 것은 아니고 백호의 공격 때문에 내뱉지 못하던 찌꺼기들을 뱉어낸 것이다. 몸.... 상태가 엉망이로군. 내장이 다 뒤집힌 건 아닐라나..... 다크가 조금만 늦었어도 큰일 날 뻔했다. "후우.... 후우...." 나는 멋대로 날뛰는 마나들을 재빨리 수습했다. 역시.... 함부로 마법과 검술을 융합시킨 결과였다. 뭐, 그 덕에 목숨을 건졌지만 말이다. "레인! 괜찮아?" 나는 고개를 들었다. 그곳에는 팔목을 주무르고 있는 다크가 있었다. "후우.... 괜찮은 것 같아. 너는?" "팔목이 아파서 뒤질 것 같아, 크으...." 인상을 쓰는 다크. 나는 피식 웃어 보였다. "당연하지. 그 정도 속도에서 상대방을 쳤는데 말야. 그 정도인걸 다행....응? 다...다크!!" "크아아앙!!" 다크를 향해 몸을 날리고 있는 백호. 젠장!! 젠장!!! 또 마음을 풀고 있다니!? 적은 죽지 않았는데!! "....이런!" 경악하며 자세를 잡는 다크. 나는 고함을 질렀다. "피해!! 피하라고!!" 젠장! 젠장!!! 왜 이렇게 거리가 먼 거지?! 겨우 5미터 남짓인데!!! "피하라고 다크!!" 나는 온 힘을 다해 백호를 향해 몸을 날렸다. 하지만.... 백호가 먼저 다크를 향해 앞발을 휘둘렀다. "다크!!" 끝이라고....끝이라고 생각해 버렸다. 덤벼드는 백호의 모습에. 하지만... 그런 내 눈에 웃고 있는 다크의 모습이 비쳤다. 그는 소리쳤다. "날... 너무 우습게 보지마!!! 나 따위가 이 녀석을 이길 수는 없지만...." 우우우웅!! 다크의 온 몸이 연두색의 바람으로 뒤덮였고 그는 그대로 두 손을 들어올렸다. "막아낼 수는 있다고!!" 다크는 온몸의 마나를 집중시켰고 그가 가지고 있는 윈드 소드는 그의 마나에 바람의 속성을 부여함과 동시에 증폭시켰다. 상당한 양의 마나. 그는....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마나를 개방했다. "...그럼 간다!! 다크식...." 마왕강림(魔王降臨)!! 크오오오오!!! 다크의 뒤로 생성된 연두색의 거인. 거인은 그대로 손을 들어 백호의 공격을 쳐냈다. 내 것보다 훨씬 약하고 희미하긴 했지만... 그건 분명히 마왕강림이었다. 정말 대단하군. 천재라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단 한번만 보고서 따라한 건가? "레인!" 나는 고개를 돌려 다크를 바라보았다. 그는 백호를 손가락질했다. 백호는.... 상대의 반격을 전혀 예상하지 않았다가 반격을 먹은 것인지 몸이 완전히 밀려나고 있었다. 아무래도 아까 맞은 파황포의 영향까지 받은 듯했다. 하지만.... 결정적인 것은 다른 곳에 있었다. 완전한 기회. 백호의 몸은 완전히 빈틈에 노출되어 있었다. 나는 다시 다크를 바라보았고 그는 씨익 웃으며 엄지손가락을 들어올렸다. "죽여버려!!!" 나 역시 웃으면서 엄지손가락을 들어올렸다. "좋아!!!!" 마계쌍룡검법(魔界雙龍劍法)! 제 8장. 마왕강림(魔王降臨)!! 크오오오오!!! 잠깐 사라졌다가 다시 한번 강력한 기운을 뿌리며 나타난 붉은 색의 마왕. 나는 검을 들어올렸고 내 등뒤에 거인도 검을 들어올렸다. "죽어!!!" 서걱!! 나는 백호를 지나쳐 바닥에 내려섰다. 털석. 나는 그만 무릎을 꿇고 말았다. 온몸에 힘이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쿠웅! 쿠웅! 내 뒤로 떨어지는 백호의 상체와 하체. "이겼다!!!!" 환희가 벅차 오른다. 이런 기분.... 정말 오래간만이었다. 그다지 전투를 좋아하지 않았는데.... 어느새 어려운 전투를 즐기는 완전한 전사가 되어있었던가.... "레인!" 나는 고개를 들었다. 카인과 다크가 달려오고 있었고, 나는 힘겹게 몸을 일으키면서 손을 들어올렸다. "괜찮아?!" "아까도 대답한 것 같지만.... 그런 것 같아" 겹게 말한 내 허리가 다시금 살짝 휘었다. 털썩! "레....레인!?" "안 죽어! 쉬는 거야!" 바닥에 누워버렸다. 정말이지 기운이 하나도 없군. 누가 치기라도 하면 바로 죽을 것 같다. 그리고 그랬기에.... 나는 품속을 뒤져 하나의 목걸이를 꺼내 손에 쥐었다. "치유" 우웅... 목걸이에서 희미한 빛이 뿜어져 나와 내 몸을 감싸기 시작했다. 치유의 목걸이. 비록 지금은 마나가 없어서 목걸이에 담긴 힘으로 응급치료만 했지만 마나만 많으면 잘린 팔도 붙일 수 있을 정도로 뛰어난 마법도구이다. "후우.... 이제야 조금 살만하군. 너희는 괜찮아?" "응. 마나가 전혀 남아 있지 않은 것만 빼면" 나는 다시 몸을 일으켰다. 나도 마나가 없는 것은 마찬가지였지만. 아니, 정확히는 몇 일 동안은 마나를 쓰기가 곤란할 것 같았지만 일단은 확실히 해야할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백호...." 이 조각상. 모습으로 봐서는 죽은 것 같지만 확실하게 죽지가 않았다. 뭐, 이미 전투불능인 것은 확실하지만 말이다. "응? 그거 안 죽....어라? 살아있네?" 백호의 눈이 자신을 바라보는 것을 보면서 신기해하는 다크. 나는 사신도를 들었다. 확실하게 처리해야 한다. 만약에 갑자기 치료라도 되면서 벌떡 일어나기라도 하면.... 대책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우와! 이거 엄청 신기해! 뱃속까지 통짜 쇳덩어리잖아? 어떻게 움직이는 거지?" 허리가 잘린 단면을 보고 더더욱 신기해하는 다크를 보면서... 나는 백호에게 다가가 천천히 다가갔다. 백호의 표정에는... 죽음에 대한 공포라든지 하는 감정은 없었다. 이상했다. 분명히 자아를 가진 녀석이라고 생각했는데? "상관없지만.... 미안하군. 이렇게 된 것이. 하지만 난 겁쟁이라서 ... 모든 일을 확실하게 처리하거든" 나는 사신도를 높이 들어올렸다. 보통이라면 그냥 찔렀겠지만 지금은 그다지 기운이 없다. 평범하게 치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하지만 너는 내가 싸웠던 상대 중 최강이었어 자부심이라고 할 건 전혀 없지만 말야. 잘 가라" 쐐엑! 나는 백호의 머리를 향해서 사신도를 내리쳤다. 확실하게 부숴 버리기 위한 행동이었다. 아마도 머리가 부서지면 확실하게 정리되겠지. 설마하니 머리가 부서지고도 살아있지는 않을 테니까. 까앙! "이런이런... 머리는 부수지 말라고. 거기가 핵이라서 부숴 지면 고치기 힘들거든?" "....?!" 나는 눈을 부릅떴다. 누가? 분명히 주위에는 아무도 없었는데? "하이고... 엄청나게 부숴 졌잖아 고치려면 고생 좀 하겠는데?" 백호의 모습을 보면서 혀끝을 차는 남자. 백색 스포츠 머리에 온 몸의 근육이 잘 발달된 미남이었다. 키는 약 190정도? "누...누구?" 어이없게도 그 남자는 사신도를 손으로 잡고 있었다. 아무리... 마나가 없이 휘둘렀다고 해도 세상 뭐든지 잘라낼 수 있다고 생각했던 사신도가 겨우 뼈와 근육으로 이루어진 손에....잡혀? "흐음.... 허리가 잘렸네? 신력도 약간 빠져나갔고....흠...." 곤란하다는 듯이 백호를 살피는 남자. 강하다. 나....나 따위는 상대가 안돼! 저 남자는 누구지? "당신... 언제 들어왔지요? 전혀 몰랐는데?" 나는 일단 침착하게 그에게 물었다. 다크와 카인은 어느 새인가 전투태세를 갖추고 있었고 말이다. 뭐, 상대는 전혀 긴장한 것 같지 않았지만. "나? 아까부터 네 옆에 있었잖아?" "....농담하지 마시죠. 내 옆에 있는데 모를 리가 없지 않습니까?" 씨익하고 웃는 하얀 머리의 남자. 그는 장난스런 어투로 물었다. "정말? 확인해 볼래?" 스륵. "......!?" 나는 경악했다. 그 남자의 존재감이 완전히 사라져 버렸기 때문이었다. 투명해지거나 한 것은 아니다. 틀림없이 남자는 눈앞에 있었다. 눈에 확실하게 보였다. 하지만.... 보면서도 믿을 수가 없었다. 정....정말로 저 남자가 저기에 있는지를....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이지경이라면.... 진짜 옆에 있어도 그냥 지나칠 것이다. 사람들이 길가의 돌맹이를 의식하지 않듯. "맙소사! 저건 또 뭐야? 저 녀석.... 저기에 있는 거 맞아?" "이럴 수가... 보고도 믿을 수가 없다니....!" 마찬가지로 경악하는 다크와 카인. 나는 멍 하니 그를 바라보고 있다가 그가 존재감을 원래대로 돌렸을 때야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어때? 이재 믿어지지?" ".....당신 누구야?" 나는 그를 경계하며 말했다. 비록 경계해도 막을 수 없는 상대였지만 말이다. 하지만 그는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했다. "이런.... 너무 하는군. 날 벌써 잊은 거냐?" "....날 알아?" 나는 기억 속을 뒤지기 시작했다. 하얀 머리의 소유자는 그리 많지 않았기에 떠올리기 그리 어렵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으나.... 아쉽게도 내 기억 속에는 그의 존재가 없었다. "쯧! 벌써 잊은 거냐? 겨우 10년 남짓 지났는데?" "10년...남짓?" 10년.... 내 기억 속에서 하나의 영상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해변가. 차원의 문. 그리고.... 사신(四神).... "너....넌 백호(白虎)!?" "훗! 기억났냐?" 경악하는 내 모습을 보면서 장난스런 미소을 짓는 남자. 그는 이내 입을 열었다. "그래. 이 몸은 4신수(四神獸)중의 하나인 백호(白虎)라고 한다. 서쪽을 담당했었지. 물론 지금은 아니지만" 말을 마친 그는 난데없이 내게 어깨동무를 걸었다. 피하려고 했지만.... 너무나 빨랐기에 그럴 수 없었다. "뭐, 하여튼 그렇게 됐으니까 앞으로 잘 해보자고 와하하하하!!!" 웃음을 터트리는 백호. 나는 이마에 손을 올렸다. 뭐가 도대체 어떻게 되가는 거야!!! ============================ 에.... 결국 사신을 등장시키고야 말았군요. ㅡ.ㅡ;;; 진짜 나중에나 등장시키려고 했는데 ㅜ.ㅜ;;; 이틀 후에 또 뵙도록 하죠. 하시는 일들이 잘 되시기를 바라고요.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