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 신 도(四 神 刀) "크하하하! 가진 것을 모두 내놓아라!" ".....뭐야 저것들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리는 다크. 딘은 친절하게 답했다. "산적입니다. 이 근처는 그다지 치한이 엄하지 않으니 여행자를 털면서 사는 모양이죠" "오! 그럼 저게 그 전설의 산적이라는 거야?" "저....전설이라고 보기는 조금 어렵다고 보는데...." 딘이 순간적으로 황당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지만 다크는 신경 쓰지 않고 그들을 바라보았다. 총 15명이나 되는. 그로써는 머리털 나고서 처음으로 보는. 그야말로 오직 말과 전설로만 들어보던 산적이었다. "크하하! 새파란 애송이들. 빨리 짐과 여자를 놓고 가거라!" 자기가 지금 무슨 상황에 처한 지도 모르고 멋대로 떠드는 산적두목. 마차 위에서 모든 상황을 살펴보고 있던 카이져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어째서 우리가 짐과 여자를 놓고 가야 한다는 거지?" "허...허거덕?! 저...저거 인형 아니었어?" 산적들은 꽤나 비싸 보이는 마차가 호위병도 없이 움직이는 것을 보고 포위했다가 위에서 들려오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이내 눈을 부릅뜨는 그들. 분명히, 틀림없이. 그리고 확실하게 인형이라고 생각했던 녹색의 거인이 입을 열었기 때문이었다. "....인형이 아니다. 나는 카이져다" 묵직하게 내뱉는 카이져. 그의 목소리에 담긴 위압감에 선적들은 한 발자국씩 뒤로 물러났지만 이내 그들 중 한 명이 앞으로 나섰다. "거....겁먹지마! 덩치가 조금 클 뿐이다!!" 호기롭게 외치는 산적. 그의 외침에 힘을 얻은 것일까? 산적들은 너도나도 외치기 시작했다. "마...맞아! 덩치가 조금 클 뿐이야!" "봐! 몸이 무거워서 움직이지도 못하는 것 같은데?" "정답이야! 인간은 두 배 이상 커지면 4배 이상의 힘이 필요하기 때문에 근육이 감당하지 못해서 행동하는 것이 불가능하지! 아마도 저 녀석은 자신의 팔조차 움직이지 못할걸?" "오오옷! 짜식! 역시 잉크물 좀 먹은 놈은 다르구나!" "크하하하! 나 정도의 천재한테는 보통이지!" "우하하하하!!" 통쾌하게 웃어대기 시작하는 그들. 일행은 어이없는 눈으로 그 산적들을 바라보았다. "도대체가 이 상황은 뭐야? 게다가 저 바보 같은 산적들은.... 설마하니 거인족을 모르는 건가?" 린이 허탈하게 중얼거리거나 말거나 여전히 통쾌하게 웃어대는 그들. 그리고 그런 그들이 자신을 가지고 함부로 떠들어대자 기분이 상한 듯 인상을 쓰는 카이져. 스윽. 그의 거대한 오른손을 움직여서 마차와 비교적 가까운 자리에 위치하고 있는 나무줄기를 잡았다. 보통 사람의 허리둘레 만한 두께였기에 보통사람이라면 도끼질을 해도 상당한 시간이 걸려야 할 정도의 나무. "흡!" 콰득! 작은 기합소리와 함께 부서지는 나무줄기. 그리고 흩어지는 나무 파편 속에서 살짝 웃으면서 산적들을 바라보는 카이져. "미안하군. 나는 내가 제법 활동적이라고 생각했는데 말야" "미...미친.... 차...찰스! 모...못 움직인다면서!" 무식한 산적 중에서 그나마 참모(?)역을 하고 있는 듯하던 사내는 당황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잠깐 생각에 잠겼을까? 그의 얼굴이 밝게 펴졌다. "아! 알 것 같아요! 제가 2배 이상의 크기라면 4배의 힘이 필요하기 때문에 못 움직인다고 했지요?" "그렇지" "그런데.... 저 녀석은 일반인의 5배를 하안∼참 넘는 힘을 가지고 있어서 움직일 수 있는 것 같네요" "....결론은?" "하하하! 당연한 걸 가지고" 갑자기 뒤를 향해 달려가는 찰스라는 산적. "튀어야지요 뭐! 달려요!" "에이∼ 쓰으∼벌!!" 우루루루! 마구잡이로 도망가기 시작하는 산적들. 카이져는 그다지 그들을 쫓아가고 싶어하는 마음이 없는 듯 했고 그들의 도주는 성공적으로 끝나는 듯했다. 하지만.... "자암깐 쓰토오옵!!" 쿠아앙! 순간 퍼져나가는 흙먼지. 다크는 어느새 인가 그들의 퇴로를 차단한 상태에서 사악하게 웃었다. "왜...왜 그러는 거야! 고...곱게 가려고 하잖아!" 다시 한번 웃어 보이는 다크. 너무나 천진한 웃음이기에 사람을 공포에 떨게 만드는... 바로 그 웃음. "냐하하, 괜찮아요. 다만 처음으로 만난 산적이라는 존재를 그냥 보내기는 싫어서 말이에요. 자자..." 그는 천천히 산적들에게 다가갔고 카인은 뒤에서 한숨을 쉬며 이마를 부여잡았다. 비슷한 광경을 예전에 봤던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이었고 다크는 그때와 마찬가지고 웃으며 그들에게 다가가며 입을 열었다. "자자.... 우리 함께 멋진 시간을 보내볼까요?" "...." 산적들은.... 얼어버렸다. * * * * "헉....헉....!" "어허! 또 뒤쳐진다!" 산을 날려(카이져가 자신의 검을 꺼내어 베어버렸다. 그 모습에 산적들이 더 쫄아버렸음은 말할 것도 없고.)만든 공터에서 산적들이 땀을 비오듯이 흘리며 공터를 돌면서 달려가고 있었다. 비록 공터가 크지는 않아서 한바퀴 도는데 그다지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지만 이미 이천 바퀴를 넘어간 지금. 그들은 이미 인간 한계에 도달해 있었다. "헉헉헉!" 줄을 맞춰서 달리던 산적들 중 참모 역을 하고 있던 찰스는 마침내 쓰러지고 말았다. 체력이 가장 약하던 그였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다크에게는 인정이 없었다. "오호? 쓰러져∼? 전부 정지!" "정지!" "목소리가 작다!" "정∼∼엉∼지∼∼이!!!!" "좋습니다. 한 분이 쓰러지고 말았군요. 모두 전우애가 부족한 탓. 가슴이 아프지만.... 전부.... 대가리 밖아!" "크으윽....!" 반항하던 흔적으로 얼굴에 훌륭한(사방이 멍들이다)훈장을 달고서 땅에 머리를 박는 그들. 힘든 자세였지만 모두 기쁜 표정이었다. 더 이상 달리느니 차라리 머리를 박는 것이 나았기에. 하지만... 이어지는 다크의 말에 모두들 절망의 신음을 내질렀다. "앞으로 전진!!" "크아아악!!" 비명을 지르면서 전진하는 산적들. 카인은 한숨을 내쉬며 다크에게로 다가왔다. 잠깐 멈춘 김에 말도 쉬게 할 겸. 모두 그늘에서 쉬거나 수련을 하고 있는 상태였다. "하아....다크. 조금 세게 하는 것 아냐? 정당히 장난만 치고 갈 줄 알았더니 말야" "아... 나도 적당히만 할 작정이었는데....저 녀석들이 공터를 도는 모습을 보니까 옛날 생각이 나서 말야" "옛날생각?" "응. 카인은 돌진선생 기억나?" "돌진선생? 아! 김 선생님?" (프롤로그 '천사의 날개'참조) 카인은 살짝 웃음을 지었다. 늘 다크와의 자존심 대결 때문에 불타던 선생. 거의 다크와 맞먹는 괴물이었기에 상당히 기억에 남는 존재였다. "....그런데 김 선생님이 왜?" "응. 그 인간도 달리기를 잘 하걸랑? 그래서 우리 반 체육시간만 되면 운동장 돌 때 같이 달리면서 애교 넘치는 소리를 했었지. 그 인간 체육선생이니까" "애교 넘치는 소리? 그게 뭔데?" "아.... 그거? '뒤쳐지는 새∼끼. 개새∼∼에∼끼∼♡!'였지 아마?" "....." 한순간 할 말을 잃어버린 카인. 그는 잠시 어이없다는 듯이 그를 바라보다가 말을 이었다. "너는 뭐라고 했는데?" "아? 나? 별 소리 안 했어. 다만 그 인간이랑 같이 달리면서 학생하고 그 인간한테 이렇게 말해 주었지. '나랑 10바퀴 차이나면 주∼욱∼어♡!'라고. 훗! 누가 생각한다고 해도 너무 귀여운 말투 아니냐?" "....." 그냥 한숨을 쉬어버리는 카인. 그는 잠시 산적들을 바라보았다. 다크가 훈련시키는 강도를 보고 한 20분 버티면 오래 버티는 거라고 생각했던 그였다. 산적들이 운동을 좀 해봐야 벌 것 없을 거라고 생각하고서 말이다. 그런데... 벌써 2시간 가깝게 다크의 지옥 훈련을 버티고 있는 그들이었다. 쓰러진 건 기껏해야 참모역할의 찰스 정도? "의외로군. 상당히 버티는데?" 다크도 고개를 끄덕인다. "맞아. 솔직히 잠깐 하고 풀어줄 생각 이였는데 상당히 버티기에 아직 까지 시키는 중이야. 저 녀석들 생각보다... 깡이 있는걸?" 산적들이 들었으면 화병으로 쓰러질 만한 말을 태연히 하면서 그는 조용히 생각에 잠겼다. "뭐라도 가르쳐 주게?" "응. 꽤 맘에 들었거든" 고개를 끄덕이는 다크. 딘은 근처에서 가볍게 활을 쏘며 훈련을 하고 있다가 의아한 빛을 띠었다. "예? 하지만 서둘러야 하지 않습니까?" "괜찮아. 어차피 말들도 쉬어야 해. 그렇지 카인?" "맞습니다. 게다가.... 지금까지 말들에게 힐링을 걸면서 고속으로 달리게 하느라고 솔직히 마력이 남지 않았거든요?" 카인은 마차에 앉은 상태로 어깨를 들썩였다. 사실이었다. 비록 경량화 마법이 걸린 마차라고는 해도 이 많은 사람들과 카이져가 타고 있는 마차다. 말이 그냥 달리는 것도 아니고. 그렇게 까지 고속으로 달리려면 기껏해야 30분 정도를 달리는 것이 한계이리라. 그나마 그가 회복을 시켰으니 이 정도이지. "흐음.... 나를 태우고도 말이 달릴 수 있는 건 네 덕이었는가?" 눈을 감고서 누워 있다가 입을 여는 카이져. "뭐, 마차 덕이 더 크죠. 그리고 다크. 적당히 하자고. 아무리 그래도 너무 시간을 끄는 것은 좋지 않으니까 말야. 마력도 거의 회복 됐어" 다크고 고개를 끄덕였다. 2시간. 말이 좋아서 2시간이지 그게 어디 짧은 시간이던가? 저러다가 탈진으로 쓰러지기라도 하면 곤란하다. "좋아. 전부 기상!" "기이∼사∼앙!!!" 힘이 없을 텐데 힘차게 소리치며 일어나는 산적들. 다크는 씨익하고 웃었다. "훗! 이제야 제대로 자세가 잡혔군. 좋아. 너희들의 그 가상함을 높이 사서 훈련은 이만 끝내도록 하지" "저...정말요?" "다...다행....헉헉!" 땀을 비오듯이 흘리며 기쁨을 표시하는 산적들. 다크는 그런 그들의 기쁨을 간단히 잘랐다. "단! 조건이 있다" "조...조건?" 긴장한 표정으로 자신을 응시하는 그들의 시선을 느끼며 말을 이어나가는 다크. "그래. 내가 묻는 것에 대답하기만 하면 된다" "....." 잠시 생각에 빠지는 그들. "호오? 훈련이 더 하고 싶은가 보지?" "아...아뇨! 대답하겠습니다!" 반사적인 답변. 다크는 웃으며 입을 열었다. "자 그럼 질문. 검술을 배워본 적이 있나?" "하하! 무슨 말도 안되는 말씀을. 우리 같은 산적이 무슨 검술을 배울 수...." 빡! "크엑!" 급하게 땅을 향해 박히는 두목. 다크는 차갑게 살기를 뿜었다. "거짓말 할 생각은 마시지? 네 녀석들 몸과 골격이 답해주고 있어. 너희들은 검술을 배운 적이 있다고 말야" "....." 잠시 침묵에 빠지는 그들. 잠깐의 시간이 지났을까? 참모역할을 맡고 있던 찰스라는 녀석이 앞으로 나섰다. "그...그건 우리가 기사들의 시종 출신이라서 그렇습니다. 기본소양으로 검술을 익히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요번에 단체로 탈출한 상태입니다" 침착한 대답. 다크는 카인을 바라보았다. "....있을 수 있는 일이지. 지방에서 심심한 기사들은 근처에서 아무나 데려다가 수련시키는 일이 있거든" "마...맞아요! 우리는 기사들 시종...." 반색을 하며 두목역할을 하려던 녀석이 입을 연다. "하지만!" "...." "그 숫자가 15명이나 된다는 것은 조금 이해하기가 어렵군요. 게다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산적들을 훑어보는 카인. "그만한 숫자가 도망치는데도 모를 정도로 멍청한 기사라.... 이름을 말 해 줄 수 있겠습니까?" "제....제런 이스터인" 잠시 머뭇거리다가 한 이름을 꺼내는 찰스. "흐음... 그게 그 멍청한 기사의 이름입니까?" "네? 아.. 네. 그렇지요. 뭐, 하하하하!" 식은땀을 흘리면서 웃음을 터트리는 찰스. 하지만 이어지는 카인의 말에 그는 눈을 부릅뜰 수밖에 없었다. "....제런 이스터인. '문 캐슬(moon castle)' 근처에 있는 엔드지방의 영주. 나이 45세. 소드익스펀트에 다다르는 뛰어난 실력을 가지고 있으며 의협심이 높아 주변에서 존경을 받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리 알려진 것은 아니지만 주변의 귀족 자제 '열.다.섯.명'을 모아 훈련을 시키고 있으며 그 훈련이 상당히 지루해서 귀족자제들이 도망가는 경우가 많다" "....." 다시 침묵에 빠져드는 산적들. 카인은 다시금 웃으며 입을 열었다. "다시 질문을 하죠. 당신들은....왜 '또'도망을 나오셨나요?" 부드러운 미소. 하지만 산적들. 아니 산적인 척 하고 있던 귀족들은 식은땀을 흘릴 뿐이었다. ================================ 정말 오래간만~~~! 수정하는 중 입니다. 독촉하셔봐야.... 속도는 그다지 빨라지지 않을 거라는... ㅡ.ㅡ;;; 흐음.... 4권 분량은 되는 것을... 언제쯤 전지적 작가시점으로 모조리 변화시킬 수 있을까요? 하아... 절망임다. 스토리도 이거저거 고치는 게 완전히 다른 스토리로 변할 것 같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