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신도 두두두두두!! 쿠아아아아!! 강한 바람이 세차게 얼굴을 때린다. 설사 나라고 해도 얼마 유지하지 못할 정도로 빠른 속도. 아마도 웬만한 경주용 자동차도 쫓아오지 못할 것이다. ".....이 정도 속도라면 녀석들보다 5배정도 되는 거리에 3배 이상의 적과 싸운다고 해도... 오히려 약간 빨리 도착할 것 같군. 녀석들도 전투시간일 걸릴 테니" 입을 열어 말을 밖으로 내뱉었지만 엄청난 바람소리에 묻혀 귀까지 전달되지는 않는다. 그러고 보니.... 적과의 전투에서 바람소리를 거의 제거하지 않고 결투를 하는 것도 한 방법이겠군. 이 정도 소리가 난다면 오히려 내 위치를 찾아내기 힘 들 테니. 뭐, 그건 어디까지나 상대가 나보다 약하다는 전제하에서나 가능한 이야기지만 말이다. "....그나저나 풍압이 강하군. 진공을 만들어 소리를 감춰볼까?" 잠시 생각하다가 고개를 젓는다. 무리다. 몇 시간이고 이대로 달려야 할 지도 모르는데 이런 쓸데없는 이유로 마나를 소모하는 것은 아무리 마나가 많은 나라고 해도 미친 짓이라고 밖에는 표현 할 수 없다. 촤라락! "응?" 나는 레디의 등이 갑자기 심하게 흔들리는 것을 발견하고 고개를 들었다. 빽빽하게 들어서 있는 녹림(綠林). 갑자기 흔들리기 시작한 것은 아무래도 이것 때문인 것 같다. 아무리 레디라고 해도 나무를 피해가려고 하는데 흔들림까지 신경 쓸 수는 없을 테니 말이다. "푸륵....푸르르륵!!" 상당히 지친 모양인지. 계속해서 달리면서도 조금 쉬는 것이 어떻겠냐고 묻는 레디. ".....그래, 지금까지 나를 태우고 달렸으니 조금은 쉬는 것이 좋겠다. 속도를 줄여. 야영할 만한 곳을 찾아 볼 테니" "푸륵!" 녀석은 내 말에 나무 사이를 누비다가 천천히 걷기 시작했고 나는 그런 녀석의 모습을 잠시 바라보다가 이내 등에서 몸을 일으켰다. 묘기라고 할 것도 없는 가벼운 동작. 파앙! 정말이지 너무나도 가벼운 도약만으로도 거짓말처럼 몸이 떠오른다. 사실 나는 뛰어오르는 것에는 그다지 익숙하지 않은데도 말이다. 마계에서.... 함부로 몸을 뜨게 만든다는 것은 바보짓이나 다름없었다. 뛰기도 힘들거니와 상당한 높이까지 뛰어올랐다가 다시 땅에 떨어지면 발목에 오는 충격도 상당하다. 게다가 결정적으로.... 함부로 마물들의 시선을 모으는 것은 자살행위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게 뭔가? 그런 내가 간단한 발구름만으로도 몇 십미터 높이를 뛰어오르고 웬만한 높이에서 떨어져서는 발목에 진동조차 느껴지지 않니 말이다. "히이잉!" "이런, 미안. 잠시 다른 생각을 하느라고 말야. 어디 보자...." 나는 나무 위에서 고개를 돌려 사방을 둘러보았다. 넓다. 이 나의 눈으로도 끝이 보이지 않는 푸르른 녹림. 지도를 펼쳤다. "평화의....숲이라..." 지도에 적힌 바라면 엘프들이 사는 숲이란다. 아마 그린 드래곤도 몇몇 살고 있을 거라나? 뭐, 가능할 수도 있겠군. 이 정도의 숲에서는 말이다. "레디! 바람이 부는 방향으로 약간만 전진해. 쉴 만한 곳이 있으니 말야" "푸륵!" 느리지도. 빠르지도 않은 속도로 부드럽게 내가 가리킨 방향의 큰 바위로 오르는 레디를 보면서 나는 역시나 녀석이 상당히 멋지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보통 사람이라면.... 내려다 볼 수 있을 정도의 엄청난 덩치에 윤기가 흐르는 불그스름한 털. 그리고 말인데도 불구하고 눈에 뜨일 정도로 위압적인 눈빛과 가장 중요한. 단지 붉어 보이는 정도가 아니라 완전히 타오르는 듯한 붉은 색의 갈기. "훗!" 팡! 가볍게 나무에서 몸을 퉁겨서 레디의 곁에 내려앉았다. "해가 지는군. 여기서 잔다. 혹시나 모르니 불을 피워 놓도록 하지" "푸륵" 원래는 밤새 달릴 생각이었으나 레디가 상당히 지친 듯 한데다가 나 역시도 전에 그 흑마법사 녀석에게 속박의 힘을 사용하느라고 약간은 피곤 한 듯하니 같이 쉬는 게 좋을 것 같다. 털썩. 꽤나 지친 모양인지 내 말이 끝나자 마자 구석에서 몸을 웅크리는 레디. 역시나 5시간이나 염(炎)을 사용하는 것은 무리였던 모양이다. ".....장작이나 구할까?" 나는 근처 숲으로 들어가면서 검을 잡았다. 피이잉!! 투두두둑! 빠르게 지나가는 검기와 가볍게 자신의 본체에서 떨어져 나가는 나뭇가지들. 나는 그것들을 주워와서 레디의 근처에다가 모았다. "파이어(fire)" 화륵! 정확히 한 가운데에 불을 일으키자 타기 시작하는 장작. 나는 장작이 오랫동안 탈 수 있도록 몇 가지의 조치를 취한 뒤(예를 들어 공기가 적당히 통하게 한다거나 장작 주변의 마나에 화염속성을 거는 등)나도 그 근처에 앉았다. 장작을 피우는 이유는 간단하다. 숲의 밤은 상당히 춥기 때문이다. 나야 파이로드의 로브로 가볍게 버틴다고 해도 레디가 아무런 조치 없이 잠들었다가 건강에 이상이라도 생기면 곤란하니까. "그런데..... 감각기간을 개방하고 자야하나?" 자기 전에 잠시 고민한다. 이곳은 평화의 숲. 뭔가 아주 위험한 것들은 없을 것 같지만 완전히 무방비 상태에서 잔다는 것은 맘에 들지 않는다. ....감각기관을 개방하고 잔다면 자는 동안에 주변에서 느껴지는 공격을 어느 정도까지는 느끼고서 언제든지 대응 할 수 있다. 하지만.... 감각기관을 개방하고 잔다면 완전한 휴식이 아니기에 수면시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 대략 5배정도? 감각기관을 개방하지 않는다면 1시간의 시간만으로 피곤함을 날릴 수 있지만 감각을 개방한다면 5시간은 자야한다는 것이다. "....그럼 워커나 블러드를 불러볼까?" 낮게 중얼거렸지만 어림없는 소리라는 것은 스스로도 알 고 있었다. 그들은 나와 의식을 공유한 존재들. 명상도 아니고 수면을 취하는데 제대로 된 힘을 발휘할 수 없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 아닌가. "할.....수 없군" 역시 불안해서 안 되겠다. 레디도 푹 쉬는 것이 좋을 테니 할 수 없지 뭐. "....." 결국 나는 감각을 개방한 채 눈을 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