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신도 "가자" "왠지.... 무지무지 허무한걸?" 위층으로 올라가는 우리들. 나는 골렘 중 한 녀석의 머리를 들고 올라왔다. 비록 이 골렘들은 죽어도 살아나는 모양이었지만..... 우리가 싸움을 끝내고 나서야 복원이 되어 있던 것을 보면, 복원속도가 그리 빠르지는 않은 모양이었고 녀석들이 복원되기를 기다려줄 마음은.... 전혀 없다. 저벅. 나는 마지막 계단을 올라왔다. 나에 의해서 폐허가 되었던 함정복도. 하지만 내 눈에 비친 모습은 조금 달랐다. ".....역시 여기도 복원되어있군" 나에 의해서 파괴되었다는 것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깔끔한 복도. 신이 만든 물건들답군. "흐음....여긴 또 어떻게 변했을까?" "....골렘들과 마찬가지 아닐까? 상대방에게 최악의 형태로 변하는 거. 레인, 그거 던지려고 가져온 거지?" "......" 역시 알고 있었군. 나는 카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서 내가 들고 온 골렘의 머리를 들었다. 별로 무겁지 않은, 그러나 상당한 강도를 가지고 있는 미스릴 덩어리. 나는 약간 빠른 속력으로 골렘의 머리를 함정이 있던 자리로 던졌다. 휘이잉 허공을 천천히 날아가는 골렘의 머리. 생각과는 다르게 조용히 가는 것 같았다. 하지만..... 콰직!! 쾅! 퍽!! "......" 순식간에 공중분해 되어버리는 골렘의 머리. 나는 한숨을 쉬었다. "후.....여기도 속도. 그리고 공격력으로 결론을 본 건가?" ".....엄청나게 빠르구먼. 무슨 함정이 저러냐?" 아무런 일이 없었다는 듯이 조용해진 복도. 순식간에 뚜껑 덮고(?) 들어가 버린 함정들. 다시 판자가 뒤집어지듯이 회수되는 속도를 보아서.... 만일 마나가 있어 강룡승천을 다시 쓴다고 해도 뚫을 수 없을 것 같았다. "쯧! 그렇게 강력한 함정인데...... 이렇게 간단히 지나갈 수 있다니 허무한걸? 워커. 여기서 저쪽까지 걸어가라" [알았...다.] 슈르륵 내 그림자에서 솟아 나오듯이 나와서 천천히 전진하는 워커. 워커가 전진할 때, 처음에는 별 반응이 없었지만..... 함정들이 모인 위치. 그러니까 바닥에 깔린 타일의 색이 바뀌는 지점을 워커가 넘는 순간...... 함정이 발동되었다. 콰직! 촤라라락!! 콰앙!! 엄청난 폭음과 함께 쏟아지는 함정들. 엄청난 속도였고 위력이었다. 아마도 내가 지나갔다면 틀림없이 무사하지 못했으리라. "그런데....." 챙가! 콰직! 뿌득! 힘없이. 그리고 허무하게 파괴되는 무기들. 어떻게 생긴 건가. 혹은 어떤 힘을 가졌느냐는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못했고 오직 '무기냐 아니냐'만이 영향을 끼치는 워커의 무기파괴 앞에서..... 녀석들의 무기는 모조리 부서지기 시작했다. "왠지 허탈하군. 하지만 나로서는 편리 한 건가?" 나는 천천히 워커의 뒤를 따라가기 시작했다. 앞을 막는 것은 없었다. 함정들은..... 전부 워커에게 파괴된 상태였음으로. "하지만 이것도 대단한 거야" "......?" 난데없이 입을 연 카인. 그는 잠시 부서진 함정들을 바라보다가 말을 이었다. "이 녀석들은..... '성장'하는 것 같아" "성장?" "응. 그러니까.... 너한테 이렇게 부서진다고 하더라도 다른 방법을 찾아낸다는 거지. 아마.... 다음에 다시 와서 워커를 쓰려고 하면 잘 안 통할걸?" ".....그럼 싸우면 싸울수록 강해진다는 거야?" 내 말에 카인은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하하.... 말도 안 돼는 소리야. 만약에 그런 게 가능하다면 이 녀석들 게임 속의 주인의 레벨을 올리는 것처럼 계속 싸우게 해서 무적의 군단을 만들어내는 것도 가능해 질걸?" 뒤에서 듣고 있던 다크가 끼어 들었다. "그럼 뭐가 문제야?" "그러니까.... 이 녀석들은..... 뭐랄까? 강해진다고 하기보다는 보다 능동적으로 변하는 것 같아. 그때 그때의 전투 정보를 분석해서 말야" "....뭔 소리야?" "하하..... 그러니까 싸울 때마다 전투양식이 늘어난다는 거야. 어떤 방식으로 상대가 덤벼도 막아낼 수 있도록. 변형도 자유로운 것 같고...... 대단한 거지. 과연 신이 만든 작품인걸?" 바닥에 떨어져 있는 함정 중에서 칼날 하나를 손에 든 카인. 우리는 뭔가 말을 걸 만한 분위기가 아니었기에 그의 말을 듣고만 있었고 말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성장하는 녀석이라..... 이거....." 카인은 칼날을 바라보다가 살짝 쓰고 있던 안경을 고쳐 썼다. 어둠 속에서도 반짝이는 다크의 직사각형 모양의 안경. 그는 슬며시 미소를 지었다. "이거.... 흥미로운데?" 너무나도 편안한 미소를 짓는 다크. 하지만..... 우리는 한숨을 쉴 수밖에 없었다. 옛날부터 여러번 봐 왔던 미소였기 때문이었다. 우리들이 아직 어릴 때. 그러니까 초등학교 때였을까? 컴퓨터를 처음 본 카인은..... 저런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그가 컴퓨터를 잡은 지 겨우 3달이 지났을 때, 국방부는 초등학생에게 1급 문서가 해킹 당하는 경험을 해야만 했다. 뭐, 그들은 자신들이 해킹 당했다는 것 조차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하아..... 카인?" "좋∼아! 가져가서 연구해볼까? 신이 만들었다고 해도 내 손에 걸리면 끝장이라고!" 엉뚱한 데에서 불타는 카인. 나는 잠시 그를 멍하니 쳐다보고 있다가 그만 피식 웃어버렸다. 그래, 왠지 모르게 생기를 잃었었군. 하지만..... 그만 잊고 있었다. 이들은.... 내 제자 따위가 아니라 너무나도 소중한 친구라는 것을. "훗! 마음대로 하라고" 나는 어깨를 으쓱이고 천천히 걸음을 옮겨 신전의 밖으로 나왔다. 천장에 달린 광구 때문인지 그리 어둡지 않은 백호의 신전이었으나..... 외부의 빛만은 못했기에 우리는 잠시 손으로 태양을 가렸다. 그리고 그나마 빨리 빛에 익숙해진 나는 손을 내렸다. 하지만.... 어라? 왜 손을 내렸는데도 계속 태양이 가리는 거지? "히이이이힝!!" 나를 향해 안겨오는(?)상당한 크기의. 아니 엄청난 크기의 덩치를 소유하고 있는 붉은 색의 말. 나는 그대로 그 말과 함께 뒤로 굴르고 말았다. 쿠당당탕! "레인!" 당황하면서 소리치는 다크. 나는 손을 흔들었다. "아.... 괜찮아. 괜찮아. 그런데 레디? 반가워하는 건 좋은데.... 난 지금 그다지 기운이 없거든?" "푸륵? 푸르르륵?"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왠지.... 귀엽다는 생각이 든다. 온통 붉은 색의 말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서 나를 바라보는 모습이 말이다.)나를 바라보는 레디. 나는 녀석의 말(?)에 대답했다. "하하.... 그럴 리가 없잖아? 내가 전에 말했던 그 사신이라는 녀석 중에서 백호라는 녀석에게 당한 거야" "푸르르르륵!?" "아.... 말실수로군. 싸우지도 않았어. 겨우 이 정도의 전투력으로 신을 이길 리가 없지. 내가 싸웠던 것은 단지 신이 가지고 있는 창고를 지키는 창고지기일 뿐이야" "히이힝! 푸르르륵!?" "....당연히 이겼으니까 살아있겠지" 앞발의 발굽으로 자신의 턱을 쓰다듬으며(아마도 앞발굽으로 자신의 턱을 만질 수 있는 말은 전 세계에 이 녀석 한 마리뿐일 것이다.)고민에 빠지는 레디. 나는 그와의 대화를 대충 결론짓고는 뒤로 돌아섰다. "하하하하....저것도 연구해야 하나?" "글세.... 연구는 잘 모르겠지만 정말이지..... 아무리 봐도 익숙해지지가 않는 풍경인데?" 나를 질렸다는 듯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다크와 카인. "왜 그래?" "아니.... 단지 참으로 편리한 능력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근데 무슨 말을 나눈 거야?" "별거 아냐. 녀석이 들어가서 있었던 일을 물어서 대충 말해 준 것뿐이지" "......" 마치 신기한 물건을 본 것처럼 나를 바라보는 다크. 나는 피식 웃고서 몸을 일으켰다. "자, 이제 그만하고 가자. 학교를 빠지게 되어서 별로 좋을 것도 없으니까" "알았어. 아! 그러고 보니 방학이었지?" "그래. 너희가 그렇게 바라 마지않던 바다를 가게 되겠지" 나는 약간 비꼬는 말투를 섞어서 말했다. 원래는..... 방학 내내 훈련시킬 생각이었는데 말이다. 아쉽다. "좋지. 짜증나는 여름에 바다라.... 그것도 끝내주는 미인들이랑.... 크흑! 사나이의 피가 끓어오르는구나!!" 내가 비꼬고 있거나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다크. 후....사나이의 피는 끓기는 뭐가 끓어. 얼어죽을. "게다가 방학 동안 내리 노는 날이라니.... 기간도 길어서 더 좋잖아?" ".....그러냐?" "그렇지!" 우리들은 이말 저말 저말을 나누면서 숲길을 걸었다. 평온했다. 들어올 때 수 십 마리의 몬스터들이 공격해왔던 것과는 정 반대로 말이다. "....몬스터?" 그러고 이상하군. 보니 나 여기에 들어오느라고 상당한 수의 몬스터를 죽이지 않았었나? 갑자기 다 어디로 갔지? "그러고 보니 몬스터들이 없군" "에? 진짜? 그러고 보니까 왜 없지? 들어올 때는 드글드글하게 많이 있었던 것 같은데?" 나는 재빨리 눈을 감고 마나를 느끼기 시작했다. 몬스터들을 찾기 위해서였지만.... 내가 마나를 느끼기 전에 먼저 내 시야에 오거 한 마리가 보였다. "쿠우우..." 어슬렁어슬렁 우리의 옆까지 온 오거. 하지만 우리들은 전투태세를 취하지 않았다. 녀석의 자세에서..... 우리를 해치겠다는 의도가 그야말로 눈꼽만큼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힐끗! 살짝 째려보는 듯 하더니 다시 어슬렁어슬렁 반대쪽으로 순찰을 돌 듯이 걸어가는 오거. "...신기하군" ".....뭐야? 평화적인 오거인가?" 평화적인 오거.... 나는 지금까지 사람이 기르지 않은 오거 중에서 그런 녀석이 있다는 이야기는 전혀 들어 본적이 없다. ".....아무래도 이곳의 몬스터들은 백호가 침입자를 막기 위해 일부러 넣어놓은 것 같아" 잠시 곰곰히 생각에 빠졌다가 입을 여는 카인. "무슨 소리야?" "말 그대로야. 우리가 여기에 들어올 때 어땠지?" 나는 잠시 들어올 때를 떠올렸다. 순식간에 덤벼들던 수십 마리의 몬스터들..... 처음에는 숲 전체에 빽빽하게 몬스터들이 널려있는 줄 알았다. 하지만..... 그랬다면 이곳이 이렇게 까지 한가할 이유가 없겠지. "엄청나게.....덤벼들었었지" "그래, 나는 처음부터 이상하게 생각했어. 분명히 이곳이 눈에 보일 정도로 몬스터가 많은 숲인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게 덤벼든다는 건 말도 안돼. 그건 아프리카에 갔더니 사자와 표범, 하이에나, 하마, 킹코브라, 코끼리 등이 합심해서 떼를 지어 덤비더라....라는 것과 비슷하다고" 이해가 그리 어렵지 않을 만한 설명이었다. 그 단적인 예로 다크 마저도 이해하고서 고개를 끄덕이고 있지 않은가? "....그럼?" "숲 전체가 그들의 지휘체계 안에 있는 거야. 숲에 들어오는 순간부터 그 근처에 있는 모든 몬스터가 침입자를 제거하기 위해 몰려드는 거지. 그러니까.... 숲 전체가 그들, 그리고 그들의 주인인 백호의 손안에 있다는 이야기라는 거야" "재미있군. 그럼 지금 녀석들은 백호에게 우리를 공격하지 말라는 명령을 받았다는 거야?" "그렇지. 함정 같은 경우에는 함정들이 조금이라도 더 성장하게 하기 위해서 둔 것 같고 말야" 그럴듯한 카인의 추측. 그의 말을 뒷받침하기 위해서 일까? 우리의 근처로 네 마리 정도의 몬스터가 더 지나갔는데 우리가 뭘 하든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심지어는 다크가 몬스터들을 툭툭 치면서 시비를 걸어도 잠깐 쏘아보는 것이 전부였다. "흐음..... 신기하군. 그렇다면 식사는?" "그....글세? 아마도 백호가 무슨 조치든지 취해놓지 않았을까?" 머리를 긁적이는 카인. "알 필요 없으니까 신경 쓰지 말자고. 그런데 어쩔 셈이야?" ".....?" "저거. 돌아가야지" 나와 카인은 다크가 손가락질하는 절벽을 바라보았다. 까마득한 절벽. 근원조차도 보이지 않는, 무한한 공포를 지니고 있는 끝없는 어둠. "그라나 크레바크......" 폭의 길이가 자그마치 300미터나 되는 무시무시한 크기를 가지고 있는 절벽이었다. "하지만.... 건너는 것이 무리는 아냐" "....?" "카인. 너라면 생각해 놓은 것이 몇 가지 있겠지?" "아... 몇가지 정도라면" 당연하다. 언제나 그랬으니. "흐음.... 그러니까 방법은 세 가지야. 첫 번째는 마력이 찰 때까지 여기서 기다리다가 마력이 차면 올 때와 마찬가지로 넘어가는 것. 이건 안전하기는 하지만.... 너무 많은 시간을 소모해. 그리고 두 번째 방법은 여기서 약 5시간 정도 쉬었다가 최소한의 마나라도 회복한 다음에 내 쉐도우 링(Shadow ring)과 다크의 루나틱 글러브의 능력을 합쳐서 다리를 놓는 거야. 그리고 이 다리를 레디와 함께 밟아서 몸을 띄운 후에, 레인이 힘을 방출해서 넘어가는 방법이지. 이건 시간을 조금 절약하기는 하지만 위험성. 시간이 절절히 필요한 방법이야. 그리고 세 번째는......" 갑자기 말을 흐리는 카인. 나는 입을 열었다. "...세 번째는?" "하하.... 별로 추천하고 싶지 않은걸? 그냥 잊으라고, 하하하...." 곤란하다는 듯한 카인의 표정. "무슨 방법인데 그래?" 근처에서 듣고 있다가 궁금한 듯이 끼어드는 다크. "아니.... 그게, 별거 아니라니까? 하하하하...." 다시 한번 곤란하다는 표정을 짓는 카인. 나는 그런 카인을 바라보면서 살짝 미소를 지었다. "별거 아냐?" "그렇다니까?" ".....그래?" "그...그래"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그런 내 모습을 보면서 점점 뒤로 물러나는 카인. "서...설마?" "그래. 그 '설마'인 것 같군. 나는 한가지 방법만을 생각했는데 그 방법이 네 두 가지 안에는 없거든?" "하하.... 진짜?" "그래. 나는 당장 가야겠거든. 조금 위험한 건 그다지 상관없어" "노...농담이겠지? 서...설마? 하하하...." 아무래도 내가 생각한 방법이 그의 생각과 일치한 모양인지 그의 얼굴이 흙빛으로 물들었다. "글세.... 레디" "푸르르륵!" "전에 투루인강을 건널 때 쓴 방법을 쓴다" ".....푸르르르르" 한숨을 푸욱 쉬는 레디. 그리고 어이없다는 듯이 이어지는 다크의 목소리. ".....살다 살다보니 말이 한숨쉬는 것도 다 보는군" "볼 때도 있는 거지 뭐, 레디. 준비하라고" "푸륵" 털썩. 바닥에 눕는 레디. 카인이 다시 식은땀을 흘렸다. "정.....정말로 하려는 거야?" "그럼 가짜로 하겠냐??" 나는 천천히 레디의 네 다리를 잡았다. "도대체 뭘 하려는 거기래 그러는 거야?" "보면 알아. 레디! 준비해라" "푸륵!" 슬쩍 몸을 경직시키면서 긴장하는 레디. 나는 그런 레디의 네 다리를 잡고서 천천히 녀석을 돌리기 시작했다. 후웅....후웅.... 처음에는 느린 속도로. 그리고 점점 빠르게.... 훙...훙...훙..훙..... 점점 빨라지는 속도. "레인....지....진짜로 하려고?" "당연하지. 힘은 이 정도로.... 기울기는 이 정도.... 그리고 이 정도의 무게면 되겠어. 좋아! 그럼 레디.... 간다!" 위이이잉! 나는 전력을 다해서 더욱 빠르게 레디를 돌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절정! 나는 몸 안의 힘을 정확히 원심력을 이용해서 모은 뒤, 중력의 신발을 조정해서 녀석의 무게를 조절했다. 그리고.... ".....합!" 쐐에에엑!! 하늘을 가르는 레디. 마치 화살이 날아가는 속도로 날아가는 레디는 거의 100미터 정도의 높이로 날아 무시무시한 속도로 반대쪽으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우....우와...." "이....이런...." 동그래진 눈으로 레디를 바라보는 다크와 카인. 그리고 그런 시선을 받는 레디는 거의 반대쪽 절벽까지 도착한 상태였다. 빙글. 부드럽게 몸을 돌린 레디. 녀석의 움직임에 따라서 붉은 색의 갈기가 바람에 흩날렸고 녀석은 아무렇지도 않은 동작으로 자신의 배와 지면을 수평으로 맞추었다. 그리고.... 쿠앙! 300미터나 떨어졌는데도 선명하게 보이는 네 개의 족장(내가 눈이 좋아서 그런 탓도 있겠지만). 그리고 자연스럽게 멈추어 서서 우리 쪽을 바라보는 레디. "머....멋있다! 짱이야!" 레디의 선명한 붉은 색 갈기는 조금 긴 편이기에 때마침 불어오는 바람에 한쪽으로 흩날렸다. 흐음.... 솔직히 말하면 조금 멋있기는 하군. "말도 안돼. 엄청난 충격이 올텐데 저렇게 멈춰 서다니...." 또 다른 이유로 놀라고 있는 카인. 나는 그런 그를 보면서 조용히 웃으며 입을 열었다. "자... 그럼 너희도 해 볼까?" 우뚝. 각자 하던 일(?)을 하다가 굳어버리는 다크와 카인. "우....우리도 저걸.... 해야.....돼?" 아니라고 말하라는 애절한(?) 소망이 담겨있는 듯한 다크와 카인의 눈. 하지만 나는 그들의 소망을 간단히 무시했다. "당연하지. 말도 하는데 인간이 못할 이유가 없잖아?" "마...말도 안돼! 저 정도 속도로 날아가다가 바닥에 떨어지면 죽어!!" "마...맞아! 위험해. 차라리 조금 쉬었다가 나중....." "말이 돼. 말이 했잖아? 자 그럼 잔말 말고....." 덥썩. 덥썩. 나는 양손을 이용해서 카인과 다크의 다리를 잡았다. 녀석들은 반항했지만.... 어림없었다. "자자.... 이제 슬슬 학교로 돌아갈까?" "시....싫....우에에엑!?" 훙...훙...훙...훙! 엄청난 속도로 돌아가는 카인과 다크. "사....사람 살....." "좋아! 힘은 이 정도로.... 기울기는 이 정도.... 그리고 이 정도의 무게면 되겠어...." "아....안돼∼에" 나는 천천히 팔에 힘을 주었다. 역시 레디 보다는 이 녀석들이 훨씬 더 가벼웠기에 두 명이었지만 던지기는 더 쉬웠다. "좋아. 그럼....." 위이이잉! 힘의 절정. 나는 천천히 녀석들의 다리를 잡고 있는 손을 놓았다. "그럼 간다!!!" 쐐에에엑!!! 엄청난 속도로 허공을 가르는 두 인영(人影). 그들은 자신의 앞에서 아가리를 벌리고 있는 어둠을 보면서 거의 동시에 소리를 질렀다. "사람살려!!!" "우아아악!!" .....더없이 푸르른 창공(蒼空). 그리고 그 창공을 두 명의 인영과 함께 두 개의 비명이 가르고 지나갔다. 그것도.....빠르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