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찰 300줄 이상 소설을 적어 주세요~ -------------------------------------------------------------------------------- 작성자 : tea (seablue0@hanmail.net) 추천: 9, 조회: 1702, 줄수: 352, 분류: Etc. 관찰 왜 전화했냐? 짜식 형님에게 그렇게밖에 말 못하겠냐? 신날일로 전화했는데... 확 그냥 끊어버린다. 뭔데 그러냐? 너 방학했는데 뭐하냐? 그냥 집에서 뒹굴거리고 있다. 그러는 넌 무슨 신나는 일이라도 있냐? 형님이 너를 위해서 전화하셨잖냐. 뭔데 그렇게 잘난척이냐? 야 여행갈래? 여행...? 귀찮게 여행은 무슨 됐다. 그리고 이제 장마온다는데 여행은 무슨 혼자가라 혼자. 어 정말이냐? 콘도로 가는데 편안한 여행이라니까. 장소제공한다니깐? 됐다. 그만둬라. 난 그냥 있을랜다. 너 혼자 가든지 말든지 알아서해라. 정말이지... 너 후회안하냐? 당근이지. 너 나 후회하는거 봤냐? 바보자식 끊어라. 밥이나 먹을랜다. 어... 잠깐...야... 같이 가자... 그 며칠뒤로도 그 녀석의 성화에 할 수 없이 함께 가기로 했다. 별난 녀석 다른 사람에게 함께 가자고 하면 될 것을 왜 하필이면 나한테 그렇게 성화인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결국은 여행에 동행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나의 착오는 그 녀석이 다 준비한다는 말을 믿고 여행에 대해 아무것도 물어보지않았던 것에 있었다. 여행을 위해 나머지 두명을 만났을 때 나는 왜 그 녀석이 나와 함께가고 싶어했는지 알 수 있었다. 이미 여행에 대한 흥미는 잃어버려가고 있었다. 꽤나 복잡하고 짜증이 나는 여행이 될거라는 것운 자명했다. 젠장... 나의 중얼거리는 소리에 그 녀석은 얼른 나를 돌아보았다. 나는 표정으로 그에게 불만을 토로했다. 나의 짜증에도 불구하고 여행은 중단될 생각이 없어보였다. 왠지 그냥 집으로 가는 것이 좋을텐데라는 생각이 자꾸만 들었다. 야 소개해야지 소개~~~ 혼자서만 신난 녀석이 이상한 말투로 중얼거리고 있다. 야 사내자식들이 내외하냐? 그냥 다 이러면서 친해지는 거야~~ 그래도 내가 다 아는 사람들이니까 소개의 총대는 내가~~~ 저기 인상 구기고 있는 녀석은 나의 오랜친구라고 생각되지만 속은 알 수 없는 녀석인 서한이 그리고 여기 내 옆에 있는 이분은 경민, 그리고 저기 경민이 옆에는 진우이며 경민이의 절친한 친구, 그리고 나는 모르시는 분은 없으시겠죠? 신나서 소개하는 녀석을 버려둔체 우리는 각자 인사를 했다. 저 서한입니다. 경민씨 얘긴 재서에게 종종 들었습니다. 반갑습니다. 진우씨도... 아 네... 저도... 많이 들었습니다. 서하씨라구요... 반가워요. 야야~~ 너네 뭐하냐 야 서한이 너 내가 분위기잡지 말라고 경고하지 않았던가? 얘들봐라 얼었잖냐 짜식 쓰잘데기 없이 분위기 잡기는 반말로 가자 반말로!!! 뭐하는 거냐 너네~~~ 영화찍냐 너네? 하여간 웃긴 놈이야!! 너 분위기 망치면 버려두고 간다~~!! 버려두고 가라. 좀. 내가 하고 싶은 말이다. 내 말에 분위기를 돌리려는 듯 재서는 과장된 태도로 말했다. 어~~~ 기차시간 다 됐다. 가자 얼른~~~ 아직 서로 서먹하게 있던 우리들 사이로 재서가 끼어들어 경민이의 팔을 끌었다. 얼른 가자 경민아 이러다가 늦는단 말야... 자 표. 얼른 와 얼른~~ 그러면서 기차표 두 개를 떼어내어 내 손에 쥐어줬다. 그러고는 경민이의 팔을 끌면서 개찰구로 나갔다. 남은 나와 진우는 잠시 멍하니 서 있었다. 요번 여행의 분위기가 슬슬 느껴지기 시작했다. 가자. 나의 말에 진우가 함께 걸어가기 시작한다. 진우에게 따로 표를 주지 않고 개찰구에서 표를 검사받고 기차로 갔다. 좌석도 보지 않은채 걸어가고 있으니까 진우가 말했다. 저기... 좌석은 어디...? 희미하게 말끝을 흐리는 말투로 보아 녀석의 성격을 짐작할 만 했다. 여전히 표를 보지 않은채로 5호차 12, 13좌석이라고 말해주자 녀석은 놀란 듯이 보았다. 내가 좌석을 보지 않고 가고 있는 줄 알았던 모양이다. 5호차에 타자 이미 우리 뒷자리에 재서와 경민이 앉아 있었다. 나는 가방을 올려두고 진우에게 물었다. 창가? 아님 복도? 진우는 가방을 얻고는 나를 보았다. 네? 어느쪽에 앉을꺼냐고. 아.. 창 아니 어느쪽도 괜찮은데요. 창쪽에 앉아. 나는 창쪽에서 나와 비켜섰다. 진우는 창쪽에 앉을려고 하더니 나에게 말했다. 저기 의자 돌려서 앉는게 어때...? 여전히 말끝을 흐리며 진우가 말했다. 나는 재서를 돌아보며 물었다. 야 의자 돌려서 같이 갈래? 경민과 재서가 거의 동시에 말했다. 그러죠.. 아니... 그러더니 서로 마주 본다. 어떻게 할테냐? 다시 묻는 나의 질문에 재서가 답한다. 어떻게 해도 상관없어 너네가 알아서 해라. 하지만 다리펴기가 불편하 지 않겠냐? 재서의 대답에 내가 진우를 본다. 라는데? 아.. 그렇겠네요... 그냥 바로해서 가죠. 내가 자리에 털썩 주저앉으며 말했다. 그리고 반말해. 나이도 같은 모양인데 왜 그렇게 존댓말쓰냐. 사내녀석 둘이 앉기에는 좌석이 너무 좁았다. 짜식 열차나 좀 좋은걸로 표를 끊지. 이게 뭐야 비좁잖아. 나의 말에 진우는 자기의 손잡이가 있는 쪽으로 약간 당겨 앉았다. 진우 너보고 하는 말 아니다. 아니 그냥 좀 좁은가 해서... 진우가 별로 화술이 뛰어나거나 남을 즐겁게 해줄 수 있는 타입이 아니라는 것을 점점 더 확실하게 알게 되었다. 조용하고 부드러웠지만 분명히 재치있거나 좌중을 휘어잡는 편은 아니었다. 분위기는 좀 썬들한 편이었다. 그렇다고 내가 재잘거리는 성격도 아니었고 난 비교적 침묵에 능숙한 사람이었기 때문에 그런 분위기가 부담스럽지는 않았다. 하지만 뒤에서는 소근거리는 소리가 들리고 경민이 키득거리며 웃는 소리도 들렸다. 그러다가 나는 잠이 들었다. 그러다가 햇살이 너무 따가워서 일어나보니 햇살이 들이치는데도 진우는 창의 커튼을 열어두고서는 옅게 인상을 찌푸린채 창밖을 보고 있었다. 귀에는 이어폰을 꽃은 채로였다. 뒤에서는 여전히 부드러운 대화소리가 들린다. 나는 손을 뻗어 귀에 꽃여있는 이어폰 한쪽을 빼냈다. 놀라면서 진우가 돌아봤다. 어... 왜...? 아 햇빛 때문에? 그렇게 인상쓰면서 커튼은 왜 안치고 있냐? 아... 그냥 좀 심심해서.. 불편해? 커튼 내려 줄까? 됐다. 보고 싶으면 봐. 난 다시 잠을 잘려고 했다. 그때였다. 무엇인가가 나의 머리를 때렸다. 뭐야! 야 서한 이제 깼냐? 너 두시간이나 잤다. 이 잠탱아~~ 그만 자고 진우 랑 좀 얘기도 하고 그래라 얼마나 심심하겠냐!! 어 괜찮아... 괜찮다잖아 네가 왜 난리냐!! 그럼 밥이나 먹어라 이 잠탱아!~~ 나 차타고 밥먹으면 멀미해서 안 먹는다. 하여튼 속이 그렇게 꼬여 있으니 멀미따윌 하지. 너 그만해라!! 형님 심기가 별로니까. 진우는 배 안 고프냐? 이번에는 재서가 진우에게 묻는다. 어. 이상한 녀석들. 먹기 싫음 관둬라. 경민아 우리끼리 먹자. 진우야 서한아 같이 먹자. 뭔데 뭐 먹을 꺼나 있냐? 나의 비꼬는 말투에 재서가 말한다. 있어도 안 준다. 나쁜 녀석. 아까 들어오기전에 유부초밥 사인분이나 샀단 말이다. 우리 둘이 다 먹어버릴테다. 정 안가는 놈. 하나만 줘. 나머진 너 다 먹고. 투덜대면서도 재서는 유부초밥 두 개를 앞으로 내민다. 난 하나를 진우에 게 주고 하나는 다시 재서에게로 넘긴다. 너나 많이 먹으랬잖냐. 할당량이다. 할당량 다 먹어라. 진우와 나는 유부초밥을 하나씩 든채로 잠시 가만히 있었다. 나는 정말 식욕이 없는 상태였고 진우는 혼자 먹을까 망설이고 있는 중인 것 같았다. 성의를 생각해서 먹어주자. 그럴까. 그말을 하고서는 유부초밥을 열고 하나를 먹고 두 개를 먹는 동안 여전히 어색한 침묵이다. 뒤에선 무슨 얘긴지를 계속하고 있다. 할말이 없다. 침묵이 조금 어색해졌다. 밥 먹을때만이라도 커튼 좀 치지? 그래. 진우는 커튼을 치고 우리는 밥을 계속 먹었다. 지루할텐데 좀 자는게 어때? 응.. 원래 차같은거 타면 잘 안자. 그냥 창밖보는것도 좋고... 밥을 다 먹고 일회용 용기를 다시 재서에게 넘기고 재서가 화내는 소리를 들으면서 나는 다시 잘 포즈를 취했다. 진우도 잘려고 하는지 커튼을 걷지 않고 의자에 기댔다. 커튼 열어도 돼. 나 어차피 더 잘꺼니까. 아.. 자는데 방해되지 않아? 괜찮아. 나는 몸을 들어 진우 의자 옆의 커튼을 걷었다. 그리고는 다시 의자에 기대 잘려고 했다. 하지만 한번 깨버린 잠은 그렇게 쉽게 다시 오지 않았다. 10분 쯤 지나 여전히 창밖을 보고 있는 진우를 돌아보고는 진우의 이어폰을 빼들었다. 같이 들어도 돼? 괜찮은데. 별로 안 좋아할텐데? 누구꺼야? 이현우. 취향이 발라드인가 보네? 진우가 웃었다. 처음보는 미소는 태양이 비춰 조금은 찡그리며 웃는 웃음이었다. 이현우가 그 말 들으면 싫어할걸... 자기가 발라드 가수라고는 생각안하니까. 그래? 들어도 되지? 진우는 내가 빼든 쪽에 다른 편의 이어폰을 꽃았다. 비교적 부드러운 노래가 흐르고 있었다. 발라드 맞잖아. 그 노래는 좀 부드러운 분위기지... 제목은 "요즘 너는"이야. 방송에서 들어보지 않았어? 나 원래 노래프로는 잘 안 보거든. 자기 좋은 노래. 난 잘테니까 도착하면 깨워줘. 응. 그러고서는 나는 다시 의자에 기댔다. 하지만 잠은 오지 않았다. 창으로 시선이 향했다. 이제 태양의 위치가 바뀌어서인지 진우 자리에만 햇빛이 쏟아졌다. 창을 보다가 창을 보고있는 진우를 보고 있었다. 무심해보이는 얼굴이었다. 창밖을 보는 표정이 경치를 구경한다기보다는 깊은 생각에 잠겨 있는 것 같았다. 나도 무심히 창과 함께 그를 보고 있었다. 같은 기계에서 나오는 같은 노래를 들으면서 같은 경치를 본다는 것은 진우를 가깝게 느끼게 했다. 처음의 서먹함은 많이 사라져 있었다. 진우를 보고 있다가 잠이 들었는지 도착했다고 깨우는 재서의 성화에 잠이 깨었다. 진우는 자기의 가방을 의자위에 올려두고 내 가방을 꺼내고 있는 중이었다. 어 내가 할게. 다 꺼냈는데 뭐. 여기. 진우가 주는 가방을 받아 안고 우리는 기차에서 내렸다. 이제 다 왔냐? 뭐라고? 너 뭐라고 했냐? 여기에 기차길 옆에 콘도가 있을 것 같냐. 그럼 얼마나 더 가야 되는데?!! 아직 좀 더 가야 된다. 어느새 진우와 경민은 앞서가고 있었다. 경민에게 다가갈려는 재서의 가방을 당겼다. 나 좀 보자. 재서놈. 뭐냐 서하놈아. 너 네 연애놀음을 위해 친구를 희생시키냐 이 나아쁜 놈아~~~ 뭐냐. 벌써 눈치 챈거냐? 징그러운 놈. 친구한테 도움이 좀 되어주면 어때서 그러냐. 인정머리 없는 놈. 네가 그렇게 외치던 이름의 주인공이 바로 쟤냐? 네가 봐도 바로 알겠지? 경민이를~~~ 하트따위 날리지마라. 내가 주먹 날리기 전에. 그런데 그렇게 둘이 놀러오고 싶었으면 둘이 오지 왜 진우는 끼워서 나까지 끌고오냐? 너 매저냐? 난 들 그러고 싶었겠냐? 처음에 경민이가 좀 꺼려하길래. 그전에부터 진우랑 셋이 만난적도 많이 있었거든. 그래서 진우랑 셋이 오자고 설득했는데... 이제 경민이가 나랑 둘이서만 오겠다고 해도 어떻게 진우만 떼버리고 오냐. 너 바보냐?! 그래도 너네 둘이 왔어야지. 너!! 그러니까 네가 역할을 잘 수행해 달라고 알겠지 네 역할이 뭔지. 가능 한 한 경민이와 나 둘만 버려둘 것. 진우가 심심하지 않도록 잘 돌봐줄 것. 차라리 진우랑은 담에 오자고 그러지 그랬냐? 글세 그게 그렇게 말하기가 쉽지 않더라고. 진우쪽에서 알아서 해줬으면 좋았겠지만... 너 진우탓 하고 있냐? 내가 왜 너랑 친구해가지고... 하여튼 부탁한다. 그리고 나 동성애잔거 딴 사람들은 잘 모르잖아. 그러 니까 너한테 부탁하는게 최선의 방법이었단 말야. 진우한테 신경 좀 써주라. 내가 담에 거하게 한잔 살게. 한잔이고 뭐고 다 귀찮다. 나 그냥 맘 내키는 데로 할꺼다. 마음대로 하든 알아서 하든 하고 어쨌던 너무 썰렁하게만 굴지마라. 이말을 마치고 재서는 경민이 쪽으로 날아갔다. 싫은 놈. 귀찮아지고 있었다. 귀찮아지고 있었다. 재서에게는 말하지 않았지만 아 무래도 진우가 재서를 좋아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냥 나의 감각이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진우가 그냥 재서에게 친구로서의 감정은 아니라는 것. 호감인지 사랑인지는 모르겠지만 무언가가 있다는 것. 그것은 처음 그 셋이 서 있는 장면을 보았을 때 이상하게 귀찮으면서 묘하게 신경을 거 슬리게하는 느낌의 실체였다. 왠지 그런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재서가 양다리를 걸치고 있는 느낌은 아니었다. 그렇다면 진우의 짝사랑이겠지... 처음부터 이 여행이 맘에 들지 않았던 것은 여기에서 진우와 가장 오래 있어야 하며 가장 신경써줘야 할 사람이 나란 것을 이미 알아버렸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표시나게 누군가를 좋아하다니 진우도 이해못할 녀석이었다. 숨길 생각이면 좀더 철저히 숨기는게 좋다고 말해주고 싶을 정도였다. 처음부터... 알아차렸다. 진우의 마음이 재서에게 기울어 있다는 것 따위는 말이다. 이런 생각에 짜증을 내고 있을 때 재서와 경민에게서 진우가 떨어져 걷고 있는 것이 보였다. 나는 진우에게로 다가갔다. 그리고 묵묵히 진우의 옆에서 걷기 시작했다. 이렇게 된 이상 진우에게 무슨 말이든 해야한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모르겠다. 지금 가는거 누구 콘도야? 응.. 우리집. 그래? 넓으냐? 별로 그럼 방은 몇 개? 두 개야.. 윽 두 개라니... 방의 배분이 어떻게 될지는 안봐도 알일이었다. 4명이 다 남자이니 경민이와 재서가 한방이라고 해도 이상할 일도 없다. 재서 녀석 모든 것을 계산해 둔 일인지도 모른다. 콘도에 도착하자 재서녀석은 나의 기분을 풀어주려는 듯 나에게 산책하고 오라고 권했다. 그러면서 진우가 잘아니까라는 이유를 붙여 나와 진우를 나가게 만들었다. 재서가 밥을하기로 자청했으므로 나는 산책이라는 명목하에 나가 주기로 했다. 진우야 함께 나갈래? 그래. 진우와 나는 별 말 없이 집 주위로 나 있는 조그만 길을 걸어가고 있었다. 이미 태양의 뜨거움은 많이 가셔있었고 우창한 나무가 있어서 그렇게 덥진 않았다. 진우도 별 말없이 걸어가고 있었다. 나는 방관자적인 태도를 잘 취한다. 다른 사람들과 있을 때 떨어져서 지켜보는 것이다. 아마도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 별로 집중하지 않는 나의 성격때문이겠지만 모임과 같은 것이있을 때면 난 모임 속에 있기보다는 모임 밖에서 그 안에서 움직이는 사람들을 바라보고 있다. 그럴때면 사람들 속에 있을때는 잘 보이지 않던 것들이 비교적 명확하게 보이는 일이 자주 있다. 난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 냉정한 태도를 잘 취한다. 그것은 사람들과 나의 거리를 떨어뜨려 놓지만 난 오히려 그들과 그 모임에 대해서 더 알게 되는 느낌이다. 그리고 이번에도 이 모임에서 방관자가 될 예정이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tea입니다... 첫소설을 그래도 많은 분들이 읽어주시고 또... 마지막편만이지만 많은 분들이 추천해주셔서... 그래서 두번째 소설도 쓰게 되었습니다. 읽어주시는 분들 마음에 들지는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저번의 소설이 괜찮으셨다면 계속 읽어주세요... 제 소설은 전편과 같은 분위기니까요... 그럼... 이전: 관찰2 다음: 최면 7 (완결) 2000/07/04(01:57) from 203.238.128.123 CrazyWWWBoard 2000 -------------------------------------------------------------------------------- (c) Nobreak Technologies, Inc. CGISERVER KOREA 공지사항 300줄 이상 소설을 적어 주세요~ -------------------------------------------------------------------------------- 작성자 : tea (seablue0@hanmail.net) 추천: 4, 조회: 937, 줄수: 322, 분류: Etc. 관찰2 내가 나의 생각에 집중해 있는 동안에 진우와의 산책은 다시 집으로 향하고 있는 중이었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응 그냥.. 좀.. 이제 갈까? 그러자. 밥은 다 되었을까? 아직은 아니겠지. 집으로 돌아와서 나는 물었다. 야 밥은 다 됐어? 어.. 그게 좀... 여긴 전기밥통이 없어. 난 거기에 밥할줄 안단 말이야. 있을텐데? 라고 말하며 진우가 여기저기를 뒤적거리다가 찾는걸 포기하고 그냥 냄비를 꺼내고 있었다. 뒤에선 재서가 뭘 도와줄까라며 번잡하게 움직이고 경민은 그런 재서를 보며 웃고 있다. 나는 그 뒤에서 역시나 방관자적 태도를 취하고 있다. 경민은 진우의 그런 마음을 모르는 것 같았다. 재서는 좀더 살펴볼 필요가 있었다. 진우가 나를 돌아보며 말했다. 재서는 별 도움이 안되니까 서한이 도와줄래? 재서가 한다고 했으니 냄비주고 나와. 아무래도 이거 찾고 저거 찾고 한다고 나를 게속 부를 것 같은데... 그럼 네가 여기 있는 동안 다할꺼야? 그냥 찾아서 하라고 하고 나와. 야~~~ 서한이 너!!! 왜 날 못잡아먹아 안달이냐? 그게 아닐텐데. 네자식이 네가 한다고 네입으로 말했잖냐!! 그래 됐다. 됐어. 진우도 나가라 내가 알아서 해볼게. 경민아 도와줘~~~ 아니 그럼 내가 도와줄게. 결국 저녁은 진우와 재서가 하기로 했다. 나는 경민이와 마루바닥에 앉아 있었다. 벽에 기대앉아 창밖으로 보이는 경치를 보고 있었다. 경민이 침묵을 깨고 물었다. 원래 별로 말이 없나 봐? 많은 편은 아냐. 그대신 분위기 파악은 잘하지. 응? 아~~ 아냐. 재서랑은 잘 지내? 왜 둘이서만 여행오지 그랬어? 역시 우리 사이 아니까 편하구나. 그냥 둘보단 4이 재미있잖아. 너 좋은 녀석이란말 많이 듣지? 하지만 그건 칭찬만은 아니다라고 덧붙여 얘기해주고 싶은걸 참았다. 응? 어... 그냥... 왜? 아니 그럴 것 같아서. 그러니까 이런 일을 만들지라고 말하고 싶은 것도 참았다. 괜히 껄끄러워질 것 없겠지. 경민은 계속해서 얘기를 이어 나갔다. 별로 신경쓰지 않고도 서로 말하고 들을수 있는 일상적인 얘기들로 한시간쯤이 지났을 때 부엌에서 시끄러운 재서의 소리가 들렸다. 어이~~~ 밥먹어. 경민이 나와의 대화가 힘들었는지 응이라고 대답하며 빨리 일어섰다. 가자. 난 대답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경민이 빨리 사라진 부엌으로 갔다. 사각 형의 탁자에 한쪽에는 재서가 앉고 경민이가 당연한듯 옆에 앉아 있었다. 그리고 경민이의 맞은편에 진우가 앉아있고 재서의 앞자리가 비어있었다. 아마도 경민이와 마주보고 앉는것보단 재서와 마주보고 앉는게 더 편할거라는 진우의 배려겠지라는 생각을 하며 앉아서 재서와 경민의 재롱잔치를 보는 기분으로 밥을 다 먹었다. 진우와 나는 밥먹는동안 간단한 대답을 제외하고는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밥을 먹고 나자 진우는 재서에게 자기가 설거지를 하겠다고 산책을 하고 오라고 했다. 자신은 좀전에 하고 왔으니까라는 말과 함께. 재서는 기다렸다는 듯이 일어섰고 경민이는 어정쩡한 자세로 있었다. 진우는 웃으면서 다 함께 나가라고 했다. 나도 아까 산책하고 왔으니까 함꼐 설거지할게 너네둘이 갔다와라. 내 말에 경민이와 재서가 나가고 진우가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너도 같이 가지 그랬어. 아까 나갔다 왔는데 뭐. 내가 있는게 불편해? 아니. 아까는 도와달라고 하더니. 그러면 재서와 함께 있는것보다는 나와 있는 게 편하다는 말? 아직 만난지도 얼마 안 됐는데 내가 더 편하다구? 약간은 심술궂은 행동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그런 말이 나와버렸으 니... 어쩔수 없는 거지 뭐. 진우는 묵묵히 세제로 그릇을 씻고 있었다. 난 뭐하면 돼? 아~~ 행주로 식탁 위 좀... 그래. 여전히 우리는 조용하고 밖에서는 시끄럽게 떠드는 소리가 들려왔다. 설 거지를 끝내고 방으로 들어가려하다가 아무래도 그건 너무 심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진우와 함께 밖으로 나왔다. 어. 서한~~ 설거지는 다했냐? 그래 다 하셨다. 뭐한다고 그렇게 잼있어하냐? 같이 좀 재밌어하자. 그래 들어가서 술이나 마시자. 여기까지 와서 술이냐. 술통아 술통이라니. 그럼 뭐할까? 진우야 뭐할까? 내가 갑자기 방향을 바꿔 진우를 돌아보면서 묻자 진우는 놀라면서 말했 다. 다들 피곤할텐데 오늘은 자고 내일부터 노는건 어때? 에이~~~ 재서가 반대의사를 표명했다. 그래. 진우말대로 하자. 방은 어떻게 할까? 난 재서에게 물었다. 음... 재서가 생각하는 척했다. 그건 분명히 척한거다. 재서가 잠시 침묵하자 경민이 말했다. 나랑 진우가 같이 자고 재서와 서한이 같이 자는거 어때? 엉? 의외의 결과에 재서가 놀라서 물었다. 진우랑 서한이는 잘모르잖아 나와 서한이도 그렇고. 갑자기 진우가 끼어든다. 내가 서한이랑 잘게. 오늘 같이 와서 많이 친해졌는걸 뭐. 진우는 천성적으로 착한녀석인 것 같다는 나의 생각을 바꾸려 들지 않았다. 그래 그렇게 말할 줄 알고 있었다. 사이에 끼어들 마음은 없다는 거겠지. 사실상 모두가 재서와 경민이 애인인 것을 아는 이 시점에서 자기가 거기에 동의한다는 것도 어이 없는 일이 아닌가. 모두 입밖으로 재서와 경민이 연인이라고 인정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둘만의 여행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 진우가 경민과 잔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그것도 내가 성이 다르다면 몰라도 말이다. 재서와 경민도 티를 내고 싶은 것은 아니겠지만 얼마안 된 둘만의 첫여행에 재서도 진우를 신경 쓸 여유는 없는 거겠지. 이쯤에서 내가 나서야 겠지. 재서도 경민이도 나의 의견을 바라고 있을테니까 말이다. 그리고 입장이 곤란한 진우까지. 내가 진우랑 잔다. 난 재서놈 싫다. 윽 저놈이랑 자느니 오늘 첨 봤어 도 진우랑 자는게 훨 낫겠다. 잠버릇 고약한 놈. 나의 한마디로 분위기는 결정되었다. 나와 진우는 먼저 돌아서서 방으로 향했다. 그대신 방은 내 맘에 드는 걸로 내가 정한다. 돌아보지도 않고 내가 재서에게 말했다. 좋을데로. 역시 따라오지 않은채로 재서가 말했다. 어느방이 더 넓고 좋냐? 어... 큰방? 응. 우리가 저놈들한테 큰방 줄 이유가 없잖냐. 그래. 저방인데 먼저 가 있을래 이불 내어올게. 같이 가자. 도와줄게. 경민이네 것도 내어다 줘야 하는거 아냐? 뭐하러? 그래도 어디에 있는지도 모를테니까. 좋을데로. 나와 진우는 경민이네 방에 이불을 내려놓고 우리가 덮을 이불도 가져왔다. 근데 이불이 세 개뿐인데 어떻게 하지? 녀석들은 하나만 있으면 될텐데 뭐. 말을 내뱉고는 스스로도 놀랐다. 어떻게 들으면 그들의 관계를 지적하는 말투였다. 뭐 비밀로 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진우도 거기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었고 재서녀석도 그렇게 드러내놓고 행동하면서도 아직 우리에게 서로가 연인이다고 말하지는 않았기 때문에 우리 모두는 그것을 암묵적으로 무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내 말에 대답없이 진우는 경민이네 방에 들어가서 이불을 하나 내어 왔다. 그러면서 웃었다. 그래. 걔네들한테 두 개 줄 필요 없지. 저네가 알아서 하겠지. 우리가 편하게 자자. 분위기를 수습하려는 의도였지만 서로 알고 있는 사실이 변하지는 않는다. 다음날은 산행을 하기로 했다. 더워서 콘도에서 자고 싶다는 나를 여행왔다는 말로 끌고 산에 오르기를 강요하는 재서놈이 싫었다. 산에 오르는 것 좋아하지도 않을뿐더러 왠지 피곤했다. 이것 틀림없이 재서놈이 나를 신경쓰이게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재서놈은 산에 오르는게 취미인 놈이다. 그리고 진우도 산악부라고 들었다. 결국 이른 아침을 먹고 산에 오 르게 되었다. 여전히 재서와 경민이 앞서가고 내가 서고 뒤에 진우가 서 있었다. 어느정도 올라가자 힘이 들었다. 재서는 나에게 빨리오라고 채근이었다. 경민이도 꽤나 잘 따라가고 있었다. 계속되는 재서의 채근에 난 소리질렀다. 몰라 임마. 혼자가라. 난 천천히 갈란다. 거기 꼭대기까지 꼭 올라가야 되냐? 나 여기서 기다리면 안되냐? 무슨 말이야. 얼른 좀 와라. 너때문에 산꼭대기에 못 오를 것 같잖냐. 네네끼리 가. 난 그냥 내려갈란다. 힘든상태에서 재서의 채근은 나의 화를 불렀다. 갑자기 뒤에서 진우의 목소리가 들렸다. 재서야 먼저 올라가. 서한이는 내가 데리고 갈꼐. 어? 다 같이 천천히 갈거 없잖아. 그렇다고 산에도 안 올라본 것 같은 사람 혼자 가라고 할수도 없고. 우린 천천히 갈게. 그럴래? 진우라면 서한이 같은 문제놈 맡겨도 되긴 하지. 그럼 서한이 너 진우말 잘 들어라 알겠지? 난 이제 더 이상 이 산을 빠른 속도로 올라가지 않아도 된다는 것에 안심했다. 아마추어라도 자주 산에 다니는 놈들의 속도를 내가 힘들이지 않고 맞출수는 없다. 그래. 난 진우 말 잘 들을테니. 너네끼리 가라. 재서와 경민이 빠른 속도로 사라지고 진우가 말했다. 서한아 여기서 쉬어갈래? 그래도 돼냐? 진우가 웃었다. 물론이지. 산에 오는 기쁨에는 반드시 정상에 오른다.만이 있는건 아니니까.산에 경치구경하는 것도 좋고 이렇게 중턱쯤에 앉아서 오는사람 가는 사람과 인사하는 것도 좋지. 아무래도 산에 열심히 오르고 있을때는 경치에는 신경이 덜 쓰이잖아. 바위위에 앉아 진우가 하늘을 가르킨다. 나무가 녹색이다. 처음에는 초록색이었는데 어느새 저렇게 녹색이 되어버렸네... 어느해인가.. 봄에 벚꽃 구경을 간 적이 있었어. 친구들 한무리와 함께 였는데... 그곳은 우리집에서 리 멀지 않은 곳이었지. 그 이후 한주쯤 지나서 다시 그곳앞을 지나는데 벚꽃이 다 떨어지고는 초록색잎이 보일 듯 말 듯 있는거야. 그냥 그러고 지나쳤지 근데 또 일주일 쯤 후에 다시 거길 지나게 됐어, 그때는 잎이 조금 더 크게 자라있는거야. 그리고 또 일주일 후 이번에는 꽤나 크게 자란 잎을 보게 됐지. 생각보다 빨리 자라더라 나무의 잎은. ... 나의 침묵에 무색해졌는지 진우가 다시 잎을 열었다. 이상하게 너랑 있으면 이런 말을 하게 된다. 아마도 네가 말이 없어서 일꺼야. 네가 누군가에게 무엇인가를 말하고 싶어서겠지. 그가 놀란 듯이 바라본다. 그러다가 자기가 너무 지나치게 생각한 거라 고 결정했는지 다시 편안해진 모습으로 시선을 다시 나에게서 먼 곳으로 둔다. 나와 진우는 결국 정상까지 올라가지 않고 내려왔다. 섭섭하지 않냐? 여기까지 왔으면 정상까지는 가야지. 아니. 말했잖아 경치를 보는것도 산을 보는 거라고. 집에와서 그럭저럭 저녁을 준비하고 나자 재서와 경민이 도착했다. 그래. 산 정상까지 갔다 왔냐? 그럼~~ 재서의 분위기가 왠지 들떠 있다. 무슨 일이 있었다고 본능이 말하고 있 었다. 하지만 여기서 묻는 그런 허술한 일은 하지 않는다. 식사를 하면서 재서가 말했다. 둘다 알고 있겠지만 우리 사귀기로 했다. 그래? 축하한다. 하지만 경민이한테는 축하할 일이 아닌 것 같네. 왜 하 필이면 저녀석과. 말을 하면서도 나는 재서도 경민도 보고 있지 않았다. 나의 시선의 끝에는 진우가 있었다. 진우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었다. 하지만 비교적 담담해보였다. 역시 알고 있던 사실이라 별다른 충격을 받지는 않은건지... 아님... 나의 관찰이 틀린 것인지. 하지만 곧 둘다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잠깐의 순간에 진우는 여러번 눈을 깜빡였다. 하지만 아무렇지도 않은 듯 경민에게 축하해라는 말을 하고 있었다. 그이후로 진우는 거의 밥을 먹지 않았다. 이제 나의 관찰은 진우에게 집중되었다. 세명의 관계에 대해 방관자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던 나는 이제 관심이 진우에게 집중된 것이다. 사실은 처음부터 그 둘은 진우의 외부효과로만 인식되어 왔는지도 모른다. 밥을 다 먹고 진우는 식탁을 치우려 하고 있었다. 어이~~ 저녀석들한테 치우라고 해. 오늘은 우리가 밥했잖아. 나가서 바 람이나 쐬자 덥다. 그래 우리가 할게. 경민이가 나섰다. 옆에서 재서녀석도 거든다고 움직이고 있었다. 진우와 나는 부엌을 나와서 집앞으로 갔다. 시원하다. 역시 안은 더워. 산인데도 말이야. 이번에는 말하는 것은 나의 역할이었다. 진우는 별다른 말이 없었다. 낼도 산에 가자고 하면 어떻게 하지? 진우야 뭔가 변명거리 없겠냐? 좋은 생각 좀 해봐. 나는 괜히 쓸데없는 말을 하고 있었다. 여기 근처에 계곡있는데 거기 가 볼래? 그래? 어디에? 더운데 지금 가보면 안돼냐? 지금은 밤이라서 좀 그렇고, 낼 가보자. 뭐 그렇다면야... 그러고서는 우리는 집으로 다시 들어가려하던 중에 갑작스러운 웃음소리를 들었다. 순간 진우가 멈칫하는 것이 느껴졌다. 진우가 돌아서서 말했다. 지금 가볼까? 가까워? 아니. 그럼 못가잖아. 어두워서 어떻게 가. 그냥 가는데 까지 가보지 뭐. 산책하는 기분으로. 진우가 왜 그러는지 모를 수는 없었다. 계곡에 가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집에 조금더 있다가 들어가는게 목적이라는거 알고 있었다. 그냥 여기 주위 산책하고 들어가자. 어두워서 위험할 것 같아. 그럼 먼저 들어가라. 서한아. 나 좀 있다가 들어갈게. 아냐. 같이 산책하자. 휴~ 아직 이일이나... 이일은 우리의 남은 여행기간을 말하는 것이었다. 가는날까지 치면 삼일이 남아있었다. 재서는 경민이와 오래 여행을 하고 싶다는 이유로 사박오일의 일정을 잡았던 것이었다. 녀석을 패주고 싶었다. 그렇게 오랫동안 나의 인내심이 견뎌낼지 자신할 수가 없었다. 나도 저녁 이후로 짜증이 나고 있었다. 오랫동안밖에 앉아 있었는지 집으로 들어오자 경민이와 재서는 방으로 들어간 듯 했다. 어느새 시계를 보니 12시가 넘어있었다. 이 자식들 오늘 술 마시자더니 뭐야!! 서한아 오늘... 그냥 자자... 좀 피곤해.. 그래? 그럼 할 수 없지뭐. 무슨 여행이 이렇냐. 방에 들어와서 자리에 누웠지만 옆에서는 진우가 잠에 들지 못하고 뒤척이고 있었다. 나는 잠이 든 척하고 있었다. 머리만 대면 자던 나도 잠을 설치며 진우의 기척에 왠지 모르게 신경이 쓰였다. 아마도 진우가 울꺼라고 생각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뒤척이기만 할 뿐 우는 기색은 없었다. 시계의 종이 세 번을 쳤다. 그 시간까지 나도 그도 자지 못했다. 이유는 달랐지만 또 같았다. 진우는 재서때문에 그리고 나는 재서 때문에 힘들어하는 진우 때문에. 세시의 종이 치고 나는 잠이 들었다. 이전: 관찰3 다음: 관찰 2000/07/05(02:54) from 203.238.128.123 CrazyWWWBoard 2000 -------------------------------------------------------------------------------- (c) Nobreak Technologies, Inc. CGISERVER KOREA 공지사항 300줄 이상 소설을 적어 주세요~ -------------------------------------------------------------------------------- 작성자 : tea (seablue0@hanmail.net) 추천: 4, 조회: 861, 줄수: 204, 분류: Etc. 관찰3 아침에 일어나자 자리에 진우가 없었다. 나는 벌떡 일어나 진우를 불렀다. 집안 어디에도 진우가 없었다. 나는 현관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 진우를 찾았다. 집주위를 한참을 찾았을 때 어제 밤에 앉아 있던 바위위에 앉아 있는 진우를 발견했다. 화가 났다. 이유는 없었다. 뭐하는 거야 여기서. 사람이 얼마나 놀랬는 줄 알아? 어.. 찾았어? 왜 네가 나를 찾느냐는 진우의 말... 화가 났다. 사람이 없어지면 찾지 않 찾냐! 나갈 때 말이라도 하고 나가야지. 이건 억지다. 말하고 있으면서도 이게 억지라는 것은 알고 있다. 어.. 자고 있어서.. 깨워서 나 나가...라고 하기도 그렇잖아. 어쩄던 가자. 아침부터 사람 놀래키냐 왜!! 괜한 화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다. 알고 있다. 진우는 더 이상 말하지 않고 앞서 걷기 시작했다. 진우 나름의 화가 났다는 표시라 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나도 더 이상은 말하지 않고 진우와 함께 집안으로 들어갔다. 집안에는 재서와 경민이 깨어나 있었고 닭살스러운 하트가 날라다니고 있었다. 너내 어제 어디까지 갔었냐? 우리 기다리다가 잠들었잖아. 흥 기다리기는 했냐라고 묻고 싶었다. 그래.. 어제 좀 늦었지. 먼저 자길 잘 했어. 어제 우리도 들어와서 바로 잤어. 오랜 만에 산에 갔다 왔더니... 좀 지치더라. 진우가 듣기 좋은 목소리로 말했다. 역시 진우다운 대사였다. 녀석 연극하나는 잘 하는군 이라는 좀 뒤틀린 생각이 들었다. 재서야, 경민아, 진우가 여기 근처에 계곡 있다는데 오늘은 계곡에 가서 놀지 않을래? 녀석들은 동조를 했고 아침을 먹고 계곡에 가서 하루를 보냈다. 물에 들어가서 유 치한 물장난도 하고 아직 피서철이 아니라서인지 계곡에는 사람들이 별로 없었다. 재서와 경민의 하트는 여전했지만 나와 진우도 나름대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그 사이사이에 진우가 재서를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묘하개 신경을 거스르는 느낌... 계곡 물의 시원함에 처음에는 모두 첨벙거리며 놀고 있었지만 곧 나는 주위를 돌아보고 온다는 말을 하고서는 계곡을 따라 올라가고 있었다. 물을 따라가면 길을 잃어버릴 일도 없다고 생각이 들어서였지만 미묘하게 흐르고 있는 그 곳의 공기를 피해서기도 했다. 눈에 보일 듯이 뻔한 진우의 바라봄과 그것에 무심한 두 사람의 관계를 바라보는 것은 꽤나 열량이 소모되는 일이었다. 조금은 화가 나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옆에서 지켜보기에 기분좋은 모습들은 아니었기 때문에... 하지만 이상하게 깨어져 버린 나의 페이스에도 기분이 나빴다. 이런 일에 일일이 반응할 내가 아니었다. 내가 기분이 나쁠 이유도 없고 화날 이유도 없다. 평소의 나라면 그냥 그런일을 별생각없이 그리고 끼어들지도 않고 바라봐줬을 것이다. 한참을 올라가서 계곡옆에 앉았다. 바람도 시원하게 불고 차가운 물에 발을 담그고 있으니 슬슬 졸음이 몰려왔다. 사실은 좀 자고 싶었다. 기분 나쁜 감정에서 벗어나 자고 싶어졌다. 아직 시간도 별로 지나지 않은 듯 해서 조금 자고 올라가기로 했다. 그렇게 잠이 들고 다시 깨어났을때는 진우가 옆에 앉아 있었다. 깨어나자 옆에 안자서 계곡물을 응시하고 있는 진우의 옆얼굴을 만난다. 꽤나 오래 별 말없이 나는 진우를 보았다. 내가 이번 여행에서 가장 많이 본 진우의 얼굴은 '누군가를 생각하는 그의 옆얼굴'이다. 너무 익숙해져버렸다. 이 얼굴에... 그리고 외로워보이는 진우의 모습에... 익숙해져버렸다. 익숙해지고 싶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진우는 나와 함께 있는 시간이 잴 길었지만 모든 신경은 재서를 향해 있었다. 재서와 함께 있을때는 진우의 눈은 재서로 향해 있고 재서와 함께 없을때도 머리속은 재서에 대한 생각과 다른 장소에 있는 그들 둘에게 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난 진우의 옆얼굴에 진우의 모습에 익숙해져갔지만 나를 바라보지 않는... 나를 인식하지 못하는 진우가 나에게 익숙해질리는 없었다. 그것이 방관자의 한계... 방관자는 그 속에 있는 움직임과 패턴을 잘 알수 있지만 그것에 관여하지는 못한다. 관여하는 순간 방관자로서의 태도는 깨어지고 그 속에서 함께 움직이게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안에 사람들은 방관자를 지켜보지도 인식하지도 않는다. 방관자는 그 속에 있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그들을 방관하는 건 쉽지 않았다. 진우를 지켜보는 동안 나도 진우편이 되어버렸나보다. 재서가 싫다. 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진우도 싫다. 생각해보면 이때 이미 나의 마음은 진우에 대한 방관의 태도가 아니었다. 나는 이미 그들의 관계보다 진우의 생각과 진우의 마음 그리고 진우가 받을 상처에 더 신경을 쓰고 있었기때문이다. 여전히 방관하고 있었지만 나의 마음은 평정심의 균형이 깨어지고 있었다. 진우를 위로해주고 싶었다. 그의 시선이 더 이상 재서에게만 머무르지 않도록, 그의 행동에 더 이상 상처입지 않도록 잡아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몸을 진우쪽으로 돌려누워 한쪽팔을 베고서는 진우에게 말을 걸었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냐? 어... 깨어있었어? 여기까지는 왜 왔냐? 조금은 겸연쩍은 듯 웃으며 진우가 한쪽 눈을 찡그려보였다. 그게.. 둘이 있을 시간도 줘야할테고.. 혼자있으니까 심심해서 너 찾아볼까하고 내려왔더니 여기에 누워있더라 너. 그의 말에 나는 진우를 당겼다. 누워 편안해. 좀 누워있다가 가자. 자도 좋구. 내가 깨워줄게. 진우는 반듯하게 누워 위를 응시한다. 진우의 눈길이 슬퍼보인다. 너는 왜 이 여행에 따라왔냐? 재서와 경민이의 사이를 모르는 것도 아니었을텐데. 거절해도 될 여행을 함께 온 이유가 뭐냐. 재서를 빼앗으려는 생각도 없는 것 같던데. 굳이 여기 에 함께 온 이유가 뭐야? 나는 결국 잔인한 질문을 하고야 말았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이런 물음은 결국 내가 진우의 마음을 알고 있을뿐만 아니라 나를 이런 여행에 끌어들였다고 진우를 타박하고 있는 결과라는 것 정도는 충분히 알 수 있었음에도 왜 나는 그런 질문을 했던 것일까. 위로 시선을 향해있던 진우가 시선을 나에게로 돌렸다. 잠시 멍해보인던 진우의 눈이 일순 흔들렸다고 생각되었다. 진우의 눈동자가 화났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왜냐구? 그래 왜냐구? 나도 왠지 알고싶어. 너보다 내가 더 그 이유를 알고 싶다는 거 알 아? 그래 널 귀찮게 해서 미안하다. 하지만 그렇게 모든 일이 내맘대로 되는 건 아니란 말이다. 여행에 따라온거. 그래 어느정도는 재서와 함게 여행하고 싶다고 생각한것도 사실이 다. 하지만 그것보다는 뭐라고 해야할지 혹시나 내가 거절하면 그 둘이 내가 재서를 좋아 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라도 챌까? 이런 저런 생각으로 걱정하고 고민했던 나를 네가 알아? 왜 따라왔냐고? 그래 나도 이제는 묻고 싶어 왜 따라왔냐고!!! 사실 재서 좋아한것도 내가 먼저야 내가 몇번이나 경민이에게 재서를 보여주지 않았다면, 아니 재서에게 경민이를 보여주지 않았다면 이라고 생각해봤는지... 어덯게 알겠어. 왜 이 맘을 이렇게도 못 잡는지 하나하나 흔들리는지 나도 좀 알았으면 좋겠다. 정말. 지금이라도 가버리고 싶어. 네가 안 이상 그 얘들이 모를거라고는 생각할 수 없겠군... 모르는 것 같았어. 나도 말할 생각도 없구. 네가 알다니. 어떻게 이럴수가 있어. 모를거라고 생각했니? 그렇게 온 몸으로 표시내고 다니면서. 재서 같은 놈이나 모 르지 다른 사람들은 다 알꺼다. 진우는 아무말이 없었다. 침묵이 길어지고 있었지만 진우도 나도 그 침묵을 깨지는 않고 있었다. 계속 모르는 걸로 해줘. 이런 얘기 안했던 걸로 하자. 뭐. 어려울 것 없지. 네가 원한다면 그렇게 하지 뭐. 그날저녁 진우는 의식적으로 나를 피하고 있었다. 나는 답답해졌다. 그 이상한 공기속에서 진우에게 신경쓰며 날카로워져가던 신경이상으로 무엇인가가 나의 신경을 건드리고 있었다. 진우의 드러나지 않는 피함. 다른 사람은 모르더라도 나는 알수가 있었다. 그가 나를 피하고 있다는 것을 하지만 그것에 대해 뭐라고 말할 수는 없었다. 어쨌던 나는 그의 감정을 건드린 거니까 그것도 깊이 숨겨두고 있던 마음을 말이다. 하지만 나도 진우를 지켜보는데 지쳐가고 있었다. 어느새 그의 눈빛이 흔들릴때마다 나의 마음도 흔들렸고 재서에게 모든 신경이 가 있는 진우처럼... 진우에게 모든 신경이 가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본능이 더 이상 관여하지 말라고 말하고 있었다. 여기에서 그만두면 더 이상 그들과 얽히지 않고 마무리 지을 수 있다고 본능적으로 더 이상 관여하지 말 것을 종용하는 무엇인가가 있었다. 그리고 나도 더 이상 관여하는건 불필요한 일이라고 생각되었다. 다음날 재서는 아침일찍 나에게 부탁을 했다. 오늘 하루만 각자 행동을 하자는 것이었다. 뭐 이해 못할 일도 아니었다. 우리에게 신경쓴 건 아니지만 둘도 둘만의 시간을 보내고 싶으리라는 것정도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러나 나와 진우는 어제의 마찰이 있는 상태였고 진우는 나를 피하고 있었다. 하지만 내가 진우에게 함께 가자고 하면 진우가 거부하지 않을거라는건 알고 있었다. 결국 나의 결정이 필요할 뿐이었다. 나는 진우에게 이 근처에 가볼만한 곳이 또 없냐고 물었다. 진우는 없다고 얘기했다. 잠시 잔머리를 굴리다가 나는 제안했다. 우리 다시 산에 올라가보지 않을래? 아무래도 여기까지 와서 정상에 못 올라가보는 것이 맘에 걸려서 말이야. 윽 내가 언제부터 이렇게 친구의 부탁을 열심히 들어주는 사람이었지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나의 이유는 그럴듯했다. 이거라면 재서와 경민을 버려두고 가는것도 타당한 이유였고 꽤나 긴 시간을 밖에서 보낼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서 였다. 하지만 얘들은 올라갔다 왔는데 가려고 할까? 그리고 너 산에 올라가는거 싫다고 했잖아. 그래도 여기까지 왔으니까. 올라가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잖아. 함께 가 줄꺼지? 혼자는 못가겠고 말야. 그리고 얘들은 갔다왔으니까 둘이 갔다오자. 나의 말에 진우는 알았다는 듯이 희미하게 웃으며 동의를 표시했다. 나의 얄팍한 연극이 진우에게 속을 내비쳤나보다. 하지만 역시 진우는 나의 제의에 동의함으로서 그에 대한 나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우리는 산에 오르기로 했고 경민이와 재서는 쉰다는 명목하에 주위나 산책하면서 집에 있겠다고 말했다. 진우와 나는 묵묵히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저번에 진우와 앉아서 애기하던 곳 까지 와서도 진우는 별다른 말이 없었다. 왠지 모르게 침묵이 신경쓰이기 시작했다. 평소의 나와는 무엇인가가 달랐다. 진우의 침묵에 불안해하는 것부터가 나의 페이스를 깨고있었다. 왜 그렇게 말이없어? 내가 억지로 산에 가자고 해서 화난거야? 아니. 그냥 말하면 너 더 힘들 것 같아서... 우리는 또다시 묵묵히 산을 올랐다. 그리고 정상에 도달했다. 산위에서 진우는 산아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그 옆에서 진우를 바라보고 있었다. 뭐해? 뭘 그렇게 봐? 산. 그래 산의 뭘 보는데? 글세. 산의 뭘 보느냐... 어려운 질문이네... 넌 뭘 보는데? 너. 나? 그래. 뭔가 산에다 말하고 가고 싶어하는 너, 여기다 무엇이가를 버리고 가고 싶어하는 너. 진우는 희미하게 웃었다. 내 말이 무슨 말인지 알지 못할 리가 없는 진우였다. 그래 그럴지도 모르지. 그렇게만 말하고 진우는 다시 침묵했다. 나는 어제의 생각을 깨고 또 다시 진우를 자극하고 있었다. 심술난 꼬마아이처럼 말이다. 이 여행에 동참하고서 진우와 경민이 그리고 재서를 본 그때부터 조금씩 깨어지기 시작한 나의 페이스는 평소와 달리 주위공기에 민감해지게 하고 그것에 더해 그 공기를 걱정스러운 눈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그런 신경씀이 나의 인내심의 줄을 팽팽히 당기고 있었다는 것으로는 변명이 되지 않겠지만 말이다. 산이라는 분위기도 그렇고 왠지 거기서 진우가 재서에 대한 얘기를 한다면 진우가 재서를 거기에 버리고 갈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진우는 그럴 생각이 없어 보였다. 진우는 아무말이 없었다. 그리고는 돌아섰다. 내려가자. 한참을 아무말 없이 산을 내려오고 있었다. 저번 산행에서처럼 옆에서 혹은 뒤에 서 내가 잘 올라가고 있는지 봐주며 도와주던 진우는 없었다. 앞서 내려가면서 돌아보지 않았다. 산에 익숙하지 못하다고 처음부터 끝까지 도와주려고 하던 진우는 사라지고 계속되는 나의 심술에 상처입어 산을 내려가는 그의 뒷모습만이 남았다. 하지만 여전히 빠른 걸음은 아니었다 충분히 따라내려올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는 진우였다. 나는 진우 옆으로가서 나란히 걸었다. 한참을 침묵하던 진우가 말을 시작했다. 너란 녀석. 정말 정이 안 가는 녀석이야. 왜 자꾸 사람의 걸려있는 부분을 건드리냐. 다른 사람 괴롭히는게 취미냐? ... 나는 할말이 없어서 침묵하고 있었다. 나의 말들이 나의 행동들이 조금씩 진우를 건드리고 궁지로 몰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재서를 만난건 산에서였다. 우연히 다른 학교랑 함께 산에 오르게 되었는데 그때 재서가 거기에 있었다. 그리고 산을 오르고 내리는 동안 함께 갔었지. 쾌할하고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어. 사실대로 얘기하자면 처음부터 좋아했었다. 이제 이런 말해봐도 별 충격도 안되겠지만 나 동성애자거든. 그래서 그를 봤을 때 좋아한다라고 생각했어. 그러다가 같이 뒤 풀이도 하게 되고, 연락처도 주고 받았지 재서가 먼저 연락을 해왔어. 술이나 한잔 하지 않겠느냐고. 난 좋다고 했고, 그 뒤로 종종 만나고 있었지. 난 그가 나를 좋아하는 줄 알 았어. 그도 동성애자인걸 알고 있었거든. 불타는 감정은 아니더라도 좋아한다고 생각하고 있었지. 어느날 우연히 경민이와 만나고 있는데 재서에게 연락이 왔어. 그리고 함께 만났지... 그 뒤는 너도 알겠지만... 그 셋은 사랑하는 두사람과 정에 끌려 다니는 남은 한사람이 되었지. 사랑은 셋이서 하는게 아니라 둘이서 하는 거거든. 그리고 남은 한사람을 위 해 특별히 모셔져 온 너. 재밌는 얘기지? ... 산을 거의 다 내려왔을 때 비가 오기 시작했다. 장마라고 뉴스에서 연일 떠들어대 더니 비가 오긴 오는 모양이었다. 우리가 서울을 떠나던 날부터 장마라고 하더니 이제서야 비를 만나게 되었다. 진우는 내가 신경쓰이는지 아까의 태도는 잊고 계속 나를 도와주면서 남은 산행을 마쳤다. 이런 초보자를 비오는데 산에 데려가다니... 진우가 가벼운 말투로 말했다. 언제나 남을 배려할 줄 아는 녀석... 이제 다 왔으니까 조금만 더 가자. 산을 내려올때까지는 조심스럽지만 빠른 걸음이었다. 하지만 위험이 사라지고 집이 점점 가까워올수록 진우의 발걸음도 나의 발걸음도 느려지고 있었다. 비가 오기시작한지 벌써 삼십분정도가 지나서 진우도 나도 젖어있었다. 하지만 집으로 가까워질수록 둘의 발걸음은 느려지기만 했다. 진우가 약간은 무안한 듯이 웃으면서 말했다. 왠지. 집에 들어가기 싫다. 비 오니까 좋네... 감상적으로 변하는 것 같아. 그래? 나와 진우는 멈춰섰고 진우가 자주 앉아있던 바위위에 앉았다. 이미 다 젖어 있었기 때문에 비를 더 맞아도 다를게 없을 듯 생각되었다. 하지만 바위위에 앉아 있으려니 조금씩 추워지기 시작했다. 진우는 춥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보니 얇은 옷 위로 팔을 감아 몸을 따뜻하게 하려는 듯이 앉아 있었다. 춥다. 들어가자. 어... 나는 진우의 팔을 잡고 끌어당겼다. 따뜻한 물에 씻고 싶어. 일어나라. 진우와 나는 집으로 들어와서 경민이와 재서를 불렀지만 둘다 대답이 없었다. 진우는 나에게 욕실에서 타월을 가져오겠다고 말하면서 욕실로 향했고 곧 머리를 닦으며 나에게 타월을 건내주었다. 서한아 얘들이 어딜 갔을까? 글세? 이 비가 오는데 나간건가? 자고 있는 거 아냐? 그런가? 진우는 그렇게 말하며 재서의 방문을 노크했다. 그리고 그 문을 열어보았다. 열려진 문틈으로 재서의 벗은 뒷모습과 이불을 반쯤 덮은 경민이 보였다. 둘은 자고 있었지만 재서가 경민을 꼭 끌어안고 있었다. 설명하지 않아도 둘의 관계를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진우는 잠깐 멈칫하며 문고리를 잡고 서 있었다. 나는 진우에게로 걸어가 방문손잡이를 조용히 당겨 닫았다. 뭐하자는 거야? 아... 아니... 몰랐던 것도 아니면서. 새삼스럽게 그러는 이유는 뭔데? 지금까지 알고 있던 거 아니었어? 진우가 화난 눈길로 나를 쏘아보았다. 나도 무표정한 얼굴로 진우를 보았다. 한참을 그러고 있었던 것 같다. 진우가 몸을 돌려 밖으로 나갈때까지. 난 어디가느냐고 묻지 않았다. 또 어디 숨으러 가냐. 현실도피적인 녀석. 진우는 돌아보지도 않고 현관문을 닫고 나갔다. 바람에 밀려서인지 문이 쾅 소리 를 내며닫혔다. 나는 움직이지 않고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문소리 때문인지 안에서 재서가 깨어나문을 열고 나왔다. 이전: 관찰4 다음: 관찰2 2000/07/06(02:21) from 203.238.128.123 CrazyWWWBoard 2000 -------------------------------------------------------------------------------- (c) Nobreak Technologies, Inc. 300줄 이상 소설을 적어 주세요~ -------------------------------------------------------------------------------- 작성자 : tea (seablue0@hanmail.net) 추천: 6, 조회: 797, 줄수: 297, 분류: Etc. 관찰4 어 너네 언제 왔냐? 밖에 비오냐? 왜 그렇게 젖었어? 태평하게 말하는 녀석에게 짜증이 치밀어 올랐다. 다른 사람의 감정을 눈치채지 못하는 것도 잔인한 거다. 나도 모르게 주먹이 재서의 배를 강타했다. 뭐야!! 화난 재서의 목소리가 들린다. 하지만 뜻밖의 공격에 재서가 일어나 반격하기를 잊고 있는 사이 나는 현관문으로 향했다. 뭐야!! 뭐때문이야!! 이새꺄!! 행동이나 바로 하시지. 얼음장 같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하고 돌아서는데 방안에서 경민의 목소리가 들린다. 뭐야 재서야? 얘들 왔어? 재서는 잠깐 갈등하는 듯 하고 있는 사이 나는 현관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내가 재서를 때릴 이유같은 건 어디에도 없다는걸 현관문을 열고 나서는 순간 아니 재서를 때리는 순간부터 알고 있었다. 연인과 함께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내가 그들에게 상관할 바가 없는 것이다. 엄밀하게 말해서 재서의 행동은 잘못된 것이 없었다. 재서가 둘만이 있을 시간을 달라고 했을때부터 그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일이고 그것에 대한 거부반응 따위는 없었다. 내가 그렇게 화낸 이유가 명확하게 다가오고 있었다. 그것으로 인해 진우가 상처를 입었기 때문에 그리고 내가 그것으로 진우를 상처입혔기 때문이다. 차가운 빗줄기를 맞기 시작하자 자신에 대한 화가 재서에게 돌아갔을 뿐이라고 냉정하게 생각하게 되었다. 하지만 사과할 생각따위는 없었다. 밖으로 나왔지만 어디에서도 진우를 찾을 수가 없었다. 이제는 비가 많이 쏟아지고 있었다. 추워하고 있던 진우가 생각났다. 먼저 나와 자주 앉아 있던 바위를 찾았다. 하지만 거기에 있을 리가 없었다. 내가 생각나는 곳에 가고 싶지 않았을꺼라고 생각은 했지만 몸에서 힘이 빠지는 기분이다. 진우의 이름도 부를 수 없었다. 부른다고 순순히 나와 줄리도 없지않은가. 한참을 빗속을 뛰어다녔다. 그래도 진우를 찾을 수가 없었다. 집으로 돌아간게 아닌가 해서 집으로 가봤더니 재서와 경민이 만이 있었다. 재서는 나를 이 여행에 끌고 왔다는 생각때문인지 아까 나의 공격을 넘어가기로 한 듯 내가 들어가도 별다른 행동을 보이지 않았다. 서한아 비오는데 밖에서 뭐해? 진우는? 몰라. 잠시 후에 들어오겠지 뭐. 진우랑 싸웠어? 경민이 이상하다는 듯 쳐다보며 말했다. 난 너네 때문이라고 쏘아붙이고 싶었지만 진우를 생각해서라도 그렇게 말할 수가 없었다. 진우에게 모르는 척 하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이다. 나는 한심한 느낌이 들었다. 진우가 힘들어하든 말든 그 원인들은 알아주지도 않는다. 물론 그건 혼자서 이겨나가야 할 일이라는 건 알지만 둘다 알아차리지도 못하고 있었다. 녀석들에게 화가 났다. 그냥 좀. 같이 찾아보자. 한명은 있어야 되니까 경민이가 있어라. 재서가 일어서며 말했다. 아냐 혼자 찾아볼게. 멀리가진 않았을꺼야. 나는 다시 밖으로 나왔다. 집주위를 찾아보았지만 진우는 보이지 않았다. 비는 계속 오고 있었다. 이런 빗속에 어디로 갔는지 찾을 수가 없는 마음은 꽤나 답답한 것이었다. 이제 점점 체온이 떨어져서 몸이 떨리기 시작했다. 거의 한시간을 넘게 비를 맞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진우도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생각하니 몸이 더 추워지는 듯 했다. 빨리 진우를 찾아야 했다. 결국 다시 그 바위를 찾았다. 그런데 진우가 그 바위위에 앉아 있었다. 아마도 다른 곳을 돌아다니다가 왔나보다. 진우의 옆으로 갈것인지를 잠시 망설였다. 하지만 진우를 이 빗속에서 데려가야 한다는 것에 생각이 닿았다. 옆으로 다가가서 앉자 진우가 약간의 거리를 두려고 움직였다. 처음에는 사과를 할까했지만 진우에게 말을 거는 것이 생각보다는 쉽지 않았다. 추워. 들어가자. ... 진우야... ... 대답이 없다. 나도 아무말 없이 옆에 앉아 있었다. 하고 싶은 말들은 머리속에서 움직이고 있었지만 생각들을 말로 하지는 못하고 있었다. 말들이 쏟아져 나오면 나도 감당하지 못할 것 처럼 흥분되어 있는 상태였다. 진우의 몸에 기대어 앉아 있었다. 차가워진 몸이 얇은 셔츠밑으로 느껴졌지만 내가 해 줄 수 있는 것은 없었다. 처음에는 거리를 둘려고 하던 진우도 가만히 나의 체온을 느끼고 있는 것 같았다. 지금 나의 미안함이 전해진다면 좋을텐데...라는 생각을 하며 더 가까이 앉고 싶은 생각을 억지로 참고 있었다. 그때 진우가 조금더 몸을 기대어 왔다. 비가 쏟아지는 밤이어서 진우의 얼굴표정은 보이지 않았지만 자주 보여주던 진우의 지친 표정이 보이는 듯 선명하다. 그리고 나의 표정도 점점 지쳐가는 표정이 된다. 나에게라도... 그에게 상처를 입히는 나에게라도 위안을 얻고 싶은건가... 다음날도 비가 계속해서 쏟아졌다. 계획대로라면 오늘이 올라갈 날이었지만 장마철인 관계로 비가 너무 많이 왔고 급한 일이 있는 것은 아니었던 우리는 그냥 하루를 더 머물자고 얘기되었다. 피곤한 상태로 하루를 더 있어야 하다니 집에 가고 싶었다. 하지만 경민이와 재서뿐만이아니라 진우도 하루를 연장하는데 동의했다. 다행인 것은 어제의 일로 진우가 나를 불편하게 하는 것을 내비치지 않고 있다는 것이었다. 나를 편안히 대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주 불편하게 대하는 것도 아니었다. 우리가 편한사이로 지낸 시간도 없었기 때문에 그것은 그런데로 견딜만한 불편함이었다. 여전히 재서와 경민은 둘만의 세계에 빠져있는지 우리의 묘한 분위기도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식사시간동안 나는 여전히 진우를 관찰하고 있었다. 그리고 진우의 변한 모습을 발견하게 되었다. 진우는 재서와 경민이를 바라보는 횟수가 현저히 줄어 있었다. 아니 거의 보지 않았다고 할만큼 그 쪽으로 시선을 두지 않았다. 내가 미묘하게 진우의 마음을 긁고 있어도 진우는 나를 바라보고 시선을 맞추었지만 그들에 대해서는 피하고 있었다. 내가 의식적으로 내는 상처가 재서가 무의식적으로 주는 상처보다 진우에게는 훨씬 덜 중요한 것이다. 밥먹고 뭐할까? 재서의 물음에 평소에는 별로 의견을 주장하지 않는 편인 진우가 답했다. 나는 방에서 좀 잘래. 어제 비를 맞았더니 몸이 좀 안 좋은 것 같아서. 나도. 에이~~ 그게 뭐야. 비가 오는데 운치를 즐겨야지. 네가 좋아하는 술도 이제 없다. 오늘이 가는 날이라 저번 저녁에 다 마셔버렸잖아. 아~~~ 이런... 내가 사러갔다 올까? 정신없는 놈. 이 비 오는데? 우산 하나 있다며? 내가 가져온거다. 내가 장마라고 얘기했는데 어째 우산 챙겨오지도 않았냐. 바보 놈. 그러고 보니 어제 진우를 찾을때 우산 생각은 하지도 못했다. 우산을 가져갔으면 진우가 비를 덜 맞았을텐데. 진우가 함께 보내는 시간을 힘들어한다는 걸 알 수 있었기 때문에 내가 조정하기로 했다. 각자 지내자. 비가 그치면 술을 사러 가든지 하고 사내녀석들이 모여 앉아 뭘하고 놀겠냐. 재서와 경민이에게도 별로 손해될 건 없는 말이었다. 잠시후 재서와 경민이 쉰다는 핑계로 우리의 눈을 피해 방으로 들어가고 진우와 나는 창밖의 비를 바라보고 있었다. 조용했지만 불편하지는 않았다. 진우가 창가로 다가섰다. 뭐해? 그냥. 비가 많이 오니까 좋아. 좋긴. 집에 가지도 못하고... 나랑 더 있어야 되잖아. 진우의 뒷모습이 약간 동요하는 듯 했지만 마음속으로 심호흡이라도 한 듯 다시 굳었던 어깨를 폈다. 한참을 창가에서 내다보던 진우는 돌아서 현관쪽으로 갔다. 뭐하게? 밖에 좀 나가볼려구. 진우의 말을 듣자 방에 있을 재서와 경민이 생각났다. 어제의 재서와 경민을 봐버린 이상 무엇을 하고 있을지 상상이 간다는 얘기겠지. 같은 집안에 있기가 불편한 마음이기도 할꺼다라는 생각에 진우를 잡지 않았다. 비와서 감기 들텐데. 현관문을 나서는 진우에게 말했다. 진우는 돌아서 괜찮다는 듯 웃어보였다. 아 잠깐.. 우산 줄게. 난 우산을 가져나와 진우에게 주었다. 나는 진우가 나가서 우산을 편히 펼수 있도록 현관문을 잡아주었다. 진우가 받아든 우산을 폈을 때 나는 인상을 찡그렸다. 그리고 진우의 내뱉는 웃음 이 들렸다. 돌아보는 진우의 눈꼬리가 웃고 있다. 약간은 장난스럽게 웃는 진우의 웃는 모습이 귀엽다. 이 우산... 너랑은 별로 어울리지 않는데? 윽... 집에서 우산이 없어서 분홍색이라도 집어오기했는데. 거기엔 키티그림이 중 간중간 그려져 있는 것이었다. 윽...그게 뭐야 진우가 다시 웃는다. 뭐 귀여운걸 ^^ 너랑 잘 어울리네 뭐. 칫. 너랑 더 잘어울린다. 내가 널 위해 가지고 왔잖냐. 정말 어울리네. 그래? 그럼 나 가져도 돼? 이번 여행까지만 임대다. 진우가 또 웃는다. 기분이 좋아지고 있었다. 우산 주인도 임대해 줄까? 진우가 이상하다는 듯이 쳐다보다가 말했다. 음... 싫은데? 우산주인은 별로 귀엽지 않거든. 아깐 잘 어울린다며!! 넌 반어법도 모르냐 ^^ 그렇게 진우는 웃음을 남기고 나갔다. 현관문을 잡고 내가 소리친다. 야~~ 조금만 돌아보고 와라. 그래. 진우가 나가고 나는 진우가 보일만한 창문에 다가섰다. 기분이 좋아진 듯 우산을 조금씩 돌리면서 걸어가고 있는 진우가 보였지만 곧 시야에서 사라졌다. 나는 그 전에 진우가 붙어서 있던 큰 창으로 다가섰다. 진우는 거기에 없었다. 창문을 열고 창틀에 앉았다. 시야가 넓어져서 좋았다. 조금씩 비가 들이쳤지만 앉아서 앞을 보고 있었다. 한참후에야 앞에 있는 나무 사이로 분홍색 우산이 조금씩 움직이는 게 보였다. 그 우산 아래에 있을 진우를 생각하니 웃음이 났다. 앞으로 나오고 있는 진우와 우산을 보고 진우를 불렀다. 진우야~~~ 비속이라 잘 들리지 않는 듯 진우는 별 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다. 난 두손을 크게 흔들며 계속해서 진우를 불렀다. 마침내 진우는 나를 알아보고 나에게로 곧장왔다. 나에게로 오고 있는 진우를 보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었다. 우리집 부서지겠다. 창틀에 앉아서 왜 허우적거리냐. 여행을 오고 지금은 진우가 가장 밝은 것 같다. 형님한테 허우적이라는 단어를 쓰다니. 왜이렇게 오래있었냐? 진우가 나에게 다가왔다. 나의 옆에 서서 우산을 끄지 않고 비를 바라보며 말했다. 나 이번 여행... 오길 잘한 것 같아... 많이 정리되는 기분이야... 너한테도 미안하고 고마웠어. 말을 그치고 나를 바라보는 진우의 눈빛이 아직 슬프다는걸 나는 알았다. 나도 동성애자다. 내가 불쑥 말을 내뱉았다. 그리고는 무척 놀랐다. 내가 그것을 말해서는 아니었 다. 이미 진우도 그것을 알고 있다해도 별로 놀라운 일이 아니었다. 다만 그것을 말하는 나의 심리상태 때문에 놀란 것이었다. 나도 너를 사랑할 수 있다. 그리고 너도 나를 그런 대상으로 봐 달라는 생각이 그 하나의 문장으로 내보여졌기 때문이었다. 나도 의식하지 못한 사이에 그들의 사이로 많이 들어와버렸구나 라는 생각에 당황했다. 진우가 놀란 듯이 나를 바라보았다. 그러더니 웃어보인다. 그럴지도 모른다고 생각은 했었어. 하지만 갑자기 그렇게 말하니까 좀 이상하네. 그말만을 하고서는 둘다 계속 비를 바라볼 뿐 이었다. 내가 그런말을 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조금씩 내가 진우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건 그저 익숙해지고 있을 뿐이라고 생각해왔는데... 그저 그의 슬퍼보이는 옆얼굴에 화가 났을 뿐이데... 그 말을 내뱉고 보니 마음이 더 절박해지는 느낌이었다. 자신도 모르게 말함으로서 감정이 보다 뚜렷해지는 느낌... 이제 나 스스로의 감정을 더 이상 모르는 척할 수가 없게되었다. 바라지 않던 감정... 달리는 차길에 정지신호를 무시하고 발을 내딛는 것과 같은 느낌... 하지만 아직은 돌아설 여지가 남아있다. 문제가 있다면 돌아설 의지가 남아있느냐의 문제이겠지... 처음에 진우에게 반했던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힘겨워하는 진우를 옆에서 바라보면서 어느새 그에게 감정이입이 되어버렸나보다. 그것이 관찰자로서의 나의 페이스를 잃게 만들었나보다. 이제 남은 방법은 이 관찰대상에서 멀어지는 것이다. 이런생각에 빠져있을 때 진우가 비를 응시하고 있던 눈길을 나에게로 돌렸다. 바라보는 진우의 눈길이 조금은 부담스러웠다. 하지만 진우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고 싶기도 했다. 진우가 말을 하려는 순간에 뒤에서 재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야 너네 뭐하냐? 분위기는 있는 데로 잡고. 혹시 너네 사귀냐? 그러면 어쩔건데. 나의 삐뚤어진 마음. 삐뚤어진 말. 오우~~ 경민아 얘네좀 봐~~ 방안에서 경민이 나왔다. 얘네들 사귄덴다!~ 진우가 창가를 벗어나 걸어가고 있었다. 나는 큰소리로 불렀다. 진우야 어디가~~!! 돌아보며 진우가 웃는다. 들어갈려고 그런다. 추워서. 현관으로 들어오는 진우에게 경민이 수건을 가져다주며 웃는다. 오랜만에 진우가 경민에게 말한다. 왜 그렇게 웃어? 너네 혹시 정말??? 의구심으로 가득한 경민의 물음에 수건으로 머리를 털던 진우는 나를 돌아본다. 서한아 나 샤워할테니 욕실로 옷좀 가져다 줄래? 추워서 말야. 얼떨결에 일어서면서 대답했다. 어...어. 진우의 태도는 무언가가 달라져 있었다. 나의 관찰일지에 없던 변화였다. 그 새로운 변화를 일으킨 변수가 나이길 원하는 나를 발견했다. 그때이후로 진우와 둘만있는 시간은 없었지만 진우는 한결 평온해보였다. 그리고 나를 대하는 태도도 많이 가벼워보였다. 진우와 나 사이에도 미묘한 불편함대신 평온함이 감싸여 있었다. 경민이와 재서를 대하는 진우의 태도도 많이 편안해져보였다.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진우의 이런 변화는 환영할 만한 것이었다. 우리는 밥을 먹고 이런 저런 잡담으로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한가로운 시간이었다. 그때 재서가 말했다. 우리 집으로 돌아가면 다같이 술이나 한잔 하자. 뒤풀이해야지. 지금까지 네놈이랑 있었던 것도 지겨운데. 내가 너랑 왜 만나냐. 에게~~~ 진우도 같이 만나는데? 진우가 우리를 이어준 사람이나 마찬가지니까 나도 진우의 연애에 신경을 써야지. 그러면서 장난스럽게 웃어보인다. 나는 반사적으로 진우를 쳐다보았다. 순간 진우의 얼굴이 어두워졌지만 그건 아 주 짧은 순간의 일이었다. 어~~ 재서 그거 반가운 소리네. 근데 저런 목석같은 인간 말고는 없냐? 여행온 후 처음으로 진우가 재서에게 받아치는 소리였다. 그때서야 진우와 재서가 친구였다는 것이 실감이 났다. 옆에서 경민이 웃는 소리가 들렸다. 서한아 너보고 목석이라는데? 경민이가 약올리듯이 말한다. 진우의 태도에 나도 모르게 기분이 좋아졌나보다. 흥, 사내놈들한테 목석으로 안 보여서 좋을게 뭔데? 난 앤한테만 잘해줄테다. 엄청. 너네 같은 놈들따윈 나의 적수가 안될껄. 경민이가 다시 진우를 바라보며 말한다. 라는데? 진우야? 앤한테는 목석아니라는데? 경민이의 얼굴이 장난스럽게 웃고 있다. 나도 진우도 웃고 있다. 어딘지 모르게 묘하게 껄끄럽고 조심스러운 분위기가 사라지고 나자 그동안 얼마 나 그런 분위기에 눌려 있었는지 알 것 같았다. 이제서야 함께 여행 온 기분이 나고 있었다. 그렇게 함께 시간을 보내고서는 자러 방으로 들어왔다. 불을 끄고 각자의 이불에 누웠지만 여전히 창은 비가 두드려 대고 있었고 옆에는 진우의 존재가 느껴졌다. 나는 쉽사리 잠에 들지 못하고 있었다. 진우는 잠이 들었겠지라고 생각할 때 쯤 옆에서 낮고 조용한 진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 하루 더 있었던게 더 낫다고 생각해. ... 너한테는 이상하게 솔직하게 돼. 어쩌면 네가 나의 말에 별다른 반응이 없기 때문일지도 모르지만... 그냥 벽에 대고 얘기하는 느낌이랄까... 어쨌던... 너랑 있는것도 싫지 않아. 아까 그렇게 물었었지? ... 나는 왠지 가만히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서 무슨 말을 해버리면 진우는 더이상 말하지 않을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나의 침묵에 힘을 얻은 듯 진우가 비소리에 묻혀 버릴 듯이 작은 소리도 다시 얘기를 시작했다. 아까, 네 우산을 받았을 때 오랜만에 정말 웃음이 났어. 너와 우산의 언밸런스라니... 풋 ... 그리고 비속을 이리 저리 걸으면서 생각하고 있었지. 음... 내가 여기와서 뭘하고 있는 걸까라는 생각들... 다른 사람까지 힘들게 하면서 말이야... 네가 신경이 많이 날카로워져 있는 것 같았거든... 하긴 그동안 별로 좋은 분위기는 아니었지?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 재서 좋아한 건 사실이지만... 그렇게 비속을 서 있다보니 마음이 조금씩 정리 되는 기분이었어... 그리고 이제는 접어야 한다는거 나도 잘 알고 있었으니까. 그런데 그런 결심을 하고 나니 왠지 혼자라는 생각이 드는 거야. 다른 사람과의 연결통로를 닫아버린 기분이랄까... ... 그런데 갑자기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지... 거기다가 손까지 흔들면서 말이야. 그때 이상하게도 안도감이 들었어. 아직 세상이 열려있는 느낌... 너에게 다가가서 옆에 서 있을때도 혼자라는 생각에 빠져 있었지. 그때... 네가 말한거야... 그말... 나에게는 '넌 혼자가 아니야... 그러니까 힘내... '라고 들렸다... 이상하지만 말야... 정확하게는 아니지만 진우에게 힘이 되어주고 싶다는 마음은 전달이 되었나보다는 생각에 마음이 조금은 가벼워졌다. 그동안 힘이 되어줘서... 고마웠어... 아마도 다음에 널 보게 되면 되게 쑥스러울 것 같다. 너무 엉망인 모습 많이 보여줘서... 귀찮게 해서 미안해... ... 귀찮지 않아... ...풋... 나의 주저하는 듯한 목소리에 조그맣게 웃는 진우의 소리가 들렸다. 진우는 잘 웃 는 사람인 것 같았다.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번의 이 원수는 꼭 갚을게... 그래 꼭 갚아라. 잠시후 잠이 든 듯한 진우의 숨소리가 들려왔을때도 나는 비소리와 진우의 존재에 잠을 설치고 있었다. 이전: 관찰 5 다음: 관찰3 2000/07/07(19:07) from 203.238.128.123 CrazyWWWBoard 2000 -------------------------------------------------------------------------------- (c) Nobreak Technologies, Inc. CGISERVER KOREA 공지사항 300줄 이상 소설을 적어 주세요~ -------------------------------------------------------------------------------- 작성자 : tea (seablue0@hanmail.net) 추천: 6, 조회: 745, 줄수: 226, 분류: Etc. 관찰 5 다음날 여전히 비는 거의 그쳐있었지만 아주 조금씩 오고 있었다. 우리는 여기에서 여행을 접기로 했다. 우산이 내가 가져온 하나밖에 없다는 것이 문제였다. 하지만 빗줄기가 가늘어졌기 때문에 우리는 일단 버스를 타는 곳까지 빨리 가기로 했다. 문단속을 하고 현관문을 나서며 진우가 내 손에 있는 우산을 뺏아들었다. 너 왜 남의 우산을 들고 그래? 이번 여행까지 임대 아니었어? 이런... 분명히 그랬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건 주인이랑 같이 임대될때의 얘기야 그러니까 이리줘. 음... 그렇단 말이지. 뭐 좋아 주인도 같이 임대하지 뭐. 자 이리와. 헉... 왠지 조건이 더 나빠진 것 같다. 말 잘들어. 내가 주인이니까. 진우가 처음보는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 옆에서는 경민이와 재서가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우리를 쳐다보고 있었다. 야 경민이랑 나는? 어.. 비도 얼마 안오느데 그냥 맞구와. 재서에게 강하게 나가는 진우가 귀여워보였다. 우리는 아직 비가 조금씩 떨어지는 길을 나섰다. 나와 진우는 우산을 쓴채 그리고 경민이와 재서는 비를 맞으면서... 조금은 사악한 생각인지 모르지만 고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둘이서 쓰기에는 우산은 너무 작았다. 가까이 다가서 있는 진우의 팔에서 느껴지는 체온이 따뜻했다. 돌아가는 기차를 탔을 때 나는 진우에게 물어보지 않고 복도측자리에 앉았고 진우도 자리를 돌릴까라는 질문을 하지 않았다. 좁은 의자도 올때보다 덜 불편하게 느껴졌다. 진우는 역시 커튼을 걷었다. 그리고 가방에서 카세트플레이어를 꺼내 이어폰을 귀에 꽂았다. 그러다가 자신을 가만히 보고 있는 나를 바라봤다. 안자? 진우가 웃었다. 네가 심심할까봐. 괜찮으니까 자. 아.. 노래 들을래? 이현우? 응. 들을래. 한쪽씩 이어폰을 꽂은채로 같은 창밖 풍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 노래는 제목이 뭐야? 어? 아.. 'MARRY ME' 가사가 재밌지? 어색한 눈빛이라니... 진우와 노래를 듣다가 잠이 들었나보다. 깨어나니 진우의 어깨에 기대어 자고 있었다. 일어나자 진우가 웃었다. 잘 잤어? 침까지 흘리면서 자더라. 반사적으로 나는 손등으로 입 주위를 닦았다. 뭐야!! 거짓말하지 마. 평소에 그러나 보다 그렇게 쉽게 속다니. ^^ 이 악마 착한 녀석인줄 알았더니. 하지만 웃는 진우의 모습이 싫진 않았다. 어디야? 다 왔어. 조금만 더 가면 돼. 한 삼십분 남았나. 여행... 네 덕분에 즐거웠다. 벌써 인사하는 거야? 진우가 그러면서 다시 웃어보인다. 진우의 웃음이 많이 늘었다. 그리고 그 인사가 뭐야. '너 때문에 짜증났다'로 들리는데? 다음에 이 원수는 꼭 갚는다니까. 그래 알았다 알았어... 많이... 힘나서 다행이다. 서울역에 내려서 우리는 각자의 방향으로 헤어졌다. 말은 하지 않았지만 이것으로 진우와의 만남이 끝이기를 바랬다. 이미 진우를 좋아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었지만 다른 사람을 좋아하는 진우의 마음은 누구보다도 내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만날기회가 없으면 이런 마음 사라질꺼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며칠 문득문득 진우가 생각나곤 했지만 견딜 수 없을 정도는 아니었다. 그러다가 나는 재서의 전화를 받게 되었다. 서한이냐? 나와라 술이나 한잔하자. 경민이랑 진우도 함께다. 진우...라고? 순간 망설여졌다. 진우를 만나지 않는게 좋다는 걸 알고 있었다. 하지 만 만나고 싶은 마음이 있는것도 사실이었고 무엇보다도 재서와 경민이와 함께 있을때의 진우의 옆얼굴이 생각났기 때문에 거부할 수가 없었다. 알겠다. 어디냐? 전화를 끊고 나의 행동은 빨라졌다. 빠른 속도로 머리를 감고 움직이면서 옷을 입 고 서둘러 집을 나서는 나의 행동을 보고 자조적인 웃음이 났다. '네놈이 진우의 기사라도 돼냐?'라는 생각에서였다. 마치 난 그 녀석을 구하러 가기라도하는 것처럼 결의에 차 움직이고 있었던 것이다. 상대편에서는 바라지도 않는 행동인지도 모르는데... 술집에 들어서자 기다렸다는 듯 진우가 손을 들어 자신들의 자리를 표시해왔다. 그런것에도 기뻐하는 자신을 발견하고 또다시 쿡하고 웃었다. 이제 막 술자리를 시작했는 것 같았다. 뭐하고 있었냐? 보면 모르냐? 술마시고 있었지. 말하며 재서는 자연스럽게 경민의 어깨에 팔을 두른다. 나도 모르게 눈길은 진우에게로 향한다. 하지만 진우에게서는 어떤 변화도 찾아볼 수 없다. 안심되는 기분이었다. 의자에 편안히 기대면서 진우를 바라본다. 잘 지냈어? 응. 넌? 나도 잘 지내지. 뭐하고 지냈는데? 그냥 뒹구르르~~~ 네가 뒹굴거리는건 상상이 안 가는데? 그래? 그럼 담에 내가 뒹굴거리는 거의 진수를 보여주지. 한번 놀러와라. 그러지. 술집에서 꽤나 시끄럽게 하면서 우리는 술을 마셨다. 계속되는 술에 어느새 모두 가 취해버렸다. 어느새 삼차까지 한 뒤였다. 나는 술은 그리 잘 마시는 편이 아니었기 때문에 이미 취해 있다는 것은 그 전에 알았지만 이상하게 그 날은 술이 잘 들어갔다. 깨어나보니 집이었다. 필림이 끊겼다. 젠장... 돌아보니 진우가 옆에서 자고 있었다. 진우가 나를 데리고 돌아왔나보다. 머리가 찌끈거리며 아팠다. 하지만 씻고 싶었다. 펑소같으면 괜찮아질때까지 있다가 씻겠지만 왠지 씻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틀거리며 일어나 목욕탕으로 갔다. 샤워를 마치고 나왔어도 진우는 계속 자고 있었다. 뭔가 속을 진정시켜야 할 것 같아서 부엌으로 가봤지만 먹을만한게 없었다. 찬장을 뒤져봤지만 먹을거라곤 없었다. 동생이라도 깨워볼까했지만 난리를 칠 것 같아서 그냥 참기로 했다. 다시 방으로 들어가자 진우가 깨어있었다. 어 어디갔다 오냐? 부엌에... 헤~~ 너 의외더라. 뭐가? 술 잘마실 것 같은 얼굴을 해가지고서는 픽픽 쓰러져서 얼마나 놀랬는줄 아냐? 뭐라고? 내가 여기까지 너 데려오느라고 얼마나 힘들었는지 아냐고 집도 몰라서 택시타고서는 네 핸드폰 뒤져서 동생한테 물어서 왔다. 재서가 데려다 줄까 물으니까 괜찮아 괜찮아하더니만 갑자기 픽 쓰러질려고 해서 얼마나 놀랬는지. 네 동생이 마중까지 나왔다니까. 하여튼 어제 너... 갑자기 말을 하다말고 진우가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술취해가지고는 나보고 가지 말라고 잡았던 것도 생각안나지? 너 술 취하면 꽤나 애교있는 성격으로 돌변하나 보더라? 그러니까 잠재된 성격을 너무 누르면 안됀다니까. 그러니까 그렇게 변하지. 하여튼 새로운 모습이었다. 그렇게 재밌냐? 그럼 그럼~~~ 이제 해도 밝았으니까 겁쟁이도 괜찮을 테고 가봐야 겠다. 이걸로 저번 왠수는 갚은거다. 너 술잘마시는 구나. 네가 못마시는 거다. 야~~ 나 머리아프고 속도 아파. 그래서~~~? 이왕 신세 갚는 김에 확실하게 갚아줘. 움직일때마다 머리가 울려. 나원... 완전히 잡혔네. 진우는 방을 나가 욕실에 갔다와서는 내게 손을 내밀었다. 뭐? 돈줘. 나 어제 차비로 다 썼단 말야. 지갑에 봐봐. 있는지 모르겠다. 진우는 지갑에서 돈을 빼들고는 방을 나섰다. 잠시후 즉석국과 햇반, 약을 사들고 들어왔다. 잠깐 기다려 국 끓여줄게. 나원... 술깨는 약을 사러가다니 무안해서 원. 그런데 네 동생한테 끓여달라지 그래? 윽 그 녀석한테 그랬다가 꼬투리 잡힐일 있냐. 내가 남자라고 밥챙겨주고 그런거 없다 이집안에는. 오~~ 그래? 그렇다면 나에겐 꼬투리 잡혀도 된다 이거야? 머리아파!~~~ 진우는 국을 끓여서는 밥과 함께 두고 나를 불렀다. 야~~~ 먹자. 이 집에는 반찬도 없어? 엄마가 오실때가 다 되어서 그래. 왔다 가시면 다시 풍성해져. 진우는 밥과 국만으로도 밥을 잘 먹었다. 나는 국물만 조금 마셨을 뿐이었다. 위에 서 음식물을 받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야 실컷 사람한테 일시켜 놓고 그게 뭐냐. 퍽퍽 먹어. 너 근데... 첨보다 말투가 많이 거칠어진 것 같다? 진우는 나를 힐끗 봤다. 그래? 말투 거친 사람옆에 있다보니 전염되었나 보다. 뭐야!! 누구를 말하는 거야!! 네가 왜 흥분하는데? 내가 너라고 했냐? 진우는 이미 처음봤을때의 진우가 아니었다. 나에게 묘하게 능글거리고 있었다. 나는 아침을 먹은 후 다시 자리에 누웠고 진우는 나에게 와서는 가만히 보더니 부엌에 있던 선풍기를 들고 와서는 다리를 향하게 해서 켜 줬다. 그때 부엌에서 딸그락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진우는 소리를 듣고 나가더니 동생과 무슨 얘기를 한다. 아마도 자기가 설거지를 하겠다는 얘기인 것 같았다. 자기도 밥먹었다고 그러는 것 같았다. 하여튼 예의바른 녀석이라는 생각이 들엇다. 그리고 나한테는 안한다고 소리지르던 동생녀석이 극구 사양하는 소리도 들린다. 둘다 맘에 들지 않았다. 잠시 있다가 진우가 방으로 다시 들어왔다. 나 갈테니까. 이기지도 못하는 술 너무 많이 마시지 말고. 어 가게? 좀 있다 가지? 오후에 약속 있어. 집에 갔다가 가야지. 그럼 간다. 응. 잘가... 밝아 보이는 진우의 모습도 좋았다. 여행에서 본 진우는 너무 지쳐보였고 힘들어 보였었는데 지금의 진우는 밝고 능쳥스러웠다. 깊이 잠들지 못했나보다. 꿈에 진우가 나왔다. 징그러운 녀석 꿈에까지 나타나서 남의 잠을 방해하다니... 그 뒤로 한동안 진우를 볼 수 없었다. 그와 만날일이 없으면 서서히 잊혀질거라는 생각과 달리 익숙해진 그의 표정이나 얼굴이 자꾸 떠오른다. 아침에도 거울을 보다가 문득 그 녀석의 표정을 지어보이는 나를 보고 깜짝 놀랄때가 있었다. 가슴이 터질 듯 하다던가 그가 보고 싶어 죽을 것 같지는 않았지만 문득문득 그의 표정과 웃음이 생각나는 일상이었다. 그리고 사실... 그가 보고 싶었다. 하지만 그에게 연락을 할 생각 같은건 하지도 않았다. 그리고 나도 그도 서로의 연락처를 모르고 있었다. 재서에게 물으면 연락처 구하는건 쉬운일이지만 그러고 싶지 않았다. 이전: 관찰 6 다음: 관찰4 2000/07/08(21:54) from 203.238.128.123 CrazyWWWBoard 2000 -------------------------------------------------------------------------------- (c) Nobreak Technologies, Inc. CGISERVER KOREA 공지사항 300줄 이상 소설을 적어 주세요~ -------------------------------------------------------------------------------- 작성자 : tea (seablue0@hanmail.net) 추천: 5, 조회: 652, 줄수: 469, 분류: Etc. 관찰 6 진우가 우리 집에 왔다가 간 날로부터 일주일이 지나지 않았을 때 나는 11시가 넘은 시간에 진우의 방문을 받았다. 늦은시각 누군가가 벨을 시끄럽게 누르고 있었다. 누구세요? 짜증을 참고 물었다. 어.. 나 진우.. 나는 놀라서 문을 열었다. 걱정과 기대가 교차했다. 네가 왠일이야? 나 들어가도 돼? 아... 들어와. 동생은? 방학이라고 집에 있다가 온다고 갔어. 아직 일학년이라 고향친구들이 보고 싶은 가보더라구. 넌? 나? 이제야 뭐... 별로 만나는 친구도 없고... 다음에 잠깐 다녀올려구. 뭐하고 있 냐 들어오기나 해. 들어와서 묻지. 현관에 서가지고서 왠 질문 공세냐. 아~~ 나 술사왔다. 술? 들어와 들어와. 내방으로 가자. 진우는 편의점 봉투에서 소주를 다섯병이나 꺼냈다. 내 주량은 한병 반이었다. 무슨 술을 이렇게 사왔냐? 안주도 사왔는걸. 진우는 이미 어디선가 술을 마시고 온 것 같았다. 그래 마시자 마셔. 내가 오늘 같이 마셔 준다. ... 진우는 대답없이 소주를 따고 일회용술잔을 꺼냈다. 야~~ 일회용 술잔까지 사왔냐? 너도 참~~ ... 진우는 대답하는 대신 그냥 웃었다. 그런데 그 웃음은 찡그린 표정 같았다. 너 무슨 일있냐? 한잔을 마시더니 진우가 말했다. 무슨일이라... 있었던가 없었던가... 무슨 일이야? ... 혹시... 재서...? 재서...? 재서가 누구야? 재서가 누군데!!! 왜 그러는 건데? 알고 있었어. 내께 될 수없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단 말야. 이제 정리해가고 있 었는데... ... 이번에는 내가 침묵하고 있었다. 웃을수도 화낼 수도 없었다. 진우는 나에게 위로를 바라고 온 것이겠지만 남을 위로하고 있을 정도로 속이 좋지 않았다. 진우는 계속 술잔에 술을 부어서 마시고 있었다. 한참이 지나 내가 물었다. 그런데 뭐? 글세... 이젠 잊어가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아직은 아닌가봐. 이제 괜찮 을 거라고 생각하고... 만났는데... 진우가 여기까지 말하고서는 한숨을 내쉰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나봐. 아직은 둘이서... 서로를 좋아한다는 걸... 내가 그들사이에 더 이상 끼어들어서는 안된다는 게... 받아들이기 힘이 들어... 나는 둘다 잃고 싶지 않은데... 그런데...? 재서가 갑자기 자기랑 경민이 사귀는 거 싫으냐고... 친구가 자기랑 사귀는 게 싫으냐고... 자기한테... 맘에 들지 않는 부분이 있느냐고... 왜 그런 말을 하는거야. 이제와서... 이젠 정말 정리되어간다고 생각되었는데... ... 여전한 나의 침묵에 진우가 소리친다. 뭐가 친구야!! 난 처음부터 좋아했는데!!! ... ... 난 이젠 정말 평소처럼 재서와 경민을 대할 수 있을줄 알았어. 어쨌던 둘 다 잃 기 실은 사람들이었으니까... 하지만 친구처럼 대하지는 못하고 있었나봐. 이젠 맘이 좀 정리되서 같이 만나고 할 때도 이젠 친구처럼 대할 수 있겠다고... 그렇게 생각하기 시작했는데... 왜 하필이면 지금이냔 말이야... 지금만 벗어나면 난 예전처럼 친구가 되어 줄 자신이 있었는데.. 정말 있었단 말야. ... 나도 술잔을 한번에 비워버렸다. 그래서 넌 뭐라고 했는데? 화가 나면 나오는 나의 버릇 짧아지는 말투와 시니컬한 표정. ...아니라고 하고서는... 그냥... 나와버렸어... 내가 좋아하는 건 사실이니까... 그 래서 걔들을 불편하게 했으니까... 좋아한다고 소리쳐서 놀라는 걸 봤으면 더 좋았을걸... 하고 생각하고 있지만 말야. ... 아직도 재서가 좋아..? 재서와 경민을 편하게 대할 수가 없어? 아무래도 단박에 그런 마음이 없어지는 건 아니니까.. 아직은 평온할 수는 없지. 그래... 나도 그도 별 말없이 술을 마시고 있었다. 다른 사람을 사랑해보는건 어때? 나를 사랑해보는건 어떠냐고 묻고 싶었다. 헤~~ 사랑은 사랑으로 치유한다? 좋은 생각이네. 그렇지만 사랑할 사람이 있어 야지. 그것도... ... 아무래도 우리에게는 기회가 작잖아... 글세. 사랑은 확률이 아니니까. 꼭 그렇게 말할 수는 없는 거 아닐까? 그렇긴 하지. 힘내라고 하는 소리야? 하여튼 위로하는 방법도 무뚝뚝하긴. 뭐야!! 신경써줬더니... 술잔을 비우던 진우가 키득키득 웃는다. 왜!!? 또 뭐가 불만인데~~!!! 그냥 네가 전에 앤한테는 안 무뚝뚝할거라고 했잖아. 근데 그게 상상이 안되네... 무뚝뚝하지 않은 너라니... 상상이 안가. 할수 있을까나 네가~~~ 할 수 있다니까!!! 에게~~ 너 앤있었던 적 있어? 없다. 왜!! 그것봐~~ 갑자기 진우는 다마신 술잔을 가볍게 뒤로 던지면서 웃는 얼굴을 보였다. 이것봐~~~ 또 이렇게 됐어. 뭐가? 나 그렇게 심각해하더니. 지금은 웃고 있잖아? 전에부터 생각한건데... 내가 재서 때문에 심각해할 때 이상하게 너랑 얘기하면 심각하던게 바람이 다 빠져버린단 말야. 무심한 너의 반응때문인지... 혼자서는 정말 심각했는데... 너랑 얘기하다보면 화가 날때도 있지만 이상하게 재서에대해 심각했던 마음이 너한테 화가 나던가... 아니면 이렇게 그냥 바람이 빠져버린단 말야. 에이~~~ 몰라... 이젠 화낼 마음도 없어졌다. 그래서 어쨌단 얘긴데? 칭찬이야, 욕이야? 필요하다 이거지 뭐~~~ 필요라... 그 필요는 네가 재서에게 화낼일이 있을때까지인가? 뭐라고? 아니다 아냐. 근데 재서랑 싸우고서 왜 나한테 오냐. 내가 그렇게 만만하냐? 풋~~~ 너 삐졌구나. 첨 만났을때는 무서운 녀석인줄 알았는데 갈수록 귀여운 면 이 보인다니까 뭐야~~!!! 알았어 알았어. 너 말고 이런 얘기 할 사람이 어딨냐! 네가 있어서 다행이다~~ 역시 넌 귀여운 녀석이었어~~~ 라고 말하면서 녀석은 나의 머리를 쓱쓱 스다듬는다. 이건 뭐가 잘못된거다. 처음 만났을때와 우리의 관계가 역전되어 가는 느낌이다. 그렇게 수즙음많던 녀석이 나의 이 머리를 쓱쓱 쓰다듬을 정도로 클줄이야 어떻게 알았겠냐. 내가 한껏 째려보면서 말했다. 너 아주 많이 컸다. 이제 형님도 몰라본다 이거지? 처음에는 존댓말까지 쓰더니! 친해지면 다 그렇게 되는 거야~~ 삐지지 말고~~너 알고보니 삐돌이구나. 성숙한 타입인 줄 알았더니 덩치 큰 아기였어. 그리고 이제 네가 그렇게 째려봐도 전혀 안 무서운 걸~~ 첨에는 응시하는 듯 한 네 눈길이 조금은 부담스러웠어. 내 감정이 밝혀질까도 두려웠고 네 눈빛도 꽤나 강해보였으니까. 냉정해 보이기도 했고. 하지만 이제야 뭐~~ 더 밝혀질 비밀도 없고. 사실은 내가 힘들때마다 네가 바라봐주고.. 알아차려주고 삐뚤어진 방법이었지만 힘도 줄려고 했던 것 같으니까 더 이상 무서울리 없지~~ 그러니까 피곤하게 힘주지 마라. 할말이 없었다. 저 녀석... 알고보면 무서운 녀석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녀석이 벌떡 일어나면서 말했다. 덥다. 샤워해도 되지? 응 욕실 어디에 있는지 알지? 윽.. 또 순순히 대답하고 말았다는 생각에 화가 났다. 목욕탕에서 샤워소리가 들리는 동안 나는 술을 먹고 있었다. 녀석의 말들을 다시 생각해보고 있었다. 그때 방문이 열리더니 녀석이 들어왔다. 야!!! 너 뭐야!! 왜 옷은 안입고 들어와!! 옷이 땀에 젖어서 네 옷 빌려 입을려고. 가져다 주기 귀찮을 것 같아서 그냥 왔더 니 반응이 상당히 격렬하다 너~~~ 반응이 뭐 그러냐? 그래도 옷을 입고 와야지. 놀랬잖아. 왜 놀래는데? 수건으로 가릴만큼 가렸잖아. 이 녀석 이상하네. 내가 이를 갈면서 말했다. 너~~~ 내가 동성애자라고 말해줬잖아!! 그거랑 무슨 상관~~~ 이지? 너는 남자라면 다 좋아하냐? 그녀석의 입가에 흐르는 장난스러운 미소를 보고야 말았다. 흐음~~~ 그러고 나타났다는건 뒷일도 책임지겠다는 거겠지? 녀석의 장난기가 갑자기 걷혔다. 야~~ 뭘 그렇게 흥분하냐~~ 옷이나 줘. 내가 너한테 왜 옷을 주냐? 보기 좋은데? 야~~ 내가 지나쳤다. 그러니까 옷 줘. 흐~~음~~ 뭐가 지나쳤다는 얘기지? 나의 모르는 척하는 태도에 녀석이 궁지에 몰린다. 그러길래 장난은 함부로 치는게 아니라는 걸 알아야지. 그러고 자든지 알아서해. 내옷은 못주니까. 그만하자~~~ 내가 서랍에서 옷을 꺼내 진우에게 다가갔다. 옷 줄테니까. 키스한번~~ 뭐야?~~ 시작은 네가 했으니까 이 정도로 끝난걸 감사하게 생각해야 할걸? 나 그냥 내 옷 입을래. 그러든지. 이 늑대~~~ 댁은 늑대가 아니면 여우이신가? 갈테다. 그러든지. 진우가 가지 못할거라는 건 알고 있었다. 이미 목욕하기전에 세탁기가 돌아가는 소리를 들었다. 그냥 무심코 들어서 처음에는 몰랐지만 진우가 옷을 입지 않고 나온 것을 보고 젖은 옷을 빨아서 내일 입고가려고 세탁기를 돌렸을꺼라는걸 알아차린 뒤였다. 세제에 절은 옷을 입고 가든지 말든지 알아서 해~~ 그리고 누가 우리집 세탁기 함부로 쓰라고 했냐? 세탁비로 키스 한번 더 추가~ 내가 정말 그냥 옷을 줄 생각이 없다고 생각했는지 진우는 한발 한발 다가왔다. 좋아. 뭐. 한번 해주지. 늑대를 위해서 한번 정도야~~ 두 번인데? 나의 능글거리는 웃음에 속이 뒤틀리는지 진우가 한번 째려보더니 가까이 왔다. 그리고서는 나의 손에 들려있는 옷을 채어갈려고 빨리 손을 움직였지만 그런 걸 모를 내가 아니었다. 흠... 이러면 세 번으로 늘어날지도 모르는데? 그만하시지 그래? 진우가 다가왔다. 진우 입술이 다가왔다. 그리고 나의 입술에 닿았을 때 소년처럼 가슴이 설래었다. 나는 거기서 그만 둘줄 알았다. 하지만 진우는 나의 머리를 잡고 강하게 입술을 빨아당기기 시작했다. 곧 진우의 혀가 나의 입안으로 침범해 들어왔다. 다른 사람의 혀가 그렇게 좋은 느낌을 만들지 몰랐다. 나도 모르게 그의 혀에 나의 혀를 감았다. 그리고 그 혀를 풀고 그의 치열과 입안을 혀로 쓸었다. 힘이 풀려 버리는 것 같았다. 손에 쥐고 있던 옷을 놓치고 정신없이 그를 끌어앉았다. 그리고 키스라는 행위에 더 몰입해갔다. 생각할 여지도 없이 나는 그와의 키스에 집중했다. 그러다가 갑자기 밀려났다. 진우가 나를 밀었다. 여기까지~~ 꽤나 열심히 했으니까 한번으로 봐줘~~ 진우는 장난스럽게 웃으면서 이렇게 말하고서는 바닥에 떨어진 옷을 집어들고는 밖으로 나갔다. 난 진우가 나갈때까지 가만히 보고만 있었다. 충격적이었다. 키스하나에 소년처럼 가슴이 설래다니... 첫키스도 아니었다. 진우의 입안에 묻었있던 내가 쓰는 알싸한 치약의 맛이 느껴지는 듯 했다. 그 생각에 다시 키스하고 싶어졌다. 그의 입안에 남아 있는 나의 치약의 맛. 이런 작은거에도 반응하다니 스스로 생각해봐도 한심스러웠다. 손을 들어 진우와의 키스로 약간 얼얼한 입술을 만져본다. 그가 닿았던 부분... 심장이 뛴다. 그와 키스를 하는 동안에 흥분하는 건 이해가 되는 것이지만 그와의 키스가 끝난 지금도 진우와 키스를 했다는 것만으로 나는 심장이 쿵쾅거리고 있었다. 나의 감정은 생각보다 깊었나보다. 다시 진우가 들어올때까지도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면서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다. 어~~ 너 뭐야? 내가 너무 잘했나? 너무 못해서 황당해서 그런다. 표정은 그게 아닌데~~ 그렇게 서 있지 말고 앉아. 하루종일 그렇게 서 있을꺼야? 웃으면서 쳐다보는 진우의 표정이 사랑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 진우가 자기발로 여기까지 온 이상 진우가 재서를 좋아한다는 이유로 혹은 나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그와의 거리를 두는 것을 그만두기로 했다. 나는 나름대로 정리하려고 생각하고 있었다. 더 이상 옆에 가지 않으려고 그들 사이에끼지 않으려고 노력해왔다. 진우의 얼굴을 매일매일 떠올리면서도 어떤 태도도 취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좋아해버렸으니까 이젠 진우도 나를 좋아하게 해버리겠다. 그동안 내가 왜 망설여왔는지 모르겠다. 진우의 감정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을 보고 나름대로 짝사랑에 대해 의기소침해 있었는지도 모르겠지만 이젠 다르다. 진우가 나를 좋아해버리도록 만들겠다. 이왕 시작된 일이라면 성취하도록 노력해봐야지. 술판을 치우면서 자리를 만들고 있는 진우를 봤다. 침울해져 있던 진우가 사왔던 술은 네병이나 남아있었다. 뭐하러 이렇게 많이 사왔냐? 마시지도 않을 거면서. 다 마실려고 했지. 근데 어떤 변태씨 때문에 술이 다 깨버려서 다시 마시고 싶은 생각이 없네. 분위기도 다 깨버리고. 이상하게 너랑 있으면 너의 페이스에 휘말리는 기분이야. 감사하게 생각해 지방간되는거 막아줬으니까. 너 괜히 또 주사부려서 나한테 욕먹을까봐 수 쓴거지! 진우와 나의 말장난에 어색했던 분위기가 끝났다. 하나밖에 없는 이불을 진우가 폈다. 그리고서는 중간에 누웠다. 야 자자. 네가 그렇게 자면 나는 어디서 자냐? 너는 다른 이불 가져와서 자면 되잖아. 우리 집에 다른 이불이 있을 것 같냐! 저리비켜 나도 눕게. 싫다. 변태를 뭘 믿고 같이 자냐. 이 자식이 정말. 나는 누워 있는 진우를 발로 툭툭 쳤다. 너 자각이 없어. 여기가 누구집이냐. 어서 비키지 못해! 동생방에 가서 자면 되잖아. 싫다 내가 내방두고 왜. 윽 치사한 놈. 그럼 동생 이불 가져와. 동생이불에 어떻게 치한을 재우냐. 그럼 네가 자면 되잖아. 싫어. 빨리 저리 비켜. 진우는 할 수 없다는 듯이 몸을 조금 옆으로 이동시켰다. 진작 그럴것이지 말야. 너 진짜 싫다. 그래? 그래도 상관없고. 진우는 웃었다. 너랑 있는게 점점 편해진다. 정말 너 생각보다 괜찮은 놈이야. 그래? 너도 변태가 되어가나 보네. 자 이리 와 키스나 한번 더 할까? 윽. 절루 못가! 나는 진우의 베게를 당겼다. 같이 쓰자. 우리가 신혼부부냐! 평소보다 더 밝은 듯한 진우가 조금은 불안정해보인다는 생각을 그때서야 했다. 기분이 많이 좋아진 건 사실이겠지만... 또 곧 나빠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돌아누워 있는 진우에게 장난을 쳤다. 뒷덜미에 입으로 숨을 내뱉았다. 너 정말 뭐하는 거야! 장난. 전혀 심각하지 않은 말을 심각한 어조로 내뱉고 다시 장난을 쳤다. 진우가 손을 뒤 로 돌려 목을 가렸다. 하지마 정말 가렵단 말야! 정말 집에도 못가고. 너같은 놈을 믿는게 아니었는데. 네 장점이자 단점이 뭔지 알아? 뭔데? 솔직하다는거. 언제나 솔직하게 말해. 네 감정 느낀점들... 나와 여행할때도 넌 언 제나 솔직하게 얘기했어. 나랑 잘 알지 못하는 사이여서 그러는게 쉽진 않았을 텐데 말이야 나 처럼 속마음을 잘 들어내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정말 놀라운 일이지. 그건 장점이지만 요즘은 단점일수도 있지. 하지만 너의 그런 점들이 나까지 솔직해지게 만들어. 다른 사람의 마음속에 똑 바로 들어온다고 할까... 하지만 나는 너의 좋은 점이라고 생각해. 그런 점들이... 그리고 뭐... 그런 것 치고는 재서에 대한 마음도 잘 숨기고 있으니까 대견하다 고 생각해. 하긴 그건 그 녀석들이 지나치게 무뎌서인지도 모르지만 말이야. 말을 그치고 목을 덮고 있는 진우의 손에 살짝 입술을 댔다. 에이~~ 뭐야. 징그럽다. 재서 놈은 잊어버리고 잘 자라는 주문. 쳇. 너한테 안 어울려 그런 모습은. 그런데도 위로가 되다니... 나란 놈도... 등을 돌리고서 진우는 조용히 숨을 내쉰다. 조용한 진우의 호흡이 계속된다. 고른 내쉬는 숨을 자장가처럼 들으며 잠이 들었다. 뒹굴거리며 자던 나는 밖에서 들리는 노래소리에 잠을 깼다. 어렴풋한 수면 속에서 노래소리가 꿈결같이 들려왔다. 조금 더 자고 싶었다. 왠지 좋은 꿈을 꿀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였다. 야~~ 이제 좀 일어나라. 싫어~~ 난 아직 수면 시간이야. 일어나~~ 진우는 누워 있는 나를 발로 툭툭 건드렸다. 어디, 발로 사람을 치냐. 그러니까 일어나라고 했잖아. 밥 없냐? 없어. 야~~ 밥 줘. 없다니까. 그러면 라면 이라도 줘. 찬장에 찾아봐. 넌 손님 대접도 안하냐! 손님? 누가? 니가? 시끄러. 말을 하다가 잠이 깨어버려서 벌떡 일어났다. 너 정말 성가시다. 비켜봐 라면이라도 끓여주지. 나는 주전자에 물을 얻고 찬장에서 컵라면을 꺼냈다. 에게~~ 겨우 컵라면? 끓여주는 라면도 아니고. 시끄러 먹기 싫음 관둬. 냉장고에서 김치를 꺼내고 식탁에 젖가락을 놓았다. 컵라면 두 개를 식탁위에 올 리고 익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진우는 배가 고픈지 컵라면을 저어댔다. 풋~~ 너 뭐하냐? 그렇게 배가 고프냐? 시끄러워. 밥도 안 주고서는. 담부터 절대 오나 봐라. 그럼 지금 가셔. 안그래도 밥먹고 갈려고 했다. 오 그러셔~~ 어제 빨래도 안 널어놓고 잔게 누구더라? 흥 벌써 널어 뒀지. 나는 컵라면을 뻇을려고 하면서 말했다. 그럼 마르고 나면 나가서 사먹어. 내 컵라면 수 줄이지 말고. 정말 치사하다. 너. 담에 사주면 될 거 아냐!! 싫어. 어차피 치사하다는 말 들은거. 내가 왜 너한테 좋은 일 하냐! 좋아 키스한번 ~~ 너 어제 술 취해서 그러는 줄 알았더니. 정말 변태였냐? 이 키스광~~ 야 라면 다 불겠 다. 먹자. 진우와 이렇게 다투는 아침이 어색하지 않다. 오히려 평온하게 느껴진다. 정말 키스광이 되어버렸는지도 모르겠다. 진우에게 키스하고 싶다. 그의 입속에 있던 알싸한 치약맛이 느껴지는 듯 하다. 너 남들한테 그러면 한 대 맞는다. 내가 착해서 참는 거지. 이와 참는거 한번 하자니까. 나의 말에 진우는 묵묵히 라면을 건지고 있다. 나의 식탁에 앉아서 라면을 먹고 있는 진우가 좋다. 맛있게 먹고 있는 진우를 보 고 있으니까 라면 하나를 끓여주고는 괜히 뿌듯한 생각이 든다. 맛있냐? 라면하나로 생생 그만내고 불어터지기 전에 네 라면이나 처리하지 그래? 처음에는 활기차지도 않고 우울해 보였는데 지금은 그렇지도 않다. 그리고 나는 그런 진우의 변화가 즐겁다. 이전: 관찰 7(이던가... ^^;) 다음: 관찰 5 2000/07/08(22:06) from 203.238.128.123 CrazyWWWBoard 2000 -------------------------------------------------------------------------------- (c) Nobreak Technologies, Inc. CGISERVER KOREA 공지사항 300줄 이상 소설을 적어 주세요~ -------------------------------------------------------------------------------- 작성자 : tea (seablue0@hanmail.net) 추천: 29, 조회: 964, 줄수: 152, 분류: Etc. 관찰 7(이던가... ^^;) 그 뒤로도 진우는 자주 나를 전화로 불러내거나 집으로 찾아오곤했다. 그리고 그럴때면 재서의 얘기를 할 때도 있고 하지 않을때도 있지만 재서의 존재가 완전히 잊혀지는 일은 잘 없었다. 때로는 지나치게 밝고 때로는 이유없이 어두웠다. 그럴때면 재서나 경민을 만 나고 온거라는 것을 어렵풋이 알 수 있었다. 나는 진우의 작은 변화에도 민감했다. 그래서 진우가 말하지 않고 넘어간다고 해도 재서를 언제 만났는지 경민을 언제 만났는지 알 수 있었다. 진우의 기분을 맞춰줄려고 노력했던 건 아니었지만 언제나 찾아오는 진우를 같은 태도로 받아들여줬다. 때로는 조금 짖궂은 장난을 치기도 하고 때로는 심술궂게 대하기도 했지만 진우에 대한 나의 태도는 비교적 일관적으로 따뜻했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진우가 찾아오거나 나를 찾는 대부분의 날들은 사실 그가 힘든 날인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그런 생각을 하면 조금은 심술궂어지기도 했다. 평소보다 연락이 없으면 잘 지내는가 보다라는 생각에 안심이 되기도 했지만 또 쓸쓸한 생각이 들었다. 나에게로 오는 날이 줄어들수록 진우에게는 편한 일상이 되고 있는 것이겠지만 진우를 볼 수 없는 일상이 나에게는 힘들게 느껴졌다. 힘들어 하는 진우를 보는 것이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진우를 보는 것이 나에게는 힘든 일이기도 했지만 그래도 진우를 보는 것만으로도 좋다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나도 어처구니 없는 짝사랑에 빠져 들어버렸다. 나의 진우에 대한 관찰은 계속되었다. 하지만 그것은 이제 방관자적인 관찰이 아니라 감정적으로 집중하고 있는 관찰이었다. 어쨌던 그렇게 진우가 나의 집을 찾아온 이후로 한달이 지나가고 있었다. 진우가 집으로 전화해 온 그날은 방학도 20일 정도밖에 남지 않았고 나는 더위에 지쳐있었다. 진우가 집 으로 전화를 걸어왔다. 오늘 재서 보기로 했는데 같이 볼래? 글세. 더워서 귀찮은데... 와라. 같이 보자. 나도 내 편이 있어야지. 흥. 누가 네 편인데? 라고 말은 하면서도 나의 마음은 이미 가는 쪽으로 기울어 있었다. '진우가 힘들어하는 일은 없도록 해주고 싶다.'라는 마음이 언제부터 이렇게 깁숙히 자리잡은 것일까. 더워서 짜증내는 몸에 힘을 넣어 진우에게 가겠다고 대답한 뒤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재서를 만나기 전에 같이 만나서 밥이라도 먹자고 하는 진우 때문에 시간이 촉박했다. 하지만 그 전에 만나서 밥을 먹자고 한 진우의 제안이 싫진 않았다. 최근에는 집에서 혹은 밖에서 진우를 빈번하게 만나고 있었다. 진우와 나의 일상이 많이 겹쳐지고 있었다. 그리고 나에게는 그 속에서 잊을 수 없게 찔러대는 가시처럼 재서가 그 존재를 주장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가시도 진우와의 일상임에 빼서 던져버릴 수는 없었다. 시간이 좀 지나서 진우가 기다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 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거 리를 뛰어갔다. 헉헉거리며 스파게티 집 문을 열자마자 찬 에어콘 공기가 다가왔다. 갑자 기 한심해졌다. 진우와 만나기로 한 곳은 실내였고 냉방장치가 잘 된 곳이었다. 내가 늦게 온다고 해서 진우가 이 더운 열기에 지쳐버릴 일은 없었다. 시간도 그리 늦지 않았었다. 그런데 난 내가 덥다고 해서 진우가 더워하며 기다리기 전에 도착해야 겠다는 생각 하나로 그 더운 열기 속을 뛰어왔던 것이다. 목 뒷덜미와 얼굴에서 땀이 정말 비오듯 흘러내렸다. 이층으로 올라가자 한가롭게 창밖을 내다보고 있는 녀석이 보였다. 그때 녀석이 나를 돌아보며 웃었다. 나는 자리에 털썩 앉았다. 어.. 너 무슨 땀을 그렇게 흘리냐. 이 더운데 뛰어왔어? 녀석이 너무 평화롭고 시원해보여서 내가 더 한심해 보였다. 늦어서. 아직 별로 지나지도 않았는데 뭐. 너 여름에 그러다가 더위 먹는다. 자 오늘은 내가 사 줄테니까 맛있는거 많이 먹어. 괜히 나 때문에 더위 먹었다고 억울해하지 말고. 잠깐만 쉬고. 난 여전히 쏟아지는 땀을 손으로 닦으면서 말했다. 진우는 그런 나를 보고 있더니 가방 을 뒤졌다. 그러고는 무엇이 없는지 잠깐 생각을 하는 듯 하더니 옆에있는 냅킨을 집어들어 아직 표면에 송송이 물방울이 묻어 있는 컵을 기울여 물에 적셨다. 그러고서는 가볍게 냅킨을 짜서 나에게 건내주었다. 이걸로라도 좀 닦을래? 풋~~ 뭐하는거냐 너? 싫으면 관두고. 냅킨을 재떨이 버리려는 진우의 손에서 뻇았다. 누가 싫다고 했냐? 나는 냅킨으로 얼굴과 목을 닦았다. 푸하하~~~ 진우가 갑자기 큰 소리로 웃었다. 왜 그래? 아냐 아냐. 네가 너무 좋아서. 푸하~~ 뭐야 말해 빨리 나 가버린다!!! 네 얼굴에 냅킨이 묻었어~~~ 연신 웃는 얼굴로 진우가 가르쳐준다. 얼굴을 쓸어보니 냅킨 조각이 잡힌다. 물에 젖은 냅킨히 흔적을 남겼나보다. 여전히 진우는 싱글벙글이다. 뭔가 심상치 않은 느낌에 진우를 노려보았더니 진우가 웃으며 나의 얼굴로 손을 뻗는다. 그리고는 얼굴에 남아있는 냅킨을 때어내 준다. 차가운 컵을 쥐고 있던 손이라서인지 닿이는 느낌이 시원하다. 진우는 여전히 쿡쿡거리며 웃고 있다. 웃고 있는 진우를 한번 째려보고는 일어나서 화장실로 향했다. 물로 얼굴과 목을 씻었다. 흘러내리는 물을 한번 털어내고는 화장실을 나왔다. 자리에 가서 앉으려 하자 진우가 웃음을 가까스로 참으며 다시 냅킨을 내밀었다. 나는 진우를 슬쩍 쳐다보고는 진우의 옆으로 가 손을 밀어버리고 입고 있는 티셔츠를 당겨 얼굴을 닦았다. 진우는 얼른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나는 아무렇지도 않은체 하며 자리에 앉았다. 사실은 순간적인 나의 행동에 나도 얼굴이 화끈거렸지만 일상적인 장난인 듯 별다른 표정을 보이지 않으려고 조심했다. 진우는 조금은 빨갛게 변한 얼굴로 나를 노려봤다. 사람도 많은데 뭐하는 짓이야. 사람없는데서는 해도 돼? 나의 말에 진우는 메뉴를 펴면서 나에게 뭘 먹을 것인지 물었다. 나와 진우는 음식을 시키고 별다른 말 없이 앉아 있었다. 조용한 분위기가 계속되자 진우 는 자그맣게 노래를 불렀다. 처음 우리 집에 왔던 날 아침에 들은 그의 노래는 듣기 좋았 다. 진우는 노래를 잘 하는 편이었다. 함께 노래방에 가본 적은 없었지만 진우는 우리 집 에 있을ㄸ라 든가 밖에서 함게 있을 때 때때로 노래를 불렀다. 둘이서 가만히 길을 가다가 혹은 어딘가에 앉아서 갑자기 진우가 노래를 부르면 나는 그의 조용한 노래를 들었다. 그건 아주 평온한 분위기였다. 그럴때마다 나는 우리가 둘만 어디 다른 곳에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노래소리가 주위와 장막을 치는 기분이었다. 그와 단둘이 있는 느낌...이었다. 언제나의 진우가 나에게는 매력적이듯이 노래하는 진우도 나에게는 매력적 이었다. 그의 부드럽고 아름다운 노래를 듣고 있노라면 스스로도 눈매가 부드럽게 풀리는 느낌이다. 진우가 노래를 하자 난 갑자기 그 노래가 무엇인지 알 것 같았다. 사실 나는 노래제목과 사람을 그렇게 잘 기억하는 편이 아니어서 진우가 노래를 부르고 나면 그 사람은 누구 야? 혹은 그 노래 제목이 뭐야?라고 묻기가 일수 였고 그럴때면 진우는 나의 물음에 답해주고 다른 노래를 불러주곤 했다. 윤종신의 배웅! 나는 반가운 마음에 노래를 부르고 있는 진우에게 말을 던졌다. 진우는 부르던 노래를 멈추고 잠깐 나를 쳐다보더니 눈꼬리부터 서서히 웃는다. 눈꼬리부 터 서서히 퍼지는 진우의 웃음은 내가 좋아하는 그의 표정중에 하나이다. 처음에는 뭐하는 거지하고 생각했다가 나의 의기양양해보이는 표정과 태도에서 내가 그것을 맞춘 것으로 의기양양해하며 그의 칭찬이나 놀라움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 것이다. 나는 그의 웃는 눈꼬리를 보고서야 그러고 있는 나를 느끼게 된 것이다. 웃던 진우는 앞으로 손을 내밀어 머리위를 쓱쓱 쓰다듬는다. 눈꼬리는 여전히 웃고 있다. 그러더니 장난스럽게 웃으며 다음곡을 불렀다. 한참을 듣다가 내가 말했다. 토이. 여전히 아름다운지. 진우가 더 깊어진 눈꼬리로 웃는다. 나의 대답에 박수를 쳐주고는 다음 곡을 다시 부른 다. 우리의 분위기는 무슨 퀴즈쇼 같았다. 진우는 평소에 나에게 자줄 불러주어 내가 기억할 만한 노래만을 불러주고 있었다. 두 개를 연속으로 맞춘 나는 그 놀이에 더 집중했다. 또 진우가 나즉히 노래를 불렀다. 그의 노래도... 그와 단둘이 있는 분위기도 그리고 조금은 장난스럽게 웃는 그의 눈꼬리도... 사랑스러웠다. 다음번의 노래는 무엇인지 알지 못했다. 진우는 그럴줄 알았다는 듯이 웃으면서 유리상자 의 끝내전하지 못한 말이라고 대답해 주었다. 우리는 계속 그렇게 노래를 부르고 맞추던 혹은 맞추지 못하던 함께 웃으면서 식사를 기다렸다. 손님이 많아서인지 꽤나 기다리게 한 음식은 맛있는 편이었다. 노래 부르던 분위기가 계속되어선지 진우와 내내 웃으면서 식사를 마쳤다. 식사를 마치고 나서도 재서와 경민을 만나기로 한 시간은 좀 남아있었다. 신청곡 받을게~~~ 진우는 기분이 좋은지 나에게 제안했다. 잠시 생각을 했지만 별다른 노래가 생각나지않았다. 그러다가 진우와의 여행에서 들었던 이현우의 marry me가 생각이 났다. 이현우의 marry me. ~~~ 어색한 나의 눈빛을 닮은~~~ 진우의 노래를 듣고 있자니 진우와의 어색했던 여행과 그곳에서의 진우가 갑자기 생각났 다. 청혼을 하는 노래... 갑자기 진우와라면 평생을 함께 보내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었다. 순간적인 생각이었지만 진우의 선량하고 깊이 있는 눈을 마주보면서 그리고 그 주위에 아직 남아있는 장난스러운 눈꼬리를 보면서... 노래하는 그를 보면서... 그의 얼굴을 보면서... 그리고 그의 존재자체를 보면서 느끼면서... 진우와 라면이라고 생각해버리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그와 이 노래를 처음 들을때도 그랬지만 나는 아직 누군과와의 결혼이나 우리에게 결혼이 불가능하다면 결혼과 유사한 형태로서의 함께하는 평생 같은거 별로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것은 그러기가 싫었다는 말이 아니라 흔히 이성애자가 결혼을 현실적으로 고려하지 않고 있는 상태와도 같은 것이다. 하지만 결혼하고 싶어지는 사람이 나타나면 결혼이나 함께하는 장래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처럼, 갑자기 그냥 진우와라면 평생이라도 좋을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은 폭풍처럼 밀려온것도 아니고 커다란 소리를 내며 나에게로 온것도 아니었다. 그냥 너무 자연스럽게 그냥 머리속을 스치고 지나 갔다. 마치 그와의 미래를 오랫동안 바래왔던 것처럼. 나의 침묵에 이상한 생각이 들었는지 진우가 의아한듯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며 노래를 끝 맺었다. 나는 웃으며 작게 박수를 친다. 그러자 진우도 마주 웃으면서 거만하게 고개를 숙여 보인다. 더 이상은 안된다. 이젠 물러설 수 없다. 지금처럼 한번씩 한번씩 자신의 감정을 더 깊 이 확인할때마다 물러설 수는 없다, 무엇인가를 해야한다고 생각하지만 내가 생각했던것보다 나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적극적인 타입은 아니었나보다. 내가 생각해보아도 진우에게 어떤 확실한 태도를 취하지 못하고 있었다. 진우에게 나는 그의 아픔을 들어주는 좋은 존재에서 앞으로 나아가질 않는다. 유난히 마이페이스인 내가 이상하게도 진우에게만은 그게 안된다. 여행에서 진우에게 '애인에게는 부드러운 사람이 될꺼야'라고 했던 말이 주문이 되어버린 것일까... 나이 페이스는 진우에게는 통하지 않고 있다. 언제나 나를 기다리게 하는 진우에게만큼 다른 사람에게 인내심을 가져본적이 있을까... ------------------------------------------------------- 사실... 이글을 올리게 된건 플러스님 때문이니까... 플러스님이 좋게 읽으신다면... 좋겠습니다... 플러스님... 저 이 파일 친구한테... 이멜로 받아서 올리는 겁니다... ^^; 제가.. 지금 안가지고 있어서... 친구한테 이멜로 보내달라고 했거든요... 사실... 야한 것도 아니고... 감정을..그냥 서술하는 형식이라... 별로 재미가 없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많은 분들이 보시는 건 아닌것 같아서... 그만 올릴까하고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하지만... 플러스님... 그리고 추천해주시는 몇분이... 계속 읽으신다면... 끝을 내야겠지요... 이전: 관찰 8 다음: 관찰 6 2000/07/21(23:21) from 211.51.149.121 CrazyWWWBoard 2000 -------------------------------------------------------------------------------- (c) Nobreak Technologies, Inc. CGISERVER KOREA 공지사항 300줄 이상 소설을 적어 주세요~ -------------------------------------------------------------------------------- 작성자 : tea (seablue0@hanmail.net) 추천: 11, 조회: 671, 줄수: 206, 분류: Etc. 관찰 8 재서와 만나기로한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재서를 만나기위해 진우는 나를 불러낸 것이지만 나는 재서를 만나기 싫다. 진우와 함께 재서를 만나고 돌아오는 날이면 며칠이나 진우의 옆모습이 사라지지 않고 나를 괴롭힌다. 진우와 둘만 있을때는 서로를 마주보는 느낌인데 그 사이에 재서가 끼어들면 나는 그 여행에서처럼 진우의 옆모습만을 보게 된다. 그것은 나를 피곤하게 했다. 만나고 싶지않다... 만나고 싶지 않다... 나의 머리속은 주문처럼 이런 생각이 떠다니고 있었지만 나는 진우에게 그런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진우와 함께 만나기로 한 장소에 도착 했을때는 재서와 경민이 먼저 와 있었다. 진우는 그들을 보면서 밝게 웃는다. 여~~ 재서가 건방진 포즈로 인사를 건낸다. 진우 역시 웃음과 함꼐 인사를 건낸다. 나는 재서의 인사를 무시하고 경민에게 조금 끄덕해보인다. 경민은 예쁜 미소로... 우리에게 웃는다. 나만이 웃지 않는다. 재서는 좋은 녀석이다. 비교적 존재감이 많은 녀석이기도 하고... 내가 주변인적인 인간이라면 재서는 언제나 모임의 중앙에 있는 존재이다. 나의 냉정한 성격에 비해 정도 많고 다른 사람의 기분 쯤은 쉽게 맞출 수 있는 녀석이다. 나는 그런 그 녀석의 성격이 좋다라고 생각해본 적은 있지만 그것은 그 뿐이었다. 나는 나름대로 나의 성격에 만족하고 있다. 하지만 진우를 알고 나서는 가끔은 생각해본다. 내가 재서와 같은 성격이라면 진우는 나를 좋아해줬을까...라고...하지만 그런 성격의 나는 나가 아닌 것이다. 따라서 그런 생각은 의미없는 것이다. 평소의 나라면 이런 비 이성적인 생각을 하지도 않았겠지만 했더라도 피식하고 조소를 터트렸을 것이다. 하지만 요즘은 이성적일 수 만은 없는 나다... 분위기는 밝은 편이었다. 다른 녀석들은 무슨 말인가를 하며 밝게 웃고 있다. 하지만 나의 시선은 여전히 진우에게 있다. 그리고 나의 생각은 그 장소가 아닌 다른 장소에 있다. 그 녀석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고 싶지도 않았다. 나는 인상을 조금은 쓰고 있었지만 다른 사람들은 개의치않았다. '이 녀석이 또 이러는 구나'라고 생각하는 듯 했다. 하긴 내가 평소에라고 다른 사람들의 말에 열심히 동참하지는 않으니까 별로 이상하지 않은 일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나는 심술이 났다. 웃고 있는 재서와 경민에게도 그리고... 진우에게도... 야~~ 서한! 너 혼자서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냐? 아니다. 나의 딱딱한 말투에 진우와 경민이 다시 한번 바라본다. 그곳에 들어오고 처음으로 보는 진우의 정면이었다. 조금은 의아한 듯 쳐다보는 진우의 정면모습... 서한아 기분이 별로야? 경민의 부드러운 말투에 재서가 말을 뺏는다. 서한이 놈은 저러고 있을때가 기분 좋은 거야. 워낙에 인상나쁜 놈이잖아. 그말에 경민이는 웃고 진우는 조금 찡그린다. 아마도 분위기를 딱딱하게 만들고 있는 나에게 말을 하고 싶은거겠지. 안그래도 힘들 진우를 더 이상 힘들게 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생각처럼 쉽게 방글방글 웃어지지는 않는다. 재서와 함께 있는 이 시간이 싫다. 그들은 연신 술을 마시며 얘기를 한다. 분위기는 정말 좋았다. 진우가 웃고 있었다. 유난히 많이 보이는 요즘의 진우의 웃는 얼굴... 재서는 경민을 보고 웃고 진우는 재서를 보고 웃고 나는 진우를 보며 웃는다. 언젠가는 진우가 나만을 보고 웃는 날이 올까... 진우만 고개를 돌리면 될텐데...하는 생각을 하다가 웃어본다. 나의 생각일 뿐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화가 나기 시작했다. 오늘의 진우는 너무 많이 웃고 있다. 너무 많이 얘기하고 있고 너무 많이 즐거워하고 있다. 별로 재밌지 않은 얘기에 웃고 침묵이 신경쓰이는 듯 너무 많이 말하고 있고 즐거워하는 모습을 마치 보이기라도 하려는 듯 너무 많이 즐거운 척 하고 있다. 진우를 관찰하는 나는 그것을 알 수 있었다. 진우는 아직 재서의 영향력 아래에 있다. 알고 있는 사실이 아니냐고 나에게 반문한다면 물론 할 말은 없다. 알고 있던 사실이었다. 하지만 유쾌한 기분은 아니었다. 알고 있다는 것과 그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인다는 것은 다른 것이다. 물론 내가 사랑하기 시작한 진우는 재서를 좋아하던 진우였다. 그래서 어느 정도는 참을 수 있기도 했었다. 하지만 좋아하던 순간부터 그것은 나를 자극하고 나의 마음 깊숙이에서 빠지지 않고 남아 자신의 존재를 상기시키는 기억이었다. 어딘지 모르게 안정되지 않은 진우의 느낌... 그것은 재서의 영향력 아래에 있는 진우에 대한 나의 기억을 자극하면서 나의 신경을 묘하게 자극해왔다. 진우는 불안해하고 있거나 적어도 불편해하고 있었다. 여전히 재서와 함께면 불안해하고 불편해한다. 그것은 아직 진우가 재서를 좋아하는 명백한 증거라고 생각되었다. 뭐라고 사납게 한마디 쏘아붙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때였다. 재서가 갑자기 나의 인식세계로 들어온 것은... 너네 요즘은 어떻게 지내냐~~~? 장난스러움이 묻어나는 재서의 물음... 아마도 평소의 나라면 무시하거나 받아쳤겠지만 그날은 아무말 없이 진우를 바라보았다. 순간 약간 움찔하는 진우의 어깨가 보였다. 나는 이런 것에 너무 익숙하다. 그의 사소한 몸짓에 숨어 있는 말과 억양을 알아채는 일에... 그의 감정을 알아채는 일에... 그러고 싶지 않음에도... 계속된 훈련탓인가보다. 하지만 곧 진우는 웃으면서 나에게 팔을 걸쳤다. 우리? 잘 지내지~~~ 진우의 목소리가 약간은 불안정하다는 거 알고 싶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어깨에 걸쳐진 진우의 팔을 쳐버리고 싶었지만 참았다. 그래~~~ 오우~~~ 서한이 부드럽게 잘해주냐? 자기 말에 따르면 아주 부드럽다잖냐. 그럼 물론이지~~ 응수하는 진우의 목소리는 평정을 찾았지만 나의 어깨에 걸쳐져 있는 팔은 긴장되 어 있는 채였다. 긴장된 팔의 느낌이 나의 힘을 뻇아갔다. 이젠 그 자리에서 화를 내고 싶은 생각따위도 사라졌갔다. 그렇게 까지 긴장하는 진우를 더 이상은 힘들게 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과 함께 물론 아직까지 녀석으로 인해 긴장하는 진우에게 화를 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긴장하는 진우의 팔을 느끼면서 화를 낼 수는 없었다. 진우의 팔이 아니었으면 그 자리를 박차고 나갔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래? 구체적으로 어떻게?? 나는 서한이 부드러운 일 같은건 본적이 없어서 말이야. 조금씩 더 장난스러워지는 재서였다. 글세 그런걸 너한테 말해줄 필요가 있을까? 그만하는게 어때? 나는 조금은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진우가 내가 부드러운 일 같은거 말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나는 그의 연인이 아니다. 나의 협박조의 말에 분위기는 약간 긴장되었다. 하지만 역시 재서의 웃음과 함께 무난히 넘어갔다. 진우의 팔은 여전히 나의 어깨위에 있었다. 진우 가까이로 다가갔다. 진우가 약간 긴장하는 기색이 다시 느껴졌다. 이제 팔 내리는게 어때? 무거우니까. 내가 가라앉고 으르렁거리는 목소리로 그의 귓가에 나즈막하게 속삭였다. 진우는 잠깐 멈칫하더니 팔을 천천히 내려 반듯하게 앉았다. 목덜미에 시원한 가게 공기의 차가움을 느끼면서 그의 온기를 그리워했다. 진우가 얹고 있던 팔의 무게가 떠나갔는데도 나의 마음은 수백배나 무거운 느낌으로 가라앉고 있었다. 그러면서 다시 심술궂고 삐뚤어진 심성이 나의 마음을 차지하기 시작했다. 그래~~~ 너네는 잘 지내냐? 뭐 너네 같이 둔한 놈들이야 잘 지내겠지. 뭐야~~ 술취했냐? 하여간 술은 약해가지고서는. 흥. 술 취해도 너네 보단 잘 아니까 걱정하지마. 이런 이상한 자리에다 끼워 앉혀놓 고서는. 나한테 헛소리 하지 마. 이상한 자리? 재서는 이해못할 말이라는 듯 되묻고 경민은 걱정스레 나를 쳐다본다. 진우는...진 우는... 굳어져가고 있다. 하지만 어린아이처럼 심술궂어진 나는 그런 진우를 보자 더 잔인해져 갔다. 서한이 많이 취한 것 같은데 이제 그만 나가자. 경민이가 자리를 중재하고 나섰다. 시끄러. 너도 마찬가지야. 친구라고? 쳇. 경민이가 멍한 얼굴로 나를 바라본다. 너네 다 웃겨 내가 보기엔. 모두들 알고 그러는 거냐 모르고 그러는 거냐! 그만해라. 서한 더 이상 하면 안 본다. 진우가 이를 앙다문 소리로 말한다. 그래? 그러든지. 어차피 나야 네가 필요할 때 까지였으니까 오늘 하는거 보니까 이 젠 내가 안도와줘도 되겠네. 잘하던데~~~ 비아냥 거리며 내가 응수한다. 아직 술이 취하지는 않았다. 그만둬야 한다는 거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미 발동된 나쁜 심술은 거둬들여지지가 않는다. 나도 이런 치졸한 감정싸움이 싫다. 하지만 일단 엉켜들면 벗어나기 힘든게 감정싸움이다. 너 무슨 소리하는 거야? 재서가 큰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몰라? 정말 몰라? 둔한 자식... 서한아 왜 그러는데? 경민이 너도 마찬가지야. 서한! 그만 못해! 너 어디서 주사야! 이 녀석은 이상하게 주사를 부린다니까. 꼭 시 비걸고. 전에도 그래서 사람 무안하게 하더니! 안 되겠다. 재서야 내가 데리고 갈게. 아냐! 무슨 소린지 들어보고 저 자식이 왜 나를 못잡아 먹어 안달인지 나도 이젠 알아야 겠어! 그래 저번에는 나도 억지로 여행에 데려간거니까 그렇다고 쳐! 왜 계속 그러는 건데! 왜 나한테 그러는 거냐고! 사람이 참는 것도 정도가 있어! 우리 자리는 시끄러워졌다. 일어서서 얼굴을 붉히며 화를 내는 재서를 나는 앉아서 가소롭다는 듯이 쳐다보고 있었다. 그런데 그 것이 재서를 자극했나보다. 재서가 나의 멱살을 잡으며 일으켰다. 이 자식! 그렇게 사람 비웃지만 말고 말을 해! 놔. 나는 잔잔한 어투로 말했다. 뭐야! 빨리 말해 더 이상은 못 참아! 말 안할 거면 첨부터 잠자코 있던지! 그만해 재서야. 경민이는 가만 있어봐. 그만해 재서야. 경민이는 우리를 말리려고 애쓰고 있었다. 재서의 몸을 잡고 그만하라고 말하고 있 었다. 그만하라고 했다. 서한! 그 사이를 화난 진우의 목소리가 끼어든다. 왜? 네가 왜 그렇게 화내는데? 이상하네 김진우? 비야냥거리는 나의 목소리에 진우는 싸늘한 표정을 지었다. 놔! 재서야 서한이 놔! 진우의 싸늘한 말에 놀라서 재서가 진우를 쳐다보았다. 놔라구 그 손! 그만해 둘다. 재서는 진우를 바라보더니 손을 놓았다. 그래 그만하자. 냉정을 찾은 재서가 말하자 진우는 나를 끌고 나갔다. 재서야 나 갈게. 서한이는 내가 데려다 준다. 진우의 손에 끌려 밖에 나온 나는 진우의 싸늘한 눈초리에 화가 나기 보다는 슬펐다. 왜일까... 서한 너 뭐하자는 거야! 도대체 왜 이러는 거야! 도움이 되라고 데려왔더니... 오히 려... 오히려 이렇게 해놔! 나 진짜 화났다. 서한! 그래 화났다고? 그러시겠지. 너.의. 재서를 건드렸으니 화가 날만도 하지. 한 대 쳐줄 걸 그랬나? 그래 한 대 쳐줄걸 그랬네. 기왕 너의 화를 건드릴바에는 한 대 쳐줄걸. 그만하라고 했다. 너 나한테 왜 이러냐? 뭐 때문에 그러는 건데? 너 왜 이렇게 도움이 안돼냐... 도움이라고? 무슨 도움? 이때까지 준걸로 충분하지 않냐? 네가 그 잘난 재서놈 만날때는 방패막이도 되어주고 연인행세도 해주고 위로도 해주고 나한테 더 이상 뭘 어떻게 하라고? 친구인척도 해줬는데 더 이상 뭘? 그렇게 생각했었냐? 내가 너한테 기대니까 그냥 친구인 척도 해줬다고? 그래서 그냥 친구인 척하며 내 옆에 있어줬다고! 허~~ 난 서한이란 놈이 그렇게 인간적인 놈인지 정말 몰랐다. 감동이 가득한 시간이네 그러셔!! 그랬다고!! 그렇게 감정이 넘쳐 흐르면 다음에는 사람을 잘 골라서 줘라. 나 같은 놈한테 줘서 사람 헤갈리게 하지 말고! 그리고 그랬으면 그냥 가만히 있지! 도대체 왜 이러는 거냐! 이젠 더 이상 너의 꼴을 참아 줄 수가 없어! 그 두녀석 앞에만 가면 넌 너같지가 않아! 그 녀석들이 뭔데? 뭔데 그렇게 너한테 영향을 끼치는 거야! 어쨌던 난 더 이상 봐줄 생각 없으니까. 다른 봐줄 사람을 찾도록 해! 그러지! 나도 더 이상 너 같은 놈한테... 갑자기 진우는 말을 멈췄다. 그러더니 나를 가만히 본다. 그 모습이 왠지 슬퍼보여 마음이 아팠다. 진우를 안아주고 싶다. 그의 따뜻한 몸에 내가 기대고 싶다. 좋아. 서로 나쁜 말 할 거 없겠지 별로 안 취한 것 같으니까 혼자 갈 수 있겠지? 물론이지. 네 녀석의 도움 따위 필요 없다. 그렇겠지. 그동안 도.와.줘.서. 고.마.웠.다. 이 원수는 꼭 갚아주마. 마음대로. 무심한 척 말하는 나의 마음은 저릿해졌다. 하지만 이젠 진우를 잡을 수가 없다. 삐 뚤어진 마음...으로 이미 진우는 다쳐버렸다. 왜 이렇게 되어버린 걸까... 밥 먹을때까지만 해도 진우와 평생을 함꼐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하지만 재서를 만나고 보니 그건 혼자만의 생각이란 걸 알게 되어버렸다. 아직도 재서에 의해 경직되고 힘들어하는 진우... 그리고 참을성이 부족한 나... 진우는 돌아서기 전에 나를 노려보았다. 그 눈이 슬퍼보여서... 왠지 슬퍼보여서... 잡고 싶었다. 그때 진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쁜 자식. 진우가 소리를 지른 것도 크게 말한 것도 아니었다. 그냥 나즈막히 내뱉은 말이지 만 차라리 그래서 가슴에 와서 박혔다. 정말 감정을 담아 내뱉은 한 단어였다. 진우가 떠나면서 나한테 남긴 말이었다. 마지막까지 기억하게 될지도 모르는 말이었다. 그러고는 진우는 돌아서서 갔다. 그리고 어느정도를 가다가 뒤도 돌아보지 않고 택시를 탔다. 난 비틀 거리는 발걸음을 옮긴다. 어느 방향인지는 알 수 없다. 그냥 진우가 간 방향과 반대방향으로 걷는다. 그와 다른 방향으로 혹은 그를 향하는 발걸음을 다른 방향으로 돌리는 것도 이렇게 되어버리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그날 그 거리를 걸었다. 이전: 관찰 9 다음: 관찰 7(이던가... ^^;) 2000/07/21(23:35) from 211.51.149.121 CrazyWWWBoard 2000 -------------------------------------------------------------------------------- (c) Nobreak Technologies, Inc. CGISERVER KOREA 공지사항 300줄 이상 소설을 적어 주세요~ -------------------------------------------------------------------------------- 작성자 : tea (seablue0@hanmail.net) 추천: 14, 조회: 609, 줄수: 136, 분류: Etc. 관찰 9 시계를 보니 어느새 3시가 되어 있었다. 술이 확실하게 깨고 나자 내가 한 일이 더 강하게 다가왔다. 하지만 이젠 어쩔 수없다. 진우를 더 사랑하게 되면 될 수록 재서와 함께 있는 진우를 참아낼 수가 없다. 나에게가 아니라 재서에게 반응하고 재서에 의해 힘들어하는 진우를 더 이상은 볼 수가 없다. 진우가 점점 미워지고 재서가 미워지고... 나도 미워진다. 집에 도착했을 때 언젠가 진우가 사왔던 소주가 생각났다. 난 혼자서 술을 마시지는 않는다. 그건 스스로의 감정에 취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집으로 자주 놀러오는 사람은 진우 말고는 없었다. 하지만 내가 술이 약해서인지 진우는 술을 사왔던 날을 제외하고는 집에서 술을 마시거나 그런 일은 없었다. 술병 네 개를 꺼내 한줄로 늘여놓았다. 찬장에서 소주잔도 두 개 꺼냈다. 안주 같은 건낼 생각도 안했다. 잔을 하나는 앞에 두고 하나는 맞은 편에 두었다. 술을 따서 한잔씩 부었다. 그러면서 연거푸 몇잔을 마셨다. 진우야... 마시자... 오늘은 마셔야 겠다. 내가 마시고 나면 너 또... 나한테 국 끓여줄 꺼야? 한잔을 비웠다. 아~~ 진우것도 마셔줘야지. 진우잔을 비웠다. 자식 넌 너무 무정해... 너는 왜... 네 감정은 그렇게 잔인할 정도로 나한테 보여주 고서는... 왜 내 감정은 봐주지 않는거냐... 다시 잔을 비웠다. 한잔에 감정하나씩... 그리고 그것을 받아들여주는 진우 잔을 한잔씩... 나 너... 봤을 때 이렇게 될 줄 알았어... 나... 사람한테 휘둘리기 싫어하는데... 왠지 그럴 것 같은 싫은 기분이 들었었다... 나... 왠지 너한텐... 냉정해질 수 없을거라는 생각이 들었단 말야... 그래서 너 처음 봤을 때 그렇게 불안했던 거겠지? 다시 잔을 비웠다. 그냥 바라만 볼려고 했는데... 그럴 수는 없었을까? 너랑 여행을 가지 않았다면 더 좋았을까? 그랬으면 지금 더 편했겠지? 또 한 잔을 비운다. 그러고는 핸드폰을 물끄럼이 바라봤다. 통화를 눌르자 진우의 번호가 뜬다. 요즘 통화를 누르면 진우가 나타나는 일이 많아졌다. 그런데 이젠 이 전화번호를 누를 일이 없는 걸까... 너 재서 사랑하는거 알아... 그래서.. 이제 다른 사람은 좋아할 수가 없는거야? 아니면 나라서 안되는 걸까? 또 한잔을 비운다. 미안해... 정말 그렇게 말할 생각은 없었는데... 왜 내가 그렇게 말해버린 걸까? 진 우 너 이제 나한테 찾아오지 않을꺼지? 친구라고 불러주지도 않을테고... 노래도 불러주지 않을테고... 나쁜 내 성격에 웃어주지도 않을테고... 그럴테지? 또 한잔을 아니 두잔을 비운다. 나도 용기 없는 놈인가 보다. 언젠가 진우 너한테 현실도피자라고 했는데.. 헤.. 내가 현실도피자인가 보다... 또 술을 마신다. ... 또 술을 마신다... ... 또 술을 마신다... ... 또 술을 마신다... ... 또 술을 마신다... ... 근데 진우야... 너 그거 아니...? 내가 정말 너 사랑한다는 거... 이젠 그만둘수도 물러날 수도 없는데... 이제 끝나버렸다는거... 또 술을 마신다... ... 또 술을 마신다... ... 또 술을 마신다... ... 또 술을 마신다... ...사랑해... 기억은 거기까지였다. 일어나보니 어느새 저녁 여덟시가 넘어 있었다. 술을 마시기 시작했을때 이미 해가 떠 있었으니까 그렇게 많이 잔 건 아닌가 보다. 머리가 아파왔다. 용량을 넘은 술 때문에 위는 흔들렸고 머리는 아파고 심장은 지끈거렸다. 그대로 누워 있었다. 일어나기도 귀찮았다. 그러다가 다시 잠이 들었는데 깨어보니 낮 열두시가 되어 있었다. 마치 현실에서 도피하기라도 하듯이 거의 스물네시간을 넘게 잤나보다. 이런 일은 처음이었다. 이래서야 진우한테 할말도 없다. 일어나서 밥을 먹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아직도 아픈 위를 누르면서 천천히 일어섰다. 머리가 어지러웠다. 밥은 해 놓은게 없을테고 라면이나 꺼내 먹을까하고 찬장을 뒤 져봤다. 그런데 찬장에 라면이 하나도 없었다. 다시 방으로 가서 누웠다. 나가서 밥을 사먹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밥을 먹으로 나가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다시 누워서 잠이 들려고 했지만 잠은 오지 않고 머리만 아파왔다. 그리고 진우와의 일이 계속 재생되는 화면처럼 나의 머리속을 가득 채웠다. 그러다가 다시 잠이 들었나보다. 일어나보니 어느새 밤이 되어 있었다. 핸드폰을 들여다 봤지만 진우에게서 온 소식은 없었다. 그래 진우가 나에게 연락을 남길 리가 없다. 이젠 안보겠다고 했는데...이미... 진우가 나쁜 자식이라고 말하던 것이 기억난다. 일어나서 밥을 먹으려던 식욕이 갑자기 없어진다. 그때 전화벨이 울렸다. 받고 싶지 않았다. 열번 가까이 울려도 끊어지지 않자 혹시하는 생각이 들었다. 진우일지도 몰라...라는 생각을 하면서 나는 전화기 쪽으로 갔다. 네. 여보세요? 거기 서한이네 집입니까? 그런데요? 나 경민인데... 어.. 그래... 왜? 아.. 저기 재서가 전화해보라고 해서,,, 나는 픽 웃었다. 재서놈이 전화해보라고 했다고? 믿을 말을 해야지. 녀석은 아직도 씩씩 대고 있을거다. 그래? 그날 진우가 너 데려다 줬어? 응? 난 그래라고 말해야할지 사실대로 말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진우랑 같이 갔냐고. 아 나 술 깨서 진우는 그냥 갔는데? 그래... 그럼 담에 보자. 어... 잠깐. 진우는 왜 찾는데? 아니 그냥. 어제부터 연락이 안돼서 혹시 너라면 알까해서. ------------------------------------------------------------------ 여기까지가 써두었던 부분이구요... 이담 부터는 써야 겠네요... ^^; 그래서.. 아마도 낼이나 모레쯤이면 올릴수 있을것 같아요... 순조롭게 쓴다면 말이죠 ^^ 그럼 여기까지 읽어주신 분들... ^^ 잼있었으면 좋겠네요 이전: 관찰 10 다음: 관찰 8 2000/07/21(23:41) from 211.51.149.121 CrazyWWWBoard 2000 -------------------------------------------------------------------------------- (c) Nobreak Technologies, Inc. 300줄 이상 소설을 적어 주세요~ -------------------------------------------------------------------------------- 작성자 : tea (seablue0@hanmail.net) 추천: 8, 조회: 702, 줄수: 131, 분류: Etc. 관찰 10 에구~~~ 님들 이를 어쩌죠... 제가... 장편방이 안 열리는 바람에... 시간계산에 착오가 있었답니다... 다시 고쳐쓰기는 그렇고... 원래는 서한이 12시에 잤다가... 오후 8시쯤에 일어나는 걸로 되어 있는데... 다음날... 11시로... 변경합니다... ^^; 글 내용에는 큰 변화가 없으니까... 그렇게 읽어주실 수 있죠... 제가 잘 읽어보고 썼어야 하는데... ^^; 그럼... ----------------------------------------------------------- 경민의 전화가 끊어지고 난 마치 심술난 아이처럼 전화기에 등을 돌리고 돌아누웠다. 경민이와의 전화내용이 머리 속을 어지럽힌다. '그날부터 연락이 안돼'라고 하던 경민이의 말소리가 머리 속을 쿵쿵거리며 다닌다. -그만! 녀석이랑 나랑 무슨 상관이라고... 신경쓰지 말자. 라며 중얼거리는 나지만 이때 신경은 진우가 어디로 갔을까에 쏠려 있었다. -바보같은 놈이 재서가 알았다고 생각해서 상심한 건 아니겠지?... 혹시 이녀석 재서랑 경민이도 안 볼 생각인가?... 에이 설마... 녀석들은 아직도 모르는 것 같은데... 아니며... 나한테 많이 실망한건가. 가슴이 빠르게 뛰기 시작한다. 언제나 진우에 대해 반응해버리고 마는 나... 생각은 꼬리를 물고 계속 나쁜 쪽으로 흘러가기 시작한다. -젠장 난 나즈막히 욕을 내뱉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일어나는 순간 어지러움을 느꼈다. 진우와 먹은 스파게티가 그동안 나의 식사의 전부였다. 그리고 소주 네병. 나의 속이 그런 스트레스를 이겨낼 리가 없다. 일어서자마자 생겨나는 어지러움과 구토감... 나는 가까스로 구토감을 참으며 손으로 벽을 집었다. -제기랄... 다시 한번 나즈막히 욕을 내뱉았다. 일어나서 내가 할 수 있는 일 따위는 없었다. 진우의 집에 가보려고 하던 나는 내가 진우의 집을 모른다는 것을 알았다. 난 진우의 핸드폰 번호밖에 몰랐다. 나와 함께 있지 않았던 일상 속에서 진우가 어디를 자주 가는지 그런 것도 알지 못했다. 구토감을 누르고 옷을 입고 밖으로 나왔다. 쏟아지는 여름해에 어지러움은 더해졌다. 해아래에 서서 어디로 가야하나 생각해봤다. 나와 함께 갔던 곳은 진우가 갈리 없겠지만 내가 찾아볼 곳은 거기밖에 없었다. 몇번인가 그를 만나면서 다녔던 커피숖, 음식점, 술집을 헤집고 다녔다. 햇살을 받아서인지 다시 구토감과 어지러움이 갑작스레 다가왔다. 나오던 음식점 기둥을 잡고 웃음을 터트렸다. 진우가 나와 함께 온곳에 올리가 없다는 것을 알면서.. 머리속으로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그래도 몇시간이나 길을 헤메는 자신이 우습게 느껴졌다. 결국 이성과 감정은 하나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았다. 허탈한 웃음이 나왔다. 진우와 만났던 날 걸었던 ㄴ거리로 어느새 발이 행하고 있었다. 재서와 만났던 술집을 지나고 스파게티 집에서 술집으로 이어지는 길을 그날과는 반대로 술집에서 스파게티 집으로 거슬러 올라가고 있었다. 거리를 거슬러 올라가면서 시간을 이렇게 되돌릴 수 있다면이라고 생각했다. 스파게티 집에 들어서면 웃으면서 반기는 진우가 있고, 나에게 노래를 불러주는 진우가 있고, 그리고 그 노래에 답을 맞추는 유치한 장난이 있는 그 시간으로 거슬러 올라가고 싶었다. 느긋하던 나의 발걸음은 다시 빨라지다가 급기야 뛰기 시작했다. 그집안에는 분명히 진우가 있을 것 같았다. 그날처럼 뛰어서 가빠진 숨을 고를 생각도 하지 않고 물을 열고 이층으로 뛰어 올라갔다. 하지만 그날처럼 웃고 있는 진우는 없었다. 그리고 진우와 내가 앉아있던 자리는 비어있었다. 나는 그 자리로 가서 내가 앉았던 자리에 털썩 앉았다. 시간을 되돌리다니... 진우가 거기에 앉아 있을 꺼라니.. 내가 이렇게 이성적이지 못한 놈이었나...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점원이 다가와 물잔을 올려두고 메뉴판을 펼쳤다. 그래도 가만히 앉아 있는 나를 의아한 듯 바라보더니.. -천천히 고르십시요. 라고 말하고서는 가버렸다. 나는 물잔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표면에 하나하나 물방울이 생기더니 그때 '진우의 잔'처럼 시원함을 내보이는 물방울을 잔뜩 단 잔이 되었다. 컵에 잔뜩 붙어있는 물방울이 갑자기 나처럼 느꼈졌다. 차가운 컵 표면에 달라붙어 그 존재를 달리하는 공기속의 수분처럼... 난 진우와 접촉함으로서 많은 것이 변해버렸다. 물기 촉촉히 변해버린 내 마음, 어느새 진우에게 반응해버리는 내 신경. 다시 공기중의 수분으로 돌아가버리던지... 물로서 존재하던지... 둘중에 하나이겠지... 사랑도 남던지...다시 원래대로... 그 사람이 존재하지 않아도 잘 살아갈 수 있는 상태로 돌아가던지 둘 중에 하나이다. 하지만 나는 모르겠다. 진우를 만나기 전의 나로 돌아갈 수 있을지... 아니 돌아가고 싶은지... 모르겠다. 머리속을 교차하는 생각들과 함께 눈앞의 컵을 뚫어지게 보다가 머리를 들고 진우가 앉아 있던 자리를 바라보았다. 마치 진우가 금방이라도 눈꼬리부터 번지는 웃을 것만 같았다. 난 그의 자리를 향해 웃어보이려 눈꼬리로 웃음을 보이려고 한순간 볼로 눈물이 흘렀다. 그냥 눈물이 흘렀다. 소리도 내지 않고... 처음 눈물을 흘렸을땐 그게 눈물이라는 것을 인식하지 못했다. 머리속이 한참을 정보를 분석하는듯 멍하더니 나에게 눈물이라는 결론을 전해주었다. 눈물을 흘려본게 언제인지 기억도 나지 않았다. 한방울만 떨어진 것도 아니었다. 어디에서 그런 눈물이 모여 있었는지 모를 정도로 눈물이 흘렀다. 손으로 눈물을 닦지도 않고 미소지으며 건너편 자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갑자기 몸이 주변의 물을 흡수하는게 아닌가 하는 어리석은 생각을 했다. 분명 다른 사람이 라면 비웃었겠지만... 나도 누군가에게서 그런 이야기를 들었다면 비웃었겠지만... 분명히 그런 생각을 했다. 나는 갑자기 이런 내가 우스워지기 시작했다. 손을 들어올려 눈물을 닦았다. 얼굴은 웃고 있었지만 눈물은 계속 흐르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내가 왜 우는지도 몰랐다. 그렇게 오분쯤이 더 지나서야 나의 눈물은그쳤다. 그건 분명히 내가 그친게 아니라 그냥 나의 눈물이 그친것이었다. 잠시후 점원이 다가왔다. -뭘로 하시겠습니까? 주저하는 목소리였다. 아마도 내가 우는 걸 보고 다가올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었나보다. 난 메뉴판도 보지 않았었다. 그러다가 저번에 진우가 먹었던 것을 시켰다. -맛있게 드십시요. 크림스파게티였다. 난 느끼한 크림스파게티는 잘 못먹었다. 대충 한입 넣자 느끼함과 함께 또다시 구토감이 들었다. 위에서 자기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나는 억지로 한가득 입에 넣고 씹는 기계적 행동을 했다. 그러고는 삼켜버렸다. 그렇게 꾸역꾸역 스파게티를 먹었다. 1/4를 먹었을때 포크를 놓아버렸다. 그러고는 멍하니 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유리를 통해 오고가는 사람들이 보였다. -저... 이제 마칠 시간인데요... 얼마나 앉아 있었을까 점원이 다가와서 말했다. -아... 네.. 죄송합니다. 일어서다가 다시 한번 현기증을 느꼈다. 내가 휘청이자 점원은 빠르게 나를 잡아주었다. -괜찮습니다. 나는 그의 손을 풀고 조금은 불안정한 걸음으로 그 가게를 나섰다. 그리고 택시를 잡았다. 택시를 타고 오는 동안에 심한 멀미를 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화장실에서 스파게티를 다 토해버렸다. 옷을 벗어버리고 샤워를 하고 양치를 했다. 그제서야 구토감이 좀 사라졌다. 그러고 나서는 펴 두었던 이불위에 누워버렸다. 속은 울렁거리고 힘이 없었다. 며칠을 먹은것도 없고 술만 마셨으니...당연한 일이지만 말이다. 머리옆에 놓여있는 전화기를 들고 진우의 번호를 눌렀다. 그러고는 신호가 울리기도 전에 전화기를 내려놓았다. 이번에는 전화번호를 누르다가 끝번호를 누르지 못한체 손가락으로 7이라는 숫자버튼을 쓸어보았다. 마음이 알싸하게 아파왔다. 전화기에서는 잘못된 번호라는 안내방송이 흘러났었다. 다시 전화기를 내려놓고 애써 구토감을 참으며 일어나서 바지 호주머니를 뒤졌다. 핸드폰을 꺼내 들고는 경민이의 전화번호를 찾아 눌렀다. 통화버튼을 누르고 잠시 기다리자 경민이 전화를 받았다. -나.. 서한인데... -응. 왜? -뭐하냐? 재서와 같이 있어? -응. 재서 바꿔줄까? -어.. 아니... 그게... 아니고... -... 경민은 침묵하며 전화기를 들고 있었다. -... 나도 침묵했다. -... 진우...? -...응 -연락안돼. 걱정하지마. 집에 전화했더니 mt갔다고 하더라. 산이라서 연락이 안되나 보다. 안도감과 함께 힘이 빠졌다. -그래.. -근데... 너 목소리가 별로다... 아픈거 아냐? -아.. 아냐 그냥 누워 있다가 전화해서 그런가 보다. 정민이와의 전화를 끊고 나자 진우에게 아무일 없다는 것에 안도감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꼬박 이틀을 아팠다. 몸에서 열이나고 식욕도 없었따. 삼일동안 한 일은 자는 것 뿐이었다. 마치 동면을 하듯 끊임없이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 서한이 아픈 부분에서... 슬슬 끝을 맺을까 했었는데... 장편소설난이 안 열리는 바람에... 얘기가 조금더 길어져 버렸습니다... 에구... 길면 더 좋은게 나올래나... 확신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지금 끝나면 서한만 맘이 아픈 것 같아서...진우를 좀 괴롭혀 볼까... 고민중입니다. 이전: 관찰 11 다음: 관찰 9 2000/07/23(22:55) from 211.51.149.121 CrazyWWWBoard 2000 -------------------------------------------------------------------------------- (c) Nobreak Technologies, Inc. CGISERVER KOREA 공지사항 CGISERVER KOREA 공지사항 CGISERVER KOREA 공지사항 300줄 이상 소설을 적어 주세요~ -------------------------------------------------------------------------------- 작성자 : tea (seablue0@hanmail.net) 추천: 10, 조회: 647, 줄수: 186, 분류: Etc. 관찰 11 삼일이 지나고 아침에 눈을 뜨자 집안이 고요하게 다가왔다. 베게 옆의 핸드폰은 배터리가 다 되어서 꺼져 있었고 책상위의 전화기는 코드가 빠져있었다. 시끄럽게 울어대는 전화기 선을 빼고서는 다시 잠이 들었나보다.더 이상 자면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인가를 먹고 움직여야 한다는 생각이 또렷이 들었다. 이틀이나 코드가 빠진채 있었지만 진우에게는 연락 한 번 안왔나보다. 연락을 했으면 나에게 왔을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이상하게 생각해서라도... 무엇인가를 해먹을 생각도 들지 않았고 움직일 힘도 없었다. 전화기의 선을 연결하고 근처에서 자취를 하는 친구에게 전화를 했다. -나다. 서한... -이 새꺄! 너 왜 이렇게 오랫만이냐 너 연애질했지! 형님도 버려두고 말이야! 아침인데도 씩씩한 목소리로 말을 걸어오는 친구의 음성이 갑자기 푸근하게 느껴졌다. -시끄럽게 하지 말고 우리집 잠시만 와라. -너네집? 왜? -나 아파서 사일동안 암것도 못 먹었다. 밥이나 좀 해줘라. -미친... 알았다. 전화가 뚝 끊겼다. 이 녀석은 언제나 이렇다. 말은 험하지만 마음 씀 하나는 누구에게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녀석. 삼십분이 지나 초인종이 울렸다. 힘들게 일어나 문을 열었다. -미친.. 아프다고 사일이나 밥을 안 먹냐! 너 죽고 싶지! 사납게 말하면서도 나를 부축해서는 방에다 데려다 준다. -누워 있어! 부엌에서 녀석은 딸그락거리며 움직인다. 오랫만에 느껴보는 인기척에 약해진 마음 때문인지 눈물이 날 것 같다. 20분이 지나서 녀석은 죽을 그릇에 담아왔다. -먹어 인스턴트 죽이라 맛이 있을지는 모르겠다. 여러개 사왔으니까.. 저녁도 꼭 먹어라. -응, 넌 갈거냐? -나 아르바이트 째고 왔다. 지금도 늦었어. 빨리 가봐야 돼. -나 다 먹을 때까지만 있어라. 나의 심약한 말에 녀석은 놀란 듯 다시 한번 나를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죽을 다먹고 다시 누은 나에게 창을 열어주고선 옆에 앉았다. -자라. 자는거 보고 갈께. -고마워 -닥쳐라. 닭스럽게 인사는... 어느새이낙 잠이 들었나 보다. 시끄러운 벨소리에 잠이 깨었다. -네 -형님이다 이제 일어나서 죽 데워 먹어라. -그래 전화를 끊고 다시 누워버렸다. 귀찮았다. 아직 배도 고프지 않고 다시 잠이 들려고 했을때 벨이 울렸다. -네 -먹었냐? -응 -죽이름이 뭔데? -... -새꺄. 안먹었지! 다시 30분뒤에 전화한다. 저편에서 수화기를 내려 놓았다. 전화선을 빼놓을까 하다가 그랬다간 녀석이 달려올것 같아서 죽이름이라도 봐두자는 생각에 부엌으로 나가 냉장고를 열었다. 네개의 죽이 종류별로 있었다. 피식 웃고 나서 하나를 들어 전자렌지에 데웠다. 다먹고 방으로 들어가 전화기 앞에 앉아 전화를 기다렸다. 벨이 울리고 전화를 받았다. -네 -나다 먹었냐? -그래 호박죽. 됐냐~ -푸하하, 착하군 그래.. 저녁도 먹어라. -오냐 전화를 내려놓고 이제 일상으로 돌아오자고 생각했다. 녀석이 나를 일상으로 다시 이끌었다. 다시 나로 돌아가서 살 수 있을것 같았다. 진우가 없는 삶이라 하더라도... 녀석은 저녁에 다시 들렀다. -너 밥 안먹고 있을 줄 알았다. 자 나와라. 밥 먹자 -나 죽 싫어. 밥 먹을래. -시끄러! 오늘까진 죽 먹어야 돼. 두개의 죽을 데워 나란히 먹고서는 녀석이 사온 수박을 잘라서 먹으려던 때였다. 성급하게 누르는 벨소리에 나는 녀석을 가만히 쳐다보았다. 이시간에 올 사람은 없없다. 일어서려는 나를 제지하고선 녀석이 일어나 문을 열었다. 문을 열자 문틈으로 진우의 얼굴이 보였다. 나는 수박을 먹다가 멈추고는 진우를 바라보았다. 진우는 아직 나를 보지 못했는지 정우에게 말했다. -서한이... 없나요? 약간 숨 가쁘게 진우가 물었다. -서한아 네 친구 왔다. 난 여전히 앉아서 수박을 먹기 시작했다. 담담한 목소리로 말한다. -누구야? 들어오라고 해. 멈칫하며 들어오는 진우가 식탁에 앉아 편안한 표정으로 수박을 먹고 있는 나에게 시선을 고정한다. 난... 사실... 동요하고 있었지만 진우에게 나는 괜찮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자존심이라 해도 좋고 어설픈 심술이라고 해도 좋다. 진우가 나와 싸워서 괜찮다면 나도 괜찮아야 한다. -무슨일이야? -아... 아니... 진우가 답을 피하며 나를 본다. 정우는 여전히 문 앞에 서 있는 채로다. 이상한 분위기를 느꼈나보다. -야 서한. 나 먼저 갈께. -아냐. 곧 갈거야. 너 아직 수박도 안 먹었잖아. 나의 잡는 말에 정우가 식탁 옆으로 와 수박을 집는다. -이 친구는 할말이 있는것 같은데? -아냐 곧 갈거지 진우? 아직은 진우에게 면역성이 없다. 정우가 가버린다면 난 진우게게 무너져 버릴지도 모른다. 몇시간전에 나는 일상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다시 진우에게 무너질 수는 없다. 나는 은근히 옆에 있는 정우에게 다정하게 말을 걸었다.정우는 알아채지 못하겠지만 진우는 알것이다. 내가 뭘 의도하고 있는지. -여기 앉아 옆에 의자를 정우에게 빼주며 수박먹기에 여념이 없는 정우를 다정하게 바라본다. 진우에게 나는 말하고 있다. 정우에게 다른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나의 태도는 노골적이었다. 진우의 얼굴이 빨개졌다. -아.. 이만 가볼께.. 진우가 황급히 돌아섰다. -왜? 수박이리라도 먹고 가지? 오랫만에 왔잖아. 내가 상대적으로 강한채 하고 있다. -됐어. 진우가 나즈막하면서도 힘있는 특유의 목소리로 내뱉고는 문을 열고 나섰다. 진우가 나를 상처입힌 만큼 나도 진우를 상처입히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잔인한 보상심리라고 나를 욕해도 좋다. 내것이 될수 없다면 나의 영혼과 공명할 수 없다면 상처입히고 싶었다. 난 원래 그런 녀석이다. 초등학교 아이처럼 어설픈 심술이라 해도 좋고 잔인한 녀석이라고 해도 할말은 없다. 수박에서 천천히 머리를 들며 정우가 날카로운 눈으로 쏘아본다. -너 뭐하는 짓이냐! 너랑 쟤랑 뭐야! 그 분위기는 뭐냐고! -너랑 상관없는 일이니까 신경꺼. 뒤틀린 심사가 날카로운 말을 뱉아낸다. -남 함부로 상처입히는거 아니다. -시끄러 내가 훨씬 더 상처입었어. 네가 신경쓸 일이 아냐! --------------------------------------------------------------------- 이렇게 어색하게 끝내는 이유는... 전... 간단하게 가고 싶은데... 정우가 자신의 존재를 주장하네요... 에구... 가만히 있으라니까... 여기서 등장인물 수를 늘이기는 싫은데... 한번 나온 이상... 쉽사리 사라지지 않으려는 녀석때문에... 좀 생각을 해보려고 합니다... 그래서... 좀 고려해보고... 담편으로 가겠습니다... 대충 생각하기에는 좀 간단하게 해결하는 방법이 있고... 조금더... 진우를 괴롭히는 방향이 있는데... 아직 결정을 못했습니다... 음...고민중... 이전: 관찰 12 다음: 관찰 10 2000/07/23(23:01) from 211.51.149.121 CrazyWWWBoard 2000 -------------------------------------------------------------------------------- (c) Nobreak Technologies, Inc. CGISERVER KOREA 공지사항 300줄 이상 소설을 적어 주세요~ -------------------------------------------------------------------------------- 작성자 : tea (seablue0@hanmail.net) 추천: 11, 수정: 1, 조회: 633, 줄수: 177, 분류: Etc. 관찰 12 정우가 이상하다는 눈길로 나를 바라본다. 난 아무말 없이 맛을 알 수 없는 수박을 먹고 있다. 한동안의 침묵이 흘렀다. 정우는 언제 침묵을 해야하는지 아는 녀석이다. -내가 싫다고 하네... 내가 아무리 바라봐도... 자기는 다른 쪽을 바라보고 있어... 처음으로 좋아하게 된... 사람인데... 내가 싫다고 하네... 모르겠어... 나도 내가 왜 이러는지... 첨부터 좋아할때 부터... 나도 알고 있었는데 그녀석이 다른 사람을 좋아하는거... 첨부터 알고 있었는데...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처음에는 가시처럼 따끔거리던 것이... 심장보다 더 커져와. 정우는 여전히 말이 없었다. 한번 말이 터진 나는 참을 수가 없었다. 누군가에게 속시원히 말해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진우와 싸우고 난뒤에 내가 한말이라고는 경민이와의 전화통화와 스파게티점원과의 대화밖에 없었다. 사람이 그리웠다... 사실은 진우가 그리운지도 모르겠지만... 사람이 그리웠다. 나에게 따뜻한 말을 한마디라도 해줄... 그런 사람이 그리웠다. -처음에는 그냥... 그곳에 있으니까 바라볼 뿐이었어. 그냥 거기에 너무 지친 눈빛으로 다른 사람을 보는 그 녀석에게 그냥 시선이가서... 조금은 잔인한 호기심으로 바라보고 있었어. 그러다가 어느순간인가. 그녀석에게 시선이 쫓아다닌다는 것을 알게되었지... 그녀석에게 시선이 멈춘거야... -... -모르겠어... 첨에는 그녀석이 나에게 기대고 나에게 말을 해주고...나의 눈길이 멈추는 곳에 있어주고... 조금씩 조금씩 밝아지고 웃어주는 것으로 만족할 수 있었는데... 어느순간부터인가 그런것으로 만족할 수가 없게 되었어... 녀석이 나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이 언제나 머리속을 채우고 있어서... 힘이들어. -... -모르겠어... 정말... 내가 왜이러는 건지. 그녀석을 정말 좋아하기는 하는건지도... -넌... 사랑이란게 뭐라고 생각해? -글쎄. 전에는 소유욕이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모르겠어. -네가 사랑으로 상처입었다고? -그래... 진우는 내가 그런걸로 상처를 안입을지도...혹은 입는다고 해도... 그리 큰 상처는 아닐테지. -그 얘 이름이 진우냐? -그래. -너... 진우가 너를 상처입혔다고... 그리고 네가 그러는게 그 사람에게 상처가 안될꺼라고? -아마도. 사랑하는 사람에게 당하는 것처럼 가슴아프진 않겠지... 내가 그녀석으로 인해 가슴아팠던 것과 같은... -넌 투정을 부리고 있는거야. 그녀석에게... 네가 아픈걸 알아달라고.. -넌 이제 그녀석을 포기했다고 말하려는 것 같지만. 사실은 그게 아닐꺼야. 넌 그녀석을 상처입힘으로서 그녀석이 너를 사랑한다는 증거를 찾을려는거야. 절대 포기하지 않았다는 거지... 그녀석을 상처입히는 이유는 너의 이기심 뿐이야. 그녀석이 상처입지 않았을거라고? 정말 그렇게 생각해? 내가 봤을때는 확연히 상처입은것 같던데? -... -너란 녀석... 원래 사랑따위에는 어울리지 않는 녀석인거 알지? 남과의 감정교류와 감정분배에 유난히 약한 녀석이라는거 알고 있다. 다른 사람과 함께 잘 지내지 못하는 너라는거 알지? 네가 왜 그런지 알아? 넌 항상 겉에서 보기만 해. 그 사이에 끼어드는 것을 두려워하지. 어떤 순간에도 너의 자존심을 놓을만큼 다른 사람에게 집중하지 않지. -난 진우에겐 자존심같은거 세운적 없어. 그리고 때로는 떨어져서 보는게 더 정확해. -하지만 거기에 개입하지 않고서는 그럴수 밖에 없는 걸 이해할 수 없지. 넌 지금 자신이 주위를 돌고만 있던 감정의 한가운데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참을 수 없는거 아냐? 단순히 네가 사랑하는 진우가 너를 사랑하지 않는 다는 것을 참을 수 없는거 아니냐고. -사랑이라는건 이해만은 아냐 소유와 집착이기도 해. -그렇지 하지만... 넌 자존심이 너무 강해. 그 녀석이 네가 자신을 좋아하고 있다는 걸 알기나 할까? 좋아한다고 말은 해봤어? -그런말은 부담이 될 수 있어. -부담이라고... 물런 그럴수도 있지. 하지만 네가 마음속에 숨겨두고 있는 마음을 그런 파괴적인 방법으로만 드러내려고 하지마. 자신이 좋아하는 대상에 대해 심술을 부리는건 어렸을때나 하는거 아냐? -넌 그렇게 맘 좋은 녀석인지 몰라도 나는 달라. -좋아한다고 말하는게 좋을것 같은데. 그녀석은 네가 좋아하는지 모를수도 있잖아. 그런데 그런말도 하지않고 네가 좋아하는것을 보여주지도 않고 막무가내로 심술만 부리는건 너의기회도 그사람의 기회도 빼앗는거라고 생각해. -말해서 거절하면... 아직도 그녀석은 다른 사람을 좋아해. -자존심상한다고 생각하지 말고 말해버려. 말하고 나면 또 다른 것이 보일꺼야. 너의 그런 행동은 그녀석에게 상처가 될수 있어. 상처를 주고 난 다음에 너를 받아들이는게 더 힘들지도 모르잖아. 너의 감정을 숨기려고만 하지말고 드러내. 너의 그런 태도는 자신이 드러내지 않는 감정을 알아달라고 하는 너의 이기적인 욕심을 뿐이야. 누군가가 먼저 말해야 한다면 너여야한다고 생각해. 누군가가 조금더 상처입어야 한다면 너여야한다고 생각하라고. -글쎄... -사랑의 이기적인 면에만 집중하지 말고 받아들이는 면에 집중해봐. 너에겐 그면이 부족해. -정우... 네말은 알겠지만.. 그렇게 쉬운게 아냐. 너도 해보면 알겠지만 말야. -내가 해봤을지도 모른다고 생각은 안해봤어? 난 말야 지금 생각하고 있어.. 그녀석이 그렇게 이기적이고 자기 맘을 드러내지 않는 녀석이란걸 알았다면 한번 부딪혀보기라도 할껄하고 말이야. 그녀석도 다른 사람을 좋아할 수 있는 심장을 가진 사람이란걸 알았다면 그녀석을 한번 노크해볼껄 하고 말야. 나는 뭔가가 헷갈리는 머리를 움직이려고 애썼지만 진우에게로 집중되어 있는 머리속에서는 다른 생각은 들지 않았다. -넌 좋은 녀석이야. -그래. 난 너에게 좋은 녀석이지. 나도 알아. 내가 좋아한다고 해서 상대방이 반드시 나를 좋아하란 법은 없어. 그렇다고 상대편을 미워해서는 안돼. 너는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 너를 좋아하고 또 미워하게 되고 상처입힌다면 넌 어떤 기분이겠냐. -... -만약에 내가 너를 좋아하고 또 미워하고... 상처입힌다면 넌 어떤 기분이겠냐고 너는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 널 좋아해놓구서... 나를 좋아해주지 않는다면 넌 어떤 기분이겠냐. 적절한 비유였지만... 그 이상의 무언가가 느껴졌다. 그전에 정우가 했던 말들이 생각나면서 무엇인지 알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나는 거기에 대해서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정우도 침묵하고 있다. -하지만 이젠 그녀석에게 옛날의 호감과 친구의 감정만이 남았다고 말해줄 수 있어. 정우는 자기의 상처를 꺼내 나를 감싸준다. 어느새 얘기는 정우의 고백과 같이 흘러갔다. 하지만 거기에 어떤 불유쾌한 감정은 없었다. 말하는 정우가 너무 담백하게 말을 해서인지 어떤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건 고백이라기 보다는 나를 위로해주는 말투였다. -왜 이제 말해.. -글쎄 그때는 그렇게 하기 힘들던 말이 의외로 이렇게 쉬운 거였구나하는 생각을 하고 있다 나도... 그러니까 말은 해야할때가 있다는 거야. 지금은 이렇게 쉽게 말할수 있지만 아무것도 변하지 않지... 하지만 내가 그때 말했다면 다른 결과가 왔을수도 있겠지... 예를 들면 너와 내가 지금쯤 찌인한 사이가 되어 있을수도... 그렇게 말하고선 정우는 씩 웃는다. -그때 너도 심장이 있는 놈이고 사랑이란걸 할 수 있는 놈이란걸 알았다면 말했을지도 모르지. -짜식 그걸 몰랐단 말이야. 나도 그렇게 말하고선 씩 웃었다. -결국은 자기가 선택하는 거야. 네가 그냥 가만히 있는걸 선택하든지 아니면 밝히는 걸 선택하든지 그건 네몫이지만... 너의 몫으로 두어야 할것을 남에게 미루면 안되는 거야. 말하지 않는건 너의 선택이니까 그걸로 진우를 괴롭히거나 미워해서는 안돼. 그런식으로 진우를 상처입힘으로서 알아달라고 매달리는건 그만 두란 얘기야 내말 무슨 말인지 알지? -응.. 알겠다. 나도 정우를 보고 웃었고 정우도 나를 보고 웃었다. -언젠가는 너에게 말을 해야한다고 생각했어. 너를 좋아했던 걸... 그런걸로 친구였던 우리가 깨어지는 것은 아니니까 말이야. -그럼... 좋아해줘서 고마워. -오래살고 볼일이다. 너한테 고맙다는 말도 듣고... 감동이다 진짜. -힘들때 옆에 있어줘서 고마워. 정우가 나에게 웃어보인다. -그냥 친구를 사랑할수도 있는거구나. 난 우리들의 사랑은 친구에서 연인으로 되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어. 친구가 될 수 있는 사람이 있고 연인이 될 수 있는 사람이 있다고 생각했어. 그래서 널 그렇게 생각해본적이 없나봐. 너같은 괜찮은 녀석을 말야. 나도 친구로 너를 안 만났으면 좋아했을지도 모르지. -난 그런건 아니라고 생각해. 우리의 사랑도 다른 남녀간의 사랑이랑 다를 건 없다고 생각해. 사라은 그냥 사랑으로만 다가오기도 하고 친구였다가 연인으로 다가오기도 하는거지... 우리의 사랑을 일반인의 사랑이랑 다르다고 생각하지마. 사랑은 사랑일 뿐이야. 우리도 그들과 같은 사랑을 하고 있는거지... 넌 그렇게 나눔으로서 우리의 사랑에 더 부담감을 가지고 있는거야. 난 그럴 필요없다고 생각해. 정우는 그렇게 말하고서는 마지막 수박의 조각을 집어든다. 침묵하고 수박을 먹고서는 싱크대에서 수박 껍질을 버리고 나에게 말한다. -그럼 이만 갈께. -어... 그... 난 그래라고 말하려던 걸 삼키고 제안했다. -그냥 하루 자고 가라 시간도 많이 늦었는데 요 최근에는 별로 만난적도 없잖아. 그냥 놀다가라. 정우는 밝게 웃어보였다. -그럼 그럴까? 난 정우를 잡음으로서 정우의 그런 고백을 부담스러워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했고 정우는 나의 그런 의도를 알아차렸다. 정우는 샤워를 하러 욕실로 들어가고 난 정우에게 줄 옷을 챙기고 있었다. 손에 잡히는 걸 끄집어내다가 물끄럼히 그걸 바라만본다... 진우가 집에 왔을때 그와 실갱이를 하면서 결국 키스한번을 받아내고선 주었던 옷이다. 한참을 바라보다가 그것을 도루 넣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바보같은 미련이라고 나에게 말하며 다시 꺼낼려다가 그냥 서랍을 열고 깊숙히 넣어버렸다. 다른 옷을 꺼내들고는 문앞에 둔다. -야 문앞에 뒀으니까 입고 나와라. -그래. 문 저편에서 샤워기의 소리가 들리고 정우의 기분 좋은듯한 허밍소리가 들린다. 진우의 노래소리가 생각난다. 갑자기 진우가 그리워진다. 난 후다닥 밖으로 문을 열고 나간다. 진우가 있을리 없다. 그런데 나는 문을 열고 밖을 내다본다. 결국은 문앞길을 이리저리 서성여보기까지 한다. 나도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갑자기 진우에 대한 그리움에... 아까 그렇게 보낸 죄책감에... 가슴이 아파온다. 진우를 알고서야... 느끼게된... 알싸한 가슴의 통증... 진우에대한 종속변수처럼... 진우에게만 반응하는 알싸한 이 통증... 한참을 서성이고 있으니 욕실앞에 둔 옷으로 갈아입은 정우가 나왔다. -야 너 뭐하냐! -아 그냥 바람을 좀 쐴까하고... 나의 흐리는 말투에 정우가 나를 혼낸다. -아까까지 누워 있던 녀석이 바람은 무슨...얼른 들어와 감기까지 들어서 나 힘들게 하지 말고. 나는 정우와 함께 문을 들어선다. ------------------------------------------------------------------- 정우가 일을 치는군요. 결국... 이놈과 서한이 놈은... 자기들 맘대로 하려고 합니다. 제가 끝을 내려고 해도 두 놈이 그걸 반대하는군요... 으이그... 진우가 안 나와서 서운하신 분들도 계실듯한데... 그래도 주인공인 진우를 제가 잊기야 하겠습니까... 아마도 담편은 진우와 서한이 다시 만나게 될 듯한데... 서한이 놈이 착하게 행동해야할텐데 말이죠... 이전: 관찰 13 다음: 관찰 11 2000/07/24(22:12) from 211.51.149.121 CrazyWWWBoard 2000 -------------------------------------------------------------------------------- (c) Nobreak Technologies, Inc. CGISERVER KOREA 공지사항 300줄 이상 소설을 적어 주세요~ -------------------------------------------------------------------------------- 작성자 : tea (seablue0@hanmail.net) 추천: 11, 조회: 651, 줄수: 231, 분류: Etc. 관찰 13 진우가 그렇게 돌아간 이후... 거의 일주일의 시간이 흘렀다. 방학도 이젠 끝나 있었다. 동생도 학교에 가기 위해서 올라왔고 그럭저럭 바쁜 새학기가 시작되었다. 그런 이유로 내가 진우를 잊고 지냈다는 것은 아니지만 동생이 집에 와 있자 견디기가 더 쉬워졌다. 새학기를 시작하고 재서를 학교 어디선가 만날지도 모른다고 생각은 했었지만 만날수 없었다. 그다지 재서를 썩 보고 싶은 생각도 아니었기 때문에 나는 그냥 지나치고 있었다. 그러다가 새학기도 이주정도 지나 수업 시간표와 교수들의 얼굴에 익숙해져 가고 있을때 재서에게서 연락이 왔다. -나다 재서. -넌 줄 아니까 할말이나 해라. -나와라. 술마시러. -싫다. -나와라. 안나오면 너네 집으로 간다. -경민이는 있냐? -...없다... 거짓말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정도로 텀을 두고서는 재서가 대답했다. -알겠다. 나는 간다고 말을 하고선 재서가 있다는 술집으로 향했다.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거리에 있는 술집이었다. 술집에 들어서자 진우의 머리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돌아앉아 있는 진우의 뒷모습만으로도 진우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다른 사람을 좋아하게 되면 그 사람의 뒷모습만을 봐도 알 수 있다고 하더니 그게 정말인가보다. 난 진우의 뒷모습을 보자 말자 알아차렸다. 내가 여기에 왜 왔는지를... 나는 저 뒷모습을 보기 위해서 온것이다. 이젠 보고 싶지 않다 잊었다 큰소리를 쳤으면서도 재서가 보내는 경민이가 있다는 신호를 그리고 진우가 있다는 신호를 알아차렸으면서도 모르는 척 여기까지 온 것이다. 결국은 저 뒷모습에 당겨서 모르는 척하면서 여기에 발을 옮긴 것이다. 스스로에게 화가 나기 시작했다. 난 평정을 가장하고서는 재서에게 말했다. -재서 -어 왔냐? 재서의 말에 그때서야 진우가 나를 돌아본다. 진우에게는 나의 존재를 받아들이는 장치가 없다. 돌아보는 진우가 조금은 싸늘한 미소를 짓고 있다. 처음만났을때처럼 조금은 거리감 있는 그리고 그 때와 다르게 약간은 차가운... 미소였다. 난 아무렇지도 않은 척 진우의 옆 자리에 앉았다. -왜 불렀냐? -같이 술이라도 마시자고. 진우가 이 술자리에 동의하지 않았다는 것은 내가 들어왔을때부터 알 수 있었다. 아무렇지도 않게 말을 툭 건낸다. -잘지냈냐? -응 한마디로 대답하고 나서 진우는 다시 술잔으로 손을 뻗었다. 나는 진우의 평온한 태도에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녀석은 싸늘해진걸 제외하고는 별다른 동요를 보이지 않았다. -뭐하고 지냈냐? -그냥 학교다니고 그랬지 뭐. -그래? 학교다니는 건 재미있냐? 나와의 대화를 진우가 즐기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나는 더욱 말을 시키고 있었다. 진우는 미간을 찌푸리면서도 꼭꼭 대답한다. 그것이 진우의 성격이다. 남을 무시하거나 자기 맘대로 하지 못하는 성격... -그냥 그렇지 뭐. -난 뭐하고 지냈는지 안물어보냐? -뭐하고 지냈는데... 별로 물어보고 싶지 않은 기색이 역력한 어투로 진우가 나에게 물었다. -이것 저것했지. 아 맞다. 연애도 했구나. -그래. 그리고는 진우는 말이 없다. -야 너네 뭐하냐 둘이서만 속닥거리다니~~ 형님들이 화해시켜줄려고 불렀더니 벌써 화해해버린 거냐~~~ 재서가 말했다. -그으럼~~ 나의 말에 진우가 나를 휙 보더니 별다른 표정의 변화없이 다시 재서를 본다. 재서와 경민이는 우리가 신경을 곤두세우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뿌듯하게 서로를 바라본다. 역시 우리둘을 화해시킨다는 것이 저녀석들의 목적이었나 보다. 이렇게 뻔히 들여다보이는 자리를 마련하다니. -자 인사다했으면 한잔씩 하자~~~ 재서의 말에 모두 잔을 채우고 들었다. 나는 마시는 둥 마는 둥 내려놓았지만 재서와 경민이 그리고 진우는 모두 한번에 마셔버린다. 나는 병을 들고는 그들에게 술을 따라주었다. 나의 태도는 아무렇지도 않아보였겠지만 진우의 신경을 거슬리게 하고 있었다. 진우에게만 보이는 미묘한 신경전을 하고 있었다. 다들 함께 꽤나 많이 마셨다. 나는 거의 마시지 않고 있었다. 진우앞에서 취해서 추태를 부릴 생각따위 없다. 그리고 계속적인 우위를 위해서는 정신을 차리는 것이 필요하다. 재서와 경민에겐 들리지 않게 나는 계속해서 진우를 찔러댔다. 그리고 우리의 그런 대화를 경민이와 재서는 그저 그냥 대화하는 거라고 생각하고 있는 듯 했다. 나는 아까의 이야기를 다시 꺼냈다. -누군지 궁금하지 않아? -누군데... 궁금해하지 않는 진우의 목소리... 그럴수록 나는 더욱 심술궂어 졌다. -그때 봤지. 너가 집에 왔던 날. 고의적으로 그날 일을 꺼냈다. 그날 상처받은것은 내가 아니라 그였음으로. -응. -그녀석이야. 하필이면 그날 좋아한다고 말하더라구. 네가 들어왔을때 그녀석이 그런말을 하고 있어서 그냥 보낼수가 있어야지. 너도 알다시피 모르게 좋아하는거 마음 아픈 일이잖아. 좋아한다는데 어떻게 해. -... 난 이렇게 말하면서 재서를 좋아하는 진우를 다시 건드렸다. 나의 말은 모두가 사실은 아니었지만 모두가 거짓말도 아니었으므로 나는 괜찮다고 생각해버렸다. 정우가 나를 좋아한다고 말한것은 사실이니까... -그냥 친구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나를 좋아한다잖아. 뭐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난 그게 힘든일이라는걸 알.고.있.으.니.까. -... 결국은 진우의 신경을 있는데로 건드리고 있었다. 초등학생의 심술... 나라는 존재가 진우에게 상처가 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으니... 재서를 이용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내의 존재가 그에게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것을 깨닫고는 다시 기분이 나빠지고 있었다. -내가 어떻게 해야 하는 거냐? 네가 보기에 정우 어떠냐? -글쎄 잠깐봐서 잘 모르겠지만 좋은 사람인것 같던데. 조금씩 동요하는 것 같던 진우는 비교적 평온한 목소리로 내게 말했다. -너말이야. 재서 좋아하는거 그만뒀냐? -너한테 내가 그런것까지 말할 필요가 있을까. 진우가 약간은 지친듯한 말투로 대답했다. 내가 옆에서 말하고 있는 사이에 진우는 꽤나 마셨다. 진우와 모두가 술을 잘 마시는 편이었지만 오늘은 특히나 많이 마셨다. 그때 진우가 팔꿈치로 물잔을 쳐서 물잔이 진우의 위로 넘어졌다. 진우의 앞으로 물잔이 쏟아지는 것을 보고선 나는 옆에 있는 냅킨을 집어들고 빨리 닦기 시작했다. 얼른 손을 뻗어서 진우의 다리에 묻어있는 물기를 냅킨으로 두두리며 제거하고 있었다.진우는 나의 태도에 놀랐는지 가만히 있었다. 거의 물기를 다 닦았을때 쯤 내가 뭘하고 있는 건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재서와 경민이도 나를 보고 있었다. -오우~~ 그렇게 열심히 닦아주다니 진우가 얘기냐! 진우보고 닦으라고 하면 되지. -서한이 그렇게 안봤는데 정말 다정한걸. 재서와 경민이 빙글거리며 웃고 있다. 진우는 좀 당황한 듯이 나를 바라보고 있다. 나의 태도가 좀 지나쳤나보다. -뭐 어때? 너희도 부러우면 사이좋게 굴면 되잖아. 그지 진우야~~ 부드럽게 끝을 빼는 나의 부름에 진우는 나를 물끄럼히 바라본다. 그러더니 아직 냅킨을 쥐고 있는 나의 손에서 냅킨을 받아들고서는 가만히 물기도 없는 바지를 닦는 일에 열중한다. -왜그렇게 부끄러워하냐~~~ 재서의 말에도 진우는 가만히 바지만 닦고 있다. 나도 무안해하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진우에게 물잔이 떨어지자 나는 냅킨을 쥐고 닦고 있었던 것이다. 역시 어쩔 수 없나보다. -너 왜그러냐... 조용한 목소리로 진우가 나에게 묻는다. 여전히 자세는 바지를 닦고 있는 상태로였다. 더이상 닦아낼 물 같은 건 없었다. 그냥 나를 회피하고 싶은 것 뿐이었다. -내가 뭐? 내가 무뚝뚝하게 되물었다. 진우는 나즈막히 한숨을 쉬고는 냅킨을 재털이에 놓는다. -왜 다른얘들한테 이러는거냐고. -글쎄 내가 뭘 어떻게 했다고? 나는 진우가 바로 물어보지 않는데 알아서 대답해 줄 생각은 없다. 그래서 대답을 회피했다. 진우는 별다른 말 없이 앞에 놓인 술잔을 집어들고 다시 마셨다. 오늘의 진우는 너무 많이 마시고 있지만 말릴 수 없었다. -야~~ 이차는 노래방가자. 재서의 말에 경민이와 진우는 찬성했다. 나는 음치였지만 굳이 반대할 생각은 없었다. 노래방으로 옮겼을때는 이미 재서와 경민은 많이 취해있었다. 진우는 많이 마신것 치고는 비교적 말짱한 편이었다. 재서와 경민이도 노래를 꽤나 하는 편이었지만 진우만큼은 아니었다. 진우의 부드러운 노래를 듣는 걸 나는 좋아했었다. 진우는 자기가 좋아하는 조용하고 부드러운 발라드를 주로 부르고 있었다. 하지만 진우가 유달리 좋아하던 노래중에 그날 스파게티집에서 불렀던 노래들은 하나도 나오지 않았다. 나름대로 그날 일을 신경쓰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시간이 거의 끝나가고 있을 무렵에 화면에 '요즘너는'이라는 노래가 나오고 밑에 이현우라는 이름 석자가 보였다. 그걸보고선 진우는 마이크를 잡았다. 나는 핸드폰을 잡았다. 마치 전화가 와서 받으러 나가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핸드폰을 들고 밖으로 나왔다. 전화도 오지 않은 전화기의 플립을 열고 벽에 기대었다. 이현우라는 이름을 보자 그날 진우가 불렀던 marry me가 생각났다. 그날 진우와 함께라면 평생이라도 좋다고 생각했다. 그때는 진우와 이렇게 될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진우와 함께 있을 수 있는 일이 있을 줄 알았다. 노래방 밖으로 진우의 소리가 들렸다. 진우가 나올까봐 플립을 열고 벽에 기대서 있으려니 갑자기 처량맞게 생각이 들었다. -너한테 솔직해질 수는 없을까... 나 왜 이렇게 너한테 심술을 부리는 것일까? 나도 모르겠다 정말... 나는 핸드폰에 대고 진우에게 중얼거리고 있었다. 전화기 저편에서는 아무런 소리도 나지 않았지만 나는 왠지 그렇게 말하는게 진우에게 가서 닿을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같으면 이해하지못할 일을 내가 요즘은 자주 하고 있다는 생각에 희미하게 웃었다. 그때 진우가 문을 열고 나오고 있었다. -뭐해... 술이 취해서 약간 흐트러진 목소리의 진우가 말했다. 나는 전화기 저편으로 웃어보인다. -그래 나중에 또 전화할께~~~ 말하고는 전화를 닫았다. 마치 연인과 통화하는 듯한 태도였다. 진우는 별다른 말없이 가만히 보고 있었다. 술을 먹어서 인지 불안해 보였다. -전화하잖아. -어... 재서가 찾아서... -그래? 시간은 다 끝났어? -응 처음에 진우의 차갑던 모습과는 달리 지금의 진우는 약간 긴장되고 걱정스러워 보였다. 무엇인가를 걱정하고 있는 듯이 보였다. 나는 진우가 잡고 서 있는 문을 들어가서는 재서와 경민에게 말했다. -야 우리 삼차갈까~~~? -그래. 재서와 경민이는 찬성했고 진우는 망설이는 듯이 보였다. -가자!~~ 나는 진우의 목에 팔을 두르고는 진우를 끌었다. 진우는 거부하는듯 하다가 순순히 따라오기 시작했다. 이전: 관찰 14 다음: 관찰 12 2000/07/25(21:49) from 211.51.149.121 CrazyWWWBoard 2000 -------------------------------------------------------------------------------- (c) Nobreak Technologies, Inc. CGISERVER KOREA 공지사항 300줄 이상 소설을 적어 주세요~ -------------------------------------------------------------------------------- 작성자 : tea (seablue0@hanmail.net) 추천: 28, 조회: 664, 줄수: 121, 분류: Etc. 관찰 14 모두들 함께 다시 술집으로 갔다. 다들 얼큰하게 취해 있었지만 나만은 여전히 그대로다. 하지만 나의 마음과 머리속은 취한것 보다 더 엉망이고 혼란스러웠다. 진우에게 그래서는 안된다는 정우의 말이 머리속에서 웅웅거렸지만 실제로의 나의 행동은 최악이었다. 스스로도 경악스러울 정도였다. 끊임없이 진우를 건드리고 자극하고... 나의 사악한 면모를 발견한 기분이다. 사실 반응하는 진우를 보고 있는 것은 썩 기분 좋은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나는 그만 둘 수가 없었다. 진우와 대화가 자꾸 그런식으로 얽히고 있었지만 나는 진우와 있는 것이 좋았다. 진우가 나를 향하지 않더라도 함께 얘기하고 같이 술을 마시고 그의 노래를 듣는것이 나를 얼마나 기쁘게 하는지 다시 한번 깨닫고 있었다. 그동안 진우를 만나지 못했던 몇 주가 얼마나 그냥 흘러가는 시간이었는지 알것 같았다. 진우를 만나지 못했던 시간이 진우와 있는 이 시간의 소중함을 더욱 일깨워준다. 하지만 이런 마음과는 달리 또 다른 쪽에서는 함께 있으므로 더욱.. 나를 보지 않는 진우가 미워지고 그런 내가 힘들어진다. 진우와 함께 있다는 것만으로는 이미 부족하다. 나에게 있어 사랑한다는 감정은 맹목적이고 순수한 감정이 아니다. 내가 사랑하는 만큼 그에게서 사랑을 얻고 싶다. 내가 좋아하는 만큼 그도 나를 좋아했으면 좋겠다. 그 사람의 행복을 빌어주고 지켜봐주고.. 그런 이타적인 사랑을 할 놈이 아닌것이다. 나는... 노래방에서 다시 술집으로 옮기자고 한 이유는 진우와 아직은 헤어지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늘 이렇게 가고 나면 나는 또 언제 진우를 다시 만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술집으로 옮기고서 다시 술을 먹기 시작했을 때 이미 모두가 취해있었다. 그리고 잠시후에 경민이 탁자위로 엎드렸다. 그걸 신호삼아 재서가 일어섰다. -이제 가자. 경민이도 데려다 줘야 되고. 술고래라는 재서 답다. 경민이가 취해 쓰러지자 재서는 조금씩 더 또렷해지는 것 같았다. 정말 무서운 놈이다. 갑자기 재서를 미워할 마음이 사라지는 것 같았다. -혼자 갈 수 있겠냐...? -경민이 데리고 우리집으로 갈꺼다. -경민이를 데리고 너네집으로 가던 경민이 집으로 가던 갈수나 있겠냐고 묻잖냐. -우리집간다. 술에 취한 목소리로 재서는 말하고서는 경민을 들어올리려고 했다. 하지만 체력도 비슷하고 술에취한 재서로서는 혼자서 경민이를 옮기기는 어려웠다. -내가 도와 줄께. 나는 재서를 앞에 가게 하고 경민이를 깨웠다. -경민아 정신 좀 차려봐. 경민이가 고개를 들고 나를 봤다. 나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경민이를 부축해 세웠다. 그때 건너편에 앉아서 한손으로 턱을 바치고 물끄럼히 바라보고 있는 진우와 눈이 마주쳤다. 순간 진우는 싱긋이 웃었다. 오랫만에 보는 진우의 웃음이었다. 많이 취해있었지만 웃는 진우는 여전히 싱그러워 보였다. 나는 그 웃음을 되돌리지 않고 다리에 힘을 주어 경민이를 세웠다. 그리고는 도와주려는 재서에게 말했다. -빨리 나가서 택시나 잡아. 그래도 재서는 여전히 내 옆에서 혹시 내가 경민이를 떨어뜨리기라도 할까 염려스러운듯 졸졸 따라오고 있었다. 그 술집을 나와 길에서 택시를 잡고 경민이와 재서를 태워보냈다. 그러고서 다시 술집으로 들어와보니 이번에는 진우가 엎드려서 자고 있었다. -에구.. 삼차를 오는게 아니었는데... 나는 혼자서 중얼거리고서는 진우의 옆 의자에 앉았다. -진우야... 진우... 진우가 고개를 들었다. 자고 있는건 아니었나보다. -너 엎드려서 뭐해. -너무 많이 먹었나봐. 속이 안 좋아. -뭐야? 그럼 일어서. 진우가 일어서다가 약간 휘청였다. 나는 얼른 팔을 감싸 쥐었다. 그리고는 계산서를 집어들고 계산대로 향했다. 진우는 계산대에 기대 서 있었다. 계산을 끝내고 진우를 부축해 술집을 나왔다. 경민이 만큼 취해있지는 않았기 때문에 별로 힘들지는 않았다. 아니면 진우라서 덜 힘들었는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진우는 택시를 잡으려는 듯 손을 뻗더니 나를 돌아보고 말했다. -아... 택시비가 없는데 좀 빌려줄래? -그래? 나도 술값으로 다 내버려서 돈이 없는데? -그래...? 진우는 난처한듯이 가만히 생각하고 있다. 나는 가만히 서 있는 진우의 팔을 잡고 끌었다. -어... 왜? -돈도 없다면서 어떻게 할려구. -조금 있으면 버스 다닐텐데 뭐... 4시면 다닐꺼야 아마. -이제 두신데 두시간이나 기다리겠다는 거냐. -별 수 없잖아. -가자. -어딜...? -우리집에... 여기서 가깝잖아. 진우는 나를 한번 바라보더니 나의 손에 끌려 걸어가기 시작했다. 조금씩 흔들리는 진우의 팔을 어깨에 올리고 걷고 있으려니 비오던 날 나에게 닿던 진우의 체온이 생각났다. 갑자기 온 몸이 따뜻해지는 느낌이었다. 집에 들어서자 진우는 약간 어색한듯이 방으로 들어가지 않고 식탁 의자에 걸터앉았다. 나는 진우에게 먼저 씻으라고 말했는데 진우는 생각보다 많이 취했었는지 나보고 먼저 씻으라고 했다. 내가 씻고 나와서 보자 진우는 식탁에 엎드려 자고 있었다. 나는깨울까라고 잠시 갈등하다가 방에 들어가 이불을 폈다. 그러고서는 진우를 거의 엎다시피 해서 방으로 들어와 이불 위에 눕혔다. 바지와 위에 셔츠를 벗기는 동안 손에 살짝살짝 닿는 술때문인지 약간 따뜻한 진우의 체온은 나를 흥분시켰다. 하지만 자고 있는 녀석을 어떻게 해볼 생각은 없었다. 그러고서는 가만히 녀석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촉촉해져 왔다. 눈가도 촉촉해지는 것 같았다. 이 녀석을 알고나서... 눈물이 많아져 버렸다. 한참을 들여다보다가 일어나서 불을 껐다. 시간은 이미 세시 반이 되어 있었다. 불을 끄고 진우 옆에 누웠지만 잠은 오지 않았다. 손을 조금만 뻗어도 진우에게 닿을 거리였고 다리를 조금만 움직여도 진우의 다리에 닿을 거리였다. 나는 어둠속에서 가만히 누워있었다. 진우와 직접적으로 닿지 않아도 나의 몸과 마음은 진우의 존재를 너무 크게 느끼고 있었다. 진우의 존재 때문에 잠이 들수도 없었다. 어느새 해가 뜨고 있었다. 그러고서도 잠이 들지 못했다. 점점 떠오르는 해로 진우의 얼굴이 점점 또렷히 보이기 시작했다. 옆으로 누워 진우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손가락으로 진우의 머리카락을 만져봤다. 그러다가 손끝으로 진우의 턱선을 쓸어보았다. 갑자기 심장이 나쁜 짓이라도 하고 있는듯 쿵쾅거리기 시작했다. 나는 몸을 일으켰다. 진우의 볼을 다시한번 쓰다듬어 보았다. 갑자기 진우가 깨어나면 어떡하나라는 걱정은 별로 들지 않았다. 진우의 속눈썹을 손끝으로 건드려보았다. 잠자는 것을 방해해선지 진우는 미간을 찡그렸다. 나는 다시 그 미간을 손으로 건드려본다. 이번에는 별다른 반응이 없다. 나는 또 한동안을 바라보다가 진우의 귀를 만져보았다. 항상 진우의 옆모습을 바라보면서 진우의 귀를 만져보고 싶었다. 예쁘게 생긴 귀였다. 꽤나 오랫동안 바라보고 그리고 천천히 만져보았다. 그러는 사이 해는 더욱 떠올라서 진우의 얼굴이 뚜렷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진우의 입술에 시선이 머물렀다. 그때의 키스가 생각났다. 장난처럼 했던 그때의 키스가... 나는 얼굴을 숙이고 입술을 진우의 입술 가까이로 움직였다. 그러고서는 혀끝으로 진우의 입술을 쓰다듬어보았다. 부드러운 느낌이었다. 다시 한번 쓰다듬어 보았다. 그러고서는 입술로 부드럽게 진우의 입술을 건드렸다. 내가 자고 있는 진우에게 이토록 대담하게 할 수 있었던 것은 사실 깨어나면 어떻게 하나라는 두려움 마음과 함께 차라리 깨어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행인지아닌지는 알 수 없지만 진우는 깨어나지 않았다. 그러고서는 아침 햇살 속에서 진우를 가만히 바라복 있었다. 이제는 아침이 되어 있었다. 햇살속에 누워 있는 진우가 갑자기 너무 소중하게 생각되었다. 진우를 가만히 보고 있으니 갑자기 진우가 너무 소중하게 생각되었다. 진우를 보지 못하는채 삶을 살아갈 수가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진우를 내칠때는 진우가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면... 나를 좋아하지 않는다면 진우를 보지 않는게 더 좋다라고 생각했다. 진우가 없는 인생도 잘 살아갈 수 있을꺼라고 말이다. 그런데 자고 있는 진우를 보고 있으니 그에게 힘이 되는 존재이고 싶었다. 그가 나를 사랑하지 않더라도 언제나 힘이 되어줄 수 있는 그런 존재이고 싶어졌다. 한순간의 충동인지도 몰랐다. 여전히 나의 내부에서는 진우가 나를 사랑하지 않는 것에 대한 심술이 있기도 했다. 하지만 진우가 옆에 없다면... 이란 생각에 나는 마음이 답답해져 갔다. 다시 한번 친구가 되어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연인이 될수 없다면 친구라는 자리로 만족해볼까라는 생각을 했다. 물론 알고 있었다. 내가 친구라는 자리에 만족할 수 없는 녀석이라는거... 나의 사랑은 순수한게 이타적인 것이 아니라는 것을... 그때 그 생각을 한건 단순히 진우를 보지 않고 지낼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진우를 놓치고 싶지 않은 마음을... 진우를 보내기 싫은 마음을 친구라는 말로 포장하고 있다는 것 쯤은 그때도 알고 있었다. 다른 사람을 좋아하는건 결국 그런 것이다. 그 사람을 위해서라는 이타적인 생각과 그 이타적인 생각으로 포장하는 자신을 위한 몸부림... 사랑이란건 결국 그 사이를 왔다갔다 하는 것이다. 거의 삼십분 쯤을 보고 있었나보다 시간은 어느새 7시가 다 되어 있었다. 나는 일어나서 옷을 걸치고 편의점으로 갔다. ------------------------------------------------------------ 아무래도 이 녀석은 다시 진우와 잘 지낼 생각인가 봅니다. 아직은 이 녀석 생각대로 될지는 알 수 없지만 말입니다. 그래도 언제나 추천해주시는 거의 동일한 수의 분들.. 아마도 같은 분들이라고 생각됩니다. ^^ 그리고 언제나 읽어주시는 분들...이 있기 때문에 저 녀석이 이렇게 기고만장하게 저하고 싶은데로 하고 있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전: 관찰 15 다음: 관찰 13 2000/07/26(20:41) from 211.51.149.116 CrazyWWWBoard 2000 -------------------------------------------------------------------------------- (c) Nobreak Technologies, Inc. CGISERVER KOREA 공지사항 300줄 이상 소설을 적어 주세요~ -------------------------------------------------------------------------------- 작성자 : tea (seablue0@hanmail.net) 추천: 17, 조회: 633, 줄수: 176, 분류: Etc. 관찰 15 한가로운 마음으로 천천히 편의점으로 들어갔다. 들어가서는 여기 저기 기웃거리며 구경을 했다. 편의점을 구경하다니.. 내가 왜 이러는 것일까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오랫동안 보고 있었던 진우의 얼굴이 생각나서인지 마음이 괜히 두근거렸다. 사실은 편의점을 구경하고 있는게 아니었는지도 모르겠다. 라면 껍데기위에도 진우의 얼굴이 있고... 과자봉지 위에도... 유리창위에도 진우의 얼굴이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더 이곳 저곳을 두리번거리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괜히 편의점안을 한참동안 두리번거리고 나서야 인스턴트 국이 있는 곳으로 갔다. 자취생활을 한지 꽤나 시간이 지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아직 음식을 잘 하지 못했다. 여자든 남자든 요리에 솜씨가 있는 사람이 있는데 나는 요리에는 솜씨가 없었다. 인스턴트 북어국을 사고 음료수도 사고 과자도 사고 소주도 두어병 샀다. 진우가 가져온 술을 다 먹어버린게 생각나서 였다. 이제 진우가 다시 놀러올 일이 있을 테니까 그때 진우가 찾을 때 술이 없으면 안되니까 말이다. 그러고서는 별 생각없이 옆에 있는 안주도 주워 들었다. 반찬으로 할게 없을까 둘러보았지만 편의점에 반찬을 팔리가 없었다. 계산을 하고 편의점을 나서니 봉지가 꽤나 푸짐했다. 집으로 돌아와도 조용했다. 나는 싱크대 앞에 서서 쌀을 씻고 밥솥에 넣고 잠시 식탁에 앉아서 기다리고 있었다. 밥은 물에 불려서 하는거다라며 혼자서 괜히 뿌듯해본다. 자그맣게 노래를 부르면서 사온 것들을 일부는 냉장고에 또 일부는 식탁위에 얹고 있었다. 안주를 집어들고는 냉동실에 넣었다. 그리고 소주병을 들어올리고서는 혼자서 웃었다. 진우가 돌아온 것 같았다. 웃기는 일이 었다. 소주병에서 진우를 연상하다니... 그가 내집으로 걸어들어옴으로서 나는 소주를 사다가 냉장고에 넣고 있다. 황당한 일이다. 하지만 그 술을 넣는 나의 손은 그 전에 혼자서 마실려고 꺼낼때와는 전혀 다른 기분이었다. 밥을 밥솥에 넣고 취사를 눌리고 나서 냄비를 꺼내 물을 끓였다. 그런뒤 식탁에 앉아 심각한 얼굴로 설명서를 보고 있었다. 그때 였다.진우가 말을 걸어 온 것은... -신세졌네... 나는 고개를 들고 진우를 봤다. 그러고는 웃었다. 진우는 약간 어리둥절한 얼굴이었지만 나를 보며 약간 어색했지만 웃어보였다. -뭐해...? -밥하잖아. 그때 내가 술먹고 아팠을때는 네가 해줬으니 이번은 내차례잖아. 진우는 약간 고개를 갸우뚱하고는 나를 쳐다봤다. 아직은 이 변화가 익숙하지 않은 모양이었다. 원래 처음에는 내가 진우를 화나게 해서 우리의 사이가 어색하게 되어 버린 것이지만 진우가 찾아왔을때와 어제의 내 태도로 진우는 내가 화가 났다고 생각해버린 듯 했다. -나 그냥 가도 되는데... -무슨 소리야. 내가 아침에 편의점까지 갔다 왔는데... 이리와 앉아. 나는 발로 의자를 밀어내 자리를 마련해주면서 말했다. 역시 진우는 거절하지 못했다. 그것이 그의 장점이자 약점이었다. 그리고 나는 그 약점을 이용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그렇게 말하고서는 나는 다시 열심히 설명서를 본다. -알겠다. 나의 말을 듣고 진우가 농담을 건낸다. -걱정스러운걸? -믿어보라구~~ 나도 장난스러운 어투로 말하고는 일어서서 끓고 있는 물에 국을 넣었다. 나의 등뒤로 진우의 시선이 느껴졌다. 조금은 의아한듯이 바라보고 있을 진우의 얼굴이 보지 않아도 알 수 있게 느껴졌다. 내가 이런식으로 선수를 치고 나오면 진우는 분위기에 말려 올지 알았다. 나는 휙 돌아서며 진우에게 말을 건냈다 -왜 그렇게 쳐다보냐~~~ 새삼스럽게~~ -흥이다. 어느새 예전의 시간으로 돌아간듯 진우의 말투가 약간은 가볍고 다정하게 변해있었다. 다시 돌아가 식탁을 사이에 두고 앉았다. 아직은 그런것이 약간은 어색한지 진우가 일어서면서 말했다. -나 욕실 좀 써도 돼? -갈아입을 옷 줄까? 그때처럼 또 입을 옷 없으면 안되잖아. 진우가 피식 웃었다. -옷의 대가가 너무 커. 그 말에 나도 웃었다. 진우는 일어나서 욕실쪽으로 걸어갔다. 나는 다시 일어나서 싱크대 앞에서 움직이며 노래를 불렀다. 그때 뒤에서 불쑥 말을 걸어오는 목소리가 있었다. -윽... 그 노래가 그런 거였냐? 이제 장난스러움으로 돌아간 진우가 뒤에서 나에게 말을 했다. 그사이 다 씻고 나왔는지 머리에는 수건을 하나 두르고 있다. -머리 감을 꺼면 샤워를 하지. -말했지 옷의 댓가가 너무 비싸다고. -칫이다. 누가 너한테 다시 그런거 시킨다고 했냐~~ 꿈을 꿔라 꿈을~~ 나의 말에 진우는 머리에 두르고 있던 수건으로 나를 쳤다. -어~~ 너 뭐하는 거야~~ 나는 옆에 있는 행주를 집어들고 반격을 가할 자세를 취했다. -푸하하!~~ 생각해봐라. 그게 상대가 되냐~~~ 수건과 행주라니~~ -시끄러~~ 진우는 웃으면서 벽에 기대 여유로운 자세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진우에게 다가가서 무뚝뚝한 목소리로 말했다. -줘. 걸어두고 와야 돼. 넌 아직도 얘냐 수건으로 장난이나 치고 하여튼 간에... 진우는 순간 나에게 수건을 내밀었고 나는 빨리 잡아채서는 그대로 진우의 머리카락을 당겼다. -아야~~~ 나는 뺏아든 수건으로 숙인 진우의 머리를 털어준다. -봐~~~ 수건은 사람을 때리는 물건이 아니라 이렇게 물기를 닦는 거란다. 알겠냐~~~ 쿡쿡거리며 웃는 진우는 그대로 내가 물기를 털어내 주는 데로 있다. 진우와 이러고 평생을 살고 싶다라는 생각이 그 순간 머리를 스쳤다. 나의 손이 잠시 멈췄나 보다. 진우가 고개를 들면서 말했다. -왜 그래...? -내가 왜 네 머리를 닦아주고 있냐~~~ 난 장난스럽게 말하고는 진우의 머리에 수건을 터번을 두르듯이 다시 감아주었다. 마음이 싸해왔다. 그래도 진우를 볼 수 있는게 더 낫다고 생각했다. 진우와 이렇게 장난을 칠 수 있는게 더 낫다고 생각했다. -내가 노래 못한다고~~ 그럼 형님 밥하시는데 노래가 필요하니 네가 한곡 해봐라~~ 진우가 웃고서는 나즈막히 노래를 불렀다. 무엇인지 처음 들어보는 노래였다. 냉장고에서 반찬을 꺼내고 국을 퍼고 밥을 퍼고 수저를 놓고 컵에 물까지 두고서는 진우의 옆에 앉았다. 좋았다. 그때였다. 동생방 문이 열리더니 동생이 나왔다. -윽 뭐야 오빠~~~ 밥 먹을꺼면 나도 불러야지~~ 타이밍으로 봤을때 방에서 밥이 다 되길 기다렸다 나온게 분명하다. -그래~~ 네 밥 퍼와라~~ -어 그때 그 오빠네~~ 안녕하세요~~ 역시 내 동생이다. 오빠 친구 앞에 씻지도 않고 등장하다니... -나 빨리 먹고 가야돼~~ 동생은 밥을 퍼오더니 정말 빠른 속도로 먹기 시작했다. 오늘 내 친구가 와있다고 설겆이까지 나에게 맡길 속셈이었다. 우리가 밥을 반쯤 먹었을때 동생은 밥그릇을 싱크대에 두고는 나에게 웃으며 말했다. -오빠~~~ 설겆이도 부탁해 나 오늘 10시 수업이라. 이미 시간은 9시반이었다. 우리가 밥을 먹고 있는 동안 동생은 화장실에서 세수만 하더니 옷을 입고 가방을 메고 학교를 간다고 현관을 나서고 있다. 난 저녀석때문에 여자에 대한 환상이 깨어진 건지도 모른다. 동생이 나가고 나자 진우가 웃었다. -활달한 동생이네~~ -으이그... 누가 데려갈지~~ -너보단 나은데 뭐~~ -뭐라고!! 이밥은 내가 한거다~~~ -밥한끼하고 생색은~~ 진우와 나의 사이에 어색함은 조금씩 사라지고 있었다. 나는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진우와 웃고 있는 시간이 나에겐 소중했다. 또 언제 진우에게 심술을 부리게 될지는 알 수 없지만 말이다. ------------------------------------------------------------ 서한이녀석 악마는 아닌가 봅니다. 그래도 나름대로는 착하게 대할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진우를 좀더 괴롭히고 싶지만 서한이 놈이 제가 좋아하는 놈 괴롭히기 싫다고 하는데 제가 어떻게 하겠습니까. 하지만 이 녀석이 이렇게 착하게만 굴 녀석은 아니지 않습니까? 나중에 괴롭히려 들면 어떻게 말려야할지 고민 중입니다. 끝을 어떻게 낼까 여전히 고민중입니다. 이 녀석들을 어떻게 해줘야 할지... 아마도 서한이 놈이 마음대로 할려고 할테지만~~ 사이에 정우와의 이야기도 하나쯤 들어갈려고 하고 있습니다. 저는 조연을 좋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주인공보다도 말입니다. 정우가 좋다는 분도 계실까요? 처음에는 그냥 등장시킨 놈이지만 이제 이녀석한테도 애정이 가고 있습니다. 읽어주시는 분~~~ 추천해주시는 분~~~ 재미있으셨다면 좋겠습니다. 이전: 관찰 16 다음: 관찰 14 2000/07/27(20:02) from 211.51.149.116 CrazyWWWBoard 2000 -------------------------------------------------------------------------------- (c) Nobreak Technologies, Inc. CGISERVER KOREA 공지사항 300줄 이상 소설을 적어 주세요~ -------------------------------------------------------------------------------- 작성자 : tea (seablue0@hanmail.net) 추천: 12, 조회: 619, 줄수: 150, 분류: Etc. 관찰 16 그날 이후로 나와 진우는 그야말로 친구처럼 지냈다. 여전히 순간순간 친구로서와는 다른 분위기가 흐른것도 사실이었다. 나는 때때로 마음대로 되지 않는 이상황에 짜증을 부리기도 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우리는 둘다 그런 것을 묵과했다, 나의 짜증을 나는 그 이유라고 밝히지 않았다. 대부분의 시간동안 일반적인 친구와는 다른 느낌이었다. 그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내가 아무리 그런 척해도나의 마음은 친구로서의 마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때로는 친구에게 하는 것보다 지나치게 다정했고... 떄로는 심술난 아이처럼 나와 진우사이의 공기를 날카롭게 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다른 방법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이미 진우를 나의 생활에서 떼어내버릴 생각은 하지 못하고 있었다. 우리는 그것이 거기에 존재함에도 표면상으로 그런 분위기에 대해 얘기하는 일은 없었고 서로가 친구인척 그 분위기를 무마시키거나 무시했다. 그것은 사실상 무척 피곤한 일이었다. 나는 진우에게 심술을 내고 온 날은 무슨 일을 해도 그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고 나는 계속 그 생각에 집착하곤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다음에 만났을때 거기에 대해서 사과하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그리고 그런 심술을 부리지 않는것도 아니었다. 친구로서의 관계를 유지하려면 그래서는 안된다는 것 쯤은 누가 말해주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일이었지만 항상 아는것과 행동하는 것이 일치하는 건 아니다. 특히... 사랑에선 그런것 같다. 이상한 것은 그런 불안하고 약간은 날카로운 분위기를 진우도 모르는 체하고 있다는 것이다. 진우는 그럴필요가 없음에도 진우는 그런것을 모르는체 넘어가고 나를 만나고 있었다. 우리가 만나는 횟수는 시간이 흐를수록 그 간격이 좁아들었다. 두달이 지났을때 우리는 거의 한주에 세번정도를 만나고 있었다. 학교도 같은 곳이 아니었음에도 우리의 만남은 빈번했고 그와 동시에 일상적이었다. 나의 일상과 진우의 일상이 만나기 시작했다. 나는 진우가 그날의 일정을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을 정도가 되었고 진우도 나의 일상을 속속들이 알고 있었다. 우리가 가는 곳도 비슷해지고 함께 하는 음악도... 하여튼 그의 일상과 나의 일상이 만나고 있었다. 밖에서 만나서 함께 영화를 보기도 하고 겜방에 죽치고 있기도 하고 맛있다는 음식을 먹으러 다니기도 하고 당구를 치기도 하고 노래방을 가기도 하고 그냥 거리를 걸어다니기도 했다. 다른 친구들과도 하는 것이었지만 진우와 함께 할때는 특히 무엇을 하든지 별다른 상관이 없었다. 나는 그냥 진우와 무엇인가를 한다는 것에 만족하곤 했었다. 그것은 확실히 다른 친구와는 다른 느낌이었다.그리고 하나 또 특이한 점은 진우와 함께 있을때는 다른 친구를 부르는 일이 없었다. 보통 친구들끼리 만날때는 한명과만 만나는 일이 별로 없었다. 물론 둘이 공통으로 가지고 있는 친구가 없었기도 했었지만... 다른 경우였다면 재서와 경민이를 불러냈을 테지만 나도 진우도 그들을 불러내서 노는 일은 없었다. 때로 재서와 경민이 부를때면 함께 지냈던 일도 있었지만 그때도 진우도 나도 이상하게 어색해했다. 그런 이유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진우도 나도 우리의 대화에 재서와 경민이를 잘 끌어내지 않았다. 그건 어떻게 보면 이해할 수 있는 일이었지만 도 어떻게 보면 어색한 일이었다. 하지만 우리의 위태로운 분위기처럼 이런 점들도 그냥 무시되거나 무마되었다. 그날은 그런 우리를 다시 한번 분명하게 느낀 날이었다. 9월에 진우와 친구가 되기로 생각한 그날로부터 두달이 넘게 흘렀고 달력은 12월에 와 있었다. 욕실에서 이를 닦고 있는데 전화벨이 울렸다. 나는 칫솔을 입에 문체로 전화기로 가서 전화를 받았다. -네. -서한이야? -어.. 지누.. -어 이 닦고 있었냐? -응. 왜? -아.. 잠깐 보자고..야 이 닦아라 다시 전화할께. -아냐. 괜찮아. 그냥 말해. 나는 전화기를 들고 욕실로 가서 입에든 치약을 뱉아내고 전화를 계속 받았다. -너 이 닦는데며 나중에 전화한다니까. -그냥 말해라. -으이그 고집은... 오늘 잠깐 보자. 나 심심하단 말야... -그래. -뭐할까? 나는 전화를 받으면서 칫솔을 씻어서는 통에 담고 물을 잠그고 욕실에 등을 기대섰다. -아무거나 상관없는데? -그래도 내가 물었잖냐... -글쎄 그런거야 만나서 정하면 되잖아. -그럼 어디서 볼까? -거기서 보자. -어... 거기? -응 -푸하~~ 야 거기서 보자 그러면 어떻게 하냐. 장소를 말해라니까. 스파게티집 말이냐? -그래도 잘 알아 듣네 뭐. -그거야 네가 점심 먹을 거라고 하니까 음식점 중에서 생각해본게 맞은 거지 뭐... -하여튼 알아 들으니 된 거 잖아? -황당한 녀석... 나니까 봐준다. 건너편 거울에 보이는 나는 웃고 있었다. 진우와 이야기를 한다고 입에 묻었있던 치약은 이미 다 삼켜버렸고 기대어 있는 등은 물에 젖어 있었다. 그런데도 나는 뭐가 그렇게 좋은지 웃고 있었다. 밝게 웃고 있는 나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진우와 함께 걷거나 무엇을 하고 있을때 나는 무표정한 순간보다 웃고 있을때가 활씬 많다. 길을 가다가 진우쪽으로 있는 건물에 우리의 모습이 비칠때 나는 웃고 있다. 진우와 함께 음식점에서 밥을 먹고 있을때 나는 웃고 있다. 진우와 함께 있는 순간순간 나는 웃고 있는 진우를 바라보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그것은 생각보다 아주 빈번한 일이었다. -야~~ 너 조용히 뭐하냐? -어~~~ 응? -너 요즘 늙었냐? 왜 그러냐 정말... -내가 뭘~~ -혼자서 멍하거나... 싱긋이 웃거나... 왜 그러는 건데. 너 앤생긴 거지~~ -... 나는 갑자기 침묵했다. 나의 침묵에 상대편인 진우도 조용해졌다. 우리의 불안한 공기가 출렁이고 있었다. 그것은 언제 어디서 발생할 지 모르는 변화다. 내가 그냥 웃으면서 받았으면 그냥 지나가거나 무시될 수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나는 갑자기 좋았던 기분이 급하강했고 나의 나쁜 성격이 밖으로 빠져 나올려고 했다. -... 진우의 침묵에 내가 말했다. -몰랐냐? 앤있는지... 왜 한번 보여줘? 내가 진우에게 비꼬는 말투로 말을 던졌다. 나는 진우에게 아직도 정우와의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진우는 내가 정우를 자주 만나거나 다른 연인적인 태도를 취하지 않음으로서 의아하게 생각하고 있었지만 그것에 대해서도 묻거나 하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때로 정우의 이야기를 꺼냈고 그때마다 여전히 정우가 나를 좋아한다는 식의 분위기를 풍기곤 했었다. 그럴때면 진우는 조금은 조용해져서는 나의 얘기를 듣곤 했다. 정우와의 관계를 그런식으로 말한것은 나의 자존심 때문이었다. 내가 진우에게는 약하지만 나를 좋아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그가 나를 좋아해주지 않아도 나를 좋아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나보다. 어떻게 생각하면 나의 자존심의 보류였다... 정우는... 진우가 정우에 대해서 직접적으로 말해온 것은 그날이 처음이었다. -정우라고 했나... -그래. -... 침묵이 이어지고 마침내 진우가 말했다. -한번 보여줘. -그래 그러지 뭐~~~ 시간한번 내라고 할께. -시간이 되면 오늘 보여줘. -오늘? -응. 이렇게 되면 나도 발을 뺄 수가 없다. -그래 가능하면 오늘 보여줄께. -그래. 그럼. 그렇게 이야기하고 진우의 전화는 끊어졌다. 진우는 전화를 그렇게 끊는 법이 잘 없었는데 그 날의 진우는 이상했다. 나의 정우때문이라고 그렇게 생각하고 싶었다... 그렇게 생각하고 싶어서였나보다... 난 정우에게 전화를 하고 있었다. ----------------------------------------------------------- 이번 이야기는 별다른 내용이 없습니다. 시간은 흐르고 있고... 진우와 서한이의 관계는 불안하지만 그 자리를 맴돌고 있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이번에 변수가 등장하지요... 다음번에는 정우가 등장할 예정입니다. 정우가 갑자기 얽혀드는 바람에 여러가지 일들이 발생할 것 같습니다. 정우가 이 둘의 사이에 끼어들지... 방관할지... 이 녀석은 어떻게 할려나... 사실은 요즘 정우를 데리고 다음 얘기를 써볼까하고 있는 중이라... 쓰다가도 정우 얘기가 생각이 나곤 합니다. 어쨌던 이 둘의 이야기를 먼저 끝내야 겠죠... 아마도 20편 쯤에서 끝날것 같습니다. 그럼 끝날때까지 봐주실 거죠? 이전: 관찰 17 다음: 관찰 15 2000/07/28(13:48) from 211.51.149.116 CrazyWWWBoard 2000 -------------------------------------------------------------------------------- (c) Nobreak Technologies, Inc. CGISERVER KOREA 공지사항 300줄 이상 소설을 적어 주세요~ -------------------------------------------------------------------------------- 작성자 : tea (seablue0@hanmail.net) 추천: 15, 조회: 635, 줄수: 231, 분류: Etc. 관찰 17 잠시 전화기를 들고 망설이기는 했지만... 심술인지 무언지 모를 마음으로 나는 정우에게 전화를 했다. 신호가 가고 전화기 저편에서 힘찬 정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 -나다.. 서한이 -어.. 네가 왠 일이냐? -넌 내가 전화만 하면 왠일이냐냐~~~ -너야 원래 별일 없이 전화하는 녀석이 아니잖냐... -에구... 그런 말 들어도 할말없다. -네가 왠일로 그렇게 순순히 인정을 다하고... 잠깐만. -어 왜? -밖에 해가 제대로 떠 있는지 볼려구... -이 자식이... 네말대로 부탁이 하나 있다. -그럼 그렇지 뭔데? -들어줄테냐? -넌 들어보기도 전에 약속하냐? 바보자식 말이나 해봐라. -그게.. 좀... 진우... -진우 뭐? -진우와 만나기로 했는데... 진우가..널 보고 싶다고... -진우가 날 왜? -그게... 어떻게 하다 보니... 그날 오해를 ... 네가 앤인줄 알고 있는데... 괜히 부담스러울까봐... 말안했거든. 거짓말이다. 진우가 오해하고 있는것은 내가 그렇게 말했기 때문이고 그 뒤에 사실대로 말하지 않은 것은 나의 심술 때문이었다. 그래도 정우에게 그렇게 말할 수는 없었다. -그런데? 말꼬리가 올라가는게 정우가 화났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자기가 그렇게 행동하지 말라고 했는데 정우까지 팔아가면서 그런 일을 저질러 두었으니 정우가 화를 내지 않는게 이상할 일이었다. -도와주라. 지금 도와주면 꼭 가까운 시일내에 말할께. 오늘만 그런 척 해주라. -정확하게 내가 해야 할 역활이 뭔데? -나를 좋아해주는 척 해 줘. -윽. 넌 그런게 얼마나 상처가 되는 줄 모르냐? 자기가 좋아하다가 포기한 녀석을 좋아하는 척 하라니. 이 녀석아 너한텐 너랑 진우 밖에 없지!! -그게 어떻게 하다 보니까... 어쨌던 한번만 그렇게 해주라. 부탁이다. 내가 언젠가 이 신세는 꼭 갑을께. 전화기 저편에서 한숨소리가 들려왔다. 그렇게 쉽게 해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는데 정우가 선선히 승낙했다. -좋다. 그렇지만 이번 한번 뿐이다. -고맙다. 나는 시간과 장소를 말해주고 정우와의 전화를 끊었다. 정우는 오후에 약속이 있다고 했지만 나도 정우와 진우를 그렇게 오래 함께 둘 생각은 없었다. 준비를 하는 동안 불안함과 함께 기대감이 있었다. 스파게티집을 들어섰을때 진우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입구쪽으로 시선을 두고 있다가 내가 들어서자 마자 환한 미소로 나를 반겨준다. 그 녀석 특유의 눈꼬리를 내리는 웃음으로 손을 들어 자신이 있는 자리를 표시한다. 녀석이 손을 들어 표시하지 않아도 녀석이 어디에 있는지 정도는 모를 내가 아니었지만 그래도 녀석이 나를 보고 웃는것이 오늘따라 더 기쁘다. 왠지모를 불안함 때문인것 같았다. 정우와 만나게 한다는... 자리에 다가가서 진우의 맞은편에 앉았다. 점원이 다가오고 나에게 물컵을 놓았다. 그때와 다른 점이 있다면 컵이 따뜻했다는 것 이었다. 시간의 흐름을 보여주듯이 그때의 그 시원했던 컵이 지금은 따뜻한 온기를 담고 있었다. 차가운 손이 아직 컵에서 손을 떼지 않은 점원의 손에 닿았고 나는 점원과 눈길이 마주쳤다. 그때서야 나는 그 점원이 그 날의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다. 나는 조금 무안했다. 그가 아직도 그날의 일을 기억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말이다. 그런데 그는 나를 보고 잠시 놀란듯 하더니 자연스럽게 웃어보였다. 나를 기억하는 듯이 말이다. 그동안 이 집에 들른 일은 몇번 있었지만 그를 보는 건 그 때의 날 이후로 처음이었다. 그가 일하는 시간대가 아니었는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천천히 고르십시요. 그때와 같은 말을 하고 유난히 선량해보이는 점원이 카운터로 갔다. 무안할 때를 기억하는 그의 웃음이 기분 좋게 느껴지지 않을 수도 있었겠지만 이상하게도 싱그러운 웃음이었다. -무슨 생각해? -어.. 아냐. -너 반했구나. -무슨 소리야. -애인도 있으면서 바람피면 안되지. 그렇게 말하면서 진우가 나에게 슬쩍 정우에 대해서 물었다. -아~~ 온다고 하던데~~ -어... 그래? 어쩐지 좀 실망한 듯 진우는 창밖을 바라본다. -알아볼수 있겠냐? -어 뭐라고? 나의 말을 듣지 못했는지 진우가 다시 바라보며 물었다. -정우보면 알아볼것 같냐고. 창밖을 보길래 그 녀석 오는지 보는 줄 알았는데 아냐? -아... 그러고서는 진우는 대답이 없었다. -야~~ 난 출입구를 보고 손을 흔들었다. 정우가 다가오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예의바르게 진우가 인사했다. -네. 정우도 대답하고서는 나의 옆에 앉았다. 예전처럼 그랬던 것처럼 익숙하게 마치 연인인 정우를 친구인 진우에게 소개시키는 것 같았다. 내가 진우의 맞은편에 앉아있었으니 정우가 거기에 앉는것은 당연하지만 그것은 어떻게 보면 진우를 내치는 것과 같은 것이었다. 정우는 나의 옆에 앉아서 나를 보면서 말한다. 평소의 녀석 같지 않은 나긋나긋한 모습이었다. -그때 만났었죠? 서한이네 집에서... -네... 진우가 만나자고 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분위기는 정우에게로 향했다. 애인에게 치근덕대는 치한이라도 만나서 혼내고 있는 분위기였다. 나는 오랫만에 방관자의 태도를 취하기로 했다. 정우녀석이 지나치게 하지는 않을 거라는 걸 알기 때문이었다. 그때 갑자기 정우가 나의 귀 가까이에서 속삭이듯이 말한다. -나 이 역활에 너무 빠져든 것 같다. 그러고서는 쿡쿡 웃는다. 하지만 눈은 진우에게로 가 있다. 순식간에 진우의 표정이 흐트러졌다. 진우는 웃고 있었지만 어딘지 모르게 딱딱해보이는 얼굴이었다. -역시 이런게 효과가 좋다니까~~ 표정봐라~~ 다시 나의 귀에 속삭였다. 나도 약간은 기분이 좋아졌다. 진우가... 반응하고 있다. 기분이 좋아지고 있었다. 정우가 나에게 가까이 다가와서 무엇인가를 더 말할려고하고 있고 나는 기분좋은 웃음을 웃고 있었으며 진우는 이상하게 딱딱한 미소를 짓고 있는 그때 점원이 다가왔다. 약간은 불안정하게 탁자위에 컵을 얹고서는 메뉴판을 놓고 돌아서려고 할때 갑자기 탁자가 움직였다. -서현!!! 정우가 갑자기 일어섰기 때문이었다. 나는 얼른 탁자를 잡았고 진우는 자기 앞에 있는 물컵을 잡았다. 정우는 그런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앞에 있는 점원에게 이름을 부르고는 멍하니 있었다. 점원은 정우를 알고 있었는지 변화없는 목소리로 차분하게 말했다. -신정우. 정우는 서현이라는 이름만 뱉아 놓고는 이 상황이 이해가 가지 않는듯 가만히 서있기만 할 뿐이었다. 점원이 돌아서서 가려고 하자 정우는 얼른 그의 옷을 잡았다. 그러고서도 여전히 아무말도 하지 않고 멍하니 있었다. 나도 진우도 어떻게 된 상황인지 알 수가 없었기 때문에 가만히 있었다. -신정우... 오랫만이다. 천천히 고르십시요하던 그의 목소리와는 달랐다. 어딘가 차분하면서도 힘들게 내뱉는 목소리였다. 낮으면서도 약간은 거칠한 목소리였다. 아까와 다른 사람인듯 웃음기 없는 무표정한 얼굴과 목소리로 그 사람은 정우에게 인사를 했다. -서현... 너 여기 있었냐... 이렇게 만나다니. -놓고 얘기하자. 정우가 멍하니 서현에게 향해던 얼굴을 옷을 잡고 있는 자기 손으로 향했다. 그리고 천천히 놓고 손으로 탁자를 집고서는 앉았다. -... 정우가 가만히 있자 그 점원은 가버렸다. 그때부터 정우도 말이 없었다. -왜 그래? 진우가 눈빛으로 나에게 무슨 말이든지 해보라는 신호를 보내서 내가 물어보았지만 여전히 정우는 멍한 얼굴이었다. -야. 정우야. -아... 정우는 그냥 소리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리는 것처럼 나를 의식하지 못하고 바라보는 듯 하더니 잠시 얼굴을 찌푸린다. 그러고서는 서서히 얼굴을 풀고는 진우를 바라본다. -아... 미안해... 너무 오랫만에 만나는 친구라 좀 놀라서... 하지만 진우도 나도 그 말에 속을 정도의 바보는 아니었다. 두사람의 반응은 오랫만에 만난 친구가 아니었다. 정우에게 다른 사람의 얘기를 들은 적은 없었지만 나는 그가 정우의 누군가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것은 진우도 마찬가지 였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정우의 머리속에는 나의 연인인척 하는 것은 들어있지 않은 듯 했다. 그 점원이 다시 다가와서 음식의 주문을 받아가고 또 음식을 가져왔을때도 정우는 고개를 들고 그를 보지 않았다. 그와의 시선의 마주침을 회피하는 듯 했다. 계속해서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정우의 충격을 받은 모습은 나와 진우의 대화조차 끊어지게 만들었다. 음식이 나오고도 정우는 그저 스파게티를 뒤적거리고만 있었다. 그때의 나처럼 스파게티를 감고... 그러다가 뒤적거리고... 포크가 입으로 가는 경우는 헤아릴 수도 있을 것 같은 적은 횟수였다. -아... 미안해. 진우야 갑자기 만난 사람이라서 좀 당황해서. -괜찮아. 오랫만에 만난 친군가보다. 정우는 더 이상 나에게 접근하지도 말을 걸지도 않았다. 이상하게 딱딱해진 태도였다. 진우가 이상하다고 생각할테지만 나는 화가 나거나 그런 것은 아니었다. 정우가 나온다고 했을때부터 이상한 불안감을 느꼈었다. 하지만 그래도 정우를 불러낸건 스스로가 더 이상 이런 분위기를 이겨낼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나는 이 불안정하고 위태로운 분위기에 지쳐가고 있었다. 무엇인가가... 이런 분위기를 바꿀 무엇인가가 필요하다고 느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가 어떻게든... 바꿀 용기가 없어서 그대로 두고 있었다. 진우에게 사랑한다고... 고백하지도... 그렇다고 내치지도 못하는 상태에서... 그저 이끌려가기만 하는 이런 상태가 나를 지치게 하고 있었다. 이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는 알 수 없지만 그대로... 이렇게 지낼수도 있을 테지만 말이다... 마음속에서 맴도는 말은 사람을 상처입힌다. 상대에게 가서 도달하지 못하는 말은 마음을 돌고 돌아... 그 사람을 상처입히고야 만다. 나의 말들도 나의 마음에 갖혀 나의 마음을 상처입히고 있었다. 하지만 내뱉는 말은 상대를 상처입히고... 그럼으로서 자신을 상처입힌다. --------------------------------------------------------------------- 오늘은 두편이네요!~~ 한편 더 있는데~~~ 그건 나중에 올려야지~~ 플러스님이 좋아하시는 정우와 점원의 이야기도 쬐금~~~ (원래 쓴다면 정우의 시점에서 쓰고 싶었는데.. 왜 점원이.. 맘에 들기 시작하는 걸까요~~ ^^) 항상 봐주시는 분들은 잼있게 읽어주고 계시는 거죠? 이제 끝은 결정했고 쓰기만 하면 되는데... 내용이 쓸때 왜 바뀌는 걸까요~~ 어쨌던.. 곧 끝이 될것 같네요~~ 그럭저럭 세번째 설이 다 되어 가네요... 첨은... 안 올린거... 제목은 각인~~~ 두번째는 저번의 최면~~ 그리고 이 소설.... 네번째를 쓰면 제목을 뭘로 할까를 생각하고 있답니다. 지금 읽어주시는 분들... 네번째도 쓰면 읽어주실꺼죠~~ ^^~~ 이전: 관찰 18 다음: 관찰 16 2000/07/28(18:30) from 211.51.149.116 CrazyWWWBoard 2000 -------------------------------------------------------------------------------- (c) Nobreak Technologies, Inc. CGISERVER KOREA 공지사항 300줄 이상 소설을 적어 주세요~ -------------------------------------------------------------------------------- 작성자 : tea (seablue0@hanmail.net) 추천: 23, 조회: 691, 줄수: 249, 분류: Etc. 관찰 18 정우와의 식사가 어떻게 끝났는지도 모르겠다. 정우도 나도 그리고 진우도 자신들의 생각에 빠져 있었다. 우리는 묵묵히 식사를 마치자 정우가 약간 불안정하게 일어났다. -미안해. 다음에 보자. 진우야 미안해... 다음에 보자. -어... 조심해서 가. 정우는 오랫만에 만났다는 친구한테 눈길한번 주지 않은체 스파게티집 문을 나선다. 하지만 저 녀석은 지금 저런게 이상하다는 생각도 못하고 있을 것이 뻔하다. -어... 제가 왜 저러지? 진우가 나를 빤히 바라본다. 무딘 진우라도 알았을지도 모른다. 나도 더 이상 나의 말들을 마음에만 가둬두고 살아가기가 힘이 든다. 말들은 상자를 쳐대고 자존심은 그 상자를 누르고 있다. 그리고 두려움은 그 말들을 위협하고 있다. 진우가 어색하게 웃었다. 나는 왠지 모르게 진우에게 나의 마음을 말해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 더 이상은 그에게 친구인척 나의 마음을 닿아 둘 수가 없어서 나의 말들은 이미 엄청난 힘으로 나올려고 하고 있었다. 솔직히 갑자기 피곤이 밀려왔다. 두달여를 누르고 눌러왔던 피곤이 나를 압사시키려하고 있다. 솔직해지고 싶다. 진우에게 솔직해지고 싶다. 하지만 마음속의 말들이 소리가 되어 밖으로 나오지가 않는다. 너무 오래 가두어두어서 그 통로를 잊어버린 것처럼... 술의 힘을 빌어볼까 생각했다. 나는 진우에게 물었다. -우리 술이나 한잔 할래? -이시간에? -갑자기 술이 고파졌다. -그래...? 하지만 이시간에 술을 파는 곳이 있나? -우리집에가자. 진우는 대답없이 계산서를 들고 일어섰다. -내가 할께. 나는 진우의 손에 잡힌 계산서를 들고 카운터로 갔다. 카운터옆에는 그 점원이 멍하니 앉아 있다. -계산이요. -아... 죄송합니다. 그는 말하고 무심결에 나를 쳐다보고서는 얼른 고개를 돌려 피한다. 나는 무슨 말인가를 할까하고 갔다가 그러는 그를 보고 그냥 잔돈을 받아서 돌아섰다. 그의 눈가에 물기가 있는 듯 했다. 눈물이 되어 흐르진 않았지만 눈이 촉촉히 젖어 있는 그를 보는 순간 그때 울고 있던 나를 배려해준 그가 생각났다. 이번에는 내가 되돌릴 차례였다. -가자. 진우와 나의 사이도 이상하게 어색해져 버렸다. 이 나오지 않는 말을 꺼내기 위해서는 오늘 저녁 술이 필요할 것 같다. 말하고 싶은 마음과 그것을 저지하는 마음... 진우를 만날때는 항상 싸우고 있다. 나는 친구로서의 애정으로 만족할 수 있는 녀석이 아닌 것이다. 집으로 오는 길에 편의점에 들러서 소주를 꺼낼려고 유리로 된 문을 열었다. 거기에서 복잡한 얼굴로 있는 나를 발견하고서는 피식 웃어버렸다. 바로... 두어달전 친구로 지내기를 결심하고 진우를 지켜주겠다는 둥의 생각으로 편의점 전체에 떠다니는 진우의 얼굴을 발견했던 그 날이 기억났기 때문이었다. 지금은 아주 복잡한 얼굴의 내가... 소주병을 바라보고 있는 모습이 비춰지고 있겠지라고 생각하는 순간 웃음이 나와버렸다. 이젠 친구에서 벗어나기 위해 용기를 내려고 술병을 꺼내고 있다니... 그때와 변한것 같으면서도 변한것은 없다. 내가 한참을 바라보고 있자 안주를 고르고 있던 진우가 다가왔다. -뭐하는 거야? -아 뭘로 할까하고... -그냥 가볍게 맥주로 하자. -소주로 하자. 나는 그말을 던지고는 소주병을 들었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여섯개째를 담아 넣었을때 진우가 나의 손목을 잡으며 말했다. -야 그만 담아. 뭐 술공장 차릴거냐! -오늘은 안 취할것 같아. 진우는 나의 손에 들려있는 바구니를 뺏아서는 계산대로 가져간다. 나는 소주를 바라보다가 두개를 더 들고 가서 계산대에 놓았다. 진우는 나를 노려보고서는 계산을 했다. -자식 치사하게 내가 계산한다고 그렇게 사냐. 진우가 분위기를 가볍게 할려고 농담을 던졌지만 나는 그런것에 반응해줄 정도로 편한 마음이 아니었다. 어느새 나의 마음은 말해야 한다는 것으로 치닫고 있었다. 금방이라도 입밖으로 그 말이 터져 나올것만 같았다. 집으로 돌아와 대충의 안주를 놓고 술잔을 꺼내 들었을때는 네시가 되어 있었다. 아직 술을 마시기에는 너무 이른 시간이었다. 하지만 우리는 별 말 없이 술잔 두개와 안주를 마주하고 앉아 있었다. 술을 따서는 내 잔에 먼저 따뤘다. -이 자식이 무슨 짓이야. 자작하면 앞에 사람은 삼년동안 앤 없다는데.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걱정하지마. 넌 안그래도 없을테니까. 진우의 잔에도 술을 따라 줬다. -짜식 내가 자작할까봐 얼기는.. 진우도 나도 어색함을 달래보려는 최소한의 시도는 했지만 성공적이진 않았다. 나는 슬슬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말을 해버리면 말을 해버리면... 어떻게 되는 걸까를 머리속에서 10가지정도 되는 상상으로 해본다. 그중에 하나만이 happy ending이다. 점점 술의 힘을 빌리겠다던 생각이 술의 힘으로 도피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어~~~ 오빠 혼자서 술먹냐!!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던 동생은 우리를 보더니 싱크대에서 잔을 꺼낸다. -나도 오늘 술이 땅긴다 했더니~~ 역시 오라버니네~~~ -절루가. 술없다. -에이 잔뜩 사왔네. 진우오빠 같이 좀 먹어도 되죠? 이녀석의 눈이 번뜩인다. 이 무서운 동생녀석은 알고 있다. 내가 동성애자라는 것을 내가 말해준 적은 없고 동생도 알고 있다고 말한 적은 없지만 동생은 알고 있었다. 그런 동생이기 때문에 진우에 대한 나의 마음도 다 들켰는지도 모른다. 동생은 술자리에 바짝 다가 않으며 진우에게 애교를 부린다. -오빠~~ 자주 놀러오시네요. -그러네.. 귀찮게 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에이~~ 무슨 그런 예의 차리시는 말씀을~~ 그러고서는 호호호 웃는다. 저도 여자라고. 마음이 조금은 편해졌다. 어느새 고백해야한다고 나도 모르게 스스로를 몰아가고 있을때 등장한 동생은 나의 고백을 미룰 수 있는 타당한 이유가 되어주고 있었다. 고백해야한다는 마음과 두려워하던 마음처럼 동생의 등장을 환영하는 기분과 그렇지 않은 기분이 함께 생겼다. 나는 술로 도피할 뿐이었다. 진우와 동생이 별로 중요하지 않은 말을 주고 받는 사이에 나는 계속해서 술을 마셨다. 한병 반쯤을 마시고 진우가 나의 술잔을 뺏았다. -이까지가 너의 정량이잖아 그만해. 나는 진우를 째려보고는 잔을 뺏을려고 했지만 진우는 동생에게 잔을 줘버렸다. 악마같은 동생은 그걸 싱크대에 올려 놓는다. 나는 방문을 열고 펴놓은 이불 안으로 들어갔다. 술기운때문인지 오늘 하루동안 지속되었던 긴장때문인지 잠이 왔다. 동생은 나와 달리 술이 센 편이다. 두병을 넘어서지 않는 한 괜찮다고 하는 동생이다. 어느정도까지는 진우의 술상대가 되어줄 수 있을 것이다. 한참을 잤는지 밤이 되어 있었다. 시계를 보니 10시에 가까운 시간이었다. 이리저리 둘러봐도 진우가 없었다. 나는 벌떡 일어나서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진우야.. 조그맣게 불러본다. 왠지 진우가 그냥 가버린게 아쉽다. -진우야.. 여전히 대답이 없었다. 다시 누웠을때 문이 열리고 진우가 들어왔다. -일어났냐? 술때문에 여전히 어지러웠지만 환영이 보일 정도는 아니었다. 눈을 깜박여도 여전히 진우가 거기에 있다. -어.. 아직 안 갔어? -네가 그렇게 잡는데 어떻게 가냐. 진우는 말하면서 나에게로 가까이 와서 나의 머리를 흐뜨려 놓는다. 열오른 얼굴에 진우의 손이 닿자 시원함에 나는 손으로 얼굴을 향했다. 진우는 웃으면서 또 한손으로 나의 볼을 감싸주었다. -시원하다. -그러길래 누가 술을 그렇게 마시래. 살짝 나무라는 투로 진우가 나의 볼을 가만히 눌러준다. -가지마. 술에 취한척 하면서 나는 진우에게 한번 기대본다. -이미 너한테 잡혀서 샤워까지 하고 왔잖냐. 아 네 옷 입었다. 나는 웃으면서 말했다. -그럼. 값을 내야지. 진우가 일어서서는 발로 툭툭 찼다. -이 녀석 너 술 취한척 하는 거지 다 안다. 그러면서 은근슬쩍 넘어갈려고~~ -나 정말 술 취했어. 얼렁~~ 나는 눈을 감아본다. 툭툭 치던 발길이 갑자기 없어져서 실눈을 뜨고 보자 바로 앞에 진우의 얼굴이 와 있다. -눈감아 짜식아 무드없게 눈은 왜 뜨냐~~ 나는 다시 눈을 감았다. 진우의 입술이 닿자 입술을 열어 혀를 넣어버렸다. 그리고는 두손을 들어올려 머리를 감싸앉았다. 치약맛이 났다. 나의 치약... 진우의 혀가 나의입안으로 밀고 들어왔다. 부드러운 터치에 이은 강한 흡입... 녀석의 성격같이 따뜻한 느낌이 나는 키스다... 키스가 끝나고 이 녀석은 키스하나는 정말 잘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서는 아... 키스를 잘하면 다른 것도 잘하나 하는 생각을 하다가 웃었다. 아직 나의 얼굴 위에 있던 진우가 장난스럽게 웃으면서 말했다. -넌 키스만하고 나면 뭐가 좋아서 그렇게 웃냐. 너 내키스에 반해버린 것이지? -그려~ 너 말고 네 키스에만... 다시 졸음이 몰려왔다. 나는 수건으로 머리를 말리고 있는 진우의 바지를 당겼다. -자자. -머리말리고. -그냥 자자. 진우는 나를 내려다보더니 할 수 없다는 듯이 나에게로 와서 누웠다. 조금 사이를 두고 누운 진우옆으로 가서 진우의 팔에 누웠다. 이런식으로 행동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진우의 팔에서 약간 어깨쪽으로 이동해본다. 진우의 왼쪽 가슴부근에 누워 가만히 있었다. 나의 그런 태도에도 진우는 가만히 있었다. -졸립다. -그래 자. -진우야... -왜? -사람들이 악수할때는 오른손으로 하잖아? 그런데 좋아하는 사람이랑은 왼손으로 잡아주는 거래... -왜? -음.. 심장에서 더 가깝기 때문이라는데... -바보 같기는 사람들이 대부분 오른손 잡이라서 오른손으로 하는 거야. -그런가? 나는 그런 바보 같은 말을 하고서는 잠이 들었다. 자는 동안 나의 머리를 쓸어주고 나의 손을 잡아주는 감촉이 있었다. 눈을 떠서 보려고 했지만 그 따뜻한 손의 감촉이 나를 자꾸 잠으로 이끌었다. 다음날 일어났을때 진우는 없었다. 무거운 머리를 들고 일어나서 밖으로 나가자 동생이 말했다. -나 학교간다. 진우오빠가 일이 있어서 먼저 간다고 하던걸~~ 오빠도 얼른 학교가라. ----------------------------------------------------------------------------------- 읽어주시는 분들~~~ 이제 얘기가 끝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 근데.. 말이죠... 이 글을 추천해주시는 비슷한 수의 분들은 아마도... 동일한 분들일 가능성이 많겠지요? 근데... 그분들이 어떤 분들이신지 궁금합니다. 이글을 재미있게 읽으신 분들이 계시다면... 저는 궁금하답니다... 어떤 분들이 읽어주시고 계신건지... 에구... 왠지 감상을 강요하는 것만 같네... 그런건 아닌데... 아니예요. 그냥 재밌게 읽어만 주세요. 저는 개인적으로 서한이와 진우를 서로의 감정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와... 서로를 받아들이게 하고 싶습니다. 사랑을 서로 숨겨두었다가 한꺼번에 내 보이는 것도 좋지만... 자연스럽게... 마음에 숨겨두고 있던 감정을 서로에게 내보이고... 더 나은 미래를 향해 함께 걸어가게 하고 싶어요... 사랑이란... 강하고 여러 일을 겪으면서 이루어지는 것이기도 하지만... 일상생활처럼 서로에게 마주해 가는 것이기도 하니까요... 그럼 이 두녀석의 사랑을 계속 지켜봐주세요~~~ 이전: 관찰 19 다음: 관찰 17 2000/07/30(20:20) from 210.98.228.55 CrazyWWWBoard 2000 -------------------------------------------------------------------------------- (c) Nobreak Technologies, Inc. CGISERVER KOREA 공지사항 300줄 이상 소설을 적어 주세요~ -------------------------------------------------------------------------------- 작성자 : tea (seablue0@hanmail.net) 추천: 24, 조회: 592, 줄수: 185, 분류: Etc. 관찰 19 괜찮을꺼야... 진우가 그렇게 아침에 가버리고 집에 누워서 뒹굴거리면서 내가 한 생각들의 최종 결론이었다. 진우가 그렇게 가버린 이유가 뭘까... 에 대해 이런저런 생각들로 숙취로 아픈 머리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진우가 왜 그렇게 가버린 걸까... 그 생각만이 머리속을 뒤흔들고 있었다. 무슨 이유가 있을것 같았다. 어제 나의 행동중에 진우의 신경을 건드릴 만한 그런 이유가... 테입의 재생 버튼을 감듯이 진우와 만난 하루를 되감아 본다. 정우와 만난 것이 기분에 거슬렸나... 아냐... 그러고도 우리집에 와서 술마셨잖아... 농담도 했고 그것때문은 아닐꺼야... 그럼 왜... 아... 내가 어제 말도 없이 술마셔서... 그것도 아닌데... 나 술깼을때는 친절했었잖아... 팔베개도 해주고... 아 그거였나... 내가 그렇게 행동해서... 부담스러워서 인가...? 그런가... 키스도 했고... 그랬구나... 그래서였구나...하지만 진우도 키스에 동의한거 아니었나... 역시 그 팔베개인가? 너무 다정한척 해서... 부담스러워서 그런건가... 진우가 일찍 가버렸다는 그 일 하나로 나의 생각은 수만가지 이유를 생각해내고 지워갔다. 아니 지우고 싶어했는지도 모른다. 어제 술에 취해 진우에게 했던 말이 생각났다. 그런 말들과 나의 행동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진우에게는 부담이 되었는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면서도 그렇게 생각해버린 진우가 야속했다. 머리속은 진우와 연결된 수많은 생각들이 떠올랐다가 사라지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지를 고민하고 있었다. 그냥 수업이 있어서 일찍 갔겠지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 일을... 나는 그 수업 많은 월요일을 학교도 가지 않고 뒹굴거리며 고민하고 있다. 진우를 다시 만나기 시작하면서 이렇게 확실히 내보인적은 없었다. 내가 생각해도 어떻게 보면 사랑고백이랑 다를 바 없는 행동이었다. 진우가 그렇게 행동하는 것도 이해가 가는 일이었다. 생각하고 생각하고 또 생각했지만 여전히 어떻게 해야할지는 알 수 없었다. 사랑에 있어서는 나는 서툴렀다. 시선이 멈추는 곳에 핸드폰이 있었다. 그 쪽으로 가서 통화버튼을 눌렀다. 신호음이 울리기 시작하려하자 얼른 꺼버렸다. 진우와 싸웠던 그때가 생각났다. 그때... 처럼 나는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고 있었다. 그때와 많은 것이 변한 것 같지만 실상은 아무것도 변하지 않은 것이다. 천천히 진우의 번호를 누르고 통화버튼은 누르지 않은체 그걸 들여다 보고 있다. 전화번호확인을 눌러본다. 진우라는 이름이 뜬다. 진우번호다. 이번호를 누르는 것이 이렇게 힘든 일이 또 올지 몰랐는데... 전화기를 들여다 보다가 소리를 지정해본다. 소리가 작은 것 같아서 신호음의 크기를 올리고 이 소리 저 소리 틀어보다가 가장 시끄러운 소리를 골라 지정한다. 진우의 전화를 못 받을까 걱정이 된다. 이런거 쓸데없는 짓이라는 거 알지만 그래도 하고 있는 자신이 조금은 한심스러웠다. 누워서 전화기만 보다가 목이 말라왔다. 부엌으로 나가 물을 마시려는 순간 전호기의 벨이 삐~하고 울린다. 물통을 던지듯이 놓고 뛰어들어갈때 이미 꺼져 있었다. 그래도 전화기를 집어들고 본다. 부재중전화 한통... 한번만 울리고 끊어진 전화는 꼭 진우일 것만 같다. 전화가 다시 올까봐 전화기를 두고 집전화로 동생에게 전화를 해서는 물었다. -너 전화했었냐? 아니라고 대답한다. 그런 행동을 다섯명과 더했다. 모두가 아니라고 대답하자 꼭 진우일것 만 같은 생각이 든다. 정우에게 전화를 했다. -정우야... 너 전화했었냐? -아니. 왜.. 무슨 일 있냐? -아니. -왜 그러는데... 전화 잘 안 받는 녀석이 왠 전화추적이냐... -너 목소리가 왜 그래? -왜? -아니 안좋은것 같아서... -그냥 좀 피곤하다. 진우한테는 말했냐? -아니. 아직. -빨리해. 괜한 자존심 세우지 말고... 사랑에는... 솔직함이 필요해. 갑자기 그때 그 점원이 생각났다. -스파게티집 -그 얘기는 나중에 하자. 지금은 좀 피곤해서... 정우가 나의 말에 끼어들어서 말했다. -그래. 나도 남의 얘기를 들어주고 있을 상황이 아닌 것은 마찬가지였다. 정우와의 전화를 끊고서는 진우가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한번 그렇게 울리고서는 전화는 침묵하고 있다. 진우에게 전화를 해볼까 계속 생각하고 있었지만 선뜻 할 수 없는 기분이 들었다. 오히려 이러면 나중에 더하기 힘들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하고 있었지만 왠지... 하기가 힘들었다. 괜찮을꺼야... 다시 한번 중얼거려보지만 머리속으로는 다른 생각들이 떠다녀서 머리를 좌우로 한번 흔들어보았다. 몸을 일으켜 샤워를 하러 갈려고 하다가 전화를 물끄럼히 바라봤다. 왠지 샤워를 하러 들엉간 사이에 전화가 울릴것만 같아서였다. 전화기를 들고 가서 문 바로 앞에 두고서는 문을 닫고 옷을 벗었다. 샤워기를 틀자 샤워기소리에 전화벨이 안들릴것만 같아서 한참을 고민하다가 욕실로 들고 들어와서 옷 위에 올려놓았다. 내가 이렇게 전화에 집착하다니 예전에 없는 일이었다. 나는 핸드폰을 잘 안 받는다고 친구들에게 잔소리를 듣는 편이었다. 가방에 있어도 안 받는 일이 흔했고 집에서도 진동으로 해두고서는 못들어서 안 받는 일도 많았고 가까운데 나갈때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서는 들고 다니지 않았다. 친구들은 나에게 전화가 무용지물이라고 꼭 필요할때는 연락이 안된다면서 한소리씩 하곤 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이렇게 전화에 집착하고 있다. 욕실에까지 들고 들어오다니... 뭐하고 있는 건지 모를 정도다. 샤워를 하면서도 신경은 전화기를 향해있었다. 전화를 기다린다는 것이... 언제올지 모르는 전화를 기다리는것이 이렇게 힘든일인지 몰랐다. 수건을 집어들고 머리를 닦다가 어제 진우가 닦던 표정이 생각난다. 거울을 보면서 진우처럼 닦고 있으려니까 갑자기 진우가 못견디게 그리워진다. -보고싶어. 거울을 보면서 조그맣게 중얼거려본다. 그렇다고 진우가 나타날리는 없겠지만 말이다. 한번 울리고 끊어진 벨은 곧 울릴것 같으면서도 침묵하고 있었다. 진우에게 전화를 해보고 싶다. 전화를 해보고 싶다.라는 생각에 시달리다가 전화기를 들고 생각했다. 세번 울리기전에 받으면 말하는 거야. 사실 핸드폰에 세번 울리기 전에 전화를 받는다는것은 어렵다는 걸 알면서도 혼자서 그렇게 중얼거리다가 전화를 걸었다. 한번... 두번...세번...이 울리고 나서도 차마 내려놓지 못하고 들고 있었다. 네번... 다섯번... 여섯번... 일곱번째 울리고 있으니까 상대편이 전화를 든다. -여보세요? -... 갑자기 머리속이 엉켜서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몰랐다. -여보세요? -진우야.. 여보세요? 어 전화가 왜 이러지... 순간 그냥 끊어도 나인줄 알것만 같아서 나는 말을 하면서 진우의 말소리가 안들리는 척을 했다. -서한아? 진우가 나의 이름을 말하는 순간 갑자기 마음이 흔들렸다. -전화가 왜 이러지...? 여보세요? 진우가 무슨 말을 더 해주길 바라면서 나는 계속 그러고 있었다. -서한이지? 서한아.. 진우도 나의 이름만을 부르고 있다. 나에게 전화가 안들린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진우야~~ 안들리거든.. -서한아... 진우는 별다른 말 없이 나의 이름만 부르고 있었다. 나는 전화를 끊어버렸다. 괜히 전화를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괜히 그렇게 안들리는 척을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우가 전화를 하겠지 하는 생각에 가만히 전화기옆에 앉아 있다. 전화기는 분명히 휴대폰인데... 마치 고정되어 있는 전화기 옆에 있듯이... 그렇게 옆에 가만히 앉아 있었다. 겨울 해는 짧아서 벌써 어두워지고 있었다. 하루종일 전화기와한 씨름이 힘들었다. 나는 이불에 누워서 전화기를 바로 옆에 두고 잠을 청해봤다. 기다리기가 힘들어서...지쳐서... 조금 자고 싶었다. 조금 잠이 들었을때... 전화벨이 울렸다. 나는 퍼뜩 깨어나서 전화기를 받았다. -네? -나야. -어.. 진우야 한숨을 내쉬고 싶은 심정이었다. 한껏 들이 마신 숨을 뱉고 싶었다. 긴장으로 전화를 받기전에 크게 숨을 들이마셨나보다. -뭐하고 있었어? -어... 그냥... -오늘 아침에 일찍 가서... 인사도 못하고. -아냐... -꼭 들어가야 하는 수업이 있어서... 진우의 변명이 길어지고 있었지만 진우의 어조로 그것이 사실이 아닌것 정도는 알 수 있었다. -어... 진우와 나와의 대화는 평소와 다름 없었지만 전보다 조금 더 불안정해지고 위험한 느낌이었다. 무언가 중요한 요점을 두고 주위를 빙빙 도는 느낌이었지만 나는 진우가 전화를 해왔다는 것으로 기뻐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런 것은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진우는 한참을 얘기했지만 무언가 다른 이야기를 할 기회를 찾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진우가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 나 이번주부터 시험이라서 좀 바빠질 것 같아. 그래서 한동안 만나지 못할지도 모르겠네... -나도 시험인걸 뭐... 시험 언제까지야? -다음주까지... -그래? 그럼 다음주나 지나야 볼수 있겠네? -꼭 그런건 아니지만... 그 사이에 시간이 날지 모르겠네... -그래. 시험공부 열심히 하고... 시험 끝나면 연락해라. 나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말하고 있었지만 아까한 생각들이 모두 떠오르고 있었다. 진우는 조금 거리를 두고 있자고 말하고 싶은거다.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지만 생각할 시간을 가지고 싶은 거였다. -너도 잘 지내고. 나중에 연락할께. -응. 사실은 나중이 언제냐고 묻고 싶었다. 정말 연락을 하긴 할꺼냐고... 하지만 그럴수는 없었다. 진우가 무엇에 대해 생각할 시간을 가지고 싶은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나와 떨어져서 생각을 정리할 시간을 가지고 싶어한다는 것은 분명하다. 진우가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모르지만 만약에 사랑고백으로 받아들였다면 나는 나의 공을 진우에게 던진 것이다. 그 공을 받아서 다시 나에게 던지든지 그냥 버려두든지 하는 것은 진우가 혼자 결정할 일인 것 뿐이다. 그걸 생각하고 싶은건지 아니면 다른 일이 있는 건지 알수가 없었지만 그것을 물어볼 수도 없었다. --------------------------------------------------------------------- 플러스님 두개 올렸습니다... 이 두녀석 이제 부터 잘해나갈 거니까 지켜봐주세요... 님들... 이전: 관찰 20 다음: 관찰 18 2000/07/30(20:23) from 210.98.228.55 CrazyWWWBoard 2000 -------------------------------------------------------------------------------- (c) Nobreak Technologies, Inc. CGISERVER KOREA 공지사항 300줄 이상 소설을 적어 주세요~ -------------------------------------------------------------------------------- 작성자 : tea (seablue0@hanmail.net) 추천: 14, 조회: 639, 줄수: 170, 분류: Etc. 관찰 20 -야!! 소리와 함께 누가 나의 등을 세게 쳤다. 나는 깜짝 놀라서 뒤를 돌아보자 같은 과 친구녀석이 서 있었다. -너는 사람이 부르는데 그냥 그렇게 가버리냐. -어.. 못 들었는데? -뒤에서 얼마나 불렀는지 아냐. 너말고 다른 사람들은 다 돌아보더라. 하여튼 별난 놈이라니까. -어.. 왜..? 진우와의 전화를 끊고서는 계속 멍한 상태다. 다른 생각을 하다가도 어떤 꼬투리를 잡아서라도 생각은 진우에게로 향하곤 했고 그런 뒤에는 끊임없이 생성되는 생각들로 멍해지곤 했다. 책을 앞에 펴둔 채로도, 밥을 먹다가도, 욕실에서 칫솔질을 하다가도, 샤워기 아래에서도 멍해지곤 했다. 그리고 어떤 이유에서든 진우의 생각으로 넘어가곤 했다. 그렇게 일상생활과 생각이 한 곳으로 모여들 수 있다는 것에 나는 경이로워하고 있었다. 친구가 나를 불렀을때도 진우가 전화가 왔을 때 내가 대응할 모습을 생각하고 있었다. 하루에도 몇번이나 진우가 전화를 해 오는 모습을 상상하고 수개의 진우의 태도에 따른 나의 반응이나 말을 생각해보곤 한다. 그런 상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를 가두었다. -너 시험 언제 끝나냐? 목요일 저녁에 정호 형 생일이라서 모이기로 했는데. 내가 너한테 물어본다고 했거든. 시간나면 와라. 아니지 시간 안나도 와야지. 정호형이 너 예뻐하잖아. -어... -왜? 약속있어? 머리속으로 진우 생각이 스쳐갔다. 진우가 언제라고 말하지는 않았지만 진우가 언제 만나자고 전화할지 모르는 일이었다. 지난 일주일 나의 생활은 학교와 집을 오고가는 거였다. 진우가 적어도 이번 주말까지는 전화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잘 알면서도 다른 사람과 만날 약속을 하는 것은 왠지 불안했다. 지금의 나는 일상속에서 진우의 전화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나는 일상의 밖에 있었다. 진우의 등장이나 연락이 나의 일상을 지배하고 있었다. 하루를 지내면서 진우의 전화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 아니라 진우의 전화를 기다리기 위해서 하루를 지내고 있었던 것이다. 나의 일상은 진우의 전화를 기다리는 것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다른 것은 지금의 일상에 들어있지 않았다. -어... 미안.. 나 그날 약속있는데..? 평소에 잘 거짓말을 하지 않는 편이라 어색한 거짓말이 나와 버렸다. -에이~~ 바쁜 척하지 말고. -아.. 안돼. 그날 약속이 있어서... 평소와 달리 단호하지 못한 나의 단어와 어투는 내가 봐도 의심스러운 것이었지만 친구는 그냥 넘어가기로 했나보다. -그래? 그럼 생각이 바뀌면 나한테 연락해라. 그리고 정신 좀 차리고 다니고. 아무리 시험기간이라지만 왜 그러냐. -그래. 나는 다시 걸어가기 시작했다. 아직 월요일이다. 지난 일주일을 어떻게 지내왔는지 모르겠다. 진우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른다는 것이 나를 더 불안하게 했다. 진우가 나의 마음을 알아버려서 그러는 건지... 아니면 그냥 나한테 기분 나쁜 일이 있는 건지. 그까지 생각이 미치자 또다시 일주일 동안 해 왔던 일을 되풀이하고 있었다. 진우와 술을 마신 날을 다시 생각해보고 있었다. 진우의 기분을 상하게 한 일이 있는지... 그날 무슨 말을 했는지... 처음 하루 이틀동안은 그 생각에만 사로잡혀 살았다. 진우가 저러는 이유를 알아내고 싶었다. 열심히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그 길지 않은 시간을 이틀 내내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어느 정도 계속 되풀이해서 생각하다 보니 어느 순간엔가 그런 일들이 꿈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존재했던 일인지... 정말 나의 기억이 정말 진우에게 했던 기억인지... 그날 혼자서 꾼 꿈이 아닌지... 그날의 기억이 다른 사람이 나에게 해준 이야기나 책에서 본 이야기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꿈인 것 같기도 하고 현실인 것 같기도 하고 내가 한일인 것 같기도 하고 내가 그랬으면 하고 생각했던 일인 것 같기도 했다. 그래도 나는 지금 이 순간까지 계속해서 생각하고 있다. 이제 이 생각은 그만둬야지 하고 생각하지만 어느새 또 그날의 일들을 되 집어 보고 있는 나를 보게 된다. 아직 시험기간은 일주일이나 남아있었고 나는 진우의 전화를 일주일이나 기다려왔다. 그 시간은 나에게 너무 긴시간이었다. 그 긴시간을 아직도 일주일이나 더 보내야하다니... 그리고 시험기간이 끝난다고 해서 진우가 바로 연락을 해올 것인지는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진우는 시험이 끝나고 연락한다고 했지만 바로 한다고는 하지 않았다. 남은 시간들은 나를 괴롭혔다. 그 시간은 너무 길어서 나를 괴롭히고 너무 짧아서 나를 괴롭혔다. 진우가 그 시간의 끝에 연락을 해올 것이라고 믿고 있는 동안에는 그 시간이 너무 길어 그 시간에 질식할 것 같았지만 진우가 그 시간의 끝에 연락을 해오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할 때면 그 시간이 짧게 느껴졌다. 그 시간의 끝에서도 연락을 해오지 않는다면 나는 그 시간을 어떻게 견디어 낼 수 있을지 상상할 수가 없었다. 시간이 다가 올수록 불안감은 커져만 갔다. 그렇게 된다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연락을 해오지 않는다면 그것은 그것대로 결론 일 수 밖에 없다. 그런 결론을 보게 될까봐 두려웠다. 그럴때면 어느새 일주일이란 시간이 지나가 버린 것을 깨닫고는 이제 남은 일주일이 금방 지나가버릴까봐 두려웠다. 어떤 식인지는 알수 없지만 진우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 시간의 끝에 무엇인가가 기다리고 있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그것을 기다리는 것은 초조하고 불안하면서도 기다려지는 것이었다. 기다리는 시간은 초조했지만 나에게는 희망의 시간들이었다. 그 시간은 지나치게 무겁고도 가벼웠다. 순간 순간의 시간을 길었지만 돌아보는 시간은 짧았다. 나의 밤들은 불면의 시간이 되었다. 자려고 누워도 계속되는 생각들 때문에 나의 머리속은 몇 가지의 시나리오들로 가득 차 있었다. 꿈속에서조차도 그 시나리오들이 나오거나 연결되기도 했다. 그리고 시험을 다 치고 목요일 오후가 되었다. 나는 시험을 끝내고 바로 집으로 돌아왔다. 방에 누워서 가만히 눈을 감았다. 이제는 정말 기다리는 것만이 남았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거의 10일동 안의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나는 놀라웠다. 방에 누워 잠이 들려고 하는 순간에 현관 벨이 울렸다. 나는 빠른 속도로 일어나서 현관문을 열었다. 이렇게 빠른 속도로 문을 열기 위해 나가다니... 동생이 있었으면 틀림없이 뭐라고 놀렸을꺼다. 하지만 앞에 서 있는 것은 진우가 아니라 정우였다. -어... 왠일이야? 정우는 별 말 없이 현관문을 열고 들어와서는 나를 힐끗 본다. -너 시험은 끝났냐? -오늘. -술이나 한잔 할래? -술? 정우는 조금은 지쳐있는 모습이었다. -술있냐? -아니. 없는데? 정우의 지친 얼굴을 보니 나의 얼굴과 겹쳐보였다. 정우에게 무슨 일이 있다는 것을 알 수가 있었다. -술 사올까? -내가 사올게. 집 보고 있어라. 나는 집에와서는 옷도 갈아입지 않고 누워있던 중이었기 때문에 현관으로 나가면서 말했다. 편의점으로 들어서는 순간 다시 그 날의 일이 생각났다. 진우와 친구가 되기로 했던 날과 10일전의 그날이... 나는 얼른 소주가 있는 곳으로 가서 술을 두병만 들고는 오징어를 한 마리 집어 계산을 치르고는 나와버렸다. 지친 정우에게 술이 별 도움이 되지는 않을 것 같았고 나도 아직은 술에 취할 수는 없었다. 그리고 술취한 정우를 돌봐줄 여력도 없었다. 정우는 식탁에 앉아서는 탁자에 엎드려 있었다. 나는 탁자위에 사 온 것들을 얹고서는 정우를 흔들었다. -정우야? -어... 별말없이 정우는 내가 내어준 잔에다가 술을 부어서는 마시고 있었다. 나에게는 권하지도 않고서는 묵묵히 술을 마시고만 있었다. 안주에는 손도 대지 않고서는 한병을 다 마셔버렸다. 나는 정우에게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그냥 정우를 묵묵히 바라보기만 했다. 한병을 다 마시는데는 10분도 걸리지 않았다. 그러고 나서야 정우는 나를 바라봤다. -내가 전에 너한테 말한적 있잖아. -... -솔직해지라구... -... 나는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정우도 나의 대답을 바라는 것 같지는 않았다. -그런데 있잖아. 나는 그렇게 못했었다. 역시... 사람은 이기적일 수밖에 없나봐. 언제나 남의 위에 있고 싶어하고 자신의 자존심 숙일 줄도 모르고... 그러면서... 솔직하고 바로 바라보고 있는 사람에게는 상처만 주고... -... -정말 웃긴건... 상처를 주면 줄수록 그 사람이 상처입고 있다는 것을 간과하게 된다는 거야. 내가 주는 상처가 얼마나 큰지 알면서도 저 사람이니까 받아주겠지 한다는 거지... 그 사람도 힘들텐데 말이야. 나는 술잔만 바라보면서 말하고 있는 정우의 어깨에 팔을 둘렀다. -좋아한다는 감정이 영원할 수 있을까? 시간이 변하면 변화하는 게 사랑이라는 감정이겠지? 그렇다면 내가 그 사람을 잡을 이유는 없는 거지. 지금의 내 감정도 언젠가는 변할 테니까. 그때까지만 기다리면 되는 거니까. 내가 그 사람을 보내도... 너를 보내고... 그 사람을 사랑했듯이 그 사람을 보내고 다른 사람을 사랑하면 될 테니까. 나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정우의 말이 틀린 말은 아니었다. 감정이란 변하는 것이고 사랑은 영원하지 않다. 지금 나의 앞에 있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다시 사랑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아니 아마 그럴 것이다. 나는 진우를 보내고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상상을 해 봤다. 지금 나와 진우가 사귄다고 해도 그것은 그리 긴 시간이 아닐지도 모르고 우리는 서로에게 지치거나 싫증이 나서 헤어질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것은 나에게 담담한 일일지도 모르고 큰 상처가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나는 그렇다고 해서 진우를 보내고 싶은 생각은 없다는 것이다. 사랑이라는 것은 그런 위험 요소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포기할 수 없는 것이다. 진우가 시간이 지나고 나에게 아픔의 다른 이름이 될지라도 진우와 함께라면 그 가능성에 도전해보고 싶다는 것이다. 사랑은 변화하는 것이지만 그것을 함께 이겨나가고 함께 그 시간의 통로를 지나가보고 싶은게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변화하는 사랑을 함께 지나가보고 싶은 것... 그 끝이 어디로 향해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둘 다 행복할 수 있는 끝을 바라보고 함께 걸어가보고 싶은 것... 그것이 사랑이라는 감정이 아닐까. 나는 사랑이라는 통로를 그리고 삶이라는 통로를 진우와 함께 걸어가보고 싶다. 다른 사람과 함께라도 걸어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진우를 만나지 않았으면 다른 사람과 걸어가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진우를 만났고 진우와 함께 걷고 싶다고 생각해버렸다. -변하지 않는다고 다 아름다운 건 아니야... 오히려 변화하니까 더 소중한 거겠지... 그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서 우리는 무엇인가를 해야해. 너의 사랑이 변했으니까 지금의 사랑을 지키지 않아도 된다고...? 나를 보내고 그 사람을 사랑했듯이 다른 사람을 사랑하면 된다고... 그래 그럴지도 모르지. 하지만 말이야... 감정이란게 변화하지 않는다면 너는 나를 좋아하지도 않았을꺼야 나의 어떤 점들이... 너에게 호감에서 좋아한다는 마음으로 변화시켰겠지... 그리고 그 사람의 어떤 점들이 너에게 사랑이라는 감정을 일으켰겠지. 감정이 변화하지 않는다면 너는 그 어느 선 하나에 그대로 서 있어야 하겠지. 그래 감정은 변화하니까 지킬 필요가 없는 지도 몰라.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지켜야 하는 거야. 변하니까 더 소중하게 지키고 거기에 적응하고 그 사람이 소중한거겠지. 항상 똑 같은 강도로 똑 같은 형태로 사랑이 존재한다면 우리는 그것이 사랑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까? 사랑이라는 건 그 변화하기 때문에 사랑일꺼야... 그 사람이 미워지기도 하고 지겨워질 수도 있겠지... 때로는 견딜 수 없는 점이 있을지도 모르고 상황이 사랑을 변화시키기도 하겠지. 하지만 그런 변화들은 사랑을 반드시 없애기만 하는 건 아니야... 그런 과정속에서 몇번이나 실망하고 싫어하고 다시 몇백... 몇천번이나 다시 사랑하게 되고... 달리 사랑하게 되겠지. 함께 그러고 싶은 사람을 찾는게... 사랑을 찾는 걸꺼야. 그 사람이... 지금 우리 앞에 있는 꼭 그 사람은 아닐 지도 몰라. 하지만 중요한 것은 내가 그 사람이라고 생각하느냐 하지 않느냐가 아닐까. 나는 그렇게 몇백번 몇천번 좋아했다가 미워했다가 다시 사랑하게 되는 사람이 지금...은 진우이 길 바래. 그 변화하는 사랑을 함께 지켜봐줄 사람이 진우였으면 해. 아니... 진우와 라면 몇백번 몇천번의 변화도 견딜 수 있을것만 같아. 그냥... 지금 그렇다는게 나에게는 중요해. 변화하는게 당연하다면 그 변화를 진우와 함께 지나가고 싶은거야. -하지만 그건 꼭 진우가 아니어도 되는 거잖아. -그렇지. 하지만 말이야... 내가 그렇게 하고 싶어. 물론 지금 진우를 보내고 다른 사랑이 올지도 모른다는 걸 알아. 하지만 다음 사랑이 없을까봐 진우를 사랑하는 건 아냐. 진우니까 다음 사랑이 있을지라도 잡고 싶은 거지. 삶에 사랑은 하나가 아니라지만 하나가 아니라고 해서 하나 하나를 놓다보면 아무것도 잡을 수 없을 지도 몰라. 사랑은 하나가 아닌지도 모르지만 나에게 진우는 하나니까 진우와 함께 할 수 있는 사랑은 하나니까 잡고 싶은 거야. 결국 사랑은 하나가 아니면서도 하나인거지... 그거... 하나하나는 다른 사랑이니까... -결국 사랑도 다른 삶과 마찬가지로 선택이라고 생각해. 지금 네가 그 사람의 손을 놓는 것 도 잡는 것도 네 선택이고 그 뒤에 네가 그걸 아쉬워할지 아니면 그때 잘했다고 생각할지 알 수 없는 거니까. 결국은 네 선택일 뿐이야... 지금 네가 그 손을 놓고 다음 사랑을 기다리든... 그 손을 잡고 이번 사랑을 선택하든... 그것은 네 선택이지... -모르겠어... 나도 내 마음을 알 수가 없어. 그 사람과 행복해지지 못할지도 모르는데... 그 사람이 오히려 나를 아프게 할지도 모르는데... 다른 사람이 또 올 거라고 생각하면서도 나는 왜 그 사람을 놓지 못하는 걸까. -그렇다면 잡아 봐... 어디까지 어떻게 변할지 모르지만 우리 함께 봐주자고... 우리가 원하는 사람과 함께... 선택을 하는 거야... 이 사람과 함께..하겠다고 이 길을... -하지만... 너를 놓고서는 그 사람을 잡았듯이... 그게 더 행운이라고 지금 생각되듯이... 그 사람을 놓고서도 다른 사람과 행복해질 수 있다면... -나를 놓은 게 잘 된 일이라고? 알 수 없는 일이지... 그때 네가 나를 놓지 않았다면 너와 나는 지금쯤 아주 사이 좋게 잘 살아나가고 있을지도 모르는 거니까. 우리가 가지 않은 길을 알 수는 없는 거야. 그렇게 말하며 피식 웃었다. 녀석과 아주 잘 살아가고 있는 건 사실 잘 상상이 가지 않았다. 나의 말에 녀석도 피식 웃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너의 사랑론 잘 들었다. 술 그만 먹어도 될 것 같아... 너의 석연치 않은 사랑론에 왠지 취해버린 기분이야. 나는 의자에 기대앉아 웃으며 말했다. -석연치 않은 사랑론 들어줘서 고맙다. 나도 덕분에 너처럼은 하지 말아야 겠다는 교훈은 얻었으니까 뭐. 나도 녀석도 서로 비웃듯이 말하고 있었지만 둘 다 고마워하고 있었다. 그렇게 일어난 녀석이 가버리고 나는 오랜만에 편안한 마음이 들었다. 불안하지도 않고 초조하지도 않았다. 마음이 좀 정리된 기분이었다. 그날 밤은 오랜만에 상쾌한 기분으로 잠이 들 수 있었다. --------------------------------------------------------------------- 오늘은 늦게 돌아올 것 같아서... 아침에 올립니다... 플러스님~~~ 오늘 정우가 등장하는데... 여전히 정우가 좋으신가요? ^^ 저는 요즘 정우녀석과 그 서현이 녀석이 좋아지고 있습니다. 서한이 녀석이 이제 정신을 차린 듯 하니... 녀석이 뭔가를 알아서 하겠죠... 이제 딴 짓하지 말고... 순순히 자기 마음을 밝혔으면 좋겠습니다. 나쁜 녀석... 진우 괴롭히지 말란 말이야... 전 왜... 서한이가 괴로운 건데 이 녀석이 진우를 괴롭히는 것만 같죠? 이상해... 제글... 읽어주신는 분들은 많지 않은데도... 적지 않은 분들이 추천해 주시고... 읽어주신는 분들... 오늘 하루도 잘 지내시구요~~~ 이전: 관찰 21 다음: 관찰 19 2000/07/31(11:44) from 211.51.149.108 CrazyWWWBoard 2000 -------------------------------------------------------------------------------- (c) Nobreak Technologies, Inc. 300줄 이상 소설을 적어 주세요~ -------------------------------------------------------------------------------- 작성자 : tea (seablue0@hanmail.net) 추천: 18, 조회: 575, 줄수: 158, 분류: Etc. 관찰 21 아침에 일어나자 상쾌한 기분이었다. 오래 지속된 불면의 밤들 사이에서 지쳐있던 몸도 마음도 조금은 회복된 듯해서 기분이 좋았다. 나는 추운 날씨에 창을 열고 밖을 보고 있었다. 차가운 바람이 오랜만에 시원하게 느껴졌다. -어... 눈이나 오지... 듣는 사람도 없는 말을 한번 내뱉아봤다. 밖을 내다보다가 집을 돌아보자... 그 동안의 불규칙한 생활의 결과로 발생한 어지러운 방이 보였다. 진우의 전화를 받은 이후로는 청소를 한 기억도 없었다. 이불을 들고 현관을 나가서 털고는 청소를 시작했다. 창문으로 들어오는 싸늘한 바람이 기분 좋게 느껴졌다. 그렇게 한참을 청소를 했다. 방을 청소하고 욕실을 하고 동생 역시 시험기간이었기 때문에 집은 엉망으로 어질러져 있었다. 어제 하지 않은 설거지를 하고 있었을 때 전화벨이 울렸다. 나는 고무장갑을 벗지 않은 입고 있는 옷에 물기를 슥 닦고는 전화기를 집어들었다. -네. -어.. 나야 진우.. -어~~ 진우~~ 초조하고 불안했던 나에 비해 목소리가 가볍게 나왔다. 그러면서 손에 있는 고무장갑을 봤다. 그러고서는 스스로에게 웃어주었다. 여유로운 척해도 나의 초조함은 손에 있는 고무장갑이 말해주고 있었다. 벗을 생각도 하지 않고... 핸드폰에 물이 묻는것도 상관하지 않고... 나는 전화를 집어들고 받고 있다. 여전히 진우에게 기다리라는 말도 없이 고무장갑에 젖은 옷과 아직도 떨어지고 있는 물기를 가만히 보고만 있었다. 가슴이 두근거렸다. -잘 지냈어? -그냥 그럭 저럭... -시험은 끝났고? -응... 끝났지. 어제 끝나서 청소나 하고 있다. 넌...? -나도 어제 끝났어. 그동안 연락 못해서... 진우는 그렇게 말끝을 흐렸다. -그래. -요번주에 뭐해? -그냥 있을려고... 별 약속은 없는데? -나랑 이박으로 여행이나 갈래? -여행? -저번 여름에 갔던 곳 있잖아. -겨울에는 좀 그렇지 않나? -아냐.. 겨울에도 괜찮아. 진우가 나한테 할말이 있어서 그런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나도 이제는 피할 생각도 없었다. 지난 이주동안 기다려 왔었기 때문에 새삼스럽게 피할 이유도 없었다. 이제는 진우가 무슨 말을 하든지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았다. 물론 진우가 내가 바라지 않는 말을 한다면 마음이 많이 아프고 견딜 수 없을지도 모른다. 많이 힘들어하고 때로는 지칠 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내가 진우를 사랑함으로서 파생되는 것이고... 진우가 나를 사랑할 수 없다면 나는 다시 노력을 하든지... 아니면 그냥 잊어주는 수밖에 없겠지... 정우의 말대로 진우가 나를 좋아해주지 않는다고 해서... 내가 진우를 미워할 수는 없는 일이다. 감정이 흐르는데로... 우리 둘의 감정이 흘러가는 데로 지켜보고 싶었다. 언제 또다시 그 감정의 방향을 바꾸려고 들지는 알 수 없지만... 지금은 그냥 지켜보고 싶었다. -그래. 가자. -내가 지금 데릴러 갈게. 1시까지 준비할 수 있겠어? -응. -그래... 그럼.. 그렇게 말하고서는 진우는 전화를 끊었다. 나는 가만히 전화기를 들고 서 있다가 이불위에 핸드폰을 던지고 싱크대 쪽으로 걸어갔다. 아직 중이던 설거지 거리를 쓱 쳐다보고는 그릇들위에 세제를 뿌렸다. 물을 세게 들고는 올라오는 거품을 잠시 바라봤다. 그리고는 속력을 내어 씻었다. 작게 노래를 흥얼거렸다... 1시가 되기 전에 가방을 다 싸고서는 녹차를 끓였다. 녹차를 잔에 따라서는 식탁에 앉아 마시고 있으려니 벨이 울렸다. 나는 아무말 없이 문을 열었다. -어서 와라. -누군지 알아보지도 않고 문을 열어 주냐? -너일텐데 누군지 물어보긴 왜 물어봐. 차나 한잔 할래? -차...? 차를 어떻게 먹냐. 밖에 세워뒀는데. 나는 진우의 머리를 툭 쳤다. -짜식 그런 썰렁한 농담 하지 말라고 했지. 녹차다 마셔라. 나는 잔을 꺼내고 녹차 잎을 담았다. 그리고 아직 따뜻한 물을 부어서는 진우에게 주었다. -야~~ 치사하게 너 먹다 다 식은 물에 주냐~~ -바보자식아. 원래 녹차는 약간 식은 물에 타는 거라서 지금 온도가 딱인 것이다. -에이~~ 거짓말이지~~~ -너랑 무슨 말을 하겠냐. 먹기나 해라. 따뜻한 그릇을 손으로 감싸고 와서는 진우 앞에 놓아주었다. 따뜻한 온도가 기분이 좋았다. 우리는 별다른 말없이 차를 마시고 있었다. 아무 말이 없는데도 진우도 나도 별다른 어색함 없이 차를 마시고 있었다. 우리가 언제나 그래왔던 일상인 것 처럼... -이제 가자. 나는 말없이 일어나서 가방을 들었다. 현관을 나서자 진우는 나의 손에 있는 가방을 받아들고 앞에 세워놓은 차로 향했다. 나는 현관문을 잠그고서는 진우의 옆자리에 앉았다. -너 운전이나 할 줄 아냐? 믿어도 되는 거야? -시끄러워. 운전하는데 말 시키지 마라. 우리의 이야기는 여행지에 도착할 때까지 보류되었다. 진우는 거기에서 무엇인가를 나에게 말할 것이고 나도 거기서 무엇인가를 알게 될 것이다. 좋은 여행이었으면 좋겠다... 나는 진우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이주만에 보는 녀석이 새삼스레 마음에 온다. 이 여행을 끝으로 이 녀석을 못 보는건 아닐까라고 생각하는 순간 마음이 아파 온다. 하지만 나는 곧 웃었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되풀이했다. 편안하게 생각하는 거야... 편안하게 생각하는 거야... 편안하게 생각하는 거야... -뭘 그렇게 보냐. 무안하게. 집중 안되잖아. -그렇게 운전을 못하냐. 그 정도에 집중이 안되다니. 나는 그렇게 말했지만 나의 창 쪽 풍경으로 시선을 돌렸다. 고속도로가 이어지고 있는 중이라서 별로 구경할 것은 없었다. 풍경을 계속 보고 있으려니 그 단조로움에 다시 수 만가지 생각들이 들었다. 아직은 그렇게 여유로울 수 만은 없다. 여유로운 척 해도 이렇게 다시 초조해하거나 불안해하는 자신을 발견하고 만다. -심심하면 자. 너 원래 자는거 잘 하잖아. -노래틀어줘. -그래. 진우는 라디오를 틀어주었다. 잠시 뒤에 아는 노래가 나오는지 조그만 소리로 따라부르고 있었다. 나는 듣기 좋은 진우의 목소리를 들으며 다시 생각으로 빠져들었다. 진우가 나에게 하고 싶어하는 말은 무엇일까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생각해보니 나도 진우에게 한번도 사랑한다는 말도 좋아한다는 말도 한 적이 없었다. 그리고 그런 것을 보인 적도 없었다. 나의 태도로 알려면 알 수 있는 일이기도 했지만 모른다면 모를 수도 있는 일이었다. 이주전의 그날이 나의 마음을 가장 직접적으로 표현한 날이었다. 나는 갑자기 스스로가 비겁하게 느껴졌다. 나는 자존심을 버리고 진우를 사랑했다고 생각했지만 정작 내가 그렇게 생각할 이유는 없었다. 진우에게 사랑한다고 말한 적도 좋아한다고 말한 적도 그렇다고 적랄한 감정을 내 보인 적도 없었다. 나는 나의 카드를 보여주지도 않은 채 남의 카드를 열어보라고 재촉해버린 듯한 느낌이 들었다. 나의 카드와 감정은 숨겨두고 진우에게 카드를 펼쳐보라고 강요한 것만 같았다. 결국은 먼저 자존심을 버리고 진우에게 말할 마음이 없었으면서 나를 거부할 지도 모르는 진우를 위해서... 진우의 부담감을 생각해서... 나는 나의 감정을 묻어두면서 진우에게 친구로 있겠다고 스스로를 변명해 온 것이다. 사랑을 할 때 사람들은 상대편이 보여주는 것을 확대 해석 하지 않으려고 한다. 자신이 받을 수 있는 상처를 최소한으로 하기 위해서다. 나도 역시 그랬던 것 같다. 우리의 미묘한 공기를 다른 사람이 나에게 말해주었다면 나는 아마도 "그 진우라는 사람도 좋아하는 모양이네"라고 말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자신의 경우라면 다르다. 기대하면서도 계속해서 아니겠지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진우가 흘리는 감정들... 어떻게 본다면 나를 좋아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솔직히 말한다면 그럴 가능성이 적어도 50%는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면서도 나는 진우에게 고백하지 않는다. 진우가 단순히 친구로서만 생각하는 건 아니라고 스스로 생각하면서도 덮어두는 것은 결국은 내가 아니라 진우 쪽에서 어떻게 해주었으면 이라고 생각하는 도피의식 때문인지도 모른다. 나는 언제나 이 감정 속에 있었지만 또 언제나 도피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스스로를 정당화하면서 진우만을 탓하고 있다. 나의 감정을 몰라준다고... 하지만 나도 진우에게 나의 감정을 전달하기 위해 노력한 적도 없고 먼저 솔직해진 적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우가 부담스러워 할까봐, 아직 진우의 마음을 모르니까, 나의 말들은 맞는 것 같지만 반대편에서 바라보면 비겁한 것이었다. 자신의 비겁함을 발견해버린 기분... 내가 먼저 시작한 감정이면서 자신은 아무 것도 보여주지 않으면서 상대편만 재촉해 온 기분... 결국 스스로의 이기심을 보게 되었다. 창에서 다시 진우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오늘은 솔직 할거라고... 진우가 무슨 말을 하든지 오늘은 솔직 할거라고 혼자서 생각해본다. 다른 사람의 진심을 얻기 위해서는 자신의 진심도 내보여야 한다. 그것은 적어도 한 쪽은 먼저 자신의 진심을 내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것은 내가 먼저라도 상관없다. 진우의 패를 보기 전에 나의 패부터 보여줘야 겠다. 진우에게... 그러고 싶다. 지금까지 솔직하지 못했지만 지금이라도 진우와 함께 할 마지막 순간이 될지도 모르는 이 순간에라도 솔직해지고 싶다. 나는 계속 생각에 잠겨 있었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냐. -궁금해? -아니. -짜식아 좀 궁금해하면 안되냐~~ --------------------------------------------------------------------- 서한이 녀석 정신 차렸습니다... 솔직해져야 한다는걸 이제 알았나 봅니다. 언제 맘이 변할 녀석인지는 알 수 없지만... 고백할때까지는 가만히 있으라고 압력을 넣어 두겠습니다. 두편을 올리고 가는 군요... 그럼~~~ 이전: 관찰 22(마지막 편) 다음: 관찰 20 2000/07/31(11:47) from 211.51.149.108 CrazyWWWBoard 2000 -------------------------------------------------------------------------------- (c) Nobreak Technologies, Inc. CGISERVER KOREA 공지사항 300줄 이상 소설을 적어 주세요~ -------------------------------------------------------------------------------- 작성자 : tea (seablue0@hanmail.net) 추천: 34, 조회: 901, 줄수: 142, 분류: Etc. 관찰 22(마지막 편) 우리가 그곳에 다시 도착했을때는 이미 해가 져 있었다. 진우는 차에서 내려 피곤한지 몸을 움직이고 있었다. 내가 등뒤로 가서 목을 주물러 준다. -아야~! -너 목뒤가 왜 이렇게 딱딱하냐? 뭐 스트레스 쌓이는 일 있었어? -무지하게 있어서 풀러 왔잖냐. -시원해? -응. 한참을 만져주다가 우리는 짐을 집안으로 옮겼다. 그리고는 사온 식료품을 밥을 하기 시작했다. 둘이 나란히 서서 함께 밥을 해서 먹었다. 그 동안은 둘 다 가벼운 얘기를 하면서 즐겁게 밥을 먹었지만 밥을 다 먹고 함께 설거지를 하는 동안은 조용했다. 나는 식탁을 닦아주고서는 의자에 앉아 진우의 등을 바라보고 있었다. 진우도 설거지를 끝내고는 식탁에 앉았다. 할말이 있는 듯 머뭇거렸지만 말이 쉽게 나오지는 않는지 일어서면서 말했다. -나 잠깐 바람 좀... -같이 나갈까? -아니. 혼자 갔다 올게. 진우는 일어서서 현관문을 나섰다. 나는 의자에 그대로 앉아 있다가는 창가로 가서 섰다. 비가 오는 날... 진우를 좋아한다는 것을 어렴풋이 알아버린 그 날이 떠올랐다. 창문을 열고 밖을 내다보았다. 찬바람이 불어 들어왔지만 그대로 있어본다. 무덤덤한척 하지만 얼굴에는 열이 올라 있는지 불어오는 바람에 시원함을 느낄 수 있었다. 진우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있었다. 나는 그날처럼 창틀에 앉아서는 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창틀에 기대어 한참을 진우의 모습을 찾고 나서야 나는 발견할 수 있었다. -진우야~~ 진우는 나의 소리를 듣고서 이쪽을 걸어와서는 내가 기대 선 반대 쪽 창틀에 섰다. 방안에서 나오는 불빛에 어두운 진우의 얼굴이 보였다. 진우는 나를 바라보지도 않았다. 말을 꺼내지 못하고 주저하는 진우가 안스러워 보였다. 역시 이번 여행에서 내가 먼저 시작해야 할 것 같았다. 나는 스스로를 안심시키듯 한번 웃어보았다. -나 동성애자다. 내 말에 진우가 놀란 듯 바라본다. 나는 한번 웃어준다. -라고 내가 말했던 거 기억나? 그때... 나도 내가 왜 그런 말 한건지... 몰랐다. 근데 말이야... 아마 그 때부터 나 너에게 호감이 있었나 봐. 그렇게 말하고서는 나도 놀랐어. 세상에 그런 상황에서 그런 말이라니... 그 안에 담겨 있던 내 마음이 뭐였을 것 같아? 진우는 나에게서 고개를 돌리고 앞만을 바라본다. 우리는 조용히 서로의 자리에 있다. -... -나도 봐 달라고... 나도 동성애자니까... 나도 봐 달라고 하고 있잖아. 놀랐지... 그때까지는 몰랐으니까. 하지만 그때도 바로 인정할 수는 없었어. 왜 네가 재서 때문에 힘들어 할 때 그렇게 화가 나는지도 몰랐었지. 그 전까지는... 그날... 내가 너한테... 말하고 네가 화를 내며 나가버린 날... 내가 왜 그렇게 말했는지도 그때는 알지 못했지. -... -너를 부담스럽게 할 생각은 없지만... 너에게... 스스로의 감정을 밝히지 않는다고 비겁하다고 했던 건 나였으니까... 처음부터 너를 좋아한 건 아니었어. 분명히 그 여행 귀찮아 했었고... 처음부터 너의 마음 알고 있었으니까. 너처럼 다른 사람 먼저 생각하는 형의 인간들과 나는 별로 좋은 궁합이 아니었기 때문에 너와 함께 보내야 할 여행에 짜증도 났었지. 너 첨 봤을 때 나한테 존대말까지 쓰면서.. 나 얼마나 웃겼다구... 그리고 너 보면서도 답답하다고 생각했어. 저녀석은 왜 저렇게 답답한 걸까라며 나의 시선은 너를 따라 다니기 시작했지. 처음에는 그냥 너를 관찰하고 있었어. 담담하게... 하지만 어느새 재서에게 화를 내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하게 되었어. 너에게 감정이입을 해버린 거지... 처음에는 그냥 그런 줄 알았어... 하지만 감정이입을 해버린 이유는 이미 너를 좋아하게 되어 버렸기 때문이었다. 너를 좋아하는 감정이란거... 난 사랑이란 번개를 치는 것처럼 오는 건 줄 알았다... 한눈에 반해서 그렇게 운명처럼 다가 오는게 사랑이라고 생각했었지... 하지만 너는 그냥 시선이 갈 뿐이었는데... 나의 역할은 그 여행에서 네가 외로워할 시간을 만들지 않는 것...이라고 재서가 말했을 때도 별로 그럴 생각은 없었는데... 말이야... 어느새 나의 시아에는 항상 네가 들어와 있기 시작했어... 처음에는 너를 바라보는게 익숙해져버린 것 인줄 알았어. 보지 않으면 다시 괜찮을 줄 알았지. 하지만 말이야... 이미 내가 의식하지도 못하는 사이에 물이 스며들 듯... 네가 나의 마음속으로 스며 들어버린 거야... 사랑이란게 그렇게도 올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었다. -... 진우는 여전히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재서랑 싸웠던 날... 나 더 이상은 그냥 너를 보고 있을 수가 없었어. 그냥 너를 보고 있는게 너무 힘들었다. 나는 이미 그때는 너를 좋아하고 있을 때였으니까... 그때까지도 재서를 바라보고 있는 너를 나는 더 이상은 볼 수가 없다고 생각했지... 아니 그건 생각이라기 보다는 상처입은 내 마음이 솔직히 드러나버린 것인지도 모르지만... 어쨌던 그랬었어... 혼자서 상처입고 널 미워하고...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아냐... 진우가 말을 했다. 하지만 나는 그 말에 대꾸하지 않고 계속 얘기했다. -네가 없다고 해도 나는 죽지는 않겠지... 아마도 잘 살아가고 있을지도 몰라. 새로운 사랑을 하게 될지도 모르고... 네가 나의 유일한 사랑이 아닐지도 모르지... 우리는 인연이 아닐지도 모르고... 그리고 너를 사랑한다고 해도 너를 아마 끝까지 사랑하지 못할지도 모르지. 솔직히 사랑이라는게 영원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아. 모든 사람이 평생을 유일하고 영원한 사랑으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잖아. 그리고 우리가 잘 맞지 않아서 서로를 할퀴고 싸우게 될지도 몰라 그러다 보면은 결국에는 서로를 미워하게 될지도 모르고, 그래서 차라리 이 녀석을 안 만났다면 이라고 생각할 지도 모르지... 너를 사랑한 걸 후회하게 될지도 몰라. 사랑은 때로 혼자일때보다 둘 일때가 더 외롭게 하잖아... 그땐 이 순간을 후회하게 될지도 모르지... 삶은 길고 우리를 가로막는 어떤 상황이 생겨날지 모르잖아? 그럴때면 우리는 그 상황을 이기지 못할지도 모르고 이겨나가려는 생각도 하지 않을지도 모르지... 그리고 그 상황이라는 것은 한두가지가 아닐꺼야. 사랑이라는건... 사랑해라는 한마디로 모든 것이 해결되는게 아니라 결국은 생활일테니까... 그리고 지금 내가 생각하지도 못하는 여러 가지 일이 있겠지. 세상의 편하지 않은 시선이 있을테고 나는 그 시선을 이기지 못해 편한길을 가려고 할지도 모르고 혹은 네가 그럴수도 있고... 지금 나열할 수 없는 많은 일들이 우리가 함께 간다고 해도 우리를 막아서거나 좌절시키려고 달려들테고 아니면 우리 스스로가 서로에게 실증을 느낄수도 있을꺼야... 사랑이라는 건... 이처럼... 간단한 일은 아니야.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로 다 해결되는 것도 아니고 시작하는 것보다 지켜나가는 것이 더 힘든게 분명해... 하지만 말이야... 결국...사랑이란건 그런일들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알면서도, 자신이 상처입거나 혹은 상대편을 상처입힐지도 모른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것이 간단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자신이 선택한 상대방과 함께 가고 싶다고 결정하는 용기라고 생각해... 그리고 나는 그런 일들을 너와 함께라면 해나갈 수 있을 것 같아. 아니 너와 함께라면 해나가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어... 이게 나의 사랑이야... 너에게 달콤하지 않을지도 모르고...책임감 없는 놈이라고 할지도 모르지만... 나는 나의 삶 속으로 들어온 너를 내가 할 수 있는 한 행복해지게 하기 위해서 노력할꺼야... 나의 삶 속에 들어온 너는 나의 삶이니까... 이기적인 나란 녀석은 잘 할 수 있겠지. -... -하지만 사랑이란건 결국 상호적인 감정이니까 네가 동의해주지 않는다면... 할 수 없는 일이겠지... 하지만 말이야... 네가 만약 나를 선택해준다면... 너의 일상속으로 나를 받아드려 준다면 나는 너의 일상속으로 들어가 때로는 너에게 힘든 존재가 될 수도 있겠지만 시작하는 지금 이 순간의 용기보다 더한 용기로 힘든 사랑을 지켜나가기 위해 노력할게... -... -사랑이 그렇게 쉬운게 아니라는 것을 아는 것은 우리가 사랑의 어려움을 직면했을때도 그것을 이겨나가게 하는 힘이 되어줄 수도 있을꺼야. 우리에게 힘든 상황이 와도... 우리가 지금 함께 가는 사람을 선택했던 이 용기로 잘 이겨낼 수도 있을꺼야. 함께 가보자... 이 선택의 뒤에 무엇이 있을지 모르지만 그것을 만들어가는 것도 결국은 우리니까... 나는 너와라면 이 선택을 후회하지 않을 수 있을 것 같아. 너와 함께 우리의 앞에 있는 일들에게로 나아가 보고 싶어... 함께 가 보자. 진우는 나를 바라보고 있다. 진우도 초조함은 없어지고 나를 묵묵히 바라만보고 있다. 나의 고백을 기대하지는 않았던 것처럼... 나의 말이 끝났음에도 그냥 바라만 보고 있다. 나는 그를 재촉하지 않는다. 그도 준비해 온 말이 있을테고... 그것이 나와 같은 말이 아니라고 해도 여기서 끝낼 생각은 없다. 그가 나에게 스며들어 왔던 것처럼 나도 그에게로 스며들기 위해서 나의 삶을 살아갈지도 모른다. 아직은 그를 포기할 생각은 없다. 진우는 한참을 그냥 나를 바라보기만 한다. 방안에서 나오는 불빛으로 진우의 얼굴이 붉어진 것을 볼 수 있었다. 차가운 공기 때문인 것 같았다. 나는 창틀에 기대고 있던 자세를 바꾸어 진우에게로 손을 내밀었다. 진우는 여전히 그대로 있었다. 진우의 볼에 손이 닿았다. 차가우리라 생각했던 진우의 볼은 따뜻했다. 차가운 날씨 때문에 볼이 차가워진게 아니었나보다... 이제 나는 창틀 중앙에 앉아있었다. 그리고 진우는 기대서 있던 벽에서부터 천천히 몸을 일으켜서는 나의 앞으로 와서 섰다. 나는 진우의 따뜻한 볼을 두손으로 감싼다. 불빛에 보는 진우의 얼굴이 처음 보는 듯 새삼스럽다... 진우는 가만히 서 있기만 했다. 서서 나를 바라보기만 했다. 나의 얼굴은 역광으로 잘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도 나는 부드러운 웃음을 지어보인다. 진우의 볼을 감싸고 있던 손을 때고 진우에게 손을 내밀었다. -같이 가 볼래? 진우는 나의 손을 물끄럼이 바라보더니 내가 좋아하는 눈꼬리부터 웃는 웃음을 웃는다. 그러고서는 왼손을 뻗어서 내밀어져 있는 오른손을 지나 창틀을 잡고 있는 나의 왼손위에다 손을 얹었다. -바보녀석... 사랑하는 사람은 왼손을 잡아주는 거라면서... 나는 진우의 손을 잡으며 웃는다. -네가 그건 단순히 오른손잡이라서 그렇다고 했잖아... -사랑을 하게 되면...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면... 그런 미신 같은 것에도 마음이 쓰이는 거야.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혹시나 하는 생각에 따르게 되는 거다. 알겠냐. 나는 진우의 말을 알아들었다. 녀석다운 고백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녀석의 웃음을 따라 나도 눈꼬리가 웃고 있다. 마음이 편안해져 간다... -너는 내가 그렇게 사랑을 고백했으면... 너도 무슨 말이 있어야 되는 거 아냐? 나의 웃음기 섞인 말에 진우는 나를 보더니... 나에게 옆으로 당겨 앉으라는 듯이 나를 밀쳤다. 내가 조금 비켜주자 진우는 뛰어올라서 나란히 창틀에 걸터 앉는다. -나... 너와 함께 가는 길이 행복하지 않을 꺼라고 네가 협박을 해도... 그런거 이미 귀에 들어오지 않아. 용기 따위 없어도... 나 너 선택할 수 있어... 내게는 지금 너와 함께 가는 길 밖에 보이지 않으니까... 용기 내지 않아도 나의 생활에 이미 네가 들어와 있으니까... 네가 싫은 녀석이라고 해도... 이미 너를 버릴 용기가 생기지 않으니까... 우리가 지금 함게 이 풍경을 같은 자리에서 같은 마음으로 보고 있는 것이 나는 나에게는 행복이니까... 앞으로도 너와 같은 풍경을 같은 자리에서 같은 마음으로 보기 위해서는 나에게 다른 선택권은 없잖아. 함께 가 보자... 네 말대로 앞으로 무슨 일이 있을지 우리가 헤어지게 될지도 모르지만... 그렇게 말하면서 진우는 나의 손을 꼭 잡았다. -미래라는 것은 현재와 이어져 있는 거야... 우리가 행복한 현재를 이어가다 보면 우리의 미래도 행복의 끝에 닿아있겠지... 그렇게 생각하고 싶어... 서한아... 나를 선택해주어서 고마워... 함께 걸어가 보고 싶다고 생각한 사람이 나여서 고마워... 네가 함께 걸어가고 싶은 좋은 사람이어서 고마워... 사랑이란... 함께 걸어가고 싶은 사람을 선택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나는 진우를 선택했고 진우 역시 나를 선택해주었다. 우리의 만남이 운명적이지는 않다고 생각했지만... 같은 사람을 선택하는 것이 운명인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 끝냈습니다. 맘에 안 들어하실 분들도 계시겠지만... 저 나름대로는 힘들었습니다. happy ending입니다... 분명하게... 읽으시고 끊임없이 저에게 감상 멜을 남겨주신 플러스님과.. 저의 협박에 이기지 못해... ^^ 감상을 남겨주신... c.m.s님과 운노님, lune님, fee1님께도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끝을 냈습니다. 감상 감사했습니다... 님들~~ ^^ 끝이 싱숭맹숭하다는 생각이 조금은 들고 있습니다만... 저는 이렇게 끝내고 싶었습니다. 조금은 담담하게... 이 두 녀석은 서로의 감정을 어느 정도 알고 있었으니까... 서로 솔직해지는 선에서... 서로를 받아들이고... 사랑에서 서로를 받아들이는 것은 시작점에 선 것과 마찬가지라는 것을 녀석들이 알아주었으면 했습니다. 그리고 녀석들은 알아들은 듯 하네요... 이렇게 끝내버리고 나니까... 시원한 마음보다는 아쉬운 마음이 많이 생겨요... 이 글이 연재로서는 처음이었거든요... 그전에 것은 하루만에 다 올린 것이었으니까... 그리고 서한이 녀석 혼자의 독백체였기 때문에... 진우 녀석의 마음은 알 수가 없어서 답답했죠... 하지만 서한이 녀석이 투시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진우의 맘을 어떻게 알겠습니까. ^^ 녀석 속 좀 끓었겠죠? 하지만 저 이런 식의 문장을 좋아하거든요... 한 사람 내부에서 일어나는 생각의 진전이나... 변화... 감정 변화... 그리고 주위 바라보기... 에구.. 아쉬운 마음이야 길지만... 이제 그만 접어야 겠네요... 읽어주신 분들과 추천해주신 분들과 감상을 써주신 분들... 마지막까지 재미있으셨다면 좋겠습니다. 그럼 티는 이만... ...아쉬워라... 작성자 : tea (seablue0@hanmail.net) 추천: 20, 조회: 694, 줄수: 153, 분류: Etc. 관찰 (진우) 으윽~~ 님들... 티는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습니다. 이걸 올리면 오히려... 이 글의 끝을 망칠지도 모르는데... 님들이 진우의 마음을 궁금해할 것 같아서... 이 글을 쓰고야 말았습니다. 어떻게 할까요... 진우 녀석의 글을 올려야 하나... 진우의 마음이 꼭 궁금하신 분이나... 이 글을 별로 좋아하지 않으시는 분이라면 읽으셔도 좋지만... 안 읽으셔도 좋을 듯... 내가 이걸 왜 쓴 걸까... 에궁... ------------------------------------------------------------------------------------- 나는 진우와 별장에서 돌아오는 길에 편지 한통을 받았다. 진우는 나에게 꼭 집에 가서 읽어보라고 했다. 그 글은 서한에게라고 시작하고 있었다. 서한에게... 나는 내일이면 너를 만나자고 할꺼야... 아마도 힘든 말이 되겠지만... 너에게 해야할 말이 있어... 그런데... 너에게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 못한다면 이 편지라도 줘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쓰고 있는데... 그러기 위해서도 많이 주저할지도 모르겠다...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해야할지 모르겠다... 너와의 기차여행에서부터 말을 해야겠다... 지금의 나에게는 시간순서가 가장 편할 것 같으니까... 별로 말 주변이 없는 편이라... 지금 힘들다. 너를 처음 본 기차여행에서... 너는 나에게 무서운 느낌이었다. 너는 처음부터 내가 재서를 좋아하는 것을 알고 있는 것 같았지... 사실 남에게 들켜서 기분 좋을 감정은 아니잖아...그게... 그래서 나는 네가 거북스러웠지... 그리고 나를 아니...우리를 따라 다니는 무감각해보이는 너의 눈길은 나를 힘들게 했어... 어리석은 감정에 휘둘리는 나를 비난하는 듯 했으니까... 그런데... 말이야... 너의 그런 시선이 나를 도왔다고 하면 너는 믿을까? 네가 그렇게 바라볼 때... 나는 당당해지려고 애쓰고 있는 것을 알았지... 나는 너의 시선에서 당당해지려고 하고 있었어... 물론... 그렇게 성공적이지는 않았는지도 모르지... 많이 흔들리고 있을 때였으니까... 너의 시선이 흔들리고 있던 나를 잡아주고 있었어... 네가 알고 그랬던 그렇지 않던 간에... 나는 너의 시선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고... 차츰... 나는 이상하게도... 재서보다도... 나를 보는 너의 시선이 힘겨워지기 시작했어... 기차여행이 끝나고 너를 만날 일은 없다고 생각했었지. 너도 그런 생각인 것 같았구... 나도 너의 시선에서 벗어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어. 너는 모르겠지만... 너 그럴때는 꽤나 무섭거든... 아 그리고... 재서와 경민이가 함께 있는 걸 본 날... 네가 나에게 했던 말은 상당히 나를 상처입혔어. 너.. 만일 이글을 보게 된다면 꼭 나한테 사과해. 그런데 말이야... 너의 시선이 없어지고 나서도 나는 주위를 둘러보곤 했어... 마치 그렇게 둘러보면 나를 바라보는 너의 시선이 보일 것만 같았거든... 네가 없는데도 너의 시선에서는 자유롭지 못한 기분이었다... 물론 이 때까지는 너를 좋아한 건 아니라고 생각해... 나에게 너의 시선은... 재서와의 관계에서 나를 제어해주는 끈과 같은 의미였으니까... 나는 차츰 재서에게서 자유로워지기 시작했지... 그런데 너를 다시 만나고 네가 많이 취해버린 날... 왠지 네가 귀여워 보이더라... 그냥... 이 녀석도 나와 별 다를 것 없는 여린 녀석이구나 하는 생각에... 나를 잡는 너의 손길을 뿌리칠 수가 없었어... 그리고 나서는 너의 집을 드나들기 시작했지... 그러면서 나는 더 재서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시작했어... 나에게 있어 너는 그때까지는 재서로부터의 제어장치로 기능하고 있었다. 하지만 왜... 네가 나의 제어장치가 되는지는 그때까지는 몰랐어. 너의 시선에서 당당하고 싶다는 나의 마음이... 너의 시선을 제어장치로 작동하게 하는 지는 몰랐던 거야... 네가 재서에게 많이 화를 냈던 날... 그리고 네가 나에게 더 이상은 참아 줄 수가 없다고 말했던 그날... 나는 알아버렸어... 네가 나의 제어장치가 되는 이유를... 나의 마음이 너에게로 기울고 있다는 것을 말이야... 그리고... 나는 마음을 정리할 필요를 느꼈지.. 어머니에게는 MT를 간다고 거짓말을 하고서는 다시 그 별장을 찾았어. 생각해 볼 필요가 있었지... 나는 재서에게서 너에게로 옮겨간 나의 마음을 이해할 수가 없었어... 그렇게 변해버린 마음을 신뢰할 수가 없었지... 그리고 너에게 말할 용기가 나지 않았어. 재서를 좋아한다는 걸... 아니 좋아했다는 걸 아는 너에게... 이젠 네가 좋다고... 그런 말... 할 수가 없었어. 여기에 오고... 너와 함께 앉아 있던 바위에 앉아서... 나는 계속 생각하고 생각했어. 너에게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서한이 너에게 말하고 싶은 마음이었지만... 네가 어떻게 받아들일지... 가벼운 녀석이라고 생각해 버릴까봐... 나에게 실망해 버릴까봐... 걱정이 되었어... 네가 나한테... 비겁하다고 했었지... 피해가기만 한다고... 너와도 피해가다가... 다른 사람이 너와 함께가 되어버린다면 참지 못할 것 같았어. 결론은 고백하자 였다. 그리고 산을 내려오면서 꺼두었던 핸드폰을 켜자 경민이가 보낸 문자를 볼 수 있었어. -서한이가 아픈 모양이야- 나는 너에게로 갔지... 기억하지? 내가 너 찾아갔던 날... 정우가 문을 열어주었던 날... 사실... 난 그때부터 심장이 내려 앉는 것만 같았어... 그리고 너의 의미심장한 말... 너에게 사랑한다는 말 할 수가 없었지... 취한 나를 네가 다시 친구로 받아들여준 그날... 나는 그것으로 만족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서도 그냥 그대로 있었어... 그날 네가 물을 쏟은 나의 바지에 물을 닦아주었을 때 사실 나 기대했었어... 그래도... 그 다음날 네가 즐거워 보여서... 나는 그냥 친구로 지내는 것도 좋겠다고... 괜한 오기를 부렸는지도 몰라. 그렇게 친구로 지내면서도 나는 네가 하는 행동을 집에 오면 다시 생각하고 분석해보고... 숨어 있을지도 모르는 너의 감정을 찾을려고 얼마나 노력했었는지... 지금 나는 네가 나를 좋아하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어... 친구로... 서로가 지내는 동안에... 나의 감정도 흘러 다녔겠지만... 너의 감정도 흘려졌으니까... 이런 말을 듣고 네가 웃을지도 모르지만... 네가 나를 사랑할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이 없었다면 나는 아마 이렇게 말할려는 생각을 하지도 않았을꺼야... 이기적이라고 해도 좋아... 너의 감정을 의심하고 있었지만... 나는 너에게 말할 수가 없었어... 그 불안한 감정의 연결고리가 끊어질까봐... 두려웠거든... 근데... 정우를 만난 날... 그리고 너와 두 번째 키스를 한 날... 처음에 한 것도 완전한 장난은 아니었어.. 나 장난으로 그런일을 할 성격은 못되니까... 네가 그렇게 말했을 때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 장난처럼 시작한 키스에 나도 몰입해버렸고... 그런데... 두 번째 한 날은 네가 그렇게 말해주길 바라고 있었어. 내가 먼저 다가설 용기는 없으니까... 네가 다가와 주기를... 그리고 네가 그렇게 말해주었을 때... 사실 나... 장난인 것처럼 했지만... 가슴이 많이 두근거렸다. 지금은 그때에 비할 바가 아니게 두근거리지만 말이야... 그날... 자는 너를 보면서 나 생각했어. 더 이상은 친구처럼 지낼 수는 없다고... 어떤 결론이든지 내려야 한다고 말이야... 자고 있는 네가 너무... 좋아서... 였을꺼야... 나의 감정은 이제 막을 수가 없어. 이주동안 생각해봤지만... 역시 더 이상은 숨길 수가 없어... 그래서 내일이면 너를 만나자고 할꺼야... 그리고는 너에게 고백을 할려고 해... 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우리가 함께 처음 만났던 그 곳에서... 내가 너에게 고백하기로 결심했던 그 곳에서... 새로운 처음을 시작하고 싶어... 그게 어떤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말이야... 네가... 나의 생각처럼 나를 생각해주고 있다면... 좋을텐데... 내일이면 알게 되겠지만... 내게 내일은 너무 멀다. 지금 너의 목소리를 듣고 확신을 얻고 싶지만... 너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나의 결심을 놓쳐버릴까봐... 두려워... 내일 내가 이 편지를 주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의 마음을 너에게 그냥 전할 수 있었으면...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다. 내가 비겁함으로 피해가지 말았으면 좋겠다. 하지만 만약 네가 이 글을 본다고 해도 나의 비겁함을 탓하지는 말았으면 좋겠다. 이것도... 나는 많이 힘들었으니까... 네가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다시 읽어보니까 긴장 때문인지 말투가 딱딱해지고 있네... 끝을 뭐라고 써야할 지 몰라서 망설이고 있다. 그런데 한마디 꼭 필요한 말을 안 쓴 듯 해서... 그걸로 끝을 맺을까 해... 너는 비웃을 지도 모르지만... 이 말을 끝에 쓰는 것도 꽤나 힘드네... 사랑한다... 서한아... -------------------------------------------------------------------- 깨끗이 수정을 해서 올려야 하는 것일텐데..;; 게을러서요... ^^ 조금 있다가 시간이 나면 수정에 들어가도록 할께요~ 으음... 이 글을 보셨던 분들이 많을거라고 생각합니다. 품에 두고 내어 놓지 않던 녀석들이었지만, 어느새, 좋다는 분들을 따라... 저라는 녀석의 마음에 내키는 분들에게는 내어놓을 수 밖에 없는 녀석들이니까요. 새로 이 글을 접하신 분들이 있으시다면, 찾아 보진 않아도... 펴는 순간 계속해서 녀석들을 지켜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으면 하고 생각하게 됩니다. 즐거운 시간 되셨길 바랍니다. 근데 이 계시판 너무 안 올라가요...ㅠ.ㅠ 하나 올리는데, 거의 삼십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