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의 검, 달의 검> <1> - 우우우우웅~~~~~~~~~~~~~ 사찰 안은 이상한 웅웅거리는 소리로 가득했다. 이미 어둑어둑하게 해는 내려앉고 하늘은 피빛 붉은 물 로 붉게 물들어 있었다. " 스님~! 부디........... 부디 이 아이를 살려만 주십시오. 부디....... " 한 중년의 부인이 거대한 덩치의 주지승의 앞에 무릎을 꿇고 엎드려 손이 발이 되도록 빌고 있었다. " 죽은 사람도 살리신다는 말씀 다아 듣고 왔습니다. 못한다 말씀 마시고............. 부디...... 부디 제 아들좀 살 려 주십시오~!!! " 그녀의 옆에는 얼굴색이 비정상적으로 노오란 소년이 서 있었다. " 병원에서는 이제 삼개월도 채 안남았답니다............. 스님이시라면..... 스님이시라면 살릴 수 있다는거 알고 왔습니다. 돈은 얼마라도 내겠습니다. 제발 살려만 주십 시오. 살려만............ " 부인이 엎드려 빌고 울부짖은지 한참 후에야 주지는 말 하기 사작했다. " 이 아이............ 살려는 주겠다. 단, 삼년간은 아이 모습 볼 생각을 말아라. 이 아이는 오늘부터 이곳에 들어와 삼년간은 어느곳에 도 얼굴을 비치지 못할 것이야. 내 말을 따를 수 있다면 네 아들을 살려주마. " " 아이고............. 살려만 주신다면........... 살려만 주신다 면................ 여부가 있겠습니까........... 여부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 부인은 코가 땅에 닿도록 엎드렸다. 주지는 냉엄한 얼굴로 꿇어앉은 여인을 노려보더니 그 녀의 옆에 선 샛노란 얼굴의 소년의 손을 붙잡았다. 주 지의 소매 밖으로 나온 오른손은 시퍼런 초록빛으로 보 통 사람의 손과는 사뭇 달랐다. 그는 더 이상 아무말도 하지 않고 소년의 손을 이끌어 그 만이 출입할 수 있는 경당 안쪽으로 사라져 버렸다. 주지의 손에 이끌려 멋모르는 아들이 곁을 떠나갈때 도.... 중년 부인은 그저 바닥에 엎드려 수없이 절을 할 뿐이 었다. " 감사합니다............ 살려만 주신다면................ 살려만...... " 사찰 내에는 이제 무릎을 꿇은 여자밖에는 누구의 모습 도 보이지 않았다. 해가 떨어지고 하늘은 점차 밤의 빛깔로 변한다. 사찰이 주변 숲의 그늘 속으로 들어가자 멀리서 웅웅거 리는 소리는 점점 더 크게, 또한 구슬프게 들려왔다. -우우........... 우우우우웅.................. -------------------------------------------- " 아아아악~~~~~~~~~~~~~~~~~~~~ " 한밤중의 돌연한 외마디 소리에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승덕과 낙빈은 벌떡 일어났다. " 뭐........ 뭐야? " 소리는 분명 정희의 것이었다. 낙빈이는 벌떡 일어나서는 정희와 정현이가 함께 자는 맞은편 방문을 열었다. " 누나...........? " 정희는 눈을 하얗게 뜬채 온 몸을 부르르 떨고 있었고, 정현은 그런 정희를 품에 안은채 어쩔 줄을 몰라했다. " 파........ 팔............ 내 팔~~~~~~~~~~~~~~!!!!! " 지친듯 힘없이 이어지는 정희의 신음이 계속되었다. 오른팔을 감싼채 고통스러워하는 쌍둥이 누나 정희를 보며 정현은 그저 가슴아파할 뿐 도리가 없었다. 정현은 아무말 안하고 낙빈을 향해 그냥 나가보라는 눈 짓만을 보냈다. " 정희.......... 또 악몽을 꾼 모양이로구나. " 방으로 돌아오자 승덕도 잠이 모두 달아났는지 불을 키 고 앉아 있었다. " 네, 형. 이번에도 오른팔이 잘라지는 꿈인지......... 또 팔을 감싸고 있었어요. " " 대체........ 으음.......... 매번 같은 꿈이라니... 뭔가 이유 가 있긴 한데...... " " 그런 것 같지요? " 정희는 가끔 심한 악몽을 꾸곤 했는데 언제나 누군가에 의해 오른팔을 잘리는 꿈이었다. " 아마 정희의 기억상실증과도 관련이 있을거야. " " 음...... 이곳에 오기전........ 그러니까 정현이 형이랑 누 나가 14살일 때부터 그 이전에 몇 년간을 기억 못하는 거 말이지요? " " 그래........ 아마 정현인 왜 정희가 악몽에 시달리는건 지 아는 것 같긴 하다만........... 에라, 자자. 괜한거 알아 뭐하겠니. 자자....... 자..........! " " 으음...... 자요, 형. " 승덕과 낙빈은 둘 다 왜 정희가 그런 꿈을 꾸었는지, 그리고 정희의 기억상실증과 그 동안의 몇 년간 무슨 일이 있는 것인지 궁금하긴 했지만 언제나 그런 의문을 지우려 애썼다. 애써 감추어두려는 정현의 태도나 또한 감추어진 몇 년 간에 대해 알고싶어하지 않는 정희를 보며 그들 나름대 로의 아픈 기억이 있으리란 생각 떄문이었다. 되도록 아픈 상처는 건드리고 싶지 않은 그들이었다. 아픈 상처는 건드리지 말아야 한다. 상처를 가진 스스로가 그 상처에 직면하려는 용기가 서 기 전 까지는............ **************************************************************************** 게으름의 소산으로 巫를 가지고 참으로 오랜만에 인사를 드리는것 같습니다. 이번에는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시종일관된 모습과.. 정성들인 작품의 모습을 보여드리려 중반까지 써 놓은 후에 인사를 드리는 것입니다. 단편글에도 많은 관심을 가져 주셔서 감사하고요... 항상 정성이 깃든 작품을 보여드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언제나 평안하시기를... <2> " 그럼 스승님, 다녀오겠습니다. " 승덕을 위시로 정현과 정희, 낙빈 모두 깊이 고개를 숙 였다. " 그래. 산을 오랫동안 비워두지 못하니 나는 갈 수 없 지만....... 너희들이 모두 함께라면 내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지. 부디 조심해서 다녀오고........ 괜히 마음 조급히 먹지 말 거라. " 천신은 잔잔한 미소를 지으며 떠나는 이들의 뒷모습을 오래오래 바라보았다. 이들은 낙빈이가 신내림을 받았을 때, 대무신제 무휼과 의 계약으로 찾아야 할 검, 즉 <일월신검(日月神劍)>을 찾으려 길을 나선 것이었다. 모두들 합심하여 낙빈이를 돕기로 하고는 여러 자료들 을 기초로 해서 전국을 돌아볼 심산으로 길을 나선 것 이었다. 승덕이 이곳저곳의 모든 자료를 모아봤지만 어디에도 대무신제 무휼의 검 이야기는 나오지 않았다. 사진과 자료들을 종합해서 초기 철기시대의 검들을 모아 낙빈 이에게 보여주어도 아무 반응도 없었다. 결국 그저 앉아있는 것보다는 직접 여행을 다니며 일월 신검에 대한 실마리를 잡아 보고자 하는 것이었다. 대무신제의 말대로라면 낙빈이 진짜 일월신검을 만난다 면 그의 몸에 있는 대무신제에게 검이 반응을 하게되므 로 그것이 일월신검이 맞는지를 분간할 수 있다고 했었 다. 그렇다면......... 역시 직접 찾아 보는 것이 가장 옳은 방 법이리라는 것이 결론이었다. 우선 가장 먼저 결정된 곳은 바로 안동의 청운사란 절 이었다. 꽤 오래된 곳인데도 불구하고 증축을 한적이 없어 규모 는 작은 편인 절인데, 대대로 이곳 주지스님 모두가 청 렴하기로 유명해 득도와 교화에만 힘썼을뿐, 다른 사찰 처럼 괜한 증축을 빌어 신자들의 돈 푼을 뜯어내는 일 이 전혀 없던 곳이라고 한다. 소문에 소문을 타고 들려온 바에 따르면 요즘 그 곳에 있는 검에 요상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 하여 일행은 가 장 처음으로 그곳을 방문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승덕은 언제나와 마찬가지로 몇군데가 찟어진 푸른 청 바지에 군청색 티셔츠, 그 위에 빛바랜 점퍼를 하나 걸 치고 빨간색 모자를 썼다. 쌍둥이인 정희와 정현인 둘 다 똑같은 회색의 기다란 도복을 걸치고 있었다. 그러 나 기골이 장대한 정현이와 호리호리하고 마른 정희는 모르는 사람이 봐서는 도저히 쌍둥이라고 생각지 못할 만 했다. 가장 어린 낙빈이는 흰색으로 위아래 한복을 입고 마고자식으로 보이는 검정색 누비를 껴입고 있었 다. 이들 네 사람의 차림새나 나이 모두 각각이 서로 틀려 서 무척 어울리지 않는 모양새였다. " 검이 운다니 무슨 일일까요.....? 명검(名劍) 중에 자를 대상을 보고 검을 뽑아 들었을 때 바람소리같은 울음을 우는 검은 본적이 있지만......... 칼 집 안에서 우는 검은 처음 듣는일이예요. " 일행중 가장 검에 대해서는 지식도 많고, 경험도 많은 정현이 말했다. " 글쎄다........ 그렇지만 때맞춰 암자에 찾아오신 분에게 서 우는 검에 대해 들은 일은........ 아무리 생각해도 우 연은 아닌 것 같다. " " 형, 근데....... 검은 어떻게 울어요? " 승덕의 말이 끝나자 낙빈이가 동그랗게 눈을 뜨고 정현 이에게 물었다. 검이 울다니 낙빈이로서는 상상이 가지 않는 일이었다. " 음........ 글쎄......... 그걸 울음이라 한다면 울음이고, 바 람을 가른다면 바람을 가르는 소리인데.......... 내가 예전에 한번 본 검은 칼집에서 뽑아들 때, 휘잉하 는 바람 소리 같은 소리가 나더라. 그런데 이상한 일 은........ 약한 상대를 만났을때는 소리가 안나지만, 검의 주인과 대등한 실력을 가진 자를 만났을때그 바람 소리 를 내는거야. " " 음....... 바람을 가르는 소리................ 그렇구나......... " " ............. 나는 칼 같은건 정말 싫어. " 이야기를 조용히 듣고만 있던 정희가 천천히 말했다. " 응? " " 누난 칼 얘기 싫어????????? " " 응.......... 난 칼 같은건 정말 싫어. 칼은......... 뭔가를 죽이려고 쓰는거 쟎아............ 잔인하고.......... 무섭고............. 정말....... 싫어. " " 움........ " 조용하던 정희가 얼굴에 그늘까지 띄우며 말하자 승덕 과 낙빈인 좀 의외여서 잠시 할말을 잃어버렸다. 그러 고 보니 내내 검(劍)이야기가 나올때마다 좀 어두운 얼굴 을 하고 있던 정희 모습이 떠올랐다. " 누나, 검은 사람을 베려고 쓰는게 아니야. " " 응? " 정현이 말에 정희뿐 아니라 모두들 놀란 눈으로 바라보 았다. " 누나, 진정으로 검을 다루는 사람은 사람을 죽이려고 하는게 아니라...... 살리려고 검을 쓰는거야. " " 무슨 소리야........... 사람을 살리려고 검을 쓴다니? " " 누나, 제대로 검을 쓰는 사람은 상대방을 죽이려고 검을 휘두는게 아니야. 상대방의 검으로 죽어갈 다른 사람들과 자신을 살리기 위해 검을 빼드는 거지. " " ........... 말은 그렇게 하지만 결국엔 사람을 죽이는 거 쟎아.......... 난......... 어쨋든 정현이 넌 칼을 사용하지 않았으면 좋 겠어. " " 그래......... 아직 검을 쓸 때가 아닌건 잘 알고 있어. 지금 내가 검을 쓰면 사람을 죽이기 위한 검이겠지. 살 리기 위한 검을 쓸 수 있을때까진 검을 쓸 생각 없으니 까 걱정 하지 말아. " 정현인 정희의 걱정스래 그늘진 얼굴을 제 쪽으로 당겼 다. 그리고는 정희의 머리를 제 어깨에 대고는 살짝 부벼댔다. " 걱정 말아........ " 정현과 정희를 보는 승덕이나 낙빈이 모두 자동적으로 빙그래 웃음이 지어졌다. 정말 보기 좋은 남매의 모습 이었다. -------------------------------------------- 새하얀 달이 허공에 차고 우거진 숲의 그림자가 사찰 안을 가득 매웠다. 거대한 덩치의 회색빛 옷을 껴입은 스님의 눈에서 새빨 간 광채가 번쩍 빛났다. " 사......... 사............. 사려....... 사..........살려 주세 요............. 사......... 살려........... 살려 주............. " 넓고 캄캄한 실내. 불빛이라고는 횟불 하나밖에 없는 어둡고 거대한 강당 같은 느낌이 드는 장소다. 제대로 말도 못하는 한 소년이 차디찬 대리석 위에 손 발이 잡힌채 누워있다. 이 소년의 사지를 승복을 입은 네명이 붙잡고 있다. 얼굴이 보통 사람과는 달리 무척이나 노란 빛깔을 띄고 있는 소년이다. 소년은 공포와 두려움으로 가득차 새파랗게 질려있었 다. " 사......... 살려............. 으으......... 사............... 살 ......... " " 크으흐흐흐흐.......................! " 덩치 큰 스님의 오른팔이 머리 위로 번쩍 들렸다. 소매가 걷어진 오른 팔은 인간의 살빛이 아니었다. 그 것은 파충류나 양서류에서나 보일듯한 초록빛이었다. 그의 오른 손 끝이 번쩍 하고 빛났다. 푸른 은빛으로 빛나는 검이었다. " 사......... 살려........ 어......... 엄마아아 아~~~~~~~~~~~~~~~~~~~~!!!! " 어눌한 발음으로 어머니를 부르는 소년의 눈에서 눈물 이 떨어졌다. " 우웅.......... 우웅............ 우우웅.......................... ........ " 번쩍이는 은빛 검이 몸을 떨며 소리를 냈다. " 크아하하하~~~~~~~~~~!! " " 엄마아아아~~~~~~~~~~ 으아아아악~~~~~~~~~~~~~!!!! " 쐐액하는 소리를 내지르며 푸르른 은빛 검이 소년의 심 장을 향해 꽂혔다. 그와 동시에 소년의 심장에서 시뻘건 핏덩이가 사방으 로 튀었다. " 크하하하하~~~~~~~~~~~ " 거대한 몸집의 승이 자지러지듯 웃음을 지었다. 그의 얼굴과 소년의 사지를 붙잡고 있던 네명의 승복을 입은 자들의 온 몸에 소년의 새빨간 피가 튀었다. " 기잉~~~~~~~~~~~~~ 기이잉~~~~~~~~~~ 기이이이 잉~~~~~~~~~~~~ " 소년에 심장에 박힌 검이 온몸을 부르르 떨며 소름끼치 는 소리를 울렸다. " 기잉~~~~~~~~~~~~~ 기이잉~~~~~~~~~~~~~~~~~~ " 은빛 검네서 나오는 소리가 온 절과 숲을 뒤덮었다. 무척이나 서글픈 울음소리 처럼..... *************************************************************************** * lt 신비소설 * 하시면... 巫 전편이 나옵니다. ( 낙빈편, 만남편, 버려진 영혼편, 암병동편, 신내림편, 내일신문편, 그리고.. 해의검,달의검 편이 이어집니다...) * lt 짧은얘기 * 하시면 제 짧은 얘기들이 나옵니다. ( 호순이(상중하), 우정....그리고 사랑(상중하), 공포의 산장(전10편) 아내에게(상하), 도플갱어(상하) ) 이렇게 적고나니 스스로도 정리가 되네요. 생각해 보니... 8월부터 글을 올리기 시작해서.. 사개월 여가 흘렀군요. 단 사개월 만에 많다면 많은 글을 올린것 같습니다. 이렇게 열심히 글을 올릴 수 있었던 것... 모두 제 글을 읽어 주시는 여러분 덕분인것 같습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되십시오. <3> 일행은 청운사에 도착해 가장 웃어른이신 조실스님과 주지스님을 찾아 절을 드렸다. 조실스님은 나이를 짐작 할 수 없을만큼 매우 노스님이 셨다. 그분은 온 머리가 허옇게 세었고, 얼굴도 자글자 글한 주름으로 가득했다. 그러나 그러한 노인이 눈망울 만은 어찌된 일인지 빛나는 듯 맑고 투명해 보였다. " 허허......... 천신........ 그 사람과 함께 계시는 분들이셨 군요. 잘 와주었습니다. 근래 검의 울음소리가 하도 심 상치 않아 걱정을 하던 차였는데....... 엊그제 보살님께 서 귀한 분들이 오신다 하시더니 바로 여러분들이었나 봅니다. " 온 머리가 완전히 하얗게 세어버린 조실스님이 조용조 용히 그들에게 이야기 했다. 우연히도 그분은 천신과 알고지내는 사이였다. " 우리 스승님은 발도 넓으셔, 그지??? " 승덕은 낙빈에게 눈을 찡긋거리며 속삭였다. " 매일밤 구슬픈 검의 울음을 듣자니 이 늙은이가 잠이 오질 않습니다. 부디 늙은이를 봐서 저 검의 한을 풀어 주십시오. 쿨룩.......... 쿨룩............. " 조실스님은 노환으로 건강이 좋지 않은지 걸걸한 목소 리를 내다가 마침내 심하게 기침을 해댔다. " 식구들이 자세히 설명을 드릴 것입니다. 부디..... 저 검이 우는 까닭을 알려주십시오. " 목이 잠긴 상태에서 겨우겨우 한 두 마디를 하던 조실 스님은 일행에게 양해를 구한 후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 다. " 저희 절에 귀한 두 자루의 검이 있었습니다만 제 불 찰로 몇 년전에 그만 한 자루를 도난당하고 말았습니 다. 도난당한 후 아무 일도 없었는데.... 지난 일년전 부 터 혼자 남은 검 한자루가 매일밤마다 울음을 그치질 않고 있습니다. 제가 세연(世緣)을 마치기 전까지....... 또한 조실스님이 세연을 다하시기 전까지 반드시 저 아이의 한(恨)을 풀 어주고 싶습니다. " 청운사의 주지인 운정스님은 미간을 좁히며 크게 걱정 하는 빛이 역력했다. " 가진 재주는 없으나 최선을 다해 돕겠습니다. " 두 분 나이든 스님들이 진심으로 걱정하는 빛을 보자 일행의 입에서 이와 같은 말이 나오지 않을 수 없었다. "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 절의 총책임자인 법영스님은 남들이 보건말건 그 자리 에서 그들의 앞에 엎드렸다. " 일어나십시오......... 이런........ 일어나십시오. " 그에겐 나이도, 체면도 그 무엇도 중요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다만 고통받는 무엇인가를 도우려 하는 노력만이 비출 뿐이었다. 그것이 사람이 아닌 검일 지 라도..... 진정한 불자의 모습이 그의 뒷편으로 느껴지는 일행이 었다. " 요 며칠 후로 큰 법회가 있어 실은 제가 그곳에서 줄 곳 일을 보아야 합니다. 심정 같아서는 모든 정황이며 도와드릴 것들을 제가 해 드리고 싶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으니 절의 안살림 을 돌보고있는 스님을 소개시켜 드리겠습니다. " 주지 법영스님의 말로 일행은 안살림을 맡아보고 있다 는 눈빛이 참으로 선한 묘정스님을 만날 수 있었다. 주지의 소개로 일행과 그가 인사를 한 후 묘정스님은 줄곳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정현과 정희의 얼굴을 유심 히 바라보았다. " 혹시......... 정현이가 아니냐..........? 정희........... 정희가 맞지? 쌍둥이 남매 정희.......... 정현이가 아니냐.......? " " 묘......... 묘정스님? 그........ 묘정스님 이세요? " 스님의 얼굴을 맞대고 바라보던 정현도 곧 생각이 났는 지 환한 얼굴로 웃었다. 다만 기억상실증으로 얼굴을 알아보지 못하는지 정희는 놀란 토끼 마냥 동그란 눈을 뜨고 불안스래 정현이 옷 자락을 붙들고 섰을 뿐이었다. -------------------------------------------- " 청운사의 선인암 뒷편은 일반 사람들은 다니지 못하 게 하고 있어서 무척이나 조용하고 아름다운 곳이지요. " 묘정스님이 이끈 암자 뒷켠은 너른 벌판에 이리저리 작 은 부도군이 주우기 세워 있었다. 큰스님들의 유일한 흔적인 그분들의 사리를 모셔둔 부 도탑들....... 작고 빛바랜 부도군이 세인들의 발걸음이 제한된 선인 암 뒷편에 즐비하게 모셔진 곳이었다. " 그나저나 세월도 유수고 인연도 바람과 같다고 생각 했는데..... 무슨 운명이고 무슨 인연인지 또 한번 정희 와 정현이를 만나게 되는군. " 묘정스님과 정현이의 말을 들어보니 그들이 서로 알고 있는 이유는 다음과 같았다. 정희와 정현이는 갓난아이일 때 선광사라는 절 앞에 버 려져 있는 것을 큰스님이 데려다가 키우셨다. 바로 그 절에서 당시 공사(밥을짓는 스님)를 맡고 있던 것이 묘 정스님이셨다고 한다. " 언제 이리로 오셨습니까? " 정현이 묻자 묘정스님은 정희를 한번 쳐다 보다가 천천 히 말했다. " 그때..... 니들이 절을 나간 후에 나도 곧 짐을 싸들고 나와버렸다. 그건 절이 아니라 법철스님의 교단이었어. 단지 불도를 앞에 걸었지만 그것은 진리가 아니라 생각 하고 말았다. 너희들이 나간 후로 나뿐 아니라 반절가량의 스님들이 이적을 하셨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그 후로 더욱 신 도들은 들끓었지. 정희의 힘을 빌리지 않고도 온갖 사람들의 병을 고친다 는 소문이 방방곡곡에 퍼졌다고 하더라. " 묘정스님의 말에 정현도 고개를 끄덕였다. " 큰스님이 돌아가셨을 때 니들을 데리고 나왔어야 했 는데.......... 그저 정희나 너나 볼 낯이 없구나. " 묘정스님은 염주알을 돌리며 미간을 좁혔다. " 저기...... 저 끝에 작은 암자가 보이지요? 저 곳에 울 고있는 검이 모셔져 있답니다. 원래는 쌍둥이 검 두자루가 있었지요....... " 묘정스님이 가르킨 곳에는 암자라 하기엔 아주 작은 집 한채가 있었다. 그 앞에는 젊은 스님 한 분이 고요히 서 있는 것이 보였다. " 수고하십니다. " 묘정스님은 젊은 스님에게 짧게 합장하고 오래된 나무 로 만들어진 방문을 열어젖혔다. 그곳에는 한 두 사람만이 겨우 들어갈 정도의 작은 방 이 있고, 정면 벽에 검 한 자루가 걸려있는 것이 보였 다. -우우우웅......... 낮게 깔리는 이상한 소리가 검에서 들려오고 있었다. " 울고........ 있네요........? 정말로...... " 낙빈은 검에게서 슬픔을 느꼈는지 이같이 중얼거렸다. " 예에........ 밤이되면 더욱 큰 소리로 울어대곤 하지요. 저희는 이 검을 <해의 검>이라 부릅니다. 이 검의 나 머지 쌍둥이 검의 이름은 <달의 검>이었지요. " 묘정스님은 천천히 방으로 들어가서 칼집에 꽂혀있는 <해의 검>을 정현이에게 건네주었다. -스르릉......... - 웅웅웅웅............ 정현이 칼집에서 검을 꺼냈다. 아름다운 은빛의 검이 덮개를 벗고 빠져나오자 그 울음 소리는 더 커지는 것처럼 느껴졌다. " 정말로 울고있군요. 이 검이 <해의 검>이라고 한 이 유는...... " " 수많은 양기를 모으기 때문 아닌가요? " 정현의 말을 받아 낙빈이가 응수했다. " 예에.... 그렇습니다. 이 검은 세상의 양기를 끌어들이 고, 쌍둥이 검인 <달의 검>은 세상의 음기를 끌어들입 니다. 원래는 두 검이 다른 지방에 따로 있었지만...... 음기만 을 끌어들이는 것도, 양기만을 끌어들이는 것도 중용에 어긋나 검이 있는 곳에 언제나 자연재해가 끊이질 않았 었지요. 해서 십 년 전 쯤에 부랴부랴 저희 노장스님께서 두 검 을 가지고 와 함께 모시게 된 것입니다. " " 그렇군요....... " " 그런데 쌍둥이 검의 나머지 <달의 검>은 어떻게 된 겁니까? " 조용히 이야기를 듣던 승덕이 입을 열었다. " 그것이........ 제 불찰로 잃어버렸습니다. " " 잃어버렸다니요? " " 그것이...... 벌써 몇 년 전의 일입니다. 그때는 이곳 암자를 이렇게 지키고 섰지 않았습니다. 어차피 이곳에 들어오는 사람도 스님 이외에는 없 고....... 항상 자물쇠로 잡궈 놓고 그 위에 부적까지 붙 여 놓아 신경을 미처 쓰지 못하다가...... 잃어 버리고 말 았습니다...... " 묘정스님은 차마 얼굴을 들지 못하고 죄책감에 가득한 모습으로 이야기 했다. " 그 후로..... 백방으로 잃어버린 검의 동향을 찾았지만 알 수가 없었지요. 그리고........ 바로 일년전부터는 이렇게 검이 구슬프게 울음을 울고 있게 된 것입니다. " "그렇다면 두 검이 전에 헤어져 있을 때도 이처럼 울음 을 울었습니까? " " 아닙니다. 이렇게 울게 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전에 헤어져 있더라도 두 검은 전혀 울지 않았습니다. 아무래도 <달의 검>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 같습니 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길래 저것이 그리 울어대는 것인지....... " " 이거........ 왜이러지? " 갑자기 검을 들고있던 정현이가 인상을 찌푸렸다. " 어........ 어어......... " 검의 힘에 이해 정현의 팔은 어딘가로 끌려가고 있는 모양새였다. " 마치 어딘가로 가려고 하는 것 같아요. " " 형~! 승덕이 형~! 지도....... 지도를 꺼내봐요~! " 갑자기 낙빈이가 소리쳤다. 승덕은 영문을 모른채 매고있던 배낭 속에서 커다란 전 국지도 하나를 꺼냈다. " 이검..... 정현이 형이 고수임을 알아챈 모양이예요. 형과 무언가 통하는 것을 느꼈나봐요~!! 형에게 뭔가 이야기를 하고 있어요. 아마...... 쌍둥이 검에게 가고자 하는 것 같아요! " " 정현형, 그.. 검 손잡이 저랑 같이 잡아요! " 정현이는 어딘가로 향하려는 검을 간신히 끌어다가 작 은 낙빈이가 쥘 수 있도록 했다. 낙빈이는 정현이와 반대쪽에 서서는 검의 손잡이를 잡 았다. 이제 검은 자루가 위쪽으로 향하게 되어 정현과 낙빈이가 함께 쥐고 있고, 날은 바닥을 향한 모습이었 다. " 네가 가려는 곳으로 가렴....... 네가 가려는 곳을 어서 알려줘 봐........ " 낙빈이가 검을 향해 중얼거리자... 웅웅거리는 검의 울 음 소리가 더욱 커졌다. " 어서 가봐~! " 갑자기 검이 낙빈의 머리 위까지 한번 쑤욱하고 치켜지 더니 쏜살같이 지도를 가로지르며 땅 속에 푸욱 박혔 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정현이나 낙빈이 모두 놀라긴 마찬가지였지만 둘다 자루에서 손을 떼지 않고 무사히 검을 붙들고 있었다. 검은 땅 속에 박힌 채 한번 부르르 몸을 덜더니 곧 웅 웅거리는 울음소리도 잠잠해져 버렸다. 정현이 힘을 주어 검을 빼냈다. " 지도......... 어딘지 확인해 주세요. " 승덕과 묘정스님이 함께 지도를 살펴보았다. 커다란 전국지도 사이에 검이 지나간 자리가 명확히 구 분되었다. " 이럴수가......... 이럴수가, 정현아........ " 정현은 묘정스님의 난감한 표정을 보고 역시 검이 지목 한 그 곳을 바라다 보았다. " 설마...... 이곳이라면..... 선광사........?!!! " 묘정과 정현의 얼굴에는 당황과 함게 불안한 그늘이 비 추었다. 선광사...... 바로 정현과 정희가 14세가 될 때까지 자라 오고, 묘정이 이적한 바로 그 곳이 아니던가...! ****************************************************************************** 巫를 쓰기 위해 필요한 몇가지 사실들을 조사하러 다니다가 신비한 분들과 신비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마치 제 소설 巫에 나왔거나 나올 신비한 사람들... 또는 퇴마록에 등장하는 주인공들과 이야기를 한 기분입니다. 그분들과 영계와 육계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습니다. 특히 밀교에 계시는 스님 한분의 말씀을 빌리자면 영계가 육계를 특히 칠년전 부터 자꾸 침범하여.. 그분들께서 촉각을 곤두세우며 영들을 감시하고 계시다는 것도... 사람을 빙의하여 (우리가 생각하는 빙의와는 약간 틀립니다) 육계에 나와있는 영들을 영계로 보내는 분들 이야기도... 그분들께 누가 될까 자세히는 말할 수 없지만.... 너무나 신비한 분들을 만나 신비한 경험을 한것 같습니다. 세상엔 정말 신비한 분들이 많네요... @ 요즘에 영계에서 육계를 넘보는 일이 많아 졌다 합니다. @ 여러분, 욕심을 갖지 마시고.. 자신의 양심에 따라 선한 삶을 살아야 겠습니다. @ 재물의 행복이 아닌... 마음의 행복을 누릴 수 있기를 바랍니다. <4> " 당장 내일새벽에 선광사를 향해 출발해야 겠어요. 형, 낙빈아........ 괜찮겠지?? " 정현의 말에 낙빈이나 승덕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두 자루의 검을 모두 만나진 못했지만 낙빈이에게 반응 이 없는 걸로 봐서 쌍둥이 검은 대무신제 무휼의 검이 아닌 듯 싶었다. 그러나..... 이미 이렇게 된 이상 일행은 이 사건을 해결 하기 전에는 무휼님의 검을 찾으러 떠나서는 안된다는 공통된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 죄송합니다...... 저는 조금 피곤해서요..... 먼저 자리에 들겠습니다. " 오늘 하루 동안 내내 아무말 없던 정희는 일찍이 일어 나 절에서 마련해준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 누나가...아는 척 않아서 서운하셨죠, 스님? ............누나는 그날..... 저희가 절을 떠난 이전의 일을 전혀 기억 못하고 있습니다. " 묘장스님은 승덕과 정현, 낙빈을 위해 암자 한 켠에 작 은 모닥불을 피웠다. 모닥불을 바라보다가 정현이가 슬 며시 정희의 이야기를 꺼냈다. " 그렇구나...... 어쩐지 전혀 몰라보는 눈치더라....... 그래...... 차라리 잊는 게 속 편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