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 쓰기-번역란 (go ANC)』 738번 제 목:[번역] 부기팝 VS이미지네이터 Part1 5-2 올린이:네메시스(김미진 ) 02/06/21 00:52 읽음:144 관련자료 없음 ----------------------------------------------------------------------------- '부기팝 리턴즈 VS 이미지네이터' Part1 5-2 * 아노 신지로에 대한 주변의 평판은 갑자기 좋아졌다. 성실해졌군, 드디어 할 마음이 들은 게지 라고 교사들 사이뿐만 아니라 급우들까지도 표정이 부 드러워졌다느니 쑥덕거리고 있었다. 무엇보다 타니구치 마사키를 의식하지 않게 된 건 의외라고 입을 모아 말했다. "아니 뭐 생각해보니까 내가 너무 유치했던 거 같아서. 별로 멋져 보이지도 않고." 라고 마사키를 제일 달가워하지 않던 본인이 그렇게 말하니, 다른 남자애들도 그런가하고 납득하여 마사키에 대해 대놓고 험담하는 일은 줄어 들었다. "꽤 멋진 걸. 아노 말야." "어쩌면 마사키에게 반발한 것도 라이벌의식 때문이었던 건지도 몰라." 라 는 둥 자기 맘대로 좋게 해석하기도 했다. 이러한 사태의 변화를 눈치채지 못한 건 타니자키 마사키 본인뿐이었다. 그 는 지금 오리하타만으로도 머리가 꽉 차서 다른 일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 다. 아노 신지로 자신은 주위사람들이 어떻게 반응하던지 아랑곳 않고 마이 페이스로 목표고교에 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듯 보였다. "야아, 아노. 대단한데. 이 정도면 신요학원 합격권내다." 진로상담면담에서 담임선생님도 웃으며 말했다. "뭐어. 아직 마음놓을 순 없지만요." 신지로는 냉정하게 대답했다. "그건 내가 할 말이지 하하하.! 확실히 그 말대로야. 이대로 계속해. " "네." "하면 된다는 말을 증명하는 녀석이야, 넌. 쓸데없는 생각 안 하고 집중하 면 돼." "그렇게 생각합니다." 신지로는 조용히 끄덕였다. 그러나 그 때 선생님이 의아한 듯 미간을 찌푸 렸다. "--? 엉. 왜 그래?" "뭐가요?" "너 우는 거 아니냐?" "네?" 그 말을 듣고 신지로는 얼굴에 손을 갖다댔다. 정말로 뺨이 젖어 있었다. "정말이네--왜 이러지?" 멍하니 중얼거린다. "녀석. 잠도 안 잤어? 열심히 하는 것도 좋지만 이쯤 되면 어깨에서 힘 빼 도 돼." "............" 하지만 신지로는 대답하지 않고 왜 자신이 울고 있는 건지 이해할 수 없어 하늘을 쳐다보고 망연히 눈물만 흘리고 있었다. 「 아노 신지로군에게. 갑자기 이런 편지를 보내서 미안해요. 지금은 중요한 시기니까 쓸데없는 일 에 정신 팔고 있을 여유가 없을 거란 건 잘 알고 있지만, 어떻게든 말해두 고 싶었어요. 난 당신을 좋아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상하죠? 자기 일인데도 '~고 생각합 니다.'라니 말이죠. 하지만 정말로 그런 느낌인걸요. 얼마 전까지 나도 다른 사람들처럼 당신에 대해 오해하고 있었습니다. 왠지 모르겠지만 늘 언제나 화가 나있는 듯 보여 가까이 가기 힘든 타입이구나 했어요. 하지만」 "..............." 이런 문구가 적힌 편지는 집에 돌아가려고 연 신발장에 들어있었다. 그가 봉투를 여니 코롱 냄새가 났다. 종이에 배어 있던 모양이다. 그는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고 읽기 시작하여 금새 이 편지가 러브레터라는 걸 알아차 렸다. 「그 때의 당신을 보고 있으면. 그것은 당신의 순수한 마음이 다른 사람들 에게 전해지지 않는 것에 화를 내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그렇죠? 응. 틀림없이 그럴 걸 꺼에요. 난 알아요. 나도 똑같았으니까... 자기 멋대로 의 생각이긴 하지만 나를 알아줄 수 있는 건 당신 뿐 인 듯한 느낌이 듭니 다. 폐가 될 것 같지만 단 한 번만이라도 괜찮아요. 만나주세요. 제발 부탁 이에요. 내게 찬스를 주세요.....」 그리고 그에 이어 장소와 날짜가 적혀있고 이름이 쓰여 있었다. "..............." 그러나 신지로는 아무 표정 없이 편지를 슬쩍 잡고 있을 뿐, 어떻게 해야 될지 몰라 움직이려 하지 않았다. "..............." 이윽고 그는 휘적휘적 걸어가더니 가까운 공중전화부스에 들어갔다. 머리에 각인되어 있는 번호를 자동적으로 누른다. 전화가 걸리는가 싶더니, 곧 상 대가 나왔다. [-----이름은?] 수화기 저편에서 째진 목소리가 들려왔다. "D1229085로부터 스푸키E에게 긴급연락." 그는 흡사 기계처럼 억양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뭐냐, 무슨 일이 일어났나?] "감정회로에 간섭하는 사태 케이스F 발생. 중요도A입니다." 칫, 하고 수화기에서 혀차는 소리가 들렸다. [구체적으로 보고하라.] 신지로는 기계적으로 이야기했다. 이야기가 끝나니, '흐음'하고 긍정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요하면, 여자가 하나 너한테 걸려들어 왔다는 얘기군. 잘됐군. 만나러 가 봐. 허가한다.] "알겠습니다. 허가를 받았습니다." [장소는 어딘가?] 그가 그 장소를 말하니 스푸키E의 '호?'하는 유쾌한 듯한 웃음소리가 들려 왔다. [꽤나 썰렁한 곳으로 불러냈군 그래. 그 여자, '한 번 해달라'는 흑심이라 도 있는 건가. 크흐흐흐...] "............." [알겠나, 이걸로 충분할지 모르지만, 다른 놈이 있는 낌새가 나면 여자는 인적 드문 곳으로 유인해라. 내가 '처리'하지.] "............." [알았나?] "---알겠습니다." [좋아, 그러면 전화를 끊고 20초 후에 통상모드로 돌아가라. 약속 시기가 될 때까지 편지에 대해서는 잊어버려라.] "--알겠습니다. 전화를 끊겠습니다." 전화를 끊고 편지를 가방 깊숙이 쑤셔 넣고 잠시 멍하니 서있던 그는 딱 20 초 후에 제정신으로 돌아와 하교해서 늘 그랬듯이 역 앞에 있는 학원으로 향했다. 강의를 듣고 쉬는 시간엔 배고픔을 달래기 위해 아래의 프리스페이 스에서 사 둔 햄버거를 먹는다. 주변에는 그와 닮은꼴인 아이들과 대입 준 비중인 고등학생들이 널려 있었다. 신지로의 바로 옆에도, "하아, 뭐야 이건? 스에마아, 도와줘어어." "토카, 있지, 이제 와서 이것도 모르면 진짜 힘들어." "그러지 말구-----." 라는 등, 여고생 2인조가 사이좋게 공부하고 있기도 하다. 그녀들이 입고 있는 교복은 그가 지망희망하고 있는 신요학원이다. 그러나 그는 신경 쓰지 않았다. "............." 밥을 먹으면서도 단어장을 들쳐보고 있다. 그러던 손이 잠시, 멈췄다. 그의 눈은 위를 향하여 프리스페이스 벽에 걸린 한 그림에 빨려 들어가듯 바라보고 있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손을 잡고 벌판에 앉아 있는 그림이었다 . 그 주위에는 검은 산양이 있어, 벌판에 자라난 장미나무를 먹고 있었다. "............." 어째서인가 그 그림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그 사이 강의 개시를 알리는 종이 울리고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교실로 돌아갔지만, 신지로는 그 자리에 서 움직이지 못하고 그저 /못/이/박/힌/듯/ 서 있었다. 그리고 홀로 남겨져 도 얼어붙은 듯이 앉아 있을 뿐이었다. 스푸키E에게 처리된 이후 그는 스스로 생각하기를 그만두었다. 자신에게 각 인된 지령, 그리고 주위사람들이 자기에게 기대하는 것, 그러한 것에 충실 하게 반응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랬는데 어째서 그는 그 그림을 눈앞에 두 고 아무 반응도 못한 채 못 박힌 듯 우두커니 서있는 걸까.... "..............." 그가 넋을 잃고 서있으니 등뒤에서 "---그건 아마도 '감동'이 아닐까?" 라는 말이 들려왔다. 신지로가 깜짝 놀라 뒤돌아보니 거기엔 흰옷을 입은 젊은 남자가 서있었다. "에....."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 것 같은데 이상하게 기억이 나질 않는다. 하지만 역 시 어디서인가 보았다. 어디더라...? 남자 쪽은 그에게 말을 거는 건 처음으로 여기는 듯 했다. 이전에 '대면(對 面)'했을 때는 남자 쪽에서 신지로의 얼굴과 모습을 제대로 살펴볼 수 없었 기 때문에 이번이 '재회'라는 걸 아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넌 아마 이 그림에 마음이 움직인 걸 테지. 하지만 지금까지의 인생에서 그런 경험을 한 적이 없었기에 그에 대해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정신 속에 샘플데이터가 없어. 그런 이야기다. " 흰옷의 남자는 조용히 말하면서 신지로쪽으로 다가왔다. "..............." 신지로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반응할 수 없는 것은 그 남자에게도 마 찬가지였다. "네가 아노 신지로군이지? 공립학교 입학직전 코스의." 흰옷의 남자는 신지로 옆에 앉았다. "네, 그렇습니다만." "난 아스카이 진이라 한다. 이 학원의 공립미술대 진학코스 담당이지. 널 전부터 보고 있었지, 안노군." 흰옷의 남자는 다정한 미소를 지었다. "왜죠?." 신지로는 물었다. 남자는 한쪽 눈썹을 장난치듯 슬쩍 떠 보였다. "너는 아마 스스로는 알 수 없겠지." "무엇을 말이죠." "네겐 '구원'이 없다는 것을." 남자는 평연(平然)히 그리고 왠지 슬픈 목소리로 말했다. "어떤 의미죠?" 신지로는 캐물었다. 그러나 남자는 대답하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천천 히 등을 돌리곤 중얼거리듯 말했다. ".....너의 마음에 장난을 쳐 놓은 놈은 '통화기구(統和機構)'라는 녀석들 인가?" 그 단어는 그의 마음속에 심어진 것 중 하나였다. 그 말을 듣자마자 그의 몸은 자동적으로 반응하고 있었다. "-----커헉!" 호흡기가 급격한 운동으로 비명을 지르는 것도 무시하고 신지로는 남자 쪽 으로 몸을 날렸다. 등을 돌리고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남자는 휙 몸을 비튼 것만으로 신지로의 기습을 피했다. 신지로의 몸은 그대로 프리스페이스에 놓여있던 테이블과 의자들이 늘어선 줄에 가서 처박혔다. 크고 꽤나 시끄러운 소리가 났다. 신지로는 여기저기 부딪치는 바람에 피가 흘러나왔는데도 아랑곳 않고 곧 몸을 일으켰다. 그 얼굴에는 표정이 없었다. 빙글 고개를 돌려 남자의 행방을 쫓는다. 남자는 도망가지 않고 그 자리에 그대로 서있었다. "흐음......" 입술에 냉소를 띄우고 있었다. 신지로는 아니, 심어진 지령에 조종 받는 몸은 다시금 남자에게 와락 덤벼 들었다. 이번엔 붙잡았다. 타 누르고 목을 붙들고 조르려 했다. 그러나 그 직전에 남자의 손이 신지로의 가슴 쪽으로 뻗쳤다. "-------!" 다음 순간, 신지로의 몸은 갑자기 스스로 몸을 젖히며 뒤쪽으로 날아갔다. 또 요란스러운 소리가 울려 퍼졌다. "....불쌍한 녀석." 흰옷의 남자는 거의 몸을 움직이지 않고 일어서더니 몸에 붙은 먼지를 털어 냈다. 그리고 쓰러져 꿈쩍 않는 신지로의 옆에 와서 무릎을 굽혀 얼굴을 훔쳐보았다. "---뭡니까? 이 소리는?" "아스카이씨 , 무슨 일이 일어난 겁니까?" 학원 직원들이 소리를 듣고 달려왔다. "그가 굴렀습니다. 빈혈인 듯한데." 아스카이는 신지로를 안아들고 소파에 뉘었다. "괜찮을까요? 구급차라도 부를까요?" "그건 주임에게 물어보시죠. 뭐, 잠깐 누워있으면 괜찮아질 것 같습니다만. " 아스카이는 학원에 구급차를 부르는 사태를 위에서 바라지 않으리라 생각하 며 그리 말했다. "자, 잠깐만 기다리세요. --물어보고 오겠습니다." 직원들은 허둥지둥 되돌아갔다. "...네가 가진 괴로움의 질까진 내게도 알 수 없지만---아노군, 약속하지. 네 말로 할 수 없는 괴로움도, 4월에 눈이 내릴 때, 모든 사람 위에 내려올 흰 눈에 덮이리라는 것을---" 부드럽게 그리고 힘주어 속삭였다. * 2개의 비즈니스 빌딩과 각종전문점이 들어선 백화점 건물이 한데 뭉떵거려 져 만들어진 이 거대구조물에는 '트윈타워'라는 이름이 붙여져 있었다. 역 전재개발구역 중에서 유일하게 완성되어 있는 대형계획 중 하나였다. 평상시에는 하루에 수만 단위로 사람들이 온다. 백화점 손님과 각종 업자들 이 쉴새없이 들락날락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백화점이 한 달에 한 번인 세 번째 수요일이 되면 이 곳은 커다랗기 만한 텅 빈 공백으로 바뀐다. 비즈니 스 빌딩에는 세가 비싸 거의 입주하지 않은 탓이다. 그 백화점 옥상과 테넌 트 빌딩 8 ,9층이 이어져 있는 '만남의 광장'이란 이름의 공간도 그 날에는 사람이 거의 오는 일이 드물었다. 백화점 쪽이 닫혀도 비즈니스 빌딩 쪽 엘리베이터가 움직이고 있으니 올라온다면 못 올라올 리 없겠지만 그 날에 는 외부업자가 운영하는 게임센터와 야키소바야 등 가게가 죄다 문을 닫아 버리기 때문에 그저 바람만 외로이 불고 있는 것이다. 그 도시 한가운데 한 달에 한 번 생기는 과 같은 장소가 바로 편지로 아노 신지로를 불러낸 장소였다. 시각은 오후 4시. 이미 해가 저물어 세상이 온 통 새빨갛다. 보통 때라면 각층마다 멈추었을 엘리베이터가 한 번도 서지 않고 단숨에 목적지로 그를 데려갔다. "..............." 신지로가 밖에 나오니 머리 위로 바람이 휘잉 휘잉 거세게 불고 있었다. 원 래 높은 장소라 바람이 센데 오늘따라 더더욱 거세 보였다. 바람막이 막 하 나가 풀려서 펄럭이고 있었으나 고쳐줄 사람이 없어 그대로 방치되어 있었 다. "에, 또...." 신지로는 눈으로 주위를 둘러보며 사람 그림자를 찾았다. 아무도 없고 있는 기척조차 없다. 약속한 장소는 광장 중앙에 둥글고 네모진 도통 이해 못할 추상조각 오브제가 있는 장소였다. 신지로는 그쪽을 향해 걸어나갔다. 길 다란 그림자가 바닥에 떨어져 광장 바닥에는 무늬가 그려진 듯한 공간에 여 자아이 하나가 오브제 중 하나에 걸터앉아 기다리고 있었다. ".......편지 준 게 너야?" "..............." 말을 걸어보니 고개를 끄덕였다. 두터운 감색 코트를 입고 커다란 털모자 아래 양갈래로 땋은 머리를 늘어뜨리고 안경을 쓰고 있었다. 본 적 없는 소 녀였다. "에..그러니까, 그 편지는 어떤 생각으로 준거지?" 신지로가 말을 걸어봐도 소녀는 머리를 푹 숙이곤 움직이지 않았다. 신지로 도 그녀에게 다가가려 하지 않고 조금 떨어진 곳에 멈춰 섰다. "처음엔 장난치는 건가 했는데---진짜로 와있고...." "........" "그런데 편지를 어느새 넣은 거야? 가방을 어디 팽개쳐둔 기억은 없는데--" "---뭐라고?" 신지로의 말에 소녀가 고개를 들었다. 안경이 석양에 반사되어 /번/뜩/였다 . "지금 뭐라고 말했지?" 소녀는 남자 같은 말투로 말했다. "에?" "/가/방/에/서/편/지/를/봤/기/때/문/에/여/기/로/왔/다/는/건/가/자/네/는 /." "그게 어쨌다는--" 신지로는 어리둥절했다. 갑자기 소녀가 소리를 버럭 질렀다. "----/위/험/해/!"라는 말과 동시에 갑자기 달려와 신지로의 몸을 밀쳐냈다 . "----왓!" 다음 순간 신지로가 서 있던 공간을 시꺼멓고 둥그런 물체가 점령하고 있었 다. -----/두/웅/ 하고 땅을 울리며 착지한 것은 광장에 잠복하고 있었던 스푸 키E였다. 괴인(怪人)은 방금 급강하공격으로 신지로를 줘 패서 날려버릴 작 정이었으나 실패하였다. "...........?!" 스푸키E는 그의 공격을 간파한 소녀 쪽으로 주먹을 휘둘렀다. 그러나 그 일 격은 팟하고 펼쳐진 소녀의 감색코트에 가로막혔다. 코트를 떨궈냈을 땐 이 미 소녀의 모습은 없었다. 대신, 그녀가 벗어 던진 모자와 안경이 하늘을 날더니 툭 소리를 내며 떨어졌다. 거기다 검고 두꺼운 로프 같은 것도 널브 러져 있었다. 그것은 소녀의 모자 밑에서 흔들리던 머리타래였다. 붙임 머 리였던 모양이다. "----뭐야?!" 스푸키E는 안경과 붙임 머리를 짓밟으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어디에도 소녀 는 보이지 않았다. --아니 진짜 소녀였는지도 이젠 의심스럽다. "............" 신지로는 엎어진 채 제대로 말도 못했다. 스푸키E는 그 쪽을 돌아보았다. "너--언제부터 내 지배에서 자유가 되었나?" "에....." "편지를 가방에서 봤다, 고 말했는데....네게는 편지에 대해선 잊어버리라 고 말했을 터, 그런데 어떻게 그 뒤에 또 편지를 볼 수 있는 게냐? 여기에 온 건 내가 지령했기 때문일텐데." ".......뭐라고?" 신지로에게는 이제 이 남자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건지 전혀 알 수 없게 되었다. 누구인지도 잘 모르겠고. 스푸키E의 손이 신지로에게 뻗쳐왔다. 그 때, 두 사람 사이를 /반/짝/이/는 / 것이 날았다. "-------!" 스푸키E는 순식간에 몸을 끌어당겼다. 그러나 팔에는 가늘고 긴 상처가 나 피가 배어 나왔다. 극세와이어다. 그것이 무서울 정도의 빠른 속도로 날아왔기에, 마치 가끔 복사지에 손을 베이는 것처럼 스푸키E의 팔에 상처를 내고 그와 동시에 신 지로에게 접촉하려는 걸 막았다. 그리고 어디서 들려오는 건지 알 수 없는 휘파람 소리가 울려 퍼졌다. 클래 식에 취미가 없는 신지로는 몰랐으나, 그 곡은 '뉘른베르크의 마이스터 징 거'였다. "--자네는 전의 만티코아[食人鬼]보다는 물러 보이는 군." 휘파람에 이어 말이 들려왔다. 방금 전의 /소/녀/처/럼/ 남자인지 여자인지 알 수 없는 중성적인 목소리였다. "네, 네 놈은 누구냐?!" 스푸키E가 돌아보니 광장 안에 널려있는 오브제 중 하나 위에 /그/자/는 검은 그림자를 질질 끌며 서 있었다. 바람에 망토가 나부꼈다. 머리에 손을 대어 검은 통 같은 모자를 막 쓴 참이었다. "내가 누구인지 자네는 이미 알고 있지 않나? 통화기구의 합성인간군?" 입술에 손을 데곤 다시 떼니 어느새 검은 루즈가 칠해져 있었다. 마치 기예 를 보는 것 같았다. /그/ /자/는 좌우비대칭의 기묘한 표정을 지었다. "서, 설마 네 놈은---부기..." 소리치려다가, 번쩍 정신이 들어 스푸키E는 헐레벌떡 도망치기 시작했다. /반/짝/이는 빛이 그 뒤를 뒤쫓았다. 바람에 날려온 종잇장이 잘려 두 동 강이 났다. "우, 우옷!" 스푸키E는 당황하긴 했으나 다시 굴러 일어서면서 호주머니에서 권총을 꺼 내더니 검은 모자를 향해 발포했다. 검은 모자는 조준되기 직전에 튀었다. 캉 소리를 나며 오브제에 총탄이 맞아 조각이 났다. 검은 모자는 오브제 그 림자에서 다른 그림자 사이를 휙 휙 날아다녔다. "제, 젠장할, 제기랄!" 스푸키E는 조준도 안 하고 미친 듯이 쏴댔다. 푸식 푸식 하는 소음기 딸린 총 특유의 힘 빠지는 소리만이 공허하게 울렸다. "이번의 나는 이미지네이터의 재출현에 대응하고 있기에, 본래라면 자네에 게 상관할 생각은 없었지만....." 기분 나쁜 목소리가 어디서 들려오는 건지 모르게 들려왔다. "하지만 눈앞에 피해자가 있어서야 그냥 내버려둘 수도 없으니, /이/김/에/ 미안하지만 곱게 쓰러져주게나." "끄, 끄으으으응....!" 스푸키E는 이를 갈았다. 딸깍, 장탄된 탄알이 다 나갔다. 탄창을 갈아 끼 려던 참에, 뒤틀리듯 날아든 와이어에 감겨 손에서 홀라당 빠져버렸다. "---!" "--각오는 됐겠지." 속삭이는 듯한 희미한 목소리가 스푸키E의 귓가를 스쳤다. "너--너 이자식!" 스푸키E는 휙 하고 등을 돌리곤 달렸다. 도망쳤다. 그러나 그냥 도망친 건 아니다---그 방향에는 방금 전까지 검은 모자를 쫓아오던 방향과 정반대 쪽 이었다. 그 앞에는 아직도 놀라 주저앉은 아노 신지로가 짜부라져 있다. "아....." 되돌아오는 스푸키E를 보고 신지로는 그제야 겨우 도망칠만한 정신을 되찾 았다. 벌떡 일어나 잽싸게 튀려한 발목을 뒤에서 붙잡혔다. "우왁!" "도망칠 수 있을 것 같으냐, 애송이." 스푸키E가 신지로를 /쭈/욱/ 끌어당긴 순간, 휘릭 하고 어디선가 공기를 가 르는 소리가 났다. 스푸키E는 고개를 푹 숙였다. 그러나 미처 다 피하지는 못했는지 푸슛 하고 기분 나쁜 소리가 났다. 스푸키E의 오른 귀가 홀랑 잘 려나가 하늘을 날고 있었다. "------욱! 우우우우우욱!" 스푸키E는 웅크린 신지로의 몸을 끌어올려 그대로 던져버렸다. 바람막이가 날아간 탓에 약 50m 밑까지 뻥하고 구멍이 뚫린 방향으로. "우와아아아아아악!" 신지로는 날려가면서, 이건 꿈이야 라고 생각했다. 이딴 일로 자기 인생이 끝나다니 믿을 수가 없었다. 일순 신문의 한 면이 뇌리에 떠올랐다. `중학생, 고교 입시의 중압감에 못 이겨 투신자살' 사람들은 이러쿵저러쿵 수군대겠지. `실은 상당히 고민하고 있었어요.', '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고 있었던' 이라는 둥---그 어느 것도 다 틀렸다는 걸 모르고. `생판 모르는 괴인 둘의 싸움에 휘말려 죽었다'는, 보통 사람들의 상상을 넘어서는 답이 머리에 떠오를 리 없다. 아무에게도 이해 받지 못하고 홀로 죽어 가는 것이다--, (시, 싫어! 그런 건 싫어!) 마음 속 깊이 그렇게 생각했다. 아직 진짜 하고 싶은 일은 아무 것도 하지 못했는데-----라고, "..........." 무언가를 외쳤다. 그러나 그 소리는 자기자신조차도 알아들을 수 없었다. 도움을 청한 건지도 모른다. 그러나 누구에게 도와달라고 해야 되는가! 그 외침이 자신의 귀에조차 닿지 않는 이 세계에서----. --그 팔이 갑자기 난폭하게 잡아당겨지는 감각과 함께 아노 신지로의 몸은 강제로 방향이 바뀌어 진짜 위험해지기 전에 백화점 옥상 위로 내던져졌다. 호되게 정통으로 허리를 찧고 만 탓에 신지로는 꾸에에에~ 하고 비명을 지 르고 말았다. 아직 패닉에서 벗어나지 못한 혼란스런 머리로 그는 자신을 도운 건지 아니면 그저 적의 행동을 막아낸 건지 알 수 없는, 옥상 가장자 리에 서 있는 검은 사람 그림자를 보았다. "..........." 저녁놀을 등에 지고 있기에 표정까지는 보이지 않았고 세찬 역풍을 맞아 망 토는 세차게 skqnRL고 있지만 본인은 한치도 움직이지 않는다. 그리고 아연 해진 듯이, "......도망쳐버렸나.' 라고 중얼거렸다. 신지로도 정신이 들어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자신에게 알 수 없는 이상한 말을 하던 무식하게 살찐 남자는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없었다. "별 수 없지. ‥‥뭐, 자네에겐 이제 놈은 가까이 가지 않을 테니. 자네와 접촉하면 나를 만날 수도 있으니까." 검은 모자가 이 쪽으로 왔다. 어쩐지 생각보다 키가 작다. ‥아니, 생각해 보니 그를 기다리고 있던 소녀의 정체가 이 녀석이었으니 작은 게 당연하다 . 그렇다는 얘기는 그 편지는 이 녀석이, 그 수수께끼의 /뚱/땡/이/를 꾀어 내기 위해 보냈다는 얘기인가.....? "..........." 그는 망연히 검은 모자를 쳐다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검은 모자는 걸어 오던 도중에 몸을 굽혀 무언가를 주웠다. 그건 아까 그가 잘라낸 살찐 남자 의 오른쪽 귀였다. 그걸 마치 십 원 짜리 라도 줍는 양 아무 거리낌없이 슥 집어들어 호주머니에 넣었다. "하지만, 자네가 어떻게 해서 놈의 지배에서 벗어났는지----에 대해선 상당 히 흥미가 있지만 물어봐도 아마 모르겠지. 그리 쉽게 꼬리가 잡히진 않을 테고."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건지 전혀 알아들을 수 없었다. 검은 모자는 그의 바 로 코앞까지 오더니 다시 망토에 손을 넣어 이번엔 귀가 아닌 편지 한 통을 끄집어냈다. "이 쪽이 진짜 편지네. 돌려주지. 참고로 날짜는 오늘이 아니고 모레이니 착오 없도록." 그렇게 말하고 신지로에게 건넸다. "프라이버시를 침해한 건 사과하네만 눈감아 주지 않겠나. 어쩔 수 없는 일 이었네." 벙 찐 표정으로 받아들고 안을 보니 전에 받은 것과 똑같은 글씨체로 똑같 은 글이 적혀 있었다. 단 말한 데로 날짜만이 달랐다.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고개를 들고 그는 물어보려 했지만 이미 검은 모자의 모습은 아무 데서도 찾을 수 없었다. 그저 바람이 불고 있을 뿐이었다. * 그로부터 2주일 후, 아노 신지로는 현립고등학교 신요학원 입학시험에 무사 히 합격했다. ---------------------------------------------------------------------------- 이 게시물은 上遠野浩平의 'ブギ-ポップ·リタ-ンズ VSイマジネ-タ- Part1 '을 번역한 것으로, 다른 곳으로 옮기실 경우 제게 메일만 보내주시기 바라며, 상업적인 용도로는 쓰지 말아주시기 바랍니다. ...여전히 불쌍한 아노군. 하지만 아노군의 불행은 이걸로 끝난 게 아닙니다. 후우. 저번보단 조금은 (아주 조금은) 빨리 올릴 수 있었습니다. 그게 가능했던 게 바로 새로 산 셀빅i (아직도 지불이 남은;)와 사망한 핸드폰 대신 생긴 PDA폰(SCH-m100) 덕입니다. 다음 번엔 더 빨리 할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그런데 셀빅이 지금 A/S 받으러 가야 하기 때문에 약간 아찔합니다. 오늘 갑자기 안 켜지는 군요. 우에.. (오사카풍) --오늘도 지구를 향해 돌진하는 네메시스. Weather Break : http://www.diveinto.net/nemesis/ 『창작 - 쓰기-번역란 (go ANC)』 739번 제 목:[번역] 부기팝 VS이미지네이터 Part1 6 終 올린이:네메시스(김미진 ) 02/07/14 03:51 읽음: 19 관련자료 없음 ----------------------------------------------------------------------------- Ⅵ 모든 혼란이 해소된다 할 수 없다. 가끔 그것들은 혼돈의 덩어리로 확고한 존재가 되어 세상을 배회한다. 마치 논리적 배경도 없이 효력을 발휘하는 저주처럼……. 키리마 세이이치 (VS 이미지네이터) "부탁이야, 스에마. 진 오빠를 도와줘." ‥‥그 키누카와 코토에라는 여자아이의 필사적인 목소리가 귓가에 달라붙 어 떨어지지 않는다 . 그리고 학원에서 벌어지고 있었던 아스카이 진 본인 의 이상한 행동, 자살한 소녀의 초상--. 이제 어쩔 수 없다. 예전에 이상심리행동 매니아였던 내가 아니더라도 이 건에서 관심을 돌릴 순 없으리라. 나는 코토에에게 부탁 받은 다음날 아침 일찍 빨리 미나호시 스이코가 투 신자살한 곳에 가보기로 했다. 봄방학이라 사람은 없을 거라 생각했지만, 교문 앞에는 웬일로 사람들이 잔뜩 모여있었다. "뭘까?" 내가 중얼거리니 같이 온 친구 토카가, "그거 아냐? 왜 있잖아. 신입생들 교복 맞춘다던가, 등하교용 카드 나눠주 는 거, 사전 설명회던가 하는--"하고 가르쳐주었다. "아, 그런가." 그리고 보니 2년 전에 그런 걸 한 적이 있었다. 까맣게 잊어먹고 있었지만. 모두들 꽤나 즐거운 모양이다. 허나 좋을 때는 아주 잠깐이고, 곧 입시니 취직이니 해서 동동대는 생활을 하게 되겠지. 지금 우리들처럼. "왠지 자살한 애에 대해 조사해 볼만한 무드가 아니네. 어떻게 할래, 스에 마. 넌 돌아갈래? 난 도서실에 볼일이 있거든." 토카가 그렇게 말했다. 반납 안 한 책이 있다던가 하는 이유로 오후에 학원 가기 전에 아침결에 온 것이다. "아니야, 됐어. 같이 가자." "그래? ---아," 토카는 교문 가까지 와서 좀 곤란해하는 표정을 지었다. "아, 그 사람이 있네.....어쩌지." "응, 누가 있는데?" 나는 의아해했다. 토카라는 아이는 딱히 어떤 사람을 싫어하거나 꺼리지 않 는 타입이었는데. "선도부장." 토카는 거북스러운 듯 말했다. 나는 점점 더 의외였다. "에, 니이토키? 나쁜 사람 아니야." "아니....나쁜 건 내 쪽이라서. 좀 이래저래, 그래서." 그녀는 두 손을 모으곤, "미안, 난 이쯤에서 돌아갈게." 라며 등을 돌리고 달려가 버렸다. "자, 잠깐만....?!" 홀로 남겨져버린 나는 곤혹스러웠다. 하지만 결국 학교를 향해 걸어 나갔다 . 어쩔 수 없지. 입학할 1학년들이 마냥 기쁜 듯이 교문 앞에서 옹기종기 모여있었다. 우리 학교는 교문 쪽에 역 개찰구처럼 카드 게이트가 있어 등하교를 이걸로 체 크하는 쓸데없는 게 붙어있다. 그래서 이 애들은 당황해하면서도 신나서 방 방 떠있는 게다. "죄송합니다. 좀 지나갈게요." 나는 인파를 헤치고 교문에 들어섰다. "안녕, 스에마." 방금 전 입에 오르내리던 선도부장 니이토키 케이가 말을 걸어왔다. 나와 그녀는 1학년 때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다. "안녕, 무슨 일이야. 선도부장이라고 정리하는데 불려나온 거야?" 내가 말하니 그녀가 웃었다. "이젠 선도부장도 아닌 걸. ...뭐 억지로 끌려나온 셈이지." "아, 그런가. 임기는 끝났구나. 넌 왠지 짱 자리가 워낙 잘 어울리니까. 무 심코." "무슨 의미야, 그건." "아니, 뭐. 언니라고 할까, 그런 거 있잖아." "'박사'에게 그런 말 듣고 싶진 않네." 우리는 얼굴을 마주보고 웃었다. "그것보다 스에마, 오늘은?" 나는 말을 머뭇거렸다. 대놓고 얘기할 만한 꺼리는 아니니. "아, 아..... 뭐, 그냥 좀." "같이 있던 거, 미야시타지?" 느닷없이 그런 말이 튀어나와 깜짝 놀랐다. `응? 아, 응...." "나랑 만나고 싶지 않다고 했지? 그 애." "응, 저어 있지. 왜 사이가 나쁜 거야? 왠지 모르게 그냥 마음에 안 든단 사이도 아닐 꺼 아냐." "아아, 아니, 그런 게 아니고. 뭐...좀 그래." 케이는 무슨 사연이 있는 듯 쓸쓸하게 미소지었다. "혹시, 남자가 낀 문제야?" 내가 아무 생각 없이 툭 던지니, 케이는 눈을 똥그랗게 뜨고, 약간 웃었다. "...가끔 무섭단 말이야, 넌. 마음을 꿰뚫어보는 것 같아서." "아, 아니, 그럴 생각은.." 나는 허둥댔으나, 그녀는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는 듯 가볍게 말을 꺼냈다. "그런 거지, 나. 걔 남자친구한테 채였어. 아무 깨끗하게, 확실히." "아아, 그 디자이너 지망인가 뭔가 하는.." 나도 만난 적이 있다. 뭐랄까-- 나쁜 사람은 아니구나 정도로 기억한다. 친 구의 남자친구라 해도 별로 좋은 인상을 받지 않는 녀석들도 있긴 하다. "그래, /그/ /치/야." 케이는 쾌활한 어조로 말했다. 시원하게 싹 날려버렸구나 하고 느꼈다. 문득, 역시 대단하구나 하는 기분 이 들었다. 나 같으면 이토록 깨끗한 실연은 하지 못할 것 같아서, 어쩐지 질질 끌려 다닐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러나 케이는 이미 확실하게 과거로 여기고 있는 듯 했다. "토카도 신경 쓰지 않으면 좋을 텐데." 내가 중얼거리자 케이가 아하하 웃었다. "그 뿐이라면 좋았을 텐데, 그것뿐이라면 말이야." "달리 또 뭔가 있어?" "그 애의 정체를 알고 있거든." 놀리는 양 말했다. "......? 무슨 얘기야?" 라고 내가 물어봤을 때 교문 쪽에서 '삐이이이이이 이-----!' 하고 부저가 울려 퍼졌다. "잠깐만, 미안." 케이는 소리가 난 게이트 쪽으로 향했다. 뭔 일인가 봤더니 남자 아이 하나가 게이트 앞에서 망연히 꼼짝 못하고 서 있었다. 카드를 제대로 못 맞춰 넣은 모양이다. "왜 그래?" 케이가 남자아이에게 물었다. "아...아니." 남자아이는 초점이 맞지 않는 표정이었다. 다른 신입생들도 무슨 일인가 하고 주위를 둘러싸고 있었다. "아아, 거기 있는 학생들은 신경 쓰지 말고 지정된 교실로 가세요!" 케이가 아이들에게 큰 소리로 지시하니 그 설득력 있는 어조에 모두 말하는 대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역시 케이다. 보통 선생님들보다도 더 든든하다. 그녀는 아까 남자아이를 게이트 바깥쪽으로 데려갔다. 거기에 한 소녀가 따 라 붙었다. "잠깐만 아노군, 왜 그래?" 소녀도 걱정스러운 듯 남자아이의 어깨에 손을 올리는 둥 했다. 같은 제복 인 걸 보니 아마도 같은 중학교에서 같이 올라오는 커플인 모양이다. 문득 의미 없이, 고생 없는 청춘을 보내고 있고나~ 하는 질투를 약간 느꼈다. "아, 아니.....왠지, 그." 아노군 하고 "----------" 나는 악취미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무심코 그들 쪽에 주의를 돌리게 되었다. "왜 난 여기 있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아노는 그렇게 말했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라는 느낌의 얼굴이었다.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케이도 이상스러워했다. "얘, 괜찮아?" "아노군은 작년에 좀 여러 가지 일이 있어서..." 아노의 여자친구가 그렇게 말했다. 그러나 그는 그녀들의 말이 귀에 들어오 지도 않는 듯, "짚이는 덴 아무 것도 없는데, 아무 것도 잃어버리지 않았는데, 틀림없이 없을 텐데. 그럴 터인데… 뭔지 모르지만, 무척이나 소중한 것이었어. 처 음으로 찾아낸 건데...." 라는 등 마치 잠꼬대처럼 말하고 있었다. 그리고 눈물을 후두둑 떨구기 시작했다. 나도 놀랐지만, 케이와 그녀도 놀랐다. "왜, 왜 그래? 뭐가 어쨌다는 건데?" "아노군?" "응?" 아노는 퍼뜩 정신을 차렸다. 그리고 그 자신도 눈물을 흘리고 있다는 사실 에 놀랐다. 볼을 쓱쓱 문지르고 당혹해하고 있었다. "왜 운 걸까, 나는…." 나는 그이상 보고 있기도 그래서 그 자리를 떠나기로 했다. 나는 교사(校舍)의 구석으로 돌았다. 이 쪽엔 아무도 없다. 정적만이 감돌 고 있었다. 그래도 일단 주위를 둘러 본 다음 아무도 보이지 않는 걸 확인 했다. "좋았어--." 나는 폐쇄된 교사 구석의 비상계단의 철책을 타고 올라가 안으로 들어갔다. 여기가 현재로선 옥상으로 들어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교사 안의 계단으로 통하는 입구는 잠겨있었기에 밖으로 나갈 순 없다. 물론 미나호시 스이코 그녀가 투신자살한 것이 폐쇄의 원인이었다. 비상계단에서 나는 소 리가 예상외로 커서, 나는 가슴이 철렁해 조심해서 살살 발을 옮겼다. 위로 나오니 바람이 셌다. 머리를 누르며 나는 미나호시 스이코가 몸을 던 진 장소로 향했다. ‥‥물론 간다고 뭐가 어떻게 되는 건 아니다. 나는 셜 록 홈즈가 아니기에, '현장에 가면 모든 원인은 명백하다네, 와트슨군.'이 라 할 순 없다. 그래도 무슨 실마리라도 잡을 수 있을지 모른다. 솔직히 나는 제법 많은 양의 이상 심리 운운하는 책들을 읽었음에도 불구하 고 자살자의 심리라는 건 도통 알 수 없었다. 물론 그런 류의 책에는 자살 미수에서 살아 돌아온 사람의 인터뷰 같은 것도 실려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죄다 '죽지 못했던' 사람들이 하는 얘기에 지나지 않는다. 게다가 그런 사 람들은 대개 다시 자살을 시도하지만 죽지는 않고 그대로 살아간다. 실제로 죽어버린 사람과는 역시 다르다. 그 예로 동반자살을 거듭한 끝에 진짜로 죽어버린 문학자도 있지만, 그 사람이 쓰기론 '자신에겐 정말로 죽 을 생각은 없었고 상대 여성이 죽자고 해서'였다고 정직하게 고백하기도 했 다. 마지막에 죽은 이유도 자살미수를 기도하다 실패한 거라 한다. 본질적으로, 진짜로 죽는 사람은 유서를 써놔도 정작 중요한 말은 쏙 빼놓 고 죽어 버릴 뿐이다--하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다. 과연 미나호시 스이코는 어느 쪽일까? 진짜로 죽을 생각이었을까, 실패한 걸까, 그것도 아니면 자살이라고 모두 오해했을 뿐 그저 사고였던 걸까, 어 쩌면---- 나는 아찔한 기분으로 앞으로 서서히 나아갔다. 그리고, "-------?!" 그 장소에 다다랐을 때 나는 엉겁결에 비명을 지를 뻔했다. 거기에 난간을 부여잡고 지금 당장이라도 몸을 내던질 듯이 굳은 표정을 지은 한 소녀가 서 있었기 때문이었다. * 오리하타 아야는 왜 그리 갑자기 신요학원으로 진학시켰는지 스푸키E에게 묻지 않았다. 어찌됐든 거역할 도리는 없었거니와 일단 어디 시험을 치던 간에 들어갈 수 있을 정도의 학력은 머리 속에 '쑤셔 넣어져' 있기에 아무 문제없었다. "............" 그녀는 신입생 사전설명회에 오긴 했지만 시작할 때까지 시간이 조금 남아 서 옥상에 올라 왔다. 하늘을 보고 싶었다. 입구가 철책으로 가로막혀 있는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무시하고 뛰어 넘어갔다. 하늘을 보는 일이 좋아진 것은 타니구치 마사키를 알게 되면서부터이다. 그 는 둘이서 걷고 있노라면 뜬금없이 '왠지 하늘이 예쁜 걸.' 하기에 그런가 하고 생각하게 되었다. "............" 하늘을 보고 있노라면 몸이 화악 녹아들어 무슨 일이든 다 편해질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어쩌면 마사키에게 용서받을 수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마저 들 게 된다. "............" ---아니, 그럴리 없다. 이런 짓이 용서받을 리 없다. 그를 얼마나 위험한 상황으로 몰아가고 있는지, 그를 얼마나 속여서 진실에 서 멀게 하는지 ---생각하면 그에게 죽어도 아무 말 할 수 없다. ……마사키가 자기를 죽여주기를 그녀는 마음 속 어딘 가에서 생각하고 있 다. 정말 그렇게 된다면 얼마나 편해질는지, 그것이 그녀가 지닌 유일한 바 람이었다. 정신이 들어보니 그녀는 옥상 난간을 손이 경련을 일으킬 정도로 세게 쥐고 있었다. 그 때, "저어...." 등뒤에서 누가 말을 걸었다. 뒤돌아보니 이 학교에 다니는 선배 인 듯한 여고생이 조심스레 그녀에게 다가왔다. 기억에 있는 얼굴이었다. 전에, 본 적이 있다. 직접은 아니고 자료로, 아마도 이름이 스에마 가즈코 였던 듯 싶다. "--무슨 일이시죠." 아야는 되물었다. "아니, 저어‥내가 착각한 거라면 미안한데…." 스에마 가즈코는 조심스레 말하기 시작했다. "저어 말이지. 뛰어내릴 거면 그만 두는 편이 나을 것 같아서, 거긴 전에도 그런 사람이 있었고, 별로 안 좋을 거란 생각도 들고---" ".........." 아야는 눈이 약간 휘둥그레졌다. "아니 그 게, 살아있으면 좋은 일이 있을 거라고 간단히 말할 수 없다는 건 충분히 알고 있어. 하지만 말야 뭐라고 할까 아마 네가 죽어도 네가 미워 하거나 어떻게 해도 용서할 수 없는 일이 이 세상에서 없어지진 않을 테고 , 즉 말하자면--" 스에마는 되는대로 마구 주워섬기며 어느 샌가 아주 가까이 와 있었다. 그리고 아야의 팔을 탁 잡았다. 아야는 그 힘센 손을 보고 그녀의 얼굴을 보았다. "---쓸 떼 없어, 죽어도. 그것만은 말할 수 있어." 그녀는 아야의 눈을 쳐다보며 딱 잘라 말했다. 손을 떼려하지도 않는다. ".........." 아야는 어떻게 해야 이 오해를 풀 수 있을까 생각했다. 그러나 그 게 진짜 오해일까? 내가 자각하지 못했을 뿐 뛰어내리고 싶다는 생각이 있지는 않았 을까?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어찌됐든 이 스에마 가즈코는 아야의 팔에서 손을 떼지 않으리라. 확실히. "아무 쓸 떼가 없나요?" 아야는 조용히 말했다. "응. 자신은 무의미하다고 생각하고 있을 지 모르지만 죽는 건 더욱 더 의 미가 없어." ".........." 그럴까? 그녀가 지금 죽으면 마사키를 조금이나마 지킬 수 있지는 않을까. "하지만, 난---." 아야는 머리를 떨궜다. "죽어버리고 싶어." 입 밖으로 내어 그렇게 말했다. 스에마는 미간을 찌푸렸다. "그래--. 하지만 지금은 이제 무리야. 내가 봤으니까." 스에마는 아야의 팔을 끌어당겨 옥상 구석으로 데려가더니 억지로 앉혔다. "죄송해요, 스에마 선배님." 아야가 중얼거렸다. 에 하고 스에마는 이상한 표정을 지었다. "너, 나 알아?" 아야는 아차 했지만 조건반사가 부여된 반사신경이 멋대로 반응했다. "네, 아는 사람 중에 여기 다니는 선배님이 있어서 그 사람한테 들었어요. 스에마 가즈코 선배님이시죠?" "누군데? 무슨 소문을 들은 걸까나. --아니 말 안 해도 돼. 대충 짐작이 가니까." 가즈코는 얼굴을 찡그리곤 툴툴거리며 말했다. "--죄송해요." 실제로는 그녀의 사진이 추적대상 관련자료에 병기되어 있던 것이다. 6년전에 일어난 사건에서 이 스에마 가즈코는 목숨을 잃을 뻔했다. 원래 본 인조차 모르는 일로 그녀 자신은 통화기구의 체크리스트에도 올라 있지 않 은 대상 외의 존재이다. "괜찮아. 사과 안 해도 되는데." 스에마는 상냥하게 미소지었다. 아야는 입을 잠시 다물더니 스에마에게 물 었다. "---저어, 스에마 선배, 좀 가르쳐주실 수 있을까요?" "뭔데?" "선배--부기팝을 어떻게 생각하세요?" "응?" 스에마는 곤혹스런 표정을 지었다. "어떻게 생각 하냐고 해도 말이지--. 기분 나빠하지 않았으면 하는데, 나 그런 류의 소문은 좀." "안 믿으시나요?" "으음... 뭐, 그렇긴 하지만. 그것뿐만이 아니라, 그 좀‥‥잘 몰라." "네? 이 부근의 여자아이들은 모두." "그래, 모두 알고 있지, 하지만 난 말이지." 스에마는 한숨을 내쉬었다. "살인자 같은 데 밝다니까 그런 화제를 아아무도 꺼내지 않는다구…… .이 쪽에서 꼬치꼬치 캐묻는 것도 좀 그렇고." "‥‥그런가요." "하지만 말이야, 뭐라 할까 그렇고 그런 '킬러'라던가 '사신' 같은 이미지 는 제법 많아. 소위 '사춘기'라 하는 나이 때에는 자기가 불안정하니까, 그 냥 몽땅 다 확 망해버려라--하는 기분이 있잖아. 누가 죽여줬으면 좋겠다던 가 하는." "------." 아야는 몸이 약간 굳었다. "어른들은 이럴 때 무책임하게 '불안정한 것은 일시적일 뿐이고, 곧 나아질 거다.'라는 둥 말하지만 그 말처럼 그렇게 간단한 게 아니잖아, 역시." 스에마는 어깨를 움츠렸다. "그래서 /있/는/거/야, 틀림없이." "에.....?" "부기팝이 /그/때/문/에/있/는/거/라 생각해. 불안정한 마음을 불안정한 대 로 그대로 지켜주기 위해서 말이지. 그런 종류의 존재라고 생각해, 난. … 뭐, 곧이곧대로 믿을 수 있는 편이 차라리 행복하달 수도 있겠지만." 스에마는 약간 장난조로 얘기하곤 목을 움츠렸다. 의외의 해답에 아야는 당 황했다. "…지켜, 주는 건가요?" "사신인데 말이지? 하지만 그렇고 그런 것들은, 진짜 암살자를 모르고 하는 말이지. 그저 로맨티시즘의 산물일 뿐이야. 진짜 죽고 죽이는 사람이 그런 시시한 코스튬 입고 있어봐, 엄청 바보 같을 거 야냐. 정말." ".............." 아야는 고개를 숙였다. 부기팝이 뭐든 간에 자기를 지켜주진 않으리라 생각 했다. "선배님....들어주시겠어요." 그녀는 자신도 생각지도 못한 말을 입밖에 내고 말았다. 스스로 다른 사람 에게 말을 하려 한 것은 처음이었다. "응." 스에마는 끄덕였다. 그 상냥한 태도에 아야는 작은 입을 열었다. "남자애가....날 좋아하나 봐요." "응." "하지만, 난, 그런 건......안돼요. 할 수 가 없어요. 그런 건---." "응." "그 애에겐 미안하지만----어떻게 해야 좋을지 알 수가 없어서‥‥" "응." "그 앨 위해서라면 뭐든지 다 해 주고 싶은데, 난 아무 것도 해 줄 수 있는 것도 없고……오히려 그 앨 위험하게 만드는 것 같아....어떻게 해야 할지 , 나는...." 아야는 말하던 중에 부들부들 떨려오는 걸 참을 수 없었다. 양손으로 자기 어깨를 꽉 부여잡았지만 그래도 떨림이 멈추지 않았다. "응." 스에마는 계속 고개를 끄덕이기만 했다. "난 아무도 날 싫어하게 하면 안돼는 데, 그렇게 되어 있는데, 이대로라면 그가 날 싫어하게 될 꺼야----." "응." "다른 사람이 날 싫어하지 않아야 하는데, 그래야 내가 있어도 되는 이유인 데----어떻게 할 수가 없어요, 이젠 이제 어떻게 해야 좋을지....어쩌면 살 아있지 않는 편이 좋겠죠, 전." "그 건 무리야." 스에마는 여기서 겨우 끼어들었다. "아무한테도 미움받지 않고 살아간다니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야." 딱 잘라 말했다. "----에?" 아야는 고개를 들었다. 그 눈을 스에마가 똑바로 쳐다보았다. 갑갑한 느낌 은 들지 않았다. 마치 엄마가 잠자는 아기를 보는 듯한 눈이었다. 그러나 아야는 누가 그런 눈으로 자신을 보아 준 적이 없어 그저 당혹스러울 뿐이 었다. "살아간다는 건 다른 사람들과 접한다는 거야. 그럴 때 상대방에게 싫어도 상처를 주게 될 때가 꼭 와. 그 건 어찌할 수 없는 일이야." 스에마의 열렬한 말투와 정면에서 똑바로 쳐다보는 시선이 다정하고 부드러 웠기에 아야는 왠지 모르게 자신이 마치 알몸이 되어버린 듯한 느낌이 들었 다. "---하, 하지만." "내기해도 좋아, 이미 넌 누군가의 미움을 샀을 거야, 아주 지독하게, 죽여 버리고 싶을 정도로, 반드시 그런 적이 있을 걸." 스에마는 조용히, 엄청난 말을 했다. ".............." 아야는 말을 잃었다. 반론할 수 없었다. 입을 뻥긋해 봤으나 제대로 말이 되어 나오지 않았다. "‥‥왜, 왜…그런 거죠?" "원래 그런 거기 때문이지." 스에마의 대답은 해답이 되지 않았지만 기묘한 설득력이 그 어조에 실려 있 었다. 그녀는 이어 말했다. "아무에게도 미움받지 않고 살아갈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은, 그 자체 로 이미 싫어지게 되어 있어. 너에게 그럴 생각이 없었어도 미움받고 싶지 않다고만 생각하고 있는 사람은 다른 사람의 '싫어할 권리'를 침해하고 있 는 거야. 알겠어? 침해야, 침해." 또 다시 과격한 단어를 썼다. ".............." 아야는 벙한 얼굴로 스에마의 눈을 쳐다봤다. 그 눈은 곧게 똑바로 계속 아 야를 향해 있었다. "----저어, 너 키리마 세이이치라는 작가 알아? 불쑥 미안한데." 스에마는 말했다. "예?" 그제야 아야가 제정신을 차렸을 때, 스에마는 또 끄덕여 보였다. "응, 뭐어, 소설가이긴 한데, 나는 소설 쪽은 읽지 않거든. 그 사람이 책 속에서 이런 말을 했어. '.....확실히 무언가가 있다. 사람에게 '이렇게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여 기게 하는 누군가가. 그것은 사람들 사이에 파고들어, 어느 샌가 세계를 미 쳐 돌아가게 만든다...'" 스에마는 그 구절을 줄줄 암창(暗唱)했다. 자기 스스로는 멀쩡하다 생각하 고 있지만 이런 말을 줄줄 쏟아내는 자체가 다른 사람들이 기묘하게 여기는 원인이지만, 그녀에겐 자각이 없었다. "…만약 인간의 생애에 무언가 가치가 있다면, 그 눅군가와 맞서 싸우는 일 외에는 없으리라. 자기 대신 생각해주는 이미지네이터와 대결하는 VS 이미 지네이터 ----그것이야말로 사람들이 최초로 서게 되는 위치이리라.'...라 고 말이지. 어려운 말만 잔뜩 늘어놓긴 했는데 요하면 사람은 스스로 생각 하는 이상으로 세상의 상식이라는 사슬에 얽매어져 있기 때문에 괴로워하고 있다고나 할까." "‥‥사슬." "그래. 어차피 얽매인 거라면 거기서 빠져나가야 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 하 고 말하고 있는 거지. 이 사람은." 스에마는 그 작가를 마치 잘 아는 옆집아저씨라도 되는 양 말했다. "............" "네게도 아마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될' 일이 있겠지. 그게 뭔지 일절 묻 지 않겠지만, 아마 널 좋아하는 남자애는 네가 그렇게 고민하고 있길 바라 진 않을 꺼라 생각해. 틀림없이." ".....네." 아야는 스에마의 페이스에 휘말려 엉겁결에 동의하고 말았다. "꽤나 거창한 얘기를 하긴 했지만, 진짜로 이런 말 하긴 뭣하지만, 네게는 '싸운다'는 발상이 결여된 게 아닐까 싶어. 그 게 없으면 안된다구, 역시." 하지만 어떻게 해야 싸울 수 있는 걸까, 아야는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허 나 이 사람이 말한 그대로라고 생각했다. 미움받고 싶지 않다고만 해서야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죽는 건 그 때가서 해도 늦지 않아. 자, 그럼 내려가자. 혹시 신입생 아냐 ?" "네, 그런데요." "큰일났다! 설명회 시작했을 거야! 서둘러!" * 나는 허둥지둥 그녀의 손을 잡고 옥상에서 뛰어내려왔다. 교사 구석에 다다 랐을 무렵 그녀는 나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고맙습니다. 할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겠지만 해 보겠어요." 그렇게 말했다. 나는 약간 곤혹스러웠다. 생각해보면 난 인생상담 같은 데 나설만한 주제가 아니었다. 오히려 카운슬링을 받는 쪽일 게다. 그런데 난 그녀에게 꽤나 확신이 있는 양 얘길 해버린 모양이니. "응, 미안하네. 내 멋대로 마구 말해버린 것 같아." 진심으로 그렇게 말했다. 그러나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저어 선배님." "왜?" "혹시, 싸울 상대가 부기팝일지라도 …역시 싸워야 하나요?" 진지한 얼굴로 물었다. 나는 반사적으로 "누구든지 간에." 라고 딱 잘라 말해버렸다. 그녀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면서 단정해버리고 말았다. "알겠습니다." 그녀는 등을 돌리고 달려나갔다. 그제야 퍼뜩 정신이 든 나는 그녀의 뒷모 습에 대고 말을 걸었다. "넌---이름이 뭐야?" "오리하타 아야에요." 그녀는 멈춰 서서 또 머리를 숙였다. "힘내, 오리하타!" 나는 가볍게 손을 흔들었다. 그리고 왠지 모르지만 나는 또다시 그 소녀와 만나게 되리라는 예감이 불쑥 따끔거리듯이 가슴을 스치고 지나갔다. VS Imagnator PartⅠ 'SIGN' closed, to be continued PartⅡ 'PARADE' あとがき ― 부기하고 팝한 것 에-그러니까, 소설이든 만화든 영상이든 음악이든 간에 요하면 뭐든 다 상 관없지만 소위 팝컬쳐라 불리는 게 있다. 예술이라 하기엔 좀 그렇긴 한데 하여튼 사람의 마음을 뒤흔드는 점에 간해서는 어정쩡한 파인 아트(fine ar t)보다 힘이 세기도 하는 놈이다. 이 팝컬쳐의 판단기준은 너무나 단순해서 즉, '팔리면 장땡'이란 어처구니없는 것이다. 팔린다는 말이 좀 그렇다면 수용자들에게 인정 받는다라 바꿔 말해도 무방하다. 먹혀들기에 비로소 성 립하는 것이 팝컬쳐라는 듯하다. 뭐 그건 그렇다 치고, 그렇다면 뭐든지 다 그렇지 않겠느냐 하는 말을 할지 모르겠지만, 세상에는 다른 사람이 뭔 말 을 해도 이게 좋다 하는 것 역시 존재하기에 이런 것들은 팝컬쳐라 안하고 환(幻)의 명작이라던가 전통예능이란 말을 듣는 것이다. 이들은 우수하지 않은 건 아니고 다만 그저 팝이 아닐 뿐이다. 오해받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 고 말하는 거지만 대부분의 팝컬쳐라 하는 것은 즉 '약간 손이 덜 간 것'으 로 성립한다. '진짜'는 딱딱하고 힘드니 차라리 가짜인 쪽이 낫다 랄까? 진 짜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사람이라도 일부러 힘을 덜 들여 가짜를 만들기도 한다. 이것은 어떠한 예일까? 계속하며 무서운 얘기가 될 법하니 이쯤에서 그만 두지만 이 '약간 손을 덜 간 것'이라는 게 실은 '이미 경직화된 과거 가 느슨해져 미래로 나갈 가능성이 열리는' 것이기도 한 것이다. (어때,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지) (상관없지만) 팝컬처의 가장 좋은 점은 뭐라해도 권위가 존재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아 예 없다 말할 순 없지만 거의 없다고 본다. 방금 전까지 대단하게 여겨지던 게 순식간에 진부하고 시시해져 버린다던가, 아아주 옛날옛적에 시대착오 적이라 취급받던 게 '신선하다!', '이걸 잊어버린 옛날 놈들이 바보다'라며 재생되는 것도 팝이다. 참으로 대중없지만 그 사이에 있을 때에는 어떤 종 류의 필연을 느끼기도 한다. 앗 하는 사이에 거대해졌다가 갑자기 꺼지더니 흔적도 없이 싹 사라지기도 한다. 팝[泡:거품]이라니 말도 참 걸작이다. 여기에는 알기 쉬운 기준도 없으니, 그 예로 소설공모에서 대상을 탔대도 그것 뿐 만으로는 눈곱만큼도 잘난 게 아니라는 것이다. 딱 잘라 말하지만, 난 시대에 제법 어긋난 감성 밖에 가 지고있지 않다. 20년 전, 30년 전의 유행가를 듣고 '오옷, 끝내준다!'하고 소리지르거나, 50년 전의 소설을 읽고 '우오오오, 멋지구만!'하는 인간이다 . 이런 놈들은 지금의 팝에는 전혀 대응되지 않고 호응하고 있는 건 나뿐인 적도 있었다. 비뚤어지긴 했지만 프로소설가가 되려고 하는 인간이 이래선 곤란하기 때문에 어떻게든 해서 팝이 되려고 노력하곤 있지만, 영 되질 않 는다. 맞다, 이런 문장을 쓰고 있는 것에서부터 뻔히 보일 듯하나, 나는 팝 이라는 개념에 대해 동경이랄까 콤플렉스 같은 걸 가지고 있다. 하지만 어 찌된 영문인지 뭘 만들어도 '유니크하지만', '이건 유머인가?'라는 말을 듣 는다. 거기다 더불어 '우리 쪽에서는 못 내겠는데요.....'라는 말이 나오기 도 한다. 지금도 그렇다는 얘기도 있고. 하지만 그래도 팝을 지향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것도 내 인생의 테제가 그 런 것이니까 어쩔 수 없다. 이렇게 해서 만들어낸 게 기분 나쁜(부기-) 게 되어 버리는 건 내 탓이 아니다. 하고 말하고 싶지만 내 탓이겠지, 역시... ... 그래도 한다. 부기한 팝(*)이라도 언젠가 진짜 팝이 될 거라 믿으며. (あとがき에서 없는 폼 다 재면서 니 멋대로 쓰지 마, 정말...) (뭐, 어때.) BGM 'CHILDLEN of the SUN' by MAYTE 注(*) 부기는 기분나쁜, 팝은 거품이기에, 이 '부기한 팝'이란 말은 '기분 나쁜 거품', 혹은 '기분나쁜 팝' 그리고 '부기팝'의 세 가지 의미가 혼재되 어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 이 게시물은 上遠野浩平의 'ブギ-ポップ·リタ-ンズ VSイマジネ-タ- Part1 '을 번역한 것으로, 다른 곳으로 옮기실 경우 제게 메일만 보내주시기 바라며, 상업적인 용도로는 쓰지 말아주시기 바랍니다. VS 이미지네이터 상권 끝났습니다. 1년 4개월 동안 기다리신 분들, 보아주신 분들, 그리고 메일보내주신 분들, 그리고 포기 안 하고 끝낸 나까지 다 수고하셨습니다. 일단 지금 하고 있는 성계 단편 '창세'를 끝내고 다음 권으로 넘어갈 예정 입니다. 다음 권은 전혀 한 게 없으니 아마 9월 쯤에나 서장을 올릴 수 있겠군요. 그럼 그 때까지 모두 안녕히 계시길. 지금까지 정말 고마웠습니다. --오늘도 지구를 향해 돌진하는 네메시스. Weather Break : http://www.diveinto.net/~nemesis/ (질문을 할 수 있는 profile cgi가 새로 생겼습니다. 하루에 두 번은 보면서 대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