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신도 [큰일입니다!] [벌써 왔어?] [....예. 하운드님. 적의 수는 대략 1만. 기병대가 3천에 보병이 3천. 그리고 궁병이 3천입니다. 그리고.... 기사들이 천명. 반면에.... 우리의 숫자는 단지 100여명에 불과합니다. 비록 실력들은 상당하다고는 하나 병력 차가 엄청나기에.... 농성을 벌인다고 해도....] [아...괜찮아] [예. 물론 괜찮.....예?] 후운드의 말에 부관은 멍청한 표정을 지었다. 지금 상대와의 병력 차는 자그마치 100배다 100배! 말이 좋아 100배지... 이길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보는 것이 좋았다. 아무리 그들을 이끄는 것이 최강의 기사 하운드라고 하더라도. [어째서 그런 소리를 하시는 겁니까!! 당장 후퇴하셔야 합니다!!] [어디로?] [....] 부관은 입을 다물었다. 할말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상대의 병력은 무려 1만. 포위해서 다가온다면 순식간에 잡히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게다가.... 이곳은 삼면이 험악한 산악으로 막힌 곳이었기에 뒤로 후퇴하기도 불가능했다. [걱정 말라고. 내가 막지 뭐, 점심 메뉴는 뭐냐?] 부관은 너무나도 어이가 없어서 이을 쩍 벌렸다. 적군은 아군의 100배의 병력을 가지고 있었다. 이 사령관은 도대체 무슨 생각을.... [지금 무슨 소리....!] [장군님! 남문에 적군의 등장입니다] 전령이 문을 벌컥 열고 들어왔다. 상당히 무례했으나 상황이 상황인지라 다들 신경 쓰지 않고 그가 가져온 소식에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단 한명. 하운드는 맘에 안 든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썩을 놈들. 아직 밥도 안 먹었는데...]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지 않습니까!!] [...중요해. 무지무지] [....] 부관은 입을 다물어 버렸다. 도대체가 자신의 말을 다 한 귀로 흘려버리는 그를 보고 화를 낼 기운도 남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하운드는 투덜대면서도 성벽 위에 섰다. [제이스 국의 잔당들은 들어라!! 우리 페린국은...] [아... 되게 시끄럽네! 빨리 안 덤벼? 요새 조금 쉬었더니 별 게 다 기어오르고 지랄들이야!!] [장...장군님?!] 부관은 상대가 마나로 크게 말을 전해오자 할 수 없다면 항복이라도 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는 하운드가 하는 말을 듣고 그 기대가 완전히 깨지는 것을 느꼈고 경악에 눈을 치켜 떴다. 세상에!! 그는 지금 상대를 도발하고 있었다. [장...장군님 지금 무슨....!?] 부관은 서둘러 그의 말을 번복하려고 했다. 하지만... 이미 하운드의 말을 들어버린 상대는 이미 광분한 상태였다. [으득! 천한 것들이!! 모두 돌격!!] 1만의 군사가.... 돌격을 시작했다. 모두들 잘 훈련된 군대였기에 그 박력은 상상을 초월했고 온 대지가 뒤흔들리는 듯 했다. 두두두두두!!! [장...장군님!?] 부관은 절망적인 눈으로 하운드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의 예상과는 달리 하운드는 전혀 당황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띠꺼운 표정으로 병사들의 눈길을 받으면서 천천히 성벽위로 올라서서 그의 애검(愛劍)인 스톰블링거를 빼들었다. 지지지지직!! 그의 검이 천천히 뇌광(雷光)을 내뿜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뇌광은... 허공에 천천히 하나의 문장을 만들어내었다. [저...저것이... 뇌광(雷光)의 인(印)....] [후우....] 쿠오오오오오!!! 엄청난 기가 스톰블링거에 뭉치기 시작했다. 검술을 전혀 모르는 부관이 보기에도 엄청난 힘을 품은 강력한 기가. [...귀찮군] 뇌광의 인이 다시 검에 흡수되면서 강기에 뇌전이 깃 들기 시작한다. 하운드는 피식하고 웃었다. [훗! 간다. 갓... 블레이드(God blade)] 쿠아아아아아!! 순간 스톰블링거에서 엄청나게 밝은 빛이 뿜어져 나오면서 허공에 거대한 검 모양의 강기가 생성되었다. 돌진하던 군대들은 이미 허공에 뜬 강기에 당황해서 허둥대고 있는 중이었다. 스윽 하운드는 아무 거리낌없이 정면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그리고.... 쿠아아앙! 한순간이었다. 돌격기사단 1천 병럭이....'잘려져'버린 것은. [이...이럴 수가!!] 부관은 경악했다. 어떻게...어떻게 이런 일이!! 하지만... 하운드는 그런 부관을 무시한 채 심드렁한 말투로 마나를 이용해 소리쳤다. [귀찮다. 전부 죽이기는 정말로 귀찮아. 빨리 사라져] 아무렇지도 않다는 말투. 상대편 군사들은 하운드의 엄청난 무위에 모두들 기가 질려 있었다. 천명의 군사가. 그것도 기사들이 일순간에 죽는 것을 목격했기 때문이었다. [거...겁먹지 마라! 배짱을 부리는 것뿐이다! 아무리 녀석이라고 해도 저런 기술을 연속해서 사용할 수는.....!] 쿠아아앙! 또... 1천의 군대가 죽었다. 병사들의 눈에 경악과 공포가 어리기 시작했다. 죽어나간 시체들의 어느새 산처럼 쌓여있었고 피는 강물이 되어 흐르고 있었다. [사람 말을 잘 못 알아듣는 모양이군. 적당히 하고 꺼져라]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한 하운드의 말투. 적장은 그의 말에 분통을 터트렸다. [이...이!! 후퇴하면 모두 반역자다!! 죽게 되더라도 싸워!!] 발악. 하지만 그의 말을 듣고 병사들은 망설이기 시작했다. 그의 말대로 후퇴하면 모두 반역자 취급을 받기에. 그리고 그런 병사들을 본 하운드는 다시 입을 열었다. [어이∼ 거기 뚱뚱한 적장?] 흠짓! 적장은 몸을 떨었다. 당연한 일이었다. 그는 지금까지 전쟁을 겪어 본적이 없는 애송이었으니까. 물론 경험이 많다고 해도 지금상황에는 어쩔 수 없지만 말이다. [흐음... 자꾸 병사들을 선동하네? 너 디∼게 맘에 안 든다? 이번에는 네가 죽어 볼래?] 하운드가 약간 짜증나는 어투로 말했다. 그의 존재가 맘에 들지 않는 듯. 그러자 적장은 자신의 상황도 있고 목에 핏대를 세웠다. [감히 나에게 그따위 협박을 하는 것인가!! 천한 것! 나는 대 페린국의....] 콰아아아앙! 끝이다. 방금 그 말이 그녀석이 마지막으로 남긴 말이었다. 그를 중심으로 또다시 1천의 군사가 죽은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 의미가 아주 컸다. 죽은 이들은 모두 참모나 군단장 같은 거물들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랬기에 병사들의 혼란은 극에 달했고 하운드는 다시 한번 마나를 이용해 외쳤다. [전부... 죽여버리기 전에 꺼져!!!] [으아아악!!] [괴물....괴물이야!!] 병사들이 후퇴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극도의 공포에 질려있었다. 1만 대군이... 아니 3천명이 줄었기에 7천의 대군이.... 후퇴하기 시작했다. 단 한 명에 의해서. 그리고 부관가 나머지 117명의 병사들은 하운드를 경외의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들은 하운드가 땀을 닦으며 중얼거리는 말에 어이없음을 느끼며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휴∼ 후퇴해서 다행이다. 이거 하루에 3번밖에 못 쓰는데. 어이! 부관. 점심 가져와. 되도록 빨리!] [....] 제이스 제국의『제국이야기』 『위대한 검사의 이야기』에서 발췌 저벅 나는 카인과 다크의 앞에 서서 안쪽으로 들어갔다. 이제는 아무런 함정도 없고 긴 복도로 이루어진 곳이었다. 벽에는 여전히 백호의 그림이 새겨져 있었다. 물론 가끔씩은 다른 신들의 모습이 있기도 했지만 말이다. "에? 또 문이다. 이번에도 백호그림인데?" 나는 고개를 들어 정면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포효하고 있는 백호의 모습이 새겨져있는 문이 있었다. "잠깐만 이번에는 내가 열어볼게" 쪼르르 달려가는 다크. 나는 굳이 말리지 않았다. 어차피 못 열 테니까. "웃차! 열어볼까?" 긴장한 듯한 표정의 다크. 그는 덥석 문손잡이를 잡고 당겼다. 몸은 뒤로 빼낼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함정이 발동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의 움직임은 헛수고가 되고 말았다. 상당히 큰문이 꼼짝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우...욱!!" 간단하게 문을 열려고 하던 다크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아....아라라? 이게 반항하네?" 우웅! 마나를 운용하는 다크. 그는 다시금 문의 손잡이를 잡고 당기기 시작했다. "이이이익!!!" 다크의 얼굴이 새빨간 색으로 변했다. 하지만.... 문은 전혀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았다. "이이이이익!!!!" 한껏 용을 쓰는 다크. 나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 "다크. 옆으로 비켜" "자...잠깐만. 좀 이상해 혹시 이거 열쇠로 여는 거 아..." 스릉! ".....?!" 내가 검을 뽑아들자 반사적으로 옆으로 피하는 다크. 나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채 검을 들고... 그대로 문을 베어버렸다. 촤라라라락!! 쿵쿵쿵쿵!! 순식간에 조각조각 부서져 바닥으로 떨어지는 문을보면서 다크가 어이없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무서운 놈. 열어보려는 일말의 노력도 없이 부숴 버리다니...." "...어차피 못 여는 문이야. 아니 정확히는 문이 아니지" ".....?? 뭔 소리야?" 이해할 수 없다는 듯한 다크의 표정. 나는 문 중앙부분의 조각을 주워서 그에게 보여주었다. "얼? 두 부분이 붙어있다? 에엑!? 그럼 이거 원래 안 열리는 거야?" "그래. 이곳은 문이 아니고 벽이야. 단지 벽이 문처럼 보이도록 문양을 새겨 넣은 것이지" 다크의 표정이 황당하다는 듯 변했다. 당연했다. 이런 것을 만드는 것이라면 애초에 들어오지 말라는 이야기랑 같았으니까. "그러니까.... 쉽게 말해서 무늬만 벽?" "그래" "....." 어이없어 하는 다크. 나는 말을 이었다. "어차피 들어가려면 이렇게 부수고 들어가는 게 정답이지. 다른 방법으로 들어가는 것은 불가능해" "뭐...뭐야 그 어이없는 발상은?! 여기 책임자 누구야! 아....아니 책임자는 관두고 이거 설계한 놈 당장 나와!!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한 거야!!" 도대체가 설계한 사람을 찾아서 어쩌겠다건지는 모르겠지만.... 뭐, 상관없지. 어찌되었던 간에.... "문은 열렸으니까" "어이 어이! 이건 열린 게 아니라 부숴 진 거라고!" 뒤에서 다크가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렸으나 나는 간단히 무시했다. 뭐, 지금까지는 어떻게 간단히. 장난처럼 왔지만..... 이번에는 그렇지 않을 것이다. "...따라오라고" 나는 슬쩍 검을 잡았다. 다크는 내 옆에 섰다. "그러지. 그런데 또 싸울 때는 뒤로 빠져야 하는 거 아냐? 젠장. 요즘 들어 내가 무지 우스운 존재처럼 느껴지는데?" 투덜거리는 다크. 나는 피식 웃었다. "따라잡으라고. 금방. 너희들은... 천재잖아?" "....알아서 다행이긴 한데.... 역시 이 상황은 맘에 안 들어... 아! 진짜. 나도 진섭이처럼 빨리 넘어왔어야 하는데...." "....여기서는 웬 만하면 레인이라고 부르라고. 그게 이곳의 이름이니까" "상관없어. 여기서 누가 듣는다고. 나가서는 확실히 할게. 솔직하게 이야기하면 요즘은 그 이름이 더 편하니까 말이야" 우리는 천천히 안쪽으로 들어갔다. 들어가는 동안에도... 카인은 끊임없이 주변의 바닥과 벽화. 그리고 흙 성분들을 조사하느라고 정신이 없었다. "오! 이거 만들어 진지 1200년이나 지난 건데?" "....안 궁금해 카인. 혼자 생각하시지" "아앗! 다크. 어떻게 그런 말을....!" 별로 긴장한 듯 보이지는 않군. 뭐, 아직 아무 일도 안 일어난 상태에서 긴장을 해도 문제지만 말이다. "그런데.... 정말 넓군" "맞아. 우리 운동장보다도 더 크겠는데? 지하에 이런 게 있어도 안 무너지려나....?" "흐음... 이렇게 넓은 공간에 기둥하나 없는 것을 보니 아무래도 전체적으로 마법이 걸려 있는 모양인데?" 넓었다. 정말로 넓은 곳이었다. 반지름이 대략 300∼400미터는 될 정도였으니까.(전체적으로 반구형 모양이었다.) 그리고 우리가 들어온 입구 반대편에는 이상하게 생긴 모양의 제단이 있었고 제단의 중앙에는..... "저거...." "......왜 저런게?" "백호(白虎)....인가? 하지만 이상하군. 백호는 내 안에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나는 공터의 중앙에 서서 우리를 바라보고 있는 백호를 바라보았다. 전체적으로 흰색을 띠고 있는 털. 꼬리부터 머리까지 대략 3.5미터 정도의 덩치.....응? 3.5미터? 이상하군. 하도 오래된 일이라 까마득하지만 내가 본 백호는 못 되도 몸길이가 6미터는 되어 보였는데? "좀 작군. 백호가 아닌가?" "....저게 작아 보이냐? 난 아무리 봐도 커 보이는데...." '뭐, 일반적인 시점에서는 틀림없이 큰 녀석이니까' 나는 조용히 중얼거리면서 녀석을 노려보았다. 늘씬한 모습이었다. 털들은 하나 하나가 천장에서 뿜어져 나오는 빛을 반사해서 약간은 반짝거린다는 느낌이 들었다. ......응? 털이 빛을 반짝여? "에? 그런데 저거 금속인데?" "...." 나는 카인의 말에 급하게 고개를 돌렸다. 맞는 말이었다. 약간 긴장한 탓인지 못 보고 있었지만.... 녀석은 온 몸이 금속으로 만들어져 있었다. 그러니까.... 조각상인가? 하지만.... 조각상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생동감 있게 표현되어 있었다. 심지어는 털 하나 하나까지 말이다. "...이상하군. 만들어진 물건이라고 한다면.... 어째서 백호의 것 밖에는 없는 거지?" 이상했다. 있어도 사신의 것이 전부 있을 거라고 예상했는데 말이다. "그런데....레인? 저거 무지 세 보이는데?" 색을 칠한 것 같지는 않고.... 자체적으로 하얀색을 띠는 금속으로 만든 것 같은 백호. 언뜻 보기에는 그냥 잘 만든 조각상 같지만.... 녀석의 몸에서는 어마어마한 기운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크르르!" "....." 나는 자세를 잡았다. 조각상이 으르렁거리며 자신이 있던 자리에서 약간 움직였지만 전혀 놀라지 않았다. 오히려 그게 움직이지 않고 그 자리에 계속 있었으면 더 놀랐을 것이다. ".....카인, 다크. 뒤로 물러서" "쳇!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구만?" "미안..." 카인과 다크의 얼굴이 상당히 굳었다. 뭐랄까... 약간은 자책하는 듯한 느낌. "...이번에는 정말로 위험해. 하지만 카인, 되도록 뒤에서 많은 주문을 외워 놔.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는 전혀 알 수 없으니까" "알았어" 뒤로 물러서는 카인과 다크. 나는 천천히 검을 들고 앞으로 나섰다. 딸깍! 딸깍! 딸깍! 딸깍! 딸깍! 딸깍! 딸깍! 딸깍! 딸깍! 딸깍! 나는 두 검의, 아니 정확히는 일검(一劍) 일도(一刀)의 잠금 장치를 모두 풀었고 검집에 가려있던. 오랬동안 햇빛을 보지 못한(여기는 지하이니 엄연히 말해서는 아직도 보지 못한 것이지만) 검신과 도신이 모습을 드러냈다. 전체적으로 바스타드 소드의 모양을 하고 있고 완벽하게 검은색을 띠고 있는 마검(魔劍) 도베라인. 그리고 백색에 가까운. 빛나는 듯한 은색을 띠고 있는 사신들의 신검(神劍) 사신도(四神刀). 나는 다시 한번 내 손에 들린 녀석들을 바라보았다. 그래. 긴장할 필요는 없겠지 이 녀석들에게 베지 못할 것은 없으니 말야. 탱강! 바닥에 두 개의 검집을 던져놓은 나는 조용히 상대를 바라보면서 살기를 드러내었다. "크르르....." 스윽 백호의 형상을 하고 있는 금속덩어리. 그러니까 조각상도 내가 뿜어내는 살기에 반응하는 건지 조용히 앞으로 나섰다. 상당히 덩치가 컸는데도 녀석이 걷는데는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 검을 천천히 녀석에게 겨눈다. 녀석은 몸을 잔뜩 움츠렸고 말이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겁을 먹어서 그런 것은 아니고 내 쪽으로 돌격을 하기 위해서 힘을 모으는 것이다. "덩치가 상당하군. 정면으로는 어렵겠어" 저 녀석 되는 덩치면 나라도 막기 힘들 것이다. 단지 정치뿐만 아니라 마력이든 신력이든 사용할 수 있을 테니까. '차라리... 녀석의 왼쪽으로 피해서 검술을 사용하는 방식이 낮겠군.' 상대의 선제공격에 반격을 생각하던 나는 일단 녀석의 움직임이 중요했음으로 녀석의 움직임에 조심스럽게 신경을 집중시켰다. 그런데.... 쩌어엉!! "크윽....?!" 엄청난 돌격. 내가 뭘 할 새도 없이 어느 새인가 백호의 앞발이 내 쪽으로 휘둘러지고 있었고 나는 사신도와 도베라인을 X자로 교차시켜 그것을 막았다. 드드드드득!! 쿠웅! 순식간이었다. 백호가 나를 공격하고 나는 그것을 막기는 해지만 엄청난 충격에 반대편 벽에 충돌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피하려고 했지만.... 무리였다. 상대는 나보다 압도적으로 빨랐다. "순간적으로.... 움직임을 놓쳐버렸군. 엄청난 빠르기" 엄청난 빠르기였다. 내가 본 모습이라고는.... 녀석이 몸을 날리려고 하던 장면과 내가 쌍검을 X자 모양으로 겹쳐서 막을 때 정면으로 공격하던 장면. 그 두 번뿐이다. 게다가.... 녀석과 나 사이에는 마치 기차 레일처럼 두 갈래로 기다란 자국이 나 있었다. 저것은 내가 녀석의 공격을 받고 반대편 벽에 충돌하는 충격을 줄이기 위해 바닥에 발을 박고 저항했던 흔적이다. 그 짧은 시간에 바닥에 내가 발을 박았던 것도 엄청난 힘과 빠르기인데다가 순간적으로 중력을 가중시켜 내 몸의 저항을 최대한으로 했는데도 그대로 반대쪽 벽까지 밀려나 충돌하다니.... 스피드뿐이 아니다. 힘 역시 엄청나다. "솔직히는.... 막은 것도 기적이군. 이 정도면 상급 마족보다도 더 강할지도 모르겠는걸?" "레인!" "괜찮아?" 내쪽으로 달려오는 다크와 카인. 나는 손을들어 그들을 제지했다. "오지마. 방해가 되고싶어?" "...." 멈칫 하고 걸음을 멈추는 다크와 카인. 나는 말을 이었다. "일단은 마나라도 모으고 있어. 어떤 때라도 도움이 될 수 있게. 알았어?" "젠장! 처음은 아니지만 정말 엿 같은 기분이군. 알았어. 하여튼 조심하라고" 쉽게 수긍하고 뒤에서 마법진을 그리고 있는 카인과 분해하면서도 마나를 모으기 시작한 다크. 흐음... 동시공격 마법진인가? 약간 거리가 있어서 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은 도움이 되겠지. "....대단해. 하지만 너무 방심했던 것 같군. 상대가 만만치 않은 상태에서 최선을 다하지 않다니.... 뭐 상대가 최선을 다했다는 보장도 없지만...." 나는 로브를 벗었다. 어차피 물리공격을 사용하는 상대에게는 그리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 뒤에서 찰랑거리는 단발머리가 느껴진다. 자르기 귀찮아서 두었더니 신경 쓰이는군. 조만간 잘라야겠어. "마황갑. 소환" 나의 중얼거림에 따라 내 몸에 한 개의 갑옷이 입혀진다. 전체적으로 검은 색을 띠면서도 묘하게 붉은 색을 띠는 갑옷. 심장 부분에는 마왕의 인장이 새겨있는 갑옷. 바로 마왕의 갑옷이었다 백호는 어쩐 일인지 내가 마황갑을 입어도 공격하지 않았다. 아마도 제대로 하라는 의미 같았고(아닐지도 모르지만)나는 천천히 마황갑을 착용한 상태에서 마나를 끌어 모았다. "3대마계술. 금(金). 염(炎). 력(力).... 발동" 고오오....! 3대마계술의 힘이 최대치로 끌어올려졌고 그 결과로 내 몸은 두 배에 가깝게(주로 덩치가 커진다. 키가 아니라)커졌고 또한 붉게 물들면서도 단단해지기 시작했다. "후우...." 나는 숨을 깊게 들이쉬어서 어지러워지려는 머리를 진정시키고는 파이로드의 마법무구들까지 총 가동시키기 시작했다. 시공의 반지와 마력의 팔찌(착용자의 마나량을 늘려준다), 중력의 신발과 마력의 팔찌에 장착되어있는 봉인석(잊었을지도 모르지만 마법을 저장해 놓았다가 필요할 때 간단히 발사시킨다)에다 파워글러브(전에 차원의 틈 사이에 던져 놓았었다)까지..... 전부. 완전하게 가동하기 시작했다. 비록 마력의 소비가 극심하다고는 하더라도 이로써 나는.... 상급 마족보다도 강력한 전투력을 가진다. 뭐, 비겁하게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실리주의자다. 게다가.... 이렇게 까지 했는데도 상대를 이길 수 있을지 없을지가 그리 확신되지 않는다. 정말이지 대단하다. "준비는.....끝이다. 기다려줘서 고맙군" "크르르...." 낮게 으르렁거리는 백호. 나는 슬쩍 두 검을 녀석에게 겨누었다. "그럼.... 시작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