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SF & FANTASY (go SF)』 29045번 제 목:[GK외전] Light Emperor Vol.11 올린이:jack21 (이경영 ) 98/03/08 22:13 읽음:1903 관련자료 없음 ----------------------------------------------------------------------------- -------------------------------------------------------------------------- 휀은 그 붉은머리 마법사 일행과 함께 수도를 빠져 나간 뒤 근처에 있는 넓은 들 판에 섰습니다. 휀은 저와 알렌에게 적당히 떨어져 있으라고 했고, 전 왠지 엄청난 전투가 될 것 같은 느낌에 불안함을 감추지 못하고 발을 동동 구르며 떨어져 있는 휀을 바라보았습니다. "‥설마 휀이‥아니야, 그럴리가 없어‥. 하지만‥!" "‥걱정이 되나 꼬마? 크크크크‥." 전 저와 알렌의 뒤에 앉아 술을 병째로 마시고 있는 회색 피부의 거한을 바라보았 습니다. 그 거한은 음산한 미소를 지은채 절 바라보며 말했습니다. "저 녀석을 죽일 수 있는 생명체는 신을 제외하고는 단 둘 뿐이다. 크크크크‥현재 로서는 말이다. 그러니 두 발 뻗고 편안하게 저 녀석의 힘 앞에서 괴로워할 저 떨 거지들의 모습을 즐기는게 좋아‥크크크." "‥단 둘이요? 그렇다면‥같은 가즈 나이트인가요? 아니면‥." "크크‥당연히 같은 가즈 나이트 뿐이다. 일대 일 대결에서 저 녀석과 맞상대를 할 수 있는 녀석은 나, 그리고 리오라는 녀석 둘 뿐이지. ‥뭐, 미래에 가서는 어떻게 변할지 모르지만‥크크크‥." "‥그렇다면 휀이 질 가능성은 없는 것인가요?" "‥질 가능성? 크크크‥'즐겨라'라는 말을 뭘로 들었을까‥? 크크크크크‥." 전 그 말을 듣고 안심이 되었습니다. 아니, 이젠 오히려 그 붉은머리 마법사 일행 이 걱정되기 시작했습니다. 휀이 인정사정 없다는 것은 몇달을 같이 다닌 저도 잘 알고 있었으니까요. 전 다시 휀과 마법사 일행쪽을 바라보았습니다. "‥할 말은." 휀은 입에 물고 있던 담배를 옆에 버리며 마법사 일행에게 물었습니다. 앞에 선 붉은머리 마법사는 진지한 표정으로 휀에게 소리쳤습니다. "할 말은 무슨 할 말이야! 아까 말 했듯이 오늘은 네 제삿날이야! 왜 우리 세계를 파괴하려 왔는지는 모르지만 하여튼 여기서 끝이라구! 다른 세계의 파괴 역시!!! 좋아, 이번엔 우리가 물어보겠어. 세계를 파괴하는 이유가 뭐지?" "필요 없으니까." "‥뭐?" 휀의 대답은 간단했습니다. 전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전 휀이 생각 없이 행 동하는 사람은 아니라 알고 있기에 그의 다음 말을 기다려 보았습니다. "‥노예 제도, 식인 행위의 당연함, 악마 숭배, 약에 의한 환락, 무분별한 육체 관계, 약육강식의 당연함. 그리고 강제 종교 행위, 무조건적인 법 우선. 육체 관계 의 무조건적인 금지, 분별없는 평등‥. 이런 것들에 의해 왠만큼의 노력이나 무력 으로도 어쩔 수 없을 만큼 균형이 깨어진 세계가 있다. 그렇다면 넌 어떻게 하겠 나." "‥?" "그런 세계가 있을까 생각할지 모르지만, 적어도 내가 파괴한 세계는 그러했다. 내가 이 세계를 파괴할 것이라 생각한다면, 어째서 파괴할지 그 이유를 말해 보 도록." 그 마법사는 할 말을 잃은 듯 했습니다. 그녀의 일행 역시 선뜻 나서는 사람이 없 었습니다. 그들이 아무 말 없이 머뭇거리기만 하자, 휀은 뒤로 돌아서며 말했습니 다. "고급 마족이나 마왕의 조각 한두개를 없앴다 해서 너희들이 이 세계를 모두 구할 수 있을 거라는 착각은 버리도록. 난 그런 것들 조차 상대할 시간이 없는 몸이다." 그렇게 말을 남긴 휀은 저와 알렌등이 있는 이쪽으로 돌아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 휀의 말에 자존심이 상했는지 얼굴이 새빨개진 붉은머리 마법사가 양 손을 모으 고 주문을 외우더니, 휀에게 소리치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들이 그 마왕 조각 한두갤 없애지 못했다면 이 세계는 멸망이었어!! 우릴 우 습게 보지 마!!!" 콰아앙­!!!! 순간, 붉은 빛줄기가 그녀의 손에서 강하게 분출되었고, 저희들 쪽으로 가만히 걸 어오던 휀은 발길을 멈춘 후 눈을 감았습니다. 저와 알렌은 몸을 숙인 후 휀이 있 는 쪽을 흘끔 바라보았습니다. "바보군." 퍼어어엉­!!!!!!! 마법사가 방출한 붉은 빛은 휀의 몸에 닿기도 전에 반대쪽으로 역류하며 폭발해 버 렸고, 그 마법사의 양쪽에 서 있던 검은 머리의 마법사와 회색 머리의 마법 검사는 급히 방호막을 사용해 역류하는 폭발로 부터 일행과 마법사를 지켜주었습니다. 그 폭발이 끝난 후, 휀은 다시 그 일행쪽으로 돌아섰습니다. 전 그때 휀이 웃는 모습 을 처음으로 볼 수 있었습니다. 물론 비웃음 같았지만요. "소원이라면‥죽는 것이." 순간, 휀의 이마에선 네게의 황색 무늬가 떠올랐고, 그것을 본 회색 피부의 거한은 킥킥 웃으며 중얼거렸습니다. "‥제 2 안전주문까지 풀었군. 크크크크크‥하긴, 귀찮은 파리는 적당히 눌러 줘야 하지‥크크크크크‥." "아, 아앗‥?" 저와 알렌은 갑자기 밀려오는 싸늘한 느낌에 저절로 무릎을 꿇고 말았습니다. 저희 들 뿐만이 아니었습니다. 휀의 앞에 서 있던 마법사 일행들은 엉덩방아를 찧기까지 했습니다. 휀의 몸에선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했던 엄청난 기운이 뿜어지고 있었습 니다. 그가 만들어 내는 그 이상하고 강력한 기운은 들판에 불던 바람까지 정지시 키는듯 했습니다. 아니, 실제로 바람이 멈추어 버렸습니다. 그 상황 속에서도 제대로 활동을 하고 있는 사람은 회색 피부의 거한 뿐이었습니다 . 전 그 자기 자신과 또 한 사람이 휀을 상대할 수 있다는 말을 처음엔 믿지 않았 지만, 그가 아무 일 없다는듯 여유롭게 술을 들이키는 모습을 보고 이 사람들의 말 에 굳은 신뢰를 가질 수 있었습니다. 지금 저희들을 누르고 있는 엄청난 기운은 말 그대로 농담이 아니었거든요. 한편, 휀은 자신의 앞에 쓰러져 있는 마법사 일행들을 말 없이 바라보고 있었습니 다. 바닥에 쓰러져 있는 붉은머리 마법사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은채 휀을 올 려다 보며 말했습니다. "바, 바보같은‥! 이런 정도의 힘이‥마법도 아닌데‥!!" "보도록." 휀은 뒤로 돌아섰습니다. 그리고 난 뒤 멀리 보이는 산쪽으로 손을 뻗었고, 곧 그 의 이마엔 여섯개째의 황색 줄무늬가 떠올랐습니다. "호오‥크크크, 제 3 안전주문‥. 오래간만에 보는군‥크하하하하핫‥." 회색 피부의 거한은 마치 즐기는듯 한 모습으로 휀의 모습을 바라보며 계속 술을 마셨습니다. 그와 같은 시점의 우리들은 마치 보이지 않는 돌덩이에 깔린 것과 같 은 엄청난 압력을 온 몸에 받고 있었습니다. 이윽고, 휀은 산을 향해 뻗었던 자신 의 팔을 굽혔고, 눈을 지그시 감으며 주먹을 불끈 쥐었습니다. 콰아아아아아아앙­!!!!!!!! "아, 아아앗‥!?" 저와 알렌, 그리고 그 마법사 일행들은 입을 다물 수 없었습니다. 멀리 떨어져 있 어도 엄청난 규모로 보이는 거대한 산이 휀이 주먹을 쥠과 동시에 모래성이 부숴지 듯 산산히 폭발해 버린 것이었습니다. 휀의 이마에 떠오른 무늬는 다시 네개로 줄 어들었고, 휀은 다시 마법사 일행들 쪽으로 돌아선 뒤 조용히 말했습니다. "아까의 것이 내 힘의 ¾이다. 현재는 절반 정도. ‥이제 일어나 보도록. 다섯을 셀 동안 일어나지 않으면 너희들을 죽이겠다." "‥!!!" 마법사 일행들은 일제히 긴장을 하고 말았습니다. 검은머리의 마법사의 경우엔 눈 물까지 흘리며 일어나려 애를 썼습니다. 붉은머리의 마법사는 구토를 하면서도 일 어나려 했습니다. 다른 사람들도 그것은 마찬가지였습니다. "‥크크크‥어렵겠지. 몸의 모든 세포들이 저 녀석의 몸에서 뿜어지는 위압감에 본 능적으로 일어나는 것을 거부하고 있는데‥뇌세포의 명령따윌 들을 이유가 없겠지. 크크크크‥재미있군, 재미있어‥크하하하하하하하하하핫­!!!!! 마력을‥아니, 오 줌도 싸지 못할 정도일 텐데 일어나려는 꼴이라니‥크하하하하하하하하하핫­!!!!" 전 무서웠습니다. 사실 저들은 오해가 있어서 휀을 공격하려 한 것이었습니다. 악 의는 없었죠. 그들 나름대로 이 세계를 지키기 위해 이런 것이었는데 지금은 처참 한 몰골로 살기 위해 몸을 떨고 있었습니다. 전 도저히 두고 볼 수가 없었습니다. 아니, 휀이 무고한 사람들을 살해하는 모습을 보기 싫었습니다. "휀!! 그만하세요 제발!!!! 지금 중요한건 이런게 아니잖아요!!!!! 아직 당신과 저의 할 일이 남아있잖아요!!!!!" 팔짱을 낀 채 차가운 눈으로 자신의 앞에 있는 마법사 일행을 바라보던 휀은 저의 외침을 들었는지 제가 있는 쪽을 흘끔 바라보았습니다. 그는 다시 자신의 앞에 있 는 마법사 일행을 바라보았고, 곧 팔짱을 푼 뒤 코트 주머니에 손을 집어 넣으며 말했습니다. "‥그렇군." 곧, 휀의 이마에선 무늬가 사라졌고, 저를 비롯한 사람들의 몸을 휘감고 있는 힘은 일시에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마법사 일행들은 몰골이 엉망이 된 채 그 자리에 쓰 러졌고, 휀은 저와 알렌이 있는 쪽으로 걸어온 뒤 예전과 같이 말했습니다. "수도에 볼 일이 남아있다. 돌아간다." "아, 예‥." 저와 알렌은 급히 몸을 추스린 후 휀을 따라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바위 위에 앉아있던 회색 피부의 거한은 저와 알렌을 앞질러 휀쪽으로 다가가며 중얼거렸습 니다. "‥이런 이런‥크크크크‥오래간만에 네가 만든 피떡들의 맛을 보나 했더니‥이거 너무 실망이군‥크크크크크크‥." 상당히 충격적인 대사였지만, 저에겐 다음에 들려온 휀의 대사가 더 충격적이었습 니다. "사과하지." 그런 둘의 대화를 들은 저는 휀과 저 남자가 굉장히 친한 친구 내지는 상당히 사이 가 나쁜 관계라고 밖에는 생각이 들지 않았습니다. 정말, 몇백년 이상 살면 저렇게 간단히 죽음에 대해서 토론을 할 수 있는걸까요? 저로선 알 수 없었습니다. -----------------계속--- 『게시판-SF & FANTASY (go SF)』 29501번 제 목:[GK외전] Light Emperor Vol.12 올린이:jack21 (이경영 ) 98/03/18 21:20 읽음:1927 관련자료 없음 ----------------------------------------------------------------------------- 우욱..너무 늦었군.. ---------------------------------------------------------------------------- "크크크크‥이건 또 뭔가‥산적들인가? 크크크크‥." "히, 히이익‥?! 저, 저 녀석 미친건가?" 전 사실 바이론씨의 웃음소리를 들을 때마다 온 몸에 소름이 돋는 것 같았습니다. 게다가 바이론씨가 나설때면 언제나 피를 보기 때문에 더욱 싫었습니다. 그분은 사람을 너무 잔인하게 상대하시거든요. 그 점은 알렌도 저와 동감인듯 바이론씨가 나서면 가급적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려 합니다. "크크크크크크‥크하하하하하하하하핫­!!!!!! 죽는거다­!!!!" ...................... . . . . . . . 저희 일행이 수도를 떠난지 벌써 일주일이 흘렀습니다. 지금 가는 방향과, 알렌의 말로 보아 다음 목적지는 '아발론 왕국'일 가능성이 높았습니다. 어쨌거나, 그 일 주일 동안 저는 휀에게, 알렌은 바이론씨에게 각각 검술 교육을 받았습니다. 교육 을 받으며 느낀 것이지만, 휀과 바이론씨는 서로가 행동이나 모든 것이 달랐습니 다. 휀은 코트등 상당히 단정한 옷을 입고 있지만 바이론씨는 상당히 노출도가 심 한 옷을 입습니다. 물론 그 역시 검은색 롱 코트를 입은 일이 있지만 그것은 사람 들이 많을때나 입을 뿐이었습니다. 그리고 입는 코트도 상당히 더러웠죠. 피 얼룩 이 여기저기 져 있었으니까요. 휀은 술을 마실때 꼭 술잔을 사용합니다. 하지만 바 이론씨는 병째로 그냥 마시지요. 아, 공통점이 있긴 있군요. 둘은 술을 마셔도 취 하지 않는답니다. 물론 바이론씨는 언제나 취한 듯 하지만‥. 검술에 있어서도 휀은 베기 위주의 깨끗한 검술을 사용한답니다. 물론 검을 사용한 일은 거의 없지 만요. 반면에 바이론씨는 사용하는 검이 팔시온 계열의 두꺼운 대검인 만큼 파괴적 인 검술을 사용합니다. 그분의 공격을 받고 몸이 온전하게 남은 산적이나 도적들을 본 일이 없었거든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휀은 자신의 옷이나 얼굴에 피가 묻으면 반드시 손수건으로 닦습니다. 그러나 바이론씨는 그 피를 손에 찍어 혀로 핥지요. 그 광경을 처음 본 알렌은 실신도 한 일이 있었답니다. 그리고 다시 5일이 흘렀습니다. 그동안 마을을 한군데 밖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저와 알렌은 상당히 지쳐 있었습니다. 바이론씨와 휀은 정말 초인들이더군요. 지칠 출줄 모르고 계속 걸어가는 그 모습은 정말 괴물같았습니다. 날이 저물 무렵, 전 아발론 왕국의 국경에 다다랐습니다. 그러나, 국경 안엔 들어갈 수 없었습니다. 국경 수비대 병사들이 사과를 하면서까지 통행을 금지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유인 즉‥. "현재 마족과의 대규모 전투가 여기서 하루 거리인 '고르단 평원'에서 벌어지고 있 기 때문에 일반인은 통행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현재 아발론 전국의 국경이 통행 금지가 되어 있으니 죄송하지만 전투가 끝났다는 소문이 들리면 다시 와 주십시오. 부탁드립니다." "‥크크크‥죄송하다고‥? 크크크크크크크크‥!" 그때, 저희 일행의 맨 뒤에 서 있던 바이론씨의 웃음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고 전 황급히 뒤를 돌아 보았습니다. 모자와 코트로 자신의 회색 피부를 최대한 가리고 있는 바이론씨의 눈이 모자 그늘의 어둠 속에서 붉게 빛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광기에 젖은 미소도‥. 그것을 본 병사들이 상당히 놀라 했기 때문에 전 또 병사들 과 사이에서 일이 터지는게 아닐까 걱정했습니다. 그러나, 걱정은 일렀습니다. "몇 사단 병사인가." "‥네?" 휀의 갑작스런 질문에 병사들은 깜짝 놀라며 휀을 바라보았고, 휀은 차가운 얼굴로 계속 병사들에게 말했습니다. "아발론 남쪽 국경 수비대는 보병대 제 10사단과 9사단이 맡고 있다 알고 있다. 너 희들은 몇 사단 병사인가." "예? 저, 저희들은 10사단입니다만‥." "그렇다면 수비대 대장 '우란'을 불러오도록. 휀·라디언트가 왔다고 전해라. 지금 즉시." "아‥예!" 병사들은 휀에게 거수 경례를 붙인 후 멀리 보이는 진영으로 뛰어갔고, 휀은 담배 를 꺼내 입에 물며 조용히 그들을 기다렸습니다. 전 휀이 어떻게 아발론 왕국 수 비 대장의 이름을 알고 있는지 궁금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말이 필요 없는 남자였 기에 저와 알렌은 조용히 기다려 보았습니다. 곧, 멀리서 세명의 남자들이 뛰어왔 고 상당한 덩치의 남자가 휀의 앞에 서서 거수 경례를 붙였습니다. "10사단 국경수비대 대장 우란!! 근무중 이상 무!" "쉬도록. ‥원래 마족과의 전투 예정일은 보름 후 아니었나." "예! 그렇습니다만 마족측에서 저희 방어선을 선제 공격하는 바람에 일정이 앞당겨 졌습니다!" "‥하는 수 없지. 그럼 내일 그곳으로 출발하겠다. '바란 7세'도 그곳에 계시나." "예! 그렇습니다!" "좋다. 숙소나 두개 정도 만들어 두도록. 내일 출발할 것이니 급히 만들어도 상관 은 없다." "예! 알겠습니다!!" 수비대 대장이라는 사람은 휀에게 다시 경례를 한 뒤 어디론가 뛰어갔고, 휀은 저 와 알렌에게 따라오라는 눈짓을 한 뒤 수비대장이 간 방향으로 걸어가기 시작했습 니다. 이곳은 국경 수비대라고 보기 보다는 야전 사령부나 후방 지원부대로 보는 것이 옳았습니다. 부대의 인원이 그리 많아 보이진 않았지만 그에 비해 식량과 말, 무기등의 양이 막대했기 때문이었죠. 이윽고, 저희는 병사 한명의 안내를 받아 급조된 숙소로 가게 되었습니다. 텐트 하 나에 야전용 침대 네개가 끝이었지만 노숙 보다는 훨씬 나았기 때문에 저와 알렌은 군말 없이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러나, 휀과 바이론씨는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저어‥주무시지 않을 건가요?" 바이론씨는 말이 없었고, 휀은 저를 흘끔 바라보며 말해 주었습니다. "먼저 자도록." 전 하는 수 없이 텐트 안으로 고개를 들이 밀었고, 텐트의 문 단추를 잠근 뒤 옷을 갈아입기 위해 상의의 끈을 풀었습니다. 그러자, 알렌이 저를 말리는 것이었습니 다. "아, 잠깐 슈웰. 텐트 안에선 함부로 벗지 마." "음? 무슨 소리야?" 텐트에서 자 본 경험이 적은 저는 눈을 깜박이며 물었고, 슈웰은 텐트 안에 켜진 기름 램프를 가리키며 설명해 주었습니다. "텐트 안에선 저 램프의 불빛 때문에 갈아입는 모습이 밖에 다 비치게 되어 있어. 그림자 인형극을 한번쯤 봤다면 이해할거야." 전 아차 하며 상의의 끈을 다시 조였습니다. 저와 슈웰은 곧 야전침대 안에 들어갔 고, 램프의 불을 끈 후 잠을 청했습니다. "‥슈웰, 내일은 아무래도 전쟁터에 갈 것 같다는 생각이 안들어?" "음?" 알렌은 저보다 분위기에 더 민감했습니다. 생각해 보니 그것도 그랬습니다. 사관 학교에서도 전쟁시엔 국경 수비대가 후방 보급부대의 역활을 하게 된다고 배웠기 때문이었습니다. 알렌은 불안한 표정을 지은채 저에게 계속 말했습니다. "‥전쟁은 싫어. 마족과 인간의 전쟁이라도‥싫어. 모두가 높은 사람의 이익을 위 해서 죽어갈 뿐이니까‥." 전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모든 '높은 사람'들이 꼭 그럴까 라는 반문을 제 머리 속에서 해 보았습니다. 휀에게서 배운 한가지, '모든 일엔 예외가 있다'라는 것이 작용한 모양입니다. 알렌은 곧 잠이 들었고, 저 역시 오래간만에 깊은 잠을 잘 수 있게 되었습니다. ※※※ 다음날, 아침 일찍부터 휀과 바이론씨가 저희를 끌고 간 곳은 역시나 전쟁터였습니 다. 멀리선 한참 격전이 벌어지고 있는지 대량의 흙먼지가 휘날리고 있었고, 그곳 에 가까이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수없이 많은 군용 천막들이 눈에 띄기 시작했고, 이윽고 저희들은 그 천막들 안쪽에 들어와 있었습니다. 휀은 바이론씨와 저희들을 이끌고 계속 어떤 천막을 찾아 돌아다니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가, 여기저기 때운 자국이 있는 허름한 천막 앞에서 멈추었고 휀은 저와 알렌에게 용모를 단정히 하라 고 말을 한 뒤 천막쪽을 향해 약간 큰 소리로 말을 했습니다. "바란 7세시여, 휀·라디언트가 왔습니다." "무, 무어라!!!" 순간, 천막 안에서 튀어나온 사람은 거대한 몸집에 기골이 장대한 중년의 남자였 습니다. 저와 알렌은 설마 저 남자가 아발론 왕국의 바란 7세일까 의심을 해 보았 지만 휀이 가볍게 인사를 하는 것으로 보아 사실인 듯 했습니다. "간만에 뵙습니다 바란 7세시여." "오오, 정말 오래간만이네 휀!! 미안하이 미안하이, 저번에 왔을땐 내가 다른 나라 에 초청을 받아 왕궁에 없던 탓에 오해가 좀 있었다고 들었네. 다행스럽게도 왕비 가 자네의 얼굴을 기억하고 있어서 일이 잘 무마되었다고 들었네만‥하여튼 이게 얼마만인가? 20여년 전 나의 왕국 복귀를 도와준 이후 한번도 본 일이 없으니‥." "오늘은 클로버 나이트에 대해 여쭙고저 왔습니다." 휀은 담담한 표정으로 바란 7세님의 말씀을 끊었고, 바란 7세는 가만히 휀을 바라 보다가 껄껄 웃으며 휀의 어깨를 두드려 주었습니다. 다른 왕이었다면 어깨를 두드 리는게 아니라 목을 쳤겠죠. "‥그래, 자네는 변한게 하나도 없군. 20년 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고‥임무에 대해선 누구도 자네보다 철저할 수는 없을거야. 음음‥클로버 나이트라면‥분명 1 년 전까진 아발론 왕국 수도 근교에서 살고 있었네만, 아들 하나를 남겨두고 병사 를 했다네. 옛날 자네에게 클로버 나이트나 다른 4대 기사들에 대한 얘기를 들었기 때문에 그에게 포상이나 직위도 내리지 않았지만‥설마 약값이 없어 클로버 나이트 가 죽을 줄은 생각도 못했다네. 그 후, 그의 아들은 왕궁 안에서 생활을 하고 있 다네. 물론 직위는 없지. 그냥 손님의 자격이네." "그렇군요. 그럼 지금도 왕궁에 있습니까." 그러자, 바란 7세께선 고개를 저으시며 말씀하셨습니다. "아니, 그렇게 무예가 뛰어난 젊은이를 가만 놔둘 내가 아니지. 게다가 자청도 했 고‥. 지금은 아마 최전방에서 한참 마족들과 공방전을 펼치고 있을 걸세." "‥알겠습니다." 휀은 무표정한 얼굴을 바꾸지 않고 고개를 숙여 감사의 표시를 했습니다. 하지만, 휀의 목소리에 힘이 없다는 것을 느낀 저는 뭔가 일이 잘못되었구나 하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코트 주머니에 손을 넣고 가만히 생각을 하던 휀은 다시 바란 7세 를 돌아보며 말했습니다. "오늘 하루의 전투만 저와 제 동료가 참가하겠습니다. 사정을 봐 주시길." 그러자, 바란 7세 마마도 무었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느끼셨는지, 표정을 굳게 다지 시며 고개를 끄덕이셨습니다. "‥알겠네. 그럼 부탁하네. 나야 뭐 자네가 출전해 준다면 바랄게 없는 몸이니까." "감사합니다. 그리고 클로버 나이트의 아들도 제가 데려가겠습니다." 휀의 그 말에, 바란 7세께선 아쉬운 표정을 지으셨고 한숨을 길게 쉬시며 휀에게 말씀하셨습니다. "그런가. ‥허헛, 또 이별이군. 만난지 얼마나 지났다고‥허허헛. 그럼 우리 왕비 에게 안부나 전해주겠네. 살아 있으면 다시 만날 수 있겠나?" 휀은 조용히 돌아선 뒤 저와 알렌, 그리고 바이론씨를 먼저 보낸 후 바란 7세께 말했습니다. 그때, 전 휀의 표정이 바란 7세 마마와 같이 아쉬움으로 뒤덥히는 것 을 볼 수 있었습니다. "‥장담을 할 수는‥없을 것 같습니다." 그때의 휀의 말투나 표정은, 지금까지 제가 알고 있던 휀과는 달랐습니다. 아마도, 임무 외적인 일이기 때문에 그랬던 것 같습니다. 다시 제가 있는 쪽으로 돌아선 휀 의 표정은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얼음과 같이 싸늘했습니다. "가지 않고 뭘 하나." 휀은 제게 그렇게 말 했고, 전 무슨 생각에서인지 휀의 어깨를 손으로 툭 쳐주며 빙긋 웃어주었습니다. 물론 휀에게 답례를 받지는 못했지만요. --------------------계속--- 『게시판-SF & FANTASY (go SF)』 29812번 제 목:[GK외전] Light Emperor Vol.13 올린이:jack21 (이경영 ) 98/03/24 22:32 읽음:1949 관련자료 없음 ----------------------------------------------------------------------------- ---------------------------------------------------------------------------- "병사들에게 후퇴 지시를 내리시오." 저와 알렌, 휀, 바이론씨는 한참 격전을 벌이고 있는 부대들을 지휘하고 있는 한 장군의 현장 지휘본부로 향했습니다. 거기서 휀은 병사들을 밀치고 장군이 타고 있는 말로 다가가 그분께 그렇게 말했고, 망원경으로 전투장면을 지켜보던 그 장군 은 깜짝 놀라며 휀을 바라보았고, 그는 즉시 내려와 휀의 앞에 무릎을 꿇으며 소리 쳤습니다. "휀·라디언트님! 돌아오셨군요!!" "‥발렌시아였군. 아까 말 한 그대로 병사들을 후퇴시키도록. 그리고 후퇴하는 동 안 이 자리에 클로버 나이트의 아들을 놔두길 바란다." "‥역시 임무의 하나군요. 하하핫‥변하신게 없습니다. 그럼 나중에 뵐 수 있길!! 부관!!! 부관!!! 8사단과 11사단의 철수를 명해라!! 25사단과 3사단은 후퇴하는 아군의 엄호를 맡겨라!!" 그러자, 그 장군의 말을 들은 부관은 눈이 휘둥그래 커졌으나 하는 수 없이 명령대 로 후퇴의 뿔피리를 불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뒷쪽에서 원거리 공격을 하고 있는 부대에게도 다른 피리를 불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장군의 말 그대로 두개의 부 대는 후퇴를, 그 뒤의 부대는 후퇴하는 부대의 엄호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쪽 군 대가 갑자기 후퇴를 하자 마족의 군대는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꼈는지 역시 후퇴 를 하며 전열을 가다듬기 시작했고, 약 20분 후 전장엔 저를 비롯한 네명과 마족들 의 대군단 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휀과 바이론씨는 곧 앞으로 걸어가기 시작했고, 저와 알렌으로 부터 그런대로 거리를 벌렸습니다. 그리고 난 뒤, 휀이 저에게 말했 습니다. "너희들은 거기서 잘 보고 있도록. 나중에 가면 너희들이 해야 할 일이니까." 그런 후, 휀과 바이론씨는 각자의 검을 뽑아들었고, 앞에 보이는 마족들의 대 군단 을 향해 단 둘이 질주하기 시작했습니다. "크크크‥네 덕분에 오늘 피 목욕을 실컷 하겠군‥크크크크크‥!!!" "맘껏 하도록." 얼마 후, 휀과 바이론씨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저와 알렌은 서있기 조차 두 려웠습니다. 상대편은 수만, 이쪽은 단 네명(정확히 말하자면 두명)이었으니까요. "저어‥당신들이 절 부르신 분들입니까?" 그때, 저희들의 뒷쪽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저와 알렌은 뒷쪽을 바 라보았습니다. 그곳엔 검을 들고 있는 단정한 용모의 소년이 서 있었습니다. "‥찰스·브론스‥. 역시 너구나." "음? 알렌, 알고 있어?" 알렌이 그 소년의 이름을 말하자 전 깜짝 놀라며 그녀에게 물었고, 알렌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습니다. "음‥클로버 나이트 론·브론스의 외동아들인 찰스야. 우리와 같은 4대 기사의 후 계자이기도 해. ‥오랜만이야 찰스." "‥알렌 누나. 어째서 여기에‥앗!?" 그때, 찰스라는 소년이 깜짝 놀라며 뒷걸음질을 쳤고, 저와 알렌은 급히 뒷쪽을 바 라보았습니다. "크워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 우뢰와 같은 비명소리와 함께, 마족의 푸른색 피가 마치 용암이 분출하는 것 처럼 하늘 높이 치솟고 있었습니다. 그것도 마족들의 부대들 안쪽에서 말이죠. 게다가, 저희들이 말 하는 사이에 전열에 배치된 마족들은 이미 고깃덩이가 되어 전장을 뒹 굴고 있었습니다. 전 믿을 수 없다는 지었습니다. 단 두명이서 수만명의 인원을 마 치 벌레 죽이듯 도살하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 "‥역시 휀 님이시군요. 같이 계셨던 분도 꽤 강한 분이라 생각했는데‥동급이었군 요 마마." "그러니 말일세 발렌시아. 아무래도 전투는 오늘이 끝인 것 같군. 벌써 1만에 가까 운 부대가 죽었으니 사기도 많이 꺾였을걸세. 참‥신의 힘이란 대단한걸세." "‥예. 어쨌거나 휀 님께서 돌아오실줄은‥." "‥정말 고마운 사람이지. 차가운 얼굴을 하고, 임무에 대해선 몇달을 알고 지내던 사람도 죽일 수 있을 정도의 냉정한 성격을 하고 있지만 그 안은 누구보다도 따뜻 한‥정말 신하로서는 둘도 없는 사람이지. 하하하핫‥아까우이 아까워‥." ※※※ "난 마장군 크레센이다!! 나와 일대 일로‥우아아아악­!!!!!" 바이론의 다크 팔시온 앞에 말이란 필요 없었다. 마장군 일곱을 포함해 수천의 마 족 병사들을 도살한 바이론은 한껏 몸을 펼쳤고, 그럴때 마다 그의 몸에 묻은 마족 들의 피가 사방으로 흩뿌려졌다. 더이상 바이론에게 덤벼드는 마족 병사는 없었다. 그때, 병사들중 한명이 겁에 질린 목소리로 소리쳤다. "가, 가즈 나이트다!! 암왕 바이론이다!!!" "아, 암왕 바이론‥? 설마, 악마계의 5분의 1을 혼자 날려버렸다는 그‥!!" 병사들은 긴장했다. 하지만 그들은 모르고 있었다. 바이론은 그런 말을 들을때 마 다 더욱 광분을 한다는 사실을‥. "크크크크크‥재미있는 얘기를 하는군‥크크크크크크‥크하하하하하하하하핫­!!!! 그 댓가로 모두 죽여주마­!!!!!! 크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핫­!!!!!!!!" 바이론은 광소를 터뜨리며 자신의 손을 위로 뻗었고, 그가 주먹을 쥐자 마자 검은 색의 빛이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그 빛의 범위 내에 들어간 마족들은 일순간에 몸 이 터져 나가며 즉사를 했고, 간신히 그 범위에서 벗어난 마족들도 몸의 일부분이 부숴지고 말았다. 일순간에 자신의 주위가 시체로 뒤덥힌 것을 본 바이론은 자신의 앞머리를 손으로 움켜 쥐며 또다시 광소를 터뜨리기 시작했다. 마치 쾌감을 느끼는 사람처럼‥. .......................... . . . . . . "‥약하군." 휀은 플랙시온을 오른손으로 가볍게 돌리며 중얼거렸다. 그의 주위는 이미 들판으 로 변한지 오래였다. 휀은 말 없이 앞을 바라보았다. 그들의 앞엔 공포에 질려 아 무것도 하지 못하고 있는 마족들의 군대가 있었다. 휀은 플랙시온을 말 없이 거두 었고, 곧 심호흡을 하며 눈을 감았다. "‥뭐, 뭐지? 저 모습은‥으윽!?" 마장군중 한명은 자신의 두터운 방패로 방어준비를 한채 가만히 휀의 모습을 바라 보고 있었다. 휀의 몸에선 찬란한 빛이 뿜어지고 있었고, 곧 그 빛은 형상을 갖추 기 시작했다. 휀의 등 뒤에 모인 빛은 광(光)계열 최고신인 '라'가 인정한 자에게 만 생긴다는 둥글고 거대한 광익진(光翼陳)이 생성되어 있었다. 휀은 곧 양 손을 앞으로 뻗으며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진·광황포." 휀의 양 손에선 보통의 광황포완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거대한 빛덩이가 분출되었 고, 그 빛에 휘말린 마족의 군단들은 마치 모래탑이 부숴지듯 일순간 뒷쪽으로 흩 어지며 사라져갔다. 그 힘의 범위는 대단한 것이어서, 전장의 끝에 보이는 산의 일 부분이 둥글게 녹아버리고 말았다. 자신의 앞에 아무것도 없는 것을 확인한 휀은 광익진을 거둔 후 뒤로 돌아서서 슈웰들이 기다리고 있는 장소로 가기 시작했다. 바이론과 다른 점이 있다면 단 하나, 그의 옷엔 피 한방울 묻어있지 않다는 것이었 다. ※※※ 바이론씨는 피범벅이 되어 저희들에게 돌아왔습니다. 결과는 알 수 있었죠. 단 둘 에게 마족들의 대 군단이 군세의 4분의 3을 잃고 후퇴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곧 이 어 휀도 돌아왔고, 휀은 의외로 깨끗한 모습으로 돌아왔습니다. 바이론씨는 벗어두 었던 자신의 코트로 몸에 묻은 피를 닦기 시작했고, 휀은 손수건으로 얼굴을 가볍 게 닦으며 뒷정리를 했습니다. 저와 찰스는 감탄어린 눈으로 둘을 바라보고 있었습 니다. 그러나, 알렌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이건‥이건 일방적인 살육이에요!! 전쟁이라고 할 수 조차 없다고요!!! 당신들이 도대체 무엇인데 이렇게 살생을 하나요!!!!" 휀은 아무 말이 없었습니다. 대신, 바이론씨가 알렌의 옷자락을 잡아 자신의 눈 근 처로 들어 올린 후 광소를 머금은채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크크크‥느껴지나? 마족들의 피 냄새가‥. 하지만 이건 나와 저 녀석이 죽인 숫자 의 만분의 일도 미치지 못하지‥크크크크크‥. 그래, 우리들에게 죽기 위해 태어나 는 마족이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야‥. 크크크크크‥중요한 점은 너희들도 곧 이 꼴이 된다는 소리다‥. 또 모르지‥우리들보다 훨씬 더 잔인하게 마족들을 죽이고 다닐지‥크크크크크크크‥. 입바른 소리할 시간 있으면 검술 공부나 더 해. 크하하 하하하하하핫‥!!!!" 알렌은 곧바로 바닥에 던져졌고, 이번엔 휀이 우리 모두를 돌아보며 말했습니다. "이제 셋이 모두 모였으니 완전한 전승을 할 때가 왔다. 피할 수 없는 너희들의 숙 명이다. 저주하려면 너희들의 부모와 조상을 저주하도록. 그리고 찰스, 너도 이제 부터 날 따라 간다. 그렇게만 알도록." 휀과 바이론씨는 천천히 아발론 왕국의 본대가 있는 쪽으로 돌아가기 시작했습니 다. 전 바닥에 주저 앉아 울고 있는 알렌을 찰스와 함께 추스리며 그들을 따라가려 했으나, 알렌을 설득하는덴 시간이 걸렸습니다. "싫어‥이런 괴물이 되는건 난 싫단 말이야‥!!! 난 평범하게 살아가고 싶다고!!! 내 아이까지 괴물로 만들고 싶지는 않아­!!!!!!" "‥알렌‥." "‥알렌 누나‥." 저와 찰스는 그저 가만히 알렌을 바라볼 뿐이었습니다. 흐느끼고 있는 알렌을 보 며, 전 이런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나도 싫다‥그런 강한 힘을 가진 사람이 되어 살육을 하긴 싫다‥. 찰스도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지 숙연한 자세로 알렌을 바라 보고 있었습니다. 저희들은 그날 밤을 아발론 왕국 군대 진지에서 보내야 했습니다. 알렌은 여전히 충격이 남아있는지 침낭속에 들어가 아무말도 하지 않았고, 전 오늘은 알렌과 얘기 하기 틀렸다고 생각하며 침낭 안에서 눈을 붙이려 했습니다. "어이 롯코, 자네 어째 잘도 살아있구먼?" 그때였습니다. 저와 알렌, 그리고 찰스가 있는 텐트 밖에서 보초를 서는 병사들의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전 눈을 뜨며 그 병사들의 말에 귀를 기울여 보았습니다. "당연하지, 하하핫. 그런데 오늘은 정말 죽을 뻔 했다고. 화살이 내 귀를 스치고 지나갔다니까? 난 정말 죽었구나, 생각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후퇴 명령이 떨어지지 않나. 그래서 신나게 후퇴를 했는데 이게 왠일인가, 마마를 찾아온 손님 두명이 3 만에 가까운 마족들을 쓸어 전투가 끝났다고 하니 말일세." "그래? 나도 멀리서 빛덩이들이 번쩍번쩍 하는 모습을 보긴 봤는데 정말 둘이서 했 단 말이군. 허헛, 다행일세. 난 어제 태어나 있을 내 아이 얼굴도 못보는게 아닌가 했는데 말이야." "난 내 아들 첫 생일이었다구. 후훗, 하여튼 우리들에겐 정말 잘 된 일이지. 그런 무시무시한 힘을 지닌 사람들이 우리 대신 싸워 이겨주었으니 말일세. 우리라고 해 서 두렵지 않겠나‥죽는게 말일세. 이럴때 힘 있는 사람들이 우리 대신 일을 해 주 었으니 천만 다행이지." "‥하긴. 그런데 동네 사람들도 같은 생각일거야. 우리가 싸워주고 있어서 아무 두 려움 없이 먹고 잘 수 있으니까. 물론 고마움은 느끼지 못하겠지만 말이지. 뭐. 우 리야 집에 무사히 돌아갈 수 있으면 그만이지만. 참, 우리들 어렸을때 오늘 그 손 님처럼 무섭게 싸워주던 다이아 나이트와 클로버 나이트는 어떻게 되었을까?" "모르지 나도. 그 사람들은 명예와 권력 모두 포기하고 우리들 대신 싸워왔으니까. 지금 생각해 보니 정말 고마운 사람들 아닌가‥." "그래 그래‥. 엇, 분대장이 찾는구만. 나중에 또 보세." "응, 그래‥." 전 잠시동안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만약, 오늘 전투에서 휀과 바이론씨가 참가하 지 않았다면 많은 병사들이 죽었을테고, 그 병사들에게 딸린 가족들이 또 얼마나 슬퍼할까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리고, 옛날 어머니께서 하셨던 말씀이 떠올랐습 니다. ‘이 세상을 지키는 4대 기사들이 할 일? 호홋‥당연히 사람들을 도와주는 것이지. 그리고 이 세상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마족들을 미연에 막는 것도 있고. 그렇게 그 사람들이 힘을 써 왔기 때문에 무서운 대 마족전쟁이 수백년간 일어나지 않은 것이란다. 전쟁이 일어나지 않으면 우리도 좋고, 싸울 마음이 없는 마족들에게도 좋은 일 아니겠니?’ ※※※ 다음날 아침이었습니다. 생각을 하다가 깜박 잠이 들어버린 저는 늦잠을 자고 만 모양이었습니다. 옆에서 자고 있던 알렌과 건너편에서 자고 있던 찰스가 없는 것이었습니다. 전 황급히 옷 을 갈아입은 후 밖으로 나갔습니다. 다행히도 천막 밖엔 알렌과 찰스가 있었고, 전 머리를 긁적이며 둘에게 사과를 했습니다. "호홋, 미안해 둘 다. 너무 늦었‥지? 아니, 휀!? 그리고‥바이론씨?" 휀과 바이론씨는 간의 의자에 걸터앉아 알렌과 찰스에게 검술을 가르쳐 주고 있었 습니다. 휀은 아무 말 없이 절 바라보았고, 바이론씨는 오크통에 담긴 맥주를 통째 로 들고 마셔댔습니다. 놀라움과 미안함에 우물쭈물하던 저에게, 의외로 알렌이 웃 으며 절 불러주었습니다. "이제 막 시작이아 슈웰. 너도 빨리 옆에 서." "아‥아아, 미안 미안. 죄송해요 두분." 전 급히 레이피어를 뽑아 든 후 알렌의 옆에 섰습니다. 훈련을 계속 하는 동안, 전 알렌의 얼굴이 예전과는 달라진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예전까진 좀 비관적인 표 정으로 검술을 배우던 알렌이 지금은 즐겁고 진지한 표정을 지은채 검술 훈련에 임 하고 있었습니다. 설마, 어제 제가 들었던 병사 아저씨들의 말을 알렌도 들은 것일 까요‥? "시선이 다른 곳으로 가 있군." "잘못했어요." ---------------------계속--- 『게시판-SF & FANTASY (go SF)』 31381번 제 목:[GK외전] Light Emperor Vol. 14 올린이:jack21 (이경영 ) 98/05/05 02:56 읽음:1420 관련자료 없음 ----------------------------------------------------------------------------- (컨디션 조절을 위해...짧게 짧게...) ---------------------------------------------------------------------------- 한달이라는 길고 긴 시간이 지났습니다. 그 시간 동안 계속 전진하고, 수련을 해 온 저와 알렌, 그리고 찰스는 이제 휀과 바이론씨에게 기술을 전수 받을 수 있을 정도로 강해져 있었습니다. 전 특별히 휀에게 '마그나 소드'라는 기술을 전수받게 되었고, 알렌과 찰스는 바이론씨에게 보다 실전적인 검의 기교를 배우게 되었습니 다. 휀의 마그나 소드는 이론적으로도 어려웠고, 실제적으로도 그저 그렇게 수련을 한 사람은 쓸 수 없는 고 난이도의 기술이었습니다. "마그나 소드는 다섯가지의 기술로 나뉜다. 말 그대로 자르는 '참(斬)', 폭발시키 는 '열(烈)', 참과는 비슷하지만 약간은 성격이 다른 '단(段)', 충격으로 상대방을 분해시키는 '파(波)', 마지막으로 사용자 스스로 깨우쳐야 하는 '명(明)'‥. 기억 이라도 잘 해 두도록." "예!" 휀이 저에게 가장 처음 가르쳐준 기술은 제일 쉽다는 '참'이었습니다. ‥물론 쉬울 이유는 없었습니다. 제 마음 속에 잠재된 빛의 힘을 깨우쳐 그 힘으로 물체를 자르 는 것이기 때문이었습니다. 이 기술은 가장 쉬운 기술이면서도 가장 활용도가 높은 기술이었습니다. 검의 물리적 공격 범위의 한계를 뛰어 넘어 능력에 따라 무한대의 공격 범위를 가질 수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물론 사용할 수 있을 때의 일이었지 만요. 그렇게 일주일동안 다시 시간이 흘러갔고, 어떤 도시에 도착할 무렵 저희들은 숲 속에서 마물들과 마주치게 되었습니다. 아니, 마주치게 되었다기 보다는 마물들이 저희들을 기다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마물들이 바위에 앉아 담배를 피 우고 있었기 때문이었죠. 그 마물들을 본 휀은 다른때와는 달리 나무에 기대어 담 배에 불을 붙었고, 바이론씨 역시 술통을 들고 잔디 위에 걸터 앉아 전투와는 무관 한 흡연과 음주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저와 알렌, 찰스는 순간 긴장을 하고 말았지 만 휀은 그런 저희들을 보며 말했습니다. "수련의 성과를 보이도록." 도저히 맞받아 칠 수 없는 말이었습니다. 결국 저희들은 하는 수 없이 무기를 들고 마물들과 싸우는 수 밖에 없었습니다. 저희들이 싸워야 할 마물들은 나무 곤봉을 든 저급 마물들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힘은 엄청났기 때문에 보통 병사나 기사 들은 상당히 애를 먹는 상대였습니다. "누나들, 내가 앞을 맡을께요!" 그때, 찰스가 용감히 앞으로 나서며 자신의 대검을 뽑아 들었고, 찰스의 말에 힘을 얻은 알렌과 저는 고개를 끄덕이며 찰스의 양 옆에 섰습니다. 찰스는 곧 자신을 향 해 달려오는 마물에게 강렬한 일격을 선사했습니다. "하아아아앗­!!!!!!" 전 그때 깜짝 놀라고 말았습니다. 찰스의 점프력이 한달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 도로 높아진 것이었습니다. 2미터가 충분히 넘는 마물의 머리 가까이까지 뛰어 오 른 찰스는 검으로 마물의 어깨와 목 사이를 깊숙히 찔렀고, 마물은 곧 비명을 지르 며 뒤로 쓰러졌습니다. 계속 마물의 몸에 검을 박은 상태인 찰스는 마물의 넘어지 는 힘을 이용해 검을 뽑은 뒤 그 뒤의 마물을 후려쳤고, 그 마물 역시 간단히 쓰러 져 나갔습니다. 전 찰스가 역시 남자니까 한달 사이에 저렇게 강해졌구나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그러나, 그건 저의 착각이었습니다. "헙!!" 순간, 저의 옆에 있던 알렌이 발을 앞으로 크게 내밀며 검을 거의 보이지 않을 정 도의 속도로 휘둘렀고, 그와 동시에 그녀의 검에선 날카로운 진공파가 생성되어 그 녀의 앞 일직선상의 마물들을 일격에 두조각으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전 아무것도 못하고 가만히 서 있을 뿐이었습니다. 그렇게, 저를 제외한 알렌과 찰스의 활약으 로 마물들은 간단히 소탕되었고, 기뻐하는 알렌과 찰스와는 달리 전 고개만 푹 숙 인채 아무 행동도 할 수 없었습니다. "…." 그때, 누군가의 손이 저의 어깨를 덮어 주었고 전 움찔하며 그쪽을 바라보았습니 다. 그는 다름아닌 휀이었습니다. 하지만 행동과는 달리 그의 얼굴은 차가웠습니 다. 휀은 저에게 허무감이 깃든 어투로 말했습니다. "돌아가도록." "‥예!?" 전 깜짝 놀랐습니다. 아니, 알렌과 찰스도 마찬가지로 깜짝 놀랐습니다. 휀은 손을 다시 주머니에 넣으며 저에게 말했습니다. "다른 말 하지 않겠다. 떠나라." "자, 잠깐만요 휀!! 제가 수련을 게을리한 탓이에요!! 제게 다시 기회를 주세요!!" 전 휀의 코트 자락을 잡고 소리쳤습니다. 정말 무서웠습니다. 여기까지 오며 시간 을 보낸 것을 허무하게 잃어버리는 것도 그랬지만, 더이상 휀을 비롯한 다른 사람 들과 같이 행동하지 못한다는 것이 더욱 그러했습니다. 휀은 곧 저를 다시 돌아보 았습니다. 그러나, 휀은 이때까지 제가 한번도 보지 못한 표정을 짓고 있었습니다. 바로 분노에 휩싸인 표정이었습니다. "너의 실력 따윈 관심 없다. 하지만, 이따위 정신력을 가진 너에게 그정도의 실력 도 아깝다. 떠나라. 따라오지도 마." "‥!!!" 전 상실감에 빠져 들었습니다.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았고, 다리의 힘까지 빠지고 말았습니다. 결국 전 땅바닥에 주저 앉고 말았습니다. "바, 바이론씨!! 제발 슈웰을 도와주세요!! 휀 씨를 말려 주세요!!!" 알렌의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그리고, 찰스의 목소리도 들려왔습니다. "그, 그래요! 슈웰 누나는 아무 잘못도 없다고요!!!" "‥크크크크‥. 나같으면 죽여버렸을텐데‥?" 바이론씨의 한마디에, 알렌과 찰스는 더이상 말을 하지 못했습니다. 곧, 휀의 목소 리가 들려왔습니다. "출발하도록. 일초라도 여기에 머무는 사람은 죽이겠다." 결국, 모두는 떠나버리고 말았습니다. 숲 속에 남겨진 저와 같이 있는 것은 피비릿 내가 나는 마물들의 시체 뿐이었습니다. ※※※ 노숙하는 법을 휀과 바이론씨에게 충분히 배운 탓에 이젠 저 혼자서도 노숙을 거뜬 히 할 수 있었습니다. 이젠 정말 저 혼자였습니다. 누구도 절 도와주지 않았습니 다. "‥이제 자야지‥." 전 마른 풀로 잠자리를 편하게 만든 후 그 위에 누워 잠을 청해 보았습니다. 하지 만 잠은 오지 않았습니다. 하루종일 우느라 피곤했을 터인데도 말이죠. "‥하아‥." 아무리 자려고 몸을 뒤척여 보아도, 제 눈 앞에서 떠나지 않는 것이 있었습니다. 바로 휀의 화난 얼굴이었습니다. 지금까진 제가 무슨 실수를 하더라도 화 한번 내 지 않던­차가운 표정으로 일관하던­휀이 저에게 처음으로 화를 낸 것이었습니다. 왜일까요. 왜 그가 저에게 화를 냈을까요. 전 이유를 알 수 없었습니다. 어떻게 잠이 들었는지, 전 다음날 정오가 되어 일어날 수 있었습니다. 휀과 함께 있을땐 항상 일찍 일어났었는데‥. 어쨌거나 전 이제부터 혼자 행동을 해야 했습니 다. 물론 크게 나눠서 길은 두개였습니다. 진짜로 돌아가는 것, 그리고 이대로 휀 일행을 따라 가는 것이었습니다. 전 생각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아마, 지금까지 제 가 살아오면서 이정도로 생각을 많이 한 일은 없었을 것입니다. 결국, 전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저에겐 이미 돌아갈 집도 없어진지 오래였고, 그리 고 돌아간다 해서 반겨줄 사람도 없었습니다. 전 이렇게 된 것이 억울해서라도 휀 에게 돌아가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리고, 휀을 만나면 반드시 물어볼 것도 있었습니 다. 왜 그때 저에게 화를 냈는지,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계속--- 『게시판-SF & FANTASY (go SF)』 31434번 제 목:[GK외전] Light Emperor Vol. 15 올린이:jack21 (이경영 ) 98/05/05 23:09 읽음:1574 관련자료 없음 ----------------------------------------------------------------------------- ---------------------------------------------------------------------------- "‥크크‥걱정이 되나‥?" "…." "‥크크큭, 하긴‥너도 900살이 넘었으니 노망이 들 때도 낮지‥. 그건 그렇고‥ 그 꼬마가 너의 '마그나 소드'를 익힐 수 있을 것 같나?" "‥'힘'을 전승받지 않은 상태에선 절대 사용할 수 없어. 만약 사용한다면 하트 나 이트로서의 힘을 뛰어 넘은지 오래라는 뜻과 같다. 그렇다면 후에 이 세계와 함께 없애버릴 필요는 없을지도‥." "‥호오‥크크크크‥. 그래서 가르쳐준 것이로군‥. 크하하하하하하핫‥!!!" "‥다른 꼬마들은 어떻게 생각되나." "‥크큭, 글쎄‥. 술 마시는 법만 잘 배우면 난 만족할지도‥. 크크큭‥." "‥좋군." ※※※ 벌써 마을을 두개나 지났는데도 전 휀과 다른 사람들을 만날 수 없었습니다. 사람 들에게 겨우 물어 물어 따라다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그래도 불안하긴 마찬가지였습니다. "젊은 여자와 남자를 데리고 다니는 금발 머리 청년과 회색 머리의 광인? 오오, 그 사람들 알지. 아마 서쪽의 렌돌 지방으로 간다는 것 같았어. 그런데 참 그 사람들 유명하구먼." "예? 왜요 아저씨?" "어제 저녁 늦게 빨간 머리 아가씨와 그 아가씨의 일행들이 똑같은 질문을 해서 말 이야. 그 금발머리 청년 혹시 수배자인가‥?" 전 문득 머리를 스쳐 지나가는 것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뭐 그렇게 불안하진 않았 죠. 당할 이유는 없을테니까요. "‥그 빨간 머리 아가씨라는 여자‥. 눈만 땡그랗고 가슴이 작지 않았나요?" "오? 잘도 아는구만 아가씨? 추가로 성질도 더럽던데‥. 험험, 어쨌든 잘 찾아가 보게나." "예, 감사합니다 아저씨!" 전 그 친절한 아저씨와 헤어진 후 렌돌 지방으로 향하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가는 동안 수련도 게을리하지 않았습니다. 지금 이렇게 된 이유가 훈련을 게을리한 결과 라고 전 생각하거든요. 하지만 그렇게 수련을 해도 휀이 가르쳐준 마그나 소드는 익힐 수 없었습니다. 제 마음속에 잠재된 '빛'이라는 개념을 깨닫지 못해서인 모양 입니다. 그렇게 3일이 흘렀습니다. 배도 고파오고 해서 전 먹을 것을 얻기 위해 길 근처 숲 으로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곳엔 반갑지 않은 손님들이 먼저 와 있었습니 다. "어라? 저게 누구야?" "‥!" 전 운이 없게도 그쪽에게 먼저 발각이 되고 말았습니다. 바로 그 공포의 빨간 머리 마법사 일행이었죠. 그 마법사는 절 발견하자 마자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중얼거렸 습니다. "헤헷, 저 여자애가 여기 있으니 그 재수없는 노랑 머리 가즈 나이트도 이 근처에 있다는 소리겠지? 자! 모두 저 여자애를 잡자!!!" "자, 잠깐만요!! 저도 휀을 찾고 있단 말이에요!!" "시끄러워!! 이거나 받아랏!!!!" 그 여자 마법사는 막무가내였습니다. 그녀는 곧바로 주문에 들어가더니, 끝내 저에 게 마법탄을 날리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이상하더군요. 그 마법사가 쓴 마법탄이 날아오는게 저에게 자세히 보이는 것이었습니다. 전 손쉽게 그 공격을 피했고, 덕 분에 뒷쪽의 숲이 모조리 불바다가 되고 말았습니다. 그 여자 마법사는 제가 자신 의 마법을 피한 것에 자존심이 상했는지, 결국 옆에 있는 금발 검사의 어깨를 툭 치며 소리쳤습니다. "자아! 아무래도 저 여자애는 네가 맡아야겠어!!" "좋아, 나에게 맡겨!!!" 그 검사는 자신의 검을 뽑아 들고 저에게 달려들기 시작했습니다. 예전에도 보긴 했지만, 그 검사는 상당한 실력자였습니다. 전 하는 수 없이 제 레이피어를 뽑아 들고 그 검사와 일대 일로 대결하기 시작했습니다. "받아랏­!!" "너무 늦어요!!" 파앙­!!! 그 검사의 일격을 받아낸 순간, 전 제 자신에 대해 놀라고 말았습니다. 그 검사의 두터운 장검을 저의 얇은 레이피어로 힘들지 않게 받아내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전 순간 당황해하는 그 검사의 빈 틈을 노려 그의 옆구리를 무릎으로 강하게 쳤고, 그 검사는 약간의 충격을 받으며 뒤로 밀려났습니다. "으윽? 뭐, 뭐야 이건!?" 그 검사는 놀란 표정으로 절 바라보았고, 저 역시 제 자신에게 놀라고 있었지만 겉 으로는 내색하지 않고 계속 전투 자세를 취했습니다. 그 검사가 잠시나마 저에게 밀린 것을 본 그 여자 마법사는 더욱 흥분하며 회색 머리의 남자에게 소리치기 시 작했습니다. "으으으윽!!! 뭐하는거야!!! 너도 가서 도와줘!!!!" "‥비겁한데‥." "이건 세계를 위한 일이야!!!" 결국, 그 남자도 절 공격하기 시작했고 전 2대 1의 힘겨운 싸움을 하기 시작했습 니다. 정말 힘들었습니다. 눈물까지 찔끔 나올 정도였으니까요. "하아아앗­!!!" 타앙­!! "흠­!" "으악!! 미안해요!!!" 한참 싸우던 전 회색 머리 남자의 가슴을 레이피어의 끝으로 찌르고 말았고, 그 남자는 움찔하며 뒤로 주춤했습니다. 그러나, 손해를 본 것은 바로 저였습니다. 바로 제 레이피어가 부러져 나갔기 때문이었죠. "아, 아앗‥!?" 그 남자를 비롯해, 여자 마법사 일행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저에게 다가오기 시 작했습니다. 이건 정말 일생일대의 핀치였습니다. 그때, 제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 가는 것이 있었습니다. ‘마그나 소드는 검의 역할을 대신할 도구만 있어도 쓸 수 있는 기술이다. 검의 물 리적 성질을 이용해 사용하는 기술이 아니라, 네 마음속의 빛의 힘을 이용해 베는 것이기 때문이다. 네가 사용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지만.’ 휀의 목소리가 제 머리에서 울려 퍼졌습니다. 어차피 보통 기술로는 저 둘을 상대 하기가 벅찼습니다. 이기는 것은 둘째치고, 저들로 부터 빠져나가기 위한 방법은 단 하나 뿐이었습니다. ‘될 대로 되는거야‥!! 하는 수 없어!!! 휀이 나에게 가르쳐준 기술을 쓰는 것 뿐이야!!!’ 전 이를 악물며 부러진 레이피어를 다시 칼집에 넣었고, 휀이 잠깐 보여줬던 마그 나 소드·참(斬)의 자세를 취하였습니다. "헤에? 저 여자애 무슨 짓을 하는거야?" "뭔진 몰라도 굉장한 것이 나올 것 같은 느낌인데요 언니." "쳇, 뭐하는거야 둘 다!!! 어서 저 여자애를 잡아와!!!" "아, 알았어!!" "‥미치겠군‥." 두 검사는 저에게 재빨리 다가오기 시작했습니다. 전 제 정면으로 다가오는 금발의 검사를 목표로 삼은 뒤, 숨을 멈추고 정신을 집중하기 시작했습니다. ‘이걸 사용한다면 휀도 날 용서해 줄거야!! 하는거야, 하는거야, 하는거야‥!!!’ "마그나 소드!!!! 참­!!!!!!!!!!" ------------------------계속--- 『게시판-SF & FANTASY (go SF)』 31715번 제 목:[GK외전] Light Emperor Vol. 16 올린이:jack21 (이경영 ) 98/05/10 23:50 읽음:1594 관련자료 없음 ----------------------------------------------------------------------------- ---------------------------------------------------------------------------- "이, 이거 놔 줘요!!!! 이런다고 휀을 찾을 수 있는게 아니란 말이에요!!!!" 전 나무에 거꾸로 매달린채 제 앞에 있는 마법시 일행에게 소리쳤습니다. 마그나 소드요? 당연히 실패했죠. 그 붉은 머리 마법사는 허리에 찬 검을 뺀 뒤 자신의 손바닥을 톡톡 치며 저에게 다가와 물었습니다. "이 근처에 그 노랑머리가 있는게 확실하지!! 어서 말을 하란 말이야!!!! 날 짜증 나게 하지 말고!!!" "저도 찾고 있단 말이에요!! 믿어 주세요!!!" 제가 강하게 부정을 하고 나서자, 결국 그 마법사는 한숨을 쉬며 뒤로 돌아섰습니 다. 전 왠일인가 싶었지만, 그것은 지옥의 전초전에 불과한 것이었습니다. 그 마 법사는 저를 향해 다시 돌아선 뒤 설득조로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내가 한가지 말 해 줄까? 나하고 같이 다니던 그 마족에게 들은거야. 넌 하트 나 이트의 후계자지?" "‥!!!" 전 깜짝 놀라고 말았습니다. 사실 4대 기사의 후계자 얘기는 많이 흘러나가지도 않 았고, 또 보통 사람들은 잘 알지도 못하는 일이기 때문이었습니다. 전 역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마법사는 계속 말을 이어 나갔습니다. "그 휀이라는 가즈 나이트의 목적은, 너희들을 하트 나이트로서 각성시킨 후 다른 대륙을 파멸 직전까지 몰아넣은 후 이 대륙까지 넘보고 있는 조커 나이트와 마족의 연합을 없앤 뒤 너희들과 이 세계를 완전히 파괴하는 것이야! 넌 그 괴물들을 깊게 믿는 것 같지만, 그러다가 괜히 앉아서 죽음을 당하게 된다고!!!" "‥!!! 그, 그럴리가‥!!!!" 전 믿을 수 없었습니다. 휀이 가즈 나이트라는 것은 아는 내용이었고, 조커 나이트 와 마족을 없앤다는 것 까지는 알듯 했지만, 그가 마지막으로 저희들과 이 세계를 파괴한다는 것은 도저히 믿을 수 없는 내용이었습니다. "‥우리가 괜히 그 노랑머리를 찾으려는줄 알아? 우리 힘으로는 그 괴물들을 절대 없앨 수 없어! 그녀석의 4분의 3 정도의 힘 앞에서 우리는 일어설 수도 없었다고!! 100%의 힘을 발휘했을때의 힘은 상상하기도 싫을 정도지만, 우리는 가만히 죽기 싫 어서 이러는거야!! 이 세계를 지킨다거나 하는 생각은 일절 없어!!!" "…." 전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사실, 그녀의 말이 제대로 들리지도 않았습니다. 휀이 절 살해한다는 생각‥예전에 스페이드 나이트님을 살해할때와 같이 절 없앤 다는 생각이 제 머릿속을 지배하고 있었습니다. "‥그 녀석을 이길 수 있는 방법은 단 하나 뿐이야. 내가 가진 마법은 단 하나 정 도 통할 것 같아. 잘못 사용한다면 이 세계가 멸망할지도 모르지만, 너희들 4대 기사의 후예들이 각성을 한 후 날 도와준다면 해 낼 수도 있어." "‥!!" 전 멍하니 그 여자 마법사를 바라보았습니다. 물론 거꾸로 매달린 상태여서 불편 했지만 그런 것은 상관할 상황이 아니었습니다. 전 속으로 수많은 생각을 해 보았 습니다. 과연 휀이 이 세계를 파멸로 몰아 넣는다면‥아니면 이 사람들의 단순한 오해라면‥. "‥음? 이봐, 누구 담배피우는 사람 있어?" 그때, 금발의 검사가 이상하다는듯 눈살을 찌푸리며 주위를 둘러 보았고, 회색 머 리의 마법검사는 불안한 느낌에 역시 주위를 둘러보기 시작했습니다. "‥너희들에겐 미처 말하지 못했지만 날 죽일 수 있는 생명체는 단 둘 뿐이다." 순간, 그들의 뒤에서 들려온 차가운 목소리에 마법사 일행들은 순식간에 얼어 붙으 며 뒤를 돌아 보았습니다. 어둠이 짙게 깔린 숲에서 담배불로 보이는 빨간 점 하나 가 반짝였고, 곧 그 담배불의 주인은 모닥불 불빛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휀!!!" 전 몸을 크게 움직이며 휀의 이름을 외쳤습니다. 도저히 믿을 수 없었습니다. 설마 휀이 절 구하러 올 줄은 생각도 못했거든요. 하지만 아쉽게도 휀에겐 제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모양이었습니다. 휀은 입에 물고 있던 담배를 옆에 버린 후 붉은 머리 의 마법사를 바라보며 조용히 말했습니다. "‥기가 슬레이브를 말한 것 같군. 나에게 통할 것 같다는 마법." 그 마법사는 침을 꿀꺽 삼키며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휀은 선선히 불어오는 바람을 따라 머리를 손으로 넘기며 말했습니다. "지금의 나라면 통한다. 그러나, 4분의 3 이상의 힘을 발휘하는 나에겐 통하지 않 아. 마법으로 날 이기려면 빛의 신 '라'가 사용하는 '제로 샤인'뿐이다. 물론 인간 은 그 마법을 사용할 수도 없지. 아는 것 만으로도 죽이는 것을 연기해 줄 수 있으 니까." "‥제, 제로 샤인‥!? 그런 빌어먹을 말이 어디있어!!!" 그 마법사의 얼굴은 더욱 하얗게 질려 버리고 말았습니다. 휀은 곧 그 마법사에게 다가가 그녀의 몸을 팔로 살며시 감쌌고, 여느때와 같은 조용한 말투로 그녀에게 말했습니다. "너희들이 생각하는 이 일의 수준과 내가 할 일의 수준은 다르다. 왠만한 일이라 면 이곳에 오지도 않았다. 마왕 몇마리 때려잡는 일이라고 생각하지 말도록. 더이 상 날 따라오겠다면 편안하게 만들어 주겠다. 영원히." 휀은 완전히 질려버린 그 마법사에게 떨어진 후 저에게 다가왔습니다. 정말 이상했 습니다. 지금까진 휀이 무슨 행동을 해도 아무렇지 않았는데, 지금은 다가오는 것 만으로도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이었습니다. "훼, 휀‥." 툭! 순간, 절 매달고 있던 줄이 일순간에 끊어졌고, 전 강하게 땅과 격돌하고 말았습니 다. 전 어렵지 않게 제 몸을 묶고 있던 끈을 풀 수 있었고, 제가 일어서는 것을 본 휀은 곧 반대쪽으로 돌아서며 저에게 물었습니다. "‥돌아가라고 말했을텐데." "아, 죄송해요!! 하지만‥하지만 전 아직 휀에게 배우지 못한 것이 많다고요!! 제 발 절 따라가게 해 주세요!!!" "난 너에게 더이상 가르쳐줄 것이 없다." 휀은 단호히 그렇게 말했고, 전 결국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떨구고 말았습니다. 전 힘없이 그자리에서 일어났고, 휀과는 반대 방향으로 돌아선 뒤 터벅터벅 걸어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제 머리속을 스치고 지나가는 일이 있었습니다. 이것 만큼은 휀에게 사과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었거든요. "‥아, 사과할게 있어요 휀." 휀은 역시 돌아서지 않았습니다. 그런 반응엔 익숙한 전 빙긋 웃으며 휀에게 말했 습니다. "‥휀이 사준 검, 제가 휀의 마그나 소드를 흉내내려고 했을때 그만 타버리고 말았 어요. 전 역시 휀의 마그나 소드를 쓰기엔 너무 이른가봐요." "‥!" 그때, 휀은 절 흘끔 바라보았습니다. 전 혹시나 했지만 역시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더군요. 전 곧 마법사 일행을 바라보며 말했습니다. "‥휀에 대해서 너무 오해하지 말아 주세요. 저분은 여러분이 보시기에 차가운 괴 물로 느껴지시겠지만, 휀은 따뜻한 사람이에요. 마치 묵묵히 우리를 내려다 보는 태양처럼 말이지요. ‥모두 건강하세요. 휀도 역시‥." "…." 휀은 시선을 다시 돌렸고, 전 휀의 반대쪽을 향해 계속 걸어가기 시작했습니다. 순간, 마법탄 하나가 제 머리를 스치며 날아갔고, 제 앞에서 작은 폭발을 일으키며 제 길을 막았습니다. 전 깜짝 놀라며 뒤를 바라보았고, 손에서 연기를 뿜고 있는 그 붉은 머리 마법사와 눈을 마주치게 되었습니다. 그 마법사는 상당히 화가 난 표 정으로 저에게 소리쳤습니다. ---------------------------계속--- 『게시판-SF & FANTASY (go SF)』 31825번 제 목:[GK외전] Light Emperor Vol. 17 올린이:jack21 (이경영 ) 98/05/13 00:51 읽음:1756 관련자료 없음 ----------------------------------------------------------------------------- 정정합니다. 烈->熱 무슨 말인지 5분만에 아시는 분은 애독자이심. 그냥 곧바로 아시면 매니아시고.. ----------------------------------------------------------------------------- "그렇게 쉽게 포기하는게 어디 있어 이 바보야!! 저 노랑머리가 괜히 여기까지 왔 을 줄 알아!!! 다리라도 잡고 데려가 달라고 빌어야 할 거 아니야!!!" 상당히 의외의 말이었습니다. 하지만 전 망설여 졌습니다. 휀에게 다시 데려가 달 라는 용기가 나지 않아서였습니다. "‥훼, 휀‥." 전 다시 휀에게 걸어가며 그의 이름을 불렀습니다. 그러나 휀은 절 돌아보지도 않 았습니다. 전 곧 그의 등 뒤에 서게 되었고, 그 붉은 머리 마법사는 팔짱을 낀 채 절 마땅치 않다는 눈으로 계속 바라보았습니다. 그때, 휀이 한숨을 길게 쉬며 저에 게 말했습니다. "‥따라오지 말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아‥." 그 차가운 목소리가 그렇게 반갑게 느껴진 일은 정말 처음이었습니다. 이상하게 눈 물까지 흐르더군요. 휀은 절 다시 바라보았고, 제가 눈물을 흘리고 있는 모습을 본 그는 다시 담배를 입에 물며 저에게 물었습니다. "‥왜 우는거지." "‥예? 그, 그냥‥기뻐서‥." "저 패거리들의 말 처럼 난 널 각성시킨 후 이 세상과 함께 없애버릴지도 모르는 데. 그렇게 되는 것이 기쁜가." 휀은 표정 하나 바뀌지 않고 저에게 그렇게 말했습니다. 그때, 전 무슨 이상한 마 음이 들었는지 오히려 웃으며 휀에게 말했습니다. "‥그래도, 만약 그렇게 된다 해도 휀과 지금까지 함께 있었던 것은 잊지 못할거에 요. 휀도 이유가 있어서 그런 일을 하시겠죠.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 없이‥. 제가 하트 나이트의 후계자로서 태어난 것과 마찬가지로요." "…." 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때, 그 붉은 머리 마법사가 휀의 어깨를 툭 치 며 말했습니다. "좋아, 나도 결정했어! 저 여자애가 당신과 같은 철면피를 왜 저렇게 믿고 따라다 니는지 한번 연구해볼 가치가 있을 것 같아. 그리고, 그 가즈 나이트의 힘이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 알아보고 싶어졌고 말이야. 당신이 과연 차가운 영혼의 구원자일 지, 아니면 차가운 영혼의 파괴자일지 한번 평가해 보겠어." "너희들에게 평가받고 싶은 생각은 없다. 너희들은 여기서 돌아가도록." "흥, 나도 당신에게 명령받을 생각은 없어. 그리고 당신은 명령할 자격도 없고." "‥그럴지도." 휀은 그렇게 말하며 그가 왔던 방향으로 돌아섰습니다. 그는 곧 그쪽으로 걸어가기 시작했고, 저 역시 그를 따라 걷기 시작했습니다. "거기 있도록." "예?" 휀이 뒤로 손을 뻗으며 저에게 그렇게 말하자, 전 움찔 하며 걸음을 멈추었습니다. 곧, 휀은 몸을 공중으로 가볍게 띄우기 시작했고, 그는 오른손을 불끈 쥔 뒤 자신 의 힘을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그의 오른손에선 곧 찬란한 빛이 퍼지기 시작했고, 얼마 후 그는 자신의 손을 옆으로 휘두르며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로 나지막히 중 얼거렸습니다. "‥래이브 라이트‥." 순간, 전방에 펼쳐진 숲에서 대 폭발이 일어났고, 그 폭발로 인해 생겨난 불꽃은 왠만한 탑 정도는 집어 삼킬 정도로 높이 솟아 올랐습니다. 폭발의 빛이 사라진 후, 숲이 있던 자리에 남은 것은 황폐한 땅덩이 뿐이었습니다. 또한, 그곳엔 놀랍 게도 부숴진(부숴졌다고 하는 것이 옳을 것입니다. 숲이 타버리진 않았으니까요) 나무들 사이에 뒤엉켜진 마물들의 시체 조각들이 뒹굴고 있었습니다. 저를 비롯한 붉은 머리 마법사 일행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고, 휀은 곧 제 앞에 내려오며 저에 게 말했습니다. "너희들의 각성이 너무 늦어졌다. 이것은 나의 실수다. 이미 이 숲은 하위 마족들 로 가득 차 있으니 너희들은 여기서 후퇴하는 것이 좋아." "후, 후퇴하다니, 어디로!!" 그 마법사는 얼굴이 파랗게 질린채 휀에게 물었고, 휀은 자신이 날려버린 숲쪽을 시선으로 살짝 가리키며 대답해 주었습니다. "저쪽으로 가다 보면 내 일행이 있을 것이다. 슈웰을 데리고 가능한한 빨리 그쪽 으로 가도록." "자, 잠깐!! 우리를 무시하는거야!!! 우리도 이정도 녀석들과는 가볍게 싸울 수 있 다구!!!" "안다. 하지만 지금은 그 힘을 아껴두는게 좋아. 내 일행이 있는 곳까지 가려면 눈물이 나도록 힘들테니까." 그 마법사는 왠지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휀을 바라보다가, 곧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의 일행들에게 소리쳤습니다. "좋아, 모두들 가자!!! 어이, 너도 어서 따라와!!" 그 마법사는 저를 바라보며 재빠르게 손짓을 했고, 전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일 행을 따라 휀이 말해준 곳을 향해 갈 준비를 했습니다. "기다려라 슈웰." 그때, 휀이 절 불렀고 전 의아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습니다. "‥아앗?" 놀랍게도, 휀은 자신의 검, 플랙시온을 저에게 던져 주었고, 전 깜짝 놀라며 그의 검을 받아 들었습니다. 휀은 코트 주머니 속에 손을 집어 넣으며 시선을 다른곳으 로 돌린채 저에게 말했습니다. "플랙시온이라면 마그나 소드를 가볍게 소화할 수 있다. 아니, 오히려 강화를 시켜 주겠지. 네가 사용할 수 있도록 조정을 해 두었으니 가져가도록." "그, 그럼 휀은요!!" 휀은 더이상 말이 없었습니다. 전 다시 울 것만 같았습니다. 그가 설마 이렇게까지 저에게 신경을 쓸줄은 생각도 못했기 때문이었죠. 전 막 나오려는 눈물을 팔로 훔 치며 휀에게 소리쳤습니다. "기다릴께요!! 기다릴께요 휀!!! 꼭 플랙시온을 돌려드릴께요!!!" "…." 휀은 돌아선채 미동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전 그런 휀의 모습을 믿고 있었습 니다. 어느 순간 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 . . . . . 휀이 말 한 대로, 저희들이 가는 곳엔 엄청난 숫자의 마물들이 저희들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붉은 머리 마법사 일행은 그들 대로, 전 저대로 혼신을 다해 그들의 방해를 뿌리치고 계속 달려 나갔습니다. "마그나 소드!!! 참­!!!!!!!" 휀이 가르쳐준 마그나 소드는 마치 신들린듯 제 팔에서, 그리고 휀의 플랙시온에 서 발동되어 마물들을 향해 날았습니다. 피곤함도 잊었습니다. 오직, 휀이 정해준 그곳을 향해 전진해 나갈 뿐이었습니다. 휀이 가르쳐준 모든 것을 발휘해서 말이 지요. "마그나 소드!! 열(熱)­!!!!!!!!" ※※※ "쿠쿠쿠‥우리 마족의 심금을 울리던 그 플랙시온을 여자 아이에게 줘버린 광황이 라‥. 이빨 빠진 사자에 비유해도 되는건가‥?" 휀의 앞에 선 고급 마족은 빙긋 웃으며 휀에게 물었다. 그러나, 휀은 눈빛 하나 바뀌지 않았고, 오히려 그에게 되물었다. "‥꼭 무기가 있어야 날 광황이라 인정하겠나." "‥?" 마족은 이해가 안되는지 이상하다는 눈으로 휀을 바라보았고, 휀은 곧 자신의 품 안에서 한손에 잡힐 정도의 지름을 가진 원통형의 물체를 꺼내 오른손에 잡았다. 이윽고, 그 물체의 뾰족한 끝이 반으로 갈라지는가 싶더니, 갈라진 부위에서 황색 의 빛이 강하게 분출되어 검 날의 모양을 희미하게나마 갖추었다. 그것을 본 마족 들은 경악을 하며 뒤로 물러섰고, 휀은 그 검을 들고 앞으로 한발자국 나서며 중 얼거렸다. "‥초절성검(超絶聖劍) '에릭튜드'‥. 이것을 보고 죽는 것도 행운이겠지‥." --------------------계속--- 『게시판-SF & FANTASY (go SF)』 32091번 제 목:[GK외전] Light Emperor Vol. 18 올린이:jack21 (이경영 ) 98/05/18 11:35 읽음:1569 관련자료 없음 ----------------------------------------------------------------------------- ---------------------------------------------------------------------------- "렌돌 지방 북쪽에 '코르돈'이라는 드워프 마을을 찾아가라. 거기서 너희들 4대 기사들의 무기를 얻을 수 있고, 또한 4대 기사로서 각성을 할 수 있다." 어렵게 어렵게 바이론씨와 알렌, 그리고 찰스를 찾은 저와 붉은 머리 마법사 일행 에게 바이론씨가 제일 처음 한 말이었습니다. "자, 잠깐만요! 그럼 바이론씨는‥가지 않으실 생각이신가요?" 전 깜짝 놀라며 바이론씨에게 물었습니다. 그러자, 바이론씨는 특유의 미소를 지 으며 저와 알렌, 그리고 찰스에게 말했습니다. "‥크크큭‥이제 너희들 뒷바라지를 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이젠 질렸어. 이제 너희들과 내가 만날 이유는 없을 것이다. 난 이것으로 임무 끝이니까. 자아, 어서 꺼져 버리도록‥크크크크큭‥." 바이론씨는 천천히 뒤로 돌아섰습니다. 그쪽에선 한참 마물들이 저희들을 목표로 무리를 지어 뛰어 오고 있었습니다. 그때, 알렌과 찰스가 의외의 발언을 하였습니 다. "그럴수는 없어요!! 당신은 우리를 가르쳐준 스승이잖아요!!! 아직 우리들은 당신 께 배우지 못한 것이 너무 많다고요!!!" "그래요!! ‥제자가 최고가 된 모습을 보는 것이 스승의 마지막 일이잖아요!!! 같 이 가요 바이론!!! 저희들이 4대 기사로서 각성하는 모습을 보셔야죠!!!" 전 알렌과 찰스에게 바이론이 그정도로 소중한 존재인줄 여태까지 모르고 있었습니 다. 찰스는 울기까지 했습니다. 결국, 바이론씨는 여전히 뒤로 돌아선 상태로 찰스 와 알렌에게 말했습니다. "‥스승의 마지막 뒷바라지다. 추격자는 걱정하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라. 그리고‥ 지금 가라는 것은 나의 부탁이다. 들어줄 수 있겠지." "‥!!!" 광기가 사라진 바이론씨의 목소리. 그리고 넓디 넓지만 어딘지 슬퍼 보이는 그의 뒷모습‥. 전 도저히 견딜 수 없었습니다. 또다시 울 것만 같았거든요. "‥가자 알렌, 찰스." 전 둘의 팔을 잡고 바이론씨가 가라는 방향으로 걷기 시작했습니다. 알렌은 저에게 거의 끌려가다시피 하면서도 바이론씨의 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 까지 그의 이름을 불렀습니다. "스승님!!!! 바이론 스승님­!!!!!!!!" ※※※ "‥너무 폼을 잡은 것 같군. 어울리지 않게." "‥크큭‥네 녀석이야 말로‥." "‥그럴지도‥." "‥술이나 한잔 하지. 어차피 난 너처럼 이곳에 오래 있을 수 없으니까." "‥좋은 말이군." ※※※ 그로부터 2주일 동안, 저와 알렌, 그리고 찰스는 붉은 머리 마법사 일행의 도움을 받아 어렵지 않게 코르돈으로 갈 수 있었습니다. 코르돈 마을 앞에 다다랐을때, 그 붉은 머리 마법사는 저희들의 어깨를 가볍게 쳐주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내가 가즈 나이트들에 대해 오해를 하고 있었던 것 같아. 너희들과 같은 착한 친구들이 그 정도로 믿고 따라다닐 정도의 사람들이라면 이유 없이 아무 세상이나 멸망시키진 않겠지. ‥나중에 그 사람들 만나면 미안했다고 전해줘. 알았지?" "아‥? 그럼, 당신들은 같이 들어가지 않을 생각이신가요?" "‥우리들이 끼어들 일이 아니야. 그 휀이라는 남자가 말했던 것 처럼. 자아, 그 럼 부탁해." 그렇게, 그 마법사 일행도 떠나갔고 마지막에 남은 것은 우리 셋 뿐이었습니다. 모 두가 저희들로 부터 떠나갔습니다. 바이론씨도, 붉은 머리 마법사 일행도, 그리고 휀도‥. 사실 휀이 플랙시온을 돌려 받기 위해 올 줄 알았지만 휀은 코르돈에 도착 할 때 까지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모두를 떠나 보낸 저희 셋은 쓸쓸히 코르 돈 마을 안으로 들어섰습니다. 저희가 올 것을 미리 알고 있었는지, 그 마을의 촌장님은 마을 사람들과 함께 저희 를 마중나와 계셨습니다. 그분은 제가 가진 플랙시온을 보고 휀에게 무슨 일이 생 긴 것이냐며 제일 먼저 물어오셨지만, 전 자신있게 고개를 저었습니다. 휀이 당할 정도의 세상이라면, 저희들이 이곳까지 무사히 올 이유가 없을테니까요. 촌장님은 다행이라는듯 고개를 끄덕이신 후 저희들 각자에게 무기를 건내어 주셨습니다. "슈웰양의 무기는 다시 만들어야 했다오. 전 하트 나이트‥즉 슈웰양의 어머니의 무시를 회수하지 못했기에 그렇소. 아, 이 무기는 좋긴 하지만 다른 무기들에 비 해 급조된 것이기 때문에 만약 당신이 휀 님의 마그나 소드를 사용할 줄 안다면 최후의 기술, 명(明) 만은 사용하지 마시오. 아마 그것은 그 검으로도 견딜 수 없을 것이오. 플랙시온은 '레퀴엠'까지 소화할 수 있으니 가볍지만‥." "‥레퀴엠?" "아아, 휀 님이 사용하시는 살신기의 이름이라오. 신을 죽일 수 있는 유일한 기술 이라 칭해지는 기술이오. 위력은‥아, 저기 구멍이 크게 뚫린 산맥 보이오? 옛날‥ 아주 옛날에 휀 님께서 저곳에 레퀴엠을 사용하신 일이 있었소. 그 부분만 저렇게 횡~하니 뚫린 것이오. 같은 가즈 나이트 중에서 리오라는 남자가 레퀴엠과 동등, 아니면 그 이상의 위력을 가진 검술을 사용한다는데‥뭐라더라? 으음‥기억은 나지 않는구려. 자자, 하여튼 얘기는 나중에 다시 합시다. 우선 축제를­!!!!!!!!" "예엣!?" 저희 셋은 뜻하지 않은 '용사 환영 파티'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엔 어색했지 만, 드위프 분들이 신명나게 즐기시는 것을 보고 저희들도 점점 분위기를 타게 되 었습니다. 마셔도 부담이 없는 순한 술을 한참 마시던 저희들에게, 옆에서 같이 즐 기시던 족장님이 잔에 술을 채워주시며 조용히 말씀하셨습니다. "‥휀 님께서 여러분이 오시면 이렇게 파티를 열어달라고 저에게 부탁을 하셨답니 다. 여러분의 이름을 하나 하나 말씀하시면서‥." "‥예?" "난세의 흐름 때문에 이곳까지 오는 동안 어린 나이에 보지 말아야 할 것을 너무 많이 보아왔고, 즐겁게 자신의 꿈을 키워야할 때에 힘든 수련만을 해 온 여러분을 단 하루만이라도 즐기며 편히 쉴 수 있게 해 달라고 하셨답니다. 자신은 할 수 없 는 일이라 하시면서요." "‥그, 그런‥." 전 그 말을 들은 순간 눈에 눈물이 핑 돌고 말았습니다. 요즘에 와서 자주 운다고 생각이 들었지만 제가 울고 싶어서 우는 것이 아니어서 억제를 할 수는 없었습니 다. 그㎖, 족장님께서 재미있게 놀고 있는 아이들을 가리키시며 말씀하셨습니다. "아, 저기 드워프족이 아닌 아이가 보이시나요?" "‥예? 그러고 보니‥." "‥스페이드 나이트님의 아드님이십니다. 그분의 부인도 여기 계시지요. 물론 파티 엔 참여하지 않으셨지만‥. 휀 님께서 아주 오래전에 이곳으로 두분을 데리고 오 셨지요. 그러면서 쓸쓸히 말씀하셨답니다. 저 아이 역시 나이가 되면 자신의 아버 지와 같이 검을 잡게 될 것이라고‥. 그리고 그때가 되면 휀 님 자신을 저주할지 도 모른다고 말이지요. 그로부터 세월이 꽤 지났고, 휀 님께선 2주일 전에 이곳에 오셔서 저에게 여러분의 축제를 부탁하신 뒤에 말씀하셨답니다. 이 세상을 지킨다 는 4대 기사들의 전설을 자신의 손으로 끝내시겠다며‥." "‥!!!" "‥카드 게임은 스페이드, 하트, 다이아몬드, 클로버의 문장을 가진 카드들로 구 성되어 있습니다. 그중엔 킹, 퀸, 잭, 그리고 에이스라 불리는 패들이 있지만, 또 한가지, 조커라고 불리우는 아무것도 아닌, 하지만 엄청난 힘을 지닌 패가 있습니 다. 그 패 한장 때문에 적어도 원페어는 나오지요. 조커의 패가 섞인 카드 게임에 선 그야말로 피를 말리는 사투가 진행되지요. 어떤 패로도 변할 수 있으니까요. 사 용자가 원하는 것에 따라‥. 지금의 상황이 그렇습니다. 처음 4대 기사들이 만들 어졌을때 같이 만들어진 조커 나이트가 부활을 한 뒤 자신을 암흑으로 몰아 넣은 여러분들께 복수를 하려 하고 있습니다. 덤으로 이 세계까지 멸망시키려 하고 있 죠. 마족의 힘을 빌어서요. 4대 나이트가 있으면 조커 나이트는 사라지지 않습니 다. 먼 훗날에 다시 이런 일이 반복될 따름이죠. 휀 님께선 그런 연유로 4대 기사 의 전설을 마무리 지으시려는 것입니다. 강대한 가즈 나이트의 힘으로‥." 전 이제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휀이 그때 왜 자신이 저와 알렌, 그리고 찰스를 없앨지도 모른다고 했는지 말이죠. 그리고, 또 한가지를 알 수 있었습니다. 휀이 저와 모두들을 강하게 만들어 준 이유를 말이죠. "‥알것 같아‥. 휀과 바이론씨께서 왜 우리들을 수련시켰는지‥." "‥!" 찰스와 알렌은 저의 다음 말을 기다리는듯 애타게 절 바라보았습니다. -------------------계속--- 『게시판-SF & FANTASY (go SF)』 32104번 제 목:[GK외전] Light Emperor Vol. 끝 올린이:jack21 (이경영 ) 98/05/18 23:37 읽음:1379 관련자료 없음 ----------------------------------------------------------------------------- 아아, 정말로 긴 외전이었습니다. 이 글 중간 중간에 대량으로 나온 패러디 주인공들에게 정말로 사과를 올리며.. 이 글을 성원해 주신 각 통신망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이 글은 상업용 배포가 불가능합니다. 만약 타 통신망에서 유료 자료 로서 사용된다면 그 글은 제가 허락하지 않은 것입니다. 무료라면 모를까요. 1998년 어느 기분 좋은 날. ---------------------------------------------------------------------------- ‘너희들에게 운명을 개척할 힘이 있다는 것을 증명할 기회를 주겠다.’ 휀이 지금까지 우리들을 여기까지 데려오고, 훈련시킨 간단한 이유였습니다. 만약, 저희들 스스로 조커 나이트를 물리칠 수 있다면 우리들의 존재, 4대 기사라는 존재 를 없애지 않는 것은 물론이며, 다시금 우리들에게 이 세계의 질서를 맡기겠다는 말이었습니다. 저희들은 그런 휀의 의지를 받아, 그 마을의 북쪽 동굴에 있는 신 전에서 힘의 전승, 그리고 각성의 의식을 치루었습니다. 3일간 행해진 의식이 끝 난 후, 동굴에서 나온 우리는 각자 자신의 몸에서 지금까지 느끼지 못했던 힘이 용 솟음 치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 하지만 마음만은 허전했습니다. 왜일까요. 전 하트 나이트로서 각성했을때 절 여기까지 이끌어준 누군가에게 칭찬을 받고 싶 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저에게 검 한자루를 맡긴 뒤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습니다. 정말 만나고 싶어요. 한번 만난 후, 다음에 다시 만나지 못한다 할지라도‥. ※※※ 그로부터 몇주일 후, 저희 셋은 어느덧 조커 나이트의 앞에 서게 되었습니다. 그 는 자신의 앞에 쓰러진­우리가 쓰러트린­마족들의 시체를 밟고 일어선 뒤, 자신 의 창을 들고 천천히 우리에게 다가오기 시작했습니다. "‥하트 나이트의 후계자‥. 그때 네 어머니와 함께 없애버렸어야 했는데‥. 가즈 나이트만 아니었다면 넌 그때 사라진 목숨이었다. 어쨌거나 예상 밖이군. 너희들의 힘이 설마 이정도로 강할줄은 몰랐다." 조커 나이트는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힘을 전개하였습니다. 몸을 엄습해오는 엄청 난 파워, 그리고 살기와 함께 조커 나이트는 저희들에게 외쳤습니다. "‥자아, 오너라. 4대 기사의 후예들이여!!" "‥잠깐!! 원래 당신도 우리들과 같이 이 세계를 지키기 위해 있던 사람 아닌가요? 그런데 지금은 어째서 마족과 손을 잡고 일하는건가요!!!" "‥알 것 없다!! 너희들은 죽으면 돼!!!" 그렇게, 그와의 싸움도 시작되었습니다. 그는 정말 강했습니다. 우리 셋이 협공을 가해도 전혀 밀리지가 않았습니다. 결국 찰스가 먼저 쓰러져 버렸고, 곧 이어 알렌까지 쓰러지고 말았습니다. 결국 상황은 저와 그의 1대 1로 바뀌었고, 전 이 를 악물며 그와 대결하기 시작했습니다. 파앙­!!!! "아아악­!!!!!" 그의 강한 찌르기를 검으로 겨우 막은 전 힘에 밀리며 뒤로 밀려나 버렸고, 결국 전승때 얻은 검을 놓치고 말았습니다. 전 휀의 플랙시온을 뽑고 자세를 바꾸며 조커 나이트를 쏘아 보았습니다. 조커 나이트는 제가 들고 있는 플랙시온을 보고 의외라는듯 웃으며 말했습니다. "‥호오, 그 검은‥. 왜 네가 가즈 나이트의 검을 들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하여 튼 재미있군. 그러나, 중요한건 무기의 좋고 나쁘고가 아닌 기술이다!!!" 조커 나이트는 또다시 저에게 공격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의 세찬 공격 앞에 전 그저 방어를 하는 수 외엔 방도가 없었습니다. "틀렸어!!!" 순간, 누군가의 목소리가 저의 귀에 들려왔고, 전 조커 나이트의 공격을 피한 후 그에게 역습을 가한 다음 목소리가 들려온 방향을 바라보았습니다. "‥훼, 휀!!!" 전 믿을 수 없었습니다. 조커 나이트의 성 안에 휀이 서 있는 것이었습니다. 그리 고, 휀은 평소와 같이 냉정한 표정이 아니라 예전에 제게 화를 낼 때와 같이 흥 분한 표정으로 절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휀은 인상을 쓴 채 저에게 다시금 소리쳤 습니다. "아직도 깨닫지 못했나!!! 4대 기사로서 각성을 한 녀석들의 꼴이 이런 것인가!!! 중요한건 무기의 성능도 아니고, 기술도 아닌 마음 가짐이다!!! 연습에서 잘 하는 것은 필요 없어!!! 너희들에게 앞으로 닥쳐올 일은 이것 보다도 더 험난하단 말이 다!!!" "‥!!" 전 이제서야 휀이 왜 그때, 그리고 왜 지금 저에게 화를 냈는지 이유를 알 수 있었 습니다. 걱정하는 마음‥. 쓰러져 있는 알렌과 찰스도 알겠다는듯 고개를 끄덕이 며 천천히 일어섰습니다. 한편, 조커 나이트는 휀을 바라보며 물었습니다. "‥가즈 나이트‥. 이번 일에 방해를 하려고 나타난건가." "‥난 검을 되찾으러 왔을 뿐. 저들을 죽이고 살리는건 네 맘이다." "훗, 잘 됐군. 어쨌든, 다시 시작해 볼까 하트 나이트?" 조커 나이트는 절 바라보았습니다. 전 가만히 그의 눈을 바라보다가, 가슴 속에서 솟아 오르는 이상한 감각에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원하던 바에요. 선생 앞에서 추태를 부릴순 없으니까‥!!" 전 상반신에 걸치고 있던 갑옷을 벗은 뒤, 휀의 플랙시온을 다시 들고 자세를 취했 습니다. "보여주겠어요‥. 휀이 가르쳐준 모든 것을‥!!" "‥훗." 조커 나이트는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으며 창을 거머쥐었습니다. 곧 이어, 저와 조커 나이트는 다시금 격돌하기 시작했고 전 결코 밀리지 않겠다는 각오로, 반드 시 승리하겠다는 각오로 플랙시온을 휘둘렀습니다. ‘나의 진짜 목적은, 내 손으로 4대 기사들의 전설을 없애는 것이었다.’ "‥!?" 전, 갑자기 제 머릿속에 공명되는 조커 나이트의 목소리에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 었습니다. 하지만 조커 나이트는 제게 공격을 계속 해 왔고, 전 하는 수 없이 그 와 계속 싸워 나갔습니다. ‘나, 조커 나이트는 4대 기사들이 만들어지기 전 그들의 원형으로서 만들어졌다. 그 후 나를 토대로 4대 기사들이 만들어졌지만, 그들은 언제나 자신들이 4대 기사 라는 운명에 괴로워했고, 그 운명을 두려워했다. 난 그들의 원형으로서 그들이 괴 로워하는 모습을 지켜볼 수 없었기에 난 그들의 운명을 내 손으로 정리하기로 마 음먹었다. ‥너희들은 그때의 4대 기사들과는 다르구나. 운명을 두려워하지 않고, 그 운명을 다른 방향으로 개척할 수 있는 진정한 용기를 지니고 있으니까‥. 이제 내가 걱정할 일은 당분간 없겠구나‥.’ "‥이런건‥이런건 싫어‥!!!!"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일이었을까요. 저희를 토대로 완성된 가즈 나이트들 부 터? 아니면 저희들의 먼 조상님들 부터? 아니면 조상님들을 불쌍히 여긴 조커 나이 트부터? 전 그런 고뇌 속에서 조커 나이트를 바라보았습니다. 그는 자세를 푼, 완전한 무방 비 상태로 절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그는 미소를 띄운채 저를 바라보며 말했습니 다. "자아, 끝을 내는거다. 운명을 두려워하지 않는 새로운 세대여‥." 결국, 전 플랙시온을 양손으로 거머쥔 뒤, 조커 나이트를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습 니다. 너무나도 허무한, 그리고 아무리 생각해도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이 일의 종 결을 위해‥. ※※※ "‥조커 나이트의 눈엔, 저희들이 정말로 운명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들처럼 보였 을까요? 솔직히 그럴 정도의 자신은 없는데‥." 붕괴된 조커 나이트의 성을 뒤로, 알렌은 찰스에게 부축을 받은채 휀에게 물었습 니다. 휀은 입에 담배를 문 뒤 불을 붙이며 조용히 대답했습니다. "‥용기라는 것은 '누굴 위해서 죽을 수 있다' 가 아니라 '누굴 위해서 죽겠다'를 말하는 것이다. 순간적인 상황에서, 절박한 상황에서, 그리고 자신에게 중요한 일 이라 생각되는 상황에서 발휘되는 것이 용기다. 너희들이 할 일은 용기를 가지고 조커 나이트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것이다. 주신께서 내리신 너희들에 대한 평 가 임무는 끝났다. 이제부터 너희들은 자유롭게 이 세상에서 살아갈 수 있다. 그 럼 난 이만." 휀은 그렇게 말한 뒤 찰스와 알렌에게서 돌아섰고, 곧 저에게 다가왔습니다. 전 빙 긋 미소를 지은채 알겠다는듯 허리에 찬 플랙시온을 풀며 말했습니다. "‥자아, 플랙시온이요." "…." "‥? 앗‥." 그때, 휀의 입술이 제 이마에 와 닿았고 전 깜짝 놀라며 휀을 바라보았습니다. 휀 은 지금까지 한번도 보여준 일이 없는 미소를 지은채 저에게 말했습니다. "‥행복하도록." 왠지 슬픈 미소였습니다. 휀은 곧 뒤로 돌아섰고, 그는 천천히 차원의 문을 열기 시작했습니다. 이윽고 차원의 문이 열렸을때, 전 그곳으로 들어가는 휀을 향해 울음이 섞인 목소리로 소리쳤습니다. "‥당신이 없는데 어떻게 행복하라는 소리에요!!! 난 당신을‥!!!!!" "‥좋아해." 휀은 뒤를 살짝 바라보며 그렇게 저의 말문을 닫은 뒤 차원의 문 안으로 사라져 갔 습니다. 전 점점 흐려져가는 차원의 문을 바라보며 하염없이 울 뿐이었습니다. ※※※ 이제 제 나이도 30대에 가까워 졌습니다. 하트 나이트로서의 일도 거의 잊혀질 정 도이죠. 하지만 결혼은 하지 않았답니다. 좋게 보이는 남자도 없었고, 또 별로 하 고 싶지도 않았지요. 전 예전에 살던 집으로 돌아와 거의 폐가가 되어 버린 집을 새로 고친 뒤 아르바이트 학생들과 함께 호프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세상도 평 화롭고, 이제 더이상 바랄건 없어요. "점장님, 손님 오셨는데요?" 한참 부엌에서 안주를 만들고 있는 저에게, 여드름이 덕지덕지 난 아르바이트 학생 이 머리를 불쑥 내 밀며 얘기했고, 전 이상하다는 얼굴로 그 학생을 바라보며 물었 습니다. "아니, 손님 오는게 어디 한두번이에요? 주문 뭐 하실건지 여쭤보기나 해요." "저어, 그게요‥. 여쭤보긴 했는데‥." 그 학생은 곤란한 얼굴로 머리를 긁적이며 저에게 말했습니다. 전 다시 그 학생을 바라보며 물었습니다. "음? 왜요?" "우리집에선 맥주밖에 안팔잖아요. 그런데 그 손님이 워커를 스트레이트로 달라고 하셔서‥." "‥뭐라고‥요? 그 손님, 어떻게 생기셨나요?" "예? 그러니까 금발에‥."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