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SF & FANTASY (go SF)』 939번 제 목:가즈 나이트- 외전. Vol. 1 올린이:jack21 (이경영 ) 96/10/09 00:40 읽음:3056 관련자료 없음 ----------------------------------------------------------------------------- God`s Knight 외전. 프로빌리아 마을의 이야기. -------------------------------------------------------------------------- 리오는 천천히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파란, 구름 한점 없는 파란 하늘이었다. 그러나 그런 맑은 하늘을 보고있는 리오의 표정은 대조적으로 어두웠다. 그가 계 산한 시간으로 볼때 벌써 1년이란 세월이 리카란 여자 아이를 찾는데 아무 소득없 이 흘러갔기 때문이었다. ‘…하긴, 얼굴 생김새 하나만으로 그 애를 찾는다는것 자체가 무리겠지. 하지만 리카의 시체라도 찾아야 내 마음은 물론 그 세계에서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의 속 이 후련해 질텐데….’ 리오는 잠시 눈을 감았다가 뜨며 자신이 서있는 언덕 아래를 내려다 보았다. 숲을 등진채 많은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한 마을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정말 아무일도 없을것만 같은, 그런 평화스러운 마을이었다. 리오는 그 마을이 마음에 든듯, 손으로 턱을 매만지며 생각했다. ‘잠시 쉬어가 보는것도…괜찮겠지.’ 리오는 쓸쓸히 웃으며 그 작은 마을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마을 어귀에 도착한 리오는 밭에서 한가로이 일을 하고있는 마을 주민들과 근처의 냇가나 풀밭에서 뛰어놀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고 자신도 모르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이런 분위기야 말로 내가 원하는 세상의 모습이겠지…그렇게 되면 내 존재는 사 라지겠지만.’ 리오는 한숨을 쉬며 계속 걷다가 길 옆에 보이는 나무의 그루터기에 그 마을의 풍 경도 구경하고 다리도 쉬어갈 겸 걸터 앉았다. 4일간 계속 걷기만 한 탓인지 앉고 나니 튼튼하기만 하던 그의 다리도 곧 뻐근해져 왔다. 다리를 주먹으로 살짝 두드 리던 리오는 마을 안쪽에서 걸어오고 있는 네명의 사람에 눈길을 돌렸다. 왜 눈을 돌렸는지 자신도 몰랐다. 그저 우연일 뿐이었다. 한 중년의 부부와 17∼8세로 보이는 은발의 소녀, 그리고 그 소녀의 동생으로 보이 는 갈색 머리의 여자아이­그냥 보아도 가족 같은 그들은 즐겁게 이야기 하며 리오 가 앉아있는 나무 그루터기를 향해 걸어오는 중이었다. ‘가족이라…나완 상관 없겠지만 역시 좋은거군…. 어, 그런데…?’ 그만히 바라보고만 있던 리오는 그 은발의 소녀를 보고서 굳은 표정을 지었다. 일 부러 눈을 감고있다 잠깐 생각했었지만 그것이 아니었다. 선천적, 또는 후천적으로 그 소녀는 소경인듯 했다. 그래서 그런지 그 소녀는 자신의 동생에게 의지하여 힘 겹게 걷고 있었다. 리오는 약간의 안타까움을 느꼈지만 생물을 파괴하는 기술을 사 용하는 리오로선 어찌할 방도가 없었다. 접골이나 간단한 기공 치료는 할수 있긴 했지만 소경의 치료와 같은 어려운 일은 할수가 없었다. 물론 만드는 것은 그에겐 간단했지만. 이윽고, 그 가족은 리오의 앞을 지나가게 되었다. 그때, 앉아있는 리오와 키가 비 슷한 그 아이가 리오를 쳐다보았고 리오는 깜짝 놀라며 그 역시 아이를 바라보았 다. 그러나 그것이 전부였다. 아이는 바로 고개를 돌려 자신의 아버지와 어머니처 럼 보이는 부부를 바라보았고 리오는 피식 웃으며 다른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 기분나쁠 일은 아니겠지…이것도 인연인데 뭐. 후훗….’ 다리의 뻐근함이 거의 풀리자, 리오는 다시 일어서서 마을의 중심으로 가기 시작 했다. 왠지 모르게 마음에 드는 마을이이서 몇일 묵어 가고자 해서 였다. 그러나, 그의 기대는 약간 뒤틀려 버리고 말았다. 워낙 작은 마을이어서 여관이 없 었기 때문이었다. 약간의 허탈감이 그의 어깨에 밀려 왔으나 리오는 피식 웃으며 어깨를 으쓱일 뿐이었다. 마을 한 가운데에서 어깨를 한번 으쓱인 붉은 장발의 청년을 본 마을의 촌장은 그 사내에게 뭔가 끌리는 기분을 느꼈는지, 리오에게 접근하였다. "청년은 이 프로빌리아 마을에 처음인 모양이구려, 허허헛…." 이 마을에서 자신에게 처음 말을 건 사람이 노인인 것에 약간 씁쓸한 리오였지만 그래도 없는것 보다는 나았다. 리오는 빙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 예…그러나 여관이 없는게 좀 이상하군요. 이 마을엔 여행자들이 잘 오지 않 습니까?" 리오의 말을 들은 촌장은 잠시 리오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껄껄 웃으며 대답했다. "허허헛…여행을 꽤나 많이 다녀본 청년이구려. 물론 여행객들이 안오는건 아니오. 단, 그리 많이 오지는 않기 때문에 이곳을 찾는 여행객들은 거의 민박을 한다오. 왜, 이 마을에서 잠깐 쉬려고 하는거요?" 리오는 머리를 긁적이다가 고개를 끄덕이며 어색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역시 노인 이어서 그런지 사람의 겉만 보아도 속을 알수 있는것 같았다. "예, 근데 전 그런것도 모르고 여관을 찾았으니…맘에 드는 마을인데 어쩔수 없이 떠나야 하겠군요. 전 민박을 청할 정도의 말재주가 없어서요…." 씁쓸히 웃는 리오의 모습을 본 촌장은 주름이 깊게 잡힌 눈을 번쩍 뜨면서 손을 흔 들어 보였다. 그럴 필요는 없다는 뜻이었다. "허허헛, 청년이 포기를 쉽게 하면 안된다오. 이 마을 촌장이라는 내 직분도 있고 하니, 내가 민박을 주선해 주겠소이다. 이건 청년이 믿음직해 보여서 내 특별히 소개해 주는 것이라오. 그러니 어쩔수 없이 떠난다 하는 섭한 소리는 하지 말구 려." 리오는 반가운 표정을 지으며 촌장에게 부탁의 뜻으로 허리를 깊히 굽혀 보였다. 맘에 드는 마을에서 마음에 드는 촌장을 만났으니 오늘은 리오에게 그야말로 행운 의 날이었다. "근데, 어디로 가는 길이오?" 촌장의 물음에 리오는 제대로 대답할수 없었다. 밝혀봤자 단서도 못잡을 것이 뻔해 서 였다. "그냥…정처없이 떠돌아 다닙니다." "오, 그러오? 그럼 참 외롭겠구려. 사람은 혼자서 세상을 살아갈수 없는 법인데 …하긴, 아직 젊으니 그런 걱정은 안해도 되겠구려. 허허헛…." 촌장의 말을 들은 리오는 희미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벌써 몇년 동안이나 혼자 걸어왔던가를 생각하는 것이었다. 촌장을 따라 마을을 이리저리 즐겁게 둘러보던 리오는 촌장이 문득 멈춰서자 그도 따라 걸음을 멈추었다. 촌장이 멈춘곳은 빨간 지붕의 이층집 앞이었다. "이 마을에 오래 있고 싶다면 이 집에서 민박을 해 보시오. 아마 청년의 힘이 조금 필요한 집일거요. 청년은 좋을지 모르지만…허헛." 무슨 소리인지 바로 알수는 없었다. 이해가 가지 않는 촌장의 말이었지만 리오는 조건을 가리는 편이 아니었다. "그렇습니까? 그러면…이 집 주인되시는 분을 한번 뵈어 보죠." "그러시오. 음…? 문이 잠겼군. 어딜 잠깐 나간 모양인데…아, 이런이런. 아까 보 니 친척을 배웅해 주려고 마을 밖으로 나가고 있었오. 미안하지만 조금 기다려 보 겠소?" 몇년도 기다려본 경험이 있는 리오였다. 몇분, 몇시간 쯤은 그에겐 별것 아니었다. 집 주인을 기다리는 동안 촌장과 리오 사이엔 많은 대화가 오고 갔다. 혼자가 아닌 둘이라면 대화로 시간을 때우는 것이 시간을 보내는데 가장 좋은 방법이었다. "묻긴 조금 그런데…나이가 몇이오?" "스물 넷 입니다." 앞에 700을 더 붙여야 했지만 그런건 쓸데없는 말머리였다. 리오가 나이를 밝힐때 언제나 스물 넷이라 하는데 별 특별한 사정은 없다. 그냥, 그정도가 자신의 외모 와 비슷한 나이라 생각하기 때문이었다. "그러오? 그럼 [세이아]와 나이가 잘 맞구려. 아, 별 말 아니오. 그냥 넘기구려. 검을 장비한걸로 보아 전사 내지는 떠돌이 기사인것 같은데…직업이 어떻게 되오?" "말씀하신 대로…떠돌이 기사입니다." "흐음…그럼 산전수전 다 격어 봤겠구려. 아, 집 주인이 오는군. 바로 저사람이 이 집의 주인이오." 리오는 반가운 표정으로 일어서며 집을 향해 걸어오는 사람을 바라보았다. 그와 동시에 그의 표정엔 놀라움과 황당함이 교차했다. "저, 저분이라고 하셨습니까?" ----------------------------계속--- 『게시판-SF & FANTASY (go SF)』 949번 제 목:가즈 나이트- 외전. Vol. 2 올린이:jack21 (이경영 ) 96/10/09 21:23 읽음:1874 관련자료 없음 ----------------------------------------------------------------------------- --------------------------------------------------------------------------- ‘저들이…이 집의 주인?’ 빨간 지붕집의 주인, 바로 리오와 마을 어귀에서 지나쳤던 은색 머리의 처녀와 그녀의 동생인듯한 여자 아이였다. 같이 있던 부부가 보이지 않는걸로 보아 그들 은 촌장이 말했던 친척인듯 했다. "아, 저희집에 볼일이 있으신가요 촌장님?" 아이가 명랑한 목소리로 묻자 촌장은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리오를 가리 키고 말했다. "으음, 그렇단다 라이아. 여기 이 청년이 민박을 하고싶다 해서 너희 집을 소개해 주려고 왔지." 촌장의 말을 들은 아이­라이아는 촌장보다 훨씬 큰 리오를 쭈욱 올려다 보았고 라이아의 시선을 받은 리오는 멋적은듯 머리를 긁으며 어색한 웃음을 그녀에게 지어 주었다. "…이 오빠가 우리집에서 묵는다고요?" 그 말에, 아이의 손을 잡고있던 은발의 처녀가 빙긋 웃으며 반가운 말투로 말했다. "어머, 저희집에 민박을 하신다면 대 환영이에요. 마을 축제전이라 묵는 대신에 간단한 일을 해 주신다면 얼마든지 계셔도 괜찮습니다." 그녀의 뜻밖의 환영사를 들은 리오는 내심 안심을 하였다. 욱체 노동이라면 자신 있는 과목이었고 무엇보다 장애자임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사람을 잘 믿어주는것 같아서 였다. ‘생각보다 마음이 강한 여자로군. 좋아…한번 이런 생활을 즐기는 것도 경험의 일부가 되겠지.’ 리오는 그녀와 라이아를 향해 인사를 하며 말했다. "일이라면 맏겨 주십시오, 여차 하면 집이라도 만들어 드리지요. 제 이름은 리오 ·스나이퍼. 직업은 떠돌이 기사입니다." 리오의 목소리를 들은 은발의 처녀는 라이아가 잡고있던 자신의 손을 당기자 답례 를 하였다. "예, 전 [세이아·드리스]라고 합니다. 옆에 있는 이 아이는 제 동생인 라이아 지요. 라이아, 인사하렴." 라이아는 기다렸다는듯 방긋 웃으며 자신의 치마 양 끝을 손으로 잡아 약간 넓히 고 허리를 굽혀 리오에게 공손히 인사를 하였다. 어찌보면 귀족 집안에서 예절 교 육을 받은 아이 같기도 했다. "[라이아·드리스]입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리오·스나이퍼 기사님." `기사님' 이란 말에 리오는 피식 실소를 하며 라이아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생각보다 명랑한 두 자매의 집에 잠시나마 있게 되어서 인지 리오의 표정도 지금 까지완 달리 약간 밝아진듯 했다. 촌장은 일이 잘 풀리자 웃으며 말했다. "허허헛…꽤 빨리 친해지는군. 그럼 이 둘을 잘 부탁하오 리오씨. 난 이만…." "아, 감사합니다 촌장님. 먼저 인사를 드려야 하는데…." 촌장은 고개를 저으며 자신의 집이 있는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겨 사라져 갔다. "자아자아, 어서 우리집에 들어와 봐요 리오 기사님! 어서요!" 라이아는 리오의 손을 잡고서 보채듯이 말했고 리오는 고개를 끄덕이며 둘과 함께 빨간 지붕 집으로 들어갔다. 겉으로 보기에 깔끔해 보여 리오의 마음에 드는 집이었지만 안은 더욱 깨끗한 집 이었다. 여자 둘만 살아서 그런지는 몰라도 집 안의 가구등은 개끗하게 정돈되어 있었고 은은한 향기마저 풍겨왔다. 전투에만 찌들어 거칠어져 있던 자신의 몸과 마 음이 꽤나 부드러워지는것 같아서 리오는 자신도 모르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정말 마음에 드는군요, 오래 있었으면 소원이 없겠는데요?" 그 말을 들은 세이아는 약간 얼굴을 붉혔고 라이아는 세이아에게 손을 떼고 리오 를 재빨리 빈 방으로 안내해 주었다. "기사님은…2층에서 주무시면 돼요. 밤에는 절대 내려오시면 안되요, 아시겠죠?" 그 말을 들은 리오는 궁금한 표정을 지으며 라이아에게 물었다. "어? 왜그러는데?" 라이아는 자신과 자신의 언니 세이아를 가리키며 대답했다. "여자 둘만 사는 집이잖아요, 밤에 내려오시면 저와 언니가 곤란해요." 라이아의 당돌한 말을 들은 리오는 빙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예예, 염두해 두겠습니다 작은 숙녀님. 하핫…." 긴 소파에 다소곳이 앉아있던 세이아는 문득 생각난 것이 있는듯, 리오의 목소리 가 들리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며 그에게 말했다. "저녁 안드셨죠 리오씨? 금방 대접해 드릴테니 기다려 주세요." 언니의 말을 들은 라이아는 세이아의 손을 다시 잡고서 그녀와 함께 부엌으로 보이 는 곳으로 들어갔다. 그 모습을 본 리오는 소파 옆에 있는 작은 의자에 앉으며 가만히 생각에 잠겼다. ‘아직 나이들도 어린데 꿋꿋이 살아가는군, 게다가 언니인 세이아가 소경인데도… 무슨 연유로 부모들과 헤어졌는지는 몰라도 몇일 있어 보는게 좋을것 같은데.’ 리오는 갑갑한듯 걸치고 있던 자신의 망토와 두개의 검을 풀어놓고 몸을 이리저리 움직여 보았다. 상체 관절에서 우두둑 소리가 좀 크게 들려왔다. 그는 소매가 없고 목이 중간까지 몰라오는 갈색 상의를 망토 안에 기본적으로 입 고있다. 약간 거친 면 섬유로 만들어져 있어 매우 튼튼하고 잘 떨어지지도 않았다. 소매가 없어 망토를 벗으면 근욱질 팔이 어깨에서 부터 드러난다. 운동으로 몸을 꽤나 단련한 남자도 리오의 팔을 보면 약간 기가 죽어버리고 만다. 손톱으로 살짝 누르기만 해도 터질것만 같은 팔의 근육은 적동색의 피부와 잘 어울어져 리오의 전투 기록을 작게나마 나타내 주고 있었다. 세이아를 부엌에 데려다준 라이아는 이 동네의 청년들에게서도 볼수 없는 리오의 근육질 팔을 보고서 감탄을 금치 못했다. "이야아∼기사님이라 역시 다르시군요! 이 마을에서 힘 깨나 쓴다는 [마그]도 기 사님 같은 멋진 근육질은 아니에요. 언니가 눈이 보이기만 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 기사님의 얼굴을 보면 아침마다 와서 추근대는 마그와는 상대도 안할꺼에요. 호홋…." 라이아는 리오의 옆에 쪼르르 달려와 그의 팔을 만져보며 감탄한듯 입을 벌렸다. "와아∼! 돌같네요 정말! 아빠의 팔보다 더 단단한것 같아요." 아이의 입에서 아빠란 말이 나오자, 리오는 라이아에게 부모님에 대한 일을 물으려 하다가 고개를 저으며 입을 다물었다. ‘괜히 묻는것 같군…나중에 기회가 오면 물어보자.’ 리오를 구석구석 관찰하던 라이아는 문득 리오가 벽에 세워둔 검 두개를 보고서 그 쪽으로 다가갔다. 대검인 디바이너는 라이아보다 컸기 때문에 그녀도 쉽게 만지지 못하였고 대신 소검 형태인 파라그레이드에 손을 가져갔다. 파라그레이드는 웨이크 업(Wake up)기능을 기동시키지 않으면 날이 서있지 않은 소검에 불과했기 때문에 리오는 라이아가 만져도 안심할수 있었다. 소검 형태라도 무게가 꽤나 나가기 때 문에 라이아는 뽑아 보았다가 금방 팔을 아래로 늘어 뜨리고 말았다. "아앗…소검인데도 꽤 무겁네요? 게다가 자루도 저 대검처럼 길고…이상한 종류의 검이네요? 왠만한 소검은 저도 들수 있는데…." 리오는 처음엔 그냥 웃고만 있다가 라이아가 검에 관해서 꽤 많은걸 알고있자 고개를 갸웃거렸다. ‘부친이 검에 관한 일을 하고 있었나 보군. 소검과 대검, 장검을 구별하는건 저 나이 또래엔 좀 힘든 일인데…게다가 보통 소검의 형태와 무게도 알고 있어. 무슨 일이 있었길래….’ 라이아가 낑낑대며 겨우 파라그레이드를 아까와 같이 세워둘 무렵, 세이아의 맑은 목소리가 부엌 안쪽에서 들려왔다. "식사 다 되었습니다 리오씨. 라이아도 어서 오렴." 라이아가 먼저 부엌으로 뛰어 들어갔고 리오는 짧은 한숨을 지으며 부엌으로 향했 다. 작은 부엌 안에 마련된 6인용 식탁엔 셀러드 등의 간단한 식사가 준비되어 있 었다. 소경임에도 불구하고 이정도의 음식을 차린다는건 놀랄만한 일이 아닐수 없 었다. 하지만 리오는 감탄하지 않았다. 자칫 잘못했다간 상대방 마음의 상처를 더 깊게 하는 꼴이 될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라이아와 함께 자리에 앉은 리오는 음식 의 향기를 한번 맡아본 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럼, 잘 먹겠습니다." ------------------------------계속--- 『게시판-SF & FANTASY (go SF)』 963번 제 목:가즈 나이트- 외전. Vol. 3 올린이:jack21 (이경영 ) 96/10/10 14:25 읽음:1869 관련자료 없음 ----------------------------------------------------------------------------- --------------------------------------------------------------------------- 그날 밤, 리오가 묵고있는 빨간 지붕집의 앞엔 사람들이 소근거리는 소리가 작게 들려왔다. 달빛에 희미하게 보이는 세개의 그림자­한명은 굉장히 덩치가 컸고 나 머지 둘은 보통 체격이다­그들은 빨간 지붕집의 주변을 이리저리 둘러보며 서로 말을 조심스럽게 주고 받았다. "이봐! 이렇게 했다가 우리 이 마을에서 아예 쫏겨나는거 아닐까?" "그런 재수없는 소리 하지도 말아! 어차피 세이아는 장님이니까 누구에게 도움을 청하려면 소리치는수 외엔 없어, 좀 비열하긴 하지만 잘못은 내 마음에 불을 지른 세이아야! 잘만 되면 너희들에게 톡톡히 보상해 줄께." "보상은 둘째치고, 정말 자신있는거야 너? 게다가 집 안엔 그 시끄러운 꼬마가 있 다고. 그 꼬마가 자기 언니가 없어진걸 알면 그날부로 이 마을엔 비상이 걸릴게 뻔 하단 말이야!" "어차피 어린애니까 상관없어. 자자, 세이아의 방이 어디였더라…?" 세 그림자는 밤 고양이처럼 살금살금 집 주변을 돌기 시작했다. 그들을 비웃기라도 하듯, 그 집의 열려진 이층 창문에선 짧은 웃음소리가 들려왔 다. 살며시 열린 창문에선 밤 바람에 장발이 펄럭이며 드러났고 그 장발의 주인은 사뿐히 지상으로 내려오며 중얼거렸다. "오늘 이 집에 오길 잘했군. 이 평화로운 마을에 사람을 훔쳐가려는 도둑 고양이 가 있었다니 정말 몰랐는걸? 후훗…혼을 내주는게 좋겠지, 죽이진 않으마." 다음날. 프로빌리아 마을의 미장이인 세레쿤은 하품을 하며 새벽의 공기를 마음껏 들이 마 셨다. 언제나 들이마셔도 상쾌한 새벽 공기는 그의 하루를 여는 하나의 절차가 된 지도 이미 20여년이 되었다. "흐음…오늘은 뭔가 좋은일이 생길것 같은…음?" 직장으로 가려면 이 마을에서 제일 미인이라 칭해지는 세이아의 빨간 지붕집을 지 나가야 하는 세레쿤은 세이아의 집 앞에 쓰러져 있는 셋을 보고 잠시 걸음을 멈추 었다. ‘서, 설마 횡사!? 하지만 이 동네에서 그런일이 생길 까닭이 없는데…?’ 세레쿤은 떨리는 몸을 이끌고 쓰러져 있는 셋에게 다가가 그들중 한사람의 몸을 굴 려 보았다. 그 사람의 얼굴을 본 세레쿤은 눈을 동그랗게 뜨며 중얼거렸다. "엉? 이녀석은 부르스 아냐? 이 건달 녀석 눈두덩이가 퍼렇게 부은걸 보니 한방 맞 은 모양인데? 그럼 다른 녀석들은…." 그는 나머지 두사람의 몸을 뒤척여 보았다. 덩치가 큰 한명을 낑낑대며 돌려본 세 레쿤은 놀라움과 신기함이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이잉!? 이녀석은 마그 녀석 이잖아? 이 동네에서 이녀석을 두들길 만한 사람이 있었나? 나머지 한명은…역시 루크군. 하나같이 전부 맞아서 기절했네? 허, 참…." 세레쿤은 이들을 한꺼번에 두들길 만한 강자가 있다는 것에 두려움까지 들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통쾌하기까지 했다. 매일아침 이 집 앞에서 소리를 꽥꽥 지르며 세이아를 귀찮게 하던 삼인조가 오늘은 이렇듯 조용히 누워 있었기 때문이었다. "우, 우웅…여, 여기가 어디지!?" 세레쿤이 그들을 버리고 간지 반시간이 지난 후, 마그는 맞은 부위를 손으로 쓰다 듬으며 천천히 일어섰다. 나머지 둘은 아직도 자는듯 했다. "세이아의 집 앞이네? 맞아, 밤에 어떤 녀석이 감히 날 기습해서 이꼴로 만들었었 지! 하지만 맞은 기억이 없는데…?" 한방에 쓰러졌으니 당연했다. 마그는 그의 육뻗한 몸을 일으키며 곁에 있는 둘을 발로 차 일으켰다. 둘은 고통에 신음하며 자리에서 일어섰고 정신을 가다듬은 마 그는 바닥에 침을 ゼ으며 앞에 있는 빨간 지붕집을 바라보았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모양이군. 오늘도 한번 불러볼까? 헤헤헷…." 그때, 옆에 있던 부르스가 자신의 눈두덩이를 가린채 마그의 두꺼운 팔을 잡아 당 겼다. "야, 오늘은 그냥 가자. 얼굴도 다들 이모양이 되었는데 세이아를 만나면 웃음거 리가 될 뿐이라구." 마그는 피식 웃으며 부르스의 얼굴을 솥뚜껑 같은 주먹으로 살짝 치며 말했다. "이봐, 세이아가 장님이라는거 까먹은거야? 게다가 소리지르는건 나니까 너희들은 가만히 있어! 어이­세이아!!!! 나의 사랑 그대여어­!!!" 동네가 떠나갈듯 한 마그의 목소리에 잠을 깬 근처 주민들은 마그에게 욕설을 퍼 부었으나 마그는 아무렇지도 않다는듯 계속 큰 소리로 세이아를 불었다. "나의 사랑­!!! 어서 나와 그대의 고운 얼굴을 보여주오­!!!" 그러기를 10여분, 세이아는 잠에서 들깬 얼굴로 동생인 라이아와 함께 문을 열고 집 앞에 나섰다. 세이아는 화를 겨우 참은듯 조용한 목소리로 마그에게 말했다. "마그씨, 절 부르시는건 아무때나 괜찮지만 제발 다른 분들께 피해만 주지 말아줘 요, 부탁이에요…." 그 말을 들은 마그는 자신의 가슴을 주먹으로 탕탕 두들기며 입을 열었다. "하하핫! 나와 결혼해 주면 큰소리로 부를일이 없겠지!!! 내 사랑을 제발 받아줘 세이아! 난 당신의 고운 얼굴을 아침 저녁으로 보고싶단 말이야!" 세이아는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숙였고 마그의 옆에 서있는 둘은 그 모습 을 지켜보는 것이 재미있다는듯 실실 웃어대고 있었다. "뭐야…도둑 고양이들 아닌가…?" 둘의 웃음이 멈춘것은 그때였다. 마그보다 키만은 더 큰 것 같은 붉은 장발의 청년 이 세이아와 라이아의 뒤에서 자신들을 흐릿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이었 다. 물론 마그 역시 입만 벌리고 있을 뿐, 더이상 소리를 지르진 못하였다. 라이아는 활짝 웃으며 리오를 돌아 보았고 세이아 역시 리오의 목소리를 듣고서 다행이라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내 뒤로 돌아가요 둘다. 내가 예기해 볼께요." 라이아와 세이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리오의 뒤로 돌아갔고 리오는 머리를 긁으며 마그를 바라보았다. "어제밤에 한번 찾아왔으면 됐지, 왜 또 이곳으로 온거냐? 아, 기절해서 계속 여기 에 있었나 보군. 어디 먼 곳에 버려두고 올걸 잘못했네…, 쯧쯧." 리오의 말을 들은 셋은 소스라치게 놀라며 뒤로 한걸음 물러섰다. 어제밤에 자신 들을 바닥에 눕힌 장본인이 앞에 있어 본능적으로 나온 행동일 것이다. 마그는 헛 기침을 한번 한 후에 별것 아니라는듯 리오의 앞에 성큼 다가왔다. 리오의 키가 그 보다 약간 더 컸기 때문에 마그는 자존심이 상한듯 리오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그 대로 내리 누르려는 심산이었다. "난 나보다 큰 녀석을 싫어하지. 헤헷…키를 좀 줄여 주셔야겠어 형씨." 힘을 팔에 잔뜩 넣은 마그는 리오가 윽 하며 무릎을 꿇는 장면을 상상한듯 피식 웃 어 보였다. 그러나, 결과는 그렇지가 않았다. 리오는 뭐하냐는듯한 표정으로 마그 를 바라보았고 마그는 자신의 힘이 통하지 않자 속으로 경악을 금치 못했다. "아…키가 불만인듯 하군 친구. 그러면 내가 잠깐 배려를 해 주지…." 리오는 오른팔을 뻗어 마그의 멱살을 잡고 그대로 번쩍 들어 올렸다. 너무나 자연 스럽게 120Kg에 달하는 마그가 한손으로 들어 올려지자 주위에서 구경하던 사람들 은 입을 벌린채 말을 잊고 말았다. 리오는 빙긋 웃으며 말했다. "자아…이정도면 나보다 크겠지? 그럼 내려가." 리오는 마그의 멱살을 잡은 손을 풀었고 마그의 육중한 몸은 지면에 격돌하고 말 았다. "어이쿠!!" 바닥에 엉덩방아를 찧은 마그는 자신보다 덩치가 작은 상대에게 이렇듯 처참하게 당한 일이 한번도 없었기에 얼굴이 벌개진채 아무말 없이 리오를 쏘아 보았다. "왜, 이번엔 엉덩이를 차줄까? 그러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지만 세이아씨가 네 살덩이에서 나오는 소리마저 들으면 불쾌해 할까봐 차마 그러진 못하겠군. 어제 밤 처럼 당하고 싶지 않으면 어서 꺼져." 자신이 가장 자랑하던 힘에서 눌린 이상, 마그에게 리오를 어찌할수 있는 방도는 사라진지 오래였다. 마그는 자존심이 상할대로 상했지만 이를 악물며 부르스와 루 크를 데리고 어디론가 도망치듯 사라져 갔다. 리오는 피식 웃으며 고개를 가로 저었다. "훗, 싱거운 녀석들…." 그때, 리오가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와아­!! 기사님 만세!! 불량배 마그를 쓰러뜨렸어요 마그를!!!" 라이아는 통쾌함이 섞인 목소리로 주위에서 구경하던 사람들에게 소리쳤고 사람들 역시 기분이 좋은듯 박수를 치며 리오에게 환호성을 질러 주었다. "휘익­!! 멋졌어 젊은 친구!!!" "그 건달 녀석을 쓰러뜨려 주다니, 정말 고마우이!!" 사람들이 갈채를 받은 리오는 약간 얼굴을 붉혔다. 거의 드러나지 않게 일을 처리 하는걸 좋아하는 리오였기에 이런 상황은 그로 하여금 곤란함을 불러 일으키는데 충분했다. 리오는 주위를 둘러 보다가 재빨리 인사를 하였다. "가, 감사합니다 여러분!" 말을 마친 리오는 집 안으로 스르륵 사라져 갔고 사람들은 별 싱거운 사람 다 봤 다는듯 웃으며 각자의 집으로 돌아갔다. 세이아는 리오가 마그를 물리쳤다는 라이 아의 말을 듣고서 오래간만에 밝은 미소를 떠올려 보았다. "리오씨…." ----------------------------계속--- 『게시판-SF & FANTASY (go SF)』 990번 제 목:가즈 나이트- 외전. Vol. 4 올린이:jack21 (이경영 ) 96/10/11 22:17 읽음:1896 관련자료 없음 ----------------------------------------------------------------------------- -------------------------------------------------------------------------- "저어…리오씨. 어디에 계시나요…?" 세이아는 벽에 의지하여 리오가 있는 거실로 향하며 그를 찾았고 라이아가 학교에 간 탓에 할일없이 디바이너를 닦고 앉아 있던 리오는 약간 큰 소리로 대답했다. "예­. 거실에 있습니다." 세이아는 비록 소경이었지만 자신의 집 안에선 라이아의 도움 없이도 왠만큼 이동 할수 있었다. 살짝살짝 움직이며 거실로 간 세이아는 리오를 향해 말했다. "집의 장작이 다 떨어져서 그런데요, 좀 해주실수 있을까요? 어려운 부탁인건 알지 만…." "아아, 아닙니다 세이아씨. 무슨 말씀을…." 리오는 몸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소파에서 일어섰다. 마그도 요새 난동을 부리지 않아 힘쓸 일이 없어 몸이 뻐근할 지경인 리오에겐 오히려 잘 된 일이었다. "집이라도 만들어 드린다고 했죠? 자, 벌목 장소나 알려 주세요. 그럼 잔뜩 해오 죠." 세이아는 리오의 말 소리가 들린곳에 허리를 굽혀 감사를 표하였다. "정말 고맙습니다 리오씨. 벌목 장소는 이 마을 동쪽 숲이랍니다. 아직 아침이니 벌목하러 온 마을 분들이 꽤 계실거에요. 나라에서 정한 자유 벌목장이니 안심하 셔도 됩니다." 위치를 알아낸 리오는 디바이너를 어깨에 매고 집을 나섰다. "예,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리오의 자신있는 말투를 들은 세이아는 안심한 표정으로 소파에 걸어가 포옥 앉고 서 한숨을 돌렸다. "하아…참 친절하신 분이구나 리오씨는. …어머? 그러고 보니 도끼를 안드렸네?" 그러나 세이아의 걱정과는 달리 리오는 여유있는 표정을 지은채 벌목장으로 향하 고 있었다. 바위도 두부처럼 자를수 있는 검기(劍技)를 가진 리오에게 도끼란 도 구는 필요가 없었다. 벌목장에선 많은 마을의 남자들이 필요한 만큼 나무를 베고 있었다. 이 마을에서 나무 베기의 일인자로 불리우는 버크도 끼어 있었다. 그는 몇일 후에 있을 마을의 축제를 대비해서 사람들을 인솔해 나무를 베는 중이었다. 파악­ 다른 사람의 도끼보다 조금 큰 버크의 도끼가 굵은 아름들이 나무를 후려칠때 마다 주위의 남자들은 부러움이 섞인 눈으로 그 모습을 바라본다. 웬만한 거목도 그의 9연타를 견뎌내지 못할 정도로 그의 힘은 대단했다. 이 마을 촌장의 세 아들중 장 남인 그는 16년간 이 마을에서 보이지 않은적도 있었다. 전해오는 이야기로는 왕 국 기사단에서 일했다는 말도 있었지만 정작 본인 자신은 그에 대해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과거가 어찌 되었건, 현재 그의 직업은 목수였고 한 가정의 가장이었다. "넘어간다­! 조심해!!" 버크의 큰 목소리를 들은 근처의 남자들은 재빨리 몸을 피하였고 버크에 의해 밑둥 이 반쯤 잘려나간 거목은 굉음을 내며 땅바닥에 쓰러졌다. "좋아! 난 다른 나무를 자를테니 이 나무의 뒷처리를 부탁하네!!" 근처의 젊은이들은 작은 도끼를 높이 들며 큰 목소리로 대답하였다. "알았습니다!!" 다른 나무를 고르기 위해 근처를 이리저리 돌아보던 버크는 마을쪽에서 검 하나를 든 채 이쪽으로 오고 있는 큰 키의 남자를 볼수 있었다. 버크는 옆에 있던 청년 를 팔꿈치로 쿡 찌르며 물었다. "이봐, 자네 저 붉은 장발 청년 본적이 있나? 난 한번도 본적이 없는데…?" 청년은 걸어오고 있는 남자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손뼉을 치며 소리치듯 대답했다. "아! 알고 있죠. 몇일 전 부터 세이아네 집에서 묵고 있는 사람입니다. 힘이 굉장 하다고 들었어요, 마을 불량배인 마그 아시죠? 그녀석을 한팔로 번쩍 들어올렸다고 하던데요? 근데 검을 들고 왜 벌목장에 오는거지? 설마 검으로 나무를 베려는 생 각은 아니겠지…." 버크는 마그를 한팔로 들어올렸다는 말을 듣고 굉장히 놀라지 않을수 없었다. 120 Kg의 무게라는 것은 분명 농담이 아닌 글자였다. 그런데 그것을 한팔로 들어올린 다는건 나무 한그루를 9연타에 쓰러뜨리는것 이상으로 대단한 것이었다. "…지켜볼까?" 리오는 일부러 사람이 별로 없는 장소를 택하여 벌목하기로 했다. 도끼를 이용해 정식으로 스러뜨리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리하는 것이었다. 나무들을 하나씩 만 져보며 상태를 파악하던 리오는 색깔이 약간 거무스름 한 나무 앞에 우뚝 섰다. "…거의 죽어가는 나무군. 좋아, 너 하나만 해 가면 몇일간은 괜찮겠지." 나무를 몇번 손바닥으로 두들겨준 리오는 디바이너를 천천히 뽑아들고 자세를 취 하였다. 멀리 나무 뒤에서 그 모습을 구경하던 버크와 젊은이는 숨을 죽였다. ‘몸의 중심…자세…모두 만점을 주고싶군. 변변치 못한 왕국의 기사 녀석들과는 차원이 다른 젊은이야.’ 버크는 자신의 턱수염을 쓰다듬으며 눈을 반짝였다. "흡­!!" 리오의 짧은 기합과 함께 일순간, 보라색의 검광이 나무의 밑에서 번뜩였고 버크는 그 순간 숨을 멈추었다. 젊은이는 버크가 왜 이정도로 놀라는지 이해할수 없었다. 그는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저, 저런 바보같은…! 자, 자네 지금 보았나? 저 사나이가 검을 몇차례 휘두르 는지 보았냐고!!" 버크의 알수없는 질문에 젊은이는 고개를 갸웃 거리면서 대답하였다. "거, 검이 한번 번뜩인 것으로 보아…한번 아닐까요?" 버크는 젊은이의 뒷통수를 손으로 잡고 그의 머리를 앞으로 돌리며 말했다. "셀수 없을 정도야…! 저걸 보라구!!" 버크의 말이 다시 시작됨과 동시에, 리오가 벤 나무는 밑둥에서 부터 벽돌이 쓰러 지듯 조각이 나며 바닥에 흐트러 졌다. 그 믿을수 없는 광경을 본 젊은이는 입을 크게 벌린채 말을 더이상 이을수가 없었다. "내가 아는것이 정확하다면 저 젊은이를 검으로 능가할수 있는 사람은 이 왕국에 한사람도 없어! 오늘같은 날이 있을 줄이야…!" 그들의 대화를 들었는지 듣지 못했는지, 리오는 땅바닥에 떨어진 장작들을 하나하 나 주워 근처에 있는 덩굴을 이용해 하나로 묶은 후 손바닥을 털었다. "훗, 끝인가?" 일을 끝낸 리오는 옆에 꽂아두었던 디바이너를 다시 뽑아 칼집에 밀어 넣은 후 장 작 더미를 어깨에 지고 마을로 다시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가 다시 떠나가자 버크는 한숨을 후우 내쉬며 젊은이와 함께 다시 나무를 고르기 시작했다. "버, 버크 아저씨, 저 청년 한번 만나보시는게 어때요?" 청년의 말을 들은 버크는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아냐, 저 젊은인 이 마을에 잠시 쉬어가려고 온 것 같아. 귀찮게 할 순 없지. 인 연이 있다면 다시 만나겠지 뭐. 어서 벨 나무나 다시 찾아 보자구." 버크는 젊은이의 어깨를 한번 툭 쳐주었고 젊은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버크의 뒤를 따랐다. "자아­땔감이 다 되었습니다." 나간지 15분 만에 리오가 돌아오자 세이아는 놀라지 않을수 없었다. 게다가 그가 가져온 땔감은 자신의 감촉으로 구분해 보았을때, 수분이 별로 없어 부엌에서 때 기에 최고로 좋은 나무였다. 물론 다 죽어가는 나무긴 하지만. "아니 어떻게…? 설마 사오신건 아니시겠죠?" 리오는 웃으며 세이아의 오른손 손바닥에 자신의 손가락으로 살짝 X표를 그려 보 였다. "집이라도 만들어 드린다고 말씀 드렸죠? 이정도는 저에게 일도 아니랍니다. 걱 정하지 마시고 다른 일거리나 주십시오. 식비는 갚아 드려야죠. 후훗…." "…예, 그러시다면요. …호홋." 세이아는 리오가 손가락으로 X표를 그려준 자신의 손바닥을 살짝 움켜 쥐면서 고 개를 끄덕였다. "저…라이아가 다니는 학교에 좀 가주시겠어요?" 순간, 리오의 표정은 굳어져 버리고 말았다. 진지하다면 진지하다 말할수 있는 성 격의 리오는, 솔직히 말해 10세 이하의 어린이와 놀아주는 법에 익숙치 못했다. 하지만 어떠한 부탁이라도 들어 준다는 말을 꺼낸 이상 그도 어쩔수 없었다. "흐음…. 예, 그럼 학교가 어딘지만 말씀해 주세요." -------------------------------계속--- 『게시판-SF & FANTASY (go SF)』 1010번 제 목:가즈 나이트- 외전. Vol. 5 올린이:jack21 (이경영 ) 96/10/12 19:22 읽음:1912 관련자료 없음 ----------------------------------------------------------------------------- 봅시다­일러스트!!! --------------------------------------------------------------------------- 프로빌리아 마을의 학교…. 다른 큰 도시의 마을처럼 건물이 있는 학교가 아니다. 작고 소박한 마을에 걸맞게 학교라는 곳은 이 마을의 수호수(守護樹)인 400여년된 바리라바 나무 그늘에 마련 되어 있었다. 동네 사람들이 예전에 마련해둔 작은 나무 의자에 개인용 흑판, 그 리고 선생이 사용하는 큰 흑판. 이것이 학교의 전부였다. 겉으로 보기엔 초라해 보이지만 그 장소에서 아이들이 즐겁게 배우는 모습을 본 사 람들은 곧바로 생각으로 바꾸게 된다. 대 도시의 아이들이 억지로 자신의 머리속에 집어넣는 비 실용적인 학문이 아닌, 아이들이 실제적으로 알아야 할, 그리고 알고 싶어하는 내용을 가르치는 사람과 배우는 아이들이 하나가 되어 탐구해 나간다. 그런 자유로움 속에서 즐겁게 배우는 아이들의 모습은, 그야말로 한폭의 그림같이 아름다웠다. 리오는 멀찌감치 떨어진 곳에서 `학교'를 바라보고 있었다. 끝날때가 다 되어 조금 씩 움직이는 아이들의 모습은, 피로 얼룩이 져서 언제나 냉정한 판단만을 해야 하 는 그의 마음을 잠시나마 풀어주는듯 했다. ‘…나완 너무 어울리지 않는 곳이야. 하지만…이 모든것을 지켜내지 못하면 더한 광경을 보겠지. 지키는 것이 나의 궁극적인 존재 이유이고….’ 가벼운 바람이 그의 장발을 공중으로 살짝살짝 밀어 올리기 시작했다. 눈을 살며시 감고 있는 리오의 그 모습을 감수성이 풍부한 사춘기의 소녀가 본다면 눈시울을 적 실지도 모른다. 데엥­ 데엥­ 마을에 하나뿐인 교회에서 시간을 알려주는 종소리가 멀찌감치 들려왔고 40대 초 반으로 보이는 선생의 박수 소리에 아이들은 저마다 환성을 지르며 인사와 함께 각 자의 집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그중엔 물론 라이아도 끼어 있었다. 레이스가 달 린 자주색 드레스를 입고 있는 라이아는 자신의 갈색 머리를 휘날리며 멀리 리오가 서 있는 장소로 달려왔다. "와아­! 리오 기사님­!!" 자신이 미리 온 것을 알고 있었는듯 했다. 리오는 바람에 흩날리는 자신의 긴 머리 카락을 손가락으로 정리하며 라이아를 향해 빙긋 웃어 보였다. 리오에게 폴짝 뛰어 안긴 라이아는 숨을 약간 몰아 쉬면서 해맑은 미소를 지었다. "왠일이세요? 우리 학교에 다 오시고, 설마 언니가 시키셔서 온건 아니시겠죠?" 리오는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라이아의 등을 토닥거려 주었다. 그리고 나서 라이아 의 작은 흑판과 책 꾸러미를 받아 들고 천천히 집이 있는 방향으로 걷기 시작했다. "저어…기사님은 왜 왕국이나 영주들의 성에 안계시고 떠돌아 다니세요?" 길을 걷던 라이아는 평소부터 궁금해 했던 것을 리오에게 물었고 리오는 받아들고 있던 흑판을 손가락 위에서 빙글 돌리며 대답해 주었다. "가만히 구속당해 있는거 보다 이리저리 떠돌아 다니는 편이 더 많은 사람들을 도 울수 있어서 이러는 거야. 난 사람 도와주는걸 좋아하거든. 후훗…." 그 말을 들은 라이아는 가만히 생각하다가 얼굴을 약간 붉히며 조그맣게 말했다. "기사님 같으신 분이 우리 언니를 계속 도와주면 얼마나 좋을까…히힛." 타악­! 손가락으로 돌리던 흑판을 갑자기 떨어뜨린 리오는 황급히 흑판을 집어 손으로 정 성스레 털고나서 옆구리에 가만히 끼었다. 리오의 이상 반응에 의문을 느낀 라이아 는 리오의 앞으로 쪼르르 달려나가 그의 얼굴을 올려다 보았다. "왜그러세요 기사님? 무슨일 있으신가요?" 리오는 자신의 붉어진 얼굴을 애써 보이지 않으려는듯 하늘을 바라보며 더듬더듬 대답했다. "아, 아니야. 별 일 아니야 라이아. 그건 그렇고…세이아 씨는 왜 눈이 불편하게 되셨니?" 라이아는 한숨을 후우 쉬면서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시작했다. "언니의 눈은…전 그때 어려서 잘 모르겠지만 아빠 엄마를 살해한 괴물이 절 보호 하려던 언니의 눈을 공격한 모양이에요. 그 후로 고아가 되어버린 언니와 전, 촌장 님과 그분의 가족, 그리고 마을 분들의 도움으로 지금까지 살아왔어요." ‘이런….’ 리오는 자신이 그만 실수를 하고 말았다 생각했다. 괜히 아픔을 참고 살아가는 어 린 아이의 마음을 긁어놓은건 아닌가…하지만 라이아는 리오의 생각 이상으로 강한 아이였다. 라이아는 웃으며 말을 이었다. "제 소원이 뭔지 아세요 기사님?" 알리가 없는 리오는 고개를 갸웃 거릴 뿐이었다. "글쎄…뭘까?" 라이아는 자신의 양 손을 깍찌껴 뒤로 젖히고 그대로 노을이 지고 있는 홍색 하늘 을 바라보며 말했다. "언니가…좋은 남자와 결혼하는 거에요. 언니가 눈이 불편한 것도 이해하고 잘 도 와줄 멋진 남자랑요." "…그래?" 조용히 대답한 리오는 어느새 다와가는 빨간 지붕집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네 소원이 이루어 지길 빌어줄께 라이아." 무슨 뜻으로 자신이 그렇게 대답했는지 리오 자신도 잘 이해를 하지 못했다. 하지 만 한가지 그의 마음속에 자리잡은 것은, 조금 더 이 자매를 보호해 주고 싶다는 것이었다. "맛있는 냄새가 나는데? 어서 들어가 보자 라이아." "예!" 저녁을 마친 라이아는 금방 졸음이 온 듯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고 부엌엔 아직 식 사를 끝내지 못한 리오와 접시를 닦고 있는 세이아 만이 남아 있었다. 잠시간 서로 말이 없자, 리오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생각했다. ‘뭐지, 이 어색한 분위기는…? 어제까진 이렇지 않았는데?’ 그때, 식기를 닦던 세이아가 먼저 말문을 열었다. 그녀가 먼저 말한 것은 일을 부 탁할때를 빼곤 거의 없었기에 리오는 약간 의아함을 느꼈다. "저어, 리오씨? 실례하지만 나이가 어떻게 되시나요?" 하지만 별것 아닌 질문이었다. 자연스럽게 나올수 있는 말이었기에 리오는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올해로…스물 넷 일걸요?" 돌아서 있었기에 리오의 눈엔 보이지 않았지만 세이아는 그 대답을 듣고서 다행이 라는 표정을 띄었다. "그러세요? 음…저보다 네살 많으시군요. 가족은…있으신가요?" "가족이야…저와 제 형제 둘에 여동생 하나죠. 멀리 떨어져 있어 만나긴 힘들지만 요. 저에게 딸린 가족은 없어요, 하핫…." "예에…." 리오는 마지막 빵 한덩어리를 씹으며 세이아를 바라보았다. 갸름한 턱을 타고 내 려오는 목의 선은, 조각상으론 도저히 흉내낼수 없는 미의 극치를 보여주었고 깔 끔히 빗어내린 긴 은발은 보기에도 부드러워 보였다. 약간 시골스런 옷을 입고 있 어서 그렇지, 대 도시에 살고 있는 여자들 처럼 화려하게 꾸미기만 한다면 왕실 무도회에 나가도 전혀 손색이 없을게 분명했다. ‘…아, 이러면 안되지. 정신을 차리자….’ 세이아의 아름다움에 순간 시선을 빼았겼던 리오는 고개를 한번 세차게 흔든 후에 마저 빵을 먹어갔다. "자아­잘 먹었습니다. 여기 접시에요." 리오는 자신이 사용한 식기를 세이아가 불편하지 않도록 직접 그녀에게 건내 주었 다. 물론 불편하지 않은 사람에게도 그렇게 하는 것이 리오의 생활 방식이었다. "아, 감사합니다 리오씨." 식기를 건내준 리오는 거실로 갔고 소파에 앉아 조용히 생각에 잠겼다. 사실, 그냥 들어가도 상관이 없었지만 라이아가 자고 있는 지금 눈이 보이지 않는 세이아에게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기 때문에 그녀의 방 불이 꺼질때 까지 리오는 거실에 계 속 남아 있는다. 설겆이를 끝낸 세이아는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기며 자신의 방으로 향했고 리오 는 그녀를 조용히 지켜 보았다. 자신의 방 문을 열던 세이아는 기척을 느낀듯 리오 가 언제나 앉아 있는 소파를 향해 돌아서며 말했다. "리오씨…계신가요?" 리오는 순간 헉 하며 숨을 죽였지만 생각보다 귀가 밝은 세이아는 리오를 향해 천 천히 다가왔고 리오는 어쩔 수 없이 대답을 하였다. "예, 있습니다." 리오의 목소리를 들은 세이아는 안심한듯 한숨을 쉬며 리오의 옆에 약간 거리를 두 고 앉으며 말했다. "전 또 누가 침입해 들어온줄 알고 깜짝 놀랐어요. 속으로라도 오해해서 죄송합니 다." "아, 아니에요. 아무말 없이 거실에 있던 제가 잘못한거죠. 먼저 들어가세요. 전 잠깐 생각좀 하고 들어가 보겠습니다." "예…알겠습니다." 세이아는 다시 일어서서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리오는 한숨을 쉬며 소파에서 일어서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그때, 세이아 방의 문이 다시 열렸고 세이아는 이 층으로 올라가는 리오에게 부끄러운듯 고개를 숙이고서 살며시 말했다. "고마워요…리오씨." 세이아는 재빨리 방문을 닫았고 리오는 멋적은듯 머리를 긁으며 이층으로 올라갔 다. -----------------------------계속--- 『게시판-SF & FANTASY (go SF)』 1038번 제 목:가즈 나이트- 외전. Vol. 6 올린이:jack21 (이경영 ) 96/10/13 19:49 읽음:1938 관련자료 없음 ----------------------------------------------------------------------------- -------------------------------------------------------------------------- 프로빌리아는 오늘 어느때 보다도 시끄러운 아침을 맞게 되었다. 물론 마그가 세이아의 집 앞에서 또다시 난동을 부리는건 아니었다. 바로 오늘이 이 마을의 축제일 이었기 때문이었다. 일년에 한번씩, 마을의 모든 주민들은 마을 안에 있는 넓은 광장­광장은 광장이 다. 풀이 많아서 그렇지­에 모여 음식과 사람들의 장기를 보며 즐거운 하루를 보 내게 된다. 이 축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마지막을 장식하는 무도회 였다. 이 무도회에선 반 드시 여자와 남자가 짝을 이루어야 하는데, 전해오는 이야기에 따르자면 여기에서 우승한 커플은 거의 결혼을 한다는 것이었다. 그 말을 믿는 사람은 거의 없었지만, 이 마을의 젊은이들은 일말의 희망을 가지고 서 무도회에 나갈 연습을 오래전부터 하게된다. 물론 자신과 춤을 같이 출 상대는 정해놓고 있는 젊은이에 한해서 이다. 축제 때문에 떠들석 하지 않은 집은 얼마 없었다. 빨간 지붕집도 그중에 하나였다. "오늘이 축제라고? 근데 왜 이 집만 조용한거니?" 리오는 의아하다는 눈으로 옆에서 코코아 차를 마시고 있는 라이아를 바라보며 물 었다. 라이아는 알수없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우린 어쩔수 없잖아요, 언니가 무도회에 참가하는것도 아니고…그렇다고 제가 장 기자랑에 나가서 풀피리를 불순 없잖아요." 그 말을 들은 리오는 미안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음…축제 시작은 언제니? 구경은 나가야 하잖아." "당연하죠, 축제는 이 마을에 석양이 지기 직전부터 시작되요." 듣고 가만히 생각하던 리오는 어두컴컴한 밤에 무슨 무도회냐는 표정으로 라이아를 바라보았다. "어? 그럼 무도회는 천상 밤에 해야 할텐데 어떻게…?" 라이아는 찻잔을 접시에 내려 놓으며 별것 아니라는듯 설명해 주었다. "요즘 밤에 이상한것 보지 못하시나요?" "이상한것? 글쎄…?" 라이아는 빙긋 웃으며 자신의 방으로 쪼르르 달려가 책상 위에 있는 무엇인가를 찾아 가지고 나와 리오에게 보여 주었다. 그것은 불투명한 흰 엑체가 들어있는 유 리병 이었다. "바로 이거에요, 다른 마을에선 구하기 힘들지만 우리 마을에선 이맘때쯤 되면 무 진장으로 구할수 있지요. 자, 보세요." 라이아는 병을 소파의 그늘진 곳에 밀어 넣었고 리오는 고개를 갸웃 거리며 그것을 바라보았다. "…어엇!?" 리오는 순간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 병이 환한 빛을 내고 있는것이 아닌가. 라 이아는 다시 그 병을 꺼내며 설명을 해 주었다. "우리 마을엔 다른 마을에서 사는것 보다 반 정도 큰 반딧불이 살고 있어요. 그 반 딧불의 기름을 짜면 이렇게 하얀 액체가 나오는데요, 이게 밤이 되면 엄청난 빛을 내죠. 그래서 우리 마을은 밤에도 문제없이 축제를 할수 있어요. 못보셨죠? 얼마나 밝은데요…!" 리오는 라이아가 가지고 있는 병을 받아 들고서 유심히 그것을 관찰해 보았다. 마 치 우유와 같은 이 액체가 반딧불의 기름이었다는건 그도 상상하지 못했던 것이었 다. "으음…그래서 무도회를 밤에 하는거구나. 좋아, 그럼 네 언니랑 같이 구경나가 보 자. 정말 멋질것 같은데?" 라이아는 씨익 웃으며 한마디 덧붙여 보였다. "기사님이랑 언니가 무도회에서 춤을 추면 더 멋질거에요!" 그 말에 리오는 피식 웃으며 라이아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무슨 얘기 하시나요?" 그때, 부엌에서 과일을 들고 나오고 있는 세이아를 본 리오는 한숨을 쉬며 대답했 다. "축제 얘기요, 여기에 오셔서 같이 말씀하시죠?" 세이아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리오와 라이아가 있는 곳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그 모습을 보던 리오는 천장을 바라보며 잠시 생각해 보았다. ‘…한번 나도 나가볼까…? 아, 아니야. 이러면 안되지.’ 마그는 자신의 친구 두명과 의미심장한 웃음을 띄운채 무도회 참가자 명단을 적는 곳에서 기웃 거리고 있었다. 그의 친구인 부르스는 아직도 멍이 빠지지 않은 눈 두덩이를 달걀로 문지르며 슬그머니 마그에게 물었다. "야, 정말 너 괜찮겠어? 이러다가 걸리면 그녀석에게 무슨 봉변을 당하려고…! 얼 간이 토크의 말을 들어보니까, 그녀석이 저번에 검으로 나무를 아채썰듯 자르는걸 보았데! 우리가 쥐도 새도 모르게 그꼴이 나면 어쩌려고…!" 마그는 부르스의 머리를 툭 치며 말했다. "재수없는 소리! 절대로 걸리진 않을테니 걱정 마. 우린 이 명단만 던져놓으면 되 는거야. 히히힛…그 빨간머리 녀석이 그 장님이랑 춤을 추는 모습을 떠올려봐, 생 각만 해도 우습지 않아?" "그, 그럼 걸렸을때 내 이름 대지 마, 알았지?" 부르스는 어쩔 수 없다는듯 자신의 손에 들린 명단을 가지고 접수처에 들이 민 후 발에 불이 나도록 튀어 달아났다. 접수처의 주민은 고개를 갸웃 거리며 아무 생각 없이 그 명단을 접수하였다. 그 명단엔 「세이아·드리스와 그 집 손님」이라는 글이 또박또박 적혀 있었다. 축제 시작 시간이 거의 되어갈 무렵, 리오는 세이아와 라아아 자매를 데리고 집을 빠져 나왔다. 리오는 둘의 뒤에서 걸으려 하다가 라이아가 난리를 치는 바람에 어 쩔수 없이 세이아를 사이에 두고 나란히 걸어가야만 했다. 걸어가던 리오는 세이아 쪽에서 풍겨오는 향수 냄새를 맡고 빙긋 미소를 지으며 생각했다. ‘…옷은 그대로 입었는데…하긴, 다른 사람들이 볼수 없는 세계를 보고 있으니까 뭐라고 할순 없지. 청각, 촉각과 후각 뿐인 세계에서 사니 옷이란건 몸을 가리기 위한 겉치장일 뿐이야. 향수가 그녀에겐 최고로 신경을 쓴 것이니…정성은 알아 줘 야 하겠지.’ "오늘은…신경좀 쓰셨네요 세이아씨?" 리오의 그 기습적인 말에 세이아는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다가 나지막 히 리오에게 말했다. "리오씨는…별로 달라지신건 없는데 분위기가 다른때완 다르시군요. 처음 뵈었을땐 빈틈이 없으셔서 아무것도 묻지 못했거든요 솔직히…. 쓸데없는 예기일지 모르지만 리오씬 제가 생각하기에…굉장히 미남이실것 같아요. 라이아의 말도 그렇고, 동네 아주머니들의 말씀도 그렇고요. 전 참 기뻐요…호홋." 그 말에 라이아도 합세하였다. "그러엄! 내가 보기엔, 기사님은 이 동네에 사는 남자들 중에 제일 잘생겼어 언니! 아줌마들이 그러는데요 기사님, 자신들이 10년만 젊었어도 기사님에게 말을 걸었 을 거라고 자주 그러세요, 히힛. 머리가 약간 산발이지만 정말 멋져요." 리오는 고개를 한쪽으로 슬며시 기울이며 조용히 웃어 보였다. "훗…그 문제는 그냥 넘어가기로 하자구요. 아, 저기 촌장님이 오시는 데요?" 오래간만에 촌장의 얼굴을 본 리오는 처음엔 반가이 그를 맞으려 했으나 촌장의 안 색이 심각한 것을 보고 그 역시 인상을 굳혔다. "아, 리오씨 잘 만났소. 저어…오늘 무도회 참가 접수처에 온적 있소이까? 아니면 다른 사람에게 시켰다던가…." "그럴리가요, 파트너도 없는데 제가 나갈 필요는 없겠지요. 근데, 무슨일이 있습니 까?" 촌장은 안도의 한숨을 내 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가지고 있던 종이 두루 마리를 펼치며 말했다. "어떤 몹쓸 녀석이 세이아와 리오씨의 이름으로 무도회 신청을 했다오. 내가 검토 하지 않았으면 큰일날뻔 했구려. 어떤 녀석일까…? 마그인가?" 리오는 촌장이 가진 참가자 명단을 받고 자신과 세이아가 적힌 부분을 바라보며 씨익 웃어 보였다. 그리고는 촌장에게 슬며시 물어 보았다. "저어…촌장님 댁에 여성용 드레스 있습니까?" 촌장은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며느리가 결혼하기 전에 입던 드레스가 있긴 하오만…설마 진짜 나가려고?" 리오는 자신의 옆에서 우물쭈물 하고 있는 세이아를 잠시 돌아본 다음 고개를 끄덕 였다. "기대를 무너뜨려 줘야죠, 누군진 잘 모르겠지만…후훗." "자, 잠깐만요 리오씨! 전 눈때문에 춤같은건…!" 세이아는 리오의 팔을 붙들고 고개를 세차게 저으며 거절하려 했으나 리오는 그녀 의 손을 따뜻하게 감싸주며 부드럽게 말했다. "걱정 말아요 세이아, 이래뵈도 할줄 아는게 꽤 있는 몸이니까요. 세이아씬 촌장님 댁에 가셔서 옷을 입고 나와 주세요. 전 라이아랑 먼저 가 있을께요." "하지만…." 리오의 자신감 있는 태도에도 불구하고 세이아 자신은 그렇지 못한듯 그자리에 가 만히 서서 망설이고 있었다. 리오는 그런 그녀의 양 어깨를 손으로 감싸며 다시한 번 말했다. "절 믿어 보세요. 절 얼마나 믿으시느냐에 따라 일이 풀리게 되니까요. 아셨죠?" 세이아는 그제서야 살짝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고, 곧 촌장과 함께 촌장의 집으로 향하였다. 리오는 그 뒷모습을 바라보며 축제 장소로 가기 전에 중얼 거렸 다. "자아…파티를 준비해 볼까? 후훗…." --------------------------------계속--- 『게시판-SF & FANTASY (go SF)』 1063번 제 목:가즈 나이트- 외전. Vol. 7 올린이:jack21 (이경영 ) 96/10/15 16:47 읽음:1880 관련자료 없음 ----------------------------------------------------------------------------- --------------------------------------------------------------------------- 하늘이 점차 붉어지는 것이 보이는 프로빌리아 마을의 광장엔 축제가 시작되기 몇 시간 전 부터 마을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모인 사람들의 얼굴은 일년에 몇 번 뿐인 축제여서 그런지 모두 즐거운 표정이었다. 그중엔 리오와 라이아도 끼어 있었다. "휘익­! 대단한데? 마을의 규모에 비해 정말 잘 차려졌구나." 리오는 휘파람을 한번 불며 감탄을 연발했고 라이아는 손에 들고있는 솜사탕을 마저 먹으며 사람들이 모여 웅성이고 있는 장소로 리오의 팔을 끌어 당겼다. "음? 저곳이 뭐하는 곳인데 그러니?" "기사님에게 딱 어울리는 곳이에요! 어서요, 어서 가자구요!" 리오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신이 나 있는 라이아에게 이끌려 그곳으로 향하였다. 사람들 틈을 비집고 그곳을 바라본 리오는 곧 아연실색하며 실소를 터뜨렸다. 사 람들이 넓게 둘러싸고 있는 장소의 중앙에 선 콧수염의 사내­사회자로 보면 된다 ­는 자신의 앞에 놓인 통나무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자아! 여기 있는 통나무들은 단단하기로 소문난 오크 입니다! 이 통나무를 가장 짧은 시간 안에 두조각으로 내시는 분에게 어린이용 인형 등을 드리겠습니다!! 출 전 하실분, 선착순 다섯명­!!!" 리오는 빙긋 웃고만 있는 라이아를 내려다 보며 고개를 저으며 어쩔수 없다는듯 팔을 높이 들었다. "그래그래, 지금까지 준게 없었으니 인형이라도 줄께 라이아." "예! 거기 붉은 장발의 청년! 어서 이 앞으로 나오십시오!!" 사회자의 눈에 가장 먼저 띈 리오는 머리를 긁적이며 앞으로 나섰다. 그가 나서자 군중 사이에서 탄성에 가까운 말이 터져 나왔다. "이봐! 저 젊은이가 마그 녀석을 한손으로 내 던진 그 젊은이야!" "이야­! 실제로 보니 대단한데 정말? 한번 더 힘을 써 보라구 젊은이!!" 여러 사람들의 말 속에서 다른 젊은이들이 도전을 해 왔고 정원 다섯은 순식간에 다 차게 되었다. 라이아는 팔을 치켜 올리며 리오를 응원하기 시작했다. "와아­!! 기사님 잘 해요!!!" 리오는 어색한 미소를 띄우며 다른 네명의 젊은이와 함께 다섯개의 통나무 앞에 일렬로 섰다. 참가자들은 사화자가 준 도끼들을 각자의 손에 거머쥐며 호흡을 조절 하기 시작했다. "자아∼준비가 되었습니까? 그럼…." 사회자는 천천히 팔을 들어 올렸고 리오를 제외한 네명의 젊은이는 숨을 죽이며 사회자의 올라간 팔을 바라보았다. 장내가 조용해 지자 예상 이상의 긴장감이 사 람들 사이에서 도는듯 했다. "­시작­!!" 신호와 함께 네 젊은이들은 기합성을 내 지르며 도끼로 오크 통나무를 거세게 두 들기기 시작했다. 그러나 네명의 젊은이들이 통나무를 뉘여놓은채 도끼질을 하는 것과는 달리, 리오는 여유있게 통나무를 수직으로 세우고 있는 것이었다. 라이아는 자신의 상품이 날아가는것 같은 기분이 들어 양손을 모아 입에 가져가며 응원의 목소리를 더욱 높였다. "뭐하시는 거에요!! 빨리 하세요­!!!" 순간, 리오는 양손으로 거머쥔 도끼를 높이 쳐 들었고 짧은 일갈과 함께 세워진 통나무를 파죽지세로 내리쳤다. "호앗­!!" 파아악­!!! 둔탁한 음향과 함께, 사회자의 설명으로 단단하기를 자랑하던 오크 통나무는 단숨 에 두조각이 나며 공중으로 튀어 올랐고 곁에서 혼신을 다해 통나무를 내리치고 있던 네명의 젊은이들은 허망한 눈으로 공중을 날고 있는 두조각의 통나무를 바라 보았다. 조각난 통나무는 곧 땅바닥에 떨어졌고 주위에 몰려 있던 구경꾼들은 상상 이상의 힘을 자신들의 앞에서 발휘한 리오에게 큰 박수 갈채를 보내 주었다. "오오­!! 굉장한데!! 오크 통나무를 저렇게 단숨에 두조각 내는 사람은 버크씨 한명 뿐 이라고 들었는데 말이야!!" 사회자는 결국 승리한 리오에게 앞에 놓여 있는 상품중 하나를 택하라고 하였다. 알고 보니 나온사람 전부에게 상품을 주는 일종의 즐기기 게임이었던 것이었다. 리오는 고개를 저으며 라이아가 갖고 싶어하던 인형을 택하였고 사회자가 건내준 인형을 받은 리오는 기쁨에 폴짝폴짝 뛰고 있는 라이아에게 그 인형을 주었다. "자아…상품 입니다 숙녀님." "와아­! 고마워요 기사님! 정말 고마워요!!" 라이아는 자신에게 선물을 주려고 몸을 숙이고 있는 리오의 볼에 살짝 키스를 해 주었고 기습을 받은 리오는 얼굴을 약간 붉힌채 빙긋 웃으며 라이아의 머리를 쓰 다듬어 주었다. "자아, 다른곳으로 가 볼까?" "예에!" 하늘은 점점 어둑어둑해 지고 있었다. 어두워 지는 만큼, 반딧불의 기름으로 만들 어진 특제 등은 밝기를 더해갔고 축제의 분위기는 한층 더 무르익어 갔다. 얼마 후 시작된 주민들의 장기 자랑에선 많은 사람들이 숨겨진 재능을 마음껏 발 휘하여 사람들을 즐겁게 해 주었다. 키가 작은 탓에 구경을 제대로 하지 못할것 같던 라이아는 의외로 가장 좋은 자리에서 구경을 하게 되었다. "하하하­! 저것좀 봐요 기사님!!" 리오는 자신의 목위에 타고 있는 라이아의 즐거운 목소리를 들으며 부드러운 미소 를 띄어 보였다. 이런 편안한 감정을 느낀적이 그리 많지 않았던 그에겐, 이 모든 것이 정말 새롭고 즐거운 것이었다. ‘싸우는것 보다…재미 있는데? 후훗….’ 자신을 태워주고 있는 리오가 갑자기 웃어 보이자, 라이아는 궁금한 표정으로 그에 게 물었다. "왜그러세요 기사님?" "아, 아니. 재미있어서…. 엇? 라이아, 저건 옆집 하루나 아주머니 아니시니?" "어? 정말이네요?" 장기 자랑은 점점 더 열기를 더하여 갔다. 리오는 그날, 오래간만에 마음을 놓고 사람들과 어울려 웃어보았다. 비극적으로 시작된 자신의 일에 어쩔땐 지쳐 쓰러지고 싶을때도 있던 리오였다. 하지만 그럴대 마다, 리오는 자신에게 가끔씩 벌어지는 이런 즐거운 일을 떠올리 며, 그리고 자신을 믿어주었던, 믿어 주는 여러 사람들을 떠올리며 다시 힘을 내 며 일어서 본다. 자신 이외엔 이 사람들을 지켜줄 힘이 없다는 굳은 신념을 마음속에 간직하며. 장기 자랑이 끝난 뒤, 촌장은 잔뜩 미소를 띄우고서 광장의 중앙으로 나가 큰 목 소리로 다음 순서를 소개하기 시작했다. "자아, 여러 젊은이들이 기다리던 시간입니다. 등불들을 설치해 주십시오 여러분. 그리고 참가자 들은 옷 매무새를 단정히 해 주십시오." 무도회의 시작이었다. 리오는 라이아를 내려놓고 자신의 옷을 툭툭 털고서 촌장에 게 다가가 물었다. "저어…세이아씨는 어떻게…?" 촌장은 빙긋 웃으며 손으로 촌장 자신의 가족이 있는 방향을 가리켰다. 그곳을 본 리오는 반딧불 등을 등지고 서 있는 은발의 여성을 보고서 입을 다물지 못하였다. "아…." 촌장의 며느리 되는 아주머니가 버크에게 시집오기 전 입었던 드레스를 입고 있는 세이아의 모습은, 정말 이 마을에서 누구와도 비교할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머리 모양도 다른 사람이 만져 주었는듯, 단정하게만 빗어져 있던 그녀의 머리는 윤기를 더하여서, 전체적으로 보면 마치 왕실 무도회에 나가는 귀족의 딸들을 보 는것만 같았다. 옷을 빌려준 촌장의 첫째 며느리­버크의 부인­는 리오가 세이아를 보고 감탄을 금하지 못하자 세이아에게 살짝 속삭여 주었다. "세이아, 그가 보고 있어요." 리오가 자신을 본다는 말을 들은 세이아는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버크의 부인은 웃으며 세이아의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 "용기를 내요, 그래야 저 남자를 완전히 사로잡을수 있다구요, 알았죠? 나도 용기 를 내어서 내 남편을 겨우 잡아놓을수 있었다구요. 호호홋…." 세이아는 살짝 고개를 들며 조용히 대답하였다. "네, 고맙습니다 부인…." "좋아요. 자, 나가죠 세이아." 버크 부인의 안내를 받으며 리오에게 다가가는 세이아의 모습은 다른 커플에게 질 투를 살 정도로 아름다웠다. 세이아는 곧 리오의 앞에 설수 있었고 리오는 버크 부 인에게서 세이아의 손을 옮겨 받으며 정중히 인사를 했다. 버크 부인은 곧바로 자 신의 남편이 있는 곳으로 달려갔고 버크와 함께 세이아와 리오가 서 있는 모습을 감명 깊다는듯 바라 보았다. "여보, 마치 우리 딸이 결혼하는것 같지 않아요? 호호홋…." 버크는 무뚝뚝한 표정으로 그 말에 대답했다. "우리 딸은 아직 나이가 안됐잖아. 하지만…정말 보기에 좋은 한쌍이군." "호홋, 당신은…." 버크 부인은 웃으며 남편의 굵은 옆구리를 손가락으로 살짝 찔러 보았다. 리오는 자신의 손을 잡고 있는 세이아에게 살며시 말했다. "정말 아름다우신데요? 오늘밤엔 특히…." 세이아는 고개를 더욱 숙이며 고개를 저었다. "아, 아니에요 리오씨. 제가 눈이 안보인다고 그런 말씀을 하시면…." 바로 그때였다. 한 육중한 그림자와 그 뒤를 따르는 그림자 둘이 리오와 세이아 에게 접근해 오는 것이었다. "후우…그림 좋은데?" ---------------------------계속--- 『게시판-SF & FANTASY (go SF)』 1093번 제 목:가즈 나이트- 외전. Vol. 8 올린이:jack21 (이경영 ) 96/10/16 15:44 읽음:2659 관련자료 없음 ----------------------------------------------------------------------------- -------------------------------------------------------------------------- 리오는 흘끔 목소리가 들려온 곳을 바라보았다. 마그의 그의 일당이 자신과 세이아 를 탐탁치 못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리오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훗, 그림 좋은건 볼줄 아는가 보군. 뇌가 지방질로 되어있어 구별도 못할줄 알았 는데…의외인걸?" "뭐, 뭣이!? 이녀석이 맛을 못봤구나!! 눈 병신하고 무슨 춤을 춘다고…!!" 그때, 리오의 인상은 노기로 일그러 졌고 그의 눈에선 푸른색의 빛이 등불처럼 번 뜩였다. 진짜로 살의가 담긴 표정이었다. "더 지껄여 봐라…!" 리오의 그런 모습을 본 마그의 표정은 들판 한 가운데에서 굶주린 야수를 만난듯이 새하얗게 변하였고 주위에서 잠시나마 리오의 그런 모습을 본 사람들 역시 놀란듯 입을 다물지 못하였다. "그만하게! 세이아 앞에서 무슨일을 벌리려는 건가!" 멀리서 리오의 살기를 느끼고 급히 달려온 보크는 리오의 어깨에 손을 올려 놓으 며 충고하듯 말했고, 리오는 다시 표정을 풀고 마그를 바라보았다. "이제 놀아주는 것도 신물이 났어, 진짜를 바란다면 언제든지 날 건드려라. 그대로 죽여주지…!" 경고성의 말을 남긴 리오는 보크에게 죄송하단 말을 하고 나서 세이아에게 돌아 갔다. 보크는 한숨을 쉬며 마그의 머리를 쥐어 박고서 크게 소리쳤다. "이 멍청이! 하마터면 큰일날뻔 했잖아!! 나도 경고를 하마, 한번만 더 이런 행동 을 한다면 널 이 마을에서 추방시켜 버리겠다!" 결국 마그는 이를 악물고 혼자서 어디론가 달아나듯 뛰어갔다. 그와 함께 있던 둘 은 우물쭈물 서 있다가 결국 마그를 따라 뛰어 사라져 갔다. 보크는 그 모습을 보 고 한숨을 쉬며 자신의 가족이 있는 장소로 돌아갔다. "저런 바보같은 녀석…분수도 모르고 날뛰다니." 보크의 아내는 걱정이 담긴 눈으로 자신의 남편을 바라보고 넌지시 물어 보았다. "여보, 리오란 청년 혹시…?" "후우…그렇소. 그 살기는 지금껏 내가 만나본 어떤 괴물이나 마귀보다도 섬뜩한 것이었오. 아마 왠만한 전사들도 저 청년의 살기를 정면으로 받는다면 꼼짝도 못 하고 쓰러질거요. 엄청난 바보 아니면 고수만이 공격을 하겠지. 도대체 어느정도 강해야 저정도의 살기를 낼수 있는거지…?" 리오는 자신의 앞에 서서 몸서리를 치고 있는 세이아를 바라보았다. 소경인 만큼 기에 관한 느낌도 다른 사람보다 민감했기 때문에 세이아의 반응이 과잉 반응이라 고는 할수 없었다. 리오는 조용히 물을 뿐이었다. "…무서웠나요?" 다시 부드러워진 리오의 목소리를 들은 세이아는 겨우 공포에 질려있던 표정을 풀 고서 대답했다. "아뇨…예, 사실은 무서웠어요. 하지만 저때문에 그러신거니 지금은 괜찮아요. 그 러고 보니 제 아버님께서 마지막으로 저에게 남기셨던 느낌과 흡사했어요. 저와 라 이아를 지키시기 위해…결국엔 돌아가셨지만요. 엇…?" 세이아는 순간, 자신의 몸을 감싸오는 따뜻한 체온에 말을 끊고 말았다. 리오는 세이아를 품에 안은채 눈을 질끈 감고 말하였다. "더이상 말하지 말아요…세이아씨의 슬픈 표정을 또 볼것만 같군요. 전 저 이외에 다른 사람이 슬퍼하는 모습은 볼 수가 없답니다." 그러나 세이아는 자신에게 그렇게 말하고 있는 리오의 마음이 더 슬픈듯한 느낌을 지울수가 없었다. 눈이 보이지 않는 자신이 느낄수 없을 정도로 깊고 어두운 무엇 인가가 리오의 마음속 깊은곳에 자리잡고 있는듯 했다. 세이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지어 보였다. "알았어요 리오씨, 더이상 말하지 않을께요. 자, 절 보세요…웃고 있잖아요?" 리오는 세이아의 얼굴을 슬며시 바라보았다. 그녀는 분명 어느때 보다 환히 웃고 있었다. 그녀의 양 볼을 타고 흘러 내리는 눈물을 제외하고서…. ‘마음이 아직도 약하구나…리오·스나이퍼.’ 리오는 쓴 웃음을 지으며 세이아의 눈에서 흐르고 있는 눈물을 손가락으로 살짝 닦아 주었다. "자, 어서가요 세이아. 춤을 출 시간이에요." "예…." 리오는 그녀의 손을 이끌고 여러 남녀들이 춤을 추기 위해서 준비하고 있는 장소 로 향하였다. 드레스를 입고 있는 세이아의 모습과는 달리, 리오는 망토 안에 입 는 소매없는 옷에 갈색 토시를 찬 평상시의 상태 그대로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 러나 리오에겐 그 이상으로 어울리는 옷이 없어 보였다. "어머, 세이아 아냐!? 왠 드레스?" "그러네? 게다가 저 붉은머리 미남은 또 뭐야…?" 세이아를 알고 있는 마을의 처녀들은 부러움과 질투가 반반 섞인 말을 해댔고 평 소 세이아를 그녕 소경인 여자로만 알고 있던 마을의 청년들은 이 마을에 저런 미 인이 있었냐는듯 한 표정을 지으며 혀를 내 둘렀다. "자아…준비 되었습니까 여러분? 그럼, 시작해 주십시오." 촌장의 말과 함께, 음악을 맏은 마을 주민들은 평소에 갈고 닦았던 실력을 유감없 이 발휘하며 촌장의 지휘에 따라 각자의 악기를 연주하기 시작했다. 왕궁 전속 음 악단에 비하면 초라하기 그지 없었지만 그들에게서 연주되어 나오는 음악은 정말 아름다웠다. 곧, 출전한 여러 남녀들은 연습했던 자신들의 춤을 음악에 맞추어 천천히 추기 시 작했다. 리오는 세이아의 허리에 자신의 오른손을 두르고 왼손을 마주 잡은 후에 조용히 속 삭였다. "제가 하는 그대로 하세요. 잘못된다 해도 제가 알아서 조절할테니 너무 걱정하진 말고요. 자아, 그럼…." 리오는 세이아와 함께 천천히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본 사람들은 입 을 벌린채 말을 잊지 못하였다. 두 커플에게서 나오는 화려한 동작과 리듬감도 이 유가 되었지만, 무엇보다 그런 춤을 추고 있는 사람이 소경인 세이아란 것이었다. 세이아 자신도 믿을수가 없었다. 리오가 몸을 움직이는 것을 따라하는것 뿐인데도 자신의 몸이 이렇게 빨리 움직일줄은 몰랐다. "아니 저 청년 어디서 춤을 배운거지? 보통 솜씨가 아닌데 그래? 도저히 떠돌이 기 사라고는 생각할수 없을 정도군." 보크는 자신도 모르게 탄성을 질렀고 주위에 있는 모든 사람들고 공감 하는듯 고개 를 끄덕였다. 리오가 몸을 돌릴때 마다 세이아의 드레스 치마는 나비가 날개를 펄럭이듯 화려하 게 펄럭였고, 리오의 왼손에 의지하여 세이아가 몸을 돌릴때 마다 곳곳에선 탄성 이 터져 나왔다. "와아아­!! 언니, 기사님! 너무 멋져요…흐흑…!" 멀리서 촌장과 함께 지켜보던 라이아는 기쁜 나머지 눈물을 보였다. 그도 그럴것 이, 소경인 탓에 언제나 집에선 틀어 박혀 나오질 못하던 자신의 언니가 많은 사 람들 앞에서 보란듯 저런 화려하고 멋진 모습을 보이는 것은 라이아의 이루어 지지 않을것만 같은 소망이었다. 그러나, 언제나 상상만을 해 오던 라이아의 작은 소망 이 지금 눈 앞에서 현실로 나타난 것이었다. 한 남자의 등장과 함께…. 그러나, 리오조차 상상도 하지 못했던 일이 여기서 일어났다. "…아앗!" 세이아가 짧은 비음과 함께 그만 바닥에 무릎을 꿇고 말았던 것이었다. 리오는 깜 짝 놀라며 세이아의 종아리에 손을 가져가 보았다. 근육이 무리한듯, 단단하게 굳 어져 있었다. 더이상 그녀에게 아까와 같은 움직임을 요구하는건 무리였다. "아차…!" 리오의 머리속엔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 순간 떠올랐다. 세이아는 소경인 탓에 다리를 움직일 기회가 타인들에 비해 그리 많지가 않았다. 동네 한바퀴를 걷는것 조차 그에겐 사실 힘든 일이었다. 그런것을 생각해 내지 못 했던 자신이 리오는 너무나도 미워졌다. 세이아는 고통을 참으며 일어서려 애를 썼으나 그녀의 몸은 따라주지 않았다. 한 번 굳어진 근육은 그리 빨리 풀어지지 않는 것이었다. 게다가 세이아의 다리 근육 은 그리 튼튼하지도 못했기 때문에 바로 일어서는건 불가능 했다. "…어쩔수 없군요. 이정도만 해도 마을 사람들은 당신이 정상인 못지 않다는 것을 알았을 것입니다. 자, 제 목에 팔을 거세요. 옮겨다 드릴께요." 리오는 세이아를 번쩍 들어 올린채 천천히 무도회장을 빠져 나갔다. 간단히 말하자면 기권이었다. 세이아는 계속 눈물을 흘리며 리오에게 사과를 했다. "죄, 죄송해요…! 제가 눈만 이러지 않았다면…!!" 리오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팔을 리오의 목에 두르고 있었기에 세이아는 그가 어떤 동작을 하는지 알수 있었다. "아니에요 세이아. 당신은 최선을 다 해 주었어요. 자, 들어봐요." 손으로 눈물을 닦던 세이아는 점점 커져오는 박수와 환성을 들을수 있었다. 구경 하던 사람들이 리오와 세이아가 가까이 다가오자 무도회가 아직 끝나지 않았음에 도 불구하고 박수를 보내주는 것이었다. 세이아는 믿을수 없다는듯 미소를 지으 며 리오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서, 설마 저와 리오씨에게…?" "아니요, 세이아씨에게 보내주는 갈채입니다. 장애를 뛰어 넘은 모습을 보여준 당 신에게 드리는 사람들의 선물이지요. 세이아씨는 이것을 받을 자격이 충분히 있습 니다." 사람들은 리오와 세이아가 의무실로 들어갈때 까지 박수를 멈추지 않았다. 마치 우승자에게 박수를 보내는것 처럼…. 무도회의 우승 커플은 잠시후 결정이 되었다. 물론 세이아와 리오는 아니었다. 하지만 오늘 이 축제에서 그들만큼 박수를 받은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사람들은 리오와 세이아가 다음 축제때에도 다시 나 와 그 화려했던 동작을 다시 보여줄 것을 기대하며 광장을 정리한 후 각자의 집 으로 여운을 남기며 돌아갔다. ------------------계속----------------- 소유자 주 : 이걸로 끝인 것 같습니다. 통신에 더이상 안 올라옴. 캬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