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신도(四神刀) 제이스 제국의 궁전 안. 위대한 마법사인 파이로드와 위대한 검사인 하운드는 한 개의 책상을 사이에 두고 마주 앉아있었다. 더없이 진지한 둘의 표정. [심심하군] 위대한 마법사 파이로드가 먼저 입을 열었다. [맞아. 심심해] 위대한 검사. 하운드역시 그의 말에 따라 입을 열었다. 그러고 나서 다시 파이로드가 중얼거리고 다시 하운드가 중얼거리고, 그런 방식으로.....둘은 계속해서 차례대로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심심하네] [심심하다] [심심해라] [심심한걸?] [아∼ 심심해라] [우∼ 심심해] [심심한 것 같군] [심심하잖아?] [심심....한가?] [심심....할까?] 마치 기계처럼 끝없이 중얼거리는 그들. 답이 나오지 않는 선문답을 그들이 중얼거린지 그렇게 대략 20분 정도가 지났을까? 구석에서. 정확히는 책상에서 서류를 정리하고 있던 위대한 제왕. 카이라이딘 대왕의 입에서는 분노의 고함이 터져 나왔다. [이런 젠장!! 심심하면 놀지 말고 일해!! 이 썩을 자식들아∼!!!! 야 너! 무식해서 서류정리 못하면 청소라도 해! 그리고 너! 넌 똑똑하잖아! 당장 세금관리표 만드는 거 거들지 못해?!] 제이스 제국의 『제국이야기』 중 『그들만의 이야기』에서 발췌. 제 22장. 여름방학. 어두운 밀실(密室). 단 한줄기의 빛조차도 용납하지 않는 어둠 속에서.... 페린은 조용히 입을 열었다. "녀석들이...... 돌아왔습니다" ....돌아온 상대가 그리 맘에 들거나 하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그의 말투는 그리 호의적이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그의 말을 듣는 상대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호오.... 돌아왔다는 이야기인가? 너희들에게도 발견되지 못했던 녀석들이?" "....죄송합니다. 하지만 녀석들이 어느 쪽에서 왔는지는 연락병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페린의 정면에 앉아서 마법구를 살피던 은발의 미녀. 미엘은 아무런 표정도 떠올리지 않은 채 페른을 바라보았다. "어디지?" "그라나..... 크레바크입니다" 미엘의 입술이 약간 올라갔다. "호오.... 그곳은 우리 흑마법사 길드에서 넘는 걸 포기한 곳이 아닌가? 그래, 그들은 그곳을 넘은 것 같나?" "확인을 못해서 확신은 없지만 근처를 조사했을 때 없던 것으로 봐서.... 가능성이 높습니다" "'가능성이 높다'라....." 천천히 서랍에서 레인의 사진을 꺼내드는 미엘. 그녀가 꺼내든 사진에는 무표정을 유지하고 있는 레인의 얼굴이 있었다. "점점 더 흥미가 생기는군. 레인이라....." 그녀는 천천히 사진을 자신의 주머니 속으로 집어넣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보고서 남몰래 얼굴을 일그러트리는 페린. "좋아. 내가 나서겠다" "....." 이번에는 나서지 않고 이를 악무는 페린. 하지만 미엘은 그가 뭘 하거나 말거나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천천히 기다란 은색의 머리를 쓰다듬는 그녀. "훗! 내 흥미를 끄는 존재는 오래간 만이야. 그럼... 가볼까?" 미엘의 표정에.... 너무나도 아름다운 미소가 떠올랐다. * * * "죽을 뻔했어. 죽을 뻔했어. 죽을 뻔했어. 죽을 뻔했어. 죽을 뻔했어. 죽을 뻔했어. 죽을 뻔했어. 죽을 뻔했다고∼" 벌떡! 자리에서 몸을 일으키는 다크. 그리고 그런 그를 향해 나는 나직히 입을 열었다. "다크..... 입다물고 명상이나 해서 마나나 모아. 몸 상태는 언제나 최상인 것이 좋아" 마법학교 세인트의 지하. 우리 셋을 제외하고는 누구도 들어올 수 없는 공간에서.... 우리들은 다 사용해 버린 마나를 보충하는 중이었다. 이곳은 공기 중에 떠다니는 마나량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죽을 뻔했다고!! 아니, 그 백호라는 녀석이 준 갑옷이 없었으면 틀림없이 죽었을걸? 우우∼ 넘해∼ 사랑이 식었어∼" 아까부터 끊임없이 불평을 늘어놓는 다크. 나는 참다참다 못해서 녀석을 향해 살짝 살기를 쏘아보냈다. 찌릿! "그래서.....죽었냐?" "아니.... 그러니까...." 당황하는 다크. 나는 간단하게 쐐기를 박았다. "살아있지? 그럼 된 거다. 잔말 말고 마나나 모아. 조금 있으면 방학식이 시작되니까" 말을 마치고 다시 눈을 감았다. 더 이상 신경 쓸 필요가 없었기에. "....우이쒸!" 입을 쭈욱 내밀더니 마찬가지로 앉아서 눈을 감는 다크. 우웅.... 우리는 잠시동안 앉아서 마나를 모았다. 아.... 그러고 보니 어제의 일이 기억나는군. 예상대로 그라나 크레바크를 뛰어넘는 것은 간단히 성공했다. 다들 별 부상이 없었고 말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남은 나도 중력조절에 백호가 준 신발을 이용해서 뛰어넘었고 말이다. 하지만.... 신기하기는 하다. 점프로 300미터를 '뛰어'넘는다니.... 물론 점프(jump)마법을 사용한 것도 한 몫을 했지만. "됐군" 마나가 채워졌다. 역시 마력의 용해도가 높아서인지 회복이 빠른 것 같다고 느끼면서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몸을 풀었다. 오늘은..... 아니 오늘부터 약 1달 반 동안이 방학이다. 상당히 길다고 해야할까? "됐당∼" "...됐다" 나와 마찬가지로 몸을 일으키는 다크와 카인. 마력 모으는 속도는 내가 훨씬 더 빠른데도 회복하는 속도는 비슷하군. '애초에 마나량이 틀려서 그런 것일까?' ....라는 생각을 하며 나는 그들을 향해 살짝 손짓했다. ".....하여튼 따라와. 이제 방학식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