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신도(四神刀) "연금술은 A++급, 검술 A++급. 궁술 A+급... 총 등급 SS+급" 나는 성적표로 보이는 쪽지를 나직하게 읽으면서 규를 카인을 바라보았다. 물론 성적표에는 여러 가지 내용이 있었지만 별로 신경이 쓰이지 않는다. 중요한 건 점수 아닌가? 카인은 자신의 성적표를 읽었다. "연금술 A+급. 마법 A++급. 총 등급 S+급" 다크도 조용히 자신의 성적표를 읽었다. "권술 A++급. 검술 A+급. 총 등급 S+급.... 근데 이거 잘 본 맞아? 분위기를 봐서는 잘 본 것 같은데" "잘 본 거야. S+급 이상이 우리학년에서는 우리를 제외하고는 한 명뿐이라니까" 다크의 눈이 의아하게 변했다. "누군데? 우리만큼 본 녀석이 또 있냐?" "아... 전에 그 소드마스터" "아... 레인과 대결했던 그 여자 애?" 다크는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전에도 이야기했었지만 여기시험은 필기보다는 실기를 중요시한다. 그 단계는 K급, SS급, S급, A급, B급, C급.... 뭐 이런 식이다. 그 중에서 K급과 SS급은 거의 없는 것으로 지독해서 K급은 이론으로만 존재할 뿐, 이룬 사람이 업었고, SS급도 역시 역사상 단 두 명이었다. 등급을 나누는 것은 A++의 수. S급이라면 A++급이 하나고 S+라면 A++급에 A+급 하나라는 소리다. SS급은 A++급이 두 개. SS+급은 A++급이 두 개에 A+급이 하나... 뭐, 이런 식이다. 어떻게 생각하면 간단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 수 있지만... A++를 맞는 일이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평가 기준이... 심사관을 경악시키거나(당연한 이야기지만 엽기적이어서 경악하게 하는 것 등은 심사기준에 들 수 없다.) A+급을 압도적으로 넘어서라는 말도 안 왜는 기준이기 때문이었다. 물론 나는 그리 어렵지 않았다. 연금술에서도, 검술에서도. 나는 심사관들을 경악시키거나 압도적으로 A+를 넘길 수 있었다. 하지만... 궁술은 그렇지가 않았다, 궁을 잡아본 적도 없는(장난감이 아닌) 내가 A+를 맞은 것도 놀라운 일이다. (물론. 내 괴물 같은 시력에 의존한 것이다.) 평가기준에서... A+은 과녁 정 중앙에 있는 3센치 정도 되는 붉은 점에 세 개의 화살을 명중시키는 것이었다. 응? 그럼 A++은 뭐였냐고? 그 질문의 대상은 딘이었다. 두 번째 화살이 첫 번째 화살을 두 개로 가르면서 다시 정 중앙에 박히고 다시 그것을 반복... 완전히 로빈훗이 따로 없었다. "그럼 내가 전교 2등?" "...그렇지. 비록 공동 이라지 만" "푸하하하! 내가 전교 2등 이라니잇!!" 다크는 좋아서 그런지 날뛰기 시작했고 우리는 그냥 피식 웃어버렸다. 그럴 만도 했다. 지금까지 성적이라면 늘 하위권에서 맴돌던 녀석이니... "그런데 얼마 안 있으면 여름이네? 이곳에 온지도 이제 1년인가?" 카인은 창 밖을 바라보았다. 우리 층은 5층이었기에 시험이 끝나고 놀러 다니는 학생들을 내려다 볼 수 있었다. "재지 말라고. 나는 11년이다" "그래? 하하! 실감이 안 나서.... 그럼 이 곳에서 10년이 우리 고향의 하루인가? 늦는 바람에 어머니가 걱정할 까봐 마음을 졸일 필요는 없겠는걸? 우리가 늙어서야 저쪽 세계로 넘어간대도... 상당히 문제가 많지만 말이야" 카인은 씁쓸히 웃었다. 아마도 가족 때문이겠지. 돌아가고 싶을 것이다. 11년 동안의 나처럼. 나나 카인이나 다크나... 모두 가족관계가 좋았다. 그런데 이렇게 떨어져 버렸으니... "바람이나 쐬고 올까?" 카인이 빙긋 웃었다. "그러지" 우리는 발걸음을 옮겼다. 드르륵! "어? 나가게? 이봐! 같이 가자고!" 다크는 혼자서 방방 뜨고 있다가 우리를 보고 정신을 되찾고서 우리를 따라 숙소에서 나왔고 카인은 문을 닫았다. "락(Lock)" 카인은 문에 간단한 마법을 걸었고 우리는 천천히 걸어 연무장으로 나왔다. "아... 스승님!" 쿵쿵! 박력이 넘치는군. 내 쪽으로 카이져가 뛰어오고 있었다. "아... 카이져, 시험은 잘 보셨습니까?" "물론입니다. 스승님 덕택에..." "...스승님이라고 부르지 마십시오. 그리고 존대 말을 사용하지 말라고 했던 것 같은데요?" "...죄송합니다. 하지만 명령을 들어야 하듯이 존대어는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주위에서 모이는 시선이 귀찮아 말을 꺼내 보았지만 카이져는 강경했다. "그럼. 차라리 스승으로 하지 않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검술은 계속..." "아닙니다. 한번 스승님은 영원히 스승님입니다" "...." 나는 내가 준 반지 덕에 대륙어를 부드럽게 하게된(통역마법이 걸린 반지가 몇 개 있기에 하나 줘 버렸다)카이져의 말을 들으면서 억지를 부려봐야 소용없다는 것을 알고 손을 흔들어 버렸다. "휴... 할 수 없군요. 그럼 하던 수련이나 하십시오" "예!" 다시 연무장으로 뛰어가는 카이져. "무슨 소리야? 스승님이라니?" "몰라도 돼. 아... 그러고 보니 너희들에게 소개시켜 줄 녀석들이 있어" 그렇군. 벌써 이곳에 온지 몇 달이 지났는데 아직 서로 모르고 있군. "소개시켜 줄 녀석?" 그들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고 나는 품속에서 중지손가락 만한 피리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 나는 망설임 없이 그것을 불었다. 쉬이이 "...." 청력이 일반인들 보다 압도적으로 좋은 나에게조차도 피리에서 나는 소리가 희미하게, 바람 새는 듯한 소리로 밖에 들을 수 없었다. 이건 음파가 인간이 들을 수 있는 범위와는 달라서 인간들은 아무 소리도 들을 수 없고 짐승들만이 들을 수 있는 소리였다. "엥? 이 요상한 소리는 뭐야? 지나치게 높은 소리라 잘 안 들리는데?" 이게 들린단 말이냐? 그랬군. 넌 역시 인간이 아니라 짐승이었어. "그래? 난 아무소리도 안 들리는데? 레인 새라도 부른 거야?" 그나마 정상인인 카인은 조심스럽게 추측을 내 놓았다. 상식적으로 카인의 추측은 타당하다. 이곳은 둥그렇게 성벽이 둘러쌓은 곳이라 주인이 없는 동물이라면 올 수 있는 건 기껏해야 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상식적으로'다. 가끔은 '비 상식'이라는 것도 존재한다. "이히히힝!" 파앗! "뭐...뭐야?" 다크와 카인의 눈이 아니, 연무장에 있던 모든 사람들의 눈이 접시만큼이나 커졌다. 그리고 그들의 눈에 기형적 변화를 가져온 말은 높이가 거의 12미터는 성벽을 가뿐하게 뛰어 넘었다. 잘못 보면 마치 말이 하늘을 나는 것처럼 보일 지경이었다. 타악! '못 본 사이에 몸놀림이 더 날래졌는걸?' 레디는 떨어지던 속도를 성벽을 박차서 감소시킨 후 몸을 둥글게 말아 공중에서 몇 바퀴나 돌고 나서 바닥에 안전하게 착지하더니 내 쪽으로 달려왔다. "이히힝!" "미안.. 오랫동안 돌봐주지 않고 있었구나. 그나저나... 정말 오랜만인걸?" 나는 내 가슴에 머리를 대고 부비고 있는 레디를 보면서 손을 들어 그 녀석의 붉은 색 갈기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이 녀석도 살기가 눈에 띠게 옅어졌다. 적응하고 있는 건가? 이곳에? "뭐...뭐야? 그 터프하게 생긴 말은?" "아... 레디라고 하는 녀석이야. 너희들도 느끼고 있겠지만 평범한 말은 아니고 말이야" 당연한 거다. 성벽을 가볍게 뛰어넘고 다니고 중급 마족과도 맞대결을 할 수 있는 녀석이 보통 말이면 그게 더 이상한 걸 테니 말이다. "푸르륵!" "아... 이녀석들은 카인과 다크라고 하는 녀석들이야. 너를 만나기 전부터 알고 있던 녀석들이지" "푸르륵?" "글쎄... 아마도 차원간의 시간이 틀렸던 것이 아닐까? 어차피 짐작일 뿐이지만 말이야" "푸르르륵" "그...럴 수도 있겠네. 시간의 흐름이라면 마계가 더 비정상 적이니 말이야. 만약에 그렇다면 벌로 반가운 소식은 아닌데..." 나는 어쩌면 마계의 시간이 더 느린 것일 수도 있다는 레디의 말에(?) 친절하게 답했다. "어...어거....어거....어거...." 다크는 나를 손가락으로 가르치더니 다시 레디를 가르치는 동작을 반복하며 이해가 불가능한 언어를 내뱉었다. "뭐...뭐야, 레인.?! 지금.... 말하고 대화를 하고 있는 거야?" 아... 녀석들에게는 신기해 보일 수도 있겠군. "...간단한 대화 정도라면 충분히 가능해. 물론 레디하고는 오래 전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라 약간 복잡한 말도 가능하고 말이야. 그러고 보니 산책하기로 했었지? 그만 이동하자고" 나는 내 주위에 쳐 있던 음파를 차단하던 막을 치우며(우리끼리 대화할 때는 웬 만하면 쳐 놓는다. 만약을 위해서)천천히 이동하기 시작했다. 레디는 뛰고 싶어서 근질근질한 모양이었지만 조금만 참아라. 여기서 뛰어다미면 너무 눈에 띠니 말이야. "웃차! 외간구역으로 가게?" "나...나도 같이 가!" 내 시선이 교문 쪽으로 돌아갔다. 그곳에는 예상대로 린과 루니가 뛰어오고 있었다. "...." "와∼ 신기하네? 우리가 나가는 건 어떻게 안 거지?" 감탄했다는 듯한 다크의 목소리. "아마... 정령이라고 하는 것으로 보고 있었던 게 아닐까? 생각해 보니까 우리 숙소 근처에 약간의 마나가 모여있었던 것 같아" 나도 봤다. 소환자가 루니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소환된 정령을 소멸시키면 소환자도 피해를 입는 다 길래 놔 뒀더니... 최소한 정령계로 보내 버렸어야 했나? "레인!" 이런... 벌써 왔군. 린은 원래 체술을 잘 하기에 그리 지쳐 보이지 않았고 루니도 멀쩡해 보였다. 훗! 엘프의 몸을 지니고 있어서인가? 나는 고개를 들어 그녀들을 빤히 쳐다보았다. 예상대로 아직은 순수한(?) 루니는 내 시선을 받자 당황해서 달려오다가 멈춘 채 얼굴을 붉히고 머뭇거렸다. 물론 린은 그렇지 않았고 그대로 달려 왔다. 스윽 나는 조용히 왼손으로 도베라인을 검 집 채 들어 그녀를 막았다. 린은 요리조리 피해서 안쪽으로 들어오려고 했지만..... 가능할 리가 없지. 그녀가 그랜드 파이터도 아닌데 말이다. "쳇! 째째하긴" "...." 조용히 도베라인을 다시 등에 찬 나는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내 뒤를 따라오는 카인과 다크. 레디. 그리고 루니와 린.... 이런, 일행이 너무 늘었는걸? "레인.... 따라가도 되요?" 루니가 조심스럽게 묻는다. 거절한다고 해도 갈 것도 아니면서... 나는 따돌리기도 귀찮았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마음대로" "와아!" 어린아이처럼 좋아하는 루니... 하, 정말이지 골 아프군. "그런데 점점 날씨가 뜨거워지는데? 이제 여름인가?" 다크는 손으로 얼굴을 부치며 중얼거렸고 그 말에 린이 답했다. "응. 맞아, 아마 다음주 정도면 여름방학을 할걸?" 여름방학? 그러고 보니... 여름방학에 가짜 스톰블링거를 처리하기로 했었지... "레인, 우리는 여름방학 때 뭐 하는 거야?" "아... 그렇군. 우리는 집으로 가기도 조금 애매하잖아?" 아... 실수. 아직 이야기를 하지 않았었나? "...여름방학 때는 갈 곳이 있어. 해야할 일이 있거든" 나는 중얼거리듯이 말했지만 그들은 모두 들은 듯 표정이 다양했다. 물론 다크와 카인의 얼굴에 드러난 표정은 의아함이었고 루니와 린은... 실망감이 가득한 얼굴? "에...그게 무슨 소리야!! 갈 곳이 있다니...!!" "그.... 그거 여름방학 내내 걸리는 거에요?" 루니... 존대 말을 쓰던지 반말을 쓰던지 통일을 시키지 그래? 헷갈린다. "그럴 겁니다" 물론 일찍 끝날 수도 있지만... 나는 거기서 입을 다물었다, 귀찮기만 하다. 괜히 쓸데없는 혹을 붙여서는. "그...그럼 갈 수 없는 거야? 바다에?" 웬 바다? "마....말도 안 돼요!! 다 준비 해 놓았는데...." 그녀들이 말도 안 된다는 듯이 소리를 빽빽 질러대었다. 시끄럽군. 나는 그녀들이 내는 소리에 시선이 다시 끔 모이는 것을 느끼고 그녀들을 제지하기 위해 손을 들었다. 하지만... 내가 미처 손을 쓰기 전에 한 존재가 우리사이에 끼어 들었다. 라이드였다. "허허.... 걱정 말거라 루니야" 워프해 온 건가?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나타나는군. "에? 라이드 할아버지?" "무슨 방법이라도 있어요?" 딱 나는 라이드가 나타남과 동시에 손가락을 퉁겨 우리 주위로 다시 음파를 차단하는 막을 쳤다. "으음... 대단하군. 어느새 그 정도로 마나의 사용이 능숙해 지다니..." 라이드가 짧게 탄성을 내 질렀다. 느낀 건가? 나름대로 은밀히 한 건데 말이야. "무슨 일이십니까?" "아... 자네한테는 아니더라도 루니나 린에게 희소식을 전해주려고 왔다 네" "....?" "뭔 데요? 할아버지?" 왠지... 불길하다. "허허... 벌 것 아니란다. 단지 이번에 레인이 일을 처리하러 가야하는 곳을 알아낸 것 뿐이야. 리아스라고 하는 곳이지" 리아스... 해변인가... 일이 꼬이는군. 린과 루니가 바다간다고 노래를 불러대고 있는 상황에서 말이다. "정말요?" "그래, 일이 바쁘기는 하겠지만 놀 시간은 충분할 게다. 게다가 레인군은 엄청난 실력자가 아니니? 오히려 시간이 남을 게야" 루니의 어깨를 토닥이면서 응원(?)하는 라이드와 전의(?)를 불태우는 루니... 나는 약간의 살기와 안 좋은 뜻이 담긴 눈빛을 라이드에게 날려보냈으나... 능글맞은 라이드는 사람 좋게 웃으면서 내 시선을 자연스럽게 피하더니 재빨리 날라(?) 버렸다. "허허... 이쯤 하면 내 말을 다 알아들었을 거라고 믿네. 나는 그만 가보도록 하겠네. 그럼... 잘 들 있게나. 텔레포트(TELEPORT)" 저... 저 늙은이가...! 나는 서둘러 도망가는 라이드를 잡으려다가 고개를 돌렸다, 아니다. 지금은 그녀들이 쫓아오지 못하도록 쐐기를 박는 것이 중요...! "꺄악!! 갈 수 있어. 갈 수 있다고!" "정말... 정말 다행이야! 나... 너무 걱정이 되어서..." 방방 뜨는 린과 눈물까지 글썽이는 루니. 하지만... 나는 이 정도로는 흔들리지.....? "앗싸! 바다다! 레인! 정말 잘 됐어! 잘 한 거야. 그래! 놀러 가는 거닷!!" 다...다크? "그래... 지금까지 훈련도 열심히 했으니까 조금 쉬는 것도 좋겠다. 레인, 나는 찬성이야" 카...카인? 너...너마져...? "자...잠...!" "좋아! 나는 준비할 테니까 방학 식 하는 날 보자고! 얏호!" 이...이게 아닌데? "알았어! 레인! 나중에 봐요! 나도 준비 할 테니까요!" 순식간에. 미쳐 뭐라고 하기도 전에 사라져 버리는 그녀들, 나는 한숨을 쉬어 버렸다. "당...했군. 젠장" 카인과 다크가 웃는 소리가 들린다. 정말이지.... 골 아프게 됐군. 망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