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신도(四神刀) 우글우글. 왁작지껄. 사방에서 뭐라뭐라 짖어대는(?)학생들. 나는 고개를 들었다. 간만에 전교생이 모인 자리였다. 다들 개성이 넘치는 옷차림. 우리가 다니던 학교와는 달리 그다지 옷차림에 제약이 심하지 않은 세인트였기에 복장은 각약각색이었다. 마법사인 녀석들은 주로 로브를 입고 있었고(얼굴을 가리고 있는 로브를 입고 있는 것은 나뿐이다. 얼굴을 가리는 것은 교칙위반이기에. 뭐. 나야 교장이랑 적당하게 타협했지만.)검사들은 움직이기 간편한 옷이나 혹은 갑옷, 소환사들은 자신의 힘을 집중하는(소환수를 부리려면 매개체가 필요하다)모자나 장갑들 쓰거나 끼고 있었고 말이다. 게다가 그 모습들도 틀려서 색이나 모습을 어떻게든 바꾸어 멋을 부린 녀석들이 한 두 녀석이 아니었다. "....시끄럽군" "어쩔 수 없겠지. 간만에 전교생이 모인 자리니까 말야. 다들 아직 어린 편들이어서 혈기가 끓어오르거든? 게다가 자신들의 능력을 과시하고 싶어하고 말야" 살짝 미소를 지으며 대답하는 카인. 그의 말 대로였다. 모인 사람들은 기껏해야 400명이 될 정도였는데도(강당이 하도 커서 전부 채우면 2천명은 들어갈 것 같다.)강당은 더없이 혼잡한 상태였다. 휘이잉! 내 머리 위로 푸른색의 깃털을 가지고 있는 독수리가 지나갔다. 하급 소환수. 어느 녀석이 소환한 모양이었다. "하지만 멋있는걸? 약간 난잡해서 그렇지" 이곳저곳을 구경하는 다크. 사방에는 완전히 난리가 나 있었다. 마법도 종종 허공을 가르고 있었고 소환수도 무작위로 날아다니고 있다. 종종 정령들도 보이고 이리저리 검술을 펼치는 녀석도 있다. ".....못 봐주겠군" 전부 것 모습에 빠져있다. 어찌나 한심한 노릇인가? 정령술이고 소환술이고 검술이고.... 다 마찬가지였다. 모두 보기에만 그럴 듯 했고 실제로는 그다지 대단할 것이 없었다. 그 정도가 어느 정도냐고 하면 여기에 있는 녀석이 전부 덤빈다고 하더라도.... 내가 이겨버릴 정도. 뭐, 물론 선생들까지 가세하면 어렵겠지만. "너무 그러지 마. 아무리 그래도 각자가 노력을 해서 쌓은 실력이야. 세상에 꼭 괴물만 있으란 법도 없잖아?" "....." 나는 입을 다물고는 로브에 달린 모자를 더욱 깊숙하게 눌러썼다. 괴물. 그래, 인간의 시점으로 보자면 내가 그렇게 보일지도 모르겠다. 혼자서 일반인이라면 몇만 단위를 상대할 수 있는 걸 정상이라고 말하기는 어려울 테니까. 게다가..... 이 수많은 마법무구들. 단지 한 명의 인간이 이 정도의 힘을 소유하는 것이 용납되는 일일까? 나야 상관이 없지만.... 다른 사람들의 입장에서 말이다. 지나치게 뛰어난 자는 합심해서 제거하는 것이 인간들의 습성이니까. 천재. 그래, 아무리 상황이 그랬다고 하더라도 인간인 내가 마계에서 살아남고. 또 이 정도까지 검술을 익혔다는 것은 내가 그 범주 한에 어떻게든 속한다는 것을 말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다크와 카인은? 이들은 정말이지 두말할 필요 없는 '진짜 천재'들이다. 아마도 4년에서 5년 정도면 지금의 나 정도는 가볍게 따라잡을 정도로. 물론. 내가 계속 쉬고 있는 다는 전제하지만. "스승님!" 쿵쿵쿵! 조용하게 생각에 잠겨 있는 나를 향해 큰 소리로 '스승님'이라는 단어를 연달아 외치며 달려오는 녹색의 작은 동산..... .....이 아니라 동산 만한 덩치를 가지고 있는 카이져. "다시 봐도 엄청 크군. 저게 인간의 키라는 게 이해가 안가...." 고개를 직각으로 꺾어 카이져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한숨을 쉬는 다크. "하하.... 인간이 아니라 거인족이라고 하는 거야 다크. 하지만.... 신기하기는 한걸? 인간형 생물체가 이 정도의 신장을 소유할 수 있다니..... 나중에 연구라도 해 볼까?" 다시 한번 말하는 거지만 카이져의 키는 정말로 크다. 대략 봐도 3미터는 거뜬할 정도로. 게다가 근육도 엄청나서 덩치 또한 대단하다. 흐음... 그러고 보니 궁금한 걸? 카이저는 저 근력을 어느 정도까지 이용할 수 있을까? 나중에 실험해 봐야겠군. "스승님. 오래간만입니다" 나와 카인이 자신을 실험체(?)정도로 만들고 있는지도 모르고 카이져가 공손하게(....라고는 해도 일반인들을 쫄아버릴지도 모른다) 고개를 숙였다. 후웅 엄청난 박력. 단지 고개를 숙이는 행위를 실행했을 뿐인데 마치 산이 무너지는 것 같은 착각이 온다. "....그렇군요. 진전은 있습니까?" 살짝 고개를 젓는 카이져. "죄송합니다. 아직은 미숙합니다" ".....초초한 마음을 버리시길. 검술을 펼치는 버릇을 바꾸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니 말입니다" "예! 충고 감사합니다" 다시 한번 고개를 숙이는 카이져. 보통 때라면 이런 거인이 나타난 것만으로도 모두의 시선이 모여서 고생할 텐데 지금은 상당히 시끄러운 상태라 그런 상황만은 면했다. 그래봐야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우리 쪽에 신경을 쓰고 있었지만 말이다. "레인∼" 내 뒤쪽으로 날아드는 간드러지는(?)음성. 나는 그대로 검을 뒤로 돌렸다. 휘잉 어렵지 않게 검을 피해서 안 쪽으로 파고드는 린. 하지만.... 내 검은 이미 그녀가 파고드는 방향으로 꺽여 들어가 있는 상태였다. 따악! "아얏!" 머리를 쥐어 잡고 울상을 짓는 린. 나는 뇌까리듯이 중얼거렸다. "....아무 때나 몸을 날리지 마십시오. 반사적으로 베어버릴 수도 있습니다" "히잉.... 그 정도는 알아서 하는 거지! 게다가 어떻게 숙녀를 이렇게 무식하게 팰 수가 있어?" ".....팰 수가 있으니까 팼겠지요. 게다가.... 이건 살짝 충돌했다는 개념이 더 어울린다고 생각합니다" "우씨..... 어이! 다크! 이거 팬 거야, 아니면 살짝 충돌 한 거야?" 그나마 자신의 마음을 제일 이해할 것이라고 생각되는 다크 쪽으로 방향을 돌리는 린. 다크는 간단히 말했다. "살짝 어루만져 준거지" "....." 석상처럼 굳어버린 린. 나는 그런 그녀를 깨끗이 무시하고 고개를 돌렸다. "카인. 이거 시작 시간이 언제였지?" "조금 있으면. 그런데 레인. 요번에 어디에 가는지 설명은 해 줘야 하지 않아?" "아.... 나도 자세히 아는 건 없어. 아마도 조금 있으면 라이드님이 설명해 주시겠지" 이곳 저곳을 구경하다가 끼어드는 다크. "아.... 해수욕장 가는 거 말하는 거야?" ".....해수욕장이 아니라 임무야. 게다가..... 간다고 무턱대고 좋아하지 마시지? 철저히 수련시켜 줄 테니까" "헉스! 거기서도?" "그래. 생각해 보니 바다해서 할만한 수련도 꽤 많더라고" 나는 살짝 웃으며 말하다가 문득 고개를 돌렸다. 단상위로 오르는 한 명의 선생이 보였기 때문이었다. "칼이로군" 라이드의 제자인 칼이었다. 그는 그의 푸른색 머리칼을 단정히 정리하고서 안경을 쓴 눈으로 학생들을 천천히 살펴보았다. 하지만 아쉽게도 많은 학생들이 그가 올라온 사실에 크게 신경을 쓰고 있지 않았다. "칼? 무슨 칼? 식칼? 단칼? 큰칼? 아니면 빵을 자를 때 쓰는 칼?" "......" 또 실없는 소리를 하는 다크를 무시한 나는 칼의 모습을 주시했다. 그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학생들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절래 절래 흔들면서 마이크를 집어들었다. 아마도 현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었다. <후..... 오너라 침묵의 장. 사일런스(silence)> 뚝! 칼의 말과 함께 순식간에 정적에 휩싸이는 강당. 대단하군. 놀랄만한 마나 컨트롤이다. 수백의 사람들을. 그것도 모두 약간씩이나마 마나를 깨달은 녀석들의 입을 거의 다 봉해 버리다니.... 하긴. 칼이 쓰는 침묵마법을 피하려면 그보다 정신력이 강하거나 마력이 강해야 하는데 이중에 그 정도 수준이 돼는 사람이 많을 리가 없다. 어쨌거나 그는 7클래스 마법사니까. 물론 이들 중에 저 마법에 저항이 가능한 사람이 없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당장 나만해도 말하는 것이 가능했으니까. 하지만.... 진짜 실력을 가진 사람이라면 이런 자리에서 실력을 보이거나 하지 않는다. 그들은 자신에 대해서 너무나도 잘 알기에 쉽게 자만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말하고 나니 꼭 내 칭찬 같군. "저...저기... 레인?" ".....?!" 나는 고개를 돌렸다. 루니였다. 평소 그대로의 모습이었으나 나는 순간적으로 당황해 버렸다. 분명히 사일런스 마법이 걸려 있는데 그녀가 말을 했기 때문이었다. "저기..... 레인? 왜 이렇게 조용한 거야?" 이제야 도착해서 주변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는 루니. 지금 많은 사람들 중에서 오직 그녀만 입을 열고 있었지만 아무도 그녀를 쳐다보거나 하지는 않았다. 이미 그녀의 주위에 음파를 차단하는 막을 쳐 놓은 상태였기 때문이었다. <흠흠..... 이로써 대충 정리가 되었군요. 그럼 지금부터 제 133회 세인트 여름 방학식을 시작하겠습니다. 사일런스 마법은 이제 풀어드릴 테니 조용히 해 주시기 바랍니다> 쉬잉 가벼운 마나의 흔들림과 함께 마법이 풀렸다. 그리고 그걸 느끼고 당황하는 루니. "사....일런스 마법? 그래서 조용했던 거야?" 그녀는 이곳저곳을 바라보았다. 누군가 듣지 않았을까 하는 표정. 나는 그녀의 귀에 작게 중얼거리듯이 말했다. "걱정 마십시오. 당신의 말이 새어나가지 않게 막았으니" "저기.... 레....레인? 왜 그래?" 조용한 내 말에 더더욱 당황하는 린. 나는 피식 웃었다. "별 것 아닙니다. 단지 조금 의외라서 놀랐을 뿐" "레인? 설마..... 느낀 거야?" "글쎄요?" 나는 검지 손가락을 들어 루니의 머리에 대었다. 내 마력에 밀리기는커녕 오히려 밀어내는 마력의 파동. 나는 중얼거리듯이 속삭였다. "가출했군요?" 깜짝! 몸을 크게 떠는 루니. "....걱정 마십시오. 남들에게 말하거나 하는 일은 없을 테니" 나는 그녀 이외에 누구도 듣지 못할 정도로 조용히 중얼거렸고 루니의 얼굴은 그 말을 듣고 순식간에 창백해져 버렸다. <아아... 다음 차례는....> 우리가 뭘 하든 간에 계속해서 진행되는 방학식. 칼의 마법덕택일까? 이제 아이들이 제법 조용히 하고 있었고 그 속에서 3학년 남학생 하나가 뭔가를 읽고 있었다. <자, 그럼 다음 차례는 상품수여식입니다. 호명하는 학생은 앞으로 나와 주시기 바랍니다> .....상품수여식? "우리 나가는 거야?" 내 뒤에서 조용히 말을 거는 다크. 하지만 대답은 카인이 했다. "글세.... 확신은 안 가지만 아마도 그렇지 않을까? 별다른 시합도 안 했으니까 아마도 시험 본 것으로 주겠지. 지금 당장 우리를 호명해도 할말이 없는...." <자. 그럼 1학년 대표. 레인군. 카인군. 그리고 다크군. 카렌양. 딘군 나와주십시오. 그리고 2학년 대표. 스컬군 피젠양. 알렌군.....> 카인의 말이 미처 끝나기도 우리를 호명하는 칼. 카인은 잠시 조용히 있다가 한숨을 쉬었다. "...그렇다고 당장 호명할 필요는 없었는데" "그렇겠지만.... 안 나갈 수는 없겠지?" "당연하지. 학교에 반항하는 것도 아니고, 있으면서 안 나가는 게 될 리가 없지" 우리는 천천히 앞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런 우리를 따라오는 카렌과 딘. 카렌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따라오고 있었는데 사람들의 시선이 온통 그녀에게 쏠려있었다. 그럴 만도 하다. 그녀 역시 긴 은발머리의 아름다운 미모의 소유자. 나처럼 얼굴을 가릴 수 있는 것도 아니라서(교칙 위반이다.) 상당히 골치아픈 모양이다. "레인님" 내 옆으로 딘이 다가왔다. 녹색머리칼에 활발한 인상의 준수한 소년. 그러고 보니 요즘은 통 말을 나눈 적도 없군.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 나서는 건 처음이라 긴장되는데요? 레인님은 어떠세요?" "별로. 우리들은 하도 상을 많이 받아봐서" "하하... 그....그러신가요?" 중간에 삭 끼어드는 다크. 그리고 그의 말에 식은땀을 흘리는 딘. ....틀린 말은 아니었다. 이곳에 오기 전에.... 다크는 모은 운동의 상을 휩쓸었고 카인은 모든 분야의 경시대회를. 나는 모든 종류의 음악회를 휩쓸었으니..... 상 받는 거야 흔한 일이었다. 다른 녀석들이 들으면 화날 일인지도 모르겠지만. <1학년 대표. 레인. 앞으로 나오세요> 제길.... 역시 나로군. 저벅. 나는 단상 앞에서 서 있다가 천천히 걸어 라이드의 앞으로 다가섰다. 그리고 이어지는 칼의 목소리. <위 학생은 요번 칼린의 심판에서 우수한 성적을.....그리고....> 칼린의 심판? 기말고사를 말하는 것인가? <....했기에 상장과 상품을....> 칼이 뭐라뭐라 떠들고(?)나서 나에게 손바닥만한 직사각형의 상자와 종이 쪼가리를 넘기는 라이드. 별로 필요할 것 같은 물건들이었지만 나는 일단 공손하게 받고서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 몸을 돌렸다. [레인군. 방학식이 끝나고 진실의 호수 근처로 모두를 데리고 오게나. 여름방학 때 가야하는 일에 대해서 설명해 주겠네] 진실의 호수란 세인트 근처에 있는, 상당히 맑은 물을 가지고 있는 호수로 호수에 달린 전설 때문에 진실의 호수라고 불린다. 그냥 물이 맑을 뿐 별다른 능력 같은 것은 없는 것으로 안다. 그런데.... 난데없이 그곳으로는 왜 오라는 거지? 태연하게 학생들에게 상장을 나누어주면서 텔레파시(Telepathy)를 보내는 라이드. 나 역시 아무렇지도 않은 듯 내 카인의 옆으로 가서 서서 라이드를 바라보면서 텔레파시를 사용했다. [....모두라면 누구를 말하는 것입니까?] [린양과 루니. 카인군과 다크군. 그리고 자네와 카렌양. 딘군. 마지막으로 카이져 군이라네] 줄줄줄 흘러나오는(?)이름들. 나는 최대한 살기를 담아 라이드에게 대답했다. [....어째서 그렇게 늘어나 버린 것입니까?] [미안하네. 하지만.... 일이 조금 복잡해져 버렸네] "....." 어두운 기색을 느끼게 하는 라이드의 목소리. 남들 때문인지 표정은 허허거리면서 웃고 있었지만 그가 보낸 사념은 그다지 긍정적이지 않았다. [무슨....일이 있습니까?] [....그렇게 됐네. 부르는 것은 모두에게 이야기 해 놓을 테니 방학식이 끝나고 모여주게. 그때 이야기하도록 할 테니 말일세] [알았습니다] 나는 거기까지 말하고 텔레파시를 끊었다. <자. 그럼 학생들은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 주시기 바랍니다> 때마침 들려오는 칼의 목소리. 나는 나머지 녀석들과 함께 내 자리로 돌아갔다. 아까는 신경 쓰지 않아서 몰랐는데.... 상을 받으러 온 사람들은 전부 상당히 뛰어난 실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게다가 학년이 올라갈수록 전체적으로 강하다. 하긴... 각 학년에서도 S급은 되어야 이곳에 나올 수 있을 테니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소드마스터는 오직 1학년에만 있었다. 나와 카렌 말이다. <자 그럼 마지막으로 교장선생님 말씀이 있겠습니다. 모두들 경청해 주시길 바랍니다> 칼의 말과 함께 상을 주기 위해 나와 있다가 잠시 학생들을 돌아보던 라이드는 마이크를 들었다. <저는..... 한가지만 강조하고 싶습니다> 한 가지만 이라고는 했지만 별로 기대는 하고 있는 것 같지 않는 학생들. 아마도 이곳에서도 '마지막으로 한마디만'이라는 말이 유행이었던 것이 아닐까? ...어찌 되었던 간에 라이드는 다시 한번 학생들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이어지는 그의 목소리. <방학이라는.... 어쩌면 자유시간. 어쩌면 보통 때보다도 더 강압된 시간에서 여러분들이 뭘 느낄지는 잘 모르겠군요> 잠시 말을 멈추는 라이드. 그는 잔잔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여러분에게 있어 방학이라는 시간이 어떤 의미일지. 방학이라는 시간에 뭘 하는 것이 좋을지는, 이미 늙어버린 나로서는 이해하기 힘들지만.... 그 방학이라는 시간이 지나고 나서.... 모두들 후회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그러기에는.... 여러분의 젊은 시간이 너무나 아까우니까 말입니다.> 강당은 조용했다. 과연 라이드 말이 뜻깊어서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바늘하나 떨어져도 들릴 만큼이나 조용했다. <허허... 역시, 헛소리를 하는 건 제 체질에 안 맞는군요. 흔히 하는 대로 한마디만 더 하도록 하지요> 다시 잔잔한 미소를 지으며 학생들을 바라보는 라이드. 잠시 그렇게 학생들을 바라만 보던 그는 이내 입을 열었다. <잘 놀다 오거라. 나의.... 어린 제자들아> "......" "......" "....." 잠시 침묵에 빠진 학교. 그리고..... 와아아아아!!!! 터져나오는 함성. 그리고 박수소리. 그들은 잠시 라이드를 향해 박수와 환호성을 보냈으나 이내 선생님들을 뒤로하고 강당을 뛰쳐나가기 시작했다. "......" 나는 운동장을 바라보았다. 밖으로 나가는 수많은 학생들이 그곳을 거쳐서 나가고 있었고 때아닌 장관이 펼쳐지고 있었다. 그들은 모두 마법사나 정령사. 혹은 검사나 소환사 들이었기에..... 날아가고 타고 가고 그것도 아니면 엄청난 속도로 달려가든지 하고 있었다. 운동장 하늘을 가로지르는 수많은 학생들. 나는 그만 피식하고 웃고 말았다. 그래, 내가 처음에 이곳에 넘어올 때도 여름방학이었다. "훗! 11년만의.... 여름방학인가?" 뜨거운 태양이 대지를 달궜지만.... 더없이 맑은 하늘이 있었기에.... 나는 미소를 지으며 하늘을 바라볼 수 있었다. "그래.... 정말이지 오랜 시간이었군" 나는 다시 한번 미소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