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D의 환상세계-일반소설 (go CDGGAM)』 17번 제 목:[중편L] ## 고교 3년생의 사랑 ## -1 올린이:cdggam (임달영 ) 95/03/28 13:06 읽음:15351 관련자료 없음 ----------------------------------------------------------------------------- 그날은 때아닌 비가 내렸다. 고교 3년생인 민형에게는 그 봄비가 그렇게도 쓸쓸하게 느껴질수가 없었다. ## 고교 3년생의 사랑 ## "대학을 안 간다고? 미친놈...별소릴 다듣겠구나. 그럼 뭐하러 이학교에 온거야? 내신을 늘리고 하다못해 전문대라도 들어갈 심산이 아니었어?" 민형의 소꿉친구 성우가 대학을 포기하겠다는 민형을 어이 없다는듯 다그 치며 이렇게 외쳤다. 그러나 민형은 그런 성우의 앞에서 고개를 숙이고 침 울한 표정으로 발을 구르고 있었다. 그런 민형의 무릅을 한손으로 콱 찍어 누르며 성우가 외쳤다. "이 버릇 고쳐!! 복나가! 그나저나 무슨 소리야 너!?" "대학가지 않겠어..아니 못가..공부안하던 버릇이 남아서 역시 마찬가지 야..내신은 무슨 내신 인문계나 실업계나 열심히 하는 사람은 한다고 ..우리같은 애들은 어딜가나 공부로는 안돼.." "그건 네 얘기지 임마!" 허탈하다는 듯이 민형의 어깨를 내려치며 성우가 외쳤다. "난 아니야! 난 하고 있다고 지금도!!" 이렇게 외치는 성우에게 민형은 피식 웃음으로 답하며 걸터앉았던 화분가 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는 흥분한듯 언성을 높히는 성우의 어깨를 살짝 내려치며 입을 열었다. "넌 할수 있어..넌 운이 나빴을 뿐이니까..." 이렇게 말하며 앞서걷는 민형에게 성우가 외쳤다. "그럼 넌!! 너도 마찬가지야 임마!!" 답답한듯이 외치는 성우를 바라보며 민형은 조용히 미소지었다. "아니야 난 네가 아니야..." 그는 웃고 있었다. "난 나라구..." 그것은 고교 3년생 정민형의 18번째 봄이었다. ............................................... . . . . . . . . . XX시에 있는 통합 외국어 학원..어느 4월의 이른 오후 민형은 그앞에서 발걸음을 멈추었다. [영어.불어.일본어] 딱딱한 정자채로 쓰여진 안내 피켓이 민형의 눈길을 끌었다. '일본어....' 그가 일본으로 갈 결심을 한것은 오래전의 일이었다. 그의 꿈은 훌륭 한 에니메이터가 되는것.. 일본으로 건너가 교육을 받는 것을 희망하고 있 었던 것이다. 그 6년에 가까운 긴 과정과 학비..생활비..그리고 꼭 일본 으로 가야만 하는냐라는 문제에서 갈팡질팡하고 있었기는 하지만 어쨋든 민형에게 '日本語'는 필수 과목이었던 것이다. '우리 학교에서는 쓸데없는 독일어만 가르친단 말이야...' 민형은 한숨을 내쉬며 '입구' 라고 쓰여진 간판을 올라 건물 3층에 위치 한 통합 오국어 학원의 서무실로 향했다. "무슨 일로 오셨지요?" 꽤 친절해 보이는 서무실 아가씨가 문밖에서 기웃거리고 있는 민형을 눈치채고 웃으며 다가와 입을 열었다. "수강하시려구요?" 그녀가 싱긋 미소지으며 민형에게 말을 걸자 당황한 민형이 안절부절 못하며 말을 더듬었다. "아..네..저 그럴 생각이지만..그래요! 네 수강할건데요!" 애써 용기를 내어 큰소리로 외치는 민형을 이상하다는 듯이 바라보던 그녀가 이내 재미있다는 듯이 쿡쿡 소리내어 웃으며 민형을 건너편 쇼파 로 안내했다. "그러세요...그런데 무슨 과목을 들으실거죠?" "일본어요" 조금은 긴장이 풀린 민형이 짧게 대답하고 그녀는 여전히 그런 민형을 바라보며 웃고 있었다. "학교에서 일본어를 배우나요..? 하지만 점수 따려면 참고서를 푸는게 날거예요.." "아니예요 우리 제2외국어는 독어예요" 민형이 이렇게 대답하자 그녀는 의외라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이 내 알았다는 듯이 손뼉을 치며 외쳤다. "아하! 당신 만화를 좋아하는군요? 그래서 해석해서 보려고 그러는 거 예요..?" "아니예요! 전 만화는 어려워서 못본다구요..." 제길..왠 안내원이 별걸다 꼬치고치 캐 묻는다냐..민형은 약간 당황되고 쑥쓰러워 얼떨결에 거짓날을 하기는 했지만 어쨋든 그의 목적은 만화를 해석하는 것은 아니었다. 민현이 계속해서 고개르 흔드자 그녀는 이상하 다는 듯이 두눈을 깜빡거리다가 이내 한손으로 곱게 웨이브한 긴머리를 등뒤로 넘겨 올리며 다시 물었다. "그럼 왜 배우려는 건데요?" "그냥 배우고 싶어서요!" 민형은 자기도 모르게 약이올라 조금 언성을 높혀 이렇게 외쳤다. 그러자 그녀는 여전히 웃는 표정을 태연하게 대답했다. "그래요? 한원비는 석달 선불 32만원이예요. 4월 6일부터 개강하니까 그때 까지 수강증을 끊어야 해요" "하..학생의 특혜 같은건 없습니까?" "교과서는 공짜로 줄걸요?" 그녀는 이렇게 말하며 한손을 입에 가져가 눈웃음을 지었다. 그러나 민형 은 그런 그녀의 웃는 모습따위 눈치 챌수가 없었다. 석달 선불이라니..게 다가 32만원...결코 싸지 않은 금액이다. "저...그럼 전 이만.." 민형은 쭈삣쭈삣 쇼파에서 일어나 고개를 꾸벅숙이고 뒤로 물러났다. "어디가요? 수강증 안끊어요? " "저..내일 다시 오겠습니다.." "그래요? 하지만 2틀안에 하지 않으면 또 3달을 기다려야 하니까 주의하 세요 그럼 내일 오시던지.." 이렇게 말하며 손을 흔드는 그녀를 뒤로 하고 민형은 허탈한 얼굴로 학원 을 빠져나왔다. '32만원....' 역시 결코 싼 금액은 아니었다. .................................... . . . . . . . . . . . . . . . . "일본어 학원을 다니고 싶다고...?" 뜻밖에 민형의 요구에 놀란 민형의 부모님은 거실쇼파에 앉아 TV를 보시다 발고 깜짝놀라 고개를 돌려 민형을 바라보았다. "갑자기 왠 일어냐..? 너 만화보려고 그러냐?" "아...아니예요!" 민형은 쓴웃음을 지으며 그런 아버지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군대를 다녀와서 일본에 간다고해도 6개월에 연수기간을 걸쳐야 한단 말입니다. 학교다닐때 미리 익혀서 자격증을 획득해놓으면 아무런 장애도 없어요..아버지 전 일본에 가야 된다구요. 가서 1류의 에니메이터가 되어 서 돌아오겠어요" "너 무슨 3류 무협소설 쓰냐? 가서 뭘하고 돌아와..만화학원이라면 서울에 도 많다." "아버지!!" 답답해진 민형이 조금 언성을 높히며 쇼팡에서 몸을 일으켰다. "제가 원하는건 시시한 그림쟁이가 아니예요! 정식 에니메이터! 동영학원 6년코스! 그절차를 확실히 밟아서 그 분야의 일인자가 되고 싶다는 거예 요! 아시죠 전 대학같은거 들어가고 싶지 않아요! 그런건 시시한 월급쟁 이들이나 들어가는 거라구요!" "넌 그 시시한 월급장이들이 들어가는곳 까지도 못들어가잖아" 잠자코 민형의 이야기를 들으며 사과 껍질을 벗기시던 민형의 어머니께서 가소롭다는 듯이 미소지으며 중얼거리자 민형은 발끈하며 발개진 얼굴로 대꾸했다. "뭐예요 엄마! 그 미소는!" "넌 공부를 못해. 그래서 대학에 못 가는거고 하지만 알아둬 멍청아. 대 학에 못가면 월급쟁이는 될수 없고 또 돈도 못벌지..게다가 멋진 캠퍼스 의 낭만은 물론이고 항상 멋들어진 대학생들을 부러워하며 고민해야 할 걸? 그뿐이냐? 물좋은 애인따위는 꿈도 꾸지 말아야지..." 청산유수 처럼 흘러나오는 어머니의 대사를 들으며 민형은 조용히 분노를 집어 삼켰다. 뭔가 대꾸해주고 싶다. 하지만 민형은 공부를 못한다..대 학에도 들어갈수 없고..물론 돈벌 자신도 없다. 캠퍼스가 무언지는 오늘 처음 알았다. 하지만..하지만 단한간지 가능성이 있는거라고는.. "꼭 멋진 여자를 사귈거에요!! 대학생보다 더 확실한! 그점은 걱정하지 마 시라구요!!" "훗 훗 훗..." 의미없는 어머니의 미소를 느끼며 민형은 빨개진 얼굴로 등을 돌려 거실을 나왔다. "민형아!" 그때 그런 민형을 불러세우는 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리고 민형은 고개를 돌 려 아버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아버지는 웃고 계셨다. "좋다. 네가 그정도로 계획적인 이야기를 하는것은 처음이로구나. 그래 수 강료를 주지...하지만 농땡이는 곤란해 6개월 후에 일본인과 능숙한 대화 를 할수 있을정도로 늘어나지 않는다면 수강료를 끊겠다." "아버지....?" 순간 그런 아버지의 목소리를 들으며 민형은 감격한듯이 뚜벅뚜벅 아버지 의 앞으로 걸어갔다. 민형의 아버지는 담배를 한모금 빨아들이며 자신에게 다가오는 민형을 믿어보겠다는 듯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 민형 이 불쑥 한마디를 내뱉었다. "수강비 주세요 석달선불 32만원 이예요" "뭐...?" 민형은 싱글벙글 웃으며 두손을 쑥 내밀었고 어이없는 표정의 민형의 아 버지는 식은땀을 흘리며 입에문 담배를 떨어뜨리고 말았다. - 계속 - 『CD의 환상세계-일반소설 (go CDGGAM)』 18번 제 목:[중편L] ## 고교 3년생의 사랑 ## -2 올린이:cdggam (임달영 ) 95/03/30 19:51 읽음:9886 관련자료 없음 ----------------------------------------------------------------------------- ## 고교 3년생의 사랑 ## PART-2 '됐어~! 해냈어! 역시 우리 부모님은 원더플의 스텐다드 형이야! 아아 감사합니다 아버님 어머님! 무슨일이 있어도 이 32만원을 헛되이 하지 않 겠습니다!!!' 다음날 오후 지갑에 꽃혀있는 반짝이는 흰종이 석장과 배춧잎 두장을 들고 민형은 가벼운 발걸음으로 학원으로 향했다. 이제 아무런 제지 없이 일본 어를 배우고 또 자신의 의사대로 졸업후에 일본으로 떠날수가 있게 된것이 다. 이미 부모님에게는 자신의 뜻을 확실히 밝혀고 그분들은 이해해 주셨 다. 단 이돈을 헛되이 쓰게되지 않았을때의 일이지만.. "안녕하세요!" 어제와는 달린 민형은 활기찬 목소리로 학원 입구를 통과하며 기세좋게 외쳤다. 그는 서무실 입구로 고개를 쑥내밀고 밝은 표정으로 입을 열었 다. "자 보세요! 약속대로 이렇게 왔지요! 수강증 끊어 주실래요?" 하하하 웃으며 32만원을 접수구 안으로 쑥 밀어넣던 민형은 한순간 어제와 는 뭔가다른 서먹서먹한 분위기에 조용히 눈앞을 바라보았다. "어....?" 그런 민형의 눈앞에는 어제의 생글거리던 접수처 아가씨는 간데없고 왠 무 뚝뚝한 표정에 단발머리 아가씨가 어이없다는 얼굴로 그를 올려다 보고 있 었다. 한순간 무안해진 민형이 얼굴이 빨개진체 우물쭈물 손에 쥐고 있던 수강료를 곧게 펼쳐서 다시금 접수처 안으로 밀어넣었다. "저기..수강 하고 싶은데요.." "어떤 과목이죠" 듣기에도 살벌한 무뚝뚝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아니 이게 정상인지도 모르지만.. "이..일본어요..." 민형이 머뭇거리며 대답하자 그녀는 민형이 내민 돈을 한손으로 슥 섞어 가서 작은 금고안에 집어넣은후 컴퓨터를 두들겼다. 나이,생년월일,주소 ,주민등록 번호등..자질구래한 것을 모두 물어본후 컴퓨터에 입력시킨 그 녀가 프린터로 그것을 뽑아내어 서류에 첨가 시켰다. "도장 가지고 오셨어요?" "아..네? 아니요..." 뭔가 엄청난 잘못을 한것 같은 느낌이 든 민형이 어쩔주 모르자 그녀는 민 형의 이름이 적힌 수강증을 그의 앞으로 쑥 내밀며 여전히 사무적인 말투 로 입을 열었다. "지장 찍으세요" "아..네." 민형이 머뭇거리며 지장을 찍어누르자 그녀는 수강증을 민형에게 건네주 며 마지막으로 한마디 했다. "됐으니 2틀후 7시에 오셔서 112번 방으로 들어가세요 아 그리고 그날 3500원을 가지고 오셔서 교제를 사세요" 이 알아듣기 힘든 빠른 한마디를 남긴후 그녀는 접수처 창구의 문을 드르 륵 소리나게 닫고 자취를 감추었다. 민형은 그런 접수처에 혀를 삐쭉 내밀 며 인상을 찌푸렸다. "무뚝뚝한게 자랑인가!" 민형은 이렇게 인상을 찌푸려 준후 학원을 나오는 계단을 내려오며 새삼 어제의 그아가씨에 대한 일이 떠올랐다. '쳇..그럼 날 놀려먹은건가..관계자도 아니면서 수강증 운운 상담을 하다 니.. 학원생일지도 모르겠다...' 민형은 이런 저런 생각을 머리속에 떠올리며 어쨋든 학원에 접수되었다는 즐거운 마음에 가벼운 발걸음으로 집을 향해 돌아가기 시작했다. ............................................ . . . . . . . . . . . 그날 민형은 예정시간보다 30분이나 빠른 6시30분에 학원에 도착했다. 왠지 이런날은 사람들이 모두 도착해 있는 시점에 얼굴을 들이밀고 들어 가기가 쑥쓰러웠다. 미리 가서 앉아있다가 들어오는 사람을 하나하나 확인 하는 편이 좋을것 같기도 하고..수많은 시선을 받으며 교실로 들어가는 것 은 무척 쑥쓰러운 일이었기 때문이다. '6시..35분...' 민형은 112라고 쓰여있는 교실문밖에서 시계를 흘끗 쳐다본후 심호흡을 한번 하고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다. '........' 어두운 공간..예상대로 그안에는 아무도 없었고 또 아무것도 보이지 않 았다. 민형이 문을 열자 그 새어 들어온 불빛으로 비추어진 긴 9인용의 테이블..10개의 의자..그리고 중앙에 붙어있는 흰색의 칠판과 작은 책 상..그것이 다였다. 작지만 포근한 느낌을 주는 교실이었던 것이다. '아아....' 한순간 민형은 자신이 자신의 꿈을 목표로 이런 곳에서 공부를 한다는 사 실이 자랑스러워 가슴이 뿌듯해졌다. 그는 조심스럽게 발을 옮겨 교실안으 로 들어갔다. 스위치가 어디에 붙어있는지 보이지 않아 그는 잠시 그렇게 그 자리에 우두커니 서있었다. '열심히 하는거야...' 민형은 이렇게 혼자 마음먹으며 미소지었다 "왁 ~~~~!!!" "으..으악!!!!!" 한순간 누군가가 민형의 어깨를 두손으로 탁 내리치며 큰소리로 고함을 쳐 자지러지게 놀란 민형은 그만 으악 하고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뭐 냐..귀신이냐? 놀란 가슴이 요동치고 등과 이마에 식은 땀이 맺혔다. 들 고 있던 교제가 땅바닥에 떨구어지고 쿵쾅거리는 가슴은 한손으로 꽉 움 켜잡은 민형이 얼이 빠진 얼굴로 등을 돌려 자신을 놀라게 한 장본인을 바라보았다. "아........" 그리고 민형은 더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안녕하세요~ 역시 왔네? 오늘 부터 수업 들을거죠?" 하얀 원피스..긴 웨이브 헤어..조그마한 녹색의 핸드백을 옆구리에 찬 그 녀가 밝은 표정으로 웃으며 민형을 바라보고 있었다. 놀란 민형이 아무런 대답 없이 자리에 우두커니 서있기만 하자 그녀는 재미없다는 얼굴로 민형 의 가슴을 손가락으로 콕콕 찌르며 속삭였다. "어머..설마 정말 놀라서 그러는건 아니겠지요...?" 놀랐다...정말 놀라서 까무러칠 뻔했어...민형은 속으로 이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눈앞에서 생글거리며 웃고 있었기에..한순간 민 형이 발끈 하며 소리쳤다. "뭐..뭡니까 당신!? 이런 유치한 장난을 하다니!! 아가씨 나 알아요!?" 왠지 자신을 얕보는 듯한 느낌에 화가난 민형이 자기도 모르게 큰소리로 외쳤고 그녀는 그런 민형의 반응에 약간 당황한듯 했으나 곧 무슨 그런일 을 가지고 그러느냐는 듯이 싱글생글 웃으며 입을 열었다. "어머..미안해요. 그렇게 놀랄줄은 몰랐어요..대게 처음에는 긴장하니까 긴장을 풀어주려고 그랬죠" 그녀는 이렇게 말하며 교실안으로 들어가 능숙한 손놀림으로 벽귀퉁이에 붙어있는 스위치를 켰다. 교실에 형광등이 들어어고 교실안은 환하게 밝아졌다. 민형은 책상위에 핸드백을 올려놓는 그녀를 찡그린 표정으로 바라보며 속으로 괘씸하다는 생각에 두 주먹을 꽉쥐었다. 그러고 보니 생 각난다..2틀전에 장난반으로 나를 상담해준 여자야....도대체 뭐하는 여 자지..? 어른이면서 유치한 장난이나 하고..정말 기분나쁜 타잎이군 앞으 로 같이 공부하려면 골치 꽤니 썩히겠어.. '쳇...' 성현은 갑작스럽게 등장한 하연 윈피스 아가씨를 기분나쁜 표정으로 바라 보며 속으로 투덜거렸다. ------------------------------------------------------------------- "오늘 부터 여러분들에게 일본어를 가르치게 될 유지영이예요! 여러분 요로시꾸 오네가이 시마스~" 활짝 웃으며 자신을 소개하는 유지영 선생님이 얼굴을 본 민형은 기가 질 려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눈앞에 있는 여자가 선생이라는게 믿어지지 않 았다. 그도 그럴것이 유치한 장난에...질색인 타잎인데...알고보니 선생 이었단 말이야!? 민형은 어이가 없었다. "7명이죠? 예 출석률이 아주 좋네요 수업은 내일부터 본격적으로 하기로 하고 오늘은 일단 일본어 오십음보를 공부합시다. 4페이지를 펼치세요" 모두들 별 반응없는 서먹서먹한 얼굴로 교과서를 펼쳤고 민형도 얼떨떨 한 기분으로 4페이지를 펼쳤다. 유지영 선생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淸音(청음) 세이옹, 그중 히라가나 가따가나를 알아두셔야 해요 일본 글자의 기본이예요. 이것만 알아두면 간지를 제외한 모든 일본어를 읽을수가 있답니다" 낭랑하게 들려오는 선생님의 목소리를 되씹으며 민형은 이 모든것이 말 도 안된다는 듯이 인상을 찌푸렸다. '뭔가 잘못됐어..저런 선생님한테 배워도 과연 괜찮을까....' 민형은 이렇게 속으로 갈팡질팡하며 교과서에서 눈을 때지 않았다. - 계속 - 『CD의 환상세계-일반소설 (go CDGGAM)』 19번 제 목:[중편L] ## 고교 3년생의 사랑 ## -3 올린이:cdggam (임달영 ) 95/04/05 20:49 읽음:9376 관련자료 없음 ----------------------------------------------------------------------------- ## 고교 3년생의 사랑 ## PART-3 "그래 계획대로 잘 되어가냐? 네 미래 계획 말이야" 점심시간 책상에 들어 누운체 꿈지럭 거리고 있는 민형에게 가까이 다가온 성우가 누워있는 민형의 머리를 손가락으로 툭툭 건드리며 질문하자 민형 은 귀찮다는 듯이 한손을 뻗어 그런 성우의 면상을 주욱 섞어 내렸다. 성우는 인상을 찡그리며 힘없이 쳐져있는 민형의 앞에서 두눈썹을 실룩 거렸다. "왜그래..? 그렇게 원하던 일본어 회화도 시작 했잖아. 이제 열심히 공부 해서 자격증 취득만이 남은거 아니야..?" "....." 그러나 민형을 그런 성우의 물음에 대답하지 않고 한숨을 푹쉬며 고개를 들었다. 그런 민형을 이상하다는 듯이 바라보며 성우가 물었다. "왜그래? 무슨일 있냐..?" 런 성우에게 민형은 얼굴을 찡그리며 머리를 긁적 거렸다. "바로 네가 말하는 미래 계획에 차질이 생기고 있기 때문에 신경 쓰여서 그런다. 우리 학원 선생이 멍청해서 잘 배울수 있을것 같지 않아. 옮겨 버릴까...?" "이런이런.." 이렇게 대답하며 한숨을 푹푹 내쉬는 민형에게 성우가 핀잔을 주듯이 손가 락을 까닥거리며 대답했다. "꼭 공부 안하는 놈들이 선생탓을 해요. 누구든지 열심히 하는 사람에게는 어떤 선생이라도 좋아 보이기 마련이다. 너 싫증난거 아니냐?" "닥쳐라 임마!! 난 열심히 하고 있다! 의무감,책임감!! 그리고 돈이 아까 워서 라도 말이다!! 알겠냐 짜식아----!!" 갑자기 큰소리로 소리치는 민형을 놀란듯이 바라보며 성우가 주춤주춤 입 을 열었다. "어..알았다. 그래...누구 뭐랬냐.." "제길.." 머뭇거리는 성우의 앞에서 민형은 다시 책상 머리에 고개를 묻었다. 책상 에 부딪친 민형의 얼굴에서 쿵 소리가 울리고 성우가 킥킥 거리며 웃음지 었다. 순간 고개를 번쩍든 민형이 또다시 발끈하여 성우에게 소리쳤다. "왜 웃는거냐 임마!! 내 머리가 돌이라고 생각했냐!? 그래서 웃는거냐? 그래!! 난 돌이다! 근데 그건 우리 부모님이 물려주신거라 어쩔수 없 단 말이다!! 알겠냐!? 비웃을 테면 비웃어라! 난 돌이니까! 하지만 다른 건 포기 할수 없어! 기필코 자격증을 취득해서 일본에 가야 한단 말이 다! 네가 보기엔 현실도피에 멍청한 얼간이나 하는 짓으로 보일지 모르지 만 난 거기에 사명을 건 것이란 말이다! 너처럼 대학을 나와야 인간 구실 을 할수 있다고 생각하는 멍청이나 누구나 똑같은 대한민국 전체 학생 90%와는 난 달라!! 알겠냐? 난 5%다! 꼭 보여주겠어!! 그리고 마지막에 웃는것은 나야!! 나라구!! 알겠냐 ------------!!!!!!!" 민형이 흥분하여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고 성우는 그런 민형이 태도에 질린 나머지 아무 말도 할수 없었다. 그때 점심시간을 이용하여 교실에 남아 있 던 학급의 급우들이 큰소리로 민형에게 야유를 퍼부었다. "야야!! 질렸다!! 니 맘대로 참도 잘되겠다!! " "그래 그래! 넌 열심히 학원가서 일본에 가라!! 난 한국에서 잘살면 되잖 냐!?" "시끄러 임마들아! 난 너희들보다 부자가 될수 있어! 그리고 큰집에 멋진 여자!! 그리고 빨간 스포츠카를 타고 다닐거란 말이다!!" 발끈한 민형이 대들었고 교실은 한바탕 시끄럽게 변모했다. ............................................. . . . . . . . . . . . 그날 저녁 민형은 힘없는 발걸음을 터벅터벅 옮겨 집에서 버스로 4정거장 거리에 있는 학원을 향했다. 버스를 탈수도 있었지만 왠지 걸어가고 싶었 다. 그래서 조금 일찍 떠나야 겠다고 생각한 탓에 이른 걸음을 하였지만 어쩐 일인지 평상 시간보다 1시간 반이나 빨리 도착하고 만 민형은 학원앞 에서 서성 거리기 시작했다. '제길..내 걸음이 이다지도 빨랐단 말인가. 하긴 나는 체력장 70점 만점 을 100점으로 패스한 선택된 인류였지 하하. 그래 맞아..분명히 도보 속 도도 빠른게 당연하지..제길 그런데 왜 인문계에 못들어갔지..열받게시 리..." 민현은 이렇게 스스로 허튼생각을 나열하는 것을 허탈하게 느끼면서 학원 근처를 어슬렁 거렸다. 학원으로 들어가 대기실에 앉아 있어도 되었지만 1시간 반이나 되는 시간을 맨숭맨숭 앉아 있기는 거북했다. 게다가 대기실 에는 수많은 사람들과 외국인 무엇보다 모두 무시무시한 자세로 공부하고 있는 것이다. 그 분위기에 휩싸여 공부를 하기란 민형에겐 실로 끔찍한 일 이었다. '어쩔수 없군..오락실이나 갈까...' 민형이 결정했다는 듯이 들고 있던 가방을 어깨에 둘러매고 근처에 있는 오락실로 향하기 위해 발걸음을 돌렸을 때였다. "아~안녕~! 민형씨~" "....." 언제나 밝은 얼굴에 밝은 목소리 유지영 선생님 이었다. 고개를 돌리자 마 자 제일먼저 눈에 띈 그녀가 한손을 치켜들며 반갑다는 듯이 민형을 향해 달려오기 시작했다.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민형은 인상을 찌푸렸다. '제길..이 여자는 왜 이다지도 자주 눈에 띈다냐 ..다른 여자들은 찾아다 녀도 없없잖냐...도대체 나랑 무슨 원수를 졌길래 학원 바깥에서 까지 눈에 띄어 성가시게 만든단 말이냐...' 우뚝 멈춰선 민형의 발걸음이 갑자기 휙하고 고개를 돌리고 민형은 굳어진 걸음을 황급히 옮겨 다가오는 선생님에게서 멀어지기 위해 걸어 나가기 시 작했다. "어..? 정민형씨......?" 민형이 자신을 모른체 하자 유지영 선생은 의아한 듯한 얼굴로 다시금 민 형의 이름을 부르며 종종 걸음으로 그에게 달려오기 시작했다. 민형의 옆 얼굴에서 식은땀이 흐르고 민형은 계속하여 그녀를 모른척 한체 뚜벅뚜벅 빠른 발걸음을 어디론가 옮겨가고 있었다. "이봐요~ 정민형씨!!" 한순간 유지영 선생이 걸음을 빨리하여 민형을 따라잡았다. 민형의 오른팔 을 붙든 유지영 선생이 그의 앞으로 나가서 활짝 웃으며 입을 열었다. "안녕" 민형은..일그러진 얼굴을 들고 내리깔린 목소리로 조용히 중얼 거렸다. "아...선생님. 왠일이세요 이렇게 일찍..." "오늘 시계를 잘못 보는 바람에 글쎄 한시간이나 일찍 나왔지 뭐예요 정말 바보 같죠?" 하하하 웃으며 잘도 지껄이는 그녀를 곁눈으로 바라보며 민형은 조용히 한 숨을 내쉬었다. 정말 바보같잖냐..게다가 스스로 그것을 인식하고 있다니 황당하다. 제발 그렇게 큰소리로 거리에서 나를 아는척 하지 말아줘 사람 들의 눈도있고 창피하단 말이다. "아..그러세요..가끔그럴 때가 있지요..그럼 이만.." 민형은 고개를 까닥 숙이고 급하게 선생님의 옆을 가로질러 발음 옮겼다. 그때 그런 민형의 팔을 붙잡으며 유지영 선생이 외쳤다. "정민형씨는 왜 이렇게 일찍 나왔어요?" "저도 시계를 잘못 봤습니다." 어떨결에 튀어나온 대사...나참..나는 왜이리도 멍청하고 썰렁한 인간이 라냐..이 분위기에 이대사..그리고 이표정..전혀 어울리지 않잖야..게다 가 그녀의 말을 받아들여 농담을 건네준것 처럼 보였으니..제길..민형은 한순간 자기 자신의 허무함을 질책하며 고개를 들었다. 아뿔사 그녀는 금 방이라도 웃음을 터트릴듯이 입가에 함박 웃음을 머금고 있었다. 그녀가 기쁜듯이 입을 열었다. "그래요~? 그래서 학원 앞에서 얼쩡거렸구나~ 잘됐네 나도 지금 똑같은 상황인데요 우리 어디라도 가서 시간 때우다 와요~" 잘도 얼쩡거린다는 말을 쉽게 하는군..민형은 어이없는 표정으로 자신의 팔을 잡아끄는 유지영선생님에게 변명하듯 외쳤다. "아..아니.사실 난 지금 오락실에.." "정말? 나도 오락 좋아해요! 같이가서 진 사무라이 스프릿츠라도 해볼까 요? 나코루루로 하고...민형씨는...." "패왕가요" "아하 그래요? 하오마루? 간지를 쓰는군요. 그렇게 익혀두면 좋아요 게임 은 일본어 회화에 많은 도움을 주니까 많이 많이 해둬도 나쁠것은 없어 요 그럼 가자구요!" "아..하..하지만 나는!?" 어떨떨한 얼굴로 선생님의 팔에 이끌려 가면서 민형은 자신의 흐지부지한 결단력을 한탄했다. 하필이면 거기서 패왕가라고 대답해 버리다니..이런 꼭 동조 한것처럼 들리고 말았겠어. 게다가 여자가 왠 오락..아니 게임이 라고 부르는 것으로 보아 꽤 일가견이 있어 보이기도 하지만..하지만 어쨋 든!! 난 이 여자랑 같이 오락실에 가고 싶지 않단 말이야!! "서..선생님 잠깐만요....곧 시간이..." "아니예요 아니예요 아직 한시간이나 남아 있다구요 괜찮아요" "그..그래도...이건..앗 선생님!! 잠깐만요!" 앞장서는 유지영 선생의 손에 이끌려 민형은 어쩔수 없이 허겁지겁 근처 오락실로 향하게 되고 마는 운명에 처하고 말았다. - 계속 - 『CD의 환상세계-일반소설 (go CDGGAM)』 20번 제 목:[중편L] ## 고교 3년생의 사랑 ## -4 올린이:cdggam (임달영 ) 95/04/10 09:06 읽음:9046 관련자료 없음 ----------------------------------------------------------------------------- ## 고교 3년생의 사랑 ## PART-4 '허억----!! 대쉬한 고게쯔자(고월참)를 막아내다니 고수다!' 성현은 한순간 등줄기에 서늘한 식은땀을 느낄수가 있었다. 3년간을 단련 해온 궁극의 수라도..패왕가 하오마루는 자신의 분신이나 마찬가지. 지금 까지 어느 누구에게도 져본적이 없는 민형은 유지영 선생의 나코루루가 자 신의 모든 공격을 가볍게 막아내자 긴장하기 시작했다. 그녀의 나코루루는 비록 특별한 기술이나 현란한 켄슬기 따위는 사용하지 않았지만 지극히 간 단한 페인트 모션으로 조금씩 거리를 좁혀오며 민형의 하오마루를 견제하 고 있었던 것이다. '사무라이 스피릿츠는 거리가 생명!' 이것을 알고 있는 민형은 그녀가 보통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순간 뒷걸음치는 민형에게 나코루루의 안누무쯔베가 미끌어지듯 돌진해 왔 다. 당황한 민형이 자기도 모르게 급히 점프했으나.. '우왓!? 이것은 레라 무쯔베!?' 어이 없는 레라무쯔베에 직격당한 하오마루가 둔탁한 소리를 내며 공중에 서 나가떨어지고 나코루루가 대쉬해 왔다. 섬뜩해진 민형이 급히 중손으로 견제했으나 나코루루는 재빨리 웅크리고 앉은체 그것을 튕겨냈다. 그리고 곧바로 이어지는 두발치기...하오마루는 또다시 어이없이 꼬꾸라질수 밖 에 없었다. '아뿔사 -----!!' 민형은 자기도 모르게 유지영 선생의 야무진 공격 팬턴에 감격하여 혀를 내둘렀다. 여자라니 믿기지 않았다. 적어도 이런 실력은 1년..아니 2,3 년을 꼬박 이 게임에 매달려야만 습득할수 있는 궁극의 켄슬기가 아니던가 .. '이런..제길..' 사무라이 스피릿츠에는 나코루루의 법칙이 있다. 상대가 나코루루로 대전 을 걸어올때 두가지 정의가 떠오른다. 하나는 아무것도 모르는 풋나기가 캐릭터의 귀여움에 반해 선택하여 오는것..그것이 아니라면. '바로 엄청난 고수!!' 지금 민형은 그 상황에 처하고 말았던 것이다! <<이케~ 마마하하~>> 순간 마마하하의 몸통 공격이 뿜어나오고 성현은 그대로 점프하며 강베기 를 걸었다. 방어하는 나코루루가 뒤로 물러나고 중손을 건 하오마로는 나 코루루가 강손을 누르려는 기미를 알아챘다. "이거나 먹어라!! 아수라 섬광!!" "......!?" 찢어질듯한 하오마루의 강베기가 나코루루의 가슴을 내려찍고 한순간 그 녀의 라이프 게이지는 3분의2 까지 줄어들어 버렸다. 민형은 회심의 미소 를 지었다. '그럼 그렇지...역시 하오마루의 아수라 섬광은 게임의 묘미를 더해준단 말이야...' 흐뭇해하며 미소짓던 민형은 흘끗 눈길을 돌려 2자리 건너 앉아 있는 유지 영 선생님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웃고 있었다. '음..웃어..재미있다 이거지..' 그 웃음은 한마디로...재미있어 죽겠다는 표정으로 밖에는 달리 설명할 말 이 없었다. 한순간 민형은 왠지 모를 자존심이 무너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 다. "앗..아니!! 이럴수가!?" 순간 한눈을 팔고 있던 민형은 나코루루의 안누무쓰베에 직격..그뒤로 이 어지는 강손에..그야말로 피를 보기 시작했다. "말도 안돼!!" 당황한 하오마루의 얼떨떨 강베기! 그러나 거리가 가까운 이유로 헛손질 ..자연히 나코루루의 앉아서 강베기에 걸려 버리고 말았던 것이다. 순식 간에 3분의 1이었던 라이프 게이지가 제로로 떨어지고 멋들어진 비명소리 와 함께 수라도를 목표로 하던 패왕 하오마루는 바닥으로 나동그라졌다. "요시~" 게임상의 음성보다 더 큰 유지영 선생님의 외침을 들으면서 민형은 한순간 쇼크로 자리에서 일어날줄 몰랐다. '.......' 졌다는 것이 실감나지 않았다. 그러나 현실은 냉정한번 화면은 어느새 캐릭터 선택 화면으로 전환되어 있었고 비참해진 민형은 미적미적 자리 에서 일어나 유지영 선생님의 곁으로 다가갔다. 비록 방심했다고는 했 지만 여자에게 지다니 쇼크였다. "..정말 잘하시는 군요 선생님.." 원망반 진담반으로 한 소리였으나 그녀는 100% 진담으로 받아들이고 활 짝 웃었다. "어머 ~고마워요. 사실은 자신이 없었어요 예전에 조카따라서 딱한번 해 본 기억 뿐이었거든요..그런데 이렇게 잘될줄은 몰랐지 뭐예요~" "네!?" 예전에 한번? 그렇다면 지금이 두번째? 그래서 아무런 기술없이 기본기 로서만.....민형은 어이가 없었다. 단순한 것이 노련한것을 벤다 라는 말이 실감나는 날이었다. 지금도 유지영 선생님은 변함없이 손만을 사용 해서 계속하여 대적하여 오는 다른 이들을 물리치고 있었다. 옆에서 지켜 보던 민형은 치가 떨릴 정도였다. '게임의 선택된 여자로군....' 민형은 한손으로 이마에 기댄체 혀를 내둘렀다. "와핫~! 또 이겼다~요로시꾸 오네가이 시마스~" 흥분한 나머지 일어를 섞어가며 그녀는 신이나서 외쳐대고 있었다. "........" 민형은 그녀의 나코루루가 활약하는 화면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 문득 게임을 즐기는 그녀의 웃는 모습을 보게된 민형은 그녀가 정말로 즐 거워 하고 있다는 것이 느껴져 자기도 모르게 흐뭇한 기분에 빠져들었다. 웃는 얼굴이 귀엽다..그것은 그녀를 만난지 일주일이 되어서야 처음으로 느끼게 된 사실이었다. 언제나 웃고 있었지만 민형은 한번도 실감하지 못 했다. 그저 단순하고 가벼운 여자라고만 생각해 왔지만...오늘 이렇게 함 께 게임을 즐기면서 민형은 유지영 선생님의 또다른 모습을 볼수 있게 된 지도 모른다. "앗 그럴때는 화면에 나온대로 레버를 돌리면 좋아요 선생님!" "아..이렇게!?" 어느새 민형은 자기도 모르게 유지영 선생님과 함께 게임에 빠져들었다. 그녀는 민형의 다른 친구들과 전혀 다를것이 없는 편해 존재처럼 그와 함 께 동조해 주었다. "바로 그거예요!" "이건 무지무지한 기술이네~하하하" 유지영 선생님이 웃고..민형도 따라 웃었다. 어느새 레버와 버튼은 두사 람의 손에 함께 쥐어져 있었고 흥에겨운 두 사람은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른 체 그렇게 게임 머신에 매달렸다. 재미 있었다. 정말 재미있어..민형은 이렇게 산뜻하고 재미난 느낌은 느껴본적이 없었다. 유지영 선생님은 쾌활 하고 또 아주 재미있는 분이셨어...민형은 바보같고 믿음직하지 못하다는 이유로 거북해하던 유지영 선생님과 함께하며 전혀 새로운 기분을 맛보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유쾌함 바로 그것이었다. "이봐 그렇게 혼자서만 재미봐서야 되겠어. 다른 사람들도 생각해 줘야 될꺼 아냐." 그때 누군가가 두사람으 유쾌한 분위기를 가로막고 나섰다. 막 12연승을 거둔 유지영 선생님에게 검은 셔츠의 찢어진 청바지를 입은 불량스러워 보이는 한청년이 다가와 말을 걸었다. 입에는 이미 흐늘흐늘 해진 담배가 물려 있었고 별로 잘생기지도 못한 주제에 무스까지 쳐 바르 고 있었다. 순간 민형의 눈썹이 꿈틀 거렸다. "왜 그러세요?" 유지영 선생님이 고개를 돌리고 태연한 표정으로 검은 셔츠의 사나이에 게 대답했다. "그만 일어나 달란 말야 아가씨. 아가씨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피해를 보 고 있잖아" "어머~ 농담도..이건 이기면 되는 거라고요~ 지면서 실력을 키워야 재 미있지요 아저씨는 그것도 몰라요~?" 아하하 웃으며 입을 여는 유지영 선생님의 대답에 약오른 사나이의 얼굴이 빨개졌다. 민형은 자기도 모르게 풋하고 미소 지었다. "열심히 하면 이길수 있을 거예요. 연습 하라구요 연습" "이게..장난인줄 아나.." 한순간 계속해서 웃고 있는 유지영 선생님의 앞에서 사나이가 험악한 표정 으로 다가섰다. 그러나 그녀는 그런 분위기를 실감하지 못하는지 여전히 생 글 거리는 얼굴로 녀석을 말똥말똥 쳐다보고 있었다. "어서 일어나서 꺼지란 말이야!" 한순간 놈이 큰소리로 외쳤고 유지영 선생님의 얼굴 표정이 굳어 버렸 다. 주위 사람들이 웅성 거리고 유지영 선생님이 놀란 얼굴로 검은 셔츠의 사나이를 머뭇 머뭇 바라보았다. 당황한 그녀가 겁먹은 얼굴로 한손을 입 에 가져갔다. "나..아직 끝나지 않았는데..." "이게 정말 장난인줄 아나!!" 순간 놈이 하손을 치켜들었고 찔끔한 유지영 선생님이 고개를 숙였다. 그때 누군가의 손이 쑥 뻗어나와 들어올려진 놈의 손목을 붙잡았다. "이봐....." 그리고 싸늘한 표정을 한 민형이 조용히 유지영 선생님의의 앞을 가로막고 섰다. 그런 민형의 얼굴은 매섭게 반짝이고 있었다. "숙녀에게 매너없이 무슨짓이야..." "뭐야 넌...!?" 놈이 비아냥거리느 표정으로 눈을 치켜 올렸고 민형은 더이상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검은 셔츠의 사나이는 재미잇다는 듯이 허리를 구부정 한 채로 민형에게 다가와 민형의 어깨를 한손으로 툭 건드렸다. "네녀석이 백마의 기사냐...호기를 부리려면 상대를 가리라고..." 지껄이는 놈을 바라보며 민형의 등뒤에서 망설이는 조그마한 손이 민형 의 셔츠를 가볍게 붙잡았다. "민형씨..." 유지영 선생님..그녀의 손은 떨리고 있었다. 순간 민형은 무엇인가가 용솟음 치며 뜨거운 기분으로 달구어 지기 시작했다. "너말야....." 입을 다물고 있던 민형이 조용히 말문을 열었다. "너야말로 상대를 가려라...언젠가 이 여자에게 사무라이 한번이라도 이기 려면 말이지.." 이렇게 말하며 민형은 웃고있었다. - 계속 - 『CD의 환상세계-일반소설 (go CDGGAM)』 21번 제 목:[중편L] ## 고교 3년생의 사랑 ## -5 올린이:cdggam (임달영 ) 95/04/22 19:18 읽음:8825 관련자료 없음 ----------------------------------------------------------------------------- ## 고교 3년생의 사랑 ## PART-5 "네놈! 잘도 그따위로 지껄였겠다!! 뒷감당은 생각해 놨겠지!?" 순간 열받은 검은 셔츠의 청년이 민형을 향해 주먹을 날렸고 그 주먹에 가 격당한 민형은 주위에 의자들과 함께 땅바닥으로 나동그라졌다. "꺄악 민형씨!" 유지영 선생님의 비명소리가 울려퍼지고 민형은 꿈틀거리며 자리에서 일 어나 한손으로 입술을 훔쳤다. '피.....' 순간 손등에 묻어나온 피를 목격한 민형의 두눈이 번쩍였다. "어디 또 까불어 보시지...." 비아냥 거리는 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민형씨 괜찮아요?" 유지영 선생님이 황급히 무릅을 꿇고 손수건을 꺼내어 민형의 입술에 흐르 는 피를 닦아 주었다. 그때 민형이 그런 유지영 선생님을 밀쳐내며 자리에 서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검은 셔츠의 불량배는 일어서는 민형을 비꼬는 듯한 표정으로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덤벼볼테냐.......?" "너 -------------!!!!!" 순간 민형이 큰소리로 외치며 매고 있던 책가방을 놈에게 집어 던졌다. 그 가 주춤하며 뒤로 물러나는 사이에 어느새 놈이 가슴안으로 파고든 민형의 무릅차기가 놈의 사타구니를 후려쳤다. "우와악~!" 비명을 지르는 검은 셔츠의 사나이가 양다리를 움켜잡으며 몸을 웅크리자 민형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주먹을 움켜쥐고 수그리는 놈의 턱을 그대로 맞받아쳤다. "커억--------!!" "민형씨!?" 거구의 몸집이 그대로 나동그라지고 성이차지 않은 민형은 그대로 나동그 라진 놈을 뒤?아가 구두발로 녀석의 얼굴을 내리 밟았다. "우!! 우아!!" 비명소리가 들려오고 오락실 주인과 사람들이 몰려 들었다. 피 범벅이된 사나이가 두손으로 얼굴을 움켜잡은체 괴로운 듯이 신음했고 흥분한체 씩 씩 거리는 민형을 유지영 선생님이 잡아 끌었다. "빨리 나가요!" "헉헉..." "어서요!" 숨을 몰아쉬는 민형의 팔목을 붙잡고 유지영 선생님은 급하게 오락실을 빠 져 나왔다. 민형은 유전히 헉헉 거리는 숨을 몰아쉬면서 어떨떨한 기분 으로 그런 유지영 선생님의 뒤를 따르기 시작했다. ............................................... . . . . . . . . "하아...하아...." 골목 모퉁이를 돌아 학원 근처까지 뛰어온 두사람은 숨을 몰아쉬며 몸을 웅크렸다. 정신을 차린 민형이 옆에서 헉헉 거리며 긴머리를 쓸어올리는 유지영 선생님에게 입을 열었다. "하아..선생님 잘 뛰시네요 그 높은 하이힐을 신고서...." 그러자 유지영 선생은 그런 민형에게 활짝 웃으며 입을 열었다. "그래요 하하! 나 꽤 잘뛰는 편이죠" 즐거운듯이 웃으며 대답하는 유지영 선생님을 바라보며 민형은 자기도 모르게 풋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정말 싸움을 잘하시던데요? 운동했어요?" 한순간 이렇게 묻는 유지영 선생님의 말을들은 민형의 얼굴에서 웃음이 사 라졌다. "아....." 민형은 한순간 망설이며 말을 꺼내지 못했다. 불과 몇시간 전만 같았어도 난 깡패에다 불량배니까 상관하지 말아! 라고 외쳤을 것이다. 그러나 왠 지 지금에 와서는 그러고 싶지 않았다. "아..예 태권도를 조금..." "와아..태권도 ..멋진 운동이죠" 두손을 앞으로 모으며 눈을 빛내는 유지영 선생님을 바라보며 민형은 멋적 은 쓴웃음과 함께 머리를 긁적 거렸다.거짓말을 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차 마 싸움경력 18년의 불량학생이라고 대답하고 싶지는 않았던 것이다. 사실 민형은 태권도에 '태'자에 접근해 본적이 없는 문외한이었다. "강한 남자는 멋지지요. 민형씨도 멋져요" "아...네?" 한순간 이렇게 말하며 민형을 쳐다보는 유지영 선생님을 바라보며 민형은 갈팡질팡한 기분에 얼굴이 빨개졌다. 무슨 일일까 ..그런 선생님의 눈을 바라본 순간 온몸이 달아오르고 가슴이 터질듯이 북받쳐 오르기 시작했 다. '강한 남자가 멋져요..' 자신이 선생님에게 멋지게 보이던 말든 상관없지만 지금 민형은 분명히 선 생님의 대사에 반응하고 있었다. "나...내가 멋있다고요?" "그래요 민형씨, 오늘 도와줘서 정말 고마워요..그나저나 학원시간 다 됐네요. 어머 늦었잖아? 빨리 올라가요!" 순간 손목 시계를 슬쩍 쳐다본 유지영 선생님이 놀란 듯이 펄쩍뛰며 황급 히 학원쪽으로 뛰기 시작했다. "앗..잠시만요...!" 민형도 그런 선생님의 뒤를 따라 학원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 그날 저녁 민형은 잠을 이루지 못했다. '민형씨도 멋져요...' 그 한마디가 잠자리에서 내내 민형의 머리를 맴돌고 있는 것이다. 웃음짓 는 선생님의 얼굴과 환한 표정이 떠올랐다. 민형은 머리를 베게 속으로 파 묻으며 두눈을 질끈 감았다. '뭐야..그런 이상한 여자따위....' 자기 합리화를 하면서도 머리속을 떠나지 않는 유지영 선생님의 얼굴.. 긴머리의 하얀 피부 항상 웃고 있는 귀여운 얼굴이 떠올랐다. '그러고 보니 꽤 미인이야....후훗.....' 첫 인상이 그다지 좋지 않았던 이유로 억한 심정을 품고 있던 민형은 지금 에 와서야 선생님의 좋은 점을 하나하나 끄집어 내기 시작했다. '친절하고..순진한데가..또 귀엽잖아..게임도 잘하고..달리기도 잘하지.. ...게다가 정말 예쁘구나..' 바보 같은 푼수에 항상 헤헤 거리고 애들처럼 시끄럽게 떠들어 댄다고만 생각해왔던 유지영 선생님의 이미지가 한순간 뒤 바뀌고 성현은 침대위에 서 혼자 킥킥 거렸다. '나를 멋지다고 말했어...후후...' 그 한마디가 민형에게는 그렇게도 자랑스러울 수가 없었다. 또 그것은 어 느 정도의 자신감으로 자리잡아 갔다. ------------------------------------------------------------------- 유지영 선생님..그녀는 민형에게 매우 친절히 대해주었다. 물론 그녀는 다 른 학원 선들에게도 친절했으며 상냥했다. 다만 민형과의 개인적인 해프닝 때문이었는지 학원 생중에서 가장 어린 민형을 매우 아껴주는듯 했다. 언제 부터인가 두사람은 항상 같은 시간에 학원 앞 골목에서 만나 같이 들어오게 되었다. 그것은 특별히 이렇다할 약속을 한것은 아니었지만 자연 스러운 만남이 되었다. 가끔 유지영 선생님이 일찍 와 있을때가 있기는 하 지만 민형은 언제나 학원에 들어가기전 1~2분간은 주위를 돌아보며 선생님 이 계시지 않을까 살피기도 했다. 그날은 운이 나쁘게도 선생님이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머리를 긁적거리며 학원 계단을 오르는 민형은 문을 열고 3층에 위한 자신의 교실을 찾아갔다. ".......?" 그리고 민형은 대기실 쇼파앞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는 두사람의 모습을 볼수 있었다. 유지영 선생님과...같은 크래스의 김정연씨. 나이는 24살 로서 민형보다 5살이 많았다. 물끄러미 대기실 유리밖에서 두사람을 바라 던 민형을 알아챈 유지영 선생님이 얼른 그에게 아는채를 했다. 민형은 한순간 무엇인가 안심이 되는 듯한 감정을 느꼈다. "어머..민형씨..오늘은 좀 늦었네요...? 아까 학원 밖에서 살펴봤는데.. 혹시 민형씨가 오지 않을까 해서...." 이렇게 말하는 선생님의 눈빛은 저 남자한테서 나를 좀 데려가 줘요..이 런 소리로 들려왔다. 한순간 민형은 기운찬 얼굴로 대꾸했다. "아 그러세요 선생님? 저도 좀 둘러봤는데 안 계시더군요. 내일은 만나도 록 하죠." 민형은 이렇게 말하면서 의도적으로 하하하 웃었다. 그때 그런 두사람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던 김정연씨가 들고있던 커피를 훌쩍 마셔버린후 자 리에서 일어나 민형과 유지영 선생님의 사이에 끼어들었다. "선생님. 아직 제 물음에 답해 주시지 않으셨잖아요." "아..네 김정연씨...하지만 모두에게 알려서 함께 가죠..6명뿐이니까.." 그녀는 민형이 아닌 다름 사람에게는 꼭 성을 붙혀 부르곤 했다. 그때 뭔가 망설이는 듯한 선생님의 심정을 눈치챈 민형이 재빨리 물었 다. "무슨 얘기예요 선생님?" 그러자 선생님은 얼른 민형을 돌아보며 살았다는 듯이 설명하기 시작했 다. "아 민형씨. 사실은 김정연씨 아버님이 학원 앞에 건물에 도장을 개업하셨 데요.. 오늘 개업식인데 함꼐 가자고 해서요. 이따가 모두 함께가요 괜찮지요?" "아..물론 선생님이 가신다면 저도 따라 가야지요" 민형이 하하하 웃으며 대답했고 유지영 선생님은 고개를 돌려 김정연을 바라보며 물었다. "다 함께 가도 좋지요 김정연씨?" 그말에 김정연은 웃으며 대답했으나 민형은 느낄수 있었다. 녀석이 얼마 나 속이 타들어가고 있는지를.. "그럼요 선생님. 개업식은 사람이 많을수록 좋은 것이니까요. 이따 모두에 게 알려서 갈수 있는 사람은 함께 가도록 하지요." 그러자 선생님은 확인이라도 하려는 듯이 얼른 민형의 팔을 붙잡으며 물었 다. "같이갈꺼죠?" "네." 민형은 자신있게 고개를 끄덕였다. 선생님은 분명 개업식에 초대를 받고 있었을 것이다. 그것도 개인적으로 대기실에 불러 얘기할 정도면 김정연 저자식 애초에 우리를 데려갈 생각 따위는 없었던 거야. 민형은 은근히 부 아가 치밀고 한편으로는 그런 김정연의 유혹을 자신을 거쳐 아무렇지도 않 게 넘겨버린 유지영 선생님에게 흐믓함을 느꼈다. 이런 일이라면 얼마든지 그녀의 발판이 되어 줄수 있는 민형이었다. '너도 유지영 선생님을 좋아하나 본데.....자식....' 민형은 원망스러운 듯이 자신을 노려보고 있는 김정연에게 슬쩍 미소지으 며 선생님과 함께 교실로 들어갔다. "김정연씨의 아버님은 태권도 사범이시래요. " "아..그래요.....네!?" 한순간 그런 유지영 선생님의 말을 들으며 민형은 가슴이 철렁했다. 뭔지 ..잘못한 일은 없지만...'태권도'라..불길한 예감이 드는것은 왜일까.. '이거..기분이 좋지 않은데....' 그리고 민형은 뛰따라오는 김정연의 싸늘한 시선을 미쳐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 계속 - 『CD의 환상세계-일반소설 (go CDGGAM)』 22번 제 목:[중편L] ## 고교 3년생의 사랑 ## -6 올린이:cdggam (임달영 ) 95/05/01 17:49 읽음:8658 관련자료 없음 ----------------------------------------------------------------------------- ## 고교 3년생의 사랑 ## PART-6 학원과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김정연씨의 도장은 꽤 커다란 규모 에 깨끗한 시설을 자랑하고 있었다. 샤워실과 핼스기기 게다가 동네 구석 구석에 많이도 자리 잡고 있는 태권도 학원 따위와는 차원이 틀린 높은 학 원비를 자랑하고 있었다. 아니..정확히 말하자면 이것은 김정연씨의 아버 지의 도장이지만.. "한국 태권도 연맹에 정식으로 등록된 곳입니다. 한국에서도 지금으로서 는 3곳 뿐이지요.." 잘났다..내세우고 싶어서 근질근질 한 모양인데..선생님에게 잘보이려고 하는 건 민형에게는 왠지 불쾌한 심정을 느끼게 하는 요소가 되었다. "어서오세요. 유지영 선생님 이시죠?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오늘 이자리 에 참석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부디 좋은 시간이 되시길 바랍니다." 이렇게 인사를 걸어오는 김정연 씨의 아버지 김권한 사범은 아들과는 다르 게 꽤 과묵한 표정의 믿음이 가는 타잎이었다. 유지영 선생님은 그런 김사 범에게 고개를 꾸벅 숙여 인사를 대신했다.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김 선생님.." "하하 감사는요..정연이 녀석이 하도 선생님 얘기를 많이 하길래 어떤 분 이신지 한번 뵙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직접 뵈고 나니 녀석이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알것도 같군요." 순간 긴정연씨의 얼굴이 빨개지고 유지영 선생님도 얼굴을 붉혔다. 제길.. "정말 크군요..이런 도장은 본적이 없어요" 민형은 그들의 화제를 다른곳으로 돌리기 위해 이렇게 말을 거내며 유지영 선생님에게 다가갔다. "같은 학원생인 정민형입니다. 안녕하세요" 애써 예의 바른척하며 고개를 숙이는 민형에게 김사범은 빙긋이 웃어 주었 다. "잘 부탁해요 이런일을 하는 사람이지만 그래도 재미없지는 않을테니.. 하하" 호탕하게 웃는 김사범을 바라보던 민형은 자기도 모르게 유쾌한 기분이 들 어 가만히 미소지었다. "민형씨도 태권도를 했어요 김 선생님. 전 태권도가 어떤지는 잘 모르지만 멋진 운동이라고 생각해요" 윽..아뿔사..이런 싱글벙글 웃으며 자신을 지켜주는 유지영 선생님을 바라 보며 민형은 한순간 식은 땀을 흘렸다.역시 무언가 좋지 않은 일이 생길것 같았다니까..아니나 다를까 유지영 선생님의 말을 들은 김 사범님의 시선 이 민형을 향했다. "그래..? 태권도를 했다고..? 얼마나 했지요?" "아..그저 어렸을때 조금...대단한 실력은 못됩니다." 그때 쩔쩔매며 쓴웃음 짓는 민형을 막아서며 유지영 선생님이 쑥 앞으로 나서 김사범에게 입을 열었다. "불량배를 눈깜짝 할사이에 때려 눕힐 정도로 민형씨는 강하다구요." "아..실전응용 까지?" 감탄하며 맞장구 치는 김사범을 바라보며 민형은 어쩔줄 몰랐다. 뭐가 태 권도냐..도장 근처에는 가본적도 없단 말이다..민형은 점점 곤란해 지기 시작했다. 그때 그들의 대화를 가만히 듣고만 있던 김정연이 민형의 앞으 로 뚜벅뚜벅 걸어와 의미심장한 미소를 남기며 말을 건넸다. "민형씨 태권도를 했을줄은 몰랐습니다. 저는 공인 2단입니다. 사실 그 다지 잘하는 편은 되지 못하지만 언젠가 겨루기라도 한판 나누어 보도록 하지요." "아..네 하지만 전 그 정도의 실력은..." 사양하는 민형에게 유지영 선생님이 무슨 소리냐듯 듯이 다그쳐 물었다. "아아~겸손 겸손! 민형씨 너무 빼지 말아요. 나는 잘 모르지만 태권도는 건전한 스포츠 라고 들었어요 그렇지요 김 선생님?" 그녀의 물음에 김사범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저 태권도가 어떤건지 보고 싶어요. 저번에는 당황해서 제대로 보지 못했 다구요. 민형씨 당신의 태권도를 나에게 보여 주실수 있으세요? 마침 이 곳은 도장이니까요" "오오..그거 좋은 생각이군. 시범 경기로 대련을 실시하는 것은 나쁘지 않 은 생각이군요. 실전도를 보여주실수 있으시겠습니까 민형군?" 아아..젠장. 역시 이런거였어. 오는 것이 아니었는데. 민형은 당황하여 안 절부절 못하고 그런 민형의 표정을 차분히 관찰하고 있던 김정연이 앞으로 나서며 민형에에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부족한 제가 상대가 되어 드려도 좋을지요. 가벼운 대련 정도로 생각하시고 폼만 잡아주면 됩니다." 이렇게 말하며 자신에게 찡긋 윙크를 하는 김정연을 바라보며 민형은 속으 로 터무니 없는 김정연의 의도에 반박했다. '이거 걸려버렸어.....' 민형의 얼굴이 하얗게 질리고 기대감의 부푼 유지영 선생과 김 사범의 앞 에서 차가운 미소를 흘리는 김정연의 모습이 있었다. '본때를 보여주지....' 결코 폼만으로 끝내지 않으려는 김정연의 두 눈이 살기로 번뜩였다. .................................................. . . . . . . . . 어느새 도장에 모인 사람들은 재미있는 구경꺼리 라도 만난듯 저마다 손 에음식 과 음료수를 들고 둘러 서기 시작했고 그 중앙에는 도복으로 갈아 입은 민형과 김정연이 마주 서있었다. 김사범은 둘의 심판을 보기위해 그 들의 사이를 막아서며 손님들에게 외쳤다. "개업식에 참석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차린것은 없지만 함께해 주신 여러 분께 감사드리며 김정연 부사범과 게스트로 초대된 정민형군의 태권도 시 범을 보여 드리겠습니다. 김사범의 설명이 끝나자 마자 사람들은 박수를 치기 시작했고 부원들은 정 숙한 자세로 주위에 삥 둘러 앉았다. "민형씨 잘해요~!" 유지영 선생님의 응원이 들려왔고 민형은 머리속이 텅 빈것처럼 묵묵히 자 리에 서있을 뿐이었다. 폼 이라니..태권도는 한번도 해본적이 없다. 국민 학교 체육 시간에 배웠던 태극 1장도 잊어버린지 오래인데..하물며 부사범 이라는 저 얄미운 김정연놈에게 상대할 실력이 될지 막막했다. "자 그럼 준비 되셨으면 갑니다." "예...예?!" 한순간 고개를 든 민형의 눈앞에서 김정연의 날카로운 올려차기가 날아들 었다. '..이..이걸!?' 기습 ...비겁한놈 준비도 되지 않았는데. 그러나 이런일 따위 민형이 몸 담고 있는 주먹세계에서는 허다한일, 민형은 재빨리 고개를 숙인체 김정 연에게 파고들어 그의 사타구니를 가격하려고 했다. "......!!" 그러나 민형은 무방비 상태로 얻어맏고 말았다. "크윽!" 복부를 가격당한 민형이 비명과 함께 자리에 쓰러지고 사람들의 놀란 웅성거림이 들려왔다. '제길...' 평소때 같았으며 벌서 상대방은 자리에 무릅을 꿇고 뒹굴고 있을텐데.. 민형은 김정연의 공격을 받아들일수 밖에 없었다. 지금 자신의 폼은 태 권도의 폼이 아닌 그저 불량배의 싸움자세였던 것이다. 그런식으로 싸우다 가는 들통이 나고 말것이다. 유지영 선생님에게 거짓말을 했다는 것을 들 키는 것은 민형에게는 생각하고 싶지도 않은 일이었던 것이다. "아..좀 심했군요. 괜찮습니까?" 얄미운 김정연 자식...잘도 힘껏 후려 쳐겠다. "아아..네 아직은.." 민형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자리에서 몸을 일으키며 구경석에서 자신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는 유지영 선생님을 쳐다보았다. 왠지 걱정스러운 듯 한 얼굴..민형은 안타까웠으나 어쩔수가 없었다. "자 그럼 다시 갑니다" "음..." 그리고 재빠른 김정연의 찌르기 민형은 엉성한 폼을세우면 간신히 그것을 막아 내었다. 순간 뒤따르는 김정연의 뒤돌쳐 차기 "으윽!?" 두손에 온힘을 가하여 막아내기는 했지만 충격이 대단했다. 비틀거리는 민 형을 바라보며 김정연은 가소롭다는 듯이 웃으며 입을 열었다. "역시 알겠어. 민형씨는 태권도를 해본적이 없지요. 그건 태권도의 자세가 아니야. 공격을 온몸으로 막아내는 무식한 전법에다 맷집.." '윽..저놈 눈치챘나..' 한순간 민형의 이마에 식은땀이 흘렀다. "너같은 놈에게 유지영 선생님이 관심을 같다니 믿을수가 없군." 뭐..뭐야 이자식!! 어따대고 반말이야! 한순간 태도가 돌변한 김정연을 어이없다는 듯이 바라보며 민형은 말을 잇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 민형을 비웃으며 김정연은 당당하게 입을 열었다. "애초에 네놈이 마음에 안들었어. 나이도 어린주제에 선생님과 어울려 다 니다니 주제 파악을 하시지..게다가 태권도라고? 넌 노란띠도 못딸거 다!" "이놈...이!!" 한순간 발끈한 민형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고 사태를 파악하지 못한 사람 들이 웅성대기 시작했다. 김사범은 그런 두사람을 바라보며 침묵하고 있었 다. "민형씨....." 순간 유지영 선생님의 조그마한 목소리가 들려왔고 당황한 민형은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또한 짐짓 당혹한 표정으로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뒷골목 불량배 따위는 태권도를 상대할 자격이 없어!" "김정연..너!" 민형이 큰소리로 분노한듯 외치고 유지영 선생님은 한순간 한손을 입으로 가져간체 믿을수 없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불량배...? 민형씨가..?" 사람들이 갑자기 험학해진 분위기를 감당하지 못하고 민망한듯 웅성거리는 가운데서 흥분한 민형과 의기양양한 긴정연의 언성높은 외침이 들려왔다. "그래요 유지영 선생님. 이강 실업 고등학교! 정민형! 주위에서 모르는 사람들이 없더구만! 이강의 보스 정민형군이라고 말이야! 잘도 그런 몸 으로 유지영 선생님을 노리고 있었다니 뻔뻔스럽군..!" "난 유지영 선생님과 아무런 관계도 아니야!! 이 비겁한 자식!!" 민형은 홧김에 이렇게 외치고 말았다. "아...." 한순간 자신이 한 소리를 실감한 민형은 떨리는 눈으로 고개를 돌렸다. 거기엔 발기된 얼굴에 커다래진 두눈을 둥그랗게 뜨고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유지영 선생님의 얼굴이 있었다. "선생님...." 그리고 민형은 모든것이 끝낫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니..그런 표정의 선 생님을 바라보며 그나마 미확실 했던 그녀의 심정과 자신의 심정을 가늠 할수가 있었다. "난......" 그리고 민형은 힘없이 그녀에게서 고개를 돌렸다. 그래..그녀가 자기를 좋아하고 있었다는 것은 자기만의 착각이었는지도 모르는 일이었는데.. 자신이 심한 착각에 빠져 있었다는 것이 느껴졌다. '제길......' 그리고 알수없는 원통함과 분노가 가슴속에서 부터 치밀어 오르기 시작했 다. 참을수 없는 원통함....이것을... "김정연!! 너의 태권도를 깨부셔 주마!!" 이것이 민형이 외칠수 있는 유일한 발언 이었다. "좋아 와라...어린녀석..." 그리고 두사람의 자존심을 건 대련이 시작 되었다. - 계속 - 『CD의 환상세계-일반소설 (go CDGGAM)』 23번 제 목:[중편L] ## 고교 3년생의 사랑 ## -7 올린이:cdggam (임달영 ) 95/05/28 18:39 읽음:8377 관련자료 없음 ----------------------------------------------------------------------------- ## 고교 3년생의 사랑 ## PART-7 "불량배에게 질 나라고 생각하나!!" "그럼 불량배의 주먹을 받아보시지! 형식 싸움이나 배운 주제에!!" "뭐!? 태권도가 형식 싸움이라고!?" 분노한 김정연이 민형에게 차기를 날려왔다. 대단한 빠르기에 놀란 민형이 급히 고개를 숙이고 뒤이어 따라 들어올 주먹공격에 대비하여 두손으로 안 면을 가렸다. "우욱!!" 그리고 한순간 민형은 뒤통수에서 강력한 충격을 느끼고 비명을 지르며 앞으로 휘청거렸다. 어떻게 된거지 도대체 뭘로 찬거야? 발은 빗나갔고 주먹은 아직 눈앞에 있는데.....!? "왜 그래!? 슬슬 겁이라도 나냐!?" "너 이놈!" 그리고 민형이 이를 악물고 돌진하여 김정연에게 자신의 오른손을 날렸 다. 김정연은 바람을 가르며 뻗어나오는 민형의 주먹에 놀라 팔목을 휘둘 러 그것을 튕겨내었다. 그리고 곧바로 김정연의 앞차기가 민형의 얼굴을 향해 날카롭게 뻗었다. "웃?!" 민형의 앞머리가 휘날리고 간신히 고개를 젖혀 피한 민형이 정면으로 시 선을 돌릴 때였다. "크악!!" 꺽어차기... 올려쳐졌던 김정연의 오른발은 그대로 수직으로 낙하하여 발꿈치로 민형의 어깨를 강타했다. 고통과 아픔에 이기지 못한 민형이 큰 소리로 비명을 지르며 자리에 무릅을 꿇었다. 엄청난 다리 놀림이다... 어디서 닥쳐올지 모르는 변칙 공격에 민형은 당황했다. 이놈은 고수다. "민형씨..." 그런 민형을 숨을 죽이며 바라보고 있던 유지영은 아직 어린 민형이 김 정연에 발공격에 무릅을 꿇는 것을 보고 자기도 모르게 두눈을 질끈 감았 다. 김정연씨도 너무하군... 아직 고등학생에게 저렇게 심한 공격을 하 다니... 유지영 선생님의 맞잡은 두손에는 긴장과 초조함에 의한 식은 땀 이 흥건했다. 민형씨를 도와주고 싶다. 도와주고 싶어..하지만 자신에게 아무런 힘이 없다는 것을 그녀는 잘알고 있었다. "민형씨...난...." 머뭇거리는 입술이 달싹거리고 입안에서만 맴돌던 한마디가 계속해서 그안을 맴돌았다. "크으윽!!" 계속되는 김정연에 공격에 바닥으로 나동그라지는 민형의 모습이 보였다. 유지영 선생님의 가슴이 계속해서 쿵쾅 거리며 뛰어오르기 시작했다. "마지막이다!!" ".....!!" 순간... 유지영선생의 눈앞에서 김정연이 뛰어 올랐다. 뛰어차기 이단공 격, 내지른 오른발과 함께 회전에 의해 가속이 붙은 강력한 발기술이 그 대로 민형의 얼굴을 가격했다. 그것은 순식간에 일이었다. 민형은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반대쪽으로 나가 떨어졌다. "꺄아아악!" 그리고 그 광경을 목격한 유지영 선생님이 비명을 질렀다. 구경하던 사람 들은 모두 어리둥절하여 놀란듯이 웅성거리기 시작했고 김관장은 침착한 표정으로 나가 떨어지는 민형과 땅에 착지한 자신의 아들을 바라보고 있 었다. 그때 그런 김장관에게 유지영 선생님이 달려들어 외쳤다. "저건 싸움이예요! 대련이 아니라구요! 김관장님 말려주세요!" "......" 그러나 김관장은 그런 유지영 선생님에 외침을 무시한체 지긋한 표정 으로 민형과 김정연의 대련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말려 주세요 김관장님!" 그리고 안타까운 유지영 선생님의 커다란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김관장 은 그제서야 고개를 돌려 유지영 선생님을 바라보았다. 그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말려도 좋겠습니까 유선생님... 저 아이는 일어나려고 하는군요." "예?" 순간 김관장에 말에 놀란 유지영 선생님이 황급히 고개를 돌려 쓰러져 있 던 민형을 바라보았다. 그 입술이 터지고 부어오른 얼굴이 지영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그러나 민형은 어느새 비틀 거리는 두다리를 간신히 유지하 며 자리에서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저 아이는 단순히 대련을 하고 있는게 아닙니다. 그렇다면 벌써 겁을 먹 고 꽁무니를 뺐겠지요. 제가 보기엔 저것은 두사람의 나이와는 상관없는 어떠한 오기 같은 것입니다. 하지만 대단하군요.. 저 소년의 집념은..." "아..." 그리고 지영은 비틀거리며 눈앞에 김정연을 쏘아보고 있는 민형의 부어오 른 두눈을 바라 보았다. 왜일까... 두사람 사이에 무슨 대화가 오고갔던 것일까. 순간 지영은 두손을 꼭 쥐었다. "민형씨---!!" 그리고 그녀는 민형을 향해 큰소리로 그의 이름을 불렀다. 그 소리를 듣 고 고개를 돌린 민형을 향해 유지영 선생님은 두손을 꽉 쥔체로 있는 힘을 다하여 큰소리로 외쳤다. "나 불량배라도 상관없어요--------!" 순간 외침과 함께 떨고 있던 민형의 몸이 정지했다. 그런 민형을 바라보고 있던 김정연의 두눈이 커다랗게 변모하며 꿈틀거렸다. '불량배라도......' 민형의 두눈이 서서히 뜨이기 시작했다. '상관없다고...!?' 그것은 천사의 음성... 민형에게는 온몸의 원기를 붇돋아줄 스테미너제나 다름없는 엄청난 것이었다. 그리고 이를 가는 김정연에 눈앞에서 민형의 몸이 불타올랐다. "제길...유지영 선생님 무슨 소리를 하고 계신거야...어?" 그리고 불쾌한듯이 지껄이던 김정연이 한순간 소스라치게 놀라며 입을 다물었다. 싸늘한... 지금까지 와는 다른 너무나 차가운 표정의 민형이 자신의 눈앞에 서있었던 것이다. 게다가 그 두눈이 웃고 있었다. "너 깡패랑 싸워본적 있냐 태권도..." "뭐...뭐라고?" 한순간 조그맣게 묻는 민형에 목소리에 찔끔한 김정연이 과민반응하며 언 성을 높혔다. "네 놈이 아직도 정신을 못차린 모양이구나! 어디 따끔한 맛좀봐라!!" 말을 마친 김정연이 분노한 표정으로 눈앞에서 자신을 노려보고 있는 민 형을 향해 달려들었다. "감히 어른을 놀려!?" - 빠아악 그리고 둔탁한 소리와 함께 비가 튀었다. 놀라는 사람들과 지영의 눈앞에 서 달려들던 김정연이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반대쪽으로 나가떨어지는 것 이 보였다. 그리고 그앞에는 섬뜩한 표정의 민형이 날카로운 눈빛을 빛내 며 쓰러지는 김정연의 몸을 따라 이동하고 있었다. 민형의 이마가 김정연 의 발을 피해 그대로 그의 안면을 강타한 것이다. "이노옴!!!" 그리고 피가 흐르는 안면을 한손으로 움켜쥐며 김정연이 민형을 향해 주 먹을 날렸다. -쿠욱 민형에 복부에 깊숙히 꽂힌 주먹이 무겁게 번뜩이고 한순간 웃음짓는 김 정연의 머리위에서 무언가 엄청난 것이 내리 꽂혔다. 그것은 민형의 팔꿈 치였다. 복부를 가격당한 동시에 민형은 자신의 팔꿈치로 김정연의 등을 가겼했던 것이다. "으윽!" 그리고 물러나는 김정연의 눈앞에서 한순간 미끈한것이 튀었다. 그것은 순 간이지만 김정연이 시야를 가리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이..이건!?" 그것은 민형의 침이었다. 민형이 김정연을 향해 침을 뱉은것이다. "크어억!?" 순간 주춤거리는 김정연의 복부를 깊숙히 강타하는 묵직한 주먹이 있었 으니... 민형이었다. 엄청난 충격에 김정연은 비틀거리며 뒷걸음질 쳤 다. 토할것만 같았다. 그러나 이대로 쓰러질수는... "캇!" 고개를 들려하는 정연의 눈앞에서 휘날리던 민형의 오른발이 그대로 저연 의 앞면을 후려 갈겼다. 충격에 밀린 정연이 비틀거리고 재빠르게 이동 한 민형은 정연의 머리를 붙잡았다. - 콰악 무릅이 그대로 비틀거리는 정연의 안면을 가격했다. 비명을 지르는 정연 의 머리를 아직도 강하게 붙잡은체 민형은 연속하여 똑같은 공격을 두세 차례 계속했다. 정연은 이미 정신이 없었다. 얼굴에 피가 흥건하고 다리 가 후들거렸다. "크앗!!" 또다시 내려쳐지는 민형에 팔꿈치가 김정연의 등을 가격하고 그 충격을 이 기지 못한 정연은 단발마의 비명과 함께 피를 뿌리며 자리에 털썩 무릅을 꿇었다. - 계속 - 『CD의 환상세계-일반소설 (go CDGGAM)』 24번 제 목:[중편L] ## 고교 3년생의 사랑 ## -8 올린이:cdggam (임달영 ) 95/06/11 12:14 읽음:8369 관련자료 없음 ----------------------------------------------------------------------------- ## 고교 3년생의 사랑 ## PART-8 "싸움이 뭔지 알아------!?" 그리고 지금까지 침묵을 지키고 있던 민형이 갑자기 큰 소리로 이렇게 외 치며 두눈을 번뜩였다. 비틀 거리던 김진영은 자신의 눈앞으로 성큼 다가 서는 민형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한순간 눈을 크게 뜨고 침을 꿀꺽 삼켰 다. "장난이 아니란 말이야---!!!" "우...우왓!?" 그리고 민형은 곁에 있는 의자를 집어들어 김진영을 향해 사정없이 내 려쳤다. 미처 피하지 못한 긴진영이 쇠로된 철판 의자에 정통으로 가격 당하고 비명을 지르며 나가 떨어졌다. 사람들이 모두 놀란듯이 인상을 찡그리며 탄성을 내지르고 지영은 조마조마한 가슴으로 두손을 꼭 쥐 었다. 그리고 쓰러진체 가뿐숨을 몰아쉬는 김진영의 앞으로 다가간 민 형이 헉헉대는 그에게 이렇게 물었다. "어때요... 내 태권도가" 그리고 빙그래 미소짓는 민형을 올려다보면 김진영은 어이없다는 듯이 계속해서 숨을 몰아쉴 뿐이었다. "훗..." 그리고 이내 김진영도 자포자기 한듯시 웃고 말았다. "내가 졌다." 김진영이 이렇게 입을 열었고 그런 두사람을 지금까지 쭈욱 지켜보고 있 던 지영의 얼굴이 안도에 느낌에 환하게 변모했다. 김관장도 쓰러져 있 는 진영과 민형의 모습을 쳐다보며 남들이 알아볼수 없을 정도로 조그맣 게 웃어 보였다. 그래 진영... 실전이란 그런 것일게다. 아들의 자만심 ... 그것은 무서운 적이었다. 그러나 저소년이 진정으로 진영을 꺽어줄 줄은 몰랐기 때문에 김장관은 심히 놀라고 있는 것도 사실이었다. "정말 대단한 소년이야... 정말 강하군." 그리고 두사람을 바라보며 미소짓는 김장관에게 여러 사람들의 질문이 한꺼번에 들이 닥쳤다. "김관장님 저게 태권도 입니까?" "굉장히 박력 있군요...!" 그리고 흥분한듯이 이렇게 질문해 오는 사람들을 향해...김관장은 그저 쓴웃음을 지을밖에 다른 표현을 할수가 없었다. ------------------------------------------------------------------ "아얏!" "앗. 미안해요" 민형의 부어오른 오른쪽볼에 약을 바르던 지영은 움찔하며 아픈 소리를 내 는 민형에게 놀라 황급히 약을 바르고 있던 손을 때었다. 지금 두 사람 은 도장 근처에 약국에 나와 있었다. 개업식이 끝나고 사람들이 모두 돌아 갈 즈음 두 사람도 인사를 하고 도장을 빠져 나왔던 것이다. 치료를 받고 가라는 긴관장에 권유가 있었지만 민형은 괜찮다고 한사코 사양하며 도장 을 나오고 말았다. 사실 그㎖까지만 해도 그다지 아프것이 느껴지지 않 았는데... "이렇게 부어 있을줄은 몰랐어요...쓰으..." 쓰린 볼을 살며시 어루만지며 민형이 신음 소리를 내고 지영은 그런 민형 을 안타까운 표정으로 내려다 보며 이렇게 말했다. "...아파요?" "아프죠 물론" 싱거운 대사가 오고 가고 민형은 인상을 찡그리며 볼을 어루만졌다. 그리 고 잠시동안 그런 민형을 내려다 보고 있던 지영도 지쳤다는 듯이 그런 민 형의 옆자리에 털썩 주저 앉았다. 민형은 자신의 옆에 자리를 잡고 앉는 지영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이렇게 물었다. "선생님 집에 안가세요?" 그리고 민형에 물음에 지영이 입을 열었다. "가야죠, 난 이 앞에서 버스타면 끝이예요. 민형씨는...?" "아 나도 여기서 타면 되거든요..." 잠시동안 어색한 대화가 오고가고 민형은 왠지 더이상 할말이 없어서 고 개를 돌리고 입을 다물었다. 유지영 선생님과 꽤 친해졌다고 생각했는데 ... 말하고 싶지 않은 것을 모두 들켜 버렸으니 이제 자신을 다른 눈으 로 쳐다볼 것 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인내심도 없이 그렇게 멋대로 싸우고 말았으니... 민형은 저절로 한숨이 새어 나왔다. 그때 그러 생각 에 잠기며 한숨을 내쉬는 민형에게 지영이 문득 이렇게 입을 열었다. "아까 대단했어요. 나 그런 건 처음봤어요. 민형씨는 정말 강하군요. 태 권도 공인 2단이라는 김진영씨를 이기다니..." 이렇게 말하는 지영에게 민형은 아니라는 듯이 고개를 가로저으며 피식 웃었다. "이기긴요, 제가 한건 모조리 반칙이예요. 김진영씨는 끝까지 룰을 지 켰고 저는 비겁한 수만 썼다고요. 제가 한건 태권도도 아니고...그냥 싸 움이니까요" 이 부분에서 민형은 자신의 신세를 한탄했다. 제길... 난 왜이럴까. 나도 무언가 남들처럼 공식적으로 잘하는 것이 있었으면 좋겠다. 싸움말고 다른 것을 유지영 선생님께 보여 드리고 싶은데. 싸움만 하는 불량배 라고 생각 할거야... 그리고 민형은 차마 유지영 선생님의 얼굴을 돌아 볼수가 없어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그리고 두사람 사이에는 잠시동안 침묵이 흘렀다. "그럼 안돼요?" "예....?" 갑자기 영문 모를 말을 내뱉는 지영에게 민형이 당황하여 고개를 돌리고 지영은 웃으며 입을 열었다. "태권도든 싸움이든 어쨋든 격투기 잖아요. 이기는 사람이 강한거 아닌가 요?" "그... 그거야 그렇긴 하지만... 룰이..." 갑자기 민형은 머리속이 혼란스러워져 주춤거리며 입을 열었다. 지영은 그 런 미형을 바라보며 활짝 웃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실전에서 룰 따위가 무슨 소용이겠어요. 이기면 그만이지 안그래요? 어쨋 든 민형씨가 김진영씨를 이긴 거잖아요. 그럼 된거지요 뭐" 한순간 이렇게 말하던 유지영 선생님은 얼굴이 빨개진체 황급히 고개를 돌 렸다. 그리고 민형은 그런 유지영 선생님의 반응을 이해하지 못하고 멋적 은듯이 머리를 긁적 거렸다. 하긴 이긴건 사실이지만 비겁하다고 싫어 할 줄 알았는데... "민형씨가 이겨서 다행이예요..." 그리고 이렇게 입을 열며 수줍은 듯이 미소짓는 유지영 선생님의 미소는 민형에게 한없이 포근한 느낌을 안겨 주었다. 적어도 그녀가 자신을 미워 하지 않는 다는것을 민형은 알아챌수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갑자기 민형 의 얼굴에도 홍조가 띄며 웃음이 번졌다. "아..하하 네 고맙습니다. 선생님" 어색하게 고개를 꾸벅 숙이는 민형을 쳐다보며 지영도 살며시 웃었고 어느 새 두사람은 버스 정류장 난간에 기대 앉은체 쑥스러운듯이 서로의 얼굴을 마주보며 얼굴이 빨개진체 너털 웃음을 지어내기 시작했다. "자, 이제 집으로 돌아 가셔야죠 선생님" 개운해진 기분... 민형은 가볍게 미소 지으며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고 유 지영 선생님도 그런 민형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파도 내일 학원 빠지면 안돼요" "물론이죠 선생님" 지영이 헤어지기 바로전 이렇게 입을 열자 민형은 오른손 엄지 손가락을 들어보이며 흔쾌히 대답했다. "열심히 공부해야 하니까요." 그리고 두 사람은 버스 정류장을 향해 걸어 나가기 시작했다. ........................................................ . . . . . 민형이 학원에 다니기 시작한지 어느덧 넉달이란 시간이 흐르고 자신을 가 르치는 유지영 선생과는 어느새 부담없이 스스럼없는 사이가 되어 가고 있 었다. 그리고 민형도 그런 자신과 유지영 선생님의 관계를 조금이라도 더 진전 시키기 위해 하루하루를 애썼다. 그녀는 나이답지 않게 매우 순수했 고또 민형과 뜻이 잘 맞았기 때문에 두사람은 곧 선생과 학원생의 관계를 떠나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게 되었다. "그건 네 착각일 뿐이야. 성인 여성은 모성애를 허비할만한 남자를 찾게 되는 법이라고 넌 거기에 걸려들었을 뿐이야." 모처럼 휴일에 종로의 거리를 걸으며 유지영 선생님의 이야기를 민형에게 건네들은 성우가 말도 안된다는 듯이 이렇게 입을 열었고 민형은 가볍게 성우의 말에 반박했다. "그렇지 않아. 유지영 선생님은 그렇게 심심풀이로 사람을 대할 여자가 아 니라고." "그럼 넌 그 선생님이랑 어디까지 갔단 말이냐? 키스? 좋아한다고 고백이 라도 했니? 아니면 도장이라도 찍었어?" 단도직입 적으로 묻는 성우에게 민형은 아무 대답도 못하고 망설였고 성우 는 그것 보라는 듯이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결국 자주 만나서 이야기도 하고 저녁도 먹고... 뭐 이 정도지? 하지만 그런것은 다른 어떤 사람하고도 자연스럽게 할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지 그 여자가 바보냐? 자기보다 6살이나 어린 연하의 남자랑 사귀게." "으... 바보 아니다." 왠지 모르게 성우의 페이스에 말려들어가며 성현은 자신의 유지영 선생 님을 나쁘게 말하는 성우를 불쾌한듯이 바라 보았다. "선생님은 틀려. 그렇게 진실하지 못한 분이 아니야" 이렇게 입을 열며 민형은 내심 확신하고 있었다. 그렇다 그분은 좋은 분 이다. 결코 심심풀이로 상대를 대하고 있는 그런 성격의 여자가 아니야 성현은 그렇게 믿고 있었던 것이다. - 계속 - 『CD의 환상세계-일반소설 (go CDGGAM)』 25번 제 목:[중편L] ## 고교 3년생의 사랑 ## -9 올린이:cdggam (임달영 ) 95/06/21 16:32 읽음:8761 관련자료 없음 ----------------------------------------------------------------------------- ## 고교 3년생의 사랑 ## PART-9 "그런데 그 여자가 정말 그렇게 예쁘냐? 얼굴이나 한번 봤으면 좋겠다" "으...함부로 그 여자라고 하지마. 혼내줄테다" 민형은 계속하여 히죽 거리며 자신을 놀리고 있는 성우를 노려보며 주먹 을 불끈 쥐어 보였다. 감히 유지영 선생님을 그여자 따위로 부르다니 용 서할수 없어, 그런 민형을 어이 없다는 듯이 물끄러미 바라보며 성우가 졌다는 표정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너 정말 빠졌구나? 걱정된다..." "시끄럽다 임마! 참견하지마" 혀를 차는 성우에게 이렇게 반박해 준후 민형은 토라진듯 뚜벅뚜벅 걸음 을 옮겼다. 휴일은 싫어. 토요일과 일요일은 학원을 가지 않는다. 결국 유지영 선생님의 얼굴을 볼수 없다는 것이다. 그녀의 얼굴을 잊어 버릴 까봐 겁이난다... 하긴 잊고 싶어도 절대로 잊지 못하겠지만... "야 민형아. 배 안고프니? 벌써 5시다. 우리 어디가서 점심이나 먹자." 문득 성우의 말에 정신을 차린 민형은 자신이 아침을 굶었다는 것을 깨 달았다. 그렇군 아침에 그다지 일찍 일어나지 못해 급히 나오느라고 식 사를 거른것이다. 그러고보니 벌써 점심시간... 어디서 점심을 해결하긴 해야 겠는데. "햄버거 먹을까?" 이렇게 묻는 민형에게 성우는 한심하다는 듯이 인상을 찌프리며 그런 민 형의 어깨를 후려 갈겼다. "넌 맨날 햄버거만 먹고사냐? 시내까지 나왔는데 또 햄버거야? 그러지 말 고 오늘은 어디가서 칼질이라도..." "돈 많다 너." "하하 미팅에는 돈이 필수다." 한순간 아무 생각없이 성우를 바라보고 있던 민형의 두눈이 번쩍 뜨였다. 이자식이 지금 무슨 헛소리를? "미팅이라고!? 갑자기 무슨 소리야 너!? 그럼 오늘 나를 불러낸 이유 가..." 민형은 성우의 멱살을 붙잡고 설마 하는 표정으로 조용히 입을 열었다. "미팅...이냐?" "하..하..응." 성우가 멋적은 듯이 민형의 두팔에 목깃을 잡힌체 고개를 끄덕 거렸고 민 형은 그대로 성우의 머리를 쥐어 박았다. 성우가 엄살을 떨며 나죽어라 외쳐대는 사이에 민형은 정신없이 마음속을 정리했다. '미..미팅이라니. 성우저놈. 항상 사람을 황당하게 만드는데는 소질있는 놈이라지만...도대체...' "왜 말을 안한거야! 응!? 속은 기분이잖아!" 왠지 모르게 화가 치밀어 큰소리로 외치는 민형에게 성우가 진정하라는 듯이 민형의 어깨를 붙잡으며 자못 진지한듯이 이렇게 입을 열었다. "형님의 깊은 뜻을 모르겠냐? 환상의 여인에게 빠져 괴로워 하는 친구에 게 보다 현실적인 여자를 소개 시켜 주려는 것 뿐이야. 내가 사실대로 나 왔으면 네가 나오지 않을게 분명하니까 할수 없었어." "크윽, 너 이자식 잘도..." 민형은 약이 오른 나머지 휙 하고 성우에게서 등을 돌렸다. "난 가겠어!" "어? 잠깐!" 순간 뒤돌아 서는 민형을 붙잡으며 성우가 외쳤다. "이봐! 이미 두명의 여자아이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어 네가 그냥 가면 그 아이들에게 결례를 범하는 거야 알아?" "그건 네 사정이지! 난 간다고 말한적 없어!" "어쨋건 그 애들은 너와 나를 기다리고 있단 말이야." "으..으윽..." 부당한 요구였지만 민형은 여자에 대해서라면 대책 불능. 제멋대로인 성 우 녀석의 계략이었지만 여자 아이들이 이미 기다리고 있다니 할말이 없 었다. 확 집에 돌아가 버리고 싶었지만... "속인건 미안하지만 그래도 이왕 여기 까지 왔잖아 .. 안그래?" "으으... 너 계속 이렇게만 해라." "하하 미안~" 애써 내숭 떨며 웃어 보이는 성우에게 민형은 약이 오르고 분하기는 했지 만 어쩔수 없었다. 여자 아이들이 기다리고 있다는데 바람 맞힐수는 없는 것이다. 대충 얼굴만 대면시키고 빠져 나오는 편이 좋겠다. "오늘은 그냥 넘어가지만 다음부터는 가만 놔두지 않을거야..." "하핫! 너라면 이해해 줄거라고 생각했어!" 유쾌한듯이 자신의 어깨를 두두리는 성우를 못마땅한 듯이 쳐다보며 민형 은 인상을 찌푸렸다. '미팅이라고... 제길...' 민형은 속으로는 성우를 원망하면서도 어쩔수 없이 힘없는 발걸음으로 성 우를 따라 약속 장소로 향하기 시작했다. ------------------------------------------------------------------- "어서오세요" 지영은 종소리를 울리며 안으로 들어오는 두사람에 커플에게 꾸벅 고개 를 숙이고 밝은 표정으로 인사했다. 이곳은 학원과 가까운 곳에 위치한 작은 레스토랑, 약간의 술과 음식을 함께 취급하는 혼합성이 짙은 가게 다. 지영은 학원에 강의가 없는 오후에 시간을 이용하여 이곳에서 서빙 을 보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상황에 따라 지금처럼 안내인의 역할을 부여 받기도 하지만 본래 지영이 이곳에 취직해서 얻은 직책은 가장 서 빙이었다. "안녕히 가십시오" 다소곳이 고개를 숙이며 지영은 흘러내린 머리를 어깨위로 넘겨 올렸다. 슬쩍 시계를 쳐다보니 9시가 조금 넘어 있었다. 퇴근 시간은 10시반 아직 1시간이 조금 넘게 남아 있었다. 그때 입구문이 벌컥 열리고 땋은 머리를 한 귀여운 얼굴의 아가씨가 황급히 숨을 몰아쉬며 가게 안으로 뛰어 들어왔다. "어머 미안해 지영아! 지배인한테 전화했는데... 정말 미안해!" 그녀는 빨개진 얼굴로 두소을 모은체 지영에게 고개를 꾸벅 숙였다. 지영은 그런 그녀에게 괜찮다는 듯이 쓴웃음을 지어보이며 두손을 흔들 었다. "아니야, 뭐 다 같은 일인데 어때... 그럼 교대하자." "정말 고마워. 너 때문에 살았다." 원래 지영의 일을 서빙이었지만 늦은 친구 대신 안내를 맡고 있었던 것 이다. 이제 친구가 돌아왔으니 지영은 서빙으로 돌아가야 했다. 주방쪽 으로 들어가며 앞치마를 푸르는 지영의 귓가에 항상 들어왔던 익숙한 친구의 음성이 들려왔다. "어서오세요~저쪽으로 앉으세요" 그녀의 목소리를 들으며 지영은 속으로 살짝 웃음 지었다. 참 붙임성 있 게 잘 해나간다고 생각했다. 자신은 그녀가 늦은 1시간 동안 긴장되어 굳 은 얼굴로 고개만 끄덕이고 있었던 것이다. 약간 무안하기도 했지만 처 음해본 일이라 어쩔수 없었다. 자신도 꽤 밝은 성격이라고 생각하기 때문 에... "어서오세요~ 4분이시죠? 저쪽으로 앉으세요?" 문득 고개를 돌린 지영의 눈에 안내를 받으며 식당안으로 들어오는 4 명의 손님이 들어왔다. 순간 지영은 눈쌀을 찌푸렸다. '아직 학생이잖아... 늦은시간에 이런곳에...' 약간 마음에 안들기는 하지만 요즘 신세대들을 이해해야 한다는 생각에 서 지영은 그냥 대수롭지 않게 넘기기로 했다. "유지영씨 가서 주문 받아요" "아..네!" 지영은 잠시 망각하고 있던 자신의 일을 자각하고 황급히 메뉴판을 들고 종종 걸음으로 4명의 학생들이 앉아 이는 테이블로 향했다. 남자 둘 여 자둘 각자 사이좋게 짝을 맞추어 앉아 있었다. 어두워서 얼굴이 잘 보이 지는 않았지만 그다지 좋아 보이는 풍경은 아니었다. 지영은 얌전하게 메뉴판 두개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주문을 기다렸다. '윽...뭐야 이거?' 메뉴판을 집어든 민형은 기가 죽어 침을 꿀꺽 삼켰다. '정식이... 25000원 이라니... 이건...' 엄청나게 비싼 음식값에 민형을 질린 얼굴로 혀를 찼다. 그때 민형의 정 면에 앉아 있던 성우가 천연덕 스럽게 이렇게 입을 열었다. "아 이집은 티본을 잘해. 그걸로 하지?" 티본... 티본 이라...성우의 말을 들은 민형은 황급히 메뉴판을 뒤적 거렸 다. '아! 여기있군 티본 스테이크 사... 삼만 오천원!" 그리고 너무나 민형은 너무나 기가막혀 어이가 없었다. 도대체 학생의 신 분으로 이런데 올수가 있는거야 성우 임마! "어머... 그거 맛있겠다. 나 그걸로 할래." "나도~" 사정도 모르고 잘도 골라제끼는 자신고 성우의 파트너를 곁눈으로 바라 보며 민형은 혀를 찼다. 쯧쯧 골빈 기집애들... 돈까스나 시켜! "그럼 티본으로... 4분...웰던으로 하시겠어요 아니면 미디엄.." 주문을 받고 메뉴판을 접으며 지영이 이렇게 물었을때 민형은 거의 제 정신이 아니었다. "아... 난 웰던으로..." 라고 입을 열며 서빙 아가씨에게 고개를 든 민형은 한순간 소스라치게 놀라며 두눈을 크게 떴다. 그리고 놀란 것은 지영도 마찬가지였다. '서... 선생님...?' '민형씨...?' 한순간 성우들은 알수 없는 지영과 민형만의 어색한 시선이 맞 부딪치 고 두사람은 긴장한체 자리에 굳어 버린체 아무말도 할수가 없었다. - 계속 - 『CD의 환상세계-일반소설 (go CDGGAM)』 29번 제 목:[중편L] ## 고교 3년생의 사랑 ## -10 올린이:cdggam (임달영 ) 95/08/13 21:04 읽음:8168 관련자료 없음 ----------------------------------------------------------------------------- ## 고교 3년생의 사랑 ## PART-10 "이봐요 아가씨, 뭘 그렇게 서서 보고 있는 겁니까? 주문 다 끝났잖아 요?" 멍한 표정으로 민형을 바라보는 지영을 이상하다는 듯이 쳐다보며 성우가 퉁명스럽게 물었다.주위에 있는 여자아이들의 시선도 지영에게 일제히 쏠 렸으나 지영은 아직 아무것도 실감나지 않는 얼굴로 우두커니 메뉴판을 들고 서 있었다. "이봐요! 가서 음식을 가져와요! 우리가 동물원 원숭이야? 빤히 쳐다보고 있게!" 왠지 놀림받는 기분이 든 성우가 언짢은 얼굴로 조금 언성을 높혔다. 그 때였다. - 쾅 - "왓?" 탁자 위에 식기들이 공중으로 붕 떠오를 정도의 강력한 민형의 주먹이 성 우의 눈앞에서 내려쳐졌고 그 무시무시한 민형의 눈을 보며 성우가 침을 꿀꺽 삼켰다. 왜...왜? 뭔가 잘못한건가? "너 말이야..." 민형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며 성우를 노려 보았다. 그러나 성우가 그런 민 형의 뜻을 이해할리없었다. 민형은 성우의 앞에서 메뉴판을 들고 있는 지 영을 슬쩍 쳐다보았다. '핫' 민형의 시선을 느낀 지영도 황급히 메뉴판을 등뒤로 돌리고 고개를 꾸벅 숙였다. "죄, 죄송합니다. 손님!" "......" 어색한 분위기에 식탁 주위는 고요했다. 고개를 숙이고 있는 지영을 제외 한 세사람은 이유없이 흥분해 있는 민형을 바라보며 슛아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민형은 유지영 선생님에게 버릇없이 구는 성우에게 자기도 모르게 화가 난 것이지만 퍼뜩 정신을 차리고 애써 침착해지려고 애썼다. 민형은 헛기침을 한번하고 방금 한 자신의 행동에 대해 변명 비슷한 말을 늘어 놓 았다. "그, 그러니까 아무리 서빙을 보는 아가씨라도 그렇게 말해면 안돼!" 지영의 얼굴이 빨개지고 성우는 여전히 이상한 다는 듯이 민형의 얼굴을 힐끗힐끗 살펴 보았다. 저게 돌았나? 갑자기 민형의 파트너가 민형의 팔 짱을 끼며 바짝 달라붙었다. "멋져라. 민형씨는 참 상냥하구나." "아, 아니 난." 민형은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들어 유지영 선생님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메뉴판으로 입을 가린체 놀라운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 다. 이대로는 오해의 소지가 크잖아! 민형은 자신에게 달라붙은 미팅 파트너를 밀쳐내며 재빠르게 말을 내뱉었다. "떠, 떨어져. 뭐하는 짓이야 이게!" 그 와중에도 눈은 유지영 선생님에게 향해 있었다. 자신의 애교가 실패 로 돌아가자 뾰루퉁해진 소녀가 가슴앞으로 팔을 빼 모으며 휙 돌아 앉 았다. 지영은 왠지 모르지만 가슴이 두근두근 떨렸다. "저, 주문이......" 왠지 모르게 정신이 혼란스러워 지영은 이렇게 물었다. 한순간 날카로운 성우의 목소리가 지영의 귀를 때렸다. "아까 시켰잖아요!" "에... 엣?" 화들짝 놀란 지영은 재빨리 입가에 가져가 있던 메뉴판을 눈앞으로 가져 왔다. 그러나 긴장한 나머지 손에서 미끄러진 메뉴판이 지영의 손을 빠 져 나왔다. "아, 이 이런!" 당황한 지영이 공중으로 떠오른 메뉴판을 붙잡으려 손을 뻗었으나 메뉴판 은 잘도 지영의 손을 이리저리 빠져나가 폴짝폴짝 도약했다. "이봐요!" 참다못한 성우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을 때였다. - ! - 빡, 소리와 함께 메뉴판의 모서리가 성우의 머리를 향해 내려 꽂혔고 성 우는 비명을 내질렀다. 그모습을 본 지영은 놀란 강아지 마냥 숨소리도 내지 못하고 두눈을 크게떴다. "아, 아하하하 저 꼴좀봐!" "어머, 호호호호!!" 메뉴판을 뒤집어 쓴 성우의 얼굴을 올려다 보며 두 여자아이들은 자지러 질듯이 웃어 재기기 시작했다. 성우의 입술이 일그러지고 얼굴 근육이 경 련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정말 이 아가씨가!!!" "이,이봐 성우!!??" 성우의 오른손이 머리위로 높게 치켜올려지고 깜짝놀란 민형이 황급이 자 리에서 일어났을 때였다. 분노한 성우의 오른손이 놀란 토끼눈의 유지영 선생님을 향해 날아갔다. - 짝 - "......!!!???" 민형은 그것이 꿈이 아닌가 생각했다. 메뉴판이 땅바닥으로 떨구어지고 눈앞에 서있던 유지영 선생님의 머리카락이 펄럭였다. "선생님-----!?" 미쳐 상황을 파악하기도 전에 테이블이 엎어지며 두눈이 휘둥그래진 민 형이 지영을 향해 달려 나갔다. 모두들 그런 민형을 바라보며 숨을 죽 였다. "서, 선생님...?" 성우가 황당한 표정으로 이렇게 혼자말로 중얼거렸다. "선생님 괜찮으세요!!" 바닥에 부릅을 꿇은 지영을 부축하며 민형이 외쳤다. 그녀는 얻어맞은 오 른쪽 볼을 두손으로 꼬옥 감싼체 입을 다물고 있었다. 민형의 손에 잡힌 그녀의 어깨가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심한 가슴의 요동소리가 느껴졌 다. "서, 선생님....?" 민형은 민망하고 죄스러워 어쩔줄 모르며 지영의 앞에서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어떻게 이런일이... 유지영 선생님이 이런곳에서 일하고 있을 줄 은 생각도 하지 못했어. 오지 않는건데. 미팅 따위 오지 않는건데! 민형 은 학생의 신분으로 이런곳에 오게 된것을 뼈저리게 후회했다. "선생님 괜찮으세요?" 다그치는 민형에게 유지영 선생님이 고개를 들었다. 여전히 꼬옥 쥐고 있 는 오른 쪽 볼이 부어있었다. 그리고... 순간 민형은 가슴이 철렁 내려 앉 았다. 그녀의 입술에서 피가 흘러내리고 그녀는 눈물을 흘리고 있었던 것 이다. ' 아... 이런 ' 주위가 온통 깜깜한 암흑으로 변하고 민형의 심장이 요란하게 요동쳤다. 선생님의 입술에서 피가 흘러... 자신의 친구에게 따귀를 맞아서... 이것 은 폐륜이다! 도대체 내가 무슨 짓을 저지른거야! 민형은 자신이 직접 저 지른 일은 아니지만 너무나 큰 죄책감을 느끼며 몸을 떨었다. 성우 너 이 자식!! 여자를 이렇게 세게 때리는 놈이 어딨냐! 야만인!! "아퍼라..." 한순간 지영이 조용히 혼자말로 중얼거렸다. 민형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아아... 그녀를 쳐다볼수가 없다. 하지만 긴장하고 있는 민형과 달리 지영 은 성우의 발아래 떨어져 있는 메뉴판을 집어들고 자리에서 일어나 치마에 묻은 흙을 털었다. 그제서야 테이블에서의 시끌벅적함을 눈치챈 가게 주인 이 달려왔다. "아, 아니 무슨 일입니까 손님?" 주인은 피가 흐르는 지영과 쓰려져 있는 테이블, 결코 좋지 못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서 있는 성우와 민형을 번갈아가며 쳐다보았다. 주인의 목구 멍으로 삼켜 넘기는 침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았다. 갑자기 주인이 지영을 향해 다그쳐 물었다. "무슨일이야 지영양! 어떻게 된거야?" "아 잠깐만요. 그게..." 민형이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주인을 불러으나 그는 가게의 체통 때문인 지 운영상의 문제인지 민형은 아랑곳하지 않고 지영만을 향해 더욱 큰소리 로 다그쳤다. "어떻게 된거냐니까!!" "......" 고개를 숙인체 아무말도 못하던 지영이 잠시후 조용히 입을 열었다. "죄송합니다......" 불안해 어쩔줄 모르는 그녀의 얼굴, 문득 민형은 그것이 모두 자신 때문 이라는 생각이 들어 눈앞이 캄캄해졌다. - 계속 - 『CD의 환상세계-일반소설 (go CDGGAM)』 30번 제 목:[중편L] ## 고교 3년생의 사랑 ## -11 올린이:cdggam (임달영 ) 95/10/15 15:04 읽음:8050 관련자료 없음 ----------------------------------------------------------------------------- ## 고교 3년생의 사랑 ## PART-11 레스토랑을 나온 민형은 정신없이 복잡한 상황에서 화를내며 일행을 떠나 보냈다. 미팅도,친구도, 오늘에 모든 사건은 처음 부터 끝까지 전부 엉망 이 되어 버렸다. 친한 친구 성우는 물론이고 자신의 파트너에게 까지 반색 하며 화를 내어버린 민형은 자신의 행동이 당황스럽고 난처하기는 했지만 성우에게 따귀를 맞고 식당 주인에게 꾸중까지 들은 유지영 선생님을 생각 하니 온몸에 피가 바싹바싹 말라 붙었다. 그렇게 민형은 친구들이 모두 돌 아간 늦은 저녁까지 식당앞 입구에 몸을 기댄체 유지영 선생님의 퇴근 시 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도대체 내가 오늘 무슨 짓을 한거야. 선생님이 내 친구에게 따귀를 맞고 아무말도 못하다니. 내가 그녀에게 무슨 못되먹은 짓을 한거냔 말이야. 아 인간 정민형. 넌 최저다. 남자도 아니고 엉멍진창이야. 도대체 뭐라고 사과를 하면 좋을까." 이렇게 시간이 가기를 기다리는 와중에서도 민형은 불안하고 초조하여 미 칠것만 같았다. 도대체 유지영 선생님 그녀와의 만남은 계속되는 악순환의 연속인 것이다. 첫 인상의 조짐이 좋지 않았기 때문일까. 그녀가 트러블 메이커 이기 때문일까. 확실히 그런 여성따위 보기도 싫다고 생각하던 때 가 얼마전의 일이었는데... 어째서 지금은 그녀에게 대한 처사따위에 신경 을 쓰며 초조해 해야 하는 걸까. 최소한 스승과 제자의 도리라고 마음을 달래 며 민형은 자신을 위로했다. "뭐라도 좋으니 빨리 나와라. 미치겠군 정말!" 기다리다 지친 민형은 홧김에 입구에 반쯤 닫힌 나무문을 주먹으로 내리쳤 다. 쾅 소리가 나고 우지끈 문이 부서져 나갔다. 당황한 민형이 깜짝놀라 며 얼른 주먹을 빼어 냈을때는 이미 그럴싸한 나무장식은 박살이 나고 판 자가 일그러진체 괴상한 모양을 자아내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보다 더욱 더 민형을 당황하게 한것은 그 부숴진 나무분 바로 옆에 놀란 눈을 커다랗 게 뜨고 우두커니 서있는 유지영 선생님 이었다. 한순간 민형은 화들짝 놀 라면서 안절부절 큰소리로 외쳤다. "서, 서, 선생님!!" 퇴근후 2층계단을 내려오던 지영이 문을 열려는 순간 눈앞에서 문이 박살 나며 파편과 함께 커다란 주먹이 쑥 들어오고 만것이다. 그리고 반쯤 열린 입구가 천천히 개방되며 그앞에서 민형의 모습이 보였다. 안절부절하여 뻘 뻘 땀을 흘리고 서있는 민형은 매우 초조한듯 보였다. "미,민형씨...?" 지영 역시 약간은 당황스럽고 뜻밖인지라 엉거주춤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 다. 그런 지영의 앞에서 민형은 더욱 당혹스런 표정으로 이마에 가득한 식 은땀을 닦아 내었다. 무언가 말을 꺼내야 겠는데 할말이 아무것도 생각나 지 않는 것이다. 그때였다. 쩔쩔매던 민형의 눈에 정면에 서있는 지영의 얼굴이 들어왔다. 그리고 그녀 입가에 붙어 있는 살색의 밴드를 눈치챈 민 형의 얼굴색이 시커멓게 달아 올랐다. 저것은 성우에게 따귀를 맞아 생긴 상처. 그렇다. 그때의 유지영 선생님은 피를 흘리고 있었다. 갑자기 변한 민형의 표정을 느낀 지영이 재빨리 한손으로 입가를 가리며 고개를 숙였 다. 그리고 두사람 사이에서 잠시지만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저, 저기... 선생님......" 이대로 서 있을수 많은 없다고 생각한 민형이 숙이고 있던 고개를 들고 입 을 열려는 찰나였다. "민형씨 미안." 갑자기 이 한마디만을 남기고 그녀가 민형이 앞에서 휙 스치고 사라졌다. 그 순간 민형은 멍한 표정으로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못한데 그 자리에 우 두커니 서 있었다. 눈앞에서 사라진 유지영 선생님의 자취를 실감하며 정 신을 차린것은 수초후 민형이 황급히 몸을 돌려 빠른 걸음으로 달음질쳐 가는 유지영 선생님의 뒷모습을 향해 외쳤다. "서,선생님 잠깐!" 민형이 외쳤으나 지영은 못들은체 하고 종종 걸음으로 사라져 갔다. 뒤에 남은 민형은 지영은 향해 무색하게 뻗어 있는 자신의 손을 힘없이 내리며 비참한 심정에 빠졌다. 지금까지 그녀가 자신에앞에서 미소를 보이지 않았 던 적은 한번도 없었다. 그렇다. 이제서야 깨달은 것이지만 그녀는 항상 미소를 짓고 있었다. 민형이 아무리 심한 말을 해도. 여자의 자존심을 건 드리는 품위없는 대사를 내뱉더라도. 마음에 들지 않는 행동을 해도. 그녀 를 무시해도 그녀는 항상 민형 앞에서 미소 지으며 모든 것을 받아 주었 다. 그런 편한 지영을 민형은 좋아했고 또 지금 이상황에서도 그녀가 미소 지으며 이해해 줄것이라고 생각 했었는지 모른다. 하지만 미안하다는 알수 없는 한마디를 뒤로하고 급하게 사라져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민 형은 알수 없는 착찹함과 비참함을 느꼈다. 몸이 떨리고 눈물이 날것만 같았다. '아아... 제길!' 민형은 힘없이 발치에 있는 돌맹이를 걷어 찼다. '어차피 그녀는 교사지.' 학원 교사라도 교사는 교사다. 민형은 자신이 그녀를 너무 쉽게 생각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으며 바보 같은 자기 자신을 뉘우쳤다. 그녀는 친절한 것 뿐이다. 수험생인 자신에게 누나같은 아량을 배풀어 주었던 것 뿐일게 다. 하지만 오늘의 사건을 다르다. 버릇없는 꼬마라고 따귀를 맞지 않은 것만도 다행이라고 스스로를 위로하면서 민형은 힘없는 걸음을 옮겼다. '내일 학원에 가면 그녀에게 뭐라고 해야할까.' 생각만 해도 거북한 상황이 머리속에 스크롤 되며 민형은 한손으로 자신의 머리채를 뒤집어 엎었다. '미팅 따위를 하는게 아니었는데.' 결국은 애꿎은 미팅으로 원망의 화살이 쏠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미팅 이란것도 결국은 자기의 의사가 허락을 내려 행하여 진것이 아닌가. 민형 은 모든것을 흘려버리려는 듯이 커다란 한숨을 내쉬며 양손을 주머니에 집 어 넣고 터벅 터벅 어두운 종로의 거리를 걷기 시작했다. "......" 침침한 골목의 정면에는 거대한 차도가 곧은 대로를 자랑하고 있었고 요란 한 네온사인과 여러 사람들이 바빠 자신의 길을 걸어가고 있었다. 문득 민 형은 자신이 걷고 있는 어두운 골목에 멈춰서서 주위를 돌아보았다. "......" 바로 눈앞에, 불과 수십미터 앞에 놓여져 있는 도시는 너무나 화려했고 또 아름다웠다. 수많은 커플과 여러 개성의 사람들이 각자 자신의 본분을 다 하며 살아가는 도시는 아름다웠다. 민형은 자신이 서 있는 골목과 그 거대 한 도시의 도로를 비교하며 알수 없는 착찹한 심정에 빠져 들었다. 그것은 바로 자신의 눈앞에 닥친 현실의 차이와 비슷한 느낌으로 그에게 다가서고 있었던 것이다. '18살......' 고교3년생이란 그런것이다. 그것이 한국이란 개발 도산국이 안고 있는 18 살 청소년들의 거대한 적. 이런 압박감과 초조함을 이곳의 18세는 누구라 도 가지고 있다. 한국이란 이런곳이다. '제길......' 민형은 자포자기 한듯이 눈에 띄는 깡통을 걷어차며 걸음을 옮겼다. 애꿎 은 깡통을 걷어차며 어두운 골목을 걸어가는 자신을 돌아보며 민형은 문득 1년전 자신의 모습이 떠 올랐다. 1년전...... 민형은 흔히 사람들이 멀리 하는 그런 부류, 민형은 불량배였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잖아. 아니라고" 과거를 변명하듯 혼자말로 되뇌이면서 민형은 빠른 걸음으로 걷기 시작했 다. 주위에는 아무도 없고 음침한 골목은 어두 컴컴했다. 익숙한 느낌. 민 형은 이런 분위기에 꽤 익숙해져 있는 자신을 보고 씁쓸한 생각에 잠기었 다. 유지영 선생님은 잘 돌아 가셨을까... 이런 골목을 지나 다니다니 여 자의 몸으로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얼마전 까지 이런곳에서 주로 어울렸던 민형 자신이 잘알고 있는 일인 것이다. 지나가는 여자들, 특히 젊고 여려 보이는 여성들은 좋은 표적이다. 간단한 협박만으로도 손 쉽게 가지고 있는 모든 물건을 내놓고 사라진다. 뒷감당 같은것도 필요없 다. 최고의 사냥감이란 바로 거리의 분위기와 여자들이 만들어 내는 것이 다. 그리고 이런 곳에서는 의례 여성의 겁에 질린 비명소리가 들려오곤 했 던 것이다. "꺄악!" 민형은 똑똑히 알고 있다. 자신이 저질렀던 일들을...... 비명을 지르는 것은 순간 뿐이다. 그 한번을 제외하고는 재빠른 동료들의 손에 입에 틀어 막힌다. 그리고 아무것도 할수 없는 것이다. "그러니까 첫방을 크게 질러야......" 민형은 피식 웃으며 귓가에 들린 비명소리의 나약함에 혀를 찼다. 저렇게 짧은 비명은 거리에 울리지도 않는다. 게다가 비명을 지르면 따귀를 얻어 맞기 일수인 것이다. 비명을 지른 누군가가 분명 따귀를 얻어 맞았을 것이 라고 생각하며 민형은 걸었다. "......" 잠시 걷던 민형은 멈추어 섰다. "비명?" 방금 비명소리가 들렸다. 짧은 것이지만 똑똑히 들을수 있었다. 그 순간 민형은 이것이 자신의 상상이 아닌 현실의 상황이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 었다. 이것은 진짜다. "설마!?" 조용한 골목을 가로 질렀던 여자는 딱 한명. 바로 유지영 선생님 뿐이다. 그렇다면 비명을 지를 여성은 한사람 뿐인 것이다. "제길!? 선생님!!" 초조함에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르고 숨이 가빠지기 시작한 민형은 더 이상 생각하는 것은 그만두고 정신없이 뛰기 시작했다. 바로 앞이다. 짧은 비명 이 급하게 가로 막히긴 했지만 민형은 분명히 알수 있었다. 여성의 비명이 다. 그리고 가까운 곳에서 들린 것이다. 이럴때 놈들이 붙잡은 여자를 끌 고가는 곳은 몇군데로 제한 되어 있다. '이놈들!!' 민형은 이를 악물며 근처 식당가 ?은 골목으로 정신없이 뛰었다. 그런 것 은 의례 놈들의 패거리가 몰려 있다.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 버려진 공포속 에서 놈들이 사냥감을 처리하는 곳. 민형은 불안함과 초조함 속에서 미친 듯이 달리기 시작했다. - 계속 - 『CD의 환상세계-일반소설 (go CDGGAM)』 32번 제 목:[중편L] ## 고교 3년생의 사랑 ## -12 올린이:cdggam (임달영 ) 96/01/15 23:36 읽음:8481 관련자료 없음 ----------------------------------------------------------------------------- ## 고교 3년생의 사랑 ## PART-12 "으읍! 읍!" 지영은 누군가가 자신의 허리를 깊숙히 찍어 내리는 순간 자리에 털썩 무 릅을 꿇었다. 그 익숙한 몸놀림이 유연하게 팔을 뻗어 한손으로 입을 막고 그녀를 쓰러트렸다. 점점 빛과 네온사인에서 멀어지는 자신을 바라보며 지 영은 단발마의 두려움을 느꼈다. 큰소리로 소리를 지르려고 했으나 이미 강한 완력에 입을 틀어 막힌 후였다. '강도?' 불현듯 공포감이 업습해 왔다. 이런 어두운 골목을 혼자 걸었다는데 깊은 절망감이 밀려왔다. 본래 지영은 이 골목길을 이용하지 않는다. 호프와 여 관이 줄비한 뒷 골목은 차도와의 거리가 짧은 지름길 이었지만 아르바이트 가 끝난후 이 길을 이용하길 꺼려하는 지영은 일부러 사거리 쪽으로 돌아가곤 했던 것이다. 그러나 오늘은 민형을 만난채 당황하여 자기도 이곳으로 도망 와 버리고 말았다. '흡!' 자신의 입을 막고 있던 사나이의 손바닥이 입을 누르다 못해 두볼까지 죄 어오자 지영은 아픔속에서 그게 숨을 헐떡 거렸다. 그러나 그 호흡이 부자 연 스러워 자기도 모르게 가슴이 크게 요동쳤다. 그 순간 지영은 소스라치 게 놀라며 두눈을 크게 떴다. 누군가의 손이 자신의 가슴을 정면에서 꽉 죄어 눌렀던 것이다. "오르락 내리락 하는것이 귀여운데......" "으읍!?" 지영은 두려움과 공포에 질린 눈으로 눈앞에 남자를 바라보았다. 이미 그 녀의 핸드백은 녀석들중 하나에 손에 걸려 모조리 공개되었다. 핸드백에서 지갑을 꺼낸 한녀석이 싱겁다는 듯이 이렇게 중얼 거렸다. "쳇 2만원이 다야? 하긴 귀티나게 생긴 계집은 아니군." "거봐라. 이런애는 가난하다고 내가 말했잖냐" 낄낄거리면서 농담을 주고 받는 그들의 목소리가 지영의 귓가를 간지럽혔 다. 소년... 모두 소년들이었다. 10대. 기껏해야 17,18세는 되보이는 고등 학생들 같았다. 하지만 그눈은 어른의 것이었다. 무섭고... 매우 날카로워 지영을 떨게 하기에 충분했던 것이다. 그때 지영의 가슴을 움켜잡은 검은 모자를 쓴 한녀석이 싱글싱글 웃으면서 지영의 눈앞에 쪼그리고 앉아 두눈 을 나란히 했다. "누나, 나 성교육좀 시켜줘" 갑자기 말을 맞친 녀석이 지영이 미쳐 반응하기도 전에 그녀의 셔츠를 목 까지 확 끌어 올렸다. 깜짝놀라 지영이 비명을 지르려고 했으나 목소리가 목안에서 맴돌뿐 침만 꿀꺽 넘어갔다. 게다가 몸을 누르고 있는 한 녀석의 힘이 어찌나 강한지 잡힌 두팔이 저려올 지경이었다. "이야... 야들야들한데......" 브레지어를 위로 치켜올린체 가슴을 어루만지며 검은 모자의 녀석이 이렇 게 입을 열었다. 또래의 패거리는 3명인것 같았다. 핸드백을 뒤지는 녀석 과 지영을 붙잡고 있는 녀석. 머리에 금발로 염색까지 하고 있었다. 모두 들 지영의 가슴을 지켜보며 재미있다는 듯이 킬킬 거렸다. 지영의 두눈에 찡하고 눈물이 맺혔다. "미치겠네 이 누나... 정말 섹시하다." 갑자기 검은모자를 쓴 녀석이 지영을 향해 찡긋이 윙크를 해보였다. 그와 함께 3녀석이 동시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물론 지영을 붙잡고 있는 금발머리의 소년은 지영을 붙잡은체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누나 울지마. 불쌍하잖아" 검은 모자를 쓴 소년이 눈물을 흘리는 지영의 볼을 토닥거리며 가엾다는 듯이 혀를 찼다. 그리고 셋은 지영을 붙잡아 끌고 근처에 창고를 향하기 시작했다. 저안에 들어가면 끝이다. 아무리 소리쳐도 아무것도 들리지 않 는다. 지영은 필사적으로 발버둥치려 했다. 그러나 아무 소용없었다. 굉 장한 힘이다. 자신을 붙잡고 있는 금발 소년의 완력은 여자인 자신으로서 는 감당할수 없을정도로 강력했다. "우우......." 지영은 나오지 않는 목소리로 울먹였다. 무섭고 두려웠다. 아무도 없는 이 런곳에서 불량배들에게 붙잡혔다는 것이 지독한 공포감을 안겨주었다. 그 러나 아무런 힘도 없는 자신은 이 상황에서 빠져나갈 가능성이 전혀없었 다. - 덜컹 문이 닫히고 지영은 소년들에게 떠밀려 바닥에 나가 떨어졌다. 주위에 는 온통 지푸라기와 신문지 조각. 그리고 먹다남은 술병과 담배꽁초가 가 득했다. 군대군데 지저분해진 콘돔과 속옷들도 널려 있었다. 그순간 지영 은 덜컥 겁이났다. "아아......" 지영은 부들부들 떨리는 몸을 주춤거리며 뒷걸음질 쳤다. 그러나 좁은 창 고안에서 부딪치는 것이라곤 벽뿐이었다. 그때 검은 모자를 쓴 소년이 주 머니에서 조그마한 각을 꺼내보였다. 그가 행동하기 전에 다른 녀석들이 행동하지 않는것을 보니 그가 리더인것 같았다. "푸우--------!" 그는 주머니에서 꺼낸 각을 열어 고무로된 조그마한 물건을 하나 꺼내 입 으로 힘껏 불었다. 곧 거대하게 커진 그것이 풍선처럼 둥 떠올랐다. 불량 배의 리더는 그것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게걸스럽게 웃었다. 콘돔이었 다. "하하 누님 기대하세요." 말을 맞치자 마자 놈은 손톱으로 부풀어 오른 콘돔을 터트려 버렸다. 펑 소리와 함께 짓이겨진 콘돔이 그의 손가락에서 늘어졌다. "이렇게 해줄테니까." 그는 말이 끝나기 무섭게 지영에게 달려 들었다. 그리고 반항하는 지영의 브레지어를 부욱 하고 뜯어 내었다. "아악!" 지영은 큰소리로 비명을 질러 도움을 요청하려 하였으나 그 거다란 울림 은 창고안을 맴돌아 오히려 자신에게 돌아올 뿐이었다. 지영의 겁먹은 얼 굴을 즐기듯이 녀석이 지영의 얼굴을 때려 땅바닥에 쓰러뜨렸다. 강한 충 격에 얻어맞은 지영은 머리에 멍할정도로 강한 아픔을 느꼈다. 남자에게 이렇게 세게 맞아본적은 처음이었다. 맞는것이 처음이 아니었지만...... "그만둬! 그만둬--------!!" 지영은 발버둥 치며 검은 모자의 소년을 자신의 위에서 때어내려고 애썼 다. 하지만 게걸스럽게 웃는 두 녀석의 얼굴과 바로 눈앞에서 흥분한체 덥 쳐드는 놈의 얼굴을 보면서 그만 바닥에 털썩 드러돕고 말았다. 도저히 빠져 나갈수가 없었다. 저항하면 저항할수록 더욱 강한 결박...... 지영은 절망감을 느끼며 흐느꼈다. - 딱 또다시 강력한 충격이 지영의 볼을 강타했다. 입가에서 피가 흘러 내리고 지영은 쿵소리가 나도록 바닥에 머리를 부딪쳤다. 머리가 울리고 강한 고 통이 엄습해 왔다. 도저히... 도저히 빠져나갈 힘이 없는 것이다. 소년의 손이 자신의 몸을 급하게 더듬어 가는 것을 느끼며 지영은 결국 온 몸을 축 늘어뜨리고 말았다. ......................................... . . . . . . . . . . . . . "헉! 헉!" 민형은 정신없이 근처 골목을 달렸다. 분명히 유지영 선생님의 목소리가 들렸던 것이다. 알수 있다. 그녀의 비명이었다는 것을 민형은 엄습해 오는 불안감 속에서 정신없이 골목을 내달았다. "헉.. 헉... 응!?" 순간 민형은 골목 귀퉁이에서 무엇인가를 발견하고 우뚝 멈추어섰다. 기름 이 덕지덕지한 드럼통의 한 귀퉁이에 연두색의 핸드백이 버려져 있었다. 그 주위에는 흐트러진 지갑과 동전등이 널부러져 있었다. 그리고 지갑과 핸드백을 집어드는 민형의 몸이 떨렸다. "이것은......?" 바로 유지영 선생님의 것이었던 것이다. << 그만둬---! >> 그순간 민형은 근처에서 희미한 여성의 비명소리를 들을수 있었다. 아주 희박하지만 그것은 분명히 비명소리였던 것이다. 그만두라고 두번 외쳤 다. 위기에 빠져 있는 여성의 목소리. "!!" 민형은 급히 고개를 돌려 소리가 나는 쪽을 ?았다. ..................................................... . . . . . . . 소년은 지영의 몸을 더듬기 시작했다. 상의를 풀어 해치고 브래지어를 뜯 어낸 소년은 눈앞에 아무런 힘없는 여성이 저항하는 것을 포기하자 마치 마치 자신의 승리인마냥 좋아하며 게걸스럽게 숨을 헐떠 꺼렸다. 소년의 손이 지영의 가슴을 짓누르고 팬티속으로까지 범위를 넓혔을때 지영은 움 찔하며 다리를 오므렸다. "아......" 갑자기 주루룩 눈물이 흘러 내렸다. 소리를 지른다는 것은 쓸데없이 매 를 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아니 그보다 그들이 어떠한 짓을 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목구멍까지 올라왔던 비명소리를 삼켜 버렸다. 이런 외진 곳까지 사람이 올리도 없거니와 들릴리가 만무하다. 놈들은 지영의 움찔거리는 모습을 내려다 보며 즐기고 있었다. 그때 놈의 손가락 이 그녀의 깊숙한 곳까지 파고 들었다. "아!" 지영은 자기도 모르게 반사적으로 소년을 떠밀었다. 자기도 모르게 행동 한 방어 본능이었다. 무방비 상태로 자리에 엉덩방아를 찍은 검은 모자의 소년은 꽤 약이 오른 표정으로 자리에서 벌떡 몸을 일으켰다. "날 놀렸겠다......" 그 모습을 올려다 보며 지영은 자신이 크게 잘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놈들이 트집을 잡을만한 짓을 제공한 것이다. 갑자기 녀석의 구두발이 사 정없이 지영의 미간을 강타했고 그녀는 비명을 지르며 반대쪽으로 나가떨 어졌다. "아악!" "이 계집애...... 고분고분하기에 예뻐해 주려고 했더니만......" 놈이 희롱당한 표정으로 인상을 찌푸리며 두 눈썹을 실룩 거렸다. 지영 은 욱신거리는 머리를 한손으로 어루만지며 다른 한손으로는 세어진 셔 츠로 가슴을 가렸다. 그때였다. 눈앞에 검은 모자 소년이 옆에 있는 각 목을 주워 들었던 것이다. 순간 지영의 가슴이 덜컹 내려 앉았다. TV에서 나 보아왔던 무서운 일들이 머리속에 영화처럼 스크롤 되었다. "두 팔을 부러뜨려 주지......" "요,용서해 주세요 제발......" 지영은 겁먹은 얼굴로 울먹이며 이렇게 입을 열었다. 무서웠다. 너무도 무섭고 떨렸다. 저 애들이 자신을 죽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공포심이 업습해 왔다. 충분히 그럴수 있을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이 가리키는 오후 크라스의 순박하고 학구적인 학원생들을 떠올렸다. 그들도 모두 저 불량배 들과 같은 나이일진데...... '민형씨......' 순간 지영은 민형을 떠올렸다. 고등학생이면서 유일하게 나이트 강의를 받 는 민형. 그 침착하고 다소 냉소적인 얼굴이 떠올랐던 것이다. 그의 표정 은 지금 눈앞에 그들과는 달랐으나 그 풍겨나는 제취가 한순간 동일하게 느껴졌다. "어디를 먼저 부러뜨려 줄까." "그,그만둬요...그만둬 제발...... " 뒷걸음 치는 지영에게 서서히 다가가며 놈이 입을 열었다. 두려워...... 너무도 두려워...... 지영은 벌벌 떨며 뒤쪽으로 물러났다. 그러나 그런 그녀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차디찬 벽. 그리고 소년으 천천히 각목을 치 켜들었다. '민형씨.....' 가슴이 떨려온다. 지영은 두려움 속에서 민형의 이름을 외쳤다. '살려주세요... 아아' 두려움 속에서 아무도 떠오르지 않았다. 하지만 단한사람. 단 한사람 민 형의 얼굴이 떠올랐던 것이다.그녀는 두눈을 질끈 감으면서 가슴속으로 빌었다. << 도와줘요 민형씨 >> - 콰직 순간 큰소리와 함께 창고의 나무문이 푹 파였다. 놀란 세녀석과 지영의 시선이 한번에 나무문으로 모여지고 그 깨어져 나간 문이 계속해서 누군 가에 의해 안쪽으로 부서져 나가고 있었다. - 콰직 - 콰지직!! 3녀석은 놀라고 당황한 표정으로 부서져 나가는 나무문을 바라 보았다. 두께 5센티의 나무문을 깨부시고 있다는건가? - 콰과가가가각!! 그와함께 나무문이 통채로 박살나며 창고안으로 날아 들었다. "이,이건!?" 그리고 경계채세를 갖추는 불량배들의 눈앞에 그가 보였다. 하얀 입김과 함께 가로수를 받으며 서있는 그의 모습. 그것은 사신 그자체였다. "이...... 놈들. " 천천히 입을 여는 정민형의 목소리는 침착하지만 떨리고 있었다. 하얀 임깁과 함께 입구앞에 서있는 남자. 정민형..... 지영은 너무도 놀란 표 정으로 혼자말로 이렇게 되뇌었다. "민형...... 씨?" 그는 바로 정민형 이었다. - 계속 - 『CD의 환상세계-일반소설 (go CDGGAM)』 33번 제 목:[중편L] ## 고교 3년생의 사랑 ## -13 올린이:cdggam (임달영 ) 96/03/20 23:23 읽음:7438 관련자료 없음 ----------------------------------------------------------------------------- ## 고교 3년생의 사랑 ## PART-13 그가 나타났다. 자기도 모르게 마음속으로 되뇌었던 소년. 5센티 두께의 나무문을 박살내고 자신의 앞에 서 있는 살기어린 얼굴의 소년. 그는 바 로 정민형이었다. 자신의 제자 정민형. 고교 3학년 나이 18세. 이강실업 계 고교 3학년. 그밖에 사항은 자세히 모른다. 지영은 오늘 오후 그의 친 구에게 결례를 범했고 그때문에 그의 얼굴을 볼수 없어 자기도 모르게 도 망쳐 나왔던 것이다. 하지만 그가 찾아왔다. 바로 자신의 앞에...... 그렇게 미안했는데... 미안하고 부끄러워서 견딜수 없었는데... 그러나 너무나 반가웠다. "민형씨......" 갑자기 지영은 자기도 모르게 눈물을 왈칵 쏟았다. 민형의 등장과 함께 조금이나마 희망과 안도감을 찾은 순간 가슴이 붇받쳐 오르고 견딜수 없 게 되어버린 지영이 눈물을 터트리고 만것이다. 하지만 아직도 공포감은 가시지 않았다. 지금 자신의 앞에는 3명의 학생이 서있다. 모두 민형과 비 슷한 덩치. 아니 두명은 민형보다 훨씬 크고 단단한 몸을 가지고 있었다. 민형까지 당하고 말지 모른다는 생각이 불혀듯 지영의 머리속을 스쳤다. "선생님!" 민형은 황급히 울고 있는 지영에게 가기 위해 3명의 건달들을 무시하며 그들을 가로질러 나아갔다. 그순간 민형위 뒤통수가 번쩍 튀겼다. "꺄악!!" 지영은 두손으로 입을 막고 비명을 질렀다. 눈앞에서 두터운 각목을 든 금발머리의 소년이 그대로 각목으로 민형의 뒤통수를 후려 갈겼던 것이 다. 앞으로 꼬꾸라지는 민형을 향해 그는 검은 모자를 뒤로 돌리며 짜증 섞인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건방진게... 어디서 원맨쇼야." "민형씨!! 민형씨----!!" 지영은 놀라고 당황하여 어쩔줄 모르면서 민형의 이름을 소리쳐 불렀다. 그녀의 얼굴에서 눈물이 하염없이 쏟아져 내렸다. 민형씨가 죽는다. 민형 씨가 죽을것 같아. "그만둬요! 그 사람은 내 제자예요!" "시끄러! 얌전히 있어!" 지영이 사정하듯 외쳤으나 금발의 소년은 냉소를 띄어보이며 지영을 무 시했다. 거기다 지영은 커다란 다른 녀석에게 두팔을 붙잡혀 꼼짝도 할수 없었다. "제자면 제자답게 공부나 할일이지 어딜 어른들 하는일에 끼어들어. 안 그래?" "하핫" 검은 모자를 쓴 불량배의 리더와 다른 한명이 낄낄 거리며 민형을 비웃었 다. 그때였다. "으아아아아아아! 이 자식들!! 날 건드렸겠다------------!!!!" "뭐야!?" 그 순간 쓰러진줄 알았던 민형이 엄청난 기합과 함께 자리에서 벌떡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민형의 주먹이 엄청난 속도로 금발머리를 한 리더의 얼 굴을 날려버렸다. "끄아악!!" 그순간 다른 두명과 유지영은 그대로 숨도 쉬지 못하고 몇초간 움직임을 정지했다. 어마어마한 위력... 민형에게 얻어맞은 금발머리 리더는 그대로 공중으로 붕떠서 창고 바깥으로 나가 떨어Ф던 것이다. 그리고 민형이 피 가 흐르는 머리를 왼손으로 집어보이며 다른 한녀석을 향해 매서운 눈매 를 번쩍였다. "이, 이 짜식이!!" 다급해진 다른 한명이 그대로 민형을 향해 주먹을 날렸다. 그러나 민형은 그 주먹에 그대로 머리를 들이 박았다. "악!!" 주먹이 깨지는 소리가 울리고 놈이 한손으로 주먹을 움켜쥐며 지명을 질 렀다. 그때를 놓치지 않고 또다시 민형의 펀치가 놈의 복부를 강타했다. "우웩!!!" 엄청난 파워에 얻어맞은 놈이 배를 움켜 잡고 배속에 있는 것을 모조리 토해내었다. 지영은 너무 놀란 나머지 민형이 이기고 있는지 지고 있는 지도 실감하지 못한체 얼이 나간 표정으로 덜덜덜 떨고 있었다. 그때 두 녀석을 순식간에 해치워 버린 민형이 지영을 붙잡고 있는 덩치큰 녀석에 게 다가와 무시무시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놔." 민형이 명령했으나 놈은 주춤거리며 ㉫불리 지영의 팔을 놓지 못했다. "놔! 이 개새끼야!!" 엄청난 주먹. 한순간 지영의 머리가 휭 하고 바람에 날렸다. 그리고... 지영의 팔을 붙잡고 있는 덩치큰 녀석이 벽에 부딪치며 나가 떨어져 정 신을 잃었다. 무시무시한 파워... 지영은 민형이 약간 세다는 것을 알 고는 있었지만 이정도로 강할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러나 눈앞에 있는 정민형은 순신간에 건달 3명을 해치우고 바닥에 침을 뱉고 있는 것이다. "선생님. 괜찮으세요!?" 민형이 순식간에 걱정스런 표정으로 돌아와 주저 앉아 있는 지영의 어 깨를 붙잡고 흔들었다. 지영은 잠시동안 멍해있던 얼굴로 민형을 바라 보다가 천천히 눈동자를 민형의 눈에 고정시켰다. 민형의 피가 흐르는 얼굴에서 걱정스러운 시선이 자신을 향해 비추어지고 있었다. "민형씨......" 지영은 그제서야 조금 정신을 차리고 민형의 얼굴을 올려다 보았다. 무 서웠다. 너무도 무서워서 꼼짝도 할수 없었다. 지영은 그대로 민형의 옷 깃을 있는 힘을 다해 꽉 쥐었다. "선생님 이제 다 끝났어요. 놀라셨죠? 이놈들 다 경찰서에 넘겨버릴께 요." 민형이 지영을 향해 멋적은 듯이 이렇게 입을 열었다. 민형은 자신이 지 영을 구해준것 보다 조금전 지영이 자신에게서 도망치듯 떠나가 버린것이 더 신경 쓰였던 것이다. "민형씨!" 그순간 지영이 민형에 가슴에 확 안기며 엉엉 울음을 터트렸다. 지금까지 의 긴장이 모두 풀리고 자신이 민형에 품에 안겨 있다는 안도감에 온몸이 저릴 정도로 떨리고 저렸다. "엉엉엉" "서,선생님 진정하세요." 지영이 마구 소리를 내어 울음을 터트리자 민형은 놀라고 당황해서 어쩔 줄 모르며 지영의 등을 다독가렸다. "고,고마워요 민형씨. 고마워요." 지영은 정신없이 울며 민형에 셔츠에 얼굴을 세게 묻었다. 민형의 셔츠가 온통 눈물로 범벅이 되고 축축하게 젖어 올랐으나 민형은 멋적은 듯이 한 숨을 쉬며 유지영 선생님을 가볍게 다독거려 주었다. "선생님 이제 다 끝났어요." 자신의 품에 안겨 있는 유지영 선생님의 몸은 따듯하고 생각보다 작게 느껴졌다. ------------------------------------------------------------------ 민형은 지영이 완전히 진정할때 까지 같이 있어 주었다. 근처 파출소에 정신을 잃은 3명을 넘기고 지영과 민형은 잠시 진술조사를 받은후 경찰 서에서 나왔다. 바깥은 이미 11시가 넘은 늦은 밤이었다. 지영이 거리를 혼자 걷는것을 무서워 했기 때문에 민형은 지영을 집까지 바래다 주기 위해 지하철을 탔다. 그녀는 민형의 옷깃을 잡고 겁먹은 강아지 처럼 졸 졸 따라 다녔다. 그녀가 너무 큰 충격을 받은것 같아 민형은 심히 안쓰러 웠으나 자신이 어찌해줄 도리는 없었다. 기껏해야 안전하게 집에 데려다 주는 수밖에는...... "선생님. 다음역이 홍제예요" 민형이 아직도 정신이 왔다갔다 하는 지영을 제촉하여 홍제역에서 내렸 다. 그녀는 옷이 모두 쓺기고 여기저기 지저분해져 있었기 때문에 경찰서 에서 가운을 하나 주었다. 가운을 걸치고 초최한 표정으로 민형의 뒤를 따르는 그녀의 얼굴을 초라하기 그지 없었다. "저, 여기서 그만 돌아갈까요." 그녀의 집이 가까워지자 민형은 자리에 멈추어서 지영에게 물었다. 왠지 집에까지 따라가게 되면 실례가 될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영은 민 형의 옷깃을 꽉 붙잡은체 놓지 않고 고개를 흔들었다. "우, 우리집... 아직 멀어요." 그녀는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트릴 것같은 표정으로 민형에게 입을 열었 다. 민형은 그런 지영의 얼굴을 바라보며 얼굴이 빨갛게 달아 올랐다. "그,그럼 가죠! 제가 바래다 드릴께요" 민형이 기운내서 앞장서자 지영은 또다시 그런 민형을 졸졸 따라 갔다. "이쪽으로 갈까요?" 지영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 길 맞아요?" 지영은 여전히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까부터 게속해서 높은 도로 를 걸어 올라왔다. 슬슬 가로등도 사라지고 근처에는 헐어버린 판자촌이 나 기울어지는 저택등이 눈에 뜨이기 시작했다. 민형은 왠지 기분이 이 상해져 지영에게 물었다. "아직 더 올라가나요?" 민형이 제촉하듯 묻자 지영은 조용히 대답했다. "저 위인데요." 지영이 손가락으로 전신주 앞에 있는 조그마한 가옥을 가리켰다. 그녀는 전신주에 다다르자 민형을 향해 이렇게 말했다. "이 파란문이 우리 집이예요. 고마워요 민형씨 바래다 줘서." "아... 예" 민형은 이렇게 말하며 눈앞에 놓여 있는 조그마한 가옥을 바라 보았다. 기껏해야 금방이라도 허물어질것 같은 낡은 집이었다. "나 여기서 세 살아요. 오빠하고" "아,네... 네!?" 민형은 건성으로 대답하다가 깜짝놀로 큰소리로 물었다. 민형은 얼른 손 으로 입을 막으며 붉어진 얼굴을 가다듬었다. 유지영 선생님이 이런곳에 서 살고 있었다니 의외였다. 게다가 오빠하고라니... "다,단둘이 사신다는 말인가요?" "그러니까 내가 대학생때부터 이곳에서 살았어요. 저기... 지금 돌아갈 건가요?" 지영이 발그래해진 얼굴로 고개를 숙이며 이렇게 물었다. 한순간 민형 에 얼굴로 피가 한꺼번에 치솟았다. "아! 네! 아, 아니요! 그게!? 그럴생각이긴 한데? 아,아니 아니!!저!" 지영이 말을 마치기 무섭게 민형이 헐레벌떡 횡설수설을 시작했다. 지 영은 멋적은 듯이 민형을 향해 조용히 입을 열었다. "방이... 좀 좁은데. 2개예요. 벌써 12시가 넘어서 차가 다 끊겼을텐데 자고 가세요." "아,아뇨!자고갈수있는게아니라!그러니까그것이!그래도되요!?" 여전히 횡성수설 어쩔줄 모르는 민형을 향해 지영이 풋 하고 가볍게 웃으 며 한손으로 입을 가렸나. "집이 경기도잖아요. 내일은 일요일이니까요." "네." 민형은 그대로 웃으며 '네' 라고 대답해 버리고 말았다. 피가 머리위로 쏠리고 엄청나게 어지러웠으나 꿈참으며 억지로 웃어보였다. 여기서 잔다 고? 유지영 선생님 댁에서......? 민형은 이것이 꿈이 아닌가 생각했 다. - 계속 - 『CD의 환상세계-일반소설 (go CDGGAM)』 34번 제 목:[중편L] ## 고교 3년생의 사랑 ## -14 올린이:cdggam (임달영 ) 96/04/07 13:28 읽음:7474 관련자료 없음 ----------------------------------------------------------------------------- ## 고교 3년생의 사랑 ## PART-14 "들어오세요." 약간 새침한 표정으로 집안으로 안내하는 유지영 선생님을 따라 민형은 마 치 금방이라고 허물어져 버릴것 같은 회색의 담벼락을 건너들어 갔다. 대 문이라고 해봐야 고장나 있었기 때문에 잠글수도 없게 되어있어 기껏해야 벽의 역할을 해줄 뿐이었다. 간신히 사람 몇명이 들어설수 있는 마당 같지 도 않은 마당에 들어선 유지영 선생님은 지갑에서 열쇠를 꺼내 잠겨있는 방문에 자물쇠를 열었다. '에고......' 집안을 들여다본 정민형은 심히 쇼크아닌 쇼크를 받았다. 설마 선생님이 이런 곳에서 살고 있을 줄은 산상도 하지 못햇다. 정말 기껏해야 2명정 도 누울수 있는 좁은 방에다 옆 칸막이를 지나면 정망 정말 너무 ?아 다 리를 오무리고 간신히 옆으로 한명 누울수 있을 정도의 공간. 이렇게 두 개의 공간이 존재했다. 게다가 부엌은 방문 바로 앞에 연결되어 있었다. 화장실은 물론 바깥에 따로 마련되어 있었다. 분명 구세대적 유물로... ... '샤워실도 없고. 화장실도 바깥에 있는데다가 부엌은 어두침침해서 전구 로 밝혀 놓았잖아. 참혹하군......' 민형는 태어나서 이런 분위기의 집을 처음 봤다. 갑자기 민형은 유지영 선 생님이 너무너무 기특하고 애처롭게 느껴졌다. 그럴 군번은 아니지만... ... "자 어서 들어오세요 민형씨. 물을 데울테니 일단 씻으실래요?" "아, 네 네." 민형이 고개를 끄덕이고 약간 낮아 머리가 닿을락 말락 하는 부엌을 지나 방안으로 들어갔다. 지영이 보일러를 틀고 물을 데우는 동안 민형은 멍 하니 좁은 방안에 앉아서 방의 모양새를 둘러보고 있었다. 프라스틱으로 만든 장이하나. 옷걸이에 몇가지의 옷과 이불이 쌓여 있었고 구석에 화장 대 비슷한 작은 가구 하나와 TV가 올려져 있었다. TV는 14인치의 최하급 인걸로 생각 되었다. 흑백이 아니라서 다행...... 아니 설마 흑백 일지 도! '이곳에서 오빠랑 단둘이 산다는건가... 잠은 어디서 자지?' 민형은 아무리 생각해도 잠잘곳이 생각나지 않았다. 지금 민형이 앉아 있 는 방은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그리 넉넉하지 않았다. 장정 어른 한명이 누우면 꽉찰 정도의 크기였다. 게다가 또 하나의 방이라고 하는 벽저쪽의 공간은 솔직히 방이라기 보다는 옷장에 가까웠다. 사람 한명이 쭈그리고 누으면 간신히 들어갈수 있을 정도였다. '이렇게 방이 2개란 건가......' 민형은 흘끔 건너편에 공간을 바라보았다. 그안에는 상 하나와 꽤 많은 양의 책들이 높게 쌓여있었고 얇은 이불과 배게가 놓여 있었다. 누군가가 그 공간에서 자는 것은 확실한것 같았다. '방은 방이군. 하지만 정말 좁구나. 이거야 하나의 공간을 둘로 나누었다 는게 맞지. 방 두개라고 할수 있냐.' 민형은 사방이 꽉막힌 감옥같은 생각이 들어 자기도 모르게 몸을 움추렸 다. 그㎖ 부엌에서 민형을 부르는 지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민형씨 물을 다 데웠으니 나와서 쓿으세요~!" "아, 네!" 민형이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부엌으로 나가자 지영은 물통에 가득 더운 물을 담아놓고 민형을 기다리고 있다가 입을 열었다. 그녀는 어느새 머리 를 고무줄로 땋아 머리위에 틀어 매놓고 있었다. "여기 수도를 틀면 찬물이 나오니까 더운물과 섞어서 쓰세요. 그럼 전 들어가서 옷을 갈아입고 나올께요." "아, 예예......" 민형은 얼떨결에 그냥 고개를 끄덕였다. 머리를 틀어올린 유지영 선생님 의 모습이 너무나 어른스럽고 차분하게 느껴져 조금 놀랬던 것이다. 지금 까지는 발랄하고 귀여운 이미지 였는데 머리를 틀어올린 것만으로 대단 히 어른스럽게 느껴졌다. 왠지 청순하고... 자극적으로 말하면 섹시한... ... 요, 요염까지는 아니고... '역시 나보다 6살이나 많은 것인가......' 민형은 이렇게 속으로 생각하며 더운물을 대야에 옮겨 담았다. 더운물에 손을 담그니 따스한 기운이 온몸으로 스며들어 기분이 매우 좋았다. 민형 은 오늘 저녁 심하게 몸을 놀렸기 때문에 사실 매우 피곤한 상태였다. 세 수를 한 민형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수건을 찾았으나 수건은 보이지 않았 다. "저, 선생님 수건이...?" 민형이 두리번 거리며 수건을 찾을 때였다. 방문이 드르륵 열리고 가벼운 셔츠로 갈아입은 지영이 한손에 든 수건을 민형에게 쓱 내밀며 웃었다. "민형씨 여기 수건." "아, 예, 고맙습니다." 민형은 수건을 받아들어 얼굴을 닦으며 붉어진 자신의 표정을 감추었다. 그녀가 몸에 걸친 통큰 흰 셔츠는 정말 그녀의 이미지에 잘 어울렸다. 항 상 푸르고 있던 머리를 틀어 올려서 그런지 보통 때보다 훨씬 성숙하고 어 른스럽게 느껴져 민형은 갑자기 지영을 대하는데 매우 부담이 가기 시작했 다. 그가 발까지 마저 씻고 문지방에 오르려고 할때 지영이 막 방문을 열 고 부엌으로 나왔다. 그녀는 씻는 것을 마친 민형을 알아보고 웃으며 입을 열었다. "잠깐 들어가 앉아 계세요. 저 목욕 금방하고 저녁만들어 드릴께요." "아,네." 민형은 얼떨결에 고개를 꾸벅 숙이고 황급히 방안으로 들어가 문을 드르 륵 닫았다. 목욕이라니... 민형의 가슴이 쿵쾅쿵쾅 뛰었다. 목욕이라면 분명히 부엌에서 하게 되는 것일텐데 샤워기도 없고 욕탕도 없으니 춥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잠시후 좌악 좌악 물을 끼얹는 소리가 나고 문밖에서 모락 모락 김이 솟아 오르는 것이 느껴졌다. 민형은 자신의 얼 굴을 한손으로 꽈악 움켜 잡으며 가까스로 숨을 몰아 쉬었다. '무,무슨 생각하는 거야 정민형! 무슨......!!' 자꾸만 유지영 선생님의 목욕하는 모습이 떠오르고 그녀의 나신이 머리속 에 비추어져 민형은 정신이 없었다. 그녀는 오늘 심하게 당했기 때문에 온 몸이 지저분해졌을 것이다. 목욕을 하지 않고는 잠자리에 들기 거북했을것 이 틀림없다. 하지만 목욕을 하고 있는 유지영 선생님과 민형의 거리는 불 과 1M안팍. 신체 건강한 18세 사내 아이의 정신이 견뎌내기는 힘든 것이었 다. 하지만 민형은 불굴의 의지로 꿎꿎하게 견뎌내었다. 장하다. "아 시원하다. 민형씨 잠깐만 기다려요 편한 옷을 가져다 줄께요." 갑자기 목욕을 끝마친 유지영 선생님이 방문을 드르륵 열고 웃으며 입을 열었다. 그순간 민형은 깜짝놀라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 올랐다. 그녀는 수 건만으로 나신을 가린체 방안을 들어왔던 것이다. 어쩔줄 모르며 해메이는 정민형을 지나 그녀가 아직 물기가 완전히 마르지 않은 새하얀 다리로 총 총히 건너편 방(공간?)으로 건너갔다. 민형은 멍한 표정으로 뒤에남은 유 지영 선생님의 잔상을 ?으며 시뻘개진 얼굴로 연신 숨을 몰아 쉬었다. '겨,견디기가 매우 힘들군......' 건너 편 공간에서 부스럭 부스럭 옷을 갈아 입는 소리가 들리고 잠시후 긴 치마와 얇은 셔츠로 갈아입은 지영이 손에 비슷한 셔츠와 츄리닝 바지 하나를 들고 민형의 앞에 나타났다. 속이 깊게 파인 얇은 흰색의 셔츠.. .... 민형은 그녀의 매끄러운 목과 가슴 라인을 힐끔보고 온몸이 터질 듯이 달아 올랐다. "저, 이것은 오빠 바지와 셔츠인데요. 맞을지 모르겠어요. 아쉬운 대로 입 고 있으세요. 미안해요." 그녀가 미안한듯이 한손을 살짝 들어 손바닥을 편체로 코에 가져가 대었 다. "고,고맙습니다." 민형은 여전히 횡설수설하는 표정으로 옷을 받아들고 그 자리에서 지저분 해진 자신의 셔츠를 벗으려고 했다. 그순간 유지영이 정민형의 어깨를 툭 툭 치며 웃었다. "민형씨. 여기서 갈아 입을 꺼예요? 내가 다 볼텐데?" "아,아, 앗!?!? 네!? 아, 아니요!!" 갑자기 멍해있던 민형이 화들작 놀라며 빨개진 얼굴로 건너방으로 뛰어 들 어갔다. 그런 민형의 뒷 모습을 바라보며 지영은 풋 하고 가볍게 웃음 지 었다. "?은방에 둘이만 있으려니까 좀 불편하겠지만 익숙해지면 아늑하고 나쁘 지 않을거예요. 누추한곳에 데려와서 미안하네요." 지영은 내심 쑥쓰러운듯 건너칸으로 넘어간 민형에게 이렇게 말을 걸었 다. 이내 벽 뒤에서 민형의 다급한 듯한 목소리가 급히 대꾸했다. "아,아니예요! 집이 참 좋은데요! 저야 말로 한밤중에 들르게 되어서 죄 송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그런 생각은 마세요" 민형의 안절부절 못하는 대답을 들으며 지영은 빙그레 미소 지었다. 정민 형이란 학생을 처음 봤을때는 매우 직선적이고 항상 긴장하고 있었기 때 문에 무서운 사람인줄 알았지만 그와 가깝게 지내면서 부터 민형의 상냥 한 마음을 느낄수 있었던 지영이었다. "민형씨......" 문득 지영은 얼굴을 붉히며 건너칸에 민형에게 조그맣게 속삭였다. 민형은 막 바지를 입고 허리춤에 끊을 매며 지영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오늘 정말 고마웠어요. 절대 잊지 못할거예요... 사실 난 너무 너무 무서 워서 죽는줄만 알았어요. 민형씨 정말 고마워요." "......" 민형은 벽뒤에서 들려오는 유지영 선생님의 목소리를 들으며 잠시 붉어진 얼굴로 아무말도 않고 있다가 이내 이렇게 대답했다. "아니에요 선생님. 저야말로 제 친구녀석의 무례한 행동을 사과 드려야 하 는데... 정말 죄송합니다." 지영은 건너칸에서 들려오는 민형의 대답을 들으며 두손으로 가슴을 살며 시 움켜 잡았다. 상냥한 민형씨... 지영은 그대로 잠시동안 무릅을 꿇고 앉아 있다가 웃으며 고개를 들었다. "참 민형씨. 배고프지 않아요? 지금 밥을 할수는 없지만 라면이 있어요. 라면 어때요?" "아 좋지요!" 지영의 의견에 동조하며 민형이 벽뒤에서 불쑥 튀어 나왔다. 갑작스럽게 튀어나온 자신이 쑥쓰러웠는지 얼굴을 붉히는 민형 앞에서 지영이 웃으며 입을 열었다. "그럼 지금 라면 끓일테니까 민형씨는 집에 전화하세요. 부모님이 걱정하 고 계실테니까요." "아, 네." 민형은 주방으로 나가는 지영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일부러 알았다는 듯이 히죽히죽 웃어 보였다. 주방으로 나간 지영이 가스 레인지를 켜고 남비에 물을 데우는 동안 민형은 정신을 차리고 커다랗게 한숨을 내쉬었다. "후아......" 갑작스럽게 찾아오게 된 유지영 선생님 댁... 민형은 단 몇분이 시간이 수 십시간이 흘러간것 처럼 느껴졌다. "아!?" 그순간 긴장이 풀리고 정신이 번샬 뜬 민형의 표정이 심각하게 일그러졌 다. 지금껏 당황하여 너무나 중요한 것을 잊고 있었던 것이다. "집에다 전화를 해서......!?" 민형은 화장대 위에 놓여있는 검은색의 전화기를 올려다보며 조용히 식은 땀을 흘렸다. "뭐라고 설명을 한다냐......" - 계속 - 『CD의 환상세계-일반소설 (go CDGGAM)』 35번 제 목:[중편L] ## 고교 3년생의 사랑 ## -15 올린이:cdggam (임달영 ) 96/05/28 11:21 읽음:7584 관련자료 없음 ----------------------------------------------------------------------------- ## 고교 3년생의 사랑 ## PART-15 - tuoooo - tuoooo 긴장된 순간속에서 수화기속의 신호음은 규칙적으로 울리기 시작했다. 민 형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집에서 전화를 받기를 기다렸다. 무어라고 핑계 를 대는 것이 좋을까...... 신호가 가는 그 순간에도 적당한 핑계 거리가 떠오르지 않았다. - 딸깍 한순간 민형의 집쪽에서 수화기를 받았고 민형은 철렁 거리는 가슴으로 정 신을 집중했다. << 네~ 여보세요 >> 수화기 안에서 익숙한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엄마?" 민형은 애써 긴장을 추스리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 여보세요? >> "엄마 저예요" << 여보세요? 여보세요!? >> 갑자기 전화기 속의 어머니가 계속해서 여보세요를 반복하기 시작했다. 민형은 깜짝 놀라 외쳤다. 목소리가 잘 안들리나? "엄마 저 민형이예요!?" << 호호호 놀라셨죠. 지금 정씨 부부는 외출 중입니다. 메모를 남기실 분 은 삑 소리가 난후 하실 말씀을 녹음해 주세요. >> "......" 민형은 질린 표정으로 잠시동안 수화기를 든체로 잠자코 있었다. 이런 엄 청난 맨트를...... 그때 수화기 속에서 어머니의 목소리가 민형을 찾았 다. << 아참 나의 아들 민형아. 우리는 오후 2시부터 온천으로 떠난다. 내일 저녁이나 돌아올 예정이니까 집 잘지키고 너무 바깥으로 싸돌아 다니지 말아라. 이거 들으면 지우렴 삑---------! >> 삑 소리와 함께 수화기 속에 목소리는 끊기고 민형은 얼떨떨한 표정으로 한동안 수화기를 들고 있었다. 온천을 떠나셨다고...... 두분이서만.... .. 민형은 속으로 약이 오르기도 했지만 하도 갑작스런 상황이라 화도 나 지 않았다. "민형씨 문좀 열어 주세요." "앗! 네네!" 그때 바깥에서 상을 든 유지영 선생님이 민형의 이름을 불렀고 민형은 황 급히 수화기를 내려놓고 재빨리 방문을 열었다. 유지영 선생님이 작은 상 위에 라면과 몇가지 찬거리를 올려 놓은 상을 민형의 앞에 내려 놓았다. "방금 전화 하는것 같던데." "아 예. 지금 막 끊었어요." 민형이 애써 웃으며 입을 열었다. "부모님이 걱정하시지 않아요? 뭣하면 내가 얘기해 줄수도 있는데......" "아, 아니에요 선생님. 우리집은 개방적이라 상관없어요. " "그래요? 그럼 다행이네요" 지영은 살짝 웃으며 민형에 앞에 발을 모은체로 비스듬히 앉았다. 수저통 에서 젓가락을 꺼내 민형에게 건네준 지영이 민형을 향해 싱긋 웃으며 입 을 열었다. "자 어서 드세요. 라면 불어요." "아, 네 네!" 민형은 이렇게 대답하며 젓가락으로 크게 라면을 집어 자신의 그릇에 옮겨 닮았다. 민형은 라면을 먹으며 방금 일어났던 상황을 천천히 정리했다. '불행중 다행이라더니...... 좋은 타이밍으로 온천에 가셨지 뭐람. 이거라 면 변명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겠는데." 생각해보니 전화를 해서 뭐라고 얘기할 변명 거리가 없는 것이다. 남자도 아닌 여 선생님의 집에서 자고 간다고 어떻게 부모님에게 말씀 드린단 말 인가. 필히 엄마가 노발대발 할것이 분명하다. 민형은 이렇게 생각하며 속 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민형씨 왜 한숨을 쉬어요?" "아, 아니예요. 그보다 김치가 참 맛있군요!"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민형에게 지영이 묻자 민형은 화들짝 고개를 들어 웃어 보이며 이렇게 대답했다. 민형이 김치 맛을 칭찬하자 지영은 기분이 좋은지 얼굴에 함박 웃음을 띄우며 신이난 듯 입을 열었다. "맛있어요? 내가 담궜어요. 좀 짠것 같았는데." "안짜요 안짜. 아주 맛있어요." 사실 민형은 음식을 좀 짜게 먹는 편인데다 김치를 좋아하지 않았다. 식 성은 한식보다 외식에 가까워서 빵이나 토스트를 좋아하고 야채보다 고기 를 즐겼다. 김치가 맛있다고 한것은 어디까지나 반찬이 김치 뿐이었기 때 문에 인사로 한말인데 지영이 매우 기뻐하자 민형은 속이 찔끔하여 잠자코 웃으며 젓가락으로 라면을 휘저었다. "아참! 물,물" 갑자기 깜빡 생각이 났는지 지영이 라면을 담은 그릇과 젓가락을 든체 방 문을 열고 나가 냉장고에서 물통을 꺼내 왔다. "아차 컵!" 컵을 잊고 들어온 지영은 또 다시 주방으로 되 돌아가 싱크대 위에 컵을 두개 들고 들어왔다. 그녀는 왠지 상당히 들뜬듯 했다. "나는 식탁에 물을 가져다 놓는 것을 자꾸 잊어 먹어요. 칠칠치 못하죠?" 지영이 민형의 물잔에 물을 따라주며 쑥쓰러운듯 웃으며 말하자 민형은 억지로 웃으며 멋적은듯 얼굴을 붉혔다. "뭐 그런걸 가지고...... 그럴수도 있지요." "와 민형씨는 정말 자상해요." 지영이 활짝 웃으며 입을 열자 민형은 얼떨떨한 기분으로 쑥쓰러운듯 머리 를 긁적였다. 뭐 친절하다는 말은 그다지 들어보지 못했는데...... 유지영 선생님에겐 누구가 친절해 보이는 모양이었다. 실제로 학원에 다니는 동안 만나온 그녀의 성격은 꽤 낙천적인것 같았다. "선생님은 항상 웃고 계셔서 보기가 좋아요." 한순간 민형은 자기도 모르게 이렇게 입을 열었다. 그러자 지영이 두눈을 깜빡이며 민형을 바라 보았고 민형은 속으로 뜨끔한 마음을 두근 거렸다. 무언가 부끄러운 대사를 해버리고 만건가. 민형의 등뒤에 식은땀이 후줄근 하게 맺혔다. "그래요? 고마워요." 그러나 지영은 그런 민형의 앞에서 빙긋이 웃어 보였고 민형은 또다시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잠시 굳어 있었던 얼굴을 풀어 보였다. 긴 장이 풀리자 이야기도 술술 풀릴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성격이 낙천적인가 봐요" "네,네" "그래서 항상 예뻐보이나?" "어머 정말?." "조,조금 부끄러운 대사였던것......" "후후 민형씨는 금세 얼굴이 빨개져요. 원래 민형씨는 무서운 사람인데." 몇 마디의 말이 오고 갔고 두 사람은 스스럼없이 웃으며 이야기를 주고 받 을 때까지 화제를 이끌어 나갔다. 민형은 처음 이곳에 왔을때에 불안감은 어느덧 사라지고 지금은 눈앞에 있는 유지영 선생님의 이야기 하는 것에 상당한 재미를 느끼고 있었다. "대학은 어디 나오셨어요?" "S대예요." 그순간 민형의 얼굴이 굳었다. S대라고? 민형은 쓴 웃음을 지으며 조심스 럽게 되물었다. "아, 사,상명여대?" "아뇨." "그럼 세운대?" "하하하 그런 대학이 있었나요?" 지영이 민형의 유머가 재미있다는 듯이 하하 웃었고 민형은 그런 유지영 선생님의 웃는 모습을 쳐다보며 억지로 웃고 있었다. "서울대예요 서울대. 서울대 영문학과." "서,서울대요?" 서울대, 서울대라니! 민형은 한순간 얼이 빠져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그 럼 유지영 선생님의 말로만 듣던 서울대생? 제길, 서울대 여자들은 하나 같이 매주들 뿐이라더니 예쁜 여자도 있네. 민형은 그녀가 서울대를 나왔 다는 것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그런데 어떻게 일어를 가리키세요. 영문학과 라시면......" "전공이지만 어쩌다 보니 일어를 가르치게 됐어요. 일어에도 흥미가 있었 고 소개 받을때 일어 강사로 소개 받았거든요." "아......" 뭐 일어를 가르치던 영어를 가르치던 그것은 중요한것이 아니지만. 어쨋 든 민형은 조금 기가 죽은 기분이었다. "일어는 어디서 배우셨어요?" "고등학교 다닐때 제2외국어 였어요." "아, 그것뿐." 대단하다. 제2외국어로 강사실력 까지 갖추려면 얼마나 수재 였을까? "물론 대학때 따로 공부했어요 독학으로. 학교에서 가르쳐 준건 별로 회 화에 도움이 안되잖아요." "아,그렇지요." 웃으며 대답은 했지만 민형은 확실히 기가 죽어 있었다. 자신은 석달에 30만원씩 돈을 내고 일어를 배우는데 눈앞의 유지영 선생님은 공짜로 학 교에서...... 그것도 독학으로 사람을 가리키는 수준까지 올라와 있는 것 이다. 확실히 사람은 많이 알고 봐야돼...... 라고 생각하며 민형은 공부 안하고 게으름 피던 자신의 존재가 처량하게 느껴졌다. "민형씨 공부는 잘돼요? 내 수업이 어때요." "아, 물론 좋지요......" 갑작스런 그녀의 질문에 민형은 애써 웃으며 대답했다. 솔직히 예습 복습 을 안해 내용이 헤깔리는 것은 영어나 일어나 마찬가지였던 것이다. - 계속 - 『CD의 환상세계-일반소설 (go CDGGAM)』 38번 제 목:[중편L] ## 고교 3년생의 사랑 ## -16 올린이:cdggam (임달영 ) 96/07/22 18:52 읽음:7443 관련자료 없음 ----------------------------------------------------------------------------- ## 고교 3년생의 사랑 ## PART-16 '아...... 확실히 공부하는 타잎이 아니었기 때문에 어느 과목이라도 힘 든건 마찬가지야. 내가 게으른건데 뭐......' 공부를 싫어하는 것은 자신도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자기가 원해 시도하는 일본어 회화까지도 결과가 시원치 않으니 민형의 마음은 답답하 기만 했다. 어쨋든 회화는 회화. 영어든 일어든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 열 심히 예습 복습 하지 않으면 처지기 마련이다. '후유......' 민형은 마음속으로 한숨을 내쉬며 라면가락을 후루룩 빨아 들였다. 문득 열심히 라면을 먹고 있는 유지영 선생님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젓가락 으로 집은 라면을 입으로 후후 불며 보기에도 맛있게 먹고 있었다. 남자앞 이라고 해서 예쁘게 예의를 차린다거나 다소곳이 먹는다거나 이런 절처는 전혀 없었다. 민형은 라면을 먹다말고 물끄러미 그런 유지영 선생님을 바 라보았다. '......' 머리를 손으로 넘겨가며 라면을 후후 부는 유지영 선생님의 모습을 바라 보고 있자니 민형은 라면이 목구멍으로 넘어가지 않았다. 그녀의 가는 팔,머리를 넘길때 마다 들어나는 새하얀 목덜미. 민형을 솔직히 참기 힘들 지경이었다. 만약 연애 경험이 한번이라도 있었다면 이런 상황에서 좀더 대담하게 대처할수 있으련만 지영을 앞에 둔 민형은 거의 목석같은 몸을 이끌며 간신히 라면을 입에 집어 넣고 있었다. 우,한심한 놈. "?" 그때 김치에 젓가락을 가져가던 지영이 문득 고개를 들었다. 민형이 좀 저럼 라면을 먹지 않고 있는 것을 눈치챈 그녀가 민형에게 물었다. "왜...... 안먹어요?" "아, 아니요!" 깜짝 놀란 민형이 허겁지겁 라면을 집어 삼켰다. 순간 뜨거운 면발에 혀 를 댄 민형이 기겁을 하며 입에 비명을 질렀다. "우웁! 뜨거!" "어머!" 당황한 지영이 얼른 물컵에 물을 따라 민형에게 들이대자 민형은 황급이 물컵을 받아들고 벌컥 벌컥 삼켰다. 체 씹지도 않은 면발이 물과 함께 꿀 꺽꿀꺽 목구멍을 타고 내려갔다. 민형은 물컵을 식탁에 내려놓으며 질린 얼굴로 숨을 내쉬었다. "푸하~!" 빨개진 혀를 내밀며 민형은 식은땀을 흘렸다. 지영이 그런 민형에게 물 었다. "괜찮아요 민형씨? 혀 안 대었어요?" "괘,괘안아요(괜찮아요). 혀 가은거(혀 같은건) 근강 나으니까요(금방 나으니까요.)" 부어오른 혀 때문에 시원치 않은 발음으로 민형이 이렇게 대답했다. 지 영은 못말린다는 듯이 한 손으로 입을 가리고 쿡쿡 웃었고 민형은 멋적은 김에 한손을 머리뒤로 올리며 바보처럼 벌쭉 웃었다. '으 내 혓바닥......' 웃는 와중에도 화끈거리는 혀를 침에 굴리며 민형이 속으로 혀를 내둘렀 다. ......................................... . . . . . . . . . . . 밤이 되었다. 아니 아까부터 게속해서 밤 이었으나 민형의 밤은 지금부 터 시작 되었다. 이불을 깔고 벼게를 벤체 누운 민형의 얼굴은 온통 시뻘 겋게 달아 올라 있었고 온몸에 식은 땀이 가득했다. 지금 민형의 바로 옆 자리 30센티 전방에 다름아닌 유지영 선생님이 누워 있었던 것이다. 참으 로 건강한 18세 청소년에게 견디기 힘든 시련. 지영은 알고 있을까? 알고 있다면 정말 악독한 여자다. 아니 악마다 악마. 마녀. "코오...... 코오......" 새끈 새끈 숨소리를 내며 지영은 잠들어 있었다. 오늘 있었던 일이 매우 피곤한 듯 정신 없이 잠들어 있는 지영을 민형은 차마 돌아볼수도 없었다. 태어나서 엄마가 아닌 여자와 한방에서 함께 잔 경험은 이번이 난생 처음 이었다. 아니 생각나는 걸로는 처음이지만. 민형은 심장이 두근두근 뛰고 정신이 아득하며 식은땀이 축축하게 배어 나왔다. 그야 말로 정신이 없었 다. 잠이 올리가 만무했다. '으...... 이거 정말 심각하군.' 민형은 가까스로 얼굴을 천장으로 고정시킨 후 천천히 숨을 몰아 쉬었 다. 왜 이렇게 방이 좁은 건지 원망스럽기만 했다. 아니 아니, 선생님의 집이 ?은 것을 탓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러니까 방이 좋은 것을 탓 할뿐, 하지만 이집은 선생님 집이니까...... 그게...... 뭐야 뭐야 모르겠 다!! 결론은 선생님이 너무 딱 달라 붙어 있다는 것이잖아!! 민형은 머리 속으로 복잡한 심정을 진정시키지 못하고 어쩔줄 모른체 두눈을 말똥말똥 뜨고 있었다. "......" 지영의 머리 맡에서 상큼한 샴프향이 민형의 코를 찔렀다. 저절로 시선 이 지영의 얼굴을 향해 돌아 갔다. 안돼...... 견뎌야 해. 이 정도를 견디 지 못하면 앞으로 어떻게 이 험난한 세상을 살아 가겠어!? 게다가 난 대학 도 못 가니까 고난을 견디는 훈련을 해야만 하잖아. 맞아! 이 정도 쯤이 야! 여자가 다 뭐야! 견딜수 있어! 하하하!! "하......" 어느새 민형의 얼굴을 유지영 선생님의 얼굴을 향하고 있었다. 머리카락 이 흘러내려 벼게 양 옆으로 이리저리 흘러 내려 있었다. 우오......! 여 자가 가장 섹시해 보일때는 바로 이럴때가 아닌가! 귀엽고 깜찍하고 사랑 스러워서 미칠것만 같았다. 만지고 싶다. 정말 만져보고 싶지만 그랬다가 는 큰일 날 것이다. 아마 다음날 스포츠 신문에 실리겠지. 학원강사를 희 롱한 고등학생. 대서 특필! 그럼 인생 끝장! 최악이자 마지막! 그런 것은 싫다! 안락한 스위트 홈과 사랑하는 아내 귀여운 아이들! 존경받는 만화가 의 꿈은 한 순간에 끝나고 만다. 민형은 이 지옥의 샴프향 지옥에서 벗어 날 방법을 모책하며 자기도 모르게 지영의 머리카락에 손을 대고 말았다. '와아아아아아아아!!!' 이거 어째 이거 어째! 이건 경범죄! 아니 아니! 근친상간?이 아니고!!! 그러니까 유부녀 희롱!? 일리가 없지! 그럼 뭐야? 아까 생각이 났었는데? 뭐였더라...... 간통?! 아니야 선생님은 결혼 안했어...... '결국은......' 결국은 아무런 죄도 아니라는 것을 민형은 뒤늦게 깨달았다. 그렇구나. 처녀 총각이기 때문에 별다른 죄에 해당되지 않는 거구나...... 역시 우리 나라는 좋은 나라야. 라고 머리속으로 떠올리면서 민형은 조십스럽게 지영 의 머리카락을 쓰다 듬었다. 지영은 전혀 아무것도 모르는 얼굴로 곤히 잠 들어 있었다. '......' 갸녀린 얼굴로 밤이라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도톰한 입술이 눈에 들어왔 다. 정말 여자란 동물은 남자를 미치게 만드는 최고의 무기다. 혈기왕성한 피가 끓어 오르는 민형은 그 패기(?)를 가까스로 참으며 자신을 진정시켰 다. 결국 민형은 지영의 얼굴에서 손을 때고 돌아누었다. '이러면 안돼......' 비록 반년전에 정신 차림 수험생 깡패지만 양심과 도덕만은 지키는 것이 신조인 민형이 아닌가. 학원 강사를 상대로 허툰 수작 부릴 만큼 어리석은 수컷은 아니다. 아,아니 남자가 아니다!! 민형은 이렇게 마음속으로 다짐 하며 침을 꿀꺽 삼켰다. '자자.' 민형은 이렇게 마음먹으며 억지로 눈을 감았다. 잠이 오지 않아 몸을 뒤척 이면서도 민형은 결국 지영을 향해 돌아 눕지 않았다. "....." 그리고 그런 민형의 등뒤에서 민형의 누운 뒷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는 한 여자의 눈길이 있었다. 지영은 가까스로 욕구를 참으며 뒤척거리는 민 형을 가만히 바라보며 다시금 눈을 감았다. '잘자요 민형씨......' 지영은 인내심이 많은 여자...... 그것이 그녀의 장점이었다. ..................................................... . . . . . . 여러가지 잡념과 망상이 물컹물컹 솟아 오르던 그날밤. 본래 태평한 성 격 때문이었는지 신의 도우심인지 어쨋든 18세 소년 정민형은 제법 깊은 잠에 빠져 들수 있었다. 저녁에 다수의 불량배를 상대로 심하게 몸을 움직 였기 때문에 피로 했던데다 본래 잠자리를 잘 가리지 않고 어느 곳에서나 잘자는 편한 성격 때문에 잡념을 커트한 그 순간 부터 민형은 쿨쿨 골아 떨어졌던 것이다. 그리고 민형이 잠든 후로 부터 8시간이란 긴 시간이 지 나갔다. "......" 햇빛이 창틀 사이로 스며들어 잠들어 있는 민형의 얼굴 정면을 간지럽혔 다. 민형은 두눈을 게슴츠레 뜨며 이내 고개를 돌렸다. 민형은 수면에 있 어서는 게을렀기 때문에 늦게 잔만큼 반드시 더 자는 버릇이 있다. 보통 수면 시간은 10시간. 즉 어제 2시에 잠들었기 때문에 12시에 일어나야 정 상이었다. 누가 정했는지 원....... "음......" 햇살이 자꾸만 민형의 시야를 따라 그를 괴롭혔다. 지금까지 한번도 이 런일이 없었는데. 커텐이 쳐져 있지 않나? 민형은 귀찬은 듯이 억지로 눈 을떴다. "......" 그리고 민형은 눈을 뚠 그 시점부터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어찌된 일일 까. 옆으로 누운 자신의 눈앞에는 볼륨감 있는 하늘색 쉐타가 있었다. 얼 굴에 바짝 밀착되어 있는 하늘색 쉐타에서 향긋한 비누 냄세와 함께 보드라 운 털실의 감촉이 느껴졌다. "......" 정신을...... 정신을 차려야 해. 민형은 현실의 냉혹함과 싸우며 간신히 평정을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민형은 옆으로 누운 상태에서 천천히 고개를 위로 돌렸다. "...!?@?#?$?" 한순간 민형은 큰소리로 소리를 지르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날 뻔 한것을 가까스로 참았다. 자신의 얼굴이 파묻혀 있던 것은 유지영 선생님의 가슴. 그,그,그 그것도 정면으로 아주 가깝게 밀착! 밀착! 숨이 널어갈 것 같았 다. 그러나 그것보다 더욱 중요한 사실은 유지영 선생님이 민형 자신을 안 고 있었다는 것이다. 즉 민형의 머리를 두손으로 잡고 가슴으로 끌어 안은 체 잠들어 있었다는 사실! 우왁!!! "......!" 이라고 외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야 했으나 민형의 이성은 훌륭했 다. 용케도 모든 것을 참아내며 평정을 유지하기 위해 두눈을 희번덕 거렸 다. 분명 유지영 선생님은 옆 자리에 있는 자신을 벼게 쯤으로 생각하고 끌어 않았을 것이다. 그래 평소 혼자 자는 것이 버릇 되었을 테니까 옆에 다른 남자가 누워 있을 것이라고는 잠결에 실감하지 못한 것이겠지. 민형 은 이렇게 생각하며 자신을 가다듬었다. 그러고 보니 이곳은 유지영 선생 님의집. 커텐이 있을리가 없다. 여기는 민형의 방이 아닌 것이다. "으음...... 민형씨." 그순간 간신히 평정을 유지하고 있는 민형의 얼굴을 지영이 두손으로 꽉 끌어 당기며 가슴으로 더욱 더 세게 밀착 시켰다. 게다가 이번엔 무어라고 중얼 거리기 까지 했다. 그것이 자신의 이름이라는 것을 눈치챈 민형은 얼 굴이 귀 밑까지 새 빨개졌다. 꿈이라도 꾸고 있는 걸까? 무슨꿈? 내꿈? 그 럼 꿈에서 나를 안고 있나? 우와앗! 너무 좋은 꿈! 아니 아니 이 상황을 벗어나야지! 선생님이 6살 연하의 남자아이를 끌어 않는 꿈 따위를 꿀리가 없지! 민형은 스스로 이렇게 합리화 시키며 천천히 아주 천천히 지영의 손 에서 얼굴을 빼내어 뒤로 물러났다. - 계속 - 『CD의 환상세계-일반소설 (go CDGGAM)』 44번 제 목:[중편L] ## 고교 3년생의 사랑 ## -17 올린이:cdggam (임달영 ) 96/07/28 18:52 읽음:7768 관련자료 없음 ----------------------------------------------------------------------------- ## 고교 3년생의 사랑 ## PART-17 "!" 그순간 지영이 두눈을 반짝 떴다. 갑자기 어색해진 민형은 그녀의 두손 에서 머리를 빼내다 말고 그대로 두눈을 깜빡 거리며 움직임을 정지했다. 지영과 민형의 사이에서 잠시동안 초연한 잠잠함이 흘러가던 때쯤. 머쓱한 표정으로 지영이 먼저 말을 꺼냈다. "미,민형씨 잘 잤어요?" "아, 아 예. 안녕히 주무셨어요 선생님." 두 사람은 이말을 마지막으로 휙 하고 서로 등을 돌린체 이불속으로 파 고 들었다. 지영은 가슴이 두근두근 떨리고 얼굴에 홍조가 잃어 손바닥으 로 볼을 감싼체 두눈을 두리번 거렸다. 지금 자신이 무슨 짓을 하고 있었 는지 잘 판단이 가지 않았다. 민형씨의 꿈을 꾼것 같긴 했는데 눈을 뜨자 마자 그 당사자가 눈앞에 있으니 짐짓 당황해서 고개를 돌려버리고 말았던 것이다. 한편 민형은 민형대로 쿵쾅거리는 가슴을 억누르며 두눈을 희번덕 거리고 있었다. 자신이 잘못한 일은 없지만 왠지 모르게 초조함이 몰려왔 다. 자신이 하고 있던 자세가 유지영 선생님께 오해를 살 행동은 아니었는 지 걱정이었다. 한순간 서로를 향해 은근슬쩍 고개를 돌리던 두 사람의 눈이 딱 마주쳤 다. "......" 잠시지만 또다시 어색한 침묵이 흐르고 두 사람은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 며 싱거운 표정으로 웃기 시작했다. "저...... 우리 얼마나 잔거죠 민형씨?" "여,열신데요. 이제 그만 일어나죠." 민형이 엉거주춤 시계를 보는체 하며 자리에서 상반신을 일으켰다. 지영 역시 머리를 매만지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머리가 헝클어진 것 같아 손거 울을 찾았으나 화장대위에 놓여 있는 손거울은 지영의 손에 닿지 않았다. 지영은 억지 웃음을 지어 보이며 민형의 등뒤로 몸을 돌려 주방으로 향했 다. "무,물을 좀 데울테니까. 조금만 기다리세요. 잠깐만요." "아, 예에." 황급히 후다닥 방문을 열고 주방으로 나가버리는 지영의 뒷 모습을 물끄 러미 바라보며 민형이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였다. 주방에 나간 지영은 재 빨리 찬물로 세수를 하고 벽에 걸려있는 거울앞 에서 머리를 빚었다. 그리 많이 헝클어진것 같진 않아 속으로 내심 안심하면서 지영은 칫솔에 치약을 묻혔다. 양치질을 하면서 지영은 전날밤 꾼 꿈을 상기했다. 그 꿈에는 민 형이 나타났다. 위험에 처해 있는 자신을 구해주는 왕자님의 모습으로 나 나난 민형이 지영은 너무나 멋잇어 보여 꿈에서 보이는 민형을 힘껏 껴안 았던 것이다. 그리고 그녀가 눈을 떴을때 현실의 민형이 그녀의 두팔에서 얼굴을 빼내고 있었다. '아이참...... 설마, 난몰라......' 지영은 내심 자신이 한 행동을 짐작하며 새빨개진 얼굴로 묵묵히 양치질 을 계속했다. 지금 방안에는 민형이 와 있다. 자신과 함께 한방에서 같이 잔 것이다. 집에 가족이 아닌 남자를 데려와 본것은 민형이 처음이다. 학 교에 다닐때도 남자친구 하나 없었기 때문에 전혀 그럴 기회가 없었다. 지 영의 가슴이 왠지 모르게 두근두근 떨리고 알수 없는 기대감 같은 것이 스 물스물 올라오기 시작했다. 지영은 사람을 좋아했다. 친구나 손님이 집에 있다는 것 만으로 가슴이 벅차고 즐거웠다. 게다가 오늘은 민형이 와 있는 것이다. 지영은 그가 자신보다 6살이나 연하라는 것은 전혀 의식하지 못 하고 좋아서 싱글벙글 웃으며 양치질을 끝 마쳤다. 솥에 물을 담아 가스레 인지 위에 올려 놓고 지영은 방문을 드르륵 열고 민형에게 활짝 웃어 보였 다. "물이 금방 끓을 거예요. 잠깐만 기다리세요." "아, 고맙습니다 선생님." 민형이 꾸벅 고개를 숙여 인사하며 지영에게 대답하자 지영은 한순간 자 신은 학원의 강사이고 민형은 일본어를 수강하러 온 자신의 학생이라는 것 이 실감났다. 게다가 동시에 자신보다 6살이나 연하라는 것도 상기했다. 지영은 갑자기 가슴 한구석이 뜨끔뜨끔 아파오기 시작했다. 민형이 씻으러 나간 사이에 지영은 이불을 걷으며 계속해서 생각에 잠기었다. 민형은 남 자답고 자상하며 또 자신과 잘 맞는 아이였다. 아니 남자였다. 게다가 몇개월이라는 시간을 지내오며 느낀것이지만 민형은 같은 타잎을 지영은 좋아했다. 지금까지 왜 느끼지 못했는지 의문이 생길 정도였지만 어젯밤 민형이 자신을 도와준 이후부터 자꾸만 민형의 얼굴만 바라봐도 얼굴이 붉 어지고 생각만 해도 온몸이 간질간질 달아 올랐다. 지영은 그런 자신을 주 책맞은 철부지라고 스스로 꾸짖으며 이불을 바깥으로 가지고 나가 팡팡 소 리나게 털었다. 이불을 터는 통쾌한 소리가 지영의 가슴을 시원하게 쓸어 주었다. "?" 이불을 털던 지영은 문득 자신의 셔츠에 밴 향긋한 냄새에 고개를 돌렸 다. 팔뚝에 밴 제취가 느껴지고 지영은 그것이 민형의 것이라는 것을 알아 챘다. 민형의 몸에서는 비누냄세가 난다. 아직 어린 아이 같이 비누냄세 같은 것을 풍기고 다닌다고 생각하니 지영은 민형이 새삼 귀엽게 느껴졌 다. 하지만 어제나 예전에 그 무서운 모습을 생각하면 확실히 어른이었 다. 자기 보다는 확실히 몸을 지킬줄 아는 어른이다. 그리고 민형은 남자 인 것이다. "저 선생님 제가 할까요?" 문득 이불을 터는 지영의 뒤로 다가온 민형이 팔뚝에 걸고 있던 지영의 이불을 슬쩍 뺏어 들었다. 괜찮다고 사양하려 했는데 어느새 뺏어 들어 한 손으로 펑펑 터는 민형의 모습이 보기 좋아 지영은 그대로 민형이 하고 싶 은 대로 내버려 두었다. "......" 지영은 잠시동안 이불을 걸고 있는 민형의 팔뚝과 이불을 내려치는 주먹 을 보았다. 확실히 자신과는 스케일 자체가 틀린것이 한번 내려 칠때 마다 대포가 터지듯이 펑펑 소리가 났다. 게다가 그 곧고 굵은 팔뚝. 피부는 흰 것 같았지만 적당히 근육이 올라 단단하게 보였다. 지영은 자기도 모르게 그런 민형의 팔목을 멍하니 쳐다 보았다. 그때 문득 지영의 시선을 눈치챈 민형이 멋적은 얼굴로 물었다. "왜 그렇게 보세요?" "예? 아,아, 아니예요!" 당황한 지영이 번쩍 고개를 들며 자신은 절대 쳐다보지 않았다는 듯이 고개를 좌우로 세차게 흔들었다. 지영은 황급이 민형이 들고 있는 이불을 빼앗아 들며 다그치듯 외쳤다. "드,드,드, 들어가서 기다리세요! 아침식사 준비해 가지고 들어갈테 니." 엄청나게 당황하는 지영을 영문을 모르는 표정으로 바라보던 민형이 머 리를 긁적이며 방으로 돌아가자 지영은 휴 하고 한숨을 내쉬며 주먹쥔 손 으로 자신의 머리를 내리쳤다. .............................................. . . . . . . . . 두 사람은 식사를 하고 있었다. 아침 메뉴는 수수했가. 지영이 준비한 간단한 음식 으로 끼니를 때우고 있는 것이다. 작은 밥상에 올라가 있는 찌개와 밑반찬이 민형이 먹어 주기만을 기다리며 보이지 않는 눈을 반짝이 고 있었다. "선생님 음식 솜씨가 썩 좋으시군요." 하마터면 시집가도 되겠어요 라고 말할뻔 한 민형이 가까스쓰로 그말을 삼켰다. 덕분에 채 씹지 않은 밥알이 그대로 목구멍으로 꿀떡 넘어갔다. 민 형의 칭찬을 들은 지영은 금세 얼굴이 빨개져서 한손으로 볼을 감싼체 기 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아니요...... 혼자 살다 보니까 밥하는건 도가 텄어요. 민형씨가 갑자 기 오게 될줄 몰라서 준비한게 없어서 미안해요." "무슨 말씀을요. 이것도 충분히 맛있어요. 친구놈 집에 가면 아침도 점 심도 저녁도 손수 끓인 라면으로 때워야 하거든요. 이렇게 밥을 만들어 주 는 사람이 있으니까 얼마나 감격스러운지 선생님은 모르실 거예요." 민형은 정말 기분 좋은 얼굴로 신나게 밥을 먹고 있었다. 지영은 음식을 씹으며 그런 민형의 얼굴을 흘끔흘끔 보고 있었다. 음식을 먹는 민형의 모 습이 참 남자 답다고 느껴졌다. 건겅미가 넘쳐 흐르는 민형은 물론 여자들 에게 있기가 많을 것이다. 게다가 요즘 고교생들은 이성교제 진전 팬턴이 매우 빠르다고 들었다. "저 민형씨." 지영은 문득 밥을 먹고 있는 민형에게 물었다. "여자친구 있어요?" "흡!" 그순간 밥이 목에 걸린 민형이 기겁을 하며 시뻘개진 얼굴로 고개를 두 리번 거렸다. 깜짝놀란 지영히 서둘러 물컵에 물을 따라 주자 민형은 그것 을 벌컥벌컥 들이키고 이내 살았다는 듯이 희번덕 거리는 눈으로 지영을 바라보았다. 그런 민형의 표정은 심히 긴장 되어 있었다. "여,여자 친구요!?" 전혀 예상치 못한 질문에 민형은 어쩔줄 모르며 지영의 앞에서 두눈을 이리저리 굴렸다. 그러니까 자신이 여자 친구가 있었던 적이 있었던가. 가 만히 생각해 보자...... 아, 그러고 보니 국민학생 때에 꽤 많았던 것 같 은 기억이 난다. 그때는 남녀 합반으로 짝이 모두 여자였었다. 하지만 그 런 일로 여자친구가 있다고 얘기하면 하하...... 얼간이지 그건. "아,아직 없어요." 민형은 쑥쓰러운 듯이 한손으로 뒷통수를 긁적거리며 이렇게 중얼 거렸 다. 기왕이면 멋들어진 연애 경험이 있다고 얘기하고 싶었지만 그러다 밑 천이라도 바닥나면 어쩌겠는가. 이럴때는 역시 단순함으로 밀고 나가는 것 이 최고다. 힘으로 안되는 여자가 상대니까 어쩌겠는가. 민형은 여자한테 약했다. 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힘이 안통하는 상대한테는 약했다. 남자한 테 힘이 안통하는 사례는 18년동안 거의 없었지만...... "정말? 의외네요......" 그말을 들은 지영의 얼굴에 화기가 돌았다. 그러나 민형은 고개를 숙인 체 머리를 긁적이느라 그런 지영의 표정으로 알아보지 못했다. 민형은 현 재 다음에 이을 대사를 골똘히 생각하는 중이었다. 여자친구가 없었지만 결코 능력이 없어서가 아니라는...... 무엇가 멋들어지고 자신의 위치를 살릴수 있는 재미있는 그런 대사를...... "사실은 남자를 더 좋아했거든요 하하~!" 바로 이거다. 이거라면 남자들의 의리를 좋아하는 순수한 젊은이로 인 식 되어질 수 있다. 민형은 스스로 이런 멋진 대답을 생각해낸 자신이 놀 라워 활짝 웃었다. 그러나 민형의 그런 말을 들은 지영의 표정은 의외로 못 들을것을 들은 것처럼 창백했다. "왜그러시죠 선생님?" "아, 아니요 그냥......" 민형이 아무것도 모르는 표정으로 묻자 지영은 억지로 쓴 웃음을 지으며 밥그릇 쪽으로 고개를 숙였다. 지영도 민형 만큼 쑥맥이라는 칭호에 걸맞 는 여자였다. - 계속 - 『CD의 환상세계-일반소설 (go CDGGAM)』 47번 제 목:[중편L] ## 고교 3년생의 사랑 ## -18 올린이:cdggam (임달영 ) 96/08/04 16:53 읽음:7415 관련자료 없음 ----------------------------------------------------------------------------- ## 고교 3년생의 사랑 ## PART-18 "왜 벌써 가요? 좀 더 놀다 가지." 돌아가는 민형을 바래다 주며 지영이 너무너무 서운한 표정으로 입을 내 밀었다. 그러나 민형은 그런 지영의 앞에서 머리를 긁적 거리며 언제나와 같은 어리숙한 모습으로 걷기 시작했다. "어제 외박했으니 빨리 돌아가 봐야죠. 늦게 들어가면 눈치가 보이니까 요......" "그런가요......" 자못 풀이죽은 듯한 지영을 힐끔 바라보며 민형이 그녀가 왜 풀이 죽었 는지 알아채지 못하고 멋적은 듯 곁눈질을 계속 했다. 사실 일찍 들어가서 외박한 티를 지워야 하기 때문에 오전중에 돌아가는 것이다. 저녁에 미적 미적 기어 들어갔다간 외박한걸 들키고 그렇게 되면 시끄러워진다. 어디서 자고 왔는지를 추궁당한다면 정말 곤란해 지는 것이다. 두 사람은 그렇게 서로에게 밝힐 수 없는 답답한 속 사정을 숨기며 고개를 내려와 도로변으 로 빠져 나왔다. "자, 여기서 갈 테니까 선생님 그만 들어가세요." "아, 아니예요. 버스타는 거 보고 들어갈께요." 으, 택시타고 들어갈려고 그랬는데. 자연스럽게 버스 탈 것이라고 생각 하고 있는 모양이지...... 민형은 할 수 없이 지영과 함께 버스 정류장 쪽 으로 걸어 갔다. 정류장 앞에서 지영이 자신의 주머니를 뒤적거리며 민형 에게 물었다. "토큰 줄까요?" "아, 네? 고맙습니다." 마침 잔돈이 없었던지라 잘 됐다는 얼굴로 민형이 지영이 내미는 토큰을 받았다. 그때 두 사람의 손이 맞 닿았다. 하늘하늘한 지영의 팔목과 부드 러운 손끝이 스치고 민형은 자기도 모르게 꿀꺽 군침을 삼켰다. 뭐,뭐야! 그럴 수도 있지! "호,혹시 모르니까 두개 줄께요." "고,고맙습니다." 왜 이렇게 얼굴을 붉어지는 거야 민망하게. 지영은 도무지 고개를 들지 못하고 안절부절 하며 주머니에서 토큰을 꺼내 민형에게 건내 주었다. 이 대로라면 정말 민형씨를 보내고 싶지 않아 큰 일이 될 것이다. 어차피 가 야 되는 일이라면 빨리 빨리 보내 버리던지 해야지 민망해서 못 견딜 지경 이었다. 한편 민형은 민형대로 야릇한 기분에 얼굴을 붉혔다. 부끄러워 하 는 유지영 선생님은 참 귀여운 여자였다. 아니 예전부터 생각하고 있었던 것인데 그녀는 정말 귀엽다. 귀찮아할때는 언제고 원...... 참 남자는 늑 대같은 동물이다. 그래, 인정한다. "아 버스가 오네요." 마침 건너편 신호등에 자신이 타려는 버스 노선이 걸려있는 것을 본 민 형이 도로 밑으로 내려가며 버스쪽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순간 지영의 얼 굴이 하얗게 사색이 되는 것을 민형을 알아채지 못했다. 왜냐? 버스 쪽을 바라보느라 정신이 없었거든. 이내 버스가 정류장에 멈추어 서고 많은 사 람들이 버스에 오르 내렸다. 민형은 마지막으로 인사를 하기 위해 지영을 돌아 보았다. "저, 선생님 그럼 저는 이만......?" 문득 이렇게 말하며 고개를 꾸벅 숙이던 민형은 그대로 무언가 꺼름직 한 모습으로 멀뚱히 지영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와..... 이 여자 표정이 왜이래 이거. 정말 그냥 두고 불안해서 못가겠군. 그도 그러것이 유지영 선생님이 사색이 된 얼굴로 민형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고 있었던 것이 다. 그렇게 불안한 표정으로 쳐다보지 말아요. 가다가 버스 사고 나버린 다구. 그녀의 섭섭 침울한 의도를 눈치채지 못한 민형이 고개를 숙인후 버스로 오르려는 순간이었다. ".......!" 그때였다. 달아올란 뜨거워진 손이 그대로 버스로 오르려는 민형의 손 을 뒤쪽에서 부터 붙잡았다. 깜짝 놀란 민형이 고개를 돌리자 망설이듯 망 연자실한 지영과 두눈이 마주쳤다. "서,선생님?" "......" 지금 지영은 자신이 어떤 행동을 하고 있는지도 분간이 가지 않을 정도 로 정신이 없었다. 얼굴은 하얗게 질린지 오래였고 두눈을 크게 뜬체 민형 의 얼굴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 아, 보내기 싫다. 보내기 싫어. 조 금만 더 같이 있었으면 좋겠는데. 버스가 오는 순간부터 몇십초간 내내 그 생각만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지영은 자기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반 사적으로 민형의 손을 덥썩 붙잡고 만것이다. 잠시동안 두 사람은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멍한 듯이 서 있었다. -부웅 그리고 버스는 더 이상 민형을 기다려 주지 않고 매정하게 떠나 버리고 말았다. 민형은 버스를 돌아 볼 여유도 없이 착찹한 표정으로 지영을 내 려다 보았다. 왜 이러는거지 이 여자? "가, 가......" 지영이 얼굴이 새빨갛게 질려 거의 멍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가지 말아요." '......' 그말과 함께 민형도 다분히 쇼크를 먹었다. 가지 말라니? 설마 같이 살 자는 소리는 아닐테고...... 이봐요 선생님. 이성을 찾으세요. 그렇게 정 신없는 얼굴로 말하면 내가 오해한단 말이예요. "조,조금만 더 같이 있어주세요......" "......" 붉어진 얼굴로 가까스로 입을 여는 지영을 바라보며 민형은 현재 자신이 처한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지영을 내려다 보고 있 었다. 무슨 뜻일까...... 왜 나를 못가게 하는 것일까. 민형은 자신의 손 을 붙잡고 있는 지영을 바라보며 여러가지 생각에 잠기었다. 그러나 하나 같이 확실히 결정나는 이유 따위는 없었다. "......" 결국 민형은 멋적은 듯한 얼굴로 아무말도 못한체 버스를 놓치고 말았 다. ............................................. . . . . . . . . 근처 커피늄에는 일요일이지만 사람이 얼마 없었다. 옷가게 2층에 위치 한 그리 크지않은 커피늄 이었는데 유지영 선생님이 말하길 이곳은 팥빙수 를 시키면 우유를 많이 넣어주기 때문에 맛있다고 말했다. 지금 팥빙수 따 위가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민형은 얼떨결에 따라올 수 밖에 없었다. 왜냐 고? 붙잡힌 이유를 들어야 할거 아니야. 민형은 지영의 앞에 테이블을 끼 고 앉아 애꿎은 팥빙수를 휘휘 휘젓고 있었다. "......" 그것은 지영도 마찬가지였다. 팥빙수가 나온지 시간이 꽤 흘렀지만 두 사람은 아직도 서로 어색한 시선을 흘리며 아무말도 못하고 있었다. 팥 빙수의 얼음이 흥건이 녹아 이미 팥음료가 되어버린 지금. 지영은 붉어진 얼굴로 민형에게 꺼낼 이야기를 생각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뭐라고 할까......' 솔직히 말하자면 그때 자신의 감정을 자신도 알 수가 없었다. 민형이 돌 아간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콱 막히고 섭섭해서 마치 세상이 끝장나는 그런 기분이 들었던 것이다. 그래서 자기도 모르게 붙잡고 말았던 것인데...... 와, 만약에 대학 시절에도 이렇게 대담했으면 벌써 결혼했을꺼야. 라고 되 뇌이며 지영은 스스로의 변화가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그나저나 어쩌지. 보내기가 싫어서 그랬어요 라고 대답한다면 엄청 무시당할거다. 게다가 시 시하고 재미없는 여자로 찍힐 것이다. 대학때도 그랬는데. 어떡해 앙~ "......" 예전의 자신을 생각하니 도저히 말을 꺼낼 엄두가 나지 않아서 지영은 망설이고 또 망설였다. 민형은 참 좋은 사람이다. 재미있고 자상해서 어느 여자라도 좋아할 타잎일 것이다. 지영은 이렇게 생각하며 살짝 고개를 들 었다. 마침 민형이 다 녹아버린 팥빙수를 후루룩 마시고 있는 중이었다.그 모습을 본 지영이 얼굴이 빨개져서 푹하고 고개를 숙였다. 와 큰일이다. 어떡하지 고개를 들수가 없어...... 정말 문제가 많은 성격이다. "저,선생님? 저에게 할말이 있으신거 같은데......" "예, 예? 그렇게 보여요?" 당연하지 그렇게 몸을 배배꼬고 있으니, 제발좀 물어봐 달라는 뜻이 아 니었나? 민형은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와 함께 지영도 민망한 듯 얼굴이 빨개지고 말았다. 아 어떡해...... 죽고 싶어. "저,저기......" 왜 이렇게 말은 더듬거리는지. 지영은 울고만 싶었다. "그,그러니까......" 무언가 말하고 싶은데...... 아니 더이상 말하지 않으면 바보 취급 당 할텐데. 할말은 없고 붙잡은 그럴듯한 이유도 생각나지 않는다. 어떡해 ...... 어떡해...... 지영은 어쩔줄 모르다 이내 눈가에 글썽글썽 눈물을 맺었다. "아...... 그, 그러니까...... 그게 흑흑......." "에.......?" 갑자기 지영이 훌쩍 훌쩍 울기 시작하니 민형은 어이가 없고 당황하여 고개를 번쩍 들었다. 이,이거 왜우는거야? 내가 무슨 엄청난 실수라도 했 거나 여자를 울릴만한 에티켓을 위반했나? 정말 황당하게 해주는 아가씨 네이거? 민형은 당황한듯 어쩔줄 모르며 우는 지영을 잘래기 시작했다. "서,선생님 왜 그러세요......? 왜 우시는 거예요?" "나,나는 그냥......" 지영이 울기 시작하자 그나마 몇명 없는 손님들이 재미있다는 듯이 민 형과 지영쪽을 돌아보며 히죽 히죽 웃었다. 나참 뭘봐! 여자 우는 거 처 음보냐 녀석들아!! 민형은 열이 뻗쳐 당장 이라도 달려가 한방 먹여주고 싶었으나 지금은 그럴여유가 없을 때. 당장 이걸 그쳐야 되지 않겠는가? "선생님 울지 마세요! 남들이 보면 오해 하겠어요." "미안해요 민형씨...... 흑흑" 와 이거 진짜 오해 하겠네. 남자는 선생님이라고 부르고 여자는 씨자 를 붙히니 요상한 관계 아닌가? 불륜이라고 생각되어져도 할말 없다. 그런 데 도대체 왜 우는 거야 으아!! "아...... 나 참...... 이거" 민형은 난처한 얼굴로 안절부절 못할뿐 근본적으로 지영을 달래지는 못 했다. 우는 이유를 몰랐기 때문에 달랠 수 없는 것이 당연하지. - 계속 - 『CD의 환상세계-일반소설 (go CDGGAM)』 48번 제 목:[중편L] ## 고교 3년생의 사랑 ## -19 올린이:cdggam (임달영 ) 96/08/09 12:18 읽음:7203 관련자료 없음 ----------------------------------------------------------------------------- ## 고교 3년생의 사랑 ## PART-19 "죄송해요. 저 때문에 창피했죠. 저도 왜 눈물이 나왔는지 모르겠어요. 저기 팥빙수 하나 더 시켜 드려요?" 몇명 남아 있던 손님들이 빠져 나가고 이내 울음을 그친 지영이 손으로 눈밑을 훔치며 민형에게 물었다. 민형은 황당하고 얼이 벙벙한 상태에서 무심결에 고개를 끄덕였다. 훌쩍 거리며 묻는 유지영 선생님의 성의를 거 절할 수도 없었거니와 무엇보다 고개가 저절로 끄덕여졌던 것이다. 웃, 그 나저나 팥빙수를 또 하나 먹으라고? 정민형 죽는다. "저기요. 여기 팥빙수 하나 더 주세요." "이번엔 과일 빙수로 하시지요 손님?" 커피늄 주인이 빙그레 웃으며 묻자 지영은 민형을 돌아보며 눈을 깜빡 였다. 민형이 쓴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걸로 주세요." 지영은 과일 빙수를 주문하고 돌아 앉아 민형을 바라 보았다. 그 바라보 는 눈이 너무 순하게 겁먹은 눈이라 민형은 몸이 부르르 떨렸다. 왜냐고? 나는 귀여운 것을 보면 괴롭혀 주고 싶어지거든. 그런 눈으로 보지마 농담 이야...... 어쨋든 두 사람은 또다시 침묵속에서 멀뚱히 앉아 있었다. "맛있게 드세요." 문득 종업원이 테이블위에 과일 빙수를 내려 놓고 민형에게 빙긋이 웃었 다. "애인이 참 미인이시네요." "네?" 이렇게 말하고 웃으며 카운터로 돌아가는 바텐더를 멍하니 바라보며 민 형이 가슴을 움켜쥐고 쿵쾅거리는 고동을 가라 앉혔다. 순간 지영 역시 빨 개진 얼굴로 어쩔줄 모르며 고개를 숙였다. "저,저기 선생님......" 이거 유지영 선생님의 행동을 보고 있자니 민형은 슬슬 불안해 지기 시 작했다. 왜냐, 유지영 선생님이 혹시 자신을 좋아하고 있는게 아닌가? 라 는 어처구니 없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게 왜 불안하냐고? 생각해 봐. 6살이나 많은 여자가 나를 좋아 할리가 없을 뿐더러 그런 주제 넘은 생각은 하는 내가 우습지 않냔 말이야. 나는 정말 우스운 남자가 되는 것 은 딱 질색이야. 나는...... 나는 말이야. 뭐든지 딱 부러지는 게 좋아! 난 그런 남자라니까! "선생님!" 한순간 민형이 큰 소리로 지영을 향해 외쳤고 지영이 화들짝 놀라 고개 를 번쩍 들었다. 그런 지영의 앞에는 민형의 이글이글 타오르는 눈이 있었 다. 전투본능의 달아오른 민형씨의 눈. 무엇이 그를 달아 오르게 했는지 모르지만 지영은 그 눈이 참 멋있다고 생각했다. 민형씬 정말 멋져...... 그때 민형이 버럭 외쳤다. "선생님 저 좋아하세요!?" "네? 네~!" 그와 함께 지영도 반사적으로 싱글 웃으며 힘차게 대답했다. 와 자연스 럽게 대답했어. 참 잘했다 지영아. 넌 귀여운 여자야. 지영은 스스로 이렇 게 생각하며 연신 싱글 거렸다. 자연스럽게 대답했으니 아주 좋아...... 음...... 자연스러웠으니까...... 그런데...... 음 그런데...... '와아아아!! 내가 지금 무슨 대답을 해버린거지!?!?' 문득 자신이 한 대답을 상기하며 지영이 화들짝 놀라 고개를 들었다. 내 가 지금 뭐라고 한거지? 민형씨가 나한테 뭐라고 물어본거지? 지영은 민형 의 질문과 자신의 대답을 생각해 내기위해 안절부절 못하기 시작했다. "서,선생님......?" 그리고 민형은 안절부절 어쩔줄 모르는 지영을 멍하니 바라보며 다시금 확인의 뜻으로 이렇게 물었다. 그 와중에도 지영은 연신 두눈을 깜빡 거리 며 조금전 상황을 기억해 내려 애쓰고 있었다. "제,제가 좋으시다고요?" 아, 민형씨가 물어봤다. 지영은 확실히 들을 수 있었다. 이번에는 확실 히 들었다. 자신을 좋아하냐고 민형씨가 묻고 있었다. 지영은 모든 것을 확실히 깨달을 수 있었다. 민형이 자신을 좋아하냐고 물어 봤고 자신은.. .... 자신은...... "좋아해요......" 지영이 붉어진 얼굴을 든체 거의 반쯤 넋이 나간 표정으로 이렇게 중얼 거렸다. 그리고 서로의 얼굴을 멍하니 바라보며 두 남녀는 그로부터 한참 동안을 서로 그렇게 바라보고 있었다. 무엇일까. 지영은 지금 자신이 하 고 있는 말이 자신의 입에서 나오는 말이라는 것이 실감나지 않았다. 황당 한 것은 민형 역시 마찬가지였다. 어디까지나 농담반 오기반으로 물어본 것이었는데 난데없이...... 세상을 살다보니 뜻하지 않은 별 일이 다 있다 고 생각하면서 민형은 시뻘개진 얼굴로 침을 꿀꺽 삼켰다. ................................................... . . . . . . "저, 저...... 그럼 저는 갈께요." 저녁이 되어서 도로변으로 나온 민형이 함께 온 유지영 선생님에게 긴 장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이른 저녁이었지만 조금전 있었던 황당한 고백 의 얼떨떨해 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민형은 어서 빨리 집으로 돌아가 생각 을 정리하고 싶었다. 민형은 지영에게 꾸벅 고개를 숙이고 도로변으로 걸 어 나갔다. 그때 지영이 다급히 민형의 팔목을 붙잡았다. "선생님......?" "저,저기요......" 어쩔줄 모르는 지영의 표정에서 더 없는 순수함이 느껴졌다. 이 여성은 정말 순박하고 좋은 여자다. 처음 학원에서 만났을때 부터 느낀 것이지만 지나친 친절함이 불쾌함을 줄 정도로 유지영 선생님은 좋은 사람이었다. 하지만...... 하지만 지금은 어색한 사이가 되어 버렸다. 유지영 선생님 이 선생님일 ㎖가 좋았다. 난데없이 황당한 이야기를 들어 버리고 만 민 형은 머리가 복잡했더 것이다. "제,제가 아까 한말은요......." 난처한 듯이 어쩔줄 모르며 말을 더듬거리는 유지영 선생님. 민형은 그 런 그녀를 바라보며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빙긋이 웃어 보였 다. 그래, 무슨 말을 하시려는지 짐작이 간다. 아까는 실수였으니 너무 부 담 같지 말라거나 뭐 긴장을 풀기위한 장난이었다거나...... 그런 말을 하 시려는 거겠지. 뭐 괜찮아요 선생님. 오히려 그쪽이 편해요. 전 충격 같은 거 안 먹는다고요. 민형은 억지로 여유있는 표정으로 지영의 대사를 기다 렸다. 그때 지영이 땀을 뻘뻘 흘리면서 가까스로 입을 열었다. "아,아까 한말은 제 진심이예요. 저,정말이니까 믿어주세요. 민형씨. 그러니까 저,저와......" 도대체 이게 무슨말? 민형은 머리속이 새하얗게 정리 되었다. 그러니까 아까 한말이 진심이라고? 그럼 정말 나를 좋아한다고? 와 장난아니다. "저와 사귀어 주세요. 민형씨." 그 폭탄 선언. 아...... 민형은 얼굴이 하얗게 질리고 머리속에서 혜성 이 날아 다녔다. 저 진지한 유지영 선생님의 눈빛. 얼굴에 가득한 식은 땀. 얼마나 망설이고 망설이고 망설이다. 또 얼마나 고민하다가 내뱉은 고 백일까. 민형은 그런 유지영 선생님의 고백을 들으니 한편으로 가슴이 찡 했다. 인간이란 꿈이 현실로 이루어지면 잠시 동안은 실감하기 힘든 것이 다. 지금 민형이 바로 그랬다. 민형이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있자 불안 해진 지영이 되물었다. "여,연상의 여자는 싫어요?" 자신이 6살이나 많기 때문에 파렴치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무 엇보다 민형은 젊고 한창 나이의 소년이었기 때문에 지영은 그것이 마음에 걸렸다. 하지만 자신은 처음으로 한 고백이었다. 지금까지 살아 오면서 남 자에게 좋아한다는 말을 해본적이 없다. 모두 친구였다. 모두 친구였고 좋 은 동무들...... 고교때도 그랬고 대학때도 그랬다. 자신이 한 남자를 독 점하고 싶다는 마음은 무리라고 생각해 왔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저 정민형이라는 남자가 좋아서...... 그 남자가 좋아서 저 남자의 여자가 되 고 싶다는 생각이 든것이다. 비록 6살이나 많아도...... 그리고 지영의 질 문에 민형이 고개를 젓자 지영의 얼굴이 환하게 밝아졌다. 기사 회생한 이 기분. 지영은 내친 김에 몇발작 더 나아가 물었다. "제가 바보 같아서 싫은거예요?" 민형은 또 다시 고개를 저었다. 지영은 안심이 되었으나 속으로는 불안 했다. 민형은 아직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키가 더 컸으면 좋았을까요?" 민형은 고개를 흔들었다. "가슴이 더 컸으면 마음에 들었을지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지영의 눈에 눈물이 글썽 글썽 맺히기 시작했다. 이 내 그녀가 울먹이면서 물었다. "조,조, 좀더 얼굴이 예뻤더라면 좋았을지도....... 흐, 흐윽" 틀렸다. 틀린거야. 지영은 실망감과 불안함. 그리고 안타까움을 이기지 못하고 울기 시작했다. 자신이 바보 같았다. 애초에 6살이나 나이가 많은 여자를 좋아할 남자가 이 세상에 어디 있겠는가. 민형에 비하면 자신은 아줌마. 아니 할머니로 보일것이다. 아무리 젊고 발랄하게 행동한다고 해 도 나이는 속일 수 없는 것이 아닌가. 지영은 더이상 견디지 못하고 민형 에게서 등을 돌렸다. "미안해요 민형씨! 제가 잠시 미쳤나 봐요! 으앙!" 지영은 이렇게 외치고 집을 향해 뛰기 시작했다. 아 죽고만 싶었다. 눈물이 사정없이 흘러 나와 얼굴이 적셨다. 바보 같은 기집애. 말도 안되 는 소리를 지껄였으니 민형씨가 얼마나 기가 막혔을까. 뭐? 사귀어 달라 고? 잘도 말하는군. 영계를 꼬시는 응큼한 아줌마 라고 비웃었을 꺼야. 아아 난 몰라. 학원도 그만 둘꺼야. 난생 처음 좋아하게 된 남자였는데! 지영은 스스로 이렇게 자책하며 달리기 시작했다. 집에가서 이불을 뒤집 어 쓰고 마음껏 울 생각이었다. 예전부터 그렇게 하면 기분이 풀렸다. 그 래 집으로 가는 거야. 집에가서 더 울어야지. "......!" 정신 없이 뛰고 또 뛰었다. 이미 민형씨는 자신을 비웃으며 버스를 타고 집으로 가 버렸겠지. 지영은 이렇게 이렇게 속으로 생각하며 문득 뒤를 돌 아 보았다. 버스 정류장...... 버스 정류장이 눈에 들어왔다. 그러나 민형 씨는 없었다. 이미 떠나 버린 것일까...... "선생님!!" "꺅----------!!" 한순간 커다란 목소리에 깜짝 놀란 지영이 그 자리에 엉덩방아를 찌었 다. 흥분한듯 끝이 치켜 올라간 한 남자의 목소리. 그것은 지영이 매우 잘 알고 있는 남자의 목소리. 그것은 바로 민형의 목소리 였다. 민형, 정 민형 그가 전속력으로 그녀를 앞질러 갔다가 다시금 돌아오고 있었던 것 이다. "서,선생님 솔직히 말할께요!! 선생님은--------------!!!" 주저 앉은 지영의 앞에 멈추어선 민형이 거친 숨을 내쉬며 땀이 범벅된 얼굴로 이렇게 외쳤다. "제가 아는 여자중에서 가장 똑똑하고 또 저하고 키도 잘 어울려요! 그 것 뿐이 아니예요! 가슴도 정말 크고 얼굴도 무지무지 예뻐요! 선생님 전 그런 스타일을 좋아하거든요?" "......!?" 정신 없이 외치는 민형의 앞에서 지영은 눈물이 글썽글썽한 얼굴로 외 치는 민형을 올려다 보았다. 민형씨...... 민형씨가 자신의 앞에서 외치고 있었다. 순간 민형이 가뿐 숨을 가다듬으며 지영을 일으켜 세웠다. 발그래 해진 홍조가 지영의 눈에 비추어졌을때 민형이 입을 열었다. "그리고 전 연상을 아주 좋아해요." 민형의 한마디에 지영은 또다시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 계속 - 『CD의 환상세계-일반소설 (go CDGGAM)』 50번 제 목:[중편L] ## 고교 3년생의 사랑 ## -20 올린이:cdggam (임달영 ) 96/08/12 11:51 읽음:7275 관련자료 없음 ----------------------------------------------------------------------------- ## 고교 3년생의 사랑 ## PART-20 "뭐어!? 그 여자? 아니 그 학원 선생님을 꼬셨어!?" 외치는 성우의 머리를 조용히 후려갈기며 민형이 나지막히 속삭였다. "꼬시다니...... 그냥 사귀게 된거지." "그,그게 그거지! 야, 도대체 어떻게 된거야?" 성우는 얻어맏은 머리를 어루만지며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얼굴 로 민형의 앞에 바짝 걸상을 끌어 앉았다. 지금은 4교시 이후 점심시간. 식사중에 민형이 기분에 취해 은근슬쩍 어제의 이야기를 꺼낸데서 화제가 달아오른 것이다. 성우는 밥을 먹는 것도 잊고 흥미진진 긴장고조의 흥분 한 표정으로 민형을 닥달했다. "그거 정말이야? 그 여자가 먼저 그렇게 말했어? 야! 혹시 그 여자 너를 꼬셔서 이용해 먹다가 차 버릴려고 그러는 거 아니야!?" "이용? 어떻게?" 성우의 진지한 모습에 민형이 뜨끔하여 물었다. 이용이라니? 내가 그 선 생님에게 어떻게 이용가치가 있다는 거지? 아무것도 모르는 표정의 민형을 바라보며 성우가 장난기가 가득한 진지한 표정으로 웃으며 말했다. "그러니까 네 몸을 노린게 아니냐 이 말이지! 네가 솔직히 볼게 뭐가 있 냐. 공부를 잘하냐 돈을 잘버냐. 능력이 있냐. 있는건 몸밖에 없잖아." "그,그래서......?" 성우의 말이 모두 맞는 말이기에 민형의 가슴은 송곳에 박히듯이 쓰리고 아팠다. 아무리 무슨 말이고 할 수 있는 친구 사이라지만 저렇게 잔인한 말을 서슴없이 내뱉다니 나쁜놈...... "다 큰 성인 여성은 밤에 남자가 필요한 법이거든. 넌 그 여자에 비하면 영계니까 말이야 흐흐흐...... 밤에 둘이 있자고 하면 조심하라구. 네 소 중한 동정을 지켜, 친구로서의 충고야." 한참 침묵이 흐르고 성우는 바닥에 쓰러져 숨을 헐떡 거렸다. 민형은 태 연한 표정으로 주먹을 매만지며 심각한 표정으로 생각에 잠기었다. 음, 설 마 그런일이 있을리가 없지. 성우는 유지영 선생님을 모르니까 그런 소리 를 하는거야. 그녀는 나이를 먹었을 뿐이지 누구보다 솔직하고 순박해. 민 형은 그렇게 굳게 믿고 있었던 것이다. 잠시후 성우가 부어오른 볼을 어루 만지며 자리에서 일어나 민형에게 말했다. "그러나 저러나 용하다 너. 그 선생님이 저번에 그 호스테스지? 엄청나 게 예쁘던데......" 자못 진지한 투로 돌아온 성우가 묘하다는 듯이 한손을 턱에 가져간체 민형을 바라보자 민형은 얼굴이 빨개져서 멋적은 듯이 웃었다. "하하...... 뭘, 솔직히 예쁘긴 하지만 그 정도 예쁜 여자가 어디 이 서 울에 한 둘 뿐이겠어." "오호라...... 그러셔." 민형의 히죽거리는 입을 바라보며 성우는 재밌어서 미칠 것만 같았다. 그러나 웃을 수 없었다. 웃었다간 죽을 것이다. 단번에...... 그나저나 저 순진빵. 크크크 성우는 너무나 재미있는 이 화제거리에 흥미가 가득했다. "야, 나한테도 연상의 여인 꼬시는 법좀 전수해 줘라." "그,그건 그렇게 쉽게 되는게 아니야." "왜?" "그,그러니까 이건...... 시끄러! 여자는 무슨 여자야 임마! 넌 여자친 구 많찮아!!" 성우의 은근한 질문에 단순한 민형이 얼굴이 빨개져 버럭 화를 냈다. 성 우는 그런 민형을 바라보며 속에서 부터 우러 나오는 웃음을 억지로 참고 있었다. "나도 그런 성숙한 연상의 여자 같고 싶다. 야 좋겠다 정민형. 드디어 인생의 황금기를 맞이했구나~?" "하, 하하...... 뭘. 그 정도야." 의도적으로 쿡쿡 찌르는 성우의 옆구리 공격을 받으며 민형은 쑥쓰러운 듯이 머리를 긁적 거렸다. 유지영 선생님의 고백을 받은지 하루가 지났지 만 여전히 실감은 가지 않았다. 하지만 한가지 확실한 것은 오늘 부터 학 원에 가면 선생님이 아닌 다른 존재의 유지영 선생님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다. 아직까지 선생님 호칭에서 벗어나지 못했지만...... 어쨋든 민형 은 날아갈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후후, 유지영 선생님이라......' 민형은 연식 히죽히죽 싱글벙글 웃으며 한 자리에 우두커니 앉아 있었 다. 성우는 그런 민형을 바라보며 자신도 기분이 좋은지 싱긋 미소 지었 다. ...................................... . . . . . . . . . . . "후후, 후후후후...... 후후훗." 커피늄의 테이블 위에서 한 여성이 연신 싱글벙글 웃고 있었다. 그것은 주위 사람들에게 들릴 정도의 큰 소리는 아니었지만 바로 앞자리에 있는 사람에게는 매우 이상하게 비추일 정도의 해픈 웃음이었다. 그녀의 웃음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한 긴머리 여성이 이상하다는 듯이 물었다. "아니 지영아? 너 오늘 무슨일 있니? 왜 그렇게 혼자서 실실 거리고 웃 는거야? 보고 있는 사람 김빠진다 얘." 그녀가 이렇게 입을 열자 연신 웃고 있던 주인공. 바로 정민형의 학원 선생 유지영이 고개를 들었다. 그녀는 아직도 입가와 표정에서 흐믓한 웃 음이 떠나지 않은 얼굴로 입을 열었다. "어머, 미안해 지혜야. 내가 그렇게 웃었니 창피해라 후후후." 이렇게 말하며 또다시 숨 소리나는 웃음을 자아내는 지영을 바라보던 지 혜는 이상하다는 듯이 인상을 찌푸렸다. 안지혜양. 24세. 실력있는 패션 디자이너로 지영의 대학 동창이었다. 지영과는 다르게 센스있게 손질한 웨 이브 파마. 그리고 검은 색의 원피스와 얼굴에 어울리는 매끈한 화장술. 그야 말로 묻 남성들의 애를 태우는 섹시어필 여성의 표본 이었다. 그녀는 지영의 친한 친구로서 학교를 졸업한 지금도 서로 자주 연락을 취하고 있 었다. "도대체 왜 그러니 너? 실없는 계집애 처럼 계속 웃기만 할거야? 뭐야 뭐. 나한테도 얘기해봐." "아이참. 아무것도 아니야." 지혜가 지영의 옆구리를 손가락으로 마구 찌르며 이렇게 묻자 지영은 엄 살을 부리며 고개를 흔들었다. 그러나 괜히 지영과 6년 동안이나 만나온 안지혜가 아니었다. 그녀는 이미 지영의 행동사항과 성격을 파악해 버린지 오래였다. 저렇게 의미없는 웃음이 터져 나올때는 분명 좋은 일이 있거나 대단히 좋을일이 있거나 무지무지하게 좋을일이 있을때 중 하나다. "나를 속일려고? 어림없어 너. 자 빨리 이실직고 해. 그렇지 않으면 이 커피를 스커트에 쏟아 버릴테니까." "차,참아. 알았어 얘기할께. 후후훗" 지혜가 정말 커피를 쏟아 버릴 기세로 커피잔을 들자 지영이 손을 저으 며 못말린다는 듯이 이렇게 말했다. 그녀는 그러는 와중에서도 바보처럼 웃고 있었다. 지혜는 심상치 않은 표정으로 어깨를 으쓱하며 지영의 대사 를 기다렸다. ............................................... . . . . . . . . . "뭐,뭐야!? 남자가 생겼다고? 네가!?" 경악하는 지혜의 외침에 한순간 커피늄 안에 있는 많은 사람들이 일제히 놀라 지혜와 지영을 돌아 보았다. 지혜가 얼굴이 빨개져 고개를 숙였고 지 영역시 쑥쓰러운 듯이 손으로 입을 가렸다. 지혜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되물었다. "그게 정말이야 너? 아니 대학땐 소개팅 미팅 죽어라 시켜줘도 싫다고 그러더니 다 내숭이었지! 너 레즈 아니었니?" "아,아니야! 얘는 말을 해도 꼭 그런......" 지영이 얼굴이 빨개져서 주위에 시선을 살피자 지혜는 이 일에 굉장한 흥미를 보이며 지영의 앞으로 의자를 바싹 당겨 앉았다. "어떤 사람이야? 대 재벌의 아들? 아니면 예술가? 사업가? 그리고 미남 이야 추남이야?" "얘,얘...... 한가지씩 물어봐. 숨 넘어 가겠다." "빨리 대답이나 해 계집애야~!" "아,알았어......" 지혜가 진정 긴장한 듯이 두눈을 부릅 뜨자 지영은 쓴 웃음을 지으며 한 손을 볼에 가져갔다. 이내 그녀가 나지막히 입을 열었다. "시,실은 우리학원 수강생이야......" "뭐야? 정말? 세상에...... 아니 얼마나 대단하길레 널 이지경으로 만들 어 놨니? 어느 나라 왕자님이라도 되는거야?" 지혜가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이렇게 묻자 지영이 입가에 미소를 머근은 채 말끝을 흐렸다. 지혜는 솔직히 시원섭섭한 기분이었다. 대학 1학년때부 터 단짝이었던 지영은 좀처럼 남자를 사귀지 못해서 늘 지혜를 답답하게 만들던 아이중 한명이었던 것이다. 남자를 소개 시켜줘도 도무지 진전이 없고 남자한테 관심도 없었다. 언제나 지혜 자신하고만 함께 다녀서 과에 서 레즈라고 까지 불리기도 했다. 그런데 그런 지영이 학원에서 가르키던 남자중 한명과 사귀고 있다니 시원하면서도 한편으로 걱정스럽기 까지 했 다. 학원생이라? 학원 강사를 꼬실 정도면 플레이 보이는 아닐까? 지영은 의외로 능숙한 플레이 보이에 약한 것일지도 몰랐다. 그때 마구 고민하고 있는 지혜의 앞에서 지영이 쑥쓰러운 듯이 조그맣게 입을 열었다. 지혜는 그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하고 눈을 깜빡였다. "응? 뭐라고?" "사,사실은......" 지영이 안줄부절 못하며 이내 사실을 털어 놓는 순간. 지혜는 하마터면 들고 있던 커피잔을 떨어 뜨릴뻔 했다. 뭐야!? 너 지금 뭐라고 그랬어 유 지영!? 너 그거 진짜야!?!? - 계속 - 『CD의 환상세계-일반소설 (go CDGGAM)』 51번 제 목:[중편L] ## 고교 3년생의 사랑 ## -21 올린이:cdggam (임달영 ) 96/08/13 16:13 읽음:6998 관련자료 없음 ----------------------------------------------------------------------------- ## 고교 3년생의 사랑 ## PART-21 "여,여,여, 열 여덟살!? 그럼 고등학생이란 말이야!?" "으응......" 어처구니 없다는 듯이 큰 소리로 외치는 지혜를 바라보며 지영이 멋적은 듯 히죽 웃음 지은채 얼굴을 붉혔다. 그런 지영을 쳐다보는 지혜의 두눈이 가늘게 떨리고 그 표정이 너무나 어이없다는 듯이 일그러졌다. 야...... 정말 해도해도 너무한다. 그럼 도대체 몇살 차이란 말이야 유지영? "그럼 도대체 몇살이나 차이 나는거야!?" "6살차이 밖에 않나." "6살 씩이나겠지!!" 지영이 빙긋 웃으며 손가락 6개를 들어 보이자 지혜는 질려버린 얼굴로 쓴 웃음을 지은채 외쳤다. 나참 지영이가 순박하고 엉뚱한줄은 알고 있었 지만 이렇게나 어처구니 없는 애인줄은 몰랐다. 지혜는 지금 눈앞에서 생 글거리고 있는 지영의 머리를 한대 쥐어 박아주고 싶은 심정이었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6살이나 차이가 난다니 이게 있을 수 있는 일이야 이거? "너 도대체 어쩌려고 그래?" "왜그래 지혜야? 너 눈이 무서워......" 지혜가 부리부리한 눈으로 지영을 바라보자 지영이 잠시 불안한 표정으 로 두눈을 깜빡 였다. 지혜는 답답하고 열이터져 손바닥으로 얼굴에 부채 질을 하며 다시금 지영의 앞에 바싹 다가 앉았다. "뭐하는 놈이야!? 학생이야!?" "응......" 휴, 그나마 다행이군. 난 또 왠 고교 중퇴의 백수 건달놈이 잘 구슬려서 꼬든 긴줄 알았네. 그나마 학생이라니 조금은 마음이 놓이는군. 지혜는 지 영의 다소곳한 대답을 들으며 한손으로 가슴을 쓸어 내렸다. 하지만 그런 정도로 마음을 놓을 사건이 아니다. 이건 정말 문제가 있는 사건이다. 연 하도 좋지만 어디 한두살이라야 말이지. "너,너...... 아니...... 진정 좀 하고. 너 정말 무슨 생각으로 그러는 거니? 너의 남성상이라는게 알고보니 새파란 애송이 꼬마였단 말이야?" "민형씨는 애송이 꼬마가 아냐." 지혜의 거친 말투에 지영이 볼을 부풀렸다. 얼씨구...... 가제는 개 편 이라더니 이거 정말 가관이군. 지혜는 볼을 부풀리며 꽁한 얼굴을 자아내 는 지영을 한참동안 멍하니 바라보다가 이내 무서운 표정으로 되 물었다. "고등학생이니 보나마다 차도 없을테고. 고정 수입은 용돈이고. 게다가 젖내가 풀풀나지. 무엇보다 아직 장래도 확실하지 않은 미지수의 애송이 아냐 그거, 야 거 정말 밑지잖아----!!" "아니야 민형씨는 아주 잘하는게 있다구!" "'씨'자 붙히지마 기분나뻐!" 꽉막한 지영의 대답에 분통이 터진 지혜가 버럭 소리치자 지영은 찔끔 놀라 어㎖를 움추리며 지헤를 가만히 바라 보았다. 잠시 흥분했던 지혜가 머리를 긁적거리며 가까스로 흥분을 가라 앉힌체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 다. "그래...... 뭘 잘하지?" 그래도 한가지 특출난게 있으니까 마음에 들었겠지. 가망 없는 남자들이 지혜는 딱 질색이었다. 지영이 아무리 착하고 성격이 서글서글해도 장래성 없는 남자를 골랐을리 없다는 생각을 했다. 아직 어리지만 무언가 강한 필 링이 느껴졌을 것이다. 지혜가 묻자 지영은 신이 난 얼굴로 대뜸 외쳤다. "민형씨는 싸움을 굉장히 잘해!" "......!!" 와...... 하하, 정말 질린다 이거. 지혜는 라이타로 담배에 불을 붙히다 말고 그만 불에 세기를 확 크게 해버리고 말았다. "어머 지혜야 머리가 타!" "너 때문이야 너!" 깜짝 놀란 지영이 호들갑스럽게 입을 열었고 지혜는 질린 듯이 쓴웃음 지은 얼굴로 고개를 마구 흔들었다. 와앙, 정말 미치겠다. 그나마 대학때 부터 지금까지 사귀어온 절친한 친구가 싸움 잘하는 것에 반해 자기보다 6살이나 어린 연하의 초 꼬맹이랑 눈이 맞았다니. 지혜는 분통이 터지고 속은 것도 없이 약이 올랐다. "도대체 그애의 뭐가 좋아?" 지혜는 담배를 빨아 들이며 한손으로 머리를 쓸어 넘겼다. 귀여운 지영 일 빼앗아간 빌어먹을 꼬마놈의 얼굴을 상상하면서...... "민형씨는 아주 좋은 사람이야......" 지영은 두손을 꼭 맞잡은채 행복한 얼굴로 속삭였다. 문득 그 모습을 본 지혜가 머리카락에 가린 시선을 들었다. "그 사람은 정직하고 또 아주 용감하고...... 또 나한테 매우 잘해줘. 난 그런 사람이 예전부터 좋았단 말이야......" "어휴, 지영아......." 정말 뭐라고 해야 할지. 순한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도 쑥맥일거라고 는 생각지 못했던 지혜였다. 행복한 듯이 속삭이는 얼굴을 바라보고 있자 니 정말 반해도 단단히 반한 모양이었다. 게다가 지영은 단순하고 왜골수 이기 때문에 한번 시작한 것은 끝을 보는 성격이다. 예전 대학축제가 끝나 고 모두 청소가 귀찮아 도망갔을때 지영 혼자 다음날까지 남아 강당을 모 조리 청소한 적도 있었다. 아, 끈기 귀신...... 그 점이 이 불완전한 연애 에서도 발휘되면 곤란한데...... 지혜는 지영의 말을 들으며 한쪽 눈썹을 찡그린체 담배를 한모금 빨았다. "아무리 용감하고 착해도 그렇지...... 고등학생이 학원강사한테 사귀 어 달라고 했다고 냉큼 승낙하는 바보가 어디있어 이것아." "아니야, 내가 먼저 사귀자고 했는데?" 할말 없음. 전의 상실. 지혜는 그대로 매우매우 무시무시한 표정으로 줄담배를 뻐끔뻐끔 빨았다. 지영은 무언가 심상치 않은 지혜의 행동을 지 켜보며 숨을 죽였다. 지혜는 화가 났을 때 말이 없다. 자신이 무언가 실수 라도 한 것이 아닌가, 지영은 조마조마한 표정으로 지혜를 물끄러미 바라 보았다. 그때 지혜가 번쩍 고개를 들었다. "나! 그애를 만나봐야 겠어!" "까,깜짝이야!" 지혜가 번쩍 고개를 들며 외치자 지영이 놀란 얼굴로 가슴을 쓰다 듬었 다. 그런 지영의 앞에서 지혜가 의기충천한 표정으로 이렇게 입을 열었 다. "오늘 학원 끝날때 쯤 학원 앞에서 기다릴께. 그애랑 같이 나와." "너 오늘 회사 안나가니......?" "괜찮아 안나가도!" 지혜가 엄청난 얼굴로 협박하자 지영은 한손을 입에 가져간체 고개를 끄 덕였다. 그런 지영에게서 고개를 돌리며 지혜가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었 다. 어디 어떤 놈인지 허우대 좀 보자...... '시시한 녀석이면 하이힐로 밟아 버려야지.' 그렇게 결심하고 눈을 번뜩이는 안지혜였다. ..................................................... . . . . . . 민형은 지금 매우 기분이 좋았다. 칠판 앞에서 꾀꼬리 같은 목소리로 수 업을 진행하고 있는 유지영 선생님이 자신과 사귀고 있다는 것을 생각할때 마다 몸이 붕 떠오르는 것만 같은 기묘한 쾌감이 느껴졌다. 이것이 혹시 오르가즘이라게 아닐까? 여자가 아니라서 잘은 모르겠지만서도...... "그럼 내일부터는 동사를 배우겠어요. 동사는 꽤 복잡하니까 미리 페이 지 96,97을 읽고 예습해 오도록 하세요." 이말을 마지막으로 그날의 수업이 끝났다. 수업이 끝난 시간은 8시가 조 금 넘은 8시 5분. 학생들이 저마다 책을 챙겨들고 유지영 선생님에게 인사 를 한뒤 교실을 나갔다. 민형도 예전과 다름없이 책을 챙겨들고 의자를 집 어 넣었다. 예전과 달라진 것이 있다면 이제 유지영 선생님에게 꽤 친밀한 말을 건넬 수 있다는 것. 저녁이라도 함께 먹자고 할 생각이었다. 뭐 어제 고백 받았지만 실제로 만난 것은 꽤 오래 되었으니 말이다. "저,민형씨?" "네?" 그때 등을 돌리는 민형에게 지영이 먼저 말을 건넸다. 그녀는 꽤 긴장한 듯이 야릇한 표정으로 볼을 붉히고 있었다. 그런 그녀의 얼굴을 본 민형이 화끈 달아 올랐다. 귀엽다 선생님. "왜 그러세요 선생님?" 식사라도 함께하자고 이야기를 꺼내려고 했으나 타이밍을 놓쳐 버렸기에 민형은 지영의 의견을 먼저 듣기로 하고 자신의 권유를 보류했다. 지영이 책을 가슴 앞으로 껴안은체 싱긋 웃으며 대답했다. "저기요, 오늘 요 앞에서 친구와 함께 저녁을 먹을거예요. 괜찮으시다면 민형씨도 함께가요. 친구도 허락했거든요. 괜찮죠? 그럴거죠?" "아,네....." 뭐야, 그런 거였어? 그런 거라면 거절할 이유가 없지. 사실 조금이라도 더 함께 있고 싶은데 잘됐지 뭐겠어. 민형은 마침 자신도 저녁을 권유하려 던 참이라 흔쾌히 승낙했다. 친구가 조금 걸리긴 하지만 그것도 좋은 기회 다. 유지영 선생님의 친구라면 분명히 착하고 귀여울 것이다. 이 기회에 친구들에게도 좋은 인상을 심어 주어야지. "물론 좋아요 선생님. 그렇게 하죠." "와, 그럼 어서 가요 민형씨." 민형이 화끈하게 대답하자 지영이 밝은 얼굴로 민형의 손을 잡아 끌었 다. 그녀의 손에 끌려 계단을 내려가면서도 민형은 얼굴에 한아름 담긴 행 복한 웃음을 그녀에게 들키지 않게 조심해야만 했다. 아 정민형...... 넌 정말 행복한 놈이야. 스스로에게 그렇게 자각시키면서 민형은 지영과 함께 학원을 빠져 나왔다. - 계속 - 『CD의 환상세계-일반소설 (go CDGGAM)』 52번 제 목:[중편L] ## 고교 3년생의 사랑 ## -22 올린이:cdggam (임달영 ) 96/08/19 15:01 읽음:6956 관련자료 없음 ----------------------------------------------------------------------------- ## 고교 3년생의 사랑 ## PART-22 '왜,이렇게 안내려 오는거지......' 지혜는 손목시계를 재차 들여다 보며 한쪽 눈썹을 찡그렸다. 8시까지 나 온다고 한 지영이 10분이 다 되도록 나타나지 않자 조바심이 나기 시작했 던 것이다. "흐음...... 참아야지. 지영이가 남자를 데리고 나오는 이 중요한 자리 에서......" 흥분하면 안된다. 비록 형편없는 녀석을 데려온다고 해도 절대로 흥분하 지 않겠다고 지혜는 마음먹었다. 잘 설득해서 떨어지게 만들어야지. 그 방 법이 야말로 제일 적당하다고 지혜는 생각했다. 벌써 떨어뜨리려는 것으로 마음이 정해졌지만서도...... "아,지혜야 기다렸니? 미안해 수업이 5분 늦게 끝났어." "지영아." 그때 입구쪽에서 지영이 모습을 들어내었고 지혜는 긴장한 얼굴로 지영 을 따라 나왔어야 할 고교생을 찾아 보았다. 그러나 입구에서 걸어나온 것 은 지영 뿐이었다. 지혜는 갑자기 맥이 탁 풀렸다. "그 남자는?" "으응, 손 씻으러 갔어. 금방 나올꺼야." "왠 이럴때 손을 씻는대니 별꼴이야." 잔뜩 속이 뒤틀려 있었기 때문에 지혜의 입에서 고운말은 나오지 않았 다. 지영은 지혜가 꽤 언짢아 있는것 같아서 걱정스럽기도 했지만 민형을 만나면 그런 기분이 모두 풀릴것이라 생각하고 웃어보였다. 그때 입구쪽에 서 훤칠한 용모의 남자 하나가 지영을 향해 작은소리로 외쳤다. "선생님?" "아 민형씨! 여기에요~" 지영히 대뜸 손을 흔들었고 지혜는 멍한 얼굴로 입구쪽에서 자신들에게 걸어오는 민형을 향해 시선을 고정 시켰다. 민형은 처음 본 지혜는 멍하니 그의 얼굴을 바라보며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그때 지영이 지혜에게 민 형을 소개 시켰다. "지영아. 정민형씨야. 민형씨 내 친구 지혜예요. 안지혜." 지영의 소개와 함께 지혜와 민형은 서로를 바라보며 고개를 꾸벅 숙였 다. "처음뵙겠어요. 정민형 입니다." "아.안녕하세요 안지혜예요." 민형이 고개를 살짝 숙이며 인사하자 지혜는 자기도 모르게 얼굴이 빨개 져 고개를 숙였다. 와...... 미남이다. 지혜가 본 민형은 객관적 미남이었 다. 고교생이라고는 했지만 사복을 입어서 그런지 전혀 티가 나지 않는데 다가 적당한 체구와 키. 게다가 또렷한 눈매와 짙은 눈썹이 강렬한 미남자 였던 것이다. 지혜는 갑자기 쑥쓰러운 생각이 들어 고개를 옆으로 돌렸 다. 일단 허우대는 꽤 괜찮은데...... '......' 한편 민형쪽에서도 꽤 놀라고 있었다. 유지영 선생님의 친구라고 해서 비슷한 취향일줄 알았더니 이쪽은 동양인이라고 생각되기 어색할 정도로 대단한 글래머 였다. 그리고 검은 원피스와 섹시한 입술화장. 분위기를 한 껏 자아낸 요염한 자태가 곳곳에서 흘러 나오는 미녀였던 것이다. "저기, 처음 만나서 서먹서먹하니까 일단 뭐라도 먹으러 가죠. 이 근처 에 잘하는데 알고 있어요." "그럴까요?" 지영이 민형의 손을 잡아 끌자 민형이 싱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지 혜는 그런 두 사람을 멍하니 바라보며 속으로 생각에 잠겼다. '꽤 어울리는듯......' 아냐 아냐! 방심은 금물! 남자는 얼굴 가지고 먹고 사는게 아니니까! 조 금더 샅샅히 이 남자에 대해 파해쳐 주리라...... 또다시 전의를 가다듬는 안지혜양 이었다. ..................................... . . . . . . . . . . . 세 사람은 일단 대화의 장을 나누기에 가장 화기애애한 호프로 향했다. 원칙적으로 민형은 미성년자 였으나 한 원숙한 아가씨의 능숙한 리더로 쉽 게 가게안으로 들어가는데 성공했다. 평일에는 단속도 뜸한데다 뭐 여차하 면 보호자 동반이라 하지 뭐. 지혜는 그렇게 생각했다. "여기요. 맥주 3병하고요, 음...... 안주는 뭘로할까......" "지혜야 나는 돈까스가 좋아. 배고프거든. 어머 여기는 6천원이나 하 네?" 촌티를 내는 지영을 흘끔 바라보며 지혜가 서빙에게 모른체 해달라는 듯 쓴웃음 지었다. 그리고 그녀는 민형에게 메뉴를 건네며 은근한 표정으로 물었다. "민형씨도 시키세요. 돈 걱정은 마시고 먹고 싶은걸로." 고등학생이 잘 와보지 못한 호프에서 기를 죽일 생각이었다. 이럴때 성 숙한 여자와 학생의 레벨차이를 확실히 보여줘야지. 그것이 지혜의 생각이 었다. "네, 그러죠." 엥? 태연한 민형에 대답에 지혜는 불안함을 느꼈다. 꽤, 꽤 능숙한 척 하는군 그래...... 조마조마한 지혜의 앞에서 민형은 메뉴를 덮어 서빙에 게 건네주며 주문했다. "섬씽 작은걸로. 석수도 가져오고 안주는 일단 감자튀김으로 주세요. 나 머지는 조금 있다 더 시킬테니까." "맥주 3병 섬씽 작은거 하나. 돈까스와 감자튀김 맞습니까?" "네." 가볍게 대답하는 민형을 바라보며 지혜는 질린듯이 멍하니 잠자코 있었 다. 서빙을 보던 종업원이 테이블로 돌아가고 지영이 궁금한듯 민형에게 물었다. "민형씨 썸씽이 뭐예요?" "양주에요." "아, 그렇구나. 양주도 마셔요?" "아버지랑 가끔......" 민형이 대답하자 지영은 신기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 끄덕 거렸다. 한 편 지혜는 자신의 계획이 실패로 돌아가자 매우 당황하고 있었다. 우.... .. 고교생 주제에 꽤 세게 나오는데. 썸씽 스페셜이라. 흔한 양주이긴 하 지만 석수까지 시킨걸 보면 아주 능숙하다. 지혜는 이 남자를 우습게 보 면 안되겠다고 스스로 다짐하면서 전투 의욕을 재 충전 했다. 잠시후 술 과 안주가 테이블에 놓여지고 제일 기뻐한 것은 지영이었다. 그녀는 포크 를 집어들고 행복한 표정으로 외쳤다. "와~ 맛있겠다. 여긴 비싼 만큼 예쁘구나." "지영아. 많이 먹어." "고마워 지혜야. 넌 역시 돈을 많이 버니까 다니는 곳도 틀리다 얘." 지영이 행복한 표정으로 돈까스를 먹기 시작하자 지혜는 맥주를 따고 민형의 잔에 따라주며 여전히 은근한 표정으로 말을 건넸다. "일단 이걸로 목이라도 축이죠." "고맙습니다." 민형은 자신의 잔에 하나 가득 맥주를 받고 두손으로 지혜의 잔에도 따 라 주었다. 지영의 잔은 지혜가 매꿔 주었다. "자, 그럼 우리의 만남을 위해 건배할까요." 지혜가 찡긋 윙크하며 잔을 들어 올리자 민형과 지영이 일제히 잔을 들 어 세 술잔이 맞 부닥쳤다. 이내 꿀꺽 꿀꺽 맥주를 들이키는 소리와 함께 지영이 잔을 내려놓으며 숨을 내쉬었다. "하앗~ 시원하다." 지영은 반밖에 마시지 못했지만 지혜와 민형은 완샷으로 들이켜 버렸 다. "민형씨 무리하지 마시고 원샷(원하는 대로 마시는것)하세요." "맥주는 완샷으로 해야죠(완전히 한번에 마시는것)" 은근히 떠 보았지만 역시 실패. 이 남자 생각보다 무지무지 강적이라고 생각하면서 지혜는 웃음띈 얼굴 속으로 이를 갈았다. 민형은 병을 들고 맥주를 마시기 시작하더니 맥주 한병을 냉큼 비우고 양주잔에 보리빛 썸 씽을 따랐다. 얼음을 두개 띄우더니 그가 지혜에게 권했다. "어떠세요?" "아, 저는 마티니를 즐겨요. 하지만 오늘은 양주는 사양하고 싶군요." "유감이군요." 민형이 빙긋 웃어 보이더니 썸씽을 한모금 마셨다. 벌써 빠른속도로 맥 주를 비웠는데 아직도 민형의 얼굴을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색깔도 그대 로 였다. 술로 죽이려는 작전은 실패인가. 생각보다 술자리 경험이 많은 녀석일지로 모른다고 생각하면서 지혜는 속으로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화를 삭였다. 하지만 이제 슬슬 본론으로 들어가야 겠다고 생각하면서 지혜는 맥주를 한모금 마시고 민형에게 물었다. "참 의외네요. 민형씨는 아직 학생이라고 생각했는데 술을 꽤 잘하는데 요." "칭찬이시죠?" 저런 자식 봐라. 천연덕스럽기도 하네. 참 비위도 좋은 녀석이라고 생각 하면서 지혜는 애써 호호 웃어 보였다. 속으로는 불길이 활활 타오르고 있 었지만...... "두사람 이야기를 듣고 적지않게 놀랐어요. 남자라면 다른 나라 인종으 로 생각하던 지영이가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다니 의외였거든요. 하지만 만 나보니 역시 이유를 알만하네요." 지혜가 억지로 웃으며 대화를 이끌었다. 좀더 많이 이야기를 걸어서 이 놈의 실수를 그집어 내야 한다. 아니면 술을 왕창 먹여서 본성이나 술버릇 으로 지영에게 충격을 줄 수고 있다. 지혜의 계획은 대강 이정도 였다. 하 편 민형은 지혜의 이야기를 듣고 꽤 흐믓했다. 역시 유지영 선생님은 대학 때도 순진했구나...... 자신이 첫 남자라고 생각하니 매우 기분이 좋았다. "하지만 아직 실감이 가지 않기도 해요. 고등학생과 지영이가 만난다는 것이......" 은근히 나이가 어림을 강조시키면서 지혜가 날카로운 눈빛으로 민형을 주 시했다. 민형은 아무런 변함이 없는 얼굴로 지혜의 시선을 받고 있었다. - 계속 - 『CD의 환상세계-일반소설 (go CDGGAM)』 54번 제 목:[중편L] ## 고교 3년생의 사랑 ## -23 올린이:cdggam (임달영 ) 96/08/24 12:13 읽음:7084 관련자료 없음 ----------------------------------------------------------------------------- ## 고교 3년생의 사랑 ## PART-23 민형의 태연한 시선에 그를 무안주려던 지혜가 오히려 얼굴을 붉히고 말 았다. 무슨 애가 윗 사람이 쳐다보는데 한발짝도 안 지고 같이 쳐다본다냐 ...... 정말 기질이 강한 녀석이군. 지혜는 속으로 야무진 각오를 하며 맥 주를 입술에 적셨다. "민형씨 돈까스 먹어요." "예." 지혜의 의도를 전혀 알지 못하는 지영이 민형을 챙겨주자 지혜는 속으로 부글부글 끓어 오르는 질투심에 이를 갈았다. 지영이 민형에게 잘해주는 모습이 너무너무 배가 아팠다. 이건 동성애가 아니라구. 어디까지나 그런 거 있지? 딸을 시집 보낼때의 기분 같은거. "민형씨는 고3이라고 했죠?" 그래 이거다. 학벌로 밀고 나가자. 대하 민국 남성은 학벌에는 기가 죽 는 법이다. 조금 치사하긴 하지만 이것만큼 확실한 방법은 없을 것이다. "네." 민형이 조금 의아한 표정으로 대답하자 지혜가 히죽 웃으며 되물었다. "어느 학교예요?" "'이강실고'요." "어머, 들어본적이 없는 학교네~?" 일부러 과감한 반응을 보이면서 지혜가 노골적으로 이렇게 입을 열었 다. 그러자 민형의 표정이 조금 멋적은 듯이 변했다가 이내 대수롭지 않다 는 듯이 손이 술잔으로 다가갔다. 민형이 양주를 한모금 마실때 옆에 있던 지영이 지혜를 나무라듯 말했다. "지혜야 너 무슨 말을 그렇게 하니." "어머 무슨 소리야 지영아? 난 그저 국내 최고의 서울대를 나온 너와 잘 어울리는 학벌을 갖췄는지 알고 싶었을 뿐인데. 호호" 지혜는 이렇게 말하며 은근한 눈초리로 술을 마시는 민형을 응시했다. 어 떠냐 고교생. 이 정도면 나의 승리다. 네 주제를 알고 이 정도에서 물러나 면 용서해 주마 호호호. 지혜는 야릇한 표정으로 승리의 도취를 만긱하며 민형의 다음 대사를 기다렸다. "하지만 난 학벌같은건 상관없어." 엥? 갑자기 왠 산통깨지는 불길한 예감. 지혜는 다 만들어 놓은 자신의 아성이 무너지는 느낌을 받으며 지영을 돌아 보았다. 갑자기 지영이 고개 를 수그린체로 얼굴이 빨개져 이렇게 말했다. "아무리 내가 서울대를 나와도 민형씨의 여자니까 민형씨를 존중하고 따 라야 돼." 그말과 함께 지혜의 얼굴이 일그러졌고 민형은 마시던 양주를 그대로 양 주잔에 주루룩 흘려 뱉어내 버렸다. 우와 쇼크 쇼크. 이런 대담한 대사. 민형은 가슴이 짜릿할 정도로 감동 받아 고개를 들었다. 반대로 지혜의 심 정은 욹그락 붉으란 분노 일발. "얘 지영아!" 어처구니 없는 얼구로 지혜가 지영을 다그쳤다. 물론 자신의 의도를 완 벽하게 나타내선 안됐기에 부드럽게 쓴웃음 지은 표정이었다. "너 무슨 말을 그렇게 구식으로 하니. 민형씨의 여자라니 우습다 얘." 그래, 그거야 말로 역겨운 대사다 이것아. 지혜는 속으로 폭발할 것만 같은 화를 삭이며 억지 웃음을 지은체 지영의 어깨를 탁탁 두드렸다. 정말 5년이 넘게 사귀었는데 이다지도 장단이 안 맞다니 지혜는 한편으로 슬펐 다. "게다가 남자는 경제력이 있어야 되잖아. 나는 학벌이 좋은 남자가 안정 적으로 너를 보살펴 줄수 있기를 바라는 거야." "괜찮아. 내가 벌면 되잖아?" 으으으으으!! 유지영 너 가만히 좀 못 있을래! 자꾸만 지혜 자신의 의도 와 틀린 대사를 내뱉는 지영을 노려보며 지혜가 겉으로는 웃음을 속으로는 지옥을 품은체로 입을 열었다. "호호, 하지만 그게 쉽지많은 않지. 현대 사회에서 여자가 남자를 벌여 먹여 살리면 꼴이 뭐가 되겠니......." "아니야 민형씨는 하고 싶은거 하면 돼. 별로 이상하지 않아." "얘...... 나는 무능력하고 장래성 없는 남자는 불안하다고 말하고 싶은 거야." "민형씨의 장래성은 아직 아무도 모르잖아?" "고정수입도 차도 없는 고교생의 장래성이 그렇게 대단하냐!?" 두 여성의 대화를 들으면서 민형은 골치아픈 표정으로 홀짝홀짝 양주잔 을 비웠다. 이런 완전히 나를 무능력자로 만들고 있잖아 이거. 안지혜의 처음 생각과 달리 이제 그녀의 의도가 완벽히 들어나 버리고 말았던 것이 다. 역시 사람은 흥분하면 안되다니까...... "어쨋든 참으로 불안한 커플이구나...... 호호" 이미 다 들어난 음모를 억지로 감추려는 듯이 지혜가 억지 웃음을 지어 보이며 이마에 맺힌 핏발을 가라 앉혔다. 민형은 아무런 말도 없이 안주를 집어 먹고 있었고 지영은 그런 민형을 조심스럽게 바라 보았다. "민형씨 화났어요......?" 누구라도 화날 상황이지만 민형은 화내지 않았다. 가만히 듣고보면 저 안지혜라는 여성의 말이 그리 틀린것도 없거니와 민형은 사실 유지영 선생 님과의 만남이 주제 넘은 짓은 아닐까 생각도 했던 것이다. 하지만...... 하지만 왠지 납득하고 싶지 않은 말...... 장래성이나 경제력 같은 것은 모두 뒷전으로 미루고라고 뭔가 개운치 않은 기분이 있었다. 무엇보다 자 신은...... "저 화 안났어요." 민형이 빙그레 웃어주자 그제서야 지영은 마음이 놓였는지 활짝 웃었 다. "지혜씨는 걱정하고 있는건데요. 제가 화낼리 없죠." 이렇게 말하며 자신에게 씨익 웃어보이는 민형을 보며 지혜는 오싹함을 느꼈다. 그때 민형이 지혜를 바라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 뚜렷한 눈 매...... 그것은 지혜가 걱정하는 장래성 따위와는 관계었지만 그녀는 그 눈을 한참동안 바라보았다. "나는 하고 싶은 일이 있어요." 그것은 민형의 자신감. 민형은 그것을 믿고 있었다. "그 일이 작은 것이라 해도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 수 있다면 장래성 같은 것은 상관이 없거든요." 그 강렬하지만 순박한 표정. 지혜는 민형의 눈을 바라보며 고교생이 아 닌 남자로서의 민형을 보았다. 아니 아주 잠깐이었지만 느낄 수 있었다. 지영이 반한 민형의 모습을 보았던 것이다. "그래서 그 일을 해낼겁니다." 고교생의 철학치곤 꽤 현실적인 민형의 말. 어쩌면 그것이야 말로 매우 훌륭한 장래성. 이 사회에 똑같은 길을 걸어가는 모르모트 같은 학벌노예 들의 장래성보다는 신선한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약간 모험이 필요하다 해도......' 어쨋든 지영이 민형에게 빠진 것은 어쩔 수 없는 사실이었다. ................................................... . . . . . . "그럼 나는 이만 가볼께. 민형씨 오늘 만나서 반가웠어요." 자신의 자가용 앞에서 지혜는 민형에게 싱긋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 "저 역시 오늘 잘 얻어 먹었습니다 지혜씨. 나중에 또 뵈요." "호호, 누나라고 부르라니까요~" "아, 그래도......" 친근하게 호호호 웃는 지혜에게 민형이 멋적은 듯이 머리를 긁적이자 지 혜는 그런 민형의 모습을 잠시 바라보다가 이내 지영에게 귓속말로 속삭였 다. '태워다 주고 싶지만 이만 빠질께. 그게 더 좋지?' '몰라 얘.' 히죽 웃으며 말을 거는 지혜에게 지영이 얼굴이 빨개진체 눈쌀을 찌푸렸 다. 지혜는 킥킥 웃으면서 차안으로 들어가 핸들을 붙잡았다. "벌써 10시 반인데 차 끊기기 전에 빨리빨리 들어가라구요. 뭐 내일은 일요일이니까 둘이 사이좋게 외박하던지." "지혜야!" 창밖으로 이렇게 외치는 지혜를 향해 지영이 홍당무가 된 얼굴로 어쩔줄 모르며 외쳤다. 그것참...... 민형은 멋적은 듯이 얼굴을 붉힌체 멍청히 서 있었다. "그럼 민형씨. 지영이를 잘 부탁해요." "......" 한순간 진지한 지혜의 눈매가 민형의 시선과 마주쳤다. 잠시지만 두 사 람은 대답이 필요 없는 무언의 약속을 주고 받았다. 민형이 고개를 끄덕 거리자 지혜는 마음에 들었다는 듯이 빙긋이 웃으며 창문 밖으로 내밀고 있던 고개를 집어 넣었다. "좋았어! 그럼 잘가요!" "얘! 운전 조심해!" "OK~!" 화끈하게 OK 소리를 크게 외치며 지혜의 소나타 쓰리가 도로로 사라졌 다. 지영과 민형은 잠시동안 멍하니 서서 그런 지혜의 자가용이 도로 저쪽 으로 사라지는 것을 바라보고 있었다. "참 시원시원하신 분이군요." "네, 너무 시원시원해서 탈이예요." 웃으며 입을 여는 민형에게 지영이 쑥쓰러운 듯이 홍조띈 얼굴로 이렇게 대답했다. 이윽고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지하철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 다. - 계속 - 『CD의 환상세계-일반소설 (go CDGGAM)』 55번 제 목:[중편L] ## 고교 3년생의 사랑 ## -24 올린이:cdggam (임달영 ) 96/09/02 19:09 읽음:6919 관련자료 없음 ----------------------------------------------------------------------------- ## 고교 3년생의 사랑 ## PART-24 - 따르르르릉! 따르르르릉! 아침부터 요란하게 전화벨이 울려대기 시작했다. 민형은 어제의 술기 운이 남아 베개를 끌어 안고 이불위에서 뒤척이고 있는 중이었다. 그때 방 문이 활짝 열리고 민형의 어머니가 무선 전화기를 든체 모습을 들어 내었 다. 깜짝 놀란 민형이 눈을 번쩍 떴다. "뭐,뭐예요 엄마!? 난 지금 팬티 차림이잖아요!" "전화다 네 전화인데?" "인줘요." 이른 아침부터 늘어져 있는 아들이 한심하다는 얼굴로 민형의 어머니가 혀를 찼다. 이쯤에서 소개 해야겠지만 강희연 39세. 민형의 어머니로서 강직하고 모든것을 일단락으로 해결하는 확실한 성격의 소유자다. 민형은 그런 어머니에게 전화를 낚아채 귀게 가져갔다. "여보세요?" 아직 잠이 덜깨 하품을 겻들인 민형의 목소리는 아마 상대방을 충분히 당혹하게 했을 것이다. 하지만 민형은 상관하지 않았다. 이 시간에 올 전 화라면 기껏해야 성우녀석 정도겠지...... << 여보세요? 민형씨? 나 지영이예요. >> "!?@$?!@#%?" 공교롭게도 수화기 속에서 들려온 것은 유지영 선생님의 목소리. 민형은 깜짝 놀라 떨어뜨린 수화기를 허겁지겁 받아들며 정색을 한채 대답했다. 이런 젠장! 팬티 어쩌고 저쩌고 한것도 다 들렸을거 아냐! "서,선생님? 왠일이세요?" 아니 어떻게 우리집 전화 번호를 알았지? 알려줘야 겠다고 생각하고는 있었지만 아직 공개한 바 없는데? 어쨋든 생각지 못한 지영의 전화에 민형 은 적지 않게 당황하고 있었다. 그때 지영의 웃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 자는데 깨우는거 아니예요? 미안해요. 기록부에 전화번호가 있어서 전화했어요. >> "아,아니예요. 지금 막 일어나려고 하던 참이었어요." 그렇군...... 학원 등록때 전화 번호와 주소를 기재하니까 그것으로 알 수 있었던 것이군. 의혹이 풀리자 궁금증도 사라지고 민형은 책상앞에 걸 터 앉아 전화를 받았다. "그런데 무슨 일이세요? 선생......" 전화를 받던 민형은 문득 고개를 들어 자신의 방문 쪽을 바라보았다. 그순간 오한이 오싹했다. 민형의 어머니인 희연이 방문앞에서 두눈을 반짝 반짝 빛내며 전화를 받는 아들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던 것이다. 민형은 냉큼 의자에서 일어나며 외쳤다. "잠시만 기다리세요 선생님 죄송해요!" << 네? 아...... 네. >> 지영의 대답을 듣는둥 마는둥 민형은 수화기를 책상 위에 엎어놓고 방 문으로 다가가 방문을 쾅 닫아 버렸다. 정말 못 말린다니까...... 민형은 씩씩 거리는 화를 가다듬으며 다시 책상으로 돌아와 수화기를 집어 들었 다. 그리고 부드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아, 선생님 말씀하세요." << 저기...... 제가 아무래도 잘못 건것이 아닌가요...... >> "하하하 무슨 말씀. 생쥐가 지나가서 잡았어요." << 아, 생쥐요...... >> 지영이 '아 그렇구나' 라는 듯이 발랄하게 웃었다. 정말 믿은건 아니겠 지, 어쨋든 민형은 한시름 놓고 침대위로 자리를 옮겼다. 일요일 아침부터 무슨 일로 전화를 건 것일까? "그건 그렇고 어쩐 일이세요......?" "아, 내 정신좀봐." 수화기 안에서 들려오는 지영의 생기발랄한 목소리가 민형의 기분을 유 쾌하게 만들었다. 참 나이에 맞지 않게 활달한 성격의 유지영 선생님이 야. 민형은 그녀가 직접 전화를 걸어 놀랍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매우 반 가웠기 때문에 기분이 좋았다. 그때 지영이 수화기에 대고 민형에게 대뜸 외쳤다. "우리 오늘 놀러가요." "아,예...... 예!? 어딜요!?" 갑작스런 지영의 말에 깜짝 놀란 민형이 화들짝 대꾸했다. 놀러가자니? 어딜 놀러 가자는건가? 적극적인 지영의 태도에 민형은 황당하기도 하고 야릇한 기분까지 들어 어리벙벙했다. 참으로 신기한 성격의 소유자란 말 이야 유지영 선생님은...... 이런 민형의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지영은 신이나서 말을 덧붙혔다. "유원지요 유원지! 놀이공원에 가고 싶어요!" 켁 유원지! 아니 꽉찬 나이의 처녀가 왠 유원지. "유원지요?" "네, 롯데월드에 가는거예요! 그래서 일찍 전화한 거라구요." 지영이 활기찬 목소리로 이렇게 말하자 민형은 잠시 머리속의 생각을 정 리했다. 6일째 쭈욱 학원에서 만났고 또 오늘 만나면 일주일을 내리 만난 건가...... 그러고보니 일요일에 만난적은 한번도 없었다. 당연히 둘이서 어딘가로 놀러가 본적도 없었다. 토요일날 몇번 함께 밥먹은거 제외하고 는...... 그럼 이거 데이트잖아!? 물론 그전에도 데이트 였지만 민형은 둔감하기 때문에 이것이 자신의 기념될 만한 첫번째 데이트라는 생각이 들 었다. 게다가 선생님 쪽에서 먼저, 이거야 말로 럭키! 신나는구나! "롯데월드라? 좋죠! 저도 그런데 가는걸 아주 좋아해요!" "신난다~, 그럼 우리 어디서 만날까요?" 민형이 흔쾌히 대답하자 지영쪽에서도 손바닥을 맞부딪치며 신이나서 물 었다. "잠실에서 만나도록 하죠." "잠실이요? 너무 넓은데 찾기가 어렵지 않을까요?" "롯데 백화점 옆에 곰 동상 아래서 만나면 어때요." "민형씨 그건 너구리예요." "아, 너구리요......" 으, 그게 너구리 였다니. 어쨋든 꽤 무안해진 민형이 머리를 긁적 거리 며 대답했다. 아무도 보는 사람은 없었지만...... "그럼 그곳에서 11시에 만나면 어때요? 지금이 8시니까." 지영이 약속시간을 이야기 하자 민형이 대답했다. "좋아요. 그럼 곰(으......), 아니 너구리 동상 밑에서 11시에 만나요 선생님." "네~ 민형씨 이따봐요!" 지영이 정말 즐거운 듯이 신이나서 전화를 끊었다. 민형은 그런 지영의 화사함이 자신에게도 전해지는 것 같아 흐믓한 표정으로 수화기를 내려 놓 았다. 롯데월드라...... 유원지에 가본것도 꽤 오래된 이야기군. 선생님 때문에 그런곳에 가게 될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던 일이다. 하긴 혼자서 그런데 가기는 쑥쓰럽잖아! 남자랑 같이 가면 이 나이에 더욱 처절해! 민 형은 싱글벙글 웃으며 방을 나갔다. 집에서 잠실까지는 1시간쯤. 아직 2 시간쯤 여유가 있었다. 민형은 일간 세면을 끝낸후에 아침을 먹으러 1층 으로 내려갔다. "엄마 밥줘요!" 기세 좋게 외치는 민형을 향해 쇼파에 앉아 TV를 보고 있던 희연이 게슴 츠레 고개를 돌렸다. 물론 함께 쇼파에 앉아 있던 아버지 정성욱씨도 함께 고개를 돌렸다. 두분의 얼굴을 보는 순간 민형은 갑자기 기분이 나빠졌 다. "뭐,뭐예요? 왜 그렇게 웃고 있는 거예요?" "우후후후...... 내 아들 민형아." 갑자기 아버지 정성욱이 은근한 표정으로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는 민형과 함께 테이블 앞에 앉으면서 기특하다는 듯이 민형의 어깨를 두 번 두드렸다. "녀석, 사실 난 전혀 걱정하지 않았단다. 네가 결혼은 반드시 할 수 있 을거라고 믿었어. 큰소리 칠때 알아봤다니까." "무,무슨 소리예요 아버지? 정신이 어떻게 되신거예요?" 아버지의 얼굴에 함박 웃음이 가득할때는 무언가 불안한 상태이다. 민형 은 식은땀을 흘리며 주춤 입을 열었다. 그런 민형을 더없이 기특한 표정으 로 바라보며 정성욱씨가 입을 열었다. "그래, 어떤애냐? 솔직히 이야기 하렴. 너희 엄마같이 사납지만 않으면 난 괜찮다. 그런 여자는 꼬실때는 즐겁지만 꼬시고 나면 질리거던......" "호호, 당신 무슨 소리를 그렇게......" 정신을 잃은 아버지가 살기어린 어머니의 의해 어디론가 피를 흘리며 끌려 나갔다. 그리고 아버지 대신 어머니가 민형의 앞에 앉았다. 이,이거 절대 심각하다. 두분이 김치국물을 마시고 있을땐 침묵이 최고다. 민형은 죽음의 위기를 느꼈다. "그나저나 누구니? 목소리가 아주 예쁘던데." 아차! 한순간 민형은 모든 것을 깨달았다. 그렇군, 유지영 선생님의 전 화를 받은것이 바로 엄마였지. 왜 두분의 눈이 이렇게나 반짝이고 있는지 민형은 대충 이유를 알법도 했다. 으, 그러나 순순히 대답할 수는 없지. 결혼도 할 수 없을거라고 무시하던 때가 엊그제이니 잔뜩 초조하게 만들 어야 겠다고 민형은 생각했다. "나참, 난 또 뭐라고. 오해 하지 마세요. 아침에 그 여자는 학원의 강 사 선생님 이예요." "뭐야!?" 민형의 한마디와 함께 부모님은 두눈이 동그래져서 서로를 쳐다 보았 다. 아무래도 믿음이 가지 않는다는 듯이 희연이 되물었다. "아니, 학원 선생이 왜 아침부터 전화를 한대냐!?" "왜냐고요? 학원비 내래요." 마침 2차 수강신청을 해야 될 때가 다가왔기 때문에 민형은 태연히 이렇 게 입을 열었다. 순간 민형의 부모님은 왕창 실망한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 보며 중얼거렸다. "역시 당신아들은 결혼하기는 틀렸어......" "왜 날 걸고 넘어져!? 난 학교 최고 미인인 당신을 꼬셨잖아!?" "그거야 내가 잠시 돌았으니까!!" 부모님의 티격태격 말싸움을 뒤로 하고 민형은 토스트라도 먹을 생각으 로 냉장고를 뒤지기 시작했다. 못말리는 두분이라니까...... - 계속 - 『CD의 환상세계-일반소설 (go CDGGAM)』 57번 제 목:[중편L] ## 고교 3년생의 사랑 ## -25 올린이:cdggam (임달영 ) 96/09/16 19:15 읽음:6799 관련자료 없음 ----------------------------------------------------------------------------- ## 고교 3년생의 사랑 ## PART-25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얘! 어디 가려고!?" 청바지에 청자켓. 멋들어진 차림으로 황급히 집밖을 빠져나가는 민형을 향해 희연이 큰소리로 외쳤다. 녀석이 일요일 아침부터 일찍 일어난것도 수상한 일인데 저렇게 나름대로 멋을 부려가면서 까지 외출을 한다는 것은 필시 사건의 음모가 숨어 있다는 이야기인 것이다. 누구 아들인데 그걸 모 를까. "친구랑 약속이 있어요." "친구랑 약속? 어디가는데?" 석연치 않은 표정으로 대꾸하는 민형에게 희연이 수상하다는 듯이 한쪽 눈썹을 치켜 떴다. "유원지요." "유원지?" 특별히 거짓말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되어서 민형은 사실대로 대답했 다. 친구와 유원지에 간다고 해서 이상하게 보일 일은 없으니까. 그러나 희연은 의심이 가는 얼굴로 더욱 꼬치꼬치 캐물었다. "네가 왠 유원지?" 아무래도 유도 심문에 넘어갈것만 같아 민형은 딱 자르듯이 당찬 얼굴로 어머니의 말을 끊었다. 더 이상의 대화는 불필요할 뿐이다. "친구가 같이 가자고 해서요. 그럼 다녀올께요!" "얘! 야! 임마!! 짜식이!?" 희연의 외침을 무시하고 골목을 향해 뛰어나가는 민형을 향해 희연이 큰 소리로 소리쳤다. 그러나 민형은 못들은채 하고 그 재빠른 긴 다리로 골목 의 저쪽으로 멀어져 갔다. 뒤에 남은 희연은 꺼름직한 표정으로 입맛을 다 셨다. 수상한데...... 그때 의자위에 앉아 신문을 보고 있던 아버지 정성욱 이 나무라듯 말했다. "왜 애를 취조하고 그래." "취조라니요?" 날카로운 표정의 희연에게 찔금한 표정으로 정성욱이 대답했다. "의심스러운 눈으로 물어보니까 애가 피하잖아. 그럴때는 나를 불러 사 나이대 사나이로서 진실을 밝히게." "......." 자신있다는 듯이 가슴을 탕탕 두드리는 정성욱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희 연이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그럼 빨래나 할까." "여보! 당신 날 무시하는거야!?" "......" 정성욱의 분한 외침을 뒤로 한체 민형의 어머니 희연을 세탁실로 들어가 버렸다. ............................ . . . . . . . . . . . . . . 11시 정시에 지영은 너구리 동상 밑에서 민형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는 언제나와 같은 깔끔하고 소박한 차림이었으나 그런 그녀의 모습을 민형은 좋아했다. 자신을 알아보고 서둘러 걸어오는 민형에게 지영이 환하게 웃으 며 그를 맞이했다. "기다렸어요?" "아니요. 나도 지금 막 왔어요." 지영은 민형을 올려다 보며 생글생글 웃었다. 그 웃는 모습이 굉장히 귀 여웠기 때문에 민형은 가슴이 뿌듯했다. 오늘 이곳에 있는 어떤 여자도 유 지영 선생님보다 귀엽고 예쁘지는 않을 것이다. 민형은 묘한 우월감에 힘 이 불끈 솟았다. 그래서 기운차게 앞장서며 말했다. "그럼 어서 들어가요!" 민형이 앞장서자 지영은 밝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민형의 뒤를 따 랐다. 자유이용권을 한 장씩 끊은 두 사람은 실내로 덮혀 있는 유원지 않 으로 걸어 들어갔다. "우와~" 들어가자 마자 지영이 감탄하듯 탄성을 자아 내었다. 여기저기 아름답게 꾸며져 있는 이색적인 분위기. 떠들썩한 사람들의 활기찬 기운. 지영은 이 런 것을 매우 좋아했다. 그러나 민형은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의 속에서 혀 를 내둘렀다. 뭐가 이렇게 많다냐...... 사람이 많은 것은 딱 질색. 무엇 보다 느긋하게 즐길 수 없고 또 자유이용권이 아깝잖아! 사람이 많을수록 기다리는 시간은 늘어나고 또 탈 수 있는 놀이기구가 제한되기 때문이다. "민형씨 뭘 타도록 할까요?" "아,글쎄요?" "빨리 골라보세요." 솔직히 민형은 특별히 무언가를 탈 생각은 없었기에 잠시 망설였다. 유 지영 선생님과 데이트 할 수 있다는 것이 좋아서 왔을뿐 놀이기구에 관심 은 없었다. 그런데 유지영 선생님이 저렇게 좋아하니 같이 좋아해주지 않 으면 무안해 할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문득 천장위를 천천히 흘러 가는 기구 모양의 탈것이 눈에 띄었다. 민형은 그것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거 먼저 탈까요?" 민형이 싱글싱글 웃으며 말하자 지영이 공중을 올려다 보았다. 느릿느릿 지나가는 거대한 기구. 지영이 눈쌀을 찌푸렸다. "저렇게 느린건 재미없단 말이예요. 민형씨 우리 저거타요." "예? 뭔데요?" 지영이 가리키는 곳으로 시선을 옮긴 민형이 갑자기 덜컥 굳어버렸다. 엄청난 비명과 환호소리가 들려오고 거대한 배한척이 타원을 그리며 부웅 솟아 올랐다가 다시 씽- 소리를 내며 내려왔다. 저것이야 말로 공포의 바 이킹! 민형은 예전에 저 증오스런 바이킹을 타본 경험이 있었다. 최고조에 다다랐을 때 그 현기증! 울컥울컥 치밀어오르는 매스꺼움. 아주 잘 경험한 바 있다. 싫다! 저것은 절대로 싫다! 민형이 사색이 된 얼굴로 중얼거렸 다. "서,선생님...... 처음부터 무리하면......" "무리라니요! 스타트를 화끊하게 끊어야지요! 마침 오전이라 사람이 적 잖아요! 12시 넘으면 2시간 이상 기다려야 한단 말이예요! 자 빨리와요!" "자,잠깐만요! 잠깐만......!" 민형이 기겁을 하며 지영의 손을 뿌리치려 했으나 체면상 도저히 그럴수 가 없었다. 이것이야 말로 완전히 걸렸다. 싫다. 바이킹은 싫다! 싫단 말 이야! ................................................ . . . . . . . << 안전벨트를 착용하시고 손잡이를 꽉 잡아 주십시오. 그럼 출발합니다. 이 시스템은 3분동안 유지됩니다. 즐거운 시간 되세요. >> 안내인의 친절한 안내 방송과 함께 바이킹이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 다. 철컹,철컹, 무시무시한 소리를 내며 지면이 서서히 붕 뜨기 시작했 다. 지영은 두근두근한 표정으로 옆자리에 앉은 민형을 돌아보며 말했 다. "민형씨? 벌써 부터 긴장되지 않아요......?" 지영이 긴장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으나 민형은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 았다. 그는 꼿꼿하게 세운 몸을 정면으로 향한채 하얗게 질린 얼굴로 비몽 사몽한 상태였다. 지영은 그런 민형을 바라보며 난처한 듯이 웃었다. 그리 바이킹은 움직이기 시작했다...... "우와아아아아아악!!!!!!" 민형이 떠나갈듯한 목소리로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이건 지옥이야! 날 내려줘!! 내려달란 말이야!! 난 죽고 싶지않아! 토할 것 같다! 살려 달란 말이야!! "으아아아아악!! 우와아아아악!!!" "미,민형씨 진정해요!! 금방 끝날꺼예요!!" "으아아아아악!! 살려주세요 선생님!!" 민형이 너무너무 겁을 집어 먹고 큰소리로 외쳤기 때문에 지영은 민형 이 앞을 보지 못하도록 그의 얼굴을 가슴속으로 꽉 껴안은체 식은땀을 흘 리며 달래기에 바빴다. 지영이 얼굴에 쓴웃음을 가득 담은체 애써 침착한 목소리로 민형에 귀에 대고 속삭였다. "자, 착하지...... 울지 마세요. 아, 벌써 다 끝났다. 이제 다 끝났어 요." 그러나 바이킹은 가혹하게 몇번이나 왕복한 후 서서히 정지되기 시작했 다. 바이킹이 정지했을 때...... 민형은 탈진 상태로 지영의 무릎위에 쓰 러져 있었다. ................................. . . . . . . . . . . . . 민형은 풀이 죽어 있었다. 속이 매스껍고 머리가 울렁거리는 것은 둘째 치고 자존심이 왕창 상해 버렸기 때문에 풀이죽어 있는 것이다. 바이킹 위에서 무슨 일이 일어 났었는지 확실히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어쨌든 남 자로서 보여서는 안될 추태를 보인것만은 기억났다. 휴게실에 앉아 쥬스를 마시면서도 민형은 게속 뚱한 얼굴로 말이 없었다. "저어, 민형씨? 그렇게 힘없는 얼굴 하지 마세요. 나도 무서워서 죽는줄 만 알았어요. 어휴, 다시는 타지 말아야지......" 지영이 애써 밝게 웃으며 민형을 달랬으나 민형은 그녀의 얼굴을 볼 수 없었다. 최악이다. 바이킹을 타고 비명을 질러대는 남자따위 민형 자신도 본적이 없었다. 이제 완전히 스타일 구긴 자신의 자존심은 영영 회복되지 못할 것이다. 민형은 울고 싶었다. "저, 제가 햄버거라고 사올까요?" 지영이 그런 민형의 심정을 알았는지 쓴웃음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 다. 그러자 민형이 그런 지영을 말리며 자신이 대신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제가 같다올께요." 조금이라도 페이스를 회복할 시간이 필요하다. 햄버거를 사오면서 잘 생 각해 봐야지. 하지만...... 어이구, 아무리 생각해도 망신일 뿐이야!! 민 형은 스스로를 자책하며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어쨋든 햄버거 두 개 를 사들고 지영이 기다리는 자리로 돌아온 민형의 앞에 어럽쇼? 그야 말로 뜻밖의 껀수가 기다리고 있었다. "저,여기 자리가 있거든요......" 지영이 몇 사람의 남자에게 둘러싸여 난처한 듯이 이렇게 말하고 있었 다.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그곳을 바라보고 있던 민형의 두눈에 회심 의 미소가 어렸다. "아,글세 우리도 좀 앉자니까 그래요? 일행이 있던 없던 이 자리 앉으라 고 있는거 아뇨?" 3명의 불량해 보이는 사내들이 지영에게 수작을 걸고 있었다. 지영은 어 쩔 수 없다는 듯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그럼 제가......" "어허, 그러실 것 까지야 없지." 자리를 피하려는 지영의 손을 붙잡으며 패거리중 한명이 능글맞게 웃었 다. 머리에 수건을 두른 마른 체구의 남자가 지영에게 음흉한 눈빛을 보냈 다. "일행이 돌아올때 까지 우리랑 놀자구 아가씨." "아,안돼요. 전 가야 겠어요." "어허? 말이 잘 안통하는 아가씨네?" 곤란한 듯이 뒤돌아 서려는 지영을 막아서며 패거리들의 수작이 계속 되 었다. 그리고 그런 그들을 향해 살기등등한 민형이 천천히 다가왔다. 너희 들...... 오늘의 살인은 나의 잘못이 아니다. 이것은 페이스를 회복하기 위한 정당방위에 불과하다. "선생님 무슨 일이시죠?" "아,민형씨?" 그때 민형이 돌아온 것을 안 지영이 얼른 사내의 손을 뿌리치고 민형에 게 살짝 달라 붙었다. 순간 패거리들과 민형의 두눈이 스파크를 일으키며 불똥을 튀겼다. - 계속 - 『CD의 환상세계-일반소설 (go CDGGAM)』 58번 제 목:[중편L] ## 고교 3년생의 사랑 ## -26 올린이:cdggam (임달영 ) 96/09/28 13:36 읽음:7082 관련자료 없음 ----------------------------------------------------------------------------- ## 고교 3년생의 사랑 ## PART-25 "넌 뭐야?" 불량배들의 전형적인 질문, 녀석들은 마치 자신들이 이 지역, 아니 구 역, 아니 아니!! 이 유원지에 주인이라도 되는 것처럼 이죽거리며 민형을 쳐다보았다. 죽일 놈들...... 지금 그런 표정으로 실컷 바라봐라, 네놈들 이 아직 살아 있을때 말이다. 민형은 자신을 향해 입술을 찡그리는 불량 배중에 한명을 쳐다보며 한쪽 눈썹을 찡그렸다. "이 자식이 왜 기분 나쁘게 쳐다보는 거지? 뭐 불만있어?" 머리에 수건을 두른 키큰 녀석이 입술을 기묘하게 찌푸리며 민형에게 건들 건들 다가왔다. 그는 자신을 바라보는 민형의 도발적인 태도가 마음에 들 지 않는 다는 듯이 손바닥으로 민형의 오른쪽 볼을 가볍게 철썩철썩 때렸 다. 그 순간 민형의 두 눈에 불똥이 튀었다. "욱!?" 갑자기 수건을 둘러 쓴 불량배가 단발마의 비명을 지르며 두 손으로 배 를 움켜 쥐었다. 그리고 그대로 입가에서 허연 거품을 문채 바닥에 무릅을 꿇었다. 어찌나 아픈지 두눈에서 눈물이 철철 흘러 나왔다. 자신의 친구가 갑자기 무릎을 꿇자 놀란 다른 두명이 어찌되 영문인지 몰라 민형과 두건 머리를 번갈아 보았다. 그런 두 녀석의 앞에서 짧게 휘둘렀던 주먹을 내리 며 민형이 이죽거리듯 입을 열었다. "뭐야 너희들, 왜 기분 나쁘게 쳐다보는 거야?" 그 모습은 전형적인 불량배였다. 멋진 캐쥬얼을 차려입고 깔끔한 용모의 민형이었지만 지금 그는 예전에 민형으로 돌아가 있었다. 그런 민형의 모 습 본 지영은 짐짓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너, 너 이 자식......!?" 민형의 도발적인 언사에 남은 두 녀석이 그대로 주먹을 뻗으며 민형에게 달려 들었다. 이미 민형에 이마에는 핏발이 서 있었다. 현재 분노한 상 태. 게다가 누군가라도 때려 부숴주지 않으면 기분이 풀리지 않을 분위기 였다. "짜식!" 두 녀석중 하얀 백색의 나시를 입은 녀석이 민형의 얼굴을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그러나 민형은 고개를 아래로 숙여 그것을 가볍게 피하고 그대 로 놈의 복부에 주먹을 꽂아 버렸다. "쿠웩!" 복부에 정면으로 일격을 당하 하얀 나시가 두건머리와 꼭같이 입에서 거 품을 내뿜으며 나뒹굴렀다. 극악과 같은 고통이 밀려왔다. 순간 마지막 남 은 한명이 거의 발악하는 태도로 민형에게 달려 들었다. 그는 겁에 질려 있었다. "이, 으아아아!" "!?" 달려드는 놈의 주먹이 민형을 노리는 순간, 민형은 그대로 빙글 등을 돌리며 오른쪽 다리로 놈의 턱에 뒷 차기를 먹였다. 무시무시한 각력, 달 려들던 건달은 그대로 지면에서 20센티 정도 붕떴다가 땅바닥으로 떨어졌 다. 쿵 소리와 함께 지영의 어깨로 들썩였다. '정확히 세발......' 정확히 세발로 3명의 건을 무찔러 버렸다. 게다가 민형 보다 훨씬 나이 가 많아 보이는 사람들인데...... 지영은 몸이 떨렸다. 그때 쓰러져서 어 쩔줄 모르는 건달들이 슬금슬금 기어 한곳으로 뭉쳤다. 그들은 자신들의 앞에서 버티고 서 있는 민형의 얼굴을 올려다 보았다. 그 귀신과 같은 강 함, 녀석들은 겁에 질렸다. "여, 여긴 우리 구역이야. 너 반드시 복수당할 거다." 두건 머리를 한 녀석이 아픔을 참으며 발악하듯 중얼거렸다. 그말에 지 영은 겁을 집어 먹고 민형 팔을 붙잡았다. 이런 곳은 조직 붕량배가 있다 고 들었다. 만약 잘못 건드려 수없이 많은 건달들이 몰려 오기라도 한다면 아무리 민형이 싸움을 잘한다 해도 당하지 못할 것이다. "복수?" 순간 민형이 재미있다는 듯이 웃었다. 그 웃음엔 살기가 들어 있었고 지 영과 3명의 건달들은 자기도 모르게 얼어 버렸다. 잠시후 민형이 입을 열 었다. "내 이름은 정민형이다." "저,정민형!?" 순간 3명의 건달들이 소스라치게 놀라며 그 자리에서 얼어 붙었다. 어찌 된 일일까? 복수 운운하며 악을 쓰던 놈들이 민형의 이름을 댄 것 만으로 마치 죽은 사람처럼 얼어 붙어버렸던 것이다. "호,혼자서 전 중,고교를평정한......?" "그, 정민형이? 이런 얼굴이라고? 그,그는 엄청나게 무시무시한 얼굴을 가지고 있다고...... "게다가 이 세계를 떠났다고 했는데!" 믿을 수없다는 듯이 녀석들이 외쳤다. 그러자 민형이 더없이 무서운 얼 굴로 이렇게 한마디 했다. "떠났다. 그러니까 내 앞에 나타나지마." "죄,죄송합니다!!" 민형의 한마디와 함께 건달들이 허둥지둥 자리에서 일어나 마구 달아나 기 시작했다. 그런 녀석들의 뒷 모습을 바라보며 민형이 진지한 표정으로 우두커니 서 있었다. 이 정도라면 오늘의 망신을 커버할 정도로 괜찮은 연 출이었지? 고맙다 피래미 들아...... 민형은 이렇게 생각하며 지영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헉!?" 그 순간 민형은 깜짝 놀랐다. 자신의 주위에 엄청나게 많은 인파들이 싸 움을 구경하기 위해 몰려 들어 있었던 것이다. 지,지금까지 이 많은 사람 들 앞에서 폼 잡은거야? 아구구...... 민형인 눈앞이 아찔했다. 그순간 사 람들의 사이에서 아직 어린 꼬마 녀석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엄마! 나 저 아저씨 알아! 아까 바이킹 탈 때 여자한테 안겨서 울었던 아저씨야!!" 하하...... 최악. 사람들의 웃음 소리와 함께 민형은 푸른 하늘을 날아 다녔다. 와...... 하늘이 참 맑다. ........................................ . . . . . . . . . . "민형씨 좀 천천히 가요." 지영이 자신의 손을 끌어 당기며 어디론가 급하게 나아가는 민형에게 사 정하듯 말했다. 그러니 민형은 그런 지영의 말은 아랑곳 하지 않고 군중들 과 한참 떨어진 구석진 곳까지 와서야 겨우 지영의 손을 놓아 주었다. 지 영이 아픈 팔목을 만지작 거리며 억지로 웃었다. "미,민형씨, 괜찮아요? 얼굴이 창백해 보여요." "아, 아니예요 선생님." 민형이 애써 태연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 오늘은 정말 최악의 데이 트가 아닌가. 경악의 바이킹. 지옥 꼬마의 폭탄선언. 완전히 스타일을 구 기고 말았다. 민형은 지영의 얼굴을 보기 민망했다. 제길, 바이킹 누가 만 들었냐. "민형씨, 아까 바이킹 때문에 창피해서 그래요?" 헉, 갑작스런 유지영 선생님의 폭탄 질문. 민형의 온몸에 식은땀이 삐질 삐질 솟아 나왔다. 그러나 민형은 최대한 태연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려 지 영에게 입을 열었다. "아, 그런 것은 아니구요......" "민형씨, 얼굴이 사색이 되었어요. 가엾어라......" 지영이 불쌍하다는 듯이 민형의 얼굴을 한쪽 손으로 만져 주었다. 순간 민형은 온몸에 긴장이 한꺼번에 풀리는 기분과 함께 묘한 쾌감을 느낄 수 있었다. 지영이 웃으며 입을 열었다. "괜찮아요 민형씨. 바이킹 싫어하는 사람은 어디가나 한둘씩 있거든요. 남자 여자가 문제가 아니라 토하는 사람도 있는데요 뭐. 그러니까 마음에 두지 말아요. 사람들도 그런걸 가지고 남자 답지 않다고 생각하진 않을 거 예요." 지영이 이렇게 말하며 민형에게 싱긋 웃어 보였다. 천사같은 얼굴. 사실 다른 사람 때문이 아닌 유지영 선생님 본인 때문이었는데...... 지영이 저 렇게 말해주고 위로해 주니 민형은 마음이 놓였다. 역시 자신은 아직 어린 것일까, 하고 민형은 생각했다. 어쨋든 민형은 유지영 선생님의 손 감촉이 좋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민형씨랑 함께 다니면 이렇게 든든하잖아요." 그렇게 말하며 활짝 웃는 그녀의 모습이 민형은 너무나 좋았다. 착한 유 지영 선생님. 상냥한 유지영 선생님. 그리고 너무나 예쁜 유지영 선생님. 민형은 그녀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이 너무나 뿌듯하고 행복했다. 그리고 절대로 이 여자를 놓치지 않겠다고, 언젠가 반드시 오나전한 자기 것으로 만들어 버리겠다고 다짐했다. 물론 속으로만. 에? 겉으로 말하면 부끄럽잖아! "그럼 민형씨 우리 밥이라도 먹으러 가요. 민형씨가 사온 햄버거 어디론 가 가 버렸지요?" "에? 아, 네." 경황속에서 어디론가 날아가 버린 햄버거를 생각하며 민형이 쓴웃음 지었 다. 민형은 그렇게 자신의 손을 잡아 끄는 유지영 선생님을 따라 식당가로 향했다. 어쨋든 오늘 민형은 너무나 행복했다. .............................................. . . . . . . . . "민형씨는 중학교 시절을 어떻게 보냈어요?" 식당에서 철판구이 볶음밥을 먹으면서 지영이 문득 이렇게 물었다. 갑자 기 민형은 먹고 있던 볶음밥을 굴꺼덕 삼키며 얼른 고개를 들었다. 그런 그의 앞에서는 궁금한 듯 두눈을 말똥말똥 깜빡이는 유지영 선생님이 있었 다. 민형의 목 뒤에서 한줄기 식은땀이 흘러 내렸다. "민형씨......" 지영이 혹시나 하는 얼굴로 말을 이었다. "불량소년이였죠? 하하하하." "네, 하하하하하." 갑자기 두 사람이 어색한 표정으로 하하 웃기 시작했다. 그렇게 1분쯤 웃다가 민형이 뚝 웃음을 멈추었다. 그와 함께 지영도 웃음을 멈추고 조금 은 조심스러운 표정으로 민형을 살폈다. 민형을 책망하기 위해 물은 것은 아니었다. 그저 궁금하고, 민형이 과거 어떤 삶을 살아 왔는지 알고 싶은 것이 그녀의 본심이었다. 하지만 당사자인 민형은 자신의 옛일을 지영에게 별로 말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이미 많은 부분에서 보았듯이 지영이 의 심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싶었다. 그래서 기왕 이렇게 된바에 확실하게 털어 놓는 것이 어떨까, 민형은 결심했다. "불량 소년은 아니었어요. 우리가 나쁜 짓을 한적은 없거든요." "우리요?" 자연스럽게 우리라는 말이 튀어 나왔다. 화제가 그쪽으로 몰린다는 신호 탄이기도 했다. 지영은 침착한 표정으로 민형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지영 은 항상 기다려 주는 타잎이었다. "그때는 아직 어렸으니까요. 지금은 그렇지 않지만 젊은 혈기라는 것은 만용을 만들죠...... 선생님도 알고 게실거예요. 제가 대강 어떤 녀석이었 는지......" "모르겠어요......" 지영은 일부러 조용히 대답했다. 가급적이면 민형을 통해 듣고 싶었다. 그의 이야기를...... - 계속 - 『CD의 환상세계-일반소설 (go CDGGAM)』 61번 제 목:[중편L] ## 고교 3년생의 사랑 ## -27 올린이:cdggam (임달영 ) 96/10/22 23:59 읽음:7002 관련자료 없음 ----------------------------------------------------------------------------- ## 고교 3년생의 사랑 ## PART-27 "그때의 영웅주의라는 것은 지금 생각하면 참 허황대고 오만하기 그지 없는 장난감 병정들의 과욕이였지요. 다행히 3학년이 되어서 제 정신을 차 렸지만...... 지금 생각하면 참 한심한 나날의 연속이었어요." 민형은 내심 입가에 한심스러운 미소를 떠올리며 두 속가락에 깍지를 끼 웠다. 이런 일을 웃으면서 이야기 할 수 있을 정도로 시간은 흘러 왔다. 그리고 자신은 또 그만큼 어른이 되어 있었다. 대화하기 편한 유지영 선생 님의 앞에서 민형은 자신의 과거, 중,고생때의 어리석은 잘못들을 모두 털 어 놓고 싶었다. 그렇게 하면 왠지 유지영 선생님에게 떳떳해질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던 것이다. "싸우고 또 싸우고...... 피가 흐르는 패 싸움의 연속. 주위에 있는 친 구들은 모두 팔이 부러지거나 얼굴이 깨지고 손가락이 꺾였죠. 그렇게 될 때마다 더욱 흥분하여 앞에 보이는 다른 학교 녀석들을 완벽하게 깨 부시 는 것이 옳은 길인줄로만 생각 했었어요. 흔히 착실한 모범생들이 경계하 며......" 이 부분에서 민형은 입술을 약하게 깨물었다. "깡패나....... 좋은 말로는 불량학생...... 뭐 그렇게 불렸죠." "......" 왜일까, 숨기고 싶었던 모든 일들은 유지영 선생님 앞에 술술 털어 놓 는 자신을 바라보며 민형은 스스로 솔직해진 모습에 얼떨떨 했다. 유지영 선생님은 언제나와 같은 가만가만한 모습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있었다. 조금은 미소를 머금은 그녀의 얼굴에는 얼떨떨한 이야기에 놀란 기미도 없지는 않았다. 하지만 민형은 그런 유지영 선생님이 좋았다. 그녀 는 누구에게나 편하고, 그것이 민형에게 그녀를 더없이 매력적으로 보이게 했었던 것이다. "그럼 지상 최강이예요?" 문득 지영이 말문을 열었고 민형은 퍼뜩 내리 깔았던 눈동자를 치켜 올 렸다. 자신의 이야기를 이해했다면 어느 정도는 이질감이나 모멸감이 느껴 졌으리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입을 연 유지영 선생님의 표정은 매우 밝았다. "네......?" "그럼 민형씨가 제일 ?거냐고요. 아까 본 애들이 민형씨 이름을 듣고 겁먹고 도망 갔잖아요. 민형씨 혹시 전국의 불량배들을 모두 때려 돕힌거 아니예요?" "!?" 어쩌면 저렇게 밝은 표정으로 이런 상황에서 말할 수 있을까? 민형은 얼 떨떨할 지경이었다. 자신의 불량한 시절을 모두 이야기 했는데 과연 아무 렇지도 않다는 것일까? 민형은 지영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며 입을 다물었 다. "정말 민형씨가 전국에서 가장 쎄요?" "그,글쎄요...... 언제부턴가 도전해 오는 녀석들이 없어졌다는 것만은 확실하죠......" "화아~" 한순간 지영이 두 손을 꽉 마주 잡았다. 그리고 감탄한 듯이 입을 열었 다. "완전히 정민형 전설이네~" "......?" 정민형 전설? 전설? 패 싸움이나 하면서 보낸 지난 시절이 전설로 승화 될 수 있는 건가? 민형은 멍한 얼굴로 자신의 앞에서 웃고 있는 유지영 선 생님을 바라 보았다. 그녀는 진정 즐거운 듯 했다. "난 정말 기분 좋아요. 민형씨가 비겁하게 나쁜 짓을 했을리는 없었을테 고 말이예요." "뭐가 기분이 좋으시다는 거죠? 전 공부는 꼴찌에다 싸움밖에 할줄 모르 는 그런 고교생이예요. 절 놀리시는 거예요?" 민형은 울컥 부아가 치밀었다. 왜 그런지 모르지만 전혀 거부감을 가지 지 않는 지영의 모습에 자신이 놀림감이 되고 있다는 것처럼 생각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은 민형의 착각일 뿐이었다. "생각해 봐요 민형씨." 생글생글 웃으며 꿈에 부푼 소녀처럼 환하게 입을 여는 유지영 선생님의 모습에서 민형의 모든 잡념은 날아가 버렸다. "이 한국의 고교에서 최고로 센 남자가 내 연인이라는 기분 말이예요." "선생...... 님?" 그 웃음에 거짓은 없었다. 그녀의 말은 모두 진심일 뿐이다. 지영은 지 금까지 한 번도 마음에 없는 말을 한적이 없다. 고백을 할 때도, 또 자신 을 가르칠때나 어떠한 대화를 할 때도 없는 마음이나 없는 일을 지어 낸 적은 없다. 그것은 민형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러니까 이제 선생님이라고 부르지 마세요...... 네?" "아, 저 그게 선생님...... 저" 민형의 옆으로 바짝 달라 붙으며 수줍게 입을 여는 지영에게 민형이 얼 굴이 빨개진채 어쩔줄 모르며 시선을 두리번 거렸다. 주위는 유원지. 연인 이 어떤 상황을 연출한다고 해도 이상하게 볼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하지만 민형은 너무나 어색했다. 자신을 가르쳤던 유지영 선생님과 점점 더 깊은 관계에 빠져간다는 사실이...... "그냥 지영이라고 부르면 더 친해 보여요." "그,그렇게는 죽어도......" 민형이 쩔쩔매며 대답하자 지영은 재미있다는 듯이 민형의 옆에 더욱 찰 싹 달라붙으며 싱글싱글 웃었다. "저를 그냥 여자친구라고 생각하지 않으면 남들이 볼 때 얼마나 우습겠 어요. 민형씨~ 선생님~ 호칭이 멋없잖아요." "그,그래도 어떻게......" "괜찮아요." 지영이 테이블 저쪽으로 물러서며 자리에서 일어 났다. "난 민형씨가 오빠처럼 든든해요. 그러니까 반말해도 허락하겠어요. 모 두 다요. 그러니까 오늘부터 지영이라고 불러 주세요." "으......" 방실방실 웃는 유지영 선생님의 웃음은 사람을 거역할 수 없게 만드는 이상한 매력이 있다. 민형은 지금 이 넘어서는 안될 선 앞에서 지영의 마 력에 걸려드느냐 이성을 찾아가느냐게 갈림길에 서 있었다. "네~?" 재차 묻는 그녀의 모습에 민형은 그만 모든 페이스를 잃고 말았다. 꽉다 문 입으로 크게 심호흡을 한후 민형이 지영을 향해 큰소리로 외쳤다. "지,지영아!" "좋아요! 민형씨 우리 다른거 또 타러가요~ 아직 일요일은 지나가지 않 았어요~" 기뻐하며 자신의 손을 잡아끄는 유지영 선생님의 손에 몸을 맡기며 민형 은 빨개진 얼굴로 그녀의 뒷 모습을 바라보았다. 정말 기상천외하고 상식 의 관념을 깨버리는 그녀, 괴짜이기는 했지만 밝고 명랑한 나이에 구애되 지 않는 그녀가 민형은 더욱도 예뻐 보일 뿐이었다. 이거 이거, 황당한 커 플이라고 누가 욕해도 이젠 모른다! "좋아! 그럼 이제 말놨어! 선생, 아니 유지영! 일요일은 아직 끝나지 않은거야!!" 신이나서 외치는 민형의 뒤를 따르며 지영은 행복한 듯이 그의 뒤를 따 랐다. 때 마침 불어준 가벼운 바람이 지영의 머리카락을 잠깐이나마 휘날 렸다. "그런데 학원에서는 뭐라고 부르죠?" 우뚝 멈춰선 민형의 질문에 지영은 모든 것이 원점으로 돌아옴을 느끼며 하하 웃을 뿐이었다. ............................................. . . . . . . . . . 홍제동 좁다란 골목을 오르던 검은 가죽 잠바의 긴 머리 사나이가 한 허 름한 대문 앞에서 멈추어 섰다. 그는 물고 있던 다타 꼬리가 보이는 담배 를 쓰레기 통에 던져 넣으며 낮은 담 너머를 기웃 기웃 바라 보았다. "......" 집안에서 아무런 낌세가 없자 그는 귀찮은 듯이 대문을 발로 탕탕 소리 나게 두드리기 시작했다. "유지영!! 집에 없냐!? 유지영!!" 그러나 집안은 잠잠했고 사나이는 짜증썩인 얼굴로 주위를 돌아 보았 다. 마침 주위는 아무도 없었고 그는 그대로 낡은 대문을 강하게 발길로 걷어 차 버렸다. - 카카강 큰소리와 함께 대문이 열어 제쳐 졌다. 그리고 사나이는 유유히 지영의 집안으로 적지 않은 덩치를 옮기기 시작했다. ................................................ . . . . . . . "더 이상 바래다 주지 않아도 되요. 집까지 올라갔다 내려 오려면 상당 히 귀찮단 말이예요. 이곳까지 와 준것만으로도 고마우니 그만 가세요." "저,정말 바래다 주지 않아도 괜찮겠어요? 아니 괜찮겠어......" 홍제동 버스 정류장 앞에서 민형이 어색한 반말을 석으며 지영의 앞에서 우물쭈물 거렸다. 지영은 민형의 서투른 모습이 귀엽다는 듯이 쿡쿡 웃으 며 고개를 흔들었다. "네, 됐어요. 내일 학원에서 만나요 우리. 그럼 저 들어갈께요." "안녕히 가세요 선생님." 꾸벅 인사하는 민형에게 지영이 가볍게 눈총을 주자 그가 재빨리 말을 바꿨다. "그럼 내일 보자 지영아, 흠." "네, 그럼 내일~" 어색한 듯이 헛기침을 하는 민형에게 손을 흔들며 지영은 골목으로 사라 졌다. 민형은 오랫동안 그녀의 뒷모습이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한자리에 우두커니 서 있다가 버스 정류장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후후훗......' 집으로 돌아가는 지영의 발걸음을 가벼웠다. 오늘 하루종일 걸어 피곤하 기도 하겠지만 그녀는 기뻤다. 민형과 하루 하루 가까워 질때마다 지루했 던 삶의 어떠한 희망 같은 것이 밀려 오는 것을 느꼈다. 그녀는 민형과 만 난 것, 또 그와 매일 만날 수 있다는 것을 신께 감사 드렸다. "응......?" 집앞에 도착한 지영은 무언가 평상시와 다른 낌세를 채고 자리에 멈추어 섰다. "......" 대문이 열려있고 창문에 불이 들어 와 있었다. 게다가 대문은 반쯤 날아 가 한쪽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다. 익숙하지 않은 인기척에 지영의 얼굴 이 어두워 졌다. - 끼익 그녀는 조심스럽게 부숴진 문을 열고 집안으로 들어 갔다. 가능한 소리 가 나지 않게 하려는 그녀의 발걸음을 조심스러웠다. "지영이냐!?" "!" 갑작스런 외침과 함께 지영은 숨이 멈추는 것만 같은 느낌을 받고 한자 리에 멈칫 한채 어쩔줄 몰랐다. 순간 방문이 왈칵 열리고 안에서 셔츠와 츄리닝 차림의 긴 머리 남자가 무서운 표정으로 모습을 들어 내었다. 그는 무릎을 오무리며 시선을 놓지 못하는 지영을 찬찬히 바라보며 무서운 표정 으로 입을 열었다. "너 어디 갔다 오는 거야?" "오,오빠 오셨어요......" "어디 갔다 오는거냐고 묻잖아 이 X년아!!" 한순간 철썩 커다란 소리와 함께 지영의 머리카락이 공중에 휘날리며 그 녀가 자리에 주저 앉았다. 엄청난 힘에 얻어 맞은 지영이 벌벌 떨리는 몸 으로 쓰러진채 입을 열었다. "죄,죄송해요 오빠...... 학원에 수업이 있어서......" "너네 학원은 일요일도 수업이 있어!?" "보충수업이 있었어요......" 겁을 잔뜩 집어 먹고 잘 열리지 않는 말문을 여는 지영의 입가에는 피가 흐르고 있었다. 자신의 부당한 처신에도 불구하고 큰 소리를 뻥뻥치는 이 남자의 행동으로 보아 그의 권위가 지영에게 얼마나 큰 것인가를 짐작할 수 있게 했다. "내가 몇 달씩 자주 집을 비운다고 그따위로 처신하고 다니면 가만안 둬! 말했지? 넌 누구한테나 싱글거리고 다니니까 놈팽이들이 따라 붙는단 말이야! 일요일에는 집에 붙어 있어! 알았어!?" "죄,죄송해요......" 지영이 거의 반쯤 얼이 나간 표정으로 용서를 빌었다. 그제서야 긴머리 의 사나이는 조금 화를 누그러 뜨리며 방안으로 발을 집어 넣었다. "빨리 밥해! 저녘도 못 먹었어! 도대체 이집엔 라면도 하나 없냐!" 버럭버럭 소리치는 사나이의 으름짱이 게속 되는 와중에서 지영은 비틀 거리며 일어나 옷도 갈아 입지 못하고 주방으로 들어 갔다. 그런 지영의 뒷 모습을 바라보며 사나이가 짜증섞인 표정으로 이를 갈았다. "X발......" 한편 아무것도 모르는 민형은 즐거운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에 몸을 맡긴 체였다. - 계속 - 『CD의 환상세계-일반소설 (go CDGGAM)』 62번 제 목:[중편L] ## 고교 3년생의 사랑 ## -28 올린이:cdggam (임달영 ) 96/10/27 19:24 읽음:6863 관련자료 없음 ----------------------------------------------------------------------------- ## 고교 3년생의 사랑 ## PART-28 "오빠 저녁 드세요." 지영은 작은 밥상에 이것저것 급하게 차린 음식들을 방안으로 들여오며 방 중앙에서 팔자 좋게 들어 누워 있는 긴 머리 남자에게 속삭이듯 말했 다. 그의 이름은 '유지훈' 지영보다 2살 많은 그녀의 오빠였다. 잔뜩 기가 서린 얼굴로 들어 누워 있던 지훈은 밥상이 들어오자 곧 꾸물거리며 일어 나 상앞에 양반 다리를 꼬고 앉았다. "온통 채소 뿐이군. 넌 내가 없으면 항상 이렇게 먹고 사냐?" "하,항상 그런것은 아니예요......" "나 참, 자, 가서 담배 좀 사와." 지훈이 수저를 집어 들면서 주머니에서 꺼낸 천원짜리 지폐 한장을 지영 에게 건네 주었다. 지영은 그것은 두손으로 받고 드르륵 방문을 열었다. "아 참 지영아." "네?" 지영이 겁먹은 표정으로 얼른 뒤를 돌아보자 지훈이 막 수저로 밥을 뜨 며 왼쪽 손가락을 끄덕 거렸다. "맥주 두병이랑 안주도 좀 사와라" "네." 한숨 돌린 지영이 방문을 닫고 마당으로 나가자 지훈은 이내 눈앞에 차 려진 밥을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다. 한편 바깥으로 나온 지영은 두팔로 어 깨를 움추리고 아래쪽 상점가를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녀의 오빠 지 훈은 복싱을 하기위해 체육관에서 생활하기 때문에 좀처럼 집에 돌아오지 않는다. 한달에 한 번, 두달에 한 번, 이렇게 점점 주기가 길어지기를 몇 년 지영 쪽에서는 연락도 할 수 없고 어쩌다 이렇게 불쑥불쑥 찾아와서 그 녀에게 여러 가지를 요구 한다. 주로 돈이나 좋지 않은 일이 생겼을 때 숨 어 있기 위해 찾아오는 것 같지만 지영은 지훈이 돌아오면 언제나 정성을 다해 보살피고 또 필요한 돈을 대 주었다. 그는 지영에게는 하나밖에 없는 핏줄이었기 때문이다. 요즘에는 복싱도 때려 치웠는지 금기된 술과 음식을 원하는 대로 마구 먹는 것 같았다. 지영은 맥주를 사러 가면서도 지훈이 걱정 되었다. 어디서 어떻게 생활하다 돌아 온것인지...... 또 이제는 집 에서 머무를 것인지 여러 가지로 걱정이 되었던 것이다. 집에 돌아온 오 빠의 몰골을 볼때마다 지영은 마음이 아팠다. 어디서 그렇게 부서져 오는 것인지 항상 온몸이 상처투성이에다 얼굴도 초췌해져서 돌아온다. 오늘도 그렇다. 지영은 부디 지훈이 마음을 바로 잡고 집에서 안정된 생활을 해주 기를 마음속으로 바랬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지영은 골목밑에 위치한 단솔 구멍가게에 도착했다. "어서오세요. 어머, 지영이 처녀 어서와." 구멍 가게에서 TV 를 보고 있던 주인 아주머니가 지영을 알아보고 반가운 목소리로 맞이했다. 지영도 빙긋 웃으며 고개를 살짝 숙였다. "아주머니, 맥주 두병하고 땅콩, 오징어 좀 주세요. 오마샤리프 한갑하 고요" "응? 맥주하고 담배? 지영이 처녀가 찾는 메뉴중에는 이런 것이 없을텐 데?" 무언가 심상치 않은 표정으로 지영을 빤히 바라보던 주인 아주머니는 곧 그녀의 입가에 터진 입술과 살짝 부어 오른 오른쪽 볼을 발견했다. "아니? 다쳤잖아? 어떻게 된거야?" "너,넘어졌어요......" "아니 어떻게 넘어졌길레 예쁜 처녀 얼굴이 이 모양이야? 무슨 다른 일 이 있는거지? 그지 지영이 처녀?" "아,아니예요." 지영이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돌리자 주인 아주머니는 어련하겠냐는 듯 이 이미 모든 것을 알아차린 얼굴로 혀를 찼다. "쯧쯧......또 지훈이 그 개망나니 녀석이 왔구만 그려. 내 이 녀석을 당장!" "아,아주머니 참으세요! 오빠가 그런게 아니예요!" "그 녀석이 올때마다 지영이 얼굴이 상처가 나니까 하는 소리 아니야!" "저,정말 넘어진 거라니까요......" "지영인 오빠가 오는날은 꼭 한 번씩 넘어지는군 그랴?" "......" 핵심을 찌르는 아주머니의 말에 지영은 아무말도 못하고 입을 다물었 다. 그 모습이 안쓰러웠는지 주인 아주머니는 맥주와 담배를 비닐 봉투에 담으며 고개를 설래설래 흔들었다. "가끔 나타나서 착하디 착한 동생을 이렇게 패니 그 녀석이 제명에 살길 바래? 여자한테 손지껌 하는 놈이 이 세상에서 제일 비겁한 녀석이라니 까!" "저,정말 넘어졌어요. 아주머니 그럼 안녕히 계세요." 지영은 서둘로 돈을 내고 물건을 받은 뒤 달음질쳐 골목을 올라갔다. 그 런 지영의 뒷 모습을 지켜보며 가게 주인 아주머니가 또 다시 혀를 찼다. "쯧쯧쯧...... 저렇게 착한애를 울리면 벌받지. 암 벌받고 말고." ............................................. . . . . . . . . . 지훈은 밥을 다 먹고 난후 상을 밀어 놓고 자리에 누워 TV를 보고 있었 다. 오랜만에 집에 돌아오니 비록 좁긴 하지만 편안하기는 어느 곳보다 편 안 했다. 동생 지영이 항상 집을 지키고 생활하고 있으니 그는 어디를 돌 아다녀도 항상 마음만은 편했다. 단하나 마음에 걸리는 것이라면 여동생 지영이에 대한 것이었다. 여자 혼자서 이런곳에 살게 하는 것이 항상 마음 에 걸렸던 것이다. 게다가 그는 지영에게 다른 남자들이 접근하는 것을 결 코 용납하지 않았다. 그런 그의 성미는 조금은 병적이라고 할 수 있을 정 도로 과격했다. "오빠, 담배 사왔어요. 술상 볼께요." "아, 그래." 방문이 드르륵 열리며 지영이 담배를 들고 고개를 내밀자 지훈이 그 담 배를 건네 받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지영이 방문을 열어둔체 방 바깥에 싱 크대 앞에서 쏘세지를 후라이팬에 볶기 시작했다. 지훈은 오마샤리프를 입 에 물고 연기를 뿜으며 그런 지영의 뒷 모습을 가만히 바라 보았다. '많이 컸어......' 이제 지영도 어엿한 성인, 벌써 24살인 것이다. 지훈 자신이 집을 나간 지 벌써 몇 년이 됐지만 그녀는 사고 한 번 치지 않고 혼자 집을 지키고 있었다. 지훈은 은근슬쩍 자리에서 일어나 지영의 등뒤로 다가갔다. - 지글지글 맛있어 보이는 소리는 내며 후라이팬 위에 쏘세지가 볶이고 있었다. 지 영이 안주를 만드는데 열중하는 동안 지훈은 슬며시 지영의 등뒤로 바짝 다가가 겨드랑이 밑으로 그녀의 가슴을 껴안았다. "오빠?" 깜짝 놀란 지영이 화들짝 두팔을 들어 올리며 고개를 돌리려 했다. 그러 나 지훈이 너무 바짝 달라 붙어 있었기 때문에 고개를 잘 돌릴 수 없었 다. 지영은 어깨를 움츠리며 상기된 목소리로 말했다. "저,저기......" "가만 있어." 지훈이 이렇게 말하며 지영의 가슴을 천천히 주무르기 시작했다. 지영은 눈을 꽉 감았다. 지훈의 입술이 지영의 귀밑으로 내려와 그녀의 목을 자극 하기 시작했다. 뜨거운 지훈의 호흡이 느껴지고 지영은 온몸이 경직 되었 다. - 달깍 지영이 들고 있던 주걱을 떨어 뜨렸다. 순간 지훈이 눈을 번쩍 뜨고 지 영의 등뒤에서 고개를 들었다. 지영은 크게 숨을 내쉬며 겁먹은 표정으로 떨고 있었다. 그녀의 어깨의 떨림이 지훈에게 그대로 전해져 왔다. "음......" 지훈은 멋적은 표정으로 지영에게서 떨어져 방문가에 털썩 걸터 앉았 다. 지영은 그런 지훈의 앞에서 두손을 가슴 앞으로 모은채 하아 하아 가 뿐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그거 주워라." 지훈이 땅에 떨어진 국자를 가리키며 입을 열자 지영이 엉거주춤 무릎을 꿇고 않아 국자를 집어 들었다. 지훈쪽으로 고개를 돌리지는 못했지만 상 당히 두려운 모양으로 경계하고 있는 듯 했다. "......" 지훈은 그런 지영의 옆 모습을 가만 지켜 보았다. - 따르르르릉! 따르르르릉! "!?" 순간 지영의 소스라치게 놀라는 표정과 함께 방안에서 구식의 전화벨이 요란하게 울리기 시작했다. 그 소리가 마치 천둥같이 지영의 심장을 자극 시켰다. "제,제가 받을께요!" "기다려." 방안으로 뛰어 들어가려는 지영을 가로막으며 지훈이 무서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여기서 움직이지마." "오,오빠......" 지영의 애원하는 표정에도 불구하고 지훈은 지영을 꼼짝 못하게 한 후 수화기를 집어들었다. 한편 민형은 한창동안 전화를 받지 않아 망설이던 차에 상대방이 수화기를 들자 당연히 지영인줄로 생각하고 밝은 목소리로 외쳤다. << 아, 선생님? 접니다 민형. 잘 들어 가셨군요? 저도 지금 막 도착 했 어요. >> "......" 우두커니 숨소리도 내지 못하고 서 있는 지영의 귓가에 수화기에서 울려 퍼지는 민형의 맑은 목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자신을 바라보는 지훈의 내 리깔린 시선에 지영은 숨이 멈출 것만 같았다. 지훈이 지영 쪽으로 수화기 를 내 밀었다. "......" 그 침묵, 지영은 숨이 막힐 것 같았다. << 선생님? 선생님, 왜 그러세요? >> 수화기 안에서 오래도록 응답이 없는 것에 궁금해 하는 민형의 목소리가 계속 되었다. 지영은 떨리는 목소리로 지훈이 넘겨주는 수화기를 두손으로 붙잡았다. 그것을 귓가에 가져다 대며 지영이 대답했다. "아...... 민형씨?" 그말을 하면서도 지영은 속으로 뜨끔 놀랐다. '씨'자 따위를 붙히는 것 이 아니었는데...... 지훈의 싸늘한 시선에 지영은 숨이 멎어버릴 것만 같 았다. << 예, 선생님 잘 들어가셔서 다행이예요. 저도 막 들어왔어요. 안부 전 화 해 본거예요. >> "고,고마워요 민형씨. 전 잘 들어 갔어요." << 선생님 왜 그러세요? 기분이 않좋으신것 같아요? >> "아,아니예요~ 오늘 요란한 걸 많이 탔더니 조금 피곤할 뿐이예요." 이렇게 대답하면서도 지영은 두눈을 질끈 감았다. 당장이라도 뒤통수를 얻어 맞을 것같 같았다. 하지만 지훈은 아무런 반응도 없었고 그 침묵이 지영을 더욱 초조하게 만들었다. << 그럼 선생님 오늘은 그만 쉬세요. 내일 학원에서 봐요. >> "예, 민형...... 군. 그럼 내일 봐요." - 딸깍 지영은 급한 마음에 그대로 수화기를 내려 놓았다. "민형군......?" 민형쪽에서는 지영의 태도가 조금 이상하게 느껴졌지만 커다랗게 신경쓰 지 않았다 그녀의 말대로 조금 피곤 하겠거니...... 라고만 생각 했을뿐. "누구냐?" 문득 가라 앉은 목소리로 지훈이 물었다. 지영은 선뜻 대답하지 못하고 우물쭈물 거리다가 두눈에 눈물이 맺혔다. "하,학원생이예요. 우리 학원......" "그런데 왜 울어...... 무언가 잘못한거라도 있어?" "오,오빠......" 지영은 태연한 지훈의 의미가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지영은 너무나 무 서운 나머지 온몸이 덜덜 떨리기 시작했다. 참으려고 했지만 겁에 질린 나 머지 눈물이 자꾸 흘렀다. 그런 지영을 잠자코 지켜 보고 있던 지훈이 고 개를 번쩍 들었다. "이런 쌍!! 말을 해 말을!! 이 기집애야------!!" "꺄악! 자,잘못했어요 오빠!" 손을 번쩍 드는 지훈의 앞에서 지영이 두손으로 머리를 감싸 안으며 자 리에 털썩 주저 앉았다. - 계속 - 『CD의 환상세계-일반소설 (go CDGGAM)』 63번 제 목:[중편L] ## 고교 3년생의 사랑 ## -29 올린이:cdggam (임달영 ) 96/11/04 00:12 읽음:6846 관련자료 없음 ----------------------------------------------------------------------------- ## 고교 3년생의 사랑 ## PART-29 지훈은 자리에 주저 앉아 뻐끔 뻐끔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회색의 담배 연기가 방안을 가득 매웠고 지훈의 찡그린 얼굴이 불쾌하게 일그러져 있었 다. 지영은 그런 지훈의 옆에서 이불을 뒤집어 쓴채 쭈그리고 앉아 있었 다. "그놈 이름이 뭐야" "......" 지훈이 물었으나 지영은 대답하지 못했다. "그놈 이름이 뭐냐니까?" 지훈은 지영의 반쯤 들어나 있는 머리를 손가락으로 쿡쿡 누르며 되 물 었다. 지영의 얼굴이 비틀비틀 흔들렸다. "민형....... 정민형......" 지영이 반쯤 얼이 나간 표정으로 나지막히 중얼 거렸다. 답답한 듯 지훈 이 지영이 둘러쓰고 있는 이불을 빼앗자 그녀의 몸이 들어 났다. 상위는 찢기고 속옷만 입은 그녀의 몸에는 여기저기 시커멓게 피멍이 들어 있었 다. 지훈은 씁쓸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리고 더욱 세차게 담배를 빨았다. "미,미안하다......" 지훈이 인상을 찌푸린채 빠르게 말을 내뱉었다. 동공이 고정된 지영은 그 말을 들었는지 못 들었는지 조금씩 부르르 몸을 떨 뿐이었다. "아 미안하다니까!" "꺄악!! 잘못했어요! 제가 잘못했어요 오빠!" 답답한 나머지 지훈이 언성을 높히자 갑자기 지영이 큰 소리로 이렇게 외치기 시작했다. 그녀는 두손으로 양 팔을 감싸고 시선을 바닥에 떨군채 부들부들 떨며 중얼거렸다. "다,다시는 남자랑 어울리지 않을께요...... 다시는 오빠말을 거역하지 않을께요...... 그러니까....." "......" 지훈이 멍한 표정으로 지영을 바라보자 갑자기 그녀가 두눈에서 눈물을 쏟아붇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이제 때리지 마세요...... 때리지 마세요......" "지영아......?" 부들부들 떨며 지영이 주룩주룩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무언가 심상치 않은 동생의 태도에 수상함을 느낀 지훈이 얼른 그녀를 부축했다. 그리고 이마에 손을 집어 보았다. "아니? 불덩이 같잖아!" 외치는 지훈의 앞에서 지영의 눈이 흐릿하게 풀리기 시작했다. 계속해서 떨리는 몸은 아직 멈추지 않고 있었다. "오한까지? 이, 이거...... 빨리 누워라 지영아!" "하아..... 하아....." 갑자기 지영이 숨이 막힌 듯 한손으로 가슴을 움켜 잡고 헐떡 대기 시작 했다. 지훈은 가슴이 덜컥 내려 앉았다. 홧김에 때려버리고 말았지만 하나 밖에 없는 여동생이 괴로워 하는 것을 보니 마음이 무거웠던 것이다. 게다 가 지영의 상태가 심상치 않으니 더욱 불안해 지기 시작했다. "오빠...... 잘못했어요. 제가 잘못......" "아,알았어! 알았으니까 이제 그만하고 누워!" 신음하듯 헛소리를 해대는 지영의 입을 막으며 지훈이 급하게 담요를 하 나 꺼내 지영의 몸에 덮어 주었다. 그녀는 열이 심하고 심하게 몸을 떨었 다. 지훈은 갑자기 몸이 달아 올랐다. 왜, 어쩌다 이렇게 된 것인지 알 수 가 없었다...... 그렇게 세게 때린 것 같지도 않은데...... "민형씨......" "!?" 신음하던 지영이 민형의 이름을 중얼 거렸다. 그와 함께 지훈의 표정이 씁쓸하게 일그러 졌다. "......" 뻑뻑 담배를 피워대며 지훈은 복잡한 심정으로 낮은 천정을 바라 보았 다. '정민형이라고......' ------------------------------------------------------------------- "오늘은 유지영 선생님이 결근을 하셨어요. 몸이 아프시다고 하시는데 미안해서 어떡하죠? 208호에서 합강을 하실수도 있겠지만 본인 선택이예 요. 오늘 수강분은 토요일날 보충 하신 답니다." 민형은 멍하니 원장의 말을 들으며 두 눈을 깜빡 거렸다. 유지영 선생 님이 몸이 아프다고? 바로 어제 저녘까지 멀쩡했는데...... 아니 그보다 몸이 아프다면 전화로라도 귀뜸 해주실 것이지...... 민형은 힘없이 학 원을 터벅터벅 빠져 나오며 한숨을 쉬었다. '어디가 아프다는 걸까......' 아무래도 걱정이 되어 이대로 집에 돌아갈 수 가 없었다. 민형이 마침 눈에 띈 근처 공중전화로 막 들어 가려던 참이었다. "네가 정민형?" "?" 공중전화 박스 앞에서 민형을 막아서는 한 사나이가 있었다. 어깨까지 오는 긴 장발에 청바지와 검은 쟈켓, 언뜻 봐서는 무슨 뮤지션 지망생과 도 같아 보였다. "누구시죠?" 민형이 퉁명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이런 부류는 시비를 걸어온다. 민 형의 주먹이 근질 거렸다. "방금 학원에 올라가서 네가 오지 않았나 알아 봤지. 마침 방금 나간 학 생이라고 해서 따라온거야. 타이밍이 좋군." "날 따라왔다고요? 무슨 일이죠?" 민형이 차가운 표정으로 사나이를 노려 보았다. 태도로 보아 반가운 손 님은 아니었다. "그 건방진 상판때기 좀 누그러 뜨릴 수 없나......" "너 지금 뭐라고 지껄였어......" 민형의 표정이 험악하제 변모했다. 시비를 걸어 온다면 피하지 않는게 정민형 주의다. 그러나 장발의 사나이는 그런 민형이 귀엽다는 듯이 피식 웃었다. "거 반반한 얼굴로 꽤 난폭한 얼굴을 하는 녀석이로군...... 임마 난 26살이야." "......" 수작을 걸어오는 지훈에게 민형은 일그러진 얼굴로 아무 대꾸를 하지 않 았다. "너 오늘 유지영 선생님이 안 나와서 궁금해 하고 있지?" "!?!?" 순간 민형의 두눈이 휘둥그레졌다. 아니 어째서 이런 녀석이 그 일에 대해서 알고 있지?! 민형은 기묘한 불안감 동시에 유지영 선생님에 대 한 걱정이 밀려 왔다. "잠깐 얘기좀 할까......" "!!" 지훈이 은근한 표정을 지으며 엄지 손가락으로 골목 뒤쪽을 가리켰다. ------------------------------------------------------------------- "넌 뭐야? 어떻게 유지영 선생님에 대해 알고 있지?" "거참 저돌적인 자식이군. 너 몇살이야?" "......!!" 민형은 지훈의 도발에 이가 갈릴 지경이었으나 눈앞에 지훈이 유지영 선생님에 대해 무언가 알고 있는 듯 하여 꾹 참고 대답했다. "18살이다." "뭐라고!?" 순간 이번엔 지훈의 두눈이 휘둥그래 졌다. 아니 18살이면 고등학생 아 니야? 그럼 설마 지영이 이런 고등학생 녀석을? "고,고등학생 이란 말이냐!?" "그래! 고등학생이다. 그것보다 유지영 선생님이 왜 학원에 안 왔는지 빨리 말해! 그렇지 않으면......!" 민형이 이를 으드득 갈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런 민형을 향해 지훈이 비아냥 거리듯이 눈을 내리 깔았다. "호오...... 그렇지 않으면?" "죽여 버릴테다......" 그 무시무시한 기압에 지훈은 바짝 긴장하는 자신을 느꼈다. 고등학생 치곤 상당한 녀석이군...... 지훈은 어이 없음과 동시에 몸안에서 끌어 오 르는 묘한 질투심에 사로 잡혔다. '그래, 이 잘생긴 꼬마 녀석이 지영이가 좋아하는 남자란 말이지.... .. 나보다 더......' 지훈은 열이 오르는 민형을 바라보며 속으로 생각했다. 지영이 녀석, 어 쩌다가 이런 애송이 자식한테 반해가지고...... 자기 동생이라지만 참 순 해 빠질 따름이라 지훈은 답답했다. 6살이나 어린 꼬마가 어떻게 남자로 보일 수가 있었지? 의아함과 함께 나이와는 상관없이 지영을 가로채려고 하는 이 기세 좋은 고등학생에 대한 분노도 끓어 올랐다. "날 죽여 버리겠다고......?" "내가 농담 하는 것 같으냐......" 민형이 피식 웃으며 바닥에 침을 뱉었다. 그리고 꽉 쥔 주먹을 지훈을 향해 들어 올리며 섬뜩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어디를 박살내줄까......" 과거의 기세가 살아나고 전투 본능이 꿈틀꿈틀 용솟음 쳤다. 민형도 반 년 전까지는 이 거리의 불량아 였다. "그 전에 한가지 얘기해 주지." "!?" 금방이라도 달려들것만 같은 민형을 향해 지훈은 태연하게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리고 이내 입을 열었다. "난 지영의 오빠다. 유지훈 그게 내 이름이지." "뭐,뭐라고!?" 순간 기세 등등하던 민형이 움찔 했다. 지영의 오빠라고? 믿을 수가 없 군. 이런 불량한 자식이? 망설이는 민형의 앞에서 지훈이 예상대로라는 듯 이 웃기 시작했다. "왜, 놀랬나? 내가 지영이의 오빠라서? "거,거짓말 하지 마라!!" 민형이 악에 받쳐 소리 쳤다. 그러나 지훈의 능글능글한 태도는 사라지 지 않았다. "거짓말이라고? 나는 네가 모르는 지영의 모든 것을 다 알고 있어. 하다 못해 왼쪽 허리에 조그마한 점까지 샅샅히 다 알고 있다. 정 궁금하면 지 금집에 전화해서 알아보지 그래? 물론......" 이렇게 말하며 지훈은 웃었다. "받지 않을테지만 말이야......" "무,무슨 뜻이지!?" 지훈의 기분나쁜 웃음에 민형이 발악하듯 외쳤다. 정말 기분 나쁜 녀석 이군! 이런 놈이 유지영 선생님의 오빠라니 기가 찰 노릇이다! "내가 시켰으니까." 순간 지훈의 두눈이 번쩍 뜨였다. "내가 전화를 받지 말라고 했거든. 그리고 다시는......" 이렇게 입을 여는 지훈의 표정에는 자심감이 서려 있었다. "정민형 이란 녀석과 대면하지 말라고 했단 말이다! 물론 오늘 부로 학 원도 그만 둘 것이다! 경고 하겠는데 지영이에게 접근하면......" "......!!" 어이 없어하는 민형의 앞에서 지훈이 자신의 주먹을 들어 보였다. 조금 전 민형의 행동과 꼭같이...... "죽여 버릴테다......" - 계속 - 『CD의 환상세계-일반소설 (go CDGGAM)』 64번 제 목:[중편L] ## 고교 3년생의 사랑 ## -30 올린이:cdggam (임달영 ) 96/11/12 18:46 읽음:6627 관련자료 없음 ----------------------------------------------------------------------------- ## 고교 3년생의 사랑 ## PART-30 지훈은 위협적인 어투로 민형을 향해 주먹을 불끈 쥐어 보였다. 그러나 그것은 오히려 민형의 분노에 불을 지피는 결과가 되어 버린 것이나 마찬 가지였다. 분이 오를 대로 오른 민형의 두눈이 이글 이글 타오르기 시작했 다. "나를 어쩌겠다고 했냐......" 분노의 절은 얼굴 근육의 경직과 함께 실소가 흘러 나왔다. 죽일놈.... .. 유지영 선생님의 오빠라고 해도 결코 용서할 수가 없다. 민형의 두 주 먹이 부들부들 떨렸다. "자식 어디 한 번 당해봐라--------!!" "!?!?" 자신과 유지영 선생님을 갈라 놓으려는 놈! 민형은 그것이 설사 지영의 아버지라도 용서 할 수 없었다. "유지영 선생님을 어떻게 했어!!!" 번개 같은 주먹이 지훈의 얼굴을 향해 날아 갔다. 그러나 그 다음 순간 에 민형은 균형을 잃고 앞으로 헛발을 짚으며 휘청 거렸다. "!?" 민형은 헛손질한 자신의 주먹을 눈으로 ?으며 경악 했다. 분명히 묵직 한 타격이 실린 자신의 주먹에 얻어 맞은 지훈이 나가 떨어져야 하는것인 데......! "겨우 그거냐 애송아. 스ソ을 살리지 못하는구나" "!?" 그리고 자신의 뒤쪽에서 섬뜻한 지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와 함께 민형의 뒤통수에 강력한 압력이 밀려 왔다. "사람을 때리는 법을 모르는구나!!!" "으윽!?" 뒤쪽에서부터 내려 꽂히는 하드 펀치. 민형은 그대로 뒷 통수를 얻어맞 으며 비명을 질렀다. 그 순간 지훈도 인상을 찌푸렸다. "우웃!?" 그 짧은 순간에 민형의 뒷 차기가 지훈의 옆구리에 찔러 박혔던 것이 다.민형이 우당탕 소리를 내며 쓰레기통쪽에 처박히고 지훈은 아픈 옆구 리를 두손으로 움켜 잡으며 컥컥- 허연 물을 토해 내었다. 이놈이!? 고등 학생 치곤 믿을 수 없는 노련함 이었다. 한순간 지훈은 긴장 했다. '이 자식이......!' 아픔과 함께 황당함 그리고 분노가 밀려 왔다. 이런 애송이 한테 한방 먹은 충격이 이 정도로 크다면 복서의 자격이 있겠는가! "크윽!" 쓰레기 통에 처박혔던 민형 역시 아픈 머리를 움켜 잡으며 벌떡 몸을 일으켰다. 그런 민형의 몸에서 흔들림 따위는 찾아볼 수 없었다. '데미지는 없는가?' 정통으로 카운터를 맞았는데? 저렇게 멀쩡하게 일어날 수 있다는 것 이 지훈은 경이로웠다. 이 녀석 정말 고교생 맞아? 복서인 자신의 주먹 을 무방비로 카운터 당했는데 어떻게 저렇게 멀쩡할 수 있단 말인가? "너, 이자식...... 보통이 아니구나." 민형이 아픈 머리를 어루만지며 험상궂은 얼굴로 침을 퇘 뱉었다. 눈앞 이 빙글 빙글 돌고 머리가 얼얼했다. "유지영 선생님과 통화 하겠다! 네가 진짜 선생님의 오빠라면 혼내줄 수가 없으니까!" 민형이 외쳤다. 분노하기는 했지만 진정 유지영 선생님의 오빠라면 이 런 무례가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마음 한편에 걸리는 이 문제 때문에 전 력으로 싸울 수 없는 것이다. "호오...... 마치 그 문제가 마음에 걸려 싸울 수 없다는 투 같구나." "그렇다!!!" 민형이 큰 소리로 외쳤다. 그러자 지훈이 피식 웃으며 고개를 들었다. 그 표정은 매우 차가웠다. "하지만 전화를 걸어도 소용 없어. 지영은 받을 수 없을거다." "뭐야!?" 심상치 않은 얼굴로 대꾸하는 민형에게 지훈이 악바리 같은 얼굴로 험상 궂게 입을 열었다. "어제 나한테 너무 맞아서 입을 움직이기도 힘들거다! 나는 원래 동생 교육에는 엄한 편이라서 말이야! 지금쯤 앓아 누워 있으니 넌 신경꺼 라!" "뭐,뭐라고!?" 지훈의 악에 받친 목소리와 함께 민형의 두눈이 커 졌다. 유지영 선생님 을...... "선생님을 때렸단 말이냐!?" "그렇다! 아주 흠씬 두들겨 패줬지! 겉옷이 모두 찢어질 정도로 심하게 패 줬다! 다시는 너란 녀석을 생각하지 못하게! 충분히 효과가 있었으니 넌 걱정하지 마라 이 고삐리야!" 지훈의 외침, 그것은 민형에게는 엄청난 쇼크가 되기에 충분했다. 목 이 바짝 타오르고 두눈이 희번덕 거리기 시작했다. 선생님을...... 그 상 냥한 유지영 선생님을 때리다니...... 그것도 이정도의 타격을 줄 만한 강 한 주먹으로...... "너...... 여기서 살아 돌아갈 생각은 마라......!!!!!" 민형의 분노와 함께 그의 얼굴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 "너, 이제는...... 선생님의 오빠라는 벽은 없어져 버렸다." 분노가 터지자 민형의 얼굴이 무섭게 일그러 졌다. 유지영 선생님을... ... 그 착한 여자를 때리다니 용서 할 수가 없다. "죽여 버리겠다-------------!!" 온 힘을 주먹에 쏟은 민형이 지훈을 향해 달려 나갔다. 순간 지훈은 자 세를 좁히며 두팔을 턱 밑으로 가져 갔다. 그리고 스ソ을 잡고 서서히 움 직이기 시작했다. 복싱선수의 파이팅 포즈. 민형은 복서와 상대해 본적이 없다. "맞아라!!" 민형이 외치며 팔을 휘둘렀다. -콰악 "우욱!?" 순간 강력한 라이트 스트레이트가 민형의 얼굴을 가격 했다. 비명과 함 께 민형의 얼굴에서 피가 튀었다. 그리고 지훈은 민형의 오른 쪽으로 움직 였다. "그런 무대포 공격으로 나를 건드리겠다고?" 지훈의 입가에 미소가 어렸다. "10년은 빠르다 이 애송이야!!" "쿠왁!!" 연속되는 원투가 민형의 얼굴을 가격 했다. 그리고 뒤 따르는 피니쉬 블로우. "바디 블로우를 먹어 봤느냐--------!!!!" "우왁!?" 휭- 큰소리와 함께 바람을 가르는 바디 블러우가 민형의 목부를 그대로 가격 했다. 순간 컥- 소리와 함께 민형의 입에서 허연 물이 튀어 나왔 다. "크윽......?" 눈이 돌아갈 정도의 강력한 바디 블로우. 민형도 복싱 선수의 연속된 펀 치는 견디기 힘들었다. 그러나 지훈은 틈을 주지 않았다. "뻗어라----!!" - 콰앙! 커다란 소리와 함께 머리 위에서 내려치는 스매시 블로우, 민형은 그대 로 땅바닥에 머리를 박으며 정신을 잃어 버렸다. "후우...... 후우......" 지훈은 땅에 쓰러진 민형을 내려다 보며 아까 발에 찍인 오른 쪽 복부를 어루 만졌다. "상당히 아프군......" 만약 민형이 다른 격투기를 몸에 익혔다면 상대하기 상당히 힘들었을 거 라 생각하면서 지훈은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았다. - 계속 - 『CD의 환상세계-일반소설 (go CDGGAM)』 65번 제 목:[중편L] ## 고교 3년생의 사랑 ## -31 올린이:cdggam (임달영 ) 96/11/21 12:37 읽음:6465 관련자료 없음 ----------------------------------------------------------------------------- ## 고교 3년생의 사랑 ## PART-31 "으음......" 지영은 천근과도 같이 무거운 자신의 몸을 느끼며 눈을 떴다. 눈을 뜨자 온몸의 여기 저기가 쑤시고 아렸다. 그녀는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한채 고 개를 돌려 시계를 쳐다 보았다. "!?" 벌써 늦은 저녁이 되어 있었다. 오늘이 어제인지 오늘인지 잘 분간이 되 지 않았다. 만약 하루가 지났다면 학원을 결근하고 만 것이다. 갑자기 정 신이 번쩍 들었다. 지영은 재빨리 몸을 일으키려고 했다. "아, 아야야야......" 몸이 쿡쿡 쑤신 나머지 지영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신음 했다. 그녀는 차 츰 정신을 차리고 자신이 오늘 학원을 빼 먹었다는 것을 확인 했다. 그리 고 줄곳 하루동안 정신 없이 잠을 잤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오빠는 어디 로 갔는지 보이지 않았고...... 지영의 마음은 침울 했다. '이제 어떡하지......' 지영은 갑자기 눈물이 나왔다. 오빠가 민형의 존재를 알아 차렸으니 가 만 있지 않을 것이다. 오빠에게 맞는 것은 익숙해져 있다. 하지만 아무것 도 모르는 민형이 자신의 오빠 때문에 어떠한 피해를 당할지 모른다고 생 각하니 마음이 무거웠다. '설마?' 순간 지영을 불현 듯 스쳐 지나가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설마 오빠가?' 그럴리는 없겠지만...... 설마 그럴리는 없겠지만, 지영은 아픈 몸으로 억지로 일어나 재빨리 옷을 입었다. 오빠가 없다. 학원에 갔을지도 모른다 는 불길한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예전부터 지훈은 지영에게 접 근하는 남자를 용서하지 않았다. - 벌컥 순간 문이 열리고 지영은 그 자리에서 마네킹 처럼 굳어 버렸다. 문을 열어제친 지훈이 일어서 있는 지영에게 물었다. "어디 가려는 거야. 몸은 이제 괜찮냐......?" "오,오빠......" 지영은 떨리는 목소리로 속삭이듯 대답했다. "오빠를...... 찾으려고......" "왜 네가 나를 찾아? 내가 어디에서 어떻게 돌아다니던 너는 신경 쓸 것 없어." "......" 지훈이 성큼 성큼 방안으로 들어왔고 지영은 기가 죽어 얌전히 자리에 다시 앉았다. 지훈은 방안으로 들어와 잠바를 던져 놓고 대뜸 입을 열었 다. "학원에는 내가 전화 했다. 몸이 아파서 못 간다고 했어. 토요일날 보충 하라더라." "하,학원에 가셨어요?" 지영이 반사적으로 되묻자 지훈은 그런 지영으르 빤히 바라 보았다. 지 영은 분명히 지훈이 민형의 만남을 염려하고 있는 듯 했다. "갔었다." "!" 지영의 얼굴이 창백해 졌다. "그리고 정민형 이란 녀석을 만났지. 잘 말해 뒀으니까 너도 이제 그 녀 석 만나지마." "......!" 순간 지영이 표정이 울상으로 변했다. 역시, 역시 오빠가 민형을 만나고 온 것이 분명했다. 갑자기 지영의 눈시울이 뜨거워 지기 시작했다. "오,오빠...... 민형씨한테 무슨 짓을 했어요......" 지영이 훌쩍훌쭉 울면서 묻자 지훈이 오히려 큰 소리로 화를 냈다. "무슨 짓이라니!? 이 오빠가 무슨 흉계라고 꾸몄단 말이야!!" "그,그런건 아니지만......" 겁도 나고 서러워 어쩔줄 모르며 지영이 욱욱 울음을 터트렸다. 그러나 지훈은 그런 지영에게 콧방귀를 뀔뿐 전혀 가책 없는 표정으로 중얼 거렸 다. "어쨋든 모든건 내가 다 해결해 놨으니 넌 이제 그 꼬마녀석 만나지마! 이 미친년아, 아무리 남자가 없어도 그렇지 6살이나 어린 고교생과 연애질 이야!? 너 그렇게 배알이 없어!?" "미,민형씨는 좋은 사람이예요...... 오빠는 잘 몰라서 그래요......" "그 씨자 소리 빼!! 헤어지라면 헤어지는 거지 웬 잔말이 그리 많아!" 지영이 울면서 대답하자 지훈은 열이 뻗쳐 큰소리로 윽박 질렀다. 지영 은 훌쩍훌쩍 울면서 어찔할바를 모르고 고개를 떨구고 있었다. 그런 지영 의 태도에서 지훈은 더욱 불쾌함과 분노, 그리고 질투심이 일기 시작했 다. 예전부터...... 고교때도 대학때도 몇몇의 남자들이 지영을 ?아 왔지 만 모두 지훈의 손으로 묵사발 내버렸다. 그러나 지영은 울지 않았다. 그 사람들을 염려하기는 했지만 헤어졌다고 울거나 서러워 하지 않았다. 지영 은 아직까지 정식으로 사람을 사귀어 본적도 없었다. '크......' 하지만 이번은 달랐다. 민형과 자신을 갈라 놓은 지훈에게 지영은 강한 원망을 표시하고 있었다. 지금까지의 지영은 시키는대로 따르고 순종할뿐 자신의 감정을 조금이라도 들어내지 않는 아이였다. '그렇게 정민형이라는 놈이 좋단 말이냐......' 지훈은 이가 갈렸다. 그리고 민형에 대한 맹렬한 질투가 끓어 올랐다. ------------------------------------------------------------------- "어머나? 정민형? 너 왜 이래? 너 누구한테 맞았니?" 비틀거리면 집안으로 기어 들어온 민형을 알아본 민형의 엄마 희연이 믿 을 수 없다는 듯이 두눈을 크게 뜨고 외쳤다. 아들 민형이 이 정도로 얻어 맞고 들어온 것은 정말 오랜만의 일이었다. "너 또 어딘가의 패 싸움에 말려든거냐? 도대체 어떻게 된거야?" "......" 다그쳐 묻는 희연에게 대답할 생각도 않고 민형은 그저 성큼 성큼 집안 으로 들어가 신발을 아무렇게나 벗어 던졌다. 그 민형의 태도가 심상치 않 아 희연이 다시금 외쳤다. "야! 정민형?" 그러나 민형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2층 자기 방으로 걸어 올라갔다. 지 금 민형은 상처의 아픔보다 유지영 선생님이 걱정되어 미칠 지경 이었다. '그 자식......' 복싱. 한 번만 더 싸워 본다면 반드시 이길 수 있다. 민형은 이렇게 속으 로 되뇌이며 방안으로 들어가 책 가방을 침대위에 내 던졌다. '그게 복서의 펀치란 말인가......' 한발 한발 맞을 때 마다 뼈마디가 아리고 정신이 몽롱해 지는 주먹. 그 야말로 어디를 때려야 가장 상대방에게 아픔을 줄 수 있을지를 잘 계산한 공격 들이었다. 익숙한 발놀림의 현란한 움직임이 눈 앞에서 아른 거렸 다. '그것이 복서...... 놈은 프로일지도......' 민형은 착찹한 기분으로 이불을 뒤집어 썼다. 졌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싸움에서 진 경험이 얼마나 될까, 하지만 민형은 진 것이 분하지 않았다. 비록 얼떨결에 지기는 했지만 지훈과의 싸움에서 민형은 자신의 모든 힘 을 내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지훈이 유지영 선생님의 오빠라는 사실이 누 가 뭐래도 마음에 걸렸던 것이다. '그런 녀석과 또 다시 만나게 된다면 어떻게 싸워야 한단 말인가.. ....' 민형은 마음이 착찹 했다. 만약 그를 때려 돕힌다 해도 과연 뒷일을 책 임 질수 있을까? 민형은 여러 가지 복잡한 심정에 잠겨 자리에서 일어 났 다. 그리고 문을 열고 아래층으로 내려 갔다. "야, 정민형?" 그때 주방에 있던 희연이 민형을 알아보고 다가왔다. "우찌 된거야? 너가 이렇게 맞고 들어온 것은 참 오래간 만이다." "그만해 두세요. 난 지금 기분이 않좋아요." "뭐야 너...... 시시하게 시리......" 민형은 궁금해 하는 엄마를 제쳐 두고 전화기만을 달랑 든채 다시 2층 자신의 방으로 올라 왔다. 그리고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유지영 선생님 의 집에...... - 뚜르르르르 - 뚜르르르르 몇번의 신호음이 그렇게 길게 느껴진건 처음 이었다. 잠시후 딸칵 소 리와 함께 유지영 선생님의 집쪽에서 전화를 받았고 민형은 긴장했다. "여보세요?" 그안에서는 저주스러운 지훈의 목소리가 흘러 나왔던 것이다. 민형은 순 간 왈칵 화가 치밀어 올랐다. "유,유지영 선생님 바꿔줘!" << ...... 뭐야 너 고교생 녀석 아니야!? >> 저쪽에서도 민형의 목소리를 알아 듣고 목소리가 일그러졌다. 순간 수화 기 저편에서 유지영 선생님의 목소리가 들렸다. << 오빠, 나, 나 바꿔 주세요. >> << 비켜! >> 짝 소리와 함께 유지영 선생님의 목소리가 조용 해 졌다. 그와 함께 민 형의 분노도 머리 끝까지 달아 올랐다. "야!! 이 개 자식아-------------!!!" 그 큰 목소리가 수화기를 통해 지영의 귓가에도 들려 왔다. 지영은 민형 의 목소리를 듣고 고개를 들었다. 그녀는 얼마나 울었는지 두 눈이 뻘겋게 부어 있었다. "서,선생님을 바꿔줘 이 나쁜놈------!!" << 어린 것이 말하는 것 하곤!! 다시는 전화 하지마 새꺄!! 니 주제를 알아야지!! >> 쾅- 소리와 함께 전화가 끊겼다. 민형은 들고 있던 수화기를 일그러 뜨 릴 듯이 힘을 주며 이를 바득 바득 갈았다. 개자식...... 개자식...... 이 제는 참을 수 없다. 인간 정민형 드디어 한계에 다달았다. "죽여버리고 말테다!!" - 계속 - 『CD의 환상세계-일반소설 (go CDGGAM)』 66번 제 목:[중편L] ## 고교 3년생의 사랑 ## -32 올린이:cdggam (임달영 ) 96/11/26 17:17 읽음:6436 관련자료 없음 ----------------------------------------------------------------------------- ## 고교 3년생의 사랑 ## PART-32 온몸에서 피가 역류할 정도로 민형은 흥분한채 쿵쾅쿵쾅 계단을 뛰어 내 려갔다. 아래 층에서 TV를 보고 있던 희연은 깜짝놀라 고개를 들어 흥분한 자신의 아들을 바라 보았다. 지난 반년동안 잠잠했던 민형의 본 모습을 오 랫만에 상기시킬만한 일이 일어 난 듯했다. "미,민형아 왜 그래?" 민형이 화나면 무섭다. 희연은 비록 자신이 어머니의 입장이긴 하지만 반쯤 겁먹은 얼굴로 더듬 거리며 물었다. 갑자기 민형이 자리에 우두커니 서 있다가 또다시 2층으로 쿵쾅쿵쾅 뛰어 올라갔다. 민형의 방문이 벌컥 열리고 안으로 들어간 민형은 잠시동안 조용했다. "......" 불안한 마음으로 2층을 바라보며 가슴을 졸이는 희연은 죽을 맛 이었 다. 누구를 닮아 난폭한 민형은 지난 반년간은 어떤 결심을 했는지 매우 얌전 했었다. 매일 하고 들어오는 싸움도 하지 않고 울컥 하던 성미도 많 이 가라 앉았었다. 순간 방문이 벌컥 열리고 민형이 모습을 들어내었다. "민형아!?" 그와 함꼐 놀란 희연이 기겁을 하며 아들의 이름을 외쳤다. 검은 가죽 장갑, 그것은 손가락 관절마다 찡이 박혀 있는 일면 전투용 장갑 이었 다. 계절에 맞지 않은 검은 가죽 잠바까지 입고...... 하지만 그런 것 보 다 더욱 희연을 당황하게 만들었던 것은 아들의 눈이었다. 얼마동안 부드 러웠던 아들의 눈이 마치 예전에 그 귀신과 같은 섬쓺한 눈빛으로 되 돌아 와 있었던 것이다. "저 나갔다 올께요." 민형이 부릅뜬 두 눈으로 희연을 바라보며 이렇게 중얼 거렸다. 이럴수 가, 한동한 잠잠하더니 또 어딘가에서 패싸움이라도 하는 것인가? 그러고 보니 민형은 상처를 입고 들어 왔다. 혼자서 폭주족과 싸웠다던가 어떤 학 교에 조직과 맞붙었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지 않으면 멀쩡히 들어 왔을 것이다. 민형이 제일 무서울 때는 원한으로 인해 광분 했을 때이다. "안된다! 또 다시 싸우려는 거냐? 네가 요즘에 착실해 져서 엄마는 매우 기뻤단 말이야!" 그런 희연을 돌아보는 민형의 눈은 얼음과 같이 차가 왔다. 희연은 차마 민형을 붙잡지는 못하고 안타까운 목소리로 외쳤다. "가,가지마라 민형아. 네가 가면 나는 또 엄청난 치료비와 보험료를 물 어야만 하잖아! 네가 그런 기세로 가면...... 넌 마치 살인이라도 할 기세 로구나!" "......." 큰소리와 함꼐 어머니와 아들의 시선이 오고 갔다. 잠시 동안의 침묵, 희연은 그런 민형의 침묵이 더 없이 답답했다. "나,나도 싸우고 싶지 않아요...... 나도 착해 지고 싶었어요. 3학년 이 되었으니 얌전해 지고 싶었어요...... 대학에 못가도 내 앞가림을 내 가 하고 싶었다구요......" 주먹을 불끈 쥔 민형이 하소연 하듯 중얼 거렸다. "하지만......" 어머니에게 이런 모습을 다신 보여드리고 싶지 않았지만...... "하지만 오늘은 싸우지 않으면 안돼요!!! 엄마! 보험금이든 치료비든 준비해 놔요!! 미안해요!!" "미,민형아!!!" 만류하는 희연을 뒤로 하고 쾅 소리와 함께 대문이 열리고 민형이 뛰 쳐 나갔다. 정민형 서울 전역의 고교 폭력 써클을 제압은 고교 폭력계에 경계 대상. 폭력계에서 그 이름을 모르는 고교생이 없을 정도의 유명인 이다. << 죽여 버리겠어! >> 그런 민형의 빨간 불은 이미 멈출 수 없는 곳에 도달해 있었다. ------------------------------------------------------------------- 지영은 울고 있었다. 자신의 모든 것이 오늘 무너져 내리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오빠가 학원에서 무슨 짓을 하고 왔는지는 불보듯 뻔한 일이다. 민형씨에게 심한 짓을 했거나 때려 돕혔을 것이다. 지금까지 자신에게 접 근했던 모든 남자들에게 그래 왔듯이 오빠는 또 똑같이 민형씨를 괴롭히고 집으로 돌아 왔을 것이다. "흑흑......" "재수 없게 울지마!!" 우는 지영에게 지훈이 빽 소리 쳤다. 분했다. 비록 정민형이라는 놈을 혼내주긴 했지만 뒷 맛이 개운 하지 않았다. 그 눈, 고등학생이면서도 꺽 이지 않고 대항하려는 그 눈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다른 녀석들 처럼 꼬 리를 내리고 겁에 질려 도망치지도 않았다. 맞서 싸우는 용기, 그리고 당 한후에도 집에 전화를 하는 그 배짱. 지훈은 민형이라는 고교생에게 묘한 두려움과 함께 맹렬한 질투심이 솟아 올랐다. "제길......" 그런 민형을 두둔하고 있는 지영 역시 오늘은 너무나 미웠다. 어째서, 어째서 지영은 오빠인 자신을 두둔하지 않는 것일까. 자신이 오빠인데.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해서 지영을 키워 왔는데...... 지영이 좋은 대학에 들어가서 행복한 남자를 만나길 바랬는데....... 그런 생각에 집착하게 된 자신이 지훈은 미웠다. 다른 사람은 모두 자신을 멀리 해도 지영만은 자신 을 이해해 주기를 바랬던 것이다. '지영이 나를 원망할 정도로 좋아하는 그녀석......' 지영이 슬퍼하면 슬퍼 할수록 지훈도 더욱 민형에 대한 증오심이 불타 올랐다. << 그 녀석의 존재 자체가 없어졌으면! >> 살인, 그런 섬쓺한 생각은 해본 적이 없지만 지금 지훈의 심정은 그것과 도 같았다. 그 녀석을 죽여서라도 지영의 미련을 끊을 수 있다면, 지영이 다시 자신만의 동생으로 돌아 올 수 있다면 무엇이라도 할 수 있을 것 만 같았다. 쾅쾅- 순간 누군가가 큰소리로 문을 두들기기 시작했다. 깜짝 놀란 지영이 벌떡 몸을 일으키려 하는 순간 그녀보다도 훨씬 빠르게 지훈이 일어섰다. 지훈 은 당황하는 지영을 뒤로 밀쳐 놓고 재빨리 방문을 열고 현관으로 뛰어나 갔다. "선생님!!" 민형의 커다란 목소리가 들렸고 방안에 있는 지영이 기겁을 했다. 설마 민형씨가? 그가 이곳까지 온것인가? "선생님 나오세요!! 밖으로 나오세요!!" "민형씨!?" 그와 함께 지영의 귓가에 콰지직 커다란 쇳소리가 울렸다. 동시에 민 형은 자신의 눈앞에서 부서져 날아가는 철문과 함께 모습을 들어낸 지훈 을 볼 수 있었다. 지훈의 두눈은 아귀같이 새빨갛게 달아 올라 있었다. "이 애송이......" "나왔구나 이 자식--------!!" 민형은 지훈을 보자마자 숨 쉴틈도 주지 않고 그대로 주먹을 날렸다. 여기까지 오면서 수 없이 이를 갈았다. 선생님의 오빠고 뭐고 가만두지 않겠다고 맹세했다. 갈데까진 간 민형의 인내심이 지훈의 얼굴을 보자 마자 폭발했다. 퍽- 큰소리와 함께 지훈의 몸이 기우뚱 흔들렸다. 민형의 주먹에 정통으로 얻어맞은 지훈이 마당쪽으로 나가 떨어지면서 입가에서 피를 뿌렸다. 동 시에 지영은 마악 마당으로 뛰쳐나오다가 피를 흘리며 쓰러지는 오빠의 모 습을 보았다. 그리고 난폭하게 대문을 박차고 들어오는 민형의 모습도 보 았다. "아......?" 그것은 마치 정지 화면처럼 지영의 두눈에 박혔다. 쓰러지는 오빠와 살 기에 젖어 주먹을 쥐고 있는 민형의 악마 같은 모습. 그 두 남자의 모습이 지영의 두눈에 똑똑히 박혔다. "이자식------!!" "으악!" 쓰러진 지훈의 머리를 달려오던 민형이 그대로 걷어 차 버렸다. 우지끈 소리와 함께 지훈의 얼굴에서 하얗고 딱딱한 것이 튀어 나왔다. 그것은 지 훈의 이빨이었다. "꺄아아악--------!!" 순식간에 흉칙한 몰골이 된 지훈을 향해 지영이 정신없이 비명을 질렀 다. 도대체 뭐가 어떻게 된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눈앞에 민형이 있고 자신의 오빠가 피투성이가 되어 땅바닥에 나뒹굴고 있었다. 순식간에.. .... 너무나 순식간에 일어난 예상치 못한 일들...... "선생님 저리 비켜요!!" "민형씨!" 갑자기 지영의 눈앞으로 다가온 민형이 그녀를 거칠게 밀어 버렸다. 지영은 엉덩방아를 찧을 뻔한 것을 가까스로 벽에 어깨를 부딪쳐 균형을 잡았다. 뒤를 이어 민형이 오른발을 들어 지훈을 밟아 버리려고 했다. "크윽!!" 위급한 상황에 지훈은 재빨리 두손으로 민형의 발을 붙잡아 꺽어 버 렸다. 균형을 잃은 민형이 쿵- 소리와 함께 땅바닥에 쓰러지고 지훈이 벌떡 일어났다. 일어난 그의 얼굴은 이미 피 범벅이 되어 있었다. "이,이자식!! 이 고등학생 자식이!!!!" "개새끼!! 뭐라고 지껄이는 거야!!" 벌떡 일어난 민형이 욕을 퍼부으며 지훈을 향해 달려 들었다. 순간 민형 의 눈앞에 실날같은 지훈의 잽이 스쳤다. 대단한 속도의 잽. 민형은 반사적 으로 그것을 피하기 위해 허리를 틀었다. - 카악 "!!!!" 허리를 트는 순간 민형은 오른쪽 귀밑에 엄청난 통증을 느끼며 몸을 한 바퀴 돌려 쓰러졌다. 고막이 파열됐는지 얼얼한 것이 잠시동안 눈앞이 빙 글빙글 돌았다. 바닥에 쓰러진 민형이 정신을 차리기 위해 재빨리 4발로 기어 대문을 빠져 나갔다. 바깥으로 나간 민형은 통증을 줄이기 위해 신음 하며 데굴데굴 굴렀다. 엄청난 충격. 머리가 울리고 배속에 있는 것이 모 두 토해질 것만 같은 통증이 일었다. 그뒤를 성난 지훈이 따라 나왔다. 그 때쯤 민형은 숨을 몰아쉬며 가까스로 일어난 뒤였다. "내가 그렇게 경고 했는데 이곳에 와!? 넌 오늘 죽었어!!" "다,닥쳐 이 개새끼야......" 주먹을 쥐어 보이며 협박하는 지훈을 향해 민형이 오기 어린 눈으로 비 아냥 거렸다. 그때 뒤 ?아 나온 지영이 지훈을 붙잡으며 울면서 외쳤 다. "오빠! 오빠 그만해요! 민형씨는 고등학생이예요!!" "시끄러! 비켜!" 말리는 지영을 과격하게 밀어내며 지훈이 소리쳤다. 지영이 자리에 털 썩 무릎을 꿇는 순간, 그순간 민형의 두눈이 번쩍였다. "으아--------!!" "쿠억----!?" 지훈이 지영에게 잠시 한눈을 파는 순간. 민형은 그대로 공중으로 날아 올라 지훈의 복부에 오른발을 힘껏 꽂아 넣었다. 그 공격에 지훈은 아랫 배를 움켜 잡으며 털썩 주저 앉았다. 그러나 민형은 멈추지 않고 오른발 을 번쩍 들어 지훈의 뒷통수를 콱- 찍어 버렸다. 엄청난 데미지를 견디지 못한 지훈이 땅바닥에 얼굴을 떨구며 쓰러졌다. '이,이 엄청난 충격......?' 이것은 일반 고교생이 줄 수 있는 데미지가 아니다. 지훈은 아찔한 기분 으로 오락가락하는 정신을 바로 잡기 위해 애썼다. 그 옆에서 지영은 벌벌 떨며 어쩔줄 몰랐다. "선생님......" 지훈이 쓰러지자 귀밑에서 줄줄 흐르는 피를 내버려 둔채 민형이 지영에 게 고개를 돌렸다. "선생님, 이런 자식 때문에 저랑 헤어지는건 아니죠?" 민형의 표정은 비장했다. 그리고 그 무서운 얼굴은 지영을 더욱 두렵게 만들었다. 보통때의 상냥한 민형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선생님 대답해 봐요! 선생님!!" "으아!!!" 외치는 민형과 동시에 벌떡 일어난 지훈이 민형의 허리를 붙잡고 앞으 로 쓰러졌다. 갑작스럽게 균형을 잃은 민형이 지훈을 위로 두고 쓰러지는 순간 얼굴에 수없이 많은 날카로운 펀치가 작열했다. "죽어!! 죽어 이 건방진놈!!!" 지훈은 광거어린 얼굴로 깔아 뭉갠 민형의 얼굴을 마구 난타하기 시작 했다. 민형은 지훈의 아래에서 쿨럭 거리며 피를 토했다. 입술이 터지고 눈이 터졌다. 한발 한발이 엄청난 무게와 타격, 민형은 정신이 없었다. "오빠 그만둬요!!" 지영이 두려움에 질려 지훈을 향해 외쳤다. 하지만 말릴 수가 없었 다. 너무나 무서워서 말릴수가 없었다. 지영은 두눈에서 줄줄 흐르는 눈 물을 닦지도 못하고 울부짖었다. "그만두란 말이예요---------!!" "우왁!!!" 동시에 지훈이 때리던 오른손을 움켜 잡으며 비명을 질렀다. 그리고 그 런 지훈의 밑에는 커다란 살점을 물고 있는 민형의 이빨이 일었다. 얻어 맞던 민형이 필사적으로 지훈의 주먹을 붙잡아 물어 뜯었던 것이다. "이, 지, 지독한놈......!!" "닥쳐! 싸움은 지독해야 하는거야 이 연약한 놈아!!" 이번엔 민형쪽에서 피투성이가 되어 오른 발로 지훈의 얼굴을 걷어 찼 다. 계속해서 2단,3단 돌려차기. 그 긴 리치에 지훈은 반격도 못하고 두 손으로 가드를 하기에 바빴다. "칵------!!" "우억!!" 가드가 얼굴로 몰린 것을 노린 민형의 돌려차기가 정확하게 지훈의 복 부로 ?혔다. 조금전 첫 번째 공격을 당한 후 지훈의 복부는 상당한 충격 이 쌓여 있는 채였다. "끄악!" 고통을 이기지 못한 지훈이 배를 움켜잡고 뒹굴기 시작했다. - 계속 - 『CD의 환상세계-일반소설 (go CDGGAM)』 67번 제 목:[중편L] ## 고교 3년생의 사랑 ## -33 올린이:cdggam (임달영 ) 96/11/30 12:25 읽음:6615 관련자료 없음 ----------------------------------------------------------------------------- ## 고교 3년생의 사랑 ## PART-33 "이걸 끝장내야지!!" "우왁!!" 피투성이의 얼굴을 민형이 구둣발로 걷어차자 지훈은 비명을 지르며 데 굴데굴 옆으로 굴러가기 시작했다. 민형은 그런 지훈은 ?아가며 얼굴을 발로 차고 마구 밟았다. 콱콱- 소리가 울리고 지훈은 가뿐숨을 몰아쉬며 바닥에 늘어졌다. 그러나 민형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쓰러진 지훈을 두 손으로 붙잡아 울리고 무릅으로 복부를 걷어 찼다. "꾸웩!" 허연물이 지훈의 입에서 흘러 나왔다. 계속해서 민형은 지훈의 얼굴에 주먹을 날려다. 충격에 의해 나가떨어지는 지훈을 바라보며 민형이 허억 허억 가뿐 숨을 몰아 쉬었다. "더 할래......" 입에서 흐르는 피를 거침없이 닦으며 민형이 중얼거렸다. 그의 거친 숨 소리가 지영과 지훈의 앞에서 길게 퍼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지훈은 항복 하지 않고 비틀비틀 자리에서 일어났다. 지훈은 악에 받쳐 당장 눈앞에 민 형을 흠씬 두들겨 줘야 겠다는 생각밖에 나지 않았다. "더 하라니......" 풀린 눈으로 민형을 노려보며 지훈이 소리쳤다. "그럼 벌써 끝날줄 알았어--------!!" "!!!" 지친 와중에도 돌격해오는 지훈, 그 순간적인 대쉬력은 민형을 당황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갑자기 거리가 ?혀지자 민형은 깜짝놀라 뒤로 비켜서려 고 했다. "어딜 가!!" - 쾅 큰소리와 함께 민형의 얼굴이 옆으로 돌아가고 지영이 꺄악 비명을 질렀 다. 지훈의 두손이 회오리 처럼 민형의 얼굴과 몸을 가격했다. 민형을 때 면서 지훈은 생각했다. 이 어린놈을...... 이 어린놈을 돕히지 못하고 이 렇게 까지 고전해야 하는 자신에 대해 생각했다. "쿠왁!?" 순간적으로 지훈은 자신을 의심했다. 반짝 하는 순간에 쳐들어온 민형 의 주먹. 그 주먹이 자신의 턱을 갈기고 온몸의 밸런스를 흐트려 뜨렸던 것이다. 그리고 돌아간 얼굴을 바로 잡는 순간 눈앞에는 번쩍이는 두 눈 에 민형이 있었다. 그가 헉헉 거리며 돌진하고 있었다. "언제까지 그런 나약한 주먹에 맞을거라고 생각해!" 접근하는 민형이 무서웠다. 지훈은 소름이 돋는 자신을 느끼며 주춤 뒷걸음질 쳤다. 고교생, 눈앞에 있는 녀석은 고교생일 뿐이다. "앙--------------!!" 큰 기합과 함께 민형의 주먹이 지훈의 턱을 또다시 후려쳤다. 맞는 순 간 고막이 울려 아무것도 들리지 않을 정도의 강타였다. 그리고, 그리고 지훈은 후들거리는 다리를 견디지 못하고 자리에 쓰러졌다. 이 고교생을 이길 방법이 없단 말인가...... 같이 때리고, 같이 맞는데 왜 내가 이기 지 못하는 거지, 왜 이따위 고교생 녀석에게 깨져야 하는거지? "우우......"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 지훈은 자리에 무릎을 꿇었다. 정민형. 대단 한 놈. 쉬었다고는 하지만 4회전 짜리 프로를 돕힐 정도의 고교생. 그는 이미 지훈의 상대가 아니었다. 지훈은 아른한 기분으로 자리에 털썩 쓰러 지고 말았다. '이겼다!' 민형의 머리속에서 번쩍 떠오르는 승리의 예감, 맞을 만큼 맞았고 때릴 만큼 때렸다. 적은 쓰러지고 반격의 기미는 아직 없다. 언제나 격투끝의 상대방의 앞에 서 있던 것은 정민형 자신 이었다. '그렇다면!' 민형의 몸이 움직였다. '그렇다면 저 놈을 반 죽여야 한다!!' 항복을 한 상대라도 언제든지 복수를 하려고 한다. 그런 상대를 묵사 발을 만들어 정신에 겁을 심어주는 것은 싸움의 기본. 민형은 오랫동안 의 습관처럼 쓰러진 지훈을 공격하기 위해 반사적으로 돌진했다. '다시는 내 앞에 나타나지 못하게!' 민형은 현재 정상적인 이성을 찾지 못했다. "다시는 유지영 선생님을 괴롭히지 못하게 박살을 내줄테다--------!!" 외치며 돌진하는 순간 민형의 주먹이 부르르 떨렸다. 가속을 가하던 주 먹이 멈추었을 때 떨리는 이 현상. 민형은 자신을 막아선 누군가의 앞에서 용도를 잃은 주먹을 치켜 올린채 막연히 중얼 거렸다. "안돼요......" 그의 앞에는 지영이 있었다. "더 이상은 안돼요......" 눈물을 흘리는 그녀가, 원통하다는 듯이 입술을 깨문 지영이 민형의 앞 애서 두팔을 벌리고 서 있었다. 그녀는 서럽운 기분을 달래지 못하고 욱욱 거리면서도 반항적인 표정으로 민형을 막아서고 있었다. 그 공격적인 표 정, 한 번도 보지 못한 유지영 선생님의 화난 모습에 민형은 충격을 받았 다. "왜......" 왜 막아서는 거야. "왜 막는거예요 선생님--------!!!" 답답함과 함께 분노가 밀려 왔다. 자신을 막고 있는 지영의 앞에서 민형 은 무서운 표정으로 눈을 부라렸다. 어째서 저 녀석의 편을 들어 주는 거 야. 그렇게 무리한 요구와 괴롭힘을 가한 저 녀석을 왜 감싸주는 건지 민 형은 알 수 없었다. 자신을 괴롭히는 적을 감싸주다니 민형에게는 절대 이 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비켜요------!!" 민형은 큰소리로 외치며 한팔을 휘둘렀다. 하지만 지영은 비키지 않았 다. 그녀는 절대 비키지 않으려는 듯이 입술을 깨문체 고개를 흔들었다. "민형씨는 이미 이겼잖아......" 지영의 두눈에는 슬픈 눈물이 가득 흐르고 있었다. "이미 충분히 강함을 보였잖아요. 이제 그만해요...... 민형씨가 이겼다 고요......" 그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민형은 고개를 흔들며 큰 소리로 외쳤다. "하지만 아직 끝나지 않았어요! 이대로 끝나면 저놈이 복수심으로 선생 님을 괴롭힐거예요! 저 비열한 성품으론 분명해요!! 여기서 완전히 기를 꺽지 않으면 우리가 당한다구요!!" "그건 민형씨 생각이예요!! 민형씨는 미쳤어요!!" "!!!!" 미쳤어......? 한순간...... 한순간 민형은 머리속이 새하얗게 변하며 귀 속으로 웅웅 바람 소리가 들려왔다. 유지영 선생님이...... 그 상냥하 던 유지영 선생님이 분한듯한 얼굴로 자신을 질책하고 있는 것이다. 민형 은 갑자기 온몸에 힘이 쫘악 빠졌다. "민형씨는..... 민형씨는 자신의 강함에 빠져서 약한자를 감싸줄 줄 몰 라요...... 민형씨가 얼마나 강한지는 모르지만......" 견딜 수 없다는 듯이 지영은 울기 시작했다. 민형이 자신을 위해서 이곳 까지 와준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지만. 누구 때문에 민형이 싸웠고 저런 상처를 입었는지 누구보다도 잘 아는 그녀 였지만...... "하지만...... 하지만 우리 오빠란 말이예요! 고아였던 우리 남매, 나를 키워주고 학교까지 포기하면서 나를 공부시켜준건 우리 오빠란 말이예요! 내가 열심히 공부 할 수 있도록 대학에 넣어주고 내가 학교에서 편하게 공 부할 때 더운 여름에도 추운 겨울에도 막노동, 많지 않은 파이트 머니로 학비를 대어준건 바로 우리 오빠란 말이예요-----!!" 그 말을 똑똑히 새겨들으면서 민형은 모든 것이 무너지는 듯한 기분이 들 었다. 학원,미래, 유지영 선생님...... 그리고 자신. 모든 것이 무너지는 기분과 함께 허무함이 밀려왔다. 약자를 배려하지 않는 마음. 미친 광기와 흉폭성, 민형은 정신없이 지영이 한말과 머리속에서 떠오르는 생각들을 마 구 섞으며 복잡한 마음으로 멍하니 서 있었다. "나는 언제나와 같이 상냥했던...... 그런 민형씨가 보고 싶어요. 그런 민형씨가 좋다구요......" 그녀의 울음섞인 목소리와 함께 민형은 자신이 끼고 있던 검은 가죽 장 갑을 벗었다. 찡에 의해 달칵 달칵 소리가 나는 가죽장갑을 벗으며 민형 은 자포자기 한 듯이 빙그레 웃었다. "그래요 선생님. 내가 바보죠." 가죽 장갑을 땅바닥에 떨어뜨리며 민형이 고개를 들었다. 순간 지영은 가슴이 찢어지는 듯한 큰 아픔을 느낄 수 있었다. 고개를 든 민형, 그 웃 고 있는 민형의 두눈에는 적지만 눈물 흐르고 있었다. "어처구니 없는 상상 따위를 했던 내가 바보죠. 어차피 현실이란 꿈처럼 이루어 질 수 있는게 아닌데요...... 하하" "미,민형씨...... 나, 나는" "됐어요!!" 갑자기 벌컥 소리치는 민형의 외침에 지영은 뜨끔하여 입을 다물었다. 그 얼굴이, 그 원통하 듯한 민형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난...... 어차피 불량배니까!! 난 사회의 낙오자니까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요!! 어차피 난 난폭해요! 어차피 나,나는......" 민형의 슬픔 마음과 괴로움이 전해져 왔다. 그의 오해는 얼마나 큰 것 이었는지, 그의 실망이 얼마나 큰것이었는지 지영은 그때서야 비로서 깨 달았다. 민형은 질책한 것은 그의 심한 행동을 멈추게하기 위해서 였다. 그게 이유의 전부였다. 민형은 끓어 오르는 원통함과 슬픔을 차다고 가까 스로 한마디 했다. "그럼 안녕히 계세요 선생님." 민형은 고개를 꾸벅 숙인 후 등을 돌렸다. 그리고 터벅터벋 고개를 걸 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민형씨......" 이러지도 저리지도 못할 상황에서 지영은 큰소리로 외쳤다. "민형씨 돌아와요!! 민형씨 나는 다만 오빠를......!! 민형씨!!" 지영이 울면서 외쳤지만 민형은 뒤 돌아보지 않았다. 그 큰등, 검은 가 죽잠바밑에 그의 큰등만이 쓸쓸한 모습으로 지영의 시선을 받아 들이고 있 을 뿐이었다. "민형씨------------!!!!" 서러움에 북받친 지영이 그만 커다랗게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그날은 민형에게도 지영에게도...... 그리고 지훈에게도 그다지 유쾌한 저녁이라 할 수는 없었다. - 계속 - 『CD의 환상세계-일반소설 (go CDGGAM)』 69번 제 목:[중편L] ## 고교 3년생의 사랑 ## -34 올린이:cdggam (임달영 ) 96/12/07 19:28 읽음:6406 관련자료 없음 ----------------------------------------------------------------------------- ## 고교 3년생의 사랑 ## PART-34 "빨리 쫓아가!" "!?" 갑작스런 지훈의 외침에 놀란 지영이 두눈이 휘둥그래져 쓰러져 있는 오빠를 바라 보았다. 지훈은 피투성이가 된채 비틀거리며 자리에서 일어 나 지영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안갈꺼냐. 너 정말 안가도 괜찮은거냐?" "으응......?" 지영은 눈물과 당혹함 그리고 얼떨떨함이 모두 섞인 얼굴로 우두커니 선 채 지훈을 쳐다보았다. 지금 오빠가 하는 말의 정확한 뜻이 지영에겐 잘 전달 되지 않았다. 지금 오빠는 지영 자신에게 민형을 ㅉ아가라고 하고 있 는 것이다. 영문을 모른채 멍하니 서있는 지영의 앞으로 다가온 지훈이 그 녀의 눈물 자국을 닦아주며 멋적은 듯이 중얼 거렸다. "빨리 가." "오,오빠" 지영은 여전히 실감이 가지 않는 얼굴로 욱욱 거리는 울음을 참고 있었 다. 그런 지영의 착찹한 얼굴을 바라보며 지훈이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 다. 잠시 고개를 숙이고 몇초간 아무말도 하지 않던 지훈이 이내 고개를 들고 지영에게 말했다. "네가 저놈을 쫓아가도 난 막을 수도 없어. 너도 봤다시피 난 졌잖아. 자, 이제 힘으로 이길 수 없으니 네뜻에 맡길게." 이렇게 말하며 지훈은 싱겁다는 듯이 피식 웃었다. 그 웃음은 조롱이나 자포자기의 것이 아닌 보다 큰 의미였다. 한순간 지영은 무거웠던 마음 이 환하게 밝아지는 느낌이 들었다. 동시에 또다시 눈물이 글썽글썽 맺 히기 시작했다. "오,오빠는 다쳤잖아요......" "됐어, 복서는 맞는데 익숙해. 그보다 너 그 녀석한테 그렇게 말했으니 빨리 따라 가봐야 되는거 아니냐. 그자식 나보다 몇배의 쇼크를 먹었을거 야. 얼굴이 하얗게 변해서 내려가던데......" "으응...... 하지만......" 지영은 기쁨 반 망설임 반으로 선뜻 지훈의 앞을 뜨지 못하고 우물쭈물 하기 시작했다. 오빠가 이런말을 하는 것은 태어나서 처음이었다. 자신을 만나러 온 남자를 쫓아가라고 하는 이런 말...... 지영은 아마 죽을 때 까지 들을 수 없을거라고 생각 했었다. "아, 빨리 안가!!" "아, 갈께요!" 지영이 영 자리를 뜨지 못하자 지훈이 벌컥 소리쳤다. 자신의 친절 함에 익숙하지 못한 동생 앞에서 우물쭈물 하다가는 영영 민형을 놓쳐버 릴 것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지훈이 소리치자 지영은 깜짝 놀 라 등을 돌리고 엉거주춤 뛰기 시작했다. 지영은 달리다 말고 걱정스러운 듯이 뒤를 돌아 보았다. "빨리가." 지훈은 자신은 걱정하지 말라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며 손을 까닥 거렸 다. 그제서야 주춤거리던 지영도 결심한 듯 언덕 아래로 서둘러 뛰어 내려 가기 시작했다. "후......" 지영이 시야에서 사라지자 지훈은 씁쓸한 표정으로 바닥에 돌맹이를 걷 어찼다. 그는 피가 뭉치고 범벅이된 얼굴을 팔 소매로 닦아내며 한숨을 내 쉬었다. "나도 참...... 그런 녀석한테......" 지훈은 혼자말로 중얼 거리며 하는 수 없다는 듯이 쿡쿡 웃었다. 조금전 까지만 해도 죽이고 싶을 정도의 살의가 어느새 온화하게 풀어져 있었다. 민형에게 얻어 맞고 쓰러지는 그 순간. 더 이상 녀석에게 반격할 힘이 남 아 있지 않다고 생각했을 때, 그런 상황의 자신 앞에서 기세 등등하게 서 있는 민형을 보았을 때, 바로 그때 거짓말처럼 모든 감정이 풀어져 버린 것이다. 그것은 일종의 동류애...... 지훈은 민형의 모습 속에서 자신의 모습을 본것만 같은 그런 느낌이 들었다. 자신이 지영을 지켜주려는 것처 럼 민형도 지영을 지켜줄 수 있을 것만 같은...... 이 남자라면 지영을 부탁해도 마음이 놓을것만 같은...... 그런 생각이. "그자식, 거 되게 쎄네." 지훈은 혼자서 히죽 웃으며 집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 . . . . . . . . 민형은 계속해서 걷고 또 걸었다. 언덕을 걸어 내려오는 그 길이 얼마 나 되는지도 생각이 나지 않을 만큼 무작정 걷기 시작했다. 눈물 따위는 나오지 않았다. 유지영 선생님에게 특별한 배신감이나 실망감 따위도 생겨 나지 않았다. 유지영 선생님과 있었던 얼마전의 일들은 모두 드라마나 소 설속에서 있었던 일들이라고 단정짓기로 했다. 여자란 그런 것이다. 여자 란 감정에 쉽게 쏠리고 또 그만큼 쉽게 이야기 하지만 결국은 민형 자신을 내버려 두고 마는 그런 존재라고 생각했다. 싫다, 싫다, 여자는 다 싫다. 유지영 선생님 바보 멍청이 위선자! 좋아한다고 말해놓고 모두 거짓말이었 던 거야! 결국 나보다 오빠가 더 좋은거다! 이렇게 바보 같은 생각을 늘어 놓는 자신이 한심하면서도 민형은 욱욱 울음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런 바 보 같은 생각...... 이런 바보 같은 생각 따위! "우우......" 제길, 짜증나게 왜 울음이 나오는거야. 정민형 18세 고교 3년생. 이제 울 나이는 지났지 않은가. 하지만 자기도 모르게 북받쳐 오르는 울음을 민형 은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제기라알-----------------!!!!" 더 이상 감정을 참을 수 없는 민형이 그만 길가에서 큰소리로 괴성을 지 르고 말았다. 선생님 따위! 선생님 따위!! 선생님 따위!! 민형은 미친 듯이 속으로 그렇게 되뇌었다. "선생님......." 이렇게 부르면 어디선가 나타나서 민형씨 하고 웃어주었으면...... 만약 그렇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민형은 눈물이 글썽글썽한 눈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민형씨......" "......" 잠시지만 환청이 들릴 정도로 민형은 조금전의 생각을 원했었다. 하지만 지금 선생님은 그녀의 오빠를 돌봐주고 있을 것이다. "민형씨......" 울음섞인 목소리, 그 환청과 함께 함께 민형은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렸 다. "민형씨......" 그리고 그 앞에는 울먹이는 얼굴의 유지영 선생님이, 바로 그녀가 서 있 었다. 유지영 선생님. 바로 그녀였던 것이다. "선생...... 님......?" 근처에 네오사인은 여전히 번쩍이고 사람들은 저마다의 분주한 길을 걸 어가고 있었다.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는 도시의 거리에서 민형은 자신 의 앞에서 우물쭈물 서 있는 유지영 선생님을 똑바로 쳐다 보았다. 동시에 민형은 가슴이 뜨겁게 북받쳐 오르는 것을 느꼈다. 유지영 선생님이 와주 었다. 그녀가 와 주었다. "왜, 왜 왔어요." 기뻐서 그녀를 껴안고 소리치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민형은 눈물이 맺혔던 눈가를 가까스로 추스리며 퉁명스럽게 중얼거렸다. 그녀가 무슨말을 할것인지 궁금했어. "미,민형씨 나는......" "......" 두손을 꼭 붙잡고 자신을 똑바로 쳐다보지 못하는 지영이 민형은 귀여웠 다. 그녀가 어떤 심정인지 알 수 있을것만 같았다. 지영은 다리를 이리저 리 꼬며 당혹한 얼굴로 말을 잇지 못했다. 그녀의 눈은 뜨거운 눈물이 금 방이라도 북받쳐 오를것만 같았다. "아,아까 한말은 전부 거짓말이었어요! 아,아까 그것은!" 어떤식으로 변명해야 할지 몰라 쩔쩔매는 유지영 선생님의 모습. 그런 그녀의 순수함. 그리고 그녀의 상냥함이 전해져 왔다. 민형은 서먹한 미소 를 지어 보일 수 있었다. "아까는 내가 미쳤어요...... 민형씨 탓이 아니예요. 미안해요. 미안. ....." 참지 못하고 굵은 물방울이 그녀의 볼을 주루룩 타고 흐르기 시작했 다. 지영은 지영 나름대로 걱정하고 있는 것이다. 민형이 얼마나 자신을 원망하고 있을까. 눈앞에서 오빠를 감싸고 자신을 구하러 온 민형에게 그 렇게 심한말을 해버렸으니...... 지영은 민형이 자신을 원망하고 있을까봐 두려웠다. 또 그와 헤어지는 것이 싫었기 때문에 두려웠던 것이다. "미안해요......" 어쩔 수 없이 그녀는 길가에 선채 펑펑 울기 시작했다. 두눈에서 하염없 이 눈물이 흘러 어쩔 수가 없었다. 바보라고 한다해도...... 뭐라고 한다 해도 지영은 할말이 없었다. 서글퍼서 나는 눈물을 도저히 막을 도리가 없 었다. 민형씨는, 민형씨는 어떤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을지 조차 알 수 없었다. "미친건 아니예요." 숨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따듯한 체온이 지영의 볼에 달았다. 지영은 울 면서 고개를 들었다. 그러 그녀의 앞에서 서먹한 얼굴로 웃고 있는 민형의 모습이 있었다. 아까와 같은 광기와 살기는 이미 사라져 버린지 오래인.. .... 보통때의 민형이 있었다. 민형은 울고 있는 지영의 볼을 손으로 닦아 주며 웃으며 입을 열었다. "우리 둘다 정상이라구요. 그렇죠?" "미,민형씨......" 견딜 수 없어진 지영이 민형의 가슴에 이마를 기댔다. 눈물이 흘러 민형 의 가슴을 흠뻑 적셨다. 민형은 처음으로 지영의 얼굴을 가슴에 안은채 흐 믓한 표정으로 웃고 있었다. 유지영 선생님의 체온이 느껴졌다. "근데 가끔가다 미치는것도 좋은 것 같애요 선생님......" "아니예요......" 어느새 풀려버린 민형이 농담을 한마디 중얼거리자 지영은 원망스러운 듯 이 속삭이듯 중얼거렸다. 민형은 그대로 잠시동안 사람들의 시선에 상관없 이 흐느끼는 지영을 안고 있었다. 그날밤은 왠지 도시의 야경 조차도 잔잔 한 바람처럼 조용히 흘러가는 것만 같아 보였다. - 계속 - 『CD의 환상세계-일반소설 (go CDGGAM)』 70번 제 목:[중편L] ## 고교 3년생의 사랑 ## -35 올린이:cdggam (임달영 ) 96/12/09 23:56 읽음:6755 관련자료 없음 ----------------------------------------------------------------------------- ## 고교 3년생의 사랑 ## PART-35 지훈과의 큰 싸움이 있던 다음날 민형은 깨어진 주먹과 엄망으로 얻어터진 얼굴에 하나 가득 반창고를 붙이고 학교에 갔다. 어제의 일은 어떻게 생각 해 보면 전화위복이 될 수 있었던 괜찮은 사건, 덕분에 유지영 선생님에 대한 믿음도 더욱 커졌고 그녀의 오빠 지훈의 반대도 원만하게 해결할 수 있었던 것이다. 게다가 처음으로 유지영 선생님을 가슴에 안아 보기 까지 했으니 그야말로 마지막에 행복했던 그날이 아니었던가. 민형은 손 끝에 전해져 왔던 유지영 선생님의 허리 감촉과 자신의 가슴에 닿았던 봉긋하고 부드러운 젖가슴을 생각하면서 얻어맞은 상처가 아픈 줄도 모르고 히죽히 죽 웃었다. "야 너 왜 그러냐? 마치 바보 같다?" 민형과 함께 복도를 걷던 성우가 상처를 가득 입고 학교에 와 실실 거 리는 민형을 이상하다는 듯이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동시에 얼굴이 빨개 진 민형이 웃던 얼굴을 재빨리 감추었다. 그리고 태연하게 입을 열었다. "음, 아무것도 아니야." "아무것도 아니긴, 그나저나 도대체 어제 무슨 일이 있었길래 이렇게 얻 어 맞았어? 서울 전지역 캡틴을 이렇게 팬 녀석이 누구야?" "어제 좀 그럴일이 있었지." 민형은 어제의 일을 성우에게 들키고 싶지 않아 대충 얼버무리려 했 다. 그러나 성우는 끈질기게 따져 물었다. "솔직히 말해봐. 왠만하면 이렇게 얻어 맞을일이 없잖아? 누가 인질 극 이라도 벌였어?" "얌마, 어제 좀 흥분한 일이 있어서 그랬다니까! 그리고 나도 맞을 수 있지 왜그래?" "흥, 그러셔......" 민형이 대뜸 외치자 성우가 뾰루퉁한 표정으로 여전히 의심이 간다는 얼 굴을 지우지 못한채 민형을 쳐다보았다. 민형은 귀찮기도 하고 괜히 여자 때문에 싸웠다는 말이 창피하기도 해서 끝까지 입을 다물기로 했다. - 툭 그때 누군가가 성우의 어깨를 건드리고 지나갔다. 멀쩡히 잘 걸어가던 성우는 무방비 상태로 비틀 균형을 잃고 말았다. "뭐야 너......? 어......?" 짜증섞인 목소리로 고개를 든 성우가 한순간 입을 다물었다. 동시에 옆 에서 걷고 있던 민형역시 좋지 않은 표정으로 누쌀을 찌푸렸다. 성우의 앞에는 양복을 입은 그리 좋아 보이지 않는 인상의 한 남자가 서 있었 다. "한성우, 너 지금 나보고 지껄인거냐......" "아, 서,선생님. 선생님 인줄 모르고......하하." "닥쳐 이 버르장 머리 없는 자식!!!" 한순간 선생님의 묵직한 주먹이 성우의 면상을 그대로 갈겼고 성우는 욱 소리와 함께 무방비 상태로 바닥에 널부러 졌다. 깜짝 놀란 민형이 급 히 성우를 부축하며 외쳤다. "성우야!" "아야야......" 성우는 터진 입술을 손으로 닦으며 인상을 찡그렸다. 그런 민형과 성 우의 앞에 우두커니 선채 학생주임인 김원규가 거만하게 눈살을 부라렸 다. "야,정민형. 너 또 어디서 싸움박질이나 하고 학교에 와 자빠진거야. 그러려면 당장 학교 때려쳐 임마." "......" 그의 목적은 애초에 민형 이었다. 학생주임의 입장에서 공부도 못하고 싸움만 하는 민형은 눈에 가시 같았다. 게다가 민형을 따르는 추종자들 은 다른 학생들 처럼 학생주임의 권위에 비굴하지 않았기 때문에 더욱 마 음에 들지 않았던 것이다. "뭐야 그 눈은? 불만있어!" 민형이 똑바로 선생을 노려보자 욹그락 붉그락 해진 김원규 선생이 손 바닥으로 민형의 따귀를 갈겼다. 민형의 얼굴이 돌아갔으나 민형은 비틀 거리지도 않고 또다시 똑바로 김원규 선생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가도 됩니까?" "뭐야?" "가도 되냐구요. 노려본 대신 한 대 맞았잖아요." "흥, 이놈이...... 빨리 꺼져!" 민형이 좀처럼 꺽이지 않자 울화가 터진 김원규가 복도 끝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윽박 질렀다. 민형은 김원규 선생을 무시한채 성우와 함께 복 도를 빠져 나와 운동장으로 나갔다. 뒤에 남은 김원규 선생이 그런 민형 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거만하게 중얼거렸다. "흥, 건방진놈...... 반드시 퇴학 시킬테다." .............................................. . . . . . . . "어유 열받아!! 주임 그자식 언제 애들 시켜서 뒤지게 패 버릴까보 다!! 야 정민형 너 열받지 않냐!?" 운동장으로 나온 성우가 맞은 볼을 어루만지며 문통이 터진다는 듯이 소 리쳤다. 그러나 민형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벤치에 앉아 그저 잠자코 있 을 뿐이었다. "그자식 진짜 재수없어. 심심하면 아무나 붙잡아서 소지품 검사하고 꼬 투리라도 잡히면 뒤지게 팬단 말이야. 으 씨발, 좆같애 정말." "교칙에 위반되는 물건을 가지고 다닌게 잘못이니까 할 수 없어." "으, 너 마음 좋다 진짜? 어구구!" 민형이 좀처럼 화를 내지 않자 답답해진 성우가 주먹으로 자신의 가슴을 펑펑 때렸다. 민형은 그런 성우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마음속을 분한 마음 을 삭였다. 김원규...... 이 학교의 학생 주임이지만 학생에 대한 이해심 이 없고 자기 중심적이며 폭력을 심하게 사용해 학생들의 원망을 사고 있 었다. "제길, 학생 신분이면 개냐. 우리는 이렇게 개처럼 맞으면서 다녀야 되 는거냐? 공부 못한다고 맞고! 옷 잘 입는 다고 맞고! 똑바로 쳐다본다고 맞고! 우와 이건 대한민국이 후진국이자 개 법치국가라는 살아 있는 증거 다! 어휴 짜증나!!" "야야, 들어가자 들어가. 운동장에서 추태 부리지 말고......" 민형은 분해서 어쩔줄 모르는 성우를 잡아 끌고 교실로 발걸음을 옮겼 다. 분한 것은 사실이다. 민형역시 이유 없이 얻어맏고 기분이 괜찮을리 는 없다. 하지만 학생의 주권은 포기 되고 교사의 폭력은 정당화 되는 것 이 현재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학생은 아무리 옳은 소리를 해도 교사의 음모에 방해가 되는 한 그것은 그릇된 사상으로 풀이 된다. 정민형 18 세. 그 역시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고교 3년생으로 학교에 소속되 있는 것 이다. ........................................ . . . . . . . . . "가서 빵사와." "야, 나는 고로케로 사와!" 책상위에 걸터 앉은 두세명의 학생이 같은반 급우에게 심부름을 시키고 있었다. 그들은 몇푼의 돈을 쥐어주고 힘없어 보이는 키작은 학생에게 은근한 웃음의 협박을 강요하고 있었다. 그러나 힘이 없는 자는 언제나 그들의 협박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한 도리가 없었다. "야 민태기." 마침 교실로 들어오다 그 광경을 보게 된 민형은 심부름을 하기 위해 막 교실을 빠져나가려던 민태기를 불러 세웠다. 그는 공부도 못하고 힘도 없고, 집까지 가난하여 항상 같은반 급우들에게 무시를 당하는 대표적인 케이스 였다. 민형이 부르자 민태기는 깜짝 놀라 자리에 우뚝 멈추어섰 다. 민형은 그런 태기에게 뚜벅 뚜벅 다가가 그가 들고 있는 돈을 빼았았 다. 그리고 책상위에 앉아 낄낄 거리고 있는 3명의 같은 반 급우들에게 다 가갔다. "박지용, 김택현, 강성기" "어, 무슨 일이야." 민형이 셋의 이름을 부르자 그중 가장 덩치가 큰 박지용이가 고개를 들 어 아는 척을 했다. 그순간 민형은 그대로 돈을 셋의 얼굴에 집어 던졌 다. 그리고 책상위에 올라가 있는 녀석들의 면상에 주먹을 한 대씩 갈겨 주었다. 쿠당탕 소리와 함꼐 비명이 울리고 셋은 나가 떨어졌다. "왜, 왜그래! 왜 때려!" 겁먹은 지용이 민형의 앞에 쓰러진채 울먹이며 외쳤다. 민형은 한없이 더러운 것을 바라보는 눈으로 셋을 내려다 보며 중얼 거렸다. "박지용, 너 이번에 중간 고사에서 4등했지. 공부 잘하면 그래도 돼?" "저,정민형 너 왜그래." 그때 자리에서 일어난 김택현이 민형을 말리려는 듯이 그에게 가까이 다 가왔다. 그순간 민형이 발로 택현의 복부를 걷어 찼다. "엎어져 있어!!" "악!!" 민형에게 얻어 맞은 택현은 우는 소리를 하며 자리에 털썩 무릎을 꿇었 다. 민형은 이글거리는 눈으로 그들 셋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김택현, 너 저번에 박지용이랑 컨닝했지. 다음부터 컨닝하지마. 학교가 컨닝하라고 다니는덴 줄 알어!?" "아,알았어......" 민형이 눈을 한 번 부릅뜨자 택현은 죽어가는 소리를 하며 고개를 조아 렸다. 민형은 그런 세명이 한심했다. 강자에게 약하고 약한자에게만 강한 그런 더러운 부류가 어느 학교에고 꼭 한둘씩 있는 법이다. 그것은 선생 과 다를 바 없다. 이 나라의 사회 제도는 공부 하나로 대부분의 직업에 취 직할 수 있기 때문에 인간성에 관계 없이 선생과 법관이 될 수 있다. 그런 자들이 이 나라의 법을 관리하고 학생을 가리치는 것이다. 민형은 마지막 으로 구석에 조용히 쓰러져 있는 강성기에게 한마디 했다. "그리고 이건 그냥 하는 말인데. 친구한테 심부름 시키지 마." 민형은 이렇게 말한후 자리로 돌아가 털썩 주저 앉았다. 옆 자리에 있던 성우가 민형을 향해 중얼 거렸다. "야, 너 화풀이 그렇게 하냐. 머리 좋다." "시꺼 임마." 민형은 과히 기분 좋지 않은 얼굴로 자리에 앉아 골똘히 생각에 잠겼 다. 자신이 왜 학교에 다니고 있는지 의심이 갔다. '어째서 나는......' 유지영 선생님은 서울대를 나왔다. 그녀 역시 이것과 같은 시련을 겪고 서울대를 나온 것이다. '어째서 나는 이 학교에 다니는 거지......' 그 착찹한 심정은 이 나라의 모든 수험생들이 한 번쯤 가질 수 있는 의 문이었다. - 계속 - 『CD의 환상세계-일반소설 (go CDGGAM)』 72번 제 목:[중편L] ## 고교 3년생의 사랑 ## -36 올린이:cdggam (임달영 ) 96/12/16 22:42 읽음:6918 관련자료 없음 ----------------------------------------------------------------------------- ## 고교 3년생의 사랑 ## PART-36 그날의 5교시는 체육 시간이었다. 인문계라면 3학년은 이 시기에 당연히 체육이 없을 테지만 실업계인 민형의 학교는 1학기에는 체육시간에 운동장 에 나갔다. 특별한 체육 교육 스케줄도 없는 관계로 주로 여자들은 피구. 남자들은 축구를 하며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저기...... 선생님 저 교실로 들어가면 안될까요." 그때 박지용이가 벤치에 앉아 학생들을 지켜보고 있는 체육 선생에게 교실로 들어가게 해주길 부탁했다. "뭐야 박지용 무슨일이야?" "배가 좀 아파서 엎드려 있으려구요." 그것은 꾀병이었지만 박지용의 익숙한 연기 실력에 깜빡 속아 넘어간 채 육 선생은 교실로 들어 갈 것을 허락했다. "그럼 양호실로 가야지?" "아니요, 엎드려 있으면 괜찮아요. 위경련인가 봐요......" "그래? 그럼 들어가 있어라." 박지용은 성격은 어쨋던 공부도 잘하고 선생님들에게 아양 잘떠는 귀여 움 받는 학생이었기 때문에 그 어려운 체육 농땡이를 손쉽게 성공 할 수 있었다. 신이 나서 교실로 들어가는 박지용을 흘끔 쳐다본 민형이 한심하 다는 듯이 한숨을 내쉬었다. ------------------------------------------------------------------- "야, 민태기." 교실로 들어온 박지용은 순식간에 건강해 졌다. 그는 주번으로 교실에 홀로 남아있는 민태기에게 다가가 험악한 얼굴로 그를 일으켜 세웠다. 겁 먹은 민태기가 주춤주춤 자리에서 일어났다. "너 내가 배가 좀 아파서 주번을 바꾸자니까 그렇게 꼴리냐? 그렇게 꼴 리냐고 엉!" "아, 아니 그게 아니라......" 손바닥으로 민태기의 볼을 탁탁 때리는 박지용의 앞에서 태기는 겁먹은 목소리로 중얼 거렸다. "미,민형이가 바꾸지 말라고 해서 너도 안 바꾼 거잖아......" "왜 내가 안바꿔! 니가 안 바꾸니까 내가 못바꾼거지!" 박지용은 이렇게 말하면서 태기의 머리를 후려쳤다. 태기는 겁먹은 얼 굴로 지용이 때리는 대로 순순히 맞았다. 한참동안 민태기의 얼굴을 툭 툭 후려치던 박지용은 재미 없어 졌는지 책상위에 털썩 앉으며 민태기에게 명령했다. "야, 너 여자 분단가서 도시락 좀 가져와." "뭐? 시, 싫어......" "싫어? 이 자식이!" 거절하는 태기를 발로 걷어차며 박지용이 험악하게 소리쳤다. "빨리 가져와 임마!!" "......" 박지용의 으름짱에 우물쭈물 하던 태기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근처에 있는 여학생 가방을 뒤지기 시작했다. 가방을 뒤지는 민태기의 두눈에서 찔끔찔끔 눈물이 맺혔다. 툭- 순간 툭 소리와 함께 가방에서 무엇인가가가 떨어졌다. 도시락을 꺼내려 던 태기는 깜짝 놀라 그것을 바라 보았다. 박지용 역시 땅에 떨어진 물건 을 바라보며 태기에게 눈짓 했다. "야, 그거 뭐냐?" "어, 이거......" 태기가 땅에 떨어진 종이 뭉치를 주워 들었다. 그것은 놀랍게도 만원짜 리 한뭉치였다. 깜짝 놀란 태기가 그것을 손에 든채 쩔쩔 매었다. 순간 박 지용의 두눈이 번쩍 빛났다. "야, 그거 이리 가져와!" "이,이건 현주 꺼잖아......" "안 가져와!!" 한순간 박지용이 던진 필통이 민태기의 얼굴에 정통으로 날아가 작열 했다. 필통이 열리고 안에 있던 물건들이 바깥으로 쏟아져 나왔다. 지용 은 기다리다 못해 자기 직접 민태기에게 다가가 돈을 빼앗았다. "우와~ 10만원이네.?" "......" 박지용이 돈을 세어 보며 신이 나서 외쳤다. "야, 이거 내가 꺼낸 거니까 난 책임 없다. 난 너한테 빼앗은 거니까." "뭐, 그,그런?" "뭐, 불만있어!?" "......" "너 입다물고 있어. 너만 조용하면 돼. 너도 만원줄까?" 박지용은 이렇게 말하며 민태기에게 만원을 건네 주었다. 그러나 태기는 그 만원을 받지 않으려 했다. "시,싫어......" "받어 임마!!" 억지로 주머니에 돈을 쑤셔 넣어주며 박지용이 큰 소리로 화를 냈다. 민태기는 겁을 먹은 얼굴로 주머니에 들어간 돈에 손을 대지 못한채 찔 끔찔끔 눈물을 머금었다. ....................................................... . . . . .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고 있던 민형은 문득 교실을 빠져나와 운동장으로 돌아오는 박지용을 보았다. 그는 체육 선생님의 앞에가 착실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배가 좀 나았어요 선생님. 그래서 견학할까 해요." "괜찮겠어? 들어가 있지 않고." "아니요, 엎드려 있었더니 나아졌어요. 교실에 들어가 있으면 좀 미안 해서......." 박지용의 멋적은 듯한 얼굴에 체육 선생은 기특하다는 듯이 상냥한 얼굴 로 지영의 어깨를 두드렸다. "그래, 그럼 저쪽에 앉아 있거라. 배가 또 아프면 들어가도 좋아." "네, 선생님" 박지용이 무언가 신이 난 얼굴로 근처 벤치에 앉으러 가는 것을 보며 민형은 못 마땅한 얼굴을 지어 보였다. 녀석, 체육을 땡땡이 친게 대단한 행운일텐데 어째서 스스로 기어 나왔지...... 민형은 약간 이상한 낌새를 느꼈지만 이런 시시한 생각으로 머리속이 더렵혀지는 것이 싫어 이내 축 구에 몰두했다. ------------------------------------------------------------------- "뭐? 돈이 없어졌다고? 얼마나?!" 깜짝 놀란 수학선생은 수업을 진행하다 말고 울먹이는 현주를 향해 외쳤 다. 6교시 수업에 들어간 현주가 책을 챙기기 위해 책가방을 뒤지다가 자 신이 가방에 넣어 두었던 돈 10만원이 없어진 것을 확인했던 것이다. 동시 에 교실안은 웅성웅성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확실히 찾아 본거니? 다시 한 번 잘 찾아봐." "잘 찾아 봤어요 선생님. 그리고 야자때 먹을 도시락도 누가 반쯤 먹어 버렸어요." 당황한 듯이 되묻는 수학 선생의 앞에서 현주가 훌쩍 거리며 이렇게 중 얼 거렸다. 칠판 앞에서 수업을 하던 수학 선생의 얼굴에 당황의 기미가 떠올랐다. "언제 돈이 있는걸 확인했니?" "점심 시간이요. 종례때 장학적금 내야 하는데..... 흑" 현주가 이렇게 말하며 점점 깊게 울먹였다. 점심 시간에 확인 했다면 5 교시 체육시간에 없어 진 것이 분명하다. 단서를 잡은 수학 선생님이 학생 들을 향해 무서운 표정으로 고개를 들었다. "너희들 전 시간 체육 이었지. 교실에 남은 사람 누구야." 수학선생의 외침과 함께 민태기와 박지용의 얼굴이 새파래졌다. 박지용 은 아직 자신의 책가방에 넣어 두었던 10만원을 생각하며 재빨리 교실 바 깥에 숨겨두지 않은 것을 후회했다. 제길, 저 기집애 이렇게 빨리 확인될 줄이야...... "체육 시간에 누가 남았냐니까?!" 수학선생의 제촉에 놀란 민태기가 식은땀을 흘리며 쭈삣 쭈삣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매우 겁먹은 얼굴로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 겁먹은 얼굴에 수학선생은 일종의 자신감을 가지게 된 것 같 았다. 그녀가 호명했다. "반장,부반장!" "네." 선생님의 부름에 반장 부반장이 일어났다. 부반장은 다름 아닌 박지용 이었다. 그역시 매우 당황하고 있었지만 당황기를 느끼지 않기 위해 간신 히 침착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민형은 그런 박지용이 왠지 수상했다. 지 용 역시 잠깐이지만 체육시간에 교실에 들어갔었지 않은가. "모두 책가방 책상위에 올려 놓고 눈 감는다. 반장은 여자 분단. 부반 장 남자 분단 소지품 검사해." "네." 대답과 함께 반장과 박지용이 각자 남,녀 분단의 맨 앞줄로 나아 갔다. 민형은 왠지 자존심이 상해 눈을 감지 않고 똑바로 앞을 쳐다 보고 있었 다. 아무리 선생님이라도 일방적으로 소지품 검사를 시키다니 마음에 들지 않았다. "!" 한순간 민형의 두눈이 번쩍 뜨였다. 박지용, 부반장 박지용 그 녀석이 자신이 가지고 있던 무엇인가를 은근슬쩍 민태기의 가방속에 집어 넣고 있 는 것이었다. 마치 민태기의 가방을 조사하듯 해낸 연출이었기 때문에 교 탁위에 선생은 그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하지만 뒷 자리에 있는 민형은 보 았다. 박지용의 소매에서 민태기의 가방안으로 흘러 들어가는 돈 뭉치를. "선생님 여기 있는데요!" 갑자기 박지용이 호들갑스럽게 돈 뭉치를 집어 보이며 외쳤다. 그리고 민태기는 몸을 부르르 떨며 사색이 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선생님과 아이 들 모두 뜻박인 얼굴로 민태기를 바라보았다. 그순간 민형이 자리에서 벌 떡 일어났다. "박지용-------------!!" "!?" 엉겹결에 고개를 돌리는 박지용의 앞으로 한순간 민형이 날 듯이 돌진 했다. 책상을 밟고 올라선 민형이 그대로 분노한 얼굴로 박지용의 머리를 발로 걷어 찼다. 지용의 얼굴에서 피가 터지고 그가 비명을 지르며 나가 떨어졌다. "이 개새끼----!!" "정민형 무슨 짓이야!!" 민형의 분노한 외침과 함께 수학 선생의 고함소리가 터졌다. 동시에 급 우들이 쓰러진 지용을 공격하려는 민형을 붙잡아 말렸다. "그만해 민형아!" "그,그만하라구!!" 반장과 아이들이 민형을 붙잡으며 어쩔줄 몰랐다. 그러나 민형은 비열 한 박지용을 용서하지 못해 눈을 부라렸다. 순간 쓰러진 박지용이 맞은 얼굴을 감싼채 큰소리로 외쳤다. "왜때려 이 깡패야!! 니가 훔쳤지! 네가 훔쳐서 민태기한테 맡긴거지! 다 알아!! 난 다 안다고!!" "뭐야!?" 외침과 함께 민형의 두눈에서 화염이 뿜어져 나왔다. 박지용 이 뻔뻔 스러운 놈!! 저 개같은 자식 오늘 사지를 부러뜨려 버리겠다!! 민형은 이 렇게 결심하고 주위에서 자신을 말리는 아이들을 모조리 날려 버렸다. "개새끼 죽여버려!!" "정민형!!" 그때 날카로운 외침이 민형을 가로 막았다. 그것은 다름 아닌 수학선생 이었다. 민형은 아직 흥분한채 눈을 부라리며 수학 선생을 노려 보았다. 그녀가 민형의 앞으로 다가와 화난 듯 언성을 높혔다. "이게 무슨짓이야! 선생님 앞에서 급우를 폭행하다니! 네가 이 학교 보 스면 다야!?" "이놈은 맞아도 된다구요! 선생님이야 말로 알지도 못하면서 지껄이지 마요!" "뭐,뭐라고!?" 민형의 반박에 수학선생의 얼굴이 일그러 졌다. "도대채 뭘 모른다는 거야!? 그리고 선생님한테 말버릇이 그게 뭐야 정 민형!?" "저 자식이 가지고 있던 돈을 민태기 가방에 떨어 뜨렸다구요! 내가 봤 어요! 저 개새끼!" "정민형! 욕을 삼가해!" 민형이 진실을 폭로하자 갑자기 얼굴이 빨갛게 변한 수학 선생이 흥분한 민형을 가로막으며 박지용을 쳐다 보았다. "박지용 이 말이 정말이야!?" "거짓말이에요!! 거짓말이라구요 선생님! 저 자식이 훔친게 분명해요!" 박지용이 큰 소리로 반박했다. 그는 마치 정의라는 이름을 내세우는 것 처럼 진실된 얼굴로 민형을 모함했다. 민형의 머리 끝까지 화가 치밀었 다. "이 새끼가-----!!" - 짜악------!! 순간 박지용에서 달려들려던 민형의 볼이 젖혀졌다. 수학선생의 손바 닥이 민형의 볼을 내리친 것이다. 민형이 어벙벙한 모습으로 고개를 돌리 자 수학선생이 날카로운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그만두지 못해. 학우를 괴롭힌것도 모자라서 부반장을 모함해? 너 아 무리 불량하게 보여도 이 정도의 애일줄은 몰랐는데!" "......뭐라고요?" 완전히 지용의 말을 신임해 버리는 수학선생의 앞에서 민형이 어이 없 는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그리고 교실은 조용했다. - 짜아악! 순간 커다란 소리와 함께 수학선생이 교실 바닥으로 나뒹굴었다. 그와 함께 교실안에 모든 학생들, 민태기, 박지용 까지 기가 막힌 얼굴로 두 눈을 크게 떴다. 수학선생의 따귀를 갈긴 정민형이 큰소리로 수학 선생을 향해 소리쳤다. "불량해서 미안하다 이 개 같은년아!! 네가 그러고도 교육자냐!! 너 같 은게 가리치니까 세상이 이 모양이지----------!!" 민형의 커다란 외침이 교실안을 쩌렁쩌렁 울리기 시작했다. -계속 - 『CD의 환상세계-일반소설 (go CDGGAM)』 73번 제 목:[중편L] ## 고교 3년생의 사랑 ## -37 올린이:cdggam (임달영 ) 96/12/28 14:50 읽음:6568 관련자료 없음 ----------------------------------------------------------------------------- ## 고교 3년생의 사랑 ## PART-37 "어휴, 이 자식이 왜이러지 이거!" 철썩 소리와 함께 교무실 앞에 선 민형의 고개가 젖혀졌다. 김원규 학생 주임의 앞에 선 민형이 분한듯한 얼굴로 시선을 옆으로 흘렸다. 조금전 수 학 선생을 때린 사건 때문에 수학 선생은 울고 학생들 사이에서 한동안 난 리가 났었다. 민형은 곧바로 교무실로 끌려와 많은 선생님들의 질책과 함 께 학생주임의 체벌을 받고 있었다. 그것은 말은 체벌이었지만 감정적인 폭행이었다. 김원규 학생주임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듯이 이죽거리 며 민형을 쳐다보았다. "학생이 선생님을 때리다니 세상 참 많이 좋아졌다. 어쩌다 세상에 이런 놈이 나왔지 이거? 너희 부모님이 널 그렇게 가르치데?" "!" 부모님 얘기가 나오자 민형은 울컥 감정이 북받쳐 올랐다. 이 자식... ... 이 자식을 한방 먹여 버렸으면...... 하지만 선생을 때린건 잘못한 일 이다. 아까와 같은 감정적인 실수를 두 번 되풀이해서는 안된다. 민형은 이렇게 자기 감정을 추스르며 꾹 참고 있었다. "뭘봐? 뭘 쳐다보냐? 너 같은 놈이 있으니까 이 세상의 쓰레기가 많아지 는 거야!! 넌 퇴학이야 퇴학! 무사할 것 같아?! 퇴학이라구!" "으......!" 일방적으로 몰아붙이는 김원규 학생주임의 앞에서 민형은 점점 울화가 치밀었다. "제기랄! 왜 소리치고 난리야! 퇴학이라면 누가 겁먹을 줄 알아!!" "이, 이놈이?" 민형이 큰 소리로 외치자 얼떨떨한 김원규 학생 주임이 어이가 없다는 듯이 이마에 식은땀을 흘렸다. 다른 선생님들도 믿을 수 없다는 듯 민형 쪽을 돌아보았다. "돈받고 학생을 가르치는 주제에 뭔 잔말이 그렇게 많아! 선생은 학생을 때리는데 왜 학생은 안돼!? 잘못 한 사람이 맞는건 당연하지! 우리는 잘못 하지 않아도 얻어맞고 있어! 우리가 없으면 선생님은 다들 실업자라구! 뭐가 잘나서 권위를 내세워 내세우길!!" "이, 이 자식이 미쳤나! 교무실 안이 웅성대기 시작하고 삐죽삐죽 핏발이 서는 김원규 선생의 모 습이 민형의 눈앞에 비추었다. 민형은 이제 아무것도 무서운 것이 없었 다. 욱-하면 끝내버리는 것이 민형의 성격이었다. 이건 상당히 문제 있는 성격인 것이다. "너 닥치지 못해!?" "반말하지 마쇼! 우리가 앤줄 아쇼!? 선진국에서는 고등학생한테 반말 하는건 대통령도 못하는 일이야! 선생이 뭔데 학생한테 반말해!? 내가 당 신 애새끼야!?" "다, 당신?" "그래! 돈 받아 처먹으면서 애들 괴롭히는데 스트레스 해소하는 위선 자! 다른 일은 아무것도 못하면서 오로지 시험지 찍는것만 잘해서 교사가 된거 아냐!? 그것 뿐이야!? 돈 얼마 처 먹였어! 돈 없으면 이 짓도 못하 지? 그래서 그렇게 죽어라고 학생들한테 뜯어내는 거 아냐!? 안그래!?" "정민형!! 조용히 해!!" 참다 못한 김원규 선생이 민형을 향해 주먹을 날렸다. 순간 딱- 소리와 함께 김원규 선생의 주먹이 민형의 눈앞에서 정지했다. "이게 뭐하는 짓이죠 김원규 선생?" "이,이거 못놔!!" 민형의 손에 붙잡힌 김원규 선생의 주먹이 꼼짝달싹 못한 채 부르르 떨 렸다. 그 순간 민형의 눈이 번쩍였다. "사회에 나가면 이건 정당방위야 알아-----------!!!" 퍼억- 큰소리와 함께 김원규 선생이 교실 바닥에 나뒹굴었다. 잠시후 거 품을 물고 기절해 있는 김원규 선생의 모습을 바라보며 교무실 안에 모든 선생님들이 벌떡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앉아!!" 순간 민형이 무시무시한 표정으로 소리쳤다. 그와 함께 깜짝 놀란 여선 생들과 몇몇의 선생들이 주춤주춤 반사적으로 자리에 앉았다. 민형은 그것 을 바라보며 실소를 흘렸다. "흥, 권위 앞에 호소하는 겁쟁이들 같으니라고......" ------------------------------------------------------------------- "퇴학!?" 민형의 어머니는 대낮에 집으로 돌아온 자신의 귀여운 아들을 앞에 놓고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두눈을 휘둥그렇게 떴다. 아니 퇴학이라니!? 어떤 짓을 했길레 고등학교를 짤리고 돌아온 거란 말이여 이 자식아! "야 정민형!! 사건 진실여부를 똑바로 대!! 퇴학이라니 말이 돼 임마! 도대체 뭔짓을 했어!! 다른 학교 패싸움에 끼어들었어!? 아니면 친구가 건방지다고 팼어!? 아니면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이 따식아---!!" 헉헉거리며 흥분한 얼굴로 다그치는 희연의 앞에서 민형은 무겁게 한 마디 내뱉었다. "선생님을 때렸어요." 그 순간 희연의 입도 다 물어졌다. "두명이요." "정민형......" 희연의 얼굴이 울상이 되고 자리에 털썩 무릎을 꿇은 그녀가 가슴을 움 켜쥐고 헉헉대기 시작했다. 깜짝 놀란 민형이 급히 희연을 부축하려 했 다. 희연은 심장이 조금 안 좋았다. "엄마 괜찮아요!?" "괜찮을 리가 있냐 이 웬수 같은 자식아!!!" 희연의 주먹에 정통으로 맞은 민형이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반대쪽으로 나가떨어졌다. 우뚝 선 희연은 헉헉 숨을 몰아쉬며 두눈을 부라렸다. "그렇게 공부 못하던 니 아빠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까지 갔는데! 넌 도대체 왜그래 임마!! 도대체 잘난 아빠 닮은게 싸움질 하는거 밖에 없 냐!? 잘난 나 닮아서 얼굴만 잘나면 그만이냐!? 사람 구실을 해야 할거 아 니야 사람 구실을!! 중졸로 뭐할거야!! 호빵 구울꺼냐!? 그러다 맛 없다고 하면 사람 팰거냐!? 내 가슴을 핥은 두 번째 남자가 왜 이모양이 된거야 어엉-------------!!!!" "난 잘못하지 않았어요!!!" 순간 철썩철썩 두 번 소리가 나고 민형의 코에서 피가 튀었다. "네가 잘못하지 않았다고!? 어엉-----------------!?" "잘못...... 했어요......" 민형은 얻어맞은 얼굴을 한손으로 감싼 채 쥐죽은 듯이 이렇게 대답했 다. .............................................. . . . . . . . "퇴학이라......" 저녁에 집에 돌아온 아버지 정성욱은 결코 반갑지 않은 이 사실을 전해 듣고 착찹한 표정으로 한손을 턱에 가져 갔다. 옆에 앉아 있던 민형의 엄 마 희연이 답답하다는 듯이 다그쳤다. "어떡해요! 선생을 두명이나 때렸데요! 그레서 퇴학이래요! 방법이 없을 까 여보?" "글쎄 없을걸......" "여보!!" 태연한 성욱의 대답에 열받은 희연이 악에 받친 듯 소리쳤다. 그러나 지 금 상황에서는 성욱 역시 별다른 도리가 없었다. 듣다 못한 민형이 자리에 서 벌떡 일어났다. "됐어요! 두분 그만 고민하세요!! 다 내가 알아서 할거라구요!! 에 이!!" "야!! 정민형 어디가!! 돌아와!!" 현관 쪽으로 뛰어나가려는 민형을 향해 희연이 외치자 민형이 큰소리로 되받아 쳤다. "바람 쐬러가요!!" - 계속 - 『CD의 환상세계-일반소설 (go CDGGAM)』 74번 제 목:[중편L] ## 고교 3년생의 사랑 ## -38 올린이:cdggam (임달영 ) 97/01/05 22:32 읽음:6500 관련자료 없음 ----------------------------------------------------------------------------- ## 고교 3년생의 사랑 ## PART-38 "선생님! 선생님!" 민형은 정신없이 언덕을 뛰어 올라와 낡은 파란색 철제문을 두드렸다. 철문을 두드린 것은 화가 나서는 아니었다. 자기 자신도 어찌지 못할 두려 움, 그 두려움을 해소할 수 없는 어떠한 방법도 없다는 것이 민형을 괴롭 게 했다. 그래서 민형은 눈앞에 철문을 세차게 두드렸다. 그는 어느세 지 영의 집앞에 와 있었던 것이다. "누,누구세요?" 방안에서 TV를 보고 있던 지영은 갑작스럽게 누군가가 문을 두드리자 놀 란 얼굴로 황급이 마당으로 뛰어 나왔다. 민형은 지영의 얼굴을 보자 한결 마음이 놓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왜 그런지는 민형 자신도 몰랐다. 문 앞에 민형이 와 있는 것을 본 지영이 반가운 듯이 얼굴을 폈다. "어머, 민형씨. 그렇지 않아도 오늘 학원에 안와서 어떻게 된건지 걱정 하던 참......!?" 걱정하고 있었던 참이라고 말하려던 지영이 깜짝 놀라며 자신에게 달려 드는 민형을 두팔로 부축했다. 민형은 지영이 반기기도 전에 울쌍이 된 표 정으로 지영에게 달려들어 그녀의 어깨를 두손으로 붙잡았다. "서, 선생님 나......" "미,민형씨 왜 그래요?" 평상시와는 전혀 다른 민형의 모습에 얼떨떨해진 지영이 조급해진 민형 을 살짝 밀어내며 그의 얼굴을 쳐다 보았다. 괴로움과 갈등으로 범벅이 된 민형은 얼굴에 커다란 걱정이 쓰여 있었다. 지영은 불길한 느낌이 들었 다. "무슨일이 있어요 민형씨?" "선생님...... 선생님 나 학교 짤렸어요......." "네?" 아니 이게 무슨 말? 지영은 민형의 대답과 함께 놀란 듯이 두눈을 크게 떴다. 학교에서 짤리다니......? 그럼 그건 곧? "나 퇴학 당했단 말이예요. 이제 학교에 못가요!" "민형씨?" 원통한 듯이 외치며 민형은 지영의 셔츠를 두손으로 붙잡은 채 그녀의 가슴 께에 머리를 숙였다. 자신의 얼굴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왜 이곳까지 오게 되었는지 민형은 생각나지 않았다. 그저 유지영 선생님이 보고 싶어서...... 그녀와 함께 있고 싶어서 온 것 뿐이었다. "나 이젠 중졸이라구요......" "민형씨......" 괴로운 듯이 고개를 숙이고 중얼거리는 민형의 등을 내려다 보며 지영이 영문을 모르는 얼굴로 얼떨결의 그의 등을 토닥거렸다. 민형의 말은 지영 에게도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큰 사건이었다. ------------------------------------------------------------------- "이제 다 끝났어요...... 학원도 학교도 이제 끝이라고요. 나도 내가 무 슨 짓을 해버렸는지 모르겠어요...... 모르겠다고요!" 지영의 집 근처 언덕에서 민형은 괴롭다는 듯이 고개를 흔들었다. 선생 님을 때리고 학교를 퇴학 당했다. 언젠가 이런 일이 올지도 모른다는 생각 은 하고 있었지만 실제로 일어나고 보니 너무나 충격이 컸다. 어머니도 아버지도...... 그리고 주위에 모든 사람에게 자신을 보이기가 가슴 아픈 민형이었다. "민형씨......" 지영은 자초지종을 모두 듣고 착찹한 얼굴로 민형의 옆에 서 있었다. 그 런일이 있었다니...... 민형이 얼마나 힘든 상황에 있는 것인지 지영은 알 수 있었다. 민형이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뚝심이 세다고 해도 그는 아직 18살일 뿐인 것이다. "왜 내가 여기 까지 온것인지 모르겠어요. 이렇게 되버렸다는 걸 선생님 께 알리고 싶어서는 아닌데......" 민형은 이렇게 중얼거리며 동네가 내려다 보이는 언덕에 자포자기한 듯 이 털썩 주저 앉았다. 밤이 되어가는 저녁, 주위는 산이고 어두웠다. 그것 은 마치 민형의 마음과도 같았다. "중학교때도...... 고등학교때도...... 언젠가 이렇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않한건 아니예요. 선생님을 때린 것도 내 잘못이라고는 생각지 않 아요. 내가 퇴학을 당한건 부당해요! 하지만 더러웠어요! 그들 앞에서 퇴 학 당하지 않으려고 애쓰는 모습을 보이기 싫었어요. 그래서 나온거예요 ...... 그때는 당당히 나올수 있었어요...... 그때는......" 이렇게 말하며 고개를 떨구고 있는 민형의 모습을 너무나 애처로웠다. 무슨말을 해줘야 좋을까. 어떻게 위로해 주어야 좋을까...... 그저 안타 깝기만한 지영의 앞에서 민형이 울먹이듯이 중얼거렸다. "하지만 지금은 너무도 무서워서 참을 수가 없어요! 아무것도...... 아무것도 무섭지 않았는데......! 아무것도!!" "민형씨......" 머리카락를 한 손으로 쥐어 뜯으면서 원통한 듯 외치는 민형의 눈에는 적 지만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남들과 달라진다는 공포, 이제 혼자라는 막연 한 공포...... 그런것들은 어떠한 강적보다 민형을 두렵게 만들었다. 그것 은 너무도 가혹한 시련인 것이다. 그런 민형의 옆에 지영은 얌전이 걸터 앉았다. "민형씨의 행동이 반드시 나쁘다고 만은 할 수 없어요. 하지만......" 지영은 민형의 어깨에 손을 올려 놓으면서 말했다. "하지만 선생님을 때린 것은 잘못한 거예요." "선생님!" 그말과 함께 민형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동시에 흐르고 있던 눈물 이 사방으로 튀었다. 유지영 선생님이...... 그녀 만은 자신의 편을 들어 줄줄 알았던 민형에게는 대단한 충격이었다. 민형의 얼굴이 처참하게 일그 러졌다. "어른들은 다 똑같에요!!" 민형이 지영을 향해 크게 소리쳤다. 그는 믿었던 유지영 선생님에게 까 지 배신당한 기분이었다. "아닌 채 하지만 유지영 선생님도 어른이예요! 나를 이해하는 것 같지만 선생님도 어른들의 사고를 가지고 있잖아요! 선생님은 18살이 아니니까 내 기분을 절대 알 수 없어요!" "하지만 나도 18살때가 있었어요. 어른의 기분을 모르는 것은 민형씨 쪽 이예요!" 순간 민형은 아주 아주 커다란 쇼크를 받았다. 아니 그것은 실로 경악스 러운 일이었다. 유지영 선생님의...... 그녀의 눈썹이 조금이지만 치켜 올 라갔다. 그녀가 화내고 있는 것이다. 아니 그것은 안타깝다 못해 분함을 나타낸 것이었지만 민형에게는 충분히 정신적 상처를 안겨 줄 수 있는 것 이었다. 멍하는 큰눈을 두리번 거리는 민형의 앞에서 지영이 당황한 듯이 입을 열었다. "미,미안해요 민형씨...... 하지만 내 말뜻은......" "됐어요!" 민형은 왈칵 흐르는 눈물을 감추려고 휙 하고 등을 돌렸다. 찾아오는 것 이 아니었어...... 찾아오는 것이 아니었는데...... 원통한 눈물에 어깨가 들썩들썩 움직였다. 이런 모습을 보이고 싶지는 않았다. 보이고 싶지 않 은 것이다. 하지만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그런 민형에게 가까이 다가가며 지영이 괴로운 얼굴로 그의 옷깃을 붙잡았다. "나는...... 나는 누구보다 민형씨를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하지 만 민형씨, 이것은 알아 두세요. 민형씨는 18살을 넘어보지 못했지만 어른 들은 18살을 겪어본 사람들이예요. 경륜이란 그만큼 감각이 따라올 수 없 을 만한 커다란 힘...... 그것을 억지로 꺽으려고 하는 민형씨는 언제나 괴로울 수 밖에 없어요......" 지영은 이렇게 말하면서 입술을 깨물었다. 그녀 역시 이렇게 말하고 싶 지 않았다. 아주 잘했다고, 속이 시원하다고 말하고 싶었다. 그런 편견을 가진 선생님들의 폭력적인 행동을 속시원이 반격해 버려 훌륭하다고 말해 주고 싶었다. 그녀의 심정은 진정 그랬던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학생들도 민형씨가 느끼는 것을 똑같이 느껴요. 맞으 면 아프고...... 오해 받으면 억울한 것은 어느 사람이나 마찬가지예요. 하지만 그들이 그것을 참아내는 것은 나중에 올 시련을 또다시 견뎌낼 수 있는 힘을 기르기 위해서 인 거예요...... 민형씨도......" 민형씨도 그 시련을 이겨내는 법을 배우지 않으면 안돼요. 그녀는 마음 속으로 그렇게 되뇌었다. "민형씨도......" 하지만 더 이상 말이 떨어지지 않았다. 지영은 민형과 같아지고 싶었 다. 자신이 먼저 어른이 되는 것이 싫었다. 먼저 가져버린 어른의 사상 ...... 그것이 어떻게 민형을 괴롭게 만들고 그를 이해할 수 없게 만드 는가가 두려웠던 것이다. 하지만 지영을 말할 수 밖에 없었다. 그것이 지 영 자신이 너무나 아끼는 민형의 잘되는 길임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민형씨도 그것을 이겨내지 않으면 어른이 되지 못해요." "......" 민형은 등뒤에서 부터 들려오는 지영의 말을 들으면서 주먹을 꽉 쥐었 다. 어째서...... 어째서 그렇게 맞는 말만 하는 거예요 유지영 선생님은 ...... 유지영 선생님의 말은 모든 것이 맞는 말이다. 민형은 욱욱 울음을 삼켰다. 지영의 눈에서도 주루룩 눈물이 흘렀다. 민형에게 가슴아픈 소리 를 할 수 밖에 없는 그녀의 고통이 표현되었던 것이다. "모든게 잘 될거예요...... 걱정마세요 민형씨." "선생님!!" 민형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지영에게 덥썩 안겨 버렸다. 제길, 어째서 우는 거냐 정민형. 어째서 우는거야 남자가!! "모든게 잘 될거예요......" 여자 앞에서 우는 것은 남자의 수치. 항상 그렇게 생각하고 있던 민형이 었지만 오늘만은 자신의 몸을 다독거려주는 여성의 품안에서 울 수 있다는 것이 다행스럽기만 했다. 정민형 18세. 그는 아직 마음 약한 고교 3년생 소년이었다. - 계속 - 『CD의 환상세계-일반소설 (go CDGGAM)』 75번 제 목:[중편L] ## 고교 3년생의 사랑 ## -39 올린이:cdggam (임달영 ) 97/01/12 23:46 읽음:6544 관련자료 없음 ----------------------------------------------------------------------------- ## 고교 3년생의 사랑 ## PART-39 그날 지영은 민형을 집 근처까지 데려다 주기로 했다. 버스를 타고 1시 간쯤 걸리는 민형의 집을 가보는 것은 이번에 처음이라 조금 긴장 되기는 했지만 오늘 지영은 그대로 민형을 보낼 수 없었다. 여자와 남자를 떠나 서 바래다 주고 싶은게 오늘 그녀의 바램이었다. "선생님 이제 그만 들어가세요. 벌써 밤이예요." "나 민형씨 집이 어딘지 보고 싶어요." 쑥쓰러운지 자꾸 지영을 돌려 보내려는 민형에게 지영이 싱긋 웃으며 이 렇게 말했다. 비록 지금은 들어 갈 수 없겠지만 언젠가는 민형의 집에 들 어가 부모님께 인사드릴 날이 올거라고 그녀는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또 그렇게 되면 얼마나 행복할까 라는 생각도 했다. "정민형." "!?" 그때 어둠속에서 누군가가 민형의 이름을 불렀다. 민형에게는 익숙한 목 소리, 골목에서 모습을 들어낸 것은 다름 아닌 민형의 친구 성우였다. "성우야......?" "어머, 친구분......" 지영 역시 성우의 얼굴은 알고 있었다. 예전에 따귀를 맞은 적이 있긴 했지만 당장 그런 일은 기억나지 않았다. 원래 나쁜 기억을 쉽게 잊어 버리는 것도 그녀의 장점 이었다. 그러나 민형과 지영의 앞에 나타난 성 우의 표정은 그리 밝지 못했다. "널 보고 싶다는 녀석들이 있다." "음?" 성우의 말과 함께 민형이 주위에 민감한 살기를 느끼고 눈을 부릅 떴 다. 동시에 성우의 등뒤에서 덩치큰 학생들이 우르르 걸어 나왔다. 그 모 습을 본 지영이 놀란 듯이 한자리에 우두커니 선 채 긴장한 듯 손가락을 입에 가져갔다. "정민형 오랜만이군." "간만이다 민형. 학교에서 퇴학 당했다던데 사실인가......" 저마다 한마디씩 던지는 그들은 다름 아닌 서울 각 학교의 보스들 이 었다. 그들은 민형이 퇴학당했다는 소식을 빨리도 전해 듣고 성우와 함께 그를 찾아온 것이었다. "너희들......?" 민형은 자신을 찾아온 사람들이 각 학교의 보스들이라는 사실에 놀라 조 금 당황했다. 이 녀석들이 어떻게 내가 퇴학 당한 사실을 알았지. "어,어머...... 민형씨 친구가 이렇게 많았을 줄은......" 지영이 쩔쩔매며 억지로 웃어 보이자 갑자기 각 보스들의 시선이 쫘악 지영에게 쏠렸다. 강단있어 보이는 매서운 눈길들이 동시에 자신에게 몰 려오자 지영은 숨이 멎는 것 같았다. 그때 보스들중 한명이 중얼 거렸 다. "저분이 큰 누님이군." "처음 뵈겠습니다. 안녕 하십니까!" "안녕하세요 누나!" 갑자기 모두가 싱글 벙글 웃으면서 큰소리로 지영에게 인사를 시작했 다. 개중에는 히죽히죽 웃으며 손은 흔드는 녀석, 신기하다는 듯이 이리 저리 쳐다보는 녀석도 끼어 있었다. "아, 네...... 안녕하세요!" 지영은 마다 못해 얼른 인사를 받고 민형의 등 뒤로 쪼르르 숨었다. 그때 성우가 입을 열었다. "나는 오늘 본 부당한 방식을 참을 수 없어서 녀석들을 소집했다." 성우의 뒤를 이어 보스들이 저마다 한마디씩을 내 뱉었다. "그렇다 정민형. 서울 전역을 맡고 있는 네가 퇴학당한다는 것은 우리 의 문제이기도 하다." "네 뜻이 다르지 않다면 우리는 너희 학교로 찾아가 위선떠는 교사를 묵 사발 내주겠다. 그리고 진실을 밝혀서 학교로 복귀하게 해주겠다." 웅성 웅성 보스들이 이야기를 시작 했다. 그 억양은 매우 강하고 또 신 의가 배어 있었다. "너희들...... 진정 내가 한 짓이 아니라고 생각 한단 말이냐?" 민형은 차분한 표정으로 성우와 자신의 강적이었던 소년들을 쳐다보며 물었다. 갑자기 여기저기서 외침이 터져 나왔다. "물론이다!" "정민형이 그런 짓을 할 리가 없지!" "돈에 연연하는 사나이가 우리를 이겼을 리가 없지 않나!!" "총 보스의 무게는 그리 가벼운 것이 아니다!" 울려 퍼지는 목소리가 정민형에게 믿음을 주었다. 이들은 모두 학교에서 낙인 찍힌 패배자들. 하지만 그들의 긍지는 절대 낙오되지 않았다는 것을 민형은 확실할 수 있었다. 고마운 친구들. 민형은 자기도 모르게 가슴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지영은 그런 많은 사나이들 속에 있는 민형이 이 만큼이나 인정을 받고 있다는 것이 새삼 감격스러워 기쁘기만 했다. 이 많 은 사람들이 민형씨를 믿고 따르는 것이다...... 지영은 그런 민형의 그릇 이 대단하게만 느껴졌다. "돌아가라." 그때 민형의 짧은 한마디가 울렸고 성우와 지영, 이곳에 모인 많은 보스 들이 동시에 민형을 바라 보았다. 민형은 냉정하지만 그늘진, 그러면서도 위악적인 목소리로 이렇게 입을 열었다. "너희들이 나선다고 해서 해결될 일이라면 내가 해결했다. 알겠나? 나는 돈을 훔쳐서 퇴학당한 것이 아니야. 선생을 때려서 퇴학당한거야. 내가 퇴 학당한 이유는 부당하지 않은 것이다." "민형! 그게 왜 부당하지 않아!? 일방적인 처사였어!!" 듣고 있던 성우가 용납할 수 없다는 듯이 큰소리로 외쳤다. 그러나 민형 은 그런 성우를 눈길로 저지 했다. 그리고 그는 이야기를 계속 했다. "너희들의 생각을...... 나는 정말 고맙게 생각한다. 하지만 퇴학은 퇴 학...... 나는 이제 나의 모교로는 돌아갈 수가 없게 되었다. 그래서 너 희에게 고마움의 표시로 한마디 해주는게 고작인데......" 민형은 이렇게 이야기 하고 잠시 고개를 숙였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 는 것은 옳은 일이다. 비록 그 대가가 크다고 해도 위선이나 합리화 보다 는 당당 할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을...... 이것을 가르쳐 주신 유지영 선 생님께 민형은 감사했다. 그리고 지영 역시 자신의 말을 이해해준 민형을 바라보며 빙긋이 웃었다. 민형씨는 반드시 크게 될 수 있는 사람이예요.. .... 지영은 이 괴로운 상황속에서도 자신을 지키는 민형이 장해 보였다. 그때 민형이 모두의 앞에 고개를 들었다. "너희는 선생님을 때려서는 안돼." 그리고 그는 이렇게 한마디 하며 씨익- 웃어 보였다. 그것은 모두의 믿 음에 대한 민형의 작은 보답이었다. ...................................................... . . . . . . 그날밤 민형은 곧바로 집으로 귀가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유지영 선생 님과 함께 근처에 있는 작은 공원으로 향했다. 저녁 8시, 이미 해는 지고 조금으 어두운 시각 민형은 지영과 함께 공원을 거닐며 앞으로 자신이 해 야 할 일을 생각했다. "선생님, 저는 지금 까지 제가 강하다고 생각 해 왔어요. 어떤 녀석이라 도 일순간에 무너 뜨릴 수 있는 이 강력한 주먹, 이 주먹과 몸이 있는 한 어느 곳에서도 긍지와 의지를 잃지 않고 살아 갈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왜 이런 넉두리가 펼쳐지고 있는지 말하고 있는 민형 자신도 알 수는 없 었다. 하지만 민형의 마음은 이상하리 만치 편했다. 집을 뛰쳐나가 유지영 선생님을 만나 지금까지 상황은 아무것도 달라진 것이 없었지만...... 왠 지 모르게 편안하고 안정되는 이 기분이 그가 이야기를 계속하게 만들었 다. 민형은 문득 걸음을 멈추고 옆에서 따라걷는 유지영 선생님을 돌아 보았다. "그런데 저는 오늘 저보다 훨씬 무서운 사람을 보고 말았어요. 말 한마 디로 저를 울릴 수 있는 사람을 말이예요." "......" 민형의 앞에 서 있는 지영은 조금 새침한 표정이었으나 쑥쓰러운 듯이 볼에 홍조를 띄고 있었다. 민형의 얼굴은 평온했고 그것은 지영을 기쁘게 만들었다. "지금까지 해왔던 격렬한 싸움과 허무한 나날이 오늘 모두 정리되는 것 만 같아요. 그런 친구들이 나한테 있었지만 저는 그것을 전혀 알지 못했어 요. 선생님, 저라는 녀석은 아직도 모르는게 너무나 많은 것 같아요." 민형이 빙긋이 미소지으며 지영을 향해 이렇게 입을 열자 지영 역시 미 소로 민형의 말에 답해 주었다. "하지만 민형씨는 깨달았어요. 그건 얼마든지 많은 것을 받아들일 수 있 는 마음에 자세가 되어 있다는 소리예요. 그래서......" 지영은 이렇게 대답하며 가슴께에 가져가 손을 꼭 쥐었다. 이 어렸던 소 년은 지금 한걸음 어른의 문에 들어서려 하고 있다. 그런 민형에게 할 수 있는 응원의 말...... 지영은 그런 말을 해주고 싶었다. "그래서 민형씨가 좋아요." "선생님....." 솔직한 그녀의 감정에 민형의 얼굴도 환하게 밝아 졌다. 이 깨끗한 아가 씨는 어른이지만 가식이 없다. 지영의 행동과 말 한마디 한마디는 민형을 너무나 기쁘고 든든하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었다. "그럼 선생님도 마음에 자세가 되어 있으신가요?" "네? 무슨......" 갑작스런 질문의 지영이 두눈을 깜빡이며 민형을 올려다 보았다. 마음의 준비라니 무슨 말이지? 그때였다. 갑자기 지영의 눈 위에 있던 민형의 얼굴 이 천천히 지영의 눈앞으로 미끌어져 내려왔다. "음......?" 그리고 따뜻한...... 아주 따스한 푸른색의 감촉이 지영의 입술을 덥어 버렸다. 그 부드럽고 따스한 것은 아직 미숙한지 얇게 떨리고 있었으나 지 영은 그것을 결코 거부할 수 없었다. 지영의 몸이 손끝까지 파르르 떨리고 가슴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그때 멍하니 한곳으로 응시되어 있는 지영의 시선을 지긋이 바라보며 민형이 키스했던 입술을 때어 내었다. "저랑 키스 할 준비가 되어 있으셨나 묻는 거예요." "아,네...... 네?" 그제서야 깜짝 놀란 지영이 어쩔줄 모르며 홍당무처럼 빨개진 얼굴을 두 손으로 가리며 고개를 푹 숙였다. 얼굴을 들 수가 없었다. 조금 전의 따스 했던 것은 민형씨의 제취다. 지영은 그대로 두손으로 가린 얼굴을 아래로 숙인 채 몸둘바를 모르고 있었다. "죄송하군요, 아직 준비가 안되셨었나 봐요." 민형은 그런 지영의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조금은 홍조띈 얼굴로 빙 그레 웃었다. - 계속 - 『CD의 환상세계-일반소설 (go CDGGAM)』 76번 제 목:[중편L] ## 고교 3년생의 사랑 ## -40 올린이:cdggam (임달영 ) 97/01/20 22:14 읽음:6590 관련자료 없음 ----------------------------------------------------------------------------- ## 고교 3년생의 사랑 ## PART-40 "그게 정말이예요 아버지!?" 저녁 늦게 집으로 들어온 민형은 테이블 앞의 의자에서 흥분한 듯이 벌 떡 일어났다. 집에 돌아온 민형에게 뜻밖에 좋은 소식이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기사회생한 듯한 자신의 아들을 바라보며 민형의 아버지가 기분 좋게 입을 열었다. "그래, 대전에 있는 중영 실업 고등학교야. 널 그곳에 간신히 편입 시키 게 되었다. 이 아버지의 뛰어난 수완에 감탄해라." "아,아버지!" 감동한 민형이 부르르 떨리는 눈으로 자신의 아버지를 내려다 보았다. 역시 우리 아버지는 원더풀 스텐다드 형이야. 결코 이 아들을 내버려 두는 짓은 하지 않으시는 군요. 민형은 지옥의 나락에서 헤쳐 나온 그런 기분으 로 온몸이 가벼워 졌다. "굼뱅이도 기는 재주가 있다더니...... 내 남편이 그런 능력이 있을 줄 이야......" 옆에서 잠자코 있던 민형의 어머니 희연이 의외라는 듯이 한숨을 내쉬 자 아버지의 원망스러운 눈빛이 꽂혔다. 하지만 희연은 끄덕도 하지 않았 다. "사실은 말이야 아들. 그 학교의 교장 선생님께서 너희 아버지의 은사님 이란다. 그 사실을 미리 알려줘야 할거 같구나." "그러세요......?" 아, 역시 그렇군...... 그렇지 않으면 나같은 성적 나쁜 학생을 어떤 학교에서 받아 주겠는가. 민형은 새삼 세침해져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아버지한테 그런 은사님이 계셨다니, 불행중 다행인건 틀림없었다. "그래서 하는 말인데 한가지 명심해라." "네?" 문득 눈을 빛내며 자신을 뚫어지게 쳐다보는 어머니의 시선을 느끼며 민 형이 셀쭉해져서 어깨를 으쓱했다. 엄마가 저려 표정을 지으실때는 매우 비중 있는 말을 할 때 뿐이다. "너 거기서 절대로 싸움을 하면 안돼. 무슨 소린지 알겠어? 거긴 소개시 킨 아버지의 체면과 퇴학 당한 학생을 받아주시는 교장 선생님의 배려가 걸려있는 학교야. 교사를 때려서 퇴학당한 학생을 받아주는 학교는 거기 밖에 없을거다." "그,그렇겠죠......" 대답하는 민형은 자기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싸우지 말라. 별로 어려운 일 같지 않으면서도 왠지 꼭 명심해야 할 것 처럼 느껴졌다. "앞으로 반년 남짓의 세월인데 그것 못참고 또 폭력사건을 일으키면 넌 정말 중졸도 아까워 알겠냐!?" "네,넷!!" 갑자기 테이블을 쾅 내려치며 무시무시한 표정으로 소리치는 엄마에게 민형이 겁먹은 얼굴로 반사적으로 크게 대다했다. 그제서야 희연은 안심이 된다는 듯이 만족스런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리고 또 하나 너도 당연히 받아들여야 될 일이지만 말이야......" "네 또 뭔데요?" 민형이 솔깃해져 묻자 희연이 훗- 미소를 지으면서 이렇게 대답했다. "너 자취해야 돼. 말했지? 거기 대전이라고." 쿠궁- 이거야 말로 생각 지 못했던 대 난관인 것이다. 한순간 민형은 하 늘이 흔들리는 것을 보았다. ------------------------------------------------------------------- '자취라지만 나쁘지 않은 곳이야. 화장실도 부엌도 거실에 달려 있고 방은 하나지만 마루도 있다고 했어. 학교 바로 옆이니까 살기에는 편할 거야. 식사는 이제부터 벌어지는 최대의 난관이라고 생각해라 아들.' 이야...... 이거야 말로 대단하구나. 민형은 자기방으로 연결된 2층 계 단을 오르며 조금전 엄마가 살벌한 표정으로 내뱉은 이야기를 상기해 보았 다. 혼자서 살아야 하는 데다가 밥도 직접 해먹어야 한단 얘기다. 거기도 쏙- 빼 놓았지만 청소도 빨래도 모든 것을 다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는 것 아닌가! 민형은 골치가 아파왔다. '고교를 졸업하기 위해 해야 하는 난관 치고는 가벼운 거야.' 마지막의 엄마가 한말을 상기하며 민형은 씁쓸한 표정을 달래었다. 하지 만 민형에게 정작 중요한 일은 그것이 아니었다. 식사도 빨래도 방 청소도 그리고 혼자사는 것도 다 훈련하면 할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한가지, 대 전에 내려감에 따라 수반 되는 괴로운 사항이 하나 있다. '유지영 선생님을 볼 수 없게 되잖아......' 게다가 학원도 그만 두어야 한다. 아버지의 말에 따르면 이번주 안에 내 려 가야 한다고 하니 기껏해야 기한은 3일 정도 였다. 그안에 학원을 그만 두고 대전으로 내려갈 준비를 해야하는 것이다. 민형은 잠자코 방안으로 들어가 수화기를 들고 유지영 선생님의 전화 번호를 누르기 시작했다. - 띠리리리리 - 띠리리리리 그러나 아무도 전화를 받지 않았다. 아직 유지영 선생님이 도착하지 않 았으려니 하고 민형은 수화기를 내려 놓았다. - 삐리리리리리!! 갑자가 큰소리로 민형의 수화기가 울리기 시작했다. 깜짝놀란 민형이 황 급히 수화기를 집어 들었다. "여,여보세요!?" << 아, 민형씨? 저예요. >> "선생님?" 반갑게도 전화를 건 장본인은 유지영 선생님 이었다. 민형은 무슨 텔레 파시가 통한 사람 마냥 신기한 표정으로 전화를 받았다. << 막 집에 도착했는데 전화기가 울리는 거예요. 급히 들어왔지만 끊어 져서 얼른 다시 거는 거예요. 민형씨가 한거 맞죠? >> "네, 어떻게 아셨어요?" << 그냥요. >> 수화기 저편에서 지영의 밝은 웃음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를 듣고 있자 니 민형은 갑자기 마음이 무거워 졌다. 그런 민형의 낌세를 알아 챘는지 지영이 이상하다는 듯이 물었다. << 왜그래요 민형씨? 말수가 적은 것 같아요. >> "아,아니예요. 그보다 선생님, 저 학교 다닐 수 있게 됐어요." << 정말이요!? >> 애써 기운 차리고 반가운 소식을 얘기하자 지영 쪽에서 오히려 더 기뻐 했다. << 그것봐요. 내가 다 잘될거라고 했잖아요. >> "후후, 선생님 덕분이예요." << 정말 그렇게 생각하면 나중에 한턱내요. >> "물론이죠 하하." << 하하 >> 한동안 수화기 이쪽 저쪽에서 웃음이 남발했다. 하지만 민형쪽에 웃음은 곧 끊어져 버렸다. 지영은 아무래도 수상한 민형에 낌세를 눈치채고 재차 물었다. << 민형씨 왜 그래요? >> "사실은...... 선생님......" << 무슨일이에요? 말해봐요. >> 아무래도 심싱치 않은 느낌이 들어 지영은 민형을 제촉했다. 곧 민형이 힘없는 목소리로 이렇게 입을 열었다. "저...... 새로 다니게 된 학교가 대전에 있어요. 그래서 이번주 안에 그리로 내려가야 해요. 아마 한동안은 거기서 있어야 할 것 같아요." 그말을 들은 지영은 잠시 들고 있던 수화기를 미끄러뜨릴 정도로 당황했 다. 이번엔 지영쪽에서 당황한 듯 다그침이 들려왔다. << 그,그럼 학원도 그만 두는 건가요? >> "그래야 될 것 같아요......" << 그럴수가! >>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지영이 탄식했다. 대전으로 내려가 버리다니, 게다 가 학원도 그만두고, 그렇다면 더 이상 만날 수 없다는 얘기잖아. "하지만 아주 만나지 못하는 건 아니예요. 제가 토요일에 올라와서 그때 봐도 되고 또 기껏해야 졸업 할 때까지 뿐이예요. 너무 섭섭해 하지 마세 요, 선생님." << 그,그래도 그렇게 되는 것은 싫어요...... >> 이번엔 갑자기 지영쪽에서 울먹이기 시작했다. 민형은 지영이 많이 섭섭 할 것이라고는 생각했지만 이렇게 충격을 먹을줄은 몰랐기 때문에 당황했 다. 마음속으로는 섭섭하지만 겉으로는 격려하며 보내줄 것이라 생각했던 것이다. "우,울지마세요 선생님. 선생님은 어른이잖아요......" << 어른이라도 몰라요. 그러는게 어딨어요. 혼자 가버리면 어떡하라 구요...... >> 수화기 저쪽에서 견딜 수 없는 지영의 흐느낌이 들려왔다. 그 소리를 들 으니 민형은 갑자기 가슴이 심린해 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멀리 떨어지는 것도 아닌데...... 몇 년씩이나 못보게 되는 것도 아닌데, 흐느끼는 지영 의 목소리를 듣고 있자니 왠지 모르게 이런 힘없는 자신이 원망스러워 졌 던 것이다. << 그곳에 가버리면 전 쓸쓸해서 죽을거예요....... >> 지영이 여전히 흐느끼는 목소리가 수화기를 타고 민형의 귓속으로 전달 되어 왔다. 민형은 그대로 수화기를 꽈악 움켜쥐고 아무말도 하지 못했 다. - 계속 - 『CD의 환상세계-일반소설 (go CDGGAM)』 77번 제 목:[중편L] ## 고교 3년생의 사랑 ## -41 올린이:cdggam (임달영 ) 97/01/27 23:05 읽음:6729 관련자료 없음 ----------------------------------------------------------------------------- ## 고교 3년생의 사랑 ## PART-41 "어떡하니 지혜야...... 민형씨가 지방으로 내려가 버린데...... 난 이 제 혼자 남게 되는거야, 어떡하니......" 오랜만의 지영을 만난 지혜는 지금 매우 당혹스런 심정에 빠져 있었 다. 간만에 얼굴 좀 보자고 불러낸 줄 알았더니 지영은 커피늄의 얼굴을 들어내자 마자 착찹한 심정이 되어 하소연을 시작했던 것이다. 마치 실연 당해서 고민 하는 듯한 그런 지영의 태도에 지혜는 당황스럽기도 하고 한심하기도 해서 그저 그런 그녀를 가만히 쳐다만 보고 있었다. "도대체 지방이라면 어딘데 그래? 얼마나 멀리 가길래 그러는 거야?" "대전......" "뭐? 겨우 대전!?" 지혜는 기가 찼다. 난 또 이상한 나라 라도 내려가서 산다는 줄 알았 네, 지영의 마음 약한 하소연을 더 들어줄 가치도 없다는 듯이 지혜가 당 차게 되받아 쳤다. "얘, 지금 세계가 일일 생활권인데 대전이 무슨 대수니? 너 정말 웃긴 다 얘. 거긴 버스타고 2시간이면 갈 수 있어." "그래도 멀잖니......" "외국으로 이민 가는 것도 아닌데 왜그래? 그 꼬마 녀석이 뭐가 그렇게 대단하다고......" 지혜는 허울 없이 이런 대사를 내 뱉고 아차 했다. 지영이 자신의 눈앞 에서 뚱- 한 표정으로 지혜를 노려 보고 있었던 것이다. 에고 에고, 이건 뭐 연애 수준이 비슷해야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하지 이건 뭐...... 지혜는 지끈 지끈하다는 듯이 손바닥으로 이마를 집으며 고개를 설래설래 흔들었 다. "민형씨가 대전으로 좀 내려가는게 뭐가 그렇게 착찹한 일이라고 그러는 거야......" "넌 네가 사랑하는 사람이 멀리 내려가 버린다는데 아무렇지도 않니?" "너 그 꼬마 자식을 사랑하냐?!" "그래." 지영의 표정이 하도 진지해서 지혜는 기가 막혔다. 도대체 그놈이 뭐 지? 그저 고교생 아냐!? 어떻게 그렇게 사랑한다는 말이 쉽게 나오는 거 야, 그것도 유지영이 입에서. 지혜는 어이가 없었다. "너, 너, 너...... 지금 네가 연애를 처음 해봐서 그래, 네,네가 실수 할까봐 얘기하는 건데 그 녀석, 아니 민형씨가 아무리 멋진 놈이라고 해도 현실적으로는......" "괜찮아." 지영이 고개를 흔들었다. 그런 그녀의 얼굴은 매우 슬퍼 보였다. "난 현실하고는 상관없이 민형씨가 좋아. 그런 남자는 다시 만날 수 없 어." "왜 그런 생각이 드는 거니......?" 지영의 표정이 너무 진실해 보였기 때문에 지혜는 자기도 모르게 그렇게 물어 보았다. 대학 시절에 지영은 항상 거짓말을 못하고 자기 감정을 잘 들어내지 않는 여자였다. 겉으로 표현하는 것보다 생각으로 차지하는 부분 이 더 많았기 때문에 쉽사리 경솔하게 말을 내뱉는 짓은 하지 않는다. 그 런 지영의 말이였기 때문에 더욱 비중있게 들렸는지도 모를 지혜였다. "민형씨는 다름 남자들이랑 다르기 때문이야." "달라? 뭐가 그렇게 달라?" "그건 나도 몰라......" 지혜가 꼬치꼬치 캐묻자 지영은 모르겠다는 듯이 고개를 흔들었다. 지 혜는 지영의 그런 애메모호한 대답에 더욱 궁금함을 느낄 수 밖에 없었 다. "하지만 그 남자는 왠지 다 이룰것만 같애...... 나보다 훨씬...... 아니 나같은 건 발끝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로 크게 보여." "지영아 그건 너의 착각이야. 네가 좋아하는 사람이 잘되길 바라는 마 음이 너무 커서 일어나는 착각이라고." 지혜는 아무래도 지영이 단단히 빠졌다는 생각에 걱정이 앞서기 시작했 다. 그러나 지영은 지혜와는 생각이 많이 다른 모양이었다. "그럴지도 몰라 하지만......" 지영은 민형에게 느껴지는 어떠한 존재감을 인정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 사람은 너무 크게 보여......" 그것은 반드시 지영의 착각만은 아니었다. "그래서 때때로 얼마나 두려워 지는지 몰라......" "지영아......?" 끝까지 부정하고 싶은 지혜였지만 어딘가 모르게 미묘한 심정이 뒤틀 리는 것을 막을 수 없는 그녀였다. 지영은 무엇 때문에 그 소년에게 이리 도 집착하고 있는 것일까, 일류 서울대를 나와 사회에서 원하는 모든 것 을 첫 번째로 실행하고 있는 그녀가 왜 유독 그 고교생인 소년에게 집착 하고 있는 것일까...... '그것이 남들이 말하는 그런 것일까......' 지혜는 그것이 '운명'이라 부르는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 다. .................................................... . . . . . . 지영이 지혜와 만난 같은날 민형은 수업이 끝날 때 쯤 시간을 맞추 어 학원에 도착했다. 별다른 절차 없는 수강 취소를 손쉽게 마치고 민형 은 학원 대기실에서 유지영 선생님 크레스에 수업이 끝나기를 기다렸다. 이제 내일이 되면 민형은 대전으로 내려 가야만 하는 것이다. 왠지 모르게 유지영 선생님과의 오늘 만남이 비중있게 느껴졌다. '그렇게 멀리 가는 것도 아닌데......' 민형은 이렇게 생각하며 스스로를 달래었다. 결국 꿈을 위해 시작했던 이 학원도 폭력에 의해 포기하게 되고 마는구나, 민형은 착찹한 심정으로 유지영 선생님이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 교실 문이 열리고 북적 북적 많지 않은 수강생들이 빠져 나왔다. 민형은 대기 안에서 일어나 목 을 뺐다. "선생님......?" 맨 뒤에 교실을 빠져 나오는 유지영 선생님은 평소와 다름 없는 얼굴이 었다. 매우 태연해 보이고 맑은 표정이 민형을 안심 시켰다. "선생님." 민형이 강사실로 들어 가려는 지영을 불러 세웠다. 갑자기 우뚝 멈춰선 지영이 뒤를 돌아 보았다. 고개를 돌리는 그녀의 표정은 매우 착찹한 얼 굴이었다. 민형은 순간 흠칫했다. "민형씨......?" 오늘 민형이 수업에 빠졌기 때문에 매우 걱정하고 있던 기미가 단번에 나타났다. 민형은 그제서야 알았다. 유지영 선생님은 태연했던 것이 아니 다. 다만 수업을 위해 태연한 척 했을 뿐이라는 것을...... "민형씨, 오늘 왜 안나왔어요. 난 오늘 가 버린줄 알았잖아요." 지영이 농담반 망설임 반으로 이렇게 입을 열자 민형은 어색한 표정으 로 태연한 척 빙긋이 웃었다. "그럴 리가 있나요, 오늘 수강 취소를 하려고 조금 늦게 왔어요." "그,그래요......" 수강 취소, 대전에 내러가기 위한 당연한 절차이지만 그 말을 하는 민형 도 지영도 그 말의 무거움에 진져리를 치고 싶었다. 수강 취소, 수강취소 ...... 이제 민형은 정말 학원을 그만두고 대전으로 내려가는 것이다. 그 의도가 확실해져 오니 지영은 가슴이 떨렸다. "금방 나갈테니 기다려요." "그러죠......" 민형은 힘없는 표정으로 강사실로 들어가는 유지영 선생님을 바라보며 착찹한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 . . . . . . . . . . 두 사람은 학원 근처에 커피늄에 들어 갔다. 내일 헤어질 연인 사이치고 는 그리 시간이 많은 것은 아니었지만...... 어쨋든 민형은 서먹서먹한 기 분으로 앞서가는 지영을 따라 찻집으로 향했다. 찻집에 자리를 잡고 앉아 간단하게 커피 두잔을 시키니 민형은 마음이 갑자기 무거워 졌다. 눈앞에 앉아 있는 유지영 선생님은 무슨 의도인지 좀처럼 말이 없었다. 그 침묵이 민형에게는 천근과도 같았다. "대전에 가게 되면 전화 자주 하실거죠?" "네? 무,물론이죠." 서먹함을 풀려는 듯이 지영이 먼저 입을 열자 민형은 깜짝 놀라 이렇게 대답했다. 어제 전화 한것과 같은 서러움같은 것은 보이지 않았지만 선생 님의 주위에서 풍기는 강한 미련이 민형은 부담스럽게 하고 있었다. "나 민형씨가 대전에 내려간다고 해도 가슴아파 하지 않겠다고 오늘 결 심했어요. 민형씨에게 좋은 일인데 내가 방해하는 것만 같아서 마음에 걸 렸어요......" "무,무슨 그런 말을, 아니예요 선생님. 그리고 대전이 그렇게 먼곳도 아 니예요." 민형은 애써 지영을 위로하려는 마음에 밝은 표정을 지어 보이며 대답 했다. 그러자 지영 쪽도 빙긋 웃었다. "맞아요......" "하하, 그럼요." 그럼 그렇지, 유지영 선생님은 언제나 이해심 많은 성격이 장점 이었지 않은가, 민형은 지금까지 가지고 있었던 무거운 마음이 한꺼번에 풀려 나 가는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고 하죠...... 아무리" "네......?" 청천벽력, 민형의 머리속에서 요란하게 천둘이 잃었다. 유지영 선생님 이 이런 말을...... 민형은 지영의 말 한마디와 그녀의 애절한 듯한 얼 굴을 쳐다보며 숨이 막힐 것 같았다. "아무리 가깝다고 해도 몸이 멀리 떨어져 있는 만큼......" "서,선생님......" 민형은 왠지 할말을 잃고 착찹한 심정으로 어찌할 바를 몰랐다. 유지영 선생님, 그렇게 섭섭한걸까? 그녀 만큼 괴로워 하지 않는 나는 이기적인 녀석인가......? 민형은 자신의 진짜 마음을 알 수가 없었다. "민형씨, 민형씨는 정말 대단한 사람이예요. 당신은 절대로 나에게 연 연할 사람이 되지 못해요......." "서,선생님 도대체 그게 무슨 소리예요......? 난......!" 지금 선생님을 제일 좋아해요! 라고 외치려고 했지만 민형은 거기 까지 나왔던 말을 꿀꺽 삼켰다. 뭘까, 강한 거부감이 민형을 막고 있었다. "나,난 그렇게 시시한 남자는 아니예요." 대신 민형은 이렇게 한마디 했다. 뭔지 모를 불안함을 느끼는 지영을 위 로해 주고 싶은 것은 민형의 진심이었다. 지영은 그런 민형을 바라보며 알 수 없는 의미로 빙긋이 웃었다. "나가요 우리......" "네? 네." 커피가 오지도 않았는데 지영은 커피값을 지불하고 바깥으로 빠져 나갔 다. 민형은 그런 지영의 태도에 심한 불안함을 느끼고 있었다. ------------------------------------------------------------------ 둘은 종로 거리를 걸었다. 현란한 네온사인의 간판들과 쉴세 없이 걸어 가는 행인들이 북적되는 서울의 도심이었다. 지영은 아까부터 어딘가로 걸 어가고 있었다. 민형은 그녀의 의도를 알수가 없어 잠자코 따라가기만 했 지만 오늘 같은 분위기는 별로 달갑지 않은 터였다. 한참을 걸어가던 지 영이 사람이 별로 없는 한적한 곳에서 멈춰 섰다. 그것은 도로에서 조금 벗어난 빌딩들 사이에 골목이었다. "민형씨...... 부탁이 있어요." 멈춰서 지영이 민형을 바라보며 망설이듯이 시선을 흘렸다. 그녀의 얼굴 이 어찌된 일이지 발갛게 상기되어 있었다. 민형은 아무것도 모르는 얼굴 로 그런 지영을 바라보았다. 순간 그녀가 떨리는 입술을 때었다. "대전으로 내려가기 전에 나를 안아줘요." 그녀 역시 고민 끝에 내뱉은 그 한마디는 눈앞에 민형을 압도하기에 충분한 말이었다. 그런 민형과 지영의 머리위에는 노란색 야광으로 번쩍 이는 '모텔'의 간판이 휘황 찬란하게 빛나고 있었다. - 계속 - 『CD의 환상세계-일반소설 (go CDGGAM)』 78번 제 목:[중편L] ## 고교 3년생의 사랑 ## -42 올린이:cdggam (임달영 ) 97/01/29 22:23 읽음:7960 관련자료 없음 ----------------------------------------------------------------------------- ## 고교 3년생의 사랑 ## PART-42 "쉬다 가실 겁니까?" "그럴꺼에요." 모텔안 종업원의 물음에 지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민형은 현재 머리 상 태 백지로 멍멍한 얼굴로 가만히 서 있을 뿐이었다. "2만원 입니다." 선불이었다. 지영이 돈을 지불하자 종업원이 두 사람을 2층으로 안내 했 다. 기다란 복도에 오밀조밀 하게 방문이 모여 있었는데 그 수가 대충 10 개가 넘었다. 밖에서는 별로 커 보이지도 않는 모텔이었는데 안에 이렇게 방이 많다니? 그것도 2층만! 민형은 처음 와보는 모텔안에서 어안이 벙벙 할 뿐이었다. "편히 쉬십시오" 방안으로 둘을 안내한 종업원이 바깥으로 나가며 문을 닫자 방안의 정적 이 잃었다. 지영 역시 머쓱한 표정으로 방안을 쳐다보고 있었기 때문에 민 형은 삐쭉삐쭉 방안으로 들어가 안을 둘러 보았다. 이럴 때 겁먹지 말고 남자다운 당당함을 보여야 했기 때문이다. 방안에는 커텐이 쳐진 작은 창 문과 옷장이 하나, 그리고 VTR이 함께 장착되어 있는 TV, 마지막으로 냉장 고와 침대가 하나 있었다. 그 침대를 보는 순간 민형은 꿀꺽 침을 삼켰 다. 이거 들어와 버린게 실감나는군 그래...... 머리속이 빙글빙글 돌았 다. 민형은 애써 태연한 채 하며 냉장고를 열어 보았다. 안에는 석수 2병 과 청량제 2병이 들어 있었다. 음, 2개씩 준비된걸 보니 그룹으로는 역시 오지 않는 모양이군...... 섬쓺하다. 민형은 계속 냉장고를 열었다 닫았다 하며 지영에게 고개를 돌리지 못했다. "계속...... 그러고 있을 거예요......?" 쿠궁- 심장이 확 멈춰버릴 것 같은 유지영 선생님의 나지막한 목소리, 민형은 쿵쾅 거리는 가슴을 한손으로 움켜 잡으며 비틀비틀 자리에서 일 어 났다. 고개를 돌리자 마찬가지로 머쓱한 듯 어깨를 움추리고 서 있는 유지영 선생님의 모습이 있었다. 민형은 한순간 혼란스러웠다. '선생님은 처음일까?' 아니면 이런곳에 온 경험이 있는 걸까, 24세라는 나이는 적지 않은 나 이다. 민형은 문득 이런 생각이 드는 자신을 나무라며 나무 인형처럼 딱딱 한 몸으로 저벅저벅 지영의 앞으로 다가갔다. 둘은 그상태로 아무말도 하 지 않고 뚫어져라 서로의 얼굴만 쳐다 보았다. 민형은 등에 송글송글 식은 땀이 맺혔다. "선생님......" 가까스로 입을 열었으나 다음 말이 시작되지 않았다. 뭐라고 해야 할 까 이거...... 벗어요? 무식한 놈으로 보일거다. 살살 해줄께요? 아니다 경험이 많아 보인다. 만화에서 보면 이럴 때 뭐라고 하더라, 아아 왜 이 리 생각이 안나는 거지! 그때 지영이 먼저 입을 열었다. "먼저 샤워 할께요." 이거다! 바로 이거야! 엥? "아, 그,그러세요." 민형은 엉겹결에 눈이 둥그래져서 대답했다. 그렇군, 샤워 먼저 하는 거 였지, 민형은 샤워실로 들어가는 유지영 선생님의 뒷 모습을 물끄러미 쳐 다보면 긴장으로 인해 축축해진 자신의 등을 만져 보았다. 과연 이것이 옳 은 일일까...... 혼자 남게 되자 생각이 깊어지기 시작했다. - 쏴아아아 샤워실에서 물소리가 들려왔다. 민형은 침대위에 걸터 앉아 한숨을 쉬며 샤워실쪽을 쳐다보고 있었다. 언젠가 이런 일이 있을거라는 상상은 많이 해 보았다. 하지만 그 대상이 유지영 선생님일 거라는 생각은, 물론 아주 해보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그리 많지는 않았다. 민형은 몇분을 다투는 이 상황속에서 쉴세없이 옳고 그름을 따지며 복잡한 심정을 달래기 시작했 다. 잘할 수 있을까? 유지영 선생님도 처음일까? 아니, 그보다 이런식으로 나가도 좋은걸까? 가슴이 쿵쾅 거리고 아무리 노력해도 침착해 질 수가 없었다. 그때 딸칵 문소리가 나고 욕실문이 스르륵 열렸다. "아......?" 그 안에서 살짝 몸을 내민 유지영 선생님을 본 순간 민형의 머리속은 새하얗게 백지로 변해 버렸다. 타올을 감은채 젖은 머리를 늘어 뜨리며 홍조띈 얼굴의 유지영 선생님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다웠다. 민형은 침대에 걸터 앉아 멍하니 유지영 선생님을 쳐다보고만 있었다. 그의 시선을 눈치챈 지영이 쑥쓰러운 듯이 샤워실 뒤로 살짝 몸을 숨겼 다. "너무 보지 마세요......" "아, 네, 네!" 민형은 얼굴이 빨개져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에쁘다, 너무 예뻐서 미칠 것 같다. 유지영 선생님을 본순간 모든 잡념이 한꺼번에 날아가 버 린 자신이 놀라울 정도였다. 저런 여자를 이런 기회에 안지 않으면 언제 안아 본단 말인가? 아마 일평생 기회가 없을지도 모른다. 이 기회에 내껄 로 만들어 버려야 한다! 음, 이것이 남자의 본심인가...... 허허 참. "민형씨도 씻으세요." "그, 그래야죠." 지영이 머쓱하게 묻다 민형은 머리를 긁적 거리며 지영과 터치 했다. 욕실안에 들어가 옷을 벗으면서 민형은 문득 굉장한 어색함을 느꼈다. 그 러고 보니 집이 아닌 욕실에서 옷을 벗은 것은 공중 목욕탕을 제외하고는 여기가 처음이다. 갑지가 휑- 한 기분이 들어 매우 썰렁했다. 아마 유지영 선생님도 같은 기분 이었을 것이다. 아니 남자인 내가 이 정도면 선생님은 더 심하셨겠군. 민형은 이런 생각을 하며 샤위로 몸을 씻기 시작했다. "......" 한편 침대위에 앉아 있는 지영은 머리카락을 만지작 거리며 불안한 심 정을 달래고 있었다. 아까부터 이상하게 알 수 없는 오한이 생겨 몸이 부르르 떨려 왔다. 처음이었다. 지영도 이런곳에 온 일이나 남자에게 안 아 달라고 한 것은 처음이었다. 의외로 민형이 별로 놀라지 않은 것 같아 서 지영은 신기하기도 하고 당황되기도 했다. 민형씨는 이런곳에 온 경험 이 있을까...... 지영은 후우- 한숨을 내쉬며 눈을 아래쪽으로 내리 깔았 다. 그때 속사포로 샤워를 끝마친 민형이 벌컥 문을 열고 나왔다. 지영은 깜짝 놀라 고개를 들어 민형을 바라 보았다. 그렇게 당당하게 문을 열고 나올 줄은 몰랐기 때문에 반사적으로 취한 행동이었다. 민형은 하반신에 타올을 걸친채 조금 굳은 얼굴로 걸어 나왔다. 지영은 가슴이 두근두근 떨 렸다. 얼굴이 점점 붉어지고 손가락이 꿈틀꿈틀 움직였다. 민형쪽에서도 긴장하기는 마찬가지였지만 애써 태연한 듯이 굳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민형은 침을 꿀꺽 삼키며 일단 지영을 가볍게 안아 줘야겠다고 생각하고 그걸 실행에 옮겼다. "자,잠깐!" 순간 지영이 화들짝 놀라 몸을 뒤로 뺐기 때문에 민형의 심장도 덜컥 내려 가는 것만 같았다. "왜,왜그러세요 선생님?" "하,할말이 있어요 민형씨......" "뭔데 그러세요?" 간 떨어질뻔 했네, 할말이 있으면 진작하지 이렇게 결정적인 장면에서 큰소리로 외칠게 뭐람, 민형은 조금 김이 세기도 하고 또 긴장도 약간 풀 린 기분이 들어 느슨한 표정으로 지영을 바라 보았다. 지영은 떨고 있는 듯 했다. "머,먼저 키스부터......" 억, 그런 요구였어? 그런거라면 사양하지 않으마! 민형은 유지영 선생 님의 옆에 같은 자세로 앉아 위쪽에서 지영의 입술을 덥었다. 지영은 유 순하게 턱을 들어 민형의 키스를 받아 들였다. 그 상태에서 어떤 기교도 없었기 때문에 민형은 그저 입을 대고 있을 뿐이었다. 순간 민형은 느꼈 다. 점점 심하게 떨려오고 있는 유지영 선생님의 반응을...... "?" 그녀의 몸이 마치 오한이 나듯이 덜덜덜 떨리기 시작했다. 게다가 얼 굴은 창백했고 결코 좋아 보이지 않았다. 손을 대자 같이 움직일 정도로 떨림이 심해졌기 때문에 민형은 입술을 때어 내고 물었다. "왜,왜그러시죠......?" 이거 뭔가 잘못 된건가? 도대체 알 수가 있어야지! 그때 지영이 여전 히 떨리는 몸으로 주춤주춤 입을 열었다. "처,처음이라...... 나는......" 그 말을 듣자 민형은 마치 모든 불안이 씻겨 나가듯이 평온한 마음이 되 었다. 그렇군, 역시 유지영 선생님도 처음이었던 거야. 그럼 그렇지, 그녀 가 나말고 다른 남자에게 안겼을리가 없었던 거야. 민형은 갑자기 힘이 생겨 지영의 어깨를 꽉 붙잡았다. 그녀의 어깨를 갸날프고 눈처럼 희었 다. "선생님, 후,후회 없으시죠." 대범하게 민형은 이렇게 물었다. 그러자 지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떨 림은 멈추지 않았지만 민형쪽에서 강하게 나오자 거부할 엄두도 나지 않았 다. 민형은 그대로 긴장된 마음으로 지영이 감고 있는 타올을 밑으로 내렸 다. 잠시후 민형은 온몸의 피가 뜨거워 지는 것을 느꼈다. 아, 유지영 선 생님의 젖 가슴도, 그리고 가늘고 긴 목의 라인도, 모든 것이 마치 그림 처럼 너무나 아름다웠던 것이다. 안고 싶다, 이 여자를 안고 싶다는 마음 이 너무나 간절해졌다. 민형은 지영을 돕히고 자신은 그 위로 올라갔다. 지영은 거부하지는 않았지만 고개를 옆으로 돌리고 여전히 빨개진 얼굴로 시선을 내리고 있었다. 몸은 여전히 덜덜 떨리고 있었다. "미,민형씨......" 그녀가 누운 상태로 사색이 되어 입을 열었기 때문에 민형은 문득 그녀 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사,사랑해요......" "......선생님." 민형은 흐믓하고 포근한 기분이 들어 그녀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희미하게 웃었다. 이제 아무것도 긴장되지 않았다. 그녀가 자신을 사랑하 고 또 좋아한다는 걸 너무나 확실하게 알게 되었기 때문일까, 민형은 고 개를 숙여 그녀의 목에 키스하고 천천히 밑으로 입술을 가져 갔다. 가슴 에 도달했을 때 지영이 움찔 몸을 떨었다. 그녀는 마치 목석 같았다. "선생님 정말 예뻐요, 눈이 부실 정도로......" "그,그래요?" 민형이 자기 자신도 놀랄 정도의 부끄러운 말을 스스럼 없이 하자 지영 은 여전히 굳은 얼굴로 애써 빙긋 웃어 보였다. "눈을 꼭 감으세요." 그날밤 두 사람은 믿음과 사랑이라는 것을 전제로 하나로 맺어졌다. 그날 은 어쨋든 두 사람에게는 의미있는 날로 기억 되었다. - 계속 - 『CD의 환상세계-일반소설 (go CDGGAM)』 79번 제 목:[중편L] ## 고교 3년생의 사랑 ## -43 올린이:cdggam (임달영 ) 97/02/23 23:54 읽음:6590 관련자료 없음 ----------------------------------------------------------------------------- ## 고교 3년생의 사랑 ## PART-43 대전으로 내려간 민형이 살곳은 도심을 조금 빠져 나가 한적한 동네에 자리잡고 있었다. 그곳은 고속 버스터미널과 매우 가까웠으며 또 민형이 다녀야 할 중영 실업 고등학교의 조금 떨어진 곳에 붙어 있었다. "음, 이집인가......?" 주소가 적힌 종이 쪽지와 눈앞에 보이는 대문을 번갈아 보며 민형이 어 깨를 으쓱했다.이제부터 자신이 살집...... 민형은 앞에 서서 대문을 물끄 러미 바라다 보며 숨을 죽였다. -끼익 문을 열고 들어가자 그리 넓지 않은 낡은 가옥이 보였다. 양옥이 아닌 한옥이라는 것이 문득 민형을 두렵게 했지만 그는 용기를 내서 안으로 들 어갔다. 집안에는 아무도 없는 것처럼 조용 했다. "으음......" 집안을 대충 살펴보니 일층짜리 가옥에 중간에 ?은 마루가 있고 마루 양 사이드에 방이 하나씩 있는 그리 크지 않은 집이었다. 역시 자취집이라 후졌군...... 이라고 생각하며 민형은 어기적 어기적 안으로 들어가 마루 에 쿵- 하고 짐을 내려 놓았다. "휴우......" 낡은 한옥 지붕이 삐걱삐걱 소리를 내며 민형의 머리위에 매달려 있었 다. 문을 드드륵 열고 안을 보니 안은 조금 신식으로 꾸며져 방과 이어진 또다른 마루와 부엌, 그리고 냉장고와 TV등이 놓여져 있었다. 방은 화장실 건너편에 있는 것 까지 모두 두개 인 것 같았다. "이제 이런 곳에서 살아야 되나......" 얼마전 까지만 모든 것이 갖추어져 있던 2층 양옥집에서 살던 자신을 비 추어 보며 민형은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 민형이 다니게 된 중영 실업 고등학교는 대전에 있는 실업계에서 꽤 유 명한 학교였다. 자신이 어떻게 이런 학교에 편입되게 되었는지 모르지만 민형은 이때 만큼은 정말 아버지의 수완에 감탄하고 있었다. "네가 공부하게 될 교실은 3학년 1반이다. 보통 이런 시기에 전학을 오 지 않는데 드문 케이스구나. 어쨋든 담임 선생님은 교무실에 계시는 송미 라 선생님 이시니 가봐라." 교감의 설명이 끝난후 민형은 교감실을 빠져나가 옆에 붙어 있는 교무실 로 향했다. 그곳에서 담임이라는 송미라 선생님을 묻자 한 교무직원이 가 장자리에 있는 책상 하나를 가리켰다. 그곳에는 안경을 낀 곱상한 외모의 여성이 무엇인가를 읽고 있었다. "저, 송미라 선생님 이십니까." "음, 누구지?" 그녀가 고개를 들고 민형을 쳐다 보았다. 머리카락이 살랑 휘날려 꽤 귀 여워 보이는 얼굴이었다. 민형은 갑자기 서울에 두고온 유지영 선생님이 생각났다. "오늘 전학오기로 한 학생입니다. 정민형 이라고......" "아, 네가 정민형이니? 아 그래 잘왔다. 이제 수업 시작 시간이니까 같 이 교실로 올라가자." 담임이 이렇게 말하며 학급일지를 들고 일어서자 민형이 잠자코 따라 나 섰다. 복도를 지나 3층으로 올라가자 그 맨 끝에 3학년 1반의 푯말이 보였 다. 교실은 여느 학교와 마찬가지로 시껄벅적 떠들썩해 있었다. 민형은 교 실도 들어가기 전에 얼른 주머니에서 안경을 끼었다. 도수가 없는 것으로 유지영 선생님이 마련해 준 것이었다. 좀더 착실하게 보여서 싸움의 껀수 를 줄일 수 있는 비장의 아이템 이었다. "어머, 너 안경 쓰니?" 교실 문 앞에서 얼른 안경을 쓰는 민형을 바라보며 이상하다는 듯이 송 미라 담임이 물었다. 민형은 태연하게 대답했다. "네, 학교에선요." "눈이 나쁜가 보구나." "조금요." "그럼 앞자리 쪽으로 마련해 주어야 겠군." '괜찮은데......' 이거 잘못 걸렸구나 라고 생각하면서 민형은 어기적 어기적 담임을 따라 교실로 들어갔다. - 드르륵 순간 와글와글 떠들썩 목소리들이 딱 조용 해졌다. 송미라 선생이 교탁 앞으로 나아가 학급일지로 교탁을 탕탕 때렸다. "자자, 조용조용. 오늘 새 친구가 왔다. 멀리 서울에서 온 친군데 앞으 로 사이좋게 잘 지내라." 담임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교실의 모든 시선이 민형에게 주욱 쏠렸 다. 반은 남자 반은 여자가 앉아 있는 남녀 공학 이었다. 하지만 민형은 원래 공학에서 공부했기 때문에 그다지 어색하지는 않았다. "자, 자기 소개 해라." 담임의 말대로 민형은 고개를 슬쩍 숙이며 자기 이름을 밝혔다. "정민형 이라고 합니다. 잘 부탁합니다." 민형은 이렇게 이야기 한 후 고개를 슬쩍 들었다. 교실의 많은 아이들이 자신을 주목하고 있는 것을 보니 조금은 쑥쓰러웠다. 그때 담임이 민형이 앉을 만한 자리를 스윽 섞어보며 입을 열었다. "어디쯤 앉으면 좋을까, 역시 앞 자리가......" "안경을 끼면 아주 잘 보입니다 선생님." "어머, 그래?" 민형은 혹시 앞 자리로 앉혀지지 않을까 걱정한 나머지 얼른 이렇게 말 을 꺼냈다. "그럼 아주 잘 됐구나, 마침 뒷자리가 비어 있으니까 저기 가서 앉도록 해라." 민형은 선생님이 가리킨 자리로 고개를 돌려 자신의 옆자리와 주위에 있 는 학생들의 상황을 살폈다. "......" 보통 일반적인 고등학교에는 뒷자리에 지켜지는 규칙 같은 것이 있다. 즉 뒷자리에 앉는 것은 그 반의 불량한 패거리의 차지인 것이다. 민형 역시 그런 것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민형은 자신의 자리를 바라보며 고개 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는 천천히 반 아이들을 가로질러 선생님이 지목하 신 자신의 자리로 걸어 갔다. "......" 한 키가 큰 녀석이 껌을 씹으며 민형을 쳐다 보고 있었다. 짧은 머리를 무스로 요란하게 흔들어 마치 추락한 비행기가 지나간 잔디밭과 같은 머 리를 한 녀석이었다. 그는 아무말로 하지 않고 자신의 옆에 앉는 민형을 턱을 툭 내민 얼굴로 거만하게 바라보았다. 하지만 민형은 아무말도 하지 않고 자리에 앉아 책가방을 걸었다. 개새끼, 되게 벨 꼴리게 쳐다보는군. 죽여 버릴까보다. 민형의 속 마음은 대충 이랬다. 하지만 민형은 그런 자 신을 달래며 엄마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아니 유지영 선생님의 호의를 져 버리지 않기 위해 잠자코 안경을 한 번 바로 고쳐 잡았다. "그럼 특별한 전달 사항이 없는 관계로 여기서 종례를 마치겠다. 그럼 떠 들지 말고 얌전히 1교시 수업 준비해." 반장이라는 여자 아이가 일어나 차렷 경례를 한 후 담인은 교실을 나갔 다. 주위에 공기가 풀어지고 조금은 편안한 분위기로 돌아왔다. 민형은 처 음 전학을 왔기 때문에 아는 사람도 하나 없었고 조금은 외로왔다. "야, 비켜" "!" 그때 민형의 옆 자리에 앉은 녀석이 자신의 발로 민형의 의자를 주욱 밀 며 일그러진 얼굴로 이렇게 말했다. 순간 민형은 벌컥 화가 났으나 꾹 참 고 의자를 조금 앞으로 당겨 앉았다. 자리에서 일어난 무스 머리가 책상을 벗어난 후 민형을 돌아 보았다. 민형은 그때 까지 책을 뒤적이느라고 그의 시선을 눈치채지 못했다. "야, 전학생" 그가 민형을 불렀고 그제서야 민형이 고개를 들었다. 무스 머리는 양손을 주머니에 쑤셔 넣은채 껌을 질겅질걸 씹으며 험상궂은 얼굴로 입을 열었 다. "나 나갔다 올때까지 콜라 하나 사다 놔." "!?" 뭣이라? 아니 이놈이 뒈지고 싶어 환장을 했나! 민형은 하도 황당하고 어이가 없어서 멍하니 무스 머리를 올려다 보았다. 그러자 그는 민형은 몇 초간 노려보더니 슥 등을 돌려 교실을 빠져 나가고 말았다. - 계속 - 『CD의 환상세계-일반소설 (go CDGGAM)』 80번 제 목:[중편L] ## 고교 3년생의 사랑 ## -44 올린이:cdggam (임달영 ) 97/02/23 23:55 읽음:6293 관련자료 없음 ----------------------------------------------------------------------------- ## 고교 3년생의 사랑 ## PART-44 "너 콜라 사러 안갈꺼니?" 마침 책 정리를 막 끝마친 민형의 옆으로 몇 명의 아이들이 모여 들었 다. 그들은 다른 학교와 마찬가지로 전학생에게 흥미를 가지고 있는 이들 이었다. 그러나 그들의 접근 방식은 보통의 케이스인 어디에서 왔니? 공 부는 몇등했니? 집은 어디니? 하는 것들이 아닌, 너 콜라 사러 가지 않을 작정이냐 라는 것이었다. 민형은 대수롭지 않은 표정으로 자신에게 말을 건 여학생에게 고개를 들었다. 어깨까지 오는 단발 머리를 가진 단정 해 보이는 소녀였다. "무슨 말이지?" 민형은 짐짓 모른체를 그녀를 올려다 보았다. 곁에 모여든 몇몇의 아이 들도 다들 민형을 걱정하고 있는 듯 했다. "너 이대로 있으면 혼이 날꺼야." "그래, 기현이는 우리 반 보스야. 게다가 총보스의 오른팔이라고" 보스? 총보스의 오른팔? 그거 참 익숙한 말이군, 한때 서울의 총 보스였 던 민형은 그 말을 들으니 왠지 서울로 돌아온것만 같은 기분이 들어오히 려 긴장이 풀어졌다. 그러나 그런 민형의 마음을 알지 못하는 다른 아이들 은 모두 민형의 태연한 태도를 아직 상황을 파악하지 못해 실수하고 있는 걸로 생각하고 있었다. "자 콜라." 그때 누군가가 책상위에 탁- 소리를 내며 캔 콜라를 내려 놓았다. 민형 은 무슨일인가 해서 콜라를 가져온 누군가를 올려다 보았다. 찰랑찰랑한 고운 갈색 긴머리를 해어 밴드로 고정시킨 단정한 외모에 예쁜 아가씨가 보였다. 그녀는 골치아픈 표정을 지으며 민형을 향해 휴- 한숨을 내쉬었 다. "넌 오늘 처음 왔으니까 잘 모르나 본데, 일이 더 시끄러워지기 전에 내 가 사온거야. 나중에 설명해 줄테니까 일단 그렇게 알아." "넌 누구야?" 민형이 묻자 콜라를 사온 소녀 대신 옆에 있는 남자아이가 대신 대답해 주었다. "얜, 우리반 반장이야." "신의연 이라고 해, 어쨋든 우리반에 온걸 환영해. 잘 부탁해." 신의연이라 자신을 소개 받은 긴머리 반장이 싱긋 웃으며 어깨를 으쓱 해 보였다. 민형은 그들의 호의가 고마워 자신도 웃으며 대답했다. "그래, 난 정민형이야. 잘 부탁해." "그래 그래, 내 이름은 민주리야." "난 권준호야." 처음에 민형에게 말을 걸었던 여자아이와 몇몇의 아이들이 자신의 이름 을 밝히기 시작했다. 민형은 각자에게 한 번씩 인사를 하며 애써 서먹서먹 한 분위기를 돌리기 시작했다. "근데 반장." "의연이라고 해." "아, 그래 의연반장. 묻고 싶은게 있어." "뭔데?" 민형의 물음에 의연이 궁금한 듯이 물었다. 민형은 대충 사연을 알고는 있었지만 모른체 하고 의연에게 물었다. "그 무스머리가 콜라를 사오라고 했다고 반장까지 나서서 사와야 하는 이유가 뭐지? 그 녀석이 그렇게 두렵나?" 순간 모두의 얼굴이 가라앉고 마치 해서는 안될 말을 들은 것 처럼 조용 해 졌다. 민형이 너무나 정확하게 그들의 약점을 찔렀기 때문인지도 몰랐 다. "그건 말이야...... 말하자면 길어. 넌 전학생이니까 일단 일에 말려들 지 않는게 좋아. 처음에 찍히면 곤란하단 말이야." "도대체 무슨 일이야?" 민형은 모른체 하고 계속 물었다. 그러자 모두들 의연이에게 시선을 돌 렸고 하는 수 없다는 듯이 의연이 민형에게 입을 열었다. "할 수 없군, 그렇다면 설명해주지. 넌 잘 모르겠지만 우리 학교는 말이 야, 이 지역에서 유명한 일류 실업고야." "유명하다고? 그게 무슨 상관이지?" 야, 이 학교가 그렇게 유명한 곳이란 말이야? 잘도 이런곳에 편입 시켰 군 아버지, 이거 전학온게 꼭 나쁘지 많은 않은데, 민형은 이렇게 생각 속 으로 히죽 웃었다. 그러나 뒤에 이어지는 의연이 대사가 기가 찼다. "너무 좋아하지만, 학업 성적이 아니라 싸움 실력이 일류야. 너무 유명 해서 근처에 모르는 집이 없을 정도야." 윽, 그러면 그렇지, 아버지 이런 학교에 넣어 주고는 어떻게 싸움을 하 지 말라는 말입니까, 민형은 갑자기 허무해 졌다. "대전시 지역의 총 보스인 유택천이가 우리 학교에 있기 때문에 매일매 일 패싸움이 벌어지고 각 반에 그 녀석의 부하들이 하나씩 있어. 그 녀석 들 말에 거역하며 아주 피곤해 진다고, 이 정도면 너도 대충 알아 들었 지?" "응, 굉장히 뻔한 이야기로구나." 민형이 시시하다는 듯이 입을 열자 갑자가 의연의 얼굴이 붉어졌다. "너 우리를 우습게 보는거야?" 의연이 욹그락 붉으란 한 표정으로 민형에게 목소리를 깔자 민형은 그 렇지 않다는 듯이 고개를 흔들었다. "그건 아니야. 그보다 신경 써 줘서 정말 고마워 반장. 자 돈 줄게." 민형은 진심으로 고맙다는 인사를 하며 주머니에서 동전을 꺼내려 했 다. 그러자 의연이 괜찮다는 듯이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 됐어, 네가 오늘 전학온 기념이기도 하고 또 네가 잘 생겨서 공짜 로 주는거야." "뭐......?" 민형이 멍한 표정으로 어쩔줄 모르자 주위에 아이들이 동시에 웃음을 터 트렸다. 그때였다. 갑자기 교실 뒷문이 드르륵 열리고 김기현이 들어왔 다. 동시에 민형의 주위에 몰려 있던 아이들이 하나둘씩 자기 자리로 돌아 갔다. "좀 참아." 의연이 뒷맛이 나쁘다는 듯이 민형의 어깨를 툭 치고 자기 자리로 돌아 갔다. 잠시후 어기적 어기적 거리며 기현이 자신의 자리로 들어와 앉았 다. 자신의 책상위에 놓인 콜라는 보더니 그는 매우 만족한 듯 한 얼굴로 콜라를 집어 들었다. 갑자기 그가 외쳤다. "이거 뭐야! 코카 콜라잖아!! 누가 이거 사오라고 했어!? 난 팹시 콜라 만 먹어!" 녀석이 갑자기 민형을 향해 큰소리로 윽박 질렀다. 민형은 하도 황당해 서 하마터면 반사적으로 녀석을 때려 돕힐뻔 했다. 하지만 모두의 부탁을 저 버리기도 그렇고 싸움도 하고 싶지 않고 가까스로 참으며 입을 꾹 다물 었다. 그때 의연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이,이봐! 우리 학교 매점에는 팹시 콜라는 팔지 않아!" "넌 주제넘게 나서지 말고 찌그러져 있어 반장." 기현이 의연이를 향해 태연하게 심한 말을 하자 의연은 분해서 어쩔줄 모르겠다는 듯이 얼굴이 새빨개 졌다. 민형이 대충 보니 반 꼴이 상당히 어거지라 속이 뒤틀릴 정도였다. 하지만 민형은 참고 또 참았다. "너 전학생, 오늘은 처음이니까 봐준다. 다음부턴 조심해." 뭘 조심하라고? 정말 사람 환장하게 하는데 소질 있는 놈이군, 민형은 속으로 부글부글 끓는 속을 달래며 고개를 끄덕였다. ....................................................... . . . . . . "예, 엄마 학교는 괜찮은 것 같아요. 담임도 친절하고 애들도 모두 잘 해줘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집으로 돌아온 민형은 엄마에게 학교에 대한 이야기를 보고 하고 수화기 를 내려 놓았다. 엄마는 주말에 시간나면 꼭 올라오라는 이야기를 남기고 전화를 끊었다. 민형은 수화기를 내려 놓고 오늘 있었던 일들을 곰곰히 생각해 보았다. 유지영 선생님에게 전화를 걸기는 너무 이른 시각, 그녀는 아직 학원에 있을 것이다. 어제 심신이 지쳐 잠시 전화를 하고 못했기 때 문에 민형은 어서 빨리 지영과 통화하고 싶었다. 그러나 그녀가 집에오는 시간은 아마도 10시 전후일 것이다. 아직도 3시간 이상이나 남은 것이다. "휴, 심심하구나 대전은......" 민형은 바닥에 털썩 드러 누우며 천장을 바라보았다. 아무도 없는 텅 빈 방은 매우 공허하고 외로웠다. '그래도 집이 좋았지......' 타지에 나와 있으니 세삼스럽게 집에 있을때의 일들이 생각나기 시작했 다. 집에선 엄마가 밥도 해주고 빨래도 해주고 아버지가 돈도 벌어다 주고 모든 것이 부족한 것이 없었는데, 게다가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서울에는 많은 친구들이 있었다. 하지만 이곳 대전에는 심심할 때 부를 친구 조차도 없는 것이다. 민형은 갑자기 외로웠다. - 따르르르릉 - 따르르르릉 그때 갑자기 수화기가 울렸고 민형은 깜짝 놀라 자리에서 일어났다. 방 금 끊은 엄마가 다시 전화를 걸 확률은 희박하고, 민형은 얼른 수화기를 집어들었다. - 계속 - 『CD의 환상세계-일반소설 (go CDGGAM)』 81번 제 목:[중편L] ## 고교 3년생의 사랑 ## -45 올린이:cdggam (임달영 ) 97/02/24 23:22 읽음:6350 관련자료 없음 ----------------------------------------------------------------------------- ## 고교 3년생의 사랑 ## PART-45 "여보세요?" << 여보세요? 민형씨? 저예요 저 >> "지.지영?" << 예, 지영이예요! 지금 학원 가는 길인데 시간이 나서 전화 했어 요. 우와, 동전이 마구 내려가고 있어요. 민형씨 적을 준비 하세요! >> 갑작스러운 유지영 선생님의 전화, 민형은 너무 반가워 가슴이 쿵쾅쿵쾅 뛸 정도였다. 민형이 그녀의 말에 따라 얼떨결에 메모지 한 장을 찢자 지 영이 번호 하나를 주루룩 불렀다. << 015-723-38XX, 이거 제 호출 번호예요 저 호출기 샀어요. 그러니까 필요할 때 연락하세요. 네, 알았죠? >> "지영씨 삐삐 샀어요?" << 네, 아무래도 떨어져 있으니까 연락이라도 언제든지 할 수 있도록 요. 광역 삐삐예요. 그러니까 필요할 때 연락하세요 알았죠? >> 그녀의 급한 목소리는 아마도 공중 전화기 돈 떨어지는 소리에 비례할 것이다. 하지만 민형은 그런 그녀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 매우 푸근하게 기 분 좋았다. "그래요, 그럼 이따가 학원에서 돌아오면 내가 전화 할께요." << 네, 그래요. 아참! 그리고 저 내일이 토요일이니까 놀러 갈께요. 토 요일은 학원이 쉬니까 그래도 되죠? >> 이런! 이렇게도 바라는 일이 일어날 줄이야, 민형은 한순간 얼굴이 핑- 돌아갈 정도로 기뻤다. "물론이죠! 기다리고 있을테니까!" << 그럼 자세한 사항은 이따 전화로 얘기해요. 그럼 잘 있어요.>> "응, 이따 봐요." 민형은 이렇게 대답하며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수화기를 내려 놓았다. 유 지영 선생님이 내일 놀러온다고 한다. 그것 하나만으로도 민형의 마음속에 있던 서먹서먹함과 외로움이 한꺼번에 날아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 토요일. 민형은 전학간 이세날의 수업을 무사히 마쳤다. 특별히 다른 학 생들과 마찰같은 것은 없었고 또 오늘 지영과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하니 매 우 들떠 있는 상태였다. 어제 무사히 콜라를 사다 받쳐서인지 기현이도 민 형에게 특별히 시비를 걸지는 않았다. 민형은 자신이 조금만 조심하면 별 달리 싸움 사건이 일어나지 않을거라고 생각하고 매사를 신중하게 부드럽 게 처리하려고 애쓰고 있었다. 다행히 친구들도 매우 친절하고 반장 의연 이나 그밖에 친구들도 여러모로 신경 써 주는 것 같아 민형은 안심이 되었 다. 어느 정도 학교 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을 것 같다는 확신이 서자 민 형은 기분이 좋았다. '지영씨가 언제쯤 올까......'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에 민형은 터미널에 들를까 했으나 미리 약속을 하 지 않은 관계로 집에서 기다리는 것이 좋을 것이라 판단, 얌전히 집으로 돌아갔다. 대전에 내려온지 2틀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꽤 오랜 시간동안 떨 어져 있었던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민형은 서둘러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발걸음을 제촉했다. "어머 민형아, 지금 가니?" 발걸음을 제촉하던 민형을 멈추게 한 것은 반장 신의연 이었다. 그녀는 는 어제 보았던 주리와 함께 귀가하고 있는 중이었다. "반장이구나." 민형이 예의상 슬쩍 웃으며 의연을 쳐다 보았다. 그러자 의연이 베시시 웃으면서 민형에게 말을 걸어왔다. "이 좋은 토요일, 수업이 끝나자 마자 집으로 달려가는걸 보니 불쌍해 보여서 잡은거야. 친구가 없어서 곧바로 가는거야?" 이거,이거...... 뭔가 걸려들 것 같은 분위기인데, 지영이 언제 올지 몰 라 조금이라도 빨리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민형의 마음이 다급해 졌다. 하 지만 의연이와 주리는 민형에게 호의를 베풀고 있는 것이다. "아니, 그냥 별다른 할 일이 없어서 집에 가려는 중이었어." "그래?" 아뿔싸, 의연의 싱긋 웃는 웃음을 본 민형이 뜨끔 했다. 집안에 중요한 일이 있어서 돌아가야 한다고 해야 하는건데! 민형의 등뒤에 주루룩 식은 땀이 흘렀다. "그럼 우리랑 분식집 갈래? 학교 얘기들도 해줄테니." "또 친해지는 계기도 되고 말이야." 주리가 살짝 나서 의연의 말을 뒷 받쳤다. 민형은 매우 난처한 심정이 되어 거절할 수도 그렇다고 따라가고 싶지도 않은 상황에 처하고 말았 다. 집에가서 지영을 기다려야 하는데...... 어쩔까 저쩔까 고민만 되는 순간 이었다. "자 가자, 내가 살게." 기세 좋게 입을 연 의연의 말에 따라 민형은 결국 분식집에 따라가는 신 세가 되고 말았다. ........................................... . . . . . . . . . "선생님 저 민형인데요. 만약 도착하시면 도착했다고 호출좀 해주세요. 저는 집 근처 분식집에 있어요. 아마 제가 먼저 들어가게 될테지만 혹시 몰라서 연락 드리는 거예요. 그럼 끊을께요." 민형은 만약을 대비해서 지영의 호출기에 이렇게 음성을 남기고 전화를 끊었다. 고개를 돌리니 분식집 자리 한쪽에 의연과 주리 그리고 분식집에 서 만나 끼어든 준호까지 합세해 있었다. "이봐 뭐하는 거야. 빨리 와서 앉아 떡뽁이 왔어." 주리가 제촉해 불르자 민형은 얼른 ?다란 식탁들 사이를 비집고 자리로 가 앉았다. 의연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어보이며 물었다. "여기까지 와서 전화로 연락하는 걸 보니까 애인이라도 만나야 되는거 아냐?" 뜨금, 거 눈치한번 빠르네. 여자란...... "아니야, 엄마한테 연락한거 아니야?" "그럼 혹시 마마보이란 말이야......?" 후자는 정말 심하군, 이 사나이 중에 사나이 정민형이 마마보이로 보이 다니 얘네들 정말 강적이로군, 민형은 황당한 나머지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고 식은땀만 뻘뻘 흘렸다. 제길, 이 학교 애들은 어찌된게 거리감이 없 어. 할말이 없어 잠자코 있는 민형의 어깨를 톡톡 두드리며 의연이 밝게 웃었다. "농담이야 농담~ 미남이 마마보일 리가 없잖아~" "아하~ 그래 미남." 주리와 준호가 맞장구를 치며 하하하 웃자 민형도 쑥쓰럽고 얼떨떨한 기 분에 따라서 슬쩍 웃었다. 그때를 놓치지 않고 주리가 물었다. 주리는 언 뜻 보아도 통통 튀는 성격에 상대에게 거리감을 줄이는데 수완이 좋은 아 이였다. 그것은 의연도 마찬가지였다. 다른 점이 있다면 의연은 조금 기품 이 있어 어른스러운 면이 보이는데 비해 주리는 말 그대로 통통 튀는 천진 난만함이 돋보이는 아이였다. "전학온 첫날부터 황당했지? 우리 학교 좀 그래. 그래도 어떡하니 네가 좀 참으면 많은 사람들이 평온하다고 생각해." "그래, 똥이 무서워서 피하냐. 더러워서 피하는거지." 한 몫 거드는 준호에게 고개를 끄덕 거리며 민형은 말을 줄이기 위해 떡 뽁이를 집어 들었다. 지금 민형의 머리속은 유지영 선생님의 대한 일로 꽉 차 있었다. 시계를 슬쩍 보니 어느덧 1시, 이거 혹시 도착 하셨으면 어떡 하지...... 민형은 씹고 있는 떡볶이가 무슨 맛인지 하나도 느껴지지 않았 다. "근데 너 집이 어디니?" 의연이 불쑥 묻자 민형은 깜짝 놀라 고개를 번쩍 들었다. "으,응? 아 바로 저 옆이야. 학교랑 가까워." "그래? 좋겠다~! 아침에 일찍 안 일어나도 되고. 우리 집은 여기서 버스 타고 8 정거장이나 가야 되는데." "서울에서 살다 왔다며? 무슨 일로 여기 왔니?" 이번엔 주리의 질문, 녀석들의 질문은 하나같이 민형의 속을 뜨끔 뜨끔 하게 만드는 것들이었다. "으응...... 그게." 거참, 뭐라고 대답하지? 혼자 왔으니 아버지 전근이라고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선생을 때리고 퇴학당해서 할 수 없어 왔다고 하기도 그렇고. "집안일이 좀......" "그래?" 주리고 눈을 반짝 반짝 굴리며 민형을 쳐다보자 민형은 더욱 난처해 져 얼굴이 빨개 졌다. 민형의 곤란한 마음을 알았는지 의연이 얼른 끼어들어 화제를 돌렸다. "야 됐어, 빨리 떡뽁이나 먹어. 다 식었다 식었어." 의연의 의도를 알았는지 다들 저마다 재잘 재잘 떠들며 떡볶이를 집어 먹기 시작했다. 민형은 내심 의연의 배려에 고마워 하며 의연을 슬쩍 쳐 다 보았다. "......" 옆머리를 넘기며 떡볶이를 먹는 모습이 꽤 귀엽게 느껴졌다. ------------------------------------------------------------------- 민형이 간신히 친구들과 헤어졌을때는 이미 2시가 가까워지는 시간이 었다. 마음이 조급해 서둘러 뛰어가는 민형의 앞에서 천천히 전신주 옆에 서 있는 예쁘장한 지영의 모습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것을 포착하는 순 간 민형은 가슴이 벅찼다. 그녀가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선생님!" "민형씨!?" 지영 쪽에서도 환해진 얼굴로 고개를 돌렸다. 고개를 돌리는 순간 그녀 의 긴 머리가 치렁치렁 휘날리며 곡선을 그려 내었다. 민형은 책가방을 덜컹덜컹 소리내며 있는 힘을 다해 달려가 지영의 앞에 섰다. 이틀만이었 지만 마치 2년이 흐른 것 같이 느껴졌다. 지영이 생글생글 거리며 민형에 게 인사했다. "잘 있었어요 민형씨?" "선생님. 정말 잘 오셨어요." 민형은 벅찬 가슴이 누르며 예쁜 지영의 얼굴을 한손으로 쓸었다. 보송 보송한 피부와 머리카락에 손가락에 휘말려 지나갔다. 지영도 기분 좋은지 빙글빙글 웃고 있었다. - 계속 - 『CD의 환상세계-일반소설 (go CDGGAM)』 82번 제 목:[중편L] ## 고교 3년생의 사랑 ## -46 올린이:cdggam (임달영 ) 97/02/27 12:42 읽음:6539 관련자료 없음 ----------------------------------------------------------------------------- ## 고교 3년생의 사랑 ## PART-46 "자, 어서 들어오세요." 민형은 신발을 벗어던지고 지영을 집안으로 안내 했다. 지영은 아무도 없는 집이었지만 조심스럽게 주위를 두리번 거리며 들어왔다. "아무도 없어요 선생님. 여긴 저 혼자 산다고요." "아, 네......" 지영은 그리 작지 않은 집안을 빙- 둘러보며 신발을 벗고 안으로 들어 왔다. 방이 두 개 화장실이 하나 게다가 주방까지 따로 달려 있었고 작지 만 마루도 있었다. "집이 크네요." "네,저 혼자 살기는 휑- 하니 넓어요." 민형이 유쾌하게 웃으며 방안으로 들어갔다. 지영도 그런 민형을 따라 민형이 쓰는 방 안으로 들어갔다. 그녀의 앞에 조그마한 민형의 방이 들어났다. 방의 크기는 그리 크지 않았지만 민형이 혼자 쓸 정도면 충분한 넓이였다. "선생님 여기 잠깐 앉아 계세요. 저 씻고 올께요." "네." 민형이 책가방을 책상 옆에 내려놓고 얼른 갈아 입을 옷을 가지고 방을 나갔다. 혼자 남은 지영을 방 중앙에 앉아 둘레 둘레 주위를 두리번 거렸 다. 창문에 커텐이 쳐져 있고 책상 하나와 침대 하나가 놓여 있었다. 막 이사와서 그런지 별다른 짐은 없고 교과서와 공책이 책상위에 쌓여 있었 다. 지영은 자리에서 일어나 민형의 책상 앞으로 다가갔다. "......" 그녀는 교과서를 잠자코 들춰보며 안에 있는 내용을 구경했다. 고등 학교 교과서는 오랜만이었다. 세삼스럽게 민형이 아직 고교생이라는 것이 실감이 났다. - 사락 문득 책안에서 종이 소리를 내며 흰 종이장 한 장이 떨어졌다. 지영은 그것을 집어 들었다. "와......" 그것을 본 지영은 매우 감탄하며 탄성을 자아냈다. 교과서 사이에서 떨 어져 나온 종이에는 만화 일러스트가 그려져 있었다. 예쁘장하게 생긴 여 성이 벤치위에 앉아 비둘기들을 바라보는 서정적인 그림 이었다. "민형씨가 그린건가 대단하네......" 지영은 이리저리 만화를 살펴보며 신기한 듯이 눈 동자를 돌렸다. 지금 까지 민형이 그린 그림을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지영은 이렇게 접하게 된 민형이 그린 만화가 한없이 신기해 보였다. 민형이 이 그림을 보니 지금까 지 알고 있던 민형이 전혀 다른 사람 같이 느껴졌다. '만화를 잘 그리는구나......' 민형의 또다른 재능을 발견하게 된 지영은 마음이 푸근해졌다. 지영은 교과서안에 그림은 얌전히 끼워 넣으며 제 자리로 돌아가려고 했다. 그때 딸칵 소리를 내며 츄리닝으로 갈아 입은 민형이 방안으로 들어왔다. "기다리셨죠." "아,아뇨, 방 구경 하고 있었어요." 도둑이 제발 저린 심정으로 지영은 쓴 웃음을 지으며 엉거주춤 자리에 앉았다. 조금만 늦었어도 민형의 그림을 본 것을 들킬뻔 했네...... 크게 잘못한 것은 아니지만 가슴이 철렁 할 정도로 지영은 놀랐다. "집 좋죠? 혼자 살기에는 정말 넘치는 집이예요." "정말 그렇네요." 민형이 묻자 지영이 웃으며 대답했다. 왠지 할말이 없어진 지영이 아무 말 안고 방만 둘러보고 있자 민형인 지영에게 슬쩍 다가갔다. 흠칫한 지영 이 고개를 돌리자 그녀의 앞에는 민형이 있었다. 민형이 한없이 푸근한 표정으로 지영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가져다 대고 있었다. 지영은 그대 로 눈을 감았다. "음......" 민형의 입술이 지영을 입술을 덮고 그의 손이 가슴을 애무하기 시작했 다. 처음엔 약하게 옷 위를 움직이던 민형의 손이 와이셔츠 밑으로 들어 가 브레지어를 들어 내었다. 지영의 얼굴이 점점 붉게 고조되기 시작했 다. "으음......" 입술을 때어낸 민형이 지영의 등을 받치며 방바닥에 얌전히 돕혔다. 지 영이 자기도 모르게 다리를 오므렸다. 가슴이 두근두근 떨리고 어깨죽지 가 파르르 요동치기 시작했다. 민형은 지영의 떨림이 기분 좋았다. 그는 왠지 여유가 생겨 지영은 가만히 안고 가만히 있었다. 지영도 그런 민형의 뜻을 알았는지 민형의 등뒤로 손을 넣어 그의 등을 껴안은 채 가만히 있었 다. "선생님 정말 잘 오셨어요." 민형의 함숨석인 편안한 목소리에 지영은 빙긋이 미소 지으며 민형의 등 을 쓰다듬었다. ............................................... . . . . . . . . "민형씨 그림 좀 보여주세요." 문득 싱크대 앞에서 음식을 만들던 지영이 이렇게 묻자 마루에서 잡지를 보고 있던 민형이 허겁지겁 고개를 들었다. 그림이라니......? 갑자기 왠 그림. "민형씨는 만화를 잘 그리던데...... 다른 그림도 있으면 좀 보고 싶어 서요." "마,만화요? 선생님 어떻게 그걸?" 민형이 놀라 어쩔줄 모르는 얼굴로 지영을 바라보자 지영이 혀를 낼름 내밀며 입을 열었다. "사실은 아까 방에 있을 때 교과서 안에 끼어 있는 그림을 봤어요. 그거 민형씨가 그린게 맞죠?" 아뿔싸, 그걸 들키다니. 민형은 갑자기 쑥쓰러워 어쩔 줄 모르는 표정 으로 얼굴이 빨개졌다. 우와...... 드디어 들켰다. 그럼 만화 때문에 일어 를 배우려 했다는 것도 들통날지 모른다. "민형씨한테 그런 소질이 있는줄 몰랐는데...... 너무해요. 나한텐 조 금의 귀뜸도 해주지 않았잖아요?" "저, 그,그게......" 마루에 앉은 지영이 민형에게 바짝 다가 앉으며 묻자 민형은 완전히 시 뻘개진 얼굴로 허공을 바라보았다. 들켰다...... 유지영 선생님이 알아 버 리셨어, 민형은 쓴 웃음을 지은체 하하 웃으며 머리를 긁적 거렸다. ...................................................... . . . . . . "와! 이게 다 민형씨가 그린 거예요? 대단해!" 민형이 그린 원고를 손에 들고 지영이 극찬의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지영의 눈앞에는 마치 진짜 만화와 같은 원고들이 있었다. "아,아직은 그저 지망생이기 때문에 별로 보이고 싶지 않았지만요... ..." "무슨 소리예요 민형씨, 이렇게 잘그리면서." 정신없이 원고를 섞어 보며 지영이 감탄 한 듯이 중얼 거렸다. "그리고 만화는 남에게 보이기 위해 그리는 거 아닌가요?" "그,그렇지요." 하긴 만화는 남에게 보이기 위해 그리는 것이지, 민형은 새삼스럽게 무 안해져 또다시 얼굴이 빨개 졌다. 지영은 수북히 쌓인 원고와 연습장을 뒤지며 재미있다는 듯이 반짝반짝한 눈을 굴렸다. 민형은 새삼 지영이 만 화에 대해 나쁘지 않은 관심을 보이는 것이 다행스럽게 느껴졌다. 이렇게 될 줄 알았다면 진작 보여주는 건데...... 기분이 좋아진 민형의 입에 넓 게 벌어졌다. "그럼 민형씨 초상화 같은 것도 그릴줄 알아요?" "대생은 만화에 기본이니까 조금...... 하지만 전문적인 대생은 잘 못 하죠." "그렇구나...... 아뭏튼 대단하네요......" 지영이 손에 든 원고를 주욱 보며 고개를 끄덕 끄덕 움직였다. "이거 출판사에는 가져가 봤어요?" "네?" 불쑥 질문하는 지영의 물음에 민형은 당황한 듯 대답했다. "아,아니요. 어떻게 그런데를......" "왜요? 연재해야 하잖아요." "뭐, 꼭 연재를 해야만 만화가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뭐 그렇게 되면 좋지요." 왠지 자신이 속하지 않은 세계를 질문하는 것 같아 민형은 머리를 긁적 거렸다. 그러나 그런 민형과는 다르게 지영은 신이난 듯이 계속 해서 말 했다. "하지만 내가 보기엔 굉장해 보이는데, 민형씨 한 번 가져 가봐요!" "아,아니예요. 지금 실력으로는 창피할 뿐이에요." "그런가요......?" 지영이 모르겠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 거렸다. 민형은 이제 됐다는 듯이 지영에게 원고를 받아들며 화제를 돌렸다. "이제 됐어요 선생님. 제가 실력이 되면 나중에 시도해 볼테니까 우선은 밥 좀 주세요. 밥 다 되지 않았어요?" "예? 밥? 왓!" 그제서야 깜짝 놀란 지영이 허겁지겁 주방으로 뛰어 나갔다. "와아~! 이거 어떡하지 찌개를 끓이던 중이었는데......" 다 ?아 버린 찌개 뚜껑을 열어보며 지영이 실망스럽다는 듯이 고개 를 떨구었다. 민형은 그런 지영을 향해 괜찮다는 얼굴로 손을 흔들어 주 었다. - 계속 - 『CD의 환상세계-일반소설 (go CDGGAM)』 83번 제 목:[중편L] ## 고교 3년생의 사랑 ## -47 올린이:cdggam (임달영 ) 97/02/28 21:00 읽음:7501 관련자료 없음 ----------------------------------------------------------------------------- ## 고교 3년생의 사랑 ## PART-47 저녁을 먹고 난 후 민형은 조금이지만 몸이 달았다. 유지영 선생님은 옆자리에 앉아 TV를 보고 있었고 별로 아무것도 바라는 것이 없는 듯 했 다. "선생님." "예?" TV를 보던 지영이 살짝 고개를 돌리며 대답했다. 민형은 한순간 말문이 막혀 침을 꿀꺽 삼켰다. 아,어떻게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면서 요구할 수 있단 말인가! 그, 그걸 하자고! "TV 재밌어요?" "네, TV가 아주 크네요. 25인치죠? 우리집은 14인친데." 민형의 물음에 지영이 곧이 곧대로 대답했다. 민형은 할 수 없이 고개를 돌려 다시 TV를 바라보았다. TV에서는 쇼 프로가 한창이었다. 민형은 잠시 TV를 보다가 슬쩍 지영의 어깨위에 손을 올려 놓았다. 그러나 지영은 별다 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내친김에 민형은 바싹 다가앉아 지영의 가슴을 슬쩍 슬쩍 어루만졌다. 지영이 쑥쓰러운 듯이 민형을 살짝 쳐다본 후 얼굴 이 붉어진채 웃음 지었다. "선생님." "네?" 민형은 굳은 얼굴로 지영을 쳐다보며 말했다. "방으로 들어가죠." "TV보잖아요......" 한마디로 말을 끊으면서 지영이 TV쪽에서 눈을 때지 않았다. "저는 오랜만에 만났으니까 좀 더 기념적인 시간을......" "......" 문득 지영이 고개를 돌려 민형을 빤히 바라보았다. 민형은 한순간 덜컥 숨이 막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잠시 민형을 바라보던 지영이 살짝 웃으 며 대답했다. "나 오늘 자고 갈거잖아요~" "아,그렇죠 참." 조금 기다리라는 소리인가? 어쨋든 더 이상은 조를 건덕지가 없어 민형 은 맨숭맨숭 TV를 쳐다 보았다. 지영의 알몸이 머리속에서 빙글빙글 회전 했다. 새하얗고 풍만한 탄력있는 가슴...... 가늘고 날씬한 허리, 그리고 예쁜 얼굴이 아른거렸다. 아, 안고싶다. 남자라면 당연한 거니 욕하지 말 라고. 그때 지영이 민형의 심정을 알았는지 민형의 옆으로 바싹 붙어 두팔 로 목을 끌어 안았다. 그 상태로 두 사람은 잠자코 TV를 보기 시작했다. 민형은 푸근하고 기분이 좋아 그대로 잠자코 있었다. TV를 보는 동안 민형 은 문득 묻고 싶은 것이 생겼다. 그는 TV에 눈을 고정 시킨채 지영에게 물 었다. "선생님." "예." 지영도 여전히 브라운관에서 눈을 때지 안고 대답했다. 민형이 물었 다. "그거 할 때 있잖아요." "......?" 지영이 민형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얼굴이 조금 붉어져 있었다. "많이 아파요?" "......" 음, 조금 심한 질문이었나, 하지만 궁금한걸 어쩌라고. 민형은 저번 모 텔에서 지영이 아파서 눈물을 흘린 것을 기억하며 이렇게 물었다. 아픈 것 과 좋은 것의 차이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그때는 분명히 아파서 였으니까. "아프죠." 지영이 쑥쓰러운 듯이 고개를 돌리며 대답했다. "얼마나 아픈데요?" 음, 묻다보니 용기기 생기는군, 민형은 계속 밀어 붙혔다. 지영이 손 을 입가에 대고 작게 헛기침을 한 번 했다. "맨살이 찢어지면 아프지요? 그 정도로 아파요." "그,그래요?" 그렇게 아프단 말인가? 민형은 미처 몰랐던 사실에 얼떨떨해 하며 지 영의 옆 모습을 빤히 쳐다 보았다. 처녀막이란게 파열될 때 그 정도까지 통증이 느껴질줄은 몰랐다. 피가 나는 것도 생리적이 현상에 의해서인줄 알았는데..... "그,그런데 왜 나랑...... 그렇게 아팠다면서......" 새삽스럽게 미안한 표정으로 민형이 묻자 지영이 싱긋 웃으며 대답했 다. "민형씨만 좋으면 돼요." "네?" 지영이 얌전한 얼굴로 TV브라운관에 시선을 놓은채 대답했다. "민형씨가 좋으면 된거죠 뭐. 난 괜찮아요.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괜찮 아 진데요." "선생님......" 웃으며 대답하는 지영이 갑자기 너무나 사랑스러워서 민형은 그녀에 어 깨뒤로 넘어간 자신의 손에 꾸욱 힘을 주었다. 절대로 놓치지 말아야지 ...... 절대로 놓치지 않은거야. 민형은 그렇게 결심하고 있었다. "그렇니까 하기전에 애무를 충분히 해줘야 하는거예요." 지영이 농담반 진담반으로 히죽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 지영과 충분히 기념적인 대전 첫날을 보내고 민형은 아침 일찍 눈을 떴 다. 어제의 섹스 때문인지 보통때보다 훨씬 푹 잠들 수 있었다. 피로가 말 끔히 가셔 이불 위에서 눈을 뜬 그 순간부터 말똥말똥 잠이 오지 않았다. "......" 고개를 옆으로 돌리자 아직 지영이 새끈새끈 숨 소리를 내며 잠들어 있 었다. 민형은 손을 뻗어 그녀의 굴곡 있는 허리와 어깨를 매만졌다. 어젯 밤 그녀의 모습이 떠올랐다. 교태같은 것은 전혀 부릴 줄 모르는 어설픈 행위 였지만 민형은 충분히 만족했다. 그녀의 잠든 머리카락을 몇번 쓸어 준 후 민형은 자리에서 일어 났다. 아침 8시가 조금 넘은 시간, 민형은 전 화기 버튼을 눌렀다. 몇번의 신호음이 가고 전화를 받은 것은 민형의 어머 니 희연이었다. "엄마 저예요." 민형의 전화를 받은 희연이 매우 반가워 하며 아침 일찍 왠일이냐고 묻 는 것을 잊지 않았다. 민형은 온지 얼마 안되서 정리 할것도 있고 또 학교 에서 숙제가 많아 올라가지 않았다고 이야기 했다. "앞으로도 자주 올라가진 못할거예요. 공휴일이나 시간 나는 대로 갈게 요." "그래, 대신 먹는건 꼭 챙겨먹고 돈 떨어지면 연락해라. 헤프게 쓰지 말 고." "알았어요." 민형의 몸 걱정을 하면서도 씀씀이를 지적하는 것을 보니 역시 엄마는 주부라는 생각이 들었다. 민형은 전화를 끊고 이부자리로 가 다시 이불 속으로 들어갔다. 더 이상 잠은 오지 않았지만 벌써 지영을 깨우고 싶지는 않았다. 이불속에 얌전히 누워 있으려니까 지영이 옆으로 돌아 누우며 민 형을 껴 안았다. 민형이 물었다. "깼어요?" "네, 방금요." 눈을 반짝 뜨는 지영이 예뻐서 민형은 그녀의 입술에 살찍 입 맞췄다. 지영은 예쁘다. 민형이 아는 어떤 여자보다도 더. 민형은 지금까지 엄마 가 최고의 미인이라고만 생각했다. 난 정말 마마보이였나봐. "일어 날거예요?" 지영이 이렇게 말하며 민형의 끌어 안은 몸의 자신의 가슴을 밀착 시켰 다. 봉긋한 가슴과 유두가 살에 닿아 민형은 곧바로 흥분됐다. "그전에 한 번 더 어때요?" 민형이 씩 웃으며 얼굴이 빨개지는 지영을 끌어 안고 이불속으로 들어 가 버렸다. - 계속 - 『CD의 환상세계-일반소설 (go CDGGAM)』 84번 제 목:[중편L] ## 고교 3년생의 사랑 ## -48 올린이:cdggam (임달영 ) 97/03/16 23:49 읽음:6533 관련자료 없음 ----------------------------------------------------------------------------- ## 고교 3년생의 사랑 ## PART-48 "다음주에 또 올께요. 그때까지 건강하게 잘 지내요." "나참, 겨우 1주일인데 뭘 잘 지내고 말고가 있어요. 제가 자주 연락할 께요." 고속버스 터미널에서 발차 시간을 앞두고 민형은 지영에게 작별 인사를 건넸다. 짧은 주말은 순식간에 지나가고 이제 이 저녁이 지나면 월요일이 돌아온다. 민형은 학교로 돌아가야 하고 지영은 사회에 돌아가야 할 때가 오는 것이다. "삐삐만 치면 언제든지 연락할께요. 삐삐만 치면......" "그래요, 걱정마세요. 자 차 떠나겠어요 빨리 올라가세요." 민형은 섭섭해서 어쩔줄 모르는 지영을 달래다시피 버스에 태우며 애써 웃었다. 섭섭하기는 민형도 마찬가지 였지만...... 뭐, 아주 헤어지는 것 도 아니고 기껏해야 일주일인데 남자가 이런일로 약한 모습을 보여야 쓰 나. 민형은 일부러 대범한척 하며 지영을 버스위로 올려 보냈다. "전화할께요." 버스가 시동을 걸자 지영이 창문을 열고 민형에게 외쳤다. 민형은 웃으며 손을 흔들어 주었다. 이내 버스는 터미널을 빠져나가 도로 저쪽으로 사라졌 고 민형도 후- 한숨을 내쉬며 집을 향해 발길을 돌렸다. 뒤돌아 보는 지영 의 모습이 애뜻해서 조금 씁쓸한 생각이 들 정도였다. "야~!" "왁!!" 어디선가 많이 당해본 수법이었지만 민형은 간이 떨어질 정도로 놀라 휘 둥그래진 얼굴로 뒤를 돌아 보았다. 놀라서 휘둥그래진 눈을 껌뻑이는 민 형의 앞에는 놀랍게도 반장인 의연이 서 있었다. 의연이 싱글벙글 웃으며 손을 까닥 거렸다. "뭐,뭐야 너냐......" "어라, 별로 반갑지 않다는 말투잖아. 이런곳에서 만나는 것도 그렇게 쉽지 않은 인연이야. 게다가 같은 반 학생을 말이야." 의연의 말에 민형은 싱겁다는 듯이 피식 웃으며 물었다. "왠일이야 여긴?" "사촌이 놀러와서 바래다 주고 오는 길이야. 그보다......" 의연이 동그란 눈을 빙글빙글 굴리며 민형을 쳐다보자 민형은 왠지 불 안한 느낌에 몸을 뒤로 뺐다. "방금 그 여자 누구니?" 뜨끔, 내 이럴줄 알았지. "으,응......? 누가 말이지?" "너랑 서 있다가 버스타고 간 여자 말이야. 누구라니 그 사람밖에 더 있니? 너 혹시 바보아냐?" "아,아아...... 그 여자?" 정곡을 찔린 민형이 쩔쩔매며 말을 돌렸다. 얼버무려야 되는데 왜 이렇 게 입안에서 말이 헛도는 거야!? "여자 친구야?" "응?" 이, 이 녀석 예전부터 예감하건데 눈치가 칼이다 칼. 이런 여잔 정말 무섭다. "너보다 훨씬 나이가 많아 보이던데." 아하! 그렇다. 유지영 선생님은 나보다 훨씬 나이가 많지. 민형은 당황 한 탓에 잊어버렸던 일을 상기하며 애써 태연하게 웃었다. "누나야 누나. 잠깐 내려 왔어." "누나? 그런데 왜 다시 올라가?" "그거야 집이 서울에 있으니까. 몰랐어? 나 여기서 혼자 자취하는거." "그랬니......?" 자취 애기가 먹혀 들었는지, 아니면 누나라는 말이 그럴 듯 했는지 의연 은 더 이상 지영에 대해 묻지 않았다. 대신 민형이 자취한다는 것에 상당 한 관심을 보였다. "왜 어젠 그 얘기 않했니? 난 또 전 가족이 대전으로 이사온줄 알았 지." "아아, 그건 경황이 없어서......" 음, 특별히 숨길 생각은 아니었는데 그렇게 되고 말았다. 어쨋든 지금이 라도 알았으니 된거지 뭐...... 민형은 이렇게 생각하며 바보처럼 하하 웃 었다. "넌 가끔 바보 같이 웃는거 같애." "그,그래?" 의연이 피식 웃으며 말하자 민형은 그만 얼굴이 빨개져서 이렇게 물었 다. 아, 인간 정민형 많이 죽었다. 바보 같이 웃는다니...... "뭐, 그점이 귀엽긴 하지만 말이야." 대답하는 의연의 눈이 생기있게 반짝 빛났다. "귀,귀여워?" "그래, 그 어리숙한 면이. 야, 우리 이렇게 만난것도 인연인데 저기 가 서 우동이나 먹고 가자. 난 터미널 오면 그게 먹고 싶더라. 유부 우동." 당황해 하는 민형의 손을 잡아 끌며 의연이 터미널 간이 분식으로 향했 다. 민형은 그런 친근감 있는 의연의 태도가 그리 싫지 않아 순순히 따라 갔다. 유지영 선생님이 떠난 지 10분도 지나지 않았는데...... 왠지 조금 죄를 짓는 기분이 들었으나 민형은 스스로를 위안했다. '선생님은 선생님. 우동은 우동이지' 민형은 꽤 이기적인 자신의 성격을 비관하면서도 한편으로 새로운 환경 에 적응되는 것을 즐기는 모험심을 기특하게 생각했다. '솔직하게 말하는 것이 좋았을걸 그랬나......' 왠지 누나라고 속인것이 내내 마음에 걸리는 민형이었다. ........................................ . . . . . . . . . . . . 한편 버스를 타고 서울로 돌아가는 지영은 마음속 깊이 알 수 없는 우울 함이 말려와 창밖을 바라보며 숨을 죽였다. 좋아하는 사람과 헤어지면 이 렇게나 마음이 아픈것인지...... 비록 1주일이지만 1년같이 느껴졌다. '민형씨...... 학교 생활은 잘 적응하고 있는지......' 이런 걱정이 든다는 것에 지영은 새삽스럽게 놀랬다. 확실히 연장자만이 해줄 수 있는 걱정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지영은 곧 생각을 바꾸고 웃었 다. '신분이 다른 것 뿐...... 1년만 지나면 민형씨도 나와 같은 사회인이야 그때까지만......' 지금의 지영에겐 그 1년이 영영오지 않을 시간처럼 길게만 느껴졌다. ------------------------------------------------------------------- 꿈같은 주말이 지나가고 활기찬 월요일의 지옥이 돌아왔다. 민형은 도시 락을 싸는 것이 귀찮아서 몇 천원을 들고 가방을 집어 들었다. 아침을 먹 는 것이 그의 습관이었지만 챙겨먹기 뭐해서 요구르트 하나를 냉큼 들이키 고 바깥으로 나왔다. 등교시간 7시 40분. 현제시간 7시20분. 집에서 학교 까지 걸리는 시간 5분. 민형은 새삼스럽게 기분이 좋아져 느긋하게 대문을 잠그고 학교로 향했다. 교문앞은 등교하는 학생들로 분주했다. 교문을 지 키는 선도부원 4명이 일일이 날카로운 눈빛을 빛내며 들어오는 학생들을 체크 했다. 체크 사항은 별거 없었는데 그저 국기에 대한 맹세와 배지유무 정도였다. 참 중요한걸 알려주지 않았는데 이 학교는 사복이거든. "어이 거기." 교문을 통과하려는 민형을 선도부원중 한명이 불러 세웠다. 민형은 무슨 일인가 해서 자신의 몸을 슬쩍 내려보았다. 테크 사항은 확실, 규칙을 어 긴 것은 없다. "잠깐 와봐라." 선도 부원중 머리를 짧게 깍은 키큰 녀석이 민형에게 까닥 까닥 손가락 을 움직였다. 음...... 너 지금 내 인내심 시험하는 거냐? 아니지? 민형 은 한숨을 쉬며 앞으로 다가갔다. "왜?" "왜?" 순간 민형의 볼에 별이 튀었다. 민형은 하도 어처구니 없이 얻어 맞은 것이라 어안이 벙벙하여 볼을 감싼채 멍하니 서 있었다. 주위에 등교하던 학생들이 흘끔흘금 쳐다보며 그냥 지나쳤다. "선도 부원한테 왜? 이자식 기현이 말대로 기가 센 녀석인데......" 히죽 히죽 웃는 키큰 선도부원을 중심으로 또다른 두명이 가까이 다가 왔다. 오라, 이녀석들 기현이란 놈과얽혀 있구나. 민형은 속에서 꿈틀꿈틀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러나 참았다. 왜냐고? 알잖아!? "야 잘들어, 선도부한테는 반말하는게 아니야. 알아 들었어? 같은 학년 이라고 말이야." 다가온 두명중 머리를 갈색으로 염색한 녀석이 민형의 볼을 툭툭 두드리 며 빈정 거렸다. 민형은 잠시 눈을 내리 깔은채 굳은 표정으로 있다가 불 쑥 대답했다. "알았어." "이 자식이?!" 순간 뒤쪽에서 누군가가 민형의 뒤통수를 후려쳤다. - 계속 - 『CD의 환상세계-일반소설 (go CDGGAM)』 85번 제 목:[중편L] ## 고교 3년생의 사랑 ## -49 올린이:cdggam (임달영 ) 97/03/23 11:41 읽음:6227 관련자료 없음 ----------------------------------------------------------------------------- ## 고교 3년생의 사랑 ## PART-49 - 달카닥 고개 숙여진 민형의 눈 밑으로 그가 끼고 있던 안경이 떨어졌다. 동시에 주위에 등교하던 학생들의 시선이 모조리 민형쪽으로 쏠렸다. 선도부 3명 은 그런 민형을 향해 협박 비슷한 어투로 이렇게 말했다. "다음부터는 선도부에게 대해야 하는 예의에 대해 잘 생각하도록 해." "그래, 더불어서 이 학교의 분위기도 잘 파악하도록 해." 이렇게 말하며 그들은 웃었다. 그렇군, 이것은 일종의 텃세일 것이다. 민형은 얻어맞은 머리를 손으로 감싼채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여기서 이 놈들을 때려 돕힌다고 해봤자 뭐가 되겠는가, 또다시 계속되는 싸움과 싸 움속에서 이 학교 불량배들과의 접전이 될 것이다. 운좋게 이 학교를 쓸 어 잡는다 해도 또 다른 학교와의 싸움이 일어나고...... 결국은 서울에 있을때와 똑같은 상황으로 돌아가게 될 것 아닌가. 그리고 무엇보다 더이 상 싸우지 않기로 한 엄마와의 약속, 유지영 선생님과의 약속을...... "조심할게......" 민형은 고개를 꾸벅 숙이고 천천히 교실로 걸어 들어갔다. 뒤쪽에서 선 도부들의 여유있는 웃음 소리가 민형의 뒤를 때렸다. 민형은 주먹을 부르 르 떨며 일그러진 얼굴을 들키지 않게 조심스럽게 교실로 들어갔다. 굴욕 감...... 아마 지금까지 자신의 밑에 무릎꿇었던 많은 이들도 지금 자신의 심정과 똑같았을 것이라고 민형은 새삼 생각했다. ........................................ . . . . . . . . . . . 교실에 들어오니 언제나와 같이 시끌벅적 했다. 아직 학생들이 다 오지 않았는지 교실의 반정도가 비어 있었다. 민형은 지금까지 이렇게 일찍 등 교한적이 별로 없었기 때문에 아침에 사람이 빈 교실을 보게 되니 꽤 신선 한 느낌이 들었다. 그때 그런 민형의 어깨를 툭 치고 지나가며 같은 반의 학생이 한마디 건넸다. "너 어쩌다 선도부한테 찍혔냐." "넌 죽었다. 임마." 두 세명의 급우가 민형을 건드리고 복도로 빠져나갔다. 민형은 뒤를 돌 아보며 그들을 눈으로 잠시 ?다가 이내 고개를 돌렸다. 어딜가도 저런 녀 석들이 하나둘씩 있다. 강자 앞에 빌 붙어서 이죽대는 비겁한 녀석들... ... 그런 민형은 이 학교에서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들은 민형을 모르고 민형역시 쓸데없는 싸움에 말려들고 싶지 않았다. 민형은 약한 자들의 처 신을 배워야 했다. 그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정민형. 일찍 왔네 모범생 인가봐?" 자리에 앉아 있던 주리가 씩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민형은 그나마 좀 친절한 주리를 만나자 안심이 되어 히죽 웃어 보였다. 그것을 본 주리가 고개를 숙이고 킥킥 웃자 민형은 머쓱한 표정으로 자기 자리에 가 앉았 다. 칠판에는 자습이 적혀 있었다. 수학문제 였으나 민형은 하나도 아는 것이 없었다. "......" 특별히 할 일도 없었고, 민형은 문제를 열심히 공책에 옮겨 적기 시작 했다. 지영은 풀 수 있을려나...... 어차피 할 일도 없으니 이런 저런 생 각을 하며 자습을 옮겨적었다. ............................................ . . . . . . . . . "자, 자습 걷는다. 안낸 사람 오늘 담임이 죽인댔어. 빨리 해 빨리" 수업이 시작되기 5분전 의연은 분단을 돌아다니며 자습장을 걷었다. 더 불어 하루에 한 장씩 해와야 하는 자기 공부 숙제도 걷었다. 의연이 민형 의 앞으로 다가와 자습장을 걷으며 말했다. "어머, 한 문제도 안 풀었잖아? 뭐한거야?" "......" 풀 수 없어서 못 풀었다고 차마 말할 수 없어서 민형은 얼굴이 빨개진채 잠자코 있었다. 의연은 풋 웃으며 민형의 자습장을 걷어 얼른 답을 적어 주었다. "몇개 틀리게 했어. 다 맞으면 담임이 의심하거든. 틀린게 내거랑 같을 테니까." "너,넌 다 풀었니?" 민형이 대단하다는 듯이 묻자 의연이 씩 웃으며 매력적인 입술을 치켜 올렸다. "당연하지, 내가 낸 문젠데~" '......' 유머 감각도 풍부한 녀석이군, 민형은 밝은 의연의 태도에 마음이 풀려 자신도 웃음지었다. 의연은 천성이 반장에 잘 어울리는 것 같았다. 그때 였다. 갑자기 뒷문이 드르륵 열리고 기현이 모습을 나타냈다. 카라가 없는 교복 마의를 입은 기현이 건들건들 걸어와 민형의 옆자리에 털썩 앉았다. 의연이 못마땅한 표정으로 기현에게 말했다. "김기현, 자습하고 숙제." "없어." 기현이 짧게 대답하자 의연은 뚱한 표정으로 수첩을 꺼냈다. "그럼 이름 적는다." 의연이 볼펜으로 기현의 이름을 적으려고 하자 갑자기 기현이 손을 휘둘 러 의연의 수첩을 후려 쳤다. 아- 소리와 함께 수첩이 땅에 떨어지고 기 현이 자리에서 일어나 의연에게 얼굴을 바짝 갔다댔다. "왜이래 반장...... 예쁜 얼굴 망치고 싶어?" "내,내가 안적어도 어차피 담임이 확인해. 기왕 혼날거면 너 혼자 혼나 면 돼잖아!" "그런건 안 적어봐야 알지!!" 갑자기 기현이 의연의 얼굴을 잡고 있던 손으로 그녀의 얼굴을 확 돌려 버렸다. 의연이 목이 삐끗 꺽이고 그녀가 신음하며 자리에 쓰러졌다. 그것 을 본 민형이 반사적으로 벌떡 일어났다. "무,무슨 짓이야!" "이 자식이!" 일어난 것 까진 좋았으나 그대로 기현의 주먹을 얼굴에 얻어맏고 민형 은 책상위로 쓰러졌다. 우당탕 책상이 무너져 내리고 의연이 비틀비틀 몸 을 일으켰다. 민형은 선방을 정통으로 맞아 정신이 어찔어찔 했으나 가까 스로 몸을 일으키려 했다. 그 순간 기현이 민형의 머리통을 구두발로 걷어 찼다. "으억!" 민형이 비명을 지르며 털썩 쓰러졌다. 쓰러져 있던 의연이 악에 받친 얼 굴로 기현에게 달려와 그의 멱살을 잡았다. "나쁜 자식! 네가 뭔데 사람을 때려! 이 나쁜놈아! 너 같은 놈은 퇴학당 해야 돼!" "얌전하시더니 또 도지셨군...... 반장병!" 기현이 의연의 따귀를 갈겼고 의연이 또다시 털썩 쓰러졌다. 주위에 급 우들은 모두 겁먹은 듯이 흘끔흘끔 쳐다 봤고 개 중에는 모른척 교과서를 바라보는 이들도 있었다. 의연이 쓰러진채 분함을 이기지 못하고 훌쩍 훌 쩍 울기 시작했다. 그때 민형이 아픈 머리를 움켜 잡고 기현의 앞에서 몸 을 일으켰다. 용서할 수 없다...... 용서할 수 없다 이자식...... 민형의 두눈은 분노로 불타고 있었다. "뭘봐 이 짜식이!!" 그러나 또다시 퍽 소리가 나고 민형은 또다시 나가 떨어졌다. 제길.... .. 약속만 아니었으면...... 민형의 한쪽눈에 찡 하니 눈물이 맺혔다. ...................................... . . . . . . . . . . . . 조례가 끝나고 쉬는 시간. 김기현은 바깥으로 나갔고 아이들은 의연의 주위로 몰려 들었다. 모두들 억울하게 얻어맞은 의연을 위로하기 위해서 였다. "잊어 잊어. 미친개한테 물렸다고 생각해. 그녀석 원래 그러잖아." "그래, 그래도 대단했어. 기현이한테 덤빌 수 있는 애는 우리반에 반 장 너밖에 없어." 아이들이 위로하고 의연은 괜찮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따귀를 맞은 볼이 부어 올라 애처로워 보였다. 민형은 뒷 자리에서 얻어 맞은 부분을 만지작 거리며 눈치만을 보고 있었다. 이미지도 이미지지만 자신 때문에 얻어맞은 의연을 지키지 못한게 한이 되었다. 눈앞에 의연보다 유지영 선 생님과의 약속을 더 소중히 한 것이 마음에 걸렸다. 하지만 이미 그때는 두 대나 정통으로 맞아 정신도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래도 왠지 마음에 걸려 민형은 자리에서 일어나 의연 쪽으로 다가갔다. 민형이 가까이 다가 오자 아이들의 시선이 민형에게 쏠렸다. 의연도 민형에게 고개를 들었다. "저, 미 미안해." "......" 의연은 잠시 민형을 올려다 보다가 허무한 듯이 고개를 돌렸다. "됐어 괜찮아." "......" "네 잘못이 아니니까 뭐." 속상한 마음을 묻어둔채 의연이 한숨을 내쉬었다. 비록 민형의 잘못은 아니었지만 민형에게 실망이 된 것은 사실이었다. 아니 이반 누구도 민형 과 같은 입장이었겠지만...... 그래도 섭섭하긴 사실이었다. "너, 정말 약하구나! 어떻게 그렇게 힘없이 나가 떨어질 수 있니? 남자 라면 몸으로라도 기현일 막았어야지." "......!?" 순간 주리가 이렇게 책망하듯 나섰고 민형은 당황하여 어쩔줄 몰랐다. "두대 맞고 뻗어서 꼼짝도 못하다니 그게 남자냐? 너 정말 형편없이 약 하구나." "...... 미, 미안해......" 왠지 할말이 없어서 민형은 고개를 숙였다. 제길...... 어쩌다 이렇게 됐지. 생각 같으면 당장이라도 기현이 녀석을 ?아가서 죽여 버리고 싶 다. 하지만 여기까지 참았는데...... 여기까지 참았는데 여기서 포기하면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가는 것이 아닌가, 민형은 차라리 자신이 겁장이가 되는 것을 선택했다. "주리야 너 무슨 말을 그렇게 하니! 민형은 잘못이 없어!" "의,의연아?" 순간 의연이 주리를 나무라듯 치고 들어왔다. "어쩔 수 없잖아. 민형이 한테 뭐라고 하지마, 민형이 아니었더라도 마 찬가지였을 테니까." 의연은 이렇게 말하며 반 아이들을 주욱 쳐다 보았다. 모두들 무안한 듯 이 고개를 숙이고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주리 역시 새침해져 고개를 숙 인채 아무말 하지 않았다. "누군가가 있어야 돼." 의연이 분한 듯이 중얼 거렸다. "선생님은 해결해 줄 수 없어. 누군가 쎈녀석이 우리 학교에 들어와 주 면...... 그래서 이 학교를 잡아주면......" 의연은 자포자기한 듯이 이렇게 중얼 거리며 고개를 숙였다. "또 그녀석한테 괴롭힘 당할지는 모르지만 말이야......" 그런 의연의 이야기를 들으며 민형은 가슴이 아팠다. 마치 자신 혼자 비 겁자가 된듯한 기분이 들어 착찹한 심정이었다. - 계속 - 『CD의 환상세계-일반소설 (go CDGGAM)』 86번 제 목:[중편L] ## 고교 3년생의 사랑 ## -50 올린이:cdggam (임달영 ) 97/03/27 12:08 읽음:6148 관련자료 없음 ----------------------------------------------------------------------------- ## 고교 3년생의 사랑 ## PART-50 집으로 돌아온 민형은 힘없이 자리에 털썩 쓰러졌다. 얻어맞은 볼이 욱 신욱신 쑤셨고 기분역시 최악이었다. 아무런 잘못도 없는데 반 아이들의 시선을 받고 또 친절한 의연이까지 피해를 보게 만든 것이다. 민형은 가슴 이 무거웠다. 이렇게까지 약속을 지켜서 무엇을 얻을 수 있을지 새삼스레 걱정이 되기도 했다. '내가 이 학교의 패권을 잡으면...... 그렇게 되면......' 이런 비굴한 생활은 하지 않아도 될지 모른다. 그러나...... 그 뒤로 파 생되어져 오는 꼬리를 무는 싸움, 또 싸움. 결국 목뒤에 붙는 '보스'라는 꼬리표. 서울도 모자라서 대전까지 방출, 게다가 선생님들의 좋지 않은 시 선은 모조리 자신에게 쏠릴 것이다. 이제 그런 것은 지긋지긋했다. 약속뿐 만이 아니라 지금가지 민형을 얽매고 있던 꺼름직한 감정들이 그의 전투본 능을 억누르고 있었던 것이다. - 따르르릉 - 따르르릉 이불위에 엎드려 있는 민형의 옆에서 전화벨이 울리기 시작했다. 지금 시간에 전화가 올만한 사람이라면......? 민형은 반가워서 얼른 수화기를 들었다. << 여보세요? 민형씨 저예요 >> 전화를 건 사람은 역시 지영이었다. 민형은 우울한 기분인 만큼 지영의 목소리를 들으니 두배로 기뻤다. "선생님?" << 마침 집에 있었군요. 다행이네요 >> 항상 그렇지만 지영의 목소리는 오늘따라 유난히 밝은 듯 했다. 무언가 좋은일이 있는것 같아 민형은 밝게 물었다. "뭔가 기분좋은 일이라도 있어요?" << 헤헤, 좋은 일은요 무슨...... 그보다 민형씨 학교는 잘 다녀 왔어 요? >> 저절로 웃음이 새어 나오는 것을 보니 기분좋은 것이 분명했다. 민형 은 오늘 있었던 일은 알리지 않기로 하고 가볍게 대꾸했다. "학교가 그렇죠 뭐. 이제 곧 여름 방학이라 기말고사가 있어요. 그걸 빼 고는 별다른 고민거리가 있겠어요~" 학교 문제를 돌리기 민형은 일부러 시험 이야기를 꺼냈다. 모름지기 어 른들은 시험 얘기가 나오면 민감하니까. << 시험이요? 그게 무슨 고민거리예요~ 제가 찍어줄까요? 제가요? >> "선생님 그런것도 할 수 있어요?" 시험문제를 찍어 준다니? 그런건 학원 선생이나 과외 선생들이 자주 하 는 일이 아닌가, 게다가 실력있고 확률좋은 선생일수록 많은 학원에서 원 하고 또 보수도 짭잘하다고 들었다. "선생님 일어 학원에 있기 전에 다른 곳에도 있어 봤나요?" 혹시나해서 물었는데 반응은 의외로 간단했다. << 물론이죠. 대학때 과외도 많이 했고 또 고3 수험생 대비반에도 1년정 도 있었어요. >> 오오...... 그런 경력이 있었단 말인가? 민형은 새삼스럽게 놀라며 지영 의 경력에 감탄했다. 하긴 서울대 생이니까 과외를 안뛴게 이상하지. 게다 가 영문과라면 어디가도 인정해 주는 탄탄한 과이니까. "아, 그것보다 무슨 일로 전화 하셨어요?" << 아참참, 내 정신좀 봐 얘기한다는걸 깜빡 잊었네 >> 민형의 물음에 지영이 깜빡 잊었다는 목소리로 호들갑 떨듯 외쳤다. 잠 시후 그녀의 배시시 터지는 웃음 소리가 수화기 저쪽에서 들려왔다. 민형 은 갑자기 궁금함이 밀려왔다. << 저 있잖아요...... 저 학원 그만 뒀어요. >> "예?! 학원을 그만둬요!? 왜요? 무슨 일 있었어요?" 학원을 그만두다니!? 갑작스러운 지영의 말에 민형이 놀라서 언성을 높 혔다. 어째서? 학원생과 사귀었다고 원장에게 문책이라도 받았나? 민형은 가슴이 쿵쾅쿵쾅 뛰었다. << 무슨 일이 있는게 아니고요...... 사실은...... >> 지영이 목소리를 낮게 깔았다. 하지만 결코 어두운 분위기는 아니었 다. 민형은 점점 더 궁금증이 더해지기 시작했다. << 사실은 저 대전으로 내려가기로 했어요! 그리고 거기서 자취하려고 생각해요~! >> "네에!?!? 갑자기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대,대,대전으로 내려온다니!? 지금 내가 있는 이곳에!? 바로 이 대전으 로 내려온단 말인가!? 민형은 어안이 벙벙하여 입을 크게 벌리고 한참동안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 서울에서 학원에 다니나 대전에서 학원에 다니나 마찬가지 잖아요. 민형씨가 그곳에 있는 반년동안 저도 그곳에 있을 생각이예요. 여기 월세 도 다 찼고 보증금 빼면 비슷한 평수는 구하기 쉬우니까요. >> 이렇게 말하는 지영은 수화기로 전해져 오는것을 감안하고도 매우 흥분 한 억양이 뚜렸했다. << 민형씨랑 떨어져 있는것보다는 그게 좋을것 같아서......>> "선생님......" 그런가...... 유지영 선생님은 그렇게까지 나와 함께 있고 싶은건가.. .... 민형은 지영의 말에 감동받아 수화기를 귀에 댄체 한참동안 아무말 이 없었다. 지영인 이곳에 온다면...... 그녀가 이곳에 온다면 틀림없이 자신도 기쁠것이다. << 민형씨...... 내말 듣고 있어요? >> "아,네 물론 듣고 있어요." 민형이 아무말 없자 궁금해진 지영이 물었고 민형은 얼른 고개를 들고 수화기에 기운차게 대답했다.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다. 지영이 이곳에 온다는 것은 어떻게 생각해도 기쁜일이 아닌가. 민형은 갑자기 힘이 솟 았다. "그럼 선생님, 내려오시는 기념으로 제가 한가지 선물해도 될까요!?" << 선물이요 뭔데요? >> 수화기 저쪽에서 기대에 찬 지영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민형은 흐믓해 져 입을 열었다. "우리집 봤죠? 마루 건너방은 비었거든요. 월세 18이예요. 어때요?" 대전에 내려올 지영에게 그 이상 좋은 선물은 없을 것이다. 그것은 사실이었다. << 굉장히 싸네요? >> 지영도 신이 난 듯 했다. ------------------------------------------------------------------- 다음날 민형은 부모님께 연락해 집주인과 통화했다. 원래 내놓았던 방이 었기에 주인의 조건을 만족시킨 지영의 이주의사는 쉽게 통과 되었다. 월 18만에 보증금 500. 민형은 모든 준비를 끝내놓고 흐믓해진 얼굴로 오후 수업을 맞이했다. 물론 옆집에 이사올 지영에 대해선 부모님에게 일체 이 야기 하지 않았다. 집주인의 전화번호를 알기 위해 통화했을때 직장인이 자취방을 구한다는 이야기를 했을뿐 별다른 대화가 없었기 때문에 특별히 부모님이 의심할 상황도 생기지 않았다. 지영이 나이가 많은 것은 이럴 경 우에는 매우 좋은 쪽으로 작용할 수 있었다. '선생님은 목요일날 내려 오신다고 했으니까......' 오늘은 화요일, 즉 이틀후가 되면 지영은 옆방으로 이사온다. 이것 참 꿈같은 현실이 벌어지게 되는 것이다. 이것은 즉. '동거'로군. 민형은 행복한 얼굴로 입이 벌어져 하루종일 교실에 앉아 히죽히죽 웃었다. "쟤 어제 맞더니 정신이 이상해진거 아니니?" 자리에 앉아 있던 주리가 하루종일 헤벌레 앉아 있는 민형을 턱으로 가 리키며 이상하다는 듯이 묻자 의연이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의연 역시 민 형의 행동에 대해 아는 것이 없는 것은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내가 아니?" 가볍게 한숨을 쉬며 의연은 책장에서 다음시간 교과서를 펴내 펼쳐 놓 았다. 그나저나 민형이 저애...... 어제 안좋은 일이 있어서 어쩔까 걱정 했는데 의외로 낙천적인듯 하군, 의연은 그 부분에서는 안심했다. '생각보다 나쁜일을 잊는데 빠른 성격이군...... 잘 해나갈 수 있을거 같네......' 의연은 이런 걱정을 해야 하는 자신이 한심해서 또다시 깊게 한숨을 내 쉬며 손으로 턱을 받친채 책상에 엎드렸다. 고3, 이런 시기에 전학생이 오 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에 어떻게 처신시켜야 할지 모른것도 있었지만 이 학교가 워낙 유명하다는 비참한 현실도 한 단단히 했다. 아, 남자가 반장 이었으면 좋았을텐데..... 힘센 남자가...... 의연은 요즘따라 자신 이 반장이 된것이 후회 되었다. 반장은 이 학교에선 말그대로 심부름꾼일 뿐인 것이다. "근데 의연이 너 말야." 이런저런 생각에 잠긴 의연의 앞에서 주리가 반짝 눈을 빛내며 말을 걸 어 왔고 의연은 고개를 들었다. 주리가 짖궂은 표정으로 싱글생글 웃고 있 었다. "너 전학생한테 맘 있지?" "뭐?" 갑작스런 질문에 얼굴이 빨개진 의연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 계속 - 『CD의 환상세계-일반소설 (go CDGGAM)』 87번 제 목:[중편L] ## 고교 3년생의 사랑 ## -51 올린이:cdggam (임달영 ) 97/03/29 13:12 읽음:6316 관련자료 없음 ----------------------------------------------------------------------------- ## 고교 3년생의 사랑 ## PART-51 "무,무슨 소리야? 그런 소리 하지마, 누가 듣겠다 얘." 얼굴이 빨개진 의연이 황급히 고개를 흔들며 주위의 눈치를 살폈다. 주 리는 빨개진 의연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은근히 입술을 치켜 올렸다. "얼굴이 빨개지는 걸 보니 뭔가 있어. 너 유난히 전학생한테 관심이 있 는것 같고 말이야." "전학생은 처음이니까 친절의 기준을 못잡았을 뿐이야." 주리의 은근한 접근을 딱 끊으며 의연이 책상위에 책을 탁 덮었다. 주리 는 조금 기가 죽은 얼굴로 의연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의연은 침착한 표 정으로 주리에게 시선을 맞추었다. "그밖에 할말 있니?" "너 그렇게 말하니까 무섭다?" "후훗, 무섭긴 얘는......" 의연이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다시 책을 펼쳤다. 주리는 그런 의연을 잠 시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한숨을 푹 내 쉬었다. 모처럼 한 크라스에서 썸씽 이 생기나 했더니...... 하지만 저렇게 부정하는걸 보면 수상하단 말씀이 야? 그때 머리를 굴리는 주리를 향해 의연이 불쑥 한마디 했다. "그리고 난 좋아하는 사람 따로 있으니까." "뭐? 그랬어?" 야,이건 정말 뜻밖에 사실이네. 의연이 좋아하는 남자가 있었을 줄이 야. 하긴 누구에게나 첫 사랑은 있는 법이니까...... 주리는 의외라는 듯 이 고개를 끄덕이며 손으로 턱을 만지작 거렸다. 음 의연인 미인이니까 남 자도 잘 생겼겠지...... 좀 부러운데? "그래, 지금 사귀니? 어디 살어?" "서울에 살아. 그 밖에 사항은 안 가르쳐 줘." "에~ 얌체 아니야~!" "문답무용이다." 약오른 얼굴로 보채는 주리에게 의연이 씨익 웃으며 사악한 얼굴로 눈을 빛냈다. ........................................... . . . . . . . . . . . 중영 실업고는 대전시를 총괄하고 있는 유택천의 아지트. 그는 대전 지 역 고교 주먹의 실질적인 보스로 이 학교의 명성역시 그의 이름하에 날리 고 있는 실정이었다. 당연히 많은 학교에 표적이 되고 내 놓으라 하는 전 투고교와 동맹을 맺고 있는 실정이었다. 이것은 서울의 있던 민형의 이강 실고와 마찬가지였다. "삼목 공고에서 27일날 붙자는데. 거기 1,2년 꿇은 녀석들이 대량으로 들어 왔나봐. 서울에서 내려온 녀석들이라는 말도 있고. 어쨋든 삼목에 허 지원이가 전해주라고 하더군." 학교 건물 뒷 공터는 유택천 패거리들의 모임 장소였다. 오늘 패거리가 모여든 이유는 총무겸의 서한영이가 패싸움의 도전장을 가지고 왔기 때문 이다. 한영의 설명을 들은 유택천은 천천히 빨고 있던 디스의 꼬랑지를 손 가락으로 탁- 쳐 떨어 뜨렸다. 꽁초를 버린 후 발로 밟으며 그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의 움직임에 패거리들이 동요했다. "삼목의 허지원이라고...... 몇달전에 깨부쉈는데...... 왜 또 귓가에서 아른거리지......" "그때의 복수를 하려는것 같은데." 서한영이 어깨를 으쓱 하며 훗- 미소 지었다. 유택천은 관심 없다는 듯 이 다시 자리에 앉으며 서한영에게 말했다. "그런 녀석들은 관심없어. 진드기 같은 놈들 이번에 박살내고 와. 더 이 상 내 귀에 귀찮은 녀석들이 아른거리지 않게. 내 도움이 필요하면 그때 불러." "그러지 대장." 서한영이 싱긋 웃으며 대답했다. 한영의 지시로 패거리가 해산하고 공터 엔 유택천과 서한영 둘만 남았다. 한영은 또다시 담배를 빨고 있는 택천의 앞으로 다가가 물었다. "이제 슬슬 움직여줘야 하는거 아냐 택천? 벌써 6월이야." "아아......" 택천은 한영의 말을 흘리며 담배재를 털었다. 그는 왠지 힘이 없는 듯 했다. "네가 적극적으로 싸우지 않으니까 기어 오르는 녀석들도 많은 거라고. 도대체 왜그래? 작년에 서울에 가서 얼마나 큰 충격을 받았길래." "......" 유택천은 작년 2학년 시절 서울에 원정을 간적이 있었다. 동맹을 맺고 있던 모 전투고교에 지원차 갔던 것. 그곳에서 돌아와 택천은 알 수 없는 실의에 빠져 버렸다. "무서울 것 없는 대전시 총 보스가 왜 이렇게 힘이 빠져 있냐고!!" 답답한 나머지 한영이 언성을 높히자 택천은 잠시 말없이 바닥을 응시 했다. 그가 고개를 들었을때 그의 얼굴 가득히 허무함이 서려 있었다. "글쎄, 작년까지는 아무것도 무서운게 없었어...... 그렇지만 서울에 있 는 괴물을 본 후에는......" "도대체 그 괴물이란 녀석이 사실이야!? 난 도무지 믿을수가 없어! 혼자 서 총보스 31명을 때려 눕히다니 스테미너는!? 사각은?!" 서울에서 돌아온 후부터 때때로 이야기하는 유택천의 말. 그것은 한영에 게는 도무지 납득이 가지않는 이야기 였다. 서울 전투고교 연합에서는 어 느날 서울 지역의 패권을 차지하기 위해 그 지역 총보스가 있는 이강실고 를 치기로 결정했었다. 그때가 1993년 서울 전 연합은 이강실고에 도전했 다. "그리고 단 한명에게 무참히 깨졌지. 난 그것을 지켜보다가 홧김에 뛰어 들었지만...... 그 녀석에게는 나도 31한명중 하나에 지나지 않았어." 지방에서 까지 용병을 모집한 서울 전투고교 연합은 그 당시 서울 총보 스를 맞고 있던 단 한명에게 무참히 짓밟혔다. "그 녀석 이름은 정민형이라고 했어...... 그 녀석을 생각하면 소름이 끼쳐. 그 레벨의 차이란 것은......" 정민형. 그는 명실공히 전국 최강이며 한국의 모든 전투고교를 통합한 히로. 당시 전 불량배들의 영웅적인 존재였다. 유택천은 작년 그것을 직접 느꼈던 것이다. "어쨋든 그 녀석은 인간이 아니니까......" 유택천이 생각하기 싫다는 얼굴로 부르르 어깨를 떨었다. ..................................................... . . . . . . "점심 시간에 먹을 컵라면 하고 샌드위치 사와. 4교시 끝나고" 기현은 책상위에 발을 올려 놓은채 같은 반 학생들에게 이렇게 외쳤다. 그러나 명령은 들은 급우들은 그것이 마치 어기면 안되는 철칙처럼 아무런 대꾸도 반항도 없었다. << 우리 반에선 돌아가면서 기현이 도시락을 사와야 하는거야. >> 누군가가 얘기해준 이 사실이 민형을 끓어오르게 했다. 우와 나쁜 개자 식...... 나도 학교에서 그런짓은 해 본적 없다. 민형은 시간이 지날수록 이 중영고교에 똘마니들에게 정나미가 떨어졌다. 제길 졸업하면 찾아가서 모두들 지져 버릴테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고 있을때 4교시가 끝났고 민 형은 매점으로 내려갔다. 언제부터인가 이곳에 온지 몇일 되지도 않았는데 점심을 사먹는 것이 습관이 되어 버렸다. 민형은 학생들로 가득해 북적거 리는 매점의 문을 열며 한숨을 쉬었다. 전쟁이 일어난 시장바닥도 무색하 지 않은 학교의 매점. 외국처럼 넓은 설비와 깨끗하고 다양한 매뉴는 준비 되지 못하는 걸까...... 등록금은 더 비싼데 말이야. "아저씨 고로케 주세요!!" "튀김이요 튀김!!" 여기저기서 터져나오는 학생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민형은 등을 돌렸 다. 어차피 시간이 좀 지나면 학생들이 빠지니까 그때 와서 먹는 것이 낫겠다 생각이 들었다. 순간 고개를 돌리는 민형의 눈앞에 의연이 보였 다. 그녀는 학생들에게 마구 밀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 민형이 얼른 그녀에게 다가갔다. "의연아?" "어 민형? 너도 도시락 안싸왔니? 너 항상 안싸오더라?" "아, 그게 좀 그래......" 의연의 물음에 민형이 머리를 긁적 거리며 대답했다. "그런데 너도 도시락 안 싸왔어?" 보통 항상 주리와 함께 먹는 것을 봤기 때문에 이상해진 민형이 물 었다. 그러자 주리가 어깨를 으쓱하며 괴롭다는 듯이 한숨을 쉬었다. "기현이 빵사러 왔잖아 빵. 우리반의 평화를 위해서 반장도 변함없이 순 서가 도는 법이야." "그,그랬어......?" 왠지 말을 잘못 꺼낸 것 같아 민형은 꺼름직한 표정으로 시선을 돌렸 다. 그러나 의연은 상관없다는 얼굴로 민형의 어깨를 툭툭쳤다. "괜찮아. 뭐 어쩔 수 없는 일이니까. 그보다 사람 너무 많다." "돈 이리줘. 내가 사줄께." "어? 괜찮은데......" 왠지 의연이 딱해 보여 민형은 얼른 돈을 낚아채고 사람들 속으로 파고 들었다. 그러나 사람이 워낙 많아 쉽사리 들어갈 수 없었다. 점점 학생들 이 민형을 밀치고 조여들기 시작했다. 민형은 울컥 화가 났다. "제길!" 반사적으로 조금 힘을 준 것 뿐이었다. 그러나 그것이 무의식적으로 너 무 힘이 들어가 본래 민형의 파워를 되살리고 말았다. 민형을 중심으로 양 쪽에 모여들던 수많은 학생들이 일제히 비명을 지르며 와르르 무너져 내렸 다. "우와아아앗!" "와악!!" 쿵-쿵- 소리가 나고 매점 카운터 앞에는 머쓱한 표정의 민형만이 서 있 었다. 주위에 쓰러진 아이들이 기가질린 얼굴로 멀뚱히 서 있는 민형을 바 라 보았다. "저...... 컵라면 하고 샌드위치 주세요......" 민형이 머쓱해져 조용히 중얼 거렸다. - 계속 - 『CD의 환상세계-일반소설 (go CDGGAM)』 88번 제 목:[중편L] ## 고교 3년생의 사랑 ## -52 올린이:cdggam (임달영 ) 97/03/31 13:04 읽음:7042 관련자료 없음 ----------------------------------------------------------------------------- ## 고교 3년생의 사랑 ## PART-52 "야, 너 힘 되게 세다? 어떻게 그렇게 했어?" 교실로 돌아오는 복도에서 의연이 신기한 얼굴로 민형에게 묻자 민형은 시치미를 뚝때고 모르는 척 눈을 깜빡 거렸다. "뭘?" "뭐긴 뭐야. 아까 말이야 아까. 네가 파고드니까 아이들이 모조리 쓰러 졌잖아. 너 무슨 운동했니?" 의연이 두눈을 반짝 거리며 기대에 가득찬 표정을 지었기 때문에 민형은 반사적으로 소름이 쫙 돋았다. 이 아이는 눈치가 무섭게 빠르다. 민형은 예전에 기억으로 그것을 알고 있었다. 여기서 약간의 실수라도 있었다가는 이리저리 파고드는 질문 공세에 밑천이 바닥날 것이다. 민형은 얼른 의연 에게서 시선을 때었다. "운동이라니...... 그냥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된 것 뿐이야. 나도 어떻게 된일인지는 모르겠어." "아, 그래......?' 의연이 고개를 끄덕이며 알겠다는 듯이 더이상 아무것도 묻지 않자 민형 은 안심이 되어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의연과 같이 있으면 등줄기에 식은 땀 마를 날이 없다. 이거 속담으로 등록시켜야 돼. "난 또 네가 무슨 무술이라도 한줄 알았지. 어깨로 미는 데는 대단한 발 힘이 필요하다고 책에서 읽은적이 있거든. 진각이라던가......." 그말을 들은 민형이 뜨끔하여 숨을 죽였다. 별걸 다아는 여자애야.... .. 민형은 끝까지 모른체 하며 묵묵히 복도를 걸었다. 의연도 잠시 민형의 서투른 태도를 수상하다는 듯이 바라보다가 그의 뒤를 따르기 시작했다. ................................................ . . . . . . . . "글쎄 말이야~ 민형이 퍽~ 미니까 그 수많은 애들이 우르르르! 정말 끝 내줬어." "그거 정말이야 반장? 되게 재밌었겠다!" 교실에 들어온 의연이 점심시간을 이용하여 주위에 아이들에게 매점에 서 본 현상을 큰소리로 떠들었고 아이들은 의외라는 듯이 민형과 의연을 번갈아 보며 화제를 맞추었다. 의연이 녀석...... 끝까지 무언가를 확인해 보려는 심산인가...... 민형은 곤란한 표정을 숨기기 위해 자는척 하고 두 팔에 얼굴을 묻은채 책상위에 엎드려 있었다. 하지만...... 참 귀가 따갑 군. "어쨋든 덕분에 컵라면을 수월하게 샀지 뭐니. 매점에서 이렇게 빨리 물 건을 사보긴 이 고교 들어와서 처음이야." "이야 나도 민형이한테 부탁해야지." "재밌겠다! 나도 나중에 같이 가야지!" 급우들의 이야기가 민형의 온몸을 쿡쿡 사정없이 찔렀다. 의연이 녀석 ...... 녀석...... 제발 그만둬!! 민형은 마음속으로 절규했다. "어이 전학생" "?" 그때 엎드려 있는 민형의 머리위에서 목소리가 들렸고 민형은 고개를 돌 려 자신을 부른 사람을 올려다 보았다. 김기현. 녀석이었다. 갑자기 민형 은 기분이 나빠졌다. "왜 그래?" 민형이 묻자 기현이 피식 웃으며 대꾸했다. "너 그렇게 힘세? 애들이 그러던데......" "......" 아, 이거 안좋게 걸렸군. 가뜩이나 이녀석 나한테 불만이 많은듯 한데말 이야. 민형은 아찔했다. 싸울수도없 으니 뭐라고 한다. "애들이 한말을 그대로 믿냐? 난 몰라......" 민형이 엉거주춤 고개를 돌리자 기현이 히죽 웃으며 민형에게 귀찮게 달 라 붙었다. "너 말이야...... 예전부터 느낀건데 상당히 건방져...... 일어나." "!" 불길한 느낌. 민형은 고개를 들고 기현을 바라보았다. 이 자식 또다시 뭔가 시비를 걸 생각이다. 벌써 몇번째냐...... 민형은 부글부글 끓어 오 르는 속을 참으며 그를 똑바로 올려다 보았다. "어쭈, 쳐다봐? 이자식 정말.......!" - 철썩 기현이 민형의 따귀를 한대 갈겼고 주위에 급우들이 조용해 졌다. 왠지 모르게 침착한 의연은 두근두근한 마음으로 그런 기현과 민형을 응시하고 있었다. "너 잠깐 따라와라." 기현이 이렇게 한마디를 툭 내뱉고 등을 돌려 교실을 빠져 나갔다. 하 하하...... 민형은 속으로 웃음이 나왔다. 따라오라고...... 너 말잘했 다. 이자식...... 그래 사람없는 곳에서 손좀 봐주겠다 이거지. 민형의 인내심은 한계에 달했다. 이제는...... 이제는 아무리 나라도...... 하 지만 지금은 겁먹은 척 따라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 민형은 얻어 맞은 볼을 손으로 감싼체 고개를 숙이고 터벅터벅 교실을 빠져 나갔다. 많은 아이들이 그런 민형을 한심하다는 듯이 쳐다봤다. ------------------------------------------------------------------ - 푸칵 피가 튀고 고개가 젖혀진 한사람의 학생이 학교 뒷산에서 데굴데굴 굴 러 떨어졌다. 흔들흔들한 이빨과 터진 얼굴 극심한 고통을 느끼며 기현이 고개를 들었다. 그는 고통보다 더한 공포를 맛보고 있었다. "일어나 이 자식아......" 섬 한 전학생의 얼굴이 기현의 눈앞에 정면을 꽂혔다. 이, 이자식은? - 퍼억 또다시 한방의 주먹이 기현의 복부에 꽂혔다. 기현은 민형에게 멱살을 붙잡히고 있었기 때문에 꼼짝도 못하고 복부를 가격당했다. 울컥, 입에 서 허연 물이 튀었다. 그러나 다음 주먹이 정통으로 기현의 얼굴을 후려 쳐 날려 버렸다. 기현이 신음하며 산길을 데굴데굴 굴렀다. "으...... 아아......" 뭐,이런놈이 다 있지...... 조금전 까지만 해도 비실대던 녀석이...... 기현은 도무지 믿을 수 없는 현실을 실감하면서도 고통에 몸이 부르르 떨 렸다. 모도의 앞에서는 맞기만 하던 전학생 녀석이 아무도 없는 뒷산에 올 라오자 마자 무섭게 변한 것이다. 모든 주먹을 식은죽 먹기로 피하고 한방 씩 펀치를 날리는데 마치 어른이 아이를 데리고 놀듯이 능숙했다. 기현이 겁먹은 개처럼 비틀비틀 자리에 무릎을 꿇었다. 그와 동시의 민형의 구둣 발이 기현의 턱을 정통으로 가격했다. "와악!" 기현이 턱을 움켜 잡고 비명을 지르며 거꾸로 쓰러졌다. 완전히 뻗어버 린 그는 두눈만을 희번덕 거리며 자리에 추욱 늘어져 버렸다. 전학생... ... 아니 민형이 그런 기현의 앞으로 다가와 그의 얼굴위에 발을 올려 놓 으며 입을 열었다. "아프니......?" "헉...... 헉......" 대답도 할 수 없었기 때문에 기현은 숨을 헐떡 거릴뿐 아무말도 하지 못 했다. 그때 민형이 또다시 기현의 귀 부분을 발로 걷어찼다. 극심한 통 증, 기현은 눈물이 흐를 정도로 심한 아픔을 느꼈다. 신체의 어느부분이 맞았을 때 가장 괴롭고 아픈지 전학생은 너무도 잘 알고 있는 듯 했다. "잘들어. 넌 이대로 집으로 돌아가. 그리고 땡땡이 중 지나가는 깡패한 테 맞은거야. 내 얘기를 하는 순간 너는 마지막이야. 너도 전학생한테 엄 청 깨졌다는 사실을 아이들에게 알리고 싶지는 않겠지?" 민형이 싸늘한 눈빛을 빛내며 눈을 희번덕 거리는 기현에게 이렇게 중얼 거렸다. 이미 기현의 얼굴은 피범벅이 되어 있었다. "대답해 이 자식아!!" 민형이 이렇게 외치며 기현의 복부를 발로 콱 밟아 버렸다. 기현이 욱- 하고 신음을 내뱉으며 가까스로 고개를 끄덕였다. 나쁜놈...... 정말 잔혹 한 놈이다. 이렇게까지 당한 자식을 괴롭힐 수 있는걸 보면 보통 녀석이 아니라고 기현은 생각했다. "그럼 난 간다. 잊지마...... 어느 학교 녀석들한테 당했는지는 네가 알 아서 생각해 두라고." "끄으으......" 아픈 배를 움켜 잡고 꿈틀거리는 기현을 내버려 둔채 민형은 산길을 내 려가기 시작했다. 학교 쪽으로 돌아가면서 민형은 씁쓸한 기분으로 자신이 한 행동을 돌이켰다. 비록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 완벽한 계획이었다고 는 하지만 자신과의 약속을 깬것같아 마음이 우울했다. '난 역시 이런놈인가......' 민형은 스스로를 한탄하며 학교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 . . . . . . . . . . "어머 민형아 너 괜찮니!?" 교실로 돌아온 민형을 향해 의연과 급우들이 우를 몰려 들어 걱정스러운 얼굴로 외쳤다.민형은 아까 한대 얻어 맞은 대수롭지 않은 상처를 손으로 감싼채 어수룩하게 대답했다. "괜찮아...... 다음부터 조심하면 된데......" "어휴...... 정말 다행이다. 그런데 왠일이야 보통 끌려가면 무사히 돌 아오지 못하는데. 유택천이 만나지 않았니?" "유택천? 만나지 못했는데......" 의연에 물음에 민형이 고개를 저었다. 아하, 그렇다면 녀석이 나를 유택 천에게 데려가려고 했던 거로군. 어딘가로 가던 길에 때려 혔기 때문에 최종 목적지를 체크하지 못한 것이다. 민형은 무언가 자신의 계산에 오류 가 생긴 것을 느꼈다. "나, 나같은 녀석을 상대로 그렇게 가지 하겠어...... 그냥 기합을 준것 뿐이겠지." 애써 모른체 하며 민형이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급우들의 이상야릇한 시선이 있었지만 민형은 신경쓰지 않았다. 아니 그보다는 유택천이란 녀석 에 대해 신경이 쓰였다. '설마 기현이 그녀석 유택천이라는 놈한테 불어버리는 건 아니겠지... ...' 민형은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 계속 - 『CD의 환상세계-일반소설 (go CDGGAM)』 89번 제 목:[중편L] ## 고교 3년생의 사랑 ## -53 올린이:cdggam (임달영 ) 97/04/14 22:23 읽음:6221 관련자료 없음 ----------------------------------------------------------------------------- ## 고교 3년생의 사랑 ## PART-53 다음날 수요일 기현은 학교에 나오지 않았다. 민형은 조바심을 내면서도 내심 학교에 나타나지 않은 기현을 생각하며 안심했다. 너무 세개 패 버 렸나? 혹시 집에 돌아가다고 죽어 버린건 아닐까? 어쨋든 민형 자신의 정 체만 들어나지 않으면 된다고 생각하면서 민형은 불안한 마음을 진정시켰 다. 이러고 보니 꼭 만화에 나오는 턱시도 가면 같네...... 민형은 자신이 한심했다. "야!" "?" 갑자기 등뒤에서 누군가가 큰소리로 외치며 민형의 등을 때렸고 깜짝 놀 란 민형이 급히 고개를 돌렸다. 거기엔 싱글싱글 웃으며 의연이 서 있었 다. "뭐야...... 너였냐?" "그 퉁명스러운 얼굴은 뭐지? 그나저나 뭐해? 집에 안가고? 청소하는 애 들이 째려보잖아." "으,응!?" 그말을 듣고 황급히 주위를 돌아보니 오느세 종례는 끝나 있었고 빗자루 와 대걸래를 든 같은반 아이들이 주욱 둘러 서 민형을 바라보고 있었다. 민형의 얼굴에 식은땀이 흘러 내렸다. 이거 언제 끝났지? 종례사항 하나도 듣지 못했는데...... 민형인 하하하 억지 웃음을 지으며 황급히 가방을 챙 겨 들었다. .............................................. . . . . . . . . "육성 회비,모의고사비. 그리고 아까 나눠준 설문지 작성해서 가져와야 돼." 운동장 맞은편 계단에서 의연이 종례사항때 선생님의 말씀을 그대로 번 복해서 민형에게 불러 주었고 민형은 그것을 열심히 메모지에 적었다. 왠 돈 나가는게 이렇게 많아. 학교가 아니고 무슨 일수금 사업제단 같네, 민 형은 투덜투덜 대면서도 열심히 받아 적었다. 안 가져와서 선생님한테 찍히 기라도 하면 큰일이니까. "근데 설문지가 뭐지? 난 없는데?" "뭐야? 아까 나눠줬잖아! 도대체 정신을 어디다 둔거야 어휴!" "그,그랬냐......?" 의연이 못말린다는 듯이 혀를 끌끌차자 민형은 민망한 듯이 얼굴리 빨 개졌다. 의연이 그런 민형의 머리를 손으로 툭 밀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쩔 수 없지. 내가 교무실 가서 한 장 얻어다 줄게." "미,미안해서 어쩌지?" "괜찮아 반장의 힘이니까." "......" 호호호 웃으며 교무실쪽으로 들어가는 의연의 뒷모습을 흘끔 보면서 민형은 머리를 긁적 거렸다. 이강학교 다닐때의 반장은 이렇지 않았는데 ...... 역시 반장이 여자니까 좋은게 많구나. 민형은 내심 이렇게 생각하 면 속으로 흐믓해 했다. 그때 계단에 앉아 있는 민형의 눈에 뒷 건물 쪽에 서 우르르 몰려 나오는 같은 학교 학생들이 보였다. "......" 민형은 그들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머리에 물을 들이고 귀걸이에 목걸 이 까지 휘황찬란한 녀석들이 많았다. 보아하니 학교에서 한가닥 하는 놈 들이 모인 것 같은데...... 민형은 문득 맨 뒤에 따라오는 키가 크고 덩치 가 좋은 사내 녀석에게 눈을 돌렸다. 머리의 3분의1 정도를 금발로 염색 하고 가슴이 푹 파인 런닝 같은 셔츠를 입고 있었다. 꽤 폼이 좋은데... ... 민형은 과거를 생각하며 자기도 모르게 닭살이 돋았다. 하지만 저녀석 들 저렇게 때거리로 모여서 어디가는 거지? 민형은 무언가 이상해 패거리 를 잠시동안 바라보고 있었다. "야,뭘 보고 있어?" 그때 교무실에 다녀온 의연이 멍하니 운동장 저쪽을 쳐다보고 있는 민형 에게 한 장의 설문지를 들이밀며 이렇게 물었고 민형은 화들짝 놀라 고개 를 돌렸다. 의연이 궁금한 듯이 민형이 바라보고 있던 쪽으로 고개를 돌렸 다. "어머, 유택천이다. 또 어딘가 패싸움이라도 하러 가나보지? 한동안 조 용하다 싶더니......" "저 애가 유택천이니......?" 저애? 저애...... 아, 직접 말하려니까 참 부끄러운 말이군. 민형은 얼 굴이 빨개져서 이렇게 물었다. 달리 뭐라고 가리킬 말이 생각나지 않으니 어쩔 수 없잖아!! 민형이 묻자 의연이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며 골치아픈 얼굴로 대답했다. "그래, 쟤가 유택천이야. 쟤 때문에 우리 학교가 날리잖아. 우린 더 피 곤하지만......" "그래.....? 그렇구나......" 이 대낮에 패 싸움이라니 뻔한 놈들이군...... 민형은 불과 1년전에 자 기 모습이었다는 것은 까맣게 잊은 사람처럼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다. 개 구리 올챙이적 시절 기억못한다는 말이 딱 맞다니까. "어, 그런데 이게 뭐야." 뒤늦게 설문지 내용을 훑어본 민형이 재미없다는 얼굴로 인상을 찌푸 렸다. "교내외 폭력사건 조사서...... 학교 선배나 그처 불량배에게 금품을 빼 앗긴 적이 있다 없다. 불량 서클이라고 생각되는 그룹을 본적이 있다 없 다. 같은반에 불량써클에 든 아이가 있다 없다......" 민형이 설문지 내용을 주욱 잃어 내려가며 점점 고개를 수그렸다. 질리 네 이거...... 아직도 이런거 하나? 대단히 진부한 내용이잖아 이거! "정말 웃기지? 반 아이들이 모두 한 녀석한테 괴롭힘 당하고 있는데 이 런 설문지를 돌려서 뭘 하겠다는 건지. 학교는 너무 뭘 몰라! 새대가리들 만 모였나봐." "너 말이 좀 심한거 아니냐 여자가......?" "여자도 화나면 막 나간다고." 민형인 조금 쭈삣쭈삣한 목소리로 묻자 의연이 얼굴이 붉어진채 고개를 돌리며 냉큼 대답했다. 야, 그래도 그건 너무 막 나가는거 아니냐? 민형 은 속으로 킥킥 웃었다. ------------------------------------------------------------------- 민형은 그날 곧바로 집으로 들어가지 않고 조금 큰 길로 나갔다. 서점에 들릴일도 있고 또 가는 길에 의연이를 버스 정류장 까지 바래다 주기 위해 서였다. "서점엔 왜 가니?" 함께 걷던 의연이 묻자 민형이 별 의미 없이 대답했다. "만화잡지 사러." "만화? 너 만화 좋아하니?" "응, 왜 이상해?" "흐응......" 민형이 대수롭지 않은 표정으로 묻자 의연이 두눈을 똘방똘방 굴리며 민 형을 한참 올려다 보았다. 민형은 뭔가 쑥스러워져 고개를 돌리며 입을 열 었다. "뭘 그렇게 봐?" "글세...... 왠지 그런거 하고는 안 어울리는 것 같은데 말이야...... 만화 보는거 좋아하는 사람들은 대게 추상적으로 살거든......" "난 보기도 하지만 그리는 쪽이야." "뭐!? 정말이야!? 너도 만화 그리니!?" 민형이 대답하자 의연이 새삼 놀랍다는 듯이 큰소리로 외쳤다. 어찌나 목소리가 큰지 민형은 주위에 누가 쳐다보지는 않을까 살펴 봐야만 했 다. 민형인 쉬쉬 하며 의연을 돌아보았다. "야..... 야...... 넌 무슨 목소리가 그렇게 크냐?" "하지만 만화 좋아하는 애들은 대부분 변태......" "뭐?" 알아 들을 수 없는 의연에 말에 민형이 순간 멈칫했다. 방금 뭐라고 했 냐? 변태? 너 그게 얼마나 엄청난 말인줄 알고......? "무,무슨 근거로 그런 말을 하는거야!?" "만화 그리는 애들은 주로 야한 만화 가져다 놓고 밤마다 보지 않니? 또 학교에 가져와서 여러애들이랑 돌려 보고. 또 하루종일 똑같이 그리려 고 연습하잖아. 게다가 동성연애자도 많데." 의연이 하도 진지하게 얘기하는 터에 민형은 숨이 막혔다. 야,야한 만화 라니 그건 맞다. 할말 없다. 그런데 동성연애라니!? 야, 그건 좀 몹시 추 상적이지 않냐? 민형은 말문이 막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묵묵히 걸 었다. 그러자 의연이 뒤를 이어 다시 입을 열었다. "게다가 주로 여자를 변태적으로 생각하잖아." "......" 얘 이대로 둬선 안되겠군. 이거 무슨 만화를 음란 3류 포르노 잡지의 대명사인줄 알고 있나. 민형은 애써 진지한채 눈빛을 빛내며 의연에게 고 개를 돌렸다. "너, 너 말이야 조금 상식에 벗어난 추리를 하고 있는데 말이야...... 실제로 만화 그리는 사람들은 그렇게 그렇지 않어......" "뭐가 그렇지 않아?" 의연이 당찬 목소리로 이렇게 물었고 민형은 전점 목소리가 기어 들어갔 다. 우우...... 난 왜이렇게 얘 앞에선 힘을 못쓴다냐...... "시,실제론 매우 착하고 마음씨 고운 아이들이 많아...... 게다가 만화 좋아하는 사람들 중엔 결코 난폭한 사람이 없다고 하잖아......' 이렇게 말하면서 스스로 쿡쿡 찔리는 자신을 민형은 애써 달랬다. 예외 도 있는 법이니 이해하라 따식아. 민형은 점점 할말이 없어졌다. - 계속 - 『CD의 환상세계-일반소설 (go CDGGAM)』 90번 제 목:[중편L] ## 고교 3년생의 사랑 ## -54 올린이:cdggam (임달영 ) 97/04/19 19:06 읽음:6185 관련자료 없음 ----------------------------------------------------------------------------- ## 고교 3년생의 사랑 ## PART-54 지영은 싱글벙글 웃으며 박스에 옷을 집어넣고 물건들을 포장해서 잘 쌌 다. 이제 조금후면 대전으로 이사를 간다. 민형씨가 있는 대전, 지영은 민 형을 생각하니 마치 꿈속에 있는 사람처럼 마냥 행복했다. 지영의 오빠 지 훈도 어찌된 일인지 지영의 대전행을 순순히 허락했고 이제 고민될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원래는 내일 떠날 생각이었지만 한 시간도 더 기다리고 싶지 않았다. 오빠의 허락이 떨어진 이상...... '어차피 오빠는 이집에 오지 않으니까......' 지훈은 어딘가에 빌라를 얻어 여자와 동거하고 있다고 했다. 그래서 그 런 것인지...... 아니면 정말 민형이 마음에 들었는지 지영이 대전으로 가 는 것을 크게 반대하지 않았다. 사실 지훈에게는 대전에 있는 학원으로 옮 기게 되었다고 거짓말을 한 지영이었지만 오빠가 그렇게 순순히 믿어줄 것 이라고는 생각지 않았던 것이다. "어머,지영이 처녀 이사가나?" "아,아주머니." 근처에 볼일이 있어 언던을 올라가던 구멍가게 주인 아줌마가 마루에 쌓 여 있는 몇 개 되지 않는 이삿짐 상자를 알아채고 이렇게 물었다. 지영은 왠지 섭섭해 하는 얼굴의 아주머니에게 미안해 쓴 웃음을 지었다. "네, 오늘 이사가게 됐어요. 그동안 잘 대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에구, 섭섭해서 어떡해. 그래도 외상도 없는 최고의 단골은 지영이 처 녀뿐이었는데." "헤헤...... 대전으로 이사가도 아주머니 같은 가게를 만날 수 있을까 모르겠어요." "대전으로 가나 보지?" "네." 지영이 히죽 웃으며 대답했고 아주머니는 뭔가 대단히 좋은 일이 있는가 보다 라고 짐작했다. 지영은 항상 웃고 있었지만 오늘같이 마음속에서 부 터 밝아져 오는 웃음은 참으로 오랜만이라고 생각했다. "대전에 애인이라도 있나?" "네~" "엥?" 농담삼아 물어본 것이었는데 뜻밖에 대답이라 아주머니는 눈이 동그래졌 다. 정말 애인이 있단 말이야? "아니, 지영 처녀도 애인 있었어?" "그럼요. 제가 뭐 바보인줄 아세요~?" 지영이 여전히 싱글벙글 웃으며 이렇게 대답했고 주인 아주머니는 시원 섭섭한 표정으로 웃으며 살짝 한숨을 내쉬었다. "그것참 아깝다, 나한테도 고만 또래의 아들이 있었으면 당장 데려다 며 느리 삼았을텐데......" "헤헤......" 아주머니의 말을 들으며 지영은 쑥쓰러운 듯이 머리를 긁적 거렸다. 아, 오늘은 아무래도 웃음이 멈춰질 것 같지 않고...... 지영은 어서 빨리 민 형을 만나게 되길 기다리며 하늘을 쳐다 보았다. '설마 비가 오진 않겠지?' 하늘은 지영의 마음과도 같이 푸르고 화창했다. ..................................................... . . . . . . . 민형은 의연과 함쎄 서점에 들어가 잡지를 뒤적거렸다. 버스 정류장이 바로 앞인데도 의연은 버스를 타지 않고 민형을 따라 서점에 들어왔다. 민 형은 그것이 심히 신경 쓰였으나 싫지는 않았다. 의연인 매우 예뻤고 또 서점에서 여자와 함께 책을 고르는 모양은 결코 나쁘지 않으니까. 이런거 꼭 한 번 해보고 싶었어...... 비록 만화라지만 말이야. "......" 하지만 의연은 민형과는 멀찌감치 떨어져 제1철학,철학의 세계,인간과 철학의 관계등등, 이상 야릇한 제목이 있는 코너에 가서 책을 훑어보고 있 었다. 민형은 저런 제목만 봐도 머리가 아팠다. 어떻게 저런걸 보지? 그건 고등학생한테는 금기서라고. "다 골랐니?" 책을 훑어보는 일이 끝났는지 의연이 민형에게 다가와 물었다. 민형은 들고 있던 잡지들을 탁탁 챙겨 손에 들고 카운터로 가려고 했다. 그때 의 연이 대단하다는 듯이 되 물었다. "그걸 다 사? 5권이나 된다." "2권은 격주간, 3권은 주간이야. 내용도 다 틀린거니까." "어차피 만화는 다 똑같은거 아니야?" "...... 아니야......" 도대체 이애는 만화를 뭐라고 생각 하는거야? 그럼 사람은 밥만 먹고 산 다고 생각하냐. 빵도 먹고 회도 먹잖아. 너 반장이 그렇게 융통성이 없으 면 나중에 세상을 험악하게 살게돼...... 민형은 이렇게 말해주고 싶었지 만 꾹 참았다. 무엇보다 의연에겐 말발로 밀리니까. 무슨 말이든지 들어 주고 져주는 유지영 선생님과는 레벨이 틀리다. 얜 강적이거든. "넌 아까 뭘 본거니?" 서점에서 나온 민형이 의연이 돌아보고 있던 코너를 의식하며 묻자 의연 이 짧게 대답했다. "한국 고전문학 단편 모음집." "철학 어쩌고 있던데?" "그 코너랑 함께 있더라고." "......" 그랬군...... 너도 사상철학 하고는 관계 없는 애로구나. 어쨋든 안심했 다. 사상철학에 익숙해진 애들은 대학가서 꼭 데모한다고 누가 그러더라. 그런데 한국 고전 문학은 왜 봤니? 민형이 의연을 쳐다보며 물었다. "왜보다니? 본고사에서 논술 나오잖냐. 미리미리 많이 봐둬야돼." 보,본고사? 논술? 민형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본 고사라면 적어도 서 울에서 열손가락 안에 드는 짜라라한 대학에서 보는 것이다. 게다가 논술 대비라면 1류대에서 보는 본고사 과목 아닌가? 그런데 그걸 왜 네가 보 냐? "너...... 논술 대비하니......?" "응." 의연이 짧게 대답했고 민형은 조금 놀라웠다. 어...... 너 대학갈려고 그러는구나. 내신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확실히 의연은 공부는 잘하는 것 같았다. 그런데 왜 실업계 왔니? "어느대학...... 갈건데......" "서울대? 아니면 연대. 그 이하는 생각해 본적이 없어." 쿠궁, 이거 완전히 충격. 너 그런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단 말이야!? 민 형은 엄청난 쇼크를 먹고 한참동안 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 서울대라니 ...... 서울대가 아무나 가는덴줄 아나. 게다가 유지영 선생님이 졸업한 서울대를 가겠다니 괜히 건방져 보이는군...... 민형은 혼란스러운 마음을 진정시키며 다시 물었다. "그,그런데 왜 인문계에 안갔어......?" "거긴 내신등급 떨어지잖아. 덕분에 여기선 1등급이야." 쿠구궁X2. 야, TV에서나 보는 대학 3년 계획의 실행자를 여기서 보게 될 줄은 몰랐다. 정말 있구나 너같은 애가? 민형은 갑자기 놀라움과 함께 자 신이 초라해 지기 시작했다. 누구는 공부못해 싸움만 하도 퇴학당하고 간 신히 지방으로 좌천되서 졸업을 위해 뛰고 있는데...... 누구는 1류대 가 기위해 내신 조절 프러스의 실업계를 지향해? 이거 정말...... 갑자기 한 국의 교육 현실이 다분히 우울해진 민형이었다. 내가 이런 걱정한다고 뭐 가 달라지는 건 아니지만...... "누구도 만화 볼 시간에 책 좀 읽으면 어때." "......" 뜨끔한 의연에 시선. 원래는 건방진 것~ 이라고 외치며 한 대 쥐어 박아 쥐야 하지만 그녀의 박력에 압도당해 민형은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 내신 1등급은 아무나 만나볼 수 있는게 아니다. 게다가 같이 걷는 것 만으로도 엄청난 중압감을 느끼게 한단 말이야. 민형은 의연에 곁에 있는 자신이 갑 자기 너무나 초라하게 느껴졌다. "하긴...... 남자는 공부 못해도 돼. 얼굴만 잘생기면 돼지 뭐." 야, 그거 혹시 반대 아니냐? 자신의 어깨를 툭툭 두드리며 여유있는 대 사를 뿌리는 의연을 째려보며 민형이 초라하게 눈을 내리 깔았다. 너 시집 가면 분명히 이혼할거다...... 두고봐라...... "야,근데" 문득 의연이 낙심하며 길을 걷는 의연을 향해 이렇게 물었다. "오늘 너네집 놀러가도 돼?" "뭐!?" 충격X3! 야, 얘 정말 대담하네. 그게 여자애 입에서 함부로 나와도 되는 소리냐!? 남자애네 집에 놀러 오겠다니, 민형은 갑자기 전신이 떨렸다. "우,우리집에는 말이야......" "왜,부모님이 친구 데려오는거 싫어하시니? 괜찮아~이렇게 예쁜 애가 가 면 분명히 좋아하실거야." 놀고있네, 네가 아무리 예뻐도 유지영 선생님의 발밑이나 따라오는 줄 아냐. 민형은 속으로 이렇게 생각하면서도 실제로는 마구 고민했다. 여자 애가 집에 오겠다고 한 것은 처음인데...... 게다가 집에 가서 뭐하지? 당혹스러움에 민형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 올랐다. "그냥 놀러가는거야! 뭘 그렇게 한참 고민하니?" 아아! 이러다가는 쫀쫀한 남자라는 소릴 듣고 말겠어! 어쩌지!! 민형은 현실과 마음 속의 바램을 서로 교차시며 다분히 엄청난 고민을 하기 시작 했다. 의연이 너 정말 너무하구나. - 계속 - 『CD의 환상세계-일반소설 (go CDGGAM)』 91번 제 목:[중편L] ## 고교 3년생의 사랑 ## -55 올린이:cdggam (임달영 ) 97/04/21 23:01 읽음:6218 관련자료 없음 ----------------------------------------------------------------------------- ## 고교 3년생의 사랑 ## PART-55 "안녕하세요~" 결국 와버렸군...... 민형은 쭈삣쭈삣한 몸짓으로 대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의연이 뒤따라오며 집안을 향해 인사했지만 안은 조용했다. 아 무도 없었기 때문이다. 민형이 신발을 벗고 방밖에 마루에 작은 마루에 올 라서며 의연에게 말했다. "아무도 없어, 나 혼자 산다고 말 안했나?" "어머, 진짜야? 맞아! 그랬지!" 너...... 정말 몰랐던 거냐...... 민형은 수상함이 가득한 눈으로 몰랐 다는 듯이 얼굴을 붉히는 의연을 지긋이 내려다 보았다. 믿을까, 말까? "그,그럼 나 갈까? 너 혼자 있는데......" 들어가기도 그렇고...... 뭐 이런 말 하려고 하는거지? 다 안다 알아. 난 이미 여자에 대해선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샅샅히 관찰한 몸이야. 고등 생한테 관심없으니 안심하도록 해. 민형은 망설이는 의연에게 어깨를 으쓱 하며 대답했다. 그렇게 생각하니 갑자기 자신이 의연이 보다 월등히 우월 해 보였다. 유지영 선생님 몸매에 의연이 비할대냐. "뭐,기왕 여기까지 왔는데 좀 들어와. 별로 볼것도 없지만." "음, 그럴까?" 약간 새침한 표정으로 의연이 어깨를 으쓱하며 민형을 따라 신발을 벗 고 안으로 들어왔다. 안마루로 들어가 가방을 내려놓고 민형이 방문을 열 었다. 남자방 치고는 제법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어 의연은 풋 웃었다. "너 깨끗하게 하고 사는구나? 성격이 꼼꼼한 모양이지?" "뭐...... 좀....." 사실은 유지영 선생님이 청소 해준 후 별로 건드린 것이 없기 때문에 이나마 깨끗한 것이다. 보통때에는 상상에 맡길게. 민형은 교복을 옷걸이 에 걸고 마루로 나가며 의연의 얼굴을 흘끔 쳐다보았다. "마실거라도 줄까?" "쥬스 있니?" "콜라는 있어." "콜라는 카페인이 들어 있잖아." "그럼 가서 사올까?" 민형이 사심없이 말했으나 의연은 조금 감동했는지 수수하게 웃으며 고 개를 저었다. "그럴 것 까지 있니. 그냥 물줘. 목마르다." "그래." 별로 귀찮은 애는 아니군, 유지영 선생님과 만나면서 여자 시중드는 것 에 전혀 익숙해지지 못했기 때문에 민형은 내심 긴장하고 있었던 것이다. 유지영 선생님은 정말 편하다. 뭘 해도 다 받아 준다. 때문에 같은 또래에 의연에게는 뭔가 행동에 부담을 느끼게 되는 민형이었다. 그래도 의연이가 허울없는 성격이라 민형은 매우 다행스럽게 생각했다. 민형은 방을 빠져 나가 마루 주방쪽에 있는 냉장고로 가 물통을 꺼냈다. 그때 마당 저쪽에서 커다란 1t 트럭 한 대가 대문앞에 멈추어 섰다. 뭐지? 민형은 깜짝 놀라 마당쪽으로 목을 길게 뺐다. "......?" 푸른색의 트럭에는 몇가지 살림 가구가 실려 있었다. 저것은 이삿짐? 아, 누가 이사라도 오나보지? 근처에 누군가 새로 이사오는 사람이 있는 가 보다 하고 민형은 무시하고 냉장고 문을 닫았다. "민형씨~!" 그때 어디선가 익숙한 목소리가 민형의 이름을 불렀다. 누구야? 여기서 날 찾아올 사람도 없는데. 민형은 반사적으로 대문쪽을 향해 고개를 돌렸 다. "뎬!?" 고개를 돌린 민형은 순간적으로 숨이 콱 막혔다. 유,유,유지영 선생님 이다!? 아니 저 여자가 왜 여기 와 있지!? 반가움과 놀라움, 그리고 당혹 스러움이 한꺼번에 밀려와 민형은 얼굴이 굳어 버렸다. 예쁘장한, 그러면 서 간편한 셔츠와 치마를 입은 지영이 싱글벙글 웃으며 마루로 뛰어 들어 온 것은 그때였다. 지영이 마루에 서 있는 민형을 향해 기쁜 얼굴로 외쳤 다. "민형씨 와 있었구나! 저 지금 왔어요. 내방 어디예요?" 지영은 민형이 대단히 기뻐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이렇게 물었다. 원래 는 내일 오려고 계획되어 있었던 것이지만 시간은 그리 상관없다는 민형 에 말도 있고해서 그냥 오늘 내려와 버렸던 것이다. 하지만 민형은 내일 모래라는 지영의 말을 철썩같이 믿고 있었던 터였다. "서,선생님......? 어떻게 오늘......?" "그냥 마무리 지을 일들이 빨리 끝나서 오늘 내려왔어요. 잘했죠?" "아, 그러셨어요? 잘 오셨네요!" 민형이 그제서야 하하 웃으며 이렇게 대답했고 지영도 웃었다. 하지만 웃음뒤에 있는 민형의 속 마음은 최악이었다. 큰일이다! 방안에 의연이가 있는데 이거 워쩌냐! 머리가 빙글빙글 돌고 눈앞이 캄캄했다. 진퇴양난! 이거야 말로 원수는 외나무 다리다! ...... 아닌가? "짐 어디다 옮길까요!" "아, 저기 왼쪽 방에 옮겨 주세요. 옮겨만 주세요." 이삿짐 센터 직원들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고 민형은 얼떨떨한 얼굴로 지 영이 살게된 옆방을 가리켰다. 직원들이 이삿짐을 나르기 시작했고 시끌벅 적 이사날 분위기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방에 있던 의연은 물가지로 간 민 형이 한참동안 돌아오지 않고 또 마당쪽에서 인기척이 많아진 것 같아 슬 쩍 방문을 열고 고개를 내밀었다. "어?" 누가 이사오나? 갑자기 마당에 사람이 많아지고 가구들이 옮겨지는 것을 보고 의연은 놀랐다. 게다가 민형은 왠 여성 앞에서 어색한 듯이 엉거주춤 서 있었던 것이다. 의연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민형아?" "......!?" "......?" 아뿔싸!! 시마따! 방을 나온 의연이 슬쩍 민형의 이름을 불렀고 그녀와 지영의 얼굴이 마주쳤다. 이거 사상최악 극악무도의 대면! 민형의 혼이 몸 에서 빠져나와 하늘로 하늘하늘 사라졌다. 멀리 멀리...... "민형아...... 누구야?" 민형의 앞에서 매우 친한얼굴로 빙글빙글 웃고 있었던 지영을 보며 의연 이 낮선 듯이 묻자 지영역시 아무런 말 없이 민형을 돌아 보았다. 저 여자 는 누구예요? 라고 지영의 눈이 묻고 있었다. 민형의 온몸에서 식은땀이 좔좔 흘러 나왔다. "아,저..... 그러니까..... 그......" 그때 불현 듯 스치는 생각! 맞아! 터미널에서 유지영 선생님을 민형은 누나라고 소개했던 것이다! 제길! 역시 그때 솔직히 말했어야 했는데! 의 연이 기억할까? 그녀와 유지영 선생님의 얼굴이 같다는 것을 기억할까? 민 형은 정신이 없었다. 뭐라고 하지? "그때 그 누님......?" "아, 그래 우리 누나야! 인사해!" 우와아아아악!!! 넌 왜 질문을 해도 그렇게 유도적으로 하는거야!? 얼떨 결에 대답하고 말았잖아!! 허를 찌르는 의연에 질문에 민형은 그만 얼떨결 에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이거 터미널에서의 얼굴을 기억하는 모양이잖 아! 이거 큰일났다. 의연 넌 변호사 하면 성공할거다...... 서울대 가서 법대 가라. 민형은 아주 큰 실수를 했다는 것을 그대로 얼굴로 들어내며 조마조마한 표정으로 지영을 돌아보았다. 유지영 선생님은 뭐든지 잘 이해 해 주시니까 뭔가 사연이 있음을 아실꺼야. 분명히 아실꺼야. 민형은 그렇 게 속으로 되뇌이며 지영을 쳐다보았다. "......" 사상최악. 용서고 뭐고 없는 표정. 지영의 짜- 하게 내려깔린 눈빛을 민 형은 그녀를 만나고 처음 보았다. 유지영 선생님과 화나니까 무섭네. 그녀 는 이미 모든 것을 파악한 듯한 표정으로 살기가 도는 눈을 하고 민형을 쳐다보고 있었다. 민형은 눈물이 나올것만 같았다. 유지영 선생님 화나면 아주 무서울까? "안녕하세요, 전 민형이와 같은 반 친구 신의연이라고 해요~ 서울에 사 신다는 누님이죠? 이번에 내려오셨나 보네요." 그때 의연이 불시에 인사를 건넸다. 그거야 말로 결정타. 민형은 가슴 을 쥐어뜯고 싶었다. 지영이 가만히 의연을 바라보다가 이내 고개를 숙이 며 대답했다. "아, 네 안녕하세요......" 그것은 민형에게는 사형 선고였다. 마치 애들 장단은 일단 맞춰주고 진 짜 간은 나중에 본론에서 빼어 먹겠다...... 뭐 이런식으로 느껴졌다. 유 지영 선생님 알고보면 교묘하게 무서운 여자일지도 몰라...... "이삿짐 다 옮겼는데요~!?" 직원들의 목소리가 들리고 민형은 사색이 된 얼굴로 트럭쪽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너희들...... 가능하면 오늘 좀 휴업하지 그랬냐...... ------------------------------------------------------------------- 그럼 나중에 뵈요~ 라는 인사말과 함께 생글생글 웃으며 떠난 의연을 보내고 민형의 집은 차가운 냉이가 감돌았다. 이삿짐이 모두 옮겨지고 이 제 집안에는 지영과 민형 둘만이 남았다. 민형은 일부러 호들갑을 떨며 열 심히 짐을 정리하는 척 했다. "......" 민형은 정말 열심히 짐 정리를 했다. "......" 정말 열심히, 혼자서 그 많은 짐을 다 챙겼다. "......" 그러나 유지영 선생님은 전혀 아무말도 하지 않고 그런 민형은 물끄러미 바라만 보고 있었다. 이거 완전히 말려 죽일 작정아냐!? 제길!!" "선생님!!" 한순간 민형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뒤쪽에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지영에게 심각한 표정으로 외쳤다. 민형은 매우 진지했다. "오늘 온 그 아이는 우리반 반장일 뿐이예요! 저랑은 아무런 상관도 없 는 아이예요! 집에 놀러오고 싶다고 해서 잠깐 왔을 뿐이라고요! 그러니까 아무런 오해도 하지 마세요!!!!" 민형은 이렇게 외치고 나서 남자다운 자신의 태도에 반했다. 유지영 선 생님도 분명히 이해해 주실거야. 그래 선생님은 원래 이해심 빼면 시체잖 아? 이렇게 생각하며 민형은 끝까지 심각한 페이스로 지영을 빤히 바라보 았다. 눈 싸움에 이기자. 이기자. 이기자......! 그때 지영이 고개를 번쩍 들었다. "민형씨는 내가 그렇게 어리다고 생각해요? 민형씨가 집에 여자 친구를 데려온다고 해서 내가 당황할 이유는 하나도 없어요. 남자가 대외적인 교 류활동을 펼치려면 그까짓 여자친구 한둘쯤 맘대로 만나는걸 난 허락할 수 있다고요! 하지만 문제는 그게 아니예요. 왜 나를 누나라고 소개하느냔 말 이예요! 내가 민형씨 누나예요? 아니잖아요? 논리적으로 따져도 애인한테 누나라는 말을 듣는데 기분 좋을 여자 있겠어요? 내가 친구한테 민형씨를 내 동생이야 라고 소개하면 민형씨는 기분이 아무렇지도 않아요!?" 할말없다. 유지영 선생님 화나면 말발도 죽이는구나...... 민형은 갑자 기 여자가 무서워졌다. - 계속 - 『CD의 환상세계-일반소설 (go CDGGAM)』 92번 제 목:[중편L] ## 고교 3년생의 사랑 ## -56 올린이:cdggam (임달영 ) 97/04/24 17:09 읽음:6875 관련자료 없음 ----------------------------------------------------------------------------- ## 고교 3년생의 사랑 ## PART-56 지영이 민형의 옆방으로 이사온 뜻깊은 날. 지영은 저녁이 되고 TV에 심야 드라마가 시작될 때 까지 별로 말을 하지 않았다. 지영의 방이 모두 정리되지 않았기에 현재 민형의 방에 함께 있긴 했지만 별로 함께 있고 싶지 않다는 태도가 얼굴에 나타나 있었다. 한 마디로 삐진거야 삐진거. 민형은 이 일을 어떻게 풀어 나가야 할까 고민하느라 저녁밥도 아직 먹지 못하고 있었다. "......" 한편 지영은 지영대로 분하고 분하고 또 분했다. 여자들은 이기분 잘 아실거예요. 서럽다 정말. 그녀는 생각끝마다 때때로 서러워서 눈에 찡 하니 눈물이 맺힐 정도였으나 가까스로 참고 있었다. 자신은 몇분이라도 더 빨리 민형이 보고 싶은 마음에 부리나케 정리하고 내려왔는데, 막상 집 에 와보니 예쁘장한 여자 친구랑 한방에서 놀고 있는 것이다. 아니, 정확 히는 여자 친구는 방에 있었고 민형은 냉장고 앞에 나와 있었으나 전후 사 정 볼것없이 한방에 있었을 것이고 또 한방에 있게 될 상황이었다. 지영은 눈물이 핑 돌았다. 누구에게 하소연 하면서 울고 싶었지만 그럴수도 없었 다. 이럴 때 지영은 자신이 민형보다 나이가 많다는 것이 뼈저리게 억울했 다. 남자 친구한테 누나라고 소개 되는 기분...... 흔한 케이스는 아니지 만 과장 조금 보태서 죽고 싶었다. "......" 지영은 세운 무릎을 이불속에 묻고 그 무릎 사이로 얼굴을 기댄채 허망 한 눈동자로 TV 브라운관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TV에선 미니 시리 즈가 한창 방영되고 있는 중이었다. '으음......' 책상위에서 책을 보는 척 하면서 흘끔흘끔 지영의 태도를 훔쳐보는 민형 은 민형 나름대로 다분히 고민에 빠져 있었다. 저렇게 태연하게 앉아 있는 것을 보면 별로 화가 난 것 같지 않다고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저렇게 벌 써 3시간인 것이다. 3시간! 아시겠어요? 3시간이라고! 한자리에 앉아서 3 시간동안 같은 채널만 바라보고 있는데 무섭지 않을 남자 있으면 나와보라 고 그래...... 무엇보다 보고 싶은 채널로 바꿀 수도 없고 정신적인 부담 감이 엄청나다. 민형은 입술이 바짝바짝 타 들어 갔다. "저...... 선생님......?" "......" 대답이 없다. 속된 말로 씹는군. 민형은 등줄기에서 서늘하게 오한이 돋 았다. 평소에 절대로 안씹던 여자가 씹으면 엄청 공포다. 그런 여자 못 만 나 봐서 모르겠다고? 만나봐 한 번...... "선생님...... 배고프지 않아요?" 뭐라고 말을 트이고 싶어 민형은 계속해서 말을 걸었다. 대답해요 선생 님....... 겁나요. "우리 중국요리 먹을까요? 벌써 문닫았을라나......?" 그러나 아무리 말을 걸어도 지영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답 좀 해! 이 기 집애야. 초조하잖아! 민형은 점점 화가 치밀어 올랐다. 안돼지!! 이건 내 가 잘못한거야! 민형은 애써 이렇게 마음먹으며 자신을 진정시켰다. "선생님...... 나 배고파요......"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민형이 이렇게 속삭였다. 거짓말 아니고 정말 배고프다. 입맛은 없지만 배는 고프군. 난 짐승일까? 그순간 지영이 마치 시체처럼 스윽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고 민형은 깜짝 놀라 일어나서 방을 빠져 나가는 지영의 뒷 모습을 지켜 보았다. 그녀는 아무말 없이 주방에 나가서 싱크대를 뒤적 거렸다. 잠시후 가스 오르는 소리가 나고 후라이팬 에 무엇인가가 지지고 볶아지기 시작했다. 토요일날 와서 주방 실습을 한 번 하더니 우리집 주방에 대해 나보다 더 잘아네...... 민형은 흐믓한 듯 이 고개를 슬쩍빼고 요리하는 지영을 살펴 보았다. 음, 그런데...... 여전 히 한마디도 안하는군. "......" 말없이 요리를 하는 지영은 후라이팬 위에서 지져지는 햄과 달걀 후라이 를 내려다보며 생각에 잠겼다. 한 마디로 허무했다. 지영은 허무하거나 화 가나면 말이 없어지는 타잎이었다. 그녀는 계속 말없이 요리를 계속했다. 그때 방에서 슬쩍 빠져나온 민형이 그녀의 등뒤로 바싹붙어 어깨에 두손을 얹었다. 지영은 확- 뿌리치려고 생각하다가 감히 그런 오버 액션은 못하고 지금까지처럼 죽은 듯이 조용히 있었다. "미안해요." 민형이 이렇게 지영의 귓속에 대고 사과하면서 두손을 가슴속으로 슬며 시 밀어 넣었다. 민형의 손이 지영의 브레지어 속으로 파고 들었고 따듯한 젖가슴의 온기가 민형의 손 끝에 닿았다. 말로 해결이 안된다면 육탄공세 다. 민형은 천천히 지영의 가슴알 위 아래로 주무르며 애무했다. 지금 요 리중이라는거 알아? "선생님, 난 선생님 밖에 없어요. 아시죠? 제가 한 번 실수한걸 가지고 화내지 마세요. 나중에 언제라도 기회 있으면 내 애인이다! 라도 당당히 소개 할 수 있어요." 이렇게 말하는 민형의 입이 지영의 목을 훑고 어깨 쪽으로 내려갔다. 풀 려라, 풀려라 기분! 풀려라! "흑......" "!" 순간 흐느끼는 소리를 들은 민형이 깜짝 놀라 지영의 가슴에서 손을 빼 고 그녀의 어깨를 붙잡아 자신의 앞으로 돌려 세웠다. 지영은 울고 있었 다. 설마 기뻐서 우는거야!? ...... 저질 농담은 치우자...... "서,선생님......" 눈물이 글썽글썽 맺혀서 서러운 듯이 흐느끼는 지영을 앞에 놓고 민형은 어찌할 바를 몰라 망설였다. 아, 정말 그렇게 가슴이 아팠던 건가...... 여자의 마음은 유리 같구나. 한 번 깨지면 복구하기 힘들다...... 민형은 예전에 어디선가 읽은 연애소설의 한 문귀가 생각났다. "난...... 나는......" 지영이 차마 말을 잇지 못하고 울먹이기 시작했다. 민형은 그런 지영을 내려다 보며 그녀가 나이답지 않게 참 순수하는 것을 느꼈다. 그게 그렇게 가슴이 아팠던가...... 갑자기 민형은 지금까지 자신이 지영에게 무언가 심하게 대한 것이 없었을까 다시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나는...... 정말......" "알아요 선생님." 지영이 무엇인가를 말하려다 자꾸 울음속에 삼켰고 보다 못한 민형은 지 영의 얼굴을 가슴에 꽉 끌어 앉았다. 정말 미안하네...... 친구야 그렇게 울지마. 민형은 씁쓸하기도 하고 또 흐느끼는 지영이 예뻐보이기도 해서 그녀를 껴안고 잠시동안 숨을 죽였다. "다음부터 절대로 그런 거짓말은 하지 않을께요. 절대로. 믿는거죠?" 민형은 웃으며 지영의 등을 토닥 거렸다. "미, 믿을께요...... " 지영이 손으로 눈물을 훔치며 울먹이는 목소리로 이렇게 대답했다. 햐 ...... 애 한 번 달래기 힘드네. 민형은 그런 지영이 너무 예뻐서 다시 한 번 꽉 끌어 안아 주었다. 그녀의 머리에서는 향긋한 샴프향이 풍겨나고 있 었다. .............................................. . . . . . . . . . "크억!!" "컥!" 강변을 낀 고수부지에서 한패의 고등학생들이 피투성이가 되어 나동그라 졌다. '삼목'이라는 마크가 새겨진 녹색의 교복. 십여명이 넘는 삼목 공고 의 학생들은 다리 밑에 쓰러진채 피를 흘렸고 그들의 우두머리인 허지원의 머리를 짓밟으며 중영실고의 서한형이 차가운 미소를 흘렸다. "우리 에어리에서 싸움을 걸었으니 이정도 피해는 각오했겠지......?" "크...... 유택천 이놈......" "아직도 할말이 남아 있냐!!" 칵- 소리와 함께 서한영의 발길질에 가격당한 허지원이 실신하듯 쓰러졌 고 서한영의 등뒤에서 씁쓸한 듯이 담배를 피워 물고 있던 유택천이 꽁초 를 내버리고 발로 밟았다. 그의 옷은 세어지고 어지럽혀져 있었으며 무스 를 바른 머리도 이가 나가 있었다. 아마도 한바탕 사투를 즐긴 뒤의 모습 인 것 같았다. "이 녀석들 하나씩 도로에 버리고 가는건 어떨까." "후훗, 그거 괜찮은 생각이군." 중영의 패거리들이 싸움에 이겨 기고만장한 듯 이렇게 중얼거렸고 서한 영은 그들을 쭈욱 둘러 본후 유택천에게 고개를 돌렸다. "어쩔까 대장. 이대로 돌아갈까? 아니면 돈있는 애들 좀 모아서......" "......" 한영이 은근히 유흥가로 뜰 것을 비춰 보이자 택천은 잠시 생각에 잠겨 있는 듯 하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뜨자. 내일은 재낀다." "좋았어." 택천의 말과 함께 서한영이 씨익 웃었고 패거리들은 일제히 오토바이에 올라타기 시작했다. ----------------------------------------------------------------- 같은시각 김기현의 집에서는 요란한 전화벨이 울리고 있었다. 기현은 아직도 퉁퉁 부운 얼굴로 침대에서 일어나 짜증섞인 얼굴로 전화를 받았 다. << 기현이냐? 나다 한영. >> "!?" 수화기에서 흘러나온 한영의 목소리를 들은 기현은 깜짝놀라 수화기를 떨어 트릴뻔 했다. 기현은 주춤거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아...... 너냐. 어쩐일이냐......" << 오늘 삼목이랑 튕겼다. 조졌으니까 한탕하러 가려고 하는데 너도 와 라. 택천이 애들 한명도 빠지지 말고 다 오라고 했어. 빨리와. >> "그,그래......?" 기현은 곤란한 표정으로 얼굴을 만지작 거리며 고민했다. 이대로 나가면 상처를 추궁당할 것이다. 하지만 택천이 모처럼 기분을 낸다는데 빠질수도 없고...... 기현은 머리가 복잡했다. << 그럼 빨리와라! 장소는 항상 모이는 일레븐! 그럼! >> "야,야! 한영!! 기다려......!!" 한영이 기현이 오는 것이 당연하다는 듯이 수화기를 끊었고 기현은 뒤 늦게 수화기에 대고 한영의 이름을 불렀으나 이미 때는 늦은 뒤였다. 허무 하게 울리는 신호음을 뒤로 하고 기현의 얼굴이 난처하게 일그러졌다. - 계속 - 『CD의 환상세계-일반소설 (go CDGGAM)』 93번 제 목:[중편L] ## 고교 3년생의 사랑 ## -57 올린이:cdggam (임달영 ) 97/04/30 18:00 읽음:6496 관련자료 없음 ----------------------------------------------------------------------------- ## 고교 3년생의 사랑 ## PART-57 부릉 부릉- 시내에 있는 락카페 일레븐에는 이미 수대의 오토바이가 정차해 있었 다. 택천의 패가 아닌 다른 학교의 아이들도 몇몇 눈에 띄었기에 기현은 최대한 얼굴을 가리기 위해 모자를 깊숙히 눌러쓰고 일레븐으로 들어갔 다. 홀안에 들어가자 후끈한 열기가 상처를 더욱 쓰리게 만들었다. "......" 모자를 쓴 기현은 주위를 두리번 거리며 자기패를 찾았다. 그때 중앙에 한 자리에서 한영이 기현을 알아보고 손을 번쩍 들었다. "기현아! 여기다!" "어? 어." 한영이 손을 흔들며 기현의 이름을 불렀고 기현은 엉거주춤 패가 모여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20명이 넘은 친구들이 자리에 삥 둘러앉아 술을 마 시고 있었다. 그 중앙에 있는 택천을 본 기현의 얼굴이 푹 숙여졌다. 기현 이 자리에 앉자 한영이 그의 어깨를 두드리며 밝게 웃었다. "야, 너 왜 학교 안 나왔냐? 오늘 끝내줬어. 너가 있었다면 좋았을텐 데." 한영이 기쁜 듯이 택천을 향해 엄지 손가락을 들어보였다. "보스 부활전. 죽여줬다고!" "그,그래......?" 한영의 신나하는 모습을 본 기현이 두눈을 물끄러미 떠 앞에 있는 택천 을 흘끔 보았다. 택천은 태연하게 담배를 피워물고 있었지만 한영의 말이 기분 나쁘지는 않은 것 같았다. 그렇군, 오늘 삼목 공고와 싸움이 있기로 한 날이었는데 이겼구나. 게다가 한영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유택천이 가세 하여 압승한 것이 분명하다. 한동안 직접 나서지 않아 매우 답답해 하고 있었는데...... 기현은 어쨋든 자신 패의 승리 소식을 들이니 마음이 뿌듯 했다. 그때 문득 고개를 숙이고 있는 기현의 얼굴을 본 한영이 말을 끊었 다. "어......?" 한영의 눈이 커졌고 기현은 황급히 모자를 푹 눌러썼다. 큰일이군, 반창 고도 모두 때고 왔는데...... 어두워서 상처가 보이지 않을거라 생각했지 만 눈 좋은 한영이 발견한 모양이었다. 한영이 갑자기 기현의 모자를 확 벗겼다. "너 얼굴이 왜 이러냐?" "그,그게......!!" 당황한 기현이 어쩔줄 모르며 환영과 택천 그리고 친구들을 번갈아 보 았다. 덕분에 모든 이들이 기현의 얼굴에 부어오른 상처를 볼 수 있었 다. 한영이 눈살을 찌푸렸다. "이거 상당히 당했는데......? 어느 솜씨좋은 놈의 짓이지?" "아,아니야 이건 넘어져서 다친거야!" 제길, 이럴때는 안속을 줄 뻔히 알면서도 넘어서져 다쳤다는 거짓말을 하게 된단 말이야. 기현은 속으로 뜨끔하면서 자신이 내뱉은 말을 후회했 다. 그때 택천이 물고 있던 담배를 재떨이에 비벼 껐다. 동시에 패거리들 사이에서 침묵이 잃었다. "그래, 넘어져서 다쳤구나......" 한영이 이렇게 말하며 담배연기를 후우 내 뱉었다. 믿어주는거야? 믿 어주면 좋겠는데...... 그런 기현의 앞에 고개를 들며 택천이 살기어린 눈 빛에 힘을 주었다. "그런데 어느 놈이 넘어 뜨렸지?" 제길! 그럼 그렇지! 이거 누구에게 당했다고 불지 않으면 흥분이 더해갈 분위기였다. 적어도 택천은 자기 패거리가 당하고 오면 절대로 그냥 넘어 가지 못했다. 택천은 유별나게 친구들을 아끼는 의리있는 깡패였던 것이 다. "오른쪽 아구를 두발, 왼쪽 1발, 모두가 치명타야. 대단한데...... 네가 3방 맞고 뻗을 정도라면 숙달된 싸움꾼이다. 너 어디에서 당했냐?" 한영이 예리하게 상처 부위를 집어가며 기현을 몰아 붙혔다. 제길, 이렇 게 되면 절대로 같은 학교 녀석한테 당했다고 이야기 할 수 없어! 하지만 다른 학교를 걸고 넘어지면 택천은 반드시 전쟁을 시작할 것이다. 이러지 도 저러지도 못하는 기현의 마음은 초조하기만 했다. "기현아...... 우린 친구야." 잠자코 있던 택천이 입을 열었다. "누구한테 당했는지 말하란 말이야------!!!" "우,우리학교의 전학생에게!!" 엄청난 박력. 기현은 자기도 모르게 모든 것을 사실대로 불고 말았다. 프라이드와, 민형의 경고 보다는 눈앞에 있는 택천의 분노가 훨씬 두려웠 다. 락카페의 시끄러운 음악속에서도 다른 사람들이 모두 이쪽을 돌아볼 만큼 택천의 목소리는 크고 살벌했다. "전학생......? 그것도 우리 학교라고......?" 한영이 어이없는 표정으로 기현을 바라보며 중얼 거렸다. 기현은 땀을 뻘뻘 흘리며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제길, 쪽팔려...... 어쩌다가 이런꼴 이 됐는지...... 하지만 한편으로는 후련했다. 역시 친구속이고 살기는 힘 들다니까. "사실이야...... 우리반에 전학온 전학생 자식...... 조금 건방져서 손 을 봐주려고 했는데......" "나참, 너 몸이 좀 안좋았나 보구나? 전학생 한테 당하다니." "그,그것이 감기 기운이 좀 있어서 말이야!" 기현이 냉큼 고개를 끄덕이며 택천의 눈치를 살폈다. 그러나 택천은 조 용히 아무말도 없었다. 제길, 그런게 더 기분 나쁘단 말이야...... "전학생이라고......" 조용하던 택천이 입을 열었을 때 모두는 긴장하고 있었다. "전학생이 설치게 놔둘 수는 없지......" 택천이 싸늘하게 미소 지었다. ------------------------------------------------------------------- "민형씨! 민형씨 일어나요." 아...... 졸립다. 너무 졸립다. 민형은 온몸이 푹 녹아 들어가는 노곤함 속에서 누군가의 목소리를 들었다. 목소리는 자신을 깨우고 있었다. "민형씨? 벌써 6시반이예요. 빨리 일어나세요." "6시반!?" 한순간 민형이 눈을 반짝 떴다. 눈을 뜬 민형의 위에서는 자신을 흔들어 깨우는 지영의 얼굴이 일었다. 민형은 눈을 비비며 지영의 볼을 손으로 쓰 다 듬었다. "나참...... 6시반이라니 아직 더 잘 수 있어요. 7시40분까지 등교란 말이예요......" "그래도 아침은 먹어야죠. 빨리 일어나서 씻으세요. 밥 다했어요." 아침? 그렇군...... 이제는 혼자가 아니다. 유지영 선생님이 집에 있으 니 아침에 일어나면 식사가 만들어져 있구나. 민형은 갑자기 형용할 수 없 는 찡한 감동이 밀려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부엌으로 나가니 이미 식 탁위에 먹음직 스러운 잔찬들고 김이 무럭무럭 나는 흰쌀밥이 놓여져 있었 다. 우와! 이제 아침을 굶는건 여기서 끝! "어서 씻고 나오세요. 안 씻으면 못 먹어요." 지영이 싱긋 웃으며 싱크대를 향해 몸을 돌렸고 민형은 흐믓해서 헤헤 웃으며 욕실로 들어갔다. 아, 기분 최고다. 이럴줄 알았으면 진작 유지영 선생님을 불러 들이는 건데. 민형은 헤벌레 한 표정으로 욕실에 들어가 급 히 세수를 하고 바깥으로 나왔다. 식탁에 앉으니 먹음직스러운 음식들이 간결하게 차려 있었다. "어서 드세요. 시간이 많지 않으니까." "잘 먹겠습니다." 민형은 지영에게 고개를 꾸벅 숙이고 아침을 먹기 시작했다. 막 일어나 서 씻었는데도 불구하고 최고의 맛. 아, 유지영 선생님의 사랑이 똘똘 뭉 친 아침 식사 정말 최고야! 민형은 얼굴이 하트가 되서 신나게 한 그릇을 다 비워 버렸다. 사람은 아침 식사를 든든히 해야 하루가 든든한 법이라고 누가 말했지. 명언이야! 물론 이런 맛있는 아침을 얻어 먹을 수 있는 선택 받은 자에게만 하하...... "저 오늘 일자리를 알아보러 나갔다 올거예요. 민형씨가 학교에서 돌아 오기 전에는 돌아와 있을께요." "일자리요?" 밥을 먹으며 말을 꺼낸 지영에게 고개를 들며 민형이 두눈을 깜빡 거렸 다. 그렇군. 지영은 서울에서 다니던 일본어 학원을 그만 뒀으니 이곳에서 도 새로운 직장을 구해야 하는 것이다. 민형은 미처 그것까지는 실감하지 못하고 있었기에 조금 당황했다. "어떤 일자리를 구할려고요?" "역시 학원 강사자리가 좋겠죠. 강사라면 뭐든지 다 할수 있으니까.. ...." 그말이 무언가 엄청나게 존경스럽게 들려 민형은 고개를 끄덕였다. 가르 치는 거라면 뭐든지 문제 없단 말이군. 역시 수재라서 편하긴 하구나. 공 부가 인생 사는데 도움이 된다는 것을 민형은 유지영 선생님을 보면서 실 감했다. 일단 먹고사는덴 기본적으로 잘 이용되는구만. "꼭 강사자리만 구하는 거예요?" "그게 가장 수월하고요. 또 토요일이나 일요일날 할 수 있는 파트타임제 아르바이트 같은 것도 좋아요." 그렇군, 민형은 파트 타임은 자신이 알아봐 줘야 겠구나...... 라고 생 각하며 식사를 마쳤다. - 계속 - 『CD의 환상세계-일반소설 (go CDGGAM)』 94번 제 목:[중편L] ## 고교 3년생의 사랑 ## -58 올린이:cdggam (임달영 ) 97/05/07 15:25 읽음:6556 관련자료 없음 ----------------------------------------------------------------------------- ## 고교 3년생의 사랑 ## PART-58 민형은 평소보다 20분 정도 늦게 학교에 도착했다. 보통때보다 일찍 일 어나 아침까지 든든하게 먹었으나 유지영 선생님과 이런저런 수다를 떠느 라고 등교 시간에 아슬아슬하게 집에서 출발했던 것이다. 우우우...... 정 말 신혼의 기분이란 이런 것일까! 내친김에 확 결혼해 버릴까 보다! 민형 은 지영이 자신에 가까운 곳에 있다는 존재감 만으로도 온몸에 세포가 북 받쳐 오르는 극도의 쾌감을 느꼈다. 연애 안해본 사람은 결코 모를 거다 쿠시시...... "어?" 교실에 들어오니 옆 자리에 기현이 앉아 있었다. 저 녀석 오늘은 먼저 와 있었네? 얼굴에 반창코를 붙히고 자리에 앉아 있는 기현은 언뜻 봐도 아직 민형에게 맞은 자리가 가라앉지 안은 채였다. 기현이 어딘가에서 얻 어 맞고 와서 그런지 기현 주위에 아이들은 비상 경계령이 내린 것처럼 조 용했다. 민형도 모르는 채 하고 슬쩍 자기 자리로 가서 앉았다. 그래 봤자 기현의 바로 옆 자리지만. "크흠......" 민형이 와서 앉자 기현이 고개를 돌리며 손을 입가에 가져간채 헛기침을 했다. 짜식, 쫄아가지고...... 민형은 무시하고 책가방을 책상옆에 건 후 교과서들을 꺼내 책상안에 집어 넣었다. 이제 이 반은 조금 조용해 지겠 지. 기현의 행패가 알게 모르게 잦아들면 반 분위기도 좋아질 것이라고 생 각하면서 민형은 기현의 버릇을 고쳐준 것을 좋은 쪽으로 해석하려고 했 다. "얘, 민형아." "어 반장. 무슨 일이니?" 그때 민형에 곁으로 조심스럽게 다가온 의연이 의기소침한 표정으로 민 형의 이름을 불렀고 민형이 반가운 얼굴로 고개를 들었다. 그러나 의연의 얼굴은 결코 반가운 얼굴이 아니었다. 그녀가 손가락으로 민형의 옷깃을 잡아 잠깐 일어나라는 신호를 보냈다. 민형은 머리위로 물음표를 떠올리며 의연을 따라 교실 밖 복도로 나갔다. "너 어제 무슨 일 있었니?" "엉?" 복도로 나가자 마자 다짜고짜 이렇게 묻는 의연에게 민형에 영문을 모르 겠다는 표정으로 한쪽 눈썹을 찡그렸다. 어제라면 네가 우리집에 놀러와서 유지영 선생님이 삐진 일 정도밖에 없었는데 왜? 그거에 대해서 묻는거 야? ...... 물론 그럴리는 없겠지...... "무슨 일이라니? 무슨일?" 궁금해진 민형이 어깨를 으쓱하며 묻자 의연이 손을 포개어 입을 가린채 조용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유택천이가...... 널 찾는다고......" "뭐!?" 소근거리는 의연의 말과 함께 민형의 눈이 커다랗게 뜨여졌다. 유택천이 라면 이 학교 보스라는 녀석 아니야!? 그 녀석이 나를 찾는다면 한가지 이 유밖에 없다. 기현이 자식 사내 자식이 입이 방정맞군!! 민형은 낌세를 채 고 긴장이 되었으나 의연의 앞이라 아무런 내색도 하지 않고 얼른 표정을 바꾸었다. "그 녀석...... 아니 그 애가 왜 나를 찾는다니......?" 주눅, 주눅, 최대한 주눅이 든 표정으로...... 이러다 배우 되겠네. 민 형은 마음속으로 자신의 머리를 내리쳤다. "내가 아니......? 그러니까 너한테 묻는거 아니야?" 여전히 손을 입가에 가져간체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의연이 답답하다는 듯이 다그쳤다. 하지만 민형은 그런 의연에게 아무런 해답도 해줄 수 없었 다. 대신 민형은 슬쩍 너스레를 떨었다. "혹시 전학생이라서 신고식 같은걸 하려는게 아닐까......?" "유택천이가 일일이 전학오는 학생마다 신고식을 하려고? 너 네가 뭐라 도 된줄 아니?" "농담이었어......" 제길, 이러나 저러나 나라는 놈은 둘러대기에도 서툰 녀석이라니까. 민 형은 더 이상 의연과 이야기를 계속하다간 모든일이 들통 날거 같아서 서 둘러 교실쪽으로 몸을 돌렸다. "야, 정민형. 말 아직 안 끝났는데 어딜 가는거야?" "별일 있겠어? 설마 나같은 녀석을 어쩌려고, 너도 너무 걱정하지마." "그,그래도......" 민형이 괜찮을 거라는 듯 씨익 웃으며 말하자 의연이 여전히 걱정스럽다 는 듯이 눈가에 주름을 잡았다. 민형은 자신을 걱정해 주는 의연이 고마워 서 그녀의 코끝을 손가락으로 살짝 튀겼다. "너무 신경 쓰지마라. 주름 생기겠다." "뭐~? 어디!? 어디!?" 의연이 화들짝 놀라 두손으로 얼굴을 매만졌고 민형은 그때를 틈타 슬쩍 교실로 몸을 숨겼다. 그러나 저라나...... '이거 일이 복잡하게 얽히는거 아냐......' 민형은 새삼스럽게 걱정이 늘어나는 자신을 느꼈다. .................................................... . . . . . . "서울대 영문과 수석졸업. 고교 전문강사 자격증1급. 일본어 강사 자격 증1급 번역사 자격증 1급......" 학원 원장은 지영에 앞에 놓인 자격증과 이력서를 정신나간 사람처럼 한 참동안 훑어 보았다. 잠시후 원장이 기죽은 표정으로 지영을 향해 고개를 들었다. 약간 수돕은 듯이 웃고 있는 예쁘장한 지영의 얼굴이 원장에 눈에 들어왔다. "이,이 정도면 저희쪽에서는 거절할 이유가......" "어머, 그럼 된건가요? 저는 대전에 내려온지 얼마 안되서 어서 일자리 를 구해야 하는 형편이거든요." 원장이 조금은 멍한 표정으로 이렇게 중얼거렸고 지영이 다행이라는 얼 굴로 웃어 보였다. 원장은 다시한번 이력서를 섞어 보며 조그마하 목소리 로 속삭였다. "이 정도의 이력서라면 굳이 우리 학원이 아니라 좀 더 좋은 대기업 쪽 이라도......" "예?" "아,아니 무조건 합격입니다! 유지영...... 씨라고 하셨죠?" 좋은 강사를 놓치면 안된다는 듯이 원장이 얼른 대답했고 지영은 다행이 라는 얼굴로 양손을 맞잡았다. 이력서를 얼른 추스려 지영에 앞에 놓으며 학원 원장이 입을 열었다. "그런데 우리가 구하는 분은 일어 강사가 아닌 고3 수험 대비반인데 괜 찮으시겠어요......?" "고3 아이들은 예전에도 가르쳐 본 경험이 있어요. 과외도 해 보았고 요." 지영이 다소곳이 대답했고 원장은 그런 지영이 마음에 든다는 듯이 웃으 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럼 보수는 한달에 130만원 드리죠. 연수기간은 없는 걸로 하고." "어머, 정말 그렇게 해도 될까요?" "이 정도의 경력이시면 연수 같은거 없는게 당연하죠." "정말 고맙습니다." 지영의 실력을 인전하는 학원 원장에 시원스러움에 지영이 활짝 웃으며 감사를 표했다. 어쨋든 하루만에 손쉽게 원하는 일자리를 손에 넣어서 지 영은 매우 다행스러웠다. '민형씨한테 빨리 알려 줘야지.' 이제 파트 타임만 구하면 된다고 생각하면서 지영은 집을 향해 가벼운 발걸음을 옮겼다. ...................................................... . . . . . "정민형 이라는 녀석 왔나?" 조례가 끝나고 1교시 대비를 위한 쉬는 시간. 갑자기 교실 앞문을 열고 우르르 들어온 몇 명의 학생들이 다짜고짜 큰소리로 자신의 이름을 외쳤기 에 민형은 깜짝 놀랐다. 반사적으로 옆자리에 기현을 돌아보자 기현은 어 색한 표정으로 민형에게서 시선을 돌렸다. "......" 의연은 2번째로 찾아온 유택천의 패거리를 보고 이거 뭔가 일이 심상치 않게 되어간다는 것을 직감했다. 민형 본인은 괜찮다고 하지만 택천이 전 학생에게 이런식으로 관심을 보일 이유가 없다는 것이 의연에 판단이었 다. 의연이 일단 얼버무리려는 듯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때였다. "제,제가 정민형인데요......" '저 바보!?' 뒤쪽에서 우물쭈물한 목소리로 일어나는 민형을 본 의연이 일어나려다 말고 눈에 불을켰다. 스스로 나 잡아 잡숴 하고 목을 내밀다니!! 의연은 속이 타 들어 갔다. 그때 자리에서 일어난 민형을 본 서한영이 픽 하고 콧 소리를 내며 민형쪽으로 가까이 다가왔다. 그는 민형에 옆자리에 앉아 있 는 기현을 향해 재미없다는 듯이 한마디 내뱉었다. "뭐야? 이 녀석이야? 아무리 몸이 안좋아도 이렇게 귀엽게 생긴 녀석한 테 당하면 네 체면이 서겠냐. 안그래 기현아?" "......" 한영이 이죽거리며 민형과 기현을 번갈아 보았으나 기현은 민형에게 직 접당한 당사자 인지라 ㉫불리 아무런 말도 꺼내지 못했다. 다만 친구 한영 과 택천을 민형이 이길수는 없을 것이라 생각하기에 중간에서 눈치를 보는 중이었다. "야, 전학생. 네가 편찮은 내 친구를 손 봐줬다며? 맞아?" "그,그게......" 씩- 웃으며 묻는 한영에게 민형은 얼른 대답하지 못하고 망설였다. 그순 간 한영의 눈이 빛났고 퍽- 소리와 함께 민형이 책상위에 나가 떨어졌다. 여자 아이들의 비명소리가 울리고 의연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전학생이 그럼 돼? 안되지?" 한영이 빙긋이 웃으며 쓰러져 입을 훔치는 민형을 향해 이렇게 입을 열 었다. - 계속 - 『CD의 환상세계-일반소설 (go CDGGAM)』 95번 제 목:[중편L] ## 고교 3년생의 사랑 ## -59 올린이:cdggam (임달영 ) 97/05/16 17:29 읽음:6098 관련자료 없음 ----------------------------------------------------------------------------- ## 고교 3년생의 사랑 ## PART-59 우웃, 민형은 책상뒤로 엎어진채 손으로 얻어 맞은 얼굴을 어루 만졌 다. 이 녀석이 성질을 돋구다니......! 민형은 눈이 야수와 같이 번쩍였 다. 그것을 놓치지 않은 서한영이 움찔한 얼굴로 민형을 빤히 내려다 보았 다. "네놈...... 아직 꺽이지 않은 눈을 가지고 있군 그래...... 해볼 생각 이 있는거냐?" "......" 민형은 대답하지 않고 침묵했다. 수초간에 엄청난 갈등이 밀려왔다. 끝 까지 참고 버텨야만 하나, 그렇지 않으면 모든 것을 포기하고 다시 예전에 세계로 돌아가느냐. 한 대 맞을 때 마다 예전에 세계로 되돌아가고 싶은 기분이 울컥울컥 용솟음 쳤다. "전학생이 소란을 피우면 곤란해......" 한영의 눈이 빛나며 입술이 슬며시 이죽거렸다. "원래 부터 이학교에 계시던 분들의 체면은 뭐가 되냔 말이다!!" "!?" 한영이 이렇게 외치며 구둣발을 민형을 얼굴을 쪽으로 날렸다. 퍽- 소 리와 함께 놀라는 의연과 같은 반 급우들의 시선이 한곳으로 모아졌다. "......!?" 그리고 시선이 모아진 곳에는 한영의 구둣발을 손으로 붙잡아 막은 민형 이 있었다. 의연은 가슴이 두근 두근 뛰었다. 한영 역시 눈을 부라렸다. "너...... 뭐하는 놈이냐?" "흐윽......!" 뭔가 좋지 않은 기분을 느낀 기현이 움찔하며 한영의 등뒤로 물러섰다. 한영과 함께 온 유택천의 패거리도 왠지 모를 기선에 뒤로 물러났다. 민형 이 붙잡고 있던 한영의 발을 휙 밀어 던지자 한영이 주춤하며 몇발짝 뒤로 물러섰다. 한영의 눈가가 불쾌한 듯이 파르르 떨렸다. "날 냅둬." 민형이 짧게 한마디했다. "이 자식이......?" 그말은 한영과 그의 패거리를 더욱 도발시켰다. 그것은 민형이 바라는 일이었다. 애초에 민형은 놈들을 도발시키기 위해 그렇게 말했던 것이 다. 민형의 주먹이 불끈 쥐어졌다. 끝났다. 깡패의 인내심은 그리 길지못 한 법이다. "전학생 주제에 분위기 파악을 못한단 말이야!?" "!?" 돌려차기! 한영의 날카로운 돌려차기가 민형의 얼굴을 향해 휘둘러졌 다. 붕- 소리와 함께 멋지게 회전하는 날카로운 킥. 상당히 훈련된 무술 가의 움직임 이었다. 한영은 태권도를 익히고 있었던 것이다. "흡!?" 그러나 민형은 그것을 가볍게 피했다. 밑으로 고개를 숙인 민형의 얼굴 을 건들지 못하고 한영의 발이 한바퀴 크게 허공을 그렸다. 그러나 한영은 턴을 쉬지 않고 그대로 몸을 돌려 콤비네이션 킥을 먹였다. 멋진 뒤로 돌 려차기가 다시금 민형의 안면을 노렸다. - 텅! "우왁!!" 신음소리와 함께 한영이 인상을 찌프리며 나가 떨어졌다. 기현과 유택천 의 패거리...... 그리고 모든 급우들이 놀라는 앞에서 민형의 세워진 오른 팔이 한영의 돌려차기를 쳐 올렸던 것이다. 꿈틀 꿈틀. 오랜만에 싸움에 의한 긴장감이 느껴지고 민형의 팔에 핏줄이 들어났다. 좋다...... 이 느 낌...... "으, 으윽! 이 새끼!" 한영이 넘어진채로 정강이를 움켜잡고 괴로운 듯이 외쳤다. 뭐냐 이놈! 마치 철근을 내려친 것 같은 통증. 뼈가 얼얼하고 후들후들 떨려 일어설 수가 없었다. 한영이 귀밑에서 주루룩 한줄기의 식은땀이 흘러 내렸다. "오,오라 너도 무술을 했군! 그래서 그렇게 겁이 없구나 새끼! 야! 죽여 버려!!" "이자식!!" 한영이 잠시 망설이다 이렇게 외쳤고 뒤에서 기다리고 있던 패거리 4명 이 동시에 민형을 향해 달려들었다. 보다못한 의연이 큰소리로 외쳤다. "부반장 선생님 모셔와!!" "아,알았어!" 의연의 외침을 들은 부반장이 놀란 얼굴로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때 뚝- 딱- 묵직한 소리가 울리고 교실을 빠져나가려던 부반장이 교실문 앞에서 멈추어 섰다. "......?" 의연도 더 이상 선생님을 모셔 오라는 소리를 하지 않았다. 믿을수가 없 어! 도저히 믿을 수가 없어! 의연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저렇게 멋질수 가, 정말 쎄구나 정민형! 정민형에게 달려들던 4명이 찰나에 순간 한 대씩 얻어맞고 반대쪽으로 뻗어 버렸던 것이다.그 한방한방의 무게가 어찌나 센 지 의연은 가슴속이 북받쳐 올랐다. "크으으.....!!" "으!?" 얻어맞고 쓰러진 패거리 4명이 비틀거리며 한영의 등뒤로 물러났다. 그 앞에는 섬 하게 눈을 밝히는 정민형의 무시무시한 모습이 있었다. 의연은 두근두근한 얼굴로 그것을 지켜 보았다. 다른 반 친구들도 마찬가지였다. 이겨라 정민형! 이겨라! "너,너 도대체 뭐야......!?" 쓰러진 친구들을 번갈아 보며 한영이 어이없다는 듯이 이렇게 물었다. 한영의 꽉쥔 두손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전학생." 민형이 짧게 대답했다. "괴,굉장히 쎄군...... 너 덕분에 겁대가리가 없나본데 두고보자 새 끼!" 한영이 이렇게 외치며 친구들과 함께 교실문 앞으로 뒷걸음질 쳤다. 그 는 도망가는 와중에서 협박을 잊지 않았다. "전학생 주제에 깽판을 쳐!? 네가 여기서 무사히 학교생활을 할 수 있나 보자!!" "......" 민형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짜식들 유치한 소리 하고 있어. 전 형 적이네. "이따보자 응!? 이따 보자고!!" 한영이 이렇게 외쳐대며 교실을 빠져나가 후다닥 달리기 시작했다. 그는 분명히 이 학교에 보스라는 유택천에게 가는 것일게다. 민형은 짐작하고 있었다. 도다시 평화로운 학교 생활은 끝난 것 같군...... 민형은 갑자기 서글퍼 졌다. 그때 문득 옆에 서 있던 기현이 민형의 눈에 들어왔다. 기현 은 멍한 표정으로 민형을 바라보고 있었다. 민형은 속이 부글 끓었다. "이짜식!! 네가 일렀지!!" 민형의 분노의 일격이 기현의 뒷통수를 가격하고 교실안에서 비명이 울 렸다. ------------------------------------------------------------------- "제길! 보통놈이 아니야! 어디서 한가닥 하는 놈이 들어온 것 같아!" 수업도 빠지고 학교 뒷 공터로 모인 택천의 패거리들 사이에서 한영이 질린 얼굴로 이렇게 외쳤다. 지금은 비상소집. 택천을 중심으로 중영실고 패거리의 80%가 지금 이곳에 모였다. 인원은 40명에 육박하는 숫자. 택천 은 조용히 담배를 피워물고 있을뿐 별다른 말이 없었다. "이대로 놔두면 그놈 기세가 쎄져서 우리가 우스워져! 택천! 내가 어떻 게 해줘!" 한영이 머리끝까지 열이 오른 표정으로 택천을 향해 큰소리로 외쳤다. 택천이 조용히 대답했다. "그래서 너희 다섯명이 가서 그 녀석한테 모두 당했다고......?" "그,그건!" 택천의 불쾌한 듯한 표정에 움찔 놀란 한영이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 이럴 사실대로 말하는게 최상의 방법이다. "그,그래 당했어! 하지만 어쩔 수 없었어 자식이 진짜로 세던데!" "......" 당황하는 한영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택천이 바닥에 침을 뱉었 다. 택천의 얼굴이 부리부리하게 일그러졌다. "전학생 한놈 때문에 수업도 빼먹고 소집이라니...... 기가 막히군." "......" 택천의 심기가 심히 안좋은 것 같아 한영은 잠자코 있었다. 택천이 기분 이 좋지 않을 때 건드리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라는 걸 한영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 자식 이름이 뭐야?" "이름? 모,몰라......" 그러고 보니 이름을 묻지 않았군. 기현이는 알고 있을텐데 그는 아직 교 실에 있었다. 택천이 답답하다는 듯이 다시 담배 하나를 꺼내 입에 물었 다. 칙- 지포에 불이 솟아올랐다. "이거야 원, 완전히 이름도 모르는 놈한테 당하고 온거 아니야." "......" 한영이 치욕스러운 표정으로 주먹을 꽉 쥐었다. 이대로라면 택천은 도와 주지 않을지도 모른다. 어떤 방법을 쓰더라도 우리 힘으로 해결하라고 이 야기 할지도 모른다. 한영은 속이 끓었다. 그때 한영이 하늘을 향해 담배 연기를 후욱 내뱉었다. "가자." "에?" 짧은 한마디에 한영이 고개를 들었다. 택천이 아직 한 번 밖에 빨지 않 은 담배를 땅바닥에 내던져 총알을 튀겼다. "어떤 놈인지 구경가자." - 계속 - 『CD의 환상세계-일반소설 (go CDGGAM)』 96번 제 목:[중편L] ## 고교 3년생의 사랑 ## -60 올린이:cdggam (임달영 ) 97/05/17 15:57 읽음:6480 관련자료 없음 ----------------------------------------------------------------------------- ## 고교 3년생의 사랑 ## PART-60 "아,그놈 이름이 생각났어!" 문득 학교 건물 쪽으로 걷다 말고 한영이 우뚝 멈춰섰다. 그는 앞서가 는 택천을 향해 머쓱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기현이한테 들은 이름인데...... 분명히 정민영 이라고 했어." "정민형이라고 했을걸?" "정인형 아니야!?" 한영이 말하기가 무섭게 뒤쪽에서 한영과 함께 갔던 패거리들이 이렇게 중얼거렸다. 민형을 혼내주러 갈 때 이름을 언뜻 들었지만 모두 이상한 발 음으로 기억하고 있었던 것이다. 확실히 발음하면 애매한 이름이군. "정민정? 계집애 같은 이름인데......?" 택천이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했다. "그게 아니고 정민영 이라니까?" "정민형이 맞을걸?" "아까 정인형 이라고 불렀는데 교실에서." 택천의 앞에서 한영과 패거리의 친구들이 서로의 이름이 맞다며 우기기 시작했다. 이름도 모르는 녀석한테 당한게 아니라는 사실만 증명하면 되지 뭘 저렇게 까지...... 택천은 한숨을 내쉬었다. "어쨋든 발음하면 똑같을거 아니야." 보다 못한 택천이 힘주어 한마디 했고 티격태격 대던 친구들이 모조리 택천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러고 보니 그렇군......" 한영이 쑥쓰러운 듯이 머리를 긁적 거리며 다시 걷기 시작하자 택천과 패거리도 교실쪽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정민형 정민영 정인형 참 발음하 기도 힘든 이름을 가진 녀석이구만. 택천은 마음속으로 이렇게 생각하며 교실로 향하는 걸음을 조금 빨리했다. "!?" 순간 택천은 걸음을 딱 멈추었다. 그와 함께 뒤쪽에서 그를 따라오던 패 거리들도 동시에 걸음을 멈추었다. 갑자기 택천이 매우 창백해진 얼굴로 친구들을 돌아 보았다. "그...... 이름이......?" 택천은 그 답지 않게 당황하며 말을 더듬었다. 한영은 영문을 몰라 멍 한 얼굴로 택천을 바라보고 있었다. "정민형 이라고?" 뇌리에 또렷하게 남아 있는 이름. 정민형. 그이름은 잊을 수가 없었 다. "맞아 택천! 내가 기현이한테 확실하게 들었어! 정민형 이라는 놈이 야!" 그러자 3가지 이름중에 맞는 것을 주장한 패거리 녀석이 기가 살은 듯이 큰소리로 이렇게 외쳤다. 그말을 들은 택천의 입술이 바짝 타 들어갔다. 설마...... 설마 그럴 리가? 그놈은 서울에 있을텐데? 택천은 갑자기 다리 에 힘이 쑥 빠졌다. "왜그래 택천?" 한영이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로 택천에게 가까이 다가왔다. 하지만 택 천은 마음속이 심하게 요동쳐 여유를 부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정민 형, 정민형...... 비슷한 이름일지도 모르지만...... "돌아가자." 택천이 이렇게 말하며 빙글 등을 돌렸고 패거리들은 모두 믿을 수 없다 는 듯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그중 가장 놀란 것은 한영이었다. 요즘에 와서야 간신히 본래 모습을 찾았다고 생각했었는데? 택천이 다시금 병적 인 기피 증세를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택천 왜그래!?" "아,아니...... 아무래도 수업시간에 쳐들어가는 것은 좀......" 애써 태연한척 말은 하고 있었지만 택천의 더듬거리는 목소리나 행동으 로 보아 무언가가 이상했다. 이것은 지난 1년의 공백동안 아무런 활동도 없이 싸움을 기피하기 시작했을 때와 비슷했다. 한영은 갑자기 조바심이 나기 시작했다. "수업시간이 무슨 상관이야! 가서 그놈만 불러내면 되잖아!!" "시끄러!!" "!" 외치는 한영에게 분노한 듯이 택천이 빽- 소리 질렀고 패거리들은 모두 놀라 그 자리에 굳어버렸다. 요즘 들어 택천이 저런식으로 화내는 것을 본 적이 없었는데...... 게다가 가장 친한 한영에게 소리친 적은 한 번도 없 었던 것이다. 한영 역시 어지간히 쇼크를 먹은 것 같았다. "태,택천아......?" "돌아간다니까! 그놈은 방과후에 상대해 주도록 하지! 계획을 잘 세워서 없애지 않으면......! 그렇지 않으면!!" 짐짓 흥분한 듯이 두눈에 핏발을 세우며 택천이 주먹을 불끈 쥐었다. 만 에 하나 그놈이 진짜 정민형이라면 보통싸움 가지고는 이길 수 없다. 택천 의 머리속에 공포와 한가닥의 오기가 용솟음 쳤다. "어쨋든 그놈은 완전히 묵살발 내야해!" "저,전학생을 상대로 그렇게 까지......?" 갑자기 적극적인 된 택천의 태도에 놀란 한영이 주춤거리며 입을 열었 다. 갑자기 무엇 때문에 택천이 저런 과민반응을 보이는지 알 수 없었 다. ------------------------------------------------------------------- 현재 민형의 교실은 매우 흥미진진한 화제 거리로 떠들썩해 있었다. 그 것은 적대관계를 가지고 있는 기현을 제외하고는 모든 반 학생들의 구세주 적인 차원에 희망이었다. 민형은 모두의 반짝반짝한 시선을 받으며 억지로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아 곤란하다 정말...... 너희들 나한테 많은 것을 바라지마 나도 조용히 공부만 하고 싶단 말이야...... 민형은 매우 괴로웠 다. "야 전학생." "?" 지금은 점심시간 점심도 먹지 않고 고민하고 있는 민형에게 의연이 다 가와 말을 걸었다. 민형은 물끄러미 고개를 들었다. 의연의 눈빛 역시 반 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호기심에 가득찬 얼굴. 왠지 실험용 모르모트를 바 라보는 연구자의 눈빛이었다. 민형은 문득 소름이 오싹 끼쳤다. "너 쌈 잘한다? 역시 나의 예감이 맞았어. 너 혹시 서울에서 쌈질만 하 다가 퇴학당해서 지방으로 내려온 그런 케이스 아니야?" - 쿠궁. 민형은 그대로 온몸이 굳어 버렸다. 누,눈치 칼...... 오늘부터 의연 너의 이름은 '눈치칼'이다. 민형은 그대로 경악한 얼굴로 굳어 버렸 고 의연이 머쓱한 표정으로 물었다. "농담이야? 뭘 그렇게 놀라니......?" "그,그래......" 의연이 민형의 등을 토닥거리며 웃었고 민형은 얼굴에 식은땀을 닦지도 못한채 바보처럼 하하 웃었다. 의연...... 진정 타도해야 할 적은 이녀석 일지도 모른다. 이 학교에서의 평화로운 생활을 위해서 이 녀석을 만나지 말았어야 하는건데 크......! 민형은 갑자기 의연이 미워졌다! "그런데 어떡할거니? 유택천의 패거리를 건드렸으니 또 언제 우르르 몰 려올지 몰라. 게다가 한 번 당했으니 아까처럼 한두명이 오는 일은 기대 하기 힘들걸. 한 몇십명이서 우르르 몰려올거야." "도망갈꺼야." "엥?" 민형이 딱 잘라 말했고 의연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도망간다고?" "그래, 난 싸움하면 안돼." "왜? 너 쌈 잘하잖아?" "너...... 나를 싸움 붙혀서 교실의 평화를 지키려고 하는거지?" "바로 맞았어~!" 의연이 활짝 웃으며 대답했고 민형은 주먹을 부르르 떨었다. 의연이 넌 사업하면 성공할거야. 분명해. 민형은 한숨을 푹 내쉬며 책상에 팔을 얹고 그곳에 얼굴을 묻었다. 결국 여기서도 이렇게 되는건가...... 그런 민형의 풀이죽은 모습이 딱했는지 의연이 입을 열었다. "정 괴로우면 선생님한테 말씀드려...... 그럼 방법이 하나 있을거야." "방법 어떤 방법?" 의연의 말에 귀가 솔깃한 민형이 고개를 들자 의연이 손가락 하나를 세 워 보이며 활짝 웃었다. "전학." "......" 죽인다 너...... 민형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여자에게 살의를 느꼈다. 하 지만 참아야지. 기분이 않좋은 나를 위로해 주려고 저런 유치한 개그를 하 는 걸텐데...... 민형은 마음 좋은 남자가 참기로 하고 다시 책상위에 얼 굴을 묻었다. 의연은 그런 민형의 뒤통수를 가만히 내려보고 있었다. "야 기운내!" "왁!" 갑작 철썩 소리와 함께 의연이 손바닥으로 민형의 뒷통수를 후려쳤고 깜 짝 놀란 민형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가 뒷통수를 움켜잡고 큰소리 로 외쳤다. "무슨짓이야!!" "...... 그렇게 소리치지 마. 주위를 보라고." "......!?" 의연의 말에 민형이 주위를 둘러보자 점심을 먹던 모든 아이들이 사색이 된 표정으로 의연과 민형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너 여기서 까지 애들한테 '적'으로 찍히고 싶니?" "으......?" 의연이 싱긋 웃으며 이렇게 말했고 민형은 얼굴이 빨개져 어쩔줄 몰랐 다. - 계속 - 『CD의 환상세계-일반소설 (go CDGGAM)』 97번 제 목:[중편L] ## 고교 3년생의 사랑 ## -61 올린이:cdggam (임달영 ) 97/05/22 17:01 읽음:6546 관련자료 없음 ----------------------------------------------------------------------------- ## 고교 3년생의 사랑 ## PART-61 학교에서 있었던 좋지 않은 사건을 뒤로 하고 민형은 그날 일찍 집으로 돌아왔다. 언제 유택천의 패거리가 공격해 올지는 알 수 없었지만 어쨋든 그것이 오늘이 아니라서 다행이었다. 민형이 집에 돌아오니 뜻밖에 지영이 먼저 집에 들어와 있었다. "어서와요 민형씨~ 힘들었죠?" "어, 선생님 일찍 오셨네요." "네, 일이 잘 풀렸어요." 지영은 싱글벙글 웃으면서 민형의 가방을 방안에 가져다 놓고 물을 한컵 떠 왔다. 이제 여름도 제법 무르익고 날씨가 후덥지근해져 있었던 것이 다. 물을 한잔 받아 마시는 민형의 옆에서 지영이 유쾌한 얼굴로 입을 열 었다. "나 취직했어요. 국,영,수만 가르키는 본고사 대비반인데요. 학원도 가 까운데 있고 학원장도 친절하셔서 아주 돗아요." "일본어 학원이 아니고요?" 뜻밖에 과목인지라 민형이 어깨를 으쓱하며 물었다. 유지영 선생님은 당 연히 외국어 학원에 들어 가실 줄 알았는데. "아무거나 괜찮아요. 월급도 이쪽이 많으니까." "아,그래요." 역시 능력이 있으니까 취직하기 쉽구나. 민형은 속으로 감탄하며 윗도리 단추를 풀렀다. 대청 마루에 걸터 앉으니 그늘진 곳에서 바람이 불어와 시 원하게 몸을 식혀 주었다. 민형은 머리속으로 학교에서 있을 일을 어떻게 처리하는 것이 좋을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제길...... 역시 모조리 때려 돕히고 입 다물어! 이게 제일 좋은데 말이야...... 그때 고민하는 민형의 옆으로 지영이 어깨를 바싹 붙혀왔다. 그녀는 집에서 하루종일 민형이 돌 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는지라 몸이 달아 있었다. "민형씨 무슨 생각해요......?" "아, 저 학교일이요." 묻는 지영에게 대충 얼버무리며 민형이 씩 웃어 보였다. 그러자 지영이 엉덩이를 땡겨 앉아 민형에게 바짝 밀착 시켰다. 그녀가 웃으며 말했다. "민형씨, 민형씨는 대학 안가요?" "네......?" 뜻밖에 질문에 민형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글쎄요 제 실력에 무슨......"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잖아요. 아직 반년이나 남았고." "하지만 내신이 벌써......" "내신은 3학년 때가 50%나 되잖아요. 그러니까 이번 중간고사부터 잘 봐 놓으면 승산이 있어요." 마치 진로 상담을 하는 학원 강사 같은 말투, 민형은 조금 놀라 물끄러 미 지영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가끔씩 그녀가 어른이라는 것을 상기시키 는 상황이 바로 이런때인 것이다. 그럴 때 마다 민형은 조금 거북했다. 지 영은 그저 친구같은 사람으로 옆에 있기를 바랬다. 어른이라던가...... 선 생님이라던가 하는게 아닌...... "저는 만화가를......" "대학 들어가서 만화 그리면 되잖아요?" "......" 갑자기 민형을 울컥 짜증이 났다. 유지영 선생님이 바라는 것이 무엇인 지 알 수가 없었다. 어차피 지금 와서 대학 같은데 들어갈 수 없다는 걸 뻔히 알면서. 민형은 지영도 부모님처럼 대학을 위해 닥달하게 되는 것이 아닌지 두려워졌다. 민형이 자리에서 벌떡 몸을 일으켰다. "씻겠어요. 땀이나서." "아,네." 민형이 조금 무서운 얼굴로 뚜벅뚜벅 욕실로 들어갔고 지영은 뭔가 자신 이 실수 했다는 것을 알아챘는지 찍소리 안고 가만히 있었다. 지영도 눈치 는 빠른 여자였다. ------------------------------------------------------------------- 찬물로 샤워를 하고 거실로 나오니 지영이 냉장고에서 무엇인가를 꺼내 식탁위에 올려 놓고 있었다. 뭘까, 하고 자세히 보니 그것은 투명한 접시 위에 얼음과 함께 놓여진 수박화채였다. 안에 채리와 딸기도 들어 있는 맛 있어 보이는 특급 화채였다. "오늘 집에 들어오다가 수박이 좋아 보여서 하나 샀어요. 아주 시원해 요." "이야~ 맛있겠다!" 민형은 과일을 별로 좋아하는 타잎이 아니었지만 지금 눈앞에 지영이 준 비한 화채는 정말 맛있어 보였다. 보기만해도 시원해지는 수박화채를 먹기 위해 테이블 앞에 앉자 지영이 화채 위해 우유를 조금 흘려 넣었다. "여름엔 역시 수박이죠." "잘먹겠습니다." 우유가 구석구석으로 흘러 상큼한 화채위에 부드러움을 자아내고 있었 다. 민형은 더 참지 못하고 수저로 떠서 한입 맛을 보았다. 기가 막힌 맛. 접시를 들고 국물을 마시니 달콤하고 시원한 것이 목구멍으로 짜릿하 게 자극했다. 민형은 기분이 너무나 유쾌했다. "소금을 조금 뿌리면 더 달아지거든요." "그런 조리법이 있었어요?" "일본인들이 그렇게 해서 먹죠." 놀라는 민형에게 지영이 후후 웃으며 대답했고 민형은 열심히 화채를 떠 먹기 시작했다. 역시 유지영 선생님은 아는것도 많네. 저것도 다 좋은 대 학을 나왔기 때문이겠지. 그렇게 생각하니 자신이 조금 한심해 지는 민형 이었다. "그런데 민형씨도 제가 나오는 학원에 나오실 생각 없으세요......?" "!" 문득 화채를 먹다말고 지영이 이렇게 물었고 민형은 입안에 들어갔던 화 채를 수저와 함께 합 물어 버린 후 굳은 듯이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갑자 기 민형에 눈가가 어두워졌다. "시,싫어요 전......" 민형이 억지로 웃으며 이렇게 말했고 지영은 아직 더 설득해 보고 싶었 는지 좀처럼 말을 끝내지 않았다. "왜요? 저하고 함께 공부하면 더 잘될거예요. 민형씨는 바보가 아니예 요. 하면 할 수 있어요." "괘,괜찮다니까요." "왜 자꾸 안하려고만 하죠 민형씨?" 지영이 이해할 수가 없다는 듯이 물었고 민형은 주먹을 꾹 쥐었다. 왠지 모르게 수치심과 짜증이 몰려왔다. 유지영 선생님과는 이미 허울없는 사이 였지만...... "지금부터 시작하면 얼마든지......" "글세 싫다고 했잖아요!!!" "......!" 갑자기 테이블을 주먹으로 쾅 내려치는 민형의 앞에서 지영이 깜짝 놀라 입을 다물었다. 그녀의 눈이 놀란 토끼눈처럼 커다랗게 변한채 민형을 바 라보고 있었다. 민형의 얼굴을 무섭게 달아 올라있었다. "됐으니까...... 이제 더 이상 같은말 꺼내지 마세요." "......" 민형이 살기가 서린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고 지영이 우물쭈물 고개를 숙 인채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민형은 아까까지만 해도 맛있게 먹던 수박 화채가 돌덩이가 되어 목으로 넘어가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 따르르르릉 - 따르르르릉 그때 마루 건너편인 지영의 방에서 전화기 소리가 요란하게 울렸고 우물 쭈물 할말을 잃고 있던 지영이 얼른 자기 방으로 건너가 전화를 받았다. "......" 민형은 방금 자신이 한 행동이 조금 심한 것 같아 침울하게 건너방을 쳐 다보고 있었다. 전화를 받은 지영은 뭔가 반가운 사람과 통화하게 됐는지 서먹했던 얼굴이 환해져 있었다. 잠시후 전화를 끊고 마루로 돌아온 지영 이 활짝 갠 얼굴로 이렇게 말했다. "오빠랑 지혜가 온데요 민형씨. 지금 터미널에 도착했데요." "지혜씨와...... 지훈형이요?" 지영의 웃는 목소리를 들으며 민형은 망연자실할 뿐이었다. ------------------------------------------------------------------- "여~ 잘있었나 내동생. 그리고 원수 정민형." 20분쯤 뒤 집앞 대문으로 들어선 지훈은 마루위에서 어두커니 걸터 앉아 있는 민형에게 이렇게 인사를 건넸다. 하지만 민형은 인사를 받을 기분이 아니었다. 왠일로 여기 까지 내려왔지? 게다가 지훈형은 유지영 선생님이 자신과 함께 산다는 것을 몰랐을 것이다. 그런데 어떻게? "어서와 지혜야~ 반가워~!" "응, 제법 괜찮은 집에 사는구나." 반가워 어쩔 줄 모르는 지영에게 씩 웃어 보이며 보통 얼굴로도 남자의 속을 긁는 여자 지혜양이 안으로 들어왔다. 민형에게는 지혜나 지훈 둘 다 별로 반가운 손님은 아니었다. 유지영 선생님과 둘이 있는게 최고지. "어떻게 알고 왔어요 지훈형? 지영씨가 얘기 했어요?" 민형은 자신과 지영이 한집에서 산다는 것을 들켜버려 조금 무안했지만 기왕 들킨거 이판사판이다 생각하고 이렇게 물었다. 그러자 지훈이 천연덕 스럽게 대답했다. "지영이 지혜한테 얘기했으니 당연히 내 귀에도 들어왔지. 원래 이사올 때 부터 알고 있었어." "그,그런? 지혜씨가 왜 형한테 그런 보고를?" "같이 살잖냐." "네?" 뜻밖에 대답에 민형은 멍하니 눈을 밝혔다. 뭘 같이 살아? "나 지혜랑 동거한다. 당연히 몰랐겠지만." "뭐요!?" "오빠 그거 진짜야?" 기가 막혀 말이 안 나오는 민형의 뒤에서 지영도 다분히 놀란 얼굴로 눈 을 동그랗게 떴다. 그럼 오빠가 동거하고 있는 여자가 다름 아닌 지혜였단 말이야? 지영은 기분이 얼떨떨해 지기 시작했다. - 계속 - 『CD의 환상세계-일반소설 (go CDGGAM)』 98번 제 목:[중편L] ## 고교 3년생의 사랑 ## -62 올린이:cdggam (임달영 ) 97/05/28 15:40 읽음:6941 관련자료 없음 ----------------------------------------------------------------------------- ## 고교 3년생의 사랑 ## PART-62 "둘다 너무해. 나한테 아무말도 하지 않고 지금까지 함께 살았다니 용서 못해!" 지영은 그날 매우 화가 난 얼굴로 퉁퉁 부어 있었다. 민형은 지영의 그 런 태도를 본적이 없어 매우 당황스러웠다. 그렇게 친한 지혜씨에게 싸늘 한 시선을 보내는 유지영 선생은 따윈 상상 한적도 없었던 것이다. "오빠를 빼앗긴 여동생은 보통 저런 반응이 나오지." "그런게 아니야!" 지혜가 피식 웃으며 이렇게 말하자 지영이 무서운 얼굴로 세차게 고개를 흔들었다. 그러나 민형이 아무리 다르게 생각하려고 해도 그 이유 뿐이었 다. 지영씨 의외로 귀여운데가 있군...... 아니 원래 귀여웠지만. "그런데 지혜씨 언제부터 지훈형이랑 같이 살았어요? 나 놀랐어요." "애들이 그런건 알아서 뭐하게요?" "...... 그런식으로 경어를 붙히면 조롱이 되버려요......" 대답하는 지혜에게 주먹을 불끈 쥐어 부르르 떨며 민형이 험악하게 으름 짱을 놓았다. 지혜가 농담이었다는 얼굴로 웃으며 다시 대답했다. "사실은 대학때. 지훈씨가 축재때 학교에 왔기 때문에 그때 봤지 뭐." "그럼 그때 꼬셔서 아직까지?" "꼬시다니...... 꼬심당한거지......" "꼬셨지 임마." 지혜가 어림없다는 듯이 고개를 설래설래 흔들자 기다렸다는 듯이 지훈 이 날카롭게 한마디 했다. 지혜가 발끈해서 지훈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내가 꼬셨다고!?" "그럼 아니냐? 게다가 지영이한테는 말하지마. 쇼크받을지도 몰라 라고 말한 것도 지혜 너였어." "그,그런 말 한 기억이 있는 것 같기는 하지만......!" 지혜가 사색이 된 얼굴로 지영을 돌아보자 이미 지영의 주욱- 힘빠진 얼 굴이 지혜를 노려 보고 있었다. 지혜가 식은땀을 흘리면서 말을 돌렸다. "뭐, 이제 지영이도 남자가 있잖아? 그러니까 피차 비긴거지. 사실 지영 을 빼았겼을 때 분노는 지금 지영의 두배를 넘었어." "설마 레즈는 아니겠죠......?" "몰랐어? 그거야." 민형의 혹시나 하는 질문에 지혜가 망설임 없이 대답했고 민형은 그대로 굳어 버렸다. 그때 지혜까 깔깔깔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농담이야 농담~! 그걸 믿었어? 어유~ 의외로 귀여운 대가 있네 이 아저 씨." 지혜가 민형의 볼을 두손으로 꼬집어 늘어뜨리며 이렇게 말했고 민형은 말하기도 싫다는 듯이 뚱한 표정으로 지혜를 노려 보았다. 지혜씨는 묘하 게 사람을 아이 취급하는 경향이 있단 말씀이야. 민형은 그것이 못마땅했 으나 사실 지혜는 어른이고 민형은 고등학생. 따질말이 없는게 한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왜 왔어? 게다가 오늘은 평일인데." 문득 지영이 이렇게 물었고 민형과 낄낄 거리던 지혜가 짐짓 사무적인 표정으로 돌아와 어깨를 으쓱했다. "아, 맞다 오늘 온 이유는 집들이 겸 민형씨 한테 할말이 좀 있어서." "나한테요?" 지혜가 민형을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기 때문에 민형역시 지혜를 향해 고 개를 돌린채 눈을 깜빡였다. 지혜씨가 나한테 무슨 용무가? "민형씨 원고 있어?" 그때 지혜가 민형을 향해 이렇게 물었고 민형은 영문을 모르고 눈을 깜 빡 거렸다. 원고라니? 갑자기 무슨 원고? 민형이 선뜻 지혜의 말에 반응하 지 못하자 지혜가 어깨를 으쓱하며 다시 설명을 덧붙혔다. "만화 말이야 만화. 민형씨 만화 그린다고 했잖아?" "마,마,만화요? 그건 왜요?" 갑자기 예상치 못한 질문에 민형이 뜨끔하여 말을 더듬었고 지혜가 더없 이 태연한 표정으로 민형을 바라보며 씩 웃었다. 왠지 그 미소가 의미심장 하여 민형은 숨을 죽였다. "지영이 전화에 대고 어찌나 떠들던지. 궁금해서 와봤어.그린거 있으면 좀 내놔봐." "지,지영씨가요......?" 민형은 이렇게 대답하며 흘끔 지영을 돌아 보았다. 지영이 쑥쓰러운 얼 굴로 민형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렇군...... 선생님은 만화가를 꿈꾸는 내 희망을 항상 생각하고 계셨나 보구나. 민형은 갑자기 조금전에 공부문 제로 화를 낸 것이 미안했다. "뭐해? 원고 좀 달라니까." "예? 지,지금 원고가 어딨어요?" 잠시 생각에 잠겨 있는 민형에게 지혜가 제촉해서 물었고 민형이 얼른 지혜를 돌아보며 짐짓 놀란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러자 지혜가 오히려 이상하다는 듯이 되 물었다. "평소에 그린거 없어? "그,그런거......" "괜찮아 내놔봐. 만화는 남에게 보이는거야. 안그래?" 그래도 지혜씨한테는 함부로 보이고 싶지 않은데, 민형은 얼굴이 뻘개져 서 시끈덕 시끈덕 딴청을 하기 시작했다. 잠자코 있던 지훈이 한몫 거들었 다. "야 깡패 정민형, 네가 만화를 그린다는 소릴 듣고 놀랐다. 그래서 이렇 게 직접 보러 온거니까 좀 보여줘." "누가 깡패라고요!" 발끈하는 민형에게 미안하다는 듯이 지훈이 씩 너털 웃음을 남겼다. "어, 미안하다 미안해......" "......" 웃는 지훈을 바라보며 민형은 속으로 부글 부글 끓었다. 정말 마음에 들 지 않는 콤비야. 그래서 서로 잘 사귈 수 있는 거겠지. 지영씨가 저 둘 사 이에서 용케도 저렇게 순하게 버텨왔구만...... 이라고 생각하니 갑자기 그녀가 기특해 졌다. "어쨋든 지금은 그려놓은게 없어요." 민형은 딱 잘라 거절했다. 만화에 대해서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에게 그림을 보여줘 봤자지, 사실 누군가가 그림을 보여 달라고 하면 상당히 보 여주고 싶어 못견뎠을텐데 왠지 이 두 커플에게만은 그러고 싶지 않군... ... 왜냐고? 이상하게 기분나뻐! "그래? 그거 안타깝군. 주간 웨이브에 팀장을 좀 알아서 소개해 주려고 했는데 말이야." 순간 눈이 번쩍 뜨였다. 아니 귀도 띄였다. 주,주,주간 웨이브!? 그거라 면 현제 한국에서 제일 잘나가는 주간 30만부를 찍어내는 만화잡지 아닌 가!? 그것도 기자도 아닌 팀장이라니!? 민형은 한순간 머리가 띵하니 울렸 다. "주,주,주간 웨이브지에 팀장이라고요!?" 민형이 지혜의 앞으로 바싹 다가서 씨근덕 대며 묻자 지혜가 쓴 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그래, 거기 팀장하고 옛날 같은 회사 디자인 팀에 있었어. 요번에 단기 집중으로 신인을 모집하고 있는데 말이야 감각있는 신인으로." "그,그래요? 어떤건데요?" 민형은 두눈을 반짝 반짝 빛내며 지혜에게 바짝 다가섰고 지영과 지훈이 서로 자기 파트너를 붙잡아 때어내었다. 그러나 민형은 정신없이 지혜에게 달라 붙었다. "어떤 건데요?" "어떤거라도 원고가 없으면 소용없지." "있어요 있어! 원고는 있어요!" 말이 끝나기 무섭게 민형은 후다닥 방으로 달려 들어가서 작업책상과 서 랍에 쌓여 있는 자신의 원고를 모조리 들고 나왔다. 그것을 지혜의 앞에 털썩 내려 놓으며 민형이 말했다. "봐줘요." "이,이렇게 많아......?" 지혜가 조금 놀랐다는 듯이 혀를 내둘렀고 민형이 얼굴이 빨개져서 침을 꿀꺽 삼켰다. "그,그중에 제일 잘 된 것은......" "괜찮아 내가 보지." 민형이 무언가 설명을 뒷바침 하려고 했으나 지혜가 손을 흔들며 민형의 말을 막았다. 그녀는 원고 뭉치의 맨 윗장의 그림부터 한 장씩 살펴보기 시작했다. 민형의 가슴이 두근두근 뛰었다. "......" "......" 몇편의 원고가 지나가고 민형은 조바심으로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 지훈도 흥미 있는 얼굴로 지혜의 옆에서 민형의 원고를 들여다 보고 있었 다. 지영 역시 두근 거리긴 마찬가지였다. "이게 원고야?" 그때 지혜가 고개를 들며 민형에게 물었고 민형은 눈이 번쩍 뜨였다. "이,이게 원고냐니요......?" "무슨 원고가 배경이 하나도 없냐. 사람만 잔뜩 있고." "그,그건 명랑 만화라서." "그래?" 민형이 변명하듯 이렇게 대답했으나 지혜는 영 뚱한 반응이었다. 어쨋든 지혜는 계속해서 민형의 원고를 살펴 보았다. - 계속 - 『CD의 환상세계-일반소설 (go CDGGAM)』 99번 제 목:[중편L] ## 고교 3년생의 사랑 ## -63 올린이:cdggam (임달영 ) 97/06/13 17:05 읽음:6153 관련자료 없음 ----------------------------------------------------------------------------- ## 고교 3년생의 사랑 ## PART-63 - 탁 지혜가 가장 최근 것이라는 60페이지 짜리 원고를 바닥에 내려 놓았다. 민형은 두근거리는 얼굴로 지혜의 평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알고보니 지혜 씨 그런 분야에 관계되 있었던 거야? 뜻밖에 가까운 곳에 만화 관계자를 만나게 되어 민형은 가슴이 설シ다. "잘 모르겠는걸." "에......?" 김세는 지혜의 한마디. 민형은 눈을 크게 뜨고 지혜를 뚫어져라 바라 보 았다. 지혜가 조금은 탐탁치 않은 얼굴로 원고 뭉치를 들어 보이며 민형에 게 말했다. "솔직히 그림이 약한거 아니야? 선도 깔끔하지 못하고, 그리고 구도 도 좀 후진 것 같애." "그,그럴지도......" 민형은 얼굴이 빨개져서 지혜의 말을 듣고 있었다. 솔직히 자신의 그림 이 그리 뛰어나다고 생각 해 본적은 없다. 국민학교때 알게되고 고등학교 때 부터 그리게 된 만화. 경력은 그리 오래된 것이 아니다. 그러나 면전에 서 누군가에게 그림이 '약하다' 라는 마을 들으니 왠지 비참해졌다. "요즘엔 정말 끝내주게 잘 그리는 사람들이 많아서 말이야. 고교생이 아 니라 중학생들도 거의 환상적인 수준이지. 이젠 데뷔 연령층도 모두 고교 생으로 내려왔을 정도니까 말이야." "네에......" 할말은 없다. 민형은 잠자코 듣고만 있었다. 하지만 분한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민형의 가슴이 욱신욱신 쑤셔왔다. "신인 모집이라고 해도 연재는 주지 않으니까 단기집중 단편으로 나갈 거라고. 그림이 튀지 않으면 힘들거야. 뭐 어쨋든 내가 한 번 가져가 볼 까? 너무 기대는 하지 말고 가장 최근껄로......" "됐어요." 원고를 집어 들려는 지혜의 손에서 민형이 원고를 뺏아들며 이렇게 한마 디했다. 그 순간 모두가 긴장된 얼굴로 민형은 바라보았다. 민형의 얼굴은 패배자의 처절함이 온통 서려 있었던 것이다. "나...... 아직 그림이 형편없다는 건 알고 있으니까요." 민형은 이렇게 말하며 원고를 주섬주섬 챙겨들었다. 그 모습을 본 지영 은 가슴이 찢어질 듯 했다. 항상 당당하던 민형씨가 저렇게 울적한 모습 은 보인 것은 처음이었던 것이다. 갑자기 지영의 원망이 지혜에게 쏠렸 다. 지영이 민형에게서 원고를 뺏어 들었다. 깜짝 놀라는 민형 앞에서 지 영이 지혜에게 민형의 원고를 불쑥 내밀었다. "가져가 봐!" "지,지영씨......?" 갑자기 강하게 나오는 지영을 바라보며 민형이 영문을 모르고 눈을 깜 빡였다. 지영은 분한 듯이 지혜를 쏘아보며 원고를 얼굴에 바짝 내밀었 다. "너 말고 전문가한테 보여줘. 잡지사의 팀장이라면 반드시 민형씨 원고 를 알아 줄거야." "지영아 너 화났구나? 내가 한말은 말이야 그냥 너무 기대를 갖지 말라 는 말......" "나 화 안났어." 지혜가 어색한 얼굴로 변명하자 지영이 고개를 흔들었다. 그녀는 민형을 한 번 바라본 후 다시 지혜에게 고개를 돌렸다. "만약에 잡지사에서 퇴짜 놨다면 할 수 없지만 한 번 도전해 볼 가치는 있어. 민형씨도......" 지영은 이렇게 말하며 민형을 돌아보았다. 민형은 두근두근 떨리는 얼굴 로 지영을 가만히 응시하고 있었다. "됐다고 할게 아니라 이번 기회를 한 번 잡아봐요. 만화가가 되는게 꿈 이잖아요!" "하,하지만 저도 제 그림이 약하다는 건 인정해요......" "그럼 지금부터 더 잘 그리도록 노력하면 되잖아요!" "에......?" 지영의 강경한 태도에 주위에 세 사람은 잠자코 아무말도 할 수 없었 다. 지영은 어떤 면에 있어서는 꽤 자기 주장을 펼칠 줄 아는 여자로 변 하는 것이다. "만화는 재미 있으면 되는 거잖아요.그림은 그릴수록 늘 거예요. 한 번 가져가 봐요. 가져가 봐야 알꺼 아니예요." "지,지영씨......" 지영의 공격적인 태도에 질려버린 지혜와 지훈이 아무란 대꾸도 하지 않 았고 민형 역시 얼떨떨하여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녀는 분명히 자신을 걱 정해 주고 있는 것이다. 그것이 고마우면서도 부담되었다. 부끄러운 그림 을 보이고 싶지는 않은데...... "처음부터 잘 그리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을 거예요." 지영이 이렇게 한마디 하며 민형을 똑바로 쳐다 보았다. 왠지 그말이 민 형에게는 큰 힘이 되는 것처럼 느껴졌다. ------------------------------------------------------------------- 그날 저녁 지영은 지혜와 함께 한방에서 누워 있었다. 시간은 12시가 가 까워진 늦은 밤. 지훈을 민형의 방에서 재우기로 하고 둘은 오랜만에 한방 에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여성잡지 페이지를 한 장씩 넘기던 지혜가 문득 지영에게 말을 건넸다. "우리가 함께 자는거 대학때 엠티 제외하면 엄청 오랜만이다 그지?" "그러네." 지영도 감개무량한 듯이 가볍게 웃었다. 지영은 오랜만에 오빠와 지혜와 함께 놀 수 있게 되어 기분이 들떠 있었다. 한가지 마음에 걸리는 일이 라면 오빠와 지혜의 동거, 지금까지 깜쪽같이 자신을 속여온 두 사람이 얄 밉기도 하고 대단하기도 했다. 지영이 물었다. "너 우리 오빠랑 결혼할거니?" "응? 갑자기 뭔소리야." 지혜가 여전히 여성잡지를 들추며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하지만 지 영은 그대로 넘어가지 않고 끈질기게 물고 늘어졌다. "벌써 몇 년째 계속된 동거라며. 너 때문에 난 2년이 넘게 집에서 혼자 있었다. 어떻게 나한테 그렇게 한마디도 안 해줄수가 있니?" "글쎄 말했잖니...... 네가 쇼크 먹을까봐 그랬다고." 지영이 조금 원망스러운 얼굴로 다그치자 지혜가 쓴웃음을 지으며 지영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지혜가 미안하다는 듯이 씩 웃었다. "너 그 덕분에 민형씨도 만났잖아. 연애도 자유롭게 하고. 나한테 고맙 다고 해." "야, 같다 붙힐곳에 같다 붙혀 얘." "어쨋든." 지영이 어처구니 없다는 얼굴로 혀를 차자 지혜가 별로 상관하고 싶지 않은 태도로 다시 여성지에 고개를 돌렸다. 지영은 그런 지혜를 빤히 쳐 다 보았다. 한가지 묻고 싶은 있는데...... 지영이 결심하고 입을 움직였 다. "저...... 지혜야." "왜." 지혜가 여전히 여성지에 눈을 때지 않은채 대답했고 지영은 얼굴이 빨개 져서 어쩔줄 모르며 가까스로 입을 열었다. "너 우리 오빠랑 했니?" "......?" 지영이 어렵게 어렵게 묻자 그제서야 지혜가 지영에게 고개를 돌렸다. 그녀는 조금 의외라는 듯 지영을 바라보다가 입가에 씩 미소를 띄웠다. 지 혜는 순진한 지영이 귀엽다는 듯이 대답했다. "그럼, 했지." "그,그래? 벌써?" 지혜의 대답에 지영이 놀랐다는 듯이 침을 꿀꺽 삼켰고 지혜의 얼굴이 용의 주도하게 변했다. 그녀가 말을 계속했다. "그런걸 묻는걸 보니 너도 다 컸다. 아니 많이 타락했다. 민형씨가 타락 시킨게 분명해." "얘,얘는, 민형씨는 아직 고등학생이야." "요즘은 고등학생들이 아는게 더 많아." 무슨 말을 그렇게 하냐는 듯이 얼굴을 붉히는 지영에게 한마디 쏘아 붙 히며 지혜가 흥미있다는 듯이 지영에게 바싹 몸을 밀착 시켰다. 지영이 두 근두근한 얼굴로 지혜를 빤히 바라보자 지혜가 말했다. "넌 어때?" "뭐,뭘?" 왠지 잘못 걸린 것 같아 지영이 얼른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지혜의 눈 총이 따갑게 옆으로 꽂혔다. 지혜가 씩 미소를 띄우며 되물었다. "했니?" "뭐......? 너, 너는 그런걸 그렇게 자연스럽게 물어볼수 있어?" "너도 물어봤잖아." "그건 우리 오빠니까 그렇지." 지영이 말을 돌리자 지혜는 안되겠다는 듯이 누운 자리에서 일어나 앉 아 지영을 붙잡았다. 깜짝 놀라는 지영의 윗도리를 붙잡고 지혜가 압력을 가했다. "벗어봐!" "왜,왜 그래 놔! 갑자기 무슨 짓이야!?" 지영이 영문을 모르는 표정으로 필사적으로 윗도리를 잡아 당기자 지혜 가 의미 심장하게 씨-익 길게 웃었다. "했는지 안했는지 가슴만 보면 알 수 있어. 자 빨리 벗어봐." "지,지혜 이 변태! 싫어! 놔!" 킥킥 거리면서 지영의 윗도리를 잡아당기는 지혜를 온힘을 다해 밀치며 지영이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지혜의 손끝은 교묘하게 지영의 몸 구석구 석으로 파고 들어갔다. - 계속 - 『CD의 환상세계-일반소설 (go CDGGAM)』 100번 제 목:[중편L] ## 고교 3년생의 사랑 ## -64 올린이:cdggam (임달영 ) 97/06/15 18:27 읽음:6282 관련자료 없음 ----------------------------------------------------------------------------- ## 고교 3년생의 사랑 ## PART-64 "......" 지영의 브레지어를 억지로 뜯어 벗긴 지혜가 쥐죽은 듯이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지영은 곧바로 자신의 브레지어를 지혜의 손에서 확 낚아채며 얼굴이 빨개져서 외쳤다. "무슨 짓이야! 지혜 바보!" 지영이 화난 듯 이렇게 외치며 지혜에게서 등을 돌리고 이불을 뒤집어 썼다. 지영은 이불속에서 얼른 얼른 브레지어를 입으며 마음속으로 두근두 근 생각에 잠겼다. 지혜는 정말 가슴만 보고 했나 안했나의 유무를 판단할 수 있을까? 그때 이불 밖에서 지혜의 손이 이불속으로 쑥 들어와 지영의 머리카락을 붙잡았다. 지영이 미처 피하기도 전에 지혜가 무지막지한 힘으 로 지영의 머리를 이불속에서 확 빼내었다. 지영이 비명을 질렀다. "아퍼......!" "시끄러 기집애야." 머리카락을 붙잡으며 인상을 찡그리는 지영의 얼굴에 꿀밤을 먹이며 지 혜가 정할 할 수 없다는 얼굴로 혀를 찼다. 지영이 머리카락을 붙잡은채로 긴장한 얼굴로 지혜를 빤히 쳐다보았다. 왠지 가슴 언저리가 쿡쿡 저려 오 는 것만 같았다. 그때 지헤가 지영을 빤히 바라보며 물었다. "너 어쩔려고 그래." "뭘......" 지영은 시치미를 뚝 때고 이렇게 대답했다. 하지만 지혜는 지영의 머리 꼭대기에 올라 있었다. "민형씨는 아직 고등학생이야. 연하의 남자랑 사귀면 사귀는 만큼의 책 임을 져야지. 그렇게 자신을 함부로 해서 어쩌겠다는 거니?" "대답안해." 왠지 민형씨를 무시하는 듯한 발언이라서 지영은 볼을 부풀린 채 휙 고 를 돌렸다. 지혜는 정말 골치아프다는 듯이 한숨을 푹 내쉬며 다시 지영의 머리카락을 붙잡아 자신쪽으로 확 끌어 당겼다. 지영이 기겁을 하며 비명 을 질렀다. "아파! 놔!" "잘들어 이것아! 피임은 했니?" 지혜가 정말 심각한 얼굴로 이렇게 말했기 때문에 지영도 조금 기가 죽 어 우물쭈물 대답을 못했다. 지혜는 여전히 한심하다는 얼굴로 다시 되물 었다. "괜찮은거야?" "이번달 월경은 있었어......" 지영이 포기한 듯이 순순히 대답했다. 어차피 지혜는 모든 것을 꽤뚫어 보고 있었던 것이다. 지영이 순순히 대답하자 지혜가 백을 가져와 안에서 상자 하나를 꺼냈다. 콘돔 세트였다. "설마 설마 했지만 설마가 사람잡을 것 같아서 사온거다. 민형씨가 일일 이 신경써 줄 것 같지도 않고, 앞으로는 네가 약국에서 사." "...... 고마워." 지영이 지혜가 내민 상자각을 집어 들고 우물쭈물 대답했다. 지혜는 가 슴 앞으로 팔짱을 낀채 왠지 괘씸한 듯한 얼굴로 한숨을 내쉬었다. "만약에 조금의 실수라도 있어 임신했다고 생각해봐. 단순히 너도 걱정 이지만 아직 고등학생 밖에 안된 민형씨의 일생이 흔들리는 일이야. 너도 진정으로 민형씨를 좋아한다면 24살답게 처신해야지." "......" 지영은 왠지 어머니에게 꾸중듣는 딸의 입장같이 느껴져 아무 대꾸도 하 지 않았다. 이래라 저래라 해도 지혜는 좋은 친구다. 이런 걱정을 해주는 여자는 지영의 주위에는 지혜밖에 없는 것이다. 지혜가 못마땅한 얼굴로 다 시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 어떻게 일이 이렇게 돌아갈수도 있다니......" 지혜가 자포자기 한 듯 중얼거렸다. ------------------------------------------------------------------- 민형은 지훈과 함께 방에 누워 있었다. 지훈과 특벽히 할말도 없고 또 그다지 친한 사이도 아니었기에 일찍 잠을 청하기로 했다. 하지만 잠이 오 지 않았다. 아무래도 민형에게 지훈이라는 존재는 거북하기만한 존재였 다. "야, 민형아." "?" 그때 어둠속에서 지훈이 말을 걸어왔다. 민형은 대답하지 않았으나 지훈 은 아직 민형이 자지 않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듯 게속 말을 이어갔 다. "너 말이야. 만화가 해서 성공할 자신있냐." "......왜요?" 자신에 대해 묻는 것을 씹어 버릴 수는 없어서 민형이 샐쭉하게 대답했 다. 지훈이 후우 한숨을 쉬며 두팔로 머리를 받쳤다. "너 복싱 해볼래? 넌 맷집하고 펀치력이 죽이니까 금방 늘거다." "난 얼굴에 상처 나는거 싫어해요." "그런말 한다고 믿어줄 것 같냐?" "정말이예요. 그리고 사실 난 폭력보다 섬세한 예술가가 체질에 맞는 타 잎이라고요." "정말이냐? 난 거짓말 장이한테 내동생 못줘." "농담이예요. 나 쌈 좋아해요." "......" 왠지 의미없는 농어가 몇마디 오고 갔고 지훈은 기분이 좋은지 쿡쿡 소 리내어 웃었다. 민형은 지훈의 의도가 무엇인지 파악할 수가 없어 잠자코 지훈의 다음 대사를 기다리고 있었다. 지훈이 말했다. "너 내동생 책임질 수 있냐." "!" 왠지 뜨끔한 질문. 민형이 고개를 돌렸다. "무슨 소리예요 형?" "네 동생 먹여 살릴 수 있냐고 묻는거야." "결혼하란 말이예요?" "뭐야? 그럼 안할 생각이었단 말이야? 이 자식이......!" "케,켁...... 아,알았어요. 이것좀 놔줘요." 누운 자세에서 지훈이 민형의 목을 졸랐고 민형이 켁켁 대며 고개를 흔 들었다. 민형이 죽는 시늉을 해대자 재미가 없어졌는지 지훈이 민형의 목 을 붙잡았던 자신을 손을 놓고 자시 팔배게를 하고 누웠다. 지훈이 감개 무량한 듯 혼자말로 중얼 거렸다. "지영인 진짜 괜찮은 여자다. 내 동생이라서 하는 말이 아니라 요즘 어 딜 가서도 지영이 같은애 찾기 힘들어. 어쩌다 너같은 깡패 자식한테 걸려 버렸는지 모르지만 말이야...... 난 지금도 아깝다." "뭐가 아까워요. 근친상간이라도 해보고 싶은거요?" "자식이 말을 해도 꼭......" "크크......" 어느세 거북함이 허물어지고 둘은 오랫동안 사귀어온 친한 친구처럼 이 런저런 농담을 주고 받았다. 물론 두 사람의 주제는 지영과 민형의 관계에 서 벗어나지 못했지만. 지훈이 무언가 하고 싶은말을 하지 못하고 말을 돌 리는 것을 알아챘는지 민형이 대뜸 이렇게 말을 꺼냈다. "지영씬 내가 맡을테니까 형은 이제 손 털어요. 이젠 내꺼라고요 내 꺼." 민형이 히죽 웃으면서 한마디 했고 지훈은 민형의 목을 팔로 감아 조이 며 안심이 된 얼굴로 중얼거렸다. "그래, 넌 멋진 놈이다." ------------------------------------------------------------------- 그날밤 유택천의 패거리는 고수부지에서 집회를 열었다. 이것은 단순히 중영실고의 학생들만이 아니라 유택천과 동맹을 맺고 있는 여러 학교의 모 임이기도 했다. 아직 꺼지지 안은 오토바이의 엔진 소리가 어두운 밤 고수 부지를 온통 시끄럽게 달구어 놓고 있었다. "와줘서 고맙다. 너희들을 부른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골치아픈 녀석 한 명을 처리해 달라는 부탁을 하기 위해서야." 유택천은 자신의 오토바이에 앉아 앞에 모인 여서 패거리들에게 긴장한 어투로 이렇게 말했다. 중영 실고 패거리와 신천지 고교. 석강 공고까지 모두 세학교. 이들은 모두 유택천과 의형제를 맺고 있는 각각의 보스가 지 휘하고 있으며 세학교를 모두 합친 패거리의 수는 130명이 넘었다. "만약에 만약까지 대비해야 하는 위험한 놈이 우리학교에 전학왔다. 그 놈을 이곳으로 유인해서 묵살내는 것이 이번 우리의 목표다." 오타바이 위에서 패거리들을 둘러보는 유택천의 눈에는 치욕스러움과 복 수에 눈이 먼 시뻘건 인이 번쩍이고 있었다. - 계속 - 『CD의 환상세계-일반소설 (go CDGGAM)』 101번 제 목:[중편L] ## 고교 3년생의 사랑 ## -65 올린이:cdggam (임달영 ) 97/06/16 15:10 읽음:6166 관련자료 없음 ----------------------------------------------------------------------------- ## 고교 3년생의 사랑 ## PART-65 금요일 아침, 오늘도 지영의 덕분으로 일찍 일어나게 된 민형은 아침을 잘 차려먹고 학교로 향했다. 지혜와 지훈에게 아침 6시 대는 아직 한밤 중. 각 방에서 쿨쿨 골아 떨어져 있는 두 손님을 놔두고 민형은 학교로 향했다. 지영은 요번주는 그냥 집에서 쉬고 다음 주 월요일부터 학원에 나간다고 했다. "좋은 아침." 여전히 학교에 일찍 나와 있는 의연에게 아침인사를 건네고 민형은 자 신의 자리를 찾아 앉았다. 자리에 앉자 마자 먼저 와 있던 아이들의 싸늘 한 시선이 느껴졌다. "......" 민형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가방에서 교과서를 꺼내 책상안에 집어 넣었다. 전혀 예상을 하지 않고 있던 일은 아니었다. 뭐 어제의 사건이 있 었으니 충분히 색 안경을 끼고 보일만 했다. 민형은 책상위에 자습장을 꺼 내고 연필을 들었다. 문득 옆자리에 기현이 오지 않은 것을 깨달은 민형이 빈 의자를 가만히 쳐다보았다. "야,정민형." "!" 그때 어김없이 의연이 말을 걸어왔고 민형은 고개를 돌렸다. 의연이 물 었다. "너 어제 아무일 없었니?" "응, 덕분에." 민형이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씩 웃으며 대답하자 의연이 그것참 신기 한 일이라는 듯이 반색을 하고 중얼거렸다. "유택천 패거리를 건드려 놓고도 멀쩡하게 등교할 수 있다니 참 특이한 녀석이다 너는." "넌 내가 무슨일 당하길 바랬냐?" "아니, 그런건 아니지만." 의연이 웃으며 고개를 흔들었고 민형은 뚱하니 그런 의연을 쳐다보았 다. 잠시후 의연이 민형의 책상위에 걸터 앉으며 가슴 앞으로 팔짱을 꼈 다. "역시나 기현이도 나오지 않았고 너 혹시 '폭풍전야' 라는 말 들어 봤 니?" "너 '과민반응' 이라는 말은 들어봤냐?" "......" 왠지 할말이 없어진 의연이 똑딱똑딱 몇초간 침묵에 잠겼고 민형은 아무 렇지도 않게 칠판에 자습을 노트에 옮겨 적기 시작했다. 잠시 생각에 잠겨 있던 의연이 다시 말을 걸었다. "지금까지 유택천의 패거리를 건드려 놓고 그냥 넘어간 녀석이 없었는데 너무 조용하니까 이상하잖아. 그 녀석들 원래 상식이 통하지 않는짓을 하기 로 유명한 녀석들인데." "나한텐 상식이 통하고 있잖아." "그렇다면 다행이지만...... 넌 집도 학교 근처 한 번 찍히면 위험할텐 데......게다가 혼자 살잖아. 아니, 예쁜 누나랑 같이 살잖아......" 자꾸 불길한 소리를 해대는 의연의 말이 듣기 싫어진 민형이 책상을 손 바닥을 탁 때렸다. 그순간 의연의 말도 멈추고 교실에서 수근대던 아이들 의 잡담 소리도 딱 멈췄다. 민형과 의연이 긴장한 얼굴로 서로의 눈을 바 라보았다. 민망해진 민형이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너...... 그만 자리로 돌아가." ------------------------------------------------------------------- 택천은 학교 근처에 사는 패거리의 집에서 수족인 친구들과 집회를 갖고 있었다. 물론 서한영과 김기현도 이 자리에 빠지지 않고 참석해 있었다. "그 녀석은 우리반 반장 신의연이하고 친해. 그리고 집도 학교 앞 구식 양옥이야. 게다가 자취니까 부모님도 안계셔." "......" 기현의 보고를 들으며 택천은 깊은 생각에 잠긴 사람처럼 아무런 말이 없었다. 한영은 그런 택천의 옆자리에 앉아 무엇이 그리 불만인지 뚱한 표 정으로 앉아 있었다. 택천이 한영을 돌아보았다. "왜 그러냐 한영? 하고 싶은 말 있으면 해봐." "......끙" 한영은 오내지 못마땅한 얼굴을 추스리며 양반자세를 하고 있던 다리를 풀어 편하게 주저 앉았다. 그는 계속해서 택천의 이런 소심한 행동을 못 마당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맘에 안들어...... 도대체 그 한녀석 상대하는데 동맹까지 끌어들일 필 요가 뭐가 있어? 이건 이겨도 체면이 말이 아니야!" "......" 한영이 열받은 얼굴로 불만을 털어 놓았고 택천은 아무말 없이 그런 한 영을 지긋이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체면이 문제이기 전에 이기는 것이 중요한 녀석이야." "뭐? 이 숫자로 이길 수 없다는 말이야?" "...... 그럴 가능성도 없지는 않아......" "기가 막히는군!" 한영이 별꼴을 다 보겠다는 듯이 손으로 이마를 때리며 바닥에 벌렁 들 어 누었다. 택천은 그런 한영을 흘끔 바라보았다가 다시 친구들을 향해 고 개를 돌렸다. "그럼 그 녀석을 도발시키는 가장 좋은 방법은 뭐지? 말해봐 기현." 택천이 기현을 쳐다보며 눈을 번쩍였고 기현이 침을 꿀꺽 삼키며 대답했 다. "가장 좋은 방법은 친한 친구인 의연이를 이용하거나 역시 그 녀석집을 노리고......" "음......" 기현의 말을 듣던 택천이 손으로 턱을 만지작 거리다가 다시 물었다. "그런데 그녀석 혼자 사나?" "내가 알아본 바로는 누나가 내려와 있다는 것 같던데." "누나......?" 그말을 들은 택천의 눈동자가 조금 크게 번들거렸다. ------------------------------------------------------------------- 지혜와 지훈은 아침 10시가 지나서야 겨우 자리에서 일어났다. 부시시 한 얼굴로 세면을 마치고 거실로 나온 두사람의 앞에서 벌써 일어나 민형 을 학교에 보내고 두 사람이 일어나기를 기다리고 있던 지영이 있었다. 지 영은 어른들이 무슨 늦잠을 그렇게 자느냐며 핀잔을 주었고 지혜와 지훈은 그 말을 씹어 버렸다. 지혜가 거실에 털썩 주저 앉으며 하품했다. "아함~ 민형씨는 어디갔니?" "학교갔지. 오늘은 평일이잖아." "아 그러니?" 지혜가 어깨를 북북 긁으며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대답했고 지영은 싱크 대 위에서 양파를 썰고 지개 끓일 준비를 했다. 지혜가 싱크대 쪽을 빤히 바라보고 있자 지영이 냉큼 지혜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지혜야. 두부 좀 사올래?" "어...... 싫은데." "방금 일어났으니까 밥맛 나게 같다와. 빨리!" 지영이 아직도 잠이 덜 깬듯한 지혜에 손에 억지로 1000원 짜리를 쥐어 주며 바깥으로 내보내자 지혜가 비틀 거리며 일어나 억지로 신발을 신었 다. "아 귀찮아....." "그런말 하면 밥 안줄꺼야?" "......" 협박비슷한 지영의 말을 뒤로하고 지혜는 건들건들 대문을 빠져 나갔 다. 구멍가게 어딘지 몰라 대문앞에서 기웃거리고 있을 때 누군가가 지혜 에게 가까이 다가왔다. "저, 이집에 사십니까?" "......?" 가까이 다가온 두 남자가 지혜에게 대뜸 이렇게 물었다. 사복을 입고 있 어서 언뜻 봐선 학생의 신분이라는 것을 알 수 없었다. 지혜가 대답했다. "그런데요." "정민형이 하고 어떻게 되는 사이세요?" '뭐라는 거야 이 녀석들.' 갑자기 나타나서 알아듣지 못할 질문을 해대고 있는 택천의 패거리에게 지혜가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누난데요." 별로 다른 대사가 떠오르지 않아 지혜가 이렇게 대답했다. 이거라면 가 장 무난하고 또 뒷탈도 없을 것 같아서였다. 그때 지혜에게 질문을 건넨 두 남자의 눈이 번뜩였다. "정민형이의 누나시라고요?" "그런데요...... 근데 너희들 뭐야!?" 괜히 짜증이 난 지혜가 큰소리로 외쳤다. 그순간 두 남자의 몸이 빠르게 움직였다. 그들은 지혜를 양옆으로 감사며 무서운 얼굴로 으름짱 놓았다. "조용히 해! 죽고싶어? 잠깐 좀 따라와 이X아!" "뭐야!? 이 대가리에 피도 안마른 자식들이!! 니들 뭐야! 니들 깡패야! 좋아 깡패라면 나도 두사람이나 안다!! 지훈씨!! 지훈씨이-------!!" 갑자기 지혜가 큰소리로 이렇게 외치기 시작하고 당황하는 택천의 두 부 하 앞에 당황한 얼굴의 지훈이 뛰어 나왔다. 그는 얼마나 급하게 뛰어 나 왔는지 신발도 꺾어 신고 있었다. "왜그래 지혜?" 지훈이 지혜와 그녀의 양옆을 감싸고 있는 택천의 부하들을 번갈아보며 이렇게 물었다. - 계속 - 『CD의 환상세계-일반소설 (go CDGGAM)』 102번 제 목:[중편L] ## 고교 3년생의 사랑 ## -66 올린이:cdggam (임달영 ) 97/06/19 15:48 읽음:6425 관련자료 없음 ----------------------------------------------------------------------------- ## 고교 3년생의 사랑 ## PART-66 "얘,얘네들 날 납치하려고 했어! 이상한 놈들이야!" "뭐야!?" 지혜의 호들갑스러운 한마디와 함께 지훈의 두눈에 불똥이 튀겼다. 지 훈은 금방이라도 잡아 죽일듯한 얼굴로 휙하니 택천의 두 부하를 돌아 보 며 외쳤다. "너네들 뭐하는 놈들이야!?" "......!?" 택천의 두 부하는 당황하여 잠시 멈칫하니 상황을 고려했다. 분명히 누 나하고 혼자 산다고 했는데 형도 있었는가? 그렇지 않으면 누나의 애인? 둘은 매우 혼란에 빠져 서로 어찌할 바를 모르고 망설이고 있었다. 그때 지훈이 외쳤다. "사람을 납치하면 무기징역인거 몰라 이 자식들!" "뭐,뭐야 임마!? 이게 죽고 싶나!" 지훈이 꽤 둘의 신경을 건드렸기 때문에 택천의 부하둘도 성난 듯이 지 훈에게 눈을 부라렸다. 그러나 승부는 아차하는 한 순간에 끝나고 말았 다. 퍼벅-! 둔탁한 소리가 몇방 울리고, 잠시후 택천의 부하 두명이 힘없이 땅바닥 에 나가 떨어졌다. 지훈이 별 그지같은 자식들 다보겠다는 듯이 가까이 쓰러져 있는 한 녀석의 멱살을 붙잡고 일으켜 세웠다. "나랑 경찰서에 가자 임마!" "으으......!" 권투선수인 지훈의 주먹을 정통으로 한대씩 맞은 택천의 부하들이 이 미 다리가 풀려 있었다. 그때 소란을 눈치채고 집안에 있던 지영이 바깥으 달려 나왔다. 그녀가 눈앞에 펼쳐진 상황을 보고 놀란 얼굴로 외쳤다. "무,무슨 일이야!?" "어, 지영아." 지훈이 멋적은 듯이 지영을 돌아보았고 그순간 부하둘의 눈빛이 감잡았 다는 듯이 번쩍였다. 그렇군. 바로 저 여자가 정민형이란 놈의 진짜 누나 였군! 착각했다는 것을 직감으로 알아챈 부하중 한명이 몸을 비틀어 지훈 에 손에서 빠져 나왔다. "이놈이?" 지훈은 다시 손을 뻗어 녀석을 붙잡으려 했다. 그러나 재빠른 고등학생 둘은 어느세 골목 저쪽으로 내달리고 있었다. "도대체 뭐야 저 애들......?" 지혜가 기분 나쁜 얼굴로 양팔로 몸을 감싸 안은채 중얼거렸다. ------------------------------------------------------------------- "이,이상한 놈이 또 있어요! 엄청 강해요!" 택천에게 돌아온 아까의 부하둘이 얻어 맞은 볼을 감싸 안은채 긴장한 듯이 보고했다. 택천은 영문을 모르고 그들의 보고를 듣고 있었다. "누나 말고도 남자 한명이랑 여자 한명이 더 있는데 셋 다 알고 지내는 사이 같아요. 게다가 남자쪽이 운동을 했는지 엄청 쎄서......" "그런말은 못들었는데...... 기현?" 택천이 기현을 돌아보며 턱을 끄덕 움직이자 기현도 낭패라는 얼굴로 모 르겠다는 듯이 어깨를 으쓱했다. 택천이 초조한 얼굴로 한손을 턱에 가져 같다. 왠지 모르게 불길한 느낌이 들었다. '역시 그놈은 이상해...... 정민형이 틀림없어.' 자신이 보낸 한영 일당을 깨끗하게 처리한것도 그렇고...... 또 자취집 에 싸움꾼과 여자를 끌어들인 것도 그렇고 결코 평범한 학생이 자취하면서 할 행동이 아니었다. 택천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고개를 들었다. "역시 전면전 뿐이야." ...................................................... . . . . . . "택천아 너 왜그래!! 도대체 그깟 녀석 하나 때문에 얼마나 일을 크게 벌일 생각이야!" 한영은 전화기를 붙잡고 전화를 걸려고 하는 택천을 말리며 이렇게 다 그쳤다. 지금 택천은 냉정하게 사리를 판단할 능력을 잊고 있는 것 같았 다. "그 자식을 안전하게 처리하기 위해선 도와달랠 수 밖에 없어......" "너 돌았냐?! 우리한테는 100명이 넘는 동맹이 있어! 적은 하나고! 강석 이 형까지 부를 필요는 없다고! 또 그형은 공짜로는 아무일도 해주지 않잖 아!! 게다가...... 진짜 폭력배잖아!" "애들한테 말해서 돈을 끌어 모아......" "유택천!!" 한영이 결사적으로 말렸지만 유택천은 들은채도 하지 않았다. 그의 머리 속에는 온통 타도 정민형만이 맴돌고 있을 뿐이었다. ------------------------------------------------------------------- 그날 오후 4시경. 지영과 지훈들은 마루에 걸터 앉아 선풍기 바람을 쐐 며 TV를 보고 있었다. 오늘 오전에 있었던 기분 나쁜 일은 제쳐 두고 시원 하게 휴식을 취하고 있을 수 있는건 모두 든든한 지훈이 있는 덕분이었 다. "계십니까?" 그때 대문앞에서 누군가가 인기척을 냈다. 지영이 고개를 돌리자 대문에 서 있는 외판원이 보였다. 지영이 샌달을 신고 대문쪽으로 나가며 물었 다. "누구세요~?" "네, 어린이들에게 좋은 동화가 많이 있는데 좀 보시라고요." "저희집엔 애들 없는데요." 지영이 쓴웃음 지으며 고개를 젓는 순간이었다. 갑자기 외판원의 두눈이 짐승처럼 번쩍이더니 그의 왼손이 재빠르게 지영의 팔을 붙잡아 뒤로 꺾었 다. 지영이 깜짝 놀라 비명을 지르려는 순간 다른 한손에 있는 덮덮한 종 이 뭉치가 코와 입을 덮어버렸다. 지영은 한순감 아찔한 정신을 느꼈다. "뭐야 넌!?" 깜짝 놀란 지훈과 지혜가 맨발로 마당으로 뛰어 나왔다. 그순간 외판원 의 좌우에서 각목을 든 남자들이 우르르 몰려 나왔다. 지훈이 두눈을 크게 뜨고 자리에 멈춰 섰다. 지영의 입에 틀어 막은 것은 수면제였다. 지영이 기운없이 축 늘어지는 것을 보며 지훈의 두눈에 불꽃이 일었다. "죽이겠어!!!" "지훈씨!?" 흥분한 지훈이 막무가내로 주먹을 뻗으며 달려들었고 동시에 우지끈 둔 탁한 소리를 내며 각목 하나가 지훈의 뒷통수를 강타했다. 지혜가 비명을 지르는 동시에 쓰러진 지훈의 머리를 2번 3번 계속되는 각목의 추가 타가 매겨졌다. 지훈은 그대로 피투성이가 되어 쓰러지고 지영을 붙잡은 외판원 남자가 씨익 웃었다. "동생이 오면 전하라고...... 얌전히 기다리고 있으면 연락을 해준다고 말이야. 경찰에 연락하려면 해...... 우린 사이렌 소리를 매우 싫어하거 든." "......!" 지혜는 부들부들 떨면서 한자리에 꼼짝도 못하고 서 있었다. 이것은 범 죄다. 단연코 범죄인 것이다. 그들이 지영을 데리고 사라지자 지혜는 황급 히 지훈에 앞으로 달려가 그를 부축했다. 지훈은 정신을 잃고 머리에 큰 상처를 입고 있었다. "지훈씨!! 지훈씨!!" 지혜가 울면서 지훈의 이름을 외쳤으나 쓰러진 지훈은 눈을 뜰줄 몰랐 다. ------------------------------------------------------------------- "아, 더워...... 여름이 되니까 정말 덥네." 민형은 셔츠 단추를 푸르며 책가방을 들고 집으로 향하는 중이었다. 아 직 초여름 이었지만 오존층이 무뎌졌는지 더위가 일찍도 찾아왔다. 민형은 어서 집에 들어가 샤워하고 시원한 거 한잔 마셔야 겠다. 라는 생각으로 걸음을 제촉했다. "......" 그때 전신주 뒤에서 집으로 들어가는 민형을 유심히 지켜보는 녀석이 있었으니, 그는 바로 택천의 패거리중 한명이었다. "지영씨 저 학교 다녀 왔어요~" 민형인 히죽 웃으며 집안으로 들어가 자신을 맞이할 지영의 목소리를 기 다렸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집안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그때 드르륵 방문이 열리더니 두눈이 새빨갛게 부은 지혜가 모습을 들어냈다. 그녀는 민형의 얼굴을 보더니 다시 눈물이 핑 하니 눈물이 고였다. "미,민형씨!" "지혜씨?" 뭔가 심상치 않은 느낌을 받은 민형이 재빨리 지혜가 있는 방으로 건너 갔다. 그곳에서 민형이 본 것은 이마에 물수건을 올리고 잠들어 있는 지훈 이였다. 지혜가 울먹이며 말하기 시작했다. "민형씨...... 나,납치범이...... 납치범이 지영일 데려갔어. 무서워서 죽을 것 같애...... 지훈씨도 다치고......" "뭐라고요!?" 지혜의 말에 민형은 기가 막히다는 듯이 한자리에 우두커니 멈춰섰다. 납치범이 선생님을 데려 갔다고!? 도대체 왜!? 아니 그것보다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났다고!? "경찰에 신고 안했어요!? 빨리 해야죠!" "안돼! 그럼 지영이를 죽인데!!" "주,죽여요!?" "......" 지혜가 울먹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민형은 망설일 수 없었다. 이 럴 때 경찰에 신고하지 않으면 바보 짓이다. 협박을 믿고 경찰에 신고하지 않는 것보다 어리석은 일은없다. "역시 신고해야 해요!" "안돼!!" 신고하려는 민형과 말리는 지혜 사이에 옥신각신 다툼이 벌어졌다. - 따르르르르릉!! 그순간 전화벨이 울리고 지혜와 민형의 시선이 일제히 전화기로 쏠렸 다. - 계속 - 『CD의 환상세계-일반소설 (go CDGGAM)』 103번 제 목:[중편L] ## 고교 3년생의 사랑 ## -67 올린이:cdggam (임달영 ) 97/06/26 15:23 읽음:6558 관련자료 없음 ----------------------------------------------------------------------------- ## 고교 3년생의 사랑 ## PART-67 긴장의 순간, 전화벨이 울리고 민형은 침을 꿀꺽 삼키며 그 전화를 받았 다. 이곳에 전화를 걸 사람이라면 아버지나 어머니...... 그 외에는. "여보세요......?" 수초의 정적이 지나간후 전화를 받은 민형에 귀에 익숙하지 않은 기분나 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네가 정민형이냐? 열심히 공부하고 왔는데 집안 꼴이 말이 아니 지? >> "......!" 아니나 다를까. 전화를 건 것은 바로 지영을 납치해 간 폭력배였다. 아 니 어쩌면 이곳에 나타났다던 그 장본일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민형은 침 착하게 지혜에게 고개를 끄덕여 보이며 수화기에 대고 질문했다. "누구냐?" << 누구냐고? 몰라서 물어? 네 누님을 모시고 있는 분이지. >> "당신...... 납치는 범죄라는 것 몰라? 경찰에 신고하기 전에 조용히 수습하지......" 침착하게 입을 여는 민형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민형은 분노를 가까스 로 가라앉히고 있는 중이었다. 그러나 민형의 이야기가 그렇게 쉽게 먹혀 들리는 없는 법. 전화를 건 인물이 재미있다는 듯이 코 웃음을 쳤다. << 범죄라고? 웃기는 말을 하는 놈이네. 그래 신고해라 이 자식아. 신고 하고 너희 누나 평생 인생도 망치는 거야. 별 두개가 3개 된다고 뭐 달라 질 것 있겠냐. 동시에 너네 누님도 총각 별딱지 10개쯤 때주게 될거다.>> "도,도대체 원하는게 뭐야!" 민형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초조한 목소리로 언성을 높혔다. 그제서야 수화기 속에 인물은 만족한 듯이 본론을 제시했다. << 나는 너희 학교의 유택천이와 친한 사이야. 그런데 네가 전학온 몸으 로 건방진 짓거리를 서슴치 않았다메? 그게 보스인 유택천의 비위를 건드 려서 일이 이 지경이 되었다 이거야. 원인을 따져보면 모두 네 잘못이라 고. 알겠어? 모르겠어? 모르겠지? 머리가 나쁠테니까...... 낄낄낄. >> 이자식...... 민형은 이를 악물며 수화기를 부숴 뜨릴 듯이 움켜 쥐었 다. 그러나..... 현제 열쇠를 쥐고 있는 것은 저쪽이었다. 어떤 일이 일어 나도 지영의 안전이 민형에게는 우선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나보고 어쩌라고......" 원하는 대로 해주지. 민형은 눈을 부라리며 이렇게 물었고 수화기 속에 목소리가 이내 이죽거리며 대답했다. << 4시간후...... 그러니까 밤 9시경에 용두천 고수부지로 나와. 알지? 시내 나가는 쪽 말이야. >> "안다......" 민형이 분한 마음을 참고 나지막히 대답하자 수화기 속의 인물은 만족 한 듯이 웃으며 마지막으로 한마디 했다. << 그래, 그럼 얌전히 나오도록 해. 네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너희 누 님이 무사히 돌아갈수도 있으니까 말이야. 그럼 이따가 보자. >> - 딸칵 - 뚜우 뚜우 뚜우 "......" 전화가 끊기고 적막한 신호음이 계속됐다. 민형은 얼굴이 검게 일그러져 쾅, 하고 전화를 끊었다. 뒤에서 민형의 통화는 조마조마하게 지켜보던 지 혜가 황급히 다그쳤다. "뭐,뭐래!? 돈을 달래요!? 어떻게 하래요!!" "나보고 오라는데요......" "뭐!?" 납치범이 아무것도 원하지 않고 민형을 나오라고 했다고? 지혜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렇다면 뭣하러 납치한 걸까? 그때 사색이 된 지혜를 향해 민형이 침착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이건 단순한 고교 폭력 사건이니까 지혜씨도 절대 경찰에 신고하지 마 세요." "순진한 민간인이 납치 당했는데 단순한 폭력사건이라고!? 도대체 이게 무슨 소리야!!" 어이없다는 듯이 반박하는 지혜에게 고개를 흔들며 민형은 더 이상 말이 필요 없다는 듯이 또다시 수화기를 들었다. "어디다 거는거야?" 생각보다 침착하게 행동하는 민형이 자기도 모르게 의지가 되서 지혜가 물었고 민형은 아무런 대꾸없이 수화기에 버튼을 눌렀다. 버튼을 누르는 민형의 손가락이 떨리는 것으로 보아 그 역시 결코 마음이 평탄하지 많은 안다는 것을 나타내주고 있었다. 지혜의 얼굴이 점점 초조하게 변색했다. ------------------------------------------------------------------- "9시에 오겠다는군." 원강석은 이죽거리는 얼굴로 핸드폰을 끄고 주머니에 집어 넣었다. 그 의 주위에는 강석의 통화를 지켜보고 있던 유택천과 몇 명의 아이들. 그 리고 꺼름직한 표정으로 뒤 떨어져 있는 서한영의 모습이 있었다. 강석이 오랜만에 재미있는 상황을 연출한다는 듯이 사악하리 만치 일그러진 얼굴 로 모두를 향해 말했다. 이곳은 고수부지 근처에 작은 창고. 그들은 9시 가 될 때까지 이곳에서 매복하고 있는 중이었다. 등잔밑이 어둡다고 민형 역시 녀석들이 설마 이곳에서 기다리고 있을줄은 상상도 하지 못하고 있었 다. "돈은 어딨냐?" "곧 가져 올거예요." 보수에 민감한 강석에게 이렇게 대답하며 유택천이 꺼름직한 얼굴로 이맛살을 찌푸렸다. 상대가 정민형만 아니라면 이렇게 까지 하고 싶지는 않았는데. 그때 강석이 마치 선심쓰는 사람처럼 눈을 내리깔고 거만하게 중얼거렸다. "택천이나 너희들이 학교 후배니까 이 정도로 해주는거지. 사실 뭐하는 놈인지 모르지만 전학생 상대로 인질극이라니, 너희들 고교생이 콩밥먹고 싶은건 아니겠지?" "그 자식은 절대로 경찰에 신고 안할거예요." 택천이 자신 있다는 듯 굳은 얼굴로 대답했고 강석은 어련하겠냐는 듯이 큭큭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겠지......" 강석이 고개를 끄덕이며 고정시킨 시선 안에는 두팔이 묶인채 잠들어 있 는 지영의 모습이 있었다. ............................................. . . . . . . . . . "여덟시 10분......" 사복으로 갈아입은 민형은 비장한 표정으로 손목시계를 쳐다봤다. 9시 가 되기까진 이제 50분이 남아 있다. 민형은 장갑을 끼고 검은 워커에 끈 을 묶었다. 조금전 정신을 차린 지훈의 곁에서 그를 간호하고 있던 지혜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민형에게 말을 건넸다. "민형씨 정말 경찰에 신고하지 않고 갈 생각이예요?" 아무리 그래도 납치 사건인데...... 게다가 어떤 함정이 도사리고 있을 지 모르는데 혼자 가겠다니, 지혜는 민형의 겁없는 태도가 걱정스럽기만 했다. 그러나 민형은 의외로 담담했다. "그 자식들이 노리는게 돈이나 다른게 아니라면...... 오히려 이쪽이 안 전해요. 고교생들이 담이 커 봤자 얼마나 크겠어요. 도발시키지만 않으면 큰일은 저지르지 않을거예요." "그,그래도 혼자가는건 너무 위험한데......!" "그렇다면 내가 따라가면 되겠군!" 혼자가려는 민형을 말리려는 지혜의 뒤에서 한순간 악에 받친 목소리가 뻗쳐 나왔다. 지혜와 민형이 고개를 돌리자 그곳에는 이마에 붕대를 칭칭 감은 지훈이 일어나고 있었다. 그는 악에 받친 표정으로 눈을 이글거리며 마루로 걸어 나왔다. "너 혼자 가려고? 아무리 애써도 혼자는 안될거다. 나도 간다." "지훈씨 미쳤어!?" 오기를 부리는 지훈을 억지로 눌러 앉히며 지혜가 무섭게 외쳤고 민형 은 어림없다는 듯이 고개를 흔들었다. 그러나 지훈은 지혜와 민형은 상관 없다는 듯이 비틀 비틀 일어나 억지로 신발을 신었다. "나는 권투 선수라 맷집이 좋아! 이 정도는 끄덕없어! 그보다 내 동생이 잡혀 간거야! 나보고 가만 있으란 말이야!?" "지훈형 걸을수는 있어요?" 아무래도 안되겠다는 듯이 민형이 이렇게 물었고 한순간 번개같은 주먹 이 민형의 얼굴을 강타했다. - 퍽 둔탁한 소리와 함께 멍청히 서 있던 민형이 마당으로 나가 떨어졌고 놀 란 지혜가 한손으로 입을 가렸다. 민형을 날려 버린 지훈은 불끈 쥔 자신 의 주먹을 얼굴 앞으로 올려 보이며 더욱 힘을 주었다. "견딜만 하냐......?" "......!" 이를 악물며 주먹을 움켜쥐는 지훈의 앞에서 쓰러진 민형이 한손으로 입 을 훔쳤다. 입술이 터져 주루룩 피가 배어 나오고 있었다. 민형은 그 피를 핥으며 못말리겠다는 듯이 피식 웃었다. "되게 아픈데......" - 계속 - 『CD의 환상세계-일반소설 (go CDGGAM)』 104번 제 목:[중편L] ## 고교 3년생의 사랑 ## -68 올린이:cdggam (임달영 ) 97/07/13 23:24 읽음:6185 관련자료 없음 ----------------------------------------------------------------------------- ## 고교 3년생의 사랑 ## PART-68 고수부지 아래에는 이미 수십대의 바이크와 유택천의 패거리가 모여 있었 다. 늦은 저녁 9시. 해가 늦게 지는 여름이라 해도 9시는 주위를 어둡게 하 기에 충분했고 드문드문 켜져 있는 바이크의 헤드라이트들이 고수부지 아 래를 환하게 만들고 있었다. 사람들 역시 폭주족들의 모임이려니 하고 특별 한 관심을 보이지 않는 이 장소엔 지영이 잡혀 있었다. "8시 50분, 슬슬 나타날때가 됐는데...... 그 서울 총보스라는 녀석." 원강석은 자신이 아끼는 할리 데이비슨의 뒷 좌석에 비스듬이 걸터 앉아 은색 카파 시계의 눈금을 내려다 보며 기대된다는 얼굴로 입술을 길게 치 켜 올렸다. 원강석은 고교 2년때 학교를 자퇴하고 복서로 전향했다가 특유 의 난폭함과 조급함에 선수 생활이 맞지 않자 모든 것을 때려치우고 폭력 배로 전향한 않좋은 케이스의 남자였다. 그는 중영 실고를 졸업하여 유택천 들과 안면이 있었고 또 전 중영 실고의 전 보스이기도 했기에 이번일에 끼 어들 명분은 충분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사실 원강석에게는 패거리들이 모아둔 몇백만원의 적지 않은 돈이 가장 큰 목적이었다. "그녀석 30명하고 싸워서 이겼다고......? 야리아냐?" "......" 원강석이 곁에 서 있는 유택천에게 턱을 힐끔 치켜 올리며 이렇게 물었 고 유택천은 착찹한 표정으로 아무 대답도하지 않았다. 솔직히 자신이 당하 지 않았다면 믿기 힘든 일이었을 것이다. 스테미너, 스피드, 타격점. 모든 것 이 완벽한 1인을 30명이 이긴다는게 그렇게 힘든 일이었을 줄은...... 유택천 은 그때의 일을 떠올리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때는 30명으로 역부족이었지......' 아무리 강한 인간도 다수의 적이 둘러싸면 당하지 못한다. 싸움의 원칙중 하나. 하지만 정민형은 그것을 깬 특별한 케이스다. '이번엔 100명을 데리고 왔다. 네 콧대를 꺽어주마 정민형! 복수심과 보스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한 유택천의 얼굴에 귀신의 형상이 끌어 올랐다. ----------------------------------------------------------- 버스와 자가용이 질주하는 용두교. 9시의 늦은 시각 어두컴컴한 용두교 의 고수부지에는 수십대의 바이크가 발하는 헤드라이트가 번쩍이고 있었 다. 민형은 용두교의 위에서 밑에 깔린 바이크들의 헤드라이트들을 내려 다 보며 착찹하게 입술을 깨물었다. '사람들 관심이 멀어지게 하려고......' 요란하게 헤드라이트를 켰을 때 오히려 관심을 끌지 않겠느냐고 생각할 지 모르지만 그것은 오산이다. 물론 사람들의 잠깐의 시선은 돌아올지 모르 지만 결론적으로 폭주족이라는 판단하에 가까이 오기를 꺼리게 된다. 요란 한 헤드라이트 덕분의 안에서 무슨 패 싸움을 해도 구분하기 힘들고 또 바 이크의 엔진 소리는 비명 소리를 커버하기엔 충분한 것이다. "저놈들이군......! 죽여 버리겠어!" "아서요 지훈형." 바이크쪽을 내려다 보며 흥분한 듯이 뛰어 내려가려는 지훈을 손으로 막 아서며 민형이 두눈을 부릅떴다. 민형은 부른 행동은 안된다는 듯이 고개 를 가로 저었다. "왜 말리는 거야!?" "지금 흥분해서 쳐 들어간다고 해도 당해내지 못해요. 집단 패 싸움에는 철칙이 있어요 확트인 공터에서 단신으로 다수의 적을 상대해서 안된다." "......!?" 냉정 침착한 민형의 표정을 읽으며 지훈은 답답하다는 듯이 이를 악물었 다. 자신보다 나이 어린 민형이 이때에 믿음직 스러워 보이는 것은 어떤 이 유일까. 지영이 선택한 남자...... 역시 나이와는 다른 무엇인가가 있는 것일 까. 하지만 지금은 시기가 시기. 지훈이 다급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그럼 어떡하지? 녀석들이 우리가 늦는다고 지영이에게 무슨 해꼬지라도 한다면......!" "음, 역시 마냥 기다리고 있을 수 만은 없겠죠......" 은색 씽이 박힌 가죽 장갑을 오른손에 끼우며 민형이 냉정한 얼굴로 이 렇게 한마디 했고 지훈은 바짝 긴장되는 자신을 느꼈다. 민형이 마지막으 로 지훈에게 고개를 들며 한마디 했다. "절대 흥분해선 안돼. 가능한 시간을 끌도록 하는 겁니다." "알았어." 민형의 말에 지훈이 아무런 거부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 - 부르르르르! - 빠다다다다당!! 요란한 바이크의 엔진 소리. 휘황찬란한 헤드라이트를 받으며 용두교 저쪽에서 걸어오는 두명의 모습이 택천과 원강석의 눈에 들어왔다. 동시 에 주위에 모여 있던 패거리들이 끼이익-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오토바 이로 민형과 지훈을 둘러쌌다. 원강석이 재미있다는 듯이 이죽거리며 중 얼거렸다. "녀석 둘이서 오면 뭐가 좀 달라질거라고 생각했나 보지......" "......" 어둠속에서 가까이 다가오는 민형와 옆에 있는 지훈을 본 원강석이 가소 롭다는 듯이 중얼 거리며 웃었고 택천은 착찹한 표정으로 침묵했다. 혼자서 오지 않았다는 것은 어쩌면 완전한 항복이 아니라는 것을 뜻하는 것일지 모른다. 여차하면 싸우겠다는 이야기 일 수 있는 것이다. 택천이 불안한 생 각에 잠겨 있는 사이 민형과 지훈은 오토바이의 사이를 뚫고 택천과 원강 석의 앞으로 어느정도 가까이 다가와 섰다. 지훈은 분노를 가까스로 누그 러뜨리며 무서운 표정으로 먼저 한마디 했다. "내 동생 어디있지?" "......!?" 지훈의 한마디에 택천은 조금 당황했다. 처음 보는 남자가 자신들이 잡아 온 여자를 동생이라고 부른 것이다. 그렇다면 그녀는 민형의 누나가 아닌 것인가? 아니면 3남매? 택천은 알고 있는 정보가 자신의 범위에서 벗어나 버린 나머지 조금 혼란을 느꼈다. "뭔 소리냐 택천? 우리가 잡아온게 정민형이 누나 아니었냐?" "그,글쎄요......!" 원강석도 조금 이상하다는 듯이 택천에게 물었고 택천이 당황한 표정으 로 고개를 한 번 가로 저었다. 택천의 시원치 않은 반응에 원강석은 상관 없다는 듯이 어깨를 으쓱하며 웃었다. "상관없어. 어쨋든 정민형이라는 놈이 나왔으니까 말이야. 야 정민형. 네 가 서울에서 잘 나간다메?" "......" 원강석의 야유를 받은 민형은 아무런 말없이 그를 똑바로 쳐다보았고 원 강석이 이죽거리며 한마디를 덧붙혔다. "네가 내 후배의 학교로 전학온 이유가 뭔지는 모르지만 이곳은 서울처럼 호락호락하게 넘어갈 수 있는 곳이 아니라는 걸 알아야지." "그런건 몰라. 여자는 어딨지." "어라...... 얘 막 나가네. 그래 어디 막 가보자 야!" 민형의 태도가 마음에 안 들었던지 원강석이 큰소리로 호령했고 동시에 몇대의 오토바이가 큰 엔진 소리를 내며 헤드라이트를 켜고 민형을 향해 달려 들었다. 지훈이 재빨리 방어 태세를 취하며 뒤로 물러났으나 오토바이 는 오로지 민형을 노리고 달려들 뿐이었다. 민형의 눈이 번쩍 뜨이고 몸이 전광석화 처럼 공중으로 날아 올랐다. - 파칵! - 퍼억! "크억!?" 공중으로 뛰어 오른 민형이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바이크의 운전자를 발 로 걷어찼고 정확하게 머리를 강타당한 패거리 2명이 와당탕 소리를 내며 바이크와 함께 땅으로 나동그라졌다. 민형이 땅에 착지함과 동시에 택천이 침을 꿀꺽 삼켰고 다른 패거리들이 놀란 듯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저, 저거......?" "제자리에서 1미터 넘게 수직 점프했어......" 동요하는 패거리 들의 앞에서 지훈 역시 감탄한 듯이 주먹을 불끈 쥐었 다. 정말 대단한 놈. 도저히 고등학생이라고는 믿어지지 않는 운동능력인 것이다. 땅에 착지한 민형이 고개를 돌려 원강석과 택천을 노려보았다. 그 의 두 눈동자에는 분노로 일그러진 인광이 번뜩였다. "여자는...... 어딨어......" "!?" 그 엄청난 위압감. 택천은 숨이 덜컥 막혔다. 레벨이 틀리다. 이 녀석은 과연 서울 전역을 제패한 총 보스인 것이다. 택천은 지금 자신이 벌이고 있 는 일이 과연 잘하는 일일까 다시 한 번 되새겨 보았다. 자존심...... 학교의 보스로 군림하고 싶다는 욕심...... 그것이 더욱 큰일을 만드는 것이 아닐까? "만약 여자를 건드렸다면 너희들을 모두 죽이고 같이 영창으로 갈 생각 이다. 내 말 후벼파진 귓구멍으로 똑똑히 듣고 이해해라." 입을 여는 민형. 그의 온몸은 택천에게는 공포였다. "여자 어딨어-----!!!!" 민형이 갑자기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이렇게 외쳤고 100명중 90명 정도는 움찔하여 몸을 떨었다. 택천의 심장이 덜컥 내려 앉았고 원강석이 역시 보 통녀석이 아니라는 듯이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얼마 떨어지지 않은 빈 창고에서 몇 명의 패거리가 아직 잠들어 있는 지영을 안고 나왔다. 그순간 지훈의 눈에 불이 들어왔다. "지,지영아-----!?" 힘없이 축 늘어져 있는 지영의 모습을 본 지훈의 분노가 한순간 극에 달 했다. 민형의 말을 듣고 억지로 참고만 있었던 이성이 그만 폭발하고 만 것 이다. 일그러진 얼굴의 지훈이 그대로 큰소리를 지르며 지영을 안고 있는 패거리를 향해 달려들었다. "개새끼들!! 죽여 버리겠어!!" "지훈형!?" 민형의 경고를 무시하고 감정을 들어내 버린 지훈. 동시의 달려드는 지 훈을 수십명의 패거리가 둘러쌌다. 민형이 당황한 듯이 그런 지훈의 뒤를 아 주먹을 쥐고 뛰어 들었다. 실수다! 지훈이 지영을 보고 흥분할 것이라 는 것을 생각지 못한 것이다. 군중심리라는 것은 일단 가동되면 두려움을 잊는 것. 민형 자신이 재압한 기선이 자칫하여 군중심리에 짓밟힐 수 있는 것이다. "그 자식 밟아버려!!" "겁없는 새끼!!" "!?" 지영을 향해 달려드는 지훈에게 수십명의 패거리가 몰려들었고 지훈은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주먹을 덕킹으로 피하며 복싱으로 단련된 주먹을 날렸다. - 퍼억! "큭!?" 두발 세발, 계속되는 지훈의 주먹은 지영의 앞을 막아서고 있는 패거리 두세명을 쓰러 뜨렸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상처를 입고 붕대를 감고 있 는 지훈의 뒷통수를 향해 패거리중 한명의 구둣발이 날아들었다. - 파악! "크악!?" "지훈형------!!" 상처입은 지훈의 머리가 또다시 가격 당하고 균형을 잃은 지훈이 그대로 비명을 지르며 무릅을 꿇었다. 동시에 쓰러지는 그의 주위를 수십명의 패거 리가 둘러쌌다. 민형은 그들을 향해 돌진했다. "제기랄 이 자식들!" 민형의 눈이 부라려졌다. 하지만 감점을 앞세우기에 상대는 너무나 많았 다. - 계속 - 『CD의 환상세계-일반소설 (go CDGGAM)』 105번 제 목:[중편L] ## 고교 3년생의 사랑 ## -69 올린이:cdggam (임달영 ) 97/07/20 15:06 읽음:6321 관련자료 없음 ----------------------------------------------------------------------------- ## 고교 3년생의 사랑 ## PART-69 - 퍽! - 따악! 민형의 주먹이 휘둘러 질 때 마다 패거리 한명 한명이 신음과 함께 나가 떨어졌다. '최대한 동작을 작게......' 여러명을 상대할 때 필수적인 요건. 그것은 움직임과 주먹의 휘두름을 작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민형은 숏 펀치를 날려 자신을 막아서는 패거리 들을 하나둘씩 쓰러뜨렸다. '제법 하는데......' 맨 뒤쪽에서 아이들에게 둘러싸여 치고 받는 민형을 지켜보며 원강석이 내심 감탄 한 듯 눈썹을 실룩 거렸다. 매우 냉정한 녀석이다. 이런 싸움에 경험이 많고 또 자기 페이스를 철저하게 조절할 줄 아는 녀석. 원강석은 그런 민형에게서 강한 본능을 느꼈다. - 팍! "아윽!" 털썩- 또 한명의 패거리가 쓰러지고 민형은 숨을 고르며 주위를 둘러 보 았다. 대충 십 수명쯤 되었을까...... 주위에 쓰러져 있던 놈들이 비틀 비 틀 일어나고 다른 녀석들은 공격의 기회를 잡지 못하고 망설이고 있었다. 다수가 달려들었을 때 상대가 쓰러진다면 모르겠지만 쓰러지지 않는다면 이야기는 다르다. 혹시 자신이 먼저 달려들어 당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공격을 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이것은 이미 상대방의 실력을 눈치챘기 때문에 벌어지는 상황이었다. 민형은 아무도 가로막지 않는 흙길을 따라 뚜벅뚜벅 지훈이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지훈은 머리에서 피를 흘리며 다 가오는 민형의 손을 붙잡고 몸을 일으켜 세웠다. "아직 흥정이 끝나지 않았어...... 그대로 계세요 형." "아아...... 미안하다." 자신이 경솔했던 것을 후회하며 지훈이 아픈 머리를 아래쪽으로 숙였다. 그리고 그런 민형과 지훈을 보며 택천은 꿀꺽 침을 삼켰다. "정말 대단해, 대단해. 대전까지 와서 설칠만한 실력은 되는 것 같 군." "......!" 그때 오토바이에 앉아 쭉 싸움을 지켜만 보고 있던 원강석이 자리에서 일어나 입고 있던 셔츠를 벗었다. 민형과 지훈의 시선이 원강석의 정면으 로 쏠리는 그때 원강석의 두눈이 차갑게 일그러졌다. "하지만 그 호기에 반해 그냥 보내줄 수는 없지. 너 꼬마." 원강석이 손가락으로 민형의 머리를 가리키며 히죽 웃었다. "이리와." ------------------------------------------------------------------- "너 꼬마 이리와." "......!" 민형을 향해 손가락을 내민 원강석이 차가운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고 지 훈의 눈이 부라려졌다. 지훈은 또다시 흥분하여 금방이라도 달려들 듯한 기세로 몸을 실룩 거렸다. 하지만 그런 지훈을 저지하며 민형이 천천히 원 강석의 앞으로 걸어갔다. 원강석은 자신보다 조금 키가 작은 민형을 내려 다 보며 보기 싫은 미소를 머금었다. "잘도 까부는데...... 너......." 단번에 민형을 깔아 뭉갤듯한 얼굴. 원강석은 호기가 충만해 있었다. - 퍼어억! "후욱......?" 그순간 큰 소리와 함께 원강석의 등이 굽어 지고 이 자리에 있던 모든 이들이 기겁을 하며 눈을 크게 떴다. 분명히 원강석이 민형을 향해 으름짱 을 놓고 있던 그 순간. 갑자기 민형의 움직임이 크게 돌아가고 원강석이 신 음과 함께 몸을 구부렸던 것이다. "너...... 너,너......?" 아픈 배를 움켜 잡은 원강석이 고통에 절은 희번덕 거리는 눈으로 가까 스로 눈을 치켜 올린채 자신의 배를 가격한 민형을 올려다 보았다. 그런 원강석의 앞에서 버티고 있는 민형의 표정은 더없이 냉혹하고 차가웠다. - 푸칵! "크엑!!" 강렬한 라이트 어퍼! 민형의 손이 둥그런 반원을 그리며 정확하게 원강 석의 턱에 꽂혔고 원강석에 몸이 공중에 떠 빙글 틀어졌다. 엄청난 펀치 력. 원강석의 입안에 부숴지고 그가 피투성이가 된채 풀밭에 털썩 쓰러졌 다. 너무나 놀라운 상황. 지훈도 얼떨떨하여 아무말 못했고 다른 패거리들 도 마찬가지였다. 무엇보다 그 광경을 지켜보는 택천은 얼굴이 하얗게 질 려 있었다. 그순간 민형이 택천을 향해 휙- 하고 고개를 돌렸다. 귀신. 엄청난 위압감에 택천은 숨이 덜컥 막혔다. "떨어져." "......!?" 민형이 한마디 했고 택천은 알아듣지 못하고 주춤주춤 뒷 것음질 쳤 다. 그의 옆에서 지영을 지키고 서 있던 다른 몇몇 패거리도 택천을 따라 지영에게서 떨어져 나갔다. "지,지영아!" 지영으로 향하는 길이 뚫리자 지훈이 헐레벌떡 달려가 쓰러져 있는 지영 을 일으켜 세웠다. 그는 지영의 몸을 흔들며 큰 소리로 외쳤다. "지영아?! 지영아 괜찮니!? 괜찮아?!" 지훈이 큰소리로 외치며 지영을 흔들었으나 지영은 곤히 잠들어 깨어날 줄 몰랐다. 그때 그런 지훈의 등뒤에 다가온 민형이 걱정말라는 듯 지훈의 어깨에 손을 올려 놓았다. "걱정말아요 형. 잠든 것 뿐이예요." "아아......" 역시 마음이 놓이지는 않았지만 지훈은 민형의 말을 믿고 끄덕였다. 민 형은 이런 상황에 꽤 많은 경험이 있는 것 같았다. 자신도 결코 호락호락 한 세상을 살아온 것은 아니지만...... "개,개새끼......" 그때 쓰러져 있던 원강석이 비틀 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피범벅이 된 그의 얼굴, 그의 오른손에는 나이프가 들려 있었다. 그것을 본 택천이 깜짝놀라 원강석에게 달려갔다. "혀,형! 무슨 짓 하려는 겁니까?" "비켜 자식아...... 저 자식 죽여 버리겠어." 모멸감이 활활 타오르는 원강석의 눈. 그눈은 진짜 살인을 저지를 사람 처럼 달아올라 있었다. 택천은 상황이 너무나 극단적으로 흘러가는 것을 느끼고 서둘로 원강석을 막아섰다. "혀,형 이제 괜찮아요! 우리가 졌잖아요. 복수 같은거 하지 말자고요. 졌으니까 저 자식한테 다 넘겨주면 그만이잖아요!" "닥쳐 이 자식아!!" "악!?" 원강석의 팔이 휘둘러졌고 그 팔에 얻어 맞은 택천이 풀밭에 나동그라졌 다. 고개를 들고 피묻은 입술을 훔치는 택천에게 원강석이 두눈을 부라리며 외쳤다. "누가 졌다는거냐!? 어차피 학교나 너희들의 자존심 따위는 나한텐 상관 없어! 용돈이나 되니까 하는 소리였지! 지금 이 문제는 내 문제야! 저 자 식은 내 자존심에 상처를 입혔어!" "그,그래도 칼을 휘두르는 것은 비겁한 짓입니다......!" "뭐야 이 자식이!?" 끝까지 원강석을 말리려는 택천의 얼굴을 발로 걷어차며 원강석이 분한 듯이 두눈을 희번덕 거리며 씩씩거렸다. 주위에 몰려 있던 패거리도 왠지 상황이 좋지 않게 변해 간다는 것을 눈치채고 망설였다. 그때 원강석이 외 쳤다. "저 자식은 내가 맡을테니 저 계집과 또 한놈은 너희들이 맡아! 죽여버 려!!" "......!" 원강석의 외침에 동요하는 패거리들. 민형은 긴장을 느겼다. 간신히 기 선을 제압했는데 저 미친 녀석 때문에 일이 커질것만 같았다. 자신이 원강 석을 상대한다고 해도 부상당한 지훈형과 무방비 상태의 지영이 저 많은 패거리들을 상대로 몸을 지킬 수 있을리가 만무했다. "여~ 정민형 오랜만이군." 그때 어디선가 우렁찬 소리가 메아리쳐 왔고 깜짝 놀란 민형이 고개를 들었다. 그 소리를 ?아 고개를 돌린 것은 원강석과 그의 패거리도 마찬 가지였다. "잘 싸우고 계시나?" "그래, 그래. 숫자가 꽤 많은걸 보니 고전하시겠어...... 우리 총보스 도." 목소리와 함께 하나둘씩 모습을 나타내는 남자들. 그수는 하나에서 둘이 되고 둘에서 셋이 되어 게속해서 불어났다. 오토바이의 헤드라이트 저쪽에 서 걸어오는 그들의 숫자는 민형이 완전히 확인할 수 있는 거리에 들어와 서는 이미 택천의 패거리를 압도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맨 앞쪽에서 빙긋 이 웃고 있는 남자의 모습을 본 민형의 얼굴이 환하게 밝아졌다. "서,성우야......!?" "오랫만이다 정민형. 누님은 잘 계시냐." 넉살좋게 웃는 성우. 그의 등 뒤에서 200백이 넘는 숫자가 큰 소리로 외 치기 시작했다. "총보스! 호출하셨지요!?" "어떤 자식들입니까 큰 누님을 납치한 정신 나간놈들이!?" "서울 전역에서 다섯 손가락에 드는 녀석들만 모아왔습니다. 이 정도면 충분하겠죠?" 여기 저기서 터지는 고함소리. 그 고함을 들으며 완전히 질린 택천과 택 천의 패거리들이 겁에 질려 뒷걸음 쳤다. 지훈은 지영을 부축한채 이 놀라 운 광경에 혀를 내둘렀다. 200. 이 엄청난 숫자가 단 한 남자의 부름에 의 해 서울에서 이곳까지 달려온 것이다. 엄청난 신의를 가지고 있는 남자다 정민형. 지훈은 갑자기 지영을 민형에게 맡긴 것이 잘한 일이라는 생각이 새삼들었다. "큰 누님이라고...... 하하......" 민형이 뿌듯한 가슴을 움켜쥐고 모두를 향해 웃어 보였다. - 계속 - 『CD의 환상세계-일반소설 (go CDGGAM)』 106번 제 목:[중편L] ## 고교 3년생의 사랑 ## -70 올린이:cdggam (임달영 ) 97/07/24 21:02 읽음:6388 관련자료 없음 ----------------------------------------------------------------------------- ## 고교 3년생의 사랑 ## PART-70 "이리와 이 자식들!" "크악!" 유도로 단련된 성우가 앞에 보이는 택천의 패거리를 집어 던진 것을 시 작으로 200명에 육박하는 지원군이 우르르 몰려들어 자신들의 적을 때려 돕히기 시작했다. 사기충천한 서울 지원군과 가뜩이나 민형에게 압도당하 는 원강석에 의해 망설이고 있던 택천의 패거리는 시작부터 뻔히 결론이 나 있는 싸움을 시작했다. - 퍼억 "컥!" - 칵! "악!" 여기 저기서 비명이 터져 나오고 고수부지 아래는 온통 덩치빨 있는 고 교생들의 등장으로 꽉 매워졌다. 이미 승패가 뻔한 싸움. 택천은 모든 것 을 체념하고 도망치듯 자리를 피하는 자신의 부하들을 바라보았다. 끝났 다. 설마 이런 녀석들이었을 줄이야...... 민형을 도우기 위해 서울에서 이렇게나 많은 인원이 내려 오리라고는 택천은 상상도 하지 못한 일이었 다. 민형이란 존재를 확실히 인식하지 못한 그 시점에서 이미 택천의 패배 는 정해져 있었던 것이다. "제길!! 제길, 이 자식들 어디서 기어 올라!!" "!?" 그때 흥분한 원강석이 칼을 든 손을 마구 흔들며 싸움이 벌어진 중심으 로 뛰어 들었고 깜짝 놀란 민형과 택천이 그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원강석 은 광기가 서린 얼굴로 마구 팔을 휘저으며 아군과 적군 관계 없이 상처를 입히기 시작했다. "악!" 칼에 맞은 택천의 부하 한명이 피가 흐르는 팔을 감싸 안으며 바닥에 나 뒹굴었고 그것을 본 택천의 눈이 커졌다. 강석이형!? 이성을 잃은 원강석 은 이제 더 이상 자신의 후배들을 아끼지 않았다. 당황한 서울의 지원군들 도 주춤 옆으로 물러났다. "한 녀석이 침(칼)을 들고 있다!" "뭐야!? 어떤 놈이 어른들 놀이에서 장난감을......!? 갑자기 여기 저기서 웅성웅성 동요가 일어났고 맡붙어 싸우던 두 패거리 가 서로 반대 방향으로 떨어져 나갔다. 참지 못한 택천이 흥분한채 씩씩 거리는 원강석에게 달려가며 외쳤다. "형!! 무슨 짓이예요! 그 애는 우리편이잖아요!!" "닥쳐 이 자식!!" "흑!?" 원강석을 말리려는 택천에게 강석이 칼을 휘둘렀고 택천은 기겁을 하며 두팔을 들어 그것을 피했다. 원강석의 눈. 그것은 모멸감과 분함을 이기지 못하고 이글이글 타오르고 있었다. 자칫하면 진짜 살인이라도 저지를 기 세. 강석이 외쳤다. "다 죽여 버릴꺼야!! 덤벼!! 덤비란 말이야 이 자식들!!" "가,강석이형......!?" 어쩌다가 일이 이렇.게 되어 버린 것인지. 든든한 아군으로 믿었던 강석 이 형까지 자신과 친구들을 배신한 것이다. 그때 서울의 패거리들을 헤집 고 키가 170을 조금 웃돌 정도의 크지 않은 몸집을 가진 누군가가 원강석 의 앞으로 나섰다. 그는 바로 성우였다. 성우는 여유있는 미소를 띄우며 친구들의 앞으로 나서 원강석을 향해 한마디 했다. "임마, 어디서 장난감을 흔드는거야? 넌 매너도 없냐?" "성우, 조심해!" 외치는 민형, 그의 앞에서 성우는 어림없다는 듯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 거렸다. 김성우. 민형의 오른팔 같은 존재로 역시 민형과 수많은 싸움을 헤쳐온 배테랑이다. "침을 든 놈은 유도 소년이 상대하기 적격이지. 덤벼 꼬마!" "크으으......!? 이 빌어먹을 놈들이......!?" 너무나 여유있게 포즈를 취하는 성우. 그 앞에서 원강석이 이를 갈았고 택천 역시 놀라 아무런 반응도 내지 못했다. 칼을 든 상대와 저렇게 여유 있게 싸울 생각을 할 수 있다니, 아니 그것보다 택천을 놀라게 한 것은 그 런 성우를 아무도 말리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보스라는 정민형 까지. 이것은 그들 사이에 흐르는 강한 믿음을 암시 해주는 것이었기에 택천은 자기가 가지고 있던 믿음이라는 것에 대해 크게 회의하게 되었다. "와하하하하! 왜 겁나냐 장난감 꼬마야! 어서 덤비라니까!" "으으!! 이 놈이---------------------!!!!" 두팔을 뻗은채 큰 소리로 웃음을 터트리는 성우의 앞에서 원강석이 더 는 참지 못하고 칼을 들이대며 뛰어 들었고 그 한순간 성우의 두눈이 날카 롭게 번쩍였다. - 카직 단발마의 탁음. 그리고 모두의 눈앞에 보인 것은 원강석의 꺽은 팔을 바 닥에 찍어 누르고 있는 성우의 의기양양한 모습과 어이없다는 듯이 얼굴을 일그러뜨린 원강석의 얼굴이었다. "너 어쩌다 저런 녀석한테 걸렸니......" "으......!?" 기겁하는 원강석의 팔을 꺽어 누르며 성우가 희미하게 웃음 짓는 얼굴로 고개를 들어 민형을 바라 보았다. 잠시후 성우는 안됐다는 듯이 원강석의 머리 위로 시선을 내렸다. "전국에도 저 녀석 상대는 없어!!" - 콰지직 "으아아아아!!" 성우의 외침과 함께 곧바로 꺽은 팔을 잡고 있던 그의 손에 힘이 들어 갔고 원강석이 미친듯한 고통에 비명을 내질렀다. 성우는 칼을 쥐고 있던 원강석의 팔목을 그대로 부러뜨려 버렸던 것이다. "다음번엔 총이라도 가져오지 그래." 자리에서 일어난 성우가 낮게 웃었고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유택천 패거 리는 얼어붙은채 꼼짝도 하지 못했다. ------------------------------------------------------------------- "......" 무언가 깊은 잠을 잤던 느낌...... 지영은 어렴풋이 눈을 뜨고 허공을 올려다 보았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자신이 깨어난 곳은 익숙한 방 안이었다. "!?" "지영아!? 정신이 들었니!?" 큰 목소리..... 그것은 오빠? "지영아? 괜찮니? 말좀 해봐!" 뒤 따르는 지혜의 목소리...... 그리고 그 뒤에 보이는 것은...... "민형씨......?" 어렴풋이 보이는 민형의 모습. 지영은 가물가물한 눈을 크게 뜨고 자신 을 내려다보고 있는 민형의 얼굴을 올려다 보았다. 민형씨다? 자신은 분명 히 마당 앞에서 쓰러졌었는데...... "나...... 여기 집에 있는 건가요?" "지영아! 정말 다행이야! 그래 여기 집이야! 넌 무사히 돌아왔어!" 기뻐하며 지영를 껴안은 지혜의 뒤에서 지훈이 마음 놓았다는 듯이 깊게 한숨을 내쉬었고 민형도 다행스러운 표정으로 코를 만지작 거렸자. 지혜에 게 붙들려 자리에서 일어난 지영은 아직도 얼떨떨한 기분을 감추지 못하고 지혜에게 물었다. "나, 어떻게 된거니......? "어떻게 된거냐고!? 넌 잡혀 갔었어! 아무것도 모르고 태평해서 좋겠 다!" 눈가에 눈물이 한방울 맺힌 지혜가 어이없다는 듯이 한마디 했고 지영이 멍한 얼굴로 눈을 깜빡 거렸다. 그때 지혜의 옆자리에 앉아 있던 지훈이 자 초지종을 설명해 주었다. "정말 놀랐다. 넌 용두천 고수부지 까지 잡혀 갔다가 이제야 돌아온거 야. 무슨 일이 있었는줄 아냐? 깡패 자식들 하고 민형이하고 한바탕 했 어. 다행이 이 녀석이 이겨서 널 데려왔지만......" "민형씨가......?" 상황을 확실히 파악하지 못한 지영의 앞에서 지훈이 민형의 머리를 손으 로 마구 짓누르며 말했고 당사자인 민형도 머쓱한 듯이 어깨를 으쓱해 보 였다. "수면제로 널 제워 데려간 깡패 녀석들을 상대로 민형씨가 싸웠어. 난 처음엔 경찰에 신고하자고 했지만 어쨋든 정말 다행이야 아무런 사고 없이 일이 해결되어서...... 정말 다행이야." "그럼 아까 그 사람들이 깡패였니......?" "그래 이것아!!" 여전히 잘 모르겠다는 듯이 묻는 지영에게 정말 못 말리겠다는 얼굴로 지혜가 쓴웃음 지으며 외쳤고 그제서야 지영은 일이 어떻게 돌아갔는지 눈 치챘다는 얼굴로 민형을 쳐다보며 빙그레 웃었다. "그럼 민형씨가 구하러 왔구나. 그래서 난 푹 잔거야......" "그걸 말이라고 하니!? 다 이 민형씨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고!" "내,내 탓이라고요!?" "그럼 누구 탓이냐!?" 갑작스럽게 화살이 민형에게 돌아갔고 민형이 무슨말이냐는 듯이 지혜에 게 반박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지훈고 거들었다. 지훈이 무시무시한 표정으 로 민형의 멱살을 잡은채 으름짱 놓으며 소리쳤다. "너랑 지영이가 사귀는 건 인정하지만 다시한번 이런 일에 지영이 말려 들게 되면 다 끝장이야 끝장! 알았어 임마!?" "아,알았어요......" 지독한 우애. 잘하면 근친까지 가겠네...... 미형은 고개를 셔츠 안으로 푹 집어 넣은채 자라처럼 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제서야 지훈은 민형 을 내려 놓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난 건너방으로 갈래. 지혜야 가자." "어? 어...... 나도?" 방문을 열던 지훈이 지혜를 부르자 지혜가 머쓱한 표정으로 엉거주춤 자리에서 일어났고 지훈이 피식 웃으며 한마디 했다. "오늘은 둘이 있게 놔두자. 긴장이 풀렸더니 졸려 죽겠다. 수면제 좀 해 줄래?" "밝히고 있네......" 능청스럽게 웃는 지훈의 앞에서 지혜가 싫지는 않은 얼굴로 슬쩍 자리에 서 일어났고 이내 두 사람은 잘자라는 인사말을 뒤로 한채 민형의 방을 나 갔다. 잠시후 민형의 방에는 지영과 민형 두 사람만이 남게 되었다. "민형씨 어디 다친데는 없어요......?" 두 사람만 남자 묻는 지영. 민형은 고개를 흔들었다. 지금 남 걱정 할땐 가. 민형은 갑자기 조금은 무서운 얼굴이 되어 자리에서 일어났다. 조금 놀란 듯이 고개를 드는 지영을 향해 민형이 입을 열었다. "지영씨 잠깐 일어나 보겠어요." "왜,왜요......?" 갑자기 이상한 분위기? 지영이 어거주춤 이불을 치우고 자리에서 일어나 자 민형은 조금은 긴장한 듯이 낮은 목소리로 한마디 했다. "옷을 벗어요." "네?" 갑자기 옷을 벗으라니? 지영이 당황해서 얼굴을 빨갛게 붉히자 민형은 전혀 아니라는 얼굴로 다시 강하게 힘주어 말했다. "입고 있는 옷을 다 벗으라고요. 속옷까지." - 계속 - 『CD의 환상세계-일반소설 (go CDGGAM)』 107번 제 목:[중편L] ## 고교 3년생의 사랑 ## -71 올린이:cdggam (임달영 ) 97/07/29 21:27 읽음:6196 관련자료 없음 ----------------------------------------------------------------------------- ## 고교 3년생의 사랑 ## PART-71 민형의 얼굴이 너무도 진지하고 기합이 들어가 있었기 때문에 지영은 무 언가 꺼름직한 기분이 없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주섬주섬 윗 도리에 걸친 얇은 상의를 벗었다. 치마를 벗어 이불속으로 밀어 넣고 아직 이불속에서 하반신을 빼내지 않은채로 지영이 쑥쓰러운 듯이 물었다. "무슨 일인데요......?" "속옷 까지 다 벗으라고 했잖아요." "여,옆방에 오빠랑 지혜도 와 있는데......" "글세, 벗으라면 벗어요!" 영 탐탁치 않은 지영이 말을 조금 끌기 무섭게 민형이 상기된 목소리로 날카롭게 외쳤고 지영은 금방 울상이 되어 겁먹은 표정으로 주섬주섬 브레 지어를 푸르고 팬티를 끌어 내렸다. 잠에서 깨어난지 얼마 되지도 않았고 일 돌아가는 상황을 전혀 파악하지 못한채라 아직도 어리벙벙한게 현실이 현실 같지 않은 터였다. 그런데 갑작스럽게 민형이 옷을 벗으라고 덤벼대 니 지영은 당혹스럽기만 했다. 지영이 옷을 모두 벗고 이불을 뒤집어 쓰고 있자 민형은 갑자기 자리에 털석 앉아 이불속으로 손을 쑥 집어 넣었다. 깜짝 놀란 지영의 눈이 커다래지고 민형은 그대로 지영의 가슴에 손을 얹 은채 그녀의 두눈을 빤히 주시하고 있었다. 갑자기 민형이 이불을 확- 걷 어내자 깜짝 놀란 지영이 두손으로 몸을 가리며 다리를 오므렸고 그런 지 영의 가슴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민형이 진지한 얼굴로 눈을 크게 떴다. "왜,왜 그래요 민형씨! 나 싫어요." 너무 강압적으로 나오면 여자는 겁이 나는 법이다. 게다가 민혀은 평소에 강제로 알몸을 보려하거나 하지 않기 때문에 지영은 더욱 당혹스러웠다. 그 때 오히려 긴장한 표정의 민형이 심각하게 한마디를 건넸다. "선생님...... 아무일 없죠?" "네......?" "어디...... 어디 멍들거나 그런곳은 없겠죠? 가슴도 괜찮은 것 같고. ....." 민형이 심각한 표정으로 지영의 가슴을 가슴을 더듬었기 때문에 지영이 오금을 저리며 꺅- 비명을 질렀다. 왜 그래요 간지럽게! 하지만 쓴웃음 짓 는 지영에 비해 민형의 태도는 너무나 심각했다. 한찬동안 지영의 알몸을 이곳저것 살펴보던 민형이 자기 자신도 허무하다는 듯이 휴우- 크게 한숨 을 내쉬며 어깨를 축 늘어 뜨렸다. "미안해요...... 놀라게 해서. 이제 옷 입으세요." "......" 잠깐이지만 끔찍한 상상이 현실이 되지 않은 것을 다행으로 여기며 민형 이 허탈한 듯이 중얼거렸고 지영은 얼른 속옷부터 챙겨 입으며 떫떠름한 표정으로 민형에게 물었다. "나...... 아무일도 없었어요. 그것 때문에 그래요......?" "......" 민형이 무엇을 걱정하는지 대충 감을 잡은 지영이 이렇게 말했고 민형이 살짝 웃으며 대꾸했다. "잤으면서 어떻게 알아요." "다,다 알 수 있어요! 내 몸이니까!" 잠시 발끈하며 얼굴을 붉히는 지영을 빤히 바라보며 민형이 빙그레 웃었 고 지영이 얼굴이 붉어진채 두손을 무릎 아래로 가만히 모으고 쑥쓰럽게 민형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민형의 한팔이 지영의 머리를 붙잡 아 자신의 가슴안으로 슥 끌어 당겼다. 그 팔은 힘있게 지영의 작은 몸을 자신의 안으로 감아 버렸고 지영은 잠자코 숨을 죽였다. "어쨋든 다행이예요." 얼마나 다행인가. 태연한 척 했지만 가장 겁이 났던 것은 민형. "다신 이런 일 없어요. 다시는." 누구보다 지영이 걱정되었던 것은 바로 민형 자신이었던 것이다. ------------------------------------------------------------------- "쟤들 분위기 잡고 있겠네." 지영의 방안에서 흘끔 민형의 방쪽을 쳐다보며 지혜가 어깨를 으쓱해 보 였고 지훈은 바닥에 누워 여성지를 집어든채 조금 허심탄회한 말투로 한마 디 했다. "좋을때다." "좋을 때? 언제부터 그렇게 말할 수 있게 됐어 지훈씨?" "뭐가." 의외라는 얼굴로 묻는 지혜에게 고개를 돌리며 지훈이 한쪽 눈썹을 꿈틀 해 보였고 지혜가 태연한 지훈의 태도가 신기한 듯이 지훈에게 바짝 다가 앉으며 되물었다. "지금 쟤내들 한방에서 C까지 갔을지 몰라. 어쩌면 S에 M까지 갔을지도 모르지. 근데 아무렇지도 않은가 보지?" "S는 뭐고 M은 뭐냐?" 왠 뚱딴지 같은 소리냐는 듯이 뭇는 지훈에게 지혜가 씩- 웃으며 대답했 다. "세디스트랑 메져키스트" "뭐같은 애들이 꼭 멀쩡한 애들도 다 지 같은줄 알아요." "......" 지훈이 한심하다는 듯이 당연스러운 얼굴로 한마디 하자 지혜가 부글부 글 끓는 얼굴로 지훈을 한참동안 노려보았고 지훈은 얼른 여성지로 눈을 돌려 버렸다. 잠시후 지혜가 영 꺼림직한 얼굴로 지훈에게 다시 물었다. "괜찮아?" "뭐가 또?" "쟤 둘 말이야." "쟤 둘이야 지 둘이 알아서 하겠지 뭘 어쩌란 말이냐?" 태연하게 대답하는 지훈, 지혜는 아무래도 신기한 지훈의 태도를 보았는 지 지훈을 가만히 놔두지 않고 끈질기게 말을 걸었다. 지훈이 지영을 끔찍 히 아낀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지혜. 그런 지훈이 갑자기 개방적인 태도로 나와 버리니 신기하기도 했고 조금 놀랍기도 했던 것이다. 해탈한 듯이 여성지에서 눈을 때지 않는 지훈을 잠시동안 바라보고 있던 지혜가 태연하게 한마디 했다. "민형씬 피임도 안한다더라." 한순간 지훈의 어깨가 움찔했다. 하지만 여전히 별다른 움직임을 없었 다. "지영인 민형씨가 하자는 대로 다 하는 것 같던데." 역시 지훈은 약간 뜨끔한 동요가 있었으나 주의할만한 움직임은 일지 않 았다. 마지막으로 지혜가 한마디를 덧붙혔다. "미혼모 되는거 아니야? 요즘엔 청소년들의 임신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더구만." "지영이가 청소년이냐!?" 참다못한 지훈이 벌떡 일어나며 외쳤고 지혜는 어깨를 으쓱하며 태연하 게 한마디 했다. "그럼 처녀가 미혼모 되는게 상관없단 말이야?" "지들 새끼니까 지들이 알아서 키우겠지 왜 니가 그것가지 걱정하냐! 너 아까부터 자꾸 재수없는 소리만 골라서 해대는데 콱 맞는다!" "......" 참다 못해 흥분하는 지훈. 그런 지훈을 빤한 표정으로 바라보던 지혜가 잠시동안 말이 없다가 이내 입을 열었다. 그런 지혜의 한마디 한마디는 무 거웠다. "지영인 모르지만......" 지영인 이미 성인. 자신의 일을 판단할 수 있는 나이. "하지만 민형씨는 아직 청소년이야. 아직 세상을 18년 밖에 살지 않았 어. 여자도 많이 사귀어보지 못했을테고...... 자신이 지영과 어떤 연애를 하고 있는지 모를지도 몰라." "......" 지혜의 한마디에 지훈이 입을 다문채 긴장한 표정으로 지혜를 뚫어지게 쳐다보았고 지혜가 말을 계속했다. "이 연애가 피니쉬에 있을 때 지영은 결혼을 해야돼. 그럴 나이가 되 고. 하지만 민형씨는 뭐지? 앞으로 5년이 지난다고 해도 민형씨는 20대 초 반이야. 알아? 20대 초반. 한창 신나게 인생을 즐길때란 말이야." 지혜가 집어내는 것은 감상적인 문제가 아닌 지극히 현실적인 문제. 그 것은 지훈도 마음속으로 항시 걱정하고 있던 문제들 이었다. 다만 지훈은 그것을 들어내고 싶지 않았다. 자신이 생각하는 불안이 현실로 다가 올까 봐 두려웠기 때문이다. "지영이가 결혼을 원할 때 민형씨가 응해줄 수 있을까? 연애의 끝이 결 혼이 아니면 뭐라고 생각해? 깨지면 슬픈 것은 여자 뿐이야." "말하고 싶은게 뭐야." 착찹한 얼굴로 한마디 하는 지훈. 지훈은 더 이상 지혜의 말을 듣고 싶 지 않아 말을 끊은 것이다. 지혜도 그런 지훈의 의도를 익히 알고 있었기 에 탁자위에 담배를 하나 집어 입에 물고 불을 붙혔다. 담배 연기를 깊게 빨아 들였다가 내뿜으며 지혜가 의미심장하게 한마디 했다. "어쨋든 지영일 위해서라도 민형씨가 잘 되게 도와줘야 하겠지." 지금은 그것이 최선의 방법일 뿐이었다. 담배 연기를 내뿜는 지혜의 표 정역시 지훈과 마찬가지로 씁쓸했다. - 계속 - 『CD의 환상세계-일반소설 (go CDGGAM)』 108번 제 목:[중편L] ## 고교 3년생의 사랑 ## -72 올린이:cdggam (임달영 ) 97/07/31 19:31 읽음:6766 관련자료 없음 ----------------------------------------------------------------------------- ## 고교 3년생의 사랑 ## PART-72 지혜와 지훈이 서울로 돌아가고 민형은 다시 지영과 둘만의 시간으로 돌 아왔다. 지혜는 잡지사에 민형을 소개시켜 준다면서 민형이 그린 원고를 쇼핑백 가득히 가지고 올라갔다. 민형은 절대로 원고에 손상이 가면 안된 다며 신신 당부했고 지혜는 조심해서 다루겠다고 약속하며 잘되길 기다리 라는 한마디를 남긴채 대전을 떠났다. "유택천 패거리가 엄청 깨졌데. 듣기론 서울에서 대단한 패거리가 원정 을 왔다고 하던데 아주 큰 싸움이었나봐." 월요일, 학교에서 아이들의 수근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민형은 모른척하 고 책상에 앉아 있었다. 같은 반인 기현이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고 소 문이 도는 것을 막을 수는 없는 일이라 민형도 잠자코 있었다. 부디 자신 이 연관되었다는 것이 들키질 않기를...... 만야 그렇게 되면 아이들 뿐만 아니라 선생님들의 주목을 받게 된다. 그렇게 되는 것은 정말 싫었다. "정민형 있지? 잠깐 교무실로 와라." 그날 아침 조례를 끝내고 교실을 나가던 담임 송미라가 민형의 이름을 불렀고 한순간 민형의 가슴이 덜컥 내려 앉았다. 어째서? 갑자기 자신을 부를 이유가 무얼까? 의연과 같은 반 아이들의 수상한 듯한 시선을 받으며 민형은 쭈삣쭈삣 일어나 담임을 따라 교무실로 내려갔다. 들킨걸까? 하지 만 특별한 문제는 없었으니 별일 없는 것이다. 민형은 이렇게 생각하며 속 으로 자신을 다스렸다. 교무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니 몇 명의 선생님 들이 책상에 앉아 사무에 한창이었다. 송미라 담임은 자신의 자리인 창가 책상에 앉더니 작은 보조 의자를 빼내 민형에게 앉을 것을 권했다. "앉아라 정민형. 학교 생활은 어떠니?" "예, 그거야 뭐......" 달리 할말이 없어 민형은 어색하게 웃었다. 선생님 앞에서 걱정해 주신 덕분에, 라던가 꽤 다닐만 하다던가 그런 말을 할 수는 없잖아? 민형히 어 색하게 웃으며 자리에 앉자 담임 송미라가 의미 심장한 눈으로 민형을 바 라 보며 한손으로 턱을 받친채 빙긋이 웃었다. 그 표정이 꽤 섹시한 것이 민형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했다. "너 안경 안쓴다?" "네?" 송미라 선생님의 날카로운 지적. 그러고 보니 요즘에 한참동안 안경을 쓰지 않았다. 도수가 없는 것을 억지로 쓰고 다녔기 때문에 잊어 먹기 일 수였던 것이다. "아, 네 하하...... 오늘 깜빡 잊고 안 가져 왔어요." "흐~음, 안경도 잊어 먹고 다니니? 정신 좀 차리고 살아라." "네에..... 헤헤." 속아 준 것인지 속아준 척 하는 것인지, 어쨋든 속지 않은 것은 분명한 송미라 선생의 의미심장한 대답에 민형은 억지 웃음을 지으면서도 가슴이 뜨끔뜨끔 했다. 도대체 자신을 부른 이유가 무얼까. 어재 한바탕 치뤘던 패 싸움에 대해 뭔가 꼬투리라도 잡으려는 것일까? 이런 저런 걱정에 인상 을 잔뜩 찌푸리고 있는 민형에게 이내 송미라 선생의 한 마디가 들려왔 다. "너 학교 근처에서 혼자 자취한다며. 혼자 살기 힘들지 않니?" "예? 벼,별로 힘들지 않아요 하하......." 어떻게 자취한다는 것 까지 알았지? 민형은 뭔가 엄청나게 많은 것을 들 킨 기분이 들어 최대한 태연한 표정으로 웃어 보였다. 어쨋든 싸운것만은 들켜서는 안될텐데. 그때 송미라 선생이 한쪽 다리를 꼬아 올리며 학적부 를 뒤적 꺼렸다. 미니 스커트 안에 풍만한 살집이 들어나 민형은 순간 '두 근'. 얼른 고개를 돌렸다. 그녀가 이야기를 계속했다. "곧 기말고사가 다가오는데 어때, 시험 준비는 잘 되가니?" "시험준비요? 아, 그거야 뭐 하하......" 시험 준비라니, 그런거 태어나서 한 번도 해본적 없다. 시험기간은 학교 도 일찍 끝나고 민형에겐 행복하기만 한 시간인 것이다. 송미라 담임은 전 학생의 학과 공부가 걱정되어 몇마치 어드바이스 해주려는 것 같아 민형은 마음을 놓았다. 이런거라면 크게 걱정할 거 없어. 어차피 공부는 못하니 까. "너 저번 학교 성적을 보니까 공부 되게 못한다 그지? 수학은 평균 30 점이던데 대학 안갈꺼니?" 크앗, 그런 소리는 좀 조그맣게 말할 것이지! 민형은 얼굴이 빨개져서 붉으락 뎃으란 한 얼굴로 고개를 푹 숙였다. 그래 나 공부 못한다! 민형은 자존심이 푹 상해 울컥 화가 치밀어 올랐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사실. 이 번기회에 유지영 선생님한테 공부 좀 배우던가 해야지...... "저, 고교 졸업하면 취직할까 생각해서요......" 하지만 마음과는 다른 소리를 해야만 하는 현실. 선생에게 잘못 보였다 가 감정이 상하게 되면 남은 반년이 피곤하다는 것을 누구보다 몸으로 알 고 있는 민형이었다. 민형의 대답을 들은 송미라 선생은 잠시 민형을 물끄 러미 바라보다 물었다 "왜, 집안 사정이 좋지 않니?" "아,그런건 아니고요." 이 여자 뭔소릴 하는거야. 공부 못해서 못가는 걸 뻔히 알면서 약올리는 거야 뭐야! 민형은 자존심 상하고 속이 부글부글 끓었으나 꾹 참으며 억지 로 웃었다. 난 만? 될꺼다. 만화가, 만화가. 고소득의 만화가가 될거다! 마음속으로 이렇게 되뇌이는 민형을 지긋히 바라보고 있던 송미라 선생이 이내 부드럽게 싱긋 웃으며 대답했다. "대학이란건 꼭 올해 가지 않아도 돼. 네가 대학에 갈 필요가 있다고 생 각될 때 얼마든지 갈 수 있어. 하지만 그러기 위해선 내신이라도 든든히 해 둬야지. 아직 늦은건 아니야. 3학년 내신은 무지 높은거 알지." "아, 알아요." 마치 유지영 선생님과 똑같은 말을 하는군. 송미라 담임은 진짜 학교 선 생님이고 유지영 선생님은 학원에서 만난 강사였다. 하지만 공부에 대해 말하는 분위기나 느낌이 서로 비슷해서 역시 선생이란 직업은 속일 수 없 는 거로구나...... 하고 민형은 생각했다. 아무래도 이 위기를 넘겨야 겠 다는 생각하에 민형은 대충 변명할 꺼리를 찾기 시작했다. "하지만 전 공부에 소질도 없고...... 또 과외나 학원에 다녀도 별로 이 해할 수 있는게 없어서요. 뭐 그런 저런 이유로......" 공부는 하기 싫다 이거죠. 라고 뜻을 강하게 비추인 민형. 그런 민형을 쳐다보던 송미라 선생이 잠시 생각에 잠긴 듯 하더니 갑자기 뜻밖에 말을 꺼냈다. "내가 가르쳐 줄까?" "네?" 갑자기 왠 홍두깨 같은 말씀? 민형은 어안이 벙벙해 눈을 크게 뜨고 고 개를 들었다. 교사가 개인 학생의 과외를 해도 되는 겁니까 선생님? 민 형의 눈은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저,저기...... 그게 무슨 말씀?" "내가 공부 가르쳐 줄까 묻는거야. 너처럼 공부 못하는 제자를 구원하 는 것도 선생의 일이거든." "아, 그러실 것 까진......!" 이거야 정말 낭패! 송미라 선생에게 배울바엔 지영의 학원에 다니는 편 이 낫지. 게다가 담임 수하안에 나머지 공부 같은건 딱 질색이다. 초등학 생도 아니고 말이야! "학교에선 곤란하고 내가 너희집으로 가줄게. 아니면 네가 올래? 하루에 한시간씩 할까? 우리집 도 학교 근처야." 네에!? 그건 더 곤란해요! 공부 못하는 거 티내는 것도 아니고 무엇보다 집에는 지영씨가 있단 말이예요!!!! 도대체 이 선생이 무슨 의도로 이러는 건지 알 수 없는 민형이 사색이 되어 어쩔 줄 몰랐고 그런 민형의 얼굴을 재미있다는 듯이 바라보며 송미라 선생이 민형의 코를 톡 튀겼다. "네가 잘 생겨서 좋아서 그래." 이건 완전히 충격. 미성년자 희롱죄가 얼마나 무서운 건지 담임은 잘 모 르는 것 같았다. ------------------------------------------------------------------- "담임이 아침에 왜 불렀니?" 방과후,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의연이 물었고 민형은 욹으락 붉으란 한 표정으로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별거 아냐." "혹시 싸운거 들킨거 아냐? 너 저번주에 유택천 패거리랑 싸웠지?" "......!?!?!?!" 진짜 충격!? 이건 또 왠 날벼락!? 너무나 태연하게 어제의 사실을 이야 기 하는 의연을 번개같이 돌아보며 민형이 이을 떠억 벌렸다. 의연은 민형 이 너무 놀라는 것이 재미있다는 듯이 쓴웃음 지으며 손으로 민형의 얼굴 을 밀어 냈다. "너 빼고 다 알아 그 사실. 너 서울 총 보스지? 선생 때리고 퇴학당한거 잖아." 충격X2! 완전 쇼크! 민형은 벼락을 맞은 사람처럼 입을 떠억 벌리고 서 서 눈을 희번덕 거릴뿐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의연...... 너 진짜 죽인 다. 눈치 왕녀다 너. 민형은 충격 먹은 얼굴로 목각 인형처럼 걸으며 이 상황을 어떻게 타개해야 할지 열심히 생각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하려 해도 더 이상 도망칠 곳이 없었다. 완전히 들킨 것이다. "너무 충격 먹지마. 너 좋은 애잖아. 지금처럼 만 해." 씩 웃으며 민형의 등을 탁탁 두드리는 의연. 민형은 앞으로 절대로 이 여자와 가까이 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면서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한채 걷기 시작했다. .............................................. . . . . . . . . "과외요?" 집에 돌아와 담임의 제안을 지영에게 전하는 민형. 그런 민형의 이야기 를 들은 지영이 조금 놀랐다는 듯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되 물었다. "담임이 집적 가르쳐 준다고 했다고요? 그래도 되는건가?" "뭐, 개인적인 거라고 하니까..... 하지만 저는 좀처럼......" 못마땅한 표정을 가득 내보이며 민형은 지영이 거절해 주기만을 바랬 다. 지영이 완강히 거부한다면 자시도 어떻게 해서든지 딱잘라 거절할 생 각이었다. 생각대로 지영은 별로 내키지 않는지 영 시원치 않은 표정으로 잠자코 생각에 잠겨 있었다. "여,역시 그만둘까요?" 아무리 생각해도 역시 선생님한테 배우는 건 내키지 않는 일. 민형이 내심 속으로 조바심을 내며 물었고 생각에 잠겨 있던 지영이 이내 고개를 돌렸다. "그럼 그렇게 해요." "네!?" 그렇게 하라니!? 왜 직접 가르쳐 준다고 하지 않으시고!? 민형은 낭패인 얼굴로 지영을 쳐다보았고 지영은 싱글생글 웃으며 입을 열었다. 민형은 자신에게 잘 배우려하지 않았고 선생님이라면 억지로라도 배울 것이라는 것이 지영의 생각이었다. 물론 지영은 송미라 담임이 여자이며 25살의 젊 은 아가씨라는 것은 모르고 있었다. "열심히 배워 봐요." 지영은 민형이 공부를 한다는 것만으로도 기뻤던 것이다. - 계속 - 『CD의 환상세계-일반소설 (go CDGGAM)』 109번 제 목:[중편L] ## 고교 3년생의 사랑 ## -73 올린이:cdggam (임달영 ) 97/08/14 21:08 읽음:6149 관련자료 없음 ----------------------------------------------------------------------------- ## 고교 3년생의 사랑 ## PART-73 "음, 네 중간고사 평균 점수를 보니까 말이야." 이곳은 학교 근처에 자리잡은 송미라 선생님의 오피스텔. 지금 시각은 오후 7시로서 민형은 송미라 선생님의 특별 과외를 받기 위해 현재 그녀의 집에 와 있는 상태였다. 송미라 선생님이 민형의 성적표를 휘휘 휘두르며 안됐다는 듯이 한마디 했다. "39점으로 반석차 52등이네. 너희 반이 52명이었으니까 말이야.... .." "......" 왠지 자신의 입으로 말하기가 거북한 얼굴의 송미라 선생님 앞에서 민형 은 쥐죽은 듯이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그런거 공부 시작하기 전에 꼭 집 고 넘어 가야 하는 건가요....... "꼴찌다." "아,알아요......" 가엾은 표정을 짓는 송미라의 얼굴에도 참을 수 없다는 듯이 시끈시끈 웃음이 배어 나왔다. 하지만 그녀는 민형이 무안할까봐 최대한 웃음이 나 오는 것을 참으며 이야기를 계속했다. "너 백지 냈니, 전과목 찍어도 40점은 나오겠다." "공부에 소질이 좀 없어서......" "무슨, 찍는데 소질이 없었겠지." 민형이 쓰고 있는 안경을 만지작 거리며 얼굴이 빨개진채 고개를 들지 못하자 그런 민형이 재미있다는 듯이 송미라 선생이 손으로 입을 가리고 쿡쿡 웃었다. 민형은 얼굴리 귀 밑까지 빨개져 어쩔 줄 모르며 고개를 숙 인채 가만히 있었다. 으씨...... 공부 못한다고 되게 구박하네. "공부 잘하게 생겼는데 말이야......" 그녀가 안경 낀 민형을 천천히 섞어 보며 야릇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 거렸고 민형은 왠지 아무런 대꾸도 하고 싶지 않아 입을 꾹 다물고 있었 다. 송미라 담임도 더는 민형을 놀리지 않고 촤라락 참고서를 펼쳤다. 참 고서를 펼치는 손놀림이 매우 능숙해서 과연 공부 잘하는 사람들은 다르구 나 하는 인상을 민형에게 심어 주었다. "고교 과목은 말이야. 핵심을 잘 파야돼. 어차피 전공 분야랑은 틀린 총 괄적인 분야니까 말이야." "예에......" "요는 잘 찍고 잘 외워야 하는거란 말이야 알겠어? 요약을 잘 해야돼. 시험문제라는 것은 어떻게 보면 똑같은 유형이거든." "그래요......?" 처음 듣는 말. 그런 생각을 조금 해보기는 했지만 송미라 선생님의 말은 어떻게 들어도 설득력이 있는 것이었다. 그녀가 볼펜을 돌리면서 민형에게 싱긋 웃었다. "생각해봐 천재라도 고교 3년 동안 매 시험에서 고득점을 올리기는 힘든 거야. 그게 응용문제라면 말이야. 하지만 공부 잘하는 애들은 항상 고득점 을 올리잖아? 왜 그런줄 아니? 같은 유형을 외우는거야. 문제에는 그게 반 복 되니까." "아,그래요......" 음음, 머리로는 이해가 가는데 실천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전혀 감이 안 잡히네. 맞는 것 같기도 하고 궤변같기도 한 송미라 선생님의 알쏭달쏭 한 말. 민형은 자기 나름대로 열심히 머리를 굴렸으나 헛수고였다. 예전에 지영씨도 이런말을 한 것 같은데...... "그래도 결국은 공부를 좀 할 줄 알아야 한다 이거지." "할 줄 알아야 한다고요...... 그렇네요......" 복잡한 얘기. 공부 잘하는 사람들이 하는 말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니까. 그래도 지영씨와는 말이 잘 통하니 참 이상한 노릇일 따름이었다. 민형은 좀이 쑤시는 다리를 꾹 눌러 참으며 가까스로 송미라 선생과의 한 시간을 버티기 시작했다. ------------------------------------------------------------------ 한참을 프라스 프라스 마이너스의 이해 가지 않는 수학 문제 설명을 듣 고 있던 민형의 눈에 문득 하늘색 나시 안으로 비추이는 송미라 선생의 가 슴 중앙이 보였다. 그것은 놀랍게도 노브라. 민형은 설명을 듣다 말고 헛 기침을 한 번 했다. "크흠!" "......?" 민형이 주먹을 입에 가져가며 크게 헛기침을 하자 열심히 설명을 하고 있던 송미라 선생이 고개를 들었다. "왜그래?" "거기요." 묻는 송미라에게 민형이 손가락으로 그녀의 패인 가슴 부분을 가리켰 다. 여자 가슴에는 익숙하지만 선생이 제자 앞에서 앞 가슴을 훤이 들어내 놓고 있으면 곤란하지. 민형은 갑자기 집에 있는 지영이 생각나 아랫도리 가 뻐쩍지근 해왔다. 오늘 집에가면 즐거운 시간을 보내야 겠군...... 그 때 훤히 들어난 가슴을 슬쩍 밑으로 내리며 송미라 담임이 씩 웃었다. "이거? 보라고 그런건데 뭐." "네!?" 아니, 이 여자가 미쳤나? 아니면 누굴 놀리나. 민형은 이상야릇한 담임 의 대사와 분위기에 기분이 언짢아져 인상을 조금 찌푸렸다. 좋지 않은데 이거...... 장난도 장난 나름이지. 민형은 말은 야하게 하면서도 얼른 옷 자락을 추스리는 담임을 바라보며 입을 삐쭉 내밀었다. 왜 가리냐. 좀 화 끈하게 보이도록 벗어주지. "처음 봤니? 얼굴이 빨개졌다." "하...... 네......" 이건 가슴을 봐서가 아니라 창피해서 라구요! 가슴이야 충분히 보고 실 컷 만져 봤다구요! 라고 외치고 싶었지만 그럴수는 없는 일. 민형은 실룩 실룩 눈썹을 꿈틀 거리며 이마에 식은땀을 흘렸다. 아, 재미 없는 대사가 나오고 있는데 이거. "아직 어리구나 너. 이런거 보고 얼굴이 빨개지긴. 이제 18살이잖아~" 하하 웃으며 어른인척 하는 송미라 담임. 민형은 가소로웠다. 어구구 그 래도 선생이라고 어른인척 하긴. 교생으로 왔다가 후진 학교에 그냥 머문 주제에. 여기가 공립이고 인문계라면 어림도 없는 일이다. 모름지기 교생 이란 학생들 밥인 법인데 담임이라니 출세했지. 그것도 3학년. 민형은 이 귀여운 풋내기 선생을 조금 놀려주고 싶은 생각이 들어 씩 웃으며 한마디 했다. "글쎄요 85 A 컵 정도야 아무리 봐도 흥분되지 않거든요." "......!?" 한순간 얼굴이 빨개지며 두손으로 가슴을 가리는 송미라 선생. 푸헤헹 놀랬을 거다. 말해 두자면 이 몸은 브레지어 사이즈는 한 번만 척보면 맞 추는 신동이라고. 참고로 우리 엄마는 C컵이지롱. 너무 커서 란제리 가게 에서 주문해서 쓰기 때문에 어렸을때부터 사이즈에는 이골이 난 몸이시 다. 참고로 한국에는 C컵인 여자가 거의 없어 이 사이즈가 구하기 힘들 다. 노브라를 보고 사이즈를 맞췄다고 해서 너무 놀라지는 말라고요. "야, 너 어떻게 내 사이즈를 알았어?" 발끈해서 묻는 담임. 뻔하지 뭐 그 질문. "다 들어내 놓고 있어서 보였을 뿐이예요." 태연하게 대답하는 민형. 재밌다 이거. "그거 말고 어떻게 사이즈를 알았냐니까?" "여자 가슴에 관심이 많거든요." 내가 생각해도 참 썰렁한 대답이었다. 잠시동안 민형과 송미라 선생의 사이에서 침묵이 일관. 왠지 시원한 분위기에 민형이 눈을 말똥말똥 굴리 고 있자 송미라 담임이 갑자기 풋 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그녀는 재미있다 는 듯이 깔깔깔 웃으며 참고서들을 펼쳐놓은 상을 손바닥으로 두드렸다. "너 어쩜, 그렇게 천역덕스럽게 그런 말을 하니? 너무 웃긴다 얘." "예...... 헤헤 그거야." 요즘 어른들은 별걸 다 가지고 웃는구나. 민형은 스스로 한말에 설렁함 을 이기지 못하고 비관하던 참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뭐 웃어주니까 다행 이구나. 모로가도 서울만 가면 그만 아니겠어. 그때 억지 웃음을 짓고 있 는 민형에게 송미라가 책상에 턱을 괜채 지긋이 웃으며 물었다. "집에 누나 있니?" 없어요. 누나같은 애인은 있어도. "아니요. 저 외동아들이예요." "어머 그래? 이상하다 누나가 있다고 들은 것 같은데......" "......?" 고개를 갸우뚱하며 혼자말로 중얼거리는 담임. 그 말을 들은 민형은 속 으로 뜨끔했다. 그 말은 또 어디서 들으셨나 이거? 민형에 집에 누나가 있 다고 알고 있는 것은 택천의 패거리나 의연이 뿐이다. 하지만 선생에 귀에 들어갈 정보통이라면 의연이 밖에 없겠지. 민형은 왠지 자신이 대답을 실 수한 것 같아 조마조마했다. "하긴 내가 잘못 들었나 보다. 생활 기록부에도 형제는 없다고 했으니 까." 아니 그것 까지 벌써 체크했단 말인가요!? 그럼 유도심문 아니야 이거! 선생이 이래도 되는 거야!? 민형은 왠지 기분이 심히 찝찝해 껄쩍지근한 표정으로 담임을 쳐다보았다. 왠지 음모에 말려드는 기분이 드는데 이거 ...... "아참, 내일은 너희 집에서 공부하자." "네?" 갑작스런 송미라 담임의 말에 놀란 민형. 그가 눈을 크게 뜬채 멍하니 담임을 주시하고 있자 그녀가 이상하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하며 되 물었 다. "왜 그렇게 놀라니? 가정방문 좀 하려고 하는데......?" "아, 가정방문요......? 하하...... 네......" 이거 큰일이다! 민형은 이 상황을 어떻게 타개해야 할지를 머리속으로 열심히 생각했다. 그러나 아무런 방법도 생각나지 않았다. 내일은 죽었 구나. - 계속 - 『CD의 환상세계-일반소설 (go CDGGAM)』 110번 제 목:[중편L] ## 고교 3년생의 사랑 ## -74 올린이:cdggam (임달영 ) 97/08/19 21:47 읽음:6041 관련자료 없음 ----------------------------------------------------------------------------- ## 고교 3년생의 사랑 ## PART-74 - 피리리리리 - 피리리리리 이곳은 송미라 선생의 오피스텔. 전화기에 전자 신호음이 울린지 얼마 되지 않아 욕실안에서 샤워를 하고 있던 미라가 타올로 몸을 감은채 헐래 벌떡 뛰어 나와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어머, 아빠?" 수화기를 든 미라의 얼굴이 밝아졌다. 전화를 건 것은 다름아닌 그녀의 아버지였다. 미라는 타올로 얼굴의 물기를 닦으며 반가운 듯이 아버지와 통화하기 시작했다. "예,예 할만해요. 애들이 다 그렇지 뭐. 누구? 민형이요?" 문득 그녀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민형의 이름. 미라가 손가락으로 코를 만지작 거리며 겸연쩍게 웃었다. "글쎄요...... 일단 오늘부터 같이 공부하기 시작했는데요. 잘 안할려 고 그래요. 집중도 하지 않고...... 예,예. 아직 포기할 생각은 없어요." 어찌된 일인지 친근하게 민형에 대한 이야기를 보고하는 미라. 그녀와 그녀의 아버지는 민형에 대해서 마치 잘 알고 있는 듯 했다. 아버지의 또 다른 질문에 미라가 웃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요. 아주 잘생겼어요. 너무 귀여워요. 고등학생 같지 안던데요. 공 부를 못하는게 흠이지만. 예,예...... 좀 난폭한 것 같은데 아직 학교에서 싸우거나 하지는 않았어요. 성욱이 아저씨 말대로 착한 애 같아요." 민형에 대해서 상당히 관심이 많은 아버지의 질문. 그리고 통화의 주제 는 민형을 중심으로 한참동안 이어졌다. 잠시후 미라가 알겠다는 듯이 고 개를 끄덕였다. "예, 내일 한 번 가보려고 해요. 근처에서 자취한데요. 예,예. 그럼 끊 을께요. 또 연락드릴께요." - 딸깍 전화를 끊은 미라가 타올을 걷어 팔뚝에 걸며 한숨을 내쉬었다. "휴우......" 언제나 걱정이 많은 그녀의 아버지. 그는 미라가 선생으로 일하는 중영 실고에 상당히 높은 직책을 가지고 있는 분이셨다. "귀여운 제자를 어떻게 교육 시켜야 하지......?" 조금은 고집스러워 보이는 민형의 얼굴을 떠올리며 미라가 풋풋하게 웃 었다. ------------------------------------------------------------------- "지영씨...... 내일은 1시간 정도 혼자 방에 있어야 겠어요......" 저녁 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민형이 모래를 씹는 표정으로 긴장이 가득담 겨 이렇게 말했고 지영이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 못하고 고개를 들어 민형 을 바라보았다. "무슨 말이예요? 내 방에서 자자고요?" "아니요. 그게 아니라 지영씨 혼자 방에서 1시간 정도 있어야 겠다는 말 이예요." "예? 왜요?" 금세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묻는 지영. 그녀에게 민형은 어떻게 말해야 할지를 몰라 우물쭈물 망설였다. 뭐라고 하지? 담임이 가정 방문을 오니까 모르는척 하자고 할까? 이것 참 난처하군...... "사실은 내일 담임 선생님이 가정 방문을 오시거든요. 그러니까......" "그러니까......?" "그러니까 우리 둘이 같이 사는게 들켜선 곤란하니까...... 선생님이 계 시는 한 시간만 따로 있자고요......" 이렇게 말하면 왠지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어쨋든 민형은 담 임에게 지영과 동거한다는 것을 알리고 싶지 않았다. 무엇보다 부모님 귀 에 들어가면 곤란하고...... 또 여러 가지로 소문이 퍼지면 귀찮아 지니 까. "내일 가정 방문을 오시나 보죠?" "네." 대수롭지 않게 묻는 지영에게 고개를 끄덕이는 민형. 하지만 마음 한구 석에서 뜨끔한 느낌이 없지 않았다. 왜,왜지? 잘못한 것도 없는데! 민형은 담임이 송미라가 젊은 나이의 여 선생이라는 것. 그리고 꽤 예쁘다는 것을 지영에게 말해야 할까 말아야 할까를 고민하다가 결국 목구멍속으로 삼켜 버렸다. 왠지 얘기하면 살벌해 질 것 같애...... 특별히 물어보지도 않았 는데 일일이 보고한다고 하면 또 이상하기도 하고...... "그래요 그럼" 별다른 의심 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지영.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며 민형 이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지영씨 입장에서도 선생에게 알려져서는 안될 일이 어떤건지 알고 있으니까...... 하지만 민형은 송미라 선생의 일이 계 속해서 마음에 걸렸다. 왜 자신을 신경써 주는걸까......? '꼴찌라서 그런가......?" 한심한 상상. 민형은 머리속을 깨끗이 지우고 식사를 계속했다. ------------------------------------------------------------------- "여기가 너희 집이니? 우리 집이랑 얼마 안머네." 다음날 민형의 집 앞에서 집이 가까움을 반가워 하며 송미라가 웃음지었 다. 민형은 대문 앞에서 송미라 담임과 함께 선채 고개를 슬쩍 들어 집안 을 훔쳐 보았다. '지영씨는 방안에 있나......?" 자신의 말대로 방안에서 나오지 않고 있는가 보다 하고 민형은 안심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특별히 친한 사이가 아니라는 설정에서 다녀 왔다는 인 사 같은 것도 할 필요가 없는 거겠지. 민형은 마음속으로 안에서 주의해야 할 상황을 집어보고 고개를 돌려 송미라에게 집안에 들어 갈 것을 권했 다. "그럼 들어가세요 선생님." "아,그래" 싱긋 웃으며 민형의 뒤를 따라 마당으로 들어선 미라. 그녀의 앞에서 민 형이 왠지 쭈삣쭈삣한 표정으로 대청마루 건너 옆 방에 붙어 있는 작은 문 하나에 신경을 쓰기 시작했다. 순간 드르륵- 소리와 함께 건너방 문이 열 리고 그 안에서 지영이 얼굴을 내밀었다. 동시에 앞서가던 민형이 자리에 우뚝 멈춰선채 눈을 크게 떴다. 지영과 민형의 눈이 마주쳤다. "......" "......" 몇초동안 민형을 쳐다보며 아무말 없던 지영. 그녀가 눈을 돌려 민형의 뒤에서 따라오고 있는 송미라를 쳐다 보았다. 그리고 민형의 가슴이 뜨끔 했다. 민형이 얼른 얼굴을 바꾸며 지영을 향해 바보처럼 웃었다. "하하......! 안녕 누나! 오늘은 일찍 왔네~" "......" 얼버무리는 민형. 또다시 누나라는 호칭으로 속일 수 밖에 없는 잔혹한 현실을 원망했다. 민형이 억지 웃음을 지으며 제발 좀 넘어가 달라는 듯이 가슴으로 사정하자 지영이 뻗뻗하게 굳은 얼굴로 역시 억지로 웃었다. "아, 민형이...... 오늘은 좀 늦었구나." "어어~ 오늘 집에서 공부 배우거든. 아참 인사해! 우리 담임 선생님이 야! 선생님 옆집에 새들어 사는 누나예요! 학원에서 고등 학생들 입시를 가르쳐요" 대충 맞장구 쳐주는 지영에게 백번 절하며 민형이 담임인 송미라를 돌아 보았고 송미라가 왠지 여유있는 표정으로 웃으며 지영에게 인사했다. "어머, 학원 강사시라고요~ 저도 고3을 가르친답니다. 같은 직종을 가지 고 있는 사람이 사셨네요." 영악하게 웃으며 지영에게 말을 거는 송미라 담임. 지영은 그녀가 민형 의 담임이라는 말에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였다. "예에...... 안녕하세요." "요즘 수능 때문에 골치 아프시죠? 하긴 강사들은 우리보다는 좀 낳을거 예요. 학교는 말이죠. 정말 피곤하다니까요." "아,네......" 왠지 도발적인 송미라 담임의 대사. 지영이 조금 기분이 나빠 미간을 찌 푸렸고 민형은 이상한 분위기에 담임과 지영을 번갈아 보았다. 담임인 송 미라는 옆집에 새사는 누나와 별달리 대화할 이유가 없는데도 계속해서 말 을 걸었다. "그래도 이렇게 예쁜 아가씨가 고교생이 혼자 자취하는데서 새 들어 살 다니 별일이네요." "......!?" 아이쿠? 왜 이러지 이 선생님?! 갑자기 도발적인 송미라 담임의 언행에 깜짝 놀란 민형이 당황해 어쩔줄 모르며 담임과 지영을 번갈아 바라보며 식은 땀을 뺐다. 한편 도발적인 송미라의 대사를 가만히 듣고 있던 지영. 왠지 자신을 비꼰다는 분위기를 없앨 수 없었던지 한마디 했다. "어떻게 운이 좀 좋았어요. 그런데 요즘엔 학교 담임이 직접 제자의 과 외도 해주나요? 그거 혹시 불법 아닌가요?" 지영 쪽에서는 꽤 대담한 대사. 그녀는 남에게 싸움을 거는데는 서툴렀 다. 하지만 민형 앞에서 외간 여자에게 당하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아 무리했던 것이다. 순간 송미라가 기다렸다는 듯이 민형의 얼굴을 두팔로 끌어 앉아 자신의 가슴에 팍 잡아 당겼다. "괜찮아요~ 이건 개인 적인 거니까~! 사랑하는 제자하고 특별한 연유로 공부하는데는 법적인 조취가 소용 없어요~" "......!?!?!?" 갑작스럽게 송미라의 가슴에 안기게 된 민형이 황당해 하기도 전에 지영 의 얼굴이 미묘하게 일그러졌다. "트,특별한 연유요......?" 지영이 기가 막히다는 듯이 입을 벌린채 다물줄을 몰랐다. - 계속 - 『CD의 환상세계-일반소설 (go CDGGAM)』 111번 제 목:[중편L] ## 고교 3년생의 사랑 ## -75 올린이:cdggam (임달영 ) 97/08/22 16:56 읽음:6085 관련자료 없음 ----------------------------------------------------------------------------- ## 고교 3년생의 사랑 ## PART-75 쿠웅 "......" 공포,공포 공포. 민형은 거의 반쯤 정신이 빠진 상태에서 신이 나 앞장 서는 송미라 선생님을 따라 신발을 벗고 방으로 들어왔다. 조금전 지영씨 의 표정...... 그것은 허탈함과 실망감. 그리고 모멸감이 프러스 된 기가 막힌 표정이었다. 지영의 그런 표정 한 번도 본적이 없어...... 민형은 가 슴이 찢어지는 심정으로 시체처럼 어기적 어기적 방으로 들어섰다. '설마 내가 담임과 썸씽이 있을거라고 오해할리야......' 설마 설마, 조금 기분이 나빴을 뿐이겠지. 지영씨는 이해심이 많은 여자 니까 아마도 곧 풀어질꺼야. 스스로를 열심히 달래며 민형은 마음속으로 여러 가지 핑계거리를 생각해 내기 시작했다. 담임이 여자라는 것을 밝히 지 않은 이유. 첫 번째, 예쁘니까? 맞아 죽을꺼다...... 그렇지 않으면 지 영씨가 오해할까봐? 괜한 오해를 사기 싫었기 때문에......? 음, 이게 제 일 무난할 거 같군. 이걸로 하자. "아까 그 여자 누구니?" "네?" 생각에 빠진 민형에게 갑작스럽게 던져진 담임의 질문. 민형은 질문의 핵심을 파악하지 못하고 고개를 돌리며 대답했다. "누,누구냐니요......? 옆집에 세들어 사는 누나......" 이크, 그러고 보니 또 누나라고 했었구나. 이건 또 뭐라고 변명한다냐. 선생님 건으로 다 포함 됐으면 좋겠는데...... 대답하는 민형을 빤히 바라 보며 송미라 담임이 왠지 모르게 의미 심장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예쁘더라. 갈색 머리야. 염색인가?" "아니요. 원래부터 갈색이예요." "여자들은 염색해도 다 천성이 갈색이라고 하는거야. 유방확대 수술과 같은거지." "나참, 원래 갈색이라니까요. 그건 누구보다 내가 잘! ......!?" 마누라 칭찬하는 남자만큼 팔푼이가 없다고 누가 그랬던가. 지영을 띄워 주느라 얼떨결에 나온 한마디. 미라가 가늘게 눈 웃음을 띄우며 뜨끔해져 있는 민형에게 나지막히 물었다. "자세히도 알고 있네...... 되게 친한가 봐." "이웃 사촌과의 교류는 활발할수록 좋은것이기 때문에...... 하하." 얼버무리며 대충 웃어 넘기는 민형. 그런 민형을 바라보며 미라가 가늘 게 띄어진 눈으로 웃음을 머금었고 민형은 뜨끔뜨끔한 가슴을 달래며 그 녀의 시선을 피했다. 왠지 의연이 한명 더 생겨난 것 같다. 학교에서는 이 런 여자가 아니었는데....... 교사의 자리와 보통 여자로서의 모습이 너무 다른 담임. 민형은 여자의 이중성에 내심 혀를 내둘렀다. 그런거에 비하면 지영씨는 한결 같아서 좋아. 결국 단순한거지...... 응, 그렇지...... '역시 여자는 단순한게 좋단 말이야......' 자신의 여성관이 단순하다는 것을 전혀 깨닫지 못하며 속으로 이렇게 생 각하는 민형. 그런 민형의 앞에 자리를 잡고 앉으며 담임이 물었다. "문닫아." "네?" 문 닫으라니 방문? 민형은 왠지 문을 닫으면 큰일이 날 것 같은 본능적 인 기분이 들어 부엉이 만한 눈을 뜨고 담임을 쳐다 보았다. 이거 어쩌다 이렇게 됐지 이거? "무,문을 왜 닫아요......?" "공부하는데 바깥에서 시끄러우면 신경 쓰이니까." "이 동네는 조용한데요." "닫아 신경이 분산된단 말이야." "......" 냉정한 한마디. 민형은 찍 소리 못하고 문을 닫았다. 아무리 그래도 선 생님은 선생님이지. 맞 먹을 수는 없잖은가. 민형이 자신의 뜻대로 문을 닫자 미라는 흡족한 표정으로 상을 끌어다 앞에 놓고 참고서와 교과서를 올려 놓았다. "자, 빨리 앉아." "예......" 또 지겨운 공부냐. 가정 방문 왔으니까 그냥 잡담 좀 하다가 돌아가면 좋을텐데...... 민형은 공부가 정말 싫었다. 정말 정말 정말 정말 정말 정 말 싫단 말이야. 민형의 절박한 심정을 아는지 갑자기 참고서를 펼치던 미라가 턱을 괜채 고개를 들고 민형을 향해 싱긋 웃었다. "너 공부하기 싫지?" "네......? 네!" 활짝 웃으며 대답하는 민형. 미라가 재미있다는 듯이 쿡쿡 웃었다. "그럼 오늘은 가정 방문 온거니까 얘기나 좀 하다가 갈까?" "정말이요?" 이야호! 잘됐다. 그럼 방문 열어도 되겠네. "그럼 더우니까 방문 열께요." "놔둬." "예......?" 한순간 담임의 강렬한 눈빛. 민형은 주눅이 들어 문 손잡이로 다가가던 손을 멈칫했다. "놔두라고." "아,예......" 그 여자 눈매한번 무섭네. 나도 눈싸움 하면 안 질 자신 있지만 담임인 데 어쩌겠어. 민형은 다리가 풀려 포르르 그 자리에 주저 앉아 버렸다. 그 러자 미라가 곧 싱글싱글 웃으며 말을 꺼냈다. "너 교장의 특혜로 여기 전학왔지......?" "네......? 어,어떻게 그걸......?" 이 여자도 진짜 눈치 칼이네.민형은 왠지 자신의 약점이 탄로날 것 같아 최대한 긴장하며 눈을 초롱초롱하게 떴다. 그런 민형을 향해 훗 하고 웃어 보이며 미라가 한손으로 턱을 괜채 민형을 빤히 쳐다보았다. 1초,2초,3초 4초,5초...... 시간이 흐르고 민형은 얼굴이 빨개져서 얼른 말을 꺼냈다. "서,선생님 저도 묻고 싶은게 있어요!" "뭔데......?" 웃으며 대답하는 미라. 민형은 그녀의 시선을 피하기 위해 내뱉은 말에 책임을 지기 위해 질문할 것을 마구 생각해 내기 시작했다. 뭐,뭘 물어 볼까! 역시 이럴 때 물어볼건 하나 밖에 없지......! "선생님 몇살이세요......!?" "25살." 25살? 우와 젊네...... 젊다고는 생각했지만 이렇게 젊을 줄이야. 그런 데 25살에 어떻게 교사가 됐지? 19살이 대학교 1학년 이니까 23살에 대학 을 졸업했다고 치고 일,년 이년...... 우와 그야 말로 엘리트구나. "선생님 출세 가도가 빠르시네요.젊은 나이에 교사라는 직책을!" "응, 돈 먹였어. 푸확! 도,돈!? 돈을 먹였다고요!? 하,하긴 요즘 교사 되려면 실력만 가 지곤 안된다고 하던데...... 그래도 그렇지 제자 앞에서 그런 이야기를 정 직하게? 민형은 얼굴이 시뻘개져서 씨근덕 씨근덕 거리며 말문을 열지 못 했다. 그런 민형을 귀엽다는 듯이 바라보던 미라가 두손으로 턱을 괘며 말했다. "농담이야. 그말 믿었니?" "......" 제길 가지고 노네. 그럼 믿었죠! 선생님 말인데!! 이번엔 약이 올라서 씨근덕 거리는 민형을 향해 미라가 웃으며 입을 열었다. "사실은 우리 학교 교장이 우리 할아버지 걸랑. 그리고 우리 아버지는 학교 이사장이야. 놀랐지?" 놀랐어요...... 이거 정말 놀랄 노자네. 그런 완벽한 백을 가지고 교생 으로 왔다가 눌러 앉았다 이거군요. 이거야 말리 비리다. 우리 나라가 현 재 이렇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아무리 사립이라도 해도 그렇지...... 민형 은 왠지 모르게 착찹한 심정이 되어 한손으로 턱을 만지작 거렸다. "너를 우리 학교에 넣어 준것도 할아버지 덕분이지." "그,그럼 혹시......?" 마치 모든 것을 다 알고 있었다는 듯한 담임의 표정. 민형은 불현 듯 섬 뜩한 기분이 들어 미라를 똑바로 쳐다보며 침을 꿀꺽 삼켰다. 왠지 모르게 사슬에 얽매이는 기분이 드는데 말이야......? "할아버지가 너를 특별히 공부시키라고 특명을 내려 주셨어. 너한테 특 별 지도를 선사하는 것도 그런 이유야." "왜,왜 교장 선생님이 저를 그렇게 신경써 주시나요.......?" 이해가 되지 않는 말들을 들으며 민형은 혹시나 해서 이렇게 질문했다. 교장이 학생 개개인의 성적을 체크하는 학교는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그 때 민형을 향해 입을 여는 송미라 담임의 이야기를 충격적인 것이었다. "왜냐고? 네가 왜 이 학교에 올 수 있었다고 생각해? 너는 너가 모르는 상당한 백이 있어." 나,나 역시 백으로 들어 왔다고!? 이거 황당하네. "너의 할아버님인 정지철 씨와 우리 할아버지 송석인 씨는 죽마고우 야. 당연히 너희 아버지 정성욱씨와 우리 아버지도 아는 사이지. 성욱이 아저씨는 아주 어렸을때는 자주 만났는데......" "......!?" 이거 이거 이상하다!? 자신이 전혀 모르고 있던 세계가 펼쳐지는 기분? 민형은 가슴을 졸이며 담임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그래서 도대체 뭐 가 어떻다는 거야? 원래부터 선생님 집안과 우리 집안이 알고 있는 집안이 었단 말인가......? 응? 그런거야? "그,그래요? 그럼 원래 친분이 있는 집안이었다고요......? 아아, 그렇 구나 난 몰랐는데...... 이,이거 황당하네......?" 왠지 모르게 말이 잘 떨어지지 않는 민형이 갈팡질팡 하며 쓰잘데 없는 대사를 늘어 놓기 시작했고 그런 민형을 빤히 바라보며 미라가 웃었다. 한순간 정신이 번쩍 든 민형이 심각한 표정으로 한마디 했다. "하지만 그렇게 까지 나를 신경써 줘야 하는 이유가 뭐죠? 아무리 할아 버지 말이라 해도 부탁일 뿐인데...... 바쁜시간 내면서 까지 내 공부를 봐주는 이유가 뭐냐고요." "그건 너랑 나랑 결혼할지도 모르기 때문이지." 이거 완전히 죽이는데? 완전 3류 하이틴 소설. 민형은 지금 들은 말은 못들은 걸로 하기로 했다. "황당하지?" 웃으며 묻는 담임. 예 정말 황당해요. 민형은 황당해서 기절할 지경이 었다. - 계속 - 『CD의 환상세계-일반소설 (go CDGGAM)』 112번 제 목:[중편L] ## 고교 3년생의 사랑 ## -76 올린이:cdggam (임달영 ) 97/08/25 16:23 읽음:6152 관련자료 없음 ----------------------------------------------------------------------------- ## 고교 3년생의 사랑 ## PART-76 "......" 문은 닫혀 있었다. 굳게 닫힌 문. 민형의 의도와는 달리 그것이 지영에 게는 너무 각박하게 느껴졌다. 괜스레 민형이 원망스럽고 화가 났다. 지영 은 마루에 걸터 앉아 닫혀 있는 민형의 방문을 지켜보며 누구에게도 하소 연하지 못하는 답답한 마음을 품어 안았다. '공부라고......' 자신에게 배워도 될텐데. 특별히 담임이라고 민형을 잘 가르치지는 못할 것이다. 오히려 민형을 잘 알고 있는 것은 자신이라고...... 오히려 그쪽 이 더욱 나을 것이라 생각하면서 지영은 담임과 집에서 과외하는 것을 찬 성한 것을 후회했다. 하지만 여선생일지 몰랐어. 그것도 저렇게 젊은. 지영은 화가 났다. 아, 화내고 싶지 않지만 화가 난다. 아 화나 화나 화 나. 민형씨가 다른 여자와 함께 앉아 있는게 화가 난다. 지영은 섭섭해서 눈물이 핑 돌았다. ......................................... . . . . . . . . . . "결,결혼이라고요......? 선생님 하고......? 저하고......?" 말도 안돼! 그런 이유 따위 난 전혀 알지 못했어요! 그래! 내가 알지 못 하는 이상 그런 일은 없는 것이다! 맞아! 혹시 아버지가 큰 빛이라도 져서 날 저 가문에 팔아 넘겼나!? 무,물론 충분히 그럴 수도 있는 일! - 충분 히 그럴 수 있다니......- 하지만 싫다! 내가 싫으면 싫은거다! 민형은 잔 뜩 긴장하여 적의가 가득한 표정으로 담임을 쏘아 보았다. 그러자 미라가 민형의 마음을 십분 이해하겠다는 듯이 상 위에 턱을 괜채 다른 한손을 까 닥까닥 흔들었다. "긴장하지마 얘. 내 얘길 뭔가 착각했구나? 결혼할 수 도 있다는 이야기 지 반드시 해야 한다는게 아니야." "......?" 결혼할 수 도 있다는? 그럼 안할 수 도 있다는? 근데 누구에 의사에 따 라서요? "왜 내가 너랑 결혼해야 되니? 나 역시 노 굿이야. 무엇보다 나는 나이 많은 남자 쪽이 좋단 말이야." "무,물론 저도 나이 적은 여자쪽이 좋아요!! 어떻게 아줌마랑!" 반사적. 이것은 그야 말로 반사적이었다! 방어수단이다! 그 순간 방문이 활짝 열렸다. "크헉!?" 그리고 민형은 자기도 모르게 상위에 손을 집으며 크게 신음했다. 갑자 기 짚은 상이 민형의 손에 압력에 의해 다리가 부러지고 민형은 희번덕 거 리는 눈으로 부들부들 떨며 방문을 열고 들어온 누군가를 바라보았다. "......" 아무말 없는 그녀. 그녀는 쟁반에 쥬스 두잔을 받쳐 들고 있는 지영이었 다. 그라고 지영은 아무말이 없었다. - 드르륵 - 탁 조용히 방문이 닫히고 지영의 모습이 민형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쥬스를 들고 있었는데...... 민형은 당황해서 심장이 쿵쾅 쿵쾅 뛰었다. 들었을 까!? 쥬스를 그냥 가져간걸 보니 분명히...... 분명히...... << 들었다!!! >> - 쿵 세상이 새하얗다. 갑자기 양때들이 줄지어 뛰어 놀기 시작했다. - 나이 적은 쪽이 좋아요 - 나이 적은 쪽이 좋아요 - 아줌마 아줌마 아줌마 크하하하하하하하~ 민형은 완전히 초 죽음이 되어 울고만 싶었다. 아니 야! 난 사실 연상의 여자쪽이 좋단 말이야! 이건 사실이야! 작가도 그렇단 말이야! "......" 자포자기가 되어 실실 거리는 민형. 그런 그를 물끄러미 쳐다보며 미라 가 착찹한 듯이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흐응...... 역시 그랬나......' 미라가 시원섭섭한 기분으로 빙긋이 웃었다. ------------------------------------------------------------------- << 난 나이 많은 여자는 싫어요!! >> 외치는 민형의 목소리가 들렸다. 민형이 손가락으로 지영 자신을 가리키 며 윽박지르고 있었다. << 아줌마 주제에! 저 처럼 젊은 사람과 사귀려고 했어요!? 뻔뻔 스럽기 는 양로원이나 가봐요 아줌마!! >> "아니야!" 견딜 수 없다는 듯이 외쳤다. 민형씨가 그럴 리가 없어! 민형씨가 그럴 리가 없어! << 잘 생각해봐. 민형씨가 결혼할 나이가 되었을 때 넌 벌써 서른이야 서른. >> << 바꿔 말하면 넌 아줌마라 이거야. 더 이상 젊지 않다고. >> 지혜의 목소리. 그녀가 걱정스럽다는 듯이 중얼거리고 있었다. "아니야! 아니라고 흑흑!!" 지영은 울면서 골목을 달리기 시작했다. ------------------------------------------------------------------ "야 너 말이야." 사색이 되어 허물어져 있는 민형. 그를 향해 미라가 물었고 민형이 고개 를 돌렸다. 원망,원망,원망, 억지로 눈물을 참는 민형의 모습이 미라를 억지로 웃게 만들었다. 짜식...... 되게 미안해지네. "저 아가씨가 뭔가 오해한 것 같은데 빨리 ?아가서 풀어줘야 하지 않 겠니......?" "오,오해라뇨. 무슨 오해요?" 당장이라도 뛰쳐나가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는 자신을 원망하며 민형이 이를 악물었다. 하지만 미라는 모든 것을 눈치챘다는 듯이 갸름하게 웃었 다. "저 저 누나랑 친하지 않니?" "예......" "사귀는 사이 아니니?" "!!!!" 역시 의연이다 의연! 같은패가 분명해! 의미 심장하게 웃는 담임의 표정 을 보며 민형이 놀람반+속시원함 반으로 눈을 부라렸다. 알고 있었죠! 알 고 있었으면서 놀린거죠! 민형인 원망가득한 눈으로 미라를 바라보자 그 녀가 아니라는 듯이 고개를 절래 절래 흔들었다. "왜그래? 난 몰랐어. 지금 안 것 뿐이야. 아니니?" "왜 아니겠어요! 맞아요! 저 여잔 내 여자예요! 그러니까 난 누구하고도 결혼 안해요!" "아, 그래 그래 미안하다. 그런 줄은 몰랐네. 어쨋든 빨리 ?아가봐. 너 보다 나이 먹은 아가씨께서 쇼크 먹었겠다." "씨이......!! 그럼 선생님 내일 뵈요!!" 원망을 마구 내뱉으며 민형이 얼른 자리에서 몸을 일으키며 신발을 신고 바깥으로 튀어 나왔다. 그런 와중에도 인사할 생각을 하다니 미라는 민형 의 순수함에 풋 하고 웃음이 튀어 나왔다. '자식 능력 좋네...... 연상의 여인을 다 꼬시고.' 미라가 어깨를 뛰어나가는 민형의 뒷 모습을 바라보며 안경태를 살짝 들 어 올렸다. ........................................ . . . . . . . . . . - 따르르릉 - 따르르릉 민형의 집을 나서려는 미라의 등뒤에서 갑자기 전화벨이 요란하게 울리 기 시작했다. 민형의 방에서 울리는 전화벨. 미라는 전화를 받을까 말까 망설이다가 결국 수화기를 들어 올렸다. "여보세요......?" << 아, 죄송합니다. 잘못...... >> "아니 여보세요? 여기 정민형씨 댁인데요?" << 어? 아 그래요......? 아 죄송 착각했네요. >> 수화기 안에서 들려오는 여성의 목소리. 확실히 민형보다는 연상의 것이 었다. 목소리사 민형을 찾았다. << 저 민형씨는 없나요......? >> "아, 잠시 나갔습니다. 실례지만 무슨 일로......?" << 언제쯤 들어오죠? >> 냉랑한 목소리. 미라는 왠지 꽁해져서 조금 낮은 목소리로 한마디 했 다. "한참 걸릴거 같은데요." << 그래요? 이상하네...... 아 전 지혜라고 하는데요. 혹시 민형씨가 돌 아오면 이쪽으로 전화 좀 하라고 전해 주실래요. 전화번호는 알고 있으니 까요. >> 지혜? 이런 여자도 사귀고 있는거야? 이녀석 알고보니 바람둥이 아니 야? 미라는 갑자기 얄미운 기분이 들어 머리속으로 민형을 떠올렸다. 자식 보기보다 플레이 보이 기질이 다분하군. 미라는 전화를 받은 자신도 여자 라는 것을 망각하고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다. "예 그렇게 전해 드리죠." 미라는 이렇게 대답하며 전화를 끊었다. 그녀석...... 사귀는 여자가 있 다면서...... - 계속 - 『CD의 환상세계-일반소설 (go CDGGAM)』 113번 제 목:[중편L] ## 고교 3년생의 사랑 ## -77 올린이:cdggam (임달영 ) 97/08/28 17:26 읽음:7041 관련자료 없음 ----------------------------------------------------------------------------- ## 고교 3년생의 사랑 ## PART-77 "헉헉......!" 민형은 급하게 골목으로 뛰어나와 지영이 갔던 방향으로 달리기 시작했 다. 나간지 얼마 안됐으니 꼭 붙잡아야 돼! 해명하지 않으면 안돼! 민형은 초조함과 긴장감 불안감으로 가득해져 뛰기 시작했다. '도대체 어디 있는거야......!?' 골목 한바퀴를 다 돌았을 때 민형은 구멍가게 앞에 멈춰서서 숨을 몰아 쉬며 속으로 이렇게 외쳤다. 근처 골목을 샅샅히 뒤졌는데 지영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민형은 고개를 들어 대로 건너편에 나 있는 적지 않은 유 흥가 골목을 바라보았다. "......" ........................................... . . . . . . . . . 지영은 유흥가를 걷고 있었다. 저녁 8시 중간쯤 지난 시간. 이르다고 할 수 있는 이 시간에 벌써부터 각집에 휘황찬란한 간판에 불이 들어오고 골목은 야하고 요란한 옷차림의 젊은 이들이 북적 거렸다. 지영은 이런곳 에 오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으나 오늘만은 달랐다. 오늘은 왠지 분통 이 터지는 이 기분은 달래고만 싶었다. 어디 술집이라도 들어가서 실컷 마 셔 버릴까...... '아니야...... 그랬다간......' 민형은 꽤 보수적이라 너무 과감한 방법은 위험하다가는 생각이 들었 다. 그랬다가 정말 미움 받기라도 하면...... 지영은 민형이 원망스러 뛰 어 나왔지만 나와서 까지 그의 눈치를 봐야 하는 자신이 초라했다. 하지만 지영은 그렇게도 민형을 좋아했다. 너무 좋아서 이렇게 갈등하고 있는 것 이다. 그래서 더 서러웠다. "......" 막상 나오기는 했지만 혼자 걷고 있으니 불안했다. 주위에 흘낏흘낏 시 선도 기분 나뻤고...... 지영은 아무래도 불안한 마음을 없애지 못해 몸을 돌렸다. 그냥 돌아가자. 돌아가서 민형씨 앞에서 울어 버려야지. 그순간 몸을 돌리는 지영의 얼굴에 두터운 살집이 부딪쳤다. "아......!?" 얼굴을 부딪쳐 코가 찡해진 지영이 한손으로 코를 움켜 잡으며 고개를 들자 자신의 앞에 10대로 보이는 키큰 남자아이 두명이 서 있었다. 지영 이 학원 강사를 하지 않았다면 누구도 그들을 학생으로는 보지 못할 외모 였다. "아가씨 혼자야?" "오늘 우리랑 같이 놀까?" 친근하게 말을 걸어오는 두 소년. 하지만 지영은 잔뜩 얼어서 쭈삣쭈삣 아무말도 못하다 냉큼 그 둘을 지나쳐 가려고 했다. 순간 두 소년중 머리 를 흰 두건으로 동여맨 귀걸이를 한 녀석이 지나쳐 가려는 지영을 붙잡았 다. "그냥 가는거야?" "나,난 볼일이 있어서......" "무슨 볼일인데? 같이 가줄게. 이 부근은 위험해." 희두건이 지영의 손을 붙잡은채 이렇게 말하며 지영의 가슴께를 힐끔 보 고 웃었다. 풍만한 젖가슴이 푹 파인 나시 안에서 탐스럽게 굴곡을 들어내 고 있었다. 지영은 불안한 나머지 손을 뿌리치려고 했다. "난 괜찮아요......! 아......!?" "왜그래? 그럼 혼자서 뭐하러 왔어?" 지영이 손을 뿌리치려 했으나 녀석이 놓아주지 않았다. 잠시후 검은 셔 츠를 입은 무쓰머리가 지영의 좌측에 붙어흰 두건과 함께 지영을 가게 터 가 있는 벽 맡은 편으로 밀기 시작했다. 지영은 새파래져서 식은땀을 흘리 며 외쳤다. "왜,왜이래요! 난 가야해요!" "왜그래 누나 재미없게...... 우리는 삐끼가 아니라니까. 그냥 재밌게 놀잔 말이야." "전 볼일이 있어요.......!" "지금 우리의 성의를 무시하는거야!?" 갑자기 험악해 지는 두 소년의 얼굴. 지영은 심장이 덜컥 멎었다. 두소 년의 손을 보니 솥 뚜껑만한게 한 대만 맞더래도 즉사할 것 같았다. 지영 은 겁이 난 나머지 눈물을 글썽 거리며 마음속으로 민형의 이름을 불렀 다. << 민형씨...... >> 이럴땐 누구보다 도움이 되는데. 민형씨만 있으면 괜찮은데...... 지영 은 이런 위험한 곳에 혼자 나온 자신을 후회했다. "이봐!!" 그때였다. 구세주의 목소리가 들려온 것은. 지영은 너무나 반가워 눈물 을 머금은채 번쩍 고개를 들었다. 민형씨!? "너희들 뭐하는거야! 그 아가씨는 내 일행이다!" "......!" 지영을 자신의 일행이라고 외치며 다가오는 남자. 그는 민형이 아닌 20 대 중반은 넘어 보이는 청년 이었다. 평범한 T셔츠에 청바지를 입은. 아무 리 봐서 학생으로는 보이지 않는 남자였다. 남자를 향해 두 소년의 눈이 꼬리를 물고 치켜 올라갔다. "뭐야 너는......? 이 여자랑 일행이라고......?" 거짓말인줄 뻔히 안다는 표정. 사내가 찔끔하며 대답했다. "그,그래......" 사내의 확실치 못한 대답. 두 소년이 서로를 마주 보며 웃었다. "짜식이! 이런데서 일행을 내버려 두면 되나! 가봐! 이 여자는 우리가 맡았어!" "뭐라고!? 저리가! 아가씨가 싫어하잖아!" "뭐야 이게!?" 한순간 퍽 소리가 나고 지영은 질끈 눈을 감았다. 잠시후 눈을 떴을 때 복부를 움켜 잡고 쓰러지는 구세주 사내가 보였다. 보통 이럴땐 항상 민 형씨가 이겼는데......? 보통 남자는 그다지 강하지 않구나...... 지영은 남자라고 모두 센건 아니라는 걸 그제서야 실감했다. 쓰러진 사나이의 위에서 흰 두건이 외쳤다. "야 튀어!" "......!" 사나이가 쓰러져 배를 잡고 신음하자 겁을 먹은 두 소년은 냉큼 도망가 기 시작했다. 폭력사건에 연류되는 것이 두려웠던지. 지영은 그제서야 정 신을 차리고 얼른 무릎을 꿇고 사내의 상태를 살폈다. "괜찮으세요!?" 쓰러진 사내를 부축하며 지영이 이렇게 묻자 사내가 인상을 찌푸린채 쓴 웃음을 지으며 가까스로 고개를 들었다. 급소를 맞았으니 꽤 고통스러울 것은 당연한 일. "가,갔나요......?" "예, 갔어요." 그에 질문에 대답하며 지영이 쓰게 웃었고 사나이는 그제서야 자리에서 몸을 일으키며 얻어 맞은 배를 문질렀다. "아아...... 요즘 젊은 녀석들은 이렇게나 난폭해서 원. 어디 다치신데 는 없으세요?" "덕분에. 도와주셔서 고맙습니다." 알지도 못하는 자신을 도와준데 대한 고마움에 지영이 고개를 꾸벅 숙이 며 이렇게 말했고 사내가 별거 아니라는 듯이 고개를 절래 절래 흔들었다. 평범한 옷차림을 하고 있는 그는 젊고 매우 미남이었다. 훤칠한 키에 어른 스러워 보이는 용모가 민형과는 대조됐다. "아가씨 혼자서 이런곳에 계시면 위험해요. 어디 볼일이라도......?" "아니, 저는......" 마땅히 갈데가 없는게 당연한 지영. 그렇다고 처음 보는 남자에게 민형 에 일해 대해 이야기 할 수도 없고 해서 지영은 대충 말을 얼버무렸다. "전 근처에 사는데 잠깐......" "......!" 지영이 말을 얼버무리자 사내는 대충 지영의 심정을 감지했는지 씩 웃었 다. "그래요? 저도 잠깐 나와 본건데." 두 사람은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며 쑥쓰러운 듯 웃었다. ------------------------------------------------------------------- "자 한잔 하세요." "고,고맙습니다." 지영에게 술을 따르는 사내의 이름은 김선민. 그는 서울에 모 기업에 사원이지만 출장중이라 대전에 잠시 내려와 있는 중이라고 했다. 일을 끝 내고 잠깐 시간을 내어 거리에 나왔다가 봉변을 당하는 지영을 보고 도 와주게 되었다는 것이다. 지영은 처음 보는 남자와 이렇게 술자리를 같이 하는게 대단히 어색했으나 왠지 모르게 오늘만은 조금은 색다른 기분이 들 었다. 하지만 집에서 민형씨가 걱정하고 있을텐데...... 술자리 앞에서도 지영의 걱정은 떠나지 않았다. "그런데 지영씨는 어떤 직종에 몸담고 계세요?" "예? 아, 저는 근처 학원에서 아이들을......" "무슨 학원인데요?" "대입대비반이예요." "이야, 그것참 골치아픈 직업이로군요." 지영의 대답에 호쾌하게 대답하는 김선민. 그는 지영에게 건배를 권해 잔을 부딪친 후 한 번에 쭈욱 들이켰다. 술을 매우 좋아하는 모양이었다. "저희 형님도 선생님이십니다. 하지만 아까보셨듯이 학생들 대부분이 무서운 녀석들이라서요...... 요즘 고교생들은...... 하하." "네에......" 좋은 고교생도 있는데...... 지영은 민형을 떠올리며 선민의 말에 약간 에 거부감을 비추었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어른들간이 대화. 지영은 오랫 동안 이런 대화를 해보지 못한 느낌이 들었다. 자신이 낮아지는 기분이 들 었다. - 계속 - 『CD의 환상세계-일반소설 (go CDGGAM)』 114번 제 목:[중편L] ## 고교 3년생의 사랑 ## -78 올린이:cdggam (임달영 ) 97/09/20 00:47 읽음:5595 관련자료 없음 ----------------------------------------------------------------------------- ## 고교 3년생의 사랑 ## PART-78 민형은 유흥가를 열심히 돌아다니며 진담을 빼고 있었다. 설마 지영씨가 이런 곳에서 얼쩡거리고 있을거라고 생각지는 않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민형은 구석구석을 다 돌아 보며 열심히 뛰어 다녔다. 한 30분쯤 지났을까 ...... 민형은 자포자기 하여 대로에 버티고 선채 한숨을 내쉬었다. '제기랄......' 도대체 어디 있는거야. 오해를 안고 나갔으니 불안한 마음을 감출 수 없 는 민형. 그는 1초라도 빨리 지영을 눈앞에 데려다 놓지 않으면 견딜 수 없을 것 같았다. "제기랄!! 도대체 어디있는 거야!!!!" 짜증이 날대로 난 민형이 유흥가 한 복판에서 허공을 향해 꽥 소리를 질 렀고 지나가는 사람들이 깜짝 놀라 수근 거리며 민형을 쳐다 보았다. 하지 만 짜증이 난 민형은 수치심 같은 것은 무시하고 있었다. 지영씨...... 지 영씨 도대체 어디있는거야!! 빨리 나오란 말이야 해명할테니까!! "야, 너 목소리 큰거 자랑하냐?" "웃기는 자식이네. 공공질서도 몰라?" "......!?" 화가 날대로 난 민형의 뒤에서 순간 다가오는 몇몇의 사내 녀석들. 그들 은 보기에도 눈꼴시리게 차려입은 의상을 건들거리며 민형의 앞으로 다가왔 다. 흔히 이런 거리에서 삐끼를 하거나 고리를 하는 중고교 중퇴생들이 민 형의 행동에 비위가 거슬려 시비를 걸로 온 모양이었다. 그들을 보자 마자 민형의 이마에 삐죽 핏발이 섰다. "짜샤. 뭘 아려봐......? 짜식....... 푸웩!" 한순간 민형의 앞에서 건들거리던 삐끼중 한명이 그대로 면상을 정통으 로 얻어 맞고 나가 떨어졌다. 코피가 터져 쓰러지는 자신의 친구를 보며 놀란 삐끼들이 주먹에 피를 묻힌 민형에게 고개를 돌렸다. "이,이자식!!" "미친 자식을 다 보겠네!! 야 밟어!!!" "......!!!!" 흥분한 삐끼들이 민형을 향해달려 들었고 민형은 그대로 몸 싸움에 뛰 어들며 치고 터트리는 자신의 주먹을 휘둘렀다. 주위에 지나가던 사람들이 흠칫흠칫 거리를 두고 피해갔고 여자들이 끔찍하다는 듯이 수근 거렸다. 몇몇의 구경꾼들이 모여 들기 시작하고 바닥에는 민형에게 시비를 걸었던 삐끼들이 하나씩 쓰러지기 시작했다. ................................................. . . . . . . . "응? 왜 또 시끄럽지......?" 호프를 나오던 지영과 김 선민은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공터에서 왁자지껄 들려 오는 웅성거림을 눈치채고 그곳으로 시선을 옮겼다. 많은 사람들이 둘러 쌓인 가운데 툭탁 툭탁 주먹이 오고가는 소리가 지영에 귀에 들어왔 다. "저런, 또 싸움인가......? 하옇튼 이런 거리는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 다니까......" "......" 혀를 차는 김선민의 말을 들으며 지영은 물끄러미 시끄러운 곳을 쳐다 보았다. 대충 보니 싸움은 끝난 것 같고 당사자 들과 경찰들의 실랑이가 벌어지고 있는 듯 했다. "......" 싸움은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왠지 모르게 관심이 가는 가 싶더니... ... 지영은 자신이 혹시 잘못 보지 않은 것이 아닌가하여 눈을 한 번 문질 렀다. "......!?" 그리고 지영은 가슴이 철렁하여 얼굴색이 하얘지고 말았다. 구경하는 사 람들에게 둘러쌓여 경찰관과 말다툼을 하고 있는 당사자는 다름아닌...... '미,민형씨!?' 다름아닌 애물단지 정민형 이었다. ------------------------------------------------------------------- "나참 뭔 헛소리예요!! 이 자식들이 먼저 시비 걸었다니까!?" "그러니까 서에 가서 얘기 하자니까!!" "아 씨팔! 진짜 우리 민주경찰 말 안통하네!? 멀쩡한 시민의 자유 시간 을 뺏을 권리가 있어 니들이!? 야 이 짭새 자식아. 나 지금 짜증나서 미칠 지경이니까 이 깡패 자식들이나 잡아 가란 말이야!!!!" 얼굴이 시뻘개져서 외치는 민형. 보기만 해도 그가 얼마나 화가 났는지 를 알수 있을 것 같았다. 지영과 사귀는 동안은 별로 보여주지 않은 모습 이지만 성질 급하고 난폭한 습성은 아직도 민형의 몸 깊숙한 것에 배어 있 었다. "난 시비에 걸린 것 뿐이라니까 말귀 못알아 들어 이 짭새야!?" "뭐,짭새......!? 이, 이 학생이 정말......" 거친 말을 내뱉는 민형에게 젊은 경찰관 두명이 흥분하여 얼굴이 빨개 졌고 쓰러져 있던 삐끼 세명도 얼른 분위기를 파악하고 변명을 하기 시작 했다. "경찰 아저씨 그 자식 깡패 새끼예요!! 저희는 피해자예요 치해자!" "그 자식 전문적인 깡패 녀석인지도 몰라요 잘 조사해 주세요!" 얻어 맞은 상처를 만지자 거리면서도 열심히 지껄이는 삐끼들. 그들을 보고 있는 민형의 흥분은 점점 더 거세지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일단 서까지 가서 얘기 하자니까요!!" "정말 말 안 통하네! 이거 안놔!!" "잠깐만요!!" "!?!?" 한참동안 흥분해서 경찰과 실랑이를 벌이고 있는 민형. 그때 익숙한 목 소리가 경찰과 민형 사이에 끼어 들었고 깜짝 놀란 민형이 눈을 크게 뜨고 목소리의 주인공을 바라보았다. 바로 그렇게 찾아 해매던 지영. 바로 그녀 가 와 있었다. "지,지영씨!" 민형이 지영의 이름을 외쳤으나 지영은 민형은 아랑곳 하지 않고 경찰 들에게 다가가 머리를 굽신거리며 사과하기 시작했다. "정말 죄송합니다 경찰 아저씨. 그런데 무슨 큰일이라도 저질렀나요?" 지영이 사근사근하게 난처한 표정을 지어 보이자 경찰도 조금 말이 통하 는 사람이 나타났다고 생각했는지 지영에게 물었다. "누구시죠?" "아,예 저는......" 문득 대답을 하다가 말문을 멈춘 지영. 그녀가 멍한 얼굴의 민형을 흘끔 쳐다보고 무엇이 생각났는지 뾰루퉁한 표정으로 경찰관에게 고개를 돌렸 다. 뭐지 저 표정은......? 갑자기 나타난 것도 황당한데 말도 안걸다니? 민형은 악에 받치는 것을 가까스로 참으며 지영을 노려보았다. 그때 지영 이 난처하게 웃으며 경찰들에게 입을 열었다. "제 동생입니다만......" "아, 그래요? 그럼 이쪽과 이야기 하는게 빠르겠군." 지영의 한마디. 경찰관의 대답. 그리고 민형은 얼굴이 새빨개 져서 뎃으 락 뎃으란 한 표정으로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주먹을 움켜 쥔 채 입을 떠억 벌렸다. 동생? 동생이라고......? 어떻게 저런 말을 저렇게 자연스럽게...... 할 수가 있지!? "대단한 일은 아니지만 사건의 진의를 조사하기 위해 잠깐 서에 가주셔 야 하는데요. 당사자가 저렇게 고집을 부리고 있으니." "아, 죄송합니다! 제가 데려 갈께요. 죄송 합니다 경찰 아저씨. 민형 ......!?" 민형의 이름을 부르며 그제서야 고개를 돌린 지영의 앞에서 화가나서 시 뻘개진 민형의 얼굴이 있었다. 하지만 지영은 약간 망설이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가 얼굴을 내려깔고 이렇게 말했다. "아." "......" 좋아 갈때까지 같다. 민형은 화산이 머리 끝까지 올라갔다가 그 주위에 서 맴도는 느낌을 받았다. 민형아! 민형아라고!? 동생도 부족해서!? 이거 정말 미치겠네!!!! 민형은 자칫 이성을 잃었다간 경찰이고 뭐고 다 때려 돕히고만 싶은 심정을 참으며 화가 나서 씩씩 꺼렸다. "......" 지영은 그런 민형이 화를 내는 이유를 다 알고 있었지만 모른척 하고 그에게 다가와 말했다. "도대체 어떻게 된거니? 네가 먼저 때린거 아니지!?" 아마도 먼저 때렸을 확률이 너무너무 크다고 생각하면서 지영은 조바심 을 내며 물었다. 지금 이렇게 말하면서도 지영은 솔직히 후환이 두려웠 다. 하지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민형씨가 이해해야 한다는 구실을 만들기 엔 나쁘지만은 않았다. 솔직히 누나라고 불린데에 대한 복수도 조금 있긴 하지만...... 아주 조금. "저...... 무슨 일 있습니까?" "......?" 그때 구경꾼들을 헤치고 안으로 들어오는 남자 긴선민. 그를 보자 마자 지영의 얼굴이 파래 졌다. 아니 저 남자가 왜 따라왔지!? "지영씨? 여기 아는 사람이라도...... 있어요......? "네......!? 아, 그게......" 큰일났다!! 어떡해!! 말을 거는 김선민에게 대답하는 순간 지영은 가슴 이 싸늘하게 식어서 천천히 민형의 얼굴로 고개를 돌렸다. "......" 아니나 다를까 민형은 마치 저승사자 같은 표정으로 우두커니 지영을 바라보고 있었고 지영은 눈물이 찔끔 솟았다. 난 몰라 어떡해~ - 계속 - 『CD의 환상세계-일반소설 (go CDGGAM)』 115번 제 목:[중편L] ## 고교 3년생의 사랑 ## -79 올린이:cdggam (임달영 ) 97/09/22 01:14 읽음:5605 관련자료 없음 ----------------------------------------------------------------------------- ## 고교 3년생의 사랑 ## PART-79 "뭐예요? 친동생도 아니잖습니까?" "아, 그게요...... 같은 집에서 자취해서 잘 아는 사이거든요. 어차피 보증인만 되면 되는거니까 제가 보증을 서겠습니다 경찰 아저씨." 파출소에서 연신 담당 경찰관에게 고개를 숙이며 지영이 일을 해결하고 있는 동안 민형은 욹그락 뎃으락 뚱한 표정으로 의자에 앉아 고개를 돌리 고 있었다. 민형은 지금은 헤어지고 없는 김선민이라는 남자를 생각하며 끓는 속을 잠재우고 있는 중이었다. '그런데서 처음 보는 남자랑 술을 마셨다 이거지...... 후우......" 용납할 수 없어. 용납이 안돼!! 어떻게 그럴수가 있지!? 아는 사람도 아 니고! 처음보는 사람이랑! 그것도 남자랑!! 콜라도 아니고 술을 마실 수 있냔 말이야!! 민형은 지영의 대한 믿음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녀가 자기 모르게 외간 남자와 함께 있었다는 것 자체가 너무나 열이 뻗쳤다. "그럼 여기에 지장 찍으시고 먼저 시비를 건 녀석들은 저 녀석들 이니까 보내드리는 겁니다. 보호자도 있으니까 믿고 보내 드리겠습니다. 괜찮겠 죠?"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경찰 아저씨." 다행스러운 얼굴로 연신 고개를 숙이는 지영에 뒤에서 못마땅한 표정의 삐끼들이 퉁명스러운 목소리로 외쳤다. "에이씨! 먼저 시비 건 사람은 저 사람 이라니까요!" "맞아요! 우린 피해자 라니까요!" 건들거리며 이렇게 외치는 삐끼들을 향해 경찰의 불호령이 떨어졌다. "시끄러 이 자식들아! 너희들 벌써 몇번째야! 확 집어 넣어 버린다!" "......" 경찰의 이야기를 듣자니 녀석들은 꽤 이 근방에서 유명한 녀석들인 모 양이었다. 민형은 데리고 왔던 경찰관 한명이 지영과 함께 자리에서 일어 서는 민형을 향해 쓴 웃음을 지으며 한마디 했다. "거 젊은 사람이 성질 좀 죽여." ------------------------------------------------------------------- 파출소에서 나와 집으로 돌아가면서 민형은 연신 화가 난 채였다. 지영 은 앞장서서 뒤도 돌아보지 않고 집으로 돌아가는 민형의 뒤를 따르며 자 신의 경솔했던 행동을 후회했다. 사실은 화가 날 사람은 바로 나인데... ...! 라고 생각해 보았자 이제 와서는 아무 소용이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 다. 지영은 불안한 마음으로 민형의 뒤를 따르며 숨을 죽였다. "......" 민형은 민형대로 꽤 화가 나 있었다. 분명 집을 나와 지영을 찾아 다닐 때만해도 지영을 만나면 해명하고 잘 풀어갈 심산이었다. 하지만 거리에서 지영과 김선민이라는 남자를 본 후 기분이 싹 가셔버렸다. 시시하게 길거 리에서 만난 남자랑 술이나 마시고 있었다니 민형은 아무리 생각해도 분이 풀리지 않아 우뚝 멈춰섰다. 반사적으로 뒤 따라 오던 지영도 멈춰섰고 민 형이 뒤를 돌아보았다. 민형은 굳은 얼굴로 지영에게 먼저 한마디 했다. "삐져서 뛰어 나가길래 어디갔나 했더니 결국 술집이예요?" "......" 민형의 목소리에는 가시가 돋혀 있었다. 지영은 한 번도 민형이 자신에 게 화를 내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조금 겁이 나서 잠자코 있었 다. 민형은 답답한지 주머니에 손을 넣은채 하늘을 한 번 쳐다보고 푸욱 한숨을 내쉬었다. 민형이 말했다. "그럼 내가 어떻게 말했으면 좋겠어요? 친구도 아니고. 학교 담임 이었 잖아요! 네, 제 애인입니다! 한 집에서 함께 삽니다. 그렇게 얘기 하란 말 입니까?!" 그,그런게 아니잖아요! 지영은 냉큼 대꾸하고 싶었지만 목구멍까지 나 온 대사를 꿀꺽 삼켜 버렸다. 지영이 화가 난 것은 자신을 누나라고 변명 한것에 대한 것이 아니었다. 물론 그것도 좀 화가 나긴 하지만 진정 지영 을 화가 나게 한 것은 송미라 라는 젊은 여선생의 존재였다. 그것을 민형 에게 납득시키는 것 자체가 조금 유치한 것 같아 지영은 입을 다문 것이 다. 물론 민형의 말을 들어주고 화해하려는 의사가 더 강했다. 지영이 그 런 생각으로 아무말 않고 있자 자신의 주장이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했는 지 민형이 덧붙혀 말했다. "뭐, 좋아요. 여자들이 다 그렇죠 뭐. 삐져서 나간 것 까지는 좋았다 이 거예요. 그러니까 나도 찾으러 나온거고. 그런데......" 문득 낮아지는 민형의 목소리 한순간 민형이 참지 못하겠다는 듯이 눈을 부릅 뜨고 큰소리로 이렇게 외쳤다. "술집이라니!! 그것도 처음 보는 남자랑!! 지영씨 그 정도 밖에 안돼 요!?" "......!" 엄청 큰 목소리. 그것은 지영을 놀라게 했고 민형이 내뱉은 말은 지영에 게 상처를 주었다. 그정도 밖에 안되다니. 마치 싸구려 여자 취급하는 민 형의 말. 지영은 민형의 심한 말에 그만 분통이 터졌다. 하지만 지영이 변 명도 하기 전에 성난 민형은 계속해서 지영을 윽박질렀다. "전에 지훈형이 왜 그렇게 지영씨를 구속했는지 이제야 알 것 같애! 아 무하거나 헤헤 거리며 술을 마실 정도니 걱정이 되지 않겠어요!? 나는 안 그래요! 적어도 나는 처음 보는 여자를 따라가는 그런 짓은 안해요!" 엄청 심한 말. 지영은 자기도 모르게 두눈에 눈물이 가득 고였다. 저렇 게...... 저렇게 말할 수가...... 그래도 남은 화해할 생각으로 화가나는 것도 접어두고 잠자코 있었는데...... 저렇게 싸구려 여자 취급을 하다니 ...... 지영은 무엇보다 민형이 자신을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에 대해 엄청난 허무함을 느끼고 큰 실망에 빠졌다. 지영이 아무말 안고 주루룩 눈 물을 흘리자 민형은 자신이 좀 심하다고 생각했는지 잠깐이나마 말을 멈추 었다. 하지만 민형의 얼굴은 좀처럼 풀어지지 않은 채였다. 오히려 눈물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태도가 마음에 안든다는 얼굴로 가혹하게 인상을 찡 그리고 있었다. "울면 뭐가 해결되요? 울지 말아요! 뭐 잘했다고 울어요!? 진짜 짜증나 는 사람은 바로 나예요 나!!" 주먹으로 가슴을 쾅쾅 두드리며 하소연 하듯이 외치는 민형. 하지만 지 영은 더 이상 민형에게 아무런 할말도 없었다. 변명할것도 없고 하고 싶지 도 않았다. 지영은 그대로 두주먹을 꽉 쥔채 눈물을 참기 위해 욱욱 거리 며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어휴......" 민형이 짜증나고 답답한 얼굴로 돌리며 크게 탄식했다. ........................................... . . . . . . . . . "에이 씨팔!!" 민형은 방문을 주먹을 크게 후려치며 큰 소리로 욕지거리를 뿌렸다. 짜 증나고 성질나서 더는 못해 먹겠다! 민형은 속도 상하고 자신의 행동에 회 의도 느껴 머리속에 터질 것 같았다. 집에 돌아온 지영은 방에 틀어 박혀 아직도 울고 있는 듯 했다. "질질 짜서 뭐 어쩌겠다고!! 에이!!" 민형의 진심은 지영과 화해하는 것이었다. 조금 심하게 말하기 했지만 그것도 다 지영을 독점하고 싶은 투정에 속할 뿐이었다. 지영을 좋아하는 마음이 강해서 말도 험하게 나온것이고 자신이 좀 심하게 말한다 해도 지 영은 자신의 마음을 아니 받아 줄 것이라 생각했던 터였다. 하지만 정작 지영은 단단히 마음이 상한 모양이고 그런 모습을 보니 민형의 속은 두배 로상해 버렸던 것이다. 민형은 얼굴이 시뻘개져서 방에 털썩 주저 앉았 다. "크으......" 기분을 진정시키려고 애쓰며 호흡을 가다 듬었다. 하지만 계속해서 지영 의 크게 마음 상한 얼굴이 떠올라 민형을 못 견디게 만들었다. "엄마한테 물어볼 수도 없고 젠장! 젠장 젠장 젠장!!!!!!" 민형은 애꿎은 배게만 열심히 패대기 치기 시작했다. .................................................... . . . . . . 지영은 이불에 얼굴을 묻고 큰 소리로 소리내어 울었다. 지금까지 많은 슬픈일이 있고 괴로운 일이 있었지만 오늘 민형에게 들은 말만큼 지영을 서럽게 만든 일은 드물었다. 누구보다도 민형씨를 좋아하고 그를 따르는 데 당사자인 민형은 지영 자신을 마구 몰아 붙히고 조금의 이해도 해주지 않는 태도를 보인 것이다. 게다가 여자로서의 지영의 입장을 조금도 생각 해 주지 않는 가혹한 말로 그녀를 몰아 붙혔다. 오빠에게 어떤 욕을 들은 것 보다도 민형의 냉혹한 한마디가 훨씬 더 지영의 가슴을 찢었다. "흑흑...... 흐흐흑" 얼굴은 묻은 이불이 축축하게 젖고 눈이 빨갛게 충혈될 정도가 됐는데도 지영의 울음을 그칠줄 몰랐다. 지영은 자신이 한 모든 행동이 너무나 후회 스러웠다. 애초에 힘든 연애라는 지혜의 말도 떠올랐다. 모든 것을 노력해 서 열심히 해보려고 하던 지영의 마음은 아픔속에서 무너져 내렸다. "흐으윽...... 으흐흐흑......." 연신 이불에 고개를 파묻은채 지영은 울고 또 울었다. 이 밤이 다 가도 록 눈물을 흘려도 그녀의 눈물샘은 마르지 않을 듯 했다. ........................................................ . . . . . '요 녀석이 들어 왔나?' 샤워를 마친 송미라는 쇼파에 앉아 민형의 집 전화 번호를 돌렸다. 한 참동안 기다려도 민형이 돌아오지 않아 일단 집으로 돌아온 그녀였다. 돌 아와 곧장 전화를 걸었는데도 받지 않고 해서 일단 샤워를 끝맞치고 다시 걸어보는 참이었다. - 뚜우우우우우 - 뚜우우우우우 "......" 몇초동안 신호음이 울리고 저쪽에서 수화기를 들었다. - 딸칵 "!" << 여보세요? >> 왠지 모르게 잔뜩 날카로워진 민형의 목소리. 송미라는 어깨를 으쓱하며 입을 열었다. "민형이니?" - 계속 - 『CD의 환상세계-일반소설 (go CDGGAM)』 116번 제 목:[중편L] ## 고교 3년생의 사랑 ## -80 올린이:cdggam (임달영 ) 97/09/24 16:37 읽음:5839 관련자료 없음 ----------------------------------------------------------------------------- ## 고교 3년생의 사랑 ## PART-80 "......?!" 수화기 안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그것은 모든 사건의 시초자이자 악의 원흉. 송미라 선생이 분명했다. 그녀의 목소리를 알아챈 민형이 착 가라 앉은 목소리로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안녕하세요......" << 얘는 무슨 안녕하세요니? 웃기게. 바로 얼마전에 헤어 졌는데. 근데 누나는 찾았니? >> 짓궂게 묻는 송미라의 질문. 민형은 뚱해서 대답했다. "찾았어요." << 그래, 사이좋게 지내렴. 부부 싸움은 칼로 물배기라는데 너무 다투지 말고~ >> "......" 으으...... 말 한마디 한 마디가 사람을 열받게 만드는 대사. 자기가 뭐 얼마나 나이를 먹었다고 '사이좋게 지내렴~' 지랄!! 민형은 욕이라도 한마 디 던져주고 싶은 마음을 꾹 눌러 참고 굳은 목소리로 물었다. "그런데 어쩐 일이세요." 용건 없으면 빨리 끊으란 말이야. 민형의 퉁명스런 음성은 그런 뜻을 내 포하고 있었다. 하지만 송미라는 이미 민형의 기분 정도는 파악하고 있었 다. 그녀는 민형을 약올려 주기 위해 일부러 아픈 곳을 긁고 있는 것이다. 그녀가 시치미를 뚝때고 대답했다. << 어머, 내 정신좀 봐. 할말이 있는데 깜빡했네. >> "할말이요?" 뭐 종례때 전달사항을 빼먹어서 직접 접화로 알려주려는 것은 아닐테고 또 무슨 할말이 남았다는 거지? 왠지 요즘 따라 송미라 선생님의 말 한마 디 한마디에 뜨끔함을 느끼는 민형이었다. 그때 미라가 말했다. << 아까 너 없을 때 전화가 왔는데 말이야. 지혜라는 여자가 너를 찾더구 나. >> "지혜씨요?" 지혜씨? 이런 발칙한 것...... 미라는 왠지 약이 올랐으나 꾹참고 태연 스럽게 대답했다. << 그래 지혜씨인지 지혜양인지가 어쨋든 너를 찾더라. 전화해달래. >> "그래요? 그말 전해 주시려고 일부러 전화 거셨어요? 고맙습니다." << 뭐 고맙긴 얘. 메모로 남기려다가 이게 나을 것 같아서. >> "어쨋든요." 지혜에게 전화가 왔다면 만화건에 대해 얘기해 줄것이 있어서 일 것이 다. 민형은 갑자기 기대감에 부풀어 뚱한던 목소리가 사라졌고 그 태연함 이 미라에게 묘한 약오름을 선사해 주었다. 자식이 왜 갑자기 태연해 졌 지? 역시 숨겨둔 여자 친구 였던 것인가!! 미라는 되려 약이 올라 약간 목 소리가 가라 앉았다. << 그럼 끊는다. 내일 학교에서 보자. >> "얘 고맙습니다." - 딸칵 민형의 조금 흥분한 듯한 목소리를 마지막으로 미라는 수화기를 내려 놓 았다. "......" 미라는 잠시 가슴 앞으로 팔짱을 끼고 한숨을 내쉬었다. 왠지 모르지만 속이 상했다. 왜지? 왜지? 왜지? "쳇, 내일 학교에서 괴롭혀야 되겠어......" 미라는 손톱을 깨물며 괜시리 아무죄 없는 민형을 씹기 시작했다. ------------------------------------------------------------------- - 피리리리리 - 피리리리리 서울에 있는 지혜의 원룸 오피스텔. 주위는 어둡고 희미하게 보조등이 들어와 그나 침대 주위만을 희미하게 비추이고 있었다. 침대위에 알몸인 채 옆으로 드러누워 있는 지혜의 침대 머리맡에 놓여 있는 전화기가 울리 고 지혜가 손을 뻗어 수화기를 들었다. "누구야......?" << 아, 지혜씨 저예요. 민형이예요. >> "어, 민형씨구나...... 아까 전화했는데." << 네, 그래서 전화 건 거예요. 무슨 일로 전화 했어요? >> 사뭇 기대가 서려 있는 민형의 목소리. 전화를 받은 지혜의 말을 들은 지훈이 지혜에 옆 자리에 누워 있다가 기지개를 펴며 고개를 돌렸다. "민형이야?" 묻는 지훈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지혜가 머리 맡에 있는 담배를 한 개비 뽑아 물었다. 그러나 그녀는 곧바로 지훈에게 담배를 빼앗겨 버렸다. "또 피냐?" "왜그래?" "나도 하루에 두갑밖에 안피는데 넌 3갑째다 3갑째." "이리줘. 유치하게?" "빨리 전화나 받아." "......" 지훈이 담배를 뚝 분질러 쓰레기 통에 집어 넣자 지혜가 눈을 부라렸으나 일단 전화를 받아야 하겠기에 그녀는 다시 수화기에 입을 갔다. "민형씨?" << 아, 예. 무슨 일 있어요? >> "아니 뭐 잠깐. 그보다 아까 전화 말인데." << 예. >> 무슨 말이 나올까? 두근 두근. 민형은 자못 긴장하여 지혜의 말을 기다 렸다. 지혜의 대사가 떨어지는 몇초간이 몇시간 처럼만 느껴졌다. 이윽고 지혜가 입을 열었다. "민형씨 만화를 격주 웨이브에 팀장한테 넣어 봤는데 일단 민형씨를 한 번 보고 싶다고 해서." << 저,저를요? 저를 보고 싶다고요? >> "응, 일단 한 번 뭔가 만들어 보고 싶은거 같애. 확실한건 아니고." << 그,그래요? >> 지혜의 말을 들은 민형의 심장이 두근 두근 덜렸다. 잡지사 팀장이 자신 의 그림을 보고 자신을 만나보고 싶어한다. 현실적으로 그것은 그리 대단 한 일이 아니었지만 그때의 민형에게는 너무나 긴장되는 소식이었다. "그래서 토요일 쯤에 시간이 있나 해서......" << 있어요 있어! 토요일날 서울로 올라가면 되지요? >> "응, 그렇긴 한데 너무 큰 기대는 같지 않도록 해. 원래 잡지사 라는게 말이야......" << 알아요 괜찮아요! 그보다 고마워요 지혜씨 수고해줘서 >> "뭘, 그럼 궁금한 점 있으면 연락하고. 그때 보도록 해요." << 네! 고맙습니다! >> 신이 난 민형이 크게 외치고 전화를 끊었고 지혜도 수화기를 내려 놓고 침대에 털썩 들어 누웠다. 그런 지혜에게 지훈이 닥달했다. "야, 지영이는 잘 있는지 좀 물어보지!" "출가외인 신경끄셔. 본지 몇일이나 됐다고." "뭐 출가외인? 내 동생이야!" "됐어. 빨리 담배 내놔." "......" 지혜의 무시무시한 눈. 지훈은 더 이상 얘기 했다간 본전도 못 찾을 것 같아 조용히 담배 한 개피를 지혜에게 건넸다. 지혜는 라이터로 담배 끝에 불을 붙히며 깊게 연기를 빨아 들였다. "그런데 그 잡지사 팀장이 민형이 그림을 보고 좋다냐?" "뭘, 신인 그림이야 다 그렇지. 그런데 민형씨는 그림이 너무 약해. 요 즘 잘 그리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기자 한명 붙혀서 만들어 보려고 시 도는 하겠지만 잘될 생각은 말아야지. 일단은 경험이란게 중요한 거니 까." "그러냐......" 그것도 쉬운 일은 아니군. 엄청 기대하고 있는 민형에 비해 지혜의 대 답은 냉혹하고 현실적이라 지훈은 조금 실망했다. 민형이 지영과 사귀고 있는 만큼은 적어도 민형이 녀석이 잘 되야 할텐데...... 지훈은 골치아 픈 얼굴로 지혜의 옆에 같이 털썩 드러누웠다. '잘 있겠지......' 지훈은 민형이 어련히 잘 해줄것이라 생각하면서 한숨을 쉬었다. - 계속 - * 『CD의 환상세계-일반소설 (go CDGGAM)』 117번 제 목:[중편L] ## 고교 3년생의 사랑 ## -81 올린이:cdggam (임달영 ) 97/09/29 19:49 읽음:5493 관련자료 없음 ----------------------------------------------------------------------------- ## 고교 3년생의 사랑 ## PART-81 민형은 지영과 어서 화해하고 싶었으나 지영의 상처는 꽤 컸는지 좀처럼 민형에 앞에 얼굴을 내놓지 않았다. 그렇게 서먹서먹 하게 몇일이 지나고 민형은 몇번이나 지영에 방에 놀러가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려 했으나 그 녀는 그때마다 피곤하다면서 이불을 뒤집어 쓰거나 반대쪽으로 엎드려 누 웠다. 지영은 생각중이었다. 자신이 어떤 식으로 처신해야 하는건지를.. .... 하지만 그러는 와중에 토요일이 다가왔고 민형은 지영과 완전히 화해 하지 못한채 오후에 서울로 올라갔다. "......" 고속버스 안에서 민형은 두근거리는 마음과 함께 지영과 화해하지 못해 씁쓸한 기분을 씹고 있었다. 하지만 서울에서 좋은 소식을 가지고 돌아오 면 자연스럽게 화해의 계기도 마련될 수 있겠지...... 이번 기회에 집에도 가보고, 민형은 여러 가지 기대되는 일로 마음이 부풀어 있었다. ------------------------------------------------------------------- 서울시 용산구에 있는 커피늄 알레그로. 육교를 끼고 2층에 위치해 있 는 알레그로의 창가 자리에는 먼저 와 있던 지혜가 기다리고 있었다. 민 형은 커피늄에서 지혜를 보고 반가운 표정으로 얼굴을 밝혔고 지혜도 민 형을 보고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많이 기다렸어요?" "아니야, 민형씨 앉아요. 나도 방금 왔어. 뭐 마실래요?" 민형이 앉자 마실 것을 권하는 지혜. "사과 쥬스요." "여기 사과 쥬스 하나 하고 커피 한잔 더요." 민형의 사과쥬스를 시키면서 지혜는 커피를 한잔 추가했다. 민형은 그녀 의 맞은 편에 앉아 언제나 처럼 세련되게 차려입고 있는 지혜를 훑어 보았 다. 큰키에 동양인 답지않게 바스트가 크고 어깨가 넓은 서양인 체구의 그 녀는 언뜻 보아도 매우 섹시한 글레머였다. 지영씨도 가슴은 크지...... 하지만 지혜씨처럼 도발적인 매력은 찾아보기 힘들어. 민형은 어떻게 이미 지가 전혀 다른 두 사람이 친구가 될 수 있었을까 속으로 생각했다. 그때 주문한 음료가 도착했고 지혜가 물었다. "집에는 들렀다 왔어요? "예? 아니요 곧바로 왔어요." "하긴 들를 시간은 없었겠구나. 지금이 4시 반이니까. 5시쯤에 잡지사에 서 집적 만나기로 했어요." 커피를 한모금 하면서 말하는 지혜. 민형은 물어볼 것이 산더미 처럼 많 았다. "지혜씨도 같이 가는 건가요?" "음, 소개 시켜줘야 되니까. 하지만 그 이후에 일은 아마 민형씨와 일대 일 면담이 될거예요. 내가 도와줄 수 있는 것은 거기까지예요." "예, 고마워요 지혜씨." "나중에 술한잔 사요." 지혜의 농담을 들으며 민형은 겉으로 빙긋이 웃었다. 그렇군. 지혜씨가 도와주는 것도 소개시켜주는 곳까지...... 그 이후에는 자신이 알아서 해 야하는 것이다. 아직 잡지사 기자들과는 한 번도 만나본적이 없는 민형은 왠지 모르게 잔뜩 긴장이 되었다. "그런데 왜 지영인 안왔어요? 지훈씨가 꼭 데려오라고 기대를 잔뜩 하고 있었는데?" "아, 그래요? 그거 타이밍이 않좋네......" "타이밍? 무슨 소리?" 어깨를 으쓱하며 묻는 지혜에게 민형은 순순히 사실대로 대답했다. 이런 쪽은 왠지 지혜에게 상담 받고 싶기도 하고 지영이 화가 났을 때 어떻게 하면 좋을지 지혜는 잘 알것도 같았다. 사실 잘 화나지 않던 사람이 한 번 화가 나면 상당히 무섭기 때문이다. ------------------------------------------------------------------- "흐음...... 그건 심했다. 지영이 쇼크 받았겠는데." "......" 담배 연기를 후우 내 뿜으며 한쪽 눈썹을 찌프리는 지혜. 민형이 자신 이 처한 상황이 얼마나 거북한 것인지를 알려주기 위해 덧붙혀 말했다. "그렇게까지 삐져 버릴줄 내가 어떻게 알았겠어요. 사실 내가 지영씨 가 싫어서 그랬겠어요? 어디까지나 비유를 한 것 뿐인데 그렇게 상대도 안해주다니...... 지영씨는 원래 화가나면 몇일씩 가나요?" 상당히 궁금했던 점. 여자들 중에 한 번 삐지면 절대로 안 풀어지는 사 람이 있다고 하던데 지영도 그런 타잎이라면 어쩌지? 나는 빨리 화해하고 싶단 말이야! 조바심 내며 묻는 민형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던 지혜가 내 심 재미있다는 듯이 얼굴 가득히 짓궂은 미소를 띄우며 재떨이에 담배재 를 털었다. "어휴 딱해라. 하지만 그럴만도 하지 왜 하필이면 그런대 비유를 했 다지? 하지만 너무 걱정하지 말아요 지영이는 그렇게 속좁은 애가 아니니 까." "그런데 그렇게 몇일씩이나 가나요?" "그건 삐졌다기 보다는 자신이 얼마나 충격을 먹었는지를 민형씨에게 알 려주고 싶어서일 거예요. 자신이 받은 상처를 알게 해줘서 납득을 시키려 는 거겠죠." "그런게 삐졌다고 하는 거 아닙니까?" "뭐...... 하지만 지영이 쪽에서는 화는 이미 풀렸을텐데......" "화가 벌써 풀렸다고요......?" 왠지 지영에 심리에 대해 많이 알고 있는 듯한 지혜의 말을 들으며 민형 이 눈을 깜빡 거렸다. 지혜씨의 이야기는 신빙성이 있단 말이야. "후후 지영인 그렇게 남을 괴롭게 하는 것을 두고 볼 수 있는 성격이 아 니니까. 아마 민형씨가 화해하지 않고 서울로 와버려서 매우 초조해 하고 있겠죠. 거의 틀림없을 거예요." "그,그래요?" 그게 사실일까? 하지만 왠지 믿고 싶은 이야기였다. 지혜가 담배를 재떨 이에 눌러 끄면서 빙긋이 웃었다. "확인해 보고 싶다면 전화를 걸어봐요. 그래서 지금 올라오라고 하는 거 예요. 아마 올걸요?" "음...... 그래도......" 얼마전까지 냉전 상태였는데 태연하게 전화를 건다는 것이 쑥쓰러운 민 형이 머뭇거리자 지혜는 그런 민형을 귀엽다는 듯이 바라보다가 이내 자 리에서 일어섰다. "자 다섯시입니다. 슬슬 움직여 볼까요?" "예? 아 예!" 눈웃음 치며 계산대로 걸어가는 지혜를 뒤따라 자리를 뜨며 민형은 긴장 된 나머지 지영의 대한 일을 머리속에서 까맣게 지워버리고 말았다. 잡지 사라...... 민형은 가슴이 쿵쾅쿵쾅 뛰었다. ------------------------------------------------------------------- 아트림 미디어는 한국 최고의 미디어 산업을 이끌어 가는 기업. 그곳에 선 게임과 만화 그리고 각종 출판과 여러 가지 캐릭터 산업을 벌이는 규 모가 큰 회사였다. 이곳에서 발행하는 주간 웨이브는. 격주간 웨이브 메 거진. 월간 웨이브 세컨드. 격간 웨이브 프레스 등을 비롯하여 이미 한국 잡지 출하량의 40%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높은 인기의 잡지였다. 차례대로 아동용 청소년용 성인용을 비롯하여 격간 주간 월간등으로 나누어져 주간 만 40만부 이상이 팔리는 엄청난 규모의 웨이브는 모든 만화가 지망생들 의 동경의 대상이었다. "......" 주위는 온통 담배연기가 자욱하고 그 연기 때문에 한치 앞이 보이지 않 을 정도로 뿌옇게 드리워져 있었다. 지금 민형이 서 있는 것은 아트림 미 디어 웨이브 출판사. 그중 3층에 있는 격주간 웨이브의 편집실 이었다. 이곳은 청소년용인 격주간 웨이브를 담당하는 곳이며 격주 35만부의 판매 량을 고수하고 있는 한국 최고의 격간 잡지였다. "예? 박선생이 잠적해 버렸다고요!? 마감이 4시간 남았는데 그게 무슨 봉창 두드리는 소립니까!? 댓생도 안뜨고 나갔다고요!? 우와 미치겠네 이거!!" "어이 안기자! 식자 다 놨어!? 필름 돌기전에 빨리 해야돼!" "네! 지금 보냈다고요!? 1시간이면 도착한다고요!? 예 감사합니다! 수고 하셨습니다!! 나중에 같이 술한잔 해요 임선생님!! 네? 네!" "엘제르나 왜 안와!! 1시간전에 어시가 떠난다고 했잖아!!" 아수라장...... 민형은 난생 처음 보는 잡지사 안을 목격하고 따가운 눈 과 자욱한 담배 연기를 바라보며 얼이 나간 듯 잠자코 서 있었다. 이런 분 위기에서 잡지가 만들어지는 구나. 군대 군대 붙어 있는 유명한 만화들의 포스트. 책꽃이에 가득히 쌓여 있는 단행본들과 잡지. '바로 이곳에서 잡지들이 만들어지는거야......' 그곳은 동경하던 이상 세계였다. - 계속 - 『CD의 환상세계-일반소설 (go CDGGAM)』 118번 제 목:[중편L] ## 고교 3년생의 사랑 ## -82 올린이:cdggam (임달영 ) 97/09/30 16:11 읽음:6106 관련자료 없음 ----------------------------------------------------------------------------- ## 고교 3년생의 사랑 ## PART-82 "똑똑" "?" 연신 담배를 피워 물며 컴퓨터를 두드리고 있는 중년의 남자에게 지혜가 입으로 노크 소리를 내니 그가 깜짝 놀라며 뒤를 돌아 보았다. 그런 그에 게 지혜가 빙긋 웃으며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강팀장님." "아, 안지혜씨? 어서와요! 그렇지 오늘 5시에 오기로 했었지?" 강팀장이라 불린 남자는 깜빡 잊었다는 듯이 자신의 이마를 손바닥으로 탁치며 지혜의 등뒤에서 우물쭈물 서 있는 민형을 쳐다 보았다. "이 친구가 '실루엣'의 원작자신가?" "네. 제 친구니까 잘 부탁해요." "자, 잘 부탁 드립니다." 실루엣이란 민형의 원고중 단편의 하나. 자신의 만화가 팀장의 입에 올 려지자 민형은 쑥쓰러워서 고개를 푹 수그리며 인사했다. 강팀장은 그런 민형을 향해 괴짜처럼 씩 웃으며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보시다시피 마감이라서 말이야. 보시다시피 아수라장이지. 정신 없 이 이런때 약속을 잡아 버린게 내 잘못이니 어쩔 수 없지뭐. 아, 최기자! 최기자 잠깐 보지!" "?" 강팀장이 책상에 앉아 무엇인가 하고 있던 기자 한명을 불러내자 최기자 라고 불린 그가 민형과 지혜가 있는 곳으로 다가왔다. 수염이 덥수룩하고 넓직하게 살이 있어 약간 뚱뚱한 느낌을 주는 남자였다. 하지만 눈매가 날 카롭고 키가 커서 비만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그가 강팀장에게 다가오자 강팀장은 그에게 민형을 소개 시켰다. "이 친구가 실루엣인데...... 한 번 얘기 좀 해보라고" "아, 실루엣이요? 으응......" 만화 제목으로 무언가 이야기가 통했는지 최기자는 고개를 한 번 끄덕 거리더니 민형에게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다. "최형석 기잡니다. 안녕하세요." "정민형입니다. 반갑습니다." 민형도 악수를 받으며 인사말을 했고 최기자는 다분히 형식적인 표정으 로 미소짓고 있었다. 잠시후 강팀장이 민형에게 고개를 가딱이며 눈빛을 보냈다. "그럼 같이 가서 한 번 얘기해봐. 난 지혜씨랑 얘기 하고 있을테니." "가시죠." 최기자가 먼저 앞장서서 어디론가 걸어가기 시작했고 민형은 잠시 머뭇 머뭇하다가 강팀장에게 고개를 꾸벅 숙이고 최기자를 따라갔다. 지혜는 그 런 민형의 뒷모습을 보며 열심히 해보라는 듯이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 "자, 이게 실루엣인데......" 노란색 사무봉투 안에서 꺼내진 원고는 민형의 원고뭉치. 그중에 실루엣 이라는 제목의 단편을 따로 정리해 책상위에 올려 놓으며 최기자가 민형을 돌아 보았다. "자 편하게 가자고요. 작업이라는게 제 선에서 끝나주는게 아니니까. 음...... 일단 지금 이 원고 말인데...... 그림이 너무 약해요." 대뜸 떨어지는 한마디. 민형은 조금 속이 상했다. 그말은 지혜에게도 들은 말이었다. 지혜의 눈도 제법 날카로운 것 같았다. "이게 웨이브 매거진에 들어갈 거라는걸 전제하에 작업 한다면 매거진 은 대상이 청소년이거든요. 그러니까 스토리랑 그림이 50:50정도. 주간 웨이브는 스토리 30그림 70정도. 성인지는 스토리 70 그림 30정도. 뭐 이 렇게 나눠어지죠. 그런데 매거진에 들어가기엔 지금 그림이 많이 약하거 든요?" "네......" 예리하게도 찍어내는 최기자의 말. 민형은 왠지 자신이 모르던 세계의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된 것만 같아 감히 반박할 생각도 못한채 고개를 끄 덕였다. 잡지라는 것은 철저히 상업성이다. "그래서 말인데. 우선 지금 이 원고에 대해선 완전히 없는 걸로 하고 요. 콘티부터 다시 들어가 봐야 겠어요." "코,콘티 부터요?" "예 콘티. 그래야 같이 작업하기가 편하거든요." "그런데 콘티라면......?" "댓생 뜨기 전에 대강의 스토리 라인을 대충 잡아 놓는 거죠. 안해 봤 어요?" "그러니까 저는 콘티는 안하고 그냥 댓생부터 하는데......" "그럼 지금부터 콘티도 한 번 해보는 겁니다. 만화는 체계적으로 작업하 는 습관이 몸에 배지 않으면 나중에 프로가 되서도 힘들어요. 일단 1회 분과 2회분 콘티를 짜는데 말이죠. 가장 중요한게 1회고 그 다음으로 중 요한게 2회부터 5회까지예요. 즉 이 1회에 모든 힘을 기울여야 하는거죠. 음...... 실루엣을 보면......" 실루엣의 페이지를 한 장씩 넘기는 최기자. 민형은 지금 까지 누군가에 객관적으로 자신의 만화를 평가받은 적이 없었다. 매우 긴장하여 있는 민 형에게 최기자가 말을 이었다. "지금 이게 50페이지짜리 단편인데 만약 한다면 이걸 장편으로 늘릴 생 각이거든요. 그리니까 1회가 24페이지 정도로 생각하고 1회분 콘티를 아 주 재밌게! 아주아주 재밌게 짜봐야 하는 겁니다." "재밌게요......" "음, 제가 실루엣을 다 읽어 봤는데 소재가 좋아요. 신선하고. 뭐 이런 건 시작부터 먹히느냐 아니면 장악하느냐 두가지 타잎인데 문제는 사건이 나기까지의 공백이 너무 길어요. 잡지물은 스피드가 생명이거든요. 너무 여운을 떠 주는 것 보다 빨리 빨리 사건이 일어나는게 좋으니까. 이 발단 부분을 20페이지에 집약해서 한 번 1회분 콘티를 만들어 보도록 하죠. 우 선 24페이지로 생각 합시다." 수염을 손가락으로 쓰다듬으며 청산 유수처럼 말을 이어가는 최기자. 그 엄청난 말발에 민형은 기가 죽어 잠자코 듣고만 있었다. 기자들이란 다들 이렇게 요점을 파악하는 능력이 뛰어난 건가. 프로라는 말에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는 민형이었다. "될 수 있으면 좀 빨리 만들었으면 좋겠는데 오늘이 토요일이니까 다음 주 화요일 정도에 다시 한 번 보는게 어떨까요?" "화요일이요? 그런데 그때는 학교를 가기 때문에......" "학교 끝나고 오면 되잖아요. 고등학생이죠?" "네, 그런데 집이 대전에 있기 때문에......" "대전이요? 크아......" 이거 너무 먼데? 라는 표정이 얼굴에 확 비추이며 최기자가 쓴 웃음을 지어 보였다. 조바심 내며 기다리고 있는 민형에게 최기자 역시 난처한 표정으로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그것 참...... 그럼 시간이 있는 것은 토요일하고 일요일 정도라는 말인가......" "......" 민형은 왠지 미안해서 아무말도 못하고 잠자코 있었다. 그러자 잠시 생 각에 잠겨 있던 최기자가 이내 입을 열었다. "그럼 이렇게 하죠 일단 콘티는 우편으로 보내주면 제가 그걸 보고 검토 해서 한 페이지씩 댓생을 뜨는걸로. 그래서 댓생이 어느정도 죄면 토요일 날 집약해서 보고 검토하는 걸로 OK?" "아, 고맙습니다......" 왠지 고마워진 민형 고개를 꾸벅 숙였고 최기자가 웃으며 뼈가 있는 한 마디를 건넸다. "지방에 있으면 참 힘들어요. 잡지사는 거의 서울에 집결해 있는데. 고 생 좀 하겠어요." "네,네에......" 제길. 이번처럼 싸움을 벌여 학교를 퇴학당한 것이 억울했던 적은 없다 고 생각하면서 민형은 겉으로는 쑥쓰럽게 웃어 보였다. ------------------------------------------------------------------- "어때 얘기 잘됐어?" 민형이 면담실에서 나오자 강팀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지혜가 밝은 표정을 이렇게 물었고 민형은 서먹하게 웃으며 그냥 고개를 끄덕였다. "자 그럼 일단 우편으로 만납시다. 그리고 다음주 토요일에?" "네, 감사합니다 최기자님." "네, 그럼 그때 봅시다." 면담실 앞에서 최기자가 매우 바쁜 인상으로 민형과 악수를 한 번 한후 자기 자리로 돌아가 버렸고 민형은 지혜에게 돌아왔다. 지혜는 대충 짐작 은 하고 있다는 얼굴로 민형에게 물었다. "그래, 어때?" "예...... 뭐 그렇지요 뭐." 민형이 손으로 뒷 머리를 긁적 거리며 웃어 보였고 강팀장이 의자를 빙 글 돌려 민형과 지혜에게 말했다. "자 그럼 이제 어떡하실건가? 나 6시에 퇴근하는데 지혜씨 오랫만에 같 이 나가서 저녁이라도 할까?" "아니요. 저 가봐야 되요. 오늘 고마웠습니다 강팀장님." "그래? 이거 섭섭한데. 자 그럼 잘 가도록 하고. 민형군? 다음에 또보 도록 하자고." "감사합니다. 강팀장님." 사무적으로 웃으며 손을 흔드는 강팀장을 뒤로 하면서 민형과 지혜는 잡 지사를 빠져 나왔다. 콘티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민형은 왠지 이 만 화 작업이라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을것이라는 것을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 다. - 계속 - 『CD의 환상세계-일반소설 (go CDGGAM)』 119번 제 목:[중편L] ## 고교 3년생의 사랑 ## -83 올린이:cdggam (임달영 ) 97/10/15 22:07 읽음:5570 관련자료 없음 ----------------------------------------------------------------------------- ## 고교 3년생의 사랑 ## PART-83 "어째 좀 시무룩한 표정인데...... 일이 잘 안됐어요?" 잡지사 건물을 빠져나오면서 연신 골똘히 생각에 잠겨 있던 민형에게 지 혜가 이렇게 물었고 민형은 지혜에게 실례인 것 같아 얼른 고개를 들었 다. "아니요 뭐...... 그런건 아니고요. 왠지 좀 싱숭생숭한 느낌이 들어서 ......" 어려울 것 같은 느낌이 든다는 말은 지혜에게 하지 않았다. 소개 시켜준 사람에게 부담을 주는 말을 하고 싶지는 않았던 것이다. 민형의 심정을 대 충 감 잡았는지 지혜가 민형의 어깨를 손으로 살짝 두드리며 빙긋 웃었 다. "생각처럼 쉽지 않을 것 같아서 그러죠?" "네? 아,아니......" 지혜의 질문에 민형은 변명하려 했지만 빨개지는 얼굴을 감출 수는 없었 다. 지혜는 확실히 민형보다 나이 많은 느낌을 강하게 주었다. 경륜이나 눈치가 빠른 것이라던가 상담역이 되는 점이 바로 그랬다. "어떻데요? 전혀 마음에 들지 않는데요?" "아니 그런건 아니고. 콘티부터 다시 작업해 보는게 어떻겠냐고......" "흐음 그랬군. 결국은 저번 원고는 마음에 안든다는 소리네. 내가 말했 죠? 그림이 약하다고." 민형은 고개를 끄덕였다. 누군가가 자신의 그림을 가지고 험담을 한다면 굉장히 기분이 나쁘게 들렸겠지만 오늘은 왠지 그렇지 않았다. 여기 저기 서그림에 대해 동네 북처럼 터지긴 했지만 객관적인 입장에서 평을 듣기 에 자존심이 상할 여유도 없었다. 그래서 더욱 심란한지도 몰랐다. "그래도 다시 작업해 보자고 하니 가능성이 전혀 없는 건 아니예요." "그럴까요......" 사실 그것이 궁금했다. 여기서 이대로 끝나버리는 것은 아닌지. "그렇다고 너무 기대를 해도 실망할지 모르고." "......" 지혜는 언제나 민형에게 객관적인 설명만을 해주었다. 민형이 생각하고 직접 판단해서 처신할 수 있도록 이야기 해주는 것이다. 어찌 보면 야박하 게 들릴지 모르지만 민형은 오히려 그편이 편했다. 고개를 끄덕이는 민형 에게 지혜가 다시 물었다. "그건 그렇고 지금부터 어떻게 할꺼예요? 이대로 부모님 만나러 갈꺼예 요?" "아니요 오늘은 왠지 집에 가고 싶지 않아요. 연락하지도 않았으니까." 실제로 민형은 부모님을 만날 기분이 전혀 아니었다. 이렇게 뒤 숭숭한 기분으로 집에가 보았자 부모님 걱정만 끼쳐 드리게 될 것이다. 그런 민 형에게 지혜가 물었다. "그럼 일단 저랑 같이 갈까요." "네? 어딜요?" "저녁먹으러" "저녁이요?" 오늘은 하루종일 지혜와 단둘이 행동했기 때문에 민형은 조금 쑥쓰러워 이렇게 물었다. 아까부터 지나가는 사람들이 지혜를 흘끔흘끔 쳐다보며 함 께 가는 민형을 부럽다는 듯이 응시하고 있는 것이다. 나쁘진 않은 이런 우월감...... 하지만 민형은 지혜에게 계속 신세를 지는 것이 왠지 미안했 다. "일단 가요. 오늘 같은 날은 친구들과 함께 있는게 민형씨한테도 좋을 것 같으니까." "친구요......?" 웃으며 민형의 팔짱을 끼는 지혜에게 쓴 웃음 지은채 민형은 지혜를 따 라 지혜의 자가용이 있는 근처의 유료 주차장으로 향했다. ------------------------------------------------------------------- "야호~ 오랜만 지혜! 어머머 그쪽이 소문의 나이스 가이? 우와 너무 멋 지다 얘~" "와우~ 이 얼마나 오랜만에 느껴보는 풋풋한 느낌이냐! 어서 앉아 앉 아!" 지혜를 따라 대학로에 있는 처음 보는 호프집에 끌려온 민형은 입구에서 자신을 맞이하는 가지 각색의 처녀들을 보고 눈이 휘둥그래져서 멍하니 자 리에 멈춰서 있었다. 그녀들은 모두 지혜와 함께 들어온 민형을 익히 알고 있었다는 듯이 저마다 민형과 악수하고 신이나는 얼굴로 손을 쓰다 듬었 다. 그녀들은 모두 지혜와 비슷한 나이 또래의 직장여성인 것 같았다. "얘기 많이 들었어요. 저는 선아라고 해요. 정민형씨죠?" "저는 미수예요 이미수. 만나서 반가워요 민형씨!" "저는 최수진이예요. 반가워요~" 저마다 자신을 소개하면서 방긋 방긋 웃는 지혜의 친구들. 민형은 왠지 난처한 느낌이 들어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꾸벅 숙였다. "아,안녕하세요! 정민형입니다." "어머 그래그래~ 어려워 할 것 없어 귀엽기도 하지!! 누나라고 해.응?" "야! 너 왜 반말이야!" "어머 내 실수~! 오랜만에 영계를 보니까 달아 올라서 그만!" "이런 변태 같은 것. 너 저리가! 민형씨! 민형씨는 제가 지킬께요!" "그래! 선아 넌 저리 떨어져! 넌 위험해! " 세 여자는 처음 본 민형이 좋아 죽겠다는 듯이 연신 깔깔 거리며 농담 을 지껄였고 그 즐거운 분위기에 취해 민형도 멋적게 웃었다. 지혜씨의 친구들이라 모두 좋은 사람들 같군. 이런 성인 여성들의 모임 자리에 한 번도 나와본적이 없었기 때문에 민형은 조금 서먹서먹하긴 했지만 옆에 지 혜도 있었기 때문에 금방 적응이 될 것도 같았다. "우린 말이죠 오늘 지혜가 민형씨를 데리고 온다길래 얼마나 기대 했는 지 몰라요~! 글세 난 밤잠을 설쳤다니까!" "그래요 그래! 지영인 좋겠네! 이렇게 잘생긴 영계를 꼬시다니!" "그래! 내가 대학때부터 알아봤는데 그년은 순 내숭이야!! 걔 원래 그러 잖니!" "맞아 맞아 지영이 걘 보통이 아니야! 우리가 좀 배워야 돼." "게다가 레즈지! 호호호호!" 엄청나게 쏟아져나오는 속사포 같은 수다. 정말 여자들이란 한 번 달아 오르기 시작하면 끊이지 않고 떠들 수 있구나...... 농담인지 진담이지 헤 깔리는 대화속에서 민형은 초점을 잡지 못하고 그저 억지 웃음을 띄울 뿐 이었다. 그런 민형에게 지혜가 한마디 덧붙혔다. "모두 대학 동창이예요. 그래서 지영이와도 알고 지내던 사이죠. 오늘 어쩌다 보니 만나게 됐는데 민형씨도 서울에 올라온 김에 애들이 보고 싶 다고 해서요." "아, 그래요...... 하하." 지혜의 설명을 듣고 어깨를 으쓱하며 웃는 민형. 그때 미수라는 아가씨 가 얼른 민형의 손을 잡더니 반짝반짝하는 눈동자로 이렇게 말했다. "민형씨. 바보같이 공부만 하는 지영이 보다 나같이 몸매 빵빵한 여자가 더 낫지 않아요? 게다가 나는 지영이 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가르쳐 줄 수 있거든~" "이런 발칙한 년! 너 꺼져!" "저것이 사돈남말 하고 있네!" 무자비하게 난무하는 웃음과 폭설. 과연 여자들의 대화가 이런것이었을 까 민형에게 의구심을 들게 하는자리. 그때 입구에서 나지막한 한마디가 울렸다. "공부만 해서 미안하네." 순간 웃음이 딱 멈추었다. 그리고 목소리가 나는 곳으로 고개를 돌린 민형이 깜짝 놀라 말문이 턱 막혔다. "지,지영씨......?" 입구에 서 있는 것은 약간 셀쭉한 표정의 지영과 골치 아프다는 듯이 손 으로 이마를 집고 있는 지훈의 모습이었다. ------------------------------------------------------------------- "어머 미안해 지영아 우리가 장난한거 알지~?" "호호호~ 굶주린 우리 생각도 해주라! 선아야 워낙 밝히니까 말이야." "......" 애교를 떠는 선아들의 말을 들으며 지영은 말없이 맥주를 홀짝 거렸고 민형은 왠지 모르게 어색한 느낌에 말을 줄이고 있었다. 오랜만에 만난 친 구들 사이에 갑자기 끼어들 틈이 없다고 생각된 것이다. 누가 말이라도 걸 어주면 혹시 모르겠지만...... "마셔." "?" 그때 민형의 잔을 채워주는 지훈. 민형은 얼른 잔을 받았다. 그래도 남 자끼리는 생각해 주는군. 고마워 형. "내 동생을 울렸다니 실컷 마시고 얻어터지는게 좋겠지." "......" 그런 뜻이었나. 민형은 하마터면 맥주를 몽땅 뱉을뻔 했으나 억지로 참 고 마셨다. 지훈형 모든 일을 다 알고 있구나...... 속으로 얼어버린 민형 을 뒤로 하고 이번엔 화제가 지훈에게 옮겨졌다. 세 여자중 그래도 가장 말수가 적었던 수진이 물었다. "그나저나 오랜만이예요 지훈씨. 그동안 지혜랑 얼라리 꼴라리 했다 메?" "음." 과묵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지훈. 여자들의 페이스에 말려들지 않기 위 해 애쓰는 것 같았다. "어쩌다가 지혜한테 걸렸어요? 나한테 오지!" "맞아 나도 있는데!" 질세라 무섭게 선아와 미수가 끼어 들었고 지훈이 맥주 한병을 들이킨 채 과묵하게 대답했다. "지혜가 가슴이 제일 크니까." -쿵. 그 한마디와 함께 말이 많던 3세람이 모두 입을 다물었다. 이야 놀랍다...... 과연 나이 많은 남자는 여자 다루는 법을 알아. 지혜가 의미 심장하게 웃는 모습을 바라보며 민형은 3여자의 공격을 여유있게 흘려 넘 기는 지훈을 대단하다는 듯이 바라보았다. 존경스럽군. "헹~ 가슴 큰 여자를 좋아하는 동안 동생은 영계한테 빼앗기셨군~" "맞아 맞아! 에고 쌤통~" 그리고 곧이어 이어지는 반격에 지훈의 이마에는 핏발이 발끈. 약한 자여 그대 이름은 남자...... - 계속 - 『CD의 환상세계-일반소설 (go CDGGAM)』 120번 제 목:[중편L] ## 고교 3년생의 사랑 ## -84 올린이:cdggam (임달영 ) 97/10/22 20:23 읽음:5620 관련자료 없음 ----------------------------------------------------------------------------- ## 고교 3년생의 사랑 ## PART-84 "자,그럼 우린 이만 들어갈께요. 민형씨 오늘 만나서 반가웠어요." "나중에 또 만나요~" 선아, 수진들과 술집 앞에서 악수를 나누며 민형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 다. 좀 짓궂다 싶어서 그렇지 악의는 없는 그녀들에게 소홀히 대할 수는 없었던 것이다. "이제 어떻게 할꺼야?" 친구들과 헤어지고 남은 것은 지훈과 지혜, 그리고 민형과 지영 뿐이 었다. 술집에서 조금 떨어진 도로 한복판으로 나와 묻는 지혜에게 민형 은 언뜻 대답하지 못하고 물끄러미 지영의 눈치를 살폈다. 지영은 술집 안에서부터 별다른 말을 걸어 오지 않고 있었다. "나는 지영씨와 할 얘기가 있으니까." "......" 민형이 지혜와 지훈을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고 지혜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지영은 말이 없었다. "그래요 그럼. 그럼 이따가 어디로 갈꺼에요? 지금 대전으로 내려갈 수 는 없을 테니까." "지혜 너네 집으로 갈게." 문득 대답하는 지영. 지혜는 잘 생각했다는 히죽 웃어 보였다. "그래. 대신 지훈씨랑 한침대 쓰는 내 모습을 보고 참아야 할텐데." "알았어 여관으로 가겠어." "농담이야......" 지혜가 쓴웃음 지으며 어깨를 으쓱해 보이자 줄곧 3사람의 이야기를 듣 고만 있던 지훈이 지혜의 팔을 붙잡고 등을 돌렸다. "그럼 너무 늦지 않도록 해. 두사람." "알았어요." 지훈에 충고에 민형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끝으로 두 커플은 갈라 졌 다. 지훈들은 버스 정류장이 있는 도로변으로 걸어갔고 민형과 지영은 두 사람이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잠시동안 그 자리에 서먹서먹하게 서 있었 다. 계속 이렇게 서 있을 수만은 없다고 생각한 민형이 먼저 말을 꺼냈 다. "저기......" "민형씨 우리 어디 들어가요." "네?" 갑자기 의견을 내놓는 지영. 민형은 얼떨떨해서 잠시동안 그녀의 얼굴 을 쳐다보고 있었다. 지영이 새침해서 민형의 손을 잡아 끌었다. "먹을 수 있는 곳이 좋겠어요." "네에....." 또 음식점엘? 방금 술집에서 나왔는데...... 하지만 민형은 배가 고팠 다. 그러고 보니 술집에서는 사람들의 수다와 떠들썩한 분위기 때문에 거 의 먹지 못했던 것이다. ------------------------------------------------------------------- "후루룩" "후룩" 민형은 눈앞에 놓인 우동 면발을 신나게 빨아 들였다. 이곳은 1시까지 영업하는 심야 분식점. 만두나 우동같은 간단한 요리로 허기를 달랠수 있 는 곳이었다. ?은 크기의 식당안에는 의자가 다닥다닥 붙어 있고 늦게까 지 일을 보고 허기를 면하려는 사람들의 드문드문 이용하고 있었다. "......" 지영은 민형이 우동을 먹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의 예상대로 민형은 우동 한그릇을 너끈히 해치웠다. 민형이 우동을 모두 비 우고 물 한잔을 마실 때 쯤 지영이 넌즈시 말을 건넸다. "민형씨 술집에선 거의 먹지 않았죠." "네......? 아...... 그렇죠 뭐." 그럼 그것을 알고 일부러 먹으러 가자고 한건가? 왠지 그런 분위기에서 는 편하게 음식이 넘어갈 것 같지 않았기 때문에 민형은 별로 먹지 않았 었다. 지영씨는 그걸 신경쓰고 있었던 것 같았다. '지영은 아마도 이미 풀려 있을거야.' 지혜의 말이 떠올랐다. 이쯤에서 화해한다면 좋은 타이밍이겠는데... ... 민형은 물컵을 내려 놓고 입을 열었다. "저 지영씨...... 어제 일은 미안했어요." "......" 민형은 방금 물을 마셨는데도 입술이 바싹 타오르는 느낌을 받았다. 지 영씨가 아직 화나 있을까. 아니면 지혜씨의 말대로 이미 다 풀어져 있을 까? 민형은 속이 탔다. 그러자 갑자기 지영이 동문서답을 했다. "출판사에 간 일은 잘 됐어요?" "네? 아, 그건 뭐......!" 갑자기 빤히 바라보며 묻는 지영에게 민형은 특별히 할말이 없어 머리 를 긁적 거렸다. 아직 확실히 결정난 것도 없고 이렇다할 잘된 일도 없었 기 때문이다. 지영이 두손으로 물컵을 돌리면서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무슨 일이든지 천천히 정진하면 좋은 결과가 나올 거예요. 조급해 하 지 말고......" "네...... 그렇죠 뭐......"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 지영은. 사과를 받을 마음이 없다는 뜻인 가......? 민형은 조금 긴장된 심정으로 지영의 다음 대사를 기다렸다. 하지만 지영은 좀처럼 입을 열지 않았다. "다 먹었으며 나갈까요?" "네? 네......" 식당에서 한 그녀의 마지막 대사는 이것 뿐이었다. ------------------------------------------------------------------- 두 사람은 보조등이 환하게 밝아져 있는 가로수변 도로를 걷고 있었다. 이대로 주욱 걸어 간다면 버스 정류장이 나올 것이다. 민형은 지영과 함 께 걷고는 있었지만 왠지 함께 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식당을 나와 여 기 까지 꽤 걸었지만 지영은 좀처럼 입을 열지 않았고 민형도 특별히 먼 저 말을 꺼낼 입장이 아닌 것 처럼 느껴졌다. '이대로는 나만 초조하잖아......' 사과한게 바보가 되버리는 건가. 민형은 빨리 지영에게 무슨 말이라도 듣고 싶었다. 어차피 모든 일은 오해에서 시작되었고 자신의 잘못이라면 말을 조금 심하게 한 것 뿐이지 않은가. 민형은 한 자리에서 멈춰섰다. "......?" 민형이 멈춰서자 지영이 뒤를 돌아 보았다. 민형은 주먹을 꾹 쥔채 지 영을 향해 조금은 강한 말투로 이렇게 말했다. "지,지영씨 뭐라고 말 좀 해요!" ".......?" 왜 아무말도 안하는 거야. 그렇게 혼자서 아무말도 안하고 있으면 나 보고 어떡하란 말이야! "내가 사과하잖아요. 그러니까 이제 풀어져도 괜찮지 않아요!? 다 오해 였고 내가 심한말 한 것은 사과할께요!" 그러니까 이제 그만 화해해요 우리! 이제 더 이상 혼자서만 고민하는 것 은 싫단 말이예요! 민형은 속으로 이렇게 외치고 있었다. 지영씨는 나쁘 다! 왜 나만 고민하게 만드는거야! 삐지는 것은 여자만의 특권은 아니란 말이야! 남자도 삐질 수 있어! 여기서 화해하지 않으면 난 삐져 버릴테 다! 민형은 거의 반쯤 원망이 섞인 얼굴로 지영을 쳐다보며 이렇게 되뇌 었고 한순간 지영이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한마디 했다. "뭐가요......?" "네?" 갑자기 긴장이 쫙악 풀어지는 한마디. 뭐라니? "뭘 화해하자는 거예요 민형씨?" "뭐라니요! 나는 어제 있을던 일을......!" 아니 지금 누굴 놀리나! 지금 까지 삐져서 꽁해 있었던게 누군데! 아니 면 이것도 화해하고 싶지 않다는 무언의 강압인가!? 하지만 마구 오해하려 고 하는 민형의 비해 지영은 정말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눈을 크게 뜨 고 입을 열었다. "그건 아까 화해 했잖아요? 그리고 나 이미 다 풀어졌어요. 또 뭐가 남았나요?" "예에?" 아까 화해 했다고? 언제!? "아,아까라고요.......?" 한순간 스쳐지나가는 한 장면. 그렇다면 설마 분식집에서 출판사에 대해서 물었을때가 화해의 대한 대답이었다는 건가? 민형은 갑자기 맥이 탁 풀렸다. "지,지영씬 지금까지 아무말도 하지 않고 무언의 강압을 주고선!" "그거야 민형씨가 아무말도 안하니까 나도 뭐라고 꺼낼말이 없어서 그랬 죠...... 화 났어요?" 이번엔 나보고 화 났냐고? 아아..... 여심이란 뭐가 이렇게 복잡해! 난 심리학 전공도 아닌데. 민형은 그만 피식 웃음이 새어 나오고 말았다. 그 런 민형을 바라보고 있던 지영도 히죽 웃었다. "나 다 풀렸어요. 그러니까 이제 평소처럼 지내요." "어휴......" 금세 풀어진 얼굴을 하고 자신의 팔짱을 끼는 지영을 내려다보며 민형 은 웃을 수 밖에 없었다. 어쩌면 지영 역시 서먹한 감정을 이런식으로 풀 어내려고 했을지 모르는 일이기 때문이다. "선생님 지금 수쓰는거 아니예요?" "예?" 정말 모르겠다는 듯이 말똥말똥한 눈을 깜빡이는 지영. 민형은 웃으며 고개를 흔들 수밖에 없었다. "아무것도 아니네요......" 세상에는 굳이 형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아도 이해되는 것이 있는 법. 지금 두 사람의 무언의 제스츄어가 그것을 말해주고 있었던 것이다. - 계속 - 『CD의 환상세계-일반소설 (go CDGGAM)』 121번 제 목:[중편L] ## 고교 3년생의 사랑 ## -85 올린이:cdggam (임달영 ) 97/10/25 17:20 읽음:5589 관련자료 없음 ----------------------------------------------------------------------------- ## 고교 3년생의 사랑 ## PART-85 "자, 내일부터 기말고사가 시작된다. 각자 시험 범위 확실히 체크해 서 고3의 1학기 마지막 시험을 망치지 않기 바란다." 생글생글 웃으면서 학생들에게 종례사항을 전달하는 송미라 선생의 얼굴 을 책상위에서 턱을 괜채 바라보며 민형은 한쪽 눈썹을 찔끔거렸다. 나에 게 그런 수모를 주고도 학교에서는 눈하나 깜짝하지 않는 저 이중성. 역시 교편을 잡은 교사의 저력은 놀라워. "아아~ 내일 부터 또 시험이냐~ 1주일 동안 죽겠구나!" "싫어 싫어~ 나 공부 못했단 말이야~ 싫어 싫어~" 여기 저기서 한탄섞인 한마디가 새어 나오고 민형은 주섬주섬 가방을 챙 겨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문득 몇칸 앞자리에서 가방을 들고 일어서는 의연이 보였다. 민형은 별 생각없이 의연에게 다가가 인사말로 한마디 했 다. "의연아 시험공부 많이 했니?" "응? 아, 항상 하던대로 했지 뭐." 항상 하던대로라면 몇등일까? 민형은 이 학교에 전학와서 처음 보는 시 험이었기 때문에 각 학생들의 등수를 어림잡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그때 의연이 물었다. "넌 공부 많이 했니?" "응? 나? 아 말나온 김에 시험범위 좀 적어줘라." 시험기간은 민형에게는 일찍 끝나서 좋은 날일 뿐이었다. 하지만 전학 도 왔겠다. 새로운 기분으로 조금 공부해볼 심산으로 민형은 의연에게 그렇게 부탁했다. "넌 공부시간에 범위도 안적고 뭐하냐?" "어, 미안." 자신이 상당히 뻔뻔스러운 행동을 하고 있다는 것을 민형은 전혀 몰랐 다. 시험 범위가 수험생들에게 얼마나 민감한 부분인지 민형은 전혀 느끼 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다행이 의연은 시험 범위 정도로 쪼잔하게 구는 그런 속좁은 여자는 아니었다. 의연이 노트를 찢어 시험 범위를 적어주면 서 한마디 했다. "공부좀 해." 척 들어도 공부 지지리도 안한다는 것을 눈치채고 있는 듯한 대사. 민형 은 범위가 적힌 쪽지를 건네 받으며 씩 웃었다. 애초에 공부와는 거리가 먼 남자인데다가 이번주에는 만화 콘티 작업 때문에 신경이 온통 그쪽으로 쏠려 있었던 것이다. 지금의 민형에게 시험은 안중에도 없었다. 그때 어서 집으로 돌아가려는 민형에게 의연이 말을 건넸다. "야, 나 오늘 독서실 가서 밤샐건데 너도 같이 갈래?" "뭐!?" 갑자기 왠 청천날벼락. 민형은 깜짝 놀라 설래 설래 고개를 흔들었다. 독서실이라니! 그런곳은 금기된 곳이야! 게다가 밤을 세다니! 밤을 세는 게 자라나는 청소년에게 얼마나 해로운 것인지 알기는 아니!? "아,아니 난 됐어! 난 밤새는 대는 그렇게 익숙하지 못해서 말이야.. ...." "풀이를 못하면 한자라도 더 외워야 될거 아니야. 자습도 잘 못 풀면 서." 사나이 자존심을 콱콱 짓누르는 말. 하지만 의연에게는 항상 도움을 받아왔기 때문에 민형은 할말이 없었다. 하지만 독서실 만은 정말 싫 다고...... 싫어...... "!?" 그때 문득 민형의 머리속을 스치고 지나가는 한가지 생각. 그렇다! 독서실에 가면 송미라 선생님과 공부하지 않아도 되는 거잖아! 민형 은 솔깃해서 의연에게 물었다. "나,나는 독서실 한 번도 가본적이 없는데 아무나 가도 되는거니?" "유료이긴 한데. 내가 다니는데는 되게 싸. 하루에 300원이야." "그것도 돈내는 거야!?" 독서실도 돈낸단 말인가!? 민형에게는 너무나 엄청난 충격이었다. 그러 나 의연은 오히려 당연하다는 듯이 어깨를 으쓱하며 대꾸했다. "당연하지! 보통 한달에 4,5만원 하는데 나는 시험때만 이용하걸랑. 하루에 3000원 정도 짜리가 보통이고 비싼데는 5000원 짜리도 있어." "그렇게 돈을 들여서 까지 그런데 가서 공부할 필요가 있냐?"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 말. 공부야 아무데서나 하면 되지 꼭 독서실 에서 해야 공부가 잘 되다니? "아무래도 공부하는 분위기가 되야만 나도 휩쓸려서 공부가 잘 되거든. 그리고 좀 비싼데는 방음도 되고 매점에 자판기 시설이 엄청 좋걸랑. 근데 내가 가는 300원 짜리는 그런거 없어. 그래서 좀 불편할거야." "음..... 그러냐......" 머뭇 머뭇 대답을 하기는 했지만 돈을 내고 독서실을 이용한다는게 영 마음이 내키지 않는 민형. 하지만 독서실이라 하루쯤 가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민형은 독서실에서 콘티를 구상할 생각을 하고 있 었다. "그럼 가자. 어디서 만나면 되지?" "어디서 만나다니? 난 바로 갈꺼야." "엉? 그래? 난 집에서 좀 가져올게 있는데......" "그럼 가서 가져와. 요 앞에 골목 건너에 있는 산정 독서실이야." "알았어. 그럼 얼른 집에 갔다 올게." 의연은 바로 독서실로 가기로 하고 민형은 콘티 재료를 챙기기 위 해 집에 다녀 오기로 결정했다. 그때 문득 의연과 함께 복도로 나가는 민형을 알아본 송미라 담임이 민형을 불러세웠다. "정민형? 시험 기간인데 집에서 얌전히 공부해야지?" 그말은 갈테니 기다리고 있으란 말. 하지만 어림없지. 민형은 왠만하 만 지영과 담임을 마주치게 하고 싶지 않았다. 민형이 씨익 웃으며 능청 맞게 대꾸했다. "네 그렇지 않아도 지금 의연이랑 독서실 가는거예요! 거기서 공부 하 려구요." "독서실?" 민형의 말을 들은 담임의 눈꼬리가 짙게 내리 깔렸다. 민형이 셈통이라 는 얼굴로 의연의 어깨 동무를 하고 빙글 등을 돌렸다. "그럼 내일 뵈요 선생님~!" "......" 갑자기 친한척 하는 민형에게 영문을 모르는 의연이 눈을 깜빡 였고 송 미라는 그런 의연과 민형의 등뒤에서 이마에 핏발이 맺힌채 웃고 있었다. "제법인데 정민형...... 벌써 반장을 꼬시다니...... 역시 여자 다루는 솜씨가 보통이 아니야...... " ................................................. . . . . . . . "그 선생 유난히 너한테 친한척 하는거 아냐?" "뭐?" 교문을 나서며 의연이 물은 한마디. 민형은 뜨끔하여 모르는채 어깨를 으쓱했다. 의연이 이녀석은 눈치가 빨라서 위험하단 말이야. "그렇잖아? 보통 학생 개인한테 그렇게 물어보는건 이상하잖아? 게다가 넌 전학와서 너에대해 잘 모를텐데." "담임이 반 학생한테 관심을 갖는다는 것은 좋은거잖아." 이렇게 말하면서도 왠지 뜨끔한 민형. 그때 의연이 민형을 빤히 바라보 며 물었다. "어떤식으로 관심을......?" "음......?" 지긋한 눈으로 민형을 빤히 바라보고 있는 의연. 갑자기 민형은 숨이 막 힐듯한 기분이 들어 등뒤로 주루룩 식은땀이 흘렀다. 너...... 벌써 뭔가 감잡은거냐. 긴장한 민형의 앞에서 의연이 어깨를 으쓱하며 한마디 했다. "어쨋든 빨리 집에 갔다와." "그,그래! 그럼 좀 있다 보자!" 위기를 모면할 기회를 주는 의연. 민형은 이때를 놓칠세라 부리나케 가 방을 휘날리며 교문밖으로 뛰어가기 시작했다. 의연은 팔짱을 낀채 그런 민형의 뒷모습을 쳐다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쟤가 어디가 그렇게 좋지......?" 사돈남말하는 의연이었다. - 계속 - 『CD의 환상세계-일반소설 (go CDGGAM)』 122번 제 목:[중편L] ## 고교 3년생의 사랑 ## -86 올린이:cdggam (임달영 ) 97/10/28 19:52 읽음:5610 관련자료 없음 ----------------------------------------------------------------------------- ## 고교 3년생의 사랑 ## PART-86 조용했다. "......" 집에들러 옷을 갈아 입고 나온 독서실은 그야말로 침묵 그 자체였다. 민 형은 엄청나게 긴장된 분위기를 이기지 못하고 입구 앞에서 발을 구르며 망설였다. 들어가도 되나? 아무나 들어가도 되는걸까? 의연이는 저 안에서 공부하고 있을까? 이거 아무래도 못올곳을 온게 아닐까? 이런저런 잡다한 생각을 하며 민형은 상기된 얼굴로 입구 앞에 우두커니 멈춰서 있었다. "야, 너 뭐해?" "엉?" 그때 문득 등뒤에서 들려오는 의연의 목소리. 민형은 깜짝 놀라서 뒤를 돌아 보았다. 민형의 등뒤에는 교복 차림으로 자판기 커피 한잔을 들고 서 있는 의연의 모습이 있었다. 의연이 입구 앞에서 안절부절 못하고 서 있 던 민형에게 히죽 웃으며 물었다. "여기서 뭐하는 거야?" "어,어...... 너 어디 있었니?" "나 요 옆에 있는 휴게실에서 너 기다리고 있었지. 너도 커피한잔 할 래?" 빙긋 웃으며 들고 있는 자판기 커피를 슬쩍 들어보이는 의연. 민형은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왠지 모르게 독서실에 자주 출입하는 사 람들은 민형의 눈에는 모두 대단하게만 느껴졌다. ................................................................... 조용하고 정체된 분위기. 칸막이는 그리 높지 않아 옆 사람의 숙인 머 리가 모두 보일 정도의 책상이 연달아 늘어 붙어 있었다. 그리고 책앞에 얼굴을 파묻은 수많은 사람들이 무엇을 그리 열심히 보는지 숨소리도 내 지 않고 연필을 움직이고 있었다. 그 와중에는 과자를 가득 쌓아 놓고 연 신 먹어대는 사람. 할 일 없이 책앞에서 음료수만 마셔대는 사람도 더러 눈에 띄었다. "......" 오는게 아니었는데. 다시는 이런데 발도 들여놓지 말아야지. 민형은 속 으로 이렇게 생각하면서 연습장을 펼치고 연필을 집어들었다. 하지만 알수 없는 위화감에 좀처럼 자연스럽게 스토리가 떠오르지 않았다. 아, 괜히 왔 어! 어차피 공부도 안 할건데! - 톡톡 그때 옆자리에 앉아 있던 의연이 손가락으로 민형의 어깨를 두드렸고 민 형이 고개를 들어 옆을 돌아 보았다. 의연이 민형에게 쪽지를 한 장 건네 주었다. "그거 내일 볼 국사,영어,독일어시험 문제 간추린건데 너도 보고 싶으면 한 번 봐. 말해두는데 그거 외우고 시험에 안 나왔다고 나한테 뭐라 그러 면 안돼." "어? 아, 고마워." 의연이 건네준 한 장의 종이 쪽지. 그 안에는 작은 볼펜 글씨로 빽빽하 게 무엇인가가 적혀 있었다. 그런데 이걸로 뭘 어떻게 하라는 거지? 민형 은 막상 자료를 받았는데도 불구하고 자료의 사용법을 몰라 고개를 갸우뚱 했다. 쪽지 안에는 민형이 모르는 말만 가득 늘어져 있었던 것이다. .......................................... . . . . . . . . . . 30분이 지나고 이제 1시간. 민형은 좀이 쑤셔 미칠 지경이었다. 답답한 공기 엄청난 위화감. 스토리도 전혀 떠오르지 않고 몸은 근질 거렸다. 정 말 공부 잘하는 녀석들은 대단해. 어떻게 이런 분위기에서 몇시간은 물론 이고 밤을 새울 생각을 다 할 수 있을까? 민형은 견디지 못하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어디가?" 그때 번개같이 묻는 사감선생 신의연. 민형은 땀을 삐쭉 흘리며 억지로 웃었다. "응, 화,화장실......" "독서실에서 화장실 들락날락 하는 사람은 실속없는 사람으로 보여. 그 거 알지?" "...... 몰랐다." 정곡을 찌르는 대사. 의연이 넌 너무 똑똑해서 미운 여자야. 민형은 조 금 뾰루퉁 해서 힘없는 몸짓으로 책상을 가로질러 나아갔다. 바깥에 나가 서 숨쉬기 운동이라도 하고 들어와야지 이대로는 머리가 터질것만 같았 다. "......?" 그때 문득 민형이 지나가는 자리 옆에 익숙한 누군가의 뒷모습이 보이 고 민형은 혹시나 해서 자리에 멈춰섰다. 어라 이녀석? "......?" 민형은 설마하는 표정으로 슬쩍 목을 빼 고개를 파묻고 무엇인가를 열 심히 적고 있는 한 학생의 얼굴을 확인했다. 크헉? 그리고 민형은 어이가 없어서 그 자리에 굳어 버렸다. '이,이,이 자식이......? 이,이렇게 충격적일 수가......!' 민형은 어이가 없어 말이 나오지 않는 입을 크게 벌린채 그대로 그학생 의 등뒤에 멈춰서 있었다.그때 등쪽에서 인기척을 느꼈는지 공부에 열중 하고 있던 학생 역시 이상한 듯이 뒤를 돌아 보았다. 그순간 학생과 민형 의 얼굴이 딱 마주쳤고 학생의 눈이 2배로 커졌다. "어...... 어......?" "자식 놀라긴......" 민형의 얼굴을 알아보고 경악을 감추지 못하는 학생. 민형은 자기 역시 의외였다는 듯이 피식 웃어 주었다. 그는 바로 유택천 이었다. ------------------------------------------------------------------- "네,네가 독서실에 다닐줄은 정말 몰랐는데...... 어,어쨋든 반갑다. 야......" 얼굴이 빨개져서 어쩔줄 모르는 유택천. 민형은 유택천과 나란히 휴게실 벽에 기대서 음료수 한잔씩을 나누고 있었다. 민형이 대꾸했다. "난 오늘 친구따라 처음 왔는데 넌 여기 항상 오냐?" "아니, 나도 고3때부터 시험때만......" 고3때 부터라...... 그래도 너는 나보다 낫구나. 자발적으로 독서실에 다닐 생각도 하고 민형은 왠지 우울해져서 음료수를 주욱 들이마셨다. 이 런 놈도 독서실에 다녀가면서 까지 시험 공부를 하고 있다니. 그때 택천이 민형에게 물었다. "친구랑 왔다고? 누구랑 왔냐......?" "어? 우리반 반장 있어 의연이라고. 아,참. 너 이거 볼래? 의연이가 나 보라고 준건데......" 대수롭지 않게 택천에게 건넨 의연이 준 시험문제 요약 쪽지. 순간 그 것을 받은 택천이 눈이 휘둥그래 졌다. "어, 이거 신의연이가 요점정리 해준거라고......?" "엉, 내일시험문제 요약이라던데. 틀려도 자기 책임 아니래. 근데 난 그 거 어떻게 시험에 써먹어야 하는지 모르겠더라." "어떻게 써먹다니!? 통채로 외워야지!?" "뭐?" 생각보다 흥분하는 택천. 민형이 갑자기 오버 페이스인 텍천에게 눈썹을 실룩거렸고 택천이 말했다. "신의연이면 우리 학교 전교1등이잖아! 그런거 절대 다른 학생한테 요약 해주지 않을텐데 너 재주 좋다!?" "뭐어?" 저,전교 1등!? 전교 1등이라고 했냐 너? 민형은 갑자기 두눈이 휘둥그래 지고 가슴이 쿵쾅쿵쾅 뛰었다. 공부를 좀 할거라고는 생각했지만 전교 1 등일 줄이야! 여,역시 서울대지망은 차원이 다르구나 이거! "그런데 그걸 통채로 어떻게 외워? 넌 외울 수 있어?" 묻는 민형에게 택천이 대답했다. "밤새서라도 외워야지! 야 정리도 잘 됐는데......!? 그래봤자 연습장 한 장이잖아! 글씨는 작지만...... 내가 몇일동안 준비한거 때려치고 이 거만 외워도 평소보단 잘보겠다!" "그,그 정도냐......?" 이것만 외워도 평소보다 잘 볼 정도란 말이지? 하지만 민형은 연습장 한장 분량의 요약을 통째로 외울 자신도 없었다. 지겹게 그걸 언제 외우 고 있어! "그럼 그거 너 가져." "뭐 진짜? 넌 안봐?" "야, 난 봐도 뭐가 뭔지 모르겠더라." "그,그럼 이거 친구들이랑 돌려봐도 되나?" 의외로 순수하게 나오는 택천. 민형은 갑자기 기분이 좋아져 피식 웃으 며 대답했다. 자식 그래도 의리는 있네? "야, 그걸 뭐 나한테 물어보냐. 내가 너 줬으니까 네 맘대로 하는거지. 돌려보든 말든 사이좋게 잘보던 사이좋게 망치던." "고,고맙다." "훗......" 별게 다 고맙네. 이 녀석 생긴건 그렇게 안 생겨 먹었는데 시험에 신경 쓰고 있었단 말이지? 민형은 갑자기 택천이 귀엽게 느껴졌다. ......................................... . . . . . . . . . . 잠시후 자리에 돌아와 앉은 민형을 흘끔 바라본 의연이 다시 민형의 어 깨를 손가락으로 톡톡 건드렸다. 민형이 고개를 돌리자 의연이 물었다. "너 내가 준 쪽지 외우고 있니?" "아,그거......?" 자식 틀려도 책임 안진다고 하더니 외우냐고 확인하는거 보니까 자신은 있는 모양이군. 역시 전교 일등. 민형은 별 생각없이 웃으며 대답했다. "그거 말이야 좀전에 택천이 만났는데 빌려줬어." "뭐?" 민형은 정말 사심없이 내뱉은 한마디였다. 하지만 그 말을 들은 순간 의 연의 얼굴이 노래 지면서 갑자기 붉으락 으락 하게 눈썹이 떨리기 시작 했다. 그때 까지만 해도 민형은 별 생각 없이 연습장을 펼치고 있는 중이 었다. - 계속 - 『CD의 환상세계-일반소설 (go CDGGAM)』 123번 제 목:[단편L] 고교 3년생의 사랑 - 번외편 올린이:cdggam (임달영 ) 97/10/28 19:53 읽음:7054 관련자료 없음 ----------------------------------------------------------------------------- ## 고교 3년생의 사랑 ## - 번외편 - - 강희연 20세. 현재 서울 서장대학 문예 창작학과 2학년에 재학중. 꼭 이것 말고도 성욱이 알고 있는 희연에 관한 정보는 너무 많아 일일 이 기록할 수 없을 정도의 것이었다. 성욱은 지갑에 꽂혀 있는 예쁘장하지 만 조금은 도도한 표정의 희연의 사진을 쳐다보며 골똘히 생각에 잠겨 있 었다. "그거 너네 옆집 누나지?" "뭐,뭐야 너!" 갑자기 성욱의 옆으로 불쑥 얼굴을 들이밀며 아는채를 하는 정호에게 깜 짝놀란 성욱이 붉어진 불을 붉히며 당황한 듯 외쳤다. 서정호. 그는 성욱 의 중학교때 부터의 친구이며 성욱의 마음을 가장 잘 이해하는 단짝이기도 했다. 정호는 재빨리 지갑을 주머니 안으로 집어 넣는 성욱을 향해 딱하다 는 듯이 혀를 차며 물었다. "정말...... 그 여자는 네가 그런 사진을 가지고 다니는걸 알고는 있 냐? 이른 저녁부터 사진이나 쳐다보면서 궁상떠는 꼴이라니......" "시끄러, 이건 직접 받은거야." 어깨를 으쓱하며 고개를 흔드는 정호에게 성욱이 조금은 셀쭉한 얼굴로 퉁명스럽게 쏘아 붙혔다. 그말을 들은 정호가 의외라는 듯이 되 물었다. "그래? 직접 준거란 말이야? 아마 소꿉친구이기 때문이겠지." "사실은 예쁜 얼굴 두고두고 감상하라고 주더라." "어련하겠냐......그 여자." 농담조로 중얼거린 성욱의 말을 가볍게 흘려 버리며 정호가 혀를 쯧쯧 찼다. 정성욱 18세. 현재 고등학교 3학년 수험생. 그는 어렸을 때 부터 이 웃집에서 함께 살아온 정희연이라는 여성을 좋아한다. 정호가 그 사실을 알게 된 것은 성욱과 같은 학교에 들어오게 된 중학교 때 부터였다. "그보다 안갈래? 엔진 다 식었지?" 정호는 이렇게 말하며 성욱이 걸터 앉아 있는 스즈끼 1500CC의 배기통을 손바닥으로 만져보았다. 조금은 뜨겁지만 훈훈해진 철통의 감촉이 전해져 왔다. 현재 둘은 오토바이를 타고 거리를 달리는 중 엔진의 열이 과해 근 처 놀이터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었던 것이다. 둘다 18세의 고등학 생. 면허를 따고 한창 폭주로 신을 내기에 한창인 나이다. 정호의 말에 성 욱은 고개를 끄덕이며 오토바이 의자에 다리를 걸쳐 매었다. "OK, 새로 뽑은 1500의 감촉은 좀더 느껴 봐야지. 넌 못 타봐서 모르겠 지만 이건 550이랑은 승차감이 틀리다 이거야." "시끄러, 이건 자가용이 아니라 오토바이야." 히죽 웃으며 은근한 자랑을 흘려 보내는 성욱에게 뾰로퉁한 정호의 시선 이 꽂혔다. 성욱은 그런 정호의 시선을 뒤편으로 받으며 천천히 오토바이 의 시동을 걸기 시작했다. ------------------------------------------------------------------- - 부르르르릉 크고 넓은 배기통에서 호쾌한 엔진 소리가 흘러 나왔다. 어느덧 시간은 지나 늦은 저녁, 성욱이 집에 돌아가는 지금은 이미 10시가 넘어 있었 다. 거대한 1500을 끌고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골목으로 질주하던 성욱의 눈에 낮익은 여성의 모습이 들어왔다. "아, 성욱아!?" 마침 여성 쪽에서 성욱을 알아보고 신이나서 손을 흔들기 시작했다. 성 욱은 골목으로 들어가려던 오토바이를 멈추고 그 자리에 멈춰서 그녀가 오 토바이쪽으로 달려오기를 기다렸다. 흰 원피스에 두권의 책을 들고 있는 그녀는 다름 아닌 이웃 사촌이자 소꿉 친구인 강희연이였다. "이거야 말로 운이 좋네! 나 집까지 태워줘." 허락도 하지 않았는데 냉큼 뒷 좌에 올라타며 희연이 외쳤다. 그 당당 한 태도는 어렸을 때 부터 지금까지 한결같은 그녀의 성품이었다. 성욱은 잠시 그런 희연을 잠자코 바라보다가 한숨을 내쉬며 오토바이의 핸들을 붙 잡았다. "대학생은 원래 이렇게 늦게 다녀?" 흰 원피스를 입은 희연은 예뻤다. 그런 그녀가 이른 늦은 시간까지 시내 를 돌아다니다 왔다고 생각하니 괜시리 마음이 착찹하고 꺼름직해 성욱이 물었다. 대학에서 미팅이니 소개팅이나 잔뜩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추리 하면 더욱 비참했다. "뭐야 임마? 야, 그러는 너는 고등학생이 밤 10시까지 오토바이 타고 폭 주냐? 거기다 수험생이." "으, 그런 소리는 치워......" 한방 먹이려다가 거뜬히 반격당한 성욱이 싫은 소리를 하며 오토바이의 시동을 걸었다. 희연은 그런 성욱의 등뒤에서 잠시 성욱의 뒤통수를 빤히 쳐다보다가 두꺼운 책 모서리로 성욱의 머리를 툭툭 쳤다. "너 삐졌니? 이건 다 네가 걱정되서 하는 소리야. 이제 곧 대입이 다가 오잖아." "삐지긴 왜 삐져. 네 잘 빠진 다리 감상중이야." 자신이 조금 죽어들어가는 것 같자 기분을 풀어 주려는 희연에게 얼른 반격하며 성욱이 중얼 거렸다. 동시에 둔탁한 책보가 성욱의 머리를 강타 하고 부어오른 희연이 손가락을 흔들며 입을 열었다. "누나라고 해." "......" 새침한 표정으로 정색하는 희연을 바라보며 성욱은 잠자코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누나라고 부르라는 말은 희연의 입버릇이다. 그러나 둘중 누 구도 그렇게 부르거나 불리기를 원하지는 않는다. 희연이 뭔가 기선을 잡 으려 할 때 자주 쓰는 수법일 뿐이다. 성욱은 관심 뚝 끊은 표정으로 오토 바이의 시동을 걸고 천천히 운전하기 시작했다. 버스 정류장에서 내려 집 까지 들어가는 골목은 걸어서는 10분 씩이나 걸리는 긴 골목을 걸어 들어 가야했다. 오토바이만 있다면 큰 도로를 빠져나가 단숨에 집에 도달 할 수 있기 때문에 성욱은 희연을 만나게 된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무엇보 다 요즘 어두운 밤 골목에는 치한이나 기타 등등이 자주 출몰하니까. "오토바이 좋다. 크니까 타기고 편하고." 뒷 좌석에서 성욱의 허리를 껴안은채 희연이 중얼 거렸다. 성욱은 말이 별로 많은 편이 아니었기 때문에 잠자코 그 소리를 듣고 있었을 뿐 별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오토바이를 타고 가는 2,3분 남짓의 시간동안 희연은 뭐가 그리고 궁금했는지 성욱에게 계속 말을 꺼냈다. "공부는 잘돼?" 그 물음은 형식적인 것이었는지 아니면 의도적인 것이었는지 모르지만 성욱은 일단 대답했다. "이 오토바이는 공부할 시간을 충분히 할애해서 산거야." "오라, 날 태워주기 위해서......" "그렇게 생각해도 좋아." "......" 별 의미없는 말장난이 몇번 오가고 희연은 뾰루퉁해서 말문을 닫았다. 성욱은 언제나 특별히 속을 들여다 보이지 않는 과묵한 편이지만 불쑥불쑥 농담도 잘하고 어둡지 않은 성격에 좋은 아이다. 어렸을 때 부터 함께 자 라온 희연은 성욱의 그런 점을 잘알고 있었다. 물론 공부도 전혀 못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어째서인지 중학교에 올라와서 부터 공부에 흥미를 잃고 여러 가지 색다른 취미를 옮겨 다니며 활동하기 시작했다. 중학교 1학년때 는 사진, 2학년때는 축구, 3학년때는 만화, 또 고등학교에 올라와서는 소 설,시, 등등 해서 지금은 이렇게 오토바이에 빠져있다. 무언가 열중하면 푸욱 빠졌다가 가볍게 흘려버리는 조금은 경솔한 성격일 수도 있었다. "조금은 공부에 신경써도 좋을텐데. 넌 뭐든지 다 잘하잖니?" "글쎄, 지금은 내가 하고 싶은게 하고 싶을 뿐이야." 오토바이 뒤에서 희연은 조금은 재미 없는 대화를 꺼내고 말았다. 성욱 에게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해주고 싶었지만 정작 그녀의 이야기를 성욱은 흘려듣기 일쑤다. '누나' 라던가 권위 있는 사람의 대화가 아닌 친구의 걱 정 따위가 되어 버리기 때문에 설득력이 없다. "뭐든지 다 잘해도 대학에 못가면 재미 없을걸." "난, 대학에 안가도 괜찮아. 내가 갖고 싶은거만 가지면 돼." "그게 뭔데?" 불쑥 본심이 나와 버린 성욱에게 희연이 의외라는 듯이 다그쳐 물었 다. 가지고 싶은 거라니? 성욱이 이런 식으로 자기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 한 것은 드문 일이다. 성욱의 조바심을 나타내 듯 오토바이가 가속하자 희 연의 갈색머리고 휘날렸다. "오토바이 말고 또 바뀌었니?" "아니야, 이건 예전부터 가지고 싶었던 거야. 그런데 아직 손에 넣지 못 했거든." "비싼가 보지?" 아무것도 모르는 희연은 성욱의 얼굴이 벌개진 것도 모르고 멋대로 중얼 거리고 있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성욱의 얼굴은 뒷 좌석에 앉아 있는 희연의 눈에는 보이지 않았다. "뭐,그다지 비싼건 아니야. 단지 남자들은 손에 넣기 좀 힘든거거든" "알았다. 여자지." 한순간 성욱은 급하게 브레이크를 잡고 말았다. 끼이이익- 큰 소리와 함 께 오토바이가 멈추었고 갑잡스럽게 규형을 잡은 성욱와 희연이 헉헉 거 리며 서로의 얼굴을 쳐다 보았다. 놀라서 사색이 된 희연이 책으로 성욱의 얼굴을 내리치며 외쳤다. "야 미쳤어!? 갑자기 서면 어떡해!!" "그,그러니까......!" 희연은 희여대로 성욱은 성욱대로 어쩔줄 모르며 숨을 몰아 쉬웠다. 물 론 희연은 놀란 나머지 돌발적인 행동이었지만 성욱 쪽은 매우 당황한 듯 희연을 반히 쳐다보며 두눈을 희번덕 거렸다. "어,어떻게 알았어?" "뭘 어떻게 알아? 여자?" 정신을 딴데 두고 있던 희연이 문득 성욱의 말을 듣고 제 정신을 차리며 고개를 돌렸다. 이 녀석이 놀란게 그것 때문이었군. 에고 놀래라...... "뭐긴 뭐야! 남자가 돈주고 살 수 없으면 그거 밖에 더 있어!? 그러니까 난 너보다 나이가 많은 거라구." "그,그럼......" 얼굴이 빨개져서 어쩔줄 모르는 성욱을 바라보며 희연이 재미있어 죽을 것 같은 속마음을 억지로 참으며 가슴 앞으로 팔짱을 꼈다. 귀여운 녀석. 어느덧 성욱이도 연애를 할만한 나이가 되서 여자 때문에 고민을 하는구 나. 이렇게 생각을하니 한편으로는 재미있지만 한편으로는 괜시리 쓸쓸한 기분도 없지 않았다. 그때 의기양양한 얼굴의 희연을 향해 성욱이 긴장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그럼 그 여자가 강희연이라는 것도 아냐?" 그 한순간은 의기양양하게 웃고 있던 희연 역시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 다. ------------------------------------------------------------------- "엄마, 있잖아. 성욱이 같은 남자는 어떻다고 생각해?" "뭐? 옆집 성욱이 말이냐?" 식탁앞에서 문득 성욱의 이야기를 꺼내는 딸에 말에 놀란 희연의 어머니 가 무슨 소리냐는 듯이 희연을 빤히 쳐다 보았다. "글쎄, 특별히 나쁜 점은 없지만 여자로서 미래를 걸기엔 고민되는 남자 지. 현 시점에선 말이야." "흐음, 그런가......" 희연은 수저를 코 위에서 빙글빙글 돌리며 의자에 기댔다. 희연의 어머 니가 얌전하지 못한 딸의 콧등에서 수저를 빼앗으며 한마디 했다. "근데 왜 그런건 물어. 성욱이가 너보고 뭐라고 했니?" "응, 아니 그냥. 가장 가까이 있는 남자니까." "그 녀석이 딴생각 하기전에 누나라고 부르라고 해라. 모름지기 남자란 말이야......" "엄마 그 얘긴 벌써 틀렸어. 성욱인 나보가 '야'라고 한단 말이야. 내 친구들까지 모조리 도매금으로 넘어가 버리는데 더 이상 강요해봤자 소용 없다니까." "에구, 그녀석 커서 뭐가 되려는지. 야, 너 성욱이한테 기죽으면 안 돼. " 희연의 말을 들은 희연의 어머니가 혀를 쯧쯧차며 싱크대 앞에서 설거지 를 계속 했다. 희연은 그런 엄마의 뒷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이내 천정을 멀뚱멀뚱 쳐다 보았다. 성욱이 자신에게 좋아한다고 말한 순간 가 슴이 뛸 듯이 두근거렸다. 아니 좋아한다고 말한게 아니고 갖고 싶다고 말 한 것이었지만...... 하옇튼 뭐든지 자기 중심적으로 표현한단 말이야 그 녀석은. 오죽하면 감정 고백까지 '누구누구를 갖고 싶다' 라고 얘기 하겠 는가. 한편으로 그런 성욱이 괘씸한 희연이었지만 어찌된 일인지 오늘 저 녁은 도저히 입가에서 웃음이 떠나지 않는 것이다. 아, 여심은 복잡해. '그애가 나를 좋아한다니 후훗. 기분 좋다.' 대학에서 만난 남자가 어떤 멋들어진 프로포즈를 해온다고 해도 성욱의 말보다 멋질 것 같지 않았다. 무뚝뚝한 것 같지만 알고보면 재치있는 성욱 이 희연은 좋았다. '녀석, 그래도 그렇지 내가 물건인가. 가지고 싶다니. 완전히 소유하고 말고를 따지는 것 같네.' 흥, 하고 콧바람을 일으키며 희연은 자기도 모르게 히죽히죽 웃었다. 성 욱 녀석은 지금 자신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렸을 때 부터 같이 자라온 성욱과 새삼스럽게 사귀게 된다고 해도 무언가 크게 달 라지는 것 같은 느낌은 없었다. '내일 만나면 뭐라고 얘기해 줄까.' 희연은 이것저것 복잡한 생각을 꿰어 맞추면서 허공을 응시한채 한참동 안 잠자코 앉아 있었다. ................................................... . . . . . . "뭐? 나보고 서장대에 들어가라고?" 일요일 아침 성욱은 뜻밖에 희연의 요구를 받고 얼떨떨한 얼굴로 한자 리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 서장대? 서장대라니...... 얘가 지금 내 성적 을 알고 하는 말인가? 하지만 성욱의 앞에 서 있는 희연은 제법 진지 했 다. "못들었어? 서장대 시험쳐. 거기 붙으면 우린 캠퍼스 커플이야. 그전엔 안 사귈꺼야. 내가 유치하게 고교생이랑 연애해야 되겠어?" "흐,흐응...... 그러니까 대학만 들어가면 너는 내거다 이거야?" "이봐,이봐...... 그런식으로 해석하지마 임마. 난 단지 사귀어 준다고 했을 뿐이야. 연하인 주제에 밝히기는......" "엉덩이든 방뎅이든." "너 중요한걸 잊고 있는 것 같은데 말이야......" 태평하게 지껄이고 있는 성욱은 향해 상기라도 시켜줄려는 듯이 희연이 냉정한 얼굴로 손가락을 들어 보였다. "네가 대학에 합격하지 못하면 엉덩이고 방뎅이고 없는거야. 알아?" "으음." 희연의 의미심장한 발언에 성욱은 침을 꿀꺽 삼켰다. 어쨋든 그날부터 성욱은 조금은 더 공부에 신경을 쓰게 된 것 같았다. ----------------------------------------------------------------- "그렇게 해서 성욱이가 대학에 들어왔다 이 말씀이지. 다 이 누님이 각 성제가 되어 준 덕분이라니까~ 호호호" 대학 친구들과 모인 술자리에서 희연은 기분좋은 얼굴로 웃으며 맥주를 한 모금 들이켰다. 그녀의 옆에는 멋적은 표정의 성욱이 앉아 있었고 주위 에 친구들은 모두 재미있다는 듯이 희연에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 다. "대단해, 대단해 그렇게 금방 학과 공부를 따라 잡다니 사랑의 힘은 정 말 위대하다니까." "그러게 말이야. 어쨋든 희연이 영계를 유독 밝히긴 하나 말이야." 친구들은 희연보다 두 살이나 어린 성욱을 신기하다는 듯이 바라보며 저 마다 부러움 반 당혹함 반인 표정을 지어 보였다. 강희연 서장대 문예창작 학과 3학년. 정성욱 서장대 문예창작학과 1학년. 둘은 과 까지도 꼭같은 알 짜 커플이었다. "어쨋든 폭주족도 대입 반개월 전에 마음잡고 공부하면 대학갈 수 있다 라는 명어를 남기고 만거라니까~ 귀여워 귀여워. 굉장히 누나랑 같이 공부 하고 싶었던 거지? 그렇지? 응?" "상품이 좋았으니까." "으와 대담하다~" 성욱의 머리를 토닥거리는 희연에게 성욱이 폭탄선언을 하자 주위에 있 던 친구들은 모두 엄청난 발언에 놀란 듯이 환성을 자아 내었다. 어쨋든 내신 최하의 정성욱. 대입 6개월 전부터 공부에 돌입. 서울 서강대에 재수 없이 합격했다는 신화를 이룩한 인물이다. 강한자만이 미인을 얻는다고 했 던가. 공부 잘해서 여자를 얻은 보기드문 케이스의 남자가 바로 정 모씨의 아들 모 성욱 군인 것이다. "모름지기 좋은 상품은 남자를 강하게 만든다 이거지." 맥주를 한잔 들이키면서 성욱이 희연을 힐끔 바라 보았다. "그렇지?" 이렇게 묻는 성욱의 엉뚱함에 희연과 친구들은 한바탕 웃어 버릴 수 밖 에 없었다. .................................................... . . . . . . . 술자리를 끝내고 바깥으로 나온 희연과 성욱의 볼을 차디찬 겨울 바람이 가혹하게 감쌌다. 이곳은 네온이 번쩍이는 서울의 도심. 젊은 이들은 오늘 과 같은 추운 날씨 마저도 포근하고 향기로운 겨울 내음으로 느껴졌다. "오토바이 안 가져오길 잘했지. 이렇게 추울 때 오토방이를 타면 그 바 람이 살을 에이고 남거든." 목도리 안으로 몸을 움츠리며 희연이 엄살을 부렸다. 반년전 자신이 말 한 대로 정말 대학에 합격 해 버린 성욱. 그는 지금 자신의 캠퍼스 컴플로 서 동생이 아닌 남자로서 함께 걷고 있는 것이다. "그때 말이야." "응?" 문득 성욱이 희연에게 말을 꺼내자 희연이 고개를 돌렸다. 성욱은 조금 은 멋적은 듯한 얼굴로 희연에게 물었다. "그때 내가 대학에서 떨어졌으면 정말 우린 사귀지 못하는 거였어? 난 그게 굉장히 궁금해." 얼굴이 빨개져서 손가락으로 얼굴을 긁적거리며 성욱이 이렇게 물었다. 그와 함께 희연의 얼굴에 그 천진한 소년의 모습이 들어왔다. 희연은 자기 도 모르게 빙긋이 웃었다. "당연한거 아니야?" "뭐?" 희연은 깔깔깔 웃으며 앞질러 뛰기 시작했다. 주위엔 행인들이 많았지만 아무도 달리는 희연을 가로 막지는 않았다. 한참을 뛰다가 희연은 자리에 멈추어 섰다. 그리고 뒤따라 오는 성욱을 향해 입을 열었다. "하지만 우리는 계속 사귀었을거야." "?" 아리송한 얼굴로 눈을 깜빡이는 성욱, 성욱이 무슨 소리냐는 듯 희연의 앞으로 가까이 다가오자 그녀는 후후 웃으며 두손을 입술에 가져간채 빙긋 이 웃었다. 그리고 성욱의 귓가에 대고 나지막히 속삭였다. "우린 소꿉놀이 할때부터 사귀었잖아." "뭐야?" 어이 없다는 듯이 피식 웃는 성욱을 살짝 밀어내고 희연은 웃으며 앞장 서 걷기 시작했다. "아 춥다. 우리 이대로 집에 갈꺼야?" "글세......" "멋없긴......" 흥, 콧방귀를 뀌며 희연은 천천히 걸었다. 아름다운 도시의 야경을 걸으 며 그녀는 생각했다. 성욱을 만난 것. 그리고 앞으로 생길 여러 가지 삶. 한해를 끝내는 12월의 겨울, 올해 희연은 성욱이라는 좋은 친구를 잃은 것 이다. "하지만 괜찮아." 혼자말로 중얼 거리는 희연을 바라보며 성욱이 고개를 갸웃 거리자 그녀 는 얼른 성욱의 팔을 붙잡고 팔짱을 끼며 활짝 웃어 보였다. "대신 괜찮은 남자가 생겼잖아~" 그것은 앞으로 있을 많은 삶중에 하나로 속할 희연의 기쁨. 앞으로도 앞 으로도 크고 작은 만남이 희연을 기쁘게 할것이고 또 작은 기쁨의 연속으 로 인간은 살아 가게 될 것이다. "근데 너 누나라고 불러야 돼." 그녀가 새침한 표정으로 성욱을 돌아보며 이렇게 한마디 했다. 한해가 지나가는 12월의 밤. 그날밤은 유난히 포근하기만 했다. - FIN - 『CD의 환상세계-일반소설 (go CDGGAM)』 124번 제 목:[중편L] ## 고교 3년생의 사랑 ## -87 올린이:cdggam (임달영 ) 97/11/19 17:00 읽음:5905 관련자료 없음 ----------------------------------------------------------------------------- ## 고교 3년생의 사랑 ## PART-87 "너 심하다 정말!" "뭐,뭐가......?" 갑자기 민형을 독서실 밖으로 끌고나와 다짜고짜 이렇게 외치는 의연. 민형은 자신이 뭘 잘못했는지 몰라 영문을 모른채 당황한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 거렸다. 아니 도대체 왜 화를 내는거야? 아무것도 모르는 민형에게 의연이 부글부글 끓는 얼굴로 냅다 외쳤다. "누가 그 쪽지를 다른 사람 보여주라고 했니!? 너 보라고 준거잖아! 너만 보란 말이야 너만!" "뭐,뭐......? 다른 사람 좀 보여주면 어때서......?" "어떻다니! 너 내 성의를 무시하는 거냐!?" "내,내가 언제 네 성의를 무시했다고 그래!!" 완전히 핀트가 맞지 않는 두사람. 의연이 주장하려는 것과 민형이 받아 들일 수 있는 범위는 완전히 어긋나 있었다. 무엇보다 민형은 시험을 그다 지 중요하게 생각지 않으며 의연은 목숨과 뒤바꿀 정도로 중요하게 생각 하고 있는 것이다. 당연히 얘기가 안된다. "게다가 그걸 택천이 같은 깡패 자식한테 넘겨 줬다고? 그럼 넌 그거 다 외웠단 말이지!?" 아차! 민형은 한순간 뜨끔하며 손으로 입을 가렸다. 미처 그걸 생각지 못했군. 연습장에 적힌 내용을 하나도 외우지 않은 민형은 더욱 당황되었 다. 이래서는 전혀 외울 생각이 없었다는 것이 드러나고 말잖아...... "자,잠깐 빌려준 것 뿐이야. 곧 받을꺼야 하하." "빨리 찾아와! 당장!" "아,알았어......" 정말 화가 났는지 이마에 핏발까지 세우는 의연. 민형은 왠지 더 이상 의여을 자극해 보았자 좋을 것이 없을 것 같아 슬금슬금 독서실로 돌아갔 다. 민형의 등뒤에선 화가 치밀어 어쩔줄 모르는 의연이 씩씩 거리며 민 형의 뒤를 따라 계단을 올랐다. ...................................................... . . . . . . "야." 민형이 택천의 등뒤를 손가락으로 쿡쿡 찌르자 무엇인가를 열심히 쓰고 있던 택천이 고개를 돌렸다. "어, 너냐? 왜?" 묻는 택천에게 민형은 왠지 말하기가 쑥쓰럽고 짜증이나 단도직입적으로 이렇게 말했다. "아까 그 쪽지 다시 줘." "엉?" "아까 그거 다시 달라고." "넌 필요 없다며?" "필요하니까 다시 줘...... 너 볼거면 얼른 배껴......" 왠지 의연이 감시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불길한 생각에 민형은 주위를 두리번 거리며 조급하게 이렇게 말했다. 그러자 택천은 대충 사정을 알았 다는 듯이 히죽 웃으며 민형에게 연습장을 넘겼다. "자,사실은 나 벌써 3번이나 배꼈어. 적으면서 외웠거든." "그래? 잘됐다. 줬다가 다시 뺏어가서 미안한데 그럴 만한 사정이 있어 서 그러니까 이해해라." "신경꺼. 그 정도로 무슨......" 생각보다 마음이 넓은 놈이군. 민형은 히죽 웃으며 연습장을 챙겨들고 자기 자리로 돌아왔다. 의연이 차가운 눈으로 민형을 흘겨 보았고 민형은 고개를 숙이고 연습장에 있는 내용을 공책에 옮겨 적기 시작했다. 그제서 야 의연은 한숨을 한 번 내쉬더니 자기 공책에 눈을 돌렸다. ------------------------------------------------------------------- "독서실에 갔다 왔다고요?" 집에 돌아오자 지영은 매우 의외라는 듯이 민형을 쳐다보며 눈을 깜빡였 다. 민형은 매우 지친 듯이 의자에 털썩 주저 앉으며 고개를 절래절래 흔 들었다. "지겨워서 죽는줄 알았어요. 숨막히기도 하고......" "민형씨는 독서실에 어울리는 타잎이 아니예요. 그래도 시험을 잘 볼 생 각은 있군요?" 웃으며 묻는 지영. 민형은 하소연 하듯 대꾸했다. "물론 생각은 있지요. 머리가 안따라 주니까 그렇지." "그래요? 어디봐요 시험 범위." 시험범위를 보자는 지영에게 범위가 적힌 쪽지를 건네주고 민형은 바닥 에 주욱 엎드렸다. 아...... 역시 집이 편하긴 편하다. 지영씨의 무릎을 배고 누우니 그대로 스르륵 잠이 들것만 같아 민형은 눈을 감았다. 그때 지영이 손가락으로 민형의 볼을 꼬집었다. "아직 자지 말아요." "예? 왜요......?" 약간 불만섞인 표정으로 고개를 드는 민형. 그의 위에서는 풍만한 가슴 위로 범위를 살펴보는 지영의 턱이 보였다. 지영이 물었다. "여기 이 연습장 가득 적혀 있는건 뭐예요?" "아,그건 우리반 반장이 나 보라고 요점 정리 해 준거예요." "그래요......?" 지영이 흐응 고개를 끄덕이며 범위를 내려 놓고 의연이 준 연습장을 잠시동안 살펴 보았다. 지영이 차분하게 연습장에 있는 내용을 다 살펴 본후 민형의 교과서와 비교해 보았다. 민형은 관심을 뚝 끊고 지영의 허 벅지에 얼굴을 옆으로 힌채 조금이라도 더 붙어 보려고 애교(?)를 부리 는 중이었다. 그때 지영이 다리를 살짝 빼냈다. "민형씨 우리 공부 하죠." "네!?" 갑자기 왠 봉창 두드리는 소리! 공부라면 지금까지 독서실에서 지겹게 하고 왔는데! 집에까지 와서 공부하잔 소리를 듣게 생겼어요! 민형은 붉으 락 으락 한 얼굴로 못마땅한 듯이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지영이 웃으며 말했다. "영어와 독일어는 여기 요점 정리된걸 위주로 하면 되겠어요. 정리가 아 주 잘됐네요. 문제를 내는 선생의 유형도 이 정도면 파악할 수 있고요. 공 부를 아주 잘하는 학생이군요." "......?" 그런 것을 한 번 보고 그렇게나 알 수 있단 말이야? 민형은 조금 신기하 긴했지만 어쨋든 더 이상 골치아픈 문장을 들여다 보고 싶지 않았다. 민형 이 귀찮다는 듯이 돌아 누웠다. "어휴 난 머리 아파요. 그리고 그런거 외우지도 못해요." "외우는건 누구나 다 할 수 있어요? 그리고 제가 찍어 주는 대로 외우기 만 하면 틀림없이 성적이 오를 거예요." 보통때와는 다르게 조금 끈질기게 권유하는 지영. 민형은 벌떡 일어나 앉아 지영에게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는 음흉하게 웃었다. "지금 난 공부 보다는 지영씨 예쁜 몸에 관심이 더 가는 중이예요." "안됐지만 안되겠네요." 지영을 슬쩍 안아 보려는 민형. 그런 민형에게서 살짝 빠져나가며 지 영이 빙그레 웃었다. "학생의 정신상태가 교사의 몸매에 향해 있으면 공부가 되겠어요? 청소 년 탈선의 주범이예요." "이것봐요 지영양......" 갑자기 왠 선생 놀음이야? 그런건 지겹게 했으니까 이제 그만 하자구 요! 민형은 머리를 긁적 거리며 짜증섞인 표정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피곤하다고요......" "공부하는 학생은 누구나 다 피곤해요." "어휴 도대체 뭘 하자는 거예요?" 참다 못한 민형이 짜증을 터트렸으나 지영은 역시 능숙한 강사 타잎이 었다. 절대 화를 내지 않고 유순하게 웃으면서 민형의 머리 위에서 민형 을 리드했다. "시간을 조금만 투자해서 내가 외우라는 것만 외우면 되는 거예요. 그것 도 못해요?" "난 지금 졸려요! 그리고 콘티도 짜야 한단 말이예요! 영감을 위해서 차라 리 한 번 안아주는게 어때요?" "학생은 공부가 우선." 부담없이 빙긋 웃으며 손가락을 흔드는 지영. 영락없는 여교사 타잎이었 다. 민형은 한숨을 푸욱 내쉬며 비척비척 지영의 옆으로 다가가 고개를 숙 였다. 그래요 돌도 깍으면 다이아몬드가 된다고 하던데요. 한 번 해보자고 요...... - 계속 - 『CD의 환상세계-일반소설 (go CDGGAM)』 125번 제 목:[중편L] ## 고교 3년생의 사랑 ## -88 올린이:cdggam (임달영 ) 97/11/24 16:28 읽음:5618 관련자료 없음 ----------------------------------------------------------------------------- ## 고교 3년생의 사랑 ## PART-88 민형은 난생처음 시험 전날 밤이라는 걸 세워보고 학교에 갔다. 옆에 달라 붙어 감시하는 지영의 닥달이 얼마나 심했던지 그녀가 찍어준 문제를 들고 저녁부터 새벽 4시가 넘는 시간까지 꼬박 연습장에 쓰고 옮기는 작업에 반 복이었다. "하아암......!"" 자기도 모르게 엄청나게 큰 하품을 하며 부은 눈을 문지르는 민형. 어쨋 든 오늘 시험 시간에는 두배로 푹 잘 수 있겠다, 고 민형은 생각했다. "......" 앞자리에서 그런 민형을 흘끔 본 의연이 민형의 앞자리로 자리를 옮겨 앉으며 물었다. 아마도 눈을 비비며 하품을 하는 민형이 열심히 공부한 후 후유증으로 고생하는가 보다 라고 의연은 생각했을 것이다. "너 어제 밤샜나 보구나?" "응......? 응......" "공부 많이 했니?" "엉? 아니 그저......" 민형은 공부했냐는 의연에 질문을 그저 막연히 넘겨버렸다. 난생처음 시 험 전날에 무엇인가를 한 것은 사실이었지만 그것은 민형이 생각하기엔 공 부가 아니었다. 단순히 쓰고 적고 외운 것 뿐. 적어도 공부라면 이것보다 훨씬 어렵고 무엇인가 있어 보이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 민형의 생각이었 다. 연신 하품을 하는 민형에게 의연이 씩 웃으며 한마디 했다. "더 밤새는거 처음인가 보지?" "응, 너도 밤샜니?" "난 시험땐 3시간 밖에 안자." "헤? 그런데 그렇게 멀쩡해?" 3시간 밖에 안잔다고? 시험기간 동안 주욱? 어떻게 그러고도 몸이 견디 냐...... 민형은 의연의 호리호리하고 잘빠진 몸을 슬쩍 어 보며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여자들도 하옇튼 무섭다니까...... "익숙해지면 괜찮아. 3시간만 자도 푹자기만 하면." "그렇구나......" 고개를 끄덕이긴 했지만 도저히 이해가 안되는 말. 어떻게 3시간을 자는 게 익숙해 질 수가 있지? 민형은 아무리 적게 자도 7시간을 넘기지 못하면 다음날 활동에 심한 지장이 있다고 믿는 녀석이었다. 그런 민형에게 자는 시간을 할해하며 공부에 열중하는 의연은 신기하다 못해 위대해 보였다. "어쨋든 시험 잘봐라. 공부한 보람이 있길 바래." "응, 고마워. 너도 잘봐." 졸린 나머지 건성으로 웃어보인 민형은 의연이 자리로 돌아간 후 어 제 밤새껏 쓰고 적었던 문제들을 떠올려 보았다. "......" 하나도 생각나지 않았다. ........................................................ . . . . "자 영어는 오래 붙잡고 있는다고 답이 나오는게 아니라는거 알지? 모르 면 얼른 찍고 빨리빨리내라. 시력 좋은 애들은 시력 마이너스 시키고." 교탁에서 시험지를 모아 두손에 들도 탁탁- 정리하며 감독하는 선생님이 익숙하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민형은 턱에 손을 괜채 아무런 생각 없이 멍하니 앉아 있었다. '너무 빨리 찍고 누우면 애들이 흉볼텐데...... 그런데 어제잠을 못자서 너무 졸린데 이거......' 빨리 찍고 자 버릴 것이냐. 아니면 체면을 위해 억지로라도 시험지를 붙 잡고 있을 것이냐...... 민형은 이 중요한 기로에서 몇분동안이나 고민했 다. 하지만 인간의 생리현상이란 체면 위에 있는 것. 민형은 결국 자연의 위대한 법칙을 따르기로 했다. -슥 시험지가 앞자리에 학생을 통해 민형에게 넘어왔고 민형은 부은 눈에서 찔끔 거리는 눈물을 닦으며 시험지 1번 문제를 쳐다보았다. 역시나 민형이 알만한 문제는 하나도 없는 것 같았다. 그때 문득 1번 문제를 읽어 내리면 민형이 솔깃해서 눈을 반짝였다. '밑줄친 부분에 들어갈 만한 적당한 단어를 찾아 쓰시오......? 핫, 이 거 의연이 찍어준 문제가 그대로 나왔네. 2점 벌었다.' 운좋게도 알고 있는 문제가 그대로 출제된 민형. 아무리 건성으로 외웠 다고 한들 눈썰미는 있는 지라 손쉽게 1번 문제에 답을 적었다. 민형은 2 번으로 넘어갔다. '네모칸 안에 문장을 읽고 다음 문제에 답하시오...... 아니 이럴수 가!?' 2번부터 이어지는 문제를 본 민형은 그만 경악을 하고 말았다. 2번부터 6번까지는 하나의 영작을 해석해서 문제에 해당하는 답을 풀이하는 문제. 10줄 남짓되는 이 문장은 어제 지영의 강요에 의해 억지로 공책에 쓰며 외웠던 3개의 영작중에 하나였던 것이다. 이미 모든 것을 해석해 외워 놓은 민형은 2번부터 6번까지 손쉽게 답을 쓸 수 있었다. '맞았는지 틀렸는지 모르지만 적어도 확률이 있는 답이 보이는데 이거 ......? 신기하군......' 민형은 연필 뒷 부분을 잘근잘근 씹으며 계속해서 문제를 읽어내려갔 다. 하지만 하늘이 도운 것인지...... 아니면 의연과 지영의 천재성이 민 형을 살린 것인지. 다음 문제들도 모두 지영이 찍어 놓은 문장이 아니면 의연이 족집게 처럼 집어 놓은 문제와 보기들 이었다. 민형은 잠이 싹 달아났다. 그렇게 민형은 22문제를 푸는 50분 동안 한숨도 졸지 못하고 뚫어지게 시험지를 노려 보았다. ................................................ . . . . . . . "으아!! 밑줄 그은 부분에 들어가지 않는 말이었냐!? 난 들어가는 말 인줄 알았지!!! 크아아아!!" "어떡해!! B를 E로 잘못 봤어 흑흑!!" "우오오오!! 나 두 개 맞았다! 크하하하~!!" 영어 시험이 끝나고 쉬는 시간. 부리나케 친구들과 답을 맞혀본 아이 들의 함성과 신음이 교실 이곳저곳에서 울려 퍼졌다. 이번 시간에 난생 처음으로 자신의 실력으로 문제라는 것을 풀어본 민형은 아직 실감이 가 지 않는 상태에서 잠자코 아이들의 반응을 지켜보고 있었다. 한 문제에 저렇게 목숨을 걸고 슬퍼할 수 있다니...... 백지도 내본 경험이 많은 민 형은 그런 녀석들이 우습다고 생각했다. 잘하면 이번 영어 시험도 50점은 넘지 않을까? 조금 욕심인가...... 어쨋든 공부라는게 효과가 있는 것 같기는 하군? 민형은 조금 싱숭생숭한 기분으로 혼자서 히죽 웃었다. "그래 16번 문제는 OR 가 맞아. 결국 한문제 틀렸군." "으아, 의연이 너 한문제 밖에 안틀렸어!? 너 또 일등이다." "모르지 다 맞은 사람이 있을지도." 놀라는 친구의 앞에서 어깨를 으쓱해 보이는 의연. 민형은 멀찌감치서 아이들의 대화를 듣고 새삼스럽게 놀랬다. 22문제중에서 한문제가 틀리 다니. 역시 찍어도 많이 맞는다던데 수재들은 틀리군. "......" 잠시 앉아 있던 민형. 그가 이내 시험지를 들고 벌떡 일어났다. 참으려 고 했지만 너무너무 궁금했다. 과연 몇점이나 맞았을까! 30점만 넘어도 열 심히 공부해 보겠다!! 민형은 시험지를 들고 의연에게 다가갔다. "의연아 나 이것좀 채점해줘. 너 한문제 밖에 안 틀렸지?" "응, 이리줘봐." 대수롭지 않게 민형의 시험지를 받아드는 의연. 의연이 샤프를 들고 1번 문제의 답을 체크했다. "1번의 2번 맞았네. 이거 틀리면 죽여 버릴생각 이었는데......" "고,고마워......" 역시 보길 잘했군...... 아니 만약에 보지 않았다면 죽었을지도 모르겠 군. 왠지 찍지 않은 문제가 맞았다는 소리를 들으니 민형은 거짓말 같았 다. 의연은 계속해서 채점을 해 나갔다. "2번부터 영작 풀이 문제. 어라? 2번도 맞았군. 너 이거 해석 할줄알 아?" "엉......? 아니......" 제대로 안다고 확실할 수 없었기 때문에 민형인 쓴웃음 지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의연이 히죽 웃으며 게속해서 채점을 해 나갔다. "3번의 1, 4번의1, 5번의 4....... 맞았네." 연속해서 5번까지의 동그라미, 민형은 자기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 다. 그중 찍은거 하나 합해서 다섯문제가 모두 맞은 것이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연속으로 이렇게나 렐리가 계속된 적은 없었다. 민형은 긴장했 다. "6번의2,7번의 3,8번의3....... 맞았......다......" 계속해서 샤프로 동그라미를 치는 의연. 그녀의 얼굴에서 천천히 미소가 사라졌고 민형의 눈앞에는 현실이 아닌 것 같은 현실이 펼쳐졌다. 슬금슬 금 아이들이 몰려들어 의연이 채점하는 민형의 시험지를 뚫어지게 쳐다보 기 시작했다. "17번의 주관식 OPTION 18번의 2,19번의 3,20번의 2......" 동그라미는 게속쳐졌고 의연의 얼굴에 식은땀이 맺혔다. 모여드는 아이 들은 점점 많아지고 민형은 망연자실하게 서 있을 뿐이었다. 22번 문제까 지 체크한 의연이 시험지를 내려놓고 멍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22번 EVENT OF FALL. 다 맞았네." "우와아아아아앗!!! 다 맞았데!!!" "야! 민형이 영어 100점이래!!!" 갑작스럽게 교실안에 떠들썩하게 달아 오르고 민형은 그저 한자리에 우 두커니 서 있을 뿐이었다. - 계속 - 『CD의 환상세계-일반소설 (go CDGGAM)』 126번 제 목:[중편L] ## 고교 3년생의 사랑 ## -89 올린이:cdggam (임달영 ) 97/11/27 16:02 읽음:5668 관련자료 없음 ----------------------------------------------------------------------------- ## 고교 3년생의 사랑 ## PART-89 - 수근 수근 - 수근 수근 수근 민형은 책상에 머리를 푹 숙이고 앉아 현재 자신이 저지른 엄청난 만행 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었다. 100점. 국민학교때 이후로 처음 받아보는 시 험 점수였다. 그것도 3단위나 되는 영어 과목에서 100점을 맞은 것이다. 교실에 모든 아이들이 민형을 흘끔흘끔 바라보며 수근거렸고 민형은 뒷통 수가 따가워서 견딜수가 없었다. 이건 완전히 컨닝이라도 한 기분이잖아. "......" 자신에게 문제를 찍어준 의연이 역시도 한 문제가 틀렸다. 의연이 틀린 문제는 지영이 얘기해준 포인트 영작에서 나온 문제였다. 의연이 찍어준 문제들은 어디까지나 추측에 의해서고 그것이 고교생의 수준이라는 것을 감안하여 확률이 30%정도 웃 돌았다. 그것도 상당히 높은 수준. 하지만 진 짜 왕건이는 지영의 어드바이스였다. 의연이 요약해 놓은 범위 문제를 가지고 완벽하게 영어 시험범위를 파악하고 선생의 문제 제출 범위까지도 파악해 버린 것이다. 즉 민형은 지영이 하라는 대로 외우고 써서 100점을 맞은 것이다. 갑자기 국사도 독일어도 마구 마구머리속에서 떠올랐다. 어 제 공부한 문제들을 조금이라도 더 떠올려 보기 위해 민형은 애를 썼다. "선생님 오신다!" "......?!" 한 급우의 목소리와 함께 숙덕 거리던 아이들이 일제히 자기 자리에 앉 았고 곧이어 교실 앞문을 통해 근엄한 표정으로 안경을 쓴 영어 선생님이 시험지를 가지고 들어오셨다. 영어 선생은 대뜸 들어오자 마자 시험지를 교탁에 올려 놓고 한마디했다. "오늘 이 반에서 100점 맞은 사람이 누구지?" 뜨끔. 죄지은 것도 아니었지만 근엄한 영어 선생의 말은 들은 민형은 컨 닝이라도한 사람처럼 심장을 움켜 쥐었다. 벌써 소문이 돌았단 말이야? "오늘 이 반에서 영어 100점 맞은 사람이 있다며?" "예~!" 아이들이 일제히 대답했다. 영어 선생은 안경을 한 번 치켜 올리며 대 답했다. "아직 채점은 안했지만 채점을 하면 틀릴 수도 있으니까 잘은 모르겠 다. 만약 진짜 100점을 맞았다면 내가 하루종일 껴안고 예뻐해 주마." '크에에......?' 이거 100점도 함부로 맞으면 안되겠군. 저 나이드신 선생니께 안기는 자 신의 모습을 상상하며 민형은 몸서리를 쳤다. 싫어, 나는 여선생이 아니면 ......! 부들부들 떠는 민형을 알아보지 못한 영어 선생은 시험지를 돌리 기 시작했다. "자 2교시 국사다. 난 너희들을 믿는다. 너희들이 나를 믿듯이. 컨닝하 고 싶은 사람은 해라. 단 걸리지만 마라. 명부흑명왕의 길로 들어서고 싶 지 않으니까." "......" 태연하게 입을 열며 시험지를 돌리는 영어 선생. 아이들은 모두 쥐죽은 듯이 조용하게 시험지를 뒤로 넘겼다. .................................. . . . . . . . . . . . 국사는 더 쉬웠다. 아니 진짜 쉬웠다. 세상이 이렇게 모든 문제가 아는 문제로 출제된 적은 처음이었다. 마치 찍어 놓은 문제가 모두 나온 것 처 럼 한문제 한문제가 마법과 같이 펼쳐졌다. "19번의 3...... 20번에......" 채점을 하는 의연의 손이 떨렸다. "4...... 95점." "우와아........!?" 아이들의 입에 일제히 벌어졌다. 20점 중에 한문제가 틀린 95점. 민형은 이번 국사 시험에서도 95점이라는 높은 점수를 받은 것이다. 대단하다는 듯이 수근되는 아이들의 앞에서 민형은 얼떨떨했다. 의연도 조금 긴장한 듯이 그런 민형에게 물었다. "너......? 이거 내가 정리해준 걸로만 공부한 것은 아니지?" "어......? 아,아니?" 자신이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 것인지 조차 민형은 분간할 수 없었다. 국사 95점 이라고? 물론 100점을 맞은 의연에 비하면 한문제 틀린 것이지 만 의연은 전교 1등이 아닌가. 3점짜리 영어에서 100점을 맞은 민형은 현 제 의연보다 스코어가 위인 것이다. "너, 정말 대단하다...... 혹시 천재 아니니?" 두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묻는 의연. 하지만 민형은 그런 의연에게 뭐라 고 대답할 말이 없었다. 글세, 잘 외우는 것이 천재라면 천재겠지 하하 ......? '정말 황당하네......' 말 그대로 황당했다. ------------------------------------------------------------------- 종례시간에 들어온 담임은 모두에게 수고했다는 말을 남기고 학급일지를 든채 인사를 받았다. 아이들 모두 지친 얼굴로 개방을 매고 교실을 빠져 나가고 어슬렁 어슬렁 일어나 문밖으로 나가는 민형을 담임인 미라가 불러 세웠다. "정민형......?" "?" 고개를 돌리자 송미라 선생님이 팔짱을 끼고 웃고 있었다. 왠지 개인적 인 부름에 있어서 그녀를 마주하는 것은 민형에게는 껄끄러운 일이었다. 미라가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민형에게 가까이 다가와 입을 열었다. "영어100, 국사95, 독일어는 35. 어쨋든 오늘 시험 만으로 봐서는 학급 석차 5위안에는 들겠는데?" "아,그,그런가요......? 저는 잘....... 그럼 안녕히 계세요!" 얼른 등을 돌리고 빠져 나가려는 민형. 그런 민형의 뒷깃을 붙잡으며 미 리가 가늘게 웃었다. "정말 나하고 공부하면서 단어하나 해석하지 못하던 민형씨가 맞아? 그 리고 1,2교시의 폭발적인 점수에 부흥하지 못한 3교시 독일어 점수는 뭐 지?" "그,그거야 못볼수도 있지요! 안 그래요!?" 독일어는 지영이 찍어주지 않은 독일어 작문 문제가 무더기로 출제 되었 다. 미리 담당교사가 시험에 출제하기로 하고 문제 범위를 알려 주었다고 하지만 수업시간에 듣지를 않는 민형은 알 리가 없었다. 결국 민형의 찍기 한계는 35점이라는 소리였다. "1,2교시 시험중 민형과 비슷하게 본 사람은 의연이 정도일테니까 컨닝 은 아닐테고...... 무슨 마법을 부린거야?" "학생이 시험을 잘보면 담임은 기쁜게 아닌가요?" 더 이상 심문 당하다가 끝이 없을 것 같아서 민형은 이렇게 말했다. 그 러자 그런 민형을 바라보고 있던 미라의 표정이 부드럽게 변했다. 그녀가 생글생글 웃으면서 대답했다. "그럼~ 물론 기쁘지. 너무 너무 기뻐." "......?" 갑자기 불길한 예감. 민형은 기분이 나빠 한걸음 뒤로 물러났다. 그런 민형에게 바짝 다가서며 미리가 씨익 웃었다. "남편감이 공부를 잘하면 장래가 밝다는 거지. 도대체 어떤 마법을 부렸 는지 모르지만 우리 가문에 어울리는 신랑감이 되기로 작정한거지?" "네? 선생님 죠크가 심하시군요......?" 무슨 헛 소리야 이 여자? 누가 데릴 사위인줄 아나. 황당해서 쓴웃음 짓 는 민형에게 얼굴을 더욱 바짝 가져다 대며 미라가 우후후 음흉하게 웃었 다. "귀여워......" "!!!@#$$" 한순간 엄청난 한기를 느낀 민형. 온몸에서 식은땀이 쭈욱 배어 나왔 다. 그때였다. 민형과 의연의 뒤에서 낮게 깔린 누군가의 목소리가 두사 람의 미묘한 분위기를 갈라 놓았다. "담임이 자기반 학생이 귀엽다는 걸 어떻게 해석하면 되지요?" "!?" 깜짝 놀라 고개를 돌린 민형. 미라 역시 잠시 실수 했다는 듯이 얼른 고 개를 들었다. 둘의 앞에는 태연하게 웃고 있는 의연의 모습이 있었다. 미 라가 머리를 쓸어 넘기며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대꾸했다. "어머, 반장? 시험은 잘 봤겠지?" "네, 잘봤어요. 그런데 선생님 교사의 신분으로 학생과 너무 미묘한 분 위기를 연출하시는거 아닌가요?" "무슨 소리야 너? 학생이 교사한테 따지는 건가? 버릇없이." 갑자기 강경한 선생의 모습으로 돌아간 미라. 그녀의 말을 들은 의연이 푸욱 한숨을 쉬며 한손을 들어 교실 창문을 가리켰다. "전 괜찮지만......" 그리고 숨어 있던 수없이 많은 학급 아이들의 모습. 민형과 미리가 황당 한 얼굴로 삐질삐질 식은땀을 흘렸다. 커다란 눈동자들이 교실 창문뒤에서 반짝이며 민형과 미라를 주시하고 있었던 것이다. "애들이 너무 기대를 해서 말이죠......" 한숨을 쉬는 의연. 미라는 당했다는 듯이 주먹을 불끈 쥐며 쓴 웃음을 지었다. - 계속 - 『CD의 환상세계-일반소설 (go CDGGAM)』 127번 제 목:[중편L] ## 고교 3년생의 사랑 ## -90 올린이:cdggam (임달영 ) 97/11/28 16:39 읽음:5805 관련자료 없음 ----------------------------------------------------------------------------- ## 고교 3년생의 사랑 ## PART-90 "담임이 이상하게 너한테 신경쓰는 것 같지 않니?" "으,응......?" 조금 짜증섞인 얼굴로 운동장을 가로지르며 수상하다는 얼굴로 입술을 삐죽 내미는 의연. 민형은 가슴이 싸늘하게 식어 내리는 것을 느끼며 하늘 저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아, 날씨가 참 덥다...... "내가 옛날부터 자꾸 걸리는게 있어서 그러는데 말이야. 너한테 대하는 게 확실히 틀려." "뭐,뭐가 틀리다는 거야? 전학생이니까 신경을 써주시는 거겠지." 의연의 매우매우 귀찮은 점은 다른 사람의 3배 이상으로 눈치가 빠르 다는 것. 보통 사람은 그냥 넘어갈 만한 일도 의연의 야에 걸리면 날 카로운 추리와 여러가지 사건으로 종합되어 수많은 예를 만들어 낸다. 확 실히 수재들의 두뇌회전 패턴은 정상인의 몇배는 되나보군. "아니야. 나는 여자잖아. 표정만 봐도 알 수 있어." "뭐......? 담임의 표정이 어땠는데?" 정말 표정만 봐도 알 수 있을까? 민형은 궁금해서 고개를 돌리고 이렇게 물었다. 그러자 의연이 뚱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담임은 널 사랑하고 있어!" - 쿵. 민형은 어의가 없어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정상인의 3배이상의 두뇌를 가지고 추리하면 그런 결과가 나오는구나? 정말 미라가 나를 사랑 하고 있다고? 그건 민형 자신도 알지 못하는 일이었다. 그때 멍하니 충격 적인 표정으로 서 있는 민형에게 피식 미소 지으며 의연이 민형의 등을 두 드렸다. "농담이야. 그말을 믿었니?" "......" 그러면 그렇지...... 예전부터 생각하는 건데 이 여자애는 나를 놀리면 서 즐거워 하고 있는 것 같애. 나한테 잘해주는 것도 가지고 놀기 좋기 때 문이 아닐까. 하고 민형은 순간 생각했다. 민형이 뚱하니 고개를 돌리자 의연이 키득키득 웃으면서 민형을 따라왔다. "화났어~?" "아니." 퉁명스러운 대답. 화가난 티를 팍팍 내는 민형의 대답에 의연이 킥킥 거 리며 웃었다. 민형은 의연하게 행동하려 해도 자꾸 얼굴이 붉어지는 자신 을 원망하며 걸음을 빨리했다. 순간 의연이 민형의 팔을 붙잡았다. "민형아." "!?" 갑자기 진지한 의연의 얼굴. 민형은 또 무슨 흉계를 꾸미는 거지? 하는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 의연이 자못 진지한 표정으로 이렇게 물었다. "너 어제 너희 누나한테 공부 배운거니......?" "!?@?$!?$?" 충겨어어억!! 울트라 눈치칼! 민형은 완전히 얼이 나가 입을 떠억 벌리 고 두눈을 희번덕 거렸다. 그렇군 의연은 애초에 미라와 자신의 일에 대해 서는 추리할 생각도 하지 않았던 것이다. 의연의 진짜 목적. 그것은 민형 과 지영의 관계에 대해서였던 것이다. 불시에 질문 받은 민형은 당황하여 어쩔줄 모르자 대충 상황을 알았다는 듯이 의연이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역시 그렇군...... 날 속일 생각이었겠지만......" 어쩌지!? 어떻하지!? 들켜 버리는 건가!? 그렇게 되면 우스운 놈이 되고 마는데! 고민하는 민형에게 갑자기 의연이 이렇게 외쳤다. "혹시 너희 누가 직업이 학원 강사 아니니!!" "어떻게 알았어!!" - 쿠구궁 강렬하게 묻는 의연에게 강렬하게 대답하고 만 민형. 엥......? 그런데 이거 왠지 핀트가 어긋나잖아? 잠시 감을 잡지 못한 민형이 얼떨떨해 하고 있는 동안 의연은 턱을 만지작 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 그나이 또래에 여자가 할만한 일과 분위기를 종합해 볼 때 그 런 쪽에서 일할거라는 예감은 들었지만...... 과연, 정말 그렇다면 너희 누나야 말로 전국에서 3%안에 드는 쪽집게 강사라는 것이군." "......!?" 얘가 지금 무슨 소리는 하고 있는 거야? 그럼 유지영 선생님과 내 사이 에 대해서 눈치챈게 아니라 학원강사 여부를 가지고 추리했던 것인가? 괜 히 놀랐네...... 민형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때 한숨을 쉬는 민형 에게 의연이 눈을 반짝이며 이렇게 말했다. "나도 들은 얘긴데 전국에서 아주 특출한 학원강사 소수는 아주 약간의 자료를 가지고서 그 학교 선생의 문제출제범위와 스타일. 그리고 나올문제 를 거의 90%이상 찍어낼 수 있다더군. 하지만 학원에서는 50% 정도 밖에는 찍어주지 않는데 너희 누나가 그런 스타일이라면 네가 오늘 받은 점수도 너무 신기할 것은 없지. 친동생한테 100%찍어준 건 당연할 테니까 말이 야. 게다가 내가 준 자료로 3과목에 대한 완벽한 데이터를 뽑아 냈겠지. ....." "......" 의연에 입에서 흘러나오는 황당하리만치 황당한 대사들. 아니 그럼 유지 영 선생님이 그 3%안에 드는 천재적인 학원 강사란 말이야? 분명이 예전에 고3을 가리킨 적도 있다고 했지만...... 도대체 문제를 그렇게 찍어낼 수 있다는게 민형의 상식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물론 너는 이해가 되지 않겠지. 나도 잘 이해가 되지 않지만 말이야. 하지만 네가 맞은 점수를 보면 분명히 사실일거야. 좋아." 갑자기 주먹을 불끈 쥐는 의연. 민형은 왠지 뜨끔하여 뒤로 한발짝 물 러났다. 의연이 고개를 번쩍 들었다. "부탁이야! 나도 너희 누나한테 수업받게 해 줘!! 수업료는 얼마든지 낼 께!" "뭐----!?!?" 쇼크를 자주 먹으면 빨리 늙는다는데...... 민형은 갑자기 늙어가는 자 신이 느껴졌다. .......................................... . . . . . . . . . - 쿠궁 - 쿠구궁 의연을 데리고 집으로 돌아온 민형. 저녁이 되어 집으로 돌아온 지영은 의연을 보자마자 한 자리에 멈춰서서 장엄하 분위기를 연출했다. 당연히 민형의 심장은 쿵쾅쿵쾅 떨리고...... 지영을 알아본 의연이 얼른 마루로 나가 생글생글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언니~" "안녕하세요......" 인사를 받으면서도 지영의 시선은 민형을 향해 있었다. 왜 이 애를 또 데려왔죠? 라는 강렬한 항의의 눈빛이었다. 민형은 이불이라도 있으면 들 어가 숨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런 두 사람의 사이는 어찌 되었는지 전혀 눈치 채지 못한 의연이 조르르 지영에게 다가가 대뜸 이렇게 말했다. "저 민형과 같은 반 친구인 신의연이라고 합니다~ 저번에 한 번 보셨 죠~?" "아, 네......" 억지로 웃어 보이는 지영. 의연은 계속 물고 늘어졌다. "저기요, 민형이한테 들었는데요 언니가 학원 강사시라고 해서요~" "네......?" 의연의 얘기를 듣자마자 지영의 얼굴이 무섭게 변모하며 그 불꽃이 민형 에게 쏠리기 시작했다. 헉, 유지영 선생님이 저렇게 무서운 표정도 지을 수 있다니...... 민형은 오늘의 3번째 대쇼크를 먹고 실신하고 싶은 심정 이었다. 그런 민형의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의연이 계속해서 지영에게 조르듯 말을 건넸다. "저 민형의 친구된 입장에서 뻔뻔스럽지만 부탁드리는 건데요." 너 그건 뻔뻔한 걸 아는 사람의 표정이 아니잖아...... 민형은 이미 온 몸이 차갑게 식어 있었다. "천재적인 문제 요약의 능력이 있으신 언니의 수업을 받고 싶어요! 시 험때만 봐주셔도 좋아요! 수강료는 얼마든지 낼께요!" "안되겠네요." 0.1초의 망설임도 없이 빙긋 웃으며 대답하는 지영. 한순간 민형은 그런 지영의 표정에서 하늘이 무너질 정도의 무시무시한 대 충격을 받았다. 저 렇게 딱잘라서 아무 망설임 없이 누군가의 부탁을 거절하는 지영씨의 모습 을 본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것도 웃으면서!? "저는 개인과외는 하지 않아요 의연학생. 저의 수업이 듣고 싶으시면 학원으로 오세요. 여기서 버스로 3정거장 떨어져 있는 청림학원 입니 다." "아,언니!" 일단 조급해진 것은 의연. 의연은 쉽지는 않을것이라는 것을 각오하고 있었는지 더욱 끈질기게 물고 늘어졌다. "많이 바라지도 않아요! 문제만 찍어주시면 되요! 수강료는 충분히 드릴 께요! 저는 민형의 가장 친한 여자 친구라고요!" ".....!!!!" 그순간 민형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고 마루로 올라서던 지영이 우뚝 정 지했다. 그리고 수초간의 침묵...... 지영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물었다. "정말이예요......?" 먹혀 들어가는건가! 라고 생각한 의연이 환해진 얼굴로 큰소리로 외쳤 다. "그럼요 민형에게 물어보세요!! 야,민형아!! 이제 너랑 나랑 사귈거잖 아!? 그렇지!?" "뭐!? 아,아니야!! 그건!" 동시의 의연의 얼굴이 귀신처럼 살벌하게 변했다. 게다가 그 얼굴은 웃고 있었다. "아니긴 뭐가 아니야...... 너 나를 차버리겠단 말이야!?!?" "그,그건 아니지만 어쨋든......!! 이,이건 아니잖아!!" "그만!" 한순간 당황하는 민형의 입을 막은 단밞의 목소리. 의연과 민형은 그 섬 한 목소리에 놀라 고개를 돌렸다. 둘의 앞에서 등을 보이고 있는 지 영. 그녀가 딱딱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미안하지만 난 개인과외는 안해요. 동생의 여자친구라도 예외는 없어 요. 민형아 여자친구나 바래다 주고 와." 푸하하! 민형은 조각조각 흩어지고 싶었다. 푸하하하!! 푸하하하하!! - 계속 - 『CD의 환상세계-일반소설 (go CDGGAM)』 128번 제 목:[중편L] ## 고교 3년생의 사랑 ## -91 올린이:cdggam (임달영 ) 97/11/29 22:55 읽음:7258 관련자료 없음 ----------------------------------------------------------------------------- ## 고교 3년생의 사랑 ## PART-91 "야, 너희 누나 생긴건 착하게 생겼는데 되게 깐깐하다. 조금도 망설이 지 않고 면전에서 그렇게 말할 수 있다니." 그건 깐깐한게 아니고 화가 난거라고...... 민형은 수업을 거절당해 궁 시렁 되는 의연을 푹 쳐진 눈으로 힘없이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뭐라 고해도 조금전 사태에 대해서 변명할 것을 생각하니 눈앞이 캄캄했다. "그래도 난 절대 포기할 수 없어! 이번 기말고사는 그렇다치고라도 반드 시 너희 누나 수업을 들어야지!" "그렇게 듣고 싶으면 차라리 학원에 가지 그래......" 지금은 아무런 생각도 하고 싶지 않은 민형. 주먹을 불 쥐며 결의를 다지는 의연에게 뭐라고 해줄 말이 없었다. 그래, 멋대로 해봐라...... 원래 순한 사람이 화나면 무섭다고 단단히 삐진 지영씨 마음에 네가 들 수 있을까...... 더 이상 고민하기 싫어 머리를 긁적 거리는 민형의 앞에서 의연이 신발을 신고 벌떡 일어났다. "나 간다." "아? 바래다 줄께." 의연의 뒤를 따라 일어나는 민형. 어찌 되었던 저녁이니까 버스 정류장 까지는 바래다 주어야지. 그러나 의연이 대답했다. "나 독서실로 갈거야." "그래.....? 어쨋든 가자." 샌들을 신고 앞장서 나가는 민형. 역시 조금 시간을 허비했다고 그대로 집에 돌아가거나 하지는 않는군 역시 수재는...... 민형은 왠지 공부라는 것에 대해 몸에 습관이 되어버린 듯 보이는 의연이 대단하게 생각되었다. ------------------------------------------------------------------- 의연이 공부하는 독서실은 저번에 민형도 한 번 가본 적이 있는 곳으로 민형의 학교와 얼마 멀지 않았다. 터벅터벅 골목을 걸으면서 민형이 의연 에게 물었다. "그런데 넌 굳이 우리 누나한테 수업받지 않아도 가고 싶은 대학에 갈 수 있잖아......?" "응, 글세. 그건 아무도 모르지. 너희 누나는 어느 대학 나왔니?" 왠지 답을 아는 얼굴로 물어보는 의연. 민형은 쭈삣쭈삣 대답했다. "서울대." "그렇겠지. 그 실력이면 그 대학 아니면 가고 싶지 않았을 테니까. 역시 서울대는 그 정도의 레벨은 되는 사람들이 도전해야 하는건가......" 자못 고민스러운 얼굴의 의연. 민형은 그런 의연을 보며 이해 할 수가 없었다. 내신 일등급에 전교 일등이 도대체 뭘 고민 하는거야? "우리 누나 레벨이나 네 레벨이나 뭐가 틀리다는 거야? 너도 내신 1등급 에 전교 1등이잖아!" "바보야. 우리 학교만 따지면 되냐? 퍼센테이지를 따져야지! 서울대에 들어가는건 우리 학교 학생만이 아니라고! 전국에 수재들이 몰린다는거 몰 라?" "그,그런가......?" 한심하다는 듯이 한쪽 눈썹을 치켜 올리는 의연. 민형은 왠지 자신이 한 질문이 바보같이 생각되어 머리를 긁적 거리며 말을 얼버무렸다. 의연이 말을 이었다. "어떻게 해서라도 한문제라도 더 건져내는 것이 대입의 포인트란 말이 야. 게다가 쪽집게 강사가 문제를 찍어주는게 얼마나 큰 포인튼데." "그렇군......" 잘 모르겠다. 어차피 서울대 같은거 다른 나라 사람들의 이야기니까. 민형은 자기도 모르게 초라한 모습으로 어깨를 늘어뜨리고 터벅터벅 걸 어갔다. 독서실을 향해 가는 길이라 그런지 발걸음은 무겁기만 했다. 그 리고 잠시후 독서실 근처에 도착하자 의연이 입을 열었다. "고마워. 이제 들어가봐." "응? 끝까지 가줄게." "너 독서실 싫어 하잖아?" 어떻게 알았지...... 눈치칼하고 대화하면 대화량이 반으로 줄어든다니 까. 민형은 머쓱해서 억지로로 웃어보이며 대답했다. "그,그럴까...... 그럼 가라......" "그래. 내일 봐?" 의연이 싱긋 웃으며 민형에게서 등을 돌리는 순간. 그순간 독서실 입구 쪽에서 한 남자 아이의 목소리가 두 사람을 멈추게 했다. "연아 누나?" "......?" 입구에 서 있던 한 남학생. 그가 의연을 알아보고 반가운 얼굴로 주머니 에 손을 넣은채 타박타박 뛰어왔다. 누구지? 민형은 어색한 표정으로 처음 보는 남학생에게 시선을 옮겼다. 의연과 아는 사인가? 그리고 남학생을 본 의연의 얼굴이 환하게 밝아졌다. "아니, 진명아~?!" "야, 기다렸다 기다렸어. 독서실에 있다더니만 땡땡이치고 뭐해?" 의연이 반가운 사람을 만난 듯 놀란 얼굴로 그의 이름을 불렀고 민형은 왠지 어색한 포즈로 멀뚱히 서 있었다. 의연이 전혀 예상치 못했다는 듯 이 놀람+반가움을 섞은 얼굴로 남학생에게 외쳤다. "어떻게 된거야? 너가 왜 여기 있어? 평일이잖아?" "내일이 개교기념일이야. 아까 도착했는데 고모님이 독서실에 있을거라 고 가보라고 해서. 지금 시험 기간이라며?" "그래......? 우와 6개월 만인데...... 너 키컸다?" "2센티." 아주 친숙하게 말을 주고 받는 두 사람. 아주 친한 사이인 것 같았지만 민형은 두 사람의 관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수가 없었다. 의연을 누나 라고 부른 것을 보니 동생인 것 같은데 의연에게 친동생이 있다는 말은 듣 지 못했다. 그럼 남자친군가......? 그때 멍하니 서 있는 민형을 흘끔 본 진명이라는 남학생이 눈치로 의연에게 물었다. "누구야?" 조금 경계하는 표정. 아마도 의연과 함께 걸어 왔기 때문이겠지. 민형은 가능한 조심스럽게 눈치를 살폈다. 그러자 의연이 냉큼 민형을 진명에게 소개했다. "응, 얘는 우리반 친구야. 얘네 누나가 학원 강산데 쪽집개야! 그래서 같이 누나 좀 만나고 왔어." "그래? 아직도 공부에 목숨거는건 변하지 않았군. 어차피 누나 실력이면 서울대 쯤은 무난히 간다니까." 의연의 말을 듣고나서야 피식 웃으며 부담없이 입을 여는 진명. 왠지 나 이에 맞지않게 상당히 어른스러운 느낌이 나는 녀석이었다. 아니 언제나 도도한 분위기가 연출되던 의연이 녀석의 앞에선 왠지 귀여운 여자 아이로 돌아간 느낌 때문인지도 몰랐다. 의연이 진명에게 고개를 돌리며 그를 소 개시켰다. "인사해 민형아. 얘는 진명이라고 내가 아주 어렸을 때 서울에 살았을 때 부터 옆집에 살았는데 아직도 우리집 옆에서 사는 애야." "강진명이라고 합니다." 능숙하게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하는 진명. 민형은 고개를 끄덕이며 악 수를 받았다. 그래, 의연은 원래 서울에서 살았다고 했지. 그렇다면 소꿉 친구? "16살이예요." 슬쩍 웃으며 대답하는 진명. 그렇다면 고1이군. 고1치곤 표정이 영 노티 나는데? 민형은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지만 겉으로는 표현하지 않고 인사를 받았다. "아,그래 난 정민형이라고 한다." "야, 넌 건방지게 처음 만나는 사람한테 반말이냐!" 순간 의연이 손바닥으로 민형의 엉덩이를 철썩 때렸고 깜짝 놀란 민형이 식은땀을 흘리며 눈을 크게 떴다. 동생인데 어때!? 그러자 진명이 하하 웃 으며 대답했다. "괜찮아 누나. 형인데 어때. 민형형 이라고 불러도 되죠?" "아,그래." 제법 의젓한 자식이군. 민형은 철썩 소리가 날 정도로 강력하게 얻어맞 은 엉덩이가 욱신거려 손으로 엉덩이를 주물럭 거리며 억지로 웃어 보였 다. "근데 누나는 남자같은 성미를 아직도 못 고쳤군? 여자가 무슨 남자 엉 덩이를 때리고 그래?" "그,그래......?" 얼씨구? 얼굴이 빨개지는 의연. 민형의 안좋은 머리도 이럴 때 만큼은 부리나케 돌아갔다. 진명이라는 녀석은 빙긋이 웃으면서도 어찌 들으면 무 안한 말을 골라서 뱉고 있었다. "그러다간 시집 못가지. 좀 나긋나긋 해야지......?" "그,그렇겠지......" 우와 신기하다. 의연이 남자한테 저런말을 듣고 얼굴이 빨개지다니. 민 형은 이 형용할 수 없는 이상한 쾌감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라 대신 진명이라는 녀석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빙글빙글 웃으면서도 할말 다하 는 노련한 놈. 어떻게 여자를 저렇게 잘 다루지? 민형은 갑자기 녀석이 존 경스러워 보였다. 그때 진명이 대뜸 물었다. "연아 누나 지금부터 독서실 갈꺼야?" "아? 응......" 고개를 끄덕이는 의연. 진명이 그럴 수는 없다는 듯이 의연의 머리에 손 을 턱 올려 놓았다. "어치피 오늘 공부 안해도 시험은 똑같이 잘 보잖아? 나는 수험생의 스 트레스를 풀어주러 왔다고. 마침 친구도 함께 있는데 노래방이라도 가 지?" "그럴까?" 반짝 떠오르는 환한 표정. 진명은 두 사람의 대화를 들으면서 약산 묘 한 것을 찾아내고 어리둥절하고 있었다. 저녀석 의연이를 부르는 호칭이 좀 이상한데? 참다 못한 민형이 은근슬쩍 물었다. "저 의연아?" "응?" 고개를 돌리는 의연. 민형이 어수룩한 표정으로 물었다. "쟤가 널 부를때는 이름이 다르냐?" "아~!" 멀뚱히 묻는 민형. 의연이 그제서야 실수 했다는 듯이 쓴웃음 지으며 하하 웃었다. 그녀가 대답했다. "사실 나 이름이 두개야. 호적에 올라가 있는 이름하고 개명한 이름. 원 래 연아였는데 사주상 연자가 뒤로 들어가면 좋다고 해서 대전에서 의연이 라고 불러." "그,그래......?" 아하, 그래서 저 녀석은 원래 이름대로 연아라고 부르는 거로군? 참 시 험 잘보려고 이름도 두 개고...... 복잡하겠다. 민형은 그 정성에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 수 밖에 없었다. - 계속 - 『CD의 환상세계-일반소설 (go CDGGAM)』 129번 제 목:[중편L] ## 고교 3년생의 사랑 ## -92 올린이:cdggam (임달영 ) 97/12/23 01:12 읽음:5773 관련자료 없음 ----------------------------------------------------------------------------- ## 고교 3년생의 사랑 ## PART-92 "멈춰진 진리! 또 용기~! 모든 것을~ 앗아간 양심~ 인간은~ 돌아가는 룰 렛속에 멈춰버린 작은 고옹~!!" "실루엣~ 생각속에~ 그대안에 들어간 푸른 눈망울~" 템버린을 두드리고 캐스터네츠를 딱딱 거리며 민형과 의연은 노래방에서 열창했다. 노래방에 들어온지 10분쯤 지났으나 벌써 광란어린 노래방의 열 기는 의연과 민형에 의해 한껏 끓어올랐다. "이번에도 97점? 의연이 너 노래 솜씨 죽이는데!" "흥,그러는 너도 만만치 않군!" "내가 가수를 하지 않은 이유는 그 직업으로 먹고살기 위한 많은 사람 들을 위해서거든." 서로 칭찬을 하면서도 두 사람의 사이에서는 불꽃이 튀었다. 두 사람 다 보기 드문 명창이라 의연의 친구인 진명쪽도 듣기에는 나쁘지 않았다. 하 지만 두 사람의 열혈적인 분위기는 진명으로 하여금 쓴 웃음을 자아내게 하고 있었다. 그때 마이크를 잡고 막 선택 단추를 누르려던 의연이 깜빡 있었다는 듯이 민형에게 휙 고개를 돌리며 외쳤다. "있잖아! 너네 누나도 부르자! " "엉?" 지영씨를 부르자고? 민형은 한순간 꺼름직한 표정으로 입술을 쭈그려트 렸다. 그러고 보니 지영씨랑 노래방 같은데 온적은 한 번도 없네. 사실 지 영의 노래가 들어 보고도 싶었다...... 하지만...... 하지만...... '하지만!?' 문득 민형의 머리속을 번쩍 스치고 지나가는 좋은 생각. 지금 지영씨를 데리고 오면 의연과 저 동생이라는 녀석의 관계를 빌미로 자신과 의연의 사이가 오해였다는 것을 주장할 수 있지 않은가! 게다가 의연이 녀석 저 녀석을 좋아하고 있는 것 같으니까! 그래 그거야! 한건 해결! "전화할까?" 솔깃해서 묻는 민형. 그런 민형에게 의연이 씩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 다. "그래 빨리 전화해! 여기 까지 5분도 안 걸리잖아!" "좋아 기다려! 내가 금방 불러올게! 넷이서 광란의 밤을 보내자고!" "OK!" 의연이 주먹을 불끈 쥐며 고개를 끄덕였고 민형 역시 주먹을 불끈 쥐며 노래방 문을 열고 카운터에 공중 전화로 걸어갔다. 그래, 의연이 녀석한테 저런 숨겨둔 남자가 있었는지 의외였지만 어쨋든 좋아. 지영씨와 화해하기 위해서는 좋은 타이밍이 아닌가! 게다가 노래방은 오락의 공간! 분명히 화 기애애한 분위기로 오해는 풀릴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지영이 노래방같은 곳을 좋아할 것인지가 문제였다. 민형은 전화기 옆에 돼지 저금통에 100원 짜리 하나를 집어 넣고 수화기를 들었다. - 뚜우우우 - 뚜우우우 몇초간의 긴장된 시간. 그리고 수화기 저편에서 지영이 전화를 받았다. << 여보세요? >> "선생님!?" << ...... >> 순간 등줄기를 흐르는 싸늘한 침묵. 민형은 오싹하며 억지로 웃어 보였 다. 누가 보는 것도 아닌데 저절로 미소가 흘러 나왔다. 나도 알고보면 비 굴한 녀석인지도 모르겠다...... << 왜 그러지 동생 민형? >> 수화기 저쪽에서 들려오는 차가우면서도 냉철한 목소리. 화났다. 아니 아주 화났다! 유지영 선생님이 저렇게 나오는 것은 드문일이지만 매우 화 났다는 뜻이다. 하지만 그녀를 풀리게 만들 비장의 아이템을 준비해 놓았 으니까 걱정 없지! "선생님 여기는 근처 노래방인데요! 지금 친구랑 있거든요! 그래서 선생 님도 같이 놀자고 전화했어요! 이리 오세요!" << 또 그 여자애랑 같이 있는 거예요? 싫어요 동생군. 둘이 노세요. >> 도,동생군...... 왠지 썰렁하지만 비장의 아이템이 있으니까. 민형은 한 껏 가슴을 힘을 집어 넣고 억지로 태연하게 대답했다. "지금 의연이랑 의연이 남자 친구랑 같이 있는데 저만 짝이 없단 말이예 요! 아시겠어요? 전 지금 궁상이라고요!" << 의연이라면 아까 그 여자애 말인가요? >> 그럼 그렇지. 솔깃한 지영의 목소리에 민형은 씨익- 미소를 흘리며 대답 했다. "그려요. 지금 그 의연의란 여자애의 애인이 서울에서 면회 와서 노래방 에 와 있는 상태여요. 그러니까 궁상인 날 구하러 빨리 와요." << 민형씨랑 사귀는 것이 아니었나? >> 조금은 퉁명스런 목소리. 민형은 킥킥 거리며 웃었다. "정말 그렇게 생각한 것은 아니겠죠? 확 사귀어 버릴까?" << 맘대로 해요...... >> 쳇, 빼긴. 민형은 약간 성질이 났으나 어쨋든 원인 제공이 자신이라는 것을 생각해서 참았다. 하지만 수화기 저쪽의 지영은 확실히 처음보다 많 이 부드러워져 있었다. 민형이 재차 물었다. "빨리 올거예요 안 올거예요?" << 어느...... 노래방인데요. >> 그럼 그렇지! 사귄지 반년이 가까워 오니까 이제 이여자 다루는 법을 좀 알겠군. 민형은 속으로 YES!!를 외치며 겉으로는 침착하게 노래방의 장소 를 설명했다. "학교 맞은편에 있는 25시간 노래방이예요. 정문 앞에 있으니까 찾기도 쉬울거예요. 지금 바로 나오면 3분도 안 걸릴껄요." << 민형씨도 노래해요? >> 크하하 풀렸어 풀렸어! 민형은 속으로 쾌소를 외치며 YES!!를 한 번 더 외쳤다. "그럼 노래방 와서 노래하지 뭐해요? 마이크 씹어 먹을까?" << 난 민형씨 노래하는거 한 번도 들은 적 없는데...... >> "가수 뺨치는 나의 노래 솜씨를 보여줄테니 빨리와요! 지영씨가 노래 못해도 듀엣으로 다 커버해 줄 수 있다니까!" << 쿡...... >> 웃었다!? 지금 웃었지!? 하아...... 인간 정민형. 진짜 많이 초라해 졌 구나. 여자가 슬쩍 웃은 것 만으로 이렇게 기뻐해야 하다니. 하지만 지금 은 체면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어쨋든 풀어졌으니 다행 아니겠냐! 민형은 속으로 싱글벙글 웃으며 말을 제촉했다. "지금 올꺼죠?" << 알았어요. 그럼 좀 기다리세요. 옷 좀 있고...... >> "그냥 나와요! 슬리퍼만 신고 나와도 되니까!" << 어떻게 그냥 나가요. 처음 보는 남자도 있는데 >> "다른 남자한테 못나 보여도 된다니까." << 그래도 싫어요. 어쨋든 금방 갈께요. >> "ok." 수화기를 끊고 민형은 흡족하게 한숨을 내쉬었다. 좋아 좋아~ 이것으로 일단락! 이제 사이좋게 노래를 부르면서 애정을 돈독히 하는 일만 남았 군. 민형은 휘파람을 불며 다시 룸안으로 돌아갔다. ------------------------------------------------------------------- "야, 넌 전화로 누나랑 연애했냐? 뭔 전화를 그렇게 하루종일 해?" 뜨끔, 별 생각없이 던진 말이었지만 의연의 한마디는 민형에게 엄청난 데미지 였다. 의연이 이것이 워낙 눈치가 칼이라서...... 민형은 애써 태 연하게 하하 웃으며 의연하게 흘려 넘겼다. "아, 누가 쓰고 있길레 잠깐 요 앞에 나갔다 왔어." "그랬어? 온데?" "온데!" "좋아!" 의연과 민형이 마주보며 주먹을 불끈 쥐어 보였다. 순간 민형은 뭔가 수 상한 것을 느꼈다. 자신은 지영과 화해를 하기 위해 이 상황을 기뻐한다고 하지만...... 의연이는...... 의연이는......? "근데 넌 우리 누나가 온다는게 뭐가 그렇게 좋냐?" "뭐가 좋다니!? 친해지면 좋잖아!" "친해져......?" "그래! 빨리 너네 누나랑 친해져야 수업받지! 수업!!" 카...... 그럼 그렇지. 노래방에서 노래부르는 순간까지도 공부밖에는 생각하는게 없군. 민형은 그 의연의 불타는 학구열에 높은 존경과 감탄을 보냈다. 그 경의의 표시로 민형은 지영이 오기전까지 이 노래를 열창했 다. "학교종이 땡땡땡 어서 모이자. 선생님이 우리를 기다리신다." "너 그거 무슨 의미로 부르는거냐?" "무슨 의미라니. 쉬어 가자는 의미지." "......" 불쾌한 듯이 묻는 의연에게 민형이 실쭉한 얼굴로 대답했고 의연은 이 마에 핏발을 세웠다. 하지만 지가 어쩔껴. 증거가 없는데 증거. 왠지 가장 연하인 진명은 그런 민형와 의연을 잘 논다는 듯이 싱글싱글 웃으며 쳐다 만 보고 있었다. - 똑똑 그때 누군가가 입구에 문을 두드렸고 민형이 휙- 고개를 돌렸다. "실례해요?" 그녀는 바로 지영. 예쁘게 윈피스를 차려입고 헤어 밴드까지 하고 나온 보기만 해도 껴안아 주고 싶은 귀여운 모습이었다. 민형이 자기도 모르게 외쳤다. "어서오세요 선......!!" 헙, 한순간 엄청나게 긴장하는 지영. 그리고 민형이 얼굴이 시커매 져서 푸하아아 숨을 내쉬며 식은땀이 맺힌채 입을 열었다. "선수 교대야 누나......" 에고, 돌겠군 정말...... 민형은 등줄기에 싸아- 맺힌 식은땀을 느끼며 웃어 보였다. - 계속 - 『CD의 환상세계-일반소설 (go CDGGAM)』 130번 제 목:[중편L] ## 고교 3년생의 사랑 ## -93 올린이:cdggam (임달영 ) 97/12/23 22:24 읽음:5587 관련자료 없음 ----------------------------------------------------------------------------- ## 고교 3년생의 사랑 ## PART-93 "안녕하세요. 지영이라고 해요." 싱긋 웃으며 인사하는 지영. 그런 그녀에게 찰싹 달라 붙은 의연이 넉살 좋게 빙글빙글 웃으며 씨익 입을 벌렸다. "언니, 그냥 말놔요! 어차피 우리보다 나이도 많잖아요." "그래도......" 약간 어색한 표정을 짓는 지영. 그런 그녀에게 의연이 상관없다는 듯이 고개를 이리저리 흔들며 마이크를 지영게 불쑥 건넸다. "자요, 말 트자는 뜻으로 한곡 부르세요." "아,그래 고마워......" 지영이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마이크를 넘겨 받으며 쓰게 웃었고 민형은 연신 싱글벙글 웃으며 잘 어울리고 있는 두사람을 바라보았다. 의연이한테 다른 흑심이 없고 오직 공부에 관심이 있다는 것을 지영에게 알려주면 결정 타일텐데. 민형은 심심치 않게 그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근데...... 저쪽에 친구는 누구지?" 지영이 문득 반대쪽 자리에 혼자 앉아 있는 진명을 보고 빙긋 웃으며 의 연에게 물었고 의연이 깜빡 했다는 듯이 진명을 지영에게 소개했다. "아,얘는 진명이라고 해요. 저보다 두 살어린 소꿉동생이예요." "소꿉동생? 연하야......?" 그말을 들은 지영의 얼굴이 환해졌다. 아마도 동지애를 느껴서였지 않 을까? 순간 민형은 이 분위기에서 저런 대사가 오고가는 것에 대해 본능적 으로 위기감을 느꼈다. 순간 묻는 지영에게 얼굴이 빨개진 의연이 머슥하 게 대답했다. "여,연하요......?" "애인 아니야?" - 쿵. 한순간 민형은 심장이 얼어 붙었다. 그럼 그렇지 일이 이렇게 쉽 게 풀릴리가 있나! 어딘가에서 계산이 잘못 되었는가 했더니 바로 이 부 분이었구나! 바로 그렇다! 비록 의연이 이 녀석을 좋아하고 있다고 해도 지영씨 앞에서 순순히 인정할지 안할지는 모르는 일이었다. 묻는 지영의 앞에 욹으락 으락 얼굴을 붉히는 의연을 보며 민형은 섬 하 기운을 느 꼈다. 누가 나좀 살려줘. "애인은 아니고요." 그때 문득 구세주 같은 목소리. 민형이 눈물을 찔금 거리며 고개를 돌리 자 조용하던 진명이 빙그레 웃으며 얼굴이 빨깨진 의연의 어깨의 자신의 손을 올리며 말했다. "지금 제가 대쉬중이예요." "아,그래......?" 좋을때라는 얼굴로 빙긋이 웃음 짓는 지영. 하느님...... 민형은 갑자기 온몸에 힘이 쭈욱 빠지며 긴장이 풀어지고 말았다. 지,지,지,지,진명 이자 식! 넌 정말 좋은놈이야! 얼굴이 빨개져 아무말 못하는 의연의 어깨에 손 을 얹은 진명이 의연을 보고 씨익 웃었고 의연도 순간적으로 할말이 없었 는지 식은땀을 흘리며 씨익 웃어 버렸다. ............................................... . . . . . . . "오늘 즐거웠어요 언니. 민형이도~" "지영누님, 민형형 안녕히 가세요." 싱글싱글 웃으며 손을 흔드는 의연과 고개를 숙여 인사하는 진명. 둘의 앞에서 지영과 민형 역시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의연아 내일 학교에서 보자~" "잘가요~" 길건너 편에서 손을 흔들다 이내 사라지는 의연과 진명을 확인한 후 민형과 지영은 나란히 등을 돌려 집을 향한 골목으로 걸어가기 시작했 다. 잠시 걷다 말고 지영이 물었다. "민형씨 노래 잘하네요." "지영씨 역시 미성이던데요?" "그래도 노래방에 단련된 세대하고는 차이가 나지요~" "하하 무슨 노래방 세대가 따로 있다고~" 자신들도 모르게 주섬주섬 주고 받는 잡담. 잠시후 지영이 민형에게 스 윽 팔짱을 껴왔다. "미안해요 민형씨 오해해서." 그녀의 솔직한 사과에 민형은 갑자기 기분이 풀렸다. 민형 역시 웃으며 대답했다. "미안할 건 없어요 지영씨. 사실 의연이 걔는 지영씨 한테 시험문제 찍 어 달라는게 목표였으니까." "어머, 함부로 가르켜 줄 수 없어요~" 그말에 민형은 가슴이 뿌듯했다. 역시...... 나만이 유지영 선생님께 문 제를 찍어 받을 수 있는 권리가 있다는 말이군~ 이거 나쁜 기분은 아닌 데. 기분이 좋아 싱글벙글 웃는 민형에게 지영이 물었다. "내일도 시험이죠?" "네?네." 그러고 보니 잊고 있었다. 내일 역시 시험이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하지만 무엇이 두려우랴. 유지영 선생님이 있는 한 빵점을 맞아도 행복하 다. "오늘 특별 서비스 할께요." 그렇게 말하며 볼에 살짝 입을 맞추는 지영. 민형은 짜릿한 기분에 힘 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난 마마보이였나봐. -------------------------------------------------------------------- "아 이번주 토요일 3시요? 물론 시간은 있지요. 네, 그럼 그때 뵙겠습니 다! 네, 수고하세요!" 금요일 마지막 시험을 하루 앞둔 목요일 저녁. 민형은 최기자에게 콘티 에 대해서 의논하자는 전화를 받았다. 자신이 연락하지도 않았는데 잡지사 쪽에서 먼저 연락이 왔다는 것은 민형에게 있어서 꽤 두근두근한 사건이었 다. "어제 보낸 콘티를 보고 전화한거래요?" 방에 걸래질을 하다 말고 지영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민형은 의 기양양하여 부푼 가슴을 안고 고개를 끄덕였다. "네, 생각보다 내용이 괜찮은 것 같다고 토요일날 직접 와서 이야기 해 보자고 해요. 괜찮으면 곧바로 댓생에 들어갈 수 있을지도 몰라요!" "어머 축하해요 민형씨! 하지만 너무 서두르는 거 아니예요?" 자기 일처럼 기뻐하는 지영. 하지만 지영은 민형이 아직 확실하지 않을 일로 큰 기대를 품을까봐 걱정이 되어 자신의 표정을 조심할 수 밖에 없었 다. 민형도 그런 지영의 마음을 아는지 싱긋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예, 그쪽에서도 제 그림아 약하다고 했기 때문에 그렇게 큰 기대는 안하 고 있어요. 하지만 뭐 일단 보낸 콘티라도 반응이 좋다니까 그냥 좋은 것 뿐이죠." 싱글벙글 웃으며 기쁨을 감추지 못하는 민형. 그런 민형을 보자 지영은 괜히 자신도 기분이 좋아져 빙그레 웃으며 물었다. "그렇게 만화가 좋아요?" "네, 만화로 밥먹고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항상 생각해 왔거든 요." "부러워요. 그런 꿈이 있다는게......" "지영씨 꿈은 뭔데요?" "......?" 문득 묻는 민형. 그런 민형의 앞에서 지영은 잠시 망설이는 표정으로 고민하는 듯 하더니 이내 활짝 웃으며 대답했다. "민형씨랑 결혼하는거~" "하하, 그럼 내가 프로가 되면 어시스던트로 써줄테니까. 심심할 때 나 한테 그림이라도 배워요." "응, 가르쳐만 주면 잘 할 수 있어요~" "지영씨, 이건 공부하고는 틀려서 고도의 손재주가 요구되는 작업이예 요." "그러니까 가르쳐 주면 되잖아요~" 잡지사의 전화를 받은 목요일 저녁. 내일 시험은 안중에도 없어진 민형 과 지영은 그렇게 들뜬 하룻 밤을 보냈다. 토요일...... 토요일엔 드디어 잡지사와의 제2차전이 벌어지게 되는 것인가. 그날밤 잠자리에 들어서도 민형은 보낸 콘티에 문제점이 어떤 것일까를 밤새 생각하며 잠을 뒤척였 다. .......................................................... . . . . "응,그래 지혜야. 토요일날 올라가게 되면 잘때가 마땅히 없으니까 너희 집에 가려고. 응, 잡지사에서 얘기해 보자고 했데." 이곳은 지영의 학원. 잠깐 비는 시간을 이용해서 지혜에게 전화를 거는 지영의 마음은 행복하기만 했다. << 너무 좋아하지 말라고 그래. 10개가 좋아도 하나가 안되면 그냥 미끄 럼틀이야. >> "알아 알아. 민형씨도 그 정도는 알고 있어. 그냥 열심히 하는 거지 뭐." << 열심히 하는 것은 좋은데 성질대로 해버리면 안되는거 알지? 민형씬 그걸 조심해야 돼. >> "걱정마 얘. 민형씨가 뭐 바본줄 아니." 지혜 역시 이 일이 잘 성사되기를 바라고 걱정해서 하는 말. 지영은 통 화를 하면서도 친구의 일을 자신의 일처럼 걱정해 주는 지혜에게 고마움을 느꼈다. - 계속 - 『CD의 환상세계-일반소설 (go CDGGAM)』 131번 제 목:[중편L] ## 고교 3년생의 사랑 ## -94 올린이:cdggam (임달영 ) 97/12/24 22:13 읽음:5667 관련자료 없음 ----------------------------------------------------------------------------- ## 고교 3년생의 사랑 ## PART-94 민형은 토요일 수업을 2교시에 조퇴하고 지영과 같이 서울로 올라갔 다. 앞으로도 이런 일이 번번히 있을지 모른다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당 당히 조퇴를 하고 서울로 올라간 민형. 그가 서울 고속버스 터미널에 도착 한 것은 아직 약속 시간보다 2시간이 이른 오후 1시 경 이었다. "음, 여기서 지하철을 갈아타고 1시간 이면 도착하니까 일단 점심이라도 먹으러 갈까요?" "그래요 그럼. 그런데 이 근처에 마땅히 먹을 만한 곳이 없을텐데?" "구내매점에서 우동이라도 먹어야죠 뭐." "그럴까요." 일단 끼니를 때우기로 합의를 본 두 사람은 터미널의 구내 매점에서 간 단하게 우동을 한그릇씩 먹고 터미널을 나왔다. 이제 얼마남지 않은 방학 을 앞둔 여름은 제법 무더웠다. 간편한 반팔 T셔츠와 청바지 차림의 민 형. 가슴의 볼륨이 들어나는 타이트한 흰색 셔츠와 반바지를 입은 캐쥬얼 한 지영은 남들이 보기에도 잘 어울리는 커플이었다. 물론 나이는 잘 들어 나지 않으니까. "같이 출판사로 갔다가 갈까요. 아니면 지영씨가 먼저 지혜씨 집에 가 있을래요." 지영의 의견을 묻는 민형에게 지영이 대답했다. "같이가요. 커피 같은데서 기다리고 있지요 뭐. 면담이 길어질까요?" "아니요. 길어 봤자 1시간 정도. 보통 2,30분이면 끝나요." "그래요 그럼." 다시 지금부터의 일정에 대해 합의를 본 두 사람은 지하철을 타기 위해 지하철 역 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입구 쪽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 이 두근두근한 마음의 민형을 상쾌하게 만들었다. ............................................... . . . . . . . . "이곳에서 조금 기다리고 계세요. 금방 같다 올께요." 지혜와 만났었던 커피숍 알레그로의 창가 자리에 지영을 앉히고 민형이 두근두근 한 얼굴로 지영에게 말하자 지영이 두손을 쥐어 열심히 라는 뜻 으로 흔들어 한 번 어깨를 으쓱했다. "힘내요 민형씨." "OK" 찡긋 윙크를 하고 잔뜩 긴장한 얼굴로 커피 을 나서는 민형. 지영은 그 런 민형의 뒷 모습을 보며 속으로 모든 일이 잘 풀리기를 기원했다. "네,그러니까 이쪽 캐릭터는 말이죠 조연이라고 개성이 너무 없는 것도 문제가 있거든요. 주인공을 조연처럼 조연을 주인공처럼, 이게 요즘 추세 기도 하니까요." 그때 지영과 얼마 떨어지지 않은 또다른 테이블에서 손님과 열심히 대화 에 열을 올리고 있는 남자. 그는 창가에 있는 지영과 반대편 창가에서 자 신의 손님과 열심히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만화가의 원고인 듯한 몇페이 지를 손에 들고 한창 대화에 열을 올리고 있는 남자. 그는 다름 아닌 얼마 전 지영이 대전에서 만났던 김선민 이었다. "여자 캐릭터가 예뻐야 됩니다. 그러니까 테크닉으로 아무리 예쁜 것은 소용 없어요. 선은 거칠더라도 테크닉은 떨어지더라도 독자에게 '예쁘다' 라는 느낌을 줄 수 있는 캐릭터가 중요해요. 설정을 다시 들어가 보도록 하지요." 손님인 상대는 아직 프로가 아닌 지망생인 듯 김선민과의 대화에서 계 속 이야기를 듣고만 있을 뿐 별다른 반박을 하지 않았다. 그때 문득 점원 에게 물을 주문하려고 고개를 돌리던 김선민이 문득 창가에 앉아 있는 낮 익은 아가씨를 알아보고 시선을 멈추었다. "아니......?" 그리고 김선민의 얼굴이 반가운 표정으로 환하게 밝아졌다. ------------------------------------------------------------------- "음, 스토리 쪽에 감각은 아주 좋은 것 같아요. 아마츄어 치고는 컷 배 분도 매우 뛰어나고. 재미도 느껴져요." "네......" 두근두근 쿵쿵. 최기자와 이야기 하는 민형의 가슴은 요란하게 벌렁 거 렸다. 자신의 콘티를 촤악 펼치고 여기 저기 오목조목 지적을 해 주는 최 기자는 꽤 민형의 콘티에 대해 연구를 한 것 같았다. 민형은 일단 나쁜쪽 보다는 좋다는 쪽의 이야기가 많이 나와 마음을 놓았다. "그런데 약간 페이지에 기는 느낌이 있어요. 그래서 30페이지 단편보 다는 20페이지 3부작으로 콘티를 짜보는게 어떨까 생각해 봤거든요? 민형 씨 생각은 어때요?" "2,20페이지 3부작이요!?" 뜻밖에 권유에 놀라는 민형. 3부작이라면 그만큼 더 많은 기회를 준다는 것이 아닌가! 민형은 가슴이 두배로 뛰기 시작했다. 최기자는 씨익 웃으면 서 펼쳤던 콘티를 탁탁 모아서 정리했다. "네, 20페이지로 3부작이면 전부 60페이지니까 좀 더 하고 싶은 이야기 를 많이 담을 수 있지 않을까 해서 말이죠. 머리속에 재미있는 이야기가 많이 모여 있지요?" "아,네, 네...... 그거야 뭐." 스토리에 기대를 많이 한다는 뜻인가? 어쨋든 민형은 흥분해 있는 상태 였기 때문에 그저 고개를 연신 끄덕였다. "그럼 60페이지 콘티를 완성해서 연락합시다." "고맙습니다 최기자님!" 대답하는 민형의 표정은 밝았다. .................................................. . . . . . . "아,이거 정말 오랜만 입니다?" "......?" 턱에 손을 얹고 주인을 기다리는 개처럼 민형이 건물에서 나올때만을 기다리며 건물을 주시하고 있던 지영. 그녀의 테이블 앞으로 다가온 누군 각 그녀에게 아는 척을 했고 지영이 깜짝 놀라 고개를 돌렸다. 그녀의 앞 에는 낮익은 얼굴의 누군가가 반갑다는 듯이 웃으며 서 있었다. "당신은......?" 그러고 보니 이 사람은......? 지영 역시 김선민을 알아보고 뜻밖이라는 듯이 눈을 크게 떴다. "하하, 기억해 주시는 군요. 예, 저 김선민 입니다. 지영씨." "어머, 어떻게 이런곳에서. 정말 반가워요. 앉으세요." 얼떨결에 자리를 권한 지영. 김선민은 사양도 하지 않고 웃으며 앉았 다. 민형은 기다리는 지루한 시간. 안면이 있는 사람을 이런곳에서 만난 것이 신기하기도 하고 반갑기도 해서 지영도 웃었다. "이곳엔 어쩐 일이세요? 대전에서 서울까지 올라오신걸 보니 누구 중요 한 사람이라도 만나러 오셨나요?" 인사 차례로 묻는 김선민. 그에게 지영이 살짝 웃으며 대답했다. "아니요 아는 사람이 이 근처에 있는 잡지사에 볼일이 있어서요." "예? 어딘데요?" 출판사라는 말이 나오자 매우 놀라는 김선민. 지영이 대수롭지 않게 대 답했다. "저앞에 보이는 (주) 원진미디어 라고......" "그럼 웨이브지? 아는 사람이 웨이브 지랑 관련이 있어요?" 의외로 그쪽에 밝은 김선민. 지영은 자신도 잘 기억이 나지 않았던 웨이 브 라는 잡지 이름이 선민에 입에서 쉽게 튀어나오자 조금 의외라는 얼굴 로 대답했다. "아,예. 거기서 데뷔 하려고 하거든요." "웨이브 에서요? 거긴 지금 신인 안쓸텐데...... 신인이라고 해도 몇 달 괴롭히기만 하고 실어주질 않아요. 기성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요즘 판 매 부수도 계속 떨어지고 있지요." 이 세계에 사리에 대해 매우 밝은 말투. 지영은 본능적으로 선민이 이쪽 에서 일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직감했다. "혹시 선민씨도?" 그러고 보니 그의 직업을 들은 적이 없다. 지영이 혹시나 해서 묻자 선 민이 싱긋 웃으며 쑥쓰러운 듯이 대답했다. "아,예. 사실 저도 아트림 미디어에서 발행하는 격주간 시디 스페셜에 있거든요." "헤에......? 김선민씨도 잡지사 기자였어요?" 그것은 정말 의외. 지영이 손으로 입을 가리며 정말 의외라는 듯이 동그 란 눈을 크게 떴다. 지영이 매우 놀라자 선민은 조금 쑥쓰러웠는지 담배를 하나 꺼내 물며 지영에게 말을 건넸다. "신인이 웨이브에 원고를 넣다니 아는 사람이라도 있나보죠?" "아,예. 제 친구가 그쪽에 팀자님과 아는 사이라고 해서요." "그렇군요. 누군지 몰라도 운이 좋은 사람이네." - 칙 라이터로 담배에 불을 붙히며 예의상 입을 여는 선민. 그때 였다. - 딸랑. 입구에 문이 열리며 검은 색의 큰 서류철을 손에 든 민형이 커피 안 으로 들어왔다. 동시에 지영이 반가운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 "어머 민형씨? 금방 끝났네요?" "아,예! 어......?" 반가운 표정으로 커피 을 들어서다가 문득 지영의 앞자리에 앉아 있는 김선민을 보고 우뚝 멈춰선 지영. 민형과 선민의 눈이 마주쳤고 자신을 보 고 굳은 얼굴의 민형에게 선민이 살짝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그러고 보니 구면이네요?" 선민이 담배를 재떨이에 눌러 끄며 씨익 웃었다. - 계속 - 『CD의 환상세계-일반소설 (go CDGGAM)』 132번 제 목:[중편L] ## 고교 3년생의 사랑 ## -95 올린이:cdggam (임달영 ) 97/12/26 23:13 읽음:5869 관련자료 없음 ----------------------------------------------------------------------------- ## 고교 3년생의 사랑 ## PART-95 "다,당신은......?" 민형의 앞에서 재떨이에 담배를 눌러 끄며 인사를 건네오는 남자. 그는 바로 김선민. 얼마전 대전에서 지영과 함께 술을 마셨다는 바로 그 남자였 던 것이다. 민형이 자리에 앉지도 않고 우두커니 선 채 선민을 향해 어이 없다는 듯이 다짜고짜 한마디 했다. "다,당신이 왜 여기있어?" "아아, 흥분하지 말아요. 나는 단지 우연히 이곳에서 지영씨를 만난 것 뿐이니까." "우연히!? 우연히 이 까페에서 지영씨를 만났다고?! 우연히 말이야!?" 이것이 우연이라면 정말 기막힌 우연! 그렇지 않다면 이건 계획적인거 지! 아무리 생각해도 민형의 머리속에는 우연보다는 계획성이 짙게 느껴졌 다. 하지만 계획이라고 해도 이곳에서 이렇게 지영과 만나게 되는 계획을 짜려면 참 힘들었겠군...... 그때 민형이 지영에게 씨 자를 붙힌 것을 듣 고 선민이 잘못들은 것처럼 지영에게 흘끔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 "지영씨......? 동생 아니예요?" "아,예 그게." 묻는 선민에게 지영이 조금은 쑥쓰러운 듯이 얼굴을 붉혔다. "사실은 제 애인이예요." "네!?" 지영의 대답을 듣고 못 들은 것을 들은 것 처럼 사색이 되는 김선민. 그가 당황한 얼굴로 다시 담배 한 개피를 꺼내 물며 믿을 수 없다는 듯 이 되 물었다. "애,애인이요......?" "그래." 묻는 선민에게 지영 대신 대답하며 민형이 지영의 옆자리에 털썩 앉아 의기양양하게 팔로 지영의 어깨를 감싸 앉았다. 그리고 보라는 듯이 거만 하게 자신의 옆으로 지영의 몸 전체를 끌어 당겼다. "그때는 경찰앞에서 요령껏 거짓말 했던 거 뿐이야. 그러니까 남에 여자 한테 추근대지 말라고 당신." 불끈 미간에 힘을 주며 무시무시한 표정으로 말하는 민형. 하지만 선민 은 그런 민형에 태도에는 별로 당황하지 않고 지영을 향해 제차 물었다. "저,저 말이 사실입니까 지영씨? 내가 알기로 이 친구는 고등학생?" "6살 차이 쯤 나는걸 가지고 뭘 그래? 요즘엔 그런 건 흔한건데." 예전 그 사건 이후로 선민이라는 자가 전혀 마음에 들지 않는 민형. 그 는 선민이 자신과 잘 아는 사이가 아니었는데도 불구하고 일부로 모난 말 만 골라하며 예의라를 것을 한수 접은 대사를 건네고 있었다. 선민이 잠시 상황 판단을 하려는 듯이 민형과 지영 두 사람을 빤히 쳐다보다가 이내 어 이없다는 듯이 하하 싱거운 웃음을 털어 놓으며 담배 연기를 내뿜었다. "이거 걸작이네. 역시 만화가 지망생답게 연애도 특이한 연애를 하는 군요. 근데 이름이......?" "정민형." "하하, 그래요 민형군." 선민이 흔쾌히 민형의 이름을 부르며 재떨이에 담배재를 털었다. 그때 지영이 여전히 선민에게 모난 태도를 보이는 민형에게 나무라듯 한마디 했 다. "민형씨. 선민씨는 민형씨 보다 훨씬 나이가 많은 분이예요. 경어를 써 야죠 경어를." "......" 못마땅하게 입술을 삐죽 내미는 민형. 선민이 웃으며 말했다. "괜찮아요 괜찮아. 나한테 안좋은 감정이 있는 모양인데 막말이라도 해 서 풀어지면 다행이지 뭐. 그리고 난 애인 있는 여자한테 추근대는 취미는 없어요 민형군." 어쭈, 제법 뒤끝이 산뜻한 남자 김선민. 저렇게 까지 나오는데 사나이 정민형 안 무안할 수가 없지. 민형이 쭈삣쭈삣 불편한 얼굴로 냉큼 한마 디 했다. "버릇없이 굴어서 죄송. 김선민씨." "하하, 그 참 엎드려 절 받기네~" 선민이 사심 없는 표정으로 밝게 웃었고 민형도 그런 선민에 태도에 지 금까지 가지고 있던 그에 대한 불쾌한 감정이 조금 사드라드는 느낌이었 다. 어쨋든 우리의 관계를 확실히 밝혔으니 더 이상 그런 문제로 걱정할 필요도 없고. 그때 멀뚱- 앉아 있는 민형에게 대뜸 선민이 물었다. "그런데 민형군은 웨이브에 원고를 보이고 있다면서?" "아, 그래요." 지영씨가 벌써 이 남자한테 그런말을 했나? 민형은 왠지 자신이 만화를 그린다는게 다른 사람에게 알려지자 쑥쓰러워 조금 얼굴이 붉어졌다. 선민 이 능숙한 태도로 담배를 빨며 민형에게 손을 내밀었다. "어디 그 원고좀 볼 수 있을까?" "......?" 그 태도가 너무 자연스러워 민형은 위압감 까지 느꼈다. 음, 마치 최기자 아니 강팀장 정도의 원고를 다룬 경륜이 있는 자의 손짓이었다 아니나 다를 까 지영이 한마디 거들었다. "선민씨가 글세 잡지사 기자래요? 그것도 아트림 미디어에 시디 스페셜이 라는 잡지에." "에에!?" 눈이 번쩍 뜨이는 민형. 시디 스페셜이라면 웨이브지와 판매부수를 나란히 하며 1,2위를 다투는 굉장한 출판사인 아트림 미디어에서 발행하는 만화 잡 지다. 게다가 아트림 미디어는 말 그대로 출판뿐이 아닌 완구,팬시,애니메이 션 영상사업,게임 분야에서까지 각광받고 있는 엄청난 대기업 이었다. "다,당신...... 아니 김선민씨가 시디 스페셜에 기자였다고요......?" 갑자기 위대해 보이는 김선민. 벙찐 민형의 앞에서 그가 긍정인지 부정 인지 싱긋 웃으며 담배 연기를 뿜어내며 손을 내밀었다. "원고 안 보여 줄꺼야?" "아, 네." 왠지 기선제압당한 민형. 그는 얼른 서류철에서 가지고 있던 그림 몇장 을 꺼냈다. 오늘은 콘티 단계였기 때문에 원고는 없고 캐릭터 설정과 몇가 지 그림들만 가지고 왔던 것이다. "아,그거 콘티야?" 민형의 서류철안에 들어 있는 콘티들을 본 선민이 흘끔 손가락으로 그것 을 가리켰고 민형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것도 줘봐." "......" 콘티까지 보여주고 싶지는 않았지만 어쨋든 이 부분에 전문가라면 한 번 보여 줘도 아깝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 민형은 콘티를 꺼내 선민에게 건네 주었다. 무엇보다 최기자와 다른 눈으로 보는 자신의 그림과 콘티가 어떤 식으로 평가될지 매우 궁금했기 때문이다. "......" 한 5분정도 선민은 민형의 캐릭터와 콘티를 유심히 살펴보았다. 가끔씩 보면서 미소 짓기도 하고 20페이지의 짧은 콘티에셔 여러 가지 다양한 표 정을 보여 주었다. 콘티의 마지막 장을 덮으며 선민이 고개를 들었다. "그림 좋은데?" "네?" 그림이 좋다는 말에 민형은 깜짝 놀랐다. 지금까지 그림이 약하다는 소 리는 많이 들었어도 그림이 좋다는 소리는 한 번도 듣지 못한 것이다. 선 민이 담배 연기를 한 번 내뿜고 재떨이에 남은 꽁초를 찍어 누르며 말했 다. "응, 뭐 퀄리티 쪽은 약간의 보강이 필요 하겠지만 말이야. 캐릭터가 살 아 있어서 좋아. 이 캐릭터에 들어가 있는 감정 이입이 확실하거든. 아, 그리고 무엇보다 여성 캐릭터가 아주 괜찮은데 아까 지망생 한명 만났었는 데 여자가 영 꽝이야. 그림은 잘 그리는데 말이야." "그,그렇습니까......?" 자신의 그림에 잘그렸다는 평을 해주는 김선민. 민형은 갑자기 눈물이 날 정도로 고마워져 찡한 얼굴로 선민을 주시했다. "근데 말이야." "?" 문득 콘티를 집어 드는 선민. 민형은 움찔 놀라는 얼굴로 선민을 보자 선민이 씩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민형군은 그림도 그림이지만 스토리 쪽에 더 강한 것 같군? 문예반에 라도 들었었어?" 스토리. 그 말은 민형의 가슴속에 남아 있는 한가지 자존심 이었다. 이 선민 기자 역시 그것을 놓치지 않고 보아주니 민형은 가슴이 뿌듯했다. - 계속 - 『CD의 환상세계-일반소설 (go CDGGAM)』 133번 제 목:[중편L] ## 고교 3년생의 사랑 ## -96 올린이:cdggam (임달영 ) 97/12/29 18:22 읽음:6885 관련자료 없음 ----------------------------------------------------------------------------- ## 고교 3년생의 사랑 ## PART-96 "잘봤어요 민형군. 웨이브 쪽은 까다로운데 힘껏 해봐." "고맙습니다." 격려하며 콘티를 넘겨주는 김선민을 흘끔 쳐다보며 가볍게 인사를 한 민 형이 서류철에 챙긴 원고를 옆구리에 끼고 지영을 흘끔 바라보았다. 이제 그만 가야 할 때가 되었다는 신호. 지영이 눈치 빠르게 싱긋 웃으며 선민 에게 인사를 건넸다. "아, 저 그럼 우린 이만 가봐야 되겠네요. 약속이 있거든요." "아,그러세요? 그럼 일어 나시죠. 저도 들어가 봐야 하니까." "네." 한꺼번에 자리에서 일어나는 3사람. 지영이 괜찮다는 데도 불구하고 굳이 자신이 차값을 내어준 선민이 커피 을 나서다 말고 민형의 어깨에 손을 올려 놓으며 친근한 표정으로 말했다. "자네 소질있어. 웨이브에서 안되더라도 실망하지 말고 끝까지 해. 원래 잡지용 원고는 쉽게 통과되지 않으니까." "네,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격려하는 건가? 아직 민형은 이 김선민 이라는 남자에 대해서 자세히 알 지 못하는데다 예전에 지영과의 관계도 있고해서 그가 하는 말이 백이면 백 다 진실로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그가 내보내는 진실한 표정은 만점짜 리였다. 민형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쪽에서 일하고 게신다니 언젠가 또 만나게 될지도 모르겠네요." "그래." 인사차례로 건넨 민형에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선민. "우리 언젠가 또 만나자고." 선민이 웃으며 대답했다. ------------------------------------------------------------------- 저녁7시경. 이곳은 지혜의 원룸 오피스텔. 보통때 이곳은 쥐죽은 듯이 조용하지만 민형과 지영이 온다는 것을 미리 알고 있던 지혜는 일찍 집에 들어와 민형과 지영을 맞이했다. "어머어머, 60페이지 콘티로 가자고 했다고? 마음에 드는가 보네?" "글쎄요. 잘 모르겠지만 그런 것 같아요." 출판사에서 있었던 일을 민형에게서 전해들은 지혜가 용하다는 듯이 손 뼉을 쳤고 민형이 쑥쓰러운 듯이 머리를 긁적거렸다. 일단 콘티 분량이 늘었다는 것은 희망적인 이야기다. 지면을 더 할애해 줄 가치가 있다는 이 야기인 것이다. 지혜가 신통하다는 듯이 대꾸했다. "그 그림으로는 조금 힘들다고 생각했는데. 어쨋든 열심히 해봐 민형씨. 혹시 안되더라도 실망하지는 말고." "실망안해요! 경험이지요 뭐." 끝까지 만약의 가능성을 버리지 않는 지혜에게 민형이 걱정말라는 듯이 쓴웃음을 지었다. 지혜는 민형이 기대하는 것을 걱정하고 있는 것이다. 민 형도 그런 지혜의 씀씀이를 알고 있기 때문에 매우 고마웠다. - 딩동 그때 초인종이 울렸다. "누구세요? 지훈씨?" "나야!" 문밖에서 지훈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자리에서 일어난 지혜가 현관문으로 걸어가 문을 열었다. 문밖에는 얼굴이 빨갛게 상기된 반가운 표정의 지훈 이 포장피자를 들고 허겁지겁 신발을 벗었다. "지영아! 왔구나?" "아,오빠. 안녕하셨어요~" 피자를 식탁위에 던져놓고 냉큼 지영의 앞자리에 앉는 지훈. 그가 반가 운 얼굴로 하하 웃었다. "야,잘왔다 잘왔어. 저녁 먹었냐? 피자 사왔는데." "아니 안 먹었어 형." 웃는 지영대신 대답한 것은 민형. 그 뚱한 표정의 민형에게 역시 뚱한 표정으로 지훈이 고개를 돌렸고 두 사람의 뚱- 한 눈이 마주쳤다. "아, 너도 왔구나. 하긴 세트라는 걸 깜빡했군." "기왕이면 지영씨의 반만큼이라도 반가워 해주면 안돼? 형이 잘해야 지영 씨가 대접받는 법이야." "닥쳐......! 지영이한테 조금이라도 불쾌한 짓을 하면 죽여버릴테니 까!" "......" 할말없다는 듯이 한숨을 내쉬는 민형. 그런 민형과 지훈의 옆으로 걸오 온 지혜가 팔짱을 끼고 한심하다는 듯이 웃었다. "동생사랑 국가사랑 끔찍하게도 실천한다니까. 지훈씨 민형씨한테 자꾸 까불지마. 지영이가 구박받으면 어쩔래?" "그,그럴리가 없어......!" 농담으로 한 말이었는데 주먹을 불끈 쥐고 부들부들 떠는 지훈. 지영이 쓴 웃음을 지으며 삐죽 식은땀을 흘렸다. 오빠...... 농담이잖아...... "근데 배고파 죽겠다. 지혜씨 지훈형이 사온거 뭐예요?" "아, 피자예요." 꼬르륵 소리가 나는 배를 만지작 거리며 식탁위로 쭈욱 목을 빼는 민 형. 지혜가 식탁으로 다가가 피자를 들고 방으로 돌아왔다. 거대한 불고 기 라지 피자. 민형이 반가운 얼굴로 손을 마주잡았다. "이야~ 불고기 피자. 그런데 한판밖에 없어? 두판 사오지." "지영이는 한판만으로 충분해......" 침을 꿀꺽 삼키는 민형을 얄미운 얼굴로 바라보며 지훈이 눈을 내리깔 꼬 쏘아 보았다. 하지만 민형은 그런 지훈에게 보라는 듯이 피자 판을 열고 피자 한 조각을 냉큼 집어들었다. "야,이거 너무 적어. 나 혼자 다 먹어도 모자라겠는데......?" "......!" 지훈을 스윽 쳐다보며 눈웃음 치는 민형. 지훈이 주먹을 불끈 쥐고 몸 을 부르르 떨었다. "지혜씨는 안먹어요?" 피자를 씹으며 묻는 민형. 지혜가 대답했다. "아, 난 피자는 됐어요. 살쪄요." "지금도 충분히 잘 빠졌는데 뭘." 실실 웃으며 혼자서 와구와구 피자를 집어 먹는 민형. 갑자기 지훈이 충 혈된 눈으로 피자를 붙잡은 민형의 손을 덥썩 움켜 잡았다. 지훈이 형용할 수 없는 표정으로 애처롭게 중얼 거렸다. "너...... 너무 빨라...... 천천히 먹어." "됐어! 난 원래 이 속도야!" "......!" 울컥, 지훈의 손을 뿌리치며 더욱 먹는 속도를 빨리하는 민형. 지훈은 참다못하고 얼른 피자 한쪽을 집어들어 지영에게 넘겨주었다. "지영아 너 안먹어?" "아,예예......" 쓴웃음 짓는 지영. 그리고 지영이 피자를 넘겨받자 민형의 두눈이 그쪽 으로 쏠렸다. 민형이 씨익- 웃으며 가증스러운 표정으로 지영에게 말했 다. "그거 큰데. 맛있게 생겼는데 내가 먹으면 안될까?" "아,네 민형씨 먹어요 자." "......!?" 의도적인 민형의 행동을 아는지 모르는지 지영이 얼른 쥐고 있던 피자를 민형에 입에 내밀었고 지훈의 분노 폭발 지훈이 벌떡 상반신을 일으키며 민형의 멱살을 잡았다. "이자식 정말!" "어라......?" 피자를 입에 물고 씨익- 눈을 올려뜨는 민형. 민형이 말했다. "이거 왜이래 형? 지영씨가 나 먹으래잖아......?" "너,너,너는 다른거 먹으면 되잖아! 왜 내가 먹으라고 준걸 뺐어 먹는 거야 이 나쁜놈아......!" "아하 그래? 그런데 어떡하지 내가 그게 먹고 싶은데 어쩌라고?" "이,이 이 자식이......!" 욹그락 붉으락 한 지훈에게 실실 웃으며 중얼거리는 민형. 지영이 상관 하지 않아야 겠다는 얼굴로 살짝 뒤로 물러났고 보다못한 지혜가 지훈의 머리를 후려쳤다. "어휴 그만해 정말 애도 아니고!" "......!?" 갑작스럽게 머리를 얻어 맞은 지훈이 번쩍 고개를 들었고 무서운 표정의 지혜가 가슴앞으로 팔짱을 끼고 이렇게 말했다. "민형씨가 장난하는거 몰라? 그렇게 동생이 좋으면 동생하고 살아." "아,아니 나는 그게 아니라......" 싸늘한 얼굴의 지혜. 그러 지혜 앞에서 꼼짝 못하는 지훈을 보며 민형이 피자를 입에 문채 킥킥 거렸다. "이제 지영씨는 지훈형 동생이 아니라 내 애인이라는 걸 아셔야지." 야금야금 피자를 씹어 먹으며 결정타를 날리는 민형. 지훈은 절망적인 표정으로 바닥에 쿵 주먹을 내리 꽂았고 지혜가 못말리겠다는 듯이 한숨 을 내쉬었다. "겨우 피자 한조각 가지고......." 지영이 멀찌감치 떨어져서 억지로 웃고 있었다. - 계속 - 『CD의 환상세계-일반소설 (go CDGGAM)』 134번 제 목:[중편L] ## 고교 3년생의 사랑 ## -97 올린이:cdggam (임달영 ) 98/01/15 19:02 읽음:6806 관련자료 없음 ----------------------------------------------------------------------------- ## 고교 3년생의 사랑 ## PART-97 작열하는 태양 속에 환하게 들어나 보이는 여자들의 세미 누드. 기다리 고 기다리던 여름 방학의 시기가 돌아왔다. 그리고 방학식 조례를 맞친 아 이들은 모두 긴장된 분위기로 담임 선생님인 송미라를 기다리고 있었다. 종이 울리고 자그만치 10분이나 늦게 교실에 입실한 송미라. 그녀가 긴장 된 아이들의 시선을 받으며 교탁에 섰다. "모두들 기다렸지? 오늘은 기다리고 기다리던 즐거운 방학식~" "네!" 어쨋든 방학식이란 기쁘고 즐거운 것. 좋아하는 아이들의 앞에서 송미라 가 생긋 웃으며 들고 있던 서류봉투 안에서 흰색의 꾸러미를 우르르 쏟아 내렸다. "그리고 기다리던 기말고사 성적표~" "......" 일시에 교실은 찬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졌고 민형은 제일 뒷 자리인 자 신의 자리에 앉아 흥미 있는 얼굴로 자신의 성적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번 시험은 사나이 정민형이 이 세상에 태어난 이래 최고로 잘 보았다는 예감 이 팍팍 들었던 시험. 아마 평균도 엄청 올랐을 것이다. 참고로 예전 민형 의 평균점수는 30점 이하. 등수로 따지면 즉 꼴찌였었다. << 이번엔 혹시 꼴지를......!? >> 면하는 것이 아닐까! 민형은 두근 거리는 심장으로 주먹을 불끈 움켜쥐 었다. 저번 학교에서는 보스라는 이미지 덕분으로 시험에서 꼴찌를 해도 별다른 의미가 없었다. 다들 민형이란 존재에 대해서 색안경을 끼고 있었 던 시절이었으니까. 하지만 이 학교에서는 다르다. 반 아이들과 그저 친 구인 이 분위기에서 꼴지라는 것은 어마어마한 의미가 있는 것이다. 말 그 대로 꼴지란 말이다! 그 이상의 설명이 필요해? "강석희" "네......" "최영훈" "네에......" "오수지" "네에에......" "봉지훈" "네에에에......" 차차 이름이 불리울 때 마다 대답하는 아이들의 목소리는 늘어지기만 했 고 이내 담임은 언제나 이 시간의 주인공이 되는 한 여자아이의 이름을 불 렀다. "반장" "네." 또렷한 목소리. 그녀는 특별히 이름이아닌 반장이란 호칭으로 불리운 다. 그녀의 이름은 신의연. 바로 전체 학급에서 언제나 1등을 차지하는 공 포의 미소녀였다. 의연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학우들의 모든 시선이 부러 운 듯이 그녀의 뒷통수로 쏠렸다. "잘했어 반장. 또 일등이네." "고맙습니다. 선생님." 의연에게 성적표를 건네주는 송미라가 조금은 못 마땅한 얼굴로 씨익- 웃었고 의연 역시 씨익- 웃으며 성적표를 건네 받았다. 태연하게 성 표 를 가지고 자리로 돌아오는 의연.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모든 학우들이 일제히 한숨을 내쉬었다. 민형도 자리에 앉는 의연의 찰랑거리는 뒷 모 습을 바라보며 연신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중이었다 "정민형." "네!?!?" 순간 화들짝 놀란 민형이 벌떡 일어나며 눈을 동그랗게 떴고 아이들이 일제히 민형에게 고개를 돌렸다. 미라가 성적표를 팔랑팔랑 흔들며 어깨 를 으쓱해 보였다. "나와." "아,네......" 잠시 딴생각 하다가 이게 무슨 망신. 민형이 머리를 긁적 거리며 미라 에게 다가가 성적표를 건네받자 그녀가 못마땅한 얼굴로 이렇게 말했다. "성적이 이게 뭐냐. 게다가 아무리 과목이 틀리다고 해도 시험 날짜마 다 이 엄청난 점수 차이는 뭐야? " "......" 역시 점수가 그저 그랬던 것인가. 민형은 뜨끔한 얼굴로 성적표를 받아 쥐죽은 듯이 자리로 돌아왔다. 아, 성적표를 펼쳐보기가 두렵다. 민형은 두근 거리는 얼굴로 성적표를 펼쳐 보았다. "......" "......" 잠시 침묵이 흘렀고 민형은 반 석차가 표시된 란에 멈추어 있었다. - 21/51명 민형은 다시한번 뚫어지게 성적표를 바라보았다. - 21/51명 51명중의 21번째. 51명중의 21번째. 게다가 평균. "68~~~!?!?!?!?" 민형이 벌떡 일어나며 비명을 질렀고 아이들이 일제히 민형에게 고개를 돌렸다. 민형이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마구 소리 질렀다. "68점!? 21등!? 평균 68점이라고!? 내가 21등 이라고!?내가!?" 아이들이 모두 쳐다보고 있다는 것도 망각한채 연신 고개를 흔들며 외 쳐대는 민형. 그런 민형을 보며 반 아이들이 수근 거렸다. "어머 민형이 쟤 시험 망쳤나 보다......" "그러게 68점이라니 안됐다....... 영어도 100점 받았는데......" 모두들 민형의 본심을 모른채 민형을 향해 혀를 찼다. ------------------------------------------------------------------- "엄마!! 엄마 나21등 했어요!! 21등 했다고요!? 내가 21등을 했어요--- --------------------!!!!!!" 학교가 끝나자 마자 공중전화로 달려가 집에다 전화를 때리는 민형. 주 위 사람들이 흘끔흘끔 쳐다보는 가운데 수화기 저쪽에서 어이없는 희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너희반이 모두 21명이냐? >> "51명이예요 51명!! 평균도 68점이라고요!! 아시겠어요!? 68점!!" << 뭐야!? 그 말 믿어도 되는거야!? >> "네 믿으셔도 되요!! 성적표가 나왔거든요 크흐흑!!" 너무 감격해서 정말로 눈물이 날 것 같은 민형. 민형은 태어나서 처음으 로 성적표를 받은후에 기쁨의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지금까진 언제나와 다름 없는 차가운 성적표에 도장을 받고 학교에 반환했는데. 21등이란 석 차가 적힌 이번의 성적표는 민형에겐 꿈과 같은 너무나 엄청난 대 사건이 었다. << 정민형! 너 시험지 같은거 훔치면 안돼!! 요즘에 대학도 부정 입학이 다 뭐다 해서 떠들썩한거 모르지? >> "......" 하긴 갑자기 부모님에게 21등이라는 점수를 믿으라고 하는 것도 무리 지. 고교 3년 동안을 꼴지에서 맴돌았던 아들이 갑자기 21등을 했다면 믿 을 부모가 어디 있겠는가. 누구보다도 민형 자신이 더 자신을 믿지 못하고 있는 중이었다. 전화를 끊고 민형은 주먹을 불끈 쥐면서 하늘을 바라 보았 다. << 햐...... 공부란거 진짜 쉽구나. >> 겨우 그정도 노력을 기울였는데 단번에 석차가 20등이나 올라가다니. 민 형은 어렴풋이 벽으로만 느껴졌던 공부라는 것에 대해 일종의 요령이 생기 는 것이 느껴졌다. 게다가 이번 시험 전의 벼락치기로 얻은 것도 많았다. 의연과 지영씨를 잘 이용하면 또다시 이런 점수를 얻을 수 있을 것만도 같 았다. 무엇보다 지금까지 전혀 하지 않았던 공부라는 것을 해서 최초로 올 린 점수였으니까. '그래 맞아...... 난 지금까지 공부를 전혀 안했어. 조금 하니까 이렇게 실력이 나오는 거야. 맞아 난 싸움뿐만이 아니라 공부에도 천재야. 맞아 이 천재성을 일깨워줄 스승이 필요했던 것 뿐이라고!'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이는 법이라자민 인간 정면형은 결코 그런 타잎 이 아니었다. 어쨋든 그는 21등이라는 엄청난 점수에 치어 당장 죽어도 여 한이 없는 상태였던 것이다. "야, 그렇게 좋냐 21등이." "......!!" 한순간 등뒤에서 들려오는 뜨끔한 목소리. 민형이 오싹한 표정으로 고래 를 돌리자 아니나 다를까 등뒤에는 뚱한 표정의 의연이 서 있었다. 그녀가 한심하다는 듯이 한마디 했다. "3점이나 되는 영어를 100점 맞고 21등이라니 지나가던 개가 웃겠다. 너 시험을 보긴 본거냐?" "무슨 소리야! 21등이나 했잖아!" 그래! 21등이다! 이거 엄청 대단한 거다! "21등......? 그거 가지고 서울에 있는 대학도 못가. 어차피 21등이나 꼴 등이나 대학에 못가면 마찬가지야. 몰라?" "......" 상판 깨기는...... 민형은 갑자기 달아 올랐던 기분이 싹 가셔 의연을 째려 보았다. 어떻게 쟤는 저렇게 무드 깨는 소리만 살살 골라서 잘 하 지? 민형은 기분이 상해 삼백안으로 의연을 가만히 노려 보았다. 하지만 의연은 의연대로 기분이 나쁜 듯 했다. "나도 이번에 시험 망쳤어." "너도?" "응 두문제 더 틀렸거든." 제길, 뭐 이런게 다 있다냐. 민형은 정말 풀이 죽어버렸다. - 계속 - 『CD의 환상세계-일반소설 (go CDGGAM)』 135번 제 목:[중편L] ## 고교 3년생의 사랑 ## -98 올린이:cdggam (임달영 ) 98/02/21 22:12 읽음:6561 관련자료 없음 ----------------------------------------------------------------------------- ## 고교 3년생의 사랑 ## PART-98 "어머! 민형씨 평균이 68점! 21등이나 했어요? 정말 축하해요!" 집에 돌아온 민형은 지영의 집중적인 비행기 태움을 당하며 콧대가 하늘 높이 치솟았다. 어때요 지영씨. 제자를 잘두니까 가르치는 보람이 있지 요! 난생처음 받아본 등수. 민형은 정말 하늘로 날아 오를 것만 같았다. "민형씨 정말 잘했어요. 자 뽀뽀~" "하핫, 뭐 기본실력......" 기분이 좋아서 연싱 싱글 거리는 민형. 지영은 민형이 21등이 갖는 의미 가 대단히 크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민형은 공부를 전혀 할 생각을 하 지 않아서 그렇지 머리가 좋고 이해력이 높다. 지영은 충분히 민형을 띄워 주어 앞으로도 공부에 흥미를 잃지 않도록 해줄 생각이었다. "오늘은 즐거운 방학식. 성적도 이렇게 불쑥 올랐으니 축하파티라도 할 까요?" "네! 해요 해!" 솔직히 21등이 그리 대단한 등수는 아니었지만 자신의 기분을 맞춰주려 는 지영의 태도에 기분이 좋아진 민형이 맞장구를 쳤다. "그럼 오늘 저녁은 기대 해주세요! 아주 멋들어지게 차려드릴테니까 요!" "OK!! 기대100%예요!!" 지영이 팔뚝을 걷어 붙치며 신이나서 외쳤고 민형역시 즐겁게 맞장구를 쳤다. 즐거운 저녁 식사~ 방학도 시작하고 민형은 마구 행복할 뿐이었다. ...................................... . . . . . . . . . . 그날 저녁 민형은 지영과 함께 들뜬 기분으로 장을 보고 집으로 돌아왔 다. 오늘은 특별히 지영씨가 한턱을 내기로 하고 민형이 좋아하는 돼지고 기 불고기와 수입품 튀김용 감자를 잔뜩 사왔다. 그리고 오는 길에 비디오 가게에 들려 비디오도 빌리고 성적이 오른 기념으로 지영에게 사고 싶었던 게임 시디도 선물 받았다. 아, 정말 성적이 오르니까 여러모로 좋은 점이 너무 많구나. 민형은 싱글 싱글 웃으며 좋아 어쩔 줄 몰랐다. "아,배고파! 빨리 먹고 싶다 불고기! 지영씨 오늘 감자 한통 다 튀겨 요!" "질려서 못 먹어요." "아니요! 나는 감자는 얼마든지 들어가요! 모자르면 모자르지 절대 많아 서 남기지는 않는다구요!" 으쓱하며 고개를 드는 민형을 향해 쿡 웃음 짓는 지영. 지영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결코 감자를 모두 튀겨주지는 않는다. 민형이 남길 것을 뻔히 알기 때문이다. 민형은 기분파라서 앞 뒤 가리지 않고 기분에 따라 일을 벌이고 지영은 그 기분을 맞춰 주면서 앞뒤를 재가며 실속을 차리는 타잎 이었다. 어쨋든 두 사람은 장바구니를 든채 팔짱을 끼고 싱글거리며 집 앞의 대문으로 들어섰다. "!?" 그리고 집앞에 들어선 순간 민형의 발걸음이 딱 멈추었다. 동시에 마 당에 앉아 기다리고 있던 남녀 두명이 두눈이 휘둥그래져서 멍하니 지영 과 민형을 쳐다보았다. 영문을 모르는 지영에게서 화들짝 손을 빼내며 민 형이 당혹한 얼굴로 외쳤다. "어,엄마! 아버지!?" "정민형?" 오랜만에 만난 가족이 서로를 반문하며 눈을 크게 떴다. ............................................ . . . . . . . . 저녁 시간. 민형의 집은 긴장된 침묵으로 가득했다. 망연자실하게 앉아 있는 민형과 지영을 앞에 놓고 희연과 성욱. 즉 민형의 부모님이 역시 긴 장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내 아들이 평균 68점을 받았다길레 좋아하는 불고기감을 사서 내려왔 더니......" 주먹을 쥐고 눈썹을 꿈틀꿈틀 떠는 어머니 강희연. 지영은 왠지 죽을 죄를 지은 것 같아 숨도 못쉬고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어머니 희연이 모든 상황을 단번에 눈치챘는지 짜증섞인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이 자식이 서울에 잘 안 올라올 때부터 대충 짐작했다니까......" 이렇게 말하며 휙- 하고 지영에게 고개를 돌리는 희연. 지영이 식은땀 을 흘리며 고개를 돌리지 못했다. 팔짱을 끼고 싱글 거리며 들어오는 것 을 들켰으니 변명의 여지가 없었다. 아니 변명을 하려면 얼마든지 할 수 있을테지만 민형의 어머니 희연 역시 보통 여자가 아니었다. 논리적이고 장황한 상황 설명으로 이미 민형과 지영에게 변명한 요만큼의 틈도 남녀 놓지 않은 후 였다. 민형이 이미 들통난거 할 수 없다는 얼굴로 어깨를 늘어뜨리고 천연덕 스럽게 입을 열었다. "뭐 어쩔 수 없지. 사실은 이 여자랑 사귀고 있었어요. 하지만 좋은 신부감이라구요. 이번에 특별과외로 점수가 오른 것도 지영씨 덕분이예 요." "이건 동거지 연애가 아니잖아 임마!" 퍽 소리와 함께 국물도 없는 주먹이 민형의 얼굴을 향해 날라왔고 민형이 숨도 못쉬고 반대쪽으로 나가 떨어졌다. 희연이 주먹을 거두며 지영을 향해 휙- 고개를 돌렸다. 그 무시무시한 눈빛에 지영은 앉은채로 기절할 것만 같았다. 희연이 물었다. "난 아가씨를 알고 있어. 아가씨...... 민형이 다니던 학원에 강사였 지?" "예!? 아, 예......" 치명적인 물음에 반박할 여지도 없이 지영이 순순히 고개를 떨구었고 민 형이 어이가 없다는 듯이 혀를 내두르며 엄마를 바라보았다. 도대체 어떻 게 알았지? 아무리 눈치가 빠르다지만 이건 인간의 상상을 초월하지 않는 가! 민형은 새삼스럽게 자신의 어머니가 보통 인간이 아니라는 것을 실감 하고 치를 떨었다. "내가 어떻게 알았는지 궁금한 눈치군. 예전에 아가씨가 우리집에 전화 를 건적이 있었지? 그때 목소리를 기억하고 있지." "예에......" 완전히 질려 기가 팍 꺽인 지영. 어이가 없어 하하 실소를 흘리는 민 형. 그래, 우리 엄마는 보통 인간의 상식으로 판단해서는 안될 여자였던 거야. 민형은 자신의 어설픈 소꿉장난이 산산 조각 나는 느낌을 받았다. 맞어. 우리 엄마에게 요령을 통하지 않는 법. 그때 희연이 스윽 민형에 게 고개를 돌리며 이를 갈았다. "정민형." "왜요." 긴장된 상황에서 묘하게 침착해 지는 것은 민형의 성격. 뭐 이미 다 들 통났으니 별수있나. 천역덕스럽게 대답하는 민형을 향해 희연이 부르르 떨 며 입을 열었다. "이 아가씨 덕분에 성적이 올랐다고?" "그래요." "......" 왠지 못마땅하게 지영을 쳐다보며 묻는 희연에게 민형이 대답하자 희연 이 한숨을 쉬며 지긋이 지영을 쳐다 보았다. 품행은 단정하고 어디로 봐도 빠지진 않는 아가씨였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나이가 많다는 것이 걸렸다. 희연이 물었다. "아가씨 몇살이지?" "스,스믈 넷입니다 어머니." "스,스믈 넷!?!?" "......" 기겁을 하는 희연과 안경을 빛내는 민형의 아버지 성욱. 희연이 잠시 지 끈한 이마를 손으로 누르며 핏발을 세웠다. "여,여섯살 차이라 이거지......" "엄마 그 정도는 요즘 기본이예요 하하." 콱- 소리와 함께 민형이 피를 흘리며 쓰러졌고 지영이 숨소리도 못내고 얼굴을 새하얗게 띄웠다. 희연히 하아 하아 숨을 내쉬며 번쩍 날카로운 눈 빛을 빛냈다. "아가씨 집안의 부모님은 다 계신가." "저,저는 부모님이 안 계십니다......" 부모님 문제가 나오자 얼굴이 쑥 들어가는 지영. 어디에 가도 이 문제에 있어선 할말이 없다. 지영의 대답과 함께 희연의 얼굴이 굳었다. 민형이 참다 못해 외쳤다. "엄마 그런게 무슨 상관이예요! 부모님이 있고 없고가 무슨 상관이냐 구요!" "넌 닥치고 있어 정민형 이 십*새꺄!" "......" 무시무시한 얼굴에 민형이 주춤거리며 입을 다물었고 지영이 괴로운 얼 굴로 입술을 떨었다. 이런식으로 민형씨의 부모님과 마주치게 될 줄은 몰 랐다. 아무런 준비도 없이...... 이런 식으로 만나뵙게 될줄은 전혀 몰랐 던 것이다. 지영을 울음이 터질 것만 같았다. "그건 그렇고......" 그때 문득 안경을 번쩐 빛내며 엄숙하게 고개를 드는 민형의 아버지 정 성욱. 지영이 화들짝 놀라 고개를 들었고 성욱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아가씨 정말 미인인데? 우리 아들이 여자보는 눈은 있는 가 보군." "그,그렇죠 아빠!?" "그래 그래, 야 정말 예쁘구나. 내 언제라도 며느리로 데려 가도록 하 지! 아가씨 가슴도 정말 크군? 사이즈가 몇인가?" "C컵이예요 아빠." "오오, 훌륭하군. 민형아 이 아빠는 너를 믿는다." 퍽 퍽 퍽 소리와 함께 두 남자가 피를 흘리며 쓰러졌고 희연이 뻗었던 손을 거두며 번쩍 고개를 들었다. "내 아들의 며느리를 외모로만 판단 할 수는 없어. 무엇보다 가정환경 과 가족사항! 그리고 나이! 학벌! 성격! 특기! 직업! 이런게 중요하단 말 이야!!" "학벌은 서울대학 영문과 졸업이고요. 성격은 얌전 착실 요조숙녀 맞 며 느리감이고요. 특기는 요리,영어회화 일본어 회화 과외, 등수 올리기 시험 문제 찍어주기고요. 직업은 학원 대입 강사예요." "음! 정말 멋지군! 3개국어가 가능하다니!? 게다가 나도 포기한 내 아들 의 시험점수가 한꺼번에 20등이나 오른걸 보면 실속도 꽉 찬거 같군!! 그 리고 여자는 무엇보다 외모가 중요하지! 가슴도 말이야!" - 칵 - 푸악 - 콰앙 민형과 성욱이 쓰러졌고 희연이 숨을 몰아쉬며 휙- 지영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녀가 초조한 얼굴로 식은땀을 흘리며 눈을 번뜩였다. "하지만 나이가 너무 많아...... 6살 차이는 너무 심해!" 무엇이 그리도 걱정인지 끝까지 부정하려는 희연. 성욱과 민형이 손가락 을 하나씩 세워 실실 흔들었다. "질.투" 처절한 살상곡이 일었다. - 계속 - 『CD의 환상세계-일반소설 (go CDGGAM)』 136번 제 목:[중편L] ## 고교 3년생의 사랑 ## -99 올린이:cdggam (임달영 ) 98/04/01 22:13 읽음:6398 관련자료 없음 ----------------------------------------------------------------------------- ## 고교 3년생의 사랑 ## PART-99 그날 저녁 지영은 오랜만에 자기 방에 이불을 깔았다. 이곳에 이사온 후 로 계속 민형의 방에서 잤기 때문에 밤에 이방에 건너온 기억이 거의 없었 다. "......" 왠지 혼자서 이불을 깔고 있자니 측은한 기분도 들고 민형의 부모님들에 대한 불안도 밀려와 지영은 바보처럼 눈물이 나왔다. '난 정말......' 지영은 주루룩 흐르는 눈물을 손등으로 훔치며 이부자리를 다듬었다. 오 늘밤은 여름이지만 매우 추울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 . . . . . . "어쩌면 좋죠." 나란히 이부자리에 누워 잠을 청하는 중에 희연이 먼저 말문을 열었다. 아들 민형은 덥다면서 마루로 이불을 가지고 나갔고 지금 이방에는 희연 과 성욱부부 두명 뿐이었다. 남편은 잠자코 누워 생각에 잠겨 있는 듯 하 더니 이내 이렇게 대답했다. "어쩌긴. 이제 돌이킬 수 있나 어디. 다행이 좋은 아가씨 같아서 다행 이라고 생각하는거지 뭐......" "뭐가 좋은 아가씨예요 당신은? 6살이나 많다는데." "당신도 나보다 2살 많치않아." "2살이랑 6살 차이는 큰거라구요." 나이가 계속 마음에 걸리는지 좀처럼 느긋해지지 못하는 희연. 희연도 민형과 지영의 앞에서는 매우 완고한 태도를 보였지만 가능하면 자신의 아 들을 이해하고 싶은 쪽이었다. 남편의 말대로 지영이라는 아가씨는 조신하 고 씀씀이도 헤퍼보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가족관계와 용납하기 힘든 많은 나이는 외동 아들을 둔 어머니의 불안을 쉽게 해소시키지는 못했다. "저희들끼리 잘 알아서 하는걸 보면 나이는 그다지 관계 없는 거라고. 봐, 민형이랑 잘 살고 있잖아." "당신은 아버지로서의 자각이 있으십니까?" 희연이 비꼬는 말투로 묻자 성욱이 대답했다. "물론 없지요." 퍽- 소리와 함께 희연이 돌아 누웠고 성욱이 코를 움켜 잡으며 신음소리 를 냈다. 희연은 옆으로 돌아 누운채 아직도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입을 열 었다. "난 민형이를 너무 빨리 결혼시키고 싶지 않아요." "부모 마음은 그런거지. 하지만 우리도 제법 빨리 부모님 가슴에 못을 박았잖소." "그래도 우리는 공인된 사이였어요. 동거부터 시작하다니 하옇튼 요즘 애들은......" 생활능력이 좋은건지 되바라진건지...... 한숨을 쉬는 희연의 뒷 머리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성욱이 빙긋이 웃었다. 자식을 생각하는 부모 마음은 모두 같을 것이다. 조금 걱정되는 관계라고 해서 민형에게 사랑하는 여자 를 버리라고 말할 정도로 성욱 부부는 비정하지 못했다. 희연이 문득 성욱 에게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 "그런데 그 여자 정말 이상하죠? 어떻게 고등학생이 좋아졌을까요?" "글세, 아마도 내 아들이 너무 잘났기 때문이 아닐까." "얼굴만." "그래, 얼굴만. 하하." 소리가 맞아 하하 웃는 두 사람. 잠시후 푸우- 풀이 죽어 한숨을 쉬며 희연이 천장을 보고 누웠다. 그녀가 하염없이 허무한 얼굴로 말했다. "당신말대로 좋은 아가씨인 것 같기는 해요. 민형이 성적도 올랐고 이 곳에 와서 싸움했다는 말도 들어본적 없어요. 솔직히 약이 올라요. 엄마인 내가 18년동안 보살피면서 고치지 못했던 점들을 그 아가씨가 반년만에 다 고쳐 버리는 기분이 들어서 말이예요......" "당신은 좋은 엄마야." 다정한 눈길로 희연의 어깨를 감싸는 성욱. 희연이 웃으며 고개를 돌렸 다. "당신은 나쁜 아빠예요." ------------------------------------------------------------------- 다음날 잔뜩 긴장하여 마루에 모인 민형과 지영은 놀라서 눈을 동그랗게 떴다. 민형이 정말 의외라는 얼굴로 입을 크게 벌리고 말했다. "네? 지금 돌아가신다고요?" "!" 민형에 못지 않게 놀란 것은 지영이었다. 민형의 부모님은 민형에게 아 무런 토도 달지 않고 다시 서울로 올라가겠다고 말씀하시는 것이었다. 서 울에 올라가는데 특별한 조건이 달리거나 한 것도 아니고 민형을 데리고 가겠다는 것도 아니었다. 더욱이 놀라운 것은 지영이 계속 이집에 사는 것 을 불가 시킨다거나 하지도 않았다. "어차피 한집에 사는 남녀가 눈이 맞았다는데 우리가 막을 권리는 없으 니까. 조금 걱정되지만 내 아들이니까 잘 알아서 하리라 믿는다." 조금은 험악한 표정으로 이렇게 입을 여는 희연. 민형은 그만 감격해서 눈물을 글썽 거렸다. "어,엄마......" "단!" "!?" 순간 번쩍 고개를 들며 희번덕 거리는 눈을 빛내는 희연. 민형이 움찔해 서 침을 꿀꺽 삼키가 희연이 무시무시한 표정으로 한마디 했다. "내가 아직 할머니가 되기엔 젊다는 것을 알지?" "아,알고 말고요....... 하하......" 그런 부끄러운 말씀을~ 민형는 잔뜩 긴장해서 하하 웃었고 지영도 손으 로 두 볼을 가리며 빨개진 얼굴로 추스렸다. 희연이 한숨을 쉬며 어깨를 으쓱했다. 잠시후 그녀는 잔뜩 긴장해 앉아 있는 지영에게 다가가 그녀의 손을 잡았다. 지영이 놀라서 고개를 들었다. "지영이라고 했지. 아가씨." "아,예, 어머님." 민망해서 고개를 돌지 못하는 지영. 희연은 그런 지영의 손을 붙잡고 자 상하게 웃었다. 그녀가 입을 열었다. "민형이가 이곳에 혼자 떨어져서 사고라도 치면 어쩔까 항상 걱정했는데 의외로 조용하더라구...... 모두 아가씨가 있었기 때문인 것 같아." "아,아니예요 어머님. 저는 단지......" "아무말 말아요." 지영의 손을 잡은 희연의 손 끝에 힘이 들어가고 희연이 조금은 쓸쓸한 얼굴로 웃어 보였다. "앞으로도 민형이를 잘 부탁해요. 우리는 그렇게 꽉막힌 아줌마 아저씨 가 아니니까." 그말을 듣는 순간 지영은 그만 눈물이 왈칵 눈앞을 가렸다. 어쩌면 이런 분들이...... 지금까지 받아보지 못했던 부모의 사랑을 민형의 부모님에게 서 한꺼번에 받는 느낌이 들어 지영은 그만 어깨를 들썩 거리며 눈물을 흘 리기 시작했다. 민형도 너무나 예상외의 결과가 나와서 그런지 멍하니 서 서 그런 지영과 엄마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희연이 손가락으로 지영 의 눈물을 닦아주며 말했다. "대신 지킬 건 지키면서 사귀어 줘요. 뭐 어련히 잘 알아서 하리라 믿 지만." "어,어머님 저는......" "됐어요." 울음을 삼키며 입을 열려는 지영을 가로막으며 잡았던 손을 놓는 희연. 그녀가 가지고 온 가방을 들고 성욱과 함께 대청마루 밑에 신발을 신었 다. 그녀가 성욱과 함께 일어나며 뒤를 돌아 보았다. 그 모습이 왠지 모 르게 섭섭하게 느껴져 민형은 가슴이 찡했다. 심한 불효를 하는 느낌. 지 금까지 부모님께 효도라고 이름붙힐만한 짓을 해본 적은 없지만 이번은 왠지 대단히 마음이 아팠다. "그럼 우린 간다. 돈 떨어지면 연락해라." 평상시와 다름 없는 희연의 목소리. 그리고 두 사람은 잠자코 서 있 는 지영과 민형을 놔두고 대문을 나서서 사라지기 시작했다. "저,어머니 저희가 터미널 까지......!" 한순간 그런 지영의 손을 붙잡는 민형. 지영이 깜짝 놀라 고개를 돌리자 민형이 침착한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민형은 그런 지영을 뒤로 하 고 골목 저쪽으로 걸어가고 있는 자신의 부모님을 바라보며 한쪽 눈에 눈 물을 맺었다. "정말 못 말리는 분들이시라니까......" 민형이 찡한 얼굴을 추스리며 억지로 미소 지었다. - 계속 - 『CD의 환상세계-일반소설 (go CDGGAM)』 137번 제 목:[중편L] ## 고교 3년생의 사랑 ## -100 올린이:cdggam (임달영 ) 98/04/15 14:30 읽음:6401 관련자료 없음 ----------------------------------------------------------------------------- ## 고교 3년생의 사랑 ## PART-100 "우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압---------------------------!!!!!!!!!!" 쨍한 아침 햇살을 받으면서 기지개를 펴는 민형. 오늘은 여름방학이 시 작된지 몇일 지나지 않은 수요일. 있는 힘껏 기지개를 편 후 방을 나선 민 형의 앞에는 주방에서 아침식사 준비를 하고 있는 지영의 모습이 보였다. 민형이 주방안 식탁 앞에 앉으며 싱글벙글 웃는 얼굴로 입을 열었다. "아, 배고파." "잘잤어요 민형씨?" 앞치마를 두르고 활짝 웃으며 고개를 돌리는 지영. 민형은 그런 지영의 얼굴을 보는 것 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서 헤벌쭉 웃었다. 방학도 해서 시간 도 많고, 괜히 이리저리 들뜨는 분위기의 아침. 민형은 문득 식사 준비를 하고 있는 지영에게 말했다. "그러고 보니 지영씨 학원은 휴가가 언제예요?" "휴가요? 토요일부터 일주일간 방학인데 왜요?" 오호라! 학원은 1주일 씩이나 방학을 하는군! 민형은 옳커니 이때다 하 는 심정으로 기세 좋게 외쳤다. "그럼 우리 어디 놀러갈까요!? 100회 특집으로 원작자가 바다에 보내준 다는데요!!!!" "어머나 정말요? 다시 봐야겠네 그 사람." 바다 이야기가 나오자 기대했던 것 보다 훨씬 더 기뻐하는 지영. 그녀가 끓이고 있던 찌개를 뒤로하고 냉큼 식탁으로 다가와 의자에 앉으며 말했 다. "바캉스 가는거예요? 해수욕장으로 가는거죠?" "예, 지영씨 휴가만 시작되면 바로 떠나면 어때요?" 민형도 싱글벙글 좋아서 어쩔줄 모르는 얼굴로 대답했고 지영이 꿈만같 다는 얼굴로 두손을 꼭 잡고 감격한 듯 말했다. "좋아라~ 나 해수욕장 가보는건 이번이 처음이예요~" "예?" 바다에 한번도 못 가봤다고? 헉...... 아무리 가난해도 그렇지. 민형이 썰렁하고 측은한 표정으로 지영을 가만히 쳐다보자 지영이 쓴 웃음 지으며 대꾸했다. "무,물론 수학 여행때 바다에 가본적은 없지만 수영할 수는 없잖아요. 바다에서 수영하는건 이번이 처음이예요." "너무 각박한 청년기를 보냈네요 지영씨." "뭐,바다에 안간거 가지고 각박한 청년기 라고 까지 할 수 있을라나.. .... 하하......" 안됐다는 듯이 한마디 하는 민형에게 지영이 쑥쓰럽게 웃었고 민형은 아 무래도 좋다는 얼굴로 바캉스 계획을 떠올리기 시작했다. 그녀가 이번에 첫 해수욕장행이라면 더욱더 뜻 깊은 추억을 만들 수 있을테고 무엇보다 수영장에 선생님처럼 쫙 빠진 여자랑 걷는다는건 남자의 훈장이니까!!!! 아아 사는 보람이 느껴진다! "근데 나 수영복 없는데......" "어, 그러고 보니 나도 없네." 결국 두 사람은 수영복을 사러 가기로 합의했다. ....................................... . . . . . . . . . 버스를 타고 3정거장 정도의 가까운 시내로 나온 민형과 지영. 거리 는 벌써 물씬한 여름 냄세가 나고 있었다. 길가던 남자들이 짧은 상위 를 입은 지영을 흘끔흘끔 쳐다보는 것을 봐서라도 여름은 확연하게 다 가와 있었다. 우, 이런 우월감. 남자의 보람!!!! "시장으로 갈까요?" "에, 민형씨도 참. 시장으로 갈꺼면 동네도 있는데 왜 여기까지 나왔 겠어요." "그럼요?" 그럼 마땅히 수영복을 살만한데가 어디지? 그러고 보니 민형은 수영복 이나 옷같은걸 사본적이 없어서 이런 것에 대해서는 문외한 이었다. 어억 가만히 생각해 보니 나도 참 불행한 현실을 살았구나. 옷도 맨날 아빠,엄 마꺼 물려입고!(엄마껀 왜 물려 입었냐?) 해수욕도 애인이랑 가는건 이번 이 처음이잖아! 민형은 스스로의 과거의 동정했다. 불쌍한 녀석. "이럴땐 조금 비싸도 백화점으로 가는게 좋아요. 수영복은 싸구려를 사 면 해수욕장 가서 고민되거든요." "좋아요!" 오오 역시 이럴 때 경륜이 들어나는 지영씨. 민형은 싱글벙글 웃으며 지 영의 손을 잡고 엄마를 따라 가는 어린애 처럼 종종 걸음으로 백화점에 들어갔다. "어머, 참 사이좋은 오누이네." "저건 시스터 콤플렉스라고 그러는거야." 지나가는 사람들이 쿡쿡 거리며 비웃었지만 민형은 들리지도 않았다. ........................................... . . . . . . . . . - 쿠궁! "아니......!?" "너......?" 수영복 코너에 들어가자 마자 대치하고만 두 사람. 운명이라면 운명일 까? 코너로 들어서자 마자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백화점 판매점원이 아닌 사복차림의 의연이었다. 의연이 수영복이 진열된 코너 앞에서 이것 저것 구경하며 서 있었던 것이다. 사복 차림에 머리를 푸른 의연은 학교 에서와는 다르게 훨씬 성숙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어머, 정민형! 왠일이야 너를 이런곳에서 다 만나다니?" "나 역시 매우 두려운 순간이다......." 매우 반가와 하는 의연에 앞에서 후줄근 하게 식은 땀을 흘리는 민형. 그도 그럴것이 등뒤에 서 있는 지영의 존재가 의연에 앞에서 너무나 껄끄 러웠던 것이다. 얘는 정말 어디가도 눈에 띈다니까...... 의연이 지영을 알아보고 활짝 웃으며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언니~" "어머, 의연학생. 잘 있었어요." "네, 덕분에~" 뭐 대수롭지 않게 인사를 나누는 두사람. 민형은 이런 페이스로 이곳 을 빨리 빠져나가야 겠다는 생각에 지영에게 눈치를 주었다. 지영도 민 형의 낌세를 알아채고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의연이 웃으며 물었 다. "누나랑 해수욕장 가려고~?" "응~" 쿠와아아악!!!!!! 대답해 버렸잖아!!!! 저렇게 노련한 질문을 해오게 되면 자기도 모르게 대답해 버리고 마는 것이다. 민형은 등뒤에서 후줄 근하게 땀을 흘리며 민형을 쏘아 보는 지영의 시선을 느끼며 손가락 다 섯개를 몽땅 입에 물었다. 어,어쩌지 어쩌지!? 의연이한테 한번 걸리면 빠져 나오기 힘든데!! 그때 어쩔줄 모르는 민형의 등을 탁탁 때리며 의 연이 웃었다. "어머, 너도 참~ 그 나이에 누님이랑 둘이서 해수욕장이라니~ 너 정말 누나랑 사이가 좋구나~" "아, 으응...... 응." 대충 넘어가자...... 그래, 우리는 사이 좋은 오누이...... 오누이. 그 때 억지로 웃고 있는 민형의 귀에 대고 의연이 의미심장한 한마디를 건 냈다. "아니면 혹시 위험한 관계 아니야......?" "!!!!" 커어억!!!! 나, 얘랑 이야기 하기 싫다! 너무 무서워! 민형이 난생처음 두렵다고 생각한 여자. 바로 서의연. 대전에 이 여자가 있기 때문에 민형 은 벌써 계속되는 수모와 고통을 겪어야 했다. 모처럼 100회 특집으로 바 다에 가는데 벌써부터 꼬일 것 같은 예감. 민형은 가슴이 마구 쿵쾅쿵쾅 띄었다. 의연이 웃으며 민형의 손을 잡아 끌었다. "너도 수영복 사러왔지? 같이 고르자. 마침 봐줄 사람이 필요했는데. 아, 나 이거 입어 봐야지. 잠깐만 기다려." 붉은 원피스 수영복을 하나 들고 쪼르르 칸막이 안으로 사라지는 의연. 민형은 도무지 뭐가 어떻게 된건지 모르는 얼굴로 지영을 돌아보았다. 지 영은 묵묵히 수영복을 고르고 있었다. 화났다 화났어. 난 다 알지. 민형 은 갑차기 추워졌다. "야,봐봐. 어때 어울려?" "엉?" 그때 칸만이 안에서 나오며 민형의 앞에 수영복 차림을 내보이는 의 연. 한순간 민형은 사타구니에서 강렬한 자극을 느끼며 얼굴이 빨개졌 다. 귀,귀엽다! 강렬한 원색이 의연의 고교생 답지 않은 몸매에 착 달 라 붙어 잘록한 굴곡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표현하고 있었다. 머리를 풀러 한층 성숙해 보이는 모습. 민형은 얼떨결에 한마디 했다. "열나 이상해." "뭐야!? 너 말 다했냐!" 우오오! 나의 이성은 그래도 제자리를 찾고 있구나. 화내는 의연의 앞 에서 태연한 표정으로 비웃음을 띄우는 민형. 그때 스스로도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민형이 진열장으로 얼굴을 돌렸다. 그리고 민형은 옷걸이에 걸린 비키니 수영복을 가리켰다. "너한테는 저게 어울린다구." 우와아아앗!!!! 내가 지금 뭔소리 하는겨!? 정말 진심을 말해 버리면 어떡해! 나의 이성은 정말 최저라니까!! 한순간 등뒤에서 강렬한 자극을 느끼며 민형이 뻘뻘 식은땀을 흘렸다. 의연이 빨개진 얼굴로 민형이 가리 킨 비키니를 들고 말했다. "이게 어울린다구......? 비키니 잖아." 조금 쑥쓰러운 얼굴로 민형을 쳐다보는 의연. 민형은 울고 싶은 심정으 로 고개를 끄덕였다. 한번 내뱉은 말이니 주어 담을 수도 없고. 우우 죽고 싶다 이거. "알았어 그럼 한번 입어 볼게~" 활짝 웃으며 비키니 수영복을 들고 칸만이 안으로 들어가는 의연. 아이 구, 이래 가지고는 코디해 준 꼴이 되잖아. 그때 민형의 등뒤에서 누군가 의 손가락이 콕콕 등을 두드렸고 민형이 고개를 돌렸다. 고개를 돌리는 순 간 민형은 얼어 버렸다. "저, 나도 봐줄래요 민형씨......" 크어어어...... 한 여름인데도 쌩쌩 한기를 내뿜는 유지영 선생님! 그 녀가 방금 의연이 가지고 들어간 비키니 수영복과 똑같은 것을 들고 웃 으며 서 있었다. 아아...... 여름이여! 푸하하!! - 계속 - 『CD의 환상세계-일반소설 (go CDGGAM)』 138번 제 목:[중편L] ## 고교 3년생의 사랑 ## -101 올린이:cdggam (임달영 ) 98/05/02 21:58 읽음:8443 관련자료 없음 ----------------------------------------------------------------------------- ## 고교 3년생의 사랑 ## PART-101 민형의 추천 때문인지 아니면 정말 마음에 들어서인지 의연은 민형이 골 라주었던 빨간색 비키니 수영복을 샀고 지영은 비슷한 노란색 비키니를 구 입했다. '가만히 보면 지영씨도 소녀 취향인데가 있단 말이야.' 노란색은 애들이나 입는 색인데...... 라고 속으로 생각하며 민형은 옆 에서 나란히 걷고 있는 지영과 의연을 힐끔힐끔 쳐다보았다. 뭐, 지영씨가 입는다면 노란색도 멋질거야. 민형의 마음은 벌써 해수욕장으로 달려가 지 영의 늘씬한 수영복 차림을 감상하고 있다. 여름이여 기다려라 내가간다. "그런데 너 해운대로 갈꺼라고? 거긴 사람 엄청 많이 몰릴걸?" 문득 걷다 말고 말을 걸어오는 의연. 민형은 혹시 의연이 따라 붙는 것이 아닐까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침을 삼키며 대답했다. "그,글세...... 그래도 내가 아는 곳이 거기밖에 없어서." "그래? 언제갈지는 모르지만 스케쥴이 비슷하면 같이 가도 좋을텐데" "아직 확실히 정해 놓은게 아니라서 말이야." "그래, 사실은 우리집에서도 바다로 갈지 산으로 갈지 고민중이거든." 휴우 다행이다...... 산으로 가라 산으로. 재수없어서 바다에서 마주치 기라도 하면 이 얼마나 껄끄러운 상황이란 말이냐. 처음으로 지영씨와 단 둘이 오븟한 휴가를 즐기려는데 방해꾼이 끼어들면 정말 곤란하지. 민형은 잔뜩 신경쓰이는 눈초리의 지영을 흘끔 바라보며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 쉬었다. 그래, 지영씨도 다른 사람이 끼어드는 것은 원하지 않는거겠지. "그럼 난 이만 가볼게. 시간나면 전화해~" "아,그래. 잘가라." 건널목에서 신호가 바뀌자 반대쪽 정류장으로 향하며 손을 흔드는 의연 에게 같이 손을 흔들어 주며 민형이 빙그레 웃었다. 떨어져 주는구나. 잘 가라 의연아 개학하면 보자. 민형은 이렇게 속으로 생각하며 지영과 함께 집으로 가는 버스 정류장을 향해 걸었다. 순간 문득 찜찜한 생각이 들어 의연이 달려간 쪽으로 고개를 돌리는 민형. 민형이 썰렁한 얼굴로 한마디 했다. "그러고 보니 전화번호도 모르잖아?" 결국 전화하지 말라는 소리구만 쳇. ...................................... . . . . . . . . . . "아...... 으음......" 그날 저녁 민형과 지영은 평상시와 다름 없이 잠자리에 들기 전에 서로 부둥켜 안고 몸을 뒤척였다. 이제는 노련해진 민형은 아주 손쉽게 지영의 몸을 마지막까지 달아 오르게 했고 마주하는 피부는 뜨거웠다. "거북한데......" 한창 달아오르고 있는 지영의 위쪽에서 민형이 고개를 갸웃하며 못마땅 한 표정으로 한쪽 눈썹을 찌푸렸다. 지영이 눈을 반짝 뜨고 민형의 목에 두팔을 감으며 물었다. "신경쓰여요?" "아니 익숙해지지 않아서 그런지도 모르겠는데요......" 머리를 긁적 거리며 몸을 때어내는 민형. 지영의 표정이 미묘하게 변모 했고 민형이 손을 아래쪽으로 넣어 구겨진 작은 콘돔을 들어올렸다. 그것 을 쓰레기통에 집어 넣으며 민형이 양반다리를 하고 털썩 주저 앉았다. "역시 체외사정하는 편이 좋겠어요." "......" 콘돔을 사용해서 관계를 가진지 3번째만에 나온 한마디. 지영이 이불을 끌어 당기며 민형의 몸을 등뒤에서 살포시 앉았다. 그녀의 젖가슴이 민형 의 등에 닿았고 민형의 몸이 달아 올랐다. 지영이 말했다. "그것도 확실하지 않데요. 쿠퍼라는게 있어서." "그래도 아직까진 안전했잖아요?" "지금까진 규칙적이었는데 대전에 와서 생활리듬이 바뀌어서 그런지 요 번달 생리도 늦었어요." "체외사정하면 안전한데......" 민형이 어린애 처럼 뾰루퉁한 얼굴로 머리를 긁적 거렸고 지영이 그런 민형을 다독거리듯이 웃으며 말했다. "조금만 참아요. 월요일부터 안전일이예요." 지금까지 피임없이 관계를 가졌지만 앞으로는 함께사는 것만으로도 위험 부담이 큰 것이다. 지혜의 권유도 있고 민형이 피임약은 싫어해서 콤돔을 사용한 것이었는데 정작 관계때가 되면 민형은 영 못마땅해 하곤 했던 것 이다. 하지만 지영의 부드러운 몇마디에 민형은 금세 환하게 얼굴을 밝혔 다. "그래야죠. 지영씨 몸이 더 중요하니까." 조금은 섭섭한 감이 없지도 않지만 어쨋든 민형에게 중요한건 섹스보다 는 지영이었다. 아직 일을 벌여서 수습할 실력이 없는 이상 지영의 말을 들어 주는 것이 훨씬 더 현명한 방법. 자신의 말을 납득해 주는 민형을 흐 믓한 표정으로 바라보던 지영이 민형의 몸 아래 쪽으로 얼굴을 가져갔다. 민형이 주춤거리며 물었다. "왜, 왜 그래요?" "좀 서툴러도 이해해요." "지,지영씨...... 잠깐만요!" 지영의 입술이 자신의 아래쪽 은밀한 곳에 닿는 순간 화들짝 놀라 물러나 는 민형. 지영이 의아한 얼굴로 고개를 들자 민형이 새빨개진 얼굴로 침을 꿀꺽 삼키며 말했다. 민형의 가슴이 쿵쾅쿵쾅 뛰었다. "그,그런건 어디서 배웠어요?" "지혜한테요. 펠라티오도 기본적인 사랑행위예요. 이상해요?" "아,아니 이상한건 아니지만 그 뭐냐...... 좀 쑥쓰러워서." "민형씨도 참~" 고개를 숙이고 머리를 긁적이는 민형을 향해 수줍은 듯이 웃음 짓는 지 영. 요즘 지영씨는 묘하게 대답해 진것인 어른의 매력이 풀풀 풍기고 왠 일인지 예전보다 더욱 적극적인 것 같았다. 물론 그것이 자신의 대한 애정 표현이라면 좋다고 생각하는 민형이었지만 갑자스럽게 적극적인 대쉬가 향해지는 것 같아서 민형은 조금 쑥쓰러웠다. 지영은 무의식적으로 민형과 의 관계를 다짐받고 싶어하는 것 같았다. 그나저나 지혜씨랑 못놀게 해야 겠군......!! 저런 대담한걸 배워오다니. 우우. 18세라......!! "어쨋든 지금은 그만두세요. 고무 냄세가 나니까." "그럼 씻고 와요." "아니 됐어요. 그보다는......" 솔직히 이대로 달아오른 몸을 억제한 다는 것을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 이었지만 왠지 모르게 지영의 적극적인 태도는 민형을 싹- 가라앉게 만들 었다. 지영씨는 뭐랄까...... 평소의 그녀의 이미지와는 다른 느낌을 하고 있었다. 낮에는 요조 숙녀 밤에는 요부....... 뭐 이런 말도 있지만 확실 히 무언가가 틀렸다. "샤워하고 올께요." "......?" 어색하게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나는 민형.그런 민형을 물끄러미 올려다 보며 이불속에 지영이 의외라는 얼굴로 고개를 갸웃 거렸다. 지금까지 한 번 불이 붙었다가 그만둔적이 한번도 없었는데...... 2번도 부족해서 3번 까지 지영을 붙잡고 놓아주지 않아 지쳐 쓰러졌던 적은 많아도 도중에 그 만둔적은 없었다. '뭐 바다로 갈때쯤은 안전일이니까......' 단순한 기분탓으로 자신의 갈팡질팡한 심정을 감추려 애쓰는 민형. 방을 나서 욕실로 들어가는 민형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지영의 눈빛이 왠지 모르 게 매우 섭섭해 보였다. ............................................ . . . . . . . . . - 쏴아아아 미지근한 물줄기가 달아 올랐던 몸을 식히고 민형은 손바닥을 타일에 댄 채 잠시동안 쏟아져 내리는 물줄기에 몸을 맡겼다. 왠지 모르지만 뒷맛이 개운치가 않았다. 사랑하는 사람의 것을 입을 애무하는게 특별히 이상한 것만은 아닌데...... 하지만 민형이 꺼름직하게 느끼는 것은 그런 지영 의 행위가 아니라 어째서 그녀가 그렇게 까지 하려고 하는지에 대한 문제 였다. '뭔가 불안한 걸까......?' 혹시 자신이 지영을 불안하게 하거나 미덥지 못하게 행동한 일이 없는 지 민형은 차근차근 집어 보았다. 하지만 생각을 하면 할수록...... '엄청나게 많군.' 너무나 많았다. 오늘만 해도 모처럼의 즐거운 쇼핑이자 데이트를 확실 한 처신을 하지 못해 지영의 기분을 상하게 했을 것이다. 친구들 앞에서 떳떳하게 애인이라도 밝히지도 못하고 부모 몰래 대전에서 동거를 시작한 데다 어디도 버젓이 속시원하게 함께 걸어본적이 없는 것이다. 지영이 불안해 하고 민형에게 무엇인가 하소연하더라도 하나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다. '어찌보면 나는 대단히 이기적인 놈이 아닐까.' 라고 생각이 드는 민형. 그렇다. 지금까지 지영을 불안하게 만든 요소 는 모두 민형 자신의 걱정거리를 덜기 위한 행위의 결과였다. 지영은 한 번도 민형에게 걱정을 끼치거나 그녀를 위해서 민형이 고민하는 일을 만 들지 않았지만 민형은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만으로 연인이라는 배려를 잊고 아이처럼 멋대로 행동해 왔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후...... 반성.' 민형은 한번 반성하고 3초후에 또 반성했다. 이제 조금은 어른의 입장 에서 지영씨를 지켜 줘야지. 그렇게 다짐하는 민형이었다. - 달칵 "!?" 그때 욕실의 문이 열리고 얇은 잠옷을 걸친 지영이 빼꼼히 고개를 내 밀었다. 민형은 물에 흠뻑 젖어 얼굴을 가린 머리모양을 한채로 고개를 들었다. 지영이 우물쭈물 거리며 그런 민형을 향해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이 민형을 충분히 만족시키지 못해서 민형이 화가 난 게 아닌가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다. "저,저기 민형씨......" 우물쭈물 입을 여는 지영. "민형씨한테는 콘돔이 맞지 않는 것 같애요...... 역시 약으로 바꾸는게 ...... 그러니까 오늘은 그냥 해요." 그말을 듣는 순간 민형은 뭉클했다. 어쩌면 이렇게도 나를 생각해 주는 여자일까. 동시에 민형은 주먹을 불끈쥐며 다시는 이 여자를 불안하게 만 들지 말아야겠다는 결심을 또한번 굳혔다. 그렇게 생각하고 나니 눈앞에 서 잠옷차림으로 서 있는 지영이 무지무지하게 섹시하게 보이기 시작했 다. 우왓! 감추었던 욕망이 폭발했는데 이거! "지영씨! 그럼 오늘은 위험하니까 펠라티오로 해요 우리!!" "에......?" 갑자기 우뚝 솟아 오르는 남성! 그렇다! 이렇게 된바에 뭐가 거칠것이 있겠느냐! 민형은 잠옷을 입은채의 지영을 그대로 샤위기 안으로 끌어 당 겼고 동시에 뜨거운 프렌치 키스를 퍼부었다. 제길 모르겠다. 임신하면 결혼하지 뭐!! 결국 무책임하구만...... 하지만 그래도 민형이 지영을 사랑하고 있다는 것만은 분명했다. - 계속 - 『CD의 환상세계-일반소설 (go CDGGAM)』 139번 제 목:[중편L] ## 고교 3년생의 사랑 ## -102 올린이:cdggam (임달영 ) 98/07/20 16:12 읽음:5916 관련자료 없음 ----------------------------------------------------------------------------- ## 고교 3년생의 사랑 ## PART-102 "바다다!" "우와~" 싱그러운 여름! 내리쬐는 햇살! 타오르는 젊음!!!! 그리고 지영씨와 함 께한 해운대 해수욕장!!!! 때는 내리쬐는 7월의 한 여름. 바다에 도착한 민형은 운동화를 벗어던지며 신이나서 외쳤다. "그럼 먼저 텐트를 치고 옷을 갈아 입도록 할까......요!!" "그래요!" 지영 역시 매우 들뜬 듯한 분위기. 중요한 짐은 근처에 물품 보관소에 맡겼기 때문에 지금 가지고 있는 것은 약간의 현금과 텐트, 그리고 자질 구래한 물품들 뿐. 이제 옷만 갈아 입으며 멋지게 바캉스 시작! 꼼지락 꼼지락 한참동안 텐트가 움직였고 이내 지익- 텐트 입구의 비퍼가 열리 면서 비키니 차림의 지영과 팬츠 차림의 민형이 모습을 들어 내었다. "우후후...... 바다가 부른다." 강렬한 살기를 내뿜는 민형. 어째서 살기 따위를 내뿜는지는 알 수 없 었지만...... 어쨋든 민형은 기세 좋게 어깨를 펴고 맨발로 모래 사장의 푹신한 감촉을 느꼈다. "왓! 뜨거!!!!" 한순간 사색이 되어 펄쩍 뛰어 오르는 민형! 깜짝 놀란 지영이 커다래 진 눈으로 민형을 향해 외쳤다. "민형씨 괜찮아요?" "우,우왓....... 이거 엄청 뜨거워." 태양에 한참 달궈진 모래 사장은 가스레인지 위에 프라이팬 보다 뜨거운 법. 민형인 사색이 되어 절룩 거리며 뒷 걸음질 치자 지영이 풋- 웃음을 터트렸다. "민형씨, 슬리퍼를 신어야죠 슬리퍼. 여름에 모래 사장이 뜨겁다는거 몰 라요?" "아,무,물론 알고 있지만 너무 신이 난 나머지 하하......!" 사실 인간 정민형은 바다에 와 본적이 없다. 한번 있다고 하면 언제인지 기억도 나지 않는 아주 어렷을 적. 아버지 따라 한번 와본적이 있지만 그 건 겨울이었다. 즉- 바다에서 수영 해 본적은 한번도 없는 것이다. 그야말 로 불쌍한 자식이 아닌가. "자 민형씨 가요." 텐트의 지퍼를 바깥에서 닫은 후 자리에서 일어나 사뿐사뿐 걸어가는 지 영. 쫙 빠진 8등신의 몸매에 늘씬한 각선미. 민형은 한참동안 뒤에 서서 앞서가는 지영의 몸매를 감상했다. 우웃, 우월감......! 아무리 돌아봐도 지영씨 만한 여자가 보이지 않아! 제길! 이래서는 헌팅의 재미가 없어지 잖아 우하하! 머리를 살랑 거리며 걸어가는 지영의 뒷 모습은 정말 으스 러뜨리고 싶을 정도로 귀여웠다. "오오......" "와,미인이다." 지영을 향해 쏠리는 주위에 시선. 우훗, 너희들 저런 여자 본적도 없 지? 푸하하 내 여자다 내 여자! 민형은 마냥 기분이 좋아 어깨를 으쓱한 채 지영의 뒤를 따랐다. 그때 지영이 걷다 말고 멈춰서 뒤를 돌아 보았 다. "민형씨 빨리 안오고 뭐 하세요?" "아, 지금 가요~" 날 듯이 뛰어가는 민형. 우후후, 뒷 모습이 너무 예뻐서 쳐다보느라고 늦었어요. 라는 닭살 대사는 죽어도 못한다...... 그때 가까이 다가운 민 형의 팔짱을 끼며 지영이 빙긋 웃었다. 부드러운 가슴살이 민형의 겨드 랑이를 자극하고 민형의 머리끝이 끓어 올랐다. "민형씨......" 왠지 애특하게 입술을 여는 지영. 응...... 이렇게 사람 많은데서 무드 잡는건가......? 한순간 두근 두근! 그런 민형의 헤벌래한 모습을 쿳- 하고 웃음으로 넘기며 갑자기 지영이 두팔로 민형을 확 밀어 버렸다. "기념 다이빙!!" "우왓!!!!" 엄청난 솜씨! 한쪽 발로 민형의 다리를 걸며 그대로 두손으로 힘껏! 지 영의 능숙한 빠트리기 솜씨에 당한 민형이 그대로 파도가 들이 닥치는 바 다속으로 뛰어 들었고 동시에 강렬한 파도와 얼굴을 부딪쳤다. "푸화아앗!?!?" 파도의 압력이 이렇게 강력할 줄은--------!!!! 달려들다 말고 그대로 떼굴떼굴 뒤로 굴러 나온 민형. 물에 젖은 생쥐가 되어 거꾸로 뒤집어져 있는 민형의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보고 지영이 그만 웃음을 터트렸다. "어머 민형씨도 참......!" "아,하하......" 아아, 바다에 적응이 되려면 오래 걸리겠군...... 서울 촌놈의 비애였 다. .............................. . . . . . . . . . . . . 바다여. 넓고 넓은 바다여. 아름다운 해변이여. 내가 왔노라~~ "민형씨 이쪽으로 오세요~~!" 바다의 저쪽까지 헤엄쳐 들어가 손을 흔드는 지영. 그래, 내가 붙잡아 줄게 귀여운 것! 민형은 신이나서 손을 흔드는 지영이 있는 곳으로 달려 가 조금 깊은 곳에서 풍덩 몸을 혔다. - 꼬르륵 그대로 가라 앉는 몸. 아니, 이게 아니지. "푸확!" 그대로 머리를 불쑥 솟아 올리며 코에 들어간 짭잘한 물을 뱉어내는 민 형. 그런 민형을 향해 바다 저쪽에서 지영이 외쳤다. "민형씨 낮은 곳에서 그러지 말고 이쪽으로 들어오세요~" "아,예 지금 가요~!" 조금 쑥쓰러운 꼴을 보였군. 자 그럼 이번에야 말로 진짜로! - 풍덩! - 꼬르르르륵 "푸화아아앗!?!?" 또다시 번쩍 물밖으로 고개를 치켜드는 민형! 너무나 이상했다. 어떻 게......? 어떻게 선생님은 발이 닿지 않는 저 쪽까지 가 있을 수 있는 거지? 민형은 물을 뱉으며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얼굴로 지영에게 외 쳐 물었다. "지,지영씨?" "네?" 의아한 듯이 되묻는 지영. 그런 지영에게 민형이 궁금한 표정으로 이렇게 물었다. "어떻게 거기까지 갔어요?" "예?" 오히려 지영쪽에서 의아해 하는 얼굴. "거긴 발이 안 닿잖아요......" "헤엄쳐서 왔지요......" 정적. 이건 뭔가...... "지금 나 헤엄치는 중이잖아요. 설마......?" 지영 역시 설마 하는 표정으로 민형이 있는 곳으로 다시 헤엄쳐 왔다. 그저 멍하니 서서 생각을 정리하지 못하고 있는 민형. 그런 민형에게 지 영이 믿을 수 없다는 듯이 허탈함 웃음을 띄우며 이렇게 말했다. "민형씨 헤엄칠 줄 몰라요?" 그아아아아악-------!!!! 그.랬.었.던.것.인.가-----------!!!! 나는 헤엄을 칠 줄 몰랐던 것이다! 이럴수가......! 인간 정민형 18세의 세월! 수영장도 잘 가지 않았고 바다에 온적은 더더욱 없다. 당연히 헤엄 을 칠줄 몰랐던 것! 얼굴이 빨개져 서 있는 민형에게 지영이 풋- 웃음을 터트리며 민형의 젖은 머리를 토닥토닥 거렸다. "어머, 민형씨 맥주병이구나...... 몰랐네. 괜찮아요! 내가 수영 가르쳐 줄께요." "하하...... 네......" 그래었지...... 난 헤엄을 못쳤었어...... 민형은 한심한 자신이 초라해 지기 시작했다. .......................................... . . . . . . . . . "하둘 하나둘~ 좀 더 크게! 몸이 가라 앉으면 안되죠~!" 울면서 받는 수영 코치! 으으으 이 무슨 심란한 꼴이란 말이냐! 18살 이 되어 애인과 함께 바다온 녀석이 수영을 할 줄 몰라 애인의 코치나 받 고 있는 꼴이라니! "후후, 잘 어울리는 남매네." "어머, 저 남자애 누나한테 수영 배우고 있어. 너무 귀엽다." 으아! 들려온다 들려와! 사람들의 동정과 비웃음이 들려온다! 지영씨는 내 누나가 아니란 말이다! 이렇게 괴로운 심정 이 상황에 처해보지 못한 사람은 모를거야. 민형은 눈물을 머금으며 열심히 물장구를 치기 시작했 다. 누나라고 불린 지영씨가 얼마나 원통했을까 지금 생각해 보니 실감나 는군. 한참을 그렇게 물장구 훈련을 받는 중 지영이 고개를 갸웃하며 이상 하다는 듯이 한마디 했다. "이상하네...... 왜 몸이 안뜨죠?" 쿵- 모르지 그건. 가르치는 쪽이 알아채야 하는 것 아닌가요? "혹시......" 불길한 소리는 하지 않는게...... "수영할 수 없는 체질일지도?" "그,그런게 있을리 없잖아요~" 당연하지! 그럼 평생 수영할 수 없다는 소리 아니야! 난 단지 배우지 못했을 뿐이라고요! 이건 불치의 병이 아니예요! 제발 부탁이니 포기하 지 말고 가르쳐 줘요. 엉엉, 이렇게 울면서 부탁하잖아요. 민형은 절망 적인 얼굴로 더욱 필사적으로 물장구를 치기 시작했다. "어, 뜬다 떠~?" 오! 희망적인 지영의 외침. 민형은 더욱 더! 더욱 세게 물장구를 치기 시작했다! "우와! 떠요 민형씨! 뜨고 있어요 와~~ 잘한다~ 아이구 착해~" 그럼 그럼! 나는 체력장 70점 만점을 100점으로 통과한 신인류란 말이 예요! 이대로 가라 앉을 수는 없는 법! "근데 그렇게 힘들게 해서 뜨면 수영이라고 할 수 없는데...... 1분도 못갈거예요......" 아이구. 정말 힘들어 죽겠네. 난 맥주병인걸까. 왠지 그날의 해수욕은 특훈으로만 지나갈 것 같다는 생각이 불현 듯 드는 민형이었다. - 계속 - 『CD의 환상세계-일반소설 (go CDGGAM)』 140번 제 목:[중편L] ## 고교 3년생의 사랑 ## -103 올린이:cdggam (임달영 ) 98/07/31 01:03 읽음:8322 관련자료 없음 ----------------------------------------------------------------------------- ## 고교 3년생의 사랑 ## PART-103 "민형씨! 나 알아내고 말았어요!" 저녁이 되고 해가 사라지자 주위는 거짓말 처럼 서늘해졌다. 야광처럼 밀려오는 반짝이는 파도를 바라보며 지영이 이제야 눈치챘다는 듯이 손바 닥을 맞 부딪쳤다. "민형씨 맥주병이예요~" "......" 그리고 민형은 드디어 진단받고 말았다. '맥.주.병' 일명 물에 뜨지 못 하는 진회된 몸을 가지고 태어난 자를 말하는 단어. 그렇다. 인간 정민 형은 오후부터 저녁 늦게까지 지영에게 특훈을 받았으나 결국 뜨지 못했 던 것이었던 것이었던 것이었던 것이었다. "후......" 하염없이 밀려오는 야광 파도를 바라보는 민형. 체스 아무리 폼 잡으려 고 해도 폼이 안잡히잖아. 머리속에 떠오르는 맥주병~ 맥주병~ 맥주병~ 맥주병~ 울고 싶구나. 민형은 자못 진지한 표정으로 빙긋이 미소를 띄우며 지영에게 고개를 돌려 물었다. "선생님, 제가 아직 물에 익숙치 못해서 그러나 본데 내일 다시 한번 도 전해 보죠." "그래요~ 하지만 걱정 말아요. 민형씨 같은 사람이 원만한 바다 놀이를 즐길 수 있도록 과학의 힘이 도와주니까!" 순간 눈이 번쩍 뜨이는 민형! 오오오!? 과학의 힘이란 그런 것이었군! 서울대까지 나온 유지영 선생님의 한마디는 민형의 가슴을 찌를 정도로 설득력 있는 것이었다. 과학적인 교습 체계로 맥주병도 수영 할 수 있는 방법이 개발 되었단 말인가! "튜브라는게 있어요." 에라 썅! 한순간 엄청나게 허무해 지는 민형!! 크하하! 웃어 넘기려 해 도 웃음이 나오지 않을 정도의 엄청난 절망감. 튜브...... 튜브라. 생각해 보라! 애인인 지영씨는 늘씬한 각선미로 멋지게 파도를 헤쳐 나가는데 정 작 남자인 내가 허리에 튜브를 차고 허우적 대는 모습을......! 우우, 그 것은 결코 떠올리고 싶지 않은 상상이었다. "후......" 왠지 모를 얼굴로 바다 저편을 바라보는 민형. 지영은 낙심한 민형을 즐 겁게 해주기 위해 애써 즐겁게 이야기 했는데 오히려 민형의 기분이 우울 해 진 것 같아 민형의 팔목을 손가락으로 잡아 당겼다. "실망하지 말아요 민형씨...... 바다에 수영만 하러 온건 아니잖아요." 조금 얼굴을 붉히며 한마디 하는 지영. 그럼 바다에 수영 안할거면 뭐하 러 왔단 말이야? "그럼 산으로 가지 왜 바다로 와요?" "......" 쓸데 없는데서 둔한 민형. 지영이 푹- 고개를 숙였고 민형이 눈을 동그 랗게 뜨고 혹시 자신이 위트가 없어서 지영의 개그를 이해하지 못한 것이 아닌가 내심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가까운 해변 근처에서 속삭이 는 남녀의 웃음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킥킥...... 간지러워." "뭐,어때. 파도 소리 때문에 잘 들리지도 않는데......" 안들리긴 잘만 들린다. 인간의 청각이란 관심 있는 것을 감지했을 때 2 배 3배 뛰어나 지는 법이다. 지영과 민형이 고개를 돌린 것엔 새파란 젊은 두 남녀가 서로 거의 부등켜 안고 바다를 향해 앉아 꼼지락 거리고 있었 다. "......" 저런 것이군. 바로 저런 것을 위해 바다에 온 것이군. 민형이 올커니 하 고 고개를 돌리자 지영이 조금 붉어진 얼굴로 수줍게 웃었다. 민형이 주머 니에 손을 집어 넣자 지영이 팔짱을 꼈다. "날씨도 시원한데 더 걸을까요?" "네." 대답하며 찰싹 달라 붙는 지영. 맨 살이 달라 붙고 폭신폭신한 매끄러움 이 전해져와 민형은 기분이 좋았다. 잠시 파도 소리를 들으며 무드 있게 해변을 걷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근처에서 시끌벅적 요란한 소리가 들리 기 시작했다. 민형이 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그곳엔 해변가에 둘러 선 가게터가 자리잡고 있었고 그 중 한 천막안에서 시끌벅적 다툼이 일고 있었다. "뭐야! 이 쪼그만게......! 죽고 싶어!?" "우랄라쎄세...... 이거 못놔?" 몇 명의 패거리들이 간의 테이블에 앉아 술을 마시고 있던 손님의 멱살 을 붙잡아 올렸고 손님이 날카로운 눈빛을 치켜 올렸다. 순간 멱살을 잡았 던 불량해 보이는 패거리가 꺽여진 손목과 함께 비명을 질렀다. "우,우악! 크......!?" 이내 꺽여진 손목을 붙잡힌채 무릅을 꿇는 불량배. 동시에 한 패거리인 듯한 두명이 주춤 거리며 뒤로 물러섰다. 그리고 민형은 불량배를 굴복 시 킨 짧은 머리의 소년을 보고 기겁을 하며 외쳤다. "야!? 성우!?" "어......?" 시비에 걸린 것은 다름 아닌 민형의 친구 한성우! 서울에 있을때의 둘도 없는 단짝이자 대전 패싸움에서 지대한 공헌을 한 죽마고우였다. 성우가 민형을 안아보고 대번에 패거리를 팽개친후 달음질쳐 왔다. "정민형!? 민형이잖아!? 야~ 이거 정말 세상 좁은데!? 아니 큰 누님 까 지!? 안녕하세요~!" 조금전의 험악한 분위기는 어디가고 금세 본래의 쾌할한 이미지로 돌아 가 냉큼 인사하는 성우. 지영도 성우는 익히 알고 있기 때문에 웃으며 대 답했다. 예전에 내 따귀를 때린 아이네...... 여자는 맞은 건 잊지 않는 법. "어머, 정말 반가워요 성우군. 휴가 온거예요?" "옙! 방학도 했고, 보충 수업은 하기 싫고, 땡땡이 치고 놀러 왔지요. 아, 제 일행 소개 시켜 드릴께요." "......?" 일행? 성우가 활짝 웃는 얼굴로 고개를 돌리자 그곳엔 테이블에 앉아 불안한 얼굴로 한손을 입에 가져대 대고 있는 흰 원피스의 소녀가 앉아 있었다. 얌전하고 수줍어 보이는 얼굴에 연두색 밀짚모자가 잘 어울리 는 아이였다. "제 친구예요. 하진희라고 하는데요. 야~ 인사드려라!" "아,안녕하세요......" 어쩔 줄 모르고 수줍은 얼굴로 꾸벅 고개를 숙이는 소녀. 성우의 여자친 구 이면서도 상당히 예절바르고 수줍음이 많은 듯 했다. 그때 갑자기 손을 꺽였던 녀석과 다른 패거리 3명이 하진희의 앞을 막아서며 성우에게 소리 쳤다. "이 자식! 시비를 걸어 놓고 딴청을 피면 무사할 줄 알았냐!? 여자친구 앞이라고 위세부린 값을 치뤄!" "우겔겔파파? 뭐야 네놈들...... 내 옆에 있는 사람이 누군지 알아?" "뭐,뭐......?" 너무나 가로롭다는 듯이 한마디 하는 성우의 태도에 움찔 기가 죽은 패 거리. 민형은 얼른 성우의 어깨를 붙잡으며 울상섞인 표정으로 말했다. "야,야 성우야, 왠만하면 피해줘." "아, 그래. 너 싸움 안하지? 기다려 내가 처리할게." 금세 민형의 말을 알아듣고 손을 들어 보이며 3명의 패거리에게 다가가 는 성우. 금세 퍽퍽! 욱! 쾅 소리와 함께 테이블 위에 3명의 패거리가 던 져 졌고 성우가 손을 탁탁 털었다. "곱게 술이나 마셔. 너희같은 놈들 때문에 술 끊어야 겠다. 야, 진희야 가자 일어나." "......" 1분도 걸리지 않안 불량배 3명을 해치운 성우. 그리고 불안한 얼굴로 얼 른 일어나 쪼르르 성우에게 달라 붙는 하진희. 성우가 멍하니 서 있는 가 게 주인 아주머니 에게 수표를 내 놓으며 찡긋- 윙크 했다. "원인 제공은 저 놈들 이지만 가난해 보여서 제가 낼께요. 술값이랑 손 해 배상이예요." "아, 그러면 고맙지만......" "그럼 아줌마 내년에 또 오면 그때 뵈요~" 휘익~ 휘파람을 불며 손을 흔드는 성우. 민형이 전혀 변하지 않은 성우 의 모습에 향수를 느끼며 후후 웃었다. ............................................. . . . . . . . . "세상에...... 난 정말 놀랐어요. 민형씨 친구들은 모두 왜 그렇게 싸움 을 잘해요?" 가게를 떠나 해변을 걸으며 놀랍다는 듯이 묻는 지영. 성우가 씨익- 웃 으며 당차게 대답했다. "그거야 전국 최강인 정민형의 친위부대였으니까 그렇죠. 정민형, 한성 우 그밖에 기타등등 모이기만 하면 학교 하나 작살 내는건 하루면 되요 하 루." "무슨 조직..... 같애요......" "하하, 조직도 문제 없지. 뭐 고교 졸업하면 각자 다른 일을 하겠지만 말이예요." 민형의 친구 성우는 성격도 쾌활하고 밝아 많은 동생들이 따르는 쾌남. 게다가 아버지는 큰 기업의 사장님. 돈도 많은 재벌집 외동 아들이지만 언제나 사람을 가리지 않고 좋아하고 호탕해서 모두에게 평판이 좋았다. 문든 성우가 걷다 말고 고개를 돌리며 외쳤다. 성우가 돌아본 곳에는 쑥 쓰러운 얼굴로 잠자코 따라오는 하진희가 있었다. "빨리 좀 와. 왜 그렇게 굼뜨니?" "지,지금가요." 종종 걸음으로 달음질 치는 진희. 성우가 머리를 글적 거리며 한마디했 다. "얘가 좀 쑥쓰러움을 많이 타요. 사람이 많은 곳이나 모르는 사람 앞에 선 기를 못 편다니까요~" "네가 고쳐주면 되겠다." 웃으며 말하는 민형. 성우가 한손을 휙- 돌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야지. 내가 개조 시킬꺼야. 하하." "하하하." 즐거운 듯이 웃는 민형과 성우. 지영은 그런 두 사람의 모습을 물끄러비 바라보며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남자들 사이에 풋풋한 우정이 느껴져 기 분이 흐뭇했다. - 계속 - 『CD의 환상세계-일반소설 (go CDGGAM)』 143번 제 목:[중편L] ## 고교 3년생의 사랑 ## -104 올린이:cdggam (임달영 ) 98/10/28 01:00 읽음:5724 관련자료 없음 ----------------------------------------------------------------------------- ## 고교 3년생의 사랑 ## PART-104 그날 저녁 민형과 지영은 성우가 묵고 있는 콘도에 놀러가 밤 늦게 까지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이 콘도는 성우의 아버님이 회원권을 가진 상태로 1년 365일 언제든지 사용 할 수 있는 상태라 최고의 투숙 시설로 이용할 수 있었다. 당연히 성우는 민형의 초라한 텐트를 비웃으며 자신의 콘도로 이사(?)올 것을 권했고 민형은 호쾌히 응했다. 방이 3개나 있었기 때문에 두 커플이 지내기에는 충분히 넓고도 남았다. "자,마셔! 앞으로 3박4일 동안 너랑 재수씨는 내가 책임질게! 실컷 놀아 고교자취생!!" "뭐가 재수씨라는거야......" 이미 한껏 술이 들어가 기분 좋아진 성우가 신이나서 캔 맥주를 들고 외 쳤고 민형이 쓴웃음 지으며 하하 실소를 흘렸다. 성우가 맥주캔을 민형에 게 바짝 가져다 대며 으름짱 놓았다. "그럼 아니냐!? 정민형! 너보다 내가 생일이 빠르잖아! 난 3월생이야 임 마 크하하하! 형이라고 불러!" "얌마!!!! 대신 넌 연도가 나보다 일년 늦다는걸 알아야지! 생일이 빨라 서 일찍 들어온 주제에!" "뭘 따지냐! 딸꾹!" "......" 따지긴 누가 따졌어...... 민형은 벌써 얼큰히 취해버려 말이 많아진 성 우의 머리를 손바닥으로 토닥토닥 두드리며 빙글빙글 웃었다. 언제 만나도 친구라는 것은 참 좋은 것이다. 성우도 오랜만에 민형은 만나 기분이 좋았 는지 연신 술을 입에 가져가며 끊임없이 중얼거렸다. 게다가 이런 휴가지 에서 만난 또래의 동창이란 물만난 고기떼와 같은 것이다. 민형은 성우와 히죽히죽 농담을 주고 받다가 문득 지영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민형의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사과를 깍고 있는 그녀의 볼이 맥주가 조금 들 어가서 인지 붉으스름하게 홍화가 피어있었다. "사과 더 줘요?" 민형이 쳐다보자 사과를 들어보이는 지영. 민형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 고 지영도 빙긋 웃으며 사과를 잘라 접시에 담았다. 이렇게 편안한 분위기 에서 편한 사람들과 아무런 걱정없이 놀 수 있다는게 얼마나 좋은 것인 가. 이 얼마만에 느껴보는 즐거운 분위기냐. 민형은 매우 유쾌해서 별로 많이 마시지 않는 맥주를 3캔째 비웠다. 오늘뜨라 술이 쑥쑥 들어가는 것 이 별로 취하지도 않았다. 지영도 오늘 따라 많이 마셨다. "어라...... 근데 쟤는 또 왜 저래. 분위기 파악을 못하네......" "......?" 딸꾹- 딸꾹질을 하면서 쇼파쪽으로 시선을 옮기는 성우. 성우를 따라 지 영과 민형이 고개를 돌렸고 둘의 눈에 쇼파에 비스듬히 기대 꾸벅 꾸벅 졸 고 있는 하진희의 모습이 보였다. 그녀는 맥주를 조금 마시고 취했는지 아 니면 피곤했는지 어정쩡한 자세로 앉아 막 기울어지고 있는 참이었다. 한 참 머리가 쇼파쪽으로 기울어지는 순간 갑자기 성우가 빽 하고 외쳤다. "얌마~! 너 자냐! 일어남 마!!" "!!" 한순간 놀란 토끼눈처럼 동그래진 하진희가 용수철처럼 번쩍! 고개를 들 었고 단번에 그녀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 올랐다. 술이 들어가서 기분이 좋 아진 성우가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가 손바닥으로 볼을 토닥토닥 두드렸 다. "혼자 잘꺼면 왜 따라왔니? 좀만 있다 자...... 딸꾹!" "......" 술냄세...... 성우가 푸화- 웃으면서 술냄세를 풍겼고 하진희가 손으로 코를 가리며 쓰게 웃었다. 그러고 보니 그녀는 전혀 어울릴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다. 성우의 애인이라는 그녀는 생각이상으로 소심하고 조심스러 운 아가씨였다. 성우가 손가락으로 그녀의 머리를 쿡쿡 누르며 웃었다. "얜 부끄럼이 많아. 그래서 처음 보는 사람하고 잘 어울리지 못하거 든. 자 너 더 마셔! 자!" "나,난 됐는데......" "돼긴 뭐가 돼~ 계속 마시다 보면 술이 깰꺼야~" 무슨 그런 황당한 거짓말을...... 민형은 성우의 말도 안되는 이야기에 쓰게 웃었고 지영도 손으로 입을 가리고 작게 웃었다. 하진희에게 억지로 맨주캔을 들려 준 후 성우가 쪼로록 민형의 옆으로 다시 다가와 앉았다. 민형에게 어깨 동무를 하며 성우가 뭐가 그렇게 신이났는지 또다시 재잘거 리기 시작했다. "민형아 우리밖에 나갈까?" "뭐냐 너...... 그런 말투로 기분나쁘게......" "푸하하! 기분나뻐? 뭐가!?" "!!!!" 한순간 성우가 크게 웃으며 민형의 거시기를 꽉 움켜 잡았고 민형이 주먹만하게 커진 눈으로 시뻘개진 볼을 붉혔다. 물론 눈앞에서 모든 것을 적나라하게 보고만 있던 지영의 눈도 민형만하게 커졌다. 잠시 엄청난 긴 장이 도는 듯 싶더니 민형이 그만 참지 못하고 빨개진 얼굴로 소리쳤다. "쨔,짜샤! 뭐하는 짓이야 변태자식!!!!" "쑥쓰러워 하긴......" "누,누가 쑥쓰러워 한다는 거냐 임마!!!!" "......" 못 볼 것을 본것처럼 잠자코 고개를 숙이고 있는 지영. 그리고 혼비 백산한 민형을 앞에두고 성우고 능청스럽게 중얼거렸다. "그러고 보니 미안한데 그래. 이제 나말고도 큰 누님이 얼마든지 귀여 워해 줄텐데 끼어 들었으니 말이야." "무,무슨 헛소리야!!" 완전히 홍당무가 되어서 성우에게 외치는 민형. 황급히 지영을 돌아 보니 그녀는 완전히 시뻘개진 얼굴을 들고 어쩔줄 모르고 있었다. 우와아 아~ 유도 심문에 넘어가지 마세요~ 이 자식이 노리는건 그거라니까요! 다 알겠다는 듯이 미묘한 미소를 머금는 성우와 지영을 번갈아 보며 민형이 두손을 좌우로 흔들었고 진희는 그런 모두의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성우가 내심 웃음 띄우며 다시 맥주 캔을 들었다. "넌 언제봐도 좋아보여. 널 보니까 마음이 편하다." "자,자식...... 갑자기 정숙해 하긴. 할짓은 다 해놓고......" 왠지 갑작스럽게 그늘진 얼굴의 성우. 그의 표정에서 작지만 편치 않은 그의 느낌을 읽었고 민형이 내심 밝은 얼굴을 해보였다. 오랫만에 만난 것 도 있지만 평소보다 배는 오버하는 성우의 행동을 보고 뭔가 편치 않은 사 정이 있는게 아닐까 하는 의심을 하고는 있었다. 민형이 어깨를 으쓱한 후 자못 부담없는 표정을 지으며 한마디 했다. "너 뭐 힘든 일이라도 있냐? 말해봐 형이 들어줄게." 내심 편안한 표정으로 묻는 민형. 성우하고는 중학생 때부터 죽마고우 이고 있는일 없는일 다 까발리던 절친한 사이였다. 표정이나 행동만 보아 도 그가 고민이 있는지 알 수 있었기 때문에 민형은 그렇게 물었다. 그때 성우가 스윽- 고개를 들었다. 그 얼굴에 걱정기가 가득 스며들어 있었다. "사실은......" 역시 술이 들어가니까 나오기 시작하는군. 그래 다 말해봐라 내가 카운 셀리 해주지. 민형은 마치 형같은 얼굴을 하고 성우의 앞에서 한쪽 다리를 세우고 앉았다. 편한 자세고 상대의 긴장감을 풀어줄 생각이었던 것이다. 성우가 입을 열었다. "학교 여선생이랑 연애를 했는데 실수로 임신을 해서 낙태를 시키려다 선생이 죽었어. 그런데 하필 그 선생이 교장의 딸이었던거야. 퇴학을 당하 지 않기 위해 교장을 살해했는데 그 교장이 죽기전에 전화를 걸다 내려 놓 아서 모든 것이 SBS방송국에 공개 되었어. 매스컴을 타고 스타가 되었는데 수백명의 스토커 들이 내가 좋다고 쫓아다녀서 한국을 떠날까 생각중인데 미성년자라 비자가 안나와. 어떡하지?" "죽고싶냐 임마--------------------!!!!!!" 그대로 성우의 머리에 주먹을 내려 꽂는 민형. 성우가 바닥에 쓰러진채 꿈틀 거렸고 민형이 헉헉 대며 눈을 부라렸다. 짜식이 한껏 폼좀 잡았더니 농담하고 있어! 씩씩 대는 민형의 앞에서 성우가 하하 쓴 웃음 지으며 일 어났다. 미러이 왕 방울만한 혹을 달고 실실거리는 그의 모습에 민형은 그 만 피식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여전하구나 너." "하하. 실감났지?" 쇼하냐, 그게 어떻게 실감나냐. 성우의 실없는 농담에 민형은 쓰게 웃 었고 유쾌하기만 한 그날밤을 깊어만 갔다. .............................................. . . . . . . . . "......" 그날밤 민형은 콘도 발코니에 나와 맥주를 마시며 하늘을 바라보았다. 바닷바람이 서늘하고 하늘에 별이 맑은 것이 도시와는 다른 이국적인 맛 을 보여주었다.성우는 골아 떨어지고 지영도 여느때와는 달리 많이 마셨 는지 침대에 푹 잠들어 있었다. 달리 이야기할 상대도 없고 웬일인지 잠 도오지 않는지라 민형은 혼자 발코니에 나와 센티를 떨고 있었다. 여름에 도 밤바람이 서늘한 것이 기분이 매우 좋았다. - 드륵 "......?" 베란다의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나고 민형이 뒤를 돌아보았다. 성우? 이렇게 생각하며 뒤 돌아본 민형의 앞에는 잠자고 있을 줄 알았던 성우의 여자친구 하진희가 서 있었다. 조금은 가라앉은 표정을 가지고 있는 소 녀. 민형이 얼른 맥주캔을 내려 놓고 진희를 맞이했다. "아,안녕? 진희씨...... 안잤군요." 안녕? 여기서 안녕이 왜나와 안녕이. 스스로도 썰렁한 대사를 후회하 며 민형이 쓰게 웃었고 진희가 쑥쓰러운 듯이 빙그레 웃으며 물었다. "옆에 가도 되나요." "네, 물론이요. 넓으니까 뭐 하하." 푼수처럼 웃는 민형. 비켜 줄것도 없는 자리를 스윽 비켜주자 진희가 조 심스럽게 옆으로 다가와 섰다. 그녀가 밤인데도 야광처럼 빛나는 파도를 바라보며 머리카락을 쓸어 올렸다. 지영과는 다르게 약간의 풋내가 나면서 도 귀여운 얼굴이 성우와는 잘 어울렸다. 민형은 속으로 흐믓한 기분이 들 었다. "민형씨는...... 성우씨와 굉장히 친한 사이지요. 성우씨가 항상 민형씨 이야기를 했어요......" "예, 매우 친하지요. 지금은 내가 대전에 있어서 자주 못 만나지만 거의 형제처럼 붙여다녔으니까요." 형제...... 성우도 민형도 형제가 없는 사이라 그런지 두 사람은 학창시 절 정말 형제처럼 붙어 다녔다. 생각하는 것도 비슷했고 마음이 잘맞아 누 구보다도 친해질 수 있었던 두 사람. 누가 먼저 여자 친구를 사귀나 실 없 는 내기를 한적도 많았는데 어느세 애인을 데리고 바다로 놀러올 정도로 세월이 흘렀던 것이다. 세월이라...... 그렇게 불릴 정도의 긴 시간이 지난 것은 아니었지만...... 시시한 감상에 젖어드는 민형, 그때 그런 그의 옆에 서 출렁이는 바다를 바라보며 무슨 생각인지 깊게 잠겨 있던 진희가 허무하 게 웃으며 조용히 입을 열었다. "민형씨는 성우씨의 친구지요......" "네? 네, 네! 당연하죠." 물어보는 톤이 무겁고 왠지 허무함이 담겨 있어 민형은 자기도 모르게 밝게 웃으며 대답했다. 친구라는 것을 강조하는 건 무슨 이유일까? 의문 을 갖는 민형에게 하진희가 허무한듯한 얼굴에 씁쓸함이 담긴 표정으로 말 을 이었다. "오늘 성우씨가 평소와 달라서 이상했을 거예요...... 그래도 민형씨는 성우씨가 믿는 단 한사람이예요. 그는 아무에게도 마음을 열지 않아요. 나 한테 조차도...... 난 오늘 처음 봤어요. 그리고 알았어요. 성우씨가 정말 로 사랑하는 사람은 내가 아닌 이 남자라는걸......" 왠지 부끄럽기도 하고 쑥쓰럽기도 해서 멋적은 얼굴을 붉히는 민형. 남 들이 들으면 오해의 소지가 다분한 대사였지만 민형은 그저 웃어 넘겼다. 진희가 이야기 하는 것이 남자들의 이상한 관계를 뜻하는 것이 아닌 깊은 우정을 말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때 짧게 웃으며 맥주캔에 입을 가져가는 민형에게 하진희가 천천히 입술을 떼었다. "성우씨가 왜 나를 이런곳에 데리고 왔는지 알고 싶지 않으세요?" "예?" 왜 데려왔다니? 놀러온 것이 아닌가? 영문을 모르고 고개를 돌리는 민 형의 앞에서 진희가 발코니 난간에 두 팔을 올리고 그 위에 턱을 괴었다. 그녀의 두눈에는 쓸쓸함을 넘어 서글픔이 담겨있었다. "그런일이 없으면 절 데리고 휴가같은걸 올 사람이 아니죠...... 민형 씨를 만난 것은 다행이예요. 잠시지만 성우가씨 기댈 사람을 만났으니 까." "저,무슨 말인지......"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거야? 기댈 사람이라니? 도무지 감이 잡히자 않 아 눈을 말똥말똥 굴리는 민형에게 지금까지 말을 돌리던 하진희가 팔위 에 턱을 괜 채 씁쓸히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낙태여행이예요...... 어제였지요. 꽤 사치러울 수 있는것도 성우씨 덕 분이지요." 그말이 끝남과 동시에 민형의 눈앞이 아찔해 졌규 몇초간 온몸에 힘이 쭈욱 빠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것은...... 도저히 믿고 싶지 않은 친구의 이야기 였다. - 계속 - 『CD의 환상세계-일반소설 (go CDGGAM)』 144번 제 목:[중편L] ## 고교 3년생의 사랑 ## -105 올린이:cdggam (임달영 ) 99/01/13 00:37 읽음:6644 관련자료 없음 ----------------------------------------------------------------------------- ## 고교 3년생의 사랑 ## PART-105 << 낙태 여행이예요...... >> 그날밤 잠자리에 든 침대 위에서도 민형은 진희의 그 한마디가 머리속을 떠나지 않아 밤 늦도록 잠을 이루지 못했다. 섬 하면서도 두려운 뭉클거 림이 밀려오고 그날 저녁은 지영과 아무런 관계를 가질 수 없었다. 잠들어 있는 지영을 흘끔 쳐다보니 그녀는 배게를 한팔로 감싸고 쿨쿨 잘 자고 있 었다. '성우......' 누군가가 자기 아이를 임신했다는 것을 어떤 기분일까...... 그것이 정 상적인 관계에서 이루어진 일이라면 축복받고 기뻐해야 할 경사스러운 일. 하지만 진희도 성우도 누구도 자신들의 아이가 생긴 것을 기뻐할 수 없는 상태였다. 아니 그것을 남들에게 알리기를 두려워해 지방으로 여행 을 떠나올 정도로 거북스러운...... 그리고 낙태. '고교생이기 때문인가...... 단지 결혼을 안했기 때문에?' 결혼을 하고 안하고의 차이는 사랑하는 두 사람의 감정과 현제의 상황을 타롯카드처럼 뒤바꾸어 놓는다. 사랑하는 두 사람이 몇 년후와 지금의 상 황 차이만으로 축복받아야 할 일은 죄악이 되고 행복은 불행으로 뒤 바뀐 다. '불쌍한 녀석...... 속이 타 들어갔겠군......' 얼마전까지만 해도 자신과 함께 여자에 대해 농담따먹기나 해대던 불알 친구. 그런데 지금은 어쩌면 아이의 아버지가 되어야 할 상황을 놓고 고민 했을 것이다. 만약 내가...... 지영씨가 임신을 하게 됐다면 나는 어떤 판 단을 내렸을까. 지영씨와 나의 현재 상황을 고려해서 낙태를 시켰을까, 아 니면...... '모든 불안상황을 감수하고 아이를 낳았을 것인가......?' 그 생각이 머리에 떠오르자 마자 흠칫 굳어지는 몸. 아이를 낳는다. 아 직 결혼하지도 않았고 지영과 민형 자신의 관계를 아는 자는 많지 않다. 아이를 낳아서 키운다는 것은 민형에게는 너무 먼 나라의 이야기처럼만 느 껴졌다. "안자요......?" "......?" 문득 들려오는 지영의 목소리. 민형이 눈동자를 굴려 시선을 지영의 앞 으로 건네자 잠자고 있는줄만 알았던 지영이 동그랗게 눈을 뜨고 민형을 바라보고 있었다. 노브라의 면티를 입고 옆으로 누워 있는 그녀의 모습이 몹시 예뻐보였다. 하지만 어쩐 일인지 민형은 그녀를 안고 싶은 기분이 들지 않았다. 민형의 기분을 모르는 지형이 팔을 뻗어서 민형의 목에 감 겨왔다. "민형씨도 자리가 바뀌면 잘 못자는 타입인가봐......" "그건 아니예요." 부드럽게 달라붙는 피부의 감칠맛. 속삭이는 듯한 작은 목소리. 따듯하 게 전해오는 애정어린 체온. 성우도 이랬겠지. 민형은 숨을 한번 몰아쉬고 굳은 얼굴로 물었다. "지영씨." "왜요?" 민형의 목에 얼굴을 폭- 파묻고 있다가 눈길만 들어 올리는 지영 민형이 심각한 얼굴로 이렇게 물었다. "만약에...... 말이예요." "......?" 뭐라고 물어야 할까. 참으로 질문하기 곤란한 말...... 하지만 물어보고 싶었다. 만약 지영이라면 어떻게 할까. 나와는 다른 연장자의 기분에서 그 상황을 어떻게 처리할까. 민형이 침을 꿀꺽 삼킨 후 용기를 내서 입을 열 었다. "내...... 아이를 가지면......" "네?" 웃, 질문이 너무 과격했나. 순간 지영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민형을 빤 히 바라보았다. 민형의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오르고 눈 앞이 아찔해졌다. 제길 이런건 웬지 여자에게 물어봐선 안되는 것 같은데...... 자책하며 후 회하는 민형의 옆에서 갑자기 지영이 민형을 꽉 끓어 안으며 흐믓한 얼굴 로 대답했다. "갖고 싶어요......" 엥!? 의외의 반응이다. 난 아이를 가지고 싶으냐 아니냐의 물음이 아니 라 가진후에 상황에 대해 물은건데. "민형씨 아이라면 둘이라도 셋이라도 가지고 싶어요. 10명까지도 낳아 볼 수는 있겠네요. 난 튼튼하니까. 분명히 민형씨 같은 아들도 태어날 꺼 예요. 그럼 너무 좋겠다. 난 언제나 대 가족의 울타리가 부러웠거든요." "그,그래요......" 질문의 의도를 전혀 파악하지 못했군. 24살이란 나이는 모든 것을 결혼 을 전제하에 생각하게 되는 것인가. 아이를 낳았을 경우 곤란해질 민형의 처지를 지형은 모른다는 것일까...... 민형은 문득 씁쓸해서 이렇게 말했 다. "지금이라면요?" "네?" 또다시 고개를 갸웃하며 반문하는 지영. "만약 지금 생기면요. 지영씨와 나 사이에서는 지금도...... 충분히 ......" 아이가 생길 수 있는 행동을 반복하고 있잖아요. 머리가 좋은 지영은 민형의 질문 의도를 납득한 듯 했지만 반신반의 하는 얼굴로 다음 이야 기를 기다렸다. 민형이 짧게 말했다. "지금 생겨도 낳을거예요?" "......" 순간적이지만 굳어지는 지영의 얼굴. 민형은 그것을 짧은 순간이지만 분명히 느꼈다. 지영이 애써 웃으며 섭섭함을 감추듯 입을 열었다. "아이는 결혼 하면 가져야지요......" "그러니까 결혼하기 전에 생기면 어떻게 할꺼예요? 내말은......!" 내말은 그러니까! "지금 애가 생기면 낙태할 생각이예요? 아니면 그냥 낳을거예요?" 단도직입적인 폭탄선언! 하지만...... 웬지 말하고 나니 속이 시원 하기 까지 했다. 어떻게 할까. 지영씨라면 어떻게 할까! 24살의 여성이 니까 나보다는 훨씬 현명한 판단을 내릴 것이다. 나는 두근거리면서 지 영의 대답을 기다렸다. "그건 당연히......" 웬지 전부터 당연한 것을 이야기하는 듯한 어조로 지영이 대답했다. "민형씨가 하라는 대로 할텐데......" "......!" 웃, 이게 웬 기대에 못 미치는 대답이란 말인가! 내가 하라는 대로 한 다고!? 그럼 결국 내가 판단해야 한다는 거잖아! 복잡해지는 민형의 앞에 서 지영이 민망하다는 얼굴로 볼을 긁적 거렸다. "난...... 지금 낳아도 상관없지만. 하지만 민형씨가 하라는 대로 하 는게...... 결혼 하지 않아도 아이를 데리고 기다릴 수는 있어요. 나 아 이 좋아하니까. 그러니까 민형씨가 학교를 졸업하고 결혼 할 수 있는 입 장이 되면 그때 가서도......" 결국 모든 것은 민형에게 달렸다는 지영의 대답. 민형은 새삼스럽게 지 영이 어떤 여자라는 것을 느끼면 흐믓하게 미소 짓고 말았다. 그래, 이런 상황은 자신이 도피해서는 절대 해결되지 않는거야...... 자신의 일. 누 구 한사람의 일이 아닌 두 사람 공동의 일이니까. 그때 문득 지영이 생각 에 잠겨 있는 민형에게 회심의 한마디를 던졌다. "그런데 민형씨는 아이가 생기면 어떻게 할건데요?" 웃! 그것은 아직 정리하지 않았는데......! 웬지 빤히- 바라보는 지영 의 표정에 당연한 대답을 기다리고 있으면서도 긴장하고 있는 여자의 얼 굴이 있어 민형은 2초 흠칫 했다. 하지만...... 결국 그녀의 얼굴을 보고 있으면 민형은 남자고 되고 고교생에서 어른의 생각으로 바뀌게 되는 것 이다. "물론 낳아서 힘닿는데까지 키워야죠. 걱정마세요 지영씨. 당신은... ..." 그렇게 생각하고 나니 웬지 힘이 솟고 성우엑 해줄말도 떠올랐다. 불쌍 한 성우 현실과의 싸움에서 주춤하고 얼마나 두려웠을까. 사랑하는 여자 를 낙태시키고 그 괴로움은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민형은 안심했다는 듯 이 흐믓히 웃는 지영을 한팔로 껴안으며 그녀에 귀에 대고 속삭였다. "당신은 내 여자니까." ......................................... . . . . . . . . . 다음날 아침 민형은 잔뜩 목에 힘을 주고 성우와 같이 콘도를 나섰다. 애써 의연한 척 당당한 모습을 보이려 했지만 앞으로 성우와 건넬 말들 이 생각나면서 긴장감이 몰려왔다. 여자들은 놔두고 둘이만 같이 놀러가 자는 민형을 따라나선 성우 역시 평소와는 다른 민형의 태도에 이상함을 느낀 듯 했다. 성우가 민형의 등을 탁 때리며 대뜸 이렇게 물었다. "야, 너 왜그래? 어제 술 많이 마셔서 장이 빵꾸났니? 그런거면 나말고 네 마누라 한테 간호해 달라고 그래." 이 자식은 지금 이 상황에 농담이 나오냐!!!! 속은 다 타들어 갔으면서 도 여유있게 농담을 건넬 수 있는 성우에게 존경 한표 던지며 민형이 생각 을 가다듬었다. 뭐라고 말을 꺼낼까...... 괜히 긁어부스럼 만드는건 아닐 까. 하지만 진희씨는 민형에게 도움을 청했고 민형은 친구의 아픔을 나눌 권리가 있다고 생각해 파도소리가 나는 백사장에 자리를 잡고 섰다. 웬 지 민형이 한껏 폼을 잡는 것 같아 성우는 킥킥 대면서 민형의 옆에 나란 히 섰다. 쏴아-쏴아- 파도 소리가 들려오고 민형은 심호흡을 한후 굳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성우야......" 의연하게 보이려고 하는데 잘 안되네......하지만 민형은 애써 가슴에 힘을 주고 이렇게 말했다. "너한테 할말이 있다." "뭐? 날 사랑한다고? 안돼 임마! 너도 나도 이제 여자가 있잖아!" 그게 아니야!!!! 지금 그딴말이 나오냐!!!! 이걸 그냥 콱 죽여 버 릴까보다!!!! 넙죽넙죽 재치 있는 농담을 잘도하는 성우에게 페이스를 빼 앗겨 버린 민형의 이마에 삐죽 핏발이 섰고 성우는 재미있다는 듯이 킥킥 거렸다. 어휴, 이 자식 정말 자기 애뗀 불량 아버지 맞아!? 조금도 고민하 는 기색이 없네. 민형은 잠시 부르르 몸을 떨다가 애써 진정한 후 성우에 게 휙- 고개를 돌렸다. "너, 그런식으로 웃으려고 해도 소용없어......" "......?" 뭔 헛소리야? 성우가 웬 뜬금없는 소리냐는 듯 눈을 동그랗게 뜨고 민형 을 쳐다 보았고 민형은 애써 태연한척 의연한 목소리로 성우에게 한마디를 건넸다. "진희씨와의 일...... 다 알고 있어. 맘고생이 심했겠다." 순간 성우의 표정이 변하고 민형은 가슴이 저렸다. - 계속 - 『CD의 환상세계-일반소설 (go CDGGAM)』 146번 제 목:[중편L] ## 고교 3년생의 사랑 ## -106 올린이:cdggam (임달영 ) 99/07/25 22:26 읽음:2659 관련자료 없음 ----------------------------------------------------------------------------- ## 고교 3년생의 사랑 ## PART-106 순간 성우의 표정이 변하고 민형은 가슴이 저렸다. "알리고 싶지 않겠지만...... 나도 다 들었어." "......!" 민형의 씁쓸한 한마디가 떨어지기 무섭게 웃고 있던 성우의 얼굴에서 미 소가 사라졌다. 동시에 성우의 얼굴에는 싸늘한 한기까지 감돌았다. 지금 까지 이런적이 없었는데...... 녀석 정말 괴로웠었나 보군. "너...... 다 들었냐." "그래, 진희씨가 얘기해 주더라." "훗...... 너한텐 별로 알리고 싶지 않은 이야기였는데......." 이미 알려져 버린건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등을 돌리는 성수. 민형은 그 런 성우를 그냥 놔둘 수 없어 돌아서는 그의 팔목을 붙잡았다. 민형이 크 게 외쳤다. "멍청아! 난 네 응석을 받아줄 수 있어! 넌 내 하나밖에 없는...... 형제나 다름없는 녀석이잖아!" "놔!!!!" "!?!?" 강하게 뿌리치는 성우의 손끝에서 강한 저항이 느껴졌다. 그 저릿한 손 끝의 감각에 놀라는 동시에...... 민형의 앞에서 성우의 얼굴이 들어났 다. "......!?" 그와 동시에 민형은 침울하게 입을 다물고 말았다. 뭐라고...... 뭐라 고 말할 수 없는 서글픔이 밀려왔다. 성우는...... 눈앞에 성우는 울고 있었다. "너한테...... 이야기하지 못했던 내 심정을 너도 잘 알잖아......!" 북받쳐 울음을 참으면서도 꾸역꾸역 눈물이 흘러내렸다. 성우...... 민 형의 친구. 아니 형제나 다름없다고 생각했던 녀석. 그 녀석의 눈물을 민 형은 처음보았다. 민형의 가슴도 아프게 쓰렸다. 강한 친구...... 자신 의 뒤에서 언제나 든든하게 밀어주었던 동료. 그의 눈물에 민형도 함께 울어주고 싶었다. 하지만 민형은 우는 대신 쓴 웃음을 넘겼다. "너 우냐." "그래, 임마." 민형의 물음에 눈물을 닦으며 대답하는 성우. 그 잠깐동안의 북받침. 그것이 성우에겐 얼마나 참기힘든 고통이었을까. 하지만 둘 사이에는 눈 물을 보이는 부끄러움 보다 더한 우정이 있었다. 신의라는 이름의 우정. 그것은 고통조차도 씁쓸한 웃음으로 달래줄 수 있는 힘이었다. "처음에는...... 그애를 좋아하는지 아닌지도 몰랐었어. 어렸을 때 얼 굴을 본 후로 줄곧 집안끼리 만나왔으니까...... 근데 걔 중학교때부터 4년간 외국에 있었거든 어느날 돌아왔는데 정말 예뻐졌더라." "흔히 말하는 소꿉친구구나." 그래, 성우에게 내가 모르는 소꿉친구가 있었구나. 자식...... 응큼하 게 그렇게 가까운 나한테도 속여오고 있었다니. 민형은 피식- 웃으며 성 우의 다음 이야기를 기다렸다. "돌아와서...... 너 알다시피 나 여자친구 많잖냐. 근데 끝까지 나밖 에 모르고 아 다니는거야. 애가 착해서 부모님 말씀만 무조건 따르는 줄 알았어 처음엔...... 그런데 아니더라." 주절주절 하나둘씩 이야기를 해나가는 성우. 파도를 바라보는 그의 눈 빛 아래에서 서글픔과 허망함이 조금씩 들어나고 있었다. 민형은 자신의 친구가 벌써 자기보다 훌쩍 어른이 되어버린 기분이 들었다. 성우가 발 로 모래를 밀어내면서 어깨로 웃었다. "걔도 다 머리있고 생각이 있더라구. 나 좋다고 미국에서도 지켜온거 야. 정혼자니까 자기가 지켜온만큼 나도 지켜주길 바랬던 거지. 근데 너 알잖냐. 나 어떤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숙이는 성우. 그건 지금까지 녀석이 해왔던 방탕 함의 후회일까. 그렇지 않으면 진희씨에 대한 마음 아픔일까. 민형은 성 우의 옆 모습을 지켜보며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성우는......민형 이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어른에 세계에 가 있는 녀석이었다. "부자집 아가씨 철 모르는 소리합네 무시 좀 했다. 그랬더니 대범하게 나오는거야. 원래 그런 애가 아닌데. 나도 그냥 오기가 발동해서...... 아니 사실 나 여자를 몸으로 보는 놈이잖냐. 그냥 몸. 섹스만 할 수 있으 면 일단 거부안하는 놈. 그래서 그렇게 했지. 걔한테 일생일대에 중대사 였겠지만 말이야...... 나한테 그저......" 말끝을 흐리는 성우. 그런 성우의 목소리에 비통함이 담겨있었다. "나한텐 그저 장난이었던 거야......" "성우......" 완전히 어깨 사이로 고개를 숙여 버리는 성우. 아마 그의 두 눈엔 또다 시 눈물이 맺혀 있을 것이다. "임신한거야...... 빌어먹을. 단 한번 뿐인데. 내가 걜 사랑했는지 아 닌지도 모르는데. 난 장난으로 걜 임신시켰다고...... 그애는 진심인데. 난 도대체...... 도대체 뭘 한건지......" "......" 다시 고개를 숙이고 흐느끼는 성우. 민형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성 우가 후회하고 있다는 것을. 그가 진희씨에게 사죄하고 있다는 것을. 하 지만 이 세상에는 뒤늦게 사과해도 돌이 킬 수 없는 일들이 너무나 많 다. 그것이 삶이라는 것이다. "날 원망도 안하더라. 좋아하지 않는 날 괴롭혀서 미안하다고...... 그 애쪽에서 사과했어. 그런데 웃기지. 그때서야 깨달은거야. 자그만치 12년 동안...... 내가 그앨 좋아했다는 걸. 아니 이미 정이 들었다는걸. 애를 뗀 후에야 깨달은거라고. 흐흐......" 무겁게 울음섞인 한탄이 들려왔다. 파도소리와 갈매기의 지저귐속에 묻 혀 잘 들리지는 않았지만 민형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성우는...... 고 통속에서 흐느끼고 있다는 것을...... 친구의 아픔을 나눈다는 것은 어 떤 것일까. 괴로움을 반으로 나눈다는 것은 민형에게도 괴로운 일. 하지 만 민형은 기꺼이 성우의 아픔을 나눠가질 용의가 있었다. 아니 자신이 그럴 의도가 있다해도 진정으로 성우의 아픔을 가져갈 수 없다는 것을 민 형은 알 수 있었다. 자신이 할 수 있는일은 그저...... 그저 위로하는 것 뿐이었다. 민형은 씁쓸한 표정으로 성우를 향해 물었다. "결혼...... 할거니......" 성우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끄덕임은 웬지 민형에게 안도를 주 었다. 성우가 말했다. "그렇게 하는 것으로...... 진희와 내 아이에게 속죄하는 길이 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어른이 된 성우. 어른이 된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그것은 계기의 의식 일수도 있고 또 시련의 극복일 수도 있다. "나 최선을 다할거야. 그게 그들에게 해줄 수 있는 내 유일한 진심이 야." 그들. 그들이라는 말은 민형의 가슴에 와 닿았다. 처음엔 둘뿐이다. 하 지만 남자는 곧 둘을 지키게 된다. 그건 셋이 될 수도 있고 넷이 될 수 도 있다. "그래 이 자식." 성우의 머리위로 손바닥을 누른채 마구 비비며 민형이 눈물 찡한 얼굴 로 웃어보였다. "넌 좋은 놈이야 임마." 3박 4일간의 여정이 끝나고 지영과 민형은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에 몸 을 맡겼다. 가능하며 성우와 함께 조금더 있어주고 싶은 민형이었지만 성 우는 그것을 거절했다. 이제 진희씨와 함께 여러 가지를 둘이서 이겨나가 야 하는 성우에게 처음부터 의지할만한 친구가 지켜준다는 것은 부질없 는 짓 같았다. 민형의 앞에서 웃는 얼굴로 씁쓸함을 지우는 성우의 얼굴 이 머리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민형은 달리는 고속버스 안에서 스쳐 지나 가는 창밖을 바라보며 슬쩍 웃음지었다. '그래 자식. 넌 잘할거야.' 어린시절부터 함께 어울리던 친구. 소꿉친구. 죽마고우. 이제 그 녀석 도 민형 자신이 알지 못하는 누군가들과 어울려 섞이며 멀어져간다. 그 건 어른이 되는 과정일까...... 이번 여름은 왠지 민형에게 많은 것을 깨닫게 해주는 여름이었다. "민형씨...... 뭘 그렇게 혼자 골똘히 생각해요?" "예? 아,아무것도 아니예요." 생각이 지나쳐 얼굴에 나타났나? 생각에 잠겨 있는 민형을 잠자코 바라 보던 지영이 기다리다 못해 이렇게 물었고 민형은 애써 웃으며 고개를 저 었다. 지영에게 성우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지영씨가 알아봤자 좋을것도 없을 것 같고...... 무엇보다 자기 친구의 실수를 알리고 싶지 않았다. 대신 민형은 지영의 어깨를 감싸 자기쪽으로 끌어 당겼다. 지영 의 생각보다 작은 몸은 함폭 민형의 가슴으로 빨려 들어왔다. "몇일동안 잘 놀았네요." "네, 성우씨 덕분에 정말 편했어요." 귀엽게 웃는 지영. 이 여자는 정말 언제나 편안한 얼굴로 웃어준다. 그 건 민형에게 큰 행복을 주는 일. 민형은 지영의 머리위에 턱을 올려놓고 자신과 지영 그리고 미래에 대해 생각했다. 그건 부담과 행복을 동시에 가져다 주었다. '꼭 지킬 수 있도록......' 자신과...... 자신의 가족을 지킬 수 있는 힘을 가질 수 있도록. 그렇 게 민형은 마음속으로 기도했다. 언젠가...... 자신의 한 집안에 가장이 되어 지켜야 할 사람이 생겼을 때 민형은 그것을 극복하고 기둥이 되는 남자의 입장에 서야할 사람. '그렇게 되도록 노력할거야.' 가슴에 안은 한 여자의 체취를 느끼며 민형은 가슴속 깊은 곳에서 작 은 전의를 불태웠다. - 계속 - 『CD의 환상세계-일반소설 (go CDGGAM)』 147번 제 목:[중편L] ## 고교 3년생의 사랑 ## -107 올린이:cdggam (임달영 ) 99/07/26 00:24 읽음:2636 관련자료 없음 ----------------------------------------------------------------------------- ## 고교 3년생의 사랑 ## PART-107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1주일간의 휴가가 끝이났다. 민형은 아직 여름 방학의 일과를 보내고 있는 여름. 지영은 1주일의 휴가를 끝마치고 학원 으로 복귀했다. 오전에 2시간 오후에 2시간. 그 중 2번의 수업으로 고3 인 수험생들을 가르킨다. 그녀가 가리키는 것은 영어, 그리고 수학. 오전 에 가르키는 영어회화는 대입 수험생이 아닌 일반인들을 가르키고 저녁 6시부터 시작되는 수업은 고3들을 집중적으로 가르키게 된다. 그날도 지영은 근처 식당에서 가볍게 저녁을 때우고 학원으로 들어오는 길이었 다. 10분정도 커피를 마시고 휴식을 취하고 나면 강의 시간이 딱 돌아오 기 때문이다. 지영은 이 10분의 시간을 매우 좋아했다. 그날도 지영은 자 판기 커피를 하나 뽑아놓고 학원 휴게실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유리 창 바깥으로 하나둘씩 들어오는 학원생들과 눈인사도 하고 손도 흔들면 서 그렇게 시간은 지나갔다. 일어 학원과는 달리 일반인이 아닌 어린 학 생들을 가리키기 때문에 보다 학생과 선생의 신분이 명확해져 있었다. 아 이들은 모두 지영을 선생님이라 부르며 따랐고 지영 역시 예전처럼 학생 들과 스스럼없이 터놓고 지내기는 힘들었다. 무엇보다 같이 술을 마시거 나 놀러가거나 하는 일은 어려운 일이었다. 모두 고3 학생들이었기 때문 에 그건 어려웠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응? 아,안녕" 지영의 수업을 듣는 여자아이 두명이 냉큼 들어와 지영의 테이블에 앉 았다. 회화반보다 거북하긴 해도 원체 지영의 성격이 성격인지라 반 아이 들도 지영을 잘 따랐다. 지금 지영과 같이 앉아 있는 미지,상희 두 아이 도 지영을 좋아하는 아이들중에 한명이었다. 수험생이지만 언제나 밝고 명랑한 상희가 발랄하게 입을 열었다. "선생님 저도 커피한잔 사주세요. 졸려요." "응, 그래. 자 두잔 뽑아와." 스스럼없이 지갑에서 동전을 꺼내는 지영에게 상희가 웃으며 대꾸했다. "미지는 못 먹어요. 보약 먹는데요~" "어머 그래? 하긴 커피가 뭐 몸에 좋다고. 안 먹는게 낫지." "나,나도 먹을래. 뽑아줘." 혼자만 먹지 못하는게 약이 올랐는지 조르는 미지. 상희가 딱잘라 대답 했다. "안돼. 그럴바엔 아예 약을 먹지 말지. 군소리 말고 약이나 먹어라." "......" 상희와는 다르게 조용조용하고 사근사근한 미지가 세침해서 고개를 숙 였고 지영은 속으로 쿡쿡 웃었다. 학원에 다니는 참 다양하고도 많은 아 이들은 언제나 지영에게 활력을 주었다. 모두 하나의 공통된 목표를 가지 고 이 학원에 다니면서도 모두가 각기 다른 스타일과 행동 생각을 가지 고 있다. 지영의 한가지 생각에 맞추어 파생되는 수많은 아이들의 반응. 지영은 그것이 즐겁고 좋았다. 수업을 할 때는 아이들이 민형과 같은 나 이라는 것을 까맣게 잊을정로 지영은 수업에 열중했다. 그때였다. 커피 를 뽑으러 갔던 상희가 갑자기 휴게실 입구를 향해 짖굿은 목소리로 외 쳤다. "야! 위재기! 거기서 그러고 있지 말고 들어와!" "?" 상희의 외침에 고개를 돌리는 지영. 그곳에는 역시 같은 크래스에서 수 업을 듣는 위재기란 남학생이 쭈삣쭈삣 빨개진 얼굴로 휴게실에 들어서 고 있엇다. 무슨 이유인지 무안하고 빨개진 얼굴로 머뭇머뭇 서있는 재 기. 그가 지영과 눈이 마주치자 꾸벅 인사했다. "아,안녕하세요." "그래 안녕~" 평상시와 다름없이 손을 흔들어 주는 지영. 그러나 재기는 얼굴이 더 욱 빨개져서 푸- 고개를 수그렸다. 상희가 쿡쿡 웃으며 커피를 들고 지영 의 옆에 앉았다. "선생님 재기가 선생님 좋아하나봐요." "......!!" 그말이 끝나자 마자 고개를 번쩍드는 재기! 시뻘개진 얼굴의 재기가 미 처 뭐라고 말도 꺼내지 못하는 사이 상희는 천연덕스럽게 줄줄 말을 이어 갔다. "수업시간에도 맨날 선생님 얼굴만 쳐다봐요. 혼내주세요 킥킥." "야 !최상희 너!" 발끈해서 빨개진 얼굴로 달려드는 위재기. 그가 욹그락 붉그락 달아오 른 얼굴로 상희의 어깨를 붙잡았고 상희가 죽는 시늉을 하며 까르르 웃 었다. "아야야~ 살려줘! 하지만 제말이 맞죠 선생님~ 얘 선생님 좋아한데요. 깔깔" "가,가만안둬! 서,선생님 죄송해요! 야! 최상희 너 이리나와~!" "와아~ 살려주세요 선생님~" 우는 시늉을 하며 재기에게 끌려나가는 상희. 얼굴이 빨개져서 상희를 끌고 나가는 재기를 멀뚱히 바라보며 지영이 남은 커피를 후루룩 입에 흘 려 넣었다. 지금 무슨일이 있었지? "선생님 인기 좋으시네요......" 지금까지 가만히 앉아 있전 미지가 조심조심 입을 열었고 지영은 쓴웃 음을 지을 뿐이었다. 하옇튼 요즘 애들은 참...... '제길,제길,제길......!' 수업이 끝나고 학원을 빠져나오는 재기는 그야말로 죽을 맛이었다. 위 재기 18세. 사립 미등고교 3학년. 현재 학원을 다니며 대입시험 준비중. 그런 그에게 요즘에 와서 중대한 고민이 하나 생겼다. '상희 그 계집애 때문에 몽땅 들통났잖아. 앞으로 쪽팔려서 어떡하지......' 그 고민이라는 것은 바로 학원의 강사인 유지영 선생님을 짝사랑하게 되고 만 것. 예쁘고 친절한 지영에게 완전히 반해버린 재기는 하루하루 지영의 얼굴을 보는 낙으로 학원에 나오고 있었다. 당연히 수업이 머리 에 들어올리없다. 대입 수험반에는 여 강사가 흔하지 않은데다가 지영처 럼 젊고 상냥한 선생은 사막에서 바늘찾기이기 때문에 더 그러했다. 오늘 은 휴게실에서 커피를 마시는 지영을 보고 말을 걸까 말까 망설이다가 짖 굿은 상희에게 걸려버리고 말았던 것이다. 활동적이고 건전하지만 여자에 겐 쑥맥인 재기는 그일이 창피해서 죽을 지경이었다. '유지영 선생님......' 그녀를 처음봤을때는 그저 젊고 예쁜 아가씨가 왠 강의? 라고 생각했 을 뿐이었다. 확실히 수업을 하는 강사치고는 지영은 드물게 예쁜 아가씨 였다. 게다가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그녀가 실력과 교양을 갖춘 멋진 아가씨라는걸 알 수 있었고 가면 갈수록 계속해서 빠져들고 말았다. 지금 은 완전히 좋아져 버린 상태. 물론 어디까지나 재기의 짝사랑일 뿐이지 만 재기는 기회만 있으면 자신의 마음을 고백해야겠다고 마음 단단히 먹 고 있는 중이었다. 하지만 그 기회는 좀처럼...... 쉽게 찾아오지 않았 다. 아이 젠장! "재기야." "......!?!?" 그때 등뒤에서 들려오는 익숙한 목소리. 재기가 화들짝 놀라 경직된 몸 을 돌렸다. 이 목소리는 유지영 선생님?! 아니나 다를까. 재기의 눈앞에 서 어깨에 핸드백을 맨 유지영 선생님이 밝은 표정으로 다가오고 있었 다. 날씬한 각선미를 돋보이게 만드는 갈색 스타킹. 두근두근 할 정도로 풍만한 가슴. 게다가 소녀같이 맑고 큰눈이 재기를 완전히 보내버렸다. 나,나도 꽤 당당하다면 당당한 놈인데......! 하지만 유지영 선생님 앞에 서면 웬지 평소의 자신으로 돌아올 수 없었다. 재기는 그것이 답답했다. "너 오늘 왜 그렇게 도망치듯 나갔니? 너랑 얘기좀 하려고 했는데." 나랑!? 지영의 친근한 한마디에 쿵쾅쿵쾅! 마구 요동치기 시작하는 재 기의 심장! 저,저랑 얘기를요? 둘만? 얼굴이 빨갛게 달아 올랐고 눈앞이 아찔했다 선생님이 나랑 둘만 하고 싶다는 이야기가 뭘까! 재기는 요동치 는 심장을 가까스로 가라앉히며 침을 꿀꺽 삼켰다. 지영이 생긋 웃으면 서 앞장섰다. "잠깐 괜찮지? 응?" 지영이 근처에 커피 을 가리키며 이렇게 말했고 재기는 거의 제 정신 이 아닌 상태에서 정신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유지영 선생님과...... 데이트다!!!! "모의고사 평균이 엄청 떨어졌더라 너. 게다가 영어 과목에서 특히 그래. 뭐 고민이라도 있니?" 제기랄 그럼 그렇지. 재기는 혹시나 했던 기대가 역시나가 되어 김이 팍 새어버린 참이었다. 커피 에 들어와 차를 한잔씩 시키고 지영이 꺼 낸 말은 더도말도 없는 재기의 성적 문제였다. 하긴 유지영 선생님의 수 업을 들은후 매일 얼굴을 쳐다보느라 정신 없었으니 성적이 오를리 만무 했다. 그런 재기의 사정을 아는지 지영은 친절한 얼굴로 물었다. "넌 영어가 강하진 않아도 암기만 확실히 하면 이 이상의 점수가 나올 수 있다고 선생님은 보는데...... 아니었나?" "아,아닙니다 선생님." 침을 꿀꺽 삼키면서 고개를 드는 재기. 확실히 재기는 수재는 아니지 만 그렇다고 공부를 못하는 건 아니었다. 학년 석차 10등안에서 움직였 고 영어는 강하진 않았지만 흥미를 붙히고 있던 과목이었다. 갑자기 성적 이 떨어졌으니 이런 질문 받는것도 무리는 아니다. 재기는 다시 고개를 수그리며 입을 열었다. 왠지 지영을 똑바로 쳐다볼 수 없었다. "다음부터는...... 열심히 하겠습니다." "......" 지영은 이 앞에 앉아 있는 소년이 요새 부쩍 수업시간에 집중하지 못하 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교탁의 입장에서 보면 학생은 보이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던 부분이 모두 보인다. 그 심리적인 것 까지도 유능한 교 사라면 어느정도 읽을 수 있다. 그것을 카운셀러하는 것이 가르치는 사람 의 역할. 지영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지영이 애써 부드럽게 웃으며 다시 물었다. "요즘 수업시간에 집중을 못하는 것 같은데......무슨 문제라도 있으면 선생님한테 말해봐. 내가 도울 수 있는 일이라면 도와줄게." "......!" 부드럽게 웃는 지영의 얼굴. 그 얼굴을 보고 있자니 재기는 아랫도리 가 뻐끈해지고 정신이 혼미해 질 정도로 달아 올랐다. 왜,왜 이렇게 예쁜 거야! 여성의 성숙한 매력에 순수함까지 플러스 되어 그야말로 사람 미치 게 만들었다. 게다가 유난히 커서 돋보이는 바스트 라인은 18세 청소년 의 혈기를 끌기에 충분했다. 이,이 여자가 가리킨다는 것 자체가 충분 히 집중에 방해가 돼! "서,선생님!!" 에라 모르겠다! 재기는 그만 테이블 위에 올라가 있는 지영의 손을 덥 썩 잡아 버렸다. 심장박동수가 터무니 없이 올라가고 재기는 마음속으로 되뇌었다. 고백하자! 고백하자! 어차피 차일꺼면 고백하고 끗히 공부 에 몰두하는거야! "응, 말해봐." 제,제길! 이 여자는 손을 잡혔는데도 조금도 망설이는 기색이 없네. 완 전히 재기를 어린 학생으로만 보는 것 같은 지영의 태도에 재기는 그만 김이 탁 새고 말았다. 역시...... 어른한테 고백한다는 것은 웃기는 일 이지. 결과가 뻔하다 어색하게 웃으며 설득하고 속으로는 비웃을꺼야. 조 그만게 발랑 까졌다고...... 재기는 슬그머니 지영의 손을 놓으며 고개 를 숙였다. 인간 위재기. 어쩌다 이렇게 소심해졌냐 그래. "여,여자친구가......" 자기도 모르게 나오는 헛소리. 하지만 어떻게 해서라도 지금 손을 잡 은 핑계를 대야 할 것 같았다. 재기는 볼맨 소리로 거짓말 했다. "얼마전에 여자친구한테 차였어요...... 그래서......" "저런......" 재기는 거짓말이었지만 지영은 적지않게 당황했다. 한창 민감한 나이 에 그런일을 당했으니 확실히 집중력이 떨어질만도 하지...... 지영은 괜 히 자신이 이 학생의 아픈곳을 들어낸 것이 아닌가 죄책감이 들었다. 고 개를 푹 수그리고 얼굴을 들지 못하는 재기를 보니 그것은 더 현실감 있 게 다가왔다. 이 방정...... 결국 긁어 부스럼을 만들어 버린건가. 지영 은 쓰게 웃으며 후회했다. 하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그랬구나 재기야...... 선생님은 몰랐어. 정말 미안하다." "아니예요 선생님. 연애랑 공부는 별개인데요...... 선생님은 우리들 을 가리키고 좋은 성적을 딸 수 있게 해주시는게 일이니까......" "아,아니야. 우린 너희들의 고민을 상담해 주는것도 중요한 일이란다." 카운셀러가 중요한 일? 재기는 지금 이 여자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거 야? 라고 한 순간 생각했다. 요즘 강사중에서 학생의 카운셀러를 의무라 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어? 그건 정성이라기를 뛰어넘어 어쩐지 주제 넘 은 것 같은 생각이 들기까지 했다. 하지만 재기는 지영에게 빠져있었기 때문에 모든게 지영의 좋은 점으로만 비추어졌다. 역시 유지영 선생님은 좋은 분이시구나...... 그럼 내친김에 몇가지 물어볼까. "저,선생님 한가지 물어볼게 있어요......" "응? 뭔데. 내가 대답할 수 있는거라면 뭐라도 대답해 줄게." 여자친구한테 채였다는 거짓말을 해서 은근슬쩍 물어보는 것은 양심에 찌리지만. 하지만 재기는 물어보고 싶었다. 일단 이 가능성을...... "선생님은 연하의 남자를 어떻게 생각하세요......" "......!" 그말을 듣는 순간 지영의 표정이 변했다. 이 애...... 누나를 좋아하다 가 차인 모양이구나. 그렇게 생각하니 갑자기 동지 의식이 들었다. 지영 이 한없이 안됐다는 표정으로 진지하게 대답해 주었다. "난 연하라도 남자답기만 하면 상관없어. 남자를 나이로 판단하다니 그 건 정말 바보같은 짓이라고 생각해." "저,정말이요......?" "그럼." 환하게 웃으며 묻는 재기에게 함박웃음 띄며 고개를 끄덕이는 지영. 물 론 지영은 민형과 사귀고 있고 재기에게 힘을 주기 위해서 그렇게 말한 것이지만 재기는 전혀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난 연하의 남자도 상관 없으니까 언제라도 대쉬해봐. 반올림해서 그렇게까지 들렸다. 재기는 갑 자기 힘이 솟았다. "고맙습니다 선생님! 많은 도움이 됐어요!" 갑자기 벌쩍 일어나서 고개를 꾸벅 숙이는 재기. 지영이 웃으며 고개 를 끄덕였고 재기는 가방을 집어 들었다. 더 이상 이곳에 있을 수 없다. 어서 집에 돌아가서 고백 계획을 짜야겠어! 재기가 활기찬 얼굴로 돌아 와 지영에게 작별인사를 건넸고 지영은 웃으며 그를 보내주었다. 커피 을 나서는 재기의 가슴은 흥분한 기쁨으로 인해 요동쳤다. << 연하라도 상관 없다셨어! >> 단지 그것뿐인데...... 재기는 지영에게 벌써 고백이라도 한것처럼 마 음이 들떴다. 민형은 콘티에 열중하느라 지영이 보통때보다 늦는것도 잊고 있었다. 3 회분 단편으로 가자는 최기자의 말대로 20페이지 짜리 3회분의 스토리를 짜고 있는 것이다. 3회분이라...... 24페이지의 단편으로 기승전결을 끝 마친 작품을 3회로 늘린다는건 어찌보면 좀더 많은 이야기를 효과적으로 풀어나갈 수 있는 것도 같지만 막상 해보면 쓸데 없는 군더더기가 추가되 어 이야기의 리드미컬함을 끊어버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하지 만 민형은 이 3회분 늘림 작업이 마냥 즐거웠다. 무엇보다 등장 캐릭터 의 성격과 심리를 더욱 부각시킬 수 있는데다가 페이지가 아쉬워서 삭제 했던 개그나 위트를 실컷 집어 넣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벌써 10번이 넘 게 콘티를 고쳤지만 가장 처음에 제작했던 콘티보다 나아 보이는 연출이 나오지 않았다. 민형은 그냥 최초의 콘티를 정리했다. '됐어, 이걸로 가자.' 결정났다. 콘티의 검토가 끝났으니 웨이브로 가는일만 남았다. 때는 마 침 여름방학. 보충수업이 자율이라 빠져도 되는 이상 서울로 가는 것은 어느때고 괜찮았다. 민형은 일을 끝마치고 가슴이 뿌듯했다. -쪽 "!?" 깜짝 놀라서 고개를 돌리는 민형. 그런 민형의 등뒤에는 대견한 표정으 로 앉아 있는 지영이 있었다. 얼마나 열중하고 있었는지 지영이 살짝 다 가와 목에 키스를 했는데도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지영이 흐믓한 얼굴 로 말했다. "굉장히 열심히네요?" "아, 왔어요 지영씨. 지금 막 끝났어요." "공부를 그렇게 열심히 하면 전교 1등도 하겠네." "하하, 그거랑 같나요. 이건 내가 좋아서 하는건데." 쑥쓰럽게 웃으며 콘티를 정리하는 민형. 지영은 그런 민형의 모습이 보 기좋아 가만히 웃고 앉았다. 무엇인가 열중하는 민형의 모습은 뭔가 빛나 는 것이 있어 보였다. 18살이지만 보통 18살과는 다른점. 지영이 민형을 좋아하게 된 점. 그런 모습을 가끔씩 볼때마다 지영은 마냥 흐믓했다. "출출하지 않아요? 뭔가 만들까요?" "나 저녁도 안 먹었어요." "네에? 그럼 밥해야겠네!" 배를 문지르며 쓴웃음 짓는 민형을 향해 깜짝 놀라는 표정을 지으며 주 방으로 들어가는 지영. 민형역시 그런 지영의 뒷 모습을 보고 빙그레 웃 었다. 대전에 와서도 바쁜 지영씨...... 그녀는 민형에겐 더없이 훌륭한 어른이었다. - 계속 - 『CD의 환상세계-일반소설 (go CDGGAM)』 148번 제 목:[중편L] ## 고교 3년생의 사랑 ## -108 올린이:cdggam (임달영 ) 99/07/26 23:30 읽음:2878 관련자료 없음 ----------------------------------------------------------------------------- ## 고교 3년생의 사랑 ## PART-108 "오늘 학원생 한명과 면담을 했는데 정말 안됐어요. 요즘 애들은 그런 일로 성적이 쭉쭉 떨어지기도 한다니까......" "?" 식탁에서 늦은 저녁을 먹는 민형을 하는 일 없이 쳐다보던 지영이 문 득 얘기 거리를 꺼냈다. 대수롭지 않게 말을 건네자고 꺼낸 이야기였는 데 민형은 흥미가 가득한 눈을 반짝 떴다. "무슨 일이요?" "여자 친구한테 차였데요 글세. 어휴...... 너무 웃겨. 하긴 그만할 때 그건 큰일이지 큰일." 안쓰런 얼굴로 쿡쿡 웃는 지영. 민형도 킥- 웃으며 젓가락으로 반찬을 집었다. 물론 민형 자신도 언제든지 당할 수 있는 일이겠지만. 민형은 자 신이 여자한테 차일거라는 건 전혀 생각지 않고 있었다. "근데 학원강사가 학생들 상담도 해줘요?" "같은 크래스는...... 성적이 떨어지면 걱정되니까요." "귀찮찬아요. 그런일은 뭣하러 해요. 성적 떨어지는건 다 그 녀석들 팔 잔데." "그래도 도와줄 수 있다면 돕는것이......" 공부를 못해서 그런지 민형은 성적이나 이런 부류에 대해선 굉장히 냉 정했다. 아마 모든 이들이 자신처럼 성적과는 담을 쌓고 살아가는 줄 아 는 모양. 지영은 그런 민형의 제멋대로에 가볍게 쓴웃음 지었다. 확실히 이 남자는 자기중심적이다...... 의외로 단순한 점이 있고 매우 정열적 이다. 하지만 그것이야 말로지영이 보는 민형의 매력이었다. "뭐 쓸데 없는 짓은 안해요?" "네?" 쓸데 없는 짓? 그게 뭐지? 지영이 갸우뚱 하자 민형이 씩- 웃으며 말 했다. "왜 있잖아요 그맘때 녀석들이 하는 생각. 선생님 사랑해요 라던가. 미 친놈처럼 따라 다닌다던가." "없어요 없어. 그런건." 민형도 18세일 뿐인데 마치 어른처럼 얘기하기에 지영은 그만 쿡 웃고 말았다. 민형이 수저에 쌀밥을 한웅큼 퍼 입에 넣으며 위트있는 어조로 말했다. "혹시 그런놈 있으면 말해요. 내가 해결해 줄테니." "네네, 주인님. 걱정안해요." 얼마나 든든한가. 지영은 민형이 자신보다 6살이나 어리다는 것을 알면 서도 마냥 든든하고 믿음직스럽기만 했다. 물론 지금까지 민형이 지영에 게 보여준 것은 신뢰나 연대감을 뛰어넘는 강한 믿음이었기 때문이었다. 지영은 밥을 먹는 민형을 바라보며 손으로 턱을 괜 채 빙긋이 웃었다. '당신보다 멋진 사람이 없으니까......' 지영은 민형을 정말 좋아하고 사랑하고 있었다. 다음날 지영은 민형에게 격려의 응원을 보내며 터미널에 마중을 나왔 다. 민형은 콘티를 보이러 서울로 올라가고 지영은 이대로 민형을 보낸 후에 학원에 가야 하는 길. 가능하면 민형을 따라서 함께 올라가고 싶지 만 학원을 멋대로 빠질 수는 없는 일이기에 어쩔 수 없었다. "민형씨 서울에 올라가면 지혜한테 연락하세요. 어려운 일 있으면 도와 줄거예요. 제가 전화 해 놨어요." "알았어요. 제가 뭐 어린앤가요." 민형을 믿고 있지만 사회로 한발짝씩 나아가는 민형의 모습은 지영에 겐 아지 걱정되는 어린애에 불과했다. 민형이 걱정말라는 듯이 쓴 웃음 지으며 고속버스에 올랐고 지영은 민형이 탄 버스가 터미널에서 떠날때 까지 한자리에 서서 손을 흔들었다. 민형은 서울에 올라간 김에 집에들렀 다가 하룻밤 자고 올 것이다. 오늘은 혼자 지내야 겠군...... 언제부턴 가 지영은 혼자 지내야 한다는걸 쓸쓸하게 느끼기 시작했다. 재기는 휴게실에 앉아 얼굴이 빨개진 채로 식은땀을 흘리며 고민에 빠 져 있었다. 그의 주머니 속에는 지영에게 선물하려고 손수 마련해 온 귀 걸이가 예쁜 포장지에 쌓여 잠자고 있었다. 오늘 재기는 이 귀걸이를 지 영에게 선물하며 자신의 마음을 고백할 심정이었다. 보통때보다 30분이 나 먼저 학원에 와서 두근거리는 가슴을 조리며 마음을 가다듬기를 몇십 분. 초조함은 극에 달하고 이대로 가다간 정신을 잃어버릴 것만 같은 긴 장감이 몰아닥쳤다. 으으...... 고백하기가 이렇게나 힘든거란 말인가. - 덜컹 "......!?" 한순간 건너편 강의실 문이 열렸고 재기가 깜작 놀라 고개를 들었다. 설마 선생님이 벌써......? 다행이도 그것은 아니었다. 대신 하얀 선물상 자를 들고 강의실로 들어가는 3명의 남학생이 보였다. 같이 수업을 듣는 몇 명의 남학생이 짖굿은 표정으로 선물상자를 교탁에 올려놓고 킥킥 거 리면서 다시 바깥으로 나갔다. 뭐지 저게......? 하필이면 오늘 선생님 께 고백을 하려는 녀석이 나말고 또 있단 말인가? 설마 그럴리는 없고...... 재기는 쿵덕되는 가슴을 졸이며 교탁위에 선물상자를 뚫어지 게 바라보았다. '뭐지 저게......?' 괜시리 마음이 불안...... 잠시후 녀석들의 손에 의해 강의실 문이 닫 히고 상자는 더 이상 보이지 않게 되었다. "자,다들 앉아요. 어머?" 수업시간이 되어 강의실로 들어온 지영이 학생들의 소란을 진정시키다 말고 문득 교탁위에 어떤 물건으로 시선을 옮겼다. 붉은 리본에 묶여 있 는 예쁜 하얀 포장지. 지영이 얼굴이 밝아지며 입가에 웃음이 머금었다. "어머,이거 뭐야? 누가 나 주는거야?" "......" 어린애 처럼 좋아하는 지영. 재기는 괜시리 속이 상했다. 나도 저렇게 하는건데...... 왠지 선수를 빼앗긴 것 같아 분하고 약이 올랐다 재기 는 주머니 속에 넣고 있는 귀걸이 통을 손으로 꽉 움켜 잡았다. 살짝 시 선을 돌려 교탁에 선물을 올려놓은 3인을 훔쳐보는 재기. "......!" 왠지 모르지만 그들의 미묘한 웃음에는 순수함이 느껴지지 않았다. 재 기는 괜시리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때 지영이 좋아하면 선물상자의 포장 지를 뜯었다. 순간 포장지를 뜯고 안을 확인한 지영의 얼굴이 변했다. "......!" 빨개진 얼굴에서 당혹함이 밀려왔다. 무슨 일인지!? 재기는 지영의 얼 굴을 보고 단번에 선물의 내용이 좋지 않는 것이라는 확신이 일었다. 급 히 고개를 돌려 3인을 바라보니 녀석들은 노렸다는 듯이 웃고 있었다. 저,저녀석들 도대체 뭘 선물한거야? 지영의 당혹스러운 반응에 다른 학원 생들도 의아한 표정을 지어 보였고 지영은 얼른 선물상자를 닫으며 약간 화난 표정으로 고개를 들었다. "누,누구지? 이걸 선물한 사람이." 확실히 화났다. 목소리가 약간 떨리는 것으로 보아 화난 것이 분명하 다. 하필이면 오늘......! 오늘은 가능하면 선생님이 기분좋은 상태에서 만나고 싶었는데......! 그때 3인중 한명. 머리를 파란색으로 염색한 삼 백안의 한 녀석이 벌떡 일어났다. 김준석. 평소때부터 수업태도도 좋지 않고 태도가 나빠 재기의 신경에 거슬리는 놈이었다. 준석이 벌떡 일어나 더니 의기양양하게 외쳤다. "선생님 그거 써본적 있으세요!!" "......!!" 준석의 외침과 함께 지영의 얼굴이 후끈 달아 올랐다. 뭐야? 도대체 뭘 선물 한거야! 재기는 궁금해서 미칠 지경이었다. 저 이상한 자식... ...! 선생님께 뭔가 모욕적인걸 선사한게 분명한데......! 분명 평소의 선생님 태도로 봐서 당혹해 하실뿐 화를 내지 못하신다. 선생님도 어떻 게 해야 할지 몰라서 망설이는 중이실거야! 아니나 다를까 지영이 망설임 에 굳은 얼굴로 당혹스런 표정을 지은채 머뭇거렸다. 그때 준석의 옆에 앉아 있는 패거리가 죽석의 옆구리를 쿡쿡 찌르며 짖굿게 웃었다. "야, 그전에 먼저 물어봐야 할게 있잖아." "아하, 그렇지. 선생님 애인은 있으세요! 그걸 사용해줄 애인!" 더욱더 빨개지는 지영의 얼굴. 뭐야 이 자식들! 도대체 뭐냐구!! 왜 나 는 알 수 없는 말을 지껄이는 거야! 지영이 대답을 못하고 어쩔줄 모르 자 더욱 페이스를 올린 준석이 씨익- 웃으며 마지막 단계로 들어갔다. "왜 그러세요 선생님......?" 뭐,뭔가 해서는 안될 말이 튀어나올 것 같다. "콘돔 처음보세요?" 그말과 동시에 여자 아이들이 싫은 야유를 보냈다. 남자 아이들은 모두 푸하하 웃음을 터트렸고 교실은 한순간 난장판. 야유와 어이없는 웃음. 그리고 재기의 황당함 속에서 지영은 입을 꽉 다물고 서 있었다. 그럼 선 생님께 선물한게 콘돔이란 말이야!? 재기는 기가 막혀 말이 나오지 않았 다. 김준석 저 죽일놈......!! "저,저기...... 나 잠깐 화장실 좀......" 얼굴이 빨개져서 손으로 볼을 가리며 강의실을 빠져나가려는 지영. 그 때를 놓치지 않고 준석이 외쳤다. "엇! 흥분하셨다!" "혼자 그러실 것 없이 우리 부르세요! 도와드릴게!" "와하하하핫!!" 도망치듯 빠져나가는 지영의 뒤를 향해 준석과 그 패거리들이 외쳤고 여자 아이들의 야유가 터져나왔다. 그중 반은 짖굿음 반은 당혹함. 그리 고 몇몇 예의바른 아이들의 원망의 외침이 섞인 야유였다. 재기는 야유 는 하지 않았지만 속으로 살의가 타 오를 정도로 화가나 있었다. '이 자식들......!!' 어떻게 선생님한테 그런 장난 할 수가 있어!? 너희들이 그러고도 학생 이냐!? "아,시원하군." 털썩- 자리에 앉는 김준석. 아이들이 모두 흥미반,놀람 반으로 김준석 을 주시했고 준석이 손을 살짝 들며 해명하듯 한마디 했다. "저 선생 좀 얼빵하지 않냐?" 얼빵하다고......!? 그건 착한 것 뿐이야! "저렇게 당하고도 도망치잖아. 놀려먹기 딱 좋은 타잎이지. 크흐흐." 어휴 열받아!! 뭐 이런놈이 다 있지!? 분하고 열이뻗쳐 핏발이 오르는 재기! 하지만 더욱 이상한 것은 이 황당하고 예의없는 상황에 아이들의 반응이 의외로 그다지 당혹스럽지 않은 것이었다. 당장 원장선생이 아 와서 난리를 칠지도 모르는데......! 하지만 재기가 오기 전에도 몇번이 나 이 학원에서 준석을 리더로 한 짖굿은 장난이 벌어져 왔다는 걸 재기 는 몰랐다. 재기는 이 학원에 다니게 된지 이제 겨우 1달째였기 때문이 다. "훌쩍 훌쩍......" 지영은 화장실에서 울고 있었다. 지금까지 다녀본 많은 학원중에 이렇 게나 악질적인 장난을 한 녀석들은 없었다. 자신과 동시에 민형씨까지 모 욕당하는 기분이 들어 지영은 분했다. 하지만 그런 자신의 분함을 학생들 에게 단단히 각인시키지 못한다는 것 자체가 더욱 비참했다. 지영은 그다 지 학생들에게 무서운 선생은 될 수 없었다. 어디까지나 그녀는 실력은 좋지만 만만한 선생이었던 것이다. 그때 몇몇의 여학생들이 화장실로 들 어왔고 지영은 흠칫놀라 숨을 죽였다. 두런 두런 말소리가 들려왔다. "결국 도망갔네? 그 선생......" "그렇게 될줄 알았어. 선생이 그게 뭐냐. 실실 웃으면서 남학생들한테 추파나 던지고. 밥맛없어." 추파를 던져......!? 지영은 지금 대화의 표적이 자신이라는 것을 알 고 가슴이 철렁했다. 게다가 더욱 놀란 것은 여학생들까지 자신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이라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이야기가 계속됐다. "얼굴좀 반반하길레 이렇게 될줄 알았어...... 걔들이 어떤 애들인데. 이번에도 오래 못 가겠다." "그래도 좀 가엾다...... 그 선생 실력은 있잖아. 좀 띨해서 그렇지." "멍청한건 공부잘해도 못고쳐. 바보잖아?" "그나저나 오늘 수업 다했네?" "잘됐잖아. 어차피 우리 꼰데 등살에 억지로 다니는건데." 두런 두런 이야기를 남기며 화장실을 빠져나가는 여학생들. 지영은 하 얗게 질려 절망적인 표정으로 변기뚜껑위에 앉아 있었다. 아이들이... ... 모두 날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던 건가. 게다가 이 애들은 공부하려 는 마음가짐이 전혀 없어. 그래서 그 녀석들의 행동에 반기를 들지 않은 거야. 지영은 갑자기 서글픔이 밀려왔다. '난...... 가르칠 자격도 없나봐......' 지영은 화장실안에서 소리죽여 울었다. 지영이 나간후에 재기는 교실안에서 들려오는 아이들의 잡담에 기가막 혔다. 그 내용은 지영이 화장실에서 들은 여학생들의 잡담과 마찬가지. 모두들 준석과 그 패거리의 행동이 심하다는 건 뒷전으로 하고 지영이 선 생자격없이 멍청하다는 쪽으로 비난하고 있었다. 그 의견중 과반수 이상 은 여학생들로 몇몇을 제외하고는 모두 지영의 오늘 수모가 꼴좋다는 듯 한 태도들이었다. '어이가 없군......' 같은 고등학생이지만 계집애들이 저렇게 삐뚤어졌을 줄이야. 준석이와 그 패거리 녀석도 그럼 저 암탉들의 성원에 힘 입어 오버를 한거란 말 야? 물론 꼭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이반에 학생들이 지영을 놀리는데 은 연중에 찬성하고 있는 것 만은 분명하다. 몇몇의 학생들은 지영을 좋아해 서 이 상황이 분한듯한 눈치였지만 쪽수에 밀려 속으로만 이는 중인 것 같았다. 그 중에 재기도 끼어 있었다. '돈많은 자식들은 생각하는게......' 이 학원은 신개발을 위해 만들어진 신도시를 끼고 그 중앙에 자리잡고 있다. 당연히 중산층 이상의 돈많은 부유층 자녀들이 많은 퍼센테이지를 차지한다. 신도시 상가에 슈퍼를 운영하는 부모님을 두고 있는 재기와는 약간의 재력적인 레벨차이가 있다. 2달전에 이 근방으로 이사와서 이 학 원에 다니고 있는 재기는 오늘에서야 녀석들과 자신의 생각하는 방식이 엄청난 차이가 있다는 걸 깨닫고 있었다. 이 놈들 기본적으로 선생을 존 경하는 마음자세가 되먹지 않았어. 놈들은 강사 따위는 우습게 보고 있 었다. - 계속 - 『CD의 환상세계-일반소설 (go CDGGAM)』 149번 제 목:[중편L] ## 고교 3년생의 사랑 ## -109 올린이:cdggam (임달영 ) 99/08/03 10:04 읽음:3155 관련자료 없음 ----------------------------------------------------------------------------- ## 고교 3년생의 사랑 ## PART-109 지영은 가시방석에서 측은하다시피 한 1시간반의 수업을 마쳤다. 수업 을 듣는 아이들이 모두 자신을 놀리고 비웃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엄하 게 다그치고 싶었지만 지영은 그렇게 하지 못했다. 한번 기가 죽은 이상 영악한 아이들에게서 지영의 페이스를 되찾기란 거의 불가능한 일. 지영 의 처세술은 완고함이 아닌 부드러움이었기 때문에 상대방의 정성을 무시 하는 아이들에게는 소용이 없었다.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과제는 확실히 풀어오고......" 교재를 덮는 지영에게 준석의 패거리중 한명이 외쳤다. "선생님 내일 또 나오실거에요!?" "기다릴께요!" "......!" 완전히 지영을 가지고 노는 녀석들의 태도에 재기는 화가 치밀었다. 알 고봤더니 이건 녀석들의 스타일이었다. 처음에 강사가 오면 초반엔 어느 정도 스타일이라던가 성격을 봐두고 있다가 자신들이 상대하기 만만하다 고 생각되면 어김없이 수치스러운 모욕을 줘서 아낸다. 그렇게 해서 비 단 수업을 농땡이치는 것 뿐만이 아니라 선생을 놀리고 괴롭힌다는 것에 쾌감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이 어찌보면 병적인 돈많은 녀석들의 생각 이 재기는 너무도 불쾌했다. 하지만 재기는 그 자리에서 나서 선생님을 위한 한마디 조차 하지 못했다. 재기는 그런 자신이 더욱 한심했다. "그럼...... 이만......" 교재를 덮고 도망치듯 나가는 지영. 그녀의 눈밑에 찰랑거리는 눈물방 울이 보였다. 원장은 대충이지만 이 상황을 알고 있는 듯 했다. 하지만 원장조차 특별한 대책을 세우지는 않고 최악의 상황에는 강사를 바꿔가 며 학원을 유지하고 있었다. 1등을 하지 않아도, 대학에 들어가지 않아 도 녀석들의 부모는 계속해서 큰돈을 들여가며 자녀들을 학원에 보내고 있다. 버릇없는 학생들을 칼같이 짜르기는 커녕 오히려 학생들이 그만두 게 될까봐 걱정하는 마음도 학원에는 존재했다. 도망치듯 나가는 지영을 따라 상희와 미지도 따라나갔다. 물론 다른 아이들이 눈치채지 못하게 조 심스럽게. 재기는 그녀들을 따라가려 했으나 섣불리 몸이 움직이지 않았 다. '제길......!' 제길 제길, 용기 없는 자신에게 눈물이 나왔다. 난 왜 이렇게 겁쟁이 일까! 싸운다면......! 재기는 특별히 싸움을 못하는 편은 아니었다. 어 렸을 때 단련했던 유도와 합기도로 건강한 체력을 유지하고 있었고 특별 히 1:1로 남에게 꿀린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나설수는 없었 다. 아이들에 세계에서 선생을 위한 같잖은 정의를 내세우는 것 보다 유 치해 보이는 일은 없었다. 게다가 그랬다가는 당장에 자신이 유지영 선생 님을 좋아한다는 것을 눈치채일 것이다. 재기는 속으로 땅을쳤다. '유지영 선생님......' 주머니에 남아 있는 귀걸이 상자가 재기의 힘준 주먹에 의해 꾸불꾸불 찌그러졌다. "선생님......!" 상희와 미지는 도망치듯 학원을 빠져나가는 지영을 불러세웠다. 지영 역시 그녀들의 부름에는 거부하지 않고 우뚝 멈춰섰다. 화난 얼굴의 상희 가 지영의 앞으로 달려가 숨을 몰아쉬었다. 얌전한 성격의 미지는 상희 의 뒤에 숨어 눈치만 보고 있었다. 상희가 외쳤다. "선생님 도망치지 마세요!" "......!" 상희의 외침이 지영을 뜨끔하게 만들었다. 도망치고 있다......? 그렇 다 확실히 지영은 도망치고 있었다. "걔들 원래 그래요. 다들 골이 비었다구요. 공부할 생각은 손톱만큼도 없고 학원 끝나면 시내 나가서 새벽 3시까지 100만원씩 써대요. 상식이 통하는 애들이 아니예요!" 하루에 100만원? 지영의 한달 월급에 버금가는 되는 돈을 고교생 신 분이 하루만에 쓴단 말인가? 지영은 갑자기 오싹하고 가슴이 저렸다. 상 희가 질책하듯 다그쳤다. "전 선생님 좋아요. 예전에는...... 걔들 하는 일 말리지도 못하고 동 조하지도 않았지만 그건 그때의 선생님이 싫어서 그랬어요. 계집애들이 선생님이 예뻐서 남학생들한테 인기가 많으니까 질투하는건데 지지 마세 요 선생님!" "상희야......" 누구도 자신의 편이 아니라고 생각했던 잠깐의 시간. 상희의 격려를 들 으니 지영은 자기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상희는 그런 지영을 보며 한숨 을 내쉬었다. "그렇게 마음 약하시니까 걔들이 더 그러죠. 선생님 강의는 최고예요. 겨우 한달 배웠는데 저 점수도 많이 올랐구요. 너도 그렇지 미지야?" "응? 응응......" 상희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미지. 그래...... 그래도 날 좋아해주는 아이들이 있었구나. 괴로움 속에서 지영은 조그만 보람을 느꼈다. 난 잘 못된 것이 아니야. 잘못된 것은 그 아이들이야. 하지만 지영은 도망치고 있었다. "그러니까 도망치지 마세요." "......!" 상희의 진지한 한마디. 그애는 자신을 위해서라도 지영이 남아 있길 바 랬다. "전 대학가고 싶어요. 딴 애들은 모르지만...... 전 선생님한테 배우 고 싶다구요. 그러기 위해선 선생님은 강해지셔야 돼요!" "상희야......" 격려해 주는 상희. 그런 상희의 눈에는 진심으로 지영을 위하는 마음 이 들어나 있어 지영은 기뻤다. 미지가 줄곳 상희 뒤에 숨어 있다가 조심 스럽게 나서서 입을 열었다. "선생님...... 저...... 그만두시지 말고 계속 가르쳐 주세요......" "미지야......" 쑥쓰러운지 금세 상희의 뒤로 숨어 버리는 미지. 하지만 지영은 그런 미지의 마음을 잘 알 수 있었다. 도망치면 안돼...... 이길거야. 이겨서 이 애들을 가리킬거야. 그 삐뚤어진 아이들의 마음도 고쳐주고 싶어...... "나 내일도 나올거야." 지영이 눈물을 훔치며 웃어 보였다. "나 완전히 깨졌어요......" 자그만치 한시간이나 최기자에게 콘티에 대한 잔소리를 들은 민형이 완 전히 지친 얼굴로 피자가게 테이블 위에 늘어져 버렸다. 민형을 돌봐주 기 위해 잡지사 근처에서 만난 지혜는 담배연기를 뻐끔뻐끔 내뿜으며 민 형에게 물었다. "무슨 잔소리를 들었길레 그러시나......?" "한 시간이라구요 한시간. 한시간이 넘게 지적 사항이 나왔는데 그 지 적사항을 다 기억하지 못할 정도라구요. 아아...... 어떻게 고쳐야 할지 도 생각이 안나요." "흐흐...... 그건 꼭 나쁘지 많은 않은 현상." "......?" 재떨이에 담배를 눌러끄며 웃는 지혜. 민형이 무슨 소리냐는 듯이 눈 을 가늘게 뜨자 지혜가 콜라잔을 들며 얘기했다. "뭐,신인중에 가끔 만명에 한명꼴로 천재가 나오긴 하죠. 그럴땐 잡지 사에서 무지 치켜주는 경우가 있다곤 하는데...... 난 보진 못했고, 뭣보 다 재능없다고 판단된 사람은 그냥 돌려보낸다 이거예요." "그러니까 요컨데......?"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돌려 말하지 말고 바로 좀 말해주면 안돼요? 민 형이 조바심 나는 얼굴로 지혜를 똑바로 노려보자 지혜가 미묘하게 웃으 며 대답했다. "잔소리가 많다는 건 가능성이 있다는 소리. 접자고 하지 않은이상 시 인치고는 잘 되가고 있다는 소리예요. 걔들은 만화보는데 프로니까 틀림 없이 민형씨가 보지 못한 단점을 한두개는 지적 받았을거예요. 뭐 다른 건 취향문제지만." 만화 보는데 프로. 확실히 수십가지의 지적중에 '이건 아닌데......' 라고 생각되는 것이 대부분 이었지만 확실하게 민형이 납득할 만한 지적 도 몇 개 있었다. "그럼 아직 희망이 있다는......?" "뭐 내 생각이지만." 금세 얼굴이 환해지는 민형을 보며 지혜는 민형 모르게 피식 웃었다. 정말 귀엽다니까. 요즘 민형과 익숙해지면서 느끼는 점이지만 민형은 생 각외로 여자들이 끌리게 만드는 점이 있었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강함 점이랄까, 그렇게 강하면서도 의외로 어리광이 심하다고 할까...... 생 긴 것 부터가 호리호리한 미소년인데 싸움을 잘하는 것도 그렇고, 확실 히 보기에 따라 킹카가 될 수 있는 남자였다. 지혜는 요즘따라 지영이 약 다는 생각이 들었다. "피자 나왔습니다." 먹음직스러운 팬 피자가 테이블에 올려졌고 민형은 신이나서 포크와 나이프를 들었 다. "맛있겠다! 오늘 잔소리를 1시간이 넘게 들었더니 허기져서 원, 잘 먹 겠습니다!" "실컷 드시죠. 아, 그리고 오랜만에 만났으니까 2차도 가요." 킥킥 웃으며 지혜도 포크를 들었다. 귀여운 남동생 뒷 처리는 이 누나 가 해줘야지 뭐. 민형이 서울에서 지혜과 맛있는 피자를 먹고 있는 동안 지영은 힘없이 집에 들어와 병든 사람처럼 쓰러졌다. 오늘 어찌나 긴장하고 속이 탔는 지 와서보니 입술이 모두 타 들어가 있었다. 지영은 까칠까칠한 입술을 적기시 위해 보리차 한잔을 컵에 따라 마신후 옷을 갈아 입지도 않고 이 불위로 쓰러졌다. 전신에 힘이 하나도 없었다. '민형씨......' 머리속에서 민형이 떠나지 않았다. 하필이면 이럴 때 서울에 갈게 뭐람...... 위로받고 싶고 오늘 있었던 일을 모두 이야기 하고 싶었다. 하지만 민형은 오늘 오지 않는다. 잡지사에서 힘든 면담을 마치고 내일이 나 되야 돌아올 것이다. 지영이 내일 그 무서운 아이들이 있는 학원에 다 녀오기 전에는 민형에게 어떤 말도 상담할 수가 없다. 오늘따라 민형은 전화도 하지 않았다. 지영은 배게 속에 푹- 이불을 파 묻은채 잠시 동안 말없이 누워 있었다. 전신에 기운이 하나도 없었다. "안녕하세요." "......?" 그때 문득 문 밖에서 사람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것도 낮익은 여자의 목소리. 지영이 깜짝 놀라 몸을 일으켜 방문을 열었고 마당에 서 있는 여 자손님이 반갑게 웃었다. "어머, 계셨네요. 하도 조용해서 아무도 없는줄 알았네. 민형이 있어 요?" 송미라. 민형의 담임인 송미라였다. 저 여자가 여긴 왜......? 미라를 보자마자 뚱해지는 지영의 표정. 지영은 송미라에게 감정이 별로 좋지 않 았다. 무엇보다 담임이라는 것을 내세워서 민형에게 접근하는 이상한 여 자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때 그런 지영의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미라 가 생글생글 웃으며 대청마루에 앉았다. 그가 들고 있던 비닐 봉다리를 내려놓자 그안에 들어 있던 치킨이며 햄버거며 음료수가 모습을 들어냈 다. 미라가 말했다. "민형이 없어요?" "없는데요......" "에? 모처럼 왔는데 어딜 갔지......?" "서울에...... 볼일이 있어서." "그래요. 가는 날이 장날이라더니." 지영의 뚱한 시선을 모르는건지, 아니면 알면서도 무시하는 건지, 미라 가 능청스럽게 웃으며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미라 쪽에서는 지영에게 크 게 나쁜 마음이 없었다. 미라의 아버지와 민형의 아버지는 어렸을 때 부 터의 죽마고우다. 그에게 민형을 잘 보살펴 줄 것을 부탁받았기 때문에 미라는 민형에게 일반 학생 이상의 신경을 쓰고 있는 것이다. 물론 민형 과 같이 살고 있는 지영에 대해서 악 감정같은 것은 없다. 미라는 아직 민형을 연애 대상같은 것으로 생각해 본적이없기 때문이었다. 미라가 지영 을 향해 싱긋 웃으며 말을 건넸다. "그럼 이거 같이 먹을래요? 둘이 있을줄 알고 사왔는데 혼자서는 다 먹 을 양이 아니거든요." 친근하게 웃는 미라. 지영은 차마 눈앞에서 거절하진 못하고 우물쭈물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 보니 지영도 매우 배가 고팠다. "세상에 어쩜 그런 못된 자식들이. 걸 가만 냅둬요?" 치킨이 떨어지고 햄버거 포장지가 바닥에 하나둘씩 깔리기 시작할 무 렵. 조금씩 말문을 튼 지영의 이야기를 들은 미라가 흥분해서 외쳤다. 이 여자에게 그런 이야기 하고 싶지는 않았는데...... 민형도 없는 외로 움에 몇마디 하기 시작한 것이 그만 오늘 있었던 일을 다 말해버리고 만 지영이었다. 솔직히 지영의 마음속에는 현 학교선생인 미라라면 이런때 어떤 방식으로 풀어 나갈까 하는 궁금증도 있었다. 미라가 치킨을 따로 담아온 양념에 푹- 찍으며 약간 화난 목소리로 외쳤다. "선생을 성희롱 하다니 걔들 간 크네. 학교 같으면 당장 퇴학이야. 퇴학." "그렇게 쉽게 생각할 문제가 아니죠. 학교가 아니니까...... 강사랑 선 생은 아무래도 성격도 틀리고......" "흥, 그래도 그 녀석들 18세 이상이니까 여성 성희롱으로 잡아 넣을 수 있다구." "그래서 학생을 감옥살이 시키자구요?" "흥, 요즘 애들이 뭐 학생인가. 얏보였다간 언제 겁탈이라도 당할지 모 르는 세상인데." "비뚤어졌군요......" "하하, 그래요 그래. 안그러면 가르칠 수 있나." 호탕하게 웃으면서 닭고기를 입에 무는 미라. 지영은 겉으로는 한숨을 내쉬었지만 미라의 교사로서의 터프함이 내심 부러웠다. 지영은 저렇게 할 수 없었다. 오늘만 같아도 충분히 화를 낼 만한 상황이었는데 화 내 지 못했다. 무서웠다기 보다는...... 마음이 약했기 때문이다. 학원이 이 정도인데 학교는 어떨까. 학생도 훨씬 많고 간추려지지 않기 때문에 문제아도 더 많을 것이다. 지영은 미라의 고층을 이해할 수 있었다. "지금 학생들은 둘로 나눠야 해요. 가리킬 수 있는 녀석들. 가리킬 수 없는 녀석들." "......" 조금 막 말하는 듯한 미라의 이야기. 하지만 그것에 웬지 설득력 있고 논리적으로 들리기 시작해 지영은 불안했다. 내가 가지고 있는 교육관은 그런 것이 아닌데...... "가리킬 수 있는 녀석은 철저하게 교육하고 가리킬 수 없는 녀석은 빼 놔요. 매를 들던 학교에서 추방시키든 이제 더 이상 선생들이 지켜줄 수 있는 굴레에서 아이들이 놀아나지 않아요. 모두 변했으니까." 왜 그렇게 생각해요...... 아이들은 어리니까...... 그러니까 지켜줘 야 하는거잖아요. "교생때의 환상을 늦게까지 가지고 있으면 있을수록 자기 자신이 망가 지죠. 요즘 애들은......" 마치 자포자기한 듯한 그 말. 그 말은 왠지 지영에게도 서글프게 들렸 다. "우리가 보호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으니까...... 그러니까 우리가 간섭할 수도 없는거죠......" 그게 현 고3 담임의 객관적인 입장이었다. 지킬 수 있는 자를 지키는 것도 버거운 지금...... 보호받기 싫어하는 녀석들 까지 지켜줄 수 있는 여력이 현재의 선생들에게는 없었다. 그건 누구의 탓도 아니었다. "세상이 변했으니까......" 그렇게 말하는 미라는 왠지 조금전과는 다르게 힘이 없어 보였다. - 계속 - 『CD의 환상세계-일반소설 (go CDGGAM)』 150번 제 목:[중편L] ## 고교 3년생의 사랑 ## -110 올린이:cdggam (임달영 ) 99/08/06 17:26 읽음:6324 관련자료 없음 ----------------------------------------------------------------------------- ## 고교 3년생의 사랑 ## PART-110 "......" 민형은 어렴풋이 눈을 떴다. 숙취로 인해 머리가 띵하니 울리고 몸이 무거웠다. 어제 지혜씨랑 단둘이 늦게까지 마신 것은 기억나는데...... 그 후의 일이 잘 기억나지 않았다. 아마도 취해서...... 잠들어 버린 것 같은데...... 민형은 애써 정신을 차리며 일어서기 위해 몸을 뒤척였다. 한순간 몸을 지탱하기 위해 뻗은 손에 부드럽고 뭉클한 것이 잡혔다. "......!?!?" 깜짝 놀라 손을 떼는 민형! 뭐,뭐야 이거! 술이 확깨네!! 바로 자신의 옆에 자고 있는 한 사람의 여성. 지혜! 지혜가 알몸으로 누워 있었고 민 형은 이불에 가린 지혜의 가슴을 손으로 짚어 버렸던 것이다. 왜,왜 지혜 씨가 여기 누워있지!? 혼비백산하여 쿵쾅 거리는 가슴을 진정 시키지 못 하는 민형에게 아직 잠에서 덜깬 지혜가 눈을 손으로 비빈 눈을 떴다. "어머, 민형씨...... 일어났어요?" 어머가 아니잖아 어머가! 도대체 당신 왜 여기 누워 있는거야!? 그러 고 보니 여기 어디야!? 어라 여긴 지혜씨 집이잖아!! 민형이 어이가 없 고 당혹해서 외쳤다. "지,지혜씨 도대체 이게 어떻게......!?" "어떻게 되다뇨?" 태연하게 대답하는 지혜. 민형은 식은땀을 흘리며 침을 한번 꿀꺽 삼 켰다. 너무 태연하니까 오히려 할말이 없네. "왜,왜 내가 여기서 자고 있죠!? 난 저녁에 집으로 들어가 봤어야 하는 건데......! 게다가 왜 당신이......!" "술먹고 뻗은걸 어쩌라고. 혼자서 여관에서 재울수도 없고 해서 데려온 거잖아요. 고맙다고 하긴커녕......?" "그,그래요......?" 그렇구나...... 나 취해서 그만...... 하지만 이 상황을 누가 보기라 도 하면 완전히 그거잖아 그거. 민형은 아찔해서 얼른 이불을 박차고 일 어났다. 머리가 띵했지만 정신은 완전히 돌아와 있었다. 지혜가 가슴을 만지다니...... 이걸 지영씨가 알면 끝장이지. 민형은 아직 손 끝에 남 아 있는 온기를 털어내며 속으로 오싹한 한기를 느꼈다. 여자가 너무 경 계가 없어도 위험하다 위험해. 그때 지혜가 스스럼 없이 슥 일어났고 민 형은 깜짝 놀라 고개를 돌렸다. "민형씨 배고프죠? 어디보자...... 뭐 먹을게 있나" 속옷차림으로 어슬렁 어슬렁 걸어가는 지혜. 민형은 얼굴이 빨개져서 나무라듯 외쳤다. "지혜씨 옷! 옷!" "에......?" 냉장고를 열어보다가 고개를 돌리는 지혜. 지혜가 우습다는 듯이 한소 리 했다. "한침대에서 볼거 다보고 자 놓고 뭘 새삼스럽게." "그,그런 말은 해선 안되는 금기예요 금기!" 누가 듣기라도 하면 어떡해요! 민형이 펄쩍 뛰며 외치자 지혜는 냉장 고 문을 닫고 담배를 찾아 입에 물었다. 그녀가 재미있다는 듯이 웃으며 말했다. "어제랑 왜 그렇게 태도가 틀리실까?" "뭐,뭐가요......?" 태도가 틀리다니? 내가 뭔짓이라도 했어? 민형이 멍하니 지혜를 바라보 다 지혜는 담배연기를 후 뿜어내며 교태스럽게 다리를 꼬고 앉았다. 그 모습이 하도 섹시해서 민형은 아찔한 눈을 감았다. 저 여자 지금 뭐하는 거야! "어제 내 옷을 벗긴게 누구였더라?" 푸확! 거짓말! 그건 거짓말이야! 민형은 한순간 황당함을 이기지 못하 고 시뻘겋게 볼을 붉혔다. 누,누가 옷을 벗겼다고? 내가!? 내가 그랬다 고!? 거짓말 하지마 이 여자야! "봐, 저기 옷이요. 찢어졌잖아." "......!!!!" 홱!! 고개를 돌려 의자 위에 걸려 있는 원피스를 주시하는 민형. 저,정 말로...... 상위가 튿어져 있다. 쿵쾅쿵쾅 마구 심장이 뛰었고 지혜는 후- 담배 연기를 내뿜었다. 내가...... 내가 지혜씨 옷을 강제로 벗겼단 말이야? 그것도 찢어서......? "걱정말아요." "......!?" 문득 담배를 비벼 끄는 지혜. 뭘 걱정말라는 거야!? 민형이 쿵쾅거리 는 심장을 다스리지 못한채 침을 삼켰고 지혜가 민형에게 가까이 다가왔 다. 그녀가 민형의 목에 팔을 살짝 감고 묘한 미소를 띄우며 속삭였다. "난 당신이 생각하는 것 처럼 꽉 막힌 여자가 아니니까. 지영이랑은 다르다구요. 당신이 원한다면 따로 만나줄 수도 있고." "지,지혜씨 농담이죠......" 농담일거야...... 지혜씨는 지영씨의 친구잖아요. 친구의 남자를 유혹 하는 그런 헤픈 여자가 아니야 지혜씨는. 민형은 그렇게 다짐하면서도 마 음속으로 일어나는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침착해라 인간 정민형. 넌 지금까지 한번도 취한적이 없었기 때문에 당혹하고 있을 뿐이야. 네 정신 력을 믿어라 넌 취했다고 일을 저지르는 놈이 아니야. 절대로! "왜 그렇게 걱정하죠?" "에......?" 오히려 이상하다는 듯한 지혜의 표정. 민형이 식은땀을 흘리며 눈을 깜 빡였고 지혜가 침대에 털썩 주저 앉았다. "어차피 당신이 날 사랑하는 것도 아니잖아요. 당신이 사랑하는건 지영 이죠?" "그,그렇지요......" 무슨 말을 하려는거야 지금? 더 이상 말하지마 더 이상! "나도 그렇지만 당신도...... 서로 원해서 한번 할 수 있는거죠. 그게 죄라도 되요? 왜 그렇게 떨어요 남자가?" 푸화아아악!!!! 지,지금......!! 지금 뭐라고 그랬어요 지혜씨!? 지금 한번이라고 그랬어요 한번!? 민형은 자신이 생각지도 못한 경지의 이론 을 지혜에 입을 통해 듣고 정신이 붕괴될 지경이었다. 그,그렇다면 설마...... 설마...... 순간 민형은 휴지통을 뒤적이는 지혜를 보았다. 지혜가 휴지통에서 길게 늘어진 고무를 집어 들어 민형에게 보여 주었다. "이거, 어제 억지로 끼우느라고 고생좀 했죠. 즐기는건 좋지만 임신은 노-굿이예요." 그 순간 민형을 버티는 원동력이 되었던 어떠한 심지가 산산조각이 났 다. 지혜씨...... 지혜씨 당신이 설마...... - 짜아아아악!!!! 큰 소리...... 지혜의 원룸을 울릴 정도로 큰 소리가 났고 지혜가 물 고 있던 담배가 그녀가 있던 곳과 한참 먼곳으로 떨어졌다. 젖혀진 고개 를 돌리지 못하고 멍하니 있는 지혜. 그런 그녀의 앞에서 분노에 몸을 떠 는 민형이 장승처럼 외쳤다. 민형은 정말로 화가나 있었다. "지혜씨 당신한테 실망했어!!" 귀신처럼 눈에 살기를 띈 민형. 그런 민형은 아무리 넉살좋은 지혜라 도 움찔 할 정도로 무서운 위압감을 풍기고 있었다. "내가...... 내가 아무리 취했다고 해도! 지혜씨는 그러면 안돼요! 지 혜씨는...... 지혜씨는 지영씨 친구잖아요!!" "풋." 한순간 지혜가 웃었다. 웃어......? 왜 웃지 이 상황에서? 민형은 예상 치 못한 반응에 어이가 없었고 지혜는 킥킥 거리며 계속 웃음 소리를 키 워나갔다. "좋아요 좋아. 당신은 괜찮은 남자예요 킥킥......" "......??" 뭐가 어떻게 된거야!! 민형은 얼굴이 빨개진 채 서 있을 뿐 현제 상황 을 파악할 수 없었다. 그때 지혜가 고개를 들고 말했다. "거짓말이예요 거짓말. 당신이 원한다고 해줬을리 없잖아요. 친구의 남 자를." "지,지혜씨......" 그말을 듣는 순간 민형의 몸에 쌓여 있던 천근의 긴장이 한꺼번에 풀려 버렸다 지혜씨 정말 너무했군......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그렇게나 실감 나게 거짓말을 하다니. 민형은 다리에 힘이 빠져 뒤에 있는 의자에 털썩 주저 앉았다. "저 옷고 당신이 몸을 가누지 못하다가 찢은거예요. 의외로 섞어마시 면 약한 남자였어 민형씨." "드,듣기 싫어요......" 약이올라 고개를 돌려 버리는 민형. 어떻게 그렇게 거짓말 할 수가 있 지? 민형은 지혜에게 속은 것이 하도 약이 올라 부아가 치밀었다. 한편으 로는 사실이 아니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한순간의 긴 장을 생각하면 어휴...... 그때 지영이 왠지 모르게 씁쓸한 얼굴로 민형 을 향해 물었다. "지영을 정말 좋아하는군요 민형씨." "다,당연하죠......!" 단호하게 대답하는 민형. 나에겐 지금 지영밖에 없다. 그건 현재 민형 의 진심이었다. 지영이 단호하게 대답하는 민형에의 앞에서 킥- 웃으며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알아둬야 민형씨 당신의 진심은 어떨지 몰라도......" 담배를 다시 피워무는 지혜. 그녀에게는 지영과는 다른 색다른 여성의 냄세가 났다. 민형은 그런 지혜에게 반응하는 자신을 느끼고 얼른 마음 을 가다듬었다. "상황이 되면 실수 할 수 있는 남자예요 당신은." "네......?" 뼈가 있는 한마디. 민형이 긴장한 표정으로 눈을 깜빡이자 지혜가 기지 개를 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늘씬한 몸매와 가슴이 들어났고 민형은 다 시 얼굴이 빨개졌다. 지혜가 민형의 엉덩이를 철썩 때렸다. "또 얼굴 빨개졌군! 지영이 울리지 말라 이거예요! 자 빨리 가서 씻어요!!" "나,남자 엉덩이 함부로 건드리지 말아요!" "뭐 어때! 누나가 귀여워서 좀 건드렸다는데!" "누,누가 누나라구! 쳇!" 끝까지 궁시렁 대면서 화장실로 기듯 들어가는 민형. 지혜는 그런 민 형의 모습을 보며 흐믓한 얼굴로 킥킥 거렸다. 민형이 머쓱해서 화장실 로 들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던 지혜가 민형이 문을 닫는 것을 보고 침대 로 돌아왔다. 쓰레기 봉투에 있는 콘돔을 찾아내어 티슈로 감싸며 지혜 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가 씁쓸한 얼굴로 혼자말했다. "죄진 기분이네......저 쑥맥 커플......" 세상에는 몰라서 좋은일이 많고도 많았다. 다음날 지영은 마음을 단단히 먹고 거울 앞에서 표정 관리를 한 후 학 원에 나갔다. 보통때는 30분 정도 일찍 학원에 도착해서 강사실에서 기다 렸지만 그날은 수업시간에 맞춰서 나갔다. 강사실에 앉아 있을 때 학생들 과 시선이 마주치는게 두려웠기 때문이다. 6시가 되어 교실로 들어가자 교실은 보통때와 다름없이 떠들썩한 분위기였다. 지영이 들어오자 모두 가 의외라는 듯이 교탁쪽으로 시선을 모았다. 지영이 교제를 교탁에 올 려 놓으며 애써 힘있게 말했다. "모두 조용." "......" 아이들이 떠들석 거리던 잡담을 멈췄고 재기는 속으로 환호했다. 유지 영 선생님 나오셨군요! 난 반드시 오실 줄 알고 있었어......! 혹 시나...... 혹시나 선생님이 나오지 않으면 어쩔까 얼마나 고민했던가. 재기는 기뻐서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또 나왔네." "보기보다 기세다 얘." 킥킥 거리는 여자 아이들의 소근거림이 재기의 귀를 간지럽혔다. 제길...... 기집애들 방정. 유지영 선생님만 아니었으면 이런 학원따윈 당장 때려쳤을꺼야. 하지만 재기는 유지영 선생님의 편이 되고 싶었다. 그녀가 그만두지 않는 이상 그만두지 않으리라......! 그는 그렇게 마음 먹고 있었다. "어제는 불미스러운 일로 인해 수업을 못했으니 오늘 보충하겠습니다. 모두들 30분 만 더 시간 내주세요." "에? 저 오늘 부모님이랑 약속 있어요!" "저도 집에 일찍 가봐야 돼요!" "저도요!" 지영에 말에 말도 안된다는 터져나오는 아이들의 탄식. 지영이 마음을 굳게 먹고 외쳤다. "그런 분들은 쉬는 시간에 사유서 써오세요! 문제가 부모님께 직접 설 명 드리겠습니다! 문제 있는 사람은 40분 수업이 끝나고 강의실로 오세 요!" 의외로 강하게 나오는 지영의 태도에 아이들이 조용해 졌다. 원래 얌전 하던 사람이 화가나면 무섭다고 항상 싱글거리던 지영이 완고하게 나오 니 아이들도 동요했다. 효과가 있어. 지영은 다시 한번 마음을 굳게 먹으 며 아이들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교재를 펴세요. 135페이지." 지영의 말에 주춤 주춤 교재를 펴는 아이들. 지영은 속으로 안도의 한 숨을 내쉬며 칠판에 공식을 써 나갔다. '잘하셨어요 선생님.' 미지와 상희들의 응원이 들려오는 듯 했다. "휴우......" 40분의 수업이 끝나고 아이들에게 5분의 휴식 시간을 준 지영. 강사실 에서 자판기 커피를 마시며 마음을 달래고 있었다. 그럭저럭 40분동안의 수업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이대로 5분 쉬고 나머지 40분을 무사히 가리키면 내일 부터는 정상적은 수업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아 이들이 그다지 반항을 하지 않아서 다행이야...... 지영은 이렇게 생각하 며 커피를 홀짝였다. "선생님." "......!?" 지영은 깜짝 놀라서 커피를 쏟을 뻔 했다. 강사실로 들어온 것은 김준 석. 그가 태연하게 웃으며 지영의 앞에 서 있었고 지영은 하도 놀라 벌렁 벌렁한 가슴을 쓸어 내리며 애써 태연하게 대답했다. 이 아이는...... 어 제 못된 짓을 주모했던 김준석. "저 사유가 있습니다." "뭐,뭐지......?" 애써 태연해 보려고 했지만 잘 되지 않았다. 준석이 자신의 마음을 다 꽤뚫어 보고 있는 것 같아 지영은 가슴이 뛰었다. 준석이 선채로 말했 다. "공부가 안되서 2교시때집에 가야겠어요." "공부가 안되는 건 너뿐이 아니야 김준석. 다른 아이들도 그렇지만 참 고 하는거야." "선생님 때문에 공부가 안되는데도요?" 덜컥- 얘가 또 무슨 말을 하려고......! 지영은 자신도 모르게 침을 꿀 꺽 삼켰고 준석은 이상한 시선으로 지긋이 지영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그 시선이 지영의 목으로 내려와 가슴 그리고 배 아래쪽을 스쳐 다리로 내려갔다. 그 끈적 끈적한 시선에 지영은 몸을 움추렸다. "오늘 하루 봐주시면 무사히 수업할 수 있으실 거예요. 가봐도 되죠?" "그,그래...... 가봐." 안돼! 강하게 나가야 하는데......!! 지영은 자기도 모르게 겁에 질린 표정으로 그렇게 대답하고 말았다. 왠지 끝까지 준석을 압박하며 더 큰 것이 돌아올 것 같다는 위기감. 지영은 거기에 밀리고 말았다. 준석이 씩- 웃으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고맙습니다. 그럼 저 가볼께요." "......" 웃으며 강사실을 나가는 준석. 그 뒷 모습을 차마 쳐다보지 못하고 지 영이 힘없는 어깨를 늘어트렸다. 어쩔 수 없어...... 저 녀석이 돌아가더 라도 남은 아이들을 잘 가리키면 될거야.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데 여학 생 한명이 들어왔다. "선생님. 저 가봐야 겠어요." "뭐? 사유가 뭐니?" "공부가 안돼요." "......!" 그순간 지영은 자신이 뭔가에 걸려들었다는 것을 느꼈다. 애써 태연하 게 지영이 되물었다. "공부가 안되다니...... 그런 이유로......!" "준석이도 공부가 안된다니까 사유로 인정 받았다던데요?" 영락 없었다. 지영은 그날 반수 이상의 아이들은 공부가 안된다는 사유 로 인해 돌려 보내야 했다. - 계속 - 『CD의 환상세계-일반소설 (go CDGGAM)』 152번 제 목:[중편L] ## 고교 3년생의 사랑 ## -111 올린이:cdggam (임달영 ) 00/04/06 00:31 읽음:855 관련자료 없음 ----------------------------------------------------------------------------- ## 고교 3년생의 사랑 ## PART-111 "아가씨 이제 그만 마시고 들어가세요. 문 닫아야 되는데......" 동네 포장마차의 여주인은 10시쯤 들어온 한 아가씨 덕분에 가게를 닫 지 못하고 있었다. 가게를 닫는데 결정적인 방해가 되고 있는 그 아가씨 는 다름 아닌 지영. 지영은 소주와 우동을 시켜놓고 벌써 3시간 이상이 나 벙하니 앉아 있었다. 중간에 훌쩍 거리기도 하고 혼자말을 하기도 하 면서 썰렁하게 취해갔다. "난 가르칠 자격이 없어...... 난......" 아이들의 말장난에 놀아 나기나 하고...... 전혀 단호하거나 심지 굳은 모습을 보여줄 수 없었다. 천성인걸 어떡해...... 지영은 그냥 학원을 그 만둬 버릴까도 생각했다. 상희와 미지의 격려가 있었는데도...... 그런데 도 이겨내지 못한 것이다. 지영은 갑자기 어제 찾아왔던 미라가 부러워 졌다. '그 여자는 참 당당했어......' 분명히 마음에 안드는 학생은 두드려 팰거야. 화도 팍팍 내고 자기 기 분대로 아이들을 리드 하겠지. 학생들을 가리키려면 그런게 필수인가.... .. 지영은 지금까지 고3때의 여러 아이들만을 집중적으로 가르켜 본 경험 이 없었다. 전부 일반인이 섞인 회화반이라던가 1,2명의 아이를 과외로 가르켰을 뿐이다. 그 경험의 부족은 지영의 여린 성격의 약점을 그대로 드러나게 해주었다. "학원이 무서워......" 지영은 포장마차에서 두팔에 얼굴을 묻고 혼자 흐느끼기 시작했다. 한편 7시쯤 집으로 돌아온 민형은 초조함에 극에 달해 있었다. 당연히 8시쯤에 돌아와야 할 지영이 12시가 넘도록 돌아오지 않는 것이다. 학원 에 전화를 해봐도 보충 수업 때문에 평상시보다 30분쯤 늦게 끝났다는 말 을 제외하고는 정상적으로 퇴근하셨다는 말 뿐이었다. 초조해서 마중을 나가 보기도 하고 동네 근처를 순회하기도 했지만 지영은 보이지 않았다. '도대체 어떻게 된거야......!!' 호출을 아무리 해도 응답이 오지 않았다. 혹시 전화가 올까봐 더이상 집을 떠나지 못하고 민형은 타들어가는 속을 졸였다. 돌아오면 가만두지 않을꺼야! 12시가 넘도록 돌아오지 않다니......! 하지만 그것도 1시가 되고 나니 제발 돌아와 주기만을 바라는 마음만 간절해 졌다. - 끼익 "......!?!?" 순간 대문에서 소리가 나고 민형은 용수철 처럼 벌떡 일어나 맨발로 튀 어 나갔다. 초조한 민형의 눈앞에는 술 냄세를 풍기며 대문에 기대 서 있 는 지영의 모습이 있었다. "지영씨......!!" 안도의 한순간이 지나가는 순간 민형은 겉잡을 수 없는 분노에 휘말렸 다. 완전히 술에 취해 흐느적 거리는 몸. 풀린 눈...... 전혀 정숙해 보 이지 않는 몸짓으로 지영이 비틀비틀 다가왔다. "민형씨...... 왔어요...... 헤헷......" "......!!" 차마 뭐라고 하지 못하고 인상을 찌푸리는 민형. 도대체 무슨 일이 있 었던 거야! 지영이 이렇게 혼자 술을 마시고 취해 들어올 여자가 아니라 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아는 민형은 뒤늦게 겁이 덜컥 났다. 무슨 일이라 도 당한거예요!? 지영이 털썩 민형의 품안으로 쏟아져 들어왔고 민형이 외쳐 물었다. "어찌된 일이예요! 내가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요......!!" "헤헤...... 미안해요. 나 민형씨가 엄청 보고 싶었어요..... 쪽. 나 취했죠? 미안해요 헤헤......" 주절주절 혼자말을 하며 민형의 볼에 입을 맞추는 지영. 술냄세와 함 께 민형의 혼란스러움은 더해갔다. 도대체...... 도대체 어찌된거야! 내 가 서울에 가 있는 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거예요! 가뜩이나 지혜씨와의 일로 심란해 죽겠는데 지영씨 까지 이러면 어떡해요! 민형은 지영을 번 쩍 안아 방안에 똑?후 걱정스러운 얼굴로 지영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술에 취해 뒤척이는 모습이 안스러웠다. '도대체 무슨일이 있었던 거예요......' 민형은 도무지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 . . . . . . . . 지영은 숙취로 괴로워 하면서 밤새도록 민형을 한잠도 못자게 만들었 다. 도대체 무슨 술을 이렇게 많이 마신거야! 밤새 3번이나 토하고 전신 에 열이 올라 괴로워 했다. 그런 지영의 모습을 보는 것 만으로도 민형 은 고문이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예요 지영씨......! 민형은 안타까워 미칠 지경이었다. 밤새도록 민형을 괴롭힌 지영의 앓이는 그날 아침이 되어서야 가라 앉았다. "......" 어렴풋이 정신을 차린 지영. 속이 좀 가라앉고 정신이 들자 열도 내렸 다. 지영은 자신이 밤새도록 무슨 일을 했는지도 기억하지 못한채 주섬주 섬 상반신을 일으켰다. "......!" 순간 지영은 깜짝 놀라서 숨이 멎을 뻔 했다. 자신의 바로 옆에서 장승 처럼 앉아 있는 민형의 무서운 얼굴. 밤새 한잠도 못잤는지 피곤해 보였 지만 눈빛만은 살아 있었다. "미,민형씨......" - 짜아악!!! 한순간 민형의 손바닥이 지영의 따귀를 정통으로 가격했다. 인정 사정 없이 후려쳤기 때문에 지영은 그대로 이불 위로 엎어졌다. "뭐하는 거예요 이게!!" 앙칼진 목소리. 지영은 차마 고개를 들지 못하고 손으로 맞은 볼을 감 쌌다. 아픔보다...... 서글픔이 먼저 밀려왔다. 지영은 두눈에서 왈칵 눈 물이 쏟아졌다. 민형이 외쳤다. "새벽 한시가 되도록 혼자서 술 처마시고! 전화 한통화 안하고!! 내가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요!? 입술이 다 탔어요!! 입술이 다 탔다구요!!!!" "흑...... 흐흑......" 정말 화가난 민형. 지영은 민형에게 이렇게까지 아프게 맞은 적이 처음 이었다. 그것만으로 민형이 얼마나 화가 났는지 알 수 있었기 때문에 지 영은 더 서글펐다. 그때 민형이 다시 언성을 높혔다. "말해봐요! 도대체 어제 혼자 뭐 한거예요! 무슨 일이 있었던 거예 요!" "미안해요 민형씨...... 내가 잘못했어요. 연락했어야 하는데......" 연락을 안한건 내 잘못이야. 민형씨 생각이 계속 났으면서도 그 비참함 을 알리고 싶지 않아서..... 그래서 자기도 모르게...... 그때 잠시동안 지영의 우는 모습을 쳐다보면 민형이 한숨을 내쉬었다. "내가 화난건 단순히 지영씨가 연락을 안해서 그런게 아니예요." "......" 엄하게 입을 여는 민형. 지영은 눈물을 흘리며 민형을 쳐다보았다. 그 눈빛은 지영을 진심으로 걱정하고 있었다. "왜 그렇게 될만큼 괴로운 일을 혼자 견디려고 하느냔 말이예요. 제가 그렇게 허수아비로 보여요? 지영씨를 지킬만한 사람이 나말고 또 있겠 어요?" "민형씨......" 지영은 그만 크게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 . . . . . . 지영에게 전후 사정을 다들은 민형은 조용히 분노했다. 학원에서 지영 이 당한 일. 그리고 지영의 성격으로 보아 충분히 고민될 만한 그 일에 대해 민형은 아무런 화도 내지 않았다. 조용하게...... 지영의 말을 경청 하던 민형이 지영의 말을 막았다. "알겠어요." "......?" 어떤 형태로든 화를 낼줄 알았는데...... 민형이 침착한 얼굴로 지영 의 말을 가로 막았기에 지영은 흠칫 말을 멈췄다. 김준석의 일, 그밖에 반 여자아이들의 일. 그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생각등을 지영에게서 전해 들은 민형은 지영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지영이 주춤거리는 표정으로 차 마 웃지 못하고 안스러운 얼굴을 해 보였다. 민형이 말했다. "지영씨 혼자 감당해 내지 못할 것 같으니까 내가 도와줄께요." "아,안돼요 민형씨......!" 평소에 쉽게 흥분하던 사람이 화를 내지 않고 침착하니 지영은 더욱 걱 정되었다. 게다가 민형의 됨됨이. 화가나면 웬만한 일은 폭력으로도 해결 할 수 있을 만큼의 힘을 가지고 있다. 민형은 폭력을 사용해서 지금까지 여러 가지 일을 해왔기 때문에 그 방면에 가장 자신을 가지고 있다. 지영 은 그것이 걱정되었다. "애들에게 폭력을 쓰면 안돼요......! 그건 범죄예요......!" 사색이 되어 말리는 지영. 분명히 민형씨까 마음에 안드는 학생 한두 명 흠씬 혼내주는 것은 너무도 쉬운일. 하지만 그건 학생을 보호해야 하 는 강사의 입장에서 너무나 비열한 방법의 복수였다. 지영은 절대로 그런 일은 하고 싶지 않았다. 그때 민형이 무슨 말이냐는 듯이 되물었다. "무슨 말이예요 지영씨? 내가 애들이라도 불러서 깡패짓이라도 할까봐 그래요?" "예......?" 오히려 민형이 어처구니 없다는 듯이 피식 웃었고 지영은 의아한 표정 으로 숨을 죽였다. 민형이 의기양양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학생의 선을 넘지 않는 평화적인 방법으로도 이 일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구요." 민형의 미소는 너무나 자신 만만했다. .............................................. . . . . . . . 다음날 재기는 마음을 단단히 먹고 학원에 도착했다. 유지영 선생님에 게 벌써 2번이나 선물을 주는 것에 실패했다. 그것은 모두 저 빌어먹을 김준석 녀석 때문. 오늘도 책상위에 다리를 올려 놓고 앉아 친구들과 원 카드를 하고 있는 준석을 남몰래 노려보며 재기는 결심했다. 오늘은 절 대 용서하지 않을꺼야. 오늘도 유지영 선생님을 괴롭히면 그땐...... '쪽팔림을 무릎쓰고......!' 준석 녀석을 박살 내겠어. 그것이 재기의 심정이었다. 난, 난 누가 뭐 래도 이 학원에서 유지영 선생님과 같이 공부하고 싶어. 그런 내 소박한 권리를 저 삐뚤어진 녀석들 때문에 놓칠수는 없어! 재기는 이렇게 속으 로 되뇌이며 수업시간에 제발 유지영 선생님이 들어오기를 기다리고 있 었다. 선생님 꼭 오세요! 오늘은 제가 지켜드릴께요. - 덜컹 "......!?" 그때였다. 문이 열리고 들어오는 것은 기다리던 유지영 선생님. 오셨 구나! 재미는 오늘도 변함없이 지영이 나온것에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상희와 미지도 그렇게 까지 당했는데 다시 수업에 나온 지영에게 속으로 찬사를 보냈다. 지영이 교탁에 서며 호령했다. "모두 조용. 거기 카드 치우고 수업준비해요." "헤에, 또 오셨네요." "마음 단단히 먹었어 선생......? 히히" 준석을 포함한 몇몇의 아이들이 비웃기 시작했고 여자아이들도 킥킥대 며 웃었다. 제길...... 저 녀석들 또 시작이야. 재기는 은근히 끌어 오르 는 화를 참음 기회를 기다렸다. 뒤집어 엎을 기회를. 그러기 위해선 좀 더 확실한 명문이 필요하다. 하지만 어쩐 일인지 오늘의 지영에겐 망설임 이나 당혹함이 보이지 않았다. 오늘의 지영은 매우 당당했다. "조용히 해요. 수업 시작하기 전에 새 친구를 소개 합니다." "......!?" 새 친구? 새로운 수강생인가? 모두가 기대가 가득한 눈으로 입구쪽으 로 시선을 돌렸고 지영의 부름을 들은 한 남학생이 씩- 웃으면서 안으로 들어왔다. 청바지에 흰 와이셔츠 차림으로 잘빠진 체격. 날카롭게 투명 한 눈동자. 들어오자 마자 여학생들의 관심을 차지해 버린 나이스 가이 는 바로 민형. 정민형이었다. 지영이 민형을 학생들에게 소개했다. "오늘부터 같이 배울 정민형 학생입니다. 3학년이예요. 잘 해주세요." "헤, 당신이랑 같이 배울 기회는 얼마 없을텐데......" 이죽거리는 준석. 이미 준석을 포함한 상당수의 학생들은 지영을 봉으 로 결정하고 있었다. '저 녀석이군......' 본능적으로 준석을 눈안에 갈무리 하는 민형. 저 녀석이 지영을 괴롭혔 던 녀석이렸다. 어떻게 처리해줄까...... 같은 학생이라는 신분이 있으 니 시비나 명분만 있으면 얼마든지 혼내주고 겁을 줄 수 있다. 그렇게 해 서 지영의 기를 세워주고 반 아이들을 리드하게 해주려는 것이 민형의 계 획이었다. "미남이다 미남. 그지......?" "으,응......" 상희가 미지의 귀에대고 킥킥 거리며 속삭였다. 유지영 선생님 새로운 학생 앞에서 기가 죽고 싶지 않았는지 당당해 보이지만...... 앞으로 얼 마나 더 저 자세를 유지할 수 있을지. 민형과 지영의 관계를 모르는 상희 는 그것이 내심 걱정 되었다. "자 교과서를 펴세요. 오늘은 제대로 수업을 합시다." "싫어요." "......!" 또다시 방해하고 나서는 준석. 그 능글거리는 얼굴을 향해 재기의 분노 한 얼굴이 돌아갔다. 지영이 담담한 얼굴로 물었다. "오늘도 공부가 안되나요?" "아뇨, 오늘은 단지 놀고 싶은데요." "와하하!!" 아이들이 웃음을 터트렸고 민형이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이런 빤한 도 발에 어찌할바를 모르다니. 민형은 속으로 지영을 애도하면서 가소로운 준석이 녀석을 처리하기 위해 고개를 들었다. 그때였다. 갑자기 한 학생 이 분노한 표정으로 벌떡 일어나 준석에게 달려들었다! "이 나쁜자식!!!!" "......!?!?" - 퍼어어억!!!! 강렬한 발차기!! 책상을 하나 뛰어넘어 멋지게 작열한 발차기가 준석 의 얼굴에 그대로 꽂혔다. 도대체 이게 무슨 상황!? 일어서려던 민형도. 또 민형이 움직일까봐 조마조마하고 있던 지영도. 다른 많은 학생들도 이 갑작스런 상황에 황당함을 금치 못했다. 와장창! 큰 소리를 내며 의자 와 함께 쓰러진 준석을 향해 재기가 주먹을 불끈 쥐고 외쳤다. "이 학원에서 너희만 공부하냐! 난 공부해야돼! 대학 떨어지려면 너나 떨어져 이 쓰레기들아!!" "......!" 분노에 찬 재기의 외침! 그걸 본 상희가 신이나서 외쳤다. "그래! 이제 그만 좀해! 난 공부해야 된단 말이야! 미지야 그렇지!?" "으,으응......" 마지 못해 대답하는 미지. 놀라서 어찌해야 할바른 모르는 지영의 앞에 서 얻어맞은 준석이 손등으로 입을 훔치며 일어났다. 그의 패거리 2명도 함께 움직였다. "뭐야 이자식...... 닭살돋는 말이나 하고...... 누가......" 번뜩이는 준석의 눈! "대학가지 말래!?!?" -화악!! 재기를 향해 날아오는 주먹?! 도와야겠군. 급히 반응하는 민형! 순간 민형의 반응보다 빠르게 재기의 주먹이 준석의 팔을 쳐냈다. - 팍! "......!?!?" 우왓!? 감탄하는 상희와 미지. 날아오는 주먹을 손으로 쳐낸 재기가 그 대로 제자리에서 공중회전!! 멋진 회전차기를 준석의 면상에 꽂아 버렸다. "푸확!!" 얼굴이 돌아가며 피가 터지고 준석으 또다시 책상과 함께 나가 떨어졌 다. 착지하는 재기! 과당탕 소리와 함께 쓰러지는 준석을 부축하며 패거 리 두명이 재기를 향해 외쳤다. "너......! 이제 죽었어!" "겁이 없구만 개자식!!" "닥쳐 이 나쁜 자식들!! 공부하기 싫으면 꺼져 버리란 말이야!!" 전혀 기죽지 않고 외치는 재기! 그건 지금까지 쌓여있던 재기 울분의 표시였다. 재기가 눈을 부릅뜨고 무시무시한 목소리로 외치자 기가죽은 준석과 두명이 비틀 거리며 일어나 머뭇거렸다. 민형은 속으로 웃으며 멋 지게 공중 돌려차기를 해낸 재기를 올려다 보았다. 뭔가 운동을 한 녀석 이군...... 물론 민형 자신에겐 훨씬 미치지 못했지만 이런 공부판에서 는 한 싸움 할 실력은 됐다. 물론 실전이 아닌 운동에 불과하지만. - 털썩 재기는 준석이 녀석을 패주고 난 후 멍하고 빨개진 얼굴을 가라 앉히지 도 못한채 자기 자리에 앉아 버렸다. 도대체 무슨짓을 해버리고 만거지. 이래서야 완전히 튀잖아. 조용히 공부하고 싶었는데 아이들의 시선을 몽땅 받고 말았으니...... 재기는 일을 끝내자 너무너무 창피해서 죽을 지경이었다. "선생님." 에이 이왕 이렇게 된거 끝까지 가보지 뭐. 재기가 번쩍 고개를 들고 지 영을 향해 말했다. "공부하죠." "응? 으,으응 그래......" 지영 역시 얼떨떨한 얼굴로 교제를 펼쳤다. - 계속 - 『CD의 환상세계-일반소설 (go CDGGAM)』 153번 제 목:[중편L] ## 고교 3년생의 사랑 ## -112 올린이:cdggam (임달영 ) 00/04/16 19:35 읽음:484 관련자료 없음 ----------------------------------------------------------------------------- ## 고교 3년생의 사랑 ## PART-112 그날 저녁 재기는 완전히 제 정신이 아닌 상태에서 학원 입구를 나섰 다. 오늘은 자신의 오버 덕분인지는 모르지만 무사히 수업을 마친 상태. 아이들도 갑작스런 쇼크로 인해 기가 죽었는지 모두 순조롭게 지영의 수 업을 받았다. '내가 오늘 무슨 짓을 해버린거지......' 별로 나서기 좋아하지 않는데...... 오늘은 그야 말로 왕 나섬. 튀어 도 엄청 튀었다. 그 놀라서 바라보는 아이들의 시선. 재기는 등골이 오싹 했다. '하지만 선생님을 위해서니까......' 애써 마음을 가라 앉히며 흐믓해 하는 재기. 비록 폭력적인 해결 방법 이라 선생님께 어필하지 못할지는 모르지만 재기는 지영을 도울 수 있었 다는 것 만으로도 기분이 좋았다. 이제 적어도 유지영 선생님과 함께 정 상적인 수업을 할 수 있을거야. 선생님이 날 난폭한 놈으로 생각한다고 해도 난 상관없어. 재기는 그것만으로도 매우 기뻤다. "재기야......!" "......!?" 그때 등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이 익숙한 목소리는? 재기는 번개같 이 발을 멈추고 고개를 돌렸다. 아니나 다를까. 목소리의 주인공은 유지 영 선생님이었다. 미지와 상희와 함께 재기를 불러세운 유지영 선생님이 달음질쳐 다가왔다. 재기는 얼굴이 달아오르고 가슴이 벅찼다. "재기야 잠깐만 기다려." "서,선생님......" 유지영 선생님. 재기를 바라보는 지영의 시선을 밝았다. 재기가 뛰는 가슴을 억누르고 서 있자 재기의 앞으로 다가와 선 지영이 재기의 손을 붙잡았다. 재기의 심장박동이 두배로 빨라졌다. "재기야 오늘 너무 고마웠어......" 감격해서 금방이라도 눈물이 글썽거릴 것 같은 지영. 재기는 잠시 동 안 멍하니 서서 한찬동안 자신에게 고마움을 표시하는 지영의 얼굴을 쳐 다보았다. 고맙다고......? 지금 나보고 그러시는 거예요 선생님......? "내가 그렇게 나서주니까 얼마나 기뻤는지 몰라. 정말 고마워 재기야. 나 너 한테 보답하고 싶은데 그래도 되겠니?" "예? 보,보답이요......!?" 전혀 혜상치 못한 상황에 재기는 너무나 기뻤다. 내 행동이...... 정말 선생님을 기쁘게 해 드렸구나. 폭력적이라고 싫어하지도 않으 시고......! 재기는 너무 기뻐 춤이라도 추고 싶은 지경이었다. ..................................................... . . . . . "결국 내가 할 일은 없었잖아." 민형은 상황상 지영과 재기들의 자리에 끼지는 못하고 버스를 타고 집 에 돌아왔다. 뭐야, 그런 화끈한 녀석들이 있는줄 알았다면 학원 등록을 안하는건데. 등록금 30만원이 아깝다는 생각을 하며 민형은 속으로 쓰게 웃었다. '어쨋든 잘됐어......' 자신의 도움 없이도 앞으로 학원 생활을 잘 해내갈 수 있게 되었으니. 모든게 자연스럽게 풀어져 나가 민형은 기뻤다. '어디서든 그녀의 편이 되는 학생들이 생기는구나......' 민형은 짧게 웃었다. .............................................. . . . . . . . "제길 이건 말도 안돼!" 다음날 학원. 민형은 어쩐 일인지 지영의 학원에 나와 있었다. 자판기 에서 커피를 뽑아 들며 민형이 주먹으로 벽을 때렸다. 걸려 들었어.... ..! 민형은 자신이 깜쪽 같이 지영의 고단수에 걸려들었다는 것을 느끼 며 속으로 후회했다. '입시학원 같은델 다녀 버리게 되다니...... 최악......' 시험때 독서실 가는 것도 못견디는 정민형. 지영을 도와주기 위한 보디 가드로 학원 등록을 했으나 그 일은 자치적으로 해결. 결국 등록금이 아 깝다는 이유로 민형까지 학원에 다니며 수업을 받게 되었던 것이다. 비 록 지영이 집에서도 가르킬 수 있지만 전혀 공부를 하지 않으려 하는 민 형을 위한 지영의 특수 배려였다. '하루에 한 시간씩...... 어떻게 버틴다냐......' 교제엔 전혀 알 수 없는 말만이 쓰여져 있다. 이곳도 그다지 높은 성적 을 가진 녀석들이 다니는 학원은 아니었지만 민형의 학원 레벨은 최악중 에 최악. 굳이 따져본다면 중학생 정도......? 아니 중학 레벨도 못되는 민형은 이 학원에서 배워봤자 알아들을 수 있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민 형은 뜨거운 커피를 후루룩 들이키며 앞으로의 난관에 대한 각오를 다졌 다. 한달뿐이다......! 한달만 지나면 때려칠거야. 누가 뭐래도 때려칠 거야. 반드시 때려친다구. "안녕?" 그때 누군가가 민형에게 말을 걸었고 민형은 뒤를 돌아 보았다. 긴 생 머리를 늘어뜨린 단정하고 당차 보이는 소녀와 그 뒤에 빼꼼히 숨어 있 는 눈이 큰 리본의 포니테일. 상희와 미지. 그중 상희가 민형을 알아보 고 손을 살짝 올렸다. "정민형...... 이지 너? 나 알겠어?" "같은 크래스에......" 확실히 상희와 미지라고 했지. 지영을 돕고 있는 착실파에 두명. 민형 은 두 사람이 지영의 편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일부러 친절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상희가 반가운 표정으로 웃었다. "응, 나 최상희. 이쪽엔 임미지. 만나게 되서 반가워." "그래, 반가워." 선뜻 손을 내미는 상희와 얼떨결에 악수하며 민형이 웃었다. 꽤 솔직하 게 담백한 아이. 아는 여자와 비교하자면...... 약간 청순한 의연이랄 까? 어쨋든 깔끔한 느낌이 좋은 아이였다. 그에 비해서 등 뒤에 숨어 있 는 미지라는 아이는 소박하고 귀여운 것이 꼭 여동생 같았다. 민형과 눈 이 마주치자 미지가 얼른 고개를 끄덕이며 얼굴을 붉혔다. 민형은 웃어 주었다. "너 어제 놀랐지? 이해해 우리 학원 전통이거든...... 첫날부터 황당했 겠다. 하긴 나도 재기 걔가 그렇게 터프할 줄 몰랐으니까." "재기......? 어제?" "응, 날려차기 날린애. 끝내줬지." 그 녀석이라면 여자친구한테 차여서 성적이 떨어진다는 소심한 놈이잖 아. 그녀석이 어제 그 녀석? 전혀 소심하지 않잖아. 민형이 잠시 생각에 잠겼고 상희가 말했다. "우리 학원 전통으로 강사 크래쉬가 있거든. 마음 약하거나 까다로운 강사는 다 밀려났어. 뭐 그래도 돈이 되니까 원장이 애들을 안 쫒아내 지. 난 정말 싫었는데...... 이번엔 잘된거야. 넌 운이 좋다. 앞으론 수 업 제대로 받을 수 있을 것 같애." "으응......" 대답하며 민형은 쓰게 웃었다. 난 바로 그 크래쉬때 와야 할 사람이었 단 말이야. 제대로 된 수업 같은건 정말 질색이라구! 민형은 쓰게 웃으 며 약간 식은 갈색 커피를 후루룩 마셨다. 으...... 공부할 걸 생각하니 지겹다. "아,선생님이다. 선생님!" "......?" 문득 생각에 잠겨 있는 민형의 앞에서 고개를 돌리며 외치는 상희. 민 형이 고개를 드니 입구쪽에서 재기와 같이 들어오는 지영이 있었다. 재기 라는 녀석도 어제의 사건으로 지영과 꽤 친해진 듯 쑥쓰러운 얼굴을 하면 서도 함께 어울리고 있었다. 잘됐군, 민형은 속으로 안심했다. 저 녀석 나쁜녀석 같지도 않고. "그럼 교실가서 수업 준비해라. 5분후에 보자." 지영은 강사실로 들어가고 혼자 남은 재기를 상희가 불렀다. "야, 위재기! 일루와 일루." "......?" 상희의 부름에 고개를 돌리는 재기. 그가 약간 쑥쓰러운 얼굴로 민형 과 상희들에게 다가왔다. 상희가 민형을 소개했다. "너 어제 액션하느라 인사도 못했지? 정민형이야. 3학년이래." "안녕하세요." 꾸벅 고개를 숙이는 재기. 민형도 얼떨결에 꾸벅 고개를 숙였다. 뭐 야, 엄청 예의바른 놈이네. 상희가 그런 재기의 등을 철썩 때리며 쓰게 웃었다. "왠 존대? 우리 같은 학년이잖아. 말놔 말놔." "그,그래요 나도 그게 편해요......" 으 절로 존칭이 나오네. 나도 참 착실해 졌다. 민형은 쓴 웃음을 지었 고 재기가 약간 서먹한 얼굴로 살짝 웃었다. "위재기야. 만나서 반가워." "응, 나도." 민형이 짝사랑 하는 유지영 선생님의 애인이라고는 차마 꿈에도 생각 지 못한 재기는 잘생기고 단호해 보이는 민형에게 호감이가 친근하게 웃 었다. 민형 역시 재기가 지영을 도와준 결정적인 역할을 한 녀석이기에 친근하게 대했다. 상희가 어깨를 으쓱하며 재기를 놀렸다. "그나저나 너 어제 엄청 터프하더라? 너 원래 쌈 잘해?" "응? 아,아니...... 싸움 못해......" "그럼 뭐야 그거? 공중에서 확!" "호신술이야......" "호신술? 멋지네 그거~ 나도 좀 가르쳐줘!" "어렸을 때 배웠던 거라 기억도 안나 이제......" 하하, 이 상희라는 애 생각처럼 수다 장이군. 민형은 재기를 몰아 붙히 는 상희가 재미있어 자기도 모르게 살짝 웃었다. 좋은 녀석들인 것 같아 이 녀석들...... 새로운 인연이 생기는 것은 잠깐 이었다. ................................................. . . . . . . "미안해요 민형씨. 오늘 재기에게 보답으로 져녁 사기로 했어요. 먼저가서 뭐라도 시켜 드세요." 제기랄!! 이건 완전히 왕따 아니야! 보답하는 것은 좋지만 어째서 나 만 쏙 빼놓냔 말이야. 강사실에서 상담을 하는 척 하면서 민형에게 사정 을 설명하는 지영. 민형은 왠지 속이 상했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라 체념 했다. 학원에 온지 하루밖에 안되는 자신이 멋모르고 끼어들었다간 분명 히 어색할 자리가 아닌가. 게다가 지영과 각별한 사이라는게 들킬지도 모 른다. 지영도 그것을 염려해서 민형에게 부탁을 한 것이다. 상희와 미 지, 그리고 재기와 함께 학원 근처에 시내로 저녁을 먹으로 나가는 지영 을 뒤로 하고 민형은 툴툴 거리며 혼자 거리로 나왔다. 집에 가봤자 지영 씨도 없는 혼자 가기도 뭐해 민형은 근처 큰 서점으로 들어갔다. '1시간쯤 있다가 삐삐나 쳐야겠다.' 그럼 같이 돌아갈 수 있겠지. 민형은 서점에서 잡지를 뒤적거리며 시간 을 어떻게 보낼까 궁리했다. 혼자 뭐 먹으러 가기도 그렇고...... 제길 에메하네. "야, 정민형!" "!?!?" 욱!? 깜짝 놀라 고개를 돌리는 민형. 이 목소리는 설마......!? 아니 나 다를까 기겁을 해서 서 있는 민형의 눈 앞에 탱크탑 차림의 늘씬한 소 녀가 반가운 얼굴로 서 있었다. "의,의연......?" "너 여기 왠일이니!?" 반장 의연! 눈치칼의 미소녀! 민형은 세상에 일이 이렇게도 돌아 갈 수 있나 하늘을 한번 쳐다보았다. 방학이 되서 만날일이 없을거라 생각했 던 의연을 이런데서 이렇게 만나게 되다니. 하늘도 무심하시지...... 의 연이 민형에게 달음질쳐와 반가운 표정으로 외쳤다. "정말 반갑다 야. 이동넨 어쩐일이야?" "그러는 넌 어쩐일로?" "나? 우리집 요 옆이야. 8단지. 몰랐어?" 아아, 그랬지 참...... 학교까지는 버스로 통학한다고 했지. 나참, 하 필이면 지영씨가 취직한 학원이 의연이네 동네라니. 민형은 마침 혼자 있 는데 반갑기도 하고 놀랍기도 하고 평소의 의연에 눈치가 두렵기도 해서 갈팡질팡한 상황에 빠져 있었다. 의연이 싱긋 웃으며 물었다. "혹시 나 보고 싶어서 온건 아니야?" 아서라 임마! 얜 꼭 잘나가다가 이런쪽으로 빠지더라! 민형은 속으로 세차게 고개를 흔들었다. 물론 이런데서 이렇게 보니까 반갑기는 했 지만...... 그렇다고 딴생각 품은건 아니야! 진짜라구! "청림학원? 너희누나 거기서 일해? 거기 진짜 후졌는데." 의연이와 함께 햄버거를 먹으며 이 동네에 오게된 구실을 말한 민형. 하는 수 없잖아. 누나가 학원에 취직해서 잠깐 보러 왔다는 변명을 하지 않으면 딱히 할말이 없으니. 의연이 당장 그 학원으로 이적해 올지도 모 른다는 위험감을 그때의 민형은 깜빡 잊고 있었다. 하지만 의외로 의연 은 말도 안된다는 듯이 대꾸했다. "왜 그런데 취직했니? 그런 쪽집게가, 좋은데 널렸는데." "그,그건......" 그러고 보니 진짜 왜 그런데 취직했지? 지영씨 정도의 학원이라면 여 기 저기 알아보고 제일 좋은데로 골라 잡을 수 있었을텐데. 민형은 의외 로 지영의 비즈니스 능력이 형편없는게 아닐까 생각했다. 사람 좋은 것 만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고. '아마 처음 가본 학원에서 당장 채용되니까 그렇게 했겠지.' 채용하겠다는 학원을 잠시 보류하고 더 좋은 조건을 찾아다니거나 하 는 짓은 지영은 서툴 것이다. 다른 사람들은 당연히 챙기는 이익을 지영 은 놓치는 경우가 많다. 민형은 가볍게 웃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지영의 그런 점이 민형은 좋았다. 그때 의연이 스트롱으로 콜라를 쪼옥 빨아들이 며 말똥말똥한 눈으로 물었다. "너도 거기 다니니?" 우왓 씨! 역시 이 기집애 눈치하난 칼이네! 순간적으로 민형은 의연도 그 학원에 들어올지 모른다는 예감이 들어 잔뜩 긴장했다. 뭐,뭐라고 대 답할까......! 뭐라고 대답해야 의연이 그 학원에 들어오지 않을까! "어,어제부터 다니기 시작했는데 한달만하고 그만둘거야......!" "네가 얼마나 공부를 안했으면 니 누나가 억지로 자기 학원에 끌고 왔 겠냐. 그런 쪽집게 강사가 누나로 있으면 나 같으면 거저 1등 먹겠다." 한심하다는 듯이 혀를 차는 의연. 그래 마음대로 욕해라. 난 만화가가 될거라구. 1류 만화가. 만화로 한 10억쯤 번 다음에 벤쳐를 차려서 애니 메이션을 만들거란 말이다. 애니메이션을 만드는데 학과 공부가 뭐 중요 해. 민형은 속으로 이렇게 생각하며 궁시렁 댔다. -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