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신도(四神刀) 저벅 나는 계속 발을 움직였다. 하지만 내 눈은 벽에 그려져 있는 그림에서 떨어질 줄을 몰랐다. 벽화는 몇 개의 그림이 이어지듯이 있었는데 처음의 그림은 사신들이 평화롭게 산다고 해야하나? 하여튼 그런 그림이었다. 다음 그림은 수많은 천사들이 사신들을 포위한 그림. 다음 그림은 그런 천사들을 사신들이 모두 쓰러트리는 장면들이었다. "천사들은 만나본 적이 없어서 힘의 크기를 알 수가 없으니..." 다행히 다음은 내가 그나마 이해하고 있는 마족. 마족 들이었다. 수백의 마족 들이 사신들을 포위하고 있었다. 그리고 다시 사신들이 그들을 무찌르는 그림. "대단하군. 이 정도의 마족들과 상대해서 이기다니.... 중급 마족들인가? 이 정도의 숫자가 모인 것을 보면..." 나는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계속 다음그림을 보려고 하다가 멈칫했다. 그냥 넘기려고 했던 벽화 한 구석에서 믿을 수 없는 그림을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이...이 녀석은 쉐이트론??" 무슨 말도 안돼는!! 나는 벽화를 보면서 경악했다. 벽화에 그려져 있는 그림은 쉐이트론 이었다. 너무나 작게 표현되어 있어서 알아보기 힘들었으나 틀림이 없었다. "녀...녀석이 졸병이라고? 최상급 마족이!?" 지금 사람들이 내가 강하다고 추켜세우고는 있지만.... 내 전투력은 기껏해야 상급 마족 정도이다. 전에 운 좋게 이겼었지만 지금은 마법을 익혔으니 간신히 상대가 가능할 것이다. 그런데.... 그런 상급 마족보다도 거의 10배는 강한 최상급 마족이.... 졸병? 틀림없이 졸병의 모습이었다. 쉐이트론이 수많은 마족들에 섞여 있었다. 그리고 그런 마족들을 지휘하고 있는 것은... "다...다크 프레셔....?" 마족...공.... 나보다 최소한 100배는 강한 녀석. 하하... 어떻게 된 거야? 아무리 신이라고 해도... 이들을 다 해치워 버렸단 말이야?? 게다가... 벽화 속에서는 사신들이 그리 어렵지 않게 마족들을 상대하고 있었다. 얼마나...얼마나 강해야 이런 게 가능한 거지? "레인...? 왜 그러는 거야?" 카인이 걱정스러운 말투로 묻는다. 하지만 나는 간단히 그에게 괜찮다는 손짓을 하고 다시 벽화로 눈을 돌렸다. 다음 그림은 또다시 전투의 그림이었다. 이번에는 8마리의 어마어마한 크기의 괴물들과 4명의 12개의 날개를 단 천사들이 또다시 사신들을 표시하고 있었다. "왜?" 왜...왜? 왜 이들이 합공을 한단 말이야!! 이들은 천사와 마족이다! 같은 공간에서조차 살기 싫어하는 녀석들이란 말이다!! 게다가... 저 녀석들은... "하하... 파... 팔마왕(八魔王)? 게다가...사대천사장(四大天使長)?" 어이가 없는 일이었다. 마계(魔界)에서 마신(魔神)을 제외한 최강의 존재들인 팔마왕과.... 천계(天界)에서 천신(天神)을 제외한 최강의 존재들인 사대천사장들이.... 동시에 공격?? 게다가.... 더 어이없는 일은.... 사신들이 승리했다. 아주 아슬아슬했지만... 누구도 죽지 않고 그들을 패퇴시킨 것이다. "말도...안돼" 말도 안돼는 일이다! 마왕 중에서 한 명만 떠도... 아니, 마족공 한 명만 떠도 대륙은 멸망이다. 애초에 방법이 없다. 아니..... 어쩌면 최상급 마족 한 명만 떠도 대륙은 멸망이다. 그들은 교활하고.... 강하니까. "그런데.... 이겼다?" 나는 정신없이 다음 그림으로 넘어갔다. 다음 그림 역시 전투를 표현한 그림이었다. 이번에는 상대가 적었다. 단 두 명이었으니 말이다. "마신(魔神)과 천신(天神)....." 이제는...놀랍지도 않다. 마계 최강 존재인 마신과...천계 최강 존재인 천신이...합공이라. 이번에는... 사신들이 졌다. 지금까지의 싸움도 싸움이거니와.... 그들은 최강의 존재들이었기에.... 다음그림은 사신들이 아공간에 봉인되는 모습이었다. 저 곳이었나? 내가 들어갔던 곳이? "끝이군" 벽화는 그것으로 끝이나 있었다. 그리고 막다른 골목이었지만 나는 신경 쓰지 않았다. 머릿속이 복잡했다. "도대체...." 이곳은 뭐 하는 곳이지? 어째서 이런 그림들이 그려져 있는 거지? 여기가 사신과 무슨 관계가 있기에 이런 것들이 있을 수가 있는 거지? "레인! 길이 막혔어!" 도대체.... 어떤 일들이 일어났던 것일까? 이곳을 통해서 사신을 봉인한 것인가? 가능성이 있는 이야기다. 이곳이 사실은 사신이 갇혀 있던 차원과 이어져 있다고 치고 지금은 차원이 붕괴가 되어 아무 것도 아닌 곳이라고 한다면.... "레인!!길이 막혔다니까!!" 확신할 수 없다. 이런 그림들이 그려져 있는 걸로 봐서는 사신들이 직접 만든 것일 수도 있어. 오히려 그들에게 중요한 물건들을 봉인한 것일 수도.... ".레인!!!!!!!!!!!!!!!!!!!!!!!!!!!!!!!!!!!!!!!!!! 길이 막혔다고!!!!!!!!!!!!!!!!!!!!!!!!!!!!!!!!!!!!!!!!!!" 찌잉 ".....!" 윽... 귀야. 마나를 담아서 외치다니..... 뭐 그렇게 처절한 거라고. "닫힌 것은 아까도 봤어. 조금 있다 열거니까 기다려" 나는 가볍게 대꾸하고 벽화를 조금 더 세심하게 살폈다. 음... 벽화 자체에는 별 특별한 것이 없군. "닫혀 있다니. 게다가 연다고? 그럼 여기가 문이란 말이야?" 다크가 의아한 눈으로 물었다. 하긴 그럴 수도 있지. 저 문은 척 보기에는 그냥 벽처럼 보이니 말이다. 하... 그런데 이거 파이로드의 지식이 아니다. 뭐지? 이건 사신들의 지식인가? "당연하잖아. 쉽게 열 수 없을 뿐이야" "벽 같은데... 누르는 거라도 있는 거야?" "아니... 잠깐만 기다려. 문을 열어도 안에 무엇이 있을지는 알 수 없으니까 말이야" 나는 조심스럽게 문 좌측에 손가락을 찔렀다. 내 예상대로 그곳은 환상마법이 걸려 있는 건지 손가락이 아무런 무리 없이 들어갔고 나는 그 손가락의 감각으로 그 안에 있는 16개의 숫자들 중에서 암호를 골라 썼다. 누가 만든 건지 지나치게 치밀한데? 암호만 틀려도 공간왜곡이 일어나게 만들어 놓았어, 무식하다고 해야하나? 공간왜곡마법은 피아를 가리지 않아서 불편한 마법인데... 그런걸 걸어 놓다니.... 드르르륵! 내가 장치를 조작하고 자리에서 일어날 때 즈음에 벽이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했다. 아마도 열리려는 거겠지. 드드득! 나는 약간 뒤로 물러섰다. 거대한 벽이 통 채로 뒤집어지며 하나의 길이 생겨났다. 그리고 거의 사라졌던 감각들이 다시 느껴지기 시작했다. "들어간다" 나는 안쪽으로 발을 디뎠다. 바닥이 약간 눌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쐐에엑!! 함정인가? 나라면 막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을 정도의 속도였다. 나는 사신도를 들어 화살을 쳐내고 안쪽으로 더 깊숙하게 들어갔다. 그리고 날아오는 5개의 화살. 쉬이익 나는 몸을 조금 더 빠르게 놀리기 시작했다. 날아오는 화살쯤이야 간단히 피할 수 있는 속도였다. 하지만... 내가 속도를 높이기 시작함과 동시에 마찬가지로 함정의 수도 엄청나게 늘어나기 시작했다. 먼저 아래쪽과 위쪽에서 발사된 화살들과 약간 앞쪽에서 찔러오는 창 3개. 그리고 양쪽에서 내 허리를 베어버리기 위해 날아오는 두 개의 검. 팅! 팅! 팅! 나는 내 쪽으로 휘둘러지는 검의 옆면을 빠르게 밟고 내 머리를 행해서 날아오는 화살 3개를 빠르게 쳐냈다. 그리고서 나는 검기를 일으켜 순간적으로 내 아래쪽을 공략하는 창의 창대부분을 베어 위험을 방지했다. 휘리릭! 나는 몸을 공중회전 시키면서 몇 개의 화살과 몇 개의 창날. 그리고 다시 몇 개의 검 날을 피한 후에 중간쯤에 튀어나온 검 면에 두 발을 놓아 자리잡았다. 일단은 더 이상의 함정을 발동시키지 않고 상황을 살피기 위해서였다. "와우! 레인 멋져! 휘익! 멋있어∼ 꺄악∼!" 내가 움직이는 모습을 보고서 방방 뜨는 다크. 나는 차갑게 응수했다. "...시끄러우니까 닥쳐. 하지만... 묘할 정도로 수준이 높은걸?" 손목에 아직도 약간이지만 얼얼한 느낌이 느껴졌다. 대단하군. 겨울 화살 세 개를 쳐냈는데도 이 정도의 위력이 나오다니.... 이 정도라면 4cm의 철판도 간단하게 뚫어버리겠는데? 그리고 그 말은 곧 저 녀석들의 힘으로는 막을 수도 피할 수도 없다는 것을 뜻한다. 아니, 몇 개까지는 피하거나 막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 있는 함정들은 '몇 개'의 수준이 아닌 것 같은데? "골치 아프군. 결론은... 다 부숴야 한다는 건가?" 나는 마나를 움직여 양 검 모두에 검기를 씌웠다. 마룡검법(마계쌍룡검법)을 전부 펼쳐내기에는 공간이 좁군. 게다가 아직 사용하지 않은 마룡검법 제 5장은 철저한 1인 상대 기술이다. 이런 곳에서 써 봐야... 아무런 효과도 없겠지. "그렇다면... 역시 그게 나겠군" 나는 천천히 왼손에 들고 있는 도베라인에 마나를 집중시키기 시작했다. 두방. 두방으로 작살내 버릴테다. "....간다" 마계쌍룡검법(魔界雙龍劍法)! 제 6장. 강룡승천(鋼龍昇天). [쿠아아아아앙!!] 내 왼팔을 통해 한 마리의 푸른빛을 띠는 용이 생성되어 정면으로 전진되기 시작했다. 강룡(鋼龍)! 녀석은 내 검술을 지탱하는 두 마리의 용 중에 한 녀석으로 무지하게 느린 녀석이다. 물론 일반인들이 보기에는 그렇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내 모든 기술들을 통틀어서 보면 가장 느리다. 하지만.... 녀석은 이름 그대로 강하다. 녀석의 앞을 가로막는 모든 것은.... 그대로 분쇄되어 버릴 정도로. 콰드드득!! 강룡이 전진을 하면서 발동된 함정들이 파괴되기 시작한다. 강한 힘을 가진 함정들이었지만 강룡의 힘을 이기기에는 터무니없이 모자랐다. 스슥 나는 빠르게 몸을 날려 강룡의 뒤를 따라가면서 함정들의 가장 안쪽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강룡이 강하다고는 하지만 한번만으로 함정이 전부 부서지기는 불가능하다. 사실 모두 들 어떠한 방식으로 발동하는지도 의문인데 말이다. 하지만 다크와 카인은 지나가야 한다. 고로... 전부 부순다. 콰드득! 핑핑! 퍼엉! 어느 정도 가장 깊숙한 곳에 들어왔다고 생각했을 때. 역시 한가운데라서 그런지 엄청난 수의 함정이 쏟아져 나왔고 그것들은 모두들 고스란히 강룡의 몸에 충돌했다. 강룡이 비록 강력한 힘을 가지고는 있다지만 계속적인 공격을 받다보니 점점 희미해져 가고 있었다. 하지만...나는 이미 함정들의 중앙에 도착한 상태였기에 그리 큰 문제는 아니었다. "좋아. 그럼 다 부숴주지" 마계쌍룡검법(魔界雙龍劍法)! 제 2장. 광풍난무(狂風亂舞)! 나는 두 개의 검 손잡이 끝 부분을 서로 맞대어 가슴에 모으고서 빠르게 몸을 회전시켰다. 처음에는 발 근처에만 소용돌이가 일어났으나 약간의 시간이 지난 뒤에는 그 바람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서 내 몸을 완전히 뒤덮었고 그 바람은 어느새 인가 주변의 바람과 동화(同和)되어서 천장이 그리 높지도 않은 지하실에.... 엄청난 폭풍이 완성되었다. 쿠오오오오!! 콰직! 콰직! 함정들이 파괴되기 시작한다. 나를 향해 발사되거나 폭파하던 것들도 방향이 바뀐 채 다른 함정에 충돌해 연쇄폭파를 일으켰다. 강력한 소용돌이의 힘이었다. 모든 함정은 내 주변에 접근조차 하지 못하고 발사되었던 자리로 되돌아갔다. 콰직! 퍼엉! 캉! 마법적인 함정도 있었던지 상당한 양의 폭파가 일어났다. 비록 바로 광풍에 묻혀버렸지만 말이다. 휘오오! 함정들의 연쇄폭파는 계속되었고 어느 정도 시간이 흘렀을까? 함정들의 폭파는 점차 줄기 시작했다. 그리고 함정의 발동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생각되었을 때. 나는 조용히 미쳐버린 바람의 폭주를 잠재웠다. 흠... 오랜만에 힘을 썼더니 약간 뻐근한걸? "마풍(魔風). 지금 나에게 작은 기적을 선사하라. 딤 윈드 (Diem Wind)" 한줄기의 강한 바람이 일어 복도에서 일어난 먼지들을 그대로 날려보냈다. 물론 내가 한 것은 아니다. 카인이었다. "와... 이걸 다 부순 거냐? 역시 보기보다는 무식해" 이리저리 돌아다니면서 박살난 함정의 부품들을 살피는 다크. 다행히 둘다 아무이상 없어 보였다. "들어가지" 우리들은 아래층으로 내려가는 용으로 보이는 계단을 통해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하지만... 우리는 몰랐다. 내가 부수어 놓았던 함정들이 젤리 같은 형태로 변했다가 다시 서서히 뭉치면서 처음의 모습으로 복구되고 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