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신도(四神刀) ".....이 녀석이 내 주위로 페밀리어를 보냈던 녀석인가?" 나는 반으로 잘라진 흑마법사. 페른의 시체를 뒤졌다. 그나저나 지독하군. 일반적으로 페밀리어가 죽으면 주인도 엄청난 피해를 입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은 기껏해야(?) 정신이 파괴되어서 미치광이가 되는 것이나 식물인간이 되는 정도에서 그친다. 하지만.... 페밀리어가 얻은 상처를 그대로 얻고 죽어버리다니. 흑마법이라서 그런 것인가? "으흑..... 흑...." 내가 페른의 시체를 뒤적일 때, 구석에서 서럽게 울어대고 있는 카렌. 거의 나체인 상태에서 흐느끼고 있어서 그런 것일까? 너무나 애처로운 모습이다. "....." 보통이라면 몰래 흘끗거리기라도 하겠지만... 아쉽게도 나는 저런 것에 그다지 관심이 없다. 카렌이 아름다운 편이라고는 하지만 마계에서 마음대로 모습을 변화시키며 생기를 빨아먹던 녀석들과 비교하면 쪽도 못 쓸...정도는 아니고 모자란 외모이다. 그런데 늘 유혹 당해오던(마족들에게 인간이란 상당히 매력적인 식사이다) 내가 녀석들이 늘 사용하던 방식인 '나체의 미녀'에 넘어갈 리가 없지않은가. "으흑.... 흑흑..." 계속해서 흐느끼는 카렌. 아름답건 뭐 건 체면은 지켜야 하니 할 수 없군. 변태취급을 당하지 않으려면 뭔가 입을 만한 것이라도 주어야지. "카렌님 뭔가 입을......" "손대지마!!!" "....." 내밀었던 손을 다시 치웠다. 이런, 상당히 신경이 날카로워져 있는 상태로군.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본다. 내가 자신을 바라보자 살기가 담긴 눈으로 팔을 들어 자신의 몸을 애써 가리려고 노력하는 카렌. 나는 한숨을 쉬면서도 품속을 뒤졌다. 휘익! 검은색의 망토가 허공을 가볍게 날아 그녀에게 다가간다. 그것을 얼결에 잡아채는 카렌. "....." 스륵. 굳이 설명을 해 주지 않아도 내가 망토를 던져 준 이유를 안 것인 듯 자신의 몸을 가리는 카렌. "소리쳐서.....미안하다" "상관없습니다" 나는 침통한 표정으로 입을 여는 카렌의 말에 가볍게 답하며 다시 페른의 시체를 뒤졌다. "페린 프레니스. 암흑 성자 95위라...." ....정확한 정보를 알게 해 준건 고맙지만.... 바보 아닌가? 자신의 신분을 나타내는 문장을 이렇게 지니고 다니다니.... 명색에 스파이라는 녀석이 말이다. 게다가.... 본명이 페린인가? 가명이 페른이고? 정말이지 웃기지도 않는군. "....레인" "무슨 일이십니까?" 어느 새인가 완전하지는 않지만 상당하게 진정된 카렌의 목소리. "이곳에서.... 나가고 싶다" "....그러시죠" 고개를 돌려 땅에 쓰러져 있는 키메라의 시체를 바라본다. 뭐, 여기에 계속 있어봐야 도움도 안 될 테고 그녀의 기분도 그다지 유쾌하지 않겠지. "차원을 관장하는 의지여..." 조용히 스펠을 외워나간다. 쯧. 그러고 보니 언제나 주문이 바뀌는군. 뭐, 결국은 비슷한 뜻을 가지고 있는 말이지만 말이다. 아무리 그때그때 이미지를 떠올리기 위해 하는 거라고 해도 통일시켜 놓는 것이 편하려나? "....고맙다" 느닷없이 중얼거리는 카렌. 나는 지체없이 주문을 완성하였다. "....지금 나에게 공간을 열 능력을 부여하라. 텔레포트(tleport)" 위잉! 주저앉아 있던 상태로 사라져 버리는 카렌. "....." 그녀가 사라진 자리를 잠시 바라보다가 감각을 개방했다. 뭐, 이곳이 얼마나 중요할 지는 모르겠지만 늘 감시할 수 있게 시야를 확보해 놓는 것이 좋겠지. "....약속된 이의 이름으로 명한다. 지금 그 힘을 발휘하여 나의 영역을 넓히라. 언 블라인드니스(an blindne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