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신도 "마차네" "마차로군" "마차잖아?" "....마차인가" "웬 마차?" 모두들 어이없다는 눈빛으로 라이드가 가져온 마차를 바라본다. 전체적으로 검은색의 몸체에 좌우앞뒤로 창문이 달린 형태와 그 마차를 끌고 있는 두 마리의 흑마(黑馬). "후후. 그냥 마차가 아니다. 정식 명칭은 렉(LAC) Ⅶ세. 무∼우∼려 12가지 마법이 걸린 세인트 최고의 마법마차지. 뭐, 부품마다 다른 마법을 거는 방식을 사용했지만 말야" "호.... 상당한 마법물품이네요?" 눈을 동그랗게 뜨는 일행들. 비록 부품마다 다른 마법을 걸어서 많은 마법을 걸었다고는 하나 마법이 12개라니.... 어마어마한 수치 인 것만은 틀림없는 사실이었다. "그런데 렉(LAC) Ⅶ세라니요? 무슨 뜻이에요?" 잠시 신기한 듯이 마차의 이곳저곳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려 질문을 날리는 다크. 칼은 우쭐한 표정으로 답했다. "하하하! 렉이란 이름은 말이다....." "보나마나 라이드(Lied). 앤드(and) 칼(Cal)....에서 첫 자들을 뗀 것이겠지 뭐. Ⅶ세라는 것은 아마도 6개의 실패작 후에 만들었다는 뜻 일 테고 말이야. 후.... 도대체가 마법사의 작명센스는 왜 이렇게 단순한 건지 원...." "....." "....." 조용조용한 카인의 말에 순간적으로 할 말을 잃어버린 라이드와 칼. 그리고 그런 그들을 모두들 어이없다는 듯이 바라보았다. 뭔가 깊은 뜻이 있는 줄 알았더니.... "호.... 상당히 복잡한 뜻을 담고 있는 말이네?" 어이없다는 듯한 눈길이 다크로 옮겨간다. 복잡해? 뭐가 말인가? 남들이 저런 말을 했다면 비아냥거리는 뜻으로 생각하겠으나... 다크가 하는 말인 것을 봐서는 그렇지 않을 것이다. ".....뭘 봐?" 의아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일행을 마주 바라보는 다크. "아...아냐. 그나저나 출발해야지요. 라이드님" "커....커험! 그...그렇네. 좀비들은 지금 순간에도 숫자를 불려가고 있으니 말일세. 자 그럼 이제부터 자리를 배정해 줄 테니 잘 듣도록 하게나. 먼저 카이져군. 카이져 군은 마차 지붕에 앉도록 하십시오. 마차 안은 카이져군이 앉기에는 조금 좁을 테지만 마차 지붕이라면 충분히 가능할 겁니다" "....무너지지 않는가?" "걱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경량화 마법과 강화마법이 걸려있으니까요" "....알았다" 그대로 마차 지붕 위로 올라가서 양반다리를 하고 앉는 카이져. "험험. 다음으로 다크군의 자리는 마부석이라네" "예" 얼결에 마부석으로 올라가서 앉는 다크. "좋네. 나머지 사람들은 마차 안에 타도록 하게. 자네들의 짐은 다 실었으니까 걱정할 것 없고" "자....자...잠깐만!! 근데 내가 왜 마부야!?" 얼결에 마부석에 앉아 멍청한 얼굴로 묻는 다크. 라이드는 간단히 그를 무시하고 마차에 문제가 없는지 확인하고 루니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자. 그럼 잘 다녀오거라" "예! 다녀오겠습니다!" "흠... 그리고 카인군" "예" "마차에 중앙부에 구슬이 있을 걸세. 이 마차에 걸린 마법들을 발동시키는 것이니 자네가 다루도록 하게나" 카인은 고개를 돌렸다. 과연 마차의 중앙에 원기둥이 세워져 있었고 머리통 만한 수정구슬이 얹어있다. 그리고 원 기둥의 옆면에 박혀있는 8개의 보석. "사용법은?" "허허... 보면 알 걸세. 간단하거든?" "그렇습니까...." 카인 스스로가 봐도 그래 보였기에 그는 고개를 끄덕이고 마차에 올라탔다. 그리고 그런 그를 따라서 올라타는 나머지 일행들. "잠깐만! 다 좋은데 내가 왜 마부냐니까?" "그럼 출발!!" "....이랴!" "이히힝!" 전문마부가 반사적으로 휘두르는 채찍에 맞아 달려가기 시작하는 말과 뒤에서 손을 흔드는 라이드. "조심해라!" 마차 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마찬가지로 손을 흔드는 루니. "다녀오겠습니다!!" 두두두두! 어느새 속도가 붙어서 빠르게 달리기 시작하는 마차. 그리고.... "내가 왜 마부냐고∼∼오!!!" 혼자서 발악하지만 너무나도 스페셜하게(?)말을 몰고 있는 다크. 두두두두! 레디만큼은 아니지만 웬만한 마차보다 압도적인 속력으로 달려가는 마차. 그리고.... 그렇게 시원한 바람이 부는.... 여름치고는 서늘한 오후에. 결국 레인에 이어 그들도 출발했다. 단 한 개의 검이. 그리고 그 검에 담긴 마족이 저지르는 살육을 막기 위해. * * * "....건방진 자식!" 막 영혼 이동술을 마친 채 붉게 달아오른 얼굴로 몸을 일으키는 미엘. 그녀는 신경질 적으로 고개를 돌리며 입을 열었다. "열려라!" 좁은 공간. 미엘이 누워있던 좁은 공간의 왼쪽 부분의 벽이 열리면서 흑마법사 길드의 아지트의 모습이 드러났다. 온통 피로 범벅이 되어 버린 밀실. "....예상 대로군" 그녀는 차가운 표정으로 군데군데 퍼져있는 피와 페린의 시체를 밀어내고서 밖으로 나왔다. 아지트가 공격당했지만.... 이미 예상했던 일이었기에 놀라지 않았다. 그녀의 영혼이동술마져 파악하던 자가 이런 곳 정도 못 찾을 리가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되도록 빨리 보고하고 나서 이곳을 뜨는 것이 좋겠군" 그녀는 벽에 있는 기관을 움직여 한 개의 수정구슬을 꺼내들었다. 다행히 아직 무슨 조치를 취하지는 않은 듯 하다. "좋아. 지금 약속된 언어로 말한다. 지금 나의 의지를......크으윽?!" 마악 레인에 관한 정보를 길드에 송신하려던 미엘의 허리가 크게 꺽이며 고통에 찬 비명소리가 새어나왔다. 땅! 또르르르... 수정구슬을 던져버렸다. 그녀의 손짓에 저항하지 못하고 바닥에서 굴러가는 수정구슬. 그녀의 입에서 의문이 담긴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뭐....뭐였지 방금?" 순간적으로 사라져버린 고통에 멍한 표정을 짓던 미엘은 고개를 흔들고서 다시 수정구슬을 줍기 위해 손을 움직였다. "크아아아악!!" 다시금 느껴지는 끔찍한 고통에 팔을 부여잡고 바닥을 구르는 미엘. 고문을 당한 적이 있어서 웬만한 고통은 장난으로 치부하던 그녀였지만 도저히 참을 수 없는 강렬한 고통이었다. "왜....왜?" [상부에 보고할 수는 없을 겁니다. 실험해 봐도 좋아요] 문득 예전에 레인이 했던 말이 떠올랐고 그녀의 얼굴이 심하게 일그러진다. "녀석이 한 말의 뜻이.... 이것이었나? 게다가....." 그녀는 부들거리는 손으로 자신의 몸을 살폈다.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레인이 떠나고 나고 나서 계속해서 두통이 지속된다. 그 뿐만이 아니라.... 그녀가 딴 생각이라도 하고 있으면 그녀 자신도 모르게 레인이 간 방향으로 따라가려고 하는 것이 아닌가! 뿌득! 이가는 소리가 퍼져나가면서 강렬한 살기가 사방으로 퍼져나간다. 너무나도 아름다운. 하지만 반대로 너무나도 섬뜻한 그녀의 표정. "내 몸에...." 그녀는 피가 날 정도로 입술을 깨물었다. "네 몸에 무슨 짓을 한 거냐!!!" 우우우웅!! 작은 소음과 함께 그녀의 몸이 그림자 속으로 스며든다. 방향은.... 좀 전부터 그녀의 감각이 그가 있다고 가리키는 방향. 엘프들의 고향인. 평화의 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