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SF & FANTASY (go SF)』 27126번 제 목:[GK외전] Light Emperor Vol.1 올린이:jack21 (이경영 ) 98/02/05 21:36 읽음:1992 관련자료 없음 ----------------------------------------------------------------------------- 가즈 나이트 외전... Light Emperor - 차가운 영혼을 가진 구원자 - ---------------------------------------------------------------------------- "저, 저 녀석 미친 것 아니야!?" "감히 황제 폐하의 행차를 정면으로 막아서다니, 미치지 않고서야!!!" 사람들은 술렁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한 남자가 용감하게도 우리 나 라 황제 폐하와 그 친위대가 가는 길의 중앙에 갑자기 나타나 꿈쩍도 않고 서 있는 것이었습니다. 저도 처음엔 놀라지 않을 수 없었지만, 전혀 흔들림 없는, 차가운 그 남자의 눈을 보고 무언가 사정이 있으니 저렇게 길을 막고 있겠지 생각이 들었 습니다. 결국, 친위대중 한명이 나서서 그 남자에게 소리치기 시작했습니다. "이봐!!! 넌 어디서 온 녀석이길래 감히 폐하의 행차를 막는 것이냐!!! 폐하께 아 뢸 것이 있으면 말해라!! 시덥지 않은 부탁이라면 널 이곳에서 베어버리겠다!!!" 친위대의 큰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그 금발의 남자는 눈 하나 꿈틀거리지 않았습니 다. 게다가, 그 다음에 들려온 그 남자의 얼음같이 차갑고 맑은 음성은 저의 상상 을 초월하는 것이었습니다. "이 나라 황제 따위에겐 볼 일 없다. '비루나크'를 없앴다는 '스페이드 나이트'를 불러라." 스페이드 나이트란, 이 세계에 대를 이어 힘을 전승한다는 전설의 기사중 한명을 말하는 것입니다. 스페이드, 다이아몬드, 하트, 클로버 나이트로 구성된 이 넷은 한사람 한사람이 빛의 신 '라우나'에게 힘을 받은 만큼 그 강함은 상상을 초월한 답니다. ‥기사 아니면 임페리얼 가드가 되는 것이 꿈인 전 이런 방면엔 관심이 많죠. 하여튼, 황제 폐하를 감히 무시한 발언을 한 그 금발의 남자에게 친위대 아 저씨는 말 대신 가진 창을 휘둘렀습니다. "이 무례한 녀석!!!!" 퍼억­!!! 그 순간, 전 태어나서 가장 끔찍한 장면을 눈 앞에서 보고 말았습니다. 정말 무서 웠죠. 친위대 아저씨의 머리가 마치 과일이 터지듯 부숴져 버린 것이었습니다. 하 지만, 두려움이 지나간 뒤 전 궁금함에 휩싸였습니다. 그 흰색 코트를 입은 금발 의 남자는 코트 주머니에서 손도 뽑지 않았기 때문이죠. 머리를 잃어버린 친위대 아저씨의 몸은 바닥에 힘없이 쓰러졌고, 금발의 남자에게 야유를 보내던 사람들은 숨을 멈추었습니다. 자신의 눈 앞에서 한 사람이 목숨을 잃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남자는 역시 아무런 반응이 없었습니다. 목젖도 움직이지 않았죠. 아주 당연한 일로 보이는 듯 했습니다. 그 남자는 다시 입을 열었습니다. "스페이드 나이트를 불러라." 간단했습니다. 하지만 그 목소리는 지금 황제 폐하의 위엄있는 목소리 보다 더욱 큰 무게를 지니고 있었습니다. 결국, 황제 폐하를 호위하고 있던 스페이드 나이트 께서 그 남자 앞에 섰습니다. 검은 머리에 준수한 용모. 제 마음 뿐만 아니라 다른 여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멋진 분이시죠. 그 분은 친위대 한분이 목숨을 잃은 것 에 화가 나신 듯 눈을 가늘게 뜨며 금발의 남자에게 소리쳤습니다. "이게 무슨 짓이냐! 개인적인 일이라면 날 직접 찾아오면 될 것 아닌가!! 어서 소 속을 밝혀라!!!" 스페이드 나이트님의 목소리는 언제나 멋졌습니다. 그러나, 금발의 남자는 그 목소 리가 맘에 들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신의 금기를 깬 각오, 되어 있나." 저로선 알 수 없는 말이었습니다. 하지만 스페이드 나이트님껜 상당히 압박감을 주 는 말이었나 봅니다. 스페이드 나이트님은 뒤에 있는 친위대 아저씨들과 주위의 사람들에게 물러서라는 손짓을 했고, 저를 비롯한 모두는 뒤로 바짝 물러섰습니다. 곧, 스페이드 나이트님과 그 금발의 남자는 넓은 길 위에 단 둘이 있게 되었고, 스 페이드 나이트님은 손 사이에서 빛을 만든 후 그것을 검으로 바꾸어 전투 자세를 취하셨습니다. "무엇이 금기란 말인가!! 우리들이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이 세상은 멸망했을지도 모른단 말이다!! 누군지는 모르지만 덤벼라!! 빛의 신, 라우나님과 나의 선조들께 서 전승해 주신 힘을 몸으로 느껴봐라!!!" 스페이드 나이트님은 정말 진지하셨습니다. 하지만, 그 금발의 남자는 손을 주머니 에서 빼지 않았습니다. 그런 상태에서, 그 남자는 다시 그 분께 물었습니다. "부인이나 자식은 있나." "흥, 무슨 상관이냐!! 너 따위가 걱정할 이유가 없다!!!" 그 순간이었습니다. 쿠우우우우우우우웅­ "허, 허억?!"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했던 중압감이 모두를 압박해 오기 시작했습니다. 바닥에 주 저 앉는 사람들이 태반이었고, 심지어는 오줌까지 흘리는 남자들도 있었습니다. 전 다리가 후들거렸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 느낌은 바로 '살기'가 지닌 '위 압감'이었습니다. 뱀 앞에서 쥐들은 움직이지 못한다고 하죠. 바로 이길 수 없는 상대가 뿜어내는 기에 눌려 본능적으로 움직이지 못하는 것입니다. 지금, 우리들은 그 위압감에 눌려 꼼짝도 못하고 있었습니다. 스페이드 나이트님 마저요. "이, 이것은‥!! 넌 도대체 누구냐!!! 누구길래 이런 힘을‥!!!" 마왕 비루나크 앞에서도 용맹함을 떨쳤다는 스페이드 나이트님의 얼굴은 파랗게 질 려 있었습니다. 검의 끝도 내려가 있었습니다. 한편, 금발의 남자는 허리에 차고 있던 검을 뽑아 들었습니다. 상당히 좋은 검 처럼 보였지만, 스페이드 나이트님은 그 이상으로 보이시는 듯 했습니다. "프, 플랙시온‥!! 설마‥그, 그렇군. 그랬었군‥하하하하하하하하‥." 그 검을 본 순간, 스페이드 나이트님은 마치 정신이 나간 사람처럼 웃기 시작했습 니다. 검도 떨어뜨렸고, 멋진 모습 답지 않은 자세로 땅바닥에 주저 않기까지 했 습니다. "죽어라." 그 말과 함께, 금발의 남자는 들고 있던 검으로 스페이드 나이트님의 가슴을 찔렀 고, 그대로 공중에 스페이드 나이트님을 들어 올렸습니다. 그리고, 짧게 중얼거렸 습니다. "플랙스 캐논." 콰아아아아앙­!!!!! 순간, 그 남자가 들고 있던 검에선 거대한 빛덩이가 분출되었고 하늘 끝까지 솟아 오르는 그 빛 속에서 스페이드 나이트님의 몸은 재로 변해버렸습니다. 검은색으로 빛나는 갑옷도, 그 모든 것이‥. 곧, 그 남자는 자신의 검을 거두었고, 땅바닥에 떨어져 있는 스페이드 나이트님의 검을 발로 강하게 짖밟았습니다. 파앙!! 그러자, 검은 마치 유리처럼 산산히 부숴졌고 스페이드 나이트님의 모든 것을 부숴 버린 그 남자는 뒤로 돌아서서 조용히 다른 곳으로 걸어가기 시작했습니다. 그가 멀리 사라지자, 저와 사람들의 몸을 휘감은 그 압박감은 사라졌고 모두는 공포에 떨며 각자의 집으로 뿔뿔히 흩어지기 시작했습니다. 황제 폐하도 마찬가지셨습니 다. 행렬은 다시 제궁으로 돌려졌고, 거리에 남은 것은 머리가 없는 친위대 아저씨 의 사체와 저 혼자 뿐이었습니다. 전 집에 돌아갔고, 제 침대에 누워 혼자 엉엉 울기 시작했습니다. 분해서도 아니고 , 스페이드 나이트님이 돌아가신 탓도 아니었습니다. 그저 무서웠을 뿐입니다. 그 렇게 울어도 울어도, 제 눈 앞과 머릿속엔 스페이드 나이트님을 너무나도 간단히 살해한 그 남자의 차디찬 눈이 아른거렸습니다. 아무리 울어도 잊혀지지 않았습니 다. 결국, 전 그날 밤 늦게 겨우 잠이 들 수 있었습니다. 다음날 아침, 전 1층 주점에서 들리는 시끄러운 소리에 잠에서 깨어날 수 있었습 니다. 궁금한 나머지, 전 아래층으로 내려갔고 근처 아저씨들과 함께 심각한 얼굴 로 말씀을 나누시는 아버지께 여쭈어 보았습니다. "아빠, 무슨 일이 있었나요?" 그러자, 아버지께선 다른 아저씨들에게 맥주를 한잔씩 미리 돌리신 후 절 데리고 부엌으로 가셨습니다. 곧, 아버지께선 굳은 얼굴로 저에게 말씀해 주셨습니다. "‥스페이드 나이트님의 저택이 어젯밤에 완전히 날아가 버렸다는구나. 그 분의 부 인과 두살된 도련님까지 모두 흔적조차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말이다. 허허, 이런 끔찍한 일이 이 세상을 마왕으로 부터 지켜주신 그 분께 일어나는지‥. 신께서도 참 무정하시지‥." "예에!?" 전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게다가, 어제 스페이드 나이트님을 살해한 그 금발 의 남자가 무슨 연관이 있다는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아, 아빠! 저 잠깐 나가볼께요!!" "음? 슈웰, 어디 가려고?" "스페이드 나이트님의 저택이요!! 한번 가서 보고 올께요!!" 전 급히 제 방으로 올라가 외출복으로 갈아입은 후, 헝클어진 머리를 대충 정리하 며 아랫층으로 내려왔습니다. 그리고 아버지의 술집 밖으로 급히 뛰쳐 나갔지요. 퍽­! "아얏!!" 문을 연 그때, 전 제 눈 앞이 컴컴해짐을 느끼며 뒤로 밀려났습니다. 들어오시는 손님과 부딪힌 모양이었습니다. 전 금방 일어나며 제 앞에 서 있는 분께 고개를 숙 여 사과를 올렸습니다. "죄, 죄송합니다! 제가 주의하지 않아서‥아앗!?" 순간, 전 숨통이 막히는 것만 같았습니다. 제 앞에 있는 남자, 그는 바로 어제 스 페이드 나이트님을 살해한 차가운 눈의 남자였습니다. "……." 그 남자는 아무 말 없이 절 돌아서 아버지께서 계시는 카운터로 향했습니다. 아버 지와 동네 아저씨들은 숨을 죽였고, 그 남자는 아버지를 보며 조용히 말했습니다. "워커. 스트레이트로." --------------------------------계속--- 『게시판-SF & FANTASY (go SF)』 27211번 제 목:[GK외전] Light Emperor Vol.2 올린이:jack21 (이경영 ) 98/02/06 16:50 읽음:1869 관련자료 없음 ----------------------------------------------------------------------------- 아버지 죄송해요!!! 우훅...난 무엇을 위해... --------------------------------------------------------------------------- "으, 으음‥!! 알았소‥." 아버지께선 상당히 긴장하신 목소리로 그 남자의 주문을 받았습니다. 그 남자는 조용히 자신의 품 안에 손을 넣었고, 남자의 손엔 담배 한개피가 들려 나왔습니다. 가게의 문 앞에 서서 멍하니 그 남자를 바라보고 있던 저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부 싯돌을 가져다 주기 위해 카운터쪽으로 달려갔으나, 상당히 필요가 없는 일이었습 니다. 그 남자의 손바닥이 빛을 내기 시작했고, 남자는 그 빛을 이용해 손쉽게 담배에 불을 붙이는 것이었습니다. 절 포함해, 가게 안의 모든 사람들이 놀라지 않을 수 없었죠. 카운터와 출입문 사이에 또 멍하니 서 있게 된 저는 결국 재털이 라도 같다주자는 생각에 다시 카운터로 향했습니다. 그때 마침, 그 남자가 주문한 술이 나왔습니다. "여기 있소. 그런데, 한가지만 여줘봐도 실례가 안되겠소?" 그 남자는 차가운 시선‥이라기 보다는 감정이 없는 눈으로 아버지를 바라보았습니 다. 아버지께서도 어제 저와 같이 그 일을 지켜보셨기 때문에 긴장을 안하실 수 없 었습니다. 그런데, 의외로 그 남자는 살짝 고개를 끄덕여 주었습니다. 아버지께선 미소를 지으시며 그 남자에게 물었습니다. "헛, 괜히 또 긴장했소 손님. 그건 그렇고, 당신 어디서 온 사람이오? 남쪽의 '필 로그' 공국? 아니면 멀리 서쪽에 있는 '그라이드'제국? 아니면 그 밖의 소국?" 아버지의 질문을 들으며 술을 한 모금 마신 그 남자는 조용히 대답해 주었습니다. "‥그런건 없소." "음? 나라가 없다니? 그게 무슨 말이오?" "스페이드 나이트도 원래는 소속이 없소." 그 짧은 대답은 상당히 강한 메세지를 내포하고 있었습니다. 아버지께선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신 후 슬그머니 친구분들이 계신 테이블로 향하셨고, 전 그 사이 재털이를 꺼내어 그 남자의 옆에 가져다 놓았습니다. 그리고, 저 역시 그 남자의 옆에 앉아 무슨 용기가 생겨났는지 제가 궁금했던 것을 물어보았습니다. "저어‥스페이드 나이트님을 왜 살해하셨나요?" 제 말이 의외로 컸던 모양입니다. 아버지와 아버지 친구분들은 모두 얼굴이 새파랗 게 질리시며 절 바라보셨고, 제 질문을 들은 남자는 절 흘끔 바라보았습니다. "자신의 힘을 사용해 권력과 부를 얻었기 때문이다." 상당히 정당하지 못한 이유였습니다. 자신의 힘을 사용한 보상을 그분은 받으신 것 뿐인데, 그랬다는 이유 만으로 스페이드 나이트님을 살해했다는 것은 열 세살인 저 로서는 이해가 가지 않는 말이었습니다. "그, 그런 이유가 어디 있나요!! 전 잘 모르겠으니 다시 말씀해 주세요!!!" 상당히 흥분한 저와는 달리, 그 남자는 여전히 화가 난건지, 아니면 짜증이 나는 건지 모를 정도로 무표정을 유지한채 술을 한 모금 더 들이켰습니다. 그리고는 대 답해 주더군요. "스페이드 나이트의 힘은 '신의 힘'. 왕이라는 천명을 타고난 사람에게 구속받지 말아야 할 힘‥왕에겐 군대만으로 충분해." 그런 대답을 들어도 전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전 더욱 흥분하며 그 남자에게 다 시 물어보려고 했는데, 그때 제 뒤에서 어머니의 음성이 들려왔습니다. "슈웰, 네 방으로 올라가렴." "어, 엄마!! 하지만 전‥!!" "어서 올라가리니까!!" 언제나 상냥하시던 어머니께서 저에게 그렇게 큰 소리를 치신 것은 이번이 처음이 었습니다. 결국, 전 급히 제 방으로 올라가버렸죠. 정말 싫었습니다. 갑자기 이틀 동안 모든게 변해 버린 것만 같았습니다. 그 금발의 남자가 나타난 순간부터‥. 그 후로, 그 남자의 모습은 볼 수 없었습니다. 세월은 흐르고 흘렀고, 어느덧 스페 이드 나이트님의 이야기는 모두에게서 잊혀져 가고 있었습니다. 전 옛날부터 꿈꿔 왔던 대로, 전 사관학교에 들어갔고 이제 몇년만 더 지나면 임페리얼 가드가 될 수 있습니다. 스페이드 나이트님이 돌아가신지 5년, 저도 인제 어엿한 어른이 되어있 었습니다. 그날, 전 사관학교 주최로 열린 검술 대회에서 남자 선배들마저 제치고 우승을 할 수 있었습니다. 아버지와 어머니께선 주점의 일 때문에 시간이 맞지 않아 오시지 못하셨지만 그래도 상관은 없었습니다. 전 시상식이 끝나자 마자 우승 깃발과 상금 을 들고 급히 집으로 향했습니다. 집에 가는 길이 이렇게 즐거웠던 일은 없었습니 다. 이윽고 가게의 문이 보였고, 전 그 문을 활짝 열어 젖히며 소리쳤습니다. "아빠! 엄마! 저 해냈어요!!!" "슈, 슈웰!! 어서 나가거라!!!"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린 순간, 전 들고 있던 우승 깃발을 바닥에 떨어뜨리고 말았 습니다. 주점 안엔 피를 흘리고 쓰러져 계시는 아버지와 다른 사람들, 그리고 검을 든 어머니께서 도끼창을 든 보라색 옷의 남자와 대치하고 있는 모습이 있었습니다. 어머니는 검으로 상대방의 낫을 강하게 밀친 후, 제가 있는 쪽으로 빠르게 몸을 움 직이시며 말씀하셨습니다. "어서, 가거라‥! 조커 나이트가, 마족들이 왔어!! 어서 빠져 나가거라!!!" (※필자 주: 여기서 나오는 조커 나이트는 본편 조커 나이트와 관련이 없음) "예?! 도, 도대체 무슨 말씀이세요!!" 파앙­!!! 순간, 괴한의 창이 어머니를 급습해 왔고 어머니께선 놀라운 솜씨로 그 창을 튕겨 내셨습니다. 어머니께선 사력을 다해 다시 괴한을 멀리 밀치신 후 다시 저에게 말 씀하셨습니다. "어서 가거라!! 절대로 한곳에 머물면 안돼!!! 그리고‥다이아몬드 나이트나 클로 버 나이트를 찾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 세계는‥으윽!!" 타앙!! 조커 나이트의 공격은 재차 이어졌습니다. 어머니께선 간발의 차이로 그 공격을 받아 내셨고, 우물쭈물하던 전 결국 분루를 삼키며 가게 밖으로 뛰쳐 나왔습니다. "아‥!!" 그러나, 도망치는 것도 제 마음대로 되진 않았습니다. 가게 밖은 어느새 마족들로 단단히 포위가 되어 있었습니다. 솔직히 무서웠습니다. 왜 갑자기 이런 일이 저에 게 벌어져야 하는지 아무나 잡고 물어보고 싶었습니다. 그때, 마족 한마리가 저에 게 공격을 가해왔고 전 반사적으로 허리에 찬 검을 빼 들어 그 마족을 쓰러뜨렸습 니다. 이제 검을 넣을 수 없었습니다. 뒤로 돌아갈 수도 없었습니다. 전 결국 싸울 수 밖에 없었습니다. "으, 으아아아아아앗­!!!!!!" 몸 이곳 저곳에 작은 상처들이 났지만, 그것을 신경쓸 겨를을 마족들은 주지 않았 습니다. 팔에 힘이 떨어져갔지만 그래도 싸워야만 했습니다. 파앙­!! 순간, 한 마족이 제 검을 날려 버렸고 전 땅바닥에 쓰러지고 말았습니다. 마족들은 순식간에 제 주위를 감쌌고, 무기를 아랫쪽으로 내리며 절 그대로 찍을 자세를 취 했습니다. 죽음의 순간이 이런 것일까요? 「‥?」 그때, 마족들이 갑자기 동작을 멈추며 주위를 둘러보기 시작했습니다. 너무 조용했 습니다. 마족들의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았습니다. "마그나 소드, 참(斬)." 퍼어억­!!!!! 얼음과 같이 차가운 목소리와 함께, 마족들의 머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 한꺼번에 공중으로 튀어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잘린 목에선 찝찔한 마족들의 피가 분출되어 나왔고, 땅바닥에 쓰러져 있는 전 할 수 없이 마족들의 피를 뒤집어 써야만 했습니 다. 마족 한명의 시체가 절 덥쳐왔습니다. 생각보다 무거웠습니다. 그리고 전 곧바 로 정신을 잃고 말았습니다. ※※※ "‥아‥앗?"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요. 그리고 이곳은 어디일까요. 어쨌거나, 전 정신을 차릴 수 있었습니다. 주위를 둘러 보니 제가 쓰러져 있는 곳은 옆에 폭이 넓은 시냇물이 흐르고 있는 숲이었습니다. 몸의 감각이 돌아오는 것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왜냐, 온 몸에 난 작은 상처들이 쓰려왔기 때문이었습니다. 제 몸을 뒤덮은 마족들의 피 도 아직 끈적거렸습니다. 정말 싫었습니다. "씻어." "?!" 그때, 제 뒤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전 급히 주위를 돌아보았고, 저 의 바로 옆 나무 아래에 흰 코트를 입은 금발의 남자가 입에 담배를 문 채 앉아있 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전 그 남자를 기억할 수 있었습니다. 어렸을때, 저에게 잊을 수 없는 추억을 남겼던 바로 그 남자였습니다. "다, 당신은!! ‥아야얏‥!!" 몸을 크게 움직이자, 상처가 다시 쓰려왔습니다. 전 저도 모르게 신음소리를 냈고, 그 남자는 담뱃재를 옆에 있는 작은 바위에 털며 다시 말했습니다. "마족의 피에 몸이 오염되고 싶으면 좋을대로‥." 그 남자의 말을 들은 순간 전 사관학교에서 들은 마족의 피에 대한 얘기를 떠올릴 수 있었습니다. 만약 상처를 입은 곳에 마족의 피가 묻게 되면, 마족의 피는 독으 로 변하여 인간의 몸을 말 할 수 없을 정도로 오염시킨다는 것이었습니다. 전 급 히 옷을 벗으려 했으나, 또 그럴 수도 없었습니다. 그 남자의 감정없는 시선이 저 에게 꽂혀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아무래도 이 남자는 엉큼한 생각을 품고 절 숲 의 시냇가에 데려왔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젖내나는 꼬마 몸 따윈 관심 없어." 그 남자는 담배를 부벼 끄며 그렇게 말했고, 전 결국 될대로 되라는 식으로 상의를 벗었습니다. 목숨이 아까워 치욕을 당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었습니 다. 그리고, 하체엔 상처가 거의 없다는 점이 절 그런대로 안심시켜 주었습니다. 마족의 피를 다 닦고 머리까지 감은 전 급히 옷을 챙겨 입으려 했습니다. 그러나, 입으려고 보니 그것도 어려웠습니다. 속옷은 그런대로 괜찮았으나, 상의는 원래 옷 이 어떤 디자인이었는지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엉망이었습니다. "옷 입지 마." 그때, 또 그 남자가 말했고 전 결국 상의로 앞을 가린채 그 남자에게 소리쳤습니 다. "이, 이봐요!! 당신 역시 뻔한 남자였군요!!! 그렇게 제 몸을 보고 싶으셨다면 × (필자 삭제↘) × ×× ××× ×× ××× ××× 왜 지금 이러시는거에요!!! 앗?" 순간, 그 남자의 손에서 무언가가 날아왔고 전 그 남자가 던진 작은 병을 받아 보 았습니다. 투명한 엑체가 들어 있는 투명한 병이었습니다. 전 그제서야 그 남자가 옷을 입지 말라는 뜻을 알 수 있었습니다. 전 제 입으로 그 남자에게 그런 부끄러 운 말을 했다는 것에 마음속으로 자책을 했습니다. 전 뒤로 돌아 앉아 상의를 옆 으로 내리며 그 남자에게 슬그머니 물었습니다. "‥위에 속옷 정도는 입어도 되죠?" 고개를 돌리고 있던 그 남자는 눈을 뜨고 절 흘끔 바라보며 중얼거렸습니다. "‥좋을대로." -----------------계속--- 『게시판-SF & FANTASY (go SF)』 27407번 제 목:[GK외전] Light Emperor Vol.3 올린이:jack21 (이경영 ) 98/02/08 22:41 읽음:1869 관련자료 없음 ----------------------------------------------------------------------------- ---------------------------------------------------------------------------- "입도록." 제가 몸에 난 상처에 약을 다 바르자, 그 금발의 남자는 제게 자신의 코트를 벗어 주었습니다. 얼핏 보기에 그 남자의 코트는 굉장히 두텁고 무거워 보였습니다. 하 지만 완전히 넝마가 되어 버린 제 제복 보다는 훨씬 나은 듯 해서 전 사양하지 않 고 코트를 받아 들었습니다. "‥음?" 코트를 받은 순간, 전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접혀도 엄청나게 두껍게 접히는 그 코트가 이상하게도 손 안에선 가벼운 것이었습니다. 코트라고는 했지만 소매가 길게 내려오는 것이 아니어서 약간 추울 것 같았지만 입고 보니 그렇지도 않았습니다. 코트가 저에겐 큰 탓에 마치 망토처럼 양 팔을 코트 안에 넣어도 충 분했고, 코트 안쪽은 굉장히 따뜻했기 때문이었습니다. 남자는 저에게 코트를 건내 준 후 나무에 기대어 눈을 감았고, 저는 그 남자의 근처에 앉으며 살짝 말을 건내 어 보았습니다. 대답은 그리 재미가 없을 것 같았지만 그래도 사람끼리 있는데 말 이라도 해야 괜찮을 것 같아서 였습니다. "저어‥, 낮엔 구해주셔서 정말 고마웠습니다. 그런데, 저희 어머니는 보지 못하셨 나요?" 그 남자는 눈을 감은채 조용히 대답했습니다. "보지 못했다." 역시나 재미 없는 대답이었습니다. 하는 수 없이, 저는 다른 질문을 던졌습니다. "‥예. 아, 참‥저 기억 나세요? 몇년 전에 절 구해주신 가게에서 뵌 일이‥." "스페이드 나이트를 없앨때 처음 만났다는게 정답이겠지." 저도 물론 기억은 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떠올리기 싫어서 말은 하지 않고 있었 죠. 그러나 그 남자는 서슴치 않고 그때의 일을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내 이름은 휀·라디언트. 이제부터 넌 나를 따라 잠시 여행을 하게 된다. 이유 는 네 스스로 알게 되니 나에게 여행의 목적에 대한 질문은 하지 마라. 오늘은 여 기서 밤을 보내고, 내일은 '던오드'로 향한다." 남자는 곧 일방적으로 그렇게 말을 한 뒤 다시 묵묵히 눈을 감았습니다. 아무런 말 도 할 수 없게 된 저는 하는 수 없이 자기 소개를 해 주었습니다. "저, 저는 제립 사관학교 2학년생인 '슈웰·브랜든'이라고 합니다! 앞으로 잘 부탁 드립니다!!" "……." 그 후로는 적막 뿐이었습니다. 전 하는 수 없이 나무 밑에 자리를 잡고 잠을 청해 보았습니다. 처음 하는 노숙이어서 잠이 잘 올 것 같지 않았지만 그래도 이상하게 마음은 편했습니다. 다음날 아침, 저는 휀이라는 남자와 함께 수도 근처의 상업도시 던오드로 향하는 길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배가 매우 고파 던오드에 도착할때 까지 어떻게 참나 걱 정하던 저는 숲을 지나 길로 나서자 마자 던오드의 외곽 성문이 멀리 보이자 다시 금 놀라고 말았습니다. 수도에서 부터 던오드까지 사람의 걸음으로 걸리는 시간은 약 반나절이었습니다. 하지만 한시간동안 숲을 통과하자 던오드가 보이는 것으로 보아 어제 휀은 저를 데리고 던오드 근처까지 온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리 오 랜 시간을 들이지 않고 말이죠. 전 휀과 함께 길을 걸으며 그에게 넌지시 물어보 았습니다. 굉장히 궁금한 것이 또 하나 떠올랐기 때문이죠. "저어‥그때하고 하나도 변한게 없으시네요? 나이도 거의 먹지 않으신 것 같은데‥ 실례지만 나이가 어떻게 되시나요? 30대 초반? 아니면 20대 후반?" "…." 그러나 휀은 아무런 대답이 없었습니다. 결국 전 질문을 덮는 수 밖에 없었죠. 던오드는 상업도시니 만큼 상당히 활기찬 도시입니다. 게다가 수도 근처에 있어서 더욱 그러하죠. 세계 각곳의 사람들이 모여들고, 수많은 정보들이 돌고 있는 곳이 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에게 제일 급한 것은 아침 식사였습니다. 휀은 그것을 아는 지 던오드에 들어가자 마자 식당으로 향했고, 상당히 배가 고팠던 전 음식 냄새만 맡아도 배가 부른 기분이 들었습니다. 휀은 손가락을 튕겨 종업원을 불렀고, 즉시 달려온 종업원은 하얀 코트를 몸에 두르고(두르고 있다는 표현이 어울걸 겁니다. 휀의 코트는 저에겐 너무 크거든요)있는 절 흘끔 본 뒤 메뉴판을 휀에게 건내 주었 습니다. 그러나 휀은 메뉴판을 저에게 준 후 종업원에게 말했습니다. "난 와인 한잔. 음식 주문은 저 아이에게." 휀의 간단한 주문은 끝났고, 전 고개를 갸웃거리며 염치없이 이것 저것을 주문하 기 시작했습니다. 그땐 배고프다는 생각 외엔 없었거든요. "스테이크 3인분 하고요, 고기 스프하고요, 후식으로는 딸기 아이스크림이요!! 아 , 그리고 추가로 연어 구이도요!" "네? 네네‥." 종업원은 열심히 적은 후 메뉴판을 다시 들고 부엌으로 향했고, 전 이제 나올 음식 에 대한 기대감에 부풀어 저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습니다. 음식이 나올때까지, 전 휀에게 다시 질문을 해 보았습니다. "저어‥저희 부모님께선 살아 계시겠죠? 아버지께선 크게 부상당하신 것 같은데‥. 아, 그리고 죄송하지만 전 어머니께 다이아몬드 나이트와 클로버 나이트를 찾으라 는 말씀을 들었거든요. 같이 다녀 주시면 실례가 되지 않을까요?" 팔짱을 끼고 묵묵히 앉아 있던 휀은 절 흘끔 바라보며 말했습니다. "‥처음 질문은 내가 알 바 아니지. 그리고, 다음 제의는 거절이다." "예에!? 하, 하지만 저는‥!!" "하트 나이트가 당한 시점에서 다이아몬드 나이트와 클로버 나이트를 찾아 나선다 는 것은 바보짓, 마족들은 그런 머리도 없을 것 같나. 그리고 그 둘은 찾아 나설 필요조차 없지." 하트 나이트가 당했다는 말에, 전 깜짝 놀라고 말았습니다. 이 세상을 지키는 네명 의 기사중 한명이기 때문에 더욱 그러했습니다. "하, 하트 나이트님이요? 언제요!!" "어제." "?" 전 휀의 간단명료한 대답을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전 살짝 얼굴을 찡그리며 다 시 휀에게 물어보았습니다. "아니, 어떻게 아시죠?" "네 눈 앞에서 당하고 있었지 않나." "‥? 설마‥?" "네 모친이 바로 하트 나이트다." 전 일순간 바보가 된 느낌을 받았습니다. 18년 동안 절 낳아주시고 키워주신 제 어 머니께서 바로 하트 나이트라는 사실 말고, 딸인 저조차 모르고 있던 사실을 생전 두번 밖에 본 일이 없는 휀이 알고 있다는 것 때문이었습니다. 전 즉시 휀에게 소 리치려 했으나, 휀은 아무래도 제 마음을 읽는 모양이었습니다. "너희 모친이 나에게 부탁했다. 됐나." "예? ‥아, 알았어요." 휀이 그렇게 입을 막은지 얼마 안되어, 주문한 와인과 음식들이 나왔고 전 아까의 일을 완전히 잊고 양 손에 포크와 나이프를 잡으며 말했습니다. "자아! 잘 먹겠습니닷!!" 전 곧 신나게 식사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스테이크 3인분과 스프는 여자애 치고 많이 먹는 편엔 저에겐 간단한 것이었습니다. 주위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음식 을 먹던 전 문득 휀의 앞에 와인 한잔 밖에 놓여있지 않은 것을 깨닫고 말았습니 다. 결국 저만 신나게 먹은 것이었습니다. 전 얼굴이 확 달아 올랐고, 아직 손도 안 댄 연어 구이를 휀에게 내밀며 말했습니다. "죄, 죄송해요. 휀의 음식을 주문하는 것을 까맣게 잊고 저만‥." 그러나, 휀은 시선조차 돌리지 않고 아무 말 없이 와인을 살짝 들이킬 뿐이었습니 다. 스테이크와 스프를 다 먹고 연어 구이도 먹을 수 있을 만큼 제 양은 아직 차지 않았지만, 전 도저히 그 연어 구이를 먹을 수 없었습니다. 미안해서였죠. 와인을 다 마신 휀은 담배를 꺼내 불을 붙이며 차갑게 말했습니다. "상관 말아." 그 말은, 자신은 걱정하지 말고 더 먹으라는 소리처럼 저에게 들려왔습니다. 이상 하죠. 그러나 그 말을 제 생각대로 받아들인 전 결국 연어 구이마저 먹기 시작했습 니다. 제가 식사를 다 마치자 휀은 바지 주머니에서 금화 몇개를 꺼내 저에게 건내 주었습니다. 계산하라는 뜻이었습니다. 전 기분 좋게 금화를 받아 들고 일어서서 카운터로 갔고, 식비를 지불한 후 휀과 함께 식당을 나섰습니다. "아아∼잘먹었습니다. 정말 고마워요 휀." 휀은 다 피운 담배를 부벼 끄며 말 없이 옷가게로 향했고, 전 즉시 그를 따랐습니 다. 거의 모든 일을 잊지 않고 완벽히 처리해 주는 남자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휀은 제가 옷을 고를 동안 밖에서 가만히 서 있었고, 전 옷을 고르면서 제 나름대 로 휀의 주머니 사정을 생각해 그런대로 싼 옷을 골라 휀에게 보여주었습니다. 그 러자, 휀은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며 말했습니다. "죽고 싶나." 제가 가지고 나온 옷은 여성용 가죽 갑옷 셋트였습니다. 전 결국 다시 옷가게 안으 로 들어갔고, 이번엔 오기로 헝겊에 싸인 여성용 최고급 '렌티멀 합금'갑옷을 입고 나왔습니다. 이 갑옷은 외관상으로 보면 가죽 갑옷과 같았지만 훨씬 더 가볍고 안 정감있는 갑옷으로 상당히 고가의 물건이었습니다. 제가 그것을 입고 나오자, 휀은 그제서야 금화 주머니를 바지에서 꺼내 저에게 던져 주었습니다. 전 도대체 무슨 재주로 이 많은 돈이 저 주머니에서 나오나 궁금해 하며 계산을 하고 밖으로 나왔 습니다. "저어‥너무 무리하시는 것 아닌가요? 전 가죽 갑옷으로도 괜찮은데‥." 그러나, 휀은 대답 대신 손을 내밀며 말했습니다. "코트." 전 하는 수 없이 입을 다물며 휀의 백색 코트를 돌려주었고, 휀은 코트를 입으며 다른 곳으로 걸음을 돌렸습니다. "이젠 어디로 가실건가요? 왠만한건 다 갖춘 것 같은데‥." "무기점." "예? 하지만 전 사관학교에서 받은 레이피어가 있는데요?" 제 말을 들은 휀은 걸음을 멈추었고, 저에게 다가와 제 허리에 찬 검을 손으로 잡 아 채며 말했습니다. "부엌칼 따윌 믿나." 파앙­!! 휀은 양 손으로 제 검을 칼집채 두동강 내 버렸고, 바닥에 내 던지며 계속 걸어가 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휀의 행동엔 화도 나지 않았습니다. 그의 행동에 아직까지 이유가 붙지 않은 것은 없었으니까요. 간단히 말 해, 따져봤자 제가 진다는 것이 었습니다. 무기점에 간 휀은 제 무기를 직접 고르기 시작했습니다. 자신이 만져보 고, 이리저리 휘둘러보며 무기의 성능을 점검해 보았습니다. 그렇게 해서, 휀은 일곱군데의 무기점을 패스했고 결국 여덟번째 무기점에서 레이피어 하나를 선택했 습니다. 휀이 그 레이피어를 잡자, 무기점 노인은 눈이 휘둥그래졌고 놀란 눈으로 휀에게 말했습니다. "호오‥손님, 무기보는 눈이 꽤 있구려. 그건 드워프족이 일년에 두번 납품해 주는 고급 무기인데‥. 모양은 그저 그렇지만 예리함이나 탄력은 다른 어떤 레이피어보 다 좋을 것이오. 무기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 같으니 내가 특별히 원가로 주겠 소이다. 허허헛‥." 휀은 저에게 무기를 준 후 계산을 했고, 전 뭐가 다른게 있다 속으로 투덜대며 검 을 휘둘러 보았습니다. "‥?" 정말 이상했습니다. 분명 무기저 할아버지가 말한 그대로 모양은 볼품 없었으나 손에 딱 잡히면서도 칼날이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경쾌하기까지 했습니다. 계산을 다 한 휀은 다른 곳으로 향하며 저에게 말했습니다. "드워프 마을에 갈때 까진 그것으로 만족하도록. 불량품이지만 그때까진 충분해." "‥에엣? 이게 불량품이라고요?" "드워프들은 명검을 만들다가 실패한 무기를 인간들에게 납품한다. 실패작이라 모 양이 볼 품 없지. 하지만 무기로서의 성능은 고급이다." 휀은 정말 많은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어렸을땐 스페이드 나이트님을 살해한 악당 이라 생각하고 있었지만 직접 대면을 해 보니 피치못할 사정이 있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아직 모르지요. 절 어디로 데리고 간다는 말도 제대 로 안해주는 남자니까요. ------------------------계속--- 『게시판-SF & FANTASY (go SF)』 27550번 제 목:[GK외전] Light Emperor Vol.4 올린이:jack21 (이경영 ) 98/02/10 21:30 읽음:1979 관련자료 없음 ----------------------------------------------------------------------------- ---------------------------------------------------------------------------- 그날, 휀은 서둘러서 길을 떠나지 않고 여관으로 향했습니다. 전 상처도 아프지 않 았고 갖출 것은 다 갖췄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무언가 빠진 것이 있었던 모양이었습 니다. 여관가에서 여관들을 이리저리 둘러보던 휀은 꽤 커보이는 여관으로 갔고, 전 그의 뒤를 따라 그 여관으로 들어섰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어떤 방을 원하십니까?" "더블 배드로. 둥근 침대면 더 좋소." "에엣­?!" 순간, 전 머리가 띵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분명 휀의 말은 저와 같은 방 을 쓰겠다는 소리였으니까요. 전 황급히 휀의 옷자락을 잡으며 소리쳤습니다. "무, 무슨 소리세요!! 무슨 생각으로 이러시는 거에요!!!" "…." 휀은 무감정의 시선으로 절 바라보았고, 전 하는 수 없이 그의 옷자락을 놓으며 뒤 로 돌아서 버렸습니다. 여관 주인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실실 웃으며 열쇠를 휀에 게 넘겨 주었고, 더욱 황당한 소리마저 추가로 하는 것이었습니다. "손님, 다른 것은 필요 없으신가요?" "없소." "예예, 2층 두번째 방이니 좋은 시간 되십시오." 열쇠를 받은 휀은 천천히 윗층으로 올라갔고, 전 여관 주인을 한참동안 노려보다가 무거운 걸음으로 휀을 따라 올라갔습니다. 휀은 벌써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간 상 태였고, 전 들어갈까 말까 고민하다가 결국 무슨 생각이 있어서겠지 하며 안에 들 어갔습니다. 휀은 코트를 벗어 옷걸이에 건 후 저를 바라보았고, 방 문 앞에 가만 히 서 있던 전 움찔 하며 뒤로 살짝 물러섰습니다. "갑옷을 벗고, 손을 풀어둬." "‥! 정말 이러시기에요!! 어쩐지, 왜 저에게 갑옷이며 검이며 다 사주시는가 했더 니 이런 속셈이었군요!!!" 그렇게 소리치는 절 보던 휀은 코트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며 말했습니다. "잠자코 검이나 들어." "‥네?" 전 깜짝 놀랐습니다. 갑자기 방 안에서 검을 뽑으라니요. 하지만 휀의 얼굴은 진지 했습니다. 전 휀의 말 대로 갑옷만을 벗고 새로 산 레이피어를 들었습니다. "‥사관학교에서 그렇게 가르치던가." "예? 아, 아뇨‥." 전 고개를 갸웃거리며 검을 잡고 자세를 취했습니다. 사관학교에서 가르쳐준 검술 의 기본 자세는 직립 자세였습니다. 몸을 상대방으로 부터 약간 비스듬히 돌린 상 태로 단정한 자세를 취한 뒤 검을 들어 그 끝을 상대방의 눈에 맞추는 것이었습니 다. 휀은 담배 연기를 옆으로 뿜은 뒤 저에게 말했습니다. "그 자세는 이 방처럼 좁은 공간에선 사용하기 힘들다. 만약 상대가 대검등의 무기 를 들고 있을때, 실력이 너와 같다고 한다면 넌 이기기 힘들어진다. 사관학교에서 가르쳐주는 레이피어의 사용술은 찌르기가 주를 이룬다. 하지만 레이피어 역시 검, 벨 수 있다. 검 자체의 탄력등을 이용해 상대방의 공격도 흘릴 수 있어 반격도 강 력하다." "‥?" 전 어리둥절한 얼굴로 휀을 바라보았습니다. 휀은 곧 저에게 다가와 제 검을 자신 이 잡은 후 자세를 취해 보였습니다. 검은 뒤로, 다리는 넓게, 그리고 왼손을 아래 로 자연스럽게 늘어뜨린 자세였습니다. "이 자세는 '자연체'라 불린다. 고정적인 자세는 아니다. 넌 이와 비슷하게 전후좌 우 어떤 방향으로도 네 스스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을 정도로만 자세를 만들면 된다." 휀은 저에게 검을 다시 넘겨주었고, 전 휀의 말 대로 편하게 자세를 취해 보았습니 다. 제 앞에서 가만히 제가 자세를 만드는 것을 보던 휀은 어느 순간 손을 뻗으며 말했습니다. "그 정도다. 그런 자세를 익히도록. 시간은 30분." 그렇게 말 한 휀은 침대 위에 앉았고, 전 고개를 갸웃거리며 휀이 지적해준 자세를 계속 익혔습니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자 지금의 자세가 왠지 직립 자세보다 더 움직이기 편한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게다가, 검이 제 뒤로 가 있기 때문에 상 대방이 제가 어떤 방향에서 공격할 것인지 모를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예정 된 30분은 흘렀고, 휀은 저에게 레이피어로 베는 것을 가르쳐 주었습니다. 하지만 베는 목표가 정말로 황당한 것이었습니다. 바로 종이였죠. 그것도, 종이의 끝을 베는 것이 아니라 종이의 면을 베는 것이었습니다. 당연히 베어질 이유가 없었습 니다. 칼 날이 닿은 종이는 위로 굽어버렸기 때문에 전 수십번을 해도 종이의 면 을 벨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휀은 아주 간단히 시범을 보이더군요. 되는 것을 본 이상 전 계속 하는 수 밖에 없었습니다. 몇시간이 지나자 제 오른팔은 뻐근해졌고, 전 우는 목소리로 휀에게 말했습니다. "우욱‥좀 쉬었다 하면 안될까요? 너무 힘들어요." "‥좋아. 이제 왼팔로 하도록." 전 기가 막혔습니다. 하는 수 없이 전 왼팔로 몇시간을 더 보내야만 했습니다. 밤이 되고 사람들의 발소리도 뜸해질 무렵, 제 팔의 근육들은 통증에 호소를 하며 움직여주지 않았습니다. 그제서야 휀은 저에게 쉬고 잠을 자라는 말을 해 주었고, 전 검을 떨어뜨리며 바닥에 그대로 쓰러져 잠에 빠져 들었습니다. 다음날 던오드를 출발한 다음에도 휀은 노숙을 하기 전 저에게 종이 베기를 계속 시켰고, 전 그 황당하고도 혹독한 훈련을 계속 해야만 했습니다. 다음날도, 그 다 음날도, 그리고 또 다음 다음 날도‥. 훈련 코스는 변함이 없었고, 제가 지쳐 쓰러 져 자는 것도 변함이 없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열흘이 지났습니다. 팔에 근육이 붙은 것은 말 할 것도 없었고, 복부 에도 남자처럼 근육이 엉겨 붙었습니다. 몸매 유지는 이제 물건너 갔다는 생각도 이젠 하기조차 싫었습니다. "하앗­!!!" 팔랑 "타앗­!!!" 팔랑 종이는 하염없이 팔랑거리며 베어지지 않았습니다. 전 가쁜 숨을 돌리며 검을 오른 손으로 바꿔 쥐었습니다. 저에게도 '오기'라는 것이 생겼는지 이젠 휀의 얼굴도 보 지 않고 계속 종이만을 바라보았습니다. ‘왜 베어지지 않을까‥? 나뭇가지도 베어지는데 왜‥!’ 전 그렇게 생각하며 가만히 열흘 전 휀이 종이를 벨 때의 기억을 더듬어 보았습니 다. 처음 보았을땐 그냥 피식 베어버린 기억 밖에 없었습니다. 계속 그것을 떠올려 보던 전 양 볼을 손으로 살짝 친 후 정신을 집중해 종이를 바라보았습니다. ‘빨리 베어보자. 종이가 흔들리기 때문에 벨 수 없는거야. 좋아, 한번 더‥!!’ "하앗­!!!" 픽­! 순간, 제 눈 앞에서 종이는 두조각이 났고, 팔랑거리며 땅바닥에 떨어지는 종이를 보던 전 점점 미소를 지었고, 종이 조각이 바닥에 떨어지자 전 기쁜 나머지 양 팔 을 번쩍 들며 소리쳐 웃기 시작했습니다. "와아!! 와아아아아앗!!!! 성공이에요, 성공했어요 휀!!! 하하하하핫­!!! 성공했 다고요!!!! 종이를 잘랐어요!!!" 전 만면에 미소를 지은채 휀을 바라보았습니다. 그러나 휀의 얼굴은 여전했습니다. "‥기다리고 있도록." 휀은 곧 자리에서 일어나 숲 안쪽으로 들어갔고, 전 검을 땅에 박은 후 바닥에 앉 아 휀의 말 대로 그를 기다렸습니다. 기다리는 동안에도, 전 주먹을 쥐어 보거나 팔을 흔들거나 하며 이 성취감에 한껏 기뻐했습니다. 조금 후, 휀은 다시 돌아왔 고 그의 손엔 사과 한개가 들려 있었습니다. 전 이 남자가 왠일로 선심을 쓰나 하 며 사과를 받아 든 후 바로 먹을 준비를 했습니다. 그러나, 휀의 말이 남아있었습 니다. "직립 자세를 취하고 있어. 다음 훈련이다." "‥칫." 전 곧바로 직립 자세를 취했고, 휀은 제 머리 위에 사과를 얹은 뒤 말했습니다. "검을 휘둘러라. 조건은 사과가 떨어지지 않게 하는 것이다." "‥? 전 서커스엔 취미 없는데요?" "종이 자르기 따위로는 서커스조차 할 수 없어." 휀은 그렇게 말 하며 나무에 기대어 앉았고, 전 하염없이 한숨을 쉬며 머리 위의 사과가 떨어지지 않게 검을 휘둘러 보았습니다. 떨어지지 않게, 아주 살짝. 결국 사과는 떨어지지 않았고, 전 씨익 웃으며 휀을 바라보았습니다. "헤헷, 어때요?" "장난하나." "‥쳇. 그럼 시범이나 보여 봐요." 휀은 곧 자신의 머리 위에 사과를 얹은 뒤 자신의 검을 뽑아 들었습니다. 전 정말 놀랐습니다. 검을 뽑는데도 불구하고 사과가 떨어지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살짝 뽑 은 것도 아니고, 평상시처럼 뽑은 것임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휀은 여전히 사과를 얹은채 자세를 취한 후 즉시 검을 앞에 있는 나무에 휘둘렀고, 나무는 깨끗이 잘리 며 스르륵 쓰러져 버렸습니다. 상당히 큰 자세였음에도 불구하고 사과는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전 놀라는 수 외엔 방도가 없었습니다. 휀은 사과를 저에게 돌려주며 말했습니다. "나무까진 벨 필요 없다." "‥후우, 알았어요 알았어. 맘 써줘서 고마워요." 그 훈련은 종이 베기보다 난이도가 높았습니다. 휀처럼 검조차 뽑지 못하는데 베기 까지 하라는 것은 정말 무리였습니다. 그래도 전 하는 수 없이 그 훈련을 계속 했 습니다. 이것 또한 몇일 걸리겠죠 뭐. "잡념인가." "알았다니까요." ----------------------계속--- 『게시판-SF & FANTASY (go SF)』 28175번 제 목:[GK외전] Light Emperor Vol.5 올린이:jack21 (이경영 ) 98/02/21 21:07 읽음:1825 관련자료 없음 ----------------------------------------------------------------------------- --------------------------------------------------------------------------- 한달이 지났습니다. 그동안, 전 머리 위에 사과를 놓고 검을 휘두르는 과제와 검을 휘두름으로서 생긴 진공파로 원거리에 있는 물체를 치는 과제를 통과했습니다. 어쨌거나 하면 되더군 요. 세번째 과제까지 마쳤을때, 전 한달 전보다 상당히 강해져 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양 손을 주머니에 집어 넣고도 줄타기를 할 수 있었고, 시장에서 판을 벌리는 사기 도박사들의 손놀림도 느리게 보일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덕분에 근육이 상당히 늘었다는 불만도 있었습니다. 배우며 배우며, 계속 이동을 하다 보니 저와 휀은 어느덧 국경을 지나 남쪽에 위 치한 '필로그 공국'에 도착해 있었습니다. 국경 도시에 들린 저와 휀은 피로를 풀 기 위해 여관을 잡았고, 방 하나만을 예약한 뒤 여관 아래의 술집에 들렀습니다. 전 사실 술을 못마시지만, 한달동안 휀에게 배운 것 중 왠만한 정보는 술집에서 들 을 수 있다는 것 때문에 그랬습니다. 휀은 여느때와 같이 고급 술 한잔을 주문한 뒤 묵묵히 술맛을 즐겼고(즐기는 것이겠죠. 그 사람에게 설마 고민이 있겠어요) 전 테이블에 모여 앉아 맥주를 마시고 있는 중년의 남자들에게 다가가 필로그 공국 에 대한 여러가지 정보를 모아 보았습니다. 국경 도시 사람들이어서 그런지 그 아 저씨들은 상당히 많은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밤이 되어 휀과 함께 여관방 안으로 들어간 전 휀에게 제가 들은 것들을 얘기해 주기 시작했습니다. "필로그 공극에선 요즘 도둑들이 들끓고 있나 봐요. 덕분에 국왕이 직접 헌터들을 고용해 정규군과 함께 도둑들을 한참 토벌하고 있데요. 그래서 지금 이 나라엔 전 세계에 내노라 하는 투사들이 상당히 많이 모였고, 지금도 모이고 있다 하는군요. 아, 그리고 공국 내부에서도 파벌끼리의 암투가 심해서 나라 상황이 상당히 않좋 다고 해요. 그 밖에 특별한 정보는 없었어요." 휀은 저의 얘기를 들으며 자신의 검을 헝겁으로 닦고 있었습니다. 최근에야 안 것 인데, 그 검의 이름은 '플랙시온'이라 하더군요. 상당히 좋은 검 처럼 보이지만 현 재까지 휀이 검을 들고 싸우는 모습을 본 것은 옛날 스페이드 나이트님을 살해할때 외엔 거의 본 일이 없었기에 그 검의 성능이 어떤지는 잘 몰랐습니다. 하지만 휀 정도의 사람이 들고 다니는 검이니 상당히 좋은 검이겠죠. 얘기를 마친 전 언제나 처럼 갑옷만을 벗고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세번째 과제까지 끝나자 휀은 저에게 아무런 과제를 주지 않았습니다. 전 실증이 나서 그런가 했는데, 그건 또 아니더 군요. "이 이상의 기술은 네가 더 강해진 후에 가르쳐 주겠다." 어떤 기술일까 상당히 궁금했지만, 알기 위해선 강해지는 것 외엔 도리가 없었습 니다. 검을 다 닦은 휀은 의자에 앉은채 코트를 덥고 잠을 청했고, 그가 눈을 감 은 것을 본 뒤 저 역시 잠에 빠져들었습니다. 현재 스승과 제자 사이라지만 그래 도 젊은 남자와 여자 사이잖아요. 게다가 방 하나에서 같이 지내는데‥. 예의상 경 계는 해야 하겠지요. 다음날, 전 휀과 함께 마을을 떠나 수도 쪽으로 향하기 시작했습니다. 생각해 보니 , 휀은 어떤 특별한 임무가 있는 모양이었습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절 이렇게 끌고 다닐 이유가 없겠지요. 그래서, 전 휀에게 물어보았습니다. "저어, 휀. 당신은 정확히 목적이 무엇인가요? 계속 어디론가 가고 있다는 것은 어 렴풋이 느끼겠는데, 왜 가고 있는지는 잘‥." "대답할 이유가 있나." 그것으로 끝이었습니다. 하여튼, 저와 휀은 또다시 몇일간 여행을 해야만 했습니 다. 어느날 밤, 노숙 장소에서 열심히 검술 연습을 하고 있는 휀은 나무에 기대어 앉아 담배를 피우며 왠일로 저에게 말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하트 나이트나 다이아 나이트등은 혈통적으로 그 힘을 이어 받는다. 아들이건 딸 이건 한명 외엔 자손을 낳을 수 없다. 두명 이상 낳게 되면 그 힘 때문에 형제간의 싸움을 피할 수 없게 된다. 물론 낳고 싶어도 낳지 못하지만." "‥예?" 검을 휘두르던 전 깜짝 놀라며 휀을 바라보았습니다. 휀은 계속 얘기를 했습니다. "보통 사람은 한달동안 아무리 수련을 쌓아도 종이베기 조차 할 수 없다. 동체시력 또한 너 정도로 증진되지 못해. 네 어머니가 하트 나이트이기 때문이지. 알다시피. ‥어쨌거나, 넌 지금 어려서 모르지만 후에 가면 네 피에 대해 네 스스로 저주를 하게 된다. 몇일 전 넌 나에게 내 목적이 무엇인지 물었었지. 내 목적은 그 혈통들 을 모두 없애는 것이다." "‥!!!! 자, 잠깐만요! 설마, 저까지‥?" 휀은 감정없는 눈빛으로 절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전 정말 무서웠습니다. 옛날, 그렇게 강하다던 스페이드 나이트님도 휀에게 공격 한번 못하고 간단히 죽음 을 당하는 모습을 직접 본 저였습니다. 이제 고작 기초만을 넘긴 제가 휀을 이길 가능성은 제로였죠.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휀의 말은 아직 끝난 것이 아니었습니 다. "하지만 넌 운이 좋았다. 마족이 개입하면서 목적이 바뀌었으니까. 연습이나 더 하 도록." 그렇게 말 한 휀은 담배를 옆에 버린 후 눈을 감고 잠을 청했고, 전 놀란 가슴을 쓸어 내리며 한숨을 길게 쉬었습니다. "‥사람 놀라게 하는데엔 소질이 있으세요 하여튼." ※※※ "마법사 셋에, 검사 둘‥이거 숫적으로 밀리는데요 휀?" 저와 휀은 다음날 아침, 길에서 이상한 패거리와 마주치게 되었습니다. 결국 시비 가 붙은 끝에 전투를 벌이게 되었고 휀은 덤덤한 얼굴로 코트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저에게 말했습니다. "마법사 둘, 마법검사 하나, 검사 하나, 마족 한명이다." "마, 마족이요!?" 전 깜작 놀라며 다시 그 패거리들을 바라보았습니다. 그러나, 마족으로 보이는 사 람은 있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휀의 말을 들은 그 패거리들이 약간 놀란 것을 보 아 마족이 있는 것은 확실한 모양이었습니다. 가만히 그들을 바라보던 휀은 앞으 로 한발자국 나서며 저에게 말했습니다. "꽤 고급 전투원들이다. 넌 나설 필요 없어." "‥쳇, 예." 전 약간 자존심이 상했지만 휀의 말은 어느 순간부터 절대적인 것으로 제 머릿속에 각인된 상태여서 전 하는 수 없이 검을 거두고 근처 나무 그루터기에 다가가 편히 앉았습니다. 그러자, 그 패거리들중 가장 앞에 있는 여자 마법사가 펄펄 뛰며 휀 에게 소리치기 시작했습니다. "아니, 사람을 우습게 보는 것도 정도가 있지!! 좋아, 일대 일 대결이다 노랑머리! 이거나 먹어랏!!!" 곧, 그 붉은 머리의 여자 마법사는 마법 주문을 외운 후 휀에게 거대한 화염탄을 날렸습니다. 하지만 전 그리 놀라진 않았습니다. 투우우웅­!!!!!! 순간, 화염탄은 휀 앞에서 보이지 않는 장벽에 가로 막히며 그 자리에 정지해 버렸 고, 그 여자 마법사는 움찔 하며 뒤로 주춤했습니다. "아, 아니!! 내 화이어볼 주문을‥!!!!" 그러나, 거기서 끝나면 휀은 환골탈태를 한 것이었습니다. 휀의 앞에서 정지한 화 염탄은 곧장 그 여자 마법사를 향해 날아가기 시작했고 그 여자 마법사의 뒤에 있 던 다른 마법사가 자신의 마법을 이용해 그 화염탄을 상쇄시켜 그들은 겨우 위험에 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여전히 주머니에서 손을 빼지 않은 휀은 천천히 앞으로 걸어가며 그들에게 말했습니다. "마족만 남기고 사라져라." 그 말엔 천근의 무게가 실려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무슨 자신감에 빠져 있는 지 결국 무더기로 휀에게 공격을 가하기 시작했습니다. 맨 처음을 장식한 사람은 장발의 검사였습니다. 제가 보기엔 상당한 수준에 있는 검사였지만, 그 역시 휀의 플랙시온을 볼 만큼의 실력은 아니었습니다. "그런 말이 통할 줄 아느‥헛!!" 그 검사가 검을 뽑기도 전에, 검사의 얼굴은 휀의 손에 잡히고 말았고 휀은 그 검 사를 가만히 잡고 다시 그 패거리들에게 말했습니다. "수명을 그렇게 단축시키고 싶은가." "‥!! ‥흥, 시끄럽다구!! 우린 아직 실력의 반도 발휘하지 못했단 말이야!!!" 그 붉은 머리의 마법사는 다시 휀에게 소리쳤고, 휀은 결국 ㄼ게 한숨을 내 쉬며 그 검사를 그들의 앞에 던져 주었습니다. 땅에서 몇번 구른 그 검사는 이를 갈며 검을 뽑았고, 다른 일행들 역시 각자 전투 준비를 하며 휀을 노려보았습니다. 단, 맨 뒤에 서 있던 보라색 머리의 남자만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그의 얼굴은 휀을 본 순간 질릴대로 질린 상태였습니다. 휀은 가만히 그 남자를 바라보았고, 그는 다리를 후들거리며 붉은 머리의 여자 마법사에게 다가가 귓속말로 얘기하기 시작했 습니다. 무슨 얘기인진 들리지 않았지만, 그 콧대 높은 여자 마법사의 얼굴 역시 시간이 흐를 수록 새파랗게 질리기 시작했습니다. "‥마, 마룡왕 ××도 저 녀석 앞에선 명함조차 내밀지 못한다구!? 그런 괴물단지 가 어디 있어!!!" 그 여자 마법사는 자신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고, 결국 그 보라색 머리의 남자는 할 수 없다는 듯 자신의 지팡이를 들고 뒤로 물러서며 자신의 일행들에게 말했습니다. "‥안녕히, 전 더이상 여러분께 볼 일이 없습니다." 슈웃­! 결국, 그 남자는 잔상도 남기지 않고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전 이제 상황이 끝났구 나 생각하며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그러나, 휀의 생각은 저완 좀 다른 모 양이었습니다. 휀은 자신의 손을 앞으로 내밀며 짧게 중얼거렸습니다. "‥광황포." ------------------------계속--- 『게시판-SF & FANTASY (go SF)』 28230번 제 목:[GK외전] Light Emperor Vol.6 올린이:jack21 (이경영 ) 98/02/22 18:28 읽음:1851 관련자료 없음 ----------------------------------------------------------------------------- 노코멘트 ---------------------------------------------------------------------------- 정말 엄청난 광경이었습니다. 휀의 손에선 거대한 빛의 기둥이 그 패거리들의 머 리 위를 스치며 끝없이 뻗어 나갔고, 멀리 보이는 어느 지점에 충돌하는가 싶더 니 곧 대 폭발을 일으켰습니다. 휀은 손을 주머니에 다시 집어 넣었고, 그의 앞엔 방금 전 사라졌던 보라색 머리의 남자가 몸의 반이 날아간채 다시 나타났습니다. 신기하게도, 그 남자는 피 한방울 흘리지 않았고 그렇게 큰 상처를 입었는데도 불구하고 휀을 바라보며 말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남자의 일행은 곧 우루루 몰려 왔고, 바닥에 쓰러진 남자는 오지 말라는 손짓을 한 뒤 휀을 보고 미소를 띄 우며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헤헷, 설마 광황님께 걸릴 줄은‥몰랐는걸요. 하긴, 암왕 바이론·필브라이드님 이나 패왕(覇王) 리오·스나이퍼님에게 걸리는 것 보다는 나을 지도‥모르겠군요. 그분들은 마족과 악마족 죽이는 것을 즐기시니까‥크윽‥. 당신은 시간 여유 없 이 상대를 죽이니‥조금 나을‥." 쿠직! 순간, 휀은 발로 그 남자의 잘려진 몸을 밟았고, 그 남자는 비명도 지르지 못하며 괴로워했습니다. 휀은 밟은 그 남자의 몸을 약간씩 움직여 보며 나지막히 말했습 니다. "죽어." "그만두지 못해!!!" 그때였습니다. 휀의 앞에 있던 붉은 머리의 마법사가 양 손을 모으며 마력을 집중 했고, 그 마법사의 손에선 붉은색의 빛이 휀과 저를 향해 뿜어졌습니다. 전 깜짝 놀라며 피하려 했으나, 그 마법의 범위 자체가 엄청났기 때문에 그것은 거의 불가 능 했습니다. "…." 그 강렬한 빛 때문에 잘 보이진 않았지만, 휀은 오른팔로 방어 자세를 취하는 듯 했습니다. 이윽고, 마법의 영향 때문에 주위는 대 폭발을 일으켰고 전 눈을 질끈 감으며 다음 상황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음?" 그러나, 폭발은 휀의 뒤에 있던 저까지 미치지 못했습니다. 아니, 저 뿐만 아니라 휀의 뒤에 있던 모든 물체들이 아무런 영향도 받지 않았습니다. 흙 먼지만이 폭발 때문에 생긴 폭풍에 의해 휘날릴 따름이었습니다. 휀은 멀쩡히 서 있었고, 휀의 앞 에 있던 패거리들은 자신이 쏜 마법의 영향권에 들어가 버렸는지 멀찌감치 날아가 사방으로 흩어져 쓰러진 상태였습니다. 휀은 팔을 내린 후, 한숨을 길게 쉬며 중얼 거렸습니다. "‥머리를 썼군." 그땐 무슨 소리인가 알지 못했지만 휀이 마법사의 마법을 방어하는 사이 보라색 머리의 남자는 어디론가 사라져 있었습니다. 전 곧바로 휀에게 달려가 그에게 상태 를 물어보았습니다. "휀, 괜찮나요?" "‥'플레어' 계열의 마법이었다." 휀은 자신의 코트를 손으로 툭툭 털며 중얼거렸고, 여기까지 오면서 휀에게 마법에 대한 강의를 조금씩 들은 저는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일급 마법중 가장 강력한 파괴력을 지닌 '플레어'가 바로 제 눈 앞에서 터진 것이기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휀과 저는 멀쩡했습니다. 신기할 따름이었죠. "흑마술 쪽으로 기울어진 마법이라 플레어같이 범용은 아니다. 마왕급의 악마나 마족에겐 통하지 않는다. 그들과의 계약 하에 사용하는 것이 흑마술이니까. 슈웰, 저들을 묶어라." 일주일만에 제 이름을 부르는 휀이었습니다. 전 배낭에 있던 밧줄을 꺼내어 기절한 패거리들을 묶기 시작했고, 휀은 바위에 걸터 앉아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습니다. 해질 무렵, 그 패거리들은 하나, 둘씩 정신을 차렸고 곧 휀의 취조가 시작되었습니 다. 밧줄에 꽁꽁 묶인데다가 휀이 힘과 마력을 봉쇄하는 마법에 걸린 상태여서 절 대 도망칠 수 없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그 팀의 리더로 보이는 붉은머리의 마법 사는 사납게 소리를 질러댔습니다. "이걸 풀지 못해!!! 우리가 무슨 잘못이 있다고 이렇게 묶어논거야 이 철면피야!! 니가 세면 얼마나 세다구!!!!! 아까 그 녀석이 널 '광황'이라고 부르던데, 광황이 뭔지 설명이나 해 보시지!!!!!! 나보다 약하면 가만두지 않겠어!!!" 가만히 그 마법사를 바라보던 휀은 저에게 단검을 받아 든 후 그 마법사의 검은색 머리띠를 벗긴 다음 이마에 칼 끝을 대며 말했습니다. "'브레인 스토커' 정도는 알거라 생각한다." "‥힉."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브레인 스토커 마법은 상대방이 죽어도 뇌가 살아있는 5분 동안 뇌에 있는 기억을 영상으로 바꿀 수 있는 마법이었습니다. 그 마법을 들은 그 마법사는 곧바로 조용해졌고, 휀은 다시 그 마법사에게 물었습니다. "인간이면서 왜 마족과 함께 다녔나." "어쩌다보니." 농담조의 대답을 들은 휀은 다시 말문을 닫았고, 전 그 마법사에게 정확히 대답을 하라고 설득하려 했으나 이미 때는 늦어 있었습니다. 휀은 장발 검사의 머리를 손 으로 들어 올린 후 근처의 고목에 그 남자의 안면을 처박았고, 그 남자의 코와 입 에선 곧 선혈이 흐르기 시작했습니다. 아무리 제가 본 상황이라 해도 그 장면은 너무나 악독했습니다. 하지만 휀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더군요. 그 광경을 본 마법 사는 인상을 찡그리며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고, 다른 일행 역시 분에 찬 표정을 지었습니다. 그 남자를 바닥에 내 던진 휀은 다시 그 마법사의 앞에 앉은 후 말했 습니다. "말이 재미 없을때 마다 한사람씩 다친다." "‥이런 악당!!!" 순간, 휀은 회색 머리의 남자를 들어 올렸고 그 남자를 바닥에 쓰러뜨린 후 묶여 있는 팔을 손으로 가볍게 꺾었습니다. 쿠득! "허어억­!!!" 뼈가 부숴지는 음산한 소리가 들렸고, 휀은 다시 그 마법사의 앞에 앉았습니다. 다 음 차례인 소녀 마법사는 완전히 겁에 질려 있었습니다. 전 휀을 말리려 했으나 제 말이 들어가지도 않을 것은 확실한 사실이었습니다. "한명 남았다." 결국, 그 마법사는 눈을 부릅뜨며 휀에게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우리들은 이 나라 어딘가에 묻혀 있는 용족의 신전을 찾기 위해 그와 함께 행동하고 있었어요. 당신이 말 한 대로 그는 마족이기 때문에 신전으로 가는 길 정 도는 잘 알고 있죠. 그래서‥." 그러나, 휀은 어김없이 소녀 마법사를 잡아 올렸고, 잡은 손에 붉은색 기운을 모으 며 중얼거렸습니다. "'인체발화술' 정도면 이 소녀의 얼굴은 잘 일그러진다. 여자는 피하지방이 남자 보다 많기 때문. 그럼‥." "어, 언니!!! 살려줘요!!!!" 휀의 손에 안면이 잡힌 소녀는 자신의 얼굴이 점점 달아 오르는 것에 공포감을 느 꼈는지 몸을 비틀며 처절하게 소리쳤습니다. 전 결국 휀의 팔을 잡으며 소리치기 시작했습니다. "그, 그만하세요 휀!! 이건 너무 심하다고 생각하지 않나요!!!!" "죽은 사람은 없어." 휀의 음성은 너무나도 차가웠습니다. 결국, 그 마법사는 자존심이 있는 대로 상했 는지 눈물을 흘리며 소리쳤습니다. "그만해!! 알았으니까 더이상 괴롭히지 마!!!! 다 말할께, 다 말한다구!!!!" "…." 휀은 잡고 있던 소녀를 그 마법사 옆에 앉힌 뒤, 팔을 부러뜨린 남자에게 가까이 다가갔습니다. 휀은 부러져서인지 이상한 각도로 뒤틀린 그 남자의 팔을 가볍게 만 져주었고, 남자의 팔은 금새 정상으로 돌아왔습니다. 알고 보니 뼈가 부러진 것이 아니고 어깨뼈를 잠시 뺀 것 뿐이었습니다. 그리고, 맨 처음 휀에게 당한 남자가 충돌한 나무는 원래 수액이 피와 같이 붉었습니다. 그래서 그 남자의 얼굴이 핏덩 이로 변한 것처럼 보인 것 뿐이었습니다. 그 남자는 자신의 입가에 묻은 수액을 혀로 핥으며 옆에 앉은 붉은머리 마법사에게 말했습니다. "오, 맛있는데?" 결국, 한명도 다친 사람은 없는 것이었습니다. 휀은 다시 마법사 앞에 앉으며 말했 습니다. "실제 상황을 보고 싶으면 다시 거짓말을 해라." "‥악마같은‥. 아아, 알았어요, 알았다구요!!! 무서우니까 일어서지좀 말아요!!!" 그 마법사의 말로는, 현재 알게 모르게 갈라져 있는 마족중 한 분파가 조커 나이트 와 손을 잡고 이 세계를 멸망시키려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같이 다니던 그 마족은 그 파와 사이가 좋지 않은 쪽의 하수인이었고, 그들의 목적은 제 어머니께서 말씀 하신 것과 같이, 다이아 나이트와 클로버 나이트를 찾는 것이었습니다. 그들 스스 로도 이 세계를 위험으로 부터 지키려고 여행을 하고 있다는 말도 덧붙여서 말이 지요. 사람의 마음 읽기를 밥먹듯이 하는 휀은 일어서서 다른쪽 바위 위에 앉은 후 담배에 불을 붙이며 저에게 말했습니다. "풀어줘." ------------------------계속--- 『게시판-SF & FANTASY (go SF)』 28316번 제 목:[GK외전] Light Emperor Vol.7 올린이:jack21 (이경영 ) 98/02/24 03:12 읽음:2065 관련자료 없음 ----------------------------------------------------------------------------- 노코멘트 ---------------------------------------------------------------------------- "이자식!!!! 감히 내 자존심을 건드렸겠다!!! 황혼보다 어두운 자여‥!!!" 붉은 머리의 마법사는 제가 밧줄을 풀어주자 마자 양 손을 모으며 주문에 들어갔 습니다. 그 주문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그 마법사의 일행은 얼굴이 새파랗게 질리 더군요. 하지만 휀은 가만히 그녀를 바라볼 뿐이었습니다. "‥그 정도 주문 말고 다른건 모르나. 아까도 분명 주문이 역류한 것을 몸으로 느 꼈을텐데‥뭐, 꼭 쓰고싶다면 좋을대로." "으, 으으으으으윽‥!!!!!" 그 마법사는 분해 어쩔줄을 몰라 했지만, 그녀 역시 휀의 말 대로 왠만한 주문은 휀에게 통하지 않다는 것을 아는 듯 조용히 손을 거두었습니다. 휀은 담배 연기를 길게 뿜으며 그 마법사 일행에게 말했습니다. "볼 일은 끝났으니 사라지도록." 그러자, 그들은 또다시 꿈틀거렸고 그중에 흰 옷을 입은 소녀 마법사가 휀의 앞에 다가와 당당히 소리를 치기 시작했습니다. 전 말리려고 해 봤지만 전 역시 반응이 너무 느린 모양이에요. "이보세요! 저희들에게 이렇게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줬으면 그에 대한 보상은 해 줘야 하는 것 아닌가요! 당신의 지금 행동은 우리들을 일회용 물건 취급하는 것과 똑같다고요! 이건 결코 의롭지 못한 행위입니다!!" "…." 휀은 말 없이 그 소녀 마법사를 바라보았습니다. 누구나 느끼겠지만 휀의 눈을 본 사람은 이상하게도 그에게 압도당하고 맙니다. 심지어는 아무것도 모르는 갓난 아 이 까지도요. 본능적으로 움츠러든다는 것 외엔 설명하기가 힘들었습니다. 그 소녀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그 소녀의 기합이 약간 빠지자 휀은 시선을 아래로 돌리며 말했습니다. "‥소각당하고 싶나‥매장당하고 싶나." "네? 무슨 말씀이시죠?" "필요 없는 물건은 그렇게 처리하는 것 아닌가." 휀의 싸늘한 말투는 저마저도 소림이 끼칠 정도였습니다. 그렇게 철저히 인간성을 배재한 사람은 정말 세상에 둘도 없을 것입니다. 더욱 무서운 점은, 휀은 그런 말 을 할때 당연하지 않냐는 얼굴로 말을 한다는 것입니다. 결국, 의외로 이번 말싸움 은 붉은 머리 마법사가 나섰습니다. "‥좋아요, 떠나는건 우리 마음이죠?" 휀은 가만히 그녀를 바라보았습니다. 그의 반응이 이렇게 나오면 60%의 확률로 긍 정적인 답변이었기에 옆에 있는 제가 대신 고개를 끄덕여 주었습니다. 아니면 혼나 는거죠 뭐. 하지만 제 예상이 맞았는지 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그 여자 마 법사는 팔짱을 끼며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럼 오늘은 곁에서 신세질께요. 어차피 밤도 늦었고 당신 덕분에 심신이 피곤하 니 여기서 당신들하고 같이 노숙을 해야 할 것 같으니까요." "‥좋을대로." 휀은 그렇게 말 하며 담배를 끈 후 버렸고, 그 일행들은 즉시 잠자리를 펼치며 노 숙을 준비했습니다. 상당히 오랜 시간동안 같이 다닌 듯, 그들의 행동은 모든 것이 척척 들어 맞았습니다. 거의 모든 일을 휀 혼자서 처리하는 이쪽과는 상반된 모습 이었습니다. 휀은 여느때와 같이 나무에 기대어 눈을 감았고, 전 휀의 곁에서 배 낭에 있는 모포를 이용해 잠을 청했습니다. 밤이 깊어갈 무렵, 잠이 깊게 들지 않았던 전 그 여자 마법사가 열심히 책을 들여 다 보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녀는 무엇이 불만인지 머리를 계속 긁적이며 궁시렁 거리고 있었습니다. "‥젠장, 저 장갑 도대체 뭐야. 이 책엔 왠만한 엠블렘은 다 나와 있는데 저 장갑 에 그려진 문장은 아무리 찾아도 나오지 않잖아!" 무슨 소리였을까요. 전 가만히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러고 보니, 휀이 끼고 있는 장갑 뒤에 덧붙여진 두터운 가죽질엔 가운데에 동그라미가 찍힌 정십자가가 그려 져 있었습니다. 그렇게 흔히 볼 수 없는 문장이긴 했지만 사실 전 그렇게 신경쓰 고 있진 않았습니다. 원래 마법엔 관심이 없었거든요. 그때, 회색머리의 마법검사 가 눈을 뜨며 붉은머리 마법사에게 말했습니다.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적법사 ××가 가진 어느 책에서 비슷한 문장을 본 일 은 있어." "아, 그래? 무슨 문장인데? 내 드래곤 ××××까지 되튕기는 것을 보니 엄청난 문장이라는 것은 알겠는데‥." "‥네가 생각하는 일종의 방어 부적과는 거리가 먼 것 같아. 그때 그 책엔 절대 두번은 볼 수 없는 '그랜드 크로스 나이트'의 문장이라 쓰여진 것 같았어. 아 참, 그 녀석이 '광황'이라는 말도 했었지? 광황‥라이트 엠퍼러‥." 라이트 엠퍼러라는 말에, 그 여자 마법사의 눈은 반짝 빛을 냈습니다. 그녀도 거기 부터는 무언가 아는 듯 했습니다. 전 관심을 가지고 계속 그들의 얘기를 들어 보았 습니다. "‥라이트 엠퍼러‥성경 구석에 쓰여진 '차가운 영혼의 구원자'‥. 그리고 그랜드 크로스 나이트‥. 아무래도 우리 언니보다 더한 급수의 녀석 같은데?" "‥그럴지도. 내 예상이지만 아무래도 저 휀이라는 남자, 신과 관련된 남자일 가능 성이 커. 저 남자의 손에서 뿜어진 빛줄기‥기억해?" "음, 위로 스쳐 지나가긴 했지만 위력이 어떤진 정확히 알 수 없을 정도였어. 아 마 그 녀석도 직격으로 맞지 않아서 몸이 반 정도 날아간 것 같아. 게다가, 그 정 도 위력을 가진 기술을 썼음에도 불구하고 호흡조차 거칠어지지 않았어. 아무래도 저 휀이라는 남자, 이번 일의 최대 변수일 것 같은 느낌이 들어." "‥그럼 우린 어떻게 하지?" "따라다녀야지 별 수 있어!" 그녀의 말은 확고했습니다. 전 아무래도 사부와 제자 둘만의 여행이 깨질 것만 같 은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왠지 기분도 그랬고요. ※※※ 일주일이 지났습니다. 제 예상 대로, 그들은 저와 휀의 뒤를 졸졸 쫓아 다녔고 전 왠지 귀찮은 생각에 몇번이고 그들을 떨어뜨리려 했으나 휀이 아무 말도 하지 않 았기에 저 역시 가만히 있는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들과 달갑지 않은 일주일을 보낸 끝에, 저희들은 필로그 공국의 수도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수도에 도착하 자 마자, 휀은 저에게 금화를 한자루 넘겨준 뒤 여관을 잡으라는 말을 하고 나서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고, 휀이 갑자기 사라지자 그 마법사 일행은 저를 휭 둘러 싸며 이번엔 저를 취조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봐 언니. 그 무적의 아저씨 어디로 갔지?" "저, 전 잘 모르겠는데요‥?" "모른다고? ‥헤헤헷, 한번 그 남자가 우리한테 써먹은 취조 방법을 동원해 볼까?" 그 여자 마법사는 손을 꺾으며 저에게 천천히 다가왔고, 숫적으로 밀린 저는 하는 수 없이 몸을 날려 도망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그들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절 추격하기 시작했고 전 저대로 이유 없이 계속 도망을 쳤습니다. 우리들이 휩쓸고 간 거리는 정말 난장판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들은 정말 끈질겼습니다. 마치 먹이 를 노리는 야수와 같이 저를 추격하는 것이었습니다. 휀에게 훈련을 받지 않았다면 전 얼마 못가 잡혀버리고 말았을게 분명했습니다. 그런 저에게도 한계가 오기 시작 했습니다. 숨은 턱까지 차 올랐고, 다리에도 점점 힘이 빠져 오기 시작했습니다. 확실히 추격자는 지치지 않는다고, 그들은 지칠줄 모르고 절 계속 추격해 왔습니 다. 결국 차이는 점점 좁혀졌고, 전 결국 사람들이 많은 시장쪽으로 도망쳤습니다. "거기 서 이 배반자야!!!!" "전 배반자가 아니에요!! 아, 아얏!!" 퍽!! 뒤를 보며 소리치던 전 그만 누군가와 충돌하고 말았고, 절 추격하던 마법사 일행 은 한꺼번에 절 덥쳐 몸으로 눌러왔습니다. 간단히 말 해 잡힌 것이죠. "이, 이거 놔요!!" "못 놔!! 어서 그 노랑머리가 간 곳을 불어!!!" 그때였습니다. 저에게 생각치도 못하던 구원자가 나타난 것이었습니다. "음? 이런 이런‥사람들 많은 곳에서 이러면 곤란한데‥." 전 목소리가 들린 쪽을 바라보았습니다. 방금 전 저와 부딪힌 남자였습니다. 그 남자는 절 누르고 있는 여자 마법사와는 다른, 마치 타오르는 불과 같은 붉은 장 발을 가진 큰 키의 남자였습니다. 그리고, 그 남자의 옆엔 이상한 파란색 바지와 붉은색 웃옷을 입고 있는 역시 비슷한 키의 금발의 남자가 서 있었습니다. 금발의 남자는 피곤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붉은 장발의 남자에게 투덜거리기 시작했습니다. "거 봐, 네가 조정을 잘못해서 엉뚱한 곳에 도착하니 이상한 일에 또 휘말리잖아. 나 원 참‥. 루이체 녀석 자기 생일 또 잊었다고 벙벙 뛰겠군." "차원간의 균형이 뒤틀렸다고 몇번이나 말했잖아. 나 역시 이곳엔 한번도 와 본 일 이 없어. 그건 그렇고‥누굴 도와드릴까요?" 그 남자는 친절한 미소를 지으며 저와 저를 누루고 있는 여자 마법사에게 물었고, 저희 둘은 동시에 대답했습니다. "저요!!" 결국, 그 남자는 곤란한 미소를 지으며 절 누루고 있는 여자 마법사를 떼어 놓은 후 저와 그녀 둘 다 잡은 뒤 웃으며 말했습니다. "무슨 일인지 들어볼 수 있을까요? 여자분 둘이서 이렇게 싸우는건 그리 보기 좋 진 않거든요. 후훗‥." "또 나왔군 필살의 사탕발림." 금발의 남자는 다른 곳을 바라보며 내용을 알 수 없는 말을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저에게 중요한 것은 그 말 뜻이 아니었습니다. "저, 저는 이분들이 절 쫓아오시길래 하는 수 없이‥." "나, 난 얘가 도망가길래 할 수 없이‥." 결국 그 말이 그 말이었습니다. -------------------------계속--- 『게시판-SF & FANTASY (go SF)』 28461번 제 목:[GK외전] Light Emperor Vol.8 올린이:jack21 (이경영 ) 98/02/26 15:34 읽음:1921 관련자료 없음 ----------------------------------------------------------------------------- --------------------------------------------------------------------------- 전 저와 붉은머리 마법사를 중제하기 위해 고심을 하고 있는 붉은 장발의 사나이 를 천천히 뜯어 보았습니다. 얼굴은‥뭐 휀과 비슷한 수준의 미남이었지만 휀과 는 다른 분위기였습니다. 역시 자주 보는 쪽이 더 정이 가는 모양입니다. 그 남자 는 몸의 균형이 아주 잘 잡혀 있었습니다. 회색의 망토 사이로 보이는 적동색의 근육질 팔과 쭉 뻗은 몸은 누가 보아도 멋질 것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가 팔을 움직일때 간간히 망토 사이로 보이는 검 덕분에 그 역시 검에 관해선 휀과 같이 일가견이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실력은 어떤진 잘 모르겠지 만요. 전 그 다음 그 남자와 같이 있는 금발의 남자를 돌아보았습니다. 그 역시 괜찮은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진지함을 풍기는 휀과 붉은 장발의 남자와는 달리 거부감 없는 느낌이었습니다. 알고 지내면 상당히 재미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 지요. 그 남자는 허리에 넓이가 보통의 검보다 얇고 길쭉한 칼을 장비하고 있었 습니다. 그 남자의 복장과 마찬가지로 색달랐죠. 그 남자 역시 몸이 잘 발달되어 있었습니다. 특히 대퇴부의 근육은 눈에 띌 정도였죠. 두 남자를 본 결과, 둘 모두 상당한 강자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야아, 여기서들 뵙는군요." 그때, 멀리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저와 붉은 머리 마법사, 그리고 그 일행 들은 모두 그쪽을 바라보았습니다. 붉은 머리 마법사는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그에 게 말했습니다. "흥, 우릴 놔 두고 도망가려고 한 주제에 잘도 다시 나타났네? 지금까지 뭐 하고 돌아다녔어?" 전 그 남자가 누군지 기억 할 수 있었습니다. 보라색 단발의 남자‥바로 그 마족의 남자였습니다. 그 남자는 미소를 지은채 이쪽으로 천천히 다가오다가, 우리들 앞에 있는 장발의 남자와 금발의 남자를 보고 휀을 봤을때와 똑같은 표정을 지으며 그자 리에 멈춰 섰습니다. 그리고 그와 함께 두 남자의 얼굴도 그리 좋게 바뀌진 않았 습니다. 붉은 장발의 남자는 피식 웃은 뒤 마족의 남자를 바라보며 말했습니다. "‥마족인가? 후, 악마들 보기도 귀찮은데 오늘은 마족까지 보는군. 어떻게 할까 지크." 금발의 남자는 귀찮다는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습니다. "어차피 이 동네엔 볼 일도 없으니 그냥 봐 주자구. 우리 목적지엔 더 무시무시한 녀석이 우릴 목이 빠지게 기다라고 있잖아." "‥그건 그래. 자, 이쪽으로 와서 계속 얘기 나누시지. 죽이진 않을테니 안심해. 오늘은 기분 좋은 날이니까." 붉은 장발의 남자는 빙긋 웃으며 그 마족 남자에게 오라는 손짓을 했고, 그 남자는 질린 표정을 지은채 천천히 다가오며 나지막히 중얼거렸습니다. "‥정말 전 운이 없군요. 아니, 좋다고 해야 하나요." 그의 말을 들은 금발의 남자는 그 남자와 일부러 어깨를 부딪혔고, 그를 내려다보 며 조용히 말했습니다. "당연히 좋다고 해야 하지 친구. 날만 안좋았다면 여기서 네 생은 엔딩이니까." "…." "자, 우린 빨리 다른 곳으로 가자구 리오. 좀만 더 여기서 시간을 보내면 우린 목 숨이 위태로우니까." "‥후훗, 그래. 잔소리 듣기가 더 귀찮긴 하지. 자, 아가씨들 그럼 안녕히." 그 두 남자는 인파속으로 사라져갔습니다. 그 둘이 도대체 누굴까 전 궁금했지만 전 미련 없이 그들에게 손을 흔들어 주었습니다. 그러면서, 전 제 뒤에 있는 일행 의 대화를 살짝 들어보았습니다. "이봐, 저 두 멀대들이 도대체 누구길래 너 정도의 마족이 얼어 붙는거야? 저들에 게 돈이라도 꾼거야?" "‥지금 생명을 빌렸다고 해야 하겠죠. 어차피 설명해 드려도 당신은 모를테니 나 중에 기분 내키면 설명해 드리지요. 어쨌든‥저 둘 중에 붉은 머리를 한 남자는 휀이라는 남자와 동급, 아니면 그 이상의 힘을 지닌 남자입니다. 공격력 만큼은 더 뛰어날지도‥. 자자, 어쨌거나 이제 우리 일이나 계속 하죠. 저와 당신은 상호 간에 협력이 우선이니까요. 목숨보다." "‥쳇, 좋아. 그 휀이라는 녀석과 풀어야 할 일이 많긴 하지만 이쯤 해 두지. 서로 의 목적이 같다면 또 만날테니까. 자, 나중에 보자구 아가씨. 호호홋‥." 결국, 그 마족 남자의 등장으로 전 그들과 일단 헤어지긴 했습니다. 하지만 이상하 게도 또 만날 것 같은 예감이 뇌리에서 지워지지 않았습니다. ※※※ "붉은 장발의 남자라‥." 용케도 제가 있는 여관을 찾아낸 휀은 자신의 코트를 벗으며 제가 얘기한 두 남자 들에 대해 생각을 해 보는 듯 했습니다. 휀은 침대에 앉아 담배에 불을 붙이며 저에게 물었습니다. "그 남자, 회색의 망토와 짙은 갈색의 가죽끈으로 고정한 아대를 가지고 있었나." "네! 역시 아는 사이시군요!" 전 왠지 기분이 좋았습니다. 휀은 담배 연기를 후우 뿜어낸 뒤 자신의 검을 뽑아 헝겁으로 닦기 시작했습니다. 그 외엔 말이 없자, 전 다시금 휀에게 물었습니다. "저어, 그 남자도 휀처럼 강한가요?" "‥검이나 마법에 의한 파괴력 등은 날 앞설지도. 하지만 아직 어려." 어리다는 말‥휀이 저에게 경험이 부족하다 말 할때 자주 돌리는 표현이었습니다. 하지만, 휀이 자신보다 특정한 면에서 강하다고 다른 사람을 인정한 경우는 처음이 어서 전 더더욱 궁금함을 참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저어‥그러면 같이 있던 금발의 남자는 아시나요? 이름이 얼핏 들어보니 '지크'라 고 하던데‥." "약한 녀석이다. 하지만 숨겨진 가능성은 인정할 가치가 있다. ‥현재 중요한 일은 그것이 아니니 다른 얘기를 하도록 하지. 우선 이 도시에서 네가 해야 할 일이 있 다." "예? 제가요?" "이 도시가 크다는 것은 알거라 생각한다. 내일 아침 일어나자 마자 서쪽으로 가서 그곳에 위치한 교회로 가도록. 그렇게 되면 너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 것이 다." "예? 그럼 휀은요?" "이번 일은 너 자신의 일이다. 내가 상관한다 해서 바뀔 일도 아니다." 그렇게 딱 잘라 말하는 이상 제가 뭐라 할 말은 없었습니다. 전 하는 수 없이 잠을 청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다음날이 되어, 전 휀의 말 대로 일어나자 마자 장비를 챙기고 수도의 서쪽으로 향 했습니다. 중심이 상당히 번화한 것과는 달리 서쪽으로 갈 수록 도시의 상태는 점 점 낙후가 되어 갔습니다. 집들도 거의 판자집 수준이었고, 사람들의 차림새도 그 리 좋진 못했습니다. 물론 더럽다는 말은 아니었고 옷이 소박하다는 말이었습니다. 그 사람들은 상당히 친절한 편이어서 전 휀이 말 한 '교회'라는 곳을 쉽게 찾을 수 있었습니다. 교회라고는 했지만 십자가 하나가 서 있는 커다란 판자집일 뿐이었습 니다. 전 제가 할 일이라는 것이 무엇일까 생각을 해 보면서 교회 안으로 들어가 보았습니다. 교회 안엔 예배를 보고 있는 사람 몇명과 목사 한명, 그리고 견습으로 보이는 수녀 한명이 있었습니다. 전 목사에게 다가갔고, 그분께 인사를 하며 물어 보았습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소개를 받고 찾아온 슈웰이라 합니다." "‥아, 휀 님께 말씀은 들었습니다. 저쪽 방에 들어가셔서 잠시 기다려 주십시오. 알렌, 안내해 드리거라." 목사의 부름을 받은 견습 수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일어나 저에게 다가왔고, 그녀는 빙긋 웃으며 저에게 방을 안내해 주기 시작했습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자, 제가 안내해 드리지요." 그녀의 안내를 받아 방에 다다른 전 그 수녀와 함께 방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전 의자에 앉아 휀이 말 한 '저의 일'이 도대체 뭘까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 봐도 교회 아르바이트 말고는 제가 할 일이 생각나지 않았습니다. "하트 나이트의 계승자시군요." "‥예?" 전 깜짝 놀라며 저에게 그런 말을 한 수녀를 바라보았습니다. 그 수녀는 알 수 없 는 미소를 띄운채 저에게 계속 말했습니다. "‥이 세계를 지키는 네명의 기사들에게 붙여진 말 뜻을 알고 계시나요?" "그, 글쎄요? 전 잘‥." 그 수녀는 제 앞에 있는 의자에 앉은 후, 저와 마주보며 말뜻에 대해 설명해 주기 시작했습니다. 갑자기 왜 이러는지는 모르겠지만요. "스페이드는 '우정'을 뜻합니다. 하트는 '사랑', 다이아는 '부', 클로버는 '명예' ‥. 하지만 말 뜻만 그렇지 그들에게 돌아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답니다. 다이아 나이트에게 재산이 많이 들어오는 것도 아니고, 클로버 나이트라 해서 명예를 얻을 수도 없죠. 그렇게 했다간 스페이드 나이트님과 같이 최후를 맞게 되니까요." "‥!! 어, 어째서 그걸 아시는거죠?" 전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물론 오래 된 일이라 각 나라에 그분이 돌아가셨다 는 것이 퍼지지 않을 이유는 없겠지만 그 수녀는 스페이드 나이트님이 왜 돌아가셨 는지 이유를 알고 있는 것 처럼 말을 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 수녀는 미소를 지 은채 대답해 주었습니다. "‥신의 힘을 받은 네명의 기사‥. 그들은 실험작일 뿐이죠. 그리고 아무리 발버둥 을 쳐도 완성작을 이기진 못해요. 게다가, 지금은 마족들이 이 세계를 악의 세력에 넣으려 하고 있는데도 아무런 힘도 쓰지 못한답니다. 다음 대에 힘을 물려줄 기간 이라고는 하지만‥현재 그들의 힘을 이어받을 아이들은 너무 무력하죠. 이젠 신의 힘에도 한계가 온 것이에요. 오랜 세월동안 이어져 내려온 네명의 기사에 대한 전 설은 이제 막을 내릴 때가 온 것입니다. ‥하지만 참 이상하군요. 힘이 없는 우리 들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아직도 많다는 것은‥." "‥?" '우리들'이라는 말‥. 전 혹시나 하는 생각을 가져 보았습니다. 설마, 제 앞에 있 는 수녀가 다이아 나이트나 클로버 나이트거나, 아니면 저와 같은 힘의 계승자일 지도 모른다는 것이었습니다. 그에 대해 마악 물어보려던 때, 마침 목사님께서 방 안에 들어오셨고 전 거기서 질문을 뒤로 미뤄야만 했습니다. ------------------계속--- 『게시판-SF & FANTASY (go SF)』 28706번 제 목:[GK외전] Light Emperor Vol.9 올린이:jack21 (이경영 ) 98/03/01 23:38 읽음:1826 관련자료 없음 ----------------------------------------------------------------------------- ---------------------------------------------------------------------------- "기다리셨습니까? 알렌과는 얘기를 좀 나누셨나요?" 목사님은 자신의 자리에 앉으시며 저에게 물어오셨습니다. 전 알렌이라 불리는 수 녀가 저에게 도대체 무슨 의미의 말을 한건지 이해가 가진 않았지만 하여튼 대화는 대화였기에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알렌이라는 수녀는 곧 제 옆에 앉았고, 목사님은 곧 본론으로 들어가셨습니다. "휀 님께서, 슈웰양은 하트 나이트의 계승자라 하시더군요. 그분이 말씀하신 것이 니 정말 운명적으로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 수 없겠습니다." "예? 예‥." 전 이상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무리 수도에 붙어있는 교회의 목사님이시지만 그 리 큰 인물처럼 보이진 않았습니다. 그런데도 그분은 휀을 마치 신을 받들듯 말하 고 계셨습니다. 목사님은 제 옆에 앉은 알렌 수녀를 바라보며 회상에 잠긴 눈으로 말씀을 계속 하셨습니다. "16년‥전이었을 겁니다. 휀 님께서 이제 마악 두살이 되어 가는 소녀를 안고 이 교회를 방문하셨죠. 사실 알렌은 이곳 출신이 아니랍니다. 알렌이 어디에서 태어났 는지, 생일이 언제인지는 오직 휀, 그분만이 아십니다. 그분께선 알렌을 저에게 맡 기시며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이 아이가 결혼하기 전에 그분 자신께서 알렌 또 래의 아이를 다시 데리고 온다면, '열 네번째 카드'가 뒤집어진 것이라고‥말입니 다. 저 역시 휀 님께서 말씀하신 열 네번째 카드의 뜻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여하튼 이제 알렌을 떠나보낼 때가 왔군요." "예? 하지만 수녀님께선‥." "‥알렌은 다이아 나이트의 계승자입니다. 전대 다이아 나이트께서 어떻게 되셨는 지는 클로버 나이트께서도 알지 못하신답니다. 휀 님께선 알렌이 당신과 함께 여행 을 하게 되면 모든 진실을 알 수 있다 하셨습니다. 알렌을 위해서라도 이렇게 하는 것이 좋겠지요." 전 그제서야 알렌 수녀가 왜 저에게 '우리들'이라는 말을 썼는지 알 수 있었습니 다. 그녀는 아마도 제가 하트 나이트의 계승자라는 것을 절 보자 마자 알아차린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전 아직도 휀이 말이 이해가 안갔습니다. 전 이곳에 온 것 외 엔 한 일이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설마, 알렌 수녀를 데리고 오는 것 하나가 그 '일'이라는 것이면‥? "‥알겠습니다 아버지. 하지만, 전 그냥 이곳을 떠날 수는 없습니다." 그때, 알렌 수녀가 의외의 말을 했습니다. 목사님은 깜짝 놀라며 알렌 수녀를 바라 보았고, 알렌 수녀는 눈을 감은채 계속 말했습니다. "슈웰양이 과연 저와 함께 여행을 할 수 있을지 알고 싶습니다. 그 휀이란 분이 어 떤 분이신지는 모르지만, 그분 마음대로 제 미래가 정해지진 않는다 생각합니다. 허락해 주십시오." "하, 하지만 알렌‥!" 전 알렌 수녀의 말이 너무나 당당했기에 가슴속 깊은 곳에서 무언가가 끓어 오르는 것을 느끼고 말았습니다. 화가 났다고 하는 것이 옳을까요. 결국 저까지 목사님께 부탁을 하고 말았습니다. "저도 허락을 구하고 싶군요 목사님." "네!? 하지만 알렌은‥예. 알겠습니다. 그럼 교회 뒷쪽의 공터로 가 주십시오." 잠시 후, 전 알렌 수녀와 실력 대결을 하기 위해 교회 뒷쪽 공터에서 몸을 풀기 시 작했습니다. 휀과 여행하는 동안 거의 빠짐 없이 수련을 해 왔고, 휀에게 배운 것 도 있었기에 전 나름대로 자신이 있었습니다. 조금 후, 알렌은 간편한 옷으로 갈아 입고 공터로 나왔습니다. 그녀의 손엔 검은색 윤택이 흐르는 목도가 들려 있었고, 그녀의 몸을 천천히 뜯어보던 전 갑자기 이상한 긴장감에 사로잡히고 말았습니다. 짧은 소매로 보이는 그녀의 단련된 팔은 이상한 아름다움마저 풍기고 있었고, 균형 이 잡힌 몸매(무술가의 눈으로 보기에)는 제 스스로 압도를 당할 정도였습니다. 정말, 그녀는 실력 행사를 당당히 건의할 권리가 있어보였습니다. 전 떨리는 가슴 을 진정시키며 준비를 했고, 제 앞에 적당히 거리를 두고 서 있던 알렌도 준비 자 세를 취했습니다. 멀리서 지켜보고 있는 목사님은 한숨을 후우 쉬며 고개를 돌리고 말았고, 그것을 신호로 저와 알렌의 대결은 시작되었습니다. "집중하세요." "‥앗." 어느 순간, 알렌의 목검이 제 이마에 와 살짝 닿았고 전 제가 느끼지도 못할 속도 로 저에게 접근해온 알렌의 능력에 속으로 감탄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전 머리를 흔들며 뒤로 물러섰고, 알렌은 곧 무서운 속도로 접근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녀의 공격 속도 역시 엄청났습니다. 왠만큼 동체시력을 단련한 저로서도 그녀의 공격은 무서울 정도였습니다. 퍼억­!!! "으앗!!!" 결국, 방어만을 겨우 하던 전 옆구리에 강한 일격을 맞으며 비틀거렸고, 알렌은 저 에게 마지막 일격을 가하기 위해 목도를 위로 치켜 올렸습니다. 순간 그녀의 빈틈 을 본 저는 거리상으로 밀착된 그녀의 복부를 어깨로 강하게 가격했고, 저의 기습 을 당한 알렌은 움찔하며 뒤로 멀리 물러섰습니다. 전 가빠오는 숨을 진정시키며 다시 검을 잡고 알렌을 주시했습니다. 알렌은 강했습니다. 확실히 강했습니다. 물 론 휀보다는 약하겠지만 현재로선 저보다 훨씬 강한 듯 했습니다. 도대체 수녀로서 의 일을 어떻게 했는지 이해가 안될 정도였습니다. 결국, 반격에 대한 해답을 찾지 못한 저는 다시금 알렌에게 무차별 공격을 당해야만 했고 전 아까와 똑같이 방어에 만 급급했습니다. ‘죽고싶나.’ "앗!?" 순간, 제 머릿속에 친근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고 전 저도 모르게 손에 든 레이피 어로 알렌에게 반격아닌 반격을 가할 수 있었습니다. 왼쪽 어깨의 옷자락이 살짝 찢어진 알렌은 의외의 반격에 깜짝 놀라며 뒤로 물러섰고, 다시 거리가 벌어진 동 안 전 몸을 쉬며 천천히 생각을 시작했습니다. 절 가르치는 동안 휀이 말해준 것을 떠올리면서요. ‘전투엔 규칙이 없다. 이기기 위해서 상대방의 눈에 황산을 뿌려도 그것은 박수를 받을 수 있다.’ ‘그, 그렇게 비겁한 짓을 했는데 어떻게 박수를 받아요!’ ‘‥네가 후에 할 전투는 검술 대회가 아니다. 검만이 아니라 손과 발을 써도 상관 이 없다. 너 정도 수준이라면 '휘두르는 것'보다 손을 뻗는 것이 더 빠를 것이다. 물론 나처럼 극에 달한 자라도 미세한 차이는 있다.’ ‘‥왕자병 환자‥.’ 그때의 대화를 떠올리던 전, 알렌의 빠른 공격에 대한 대처법을 발견할 수 있었습 니다. 알 수 있을 것만 같았습니다. 휀의 공격은 보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 에 반격할 수 없지만 알렌의 공격은 현재 저에겐 빠르다 뿐이지 보이긴 했습니다. "히힛‥좋았어. 자자, 와 보시지 수녀님!" 전 손을 까딱이며 알렌에게 소리쳤습니다. 계산엔 없던 것이지만 신나면 사람들이 다 그렇게 되잖아요. 알렌은 곧 아까보다 더욱 빠른 스피드로 저에게 돌진해 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제 머릿속엔 예전에 휀이 산적 십여명과 싸울때의 광경이 흘러가고 있었습니다. ‘‥검을 옆으로 흘리고‥!’ 타악!! 전 제 명치를 노리고 내 뻗어오는 알렌의 목도를 왼팔로 강하게 쳐 옆으로 돌렸고 , 저의 검과 명치에만 신경이 집중되어 있던 알렌은 목도가 옆으로 흘려진 순간 중 심을 잃고 말았습니다. 그녀의 자세 또한 당연히 낮아졌죠. ‘팔꿈치로 뒷덜미를‥!’ 퍼억­! "헉!" 전 휀이 산적들에게 하던 대로 팔꿈치를 이용해 그녀의 뒷덜미를 강하게 내리쳤고 알렌은 중심을 완전히 잃으며 바닥에 쓰러졌습니다. 여기까진 휀이 하던 것과 똑같 았기에 전 속으로 쾌재를 외쳤습니다. 하지만 마지막 일격은 좀 할 엄두가 안나더 군요. 휀은 쓰러진 산적의 머리를 발로 부쉈거든요. 아직 그 정도 킬러가 아닌 전 머리 대신 그녀의 등을 강하게 짖밟으려 했습니다. 파악!! 그러나, 생각을 너무 오래했나 봅니다. 제 발이 미처 뻗어 나가기도 전에 알렌은 몸을 일으키며 발로 제 턱을 가격했고, 저 역시 중심을 잃으며 뒤로 비틀거렸습니 다. 제가 그런 상황에 처한 동안 자세를 완전히 굳힌 알렌은 다시금 저에게 돌진 하기 시작했고, 제 머릿속엔 다시 휀과의 대화가 지나가기 시작했습니다. ‘뭘하나.’ ‘예? 당연히 돌진 공격이죠. 돌진하면서 상대방의 심기도 위축시킬 수 있고, 거기 다가 연타까지 가하면 좋을 것 같아서요.’ ‘‥돌진 공격은 아무리 연타를 넣는다 해도 단순함의 극을 달리는 공격 방법이다. 전투중 적절히 섞는다면 모르지만. ‥넌 만약 네 앞에 수십톤의 돌이 굴러온다면 어떻게 하겠나.’ ‘참 나, 옆으로 피하죠. 앞으로만 굴러올게 뻔한데 뭐하러‥.’ ‘‥알면서도 바보짓을 하는군.’ 순간, 전 몸의 중심을 뒤로 옮긴채(정확히 말하면 상체를 뒤로 한 상태로) 다리에 강한 스핀을 걸었고, 절 공격하려던 알렌은 공중을 헛치며 다시 중심을 잃고 말았 습니다. 반바퀴를 돌자 제 눈엔 알렌의 등이 보였습니다. 전 볼 것 없이 어깨와 머 리로 알렌의 등을 강하게 가격했고, 큰 충격을 받은 알렌은 목도까지 놓치며 바닥 에 쓰러졌습니다. 알렌은 즉시 몸을 뒤집으며 목도를 잡으려 했으나 제 레이피어가 더 빨랐습니다. 그녀의 목엔 제 레이피어가 와 닿았고, 알렌은 결국 눈을 감으며 나지막히 말했습니다. "‥당신의 승리입니다. 뜻대로 하겠습니다." "…." 그때, 전 손에 들고 있던 저의 검을 바닥에 떨어뜨리고 말았습니다. 게다가 눈엔 눈물까지 핑 돌았습니다. 검술 대회와 같이 틀에 짜여진 전투가 아닌, 그야말로 일 대 일 실전에서 거둔 저의 첫 승리였기 때문이었습니다. 나중에 알렌에게 들은 얘 기입니다만, 알렌은 그때 제가 이겨놓고 왜 펑펑 울어댔는지 이해를 할 수 없었다 하더군요. 결국, 알렌은 갈아입을 옷 등 간단한 준비만을 하고 저와 함께 교회를 떠났습니다. 오는 길에, 전 알렌을 바라보며 물었습니다. 그녀에 대해서 더욱 자세 히 알고 싶어서였죠. "저어, 자기 소개 정식으로 하지 않을래요? 전 슈웰·브랜든. 나이는 열 여덟이에 요." 그러자, 슈웰은 어색해 보이긴 했지만 살짝 웃어주며 저에게 말했습니다. "‥알렌·플레이트 입니다. 나이는 당신과 같군요.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계속--- 『게시판-SF & FANTASY (go SF)』 28867번 제 목:[GK외전] Light Emperor Vol.10 올린이:jack21 (이경영 ) 98/03/05 12:47 읽음:1956 관련자료 없음 ----------------------------------------------------------------------------- ---------------------------------------------------------------------------- "처음 뵙겠습니다. 알렌·플레이트 입니다." 전 여관에 돌아오자 마자 휀에게 알렌을 소개시켜 주었습니다. 하지만, 휀은 알렌 을 보지도 않고 저에게 말했습니다. "오늘부터 너와 너, 둘은 같은 방에서 지낸다. 쉬도록." "‥?" 저와 알렌은 어리둥절한 눈으로 휀을 바라보았습니다. 전 상당히 걱정이 되었습니 다. 저야 뭐 휀이 일 외에 말은 거의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별로 신경 쓰이지 않았지만, 알렌은 휀을 처음‥아니, 오래간만에 만났다고 해야 하나요? 하 여튼 그렇기 때문에 그녀가 상당히 불쾌해 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예, 알겠습니다." 그러나, 제 예상을 뒤엎고 알렌은 담담히 휀의 첫인사를 받아들였고, 전 휀에게 받 은 옆방 열쇠를 알렌에게 건내준 뒤 그녀를 먼저 보내고 제 짐을 챙겨 옆방으로 갈 준비를 했습니다. 그때, 휀이 절 돌아보며 말했습니다. "알렌에게 이것을 건내 주도록." "네? ‥음? 이건 검이잖아요? 게다가 롱소드 계열 검 같은데‥이건 왜요?" "목도 가지고 장난을 하게 할 생각인가." "예? 아, 알았어요." 전 헝겁에 싸인 검을 휀에게 받은 뒤 짐을 들고 알렌이 있을 옆방으로 향했습니다. 방을 나서며, 전 의아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알렌이 목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휀 이 어떻게 알았을까요. 전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방에 들어가자 마자, 전 알렌에게 검을 건내 주었고, 검을 받아 든 알렌은 헝겁을 풀어 검을 잡아본 뒤, 희미한 미소를 띄우며 저에게 말했습니다. "‥상당히 좋은 검이군요. 휀 님께서 주라고 하셨나요?" "예. 그런데‥목도 다루시다가 그걸 다루시려면 좀 곤란할텐데요? 무게도 다를텐 데‥." "그만큼 열심히 해야죠." 알렌의 대답은 옳고도 간단했습니다. 할 말이 없어진 저는 한숨을 푸우 쉬면서 목욕실로 들어가 오늘의 피로를 말끔히 풀어내기로 했습니다. ※※※ 다음날, 저와 알렌, 휀은 수도를 떠나 다른 나라로 가기 위한 길을 출발했습니다. 이제 찾아야 할 사람은 단 한사람, 클로버 나이트나 클로버 나이트의 계승자였습니 다. 하지만 어떻게 찾아야 하나 라는 걱정 같은건 없었습니다. 휀이 가는 곳엔 언 제나 길이 있었거든요. 수도를 나가기 위해 시장쪽을 걷던 우리들은 시장 저쪽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 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고, 마침 휀이 그쪽으로 가고 있었기에 저희들은 왜 갑자 기 그런 소리가 들려오는지 조금 후 알 수 있었습니다. 그곳엔 정말 무서운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습니다. "크크‥크크크크크‥내가 무슨 잘못을 한건지‥말해줄 수 있겠나‥? 너무 궁금해 서 미칠 지경이니까‥크크크크크‥." 제가 보기엔 충분히 죄가 있어 보였습니다. 검은색 코트와 넓직한 모자를 눌러 쓰 고 있는 그 거한의 발 밑엔 혀를 내민채 끔찍한 얼굴로 죽어 있는 필로그 공국 병 사들 몇명의 모습이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 굵직한 목소리의 남자를 둘러 싸고 있는 병사들의 기세는 충분히 눌려 있었습니다. 그도 그럴것이, 그 거한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이상한 기운‥혼을 빨아들이는듯 한 무서운 기운 때문일 것이 확실 했으니까요. "꼬, 꼼짝 마라! 널 군인 살해죄로 체포하겠다!! 그리고 도망칠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다!!" "‥오오, 도망칠 생각은 없어‥크크크. 방금 전 재미있을 것 같은 놀이가 생각났 거든‥크크크크크크‥." 그 거한은 자신에게 소리친 병사에게 천천히 다가갔고, 그 병사는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하고 그 거한의 손에 머리를 잡힌채 공중에 부웅 들려져 버렸습니다. 곧, 거한은 반대편 손으로 병사의 복부를 쓰다듬으며 말했습니다. "줄넘기‥좋아하나? 아, 줄이 없다고? 크크크크크‥네 내장으로 하는거다‥. 인간 의 내장은 좀 길거든‥질길지 안질길지는 모르지만‥크하하하하하하하하핫­!!!!" 그런 상황에 빠져 있는 그 병사는 이미 반 실신 상태였습니다. 전 그 병사의 심정 을 이해 할 수 있었습니다. 그 거한의 말엔 농담이 실려있지 않았거든요. 전 그 거 한을 막기 위해 허리에 찬 레이피어에 손을 가져갔습니다. 알렌도 같은 생각이었는 지 휀에게 받은 장검을 뽑을 준비를 했습니다. "즐거운 휴가를 방해해서 미안하군." 그때, 휀이 그 거한에게 다가가며 말했고, 전 휀이 나선 이상 이제 상황은 끝이다 생각하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습니다. 병사를 아직도 장난감처럼 들고 있던 그 거 한은 휀을 곁눈질로 바라보았고, 곧 다시 광기가 서린 웃음소리를 내며 말하기 시 작했습니다. "‥크크크, 그러고 보니 네 임무지가 여기였군‥. 더욱 즐거운 휴가가 될 것 같은 데‥크크크크크크‥." 곧, 거한은 그 병사를 땅바닥에 떨어뜨렸고, 병사의 동료들은 곧바로 그 병사를 부 축한 뒤 어디론가 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휀과 그 거한은 서로를 마주보았고, 휀 은 담배를 입에 물며 그 거한에게 말했습니다. "‥위스키." "‥크크, 낮 술이라‥사양않지. 크크크크‥." 휀은 저희들에게 따라오라는 손짓을 한 뒤 그 남자와 함께 술집으로 향했고, 저와 알렌은 서로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급히 휀을 따라 술집에 들어갔습니다. 그 두 남 자의 옆 테이블에 앉은 저와 알렌은 가만히 그들의 대화에 귀를 기울여 보았습니 다. 이건 제 예상이지만, 둘은 서로를 상당히 잘 알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휀은 술 한병을 주문한 뒤, 얼음이 담긴 술잔에 술을 부어 조금씩 마시기 시작했 고, 그의 앞에 앉은 거한은 휀이 남긴 술을 병째로 벌컥벌컥 마시기 시작했습니다. 저희 집이 주점을 했던 탓에, 전 둘이 마시는 술이 40도 짜리 위스키라는 것을 한 눈에 알 수 있었습니다. 휀과 함께 술을 마시는 사람은 정말 술이 쎈 사람인듯 했 습니다. 왠만큼 건장한 사람들도 그렇게는 못마시거든요. "왜 왔지." "‥어쩌다 보니‥크크크. 그건 그렇고‥카드 놀이는 잘 돼나 광황님? 크크‥." "아직까진 둘 다 원페어 수준이다." "‥쿠쿠, 그래서 빛의 신 '라우나'가 간곡히 부탁을 한거군. 하긴, 아무리 실험품 이긴 해도 자신이 만든 것들이니 걱정이 되겠지‥크크크크‥. 좋아, 나도 이 게임 에 참여시켜 주겠나. 아주 재미있을 것 같은데‥크크크‥." "'그 분'께선 허락하신 일인가." "크크‥나도 그 분 만큼은 무섭다구, 괜히 여기 왔을줄 아나‥." 전 휀과 그 남자의 대화를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알렌이 어제 저에게 말했던 실 험품이라는 말도 그들 대화에서 나왔고, 게다가 빛의 신 라우나님의 이름도 거론 되는 것이었습니다. 게다가, '그 분'이라는 것은‥? "‥슈웰, 나가죠." "음? 자, 잠깐! 아직 들어볼 얘기가‥." "‥말씀드릴 것이 있습니다. 당신도 꼭 알아두셔야 할 일이‥." 그때, 휀이 저와 알렌을 바라보며 말했습니다. "내가 얘기해 주겠다. 주워들은 얘기 보다는 정확할 것이다." 알렌과 저는 휀의 의외의 말에 가만히 서로를 바라보다가 휀과 그 남자가 앉아 있 는 테이블에 옮겨 앉았습니다. 휀은 곧 술집 안을 바라보았고, 앞에 앉은 거한을 바라보며 말했습니다. "관중이 많군." "‥크크크‥나도 귀찮다고 생각했지‥." 곧, 그 거한은 코트 안에서 거대한 대검을 꺼내 들었습니다. 마치 소를 도살할때 쓰는 것과 비슷하게 생긴 엄청난 검이었습니다. 그 남자는 광소를 터뜨리며 주위 사람들에게 소리치기 시작했습니다. "크크크‥크하하하하하핫­!!! 갑자기 피가 그리워지는군‥크크크‥누가 더 맛있을 까‥크크크크크크‥." 당연히, 술집 안에 있던 사람들은 쏜살같이 밖으로 튀어 나갔고, 그 거한이 손님을 모조리 쫓은 것을 본 주점 주인은 이성을 잃고 그 남자에게 소리치기 시작했습니 다. "이, 이보시오!! 손님을 다 내 쫓으면 어떻게 하오!! 순찰을 부를테니 각오하‥." 쿠웅!!! 순간, 그 남자는 오른손으로 강하게 카운터 테이블을 내리쳤고, 주인은 자신의 앞 에 난 커다란 손자국을 보며 숨을 죽였습니다. 그러나, 주인의 얼굴은 곧 밝아졌습 니다. 두개의 커다란 보석이 손바닥 자국 안에 박혀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거한 은 다시 제자리에 와 앉았고, 휀은 주인을 바라보며 말했습니다. "우리끼리 할 얘기가 있소." "아‥예예! 받들어 모시겠습니다!!" 주인은 곧바로 주점 밖으로 나갔고, 휀은 술 한모금으로 목을 축인 뒤 얘기를 시작 했습니다. "‥스페이드 나이트 등이 빛의 신 라우나에게 힘을 받은 때는 지금으로 부터 천년 전이다. 알렌은 알고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 세계에 있는 현자들에게 표면적으 로 알려진 사실은 그 네명의 기사들이 라우나의 의지를 받들어 이 세계의 빛을 퍼 뜨리기 위해서지만, 그것은 말 한 그대로 '표면적'인 이유일 뿐이다. 진짜 목적은 그들의 활동을 지켜보고 보완할 점을 발견한 뒤 더욱 완벽한 존재를 만들기 위한 것이었다. 라우나와 같은 성계신의 의지 따윈 상관이 없는 일이다. 왠만한 중급의 신들도 이 일의 본질은 모르고 있다. 그래서 아류들이 생겨나 변변치 못한 신들 까지도 인간에게 자신의 힘을 빌려 주었다. 심지어는 용왕들까지. 물론 적당한 이 유는 있었지만." 휀은 다시 술잔을 들었습니다. 그 다음 얘기는 옆에 앉은 거한이 얘기해 주더군요. "‥너희들 선조에 대한 문제점은 단 200여년 만에 수두룩히 나타났다. 게다가, 지금에 와서는 너희들의 힘 따윈 장난감에 불과하게 되었지. 왠만한 마왕급의 악마 나 마족들은 죽일 수 있을지 몰라도 악마왕이나 흑마술에 관한 계약을 주관할 정도 의 마왕들은 절대 죽일 수 없게 되었다. 크크크‥슬프게도 말이다. 예비 계획에 대 한 보완 사항은 완성되었고, 곧 진짜 계획이 실행되었다. 그래서 만들어진 자들의 이름은 '가즈 나이트'다. 현재까지 있는 모든 신의 사자들과는 차원이 다른 존재들 이지. 크크크‥중급 신까지 일소할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으니 그럴 수 밖에. 물론 그들도 처음부터 그렇게 강한 것은 아니었다. 스페이드 나이트등이 후손에게 힘만 을 전해줄 수 있는 것과는 달리, 그들은 수백년을 불노불사로 살아오며 왠만큼 경 험할 수 있는 모든 상황을 접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만큼 강해졌지. 왠만한 마족 들은 이름만 들어도 오줌을 지릴 정도로‥크크크크크‥." 전 말 조차 나오지 않았습니다. 숨도 가빠왔습니다. 휀이 옛날 저를 처음 봤을때 나, 몇달 전 다시 만났을때나 변한 것이 없었던 이유를 알 수 있었기 때문이었습니 다. 알렌의 표정은 알고 있었다는듯 담담했습니다. 곧, 휀의 얘기가 시작되었습니 다. "현재 가즈 나이트들은 모두 일곱명이다. 빛과 어둠, 지, 수, 화, 풍, 그리고 무속 성까지. 그중에서 빛과 어둠, 무속성의 가즈 나이트 셋은 상급 신에 가까울 정도의 전투력을 가지고 있다. 전투력만을 가지고 있는 것이 유감이지만. 만들어진지 얼마 안된 바람과 땅, 물의 가즈 나이트들은 아직 어리기 때문에 그리 강하진 않다. 불 의 가즈 나이트는 강자쪽에 속하는 셋에 가장 가까운 강함을 지니고 있다. 그들이 하는 일은 공통적으로 두가지다. 임무가 부여된 세계의 균형을 잡는 것, 아니면 파괴하는 것. 특별한 임무는 설명할 필요가 없겠지." 휀의 얘기는 거기서 끝이었습니다. 이윽고, 전 떨리는 목소리로 휀에게 넌지시 물 었습니다. "그‥그렇다면‥바로 그 가즈 나이트라는 존재가‥제 예상이 틀릴지 모르지만 그 일곱명 중에 빛의 힘을 가진‥광황이라는 존재가 바로‥당신인가요?" 휀은 술잔을 내려 놓으며 대답해 주었습니다. "그렇다." 전 이제서야 알 수 있었습니다. 스페이드 나이트님께서 왜 그때 아무런 저항 없이 휀에게 죽음을 당했는지, 몇년이 지났는데도 휀의 모습이 하나도 변한게 없는 것인 지, 그리고 어째서 모든 상황 앞에서 얼음같은 차가움을 유지할 수 있었는지. "역시!! 이제 네녀석의 음모는 끝났어!" 그때였습니다. 갑자기 주점의 문이 벌컥 열렸고 몇일 전 헤어졌던 붉은 머리의 마 법사가 진지한 표정으로 동료들과 함께 들어온 것이었습니다. 그녀는 휀을 바라보 며 조용히 말했습니다. "‥악마같은‥아니, 악마보다 더 악독한‥! 다 들었어, 그 녀석에게! 가즈 나이트 라는 존재들의 진짜 모습을!! 당신의 파괴는 여기서 끝이야, 차가운 영혼의 파괴 자!!! 내가 여기서 끝내 버리겠어!!!!" 가만히 그녀와 그녀의 일행을 바라보던 휀은 여유롭게 술잔을 입에 대며 말했습니 다. 평상시 그대로. "‥좋을대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