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세월의돌▷ 5-1. 국왕들이… (1) 게 시 자 :azit(김이철) 게시번호 :755게 시 일 :99/07/01 02:44:42 수 정 일 :크 기 :9.3K 조회횟수 :97 『게시판-SF & FANTASY (go SF)』 35263번제 목:◁세월의돌▷ 5-1. 국왕들이 쓴다는…(1)올린이:모래의책(전민희 ) 99/06/10 23:57 읽음:2207 관련자료 없음----------------------------------------------------------------------------- +=+=+=+=+=+=+=+=+=+=+=+=+=+=+=+=세월의 돌(Stone of Days)=+=+=+=+=+=+=+=+=+=+=+=+=+=+=+=+ 5장. 제4월 '타로핀(Tarophin)'…… 신비광석 아룬드라고도 불린다. 신비한 광물 타로핀이 든 광석을 의미하는 별 '타로피니(Trophinni)'가 지배하는 아룬드. 타로핀 광석은 매우 희귀할 뿐더러 다듬기도 매우 어려운데, 그만큼 추출된 광물은 순수하며 무겁고 굳다. 옛 사람들은 이 돌이 더러운 저주나 배반, 악에 물든 마음이 깃들지 못하도록 주위를 보호하는효과가 있다고 믿었다. 잘 다듬어진 것들은 주로 마법 의식의 재료나비밀스럽고 신성한 장소를 건축하는 데 쓰인다. 타로핀이 보다 일반적으로 사용되지 못하는 것은 이 광물의 지나치게 적은 양에 기인하는 것 같다. 타로핀으로 자리를 만든 홀은 어느지역에서나 상당한 자랑거리이지만, 과거로부터 이 돌의 사용은 엄격히 통제되어 왔기에 오랜 번영의 역사를 가진 도시들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없다. 이 돌의 이름으로 행해진 맹세는 그만큼 굳은 맹약을지키겠다는 의미로 여겨지며 '검은 돌처럼 과묵하다' 라는 말도 여기에서 나왔다. 또한 많은 사람들은 타로핀 아룬드에 얻은 친구는 영원하며, 이때에 한 약속이나 맹세를 어기면 저주를 받는다는 말도 곧잘한다. 이 때문에 많은 국가간의 조약이나 동맹, 조직의 결성, 남녀간의 약혼이나 결혼 등의 약속들은 이때를 기다려 행해지는 경우가 많다. 날씨는 봄의 절정으로 꽃샘추위도 가신 뒤라, 여름을 떠올리게하는 따뜻하고 화창한 시기이다. "돌을 얻으나 이야기를 듣지 못하다" 라는 경구로 정의되며 잠재된마음이 생겨나고 발현되나 다듬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다시 잠복되어버린다는 의미를 지닌다. 두 가지 가운데 하나만 얻음, 중요한 것을알지 못하고 내버림, 반목이 표면적으로만 해소됨, 고통이 내부로 침잠됨,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은밀한 사건이 진행됨, 대가를 치르고 사람을 얻음, 신의의 의미를 다시 생각함 등을 암시한다. 이 아룬드의상징색은 타로핀의 빛깔과 같은 검은색이다. - 점성술사들이 달력에 적는 각 아룬드의 의미,그 중 네 번째. 1. 국왕들이 쓴다는 방법 (1) 우습지 않은가? 가장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이 가장 더러운 술수를손쉽게 곧잘 찾아내는 반면, 가장 비참한 지경의 사람일수록 고귀한인물에 진심으로 빨리 감화된다. 왕이 친동생을 살해하고 강대한 세력을 가진 고귀한 귀족을 모함하며 남의 아내를 탐내고 있는 동안,그의 가장 천한 신민은 어려움에 처한 그의 부름을 듣고 한 번 얼굴을 본 일도 없는 그를 구하려 목숨을 내놓는다. 이런 일이 늘 일어나는 것은 아니라 하더라도, 생각보다는 훨씬 자주 일어나는 일인 것이다. 평생토록 가난과 굴욕을 벗어본 일 없는 자들이, 지위와 권세를 누릴 대로 누린 자의 몰락을 보고서 그들 이웃의 일보다 더 안타까워하는 것은 왜인가?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것에 불과한 부와 명예를 자기 잘못으로 잃고서, 남은 것이라고는 찢겨진 자존심밖에 없는 자가 마지막 발악으로 외치는 도도한 체 독기 어린 말에 왜 그들은 이해할 수 없는 감동을 표시하는 것일까? 이로서 보건대, 인간은……- '방랑하는 자', 카니크 페라루하 作<기록Record> 59권 5장 배는 빠르게 강 위를 달렸다. 5일째 별다른 일 없이 이진즈 강의 빠른 속도에 실려 달렸고, 바람도 많이 도와주었다(사실 유속 때문에 돛은 거의 올릴 필요가 없었지만). 6일째 되는 날 저녁 즈음, 이진즈 강의 지류인 멘느 강과 갈라지는 하구에 위치한 앙글라제 시에 잠깐 멈출 거라고 나르디가 말해주었다. 멘느 강을 끝까지 따라가면 커다란 호수가 나오게 되어 있는데 거기까지 가기 전에 하라시바 시가 먼저 나오니까 그 호수를 보게 될일은 없을 것 같다. 이제 하루만 가면 하라시바에 도착하는데 왜 굳이 앙글라제에서 멈추냐고 했더니, 큰 강에서 비교적 좁은 멘느 강으로 접어들기 때문에 이진즈의 강한 흐름에서 벗어나려면 잠깐이라도멈출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었다. 솔직히 이 정도 유속에서 배가 어디부딪치지 않도록 잘 움직인다는 것은 강폭이 갈수록 넓어지고 있다고는 해도 그다지 쉬운 일은 아닐 것 같다. 앙글라제 시는 이런 문제로 멈추는 배들 때문에 상당히 번창하고있는 모양이었다. 근처로 다가가자 수많은 배들이 드나들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우리가 배를 탔던 아세이유 시보다 더 규모가 큰 부두와 선창이 늘어선 것이 저녁 햇살 속에서도 보였다. "잠깐 내려보는 게 어떻겠나? 앙글라제는 이 일대에서 하라시바를제하고는 가장 큰 도시야. 우리 선원들도 여기에 오면 내려서 술이라도 한 잔 하고, 하룻밤쯤은 놀다가 간다네." 항해 첫날, 선장과 여러 선원들과 함께 식사한 이후로 나 역시 선원들과 꽤나 친해져 있었다. 지금은 종종 그들을 도와주기도 하고,날씨가 좋을 때는 장루에 올라가 보기도 했다. 선원들이 아무 것도모르고서 유리카가 장루에 올라가 보겠다고 하자 몹시 말리는 바람에나는 한참이나 웃었다. 나와 유리카가 아무리 괜찮다고 해도 그들은막무가내로 자기들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프로첸이 올라가기에는 위험해요, 위험해." 그래서 불쌍한 유리카는 나보다 훨씬 몸이 가볍고 재빠른데도 그위에 올라가 볼 기회를 갖지 못하고 말았다. 유리카는 내가 올라갔다가 내려와서는 풍경이 정말 멋지다고 흥분해서 자랑을 늘어놓은 뒤로, 언젠가 다시 배를 타게 되면 꼭 한 번 올라가 보겠다고 벼르고있지만 우리가 다시 배를 탈 일이 생기리라고는 솔직히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그 동안 꽤 친해진 도냐넨 선원의 제안에 빙긋 웃었다. "저는 안 바쁜데, 유리카는 꽤 서두르거든요." "저런, 무엇 때문에 그렇지?" "글쎄, 저도 의문이에요." 요즘 내가 정말로 드는 의문은, 마브릴 족들이 그렇게까지 호전적이고 사납다는 이야기가 정말 사실이었는가 하는 점이다. 별과 검의노래호를 타고 오는 동안 여러 사람을 사귀었지만, 떠들기 좋아하고사람 좋은 도냐넨, 마치 고향의 구둣방 할아버지 같은 느낌인 늙은선원 칼메르, 여전히 말이 없지만 꼼꼼하고 사려 깊은 그랭그와르,바다에서 잘 나가는 선장이었으나 큰 배를 하나 침몰시킨 이후로 선장으로 써 주는 사람이 없어서 낡은 배를 사서는 강을 오르내리는 무역을 시작했다는 노련한 중년의 반야크 선장에 이르기까지 내가 전에들은 마브릴의 정의에 맞아 보이는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오히려 엉뚱하게도 가장 호전적인 사람은, 내 의견으로는 미르디네라고 할 수있다. 어떤 점으로 호전적이냐 하면 바로 이런 식이다. "아시엘 오빠, 하라시바에 내리면 뭐 할거야?" "글쎄…… 구경 좀 하고, 다시 여행이나 하지 않을까?" "여행 할 거면 우리 고향에 와 봐. 정말 멋진 항구거든? 이거보다훨씬 큰 배도 많고, 또 바다도 아주 멋져. 우리 엄마 아빠도 오빠를보면 무척 반겨 줄 거라고 생각해. 손님을 아주 좋아하시거든. 우리가 여행하면서 만난 사람이라고 그러면……. 나는 저런 대화를 다 듣고 있을 수가 없어서 이야기가 어떤 식으로결론이 났는지는 모르겠다. 생각 없이 하라시바에 내린다는 얘길 해버린 녀석이 잘못이지. 그러고 보면 미르디네가 '금발이 아니라 싫다' 라고 한 말에는 확실히 예외가 있는 모양이었다. 나르디는 요즈음 그녀에게 붙잡혀서 어쩔 줄 몰라하고 있었다. 어쨌든 이제 강을 따라가는 여행은 거의 다 끝났고, 오늘 밤 앙글라제에서 정박한 다음, 다음 날 하루만 항해하면 하라시바에 가 닿을거라고 한다. 이 여행도 꽤 좋은 점이 많았었는데. 특히 유리카와 나는 이제 농담으로라도 따로 여행하자는 말은 꺼내지 않을 정도가 되었다. 주아니가 요즘 유난히 우리 둘한테 불퉁하게 구는 것도 아마질투가 나서 그런 건지도 모르겠다. 로아에들은 몇 살 정도 되면 결혼하는지 좀 물어보아야겠다. 혹시 주아니가 그래 보여도 노처녀일지어떻게 안담. 저녁 햇살을 받으며 별과 검의 노래호는 앙글라제 시에 도착했다. 여기서 이진즈 강은 세르무즈 내에서 가장 넓은 폭을 자랑한다고누군가 말해 주었다. 앙글라제 시 아래로는 멘느 강으로 많은 물이빠져나가는 바람에 도리어 폭이 좁아진다. 이진즈 강이 다시 넓어지는 것은 이스나미르에 접어들면서부터다. 이진즈가 이스나미르로 들어가는 국경 지방, 바로 거기엔 내가 아직까지도 동경해 마지않는 상인의 도시 리에주가 있다. 거기에서부터강은 계속 넓어져, 우리 나라의 수도 달크로즈에 이를 때쯤이면 거의폭이 4000큐빗에 이를 정도로 넓어진다고 한다. 맙소사. 솔직히 강을 따라가는 내내 어머니의 일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는데, 바로 어머니의 이름이 바로 이 강에서 따온 것이기 때문이다. 유리카는 이 이야기를 듣고는 굉장히 상냥하게 위로해 주었는데 지금까지 함께 여행하면서 나한테 그렇게 천사같이 대하는 걸 보기는 처음이었다. 유리카가 가끔, 이를테면 앞사람을 걷어찬다거나, 소리를지르고 험한 말로 눌러서 꼼짝 못하게 한다거나 하는 것은 거의 완전히 잊어버릴 정도로 말이다. "오늘밤은 여기서 묵는대?" 유리카가 다가와서 물었다. 도냐넨은 유리카가 가까이 오자 싱글싱글 웃었다. 선원들 사이에서 이번 항해는 예쁜 프로첸들이 많아서 즐겁다는 식의 이야기가 오간다는 걸 나도 들어서 알고 있다. 그리고그 중에서 유리카가 가장 인기가 많다는 것도 말이다. "그렇습니다, 프로첸 오베르뉴." 늙은 선원인 칼메르만 빼고, 선원들은 아가씨들에겐 매번 깍듯하게존댓말을 썼다. 유리카가 웃으면서 대답했다. "구경할 데가 많은 도시인가요? 그렇다면 좀 내려가 봐야지." "아……." 황당하다는 듯이 입을 벌린 나를 보고 도냐넨이 낄낄거렸다. +=+=+=+=+=+=+=+=+=+=+=+=+=+=+=+=+=+=+=+=+=+=+=+=+=+=+=+=+=+=+=위로를 보내주시는 여러분, 정말 고맙습니다. 빨리 나아서 조금이라도 더 쓰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음악 추천 보내주시는 분들, 또한 고맙습니다. 요즘 음악 다운 받느라 전화비가...... Luthien, La Noir. 출력이 끝났습니다. [Enter]를 누르십시오. ━━━━━━━━━━━━━━━━━━━━━━━━━━━━━━━━━━━제 목 :◁세월의돌▷ 5-1. 국왕들이… (2)게 시 자 :azit(김이철) 게시번호 :756게 시 일 :99/07/01 02:45:02 수 정 일 :크 기 :8.2K 조회횟수 :92 『게시판-SF & FANTASY (go SF)』 35301번제 목:◁세월의돌▷ 5-1. 국왕들이 쓴다는…(2)올린이:모래의책(전민희 ) 99/06/11 22:24 읽음:2132 관련자료 없음----------------------------------------------------------------------------- +=+=+=+=+=+=+=+=+=+=+=+=+=+=+=+=세월의 돌(Stone of Days)=+=+=+=+=+=+=+=+=+=+=+=+=+=+=+=+ 5장. 제4월 '타로핀(Tarophin)'1. 국왕들이 쓴다는 방법 (2) 그래서 결국 이날 밤은 앙글라제에 잠시 내려보기로 결론이 났다. 나르디가 나와 함께 오래간만에 술 한 잔 하고 싶다고 말했고, 또 그러자 미르디네가 얼른 따라가겠다고 나섰고, 올디네와 블랑디네가 어린 소녀가 따라갈 곳이 아니라고 말렸고, 나는 유리카에게 함께 가자고 말했다. 또 그러니까 아라디네가, 음…… 그러니까 결론을 내리자면……. 일단 함께 다들 나서기로 결정이 났다. 올디네만은 소란스런 곳은 싫어한다며 배에서 쉬겠다고 말했고, 선원들 중에서는 의외로 말없는 그랭그와르가 함께 가겠다고 나섰다. 선원들은 대부분 자기들끼리 잘 가는 선술집을 간다고 했는데, 그랭그와르는 무슨 생각인지 우리 일행에 끼어서 우리와 함께 어두워지는선창가 아래 길을 따라 걸어 내려갔다. 떠들썩한 상인들의 외침과 좌판을 걷어들이고 있는 등짐 장수들,곧 열릴 야시장을 준비하는 사람들과 여기 저기 두리번거리는 여행객들, 특히 이 배 저 배에서 내린 선원들의 왁자지껄한 웃음소리들로거리는 밤이 되어 가는데도 생기가 넘쳤다. 환한 램프들이 내걸린 여관과 술집들은 어디나 분주히 손님을 맞기에 바빴다. 거리가 깨끗하진 않았으나 그런 대로 재미있는 풍경들이었다. 일곱 명이나 되는 우리 일행은 앙글라제 시에 여러 번 와봤다는 그랭그와르의 안내로 좁은 골목을 이리 저리 돌아 자그마한 맥주집에안착했다. 아직 열 여섯 밖에 안 되는 미르디네도 있고 해서 일단 깨끗해 보이는 곳을 골랐다. 테이블에 둘러앉자 주인으로 보이는 몸집좋은 사내가 얼른 달려왔다. "내 친구들이야. 좋은 안주로 서비스 좀 해 줘." 주인은 달려오자마자 그랭그와르와 반갑게 인사를 나누더니 우리들에게까지 싱긋 웃으며 인사를 한다. 주문은 그랭그와르에게 맡기고나는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 오랜만에 흔들리지 않는 땅을 밟고있으니 기분이 이상하다. 주인이 곧 맥주 여섯 잔과 주스 한 잔을 날라왔다. 맥주를 마시는 사람들은 한 차례 잔을 부딪쳤다. 나르디는 예전 버릇 그대로 1파인트 잔을 한번에 비워버리더니 다시 한 잔 가져다 달라고 외쳤다. "아시에르, 옛날 버릇 그대로 나오면 곤란해." 내가 피식 웃으며 말하자 그랭그와르가 거든다. "맞아 이 친구, 술 막 마시는 경향이 좀 있지." "하하, 이 배에서도 그랬던가요?" "말 말게. 도냐넨과 내가 배까지 업고 오느라고 고생한 일도 있다고. 도대체 자기 양을 조절할 줄을 몰라." 그랭그와르는 평상시와는 달리 오늘은 상당히 쾌활해 보였다. 아가씨들 중에서는 유리카가 그래도 잘 마신다. 미르디네는 자기도 맥주를 마셔보고 싶은 눈치였지만, 나르디가 한 번 안 된다고 말하자 금방 수그러들어 잠자코 있었다. "자, 다시 건배!" 나르디는 나와 그랭그와르의 말은 듣는지 마는지 자기 맥주가 채워지자 다시 싱긋 웃으면서 잔을 들어올렸다. 우리는 어물어물 웃으면서 같이 잔을 들 수밖에 없었다. "…… 그래서 내가 그 놈을 단칼에 베어버리려고 하는데, 갑자기녀석의 애인이라는 여자가 튀어나온 거야. 할 말이야 뻔하지 뭐야. 어떻게 했냐고? 아, 그래서……." 그랭그와르가 술을 마시면 말이 많아지는 스타일이라는 정보는 없었다. 그런 정보가 있으면 미리미리 좀 귀띔을 했어야 할 것 아냐,나르디 임마! …… 라고 말해봤자 나르디는 이미 규칙적인 숨소리까지 내면서 테이블에 머리를 박고 잠든 뒤다. 그러니까 책임을 질 수가 없군. 아라디네는 술을 조금 마시자 미르디네와 말싸움을 시작했고, 유리카는 나르디가 곯아떨어지기 전까지 같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가 지금은 몇 시나 되었을까 생각하는 눈치다. 블랑디네와 나만 불쌍하게그랭그와르의 앞 뒤 안 맞는 이야기에 말려들어서 골치 아픈 상황이되어 있었다. "…… 안 그래요? 여자가 그렇게 나오는데 난들 어떻게 할 수가 있어야지. 프로첸이라면 어떻게 하겠어요, 응?" 갑자기 그랭그와르가 블랑디네에게 질문의 화살을 돌리자 그녀는당황해서 뭔가 대답을 해야 하는 줄 알고 - 그녀는 술 취한 사람과별로 이야기를 해보지 않은 것임에 틀림없었다 - 애써 머리를 짜내기시작하고 있었다. 덕택에 나는 잠깐 그의 이야기에서 해방된 틈을 타서 유리카에게 눈짓을 했다. "바람 좀 쐬고 오자." 부둣가의 밤바람은 시원했다. 야시장이 열리는 쪽의 불빛을 제하면 주위는 꽤 조용해져 있었다. 밤에 돌아다니는 사람들도 거의 다 어딘가에 들어앉아 있거나 아니면야시장에 가 있어서, 거리를 걷자니 우리 발소리에 귀를 기울일 수있을 정도였다. "이제 곧 하라시바에 도착이구나." 유리카가 문득 입을 열었다. 우리는 저도 모르게 발길이 배를 세워놓은 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렇지. 그럼 배 여행도 끝이고, 다시 도보 여행이 시작되는 거지." 유리카는 고개를 숙인 채 빙긋 웃었다. "너하고 함께 여행한 것도 그럭저럭 꽤나 됐다, 그치?" 그래. 새삼스럽지만 그런 생각이 나도 든다. 여행하면서 있었던 다양한 일들을 차례로 떠올리고 있는데 유리카가 문득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러더니 말했다. "켈라드리안에서, 네가 수호성에 대한 이야기 한 거 기억나?" "물론이지." 잊어버렸을 리가 있나. 오늘도 그날 밤처럼 별이 총총하고 맑은 하늘이다. "그때 나도 내심 네 말이 맞다고 생각하고 있었었어." "그래?" 나는 어두워서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그녀를 보면서 미소지었다. 그녀도 나를 보고 마주 미소하고 있었다. "주아니 말대로, 상처 입은 달 자체가 나의 수호성이라고 할 수 있을 거야. 상처 입은 달. 네 수호성인 파비안느도 달이잖아?" "물론…… 그렇기야 하지." 파비안느는 다른 아룬드의 수호성과는 달리 달 뒤에 가려져 있다는작은 달. 아니, 정확히는 달 앞에 있지만 큰 달의 빛 때문에 볼 수없는 달이다. 그래서 나는 항상 그 별이 존재하는 것인가 의심쩍게생각해 왔었다. 사실, 확인할 길은 없잖아? 가끔 운 좋은 사람은 달 위에서 파비안느의 작은 동그라미를 보기도 한다지만 나는 한 번도 그렇게 운이 좋아본 적이 없다. 이런 식이고 보니 파비안느가 달이 아니라 해의 그늘에 가려져 있다는 이설까지 있다. 나참, 도대체 그놈의 작은 달은어디에 있는 걸까. "네 수호성이나 내 수호성이나, 있는지 없는지 애매모호한 것은 마찬가지구나." 이렇게 말하는 유리카의 말에서 수호성은 아마 사스나 벨을 두고하는 말이겠지. 암흑성 사스나 벨 역시, 사실은 달의 검은 얼룩에 불과하다는 설도 있다. 물론 이 설은 그렇다면 왜 사시사철 보이지 않고 암흑 아룬드에만 보이냐는 반박으로 거의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지만 말이다. "그렇지 않아." 문득 내 입에서 이런 말이 나왔다. 유리카가 돌아본다. "무슨 뜻이야?" "그러니까…… 수호성이 애매하다고 너는 말했지만, 내 생각엔 그렇지 않다는 말이야." "어째서?" "그건……." 이런 말을 하려니 밤중이라도 왠지 좀 무안한데. "그건 말이지, 내 수호성은…… 바로 너거든." "……." 유리카는 잠시 말이 없었다. 나는 좀 계면쩍어져서 아무 말이나 되는대로 더 지껄였다. "그래, 그러니까 너만 있으면 나는 수호성 같은 건 있거나 없거나마찬가지란 말야. 만약 네가 없다면, 네가 없다면…… 수호성과 무관하게 나는 정말로 홀로 버려진 것처럼 느낄 거야. 그래, 그럴 거야. 너는 아니야?" "……." 유리카는 잠시 더 말이 없었다. 내 얼굴이 붉어질 대로 붉어져서,이젠 어둠 속에서도 알아볼 수 있을 정도가 된 참인데, 유리카가 갑자기 몸을 내쪽으로 홱 돌렸다. 그리고……. "……!" +=+=+=+=+=+=+=+=+=+=+=+=+=+=+=+=+=+=+=+=+=+=+=+=+=+=+=+=+=+=+=아아.... 주위에서 말을 들어보니, 다래끼는 이쪽 눈에서 저쪽 눈으로 옮기도 한다면서요? ...--; (겁먹고 있다..)어느 분이 전해주신 민간요법이나 써볼까... 편지 보내주신 분께 - 각 아룬드가 시작할 때 적는 그 의미들은,전적으로 제 머릿속에서 나온 것입니다. 물론, 이 달체계의 계획은어제오늘 이루어진 것은 아니고, 몇 년 전부터 서서히, 꽤 오랜 시간을 두고 몇 번이나 고쳐가며 만들었지요. 아마도 이런 저런 것들이참고가 되었겠지만... 직접적으로 여기에서 얻었다! 고 할 만한 것은없군요..^^;달과 별, 별자리의 체계에서 어떤 의미가 전달되도록 하고자, 그리고 그 자체로서 완결성을 지니는 예언의 체계를 만들고자 굉장히 애를 썼습니다. 아무 의미 없이 복잡하기만 한 설정은 쓸데 없으니까요. 잘 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아, 저의 점성학 취미와도 관계가 깊겠군요. ^^;Luthien, La Noir. 출력이 끝났습니다. [Enter]를 누르십시오. ━━━━━━━━━━━━━━━━━━━━━━━━━━━━━━━━━━━제 목 :◁세월의돌▷ 5-1. 국왕들이… (3)게 시 자 :azit(김이철) 게시번호 :759게 시 일 :99/07/02 02:01:20 수 정 일 :크 기 :8.4K 조회횟수 :102 『게시판-SF & FANTASY (go SF)』 35361번제 목:◁세월의돌▷ 5-1. 국왕들이 쓴다는…(3)올린이:모래의책(전민희 ) 99/06/12 22:30 읽음:2085 관련자료 없음----------------------------------------------------------------------------- +=+=+=+=+=+=+=+=+=+=+=+=+=+=+=+=세월의 돌(Stone of Days)=+=+=+=+=+=+=+=+=+=+=+=+=+=+=+=+ 5장. 제4월 '타로핀(Tarophin)'1. 국왕들이 쓴다는 방법 (3) 내 귓가를 스치는 미풍 같은 머리카락. 봄의 훈향. 내 뺨에 아주 부드러운 뭔가가 아주 살짝, 잠깐 동안만 닿았다가떨어졌다. 내 뜨거운 뺨을 식힐 만큼, 아주 시원하고 달콤한 무언가가. "아……." 내가 말도 제대로 못하고 서 있는 참인데 유리카는 얼굴을 보이고싶지가 않은 듯, 고개를 돌리더니 나보다 앞서 두어 걸음 내쳐 걸어가 버렸다. 아라디네가 했던 때와는 전혀 다른, 평생 느껴보지 못한 감정의 물결이 내 머릿속을 한 번 헤집었다. 나는 유리카를 뒤따라 뛰어갔다. "유리!" "…… 으응?" 유리카는 고개는 돌리지 않았지만 대답은 했다. 그러나 그 대답으로 그녀도 나 못지 않게 당황하고, 또 감정이 흔들려 있다는 것을 나는 알아버렸다. 나는 그녀 앞으로 다가갔다. "유리." 그리고 그녀의 두 손을 내 손으로 감싸 잡았다. 손이 몹시 따뜻했다. "…… 좋아해." 아아, 뭔가 더 말하고 싶지만, 말이 나오지 않아. 우리가 서로 마주 보고, 그렇게 둘 다 어쩔 줄 몰라하고 있는데 갑자기 배 쪽에서 느닷없는 고함 소리가 울렸다. "아!" 둘 다 평상시보다 지나치게 놀라 화들짝 손을 놓는데, 누군가가 우리 쪽으로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나는 다시 유리카의 손을 잡아 이번엔 내 쪽으로 끌어당겼다. 괴한일지도 몰라 유리카를 내 등으로 가리고 섰다. 검을 갖고 나오길 잘했다. 아버지의 충고는 언제나 도움이 된다. 검을 몸에서 떼어놓아선 안 된다고 하셨지. "어이! 거기 파비안인가?" 어…… 익숙한 목소리? 우리 앞으로 달려온 것은 늙은 선원 칼메르였다. 나는 그가 아까다들 나갈 때, 이젠 늙어서 젊은이들 노는 데 끼고 싶지 않다고 농조로 말하며 배에 남았던 것을 기억해 냈다. "네! 마디크 칼메르!" 숨이 곧 넘어가기라도 할 것처럼 헐떡이며 달려온 칼메르는 우리앞에서도 멈춰 서지 않고 내 손을 확 잡아끌며 계속 달려가려고 했다. "어디 가세요? 무슨 일 생겼어요?" "빨리 빨리! 도둑놈들이 배에 들어왔어!" "뭐라고요?" 칼메르는 그제야 내 뒤에 선 유리카도 알아본 모양이다. 그러나 인사하고 어쩌고 할 정신도 없는지, 당장에 나를 붙잡고 선원들이 있는곳으로 안내하라고 성화다. 나와 유리카는 얼떨결에 칼메르와 함께뛰면서 말했다. "다른 선원들은 어디 갔는지 몰라요! 우린 바르제 자매들이랑 그랭그와르, 그리고 나…… 아니, 마디렌 롤피냥하고 따로 마셨거든요." "이런…… 어쨌든, 거기라도 얼른 가자!" 나는 뛰면서 속으로 생각했다. 그 사람들이 과연 도움이 될까? 바르제 자매들이야…… 블랑디네는 검을 갖고 있지만 실력은 전혀 알수 없고, 아라디네나 미르디네한테 도움을 기대하긴 어려울 것 같고,기대한댔자 나르디 아니면 그랭그와르인데, 둘 다 곯아떨어지기 직전이잖아! 큰일이군, 큰일이야. 칼메르도 이걸로는 부족할거라고 생각했는지, 그랭그와르한테 다른선원들의 행방을 물어야겠다고 뛰는 와중에도 말했다. 그가 그걸 알면 다행이겠고, 그걸 지금 설명할 만한 정신이 있으면 진짜 다행이겠다. 나는 그 나이에도 무서운 속력으로 뛰는 칼메르에게 외쳤다. "다들 술에 취했어요!" 칼메르는 고개를 흔들면서 뭐라고 말했는데, 알아듣기가 힘들었다. 유리카가 - 유리카는 무거운 검을 등에 멘 나보다는 가볍게 뛴다 -내 뒤를 돌아보면서 말했다. "다른 선원들도 술은 이미 곤드레만드레가 되게 마셨을 거래!" 우리는 술집에 도착했다. 상황은 볼 것도 없었다. 나르디는 이젠 아예 술잔을 껴안다시피 하고 잠들어 있고, 그랭그와르는 이제 할 말이 다 떨어졌는지, 아니면말할 정신이 다 떨어진 건지, 황당하게도 이젠 블랑디네가 이야기의주도권을 쥐고 뭐라고 열심히 떠들고 있었다. 아라디네와 미르디네는싸우다가 지쳤는지, 이제는 따로 행동을 취했다. 즉, 아라디네는 나를 찾아보겠다며 밖으로 나갔다고 하고(우리가 아라디네한테 들켰다면 정말 끔찍했을 것이다), 미르디네는 자고 있는 나르디를 깨우려고머리를 쓰다듬어 넘겨주고 있었다. 물론 나르디가 저래서야 깰 리가 없다. 나는 안다. 나르디를 깨우려면 내 방법이 제일이지! 나는 나르디의 등을 세게 내리치면서 외쳤다. "야! 큰일났어!" "뭐?" 나르디는 고개를 번쩍 들었다. 덕택에 그의 얼굴을 향해 고개를 수그리고 있던 미르디네와 한바탕 머리를 부딪칠 뻔했다. 나는 나르디의 눈을 똑바로 살펴봤다. 핫하, 내 예상 대로지. "뭐? 큰일이라니, 무슨 일이 생겼는데?" 녀석의 목소리가 또렷한 것에 칼메르도 놀란 모양이었다. 칼메르도그랭그와르와 똑같이 나르디의 고약한 술 퍼마시는 버릇만 아는 모양이었다. "허, 이 친구 멀쩡하네?" 블랑디네는 뭔가 열변을 토하고 있다가 우리 때문에 잠시, 아니 영영 멈추게 되었다. 칼메르의 말을 두 마디만 듣더니 그녀는 커다란목소리로 부르짖었다. "그럼, 언니는?!" 물론 올디네가 걱정되긴 하지만, 지금으로선 배에 남아있는 모든사람이 걱정의 대상이다. 나는 그랭그와르를 깨우기 위해 주인에게냉수를 좀 갖다달라고 외친 다음, 배에 누구누구 남아 있었느냐고 칼메르에게 물었다. "나하고 그 프로첸, 당직 선원 두 사람, 그리고 선장님밖에 더 있었겠어?" "그럼 다들 어떻게 되었죠?" 나는 이 말을 하면서 선실에 남겨두고 온 주아니를 떠올렸다. 주아니야 뭐, 잘 있겠지. 워낙 몸이 작으니까 발견하지도 못했을 거야. "프로첸 바르제는 모르겠고…… 다른 녀석들은 금방 붙잡힌 모양이야. 나는 아래층에 뭘 가지러 내려갔었는데, 올라오다가 녀석들이 선장님을 위협하는 걸 보고 도움을 청해야겠다 싶어서 급히 뛰어나왔지. 뱃전에서 그대로 뛰어내렸다면 믿겠어?" 오오, 그거 못 믿겠는데. 블랑디네는 올디네를 돌보지 않았다며 칼메르에게 소리를 질렀고,칼메르는 그 상황에선 이게 최선이었다며 맞고함을 질렀다(그가 아가씨 손님들에게 고함을 지르는 것은 처음 보는 일이었다). 그러자 화가 난 블랑디네 대신 미르디네가 울먹거리기 시작했고, 주위는 몹시시끄러워졌다. 나는 말했다. "혹시, 아라디네가 어느 쪽으로 갔는지 아시는 분?" …… 물론, 기대도 안 했다. 있을 턱이 없었다. 그랭그와르가 간신히 좀 깨어나는 기색이자 칼메르는 당장 다른 선원들이 있는 데를 대라고 다그쳤고, 그랭그와르는 글쎄, 오늘은 평상시 안 가던 곳으로 간다고 했다는 것밖엔 모른다며 고개를 저었다. 나르디와는 달리 아직 술이 덜 깬 상태인 그의 말을 믿어도 좋을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단골집만 뒤져도 한 시간도 넘게 걸릴 거라는칼메르의 말에 나는 선원들을 찾는 건 포기해야겠다고 말했다. 상황이 복잡해지자 유리카가 나섰다. "정리 좀 하죠. 선원들 찾는 건 포기한다고 했으니, 우리가 할 일은 배로 가는 것과, 아라디네를 찾는 것 두 가지로군요?" "아앙…… 언니……." "시끄러우니 조용히 좀 해요." 이럴 때면 유리카는 아까 선창가 앞에서 내 손을 잡고 얼굴을 붉히고 있던 그 유리카가 아니다. 그녀는 울먹거리는 미르디네한테 매섭게 한 마디 쏘아붙여 조용히 시켜 놓고는 다시 고개를 우리들 쪽으로돌렸다. "여기는 치안 담당하는 군인들이나, 그런 사람들은 없나요?" "소용없어. 이런 데서는 자기 배는 자기가 지키는 거야. 부탁하면오기야 하겠지만, 그래 봤자 날 샐 즈음이나 되어야 할걸. 게다가 그건 망신스러운 일이기도 하고. 여기가 바다는 아니고 강이라지만, 뱃사람들은 이런 점에선 명예가 생명이야." 칼메르의 말은 애매했지만 어쨌든 뜻은 알아들을 만했다. 즉, 한마디로 도시 치안대의 도움을 받을 수는 없다는 말이다. 유리카는 다시 말했다. "적은 몇 명이나 돼요?" 추궁의 대상은 계속 칼메르다. 그는 유리카의 말투가 워낙 매서워서 말을 좀 더듬었다. "그, 글쎄…… 솔직히 급히 나오느라 자세히 못 봤어. 언뜻 보기로넷이 넘는 것은 확실하고, 우리 정도의 배를 습격할 자들이면 열은넘는다고 봐야지." "우리 전력은?" "전력?" 블랑디네가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방금 술에서 깬 그랭그와르와 나르디 - 물론 그녀가 지금 나르디는 완전히 제정신인 상태나 다름없다는 것을 알 리가 없었다 - 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자기 검을 내려다보고, 아직도 울고 있는 미르디네를 한 번 보더니 대답, 아니 질문을했다. "당신, 프로첸 오베르뉴도 검 써요?" +=+=+=+=+=+=+=+=+=+=+=+=+=+=+=+=+=+=+=+=+=+=+=+=+=+=+=+=+=+=+=추천해 주신 분,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고마워요. ^^눈은... 이제 점차 나아가고 있습니다. 옆 눈으로 옮지만 않는다면조만간에 어떻게 될 듯 합니다. ^^;어젯밤에 본 '겟어웨이', 재미있더군요(물론 TV용으로 많이 가위질된 상태였습니다만...). 한쪽눈으로 봐도 재미있는 것 보니, 나름의 공식에 맞춰 꽤 솜씨있게 만든 영화였던 모양입니다. 저는 낭비 없고 짜임새 정확한, 자기규모 안에서 스토리와 편집이 탄탄한 영화를 좋아하거든요. ^^Luthien, La Noir. 출력이 끝났습니다. [Enter]를 누르십시오. ━━━━━━━━━━━━━━━━━━━━━━━━━━━━━━━━━━━제 목 :◁세월의돌▷ 5-1. 국왕들이… (4)게 시 자 :azit(김이철) 게시번호 :760게 시 일 :99/07/02 02:01:41 수 정 일 :크 기 :6.2K 조회횟수 :89 『게시판-SF & FANTASY (go SF)』 35464번제 목:◁세월의돌▷ 5-1. 국왕들이 쓴다는…(4)올린이:모래의책(전민희 ) 99/06/13 23:24 읽음:2012 관련자료 없음----------------------------------------------------------------------------- +=+=+=+=+=+=+=+=+=+=+=+=+=+=+=+=세월의 돌(Stone of Days)=+=+=+=+=+=+=+=+=+=+=+=+=+=+=+=+ 5장. 제4월 '타로핀(Tarophin)'1. 국왕들이 쓴다는 방법 (4) 푸훗. 물론 유리카는 검을 밖으로 보이게 하고 있지는 않으니 그런 말이나오는 거다. 유리카는 간단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내가 대신정리했다. "나와 유리, 마디크 칼메르와 프로첸 블랑디네, 마디렌 롤피냥. 그게 다라고 봐." "마디렌 롤피냥?" 미르디네가 갑자기 울다가 말고, 말도 안 된다는 듯이 고개를 저으며 나르디의 손을 끌었다. 마치 보내면 안 된다는 투다. 이런 상황만아니라면 실컷 놀린 다음, 감동하는 척 해주겠지만 지금은 일단 고개만 흔들었다. 나르디는 분명 정상이다. 나는 안다. 그렇지? 나는 나르디를 툭툭 쳤다. "야, 네가 정상이라는 걸 좀 증명해봐." "가서 증명하지 뭘." 나르디는 태평한 말투였지만 이미 목소리에서는 어느 정도 긴장이묻어나 또렷했다. 미르디네가 놀라 나르디를 쳐다보는 걸 외면하고나는 큰 목소리로 말했다. "마디크 그랭그와르, 싸울 수 있겠어요?" "…… 그으럼." 저건 '절대 못해' 라는 말과 동의어인 것 같았다. 유리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빠르게 말했다. "마디크 그랭그와르, 저기 친구 분에게 말해서 아라디네를 좀 찾아보라고 하세요. 우린 지금 그녀를 찾을 여유가 없으니까요. 찾거든다른데 가지 말고 여기에 가만히 있도록 잡아놓으라고 하세요." 갑자기 유리카는 눈을 치켜 뜨더니 그랭그와르가 앉아 있는 의자다리를 냅다 걷어찼다. 칼메르는 옆에 서 있다가 그랭그와르만큼이나놀랐다. 반쯤 졸고 있던 그랭그와르는 거의 의자에서 굴러 떨어질 뻔했다. "술 취했다고 잊어버리면 가만히 안 둬요! 이런 도시에서 밤에 혼자 나가게 뒀다는 것부터가 틀렸지만, 지금은 그걸 추궁할 여유는 없으니까. 그럼, 시간 낭비하지 말고 다들 가요. 검 준비들은 다 되었겠죠?" 우리는 그랭그와르와 미르디네를 거기에 남기고 배로 출발했다. 유리카는 이럴 때 보면 정말 리더 기질이 확실하다. 블랑디네는 불만이 많은 편인 것 같았지만 일단 상황이 이렇게 되고 보니 자기 정신을 가다듬는 데만 신경 쓰고 있는 것 같았다. 그녀는 그다지 싸움경험이 많아 보이지 않았다. 나도 저 장식용으로 더 쓸만해 보이는 블랑디네의 롱소드가 얼마나도움을 줄는지는 솔직히 장담 못하겠다. 미르디네와 두고 오는 편이나았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녀가 남겠다고 하는 것도 아니니, 어쩔 수없지. 칼메르는 벌써 질렸다는 듯이 고개를 내젓고 있었다. 그는 6일 동안 함께 항해하면서 본 생글생글 웃고 농담 잘 하는 유리카만 생각했었던 모양이다. 그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무서운 프로첸이야." 우리는 빈 거리를 급하게 걸었다. 칼메르는 그 나이에도 불구하고배까지 계속 뛰어가고 싶어했지만, 유리카가 '그래서야 거기 가서 어디 제대로 싸우기나 하겠는가' 라고 말하자 별 수 없이 입을 다물었다. "아아, 언니, 올디네 언니." 블랑디네는 가면서도 계속 올디네의 일만 중얼거렸는데, 나도 물론남아있는 사람들 중에선 올디네가 가장 걱정이 된다. 그녀는 아까 저녁땐 오히려 우리와 함께 거리에 나가는 동생들을 걱정하며 내보냈었는데, 지금은 자기가 모든 사람들의 최대 걱정거리가 되어 있군. 내가 물었다. "프로첸 올디네도 검을 갖고 있었잖아요? 어느 정도 실력이에요?" 물론 이 말은 블랑디네의 실력을 알고 싶어서 우회적으로 한 질문이었다. 대놓고 물었다간 그래도 검을 겉으로 보이게 차고 다니는 그녀의 자존심을 다칠까봐서다. 블랑디네는 잔뜩 어두운 목소리로 대꾸했다. "언니가 우리 중에서 제일 낫지만, 그래도 남자가 열 명이나 된다니 별 수 있었겠어요?" 나는 블랑디네를 한 번 쳐다보고, 한숨을 한 번 내쉬고, 그대로 계속 뛰다시피 걸었다. "다들 그만 멈춰요." 배의 윤곽이 어슴푸레하게 보이는 마지막 골목에 이르자 내가 말해서 모두를 멈추게 했다. 다들 어두운 길목에 몸을 숨긴 채 배 쪽을잠시들 엿보았다. 우리는 모두 다섯 명, 미리 들켰다가는 몇인지도잘 모르는 적들한테 어떻게 될 지 모른다 싶었다. 일단 계획을 짜야 했다. "줄사다리는 내려져 있어요?" "내가 나올 땐 있었지." 칼메르의 대답이다. 밤이고 해서 배다리는 전부 치웠고, 줄사다리만 뱃전에 매달아 뒀었다. 그런데, 도둑이란 자들은 그 앞에 감시하는 선원들을 어떻게 피해서 안으로 들어갔담? "당직 선원들이 사다리를 지키고 있지 않았어요?" "그게 모를 일이란 말야. 녀석들이 그리로 올라왔다면 들키지 않았을 리가 없는데. 당직하는 녀석들이 소리 없이 당한 게 수상쩍어."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르디가 말했다. "다른 길이라. 여기서 봐도 들어갈 만한 데는 전혀 안 보이는데,다른 길이라면 하나 뿐이잖아." "하나 뿐이라면?" 블랑디네가 묻자, 유리카가 대신 대답해 주었다. "뻔하잖아요. 물밖에 더 있어요?" 우리는 상황을 정리해보았다. 어떤 녀석들이든지, 하여튼 강을 통해서 들어왔다면 헤엄쳐서 왔다고 생각하긴 어렵고(지금은 아직 4월밖에 안됐단 말이다), 배를 이용했을 가능성이 많다. 헤엄친다는 이야기에 대해선 칼메르도 반대했다. 이진즈 강은 이 부근이 세르무즈내에서 가장 물살이 험한 곳이기 때문에 커다란 배들이 줄줄이 늘어서 있는 사이로 헤엄친다는 건 지나친 모험인데다, 저 아래쪽으로 한참을 빙 돌아서 와야 배마다 남아 있는 당직 선원들한테 들키지 않을텐데, 그러면 너무 헤엄칠 거리가 길어지고, 결정적으로 이진즈 강의흐름을 거꾸로 거슬러 와야 한다는 얘기가 된다. 그건 불가능하다고그는 몇 번이나 고개를 흔들었다. 유리카가 말했다. "그럼, 배를 찾아보아야죠." 맞는 말이다. 그런데 어떻게? 나르디가 손가락을 딱 울렸다. "실례이긴 하지만, 옆 배를 잠깐 빌리는 수밖에." +=+=+=+=+=+=+=+=+=+=+=+=+=+=+=+=+=+=+=+=+=+=+=+=+=+=+=+=+=+=+=프린트된걸 좀 보고 싶다고 했더니 언니가 지금까지 쓴 부분들을회사에 가서 다 프린트 해다 줬는데요, 맨날 화면으로만 보다가 종이로 보니까 새롭네요. ^^(언니네 회사는 잡지사+출판사=프린터가 좋다...^^)저희 집 프린터는 560K인데도 느리기가 한정없어서, 아마 집에서뽑았었다면 삼일 밤낮으로 뽑아도 불가능했을 겁니다. ^^; (농담아님! 예전엔 분명 빨랐는데 왜 저렇게 됐는지...)Luthien, La Noir. 출력이 끝났습니다. [Enter]를 누르십시오. ━━━━━━━━━━━━━━━━━━━━━━━━━━━━━━━━━━━제 목 :◁세월의돌▷ 5-1. 국왕들이… (5)게 시 자 :azit(김이철) 게시번호 :761게 시 일 :99/07/02 02:01:58 수 정 일 :크 기 :10.7K 조회횟수 :90 『게시판-SF & FANTASY (go SF)』 35553번제 목:◁세월의돌▷ 5-1. 국왕들이 쓴다는…(5)올린이:모래의책(전민희 ) 99/06/14 23:27 읽음:1979 관련자료 없음----------------------------------------------------------------------------- +=+=+=+=+=+=+=+=+=+=+=+=+=+=+=+=세월의 돌(Stone of Days)=+=+=+=+=+=+=+=+=+=+=+=+=+=+=+=+ 5장. 제4월 '타로핀(Tarophin)'1. 국왕들이 쓴다는 방법 (5) 우리는 도둑을 잡기 위해 도둑이 된 셈이 돼 버렸다. 별과 검의 노래호 옆에는 이진즈호(당연히 강 이름을 딴 것이겠지만 나한텐 마치 우리 어머니 이름을 딴 것처럼 들렸다)가 정박하고있었다. 이 배를 고른 이유는 별과 검의 노래호보다 상류 쪽에 위치하고 있다는 것 때문이다. 만일의 경우, 배에 숨어들려면 역시 강의흐름보다 앞에 가 있는 편이 좋다. 물론 우리라고 처음부터 도둑처럼 숨어들 생각이었던 것은 아니다. 블랑디네가 사실대로 이야기하고 도와달라고 하면 되잖겠냐고 말했지만 칼메르가 말도 안 된다고 처음부터 딱 잘라 말했다. 우리 배가 이진즈호와 미리 아는 사이라면 모르되, 그들은 절대 이런 일에 끼여들 리가 없단다. 이런 배를 터는 강변 도시의 깡패들이란 절대 모조리 소탕할 수 있는 종류가 아니다. 괜히 우리를 도와주었다가 놈들한테 자기 배를 습격할 구실만 만들어 준다고 생각할 것이 뻔하다는 이야기다. 한 마디로, 그들은 좋을 때는 이웃, 어려울 때는 남이란 거다. 칼메르가 너무나 이런 것이 당연한 것이고, 만약 우리 배라고 해도 이런 부탁을 받는다면 거절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듯이 말하는 바람에나는 그만 화가 치밀어 말했다. "그럼, 승객에 불과한 우리는 왜 이 일에 끼여들고 있는 거죠?" 싸움도 시작하기 전에 우리끼리 말다툼이 벌어질 뻔한 것을 우리둘 다를 잘 아는 나르디가 재빨리 말렸다. 오히려 블랑디네는 나나 유리카보다 칼메르의 설명에 빨리 수긍하는 눈치였다. 나는 그걸 보고 어쩌면 마브릴 족이란 자들은 본래 저런 족속들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속으로 욕을 했다. "우리 일이란, 우리가 해야지." 칼메르가 마지막으로 한 저 말도 도대체 말이 되지 않는다. 당신네들의 그런 사고방식을 따를 것 같으면, 나나 유리카, 블랑디네는 손떼고 조용히 술집에 되돌아가서 일 되어 가는 상황이나 보고 있다가,만약 짐 같은 것에 손해가 있으면 배상이나 청구하는 것이 이치에 맞겠군 그래. …… 이렇게 생각하면서도, 나는 마브릴이 아니고 엘라비다인지라'그럼 잘해보슈, 난 갑니다' 그러지 못하고 지금 함께 이진즈호에 숨어들고 있다. "방해하는 선원이 있으면?" "조용히 시켜야지 뭘." 이런 대화가 블랑디네와 칼메르 사이에 오갔다. 저들 둘은 아주 죽이 잘 맞는구나. 그러나 이진즈호의 당직 선원을 실제로 조용히 시킨 건, 죽이 잘맞는 마브릴들이 아니라 유리카였다. 우리가 뒤에서 입을 벌리고 있는 사이에, 유리카는 손을 탁탁 털면서 말했다(유리카는 다른 사람이 제대로 뭔가 보기도 전에 칼을 뽑았다가 집어넣었다. 힐트로 선원의 머리를 찍어 기절시켰다는 걸 본 게나 말고 또 있을까?). "가죠." 칼메르는 아예 계속 입을 벌리고 있었다. 우리는 이진즈호의 우현으로 다가갔고, 어둠 속으로 어렴풋이 보이는 별과 검의 노래호를 관찰했다. 여기에서 보기에 배는 아무 일 없는 듯 조용해 보였다. 마치 칼메르가 거짓말이라도 했다는 듯이. 내가 물었다. "벌써 약탈이 다 끝나고 어디로 도주해버린 것 아닌가요?" "그럴 리가. 우리 배에 실린 물건이 얼만데. 분명 어딘가에 보트를대어 놨을 거야." "놈들이 주로 뭘 노리죠? 무거운 건가요?" 칼메르는 마치 비밀이라도 되는 양, 한참이나 망설이는 표정으로잠자코 있었다. 문득 옆의 나르디를 보는데, 녀석의 눈이 어두운 가운데서도 이상하게 빛나고 있다. 왜 저러지. 칼메르는 몇 번이고 말을 할 듯 할 듯 하다가 멈추고 하더니, 결국결심했다는 듯 입을 열었다. "이건 비밀이야. 누구도 이야기해선 안 돼. 내가 이야기했다는 말을 해서도 안되고." 나는 왠지 갑자기 긴장이 됐다. 주위 사람 모두에게 아까와는 다른긴장감이 감돌고 있었다. 나는 답답해져서 재촉했다. "안 훔쳐 갈 테니, 빨리 말씀하시라고요. 이러다가 뭔지 알기도 전에 다 뺏기겠네." "으음…… 그게……." 말한다고 해놓고도 칼메르는 한참이나 뜸을 들였다. 고개를 젓기도하고, 하늘을 쳐다보기도 했다. 나르디가 신중하게 입을 열었다. "칼메르 선원님, 제가 뭐라고 하긴 그렇습니다만, 우리가 도둑을잡게 되면 자연히 물건이 뭔지 보게 되지 않겠습니까? 녀석들이 이렇게 긴 시간이 흐르는 동안 이미 충분히 물건을 챙겼을 테니까요. 되찾는 순간 우리도 뭔지 알게 될 겁니다." 나는 이 배의 선원인 나르디도 그 화물이 뭔지 모른다는 것이 좀의아했지만 일단 덮어두었다. 칼메르는 다시 한 번! 결심했다는 듯이입을 열었다. "미스릴(Mythril)이네." "미스릴이요?" "미스릴요?" 나와 유리카가 동시에 되물었지만, 잠시 후에 우리의 물은 의도가전혀 달랐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유리카는 이맛살을 찌푸리면서 말을 이었다. "그거 많나요? 무거워요?" 나는 그거 보단 이런 낡은 배가 그런 고가품을 운송하고 있었다는데 놀라 있었다. 겉으로 보기엔 상등품 포도주 조금이랑 산짐승의 모피, 그리고 말린 어육 등이 화물의 전부로 보였는데, 어디다가 그런것을 숨겨 두었었지? 칼메르는 괴로운 표정이었다. "괴(塊)로 만든 것이 다섯 상자. 그게 다야. 더 이상은 묻지 말라구. 이건 배 안에서도 선장님과 두세 선원밖에 모르는 비밀이야." 나는 더 묻고 싶은 것이 많았다. 왜 화물을 숨기는지(도둑맞을까봐, 라고 한다면 정말 바보같은 대답일 것이다), 어디로 가지고 가는지, 어디에서 미스릴이 나는지, 그걸 어떻게 구했는지 등등. 그러나전부 내가 물을 만한 질문은 아니었다. 칼메르는 우리에게 몇 번이나 비밀을 지키라고 한 뒤에, 나르디를향해 엄하게 말했다. "아시에르, 자네도 절대 이 일, 입밖에 내선 안되네. 다른 선원들한테도 마찬가지야. 이건 국왕 폐하까지 관계된 국가 기밀일세. 이야기가 새어나가면 국왕 폐하께 바로 처벌을 받을 걸세. 내 말, 이해하겠지?" "물론입니다." 나르디의 대답은 내 귀에도 꽤나 믿음직하게 들렸다. 칼메르의 말은 마치 협박처럼 들렸지만. 나는 칼메르가 왜 이진즈호를 이용하는 것에 아무 가책을 느끼지않는지 그 말로 알게 되었다. '국가' 의 일을 하는데, 뭘 이용한들두렵겠어. 우리가 모두 비밀을 지키겠다고 맹세하다시피 한 후에도, 칼메르는내내 자기들이 이걸 숨기려고 얼마나 애를 썼는데, 평범하게 보이려고 승객도 다 받고, 다른 화물도 많이 실었는데, 등등 계속 불쌍할정도로 중얼대고 있었다. 모두 다 나에게는 의심쩍게 들리는 말들 뿐이었다. 나는 막간을 이용해서 머리를 슬쩍 굴려 봤다. 내 생각엔, 국가 기밀에 관계된 중요한 물건을 나르는 거라면 군인을 한 수백명쯤 호위를 붙여서 안전하게 갖고 오지, 한 나라의 정부가 이런 낡은 배를 이용해서 눈속임을 하려고 들지는 않을 것 같다. 지금까지 항해하면서 몇 번을 봤지만 칼메르나 반야크 선장이 무슨신분을 숨긴 대단한 인물은 아닌 것이 거의 확실한데, 이런 사람들을뭘 믿고 그런 걸 맡길까. 더구나 칼메르의 말을 믿는다면 아무리 비싼 미스릴이라도 겨우 다섯 상자, 도둑들한텐 엄청난 재보겠지만 한 나라의 국왕에게는 별 것아닌 정도일 것이다. 왜 저들은 이 일을 이렇게 호들갑스럽게 속임수를 쓰고 숨기려고 애쓸까? 그런고로 분명 저 미스릴은 뭔가 불순한 용도에 사용되기 위한 것이든지, 아니면 불순한 방법으로 얻어낸 것임에 틀림없다는 확신에가까운 예감이 든단 말이다. 내 추리가 더 발전되려는 참인데, 블랑디네가 문득 말했다. "그거 찾으러 온게 아닐 수도 있잖아요? 그저 평범한 좀도둑이었을수도 있지 않아요?" 그 말에 대한 칼메르의 대답은 설명하지 않겠다. 그는 '미스릴' 이라는 말을 입밖에 낸 뒤로는 아예 그걸 잃어버렸을 때 오게 될 엄청난 결과에 대한 생각에 완전히 사로잡혀 있어서, 블랑디네의 이런 이야기에도 전혀 위로받지 못했다. 좀전부터 현실적 사고방식에 입각한 판단만을 내리고 있는 유리카가 쓸데없는 논쟁을 끝장내겠다는 듯 말했다. "자자, 어쨌든 됐어요. 그 이야기는 그만하고, 미스릴 다섯 상자라면 충분히 꽤 큰 보트 정도엔 실을 수 있겠군요, 그렇죠? 그러면 보트를 찾아보는 것이 급선무로군요. 운 좋게 보트를 점거할 수 있다면도둑들과 협상이 가능할 테니까 말예요. 그러니까……." "협상이라니 말도 안돼!" 칼메르가 너무나 진지한 반응을 보였지만 우리는 모두 무시하고 다음 이야기로 넘어갔다. "그래그래, 알았다니까요. 우리는 도둑을 쫓아버리면 되는 거니까,일단 보트를 찾아봐요. 우리에겐 보트가 없으니까 심한 경우, 헤엄을쳐야겠군요. 그렇지만 그러긴 싫으니까, 일단 이 배에 실려 있는 보트를 찾아봐요. 그런 다음……." "쫓아버리다니, 모조리 잡지 않으면 안 된다구! 국왕 폐하의 기밀이 어떻게 새어나갔는지 알기 전에는 절대로……." 칼메르의 두 번째 외침에 이번엔 유리카가 진지한 반응을 보였다. "말도 안 되는 소리 집어치워요. 우릴 전부 죽일 참이에요? 마디크칼메르, 당신이 지금 오십 명쯤 되는 전방 부대라도 지휘하고 있는줄 알아요? 우린 겨우 다섯 명이야. 우리가 지금 이 일을 돕는 것도,다 국왕 폐하의 일이니까 그런 것일 뿐이에요. 그렇지만 우린 직접국왕 폐하의 부름을 받은 사람이 아니고, 따라서 우리가 할 수 있는일만 해요. 나머지는 알 바 아니야. 알았어요?" 유리카의 말 한 마디 한 마디에는 '도둑은 사실 당신네 문제니, 뒷책임은 우리하곤 관계 없다' 라는 의미가 누구나 알아들을 수 있을정도로 확실히 각인되어 있었다. 물론 너무 맞는 말이었고, 칼메르와블랑디네는 금방 수긍하는 눈치였지만, 나는 그 순간 유리카가 조금낯설어 보였다. "프로첸 말이 맞아." 칼메르는 언제부턴가 유리카에게 꽤나 고분고분해져 있었다. 그때까지 아무 말 않고 있던 나르디가 손을 들어보이면서 말했다. "자, 시간 낭비 그만하고 건너갈 준비를 해 볼까요?" 우리는 보트를 찾아 주위로 흩어졌다. 나는 배 좌현으로 돌면서 '국왕 폐하의 일이라 그렇다' 라는 유리카의 말이 떠올라 속으로 피식 웃었다. 유리카는 저런 순간에도 정말연기를 잘 한다니까. 보트는 금방 찾았다. 뱃머리 쪽 갑판에 매어져 있었다. "좋아요. 그럼 이건 어때." 나르디는 그새 어디선가 밧줄을 구해서 들고 있었다. 밧줄을 보트에 묶어서 아래로 내렸다. 녀석의 몸이 제일 재빨랐기 때문에(물론남자 중에서) 그가 제일 먼저 내려가 보트가 안전한가 확인했다. 그가 곧 우리 쪽으로 내려오라고 손짓하는 것이 보였다. 곧 칼메르가 밧줄을 타려고 하는데, 내가 막았다. "다 내려갈 것 없어요. 노만 가지고 유속을 버티려면 여기도 누군가가 남아서 밧줄을 잡아 줘야 하고, 눈에 띄지 않게 움직이려는 거니까 많은 사람은 필요없어요. 밧줄이나 한 묶음 줘요. 녀석들의 보트를 발견하면 다른 사람을 부를 테니까, 저 혼자 내려가죠." 나는 어둠 속에서도 유리카가 불안한 시선을 나에게 보내는 것을알고 있었다. 나는 유리카에게 손수건을 달라고 말했다. 그녀가 지닌것 중 그게 가장 흰 물건이었다. "일이 잘 되면, 손목에 묶어서 두 번 빙글빙글 돌릴 테니까 모두내려와요." 유리카가 대표로 대꾸했다. "일이 잘못되어서 너희들이 모조리 잡힌다 해도, 내려갈거야." 나는 유리카를 조금이라도 덜 걱정시키려고 빙긋 웃어 보였다. "그런 일은 없길 빌겠어. 다들 옷을 적시고 싶진 않지?" +=+=+=+=+=+=+=+=+=+=+=+=+=+=+=+=+=+=+=+=+=+=+=+=+=+=+=+=+=+=+=날씨, 덥군요... 눈에서는 눈물이 줄줄... Luthien, La Noir. 출력이 끝났습니다. [Enter]를 누르십시오. ━━━━━━━━━━━━━━━━━━━━━━━━━━━━━━━━━━━제 목 :◁세월의돌▷ 5-1. 국왕들이… (6)게 시 자 :azit(김이철) 게시번호 :762게 시 일 :99/07/02 02:02:19 수 정 일 :크 기 :5.8K 조회횟수 :92 『게시판-SF & FANTASY (go SF)』 35615번제 목:◁세월의돌▷ 5-1. 국왕들이 쓴다는…(6)올린이:모래의책(전민희 ) 99/06/15 23:20 읽음:1921 관련자료 없음----------------------------------------------------------------------------- +=+=+=+=+=+=+=+=+=+=+=+=+=+=+=+=세월의 돌(Stone of Days)=+=+=+=+=+=+=+=+=+=+=+=+=+=+=+=+ 5장. 제4월 '타로핀(Tarophin)'1. 국왕들이 쓴다는 방법 (6) 이진즈호는 아마 이 배를 최근에 새로 구입하면서 엉뚱한 사람들이그 점에 대해 감사하게 될 줄은 전혀 몰랐을거다. 나와 나르디는 이배의 노걸이에 새로 기름칠이 되어 있어 삐걱거리는 소리가 전혀 안난다는 점에 지금 목숨을 걸어야 할 판이었다. 우리는 이진즈호의 그늘에 숨어 별과 검의 노래호 쪽을 살펴보고있었다. "정말 안 나." "정말." 우리는 도움 안 되는 이야기를 주고받다가 갑자기 동시에 서로의팔을 움켜잡았다. "멈춰!" "야, 멈춰!" 물론, 우리는 둘 다 극도로 목소리를 낮춰서 외쳤기 때문에 가까이있을지도 모르는 도둑들에게는 안 들렸으리라고 믿고 싶다. 우리는거의 동시에 전방 10큐빗 정도 앞에 둥실 떠 있는 보트를 발견했다. "묶여 있어." 나르디가 자세히 보더니 말했다. 정말 보트는 우리 배의 뱃전에서내려온 밧줄에 묶어져 있었다. "왜 아직 안 떠났을까?" "아직 자기들이 찾고 싶은 것을 못 찾았겠지." 내가 아까 사실 블랑디네의 지나치게 희망적인 관측에 반론을 제기하고 싶었던 이유는 이것 때문이다. 지금까지 배에 숨어든 도둑들이저렇게 조용한 이유가 좀도둑이기 때문일 리 없다. 이유라면 분명 아직 못 찾은 데 있는 거다. 그게 그렇게 중요한 물건이라면 아무렇게나 놓아 두었을 리가 없다. 다섯 상자밖에 안 되고, 따라서 어딘가 깊숙히 숨겨 놓기도 쉽겠지. 문제는 반야크 선장이 그게 있는 장소를 실토해버렸는지 아닌지하는 점인데, 지금 상황으로 보아 그는 '국왕 폐하의 기밀' 을 지키기 위해 목숨이라도 걸고 있는 모양이다. 하긴…… 어쩌면 국왕 폐하라는 양반은 이미 그 목숨을 접수하셨을는지도 모르겠다. "찾은 것 같은데?" 내 관측조차도 지나치게 희망적이었나 보다. 나르디가 가리키는 곳으로 눈을 따라가니 뱃전에 머리들이 왔다갔다 하는 것이 보인다.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는 것 보니 뭔가 발견하긴 한 모양이다. 이윽고 밧줄이 이어진 뱃전 쪽으로 몇 개인가의 머리가 움직여가는 것이 보였다. "밧줄에 묶어서 내리겠지. 내 말대로였다. 일단 한 사람이 보트로 먼저 내려왔다. 그 다음으로 불안정하게 흔들리는 것만 봐도 꽤 무거워 보이는 상자가 밧줄에 단단히 묶어진 채로 천천히, 조금씩 아래로 내려왔다. 아마 여러 사람이 모여서 밧줄을 잡고 내리는 모양이었다. 딱히 어떻게 해야 좋을지 마땅한 생각이 떠오르지가 않았다. "사람들을 부를까?" 그건 그다지 좋은 방법 같지 않은데. "잠깐, 조금만 더 기다려 봐." 곧 두 번째 상자가 내려왔다. 이번엔 처음보다 좀 더 안정감 있게내려온다. 상자가 거의 다 내려오자 보트에 내려와 있는 한 사람이상자를 조심스럽게 받아들어 보트에 내려놓았고, 밧줄을 풀어놓으면곧 다시 밧줄이 올라갔다. 네 번째 상자가 내려올 때까지 나는 적당한 생각을 해내지 못하고혼란에 빠져 있었다. 이것 참, 이러다가 도둑도 다 놓치고 물건까지몽땅 뺏기겠네. 나르디가 망설이다가 말했다. "안되겠어. 사람들을 불러서 배 위로 올라가자. 재수 좋으면 눈에띄지 않을 수도 있을 거야." 배 위로 올라가? 그건 내가 벽을 등지고 서서 문앞으로 쥐떼를 모는 격인데. 잘 되어봐야 쥐 다 놓치는 거고, 잘못되면…… 으음. 그 순간 갑자기 내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다. "나, 아니, 아시…… 아니, 에라 모르겠다- 나르디, 너 그때 이베카 시에서처럼 대거 던질 수 있냐? 어두워도 문제 없냐?" 나르디의 대답은 자신만만하고 짧았다. "물론." "그럼, 그때처럼 좋은 거 말고 좀 안 좋은거, 그러니까 버려도 괜찮은 그런 대거 없냐? 물에 빠뜨려도 안 아까운 그런 거." 그제서야 나르디도 내가 생각한 방법을 조금 눈치챈 모양이었다. 그는 품을 뒤져서 한 개를 내밀어 보였다. "이거라면, 버려도 안 아깝겠는걸." 나는 단검을 들여다보고는 어이가 없었다. "야, 이건 엄청 고급스런 거잖아!" 이 상황에서 소리지를 정도로 바보는 아니었기에 목소리를 낮췄지만, 내가 느낀 황당함 정도는 충분히 전달하고도 남을 법한 어조였다. 나르디가 씨익 웃더니 말했다. "너, 이거 기억 안 나냐? 그때 벌레 잡았던 거잖아." "그…… 러네?" 정말 지금 보니 그 대거와 모양이 똑같았다. "그때 이후로 내내 꺼림칙해서 어떻게 처리할까 고민이었어. 마침잘 됐다. 이런 상황에서 없어졌다고 말하면 이거 줬던 사람도 뭐라고말 못하겠지." "야, 겨우 벌레 정도 갖고……." 나르디는 매우 엄숙한 표정으로 선언하듯이 말했다. "내가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게 벌레야." "……." 그 점에 대해서 뭐라고 더 말하려다가 나는 생각을 바꿨다. 그게중요한 게 아니지. 녀석이 벌레를 싫어하든 말든 지금 필요한 건 나르디의 솜씨, 그리고 버릴 대거였으니 말이다. 그래도 정말 되게 아깝긴 아깝네. 나한테 대용품이 있다면 당장 바꿨을텐데, 배 안에 두고 나왔단 말이다. 나는 그 사실에 대해서 뼈저린 후회를 거듭하면서 나르디의 귀에다가 대고 내가 세운 계획을 속삭여주었다. 우리는 잠시 마지막 상자가 내려올 때까지 기다렸다. 물론, 기다리기만 한 것은 아니다. 우리도 우리 나름대로의 만반의 준비를 갖추었다. 휘익-날카로운 소리가 밤의 어둠을 갈랐다. "으헉!" 투툭-저건, 밧줄이 깨끗하게 끊어져 나가는 소리. +=+=+=+=+=+=+=+=+=+=+=+=+=+=+=+=+=+=+=+=+=+=+=+=+=+=+=+=+=+=+=어제 추천해주신 분, 감사합니다. 제목에 습관이 바뀌셨다고 쓰셔서, 깜짝 놀랐습니다. ^^;그리고 이프리마 님 질문 답변-3장에서 4장 넘어가는 부분은 본래 그대로 맞습니다. 빠진 것은 없습니다. 그리고 강의 이름과 파비안 어머니의 이름은 똑같이 '이진즈'입니다. 어머니의 이름을 강에서 따서 지은 거죠. 최근 화에 보면 그에대한 설명이 나와 있습니다. Luthien, La Noir. 출력이 끝났습니다. [Enter]를 누르십시오. ━━━━━━━━━━━━━━━━━━━━━━━━━━━━━━━━━━━제 목 :◁세월의돌▷ 5-1. 국왕들이… (7)게 시 자 :azit(김이철) 게시번호 :763게 시 일 :99/07/02 02:02:37 수 정 일 :크 기 :9.7K 조회횟수 :100 『게시판-SF & FANTASY (go SF)』 35691번제 목:◁세월의돌▷ 5-1. 국왕들이 쓴다는…(7)올린이:모래의책(전민희 ) 99/06/16 22:55 읽음:1847 관련자료 없음----------------------------------------------------------------------------- +=+=+=+=+=+=+=+=+=+=+=+=+=+=+=+=세월의 돌(Stone of Days)=+=+=+=+=+=+=+=+=+=+=+=+=+=+=+=+ 5장. 제4월 '타로핀(Tarophin)'1. 국왕들이 쓴다는 방법 (7) 묵직한 상자를 막 받아들자마자 밧줄이 끊어져버리니, 두 팔에 갑작스레 무게가 실리는 바람에 보트에 내려와 있던 남자는 뒤로 넘어갈 듯이 휘청거렸다. 뱃전 위에서 소란이 일었다. "누구냐!" "저쪽이다!" 갑판을 울리는 발소리, 그리고 내가 있는 쪽으로 다가오는 몇 개의발자국 소리. 나는 검을 세워 들고는, 오른쪽으로 기울이며 단단히 자세를 잡았다. 곧, 무기를 꼬나 든 몇 명인가의 남자가 달려왔다. 그들은 싸울준비를 하고서 갑판 위에서 기다리고 있는 나를 보고 약간 멈칫거리는 모양이었다. 그들은 아마도 뱃전 아래에 있을 어떤 적을 기대했었던 모양이다. 한 사람의 손에는 활이 들려 있었다. "안됐네요." 긴 말 할 필요가 없었다. 첫 번째 휘두르기. 맨 먼저 달려드는 사내의 짤막한 커틀러스(Cutlass)를 향해 짧게 쳐내기를 시도했다. 챙강- 가벼운 무기가 당장에 튕겨나갔다. 첨벙-멀리도 떨어지네. 두 번째! "이야압!" 좀더 긴 브로드소드. 베기 공격을 해 온다. 나는 검을 가로로 눕혀몸쪽으로 꺾어 당겼다가, 적당한 탄력을 가해 그대로 왼쪽에서부터가로로 반원을 그었다. 트트트… 컹! 어둠 속을 울리는 금속성의 외침, 이 정도면 이진즈호까지 충분히들리고 남았을 텐데. 유리카가 걱정하지 않았으면 좋으련만. 아직 아니니까 조금만 기다려! "와라!" 두 번째 사내의 브로드소드까지 내 검과 부딪쳐 부러져 버리자, 남은 두 명의 남자들은 당황하여 주춤주춤 뒤로 물러섰다. 활을 든 자는 애초에 가까이 올 생각도 하지 않았고, 나는 조금이라도 더 시간을 벌어야 했기 때문에, 검을 들어서 역시 커틀러스를 든 나머지 한사내를 가리켰다. "너, 구경만 할 테냐?" 주위가 어두워서 - 도둑 주제에 마스트에 달아 놓은 칸델라에 불을 붙여 두었을 리가 없다 - 그들은 내가 그들보다 훨씬 어리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한 모양이었다. 내가 직접 공격해 들어가지는 않자 일단 방어 자세만 취하고 있던 그들은 서로 얼굴을 한 번 마주보았다. 지적당한 남자가 우물거리더니 말했다. "부, 불리해…… 이런 짧은 칼로는." 그런 사정 이야기는 나한테 할 얘기가 아니잖아. 나는 책에 나오는 영웅이나 그런 사람도 아니고, 네가 그런다고'그래? 그럼 우리 똑같은 칼로 한 번 실력을 겨뤄 볼까?' 이러지는않는다. 불리한 건 네 사정이고, 네가 만든 상황이니 네가 책임을 져야지. 우리 아버지하고 대련할 때도 이런 사정따윈 전혀 봐주지 않았다고. 쓸데없는 동정심을 사 볼 생각이라면 집어치우시지. "장난하냐?" 내 대답은 그걸로 끝이었다. 내 자신도 놀랄 정도로 대담하게, 나는 검을 그대로 약간 높였다가단숨에 그 사내를 향해 치고 들어갔다. 사내의 브로드소드가 간신히내 검을 막을 자세를 취하는 것이 보인다. 그러나 어림도 없다, 그런검으론. 나는 브로드소드의 면을 비스듬하게 그으면서, 검날을 놈의 손으로죽 밀어붙였다. 황급히 검을 떼려는 기색이었지만 상관 않고 그대로내 검은 블레이드를 타고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미끄러졌다. "끄아아아-!" 어둠 속에서 튀어오르는 핏물. 검게 보였다. "아아!" 나는 재빨리 검을 떼면서 뒤로 물러섰다. 내가 한 일에 내 맥박이빠르게 뛰고, 눈썹 근육에 움찔움찔 경련이 일어난다. 나는 사내의 손을 반으로 쪼개 버렸다. "으큭……." 손목까지 갈라지고 찢겨진 손을 붙들고 뒤로 주저앉은 사내가 부들부들 떨며 신음했다. 브로드소드는 이미 떨어뜨린 채 저만치 굴러가있었다. 피가 갑판 위에 시내를 이루며 흘렀다. 활을 든 남자는 기겁을 하면서 저만치 마스트까지 물러섰다. 어떤 생각이 내 머릿속을 빠르게 스쳤다. 지금 내가 이럴 수 있는건, 분명 저번 그 절벽 위에서 악령의 노예들과 싸운 일이 있어서다. 그 전까지 분명 나는 사람의 살갗을 가볍게 긋는 것에도 치를 떨었었는데. 더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배 아래에서 고함 소리가 들렸다. 나르디다. "파비안! 위로 올라간다!" 일이 계획대로 잘 된 모양이다. 내가 뱃전에 늘여 놓은 밧줄을 타고 누군가 올라오는 소리가 들린다. 나르디는 보트를 움직여야 할 텐데, 그새 다른 사람들을 불렀나? 제일 먼저 나타난 것은 유리카였다. "괜찮아?" 머리가 나타나자마자 그녀가 다급하게 외치는 소리가 들린다. 아마도 갑판 위의 핏물을 본 모양이다. 그녀는 위로 올라오자마자 내 옆으로 달려왔다. "조심해! 활 든 자가 있어!" 내 말이 떨어지는 순간, 귓전을 윙 울리는 소리가 났다. "유리!" "아악!" 그러나 비명의 주인은 유리카가 아니었다. "프로첸 바르제!" 뒤따라 올라오던 칼메르의 외침이 들린다. 그리고 곧 사람을 갑판위로 끌어올리는 기척이 났다. 어두워, 어두워서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아. 이대로는 불리해. 적이몇 명인지조차 알 수가 없어. 다시 한 번 공기를 가르는 소리. "엎드려!" 이번엔 소리지른 것이 좀 효과가 있었던 모양이다. 화살이 나무에가서 턱 박히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정신없이 주위를 둘러보았다. 뭔가 주위를 밝힐 만한 것이 필요했다. 내가 뭔가 발견하기도 전에 승강구의 해치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열리고 몇 명인가의 남자가 뛰쳐나오는 것이 어둠 속에서 어슴푸레하게 보였다. 그 중의 한 남자가 손에 램프를 들고 있었다. "싸울 수 있는 사람은 내 뒤로 늘어서!" 그렇게 외치면서 나는 왜 나르디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지 의아했다. 녀석이 여기 있다면 참 도움이 될 텐데. 지금은 유리카밖에 믿을사람이 없잖아. "프로첸 바르제가 다쳤어!" "알아요, 마디크!" 내 뒤로 다가오는 발소리는 두 가지. 가볍게 나무 바닥을 차는 소리는 유리카, 그리고 묵직하게 울리는 발소리는 칼메르. "주위를 밝혀야겠죠?" 나는 앞으로 달려온 다섯 명을 향해서 검을 휩쓸기라도 하듯이 둥글게 휘두르면서 첫 마디를 뗐다. 내가 노리고 있는 것은 램프를 든놈이다. "비켜!" 정말 비켜주는 자가 있어서 나는 도리어 당황하기까지 했다. 내가그렇게 기세좋게 밀고들어갔나. 나는 검을 어깨 높이로 세워 똑바로 찔러들어가면서 적당한 타이밍을 찾았다. 놈이 움찔하여 고개를 뒤로 젖히는 순간, 오른발을 들어램프를 힘껏 왼쪽 갑판 쪽으로 걷어찼다. "으악!" 겨우 램프 떨어뜨려 놓고 비명은 뭘 지르냐. 램프가 왼쪽으로 날아가 깨어지면서 불꽃과 기름이 바닥에 확 엎질러졌다. 거기에는 내가 보아둔 그대로 선원용의 희석되지 않은 독한포도주가 작은 통으로 하나 놓여 있었다. 불이 나무 통에 옮겨붙었다. "이제 내 얼굴 아시겠죠?" 나는 일렁이는 불빛 속에서 한결 늙어보이는… 적들을 향해 약올리듯 한 마디 던지고는 검을 오른쪽으로 뿌렸다. 대각선을 그리는 원호. 그리고 검이 날아가는 곳에 보이는 것은 적의 목덜미. 투컥! 블레이드가 뼈에 부딪치는 느낌은 예나 지금이나 싫어! "끄어어……." 철그렁, 적의 칼이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 나는 머리를 잘라버리고싶은 생각은 없었기 때문에 일부러 칼을 안쪽으로 조금 당겨서 어깨를 베었다. 동시에 나를 향해 왼쪽에서 찔러들어오는 검. 팔꿈치를꺾으면서 검을 안쪽으로 당겼다. 아래로 막으려는 찰나에 놈의 허리를 긋고 지나가는 하얀 빛줄기가 보인다. 유리카의 칼이 반사하는 빛. "크아악!" 검은 옷자락이 펄럭, 한다 싶더니 그대로 놈이 아래로 고꾸라졌다. 그 위로 은빛의 머리카락이 선을 그리며 날렸다. "커허!" 칼메르가 이상한(?) 외침과 함께 길게 구부러진 칼을 휘두르는 것이 보였다. 램프를 놓치고 뒤로 넘어갔던 놈이 처박혔던 구석에서 일어나 내쪽으로 검을 찔러오는 것이 보였다. 기세좋게 달려들기에 일단 뒤로한 발 물러서면서 검을 낮췄다. 그리고 찔러오는 검의 날과 비스듬하게 블레이드를 갖다대면서 힘을 주어 위로 올려쳐냈다. "이놈들! 감히 어딜!" 칼메르는 국왕 폐하의 부름을 받은 기사라도 되는 것처럼 미친 듯이 칼을 휘두르고 있었다. 유리카가 움직이는 건 몸을 감싼 검은 옷과 휘날리는 머리카락 때문에 마치 어둠 사이를 가로질러 다니는 하얀 빛줄기 같다. 왼쪽에서 나무통에 옮겨붙었다가, 독한 포도주에 옮겨붙어 타오르기 시작한 불 때문에 주위에는 희한한 불빛과 그림자들이 일렁이고 있었다. 내가 둘, 유리카가 하나, 칼메르가 하나를 쓰러뜨리고 나자, 이제우리 앞에는 한 사람밖에 남아있지 않았다. 활을 쏘던 자는 어디로숨었는지 보이지 않았다. 난전 중에 함부로 활을 쏘았다가는 한패한테 맞을 수도 있으니 일단 숨어 있는 모양이었다. 혼자 남은 자는 마스트 쪽으로 주춤거리며 물러서더니 이상한 소리를 질렀다. "호코! 호코!" 뭐지? 나와 유리카는 얼굴을 마주 보았다. 호코? 오래 고민할 필요는 없었다. +=+=+=+=+=+=+=+=+=+=+=+=+=+=+=+=+=+=+=+=+=+=+=+=+=+=+=+=+=+=+=눈이 나을 듯 나을 듯 하면서도 좀처럼 완전히 낫질 않네요. 눈에피로를 주지 않으려고 요새 애쓰고 있는데, 하는 일들이 있다 보니결코 쉽지가 않습니다. 연재가 끊기지 않게 하려고 몹시 애쓰고 있습니다. 한 번 깨뜨리면걷잡을 수 없이 나태해져서 사흘도 좋다, 일주일도 좋다- 이럴 것 같아서요……. 무슨 일이 있어도 한 개는 올린다!라는 각오로 기를 쓰고 두드립니다. 글을 쓰는 입장이다 보니, 어느 날은 죽어도 써지지 않는다...는날이 있긴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런 날이라 하더라도 아무 것도 하지않는 것보다는 한 글자라도 써보는 편이 낫더군요. 아무리 천재라 하더라도 영감이 떠오를 때까지 손을 놓고 기다려서는 아무 것도 되지않는다고 말한 작가도 있지요. 게다가, 저는 천재도 아니니까요. 예전에 제 삼촌이 공부를 하다가 슬럼프에 빠졌을 때 어떻게 극복하는지 아느냐고 물은 일이 있어요. 대답을 못하고 있자니 삼촌이 그러셨지요, '계속해서 공부를 한다' 라고요. 물론, 저도 이 생각을 항상 지키고 있지는 못합니다. ^^;추천해주신 분(어제글 바로 위에 ^^), 조금이라도 힘내서 열심히쓰겠습니다. 고마워요. 오늘 추천해주신 분도- 늘 재미있게 읽어주시길...^^편지 보내주시는 분께도 늘 힘을 얻고 있습니다. Luthien, La Noir. 출력이 끝났습니다. [Enter]를 누르십시오. ━━━━━━━━━━━━━━━━━━━━━━━━━━━━━━━━━━━제 목 :◁세월의돌▷ 5-1. 국왕들이… (8)게 시 자 :azit(김이철) 게시번호 :766게 시 일 :99/07/03 06:49:50 수 정 일 :크 기 :7.2K 조회횟수 :103 『게시판-SF & FANTASY (go SF)』 35795번제 목:◁세월의돌▷ 5-1. 국왕들이 쓴다는…(8)올린이:모래의책(전민희 ) 99/06/17 23:52 읽음:1837 관련자료 없음----------------------------------------------------------------------------- +=+=+=+=+=+=+=+=+=+=+=+=+=+=+=+=세월의 돌(Stone of Days)=+=+=+=+=+=+=+=+=+=+=+=+=+=+=+=+ 5장. 제4월 '타로핀(Tarophin)'1. 국왕들이 쓴다는 방법 (8) 앞갑판 쪽의 해치가 갑자기 덜컥 열렸다. 그리고 시커먼 그림자 하나가 훌쩍 튀어나왔다. "호코! 호코!" 이번에는 똑같은 외침이 그 검은 그림자로부터 들렸다. 그 자가 우리 쪽으로 다가오는 것이 보인다. 쿵쿵거리면서, 아주 서두르지도 않고 그렇게 다가왔다. 가까이 오자 옆에서 타오르는 불로 그 자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아니, 얼굴은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건 놈의 몸집이었다. 4큐빗 반, 거인이었다. "……." 물론 켈라드리안에서 본 호그돈이 진짜 거인이고 그에 비하면 이친구는 보통 사람에 불과하겠지만, 지금 우리 입장에서는 4큐빗 정도로도 충분히 커다란 거인이다. 저런 몸집으로 어떻게 선실 아래에 내려가 있었나가 의심스러울 정도다. 손에는 큼직한 검 - 그래 봤자 내멋쟁이 검보다는 작다 - 을 조금은 엉성한 자세로 들고 있었다. 호코는 녀석의 이름인 모양이었다. "뭐가 저렇게 커……." 옆에서 칼메르가 중얼거리듯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물론 내가 하고 싶은 말도 똑같다. 새삼 검을 고쳐 쥐었다. 저게 남은 적의 전부라면 좋겠다. 저런 놈이 두셋쯤 튀어나온다면 그야말로 끔찍……. 두 번째 놈이 승강구에서 머리를 내밀었다. "또?" 이번엔 유리카의 목소리. 그런데 뒤에서 지금까지 안 들리던 목소리가 났다. "나도 싸우겠어……." 블랑디네가 일어난 모양이었다. 칼메르가 뒷걸음질로 다가가더니재빨리 몸을 돌려 그녀를 부축해 일으켰다. 그녀는 팔에 화살이 꽂혔던 모양이었다. 칼메르가 화살을 뽑아내고 응급처치로 일단 옷자락을찢어 매어 놓은 것은 왼팔이었고, 그녀는 오른팔을 흔들어 보였다. "오른팔이 멀쩡하니, 할 수 있어요." 마음이라도 고맙군. 그러나 나는 머릿속으로 다친 사람도 저렇게 일어나는 상황에 나르디 녀석은 오지 않고 뭘 하고 있는지 은근히 화가 치밀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승강구에서 이번엔 세 번째 놈이 또 고개를 내밀었기 때문이다. "저 집, 몇 쌍둥이야?" 유리카가 혀를 차며 말하는 소리였다. 그 말도 맞는 것이, 녀석들은 하나같이 비슷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 중에 누가 호코지? "직접 물어보자!" 유리카는 내 생각을 읽기라도 한 듯 대답하면서 앞으로 한 발 내딛었다. 오랜만이군, 이렇게 내 생각에 대답해주는 사람이 있는 것도. 유리카는 제일 먼저 나타난, 진짜 '호코' 일 가능성이 제일 많아보이는 녀석의 다리를 향해 몸을 숙이고 베어들어갔다. 그리고 그녀의 외침. "네 이름이 호코니?" 목적은 잊어버리지 않는군. 나도 곧 검을 비껴 들고 두 번째 다가오고 있는 '호코' 후보에게몸을 날렸다. 녀석의 검을 든 오른손을 노렸다. 놈의 손이 위로 올려지고 검이 내 쪽으로 내리쳐지는 것이 보인다. 나는 검을 위로 올려서 힘껏 왼쪽으로 쳐내 버렸다. 균형이 우습다. 나보다 머리 하나는 큰 놈한테, 녀석보다 훨씬 큰검을 휘두르며 덤비는 모습이라니. "우어!" 놈이 제법 날카로운(?) 고함을 지르더니 몸을 펄쩍 띄워서 검을 내머리 위로 내리찍으려 했다. 그 순간 내 머리에 떠오른 생각은, 저놈이 갑판에 내려앉으면 갑판이 무사할까 하는 점이었다. 배도 낡았는데. 내 예상은 들어맞았다. "우하!" 놈의 발이 부서져버린 갑판의 낡은 나무틈 속으로 푹 빠져 버렸다. 낡은 나무랑 새 나무랑 마구 섞여 있는 갑판 위에서 그렇게 뛰니까그렇지. 놈이 갑판 사이에 발이 끼어 묶이는 바람에 나는 몹시 유리하게 되었다. "야…… 그 뭐냐, 이름이 뭐냐니까!" 별로 외칠 말도 없고 해서, 나는 그렇게 외치면서 검을 직선으로찔러들어갔다. 결과는 뻔했다. 나는 놈의 배를 정통으로 찔렀다. "끄어어어어……." 좀 불쌍했다. 멋지게 나타나서 제 값도 못하고 가다니. 그래도 당장 죽여버리고 싶진 않아서 심장을 피해 배를 찔렀는데피가 너무 많이 솟아나온다. 내 검의 폭이 좀 넓어야 말이지. 상처는세로로 길게 찢어져 있었다. 움직이지 않는다. 죽진 않았으면 좋겠는데. 그렇지만 그거나 신경쓰고 있을 순 없지. "갑판 청소하려면 좀 힘들겠어요!" 나는 그렇게 외치면서 칼메르가 상대하기 시작한 놈 쪽으로 몸을돌렸다. 유리카는 요리조리 피하면서 적당히 유리한 상태에 있어 보였기 때문에 일단 고전하고 있는 칼메르, 그리고 뭘 하는지 확실친않지만 하여간 거기에 끼어 있는 블랑디네 쪽으로 자리를 옮겼다. 둘은 확실히 고생을 좀 하고 있었다. "워- 우워어어…… 우우우우-."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무래도 저 제 3의 호코 후보에게 이름을 묻기란 그른 것 같다. 왜냐면 아무리 봐도 말을 하는 것 같지 않거든! "블랑딘, 비켜!" 블랑디네의 검을 낚아채려고 내려오는 놈의 왼손을 보고는 급히 외쳤지만 부상당한 그녀는 그렇게 빨리 움직이지 못했다. 나는 급한 김에 그녀의 허리를 왼팔로 휘감아 뒤로 밀어제쳤다. 내 쪽으로 놈의 검이 내리쳐진다. "이……." 몸을 그렇게 빨리 돌리기가 어려웠다. 이럴 때 칼메르는 뭘 하는거야. 저 검을 좀 막을 일이지. 그러나 내 귀에 들려온 낯선 고함 소리가 있었다. "이카!" "커륵!" 내 뒤통수에 뭔가 뜨끈한 액체가 끼얹어지는 것이 느껴졌다. 이제자세가 잡힌 나는 황급히 고개를 뒤로 돌렸다. 나르디가 그 자리에 와 있었다. "나…… 아시엘!" 나르디는 이런 경우 아무리 바빠도 여유있게 한 번 웃는 것을 잊어버리지 않는다. 하하…… 물론 멋은 있지만 아무래도 나는 못 따라하겠다. 나르디는 몸을 자기가 찌른 거인을 향해 돌렸다. 거인은 아직 힘이 남아 있었다. 나르디의 시미터는 내 검 같은 괴물이 아니다. "죽인다." 어라, 호코(?) 녀석이 말을 하는군. 이 김에 이름이나 물어볼까 하다가 나는 생각을 바꿨다. 나르디가싱긋 미소를 날리는 것이 보였다. "세상의 모든 계획이 이루어진다면…… 좋겠죠." 그는 말을 짧게 끊으며 그대로 거인에게 달려들더니 검을 좌우로내려그었다. 촥- 촤악-! 가위 모양으로 베어진 칼자국에서 피가 솟구치고, 그 사이로 거인의 검이 나르디를 향해 내려쳐지는 것이 보였다. 내 뒤에서 블랑디네가 다리를 붙잡는 것이 느껴진다. 나는 칼메르에게 고개를 돌렸다. 그는 그대로 입을 벌린 채 나르디를 쳐다보고 있었다. 흐음…… 그표정을 보니 나르디가 지금까지 이들에게 칼솜씨를 한 번도 보인 일이 없음에 틀림없었다. "보고만 있지 말고, 프로첸 블랑디네를 부탁해요!" 그런 다음, 나는 몸을 거인을 향해 날렸다. 내 검이 거인의 무릎 언저리를 뚫고 들어간다. 나르디는 내려쳐지는 검을 막느라 좀 휘청거렸다. 녀석이 힘이 별로 좋지 않다는 것을나는 알고 있다. 나는 검을 들어 거인의 겨드랑이 쪽을 찔러들어갔다. "끄으으…… 호코!" 나는 생각이 바뀌었다. 아마도 '호코' 는 이름이 아니라 녀석들의무슨 구호가 아닐까. +=+=+=+=+=+=+=+=+=+=+=+=+=+=+=+=+=+=+=+=+=+=+=+=+=+=+=+=+=+=+=기말고사들 잘 보고 계세요? 끝난 분도 계실테고... 이제 곧 여름방학이네요. 방학은 저하고야 무관하지만. ^^; 곧 sf& fantasy 게시판에도 활기가 넘치겠군요. 남은 시험 잘 보시고, 멋진 방학 계획하세요. 저도 쓸데없는 눈앓이는 빨리 나으렵니다... 이제 슬슬 나아가는 것 보니, 조금씩 더 써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Luthien, La Noir. 출력이 끝났습니다. [Enter]를 누르십시오. ━━━━━━━━━━━━━━━━━━━━━━━━━━━━━━━━━━━제 목 :◁세월의돌▷ 5-1. 국왕들이… (9)게 시 자 :azit(김이철) 게시번호 :767게 시 일 :99/07/03 06:50:14 수 정 일 :크 기 :8.7K 조회횟수 :95 『게시판-SF & FANTASY (go SF)』 35880번제 목:◁세월의돌▷ 5-1. 국왕들이 쓴다는…(9)올린이:모래의책(전민희 ) 99/06/18 23:33 읽음:1827 관련자료 없음----------------------------------------------------------------------------- +=+=+=+=+=+=+=+=+=+=+=+=+=+=+=+=세월의 돌(Stone of Days)=+=+=+=+=+=+=+=+=+=+=+=+=+=+=+=+ 5장. 제4월 '타로핀(Tarophin)'1. 국왕들이 쓴다는 방법 (9) 머리카락 위로 피가 쏟아져 내리는 것이 느껴졌지만, 이미 아까 젖을 대로 젖은 머리라 그냥 흔들어 떨어 버리고는 이 끈질긴 거인을향해 다시 검을 휘둘렀다. 똑바로 가슴 언저리를 베었다. "파비안, 그냥 목을 베어버려!" 나르디, 넌 그렇게 쉽게 말하지만 난 별로 그러고 싶지가 않다구. 갑판 위는 완전히 엉망이 되어 있었다. 이제 남은 적은 아까 '호코'를 외쳐서 이들을 부른 남자 하나랑 활을 들고 있던 놈, 그리고 지금 이 두 거인인 모양인데, 일단 배에 남아있던 사람의 생사를 알아보아야 할 것 같다. 포로가 되어 있다면풀려나서 우리를 도와 줄 테니까. 나는 돌아보지 않은 채 칼메르와 블랑디네에게 외쳤다. "가서 선장님과 프로첸 올디네를 좀 찾아봐요!" 내가 그렇게 말하는 순간이었다. 거인의 팔힘에서 풀려난 나르디가 몸을 수그리더니 난간을 걷어차면서 위로 도약했다. 그의 검이 어두운 허공 가운데 원을 그리며 휘둘러지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휘익- "파비안, 이제 한 놈 남았나?" 나르디의 말소리. 그러나 나는 잠시 충격을 받아 대답을 하지 못했다. 털썩. 그리고…… 갑판 한 구석으로 굴러가는 머리. "뭘해! 프로첸 오베르뉴를 도와야지!" 그래……. 나는 간신히 몸을 옆으로 돌렸다. 방금 나르디가 휘두른 시미터에서 솟은 핏물이 캄캄한 허공으로 촤악 튀고, 그것이 흰 돛에 마치 칼로 벤 듯한 날카로운 얼룩을 남기고 흘러내리는 것이 내 시선을 붙잡았지만, 일단 고개를 흔들어 버렸다. 저 거인은 사람인데. 저렇게 죽일 필요가 있었나. "불! 불!" 유리카가 외치는 소리에 나는 정신이 들었다. 고개를 돌리자, 내가 아까 주위를 밝히려고 붙여 놓은 불이 너무타올라 이제 배 난간에 옮겨붙기 시작하고 있는 게 보였다. 갑판은이미 검게 타들어가고 있었다. 매캐한 연기가 하늘을 덮었다. 아직 불은 별로 크지 않았지만, 지금 빨리 끄지 않으면 한 두 사람갖고는 걷잡을 수 없게 될 것 같다. 나는 당황해서 그 쪽으로 달려갔다. "물 없어? 물?" 유리카가 외치는 소리를 들으며 주위를 둘러보는데 칼메르와 블랑디네가 나르디가 쓰러뜨린 거인의 뒤로 돌아 열린 승강구 쪽으로 달려가는 것이 보였다. 칼메르는 줄사다리를 무시하고 안으로 훌쩍 뛰어내렸다. 그걸 보니 분명 중대한 뭔가를 잊고 있음에 틀림없으신데,아마 싸움이 끝날 즈음에 온 몸의 쑤시고 결림을 통해 그걸 깨달으시게 되리란 생각이 든다. 불을 끌 만한 게 뭐 없나? 물론 아래가 강이고 보니 주변에 널린 게 물이지만 급히 물을 길어올릴 방법이 없었다. 게다가 주변엔 물을 뜰 만한 통이나 그릇 같은것이 아무것도 남아 있는 게 없다. 모두 다 싸움통에 부서지든지, 아니면 타버린 뒤였다. 일단 다가가 내 망토를 벗어 번지는 불을 향해 탁탁 쳤다. 약간은꺼졌지만 저 포도주가 독하긴 독했는지, 불은 이미 온도가 올라갈 대로 올라가 있었다. 내버려뒀다간 번지는 건 시간 문제겠다. 내 망토는 다행히 가죽 재질로 되어 있어서 불을 끄는 데에는 좀 도움이 되었다. 천만다행하게도 승강구로 반야크 선장이 머리를 내미는 것이 보였다. 세르무즈 국왕 폐하께서는 유족 위로 보조금으로 국고를 소비할필요는 없게 되었다. "뭐야! 불이 났잖아!!" 아마도 선장은 '선장' 이니만큼, 이 사실에 대해서 나보다 수십 배는 뼈저리게 느끼고 있음이 분명했다. 그는 거의 날아가다시피 승강구를 튀어나왔다. "물 어딨어, 물!" 저 강에 많이 있죠. …… 이렇게 말했다간 괜히 안 맞아도 될 거 두어 대 쥐어박히기나할 것 같아서 나는 선장에게 외쳤다. "선실에 물통 없어요?" 그러나 선장은 다음 순간 갑판에 벌어진 싸움의 흔적, 그리고 아직도 진행중인 싸움을 보고는 말문이 막혀 버렸다. 유리카와 나르디는 둘 다 가볍고 빠른 칼을 쓴다. 거인은 둘의 눈부신 움직임에 거의 반쯤은 정신이 나간 상태였다. 그러나 둘 역시무수히 작은 상처는 입혔지만 결정타를 가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리저리 피하면서 뛰어오르고, 짧은 틈에 순식간에 칼을 휘두르는 둘을보고 있으니 나까지 눈이 어지러워지려고 하는걸. 거인은 거의 체력이 다했는지, 아니면 정신이 없어선지 휘청거리다가 오른발을 유리카를 향해 휘둘렀다. 유리카가 그걸 못 피할 리는없고, 나는 별다른 위기감 없이 그 장면을 바라보았다. 나르디가 부르짖었다. "프로첸 오베르뉴!" …… 바닥에 흐른 피. "유리!" 바닥에 흥건하게 흐른 피에 발을 디딘 그녀는 발이 죽 미끄러졌다. 그리고 그녀는 그 자리에 넘어져 버렸다.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거인이 마지막 힘을 다해 양손에 든 칼을쳐들었다가 그녀의 정수리로 내리꽂으려는 것이 보였다. 안된다. "비켜!" 나는 달려갈 틈도 없이 그대로 몸을 미끄러뜨리며 그녀를 향해 슬라이딩했다. 그와 동시에 나르디가 거인의 검을 막기 위해 유리카 앞으로 달려드는 것이 보였다. 일촉즉발, 한 순간에 모든 것이 결정될상황이었다. 나는 그녀 옆으로 미끄러져가면서 검을 머리 위로 들어올렸다. "가만 안 둬!" 갑판에 닿은 등에 차가운 액체가 젖어드는 것이 느껴진다. 그것이뭔지 알 수 있다. 그녀의 몸에 닿자마자 나는 상체를 벌떡 일으키면서 검을 가로로 기울여, 왼손으로는 블레이드를 쥐고 검을 막을 준비를 했다. 오랜만에 취해 보는 자세다. 나르디는 거인의 상박부를 향해 시미터로 힘껏 반원을 그었다. 그의 검이 팔꿈치 안쪽을 찢었다. 그러나 거인의 검은 약간, 비틀거렸을 뿐 그대로 내 머리 위로 떨어져 내렸다. 두 검이 십자로 겹쳐졌다. 그리고……. "으윽……." 완벽히 힘의 대결이었다. 주변 사람들이 나를 보고 있는지, 거인이 어떤 표정을 하고 있는지, 유리카가 제대로 피했는지, 나르디가 어떻게 하고 나를 도우려하고 있는지, 그 중 어떤 것도 보이지 않았다. 위로부터 내리눌려오는 엄청난 힘을 버티기 위해 나는 온 팔에 신경을 집중시켰다. 팔근육이 부들부들 떨렸다. 나는 버텼다. "……." 입에서 아무 말도 소리가 되어 나오지 않았다. 나는 몸을 조금씩일으켰다. 거인이 마지막 힘을 짜내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조금씩 밀려가고 있었다. 어느 정도, 힘이 평형에 이르렀을 때, 나는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가 힘껏 내뱉으며 벌떡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같은 순간, 거인의 칼은 그의 손을 떠나 허공으로 튕겨올랐다. "죽엇!" 내가 그 힘을 떨쳐내어버린 거인의 팔에는 이미 어떤 힘도 남아 있지 않았다. 그는 맥없이 뒤로 무너져내렸다. 나는 일어선 그 반동 그대로 그의 심장으로 검을 찔러 들어갔다. 그리고……. 나는 멈췄다. "……." 거인의 얼굴에는 아무 감정도 나타나 있지 않았다. 살려주어서 고맙다는 표정도, 져서 분하다는 표정도, 그 어떤 것도 나타나 있지 않았다. 마치 모든 것을 잃어버린 사람처럼 그는 무표정했다. "노, 놀랍다……." 그제서야 내 귀에 가려진 정적이 뚫리며 옆에서 반야크 선장의 감탄한 목소리가 들려왔고, 유리카가 옆에서 일어서는 것이 느껴졌다. 나는 그대로 선 채 거인의 눈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마치 장님처럼허공 한가운데 의미 없이 못박혀 있는 그 눈을. "뭘 해! 불을 꺼야지!" 반야크 선장의 외침에 뒤이어 선실에서 뛰어나온 칼메르가 모래 주머니를 들고 불이 난 곳으로 뛰어가는 것이 보였다. 블랑디네가 머리를 내밀었고, 그녀의 언니 올디네가 곧이어 갑판 위로 힘들게 올라왔다. 그녀들은 유리카를 붙잡고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다. 그리고 동이 터 오는 가운데, 그랭그와르가 선원 일단을 데리고 배를 향해 달려오고 있다고 선장에게 보고하는 나르디의 힘찬 목소리도들렸다. 나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렇게 어두웠었는데 이제는 모든 것이잘 보인다. 언제부터였을까? 기억이 나지 않는다. 숨을 쉬어 보았다. 내 몸은 언제나처럼 멀쩡하다. 나는 살아 있다. 저 죽은 시체들과는 달리. 그랬다. 끝이 났다. +=+=+=+=+=+=+=+=+=+=+=+=+=+=+=+=+=+=+=+=+=+=+=+=+=+=+=+=+=+=+=세월의 돌이 새로이 두 군데에 올려집니다. ^^먼저 과학기술대(kaist) BBS인 csqueen.kaist.ac.kr 에 연재가 시작됩니다. pump보드에 올라가게 되며, csqueen에서 riri아이디를 쓰시는 배흥길 님께서 올리시겠다고 하셔서 허락해 드렸습니다. 기말시험이 끝나는 대로 약 23일 경부터 올리실 예정입니다. 두 번째로 두루넷 환타지 동호회에 글이 올라갑니다. 주소는 http://forum.thrunet.com/donghohoi/fanta/ 이고, uglydem아이디 쓰시는 한권환님께서 올리시겠다고 하셨습니다. 어제부터인가올라가기 시작했다고 하네요. ^^자진해서 수고해주시는 두 분께 감사드리고요, 혹시 두 통신망을이용하시는 분이 계시면 한 번 구경가시길...^^(구경갈 능력 없는 루디엔...)이로서... 세월의 돌이 가는 곳은 하이텔, 천리안, 채널아이, 유니텔, 포항공대 BBS posb, 과기대 BBS csqueen, 두루넷, 거기에 나우누리까지 모두 여덟 군데입니다. 이 기회를 빌어, 보잘 것 없는 글 퍼가시느라 수고하시는 모든 분들께 다시 한 번 감사를 드립니다. ^^Luthien, La Noir. 출력이 끝났습니다. [Enter]를 누르십시오. ━━━━━━━━━━━━━━━━━━━━━━━━━━━━━━━━━━━제 목 :◁세월의돌▷ 5-1. 국왕들이… (10)게 시 자 :azit(김이철) 게시번호 :768게 시 일 :99/07/03 06:50:38 수 정 일 :크 기 :10.6K 조회횟수 :101 『게시판-SF & FANTASY (go SF)』 35994번제 목:◁세월의돌▷ 5-1. 국왕들이 쓴다는…(10)올린이:모래의책(전민희 ) 99/06/19 23:37 읽음:1752 관련자료 없음----------------------------------------------------------------------------- +=+=+=+=+=+=+=+=+=+=+=+=+=+=+=+=세월의 돌(Stone of Days)=+=+=+=+=+=+=+=+=+=+=+=+=+=+=+=+ 5장. 제4월 '타로핀(Tarophin)'1. 국왕들이 쓴다는 방법 (10) "꽃의 수도다!" 도냐넨이 제일 먼저 장루에서 커다랗게 외치는 소리가 울렸다. 그는 이미 한 시간 전부터 장루에 올라가서 살피고 있었고, 원하는 것을 발견한 지금 그의 목소리는 몹시 들떠 있었다. 하늘은 맑고, 바람이 분다. 선원들이 술렁대기 시작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에 왔다!" 칼메르의 반응도 그에 못지 않았다. 그는 갑판 위로 달려나와서 강에 뛰어내리기라도 할 기세로 뱃전에 달라붙었다. "마브릴들의 연인, 세르네즈의 화관!" 과묵한(일단 술을 마셨을 때의 그는 논외로 쳤을 때 말이다) 그랭그와르까지 흥분해서 소리쳤다. '세르네즈의 화관' 이라는 별칭은 이미 류지아의 친구인 이스나에 드라니아라스, 헤렐한테서 들은 일이있지.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아직 계절은 세르네즈가 아니라 프랑드였다. "멋진 곳이죠?" 나르디, 그건 연기냐 진심이냐? 그렇다면 나는……. "……." 내가 이 상황에서 할 말이 있을 턱이 없지. 마브릴들의 애국심은 상당히 유난스런 데가 있는 모양이다. 아니면겉으로 유난스럽게 드러내는 취미가 있거나. 그것도 아니면…… 내가우리 나라에 대해 별로 애국심이 없는 거든가. 그러거나 저러거나 간에 그들이 자신들의 수도, 꽃의 하라시바를애인처럼 사랑한다는 이야기는 보탠 것 없이 말 그대로 사실인 모양이다. 살아오면서 수십, 아니 수백 번이나 그들의 수도에 이런 식으로 도착했었을 선원들의 저다지도 열광적인 반응을 보니 그렇게 생각않을래야 않을 수가 없다. 그들은 마치 수년 동안 찾았던 신천지에막 도착한 사람들이나 된 듯, 아이처럼 들떠 있었다. 내가 달크로즈를 봐도 저런 반응이 과연 나올까? 아직 한 번도 안봐서 도저히 확신을 못하겠는데. 내가 언젠가 달크로즈를 보게 된다면 저들의 한 열 배 이상 신나서미친 듯이 뛰어다녀야 할 것 같다는 의무감 내지는 불안한 예감에 사로잡히고 있는 중인데 유리카가 내 옆으로 다가왔다. "나는 여기에 오는 것이 두 번째야." 그녀의 얼굴도 약간 상기되어 있다. 그녀는 눈을 감고는 바람에 실려오는 향기를 느끼기라도 하려는 듯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아아…… 좋은 프랑드의 향기." 하라시바는 세르네즈에 가장 아름다운 도시라고는 하지만, 봄에 피는 꽃들도 아름다운 것이 많으니까 역시 구경할 것은 많다고 했다. 내 일생에 앞으로 다시 적국의 수도에 올 일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그때는 꼭 세르네즈, 그러니까 여름에 와 보고 싶다. 별과 검의 노래호와 작별해야 할 때가 왔다. 선착장에 선 나는 고개를 돌려 석양에 희게 펄럭이고 있는 돛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돛 아래쪽, 마치 잘못 수놓아진 무늬처럼, 대강은지웠지만 아직도 희미하게 남아 있는 붉은 핏자국을 다시 한 번 쳐다보았다. 어젯밤, 돛에 저 무늬가 그려지던 장면은 한동안 잊지 못할것 같다. 갑판에 흐른 피와 시체들을 청소하는 데만 꼬박 반나절 이상이 걸렸다고 했으니 확실히 기억할 만한 밤이긴 하다. 나야 피곤한 몸을이끌고 그대로 늘어져 곯아떨어졌으니 청소를 했는지 어쨌는지 직접보지는 못했지만 말이다. 내 마음 속의 조그만(?) 걱정거리였던 주아니는 멀쩡하게 선실에서, 그것도 침대 한가운데 벌렁 누워서 잘 자고있었던 것을 발견한 것 말고는, 그날 더 이상 내 주의를 끌 정도로놀랄만한 일은 없었다. 솔직히 늦게 온 선원들이 그런 일 정도를 했다고 해서 별로 미안한마음이 들지는 않았다. 어젯밤 일들을 생각해보면, 우리 중에 블랑디네만 그래도 상처 어쩌고 할 정도로 다쳤고, 나머지는 타박상이나 긁힌 상처들 밖에 없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새삼 말해도 모자랄 지경이니까. 나는 내 옆에 선 나르디를 쳐다보았다. 그는 어제 일은 모조리 잊어버린 듯 쾌활하고 밝은 얼굴에 시원스런 미소를 띠고는 선원들과일일이 악수를 나누고 있었다. 나르디는 어젯밤 우리에게 합세하기 전에 보트를 이미 빼돌려서 배아래쪽의 밧줄에 묶어 두었었다. 강의 흐름에 따라 자기가 타고 있던보트가 도둑들의 보트쪽으로 흘러가기를 기다려, 대거 두 개로 상자들을 지키고 있던 놈을 그대로 물 속에 수장시키고, 두 보트들을 서로 밧줄로 묶어서 배 아래로 끌어왔다고 말했다. 물론 더 놀라운 건방금 전에 잃어버릴 뻔 했던 그 물건들을 다시 그 자리에, 지키는 사람도 없이 내버려두고 우리를 돕기 위해 위로 올라왔다는 점이다. 그걸 낙천적이라고 봐야할지, 계산이 확실한 이상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고 생각한 걸로 이해해야 할지. 미스릴 상자들을 되찾았을 때 선장과 칼메르의 그 희희낙락한 얼굴은 정말 볼만했다. 누가 봤다면 그들이 강 밑에서 우연히 보물 상자라도 건져 냈는줄 알았을 것이다. 그런데 나르디는 그 앞에서 시치미를 떼고 아무 일도 하지 않은 사람같은 표정으로, 두 사람의 지칠 줄모르는 감동에 동참하지 않은 채 슬쩍 뒷전에 물러나 있었다. 모르는사람이 봤다면 선장과 칼메르가 모든 일을 하기라도 한 것처럼 보였을 정도다. 참 이상한 점이 많은 녀석이다. 너란 녀석은 나와는 달라. 그렇지만 그렇다고 네가 싫다는 것은 아니야. 나는 너처럼 되진 못하겠어. 그렇지만 너도 나처럼은 될 수 없을걸. "잘 가!" 내 손을 누군가가 덥석 잡는 바람에 나는 흠칫 놀랐다. 손이 흔들어지는 대로 덩달아 흔들면서 그제야 상대방의 얼굴을 보니 그는 칼메르였다. 어제 새벽녘부터 온 몸이 쑤시고 결린다며 선실에 박혀 있다가, 하라시바가 보일 때부터 살아난 것처럼 뛰어다니고 있는 그였다. 그의얼굴에는 친근한 아쉬움이 담겨 있었다. "어디 가나 좋은 일만 있어라. 어제는 정말 많이 신세를 졌다. 언젠가 갚을 날이 있었으면 좋겠는데. 그리고…… 네 녀석의 무식한 힘에는 정말 놀랐다. 대담한 것도 마찬가지고. 그런 식이라면 언젠가반드시 큰 일 하겠다." "고맙습니다. 참, 그리고…… 호코다로는 어떻게 되죠?" 나는 인사하다가 문득 거인의 일을 물었다. 그의 진짜 이름은 내예상에서 반만 맞고 반은 틀린 셈이 되었다. 칼메르는 별 것 아니라는 듯 어깨를 으쓱했다. "다른 놈들과 함께 선장님이 국왕 폐하께 직접 넘길 거다. 녀석이무얼 알고 무얼 모르든 간에, 아마 반역죄로 다스려지겠지." …… 녀석,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눈치던데. 그날 싸움이 끝나고 어디론가 도망쳐 버린 궁수를 제하고 여덟 사람의 포로가 있었는데 그 중의 하나가 내가 마지막에 살려준 호코다로였다(유리카나 칼메르가 공격한 사람들은 전부 죽었다. 내가 일부러 급소를 피해 찔렀던 한 사람의 거인도 오래 버티지 못하고 아침녘에 눈을 감았다). 날이 밝은 뒤 다친 사람들을 치료하면서 잠깐의 심문이 있었는데,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이 호코다로는 그가 한 일에대해서 아무 것도 알지 못하는 것 같았다. "뭘 하러 왔는지 정말 몰라?" "…… 우우… 호코, 호코……." 우리가 겨우 이해할 수 있었던 것은 죽은 두 거인이 이 거인의 동생들이었다는 것뿐이다. 그들의 이름조차도 제대로 들을 수가 없었다. 아마 예상컨데 '호코' 로 시작할 것 같지만 말이다. 칼메르조차도 호코다로에 대해서는 쯧쯧 혀를 찼다. "불쌍한 놈……." 그러나 마브릴들의 '불쌍한' 이라는 것은 나와는 좀 다른 개념인모양이다. 그렇게 말하긴 했어도 칼메르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그를반역자들과 함께 넘기겠다고 말하고 있었다. "그렇군요……."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이들이 호전적이라는 말의 뜻을 조금쯤은알 것 같다고. 그리고 내가 엘라비다 족이라는 것을 알면 지금 저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까 궁금해졌다. 호코다로의 일은 내가 관계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러나 나는조금 씁쓸해졌다. "나중에 또 들르겠습니다!" 나르디는 힘이 넘치는 목소리로 선장에게 보고하듯이 말했고, 선장은 웃으면서 아쉽다는 듯이 그의 어깨를 끌어안았다. 저들이 나르디가 우리 나라 사람 특유의 반짝거리는 금발을 가진 전형적인 엘라비다라는 것을 알면 어떻게 태도가 바뀔까. "녀석, 그런 칼솜씨가 있었으면서 숨겼냐?" "어제 굉장히 활약했다면서?" 친근하게 나르디의 어깨를 툭 치면서 말을 거는 선원들의 말투는굉장히 정겨웠다. 나르디는 저들을 속인 것에 대해서 아무 가책도 없을까 문득 궁금해졌다. "프로첸 오베르뉴, 프로첸 올디네, 블랑디네, 아라디네, 미르디네-다들 잘 가요!" 여자들한테 일일이 인사를 하고 있는 것은 도냐넨이다. 없어졌던아라디네를 어느 거리에선가 찾아 온 것이 그였다. 그랭그와르는 우리가 떠나고도 내내 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고, 그의 친구인 술집 주인이 할 수 없이 그에게 몇 가지 설명을 들어서는 주변 술집들을 뒤지고 다녔다고 했다. 새벽녘이나 되어서 간신히 선원들을 찾아낸 것도 그랭그와르가 아닌 그 술집 주인이었다. 그리고 아라디네에 대해서 그들이 기억해 낸 것은 그러고서도 한참이나 뒤의 일이었다. "……." 미르디네야 당연히 나르디에게 자기 집에 오겠다는 약속을 받아내려고 열심히 말을 거느라 도냐넨의 인사를 받을 정신 같은 건 없었고, 아라디네는 기분이 내내 좋지 않아서 그가 인사를 해도 듣는 둥마는 둥 대강 손을 흔들어 보였다. 어젯 밤에 복잡한 사건이 생겼고(선장과 칼메르는 미스릴에 대해 일체 말이 새어나가지 않도록 우리에게 몇 번이나 간곡하게 당부했다. 우리는 거의 협박당하는 기분이었지만 말이다), 싸움이 있었다는 이야기 등을 그녀도 전해듣긴 했지만, 그동안 전부 그녀를 잊어버리고 있었다는 것에 그녀는 마음을 상했다. 아라디네처럼 따돌림에 익숙한 사람일수록 특히나 그런 것에더 예민한 법이다. "어제처럼 좋은 항해 되세요-!" 우리는 합창하다시피 마지막 인사를 마친 다음, 선원들에게 손을흔들어 보이고서 북적이는 사람들 속으로 섞여들어갔다. "블랑딘은 좋은 의사를 찾아봐야 해. 상처를 잘 보살피지 않으면어떻게 될 지 몰라." 올디네는 어제 자신이 모든 사람들한테 제일가는 걱정의 대상이었다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평상시 버릇대로 주변 사람들을 걱정하기시작하는 중이었다. 배에 갇혀 있긴 했지만 별다른 피해는 없었던 그녀는 처음 블랑디네의 왼팔 상처를 보았을 때, 옆 사람이 뭔가 싶어다 돌아볼 정도로 깜짝 놀란 비명소리를 냈다. "어머나, 어쩜 블랑딘!" 블랑디네가 좀 싸워보고서 그런 상처를 입었더라면 올디네의 놀란비명소리를 한 서너번은 더 들었어야 했을 터라, 그렇지 않았던 것이참으로 다행이었다. 올디네는 자기 나름대로 이렇게 저렇게 논리를 전개시키더니 이제는 블랑디네를 누가 업기라도 해야 한다는 식으로까지 이야기를 발전시키고 있었다. 내 머릿속에서 뭔가 불안한 생각이 떠오르기 시작하고 있다. 아까부터 한시라도 빨리 이들 자매들과 헤어져야 겠다고 마음먹고 있었는데, 이제 그 이유가 하나 더 늘어난 것 같다. 자칫하다간 업어야 되게 생겼잖아! 미르디네는 내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자기 하고 싶은 말만 계속 재잘거렸다. "아시엘 오빠, 우리랑 같은 여관에 묵을 거지? 그렇지? 꼭 그럴거지?" +=+=+=+=+=+=+=+=+=+=+=+=+=+=+=+=+=+=+=+=+=+=+=+=+=+=+=+=+=+=+=오늘 내내 소화가 안되고 속이 안좋네요... 일요일에는 글 좀 써야 할텐데.. 아참, 저 눈 다 나았답니다. ^^(이 상쾌함...)추천해주신 분, 고마워요. ^^캐릭터들이 살아있는 것 같다는 이야기에 너무 기뻤습니다. Luthien, La Noir. 출력이 끝났습니다. [Enter]를 누르십시오. ━━━━━━━━━━━━━━━━━━━━━━━━━━━━━━━━━━━제 목 :◁세월의돌▷ 5-1. 국왕들이… (11)게 시 자 :azit(김이철) 게시번호 :769게 시 일 :99/07/03 06:51:00 수 정 일 :크 기 :8.6K 조회횟수 :99 『게시판-SF & FANTASY (go SF)』 36078번제 목:◁세월의돌▷ 5-1. 국왕들이 쓴다는…(11)올린이:모래의책(전민희 ) 99/06/20 21:50 읽음:1675 관련자료 없음----------------------------------------------------------------------------- +=+=+=+=+=+=+=+=+=+=+=+=+=+=+=+=세월의 돌(Stone of Days)=+=+=+=+=+=+=+=+=+=+=+=+=+=+=+=+ 5장. 제4월 '타로핀(Tarophin)'1. 국왕들이 쓴다는 방법 (11) 이들만 없다면 이제 그만 이름 헷갈리고 그냥 나르디라고 불러도좋을 텐데. 나르디는 미르디네의 질문에 대답 대신 웃고 있긴 했지만 얼굴에곤혹스런 표정이 가득했다. 안다 알아, 네 기분. 저럴 때 뭐라고 대답해야 좋을지에 대해선 나도 답을 안 가지고 있으니 말이다. "미르딘, 그게 말야……." 우리가 선착장을 벗어나 거리로 접어들려고 했을 때, 유리카가 갑자기 그 자리에 멈춰 섰다. 그리고 사람들을 돌아보았다. "지금까지 함께 여행하며 즐거웠어요. 이제 그만 우리들은 헤어져야 할 것 같네요. 저희는 따로 볼일이 있거든요." 유리카가 설마 나르디를 배려해서 저런 소릴 한 걸까? 내가 의아해하고 있는 사이에 유리카는 바르제 자매들에게 하나 하나 악수를 청했다. 블랑디네가 좀 오랫동안 그 손을 놓지 않았다. 어제 좀 같이 싸웠다고 그새 정들었나? 그녀는 나중에 자기 고향 도시에 오게 되거든 꼭 들러 달라는 말까지 잊지 않았다. "그럼, 잘들 가요. 프로첸 오베르뉴, 마디렌 크리스차넨." "여러분도 즐거운 여행 되세요." 나르디가 뭔가 말할 차례였다. 우리한테 잘 가라고 하든, 바르제자매들한테 잘 가라고 하든 간에. 여러 사람들, 특히 미르디네의 눈이 나르디의 얼굴에 가 박혀 있었다. "음, 저는……." 미르디네가 슬그머니 손을 잡아끌려고 했지만 그는 얼른 손을 등뒤로 감췄다. 그러더니 예의 그 미소를 얼굴에 띠며 말했다. "프로첸 바르제 여러분들과 작별을 해야겠습니다." 나는 어제 오늘 나르디의 성격을 좀더 알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녀석은 사람좋은 미소에, 언제나 누구한테든 친절하긴 하지만, 자기 결정을 내릴 때는 놀랄 만큼 흔들리지 않고 단호하다. 한 점 미련도 갖지 않는다. 적이라고 판단된 자의 머리를 단숨에 베어버릴 때도, 울며 매달릴지도 모르는 소녀를 군소리없이 뿌리치고 떠날 때에도. "아시엘 오빠!" 그는 미안한 듯이 웃어 보였다. 그게 그가 보일 수 있는 최대한의예의임에 분명했다. "저는 오랜 친구인 파비안과 좀 더 함께 있고 싶군요. 그럼 아름다우신 프로첸 여러분, 댁까지 안전한 여행 되십시오." 나르디는 마치 무슨 승합 마차의 마부처럼 마지막 인사를 마치더니몸을 돌렸다. 이럴 때 머뭇거리는 것은 나지, 나르디나 유리카는 전혀 그런 성격이 아니다. 둘은 인사를 마쳤다고 생각하자 더 뒤돌아보지도 않고 걸음을 옮겼다. "그…… '어제처럼' 좋은 여행을." 나는 최대한 사람 좋은 미소를 얼굴에 머금어 보인 뒤, 울상이 된미르디네의 얼굴을 한 번 쳐다보고서, 아라디네의 얼굴은 일부러 안쳐다보면서, 재빨리 뒤돌아서서 도망치듯 그 자리를 떠났다. "어서 오십시오!" 수도의 여관이라 그런가, 우리가 한 여관 앞에 멈추자마자 심부름꾼으로 보이는 남자가 얼른 뛰어나와서는 우리를 반긴다. 우리가 방두 개를 잡고, 저녁 식사 전에 이야기나 하자며 1층 식당으로 내려와자리를 잡을 때에도 심부름꾼이나 주인은 마치 입안의 혀나 되는 것처럼 친절했다. 웬만한 수준이 아니다. 수도에 처음 와보시냐고 묻더니 관광 안내까지 해주겠다고 나서니 말이다. 물론 우리는 황급히 고맙지만 사양하겠다고 말했다. 나는 졸지에 우리 나라의 수도도 안 가보고서 남의 나라 수도부터 구경하게 될 뻔했다. 여관의 친절함은 또 다른 점으로도 증명될 수 있었다. 다시 말해,여관의 이름 이야기다. 여관의 이름이 뭐였냐고? "여기 여관 이름, 웃기지 않니?" "아주 실질적인 이름이지 뭐. 이러고서 쉰다고 간판 내걸면 욕 좀들어먹겠다." "그럼 아주 자신감이 실린 이름이군." …… 여관 이름은 '연중무휴' 였다. 여기까지 걸어오면서 그새 나르디와 유리카는 서로 말을 놓게 되어버렸다. 지금까지 배 안에 있을 때에는 내내 '프로첸 오베르뉴', '마디렌 롤피냥' 이라고 부르던 둘이었는데 아무래도 그건 남들 보라는연기성이 좀 짙었나보다. 유리카는 '아시에르' 보다는 '나르디' 쪽이몇 배 낫다고 말했다. 불행한 주아니는 나르디 덕택에 아예 벙어리, 아니 나무 인형이라도 되어버린 것처럼 배낭 주머니 어딘가에서 꼼짝 않고 있어야 하는신세가 되어 있었다. 또 하나, 우리들의 화제가 되는 이야기가 있었다. "마브릴들은 상당히 계산이 확실한 족속들이란 말야." 나와 유리카는 어제 그들을 도와준 대가로 생각지도 않은 돈을 손에 쥐게 되었다. 그걸로 방금 여관비도 치렀다. 여행하면서 그다지돈이 궁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그들은 우리가 그걸 사양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았다. 거의 막무가내에 가깝게 손에 쥐어 준 돈은 확실히상당한 액수였다. 물론, 그들이 우리 이름을 국왕 폐하께 말씀드려 상급을 타도록 하겠다는 말에는 나와 유리카 둘 다 펄쩍 뛰었다. 가명을 쓴다는 점도있고, 언제봐도 좀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느긋한 나르디만 빼고서말이다. "괜찮아요!" "우린, 그저 도왔다는 것만으로도 족해요!" 유리카가 자꾸 그러면 이 돈조차 받지 않겠다고 정색하고 말하는바람에, 간신히 우리는 세르무즈 국왕 폐하 앞까지 불려가 우리 정체를 폭로당하는 일은 면하게 되었다. 확실히 친절도 함부로 베풀 일이아니라는 걸 새삼 깨달았다고나 할까. 그런데 이들은 뭘 믿고 이렇게 친절하지? "음료수라도 갖다 드릴까요? 소다수? 주스?" "아니, 별로…… 괜찮은데……." "그럼 뭐 다른 것? 창문을 열어 드릴까요? 아니면……." …… 두렵기까지 하군. 우리는 그 뒤로도 몇 개나 되는 제의들을 간신히 뿌리친 다음, 마브릴들을 '호전적인 족속' 이 아니라 '과잉 친절의 족속' 이라고 불러야겠다는 마음을 다졌다. "그러나저러나 나르디, 너 어쩌다가 이 나라에 와 있는 거냐? 무슨볼일이라도 있는 거냐?" 배 안에서 내내 녀석이 대강 웃으며 넘기려들던 문제를 이번엔 꼭물어봐야겠다 싶어서 내가 이야기를 꺼냈다. 나르디는 웃었다. 하긴저 놈이야 항상 웃는다. "음…… 뭐, 다양한 볼일이 있지. 일단 세상 구경하는 게 내 목표이기도 하고 말일세. 선원 일도 재미있었지. 그만하면 배워 둘 만한일이다 싶었네." 어라? 나는 말했다. "너, 말투가 다시 왜 그러냐?" "자네한테까지 내가 꼭 불편한 말투를 쓸 필요 있겠나? 내가 배에있는 동안 얼마나 말하는 데 불편을 겪었는지 자네는 상상도 못할 거야." "……." 그건 거꾸로라네, 이 친구야. 이 말투가 불편하고, 전의 말투가 편한 거란 말이야. 내가 만약에 전에 녀석의 말투를 들은 일이 없다면지금 장난한다고 생각했겠지만, 녀석이라면 충분히 그러고도 남는다. 나르디는 정말로 이 말투가 편하고 그 말투가 불편했던 모양이었다. 거짓말 못하는 표정에 그렇게 쓰여 있었다. "…… 그렇더라도 저 '자네' 만은 저번에 고쳤었잖아." "그랬나? 그럼 이번에도 고쳐보도록 노력해 보겠네." 한 번 바뀌더니 모조리 처음으로 되돌아갔군. 그런데 나르디는 결국 내 질문에 대답하지 않은 셈이 되었다. 뭐,앞의 말들이 대답이었는지도 모르지만, 그렇다면 질문조차 하나 마나였던 셈이지. 그러나 이어서 나르디가 한 질문에 대한 내 반응은 녀석 못지않았다. "그럼 파비안 '너' 는 무슨 일로 여길 왔는데?" 녀석의 '너' 는 꽤나 어색하게 들렸다. 젠장, 웃기는 놈이야. "음……." 여기 온 이유에 대해 사실대로 말하는 문제는 일단 차치하고, 지금나는 여기서 뭘 할지 제대로 알고나 있는 건가? 일단 여기까지 왔으니 헤렐에게 들은 대로 융스크-리테를 찾아가긴할 생각이다. 내가 지금 의지할 수 있는 정보라고는 그것밖에 없으니말야. 그런데 그 다음엔? 하늘에서 계시라도 내려오길 기다려야 하는거라면 참 난감할 것 같은데. 산 밑에서 움막이라도 짓고 밭이라도 갈아먹으며 기다려야 한다는거야? 헤렐이라는 양반, 말하려면 좀 더 자세히 해 줄 일이지. 최소한 3년만 기다리면 하늘에서 보석이 뚝 떨어질 거라거나 하는 그런식으로라도 말야. 이런 애매한 상황을 어떤 식으로 설명할 지 몰라 나는 한동안 우물쭈물했다. "우린, 스조렌 산맥으로 갈거야. 뭘 찾아볼 게 있거든." 유리카가 내 대신 대답하고 있었다. "뭘 찾는데?" "보석." 어라, 그냥 말해 버리네? "무슨 보석?" 나르디는 자기 때와는 달리 정말 뭔가 알아내려는 것처럼 계속 물었다. 불공평하다, 불공평해. "비싸고, 좋고, 크고, 예쁘…… 다기보단 단단하고, 기가 막히게빨간 보석이지." 나와 나르디는 동시에 어리벙벙한 표정이 되었다. 내가 되풀이했다. 아니, 되풀이하려 했다. "비싸고, 좋고, 그리고 뭐냐…… 그러니까 뭐? 빨간 보석?" +=+=+=+=+=+=+=+=+=+=+=+=+=+=+=+=+=+=+=+=+=+=+=+=+=+=+=+=+=+=+=눈 다 나은 기념으로 오늘 하루 열심히 써봤습니다...^^;에에..추천해주신 sainte1님, 그렇게까지 말해주시니 정말 고맙습니다. 그런데... 전 관둘 학교가 없는걸요? 75년생, 올해 스물 다섯인데고등학생이면...^^;Luthien, La Noir. 출력이 끝났습니다. [Enter]를 누르십시오. ━━━━━━━━━━━━━━━━━━━━━━━━━━━━━━━━━━━제 목 :◁세월의돌▷ 5-1. 국왕들이… (12)게 시 자 :azit(김이철) 게시번호 :770게 시 일 :99/07/03 06:51:25 수 정 일 :크 기 :7.1K 조회횟수 :99 『게시판-SF & FANTASY (go SF)』 36079번제 목:◁세월의돌▷ 5-1. 국왕들이 쓴다는…(12)올린이:모래의책(전민희 ) 99/06/20 21:51 읽음:1600 관련자료 없음----------------------------------------------------------------------------- +=+=+=+=+=+=+=+=+=+=+=+=+=+=+=+=세월의 돌(Stone of Days)=+=+=+=+=+=+=+=+=+=+=+=+=+=+=+=+ 5장. 제4월 '타로핀(Tarophin)'1. 국왕들이 쓴다는 방법 (12) 유리카는 아이처럼 배시시 웃었다. 저렇게 웃는 것은 또 처음 보았다. "응." "네가 그걸 어떻게 알아?" 우리의 문답을 듣던 나르디가 나를 이상하다는 듯 쳐다봤다. 물론나도 내 질문이 이상하다는 걸 안다. 내가 찾는다고 그래놓고, 그게뭔지도 정확히 모르는 입장이란거, 한심하잖겠냐. 그러나 나는 어쨌든 '빨간 보석'이라는 말에 몹시 당황스런 심정이되어 있었다. "유리 네가, 나보다 내가 찾는 것에 대해 더 잘 안다는 거야? 얼마나 더 알고 있는데? 뭘 알고 있는데?" 유리카는 말할 생각은 있지만 지금 이 장소는 적절지 못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물론 이런 복잡한 의사가 아무한테나 전달되는 것은 아니다. 나르디는 아마 예상컨데, 한 마디도 못 알아들었을 거다. 그의반응이 이랬으니까. "너희들, 뭔가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는 것 같은데?" 나는 우물쭈물했다. 나르디더러 잠시 자리를 비켜달랄 수도 없고, 우리끼리만 다른 데로 간다는 것도 그렇고, 그렇다고 지금 당장 안 들으면 다음에는 언제 이야기를 또 꺼낼지 그것도 모르겠고. 유리카는 내 반응이 답답했는지(나까지 못 알아들었다고 생각하는모양인데 그건 아니란 말야!) 결국 거르는 것 없이 하고 싶은 말을그냥 뱉어 놓고 말았다. "나르디, 네가 있어서 이야기하기가 불편한거야. 첫째, 너를 만난지 얼마 안되었고, 둘째, 너는 너에 대해서 아무 것도 털어놓지 않고있으니까 말야. 나는 네가 좋지만, 믿어도 좋다는 보장이 하나도 없잖아? 아주 중요한 얘기니까 아무 앞에서나 하진 않을래." 하……. 저렇게 직선적인 말은 분명 아무나 하는 게 아닐거야. 한 걸음도우회하지 않고 그냥 하고 싶은 말만 해버리다니. 그리고 그에 대한 대답도 분명 아무나 하는 건 아닐걸. 나르디는 놀랍게도 싱긋 웃었다. "네 말이 맞군. 그럼 어떻게 하면 좋을까? 내가 자리를 비켜 줬으면 한다는 건 알지만, 난 그 이야기를 꼭 듣고 싶거든? 어떤 방법이있으면 말해 줬음 하네. 별로 비켜 줄 마음이 없군." …… 난 완전히 이상한 사람들 사이에 끼어 앉은 기분이었다. 유리카는 생각하는 표정이 되었다. 하긴, 저렇게 말하는데 이런 식으로 대꾸하는 사람도 드물거야. 의외의 강적이군, 둘 다. 유리카가 입을 열었다. "절대 비켜주지 않겠단 거야? 어떤 조건을 제시해도?" "그 이야기를 그대로 알게 된다는 것 외엔 어떤 조건도 사양하겠어." "왜 그렇게 남의 이야기에 관심이 많은데?" "물론, 그 점에 대해선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는 중이네. 나라고 늘그런 것은 아니거든. 그런데 이번엔 뭔가 중요한 이야기이며 내가 알아둘만한 것이라는 냄새가 나는군." "정말, 예의가 없잖아." 유리카의 단호하게 찌르는 말에도 나르디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둘은 한동안 서로의 눈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유리카는 뭔가 알아내려는 사람처럼 탐색하는 눈을 했고, 나르디는자기를 믿어달라는 듯이 선량한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녀석, 수 쓰는군. 유리카가 한숨을 쉬었다. 두 손을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그리고 입을 열었다. "좋아. 그럼 내 조건을 받아들여." "어떤 것이지?" 유리카의 눈빛이 그제서야 처음 같은 생기를 띠기 시작했다. 다음순간 튀어나온 그녀의 목소리는 꽤나 장난스러웠다. "비-밀 교환." 저녁은 꽤 맛이 있었다. 하라시바는 강변 도시지만 하라시바 근처에서 멘느 강과 갈라지는오라즈 강이 근처 바다 중에서 가장 어획고가 많은 롱봐르 만까지 곧장 이어져 있어서, 좀 괜찮은 식당을 찾기만 하면 강과 바다의 별미를 모두 맛볼 수 있다고 했다. 그리고 우리는 꽤나 괜찮은 식당이 딸린 여관을 찾았던 모양이었다. 우리는 수도에 온 기념으로 '연중무휴 정식(이름은 마치 괴짜들이지어 놓은 것 같이 들렸다) 해산물 코스' 를 세 개 시켰다. 이베카시에서 나르디를 만난 날 이래로 이런 짓은 처음 하는 건데, 이 녀석을 만날 때면 이런 일이 생기네. 뭐, 별과 검의 노래호에서 생각지않게 번 돈을 이렇게 써 보는 것도 괜찮겠지. 일단 게살로 만든 수프가 먼저 나왔는데 향이 아주 독특했다. 그리고 입맛을 올리기 위한 음식으로 생크림을 섞은 홍합요리. 유리카도이건 처음 먹어본다고 말했다. 우리 각각에게 나온 메인 디쉬(나르디의 표현이다)는 게다가 모두달랐다. 누구든지 광어살을 채운 송어찜, 연어구이 스테이크, 도미치즈구이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라고 하면 평생 해본 일 없는 고뇌에빠지지 않을 수 없을 거다. 거기에 대합 크림소스 구이, 생선살 야채롤 튀김, 새우 베이컨 말이, 레몬즙을 끼얹은 굴이 따라 나오면 정말로 눈을 어디 둬야 할지 헤매게 된다. 식사가 다 끝날 즈음이 되어 나는 내가 무엇 무엇을 먹었는지 새삼헤아려보느라 소화에 한참 동안이나 지장을 주고 있었다. 물론 전에도 느낀 거지만 이상한 요리가 잔뜩 나올 때 별로 당황하지 않는 것은 나르디의 특기 중 하나였다. "마브릴 식 요리도 괜찮은데." 물론 나르디는 그렇게 느긋한 마음으로 요리를 즐길 만한 입장은아니었다. 유리카가 제안한 '비밀 교환' 에 대해서 대답할 시간을 달라고 한 것은 나르디 쪽이었으니까. 그녀가 설명한 비밀 교환이란 것의 내용은 마치 내가 예전에 고향에서 류지아를 만나 복채 좀 깎아보려고 시작했던 내기와 좀 비슷한데가 있었다. 일단 서로가 한 가지씩 알고 싶은 것을 묻는다. 그리고 서로 그 질문에 대답할 것인지 아닌지를 결정한다. 한 쪽에서 대답하지 않겠다고 하면, 다른 쪽에서도 대답하지 않아도 된다. 말하자면 돈 대신 대답에는 대답으로 갚는다는 식이다. 저 쪽에서 대답했는데 이쪽에서대답하기가 싫다면 일단 거부할 수는 있지만, 결국은 저쪽에서 대답하지 않을 때 대답으로 갚는 수밖에 없다. 무응답은 한 개 이상 쌓아둘 수 없었다. 다시 말해, 이 게임(?)은 질문을 요령 있게 하는 것이 관건이었다. "머리 아픈걸." 식사가 끝나고 테이블이 치워지자 나르디는 곤란한 표정을 솔직히드러내어 보이면서 말했다. 물론 여전히 웃고는 있었지만 그건 곤혹스런 미소였다. "싫으면, 그만두면 돼." 유리카는 양보는 없다는 듯 재빨리 대답하더니, 내 쪽을 보고 빙긋웃었다. 솔직히 나는 별로 숨길 것도 없는 사람이라, 두 사람 다 뭘그렇게 숨기고 싶어하는지 궁금해 죽겠다. 괜히 나도 뭔가 숨겨놓고 있을걸, 하는 일종의 소외감마저 느끼기시작하는 참인데 나르디가 손을 머리카락 속에 넣어 긁적이다가 고개를 번쩍 들더니, 에라 모르겠다는 어조로 말을 뱉었다. "좋아. 해, 해." 이제 드디어 흥미진진한 구경이 시작되는군. 나는 당장 구경하는 사람의 자세를 잡기 시작했다. 급사를 불러 맥주나 한 잔씩 갖다달라고 하고, 편안하게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댄다음, 양쪽의 얼굴이 둘 다 잘 보이는 위치를 잡았다. 유리카가 어이없다는 듯이 나를 보았다. "넌 뭘하니?" "구경꾼의 진정한 자세를 이제부터 보여 줄 참이다." 유리카는 입을 비죽이더니 나르디한테 말했다. "쳇. 나르디, 우리 쟤 빼놓고 이야기할까?" "파비안 자네…… 너는 이거 순 공짜아냐? 뭐 우리한테 해줄 이야기 없어?" 어, 어, 이게 어떻게 되는 거야? +=+=+=+=+=+=+=+=+=+=+=+=+=+=+=+=+=+=+=+=+=+=+=+=+=+=+=+=+=+=+=시험 끝나고 방학 맞으신 분들 많죠? 모두 즐거운 방학 되시길-Luthien, La Noir. 출력이 끝났습니다. [Enter]를 누르십시오. ━━━━━━━━━━━━━━━━━━━━━━━━━━━━━━━━━━━제 목 :◁세월의돌▷ 5-1. 국왕들이… (13)게 시 자 :azit(김이철) 게시번호 :771게 시 일 :99/07/04 03:20:52 수 정 일 :크 기 :7.8K 조회횟수 :97 『게시판-SF & FANTASY (go SF)』 36080번제 목:◁세월의돌▷ 5-1. 국왕들이 쓴다는…(13)올린이:모래의책(전민희 ) 99/06/20 21:51 읽음:1718 관련자료 없음----------------------------------------------------------------------------- +=+=+=+=+=+=+=+=+=+=+=+=+=+=+=+=세월의 돌(Stone of Days)=+=+=+=+=+=+=+=+=+=+=+=+=+=+=+=+ 5장. 제4월 '타로핀(Tarophin)'1. 국왕들이 쓴다는 방법 (13) 나는 후닥닥 몸을 일으켜서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특히 유리카를보았다. "뭐야, 원래는 나한테 해줄 이야기였잖아!" 유리카는 피이, 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면 좀, 진지한 자세로 임해 보란 말야. 둘 다 비밀을 털어놓겠다고 이제부터 골머리를 썩이려는 참인데, 넌 자세가 그게 뭐니? 우리가 널 위해서 공연이라도 준비하는 줄 알아?" "그럼 날더러 어쩌라구? 두손 맞잡고, 공손히 일어서서라도 들을까?" 둘은 얼굴을 마주 보았다. "음, 그거 좋겠다." "역시 그렇겠지?" "……." 아무래도 주객이 전도된 것 같다. 분명, 이 이야기에서 처음엔 내가 주인이고 나르디가 손님이었는데 언제부터 이렇게 상황이 전환되었지. 어쨌든간 나는 내가 평생을 통해 지을 수 있는 가장 진지하고 근엄한 표정을 흐트러뜨림 없이 유지하면서 이야기를 들어야 하는 엉뚱한난제를 떠맡게 되었다. 내 생각인데, 이건 너희 둘의 게임보다 훨씬어려운 일이라고. 적어도 나한텐 말야. 이런 엄숙한 표정은 어머니장례식 때 말고는, 그 전에도 그 후에도 지어본 일이 없단 말이다. 좋아, 이야기 재미없기만 해봐라. 내가 별로 할 이야기는 없지만…… 어쨌든, 그게 게퍼 쿠멘츠 이야기가 되었든, 건방진 영주 아들놈 아르노윌트 이야기가 되었든, 그땐 아무 거나 해서라도 너희들한테 내 이야기를 밤새워 들어야만 하는 의무를 부여할 테니까 말야. 물론, 지금의 내 표정으로 말이다. 나는 심각한 각오를 하고는 표정 만들기에 돌입했다. 저녁놀이 멋지게 창을 통해 마룻바닥을 물들이고 있다. 그런 가운데 우리가 하고 있는 것은 어울리지 않게 날씨 좋은 오후의 우습지도않은 농담 같은 일이다. 그 중에서도 담판 짓는 무법자같은 표정을계속해서 유지해야 하는 내가 제일 우스꽝스러웠다. "좋아, 첫째 질문." 둘은 서로 먼저 말하라는 듯이 약간 뜸을 들이고 있었는데, 결국유리카가 먼저 입을 열었다. "본명을 말해봐." 녀석의 본명이 '아시에르 롤피냥'은 아니겠지만 '나르디' 도 아니란 거야? 설마. 유리카도 저렇게 손해보는 질문을 하다니. 본명 쯤이야 누구나……. 그런데 나르디의 표정이 내가 생각한 것과는 좀 달랐다. "……." 녀석이 고민에 빠진 표정이어서 나는 황당해졌다. "야, 너 나르디가 본명 아니야?" "일단 네 질문부터 해." 유리카가 내 말을 막으면서 나르디에게 질문을 내놓으라고 재촉했다. 그가 말했다. "내 질문은…… 너희들이 찾는 빨간 보석이 무엇에 쓰는 것이냐는거지." "그거라면." 표정을 보건대, 나르디는 방금 유리카의 질문에 대답할 자신이 없는 모양이다. 웃기는 사실이긴 하지만, 녀석은 본명을 말하고 싶어하질 않는다. 적어도 지금까지 본명을 숨겨왔단 사실은 판명되는구나. 그러나 유리카의 표정은 자신만만했다. "빨간 보석은 어떤 늙은 양반을 불러내는 열쇠야." "어떤 늙은 양반?" 되물은 건 나르디가 아니고 나였다. "늙은 양반이 누구야?" 유리카는 눈썹을 찌푸리면서 내 쪽을 보았다. "아이 참, 파비안, 가만히 좀 있어. 너 때문에 내기에 진단 말이야. 네가 나르디가 물을 걸 대신 물어주면 어떻게 해?" 내가 어이없어하고 있는 동안, 나르디가 입을 열었다. "그 정도 대답은 너무 성의가 없지 않은가. 최소한 어떻게 살린다거나, 왜 그게 열쇠가 된다거나, 그 늙은 양반이 누구라거나 하는 말정도는 해 주어야 하는 것 아닌가." 내가 들어도 그 말이 일리가 있다. 나와 나르디는 한패가 되어 유리카의 얼굴을 쳐다봤다. "에이 참. 어떻게고 뭐고 없이 그 보석을 찾기만 하면 살아나는 거고, 열쇠가 되는 건 당연히 그 늙은 양반이 그렇게 해 놨으니 그런거고, 늙은 양반은 그냥 늙은 양반이야. 오래되어서 이름도 잊어버렸어. 그리고 파비안 너는 누구 편이니?" 나는 대답 대신 말했다. "그 늙은 양반을 내가 왜 살려야 되는데?" 유리카는 신경질이 난 모양이다. 내가 자기를 전혀 안 도와 주니까. 그러나 이건 확실히 내 일이고 내가 알아야 할 일이라, 미안하긴해도 유리카를 도와줄 수가 없었다. 혹시 누군가 이기는 데 내가 저녁값 내기라도 걸었으면 모를까. 유리카는 약이 올랐는지 갑자기 쏘아붙였다. "야, 원래 아룬드나얀은 그런 거야! 쓸데없는 양반들을 살려내는게 그 목걸이의 목적이란 말야!" 나는 방금 들은 말이 이해가 안 갔다. "무슨 소리야?" 유리카는 내가 알아듣거나 하는 것에는 별로 개의치 않는 것 같았다. "그야말로 웃기는 목걸이지. 그것도 온 대륙에 여기 저기 아무데서나 자고 있는 양반들을 말이야! 자고 싶으면 좀 모여서 잘 일이지,왜 그렇게 전부 흩어져 가지구선…… 네 아버지는 그런 이야기도 안해주시든?" "…… 안 해줬는데?" 나는 그야말로 방금 들은 이야기에 얼이 빠져 있었다. 아버지는 그 목걸이에 숨겨진 문장에 대해서 자신도 모른다고 했을뿐이다. 게다가 그걸 다 모으면 비밀이 나타난다고 했지, 보석 하나하나가 전부 무슨 역할을 하리란 생각은 해 본 일도 없다. 그럼, 보석들을 모조리 모으면? 그 늙은이들인지 뭔지하고는 비교도 안 되는 엄청나게 대단한 사람이 살아오나? 쳇…… 기왕 살아날 거라면 우리 어머니 같은 사람을 살리면 안 되는 건가? 갑자기 나는 이 임무를 완성해서 아버지한테 돌아가겠다는 생각만했지, 이 일을 해내는 것이 이 세상에 어떤 결과를 가져올 것인지에대해서는 생각해 본 일이 없다는 것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래서…… 다 살려내면, 무슨 결과가 오지?" "그만, 그만." 유리카는 갑자기 손을 내저었다. "이만하면 내 대답은 됐겠지? 나르디, 네 대답 해. 안할 거면 다음질문 할거야." "…… 다음 질문 해." 나는 일단 내 머릿속에 떠오른 질문들을 가슴 속에 차곡차곡 넣어두었다. 조금 있다가 물어 볼 심산이었다. 유리카가 말했다. "다음 질문, 네가 세르무즈에 온 진짜 목적." 나르디도 말했다. "내 질문, 왜 파비안을 돕지?" 그리고 유리카는 냉큼 대답했다. "내 대답. 친구니까. 됐지?" "……." 나르디는 완전히 손해보기 시작하고 있었다. +=+=+=+=+=+=+=+=+=+=+=+=+=+=+=+=+=+=+=+=+=+=+=+=+=+=+=+=+=+=+=추천해 주신 분, 하이텔에서 오시느라 많은 수고를...^^;앞으로도 재미있게 읽어 주세요-melongst님, 질문-다른 작가분들은 어떻게 하시는지 잘 몰라도, 저는 결말은 정해 놓고 씁니다. 그렇지 않으면 중간에 쓸데없는 이야기들로 글의 범위가한정없이 넓어져서 나중엔 감당 못하게 되거든요. (고등학교 시절에 막 쓰다가 포기한 게 많아요...)이건 약간 다른 이야기지만... 아무리 장편이라 해도, 필요 없는 에피소드들로 이유없이 비대해지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봅니다. 키가 작은 사람이나 큰 사람이나,모두 표준 체중은 있기 마련 아니겠어요? 글의 전체 맥락과 연결되지 않는 에피소드들이 너무 많으면 글의밀도를 떨어뜨린다고 생각이 돼요. 물론 수많은 자잘한 사건들로만이루어져 있거나, 옆으로 번지는 잡설들을 특징으로 하는 소설도 있고, 그 중에서도 걸작이 많습니다. 그러나 그런 것은, 정말 대가가되기 전엔 오히려 망치기 십상이지요(결말도 웬만한 결말로는 안될겁니다. 조금만 삐끗하면 유치하게 돌변하거든요). 위고의 레미제라블에서, 갑작스레 튀어나와서 본 줄기를 잊어버릴정도로 길게 계속되는 수도원의 역사, 워털루 전투 묘사 같은 것이결코 소설의 맛을 해친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이런 점에선 멜빌의 백경이나 에코의 글들도 비슷하다고 봐요(조이스도 마찬가지일까요?). 물론, 그런 것들은 나름대로 소설 안에서 가지는 의의와 이유가 다 있습니다. 결코 재미삼아 이리저리 번지는 것은 아니죠. 그런 것들을 모두 작품의 줄기 안으로 편입시키는 재능이 있다면,정말 대단한 작가겠지요. (적당히 살이 찐 것이 오히려 품위 있고 보기 좋아 보이는 사람도있으니까요. 그런데 주로 나이 든 사람이더라고요, 그런 건. ^^)Luthien, La Noir. 출력이 끝났습니다. [Enter]를 누르십시오. ━━━━━━━━━━━━━━━━━━━━━━━━━━━━━━━━━━━제 목 :◁세월의돌▷ 5-1. 국왕들이… (14)게 시 자 :azit(김이철) 게시번호 :772게 시 일 :99/07/04 03:21:09 수 정 일 :크 기 :6.0K 조회횟수 :97 『게시판-SF & FANTASY (go SF)』 36158번제 목:◁세월의돌▷ 5-1. 국왕들이 쓴다는…(14)올린이:모래의책(전민희 ) 99/06/21 23:41 읽음:1662 관련자료 없음----------------------------------------------------------------------------- +=+=+=+=+=+=+=+=+=+=+=+=+=+=+=+=세월의 돌(Stone of Days)=+=+=+=+=+=+=+=+=+=+=+=+=+=+=+=+ 5장. 제4월 '타로핀(Tarophin)'1. 국왕들이 쓴다는 방법 (14) "나르디, 너도 얼른 대답해." 맥주잔들이 반은 비었다. 뜸을 들여도 정도껏 들이란 말야. 식당에는 사람들이 많아지기 시작하는 중이라 친절한 종업원들은 매우 바빠져 있었다. 즉, 우리를 더 이상 괴롭히지는 못하고 있었다. "진짜 목적이 따로 있냐는 말은 좀 그렇군. 그런 것이 본래 있었어야 말이지." 나르디가 머리를 긁적거리다가 한 마디 하자 유리카가 다시 말했다. "그럼 바꿔줄게. 진짜 목적 말고 '주 목적'!" "으음……." 우리는 관대하게도 나르디가 아까의 배로 망설이고 있는 동안 계속해서 인내심 깊게 기다려 주었다. 그러나 그에 비해 보답은 보잘것없었다. "지금 내가 할 수 최상의 있는 말은, 처음부터 목적이 있었든 없었든 간에 일단 지금 내 머릿속에 들어있는 생각을 내 입 밖으로 발설해선 안된다는 거야. 정말 그것 뿐이야. 나를 위해서도 그렇지만, 너희들을 위해서도 역시 그래." 이 말에 해줄 대답이라곤 하나뿐이지. "무슨 말이 그래? 너 혹시 지명수배자 아냐?" 유리카는 정말 '맞아' 하는 의사를 가득 담은 얼굴로 나를 쳐다보았고 나도 커다랗게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그러나 우리의 액션에도불구하고 나르디는 의외로 침착했다. "다른 질문이라면 다 대답하겠어. 내가 누구인지, 무엇을 하려 하는지에 대해서는 지금 묻지 말아주게나. 나중엔, 나중에 때가 되면모조리 다 밝힐 테니까. 정말일세, 진심이야." 나르디는 자기의 특기이자 필살기인 '궁극의 노인네 어투'를 써 가며 꽤나 정중하게 자기 입장을 변호했다. 그러나……. "불공평해. 그럼 뭘 말해주려고? 무슨 보물 지도 이야기라도 알려주겠단 거야?" "친구라고 생각한다면 이건 너무하잖아. 적어도 못말해 주는 사정이라도 이야길 하라고." "…… 그 못 말해주는 상황이 바로……." "변명일 뿐이잖아. 너 범죄자지? 분명해. 맞지?" …… 정중함에도 청자를 잘 골라야 하는 법이다. 사람이 많아지자 우리는 방으로 올라왔다. 유리카가 관대하게도 아까 말한 빨간 보석에 대한 이야기, 나를 돕는 이유(그 대답이란 것이 좀 문제가 있긴 했지만…)에 더불어 자신이 아스테리온 무녀라는 사실까지 밝히는 동안 녀석은 줄창 곤란하다는 표정만 지어댔다. 아마 평생 지을 당황하고 곤란한 표정은 오늘모조리 짓고도 남았을 거다. 도대체 왜 내기를 하자고 한 거야, 저녀석은. 녀석은 자기 본명도 못 밝히겠다, 세르무즈에 온 목적도 이야기할수 없다, 가족 이야기도 할 수 없다, 지금부터 뭘 할 계획인지도 역시 안된다, 하여간 모조리 안 되는 것 투성이다. 유리카는 약간 화가난 것처럼 눈을 굴리더니 다시 입을 뗐다. "그럼 좋아. 아주 쉬운 질문. 어젯밤 별과 검의 노래호에 도둑들이들어왔을 때, 너는 한참이나 뒤에 합류했었지? 그 아래에서 보트 두개를 묶어놓는 일이 그렇게 오래 걸릴 리가 없는데 말야. 그 아래에서 뭘 했니?" 나도 어렴풋이 생각했던 사실이지만, 그저 그렇겠거니 했지 녀석이뭔가 그 사이에 다른 일을 했을 거라고는 생각지 않았기에, 갑자기대답이 기대되기 시작했다. "그거…… 라면……." 녀석이 입고 있던 조끼의 주머니를 뒤적이더니 뭔가를 끄집어 냈다. 그리고 그것이 우리 눈앞에, 정확히는 침대 시트 위에 놓였다. 하얀 시트 위에서 반짝이는 은빛 동그라미들이 굴렀다. "뭐야…… 이건?" 동전들이다. 모두 다섯 개. 하나 하나가 아주 큼직한 것이 최근에 쓰이는 것은아닌 듯했다. 모양새가 세르무즈 동전도 아니고, 이스나미르 동전도아니다. 나는 손을 내밀어 그 중에 하나를 집어들었다. "어?" 하얗게 반짝이기에 은이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몹시 가볍잖아? "뭐야, 이건?" 한 개를 손가락으로 집어서 이리저리 들여다보니 뭔지 모를 글자들과 그림이 그려져 있다. 글자라고는 했지만, 사실 읽을 수 있는 것은하나도 없었다. 나머지들을 하나 하나 집어서 들여다봤다. 똑같았다. 무게는 가볍고, 은색으로 빛났으며, 이상한 문자와 그림이 새겨져 있었다. 게다가 또 이상한 점은, 아주 깨끗한 것이 방금 주조한 새 동전 같다는 거다. 조각된 부분이나 동그란 모서리 쪽에도 전혀 손에 닳은흔적이 없었다. 색깔이 바랜 흔적도 없었다. 나르디가 말했다. "요즘에 쓰이는 주화는 아니네. 아주 오래 전의 동전들이야." "그런데 이렇게 깨끗해?" 갑자기 유리카가 끼어들어 말했다. "미스릴. 미스릴은 닳지 않아." 갑자기 모든 것이 분명해졌다. 그래…… 그 미스릴. 그런데 선장과 칼메르는 왜 거짓말을 했지? 분명 괴로 만들어진 미스릴이라고 했잖아? 그런데 동전? 나르디가 조금 더 설명했다. "살펴 봤지만 상자 다섯 개가 모두 동전들 뿐이었어. 모양은 가지각색이었지만 비슷한 것도 많았고, 무엇보다도 모양새나 그림들의 양식이 비슷한 것을 보니 같은 시대의 동전임에 분명해 보였다네. 나도의외의 일이라 놀랐지. 물론 동전이었으니까 이렇게 내가 몇 개 빼돌릴 수 있었던 거지만. 그들의 말대로 미스릴괴였다면 한 개만 뺐어도금방 들통이 났을 테지." 이해가 갔다. 동전 다섯 개. 나르디는 나중에라도 상자간 무게 차이로 눈치채지 못하도록 이걸 한 상자에서 한 개씩 꺼냈음에 틀림없었다. 미스릴이라는 금속을 한 번도 본 일이 없는 내가 이걸 처음부터 못알아본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건 뭐라고 불러야 하나. 금으로 만든동전은 금화, 은이면 은화, 그럼 이건 미스릴화? "미스릴 같은 금속으로 동전이나 만들고 있던 시대는 도대체 얼마나 잘먹고 잘살던 시대야?" 내 불만섞인 말투에 유리카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그런 시대는 없었어." "그럼 뭐야? 심심해서 여흥삼아 미스릴 갖고 다섯 상자 정도 동전으로 만들어 봤던 시대란 건가? 쓰지도 않을 걸?" "그것도 아냐." "그러면?" +=+=+=+=+=+=+=+=+=+=+=+=+=+=+=+=+=+=+=+=+=+=+=+=+=+=+=+=+=+=+=오늘 날씨 더웠죠? 밤엔 소나기가 오고... 좋은 밤 되세요. 글 기다리다가 너무 졸려서 그냥 주무신다는 분... 정말 죄송합니다. ^^;Luthien, La Noir. 출력이 끝났습니다. [Enter]를 누르십시오. ━━━━━━━━━━━━━━━━━━━━━━━━━━━━━━━━━━━제 목 :◁세월의돌▷ 5-1. 국왕들이… (15)게 시 자 :azit(김이철) 게시번호 :773게 시 일 :99/07/04 03:21:30 수 정 일 :크 기 :4.6K 조회횟수 :97 『게시판-SF & FANTASY (go SF)』 36159번제 목:◁세월의돌▷ 5-1. 국왕들이 쓴다는…(15)올린이:모래의책(전민희 ) 99/06/21 23:41 읽음:1691 관련자료 없음----------------------------------------------------------------------------- +=+=+=+=+=+=+=+=+=+=+=+=+=+=+=+=세월의 돌(Stone of Days)=+=+=+=+=+=+=+=+=+=+=+=+=+=+=+=+ 5장. 제4월 '타로핀(Tarophin)'1. 국왕들이 쓴다는 방법 (15) 유리카는 자기도 잘은 모른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그러나 그녀는 곧 입을 열었다. "내 생각엔…… 이건 분명 무슨 사정이 있어. 미스릴이란 것은 예나 지금이나, 가장 싸구려였을 때도 가격이 금의 오십 배는 호가하던금속이야. 게다가 돈이 문제가 아니라 미스릴 자체가 흔하게 구할 수없는 것이기도 하고. 금과는 달라서 실용적으로도 굉장히 우수하거든. 이런 걸로 낭비하기엔 지나칠 정도로 대단한 실용성이지. 너도미스릴이 얼마나 단단한가에 대해선 들어봤지?" 미스릴 갑옷이나 미스릴 검 같은 것을 나는 전설에서나 들어보았고, 실제로 볼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해 왔었다. 웬만한 힘의 검사가창으로 힘껏 찔러도 끄떡도 하지 않는다는 미스릴 갑옷. 정말 내가들은 대로의 단단함을 가진 금속이라면, 흔하고 안 흔하고를 떠나서그게 비싸지 않다는 게 말이 되지 않을 것 같았다. 유리카가 말을 이었다. "이런 금속을 이렇게 곱게 제련하려면 어느 정도의 기술력이 필요할 것 같아?" 아……. 내 대신 나르디가 대답했다. "한 나라의 왕 정도가 아니고서는 엄두도 못 낼 일이야." "그래." 갑옷이나 창, 검을 만드는 것도 대단한 일이지만, 이렇게 정교한문자와 그림을 그렇게 단단한 금속에 새긴다는 것은 나로선 상상도가지 않았다. "모르긴 해도, 이건 어떤 고대의 왕국이 만든 것임에 틀림없어. 이동전 크기를 봐. 우리 손바닥으로는 한 개 쥐기도 벅찰 정도야. 고대인들은 우리보다 몸집이 컸다는 이야기를 알고 있지? 그리고 분명,이걸 만든 건 무슨 다른 이유가 있을 거야. 어떤 경우라도 미스릴로동전을 이만큼이나 만든다는 건 기술력 면에서나 가치 면에서나 엄청난 낭비거든." 다른 이유라……. …… 내 머릿속에서는 미스릴 동전을 슬링에 넣어서 쏘는 장면이떠올랐다. 단단하다니까 맞으면 되게 아프겠지? 아무래도 난 이게 한계야. 대신 내 머리가 떠올릴 수 있는 건 다른 게 있지. "그것보다 중요한 건 다른 문제야." 내 말에 동전들을 다시 집어서 이리저리 손바닥 위에서 굴려보고있던 나르디와 유리카가 고개를 들었다. "세르무즈 왕가가 무슨 이유로 이걸 이런 우스운 방법으로 몰래 운반하고 있는지, 그리고 이것들이 어디에서 났는지, 이걸 갖고 하려는일이 뭔지, 이게 더 중요한 문제 아니겠어? 분명 여기엔 어떤 음모가개재되어 있어, 내 생각엔." "왜 그렇게 생각해?" 유리카의 질문이다. "내가 왕이라면, 정말 중요한 것을 운반하기 위해 이런 어줍잖은속임수를 쓰지는 않겠어. 군인 백 명 정도 동원하고 용감한 기사들을위시해서 당당히, 그리고 안전하게 운반하겠지. 물론, 그것의 출처가어디로 보나 정당할 경우에 말이야. 자기 나라 백성한테나, 다른 나라 왕에게나." 잠깐 동안 나르디와 유리카는 말이 없었다. 유리카는 그렇겠지, 하는 표정이었지만 나르디의 표정은 달랐다. 뭔가 아주 중요한 것을 생각하고 있는 듯한 얼굴이었다. "파비안, 네 말이 맞아." 갑자기 나르디가 입을 열었다. "그들은 뭔가 불법을 저지르고 있는 거야. 심증은 있었지만 네 말을 듣고 나니 아주 확실해졌어." "뭔가 짐작 가는 일이 있어?" 유리카가 물었다. "음……." 나르디는 잠시 우리 둘의 얼굴을 살피며 이 이야기를 해도 좋을까생각하는 모양이었다. 아까부터 생각해 온 거지만 녀석은 의심이 무지 많다. 자기 정체 안 이야기할 때부터 알아봤다. 그러나 결국 나르디는 입을 열었다. "이스나미르와 세르무즈의 국경에 위치한 산이 있어." 그 소리를 들으니 갑자기 매우 궁금해지는 것이 하나 있었다. "그 산의 이름이 뭔데?" "몰라." 실망스런 대답이군. 나르디가 말을 이었다. "사실 모른다기보다는 없다는 편이 맞을지도 몰라. 그 산은 이스나미르의 지도에도, 세르무즈의 지도에도 나와 있지 않다네. 이름이 없는 거나 마찬가지지." "어, 그 산!?" 나와 유리카가 동시에 소리쳤다. 나르디는 놀란 얼굴이 되었다. "어딜 말하는 건지 알고 있나?" +=+=+=+=+=+=+=+=+=+=+=+=+=+=+=+=+=+=+=+=+=+=+=+=+=+=+=+=+=+=+=추천해주신 분, 고마워요. ^^꿈이 현실로 되는 듯하다는... 말이 굉장히 인상깊었어요. 제가 글을 쓰면서 하고싶어하는 것들 가운데 하나거든요. 엘프는... 등장 했잖아요- ^^; (대화 속에서지만..)◁ ▷ 표시 썼다고 너무 미워하진 않으실거죠? ^^;헉...방금 sf게시판, &표시만 보이고 텅 빈 모습으로 변했었다..;;;(무서워..)Luthien, La Noir. 출력이 끝났습니다. [Enter]를 누르십시오. ━━━━━━━━━━━━━━━━━━━━━━━━━━━━━━━━━━━제 목 :◁세월의돌▷ 5-1. 국왕들이… (16)게 시 자 :azit(김이철) 게시번호 :783게 시 일 :99/07/05 02:43:43 수 정 일 :크 기 :8.0K 조회횟수 :99 『게시판-SF & FANTASY (go SF)』 36219번제 목:◁세월의돌▷ 5-1. 국왕들이 쓴다는…(16)올린이:모래의책(전민희 ) 99/06/22 22:52 읽음:1602 관련자료 없음----------------------------------------------------------------------------- +=+=+=+=+=+=+=+=+=+=+=+=+=+=+=+=세월의 돌(Stone of Days)=+=+=+=+=+=+=+=+=+=+=+=+=+=+=+=+ 5장. 제4월 '타로핀(Tarophin)'1. 국왕들이 쓴다는 방법 (16) 알고 말고. 아니, 그런데 나의 훌륭한 골동품 지도가 빠뜨린 것이아니라, 세르무즈의 지도에도 이름이 없단 말이야? "님블 시하고 아세이유 시 사이에 있는 그 산 맞지? 우린 세르무즈로 들어올 때, 그 산을 넘어 왔어. 계획적인 것은 아니었지만, 검문초소를 피하려다 보니 그냥 그렇게 됐거든. 그 산의 이름이 지도에안 나와 있길래 너무 오래된 지도라서 그런 줄 알았는데. 그런데 그렇게 커다란 산을 양쪽에서 모두 빠뜨린다는 게 말이 되나?" "물론 말이 안되지." 유리카의 말에 나르디가 대답한 말이었다. "그럼?" "문제는, 그게 산이 된 것이 얼마 안됐다는 거야." 나르디의 말은 마치 '산이 된다' 라는 것이 '어른이 된다' 나, '기사가 된다' 같은 그런 것이나 되는 것처럼 들렸다. 산이 되다니? '산' 이 무슨 작위라도 된단 말이야? "이렇게 말하면 황당하게 들리겠지만…… 그 산은 갑작스럽게 생겨났다네. 마치 땅에서 버섯이 자라는 것처럼 말이야. 한 일 년 전? 내가 직접 본 것은 아니지만 이미 양국 왕궁에는 다 보고되어 있는 일이라고 하네. 두 나라 모두가 서로 자기네 국경에 속한 지역으로 조사단을 파견했지만, 별다른 성과는 없었다고 서로에게 알렸지. 물론그게 사실인지 거짓말인지는 말을 한 쪽만이 알겠지." 나는 속으로 이 녀석이 평상시 얼마나 믿을만했던가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하고 있었다. 그래야 지금 한 말을 믿어야 할지 아닐지 알 거아냐. 세상에! 도대체 믿을 만한 이야기를 해야 할 거 아냐! 진짜 이거야말로 진실은 말을 한 쪽에서만 안다는 거군. 그러나 유리카는 - 분명! 평상시엔 나보다 의심이 많아 보이던 그녀였는데 - 나르디의 말을 믿는 것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놀랄만한 일이다. "그럼, 이 동전들은 세르무즈 쪽의 산에서 발견된 것? 적어도 너는그렇게 생각한다는 거야?" "내가 그렇게 생각한다기 보다는, 내가 수집한 정보로 보아 사실임에 분명하다고 확신하고 있지." 잠깐 동안 침묵이 흘렀다.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우선 귀족이나 왕족(왕족을 본 일 있냐고? 물론 아니지)이라는 자들이 본래 거짓말에 도가 텄다는 것은 살아오면서 자주 체험한 바지만, 저들끼리도 그렇게 열심히 거짓말을 하는지는 몰랐다. 그리고 둘째, 나르디 녀석이 저렇게 진지한 눈으로 '확신' 이라는 말을 쓰는 것을 보니 그게 산이 버섯처럼 솟아나는 잠꼬대같은 소리라고 해도 왠지 믿고 싶어지는데. 그런데 믿으면? 그래서 이게 왜 불법적인 일이 되는 거람? "세르무즈 땅에서 발견된 건데, 그들이 가지는 게 당연하잖아? 왜이렇게 숨기려고 난리들을 치는 거야?" 내 질문에 이번에 대답한 것은 나르디가 아니라 유리카였다. "내가 아까 불확실하게 말했지만, 내 생각이 맞다면 이 동전이 발견되었다는 게 무엇을 뜻할까? 버섯처럼 솟아났든 홍당무처럼 뽑혔든, 산은 산이야. 산 하나를 뒤져서 동전 상자 다섯 개를 발견한다는것이 쉬울까? 그들이 이걸 발견했다는 건, 그리고 그걸 갖고 지금 이렇게 호들갑을 떨고 있다는 건, 다시 말해 숨겨진 건 이게 다가 아니라는 말이 되는 거야." 그렇긴 하다. 산 하나를 뒤져서 동전 상자나 발견하는 건 어렵지만, 그것을 포함한 뭔가 많은 것이 거기에 있었다면 훨씬 발견은 쉬웠겠지. 내 생각을 증명이라도 하듯 나르디가 말을 이었다. "그들은 뭔가 다른 것을 발견했고, 그걸 다른 나라에 숨기고 싶은게 분명하네. 아마 다섯 상자는 일단 보고를 위해 가져가는 걸 거고,그 산에는 더 많은 고대의 유물이나 보물 같은 것들이 숨겨져 있음에분명해. 그리고 어쩌면…… 이스나미르 쪽에 속한 산에도 그런 것이있을 지도 모르지. 지하나 내부로 연결되어 있을 지도 모르고. 이런추측을 하는 것은, 그들이 굳이 이걸 애써 우스운 가장까지 해가며숨기려고 한다는 데서 미루어 짐작하는 것이네. 이스나미르 쪽에서뭔가 알아내기 전에 미리 모든 것을 장악해 버리고, 아니 어쩌면 모두 옮겨 버리려고 하고 있는지도 몰라." "그렇다면 그냥 두면 안되잖아?" 내 말에 유리카가 내 얼굴을 빤히 쳐다보았다. "그냥 두지 않으면?" 나는 갑자기 말문이 막혔다. 내가 이 사실을 알았다고 한들, 하라시바의 왕궁으로 달려가서 '이마브릴 놈들아, 사기치는 건 용서 못한다' 하고 멱살이라도 잡아야하는 건 아닐 테고, 당장 하려던 일을 때려치우고 수도로 달려가서달크로즈의 국왕 폐하께 알현 신청이라도 해야 하는 건가? 그 순간, 어느 쪽이든 실현 가능성도, 그리고 내게 어떤 이득이 올것 같지도 않다는 생각이 정확히 내 머릿속에 또렷하게 떠올라왔다. 애국심이라고는 발톱 밑에 때만큼도 없는 놈이라고? 쳇, 그런 말은 함부로 하는 게 아니라고. 나로선 높은 사람들의 일은 그저 그들의 일이지, 그런 일에 끼어들어 보았자 운 좋으면 골치나 아파지고, 아니면 쓸데없는 화를 자초하는 일이란 걸 18년간 몸으로 체득한 바 있다. 그들은 절대 평민들에게 고마워하는 법이 없다. 거래는 같은 힘을 가진 사람들끼리 하는것이다. 난 불공평한 건 싫지만, 그게 이스나미르와 세르무즈의 일일 때보다 나와 다른 사람의 일일 때 더더욱 싫다. 누군가 나더러 지금 내가 하던 일을 내버리고 내 힘이 미치지도 않을 거대한 불법을 바로잡으러 지금 가자고 말한다면, 나는 딱 잘라서거절하겠다. 그런 일은 내 일 다 끝나고 시간이 남을 때에나 하는 것이다. 내가 거기까지 생각했을 때, 천장을 쳐다보고 있던 유리카가 갑자기 말했다. "아, 그렇구나." "뭐가?" 아까 전부터 침대 위에 누워 있던 나르디가 고개를 돌려 되물었다. "이 산이 전에는 없었는데 지금 나타났고, 그 안에 인간들의 흔적인 뭔가가 있다면, 과거엔 이 산이 지금처럼 솟아나 있던 시절이 있었단 거겠지?" 호오, 과연. 말 되는걸. 그 말에 나르디가 갑자기 일어나 앉았다. "유리카 말이 맞아." 그의 눈동자가 흥미롭게 빛났다. "그 동전의 문양을 보면 연대를 알 수 있는 사람이 어딘가 있겠지. 왕궁 학자들 가운데 틀림없이 한 사람쯤 있을 거야. 그런 다음 가서전 시대 역사가 담긴 먼지나는 책들로 가득한 달크로즈 성의 서고를뒤져 보면 그 시대의 역사를 알 수 있을 거고, 그러면 그 유적이 어느 나라에 속하는 것인지 알아낼 수 있을 테지. 그 이름 모를 산이본래 어느 나라 땅인지에 대해서도 말이야. 이게 잘 증명되면 세르무즈 놈들의 속임수도 뒤집을 수 있겠구나. 물론, 빨라야 하겠지만 말야. 그들이 모조리 흔적도 없이 필요한 것들을 챙겨버리기 전에." "야, 나르디……." 내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너는 왕궁 학자들한테 무슨 수로 그걸 물어보고, 서고는 어디에있는 걸 뒤지겠다는 거냐? 네가 귀족 집안 아들이라도 되면 모를까,그게 아니라면 그저 동전들을 높은 양반들한테 얌전히 뺏기는 게 고작이지. 그런 다음에 그 양반들이 잘 알아보고 자기들끼리 공을 차지하겠지. 솔직히 나는 이런 것에 관심 가져 봐야 하나도 좋을 거 없겠단 생각이 드는구나." 그 순간 나를 바라보는 나르디의 표정이 그 어느때보다도 심각해서나는 약간 놀랐다. 그는 얼굴이 약간 굳어져 있었는데, 그것은 마치내가 지금 못할 말을 했다고 말하는 것처럼 보였다. "파비안…… 너, 정말 그렇게 생각해." 네가 심각한 표정을 지어도 내 생각은 바뀔 이유가 없다 이거야. "물론." 나는 고개까지 끄덕여 보이며 짧게 대답했다. "……." 갑자기 그는 말을 멈추어 버렸다. 녀석이 한참동안이나 입을 다물고 있는 동안 나는 유리카에게 잠깐나가자고 눈짓을 했다. 우리는 잠깐 몸만 일으켜서 밖으로 나왔다. 복도 끝에 테라스가 보이기에 그 쪽으로 일단 갔다. 그런 다음 주위를 둘러보고, 목소리를 낮춰서 말했다. "뭔가 이상하지 않니, 저 녀석?" 유리카가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내가 말을 계속했다. "자기 신변에 대해서 저렇게 비밀을 지키려고 하는 것도 수상하지만, 그 다음에 하는 말이 더 이상해. 방금 태도로 봤을 때, 내게 뭔가 짐작되는 게 있는데 넌 없니?" "나도 있어." 유리카는 전혀 눈치가 없는 애가 아니다. 그런 다음 우리 둘은 거의 동시에 자기 생각을 내뱉았다. +=+=+=+=+=+=+=+=+=+=+=+=+=+=+=+=+=+=+=+=+=+=+=+=+=+=+=+=+=+=+=오늘, 정말 덥더군요. 모두 시원한 밤 되셨으면... Luthien, La Noir. 출력이 끝났습니다. [Enter]를 누르십시오. ━━━━━━━━━━━━━━━━━━━━━━━━━━━━━━━━━━━제 목 :◁세월의돌▷ 5-1. 국왕들이… (17)게 시 자 :azit(김이철) 게시번호 :784게 시 일 :99/07/05 02:44:01 수 정 일 :크 기 :9.8K 조회횟수 :98 『게시판-SF & FANTASY (go SF)』 36220번제 목:◁세월의돌▷ 5-1. 국왕들이 쓴다는…(17)-End올린이:모래의책(전민희 ) 99/06/22 22:52 읽음:1701 관련자료 없음----------------------------------------------------------------------------- +=+=+=+=+=+=+=+=+=+=+=+=+=+=+=+=세월의 돌(Stone of Days)=+=+=+=+=+=+=+=+=+=+=+=+=+=+=+=+ 5장. 제4월 '타로핀(Tarophin)'1. 국왕들이 쓴다는 방법 (17) "저 녀석, 평민이 아냐." "귀족일거야." 우리는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유리카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런 사람이 무엇 때문에 남의 나라까지 와서 저렇게 고생을 하고떠돌고 있을까? 무언가 임무를 맡고 있는 것 아닐까? 적국 정탐 같은그런 것 말야." "밀정 같은 것. 그리고 우리한테 말하고 있는 이 일이 어쩌면 그임무일지도 모르지." "이게 생각보다 큰 일인지도 몰라." 우리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 테라스 너머로 한가한 새가 한 마리비스듬하게 비상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 왜 우리와 함께 있겠다고 했을까?" "너도 그 생각 하고 있었니?" 나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이용당한다는 느낌은 몹시 싫은 것이다. 더군다나 호감을 가지고있던 상대로부터라면 더더욱. 생각을 길게 할수록 더 기분이 나빠지는 것 같다. 좋은 녀석이라고 생각해 왔는데. 믿을만하다고 생각했고, 내 이야기 정도는 해 줘도 좋다고 생각했는데. 마치 내 생각을 읽은 것처럼 유리카가 고개를 저어 보였다. "아니야, 파비안." 그녀는 단아한 눈동자로 나를 보았다. "사람은 누구나 타인을 이용해. '이용' 이라는 말을 그렇게 나쁘게생각할 필욘 없지. 문제는 그 정도야. 자기의 이익을 위해서 상대가얼마나 희생해주기를 바라고 있는지, 또는 얼마나 희생시킬 작정인지. 너와 나는 서로에게 의지하고 있지? 그것도 그만큼 상대를 자기안으로 끌어들이는 일이야. 만약 내가 너를 그냥 두고 가버린다면 어떨까? 너라면 그냥 보내 주겠어?" "…… 그렇지 않을 거야." "나는 너를 좋아하니까 너의 필요에 맞추고 싶지. 내 자의로. 그리고 그만큼 네가 내 의지에 호응해주길 바라고 있어. 서로 사랑하지않는 것은 그래서 그만큼 슬픈 거야. 그리고, 그 바라는 것의 정도가지나치게 심해져서 균형이 맞지 않게 될 경우, 어떤 사람들은 사랑을깨뜨리기도 하는 것이고." 나는 생각에 잠겼다. 누구나 자기 옆의 타인에게 바라는 것이 있다. 그리고 또한 그에게보답하겠다는 마음도 있다. 어느 것이 먼저지? 나는 일단 주고 싶어서 주고, 줬기 때문에 대가를 바라는 것일까, 아니면 상대가 베푸는것을 받을 때 기뻤던 마음 때문에, 대신 무엇이라도 주어야겠다는 마음을 가지게 된 걸까? 머릿속이 혼란해지는 중인데 문득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정말 아끼는 사람, 그러니까 유리카나…… 어머니를 떠올려 보면그것의 선후관계를 도저히 알 수가 없게 되어버린다는 점이다. 여러순간을 떠올려 봐도, 그런 것은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았다. 그냥 내 곁을 스쳐지나간 사람들과의 관계에 있어서는 비교적 그런것들이 명확했다. 내게 친절을 베풀어서 내가 갚은 일도 있었고, 내가 기분 좋게 뭔가를 주어서 어느날 예상치 못한 보답을 받게 된 일도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내 곁에서 사라져갔다. 대신 사라지지 않고 내 옆에 남아 있는 사람들은 모조리 그런 선후관계 따위는 뒤죽박죽이 되어 있었다. 나는 내키는 대로 막 주고, 그들도 이유 없이 마구 갚아댔다는 말말고는 다른 맞는 표현이 없는 것 같다. 가끔은 내가 안 갚은 일도,그들이 안 갚은 일도 있지만 그런 것은 별로 문제되지가 않았다. 왜냐면, 그들은 늘 내 곁에 있으니까. 아니면 적어도 내 마음 속에 있으니까. 유리카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우리가 생각해야 할 것이 뭔지 알겠니?" "나르디를 어떻게 생각하느냐, 다시 말해 그를 우리가 먼저 받아들이느냐의 문제지." 우리는 서로 얼굴을 마주보았다. 그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나르디를 내 곁을 그냥 지나가는 사람으로 내가 생각해 왔는지, 아니면 좀더 가까운 사람으로 생각해왔는지, 또는 내가 그를 가까운 사람으로 두고 싶은 마음이 있는지 하는 것. 그런 것에 대답이 되어지면 복잡한 고민은 할 필요가 없었다. 물론, 그는 나처럼 생각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내게서 먼저 받고,갚을 계산은 없을지도 모른다. 이런 결정은 언제나 섣불리 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그러나 내가 그를 돕기로 일단 마음먹는다면, 그 보답을 받을지 안받을지는 아무 문제가 되지 않겠지. 언제라도 내 마음을 알아주기만하면 된다고 생각할 테니까. 아니, 영영 몰라줘도 나는 줬다는 것만가지고도 만족할 테니까. "넌, 결정이 되니?" 나는 고개를 흔들었다. "쉽지 않아." "어렵지?" 유리카의 얼굴에도 약간 난감해하는 빛이 떠올라 있었다. 아마도 유리카는 나보다 더 결정하기가 어려울 거다. 그를 안 것이나보다 짧고, 거기다가 한동안은 그저 존대말을 쓰던 사이이니까 말이다. 사실 나라고 해서 쉬운 것은 아니다. 그를 얼마나 아냐고 누군가 묻는다면 적당히 대답할 말이 있을까? 본명조차 모르는 사이 아냐? 그 순간 내 머릿속에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유리, 이리 와 봐." 나는 내게 떠오른 생각을 들려 주었다. 우리는 나란히 방으로 되돌아갔다. 나르디는 침대에 팔베개를 하고누운 자세로 그저 천장을 쳐다보고 있는 중이다. 무슨 생각인지 몰라도 뭔가 복잡한 감정상태임에 틀림없었다. 저렇게 드러내놓고 길게생각하는 모습은 본 일이 없다. "나르디, 일어나 봐." 내가 녀석을 툭툭 쳤다. 나르디는 고개를 돌렸지만 별다른 표정은없었다. 나는 의자를 끌어다가 그 앞에 앉았다. 유리카도 빙긋 웃으며 말을 걸었다. "하던 비밀 게임을 계속해야지?" 유리카의 그 말에 녀석도 일어나 앉는다. 안색은 별로 좋지 않다. 그러나 일단 개의치 않고 이야기를 해 볼 생각이다. "네가 두 개나 빚이 있다는 건 알지?" 유리카가 세 가지 질문에 대답하는 동안, 나르디가 대답한 질문은겨우 방금의 한 개 뿐이다.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이번에 내가 질문하면 너는 반드시 대답해야 하는 것 맞지?" "……." 나르디는 또 별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녀석이 말을 하지 않으니 좀 이상하게 보인다. 난 녀석의 쾌활한 모습에 너무 익숙해왔던것 같다. "그럼, 물을게." 유리카가 의자를 바짝 끌어당겼다. "너는 우리를 어느 정도 친구라고 생각하니? 다시 말해, 얼마나 소중하고 믿을만하게 생각하니?" 그 순간, 나르디의 눈빛이 이채를 띠었다. 그는 한참 동안이나 가만히 있었다. 그러더니 천천히 말문을 열었다. 아까와는 표정이 다르다. 그의 얼굴에 믿을 수 없다는 빛이 떠올라 있었다. "그건 내가 이번에 물으려던 질문이었어." 나와 유리카는 서로 바라보며 약간 눈을 깜박거렸다. 그리고서 물었다. "너도?" "……." 나르디는 대답 대신 씨익 웃어 보였다. "그럼, 대답을 들어 볼까?" 유리카가 재촉했다. "내가 너희들이 하려는 일이 뭔지 알고 싶다고 우겨서 이 억지스런게임을 하게 했다는 것을 기억하는가? 사실 나도 내가 좀 무례할 정도로 너희들의 이야기를 방해한 셈이라는 것 알고 있었어. 그러나 그렇게까지 하면서 이야기를 들으려 한 이유가 무엇인지 아는지?" 나는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말했다. "말해줘." 나르디는 약간 망설이면서 빙긋이 웃었다. 곧 그의 입에서 말이 떨어졌다. "너희들을 따라가고 싶었기 때문이야. 너희 일에 관심이 있다는 핑계라도 대고, 너희 옆에 있고 싶다고 마음먹었기 때문이네. 우스운가? 하하, 사실 나도 우습네. 내 마음을 이렇게 스스로 들여다봐야하는 순간은 참으로 힘들군." 나는 뭐라고 대답을 해야 좋을지 알 수 없었다. 누구나 거짓말은 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을 믿고 안 믿고는 전적으로 듣는 사람의 특권 영역이다. 내가 거짓말을 믿거나 진실을 의심하더라도 아무도 그 순간에는 어떻게 할 수 없다. 나는 내 판단을 믿어야 하는 것이다. 나르디가 약간 쑥스러운 듯이 머리카락을 매만지더니, 곧 말을 이었다. "그러나 내가 내 이야기를 하나도 하지 못했으니, 너희들이 나를의심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야. 나도 무리라는 것 인정하네. 자신은무언가를 숨기면서도 남의 신뢰를 받고 싶어하는 마음은 비겁한 것이라는 것 알고 있어. 나도 모든 것을 밝혀버리고 싶네. 내 이름부터,모든 너희들이 알고 싶어하는 것 다를. 그러나 그렇게 할 수가 없어. 그래서는 안 돼. 그것이 나를 고통스럽게 하는군. 그러나 나는 이해받고 싶어. 적어도 내가 친하게 생각하고 싶은 몇 사람으로부터는 억지를 쓰면서도 이해받고 싶네. 정말 이기적이지 않은가? 그러나……나는 나를 믿어달라고 말하고 싶네. 언젠가는 꼭 나도 진실하게 내이야기를 모두 밝히고 싶……." 나르디가 거기까지 말했을 때, 나는 녀석이 힘들어하는 것을 더 보고 있을 수가 없었다. "알았어, 알았어! 나는 이미 벌써부터 너를 믿고 있었다고! 네가사정이 있으면, 이를테면 비밀에 대한 맹세라도 했다면 내가 그런 걸로 너를 힘들게 하고 싶진 않단 말야. 됐어, 됐어. 말하지 않아도돼. 언젠가는 말할 거라고, 아니, 지금도 말하고 싶은 거라고 내가믿기만 하면 돼. 그걸로 충분하다고." 나는 예전에 들었던 호그돈의 말을 약간 인용하다시피 해서 내가하고 싶은 말을 마쳤다. 아, 속시원해. 나르디는 놀라고, 또 감동한 표정으로 말을 맺지 않은 채 그저 나를 바라보고 있었지만 내 생각은 달랐다. 나는 어차피 이미 녀석의 정체를 짐작하고 있잖아? 녀석이 하고 싶어하지 않는 말을 억지로 시켜 봤자 그저 확인에 불과할 뿐인데. 그정도는 관대하게 봐주고 싶다고. 어때? 상관없잖아? 나는 이런 모든 뜻을 눈에 담아서 유리카를 불렀다. "유리?" 유리카는 알아들었을까? 어쨌든간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대답이 되었어." 그녀는 말을 이었다. "핑계는 필요없어. 우리와 함께 가자. 우리 이야기를 해 주겠어. 너도 언젠가는 네 이야기를 해 줄 거라고 믿으니까. 믿는 것은 내 마음이지. 내 멋대로 믿을 테니까 맘대로 하라구." 그녀의 표정에 웃음이 떠올라 있었다. 사람을 믿는다는 것은 힘든 일이다. 또한 대가를 요구한다. 그러나분명, 그만큼의 가치도 있다. +=+=+=+=+=+=+=+=+=+=+=+=+=+=+=+=+=+=+=+=+=+=+=+=+=+=+=+=+=+=+='아르나'에 시작된 애정이란... 매우 불안정한 것이죠. 그러나 '타로핀'에 시작한 신뢰는 매우 굳건합니다. 과연, 끝은 어떻게 될까요..? 아아, 그러니까 이번 편 끝났다고요. ^^;내일부터 새로운 편으로 들어갑니다-질문해주신 분, 아스테리온은 결혼도 할 수 있습니다..^^;Luthien, La Noir. 출력이 끝났습니다. [Enter]를 누르십시오. ━━━━━━━━━━━━━━━━━━━━━━━━━━━━━━━━━━━제 목 :◁세월의돌▷ 5-2.두번째 보석…(1)게 시 자 :azit(김이철) 게시번호 :787게 시 일 :99/07/06 08:46:50 수 정 일 :크 기 :10.5K 조회횟수 :94 『게시판-SF & FANTASY (go SF)』 36304번제 목:◁세월의돌▷ 5-2. 두번째 보석, 두…(1)올린이:모래의책(전민희 ) 99/06/23 23:32 읽음:1708 관련자료 없음----------------------------------------------------------------------------- +=+=+=+=+=+=+=+=+=+=+=+=+=+=+=+=세월의 돌(Stone of Days)=+=+=+=+=+=+=+=+=+=+=+=+=+=+=+=+ 5장. 제4월 '타로핀(Tarophin)'2. 두 번째 보석, 두 번째 숙명 (1) 긴 세월, 모든 것을 잊고 있던 자가자신의 운명을 다시 깨닫게 되는 것은순간의 일. 느끼게 되리라. 이제는 자신의 것이 아닌 줄 알았던두려움과 슬픔,그리고 먼 과거의 숙명이 돌아오는 것을……- 고(古) 이스나미르 왕국, 니스로엘드의 전사'되돌아오는 자' 웨인단 "그래서, 산 밑에다가 움막이라도 짓고 이제부터 기다려 보겠단 말인가? 자네, 세월이 얼마나 긴지 재어보기라도 하겠단 건가?" 그렇게 한심하다는 듯이 말하지 마, 녀석아. 게다가 너같은 말투로그렇게 말하면 꼭 웬 어른이 꾸짖는 것 같아서 기분나쁘다고. "그래, 임마." 누가 들으면 저런 말투에 이렇게 대답하는 나를 엄청나게 어른한테불손한 놈이라고 생각할 지 모르지만 천만의 말씀! 잘못이라면 모조리 저 이상한 말투의 녀석한테 있다. 나는 덧붙였다. "까짓거, 좀만 기다리면 되겠지." 쳇, 그 사이에 세월이나 줄일겸, 산 밑에다 큰사슴 잡화 체인1호점이나 내 볼까(아아, 본점도 없어진 마당에 이게 무슨 소리냐). 오늘은 타로핀 아룬드 21일. 길고도 험난한(?) 여행 끝에 우리는드디어 스조렌 산맥 바로 앞까지 와 있다. 저물녁이었다. ……가까이 오면 올수록 걱정은 늘어만 갔다. "저 중에 어느 산이 융스크-리테야?" 스조렌 산맥은 마치 고향의 하얀 산맥 만큼이나 거대했다. 아니,지금 내가 보고 있는 것은 어쩌면 그 중 아주 작은 일부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산맥이란 건, 사람한테 당장 한 눈에 들어오는 물건이 아니니까 말야. 까마득한 높이에 구름 지붕이 걸려 있는 것이 보인다. 그리고 그아래에 즐비한 봉우리들. 세어지지조차 않았다. 나는 가능한 한 느긋한 말소리로 대꾸했다. "산 밑 마을에 가서 물어보면 돼." "혹시 저 중에 가장 깊숙하게 자리잡고 있는 산이 아닐까? 어떻게생각하나?" "그런 생각은 지금 상황에서 기운 빼는 데만 5 point의 효과가 있다." "그 산에 가면, 산 아래에서 기다려야 하는가, 산 꼭대기까지 가서기다려야 하는가? 아니면 산 중턱 어딘가에서……." 이상한 의문 자꾸 만들어내지 마. 그렇지 않아도 있는 의문만으로도 머리가 터지려고 하는데. 나는 심각하게, 그러나 음산한 기운을 담아 대답했다. "…… 만약 나중에라도 내가 거기 올라간다고 하거든, 자살하려고그러는 줄로 알고 꼭 뜯어말려." "……." 융스크-리테는 누가 뭐래도 대륙에서 가장 높은 산이다. 농담으로라도 거기에 올라간다는 생각 따위는 하고 싶지조차 않다. 아마 유리카는 나보다 더한 심정일게 틀림없다. 지금 이 자리엔 없지만 물어보나마나다. 저번에 국경 넘을 때 유리카의 눈 덮인 산에 대한 형편없는 대처력은 이미 절실히 체험한 바 있다. 그나저나, 산 밑 마을로 가면 식량이 갈수록 비싸다고 해서 일부러되돌아 간 건데, 너무 오래 걸리잖아? 게다가 나르디 녀석은 산맥에 가까이 오니까 왜 이렇게 염세주의자가 되어 가는 거지? 이 녀석이 옆에서 계속 이렇게 염장 지를 줄 알았으면 건량 사러 유리카 보내지 말고 내가 대신 가는 건데. 좀 져줄걸 그랬나? 그러나 게임의 법칙은 냉혹비정한 것이라……하기야, 누가 묵찌빠 한 판에 그렇게 형편없이 질 줄 알았느냐고. "파비안, 얼마정도 기다리면 무슨 증거가 나타난다거나 하는 식의그런 약속 기한도 없어? 옛날 이야기에 보면……." "내가 옛날 이야기에 나오는 놈이었으면 벌써 보석이 있는 장소의가로세로 좌표축을 줄줄 읊은 다음에 하늘에서 괴조를 한 마리 잡아타고서 비밀의 장소로 날아갔을 거다. 그러니까 자꾸 말 걸지 마." 이 한 마디는 잠시 동안 녀석의 입을 다물게 하는 데 꽤나 효과가있었다. 우리가 산맥의 입구에서 발로 풀을 짓이기고 흙바닥에 글씨를 써가면서(무슨 내용인지는 절대 묻지 말라) 기다릴 만큼 기다리고 나자, 나는 유리카가 우리 나라에서 자라면서 도대체 묵찌빠도 안 배워놓고 뭘 했을까 궁금해하기 시작했다. 무녀는 그런 거 배울 짬도 안나나? 이상한 주문 외우느라 바빠서? "저기 온다." 유리카가 저만치 걸어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머리를 옆으로 기울이고 뭐라고 말하고 있는 걸 보니 아마 주아니하고 이야기하는 중인가보다. 나는 내려 놓았던 배낭을 들었다. "수고했어!" 가까이 다가온 유리카의 표정이 별로 좋지가 않다. 쟤가 아까는 군말없이 일어나서 가더니, 갔다오는 동안에 억울한 생각이 났나? 건량이 너무 무거웠나? "짐은 이리 줘." 나는 유리카한테서 말린 고기와 과일, 빵 따위를 받아서 배낭에 챙겨넣었다. 주아니는 그새 나르디를 보고는 주머니 속으로 숨어 버렸다. 나르디도 이제는 주아니의 존재를 알고 있지만, 주아니는 유난히나르디한테는 오랫동안 낯을 가렸다. …… 어쩌면 유난한 게 아니라 본래 저게 정상인지도 몰라. 그러는 동안 유리카가 우리를 보며 불안한 목소리로 말했다. "요즘 이 근처에 산적들이 출몰한다나 봐." "산적? 녀석들이 여기서 뭘 먹고 살겠다고?" 내 대답은 합리적이었다. 우리가 지금 도착해 있는 곳은 세르무즈내에서도 가장 시골 변방의 오지에 속하는 윌스텐느 지방이 아닌가. 산 아래에서 약초나 산나물, 버섯 같은 것이나 채취해 팔고, 정말'나뭇꾼'과 '사냥꾼'들이 근처 인구의 반 이상을 차지한다는 곳이 아닌가. 농사지을 땅이라고는 손바닥 만한 곳도 찾아내기 힘들고 경사없는 평지는 모조리 황무지라는, 그야말로 100년이 지나도 이대로일거라는 황량한 지방이 아닌가. …… 이상의 설명은 어제 들렀던 여관 여주인의 말을 인용했다. "나도 그렇게 대답했는데, 이걸 샀던 가게 주인의 말이 그게 아니라는 거야. 본래 이 근처는 발전은 없어도 위험도 별로 없던 곳인데,서너 달쯤 전인가 갑자기 대규모 산적단이 산맥 어딘가로 이동해 왔대. 물론 여기서 뭐 한탕 해먹자고 온 건 아닐거고 아마도 무슨 사정이 있어서 여기에서 잠시 숨어있든지 하려는 모양이겠지만, 우스운것은 이 산적단의 이름이야. 이것 때문에 내가 지금 이 이야기를 꺼냈어." 내가 산적단의 이름이 뭐냐고 물으려는 참이었다. "근처 마을 사람들이 괴로움이 많겠군." 나르디는 자기가 동네 영주라도 되는 양, 갑자기 봉창 두드리는 소리를 하더니 천천히 몸을 돌려 산맥 꼭대기를 올려다보았다. 얘가 갑자기 구국… 은 아니고 구민의 결단을 내려 산적 토벌대에라도 자원할 생각이 난 건 아닐 테고. 나는 일단 나르디를 무시하고 유리카에게 물었다. "산적단 이름이 뭔데?" "붉은 보석단." 헤에. 이름 지은 녀석들, 보석이라면 사죽을 못 쓰나 보군. 이름이 산적단 치고는 좀 웃기기도 하고 황당하기도 해서 웃음이나오려는 참인데 유리카의 얼굴이 느닷없이 심각했다. 왜 그러냐? 혹시 빨강 보석 산적이랑 아는 사이라도 되냐? 유리카가 천천히 말했다. "너, 이 소리 듣고 뭐 짚히는 것 없어?" 음……. 내 머릿속엔 갖가지 생각이 맴돌았다. 짚히는 거라고? 뭐야, 이 산적단은 붉은 보석만 훔친다는 건가? 아니면 붉은 보석을 훔쳐서 유명해졌다는 뜻일지도 모르고, 뭐 그것도 아니면 붉은 보석을 보물로 갖고 다닌다는 것이든지…… 어라? 나는 말했다. "어라?" "그렇지?" 나와 유리카는 그동안 계속 산만 바라보고 있던 나르디가 갑자기한 '그렇지?' 라는 말에 무슨 소린가 싶어 녀석을 돌아보았다. 녀석은 고개를 돌리지 않고 다시 말했다. "그러니까, 너희들보다 산적이 빨랐다라는 거군." "아아, 낭패다, 낭패야. 이걸 어떻게 하면 좋아." 유리카는 완전히 어쩔 줄 몰라하는 상태가 되어서 아까부터 방안을계속 왔다갔다거리고 있다. 지금까지 같이 오면서 이렇게 안절부절못하는 것을 보는 건 처음이다. 처음엔 나나 나르디가 말려 보려고했지만 도무지 효과가 없어서 이제는 아예 그만두어 버렸다. 뭔가 대책이 있긴 해야 하는데. "녀석들이 그것의 용도를 알까? 모를까? 혹시 뭔가 다치게라도 했으면 어쩌지? 부숴뜨렸으면 어떻게 해?" "그 용도라면 지금 그걸 찾는 나조차 모르는 판인데, 녀석들이 알면 내가 스승님으로 모시게?" 내 대답을 듣더니 유리카는 잠깐 내 얼굴을 보았다. "하긴 그래. 네가 그렇게 바보는 아니니까." 가만히 생각해 보니 칭찬은 아닌 것 같았다. 이제 밖은 캄캄해져 있었다. 우리가 저녁나절을 걸어서 도착한 곳은 작은 마을에 작은 여관이었고 바로 산맥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자리잡고 있었다. 정말 오죽잖은 여관이었다. 마을에 하나뿐인 여관이라서 그랬는지,간판조차도 없었다. 뭐, 하긴 하비야나크에서도 예전엔 잡화점 이름따윈 필요 없지 않았는가? 그저 '잡화점' 또는 '여관'이면 충분한거다. 마을의 이름은 리테도른. 창 밖으로 보이는 저 앞의 산이 구경하러오는 사람들이 많을 정도로 좀 덜 험하고 아름다운 산이었으면, 지금이 마을도 꽤나 붐비는 곳이 되어있었을 텐데. 우리한테야 불행인지다행인지 몰라도 스조렌 산맥의 입구에 솟은 팔켄-리테는 딱 보기만해도 험준한 바위절벽에다가 우거진 나무숲 하나 보이지 않는 꼴사납기 이를 데 없는 모양새였고, 이 마을은 한산하기 이를 데 없었다. +=+=+=+=+=+=+=+=+=+=+=+=+=+=+=+=+=+=+=+=+=+=+=+=+=+=+=+=+=+=+=나오지 않는 주아니를 기다리다 지쳐 작가를 죽일까 살릴까 고민하셨던 분들, 오늘은 드디어 나왔습니다.....대사는 없지만. 추천해주신 두 분, 고맙습니다. ^^늘 재미있게 읽어주시길.... 이건 다른 이야기. 아스테리온이 결혼을 해도 좋다는 것이 이상합니까? 물론 듀나리온은 앞서도 나왔듯 결혼을 하지 않습니다. 생명의 무녀(듀나리온)의상징은, 다른 생명을 창조하거나 거기에서 도움을 받지 않고도 스스로 끝없이 영속불변하는 처녀입니다. 보통의 생명은 수명이 정해져있고, 자손을 생산함으로서 그 생명을 미래로 끝없이 연장시키지요. 그러나 이 생명의 무녀만은 다른 생명의 도움 없이, 자아충족적인 혼자만의 힘으로 영생합니다. 물론, 상징적인 의미이고 실제로 생명의무녀가 영원히 살지는 않습니다. 단, 생명의 무녀의 시조라고 알려져있는 '레 끌로슈' 엘리종은 영원히 사는 처녀로 알려져 있죠. 죽음의 무녀인 아스테리온은 다릅니다. 아스테리온의 시조부터가동일한 자신의 짝과 새로 태어날때마다 끝없이 되풀이해 결혼함으로서 영의 단계를 고양시키죠(제 단편에 보면 주인공으로 등장합니다). 물론 그 결혼이란 다른 생명과의 정신적 합일을 말하는 것이지, 꼭남녀간의 애정을 전제로 하는 일반적 의미의 '결혼'은 아닙니다. 죽음의 무녀는 다시 죽고 태어나는 과정을 영원히 거치며 계속해서 자신 밖의 다른 생명을 통해 다음 단계로 나아갑니다. 물론, 이 역시상징적인 것이고 아스테리온이 항상 다시 태어나는가는 확인된 바가없습니다. 그래서, 듀나리온과 아스테리온의 질서와 상징적 의미는 같은 무녀라고 해도 매우 대조적이죠. 이 두 가지 방식을 놓고 어느 것이 옳다는 이야기는 결코 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거칠게 대별한두 가지 삶의 방식일 수도 있고요. 참고로, 유리카의 어머니도 아스테리온이었습니다. 설정 설명을 하지 않겠다고 해 놓고서, 뭔가 한소리 하고 말았군요... Luthien, La Noir. 출력이 끝났습니다. [Enter]를 누르십시오. ━━━━━━━━━━━━━━━━━━━━━━━━━━━━━━━━━━━제 목 :◁세월의돌▷ 5-2.두번째 보석…(2)게 시 자 :azit(김이철) 게시번호 :788게 시 일 :99/07/06 08:47:20 수 정 일 :크 기 :7.0K 조회횟수 :85 『게시판-SF & FANTASY (go SF)』 36407번제 목:◁세월의돌▷ 5-2. 두번째 보석, 두…(2)올린이:모래의책(전민희 ) 99/06/24 22:46 읽음:1711 관련자료 없음----------------------------------------------------------------------------- +=+=+=+=+=+=+=+=+=+=+=+=+=+=+=+=세월의 돌(Stone of Days)=+=+=+=+=+=+=+=+=+=+=+=+=+=+=+=+ 5장. 제4월 '타로핀(Tarophin)'2. 두 번째 보석, 두 번째 숙명 (2) 산지에 가까이 오니까 날씨가 늦봄에 가까워지고 있는데도 오히려춥다. 내일은 일찍 일어나서 팔켄-리테를 길게 우회하는 길을 통해빙 돌아서 산지기들의 집을 찾아야 한다. 물론 여관 주인의 말로는거기까지야 '금방' 갈 수 있다고 말했지만, 나 역시 산맥 앞에 살던사람인지라 저 말이 무슨 소리인지쯤은 알고도 남는다. 감히 말하겠거니와 산 주변에 사는 사람들의 '금방'이라는 말은 아마 새로운 뜻을 가진 단어로 사전에 첨가해도 될 것이다. 꼬치꼬치 캐물은 결과 한나절쯤 걸릴 거라고 하는 거 보니, 분명날 저물기 전에 찾으면 다행이란 뜻인거야. 산지기의 집을 찾으면 일단 거기에서 하룻밤 묵고, 무거운 짐은 모조리 거기 맡긴 뒤에 몸이 가볍도록 단단히 준비해서 융스크-리테를찾아야 한다고 했다(이 말은 유리카가 했는데, 사실 우리한텐 무거운짐이라곤 하나도 없다. 취사도구조차도 없는데). 산을 오르지 않는다하더라도 그 아래까지 가는 데만도 이미 지형이 만만찮다는 말이다. 물론 우리가 그 산을 찾아간다고 하니까 여관 주인은 우리를 수상쩍다는 듯이 쳐다봤다. 그리고 말했다. "아무리 봐도 등산할 사람의 복장은 아닌데?" 뭐…… 마브릴 중엔 거길 등반하는 할 일 없는 사람도 있는 모양이지만 난 아니라고. 난 그 앞까지만 갈거야. 산 기슭까지만 갈 거라고. …… 간 다음엔 어떻게 할 지 나도 모르겠지만. 유리카가 대답했다. "등산 안해요." "그럼, 뭐하러?" "대륙 최고봉 구경하러 가요." 저건…… 유리카가 한 말 치고는 좀 시시한 대답인걸. 그러나 신기하게도 여관 주인은 그 말이 그럴듯하다고 생각했는지알겠다는 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유리카가 나중에 덧붙인 말을 따르자면, 이 나라에서도 얼빠진 사람들이 가끔 '최고봉을 보고 싶다!'는 생각만 갖고 덮어놓고 여길 찾아오는 경우가 좀 있다고 한다. 세상 어딜 가나 쓸데없는 일을 좋아하는 사람은 있기 마련이다. 그리고 방으로 올라온 우리는 지금 이 모양으로 유리카가 언제 왔다갔다 하기를 멈출 것인가 고심하며 지켜보고 있었다. "어쨌든간, 작은 일이 아니군. 자네들, 여기까지 온 수고가 모조리헛수고가 될 지도 모르지 않나?" …… 저 점잖은 말투와는 딴판으로 나르디는 침대 위에 비스듬히누운 채 발바닥을 손으로 문질러대고 있다. 발의 피로를 풀어야 한대나 뭐래나. "그걸 누가 모르니? 대책이 필요하잖아, 대책이." "그걸 누가 모르겠는가? 대책을 모르니까 그렇지." 둘의 대화를 듣고 있던 내가 불쑥 말했다. "산적들을 찾아가자." "뭐?" 둘이 한꺼번에 나를 쳐다봤지만 나는 당황하지 않고 말을 이었다. "사람들한테 물어서 놈들을 찾아가자. 그러면 되잖아?" 유리카가 몸을 홱 돌렸다. "찾아가서, 그래서 어쩔건데?" …… 유리카가 드디어 왔다갔다하기를 멈춘 것만으로도 내 방금의계획은 충분히 그 진가를 발휘했다. 그러므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나는 뒷일이야 상관하지 않고 느긋하게 계속 말했다. 내용이야 어쨌건, 뭘. "가서, 돌려달라고 하지 뭘." "무슨 근거로?" "이 보석이랑 똑같이 생기지 않았어?" 나는 겉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하여튼 내 옷 안에 걸린 아룬드나얀을 손가락으로 가리켜 보였다. 대답은 없었지만 어쨌든 나는 스스로맞았다는 듯이 기분좋게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그러니까 가서 소유권에 대해 알아듣게 설명하고, 돌려달라고 하면 돼." "만일, 그들이 말을 듣지 않으면?" 이건 나르디가 한 말이다. 녀석은 발바닥을 비벼대는 걸 멈췄다. 솔직히 아마 이 질문을 유리카가 했다면 '녀석들은 산적인데 말을 들을 리가 있어!' 라고 했겠지만 나르디 녀석이니까 저런 외교적인 말투를 쓰는 거다. 이런 때 하는 대답이야 정해져 있지 뭘. 나는 입을 벌리면서 씨익 웃어 보였다. "힘으로 뺏지 뭘." "그거야!!!" 갑자기 유리카가 큰 소리를 지르는 바람에 괜히 여유잡고 있던 나는 덩달아 소리를 지를 뻔 했다. 그녀는 갑자기 생기있게 눈을 반짝이면서 말을 이었다. "그러면 되네! 가서 뺏자!" "……." "……." 나 이거, 계획 제대로 세운 것 맞아? 아주 단순한 말의 나열에 불과했는데 - 솔직히 나로선 뒤에 이어질말에 대해서는 아무 생각 없이 전부 그냥 꺼내본 말에 불과했다 - 유리카는 갑자기 기분이 바뀌어서 저렇게나 좋아하고 있다. 덕택에 나르디는 유리카한테 떠밀리다시피 해서 여관 주인에게 산적들이 자주출몰하는 지역에 대해 물어보러 내려가야만 했다. 유리카는 갑작스레 들떠 있었다. 나도 이유를 모르겠다. "갑자기 산적들을 때려잡을 묘안이 떠오르기라도 한 거야? 아니면,우리들한테 우리 자신도 잊고 있던 놀라운 능력이 있다는 걸 갑자기알아차리기라도 했어? 그것도 아니면, 어차피 이런 상황인데 기분이라도 좋아 보잔 거야?" …… 내 논리정연하고도 대답하기 쉬운 객관식 질문에도 불구하고유리카는 대꾸조차 없었다. 쓰-읍. 내려갔던 나르디가 되돌아왔다. "뭐래?" 유리카 대신 내가 물었다. "산지기들이 있는 곳까지는 그런대로 안전하다는군. 그 뒤로는 별로 돌아다니는 사람도 없고, 솔직히 보장 못한다고 했네." "그래, 가장 자주 나오는 데는? 최근엔 어디에서 나왔대?" 유리카가 빠르게 물었다. "가장 최근엔…… 조하일-리테의 가르뇽 계곡에 진을 치고 있는 걸본 사람이 있다네. 그렇지만 벌써 열흘도 더 전의 이야기니까 계속거기에 있으리란 보장은 없지." "잘 됐네. 산지기 집에 들러서 푹 자고, 녀석들한테 본때를 보여주러 가자. 산적 주제에 감히 누구 물건을 건드려? 영감탱이가 이걸 알았으면……." 내가 질문했다. "영감탱이라니?" "아, 그런 양반이 있어. 좀 있으면 알게 돼." 유리카는 이젠 아예 당황하지도 않고 간단히 내 호기심을 묵살했다. 이건 분명 내가 당초부터 버릇을 잘못 들인 탓이니 이제 와서 어디 하소연할 데도 없고, 나 자신이 한심할 뿐이다. "그럼 일단 한잠 자 볼까?" 유리카는 자기 방으로 가겠다며 방을 나갔다. 물론 나를 향해 잘자라는 의미로 눈을 찡긋해 보이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 이상은 하지 않았다. 나르디도 이미 알건 다 알고 있지만, 그녀는 무슨 행동을하든 충분히 나르디를 배려했다. 솔직히, 그 점에서만은 나르디와 함께 다니는 점이 조… 금 아쉽기도 하다. 잘자, 유리카. +=+=+=+=+=+=+=+=+=+=+=+=+=+=+=+=+=+=+=+=+=+=+=+=+=+=+=+=+=+=+=1번 파일 조회수가 드디어 4000을 넘었습니다. ^^다시 한 번, 읽어주시는 분들께 감사를-반지전쟁이 새로이 영화화된다라.. 정말 기대되는 소식이군요. beom727님, 제가 통신상에 올린 장편은 '세월의 돌' 하나밖에 없습니다. ^^; 다만 단편이라면 환타지 동호회에 좀 있지요. 찾는 방법은예전에 어떤 분이 물어보셔서 글 말미에 자세히 쓴 일이 있습니다. 그리고 제 사진이요? ... 전 스캐너가 없어서. ^^;lux21님, 가능한 한 빨리 올려보도록 노력할게요..^^(그래놓고 오늘도 늦다...)kittyrei님께서 투표의 첫 스타트를 끊어 주셨습니다- ^^... 독자투표에 많이 참여해주세요- ^^Luthien, La Noir. 출력이 끝났습니다. [Enter]를 누르십시오. ━━━━━━━━━━━━━━━━━━━━━━━━━━━━━━━━━━━제 목 :◁세월의돌▷ 5-2.두번째 보석…(3)게 시 자 :azit(김이철) 게시번호 :789게 시 일 :99/07/06 08:47:42 수 정 일 :크 기 :10.0K 조회횟수 :94 『게시판-SF & FANTASY (go SF)』 36468번제 목:◁세월의돌▷ 5-2. 두번째 보석, 두…(3)올린이:모래의책(전민희 ) 99/06/25 20:37 읽음:1692 관련자료 없음----------------------------------------------------------------------------- +=+=+=+=+=+=+=+=+=+=+=+=+=+=+=+=세월의 돌(Stone of Days)=+=+=+=+=+=+=+=+=+=+=+=+=+=+=+=+ 5장. 제4월 '타로핀(Tarophin)'2. 두 번째 보석, 두 번째 숙명 (3) "하라시바 구경 못한 것이 좀 아쉽지 않냐? 대륙에서 두 번째로 아름다운 도시라는데." "뭐, 언제고 또 올 날이 있으리라 생각하네. 세월은 길고, 우리는젊으니까." "넌 젊다는 말도 왜 꼭 죽다 살아난 노인네처럼 하냐?" "하하…… 언젠간 죽다 살아난 노인네가 될 날이 있지 않겠나? 물론 젊은 시간은 순식간에 지나가네. 몸에 활기가 남아 있을 때 여기저기 돌아다녀 보는 것도 즐거운 일이지만, 늙어서 하는 구경도 그럭저럭 괜찮은 편이라고 하더군." "그렇게 말하는 넌 일전에 늙어보기라도 했냐? 누가 들으면 내가웬 노인네 회고담 듣고 있는 줄 알겠네." "파비안, 네가 나를 이해 못하면 누가 해주겠나? 대륙에서 두 번째로 멋진 도시를 구경 못했으니, 나중에 최고로 멋진 도시를 구경하러가면 되잖은가? 너무 상심하지는 말게." 물론 여기에서 최고로 멋진 도시란 우리 나라의 수도 달크로즈를말하는 거다. 히힛. 그건 그렇고, 이 녀석은 요즘 갈수록 한수 더 떠서 말투가 거의 영주님 뺨치는 분위기가 되어가고 있다. 만약에 산에 올라가서 숨은 현자를 한 사람 만난다 해도 이 녀석보다 더 그럴듯하게 말하지는 못할것 같다. 나르디는 말을 맺더니 나를 보고 빙긋 웃어 보였다. 녀석은 이럴때면 너무나 순진스럽게 웃기 때문에 악감정을 가져 볼래도 영 쉽지가 않다. 별 수 없이 나는 고개를 돌리고 피식 웃어 버렸다. 우리는 지금 여관에서 싸주는 도시락을 가지고 지금 한나절 가까이걷고 있는 중이다. 날씨는 찌는 듯했고, 농담이라도 주고받지 않으면 금방 지쳐서 주저앉고 싶어질 정도로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었고, 태양은 어제 새로만든 금화처럼 반짝반짝했다. 스조렌 산맥 안쪽으로 들어가는 산길에 접어든 지 두 시간 가량이지났다. 산길은 숲길과는 다르다. 어느 쪽이 좋냐고 묻는다면 나는 오늘 같은 날이면 반드시 숲길을 택할 거다. 다음과 같은 점에서 산길은 일단 골치가 아프다. 일단 오르막이다. 똑같은 걷기에 1.5배 정도의 힘을 더 들여야 한다. 그리고 길에는 흙이나 모래보다 자갈과 돌이 점점 더 많아지기때문에 갈수록 걷기가 골치아프다. 하긴, 나중엔 아예 바위로만 되어있기도 하니까 이건 일단 참는다고 치자. 그러나 결정적으로, 산길에선 오늘 같은 날씨에 뜨거운 햇빛을 가려줄 나뭇잎 같은 것이 딱딱 맞는 위치에 있지가 않단 말이다(내 생각을 말하자면, 그늘이 될 만한 나무는 꼭 도움 안되는 엉뚱한 곳에자라 있다). 완전히 지붕처럼 하늘을 가려버리는 숲과는 천지 차이다. 이런 날씨다 보니 입이 자꾸 마르지만 일단 앞길을 모르는 판이라물을 아끼기로 했기 때문에 갈증이 나도 꾹 눌러 참았다. 대신 나는최대한 힘을 아껴가며 걸어보려고 걸음걸음 연구를 거듭했는데, 이또한 도대체 뾰족한 결과라고는 나오지 않았다. 왜 이렇게 힘이 쭉쭉빠지지? 아직 여름도 아닌데, 평생 이렇게 더워 본 기억이 없는 것같아. 등을 타고 줄줄 흘러내리는 땀. 답답해서 미칠 것 같은 부츠 속의발과 발가락. 나는 짜증도 해소할 겸 길가의 돌멩이를 하나 걷어찼다. 돌멩이는금세 근처에 돋아난 풀숲 속으로 가려져 보이지 않게 되었다. 내 앞일도 저 풀숲 속처럼 암담하군. 주머니 속에서 대낮부터 푹 자고 있는 주아니의 신세가 이렇게 부러워보기란 처음이었다. 기분이나 전환해 볼 겸, 나는 양손을 깍지껴서 머리 뒤로 가져가며한탄조로 말했다. "에에라, 만약에 프랑딜로아(봄 축제)가 있을 때 왔으면 아무리 바빠도 그냥은 안 지나갔다. 꽃의 하라시바, 세르네즈의 화관." "꽤나 그럴듯한 것도 하나 구경했잖은가?" 나르디가 나를 보고 말했다. 하긴, 그 말대로이긴 하다. 우리는 하라시바를 떠나기 직전, 운좋게도 왕의 군대가 도시를 순회하는 것을볼 수 있었는데, 광장에서는 열병식도 있었고, 사람들이 많이 몰린꽤나 괜찮은 구경거리였다. "그래, 그렇지만 나야 열병식을 본 것은 그 때가 처음이니 다른 거하고 비교해서 좋은지 안 좋은지는 알 수가 없잖아." "난 달크로즈의 열병식을 본 일이 있는데, 이번에 본 것이 그것보다 더하면 더했지 결코 못하지는 않더군. 마브릴들의 군대란 우습게볼 것이 아니야." 나르디는 이런 말을 할 때면 항상 조금 심각해진다. 그래서 나는겉으로 말하진 않아도 이 녀석은 나보다 더 심각한 애국자(?)가 아닌가 의심하고 있다. 그건 그렇고, 정말 심각한 애국자 따위는 찜쪄먹고 남을 심각한 더위로군. "우리, 좀 쉬었다가 가자." 나도 쉬자고 말하려는 참이었는데, 유리카가 갑자기 내 말을 막기라도 하듯이 말해버렸다. "그래." 나르디가 동의했고, 우리는 근처 그늘이 널찍한 나무 아래에 아무렇게나 주저앉았다. 커다란 둥치를 가진 아름드리 느티나무였다. 뾰족뾰족한 톱니를 가진 타원형 잎사귀들이 햇빛을 받아 마치 그 자체가 과일이나 되는 것처럼 탐스러웠다. "후우, 더워." 솔직히 날짜는 아직 타로핀 아룬드밖에 안됐다. 옛날 생각을 하자면, 똑같은 봄이라도 다음 달인 키티아 아룬드는 되어야 그나마 덥고말고가 있었는데, 본래 세르무즈란 나라는 좀 더운 건가? 아니면 내가 옛날보다 체력이 안좋아졌나? "그건, 파비안 네가 추운 지방에서 자랐기 때문이야." 응? 검은 옷이 먼지에 더러워지는 것에도 아랑곳없이 바닥에 그냥 주저앉아 있는 유리카가 말을 건넸다. "이스나미르의 그레이 카운티는 대륙에서 가장 추운 지방이잖아. 세르무즈는 남방 국가라고. 같은 마브릴 국가인 로존디아가 세르무즈북쪽에 있긴 하지만 사람이 살 만한 곳은 그래도 다 따뜻해. 나도 달크로이츠 산맥 아래에서 자랐지만, 눈길에서 제대로 못 걷고 헤매는것 너도 봤지? 네가 더위에 익숙하지 않은 것도 충분히 알 만한 일인걸." 그…… 런가? "어쨌든, 하라시바야 언제고 다시 구경할 일이 있겠지. 그것보다나는 반야크 선장하고 칼메르가 그 '반역자'들을 어떻게 처리했을 지가 더 걱정스럽다." 유리카가 그렇게 말하니까 나도 '호코'라는 이름의 거인의 일이 문득 떠오른다. 반야크 선장과 칼메르는 쾌활하고 선량한 사람들이었지만, 그들 역시 내가 최근 들어 경험하고 느낀 바 그대로 '자신을 공격한 자들을 용서하지 않는' 전형적인 마브릴 족이었으니까. 아마 그'반역자'들이 당장 처형을 당한대도 별 가책도 느끼지 않겠지. "그래…… 불쌍하기도 하지만, 정말 대단한 거인이었는데. 호그돈만큼은 아니었지만 어쨌든 놀랄 만했다고." 그러고 보니 두 거인 다 '호'로 시작하는군. 그 글자가 거인하고무슨 관계라도 있나? 내가 머릿속으로 다른 거인의 이름이 뭐가 있나 떠올려보고 있는데나르디가 문득 말했다. "마브릴 중에는 그보다 더 대단한 거인도 있다지, 아마." 더 대단한? "대단하다니, 더 크다고?" 유리카가 물었다. 거인 이야기를 꺼낸 나르디는 웬일인지 얼굴이 썩 좋아 보이지는않았지만, 어쨌든 계속 말을 이었다. "마브릴 군대는 우리 나라보다 서열과 편제가 엄격한 편이지. 그리고 그것이 능력 위주라는 점에서도 훨씬. 저들은 총대장을 뽑을 때신분 같은 것에는 거의 전혀 구애받지 않는다고 하네. 가장 통솔력이뛰어나고 용감한 사람, 그리고 실력있는 전략가이자 군인이기만 하다면 그의 신분이 평민이라고 해도 조금도 문제되지 않아." "그래서?" "그런 자가 현재 마브릴 군대에 있지." "그 자가 거인?" 유리카 역시 전혀 모른다는 표정이어서 나는 내심 동지 의식을 느끼며 같은 질문을 되풀이했다. "그 자가 거인이라고?" "볼제크 마이프허. 마브릴의 빛나는 검." 어, 어라? 저거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름인데? "마브릴의 빛나는 검?" 내가 순간 당황해서 과거의 기억을 더듬어 보려는 순간, 유리카가먼저 내가 하고 싶은 말을 그대로 해버렸다.. 나르디는 우리가 그 말의 뜻을 물었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그건 마브릴 가운데 가장 훌륭한 검사에게 주는 칭호야. 한 시대의 가장 훌륭한 검사가 호칭을 이어받게 되고, 그건 어떤 귀족 작위보다도 대단한 명예이지." "그렇다면…… 그 전에 칭호를 갖고 있던 사람은 어떻게 되는 거야?" "아, 그 사람은 자신이 이제 나이가 들어 그 칭호에 맞는 능력이없어졌다고 생각하면 명예롭게 칭호를 내놓지. 그래도 그는 여전히존경을 받는다네. 고위 군사 참모로 중용되고." "아!" 나는 그 순간 저 이름을 어디에서 들었는지 갑자기 생각해냈다. 나르디가 의아한 표정이 되어 나를 보았다. "왜, 무슨 일이라도?" "볼제크 마이프허라는 사람, '마브릴식 검술 교본'을 쓴 카로단 마이프허하고는 무슨 관계냐?" "마브릴 식이 아니고 '세르무즈 식 검술 실습 교본'이야. 그 책을아는군?" 어라, 나르디도 그 책을 알고 있네? 내가 한때 교본이란 교본은 모조리 독파한 사람으로서 그걸 모를리 없다. 다만 교본을 너무 많이 읽다 보니까 제목이 헷갈린 것 뿐이라고. 그런데 유리카의 반응이 이상했다. 그녀는 근처에 떨어진 잎사귀를주워서 만지작거리고 있었는데 갑자기 이렇게 말했다. "카로단? 카로단이 책을 썼어? 그럴 사람이 아닌데……." 내가 '카로단이 네 친구냐?' 라고 말하기 바로 직전에, 유리카는이렇게 다시 덧붙였다. "하긴, 그 집안에 '카로단'이라는 이름이 하나뿐이라는 법은 없겠지." 어느 정도 쉬었기에 다시 일어섰다. 다시 산길을 걷는 동안 나르디는 볼제크 마이프허는 벌써 10년간이나 '마브릴의 빛나는 검' 이라는칭호로 불리는 드문 기록을 세우는 중인데다가 마브릴 족이라면 그이름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의 거한이자 괴력의 검사라는 이야기들을 해주었다. "키가 자그마치 5큐빗이나 된다지." "헤에……." '마브릴의 빛나는 검' 이 아니라 '마브릴의 엽기 괴물' 이로군. 하긴 그렇게 큰 키와 거기에 걸맞는 몸집을 갖고 있다면 웬만한 사람이 도저히 싸워 이기기란 힘들겠지. 10년이나 그 칭호를 갖고 있다는 것도 충분히 이해가 간다. 어쨌든, 오랜만에 그 책 이름을 들으니 옆 영지로 도망간 아르노윌트가 뭘 하고 있을지 궁금해지는군. +=+=+=+=+=+=+=+=+=+=+=+=+=+=+=+=+=+=+=+=+=+=+=+=+=+=+=+=+=+=+=세르무즈 식 검술 교본을 쓴 '마브릴의 빛나는 검'을 기억하세요? 1장 1편, '배달왔습니다' 에 나왔었죠. ^^;란데르트 님, 제목 길이라... 그런데 이거 다음 편도 긴 제목일 것같은데 어쩌죠? ^^;아아.. 오늘도 나우가 메모 하나를 잘라먹었네요. 왜 y를 눌러도저장이 안 되는 거지. --;투표 보내주시는 분들, 감사합니다- ^^Luthien, La Noir. 출력이 끝났습니다. [Enter]를 누르십시오. ━━━━━━━━━━━━━━━━━━━━━━━━━━━━━━━━━━━제 목 :◁세월의돌▷ 5-2.두번째 보석…(4)게 시 자 :azit(김이철) 게시번호 :802게 시 일 :99/07/07 03:49:19 수 정 일 :크 기 :5.7K 조회횟수 :91 『게시판-SF & FANTASY (go SF)』 36553번제 목:◁세월의돌▷ 5-2. 두번째 보석, 두…(4)올린이:모래의책(전민희 ) 99/06/26 22:36 읽음:1632 관련자료 없음----------------------------------------------------------------------------- +=+=+=+=+=+=+=+=+=+=+=+=+=+=+=+=세월의 돌(Stone of Days)=+=+=+=+=+=+=+=+=+=+=+=+=+=+=+=+ 5장. 제4월 '타로핀(Tarophin)'2. 두 번째 보석, 두 번째 숙명 (4) 정말이었다. 우리는 저녁때가 다 되도록 산지기의 집을 도저히 찾을 수가 없었다. "내가 말했잖아. '금방 간다, 가깝다' 라는 건 산 근처에 사는 사람들의 지극히 일상적이고 악의 없는 거짓말이라고." 악의야 없겠지만…… 확실히 피해는 막심하지. "적어도 우리 마을 사람들은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이건 역시 산맥 주변에서 살았다는 유리카의 대꾸다. 나르디만은우리들의 말을 도저히 믿을 수가 없다는 듯이 계속 주위를 두리번거려 대고 있다. 헛수고야, 이 친구야. 그만 저녁 먹을 계획이나 세워보자니까. …… 용감한 여관 주인은 끝끝내 자기 주장에 의거하여 점심 도시락밖에는 싸 주지 않았다. 나르디가 결국 포기하고는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배가 고파오는군." 당연한 말을 그렇게 심각하게 하지 말란 말이야. "나도 그래. 사냥이라도 해야 되나?" "뭘 잡지?" 마지막으로 대꾸하며 나는 나르디와는 좀 다른 이유로 주위를 둘러봤다. 산새가 포르르. 벌레가 바스락. 쥐가 쪼르르. 바람이 슈우우……. 즉, 어느 것도 먹을 만한 것은 없었다. "어디서 과일 냄새가 난다." 여기까지 오는 내내 한 번 깨지도 않고 실컷 늘어지게 자고 난 후인 주아니는 우리 중에서 제일 정신도 말짱하고 기운도 넘치는 모양이다. 물론 주아니가 기운이 넘친다고 해서 땔감을 구해오거나 사냥을 해오거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다른 쪽으로야 꽤나 쓸모가 있지. 나는 말했다. "냄새? 어디?" "과일 냄새라고?" 의심쩍은 듯이 되묻는 이 사람은 당연히 나르디였다. 나르디는 지금까지 오는 내내 주아니하고 거의 이야기를 해본 일이 없으니 주아니가 갖고 있는 능력들에 대해서 알 턱이 없었다. 내가 확신어린 말투로 대답해 주었다. "로아에 족은 후각과 청각이 대단하거든." 주아니가 주장하는 방향으로 얼마 걷지 않아서 곧 우리는 서양까치밥나무(gooseberry)들이 운집해 자라는 곳을 발견했다. 신기한 것은아직 봄인데 벌써 빨갛게 된 열매들이 있더란 거다. 나는 잠깐동안나무 앞에 서서 열매를 따 먹기 전에 명상에 잠겼다. 이게 왜 벌써익었지? 내 의문에 대해 유리카가 약간 망설이는 듯한 어조로 말했다. "스조렌 산맥은 대륙에서 계절이 가장 빨리 오는 곳이야. 우기에도그다지 비도 내리지 않지. 그게 이유라면……." "어쨌든 좋잖아? 구스베리 열매만 먹을 수 있으면 난 만족해." 주아니의 의견이 가장 쓸만해서 우리는 생각하는 것은 그만 집어치우고 붉어진 것으로 골라 열매를 정신없이 따기 시작했다. 열매는 신 것도 있었지만 꽤 상큼한 맛으로 익어 있었다. "아아…… 좋은데, 이제 그만 빵이나 고기 같은 것을 좀 먹었으면좋겠다." "나도…… 어?" 물론 나는 '나도 그렇다' 라고 대답하려는 것이었지만, 그보다 더급한 일이 있어서 나는 황급히 말을 멈췄다. "왜 그래?" 일단, 행동으로 대답하겠단 말야. 나는 조용히 하라는 의미로 입가에 손가락을 갖다 댄 다음, 슬링을꺼내서 주위에서 적당한 돌멩이를 하나 집어 단단히 메겼다. "쉬잇!" 방금 한 말은 조용히 하란 뜻이 아니고 일종의 기합 소리다. 검을쓸 때 지르는 기합하고는 큰 차이가 있지만…… 흠. 날아갔다! "아!" 뀌이이! 꾸륵! 푸드드드드……. "이야- 정말 잡았잖아!" "앗, 뜨거!" "조심하란 말이야." "맛은 있지만 뜨거운 건 도저히 못 참겠군 그래." 내가 잡은 이름 모를 새는 꽤나 먹을 만했다. 신난다. 솔직히 모르는 새라서 맛이 개판이면 어떻게 하나 하고 내심 고민했었는데. 주아니를 제외하고 우리 세 사람은 기분좋게 큼직한 새 한 마리를전부 먹어치웠다. 그리고 나르디는 주위가 어두운데도 불구하고 당장슬링 쓰는 법을 가르쳐달라고 떼를 써서 우리의 골머리를 좀 썩였다. "오늘 밤 내로 산지기의 집을 못 찾으면 노숙이니까, 빨리 움직이자." 유리카의 현실적인 제안에 우리는 다시 무거운 다리를 일으켜서 걷고 있다. 잘 모르는 산속에서 노숙을 선뜻 택하기가 좀 그렇다. 무슨동물이 사는지, 맹수나 몬스터라도 나오는지 전혀 정보가 없기 때문에 피곤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걸음은 자못 빨랐다. 어둠 속에 드리워진 비죽비죽한 나무 그림자들이 마치 괴물처럼 기괴해 보인다. 우리들이 피곤하고 지쳐서 이젠 그만 모두 때려치우고 노숙을 택하는 편이 낫겠다고 생각할 정도로 졸린 상태가 되었을 때, 주머니에서머리를 내밀고 있던 주아니가 문득 말했다. "불빛…… 인가?" 주아니가 저렇게 애매한 듯이 말해도 거의 틀리는 법이 없다는 걸나는 잘 알고 있지. "가자." 우리가 산지기의 집에 도착한 것은 거의 한밤중이 다 되어서였다. 우리는 일단 자고 있는 산지기들부터 깨워야 했다. 문이 안으로 걸려 있어서 한참이나 두드린 뒤에야 대답이 들렸다. 물론, 대답은 친절하지 않았다. 대답보다는 쿠당탕대는 소리가 더 먼저 울렸다. "뭐얏! 이 밤중에!" "야, 정신 차려! 밖에 누가 온거 뿐이잖아!" "하여간 침대에서 떨어지는 건 알아 줘야 해." 세 사람 정도의 말소리 같군. +=+=+=+=+=+=+=+=+=+=+=+=+=+=+=+=+=+=+=+=+=+=+=+=+=+=+=+=+=+=+=하이텔의 Earendil님이 나우 외 통신망 투표 첫 테이프를 끊으셨습니다. ^^그리고 꼬마호빗 님이 200회를 미리 축하하시면서 선물로 투표와함께 보내주신 '세월의 돌 사전 ver. 1.0'! 정말 보면서 너무너무 재미있었어요(감격...T_T). 그 사이에 그렇게 많은 인물과 지명, 고유명사들이 등장했었나 하고 놀랐습니다. 혼자 보기 너무 아까워서 약간의 가필을 해서 게시판에 올릴까 생각하고 있어요. 정말 감사! ^^Luthien, La Noir. 출력이 끝났습니다. [Enter]를 누르십시오. ━━━━━━━━━━━━━━━━━━━━━━━━━━━━━━━━━━━제 목 :◁세월의돌▷ 5-2.두번째 보석…(5)게 시 자 :azit(김이철) 게시번호 :803게 시 일 :99/07/07 03:49:36 수 정 일 :크 기 :7.4K 조회횟수 :91 『게시판-SF & FANTASY (go SF)』 36679번제 목:◁세월의돌▷ 5-2. 두번째 보석, 두…(5)올린이:모래의책(전민희 ) 99/06/27 23:24 읽음:1614 관련자료 없음----------------------------------------------------------------------------- +=+=+=+=+=+=+=+=+=+=+=+=+=+=+=+=세월의 돌(Stone of Days)=+=+=+=+=+=+=+=+=+=+=+=+=+=+=+=+ 5장. 제4월 '타로핀(Tarophin)'2. 두 번째 보석, 두 번째 숙명 (5) 문이 곧 열렸다. 여전히 쿠당탕대면서. 우리를 내다본 것은 내 예상대로 세 사람의 얼굴이었다. "이 밤중에 남의 단잠을 깨우나!" 그 중 수염이 덥수룩한 남자가 버럭 소리를 지르자 유리카가 우리앞으로 나섰다. 남자의 얼굴은 상당히 험상궂었고 게다가 단잠을 깨서 몹시 불만스런 표정이었으나 유리카는 자신있게 생글생글 웃었다. "미안해요, 그렇지만 여기까지 오는 데 하루가 꼬박 걸린걸요. 애는 많이 썼지만 도저히 더 빨리 올 수는 없었어요. 잠 깨운거 정말미안해요. 재워만 주시면, 방해 안하고 저희도 금방 잘게요." 그동안 한 남자가 램프를 밝혀서 가져왔다. 어두컴컴하던 주위가순식간에 환해진다. 덕택에 세 산지기의 얼굴을 모두 볼 수 있었다. 하나는 방금 유리카가 말을 건 험상궂은 수염. 또 하나는 그보다 더 큰 몸집에 얼굴이 불그레한 젊은이. 나머지 하나는……. "세 분이…… 부자간이신가요?" 으음, 내가 참고 있는데 나르디는 결국 엉뚱한 질문을 하고 말았다. 첫 번째 남자가 곱슬곱슬하게 난 수염이 통째로 흔들리도록 힘껏고개를 저었다. "무슨 소리! 내가 저 영감탱이의 아들이었으면 벌써 목 매달았어!" "이놈아- 나도 네놈같은 아들 없다!" "뭐야! 누가 언제 네 아들 한대?" "나야말로 언제 네 목매달 일 만들어나 준대?" 제일 젊어보이는 사람이 느긋하게 한 마디 거들었다. 그 내용이란……. "아이고, 마디크들, 왜 그러세요- 손님들 앞에 세워 놓고." 상황이 심각해지는 줄 알고 문득 살펴보니, 두 사람 다 눈이 반쯤은 감겨 있었다. 자다 일어나서, 잠결에 갑자기 결투를 시작하려는 두 사람을 말려야 할 필요를 느낀 나는 여전히 잠결에 팔뚝을 걷어붙이려는 수염 앞으로 정중히 다가가…… 지는 않고 갑자기 큰 소리로 외쳤다. "마디크닷!!!" "……?" 음음, 좀 이상한 말이긴 했지만……. 어쨌든간 두 '마디크' 들은 동시에 나를 주시했다. 그리고 물었다. "마디크가 뭐?" 이럴 때 할 대답이래봐야, 뭐. "아, 하하하…… 그냥 마디크라고요." 그들은 꽤나 오래 생각하는 기색이었다. 내가 왜 마디크라고 외쳤는지에 대해. 사실 그거야말로 아까보다 더 바보스런 일이다. 나는 '마디크닷!' 대신 '프론느닷!'하고 외쳤었대도 하등 달라질것은 없다. 그것도 아니면 '난 그냥 아무 소리나 질러본 것에 지나지않는다. 주의만 환기시키면 그만이었거든. 그러나 그 중 가장 나이들어 보이는 사람의 대답이 가관이었다. "…… 그러니까, 내 얼굴이 그렇게 젊어 보였단 뜻일 거야." "무슨 소리! 네 늙어빠진 얼굴을 누가 마디크로 보냐?" "저기 저 애가 그렇게 보잖아!" "그거야 저 놈이 눈이 삔 거지!" 졸지에 눈삔 놈이 된 나는 큼큼, 하고 기침을 했다. 그건 그렇고 나이 든 사람은 적어도 60살은 되어 보이고 - 머리가희끗희끗하다 - 곱슬수염은 40살 정도로 보이는데 둘은 마치 친구라도 되는 양 계속해서 말싸움을 해대고 있었다. 산사람들의 억센 체구와 험하게 오가는 말 때문에 금방이라도 싸움이 날 것 같은 분위기였지만 아직도 졸음이 묻어있는 눈들을 보면 그것도 아니다. 젊은이는 느긋한 표정이었다. 아마 이 두 사람이 자주 이러는 모양이지. "언제까지 이렇게 세워두실 겁니까? 우린 지금 하루 종일 이 산길을 걸었단 말입니다. 실례가 아니라면, 저희의 발들도 지금쯤은 쉴권리가 있단 생각이 드는데요." 나르디의 말은 항상 논리적이긴 하지만 어딘가 한구석이 이상하다. 나는 싸우기 직전의 상황인 척…… 하고 있는 저 두 사람이 자칫 기분나쁘게 이 말을 들을까봐 문득 긴장했다. 그들은 나르디를, 사실은 우리 전부를 취향대로 쳐다보았다. "들어와." "들어와." "들어오세요." 아아, 내가 기대할 수 있는 최고의 대답 세 개였다. 우리는 시작부터 당황스런 일을 당했지만, 안으로 들어가서는 더욱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왁자지껄하게 떠들면서 불을 밝히고, 산에 들어와서 이들을 찾는 사람들에 대한 그들의 관습대로 뭐 먹겠냐, 어디서 재울까 등등 수선을 떨던 그들은…… 앞서의 논쟁아닌 논쟁에 대해서는 그런 일은 있지도 않았던 것인양 깡그리 잊어버렸던 것이다. 아무도 그 이야기를 꺼내지도, 궁금해하지도 않았다. "아까……." "나르디!" 이렇게 나는 우리 중 가장 눈치가 부족한 나르디까지 진압한 다음,결국 편안하게 밤참을 대접받을 수 있게 되었다. 밤참은 우리가 저녁때 따 먹었던 구즈베리 열매, 조금 딱딱해진빵, 미지근한 염소젖(집 밖 어딘가에서 염소 우는 소리가 들리는 걸로 봐서), 게다가 또 계절에 안 맞는 뭔가가…… 으아아, 저건 멜론이잖아! 나는 충격을 받은 나머지 파랗고 싱싱해보이는 멜론 조각들로 손을가져가기 전에 일단 주위를 둘러봤다. 유리카도 놀라서 눈이 커다래져 있었다. "이…… 이게 어디서 난 거예요?" "우와…… 마술인가?" 봄에 멜론이라니. 이게 무슨 조화야? 일단 처음의 황송함이 사라지자, 나와 유리카는 정신없이 멜론을한 조각씩 집어 베물었다. 입안으로 가득 퍼지는 향기로운 맛에, 더구나 오늘이 덥기도 했고, 아주 한여름이 된 기분이었다. 주아니가 안됐다. 여기까지 편하게 올 땐 좋았겠지만 지금은 약 좀오를걸. 나는 먹으면서 물어 보았다. "이 근처는 굉장히 덥네요?" 나이대가 다양한 세 산지기는 자신들이 내놓은 음식에 우리들처럼은 감동하지 않은 채 구즈베리 몇 개와 멜론 한 조각 정도를 입안으로 던져 넣으며 심드렁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젊은 산지기가 말했다. "글쎄, 확실히 나 태어나고 처음 겪는 희한한 봄이긴 해요. 이 나이가 되도록 이런 봄더위는 처음이거든요." "이런 식이라면 피서용 오두막을 좀더 일찍 지어둬야 할지도 모르겠군. 밤에도 땀이 비오듯 흘러." 이번엔 중년 산지기의 대답이다. 어라, 내 생각하고 좀 다른 대답이네. "여기가 본래 이렇게 더운 게 아니고요?" "무슨 소릴. 스조렌 산맥 저 안쪽은 여름에도 자칫 옷 얇게 입고돌아다니다간 금세 감기 하나는 달고 나오는 곳이야. 파비안느 아룬드 쯤은 되어야 '덥다'는 말을 할 수 있다고." 여기가 남쪽지방이라서 더운 게 아니었어? 대륙의 동북쪽 끝에서 완전히 대각선으로 가로질러 남서쪽까지 여행해 온 탓에 날씨가 아무리 이상해도 그저 그렇겠거니 넘기고 있었는데, 정말 여기 날씨가 왜 이런 거야? 유리카가 물었다. +=+=+=+=+=+=+=+=+=+=+=+=+=+=+=+=+=+=+=+=+=+=+=+=+=+=+=+=+=+=+=parksm12님, 추천 감사합니다, 어제 했어야 했는데 깜빡 빠뜨렸어요. 죄송..^^;그런데, 투표 설문이 좀 어렵나요? 보내주시는 분마다 다들 어려웠다고 하셔서... 가벼운 마음으로 심심파적 삼아 써 보시면 재미있을 텐데...^^;각 항목마다 세 개씩 생각해내기 어려우시면 한두 개씩만 쓰셔도돼요. 장면 같은 경우 그냥 어떠어떠한 장면이다, 하고 간단하게만말해주셔도 되고요. 이름도... 저는 글을 쓴 사람이니만큼, 조금만설명하셔도 다 알아듣는답니다. ^^그러나저러나, 투표 메일이 하나 올 때마다 너무 기쁘고 재미있는것 있죠? 특히 그 안에 써주신 이유들 때문에 요즘은 가만히 앉아 있다가도 웃는답니다. ^^현재 1위를 밝히고 싶지만, 앞으로 올 투표에 영향을 끼칠까봐 자제하겠습니다. 하하..;까페알파 님, 미야자키 하야오의 '빨강머리 앤'에서 앤과 다이아나가 손님놀이 하고 초콜릿 나눠먹던 그 숲속의 조그마한 공터, 그거말씀하시는 거죠? 나무 그루터기들이 여러 개 있는... ^^아아.. 다시 두 개씩 써야 하는데....;;Luthien, La Noir. 출력이 끝났습니다. [Enter]를 누르십시오. ━━━━━━━━━━━━━━━━━━━━━━━━━━━━━━━━━━━제 목 :◁세월의돌▷ 5-2.두번째 보석…(6)게 시 자 :azit(김이철) 게시번호 :804게 시 일 :99/07/07 03:49:54 수 정 일 :크 기 :7.2K 조회횟수 :90 『게시판-SF & FANTASY (go SF)』 36763번제 목:◁세월의돌▷ 5-2. 두번째 보석, 두…(6)올린이:모래의책(전민희 ) 99/06/28 21:52 읽음:1530 관련자료 없음----------------------------------------------------------------------------- +=+=+=+=+=+=+=+=+=+=+=+=+=+=+=+=세월의 돌(Stone of Days)=+=+=+=+=+=+=+=+=+=+=+=+=+=+=+=+ 5장. 제4월 '타로핀(Tarophin)'2. 두 번째 보석, 두 번째 숙명 (6) "올해만 이래요?" "그렇지. 그것도 타로핀 아룬드에만 이래. 아르나 아룬드때만 해도예년이나 다를 거 없는 날씨였는데, 갑자기 더워지고, 여름 과일이나오지를 않나, 하여간 세상에 뭔 일이 벌어지려고 이러는지……." 아, 멜론이나 구즈베리가 그래서 익었구나. 그럼, 여름 과일이 갑자기 익어버릴 정도로 이상 폭염이란 거야? 나는 말했다. "그것 참, 이상하고도 편리하네요?" "그렇지?" 중년 산지기(수염이 난…)는 나와 의견이 같은 모양이었다. "무슨 소리야! 세상이 망할 징조라구!" "그렇죠?" 늙은 산지기와 젊은 산지기의 의견은 또한 같았다. 그럼 이번엔 나르디와 유리카의 의견이 같을 차롄가? "멜론이 정말 잘 익었네요. 여름에 익은 것 못지 않아요." "즙이 많고, 향기로운 것이……." …… 정말이었다. 나와 유리카, 그리고 나르디는 정말 게눈 감추듯이 멜론을 깨끗이해치웠다. 그러고 나니 몹시 졸립기 시작했다. "그건 그렇고, 자네들은 어디로 가나?" "융스크-리테로 갑니다." "구경가나?" "그런 셈이죠." "왜?" "아, 그게…… 볼만하다고 하더라고요." 갑자기 대답 담당이 된 나르디가 수염 산지기와 대책 없이 주거니받거니 하는 동안 내가 연달아 하품을 세 번쯤 하자 늙은 산지기가눈치를 채고는 그럼 피곤한데 그만들 자지…… 라고 하는 대신 말했다. "이름들을 말해야 재워 주겠네." 우리들은 갑자기 동작들이 빨라졌다. "파비안 크리스차넨이에요." "유리카 오베르뉴죠." "나르디…… 입니다." 젊은 산지기는 드나르노, 곱슬 수염 산지기는 왈라키, 그리고 마지막 늙은 산지기는……. "벵시아 나우케라고 하네." 나는 놀라자빠질 뻔하다가 다시 물었다. "나우케요?" "그래, 나우케에 불만있냐?" "아, 아니요……." 나는 갑자기 졸음이 달아날 정도로 묻고 싶은 것이 많아졌지만 늙은 산지기 나우케가 상황을 대강 무마해 버렸다. 즉……. "알았으니 얘기들은 내일 하고 다들 얼른 자! 자리도 좁고 하니 늦게 자는 놈은 나가서 자야 할걸." 뒤의 말은 아주 효과적이어서 사람들은 순식간에 자고 싶은 마음이되어 모조리 잠자리로 기어 들어갔다. 나는 이불을 배에만 간신히 당겨 덮은 다음 눈을 감고 머릿속으로내일 물을 것들을 꼽아 보았다. 내 인생에 나타난 세 번째 나우케, 당신 정체는 뭐냐! 융스크-리테로 가는 가장 짧고도 편하고도 안전한 길은 어딘가? 갑자기 나타난 산적떼들이 최근 어느 구석에 박혀 있는가? 그리고…… 에또……. 쿨…… [류지아, 머리는…….][네가 마을을 떠난 지가 언젠데, 아직까지 내가 그때 그 머리일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류지아의 머리는 자르기 전처럼은 아니지만 뒤로 돌려 묶을 수 있을 정도로 길어져 있었다. 그렇지만 조그마한 얼굴과 무심한 표정은예전 그대로다. [그, 그래…… 그건 그렇고 무슨 일이야?][몇 가지, 해 줘야 할 말이 있어서.]반쯤 깬 듯도 하고, 잠든 듯도 한 상태, 그러면서도 나는 지금 이상태가 꿈속이라는 것을 이상하리만큼 명확하게 인식하고 있었다. 나는 앞서 말에 대해 묻는 대신 엉뚱한 질문부터 했다. [참, 헤렐은 잘 있냐?][이스나에가 잘 있지 않으면 어쩔 테야. 네가 걱정할 일도 아니고,내가 걱정할 일은 더더욱 아니야.]…… 류지아는 헤렐에 대해 최근 감정이 나쁜 모양이군. 아니면 머리 자른 이래로 내내 원한을 품고 있다거나. [그, 그렇겠지. 네가 그렇다면야 뭐…….][용건부터 말하자.]류지아는 정말이지 머리길이 빼고는 옛날하고 달라진 게 하나도 없었다. [너는 지금 영원의 푸른 강물을 가르는 찬란한 광휘의 고향에 가까이 와 있어.]나는 잠시 동안 류지아가 무슨 말을 한건지에 대해 고민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정말이지 꽤나 오래 걸렸다. 저 영원의 푸른 강물……어쩌고가 멋쟁이 검의 다른 이름, 아니 원래 이름이었다는 것을 깨닫기까지는 말이다. [그래?]흠. 고향에 왔으면 뭘 어째야 한단 거지? [너 아직도 네 검, 제대로 사용 못하지?]어어, 네가 모르는 모양인데 이제는 들고 다니기에도 별로 지장이없고, 뒤에서 누가 따라올 때 무겁다고 버리고 갈 가능성은 이제 아예 없다고……. [네 검의 능력, 너도 보았을걸. 그저 멧돼지나 잡는 칼이 아니라는거 말야. 소질있는 물건은 소질대로 써야지. 칼이 잘 들면 면도라도할 참이야?][…….][능력이 부족하면, 장소라도 이용해야 하는 법.][이용하라니, 어떻게?]나는 간신히 이야기의 가닥을 대강 잡을 수 있었다. 그러니까 이검도 고향에 온 김에 기분이 좋아져서 주인 말을 조금 더 잘 들어줄마음이 생길 수도 있다는 그런 정도의 뜻이었겠지? [융스크-리테에 가거든 검은 바위들이 유난히 많은 지역을 찾아.][그런 다음에?][동굴을 찾아.][그러고는?][들어가.][…… 그래서?][검이 꽂혀 있던 곳을 찾아내어서…….]나는 더 참지 못하고 말했다. [야, 류지아. 그게 네 말대로 그렇게 쉽게 찾아진다면 나도 기쁘긴하겠는데, 그럴 가능성이 별로 없어보이니 어쩌냐? 너도 대륙 최고규모의 산맥에 가서, 그것도 대륙 제일봉이라는 산밑에 뚝 떨어뜨려놓고 동굴 하나 당장 찾아내라고 해봐. 너라면 잘되겠냐?][사람 말을 끝까지 들어, 파비안 크리스차넨.]나는 입을 다물고 말았다. [네 검이 너를 인도해. 네 손에 느낄 수 있을 만큼의 온도 변화가있을 거야. 아니면 네 눈에 보일 정도의 불꽃을 보게 될 지도 모르지. 후자의 경우라면 네 수련이 내 생각보다는 많이 쌓였다는 증거겠고.][어…… 고마운 일이군.]나는 무안한 나머지 되는대로 아무 소리나 중얼거렸다. 류지아는 말을 이었다. [그곳을 찾아내거든…….]무슨 말을 해줄까 궁금해서 나는 잔뜩 기대하며 숨을 죽였다. [잘해봐.]뭐…… 뭐? [잘…… 뭘?] "이 늙은 사기꾼아! 뭐가 어쩌고 어째? 네놈이 아니면 누구란 말이냐?" "뭐야, 이놈아? 아무리 지금껏 내가 참아줬기로서니, 누명을 씌우는 것도 모자라 이젠 늙은 놈한테 이놈저놈 하냐?" "늙은 놈한테 늙은 놈이라고 하지, 그럼 뭘 어쩌란 말이냐!" "이노-옴! 당장 오늘은 결판을 내자!" "그래, 이 더러운 영감탱이야! 오늘 아침 굶어!" 나는 깨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류지아…… 뭘 어쩌라는……." 나는 갑자기 화닥닥 정신이 드는 것을 느끼며 몸을 반쯤 후딱 일으켰다. "류, 류지아!" +=+=+=+=+=+=+=+=+=+=+=+=+=+=+=+=+=+=+=+=+=+=+=+=+=+=+=+=+=+=+=오늘도 투표 얘깁니다. ^^인물 같은 경우는 어느 정도 윤곽이 나오는 편인데, 장면이나 이름, 대사 같은 것에서는 여러분들의 취향이 굉장히 다양하다는 것을느껴요. 물론, 그 긴 글 가운데 유난히 많이 꼽으시는 장면이 있다는것도 사실 놀랍긴 합니다만...^^;글 안의 여러 부분들이 고루 사랑받는 것은 좋은 일이겠죠? ^^아직 시험 보시는 분들 계시죠? 시험 잘 보세요-산지기는 셋이고... 늙은이, 중년, 젊은이 이렇게입니다. 셋 다 남자고요. ^^제가 잘 이해 안가게 표현했었나 보군요, 죄송.. 오늘도 추천해주신 분, 감사! Luthien, La Noir. 출력이 끝났습니다. [Enter]를 누르십시오. ━━━━━━━━━━━━━━━━━━━━━━━━━━━━━━━━━━━제 목 :◁세월의돌▷ 5-2.두번째 보석…(7)게 시 자 :azit(김이철) 게시번호 :805게 시 일 :99/07/08 02:35:38 수 정 일 :크 기 :8.7K 조회횟수 :89 『게시판-SF & FANTASY (go SF)』 36887번제 목:◁세월의돌▷ 5-2. 두번째 보석, 두…(7)올린이:모래의책(전민희 ) 99/06/29 23:04 읽음:1529 관련자료 없음----------------------------------------------------------------------------- +=+=+=+=+=+=+=+=+=+=+=+=+=+=+=+=세월의 돌(Stone of Days)=+=+=+=+=+=+=+=+=+=+=+=+=+=+=+=+ 5장. 제4월 '타로핀(Tarophin)'2. 두 번째 보석, 두 번째 숙명 (7) 꿈이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갑자기 유령처럼 훌쩍 사라져버리다니, 너도 헤렐을 닮아가기로 작정했냐? 이스나에도 아니고 사람인 주제에……. 어, 어라? "파비안, 자네 꿈 꾸었나 보군?" 나르디가 내 곁으로 다가와서 물었지만 거기 대답할 정신조차 없이나는 불안한 기분에 사로잡혔다. 류지아는 분명 이스나에가 아니고그냥 사람이다. 이렇게 멋대로 머나먼 곳까지 나타나고 말고 하는 능력은 없단 말이야. 그저 점쟁이 소녀일 뿐이라고. 그런데 이게 어찌된 거야? 호, 혹시……. "파비안…… 저기서 누가 자네한테 싸늘한 눈길을 보내고 있는데?" 나도 마침 그 순간 살기를 느낀 참이라, 고개를 돌려 살기가 느껴진 방향을 바라보는데……. 유리카다. "유리, 왜 그래?" "고향에 여자친구라도 두고 왔니?" 그 말을 이해하는 데는 조금 시간이 걸렸다. 고향에 여자친구? 설마 벤야를 말하는 것은 아니겠고……. 어라? 나는 말했다. "류지아…… 말이야?" 유리카는 더 이상 내 말에 대답하지 않고는 갑자기 집밖으로 나가버렸고, 나는 이번엔 아까보다 한층 당황했다. 나는 이 장소에 있거나 없는 두 소녀에 대한 걱정 때문에, 산지기들이 무엇 때문에 싸우고 있었는지에 대해 신경쓸 여력이 없었다. 지금에야 문득 살펴보니 나우케 산지기와 곱슬수염 왈라키는 어느 새나를 꿈에서 화닥닥 깨어나게 한 주원인인 그들의 커다란 목소리들을접고 뭔가에 몰두하기 시작한 모양이었다. 분명 생각건대, 저 사람들아까 죽기살기로 목소리 높인 것은 그 사이 깡그리 잊었음에 분명하다. 그 정신에도 불구하고 뭘 하는가 넘겨다보니……. "정말, 이해할 수가 없어. 정말 영감탱이 네놈 짓이 아니란 말야?" "내가 자다가 일어나서 뭐 먹는 것 봤어?" …… 그들은 열심히 아침식사 준비를 하고 있었다. 내 대신 나르디가 질문을 했다. "무슨 일이 있었나요?" "글쎄, 아침에 먹으려고 구워 둔 빵이 세 개나 없어졌단 말이지." "게다가 구즈베리도 한 개도 안 남았어." "우리 집엔 쥐도 없거든요." 마지막으로 아무한테나 존대를 하는 젊은 산지기 드나르노가 덧붙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사건의 진상에 대한 결정적인 심증을 확보했다. 그 다음, 내가 취한 행동은……. "아하하하하……." 나는 바보스럽게 웃은 다음, 슬금슬금 문을 열고 집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눈에 안 띄는 뒤꼍을 찾아 걸음을 옮겼다. 그런 다음에 내가 할 일이라고는……. "야, 주아니!" "……." 뭐, 꼭 주아니의 잘못이라고만 할 수는 없지만, 일단 책임 소재는따져야지. "뭐라고 할 생각은 없지만…… 그렇게 배가 고팠냐?" "너네들…… 맛있는 거 먹으면서 내 생각은 해보기나 했어?" 주머니에서 머리를 내밀지도 않은 채 주아니가 뾰로통한 목소리를내는 것이 들렸다. "그래, 좋아. 그러면 지금 곧장 들어가서 산지기 세 양반한테 사상최초의 여행하는 로아에를 정식으로 소개하고, 그런 다음에……." "그, 그만두라구!" 지금까지 경험으로 안 건데, 주아니는 목소리 크고 난폭하게 말하는 사람들을 제일 두려워한다. 몸집은 어느 사람이건 간에 저보다는일단 수십 배 이상 크니까 새삼 더 큰 거한이거나 험상궂은 사람이라고 해서 특별히 더 겁을 먹지는 않는데, 듣는 것은 이야기가 다른 모양이었다. 그런 점에서 산지기들 중에 드나르노를 제한 두 사람은 주아니의 기준으로 보아 완전히 낙제점이었다. "그러니까 어쩔 수 없잖아." 갑자기 기만적으로 뒤꼍에도 나 있던 산지기 집 뒷문이 덜컥 열리는 바람에 주아니는 주머니 안에서도 움찔, 하면서 입을 다물었다. "아침 먹게!" 아침부터 기운이 넘치는 산지기들이다. 식사를 하려고 자리를 잡고 앉았는데도 유리카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어딜 갔어?" "아까 파비안을 기분나쁘다는 듯이 쳐다보더니 나갔어요." 나르디의 매우 정직하고도 가감 없이 사실 그대로인 보고…… 를들은 세 산지기는 이 문제에 대한 전적인 책임이 내게 있다고 간주하였고 그래서 식사는 해보지도 못하고 일단 죄인으로 몰리려는 참인데……. "늦었어요." 유리카가 문을 열고 들어오더니 자리에 들어와 앉았다. "그럼 먹지." 산지기들은 머리가 나빴다…… 아니, 앞서의 감정을 빨리도 잊어버렸다. 왈라키가 빵을 수프에 찍어 먹으면서 몇 가지를 말했다. "우리 집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기본적으로 하루만 머무를 수있어. 본래 숙박 시설이 아니니까. 물론 저 늙은 양반처럼 우연히 왔다가 멋대로 눌러앉아 버리는 경우도 있지만, 이젠 그런 일 용서 안해. 왜냐면 잠잘 자리가 이젠 마땅치가 않거든. 여기 오래 있고 싶은놈이 있다면 먼저 저 늙은이부터 쫓아내야 할거야." "그럼 내가 털북숭이 네놈을 쫓아내지." 밥 먹을 때라 그런지, 산지기들은 평상시처럼 죽일 듯이 목소리를높이지는 않았다. 아까하고 내용상 다를 것도 없는 대화를 하면서,아까는 생사를 가르려고 하더니 지금은 무척이나 심드렁하군. "최근에 근처에 산적이 나타난다면서요?" 나르디가 오랜만에 도움이 되는 이야기를 꺼냈다. "뭐? 감히 스조렌 산맥에 발을 들여놓은 운나쁘고 간큰 산적 따위야 그냥 이 내 손으로 단박에…… 라고 하고 싶지만 놈들 세력이 꽤커." 한 마디에 많은 정보가 들어가 있는 말이군. 내가 다시 물었다. "어느 정도죠? 요즘은 어디쯤 나타난대요?" "가르뇽 계곡 근처일거야, 최근에 본 데가. 산적이라는 놈들이 한100여 명은 되는데, 워낙 산맥이 크고 땅이 험하다 보니 근처 영주들이라는 자들도 토벌할 엄두도 안 내고. 사실 놈들은 게을러서…… 자다가 일어나 보니 마누라 머리라도 베어갔대야 그제서야 토벌 어쩌고떠들어대겠지." 가르뇽 계곡이라는 데를 가보긴 가봐야겠네. 그러고 보니 나우케 집안(한 집안이 맞다면) 사람들은 자기네 영주욕하는 것이 집안 내력인지도 모르겠다. 벵시아 나우케는 아주 신랄하게 한 마디 하더니, 빵을 불량스럽게 물어뜯어서 질겅질겅 씹었다. 아주 인상적인 모습이었다. "그래요, 맞아. 마디크 나우케. 혹시……." 나는 이러이러한 아무개…… 즉 나우케 의사에 대해서 아냐고 물으려는 참이었었다. 그런데 갑자기 내가 나우케 의사의 이름을 모른다는 점에 생각이 미쳤다. 나참, 정말 모르네. "음, 그게 그러니까……." "뭘? 혹시라니, 내가 뭐 어쨌다고? 뭐…… 아! 혹시 너도 내가 어젯밤에 일어나서 음식을 먹었다고 생각한단 거야?" 이야기가 엉뚱하게 해석되고 있었다. "아니, 그게 아니라……." 나우케 산지기가 갑자기 아까의 흥분을 오늘에 되살리려 하는 바람에, 결국 나는 대안 없이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 "그…… 나우케 의사라는 사람 혹시 아냐고요." "뭐? 엑슬란 말이야?" 그 말에 대해 나는 진위를 가려 줄 능력이 없었다. "엑슬란이라는 사람한테 누이동생이 있나요?" "류지아?" 오, 이번엔 정확했다. "무슨 사이에요?" "둘은 남매 사이지." "으…… 그거 말고 당신하고 그 두 남매 말이에요." "아는 사이." "어떻게?" "잘 아는." 다행히도 내가 미쳐버리기 전에 나르디가 (이럴 때는 매우 쓸만한!) 그 다운 질문을 해 주었다. "마디크 벵시아 나우케하고 마디크 엑슬란 나우케는 성이 같은 것으로 보아 혈연적 연계가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사실은 어떤가요?" "오, 있지. 엑스하고 류지는 내 조카들이야." 나는 간신히 제정신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그런데…… 엑슬란 나우케라니, 의사치고는 좀 안 어울리는 이름이군. "그렇다면…… 아, 그렇구나, 당신!" 나는 갑자기 깨달음을 얻는 바람에 잠시 예의도 잊고 외쳤다. "당신이 하라시바에 살고 있다는, 돈이 별로 안 비싼 관상쟁이로군요!" 그래, 하라시바에 가면 내가 거상이 될지 뭐 그런 것에 대해서도알 수 있는 사람이 분명히 있다고 했어. 그게 자기 삼촌이었단 거야? 그건 그렇고, 하라시바에 있다는 사람이 어느 새 스조렌 산맥까지와서 이렇게 쭈그리고 있어? "……." 내가 앞서의 발언으로 인해 목이 졸릴 뻔하고, 먹던 수프를 뱉을뻔도 하고, 날아오는 빵을 맞을 뻔도 했으나 다행히도 신의 가호를받아 모조리 피했다는 사실을 먼저 말하자. 어쨌거나 벵시아 나우케는 씩씩거리면서 다시 한 번 외쳤다. "난 관상쟁이가 아니야!" 나르디가 공손하게 물었다. "그렇다면 당신의 직업은 무엇인가요?" "산지기지! 그리고……." 무슨 말을 하려고……. "…… 운명예술가이기도 하다." +=+=+=+=+=+=+=+=+=+=+=+=+=+=+=+=+=+=+=+=+=+=+=+=+=+=+=+=+=+=+=세월의 돌이 키텔 환동에도 올라갑니다- ^^tedchung 정재우 님께서 퍼가시기로 하셨고, 어제부터 올리기 시작하셨답니다. 키텔 환동은 GO FANTA 로 갈 수 있다는군요. 10번 창작란에 올리신다니까 키텔 사용하시는 분들, 한 번 가 보시길.. (나는 언제 가보나...^^;)여러분의 투표를 기다리고 있습니다..^^Luthien, La Noir. 출력이 끝났습니다. [Enter]를 누르십시오. ━━━━━━━━━━━━━━━━━━━━━━━━━━━━━━━━━━━제 목 :◁세월의돌▷ 5-2.두번째 보석…(8)게 시 자 :azit(김이철) 게시번호 :806게 시 일 :99/07/08 02:36:00 수 정 일 :크 기 :8.0K 조회횟수 :87 『게시판-SF & FANTASY (go SF)』 37023번제 목:◁세월의돌▷ 5-2. 두번째 보석, 두…(8)올린이:모래의책(전민희 ) 99/06/30 23:31 읽음:1504 관련자료 없음----------------------------------------------------------------------------- +=+=+=+=+=+=+=+=+=+=+=+=+=+=+=+=세월의 돌(Stone of Days)=+=+=+=+=+=+=+=+=+=+=+=+=+=+=+=+ 5장. 제4월 '타로핀(Tarophin)'2. 두 번째 보석, 두 번째 숙명 (8) "우…… 운명예술가?" 그게 '관상쟁이' 하고 본질적으로 별로 틀릴 것 없는 말이라는 것을 알아차리는 데에는 그다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 그렇군요……." 나는 일단 벵시아 나우케의 성질을 더 이상 건드리지 않기로 작정했다. 운명이 언제나 아까처럼 내 편이라는 법은 없으니 말이다. 문득 들려오는 목소리가 있었다. "그 예술은 언제나 볼 수 있나요?" 유리카가 오랜만에…… 가 아니고 오늘 처음으로 식탁에서 입을 열어서 모두들 그녀를 쳐다보았다. 그녀는 이미 식사를 끝내고 포크와나이프를 단정하게 올려놓은 뒤였다. 나우케 산지기는 대수롭잖다는 듯이 대답했다. "예술? 그건 예술가가 내킬 때지." "그럼, 지금은 어때요?" "지금?" 벵시아 나우케는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그녀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는 잠시동안 유리카의 눈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유리카도 그의 눈을 마주 쳐다보았다. 그러더니………… 그것은 꽤 오래 계속되었다. "뭐, 뭐야!" 벵시아 나우케가 갑자기 의자를 박차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급하게 뒤로 몇 발짝 물러섰다. 그의 눈동자는 공포 비슷한 감정과뒤죽박죽 섞인 갖가지 의혹들로 흔들리고 있었다. "너, 너…… 아니, 당신, 뭐야? 뭐…… 뭐죠?" 그의 말투도 행동에 못지않게 엉망이 되어 있었다. 그는 정말로 충격을 받은 것처럼 보였다. "뭐라니, 별 것 아닌걸요." 유리카는 당당하고 침착하게 나우케 산지기를 잠깐 쳐다보고 있더니 내 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싱긋 웃었다. "친구라는 게 점쟁이 소녀였었니?" "뭐?" 갑자기 무슨 소리야? "류지아는…… 그저 내 점을 봐주었던 애일 뿐이야. 그것도 두 번정도고, 그 말고는……." 갑자기 머릿속에 류지아가 침대에서 내 몸 위에 올라탔던 일이 생각났지만, 황급히 생략해 버렸다. 그건, 본의도 아니고…… 별 수 없는 일이었으니까……. "그저, 어젯밤 꿈에 나타나서 갈 길을 알려주었을 뿐이라구!" 내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아까 저만치 물러섰던 산지기 나우케노인이 갑자기 물었다. "류지가 네 꿈에 나타나서 예언을 해주었다고?" 나는 자세한 대답을 할 필요를 느꼈다. "꿈과 현실 중간쯤 걸려 있는 것 같은 그런 상태였었죠. 그렇게 몽롱한 중에 그 애가 나타났는데, 마치 이웃집에 놀러온 것처럼 말하더라고요. 몇 가지 이야기를 하더니 갑자기 사라져 버려서 그…… 그래서 걱정이 되었죠. 그때 나는 분명 꿈을 꾸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거든요. 이스나에라면 모를까, 남의 꿈에 나타나다니, 인간이 할수 있는 일이 아니잖아요? 그래서 혹시 무슨 일이 생겼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혹시 죽어서 이스나에가 된 것 아니냐는 말은 삼촌이라는 사람 앞에서 차마 꺼낼 수가 없었다. 나우케 산지기는 눈을 약간 가느스름하게 뜨더니 나를 조금 살펴보았다. 그리고는 단정짓듯이 말했다. "너, 류지아의 예언력과 연결되어 있구나, 그렇지?" "그런 말을 들은 일이 있기는 했지만……." "너무 걱정할 것은 없네. 류지는 아무 일 없을 거야. 그 애 능력은내가 잘 알아." 나는 이상한 능력 같은 것은 없는 평범한 사람이라 그렇게 쉽게 마음이 놓아지지는 않았다. "그럴 수도 있겠지만, 전에는 별로……." 내가 그렇게 말하는 중에 산지기 나우케는 다시 유리카 쪽을 쳐다보더니 두렵다는 듯이 뒷걸음질을 쳤다. 그리고는 말했다. "그리고 저 프로첸…… 아니, 저 분은 누구냐?" "유리요? 유리는 아스테리……." 나는 말하려다가 유리카가 무녀라는 이야기를 하기 싫어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일단 말을 멈추고 유리카를 쳐다봤다. 뜻밖으로 유리카가 내 말을 받아서 말했다. "말대로예요. 저는 아스테리온 무녀지요. 그게 뭐 잘못되었나요?" "아스테리온……." 그는 두렵다는 듯이 다시 한 번 그 말을 되풀이했다. 그러더니 고개를 갑자기 저었다. "아니야, 아스테리온 말고도 뭔가가 더 있어. 너…… 아니, 당신은누구요? 도대체 나이가 몇이요?" 나우케 산지기는 우리들을 만난 이래 처음으로 존댓말을 쓰기 시작하고 있었다. 그런 그를 왈라키와 드나르노가 신기하다는 듯이 쳐다보고 있다. 그리고 그들도 덩달아 유리카를 약간 이상하다는 듯이 쳐다보기 시작하고 있었다. 물론 그들은 나우케 산지기처럼 눈에 띄게 두려워하지는 않았다. 나도 솔직히 나우케 산지기가 뭘 두려워하고 있는 것인지 도대체 모르겠다. "좀 많지요." 유리카는 여유있게 생긋 웃었다.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이. 좀 많다니? 열 몇 살이 많은 나이냐? "어디…… 에서 오셨습니까?" "크로이츠 영지에서 왔지요." 유리카는 세 명이나 되는 마브릴을 앞에 놓고 그들의 땅 한가운데에서 이스나미르의 지명을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말하고 있었다……아참, 그럼 나우케 집안은 엘라비다야, 마브릴이야? "그럼…… 당신의 눈에서 느껴지는 저 긴 세월의 수많은 매듭들은무엇을 말하는 것입니까?" "……." 무슨 소리지? 유리카는 그제서야 미소를 거두고 진지해졌다. 그러더니 말했다. "생각보다 훌륭한 운명예술가시네요, 마디크 벵시아 나우케." 이제 나우케 산지기는 마치 성직자라도 대한 듯 매우 경건한 표정이 되어 있었다. 영문 모르는 나와 나르디, 드나르노와 왈라키는(주머니 속의 주아니라고 이 사정에 대해서 뭘 알까?) 그저 서로의 얼굴만 쳐다보는 수밖에 도리가 없었다. "두려워할 건 없어요. 당신을 어쩌지는 않아. 그저 내 할 일이 있어서 온 것 뿐. 긴 세월의 매듭들, 매듭은 언제나 그것을 풀어놓을사람을 기다리기 마련이죠. 그것을 풀어놓으려는 것뿐이니까." 유리카의 목소리가 많이 달라져있다. 내가 기억하는 한, 이 목소리는……악령의 노예들에게 쫓기던 바로 그 때, 절벽 위에서 주문을 읊던때의 바로 그 목소리야. "제게 원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에제키엘의 미망은 시간을 다루는모든 자들이 다투어 하염없이 뒤따라 달리도록 하는 그 무엇, 예니체트리의 자식들 중에서 저처럼 짧은 시간도 어쩌지 못하는 어리석은자에게 역시, 에제키엘의 그림자는 떨칠 수 없는 것입니다. 그러나,제게 그 일에 끼여들 힘이 있습니까?" "에제키엘의 의지는 세월 속에서 사그라들고, 그러면서 서서히 구현되도록 되어 있는 것. 예니체트리의 자식이라는 것은 자랑 중에서도 가장 큰 자랑. 그녀의 자식이라는 것 하나만으로도 이미 힘은 가지고도 남아요. 그녀의 핏줄은 고대로부터 내려오는 것들 가운데서도가장 고귀한 전승중의 하나가 아닌가요? 나 역시도 무녀, 그러니 예니체트리의 사생아라고 할 만한 정도는 됩니다." …… 둘은 완전히 주위 사람들의 이해는 싹 무시한 채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렇다면……." "운명예술가 님, 그대의 힘을 잠시 빌리고 싶네요. 당신이 가진 예언력은 강대해요. 매듭을 풀기 위해서 그것이 필요해요." "세월 속을 방랑하는 자여, 그대의 뜻대로." 왠지 우리들은 비켜나야 할 것 같은 분위기야. 유리카는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마룻바닥 위로 걸음을 옮겼다. 나우케 산지기가 홀린 것처럼 따라 일어섰다. 유리카가 나우케 노인을 향해 두 손을 내민다. 하얀 양손이 얼른눈에 띄지 않는 희미한 빛에 감싸여 있다. 드나르노가 놀란 듯한 딸꾹질 소리를 냈다. "아무 생각도 할 필요 없어요. 의지는 내가 가지고 있으니까." 그리고 그것을 다들 얼빠진 듯이 보고 있는 가운데 나우케 노인이유리카 앞으로 다가가 점차로 환해지고 있는 그 흰 빛에 손을 얹는순간,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그들의 손 위로 마치, 허공에 구멍이라도 뚫린 것처럼 낯선 풍경이눈앞에 나타난 것이다. +=+=+=+=+=+=+=+=+=+=+=+=+=+=+=+=+=+=+=+=+=+=+=+=+=+=+=+=+=+=+=벌써 투표 기간을 늘려달라는 분이 계세요..;;아직 열흘이나 남았단 말입니다. ^^;(기말 고사가 남아 있으셔서 그런가...)그리고 질문하셨던 분, 정 생각 안나시는 질문은 대답 안하셔도 됩니다. ^^; 실제로 벌써 투표하신 분들 중에서도 그런 분들이 많이 계신걸요. 융통성 있게 써서 보내주시길-(물론.. 저로선 다 써 주시는 편이 좋지만, 생각 안나신다는 걸 어떻게 할 수야 없지요. ^^;)추천해주신 분, 감사합니다- ^^Luthien, La Noir. 출력이 끝났습니다. [Enter]를 누르십시오. ━━━━━━━━━━━━━━━━━━━━━━━━━━━━━━━━━━━제 목 :◁세월의돌▷ 5-2.두번째 보석…(9)게 시 자 :azit(김이철) 게시번호 :807게 시 일 :99/07/08 02:36:18 수 정 일 :크 기 :5.7K 조회횟수 :89 『게시판-SF & FANTASY (go SF)』 37107번제 목:◁세월의돌▷ 5-2. 두번째 보석, 두…(9)올린이:모래의책(전민희 ) 99/07/01 23:27 읽음:1354 관련자료 없음----------------------------------------------------------------------------- +=+=+=+=+=+=+=+=+=+=+=+=+=+=+=+=세월의 돌(Stone of Days)=+=+=+=+=+=+=+=+=+=+=+=+=+=+=+=+ 5장. 제4월 '타로핀(Tarophin)'2. 두 번째 보석, 두 번째 숙명 (9) "끄허억!" 왈라키가 제일 놀랐는지 거의 바닥에 주저앉기라도 할 듯한 신음소리를 냈다. 그는 아마 지금까지 실용적인 관점을 따르는 생활철학을 견지해 왔음에 틀림없다. "꿈이야? 환각이야? 아니면…… 그 마법인가 뭔가 하는 건가?" "마디크 왈라키, 마디크 나우케가 늘 하던 예언 어쩌고 하는 소리가 빈 말이 아니었나봐요." 드나르노가 완전히 감탄한 듯, 들뜬 목소리로 하는 말을 왈라키가제대로 들었을지 모르겠다. 그는 허공에 나타난 풍경에 완전히 얼이빠져 있었다. 나르디만이 약간 중얼거리듯이 말했다. "마법 시선……!" 그…… 게 뭐지? 내가 나르디한테 설명해달라고 말하기도 전에 왈라키의 흥분한 목소리가 먼저 울렸다. "저기 저 장소……! 본 일이 있어!" "어디죠?" 나르디가 물었다. "융스크-리테의 동쪽 사면 중에서 펠헬 능선을 타는 길이야. 꽤 험한 길 중에 하난데 나도 가본 일이 있어." 허공에는 바위투성이의 절벽과 그 사이로 좁게 이어지는 길이 나타나 있었다. 보랏빛 커다란 이름모를 꽃들이 돌길 사이로 줄줄이 피어나 있다. 그 영상은 마치 호숫가의 아침안개에 가려진 풍경처럼 흐릿하면서도 아련했다. "움직여……!" 커다란 유리구슬이나 거울에 다른 세상의 풍경이 비치는 것을 생각해 본 일이 있는가? 지금 보고 있는 것은 그것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기이한 모양이었다. 손을 내밀면, 마치 그 안으로 그냥 빠져들어 버릴 것처럼 생생하면서도, 또한 아주 멀리 있는 것처럼 낯설고 신비했다. 눈을 뜨고 꿈을꾸는 기분이란 이런 것을 두고 하는 말일 거야. 커다란 물방울이 허공에 떠올라 있는 것 같다. 두 가지 풍경이 경계없이 얼크러지는 것 같아 내 눈이 어떻게 되는 기분이다. "저, 저기는……." 왈라키는 이제 허공에 떠오른 풍경에 거의 넋놓고 빠져서 손가락으로 가리켜가며 흥분된 어조로 말하기 시작했다. 펠헬 능선으로 통한다는 길이 이어지다가 골짜기 사이로 올라가는 길이 보이고, 또 순식간에 절벽 위로 올라섰다. 그리고 시선은 몇 개의 바위가 포개져 놓인 틈새로 들어가는가 싶더니 갑자기 공간이 훌쩍 넓어졌다. "히야, 저기! 저런 동굴이 있었나!" 그저 신기한 구경거리라고 벌써 생각해버리는 왈라키는 나보다는훨씬 속편한 사람임에 틀림없었다. 나는 유리카의 표정을 살폈다. 눈을 감고 있지도 않고, 그저 다른사람과 마찬가지로 영상을 응시하고 있는 그녀는 무표정할 뿐, 어떤감정도 얼굴에 나타나 있지 않았다. 그러나 나우케 산지기는 완전히 딴판이었다. 유리카의 손에 자기 손을 포개놓긴 했지만 그의 손이 빛을 내는 것도 아닌데, 그는 온 이마에서 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다. 그는 자기가만들어 낸 영상을 제대로 지켜볼 정신조차 없어 보였다. 호흡이 너무거칠어서 곧 숨이 넘어가는 것이나 아닌지 걱정될 정도였다. 괜찮냐고 물어보려다가, 나한테 대답한다고 신경쓰느라 도리어 숨넘어가 버릴까봐 그만두었다. "저기가 어딘지 알겠어요?" 유리카가 입을 열어 물은 것은 왈라키에게였다. 그는 아주 당연하다는 듯 자신있게 대답했다. "그럼! 이래뵈도 스조렌에서 산지기로만 잔뼈가 굵은 몸이야. 아버지도 할아버지도 다 산지기였다고. 여기 길을 못 찾으면 침대에 드러누워서 죽을 날이나 세어야지." "잘됐어요. 이따가 기억해 두셨다가 길 설명 잘 해주셔야 해요?" 유리카는 여유있게 생긋 웃어보이고는 갑자기 영상을 훌쩍 바꾸었다. 우리는 모두 놀라 입을 딱 벌렸다. 아니, 유리카가 바꾼 게 아닌지도 모르지만, 하여간…… 아냐, 자기가 안 바꿨으면 누가 바꿨겠어? "여기는 어딘지 아시겠어요?" …… 확실히 바꾼 게 맞군. "저기는……." 아까랑 별로 다를 것도 없어보이는 골짜기다. 그러나 그, 마법 시선… 이 조금씩 움직여서 옆을 비추자, 넙적한 나뭇잎들이 우거져 있고 가느다란 물줄기가 작은 폭포를 이루며 흘러떨어지는 것이 보였다. "고룬 골짜기군!" 정말 왈라키는 이 일대 지리에 도사임에 틀림없었다. 이런 사람이하나 있으면 골동품 지도같은 것은 필요조차도 없다. "그게 어디죠?" 유리카는 별로 힘들이지도 않고 그 '마법 시선'이란 것을 유지하면서 물었다. "고룬 골짜기는 조하일-리테에 있는데, 벌집같은 동굴들이 잔뜩 모여 있는 곳이라 아주 잘 알고 있지. 조하일-리테는 휴화산이거든. 근처에 용암 때문에 생긴 동굴들이 많이 있어." 고룬 골짜기라는 곳은 작은 폭포 외에도 인동덩굴이 길게 늘어져있고 조약돌들이 많이 깔려 있는 것이 퍽 아름다운 곳이다. 도저히화산에 있는 골짜기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그런데 여길 도대체 왜비춘 거야? "좋아요, 좀더 가 볼까." 유리카는 혼잣말을 하더니 마법 시선을 그 동굴들 가까이로 가져갔다. 즉, 갑자기 우리 눈앞에는 수많은 작은 동굴 입구들이 비쳤다. 조그마한 동물들이 가끔 드나들 뿐, 특별한 점은 찾을 수가 없었다. "저길 봐." 나르디가 오랜만에 입을 열더니 한 곳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헤에?" 일단 감탄부터 한 다음, 곧장 말을 이었다. "사람이네?" +=+=+=+=+=+=+=+=+=+=+=+=+=+=+=+=+=+=+=+=+=+=+=+=+=+=+=+=+=+=+=7월의 첫날이네요. 그리고 한 해의 새로운 반이 시작되는군요. 그런데.. 이상하게 능률은 별로 오르지 않는 날이더군요. ^^;고개 돌려 보는 창밖은 언제나와 다름없는 풍경, 가로등 불빛 한개 그리고 파랗게 빛나는 슈퍼마켓 간판. 왜 저렇게 크게 만들었는지... 저녁잠을 잠깐 자고 깼더니, 좀 몽롱합니다...^^;저도 투표를 해보는 게 어떠냐는 이야기를 하신 분이 있으신데, 한번 슬쩍... 끼어서 한 표 행사해 볼까요? ^^6월 통계 1위라.. 모두 여러분 덕택입니다. ^^Luthien La Noir. 출력이 끝났습니다. [Enter]를 누르십시오. ━━━━━━━━━━━━━━━━━━━━━━━━━━━━━━━━━━━제 목 :◁세월의돌▷ 5-2.두번째 보석…(10)게 시 자 :azit(김이철) 게시번호 :809게 시 일 :99/07/09 07:42:59 수 정 일 :크 기 :7.4K 조회횟수 :91 『게시판-SF & FANTASY (go SF)』 37216번제 목:◁세월의돌▷ 5-2. 두번째 보석, 두…(10)올린이:모래의책(전민희 ) 99/07/02 22:54 읽음:1401 관련자료 없음----------------------------------------------------------------------------- +=+=+=+=+=+=+=+=+=+=+=+=+=+=+=+=세월의 돌(Stone of Days)=+=+=+=+=+=+=+=+=+=+=+=+=+=+=+=+ 5장. 제4월 '타로핀(Tarophin)'2. 두 번째 보석, 두 번째 숙명 (10) 자세히 보니, 동굴 주변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움직이고 있었다. 모두 흙빛깔 누런 옷들을 입고 있어서 금방 보이지 않았을 뿐, 조금 더 살펴보니 동굴 주변이 온통 사람투성이였다. 이십여 명 이상이개미처럼 주변을 오가고 있었다. "저 사람들은……." 나르디가 말끝을 흐리는 뒤에 나올 말을 나는 이미 알고 있었다. 나는 마음속으로 나 자신에게 물었고, 그리고 긍정적인 대답을 얻었다. 그리고 곧 외부로부터의 확인도 들어왔다. "붉은 보석단!" 드나르노의 외침이었다. 우리들은 산지기들의 집에 하룻밤을 더 머물렀다. 그리고 다음날아침에 곧장 길을 떠났다. 융스크-리테로 가는 길은 왈라키가 아주 친절하게 잘 알려 주었다. 피해야만 할 것들! 즉, 자갈밭길, 빽빽한 숲, 험한 능선 등에 대해서도 아주 잘 일러주었다. 물론 그것들을 모조리 잘 피한대도 궁극적인재앙인 험준한 융스크-리테 자체를 피할 길은 없었지만 말이다. "태양이 그대의 머리 위에 빛나는 한, 달빛이 밤길을 잊지 않고 거니는 한, 별빛이…… 그대의 여행은 행복하고 그 앞에는 평안만이 기다리고……." 드나르노는 나르디 외에는 별로 귀도 기울이고 있지 않은, 장황하고도 앞뒤가 안 맞는 인사말을 꽤 오랫동안 늘어놓았다. 그는 나름대로 이것이 예의라고 생각하는 듯했으나, 우리가 듣기에는 단지 지루하고 횡설수설하는 것처럼 보일 뿐이었다. 해와 달과 별이 각각 한세 번씩은 고루 등장하고 나니(이 점에 있어서 그는 대단한 평등주의자였다) 인사말을 가지고 소설을 써도 좋을 지경이 되었다. 물론 나르디도 그에 못지 않았다. "숲새로 여명이 빛날 때면 맑은 의식을, 잎새가 그림자를 떨굴 때면 휴식의 축복을, 밤새가 깃을 접고 날아들 때면 달콤한 꿈의 방문을. 바위와 나무줄기와 선량한 짐승들의 보호자에게 날마다의 보람이찾아들기를." 아…… 어렵다(그렇지만 드나르노보다는 훨씬 틀 잡힌, 진짜 고대인들이나 할 만한 인사였다). 이후에도 몇 마디…… 가 아니고 몇 소절이나 몇 장은 될 인사가묵직하게(정말 묵직했다!) 오고간 다음 우리는 산지기들의 집을 떠날수 있었다. "안녕히 계세요-! 어제처럼 좋은 내일이!" 내가 할 수 있는 인사는 이게 다다('어제처럼' 이라는 말을 오랜만에 떠올리는 것도 몹시 힘들었다). 그러나 '어제'라는 말에 바로 끔찍했던 어제를 떠올린 모양인지 나우케 산지기의 표정은 그다지 좋지가 않다. 그는 유리카와 함께 그'마법 시선'을 불러내고 유지하느라 죽을 고생을 했던 것이다. 일이다 끝난 다음에 완전히 늘어져 버린 그는 다음날 아침까지 일어날 생각조차도 하지 않았다. 어쨌든 우리는 이제 몸을 돌려 산 속으로 다시 떠났다. 다시 덥고도 더운 날씨, 채 점심때가 되기도 전에 나는 기운이 반은 빠져나간 기분이었다. 반대로 유리카는 확실히 기운이 넘쳐 있었다. "이제 갈 곳이 정확하니까 힘이 나지 않니?" "언제나 정확했었어…… 융스크-리테였잖아." "얘는. 융스크-리테가 무슨 동네 잡화점 이름인줄 알아? 그 앞에가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이 산이고 저 산인지 구별하기도 힘들텐데." "그래서, 어제의 그 이상한 뭔가의 결과로 이젠 갈 곳이 정말 확실해진 거야?" "그럼. 붉은 보석단을 찾고, 네 검의 고향을 찾아가야지." 나는 이미 류지아에 대한 이야기를 유리카한테 설명한 뒤였다. "어딜 먼저 가지?" "글쎄, 검이 훌륭해지면 산적들을 잡는데 더 도움이 될까, 아니면보석을 찾으면 검과 교감하는 데 더 도움이 될까?" 그 한 마디로 유리카는 내 선택을 한층 골치 아프게 해버린 다음,자기는 아무 상관도 없다는 듯이 씩씩하게 숲길을 걸어갔다. 나는 길을 걸으면서 괜히 투덜댔다. "벵시아 나우케라는 양반, 그 사람 말 믿어도 되는 거야? 왠지 돌팔이 같은 생각이 들어서…… 그 양반 조카들도 보면 말야……." "아냐, 그는 대단한 사람이었어." 유리카의 목소리는 굉장히 단정적이었다. "그 사람의 예언력이 아니었으면 이 정도는 정말 불가능했어. 정말놀랄 만한 사람이더라. 옛날에도 그 정도 예언력을 가진 사람은 정말흔치 않았는데." "옛날이라니?" "그러니까, 옛날, 옛날…… 이라고." 나는 다시 질문을 좀 하고싶은 기분이 되었다. 다시 말해, 짓궂은기분이 들었다. '전설' 이나 '옛날'이라는 말을 마치 자기 친구나 되는 양 해버리는 유리카한테 말이다. "그러니까 좀 자세히 설명해봐. 네가 어제 마디크 나우케한테 한이야기들은 다 뭐였니? 에제키엘이 나오고, 세월의 매듭이 어쩌고 하는 이야기는 다 뭐야?" 그런데 이번에 유리카의 대답은 평상시와는 좀 궤를 달리했다. "이제 곧 알게 돼. 이번에는 정말로 '이제 곧' 이야. 산적을 찾아서 붉은 보석만 갖게 되면 이제 다 설명해줄게. 하나도 남김 없이,깨끗이." "어어……." 나는 당황해서 잠시 입을 벌렸다. 기뻐해야 하는 일 맞지? 내가 기뻐할 것인가 어쩔 것인가를 미처 제대로 결정하기도 전에나르디가 외쳤다. "정말! 저기 왈라키가 말한 나무가 보이는데!" 큼직한 주목, 둘레만 해도 사람 다섯이 달라붙어 둘러싸야 간신히닿을 만한 커다란 고사목이다. "우리가 길을 제대로 찾고 있긴 한가봐." 주목이라는 나무는 웬만해서는 잘 죽지도 않고 그걸로 뭘 만들어도썩는 일도 잘 없다. 나무 줄기 중간쯤이 죽어서 구멍이 뻥 뚫려도 다른 부분은 계속해서 새 싹이 돋아난다. 오죽하면 '살아 천년, 죽어천년' 이라는 말이 나왔겠어? 어쨌든 저 죽은 주목은 왈라키가 말해준 첫 번째 표지였다. 다시 걷기 시작하면서 나는 다그치듯 다시 물었다. "유리카, 방금 전 한 말, 믿어도 되는 거지?" "물론이야." 정말이지 대답이 시원하게도 나오네. 나는 기분이 좋아진 나머지 나르디도 덩달아 괴롭혀보고 싶어졌다. "야, 너는 뭐 할 이야기 없냐? 너는 신상정보 언제 밝히는 거냐?" "아, 저기 희한한 깃털의 새인걸?" …… 녀석은 딴전을 피웠다. 우리는 그날 하루 종일 걷고 야영을 한 다음, 다음날 꽤 순조롭게팔켄-리테를 돌아 조하일-리테…… 라기보다는 우리 멋대로 그거라고생각해 버린 어떤 산 아랫자락으로 들어섰다. 어쨌든 간 이 산은 조하일-리테가 아니면 페르보하스-리테이든지, 그것도 아니면 발보아스-리테일거야. 그 중에 하나겠지. 다른 산일지 몰라도 더 이상의 이름은 기억이 안 나니까 어쩔 수 없잖아, 쩝. 에라, 셋 중에 하나일거야. 틀림없을 거야. 정말 틀림없었다. "어라, 저걸 봐." "뭐냐, 저건." "산지기들의 유머일거야." "그래. 친절보다는 유머에 가까워 보이는군." +=+=+=+=+=+=+=+=+=+=+=+=+=+=+=+=+=+=+=+=+=+=+=+=+=+=+=+=+=+=+=씨랜드 참사로 죽은 아이들에 대해 자세한 이야기가 난 신문기사를읽으면서 눈물이 글썽하게 울었어요. 잠긴 문안에서 '선생님, 살려주세요'하는 소리가 들렸다는 이야기를 읽으면서 예전에 가르치던 아이들 생각이 많이 났습니다. 전에 꽤 오랫동안 학원 선생님, 또는 방문교사로 아이들을 가르친 일이 있었거든요. 초등학생, 중학생, 고등학생.... 유치원생을 가르친 일은 없었지만, 사당역 근처에서 방문지도하면서 유난히 예뻐했던 초등학교 2학년 4학년 형제랑, 구리에서 가르치던 2학년짜리 꼬마가 떠오르네요. 어제는 창밖에서 한 꼬마가 '아빠가 출근할 때 뽀뽀뽀-'를 부르는소리가 들렸어요. 어머니께서 말씀하시길, 애들 잃은 부모들이 저런소리 들으면 아마 미쳐버릴 거라고 그러네요. 세상엔 왜 이렇게 슬픈 일이 많아야 하는지. .... 주목은 살아 천년, 죽어 천년, 이라는 말은 어머니께서 얘기해 주신 거랍니다. Luthien, La Noir. 출력이 끝났습니다. [Enter]를 누르십시오. ━━━━━━━━━━━━━━━━━━━━━━━━━━━━━━━━━━━제 목 :◁세월의돌▷ 5-2.두번째 보석…(11)게 시 자 :azit(김이철) 게시번호 :810게 시 일 :99/07/09 07:43:20 수 정 일 :크 기 :9.4K 조회횟수 :91 『게시판-SF & FANTASY (go SF)』 37323번제 목:◁세월의돌▷ 5-2. 두번째 보석, 두…(11)올린이:모래의책(전민희 ) 99/07/03 23:07 읽음:1317 관련자료 없음----------------------------------------------------------------------------- +=+=+=+=+=+=+=+=+=+=+=+=+=+=+=+=세월의 돌(Stone of Days)=+=+=+=+=+=+=+=+=+=+=+=+=+=+=+=+ 5장. 제4월 '타로핀(Tarophin)'2. 두 번째 보석, 두 번째 숙명 (11) 우리 앞에 서 있는 큼직한 바위 꼭대기쯤에 '조하일-리테'라고 나무에 새긴 팻말이 붙어 있었다. "그, 그래…… 산지기라는 사람들은 정말 친절한 족속이었어." "그런데 왜 왈라키는 저 팻말에 대한 이야기는 안 해줬담?" 유리카가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말했다. 그런 중에 나르디는 유난히 저 팻말의 존재 자체에 감동한 모양이었다. 우리가 그만 길을 가려는 참에도 그는 혼자서 아직도 감탄한듯, 나무팻말을 계속 바라보았다. 그러면서 중얼거렸다. "정말, 좋은 생각이야. 훌륭한 나라야……." "너무 훌륭한 나머지 감동해서 못 움직이는 거라면, 빨리 만세 다섯 번만 부르고 쫓아와라. 우린 먼저 갈 테니까……." "아, 알았어. 가자." 왈라키가 말한 두 번째 표지는 그들이 작년에 지어 놓았다는 피서오두막이다. 이렇게 멀리까지 피서를 하러 오다니 정말이지 장하다. 물론 그 오두막은 작년 이래로 다시 손질하지 않았으니 몰골이 말이아닐 거라고 왈라키는 말했다. 그런데, 정말 피서지로 가까워지고 있기 때문인지 주위 공기가 조금씩 시원해지기 시작했다. 덩굴풀들이 장식용 벽걸이처럼 늘어져 있는 바위 절벽이 나타났다. 우리 일행 양쪽으로 병풍처럼 마주보고 서 있다. 강렬한 햇빛에 자잘한 석영들이 제각기 빛을 반사하는 흰 화강암 절벽이었다. 절벽 사잇길은 꽤 험했다. 발 아래를 조심해가며 걸었다. 문득문득올려다보는 절벽에 돋아난 식물들은 흰 드레스에 달린 녹색 장식리본처럼 보였다. 험하긴 하지만, 꽤 멋있는 산맥이었다(특히, 눈이 덮여있지 않다는점에서……). 사잇길을 빠져나오니 널찍한 초지가 불쑥 펼쳐졌다. 언덕처럼 둥그렇게 솟아 있는 위쪽으로 걸어 올랐다.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왔다. 고개를 드니 더 높은 곳에서 부는 바람에 구름들이 줄줄이 빠르게 밀려가는 것이 보인다. 맑고도, 또 드맑은 날씨. 그리고…… 금화처럼빛나는 태양(으음…). 우리는 언덕 꼭대기까지 오르자 주위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유리카가 한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기 보이는 나뭇조각 더미가 뭘까?" "음, 내 생각엔 땔감을 모아 놓은 걸로 보이는데?" "흐음, 아마 한때는 오두막이었을 지도 모른다고 생각되네만." 주아니가 빼꼼 얼굴을 내밀고 의견을 말했다. "들쥐들을 위한 안식처야." 마지막 의견이야말로 가장 현실에 가까운 견해였다. 우리가 언덕 한구석 바위 아래에 지어진 나무더미로 가까이 다가가자마자, 수십 마리는 될 법한 들쥐들이 후드득 튀어나와서는 사방으로 흩어져 가는 것이 보였다. 주아니가 말했다. "내 말이 맞지?" 나도 지지 않고 말해 주었다. "이제부터 여기다가 모닥불을 피우면 내 의견도 맞게 될 거야." "한때는 오두막이었음에 틀림없다고 나도 말했잖나? 이거야말로 정말 잘 맞는 의견 아닌가?" 나르디까지 거들려고 하는 참인데 유리카가 한 마디로 깨끗이 교통정리를 해버렸다. "무슨 소릴. 이건 왈라키가 말한 두 번째 표지야. 다른 거? 다 관심 없어." "……." 우리는 일단 그 한때는 피서 오두막이었을 것으로 보이는 나뭇더미옆에서 취향대로 아무렇게나 걸터앉았다. 앉아있기 좋은 곳이었다. 아마 더위를 피하기에도 좋은 곳이었음에 틀림없었다. 아래를 내려다보니 상당히 까마득하다. 내내 평지를 걸었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새 이만큼이나 올라와 있었다. 주아니는 좋은 날씨와 푸른 풀밭에도 불구하고 주머니에서 나오기를 두려워했다. 이유를 물어보니, 로아에들한테 들쥐는 무식하고 말도 안 통하는, 그야말로 끔찍스러운 적이기 때문이라나. 들쥐를 본이상 주아니는 아예 아래로 내려설 생각조차도 하지 않았다. 우리는 한동안 쉬면서 서로 말을 꺼내지 않았다. 나는 음악소리처럼 불어오는 바람에 귀를 기울였다. 뭐라고 속삭거리는 것도 같은, 풀과 나뭇잎을 스치는 바람 소리에 한참이나 귀를기울이고 있었다. 바람이 길게 자란 풀을 한 번, 쓰다듬으며 물결을 만들고는 지나갔다. 바람? 세상 어디에서든 말을 거는 자. "뭔가, 정말로 모험을 하고 있다는 기분이 들어." 평소 같으면 내 감상적인 발언에 대해 무슨 소리든 해서 지분거렸을 테지만 이번엔 그 누구도 그 말에 대꾸하지 않았다. 어쩌면 다들비슷한 생각을 했을 수도 있다. 그저 그런 생각이 들었다. 고요한 주변. 평화롭다. 세상이 영원히 이대로 멈추어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파비안, 나우케 남매에 대해서 좀더 이야기해 봐." 유리카가 불쑥 물었다. 그리고 나의 이상한 기분도 곧 의식 너머로사라졌다. "응? 그 사람들?" 무엇부터 이야기해 줘야 하나. 정말이지 할 말 많은 사람들인데. 좀더 간단하게 설명하는 방법 없나? 나는 잠시 궁리한 끝에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엑슬란 나우케라는 사람은 의사고, 질문하는 걸 좋아해. 대답하는건 싫어하지. 류지아 나우케는 점쟁이 소녀고, 질문하는 걸 싫어해. 대답은 그럭저럭 해 주지." "환상의 남매잖아?" 한참이나 역시 입을 다물고 있었던 나르디가 거든다. 너도 직접 만나 봐. 정말 환상적인 사람들이긴 하지. "둘이서 맨날 싸우겠다." 주아니가 한 말이 좀더 맞는 말 같다. 그래서 따로 떨어져 사는 지도 몰라. "맞아. 둘이서 따로 사는 거 보면 맨날 싸웠음에 틀림없다. 어쨌든처음 만났을 때……." 나는 나우케 의사가 말한 '관상', 그리고 류지아의 신통력…… 이랄까, 하여튼 뭐 그런 것에 대한 짤막한 감상을 전했다. 자칭 '건국의 이스나에' 헤렐에 대한 이야기도 빠뜨리지 않았다. 유리카의 얼굴에 흥미 있어 하는 표정이 떠올랐다. "그의 이름이 헤렐? 자기가 이스나에-드라니아라스라고 했어? 그것도 건국의 이스나에라고?" "그…… 거야 자기가 그렇게 주장했으니 그렇다고 말할 밖에. 믿고말고는 듣는 사람 맘이고……." 그렇게 말하다 보니 문득 떠오르는 문제가 있었다. "아, 그 '헤렐'은 본명이 아냐. 그냥 우리끼리 부르기로 한 이름일뿐이거든." "그럼 본명은 뭔데?" 나르디가 물었다. "그, 그게……. 발음하기가 좀 힘들어서…… 아니, 알아듣기가 좀힘들어서…… 그러니까……." "아, 알았다." 내가 헤매고 있는데 유리카가 갑자기 끼여들었다. "'******' 같은 이름이었구나?" 어, 어, 어라……? 나는 입을 딱 벌렸다. 오해를 피하기 위해 말해 두자면 절대 헤렐의 본명과 같게 들리는 이름은 아니었다. 그러나, 내가 절대 발음할수도, 알아들을 수도 없는 이름이라는 점에서는 똑같았다. 유리카도 저런 말을 할 줄 안단 말야? "다, 다시 한 번만 말해 볼래?" "******." "그, 그래……." 이번에는 굳이 흉내내 보자면 그크라크드…… 뭐 그런 발음이었는데, 그래서…… 으아아, 왜 저딴 말이 세상에 있는 거지!! 내가 혼자서 갑자기 분개하기 시작하는 동안 나르디가 신기해하며되묻는 소리가 들렸다. "신기하네? 도대체 무슨 말인가?" "고대 이스나미르 어." 저, 저게 우리 나라 말이라고? 내가 속으로 '거짓말 마- 그럴 리가 없어어!' 하고 외치고 있는 동안 또다시 나르디가 물었다. "오, 그런가? 그렇지만 아룬드의 이름, 또는 계절의 진짜 이름 같은 것도 고대 이스나미르 어인데 우리는 충분히 알아들을 수가 있잖아? 그런데 왜 그 말들은 그렇게 알아들을 수가 없는 건가?" "그것들도 본래는 그런 발음이 아니야. 우리 입에 발음하기 쉽게세월이 흐르는 동안 저절로 고쳐져 버린 것뿐이지. 내가 다시 말해볼까? 고(古) 이스나미르 어로 프랑드는 본래 ***, 세르네즈는*****, 모나드는 **, 니스로엘드는 ******* 라고 불러야 맞는 거야." …… 저 말들을 내가 혀가 꼬이는 위험을 감수하면서 대강이라도옮겨 보자면 이렇다. 프르드아?, 제헤네레… 뭐 어쩌고? 몬에…(이건비교적 정확하게 들렸다), 이니조…블라… 으으, 하여간 그런 것들이다. 한 마디로 도저히 참을 수 없는 발음들이었다. 이상한 콧소리와목구멍소리들이 뒤죽박죽 얽혀서 도저히 언어의 형상이 아닌 상태다. 저런 말을 하루만 쓴다고 해도 평생 말을 하기가 싫어질 거야. 나는 혼자서 그 발음을 연습해보다가 괜히 약이 올라서 물었다. "그런데, 유리카 너는 어째서 그 말들을 알고 있는 거야?" "야, 파비안, 넌 너네 가게에 있는 물건 가격을 어떻게 아냐고 누가 묻는다면 뭐라고 대답하겠어?" "그거야……." "똑같애. 무녀들이 먹고 노는 직업은 아니란 말이야. 류지아라는아가씨도 그 말을 알고 있었댔잖아. 그런데 소위, 고위 아스테리온이라는 내가 그 말을 모른다니 말이 되겠어?" 말이 되는걸……. 그, 그렇지만 저런 말을 알아야 한단 건 아무래도 고문이야! 나는 말했다. "그 무녀라는 직업, 혹시 자기가 하고 싶어서 택하는 사람도 있냐?" "하고 싶다고 능력이 생기는 것도 아니고, 하기 싫어도 능력이 있는 경우도 있지. 드물게는 스스로 닦아서 능력을 만들어내는 경우도있지만…… 어쨌든 하고 싶지 않은 사람이 하기란 힘든 일이지. 그래서 원하지 않는 사람이 무녀가 되는 경우는 드문 셈이야." "그렇다면 너는 어떤 경우인가?" 나르디가 물었다. "나는, 능력도 있었고, 별로 불만도 없었던 경우." "대, 대단하구나……." 유리카는 그런 것쯤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다가 다시 물었다. "그런데 그 아가씨가 이스나에를 불러내더란 말이지?" +=+=+=+=+=+=+=+=+=+=+=+=+=+=+=+=+=+=+=+=+=+=+=+=+=+=+=+=+=+=+=통계 1위 축하해 주신 분들, 모두 감사합니다. 아.. 그리고 인터넷 어딘가에서 세월의 돌을 발견하셨다는 분, 열심히 찾아보았는데 도저히 어딘지 모르겠더군요;;;오늘도 투표를 기다리고 있습니다-마음에 드는 질문에만 대답하시더라도 많이들 보내 주시길. ^^(역시, 캐릭터에 대한 질문에 대답해주신 분들이 가장 많더군요. 가장 일반적인 투표라서 그런가요? ^^;)Luthien, La Noir. 출력이 끝났습니다. [Enter]를 누르십시오. ━━━━━━━━━━━━━━━━━━━━━━━━━━━━━━━━━━━제 목 :◁세월의돌▷ 5-2.두번째 보석…(12)게 시 자 :azit(김이철) 게시번호 :811게 시 일 :99/07/09 07:43:40 수 정 일 :크 기 :7.0K 조회횟수 :94 『게시판-SF & FANTASY (go SF)』 37480번제 목:◁세월의돌▷ 5-2. 두번째 보석, 두…(12)올린이:모래의책(전민희 ) 99/07/04 22:42 읽음:1182 관련자료 없음----------------------------------------------------------------------------- +=+=+=+=+=+=+=+=+=+=+=+=+=+=+=+=세월의 돌(Stone of Days)=+=+=+=+=+=+=+=+=+=+=+=+=+=+=+=+ 5장. 제4월 '타로핀(Tarophin)'2. 두 번째 보석, 두 번째 숙명 (12) "무슨 쬐그만 보석 같은 것을 주더라고, 아참, 그보다 먼저 이상한불덩어리 같은 것을 먼저 불러냈는데, 아니, 그 불덩어리가 나타나기전에 벌써 하얀 막이 쳐져 있었고 주문을……." 말하다 보니까 내가 거꾸로 거슬러가며 설명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들었다. 그러나 유리카는 그럭저럭 알아듣겠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래. 봉헌물을 줬구나. 그렇지만 그것만 갖곤 안 될텐데?" "무슨 술도 주던데?" "술이라면…… 환영주? 야아, 그 아가씨 생각보다 대단한걸? 노르스름한 빛깔 나는 오렌지색 물이었지? 과일향 같은 것이 향긋하게 나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그렇게 대단한 거였나? "환영주를 만들어 낼 수 있다니, 정말 대단하다. 그렇지만 그거 말고도 뭔가 더 주었어야 했을 것 같은데? 그 아가씨가 점쟁이랬지, 무녀라고는 안 했잖아? 생명을 다루지 않는 예언자가 이스나에를 불러내려면 뭔가 생명에 관계된 것이 필요했을 텐데?" 그제야 유리카가 뭘 말하는 것인지 나는 정확하게 알 수가 있었다. "마지막으로 갈 때, 머리카락, 머리채를 잘라 줬어." "아……." 유리카는 나와 마찬가지로 그게 대단한 희생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그녀의 손가락들이 문득 자기의 머리카락으로 가는 것을 나는볼 수 있었다. 약간은 머뭇거리는 듯, 그 손가락들은 은빛 가닥들 사이를 헤집었다. "……." 그녀의 얼굴은 뭔가 마음에 걸리는 일이라도 했다는 듯한 표정이다. 눈빛이 어두웠다. "왜 그래?" "내가 그녀의 힘을 빼앗았군." "뭐?" 유리카는 앉았던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산 아래쪽 자락, 저 먼 곳으로 눈을 돌렸다. 까마득하게 멀어 보이는 골짜기 사이로 조각진 초록색들, 거기에서 산에서 부는 바람이 올라오는 것이 느껴졌다. "그녀의 머리카락이 빨리 자랐으면 좋겠네……." 어…… 내가 하던 생각과 똑같네. 무슨 영문인지 몰랐지만, 나는 위로가 될까 싶어서 말했다. "엊그제 내 앞에 나타났었다고 그랬잖아? 그때 보니까 머리가 꽤나길어 있던걸." "그래……." 유리카는 더 말하지 않고는 그만 다시 가자는 듯 내려놓았던 배낭을 집어들었다. 이상하게도 나는 더 캐물을 수가 없었다. "부모가 누군지 궁금하다." "나도 궁금해. 그 사람들은 과연 질문을 좋아할까, 대답을 좋아할까?" "그, 그런걸 묻자는 게 아니잖아?" "물론. 내가 알고 싶은 건, 저렇게 대단한 삼촌을 가지고 있고, 또상당한 예지력을 지닌 아가씨의 부모라고." "앗, 나타났다." …… 물론, 그 부모가 갑자기 나타났다는 게 아니다. 나와 유리카가 농담을 주고받는 동안 나르디가 뭔가를 발견했다는 듯 손가락을들어 가리켰다. 그런데, 그게 마치 기다리던 것을 발견했다는 듯한투였다. "저길 봐. 세 번째 표지야." 햇빛이 점차 가시고 있는 붉은 바위더미 위로, 뚜렷한 윤곽을 가지고 떠올라 있는 것은 커다란 새의 뼈였다. "정말…… 저건 무슨 새지?" 거대한 뼈였다. 아직까지 그만한 새를 본 일이 나는 없었다. 마치 누군가 일부러 그렇게 세워 놓은 것처럼, 그게 아니면 살아있던 시절부터 그대로 저렇게 앉아 있었던 것처럼, 수십 년은 풍화되었을 새의 뼈는 그대로 살아있는 새의 모양을 그대로 지니고 있었다. 왈라키가 미리 말해주기는 했지만 그래도 실제로 보니 확실히 놀랄만했다. 섬뜩할 정도로 정교한 저것이 누군가 일부러 만들어 놓은 것이라면 정말 대단한 조각품일 테지. 저걸 장식용으로 누가 뜯어가지않은 것은 확실히 희한한 일인데. "기괴해 보여." "석양을 받아서 더 그런가?" 우리는 바위 아래를 조심스럽게 지나갔다. 함부로 뛰기라도 했다가는 뼛조각이 그대로 무너져 내릴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다. 저토록오랫동안 그대로 버텨온 것을 무너뜨렸다가는 뭔가 좋지 않은 일이일어날 것만 같다. 바윗더미 위의 새는 눈동자는 없었지만, 한때 눈이 있었을 움푹 패인 뼈의 틈으로 우리를 향해 시선을 주고 있었다. 그 시선이 계속 등뒤에 느껴지는 것 같아서 그 앞을 지나치는 내내신경이 쓰였다. "정말, 저거 무슨 샐까?" "독수리도 저렇게는 안 크다네. 내 여러 번 보았지만……." "어쨌든, 살아있는 새라면 별로 만나고 싶진 않군 그래." "파켈루그 아닐까?" 세 사람의 눈동자가 한꺼번에 내 저고리 주머니로 향했다. 주아니가 생각에 잠긴 얼굴로 다시 한 번 말했다. "파켈루그 같다고." "… 야……." 주아니는 잠시 동안 우리의 쏟아지는 질문 공세를 홀로 버텨낸 뒤에야 간신히 대답할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고대에 살았던 큰 새. 그 이상은 몰라. 족장 어머니한테서 들었다. 부리가 유난히 크고 번쩍이는 노란 눈알을 가진 새야. 깃털은 온통 파랗지. 진짜 파란색이래. 세상에 사는 동물들 가운데 정말로 파란색 털을 가진 동물은 파켈루그 밖에 없다고 했어." "……." 덕택에 우리는 로아에 족은 족장 체제이며 그것도 여족장 체제라는사실도 덩달아 알게 되었다. 그 족장을 '어머니' 라고 부른다는 사실도. 이 이야기를 하더니 주아니는 몸을 약간 떨었다. "내가 이렇게 몰래 도망 나와 돌아다니는 거, 족장 어머니는 절대용서하지 않으실 거야." 음…… 족장 어머니도 로아에일 테지? 그러면 외모 역시……. "응, 그래. 그만 가자." …… 로아에를 놓고 두려움 어쩌고 논하기에는 지나치게 몸집이 큰우리들이었다. 이렇게 우리는 이틀에 걸쳐 왈라키가 말해 준 세 가지 표지를 다찾으면서 길을 제대로 왔고, 밤이 된 지금 고룬 골짜기의 바로 입구에 와 있다. 번개라도 맞은 것처럼 반으로 쪼개져 있는 바위 몇 개를지나쳐 걸으니 바로 아래쪽에 산지기 집에서 '마법 시선'으로 보았던그 계곡이 펼쳐진 것이 보였다. 밤인데 어떻게 보였냐고? 횃불이 수십 개였다! 우리는 갑자기 들키지 않도록 몸을 잘 숨길 필요가 생겼다. 계곡이이렇게 밝을 줄은 상상도 못했던 나는 몹시 당황했다. 골짜기 입구의 지형은, 지금이 낮이었다면 이 자리에 나타나는 사람이 바로 저편 둔덕에서 정면으로 보이게끔 되어 있었다. "기가 막힌 입구로군." 나르디조차도 긴장한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말했다. "야, 나르디 넌 계속 태평하게 있어. 너까지 긴장하니까 갑자기 두배로 긴장되잖아." "…… 그거, 긴장 풀려고 하는 말 맞지?" 우리는 조그맣게 속삭이면서 덤불풀 사이로 몸을 낮춰 숨었다. 그런 다음 계획을 짤 필요가 생겼다. "힘으로 제압하자면서?" 나르디의 질문이다. "응, 물론이야." 유리카의 의외의 대답이다. "그런데 지금 이러고 있는 거야?" 내가 물었다. "야, 힘으로 제압할래도 준비를 해야지, 준비를." 유리카는 과연 뭔가 계획을 갖고 저런 소리를 하는 걸까? +=+=+=+=+=+=+=+=+=+=+=+=+=+=+=+=+=+=+=+=+=+=+=+=+=+=+=+=+=+=+=주말 잘 보내셨나요? beom727님, 오랜만의 추천 감사합니다. ^^저는 오늘 별로 컨디션이 좋지는 않습니다만, 그래도 오늘 쓸 몫은써놓고 자야겠죠. ^^Luthien, La Noir. P.S. 아, 투표는 여전히 받고 있습니다...^^; 출력이 끝났습니다. [Enter]를 누르십시오. ━━━━━━━━━━━━━━━━━━━━━━━━━━━━━━━━━━━제 목 :◁세월의돌▷ 5-2.두번째 보석…(13게 시 자 :azit(김이철) 게시번호 :812게 시 일 :99/07/10 05:38:26 수 정 일 :크 기 :7.1K 조회횟수 :97 『게시판-SF & FANTASY (go SF)』 37598번제 목:◁세월의돌▷ 5-2. 두번째 보석, 두…(13)올린이:모래의책(전민희 ) 99/07/05 22:41 읽음:1143 관련자료 없음----------------------------------------------------------------------------- +=+=+=+=+=+=+=+=+=+=+=+=+=+=+=+=세월의 돌(Stone of Days)=+=+=+=+=+=+=+=+=+=+=+=+=+=+=+=+ 5장. 제4월 '타로핀(Tarophin)'2. 두 번째 보석, 두 번째 숙명 (13) "자, 나르디 네가 20명, 파비안 네가 20명만 처치해. 그러면 나머지는 내가……." "자자, 농담은 그만하고 계획을 짜자구." 유리카는 피식 웃은 다음, 갑자기 굉장히 진지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러나 모두 덤불 속에서 웅크리고 있는 상황에…… 그런 표정은도대체 어울리지가 않았다. "우리가 저기 당장 쳐들어가서 일인당 20명씩 처치해 버리는 게 가능할까?" 나는 단호하게 힘주어 대답했다. "불가능하지." "그럼, 저 경계를 모두 뚫고 아무하고도 소란을 일으키지 않은 채,은밀하게 숨어들어서 그 중 대장이란 자를 인질로 잡는 게 가능할까?" "안 될 것 같네." 나르디의 대답도 꽤나 단호했다. 녀석아, 따라하지 말란 말이다. "그도 아니면, "……." 나는 생각했다. 왜 자꾸 말도 안 되는 이야기만 꺼내는 거야? 말을 꺼내기 전에 유리카는 생긋 웃었는데, 갑자기 나는 불안해졌다. 분명 말도 안 되는 계획일거야, 분명해. "실력으로 힘들 것 같을 때 쓰는 방법이 있지." …… 난 가끔 내 예상이 좀 안 맞았으면 좋겠어. 내 예상은 반쯤은 틀렸는데, 이번엔 틀린 부분 쪽이 훨씬 끔찍했다. 글쎄 유리카가 한 말이 뭐였는지 아는가? 속임수를 쓰잔다, 속임수를. 좋은 생각 같다고? 그런데 내가 대단한 양심가여서 속임수를쓰면 안 된다고 주장했느냐고? 천만의, 천만의 말씀! 문제는 전혀 다른 데 있다. "무슨 속임수?" "그건, 네가 생각해 보라구." "……." 으아아아……. 지금까지 저 황당스런 자신감을 믿고 따라온 내가 바보지. 그래서 우리는 '속임수' 라는 황당한 화두 하나만 던져진 와중에새로운 대책을 이제 와서 순식간에 만들어내야 하는 곤란한 지경에처했다. 우리가 머리를 싸쥐고 있는데 주아니가 한심하다는 듯 한 마디 던졌다. "아예 '그건 저주받은 보석이니 조용히 내놓으시죠' 하는 건 어때?" 아이고, 발저려. 배낭도 다른 짐도 모조리 짊어지고 들고 한 채 덤불 뒤에 쪼그리고있자니, 발이 엄청나게 저려와서 나는 주아니가 한 말이 뭐든 거기에그냥 따르고 싶어졌다는 말을 미리 해야겠다. 그래서 나는 대꾸했다. "그거 좋군. 그 다음엔 어떻게 하지?" 지금의 내 반응은…… 저번날 여관에서 유리카가 내 '힘으로 뺏지뭘' 에 대답한 상황과 거의 맞먹었다. 즉, 아무 생각 없는 동의라는점에서……. "다른 걸로 새로 하나 안겨 주지 뭐. '이 푸른 보석을 갖고, 이제부터 푸른 보석단이라고 부르시죠' 이러는 건 어때?" "야, 엔젠은 안돼." 유리카가 갑자기 끼여들자 주아니가 한심하다는 듯이 내뱉었다. "누가 정말 엔젠을 주쟸어? 말하자면 그냥 그렇다는 거라고." 그런데 이 실없는 농담 가운데에서 내 머리가 갑자기 빠르게 돌기시작했다는 것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나는 말했다. "야, 야, 갑자기 엄청나게 좋은 일련의 생각들이 지금 마구 떠오르려고 한다." "그렇지?" 어라? 저 대답은 나르디였다. "너, 너무해……!!" "다 서로 좋자는 일 아냐. 나도 내가 할 수 있으면 대신 하고 싶다고." "그래그래 주아니, 우리 중에서 제일 훌륭하잖아, 안 그래?" "너의 능력으로만 할 수 있는 일이네. 다른 누구도 불가능한, 바로자네만의 임무야. 사명감이 생기지 않는가?" …… 야, 나르디 네 말 듣다간 있던 사명감도 도로 거두고 싶겠다. 주아니는 반쯤 죽을상을 하고선 나뭇잎들에 뒤덮인 자기 꼴을 우스꽝스럽게 살피고 있었다. 그리고 우리 세 교활한(?) 인간들은 주아니를 지그시 은은한 눈길로 바라보면서 상황을 몰아갔다. "알았지? "응, 응? 부탁해." "……." 주아니는 끝끝내 대답을 제대로 하진 않았다. 그러나 내 손바닥 위에서 내려놓아진 주아니는 더 대꾸하지 않고서 휘적휘적(주아니의 팔다리에 이 표현이 맞는가……?) 숲 속으로 사라져 갔다. 주아니의 불편한 다리가 좀 마음에 걸리는걸. "너무했나?" "별 수 없었잖아?" "아마…… 별로 위험하진 않을 거야, 아마, 아마." 그리고 우리는 기다림에 돌입했다. 일단, 정보를 캐와야 했다. 저녁별이 지고 사위가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캄캄해진 다음, 저 아래 산적들의 야영터에선 여기저기 횃불과 모닥불들이 휘황하게 타올랐다. 그리고…… 어디선가그럴 듯한 고기 굽는 냄새도 함께 올라왔다. 나르디가 조그맣게 중얼댔다. "죽겠군……." 나는 다른 생각에 잠겨 있었다. 몸집 작은 주아니한테 나뭇잎까지덮어씌워 보냈는데, 설마 들키진 않겠지? 그런데 정말 들키거나 하면어쩐다? 그 꼬마를 어떻게 해 버릴지 아무도 알 수 없는 노릇 아냐. 아픈 다리에 잽싸게 도망칠 능력도 없을 텐데. 으아…… 걱정되어서 수명이 줄어들 것 같으니 빨랑 좀 돌아와라. 우리가 주아니한테 주문한 정보는 사실 그렇게 대단한 것은 아니다. 산적단의 규모를 알아 오라거나, 대장의 약점을 알아내라거나,심지어 보석이 있는 곳을 알아내라거나, 이런 따위의 것이 절대 아니다. 내가 주아니한테 부탁한 것은 단 한 가지였다. "대장이 있는 곳을 찾아내어서 근처에 있다가, 하는 얘기 아무거나듣고 전해주기만 해. 무슨 이야기든 간에. 내일 아랫마을을 습격할거다, 이런 중대하고 심각스런 거 아니라도 돼. 그냥 오늘 소화가 안되는 거 보니 변비에 걸리는 거 아닐까, 이런 정도의 ……." "아, 알았다고!" 쳇, 변비가 뭐 어때서…… 가 아니고, 하여간 주아니는 무슨 말인지 그럭저럭 이해한 듯했다. 주아니가 가지고 있는 기가 막힌 청각을생각하면 그렇게 말도 안 되는 주문은 아니라고 생각한 건데. 신상 정보. 내가 알고 싶은 건 그거다. "배고프지?" 아까 너무 창졸간에 산적들의 요람(?)을 발견한 덕택에 우리 모두는 얼떨결에 저녁을 굶은 상태다. 음식 냄새라도 안 나면 좋으련만,산적들은 저녁밥을 밤을 새워 먹을 참인지, 내내 뭔가 굽고 지지는냄새가 가시질 않았다. 냄새에 집중하고 있자니 싸우고 어쩌고 하는 마음은 사라지고 떠오르는 거라곤 저녁 먹고 푹 잤으면…… 하는 생각밖에 없었다. 흐음…… 어쩌면 저들은 근처에 다가오는 적들을 저런 식으로 제압하는 걸지도 몰라. 그리고 우리가 냄새에 취해 반쯤 죽어갈 무렵, 주아니가 돌아왔다. "어때? 어땠니?" "……." 주아니는 한참 동안 대답이 없었는데, 우리가 무슨 일이라도 생겼나 싶어 걱정이 되기 시작할 무렵에야 간신히 입을 열었다. 그리고입을 열지 못했던 이유도 동시에 밝혀졌다. "그러니까……(우물우물) 쩝! 대장이란 사람을(꿀꺽) 보긴 했어." 배,…… 배신이다. 혼자서 뭔가 먹고 있다는 데 대해 순간적으로 분개할 뻔했지만,억지로 적진(?)에 보낸 입장이라 뭐라고 하지도 못하고, 나는 다시물었다. 게다가 뭘 먹었든 간에 주아니가 우리한테 만족할만한 양을가져다 줄 수 있는 입장도 아니고. "그래, 무슨 이야길 들었는데?" "그게……." +=+=+=+=+=+=+=+=+=+=+=+=+=+=+=+=+=+=+=+=+=+=+=+=+=+=+=+=+=+=+=어제 오늘, 추천해주신 분들 모두 고맙습니다- ^^투표, 이제 마감일(7월 10일)이 많이 남지 않았습니다! 독자 모니터링 투표 내용에 대해서는 이 게시판의 36305번 게시물을 참조하시면 됩니다. 그럼 많은 투표 보내 주시길. ^^Luthien, La Noir. 출력이 끝났습니다. [Enter]를 누르십시오. ━━━━━━━━━━━━━━━━━━━━━━━━━━━━━━━━━━━제 목 :◁세월의돌▷ 5-2.두번째 보석…(14게 시 자 :azit(김이철) 게시번호 :813게 시 일 :99/07/10 05:38:48 수 정 일 :크 기 :7.1K 조회횟수 :96 『게시판-SF & FANTASY (go SF)』 37733번제 목:◁세월의돌▷ 5-2. 두번째 보석, 두…(14)올린이:모래의책(전민희 ) 99/07/06 22:19 읽음:1085 관련자료 없음----------------------------------------------------------------------------- +=+=+=+=+=+=+=+=+=+=+=+=+=+=+=+=세월의 돌(Stone of Days)=+=+=+=+=+=+=+=+=+=+=+=+=+=+=+=+ 5장. 제4월 '타로핀(Tarophin)'2. 두 번째 보석, 두 번째 숙명 (14) 주아니는 간신히 입 안에 든 것을 전부 삼켰다. 재주도 좋지. 그와중에 먹을 건 또 어디서 구했을까. "정말 웃겼어, 대장이라는 사람." 주아니의 말에 우리는 모두 귀를 모으고 있었다. 음식 먹었다는 티를 팍팍 풍기는 주아니는 몹시 기분이 좋아 보였다. 그래, 참 기분좋겠다, 쩝. "내일, 이 근처 어딘가에 있다는 '리테말리'라는 마을을 약탈하러간대. 아침 일찍 출발할 건가봐. 그래서 오늘 부하들한테 음식을 마음껏 내주라고 했대." 어라? 나는 말했다. "그게 뭐가 웃겨?" "아, 웃긴 건 그게 아니고." 주아니는 뭘 잘 먹었는지 몰라도 하여간 횡설수설했다. "음음, 대장이라는 인간한테 은밀한 지병이 있다는데……." 오, 그래 그거야. 나는 황급히 다그쳐 물었다 "그래, 그게 뭔데?" "심각한 소화불량에 변비 라더라고." "……." 갑자기 우리들은 조용해졌다. 각기 머릿속으로 그 상황을 그려보고있느라 분주한 모양이었다. 그러나 솔직히 말해 우리들의 표정은 한결 같았다. 표현하자면 이렇다. "야, 그거 웬 뭐 씹은 표정이야?" "그러는 너는, 너도 사실은 그 병이었냐? "뭐야, 너희 둘 다. '알고 보면 나도 그 병!' 하는 얼굴이라는 점에서 우열을 가리기 힘든걸." 나와 나르디는 동시에 유리카를 돌아보며 뭔가 한 마디 하려고 했지만 다른 목소리가 빨랐다. "쓸데없는 얘기 그만두고 다음 얘기를 들어봐." 주아니가 어울리지 않는 엄숙한 표정으로 우리의 표정 논쟁을 불식시킨 다음, 말을 이었다. "산적 두목한테는 지금 쓰는 이름 말고 부모가 지어 준 본래 이름이 있는데, 그게 좀…… ." 주아니는 약간 웃음을 참는 듯 입을 다물었다가 말했다. "피피, 라지 뭐야." "……." 길게 침묵하지도 않았다. 우리는 아까의 기묘한 표정을 버리고 이번엔 소리 죽여 웃기 시작했다. "피피…… 푸큭큭……." "파핫, 완전 꼬맹이 이름이잖아-." 결국 우리 사이에서 산적 녀석은 완전히 웃기는 놈으로 찍히고 말았다. "마지막으로, 부하 몇 명이 오늘밤에 리테말리 마을 쪽으로 내려가는 길을 정찰하러 갈 거래. 위치는 어디쯤인지 잘 들어 뒀으니까 내가 찾을 수 있어. 파비안, 아까 말한 네 계획대로 저 녀석들한테 스스로 발각될 셈이라면 이게 적당한 기회 아닐까?" "오오, 그럼." 내 마음 알아주는 건 주아니밖에 없네. 즉, 다시 말해 유리카와 나르디는 별로 내 의견에 동감하지 않고있었단 뜻이다. "아무리 그래도 '산적' 이야. 그것도 이름이 알려질 정도의. 그렇게 호락호락 속아넘어가 줄까?" "잘못되면 그야말로 일이 커져." 둘이 한 마디씩 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나는 말했다. "그건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소리야." "왜?" "그럼, 보석을 어디서 찾을 테야? 아무 산골짜기나 뒤지면 여기서도 하나, 저기서도 하나씩 나오는 그런 보석은 아닐 테지? 하나밖에없는 거 아냐. 그리고 보물 사냥꾼들처럼 슬쩍 모조품을 구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지. 그것의 능력을 필요로 하는 건, 우리 자신들이란말야. 혹시 좋은 값에 팔아먹으려는 거였다면 모를까…… 하여간, 다시 말해……." "다시 말해?" "'우리에겐 대안이 없다' 이거야. 혹시 있다면 지금 당장 빨리 이야기해 봐. 잽싸게 의견수렴 해줄 테니." "……." "……." 나는 속으로 나르디나 유리카가 무슨 의견이든 말해 주기를 기다렸다. 나도 솔직히 내 계획을 그렇게 신뢰하고 있지는 못했기 때문에……. "네 말이 맞아. 계속 이러고 있을 수는 없는 거 아냐." …… 이, 이게 아닌데. 유리카가 그렇게 말하자 나르디도 별 다른 소리를 하지 않았다. 결국, 나는 별 수 없이 이렇게 말해야 했다. "자, 그럼 간다. 갈고 닦아온(과연 언제?) 연기력을 시험하러!" …… 내가 겁이 안 났느냐고? 절대, 그럴 리가 없지. 내 머릿속에지금 들어있는 계획이 얼마나 무모한 건데. 그러나 나까지 겁내면 우리가 가진 유일무이한 계획은 사라지고 처음부터 다시 생각해야 한다. 그걸 생각하니 솔직히 귀찮기 이를 데가없었다. 그러니까 대안이 없다면 끝까지 가는 거다. …… 그러니까 빨리 좀더 나은 대안 있으면 이야기하란 말야. 이렇게 나는 내내 우리 중 누군가가 제발 생각이 달라져 새로운 계획을 세우길 고대하면서, 주아니의 안내를 받아 골짜기 뒤쪽으로 아주- 천천히 돌아갔다. 그러나 나의 기대를 저버리고 아무도 새로운 의견을 말하는 사람이없었다. "다 왔다. 이 근처야." 주아니의 눈썰미를 믿을 것은 못되지만(과거 감방 사건 때 이미 경험한 바 있다) 일단 자신 있게 말하기에 일행을 멈추게 했다. "확실해?" "그럼." "네가 그렇다면 맞겠지, 뭐." 나는 속으로 주아니를 그다지 믿고 있지는 않았지만, 일단 유리카와 나르디가 가까이 오기를 기다려 내가 세운 자세한 세부 계획을 설명해 주었다. "…… 알겠지?" "알긴 알겠는데……." 나르디는 미심쩍다는 표정, 주아니는 아무래도 좋다는 표정(내 생각이지만 주아니는 저 아래 내려갔다 오면서 술도 한 잔쯤 꿀꺽 했음에 틀림없다), 그리고 유리카는……. "재밌겠네!" …… 이리하여 내 간절한 바램을 저버리고 모든 것이 결정되었다. 약간 객관적인 입장을 취해서 설명하자면 우리에게 일어난 일은 다음과 같았다. 일단 캄캄하고 어두운 밤이 있다. 하늘엔 달도 보이지 않는다. 사그러들어가는 모닥불들만 군데군데 깜빡인다. 관목 숲이 우거진 야트막한 골짜기가 있다. 그 근처로 작은 시냇물이 흐른다. 자그맣게 졸졸거린다. 불길할 정도로 고요한 골짜기. 거기에 검은 망토와 후드로 온몸을 완전히 가리고 얼굴도 전혀 보이지 않는 한 사람이 조용히 서 있다. 그 옆에는 갈색 가죽 망토를두르고 커다란 검을 멘 한 남자와, 낡은 여행자 복장의 또 한 사람이있다. 그들은 뭔가를 기다리는 듯 입을 열지 않았으며, 엄숙한 자세에는 미동조차도 없었다. 그리고, 시냇물 소리만 들려오던 숲 골짜기로 드디어 기다리던 발자국 소리들이 다가오는 것이 들린다. "왔다." 조그마한 한 마디. 그리고 서로 대꾸도 없었지만 검은 망토를 입은자의 옷 안자락에서 희미한 붉은 빛이 울렁이며 새어나오기 시작했다. 타닥, 바스락. "누, 누구냐!" +=+=+=+=+=+=+=+=+=+=+=+=+=+=+=+=+=+=+=+=+=+=+=+=+=+=+=+=+=+=+=밤이 되니 좀 시원하군요. 그래도 제 방은 더워요..;그래도 여러분이 보내주시는 투표를 보면 굉장히 즐거워집니다. 제생각과 같을 때, 제 생각과 다를 때, 또는 예상치도 못한 답변이었을때…… 참 재미있답니다. 여러분한테도 빨리 보여드리고 싶은데. ^^또, 투표 공지 이후에 연재되는 부분을 뽑아주시는 투표가 오면,어떤 분이 말씀하셨듯 과연 가중치를 둬야 하는가... 에 대한 고민도하면서요. 요즘 접속하는 낙이 이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하하..^^;그런데 역시, 나우에서 보내주시는 투표가 가장 많아요. 다른 곳은아주 극소수... 안 오는 곳도 많고요. 퍼가는 곳은 굉장히 많은데...(다시 세어보는 것은 파일을 뒤지지 않는 한 불가능이다..;)연재량을 빨리 늘리고 싶은데 요즘 시간이 잘 안 나네요. 망가진 CDROM도 바꾸러 가야 하는데 왜 이리 시간이 안 나는지.. Luthien, La Noir. 출력이 끝났습니다. [Enter]를 누르십시오. ━━━━━━━━━━━━━━━━━━━━━━━━━━━━━━━━━━━제 목 :◁세월의돌▷ 5-2.두번째 보석…(15게 시 자 :azit(김이철) 게시번호 :814게 시 일 :99/07/10 05:39:11 수 정 일 :크 기 :7.2K 조회횟수 :98 『게시판-SF & FANTASY (go SF)』 37881번제 목:◁세월의돌▷ 5-2. 두번째 보석, 두…(15)올린이:모래의책(전민희 ) 99/07/07 23:26 읽음:968 관련자료 없음----------------------------------------------------------------------------- +=+=+=+=+=+=+=+=+=+=+=+=+=+=+=+=세월의 돌(Stone of Days)=+=+=+=+=+=+=+=+=+=+=+=+=+=+=+=+ 5장. 제4월 '타로핀(Tarophin)'2. 두 번째 보석, 두 번째 숙명 (15) "왔는가." 오오, 음산한 목소리. "뭐냐, 너희들은! 여긴 '붉은 산적단'의 영토, 정체를 밝히지 않으면 목숨은 없다!" 산적 가운데 누군가가 꽤나 진부하긴 하지만, 하여간 적절한 대꾸를 생각해 냈다. 그 뒤로 줄줄이 따라오다가 멈춰 선 대여섯 명 가량의 산적들이 분분히 무기를 꺼내드는 소리가 들렸다. 드디어 연기력이 필요한 때였다. "어딜 감히! 신성한 아스테리온 무녀 가운데서도 가장 고귀한 분앞에서 무기를 꺼내드는 것은 아스테리온 종정 전체를 적대시하겠다는 의미이오?" 분연히 터져 나온 목소리에 산적들은 잠깐 의아해하는 듯했다(캄캄해서 잘 보이진 않았지만). 그러더니 몇 개인가의 횃불이 앞쪽으로운반되어 오고, 이윽고 우리 앞에 비춰졌다. 그리고 유리카……. "……." …… 유리카는 처음 첫 대사 이래로 주어진 대사가 별로 없었다. 대신 그녀는 망토자락을 약간 젖혔다. 얼굴은 여전히 가리고 있었지만 열려진 옷자락 안쪽, 그녀의 가슴께에서 붉은 구슬이 휘황한 불꽃을 뿜기 시작했다. 그녀의 얼굴은 물론이고 주위 2큐빗 이내가 모두 벌겋게 밝혀졌다. 횃불 따위와는 가히 비교도 되지 않았다. "뭐, 뭐야?" 어둠이 한몫하고 있었다. 산적들은 캄캄한 가운데 갑작스레 쏟아져 나온 신비한 붉은 광채에잠시 얼이 빠진 모양이었다. 덕택에 우리 일행의 초라한 꼴은 거의눈에 띄지 않았다. 어두운 밤을 핏빛으로 밝히는 괴괴한 불꽃. 어둠 속에 서 있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세 사람. 아참, 붉은 광채가 뭐였냐고? …… 물주머니를 갖다 댄 블로지스틴의 구슬밖에 더 있겠어. 구슬은 마치 화가 나기라도 한 듯 더욱 기세 좋게 타올랐고 이제는너울거리는 불꽃이 그녀의 옷을 태우기라도 할까 봐서 내가 걱정이될 지경이었다. 산적들이 더욱 놀란 것은 말할 것도 없었다. "저, 정체를 밝혀라!" 나르디가 필요한 것은 바로 이런 때였다. 그는 천천히 두어 걸음,앞으로 나섰다. "귀한 분 안전에서 무례한 언동은 삼가시오. 정체를 밝혀야 할 것은 오히려 부지불식간에 접근하여 귀한 분의 평정에 누를 끼친 그대들이 아닌가 싶소만. 허나, 성스러운 아스테리온 최고위 무녀, 죽음그 자체를 다스리는 고귀하신 분을 섬기는 비천한 몸으로서, 주인께서 내락을 주시기만 한다면 먼저 성명을 밝히는 수고를 무릅쓰고자하오. 속세의 아무리 비천한 자라 할지라도 만물을 섬기고자 몸을 던진 자로서는 당연히 범애의 정이 가하며, 응당한 예를 갖추어야 하리니." …… 무슨 말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산적들도 나와 의견이 같은 모양이었다. 불그레한 불빛 아래에서그들은 꿈이라도 꾸는 양 눈을 끔뻑이고 있었다. 이미 멋대로 말하라고 내가 일러 둔 터라(알아듣느냐 마느냐는 사실 이 시점에서 중요하지 않았다) 나르디는 개의치 않고 유리카 쪽을돌아보며 말을 이었다. "사망자들의 주인이시여, 저의 수고가 그들에게 값질는지요." 앞뒤가 꼬이게 말해야 뭔가 거창하게 들리긴 하는가 보다. 유리카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적당하게, 그러나 산적들에게도 보일 만큼만. 나르디는 알았다는 듯, 다시 돌아섰다. "이 몸은 아스테리온 종정에 귀의한 비천한 수행자, 그러나 이스나에의 따님을 모실 광영을 지니어 자손 대대로 그 이름 길이 전해질자, 엘 헬카인 마르도르네 자디오, 바움이라고 하는 자요." 나르디는 한 번 웃지도 않고 저런 대사를 아주 진지한 표정 그대로마쳤다. 미리 말해 두자면, 나르디의 대사는 전적으로 나르디가 알아서 만든 것이다. 나는 저런 말을 만들어낼 능력이 없다. 알아들을 능력조차도 없는데. 내 생각인데, 나르디도 지금 멋대로 말을 만들어내는중일 거다(사망자들의 주인이자 이스나에의 따님이라고? 그거 앞뒤가맞는 거냐?). "그리고 이쪽에 계신 분은 아스테리온 종정 대대로의 신검을 계승하시었고, 그 이름도 빛나는 고 이스나미르, 세르네즈의 전사, 흰 발의 거인, 인릴 유리아나키드의 핏줄을 이으신 엘 헬카인 마르도르네메디오, 파비움이라는 분이시오." 산적들의 눈이 내 등의 멋쟁이 검을 흘끗흘끗 쳐다보는 것이 느껴졌다. 그러나 거기 신경쓸 틈도 없이 나는 황급히 나르디가 즉석에서만들어 낸 나의 직함을 머릿속에 쑤셔 넣어야만 했다. 꼭 저렇게 복잡해야만 하냐? 엘 헬카인 마르 어쩌고저쩌고……. 하여간 얼떨결에 말 한 번 잘 만들어 내네. 다행히도 이름은 앞서 나의 수고를 고려했음인지 본래의 이름과 엇비슷하야 심히 외우기가 수월하고 간략한…… 어라, 내 말투가 왜 이러지? 산적들은 갑자기 충분히 잘 알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걸로 볼때, 녀석들은 갑자기 쏟아져 나온 복잡한 말들에 상당한 곤혹을 느끼고 있으며, 빨리 이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음에 분명했다. "그러니까…… 흠흠, 어쨌든 무슨 볼일이십니까?" 나르디의 말투가 주효하여 산적들의 말이 존대로 바뀌었다. 나르디가 존댓말 하는 분위기를 팍팍 잡은 보람이라면 바로 이거다. 산적들이 나르디처럼 말할 줄 모르기에 정말 다행이었다. 따라해도좋은 게 있고 아닌 게 있어. 멀쩡하고 선량한 여행자 머리 터진다. "저희 주인께서 말씀하시기를, 이 근처에 어둠의 세력에 속한 낯선기운이 있다고 하셨습니다." "어둠의…… 뭐요?" 나르디는 산적들이 반문할 기회를 주지 않았다. "그것을 찾고자 고귀한 분께서 몸소 이곳까지 거동하신 것입니다. 주인께서는 그 불길한 기운을 급히 찾아내어 누르지 아니하면 그것이미력한 인간들에게 어떤 악운을 닥치게 할 지 알 수 없다고 근심하셨습니다." 나르디가 여기까지 말했을 때, 유리카는 드디어 자기가 뭔가 해야할 때라고 느낀 모양이었다. 우리는 대강 각본을 짰을 뿐인데도 알아서 문제없이 자기 역할들을 해내고 있었다. 그녀는 입을 열었다. "오오!" 저…… 렇게 말을 시작하면 어떤 식으로 맺어야 한담. 유리카는 무슨 생각인지 몰라도 하여간 알아서 말을 이었다. "낙인이 있도다!" 나, 낙인?!! 아참, 내가 영문을 모르는 표정을 지으면 안 되지. 대신 산적들이 내가 짓고 싶은 표정을 그대로 적나라하게 지어 주었다. 음…… 위로가 되는군. "무슨 소리요?" "아아……." 유리카는 더 길게 말하지 않았다. 아까도 말했듯 유리카는 대사가적다. 나르디가 황급히 나섰다. "그대들은 어디에서 왔소!" 그의 목소리는 꽤나 급하고도 날카로웠다. 나한테까지 진지하게 들릴 정도로. "뭐, 뭐야?" "왜 저래?" 산적들은 불안한 듯 저마다 얼굴을 돌아보며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나르디는 한 발짝 더 앞으로 나서더니 목소리를 높였다. "촌각을 다투는 일이오! 이리도 화급한 일에 스스로를 돕지 아니하면 후일 어찌 자신의 목숨들을 귀히 여겼노라 하겠소!" 산적들이 저 말을 '급하다'라는 뜻으로 제대로 알아듣기만 한다면솔직히 성공이었다. "그대들이 방금 떠나온 곳으로 안내하시오! 어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오!" 무슨 일이 벌어질 지 모르긴 뭘 몰라. +=+=+=+=+=+=+=+=+=+=+=+=+=+=+=+=+=+=+=+=+=+=+=+=+=+=+=+=+=+=+=이제 투표 마감이 3일 남았네요.. 한 분이라도 더 보내주시면 기뻐요- ^^(요즘 상품 제작에 골머리를 앓는 중... 이거 꽤 어렵네요)그리고, 넷츠고에 세월의 돌이 있다는 거 정말이에요? 전 넷츠고에 퍼가도 좋다고 허락한 일이 없는데.... 넷츠고는 또 어떻게 들어가보나...--;Luthien, La Noir. 출력이 끝났습니다. [Enter]를 누르십시오. ━━━━━━━━━━━━━━━━━━━━━━━━━━━━━━━━━━━제 목 :◁세월의돌▷ 5-2.두번째 보석…(16게 시 자 :azit(김이철) 게시번호 :816게 시 일 :99/07/11 06:40:20 수 정 일 :크 기 :6.8K 조회횟수 :93 『게시판-SF & FANTASY (go SF)』 38033번제 목:◁세월의돌▷ 5-2. 두번째 보석, 두…(16)올린이:모래의책(전민희 ) 99/07/08 23:23 읽음:1007 관련자료 없음----------------------------------------------------------------------------- +=+=+=+=+=+=+=+=+=+=+=+=+=+=+=+=세월의 돌(Stone of Days)=+=+=+=+=+=+=+=+=+=+=+=+=+=+=+=+ 5장. 제4월 '타로핀(Tarophin)'2. 두 번째 보석, 두 번째 숙명 (16) "그, 그렇다면……." 그 동안 관찰한 바에 의하면 여기까지 정찰 온 산적들은 모두 일곱명. 아마도 자기 일을 끝내지 않고 되돌아가면 불호령을 듣겠지? 이럴 땐 막 다그칠 것이 아니라 얼른 선택하기 좋도록 중재안을 제시해줘야 해. "아마 명령을 어기기는 어려울 테지. 그대들을 보니 무장을 갖춘것으로 보아 어떤 명령 체계 하에서 여기에 왔음에 분명해. 그렇다면누가 안내할 텐가? 세 명 정도면 족하리라." 내가 처음으로 입을 열어 말하자, 산적들의 눈이 일제히 내 쪽을향했다. 나는 나르디처럼 어렵게는 말 못한다. 적당히 흉내내어 '그대……'어쩌고 섞어 보았는데 다행히도 산적들한텐 그럴 듯하게 들렸던 모양이다. 내가 왜 '셋' 이라고 말했냐면…… 그건 세 명 정도가 똑같이 말을하면 누구든 웬만해선 그 말을 믿게 되어 있고, 잘 되지 않더라도 최소한 혹시나… 하는 정도의 생각은 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한 명이달려가 '이러저러한 신기한 일이 있었습니다!' 해 보았자 웬만큼 귀가 얇은 놈이 아니고서는 들은 척도 안 하는 법이거든. 셋 정도면 딱이야, 딱. 다행히 일곱 산적들 가운데서도 명령 체계는 있었다. "미호, 다로아와 파틴느를 데리고 가라. 이분들을 모시고 두목님께로 돌아가서 방금 본 것을 설명해드리고 왜 돌아와야 했는지를 잘 말씀드려야 한다. 나머지는 나를 따른다. 알았나?" 횃불과 모닥불들은 거의 꺼져 있었다. 밤이 아까보다 깊었다. 여기저기 쓰러져 자는 사람들이 보이고, 수군수군 이야기를 나누다가 우리 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의아한 눈초리를 보내는 자들도 있었다. 작은 잿불들만 짐승의 눈동자처럼 여기저기에서 반짝거렸다. "……." 우리는 될 수 있는 한 말을 하지 않았다. 왜냐고? 산적 부하들이자꾸 말을 붙여봤자 할 대답도 없거니와, 자꾸 말을 주고받으면 신비감만 떨어지거든. "다 왔습니다." 골짜기 아래로 내려와서 보니 어두워서 주위가 잘 안 보이긴 해도,절벽과 숲으로 첩첩이 둘러싸인 골짜기가 상당히 깊은 자락 가운데위치하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그 가운데 몇 개인가의 천막이 쳐져있었다. 한 천막에서 노란 불빛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두목님, 미호입니다. 들어가도 됩니까?" "무슨 일이냐?" 상당히 굵고, 그리고 우락부락한 사내의 목소리다. 정찰하고 돌아온 주아니한테 아까 외모에 대해선 묻지 않았었는데그건 일단 인간인 이상 주아니한텐 몽땅 그게 그거로 보였을 것이기때문이었다. 그런데 지금 목소리를 들어보니, 만만찮은 거한일 것 같다. "그게……." 미호라는 자가 우리 쪽을 돌아보았다. 나는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렇게 얌전히 관광객이나 되는 것처럼 줄레줄레 들어갔다가, 산적 두목은 졸개들처럼 호락호락한 사람이 아니면 어쩌지? 그냥 사기꾼으로 몰릴 가능성이 좀 있어 보이는데. 판을 바꿔야 해, 판을. "멈춰라. 직접 말씀하실 것이다." 나는 불쑥 그렇게 말해버리고는 유리카 쪽을 쳐다봤다. 어떻게든해 봐. 이대론 안되잖아. 유리카는 내 쪽을 흘낏 보는 것 같더니 다시 고요히 서 있었다. 그리고……잘그랑, 찰그랑……저건, 유리카를 처음 만났을 때 들었던 은팔찌가 부딪치는 소리. "어둠이 가깝다." 짧고도, 간명한 어조의 한 마디. 그리고 그녀의 망토 안에서 이번엔 흰빛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어엇!" 주위에서 우리 쪽을 미심쩍은 눈으로 바라보고 있던 산적들이 황급히 튕겨 일어나는 것이 보인다. 그리고 그녀의 옷안에서 흘러나오던빛이 곧 강렬한 백열광으로 변하고, 눈뜨고 똑바로 보지 못할 정도의빛기둥이 솟는 것을 입도 채 다물지 못하고 쳐다보았다. 파아아앗-!!! 나마저도 입을 다물지 못하고 그대로 하늘을 바라보기 위해 고개를젖혔다. 이, 이런, 이런 건 각본에도 없었잖아! 거기다가 저건 블로지스틴의 구슬도 아니고, 도대체 뭐야? 애써 놀란 표정을 감추는 나르디의 얼굴이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하얀 빛기둥이 별하늘 꼭대기로 솟구쳐 올랐다. "무슨 일이냐!" 천막이 흔들리더니 두 사람이 급하게 뛰쳐나오는 것이 눈에 띄었다. 곧이어 큼직한 고함 소리가 들리고 모두가 지켜보는 앞에서 4큐빗에 달하는 키의 거한이 들짐승처럼 튀어나왔다. "아……." 후드가 벗겨질 듯이 뒤로 펄럭였다. 그리고 은빛 머리카락이 후드사이로 흘러나와 휘날렸다. …… 내 눈에도 정말 이적을 일으키는 성녀처럼 보일 정도다. "누, 너희는 누구냐!!!" 거한의 목소리는 절규에 가까웠다. 주위로 순식간에 수십 명의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들었다. 빛이 분수처럼 흘러 넘쳤고, 주위는 낮보다도 환하게 밝혀져 있었다. 아마 우리가 떠나온 산지기 집에서도 이빛을 볼 수 있을 것임에 틀림없다. "……." 이렇게 사기극을 진지하게 해내는 그녀에게 나는 몹시 감동하고 있었다. 아니, 솔직히 이게 본래 사기였었는지 슬슬 나는 헷갈리기 시작하고 있었다. 왜 처음부터 이런 능력이 있다고 말하지 않았지? "어, 어서 예의를 갖추지 않고 무얼 하는가!" 내 당황스런 정신을 뚫고 나르디의 약간은 더듬는 듯한 목소리가울려 퍼졌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나르디는 이미 유리카 앞에 무릎을꿇고 마치 기사가 왕녀에게 하듯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아, 그러니까 나도……. 내가 무슨 행동을 취하기도 전에, 산적들이 우수수 무릎을 꿇고 엎드리는 것을 나는 보았다. 그들의 표정에는 경외, 또는 두려운 감정이 가득했다. 물론 그들의 자세는 나르디처럼 완벽하지 않고 엉망진창이었지만…… 아예 납작 엎드린 자들까지 있었다. 그렇지만…… 아냐, 여기서 내가 해야 할 행동은 이게 아니야. "파, 파비……." 주아니의 목소리가 뭘 말하려는 지 나는 안다. 조금 전부터, 내 등뒤에 있는 검이 뭔가에 감응하여 웅웅대고 있었다. "하……." 몸 안에서 무언가가 천천히 치밀어 오르는 느낌. "으윽……." 뜨겁다, 몸 안이 뜨겁다. "그래." 저건…… 소음을 뚫고 내 귀에 들려오는 저 얕은 소리는, 유리카의목소리? "하!" 몸 안에서 끓어오르는 감각을 외침으로 힘껏 뱉어낸 나는 검을 단숨에 등뒤에서 뽑았다. 그리고 내 눈앞으로 검신을 똑바로 세워들었다. "오오……." 감탄하는 소리들, 내 검에서 일렁이는 붉은 불꽃, 참으로 오래간만에 느끼는 이 뜨거움.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어제랑 오늘이랑 추천해주신 분들, 너무 고맙습니다- ^^시험 망치시면 안 되는데...^^;연재속도... 한동안 한 개로만 나갔기 때문에 조만간에 좀 늘려볼까 생각중입니다, 아니 생각중이라기 보다는 노력중입니다. ^^;이제 8일이네요. 투표하시려면 지금입니다. ^^지금까지 좋은 감상 보내주셨던 분이나, 투표를 자세하고 재미있게써 주신 분께도 선물을 보낼까 생각중이에요. 그러면 예산은 더 늘어나고...에에.... 어떻게든 되겠지, 뭐..... Luthien, La Noir. 출력이 끝났습니다. [Enter]를 누르십시오. ━━━━━━━━━━━━━━━━━━━━━━━━━━━━━━━━━━━제 목 :◁세월의돌▷ 5-2.두번째 보석…(17게 시 자 :azit(김이철) 게시번호 :817게 시 일 :99/07/11 06:40:47 수 정 일 :크 기 :9.4K 조회횟수 :88 『게시판-SF & FANTASY (go SF)』 38172번제 목:◁세월의돌▷ 5-2. 두번째 보석, 두…(17)올린이:모래의책(전민희 ) 99/07/09 22:11 읽음:748 관련자료 없음----------------------------------------------------------------------------- +=+=+=+=+=+=+=+=+=+=+=+=+=+=+=+=세월의 돌(Stone of Days)=+=+=+=+=+=+=+=+=+=+=+=+=+=+=+=+ 5장. 제4월 '타로핀(Tarophin)'2. 두 번째 보석, 두 번째 숙명 (17) 나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나와 유리카 이외에 이미 서 있는 사람은없었다. 산적의 두목으로 보이는 거한 조차도 어찌할 바를 모르고 무릎을 반쯤 꿇고 있었다. 내 정신이 어떤 충격, 감정적인 물결로 마구 어지러워지는 것이 느껴졌다. 잠깐 다잡지 않았다간 곧바로 의식을 잃어버릴 것 같은 강렬한 파도가 계속 밀어 닥쳐왔다. 이게, 이게 갑자기 어떻게 된 일일까. 전혀 예상하지 않았던 일들,이렇게 될 줄 유리카는 알고 있었던 걸까? 아아, 아니야, 안돼, 정신을 차려야 해. "그대들에게 어둠의 낙인이 새겨지려 하고 있다! 이 검은 악의 기운을 느끼면 곧바로 반응하는 성검, 사령의 힘이 여기에 깃들었느니,곧 씻지 아니하고서는 목숨을 보전하기 어려우리라!" 멋쟁이 검은 멋지게 성검으로 격상되었다. "어… 떤 것이기에……." 멋쟁이 검의 블레이드에 새겨진 읽을 수 없는 문자들이 붉은 불꽃가운데에서 번쩍거리는 검은 광채를 뿌리고 있었다. 이런 모양은 한번도 본 일이 없다. 저 글자들이 무엇에 쓰는 것인지 나는 절대 몰랐어. 분위기 제압용 장식문자였나……. 어쨌든, 그들이 이걸 성검이라고 믿어도 절대 무리는 아니다. 왜냐면 지금 나마저도 믿어지려고 하니까. 그런 가운데, 여전히 흰빛에 둘러싸여 있는 유리카의 목소리가 울렸다. "여명검(Dawn Blade)의 주인이여, 그대의 검이 반응하는 곳으로 가라." 여…… 명검? 유리카도 나르디만큼이나 이름 지어내는 재주가 있었군. 나는 발걸음을 옮기…… 려고 했다. 그런데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알수가 없었다. 그래도 엄숙한 표정을 흩트리면 큰일이었다. "……." 일단 한 걸음을 뗐는데,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내가 손에 힘을 단단히 주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갑자기 멋쟁이검이 앞으로 휘청, 당겨진 것이다. 나는 하마터면 앞으로 엎어질 뻔했다. 누군가의 손에 마구 이끌려 당겨지는 듯한 느낌. "……." 이상한 일이 연속 일어나는 가운데 당황하지 않으려고 무진 애를써야 했다. 나는 걸음을 한 번 더 뗐다. 그리도 다시 한 번, 그리고내가 천막 쪽으로 다가가고 있음을 알았다. "저, 저게!" 천막에서 튀어나온 자들 가운데 하나가 망설이다가 급히 내 앞을가로막았다. 두목이라는 자의 측근이겠지. 뭔가가 내 검을 가로막으며 내 눈앞으로 밀려들어온다. 싸아악-그리고 불꽃이 일어난 내 검은 그대로 달려든 상대방의 검날을 나무토막처럼 잘라 버렸다. 순식간에, 내 손에는 별 충격조차도 가해지지 않았는데. "어…… 어떻게……." 두 번째, 창이 내 앞을 가로막았다. 검을 채 휘두르지도 않았는데,내 검에 닿기가 무섭게 그것도 작은 폭발을 일으키며 쇳조각을 흩날렸다. 역시, 두 조각으로 잘라져 떨어졌다. "커헉……." 나는 더 이상 뒤도 돌아보지 않고 천막 앞으로 바짝 다가갔다. "어, 어딜……." …… 이라고 말하고 있는 산적 두목조차도 이제는 나를 가로막을용기는 없는 모양이었다. 다시, 한 걸음. 지금, 나는 뭔가를 찾아내려 하고 있어. 반드시 있어야 하는 무엇. 정말로, 정말로. 나는 천막 가리개를 젖혔다. "아……." 천막 안을 채우고 있는 붉은 광채. 블로지스틴의 구슬과는 비교도되지 않는 내쏘는 듯한 강렬한 빛이 그 안 한구석에서 뿜어 나오고있다. 뭐지? "가져오라." 유리카의 낭랑한 목소리. 나는 다가갔다. 그리고 그것을 집었다. 커다란 브로드소드의 힐트 가운데에 박힌, 핏빛의 보석이었다. 그리고, 그 모양은……. "아룬드나얀……." 모두가 보는 앞에서 유리카는 후드를 내렸다. 여기저기에서 탄성소리가 터져나오는 것이 들렸다. 유리카의 뺨은 희었고, 석고처럼 창백해 있었다. 아까 여기 오기 전까진 분명, 저렇지 않았었다. 무슨 까닭일까, 아까의 이해할 수 없는 광채하고 관계가 있는 것일까? "저, 저런 여자가 무녀라니……." "아깝다……." 그들이 수군대는 소리쯤, 다 들렸다. 쳇, 쓸데없는 참견은. 물론 산적들이 감탄할 만큼 유리카는 여전히 예쁘다. 게다가 창백한 얼굴에 피곤한 기색을 하고 있었지만, 꼭 다물려진 입술과 깊은눈동자에서는 아까와 다름없는 위엄이 배어 나왔다. 즉, 아직까지도 번쩍거리고 있는 멋쟁이 검 블레이드에 새겨진 검은 문자들로 위엄을 간신히 유지하고 있는 나에 비하면 말이다. "흠흠, 그러니까, 아스트라이 무녀라고…… 했……." "아스테리온이오. 게다가 최고위 무녀 5인 가운데 한 분이시오." 산적 두목의 어정쩡한 말을 정정해주는 나르디는 나보다는 그래도뭔가 있어 보이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나는 경험상 안다, 저 녀석이얼마나 아무 때나 엄숙한 표정을 잘 짓는가 하는 걸 말이다. 심지어주아니를 설득해서 정찰 보낼 때 조차도……. "아, 그래. 아스테리온. 잘 알고 있소이다." 산적 두목은 어디선가 죽음의 무녀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는 본 모양이었으나 기억력은 영 딸렸다. 그는 우락부락한 얼굴에 어울리는회갈색 늑대 가죽 위에 앉아 있었는데, 이런 상황이 아니었으면 길에서라도 마주치고 싶지 않을 정도로 험상궂게 생겼다. 쭉 찢어진 눈매에 바로 아래에는 눈이랑 똑같이 찢어진 칼자국까지 있다. 내 경험상, 저렇게 생긴 사람들이 흔히 길가는 사람한테 일없이 시비를 잘 건다. 저 산적은 제발 안 그랬으면. 우리는 커다란 천막 안에서 마치 회의라도 하듯 빙 둘러선 한 가운데 서 있다. 우리 앞에 단단히 버티고 앉아 있는 두목의 눈빛이 야릇하게 우리를 번갈아 돌아보고 있었다. 그리고 아직도 빛줄기가 환영처럼 너울거리는 붉은 보석이 박힌 브로드소드가 그 옆에 놓여 있었다. "그런데, 내 검에 박힌 저 돌에 흥미가 있으시다고?" 산적 두목은 아까 전에 반쯤 무릎까지 꿇은 채 얼빠진 모양으로 우리를 바라보던 그 사람이 아니다. 붉은 보석을 내놓을 생각은 전혀없다는 듯이, 마치 아까의 일은 완전히 없었던 일처럼 그는 행동하고있었다. 그렇지만 그건 두목 이야기고, 주변에 둘러선 십여명의 졸개들은아직까지도 우리 일행을 하늘에서 내려온 뭔가를 보기라도 하는 양신기한 눈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이해하기 쉽게 다시 말하면, 우리곁에 웬만해서는 가까이 다가오려고 조차도 하지 않았다. 어쨌든, 저 장사꾼들이나 쓸만한 '흥미'라는 말에 나르디가 발끈한모양이었다. "말을 가려서 하시오. 만물을 돌보는 고귀하신 분께서 그대들과 흥정을 하고자 이곳 곡진 땅에까지 거동하셨다고 여길 정도로 얕은 헤아림밖에 갖추지 못하였소? 흥정은 천박한 시정의 장사치들에게나 가한 바이오이다. 겸양을 모르는 인간은 태생의 복락을 거부하는 것과진배없소." 야, 장사꾼도 나름대로 괜찮은 직업이라고. 나르디가 한 저 말이 욕이라는 걸 알아들을 정도로 산적들은 똑똑하지 않았다. 다만, 화가 났다, 말을 조심해라, 정도는 알아들은 모양이었다. "아, 알았으니, 그럼 저 빨간 보석이 무슨 문제가 있다는 건지 좀자세하게 이야길 해 보시오. 당최 알아먹을 수가 있어야지." 그렇게 말하는 산적 두목을 보자니 왜 저 양반이 다른 놈들을 제치고 두목이 되었는지 알 것 같다. 다른 놈들의 얼빠진 표정에 비해 봤을 때, 저 양반의 저 영악하게 번쩍거리는 눈 좀 봐. 그렇지만 감탄이나 할 때가 아니지. "일단 그대의 성명을 늘어놓는 것이 먼저 할 바가 아니겠소?" 가만히 듣고 있는데, 문득 '늘어놓는' 이라는 말이 귀에 걸렸다. 저… 런 존댓말도 있었나? "나? 아, 나." 두목은 '늘어놓는' 이라는 말에는 아무런 감상도 없는지, 그저 기댄 자리에서 약간 몸을 일으키기만 했다. 몸을 일으킨 그는 아주 할 말이 많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용자들의 땅 세르무즈에서도 가장 이름난 장사, 위용과 높음이 하늘에 올라앉은, 공포의 광검, 잘나가는 발카리오스. 그것이 나의 불리는 이름이다. …… 시작은 멋졌는데, 중간부터 이상해졌고, 끝은 황당했다. 분명 저렇게 앞 뒤 연결이 이상한 걸 보면 누가 해준 이야기를 대강 기억으로 끼워 맞추고, 나머지는 자기 지능으로 엮어 붙인 말임에틀림없었다(맨 끝말이 특히 이상했다). 그, 그런데……. "피피." 으헤엑! 유리카가 표정도 하나 변하지 않고 딱 맺어 끊은 말에, 일순 천막안의 모든 움직임이 멈춰버렸다. 유리카는 천천히 미소를 지었다. 은밀하게, 득의 만만한 기색을 드러내는 미소였지만, 다른 사람들이 그것을 알아보기에는 지나치게 옅은 미소였다. "본명을 속이는 것은 그 살과 피를 내린 신성한 법칙을 거부하는것이오." 유리…… 난 감동 받았어. 나만 감동 받은 것이 아니었다. 턱이 빠지게 입을 벌린 산적 졸개들, 충격으로 말을 잇지 못하고 있는 두목, 감격한 나머지 당장 다시절이라도 할 태세인 나르디…… 물론, 가장 감동 받은 것은 이 정보를 알아온 장본인인 주아니였을 거다, 내 예상엔. 주머니 안에서 꼼지락대는 거, 감동해서 그런 거지? 유리카의 어조는 다시금 싸늘하고 낯선 기색을 띠고 있었다. "심안으로 본 그대의 육신에는 다른 어떤 가짜도 아닌 태생 본래의이름이 새겨진 것이 보이오. 피피, 이름을 거스르는 자는 결코 자신이 가야 할 본래의 길을 영영 찾아내지 못할지니, 그 이름을 버리고다른 이름으로 살고자 하는 자는 세상 끝날 까지 영원한 미로에 갇히어 헤매리라." 순 거짓말이라는 것을 아는 나에게조차도, 유리카의 목소리와 함께무언가 싸늘한 기운이 스치고 지나가는 것이 느껴졌다. 나르디의 표정이 영 좋지 않다. 하긴, 저 녀석도 이름을 숨기고 있지 않은가. 산적 두목은? 그는 반쯤 당황하고, 또 분노하면서도 두려움을 느낀 듯 커다랗게열려진 동공으로 유리카를 바라보고 있다. 그리고 간신히 한 마디가 터져나왔다. "내, 내 이름을 어떻게?!" +=+=+=+=+=+=+=+=+=+=+=+=+=+=+=+=+=+=+=+=+=+=+=+=+=+=+=+=+=+=+=내일이 7월 10일이죠? 내일 밤 12시에 투표 마감하겠습니다. 이제 시험 거의 다 끝나셨죠? 좋은 방학 준비하시길... Luthien, La Noir. 출력이 끝났습니다. [Enter]를 누르십시오. ━━━━━━━━━━━━━━━━━━━━━━━━━━━━━━━━━━━제 목 :◁세월의돌▷ 5-2.두번째 보석…(18게 시 자 :azit(김이철) 게시번호 :818게 시 일 :99/07/11 06:41:11 수 정 일 :크 기 :8.1K 조회횟수 :93 『게시판-SF & FANTASY (go SF)』 38173번제 목:◁세월의돌▷ 5-2. 두번째 보석, 두…(18)올린이:모래의책(전민희 ) 99/07/09 22:11 읽음:687 관련자료 없음----------------------------------------------------------------------------- +=+=+=+=+=+=+=+=+=+=+=+=+=+=+=+=세월의 돌(Stone of Days)=+=+=+=+=+=+=+=+=+=+=+=+=+=+=+=+ 5장. 제4월 '타로핀(Tarophin)'2. 두 번째 보석, 두 번째 숙명 (18) 우리가 처음에 기괴한 갖가지 이적(?)을 보이지 않았다면 산적 두목의 교활함으로 볼 때, 이렇듯 쉽게 자기 본명을 인정하고 들어오진않았을 것 같다. 주위에 둘러선 부하들이 모두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짓고 있는 것으로 보아, 그 이름을 듣는 것은 모두 처음인 모양이었다. 발카리오스, 아니, 피피는 거의 패닉 상태에 빠져 있었다. 그리고 유리카의 목소리가 정적을 끊었다. "사망자들의 주인은 곧 산 자들이 삶을 영위하는 내내 갚아야 할빚을 지닌 자. 그대가 내게 갚을 빚이 있을진대, 어찌 그대가 누구인지조차도 모르겠는가." 유리, 저, 정말 사망자의 주인인지 뭔지 하는 그거 아냐? 왜 저렇게 말 되는 소리만 하는 거야? "저, 정말 두목의 이름이 피피?" "피이피-?" "야, 야, 두목님 표정 봐. 말조심해." "시, 심하잖아……." 그렇지만 수군대는 소리는 작아지지 않았다. 오히려 더 커지고 있었다. 그럴 만한 이야기였으니까. 일단, 저 능글능글한 두목과 부하들 사이를 갈라놓는 데에는 완전히 성공한 것 같다. 유리카는 산적 졸개들에게는 이 자리에 나타났다는 자체만 갖고도가히 신비롭다고 해도 좋을, '갑작스런' 미소녀인데다, 나조차도 가끔 얼어붙게 하는 저 목소리, 말투로 이미 그들의 마음속에 충분히성녀로 자리잡고 남은 것 같아 보였다. '피피'라는 우습지도 않은 이름을 가진 두목보다는 훨씬 그럴 듯해 보일 정도로. 이…… 모든 것이 내 계획이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상황은 잘 되어나가고 있었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유리카는 목소리를 날카롭게 높이더니 위압적인 눈초리로 두목을쏘아보았다. 피피(왜 나조차도 이렇게 부르기가 껄끄럽담)는 움찔하는 기색이다. "그대가 저런 악마의 보석에 홀려 생명을 소홀히 하고, 평생을 통하여 찾아야 할 영혼의 바른 길을 그르치면서도, 거기에서 헤어나올어떤 의지조차 갖지 않는 것이니! 정녕 의심치 않는가!! 그대를 따르는 선량한 생명들을 나락으로 함께 이끌면서도 한 점의 반성의 빛조차 없는가!!!" 천막 안의 사람들을 완전히 휘어잡을 만한 목소리였다. "그, 그런……." 이번 말은 확실히 주효했다. 이제 수군거리던 자들은 동요하고 술렁이기 시작했다. 할 말을 미리 짜 둔 건 나였지만, 유리카는 정말말하는 시점을 절묘하게 잘 맞췄다. "이 세상에는 아직도 도처에 숨겨진 악의 기운이 많으니, 죄 받을진저 악령의 제물들이여…… 아까 성검의 힘으로 악령 씌운 물건을찾아내는 것을 보지 못했는가? 성검의 분노를 보지 못했는가? 붉은보석의 요사스런 기운이 한꺼번에 뻗쳐오르는 광경을 보지 못했단 말인가!!" …… 그렇게 말하자면, 우리도 처음엔 붉은 광채를 내면서 나타났었다고. 그러나 그런데 신경 쓰는 산적은 하나도 없었다. 어쨌든 유리카는 주어진 대사보다 좀 말을 많이 했다. 다음 순서는? "성스러운 무녀께서는 좀 전 계곡에서 몇 인의 행자(行者)를 만나고도 이미 그들에게 태곳적 악령의 낙인이 새겨지려 하고 있음을 꿰뚫어보셨다. 세상 군유(群有)를 조요(照耀)로이 돌보셔야 할 분께서다른 용무를 저버리시고 급히 이곳 먼 땅까지 오신 연유가 무엇이겠는가? 낙인의 두려운 작용이 어떤 것인가 모르는 우미(愚迷)한 생령(生靈)들이 어떤 화를 당하고, 어떤 화를 또한 불러일으킬지 능히 짐작할 수 없기에 미연에 근본을 끊고자 하는 자애로움이 아니고 무엇이더냐?" 물론- 나르디가 한 말이다. "낙인이 찍히면…… 어떻게 되는 것입니까?" 한 명이 불쑥 두려운 듯이 질문했다. 이번엔 내 상상력을 발휘할 땐가? 나는 그 쪽으로 휙 돌아섰다. 그는 아까 무기 두 개를 가볍게 부숴버리는 내 모습을 보았기 때문인지움찔하여 뒤로 물러서는 모양이었다. "악행을 저지르고도 가책 받는 마음을 잃으며 생명의 촛불이 두 배로 타올라 남은 수명을 단숨에 녹여버리리라. 사념이 가져오는 악한꿈에 시달리며 서서히 몸에 원인 모를 병이 생겨나 입맛을 잃고 점차삶에의 애착도 잃는다. 죄의 힘이 온 몸에 끼치고 주위로까지 퍼져나가기 시작하며, 후대로까지 미치게 된다. 소소한 병마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음식을 먹고 배설하는 모든 일이 고통스러워지기 시작하면 이미 사령의 지배를 받기 시작한 것이다." 나는 이 말을 하면서 피피의 눈치를 슬쩍 살폈다. 아니나다를까,놈의 얼굴에 공포가 서서히 그늘져 번졌다. 불쌍한 양반. 소화불량과변비- 아암, 그럼, 고통스런 병이지. 고통스럽고 말고. "버, 벌써 우리도 거기 걸린 겁니까?!" "어떻게 하면 돌이킬 수 있습니까?" "설마…… 이미 끝난 것은……." "아냐! 이건 내 잘못이 아니야!!" 정말 누군가한테 보여주고 싶을 정도로 역력히 겁에 질린 얼굴들이저마다 공포로 탁하게 흐려진 목소리로 한꺼번에 터져나오는 질문들을 쏟아내었다. 좀 미안한 생각까지 들 정도로 효과는 폭발적이었다. 만약 이 상태에서 저걸 수습할 수 있는 자가 있다면 산적 두목이 아니라 왕궁 기사단장이 되었을 거다. 산적들은 이제 두목이 아니라 우리 앞으로 몰려들었다. "제, 제발 성녀님! 저희에게 걸린 저주를 풀어주십시오!" "무슨 일이든 다 하겠습니다! 잘못도 다 뉘우치겠습니다!" "아직, 아직 주, 죽고싶지 않아아!!" 이 광경을 보자니 내가 생각을 잘못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아마 소화불량과 변비는 두목만의 병이 아니라 산적단 전체의 돌림병이었음에 틀림없다. 그들이 외쳐대는 목소리는 정말 필사적이었다. 어쩌면, 이들도 스조렌 산맥이라는 거대한 자연의 권역에 사는 만큼, 미신을 믿는 마음이 강한 지도 모르지. "이, 이게 모두 다 두목 때문이야." 갑자기 새로운 고찰을 하는 산적이 생겨났다. "저 보석을 찾았을 때 뭐라고 했어? 뭐야, 저, 저, 저주받은 보석이 우리의 상징물이 될 거라고? 행운을 가져올 거라고? 에라……." "그런 보석이 우리 모두를 죽을 골로 몰고 가?! 이런 썩어 뒈질……." "이제 우리는 다 죽었어! 그렇지만 죽어도 저놈은 죽이고 죽어야겠다!!" 이들의 비약하는 논리를 보자니 갑자기 페어리 떼들이 떠오르려고하는…… 그렇지만 한 번 경험한 결과, 이번에는 그때처럼 그렇게 못견디게 골치 아픈 심정이 되지는 않았다. 나는 좀 여유를 갖고 그들이 이제 어떤 행동을 하려나 지켜보았다. 그들은 퍼렇게 질린 얼굴로 이번에는 두목 쪽으로 몰려갔다. 천막밖에서 우리 이야기를 엿듣고 있던 산적들도 저마다 천막 안으로 밀려들어왔다. 덕택에 천막이 거의 쓰러질 지경에 이르렀다. "네놈 목줄에 칼 박고 죽어라, 더러운 놈!" 산적들이란 하여튼간에 입이 거칠었다. "야, 피피, 성녀님께 살려달라고 빌어라!" 그들의 충성심이나 명령 체계는 확실히 보잘것없었다. "책임을 져라! 어떻게 할 테냐!" 두목이 무슨 뾰족한 수가 있으려고. "지금까지 보물은 제일 많이 처먹은 주제에!" 보물을 먹을 수는 없…… 이 아니고, 그들은 평상시 쌓인 원한도있었군. 그런데…… "저 더러운 보석, 당장에 깨서 없애버렷!!" 그 소리를 듣자 나는 정신이 번쩍 났다. 멀거니 구경할 때가 아니었다. 산적들은 그 말을 듣자 당장에 두목의 브로드소드를 잡아채려 들었다. 그 가운데 얼굴만 언뜻언뜻 보이는 거구의 두목은 완전히 목숨이 경각에 달린 자의 끔찍한 표정이 되어 있었다. 나는 한 발 앞으로 나서며 힘껏 외쳤다. "저주받은 보석에 손대지 마랏!" 멈칫, 산적들이 내 쪽을 돌아보았다. "붉은 보석의 저주가 두렵지 않으냐! 성녀님만이 거기에 걸린 저주를 풀 수 있다!" 나까지도 유리카를 무녀… 에서 성녀로 바꿔서 부르게 되었군. 나는 멈칫거리는 산적들 앞에서 멋쟁이 검을 뽑아들었다. 그때처럼불꽃이 일지는 않았지만, 내가 그들을 헤치고 앞으로 다가가자 블레이드에 새겨진 문자들에서는 검은 광채가 솟아나기 시작했다. 과연,멋쟁이 검은 정말로 아룬드나얀의 보석과 감응하는 걸까? 산적들이 길을 비켜 주고, 나는 두목 앞에 가서 섰다. 가능한 한, 엄숙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리고 손을 내밀었다. "구원받지 않겠는가." +=+=+=+=+=+=+=+=+=+=+=+=+=+=+=+=+=+=+=+=+=+=+=+=+=+=+=+=+=+=+=오늘은 좀 덜 더웠죠? 투표가 내일로 끝나니까 하는 말인데, 투표 말미에 여러분들이 결말이나 숨겨진 비밀들에 대해서 재미있는 예측을 많이 해주셨어요. 틀린 것도 많지만.... 그 중에는 정확한 것도 몇 개 있었다는. ^^;독자 여러분의 통찰력은 놀라워요.. Luthien, La Noir. 출력이 끝났습니다. [Enter]를 누르십시오. ━━━━━━━━━━━━━━━━━━━━━━━━━━━━━━━━━━━제 목 :◁세월의돌▷ 5-2.두번째 보석…(19게 시 자 :azit(김이철) 게시번호 :821게 시 일 :99/07/12 02:14:23 수 정 일 :크 기 :7.4K 조회횟수 :96 『게시판-SF & FANTASY (go SF)』 38174번제 목:◁세월의돌▷ 5-2. 두번째 보석, 두…(19)올린이:모래의책(전민희 ) 99/07/09 22:11 읽음:895 관련자료 없음----------------------------------------------------------------------------- +=+=+=+=+=+=+=+=+=+=+=+=+=+=+=+=세월의 돌(Stone of Days)=+=+=+=+=+=+=+=+=+=+=+=+=+=+=+=+ 5장. 제4월 '타로핀(Tarophin)'2. 두 번째 보석, 두 번째 숙명 (19) "……." 더 긴말을 할 필요도 없었다. 나는 두목의 표정을 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심경에 일어나는 변화를 지켜보았다. 그리고…… 내 손으로 그의 검이 철컥, 하고 건네어졌다. "나도, 아니 저도…… 살고 싶습니다." "안녕히 가십시오, 성녀님!"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성녀님!" "고맙습니다아-! 평생 은혜 잊지 않겠습니다!!" "살펴가세요오오…… 성녀니이이임……." 저, 저 녀석들, 성녀님밖에 모르고, 나하고 나르디는 아예 안중에도 없군. 아침 햇살이 우리 머리 위를 따뜻하게 비췄다. 유리카는 뒤를 돌아보지 않았지만 나는 후드 안에 가린 그 얼굴이어떤 표정일지 잘 안다. 산등성이를 에돌아 우리를 환송하러 나온 산적들이 보이지 않을 정도가 되자, 예상대로 쿡쿡 거리는 웃음이 터져나왔다. "킥, 쿠쿡, 아하, 아하하하……." . "하, 하, 아하핫, 크크크……." "하하하하!" 우리는 결코 그들이 우리를 보지 못할 곳에 이르자 아예 풀밭에 주저앉아서 미친 듯이 웃어대기 시작했다. 지나가던 사람이 보았다면슬슬 비켜갈 정도로, 그렇게 거의 십분 정도를 아무 것도 못하고 웃고 나니 배가 아파서 더 웃지도 못할 정도가 되었다. "서, 성녀님…… 저주를 풀어…… 으하하핫!" 누가 이런 식으로 한 마디 다시 꺼내면 웃음을 멈추려다가도 또다시 뒤집어졌다. 산적들이 극진히 대접한 어제 밤참과 오늘 아침 음식들이 몽땅 웃다가 다 소화될 지경이었다. 상쾌한 이른 아침이었다. 우리는 혹시, 만에 하나라도 산적들이 의심쩍게 여길까 싶어서 아침이 되기가 무섭게 떠나겠다고 고집을 부렸고, 어젯밤 죽을 위기에서 살아난(?) 산적들은 눈물까지 글썽이며 성녀님을 더 대접하겠다고고집을 부렸다. 나와 나르디가 눈까지 부라려가며 애를 썼지만 녀석들은 정말 막무가내였다. 결국 성녀님이 한 마디 해서야 해결이 났다. 성녀님이 뭐랬냐고? "다른 곳에서, 또 나락에 빠져 도움의 손길만을 기다리는 많은 자들이 있습니다. 더 늦기 전에 그들에게 가야만 합니다." 하, 하, 하, 하하하하하하……. "야, 유리카, 그만 웃고 빨리 나락에 빠진 자들을 건지러 가야지." 나르디가 한 마디 하는 통에 우리는 다시 십분을 더 웃어야 했다. 이렇게 우리들의 사기극은 끝나고……다시 융스크-리테를 향해 떠나 한나절을 걷고 다시 저녁때가 되었다. 산등성이를 하나 넘고 나서 좁은 절벽 모서리를 조심조심 지났다. 그러고 나니 꽤 오랫동안 평지가 계속되었다. 우리는 일을 하기에 적당한 숲을 물색하고 있는 중이다. 유리카가산적들이 또 한번 감탄했던 신기를 보여 붉은 보석을 브로드소드에서빼내긴 했지만, 아직 나는 아룬드나얀에 그것을 박아 넣지는 않고 있었다. 나는 당장 그렇게 하려고 했지만 유리카가 말렸다. "왜?" "중요한 의식인 만큼 어떤 일이 일어날 지 몰라. 남들 눈에 띄는곳이어서는 안 돼." 그리고 저녁 무렵이 되어서야 우리는 죽죽 뻗은 삼나무들이 가득들어찬 비탈 숲을 발견했다. 빽빽하게 우거진 가지들과 튼튼한 밑동의 나무들이 무슨 일이 일어나든 다 가려줄 것 같다. 삼나무는 가지들이 하늘을 보고 뻗기보다는마치 옆으로 뻗어나가는 것처럼 생겼다. 그래서 숲 안쪽으로 걸어 들어가자 앞, 뒤, 옆 할 것 없이 시야가 수십, 수백 개의 가지들로 겹쳐 가려졌다. 바삭, 바삭, 바람불어 잎새 흔드는 소리. "그건 그렇고, 그 약은 어떻게 된 거야?" 나르디가 방금 밟은 나뭇가지가 딱, 하고 경쾌한 소리를 내면서 부러졌다. 푸드덕, 새들이 수직으로 날아올랐다. 바닥은 부러진 나뭇가지, 수년 동안 켜켜이 쌓인 잎새들, 흙과 뒤엉켜서 자라고 있는 갖은 풀들이 메워져서 전반적으로 푹신푹신했다. "아아, 그 약." 유리카는, 내 주머니에서 머리를 내밀고 뭘 찾는지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는 주아니를 향해 시선을 보내며 싱긋 웃어 보였다. 대답하기전에 뭔가 모의하는 사람들처럼, 주아니도 마주 보고 웃는다. 왜들저러지. 얼굴에 부딪치는 가지를 잡아 넘기는데, 유리카가 대답하는 소리가들렸다. "타임 풀하고, 용담꽃 뿌리, 박하 좀 섞은 거야." "그래? 그게 소화불량에 효과가 있어?" 나르디는 길을 걸으며 주위를 두리번거리다가 하늘을 올려다보면서물었다. 가지들이 워낙 빼곡해서 하늘이 거의 가려져 안 보였다. 점차 어두워지고는 있지만, 이 안은 거의 밤에 가깝다. "타임이나 용담, 박하 모두 건위제(健胃劑)로 쓰이지." 건위제라면, 위 기능을 돕는 약이니까 소화불량에 좀 도움이 될 수도 있겠네. 그렇게 생각하면서 나는 별 뜻 없이 말을 이었다. 삐죽튀어나온 나뭇가지가 어깨를 쿡 찔렀다. "앗 따거! 그런데 건위제 만드는 법은 또 언제 배웠니?" 갑자기 침묵. 그리고 침묵 뒤에는……. "푸하하하!" "아하하……." "왜, 왜들 그래?" 유리카의 주아니는 갑자기 발작적으로 웃기 시작했다. 아까 만큼은 아니었지만 어쨌든 영문을 몰라 당황한 나는 나르디쪽을 쳐다봤다. 녀석 역시 전혀 모르겠다는 듯한 얼굴이었다. "그거, 그거, 그…… 히힛, 그냥 건위에 좋다는 걸로 주아니한테물어다가 풀 좀 뜯어서 대강 섞어 만들어 본 거야…… 그거 먹고 괜찮아진다면 나도 그 길로 나서…… 파하, 아하하……." "유리카, 성녀가 그 정도 능력은 있어야지." 엄숙한 체 말하지만 주아니도 웃음을 간신히 참고 있다는 걸 모를만큼 눈치 없는 내가 아니다. 유리카는 아까 성녀 행세하면서 저주를 풀어준답시고 하여간 희한찬란한 갖가지 의식을 집전한 다음에, 잠시 나갔다가 오더니 이번엔약이랍시고 산적들한테 작은 주머니를 내밀었다. 물론 산적들은 감지덕지, 감격해서 받았고 꼭 성녀님의 은혜를 잊지 않고 장복하겠노라고 말했었다. 피피까지도 고마워 죽겠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그거…… 괜히 긁어 부스럼 만든 거 아냐?" 나르디의 말에 나도 약간은 동감이었다. "그러다가 부작용 나서 '사기다!' 이러고 쫓아오면 어떻게 해? 그럴 가능성이 반 이상 아니냐?" "무슨. 나도 다 생각이 있어서 한 거라고." 우리는 꽤 숲 깊숙이 들어왔고, 그리고 작은 빈터에서 멈추어 섰다. 주위를 이리 저리 둘러보고, 트인 곳과 막힌 곳, 햇빛 드는 곳을확인한 다음 내가 말했다. "여기서 야영하자." 주위로 불이 번지지 않도록 바닥에 층층이 쌓인 나뭇가지와 풀더미를 긁어 치운 다음, 나무를 모아 잔가지부터 차례로 쌓아 놓고 불을지폈다. 마른 가지와 풀이 많아서 불 피우기는 쉬웠다. 물론 날씨가이러니 만큼 꼭 모닥불이 필요하지는 않았지만, 이런 곳에선 들짐승들을 쫓기 위해서라도 불은 피워야했다. 바닥이 푹신하도록 자리를 보고는 모포를 탁탁 털어서 깔았다. 나뭇잎들을 모아 베개 대신 불룩하게 쌓은 다음 모포 위쪽 아래에 넣었다. 그 동안 슬링 쓰는 법에 대해 내게 강습(말로만)을 들은 나르디가 시험삼아 한 번 써 보겠다며 빌려서는 나갔고, 우리는 저녁거리라도 구해 오라는 뜻에서 기분 좋게 손을 흔들어 주었다. "무슨 생각에서 엉터리 약을 조제해 준 건데?" +=+=+=+=+=+=+=+=+=+=+=+=+=+=+=+=+=+=+=+=+=+=+=+=+=+=+=+=+=+=+=오랜 만에 여러 개의 잡담을 쓰니 기분이 묘하네요. ^^;여러 개 올린다고 여러분이 조금이라도 즐거워 해 주셨으면...좋겠지만, 고통받는 분 계신거 다 알아요, 흑흑...T_T며칠 것 모았다가 한꺼번에 읽으시는 분들, 어느날 갑자기 늘어난분량에 '배신이야아-!'를 외치실지도... 그래도, lux21님, 맹약은 그대로겠죠? ^^v전에 말씀하신 대로 오늘은 5개입니다~팬레터 5개 기다려야지....룰룰.. Luthien, La Noir. 출력이 끝났습니다. [Enter]를 누르십시오. ━━━━━━━━━━━━━━━━━━━━━━━━━━━━━━━━━━━제 목 :◁세월의돌▷ 5-2.두번째 보석…(20게 시 자 :azit(김이철) 게시번호 :822게 시 일 :99/07/12 02:14:39 수 정 일 :크 기 :7.6K 조회횟수 :93 『게시판-SF & FANTASY (go SF)』 38175번제 목:◁세월의돌▷ 5-2. 두번째 보석, 두…(20)올린이:모래의책(전민희 ) 99/07/09 22:12 읽음:904 관련자료 없음----------------------------------------------------------------------------- +=+=+=+=+=+=+=+=+=+=+=+=+=+=+=+=세월의 돌(Stone of Days)=+=+=+=+=+=+=+=+=+=+=+=+=+=+=+=+ 5장. 제4월 '타로핀(Tarophin)'2. 두 번째 보석, 두 번째 숙명 (20) 나와 유리카는 각기 모포 위에 앉아서는 타닥거리는 모닥불을 멀찍이 떨어져 바라보고 있다. 지금 날씨에 모닥불은 좀 더웠다. "너는 산적들이 얼마나 오랫동안 우리의 사기극에 속아줄 것 같니?" "얼마나…… 오랫동안?" 그런 생각은 해본 일이 없다. 나중에 깨닫게 된다 해도 그건 그들의 문제인 데다가, 조만간에 눈치채고 쫓아오기라도 할 정도로 우리가 허술하게 했다는 생각은 안 했는데. "사기란 거, 금방 알아챌 거야." "무슨 근거로 하는 얘기야?" 유리카는 내 배낭을 끌어당겨서 그 안에 넣어 놓은 말린 과일을 하나 꺼내 씹었다. 머리카락이 흘러내려 얼굴을 반쯤 가리고 있었다. "너도 세 사람을 데려갈 때 생각했던 거잖아? 세 사람 이상이 같은이야기를 하면 누구나 솔깃하게 되어 있지." "그래서?" "똑같은 거지. 그 상황에 없던 사람이 셋 이상 나타나서, '그런 바보 같은 일이라니…… 혹시 속은 것 아니에요?' 이러기 시작하면 며칠 안에 다들 '우리가 속았다' 라고 생각하게 되어 있어." "아아……." 정찰하고 돌아올 네 명을 생각하지 않았구나. 그건 그렇고, 그들은 정찰 갔다가 동네 사람들한테 잡혀 죽었나? 왜 그렇게 돌아오지 않은 거지? "시간이 지나 냉정하게 생각해 보면, 갑작스레 나타난 세 명이 하룻밤 새에 보석 한 개를 채어 황급히 사라졌다, 라고 요약되겠군." "더군다나 일깨워줄 사람도 네 명이나 있고." 정말 맞는 말이라, 나는 갑자기 우리가 여기서 야영이나 할 것이아니라 모포 걷어들고 열심히 달려 도망쳐야 하는 것은 아닌가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그게 엉터리 약하고는 무슨 관계야?" "난 약초에 대해선 잘 몰라. 하지만…… 너, 적당히 소화 잘 되는거하고 끔찍하게 소화 잘 되는 거의 차이는 알만하지 않니?" 나는 생각해 봤다. "으음…… 건위제 세 가지 섞어서 먹고 나면, 잘 되면 끔찍하게 배가 고파질 것이요, 못 되면 배가 아파 데굴데굴 구르겠군." "어느 쪽이든, 우리 뒤를 빨리 쫓아오지 못할 것이란 점에선 똑같아." 유리카는 매번 내 예상보다 더 잔인했다. 문득 고향에 있던 여자아이들이 떠올랐다. 나름대로 대담한 면들도있었지만 실수로 넘어져 무릎에 흐르는 피만 보고도 놀라 어서 씻으라는 둥, 어른들을 부르자는 둥, 수선스럽게 말하던 아이들 말이다. 아냐, 이건 여자아이들한테만 해당되는 말은 아니다. 사실 나 자신도얼마 전까진 칼로 염소 한 마리 잡는 것도 즐겁게 여기지 않았었으니까. 어쩌면, 어쩌면 아주 정상적인 거야. 유리카는 도대체 어떤 곳에서, 어떤 교육을 받고 자랐기에 저렇게다를까? 우리가 잠시동안 아무 말 없이 모닥불만 바라보고 있는데, 숲가에서 인기척이 들리고 나르디가 돌아왔다. "성과가 있었다네, 잘 가르쳐주었어." 나르디가 잡아온 것은……. "선량해 보이는 토끼군." "선량하면 맛있나?" "잔인한 뱀보단 맛있어." "잔소리 그만하고 손질해 올 사람이나 정하자." 나는 묵찌빠로 정하자고 하고 싶었지만 유리카의 눈치를 보고는 동전 던지기 쪽으로 방향을 바꿨다. 그리고……. "얼른 갔다와." "깨끗하게 씻고, 털 남기면 안 돼." …… 나는 죽은 토끼와 함께 시냇가 산책을 나섰다. 삼나무 잎새를 스치는 바람이 싸한 풀 냄새를 가지고 온다. 나는 작은 대거를 이용해서 토끼의 가죽을 벗겼다. 피 냄새인지,하여간 비릿한 냄새가 풍긴다. 말없이 흐르던 시냇물의 표면에 빨간피가 한참 풀려 나가다가 이윽고 사라졌다. 내장과 가죽은 핏기를 대강 헹군 다음 멀찍이 시냇가 너머로 던져버렸다. 피 냄새를 맡고 오는 동물들이 있을 지도 모르니까 조심해야했다. 그런 다음 잠시 전 까진 토끼의 시체였지만 이제는 토끼고기로변해버린 것을 냇가 바위 위에 얹어놓은 뒤, 한참 동안이나 시냇물에손을 잠그고 씻었다. 피 냄새가 아직도 완전히 가시지 않는다. 주위는 많이 어두웠고, 흐르는 물에 더 이상 피는 보이지 않는데도, 나는한참 동안이나 손을 물 속에 담그고 있었다. 잔 물살이 손등에 셀 수 없을 만큼 부딪치고 흘러간 다음, 나는 일어서서 모닥불 가로 돌아왔다. "꼬챙이로 쓸 나무 준비해 뒀어?" "여기 있어." 토끼 고기는 굽고 나니 맛이 꽤 괜찮았다. "후우, 후우." "아예 고기가 날아갈 때까지 불어라." "저번처럼 입을 데고 싶진 않단 말이네." "너처럼 뜨거운 게 입에 닿을라치면 질겁하던 녀석이 하나 더 있었는데." 나는 머릿속에 티무르 리안센을 오랜만에 떠올리면서 말했다. 유리카가 모닥불 너머 어둠 속에서 빙긋 웃는 것이 보였다. "그 녀석, 잘 있을까?" "누군데 그래?" "아, 이베카 시에서 만난 고상한 녀석이 하나 있었어." "고상한 녀석?" 나와 유리카는 내내 뜨거운 것을 참지 못하는 나르디보다 훨씬 많이 토끼고기를 먹어치운 다음, 건량을 내어 좀 씹었다. 물은 미리 떠다 놓았었고, 적당히 먹고 마시고 나니 배가 불렀다. 주아니는 자기식량인 나무 열매들을 몇 개 까먹고 나더니 금방 모포 한구석에서 잠들었다. 정말, 어떤 낯선 땅 위에 갖다 놓아도 그것이 땅이기만 하다면 주아니는 아무 두려움도 갖지 않는 듯했다. 살아 있는 낯선 생물들은 그렇게 겁내면서. 나르디가 거의 식은 마지막 토끼고기 조각을 씹으면서 물었다. "고상한 녀석이라니, 뭐하는 녀석이었는데 그래?" 나는 유리카를 돌아보며 말했다. 말하는 도중에도 실소가 터져나왔다. "푸훗, 그 녀석 이름이 티무르였지, 아마? 그래, 티무르 리안센." "리안센?" 무심한 듯이 내가 말한 이름을 되풀이하는 나르디의 얼굴에 뭔가낯선 표정이 스친 것 같다. 나는 다시 한 번 녀석의 얼굴을 쳐다보았지만, 이미 그 표정은 수면 아래로 깨끗이 사라져버린 뒤였다. 무언가, 싸늘하게 보였던 그 표정. "난 뜨거운 것을 잘 못 먹어." 나르디의 말에 나는 짓궂게 대꾸했다. "뜨거운 것을 잘 먹어야 예쁜 아내를 얻는대." "노력해 보지." 나르디는 평상시의 부드러운 표정으로 돌아가 빙그레 웃어 보였다. 보는 사람까지 편안하게 만드는 그런 미소를. 식사한 자리를 치웠다. 이젠 저녁이 아니고 밤이 되었다. 우리는모닥불 한쪽에 모여 앉았다. "이리 줘 봐." 나는 품속에서 산적의 브로드소드에서 뽑아낸 붉은 보석을 꺼내어유리카에게 건넸다. 밤중에도 그것은 처음 보았던 때처럼 울렁이는빛을 발했다. 토끼 몸 속에서 꺼냈던 작은 심장처럼…… 숨을 쉬고있는 듯이 보이는 보석. 나르디의 눈이 흥미 있게 빛나고 있었다. "후……." 유리카는 손바닥 위에 보석을 얹어 놓곤 가만히 거기에 시선을 집중한 채 한참동안 말이 없었다. 마치 보석과 이야기라도 나누려는 사람처럼, 그렇게 그녀는 오랜 옛날의 생각에 잠긴 눈을 하고 있다. 가끔 느낀 적 있었던 것처럼, 이럴 때면 나와는 아주 먼 곳에 떨어져있는 듯한 그녀의 눈빛. 타닥, 재가 날렸다. "……." 지금의 인간보다 훨씬 아름답고, 훨씬 강건했었다는 고대인들의 눈동자라면 혹시 저랬을지도 모르지. 보석이 간헐적으로 내뿜고 있는 광채와 계속해서 타오르는 모닥불빛 때문에 우리 얼굴은 온통 발그레하게 달아올라 있었다. 그녀가 나를 불렀다. "파비안." "응." 고개는 들지 않고 있었다. "약속했었지? 숨기던 것, 모두 다 말하겠다고." "그래." +=+=+=+=+=+=+=+=+=+=+=+=+=+=+=+=+=+=+=+=+=+=+=+=+=+=+=+=+=+=+=투표 집계 결과는, 약속드린 대로 200회가 올라가는 그날 올릴 겁니다. 200회가 언제냐고요? 에에.. 지금이 몇 회인지는 헷갈리지만하여튼 세고 있다고요..;;이번 달 안에 반드시 200회 넘깁니다! .... 그래서 지금 이렇게 열심히 쓰고 있지요. T_T투표 아직 안 보내 주신 분들, 내일 밤까지 꼭 보내 주실거죠? 그죠? (반짝반짝...)Luthien, La Noir. 출력이 끝났습니다. [Enter]를 누르십시오. ━━━━━━━━━━━━━━━━━━━━━━━━━━━━━━━━━━━제 목 :◁세월의돌▷ 5-2.두번째 보석…(21게 시 자 :azit(김이철) 게시번호 :823게 시 일 :99/07/12 02:14:54 수 정 일 :크 기 :9.0K 조회횟수 :100 『게시판-SF & FANTASY (go SF)』 38176번제 목:◁세월의돌▷ 5-2. 두번째 보석, 두…(21)올린이:모래의책(전민희 ) 99/07/09 22:12 읽음:1029 관련자료 없음----------------------------------------------------------------------------- +=+=+=+=+=+=+=+=+=+=+=+=+=+=+=+=세월의 돌(Stone of Days)=+=+=+=+=+=+=+=+=+=+=+=+=+=+=+=+ 5장. 제4월 '타로핀(Tarophin)'2. 두 번째 보석, 두 번째 숙명 (21) 별빛이 내리기 시작한다. 나르디의 머리카락에서 점차 염색기가 사라지고 금빛이 많아지는것을 전부터 눈치채고 있었지만, 지금은 이상하게도 완전히 옛날의머리빛 그대로 돌아간 것처럼 보인다. 나는 품속으로 손을 넣어 아룬드나얀을 만졌다. 단단한 둥근 추가 언제나처럼 그 자리에 있다. 고향에서 머물렀던 마지막 시간들 동안 생겼던, 몇 안 되는 버릇들 가운데 하나. 이상하게 아주 오래된 생각들만이 잇따라 머리를 쳐드는 것 같다. 더 오래된 때, 더 옛날로만 마음이 돌아간다. "별자리들이 세월이 지나면 달라지는 것, 아니?" 나는 고개를 들어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밤바람이 삼나무들을 흔드는 소리, 그리고 그 사이로 엿보이는 하늘엔 흰 별들이 떨어질 듯맺혀 있다. 오랜 옛날의 눈물 방울인가? "어떻게 달라져?" "물론, 몇 백년 갖곤 어림없는 일이지. 점성술사들이 갖고 있는 옛날 책을 보면 지금과는 별자리 모양이 달라. 언젠가 오래된 별자리들이 새겨진 둥근 석판을 본 일이 있는데…… 저기, 보여?" 유리카가 가리킨 손가락을 따라 눈을 돌리니 하늘에 띠처럼 길게걸린 '시간의 강'이 보인다. 희게 빛나는 별들이 유난히 밝게 늘어서서 하늘 한쪽을 가르고 있는 별자리다. 저 강이 지상에서 어느 강을 뜻하는 것인가를 놓고 점성술사들 사이에서는 말들이 많았다. 아르나니 별이 아르나 아룬드에 저 별자리의 급류로 보이는 지점에 머문다는 것 때문에 아르나 강이라는 주장이 있었고, 하늘을 흐르는 가장 큰 강이니만큼 저건 땅 위의 가장 큰대하인 이진즈 강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꽤 강경했다. 왜 이런 논쟁이 생기는가 하면, 하늘의 별자리들에서 중요하게 여겨지는 7대 별자리 가운데 여섯 개는 모두 지상에 실제로 있는 무언가와 대비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시간의 강' 만은 그게뭔지 정확하지가 않으니 점성술사라는 자들도 직업의식이 발동되는모양이지. 게다가 '시간의 강' 이라는 이름이 별자리 이름치고는 좀이상한가? 거기다가 사철 어느 때든 조금씩은 볼 수 있고, 어느 별자리보다도 눈에 띄는, 말하자면 굉장히 중대한(?) 별자리인데. 어쨌거나 점성술사가 아닌 나로서는 알 바 없는 일이다. 하늘을 흐르는 '시간의 강'은 두 번 길게 휘어지는 모양이었다. "저 별자리가 예전엔 저렇게 휘어져 있지 않았대." "그럼 어땠는데?" "직선이었어." 갑자기 유리카가 아닌 나르디가 대답하는 바람에 나는 의아한 눈동자로 녀석을 쳐다봤다. 유리카도 나르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너도 알고 있구나. 그럼 '모든 섬'에 대한 이야기도?" "응, 알고 있지. 책에서 읽었어." 혼자 바보가 된 내가 애처롭게 물었다. "모든 섬은 또 뭐야?" 짧은 설명이 오갔다. 나르디와 유리카가 책에서 본 천 년도 더 된옛날의 성도(星圖) '메르헨 로 니하파'를 보면, '시간의 강'은 거의직선에 가깝게 일렬로 늘어선 수백 개 별들의 집합이며 그 가운데쯤에 유난히 굵은 푸른 별무리가 있어서 그것을 '모든 섬'이라고 부른다고 했다. 강 가운데 별무리가 있으니 섬이라고 부른단 것은 이해가갔지만, 왜 하필 '모든' 이지? "아니, '모든' 이라니? 세상 모든 섬을 합치기라도 했단 거야? 무슨 그런 이름이 다 있어?" "어쩌면…… 파비안 네 말이 맞겠네." 유리카는 빙긋 웃었다. "다른 책에 보면 '모든 섬'은 세상 모든 만물을 집약한 바로 그것이다, 시간과 공간을 넘어서 존재하거나 존재하지 않았던 모든 것들이 그 섬 안에 있다, 라고 쓰여 있었거든." "뭐야, 무슨 말이 그래? 도대체 그런 말이 어떤 책에 쓰여져 있어?" "<알려져 있지 않은 것들에 관한 길고 긴 이야기>, '류지 로 주하'라는 사람이 썼어." 책이름은 낯설고 이상하기 짝이 없었다. 더 묻지 않는 것이 정신건강에 좋을 것 같아서 나는 말을 돌렸다. "그런데 지금은 그 별무리가 사라지고 없다? 그렇다면, 저 모양도언제 또 달라질지 모른다는 거군. 혹시 나중엔 양끝이 둥글게 이어져서 '시간의 호수' 라고 불릴지도 모르겠네. 그런 거야 아무래도 좋지만, 왠지 으스스하다." 이제 조금씩 얼굴에 닿는 모닥불의 온기가 따뜻하게 느껴지기 시작한다. 하늘에는 별, 땅에는 모닥불- 그리고 손위엔 빛나는 돌. "아룬드나얀과 이 보석을 만나게 하는 것은 내일 아침으로 하자,괜찮지?" 유리카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끄덕했다. 나르디는 자기가 상관할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는지 우리의 결정에 별반 참견을 하지 않았다. 저마다 모포 속으로 기어들어 갔다. 누워서 위를 올려다보니 숲 사이로 난 하늘은 반죽 때문에 테두리가 구불구불한 사과파이처럼 보인다. 별들은 파이에 박힌 건포도 같다. 구름 한 점 없었다. 우리를 둘러싼 나무 꼭대기 언저리에서 잘 보이지는 않지만 잔가지들이 좌우로흔들리고 있었다. 꼭대기에만 부는 바람인 모양이다. 아주 먼 이국 땅의 어느 숲 속에서 나는 나락에 빠져들 듯 잠으로빠져들어 갔다. 눈을 감은 저 밖의 세계에서는 여전히 삼나무 숲에별빛이 쏟아질 거란 생각을 하면서. 밝다. 따뜻하다. 편안하다. 풀 냄새, 바람 냄새, 숲의 소리. 한여름의 풀밭. 한 백년은 잘 자랐을 듯한, 큼직하고 아름다운 삼나무 그늘 아래 [나]는 홀로 앉아 있었다. [나]는 본래부터 일행 없이 여행하고 있었던 것 같다. 주위의 자연은 어딘가 모르게 익숙했으며, 마음속에서는 홀로 여행하면서도 갑자기 다가올지도 모르는 위험들에 대한 어떤 두려움도 느껴지지 않았다. 햇빛이 쏟아져 내리는 숲, 여름. [나]는 더위를 느끼고 머리카락을 뒤로 넘겼다…… 머리카락은 웬일인지 몹시 길어져 있었다. 겨드랑이를 넘어 허리께 까지 닿는다. 길고 검푸른, 아주 고운 머리카락. 전혀 이상하게 생각되지 않는다. 본래부터 [나]의 머리는 이런 모양이었어. [나]는 버릇처럼 품안의 아룬드나얀 목걸이를 매만졌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목걸이 안에는 보석이 단 한 개도 없었다. 보석이들어갈 자리조차 만져지지 않았다. 아니야, 보석은 처음부터 없었던 것이었어. 이제 그만 쉬고 다시 길을 떠나려는 듯, [나]는 몸을 일으켰다. 다시 갈 길을 찾으려 주위를 휘둘러보는데 익숙한 삼나무들이 하늘꼭대기로 길게 뻗은 것이 보인다. 저건 좀 전에 누워서 건포도 박힌사과파이 같은 별하늘을 바라보다가 잠이 들었던 그 숲? 그러나, [나]는 그렇게 [나]가 둘로 중첩되는 것을 전혀 이상하게느끼지 않는다. 숲에 누워 잠든 것도 나이고, 여기에서 길을 가려고주위를 둘러보는 것도 [나]다. 문득, 이상한 낌새가 숲 안쪽에서 느껴진다. 반사적으로 검손잡이로 손이 갔다. 그런데…… 쥐고 보니, 방금 잡은 검은 등뒤가 아니라 허리에 매어져 있다. 허리? [나]가 쥔 것은 상당히 얇은, 가볍고도 날카로워보이는 검이었다. 검집 사이를 비집고 푸르스름한 광채와 같은 것이 흘러나오고 있다. 손에 느껴지는 기운은…… '차가움'. 익숙한 검인 것 같은데, 또한 다른 나는 그걸 낯설게 여기고 있다. 그러나 [나]는 당연한 듯 정교하게 세공된 검의 힐트를 꽉 잡은채, 그 무언가가 다가오기를 기다렸다. 바삭- 바삭- 바스락- 바삭-나지막하지만 확실한 발자국 소리가 들려온다. 낙엽 부서지는 소리가 일정하게 다가온다. 별로 망설이지도 않고 경계하지도 않는 듯한, 마치 공격할 테면 해보라는 것 같은 그런 발소리다. 적이 있을지도 모른단 것을 아예 모르는 어리석고 무모한 자이거나, 적 따위는 아무래도 상관없다는,즉, 자기 실력에 대단한 자신이 있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부스럭. 발소리가 아주 가까이에서 뚝 그쳤다. 나뭇가지가 흔들리는 것이 여기에서까지 보인다. 뭔가 헤치고 나오려는 듯, 근처의 나무가 한꺼번에 흔들렸다. 갑자기 [나]는 입을 열어 외치고 있었다. [누구인가!]뚝. 나뭇가지 하나가 꺾이는 소리, 그리고 침묵. [나]는 검을 쥔 오른손에 충분히 힘을 준 채, 왼손을 서서히 쳐들었다. 그런데…… 왼손에 들린 것은? 이건…… 마법사들의 지팡이? [누구라 한들 내 적수가 되지 못하니, 어서 모습을 드러내라.]내 입에서 나오는 말치고는 어쩐지 좀 어울리지 않았다. 그러나 나도 모르는 [나]의 가슴속에는 정체 모를 자신감이 가득히들어차 있다. 처음부터 갑자기 나타나는 적 따위는 전혀 겁나지 않는다는 것처럼. 그리고 서서히 끓어오르는 어떤 흥분이 갑자기 머리 속을 돌아 온몸을 휘감는 것이 느껴진다. 동시에…… 검의 푸른 기운이 불꽃처럼 검집 밖으로 튀어나왔다. 짧은 순간. 파밧! +=+=+=+=+=+=+=+=+=+=+=+=+=+=+=+=+=+=+=+=+=+=+=+=+=+=+=+=+=+=+=투표 보내주신 분들 중에서, 시험이 이제 끝나기 때문에 늦게 보낸다는 분들도 계셨어요. 고등학생 분들요... 만약 시험이 안 끝나서 못 보내시는 거라면 날짜가 조금 지나더라도 받을게요. ^^;확실히.. 고등학교 다닐 때 시험 기간은 힘들었던 것 같으니까.. 지금까지의 대강 집계는 꽤 재미있습니다. 의외의 인물이 부상하기도 했고, 생각 못한 장면을 골라주신 분도 있고요. 생각 외로 비슷한장소, 대사 같은 것을 여러 분이 지목하시면 그것도 나름대로 신기했습니다. 이제 내일 지나면 투표 메일 받는 재미 한 가지가 사라지겠군요... 슬퍼라... 그런데 왜 안면 있는 사람들은 유난히 투표를 안하는 거지.. 이제, 내일에서 모레 분량 정도에서 지금까지 숨겨졌던 비밀들 가운데 굉장히 여러 가지가 밝혀집니다! .... 에에.. 기대하시는 분은 없으실라나... 장마철에 몸조심 하세요~ ^^Luthien, La Noir. 출력이 끝났습니다. [Enter]를 누르십시오. ━━━━━━━━━━━━━━━━━━━━━━━━━━━━━━━━━━━제 목 :◁세월의돌▷ 5-2.두번째 보석…(22게 시 자 :azit(김이철) 게시번호 :824게 시 일 :99/07/13 08:16:05 수 정 일 :크 기 :6.4K 조회횟수 :93 『게시판-SF & FANTASY (go SF)』 38283번제 목:◁세월의돌▷ 5-2. 두번째 보석, 두…(22)올린이:모래의책(전민희 ) 99/07/10 18:33 읽음:1129 관련자료 없음----------------------------------------------------------------------------- +=+=+=+=+=+=+=+=+=+=+=+=+=+=+=+=세월의 돌(Stone of Days)=+=+=+=+=+=+=+=+=+=+=+=+=+=+=+=+ 5장. 제4월 '타로핀(Tarophin)'2. 두 번째 보석, 두 번째 숙명 (22) 너울거리는, 마치 살아 있는 것 같은 불꽃이다. 그러나 얼음처럼차가운 푸른 불이다. 온 몸 깊숙이 야릇한 흥분 같은 것이 별개의 생명체처럼 꿈틀거리며 움직이고 있다. 그러면서도 또한 평정을 깨지 않도록 하는 침착한정신이 차가운 물줄기처럼 몸 안을 돌고 있다. 평생 단 한 번도 느껴본 일이 없는 기묘한 상태였다. 어떻게 하면…… 사람이 이렇게 정 반대의 감각을 한 몸 안에 동시에 지닐 수있지? [대답하지 않는가?]그 순간 문득, [나]의 목소리는 내가 기억하는 것보다 훨씬 부드럽고 또한 단단하며, 깊은 울림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갑자기 대답이 들려왔다. [남의 땅에서 자신만만한 목소리로 무례하게 말하는 자에게 대답할의무가 자유로운 종족에겐 존재하지 않는다.]저 보이지 않는 자의 대답은 방금 이상하게 느낀 [나]의 목소리보다 훨씬 둔중한 울림이 있는, 커다란 북과 같은 목소리로 왔다. [그대가 누구인지 알 것 같군.]다음 순간 무언가,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의 빠르기로 날아드는 것을 [나]는 느꼈다. [나]가 왼손의 지팡이를 쳐드는 것이 느껴진다. [******!]아……[나]의 목에서 나오는 말을 내가 알아들을 수가 없다. 갑자기 눈앞에서 식물 줄기처럼 길게 자라나기 시작하는 크리스탈의 무더기가 커다랗게 죽죽 뻗어 나왔다. 순식간에 정면 시야가 완전히 가려져 버렸다. 여름 태양 아래, 한꺼번에 쏟아지는 찬란한 반사광에 눈이 어지럽다. 쩡! 그리고 다음 순간, 가장 길게 솟은 크리스탈의 머리가 깨끗하게 잘라져 바닥으로 굴렀다. 뭐야, 뭐였지? 그리고 이 이상한 크리스탈들은 다 뭐지? 이게…… 말로만 듣던 마법이라는 것인가? 이런 것이 실제로 있었단 말야? 그러나 또다른 [나]는 이 상황에 매우 초연했다. 방금 쓴 능력쯤은아무 것도 아니다. 아주 가벼운 장난에 불과했다. 얽혀진 두 개의 자아는 완전히 별개 같기도 했고, 같은 몸의 다른정신 같기도 했다. 또, 어느 순간은 완전히 합쳐지기도 했다. [나]는 다시 말하고 있었다. [그대를 찾아온 자다. 공격을 멈춰라.][그러지 않는다면?]여전히, 북처럼 울리는 목소리. [이 로드(Rod)가 없이도, 여기 검 하나만 갖고도 너희 종족 모두를상대할 수 있다.][…….]잠깐 침묵, 그리고 대답. [너는……, *****인가?]아아, 또다시 알아들을 수 없는 이름. 그리고, 갑자기 내 눈앞을 완전히 가려버리는 광채. 쏟아지는 흰 빛 속에서 영상은 완전히 지워져 버렸다. 빛, 빛. "……." "어서, 일어나." 내 몸을 흔드는 어떤 손길. 몇 번이고 끈질기게 나를 꿈속에서 끌어내고 있다. "으음……." 눈을 반쯤 뜨고 보니 이미 유리카와 나르디, 주아니 모두가 일어나있다. 벌써…… 아침이라고? 희끄무레한 빛이 나뭇가지 사이로 비쳐들고 있었다. 이제 겨우 새벽이 시작되려는, 즉 일어나기에는 아직 이른 때다. 그런데 다시 보니 하나같이 상당히 긴장한 표정이다. 나를 흔들어 깨운 당사자인 유리카의 초록색 눈이 바로 코앞까지들이대어져 있다. 나는 정신을 추스르지 못하고 한참동안 그 얼굴을멍하니 쳐다보고 있었다. 그런 다음, 황급히 주위로 고개를 돌렸다. 여, 여기가 어디야? 현실감각이 완전히 엉망이었다. "여기는…… 비슷한데……." 내 헛소리를 유리카는 잠자코 듣고 있지 않았다. 당장에 내 어깨를다시 흔들면서 날카롭게 말했다. "어서 일어나, 빨리, 빨리." 일단 눈을 비비며 모포 속에서 빠져나오는 수밖에 없었다. 눈을 돌려 하늘을 쳐다봤다. 이른 새벽의 하늘, 주위가 온통 푸르스름하다. 그런데, 내가 잠결에 느낀 빛은 뭐였지? 그 하얗게 빛나는……. "왜……." 무슨 일인가 물으려는 찰나, 갑자기 나는 내가 처한 상황을 깨달았다. "뭐, 뭐야!" 빛이 나고 있었다. 내 가슴 한가운데에서 나고 있었다. 눈이 부시게 흰빛이 주위에 가득했다. "어떻게…… 이렇게?" 정신이 번쩍 드는 것 같다. 나는 벌떡 몸을 일으켰다. 빛이 나오고 있는 것은 분명 내 가슴 안에 걸린 아룬드나얀이었다. 한 번도 이렇게 되는 것을 본 일이 없다. 알 수 없는 이상한 빛이마치 물줄기처럼 흘러나온다. 흘러서 바닥에 고이려는 것처럼 보인다. 마치 옛날, 페어리들이 내던 빛덩어리 중 하나가 내 가슴 위에내려앉아 있는 것 같다. 그리고 그 빛은 어딘가 모르게 유리카가 산적들의 영채(營寨)에서보였던 흰 빛기둥과 비슷한 느낌을 주었다. "이건……." 간신히 꿈을 떨쳐버리고 상황을 생각해보려는 나의 말을 유리카가한 마디로 가로막았다. 그녀의 눈빛은 긴장한 것 같기도 했지만, 달리 보면 무언가를 기대하는 사람의 흥분된 눈동자와도 닮아 있었다. "아무래도, 지금 해야 할 것 같다." 뭘 하자는 건지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고개를 몇 번 흔들어 꿈의 잔상을 떨쳐버린 다음, 숨을 삼키며 품속에서 빛나고 있는 목걸이를 꺼냈다. 뜨겁지 않을까 염려했는데 다행히 그렇지는 않았다. 그리고 그것이 겉으로 나오는 순간……. "흐읍……!" 나는 내 목에서 치밀어 오르는 어떤 신음을 간신히 눌러 삼켰다. 목걸이에서 어떤 힘이 솟아나고 있었다. 가슴이 부들부들 떨렸다. 뭔가가 내 가슴을 터질 듯 짓누르는 것 같다. 목걸이를 부여잡았다. 그 진동에 내 팔까지 덜덜 떨렸다. 빛을 내뿜는 목걸이는 살아 있는 것처럼 떨고 있었다. "하나가 되고 싶어하는 거야." 유리카의 목소리가 아주 먼 곳에서 들려오는 듯하다. 새벽녘이 가까워 모닥불은 거의 꺼져가고 있었는데도 그녀의 얼굴은 붉은 보석이내는 빛에 물들어 온통 발그레했다. 목에서 간신히 사슬을 벗겨 내고 떨림을 억누르며 양손으로 아룬드나얀의 추를 잡았다. 그 일을 하는 동안 내내 내 손에 전해지는 심장박동처럼 둔중한 울림을 누르기가 너무나 힘이 들었다. 본래, 하나였던 물건이 다시 하나가 되려는 의지는 이렇게나 강한것인가? 아버지가 말했던 대로, 이 목걸이는 정말로 스스로의 의지를 가지고 있는 걸까? 나는 무언가를 묻는 눈으로 유리카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그녀는 내 질문을 알아듣고 대답했다. "네가 해야 해." +=+=+=+=+=+=+=+=+=+=+=+=+=+=+=+=+=+=+=+=+=+=+=+=+=+=+=+=+=+=+=어제 다섯 개... 폭탄.. 이었나요. ^^;그럼 오늘은....;그래도 두세 분이라도 즐겁게 봐 주셔서 기뻐요. ^^오늘 저녁 12시, 투표 마감입니다! 보내기로 약속하신 분들, 기억하고 있어요. ^^+Luthien, La Noir. 출력이 끝났습니다. [Enter]를 누르십시오. ━━━━━━━━━━━━━━━━━━━━━━━━━━━━━━━━━━━제 목 :◁세월의돌▷ 5-2.두번째 보석…(23게 시 자 :azit(김이철) 게시번호 :825게 시 일 :99/07/13 08:16:24 수 정 일 :크 기 :6.4K 조회횟수 :91 『게시판-SF & FANTASY (go SF)』 38284번제 목:◁세월의돌▷ 5-2. 두번째 보석, 두…(23)올린이:모래의책(전민희 ) 99/07/10 18:33 읽음:1026 관련자료 없음----------------------------------------------------------------------------- +=+=+=+=+=+=+=+=+=+=+=+=+=+=+=+=세월의 돌(Stone of Days)=+=+=+=+=+=+=+=+=+=+=+=+=+=+=+=+ 5장. 제4월 '타로핀(Tarophin)'2. 두 번째 보석, 두 번째 숙명 (23) 그래, 맞는 말이야. 그렇지만, 너무 긴장돼. "받아." 유리카가 내게 붉은 보석을 내미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곧 내 오른손에 보석이 꽉 잡혔다. "……." 마치, 살아 있는 누군가의 요구를 들어주는 듯한 기분이다. 아니면죽은 시체에게…… 심장을 돌려주는 기분. 어느 쪽이든 도저히 무생물을 대하는 기분이 아니었다. 문득 이상한 생각이 났다. 이거, 아교나 밀랍칠을 하지 않아도 그냥 붙는 건가? …… 이렇게 이상야릇하게 살아있는 척하는데, 설마 그 정도는 자기가 알아서 하겠지? 유리카와 나르디, 주아니는 나에게서 약간씩 떨어져서 가만히 나를지켜보고 있었다. 고생 끝에 뭔가 결과를 기다리는 듯한 눈빛들. 그걸 보자니 문득 또 드는 생각이 있었다. 남은 자리가 세 개나 되는데 그 중 어디다가 넣어야 하지? "……." 이렇게 중대한 순간에 왜이리 나는 모르는 게 많은 거지? 머뭇거리면서 나는 무슨 대답이라도 있을까 싶어 아룬드나얀을 들여다보았다. 그 때,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녹색 보석이 들어 있는 왼쪽의 빈자리가 갑자기 흐물흐물하게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 주위 사람들한테 묻고 자시고 할 상황이 아니었다. 나는 잘못 보았나 싶어 눈을 비벼 보려고 했다. 그러나 양손에 다 뭔가 하나씩 들고있는 바람에 그럴 수가 없어서 이번엔 눈을 꾹 감았다가 다시 떴다. 여전히, 그 자리는 한여름에 얼음 녹아 내리는 것처럼 흐물거리기시작하고 있었다. 어, 어떻게 해야 하지? 이 상황에서 내게 또 나는 생각이 있다면…… 혹시 이 보석에 위아래가 있어서 잘못 뒤집어 끼우면 어떻게 되는 거지? 잘못 끼웠는데딱 붙어버리면 어떻게 되는 거람? 으아아, 도대체 난 왜 이래! 미리 아버지한테 물어두지 않은 것을 열심히 후회하면서 나는 계속허둥거렸다. 자다가 갑작스레 깬 주제에 생각나는 건 왜 그리 많은지. 정말, 이야기책에 나오는 거하고는 달라도 너무 다르네. 거기선이런 건 궁금해하지도 않고, 이런 게 잘못되어서 일 그르쳤다는 얘기도 들은 적 없는데. 알아서 잘만 하던데. 전설 이야기의 누군가들처럼 멋지게 첫 번째 임무를 해내기엔, 이미 나는 지나치게 오래 망설이는 중이었다. 유리카나 나르디, 주아니는 아무 말이 없었다. 참견할 상황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아닌데, 난 지금 조언이 필요한 상황인데. 에라, 모르겠다. 이걸 모르는 게 내 잘못은 아니잖아. 이런 걸 궁금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던 거 보면, 아무렇게나 해도 좋은 게틀림없어. …… 결국 나는 좋도록 생각해 버렸다. 나는 보석을 그 자리에 앞이든 뒤든 위든 옆이든, 하여간에 넣어버리려고 손을 가까이 가져갔다. 그런데……. 나는 손을 멈추어 버렸다. 뜨거운 불에 녹기 시작한 것처럼 보이던 자리가 점점 더 깊게 패이는 듯하더니(나는 구멍이 뻥- 뚫려버릴까봐 걱정하고 있었다), 그 작은 구멍 안으로 이상한 세상이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자그마한 하늘과, 나뭇잎, 흘러가는 구름……. "어, 어떻게……." 내가 다른 사람들을 불러 이 광경을 보여 줄 여유가 없었던 것은이후로 꽤 오랫동안이나 되씹을만한 후회로 남았다. 즉, 아무도 나중에 내 말을 믿어주려 하지 않았단 말이다. 나는 완전히 헛것을 본 사람으로 몰려 버렸다. 다시 말해, 무슨 일이 일어났냐면,내 의지와는 전혀 무관하게, 보석을 든 오른손이 끌어당겨지고 움직여서 그 이상한 세계를 막아버렸던 것이다. 상황을 깨닫는 순간, 이미 일은 끝나 있었다. 놀라고 자시고 할 여유조차도 없었다. "아, 아…… 왜 이렇게 된 거야! 으, 이……게 아냐!" 그리고는 모든 것이 본래대로 돌아왔다. 심장 박동 같은 울림도 없었고, 붉은 보석이 뿌리던 기이한 광채도사라져 버렸다. 아룬드나얀이 내뿜던 흰빛은 말할 것도 없었다. 목걸이는 완전히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평범한 무엇으로 돌아와 있었다. 내 눈에는 마치, 목걸이가 나를 속여 놓고서 시치미떼고 얌전한 척하는 것처럼 보였다. "이게……!" 내가 왜 갑자기 화가 나려고 하는지 유리카나 나르디, 주아니는 전혀 모르겠지. "어?" 모든 것이 얼떨결에 끝나버린 통에 혼자 울화가 치받고 있는 내 귀에 유리카의 놀란 듯한 목소리가 들렸다. 어, 내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안다는 거야? 그게 아니었다. "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지?" 유리카는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주위를 빙빙 돌기 시작했다. 나는 영문을 모른 채 이리저리 왔다갔다거리는 그녀를 눈을 굴려 쫓았다. 그녀의 목소리에서 몹시 당황한 기색이 배어 나왔다. "왜, 왜, 도대체 어딜 간 거야?!" "뭐, 뭘 찾는 거야?" 나르디가 물었지만 유리카는 대꾸도 하지 않았다. 계속해서 '어디있는 거야?'라고만 말하면서 여명이 비치기 시작한 어두운 숲속 빈터를 어지럽게 돌아다니는 통에 다른 사람들은 다들 영문 모르고 따라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도대체 왜 그래?" "안 나타나잖아!" "뭐가?" "늙은 양반!" 그 말을 하는 순간, 전에 하라시바에서 유리카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늙은 양반? 그래, 늙은 양반. 우리는 몹시 당혹스럽고 답답한 심정으로 풀밭 위에 주저앉은 채아침을 맞았다. "뭐가 이래? 이게 아니었다고." 유리카가 우리 중에 가장 화가 나 있다. 처음엔 당황해서 어쩔 줄모르던 그녀였지만, 이제는 확실히 어떤 대상에게 화를 내기 시작하고 있었다. 다행히 나나 나르디, 주아니는 그 대상이 아니었다. "도대체가, 이렇게 말귀를 못 알아먹는 영감탱이였다니! 장난치는거야, 뭐야? 아니면 에즈가 거짓말이라도 했다는 거야? 아니면 실수?" '에즈가 누구냐'라고 굉장히 묻고 싶었지만 눌러 참았다. 유리카는 혼자서 점점 더 화를 내더니 마지막에는 정말 못 참겠다는 듯이 외쳤다. "이건 직무유기로밖에 생각할 수가 없어!" 직…… 뭐? 드디어 도저히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이 나오기 시작하고 있었다. "도대체 누가 직무유기를 했다는 건가? 좀 자세히 말해 보란 말야." "누구냐고?" 유리카는 나무 그루터기 위에 앉아 있는 나르디 쪽으로 몸을 홱 돌렸다. "그래, 이제 이 직무유기 무책임 영감에 대한 이야기를 해줘야겠다. 모든 이야기를 들을 자격이 다들 충분하다고. 쳇, 나오든 말든이젠 맘대로 해라, 맘대로 해." +=+=+=+=+=+=+=+=+=+=+=+=+=+=+=+=+=+=+=+=+=+=+=+=+=+=+=+=+=+=+=여러분도 들을 자격이 충분하지요..^^;Luthien, La Noir. 출력이 끝났습니다. [Enter]를 누르십시오. ━━━━━━━━━━━━━━━━━━━━━━━━━━━━━━━━━━━제 목 :◁세월의돌▷ 5-2.두번째 보석…(24게 시 자 :azit(김이철) 게시번호 :826게 시 일 :99/07/13 08:16:42 수 정 일 :크 기 :7.9K 조회횟수 :100 『게시판-SF & FANTASY (go SF)』 38285번제 목:◁세월의돌▷ 5-2. 두번째 보석, 두…(24)올린이:모래의책(전민희 ) 99/07/10 18:34 읽음:1020 관련자료 없음----------------------------------------------------------------------------- +=+=+=+=+=+=+=+=+=+=+=+=+=+=+=+=세월의 돌(Stone of Days)=+=+=+=+=+=+=+=+=+=+=+=+=+=+=+=+ 5장. 제4월 '타로핀(Tarophin)'2. 두 번째 보석, 두 번째 숙명 (24) 둥근 초지에 햇빛이 내렸다. 우리는 모두 아침도 먹지 못한 상태다. 그러나 아무도 아침 먹고이야기하자는 얘기를 못 꺼내고 서로 슬쩍슬쩍 눈치만 봤다. 유리카는 팔짱을 낀 채 빈터를 왔다갔다거렸다. "늙고, 키는 조그맣고, 성격은 괴팍한데다, 늘 꿍해 있는 사람이라고. 잘 모르긴 해도 지금도 무슨 꿍꿍이라도 꾸미느라 안 나오는 걸지도 몰라. 예나 지금이나 이해할 수 없는 일을 혼자서 잘 벌였었다고. 냉큼 나오지 않고 뭘 하는 건지, 정말." 나는 목에 걸어 놓은 아룬드나얀을 들어 보이며 말했다. "이 안에서…… 사람이 나온다고?" 유리카는 어이가 없다는 듯이 대답했다. "물론 아니지. 목걸이에서 어떻게 사람이 나오니? "그럼?" "뭐긴 뭐겠어? 우리가 보석을 되찾아 목걸이로 되돌릴 때, 이 근처에 대기하고 있다가 딱! 하고 나타났어야 한단 말야!" 유리카가 무릎을 딱 때리면서까지 말했지만 우리는 도저히 이해가가지 않았다. "유리…… 그거 왠지 말이 안되지 않아? "여기서 만나기로 미리 약속이라도 했는가?" "이 산맥이 얼마나 넓은데, 어딘지 알고 와서 기다리니?" 유리카는 의심쩍은 말투로 한 마디씩 거드는 우리들을 번갈아 가만히 쳐다보았다. 몹시 못마땅하다는 듯한 얼굴. 그러더니…… 결국 그녀의 입에서 우리가 듣자마자 완전히 얼이 빠져버린 한 마디가 나왔다. "에제키엘이 하는 일에 무슨 잘못이 있을 수 있단 거야!" 나는 눈을 굴렸다. 내 입에서 나올 수 있는 말은……. "에…… 제키엘?" 나와 나르디는 거의 동시에 행동을 멈춰 버렸다. 내 대신 나르디가 다시 한 번 물었다. "에제키엘이 뭘 했다고?" "그 조그만 영감이, 에제키엘이 준비한 일을 망치고 있잖아!" "조그맣다니……?" 나는 문득 주아니를 돌아보면서 물었다. 작다니, 인간 족이 아니란건가? 유리카는 약간 입술을 움직이며 망설였다. 이제 와서 뭘 망설이지? 그러나 오래 계속되지는 않았다. 그녀는 딱 잘라 말했다. "난쟁이, 드워프 족이라고." "난…… 쟁이?!" 오, 나는 내 평생에 정말 드워프 족을 볼 수 있으리란 생각은 해본 일도 없었다고. 드워프 족을 만난다는 것이 영광스런 일인지에 대해선 별 생각 없지만, 어쨌든…… 신기하잖아! 세상에, 아직 이 세상에 난쟁이가 있었단 말야? "살아있는 드워프 족? 정말인가?" 나르디도 똑같은 의문을 가지고 들뜬 목소리로 물었다. 유리카는고개를 끄덕, 해 보이고는 말을 이었다. "이 세상에서 유일한 난쟁이겠지, 아마." "유일하다고? 마지막 난쟁이란 거야?" 내 말에 유리카는 고개를 젓고는 말했다. "무슨 소리, 그는 최초의 난쟁이가 될 거야." 갑자기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분명 과거엔 드워프 족이 살았었다고 하지 않는가? 단지 지금 사라졌을 뿐인 거고. 그런데 최초의 난쟁이라니, 그것도 최초의 난쟁이가'될 예정' 이라니, 무슨 소린지 알아먹을 수가 없네. "좀 자세히 설명해봐." 주아니가 내 심정을 대신해서 말했다. "그러지." 그래서 왔다갔다거리던 우리는 풀밭 가운데 다시 둘러앉았다. 유리카 혼자만 그루터기 위에 걸터앉은 채, 마치 사람들 모아놓고 이야기하는 이야기꾼처럼 그렇게 입을 열었다. "그래, 과거엔 드워프 족이 있었어. 그런데 지금은 없어. 언제 없어졌지? 왜 없어졌지?" 유리카의 묻는 말투는 왠지 애들 가르치는 선생 같았다. "200여년 전, 갑작스레 사라지기 시작해서 약 10년 안에 완전히 사라지고 말았지. 기록에서조차도." 나르디가 착실한 학생 역할을 대신했다. "그래. 완전히 사라졌어. 정확히 말해서 종족의 재생력이 봉인되었기 때문이지. 살아남은 난쟁이들이 십여 년 정도 더 살았다고는 하지만, 그들 역시 어느 순간 굉장히 빠르게 사라져 버렸어. 일반적으로역사 학자들은 이들의 멸종을 설명할 때, 생명력이 현저히 줄어든 상태에서 이미 세상에서 어떤 역할도 할 수 없게 되자 그들은 은둔하게되었고, 그 십여 년이 지난 이후에도 아마 어딘가에 몇인가 더 잔류했었겠지만,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것일 거라고 추측하지." "그런데, 봉인이라니 누가 그렇게 했단 거지?" 난 수업 내용을 이해 못하는 학생 역할을 자청했다. "봉인. 종족 전체의 생명과 재생력을 봉인했어. 누구겠어? 그런 엄청난 일을 해낼 수 있는 사람이 200년 전, 누가 있었겠어? 네 머릿속에 있는 가장 위대한 봉인자." "에제키엘?!" 갑자기 터져나온 내 탄성에 가까운 외침에, 나르디가 놀란 눈이 되어 나를 돌아보았다. 주아니조차 놀란 듯했다. "아니, 드워프 족이 무슨 잘못이라도 저질렀는가? 에제키엘이 왜그들을 봉인해 버렸단 건가!" "그런…… 이야기는 들은 일조차 없어! 에제키엘은 우리 로아에 족에게까지 알려져 있는 유일한 인간인데, 그런 사람이 난폭한 폭군이라도 되는 것처럼 한 종족을 멋대로 봉인해 버렸다고?" "제발……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 유리카는 놀라 저마다 소리치는 우리들에게 어찌보면 약간 슬픈 듯도 한 표정으로 손을 내저었다. 그러는 그녀에게는 이 설명을 하는것은 결코 즐겁지 않은 일인 듯했다. "그는, 세상을 구하기 위해서 그렇게 했어. 더 자세한 것은…… 다음에 들을 기회가 있을 거야. 지금보다 더 적절한 때…… 그래, 에제키엘에게는 다른 선택이 없었어. 다른 방법이 있었다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렇게 하진 않았을 거야. 그 증거로…… 우리가 지금 이 보석을 통해서 봉인을 풀어내고 살려내려는 사람, 내가 늘 늙은 양반이라고 했던 그 난쟁이는……." 유리카는 문득, 뭔가를 기억해내려는 것처럼 갑자기 고개를 들고아득한 표정이 되어 허공을 바라보았다. 뭔가 잃어버린 소중한 것,결코 찾지 못할 어떤 것을 보려고 하는 것처럼…… 그녀의 시선은 망연히 어딘가 모를 곳을 헤매었다. 그러면서 그녀의 입술에서 말이 흘러나왔다. "그는 에제키엘의 가장 절친한 동료 네 사람 중 하나야. 목숨과도바꿀 수 있었을 친구였지." "……." "왜……." 에제키엘의 이름은 누구나 알고 있다. 이스나미르 사람이든, 세르무즈 사람이든, 인간 아닌 종족- 거인에서 로아에에 이르기까지. 그러나 그의 행적에 대해서 우리가 정작 알고 있는 것은 무엇이지? 우리가 알고 있는 가장 위대한 마법사, 채 40살도 되기 전 젊은 나이에 죽었고, 그와 함께 세상의 마법도 사라져 버렸다고 말해지는 전설의 인물. 200년 전의 사람이라지만, 마치 몇 천년 전의 사람처럼느껴지는 아득한 시대의 인물. 그가 과연 무슨 일을 벌였던 거지? 그것도 200년이 지난 지금에까지 이어지고 있는 어떤 일을? 어쨌든 나는 갑자기 배고픈 것도 잊어버렸다. 유리카는 거듭, 거듭, 그 에제키엘의 친구라는 난쟁이가 지금 이자리에 나타나지 않는 것은 몽땅 다 그 난쟁이의 잘못이며, 에제키엘은 모든 것이 되도록 준비하는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누가 언뜻 잘못들으면 자기 아버지는 세상에서 제일 세다고 주장하는 꼬마의 억지와비슷하게 들릴 정도였다. "에제키엘이 예비한 일에 잘못이란 없어. 실수란 없어." 유리카는 확신어린 어조로 아까의 말을 되풀이했다. "실수가 있다면, 그건 그걸 이행하는 사람들의 문제인 거야. 그는처음부터 모든 것을 알고 있었어. 모든 것을 바르게 예비하고서야 그는 웃으며 죽음을 택했어. 알 수 있었어, 그의 미소엔 미래를 믿는사람의 평안이 담겨 있었다는 걸. 결코 행복한 선택은 아니었지만 그렇지 않고서야 그가, 자기 자신이 없는 세상이 어떻게 문제없이 흘러갈 거란 확신을 할 수 있었겠어?" 유리카의 말은 마치 에제키엘이 없으면 세상이 제대로 돌아가기란굉장히 어려운 일이라는 뜻처럼 들렸다. "200년." 나르디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 "에제키엘이 죽은 것은 200년도 더 된 일이야." 나르디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유리카를 똑바로, 조용히바라보았다. "너는 어떻게, 에제키엘을 직접 본 사람처럼 그렇게 잘 아는 거지?" +=+=+=+=+=+=+=+=+=+=+=+=+=+=+=+=+=+=+=+=+=+=+=+=+=+=+=+=+=+=+=오른쪽 눈이 또다시 이상해요.. T_T역시 밤새우기는 무리인건가..... Luthien, La Noir. 출력이 끝났습니다. [Enter]를 누르십시오. ━━━━━━━━━━━━━━━━━━━━━━━━━━━━━━━━━━━제 목 :◁세월의돌▷ 5-2.두번째 보석…(25게 시 자 :azit(김이철) 게시번호 :836게 시 일 :99/07/14 11:46:58 수 정 일 :크 기 :7.2K 조회횟수 :97 『게시판-SF & FANTASY (go SF)』 38286번제 목:◁세월의돌▷ 5-2. 두번째 보석, 두…(25)올린이:모래의책(전민희 ) 99/07/10 18:34 읽음:1108 관련자료 없음----------------------------------------------------------------------------- +=+=+=+=+=+=+=+=+=+=+=+=+=+=+=+=세월의 돌(Stone of Days)=+=+=+=+=+=+=+=+=+=+=+=+=+=+=+=+ 5장. 제4월 '타로핀(Tarophin)'2. 두 번째 보석, 두 번째 숙명 (25) 쉬익……갑자기 불어온 세찬 바람에 유리카의 긴 머리카락이 커다란 새의날개처럼 나부꼈다. 바람 가운데, 그녀는 석고조각처럼 앉아 있었다. 대기의 움직임이 거칠어진다. 보랏빛 구름이 빠르게 몰려들어 뭉치기 시작하고 잎새들이 우수수 흔들리는 소리가 귓전을 때렸다. 아침의 빛은 느끼지 못하는 사이에 사라져 버리고, 주위는 순식간에 푸르스름한 습기 어린 안개로 물들었다. 희고 차가워보이는 그녀의 뺨 위로, 긴 속눈썹이 바람에 바르르 떨린다. 그리고 역시 먼 곳을 바라보는 깊고 슬픈 눈. 왜 저런 표정이지? 무엇을 슬퍼하는 거지? 무엇 때문에 그렇게 고통받는 거지? 내가 알고, 도울 수는 없는 것이야? "올해가, 499년이구나." 그녀의 말대로 올해는 499년. 지금의 이스나미르 왕가가 세워진 지499년째 되는 해. 지금 쓰는 달력으로 '듀플리시아드 499년'이라고불리는 어느 해다. "옛 이스나미르, 고대 이스나미르의 달력 '이스나이데'로는…… 올해는 8999년. 고대 가운데서도 가장 오랜 고대의 예언자, '노란 고양이의 예니체트리'가 달과 별의 체계를 세웠던 때로부터 센다면 거의만 년이나 흘렀어." "이 세상이 그렇게나…… 오래되었어?" 나는 문득 아득한 생각이 들어 눈을 유리카 어깨 너머의 숲으로 돌렸다. 문득 꿈에 보았던 삼나무 숲 사이 풀밭이 떠오른다. 혹시 지금으로부터 아주 오랜, 기억 너머에 있는 누군가가 여기를 다녀간 것일까? 내가 본 것은 지금 이 숲의 예전, 혹은 이후의 모습이 아닐까? 유리카의 목소리가 바람 소리에 섞여 들렸다. "나는 열 여덟 살이야." 대강 짐작은 했지만 유리카가 자기 입으로 자기 나이를 저렇게 말하는 것은 처음이기에, 나는 왜 그녀가 지금까지 자기 나이를 말하길꺼렸을까 궁금한 생각이 들었다. 보랏빛과 은빛, 다시 밤이 되기라도 하려는 것처럼 어두워진 가운데 흩날리는 은빛 머리카락은 몹시 기이한 느낌이다. 그리고…… 그녀가 이어서 하는 말. "지금으로부터 218년 전, 듀플리시아드 281년에 나는 태어났어." 지금 떨어지기 시작하는 것이 비, 맞지? 융스크-리테의 거대한 위용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가까이 갈수록 접근을 거부하는 것 같은, 인간으로 말할 것 같으면고집 센 은둔 검사 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산이다(은둔 검사 중엔 릴가 하이로크 같은 사람도 있지만……). 그러나 우리에게 산을 느긋하게 관찰하고 있을 정신은 없었다. "발 밑 조심해! 비 때문에 이끼 쪽은 미끄러져!" "거기 나뭇가지 붙잡아!" 비는 아침부터 그치지 않고 계속 내렸다. 처음부터 그렇게 쏟아지는 비는 아니었지만, 오후가 다 되도록 빗속을 걷고 나니 이제 온 몸이 젖지 않은 곳이 없었다. 배낭 안에 여벌로 넣어놓은 옷도 몽땅 젖어버렸고, 건량도 축축해졌다. 점심때가되었을 때도 우리는 물이 배어 나오는 건량을 억지로 씹으며 허기를달랬다. 얼굴을 타고 줄줄 흘러내리는 비 때문에 눈앞은 흐릿했고, 잠깐씩빗줄기가 세어질 때면 2큐빗 앞도 내다보기 힘들었다. 몇 번이고 우리는 진창에서 넘어졌다. 거지꼴도, 이런 거지꼴이 없었다. 어디고 잠시나마 비를 피할 곳은 보이지 않았고, 덕택에 쉰다는 것은 삼나무 숲을 떠난 이래 엄두도 내지 못했다. 다들 빗속에서 더 앉아있느니 차라리 물에 젖은 솜처럼 무거워진 다리라도 억지로 움직여갈 데까지 가보자는 쪽이었다. 물에 빠진 생쥐라는 말도 지금 우리한텐 과분할 정도다. 우리는 익사 직전에 건져낸 사람들처럼 허우적대면서 계속해서 걸었다. 어쩌면, 이 비가 지금 때맞춰 잘 내리고 있는 걸까? 한 걸음 한 걸음이 너무 힘든 나머지, 뭔가 머릿속으로 생각할 여유를 갖기가 어렵다. 옆 사람과 대화는 말할 것도 없다. 뭔가 위험할때 소리나 지르는 거면 모를까, 아무도 지금은 이야기하고 싶은 기분이 아니겠지. 금방이라도 따뜻한 모닥불 가, 아니면 깨끗하게 말라있는 여관방 침대 시트 위에 쓰러져 잠들고 싶은 생각밖에 없을 테니까. 만일, 이 비가 이렇게 내리지 않았다면 지금쯤 나는 218년을 산다는 것은 어떤 기분일까에 대해 생각해보느라…… 어쩌면 몹시 착잡해있겠지. 유리…… 너는 어떤 기분이니? "추워……." 어깨와 머리에서 튀어 오르는 빗가루들로 그녀의 주위에 하얀 후광이 생긴 것 같다. 머리카락이 젖어서 착 달라붙어 있었다. 입술이 파랗게 질려 있었다. "이대로 가다간, 우리 모두 며칠은 꼼짝도 못할 정도로 지독한 몸살에 걸릴 걸세." 나르디가 내 뒤에서 하는 말이다. 나도 몸의 체온이 점점 식어 가는 것을 느끼고 있다. 아무리 추울 때라도 약간은 따뜻해야 할 목이나 겨드랑이, 배 같은 곳까지 싸늘해져 있었다. 오히려 뜨거운 것은 이마 쪽이었다. "열이 나네?" 나는 내 이마가 아니라 유리카의 이마를 짚어 보며 그렇게 말했다. 물에 젖은 작은 새처럼 조그맣게 되어 떨고 있는 그녀를 보니, 저러다가는 200년 넘게 산 보람도 없이 218년째에 저세상으로 가는 수가있겠단 우려가 들었다. "안되겠다. 이렇게 무작정 계속 길을 갈 것이 아니라 근처에서 무슨 동굴이라도 찾아보자." 우리가 서 있는 곳은 바위 절벽을 옆에 두고 펼쳐진 억새 벌판이었다. 발이 길게 자란 억새에 휘감기고 질척거려서 걸음 재촉하기도 힘든 곳이었다. 나는 저만치 벌판이 끝나는 부근 아래로 내려가는 바윗길을 가리켰다. "저 쪽이라면 동굴이 있을 법도 해." 지금보다 더 빨리 걷는다는 건 불가능했다. 우리는 느릿느릿 바윗길 쪽에 도착했다. 비 때문에 바위가 미끄러워 보였다. 나는 배낭을 내려놓고는 다른사람들에게 여기서 기다리라는 손짓을 했다. "혼자 내려가 볼게. 아무 것도 없을지 모르는데 괜히 다들 고생할필요가 없어." 미끄러운 바위를 두 개 정도 넘어서 아래쪽으로 내려가니 자갈이잘게 깔린 곳이 보였다. 발밑을 조심해서 걸었다. 좁은 바위틈 사이로 저 아래쪽까지 이어진 길이 나 있다. 발을 떼려다 문득 고개를 들어 저만치 건너 절벽을 바라보는데, 비가 약간 덜한 때라 날카로운능선과 삐죽삐죽 튀어나온 돌곶들이 꽤 자세히 보였다. 저리로 기어올라가려면 정말이지 힘들겠다. 나는 어깨를 으쓱한 다음, 바위 하나가 쩍 갈라진 틈으로 발을 조심스레 디뎌 아래쪽으로 몸을 옮겼다. 자갈 몇 개가 아래로 후드득굴렀다. "아앗……!" 날카로운 바위 끝에 손을 긁히고서 나는 가벼운 비명을 질렀다. 예전엔 이 정도 갖곤 까딱도 안했을 텐데, 몸이 약해져 있으니 이런 것까지 하나하나 거슬리는 건가? 얼굴을 찌푸리며 긁힌 왼손을 들어보는데, 바로 정면 아래쪽에 어두컴컴한 뭔가가 보였다. 나는 들었던 왼손으로 상처를 살피는 대신 비에 젖은 눈을 비볐다. 속눈썹에서까지 물이 뚝뚝 떨어지는 형편이었으니까. 나는 빗물을 씻어내어 가면서 자세히 내가 본 것을 살폈다. 그런다음 가능한 한 목청을 돋구어 외쳤다. "나르디, 유리카, 주아니! 어서 내려와! 동굴이 있어!" +=+=+=+=+=+=+=+=+=+=+=+=+=+=+=+=+=+=+=+=+=+=+=+=+=+=+=+=+=+=+=현실 세상에도 비가 오고... 세월의 돌의 세계에도 비가 오는군요... 에즈 = 에제키엘 이라는 것을 맞추신 분들이 몇 분 계셨습니다. 유리카의 정체에 대해서도 많은 분들이 추리해 주셨는데, 정체는... 보시는 바대롭니다. ^^그녀는 200년 전의 사람이지요. 아룬드나얀의 보석에 깃든 에제키엘의 봉인의 힘 때문에 지금까지 살아있을 뿐입니다. 꼼꼼하게 읽어주시는 독자들이 있어서 기쁠 따름입니다. ^^Luthien, La Noir. 출력이 끝났습니다. [Enter]를 누르십시오. ━━━━━━━━━━━━━━━━━━━━━━━━━━━━━━━━━━━제 목 :◁세월의돌▷ 5-2.두번째 보석…(26게 시 자 :azit(김이철) 게시번호 :837게 시 일 :99/07/14 11:47:16 수 정 일 :크 기 :6.4K 조회횟수 :91 『게시판-SF & FANTASY (go SF)』 38287번제 목:◁세월의돌▷ 5-2. 두번째 보석, 두…(26)올린이:모래의책(전민희 ) 99/07/10 18:34 읽음:1240 관련자료 없음----------------------------------------------------------------------------- +=+=+=+=+=+=+=+=+=+=+=+=+=+=+=+=세월의 돌(Stone of Days)=+=+=+=+=+=+=+=+=+=+=+=+=+=+=+=+ 5장. 제4월 '타로핀(Tarophin)'2. 두 번째 보석, 두 번째 숙명 (26) 내가 찾아낸 것은 넓적한 바위로 천연의 지붕이 만들어져 있는, 큼직한 돌 틈이었다. 우리 세 사람은 동굴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완전히 탈진하여 털썩주저앉아 버렸다. 주아니로 말할 것 같으면 그래도 우리보다 사정이낫다. 일단 탈진하도록 걷지도 않았을 뿐더러, 전에도 경험한대로 로아에들의 이상한 골풀옷은 도대체 물에 젖지가 않았다. 주아니는 내주머니에서 폴짝 뛰어내리더니 머리카락을 흔들며 생쥐들처럼 몸을부르르 떨었다. 물에 빠뜨렸다가 꺼낸 것처럼 흠뻑 젖은 배낭을 뒤져서 간신히 물이 새지 않고 있는 기름주머니를 발견했다. 불을 피워야겠는데 적당한 나무를 구할 길이 없었다. 기름만 있다고 불을 피울 수 있는 게아니다. 지금 밖에 나간들, 젖지 않은 나무를 구할 길이 있을까? "옷을 벗어서 짜서 입어야겠는데." 나르디는 특유의 낙천성을 발휘해서 겉옷을 벗더니 서투른 솜씨로비틀어 짰다. 동굴 입구 쪽으로 작은 개울이 생긴다. 머리카락도 털고, 배낭 안의 옷도 다 꺼내 놓았다. 유리카는 나르디를 흘끗 쳐다보더니 긴 머리를 훑어서 물기를 떨어내고는 다시 동굴 벽에 기대 버렸다. 어두운 가운데서도 얼굴이 창백한 것이 눈에 띄었다. "램프불이라도 켤까?" 무슨 도움이 될까 모르겠지만, 나는 램프를 찾아 심지를 잘 훑은다음 기름을 채워 넣고 부싯돌을 이용해서 불을 붙였다. 이 빗속에서도 다행히 부싯깃이 젖지 않은 것은 약초와 함께 가죽으로 된 주머니에 싸 두었던 탓이다. 훅- 좁은 동굴이 환해졌다. "램프 불을 쬔다는 건 좀 우습겠지?" 유리카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몸을 일으켜 램프 쪽으로 오더니 손을가까이 갖다 댔다. 여전히 머리에서는 물이 뚝뚝 떨어졌다. "이대로 찬 돌바닥에서 잠들었다가는, 우리 모두 사흘은 꼼짝 못할것이네. 어떻게든 젖은 나뭇가지라도 모아 와야겠군." 나와 나르디는 말없이 눈짓을 교환했다. 어린아이처럼 램프 불빛을들여다보고 있는 유리카가 눈치채고 일어나도록 내버려 둘 생각은 둘다 없었다. "아깐 파비안 자네가 내려갔었으니까, 이번엔 내가 나갔다가 오지." 나르디는 싱긋 웃으며 그렇게 말하더니, 몸을 일으켜 동굴 입구 너머를 한 번 내다보고는 그대로 빗속으로 사라졌다. 유리카가 고개를 문득 들었다. "아…… 어딜 가는 거야?" "나무 좀 구해온댔어. 유리, 젖은 옷 좀 벗어. 오히려 무겁고 차가워서 몸에 안 좋아." 유리카의 검은 겉옷은 좋은 염료로 염색했는지, 그 비에도 전혀 물이 빠지지 않았다. 유리카는 겉옷을 벗고 긴 바지와 짧은 셔츠 차림이 되었다. 나는 억지로 램프를 껴안고 있으라고 시켰다. "내일 네가 아파 봐야, 우리한테 짐밖에 안돼." 우리 가게에 내가 들고나올 저런 고급품(즉, 유리 등피가 씌워진램프)이 있었던 것이 새삼 다행스럽게 느껴진다. 유리카의 옷을 힘주어 꾹꾹 짜고 있는데, 나르디가 돌아왔다. 녀석은 턱에서 물이 뚝뚝 떨어지는 가운데서도 나뭇가지들을 한아름 안고싱긋 웃어 보였다. "마른나무는 아니지만, 어떻게든 해 보지." 부싯깃과 부시, 부싯돌을 꺼냈다. 가장 가느다란 나뭇가지들을 추려서 물기를 떨어내고 기름에 적셔 얼기설기 놓은 다음, 그 위에 조금 굵은 나뭇가지를 놓았다. 가장 타기 좋은 가지는 바람이 불어오는방향에 놓아야 한다. 불이 붙을 때는 보통 그쪽부터 붙는데, 이렇게해야 땔나무 쪽으로 불길이 가기 때문이다. 부싯돌에 부싯깃을 얹어 놓고 부시로 내리치면 불꽃이 일어난다. 그렇지만 쉽게 젖은 나무에 옮겨 붙지 않고 금방 꺼져버리는 바람에부싯깃을 몇 개나 이용해야 했다. "불이 붙는다 해도, 연기가 너무 많이 나겠어." 실제로 우리는 잠깐 불이 붙었다가도 엄청난 연기 때문에 죽을 것처럼 캘록거렸다. 자꾸 기침을 하니까 빈 위장이 울렁거리는 것 같아서 고통스러웠다. "가지들이 너무 젖어서 기름이 잘 안 먹는걸." "무슨 방법이 없을까?" 비는 계속해서 내리고 있었다. 가로로 길게 갈라진 입구는 마치 커다란 메기 입 같아서, 마치 누군가의 입속에 들어앉아 있는 것 같은 기분을 연상시켰다. 밖은 아직밤이 되기는 전이라 햇빛이 좀 남아 있었다. 동굴은 천장이 낮았지만그럭저럭 일어나서 돌아다닐 만했다. 안쪽으로 동굴이 계속 이어져 있는 것 같긴 한데, 아무도 자세히알아보고 싶어하지 않았다. 춥고, 나른하다. "졸려……." "이런 상태에서 자면 큰일난다니까. 어떻게든 불을 피울 때까지 기다려봐." 그러나 그렇게 말하는 내 입에서도 하품이 나오고 있었다. 조록거리는 빗소리, 동굴 입구를 타고 떨어지는 빗방울이 구슬로엮은 발을 드리운 것처럼 보인다. 점차로 어두워지는 바깥 풍경은 램프 불빛으로 밝혀진 안쪽에서 보니 마치 벽에 걸린 그림 속의 풍경같다. 검은 테두리가 둘러져 있다. "자지 마……." …… 그런데… 그림 안에서 뭔가가 움직이네? "저게…… 뭐지?" "그림자…… 같은데!?" 나르디가 나른한 목소리로 시작해서, 긴장된 어조로 끝을 맺더니반사적으로 칼을 집어들고 벌떡 일어섰다. 정말이었다. 수십 개로 늘어난 그림자들이 저만치 멀리서 어른거리기 시작하고 있었다. 내가 검을 등에서 뽑아 들면서 동굴 안쪽을 등지고 일어서는데, 옆에서 비치던 불빛이 순식간에 꺼져버린다. 유리카가 램프를 낚아채심지를 단숨에 잘라버린 모양이다. 재빠른 상황판단이다. 이렇게 해두면 우리 쪽에서야 빛을 등지고 있는 저들이 그림자 모양으로 보이지만, 저들은 우리가 보이지 않는다. 언제 비에 젖어 떨고 있었냐는 듯, 팔 없는 짧은 셔츠 차림의 그녀는 튕기듯 일어나 싸울 태세를 취했다. 검은 겉옷이 없으니, 손을 뒤로 꺾어 허리 뒤에 걸린 칼자루에 갖다 대는 것이 처음으로 제대로보였다. 희미한 빛에도 불구하고 드러난 팔뚝이 유난히 희다. "이리로 오겠지?" "말이라고 하니? 이렇게 비가 오는데." 그런데 도대체 몇 명이야? "꽤…… 많은 것 같네." "그런데…… 숫자가 문제가 아닌 것 같은데?" 내가 속으로 싸우지 않아도 되는 사람들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중인데, 유리카의 낭패한 듯한 목소리가 들렸다. 돌아보지 않은 채 물었다. "왜 그래?" "저들을 봐. 우리와 구면이야." 나는 맨 앞에 서서 가까워지고 있는 사람을 자세히 바라보았다. 저 어딘지 모르게 익숙한 거구는……. +=+=+=+=+=+=+=+=+=+=+=+=+=+=+=+=+=+=+=+=+=+=+=+=+=+=+=+=+=+=+=200회를 7월 안에 이루기 위해..... 오늘도 열심히! 투표 마감, 여섯 시간 남았습니다. ^^Luthien, La Noir. 출력이 끝났습니다. [Enter]를 누르십시오. ━━━━━━━━━━━━━━━━━━━━━━━━━━━━━━━━━━━제 목 :◁세월의돌▷ 5-2.두번째 보석…(27게 시 자 :azit(김이철) 게시번호 :838게 시 일 :99/07/14 11:47:32 수 정 일 :크 기 :7.2K 조회횟수 :94 『게시판-SF & FANTASY (go SF)』 38525번제 목:◁세월의돌▷ 5-2. 두번째 보석, 두…(27)올린이:모래의책(전민희 ) 99/07/11 22:26 읽음:1004 관련자료 없음----------------------------------------------------------------------------- +=+=+=+=+=+=+=+=+=+=+=+=+=+=+=+=세월의 돌(Stone of Days)=+=+=+=+=+=+=+=+=+=+=+=+=+=+=+=+ 5장. 제4월 '타로핀(Tarophin)'2. 두 번째 보석, 두 번째 숙명 (27) 으아아, 큰일났다! 나르디가 똑같이 낭패한 목소리로 말하는 것이 들렸다. "하필이면……." 산적들이었다. 그것도, 우리가 보기 좋게 속여먹었던 산적들. 붉은 보석단…… 은 이제 아니겠고, 이름을 새로 뭐라고 지었는지는 모르지만, 하여간 그 산적단. 저들이 여기 왜 있을까? 이 비오는 와중에 왜 돌아다니고 있을까? 이유는 뻔하겠지? 우리는 서로 잠깐 동안이지만 얼굴을 마주 보았다. 서로의 표정도확인할 겸. 마치 거울을 보는 것 같군. 유리카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우릴 뒤쫓아온 거야." "사기극에 분노해서 말이지." 확실했다. 다르게 생각할 여지는 전혀 없었다. 안 그러고서 이렇게 공교로운 곳에서 마주칠 이유나 있겠느냐고! "쉿, 조용히. 들키면 안돼. 방법은 기습밖엔 없어." "순식간에 진열을 흐트러뜨리고, 재빨리 튀어나가야 해." "짐들은?" 내 질문에 유리카가 냉랭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목숨보다 소중한 짐은 네 목에 걸린 것밖에 없어." 내 배낭 속에 얼마나 많은 것들이 들어 있는데……. 따로 몸에 지니고 있는 건 돈밖에 없다. 그것도 반은 배낭 안에 있다. 유리카는 덜 중요한 것을 포기하는 것이 빨랐지만, 나는 몇 번이고 속으로 한숨을 삼켰다. 유리카는 자기의 젖은 옷을 집어들더니 허리에 재빨리 동여맸다. 나는 마지막으로 말했다. "주아니, 만일의 상황이 생겼을 땐, 뛰어내려서 동굴 안쪽으로 도망쳐. 어두운 데 있으면 들키지 않을 거야." 주아니가 뭐라고 대답하려 했지만, 나는 주머니 덮개를 덮어 눌러버렸다. 네가 뭐라고 대답할 지 다 알고 있어. 혼자 살아남는 건 필요없다는 거겠지만, 그게 솔직히 말이나 돼? 혼자도 살면 사는 거지. 좀…… 괴롭긴 하겠지만. 서서히 가까워 오는 떠들썩한 발소리. 이윽고 그들은 하나 둘씩 동굴 입구로 들어섰다. "저들이 우리 뒤를 쫓아 나오기 싫을 정도로 피곤하기만을 바라는수밖에 없겠네." "우릴 쫓아왔다면서, 그게 가당키나 하냐?" 그게 우리가 마지막으로 주고받은 말이었다. 마지막인 이유는, 적들이 우릴 발견하고 공격해서도, 우리가 적진돌파를 시작해서도 아니다. 그럼 뭐냐고? 우리 뒤에서 갑자기 큼직한 돌덩어리 같은 것이 눈 깜짝할 사이에튀어나왔다. "뭐, 뭐야!!" 산적들과 우리들은 한마음이 되어 소리쳤다. "끄억!" 저건 어느 산적 혼자의 감상…… 아니, 비명소리! "적이다!" 으…… 이게 아니야. 상황은 잘 몰랐지만 산적들은 순식간에 동굴 안에 누군가 있다는것을 알아차리고, 입구를 완전히 막다시피 늘어서 버렸다. 줄창 내리는 비에 지칠 대로 지쳐서 동굴을 발견하곤 터덜터덜 쉬러 들어오던그 발걸음이 아니다. 긴장한 발소리가 동굴 안을 가득 메웠다. "저, 저건 그 녀석!" '저 녀석'이 나를 가리키는 말인지 나르디를 가리키는 말인지 모르겠지만 하여간 말투로 보아, 이미 우리를 '성녀와 그의 수행자들'로여기지 않는 것은 분명했다. …… 그리고 우리가 완전히 발각된 것도 분명해졌다. "끝이야……." 유리카가 절망적으로 뱉은 말에, 갑자기 뒤에서 대답하는 목소리가있었다. 그것도 아주 굵직한 저음의… 마치 북을 울리는 듯한 목소리. "너 답지 않잖아?" 끄아아- 유령?! 동굴 안을 쩌렁 울린 그 목소리로 산적들은 다시 한 번 혼비백산했다. '피피'의 사나운 목소리가 그들을 정신차리게 하지 않았다면, 다시 한 번 그 사이를 뚫고 나가는 것을 시도해 볼 수 있을 정도였다. "조용히 해라! 찾던 자들을 찾았지 않느냐! 어디, 마음대로 우릴농락해 놓고 고이 도망칠 줄 알았다면 그 정신머리부터 고쳐주지! 한두 녀석이 더 있든 말든, 모조리 도망치지 못할 줄 알아라!" 유령은 보통 누구의 편이지? 나는 긴장으로 몸을 한 번 부르르 떨고는, 칼을 고쳐 잡았다. 최악의 경우 앞뒤로 적이니, 이제 사정 잴 것 없이 한바탕 하는 수밖에도리가 없다.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내 옆에서 시미터의 칼끝이 한번 움직였다. 긴장되는 순간이면 늘 더욱 느긋해지는 나르디도 마찬가지 생각인지 내 옆에서 칼을 고쳐 잡고 있었다. "어디, 우리 기분 좀 내죠?" 그런데 유리카의 반응이 이상했다. 그녀는 싸우려던 자세를 버리고뭔가에 감격한 사람처럼 동굴 뒤를 향해 돌아서 있었다. "엘다렌……." 그게 누구야? 묻고 자시고 할 틈도 없었다. 다음 순간, 산적들은 우리 앞으로 한꺼번에 덤벼들기 시작했다. "오른쪽을 맡아!" 허공 한가운데 세로로 그린 반원, 그 가운데로 치고 들어오는 적하나를 단숨에 베어 넘기고 직격으로 찔러 들어가며 또 하나의 어깨를 꿰뚫는다. 버티고 선 채로 발을 거의 움직일 필요조차 없다. 순간적으로 주춤한 적의 기세를 틈타 냅다 소리질렀다. "유리카, 놈들이 간다- 조심해!" 달빛뿐이다. 점점 더 어두워지고 있는 동굴 안에서 얇은 달빛을 받은 시미터의날이 여기 저기에서 번뜩인다. 나르디 녀석 역시 기술을 아끼지 않고검을 휘두르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나는 힐트를 든 손을 안쪽으로당겨 도사렸다가, 또다시 달려드는 놈을 사선으로 깊게 베었다. 동굴입구는 좁아서 우리 두 사람이 버티고 서니 두셋 이상의 적을 한꺼번에 상대할 필요는 없었다. 나는 느낀다, 전보다 검을 휘두르는 손에 더 자신이 붙은 것을. "차!" 위잉- 검을 한바퀴 돌려 올리며 한 놈의 턱을 부쉈다. 묽은 어둠속에서도 검붉은 액체가 허공으로 튀어 오르는 것이 보인다. 다시 오른쪽으로 내밀어진 검을 힐트를 튕겨 올려 쳐냈다. 뒤로 한 걸음 물러서며 검날을 위로 세워 쥐고, 긴장된 눈동자를 굴렸다. 그 순간,나르디가 베어버린 손 한 개가 검을 쥔 채로 바닥에 떨어져 굴렀다. 산적들은 셋밖에 안 되는 우리의 생각보다 거센 저항에 약간 당황한 듯했다. 모두 금방 달려들 듯 분분히 싸돌고는 있지만, 먼저 나서기는 좀 꺼리는 눈치다. 그러나 곧 한꺼번에 달려들기 시작하면 도저히 막을 길이 없다는것을 나는 잘 알고 있었다. "유리는 뭘하고 있어?" 나르디가 묻는다. "모르겠어." 돌아볼 여유가 없다. "노인네, 도와주지 않을 테야?!" 유리카의 째랑한 목소리가 울린 것은 그때였다. 뭐, 누가 우릴 도와준다고? 그리고 마치 바다 밑바닥에서 들려오는 듯한, 낮고도 커다란 목소리가 그녀의 말에 대답했다. "네가 벌인 일은 책임을 져라. 귀찮은 일에 끼여들지 않는다." "뭐야!?" 그 다음 순간 유리카의 목소리는 기가 막힌다는 듯 높아졌다. "우리가 누구 때문에 이 고생을 하고 있는데, 그런 소리가 입밖으로 나와? '모나드의 눈동자'를 누가 가져갔는데? 겨우 산적떼들한테도둑맞아 있었던 주제에, 기껏 구해줬더니 귀찮은 일에 끼여들지 않는다고? 200년이나 자고 일어나니 경우나 예의 같은 것은 모조리 잊은 모양이지? 미카가 들으면 참 잘 했다고 하겠다!" +=+=+=+=+=+=+=+=+=+=+=+=+=+=+=+=+=+=+=+=+=+=+=+=+=+=+=+=+=+=+=드디어 어제로 독자 모니터링 투표가 끝났습니다! 투표 보내주시고 관심 가져주신 여러분, 모두 모두 고맙습니다. ^^너무 자세히, 너무 많은 분들이 보내주셔서 날마다가 기뻤었는데,이제 그 즐거움 하나가 줄어들겠군요. ^^;집계는... 200회 되는 날 올라가는 것 아시죠? 200회를 위해 열심히 쓰는 중입니다. 결과를 기대해 주세요. ^^Luthien, La Noir. 출력이 끝났습니다. [Enter]를 누르십시오. ━━━━━━━━━━━━━━━━━━━━━━━━━━━━━━━━━━━제 목 :◁세월의돌▷ 5-2.두번째 보석…(28게 시 자 :azit(김이철) 게시번호 :839게 시 일 :99/07/15 03:33:36 수 정 일 :크 기 :8.7K 조회횟수 :88 『게시판-SF & FANTASY (go SF)』 38526번제 목:◁세월의돌▷ 5-2. 두번째 보석, 두…(28)올린이:모래의책(전민희 ) 99/07/11 22:26 읽음:1139 관련자료 없음----------------------------------------------------------------------------- +=+=+=+=+=+=+=+=+=+=+=+=+=+=+=+=세월의 돌(Stone of Days)=+=+=+=+=+=+=+=+=+=+=+=+=+=+=+=+ 5장. 제4월 '타로핀(Tarophin)'2. 두 번째 보석, 두 번째 숙명 (28) 200…… 년? 머리 속을 퍼뜩 스치고 지나간 생각이 있었다. 동굴 안의 목소리는 뭔가 잠깐 생각하는 듯하더니, 다만 이렇게 말했다. "…… 설명은 나중에 듣자." 긴 말 할 사이도 없었다. 엘다렌인지 뭔지 모르지만 뭔가 큼직한 덩어리가 번개처럼…… 은아니고, 구르는 것보다는 좀더 빠르게 산적들 한가운데로 뛰어들었다. "크어억!" "으, 으아아악!" 저…… 기 내 옆으로 날아와 떨어지는 것, 동굴 구석으로 굴러가는저것, 그러니까…… 사람의 머리 맞지? 큼직한 날이 두 번쯤 더 번뜩이고, 다시 뭔가가 날아가는 것이 보였다. 팔? 다리? 나와 나르디는 완전히 어이없는 상황 전개에 넋이 빠졌다. 다음 순간, 유리카는 단숨에 칼을 비껴 잡더니 지금까지 끼여들지않은 것을 보상하기라도 하겠다는 듯, 대혼란이 일어난 산적떼들 틈으로 순식간에 뛰어들었다. "엘프난쟁이 영감, 어쨌든 쓸데없는 장애물부터 청소한 담에, 나한테 혼날 줄 알아!" "……." 유리카가 무엇 때문에 화를 내고 있든, 일단 위험하게 혼자 달려들어 싸우는 판에 우리가 손놓고 있을 수는 없는 일이다. 나와 나르디는 호흡을 맞추기라도 한 것처럼 동시에 난장판 안으로 뛰어들어갔다. "하압!" "커!" 주위가 어두워지자 앞이 잘 보이지 않아서 실수로 어느 녀석의 팔을 잘라 버렸다. 너무너무 미안했지만, 사과할 틈도 없이 이번엔 다른 녀석의 손가락이 허공으로 날아갔다. 이번에도? 물론 실수다. 나는 외쳤다. "미, 미안해요!!" 그러나 또다시 어깻죽지만 찌르려던 것이 가슴을 정통으로 찌르고말았다. 어두운데 왜 자꾸 움직여? 아니, 움직이고 싶어 움직이는 건이해하지만 왜 자꾸 내 검에다 들이받는 거야? 나는 신경질적으로 검을 뽑아냈다. 어두운 가운데 시커먼 액체가검끝에서 뚝뚝 떨어졌다. 심장이 흥분되어 두근두근한다. 왜 이러지? 이 상황이……왜 그다지 끔찍스럽지가 않지? "커억…!" 네 번째로 미안하다는 말은 그냥 생략하고 말았다. 내 앞에 옆구리가 뚫린 산적 하나가 쓰러져 버르적거리는 것이 보인다. 그런데 어디서 많이 보던…… 자네, 이름이 혹시 미호였던가? 전세는 잠깐 사이에 완전히 역전되어 있었다. 어두컴컴한 가운데 검은 덩어리 하나가 반쯤은 날아다니는 것처럼종횡무진 산적들 사이를 휩쓸고 있다. 달빛에 뭔가 번쩍이는 것 같긴한데, 저게 뭐람…… 도끼? 갑자기 주위가 확 밝아졌다. 어두운 것이 저들에게 불리하다는 것을 깨달은 - 저들이 숫적으로우세한 가운데, 막 휘두르는 검이 누구한테 맞을 가능성이 높겠어? -산적들 가운데 하나가 동굴 입구 쪽에서 관솔불을 붙인 모양이었다. 그 정도라면 꽤 준비성이 있었군. 갑자기 밝아지자 양편 모두 얼결에 잠깐동안 싸움을 멈췄다. 황급히 유리카와 나르디가 다친 데는 없는가 살폈다. 그러고 보니동굴 벽과 바닥이 온통 피칠이다. 저도 모르게 움찔하여 뒤로 물러서는데, 그제야 내 아래 서 있는 검은 덩어리의 정체가 제대로 보였다. 아……! 내 옆에서 나르디가 조그맣게 부르짖는 소리가 들렸다. "드워프……!" 검은 수염, 붉은 눈빛, 은날의 도끼. 바닥에 처참하게 흩어진 것은 주로 산적들의 시체다. 나는 상대를베면서도 죽이려고는 하지 않는 성미라 직접 죽인 것은 몇 되지 않는다. 나르디나 유리카의 얇은 검으로 저렇게 거대한 치명상을 쉽게 입히지는 못한다. 그렇다면? 그 순간 문득 들려오는 목소리, 유리카였다. "나가라. 이제 너희들은 우리를 당하지 못해." 한때 '성녀님' 이던 유리카의 그때만큼이나 엄숙한 목소리. 우리는 잠깐동안 서로를 똑바로 바라보며 대치하고 있었다. 나는평생 처음으로 본 전설 속의 '드워프'를 자세히 관찰하고 싶어 좀이쑤셨으나 지금은 상황상 참을 수밖에 없었다. 유리카의 말은 확신에 가득 차 있다. 상대는 기백명, 우리는 겨우넷. 그녀의 자신감의 근원은 뭐지? "헛소리 집어치워라, 마녀야! 쓸데없는 말로 장난치려 해도 이번엔넘어가지 않는다!" 그들은 이제 유리카를 '성녀'로 생각하진 않는 듯했지만, 결코 평범한 소녀로 보지도 않는 모양이다. 물에 젖은 은빛 머리카락과 몸에달라붙는 짤막한 옷차림, 결코 전의 위엄 어린 차림새와는 거리가 있는 모습인데도 말이다. 유리카의 입가에 비웃는 듯한 작은 미소가 떠올라왔다. 입끝을 약간 움직이며, 이젠 완연한 자신감이 어린 눈빛으로 그들을 바라본다. 그녀의 입에서 날카롭고 높은 한 마디가 떨어졌다. "200년 전 엘다렌이, 겨우 드워프 셋만 데리고서 백여명에 이르는인간 기사들을 모조리 도륙해버린 일, 어제처럼 기억하니까." 뭐……? 나는 곁눈으로 가만히 내 아래에 선 커다란 도끼… 를 내려다보았다. 도끼에 가려져 난쟁이는 보이지 않았다. "무슨 헛소리냐!" 산적들이 믿지 않는 것도 당연했다. 유리카는 싸우던 자세에서 갑자기 몸을 펴더니, 칼손잡이에서 손을뗐다. 너무도 자신만만한 동작이라 감히 그러지 말라는 말조차 꺼낼수 없을 정도다. "내 말 믿든 말든, 난 이제 이 싸움에서 손뗀다. 드워프 족 역사상최고의 전사 손에 죽는 영예도 아무나 누리는 것이 아니지. 너희들목숨 정도는 보릿단 몇 개 베는 것보다 더 쉽게 거둬줄거야. 이제 장난은 끝이다." 다시 싸움을 시작하자고 누군가 말을 꺼낼 필요조차 없었다. 신경이 곤두설 대로 곤두선 산적들이 한꺼번에 앞 뒤 가릴 것 없이 덤벼들었다. "우어억!" 다음 순간, 엘다렌이라는 드워프가 휘두른 도끼에 방금 달려든 한녀석의 팔이 날아가는 것을 보면서, 나는 왜 드워프의 이름이 저따위인가 갑자기 궁금해졌다. 엘다렌? 또 하나, 유리카가 난쟁이한테 직접 거는 말투와, 산적들한테 그를설명해주는 말투가 확연히 다르다는…… 것! "으랏차차!" 놀고 있을 틈은 없었다. 유리카는 정말로 팔짱을 끼더니 뒤로 물러나 버렸다. 그러더니 여유 있는 어조로 말했다. "파비안, 나르디. 뒤처리라도 도와 줘." 그러나 실제로 별로 도와 줄 필요조차도 없었다. 하늘에서 달이 떨어지기라도 한 것처럼, 번쩍거리는 커다란 은빛도끼가 춤추듯 움직이기 시작하자 드워프의 반경 2큐빗 이내로 아무도 들어올 엄두를 못 냈다. 드워프의 표정이 어떤지 볼 기회는 없었지만, 그는 처음 이래로 내내 한 마디 말도 없이 도끼를 휘둘렀다. 두 녀석의 팔이 날아가고, 바닥에 고인 피를 튀기며 뛰어오른 엘다렌은 그 작은 키로 어떻게 가능한 건지 모르겠지만 한 녀석의 머리까지 날려 버렸다. 그야말로 눈이 빙빙 돌아갈 지경이다. "우리라고 놀 수는 없잖아?" 나르디가 마치 아침은 먹었냐는 식의 어조로 한 마디 하더니, 다음순간 벽을 박차다시피 하면서 비스듬히 몸을 날려 적진 한가운데로뛰어들었다. 녀석의 몸놀림에 대해서 나는 더 할 말이 없다. 녀석은즐거운 춤판에라도 끼여든 것처럼 칼을 눈부시게 휘둘렀다. "그러니까…….":뭐라고 더 말할까 하다가 나는 에라 모르겠다, 하는 심정으로 드워프의 도끼에 질려 뒤로 물러난 녀석의 등을 대각선으로 베어 쓰러뜨렸다. 상처가 났으면 제발 좀 도망이나 가라. 정말로 꼭 죽일 때까지기다리기라도 하겠다는 거야? 싸움은 어이없을 정도로 싱겁게 끝나 버렸다. 백여 명 가까이 되던 산적들은 수십 가량이 죽고 나자(거의 대부분엘다렌이라는 드워프가 죽인 것이다), 대부분 전의를 상실하고 슬금슬금 도망치려고 하고 있다. 그 가운데 오직 전의가 살아 있는 것은'피피' 뿐이었다. "너희들, 그 분개하던 심정은 어디로 가고 이제 와서 꽁무니를 빼는 거냐! 이 벌레만도 못한 것들아! 끔찍한 배탈을 벌써 잊었단 말이냐! 그것 때문에 여기까지 오는데 얼마나 고생을 했느냐!" …… 효과가 있긴 있었군. "용자들의 땅 세르무즈에서도 가장 이름난 장사, 위용과 높음이 하늘에 올라앉은, 공포의 광검, 잘나가는 발카리오스 씨, 이제 그만 하시는 게 어때요?" 뒤에서 팔짱을 낀 채 구경만 하고 있던 유리카가 오랜만에 입을 열어 한 말에 나는 입을 딱 벌렸다. 저 앞뒤도 안 맞는 말을 어떻게 저렇게 그대로 기억했지? "산적질 해먹자면, 이제 부하들 거둬서 돌아갈 때도 아셔야지. 아니면 오늘로 산적단 해체하고 싶은 건가? 죽을 자리 찾아오셨나? 어딘가 숨겨뒀을 지금까지 모은 재물이 아깝지 않아?" 완연히 비꼬는 말투였지만, 괜히 하는 말은 아니란 것을 나는 알수 있었다. 이제 그만 죽이고 싶다는 그녀의 심정에 나도 동감이다. 엘다렌은…… 무슨 심정인지 모르겠지만. "쳐죽일 마녀 같으니! 입 닥쳐……." '피피'는 말을 끝까지 하지 못했다. 자세 풀고 가만히 있는 것 같던 유리카가 놈이 채 말을 맺기도 전에 번개처럼 앞으로 달려들었다. 예전에도 본 일 있는, 화살처럼 재빠른 그녀의 발검술. 피피 역시 티무르보다 별로 나을 것도 없었다. "으윽!" "'성녀님'의 칼에 한번 죽어 보고 싶어?" +=+=+=+=+=+=+=+=+=+=+=+=+=+=+=+=+=+=+=+=+=+=+=+=+=+=+=+=+=+=+=오랜만의 새로운 인물입니다... 휴일 잘 보내셨어요? 기운 내셔서 월요일도 힘차게 보내세요. Luthien, La Noir. 출력이 끝났습니다. [Enter]를 누르십시오. ━━━━━━━━━━━━━━━━━━━━━━━━━━━━━━━━━━━제 목 :◁세월의돌▷ 5-2.두번째 보석…(29게 시 자 :azit(김이철) 게시번호 :840게 시 일 :99/07/15 03:33:53 수 정 일 :크 기 :6.7K 조회횟수 :87 『게시판-SF & FANTASY (go SF)』 38527번제 목:◁세월의돌▷ 5-2. 두번째 보석, 두…(29)올린이:모래의책(전민희 ) 99/07/11 22:26 읽음:1107 관련자료 없음----------------------------------------------------------------------------- +=+=+=+=+=+=+=+=+=+=+=+=+=+=+=+=세월의 돌(Stone of Days)=+=+=+=+=+=+=+=+=+=+=+=+=+=+=+=+ 5장. 제4월 '타로핀(Tarophin)'2. 두 번째 보석, 두 번째 숙명 (29) 그녀의 꺾어 쥔 칼날이 바로 피피의 목 아래 들이대어져 있다. 나르디는 깜짝 놀란 듯, 그녀를 쳐다보았다. 녀석은 유리카의 저 솜씨를 본 일이 없다. 여전히 말없이, 도끼에 가려져서 안 보이는...드워프. "이, 이게 무슨 짓……." "무슨 짓? 얼른 꺼지라는 협박이라면 알아듣겠어?" 유리카의 목소리는 나지막했지만 충분한 살기가 깃들여 있었다. 요즘 와서 느끼는 거지만 그녀는 죽고 사는 일에 관련된 일에선 언제나능숙하고 침착했고, 겁내지 않았다. "으윽……." "얼른 안 가면 다리를 잘라 버린다. 다리가 붙어 있을 때 당장 도망쳐라." 유리카가 피피의 목에 칼을 들이댄 채 그 너머에서 이 광경을 얼빠진 듯 지켜보고 있는 산적들에게 한 말이다. 슬금슬금 동굴 밖으로 뒷걸음질치기 시작한 산적들을 흘끔 건너다보더니, 유리카는 기회라는 듯, 오른발을 들어 피피의 무릎을 냅다걷어찼다. "어컥!" 그렇게 많이 아프지 않았을 수도 있지만, 균형을 잃고 비틀거릴정도는 되었다. 유리카는 뒤로 팔짝 뛰어 물러나더니 검을 들어 피피를 겨냥했다. 그러나 그녀의 입에서 나온 말은 전혀 엉뚱했다. "잘 가라. 참고로 난 성녀는 아닌지 몰라도, 아스테리온 무녀인것은 맞아. 너희들에게 저주를 내리는 것쯤은 간단하다." 말을 끝내면서 팔을 휘저어 손목에 걸린 은팔찌를 빙글 돌려 보였다. 순식간에 검은 빛덩어리가 그녀의 손바닥 위로 떠올라왔다. 예전에는 결코 저렇지 않았는데, 이제 저런 정도 일쯤은 아주 손쉽게해내는 그녀였다. "자, 맞고 싶지 않으면 얼른 꺼져!" 산적들이 모조리 혼비백산해서 도망쳤음은 말할 것도 없었다. 쏴아…비는 그치지 않고 내렸다. 이제 어쩐다? 우리도 저 밖으로 나가야하나? 여기서 잔다는 건, 다시 있을 지도 모르는 기습에 완전 무방비가 되는 거잖아? 그런데…… 이 비오는 밖에서 다른 동굴을 언제 또 찾는담. 유리카가 더듬더듬 램프를 찾더니 한참 부스럭거린 끝에 다시 불을 켰다. 겨우 얼마 안 되는 빛이지만 서로 얼굴을 알아볼 정도는되었다. 제일 먼저 들린 것은 의외로 침묵하고 있던 난쟁이의 목소리였다. "겨우 손재주에 눈속임뿐이로군." "마법 봉인을 잊었어, 엘프난쟁이 영감? 이것만으로도 가상하다고해야지." "……." 한바탕 뛰어다니고 나니, 우리 몸은 거의 저절로 말라 있는 셈이되었다. 팔 없는 셔츠뿐인 유리카도 얼굴이 상기된 채, 춥냐는 말에고개를 흔들었다. "소개나 할까." 유리카는 쾌활하게 드워프의 어깨에 손을 얹더니 우리를 향해 입을열었다. "이쪽은 엘다렌 히페르 카즈야 그리반센. 걱정하진 마. 이 이름은오늘 이후로 다시 들을 일은 없을 테니까. 드워프 족 가운데서도 가장 이름난 전사, 위용과 높음이 하늘에 올라앉은, 공포의 도끼, 잘나가는 엘다렌이라고만 알아두면 돼." "……." 우리는 이런 소개를 듣고 뭐라고 반응해야 하는가 당장 고민에 빠졌다. 일단 속으로 제일 먼저 떠오른 생각은 왜 '엘프난쟁이'라고 유리카가 놀려대는지 알 것 같다는 점이었다. 엘다렌이라니…… 옛 이야기 속에 나오는 엘프 숙녀의 이름 같다! 게다가 엘다렌은 지금 저 소개의 원조가 누구라는 걸 과연 알까? 과묵한 드워프는 유리카의 장난기가 다분한 소개를 받고도 별 반응이 없었다. 고개를 들지조차 않았다. "그리고 이쪽은 나르디, 그리고 여기는……." 유리카는 내 쪽으로 싱긋 미소를 보냈다. "파비안 크리스차넨. 아룬드나얀의 주인." 그제야 드워프가 고개를 번쩍 들었다. 아……어둠 속에서 짐승처럼 번뜩이는 붉은 눈. 날카롭게 나를 살펴보고 있다. 마치 경주에 나갈 말을 살펴보는 사람과도 같은 그런 눈동자다. 내가 잠시 말문이 막혀 뭐라고 할 말을 찾지 못하고 있는 사이, 드워프는 내 앞으로 저벅저벅 다가왔다. 지금 보니 반쯤은 희끗희끗하게 세어 있는 무성한 수염과 거무스레한 얼굴이 확실한 전사의 풍모다. 나이는… 인간으로 치면 한 50살정도? 내 앞으로 다가온 난쟁이의 얼굴이 나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으…… 곤란해. 이럴 땐 눈높이를 어떻게 맞춰줘야 하지? 그는 꽤 오랫동안 나를 살펴보았다. 그러더니 커다란 북처럼 울리는 목소리로 단 한 마디를 던졌다. "닮았군." …… 닮았다고? …… 누구와? 그러나 더 이상의 설명은 없었다. 그는 내게서 몸을 돌렸다. 나르디를 잠시 쳐다보는 듯했는데, 금방흥미 없다는 듯 고개를 젓고는 뒷걸음질로 다시 온 자리로 되돌아간다. 그는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더니, 아직도 번쩍거리는 도끼의 날을살펴보기 시작했다. 인사할 틈조차 주지 않는 난쟁이였다. 나르디도 당황한 듯했다. 아마 서로 소개하면서 이런 반응을 보는것은 그도 처음인 모양이었다. "아…… 그러니까, 안녕하세요?" 이거보다 좀 덜 바보 같은 말 없을까? 난쟁이는 남이 말을 해도 웬만해서는 반응도 보이지 않는데 이골이났는지 인사를 하든 말든 눈도 까딱하지 않았다. 그는 동굴 안쪽에둔 자기의 배낭을 끌어당겨 헝겊조각 같은 것을 꺼내더니 그걸로 정성 들여 도끼 날을 닦기 시작했다. 앞에 누군가 있는지에 대해선 완전히 잊은 듯한 모습이었다. 유리카가 발끈한 듯 입을 열었다. "뭐야? 기껏 되살아나게 해줬더니만, 은인들한테 한다는 감사가 고작 이런 따위야? 안 그래도 동굴 구석에 박혀 있으면서 처음 우리가들어올 때 아는 척도 안한 게 괘씸했는데, 끝까지 이럴 거야?" 유리카는 오늘 그녀가 평상시 하던 반말의 진수를 보여 주고 있었다. 그녀의 수고에는 대가가 왔다. "반갑다." 기회 포착! 재빨리 인사를 해야 한다! "저도 반가워요." "아, 저도요." 나르디도 나와 똑같이 기회를 재빨리 포착해서 인사를 마쳤다. 세상에, 한숨이 다 나오려고 하는군. "불이나 피워 볼까." 나르디가 문득 생각났다는 듯이 아까 한쪽에 쌓아 둔 나뭇가지 더미로 기지개를 켜면서 걸어갔다. 그는 그새 나뭇가지가 좀 말랐다면서 싱긋 웃더니 모닥불을 피울 준비를 했다. 그 모습을 보니 나르디가 저 예의가 없는 건지, 사교성이 부족한건지, 하여간 그런 난쟁이를 만나 어떻게 대처하기로 결정했는지 곧감이 왔다. 녀석은 항상 결정이 빠르고, 후회란 없었다. 무시에는 무시로! 무관심에는 무관심! …… 그래, 정말 똑똑하다. +=+=+=+=+=+=+=+=+=+=+=+=+=+=+=+=+=+=+=+=+=+=+=+=+=+=+=+=+=+=+=컴퓨터가 이상해요... 윈도우를 다시 깔아야 할 것 같은데.. 날아가버리면 정말 곤란한데.. 중요한 문서 몇 개는 나우를 믿고메일로 통신상에 올려 뒀지만, 나우라고 믿을만 해야지..;그렇지만.... 전 개인 문서가 텍스트로만 100메가가 넘는단 말입니다. 기타 등등 잡다한 것은 더-더욱 많고요. T_T (특히 음악파일들..)어디서 외장 하드를 빌려다가 작업을 해야겠는데, 하여간 두려움에떨고 있습니다... Luthien, La Noir. 출력이 끝났습니다. [Enter]를 누르십시오. ━━━━━━━━━━━━━━━━━━━━━━━━━━━━━━━━━━━제 목 :◁세월의돌▷ 5-2.두번째 보석…(30게 시 자 :azit(김이철) 게시번호 :841게 시 일 :99/07/15 03:34:13 수 정 일 :크 기 :7.5K 조회횟수 :89 『게시판-SF & FANTASY (go SF)』 38528번제 목:◁세월의돌▷ 5-2. 두번째 보석, 두…(30)올린이:모래의책(전민희 ) 99/07/11 22:27 읽음:1100 관련자료 없음----------------------------------------------------------------------------- +=+=+=+=+=+=+=+=+=+=+=+=+=+=+=+=세월의 돌(Stone of Days)=+=+=+=+=+=+=+=+=+=+=+=+=+=+=+=+ 5장. 제4월 '타로핀(Tarophin)'2. 두 번째 보석, 두 번째 숙명 (30) "하아아암……." 아아, 따뜻해. 아직도 불이 타오르고 있어. 나는 반쯤 아직 꿈속에서 헤매고 있었다. 그러다가 곧, 내 귀에 꿈이 아닌 다른 말소리가 들려오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나는 최대한 가느스름하게 눈을 떴다. 바로 시야 정면에서 모닥불이 타오르고 있었기 때문에 눈이 몹시아팠다. 시선이 아물아물한 가운데서도 모닥불 너머에 유리카와 엘다렌이 마주앉은 것이 보였다.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은 그 두 사람이었다. 우리가 여기에 이러고 계속 있는 것은, 충분히 그래야 할 이유가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나가자는 이야기를 꺼낸 사람이 아무도 없었기때문이다. 아마도 비오는 밤에 또다시 갈 곳을 찾아 헤매고 싶지 않단 점에서 모두 무언중에 생각이 일치했던 것 같았다. 모닥불이 타올라 동굴 천장을 붉게 적셨다. 저녁때 엘다렌이 피워 준 모닥불은 정말 근사했다. 나르디가 나뭇가지들에 불을 붙이는 데 성공하긴 했지만, 더 가져올 나무 - 다시말해 더 가져올 '마른' 나무 - 가 없다는 것 때문에 얼마 못 가겠다고 말했을 때, 엘다렌은 한 마디 설명도 없이 동굴 밖으로 나가 버렸다. 그리고 잠시 만에 커다란 통나무를 하나 짊어지고 돌아왔다. 그게 끝이 아니다. 다시 나가서 똑같은 통나무를 하나 더 짊어진 그가돌아왔을 즈음, 우리는 이 커다란 통나무를 어떻게 잘라 불을 피울까논쟁하는 중이었다. 그는 설명이라는 것을 일체 하는 드워프가 아니었다. 통나무 두 개는 모닥불을 사이에 두고 양쪽에 나란히 놓이게 되었다. 이렇게 두면 불이 점점 크게 타오르면서 양쪽 통나무를 서서히말리고, 조금씩 가운데부터 태워 나간다. 중간에 통나무가 부러지면양끝을 모닥불에 다시 밀어 넣으면 된다. 통나무는 새로 자른 생나무가 아니라 표면만 빗물에 젖고 있던 넘어진 나무였기 때문에 좀 마르기 시작하자 아주 잘 탔다. …… 물론, 이 모든 것은 나의 추리였지, 엘다렌이 한 마디라도 설명을 보탠 것은 아니었다. 그렇게 밤새 잘 탈 것 같은 통나무 모닥불을 두고 우리는 모두 잠들었다. 옷도 마르도록 동굴 바닥에 펼쳐 놓고 말이다. 내가 깬 것은 순전히 엘다렌의 목소리가 누가 자는 것을 고려해서조그맣게 줄어들거나 하는 일은 없었던 탓이었다. 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동굴 안을 우렁우렁 울렸다. 그 와중에서도 내 어깨 너머에선 나르디가 곤히 잠들어 있다. 녀석은 잠이나 술에 완전히 취했을 때 깨어나고자 한다면 단번에 깨어나는 것도 빠르거니와, 일어날 이유가 없다면 옆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든 완전히 푹 잠들어 버린다. "…… 어린 게 혼자 고생 많았군." "어리다니, 벌써 이백 열 여덟 살인데?" 유리카는 할아버지한테 응석을 부리는 손녀처럼 웃음 섞인 목소리로 말했고, 엘다렌은 여전히 대꾸가 없었다. 그래, 이제 좀 익숙해지기 시작하는군. 저 드워프는 본래 무슨 상황이든 말이 없어. 결코 할말이 없어서가 아니라 본래가 저래. …… 정말 기분 나쁜 '본래'다. "그나저나, 정말 닮았지?" "……." 엘다렌이 고개를 끄덕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유리카는 하여튼 말을이었다. "나도 처음 보았을 때 꽤 놀랐어. 핏줄이라는 것이 놀랍다 싶었지. 그렇지만…… 성격이나 그런 것은 아주 다른걸." 그건 그렇고, 유리카는 이유는 모르겠지만 자기 아버지뻘은 되어보이는 엘다렌에게 정말 꿋꿋이, 그것도 아주 자연스럽게 반말이었다. 하긴, 이 영감탱이야! 정도도 아주 쉽게 외쳤는데 뭘. "이제 다 설명해 줘야겠지?" 유리카는 문득 생각에 잠기는 듯한 말투가 되었다. "그래…… 그 긴 세월이 지나고 '프랑드의 별'과 '모나드의 눈동자'가 다시 모였어. 어쩌면 200년이라는 세월은 잠깐 꿈꾸는 사이에지나갔던 것도 같아. 도저히 기억해 낼 수는 없지만…… 처음 다시깨어났을 때, 내가 가장 당황했던 것이 뭐였는지 알아? 마치, 내가어젯밤 잠들었다가 깨기라도 한 것처럼, 주위가 너무도 익숙하고 하나도 달라 보이지 않았다는 거야. 홀로 앉은 채 그 긴 세월에 대해생각해 내는 데는 한참이나 걸렸어. 점차 생각이 났지. 내가 왜 여기에 있는지, 내가 해야 할 일들, 그리고……" 그녀의 목소리가 갑자기 잦아들었다. "…… 내 주변에 항상 있어야 할 사람들이, 이젠 없다는 것도 말야." "……." 그렇게 보아선지, 이젠 거의 마른 머리카락을 풀고 앉아 있는 유리카의 옆모습이 약간 흔들린 듯도 하다. "…… 설명할 것이 아주 많아. 아직 거의 아무 이야기도 하지 않았거든." "왜 미리서 하지 않았나?" 오래간만에 들린 엘다렌의 목소리였다. 유리카는 잘못한 것을 들킨 어린아이처럼 잠시 침묵을 지켰다. 그러고도 한참만에 나온 그녀의 대답은 띄엄띄엄했다. "무거운…… 짐을, 너무 일찍… 알게 하고 싶지 않아서……." "쓸데없는 생각이다." 오랜만에 엘다렌은 친절하게 연속 두 번이나 대답하고 있었다. 물론 말투가 친절했다는 것은 아니다. 그의 말투는 무뚝뚝의 극치를 달렸다. "그래…… 전혀 쓸데없지." 무슨 이야기를 하겠다는 거길래, 그리고 무엇이 그렇게 무거운 짐이기에? 나는 나도 모르게 몸을 약간 뒤척여 이야기가 잘 들리도록 자세를가다듬었다. "그렇지만, 이 세상은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달랐어, 모든 것이. 엘다, 당신도 알 거야. 당신과 나, 에즈와 미카가 함께 여행하던 때,세상을 바라보던 우리의 시선. 세상의 흐름이 뒤바뀌어지는 바로 그순간에 살아가고 있는 우리가 때로는 버거웠고, 또한 그것을 볼 수있는 때 살아 있는 것에 감사했었지. 모두의 마음속에 들어 있었던것, 어쩌면 에즈가 우리 모두를 그렇게 만들었었는지도 모르겠지만…… 미래를 준비하겠다는 확고한 의지와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이바로 그것이라는 데 대한 열렬한 확신. 우리 모두는 더할 나위 없이진지했었어." 통나무가 타는 소리가 타닥 탁, 울리는 가운데 불빛이 비추지 못하는 동굴 안쪽은 시커먼 구멍처럼 저만치 입을 벌린 채 도사리고 있다. 반대쪽 입구 쪽은 저녁 무렵의 싸움으로 아직 마르지 않은 핏물투성이다. 여전히 내리고 있는 비에 서서히 밖으로 핏물이 씻겨나가는 소리가 들렸다. 아니, 멈추지 않는 영원한 비처럼 그렇게 내리는 빗소리를 나는 들었다. "에즈의 놀라운 점이었지, 그것이." 엘다렌 - 엘다라고도 불리는 모양인 - 의 여전히 묵직한 목소리. "가끔은, 아직도 내가 그 마법사에게 동화되었다는 사실에 놀라고,또한 다시금 그것이 당연했다고 생각한다. 고집 센 미카도 에즈의 진지한 열정에는 당하지 못했지. 제멋대로인 너도 마찬가지였지 않느냐." 유리카의 짧지만 음악 같은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고집 센 걸로 할 것 같으면, 미카가 설마 엘다한테 당하려고?" 나는 은근히 동감이었다. 미카가 누구인지 몰라도, 저 난쟁이만큼고집 세고 대단한 양반을 아직 난 만나 본 일이 없다. 엘다렌은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다. 미카야말로 결코 자기 신념을 꺾는 놈이 아니다. 결국,에즈조차도 어쩌지 못했던 단 한 가지, 누가 뭐래도 흔들리지 않던그의 마음이 생각나지 않느냐?" "그래서, 그 불쌍한 숙녀를 죽게 했고?" +=+=+=+=+=+=+=+=+=+=+=+=+=+=+=+=+=+=+=+=+=+=+=+=+=+=+=+=+=+=+=혹시, 여기서 불쌍한 숙녀가 누구인지 아시겠어요? 요즘 많은 비밀이 밝혀지고 있긴 한데, 아직 안 밝혀진 것도 많답니다. 특히, 중요한 것들 중에서요...^^;투표 늦게 보내신 분들, 괜찮답니다. 사실 아직도 보내는 분이 계신걸요, 뭐...^^;저 CDROM을 빨리 갖다 바꿨어야 했는데.. 저 녀석이 결국은 사고를치네요. 내일은 윈도우와의 악전고투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참, 김종환 님께서 홈페이지에 세월의 돌을 올리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주소는 http://babo.ll.co.kr입니다. Luthien, La Noir. 출력이 끝났습니다. [Enter]를 누르십시오. ━━━━━━━━━━━━━━━━━━━━━━━━━━━━━━━━━━━제 목 :◁세월의돌▷ 5-2.두번째 보석…(31게 시 자 :azit(김이철) 게시번호 :842게 시 일 :99/07/16 02:38:55 수 정 일 :크 기 :9.0K 조회횟수 :87 『게시판-SF & FANTASY (go SF)』 38529번제 목:◁세월의돌▷ 5-2. 두번째 보석, 두…(31)올린이:모래의책(전민희 ) 99/07/11 22:27 읽음:1252 관련자료 없음----------------------------------------------------------------------------- +=+=+=+=+=+=+=+=+=+=+=+=+=+=+=+=세월의 돌(Stone of Days)=+=+=+=+=+=+=+=+=+=+=+=+=+=+=+=+ 5장. 제4월 '타로핀(Tarophin)'2. 두 번째 보석, 두 번째 숙명 (31) "미카가 죽인 게 아냐." "물론, 그렇겠죠." 유리카는 예의 독설스런 말투로 한 마디 던지고는 잠시 동안 가만히 있었다. 조금 후에야 그녀의 말이 이어졌다. "…… 그녀가 바보였어." "그만. 다 지난 일이다. 미카를 만나게 되거든 그녀의 이야기는 입밖에 내지도 마라." "그 정도도 모르진 않아." 다시, 잠시간의 침묵. 침묵을 깬 것은 의외로 엘다렌의 목소리였다. "곧 미카를 만난다. '세르네즈의 하늘'을 찾는다. 그러나 아룬드나얀의 주인은 돌아오지 않는군……." "아룬드나얀의 주인은 파비안이야." "……." 엘다렌은 가볍게 헛기침을 했다. 그러고는 말을 이었다. "핏줄은 비슷한 윤곽을 우리에게 선사했다. 그러나 내용물은 전혀다른 것 같더군." 불붙은 재가 날렸다. 허공에 빛나는 재들이 춤을 추었다. "나도 에즈와 같은 사람이 이 세상에 또 있기를 기대하지는 않았다. 헛되지. 그런 사람은 다시 없다. 그러나… 아룬드나얀을 계승하게 될 누군가에게서 조금이라도 비슷한 것을 기대하는 것은 잘못인가?" "파비안은 파비안이고, 에즈는 에즈야." 유리카의 목소리가 갑자기 다시 날카로워졌다. "엘다, 당신은 아직 파비안을 잘 몰라. 그 안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전혀 모르지. 물론 그는 에즈와는 달라. 200년 전과 똑같은 방법으로 모든 것이 진행되리라고 생각해? 세월에 공짜란 없어. 세상은분명 긴 세월을 삼키며 이토록 달라졌어. 에즈가 지금 있다면, 분명,여전히 모든 것을 잘 해냈겠지만, 이 세상에 필요한 사람은 결국 이시대의 사람이야. 우리조차도…… 이 세상에 지나친 참견은 할 수 없어." 문득, 내 머릿속에 유리카와 '이름 없는 들판'을 걸으면서 했던 이야기가 떠올라왔다. "이 세상 사람들은, 오래 전 사람들이야 그대로 가만히 죽어 있으라고 말하지. 이렇듯 어쩔 수 없이 남의 시대에 떨어져 있는 자라면그런 말에 화를 내게 되어 있지. 그러나, 사실 그건 어느 시대든 당연한 방어본능이라고 생각해. 어느 시대든 그 시대 사람의 손으로 모든 것이 되어지는 것, 그게 가장 올바르지. 만여 년의 세월 동안 이렇게 겨우 몇 번, 그것도 우리가 예상할 수 없는 어느 때에 세상의격변은 예고 없이 찾아와. 주어진 한 세계 속에 살아있는 존재로서는결코 깨달을 수 없는, 비밀스런 시간의 섭리, 에즈와 같은 사람조차도 불완전하게 밖에는 알 수 없었던 숨겨진 원칙들. 에즈는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최선을 다했어. 시간 속에 한계를 지니는 생명으로서는 오히려 지나칠 정도로 앞으로 올 세상에 대한 염려의 책임마저도 다했지. 그래서 200년 전의 우리들이 지금 이 시대에 와 있는 거고." "그래서?" "파비안은 이 시대에 태어났어. 그것만으로도 그는 이 시대에 필요한 사람인 거지. 우리들 모두 보다도 훨씬 더. 그리고…… 나는 그가이 모든 것을 해낼 수 있는 사람인 것을 확신해." "네 말대로, 모든 것을 돈에 의거해서 생각하는 잡화점 점원 소년이 말인가? 당시 하늘을 가르고 대지를 뒤엎던 최고의 마법사, 에제키엘이 모른다면 세상 그 누구도 모르는 것- 이라고까지 말해졌던,궁극의 탐구를 거듭하던 자조차도 해내지 못한 것을?" 이마가 뜨거워지는 것이 느껴진다. 지금, 나를 두고 그들은 무슨이야기를 하고 있는 걸까. 내가 무엇을 해야 한다고 그들은 지금 저토록 열심히 말하고 있는 걸까. 나는, 아무것도 모르는데. "파비안은 마법사도, 전사도, 현자도 아니야. 그렇지만…… 그는결국 해 낼 거야, 나는 알고 있어. 겨우 몇 달밖에 안 되는 기간이지만, 나는 그 동안 에즈가 어렴풋하게만 느꼈을 미래를 보고 느끼고있어. 그가 느꼈을 감정, 알 수 있어. 세상은 살아 있는 것들이 예상할 수 없을 정도로 빨리 변화해. 여기에서, 파비안에게서, 우리가 에제키엘과 함께 다닐 때 느꼈던 감정이나 능력을 기대해서는 안 돼. 그에게 그런 것이 없다면, 없는 이유가 분명히 있어." 잠깐 멈추는 듯하더니 유리카의, 나직하게 속삭이는 듯한 목소리가들린다. "엘다, 당신은 에즈를 믿지 않아?" "에즈라면, 믿는다." "그렇다면 당신은 에즈가, 이 모든 것을 확신어린 눈동자로 우리에게 설명할 때, 결코 지금의 파비안을 몰랐을 거라고 당신은 생각해? 전부는 아니지만, 지금 이와 같은 결과가 올 것을 에즈가 전혀 모르고서 일을 진행시켰다고,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거야? 에즈가 실수를했다고? 아니면 대강 어떻게 되든 좋다고 생각하면서, 그저 미래의운에 맡기고서 그가 친구들을 200년 뒤의 미래로 보내고, 마법을 봉인하며, 세상의 변화를 멈췄다고 생각하는 거야?!" 유리카의 목소리는 마지막에 완연히 높아져 있어서, 거의 동굴 전체를 울렸다. "……." 그리고, 엘다렌 대신 대답한 것은 내 목소리였다. "설명해 줘. 유리카." 나는 몸을 일으켜 앉았다. "…… 깼구나." 그 목소리에 깨지 않는다면, 살아 있는 사람이라고 할 수 없지. "엿들어서 미안하게 됐지만, 아까 전부터 두 사람 이야기하는 걸듣고 있었어. 그런데…… 지금 들으니 내가 없이 이야기할 내용이 아닌 것 같아서." 동굴 안으로 바람이 들어와 모닥불의 불티를 날렸다. "이리 와, 파비안." 나는 일어나서 유리카와 엘다렌이 있는 쪽으로 걸어갔다. 엘다렌은나를 보고서도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아룬드나얀을 잠깐 보여 줄래?" 나는 품안에서 목걸이를 꺼냈다. 사슬이 잘그랑거리는 소리가 오늘따라 낯설다. 무엇인지, 아직 모르긴 해도 이 물건은 단순한 아버지집안의 유물이 아닌 것이 확실하다. 무얼까. "여기에 보이는 녹색의 보석, 이것의 이름은 '프랑드의 별'." 유리카는 손가락을 들어 맨 처음부터 박혀 있었던 녹색의 보석을짚어 보였다. 가장 빛나는 나뭇잎, 내 마음속으로 멋대로 생각하고있던 이름과는 달랐지만…… 봄의 별이라. 유리카의 목소리는 안정되어 있었고, 그것은 마치 자기 앞에 닥칠불행을 알고 있는 사람의 초연함처럼 보였다. "이번에 엘다렌이 깨어났던 것처럼, 이 보석을 되찾아 아룬드나얀에 되돌렸을 때 깨어났던 사람은 바로 나였어. 내 고향에 가까운 곳,아스테리온 신전 무녀들의 제단 안에서 나는 잠들어 있었지." "너를? 아버지…… 가?" "그래, 너를 닮은 그 사람. 그 사람은 그렇지만 나를 보진 못했어. 너도 이번에 봤겠지만 보석이 있는 장소와 깨어나야 할 사람이 잠든곳은 같지가 않거든. 물론 난 엘다렌처럼 이렇게 먼데 와서 자고 있진 않았어." 유리카는 혼자 빙긋이 웃었다. "나는 한밤중에 홀로 깨어났었어. 누가 나를 깨웠는지조차도 몰랐지. 네가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시간 감각을 되찾기 위해서한참이나 걸렸어. 내가 잠들었을 때, 새로 지어 깨끗하던 제단과 신전이 왜 이렇게 낡아 있는가 의아해하면서, 왜 내가 이 밤중에 혼자여기에서 자고 있었는지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해 하면서……." 내가 저 이야기를 과연 이해할 수 있을까? 내 몸은 바로 어제 잠들었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기억 속에서는 이미 200년이 지나가버린 사람, 결코 살아있는 존재로서 겪을 수 없는 저 감각을? 유리카는 빙긋 웃더니 두 번째 박혀 있는 붉은 보석을 가리켰다. "이것의 이름은 '모나드의 눈동자'. 그리고 이 보석이 깨운 것이여기에 있는 엘다렌." 모나드의 눈동자. 엘다렌의 붉은 눈빛과 보석의 빛깔은 어딘지 공통점이 있는 것처럼 보였다. "차례가 바뀐 셈이지만, 다음으로 이쪽 옆에 들어갈 보석의 이름은'세르네즈의 하늘'. 이름이 말하는 그대로 푸른 보석이야. 그리고 그보석을 찾으면 미카… 가 깨어나게 되어 있어." "미카?" "역시 에제키엘의 동료야. 만나 보면 알게 돼." "엘다렌하고…… 너처럼 말이지?" 유리카는 일부러 그러는 것처럼 한껏 밝게 웃어 보였다. "응." 유리카…… 아스테리온의 무녀, 200년 전의 과거에서 온 이백 열여덟살 짜리 소녀, …… 대마법사 에제키엘의 동료. 그리고, 나의 친구……. "네가 봄의 공주라고 불린 것은……." "봄의 공주, 프랑드의 신부. 모두 같은 이야기야. 에제키엘과 세동료를 부르는 이름들이지. 엘다렌- 모나드의 방랑자, 그리고 미카…… 세르네즈의 푸른 활. 헤아릴 수 없는 세월을 살아온 에졸린여왕은 에제키엘을, 그리고 나를 알고 있었지. 당연해, 그녀가 나를알았던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야." "그렇다면 니스로엘드는?" "겨울은, 에제키엘 자신이야." "그렇다면 마지막 보석은……." "흰 보석. 니스로엘드의 심장." +=+=+=+=+=+=+=+=+=+=+=+=+=+=+=+=+=+=+=+=+=+=+=+=+=+=+=+=+=+=+=집계 내려고 다시 투표지들을 읽어보고 있는데 참 재미있어요. 정말 재미있게 써 보내주신 분들이 많더군요. ^^혹시, 써 두셨는데 시간이 지나서 못 보내신 분이 있으시다면 그냥보내세요. 오늘도 사실 늦은 투표가 하나 도착했습니다. ^^;집계 조금씩만 고치면 되죠. 뭐.. (사실, 아직 집계는 내지도 않고 있다...)아, 오랜만의 추천- 감사합니다. 추천 읽는 즐거움을 오랜만에 느껴보는군요. ^^;오늘로 연재 3개월째입니다-3개월동안... 한 170,80회 쯤 되나요? (세어봐야지...)그동안 읽어주시고 편지나 쪽지 보내주신 분들, 투표해주신 분들,모두 고맙습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기간 동안 많은 성장이있을 수 있었던 것은 다 여러분 덕택입니다. 곧.. 100일이 되겠군요. ^^; 200회도 되고.. 뭔가 한꺼번에 많은 일들이 닥치는 듯한..^^;Luthien, La Noir. 출력이 끝났습니다. [Enter]를 누르십시오. ━━━━━━━━━━━━━━━━━━━━━━━━━━━━━━━━━━━제 목 :◁세월의돌▷ 5-2.두번째 보석…(32게 시 자 :azit(김이철) 게시번호 :843게 시 일 :99/07/16 02:39:28 수 정 일 :크 기 :4.8K 조회횟수 :98 『게시판-SF & FANTASY (go SF)』 38630번제 목:◁세월의돌▷ 5-2. 두번째 보석, 두…(32)올린이:모래의책(전민희 ) 99/07/12 21:35 읽음:982 관련자료 없음----------------------------------------------------------------------------- +=+=+=+=+=+=+=+=+=+=+=+=+=+=+=+=세월의 돌(Stone of Days)=+=+=+=+=+=+=+=+=+=+=+=+=+=+=+=+ 5장. 제4월 '타로핀(Tarophin)'2. 두 번째 보석, 두 번째 숙명 (32) 밤은 길고, 결코 끝나지 않을 것처럼 더디게 흐른다. 동굴 입구를 타고 흐르며 떨어지는 빗물은 빛 없는 캄캄한 밤에 마치 암흑 아룬드의 검은 비처럼 보인다. 그렇게, 끝없이 계속될 것 같은 빗소리. 내 목소리도 마치 아주 멀리서 들려오는 것처럼 들린다. 동굴 안이기 때문인 걸까……? "그것 모두를 찾으면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거지? 그러니까…… 왜봉인이 되었었고, 왜 그 봉인을 풀어야 하는 거지?" "지금 이 세상은, 인간만의 세상이다. 다시 다른 종족과 함께 존재하는 세상으로 돌이킨다. 엘다렌의 난데없는 대답에 나는 흠칫 놀라 그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그의 표정 없이 묵묵한 얼굴에서 눈을 돌려 다시 유리카를 쳐다보았다. "무슨 뜻이지?" 그녀는 무언가 잠깐 동안 망설이는 것처럼 보였다. 한 순간, 어렴풋이 떨리는 듯 하다가 사라져버린 망설임. 그녀는 말했다. "사라진 엘프와 드워프, 그들을 돌아오게 하는 것. 드워프 족과 엘프 족의 봉인된 재생력을 다시 되살려내는 것, 모든 보석을 모아 마지막 의식을 통하면 그들은 되돌아올 수 있어. 엘다렌은 지금 이 세상의 마지막 난쟁이지. 그렇지만 그는 첫 번째 난쟁이가 될 거야." "엘다렌…… 혼자잖아? 혼자서 전 종족을 어떻게……." 다시 엘다렌의 대답이 이어졌다. "세상에서 수치스럽게 서서히 사라져가기보다는, 미래를 믿고 에제키엘의 봉인 쪽을 택했던, 백여 명의 난쟁이들이 있다. 그들을 되살려내고 종족의 재생력을 되돌려줄 힘이 아룬드나얀 안에 숨어 있지." 아룬드나얀에 숨어 있다는 문장, 그것은 과연 뭐였지? 사라진 종족들을 되살리는, 그래서 더 다양한 세상을 만들어내는? 만약 그렇다면그것은 엄청난 힘이다! 이 모든 일들…… 어쩌면, 이렇게 되도록 모두 미리 정해져 있었던걸까? 나는, 전혀 이런 사실을 알지도 못한 채 여기까지 와버렸는데……. 나는 다급하게 물었다. "그들은, 어디에?" "융스크-리테의 뿌리에, 나와 함께 누워 있던 그들은 아직도 안색이 괜찮더군. 에즈의 봉인이란 것은 과연 쓸만했던 모양이야." 굉장히 빠르게 나온 대답 다음에 엘다렌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그가 일어섰댔자, 사실 내 앉은키보다 조금 큰 정도였지만 그는어쨌든 일어서 동굴 바깥쪽으로 걸어가더니 비가 내리는 바로 입구앞에 등을 기대고 걸터앉았다. 잠깐 작은 불빛이 반짝이는 듯하더니,이윽고 윤곽만이 어슴푸레한 검은 그림자에서 잿빛 연기가 퍼져나왔다. "그러니까…… 자신의 종족을 살리기 위해 엘다렌과 난쟁이들은 봉인을 택했다는? 그럼 엘프는…… 혹시 미카라는 사람은 엘프인가?" "그렇지." "그럼 엘프들도……." "그건 아니야." 유리카는 잠시 동안 동굴 입구의 떨어지는 빗줄기와 그 곁에 옆모습으로 앉아 있는 엘다렌을 바라보고 있었다. "엘프들은 지금도 살아남아 있어. 미카가 되살아난대도 결코 마지막 엘프이거나 최초의 엘프는 아니지. 다만, 재생력을 약속 받기 위한 희생의 상징이었다고나 할까. 너도 가끔 엘프를 보았다는 사람들의 이야긴 들은 일이 있지? 결코 드워프 족을 보았다는 사람은 본 일이 없었겠지만 말이야." 과연…… 그랬다. 그렇다면 엘프는 이 세상 어느 구석인가에 숨어서 살아남아 있다는 건가? "엘프 족은, 드워프 족처럼 그렇게 단숨에 결정을 내리는 자들이아니야. 쉽게 누군가를 믿지도 않고, 물론 그런 뒤에는 손쉽게 의심하지도 않지. 게다가 드워프와는 달리 엘프들은 그 수명을 헤아릴 수없을 정도로 오래 사는 종족…… 그들은 에제키엘의 봉인 대신, 그들이 재생력을 돌려받을 200년 뒤까지 종족의 일부라도 살아남을 수 있다는 확신 쪽을 택한 거야." 나도 엘다렌의 뒷모습을 잠깐 쳐다보았다. 푸르스름한 밤기운 속으로 차가운 비가 내리고, 그 사이로 담배 연기가 계속 퍼져나갔다. 마치 동굴 입구를 지키는 석상처럼, 200년의 시간을 뚫고 깨어난 첫 번째 난쟁이는 움직이지 않았다. +=+=+=+=+=+=+=+=+=+=+=+=+=+=+=+=+=+=+=+=+=+=+=+=+=+=+=+=+=+=+=그리고…… 3-2도 끝입니다. 며칠 동안, 상당히 빨리 글을 쓴 것 같네요. 그렇다고 날림으로 썼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토요일 하고 일요일은 거의 밤잠도 제대로 못잤으니까요. 그래서, 꽤 길었던 이번 편을 끝냈습니다. 며칠간 추천해주신 분들, 모두 감사합니다. 또 제 글에 즐거워해주신 모든 분들도 너무 고맙고요. '연참'이라.. 저로선 처음 들어보는말이었답니다. ^^;쪽지하고 메일 보내주신 분들도... 그러나.. 오늘은 월요일이군요. 확실히 주말같이 글을 쓰기는 어렵네요. (긁적긁적...) 월요병은 사람과 직업을 안가리나 봅니다. 매일같이 다섯 개씩 올릴 수 있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만.. 언젠가 훗날을 또 기약하기로 하겠습니다. ^^Luthien, La Noir. 출력이 끝났습니다. [Enter]를 누르십시오. ━━━━━━━━━━━━━━━━━━━━━━━━━━━━━━━━━━━제 목 :◁세월의돌▷ 5-3.잃어버린 땅…(1)게 시 자 :azit(김이철) 게시번호 :844게 시 일 :99/07/16 02:40:40 수 정 일 :크 기 :7.5K 조회횟수 :100 『게시판-SF & FANTASY (go SF)』 38632번제 목:◁세월의돌▷ 5-3. 잃어버린 땅으로…(1)올린이:모래의책(전민희 ) 99/07/12 21:36 읽음:1085 관련자료 없음----------------------------------------------------------------------------- +=+=+=+=+=+=+=+=+=+=+=+=+=+=+=+=세월의 돌(Stone of Days)=+=+=+=+=+=+=+=+=+=+=+=+=+=+=+=+ 5장. 제4월 '타로핀(Tarophin)'3. 잃어버린 땅으로의 여행 (1) …… 왜 그대는 시작하려 하는가, 왜 그대는 알 수 없는 것을 알고자 하는가, 왜 그대는 세상이 숨기고자 하는 것을 찾는가, 왜 그대는다른 행복에 마음두지 않는가, 왜 그대는 비밀을 알아낸 자에게 주어질 시련을 두려워하지 않는가, 왜 그대는 고통에도… 슬픔에도 굴하지 않는가, 왜 그대는 가장 사랑하는 것을 잃으려 하는가, 왜 그대는자신을 버리면서도 미소지을 수 있는가, 왜 그대는 미래에 올 얼굴모를 인간들을 그토록 믿는가, 왜 그대는 그대의 여행을 끝내려 하지않는가, 왜 그대는 단 하나의 인간조차 버리지를 못하는가……- 기억reminiscence IV "왜들 이렇게 못 일어나는 건가? 일어나서 아침들 들라고!" 아아, 죽겠군. "유리카, 그만 일어나게나. 파비안, 일어나서 좀 봐. 날씨가 개었네. 햇빛이 아주 깨끗해!" 그 다음으로도 무슨 목소리인지 끊임없이 들리긴 했는데, 완전히무덤 속이었다. 나는 없는 이불을 끌어당기려고 애를 쓰다가 한참만에 번쩍 눈을 떴다. "뭐, 뭐야?" "뭐긴 뭐겠나, 아침 먹으라고 했네." 나르디가 혼자 일어나서 부산하게 오가며 사람들을 깨우고 있다가,일어나자마자 까닭 모를 소리를 지른 내 쪽을 돌아보고 싱긋 웃어 보였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맛좋은 스튜 냄새가 주위에 가득했다. 어,어라? 누가 요리를 한 거지? 아니, 그것보다 요리 도구가 어디 있어서? "우리들의 야영 역사상 최고의 아침 식사가 등장했는데, 다들 감동한 척이라도 해 주는 게 어떤가?" 나는 주섬주섬 이미 한구석에 둘둘 말려 처박혀 있는 담요 - 누구의 소행인지는 묻지 말라 - 를 접어 치우면서 '깨끗한 아침'을 감상했다. 비 온 다음날의 상쾌한 공기 속에 흰 햇살이 동굴 입구로 가득히 비쳐들고 있었다. "우음…… 벌써 아침이야?" 유리카는 오늘 나 못지 않다. 그녀는 일어나 앉아서 눈을 비비며한참동안 뭔가 생각에 잠긴 눈치 더니 문득 고개를 흔들었다. "아, 그러니까 아침이구나?" …… 생각에 잠긴 것이 아니고 존재감을 되찾는 중이었군. "주아니는?" 내가 자고 일어난 자리를 정리하다가 주아니가 보이지 않아 물은말에 나르디가 피식 웃더니 동굴 밖을 가리켰다. "엘다렌 씨하고 산책중이야." 헤에…… 이로서 주아니가 낯을 가리지 않는 인종이 또 하나 늘었군. 물론 산책하고 있는 건 엘다렌이고 주아니야 주머니나 어깨 정도위에서 편안히 자리잡고 있을 테지만. 아침식사는 다행히 꽤나 먹을 만 했다. 요리도구가 어디에서 났는가는 금방 판명되었다. 저쪽 구석에 엘다렌의 자기 몸집 만한 배낭이반쯤 빈 채 놓여있었는데, 저기에서 나올 만한 것은 지금 여기에 걸린 둥그런 솥밖에는 없다. 세상에, 어떻게 저렇게 순식간에 솥걸이를만들어 낸 거지? 모닥불은 딱 아침식사를 만들면 충분할 정도로 알맞게 남아 있었다. "야, 이거 정말 네가 만든 거야?" "앞으로 맨날 네가 요리해라." 나와 유리카는 각기 여행하는 도중에 요리라고는 단 한 번도 해 본일이 없는 주제에, 나르디에게 앞으로 식사 당번을 맡기겠다는 똑같이 사악한 의도를 품고서 신나게 녀석을 칭찬했다. "뭘, 자네들 요리 솜씨들도 구경시켜 주라고. 하하……." 나르디도 역시 만만치 않았다. "야, 그러다가 귀중한 요리 재료를 망치면 누가 책임 지냐?" "역시 검증된 요리사 쪽이 백 배 믿을만하지 않니?" 우리 중에서 가장 정의로운 주아니가 참다못해 입을 열었다. "차라리 내가 할게, 내가 해." "……." …… 가만히 생각해 보면, 주아니도 저럴 땐 똑같이 사악한 것 같다니까(솥에 빠져 헤엄이나 안 치면 다행이 아닌가!). 우리 같은 예의 없는 인간 족속들과는 달리, 엘다렌은 단 한 마디도 하지 않고 묵묵히 식사를 마쳤다. 우리가 이번엔 설거지를 누가할 것인가를 놓고 다시 똑같은 논쟁을 벌이기 시작하고 그 가운데 또다시 주아니가 '내가 한다, 내가 해'를 연발하는 동안 엘다렌은 고요히 파이프를 꺼내 담배를 채워 물고 동굴 밖으로 나가 버렸다. "저 드워프 씨, 설거지하기 싫어서 가버린 것 같지 않니?" 실컷 싸운 끝에 결국 설거지를 맡게 된 내가 유리카와 나르디를 의미심장한 눈길로 둘러보며 했던 말이었다. …… 땅의 종족들이란 드워프, 로아에 할 것 없이 인간 셋을 합친것보다 몇 배 교활한 것 같군. 식사에 관련된 모든 논쟁이 일단락 되고 - 내가 설거지를 끝내자마자 그 일은 모조리 일단락 되었다 - 이제 환한 숲길을 여행할 것에들떠 둘러앉은 우리에게 예외적으로 먼저 입을 연 엘다렌이 한 말은모두를 절망하게 하기에 충분했다. "우리가 갈 쪽은 저 쪽이 아니라, 이 쪽이다." 엘다렌은 팔을 들어(손을 든 거겠지만 하여간 팔이 짧았다) 동굴안쪽을 가리켰다. 날이 밝았는데도 어두컴컴한 것이, 막혀 있는 건지, 뚫려 있는 건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는 그곳을. "꼬마 땅의 종족에게 듣자니, 여명검의 고향으로 간다면서?" "여명검이요?" 내가 먼저 멀뚱하게 한 질문에 엘다렌은 눈썹을 치켜올리면서 호통에 가까운 소리를 쳤다. "자네 등에 걸린 검자루 이름도 모르나!" "이, 이건 멋쟁이…… 아니, '영원의 푸른 강물을 가르는 찬란한광휘'인데요?" …… 아, 내 기억력도 녹슬지 않았다. 엘다렌은 목소리를 낮추지도 않았다. 일단 높인 목소리를 낮추는것이 상당히 어려운 일인 모양이었다. "그게 그거지 뭔가!" 유리카가 빙그레 웃었다. "영원의 푸른 강물은 바로 밤이야. 그걸 가르는 찬란한 광휘란 뭐겠어?" "그게…… 여명?" 세상에, 이 검의 이름에 그토록 어려운 수수께끼가 숨어 있었다니. 어쨌든 간 엘다렌은 산지기의 집에서 '마법 시선'으로 보았던 그곳으로 가는 길이 바로 이 동굴 안에 있다고 주장했다. 그렇지만 분명 우리가 보았던 것은 환한 계곡에서 곧장 들어가는 구멍이었기 때문에 어떻게 그 길을 알고 있느냐고 물었더니, 그가 한 대답이 가관이었다. "드워프 족에게 동굴에서 길을 모르느냐고 묻는 건가?" 유리카의 중재로 간신히 한참 만에야 보다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있었다. 엘다렌이 이 동굴에 있었던 것 자체가 자신이 있던 곳에서부터 여기까지 길이 뚫려 있었다는 이야기라는 거다. 엘다렌은 자신이잠들어 있던 융스크-리테의 뿌리로 가는 동굴 안쪽 길을 알고 있다고말했고, 직접 본 일은 없으나 이 검을 벼려낸 대장장이들이 그 검을어디에 두었을 지는 너무도 명확하다고 말했다. "어떻게 그렇게 명확합니까?" 나르디의 질문에 여전히 목소리를 아직 낮추지 못한 엘다렌의 대답이 울렸다. "드워프 족의 왕이, 수하의 대장장이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조차모른다는 것이 말이 되나!" "네?" +=+=+=+=+=+=+=+=+=+=+=+=+=+=+=+=+=+=+=+=+=+=+=+=+=+=+=+=+=+=+=어제, 컴퓨터가 이상하다고 잡담에 썼었지요. 아직까지는 괜찮습니다. 돌아가는 부분과 안 돌아가는 부분이 있는데, 오늘은 시간도 없고 해서 일단 돌아가는 부분만으로 버텼습니다. 내일 하드도 백업받고, 전체적인 진단에 들어가 볼 계획입니다. 그런데.... 어제 제게 컴퓨터 고쳐 주시겠다고 메일 보내주신 분들이 계세요. T_T (감동의 눈물..)정말, 너무 감격했답니다. cyrano77 님, 그리고 충고 주신 로보캅최 님, 비록 도와 줄 사람이있어서 주위에 부탁하기는 했지만, 그 마음만으로도 너무 감사하네요. 잊지 않을게요. (그 먼 교대역에서 여기까지 와주시겠다니.. 참고로 저는 서울의 동북쪽에 삽니다. ^^;)늦은 투표 보내주시는 분들도 모두 감사합니다. (두키 님, 고마워요. ^^)또 rollee 님, 투표 받은 것 만큼 즐거운 편지였답니다. 맞춤법은신경 쓴다고 쓰고 있는데, 잘 맞는다고 하시니 기분이 좋네요. ^^Luthien, La Noir. 출력이 끝났습니다. [Enter]를 누르십시오. ━━━━━━━━━━━━━━━━━━━━━━━━━━━━━━━━━━━제 목 :◁세월의돌▷ 5-3.잃어버린 땅…(2)게 시 자 :azit(김이철) 게시번호 :849게 시 일 :99/07/17 13:27:38 수 정 일 :크 기 :9.2K 조회횟수 :102 『게시판-SF & FANTASY (go SF)』 38760번제 목:◁세월의돌▷ 5-3. 잃어버린 땅으로…(2)올린이:모래의책(전민희 ) 99/07/13 23:39 읽음:1149 관련자료 없음----------------------------------------------------------------------------- +=+=+=+=+=+=+=+=+=+=+=+=+=+=+=+=세월의 돌(Stone of Days)=+=+=+=+=+=+=+=+=+=+=+=+=+=+=+=+ 5장. 제4월 '타로핀(Tarophin)'3. 잃어버린 땅으로의 여행 (2) "유리카, 묻고 싶은 것이 있어." "뭔데?" 기가 막히게 맑고 깨끗한 날씨 - 그것도 전날 하루 종일 비맞고 돌아다닌 뒤에! - 를 뒤로 하고 어두컴컴한 동굴 속으로 기어 들어가는비참한 심정을 달랠 겸, 나는 유리카한테 말을 붙였다. 엘다렌은 주머니에 주아니를 집어넣은 채 저만치 앞서서 걸어가고있었고, 나르디는 우리 뒤에서 검을 뽑아든 채 주의 깊게…… 오려고는 했지만 실상은 몇 번이고 걸려 넘어질 위기를 간신히 넘겨 가면서오고 있다. "엘다렌이 드워프 족의 왕이었다고 했는데, 그럼 왕비도 있었니?" "아… 글쎄, 난 그 옛날에도 엘다의 동족들을 실제로 만난 일이 한번도 없었거든. 그들의 나라에 가본 일도 없고. 엘다가 결혼을 했었던가? 잘 모르겠다." "그럼 없었나보네. 설마 결혼을 했었다면 한 번도 자기 아내 이야기를 안 했을 리가 있겠어? 너하고는 오랫동안 여행했었다면서?" "엘다렌은 그러고도 남아. 아마 아들이 있었대도 아무 말 안 했을걸." 그 순간 뒤에서 또다시 돌조각들이 굴러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나와 유리카는 깜짝 놀라 양쪽으로 비켜서야만 했다. "아앗, 미안하네! 난 원체 밤눈이 어두워서……." 밤눈 어둡다는 이야기만 벌써 일곱 번째다, 임마. 평소에는 그렇게 날랜 녀석이 캄캄한 지하로 들어오니까 맥을 못춘다는 사실도 처음엔 좀 우스웠다. 지금은 그저 언제쯤 익숙해져서 저소리를 안 듣게 될까 하는 생각밖엔 없다. 자박, 자박, 돌조각이 깔린 땅속 통로를 걷는 발소리. 이 동굴 안쪽에 이렇게 거대한 동굴 통로가 있을 거라는 상상을,들어오던 때는 전혀 하지 못했다. 어두컴컴한 동굴 안쪽으로 들어가자 간신히 사람 몸 하나가 빠져나갈 수 있을 것 같은 바위의 갈라진틈이 보이고, 그 좁은 틈에 몸을 끼운 채 한참을 전진하자 그 다음에는 바닥으로 기어야 하는 통로가 나오고, 이런 틈속에 영원히 갇힌다면 죽기보다 괴롭겠다는 상상이 들 즈음, 간신히 허리를 펼 수 있는통로가 나타났다. 아주 오래 전에 살아 있는 것의 손길로 다듬었음에틀림없는, 반들거리는 검은 돌 천장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엘다렌은 우리를 여기로 데리고 들어오기 직전에 엄숙한 목소리로말했다. "너희는, 드워프 족의 고향으로 200년만에 처음 들어가는 인간들이다. 경건하게 행동하라." 200년 동안 아무도 모르는 곳에 까마득히 묻혀 있었으니, 200년래최초일 밖에……. 우리가 저 환한 밖으로 나가는 통로를 버리고 이 지하 굴속으로 가기로 결정한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우리가 마법 시선으로 보았던 그틈새는 사실, 인간이 들어갈 수 있는 틈새가 아니었다. 유리카는 마법 시선이 뭔가를 찾을 때는 인간을 고려해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러니까 유리카가 멋쟁이… 아니, 여명검의 고향을 찾으라는 명령을 내렸지만, 마법 시선은 땅 표면과 가장 가까운 데서들어가는 틈새를 단숨에 찾아버린 것이라는 얘기다. 시선이라는 것은살아있는 사람하고는 달라서 어디고 들어가는 건 맘대로니까. 우리가 그 틈새를 찾는다 해도, 뚫고 들어가기 위해선 반년쯤은 곡괭이질을 해야 할 지도 모른다고 말하면서 유리카는 스스로도 한심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마법이라는 것은 본래, 인간이 사용하라고 만들어진 힘이 아니기때문에 그래. 그런 걸 다 컨트롤 할 수 있으면 정말 대단하겠지. 아마 에제키엘보다 더 대단한 마법사가 나와야 할거야." 그래서 우리는 별 수 없이 이리로 왔다. 약간은 푸른 기마저 도는 암벽은 튼튼해 보이긴 했지만, 겉에는 아무런 장식도 되어 있지 않았다. 정말 무슨 광물을 캐기 위해 대강 파낸 갱도 같기도 했는데, 또 그러기에는 지나치게 신경 써서 마무리지은 돌벽이었다. 물론, 동굴 안에 불빛은 없었다. 나는 램프를 켜서 나르디에게 맡겼고, 엘다렌은 이미 만들어둔 듯한 횃불을 솜씨 있게 켜더니 앞장을섰다. "난쟁이들의 왕국은 본래 이렇게 땅 속으로 가게 되어 있어?" "당연하지. 그들의 왕국 자체가 땅 속인데, 그럼 어떤 방법으로 가겠니?" 앞뒤로 흔들거리는 불빛에 앞서 가는 유리카의 머리가 비친다. 그녀는 어제 비에 젖었다가 말린, 구깃구깃한 옷을 그대로 걸쳤지만 그녀가 그러고 있으니 하나도 이상하거나 초라해 보이지 않는다. "그들도 햇빛을 보아야 할 것 아냐?" "물론이지. 드워프 족의 마을은 땅 위에도 있어. 지금은 물론 없어졌지만, 이 근처 밖의 어느 구릉엔가 있었지." 유쾌하다고는 할 수 없어도, 빠르게 앞으로 걸어가고 있는 기분이나쁘지 않다. 금방 목적한 곳에 도착할 것만 같다. 엘다렌은 아주 자신 있는 걸음걸이로 갈림길이 나와도 전혀 망설이지 않은 채 앞으로앞으로만 걸어갔다. 나는 다시 입을 열었다. "유리카, 엘다렌과, 그 미카라는 엘프는 자기 종족을 위해서 봉인을 감수했다고 쳐. 그런데 너는 왜 거기에 동참한 거야?" 유리카는 이번엔 한참동안 대답하지 않았다. 정말, 내 키보다 조금 더 큰 사람은 여기를 허리 펴고 지나가지는못할 것 같다. 높이는 내 키가 아슬아슬하게 닿지 않을 정도, 양쪽넓이는 팔을 벌리면 닿을 정도. 그나마 드워프 족이 자기네 종족의일반적 평균 신장에 근거해서 굴을 뚫지 않은 것만 해도 다행이라고생각이 들긴 하지만…… 그런데, 이 굴은 도대체 어디까지 뚫려 있는걸까. 똑. 똑. 어딘 가에서 물이 떨어지는 소리. "아마…… 난 그 세상에 별로 미련이 없었나봐." 내가 질문을 거의 잊어버릴 때 즈음해서야, 유리카는 뭔가를 기억해내려고 하는 듯한 사람의 말투로 그렇게 말했다. 그 세상에 미련이…… 없어? "무슨 안 좋은 일이라도……." 내가 채 말을 잇기도 전에, 나는 갑작스레 발걸음을 멈춰 버린 유리카한테 대판 부딪칠 뻔했다. 아슬아슬하게 부딪치지 않고 멈춰 섰다고 생각하는 찰나, 갑자기 뒤에서 부딪쳐오는 뭔가가 있었다. 퍼억! "미안……." 애쓴 보람도 없이 나는 유리카의 뒤통수에 정통으로 이마를 받았고, 그 다음으로 화가 난 듯한 고함소리가 앞쪽에서 들려왔다. "앞을 똑바로 보게!" "뒤에서 부딪쳐오는데 뾰족한 수 있겠어?" 유리카가 화가 난 듯한 목소리로 대꾸하는 소리도 들렸다. 물론 단계적 책임을 묻자면 궁극적으론 나르디 녀석이 문제다. 예고도 없이 갑자기 멈춰 선 책임도 물을까 생각하는 중인데, 엘다렌의 모습이 갑자기 안 보인다. 횃불은 유리카가 넘겨받아 들고 있었다. "바닥에서 무슨 흔적을 찾나봐." 어느 새 모여 선 우리 셋은 잘 안 보이긴 하지만 바닥을 기어다니는 중이라는 난쟁이의 종적을 확인하기 위해 램프를 아래로 비추었다. 빛이 비치면 조금이라도 찾기 낫겠지. 앞은 무너져 내린 돌무더기로 단단히 막혀 있었다. 만든 지 꽤 오랜 세월이 흘렀으니 부서질 수도 있는 거겠고, 엘다렌이 찾는 걸 보니 어딘가 다른 통로가 있나? 잠시 후에 엘다렌의 말소리가 들렸다. "여기다. 따라와라." "어디요?" "여기, 구멍이 안 보여?" 세상에, 개구멍이었다. …… 아니, 개구멍에 가까운 구멍이었다. "이리로 들어가라고요?!" "숨이 막힐 걱정이라면, 하지 않아도 좋아." 엘다렌은 더 설명하지도 않았다. 그는 횃불을 꺼버리고는 나르디한테서 램프를 건네받더니 - 나르디는 순전히 얼떨결에 그에게 램프를넘겼다 - 자신의 배낭은 나한테 덥석 안겨 주었다. "이게……." 내가 뭔가 말하기도 전에, 그는 몸을 웅크리더니 돌무더기 한쪽으로 난 구멍을 통해 사라져 버렸다. 잠깐 동안 신발 뒤축이 보였으나,이윽고 그것조차 없어져 버렸다. 엘다렌과 주아니, 저 땅의 종족들은 땅 속에선 무서운 게 없나보군. 어쨌든…… 따라가지 않고는 대안이 없겠지? "가자." 유리카가 제일 먼저 결심한 듯 허리를 굽혔다. 머리부터, 그리고그녀의 발끝이 구멍 속으로 사라지자, 오던 순서로 보아 다음에 들어갈 차례인 나는 한숨부터 한 번 내쉰 다음, 안으로 머리를 들이밀었다. "……." 마치 죽은 자들의 세상처럼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세계. 온 몸을 눌러 오는 바윗돌들과 압박하는 듯한 공기. 그리고…… 저 만치, 자그마하게 보이는 램프의 불빛. 그것도 앞사람의 몸에 가려서 보였다 안 보였다 했다. "숨막힐 걱정은 하지 말랬던 게 누구야?" 들어온 지 채 1분도 되기 전에 벌써부터 숨이 꽉 막히는 기분이다. 그 상태로 계속 팔꿈치와 무릎으로 기어가자니 이렇게 얼마나 버틸수 있을까 의문이 든다. 돌바닥은 차가워서 냉기가 몸 구석구석까지스며들었다. 멀었어요……? 라고 묻기엔 좀 이르겠지? 그런데 앞에서 난데없이 내 생각에 대한 대답이 들려왔다. "30분 정도만 가면 된대." 세상에……! 삼십 분?! …… 그, 그래, 마음을 비워야겠군. +=+=+=+=+=+=+=+=+=+=+=+=+=+=+=+=+=+=+=+=+=+=+=+=+=+=+=+=+=+=+=컴퓨터.. 익스플로러를 화끈하게 지워버렸습니다. 그러니까, 잘 되네요.... 시스템도 빨라진 것 같고, 전반적으로는 마음에 들지만- 화면 아래툴바가 없어진 것하고.. 몇 가지는 불편해져 버렸군요. ^^;이대로 버티다가, 다시 깔게 될 듯. 항상 에러날때마다 익스플로러가 문제였었는데, 뭔가 아주 가뿐하면서도 허전한 느낌이 듭니다. 나우로 웹프리에 들어 있던 익스플로러라니.. 역시 믿을 것이 못되었어... 더구나, 고질병이던 한글 불러오기 할 때마다의 A, B드라이브 읽기도 해결되어 버렸군요. 본래 원인 자체가 익스플로러였으니.. 오늘 하루는.. 그러나 거의 이걸로 날려먹고 말았습니다. 내친김에가서 CDROM도 교환해 왔는데, 아주 잘 돌아가는군요. ^^(동네 근처 LG서비스 찾아가니 그냥 새걸로 안겨주는군요. 멋져~혹시 LG CDROM 쓰시는 분, 30개월 이내라면 그냥 무상 교환이래요)Luthien, La Noir. 출력이 끝났습니다. [Enter]를 누르십시오. ━━━━━━━━━━━━━━━━━━━━━━━━━━━━━━━━━━━제 목 :◁세월의돌▷ 5-3.잃어버린 땅…(3)게 시 자 :azit(김이철) 게시번호 :850게 시 일 :99/07/17 13:29:06 수 정 일 :크 기 :7.6K 조회횟수 :96 『게시판-SF & FANTASY (go SF)』 38761번제 목:◁세월의돌▷ 5-3. 잃어버린 땅으로…(3)올린이:모래의책(전민희 ) 99/07/13 23:39 읽음:1176 관련자료 없음----------------------------------------------------------------------------- +=+=+=+=+=+=+=+=+=+=+=+=+=+=+=+=세월의 돌(Stone of Days)=+=+=+=+=+=+=+=+=+=+=+=+=+=+=+=+ 5장. 제4월 '타로핀(Tarophin)'3. 잃어버린 땅으로의 여행 (3) 눈을 감고 있으나 뜨고 있으나, 달라지는 거라고는 엘다렌이 가져가고 있는 램프의 보일 듯 말 듯 하는 빛뿐이다. 이런 상황이니 나중엔 내가 눈을 뜨고 있는지 감고 있는지도 헷갈릴 지경이었다. 가만있자, 내가 지금 방금 눈꺼풀을 내린 거야, 올린 거야? 밖은 아직도 밝고 환할까? 혹시 벌써 밤이 된 건 아닐까? 아마, 이런 식으로 가다간 땅 밑바닥까지 가게 될 거야. 실제로, 들어갈수록 길은 계속 앞으로 기울어진 경사였다. …… 충분히 오래 온 것 같은데. "다 왔다." 갑자기 넓어지는 통로에서 우리는 일어섰다. 눈앞에 커다란 기둥이대여섯 개 늘어선 것이 보이고 그 가운데 열려진 문, 그리고 어디론가 들어가는 깊숙한 입구가 보였다. "신전 문을 나서는 순간, 나는 나를 깨운 사람을 금방 찾았어. 그렇지만 아마도 그는 보석만 찾았을 뿐이지, 내가 깨어날 거란 사실에대해선 전혀 몰랐나 봐. 그는 그냥 가버리더군." 우리는 기둥 세워진 앞쪽, 바닥에 앉아 있었다. 램프 빛에 비친 얼굴들이 희한하게 일렁였다. "네 말대로야. 아버진 아룬드나얀이 무슨 역할을 하는지에 대해선전혀 모르신다던걸. 아마 잊혀진 두 종족을 살려낼 정도로 대단한 힘이 숨어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무척 놀라실 텐데." "하긴, 이 모든 것은 200년 전에도 몇 사람만이 아는 비밀이었으니까. 아마 네 아버지라는 분께서 모르시는 것도 당연하겠지." 긴 기둥이 몇 개 세워져 있고, 활짝 열린 돌문 안쪽으로는 거의 부서져 있었지만 크기가 똑같은 입구가 여러 개다. 엘다렌은 우리가 갈길이 어디인지 알고 있었지만, 잠시 다른 문 안쪽이 어떻게 되었는지보고 오겠다며 우리 곁을 떠났다. 아마도 자신이 예전에 살아가던 곳이니만큼, 어떻게 변했는지를 혼자서라도 보고 싶어하는 것이리라 짐작한 우리는 모두 반대하지 않았다. 물론, 주아니도 주머니에 넣은 채. 엘다렌이 나타난 이래로 주아니하고 이야기를 나눈 것이 도대체 언젠지 모르겠다. 엘다렌을 기다리는 동안, 유리카는 자신이 깨어났을 때 어땠는지에대한 이야기를 해 주는 중이다. 이렇게 캄캄한 동굴, 어디쯤인지 위치조차 짐작할 수 없는 곳에서 유리카는 마치 까마득한 예전에 일어난 것처럼 느껴지는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사실 1년도 되지 않은 이야기인데. "왜 아버지한테 가서 아룬드나얀의 이야기를 하지 않았어? 네가 아룬드나얀의 주인을 찾고 있었다면…… 아버지가 그 주인으로 생각되지는 않았단 말야?" "아룬드나얀은 참 신비로운 목걸이야." 유리카는 램프빛에 비친 그 얼굴에서 신비한 표정을 떠올려 보였다. 나르디는 바닥에 앉은 채, 그녀의 얼굴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너 아니? 아룬드나얀의 네 개 보석은 에제키엘이 만든 것이지만,이 목걸이의 검은 추는 에제키엘조차도 잘 모르는 까마득한 옛날부터전해 내려온 물건이라는 걸. 이것 봐, 이 검은 빛." 내가 목걸이를 꺼내 보이자, 그녀는 헤아릴 수 없는 복잡한 문양이새겨진 검은 돌을 쓰다듬었다. "이건, 타로핀이야." "타로핀?" 나보다는 나르디가 먼저 반응했다. "타로핀이라면, 그 신비광석 말인가? 맹세와 약속의 돌 타로핀?" "그래, 그 돌이지." 타로핀 아룬드의 돌, 타로핀. 약속의 돌이자, 친구간, 동료간, 연인간의 신의를 상징하는 돌. 말로만 들었을 뿐, 실제로 타로핀 광석을 보는 것은 처음이라, 나는 새삼 목걸이를 만져 보았다. "그 무게를 봐. 타로핀은 굉장히 무겁고, 단단하지. 바래지 않는검은빛처럼, 변하지 않는 믿음을 상징하는 돌이야. 굉장히 귀하고,게다가 200년 전에조차 거의 찾아볼 수 없었던 돌이니 지금은 말할것도 없겠지. 달크로즈 성에 가면 타로핀 광석으로 만든 회의의 홀이있다고 해. 직접 본 일은 없지만……." 유리카의 말에 나르디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런 홀이 있지. 긴 역사와 전통은 두고라도, 오랜 과거로부터 이스나에의 축복을 받았던 도시인 달크로즈에 타로핀 회의장이없다면, 다른 도시 어디에 있겠어?" "하라시바에는?" "있다고는 하는데, 진짜인지 가짜인지 알 수 없지. 아직까지 한 번도 외부에 공개된 일이 없거든." 나르디는 어깨를 으쓱해 보이며 그렇게 말했다. 유리카가 말을 이었다. "나는 네 아버지가 아룬드나얀의 주인이 아니라는 것을 금방 느꼈어. 그리고 그 사람이 진짜 주인을 찾아가는 길이라는 것도 알았지. 글쎄, 왜 그랬을까? 네 아버지에게 사정을 이야기하고 동행하는 방법도 있었을 텐데, 나는 조용히 뒤를 밟는 쪽을 택했으니 말야. 무슨이유가 있었던 걸까?" 정말…… 이 돌은 사람을 선택하는 의지를 지닌 걸까? "아룬드나얀은 옛 이스나미르 인들이 만들었던 여러 신물들 가운데하나래. 본래부터 목걸이 추는 아니었고…… 옛날엔 무엇에 쓰였었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이걸 사슬에 꿰어서 목걸이로 만든 것은 에제키엘이야. 원반 안에 보석이 들어갈 자리를 만들어낸 것도 그였지. 그런 그였지만, 이 돌 안에 숨겨진 더 많은 내력과 힘에 대해서는 다알아내지 못했어. 다만…… 그는 엘프와 드워프들을 위해 그 힘을 이용할 수는 있었지. 최고의 마법사였다는 그도 거기까지야." "에제키엘은 역사에 기록된 가장 뛰어난 마법사…… 그렇다면 고대이스나미르 인이라는 자들은, 과연 얼마나 놀라운 힘을 지녔던 걸까?" 나르디가 중얼거리듯 한 말에 유리카가 대답했다. "모르지…… 그들은 영원히 살았다고도 하고, 시간과 공간을 마음대로 넘나들었다고도 하니까. 어느 말이 맞고, 어느 말이 틀린지는그들만이 알겠지…… 혹시, 앞의 말대로 영생 불멸이라면 지금까지살아 있지 않겠어? 어딘가에 말이야." 문득, 동굴 안에서 세월이 흐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엘다렌이 돌아오는 걸까, 먼발치서 돌바닥을 울리는 발자국 소리가들리는 것 같다. 유리카는 잠깐 내 얼굴을 바라보더니, 무슨 말을 하기 전에 망설이는 것 같다가 말을 이었다. "지금도 느끼는 거지만, 아룬드나얀은 자신이 필요로 하는 사람을끌어당기는 힘이 있거든? 뭔지 모를 예감으로 나는 네 아버지의 뒤를은밀히 따라 여행해서 네 고향인 하비야나크까지 갔어. 그리고 거기에서 너를 만났었지. 너도 기억하듯이……." 하얀 햇살 속에, 사과를 깨물던 그 소녀. 그리고 그녀는 목적이 있어서 나를 찾아왔었지. "네 아버지가 마을을 떠날 때까지 한참이나 기다렸지 뭐야." 유리카는 약간 불안한 목소리로 웃었다. 마치, 뭔가 좋지 않은 이야기를 하기 위해 몇 번이고 망설이는 사람이 일부러 다른 이야기를하면서 억지로 웃는 듯한 그 웃음소리. 무슨…… 문제가 있는 걸까? 유리카는 이윽고 몇 번이고 입을 열 듯 말 듯하다가 결국 입을 열었다. "너…… 켈라드리안, 그 악령의 노예들을 만났을 때…… 기억해? 네가 어딘가에 숨어 있자고 했을 때…… 내가 했던… 말?" 잊을 리 없다, 그때의 일은. "그들은 너를 뒤쫓아온다던, 그 말?" "…… 기억하는구나." 그녀답지 않아. 너무도 어눌하고, 망설이는 듯한 말투. "그들은 나를 뒤쫓아왔어. 그러니까…… 내가 깨어났던 신전에서부터. 그 뒤로도 죽……." 이미 했던 말인데 왜 그렇게 말하는 것을 두려워하고, 미안해하는거지? 어떤 새로운 사실이 있어서…… 아!!! 나는 갑자기 머리를 세게 한 대 얻어맞은 것 같은 충격을 느꼈다. 내 표정의 변화를 유리카도 본 모양이다. 그녀는 입을 곧게 다물고, 숨을 가만히 삼키고 있었다. 나르디는 영문을 모르고 나와 유리카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나도 모르게 내 목소리가 마구 떨려 나왔다. "그, 그렇다면… 악령의 노예들이 우리 마을을 습격한 것은?!" +=+=+=+=+=+=+=+=+=+=+=+=+=+=+=+=+=+=+=+=+=+=+=+=+=+=+=+=+=+=+=왜 이렇게 졸립지... 메일로 감상 보내주시는 분들, 모두 감사합니다. 힘이 되고 있어요. ^^ 늦은 투표 보내주시는 분들도... ^^;오늘.. 날씨 굉장히 덥더군요;;Luthien, La Noir. 출력이 끝났습니다. [Enter]를 누르십시오. ━━━━━━━━━━━━━━━━━━━━━━━━━━━━━━━━━━━제 목 :◁세월의돌▷ 5-3.잃어버린 땅…(4)게 시 자 :azit(김이철) 게시번호 :851게 시 일 :99/07/17 13:30:16 수 정 일 :크 기 :8.3K 조회횟수 :102 『게시판-SF & FANTASY (go SF)』 38866번제 목:◁세월의돌▷ 5-3. 잃어버린 땅으로…(4)올린이:모래의책(전민희 ) 99/07/14 21:53 읽음:1042 관련자료 없음----------------------------------------------------------------------------- +=+=+=+=+=+=+=+=+=+=+=+=+=+=+=+=세월의 돌(Stone of Days)=+=+=+=+=+=+=+=+=+=+=+=+=+=+=+=+ 5장. 제4월 '타로핀(Tarophin)'3. 잃어버린 땅으로의 여행 (4) 머리가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마구 뒤흔들렸다. 유리카가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더니, 내 눈을 들여다본다. 묘하게슬픈 눈이다. "나를 따라왔던 거야." 나는 쥐어짜듯 간신히 대답했다. "아, 알고 있었단 말야? 그것들이 따라오는 것을?!" 그녀는 계속해서 나를 바라본다. 내 마음속까지 들여다보려는 것처럼, 그렇게 끝없는 눈동자로 나를 바라본다. 내 머릿속은? 온통 엉망진창, 나조차도 내 감정을 잘 모르겠다. 그녀가…… 천천히 고개를 흔든다. "아니야. 나도…… 이미 살육이 일어난 뒤에야 깨달았어." "왜! 무엇 때문에 그들이 너를!!" 내가 반쯤은 제정신이 아닌 기분으로 외쳤지만, 유리카는 어떤 다른 표정도 짓지 않았다. 처음의 그 표정, 그대로. "그들 역시 200년 전에서 왔어. 기억나? 켈라드리안의 거인 호그돈이 말했었지. 저들을 200여년 전에도 본 일이 있노라고." "너와 함께…… 깨어났다는 말이야?" "에제키엘은…… 나를 봉인하기 위해서 그들의 기운을 이용했어. 함께 잠들었던 거고, 함께 깨어났지. 에제키엘의 봉인의 원리는 그런 거야. 자신의 의지를 위해 무언가를 행하기 위해선, 반드시 반대의 대가가 필요하지. 나를 200년 뒤로 보내기 위해서, 악령의 노예들도 이곳까지 와야만 했던 거야. 나는 죽음의 무녀, 그들은 당연하고도 어울리는 대가였지." "그걸 너는 몰랐다고?" "아니……" 내 목소리가 날카로워졌다. "그럼, 어떻게 네가 그들이 다가오는 것을 몰랐다고 말할 수 있지? 네가 깨어날 때 같이 깨어날 거란 것을 이미 알고 있었는데, 그들이 어디로 갔을 지에 대해선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고?" "……."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것 같다. 나는 떨리는 관자놀이를 손가락으로 세게 눌렀다. 어째서, 내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도리어 내 가슴을 후벼파는 걸까. "엠버리 영지가 아닌 그 어디였다고 해도…… 그들의 습격을 막을수 있는 것은 어디에도 없었어. 변명처럼 들릴지 몰라도… 내가 내임무를 버리고 그들을 막으려 했었다 해도, 불가능했어. 호그돈과릴가의 도움이 아니었다면, 벌써 널 죽였거나 아마 지금도 우리 뒤를 뒤쫓고 있겠지." 변명. 어떤 판단이 옳은 것인지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 바닥에 앉았다. 무릎 사이로 머리를 파묻었다. 차가운 한기. 사라질 위기에 처한 종족을 구하기 위해, 200년 뒤 어느 마을에서일어날 학살은 방조한다? 해야만 할 더 큰 일이 있었다는 이유로,어쩔 수 없었던 작은 일에 대한 책임이 과연 조금이라도 줄여질 수있는 걸까? 램프 하나에 의지하여 둘러보고 있는 이 동굴, 한 종족이 살았었던 거대한, 결코 작지 않은 흔적. 그렇지만…… 그들이 사라지게 된책임은 누구한테 물어야 하는데? 자기 시대에서 아무 것도 모르고행복하게 살아왔던 사람들에게? "파비안, 네 어머니의 일이 아니었다면 어땠을까?" 문득 고개를 드는데 나르디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가슴에 손을 얹고 잘 생각해 보게. 과연, 잘 모르는 어떤 다른마을의 참화에 대한 이야기였다 하더라도, 자네가 똑같이 이만큼의분노, 인간들의 마을에 대한 위기를 내버려두고 두 종족을 구해낼일을 위해 떠난 유리카를 비난하겠는가에 대해서 말이네. 여기에 대답할 수 있고서만 자네의 분노에 대한 명분도 서는 거야." 내 뜨거운 머리에 놀랄 만큼 차가운 비수를 찔러 넣는 그다. 구석에는 무너진 기둥의 흔적인 돌무더기가 있었다. 어쩌면, 한100년쯤 전에 무너진 것일지도 모르는, 그러나 바로 어제 무너진 것과 조금도 달라 보이지 않는 돌무더기다. 나르디는 일어나 돌 가운데 한 개를 집어오더니 다시 바닥에 앉았다. 그리고, 유리카가 따라 앉았다. 나는, 조금씩, 조금씩 생각에 잠겼다. 갑작스레 새로운 생활을 시작해버린 올해, 이번 해의 갑작스런 변동이 태어나서 지금까지 어머니와 함께 살아왔던, 훨씬 길었던 시절의 기억을 조금은 흐리게 하고 있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그러나 어머니, 어린 나의 머리를빗겨 주셨었지. 그리고 아버지가 있는 다른 아이들과 조금도 다르지않게 나를 키우셨지……. "누구에게나 어머니는 있지. 그리고 그 어머니는 죽게 되어 있다. 무엇이든, 원망은 하게 되어 있지. 그게 고칠 수 없는 병이었든, 우연히 길가에 뛰어든 마차였든 간에 말이야. 심지어는, 그게 아무도거스를 수 없는 세월의 힘이었다 하더라도 말일세……." 나르디는 말끝을 흐리더니 석벽 한구석을 잠깐 동안 바라보고 있었다. 무엇을 보는 걸까? 그는 눈길을 다른 곳에 준 채 말을 이었다. "자네는 어머니를 돌아가시게 한 악령의 노예들을 증오하는가? 그리고 그 노예들을 이 세상으로 보낸 에제키엘, 그리고 그것을 막을힘없는 유리카를 탓하는가? 저 노예들을 만들어 낸 '악령' 그 자체를 미워하는가? 그리고…… 아룬드나얀을 가지고 자네 고향으로 여행함으로서 유리카를 그곳까지 따라오게 한, 자네 아버지조차도 증오하는가?" "……." 드워프나 엘프와 같은, 보다 자연에 가까운 종족들은 인간들보다품성이 질박하고 화려한 장식을 즐기지 않는다. 비록, 필요할 때는가장 정교한 세공을 해내는 것이 드워프 족이지만, 왕의 검이라도장식하겠다는 것과 같은 의지 없이는 결코 그런 일을 하려 들지 않는 것도 그들이었다. 한때 커다란 회의실이었을 것으로 보이는 홀에는 단순한 계단과기둥 위에 새긴 소용돌이 무늬 외에는 별다른 장식 같은 것이 전혀없다. 그렇지만, 아마도 그들의 단단하고 정확한 손으로 세상에서가장 견고하게 만들었겠지. 세상에, 여러 종족이 존재한다는 것은 확실히 인간을 다시 돌아보게끔 하는 힘이 있었다. 세상의 균형, 질서라는 것은 보이지 않는모든 관계 속에 있겠지. 그러나……. "유리카는 이제 와서 뒤늦은 이 이야기를 하지 않았어도 좋았어. 그렇지만, 했지. 자네의 분노를 사지 않을 자신이 있어서였겠는가? 아니네. 그녀는 빚 없는 깨끗한 관계를 원하네. 그리고, 자신의 생각을 자네에게 이야기하고 싶어한 거야. 물론, 자네의 생각도 듣고 싶어해." 한참 동안이나 아무 말 없이 있던 유리카가 입을 열었다. "내가, 너한테…… 네가 아스테리온을 잘 모르기 때문에 아무 반감없이 내 이야기를 듣는다고 했던 말, 기억하니? 호그돈의 통나무집에서 내가 했던 말 말야." "그래." "아스테리온은…… 결과를 중심으로 생각하는 자들이지. 죽음이라는 대전제… 결코 벗어날 수 없어. 살아있는 자들이라면 누구나 마찬가지이지만, 죽음을 다루는 나와 같은 사람들은 만일 되돌아보고고통받고자 한다면 생명이 다할 때까지 후회하고 괴로워해도 끝나지않을 것들을, 자신의 일상 생활로 가지고 있어. 듀나리온이 엘라비다 족에서 유래했다면, 아스테리온은 마브릴 족에서 유래했다는 말,어쩌면 진실일지도 모르지. 아스테리온의 별칭이 뭔지 아니?" 나는 고개를 저었다. "뒤돌아보지 않는 자." "그렇지 않으면, 견디지 못하니까." 나르디가 이어서 한 대답이었다. 나는 묵묵히 고개를 움직였다. 천장을 바라보고, 다시 바닥으로 시선을 돌렸다. 내 안에서 움직이고 있는 생각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래, 어쩌면그런 거야. 너희들의 모든 옳은 생각 속에서도 내가 하려는 생각. 몇번이고 내가 살아왔던 방식을 돌아보지만, 그 가운데서도 내가 버리지 않고 지켜왔던 것이 있던가? 나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켈라드리안에서… 에졸린 여왕 앞에서도 이런 생각을 한 일이 있었어. 그녀는 페어리, 그리고 그녀가 미워하는 미르보 겐즈는 인간. 그 순간엔 아니었지만, 만약에 내가 어떤 판단도 내릴 수 없는 상태라면 미르보의 편을 드는 것이 옳은 일이 아닐까……. 나르디, 네말대로 근원을 따지자면 아룬드나얀이라는 것 자체를 만들어 낸 옛이스나미르 인을 모조리 증오해야 옳겠지. 그렇지만 내 생각은 달라. 그런 끝없는 탑쌓기 같은 증오심을 키울 생각은 내게도 없어. 그렇지만 나는 인간, 어떤 종족보다도 인간을 연민해." 나르디는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이기심으로 발전하지만 않는다면, 인간이 인간을 사랑하는 것은나쁘지 않아." "그래, 그리고…… 인간 가운데서도 한 인간, 겨우 한 명이라고 해서 그 인간의 무게가 인간 종족 전체보다 과연 가벼울까? 드워프이든엘프이든, 그들이 한 종족이라고 해서 작은 마을 하나의 무게보다 과연 무거워? 만일, 한 사람을 희생시키기만 하면, 세상에서 모든 죽고죽이는 분쟁이 없어진다고 한다면, 그렇지만 그 사람은 아무 죄도 지은 적 없는 보통의 선량한 사람이라면, 너는 그 사람을 죽이겠어? 가책을 받더라도 죽이는 게 옳다는 거야?" +=+=+=+=+=+=+=+=+=+=+=+=+=+=+=+=+=+=+=+=+=+=+=+=+=+=+=+=+=+=+=....... Luthien, La Noir. 출력이 끝났습니다. [Enter]를 누르십시오. ━━━━━━━━━━━━━━━━━━━━━━━━━━━━━━━━━━━제 목 :◁세월의돌▷ 5-3.잃어버린 땅…(5)게 시 자 :azit(김이철) 게시번호 :855게 시 일 :99/07/18 02:18:53 수 정 일 :크 기 :7.2K 조회횟수 :100 『게시판-SF & FANTASY (go SF)』 38867번제 목:◁세월의돌▷ 5-3. 잃어버린 땅으로…(5)올린이:모래의책(전민희 ) 99/07/14 21:53 읽음:1168 관련자료 없음----------------------------------------------------------------------------- +=+=+=+=+=+=+=+=+=+=+=+=+=+=+=+=세월의 돌(Stone of Days)=+=+=+=+=+=+=+=+=+=+=+=+=+=+=+=+ 5장. 제4월 '타로핀(Tarophin)'3. 잃어버린 땅으로의 여행 (5) 내 마지막 질문은 유리카를 향해 있었다. 나는 상처란 상처는 닥치는 대로 헤집고 있다. 그것이 내 것이든,유리카의 것이든. 유리카의 대답은…… 그러나 그지없이 차가웠다. "누군가가 한 사람을 지극히 사랑할 때, 그러나 그 사람을 이미 잃었을 때, 대부분의 모든 사람들은 한 개인이 세상보다도 소중하다는주장을 갖게 되기 마련이지." "유리카!" 나르디가 질책하듯 소리를 질렀지만, 유리카는 개의치 않았다. 그녀는 내 눈빛에 깃든 감정을 읽었다. 그리고는 고개를 저어 보였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었어." 그녀는 내가 생각한 것보다 수십 배는 더 차가운 정신을 갖고 있었고, 그리고 결과를 중요시했다. 그래…… 그녀는 아스테리온이 어떤자들인지 보다 자세히 알면 예전처럼 자기를 생각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지. "에제키엘…… 그는 참 이상한 사람이야. 아무 것에도 애착을 갖지않았던 때엔, 오히려 한 개인의 생명이라 해도 세상 전체와 맞바꿀만한 것이라고 말했고, 실천했었지. 그러나 그 자신이 고통 없이는 버릴 수 없을, 사랑하는 뭔가가 생긴 이후엔 오히려 큰 질서를 위해 웃으면서 망설임 없이 자신의 행복을 버렸어." 유리카는 눈썹을 약간 찡그렸다. 뭔가 즐겁지 않은 과거를 생각해내고 있는 것 같았다. 이윽고 그녀는 가벼운 한숨과 함께 고개를 흔들어 버리더니, 말을 이었다. "네 생각이 그렇게 되게 된 이유가 무엇인지 나는 몰라. 내가 방금말한 것처럼 네 어머니의 불행이 직접적인 원인인지도 모르고, 내가알 수 없는 네 살아온 다른 삶의 영향일지도 몰라. 마찬가지로, 너도아스테리온의 생각에 대해서는 모두 알 수 없어. 내가 아스테리온이아닌, 그저 어떤 이유에서 이런 생각을 갖게 된 보통 사람이었다고하더라도 그건 마찬가지야. 너나, 또는 다른 사람이 그 비극에 대해내 책임을 묻는다면, 나는 그들이 원하는 방식대로 책임을 져야만 하겠지. 하지만 그렇다고 내가 했던 일을 돌이킬 수 있는 것은 아니야. 또 돌이킬 마음도 없어." "똑같은 경우가 다시 생긴대도……?" "후회 없이, 그렇게 할거야." 나는 잠시 말문이 막혔다. 나르디는 스스로도 생각에 잠긴 표정이 되어 있었다. 그는 손에 쥔돌덩어리를 계속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말소리는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 그리고 그에 대해 내 나름대로 최선의 선택을 했다고 하더라도, 그런 것이 일어난 일에 대한 책임을 조금이라도 덜어주지 않는다는 것, 알아. 누구든 원망한다면 나는 그 원망을받아야 마땅해. 하지만… 바뀔 것은 없어. 나는 후회하는 자가 아니야. 그러나…… 나 역시도, 가책에서조차 자유롭지는 못해." 말을 마치며 그녀는 양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고개를 수그렸다. 나는 그런 그녀를 흔들리는 감정으로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천장이높은 홀, 창조주조차 지켜보지 않을 것 같은 깊숙한 땅 속 세상. 유리카는 내 머릿속의 애매한 생각과는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이미입장이 확고했고, 아마 그건 오래 전부터 결정되어 있었던 것 같았다. 그녀는 200년 전에도 똑같이 생각했을 것이다. 그리고 나는……. "파비안." 천천히, 그녀의 손이 내 손바닥 안으로 들어오는 것이 느껴진다. "너한테…… 미안하다는 말을 오래 전부터 해야겠다고 생각했어." "……." 아직 내 머리는 모든 것을 이해하지 못했어. 그렇지만……. 나는 그 손을 천천히, 그러나 꽉 쥐었다. "아직, 다 모르겠지만, 너처럼 확고하지는 못하지만, 잘 알 수 없는 내 생각이 있어. 모든 것을 이해하지는 못하겠어. 그러나, 네가나와 생각이 다르다는 것이 내게도 느껴져. 후회하지 않는 아스테리온이라 하더라도 가책에서조차 자유롭지는 못한 네 마음, 인간이니까……. 지금은 아무 말 못하겠지만, 언젠가는 나의 다른 생각을 설명할 수 있을 거야. 마법사 에제키엘…… 어쩌면 그의 생각이 이해가갈 것도 같아." 희미한 램프 하나만 놓고 이야기하는 우리들은, 어쩌면 이렇게 아득한 옛 일을 다시 한 번 되풀이하는 것처럼, 이미 서로를 이해하고있다는 느낌이 들까. 내 어머니의 일. 다른 사람이 아닌. 그러나 이건, 사람을 이해해야만 하는 문제야. 서로의 상처를 헤집고 드러내기 위해, 우리는 태어나지 않았어. 나와는 다르지만…… 너 역시, 사람이지? "엘다렌이 돌아오는 모양일세." 나르디가 고개를 들어 문 쪽을 바라보더니, 그렇게 말했다. 돌바닥을 울리는 발소리, 어딘가의 문을 지나치는 듯한 돌이 부서져 구르는 소리. 이윽고 발소리의 주인인 난쟁이가 커다랗게 입을 벌린 입구로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급히 걸음을 재촉해 돌아오는 길인지 얼굴이 불그스름하게 상기되어 있었다. 그는 우리 앞까지 채 다가오기도 전에 우리를 향해 일어나라는 손짓을 했다. "다른 길을 발견했다." 입구 안쪽은 황토빛의 커다란 돌들로 쌓아올려져 있는 양쪽 벽과무너진 기둥들로 이루어진 거대한 홀이었다. 무엇에 썼을까? 회의? 대관식? 무도회? 난쟁이들의 키 높이를 생각했을 때, 저렇게 높은 천장이 필요한 이유를 나는 생각해 낼 수가 없었다. 오랜 세월에 풍화된 벽에는 무슨그림이 있었던 듯도 했으나, 전혀 형체를 알아볼 수 없도록 변해 있었다. 우리는 양쪽으로 난 여섯 개의 문 가운데 왼쪽에서 두 번째 문으로접어들었다. 걸으면서도 나는 내내 좀전에 유리카가 한 이야기에 대한 생각을떨쳐버리지 못하고 있었다. 개인과 한 종족, 세상의 균형와 한 개 마을, 중요한 일과 덜 중요한 일, 책임과 가책이라는 것……. 그러나 내 사색을 확 깨뜨려버리는 사건이 있었다. "조심해!" 뒤를 따라오던 나르디의 날카로운 외침과 함께, 누군가가 내 어깨를 황급히 잡아 눌렀다. 얼떨결에 주저앉다시피 허리를 굽히는데, 내머리위로 뭔가가 빠르게 지나갔다. "뭐, 뭐야?" "뭐긴 뭐야. 한눈 판 자의 말로지." 그 말 그대로…… 유리카는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검을뽑아들어 아래서부터 올려치더니, 단숨에 그 날아든 것을 베어 버렸다. 츠윽…쪼개진 조각이 바닥에 각각 떨어지고서야 나는 그것이 뭔지 알아보았다. 박쥐였다. 그것도 꽤나 커다란. 어느 새 유리카의 칼은 접혀 들어가고 보이지 않았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야? 머리 위로 박쥐가 날아드는데 혼자서만 모르고 있다니." 유리카가 뭐라고 더 말하려는 참인데, 엘다렌이 긴장한 눈으로 우리들을 향해 소리질렀다. "모두! 당장 저쪽 구석으로 달려!" "… 네?" 엘다렌은 우리가 움직일 때까지 가만히 기다리고 있지 않았다. 그는 몸을 돌리자마자 그가 가리킨 기둥 뒤로 몸을 날렸다. 둔중해보이는 드워프의 몸놀림이라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을 정도다. 생각 이전의 행동, 나는 저도 모르게 그의 뒤를 따라 뛰고 있었다. "머리 숙여! 배낭으로 머리 가려!" 뭐야? 지붕이 무너지기라도 한다는 거야? 갑자기 내 생각에 대답하기라도 하듯, 어디선가 윙윙거리는 이상한소음이 들려왔다. 한 번도 들어본 일 없는, 뭔가 수백, 수천 개의 날개들이 부산하게 움직이는 것 같은……. 박쥐 떼다! +=+=+=+=+=+=+=+=+=+=+=+=+=+=+=+=+=+=+=+=+=+=+=+=+=+=+=+=+=+=+=오늘 부분을 쓰면서 상당히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 여러분은 누구의 생각에 가까우세요? 참, 유니텔에서 오신 분, 이제 제 글 찾으셨어요? (빙긋)Luthien, La Noir. 출력이 끝났습니다. [Enter]를 누르십시오. ━━━━━━━━━━━━━━━━━━━━━━━━━━━━━━━━━━━제 목 :◁세월의돌▷ 5-3.잃어버린 땅…(6)게 시 자 :azit(김이철) 게시번호 :856게 시 일 :99/07/18 02:19:11 수 정 일 :크 기 :6.0K 조회횟수 :97 『게시판-SF & FANTASY (go SF)』 38960번제 목:◁세월의돌▷ 5-3. 잃어버린 땅으로…(6)올린이:모래의책(전민희 ) 99/07/15 22:25 읽음:959 관련자료 없음----------------------------------------------------------------------------- +=+=+=+=+=+=+=+=+=+=+=+=+=+=+=+=세월의 돌(Stone of Days)=+=+=+=+=+=+=+=+=+=+=+=+=+=+=+=+ 5장. 제4월 '타로핀(Tarophin)'3. 잃어버린 땅으로의 여행 (6) "파비안, 빨리!" 이상하게 내 움직임이 가장 느렸다. 다른 생각을 하다가 갑자기 정신이 들었기 때문인가? 이미 목표한 구석으로 몸을 숨긴 엘다렌과 그 뒤를 따라 한달음에기둥 뒤로 돌아드는 나르디가 보인다. 그리고 유리카…… 나를 돌아보았다. "엎드려!" 그녀의 외침. 나는 거의 상황을 의식하지도 못한 채 미끄러지듯 바닥에 몸을 굴렸다. 내 뒤로 금속성의 날갯짓 소리가 빠르게 접근하고 있다. 세상을 뒤덮는 듯한 소음. 몸을 돌리는 내 시야에 누런 돌들을 새카맣게 가린 수천의 날개들이 보였다. 다급한 가운데서도 이상하게 비웃고 싶은 기분이 든다. 마치, 커다란 파리 떼들 같군. 그리고 그 파리 떼들은 내 얼굴을 향해 정면으로 몰려들었다. "푸!" 갑자기 내 머리 위로 이상한 어둠이 들씌워진다. 뭐였지, 방금 것은? 다음 순간, 나는 양손으로 그 정체불명의 물체를 움켜쥐고 몸을 심하게 웅크렸다. 뭔가가 온 몸으로 달려들고 있었다. 날카로운 소음들 사이로, 내 귀에 파고드는 하나의 소리. "하!" 내 귀에 익숙한 기합 소리. 촤악-! 허공을 가르며 살아있는 생물을 베어버리는 소리가 주위를 가득 채운 소음 가운데서도 내 귀에 들어왔다. 반 바퀴, 내 몸을 휘감은 덮개와 함께 구르고 나니 그제야 상황이눈에 들어왔다. 내 몸 위로 떨어진 것은 담요, 유리카가 급한 가운데재빨리 빼어 던진 것이다. 그리고 내 머리 위로 유리카가 짧은 칼을솜씨 있게 휘두르는 것이 보였다. 그러나, 그녀의 손놀림이 아무리 빠르다 해도, 무작정 날아드는 조그만 날개의 박쥐들 사이에서는 속수무책이었다. 그녀는 내가 몸을일으키는 것을 보자, 뒤로 한 달음은 뛰어 물러섰다. 박쥐 떼들이 내 머리 위를 지나 저만치 천장 구석으로 몰려 날았다. 후드득거리며 천장에 붙어 앉는 듯했던 그것들은 곧 다시 이쪽으로 돌아올 태세를 취했다. "빨리!" 담요를 휘어잡고 무작정 뒤로 몸을 날렸다. 이 가운데서 유리카의짧고 빠른 칼조차 소용이 없는데, 내 검은 그야말로 아무 도움이 되지 않을 성싶었다. 간신히 엘다렌과 나르디가 손짓하는 곳까지 달려갔다. 그들도 유리카가 하는 것을 보고는 분분히 담요를 꺼내들어 머리를 감쌌다. 나는떠오르는대로 황급히 배낭 안에 손을 넣고 헤집다가, 문득 손에 잡힌가죽 망토를 끄집어냈다. "이건 어떠냐!" 나는 망토를 담요처럼 뒤집어쓰는 대신, 망토 끝을 둥글게 휘어잡고는 구석으로 달려드는 박쥐들을 향해 힘껏 휘둘렀다. 천이 아닌 탄탄한 가죽 재질이라, 두 번 휘두르고 나니 눈앞까지 닥친 한 무리의박쥐들이 후드득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렇지!" 내 뒤에서 외친 것, 엘다렌 맞지? 다시 한 번, 망토를 휘둘러 이번에는 십여 마리 가량을 바닥에 떨어뜨리고 발로 걷어찼다. 그러고도 달려든 것들은 뒤에서 유리카가재빠르게 반으로 갈라놓았다. 망토에 맞았다고 해서 박쥐가 죽지는않는다. 일단 달려드는 것을 막아보기 위해 해보는 것뿐이다. 그러고보니, 박쥐가 의도적으로 사람을 공격할 리도 없는데? "도대체 왜 이렇게 덤비지?" 유리카도 내 뒤에서 의아해하는 눈치였다. 그 사이에 나르디가 뒤로 통하는 통로를 찾아낸 모양이다. 나르디는 세 번째 날아든 박쥐들을 내리치고 있는 나를 향해 커다랗게 소리를 질렀다. "한 번만 더! 그런 다음에 뒤로 빠져!" 뒤로 한 걸음, 그리고 다시 한 번! 철썩! 그런 다음 나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쳤다. 캄캄하다. 램프가 깜빡이더니 꺼져 버렸다. "기름 더 없어?" 있는데…… 기름을 넣기가 몹시 곤란하군. 아무 것도 보이질 않잖아. 박쥐에 쫓겨 벽 사이 이상한 틈새로 들어가고 보니, 어디로 이어지는지 도무지 모를 꼬불꼬불한 미로였다. 아무리 드워프 족이라 해도취미 삼아 이런 걸 만들었을 것 같진 않고 무슨 목적이 있는 통로이긴 할 텐데, 드워프의 왕이시라는(혼자 뿐이니, 자기가 왕을 하든 말든!) 엘다렌은 지금 이 길을 알고 가는 걸까, 모르고 가는 걸까? …… 설마 박쥐 공습용 대피로는 아니겠지. "이 길, 어디로 이어지는 거야?" 참다못한 유리카가 물었다. 우리는 이미 약 반 시간째 천장만이 까마득히 높고, 양쪽은 팔을 움직이기 힘들 정도로 좁고 거칠게 만들어진 길을 가는 중이다. 물론, 이 모든 관찰은 램프빛이 켜져 있었을 때 한 것이다. 혹시지금은 어떻게 바뀌기라도 했는지 난 모르지. 앞으로 한 걸음 앞에대지의 중심으로 곧장 떨어지는 틈새가 있다 해도, 난 절대 모르는일이야. 다행히 방금 걸음은 아니었지만. "멈춰. 무슨 수를 써서든 램프를 켜고 가자." 엘다렌이 한 말은 유리카의 질문에 대한 대답은 아니었다. 램프가 꺼진 이래로 램프 운반을 도맡고 있던 나르디가 쭈그리고앉자, 내가 어둠 속에서 더듬더듬 배낭 속을 뒤졌다. 자칫 잘못해서기름을 엎지르기라도 했다간 정말 끝장이니까 조심스럽게 만졌다. 엘다렌은 캄캄한 가운데서도 어떻게 했는지 담뱃불을 솜씨 있게 붙인 모양이다. 조그마한 불빛이 깜빡이는가 했더니, 곧 희끄무레한 연기가 어둠 속에 나타났다. "담뱃불이라도 가까이 대 봐요." "그러다가 기름주머니에 불똥이라도 튀면 큰일나." "그러니까, 조심조심." 한참을 더듬거린 끝에, 불이 붙여졌다. 어둠 속에서 가만히 떠오르는 램프의 불빛을 바라보고 있자니 기분이 좀 이상해졌다. 여긴 땅 거죽에서부터 얼마나 떨어진 곳일까? "엘다렌, 여기가 어디쯤인지 알고 있어요?" "몰라." +=+=+=+=+=+=+=+=+=+=+=+=+=+=+=+=+=+=+=+=+=+=+=+=+=+=+=+=+=+=+=밤이 되니 시원한 바람이 좀 붑니다. 통계 내기가 무척 힘들군요. 항목이 여러 개라 놔서... 대신에, 꽤 재미있는 통계가 나올 것 같습니다. ^^장면이나 장소 같은 경우가 통계 내기 까다로워요. 전체를 골라 주신 분도 있고, 부분을 지목해서 말씀하신 분도 계시니까 어떻게 합해야 할지 생각을 좀 하고 있습니다. 부록 투표로 명대사 보내주신 것은 대부분 다 게재할 생각입니다. 재밌잖아요. ^^상품 보내드릴 분도 발표해야겠죠. ^^Luthien, La Noir. 출력이 끝났습니다. [Enter]를 누르십시오. ━━━━━━━━━━━━━━━━━━━━━━━━━━━━━━━━━━━제 목 :◁세월의돌▷ 5-3.잃어버린 땅…(7)게 시 자 :azit(김이철) 게시번호 :857게 시 일 :99/07/18 02:19:50 수 정 일 :크 기 :8.5K 조회횟수 :101 『게시판-SF & FANTASY (go SF)』 38961번제 목:◁세월의돌▷ 5-3. 잃어버린 땅으로…(7)올린이:모래의책(전민희 ) 99/07/15 22:26 읽음:963 관련자료 있음(TL)----------------------------------------------------------------------------- +=+=+=+=+=+=+=+=+=+=+=+=+=+=+=+=세월의 돌(Stone of Days)=+=+=+=+=+=+=+=+=+=+=+=+=+=+=+=+ 5장. 제4월 '타로핀(Tarophin)'3. 잃어버린 땅으로의 여행 (7) 방금 건, 엘다렌이 나르디의 질문에 대답한 첫 기록이었다. 나르디가 엘다렌에게 뭘 물은 것도 지금이 처음이었던가? 그러나…… 썩 훌륭한 대답은 되지 못했다. "모른다니요?!" "하……." 램프를 건네받아 그걸로 앞길을 잠시 비춰보고 있던 유리카가 나르디의 놀란 듯한 반문과 동시에 어이가 없다는 듯한 헛웃음을 흘렸다. 엘다렌은 잠시 옆벽에 기대선 채 파이프만 빨고 있었다. 내가 물을 차롄가? "아까 거기까진 아는 길이었고요?" "물론." "그럼, 이제 박쥐도 갈 길로 갔을 테니 아까 거기로 되돌아가죠?" 물론 반시간이나 걸어온 뒤라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러나 어디,갈 곳을 모르는 것하고 비교하겠어? 그러나 엘다렌의 대답은 단호했다. "안 돼." "왜요?" "박쥐들, 가지 않는다." "그 박쥐들, 뭔가 이상했어. 엘다, 그 박쥐들에 대해 아는 것 있어?" 유리카가 드디어 날카로운 목소리로 우리가 하고 싶은 질문을 꺼냈다. 엘다렌은 망설이는 것 같진 않았지만, 잠깐 옛 생각을 더듬는 듯시선을 허공으로 보냈다. "저 녀석들, 많이 늘어났더군. 옛날엔 그저 수십 마리 정도에 불과했는데 말야. 뭐, 모두 드워프 족이 방치한 결과겠지만." "괴물 박쥔가요? 아니면 변종?" 내 질문에 엘다렌은 고개를 흔들었다. "그럼, 흡혈 박쥐?" 나르디의 상상력 발휘도 도움이 되지 못했다. 엘다렌은 나르디를한 번 흘끔 쳐다보더니 말문을 열었다. "시체를 파먹는 박쥐다. 예전에 우리는 저걸 송장박쥐라고 불렀지. 하루 종일 한 구의 시체를 붙잡고 수십 마리가 깨끗이 먹어치운다. 그러고 나면 몸이 두 배는 불어나고, 훨씬 용감하고 사납게 변해서…… 사냥을 떠나지." "사냥… 이라면?" "어린아이부터야. 그 다음엔 노약자와 부녀자, 좀더 커지면 성인난쟁이들까지도 떼지어 공격하는 종류다. 굉장히 빠르게…… 발전하는 종이라고나 할까." 엘다렌은 아주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지만, 갑자기 싸늘한 기운이온 몸을 감싸는 것 같아 우리 모두는 말을 멈춰 버렸다. "그렇다면…… 방금 것들은?" "아마, 200년이나 방치한 결과 꽤나 발전하거나, 또는 먹이가 없어퇴보했을 수도 있어. 내 생각대로 이 폐허에 200년이래 아무도 들어온 일이 없다면 말이야. 그러나…… 좀 전에 본 걸로 생각하면 좀 다르게 변한 것도 같군." "먹이가 없었다면, 예전에 멸종했겠지. 다른 데로 옮겨갔거나. 어떻게 지금까지 여기 남아 있겠어?" 유리카의 씹어 뱉듯 하는 말투도 충분히 지금은 이해가 간다. 인간을 사냥하는 박쥐? 세상에. "조그맣던걸요?" 나르디의 반문에 유리카가 그제야 생각에 잠긴 듯한 어조가 되었다. "아마, 필요한 부분만 먹도록 발전한 거거나…… 아니라면 정말로퇴보했나? 평범한 박쥐처럼?" "진짜로 그냥 평범한 박쥐였을 수도 있잖아?" 나르디는 아무래도 사람을 잡아먹는 박쥐라는 개념이 좀처럼 머리에서 떠오르지 않는 모양이었다. 그는 자꾸만 머리를 흔들면서 다른의견을 말해보려 했다. 유리카가 딱 잘라 말했다. "놈들이 사람을 보자마자 죽기살기로 덤비는 것 못 보았어? 평범한박쥐는 사람 때문에 놀라 날아다닐지언정, 우리를 사냥 대상으로 보지는 않아. 엘다의 기억을 나는 믿어." "난 아무래도 믿지 못하겠네." 이거야 참, 결론을 내가 내려야 하나? "유리카, 넌 이 길로 계속 가잔 거야?" 유리카가 잠깐 망설이는 듯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나르디는 고개를 저었다. "난 돌아가는 쪽. 어딘지도 모르는 길로 갔다가 이런 땅 밑에서 빠져나가는 길도 모르게 되면 어떻게 하겠나." "여긴 드워프 족의 고향이야. 길을 잃고 헤매는 일이란 없다." 엘다렌의 확고한 말투도 나르디한테 확신을 주지는 못했다. "지금 이 길도 모른다고 안 하셨던가요?" 나는 중간에서 혼란에 빠져 양쪽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나를 제외하고는 모두 자기 의견을 결정한 듯했다. "이것 참, 왜 나한테 이런 어려운 과제를 주는 거야?" 나는 잠깐 동안 망설였다. 램프 불에 비친 엘다렌과 유리카, 나르디의 얼굴을 차례로 돌아보았다. "으음…… 그냥 가던 대로 가자." 내가 결정을 내린 된 가장 중요한 이유가 뭐였는지 아는가? 너무너무 단순한 건데. 내가 나르디의 편을 들면, 2:2가 되어서 또 고민해야 하잖아? 이런데서 조금이라도 시간 낭비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얼마나시간이 지났는지 모르지만, 하여간 캄캄한 지하에서 이렇게 돌아다니고 있자니 밝은 햇살과 푸른 나뭇잎이 그렇게 그리울 수가 없었다. 그나저나, 이 길이 제대로 된 길로 이어져야 하는데. 어느 건물로든지, 하여간 큰 데로 이어지기만 한다면 엘다렌이 설마 모르기야 할려고. 우리는 다시 걸었다. 좁다란 길에서 어깨를 양쪽 암벽에 부딪치지않도록 조심해가며, 앞사람의 뒤꿈치를 밟지 않도록 간격도 조심해가며 걷자니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는 것이 굉장히 힘이 든다. 그렇게다시 반시간 가량 걷고 나니, 우리는 평지를 몇 시간 걸은 것처럼 지쳐 버렸다. 그나마 갈림길이 몇 번 없던 것이 다행이었다. 갈림길이 나올 때마다 우리는 넓은 길 쪽을 택했다. 왜냐고? 드워프 나라에서도 유명한곳으로 나가야 엘다렌이 길을 알아볼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커지니까! 중요한 장소로 가는 길이 대개 큰길 아니겠어? "어디선가 희미한 빛이 비치는 것 같지 않아?" "정말?" 내가 망토를 나르디에게 건네자, 나르디는 그걸로 램프를 잠시 가렸다. 자신의 의견과 다른 쪽으로 오게 되었지만 일단 결정된 이상단 한 마디도 불평하지 않던 그는 램프빛이 새어나오지 않게 망토자락을 당기고는 한 마디 했다. "정말이야. 저만치 앞쪽에서 빛이 오고 있어." "우리가 드디어 대지를 뚫고 반대로 나간 건가?" 농담조로 말하긴 했지만 빛이라는 말이 반가운 나머지 우리는 걸음을 서둘렀다. 잠깐만에 우리는 좁은 미로를 벗어났다. "하…… 어깨를 펴니 살 것 같애." 유리카가 양팔을 들어올리며 하는 말에 나도 동감이었다. "빛은?" "저기네." 엘다렌이 묵직한 팔을 들어 한쪽을 가리켰다. 우리가 서 있는 곳은일종의 절벽, 그 아래로 펼쳐진 것은……. 도시다! +=+=+=+=+=+=+=+=+=+=+=+=+=+=+=+=+=+=+=+=+=+=+=+=+=+=+=+=+=+=+=어제 내용에 대해 쪽지, 메일 보내주신 분, 모두 감사합니다. 에.. 한 분의 메일은 오른쪽이 지워져서 보이지 않았지만. ^^;일전에 OST만드셨다는 분께서 공개해도 좋다고 하셔서 이렇게 써봅니다. 보내주신 프레야 님, 감사합니다- ^^저도 이 중에 못 들어본 곡도 있고 그래요. 또 찾아서 들어봤더니정말 잘 맞더라.. 하는 곡들도 있고요. 이 가운데서는 아직 통신에서구할 수 있는 곡도 많습니다- ^^개인적으로 누구나 생각이 다를 수 있는 거니까, 그냥 재미삼아 함께 봤으면 하는 생각입니다. 혹시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신다 해도 개인의 취향이니까..^^;=======================* 세월의 돌 OST 1 *=======================1. DEEN-夢であるように--> Opening 테마2. L'arc~en~ciel-虹--> 파비안 크리스차넨 테마3. ANZA-honey(카드캡터 사쿠라 2기 엔딩)--> 주아니4. Sarah Brightman-so many things--> 유리카 오베르뉴5. B'z-one--> 나르디6. Secret Garden-moongate--> 켈라드리안, 이스나에의 숲7. Blind Guardian-into the storm--> 악령의 노예들8. Kenny G-songbird--> 호그돈과 릴가의 통나무집9. Jimmy Clif-I can see clearly now(영화 쿨러닝 주제곡)--> 스노우보드를 타고 마브릴의 땅으로10. Secret Garden-in our tears--> 마음의 침범11. Spice girls-2 become 1--> 바르제 자매(올디네, 블랑디네, 아라디네, 미르디네)12. Zard-소녀로 되돌아 간것 처럼--> 유리카 오베르뉴 213. Boyzone-Ilove the way you love me--> 앙글라제 항구의 밤산책14. Jessica-Good bye--> 혹시 있을지 모를 이별신 (^^;)도움준 앨범들: [DEEN-singles best]; [L'arc~en~cile-the best][Zard-永源];[Boyzone-where we belong][Jessica=jessica];[Spice girls-spice][Sarah brightman-eden][Anza, B'z-통신에서 anc와 jpop][Kenny g-the collection][Secret garden-dawn of a new century][Blind guardien-Nightfall in Middle Earth]계속 지금도 사건은 진행되고 장소는 이동되고 있으니까, 언젠가OST 2를 만들어도 되겠네요. 제가 직접 골라보고도 싶지만, ... 으음.. 시간이 조금만 더 나면 해보지요. ^^;Luthien, La Noir. 출력이 끝났습니다. [Enter]를 누르십시오. ━━━━━━━━━━━━━━━━━━━━━━━━━━━━━━━━━━━제 목 :◁세월의돌▷ 5-3.잃어버린 땅…(8)게 시 자 :azit(김이철) 게시번호 :865게 시 일 :99/07/19 02:47:08 수 정 일 :크 기 :6.9K 조회횟수 :98 『게시판-SF & FANTASY (go SF)』 39104번제 목:◁세월의돌▷ 5-3. 잃어버린 땅으로…(8)올린이:모래의책(전민희 ) 99/07/16 23:27 읽음:960 관련자료 없음----------------------------------------------------------------------------- +=+=+=+=+=+=+=+=+=+=+=+=+=+=+=+=세월의 돌(Stone of Days)=+=+=+=+=+=+=+=+=+=+=+=+=+=+=+=+ 5장. 제4월 '타로핀(Tarophin)'3. 잃어버린 땅으로의 여행 (8) 세상에, 정말 도시였다. 자세히 보이진 않았지만 절벽 아래 까마득한 꼭대기와 광장, 갖가지 모양의 집들이 오밀조밀 늘어선 것은 분명 마을이 아닌 '도시'다. 산맥 안에 이렇게 커다란 텅 빈곳이 있었다니! 빛이 나고 있는 것은 도시 한복판의 어떤 건물이었다. 둥그스름하고 여기에서 보아도 투명해 보이는 지붕을 가진, 희한하게 생긴 건물이다. "왜 저기서 빛이 나죠?" 나르디의 두 번째 질문에, 엘다렌의 아까보다는 성공적인 대답이들렸다. "저 곳은 파하잔 전체에 낮의 빛을 뿌리던 지하의 태양 '펠드로바드 둠'이다. 아직까지도 빛을 내고 있다니…… 나로서도 생각지 못했던 일이군." "아니, 어떻게 빛이 날 수가 있습니까? 그것도 도시 전체를 밝힐정도로요?" 나르디가 놀라움을 도저히 누르지 못하는 듯, 흥분된 목소리로 물었다. 그는 이미 절벽 끝까지 다가가 도시를 자세히 살펴본 뒤였다. '펠드로바드 둠'에서 나는 빛을 받아 희미하게 빛나는 그의 얼굴은몹시 상기되어 있었다. "드워프 족의 비밀…… 이었네만……." 그의 첫 마디에 미간을 찌푸린 유리카를 흘끗 쳐다본 엘다렌은 처음으로 웃는 것 비슷한 표정을 지었다. "지금 자네들한텐 비밀일 것도 없지. 물론 드워프 족이 다시 되살아나 위대한 도시를 재건할 때엔, 자네들 모두 내 이야기에 대한 비밀을 지켜 줘야 해. 드워프 족의 왕이 종족의 비밀을 발설했다고 알려져서는 큰일 아닌가." 엘다렌의 말투는 참으로 이상했다. 진지한 듯도 했다가, 끝에서는농담조로 들리기도 하고. "저기엔…… 드워프 족이 스조렌 산맥 안에서 발견한 가장 놀라운광석, 펠드로바드 광석이 수만 개 이상 모아져 있다. 그 어느 곳의역사를 뒤져보아도, 저 스스로 빛을 내는 광석에 비할 만한 것은 없었어. 주먹만한 한 개의 펠드로바드가 이런 램프 백 개를 모아놓은만큼의 빛을 내지. 방 한 개를 밝히기 위해서는 손톱 끝만한 펠드로바드 한 개만 충분할 정도다. 저 펠드로바드 광석이 없었다면 우리도지하에 도시를 건설한다는 것은 꿈도 못 꾸었을 테지." 엘다렌이 이렇게 길게 말하는 것을 듣는 것은 처음이었다. 그만큼엘다렌은 과거의 영광을 다시 꿈꾸는 듯, 어떤 열망이 얼굴 가득 드러나 있는 듯했다. 나는 앞서 잘 모르던 말을 한 가지 질문했다. "그런데…… 파하잔은 뭔가요?" "드워프 족의 위대한 수도, '지하의 파하잔'이다." 아……. 유리카가 가만히 옆구리를 찌르며 속삭였다. "저 도시의 이름이지 뭐겠니?" 나는 다시 한 번 다가가 '위대한 수도, 지하의 파하잔'을 살펴보았다. 인간들의 도시 규모에 댈 것은 아니었지만, 잘 구획된 도로들과크고 작은 집들이 상당히 아름답게 지어진 도시다. 특이한 것은 둥그스름하게 자리잡은 도시 네 귀퉁이에 세워진 길쭉한 첨탑, 그리고 건물 사이에 드문드문 자리잡은 널찍하게 펼쳐진 검은 지붕의 건물들이었다. 도시 전체에 모두 네 개다. 저건 무엇에 쓰는 걸까? 마치 아침 여명이 서서히 밤을 몰아내는 것처럼, 펠드로바드 둠에서 나오는 은은한 흰빛이 도시에 흘러 넘치는 광경을 보니, 아직도수많은 드워프 족들이 저곳에서 움직이고 있을 것처럼 느껴졌다. 신비스러울 정도로 아름다운 해뜰녘의 광경. 그러나…… 지금 저 안에는? "200년 동안이나 버려 둔 곳인가요?" 엘다렌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나르디는 아예 말을 잃어버린 듯했다. 그는 홀린 것처럼 넋빠진 얼굴로 그 도시를 바라보고 있었다. 진심으로 그는 감동한 모양이었다. 그의 입에서 조그맣게 말소리가 흘러나왔다. "나스 라울 파랄다크, 세상에…… '대지의 심장'이라는 말이 조금도 틀리지 않아……." "그건 무슨 말이야?" 내가 묻자 나르디는 여전히 파하잔에서 눈을 떼지 못한 채로 입을열었다. "세상에는 네 수도가 있으니, 고귀한 순백의 보석, 찬란한 세르네즈의 화관, 지고의 검은 왕홀, 그리고 묻히지 않는 대지의 심장. 이는 차례대로 달크로즈, 하라시바, 차크라타난, 파하잔을 가리키는 말이네. 예전에 어떤 음유시인한테서 들은 일이 있지." "녹의의 트루바드, 나이하 올빈의 노래에서 나온 말이다. 파하잔을맨 나중에 언급한 것이 좀 마음에 안 들긴 하지만, 그 자의 시는 쓸만했지. 저 곳에 볼일이 있다. 잠시 들러가자." 엘다렌은 이곳까지 오고 나니 사람이 바뀐 듯했다. 앞으로 묻고 싶은 질문이 있다면 오늘 다 물어두어야 할 것 같다. "그런데, 어떻게 내려가나요?" "음, 글쎄……." …… 물을 수 있다고 다 능사는 아니군. 엘다렌의 애매한 대답과는 달리 우리는 내려갈 길을 비교적 쉽게찾을 수 있었다. 절벽 끝까지 가서 아래를 내려다보니 저만치 절벽한쪽에 뚫린 구멍이 보이고, 거기서부터 아래로 죽 이어지는 계단이나 있다. 아마도 그것은 우리가 마지막으로 만났던 갈림길이 거기까지 이어진 것으로 보였다. "아니, 드워프 족의 왕이 수도에서 길도 몰라요?" 내 지분거리는 말투에도 엘다렌은 별로 화를 내지 않았다. 다만 이렇게 대답할 뿐이었다. "왕은, 대로만을 알고 다니지." 아까 한 말하고는 영 다르군. 들어오기 전엔 왕이 길도 모를 것 같냐고 큰소리치더니만. 우리는 잠깐 앞서의 미로로 되돌아 들어갔고, 곧 봐둔 구멍으로 나올 수 있었다. 계단이 까마득히 높다. 난간도 없는 계단이라, 내려가는데 현기증이 날 지경이었다. "난간은 왜 없죠?" "난쟁이는 원체 키가 작으니까, 이런 데서 굴러 떨어질 염려는 없거든." 물론 이건 엘다렌의 대답이 아니다. 유리카가 놀리듯 꺼낸 말이고,엘다렌은 어깨를 으쓱해보이며 말을 받았다. "드워프 족은 어디서든 용감하지." 나는 문득 옛 이야기가 떠올라 질문거리가 생겼다. 물론, 발을 헛디디지 않고 계단을 잘 내려가기 위해 발에 신경을 집중한 채로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전설에 보면 드워프는 높은 곳은 싫어한다던데요?" 내 앞에서 성큼성큼 내려가고 있던 엘다렌의 대답이 들렸다. "거짓말이다." 헤…… 쉽게도 말을 하는군. 계단은 절벽을 따라 지그재그로 바닥까지 이어져 있었다. 자칫 굴러떨어졌다가는 다리 하나 부러지는 걸로 끝날 것 같지가 않네. 대신계단은 한 단 한 단이 아주 똑바르게 잘 다듬어져 있고 간격이나 높이 같은 것도 정확하게 똑같았다. 물론 문제가 있다면, 그 한 단 한단이 난쟁이 다리 길이에 알맞게 만들어져 있었다는 거다. 두 단을한꺼번에 내려가기엔 좀 높고, 한 단씩 디디기엔 지나치게 종종걸음이고, 덕분에 신경은 두 배로 쓰였다. "높이가 웬만했으면, 그냥 뛰어내리는 건데. 영 신경쓰이는 계단이란 말씀야." 내가 한 마디 하자, 나르디가 갑자기 짓궂게 눈을 반짝이더니 제안했다. +=+=+=+=+=+=+=+=+=+=+=+=+=+=+=+=+=+=+=+=+=+=+=+=+=+=+=+=+=+=+=오늘은 시원한 바람이 좀 부네요. 저녁때라서 그런가.... 참, 소개가 늦어졌지만 인터넷 홈페이지에 김경연님께서 세월의 돌을 퍼가시기로 하셨습니다. 주소는 http://my.netian.com/~chfyun 이네요. 가보실 수 있는 분들 가보시길. ^^Luthien, La Noir. 출력이 끝났습니다. [Enter]를 누르십시오. ━━━━━━━━━━━━━━━━━━━━━━━━━━━━━━━━━━━제 목 :◁세월의돌▷ 5-3.잃어버린 땅…(9)게 시 자 :azit(김이철) 게시번호 :866게 시 일 :99/07/19 02:47:28 수 정 일 :크 기 :6.2K 조회횟수 :95 『게시판-SF & FANTASY (go SF)』 39105번제 목:◁세월의돌▷ 5-3. 잃어버린 땅으로…(9)올린이:모래의책(전민희 ) 99/07/16 23:28 읽음:959 관련자료 없음----------------------------------------------------------------------------- +=+=+=+=+=+=+=+=+=+=+=+=+=+=+=+=세월의 돌(Stone of Days)=+=+=+=+=+=+=+=+=+=+=+=+=+=+=+=+ 5장. 제4월 '타로핀(Tarophin)'3. 잃어버린 땅으로의 여행 (9) "우리, 여기 누가 빨리 내려가나 내기하지 않겠나?" "뭐야? 이런 계단에서 잘못했다간 떨어져 끝장이라고!" "겁이 많군. 그렇게 걱정이 된다면 자네가 먼저 출발하게 해 주지. 어차피 지금도 내 앞에서 가고 있잖아." "야, 나르디 너……." "뭐야, 나만 빼놓기야? 나도 같이 할 거야." 유리카까지 끼어들더니 옷자락을 살짝 걷어올리면서 장난스레 달릴준비를 했다. 또 끼어드는 목소리는……. "출발 신호는 내가 해 줄게!" 오오, 이게 얼마만에 듣는 주아니 목소리야? 그러나 내 감동한 마음에는 아랑곳없이, 주아니는 준비고 뭐고 하기도 전에 당장에 출발 신호를 내리고 말았다. "준비- 시, 작!" "부, 불공평해……." 불평하고 있을 틈은 없었다. 벌써 나는 듯이 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한 두 악당…을 내려다보며 한숨조차 순식간에 내쉰 나는 그 뒤를 따라 뛰는 도리밖에 없었다. "인간 족의 젊은이들이란……." 엘다렌이 한심하다는 듯이 던진 말을 등 뒤로 하고 달리기 시작하면서 나는 문득 생각난 말을 외쳤다. "야, 주최측-! 이기면 상품은 뭐냐아아아-!" 다행히…… 아무도 계단에서 떨어지는 불상사는 당하지 않았다. 대신 한 걸음에 계단을 네 개씩 뛰어내려간 나르디는 발목이 좀 시큰거렸고, 중간에 엇갈려 있는 아래 계단으로 두 번이나 단숨에 뛰어내려 버린 유리카는 치맛자락을 한 뼘이나 찢어버렸으며, 그럼에도불구하고 궁극적으로 1등이 된 나는 무려 6큐빗 높이에서 그냥 뛰어내린 결과 부츠 가죽을 잇댄 부분이 벌어져 버렸다. "쯧쯧… 꼴이 말이 아니군." 엘다렌의 감상과는 달리 우리는 먼지 바닥 가운데 주저앉아서도 치열한 논쟁(?)을 벌였다. "유리, 파비안, 너희 둘 다 반칙이라고!" "반칙은 무슨. 그건 그렇고 주최측, 상품 안 주냐?" "주최측이 누군데?" "먼저 하자고 했던 나르디 아냐?" 나르디는 싱긋 웃더니 천천히 뒤따라 걸어내려온 엘다렌을 가리켰다. 아니, 정확히는 엘다렌의 주머니를 가리켰다. "출발 신호 한 쪽이 주최측 아닌가?" 우리는 일시에 주아니를 향해 짓궂게 외치기 시작했다. "선물, 선물 줘." "2등상은 없나?" "자, 장난은 그만둬……." 주아니는 당황해서 주머니 속으로 들어가 버리더니 한동안 나오지않았다. 우리는 모두 키득대면서 자리에서 일어나 옷을 털었다. 바닥에는 엷은 황토흙 같은 것이 깔려 있다. 우리가 그 위를 걷자니 신발 뒤로 풀썩거리며 떠오르는 먼지 사이로 발자국이 생겨났다. 가까워질수록 도시는 위에서 내려다보았던 것보다 훨씬 규모가 대단하다. 우리가 처음 발걸음을 멈춘 곳은 도시 안쪽으로 이어지는 가장 큰길 입구에 세워진 높직한 문 앞이었다. 문 양쪽으로 도시 외벽이 이어지고 있었다. 엘다렌은 뭔가 생각하는 것처럼 고개를 들어 그 문을 바라보았다. 문은 한때 문의 윗부분을 이루었을 아치의 뼈대만 남아 있고, 대문자체는 온데간데 사라지고 없었다. 뼈대만으로도 저렇게 튼튼해 보이는데, 그 문은 대체 어디로 가버렸을까? 입구는 중간에 두 개의 네모진 기둥이 세워져 모두 셋으로 나뉘어있었다. 문 윗부분은 지붕처럼 양쪽으로 얇은 박공이 달려 있고, 정면으로 보이는 박공벽에는 뭔지 모를 문자와 둥근 구멍 같은 것들이줄지어 나 있었다. "침입자가 있었나." 엘다렌은 한 마디 하더니 그대로 문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유리카가 따라가며 물었다. "뭐가 없어졌어?" "문 위에 박혀있던, 보호석들이 사라졌군." "보호석? 에멕 루아의 보호석들?" "모두 다섯 개였지." 영문 모르는 우리는 다시 뒤처진 유리카의 뒤로 따라가 에멕 루아가 무엇인지 물어야 했다. "특별한 보석은 아닌데, 과거엔 마법사가 축복을 걸어준 보석을 마을이나 도시의 앞에 장식해 놓는 습관이 있었어. 그런 것을 보호석이라고 해. 그렇지만 그야말로 아주 옛날 얘기고, 이미 200년 전에도그렇게 하는 데는 거의 없었을걸. 이유야 뻔하잖아? 마을을 보호하는돌이라고 해서 도둑들이 보고도 그냥 지나쳐가는 시절은 옛날에 지나갔거든. 요즘 도둑이 어디 그런 것 가리니? 그렇지만 파하잔은 사람의 손길이 닿는 곳도 아니고, 아마 예전의 습관이 그대로 남아 있었나봐." "옛날이라면 언제를 말하는 거야?" "글쎄…… 듀플리시아드 원년 이후부터 생긴 관습이었을 거야. 올해가 499년이고, 내가 온 때가 299년 아냐? 아마도 한 백년쯤은 존속했던 관습이었나 보지." "달크로즈 성문에도 보면 그런 보석이 있어." 갑자기 나르디가 끼어들어 입을 열었다. "본 일이 있어. 달크로즈 시 말고, 왕궁이 있는 달크로즈 성에 보면 문 위쪽에 푸른 보석이 열 개 가량이나 장식되어 있던걸. 그런데…… 그건 에멕 루아가 아니라……." "레 끌로슈의 보호석이었겠지." "어, 어떻게 알아?" 유리카는 엘다렌이 멀리 휘적휘적 걷는 것을 잠시 바라보다가 그자리에 멈춰 섰다. 그녀의 시선은 도시의 네 귀퉁이에 세워진 첨탑가운데 하나를 향하고 있었다. 그녀의 표정이 의아하다는 듯이 바뀌더니, 이윽고 흐려졌다. "왜 그래, 유리?" 유리카는 우리를 바라보지 않았다. 그대로 입을 열어 먼저 물었던것에 대해 대답했다. "레 끌로슈는 달크로즈를 지키는 전설 속 무녀의 별칭이야. 이스나에-드라니아라스들과 함께 달크로즈 성을 세웠다고도 해. 그러니까성문 앞의 보호석들에 축복을 걸어준 것이 그녀지. 보통은 엘리종이라는 이름으로도 알려져 있지만, 그것도 그녀의 본래 이름이 아니었다는 말도 있어. 듀나리온들은 그녀를 '최초의 듀나리온'이라고 부르면서 존중하고 있는데, '흰 옷의 엘리종', 또는 '흰 무녀'라고 기록에 되어 있는 걸 보면 정말로 듀나리온의 시조였는지도 모르지. 어쨌든 살았던 연대나 했다는 일에 대해서도 책마다 이야기가 다른 걸 보면 정말은 존재하지 않았던 사람인지도 모른다는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그렇지만 그녀의 업적 가운데서도 누구나 알고 있는 아주 유명한 것이 하나 있지." "뭔데?" +=+=+=+=+=+=+=+=+=+=+=+=+=+=+=+=+=+=+=+=+=+=+=+=+=+=+=+=+=+=+=어젯밤엔 비가 오더군요. 비록 잠깐이었지만.... 오늘 방학하신 분들 많죠? 모두 멋진 방학 계획 세우세요-저는 방학하는 기분을 느껴본 지가 꽤 오래되었군요.... Luthien, La Noir. 출력이 끝났습니다. [Enter]를 누르십시오. ━━━━━━━━━━━━━━━━━━━━━━━━━━━━━━━━━━━제 목 :◁세월의돌▷ 5-3.잃어버린 땅…(10)게 시 자 :azit(김이철) 게시번호 :867게 시 일 :99/07/19 02:47:48 수 정 일 :크 기 :7.8K 조회횟수 :98 『게시판-SF & FANTASY (go SF)』 39196번제 목:◁세월의돌▷ 5-3. 잃어버린 땅으로…(10)올린이:모래의책(전민희 ) 99/07/17 22:23 읽음:877 관련자료 없음----------------------------------------------------------------------------- +=+=+=+=+=+=+=+=+=+=+=+=+=+=+=+=세월의 돌(Stone of Days)=+=+=+=+=+=+=+=+=+=+=+=+=+=+=+=+ 5장. 제4월 '타로핀(Tarophin)'3. 잃어버린 땅으로의 여행 (10) "그녀가 남긴 예언시 가운데 가장 유명한 것이 바로 '녹보석의 기사'야." "아, 그걸 그녀가 쓴 거야?" 나는 진심으로 놀라서 그렇게 물었다. 유리카는 고개를 끄덕이더니그만 가자는 듯 발걸음을 다시 옮겨 놓았다. 첨탑은 왜 쳐다본걸까? 궁금해져서 나는 나도 그 첨탑 쪽으로 고개를 돌려 보았다. 검은 돌로 지어진 듯한 첨탑은 입구 근처가 약간 부서진 것을 제외하고는 아무런 문제도 없어 보였다. 파하잔은 붉은 먼지의 도시였다. 아니다, 도시를 만든 돌 자체가 붉은 건가? 거기에서 200년 동안풍화되어 나온 먼지들이 깔려서 도시 자체가 불그스름한 기운으로 둘러싸인 것처럼 보이는 건가? 우리가 걷고 있는 길은 도시 안쪽으로 깊숙이 닿아 있었다. 집이나조형물의 배치 등을 살펴볼 때, 파하잔은 처음부터 정확한 계획을 가지고 세워진 도시임에 틀림없었다. 건물들의 외벽이 오랜 세월에 닳아 있는 것과는 반대로, 무너지거나 부서진 건물은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점차 걸어 들어갈수록 크고정교한 집들이 나타났다. 집을 지은 재료는 모두 돌이었으며, 작은집들은 야트막하고 단단했고, 큰 집들은 웅장하면서도 실용적이었다. 그러나… 생명이 살지 않는 도시. 집들은 가까이 서 있는데도 모두 멀어 보였다. "200년 동안이나 아무도 살지 않았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아." 시선 양쪽으로 지나쳐가는 집들을 둘러보면서 감탄한 말소리가 저절로 나왔다. 이 도시에 이토록 오랫동안 생명이 오지 않았다는 것이과연 정말일까? 그런데도 이 모양 그대로 이렇듯 남아 있다니……. 생각에 잠겨 걷던 나는, 문득 모두 멈춰 선 것을 깨닫지 못하고 두어 걸음 내쳐 더 걷다가 멈추어 섰다. 왜 다들…… 아! 나는 고개를 돌리려다가 머리를 들어 보고는, 그 자리에서 말문이막혀 버렸다. "세상에, 저걸 난쟁이들이 만들었단 말야?" 큰 길이 방사형으로 갈라지는 곳까지 들어온 우리의 눈앞에는, 무려 40큐빗에 달하는 거대한 기념물, 거대한 드래곤의 조각상이 우뚝선 것이 보였다. "난쟁이들이 아니면 누가 만든단 말인가." 엘다렌의 당연하다는 듯한 말을 귓전으로 흘려 들으며 나는 하늘을향해 발톱을 내뻗고, 올려다보는 우리를 향해 목을 굽힌 수려한 곡선의 드래곤을 홀린 듯이 바라보았다. 아주 새카만 용, 그것도 양쪽 눈에 박힌 번뜩이는 붉은 눈알은 파하잔 전체를 단숨에 쓸어버리겠다는듯, 섬뜩한 빛을 발했다. 나는 드래곤이라는 생물체를 말로만 들었지, 조각이라도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그것도 저렇게 실제적인 모습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글로 읽었던, 그림으로 보던 것과는 달랐다. 살아 있는 것도 아닌,본떠 만들었을 뿐인 조각상만을 보고도 느껴지는 이 압도적인 충격을표현할 말을 나는 찾을 수가 없었다. 그것도, 실제의 드래곤은 저것보다 훨씬 더 크다고 하는데도. 저렇게 커다란 생물이 하늘을 난다고? 무슨 수로? 아니, 그것보다 저렇게 엄청난 생물이 이 세상에 어떻게 존재할 수가 있지? 무엇보다도…… 저런 생물에 대적해서 싸운 인간이나 엘프, 드워프가 있었다는 것이 정말, 있을 수 있는 일인가? ……. 게다가 파하잔을 수호하는 의미로 만들었다고 보기에는 지나치게공격적인 모습의 드래곤을 보며 나는 왜 저런 것을 만들었는지 얼른이해가 가지 않았다. 저런 정도의 기념물은 그야말로 만드는데 얼마나 걸렸을지 짐작조차 할 수가 없는 것인데. "혹시, 저것이…… 까마득한 옛날 지상의 드워프 수도를 덮쳤다는그 드래곤입니까?" 나르디가 조심스럽게 입술을 떼어 한 말에, 나는 깜짝 놀라 돌아보았다. "아니, 난쟁이들이 자기들의 적을 저렇게 커다랗게 조각해서 수도에 세워 두었다고?" 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엘다렌의 얼굴을 보았다. 그런데…… 그의고개가 천천히 끄덕여졌다. "그렇다. 달 갸라누, 라베닌드의 천벌이라고 불리는 드래곤이지. 파하잔이 만들어지기 전, 지상의 수도였던 '천년의 라베닌드'는 달갸라누에 의해서 완전히 파괴되어 자취조차 사라졌지." "왜 천년의 라베닌드죠?" "그 도시가 처음 만들어졌을 때, 그 튼튼함을 보고서 모두 천년은끄떡 없는 수도가 되리라고 칭찬했었지. 그러나, 라베닌드는 채 100년도 가지 못했다." 나는 속으로 괜히 물었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사실 묻고 싶은 것은 이게 아니었는데. "그러니까…… 왜 그런 드래곤을 이 도시에 저렇게 정성들여 만들어 놓은 겁니까?" 다행히도 내가 묻고 싶은 질문을 나르디가 대신했다. 유리카는 말없이 달 갸라누의 조각 앞으로 다가가 그 내려진 뒷발을 쓰다듬어 보고 있었다. 세상에,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끔찍해지는데. "징표지." "징표?" 엘다렌은 그다지 달 갸라누의 이야기를 하고 싶어하는 눈치가 아니었다. 드워프 족에게 결코 좋을 수 없는 기억이리라는 것은 이해가간다. 그런데 그런 걸 왜 저렇게 상기시키다 못해, 도저히 잊을 수없게끔 도시 한 가운데 거창하게 세워 둔 거야? 달 갸라누의 양쪽 발 가운데 서 있던 유리카가 드디어 고개를 돌렸다. 검은 드래곤 가운데 검은 옷을 입고 서 있으니 보이는 거라곤 은빛의 머리카락과 얼굴뿐이었다. "드워프 족은 라베닌드의 끔찍한 기억을 잊지 않길 원해. 괴로운만큼, 그들의 오만에 대한 대가였다고, 달 갸라누의 조각을 볼 때마다 뼈저리게 깨닫는 거야. 파하잔이 왜 햇빛 아래 그 아름다움을 자랑할 수 없는 지하 가운데 지어졌겠어? 대지의 심장이라는 별칭을 듣고는 있지만, 그건 파하잔을 꼭 보았대서 사람들이 하는 말은 아니야. 라베닌드의 영광을 보았던 사람들은, 파하잔이 라베닌드를 꼭 닮아 있다는 것을 세상에 전했지. 실제로 여기에 와 본 인간은 극히 드물어. 드워프 족은 라베닌드 때와는 달리 파하잔을 어디에도 자랑하지 않았어." 유리카의 설명을 듣고 있는 가운데 엘다렌의 회한어린 목소리가 섞여들었다. "드워프들은 지금도 사라진 라베닌드를 사랑한다. 나는 평생에 라베닌드의 영광을 보진 못했어. 나는 파하잔에서 태어났고, 달 갸라누의 이야기를 들으며 자란 2세대 드워프니까. 그러나 드래곤은 다른생명체들에게서 증오나 복수의 감정을 받을 만한 존재가 아니야. 벼락을 맞아 집이 무너졌대서, 하늘을 바라보며 복수를 다짐하는 자가있겠나? 달 갸라누는 드워프 족에 대한 어떤 분노나 원한도 가지고있지 않았다. 다만, 그 천상의 피조물은 자연의 섭리에 따라 라베닌드를 부수었던 거야. 드워프들이 만천하에 자랑했던 천년의 라베닌드, 그 오만에 찬 이름 역시 드워프들이 직접 지어 불렀던 것이지. 이름 높은 인간족의 어떤 수도보다도 더 찬란하게, 역사의 무게를 지우고 재주만으로 그것을 뛰어넘으려 했던 욕심은 대가를 받았다. 갓만들어진 도시에 붙여진 이름 '천년의 라베닌드'…… 천년을 이어 온다른 수도들에게 어떤 축복들이 필요했었는지, 드워프 족은 100년도채 지나기 전에 깨달을 수 있었다." +=+=+=+=+=+=+=+=+=+=+=+=+=+=+=+=+=+=+=+=+=+=+=+=+=+=+=+=+=+=+=아아, OST 찾아보신 분이 계시군요. ^^;저도 몇 개는 찾고, 몇 개는 못 찾았는데 siney 님께서 못 찾으신네 곡 중에 11번과 12번을 제가 찾았기에 말씀드리려고요. ^^첫째, 11번 곡은 제목을 틀렸습니다. --;11번, Spice girls-2 become 1--> 바르제 자매(올디네, 블랑디네, 아라디네, 미르디네)come 이 아니고 become 예요~ 공개자료실에 가면 ra로 몇 개 있더군요. 저는 OST 보기 이전부터 받아서 갖고 있던 곡이지만...^^; (알고도 못 고쳐놓다니.. 쩝, 방금 보자마자 고쳐 놓았습니다;)그리고 12번 Zard의 곡, 일본어 제목을 알려드릴게요. 少女の頃に戾ったみたいに 가 원 제목이고, go fnzard 하시면 자료실에 있습니다. 몇 번이더라... 이건 저도 프레야님이 알려주셔서 찾은 것이었죠. 나머지 두 곡, Blind Guardian 하고 사라 브라이트먼 곡은 저도 못찾았어요. 그리고.. Blind Guardian의 Into the storm이 든 앨범은, 보내주신분께서 fantasy 님 지적대로 Nightfall in Middle Earth 라고 하네요. 역시, 고쳐놓았습니다. siney 님께서 찾으셨다는 것 중에서 제가 못찾은 것, 얼른 찾아봐야겠습니다. ^^그럼, 좋은 감상- ^^Luthien, La Noir. 출력이 끝났습니다. [Enter]를 누르십시오. ━━━━━━━━━━━━━━━━━━━━━━━━━━━━━━━━━━━제 목 :◁세월의돌▷ 5-3.잃어버린 땅…(11게 시 자 :azit(김이철) 게시번호 :873게 시 일 :99/07/20 10:16:20 수 정 일 :크 기 :7.3K 조회횟수 :99 『게시판-SF & FANTASY (go SF)』 39197번제 목:◁세월의돌▷ 5-3. 잃어버린 땅으로…(11)올린이:모래의책(전민희 ) 99/07/17 22:24 읽음:1125 관련자료 없음----------------------------------------------------------------------------- +=+=+=+=+=+=+=+=+=+=+=+=+=+=+=+=세월의 돌(Stone of Days)=+=+=+=+=+=+=+=+=+=+=+=+=+=+=+=+ 5장. 제4월 '타로핀(Tarophin)'3. 잃어버린 땅으로의 여행 (11) 나는 문득, 지금 버려진 파하잔의 모습을 보고 있는 엘다렌의 심정을 알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스스로 손쓸 수 없는 재앙에 의해철저히 파괴된 도시의 역사에 대해 들으며 자란 누군가가, 자기 세대에 다시 멸망해가는 도시를 보는 그 기분을 말이다. 시간은, 왜 드워프 족에게 이토록 가혹했지? 엘다렌은 달 갸라누의 석상 앞에서 한동안 움직이지 않았다. 복수를 다짐하는 자의 모습도 아니고, 괴로움에 말을 잊은 것도 아니다. 유리카도, 나르디도 말이 없었다. 나는 다시 한 번 달 갸라누의 머리를 바라보았다. 그토록 끔찍한참화조차도 딛고 일어선 드워프 족은, 재생력의 소멸이라는 어처구니없는 저주 앞에서 다시 건설한 고향을 저렇게 유령의 도시로 내버려둘 수밖에 없었어. 마치, 첫 아이가 죽고 잘 키워보리라 다짐한 둘째아이조차 병으로 시름시름 죽어갈 때 그것을 속수무책으로 바라보는부모의 심정이 저럴 것 같다. 달 갸라누는 마치 자기 자신이 천벌을 내린 신이라도 되는 양, 오만한 머리를 들어 파하잔을 굽어보고 있었다. 아니야, 이렇게 끝나는 건 말이 안돼. "엘다렌." 내 말에도 그는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안다, 벌써 익숙하다고. "파하잔의 왕이여." 그제서야 그의 고개가 약간 움직인 듯했다. "드워프 족은 반드시 되살아날 것입니다. 그리고 파하잔이 달크로즈만큼 유서 깊은 수도가 되도록, 그렇게 긴 역사를 다시 살아나가겠죠. 분명, 그렇게 되도록 예정되어 있을 거예요. 같은 종족에게 두번이나 연이어 닥치는 재앙은 너무 심해. 이렇게 끝나도록 되어 있을리가 없어……. 무슨 일이 있어도, 드워프 족이 다시 되살아나 번영하는 것을 보고야 말겠어요. 비록, 지금 아무런 힘도 없지만 아룬드나얀의 주인… 으로서 약속하고 싶습니다. 난쟁이들로 가득한 파하잔을 꼭 와보고야 말겠다고 말입니다." 돌이켜보건대, 내가 나 스스로를 '아룬드나얀의 주인'이라고 칭하면서 뭔가를 맹세하기는 지금이 처음이었다. 그러나 나는 그런 것조차 별로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나는 불공평한 '자연의 섭리'에 몹시분개해 있었다. 나는 불공평한 것은 아주 질색이다. 내 얘기든 남의얘기든, 개선에 우선순위는 있을지언정 결코 못 참는다. 엘다렌은 천천히, 아주 천천히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보았다. "그가 아주 보잘 것 없는 어린아이라 하더라도, 진심으로 하는 맹세는 반드시 사라지지 않는 법이다. 게다가 자네는 타로핀 광석으로만든 고대의 유물 아룬드나얀의 주인, 그 이름을 걸고 하는 맹세는어쩌면 왕이 하는 맹세만큼이나 무거울 터. 정말로 약속하는가?" 한 번 한 말에 번복이란 없지. "물론입니다." 그는 아주 무거운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나 그의 눈동자는 뭔가를 찾아내려는 것처럼 내게 못박혀 있었다. "타로핀은 맹세를 한 자에게 어떤 방법으로든 그걸 지켜낼 수 있는조건과 기회를 가져다주기까지 한다는 것을 아는가? 맹세한 이상, 어떠한 방식으로든 분명 기회는 온다. 그러나 인간은 타로핀처럼 굳지는 못하네. 생각은 달라지기 마련, 그러나 타로핀은 인간의 사정을모른다. 준 것만큼 되가져간다는 건 불변의 비켜갈 수 없는 섭리지. 원하는 기회를 주지만, 받지 않는 자에게, 타로핀은 다른 것을 주네. 그리고 그것은 결코 받지 않을 수 없게 되겠지. 타로핀에 맹세한다는는 것은 그래서 번복할 수 없다고 말하는 것이다." 왜 저렇게 겁을 주지? "약속한다니까요." 부츠 가죽이 갈라져서 걷기가 몹시 불편했다. 흙이 자꾸만 신발 안쪽으로 들어왔다. 지금 내가 맨 뒤에 처지고 있는 것도 다 그 때문일거야. 세상에, 내내 뒤통수들만 보며 걷기라니. 엘다렌은 목적한 곳이 있는 것처럼 망설이지도 않고 이 거리 저 거리로 접어들었다. 우리는 내내 그 뒤를 따라가기만 하면 되었는데,그 사이에도 두리번거릴 만한 볼거리들이 많았다. 마치 조금 전까지그 자리에 있다가 잠깐 자리를 비우기라도 한 것처럼, 어떤 곳에는음식을 먹던 자리가 펼쳐져 있었다. 물론 200년이라는 시간 동안 음식들은 자취를 감추었고, 삭아들어가고 있는 그릇들만이 너무도 자연스럽게 늘어놓아져 있었다. 방금 마시고 내려놓은 것 같은 음료수 잔, 식사 끝난 부스러기 위에 놓였을 법한 엇갈린 나이프와 포크, 누군가 일어나 나가면서 비스듬하게 벌어진 의자, 한쪽 풀밭에 떨어져 있던, 어느 꼬마의 턱받이,또는 손수건……. "모두들 급하게 떠난 걸까?" 아주 흐트러진 모양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정돈된 모양도 아닌 여러 집앞을 지나며 내가 중얼거리자 유리카가 말했다. "파하잔의 마지막 날, 엘다는 이 자리에 없었어. 그는 나름대로 재앙을 막아보고자 에제키엘과 함께 여행을 떠나 있었지. 물론 나도 거기 함께 있었고 말야. 왕이 없는 난쟁이들을 맡은 것은 엘다가 뽑은섭정, 그리고 스조렌 산맥의 인간족 지배자였던 마브릴 왕가였는데,아마도 마브릴 왕가는 파하잔이라는 산맥 속 천연의 지하도시가 몹시탐이 났었던 모양이지. 엘다의 허락도 없이, 어느날 세르무즈 왕령으로 난쟁이들은 모조리 지상으로 이주해야만 했어. 그것도 단 하루만에! 이렇게 챙겨가지 못한 물건들이 어질러져 있는 것도 결코 무리는아니지." 난쟁이들에게 가혹했던 것은 세월만이 아니었다. "그런데 세르무즈 왕가는 왜 이렇게 여길 그대로 내버려 둔 거야?" "글쎄, 나도 잘은 모르겠다. 아마 처음엔…… 어떻게인가 써보려고했겠지만, 곧 인간의 체질에 맞는 도시가 아니라는 것이 판명되었을거라고 생각해. 물론 그러고도 그럭저럭 뭔가에 이용할 수는 있었을겠지. 그렇지만 이렇게 버려둔 걸 보면 그들은 아마 결정적인 것을몰랐던 걸거야." "결정적인 것?" 유리카는 옛 이야기를 하는 사람의 아득한 말투로 말하고 있었다. "펠드로바드 둠은 난쟁이들이 만든 걸작이지. 그걸 아무나 이용할수 있는 것은 아니지 않겠어? 그리고 비록 억지로 이주하게 되었을지언정, 자기 종족의 비밀을 함부로 발설할 만큼 경솔하거나 신의없는자는 드워프 족엔 없어." 그래…… 저 빛이 200년간 저렇게 방치되어 있는 걸 보면 알겠다. "옮겨간 난쟁이들은 어떻게 되었지?" @@나르디가 물었다. "그들 가운데 아주 일부만이, 엘다가 돌아올 무렵 파하잔으로 되돌아왔어. 그들이 엘다와 함께 이 산맥 안에 잠들어 있는 바로 그들이야. 나머지들은 세르무즈 어딘가에서 살아가다가 소리없이 사라져간거지." "엘다렌, 마브릴 족이라면 몹시 미워하겠는데……?" 내 질문에 유리카는 고개를 흔들었다. "그렇지도 않아. 그는 그런 것을 종족 전체에 일반화시킬 정도로편협한 난쟁이가 아니거든. 그렇지만, 마브릴 왕가라면 그도 치를 떨지." "충분히 이해가 가." 우리가 거기까지 말하는 순간, 엘다렌은 저 앞에서 걸음을 멈추고돌아서더니 우리를 향해 빨리 오라는 듯 손짓했다. 나는 고요한 도시속에서 울리는 발자국 소리가 굉장히 이상하다고 생각하면서 그가 있는 곳으로 서둘러 다가갔다. "찾던 곳인가요?" 엘다렌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성큼 그 집 안으로 발을 들여놓았다. 여긴…… 대장간인가? 그런데 뭐가 이렇게 커? 아마도 여기가 절벽 위에서 내려다볼 때, 이상하게 널찍한 지붕을갖고 있던 그 건물들 중 하나인 듯싶었다. 우리는 동쪽으로 해서 파하잔에 들어왔고, 아직 펠드로바드 둠까지 가지 못했으니 여기가 어디쯤인지 대강 감이 잡혔다. "들어가자." 우리는 뒤따라 들어갔다. +=+=+=+=+=+=+=+=+=+=+=+=+=+=+=+=+=+=+=+=+=+=+=+=+=+=+=+=+=+=+=오늘로 몇 회더라....? Luthien, La Noir. 출력이 끝났습니다. [Enter]를 누르십시오. ━━━━━━━━━━━━━━━━━━━━━━━━━━━━━━━━━━━제 목 :◁세월의돌▷ 5-3.잃어버린 땅…(12게 시 자 :azit(김이철) 게시번호 :874게 시 일 :99/07/20 10:16:40 수 정 일 :크 기 :6.8K 조회횟수 :86 『게시판-SF & FANTASY (go SF)』 39316번제 목:◁세월의돌▷ 5-3. 잃어버린 땅으로…(12)올린이:모래의책(전민희 ) 99/07/18 22:27 읽음:810 관련자료 없음----------------------------------------------------------------------------- +=+=+=+=+=+=+=+=+=+=+=+=+=+=+=+=세월의 돌(Stone of Days)=+=+=+=+=+=+=+=+=+=+=+=+=+=+=+=+ 5장. 제4월 '타로핀(Tarophin)'3. 잃어버린 땅으로의 여행 (12) 대장간이라고 했던 내 말을 정정하겠다. 가운데 통로를 중심으로네 개의 방으로 나뉘어 있는 이곳은 대장장이들의 왕궁, 가히 금속제기구들의 천국이라고 할 만했다. 첫 번째 방으로 들어가자 200년동안 내버려 두었다는 말을 모조리부정하기라도 하듯, 먼지 속에서도 날카롭게 반짝이는 도끼, 검류,창, 철퇴 등 온갖 무기들이 걸쇠에 걸린 채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한쪽에는 곡괭이, 삽, 쟁기 따위의 각종 농기구들, 그 옆의 통에는화살촉으로 만들기 위해 다듬어놓은 것으로 보이는 날카로운 쇳조각들이 가득했다. 그 옆방은 본격적인 작업실인 듯, 커다란 모루 일곱 개와 보통 사람은 들어올리기도 힘들 것 같은 엄청난 메, 쇠를 들어내는 집게 등이 잔뜩 늘어놓아져 있다. 그 옆에는 내가 고향에서 보던 것보다 몇배는 정교한 풀무가 보였다. 수십개의 숫돌도 놓여 있었다. 한때 기름과 땀이 흘렀을 가죽 앞치마들과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변한 수건조각들도 있다. 얼마나 오랫동안, 여기에서 다시 저들을 움직일 손을 기다리고 있는 것일까. 이상하게도 내 눈에는 눈물이 흐르는 듯했다. 물론, 실제로 그랬다는 것이 아니라 지금은 사라져버린 대장간의 열기가, 그 오래된 기구들에서 녹아나오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마지막으로 달궈졌다가 식어간 때와 지금의 사이에 놓인 시간을 대변하듯, 화덕은 옛 일은 모두 잊은 것처럼 잠들어 있었다. "파하잔의 네 개 화덕에서 나온 물건이라고 하면, 가격 흥정도 않는다는 말이 있었지. 물론 200년 전 이야기지만…… 여기는 '동쪽 화덕'인가?" 유리카의 말에 엘다렌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익숙한 걸음걸이로 -그에게 이 동작이 익숙하다는 것이 얼마나 회한에 찬 일인지 모르겠다 - 안으로 들어가 물건들을 죽 둘러보았다. 단단한 돌바닥에는 비록 먼지가 쌓였으나, 모든 물건들이 지금이라도 조금만 손질하면 쓸수 있을 것 같이 보였다. 엘다렌은 물건들을 하나하나 살펴보는 듯했지만, 어느 하나 직접 만지지는 않았다. 그는 숨을 한 번 크게 들이쉬고는 돌아섰다. "오려던 곳은 여기가 아냐. 나가자." 우리는 '동쪽 화덕(난쟁이들은 파하잔의 네 대장간을 '화덕'이라는이름으로 부른다는 것을 처음으로 알았다)'가장 안쪽에 있는 방 앞에섰다. 이곳에 있는 네 개의 방 가운데서는 유일하게 검은 칠이 된 문이 닫혀져 있다. 커다란 자물쇠도 걸려 있었으나 엘다렌이 도끼로 한번 내리치자 간단히 떨어져 나갔다. "창고인가 보죠?" 내 질문은 쓸데없는 것이었다. 풀썩, 떨어져나가듯 열린 문 안쪽으로 천장까지 가득히 쌓인 나무 상자들이 보였다. 하얀 먼지가 갑작스런 침입에 놀란 것처럼 뱅글뱅글 돌았다. "뭐가 들어 있는 거지……?" 내 또 한번의 바보스러운 질문에 유리카의 대답 아닌 대답이 들려왔다. 그녀는 그저 앞을 바라보기만 한 채 중얼거리듯 말하고 있었다. "파하잔의 네 화덕이 품은 보물들……." 잠시의 놀라움을 뒤로 하고 우리는 안으로 들어가 상자들을 열어보기 시작했다. 네 단으로 된 선반 위에 차곡차곡 쌓인 상자들 중 아래쪽에 놓인 것부터 차례로 끌어당겨 열어 보았다. 상자들은 그 자체로도 모조리 묵직했고, 오랜 세월의 무게로 잘 열리지도 않았다. "멋진 단검인데? 나르디, 네가 말도 안되는 이유로 내버린 것보다훨씬 멋져!" 내가 제일 먼저 몇 개의 상자를 뒤진 끝에 기가 막히게 아름다운세공이 된 순금제 단검을 발견했다. 붉은 루비 장식석이 달린 자루에는 금빛 나뭇잎들이 실과 바늘로 했대도 그보다 정교하지 못할 정도로 곱게 수놓아져 있었다. 상자 안은 낡아빠진 겉모양과는 반대로 흰비단이 둘러져 있었다. "이걸 봐! 삼지창인가?" 나르디가 내민 것은 윤기흐르는 검은 빛이 그지없이 매끄러운 강철단창이었는데, 그 표면을 손가락으로 쓰다듬는 순간 보통의 몇 배 이상 제련을 거친 철이라는 것을 단번에 느낄 수 있었다. 창 끝에 달린세 갈래 창날이 검게 번쩍거리는 것을 보니 돌벽에 글씨라도 쓸 수있을 것 같다. "어라? 이건 왜 칼집밖에 없지?" 내가 다음으로 연 상자에 덩그라니 든 칼집을 집어들면서 나는 의아한 목소리로 말했다. 칼집의 말도 못하게 훌륭한 세공을 보니 칼도기가막히게 멋진 물건일 것 같은데. "그건, 본래부터 칼집만 만든 거야. 어떤 훌륭한 칼의 여벌 칼집이었겠지. '칼집밖에'라고 말하면 만든 장인이 섭섭해한다고. 칼집 하나에도 보통 검 만드는 것보다 몇 배의 정성을 쏟은 물건일 테니까말야." "그래……." 나는 새삼 칼집을 집어 허공에서 이리저리 돌려 보았다. 검은 바탕에 흰 무늬들이 특이한 곡선을 그렸다. 그러니까 이 모양은 지금 보니……. 옆에서 엘다렌의 목소리가 들렸다. "달 갸라누로군." 헤에, 정말 드래곤의 몸체와 눈, 발톱 등을 교묘하게 나타낸 칼집이었다. 내가 처음에 무슨 모양인지 알아보지 못한 것도 무리는 아니다. 세상에, 정말 예술 작품이라고 할 만하군. 엘다렌은 창고에 들어온 이래로 그 한 마디만을 했을 뿐, 혼자서선반 앞을 왔다갔다 하면서 뭔가를 찾는 눈치였다. 그가 한참만에 한쪽 구석의 철 사다리를 집어 오더니, 맨 윗단에 놓인 상자 앞으로 사다리를 놓고 올라갔다. "조심해요……." 그러나 드워프는 자기 몸보다 더 커보이는 상자를 한쪽 손으로 집어들어 가볍게 옆구리에 끼고는 척척 사다리를 잘도 내려왔다. 뭔가 싶어 우리들은 각기 보던 것을 내버려두고 상자 앞으로 모였다. 잠긴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는데, 엘다렌은 상자 여기저기를 조심스럽게 매만지더니 한참만에야 상자 뚜껑을 열었다. "특별한 방법으로 잠긴 상자야. 겉으로 보기엔 잠금 장치가 없는것처럼 보이지만, 상자 구석구석에 만든 사람이 아니고서는 웬만해선알 수 없는 장치들이 되어 있어서 그것들을 모두 맞추어야만 열리지." 유리카의 부연설명을 들으며 우리는 호기심을 가지고 그 안에서 나올 것을 지켜봤다. 엘다렌이 위를 덮은 천을 치웠다. 이상하게도 그 천은 지금까지 다른 상자들처럼 갖가지 색깔의 벨벳이나 새틴 같은 비단이 아니고 그냥 검은 면보자기였다. 그 아래에서, 이상하게 생긴 물건이 드러났다. "뭐지……?" 그 안에는 두 개의 쇠막대기와 또 하나는 자루가 좀 이상하게 생긴도끼…… 아니, 같이 든 쇠막대기하고 똑같은 자루네? 엘다렌은 그것들을 모두 꺼내더니, 두 개의 막대를 빙글빙글 돌려연결하고, 도끼가 달린 쪽을 맨 위에 끼웠다. 그제야 나는 그것이 무엇인지 알아보았다. +=+=+=+=+=+=+=+=+=+=+=+=+=+=+=+=+=+=+=+=+=+=+=+=+=+=+=+=+=+=+=이 이야기, 전에 한 것 같기도 한데, '세월의 돌'을 쓰면서부터 어디선가 '세월'이라는 글자를 보기만 하면 무심결에 흠칫-? 하게 되었습니다. 세월아- 네월아-, 세월이 무상하다, 기타 등등... 물론 게시판 같은 데서 보게 되면 더 말할 것도 없지요. (요즘에야 그다지 자주 볼 수는 없지만..^^;)무슨무슨 돌, 이라는 말에도 똑같은 현상을 일으킵니다. 궁금한건, 다른 글쓰는 분들도 그럴까....? Luthien, La Noir. 출력이 끝났습니다. [Enter]를 누르십시오. ━━━━━━━━━━━━━━━━━━━━━━━━━━━━━━━━━━━제 목 :◁세월의돌▷ 5-3.잃어버린 땅…(13게 시 자 :azit(김이철) 게시번호 :875게 시 일 :99/07/20 10:17:00 수 정 일 :크 기 :7.1K 조회횟수 :89 『게시판-SF & FANTASY (go SF)』 39317번제 목:◁세월의돌▷ 5-3. 잃어버린 땅으로…(13)올린이:모래의책(전민희 ) 99/07/18 22:28 읽음:833 관련자료 없음----------------------------------------------------------------------------- +=+=+=+=+=+=+=+=+=+=+=+=+=+=+=+=세월의 돌(Stone of Days)=+=+=+=+=+=+=+=+=+=+=+=+=+=+=+=+ 5장. 제4월 '타로핀(Tarophin)'3. 잃어버린 땅으로의 여행 (13) "할버드(Halberd)?!" "저렇게 분리가 되는 할버드가 있다고?" 나르디 역시 기가 막히다는 듯이 순식간에 엘다렌의 손에서 탄생한할버드를 바라보았다. 완성된 할버드의 길이는 약 4큐빗에 달했으며,그 끝에 달린 검게 빛나는 도끼날은 당장에 사람의 머리뼈라도 쪼개놓고 남을 정도로 반들반들하게 다듬어져 있었다. 굉장한 물건이다. 크기나 보존 상태 뿐만 아니라 그 자체로 엄청난파괴력이 잠재된, 괴물에 가까운 물건이다. 창의 굵기나 도끼의 무게로 보아 웬만한 키와 체격을 가진 사람이 아니고서는 도저히 사용할엄두도 내지 못할 물건으로 보였다. 설마하니, 저걸 엘다렌이 사용하려는 것은 아니겠고. 나와 나르디가 분리형 할버드라니, 싸우는 도중에 자칫 다시 분리되기라도 하면 어쩌느냐, 운반하기엔 편리하겠지만 싸울 때는 장담못한다, 라는 등의 의견을 주고받는 가운데 유리카는 일어나서 엘다렌으로부터 할버드를 받아 들었다. 물론, 할버드는 그녀가 두 손으로쥐어야 간신히 세울 정도로 엄청난 무게다. 그녀는 애써서 이걸 세워잡고는 눈높이보다 한참 위에 솟은 도끼날을 올려다보더니, 도저히믿을 수 없다는 듯한 눈빛으로 엘다렌을 쳐다보았다. "이걸, 여기에 갖다 두었더랬단 말야?" 엘다렌이 따라 일어서더니 유리카로부터 할버드를 받아 들었다. 사실 받아 들었다기 보다는 땅으로 쓰러지지 않게끔 밑을 괴어 놓은 것에 불과한 모양새였다. "유리카, 아는 물건이야?" 내 질문에 대답한 것인지는 확실치 않아도 유리카는 너무도 환한미소를 얼굴에 떠올렸다. 정말 굉장히 희망적인 것을 생각해 낸 사람처럼, 입가에서는 곧 웃음이 흘러나올 것만 같았다. "그럼. 너도 곧 알게 될걸." 엘다렌은 우리가 채 문제의 할버드를 만져 보기도 전에, 다시 순식간에 셋으로 분리해서 검정 보자기로 싸더니 잘 묶어서 자기 배낭 안으로 집어넣어 버렸다. 그는 볼일을 다 보았다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다른 곳으로 간다." 엘다렌은 상자를 닫아 다시 선반 위에 얹어 놓더니, 몸을 돌려 나갔다. 유리카는 서둘러 만져보던 상자를 챙겨 넣더니 다시 한 번 고개를 숙인 채 어린아이처럼 기뻐 어쩔 줄 몰라하는 표정으로 웃었다. 나와 나르디는 영문 모르고 따라 웃을 수밖에 없었다. "아아, 다 잘 될거야." 뭐, 뭐가 말이야? 우리가 다음으로 간 곳은 자그마한 두 개의 탑이 짤막한 회랑으로이어진 것처럼 보이는 건물이다. 그저 약간 더 크고, 좀 오래되어 보인다는 것 말고는 다른 집과는 별 차별성이 없어 보이는 곳이라, 드워프들의 동, 서, 남 북쪽 화덕이 절벽 위에서 내려다보았을 때조차눈에 띄게 두드러져 보이던 것과는 확실히 대조적이었다. 거기까지 가기 위해 우리는 도시 한가운데를 가로질렀다. 펠드로바드 둠 앞을 지나갈 때는 우리 모두 그 곳을 한 번쯤 들여다보고 싶은생각에 엘다렌의 얼굴을 흘끔거렸다. 그러나 엘다렌은 우리의 생각을눈치채고도 대꾸 없이 모른척 했다. …… 정말 비밀은 비밀인 모양이지. "여기는 어디죠?" 길쭉한 탑 사이를 잇는 작은 회랑, 높이는 기껏해야 2층 건물 정도. 생긴 것은 보잘 것 없지만 거기로 들어가는 길만은 유난히 잘 닦여져 있는 그 건물 앞에서 나는 이번엔 정보를 좀 갖고 들어가려고엘다렌에게 질문했다. 대답은 어이가 없었다. "내 집이다." 집……? 그럼…… 왕궁?! 뭐, 뭐야, 겨우 이런 집이? "드워프 족은 기본적으로 왕위가 세습이 아니라는 것, 아니? 유리카는 빙긋 웃으며 그 한마디를 던지더니 엘다렌을 따라 안으로들어갔다. "세습이 아니면?" 뒤따라 가면서 물은 것은 내가 아닌 나르디다. 유리카가 대꾸했다. "기본적으로는 합의에 의해서 왕을 선출해. 그렇지만, 보통은 전왕의 자식들이 가장 훌륭한 경우가 많기 마련이지. 그러니까 결국은세습 비슷하게 이어지는 건데, 물론 어떤 때는 그렇지 않을 때도 있거든? 그렇지만 이런 저런 사정으로 해서 전혀 다른 핏줄이 왕이 된다 해도 드워프들 사이에서 별로 혼란이 일어나는 경우는 없대. 왕이라는 것이…… 사실 그렇게 호강하는 직업도 아니거든. 드워프들은훌륭한 대장장이나 장인을 왕만큼이나 높게 대우하는 종족이고, 자식들한테도 그렇게 가르치지. '왕이 되어라' 보다는 '훌륭한 장인이 되어라'하는 식이야." "엘다렌은?" "아마, 꽤 오랫동안 왕을 한 집안일걸? 내가 아는 것만도 적어도세 세대 이전까지는 그리반센 성을 가진 난쟁이가 왕이었으니까." "흐음……." 유리카의 설명을 듣는 동안 우리는 2층 계단으로 따라 올라가 어떤방문 앞에 섰다. 그 사이에 본 것들은 모두 소박한 장식이 된 물건들, 아니면 일상 생활에 꼭 필요할 법한 것들밖에는 없다. 홀에 달린커다란 등만은 수백 개의 투명한 구슬로 장식된 화려한 물건이었으나, 그 외에는 계단 난간조차 투박한 나무가 매끄럽게 닳아 있을 뿐비싸보이는 물건은 단 하나도 없었다. 여기가 정말 왕이 사는 곳이란말야? 엘다렌이 문 여기저기를 만져 가며 역시 희한한 방법으로 문을 열었다. 나는 내심 여기도 무슨 보물 창고인가 하는 생각에 기대를 가지고 안을 들여다보았다. 유감스럽게도 내 기대는 완전히 어긋났다. "치, 침실인가요?" 내 뒤에서 나르디가 당황한 목소리로 한 말은 꼭 내 마음 그대로다. 사실 엘다렌은 그 말에 대답할 필요조차 없었다. 여기가 침실이 아니면, 저기 보이는 흰 시트 덮인 물건은 식탁이라도 된단 말야? 물론 당연한 얘기지만, 시트는 200년 동안 몹시 낡고 바래 있었다. 한때는 희었으리라는 것조차 간신히 알아볼 정도였다. 그렇지만 시트라는 물건은 본래 희기 마련이니까. "기다려라." 엘다렌은 방 안으로 혼자 들어가면서 그렇게 말했다. 뭐, 우리도남의 침실에 괜히 들어가서 두리번대고 이것저것 만질 생각은 없다. 그 정도 예의는 있단 말이다. 우리가 잠자코 복도에서 기다리는 동안, 엘다렌은 침대 옆에 있는서랍장으로 다가가 역시 이상한 방법으로 그 중 하나를 열었다. 이것참, 난쟁이들의 도시에 살려면 엄청나게 기억력이 좋아야 하는구나. 멀쩡한 열쇠 꾸러미 놓고도 어느 게 어디 열쇤지 헷갈리는 사람이 인간 중엔 부지기수인데. 그런데, 세, 세상에……. 엘다렌이 연 서랍 안쪽을 보고 나는 완전히 말문이 막혀 버렸다. 나르디와 유리카도 마찬가지다. 방안 가득히 쏟아지는 광채……. 서랍 안은 보석으로 가득 차 있었다. +=+=+=+=+=+=+=+=+=+=+=+=+=+=+=+=+=+=+=+=+=+=+=+=+=+=+=+=+=+=+=계산해 봤는데요.... 이제 1개만 더 올리면 200회더군요-즉, 5장 3편 잃어버린 땅으로의 여행 '14화'가 바로 200회입니다. 내일이네요. .....그런데, 통계 정리가 아직 안 끝났어요. T_T어떤 분 말씀대로 다섯 개씩 올려 3일안에 200회가 되어버리진 못했지만, 그럭저럭 200회라는 것이 오기는 오는 모양입니다. 에에.. 그런데 내일은 또 한가지로 세월의 돌에 있어 기념일 이기도 한데, 혹시 아시는 분? (분명 없겠지....)심심한데, 200회하고 딱 맞춰 볼까 생각중이에요. ^^*만약, 만약에~ 혹시 알아내시는 분 있으면 상품이라도....^^;(과연..)아, 투표 상품 마련은 제대로 되어가고 있답니다. 좀 엉뚱한 생각을 해내는 바람에 고생을 좀 했습니다만, 그리고 시간도 좀 걸렸습니다만, 아주 늦지 않게는 준비가 될 것 같네요. 마음에 안 드시면 어쩌지.... Luthien, La Noir. 출력이 끝났습니다. [Enter]를 누르십시오. ━━━━━━━━━━━━━━━━━━━━━━━━━━━━━━━━━━━제 목 :◁세월의돌▷ 5-3.잃어버린 땅…(14게 시 자 :azit(김이철) 게시번호 :876게 시 일 :99/07/20 10:17:22 수 정 일 :크 기 :8.3K 조회횟수 :97 『게시판-SF & FANTASY (go SF)』 39423번제 목:◁세월의돌▷ 5-3. 잃어버린 땅으로…(14) - 200회! 올린이:모래의책(전민희 ) 99/07/19 19:05 읽음:521 관련자료 없음----------------------------------------------------------------------------- +=+=+=+=+=+=+=+=+=+=+=+=+=+=+=+=세월의 돌(Stone of Days)=+=+=+=+=+=+=+=+=+=+=+=+=+=+=+=+ 5장. 제4월 '타로핀(Tarophin)'3. 잃어버린 땅으로의 여행 (14) - no. 200! 핏빛 루비, 영롱한 진주, 바닷빛 사파이어, 숲의 에메랄드, 새벽이흘린 눈물처럼 찬란한 광채를 내뿜는 다이아몬드…… 손톱 끝 만한것에서부터 비둘기알 만한 것에 이르기까지 수백, 수천개의 보석이종류별로 들어차 있었다. 큰 것은 드물게 주먹만한 것까지 있다. 보는 것만으로도 숨이 막혔다. 세상에 드워프의 왕이 저렇게나 부자라니, 게다가 저런 걸 내버려두고 200년 동안 잠이나 잤다니, 나 같으면 억울해서 잠도 안 왔을거야. 아냐, 저런 걸 그냥 침실 서랍에 넣어 두고 방 밖으로 나갈 수가있다는 것 자체가 나하고는 벌써부터 무관하지. 난 절대 그렇게 못해, 못하고말고. 문득, 지금까지 하던 일 다 집어치우고 저거나 몽땅 수거해서 보석상으로 나서고 싶은 욕망이 내면 깊은 곳에서 스물스물 솟아오르는것을 나는 느꼈다. 물론 이 모든 보석을 이렇게 자세히 볼 수 있었던 까닭은, 나를 비롯해서 방 밖에 서 있던 사람들이 엘다렌이 미리 했던 말에도 불구하고, 이 놀라운 광경에 저도 모르게 모두 침실 안으로 들어와 버린 탓이다. "세상에…… 이게 다……." 주아니가 오랜만에 엘다렌의 주머니 속에서 기어나오더니 당장 서랍 속으로 기어들어갔다. 세상에, 보석 속에 저렇게 퐁당 빠지다니,그 신세 부럽군. "이게, 이게 다 땅의 눈물들이야?" 로아에들은 보석을 이상한 이름으로 불렀다. 주아니는 루비에서 사파이어로, 다시 에메랄드 속으로 신나게 왔다갔다하면서 내내 감탄사를 그치지 않았다. 나라도 저런 탐험이라면한 번 해 보고 싶겠다. 주아니는 마지막으로 노란 빛이 나는 수십 개의 다이아몬드 속으로 들어가더니 마음에 들었는지 한동안 나오지 않고 그 안에서 부스럭거렸다. 그러나 엘다렌은 우리에게 오랫동안 감탄하고 있을 기회를 주지 않았다. 그는 큼직한 가죽 주머니를 하나 꺼내들고 주섬주섬 종류별로몇 줌씩 주워담더니, 주머니 하나가 가득 차자 주아니에게 손짓해서나오게 하고는 그대로 서랍을 닫아 버렸다. "자, 잠깐만요. 구경 좀 하고……." "구경?" 그는 내 손에 주머니를 턱 건네주었다. 염소가죽 주머니를 다시 들여다보니 온갖 보석들이 마구 뒤섞인 채이루 말할 수 없는 광채를 발하고 있다. 나는 그 안에 손을 넣어 몇개를 집어 꺼내 보았다. 내 손바닥 위에서 구르는 갖은 빛깔의 보석들, 정교하게 깎아진 각 하나하나가 반사하는 빛이 주위에 떠도는 광경은 참으로 장관이었다. 엘다렌이 아직도 얼이 빠져 있는 우리들에게 무심하게 한 마디 던졌다. "아직 이 세계에서도 그만하면 여비는 좀 되겠지?" 나는 당황해서 외쳤다. "여, 여비라니요! 이거면 웬만한 영주의 머리 몇 개라도 사고 남을텐데!" "그런가? 잘 됐군." 으아…… 세상에, 내가 다시 이렇게 많은 보석을 한꺼번에 볼 기회가 있을까? 그것도 저렇게 굵은 보석들을? 새삼 미르보가 처음 내게 엔젠을 건네 주었던 때가 떠오른다. 물론라우렐란의 푸른 엔젠도 저 보석들에 못지 않게 아름답다. 그렇지만확실히 양이라는 측면에서는…… 사람을 놀라게 하는 건 역시 뭔가'많은' 것들인 모양이야. 엘다렌더러 다시 한 번만 서랍을 열어 보여 달라고 부탁하고 싶었지만, 그는 내게서 주머니를 받아들더니 배낭 안쪽에 챙겨넣어 버리고는 - 그의 배낭에는 정말 한없이 물건이 들어가는 것 같았다 - 성큼성큼 방을 나갔다. 그리고 우리는 다시 그 뒤를 따라가는 수밖에없었다. 엘다렌의 집 - 아무리 관대하게 생각해도 궁전이나 그런 이름으로는 불러지지가 않는다 - 밖으로 나와서 나는 문득 위를 쳐다보았다. 까마득하게 솟은 캄캄한 돌천장. 하늘이 있으리라는 무심결의 기대가어긋나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그러고보니 문득 생각나는 것이 있다. 드워프들은 하늘이 보이지 않는 이곳에서 살면서도 아무렇지 않았을까? 해도, 별도, 달도, 그저 텅 빈 검은 공간밖엔 아무것도없는데? 나가고 싶을 때 아무리 금방 밖으로 나갈 수 있다고 해도, 평소 별이 보이지 않는 밤하늘이란 참으로 낯선데. 게다가 펠드로바드 둠에서 나오는 빛은 과거에도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계속 어렴풋한 여명, 아침이 시작될 때 정도의 밝기밖에 되지않는다. 하긴, 여기 있으면 비나 눈, 폭풍, 암흑 아룬드의 검은 비같은 걱정은 없겠다. 그렇지만…… 그래도, 역시 뭔가 아쉬운데. 나르디가 문득 물었다. "참, 공기는 어디서 들어옵니까?" "너무 많은 걸 알려고 하지 마라." 오…… 방금 한 말은 정말 왕 같았어. 우리는 점점 걸어서 파하잔을 완전히 가로지른 셈이 되었다. 점차도시 서쪽의 외곽이 가까워지고, 처음에 본 것과 반대쪽에 서 있던첨탑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러고 보니 벌써 여기에 들어온 지 꽤 지난 것 같다. 해가 보이지 않으니 도저히 시간이 짐작되지 않았지만,다른 점에서 얼마나 지났는지 증명해주는 현상이 있었다. …… 배고프군. "점심 때가 넘은 것 같아." 신기한 것을 연이어 보다 보니 한참동안 몸의 상태에 대해 잊고 있었는데, 그러고 보니 다리도 꽤나 아팠다. 거기다가 내 찢어진 부츠로 계속 돌이랑 흙 같은 것이 들어오는 바람에 발도 아파오기 시작했다. 여기를 나가거든 부츠부터 하나 새로 장만해야겠다. "정말, 배고프다." 유리카가 그렇게 말하자 앞서 걷던 엘다렌은 갑자기 멈춰 서더니주위를 둘러보았다. 뭘 찾는가 싶어 우리도 덩달아 멈추어 주위를 둘러봤다. "저리로 가자." 점심 먹을 곳을 찾은 거였군. 우리는 공회당처럼 보이는 지붕과 바닥 뿐인 건물 안쪽으로 들어갔다. 걸터앉을 수 있도록 계단 모양으로 된 자리에 대강 주저앉았다. 바닥에는 200년이나 쌓인 먼지가 가득했지만 이미 몇시간이나 붉은먼지 가득한 버려진 수도를 돌아다니느라 먼지투성이가 된 뒤라, 아무도 개의치 않았다. 별다른 점심거리가 있을 리 없었다. 내가 배낭에서 빵 조금이랑 말린 고기, 과일 같은 것을 꺼내고 있는데, 엘다렌이 자기 배낭을 뒤적뒤적 했다. 그러더니 도저히 이 상황에서 기대할 수 없는 것들을 꺼내놓았다. 아직도 온기가 남은 샌드위치, 신선한 버터, 포도주 한 병, 초콜릿쿠키……. "엘다, 어떻게 이런 것이……?" 유리카가 놀라서 묻자, 엘다렌은 내 빵을 하나 집어들고 버터를 바르면서 대꾸했다. "에즈의 농담이 생각나지 않느냐? 깨어났을 때, 배가 고프면 곤란하지 않겠느냐고 했지." "에즈가 정말, 그 농담삼아 하던 말대로 음식을 같이 봉인해 넣었단 말야?" 유리카는 믿을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웃었다. 그러나 그녀도그 기억이 몹시 유쾌한 듯했다. "에즈는 정말이지, 한 번 생각해 낸 장난은 절대 못말렸다니까." "음식을 놓고 장난이라고 하는 게냐, 유리?" 대마법사 에제키엘을 놓고 둘이 주고받는 이야기는 나와 나르디를당황하고 낯설게 하기에 충분했다. 이야기 속에선 진지하고 엄숙하게만 나오는 에제키엘이 농담을 잘해? 장난꾸러기였다고? 세상에… 어디 가서 이야기하면 절대 안 믿을 거야. 어쨌든, 그 대마법사의 재치 덕택에 우리의 때늦은 점심식사는 퍽유쾌했다. 배낭 째로 봉인해 넣는 김에 그 안에 음식이라니, 하여간아무나 생각해 낼 만한 발상은 아니었다. 특히 주아니는 음식들 사이를 돌아다니며 퍽이나 즐거워했는데…… 으음, 주아니의 즐거움은 아마 에제키엘과는 별로 관계가 없을 것 같군. 엘다렌조차 잠시 드워프 족의 비극을 잊은 듯 엄숙한 얼굴을 풀고는 에제키엘에 관한 몇 가지 이야기를 더 해 주었다. "어쨌든, 그럼 우린 지금 200년 전의 음식을 먹고 있는 중이네요?" 신기하다는 듯 꺼낸 내 말에 유리카가 핀잔을 주었다. "200년 전의 사람을 만난 것보다, 200년 전의 음식이 더 신기하단말이야?" "아니…… 야, 사람은 뱃속에 넣을 필요가 없잖아. 저기 다 낡아서못쓰게 된 천이나 한 때는 그릇들 속에 들어 있었을 음식들을 생각하면, 왠지 이 음식들이 어딘가 상하거나 잘못되어 있어야만 정상일 것처럼 느껴진단 말야. 유령 음식 같기도 하고……." "앞에 앉아 있는 유령은 두고 어디서 유령을 찾아?" "야, 그렇게 유령이라고 불리고 싶어? 원한다면 충분히……." 이런 이야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주고받다니, 예전의 나로서는 도저히 상상도 못할 일이다. "유령이라…… 어디, 유령들이 썼을 법한 물건 몇 가지 받아 보겠나?" +=+=+=+=+=+=+=+=+=+=+=+=+=+=+=+=+=+=+=+=+=+=+=+=+=+=+=+=+=+=+=(싱긋-) 200회입니다! 저희 집은 오늘 제사를 지내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오늘은 쉴 수있는 날이 아니군요. (한숨)벌써부터 축하 인사 보내주신 분들, 게시판에 써 주신 분들 모두감사합니다- ^^덕택에 오늘은 좀 일찍 올려봅니다. (씨익..)Luthien, La Noir. 출력이 끝났습니다. [Enter]를 누르십시오. ━━━━━━━━━━━━━━━━━━━━━━━━━━━━━━━━━━━제 목 :◁세월의돌▷ 200회 + 연재 100일게 시 자 :azit(김이철) 게시번호 :877게 시 일 :99/07/20 10:18:15 수 정 일 :크 기 :4.9K 조회횟수 :101 『게시판-SF & FANTASY (go SF)』 39424번제 목:◁세월의돌▷ +=+200회 + 연재 100일+=+올린이:모래의책(전민희 ) 99/07/19 19:05 읽음:491 관련자료 있음(TL)-----------------------------------------------------------------------------To. 독자 여러분께. (아.. 벌써부터 많은 분들이 축하를.. 감사합니다- ^^) 그러니까... 200회입니다. 그리고 연재 100일이고요. ^^* 어제 제가 황당한 실수를 하는 바람에, 많은 분들이 오히려 알게되신 것 같아요. 창피해라... 100회가 정말, 정말로 엊그제 같습니다. 그런데 이제 그 두 배가되었네요. 200회, 기분이 묘합니다. 그리고 100일.. 애인들끼리 많이 챙기는 거지만 (^^;), 에.. 아니면 아기 태어났을 때 100일이라는 것도 있고. 그렇잖아요? 100일을챙긴다는 의미는 아마 이 정도면 이제 문제없이 살아나가지 않을까-하는 그런 마음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100일 지났으니 이 아기는 죽지 않고 이 세상을 살아나가겠지, 100일을 함께 지냈으니 우리 둘은계속 오랫동안 사랑하겠지... 그런 마음요. 그런 마음이라면... 이제독자 여러분과 함께 가져도 좋지 않을까 하는 무모한 생각이.. 듭니다. ^^; (나만의 생각인가.. ^^a)계속 지켜봐주시겠지요? 100일 동안 참 다양한 사정이 있었지만, 기를 쓰고 한 개씩이라도올려서 지금까지 하루도 쉬지 않고 연재해 보았습니다. 제가 늦게 들어오던 날, 대신 올리느라 고생하던 동생, 언니.. (밖에서 전화로 통신에 글 올리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은 정말 끔찍합니다..하하..;;)눈병 사건도 있었고, 나우누리의 방해로 몇 번 튕겨나가다가 아슬아슬하게 11시 59분에 올리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던 날들. 12시 되기전에는 올리겠다는 약속을 지켜보려는 저를 방해하는 것은 참 많았습니다..(먼산을 바라본다...) 그 중에서도 물론 아름다운 서비스를 자랑하는 나우누리에 대부분의 공을 돌려야 마땅... (이러다 글 잘리지..)저번에 3일 연속 5개씩 올렸을 때, 어떤 분께서 아예 단번에 15개를 올리는 편이 더 낫지 않느냐.. 라고 하신 일이 있어요. 그러나 제가 미리 왕창 써놓고 조금씩 올리는 것도 아니고... 연재 시작한 지100일이 지난 지금 비축분이 있으면 얼마가 있겠습니까? (한숨...)하루에 15개 써내는 능력은 저에게는 없습니다. ^^; 게다가 다른 작가분한테 폐가 될 것 같기도 하고요..(물론, 제 생각일 뿐입니다만...) 죽을 힘을 다해 써서 올린 글이 단번에 저 아래 페이지로 밀리는 기분은 결코 좋을 수가 없다 싶어요. 아무래도 제 심리적 도배 한계선이 5개인 것 같습니다..^^;;;처음엔 200회와 100일을 맞추겠다는 생각 같은 것은 없었었지요. 저는 계산력이 몹시 부족합니다(아마 어제 일로 다들 아셨을거야.. --;). 그런데 어떤 독자분께서 100일 이야기를 얼마 전에 해 주셨고,그제야 이걸 한 날 맞추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답니다. ^^;;; 딱 3일 후에 돌아옵니다. 100일 동안 머릿속에 가득했던 '세월의 돌'에 대한 생각을 잠시 접고 딱 3일간만 쉬어 보려고요. 휴식하는 동안 좀더 좋은 생각이 날지도 모르고.. 100일 연속 연재 끝이니 사실 조금 쉬어 보고 싶다는욕심이 나는 것 같습니다. ^^; 사실 뭔가 한 가지를 쉬지 않고 100일동안 한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더군요. 특히 그런 게 컨디션이 많이 좌우되는 글 같은 것일 경우에는요. 신문도 쉬는 날이 있는데.. (웃음)일단 약속을 드립니다. 7월 23일 오후 10시(정각! 나우누리가 방해하지만 않으면...)-201회와 함께 돌아오겠습니다! (독자 모니터링 투표 통계는 201회와 함께 공개됩니다... 처음 해보는 통계라 제가 빨리빨리 끝내지를 못하고 있습니다. 조금만... 더기다려주세요. ^^; 아, 그리고 메일이나 메모로 100일이라는 것 맞춰주신 분들이 꽤 많은데, 제일 처음 보내신 분한테 정말 선물 보내드릴 생각이에요. ^^ 물론 대단한 것은 아니니 기대는 마시고..^^;) 힘들다고 생각했을 때 보내주시던 추천, 감상, 격려 편지들이 얼마나 힘이 되었는지 상상도 못하실 겁니다. 편지는 모두 개인 보관함에, 추천은 모조리 갈무리되어 하드디스크 안에 있지요. 메모 남겨주신 것도 전부 저장하는데, 가끔은 그것조차 Y를 눌러도 나우누리가먹어버려요. 흑흑..T_T 그럴때면 화면에서 복사해서 제가 직접 개인보관함에 써 넣지요. (제목: 아무개 님이 모월모날 보내신 쪽지..)그동안 읽어 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애정 기울여 봐 주시고, 격려해 주시고, 추천해 주시고, 메일이나메모, 쪽지 기타 많은 방법들로 제게 말을 걸어주신 분들...항상 감사하는 마음뿐입니다. 계속 앞으로도 열심히 쓰겠다.. 라고 하면 조금이나마 보답이 될는지요. 특히, 퍼가시느라 수고하시는 분들에게 이 자리를 빌어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네요. 또한, 투표 보내주신 분들, 모두 감사합니다. 이제 맨 처음 올린 1-1-1화는 조회수 5000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정말 처음 연재 시작했을 때엔 기대는커녕, 꿈조차 꾸어보지 못하던숫자죠... 5000명이나 되는 분들이 제 졸고를 읽어주신다는 것... 정말 상상조차 가지 않는 일이니까요. 사실, 지금도 그 숫자는 실감이잘 안 납니다. 앞으로 갈 길을 생각하면 어렵기도 하지만, 오늘만큼은 굉장히 상쾌한 기분입니다. 비록 날씨는 후덥지근하지만.. 이 모든 기쁨을 독자분들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건강하세요. Sincerely Your,Luthien, La Noir. 출력이 끝났습니다. [Enter]를 누르십시오. ━━━━━━━━━━━━━━━━━━━━━━━━━━━━━━━━━━━제 목 :◁세월의돌▷ 5-3.잃어버린 땅…(15게 시 자 :azit(김이철) 게시번호 :893게 시 일 :99/07/24 03:11:14 수 정 일 :크 기 :7.0K 조회횟수 :105 『게시판-SF & FANTASY (go SF)』 40089번제 목:◁세월의돌▷ 5-3. 잃어버린 땅으로…(15올린이:모래의책(전민희 ) 99/07/23 22:00 읽음:400 관련자료 없음----------------------------------------------------------------------------- +=+=+=+=+=+=+=+=+=+=+=+=+=+=+=+=세월의 돌(Stone of Days)=+=+=+=+=+=+=+=+=+=+=+=+=+=+=+=+ 5장. 제4월 '타로핀(Tarophin)'3. 잃어버린 땅으로의 여행 (15) 나와 유리카가 장난하는 것을 듣고 있던 엘다렌이 문득 그런 말을꺼냈다. "물건요?" "원한다면, 따라 와." 엘다렌은 벌떡 일어서서 주아니를 자기 주머니에 들어가도록 하더니(주아니는 이제 엘다렌의 주머니에 들어가는 것을 마치 당연하게생각하는 듯했다. 왠지 좀 섭섭한걸) 그대로 배낭을 집어들었다. 덕택에 남은 사람들은 남은 음식들을 황급히 쓸어넣고 먹은 자리를 치워야 했다. 혹시 식사 끝난 다음에 뒷처리 안하는 건 엘다렌의 버릇인 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걸음을 서둘러 빠르게 따라갔다. 이제 우리는 파하잔을 거의 다 빠져나와 있었다. 그리고, 엘다렌이 우리를 데려간 곳은 서쪽 첨탑이었다. "여긴…… 무기고인가요?" 일단 들어서자마자 한쪽에 가득히 쌓인 화살과 화살통들을 보고 나르디가 그렇게 말하자 엘다렌은 어깨를 으쓱하더니 말했다. "네 첨탑은 모두 방어 목적이다." 첨탑은 두 층으로 되어 있었고, 위층은 나무사다리를 타고 올라가게 되어 있었다. 꼭 다락방 올라가는 기분이었다. 엘다렌은 앞장서서 위로 올라가더니, 어두컴컴한 구석에서 뭔가를찾아내어 내 쪽으로 휙 던졌다. 얼떨결에 받아들고 보니 길쭉한 가죽으로 된 물건이 두 개가 잡혔다. "이건……?" 세상에, 부츠네. 밝은 창쪽으로 가져 와 펠드로바드 둠에서 나오는 빛에 목 긴 부츠를 비춰 보았다. 검은 빛 가죽이다. 내가 신고 있는 것보다 훨씬 목이 길고, 훨씬 가죽이 부드러웠으며, 훨씬 낡았다. 물론, 한쪽이 찢어져 있지는 않았기 때문에 나는 일단 신었던 것을 벗고 한쪽 발에부츠를 끼웠다. 그런데……. "어, 어쩌면 딱 맞네?" 부츠는 내 발 크기를 재어 만들기라도 한 것처럼 기가막히게 꼭 맞았다. 발바닥과 발등에 착 감기는 착용감이 보통이 아니다. 내가 놀라고 있자 유리카가 옆으로 다가왔다. "이건……." 비슷한 말이었지만, 내가 앞서 한 말과는 어감이 판이하게 틀렸다. 유리카는 이 물건을 아는 모양이었다. 내가 아직 신지 않은 나머지 한 짝을 들어서 이리저리 살펴보더니유리카는 엘다렌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엘다, 정말로 우리 물건들은 모조리 당신 둥지에 챙겨 넣었군?" 엘다렌은 대답 없이 어깨만 으쓱했다. 대신 내가 놀라 말했다. "이것도 200년 전에서 온 물건이야?" 하긴, 낡긴 했군. 유리카는 한참 동안 부츠를 손에 든 채 내게 넘겨주지 않고는 목부분을 쓰다듬었다. 아주 부드러운 걸 보니… 양가죽? 그렇다면 그렇게 튼튼하지가 않을 텐데? 한참만에 고개를 든 그녀의 목소리는 약간 떨려 나왔다. "왜…… 당신이 갖고 있어?" "그가 나와 헤어지기 직전에 누구 필요한 사람을 주라고 벗어서 건네주더군. 그는 모르는 것이 없지 않은가. 이미 자기가 무엇을 하게될 지 다 알고 있었을 거야. 해서, 내가 이 무기고에 가져다 두었지." 둘의 말을 듣다가 이번엔 내가 놀랐다. "이게…… 에제키엘의 물건?" 나르디가 우리 쪽으로 다가오더니 유리카의 손에서 그 목 긴 부츠를 받아들었다. 부츠는 거의 무릎까지 올라올 것처럼 보였고, 윗부분에는 접힌 자국이 있었다. "어떻게, 이건 봉인되지도 않았는데 이렇게나 멀쩡합니까?" 나르디가 부츠를 살펴보더니 엘다렌을 쳐다보며 물었다. 그는 실질적인 점에 주목한 모양이었다. "마법 걸린 물건한테, 수명이란 먼 나라 이야기지." "마법… 이라뇨?" 한 발에는 에제키엘의 부츠, 나머지 한 발엔 찢어진 부츠의 나머지한 짝을 신고 어정쩡하게 선 채로 내가 질문했다. "네 발에 딱 맞는다는 말을 듣고, 그게 무엇인지 내가 알아들은 거야. 어디, 나머지 한 짝도 신어 봐." 유리카의 말에 나는 다른 발도 바꿔 신었다. 역시, 아주 부드럽게 발에 착 감긴다. 일어나서 두어 걸음 걸어 보았다. 그런데…… 와, 뭐가 이렇게 가벼워? "에제키엘은 말이나 마차 같은 것을 타기보다는 걷는 것을 좋아한사람이었어. 그에겐 '걷는 사람'이라는 별명도 있었지. 그런 까닭에특별히 부츠에 신경을 써서 정확한 마법을 걸었어. 너는 잘 모르겠지만 에즈는 뭔가 하고자 하면 아주 세심한 곳까지 신경을 써서, 확실하게 만들곤 했거든. 그 부츠…… 보통 물건 아니야. 처음부터 평범한 듯 낡아보이지만, 영원히 낡지 않는 부츠지. 누군가가 신으면, 그발에 딱 맞게 변해. 그리고 무게는 맨발로 걷는 것만큼이나 가볍고. 특이한 점은 또 있어." "뭔데?" "그 부츠 안의 네 발은 이 세상과 완전히 차단되어 있어. 한 마디로 외부의 영향은 아무 것도 느낄 수 없다는 거지. 물도, 추위도, 뜨거움도. 충격도 줄어들고, 물론 찢어지지도 않아. 아아…… 부츠 위쪽으로 뭔가 들어간다면 얘기가 다르겠지만, 어쨌든 부츠 가죽에는놀라운 마법이 걸려 있어." 나는 완전히 감동하고 말았다. 그래서 감동한 김에 끝까지 물어 보았다. "발에서 나는 땀은?" "바보야, 그건 어쩔 수 없잖아." 유리카는 눈을 가볍게 흘기더니 가만히 어둠 속에서 선 채로 나를,정확히는 내 발을 바라보고 있는 엘다렌에게 말했다. "나 줄건 뭐 없어요?" "네가 에즈처럼 장난삼아 이 물건 저 물건 만들고 다녔을 것 같으면 아마 줄 게 많았겠지." 장난삼아 아무거나 만드는 대마법사라…… 역시, 내 머릿속의 에제키엘과는 도저히 연결이 되지 않았다. 어쨌든 나는 기분 좋게 찢어진 부츠를 한구석으로 던져 버렸다. 그러고 보니 우리 잡화점에서 마지막으로 판 물건인 셈인데(물론 산 사람도 나였다) 저렇게 허무하게 가다니. 그렇지만 마법 걸린 부츠하고야 비교할 게 못되지. 역시, 실질적인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나중에팔아먹으려고 한다면 아마 부르는 게 값일 거야. 거기에서 우리들은 좀더 이곳 저곳을 뒤져 쓸만한 것들을 찾아보았다. 나르디가 엉뚱하게도 선반 위에서 은으로 된 숟가락 열 개가 든상자를 찾아냈다. 아침에 스튜를 먹으면서 국물을 떠먹을 수 없어서고민했던 우리들에게 그야말로 적당한 물건이었기에 다들 하나씩 챙겨넣었다. "이것 봐. 목걸이인가?" 내가 한구석에서 낡은 줄이 달린 목걸이를 찾아내어 유리카에게 건네주었다. 유리카가 만지작거리면서 먼지를 털어내자 한때는 금빛이었을 목걸이 추의 표면에 여자의 옆얼굴이 새겨진 것이 보였다. 그녀는 조금 더 만지더니 문득 뚜껑을 열었다. "어, 열리네?" 안은 텅 비어 있었다. 아마 작은 초상화 같은 것을 넣는 목걸이인모양인데. 그러나 안쪽의 표면은 먼지 없이 깨끗한 금빛이 그대로 남아 있어 문득 찬란한 빛을 발했다. 엘다렌이 다가와 목걸이를 받아들더니 이리 저리 돌려보았다. "순금이군. 드워프들이 만든 것이긴 하지만, 인간의 추억품인 모양이군." +=+=+=+=+=+=+=+=+=+=+=+=+=+=+=+=+=+=+=+=+=+=+=+=+=+=+=+=+=+=+=약속했던 7월 23일 10시입니다. ^^그동안 참 잘 쉬었네요. 오래간만에 게임 시디도 돌려 보고, 일찍일찍 자면서.... 첫날은 정말 100일만에 처음으로 글을 올리지 않으니까 몹시 기분이 이상하더라고요. 마치 하루를 제대로 끝내지 않은것 같은 느낌이랄까? 보고... 싶으셨는지..^^다시 끊김없는 연재를 위한 노력으로 돌입합니다. 글쓰기가 괴로운일은 아니에요. 다시 여러분과 제가 공유하는 환상 속으로, 그 많은이야기들을 손에 잡힐 듯, 살아 있는 듯, 떠올려 보기 위해..... 여러분, 다녀왔습니다-Luthien, La Noir. 출력이 끝났습니다. [Enter]를 누르십시오. ━━━━━━━━━━━━━━━━━━━━━━━━━━━━━━━━━━━제 목 :◁세월의돌▷ 5-3.잃어버린 땅…(16게 시 자 :azit(김이철) 게시번호 :894게 시 일 :99/07/24 03:11:33 수 정 일 :크 기 :7.5K 조회횟수 :98 『게시판-SF & FANTASY (go SF)』 40090번제 목:◁세월의돌▷ 5-3. 잃어버린 땅으로…(16올린이:모래의책(전민희 ) 99/07/23 22:01 읽음:372 관련자료 없음----------------------------------------------------------------------------- +=+=+=+=+=+=+=+=+=+=+=+=+=+=+=+=세월의 돌(Stone of Days)=+=+=+=+=+=+=+=+=+=+=+=+=+=+=+=+ 5장. 제4월 '타로핀(Tarophin)'3. 잃어버린 땅으로의 여행 (16) 유리카는 자기가 가지겠다고 했고, 나는 그러라며 목걸이를 그녀에게 건넸다. 유리카는 작은 손수건을 꺼내 잘 싸더니 주머니 안쪽 깊숙이 집어넣었다. "나도 힘이 있을 때 이것저것 만들어 두는 건데." 탐색이 끝나고 첨탑 아래층으로 내려가는 도중, 유리카가 문득 중얼거렸다. "힘? 무슨 힘 말야?" "마법이 봉인된 세상에, 나한테라고 뭐 남아 있는 것 있겠어. 이젠다 사라졌지." "그럼, 예전엔 무슨 힘이 있었단 말야?" "많은 힘이 있었지……." 그 말을 끝으로, 그녀는 입을 다물어 버렸다. 우리는 서쪽 첨탑을 빠져나왔다. 그리고 처음 들어온 문과는 약간다른 모양인 둥근 아치로 된 문을 통해 밖으로 나왔다. 나온 뒤에 문득 돌아보니 아득한 붉은 먼지 속에 잠긴 파하잔은 점차 땅 밑으로가라앉아 가는 것처럼 보였다. 우리가 서 있는 곳이 더 높은 데라서그런가? 규칙적이고 튼튼한, 이후로 200년이 지난다 해도 결코 없어지지 않을 것 같은 지하의 심장. 대륙에서 유명하다는 수도를 두 번째로 와보는 중이지만 하라시바와 파하잔의 느낌은 전혀 달랐다. 활기로 가득한 꽃의 수도는 가벼운 듯 하면서도 살아 있는 생생한 느낌, 그리고 긴 세월 묻혀 있었던 붉은 돌의 파하잔은 아무도 살지 않는다 해도 그 자체로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것 같은, 어떤 영속불변하는 자연과 같은 느낌을 주었다. 우리는 점점 높아지는 언덕으로 걸어올라갔다. 그리고 다시 한 번파하잔을 바라보았다. 우리가 떠나고 나면 다시 사람 발소리 한 번울리지 않는 바다 밑 같은 고요 속에 파묻히겠지. 그리고, 지금까지기다렸던 것처럼 다시 기다리겠지. "곧 다시 와볼 수 있을 거야." 엘다렌의 주머니 안에서 주아니가 혼잣말처럼 한 말은, 아마도 엘다렌을 위로하려는 마음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파하잔을 떠났다. 산맥 속인데도 바깥이나 마찬가지로 온갖 지형이 다 있다. 골짜기,구릉, 능선, 언덕…… 다만, 물과 식물은 제외하고. 저만치 까마득하게 돌천장이 펼쳐져 있었다. 아직까지 펠드로바드둠의 빛이 닿는 것은 아닐텐데, 이 근처는 이상하게 희미하게나마 빛이 나고 있었다. "융스크-리테는 속이 텅 빈 산이었군." 내가 무심코 중얼거린 말에 엘다렌이 눈썹을 약간 움직이더니, 다시 발걸음을 떼어 놓으며 대꾸했다. "무슨 소리. 겨우 융스크-리테의 한쪽 면만 보았을 뿐, 난쟁이들의고향은 넓고도 광활하다." "그렇지만, 이만하면 뱃속 정도는 완전히 비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잖아요. 파하잔에서부터 여기까지, 거의 하루 거리는 넘는 공간이저렇게 뻥 뚫려 있는데요." "다양한 지형이 있는 곳에, 다양한 생명이 발전하지." "그나저나, 길은 제대로 알고 가고 있는 거야?" 우리의 이야기가 쓸데없는 논쟁으로 번지는 것을 막기라도 하려는듯, 유리카가 엘다렌에게 커다란 목소리로 물었다. "다 왔다. 이제 이 언덕을 내려가면 나스펠론이라고 불리는 86개의동굴이 나오지." "뭐야, 설마 86개를 차례로 들어가봐야 한다는 말은 아니겠지?" 유리카는 놀라서 걸음을 멈추고 엘다렌을 돌아보았다. "무슨 소리. 대장장이들의 동굴은 따로 정해져 있어." 엘다렌의 말이 끝나는 순간, 문득 우리 모두는 어렴풋한 날갯짓 소리 같은 것을 들었다. "들었어?" 내가 나르디의 얼굴을 마주 바라보았고, 그 다음으로 주아니를 바라보았다. 주머니에서 머리를 내밀고 있던 주아니가 고개를 끄덕였다. "날개 소리. 그것도 한 번 들었던 소리. 아주 많이." "그렇다면……." 유리카가 날카롭게 고함을 질렀다. "뭐해! 어서 저 아래로 내려가!" 우리는 순식간에 걷고 있던 골짜기를 나는 듯이 뛰어내려갔다, 어딘가 몸을 숨길 곳이 있기를 기대하면서. 반쯤은 미끄러져 떨어졌다고 보는 편이 맞을 것 같다. 86개의 동굴 중 하나라도 근처에 있기를바라며 우리는 주위를 긴장해서 두리번거렸다. 그러나 나무도 풀도하나 없는 곳이라 황급히 둘러보는 눈에는 동굴을 빼고라도 적당한것이 전혀 띄지 않았다. 머리를 들어 위를 바라보았다. 이미 꼭대기에는 검은 반점이 생겨나 있다. 그리고 빠른 속도로 커지고 있었다. 엘다렌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저놈들이! 어떻게 파하잔까지 왔지!" "정말, 우리가 왔던 미로 말고는 올 길이라고는 없는데?" 나르디가 한 말은 나도 궁금한 점이었지만, 지금은 그런 것을 궁금해하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주위에는 기껏해야 절벽 사이가 갈라진작은 틈밖에 보이지 않았다. 나는 배낭에서 서둘러 망토를 꺼냈다. "온다!" 머리 위를 새카맣게 덮는 검은 날개들. "저쪽으로!" 나르디의 외침에 따라 긴 생각 할 것도 없이 일단 가장 가까이에있는 절벽 아래 갈라진 바위 틈으로 몸을 날렸다. 다른 사람도 마찬가지다. 적당한 곳인지 따질 여유 따위는 없었다. 모두가 들어가기에는 너무 좁았다. 나는 생각나는 대로 유리카를안쪽으로 마구 밀어넣었다. "얼른, 어서!" 휙-갑자기 내 귓가에서 뭔가가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날아간다. 날카롭게 반짝이는 뭔가가 허공을 가르더니, 다가오고 있는 박쥐 무리들가운데 유난히 커다란, 대장격으로 보이는 놈의 배 한가운데를 정확히 꿰뚫었다. 금빛 단검, 정확한 겨냥, 나르디밖에 없다. 철썩-눈에 보이는 곳으로 바로 추락한 대장 박쥐의 크기는 작은 새매의크기와 맞먹을 정도다. 박쥐떼는 약간 움찔하는 듯했으나 오래 가지는 못했다. 벌떼처럼웅웅대며 검은 덩어리로 뭉치기 시작하던 놈들은 곧 한꺼번에 달려들태세를 취했다. 맨 밖에 서 있던 나는 박쥐 떼한테 완전히 노출된 상태였다. 그 순간, 내 눈에 바로 옆 절벽 바닥에 뚫린 다른 동굴이 보였다. 나는 벌떡 일어섰다. 그리고 내 머리 위로 날아드는 검은 구름을쏘아보았다. 정말, 처음 봤을 때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 숫자다. 모두천여 마리는 될 것처럼 보였다. "그래, 와라." 나는 가죽 망토를 단단히 움켜잡았다. 어차피 다른 대안을 생각할여유는 없다. 큰 걸음으로 약 스무 발짝, 피해는 있겠지만 승산은 있다. 내 발은 빠르다. 첫 번째, 날아드는 한 떼를 향해 망토로 머리를 가리면서 동시에앞으로 뛰어나갔다. 뒤에서 유리카의 외침이 울렸다. "파비안!" 머리 위로 뭔가 무수한 것이 부딪쳐 오는 것이 느껴진다. 있는 힘껏, 전속력으로 달렸다. 부츠는 놀랄 정도로 가벼워서 거의 무게가느껴지지 않았다. 최근에 이렇게 빠르게 달려 본 것이 언제인지 모르겠다. 그러나 멈추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 차라리 바위벽에 냅다 부딪치는 편이 낫지. 이제 앞으로 네 걸음, 세 걸음……. +=+=+=+=+=+=+=+=+=+=+=+=+=+=+=+=+=+=+=+=+=+=+=+=+=+=+=+=+=+=+=파하잔.... 세월의 돌 처음 시작할 때 RPG의 소외 계층 아이템 가게 주인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죠. 그러나 판타지 소설의 또다른 소외계층은 난쟁이, 바로 드워프 족이라는 생각입니다. 얼핏 보면 함께 등장하는 엘프와 비슷한 비중을 지니고 있는 듯 해도, 실제로 인물 자체의 매력이나 과거사에 대한 설정, 드워프 족의생활에 대한 설정, 이야기 전체에 개입하는 중요성 정도, 등장 빈도등을 보면 솔직히.. 비교가 되지 않지요. 물론 그렇지 않은 글도 있습니다만, 반지전쟁만 해도 엘론드의 저택이 있는 리벤델과 갈라드리엘이 있는 로스로리엔에 대한 묘사에 비해 모리아가 그렇게까지 환상적으로 느껴지진 않습니다. 물론 모리아를 나온 뒤의 켈레드 자람 호수는 멋집니다만..^^천년의 라베닌드와 대지의 심장 파하잔에 대한 이야기를 쓰려고 하면서 이곳이 또한 새로운 환상으로 느껴지도록 묘사하려고 몇 번이고신경을 썼습니다. 드워프들의 도시가 결코 엘프들의 숲에 비해 못할이유가 없다는 생각입니다. 제게는 드워프라는 종족이 엘프만큼이나신비하게 느껴집니다. 그걸 나타낼 능력이 제게 있다면 좋겠어요. 엘다렌이 여러분에게 멋진 드워프로 남기를 바랍니다. ^^Luthien, La Noir. 출력이 끝났습니다. [Enter]를 누르십시오. ━━━━━━━━━━━━━━━━━━━━━━━━━━━━━━━━━━━제 목 :◁세월의돌▷ 5-3.잃어버린 땅…(17게 시 자 :azit(김이철) 게시번호 :895게 시 일 :99/07/24 03:11:52 수 정 일 :크 기 :7.5K 조회횟수 :99 『게시판-SF & FANTASY (go SF)』 40092번제 목:◁세월의돌▷ 5-3. 잃어버린 땅으로…(17올린이:모래의책(전민희 ) 99/07/23 22:02 읽음:375 관련자료 없음----------------------------------------------------------------------------- +=+=+=+=+=+=+=+=+=+=+=+=+=+=+=+=세월의 돌(Stone of Days)=+=+=+=+=+=+=+=+=+=+=+=+=+=+=+=+ 5장. 제4월 '타로핀(Tarophin)'3. 잃어버린 땅으로의 여행 (17) "알 게 뭐냐!" 나는 이제 됐다고 생각되었을 때, 무작정 몸을 미끄러뜨리며 앞으로 굴렀다. "크윽!" 나는 부츠의 놀라운 성능을 깨달았다. 바위를 걷어차면서 옆으로미끄러져 옆구리가 부딪쳤지만, 발에는 약하게 줄여진 충격만이 느껴진다. 대신 옆구리에는 끔찍한 통증이 왔다. 이제, 다른 수가 없다. 나는 숨을 들이킨 다음, 온몸을 긴장시켰다. 그리고 머리에 뒤집어쓴 망토를 홱 걷었다. "아!" 하늘이 빙글 돌며 내 눈앞에 펼쳐졌다. 동시에, 내 몸은 절벽 맨아래 벌어진 틈새로 빨려들어갔다. 검은 얼룩들이 쏜살같이 내 쪽으로 날아드는 것도 보였다. 그런데……. 이건, 미끄러지는 게 아니잖아! 뭔가가 내 발을 심하게 잡아채 끌어당기고 있다. 뭐, 뭐지? 그러나, 채 상황을 파악하기도 전에 갑자기 내 머릿속으로 날카로운 망각이 비수처럼 찔러들어온다. 숨이 탁 막혔다. "으윽……." 너무나 갑작스러워 입에서는 신음 비슷한 것까지 새어나왔다. 그러나 그것조차 갑자기 줄여지는 듯하더니, 사라져 버렸다. 안개, 꿈, 이상한 냄새……. [………, … …… ‥‥‥ …, ………….][‥, ‥‥, …………… ‥…… ·…… …… …‥.][…… ….][………….][‥…… …… ‥· ·‥….]자그마한 피리 소리……. [****, ****.]저것은…… 내 이름? 머릿속에 어떤 폭풍우가 휘몰아치고 있다. 나는 작은 피리 소리에계속 귀를 기울였다. 바위 가득한 해안가, 폭풍우 속을 뚫고 들려오는 어린아이의 피리 소리에. 캄캄한 가운데 켜진 불빛. 나는 지금 어디에 와 있을까. 뭔가가 내 귓가에서 소근거리고 있다. 그러나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아니, 알아들은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도 같다. 게다가 무슨 말인지 지금은 몰라도, 조금 더 생각해보면 알 수 있을 것만 같다. 코끝에서 희미한 향기 같은 것도 느껴졌다. 머릿속은 약에 취한 것처럼몽롱했지만, 나름대로 상쾌하기도 했다. 온 몸이 시원한 물속에 푹 잠겨 있는 듯도 하고, 바람을 타고 둥둥떠다니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내 몸의 감각은 완전히 살아나 있지 않다. 뭐가 뭔지 다 알 수가 없다. 눈을 떠 보려고 애썼다. 눈을 뜬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다. 그런데도 저기 뭔가 보이는 희미한 것들은 뭐지? 노랫소리……! 저것은 무엇……. [얘, 그만 일어나.]아…! 나는 눈을 번쩍 떴다. "쯧쯧, 이제야 정신이 드는군." 내 얼굴 바로 앞에 엘다렌의 커다란 얼굴이 있다가 뒤로 쓱 물러났다. 그가 물러나고 나니 주변이 한결 잘 보였다. 주아니가 내 가슴위에 올라앉아 열심히 또록또록한 그 눈으로 나를 살펴보고 있고, 유리카와 나르디가 양쪽에 앉아 있다가 후딱 몸을 일으킨다. "깼군!" "파비안!" 유리카는 내 양뺨에 손을 대고 쓰다듬으면서 반가워서 어쩔 줄 모른다. 내 이마에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쓸어넘기고, 속눈썹을 매만지고 뺨을 꼬집으면서 어린애 얼르듯(?) 하는 바람에 나는 한동안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 "유리카, 파비안이 말을 못 하잖아." 주아니가 가볍게 핀잔을 주자 그제서야 유리카는 손을 뗐다. 그러더니 스스로도 무안한 듯 피식 웃으면서 한 마디 했다. "파비안 크리스차넨, 걱정 좀 시키지 말란 말야." "그래, 어디에 있었어?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 나르디의 질문이 좀 이상하다. 내가 어딜 갔다왔다는 거야? "내가 '어딜' 갔었어?" 나는 몸을 일으켰다. 주아니를 집어서 오랜만에 손바닥에 올렸다. 이것 참, 요샌 주아니 얼굴도 잊어버릴 뻔했다니까. "파비안, 너 기억 못해?" 유리카의 표정이 이상하다. 나는 고개를 기울였다가, 그녀를 바라보았다. "무슨 일이 있었지?" "파비안." 유리카가 입을 열어 나를 불렀다. "너, 우리가 박쥐한테 쫓긴 뒤로 하루가 지나갔다는 것, 알고 있어?" "하…… 하루?!" 나는 놀란 나머지, 손에 들고 있던 주아니를 놓칠 뻔했다. 이 지하 세계에서는 해가 뜨지도 지지도 않으니 날짜 감각이 애매해진다. 우리가 시간 가는 것을 알고 있는 것은 순전히 이곳 생활에익숙한(물론 200년 전에……) 엘다렌이 감각적으로 하루가 얼마나 흘렀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내 놀란 표정을 보고 엘다렌, 유리카, 나르디는 서로 얼굴을 마주보더니 고개를 저었다. 유리카가 한숨을 쉰다. 나르디가 내 곁으로다가왔다. "우린 너를 찾아서 어제 하루 종일 헤맸어. 당연히 잠도 제대로 못잤고. 너야말로 어제 이후로 내내 쓰러져 있었다면 어떻게 이렇게 멀쩡한 건가? 게다가 여기까지는 어떻게 하다가 왔나?" 나는 일어섰다. 그리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리고, 주위는 완전히 낯설었다. "여, 여기가 어디야?" 당황한 목소리가 떨려 나왔다. 어이가 없다는 듯이 아까부터 나를쏘아보고 있던 엘다렌이 내뱉듯 말했다. "나스펠론의 동굴 가운데 하나. 자네 덕택에 동굴을 이십여 개나뒤져야 했지. 어떻게 쫓겨 들어간 구멍에서 그렇게 흔적도 없이 사라질 수가 있는가? 게다가 목이 쉬도록 외치면서 찾았는데, 자네는 여기까지 오는 동안 어떻게 한 번도 듣지 못했나?" "…… 여기로 온 건 내가 아니야. 난 거기서 쓰러진 이후로 하나도기억 못해요. 나를 데려온 건 누군가 다른 사람이지 내가 아닙니다. 아무도, 아무도 보지 못했어요? 뭔가 속삭이는 듯한 소리가 났는데……." 나르디가 얼굴을 찌푸리더니 말했다. "우리는 어제와 오늘 돌아다니면서 우리 이외에 어떤 다른 생명체도 본 일이 없다네. 그 끔찍한 박쥐떼들이라면 모를까." 그제서야 박쥐 생각이 났다. 나는 고개를 들어 일행을 바라보았다. "맞다, 그 박쥐들은 어떻게 되었죠?" "그게…… 그것도 이상한게……." 엘다렌은 뭔가 생각하는 눈치더니 파이프를 입에 물고 뻑뻑 빨았다. 그러나 담배는 들어 있지 않았고, 그는 그저 습관처럼 그렇게 했을 뿐이었다. "자네가 다른 틈새로 뛰어갔을 때, 허공에서 어지러이 날던 박쥐들이 이상하게도 대부분 자네가 들어간 틈새로 쫓아가더군. 내가 유리카를 잡고 있는 동안, 이 친구가 바로 다음 순간에 자네를 도우려고달려갔어. 그런데…… 정말 놀라운 일이 벌어졌지." 나르디가 말을 받았다. "박쥐들이, 갑자기 독약에라도 취한 것처럼 비틀거리더니 그대로바닥에 픽픽 떨어지기 시작하는 것 아니겠나. 다가가보니 죽은 것은아닌데, 그러니까 뭐라고 해야하나…… 잠이 든 것 같았다고 해야 하나? 아니면 기절? 하여간 이상한 일이었네. 더 이상 박쥐를 겁낼 필요가 없을 정도였어. 우리는 모두 나와서 얼빠진 듯이 땅바닥에 새카맣게 깔린 박쥐들을 바라보았네." "그리고, 그 사이에 넌 없어졌고." 유리카가 말했다. 그리고는 몸을 일으켰다. "남은 이야기는 가면서 하죠?" +=+=+=+=+=+=+=+=+=+=+=+=+=+=+=+=+=+=+=+=+=+=+=+=+=+=+=+=+=+=+=어떤 분께서 연재 100일 기념으로 주인공들이 백일상에서 무얼 집을까.. 하는 이벤트를 해보는 건 어떠냐고 하셨거든요? 너무 재미있을 것 같은데, 이미 100일은 지나버렸네요..^^;정말, 뭘 집을까? 200일 축하, 연재 100일 축하 보내주신 분들이 너무나 많아요. 며칠 동안 거의 메일함이 폭주 상태입니다...^^;; 이렇게 함께 즐거워해 주시니 얼마나 기쁜지 모르겠어요. 다른 통신망에서 축하 보내 주신 분들도 너무 고맙고, 또 게시판에축하글 써주신 분들도 감사합니다. 전부 갈무리했지요. ^^마음같아선 한 분 한 분 거론하고 싶지만... 본글보다 길어지는 일이 날까봐서...^^;;안 올라오니 허전하다..고 말씀해주시는 분도 있고, 역시 글쓰기는행복한 일인가 봅니다. 엣참, 무슨 동영상 파일 같은 축하 메일을 보내주신 분도 계신데,보내다가 끊겼는지 용량도 굉장히 작고 파일이 깨졌다는 메시지가 뜨는군요. ^^;아, 그리고 제가 3일 쉬는 사이에 드디어 1번 파일이 5000을 넘었습니다! 기쁜 일이 여럿 겹치는군요. ^^Luthien, La Noir. 출력이 끝났습니다. [Enter]를 누르십시오. ━━━━━━━━━━━━━━━━━━━━━━━━━━━━━━━━━━━제 목 :◁세월의돌▷투표결과- Best Scene게 시 자 :azit(김이철) 게시번호 :896게 시 일 :99/07/24 03:13:14 수 정 일 :크 기 :15.6K 조회횟수 :76 『게시판-SF & FANTASY (go SF)』 40095번제 목:◁세월의돌▷투표결과- Best Scene올린이:모래의책(전민희 ) 99/07/23 22:03 읽음:392 관련자료 없음----------------------------------------------------------------------------- +=+=+=+=+=+=+=+=+=+=+=+=+=+=+=+=+=+=+=+=+=+=+=+투표2. 세월의 돌 Best Scene+=+=+=+=+=+=+=+=+=+=+=+=+=+=+=+=+=+=+=+=+=+=+=+ #1. 투표 요지 : 지금까지 연재된 중 가장 멋진, 마음에 드는 장면선정. #2. 집계 방법 : 1, 2, 3등 세 명을 써서 보내고, 점수는 1등-3점,2등-2점, 3등-1점으로 계산했습니다. #3. 총점 : 208점 생각 외로 몇 개의 장면이 집중적인 표를 받아서 놀랐어요. 저는상당히 다양한 의견이 나올 줄 알았는데, 몇 가지는 거의 빠지지 않더군요. 그리고... 장면을 그대로 잘라 붙여 준 분들이 많으셔서 투표 분량을 늘이는 데 한몫 하기도 했던 문항입니다. ^^;그럼, 뒷순위부터 발표 나갑니다- +=+=+=+=+=+=+=+=+=+=+=+=+=+=+=+=+=+=+=+=+=+=+=+=+=+=+=+=+=+=+=9위. 모두 네 가지입니다. (각 1점)▶ 미르보와 함께 그릴라드 언덕에서 니할룬과 싸우는 첫 전투, 특히 처음 멋쟁이 검을 발견하는 장면[1-1. 배달왔습니다]▶ 파비안과 나르디가 스조렌 산맥을 처음 보고 이러쿵저러쿵 감상을 말하는 장면[5-2. 두 번째 보석, 두 번째 숙명]..... 보내주신 분 말대로 정말 이거 찍은 분은 한 분 밖에 없네요. ^^; 웅장한 산맥 앞에서의 인간, 왠지 경건해지는 느낌이시라고. ▶ 파비안의 아버지 아르킨 나르시냐크가 감옥에 갇힌 파비안과 미르보 앞에 처음 등장했던 때[1-1. 배달왔습니다]..... 마치 영화의 한 장면 같다는 평이었습니다. 뒤에서 후광이들어오면서 어두컴컴한 곳에서 서서히 페이드 인(fade-in)되는 얼굴... ▶ 파비안과 유리카가 하라시바의 연중무휴 여관에서 신분을 숨기려는 나르디를 그냥 눈감아주기로 할 때[5-1. 국왕들이 쓴다는 방법]--> "알았어, 알았어! 나는 이미 벌써부터 너를 믿고 있었다고! 네가 사정이 있으면, 이를테면 비밀에 대한 맹세라도 했다면 내가 그런걸로 너를 힘들게 하고 싶진 않단 말야. 됐어, 됐어. 말하지 않아도돼. 언젠가는 말할 거라고, 아니, 지금도 말하고 싶은 거라고 내가믿기만 하면 돼. 그걸로 충분하다고." ..... 현대인이 얻기 힘든 신뢰에 대한 감정이 느껴졌다고 하셨습니다. +=+=+=+=+=+=+=+=+=+=+=+=+=+=+=+=+=+=+=+=+=+=+=+=+=+=+=+=+=+=+=8위. 모두 세 가지입니다. (각 2점)▶ 그릴라드 마을에서 파비안과 유리카가 처음 만나던 장면[2-1. 은빛 머리카락의 유리카]..... 그 사과가 정말 맛있어 보였다나요? 둘 사이에 오고가는 대사가 매우 생생해서 정말 그 둘이 앞에서 사과 먹으며 떠드는 것 같다는 분도 계셨고요. ▶ 4-2 시작하는 첫머리에 나오는 전설속의 처녀 아르나가 높은 장로들 앞에서 당당하게 '그는 내 것'이라고 말하는 장면[4-2. 마음의 침범]..... 인간의 처녀가 어떤 높아보이는 자들 앞에서 당당하게 '결정은 내가 한다'고 말하는 장면이 인상깊으셨다는 분들입니다. 이 장면은 사실 저도 좋아합니다. ^^▶ 류지아가 여러 가지 의식을 통해 ******, 즉 헤렐을 불러내던장면[2-1. 은빛 머리카락의 유리카]..... 류지아는 몇 장면 등장하지 않지만 상당히 기억에 남는 일을많이 한 것 같네요. 저는 류지아 나우케라는 이름을 꽤 좋아합니다. 정말, 딱 한순간에 스르륵 지어진 이름이었거든요. 그런 이름들이 주로 나중까지 봐도 마음에 들더라고요. ^^+=+=+=+=+=+=+=+=+=+=+=+=+=+=+=+=+=+=+=+=+=+=+=+=+=+=+=+=+=+=+=7위 . 무려! 7개입니다. (각 6점)▶ 글 첫머리에 스노우보드를 타고 성으로 배달가는 장면[1-1. 배달왔습니다]..... 첫 장면으로서 그다지 스펙터클한 것도 아니었는데(요즘은아예 화끈한 전투신 같은 걸로 시작한다죠?), 이상하게 기억에 남으신대요. 네덜란드 풍의 도시에서 한 소년이 스노우보드를 타고 쫘악-미끄러져 가는 장면이 마치 동화 같았다나요. ▶ 켈라드리안 숲 내의 메르농 샘가를 처음 발견했을 때 + 메르농샘의 이스나에 아르단드를 유리카가 위협해서 불러낼 때[2-3. 켈라드리안, 이스나에의 숲]..... 켈라드리안 그 숲속에서 천연의 샘물..아니지.. 이스나에가있는 그곳에서 물을 마시는 파비안과 유리카 그리고 주아니가 있는모습이 가장 아름답게 보인다..(보여?) 이 장면은 마치 미야자키 하야오의 빨강머리 앤을 생각하게 하며 산을 다년간 타본 사람은 알것이다. 그런 곳이 산사람에게 주는 가슴을 끊임없이 뒤흔드는 감동의바이브레이션을..하여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어린시절로 돌아간 듯한 느낌 말이다. [까페알파 님]이 설명으로 대신하겠습니다. ^^▶ 파비안이 나르디를 처음 만나 늦가을 들녘 여관에서 깡패들과싸우던 장면[2-2. 엘프의 이름을 가진 도시]..... 깡패들과의 말다툼 자체를 찍어 주신 분도 계셨고, 마지막장면에 나르디가 대거를 던져 깡패들을 위협해 쫓아버리는 장면을 고른 분도 계십니다. 하나하나 다 나누려니 순위가 한이 없을 것 같아서..^^; 아, 싸움 시작되기 전에 둘이 식사하고 술마시는 장면을 고른 분도 계세요. ▶ 파비안이 아버지와 함께 파괴된 하비야나크의 언덕을 올라가다가 처음으로 아버지라 부르는 장면[1-2. 사계절의 목걸이]..... 부자간의 정이 처음으로 확실하게 느껴지는 부분이라고 하셨습니다. 처음으로 감동받았던 부분이라고 하신 분도 있으셨고요. 저도 꽤 마음에 들어하는 장면이기도 하네요. ^^▶ 거인 호그돈과 릴가의 집에 머무르던 때[3-2. 고대의 거인과 은둔 검사]..... 파비안이 깨어나던 장면을 고른 분도 계시고, 검은 비가 내리는 가운데 큰 통나무집에 들어 앉은 기분 자체를 말한 분도 계셨습니다(굉장히 섬뜩할 것 같다는군요). 그냥 거기에 머무르던 때... 라고 말한 분도 있고요. 암흑 아룬드에 떠나려는 유리카와 파비안을 말리면서 릴가가 하는 말 '검은 비를 맞으면 머리카락이 빠져. 대머리가 되고 싶은가?'를 골라 주시면서 우울한 이야기로 가라앉은 친구들의 마음을 달래주려는 릴가의 마음 씀씀이가 잘 드러난다고 하신 분도 있으세요. 어쨌든 전체적인 평은 굉장히 아늑하게 느껴지는, 언젠가 휴양차 가서 쉬거나 나중에 살고 싶은 집(언제나 이런 집을 사려나.. 하고 말하신 분도 있으셨지요. 그런데 우리 나라에 이런 집이과연 있을까요..^^;)이 바로 이런 곳이라는 평입니다. ^^▶ 이진즈 강변의 앙글라제 시에서 배에 침입한 도둑들과 벌이던전투[5-1. 국왕들이 쓴다는 방법]..... 굉장히 재미있는 전투 묘사였다는 평입니다. 호코 거인들과싸울 때 유리카가 위험해지자 괴력을 발휘하는 파비안이나, 전체적으로 시원하고 활기있게 느껴지는 전투였다는군요. 특히 유리카에게 뛰어가는 파비안의 모습은 애니메이션으로 만들면 정말 긴박감 넘치는장면이 될 것 같다는군요. ▶ 이베카 시에서 도적길드에 잡혀간 파비안이 티무르 리안센에게고문당하는 장면[2-2. 엘프의 이름을 가진 도시]..... 이 장면은 코믹 신에도 들어가 있다는...각설하고, 하여튼끝까지 오기와 고집으로 버티는 파비안이 상당히 멋있었다고 말씀해주셨네요. 덩달아 티무르 리안센을 죽일놈이라고 써 보내주신 분도많으셔서..(worst 캐릭터를 뽑으라고 했으면 1위를 하지 않았을까... 세월의 돌에는 별 악역이 없어서..^^:) 게다가 끝까지 몇 대 돌려줄덧셈을 하고 있는 파비안에 대해 감탄하신 분도 있었습니다. 파비안은 의외로 독한 성격일 것 같다고요.. 음.... 개인적으로 저는 절대이렇게 못합니다. 전 ... 셈(덧셈, 뺄셈, 곱셈, 나눗셈..)에 약하거든요. T_T+=+=+=+=+=+=+=+=+=+=+=+=+=+=+=+=+=+=+=+=+=+=+=+=+=+=+=+=+=+=+=6위. '유리카와 헤어진 들판'에서 둘이 나누는 대화 : (10점)[2-1. 은빛 머리카락의 유리카]..... 이 장면이 점수를 받으리라고는 정말 상상을 못했습니다. 확실한 그림이 나온다, 둘이 나누는 대화가 생각을 많이 하게 했다(점수 외로는 소피의 세계를 연상케 했다는 분도 계셨네요), 고요한 들판에 등불 하나 들고 둘이 걷는 것이 분위기있다.. 기타등등. 어쩌면 앞으로 등장할 유리카의 이야기를 많이 암시한 부분이기도했지요. 저도 대화를 쓰면서 여러 번 고쳤었던 것 같아요. +=+=+=+=+=+=+=+=+=+=+=+=+=+=+=+=+=+=+=+=+=+=+=+=+=+=+=+=+=+=+=5위. 마브릴의 땅으로 갈 때 스노우보드 대신 방패를 타고 유리카를 안은 채 내려가는 장면 : (16점)[4-1. 마브릴의 땅으로]..... 코믹 베스트 신에서는 여기보다 순위가 더 높습니다! 양쪽을합치면 정말 대단한 지지를 받은 장면이군요. ^^; 파비안이 애정을확인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고도 하고, 시원하고 유쾌하게 느껴져서, 현실적이진 않지만 재미있는 장면(그, 그런가요...;), 상상만 해도 시원하다, 스릴있다, 스노우보드를 언제 써먹을까 궁금했는데 드디어 써먹더라(...^^;) / 정말 넘어질까 조마조마했다, 등의 평을 써주셨습니다. +=+=+=+=+=+=+=+=+=+=+=+=+=+=+=+=+=+=+=+=+=+=+=+=+=+=+=+=+=+=+=4위. 폐허가 된 하비야나크 학살 장면과 어머니의 죽음을 목격하는파비안, 그 이후의 감정 상태 묘사 : (18점)[1-2. 사계절의 목걸이]..... 같이 울뻔한 실감나는 장면이었다고 많은 분들이 꼽아 주셨네요. 또, 일반적으로 하는 슬픔에 대한 묘사와 궤를 달리하는 현실적 묘사였다는 지적도 있었습니다. 슬픔을 표현하는 과격하고 흔해빠진 표현을 탈피했다 / 슬픔이 정말 절절이 와 닿는다, 안타까움이 절실하게 느껴진다 / 특히, 복수를다짐하지 않는다는 것이 너무도 현실적이라 기분이 이상해지는 느낌... / 왜 죽으셨어요.. T_T (어머니는 정말 팬이 많았습니다..) /쓸데없는 과장이 아닌 실제적 슬픔 묘사, 인간적이고 그래서 와 닿는다 / 죽음에 대한 묘사를 많이 봤지만 정말 탁월하다 / 엄마를 잃고슬퍼하는 파비안... 흑흑흑.. 모성 본능을 마구 불러 일으키는.../엄마가 정말 천사인 줄 알았네요, 등이 있었습니다. 한 분의 의견만 따로 적겠습니다. 파비안이 달려갈 때 그의 마음을 느끼려 했습니다..슬펐죠..특히,문을 열고 어머니의 시체를 보고는 [세상이 멈췄다.] 하는 부분에선정말루 세상이 멈춘지... 그 뒤의 꿈도 기억에...어쨌든 기억에 남음. [정희석 아이디 같이 쓰시는 진철 님]+=+=+=+=+=+=+=+=+=+=+=+=+=+=+=+=+=+=+=+=+=+=+=+=+=+=+=+=+=+=+=3위. 켈라드리안 숲에서 페어리의 초대를 받아 바드 댄스 언덕에가서 일어난 장면들 : (28점)[2-3. 켈라드리안, 이스나에의 숲]..... 초기에 너무 지지가 많아서 1위하는 줄 알았어요. ^^; 거의대부분의 투표지에서 1점씩이라도 얻은, 그래서 어쩌면 아주 보편적인 주목을 받은 장면인 것 같습니다. 저도, 아주 마음에 들어하는 곳이기도 하고요. 또 구석구석 자잘한 장면들을 직접적으로 찍어 주신 분들도 굉장히많아요. 이를테면 켈라드리안에 들어서서 유리카의 생일 이야기를 할때의 처연한 느낌, 거기에서 주아니가 로아에 족의 이야기를 하며 유리카를 위로하려고 할 때의 서로 보듬어주는 듯한 유대감, 바드 댄스에 가서 마법으로 사과가 쩍쩍 소리를 내며 단숨에 열려 사과술을 만들 때, 에졸린 여왕과 대면하여 미르보를 변호하고자 하는 파비안의대사, 마지막으로 노래를 부르며 춤추는 페어리들과 나중에 남은 페어리 링, 연회의 하이라이트인 나비 날개 에졸린 여왕의 춤 등등입니다. 평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머릿속에서 너무 아름답게 그려집니다 / 너무 가보고 싶다 / 이 소설이 환타지임을 알게 해주는 환상적인 장면 / 페어리들과 춤추는 장면... 멋있당 / 요정여왕과의 대면 장면... 작가님의 글솜씨가 멋지게 드러나는 부분이었습니다(감사합니다..^^;) / 정확히 표현은 안되지만 정말 아름답더라.. / 그림으로 그려보고 싶을 정도.. / 꿈에나올 정도로 환상적이었다 / 동화속에 나오는 한 장면 같다 / (암흑아룬드에 태어난 유리카의 생일 이야기를 할 때) 배경 묘사와 심리묘사가 환상적으로 어우러져 보는 사람의 감정을 자극하는 처연한 장면이다 / (주아니가 암흑 아룬드에 태어난 로아에의 이야기를 할 때)종족을 넘어선 이해, 상처입은 사람들의 보듬는 마음이 감동적이다,줄 수 있다면 제곱의 점수를..., 등의 이유가 있었습니다. 한 분의 의견만 역시 옮기겠습니다. 음, 음. 솔직히 여왕이란 페어리를 좋아하진 않지만,,, 그래도 이부분의 묘사는 정말 대단합니다! 간결한 문체에 함축 되어 있는 표현력.....! 셰익스피어의 희극을 읽었을 때를 떠올리게 할 정도입니다. [lux21 님]+=+=+=+=+=+=+=+=+=+=+=+=+=+=+=+=+=+=+=+=+=+=+=+=+=+=+=+=+=+=+=2위. 암흑 아룬드의 켈라드리안 숲에서 악령의 노예들과의 결투 :(36점)[3-1. 악령의 노예들]..... 마지막까지 경합을 벌이다가 막판 몰표로 2위로 밀린 장면입니다. 솔직히... 신경을 많이 썼던 부분이라 굉장히 기쁘네요. 역시이 장면도 세부적으로 지적하신 분이 많았습니다. 주로 절벽 위에서싸우던 장면이 가장 많은 지지를 얻었지만, 그 중에서도 세부적으로들어가면, 서로 등을 맞대고 있다가 '등이 따뜻해..'라고 말하는 장면, 유리카가 위험해졌을 때 자신의 위험도 잊고 미친 듯이 상대를공격하다가 자기 뒤에 붙은 괴물을 발견하고 잡아 내팽개칠 때, 마지막 위기일발에서 호그돈이 나타나 괴물들을 마구 잡아 내던지며 다가올 때, 처음에 악령의 노예들을 만나기 직전에 죽은 사람들을 보고공포감에 쫓기는 장면 등등이 있었고요, 물론 그 장면을 전체적으로지지한 분도 많으셨습니다. 이유들로는,죽을 고비에서 느껴지는 유대감과 비장감, (서로 의지할 때의) 인간적 안도감 / 일반적인 전투신에 비해 심리 묘사가 강점이다 / 정말극적이다! / 저번에 약간 부족했던 전투 장면 묘사력이 일취월장했다(감사합니다..T_T) / 박진감 넘치는 전투신... 이런 묘사도 하시는군요 (네..) / 공포가 한 걸음 한 걸음 다가오는 느낌이 목을 조르는것 같았다..(죄송합니다..) / 쫓기는 가운데서도 서로 배려하는 마음이 감동적 / 호그돈이 나타났을 때 정말 속시원했다 / 절벽 끝에서죽기 직전일 때 거인이 나타나 반죽때기(?)들을 날리며 그들에게 다가올 때..... 감명받았음 T.T / 처절하지만 서로 의지하는 마음이 굳건해지는 느낌 / 사악한 기운에 쫓기는 긴박한 상황, 정말로 쫓기는듯한 느낌에... 걱정걱정... 휴....지금까지의 내용 중 가장 무서웠던 장면...(윽.. 누가 뒤에서 쫓아와~~~ --) / 할말없다... / 서로를생각해 주는 마음이 너무나 마음에 들어서 / 파비안은 유리카가 위험해지면 괴력을 발휘하네요? / 광전사에 가까움인가... 하여간 멋졌음/ 나에게도 걸프렌드를 달라..(하하..^^a) / 오오..투지가 불타오른다(난 열혈물 매니아..), 등의 이유가 있었네요. +=+=+=+=+=+=+=+=+=+=+=+=+=+=+=+=+=+=+=+=+=+=+=+=+=+=+=+=+=+=+=1위. 검과 별의 노래호에서 파비안이 유리카에게 애정을 고백하는장면 : (48점)[4-2. 마음의 침범]..... 이 장면이 이렇게 많은 지지를 받을 줄이야...^^;이상하게 이 장면을 놓고는 의견이 찬반으로 딱 갈라지시는 것 같아요. 좋아하시는 분은 정말 두말할 것 없이 최고로 뽑아 주시는 반면, 다른 분들은 간지럽다, 왠지 웃긴다 (코믹 베스트 신에도 이 장면은 등장합니다..--;), 얼어버리는 줄 알았다, 등등으로 말해 주시는 군요. 취향의 차이인가... 그 취향 차이가 남녀로 나뉘는 것 같지도 않고, 나이로 나뉘는 것 같지도 않고, 아무 기준이 없는 것이 또한 애매합니다. 한마디로 보편적인 지지와 외면을 동시에 받은 장면이랄까...^^;저로선, 이 장면도 애를 썼지만, 그보다 파비안이 여관의 침대에서혼자 누워서 생각하다가 잠드는 장면이 좀더 마음에 듭니다. 심리 묘사만 놓고 본다면요... 그렇지만 거긴 역시 혼자고, 여기선 둘이 함께 있으니까. ^^;또... 유리카가 하면 멋진데, 파비안이 하면 닭살이다.. 라는 분도계셨고요. ^^;이유 몇 개 모아봅니다. 애절한 느낌이 가슴에 팍~~~ 와 닿는 게 정말 눈물이 날 지경입니다. / 나까지 가슴이 벌렁벌렁~ ^^; / 너무 길지요? 하지만 전부다가마음에 드는걸요. 세심한 심리묘사 및 장면이 너무 마음에 들어요. *^^* / 정말 아름다웠고, 보는 사람이 너무 기쁘고... 감명받았음. 더 이상 할 말이 없음 / 정말 감탄한 장면이다. / 걸프렌드가 없는나로서는 대리만족이라고 할까... 힘내라.. 파비안! / 너무 무겁지도않고, 너무 가볍지도 않은 파비안의 고백. 정말로 고백을 하는 듯한느낌의, 주인공의 감정이 절실히 느껴집니다. / 왠지...(이유가 없네요) / 후후.. 꼭 연상의 여인과 연하의 남자가 사귀는 듯한 느낌을풍기는 장면이네요. 역시 사랑하는 모습은 아름답죠? (잘 될 때는요...^^;) / 전 감동했답니다! / 세월의 돌에서 단연 최고의 장면! 다른 데서는 찾아볼 수 없는 섬세한 심리 묘사가 일품이죠. / 낯뜨겁지 않아서 좋았어요. 왠지 나중에 나올 반전에 대한 기대감도... /닭살 돋아서 이런 장면은 별로 안 좋아하는데... 그래도 기억에 남는군요, 등등이 있었습니다. 하나만 따로 빼 보면,배 안에서 삐진 유리카 껴안는 장면... 어색하고 유치해보이긴 했지만 미숙한 맛이랄까? 그런면에서 베스트 씬 1위감 ^^; [하이텔의Earendil 님] +=+=+=+=+=+=+=+=+=+=+=+=+=+=+=+=+=+=+=+=+=+=+=+=+=+=+=+=+=+=+= 역시... 이유보다는 잘라붙인 부분이 많았던 문항이었습니다. ^^;이 문항 때문에 정말 긴 투표가 많았지요. 거의 한 화를 다 잘라붙이신 분도 계셨고... 부분부분 생략해가며 좋은 부분만 자르신 분도 계셨고.. 어쨌거나 모두 감사합니다. 그리고 너무 어렵다, 고생스러웠다, 는 분도 많으셨어요. 앞으로는 좀더 대답하기 쉬운 방향으로... 하하하..^^;그럼, 베스트 신 투표 공개 마칩니다! Luthien, La Noir. 출력이 끝났습니다. [Enter]를 누르십시오. ━━━━━━━━━━━━━━━━━━━━━━━━━━━━━━━━━━━제 목 :◁세월의돌▷투표결과-Comic Best Scen... 게 시 자 :azit(김이철) 게시번호 :897게 시 일 :99/07/24 03:13:42 수 정 일 :크 기 :13.1K 조회횟수 :80 『게시판-SF & FANTASY (go SF)』 40096번제 목:◁세월의돌▷투표결과- Comic Best Scene올린이:모래의책(전민희 ) 99/07/23 22:04 읽음:341 관련자료 없음----------------------------------------------------------------------------- +=+=+=+=+=+=+=+=+=+=+=+=+=+=+=+=+=+=+=+=+=+=+=+투표3. 세월의 돌 Comic Best Scene+=+=+=+=+=+=+=+=+=+=+=+=+=+=+=+=+=+=+=+=+=+=+=+ #1. 투표 요지 : 지금까지 연재된 중 가장 많이 웃었던, 코믹한 장면 선정. #2. 집계 방법 : 1, 2, 3등 세 명을 써서 보내고, 점수는 1등-3점,2등-2점, 3등-1점으로 계산했습니다. #3. 총점 : 149점 이건 가장 안 써주신 분들이 많아요..T_T (총점을 보라..) 어쨌거나 꽤 자세하게 써주신 분도 계시고, 파비안이 나오는 그 자체로 모조리 코믹이다! 라고 주장하신 분도 계셨습니다. ^^그럼, 뒷순위부터 발표 나갑니다- +=+=+=+=+=+=+=+=+=+=+=+=+=+=+=+=+=+=+=+=+=+=+=+=+=+=+=+=+=+=+=12위. 동순위 다섯입니다. (각 1점)▶ 아르노윌트와의 첫 대련장면[1-1. 배달왔습니다]..... 정확히 어떤 부분이 웃겼다는 건진 모르겠지만.. 두들겨 맞으니 재미있다는 것인가요? ^^;▶ 이진즈 강을 타고 내려가다가 앙글라제 시에서 파비안과 유리카가 술집을 빠져나와 둘이 산책하면서 파비안이 하는 말, "네가 내 수호성이야" [5-1. 국왕들이 쓴다는 방법]..... 닭살 버전으로 인하여 찍힌 장면임에 틀림없습니다..--; 그런데 이 장면을 명대사 투표에서 뽑아주신 분도 꽤 되는 걸요;;▶ 이베카 시 도적 길드 감옥에서 탈출할 때, 마취제 바른 버터를바닥에 발라서 넘어지게 한 것[2-2. 엘프의 이름을 가진 도시]..... 마취제가 든 버터라서 어떻게 쓸까 했더니, 버터 본연의 특성을 살리다니, 너무 웃겼답니다. ^^;▶ 별과 검의 노래호에서 호코 거인들과 싸울 때, 나르디가 파비안에게 '그냥 목을 베어버리라'고 말한 부분[5-1. 국왕들이 쓴다는 방법]..... 그냥 히~~ 하고 웃음이 나오시더래요. (왤까.. 말씀대로 정말 엽기 생물??)▶ 멋쟁이 검, 이쁜이 검 이라는 이름 자체[2-1. 은빛 머리카락의 유리카]..... 스스로 그렇게 불러달라는 검이라니, 왕자병인 것 같으시다고요. 물론 그럼 동생은 이쁜이 검이냐는 파비안의 대답도 장난이 아니었다는... 그런데, 검을 말하게 하는 거라, 많은 분들이 물어보셨는데, 현재로선 그럴 계획이 없습니다. ^^;+=+=+=+=+=+=+=+=+=+=+=+=+=+=+=+=+=+=+=+=+=+=+=+=+=+=+=+=+=+=+=11위. 동순위 넷입니다. (각 2점)▶ 검과 별의 노래호에서 파비안이 유리카에게 애정을 고백하는 장면[4-2. 마음의 침범]..... 네.. 베스트 신 1위가 여기선 11위로군요. --; 하여간 닭살스러워서 뽑아 주셨다고 알겠습니다. ;; 아직 미숙한 소년이라 작은사건으로 속마음을 내보였다.. 라고 하시는군요. ▶ 아라디네에게 다만 동정심으로 꽃과 과일을 배달시킨 후 일어나게 된 상황 + 처음 아라디네가 말을 걸었을 때 파비안의 반응[4-2. 마음의 침범]..... 유리카와 아라디네 사이에서 당황하는 파비안의 모습이 우스웠다는군요. 또한 불쌍한 아라디네... '프로첸'이라는 말이라니 정말확인사살에 가까웠다는.. (그런데 남의 불행은 곧 즐거움이시라는 의견 피력이셨군요..^^;)▶ 온갖 상황에서의 나르디의 말투..... 굳이 어느 장, 어느 편이라고 쓸 수가 없군요. 전체적인 지적이라... 나르디가 배 위에서는 보통 말투를 쓰다가 다시 본래 말투로 돌아오는 장면에서 의지가 느껴졌다..는 분도 계셨습니다. ^^▶ 이베카 시에서 파비안이 티무르 리안센에게 고문당하는 장면[2-2. 엘프의 이름을 가진 도시]..... 고문당해본 사람의 입장(정말이십니까?)으로서는 저건 성격상 이상이 있지 않고는 불가능하다는군요. 거기다가 그렇게 맞고 싶다면 아무 말 안해도 때려줄 수 있다는 대꾸는 정말 코믹했다는 평입니다. 다른 의견으로는 주인공의 고생은 곧 나의 즐거움.. 이라는 새디스틱한 대답도..^^;+=+=+=+=+=+=+=+=+=+=+=+=+=+=+=+=+=+=+=+=+=+=+=+=+=+=+=+=+=+=+=10위. 동순위 셋입니다. (각 3점)▶ 호그돈의 집에서 죽만 먹는 파비안[3-2. 고대의 거인과 은둔 검사]..... 역시 남 괴로운 것을 본다는 건 즐거운 일일까요? 불쌍하면서도, 웃겼다는 평이네요. 아픈 애를 걱정해서 하는 일이니 이유마저도 번듯한 고문이었다는 평도 있고요. 몸이 아프기 보다 화병으로 먼저 죽는건 아닌지 심히 걱정되는 장면이었음. 작가의 사악함이 돋보인 장면이라는 평도... (저요? 아.. 사악....하지요...^^;)▶ 멋쟁이 검의 각종 용도..... 어떤 장, 어떤 편이라고 굳이 잡기가 뭐하군요. 의견을 들어보면 분명 검인데 협박용(헬코즈나 티무르)으로도 쓰이고, 아티팩트과시용(갑옷 사러 갔을 때)으로도 쓰이는 괴상한 물건, 거기다가 페어리들을 만났을 때엔 주위 환기용으로까지! (저도.. 이렇게 복잡한고찰은 못했습니다. ^^;)▶ 이베카 시로 들어가는 절벽 동굴에서 주아니를 만나 주아니가따라오게 되는 상황[2-2. 엘프의 이름을 가진 도시]..... 주아니가 삐치면 또 무섭지 않습니까... 갑자기 어깨에서 뛰어내린 주아니를 애절하게 찾으면서 하는 파비안의 생각 '흡사 쥐잡는 폼이군' 이나 마치 아내라도 되는 것처럼 구는 주아니의 행동 등이 너무나 우습대요. 처음 등장했을 때도 너무 귀여웠고.. +=+=+=+=+=+=+=+=+=+=+=+=+=+=+=+=+=+=+=+=+=+=+=+=+=+=+=+=+=+=+=9위. 글 시작할 때 파비안이 이름 모를 여행자에게 물건 팔아먹는장면 : (4점)[1-1. 배달왔습니다]..... '1로존드도 깎아 줄 수 없다'로 시작하는 파비안의 상인 정신이 처음으로 선보이는 장면, 또 어떤 분은 제 첫 글 마무리의 잡담'소외 계층을 등장시키다니, 숙원 사업의 성취야...'라는 부분에서배꼽잡고 데굴데굴 구를 정도로 엄청나게 웃으셨다는군요..^^;+=+=+=+=+=+=+=+=+=+=+=+=+=+=+=+=+=+=+=+=+=+=+=+=+=+=+=+=+=+=+=8위. 동순위 셋입니다. (각 6점)▶ 질문병 환자 나우케 의사와의 각종 대화(처음 치료할 때, 아르노윌트를 기다리다가 마당에서 만났을 때 등등)[1-1. 배달왔습니다]..... 나우케 의사는 앞으로 다시 등장할 수 없는 치명적 이유가있는데.... 어쨌든간, 생각외로 상당한 지지네요. ▶ 이베카 시의 늦가을 들녘 여관에서 파비안과 나르디가 술을 마시고 깡패들과 싸우던 장면, 깡패와의 문장실력 대결[2-2. 엘프의 이름을 가진 도시]..... 이때부터 나르디를 좋아하게 되었다는 분이 꽤 많답니다. ^^; 또한 파비안의 문장력에 경의를... 온갖 말장난으로 가득찬 부분이었죠. '테이블 들고 던지면 바보!' '저리'에 관한 말장난 등등.. 또 재미라기 보다는 정말 술을 마시는 사람이 옆에 있는 듯한 생생한묘사가 마음에 들었다는 분도 계십니다. 미소를 지으며 보셨대요. (물론 저도 술을 마셔봤으므로..^^)▶ 이베카 시에서 실수로 파비안이 주아니에게 음식 주는 것을 잊어버렸을 때 화가 난 주아니[2-2. 엘프의 이름을 가진 도시]..... 조그만 몸에도 불구하고 엄청 잘먹는 우리의 주아니! 또한성격도 만만찮지요. 평상시 선량함에도 불구하고... 조그마한 주아니가 화난 모습을 생각하니 너무 귀여울 것 같으시대요. 어떤 분은 배가 고파서 세이지를 뜯어 먹은 주아니를 생각하니 전에 기르던 햄스터가 생각나신다고...^^; (물론 로아에는 쥐하고는 별 관계가 없습니다. ^^;)+=+=+=+=+=+=+=+=+=+=+=+=+=+=+=+=+=+=+=+=+=+=+=+=+=+=+=+=+=+=+=7위. 동순위 둘이로군요. (각 7점)▶ 파비안과 유리카가 티무르를 인질로 삼아 도적길드를 탈출하면서 티무르한테 던지는 말들[2-2. 엘프의 이름을 가진 도시]..... '내가 여자애한테 질 실력으로 보이나?'에서 동시에 '응' 이라고 대답해주는 두 사람, 벌써부터 환상의 콤비로서 소질이 보입니다..고 써주셨네요. ^^▶ 그릴라드 언덕에서 녹보석의 기사가 되겠다는 뜻을 세우는 아르노윌트와 옆에서 당황한 파비안의 대화[1-1. 배달왔습니다]..... 이 부분은 나중에 저도 다시 읽다가 혼자 웃어댄 부분이기도합니다. ^^; 이 부분에서 또 엄청나게 웃겼다는 분들이 여럿이네요. 아르노윌트는 나중에 꼭 다시 등장시켜야 될 것 같아요... 짧은 시간등장했지만 여러 번 거론되네요. ^^; '영주 아들놈'이라는 짧은 말줄이기도 재미있었다는군요. +=+=+=+=+=+=+=+=+=+=+=+=+=+=+=+=+=+=+=+=+=+=+=+=+=+=+=+=+=+=+=6위. 동순위 셋입니다. (각 8점)▶ 파비안과 유리카가 붉은 보석단 속여먹는 장면[5-2. 두 번째 보석, 두 번째 숙명]..... 투표 시작된 다음에 나온 장면이라 여건상 불리했을텐데도 6위씩이나 했네요. 이름부터 코믹한 붉은 산적단, 건위제 세 가지 섞은 기적의 약 먹고 좋아하는 꼴이라니... 너무 웃기셨답니다. 유리카를 성녀님이라고 부른 것도 웃겼고... 속여넘기는 과정 자체에서 내내 웃으셨다는 분도.. 또한 속이러 가기 전에 여관에서 계획을 짤때, 파비안의 '힘으로 뺏지 뭘'과 유리카의 '그거야!'를 보면서 본인과 너무 똑같은 생각인 탓에 친구들과 같이 웃다가 숨 넘어갈 뻔하셨다는 분도 계십니다. ^^;▶ 주아니와 유리카의 첫 만남, 파비안에게 누가 더 좋으냐고 물을때[2-3. 켈라드리안, 이스나에의 숲]..... 인간을 사랑하는 로아에의 운명은? 이라고 심각한 미래에 대한 걱정을 해주셨습니다- ^^; 또한 조그만 게 벌써부터 흑심을? 이라는 반응도... (말씀대로 나이는 많지요. ^^)▶ 미르보 겐즈가 파비안에게 군고구마를 사오게 해서 먹던 장면[1-1. 배달왔습니다]..... 동생한테 꼭 전해주도록 하죠. 전적으로 동생의 아이디어였습니다, 이 부분은..^^+=+=+=+=+=+=+=+=+=+=+=+=+=+=+=+=+=+=+=+=+=+=+=+=+=+=+=+=+=+=+=5위. 파비안과 유리카가 메르농 샘의 이스나에 아르단드를 돌아가며 놀려먹는 장면 + 도롱이 같은 옷을 둘러쓰고 나타난 아르단드 :(9점)[2-3. 켈라드리안, 이스나에의 숲]..... 결국 파비안과 유리카가 아르단드를 놀린다.. 는 점에서는똑같기 때문에 합쳤습니다. 실제로 같이 언급하신 분들도 많고요. 귀여운 소년이 놀림당하니까 더 재밌다! (그, 그렇습니까..^^;), 그 도롱이 너무 웃길 것 같아요, 복장에 대한 묘사 등이 재미있습니다, 놀려먹는 재미가 있는 녀석, 이스나에에도 왕따가 있는가.. 라는 고찰도..^^ 아르단드가 너무 불쌍하다는 분도 계셨습니다. +=+=+=+=+=+=+=+=+=+=+=+=+=+=+=+=+=+=+=+=+=+=+=+=+=+=+=+=+=+=+=4위. 켈라드리안의 바드 댄스 언덕에서 페어리들이 제멋대로 이야기를 비약시킬 때 : (10점)[2-3. 켈라드리안, 이스나에의 숲]..... 페어리들은 '사오정'이라는 영예로운 이름을 여러 분한테서얻었습니다....(묵념..)어쨌든간 말하다가 옆길로 멋대로 새는 것이 너무 재미있었다는군요. 또 조그마하고 귀여운 꼬마들이 막 삼천포로 빠지다가 날카로운고찰도(결혼은 언제? 와 같은..) 하고, 대사상으로 많지는 않지만 엄청난 비약을 이루는 모습이 너무나 웃겼다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헛소리를 하는 페어리들과 호기심 많은 페어리들이 황당한 웃음을 선사했다는군요. 멋쟁이 검을 건드릴 때도 뻔히 알면서 또 건드려 화상을입다니... 정말 아이들이 하는 짓 그대로라고 하셨죠. 이렇게 당연한걸 계속해서 달라붙은 페어리들과 또 계속해서 데는 페어리들이라니.. 참, 대단한 페어리들이야..;; 라는 평도 있었네요. +=+=+=+=+=+=+=+=+=+=+=+=+=+=+=+=+=+=+=+=+=+=+=+=+=+=+=+=+=+=+=3위. 파비안과 어머니 이진즈의 말대결(참새 그물 짜기 등) : (12점)[1-1. 배달왔습니다]...... 파비안이 골탕 먹는 장면은 다 좋다.. 라는 의견을 보내주신 분도 계셨습니다. (그렇게 미움받고 있었다니..^^;) 다른 건 몰라도 장사하는 데는 탁월한 재능을 보이는 파비안이지만, 그런 그도 어머니한테는 못 당하는 모습이 왠지 재미있대요. 대사들도 많이 찍어주셨는데 '정말 참새그물로 달라면 어쩌려고 그러니?', '혹시 곰그물은 필요 없대니?', '거슬러 줘야겠다' 등등이 지지를 얻었습니다. 파비안과 어머니가 대화하는 부분은 모조리 재미있다는 분도 있었고요. 파비안이 관상 이야기를 할 때 매우 예의바른(?) 반응을 보이시는 어머니의 모습도 멋졌대요. 평 하나만 따로 뽑아보자면,참새 그물 짜는데 엄마의 한마디,곰그물은 필요 없대니? - 책임감있는 아이로 키우려는 엄마의 따뜻한 한마디^^; [아묘 님]+=+=+=+=+=+=+=+=+=+=+=+=+=+=+=+=+=+=+=+=+=+=+=+=+=+=+=+=+=+=+=2위. 파비안이 유리카를 안고 스노우보드 대신 방패를 이용해서 산을 내려가는 장면, 그 사이 파비안, 유리카, 주아니의 대화 : (16점)[4-1. 마브릴의 땅으로]..... 이 장면의 인기는 상상하지 못한 것이네요, 사실. 즉흥적으로 글을 쓰다가 생각나서 만들어 넣었거든요. 물론 스노우보드를 언젠가 써먹겠다는 마음을 갖고 있었고, 그래서 이런 장면이 나오게 된것이겠지만요. ^^이유들을 보면,그 와중에 스노우보드라니 정말 기발한 생각이었다, 그 사이에 주고받는 대화가 너무 웃겼다, 유리카와 주아니의 반응이 너무너무 재미있었다, 아슬아슬하면서도 흥미진진한 장면, 정말 느낌만으로도 시원~ ? 주로 별 설명 없이 장면 자체를 잘라서 넣어주셔서. ^^; 베스트 신과 함께 뽑아주신 분도 여럿이었습니다. +=+=+=+=+=+=+=+=+=+=+=+=+=+=+=+=+=+=+=+=+=+=+=+=+=+=+=+=+=+=+=1위. 파비안이 류지아에게 점을 보러 가서 하는 말대결 + 나중에헤렐을 불러내어 점을 볼 때 : (20점)[1-1. 배달왔습니다]..... 두 장면을 합쳤기 때문인가, 어쨌든 의외의 1위가 나왔습니다. ^^ 주로 1-1. 배달왔습니다 에서 재미있는 장면을 많이 골라주시는 것 같아요. (물론 헤렐이 나오는 장면은 2-1편이지만) 류지아가나오는 부분을 많이들 찍어주시는군요. ^^서로 돈 안 내놓으려고 실랑이하는 게 장난 아니다, 나우케 의사를놓고 비교하는 장면이 재밌다, 말싸움(?)이 제일 재미있다, 유리카와파비안이 환상의 콤비라면, 류지아와 파비안은 환상의 호적수(?)가아닐는지..., 점보는 장면 치고 상당히 특이했다, 맨날 예언자 노파만 보다가.. 등등이 있었습니다. 따로 하나만 뽑아 봅니다. 가히 말장난의 진수를 보여준다 하겠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서로의 약점 찌르기..2번째 볼때는 작가님에게 말싸움해서 이긴 사람이없을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까페알파 님] +=+=+=+=+=+=+=+=+=+=+=+=+=+=+=+=+=+=+=+=+=+=+=+=+=+=+=+=+=+=+= 1등이 1등 치고는 점수가 낮군요. ^^ 분포가 전체적으로 넓었던 탓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코믹 베스트 신을 안 적어 보내주신 분이 많아서요... 총점도 제일 낮답니다. 그렇지만 보내 주신 분들 중에는 전체적으로 웃기므로 어느 장면을뽑기가 어렵다.. 는 분도 여럿이었어요. ^^ 실제로 순위 외 장면을여러 개 적어서 보내주신 분들도 있었고요. 모두 감사합니다. ^^내일은, 최고의 여행지, 최고의 이름상 발표가 있습니다! Luthien, La Noir. 출력이 끝났습니다. [Enter]를 누르십시오. ━━━━━━━━━━━━━━━━━━━━━━━━━━━━━━━━━━━제 목 :◁세월의돌▷ 5-3.잃어버린 땅…(18게 시 자 :azit(김이철) 게시번호 :900게 시 일 :99/07/25 11:31:46 수 정 일 :크 기 :7.1K 조회횟수 :95 『게시판-SF & FANTASY (go SF)』 40257번제 목:◁세월의돌▷ 5-3. 잃어버린 땅으로…(18)올린이:모래의책(전민희 ) 99/07/24 23:10 읽음:381 관련자료 없음----------------------------------------------------------------------------- +=+=+=+=+=+=+=+=+=+=+=+=+=+=+=+=세월의 돌(Stone of Days)=+=+=+=+=+=+=+=+=+=+=+=+=+=+=+=+ 5장. 제4월 '타로핀(Tarophin)'3. 잃어버린 땅으로의 여행 (18) 내가 가면서 들은 이야기는 아무래도 황당한 것이었다. 뭐, 내가쓰러진 곳에서 하루종일 맛이 간 채로 헤매다가 멋대로 수천 큐빗은떨어진 이곳에 와서 엎어져 자고 있다고? 게다가 내 머릿속엔 아무기억도 없고? 그리고 박쥐들이 비처럼 내리는… 가운데 그 광경에 감격한 나머지 엘다렌과 유리카, 나르디는 멀쩡히 두눈 뜨고도 그렇게잠든 채로 걸어가는 나를 놓쳐버렸다고? 게다가… 어제 오후부터 오늘까지 계속 굶은 나는 왜 배도 전혀 고프지 않지? 부딪쳤던 데도 전혀 아프지가 않아. "야, 난 몽유병 같은 건 없어!" 내가 신경질적으로 소리치자 유리카가 맞받았다. "지금 네가 화낼 입장인 줄 알아? 빨리 정신을 집중해서 네가 여기까지 오게 된 경위와 방법이나 밝혀 내란 말이야!" "모르겠다니까!" "그럼, 박쥐들이 친절하게 여기까지 배달해다 뒀나?" "야, 거기 배달이 왜 나와? 내가 점심 간식인 줄 알아?" "쳇, 박쥐들한테 간식거리가 될 뻔한 건 너나 우리나 피차일반이라고." 처음 만났을 때의 감격적인 상봉은 완전히 잊어버린 듯 전혀 엉뚱하게 말다툼을 벌이기 시작한 우리 둘을 놓고 엘다렌은 쯧쯧 혀를 찼다. 오래간만에 내 주머니 속에서 길을 가고 있는 주아니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86개의 동굴들 가운데 하나에서 나와 다시 86개의 동굴들가운데 다른 하나로 들어가고, 또다시 나와서 다른 86개의 동굴 가운데 하나로 들어가보는 중이었다. 그러니까, 말하자면 우리가 화를 내야 할 대상은 다른 데도 있었다. "엘다, 도대체 길을 알긴 아는 거야?" 유리카가 제일 먼저 다른 방향으로 감정 발산을 시도했다. "86개 다 들어갈 필요는 없으니 안심해라." "물론, 파비안을 찾느라고 스물 다섯 개, 지금 방금 또 네 개를 들락거렸으니까 앞으로 오십 일곱 개만 들어가보면 되겠지." "빈정거릴 테냐." 엘다렌은 유리카가 저렇게 말해도 별로 화를 내지 않았다. 200년전부터 이미 익숙한 건지도 몰랐다. 나르디는 언제나처럼 이성적으로 입을 열었다. "어쨌든 궁금한 일이군. 상황은 다 모르겠으나, 정신을 잃은 파비안을 여기까지 데려온 어떤 신비한 힘이 이 근처에 있다는 이야기로군. 지금까지 오면서 살펴본 결과, 도저히 파비안이 잠든 채 여기까지 정확히 걸어왔으리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지형이니까. 우리가 모르는 어떤 신비한 힘이 여기에 개입한 것임에 분명해." "그래, 그렇겠지……." 생각하는 눈치로 말을 받던 유리카가 갑자기 비명에 가까운 소리를울렸다. "아아!" "왜, 왜 그래?" 내가 놀라서 묻자, 다른 사람들도 다 바라보는 가운데 유리카가 큰소리로 입을 열었다. 우리는 지금 다시 새로운 동굴 안쪽을 살펴보려는 참이라 목소리가 동굴 안쪽까지 울렸다. "엘다, 여기 이름이 나스펠론이랬지?" "그래." "그런 이름이 왜 붙었지?" 그제서야 뭔가 생각난 것처럼 엘다렌의 미간이 문득 찌푸려진다. 그는 유리카를 빤히 바라보더니 손을 내저었다. "그럴 리가. 이름이 그랬다 뿐이지, 내가 살던 예전에도 여기에서나스펠을 만났다는 드워프는 하나도 없었어." "나스펠이 어디 다른 존재들한테 모습이나 잘 나타내는 자들이야? 다른 정령들하고 달라서 나스펠은 수십 수백년을 한 자리에 깃들어살면서도 자기가 거기 있다고 기침 한 번 하지 않는 자들이잖아. 게다가 드워프들은 특히나 다른 종족에 관심도 없고, 정령들의 존재 같은 것들을 문득 느낄 만한 일이 생겼대도 그저 다른 일이겠거니 하고무심하게 넘어가버리는 거 잘 알고 있어. 눈으로 정확하게 확인되지않는 것들, 손쉽게 인정하는 법이 없지. 궁금해하는 일도 없고. 드워프들이 여기에 살고 있는 나스펠들을 긴 세월 동안 내내 몰랐대도 결코 무리가 아니란 말야." "나스펠? 흙과 땅의 정령 나스펠?" 유리카가 길게 장광설을 늘어놓는 동안 내내 엘다렌은 얼굴을 찌푸린 채 팔짱을 끼고 있었다. 오히려 반응을 보인 것은 나르디 쪽이었다. 나도 예전에 들은 것이 떠올라서 질문했다. "그래, 전에 블로지스틴의 구슬을 보여줬을 때 땅의 정령은 나스펠이라고 부른다고 했었지. 그렇지만…… 나스펠이 한 짓이라는 것을뭘로 확신하지?" 주아니도 거들었다. "그렇게 다른 생명들에게 참견하지 않는 정령이라면, 갑자기 우리를 도와줄 만한 이유가 있었을까? 무엇 때문에 파비안을 여기까지 데려다 놓느냔 말야." 유리카는 우리들을 차례대로 돌아보았다. 입가를 일그러뜨리며, 그녀도 뭔가 생각하는 눈치였다. "너희들 말도 다 맞아. 그렇지만…… 아니라면 지금 이 상태에서뭘로 앞 뒤 상황을 설명하지? 다른 생각 있어? 있으면 말해 봐." 그 이야기에는 역시 대꾸할 말이 없었다. 그렇지만 다른 생각이 없다고 그 생각에 동의한다는 것은 역시 뭔가 이상하다. 나는 머리를굴려 봤다. 겨우 이 지대의 이름이 '나스펠론'이라는 것만 갖고 갑자기 정령이 우리 일에 개입했다고 보는 것은 뭔가 앞뒤가 안 맞는다. 그렇지만 다른 적당한 대안도 없다. 우리는 동굴 입구에 멈춰 선 채 서로 얼굴만 쳐다보았다. "움직여가면서 하자구. 어차피 중요한 건 그게 아니고 검이 있던곳을 찾는 거잖아?" 주아니가 가장 실질적으로 반응한 셈이었는데, 갑자기 그 말을 들으니까 생각나는 것이…… 아! 나는 손바닥을 탁 쳤다. 방법이 있었다. "왜 이 이야기가 이상한 지 알았어. 추론의 순서를 뒤집어서 생각해 보라구." "무슨 소리야? 설명을 해 봐." 다들 내 얼굴을 쳐다본다. "이 이야기에서 '결과'는 내가 하루만에 여기에 누워 있고, 아무것도 기억을 못한다는 거잖아? 그 이유를 찾기 위해 유리카가 나스펠이라는 '가설'을 제시한거고. 그렇지만 그 가설은 겨우 지역의 이름에 근거한 것이기 때문에 신빙성이 없어." "그래서?" 신빙성이 없다는 말에 유리카가 입술을 삐죽였다. "우리는 가설로 가기 위한 중요한 절차를 빠뜨린 거라고. 말하자면, 증거를 수집해야 해. 그 가설에 맞는 증거라도 좋고, 아니라도좋지만 일단 실험을 해야 한다고. 나스펠의 짓이다, 라는 결론을 내리기에 앞서 그 결론보다 내가 왜 여기에 쓰러져 있었어야만 했는지에 대해서 생각을 해보자고." "알았으니까, 어떤 실험을 하잔 말인가?" 엘다렌이 지루하다는 듯 참견했다. 그렇지만 이제 다 됐다. 나는손가락을 딱 울렸다. "내가 아까 쓰러져 있던 동굴로 다시 가자." "아아!" 내 생각을 제일 먼저 알아채는 것은 역시 유리카였다. +=+=+=+=+=+=+=+=+=+=+=+=+=+=+=+=+=+=+=+=+=+=+=+=+=+=+=+=+=+=+=아아.. 어제 독자 모니터링 투표 결과 발표 순서에 대한 이야기를안 드렸었군요..^^;(꽤 여러 분께서 왜 투표1. 캐릭터 인기 투표에 대한 결과는 없느냐고 물어보셨어요... 죄송합니다. ;)순서는 어제 투표2, 투표3을 올렸고 오늘은 투표4, 투표5, 그리고내일 마지막으로 투표1, 그리고 부록투표 결과를 공개할 생각입니다. 왜 순서가 이러냐고요? 윽... 캐릭터 투표 결과 집계가 제일 내기어렵기 때문입니다. T_T다른 투표보다 가장 투표수가 많고, 메모 등으로 남겨 주신 것도많은 터라, 모두 집계하기가 어려워요. 그래서 맨 나중으로... 돌린겁니다. 내일로 투표 결과 집계는 모두 올라갑니다. 그런 다음엔 선물 받으실 분 명단을 올리겠습니다. ^^Luthien, La Noir. 출력이 끝났습니다. [Enter]를 누르십시오. ━━━━━━━━━━━━━━━━━━━━━━━━━━━━━━━━━━━제 목 :◁세월의돌▷투표결과-최고의 이름상게 시 자 :azit(김이철) 게시번호 :901게 시 일 :99/07/25 11:33:10 수 정 일 :크 기 :16.9K 조회횟수 :63 『게시판-SF & FANTASY (go SF)』 40258번제 목:◁세월의돌▷투표결과- 최고의 이름올린이:모래의책(전민희 ) 99/07/24 23:10 읽음:336 관련자료 없음----------------------------------------------------------------------------- +=+=+=+=+=+=+=+=+=+=+=+=+=+=+=+=+=+=+=+=+=+=+=+투표4. 세월의 돌 최고의 이름상+=+=+=+=+=+=+=+=+=+=+=+=+=+=+=+=+=+=+=+=+=+=+=+ #1. 투표 요지 : 지금까지 등장한 인물이나 지명 등의 이름들 중,가장 잘 어울렸다거나 마음에 드는 이름#2. 집계 방법 : 1, 2, 3등 세 명을 써서 보내고, 점수는 1등-3점,2등-2점, 3등-1점으로 계산했습니다. #3. 총점 : 228점 이름은 마치 캐릭터 투표를 연상케 했습니다..;;; 나왔던 사람들이자꾸 나와서요. 또 재미있는 것은 캐릭터 순위에서 졌던 인물들의 복수전 분위기 또한 풍겼다는..^^작명 실력은 한국 환타지 중 최고! 라는 과찬의 말씀을 해주신 분도 계시고..^^; 전반적으로 마음에 드는 이름이 많답니다. 이름들이멋지면 소설의 분위기가 살아나니까 아무래도 신경이 갑니다..^^;;그럼, 역시 뒷순위부터 발표 나갑니다- +=+=+=+=+=+=+=+=+=+=+=+=+=+=+=+=+=+=+=+=+=+=+=+=+=+=+=+=+=+=+=13위. 동순위 일곱(무려...)입니다. (각 1점)▶ 게퍼 쿠멘츠[파비안과 대적하던 사슴 잡화의 아들]..... 이름부터 무식한 느낌이 난다는군요. 예, 제 의도도 그거였습니다. ^^▶ 세르무즈[마브릴들의 나라]..... 발음하기 편하고 소리도 예쁘게 난다나요? 저는 네 계절의새로운 이름(프랑드, 세르네즈, 모나드, 니스로엘드)도 상당히 좋아합니다만...^^ 이건 뽑아주신 분이 없더군요. ▶ 마브릴 족[세르무즈 인구의 대부분을 이루는 대륙 5대 인간족 가운데 하나]..... 그냥 어감이 좋답니다. (사실 이름에 대한 선정 이유에는 이이유가 가장 많습니다. ^^;) 저도 이 이름이 마음에 듭니다. ▶ 아시에르 롤피냥[나르디의 가명]..... 이 경우에는 파비안의 평 그대로 하도 안 어울리는 어감이라서 고르셨대요. 그렇죠? 롤피냥이라는 성의 어감은 일부러 우스꽝스럽게 들릴 것 같은 걸로 골랐으니까요. 뭐... 아주 이상한 이름은 아니죠. 프랑스에 가면 달타냥도 있고 아냥도 있고...^^;▶ 바르제 네 자매의 이름[올디네, 블랑디네, 아라디네, 미르디네]..... 짓는데 고민 좀 했을 것 같은 느낌이라나요? 예쁜 이름들이라는군요. 에에.. 비슷한 어감으로 넷이나 줄줄이 짓는게 조금 고생이었다고나 할까요? ^^ 또 이 이름들은 줄이면 -딘 으로 끝나게 되는데, 제가 맞춤법 검사를 돌리면 아라딘을 자꾸 알라딘으로 고치라고나와요. ^^;▶ 사스나 벨[암흑 아룬드에 달 위에 나타나는 검은 암흑성]..... 딱 한 분인데, 이유가 안 쓰여 있었습니다..;;저야~ 각 별의 이름들은 모두 약 3년 전부터 신경써서 지어놓은 거니까요. ^^ 라 트루바 드루에, 사스나 벨, 아르나니, 타로피니, 키티아니....피아 예모랑드, 낭시그로 호에 이르기까지. (여기까지만 등장한 거 맞죠? 아, 작은 달 파비안느도 나왔구나. 또 류지아가 몇 개더 말한 것도 같고... 어쨌든 다른 별 이름들은 차차 밝힐게요. 아룬드별로 수호성이 모두 있거든요. ^^;)▶ 스노우보드[snowboard....;;]..... 하하..제가 지은 이름은 아니니까. ^^;+=+=+=+=+=+=+=+=+=+=+=+=+=+=+=+=+=+=+=+=+=+=+=+=+=+=+=+=+=+=+=12위. 동순위 다섯입니다. (각 2점)▶ 유리카와 헤어진 들판[파비안이 멋대로 붙인 이름]..... 적당히 잘 붙였다는 느낌이랍니다. 뜻모를 어휘보다 낫다는생각이 들기도 하고, 또한 이런 이름을 붙이는 과정이 전혀 어색하게느껴지지 않은 점이 훌륭하다는군요. ▶ 이진즈[대륙 최고의 대하, 파비안의 어머니 이름]..... 어머니 이름과 같다는 점에서, 어쨌거나 어울린대요. 또 어머니 이름으로서 왠지 미인이라는 느낌과 함께 예쁘고 어감이 좋답니다. 어머니와 강... 어쩐지 어울리는 느낌이죠. ▶ 아스테리온[유리카가 소속되어 있는 종단, 죽음의 무녀]..... 정말 검은 색의 느낌을 주는 이름이라고 하셨습니다. 또 어딘지 모르게 불안하고 어두운 느낌을 준다고 하셨습니다. 제 역할을잘 해내는 명칭이라는군요. 개인적으로 이 명칭은 어딘가에서 따온 것입니다만.... 밝히지 않으렵니다. ^^;;; (돌이 두렵다..)▶ 떠있는 섬[늦가을 들녘 여관의 특제 후식 요리]..... 그런데, 이 이름은 제가 지은게 아닙니다. ^^; 실제로 프랑스에는 있는 요리 이름이거든요? 어쨌든 저 역시 먹는 것 이야기 많이 나오는 글을 읽으면 기분이 좋아집니다.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 몇개의 소설 장면들 가운데 뭔가 음식이 나오는 장면이 꽤 많은 것 같아요. zyubilan 님, 언제 먹는 거 나오는 소설 이야기나 해볼까요? ^^▶ 붉은 보석단[엘다렌의 붉은 보석을 갖고 있던 스조렌 산맥의 산적단 이름]..... 미야자키 하야오의 '붉은 돼지'에 나오는 그 공적들처럼 정말 어수룩하고 코믹한 녀석들이라는 느낌이 딱 온대요. 하하... 결국어수룩한 짓만 했으니 그 예상이 딱 맞았네요. ^^+=+=+=+=+=+=+=+=+=+=+=+=+=+=+=+=+=+=+=+=+=+=+=+=+=+=+=+=+=+=+=11위. 동순위 셋입니다. (각 3점)▶ 큰사슴 잡화[파비안의 어머니가 운영하던 가게]..... 그야말로.. 소박하게 잘 어울린다는.. 가게 옆에 커다란 사슴 박제가 있을 것 같대요. 아마도... 있을 것도 같네요. 예전에 남아메리카 개척지에선 글을 모르는 인디언들을 위해서 구두 가게 앞에는 커다란 구두, 하는 식으로 간판을 만들었었대요. 그래서 이베카시에 가면 그런 식으로 되어 있죠.. ^^ 거기서 따온 겁니다. ▶ 힘보른 시[이베카 시의 옛 이름]..... 그냥 뭔가 묵직한 느낌이 나는 이름이라네요. 이걸 기억해주는 분이 있으실 줄이야..^^;▶ 마브릴의 네 가지 호칭[마디크, 마디렌, 프론느, 프로첸]..... 이국적인 느낌이 나는 호칭들이고, 이런 호칭을 쓰도록 한것 자체가 재미있고 참신한 발상이라고 하십니다. 리얼하고 이국적인분위기 메이킹에 큰 도움이 되는 것 같대요. 나름대로 규칙도 있는듯하고요. 네... 미스, 미스터라고 부르는 것보다 훨씬 낫죠. (;;)그냥 아무개 씨, 라고 하는 것보다 끝이 성으로 짧게 떨어지는 어감을 좋아해서 이걸 만들게 되었던 것 같네요. +=+=+=+=+=+=+=+=+=+=+=+=+=+=+=+=+=+=+=+=+=+=+=+=+=+=+=+=+=+=+=10위. 켈라드리안 : (4점)[이스나에의 숲]..... 이유를 안 써주시는군요.. T_T 아, 들으니까 갈라드리엘(반지 전쟁에 나오는 요정 여왕)이 떠오른다는 분이 있으셨죠. 하하.. 지을 때는 전혀 관계가 없었는데..^^; 오히려 그 동네에 가서 비슷한걸 따지자면 켈레브리안이라는 사람이 있습니다. 엘론드의 아내이자아웬 운도미엘의 어머니지요. 그런데... 관계가... 있나..^^;+=+=+=+=+=+=+=+=+=+=+=+=+=+=+=+=+=+=+=+=+=+=+=+=+=+=+=+=+=+=+=9위. 동순위 둘입니다. (각 6점)▶ 미칼리스 마르나치야[엘프의 이름을 가진 도시 첫머리 글에 등장하는 어떤 엘프]..... 이 이름을 기억해 주시다니... 감격..T_T▶ 메르농 샘[켈라드리안 숲 안에서 이스나에 아르단드가 지키고 있는 샘]..... 조용한 불빛이 비치는 곳, 프랑스 분위기가 풍기는 이름이랍니다. (아마 마농의 샘이라는 영화가 있어서가 아닐지..프랑스 영화거든요. ^^;)+=+=+=+=+=+=+=+=+=+=+=+=+=+=+=+=+=+=+=+=+=+=+=+=+=+=+=+=+=+=+=8위. 동순위 다섯 입니다. (각 7점)▶ 리에주[상인의 도시라고 불리는 이스나미르의 도시, 파비안 어머니의 고향]..... 상인의 도시라는 데서 친근감, 익숙함, 왠지 상인의 마을이라는 느낌이 물씬 풍긴다고 대부분 말씀해 주셨네요. ▶ 세월의 돌[말 그대로... 글 제목]..... 뭐니뭐니 해도 가장 잘된 이름, 이 이름 때문에 읽기 시작했다, 오래되고 신비로운 느낌, 뭔가 있어보이는, 환타지의 특성을 잘살린 이름, 왠지 새로운 느낌, 등등.. (그런데 이름이 딱딱해서 처음에 안 봤다는 분도 계시더군요..^^;)▶ 이베카 시[엘프의 이름을 가진 도시]..... 시 이름이기도 하고 사람 이름이기도 한데 양쪽 다 무리없이잘 어울린답니다. 귀에 잘 들어오는 이름이기도 하고, 기억에도 잘남는다나요. 또한 자기 이름을 세월 속에 각인시키고자 한 이베카의방법이 인상적이라는 분도 계십니다. 그렇죠... 오묘한 방법이죠. 그리고 말씀대로 자기의 욕구만으로 무리한 일을 저지른 셈이기도 하네요. 후대 사람들이 만들어 낼 부작용은 생각하지 못한 채로요. 참고로... 이 이베카라는 이름의 엘프 이야기는 나중에 또 등장하게 되어 있습니다. 이유 없는 이야기는 만들지 않으니까요..^^;▶ 로아에[주아니의 종족]..... 종족 이름이 너무 귀엽다, 어감 자체가 작다는 느낌이 난다,특이한 종족이라서, 새로운 종족이라 신선하고 작은 느낌 등의 이유였습니다. 최근의 표현이 이 종족을 처음 설정했던 때와는 조금 달라진 감이 없지 않지만.. 어쨌든 주아니는 자기 종족의 일반적 동료들과 조금 다른 로아에니까요. ^^;▶ 아룬드나얀[사계절의 목걸이]..... 평을 잘 써주신 분이 있어서 하나로 요약하겠습니다. 세월의 돌을 읽을 때 감탄한 점들 중에 하나...바로 아룬드의 사용이었습니다. 각각의 월들에게 이름을 주고 그 의미와 시기도 맞아떨어지더군요. 어떻게 이런 생각을 다 하시다니..정말 놀랍습니다~~ 그리고 나중에 나온 사계절의 목걸이. 아룬드나얀이라는 이름은 아룬드라는 월의 의미도 포함시킨 것 같다는 짐작이..그래서 이름도 사계절의 목걸이가 아닌가요. [하이텔의 zyubilan 님]예, 실제로 아룬드나얀과 아룬드는 같은 의미에서 나온 이름이지요. 그래서 사계절의 목걸이라는 것도 맞고요. ^^ 독자 분들이 이런것을 지적해 주실 때 기분이 좋답니다. +=+=+=+=+=+=+=+=+=+=+=+=+=+=+=+=+=+=+=+=+=+=+=+=+=+=+=+=+=+=+=7위. 동순위 넷입니다. (각 8점)▶ 영원의 푸른물결을 가르는 빛나는 광휘[멋쟁이 검의 본명]..... 평소부터 왜 검의 이름이 그렇게 짧아야하는지 의문이었는데, 굉장히 마음에 드는 길고 고풍스러운 이름이라는군요. 또, 멋쟁이 검이라는 애칭이 더 마음에 든다는 분도 많았고요. 그 이름의 센스에 완죤히 반해버렸다... 라는 분도 있군요. ^^ 소설 역사상 이렇게 긴 이름의 검이 있을까... 라고도 말해주셨고요. 저도 이름이 굳이 짧을 필요가 있나, 하는 생각을 갖고 있네요. 그렇지만 짧은 이름은 부르기가 좋으니까.... 결국 짧은 버전의 이름이 최근 등장했지않습니까. 여명검(Dawn Blade)이라고...^^;▶ 융스크-리테[스조렌 산맥에 있는 대륙 최고봉]..... 왠지 높을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이름. 뭔가 있어보이는 이이름은 다른 대명사를 압도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온 몸으로 '높다!'고 외치는 이 이름이 대륙 최고봉의 이름이라니 너무 어울린다고말해 주신 분도 있고요. 저도 이 이름을 지을 때는 높은 느낌을 주는데만 집중했었습니다. ▶ 하비야나크[파비안의 고향 마을]..... 네덜란드 풍의 그림같은 집들에 지붕은 하얀 눈으로 덮여 있고, 그다지 큰 마을은 아니고 마을 사람들은 서로서로에 대해 잘 알고 있을 것 같은 곳이라는군요. 또 왠지 높은 곳(high)에 있을 것 같은 이름이라 센스있다는 의견도 있었어요. 이 이름은 북유럽 풍이지요. 일부러 파비안 마을 사람들의 이름은 그래서 다 북유럽 풍으로지었습니다. 어울리라고요. 그 다 기억하지도 못하실 것 같은 신데볼프, 벤야, 안다, 나스레트, 고르만, 야스발트, 스바, 에렌트, 뢰야네....그런데, 이 이름들의 직업을 모두 아시는 분..? ^^;▶ 아르노윌트 크센다우니 엠버[엠버리 영지의 영주 아들]..... 복잡한 것 같지만 의외로 신기하게 딱 기억되는 괜찮은 이름, 뭐라 설명할 수는 없지만 이 이름을 듣자마자 이 녀석의 성격을예감했다는 분도 계시고..^^; 쓸데없이 권위적인 귀족에게 잘 어울린다는 말씀도 있으셨네요. 왠지 이미지와 딱 어울리는 이름이랍니다. 어떤 분은 성격은 영 아니지만 이름만은 마음에 드신다는..^^+=+=+=+=+=+=+=+=+=+=+=+=+=+=+=+=+=+=+=+=+=+=+=+=+=+=+=+=+=+=+=6위. 이스나에 : (12점)[깨끗한 영혼들을 일컫는 말]..... 어감이 좋다, 이름보다 독특한 설정이 마음에 든다, 언데드도 아니고 요정도 아닌 다른 책에서 볼 수 없는 독특한 설정이 아닌지, 유령을 업그레이드시킨 이름, 좋음...(업그레이드라뇨..;;), 특별히 이유는 없지만, 왠지 잘 어울린다고나 할까?, 그 존재에 대한연상이 잘 떠오른다, 등의 의견입니다. 이스나에에 대한 설정은 지금은 일부만 등장하고 있지만 제 세계관에서 상당히 중요한 부분이지요. 나중에 등장할 기회가 있을 겁니다. 독특한 설정이라고 말해주셔서 기뻤어요. ^^+=+=+=+=+=+=+=+=+=+=+=+=+=+=+=+=+=+=+=+=+=+=+=+=+=+=+=+=+=+=+=5위. 나르디 : (15점)[파비안 일행의 금발 소년]..... 왠지 아랍 풍의 소년이 떠오르신답니다. 성검전설 2의 호크아이가 떠오른다고 하셨는데, 전 누구인지 모르거든요? ^^; 어쨌든사막의 분위기가 난다네요. 또 나딜이 떠오른다고 하셨는데, 그게 누굽니까? (정말 아는게 없군...) 재미있는 캐릭터의 성격과 잘 맞는이름이라는 말씀도 있었고, 가짜 이름이긴 하지만 귀족티가 난다는분도 있었네요. (어떤 분은 그저 잡스런 캐릭터 같은 이름이라고도하셨습니다만..^^;)나르디의 풀 네임은 좀더 있어야 등장합니다. ^^+=+=+=+=+=+=+=+=+=+=+=+=+=+=+=+=+=+=+=+=+=+=+=+=+=+=+=+=+=+=+=4위. 주아니 : (18점)[로아에 족, 파비안의 친구]..... 이름의 어감만으로도 작고 귀여운 느낌이 든답니다. ^^; 또성격하고 잘 어울리는 것도 같고, 맨날 주머니 속에 들어 있어서 주아니라고 했냐는 의견도..^^ (실제로 주아니라는 단어와 주머니라는단어를 같이 쓸 때면 제게도 혼동이 일어납니다..^^;;) 정말 이름과종족이 잘 어울린다는군요. 애완 동물에게 이 이름을 붙이고 싶을 정도로 친근감이 간다는 분도 계시고요. 이름이 그대로 인물을 대변한답니다. +=+=+=+=+=+=+=+=+=+=+=+=+=+=+=+=+=+=+=+=+=+=+=+=+=+=+=+=+=+=+=3위. 각 아룬드(달)의 명칭들, 또는 아룬드라는 말 자체 : (20점)[매 장 시작때마다 등장하는 설명]..... 아룬드라는 말의 어감 자체가 참 예쁘다는군요. round에서힌트를 얻지 않았을까 하는 느낌이..세월이란 어차피 돌고 도는 것아니겠습니까? 하고 말해주신 분도 계신데, 에에.. 어디서 힌트를 얻었는지는 생각나지 않는군요. ^^; 말할 바 없이 그냥 멋지다, 라고하신 분도 계시고, 각 달의 명칭이 사건들과 너무 잘 맞아떨어져서신기하다는 분도 있고요. 달의 의미를 만들어내는 것이 환상적 분위기를 만드는데 도움이 된다고 하신 분도 있고, 이 이름들이 세월의돌의 세계관에 빠져들게 한다고 말해주신 분도 계세요. 물론! 그냥느낌이 좋다는 분이 제일 많았습니다. ^^;열 네달의 아룬드 설정이 저에게 얼마나 고통을 주었는지... 몇 년전부터 차츰차츰 천천히 만들어진 설정이지요. 단순히 생각나는 대로가 아니라 전체적인 체계가 되도록 하려고 애를 많이 썼습니다. 저는점성학을 좋아하니만큼 현실에 존재하는 열 두 별자리와 열 개 행성의 조화가 얼마나 잘 되어 있는지 알고 있거든요?(그냥 사수좌 사람은 성격이 어떻더라.. 하는 단순한 해석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저는가끔 만화 같은 데나 오늘의 운세 등에서 그렇게 단순화해서 생각하는 것을 보면 화가 나려고 합니다.)오랜 점성술의 역사에는 못 미치더라도 나름대로 완결성 있는, 그리고 의미 있는 체계를 만들어내려고 했지요. 별자리에 대한 설정도조금씩 더 나올 겁니다. 참고로, 별자리는 일곱 개입니다. +=+=+=+=+=+=+=+=+=+=+=+=+=+=+=+=+=+=+=+=+=+=+=+=+=+=+=+=+=+=+=2위. 파비안 크리스차넨 : (24점)[남자 주인공]..... 이유는 모르겠지만 주인공 캐릭터에 딱 어울리는 이름, 애칭은 파비 정도가 좋을듯...이라네요. 그냥 어울린다, 하여간 맘에 든다, 이런 이야기가 가장 많았습니다. 주인공 이름치고는 신선하다(?)는 말씀도 있으셨고... 이름만 들어도 장난꾸러기 같고, 옆집 녀석같은 친근한 이름이라는 분도 계십니다. (정말 옆집 총각 파비안인가..)이 이름은 정말 제게 고생을 많이 시켰습니다..T_T 몇 번이고 바꾸었었거든요. 얼마나 많은 이름이 주인공 이름이 될 뻔했는지 모릅니다... 그러다가 결정된 이름이니.. 그래도 많은 분들이 마음에 들어해 주시니 다행입니다. ^^제 기억상 파비안이라는 이름은 그런데 여자 밖에 없었습니다. 영화 펄프 픽션에 보면 브루스 윌리스의 애인 이름이 파비안이죠. 또프랑스의 여자 가수 라라 파비앙도 있고...^^ 또 파비안Fabian 이라는 소설을 쓴 사람도 있더군요. 만약 이 소설에서도 파비안이 여자라면 제 글의 파비안은 유일한 남자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1위. 유리카 오베르뉴 : (30점)[여자 주인공]..... 인물과 정말 잘 어울린다! 연약한 느낌이 나지 않는 이름이라 좋고, 흔한 이름이긴 하지만 이미지가 잘 맞는다, 또한 이 이름이1위인 것이 다~~~아~~~앙~~~연 하다는 분도 있군요. (두말하면 잔소리, 유구무언이라나요...^^;;) 이름이 수월하게 눈에 들어오고 튀면서도 발음하는 어감도 마음에 든다..입니다. 유리카라는 이름은 전적으로 제 머릿속에서 나왔습니다. 현재 TV에서 방영하는 모 애니메이션의 여자 주인공과는 전혀 상관이 없습니다. 우연히 그 이름이 같은 걸 알고서 제가 얼마나 놀랐었다고요... (그것도 연재 시작한 다음이었음..) 오베르뉴라는 성은... 프랑스에가면 같은 이름의 주가 있습니다. 아주 심심산골에 잘 못사는 주라더라고요. 옛날 아키텐과 프랑스 왕가 사이의 영토 분쟁지이기도 하고요, 그 이후로도 여러 세력의 쟁탈장이었다더군요. 그 볼 것 없는 동네가 왜 그렇게 인기가 좋았는지...(가본 건 아닙니다. ^^;) 하여튼리무쟁 옆인가, 거기 있는 주입니다. 물론 유리카와는 아무 관계도없...(왜 설명했지...;;)제 글에 프랑스 느낌이 나는 이름이 많다고 하시면서 프랑스 유학이라도 갔다왔느냐고 말하신 분이 계신데, 그랬다면 얼마나 좋았겠어요. T_T 프랑스는 근처도 못가봤습니다. 다만 그 나라 문화에 관심이많아서 이것저것 알고 다니는 정도지요. (전 지도 보는게 취미입니다. ^^)그리고 특별히 프랑스, 북유럽 하는 식으로 분위기가 비슷한 이름들이 모여 있는 곳은 제가 일부러 그렇게 한 것입니다. 한 대륙 안에서 지역적 분류에 따라 언어의 어감이 달라지게 하려고 노력했었지요. 주로 세르무즈 북부 쪽이 사람이나 지명이나 프랑스 어 분위기가많이 날 겁니다. (유리카 이름 1위 아래 엉뚱한 설명을 많이 하고 말았군...) +=+=+=+=+=+=+=+=+=+=+=+=+=+=+=+=+=+=+=+=+=+=+=+=+=+=+=+=+=+=+= 이리하여, 최고의 이름상도 끝났습니다. 아마 많은 분들은 저런 이름이 다 어디서 나왔어? 하실 지도 모르겠어요..^^ 어쨌거나 앞으로이름 짓는데 많이 참고하겠습니다. Luthien, La Noir. 출력이 끝났습니다. [Enter]를 누르십시오. ━━━━━━━━━━━━━━━━━━━━━━━━━━━━━━━━━━━제 목 :◁세월의돌▷투표결과-최고의 여행지게 시 자 :azit(김이철) 게시번호 :902게 시 일 :99/07/25 11:34:29 수 정 일 :크 기 :14.9K 조회횟수 :56 『게시판-SF & FANTASY (go SF)』 40259번제 목:◁세월의돌▷투표결과- 최고의 여행지올린이:모래의책(전민희 ) 99/07/24 23:11 읽음:305 관련자료 없음----------------------------------------------------------------------------- +=+=+=+=+=+=+=+=+=+=+=+=+=+=+=+=+=+=+=+=+=+=+=+투표5. 세월의 돌 최고의 여행지+=+=+=+=+=+=+=+=+=+=+=+=+=+=+=+=+=+=+=+=+=+=+=+ #1. 투표 요지 : 지금까지 표현된 장소들 중 가장 가보고 싶은,잘 묘사된 장소#2. 집계 방법 : 1, 2, 3등 세 명을 써서 보내고, 점수는 1등-3점,2등-2점, 3등-1점으로 계산했습니다. #3. 총점 : 229점 여행지는 생각보다 구석구석 재미있는 곳을 많이 찾아주셨습니다. 사실 저도 가보고 싶습니다만...^^그럼, 역시 뒷순위부터 발표 나갑니다- +=+=+=+=+=+=+=+=+=+=+=+=+=+=+=+=+=+=+=+=+=+=+=+=+=+=+=+=+=+=+=14위. 동순위 넷입니다. (각 1점)한표씩이라 그냥 투표하신 분들의 감상을 적어봅니다. ▶ 이진즈 강이 갈라지는 곳이라 배들이 반드시 멈추어야만 하는강변 도시, 앙글라제 시..... 왜 자꾸 네덜란드의 동화풍 도시가 연상이 될까. 왠지 튜울립이 가득할 것 같은... (그곳은 수도 같은데......--) 어쨌든.... 가서 술마시구 싶음.....*^^* [정희석 아이디 함께 쓰시는 진철 님]..이라고 써주셨습니다. ▶ 앙글라제 시 뒷골목에 있는 이름없는 맥주집(선원 그랭그와르가안내한 곳)..... 사실은 이런 맥주집을 본인이 너무 좋아하기에..왠지 떠들썩하고 술마실 기분이 나는 그런 곳이라는 인상이 들었다..갑자기 맥주가 마시고 싶다는.. 꼭 분위기가 저기 서강대아래에 있는 한울호프를생각나게 해준다. 대학다닐때 그리고 지금도 자주 가지만..꼭 그 곳을 생각나게 해주었다. [까페알파 님]▶ 이진즈 강을 타고 내려갈 때 탔던 배, 검과 별의 노래호의 선실..... 선실이요..--세세한 부분까지 설명해 놓으신 곳. 배타고 여행가면 재미있을까요? [프레야 님]▶ 마브릴 족의 나라 세르네즈..... 아름다운 곳이라면서요? [두키 님]+=+=+=+=+=+=+=+=+=+=+=+=+=+=+=+=+=+=+=+=+=+=+=+=+=+=+=+=+=+=+=13위. 동순위 둘입니다. (각 2점)▶ 파비안과 유리카가 세르무즈로 넘어가서 이진즈 강을 타고 가는배를 탔던 도시, 아세이유 시..... 색색으로 칠해진 배를 묘사한 부분이 멋졌습니다... 아아 그런 강변 도시는 정말 예쁠 것 같아요. 항구도시가 참 이쁠것같아요..오목조목.. 색도 알록달록 할것같구..^^▶ 유리카의 고향인 크로이츠 영지..... 꽤 북쪽인데도 엠버리 영지만큼 춥지는 않으며 멋진 샘과 좋은 사람들이 있는 소박한 마을, 아직까지 등장한 일은 없지만..^^;+=+=+=+=+=+=+=+=+=+=+=+=+=+=+=+=+=+=+=+=+=+=+=+=+=+=+=+=+=+=+=12위. 파비안과 어머니가 운영하던 큰사슴잡화 : (4점)..... 지금은 가볼 수 없지만, 이진즈가 살아 있을 때의 큰사슴 잡화에 가보고 싶으시다라... 왠지 저에게까지 약간 슬픈 느낌을 갖게하는 말씀이시군요... 또, 상인을 직접 만나고 싶다, 이진즈의 요리솜씨를 맛보고 싶어서, 한수 배우고 싶어서..--;; 라는 평도 있었습니다. +=+=+=+=+=+=+=+=+=+=+=+=+=+=+=+=+=+=+=+=+=+=+=+=+=+=+=+=+=+=+=11위. 동순위 둘입니다. (각 5점)▶ 파비안과 유리카가 악령의 노예들에게 쫓긴 숲과 절벽..... 공포 영화를 좋아하시는 분인가봐요. ^^;절벽 아래 급류가 흐르는 곳, 긴박한 장면의 배경으로는 그만이다,왠지 두려운 느낌을 맛보고 싶어서.. 등의 평이 있었습니다. ▶ 파비안의 고향 마을 넷 중 하나인 엠버리 영지의 월계수의 그릴라드 마을..... 잘 표현해 주신 한 분의 평으로 대신하기로 하죠.. (점점 게을러진다..;;)그릴라드 언덕에서 본 월계수의 그릴라드-연갈색 초콜릿의 지붕 사이로 황금 밀밭이 보이고 그 뒤의 녹색의 호수. 겨울 말고 여름에 가면 더욱 싱그러움을 느낄것 같음. [아묘 님]+=+=+=+=+=+=+=+=+=+=+=+=+=+=+=+=+=+=+=+=+=+=+=+=+=+=+=+=+=+=+=10위. 파비안의 고향 엠버리 영지 앞에 있는 녹색 호수 : (7점)..... 유리카와 다시 만났을 때, 밤중의 풍경도 멋지다, 아버지가떠날 때에도 내다보이던 호수라선지 왠지 고향을 떠올리게 하는 곳이다, 단순하긴 하지만 느낌이 좋은 이름이다... 등등의 평이 있었습니다. 한 분의 평만 따로 싣자면,그게, 참 그 아련한 기분이라고 해야 하나요? [meenjoon 님]+=+=+=+=+=+=+=+=+=+=+=+=+=+=+=+=+=+=+=+=+=+=+=+=+=+=+=+=+=+=+=9위. 동순위 둘입니다. (각 8점)▶ 스조렌 산맥의 융스크-리테..... 산사람으로서 당연한 순위아닌가..설명이 필요없다.. 고 말해주신 분이 있으셨습니다. 또한 높은 산을 좋아해서, 첩첩산중을 함께 헤매는 모습이 좋아 보인다, 한적한 산간 마을(이건 스조렌 산맥앞의 리테도른 마을이지만)등등.. 등산 매니아 분들의 지지를 얻은곳이었네요. ▶ 이베카 시의 늦가을 들녘 여관..... 단연! 떠 있는 섬을 비롯한 각종 요리 미식 여행(?)으로 지지를 얻은 곳이었네요. 무슨 일이 있어도 '떠 있는 섬'이란 후식은꼭 먹고야 말겠다는 다짐을 하신 분도 계셨고..^^ 주인은 깡패들과인연(?)이 깊은 좀 분위기가 안좋은 곳이긴 하지만, 맛있는 음식들에군침이 흘러서.. 라고 말한 분도 있으셨습니다. 세월의 돌 음식 투어를 계획하신 분도 있었어요. 실어드리죠. ^^일단 음식 투어 일정은 "늦가을 들녘" 여관에서 특별정식 A-Z까지를 먹고^^ "황금 술통" 여관에서 맥주를 마시고, 그리고 "연중무휴" 여관에서 해산물 정식 코스를, 그리고 켈라드리안 숲에서 따끈한 호두파이와 사과주를 먹고 싶다는 생각이, 그리고 시간을 꺼꾸로 돌려이진즈님의 요리솜씨도 한 번쯤 맛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요. [꼬마호빗 님]+=+=+=+=+=+=+=+=+=+=+=+=+=+=+=+=+=+=+=+=+=+=+=+=+=+=+=+=+=+=+=8위. 엠버리 영지 녹색 호수 앞에 펼쳐진 일명 '유리카와 헤어진들판' : (9점)..... 파비안이 여행을 떠날때 유리카와 만나서 첫 말싸움(!)을 했던 곳이죠. 왠지 소풍이 가고 싶으시대요. 혼자서는 아니고 친한 친구들이나 아니면, 여자친구하고요. ^^ 왠지 분위기 잡기 좋은 곳 같기도 하고, 산책하기 좋아보인다 라는 평도 있었고요. 왠지 녹색 호수와 좀 이어지는 것 같은데...^^;+=+=+=+=+=+=+=+=+=+=+=+=+=+=+=+=+=+=+=+=+=+=+=+=+=+=+=+=+=+=+=7위. 세르무즈와 이스나미르 국경에 솟아난 이름없는 산(파비안과유리카가 방패를 타고 넘어가던 곳) : (12점)..... 그 눈덮인 산에서 친구들하고 눈싸움을 해보구 싶으시다는군요. 또, 미스테리가 있는 산 같아서, 라고 말하신 분도 있고, 간단하게 '저도 눈썰매 타고 시포요!'라고 외치신 분도 있으십니다. ^^+=+=+=+=+=+=+=+=+=+=+=+=+=+=+=+=+=+=+=+=+=+=+=+=+=+=+=+=+=+=+=6위. 세르무즈의 수도, 꽃의 하라시바 : (13점)..... 자세한 묘사는 없었지만.. 선원들의 흥분때문에 가보고 싶답니다. 남이 뭐가 좋다 하면 따라해보고 싶은 충동을 자주 느끼는 편이라서라고요? ^^ 또한 그 각종 묘사들, 마브릴들의 연인, 세르네즈의 화관!!! 이라는 감탄이 저절로 가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한다는군요. 꽃의 도시인데.... 꼭 가야죵..... 하는 분도 계셨네요. 꼭 세르네즈(여름)에 가봐야겠다고 다짐하신 분도 있고요. 평은 두 개만 싣겠습니다. 온갖 꽃들이 피어있다는 곳..솔직히 꽃을 그렇게 좋아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 정도로 피어있다면, 정말 가 보고 싶겠군요..도시 가득화향이 피어날테고, 위에서 보면 아주 멋있을 듯..게다가, 분위기 잡기도 좋겠구요.. ^^ [하이텔의 myrin 님]꽃의 도시인데....꼭 가야죵......[beom727 님]+=+=+=+=+=+=+=+=+=+=+=+=+=+=+=+=+=+=+=+=+=+=+=+=+=+=+=+=+=+=+=5위. 파비안의 고향, 엠버리 영지의 큰사슴의 하비야나크 마을 :(19점)..... 산 근처의 눈덮인 마을... 정말 멋진 풍경일꺼 같다는군요. 그리고 새하얀 눈으로 덮여있는 산비탈길에서 스노우 보드라...정말재미있을 것 같다는군요. 스노우보드 타보고 싶어서.. 라고 말해주신분이 국경의 이름없는 산보다 더 많아요. ^^ 지금 더우니까 시원해서좋다...는 분도 있으시고, 알프스의 만년설이 있는 곳이 가보고 싶으셨는데, 여길 보니 딱 맞는 것 같아서, 라는 평도 있었고... 역시 스키나 스노우보드!를 외친 분이 많으신데, 또 대부분의 분들이 그 뒤에 덧붙이시길 '못 타지만...'이라고..^^;;잘된 평으로 두 개 옮깁니다. 하비야나크. 맨 처음 묘사가 거의 압도적인데... 정말 눈에 보이는듯하게 그려낸 수고에 찬탄을 아끼지 않을 수 없다...이런 곳이라면,여행지로도 좋겠지. 스키도 배워보고... [비와함께 님]제가 이곳을 고른 이유는 단 한가지.....후후후 "스노우보드 타러가자~~!!!!"입니다.. 굳이 이유를 대자면 파비안이 살았던 마을을 보고 싶다는 핑계와 공짜로 눈썰매장을 이용할 수 있다는 경제적 이유랄까. 님블에서도 어쩔 수 없이 도망치기 위해서 눈길을 헤치면 내려오긴 했지만 역시 본토에서 타는 기분이 죽이겠지요. 나중에 기회가된다면 꼭 판때기 하나 들고 가서 좌아아~~악 미끄러져 내려오고 싶네요. 그러다가 목부러지면 저 세상이지만. [하이텔의 zyubilian 님]+=+=+=+=+=+=+=+=+=+=+=+=+=+=+=+=+=+=+=+=+=+=+=+=+=+=+=+=+=+=+=4위. 켈라드리안 숲 속, 메르농 샘 : (21점)..... 숲도 멋질것 같지만 빽빽한 숲 가운데 녹색 이끼가 낀 돌로둘러져 있고 하얀 모래가 깔리고 그위로 퐁퐁 솟아나오는 샘. 생각만해도 시원하고 생명력이 넘친답니다. 우리의 왕따 이스나에 아르단드의 house~~~ 그 때의 표현이 마음에 들었구.. 그 장면이 상당히 멋지더라..고 재미있는 평도. ^^ 멋진 강이나 바다는 봤어도 소박해보이는 멋진 샘은 가본적이 없으셔서 골랐다는 분도 있으시네요. 전 멋진강이나 바다도 별로 본 일이 없는데..^^; 숲 속에 감춰져(?) 있는 이스나에의 샘이라니 왠지 두근거리고... 하하 현실엔 없겠지만. 어쨌든 꽤나 멋진 곳이란 느낌이 든다고 하셨습니다. +=+=+=+=+=+=+=+=+=+=+=+=+=+=+=+=+=+=+=+=+=+=+=+=+=+=+=+=+=+=+=3위. 켈라드리안 숲 속, 거인 호그돈의 통나무집 : (22점)..... 호그돈과 릴가 둘이 싸우는거 구경하다 보면 시간가는 줄 모를 것 같다네요. 일명 통숲집, 산속의 거대한 요새라.. 즐거운 캠프파이어와 휴가가 생각나신답니다. 거기서 쉰다면 정말 편안할 것 같아서... 라고도 써 주셨고, 먹을 게 푸짐한 곳이라서...라는 이유도있었습니다. ^^한 개의 평만 옮길게요. 전원주택을 갖고 싶으시대요. [프레야 님의 어머님](최고령 투표자이십니다.... 40대시니까요. ^^; 프레야 님이 대신타이핑을 해서 보내셨다는데, 재미있게 읽어주신다는 것만으로도 너무 감동했어요. T_T )+=+=+=+=+=+=+=+=+=+=+=+=+=+=+=+=+=+=+=+=+=+=+=+=+=+=+=+=+=+=+=2위. 대륙 최고의 대하, 이진즈 강 : (31점)..... 묘사가 너무 실감이 나서 꼭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신답니다. 시원하겠다는 느낌이 계속 드는 곳이라나요? 강을 따라가는 배여행이 너무 재미있을 것 같다고 말한 분이 제일 많고요, 멋진 풍경이 눈에 그려질 듯 하다, 파비안과 유리카가 포옹하는 곳으로 참 어울리는 배경이다, 서로의 감정을 확인한 중요한 장소라서, 어머니의이름이라는 점이 멋지다, 아름다우니까, 머릿속에 그려보고는 너무시원하게 보여서 그대로 빠지고 싶었던 강이라고도.... 언젠간 이진즈 강을 수영으로 횡단하시겠다고요? (그런데... 맥주병이시라고요...? ^^;;;), 아름다운 강! 거기에 배 여행까지! 이것이야 말로 낭만이죠, 라는 평도 있었고, 나중에 꼭 다시 들러보고 싶다고 말하신분도 있네요. 7일 동안이나 오랫동안 배를 탈 수 있는 강이라니 너무부럽다고 말해주신 분도 계세요. (한강을 유람선 타고 따라가려면 며칠이나 걸릴까요?) 다들 이 여행이 몹시 하고 싶다고 말씀해 주셨어요. 이런 곳이 어디 있을까.. 하고 묻는 분까지..^^; (저도 모르겠습니다.. 죄송..^^;)+=+=+=+=+=+=+=+=+=+=+=+=+=+=+=+=+=+=+=+=+=+=+=+=+=+=+=+=+=+=+=1위. 이스나에의 숲, 켈라드리안 : (57점)..... 메르농 샘까지 합치면 정말 압도적인 1위입니다! 길게 설명을 써주신 분도 그만큼 많았고요. 각종 평들을 대강대강 모아봅니다. 조그만 평까지 다 모아야겠지만, 비슷한 것들이 많이 겹쳐서요...^^;물론... 말없이 그냥 '켈라드리안'하고 써주신 분이 가장 많았습니다... (특히 메모로..)삼림욕하기에 그만인 곳, 묘사로만 따지면 이곳이 1위이다(말씀대로 정말 1위가 됐네요..^^), 숲속이 주는 모든 느낌이 다 들어있다.. 휴~~ 감탄.. [까페알파 님]또, 반지전쟁에 나왔던 로스로리엔이나 최후의 안식처 리벤델, 그리고 엔트가 살고 있던 숲 등, 페어리나 요정들이 사는 곳은 언제나꼭 가보고 싶은 1순위이다, 라고 말해 주셨네요. 반전보단 옛이야기풍, 동화 풍 이란 말이 더 어울릴 것 같지만, 그보다 의자가 살아서움직일 것 같고, 페어리들의 춤이 보이는 것 같아서 좋다, 페어리들에 대해서도 재잘재잘 다소 혼란스럽고 무질서 하지만 그만큼 순수하고 자유스런 아이들같아서 그 분위기에 푹 빠져보고 싶다는 생각이드니까요^^ 진짜 별세계, 이런 생각말입니다.^^ 라고 길게 설명해 주셨어요. ^^불쌍한 이스나에나 만나서 놀려먹을까? 페어리 여왕의 초대는? 기대도 못하겠지? (하하.. 웬걸요, 초대받을 수 있을 거예요. ^^)나두 과일주 먹고파라...!! (저도요..^^)페어리의 숲. 반지전쟁의 요정나라보다 낫다고 감히 칭찬을 해본다. 이미 세월의 돌은 멋진 환타지의 반열에 들었다...랄까? (감격... 제가 대답할 말이 다 없네요..)아버지와 여행을 가고 싶은 곳 이랍니다. [프레야 님의 어머님]말이 필요없죠 ^^;요정들과 함께 춤추고 과일과 꿀을 먹는거 정말 해보고 싶어요.(꿈속에서나 가능하겠지만...) 생각하기만 해도 당장 달려가보고 싶은곳. 오오---- 이 곳에서 페어리와 만나면 사과 주스&사과주, 거기에 온갓 과일까지 맛볼 수 있다는데..... 어찌 이곳을 빼 먹으리요! 거기다 서비스로 페어리들의 춤을 구경한 다음 날, 페어리 링이 그려진땅을 파서 분재로 만들면 기념품도 되겠지.....(멋지십니다.. lux21님)절!대!추!천! 단.... K-1 탱크를 타고, 50mm 방탄 창문 밖으로 안전하게 좀비들의 향연을 관찰할 수 있다는 전재 하에서......... . '시체들이 특정 기간에 움직일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형이상학적이고 샤머니즘적인 논문을 써서 자료 화면, 증거 자료(좀비 한 마리를 생포 한다거나....)를 제시하면 주목 받을 수 있겠지....--;;;; (그렇겠군요...)나두나두, 이잉! [meenjoon 님]환상적인 곳! 더 이상 설명이 필요없죠.. 여기에 여왕님과의 따뜻한 대화에 비워지지 않는 과일주라면..흠.. 정말 가 보고 싶군요.. 너무나 환상적인 곳.. 이런 곳은 소설속에서도 주인공 급밖에 못가는 곳이죠.. 너무나 아름다웠다고 느껴집니다 [youry 님]세월 속에서 늙지 않는 영원한 어머니... 페어리들과 이스나에들이숨쉬며 살아가는 곳..정말 아름답겠죠? 실제로 켈라드리안만큼 아름답지는 않지만 우리 나라의 산들도 나름대로 아름답다고 자부하지만그것마저도 마구 엉망으로 만들고 있으니 화가 납니다. 또 떠도는 소문은 귀신 얘기뿐...쯧쯧. 말을 해도 숲속의 신선(에졸린 여왕님... 대신이라고도....)이라던지 선녀가 나온다는 이야기는 전설에서나 들을 수 있는 얘기죠. 요즘 사람들에게는 신비라는 단어는 없는 모양이네요. 새벽에 산 속에서 거닐고 있을 때 느낄 수 있는 기분. 켈라드리안의 맑고 시원한 기운을 숨쉴 때마다 몸속의 피로가 사라지는 기분과 비슷하겠지만 역시 켈라드리안의 모습을 눈으로 보는 것보다 마음으로 상상하는 쪽이 훨씬 더 정감이 가네요. 지나가는 여행자의 피로를 감싸주는 켈라드리안. 역시 자신 품안에서 피로해 하는 아이를 차마 보지 못하는 영원한 어머니라는 말이 꼭들어맞네요앗..참고로 이스나에들의 장난 정도는 재밌게 넘어갈 수도있겠어요. 혹시 운이 좋다면 페어리들의 연회도 볼 수 있겠구요. 페어리라는 존재^^ 넘 이쁠꺼 가타서^^ 헤헤 [다솜바람 님] +=+=+=+=+=+=+=+=+=+=+=+=+=+=+=+=+=+=+=+=+=+=+=+=+=+=+=+=+=+=+= 여행지.. 라는 문항이 많이 낯설으셨던 것 같아요. 아마, 다른 작가분들 중에는 저처럼 이렇게 독자분들을 괴롭히는 분이 없었으니까....^^; 그래서 저도 결국 이렇게 통계를 내느라 엄청난 괴로움을당했으니, 그냥 용서하시지요...^^;캐릭터 통계가 맨 뒤로 간 것은 재미있을 것 같아서이기도 하지만,실제로 너무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 이유들을 모아 보자니 한도없고.... 결국은 여러 가지로 줄여지게 되었지만 이해해주시길.. 다음번에 이벤트 투표 하려면 정말 큰마음 먹고 해야겠어요. 그래도... 재미있었답니다. ^^ Luthien, La Noir. 출력이 끝났습니다. [Enter]를 누르십시오. ━━━━━━━━━━━━━━━━━━━━━━━━━━━━━━━━━━━제 목 :◁세월의돌▷ 5-3.잃어버린 땅…(19게 시 자 :azit(김이철) 게시번호 :907게 시 일 :99/07/26 03:58:36 수 정 일 :크 기 :6.8K 조회횟수 :104 『게시판-SF & FANTASY (go SF)』 40421번제 목:◁세월의돌▷ 5-3. 잃어버린 땅으로…(19)올린이:모래의책(전민희 ) 99/07/25 22:38 읽음:268 관련자료 없음----------------------------------------------------------------------------- +=+=+=+=+=+=+=+=+=+=+=+=+=+=+=+=세월의 돌(Stone of Days)=+=+=+=+=+=+=+=+=+=+=+=+=+=+=+=+ 5장. 제4월 '타로핀(Tarophin)'3. 잃어버린 땅으로의 여행 (19) "네가 그 동굴에 있어야만 했던 이유를 가서 찾아내잔 거구나? 찾아봐서 아무 이유가 없었다면 거기에 적당한 원인을 생각해야 하는거고, 만약 거기에 쓰러져 있는 것이 이유있는 현상이라는 것이 밝혀지면, 그 다음에 그게 누구의 의지로 일어난 현상인가를 생각할 수있게 되는 거고?" "그렇지, 그게 차례란 말야!" 엘다렌이 무겁게 입을 열었다. "어쩌면, 이 상황이 여명검의 고향을 찾아내는 것과 관계가 있을지도 모르겠군. 나르디가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 그럼 그 동굴에 과연 뭐가 있는지 가서 보기로 할까. 제발뭔가 있다면 좋겠는데." 그래서 우리는 동굴을 거슬러 되돌아갔다. 나스펠론이라는 곳의 지형은 참으로 이상하다. 절벽 위에 벌집처럼구멍이 뚫려 있고 그 아래에 층층이 길이 나 있다. 누군가 꼭 일부러만들어 놓은 것 같다. 자연 그대로 이런 지형이 만들어졌다면 그야말로 조물주가 심심해서 장난이라도 친 거라고 해야 할 것 같다. 그만큼이나 절벽의 길들과 동굴의 위치들이 규칙적이었다. 내가 쓰러져 있던 동굴은 한 층 위로 올라가야만 했다. 이윽고 우리는 동굴 앞에 도달했다. "자세히 찾아봐야 해. 분명, 무슨 이유가 있을 거야. 이성 있는 자들의 짓이라면 만약 장난이었다고 해도 분명 여기에 데려다놓은 까닭이 있겠지. 그것도 하루만에." "유리, 은근히 나스펠들이 한 일이라고 미리서 생각해 버리는 건곤란해. 객관적인 입장에서 증거를 수집해야지." 내가 싱긋 웃어보이자 그녀도 따라 웃었다. "내 가설이 맞을 테니 두고 보라고." 우리는 동굴로 들어갔고, 램프가 한 개, 횃불이 한 개였기 때문에둘씩 짝지어 동굴을 수색하기 시작했다. 엘다렌과 유리카, 나르디와나, 이렇게. 주아니는 내 주머니 안에서 머리를 내민 채 가만히 귀를기울이고 있었다. 주아니는 눈도 꽤 좋긴 하지만 아무래도 청각이 더훌륭하다. 벽 구석구석을 만져 보고, 바닥을 모조리 램프로 비춰 보았다. 동굴은 다행히 그리 넓지 않았다. 그래서 전부 수색하는 데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다. "뭐야, 아무 것도 없잖아." 실망한 듯 유리카가 입을 뗐다. "더 찾아볼 데가 없는데." 나르디도 마지막으로 천장 구석들을 꼼꼼히 검사하고 나더니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나스펠은 어떤 자들이지?" 지쳐서 바닥에 주저앉은 나는 설명이나 좀 들을 겸 유리카에게 물었다. "저번에 말했듯 땅과 흙의 정령이야. 강과 비의 미라티사, 불꽃과화덕의 블로지스틴, 바람과 폭풍의 실피엔과 함께 네 원소의 정령 중하나야. 다른 어떤 정령보다도 수줍어하고 말도 없으며 호기심도, 참견하려는 마음도 없는 것이 나스펠인데, 저들 일 말고는 다른 일에관심도 없어서,정령 중에서도 만나서 대화하기는 가장 어렵대. 물론정령이라는 것들이 지상의 생명체와 자연물의 경계에 속하는 중간적존재고 또한 그들을 매개하는 것이니만큼, 인간이나 드워프 같은 지상의 이성적 종족들로서는 이해하기가 어렵기도 하지." "이해하기 어렵다면, 어떻게 어렵다는 것인가?" 나르디가 참견했다. 유리카는 예를 들려는 것처럼 위를 쳐다보며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그러니까…… 홍수나 폭풍우 같은 걸로 선량한 사람의 집이 떠내려가거나 아무 죄 없는 아이가 죽어가는 경우가 있지. 그런 경우 우리는 자연의 의지를 이해할 수 없다거나, 아니면 그런 것 자체가 아예 없다고 말하게 돼. 자연이 우리와 똑같은 이성과 세계관을 가졌다면, 세상에 널려 있는 악인들은 내버려두고 저런 사람을 죽일 리가없다고 말하는 거지. 그런 점에선 짐승들도 비슷해. 인간과는 도덕관이 다르지. 짐승들이 선인 악인 가려서 공격하는 것 봤어?" "그럼 정령들은 어떤데?" 약간 흥미가 생기는 것도 같다. "정령들은 이 세상의 이성이 있는 생명들과 전혀 대화가 안되는 것은 아니야. 가끔은 도움을 주고받기도 하고, 설득이 가능한 때도 있어. 그렇지만 그것도 인간의 이해범위와는 무관하지. 그저 우리가 이해했다고 착각하는 것 뿐이라는 거야. 예를 들어 우리가 보기엔 정말중요한 일인데 정령들이 모른체하거나, 또는 별 것 아닌 일에 굳이개입하려 하는 경우도 충분히 자주 있거든? 어떤 때는 이해하는 것같지만, 다시 보면 그 이해조차도 우리와는 달랐다라는 거지." "알 듯 말 듯한 말인걸." 나르디는 눈동자를 허공을 향해 굴렸다. 유리카는 양손을 들어 보이며 더 이상 좋은 설명이 없다는 듯한 자세를 취했다. 그렇지만 말을 멈추지는 않았다. "본래 길들여지지 않은 자연 자체는 대단히 사납고 원시적이야. 정령들을 길들이려 해서는 안돼. 이해를 강요할 수도 없고. 어쩌면 이성 이전의 인간 속에 잠재해 있는 본성을 꺼내어 들여다 볼 수 있다면, 인간들도 정령들을 좀 이해하는 게 가능할 지도 모르지." 엘다렌이 참견했다. "드워프도 물론." 유리카는 피식 웃었다. "나도 인간이다 보니 인간 중심으로 말하게 된다고." 우리는 맥빠진 목소리로 동굴 바닥에 주저앉은 채 정령에 대한 의견들을 주고받았다. 인간의 이해 밖에 있는 존재, 우리의 선악 개념을 가지고 단죄할 수 없는 존재. 이해했다는 생각 자체가 이미 착각이며, 정령 역시 우리 이성적 종족들을 이 세상의 들러리 정도로밖에생각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 정령이 인간의 어린아이를 데려간다 해도, 길에서 돌멩이 한 개 주워가는 정도로밖에 생각하지 않을수도 있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거기까지 말하자 유리카가 문득 생각났다는 듯이 말했다. "아, 에즈는 가끔 정령들과 대화를 하기도 했지." +=+=+=+=+=+=+=+=+=+=+=+=+=+=+=+=+=+=+=+=+=+=+=+=+=+=+=+=+=+=+=투표 집계가 오늘 모두 올라갔습니다. 선물 보내드릴 분 명단은 내일 발표하겠습니다. 다시...좀더 열심히 써봐야겠는데. ^^;어제는 오랜만에 대화방에서 만퀴로 밤을 새웠네요. 덕택에 오늘낮은 반쯤 맛이 가서 보냈습니다. 사실 저는 아는 만화도 적고, 본 것은 더 적습니다. 최근에 나온것은 아예 모르지요. 그래서 처음엔 계속 축~고~만 하고 있었는데,나중엔 뻔뻔해져서 떠오르는 대로 주워 섬기다가 몇 개 맞추는 바람에 찍기의 달인이라는 불명예를 얻고 말았습니다..^^;봉신연의, 프렌치 돌, 나무심는 사람, 올훼스의 창, 그 남자 그 여자의 사정, 카드캡터 사쿠라, 또 뭐였지... (벌써 기억이..)모조리그림체가 어떤지조차 모르는 만화들인데....(사이버포뮬러하고 에스카플로네는 한두 편 정도 보았군;)보고 맞춘 것은 H2하고 펫숍 오브호러즈, 북해의별, 크레용신짱 정도인가 그렇군요.--;무식하면 용감하다더니, 정말인 모양이에요. ^^;조만간에 명동과 신촌에 자리 펴고, 또 어디더라...(무슨 역이었죠?)분점을 낼지도 모르겠습니다....^^;;제가 낸 문제는? 묻지 마세요... 아무도 모르더이다..;;(내가 그렇게 나이가 많았던가...먼산..)어쨌거나 요즘 만화가 많긴 많더군요. 정말 못들어본 거 많더라...; (다실양, 가이양, 알고 맞추는 실력 부러워. ^^)Luthien, La Noir. 출력이 끝났습니다. [Enter]를 누르십시오. ━━━━━━━━━━━━━━━━━━━━━━━━━━━━━━━━━━━제 목 :◁세월의돌▷투표결과-캐릭터 인기상게 시 자 :azit(김이철) 게시번호 :908게 시 일 :99/07/26 04:00:20 수 정 일 :크 기 :19.9K 조회횟수 :81 『게시판-SF & FANTASY (go SF)』 40422번제 목:◁세월의돌▷투표결과- 캐릭터 인기상올린이:모래의책(전민희 ) 99/07/25 22:38 읽음:224 관련자료 없음----------------------------------------------------------------------------- +=+=+=+=+=+=+=+=+=+=+=+=+=+=+=+=+=+=+=+=+=+=+=+투표1. 세월의 돌 캐릭터 인기상+=+=+=+=+=+=+=+=+=+=+=+=+=+=+=+=+=+=+=+=+=+=+=+ #1. 투표 요지 : 설명 필요 없겠죠? #2. 집계 방법 : 1, 2, 3등 세 명을 써서 보내고, 점수는 1등-3점,2등-2점, 3등-1점으로 계산했습니다. #3. 총점 : 271점 가장 많은 분들이 투표해주신 부문이었죠. 이 부문만 투표하셨던분도 많고 해서 총점이 가장 높았습니다. 그럼, 뒷순위부터 발표 나갑니다- +=+=+=+=+=+=+=+=+=+=+=+=+=+=+=+=+=+=+=+=+=+=+=+=+=+=+=+=+=+=+=11위. 네 명이었습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모두 'ㅇ'으로 시작하는군요(?). 동순위지만 겨우 한 표씩이라 굳이 나누기가 뭣해서 합쳤습니다 : (각 1점)▶ 아라디네 바르제 : 기억하시죠? 아세이유 시에서 만나 함께 이진즈 강을 타고 내려갔던 바르제 네 자매 가운데 셋째. 아라디네를골라 주신 분 왈, 동정표였다.... 고 하더군요..; 개인적으로 저도연민이 가는 캐릭터입니다. (왕따의 비애..)▶ 아르단드 : 켈라드리안 숲의 메르농 샘을 지키는 흑녹색 머리카락의 이스나에. 꽤 여러 분의 순위 외 지명을 얻었습니다만, 실제 순위 안에 든 것은 3위로 그것도 딱 한 번.... (비운의 캐릭터다). 이유로는 귀엽고 순진한데다, 그렇게 당하면서도(?) 도와주러 오다니몹시 착하다, 고 말해주셨네요. ▶ 아르킨 나르시냐크 : 이름이 기억나십니까? 바로, 파비안의 아버지입니다. 초기에 나왔다가 현재 종적이 묘연하지만(집에 갔겠지뭐...) 하여간에 한 표를 얻었네요. ▶ 이름모를 여행자 : 역시 애매하시죠? 바로.... 글 제일 처음에나왔던, 파비안의 가게에서 약초 사가는 그 여행잡니다. --;참, 뽑아주신 분의 변을 들어보기로 하죠... 이건 정말이지 들을가치가 있습니다. ....정말 전형적인 엑스트라로서 그 물들지 않은 착한감성은 나를 감탄하게끔 한다. 만약 내가 그 입장이였다면어디있을지 모를 사슴잡화로 그냥 가버리지 않았을까. 그여행자는 자신이 일단 들어간 가게에서 나오는 무례를 범하지 않았고 오히려 한가지 아이템을 더 사는 예수나 보살과 같은 맑은 마음의 정화를 보여준다....(까페알파 님)감동적이었습니다..;; 굳이 11위 네 명중 최고를 뽑자면 이 이유가가장 타당하지 않았을는지... +=+=+=+=+=+=+=+=+=+=+=+=+=+=+=+=+=+=+=+=+=+=+=+=+=+=+=+=+=+=+=10위. 멋쟁이 검, 본명 '영원의 푸른 강물을 가르는 찬란한 광휘': (무려! 2점)예... 과연 캐릭터였던가... 어쨌든 상관없습니다. 말하는 검도 아니고 에고 소드도 아니지만, 어쨌든 종종 자신의 의사를 전달하지 않습니까? 이 녀석의 인기는 또한 이름에 있었다는 뒷소문이 있군요. +=+=+=+=+=+=+=+=+=+=+=+=+=+=+=+=+=+=+=+=+=+=+=+=+=+=+=+=+=+=+=9위. 세 명입니다! : (각 4점)▶ 릴가 하이로크 : 호그돈과 함께 켈라드리안의 통나무집(통숲저택?)에 살고 있는 유쾌한 은둔 검사. 파비안 아버지의 옛 친구이기도하죠. 이유로는 낙천적이고 코믹한 성격이 좋다 / 주인공보다 강한 NPC를본래 좋아하기 때문에...(?) / 주위 사람들을 생각해서 분위기를 밝게 만드려는 면이 좋다, 등이 있었습니다. 이름과 분위기가 잘 어울린다는 이야기도 있었고요. (이름 들으니 이미지가 탁 떠오른다는 말듣고 감격했습니다..)▶ 아르노윌트 크센다우니 엠버 : 오오.. 순위에 들었단 말인가... 짜식, 애썼구나... 바로 영주 아들놈이죠(--;). 뽑아주신 분께서는이런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영주감.. 이라는 알쏭달쏭한 말을 해주셨고요. 어떤 분은 당황스럽게도 우리를 많이 웃겨 주었기 때문.. 이라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엑슬란 나우케 : 역시 잠시잠깐 지나가는 캐릭터로는 상당한 선전을... 이유는 모조리 이 시대 최고, 지금까지 등장한 중 가장 두려운 충격의 불치병.....(이것은 제 표현이 아닙니다 --;) 바로 '질문병' 증상에 대한 언급들이 주류를 이루었다는 이야기로 대신하겠습니다. ^^;+=+=+=+=+=+=+=+=+=+=+=+=+=+=+=+=+=+=+=+=+=+=+=+=+=+=+=+=+=+=+=8위. 호그돈 : (6점)켈라드리안의 은둔 거인, 현자 같기도 하지만 스스로 아는 것 없는거인이라고 칭하죠. 호그돈을 골라주신 분들은 대단히 푸근하고 친근감 가는 거인 / 코믹하다 / 기존의 거인에 대한 이미지가 깨졌다, 라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귀엽다...라고 써주신 분까지도..^^; 나이를더 먹으면 이런 이미지가 되고 싶다고 하신 분도 계십니다. +=+=+=+=+=+=+=+=+=+=+=+=+=+=+=+=+=+=+=+=+=+=+=+=+=+=+=+=+=+=+=7위. 미르보 겐즈 : (9점)초기에 등장해서 한 분위기 잡던 인물, 동생이 순위 들으면 좋아하겠다.... 상당히 멋있다, 라는 평이 주류를 이루었습니다. 과묵하고잔인하며 음침한 것이 마음에 든다는 평도 있었고요. '멋지다! 남자의 로망이여! 페어리 여왕을 엔젠으로 만드는 날까지- ...라는 평도....(뭡니까.. lux21 님..^^;;)+=+=+=+=+=+=+=+=+=+=+=+=+=+=+=+=+=+=+=+=+=+=+=+=+=+=+=+=+=+=+=6위. 류지아 나우케 : (15점)오오, 남매는 용감했다인가.. 상당히 놀랄 만한 부상이었습니다. 월계수의 그릴라드 마을에 사는 소녀 점쟁이, 나우케 의사의 여동생이죠. 이유로는,파비안과 이야기할 때 너무 웃겼다 / 귀여운 것도 말괄량이도 상냥하지도 않은 괴팍한 성격의 소녀라니! 소녀에 대한 고정관념을 깼다(오, 제 생각과 같으시군요..) / 특이하고 재미있는 성격이라 좋다 /파비안을 물먹일 뻔한 영리함 / 신비한 느낌을 주는데다 똑 부러지고당차다 / 평범한 듯 하면서도 한역할 하는 인물이네요 ^^ / 이만한복선을 깐 인물도 없지 않은가? / 왠지 신비로운 느낌이 들고(점술가라 당연한가? -_-;;) 어쩐지 귀엽(!)습니다. 주위에 이런 성격이 사람이 있으면 무지 잼있을 듯 / 흔치 않은 성격이 잘 묘사된 인물.... 등등의 평이 있었네요. +=+=+=+=+=+=+=+=+=+=+=+=+=+=+=+=+=+=+=+=+=+=+=+=+=+=+=+=+=+=+=5. 이진즈 크리스차넨(파비안의 어머니) : (19점)류지아하고 딱 한 표 차이로군요. 어쨌든간 놀랍게도 많은 분들이이진즈 양(?)을 좋아해 주셨고, 또한 벌써 돌아가셨다는 데 대해서많은 애도의 뜻을 보내 주셨습니다. 꽤 자세한 이유가 많았기 때문에몇 개의 평을 모아보죠. 당당한 어머니상 이랄까^^ 미래의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아서 기쁘다^^다만 흠이라면 앞으로 나올 예정이 없다는 것. 당당한 1장의 메인 히로인이 아닌가^^? [꼬마호빗 님]그렇게 쉽게 죽고난 뒤 사라질 인물이 아닌것 같아서. 파비안이 아버지와 만나게 되면 어머니의 얘기도 다시 나올 것 같지만 만약 나올예정이 없다면 나오게 해달라고 재촉하는 의미에서... 정말 시원스런 성격이죠? 무녀였을 땐 안 그랬을텐데... 파비안 아버지와 어머니의 러브스토리가 궁금해요. [두키 님]상당히 일찍 죽었지만.. 결코 평범치 않은 그 파비안을 제어할수있는 사람이라고 할까.... 파비안과의 말장난하는 그 솜씨도 역시 일품이죠.. 파비안에게... 그물 짜게 했을땐.. 가히 압권이라는 생각이들더군요.... 파비안과 마찬가지로 투철한 상인정신의 소유자죠. [맑은냇가 님]정말 재미있는 엄마다. 요리도 잘한다. 말솜씨도 있다. 거기다 이쁘기까지! 그런데, 죽다니..... 흑흑.... [앨리어트 님]원래 고귀한 가문(맞나?)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억척스럽게 살아가는 모습이 멋지다. 혼자 힘으로 아들도 잘 키워놓고 번듯한 가게 하나도 운영하던(음...) 멋진 여성... 일찍 죽어서 너무 슬펐어요... 아참, 그리고 처음에는 이진즈는 아마 파비안의 친어머니가 아닐거야...라는 추측을 멋대로 했었답니다. [egal 님]+=+=+=+=+=+=+=+=+=+=+=+=+=+=+=+=+=+=+=+=+=+=+=+=+=+=+=+=+=+=+=4위. 주아니 : (31점)평소 메일 보내주시는 분들한테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던 주아니! 그러나 실제 투표에서는 4위에 그쳤군요. (혹시 1위가 아닐까 의심했었음..) 아마도 주아니를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 몹시 열렬하신 모양이네요. ^^;그러나 많은 표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평은 '귀엽다!'로 수렴되는듯... 많은 분들이 줄어든 대사와 비중에 대해 안됐다는 반응을... 다음은, 이유입니다. 귀여운 다람쥐 같다 / 귀엽고 쑥쓰러움을 잘 타는 모습이 마음에든다 / 파비안과 유리카에 비하면 넘넘 정의로운(?) 주아니 / 조그만몸이지만 꼭 필요한 인물 / 주연급에서 가장 작은 몸으로 엄청난 인기를 받고 있는 우리의 주아니.. 너무 귀여울 것 같아요 / 귀엽기도하지만 의외로 고집세고 성깔있다 / 조그맣고 귀엽고 쉴새없이 조잘거리며 여기저기 끼어드는 친구를 연상하게 해서.. (친구분과 무척사이가 좋으신가 봅니다. ^^;) / 이런 애완동물을 꼭 키워보고 싶다(로아에는 애완동물이 아닙니다..^^;;) / 주아니를 히로인으로! (... 무념무상..)+=+=+=+=+=+=+=+=+=+=+=+=+=+=+=+=+=+=+=+=+=+=+=+=+=+=+=+=+=+=+=3위. 나르디 : (40점)아아.. 3위였군요. 보기보다 지지해 주시는 분들이 많아 놀랐습니다. 평소에는 이 녀석이 좋다고 메일 보내주시는 분은 거의 없었거든요. 순전히 나르디에게 한 표 던지고 싶어서 투표하신다는 분도 계셨고... 그런데 이 말투를 좋아하는 분이 많으시다는 것은 의외였습니다만, 하하..^^;또 하나 특이한 점으로는, 지금까지 비밀이 안 밝혀진 캐릭터니만큼 파비안을 배신하면 죽음이다...라는 협박 섞인 표가 꽤 여러 개였다는..^^;;그럼, 이유를 모아 봅시다! 속을 알 수 없는 캐릭터는 매력적이다. 하지만 그것뿐이라면 그저흥미의 대상이겠지만 타로핀의 달에 맺어진 우정이므로 앞으로도 믿을만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뽑았다. 다음으로 마음에 드는 것은경어를 쓰는 것. 옛스런 말투를 보고 호빗은 당장 귀여운 것이란 첫인상을 받았다. 다음 이유는 술에 취해도 멀쩡히 칼질 잘하는 점이몹시 마음에 들었습니다. 참으로 앞날이 걱정되는 소년이기에(미래의뱃사공, 서커스단원, 견습 기사, 왕 등등 할것이 많으니까)... [꼬마호빗 님](참고로, 미남이라도 배신남은 용서를 못하신다는군요....;;)아직까지 가장 알려지지 않은 신비감을 간직한 캐릭터. 어제글을보니 티무르의 형제쯤 되려나.. 뭔가 귀족이거나 왕족 정도되는 큰인물일 것처럼 느껴지는데 그에 대해 제대로 아는 것이 없는듯 하네요. 변화무쌍한 캐릭터나 성격이 매력적이에요. [두키 님]음...왠지 마음에 드는 녀석입니다...그렇다구해서 제가 남자를 좋아하는 그런 이상한 취미를 가지진 않았어요~~ T.T 윽...어쨌든 재빠르구 쌈두 잘하구 뭔가 비밀을 숨기구 있는 귀족집 자제같은 멋진 녀석이라는 점에서 저와 공통점을 느끼고...(윽..약 먹을 시간이 되었나...--)훗.아마 나르디는 저를 모델루 하신게 아닐까??(약!! 약을줘~~~~! --) 웬지 마음에 드는 녀석이라는 점에서 1등....[정희석 아이디 같이 쓰시는 진철 님]나르디...후후후...솔직히 1위로 올리고 싶었던 캐릭터였습니다. 그러나 너무 베일에 가려져 있으니 화나잖아요.. 아는 것이 거의 없으니 뭐라고 할 말도 없고요. 아마 귀족 중에서 꽤 높은 위치일 거라고 짐작하지만( 솔직히 왕족 같은데요..?).. 나르디의 친절하고 이지적(?)인 면을 좋아해요. 시간이 지나도 언제까지나 그 순순한 미소만은 남겨졌으면..하고 바랍니다. [하이텔 zyubilan 님]그 외에도 짧은 의견으로는,쾌활한 성격 / 재미있는 캐릭터 설정 / 귀엽다 / 비밀이 있는 캐릭터가 좋다 / 어색한 말투(?)가 마음에 든다 / 본래 이런 스타일의 캐릭터는 싫어하는데 세월의 돌에서는 괜찮군요 (호오...) / 잘 생겨서(그, 그렇군요..) / 할아버지 말투가 깬다 (깹니까..?) / 실력이 좋으니까 (그런데 무슨 실력요?) / 자네~ 어쩌고 하는 특이한 말투가너무 재미있다 / 왠지 베일에 싸인 인물, 말투가 마음에 든다고 하면내가 이상한건가..? (이상하지 않습니다, 한두 분이 아니셨으니까요..^^:) / 등이 있었습니다. +=+=+=+=+=+=+=+=+=+=+=+=+=+=+=+=+=+=+=+=+=+=+=+=+=+=+=+=+=+=+=2위. 유리카 오베르뉴 : (55점)정말! 투표 초반에는 파비안의 점수를 앞질렀습니다! 1, 2, 3위를모조리 유리카로 쓰려다 말았다는 분도 계셨고, 평소에 종종 팬메일도 오는 캐릭터입니다. 고를 만한 여자라고는 얘뿐이라서.. 라는 의견도 있었지만, 하여튼 상당히 높은 점수를 얻었습니다. 정말 화끈하고 딱부러지는 성격의 소녀죠. 저는 개인적으로 보통 주인공의 소꿉친구로 나오는 약간 덜떨어진성격의 소녀들이 싫었어요. 말괄량이인데다 한가닥 하는 성격인 것같지만, 실제로는 무슨 일이 닥치면 아무 것도 못하는 그런 애들요. 차라리 그보다는 차분하고 부드러운 성격인 편이 낫지요. 어쨌든, 나름대로 여기저기 세심하게 신경을 썼던 캐릭터입니다. 그리고, 저도좋아하지요. ^^몇 가지 평을 모아보자면, 작가님이 언젠가 썼었죠?? 자기는 이름을 지을때 온갖 것을 생각해서 제일 어울리게 짓는다구......^^ 정말루 잘 어울리는거 같아요. 대충 나름대로 이미지도 뚜렷하구....(만화에서 누구라구 설명을 해야할까.... 으으... 어쨌든 나름대로 이미지(참.....이미지 라는게요... 구체적인 얼굴 생김새 라던가..그런걸 말하는 거에요...)가 상당히! 뚜렷해요..^^) [권력남용 님]우선은 능력있어서 좋아요... 언제나 뒤에서 치료나 하거나.. 정령술같은거 익혀 도와주는 거라기 보담은 왠지 강인한 여성상이 더좋걸랑요... 거기에 유리카가 딱 들어 맞는다고나 할까.... 베일이많다는 점도.. 좋구요...^^ [맑은냇가 님]일단 분위기가 마음에 듭니다. '분위기'라고 하면 알아들으시기 힘드시겠지만, 뭐랄까... 소설을 읽으면 어떤 인물에 대한 자신만의 상상이 떠오르잖아요? 제 머릿속의 유리카....야말로 최고의 히로인!!! 이죠. 성격 역시 마음에 들며, 예쁘다는 것도(유리카는 예쁘다와 아름답다의 중간쯤인가?) 좋습니다. 뭔가 숨기는게 너무 많지만, 그것마저도 신비로움을 더해주는군요....아아! 일러스트를 그려드리고 싶은데 스캐너가 없어서요(오히려 다행일지도)~~~~~~!!! [lux21 님]예쁘고, 솜씨있는 무녀에다 주인공의 연인(?)에다 엔딩에서 어떻게되는지 가장 궁금한 캐릭터. 히로인이 갖출 것은 다 갖춤. [프레야님]으음... 엄청 재주가 많아서 주인공보다 능력은 훨나아 보이지만왠지 보호해 주고 싶은 느낌 ( 왜 그럴까... -_-;;) [하이텔 folsety님]예쁘다. 오랜 세월의 지식으로 사랑이 부질없다고 이야기했지만,역시 사랑에 빠지는(겉으로만인가?) 여자. 능력이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신경써 주는 마음씨 등등.. [하이텔 myrin 님]그 외 짧은 평들로는,성격이 시원시원하고 밝아서 / 신비스럽고 매력적이다 / 지금까지나온 캐릭터 중에서 유부녀도 아니고 어린애도 아니며 요정도 아니고로아에도 아닌 정상적 매력을 지닌 여자 캐릭터는 하나밖에 없었기때문에 (그렇게 빈곤했던가요...;) / 차가우면서도 따뜻하고 베일에싸인 인물, 개성있다 / 미스테리의 여성이지만 마음이 이쁜 것 같아서 / 화끈하고 멋지다, 디드릿트를 능가하는 여타 환타지의 여자주인공 중 최강! (잘 싸운다는 이야기는 아니시라는군요..^^;) / 스토리의 중요한 열쇠를 쥐고 있는 듯한 캐릭터 / 도대체 몇 살인지 궁금해지는 수수께끼의 미소녀 (아마 나이가 밝혀지는 장면이 연재되기 전에 보내주신 탓일 듯. ^^;) / 예쁘고 뭔가가 비밀스러워서 / 유리카는 나이 좀 많다죠? 그래도 서로 좋아하면 무슨 상관이겠어요. 파비안이랑 잘 되어서 나중에 유리카도 행복해지면 좋겠어요 / 가끔 무척어른스러워 보이는 부분은 많은 비밀을 가지고 있기 때문일까, 아무튼 파비안과 함께 빠져서는 절대 안되는 콤비가 볼만함 / 등의 의견이 있었습니다. +=+=+=+=+=+=+=+=+=+=+=+=+=+=+=+=+=+=+=+=+=+=+=+=+=+=+=+=+=+=+=1위. 파비안 크리스차넨 : (78점)......결국은 1위를 하고야 말았군요. 주인공은 용감했다... 가 아니고, 그래도 주인공이 1위를 하니 다행인 건가요? ^^; 어쨌든 소외 계층(?)의 주인공, 주위를 둘러싼 상황은 평범하지 않을지라도, 사고방식에 있어서는 지극히 건전하며 평범함의 극치를 달리는 파비안, (하이텔에서는 옆집 총각 파비안이라고도 불린다는... 총각이라니 심하다;) 급기야는 1위를 하고야 말았습니다. 계산해놓고 보니 유리카하고 꽤 차이가 나고 말았군요. 주인공이라 어드밴티지가 간 건가... 파비안은 1인칭 주인공이라 그런지 생각하는 것이 가끔 저와 비슷할 때가 많습니다. 물론 다른 점도 많지만 (이를테면 아침에 냉큼 잘일어난다거나..;), 어떤 때에는 쓰면서도 웃음짓게 하는 면들이 있어요. 또 어쩌면, 자기 자신의 소설에 나오는 인물들은 다들 어딘가 모르게 조금씩은 작가와 닮아 있는지도 모른단 생각이 들어요. (단역은말고..) 다채로운 인격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좋은 인물을 만드는 첩경이기는 하지만...^^그럼, 이유들을 모아 보겠습니다. 꾸밈없고 가장 성격이 좋은 친구 같음. 나이에 걸맞는 행동인 것도같음. 무엇보다도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이 두드러지는 것 같아서 호감이 감. [비와함께 님]하... 사실은... 그렇게까지 좋아하지는 않았는데... 이 이벤트 투표를 위해서 다시 읽어 나가다보니까 역시 마음이 바뀌었습니다. 훗, 그 재수 옴 붙다 못해 소금에 절여서 인육젓을 떠 버려야 할 티무르 리안센 놈에게 묶인 채로 두들겨 맞고도 꿇지 않는 배짱.... 제법이지 않습니까?! 악에 바쳐서 그런건지 어쩐지는 모르지만요..... 거기다 가끔씩 사이코 버전에 들어가면 상상치도 못한 괴력을 발휘하기도!(좀비들이랑 싸울 때나, 배 위에서 호코라는 거인과 싸울 때나)! 유리카가 말한 아스테리온의 숙명 어쩌고랑 만났을 때도 제발의연함을 지켜 주었으면....(유리카 울리면 산 채로 회를 쳐 주겠다!!!!). [lux21 님]역시 주인공으로서의 재질을 갖추었다. 나약한 듯 하면서도 위기에서 할 일 다 하고.. 여주인공과의 사랑도 어설프게나마 하고 있으니..[날쌘날개 님]대륙 최고의 점원을 꿈꿨는데, 이젠 물 건너갔고^^ 쾌활하고 긍정적인 사고가 맘에 들구요. 간간히 드러나는 상인의 기질과 유머 & 재치도 맘에들고 왠지 믿음가는 좋은 캐릭터... 과연 임무를 완성할 수있을 것인가~ [nzguru 님]아..솔직히 말해서 전 주인공을 좋아한 적이 별로 없습니다..(헥.. 거의 없다...--;)그런데 이상하게도 파비안은 좀 틀렸어요. 처음 읽었을 때부터 왜인지 모르게 정말 친근감이 생기는데....곰곰이 생각해보니 첫만남에서부터 상인의식을 발휘하던 게 저랑 비슷해서 그런거 같기도 하네요. 저도 꽤...(뒷부분은 생략.....)이제까지의 읽던 작품의 글들 중에서는 무진장 강한 사람들이 나와서 때려부시고 '난 잘났어~~!!'를 온몸으로 외치던 그런 주인공들 사이에서 파비안이란 평범(그 말빨이 평범이던가...)하고 보통(그 멋쟁이 검을 휘두른 사람이 보통..--?) 소년을 보니 저절로 미소가 나오는거 있죠. 그리고 사람을 의심할 줄 모른다는 점도 끌렸어요. 아.. 바꿔 말하면 저 사람(유리카나 나르디, 미르보..그 외 기타 분들..)이 나를 속이고 뭔가를 감추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채고 있으면서 그것을 뒤로 한 체 '친구'라는 이유만으로도 그들을 신뢰할 수 있다는성격이 정말정말 눈물나게 감동적이었어요.(저만 그럴 수도 있겠지만..) 요즘 같은 시기에 신뢰할 수 있는 친구가 한 명이라도 있다는건 정말 축복 받은 일일거에요. [하이텔 zyubilan 님]파비안이 매번 생각하는 것들(마치 독백 같은..^^)이 너무 재미있구요... 그리고 성격도 매우 맘에 듭니다... [어느 통신망인가의tedchung 님]꿋꿋.. 대륙 최고의 잡화점 주인이 되겠다는 소박한(?) 꿈이 맘에드는군여... 유리카와의 관계를 어떻게 될지.. 궁금하기도.. [하이텔의 YOURY 님]가장 맘에 드는 점은 말빨!! 거기다가 깡두 제법 있구...^^ 눈치두 빠르고.........^^ 주위에 이런 녀석 있으면 친해지고 싶을 정도~~~ ^^[권력남용 님]그 외에 짧은 이유들입니다. 헉헉..많다... 주인공이니까 (이 이유가 이렇게나 많을 줄이야...) / 착한 마음이좋아서 / 이렇게 귀여운 주인공이 또 있을까 / 큰사슴 잡화 체인점을꼭 내길! (예, 예에..^^;) / 투철한 유머정신 / 단순무식, 시원시원(무식.. 했나요? ^^) / 인간적인, 평범한, 정감있는 인물 / 무식한검을 들고 설치는 사나이의 근성을 보여주는 멋진 녀석 / 소외계층도할 수 있다라는 것을 온몸으로 보여주는 녀석 / 주인공을 안 써주면불쌍해서 (흑흑..) / 이런 투표에서 주인공이 별로 인기가 없다는 점에서 동정표 (왜 파비안이 1위인지 알겠습니다..;;) / 하는 행동과말들이 재미있고 마음에 든다 / 무엇보다 의리파! / 도저히 싫어할수가 없는 녀석 (파비안은 여러분한테 정말 친근한가 봅니다. 주로녀석이라고 불리는군요..^^;;) / 뛰어난 문장력, 강력한 종업원 정신, 약간의 기사도 정신. 여기서 줄이겠습니다.... +=+=+=+=+=+=+=+=+=+=+=+=+=+=+=+=+=+=+=+=+=+=+=+=+=+=+=+=+=+=+= 이상하게 이유를 하나 자세히 써 주시는 분은 계속해서 끝까지 자세하게 써 주십니다. 그래서 인용을 하려고 보면, 다양하게 인용하기가 참 어렵군요. ^^; 간단하게 쓰시는 분은 끝까지 간단 버전이거든요. 같은 분 의견을 여러 번 인용하게 되는 이유가 거기에 있는데,또한 그만큼 재미있게 써 주셔서 다른 분들과 함께 읽고 싶어진 이유도 있지요. ^^언급해드리지 못한 다른 분들, 모두 죄송합니다..^^;이리하여 오래 걸렸던 [독자 모니터링 투표]가 모두 끝났습니다. 나중에 이런 걸 또 하자고 할 지는 한번 오랫동안 숙고를 해봐야겠습니다. 통계 내는데 너무 힘들어요. T_T 투표 한 개 한 개를 갈무리파일로 받아 두었다가 매번 수많은 파일을 하나씩 불러 가면서 작업했습니다. 정말... 하, 하하하..^^; (뒷말은 생략..)디렉토리도 '이벤트'라고 따로 만들어 놓고... 그래도, 읽는 동안은 굉장히 즐거웠어요! 아마도 그 투표지 읽는재미에 또 하자고 할 지도 모릅니다. ^^; 이번에 200회에 했으니, 그땐 400회가 되어야 될라나요? 하... 그렇게나 길어질지는 잘 모르겠고요. ^^;투표해주신 여러분! 다시 한 번 모두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많이 지켜봐 주세요! Luthien, La Noir. 출력이 끝났습니다. [Enter]를 누르십시오. ━━━━━━━━━━━━━━━━━━━━━━━━━━━━━━━━━━━제 목 :◁세월의돌▷투표결과-최고의 명대사게 시 자 :azit(김이철) 게시번호 :909게 시 일 :99/07/26 04:00:49 수 정 일 :크 기 :15.5K 조회횟수 :79 『게시판-SF & FANTASY (go SF)』 40423번제 목:◁세월의돌▷투표결과- 최고의 명대사올린이:모래의책(전민희 ) 99/07/25 22:38 읽음:218 관련자료 없음----------------------------------------------------------------------------- +=+=+=+=+=+=+=+=+=+=+=+=+=+=+=+=+=+=+=+=+=+=+=+부록 투표. 세월의 돌 최고의 명대사+=+=+=+=+=+=+=+=+=+=+=+=+=+=+=+=+=+=+=+=+=+=+=+ #1. 투표 요지 : 지금까지 연재된 가운데 가장 마음에 들었던 대사. 단 한 마디라도 좋고, 몇 마디로 된 대화도 좋습니다. #2. 집계 방법 : 없죠...뭐... 그냥 나열입니다. ^^#3. 총점 : 당연히... 없습니다. 죽 나열할 생각이니, 보면서 내 생각이랑 같구나, 또는 나와는 생각이 다르다, 정도 확인하시는 즐거움을 가지시길. ^^부록 투표라선지 안 적어 보내신 분들이 굉장히 많더군요... 나열은 연재된 순서대로입니다. ^^; +=+=+=+=+=+=+=+=+=+=+=+=+=+=+=+=+=+=+=+=+=+=+=+=+=+=+=+=+=+=+=▶ "단 1 로존드도 깎아 줄 수 없어요." [1-1. 배달왔습니다]..... 기억나시죠? 글 맨 처음에서 파비안이 하는 말. 꽤 여러 분의 지지를 얻었습니다. ^^▶ 처녀…는 좀 심하고 갓 결혼한 새댁 정도로 보이는 데는 손색없는 어머니지만, 십 몇 년 여기서 장사하시는 동안 웬만한 동네 장사꾼들은 단번에 쥐어 누르고도 남을 정도로 무시무시한 성격상의 변천을 겪으셨다고 한다 (하긴, 변한 게 아니고 원래 그런 성격이었을지도 모른다. 나에게 묻지 말라. 나로서야 어디까지나 어머니의 주장에근거하여 말했을 뿐이니까)....(중간생략).......어떻게 슬쩍 속여먹어도 되지 않을까, 하는 무모한 계획을 떠올린다면 나는 그 사람에대해 미리 심심한 애도의 뜻을 표할 참이다. [1-1. 배달왔습니다]..... 어딘지 아시죠? ▶ 스노우보드[1-1. 배달왔습니다]..... 그 단어 자체가 재미있었다는 걸까요.. ▶ "미리 부목이라도 대고 갈까요?" [1-1. 배달왔습니다]..... 스노우보드를 타고 배달가려는 파비안을 어머니가 말릴 때,파비안이 대꾸하는 말. ▶ "…오는 길에……." 뭔가 불길하다. "… 군고구마 1존드 어치만 사다주게." 왜 나의 불길한 예상은 틀리는 법이 없나. [1-1. 배달왔습니다]..... 미르보와 처음 만났을 때. ▶ "저 이름은 뭐에 쓰려고 저렇게 길담. 배고플 때 잘라먹으려는건 아니겠지." [1-1. 배달왔습니다]..... 아르노윌트의 이름을 처음 들은 파비안의 반응▶ "점심 제가 차릴게요." / "그럼 언제는 네가 차렸지, 내가 차렸냐?" [1-1. 배달왔습니다]..... 이진즈(어머니)와 파비안의 대화 중에서. ▶ "음…, 파비안, 혹시 곰그물은 필요없대니?" [1-1. 배달왔습니다]..... 참새 그물을 짜다가 시간이 모자라자 이진즈(어머니)가 파비안에게 한 말. ▶ 아침은 간단하게! [1-1. 배달왔습니다]..... 파비안 어머니의 생활 신조 중 하나. ^^;▶ "그래서 언젠가 이 영지에 재난이 닥치면 그처럼 용기 있게나설 수 있게 되기를 나는 기대하고 있다." [1-1. 배달왔습니다]..... 아르노윌트가 그릴라드 언덕 위에서 파비안에게 폼 잡고 하는 말(뽑아주신 분께서 '죽어라 X자식아..' 라고 뒤에 덧붙이셨습니다..;;). ▶ 영주 아들놈[1-1. 배달왔습니다]..... 아르노윌트를 가리켜 파비안이 부르는 말. ▶ "오늘 내, 죽을 고비를 넘길 거야!" [1-1. 배달왔습니다]..... 류지아가 점보러 온 파비안에게 마지막으로 외치는 말. ▶ 어떠냐, 털북숭이 몬스터. 내 자세 훌륭하지? [1-1. 배달왔습니다]..... 미르보와 협력하여 니할룬과 싸울 때 파비안의 생각. +=+=+=+=+=+=+=+=+=+=+=+=+=+=+=+=+=+=+=+=+=+=+=+=+=+=+=+=+=+=+=▶ "저……." 나는 머뭇거렸다. 쉬운 일은 아니었다. 살아오면서 한 번도 입밖에내어본 일이 없는 말이니까. 우리는 멈추어 섰다. 간판이 떨어지고 지붕이 날아간 '큰사슴 잡화'가 올려다 보인다. 신나게 뛰어올라갈 수 있다면 좋으련만. 그는 나를 보고 있다. "불러도…… 될까요?" 나는 일부러 정확한 단어를 말하기를 꺼렸다. 그러나 내가 말하지않아도 그는 알아들었다. 그의 얼굴이 개었다. 처음으로. "물론이다." [1-2. 사계절의 목걸이]..... 파비안이 아버지를 처음으로 아버지라고 부르려 하는 장면. ▶ "왜냐하면, 그런 자들은 실전에 닥쳐 한 군데라도 상처를 입거나 다치는 순간, 자신이 그 동안 배우고 몸에 익혀 온 모든 검술을모조리 잊어버리게 되기 때문이지." [1-2. 사계절의 목걸이]..... 아르킨(아버지)가 파비안과 대련하면서 하는 말. (전 검도 도장에 다닌 일은 없습니다...^^;)+=+=+=+=+=+=+=+=+=+=+=+=+=+=+=+=+=+=+=+=+=+=+=+=+=+=+=+=+=+=+=▶ '소중한 것을 잃은 후에야 임무를 완성한다', 이것을 피하려면버릴 것을 버려야 하는 순간을 알아야만 하네. [2-1. 은빛 머리카락의 유리카]..... 류지아가 불러낸 이스나에-드라니아라스 헤렐이 파비안에게해 주는 말 중에서. ▶ 유리카와 파비안이 '유리카와 헤어진 들판'을 지나면서 했던 이야기들. (마치 소피의 세계를 보고 있는 듯 하다...는군요)[2-1. 은빛 머리카락의 유리카]▶ "오래 여행했니?" "응." "얼마나?" "수백, 수천 년을 늘 여행해 왔지. 헤아릴 수도 없는 긴 시간." [2-1. 은빛 머리카락의 유리카]..... 유리카와 헤어진 들판에서 둘이 하는 대화 중에서. ▶ "이름 없는건 세상에도 존재하지 않는거야." [2-1. 은빛 머리카락의 유리카]..... 역시, 유리카와 헤어진 들판에서 둘이 하는 대화 중에서. +=+=+=+=+=+=+=+=+=+=+=+=+=+=+=+=+=+=+=+=+=+=+=+=+=+=+=+=+=+=+=▶ 멧돼지가 망설이다가 용기 있게 벼랑으로 뛰어내려 자살해버렸다는 대목[2-2. 엘프의 이름을 가진 도시]..... 그 장면 전체를 말씀하시는 건가요? ^^▶ 마치, 흠흠, 쥐잡는 폼이군. [2-2. 엘프의 이름을 가진 도시]..... 동굴 속을 나오려다 어깨에서 뛰어내린 주아니를 찾으려던파비안의 생각. ▶ "의자 든 놈한테 테이블 들고 덤비면 바보!" … 음, 이번 작문은 좀 유치하군. 그런데 내 말이 깡패 녀석중 하나한테 뭔가 번뜩이는 영감을 준 것같다. 왜, 그 덩치 큰 녀석 말이다. 그 녀석은……테이블을 집어들었다. 나르디가 비아냥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헤, 저 녀석 이젠 발음도똑발라졌네. "바보셨군요?" [2-2. 엘프의 이름을 가진 도시]..... 파비안과 나르디가 늦가을 들녘 여관에서 깡패들과 싸울 때. (말 한번 잘했다는군요. ^^)▶ "그렇게까지 맞고 싶다면, 그냥 입 다물고 있어도 때려줄 수 있어." [2-2. 엘프의 이름을 가진 도시]..... 파비안이 티무르에게 계속 맞으면서 끝까지 고집세게 나오자티무르가 한 말. ▶ "갇힌 방에서 빠져나오지도 못할 정도라면 도와줄 가치도 없을것 같아서." / "만약에 거기서 못 나왔으면 그냥 모른 척 했을 거란거야? 방금일은 그냥 미용체조라도 한 셈치고?" / "두말하면 잔소리." [2-2. 엘프의 이름을 가진 도시]..... 도적길드에 갇힌 파비안을 구하러 온 유리카가 하는 말(냉혹무비...라고요?..^^;). ▶ "뭐, 티무르 너한테 이기는 실력이래봐야 얼마나 대단하겠어? 너, 나한테도 지는 실력이었잖아?" 유리카는 참 때맞춰 말을 잘 거든단 말야. "…… 그건 내가 기습을 당했기 때문이다. 내가 계집애한테 질 실력으로 보이나?" "응." 우리는 입을 모아 대답하고는 다시 걸음을 빨리 했다. "뭐, 뭐야- 너희들은!" 티무르가 아무리 떠들어 봤자, 우리가 '그래? 그럼 다시 정식으로실력을 겨루어 보자!' 고 말할 만한 바보는 절대 아니다. 그런 말을 할래도 사람을 잘 골라서 해야지, 임마. [2-2. 엘프의 이름을 가진 도시]..... 파비안과 유리카가 티무르를 도적 길드에서 인질로 삼아 가면서 나누는 대화(역시...제 마음에도 드는 대사입니다. ^^;). ▶ "하르얀이 곧 쫓아올 거다." "응, 나라도 그러겠다." "나라도 그럴 것 같은걸?" [2-2. 엘프의 이름을 가진 도시]..... 파비안, 유리카, 티무르가 들판까지 나왔을 때. +=+=+=+=+=+=+=+=+=+=+=+=+=+=+=+=+=+=+=+=+=+=+=+=+=+=+=+=+=+=+=▶ "암흑 아룬드 어쩌고 하는 건 인간들 뿐이야. 로아에들 사이에서 그런 건 없어." "……." 유리카는 대답이 없었지만 주아니는 계속 말했다. "우리들도 달 체계는 알고 있어. 이를테면 나는 약초 아룬드 2일태생이고, 수호성은 에를라니(Erlani)지. 그러나 어느 아룬드에 태어난 로아에든지 그 가치는 똑같아. 암흑 아룬드에 태어났다고 '태어나지 않았다' 고 말하는 건 인간들 뿐이야." [2-3. 켈라드리안, 이스나에의 숲]..... 켈라드리안을 걸으면서 유리카의 생일에 대해 이야기할 때. ▶ 점원술 개론이라는 게 생긴다면 나는 이 학문이 어디 가서나 말만큼은 빠지지 않게 하게 해주는 놀라운 학문이라는 점을 반드시 선전해야겠다. [2-3. 켈라드리안, 이스나에의 숲]..... 에졸린 여왕을 만난 파비안이 스스로의 대사에 감탄하면서생각한 말. ▶ "죄송합니다만, 여왕님. 저로서는 여왕님께서 미르보 겐즈와 어떤 관계이시며, 그가 무엇을 여왕님께 잘못했는지 납득할 만한 설명을 해 주시기 전에는 어떤 질문에도 대답할 수 없다고 생각됩니다. 왜냐하면, 저와 함께 있는 동안 미르보 겐즈는 저에게 어떤 나쁜 일도 하지 않았고(이 말을 하면서 미르보가 감옥 안에서 내게 한 말이떠올랐다), 그가 악한 일을 한 이야기를 다른 누군가에게서 들은 일도 없으니까요. 따라서 저는 그를 악한이라고 생각할 만한 어떤 근거도 알고 있지 못하며, 그런 상태로 그를 불리하게 할 지도 모르는 이야기를 묻는다고 그저 늘어놓는 것은 도리가 아닌 것 같습니다." [2-3. 켈라드리안, 이스나에의 숲]..... 미르보에 대한 정보를 묻는 에졸린 여왕에게 파비안이 대답하는 말(이 대사로 파비안에 대한 평가를 달리했다는 분들이 많으시더군요. ^^;). ▶ "아르단드, 어제는 좀 무례하고 굴었다고 생각해. 사과할게. 그리고 샘물을 여러 번 시원하게 마실 수 있어서 고마웠어." 유리카가 놀란 듯이 나를 쳐다봤다. "다시 만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언제까지나 행복해라." [2-3. 켈라드리안, 이스나에의 숲]..... 메르농 샘을 떠나면서 파비안이 하는 말. +=+=+=+=+=+=+=+=+=+=+=+=+=+=+=+=+=+=+=+=+=+=+=+=+=+=+=+=+=+=+=▶ 제가 돌아올 때,혼란의 바람도 붑니다. 평화가 찾아오면,죽음도 옵니다. 악령의 힘이 죽음을 벗어나지만.죽음은 노예를 되찾습니다. 인간은 작아졌지만,그들은 행복합니다. 저는 봉인을 하면서 그것을 풀겠습니다. 없애야 할 것을 없앨때,사랑하는 것 또한 버리겠습니다. [3-1. 악령의 노예들]..... 글 첫머리에서 '에즈'라고 불리는 젊은이가 흰 로브의 늙은마법사에게 하는 말 중에서. ▶ "나한테 남은 시간이 얼마나 많은 시체로 환산되나 보자!" [3-1. 악령의 노예들]..... 악령의 노예들과 싸우면서 환전의 개념을 떠올리는 파비안(비장하달까...처절한 분위기가 난다고 하셨습니다). ▶ "등이 따뜻해." [3-1. 악령의 노예들]..... 파비안과 유리카가 절벽 위에서 악령의 노예들과 싸울 때 등을 맞대고 대화하는 장면(이 대사가 얼마나 많은 지지를 받았는지 상상도 못하실 겁니다. 이 긴 글 가운데서 이렇게 많은 분들이 이 한대사를 기억해 주시다니. T_T). +=+=+=+=+=+=+=+=+=+=+=+=+=+=+=+=+=+=+=+=+=+=+=+=+=+=+=+=+=+=+=▶ "네가 죽도록 놓아 둘 만큼 중요한 것은 아니야." [3-2. 고대의 거인과 은둔 검사]..... 유리카가 영력을 소실시켰다는 말에 파비안이 놀라자 유리카가 하는 말. +=+=+=+=+=+=+=+=+=+=+=+=+=+=+=+=+=+=+=+=+=+=+=+=+=+=+=+=+=+=+=▶ "이미 아까부터 더 할 조심이 없을 정도야!" "내 평생 이렇게 조심해본 적이 없으니 너나 조심해!" "너의 조심이 곧 우리의 안전이다!" "이런 이상한 판쪼가리에다가 내 목숨을 맡겨야 하다닛!" [4-1. 마브릴의 땅으로]..... 스노우보드를 타고 내려가는 파비안, 유리카, 주아니의 대화들(코믹 베스트 신에서 진가를 발휘했죠). +=+=+=+=+=+=+=+=+=+=+=+=+=+=+=+=+=+=+=+=+=+=+=+=+=+=+=+=+=+=+=▶ "그는 나의 것이예요. 내 것을 두고 이래라 저래라 참견할 권한이 여러분에겐 없어요, 고귀한 분들이여. 그는 이제 이스나에-드라니아라스이기 전에 아르나의 연인이니까. 그것이 먼저예요." [4-2. 마음의 침범]..... 글 첫머리에서 전설 속의 처녀 아르나가 당당하게 하는 말(또한 이것을 기억해 주신 분도 생각외로 많았습니다. 처녀 아르나는저도 좋아하는 캐릭터입니다. 언제 이야기나 하나 써볼까요? ^^). ▶ 잡아야 해, 잡아야 해. 놓칠 수 없어, 놓칠 수 없어. [4-2. 마음의 침범]..... 파비안이 유리카에게 고백하기 직전, 마음의 상태(이 부분이연재되고 굉장히 많은 메일과 메모를 받았었습니다....역시 많은 지지를 받더군요). ▶ "내가…… 내가, 널 제일 좋아하는 걸 정말 모른단 말야?!" [4-2. 마음의 침범]..... 파비안이 유리카에게 고백하는 장면에서(이 대사도 엄청난지지율...놀랐습니다). ▶ "너도…… 내 마음, 알지?" [4-2. 마음의 침범]..... 배 안에서 파비안이 고백할 때, 유리카가 하는 말. ▶ 흐음…… 저 애는 나르디가 겨우 선원이 된 지 한 달이며, 그것도 조만간에 작파할 작정이란 걸 알까? [4-2. 마음의 침범]..... 미르디네가 나르디를 쳐다보며 감탄하는 걸 옆에서 보던 파비안이 하는 생각(세상사는 보기와는 다르다, 라는군요. ^^). +=+=+=+=+=+=+=+=+=+=+=+=+=+=+=+=+=+=+=+=+=+=+=+=+=+=+=+=+=+=+=▶ "그건 말이지, 내 수호성은…… 바로 너거든." [5-1. 국왕들이 쓴다는 방법]..... 앙글라제 시의 맥주집에서 잠시 나와 밤산책을 즐기다가 파비안이 유리카에게 하는 말(오...닭살과 함께 마음에 든다십니다. 그것도 한 분이 아니고 여러 분이요. 역시 폭발적 지지를 받은 대사 몇개중 하나). ▶ "알았어, 알았어! 나는 이미 벌써부터 너를 믿고 있었다고! 네가 사정이 있으면, 이를테면 비밀에 대한 맹세라도 했다면 내가 그런걸로 너를 힘들게 하고 싶진 않단 말야. 됐어, 됐어. 말하지 않아도돼. 언젠가는 말할 거라고, 아니, 지금도 말하고 싶은 거라고 내가믿기만 하면 돼. 그걸로 충분하다고." [5-1. 국왕들이 쓴다는 방법]..... 나르디가 정체를 밝히지 않으려 할 때, 파비안의 대사(파비안이 사람을 믿는 방식에 대해 현대인과는 다르지만 감동을 느꼈다고하셨습니다. 네... 정말 어떤 정보도 없이 그냥 믿거나 믿지 않거나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수밖에 없는 경우가 있지요). ▶ 사람을 믿는다는 것은 힘든 일이다. 또한 대가를 요구한다. 그러나 분명, 그만큼의 가치도 있다. [5-1. 국왕들이 쓴다는 방법]..... 나르디를 믿기로 한 뒤, 마지막에 파비안이 한 생각 중에서(이 편의 마지막 부분, 위의 대사와 함께 이에 대해 여러 분이 이야기를 해주셨습니다). +=+=+=+=+=+=+=+=+=+=+=+=+=+=+=+=+=+=+=+=+=+=+=+=+=+=+=+=+=+=+=▶ 나는 입을 벌리면서 씨익 웃어 보였다. "힘으로 뺏지 뭘." "그거야!!!" [5-2. 두 번째 보석, 두 번째 숙명]..... 일행이 여관에서 보석을 빼앗을 계획을 세울 때(이것과 똑같은 대사를 중얼거리며 보다가 정말 똑같아서 뒤집어지셨대요. ^^;). ▶ 바람? 세상 어디에서든 말을 거는 자. [5-2. 두 번째 보석, 두 번째 숙명]..... 산적들이 있는 골짜기를 찾아 일행이 스조렌 산맥을 걷다가산지기들의 피서오두막을 발견했을 때(저도 좋아하는 대사죠). +=+=+=+=+=+=+=+=+=+=+=+=+=+=+=+=+=+=+=+=+=+=+=+=+=+=+=+=+=+=+=▶ 저는 언제나 소외 계층에 관심이 있었습니다. 모든 RPG 세계의 궁극의 소외 계층! 그러나 없으면 안되는 인물! 바로 아이템 가게 주인이 아니겠습니까? 언제 어디서나 주인공의 뒤에서 묵묵히, 그러나 유용한 도움을 제공해 온(물론 이들도 돈은 받습니다만...) 비운의 엑스트라를 드디어주인공으로 등장시키고 나니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드디어 숙원 사업의 성취야……)[1-1. 배달왔습니다.]..... 글 말미 잡담, 1-1-1화에 쓴 거였었죠...^^;;;;▶ 겐즈가 안 나와서 슬픈 이야기[솔직히... 어디 끝에 썼는지 기억이 안 납니다..;;]..... 글 말미 잡담이었습니다. 제 동생이 세월의 돌을 이렇게 부른다고..^^;▶ 나우누리에 접속이 안될 때.. 에 관한 잡담[역시...어디에다 썼을까..;]..... 역시, 글 말미 잡담이었습니다. 접속이 안되어서 열받는 경우에 대해 몇 화에 걸쳐 줄줄 썼었지요. ^^;;; 이런 걸 골라주는 분이 계실 줄이야...;;+=+=+=+=+=+=+=+=+=+=+=+=+=+=+=+=+=+=+=+=+=+=+=+=+=+=+=+=+=+=+= 아아... 투표 집계가 드디어 다 끝났군요..^^;1-1. 배달왔습니다 에 유난히 많은 대사가 골라진 것(이건 어떤 분이 그 부분에서 집중적으로 골라 보내주셔서..^^;) 빼고는 그래도 각화마다 빠지지 않고 한두 군데 씩은 뽑아주셨네요. 또 몇 가지 대사는, 꽤 여러 분들이 집중적으로 뽑아주신 것도 있어요. 특히 둘이 고백하는 장면의 대사들이나, 악령의 노예들과의 전투에서 '등이 따뜻하다'고 말하는 장면, 스노우보드 타고 내려가는장면의 대화 등이 많은 지지를 받았습니다. 아...하도 두드려댔더니 손목이 다 아프군요.. ;;투표 참여해 주신 여러분, 모두 감사합니다! Luthien, La Noir. 출력이 끝났습니다. [Enter]를 누르십시오. ━━━━━━━━━━━━━━━━━━━━━━━━━━━━━━━━━━━제 목 :◁세월의돌▷ 5-3.잃어버린 땅…(20)게 시 자 :azit(김이철) 게시번호 :910게 시 일 :99/07/27 02:13:22 수 정 일 :크 기 :6.0K 조회횟수 :102 『게시판-SF & FANTASY (go SF)』 40648번제 목:◁세월의돌▷ 5-3. 잃어버린 땅으로…(20)올린이:모래의책(전민희 ) 99/07/26 23:21 읽음:268 관련자료 없음----------------------------------------------------------------------------- +=+=+=+=+=+=+=+=+=+=+=+=+=+=+=+=세월의 돌(Stone of Days)=+=+=+=+=+=+=+=+=+=+=+=+=+=+=+=+ 5장. 제4월 '타로핀(Tarophin)'3. 잃어버린 땅으로의 여행 (20) 내가 대꾸했다. "대마법사는 역시 달랐다라는 건가?" "아니, 그거랑은 좀 달라. 대마법사라 하더라도 대화가 가능한 존재 가운데 자연 자체에 가장 가까운 그들, 네 정령족들을 결코 멋대로 다루지는 못하거든. 그들의 힘이 어느 정도인지는 정말 아무도 모르는 일이고. 어쨌든 에즈는 정령들을 대단히 존중했지. 물론 정령들이 그 존중이라는 개념을 알았는지는 의문이지만, 하여튼 정령들한테자기 의견을 말하고, 받아들이지 않으면 강요하지 않았어. 그러다가가끔 도움을 받은 일도 있고. 물론, 그렇지만 그건 굉장히 위험한 일이었지." "위험하다니, 왜?" 주아니가 말하자 유리카는 일부러 겁을 주려는 것처럼 주아니를 쏘아봤다. "에즈가 아무리 정령들한테 예의를 지켰다 해도 그건 인간의 예의야. 기껏해야 드워프와 엘프, 페어리의 예의 정도는 혼합해서 대했을수도 있지. 그렇지만 정령들은 그런 정도와는 비교도 안 되게 달라. 그러니까……." 유리카의 저 눈동자는, 켈라드리안에서 이스나에 이야기 갖고 공포분위기 조장하던 그거랑 비슷한데. "정령들은 자기 앞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에즈를, 자기 먹이와 잠시즐기고 있다고 여겼을 수도 있다는 거야." "히익!" 주아니가 놀라 주머니 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나도 왠지 팔에 소름이 돋는 것 같다. 내가 손을 들어 어깨 언저리를 비비자 유리카는 만족했다는 듯이 짓궂은 미소를 띠며 말을 이었다. "사실이 그래. 정령들은, 인간이 호의를 갖고 고개 숙여 인사했다고 해도 그걸 자기를 죽이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는 존재거든. 게다가 정령들은 힘이 세지. 원시의 자연에 속한 존재, 정말로우리는 그들의 들러리나 서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동굴 안이 다 싸늘해지는 기분이었는지, 나르디가 램프를 집어들며나가자고 손짓했다. 나도 일어섰고, 유리카도 일어서며 한 마디 했다. "나르디, 네 머리카락 점점 노랗게 되고 있는데?" "그래?" 나르디는 생각 없이 손을 위로 올려 자기 머리를 만져보려 했다. 그런데 그게 램프를 든 손이었다. "야, 머리 조심해!" 내가 소리치는데, 갑자기 무슨 일인지 유리카가 나를 밀치면서 앞으로 달려들었다. 그러더니 나르디의 램프를 황급히 잡아챘다. "내 머리에 불이 붙지는 않……." 그게 아니었다. 유리카가 램프를 천장에 바짝 들이댔다. 그제야 나도 가까이 다가가서 살펴보았다. 천장에서 물이 떨어지고 있었다. "이게…… 어디서 떨어지고 있는 거지?" "분명 그냥 바위벽인데?" 물은 한참동안 사이를 두고 맺혔다가, 소리없이 떨어져 바닥의 모래에 스며들고 있었다. 내가 손을 내밀어 천장을 더듬어 만졌다. 그랬더니 놀랍게도 천장 한가운데 갈라진 틈이 있었다. 대거를 꺼내 틈새를 긁으니, 흙과 자갈 조각이 우수수 떨어진다. 내가 등에서 검을 뽑으려 하는데 아래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내 도끼를 쓰게." 엘다렌이 아래에서 자기 도끼를 내민다. 이런 것을 부수는 데는 검보다야 도끼가 낫지. 엘다렌은 키가 작으니 직접 천장을 찍을 수는없겠지 싶어 내가 손을 내미는데, 유리카가 놀랍다는 듯 엘다렌을 바라보았다. "엘다, 그 도끼는 결코 다른 사람한테……." "쓸데없는 소리는 그만둬라." 유리카는 어쨌든 놀란 눈치였고, 나는 도끼를 받아들었다. "잠깐, 다들 물러서." 도끼는 생각보다 굉장히 무거웠다. 손바닥에 힘을 주어 자루를 잡고는 힘껏 휘둘러 천장을 찍었다. 쿠캉! 다음 순간, 우리들은 모두 허겁지겁 뒤로 물러서야만 했다. 천장한가운데 바위벽이 틈새를 따라 단숨에 쩍 갈라지더니, 우수수 떨어지는 돌과 함께 갑자기 물이 한 통은 쏟아져 내렸다. 쏴아- "으앗!" 허겁지겁 동굴 밖으로 달려나갈 태세를 취하는데, 물이 더 이상 떨어지질 않는다. 아마 어딘가에서 고인 물이었는지, 그게 전부였던 모양이었다. 간신히 정신을 차리고 돌아보니 다들 옷에서 물을 뚝뚝 흘리고 있었다. "뭐, 뭐야. 좀더 물러서라고 말을 했어야 하잖아……." "그래봤자 제일 많이 젖은 건 나야." 나는 아예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물에 빠진 생쥐꼴이 되어 있었다. 크으…… 그래도 더러운 물은 아닌 것 같으니 다행이다. "이것 봐? 구멍이 뚫렸어." 유리카가 다가서서 천장을 손가락질했다. 모두 모여서서 위를 올려다보았다. 그제야 살펴보니 이 부분은 다른 천장처럼 천연의 바위가 아니라누군가가 흙과 자갈을 가져다가 일부러 막아 놓은 것이라는 걸 알겠다. 내가 도끼로 내리치자 막아놓은 부분이 한꺼번에 뚫렸고, 그 사이에 고여 있던 물이 바닥으로 쏟아진 모양이었다. 손을 내밀어 더듬으며 확인해 보니 위에는 꽤 넓은 공간이 있는 듯했다. 나는 기운차게 말했다. "올라가자." 엘다렌이 문제였다. 제일 키가 큰 내가 목마를 태워 제일 먼저 올렸다. 그런데 몸무게가 어찌나 무거운지 어깨가 다 내려앉는 것 같았다. "아이쿠, 도대체 그 작은 키에, 안에는 돌덩어리라도 들었나요?" 내가 불평하자 위로 기어올라가던 엘다렌이 점잖게 대꾸했다. "안에 쌓인 거라면 연륜과 덕성이겠지." 아래에서 유리카가 킥킥거렸다. 다른 사람은 별 문제 없었다. 키보다 높은 구멍임에도 불구하고 다들 가뿐하게 팔만 이용해서 몸을 올렸다. 밑에서 한 사람쯤 다리를조금 받쳐주면 그만이었다. 가장 나중에 나르디가 올라왔다. 녀석은 밑에서 받쳐주는 사람도없이 아예 양손만 이용해서 구멍을 잡고는 날렵하게 올라왔는데, 몸을 솟구치는 것이 조금도 힘들어 보이지 않았다. 몸이 깃털만으로 되기라도 한 것 같은 몸짓이다. "이것 봐, 무슨 복도 같은데?" +=+=+=+=+=+=+=+=+=+=+=+=+=+=+=+=+=+=+=+=+=+=+=+=+=+=+=+=+=+=+=오늘.... 덥군요...;;;내내 더위 때문에 허덕거렸습니다. 비가 올 듯도 했는데 오지도 않고.... 이런 날씨 너무 싫어요. 열대야... 오늘도인가... 저...그리고 저 아래 글, 제 글에 무슨 게임이 나왔었죠?? 나왔다면.... .... 진실 게임 정도인가. --; (퍽~)어쨌든, 황당하군요. --;;Luthien, La Noir. 출력이 끝났습니다. [Enter]를 누르십시오. ━━━━━━━━━━━━━━━━━━━━━━━━━━━━━━━━━━━제 목 :◁세월의돌▷투표결과-선물받을분 명단게 시 자 :azit(김이철) 게시번호 :911게 시 일 :99/07/27 02:13:42 수 정 일 :크 기 :4.0K 조회횟수 :57 『게시판-SF & FANTASY (go SF)』 40649번제 목:◁세월의돌▷투표결과- 선물받을분 명단올린이:모래의책(전민희 ) 99/07/26 23:21 읽음:214 관련자료 없음----------------------------------------------------------------------------- +=+=+=+=+=+=+=+=+=+=+=+=+=+=+=+=+=+=+=+=+=+=+=+독자 모니터링 투표 수상자 발표+=+=+=+=+=+=+=+=+=+=+=+=+=+=+=+=+=+=+=+=+=+=+=+ #1. 선정 방법 : 세 가지 항목으로 나누어 선물 받으실 분을 뽑았습니다. 자세한 것은 아래에... #2. 주목! : 여기에 아이디가 게재된 분들은 8월 7일까지 제게 우편물을 받을 수 있는 정확한 주소와 연락처를 메일로 적어서 보내주십시오. 더 늦으면 책임 못져요... #3. 대상자 : 9명 헤..수상자라니까 좀 웃기죠? 그냥 선물 드릴 분... 정도로 할걸그랬나... 어쨌거나, 생각보다 많은 분께 선물을 드리게 되었음을 밝혀 드립니다! 좋은 투표가 많아서 이렇게 저렇게 고민하다가 자꾸 항목을 늘리고 말았다는.....^^;그럼, 한 번 살펴보십시다. ^^; +=+=+=+=+=+=+=+=+=+=+=+=+=+=+=+=+=+=+=+=+=+=+=+=+=+=+=+=+=+=+= 1. 가장 집계에 가까운 답을 보내주신 분. ▶ 다솜바람 (나우누리) 님▶ folsety (하이텔) 님..... 일부러 각 통신망에서 한 분씩 뽑으려던 것은 아니었는데,마침 적당하게 되었네요. 특히 다솜바람 님은.... 혹시 아직 투표지갖고 계시다면 집계하고 한 번 비교해 보세요...정말 장난 아닙니다...;;; 이렇게 다양한 항목에서 보편적 의견(?)을 제시해 주시다니. ^^;+=+=+=+=+=+=+=+=+=+=+=+=+=+=+=+=+=+=+=+=+=+=+=+=+=+=+=+=+=+=+=2. 자세한 투표지, 성의있는 투표지▶ 꼬마호빗 (나우누리) 님▶ 두키 (나우누리) 님▶ 날쌘날개 (나우누리) 님▶ 정희석 (나우누리) 님 ...아이디 함께 쓰시는 진철 님▶ zyubilan (하이텔) 님..... 사실, 정말 성의있는 투표지가 많아서 이런 항목을 만들기가죄송스러웠습니다만....조금이라도 더 많은 분께 선물을 드리고 싶은마음이 들고 말았으므로 어쩔 수 없었습니다. 흑흑... 여기 뽑은 분들은 정말! 아주 긴 투표지를 보내주신 분들, 그리고 기타 투표지 중에서 그래도 집계에 가까운 답을 해주신 분들로 골랐습니다. (어쩔수 없었다....)선물을 좀더 준비했더라면 각 항목별 대답을 다 써주신 분께 모조리 다 보내드렸으면 좋겠는데....T_T;;;진철님, 시험과 성적표의 괴로움 속에서 제 선물이 조금이라도 활력이 되기를..^^ 진철님 메일 읽으면서 옛날 생각이 많이 났답니다. +=+=+=+=+=+=+=+=+=+=+=+=+=+=+=+=+=+=+=+=+=+=+=+=+=+=+=+=+=+=+=3. 특별상 (과연 왜?)▶ meenjoon (나우누리) 님▶ 프레야 (나우누리) 님...의 어머님..^^..... meenjoon 님은 투표도 해 주셨지만, 하이텔로 세월의 돌을퍼가시느라 항상 수고해 주시는 분이랍니다. 하이텔에선 엑사일런 아이디 쓰고 계시죠. 감사하는 마음에서 선물 보내드릴게요. (요즘 집배원 일 하느라 힘드시죠? 독자 여러분, 메일은 가능한 한 인터넷 메일로 제게 직접 보내주세요. 이거 너무 죄송스러워서...^^;)..... 프레야 님은 평소에 제게 추천해 주신 많은 음악들, 커피 제조법....^^ 그리고 특히! 따로 투표지를 보내주신 어머님께서 이번투표 최고령 투표자이십니다. ^^ (40대시라니까..) 이런 독자를 얻다니 감격스러울 따름입니다. 흑흑...T_T+=+=+=+=+=+=+=+=+=+=+=+=+=+=+=+=+=+=+=+=+=+=+=+=+=+=+=+=+=+=+= 이리하여 오래 걸렸던 투표와 발표가 다 끝났습니다. 재미있으셨는지...저는 재미있었습니다만, 여러분께도 즐거운 일이 되었으면 더바랄 게 없겠습니다. 참, 선물이 뭐냐고요? 특별 제작한 기념품.....입니다. 이거 제작하느라 정말 힘들었습니다. 내용물은 보시면 아시겠지만...... (특별 제작이라고 대단한 게절대 아닙니다! 어쨌든 제작했다는 데 의의를...). 제가 능력이 없다보니 이런 것 몇 개 만드는 데도 여러 사람 괴롭혔네요. 돈도 좀 들었고... 받은 다음에 시시하다고 불평하시면 미워요..T_T차라리 너무 시시하다! 하시면 선물의 내용에 대해 비밀을 지켜주시길.....(윽.. 그래요, 전 이런 것밖에 못만들어요..)마음에 드시면, 여기 저기 자랑하셔도 좋고요....^^;;그럼, 독자 여러분 모두 행복하세요-! Luthien, La Noir. 출력이 끝났습니다. [Enter]를 누르십시오. ━━━━━━━━━━━━━━━━━━━━━━━━━━━━━━━━━━━제 목 :◁세월의돌▷ 5-3.잃어버린 땅…(21)게 시 자 :azit(김이철) 게시번호 :917게 시 일 :99/07/28 02:44:55 수 정 일 :크 기 :5.7K 조회횟수 :108 『게시판-SF & FANTASY (go SF)』 40791번제 목:◁세월의돌▷ 5-3. 잃어버린 땅으로…(21)올린이:모래의책(전민희 ) 99/07/27 21:46 읽음:376 관련자료 없음----------------------------------------------------------------------------- +=+=+=+=+=+=+=+=+=+=+=+=+=+=+=+=세월의 돌(Stone of Days)=+=+=+=+=+=+=+=+=+=+=+=+=+=+=+=+ 5장. 제4월 '타로핀(Tarophin)'3. 잃어버린 땅으로의 여행 (21) "엘다렌, 여기가 어딘지 몰라요?" 모두 신기해하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우리가 올라온 곳은 적당히사람이 걸어가기 딱 맞을 정도로 뚫려진 동굴 통로다. 거기다가 더신기한 것은 어디에서 오는 지 모를 희미한 빛이었다. 동굴 통로 전체가 옅은 빛에 감싸여 신비스럽게 빛나고 있었다. "아름답군!" 엘다렌은 우리와 만난 이후 처음으로 감탄하는 모습을 보였는데,빛을 받아 반짝거리는 돌벽을 양손으로 어루만지며 어린아이처럼 즐거워했다. 나도 다가가 돌벽을 만져 보았다. 정말 이상스럽게 빛이나네. 검푸른 돌벽 구석구석에 하얗게 빛나는 것은…… 아마도 석영? 지금까지 오면서 동굴이 아름답다는 생각을 하기는 나도 처음이었다. 복잡한 종유석이 즐비한 것도 아니고, 보석으로 장식된 것도 아닌데, 신비스러운 매력이 풍기는 작은 통로다. 온통 검푸른 돌벽에별처럼 가득히 반짝거리는 석영 조각들. 동굴 안의 공기는 차갑고 시원했다. "바람이… 불어 오는데?" 아까부터 바닥에 자기 발로 서서 돌아다니기 시작한 주아니가 문득말하자 나는 고개를 돌렸다. "바람?" 움직이던 것을 멈추고 보니, 그제서야 공기의 흐름이 느껴진다. 공기가 내가 선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서서히 움직이고 있었다. 바람이 분다. "엘다렌, 이게 어디로 통하는 길인지 알고 있어요? 드워프 족이 만든 길인가요?" 내가 재차 묻자 엘다렌은 간신히 동굴 면을 전부 만져보겠다는 듯이 돌아다니던 것을 멈추고 나를 쳐다보았다. 대답은 예상대로, 그는고개를 저었다. "유감스럽지만, 난 모르겠네. 융스크-리테의 안은 넓고도 넓어서수백 년을 거기에서 산들 십분의 일도 다 알 수가 없거든. 우리 드워프 족이 이곳에 정착해서 이 나스펠론 동굴 지대를 발견한 지가 벌써200년이 넘네만 - 물론 잠들어 있던 200년은 빼고 - 아직도 새로운것 투성이야." 이런 식이라면 십분의 일은커녕 백분의 일도 알아내기 어려울 것같다. "어느 쪽으로 가야 하지? 바람 반대쪽인가, 바람 불어오는 쪽인가?" 나르디가 그렇게 말하며 양쪽을 번갈아 바라본다. 희미하게 빛이나고 있다고는 하지만 우리가 바라볼 수 있는 시야는 그다지 넓지 않아서 어느 쪽이든 끝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바람이 불어오는 쪽은, 아마도 밖으로 나가는 쪽이겠지? 아니면아주 넓은 공간이 그 너머에 있어서 공기가 휘돌아 오는 거거나, 둘중의 하나일거야. 바람이 불어가는 쪽은 더 깊은 안쪽이겠지? 뭔가가숨겨져 있다면 그쪽일 가능성이 크지 않아?" 내가 중얼중얼 양쪽을 놓고 비교하는 소리를 듣고 있던 유리카가고개를 저었다. "그거보다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은 우리가 찾는 곳이 여명검의 고향이라는 거고, 거기로 가기 위해서 여기가 맞는 길이냐 하는 거지. 그것보다 더 먼저, 엘다렌이 더 쉬운 길을 이미 알고 있다면 굳이 새로찾은 잘 모르는 길로 우리는 갈 필요가 없다는 거야. 그게 제일 먼저야. 엘다, 어때?" 엘다렌은 고개를 저었다. "대장장이들의 동굴이 어디인지는 알고 있다. 우리가 찾던 곳에서두세 군데만 더 뒤져 보면 알 수 있지. 그렇지만…… 여명검은 내가살던 시대보다도 훨씬 더 예전에 만들어진 보물이야. 그 근처에 있으리라고 예상할 뿐, 반드시 확신은 없다." "엘다렌, 여기 들어오기 전에 큰소리치던 것하고는 전혀 다르잖아요?" 비아냥거리려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렇게 묻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엘다렌의 대답이 한 수 위였다. "분명, 이렇게 찾아질 거라는 것을 나는 알고 있었어." "아니, 알다뇨?" 엘다렌은 눈썹을 찌푸리더니 멀뚱하게 나를 쳐다봤다. "자네가 여명검의 주인 아냐? 그 검의 의지는 바로 자네 거지. 그러니까 자네가 찾고자 한다면 못 찾을 리가 없다고 생각했단 거야. 이 근처까지 안내하는 거야 내 몫이었고, 그러고 나면 충분히 찾고도남을 거라고 이미 생각했었네. 그래서 이런 통로가 나타났지. 내 말이 틀렸나?" 세상에, 멋대로 말 끼워맞추기는. 내가 그의 억지에 감동한 나머지 입을 벌리고 있는 사이에 유리카는 입가를 실룩이며 피식 웃더니 하던 말을 마저 이었다. "그래, 그러니까 첫 번째 가능성은 없어졌고 이 길을 꼭 살펴봐야하게 생겼군. 그럼, 바람 불어오는 쪽이야, 반대쪽이야?" "당연히 바람이 불어오는 쪽이다. 이런 앞 뒤 모르는 동굴에서는일단 나가는 통로부터 확인하는 것이 순서야. 안쪽으로 먼저 들어갔다가 무슨 일이 생겼을 때 어떻게 대처할 지 알기 위해서는 일단 밖으로 먼저 나가서 길을 확인해 두는 것이 원칙이다. 만약 나가는 문이 아니라 넓은 지형이 있다고 했을 때도, 거기에는 뭔가 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가보는 것은 역시 나쁘지 않아." 이번에는 엘다렌이 꽤 자신있게 말해서, 우리는 그 의견을 따르기로 했다. 걸어갈수록 빛이 조금씩 강해지는 것 같다. 그리고, 바람도 조금더 차갑게 뺨에 와 닿는 것 같다. 걷다가 나는 문득 떠오르는 것이 있어서 입을 열었다. "우리가 아까 하던 추리 말인데……." "하던 추리?" 유리카가 돌아본다. "우리가 여길 처음에 찾은 이유는, 내가 왜 여기에 쓰러져 있었냐잖아?" "나스펠?" 유리카는 끝끝내 나스펠의 짓이라고 생각하고 싶어하는군. 어쨌든 나는 말을 이었다. "그래…… 어쨌든 나스펠이든 뭐든 간에, 그 초자연적 존재가 나를내 검의 고향으로 이끌고 있다고 봐도 좋은 걸까?" "아……!" +=+=+=+=+=+=+=+=+=+=+=+=+=+=+=+=+=+=+=+=+=+=+=+=+=+=+=+=+=+=+=최근 경황이 없어서 한동안 감사를 못 드리고 있었는데.... 추천해주신 분들, 모두 감사합니다. ^^환타지에 가까운 소설이라는 말, 정말 기쁘네요. ytirup 님도 감사합니다. Luthien, La Noir. 출력이 끝났습니다. [Enter]를 누르십시오. ━━━━━━━━━━━━━━━━━━━━━━━━━━━━━━━━━━━제 목 :◁세월의돌▷ 5-3.잃어버린 땅…(22)게 시 자 :azit(김이철) 게시번호 :918게 시 일 :99/07/29 02:45:48 수 정 일 :크 기 :8.0K 조회횟수 :94 『게시판-SF & FANTASY (go SF)』 41005번제 목:◁세월의돌▷ 5-3. 잃어버린 땅으로…(22)올린이:모래의책(전민희 ) 99/07/28 22:07 읽음:343 관련자료 없음----------------------------------------------------------------------------- +=+=+=+=+=+=+=+=+=+=+=+=+=+=+=+=세월의 돌(Stone of Days)=+=+=+=+=+=+=+=+=+=+=+=+=+=+=+=+ 5장. 제4월 '타로핀(Tarophin)'3. 잃어버린 땅으로의 여행 (22) 유리카는 계속 걸으면서 생각하는 얼굴이 되었다. 주변이 꽤나 밝아져 있어서 서로의 표정까지 알아볼 수 있을 정도다. "정말 그렇네. 왜 하필 파비안 네가 이 통로로 통하는 동굴에 쓰러져 있었냔 말야." "지금까지 걷는 동안 내내, 거기처럼 일부러 뚫린 구멍을 막아놓은것 같은 곳은 없었네. 이곳으로 이어지는 구멍은 자네가 쓰러져 있던동굴 하나에만 있었던 셈이지." 엘다렌의 말이었다. 동굴에서 난쟁이들의 눈썰미는 믿어 줘야 한다. "그래…… 분명 우리한테 개입하고 있는 힘이 있어. 정말 나스펠일까? 아니면 다른 무엇?" "혹시 아까 네 말대로, 정말 정령들이 우릴 잡아먹으려고 이리로안내하고 있는 것은 아니겠지?" 나르디는 농조로 한 말이었지만 왠지 소름이 오싹 끼쳤다. "얘는, 정령들이 사람고기를 먹는단 이야긴 들어 본 일이 없어." "나스펠이 어떤 자들인지에 대해선 너도 잘 모른다면서? 그들이 뭘먹는지도 사실 잘 모르잖아?" 나르디와 유리카가 계속 이야기를 발전시킬 태세자 제일 못참는 것은 주아니였다. "그, 그만들 두란 말야. 그런다고 이 길을 안갈 것도 아닌데 겁 좀그만 줄 수 없어?" 갑자기 주위가 넓어지는 바람에 이야기는 뚝 끊겼다. "우와아……." 내가 입을 딱 벌린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지금까지는, 분명 누군가가 일부러 다듬어 만든 것 같은 동굴 통로였는데, 여기는 그렇지 않았다. 방금까지 걸어온 통로가 끝나는 곳,우리는 갑자기 자연이 은밀하게 만들어 놓은 놀라운 장관과 마주쳤다. 난 한 번도 종유동굴을 본 일이 없다. 그러나 장담하건데, 여기보다 더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곳을 다시 볼 일은 없을 것임에 분명하다. 우리는 한동안 발을 떼어놓을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천연의 종유석과 석순, 석주가 빚어낸 기가 막힌 광경이었다. "마, 말이 나오지 않아……." 나르디가 약간 더듬거리며 입을 간신히 뗐을 때, 갑자기 내 머릿속에 오래전의 기억이 떠올라왔다. 사실, 그렇게 오래된 기억도 아니다. 미르보 겐즈, 억울하게 갇혔던 엠버의 감옥 안에서 그가 검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던 때의 기억이갑자기 생생하게 떠올랐다. …… 동굴 안쪽은 상당히 아름다운 종유석들이 천연 그대로의 모습으로 가득한 곳이었지. 석회암 기둥이 얼마나많이 비죽비죽 솟아 있는지, 단 몇 걸음도 똑바로 전진할수가 없는 곳이었다…… 그래! 바로 여기를 말한 것이었어! 내가 갑자기 선 채로 무릎을 탁 치자 다들 뭔가 싶어 나를 돌아보았다. 나는 흥분해서 목소리까지 약간 갈라져 나왔다. "제대로 찾은 거라고요! 나한테 이 검을 줬던 양반이 이 검을 찾던때 이야기를 해줬었거든요? 종유석과 석회암 기둥이 가득차서 걸음조차 똑바로 걷기 어렵다던 곳, 거기가 여기 아니면 어디겠어요?" "그래? 그럼 여기 어디쯤에서 그 검을 찾았다고 했니?" 유리카가 다급히 묻는다. 다들 내 주위에 둘러서 있었다. "그러니까……." 갑자기 이상한 생각부터 먼저 떠올랐다. "여기까지 오는 동안 골렘과 수십 번은 싸웠다던데?" 갑자기 우리는 반쯤 얼어붙었다. 물론 200년 전에도 기사 부대를 전멸시킬 정도의 용사였다는 엘다렌이야 골렘 쯤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골렘이뭔지, 단 한 번도 본 일이 없는 나는 사정이 다르다. 그때 미르보한테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다만 그런 전설적인 몬스터가 살아남아 있다니 놀랍다고 생각했을 뿐이지, 여기까지 내가 실제 오게 되리라는생각은 한 일도 없었기 때문에 좀 먼 이야기처럼 들렸었다. 그렇지만…… 여기는 미르보가 이야기한 바로 거기잖아! "골렘이 정말 지금까지 살아남아 있을까?" 유리카는 두려워한다기 보다는 호기심에 좀더 가까운 어조로 그렇게 말했다. 그녀도 200년 전에서 왔으니만큼, 아마 골렘을 한 번 쯤은 본 일이 있겠지. 어쩌면 싸워 본 일이 있을지도 모르고. "이거, 꼭 호랑이 굴에서 몰래 살금살금 돌아 다니는 기분이네." 그래도 나르디만은 나와 똑같은 감정인지 그렇게 말하면서 주위를둘러보았다. 엘다렌은 정말로 느긋한 표정으로 파이프를 만지작거리고 있더니, 우리가 계속해서 입을 다물고 골렘에 대해 생각하는 눈치자 퉁명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래도, 여기까지 와서 되돌아가잔 것은 아니지 않은가! 자, 어서다음 이야기를 해 보지." "그게, 그 다음엔……." 어쨌든 하던 이야기는 마저 해야지. "이렇게 말했죠. '탁 트인 방이었다. 지금까지 오던 길들과는 달리. 그리고 그 한 가운데에…….'" 뒤를 끈 것은 내가 한 것이 아니다. 미르보가 그렇게 말했었던 거지. "그 가운데에?" 엘다렌이 약간 흥분한 어조로 뒤를 재촉했다. "검이 있었단거죠." 이거 참, 이렇게 말하니 왠지 좀 맥빠진 것처럼 들리는데. 어쨌거나 엘다렌의 표정을 보니 부연설명이라도 좀 하는 편이 좋을것 같았다. "석순에 박혀 있었대요. 불꽃이 너울거리고 있었고…… 뭐, 하여튼그래요." 더 할 이야기가 없어서 유감이었다. 미르보는 참 이야기를 단순하게 해버리는 사람이었단 말야. 다들 생각에 잠긴 표정이 되었다. 그러나 그 중 누구도 먼저 종유동굴 안으로 들어서지는 않았다. 발을 들여놓는 순간, 골렘이 튀어나오는 것은 아니겠지만, 다들 그렇게라도 생각하고 있는 듯한 눈치였다. "아참, 그 석순은 미르보가 다 부숴버렸다는데." 내가 마지막으로 생각난 말을 꺼내자, 엘다렌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겠지. 그 자가 누구인지는 몰라도, 안 그러고서야 그 검을 그가 뽑아낼 능력이 있었을 리 없지. 만약 그한테 그런 능력이 있었다면 그가 이 검을 가졌겠지." 그렇다면 나는 여기까지 올 일도 없었을 거구요. "어쨌든, 그러면 깨어진 석순을 찾으면 된다는 거군?" 유리카는 그렇게 말하더니, 왠지 금기처럼 꺼리고 있던 종유 동굴안으로 성큼 발을 들여놓았다. 물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녀가 돌아보았다. "안 가?" 우리는 모두 동굴 안으로 들어섰다. 미르보의 말대로다. 정말 똑바로 걷기가 쉽지 않았다. "잘못 건드리면 무너질 것 같애." "그러니까 조심해서 오라고." 그야말로 종유석의 숲이라고 할 만했다. 뒤틀린 것, 위아래가 이어지기 직전인 것, 계속 서서히 석회질이 흘러내리고 있는 모양의 석주, 달걀 모양, 비쭉 솟은 모양, 사람이 들어앉을 만큼 커다란 꽃 모양, 사람 옆얼굴……. "저걸 보니 배가 고파지는군." +=+=+=+=+=+=+=+=+=+=+=+=+=+=+=+=+=+=+=+=+=+=+=+=+=+=+=+=+=+=+=오늘 비가 계속 내렸네요. 저희 집엔 마당에서 어머니가 이것저것 가꾸는 것도 많고, 아랫집에 커다란 감나무도 있어서 참새들이 많이 날아듭니다. 그런데 요 참새들도 가만히 보면 똑같지가 않아요. 햇참새... 하하... 이건 우리 어머니께서 올해 새로 난 참새를 부르는 말이에요. ^^;요 햇참새들을 어떻게 구분하냐면, 얘네들은 털빛깔이 일단 진한갈색이 안나고 프림 많이 넣은 커피처럼 연한 빛이 돌아요. 그리고또 목 주위에 털을 보면 착 가라앉지가 않고 개구쟁이 애들처럼 북실북실하게 솜 뭉쳐놓은 것 같이 생겼어요. 뭐랄까... 몸 크기는 보통참새랑 같은데 뭔가 덜 된 것 같이 어중간하다고나 할까... 오늘 얘네들이 비가 오니까 초롬하게 젖어서 갈 데를 모르고 종종거리면서 감나무를 오르내리는데, 그 뒤를 이 솜방망이 같은 햇참새가 영문도 모르고 쫓아 다니는 거예요. 같이 점심 먹다가 어머니가내다보시면서, 쟤들 먹을 것도 없는데 맨날 우리집에서 내놓고 말리던 나물이나 곡식도 없고, 저 어미 참새가 햇참새들 줄게 없겠구나... 그러시더니 밥을 한 덩어리 항아리 언저리에 내놓으셨지요. 한참 안보다가 보니까 그새 다 집어 먹었더라고요. ^^ 참새들이 뭐말리느라 내놓은거 다 집어먹을 때는 줄까지 연결해 놓고 쫓느라 애썼는데, 다시 생각하면 우리집에서 저 참새들을 키우는 것 같기도 하고....^^;;요즘 저 햇참새들을 보면 자꾸 웃음이 나요. 청소년 참새, 사춘기참새쯤 되는 걸까요? 후훗. 아, 깜빡 잊고 있었는데 저번 세월의 돌 OST 말예요, 주아니의 주제가로 골라 주신 카드캡터 사쿠라 2기 엔딩 "Honey"는 ANZA가 아니라 Chihiro가 불렀다는군요. 고쳤으니 참고하세요. 알려주신 분, 늦게나마 고맙습니다. ^^;;Luthien, La Noir. 출력이 끝났습니다. [Enter]를 누르십시오. ━━━━━━━━━━━━━━━━━━━━━━━━━━━━━━━━━━━제 목 :◁세월의돌▷ 5-3.잃어버린 땅…(23)게 시 자 :azit(김이철) 게시번호 :923게 시 일 :99/07/30 02:36:56 수 정 일 :크 기 :5.1K 조회횟수 :114 『게시판-SF & FANTASY (go SF)』 41167번제 목:◁세월의돌▷ 5-3. 잃어버린 땅으로…(23)올린이:모래의책(전민희 ) 99/07/29 22:20 읽음:339 관련자료 없음----------------------------------------------------------------------------- +=+=+=+=+=+=+=+=+=+=+=+=+=+=+=+=세월의 돌(Stone of Days)=+=+=+=+=+=+=+=+=+=+=+=+=+=+=+=+ 5장. 제4월 '타로핀(Tarophin)'3. 잃어버린 땅으로의 여행 (23) 나르디가 가리킨 것을 모두 바라보았다. 마치 커다란 크루아상 빵처럼 생긴 종유석이다. 헤에, 정말. "우리가 여기 들어온 지 얼마나 됐지?" "글쎄…… 그 시간이면 저 빵을 다 먹을 정도는 되는 것 같군." "야, 자꾸 배고프게 할래?" 시간 개념이 이상해져 있었다. 이곳은 정말 이상한 별세계 같다. 어디에서 오는지 모를 빛으로 동굴은 계속 빛이 났고, 주위에는 갖가지 모양의 조각상들이 서 있는 것 같다. 하나하나 쳐다보자면 걸음을떼어놓지 못할 지경이다. 엘다렌은 아예 반쯤 취한 모습이 되어 멋대로 걷고 있었고, 나머지들은 신기한 곳에 관광 나온 것처럼 떠들기에 여념이 없었다. "야, 저걸 보니 왠지……." "말하지 마. 정말 냄새 나는 것 같아." 우리는 별로 설명하고 싶지 않은 모양의 종유석도 지나쳤다. "아까 우리가 오던 통로, 정말 누군가가 일부러 만든 것 같지?" 내 말에 유리카가 고개를 끄덕인다. 정말 이곳과는 전혀 다른 돌로되어 있었고, 높이나 크기조차도 일부러 사람 지나가라고 맞춰서 만든 것 같다. 드워프들의 키에 맞춘 것은 확실히 아니었어. "이 검을 만든 것은 정확히 누구죠?" 나는 멋대로 앞서가고 있는 엘다렌을 정신차리게 할 겸, 말을 붙였다. "드워프 족의 대장장이들이지. 그걸 만든 것은 지금으로부터 약400년은 더 된 이야기일 거다. 내가 태어났을 때에도 이야기만 들었지, 그 실체는 보지 못했던 검이니 말야. 그래서 처음 봤을 때 자네검을 알아보지 못했던 거고." "그런데 어째서 드워프 족의 왕인 당신이 어디에 있는지를 모르고있어요?" 내 질문에 엘다렌은 여전히 주위의 광경을 남김없이 보겠다는 듯고개를 휘돌리면서도 마치 당연하다는 듯이 대답했다. "사실 그건 드워프 족 사이에서도 중대한 비밀 가운데 하나였어. 드워프 족이 만든 최대의 걸작품 가운데 하나, 그러나 결코 때가 될때까지는 사용되어선 안 될 물건이라 해서 그 숨겨진 장소는 화덕의주인에서 다음 주인으로, 대대로 전해진 비밀이었네." "화덕의 주인이란 것은, 드워프 족 최고의 대장장이를 가리키는 말이야." 내가 물을 거라고 생각했는지, 유리카가 먼저 설명을 했다. "화덕의 주인이란 왕으로서도 함부로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없는 위치다. 게다가 내가 일단 왕이 되기로 한 이상, 화덕의 일과 공장의일, 동굴의 일은 함부로 손대지 않는 법이네. 그 세 군데는 난쟁이들의 가장 중요한 임무이자 고귀한 천직이고 각각 그것을 책임지는 책임자가 따로 존재하지. 대장장이들을 책임지는 화덕의 주인, 수공예장인들을 책임지는 공장의 주인, 광산과 광부를 책임지는 동굴의 주인은 왕의 회의에도 참여하게 되어 있어." 드워프 족이 살아가는 방식은 들을수록 신기하고 희한했다. "그렇군요……." 내가 설명이 끝난 줄 알고 고개를 끄덕이는데, 엘다렌이 말을 이었다. "그러나 그 검, 영원의 푸른 강물을 가르는 찬란한 광휘는 단순히드워프들만의 힘으로 만들어진 것은 아니야." "그렇다면?" "저길 봐!" 내가 엘다렌의 설명을 들으려는 순간, 나르디가 갑자기 손을 들어앞쪽을 가리켰다. "통로가 있다!" 우리는 약 한 시간 여를 종유석 사이에서 헤맨 끝에 - 볼거리가 많았기 때문에 그렇게 괴롭지만은 않았다 - 처음 우리가 나왔던 곳과똑같은 재질의 돌과 모양으로 만들어진 다른 통로를 발견했다. 그 통로는 똑같이 검푸른 돌에 무수히 반짝거리는 석영 조각들이 박혀 있었고, 잘 보이지 않는 저 멀리로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었다. 우리는 그 앞에서 잠시동안 말없이 서 있었다. "어떻게 해야 하지?" 그 말에 대한 적당한 대꾸거리를 아무도 찾아낼 수가 없었다. "아아, 딱딱해. 이빨이 들어가질 않네." "물이 다 떨어져 가." 우리는 그 입구 앞에 주저앉아 점심인지 저녁인지 모를 식사를 마쳤다. 내가 수통을 흔들어 보이자 유리카가 고개를 끄덕였다. "빨리 밖으로 나가지 않으면 안 될 시점이 되어 가는군. 벌써 지하로 들어온 지 이틀째라네." 나르디의 말을 듣고 있으니 오히려 이틀밖에 안 됐나 하는 생각이들었다. 마치 이 안에서 일주일은 흐른 것 같은 느낌이다. "궁금한 게 있는데." 식후의 파이프 한 대를 즐기고 있던 엘다렌이 입을 열었다. 두리번거려 보니 나를 쳐다보고 하는 질문임에 분명했다. "뭐죠?" "자네한테 검을 줬다는 그 사람, 그는 여길 어떻게 들어왔다고 말안 하던가?" "글쎄요……." 미르보가 워낙 솜씨 있게 이야기를 줄여서 하는 바람에 그 점에 대한 이야기는 하나도 들은 것이 없었다. "우리가 온 길은 엘다의 안내가 아니라면 결코 올 수 없는 길이었어. 정말 다른 길이 있었던 걸까?" 유리카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비오는 날, 어두운 지하 세계를 탐험하는 기분은 어떠십니까? 편지 보내주신 분들 항상 감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등장 인물의 쓰리사이즈 같은 것은....저도 모릅니다. ^^;Luthien, La Noir. 출력이 끝났습니다. [Enter]를 누르십시오. ━━━━━━━━━━━━━━━━━━━━━━━━━━━━━━━━━━━제 목 :◁세월의돌▷ 5-3.잃어버린 땅…(24)게 시 자 :azit(김이철) 게시번호 :924게 시 일 :99/07/31 03:00:09 수 정 일 :크 기 :7.0K 조회횟수 :100 『게시판-SF & FANTASY (go SF)』 41318번제 목:◁세월의돌▷ 5-3. 잃어버린 땅으로…(24)올린이:모래의책(전민희 ) 99/07/30 22:45 읽음:302 관련자료 없음----------------------------------------------------------------------------- +=+=+=+=+=+=+=+=+=+=+=+=+=+=+=+=세월의 돌(Stone of Days)=+=+=+=+=+=+=+=+=+=+=+=+=+=+=+=+ 5장. 제4월 '타로핀(Tarophin)'3. 잃어버린 땅으로의 여행 (24) 내 머릿속에서는 내 꿈속에 나타난 류지아가 설명했던 통로는 분명히 이런 식이 아니었는데, 하는 생각이 문득 떠올랐다. "아마, 다른 통로가 있나봐. 마법 시선이 찾았던 그 틈새 말고라도말야." 나르디가 말을 받았다. "이런 통로가 우리가 본 두 개가 전부가 아니라면, 다른 통로를 통해 왔을 가능성도 있겠죠. 그건 그렇고, 이제 이 통로로 갈 겁니까,아니면 계속해서 그 텅 빈방이라는 곳을 찾을 겁니까?" 그 말에 내가 단호하게 대답했다. "당연히, 이 통로로는 갈 수 없어. 여기도 우리가 왔던 통로처럼들어오는 통로나 나가는 통로일 가능성이 크지. 찾던 것을 마저 찾은다음에 다른 데로 가든 밖으로 나가든 하는 거 아니겠어?" "그럼, 계속 가볼까." 뱃속에 바짝 마른 식량 몇 조각을 집어넣은 우리는 다시 종유 동굴안을 헤매기 시작했다. 미르보가 기름이 다 떨어졌었다고 하던 말이문득 떠올랐다. 확실히 이 길은 램프 없이 돌아다닐 정도로 밝진 않다. 그렇지만 최악의 경우 아예 암흑 속에 갇힐 정도도 아니다. 기름이 떨어졌다 해도 미르보 역시 어찌어찌 해서 빠져나왔겠지. 그러나, 가져간 기름이 다 떨어질 정도였다면, 그도 꽤나 헤맸음에틀림없었다. "그나저나 파비안, 아까부터 이상하게 생각되는 점이 있는데 말야." 여전히 맨 뒤로 따라오는 중이던 나르디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 그의 바로 앞에서 걷고 있던 나는 계속 걸음을 옮겨 놓으며 대꾸했다. "이상한 점이라니?" "그게…… 지금은 그렇지 않네만……." 나르디는 말끝을 흐리며 말을 할까말까 망설이는 눈치였다. 희미한빛뿐인 동굴 속에서 돌바닥을 딛는 신발 소리들만 유난히 크게 울렸다. 램프가 비추는 그림자들이 주변 벽에서 흔들흔들한다. "무슨 일인데 그래?" "자네, 검 말일세……." "이 검이 왜?" 나는 손을 뒤로 해서 힐트를 잡아 보았다. 별 문제는 없는 것 같다. 어깨에 느껴지는 무게도 그대로고 말이야. "아까, 조금 전에 그 검에서…… 이상한 빛이 나는 것 같았거든." 갑자기 동굴을 울리던 여러 개의 발소리 중 몇 개가 딱 멎었다. 걸음을 멈춘 것은 나르디가 아니다. 앞서 가고 있던 유리카가 후딱 몸을 돌리더니 이쪽을 똑바로 바라봤다. 유리카의 긴장한 목소리가 동굴을 울렸다. "나르디! 어떻게 됐다고? 검에서 어떻게 빛이 났는데?" "그게……." 순식간에 내 주위로 일행이 모여들었다. 나는 검을 뽑아들었다. 그저 쇳덩어리, 검에서는 어떤 온기나 밝기도 느껴지지 않는다. 유리카는 반쯤은 나르디를 추궁하는 태도로 다그쳐 물었다. "어떤 빛이었어? 어느 정도 밝기였어?" 나르디가 이번엔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갑자기 화덕에서 막 꺼낸 것처럼 블레이드 전체에 붉은 빛 같은것이 전체적으로 확 떠올랐다가 조금 후에 사라졌어. 저 램프 빛보다약간 어두울 정도였지. 그러나 결코 잘못 본 것은 아니었다네." "그게 언제야? 정확히 언제쯤이야?" "되돌아가야 할 것 같나?" 나르디의 목소리도 긴장되어 있었다. "네 말이 맞다면, 물론이야. 여명검이 지금 본래 보관되어 있던 장소와 반응을 일으키고 있는 것임에 틀림없어. 이렇게 무작정 헤매 다닐 일이 아니지. 반응이 일어나는 곳으로 따라가야 해." "그럼, 내가 앞장서겠네." 일행의 순서가 뒤바뀌었다. 나르디가 맨 앞에 서고, 내가 바로 뒤에서 검을 뽑아든 채 걸었다. 온 몸에 잔뜩 긴장한 기운이 흘렀다. 놓치지 않고 변화를 보기 위해서 발밑이 돌부리에 걸리는 것도 아랑곳 않고 블레이드만을 쳐다보았다. 빛, 자신의 고향을 알아보는 검. "거의 다 와 가네." 나르디가 주의를 환기시켰다. 이 어둠 속에서, 이 검은 어떻게 자신이 있던 곳을 알아볼까? "파비안……." 유리카가 뒤에서 작게 속삭이는 소리가 들린다. 나도 안다. 무엇때문에 내 이름을 불렀는지 알고 있어. 검에서, 희미한 빛이 떠오르고 있었다. 옅게 색칠해 놓은 것 같은 아련한 붉은 빛. "여기, 여기쯤인데……." 나르디는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았다. 그의 시선이 곧장 내 검에 와 박혔다. 그의 눈동자에 경이로워하는 빛이 떠올랐다. "그래, 바로 저런 빛이야. 아까는 저보다 더 환했어." 우리는 십여 걸음쯤을 더 걸어갔다. "여기다." 나르디가 그렇게 말할 필요조차 없었다. 내 검은 이제 완연히 불에달군 것처럼 벌겋게 달아오르기 시작하고 있었다. 믿을 수 없는 일이지만 힐트는 전혀 뜨겁지 않다. 다들 나를, 아니검 주위를 둘러쌌다. "자, 여기서 어느 쪽으로 가야 하지?" "이쪽으로 좀 걸어 봐." 나는 왼쪽으로, 그리고 오른쪽으로 왔다갔다했다. 문득 머리를 종유석과 부딪칠 뻔하고는 고개를 숙이는데, 갑자기 힐트를 감싼 양손에 저릿한 울림이 왔다. "!" 내가 놀라서 눈이 휘둥그래진 사이에 다시 한 번, 이번에는 팔까지부르르 떨릴 정도의 진동이 전해졌다. 웅웅웅웅……. "무, 슨… 소리지?" "소리라니?" 내가 충격으로 숨까지 헐떡이며 물었는데 다른 사람들은 모두 모르겠다는 표정이다. 나는 고개를 양쪽으로 정신없이 돌렸다. 다시 한번 소리를 들으려고…… 아, 왔다! 우우웅……. "이 소리가 안 들려?" 유리카의 얼굴이 뭔지 모르겠다는 표정에서 문득, 진지하게 바뀌었다. 그녀가 천천히 내 곁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내 팔에 손을 얹었다. 우우웅- 우웅- "이… 것 말이니?" 내 팔에 손을 얹은 유리카의 팔까지 순간적으로 떨리는 것을 이번엔 모두의 눈이 보았다. 숨이 차 올라서 가슴이 뻐근하게 아파 올 지경이다. 간신히 대답을 뱉었다. "그…… 으래." 공기가 전혀 흐르지 않는 가운데, 저기 날리는 유리카의 머리카락은 뭘까. 그녀는 눈을 가만히 감았다가 떴다. 그리고는 내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검이 너한테 말을 하고 싶어해." +=+=+=+=+=+=+=+=+=+=+=+=+=+=+=+=+=+=+=+=+=+=+=+=+=+=+=+=+=+=+=천리안 환타지 포럼 fants에 세월의 돌이 연재되게 되었습니다. 이미 200회가 넘은지라 좀 늦은 감이 있지만, 꾸준히 연재해 주시겠다는 말씀을 듣고 허락해 드렸습니다. 천리안 go fants, 창작연재란에 올라갑니다. 천리안에서 JJH8(까만힙합) 아이디 쓰시는 분이 올려 주십니다. 천리안 쓰시는 분, 한 번 가보세요. ^^그리고 버그라고 지적해주신 분, 길을 걸으면서 빛이 비치는 가운데(통로에서 빛이 났다고 썼습니다) 바닥을 보는 것과, 어두운 가운데 램프를 들고 동굴 구석구석을 살펴보는 것은 분명 다릅니다. 그리고 나르디가 천장 구석을 검사했다는 말은 있어도, 천장 전체(천장면을 포함해서)를 살펴보았다는 말은 없어요(본문을 살펴보세요). 물이아주 조금씩 맺혀 한참만에 떨어지고, 바닥의 모래 때문에 물 떨어지는 소리도 나지 않았으므로 발견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물이 아니었다면 갈라진 부분을 발견했어도 그리 대단하게 생각하지 않았겠죠. 그리고 보통, 동굴에서 통로를 찾기 위해 천장면을 검사하는 경우는 별로 없을 것 같군요(저같은 경우는 툼레이더 플레이 할 때를 제하고는 없네요). 참고하세요. Luthien, La Noir. 출력이 끝났습니다. [Enter]를 누르십시오. ━━━━━━━━━━━━━━━━━━━━━━━━━━━━━━━━━━━제 목 :◁세월의돌▷ 5-3.잃어버린 땅…(25)게 시 자 :azit(김이철) 게시번호 :930게 시 일 :99/08/01 03:57:38 수 정 일 :크 기 :5.5K 조회횟수 :100 『게시판-SF & FANTASY (go SF)』 41447번제 목:◁세월의돌▷ 5-3. 잃어버린 땅으로…(25)올린이:모래의책(전민희 ) 99/07/31 23:22 읽음:289 관련자료 없음----------------------------------------------------------------------------- +=+=+=+=+=+=+=+=+=+=+=+=+=+=+=+=세월의 돌(Stone of Days)=+=+=+=+=+=+=+=+=+=+=+=+=+=+=+=+ 5장. 제4월 '타로핀(Tarophin)'3. 잃어버린 땅으로의 여행 (25) "말……?" 문득, 류지아의 집에서 헤렐이 대신 전해주던 멋쟁이 검의 이야기가 내 머릿속에 떠올라왔다. "무, 무슨 말을?" "모르긴 해도, 너를 네가 찾는 곳으로 인도하고 싶은 것이 분명해." 유리카는 또렷한 눈동자로 그렇게 말했다. 나를 인도한다, 내 검은의지를 가지고 있다. "대화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 헤렐을 떠올리고 내가 물었지만, 유리카는 고개를 저었다. "없어. 아무리 무녀라고 해도 무생물과 대화하는 능력은 없어. 이스나에들에게만 그런 능력이 있지." 헤렐까지는 안 바라고, 갑자기 켈라드리안에서 만났던 아르단드가몹시 아쉬워졌다. 다시 내 손에 진동이 전해져 왔다. 우웅…… "이, 이것 참……." 나는 어쩔 줄 몰라하며 양손으로 더욱 힐트를 세게 쥐었다. 내 손에 진동에 전해져 올 때마다 깜짝깜짝 놀란다. 유리카는 잠깐동안 주위를 둘러보더니, 대강 힘의 방향을 계산한모양이었다. "가자. 저쪽 방향일거야." 유리카가 가리킨 쪽으로 우리는 모두 발걸음을 옮겼다. 진동이 걸을수록 점차 더 심해진다. 온 팔의 근육이 바짝 긴장해있는데도 불구하고 매번 다시 진동이 올 때마다 펄쩍 뛰어오를 만큼놀랐다. 이마에는 이미 진땀이 줄줄 흘렀다. 내 뒤에서 유리카가 조용조용히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마음을 굳게 먹어. 그 검은 네 거야. 네게 아무런 짓도 하지 않아. 모든 게 네 의지대로 될 거야." 그래…… 모든 것이 내 의지대로. 너무 검에만 신경을 집중하고 있어서 점차 앞이 밝아지기 시작한것을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종유석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 걷기가한결 쉬워졌다. 주위는 넓어지는 중이었다. "무슨 입구 같군." 내가 다가가고 있는 방향에 나란히 기둥처럼 마주선 석주 두 개를보면서 엘다렌이 말했고, 우리는 곧 그곳을 통과했다. 그리고 그 앞에 펼쳐진 것은……. "저것이……?" 당사자인 나는 오히려 아무 말도 못하고 있다. 내 앞으로 앞질러걸어나가 입을 연 것은 오히려 나르디였다. "깨어진 석순인가?" 우리는 드디어 찾던 곳에 도착했다. 나의 의지는 바람의 의지,세상을 떠돌며 뒤를 돌아보지 않는 바람그 눈은 허공을 더듬고 입술은 꿈을 노래해,스쳐지나간 곳에는 그림자조차 남지 않아누구에게든 잊혀지고야 마는 바람,그에게 의지 같은 것은 없으니…… 나르디가 조그마한 목소리로 부르는 노랫소리에 나는 귀를 기울였다. 그의 목소리는 평상시 느끼던 것과는 다른, 어떤 현악기 같은 울림을 지니고 있었다. 가늘고 부드럽게 울리는, 약간 슬프게까지 들리는 목소리- 마치 노래를 부르기 위해서 태어난 것 같은 목소리다. 지금까지는 전혀 그런 생각을 하지 못했었는데. 그는 벽에 기댄 채 잠시 천장을 바라보더니 노래를 뚝 그쳤다. "좀더 해봐." "아아." 나르디는 내 쪽을 바라보더니 싱긋 웃어 보였다. 참 오랜만에 보는그 특유의 웃음이다. "사실은 그 뒷부분을 몰라. 참 마음에 드는 노랜데, 거기까지밖에모르거든." 우리는 찾던 곳을 드디어 발견했다. 그러나 그 다음은? 깨어진 석순이 가운데에 있는 널찍한 방이다. 석순은 정말 조각조각, 한 부분도 남기지 않고 부서져 있었다. 문득 미르보의 칼은 골렘과 싸우다가 이가 빠진 게 아니라 이 석순을 부수다가 그런 게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든다. 그런데, 내가 그 방 안쪽으로 들어서자마자 멋쟁이 검에서 나던 붉은 빛은 갑자기 순식간에 사그라져 버렸다. 동시에 내 손을 계속 압박하던 진동도 멈췄다. "어, 어떻게 된 거야? 왜……." 왜냐는 질문에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나는 한동안망연히 방 가운데 서서 블레이드를 들여다보았다. 들여다본다고 무슨변화가 일어날 리 없었다. 그게 벌써 반시간 전의 일이다. 우리는 실망하고 지친 나머지 각기 방구석에 아무렇게나 주저앉아있었다. 유리카가 몸을 약간 일으키더니 입을 열었다. "나르디, 그 노래 어디에서 들었어?" "음…… 하도 오래된 것이라 확실치 않지만, 어떤 늙은 노인이 부둣가에서 부르고 있었던 듯한 기억이 나네. 지금 내가 부르는 것하고는 조금 달라졌을 지도 모르겠군." "나도 그 노래, 어딘가 에서 들은 것 같다." "그래?" 둘이 주고받는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혼자 생각에 잠겨 있었다. 나의 의지는 바람의 의지, 그러나 그 의지는 없다라……. 내 의지를 내가 알기만 한다면……. "시간이 멈춘 것만 같아." 유리카는 가만히 허공을 바라보고 있었다. 주아니가 그녀의 손위에있었는데, 뭔가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 듯한 모습이다. 주아니는 잠깐후에 그 손에서 뛰어내리더니 내 옆으로 왔다. +=+=+=+=+=+=+=+=+=+=+=+=+=+=+=+=+=+=+=+=+=+=+=+=+=+=+=+=+=+=+=어제 따뜻한 메일을 한 통 받아서 참 기뻤습니다. 이런 독자분들이 계신 이상, 저 스스로도 즐거운 마음가짐을 갖도록 노력하고, 그런 것들을 나눠드려야 겠다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되네요. (찍히다뇨..그런 일은 없습니다. ^^;;)문득 생각나는 김에, 제가 지금까지 올렸던 파일들을 클릭해 보면서 잡담들을 살펴봤는데(정말 많았다...;;), 괜히 입에서 웃음이 나더군요. 아! 내용이 재미있어서가 아니라, 그냥요...^^또, 추천해 주신 분, 감사합니다. (추천 맞죠? ^^;)좀더 많이 올릴 수 있도록 열심히 써볼게요...^^;좋은 독자분들을 많이 얻어서, 글 쓰는 것이 행복합니다. Luthien, La Noir. 출력이 끝났습니다. [Enter]를 누르십시오. ━━━━━━━━━━━━━━━━━━━━━━━━━━━━━━━━━━━제 목 :◁세월의돌▷ 5-3.잃어버린 땅…(26)게 시 자 :azit(김이철) 게시번호 :941게 시 일 :99/08/02 03:12:51 수 정 일 :크 기 :12.1K 조회횟수 :103 『게시판-SF & FANTASY (go SF)』 41597번제 목:◁세월의돌▷ 5-3. 잃어버린 땅으로…(26)올린이:모래의책(전민희 ) 99/08/01 19:55 읽음:459 관련자료 없음----------------------------------------------------------------------------- +=+=+=+=+=+=+=+=+=+=+=+=+=+=+=+=세월의 돌(Stone of Days)=+=+=+=+=+=+=+=+=+=+=+=+=+=+=+=+ 5장. 제4월 '타로핀(Tarophin)'3. 잃어버린 땅으로의 여행 (26) "파비안, 검에서 아까 웅웅대는 소리가 들렸다고 했지?" "응." 사실 유리카가 내 팔에 손을 댔을 때 진동은 느낄 수 있었지만, 내귀에 들렸던 그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고 했다. 걸어가면서도 그 소리를 들은 것은 나밖에 없었다. 귀가 밝은 주아니에게조차도 아무 소리도 안 들렸다. "내 귀에 들리지 않은 이상, 그건 인간의 귀로 들을 수 있는 소리는 아니었을 거야." 그래, 그렇겠지. 나는 앉은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왠지 모를 피곤이 몰려오는 느낌이 든다. "그럼 그건, 파비안 너도 그 소릴 귀로 들은 것이 아니란 얘기야." 그게…… 그렇게 되나? 주아니는 진지한 검은 눈동자로 나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나는 손을 내려 주아니를 손바닥 위로 올라오게 했다. 내 무릎 위에 손을 얹으니 딱 눈높이가 맞는다. 주아니가 묻는다. "그 소리를 넌 어디로 들은 걸까?" 나는 들을 때 귀를 가리키던 아르노윌트를 오랜만에 떠올리면서 반문했다. "소리를 귀로 듣지 않으면 어떻게 들어?" "꼭 그렇지만도 않아." 주아니는 손바닥 위에서 고개를 흔들더니 손바닥을 펴 보였다. 그러더니 서로 딱 마주치게 했다. 다시 말해, 손뼉을 쳤다. "밖으로 들리는 소리가 있고-." 주아니는 다시 손바닥을 펴서 내 눈앞으로 내밀었다. "내 몸 안으로 들어가 버린 소리가 있어. 그 소리가 내 손과 팔에어떤 울림을 남기지. 가벼운 통증, 그리고 팔의 충격." "그것도…… 소리라고?" "우리 로아에들은 그렇게 말해." "그렇다면……." 내가 그제야 관심을 갖는 얼굴이 되자 주아니는 얼굴이 환해졌다.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져 주면 저렇게 기뻐해 주는 주아니다. "넌, 네 몸 안을 통해서 소리를 들은 거야. 그런데도 불구하고 그걸 진짜 소리로 느낄 정도면 정말, 아주 큰 소리였던 거지. 네 검을통해서 네 몸으로 전달된 소리. 엄청난 파도였을 거야. 네가 그렇게그 소리를 들으며 긴장했던 것도 결코 무리가 아니야. 아주 낯선 경험이니까." 나는 주아니를, 아니 정확히 내 손바닥을 들여다보았다. 이 손으로검을 잡고 있었지. 검이… 그리고 내 몸을 통해서 말을 하려고 했고. "그래…… 주아니, 네 말이 맞는 것 같아. 그런데 그게 지금 무슨도움이 되지?" 이렇게 꼭 말할 생각은 아니었는데 말이 그렇게 나왔다. 그러나 주아니는 개의치 않고 밝은 표정을 지었다. "당연히 도움이 되지." "어떻게?" 주아니는 손바닥 아래를 내려다보더니 말했다. "나, 잠깐만 아래로 내려 줄래?" 나는 손바닥을 아래로 내렸다. 주아니는 돌바닥으로 내려서더니 몇걸음 바닥을 돌았다. 그러더니 조그만 손가락을 들어 돌바닥을 가리켰다. "이 방, 네 검하고 뭔가 반응하고 있었잖아. 이 방을 이루는 돌 하나하나, 보통의 것이 아니야. 다들 뭔가 너에게 말하고 싶어한다고. 여기는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는 곳이야." "검 혼자서 그런 일을 한 게 아니란 말야?" "그 검이 여기 오기 전에 그런 일 하는 거 봤어?" "……." 이상한 생각 같다. 억지 같기도 했지만, 그렇다고 아예 틀린 말도아니다. 나는 지금까지 검이 뭔가를 하려 한다고 생각했지, 이 장소가 무슨 의지를 가졌으리라는 생각은 한 일이 없었다. "그런데…… 들리지 않잖아? 아무 소리도……." "그건 네가 들을 생각이 없어서지." 주아니는 팔짱을 끼더니 나를 올려다봤다. "모든 것은 너의 의지대로…… 아니야?" 알 듯도 모를 듯도 한, 이상한 말이야. 그러나 주아니는 저토록 확신을 가지고 나를 올려다보고 있다. 몸을 통해 들리는 소리, 그걸 듣는 것은 나의 마음대로…… 라고? 나는 앉았던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잠깐만." 깨어진 석순이 있는 곳으로 나는 다가갔다. 그 앞에서 몸을 굽히고석순 조각들을 하나 하나 주워 들여다보았다. 어떤 비정상적인 힘에의해 깨어져나간 날카로운 돌조각들, 부서진 가루들, 그리고 그렇게된 지도 벌써 몇 년. 손가락 끝에 돌의 깨진 모서리가 닿았다. 아주 날카로웠다. 검이 여기에 박혀 있다가 깨어져나갔던 그 날, 그 이후로 지금까지약간의 변화도 차이도 없이 그날 그대로야. 나는 들고 오던 그대로 손에 그냥 들고 있던 검을 앞으로 모아 쥐었다. 그리고 그걸로 석순 조각들을 몇 개 헤쳤다. 고요한 동굴 안에자그락거리는 소리를 내며 돌조각들이 떨어져 내렸다. 잠깐만에, 그 안에는 무언가 박혀있었음직한 구멍이 보였다. "……." 지금 내가 뭘 하고 있는 거지? 영문도 모른 채 나는 구멍 안에 검끝을 조심스럽게 맞추어 보았다. 약간 돌려보니, 꼭 맞아 들어갔다. 손가락 두 개 길이 정도밖에 들어가지 않는 구멍이다. 나머지는 미르보가 모조리 부숴 놓았다. 이렇게 꽂아 놓고 보니, 여기에 검이 정말 박혀 있었다면 어떻게블레이드가 상하지 않을 수 있었는지 의심이 들었다. 그것도 무려400년이나 이렇게 있었다지 않아? "파비안, 뭐해?" 뒤에서 유리카가 묻는 소리가 들린다. 그러나 왠지 대답할 기분이아니었다. 나는 검을 그 모양대로 잡은 채 가만히 생각에 잠겼다. 그러니까, 멋쟁이 검이 여기 이 장소에 다시 정확히 오게 된 것이 몇년만 이지? 이 검이 정말 의지를 가지고 있다면 지금 무슨 생각을 할까? 우웅……. "……!" 나는 당황해서 검에서 손을 떼어버릴 뻔했다. 내가 펄쩍 뛰어오를정도로 놀라는 것을 보고서 유리카와 나르디가 동시에 몸을 일으켰다. "왜 그래, 파비안?" "무슨 일이야?" "아, 아니야……." 다른 사람한테 상황을 설명하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나는 숨을 깊게 들이쉰 다음, 힐트에 양손을 모아 쥐었다. 누군가가 내게 말을 걸고 싶어하고 있다면, 나는 들을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해. 손에서 아직도 진동의 여운이 가시지 않고 있다. 내 마음 속, 무언가 모를 것을 바라고 있는 내 마음 속, 검의 의지, 그 안에서 뭔가바라고 있는 검의 마음……. 나는 눈을 감았다. +=+=+=+=+=+=+=+=+=+=+=+=+=+=+=+=+=+=+=+=+=+=+=+=+=+=+=+=+=+=+=오늘 두 가지 소식이 있습니다. (잡담이 길어질거란....뜻이죠. 네에.. ^^;;)첫 번째 소식, 네트워크 게임 클랜 ROKA(REPUBLIC OF KOREA ARMY)에서 세월의 돌을 퍼가게 되었습니다. ^^하이텔에서 gelbe14 아이디 쓰시는 박성준 님께서 퍼가기로 하셨으며, 주소는 WWW.ROKA.ORG입니다. 아, ROKA에서 쓰시는 아이디는 LeeSunSin 이라고 하시는군요. 이이름으로 올라가게 되겠죠? ROKA는 스타크래프트, 미쓰, 울티마 온라인, 디아블로, 레인보우식스, 에버퀘스트 등의 네트웍 게임을 즐기는 사용자들의 모임이라고하고요, 전체 인원은 잘은 모르겠지만 500~600명 정도이며, 99년 7월현재 홈페이지 방문자수가 36만명을 돌파한, 세계최대의 클랜이라고하시네요. 그곳에 있는 소설연재란에 올라간다고 합니다. 저도 가보았는데 상당히 깔끔하게 되어 있더군요. 게임 좋아하시는 분, 한 번 가보세요. ^^두 번째 소식, 나우와 하이텔을 동시에 쓰시는 어떤 독자분께서 재미있는 통계를 내어 보내주셨습니다. 아래는 그 분의 편지를 그대로 잘라붙인 것입니다. ★ 나우 ★┌─────────────『이번달 게시판 통계』───┬─────────┐│통계 기간 : 04/11∼07/31 │통계일수: 108 일│통계일: 1999. 08.01│├──────────────────┼────────┴─────────┤│전체 인원수 : 1 명 │삭제된 글 수 : 11733 개 ││전체 글 수 : 211 개 │일평균 글 수 : 2. 0 개 ││전체 쪽 수 : 3403 쪽 │글평균 쪽 수 : 16. 1 쪽 ││전체 조회수 : 658884 번 │글평균 조회수 : 3122. 7 번 │├▶Best 3◀─────────────┴──────────────────┤│ 29504 모래의책 전민희 04/11 5328 23 ◁세월의돌▷ 1-1. 배달왔습니다 ( ││ 29505 모래의책 전민희 04/11 4473 17 ◁세월의돌▷ 1-1. 배달왔습니다 ( ││ 29506 모래의책 전민희 04/11 4369 18 ◁세월의돌▷ 1-1. 배달왔습니다 ( │└┬───────────────────────────────────┬┘│ 게시판 통계프로그램 '통계맨 3.6' copyright(c) 1998. 조복문│└───────────────────────────────────┘┌──────────────┒ ┌─────┒│이번달 게시판 통계 ┠──────────────┤통계맨 3. x┠─┒┕┯━━┳━━━━┯━━━━┳┛ ◈ 출력형식: 뉴 테크 ┕━━━━━┛ ┃│순위┃ 아이디 │ 이 름 ┃글수│쪽수│조회수┃조회율│활동│점유│점수┃┝━━╋━━━━┿━━━━╋━━┿━━┿━━━╋━━━┿━━┿━━┿━━━┫│ 1┃모래의책│전민희 ┃ 211│3403│658884┃3122.7│ 108│100.0│672133┕━━┻━━━━┷━━━━┻━━┷━━┷━━━┻━━━┷━━┷━━┷━━━┛ ★ 하이텔 ★┌─────────────『이번달 게시판 통계』───┬─────────┐│통계 기간 : 04425∼07730 │통계일수: 47 일│통계일: 1999. 08.01│├──────────────────┼────────┴─────────┤│전체 인원수 : 1 명 │삭제된 글 수 : 3280 개 ││전체 글 수 : 209 개 │일평균 글 수 : 4. 4 개 ││전체 쪽 수 : 3262 쪽 │글평균 쪽 수 : 15. 6 쪽 ││전체 조회수 : 387161 번 │글평균 조회수 : 1852. 4 번 │├▶Best 3◀─────────────┴──────────────────┤│ 15238 최인호 엑사일런 04-25 3651 22 [퍼/세월의돌]1-1.배달왔습니다(1) ││ 15239 최인호 엑사일런 04-25 2802 16 [퍼/세월의돌]1-1.배달왔습니다(2) ││ 15240 최인호 엑사일런 04-25 2732 17 [퍼/세월의돌]1-1.배달왔습니다(3) │└┬───────────────────────────────────┬┘│ 게시판 통계프로그램 '통계맨 3.6' copyright(c) 1998. 조복문│└───────────────────────────────────┘┌──────────────┒ ┌─────┒│이번달 게시판 통계 ┠──────────────┤통계맨 3. x┠─┒┕┯━━┳━━━━┯━━━━┳┛ ◈ 출력형식: 뉴 테크 ┕━━━━━┛ ┃│순위┃ 아이디 │ 이 름 ┃글수│쪽수│조회수┃조회율│활동│점유│점수┃┝━━╋━━━━┿━━━━╋━━┿━━┿━━━╋━━━┿━━┿━━┿━━━┫│ 1┃최인호 │엑사일런┃ 209│3262│387161┃1852.4│ 47│100.0│398607┕━━┻━━━━┷━━━━┻━━┷━━┷━━━┻━━━┷━━┷━━┷━━━┛┌─────────────────────────────────────┐│ 점수 〓 글수 *10 + 쪽(줄)수 *3 + 조회수 *1 + 활동일 *10 + 도배수 *-50 │└─────────────────────────────────────┘- 나우, 하이텔 합쳐 조회수 1,046,045 !!! - 연재시작하신지 112일이 되었군요. 다른곳에서도 연재하시니 훨씬 먼저 되었겠지만 조회수 100만을 기록하신걸 축하드립니다. 잘은 모르지만 역대 최단기록이 아닐지...? 앞으로도 좋은글 부탁드립니다. --------........ 100만이라.... 어쩐지, 출판사 선전 문구 같지만..;;저는 원체 숫자 감각이 없는 편이라, 어딘가에서 조회수 100만 돌파! 그러면 그게 얼마나 되는 건지, 과연 도달할 수 있는 숫자인지에대한 감각이 영 없었거든요. 도대체 얼마나 글을 쓰면 100만이 되는걸까.. 그래서 지금도 생각해보면 2백 11회라는 것 같은데(그거, 잡담 다 지우신 것 맞죠? 아니라면 첫회 올리기 전의 잡담이 베스트 1,2, 3에 들었어야 했을 테니까..), 한 화당 몇씩의 조회수가 나오는건가... 또, 오늘로 연재 112일이라는데(그렇다고 써 주셨으니까 맞겠죠?), 그럼 하루 평균 조회수가 얼마나 되는 건가... 이런 생각을하니 머리가 영 뒤죽박죽이 되어 버려서...--;;(전에는 100일하고 200회도 제대로 계산을 못하고 헤매더니;;;)어쨌든, 이런 신경까지 써 주시는 독자분도 있으시고, 정말 감사합니다. ^^ 조회수 100만이라니 뭔가 대단한 일을 해낸 기분이 되어버렸습니다. (헤벌레.. ^___^ -> 네.. 정신 못차리고 있습니다 ;;)통계 프로그램이란게 있다는 것만 알았지 한 번도 어떻게 돌리는지몰랐는데, 이 기회에 저도 한 번 받아서 돌려볼까봐요. ^^;참, 이번에 100회, 1주년 등 맞으신 모든 작가분들 축하드립니다. 요 며칠 사이에 유난히 여러 작품들이 100회를 맞은 것 같더군요. 좋은 작품들이 계속 연재된다는 것은 언제나 좋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시 한번 축하! Luthien, La Noir. 출력이 끝났습니다. [Enter]를 누르십시오. ━━━━━━━━━━━━━━━━━━━━━━━━━━━━━━━━━━━제 목 :◁세월의돌▷ 5-3.잃어버린 땅…(27)게 시 자 :azit(김이철) 게시번호 :948게 시 일 :99/08/03 02:02:39 수 정 일 :크 기 :7.8K 조회횟수 :101 『게시판-SF & FANTASY (go SF)』 41797번제 목:◁세월의돌▷ 5-3. 잃어버린 땅으로…(27)올린이:모래의책(전민희 ) 99/08/02 22:00 읽음:328 관련자료 없음----------------------------------------------------------------------------- +=+=+=+=+=+=+=+=+=+=+=+=+=+=+=+=세월의 돌(Stone of Days)=+=+=+=+=+=+=+=+=+=+=+=+=+=+=+=+ 5장. 제4월 '타로핀(Tarophin)'3. 잃어버린 땅으로의 여행 (27) 눈꺼풀 속은 캄캄했다. 뭔가를 보기 위해서 눈을 감은 것은 물론 아니었다. 잠시 주변과차단될 필요를 느꼈기 때문에, 나는 가만히 감은 눈으로 허공을 응시했다. 정확히는 누군가의 마음속을 바라보려고 했다. 보잘것없는 나를 주인으로 택해, 길지 않은 시간이나마 함께 해 온나의 검, 과연 무엇을 원하고 있니? 왜 나를 여기까지 오도록 했지? 왜 나를 네 집으로 초대했니? 내게 보여주고 싶은 것이 뭐지? "파비안……· ……, ‥………." 내 옆에서 누군가가 내 귀에 대고 말하고 있다. 그런데 잘 안 들린다. 조그만 벌이 윙윙대는 것처럼 알아들을 수가 없다. 내 이름을 부른 뒤로도 뭐라고 계속 말했지만 나머지는 완전히 오리무중이었다. 내가 안개 속에서 헤매는 중인데, 갑자기 바로 옆에서 방금 전과는다른, 아주 또렷한, 그것도 낯선 목소리가 들려왔다. [파비안 나르시냐크.] "……!" 나는 놀라 눈을 그냥 떠버릴 뻔했다. 저…… 이름으로 나를 부르는 게 누구야? 난 저 성을 한 번도 쓴일이 없는데…… 아버지의 성은 여행을 끝나기 전 까진 쓰지 않기로결심했는데? 몹시 당황해 있었지만 그렇다고 눈을 뜨지도 못하고, 나는 숨만 몰아쉬고 있었다. [내 말을 들어. 쓸데없는 데 놀랄 필요가 없지. 네가 나르시냐크가아니라면 네게 말을 걸지조차 않았어.] "누, 누구야? 넌 누구야!" 나는 있는 힘껏 소리를 질렀다. 여자, 그것도 여자치고는 약간 허스키한 저음의 목소리. 그러고 나니 생각나는 것이 있었다. 나는 지금 누군가의 목소리를 들으려고 애쓰고 있었잖아? "너, 혹시……." [웃기지 말아. 네가 무생물의 말을 직접 들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뭔가 크게 착각하는 거야.] "그, 그럼 뭐야? 넌 뭐야?" 그러는 동안에도 내 귓가에서는 계속해서 벌떼가 윙윙거리고 있었다. 으아, 정말이지 신경 쓰이는군. [정말이지, 인간들이란 자기가 알아듣기 싫은 것은 하나도 알아듣지 못하는군. 제멋대로, 제멋대로야. 그렇게 길게 말을 했는데 하나도 기억하지 못하다니.]말? "언제…… 나한테 말을 했다는 거야?" [언제는 언제야. 네가 정신 못 차리고 쓰러져 있을 때지.] "뭐?!" 나는 이번엔 정말로 펄쩍 뛰어오를 것처럼 놀랐다. 그럼, 지금 나한테 말을 걸고 있는 것이 나를 그 동굴에 데려다놓은……? "사, 사람 잡아먹는 정령……." [무례하긴!]갑자기 내 몸을 뭔가가 이리저리 흔드는 것 같다. 그렇지만 애써중심을 잡고 넘어지지 않게 했다. 정말, 여러 가지로 힘들게 만드는말상대다. [내가 자진해서 너와 무생물의 통역을 해주려는 참인데, 뭘…… 잡아먹어? 세상에, 에제키엘한테서도 이런 이야긴 들은 일이 없어.] "에제키엘을 알아?" 앞 뒤 알아볼 수 없는 어둠 속에서도 말을 똑바르게 하려고 애썼다. 지금 내가 눈을 떠버리면 이야기의 연결은 영영 끊겨버릴 것 같다. 겨우 단순히 눈꺼풀을 내렸을 뿐인데도 지금 나는 완전히 다른세상에 와 있는 것 같다. [에제키엘을 아느냐고? 그의 부츠를 신고 있는 자한테서 별 소리를다 듣는구나. 그 부츠가 아니었으면 처음부터 너를 거들떠보지조차않았을 텐데.] "그렇다면……." 나는 어제 일을 떠올렸다. 박쥐 사이에서 쓰러졌고, 이상한 망각의안개에 뒤덮여 정신을 잃었지. 그렇다면 그게……. 일단, 할 인사치레는 해야 한다. 그게 정직한 상인의 자세지. "고마워. 나를 도와 줬구나." [네가 마음에 들어서 도와준 것이 결코 아니야. 그 기형 박쥐들은싫은 것들이니까. 어쨌든 이제 잔소리는 그만해. 본론으로 들어가자.]갑자기 옆에서 공기가 쉬익- 하고 움직이는 느낌이 든다. 바람이내 몸을 한바퀴 휘감고 가는 것 같다고 해야 하나? 나는 감은 눈꺼풀에 질끈 힘을 주었다. 대화를 놓치면 절대 안 된다. 저 말투로 보아한 번 놓쳤을 때 다시 말을 걸어줄 지는 정말 미지수였다. [각설하고, 네 검은 네게 자기 자신을 쓰는 방법을 가르치려 하고있어. 무생물한테 배워야 하는 신세라니 너도 우습지만, 가르치려는검도 하여간 장난이 아니지.]정령인지 뭔지,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가운데 들려오는 목소리는여간 불친절한 것이 아니었다. 아주 오만불손 그 자체다. 그렇지만잡혀 먹힐 지도 모르니까 잔소리 말고 들어야겠다. [네 감각을, 네 의지에 맞춰. 너를 위해서만 흐르는 시간과 공기의흐름을 느껴 보라고. 뜨거움, 차가움, 다 네 마음대로야.] "뭐…… 뭐라고?"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일 때는 질문을 해야 한다. 그러나 참을성 없는 목소리는 내 무식함에 화를 내었다. [정말! 본래는 네가 스스로 깨달아야 하는 것인데, 네 검에다가,나까지 도와주고 있잖아! 그런데도 모른다고 하면 도대체 어떻게 하란 말이야!]불친절에는 불친절로 대응하는 데 이골이 나 있는 나는 저도 모르게 대꾸하고 말았다. "어떻게 하긴 뭘 어떻게 해! 좀더 쉬운 말로 설명을 해야지! 다들너 같다고 생각하면 곤란하잖아! 넌 네 자식한테도 그렇게 가르칠 거냐?" 정령한테 자식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목소리는 잠시 말문이 막힌 모양이었다. 물론 할말이 없어서라기보다는 아마 어안이 벙벙한 거겠지. 뭐 상관없다. 잡아먹지만 말아라. 문득 생각해보니 내 주변의 윙윙대는 벌소리가 멈춰 있었다. 옳지,이렇게만 해라. 한참만에 다시 목소리가 들렸다. 그런데 이상하게 누그러진 목소리다. [성깔은 닮았네…… 차라리 그게 나아. 모르면서도 아는 체 하는인간은 정말 꼴사납지. 개코 아는 것도 없는 주제에 말야. 겨우 백년사는 인간이 알면 얼마나 안다고.]어…… 어라? 목소리는 한결 가라앉고 덜 불친절해져 있었다. 물론, 그렇다고 친절하고 사근사근하게 변한 것은 아니다. 성질 급한 목소리라는 것은그대로였다. "닮다니……?" +=+=+=+=+=+=+=+=+=+=+=+=+=+=+=+=+=+=+=+=+=+=+=+=+=+=+=+=+=+=+=제가 사는 지역에 평상시에는 아무도 기억해주지 않다가 장마철만되면 매스컴의 각광을 받는 데가 한 군데 있어요. 어제 오늘, 또다시 정말 애타게 찾더군요. 저는 TV를 보면서 유명한 지역에 살고 있다는 착각에 빠지고.... 네에.... 저는 중랑천 앞에 삽니다. ^^;대피 준비령이 내렸다더군요. 밤새 비가 열심히 와서 훌쩍 둑을 넘겨버리는 거나 아닐는지 모르겠습니다. ^^;;(으음... 그럼 하드라도 빼들고 피난길에 올라야 하는 걸까..)새로 OST를 찾아서 보내주신 분이 계세요. 역시, 이것도 여러분 다보시라고 싣습니다. laluce 님, 감사! ^^(아래의 설명은 보내주신 분이 달아놓으신 겁니다. 저는 이번 OST는 한 곡도 아는 게 없어서요...^^;;)1. 멋쟁이 검 테마. Rhapsody- Symphony of Enchanted LandsTrack 02- Emerald Sword. 글쎄요... 멋쟁이 검처럼 화끈한 노래입니다!! 게다가 제목이 제목이니 만큼 멋쟁이 검의 테마로는 이것만큼 좋은 게 없겠죠. 2. 페어리 댄스 씬 테마. RichBlackmore`s Night - Under a Violet Moon. Track 01- Under a Violet Moon. 들어보시면 압니다. 상당히 경쾌하고 신나는 곡입니다. 서정적 향취가 물씬 베어 나오는 노래입니다. 3. 멸망하는 라베닌드 테마. Rhapsody- Symphony of Enchanted LandsTrack 10- Symphony of Enchanted Lands13여분의 웅장한 노래입니다. 이 노래는 들어보시면 알겠지만, 드래곤 날갯짓 소리도 들린답니다. (이게 무슨 관계인지는 모르지만 말입니다만...) <- 관계가 없다뇨, 천년의 라베닌드는 드래곤 때문에멸망한 도시인걸요..^^;4. 파하잔 테마 - 2Lacrimosa- StilleTrack 8- Die Strasse Der Zeit14여분의 이 역시 웅장한 노래. 고요하면서도 웅장한 분위기를 줍니다. ....... 이번 OST는 몹시 멋질 것 같아서 들어보고 싶긴 한데, 어디서 찾을 지 막막하군요. 혹시라도 통신상에서 보신 분 있으면 제게도 정보를 주세요...^^;파하잔과 라베닌드의 테마라... 궁금하다... 이렇게 스토리가 더 진전되는 부분의 테마를 찾아서 보내주시는 분이 계시니 정말 즐거워요. ^^Luthien, La Noir. 출력이 끝났습니다. [Enter]를 누르십시오. ━━━━━━━━━━━━━━━━━━━━━━━━━━━━━━━━━━━제 목 :◁세월의돌▷ 5-3.잃어버린 땅…(28)게 시 자 :azit(김이철) 게시번호 :953게 시 일 :99/08/04 03:12:31 수 정 일 :크 기 :7.0K 조회횟수 :100 『게시판-SF & FANTASY (go SF)』 42003번제 목:◁세월의돌▷ 5-3. 잃어버린 땅으로…(28)올린이:모래의책(전민희 ) 99/08/03 20:53 읽음:402 관련자료 없음----------------------------------------------------------------------------- +=+=+=+=+=+=+=+=+=+=+=+=+=+=+=+=세월의 돌(Stone of Days)=+=+=+=+=+=+=+=+=+=+=+=+=+=+=+=+ 5장. 제4월 '타로핀(Tarophin)'3. 잃어버린 땅으로의 여행 (28) 정령은 내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다. 하기야, 내 질문에 대답하지않는 게 어디 한둘이어야지. 마치 당연한 것처럼 정령은 한참만에 전혀 엉뚱한 이야기로 운을떼었다. [어차피 네 스스로 하는 거야. 나나 이 무생물이 가르쳐 줄 수 있는 것은 몇 가지 뿐이야. 무생물이 사실 자신의 의지를 깨닫는다는것도 쉬운 일이 아닌데 게다가 주인을 가르치겠다니, 정말 대단한 검이야. 그것 하나만 갖고도 정말 놀랄만한 일이지. 너.]갑작스러운 지칭에 나는 움찔 놀라며 대답했다. "왜?" [네 검, 아주 우습게 보고 있지? 그저 복잡한 과거사를 가진 걸 보니 대단한 것이겠거니 해서 들고다니고는 있지만, 실제로는 잘난 고철덩어리만도 못하게 쓰고 있잖아?] "몸이 꼬인대?" 나는 헤렐이 전에 전해준 말을 떠올리고 한 얘기였지만 정령은 황당한 모양이었다. [그건 무슨 소리야? 하여간에, 네 검의 이야기를 빌려서 이야기하자면, 이 검의 속성은 불이야.] "불?" 검에 있어서 속성이라는 것이 무슨 역할을 하는 건진 잘 모르겠지만, 불이라면 뭔가 이 검하고는 익숙하다. 처음 가졌을 때도 불꽃이이는 것을 보았고, 게다가 남이 잡으면 뜨겁고, 하여간 그 이후로도주로 붉은 색하고 관련이 있지 않았는가…… 운운. "그래서?" [이 검의 본 이름은 알고 있지? 영원의 푸른 강물을 가르는 찬란한광휘 말이야. 그 뜻이 뭔지 알아? 여명,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며 전의 것을 태워버리는 불, 시대의 전환, 끓어오르는 열정, 야생 짐승과도 같은 사나운 돌파력, 가로막는 것은 베어버림 …….]이건 마치 헤렐이 파비안느 아룬드의 의미를 읊어대던 그 때 같군. 말은 계속되고 있었다. […… 즉, 네가 태어난 파비안느 아룬드의 의미와 상통하지.] "에… 에에?" 젠장, 길어질 것 같다고 딴 생각을 하는 것이 아니었는데. 그런데 정령은 내가 중간에 하던 말을 놓쳤다는 사실을 전혀 눈치채지 못한 듯했다. 인간이었다면 저렇게 눈치가 없을 수가 없는데. [넌, 네 안의 기운을 충분히 이용해서 검의 기운과 감응할 수 있어. 그런 능력이 없다면 너는 이 이름 복잡한 검의 주인도 아니야. 검이 지닌 뜨거움, 불의 기운을 네 몸으로 끌어당겨 감각적으로 느껴보라고. 검이 네 몸의 일부인 것처럼 같은 의지를 지니는 것, 그게첫 번째 단계야. 합일(合一). 다른 말로는 칼레시아드]말은 쉬워 보여도 도대체 될 것 같지가 않았다. 나는 의식적으로몸이 뜨겁다고 느껴 보려 했다. 화나는 일이라도 생각해야 하나? 잠깐동안 애를 써 봤지만, 물론 예상대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정령의 냉정한 목소리가 울렸다. [그 정도론 턱도 없어. 어쨌든 네가 될 때까지 기다릴 입장은 아니니까 그 다음 단계를 말해주지. 첫 단계에 이르렀을 때, 너는 네 몸을 주체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야. 이성이 모두 검의 기운에 휘말려들어서 손만 쓰면 놀라운 일들이 벌어지지만 스스로 그것을 통제할방법을 모르지. 그게 언제 되고 언제 안 되는 지도 모르고, 합일의상태에서 네가 원치 않는 어떤 일들을 멋대로 저질러 버릴지도 몰라. 한 마디로 아주 위험한 상태지.]정말 위험하게 들렸다. "오래 머물러 있을 만한 상태가 아니군." [맞았어. 그 다음 단계인 통어(通御), 다른 말로는 보크리드라고불리는 단계로 넘어가는 것은 칼레시아드를 한 뒤라면 좀더 쉬워. 보크리드는 네 몸 안에 두 가지 기운이 동시에 흐르는 것을 느끼는 것이지. 검의 강력한 힘을 사용하기 위한 합일을 이루면서, 동시에 그것을 통제하기 위한 너 자신의 이성이 살아남아 있는 상태. 그게 보크리드야. 완성되면 몸 안에 두 가지 감각이 동시에 살아 움직이는상태가 되지. 너 스스로도 그걸 느낄 수가 있을 거야. 뜨거운 흥분이움직이는 가운데, 맑은 정신이 구석구석 퍼져 있는 상태.]그 말을 듣고 있는데, 순간적으로 내 머리를 치고 지나간 기억이있었다. 두 가지 기운이 동시에 몸 안에서 움직인다고? 흥분과 침착함이 동시에 존재하는 상태라면……. 삼나무 숲에서 꾸었던 꿈……! 갑자기 내 몸 안에서 꿈속에서 느꼈던 기묘한 감각이 방금 전의 일인 양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정 반대의 두 가지 감각이 몸 안에서 공존하는 이상한 상태, 그건 단지 꿈이었을 뿐인데도 마치 내 몸이 그감각을 기억해내는 것 같았다. [어떻게 된 거야?]목소리가 묻고 있다. 그도 뭔가를 느낀 모양이지만 나로서도 설명하기가 여의치 않았다. 설명할 말도 적당치 않았고, 설명할 수 있는상황도 아니었다. "……." 그 꿈속의 사람은 정말 나였나? 처음에는 기억이었고, 그 다음에 그것은 서서히 내 몸 안으로 스며들기 시작했다. 낯선 감각, 내 것이 아닌 것 같은 감각. 몸 안에 다른 생명체가 하나 들어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정령의 의심쩍어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뭐야, 벌써……?]그러나 다음 순간, 물밀 듯이 밀려들어오는 열기에 나는 거의 정신을 잃을 것처럼 비틀거렸다. "흐윽……!" 예상치 못한 충격이 온 몸을 쳤다. 온 몸을 강타하는 감각의 물결로, 몸을 수그리고 부들부들 떨었다. 관절 마디마디가 누군가의 손에의해 모조리 꺾어지는 것 같다. 캄캄한 시야가 불에 타는 것처럼 불그레해졌다. 저건 뭐지? […… 믿을 수 없어.]정령은 무엇엔가 완연히 놀란 모양이다. 그러나 무엇인지 생각할여유가 없다. 나는 내 몸의 감각이 세세히 갈라져나가는 것을 느끼는것만으로도 놀란 오감을 주체하지 못하고 있었다. […… 뭐… 라고?]나한테 하는 소리야? 정령은 나는 아랑곳 않고 깜짝 놀란 목소리로 다시 되풀이했다. [뭐라고? 그게 정말이란 말야?] "뭐…… 가 정말… 이야……?" 상당히 힘든 상태였지만 애써 입술을 움직였다. 캄캄한 가운데 뜨끈뜨끈한 열기가 시야를 휘감다시피 가리고 있었다. 더 견디기 어려운 것은 내 몸 안의 피가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듯한 느낌이다. 온 몸이 홧홧 하고 입술이 하얗게 말라 들어갔다.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휘돌아 다니는, 터질 것 같은 이 감각은 뭐지? 미친 듯이 뛰어오르는 맥박, 목이 터져라 소리를 지르고 싶고, 손에 닿는 것은 모조리 부숴 버리고, 지쳐 쓰러질 때까지 달리고 싶게하는 흥분과 충동이 온 몸을 꽉 메웠다. 이 대로라면…… 이성을 잃어버릴 것만 같아! [정신을 차려!]갑자기 들려오는 낯선 목소리…… 이것은 남자의? +=+=+=+=+=+=+=+=+=+=+=+=+=+=+=+=+=+=+=+=+=+=+=+=+=+=+=+=+=+=+=에또, 앞서의 OST에 오타가 있었습니다. 보내주신 laluce 님께서, 2. 페어리 댄스 테마가 RichBlackmore`s가 아니고, Blackmore`s 라시는군요. ^^; 고쳐 놓았습니다. 그리고, 요즘 연재 속도가 느려졌다고 독촉하시는 분들도 계신데(그래도 쉬진 않잖습니까? ^^;;), 요즘 분위기로는 한꺼번에 많이 써올리기라도 했다간 도배로 욕먹기 딱 좋을 것 같네요. ^^;;비와 태풍으로 피해 입으신 분, 없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살고있는 중랑천 변은 이제 한시름 던 것 같네요. 걱정해주신 분들, 모두고맙습니다. ^^ (댁으로 피난 오라시는 분들, 하하... 모두 고맙습니다. 그런 일은 없었습니다만, 만일 그렇더라도 적어도 국민학교에서잘 일은 없겠습니다...^^;)Luthien, La Noir. 출력이 끝났습니다. [Enter]를 누르십시오. ━━━━━━━━━━━━━━━━━━━━━━━━━━━━━━━━━━━제 목 :◁세월의돌▷ 5-3.잃어버린 땅…(29)게 시 자 :azit(김이철) 게시번호 :956게 시 일 :99/08/05 02:55:59 수 정 일 :크 기 :6.4K 조회횟수 :95 『게시판-SF & FANTASY (go SF)』 42216번제 목:◁세월의돌▷ 5-3. 잃어버린 땅으로…(29)올린이:모래의책(전민희 ) 99/08/04 22:23 읽음:334 관련자료 없음----------------------------------------------------------------------------- +=+=+=+=+=+=+=+=+=+=+=+=+=+=+=+=세월의 돌(Stone of Days)=+=+=+=+=+=+=+=+=+=+=+=+=+=+=+=+ 5장. 제4월 '타로핀(Tarophin)'3. 잃어버린 땅으로의 여행 (29) 앞서의 목소리보다 훨씬 침착하고, 약간은 소년처럼 들리는 새로운목소리는 다시 한 번 되풀이해서 말했다. [정신 차려! 비록 이 장소의 도움이기는 하지만 잘 하고 있으니까,그 상태 그대로 다시 침착함을 되찾아야만 해! 보크리드가 눈앞이야!]진지하면서도, 내성적인 소년이 목소리를 높였을 때라면 딱 저런목소리가 나올 것 같다. 정신을…… 차리라고? 쉬운 일이 아니군……. 다시 처음의 여자 목소리가 들렸다. [놀랍지만…… 거의, 칼레시아드야. 아무리 힘의 근원, 라레아드-칼드에 와 있다고 해도, 너무 빨라. 몸이 버티지 못할 지도 모르니까그만두게 하는 편이 좋겠어.]그 목소리는 나에게 말하고 있지 않았다. 다시 남자 목소리가 대답했다. [알아. 그렇지만, 일단 여기까지 온 이상 끝까지 가보는 것이 오히려 몸을 위해서도 나을 수가 있어. 중간에 멈추면, 오히려 칼레시아드를 망가뜨려.]둘 다 정령인가……. [에르나비크, 에제키엘의 말을 잊었어? 황혼검(Dusk Blade)이 그의말을 그렇게 쉽게 들었나? 여명검이라고 다를 것 같아? 스스로에게능력이 있다면 칼레시아드는 나중에라도 충분히 혼자서 해낼 수 있어. 오히려 우려해야 하는 것은 지금 다치면 끝장이라는 거야.]다시 날카로운 여자의 목소리, 그리고 다시 침착하고 나지막한 남자의 목소리. [이번 경우는 달라. 여명검 스스로가 그를 여기까지 인도했어. 지금은 좋은 기회라고. 놓쳐선 안 되는 기회.]목소리에서 느껴지는 성격과는 반대로, 남자는 계속 강행할 것을,여자는 그만둘 것을 주장하고 있었다. 그런데 둘이 논쟁하는 것이 나 때문인 것은 알겠지만, 내 사정이지금 어떤지 알고 하는 말 맞아? 저들끼리 말하면서 왜 나한테 설명은 안 하는 거야? 지금 내 상황은……. 어……? [파비안 나르시냐크, 정신을 집중해! 힘의 가닥이 잡혀가고 있어!]내 귓가에서 남자의 목소리가 울렸다. 몹시 흥분한 듯한 목소리였다. 동시에 다른 목소리가 그 목소리를 가로막았다. [무슨 소리! 검을 놓아버려! 더 나아갔다가는 정신의 균형이 깨어져! 그렇게 되면 다시는 제정신으로 돌아올 수 없어!]내가 두 가지 말들 사이에서 완전히 혼란에 빠진 순간이었다. 갑자기 내 몸이 뒤로 홱 젖혀졌다. 뭔가 외부의 힘이 내 몸을 끌어당기는데, 온 몸에서 끓어오르는 열기와 주위의 말이 주는 혼란 때문에 나는 중심을 잡을 여유가 없었다. 그대로 무릎이 푹 고꾸라졌다. "커윽……!" 그리고, 그 순간 나는 검에서 손을 놓쳤다. 순간, 주위는 갑자기 겨울이 된 것 같았다. 싸늘한 기운이 머리부터 전신으로 끼얹어졌다. 눈 속으로 내던져진 것처럼, 순식간에 흥분이 싹 가셔나갔다. "파비안!" 아아, 내가 듣고 싶던 목소리. "파비안, 괜찮니? 어떻게 된 거야? 아파?" "몸은 어떤가!" 나는 누군가의 무릎 위에 눕혀져 있었다. 차가운 손이 내 이마를만진다. 내 손을 쓰다듬는다. 시원한 머리카락들이 내 얼굴에 와 닿는다…… 부드러운 미풍 같은머리카락이. 나는 눈을 떴다. "아……." 잠깐 동안 앞이 잘 보이지 않았다. 한참동안 눈이 아프면서 하얗게뜬 시야가 간신히 갈라지자 바로 눈앞에 유리카의 얼굴이 보였다……거의 새파랗게 질려 있는. "유리……." 내가 간신히 입술을 떼어 한 마디 하자마자 갑작스럽게 다시 시야가 흐트러졌다. 뭔가 와락 달려드는가 했더니, 다음 순간 내 뺨에 매끄러운 뭔가가 와 닿았다. 그리고…… 온통 차가운 가운데 처음으로따뜻한 물기가 느껴졌다. "너…… 이렇게 자꾸, 자꾸 나 걱정시키면…… 다음번엔 죽을 줄알아……." "인사도 못했어. 신세를 많이 졌는데." "정말 자신들이 나스펠이라고 밝히더란 말야?" "글쎄, 내가 정령이냐고 했을 때…… 부인하진 않는 것 같았는데?" 황당한 사실이 몇 가지 밝혀졌다. 내가 눈을 감고 정령과 대화를나누고 있을 때, 내 귓가에서 윙윙대던 벌소리 같은 소음과, 그리고내 몸을 잡아 흔들던 것은 정령이 아니고 동료들이었단다. 다른 세계에 집중하고 있던 나는 그게 뭔지 정확히 깨닫지 못했었지만…… 결국 나는 나를 부르던 동료들의 목소리를 '윙윙대는 벌'에 비교하는말은 하지 못하고 말았다. "네가 갑자기 '사람 잡아먹는 정령!' 이러는데, 누군들 놀라서 널깨우려고 하지 않을 수 있겠어?" 그렇게 말하면서 유리카는 웃었다. 그렇지만 그녀의 눈가는 아까울었던 것 때문에 아직도 발갛다. 그걸 보니 괜스레 미안해진다. 우리는 동굴 밖으로 나가는 길을 향해 터덜터덜 걷고 있었다. 긴장했던 것이 해소되자 맥이 풀려서 그런 거지 우리는 그다지 희망 없는상태는 아니었다. 서로 이야기를 하는 동안 새로운 사실들이 속속 밝혀졌다. "네가 꼭 죽는 줄로만 알았어. 너는 못 봤으니 모르겠지만, 그 불꽃이 얼마나 굉장했는지 알아?" 동료들이 입을 모아 하는 이야기지만, 솔직히 아직도 믿을 수가 없다. 거대한 불꽃 기둥이 땅에서 솟아올라 나를 온통 몸을 휘감았었다니, 그런데도 내 몸은 화상은커녕 긁힌 상처 하나 없이 멀쩡하다니,이게 도통 믿어질 만한 얘기야? 나르디가 진지한 표정으로 덧붙였다. "굉장했어……! 마치 땅바닥을 뚫고 용암이 솟아오르는 것 같더군. 자네 얼굴은 또 얼마나 볼만했는지 아나? 온 몸이 불길에 휩싸여 있는데도 단지 미간을 찌푸렸을 뿐, 뭔가를 생각하고 있는 사람 같았다네." 내가 그렇게 멋진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고? 헷, 나도 꽤 소질이 있는데. 내 기억으로는 온 몸을 뒤틀면서 죽을 듯이 오만상을 다 찌푸렸던 것 같은데. 한참동안 별 말 없이 걷기만 하고 있던 엘다렌이 흠흠, 하고 소리를 내었다. +=+=+=+=+=+=+=+=+=+=+=+=+=+=+=+=+=+=+=+=+=+=+=+=+=+=+=+=+=+=+=비가 오지 않는 하늘이란 좋군요. 작년에 그 지겹도록 비오던 때는어떻게 견뎠을까... 편지 보내주시는 분들, 모두 감사합니다. 음악 얘기해주신 분, 저도 어떤 분의 추천으로 시크릿가든을 좋아하게 되었답니다. Elan, 좋은 곡이지요. ^^프로필에 나온 나르디의 이니셜을 물어보신 분이 많으신데, 예, 진짜 이니셜 맞습니다. ^^그걸 갖고 나르디의 본명은 무엇일까 퀴즈를 내보는 것이 어떠냐... 는 분도 계셨는데, 겨우 Nardi, R. D. 로는 너무 힌트가 빈약해서 감히 그렇게는 못 하겠고요. ^^;다만, 글 중에 전혀 힌트가 나오지 않은 것도 아니지요. ^^나르디의 이름은.... 적어도 다음 다음 장은 가야 나오지 않을까.. 그나저나, 프로필의 그 노래, 좋지 않아요? ^^Luthien, La Noir. 출력이 끝났습니다. [Enter]를 누르십시오. ━━━━━━━━━━━━━━━━━━━━━━━━━━━━━━━━━━━제 목 :◁세월의돌▷ 5-3.잃어버린 땅…(30)게 시 자 :azit(김이철) 게시번호 :957게 시 일 :99/08/06 02:55:36 수 정 일 :크 기 :8.6K 조회횟수 :85 『게시판-SF & FANTASY (go SF)』 42402번제 목:◁세월의돌▷ 5-3. 잃어버린 땅으로…(30)올린이:모래의책(전민희 ) 99/08/05 22:55 읽음:353 관련자료 없음----------------------------------------------------------------------------- +=+=+=+=+=+=+=+=+=+=+=+=+=+=+=+=세월의 돌(Stone of Days)=+=+=+=+=+=+=+=+=+=+=+=+=+=+=+=+ 5장. 제4월 '타로핀(Tarophin)'3. 잃어버린 땅으로의 여행 (30) "…… 그래, 자네 말대로 대지와 흙의 나스펠 정령들이 도움을 주었고, 검과 조화를 이루도록 그들이 충고했다는 것은 알겠네. 그렇지만 무슨 결과가 있었나? 아까는 나도 보았지만 정말 놀랄 만한 광경이었어. 그런 불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사람은 아마 자네 말고는없을 거야. 그래서 잘 되었나? 이제 검에서 자유자재로 불꽃을 뽑아낼 수 있나?" 나는 검을 시험삼아 뽑아들고 잠깐 동안 노려보았다. 그러나 역시,예상대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도대체 어떻게 된 건지 솔직히 저도 잘 모르겠어요." 나는 솔직하게 시인했다. 나는 정말 모르겠다. 눈을 뜬 이후로 정령들은 사라져 버린 건지 더 이상 말을 걸지 않았고, 검은 완전히 보통의 검 - 정령의 말을 빌자면 그저 고철덩어리 - 으로 되돌아가 있었다. 몇 번이고 구석구석 살펴봤지만 거기서 어떤 변화도 발견할 수가 없었다. 그냥 나는 좀전과 똑같은 파비안 크리스차넨에 불과했다. 파비안 나르시냐크가 된 것조차도 아니었다. 주아니가 혼자서 중얼중얼 대더니 입을 열었다. "파비안, 넌 정말로…… 몸으로 그 소리를 들은 거야. 내가 아까말했지? 그 정령들의 목소리를 너는 몸으로 들은 거야. 우리한텐 전혀 들리지 않았거든. 검도 마찬가지. 검이 하고자 하는 말은 다른 게아니라 바로 그 불꽃이었을 거야. 그걸 알아들은 것은 역시 네 머리가 아니라 네 몸이지." 어쩐지 주아니는 이 모든 사실을 그다지 놀라지 않고 받아들이는것 같았다. 인간이나 드워프보다 로아에는 더 자연에 가까운 생명들인가? 나는 합일, 칼레시아드와 통어, 보크리드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유감스럽게도 그 용어에 대해서 정확히 아는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다만 내 설명을 듣고 있더니 엘다렌이 문득 말했다. "그 검은…… 드워프 족 대장장이들이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어떤드래곤의 힘을 빌어 만들어 낸 물건이라고 나는 알고 있어. 가장 폭력적인 자연에 가까운 생물인 드래곤의 입김이 들어간 물건이 질서를갖고 사용되기 위해서는, 정말 대단한 의지력이 요구될 수밖에 없다. 잘은 모르지만 그걸 위해서 만들어진 용어라고밖에는 생각할 수가 없군. 아마도 그걸 사용할 사람을 위해서 검 스스로가 기억하고 있었달밖에는." 나가는 길은 몹시도 길었다. 한참이나 걸은 끝에 처음의 동굴 통로를 발견했다. 반짝거리는 검푸른 돌벽은 여전히 빛을 발하고 있었다 "왜 우리가 여기까지 와야 했었을 까요? 류지아는 무엇 때문에 여길 가야만 한다고 했을까? 검을 잘 사용하기 위해서라고 했는데, 변한 것은 아무 것도 없으니." 나는 통로 안으로 발을 들여놓으면서 누구한테 하는 것인지 확실치않은 말을 내뱉었다. 덕택에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꽤 여럿이 되었다. "여기까지 왔기 때문에 정령들도 도와 줬고, 검의 의지를 알게도되었잖아? 배운 게 없어? 천만에." 제일 먼저 입을 연 것은 유리카였다. 그 말을 엘다렌이 받았다. "아마도…… 아까처럼 놀랄 만한 불꽃을 스스로 일으킬 수 있으려면 꽤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만 할 것이다. 그렇게 빨리 그 '합일'을잠깐이나마 경험해 볼 수 있었던 것은, 역시 여기가 정령들이 말했듯힘의 근원 라레아드-칼드이기 때문이 아닐까?" "라레아드-칼드라는 것은 정확히 뭐죠?" 나르디는 자기가 말해도 좋을 시점을 질문으로 대신했다. "흔히 어떤 물건이 만들어졌던 장소를 라레아드-칼드라고 부른다. 뜻은 말 그대로 '힘의 근원'이야. 예전에 그저 별 뜻 없이 물건의 고향이라는 식의 의미로 드워프들은 그 말을 쓰곤 했었다. 그렇지만 여기서의 라레아드-칼드는 단순한 뜻은 아닌 모양이군. 어쨌든 파비안,자네는 자네가 이르러야만 할 궁극의 상태를 미리 의사 체험한 셈이되겠는걸. 괜찮군. 100점 짜리 답안을 알고 있다면 0점 짜리가 50점도 맞기 쉬워지는 것 아니겠나? 핫핫핫……." 나는 말의 내용보다 엘다렌이 소리내어 웃는 것을 처음 들었기 때문에 오히려 눈이 둥그래졌다. 주아니가 궁금한 듯이 말했다. "그렇지만 그 나스펠들은 눈을 떴다고 영영 가버렸을까?" "알 수 없어. 정령들의 행태에 대해서는 정말 전혀 알려진 것이 없는걸. 그렇지만 파비안의 이야기를 들어보니까, 우리가 그 상태에서파비안의 그 합일, 칼레시아드를 깨뜨려버린 것이 정말 잘된 일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 기회라는 것은 또 오지만, 죽으면 그걸로 그만이거든." 유리카는 대답하더니 나를 쳐다보며 그렇지 않느냐는 듯이 웃어 보였다. 나는 계면쩍게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다 왔군, 여깁니다." 맨 앞에서 걷고 있던 나르디가 걸음을 멈추고서 바닥에 난 구멍을가리켰다. 우리는 그 주위에 둘러섰다. 이제 보니 구멍이 난 곳은 다른 바닥보다 약간 움푹하게 들어가 있었고, 어디선가 물이 조금씩 흘러 거기로 이어지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가느다란 물줄기가 눈에 띄었다. 내가 내려가려고 무릎을 꿇자, 주머니에서 목을 내밀던 주아니가 말했다. "아까 그 물…… 저런 속도로 떨어졌던 거라면, 아까 그만큼이나많은 물이 고이기 위해선 꽤 긴 세월이 필요했을 것 같은데?" 나는 어깨를 으쓱한 뒤 대꾸했다. "아마 여기를 만든 이후 지금까지 내내가 아닐까?" 내가 한 발을 아래로 내리려는데 이번엔 나르디가 말했다. "우리, 저쪽 끝으로는 가보지 않았군 그래?" 그가 손을 들어 처음 여기에 왔던 우리를 고민하게 했던, 바람 불어 가는 쪽의 동굴 통로를 가리켰다. 여기와 마찬가지로 은빛별이 반짝이는 검푸른 벽이 어두컴컴한 안쪽으로 이어져 있는. 유리카가 고개를 갸웃하더니 말했다. "저쪽 통로 끝에는 과연 뭐가 있을까?" 나도 한 번 그쪽을 바라보았다. 공기는 계속해서 그쪽으로 휩쓸려가고 있었다. 통로가 있는 걸 보니 어딘 가로 이어져 있긴 하겠지. 나도 좀 궁금하긴 하다. 그러나……. "너는 알고 싶니?" 내 대꾸가 좀 이상했나? 유리카와 나르디가 동시에 내 얼굴로 고개를 돌렸다. 유리카는 금방 내 뜻을 알아챘는지 밝게 웃었다. "솔직히…… 밖으로 나가고 싶은 생각밖에 없다." 그래, 그랬다. 이미 우리는 원하는 목적을 모두 달성했다. 기대했던 것만큼은 아닌지 몰라도, 찾던 것을 다 찾았고, 놀라운 경험도 했다. 어쩌면 저너머에는 더 놀라운 것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지도 모르지. 저쪽이야말로 이 동굴이 궁극적으로 숨기고 싶어했을 보물 창고인지도 모르고, 새로운 전설을 만들 수 있는 신기한 이야기들이 잠자고 있는지도 몰라. 아마 이야기책에 나오는 모험자라면 이 기회를 놓쳤을 리가없어. 어떤 위험이 도사리고 있더라도. 그렇지만, 이렇게 갖은 고생을 한 끝에 밖으로 나가려는데, 저쪽에무엇이 있는지 다시 한 번 알아보는 모험을 감행하기엔, 우리는 너무피곤했고, 지쳐 있었고, 햇빛에 목말라 있었다. 우린 얘기책에 나오는 사람들이 아니었던 것이다. 저 너머는 다른 세상, 아마도 우리 아닌 다른 사람이 다시 이곳에올 일이 있다면 저쪽으로 가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내겠지. 그렇지만 우리는 아니야. 적당한 시점에서 끝내는 것도 필요하다니까. 말도 안 된다고? 직접 이 상황에 처해 보라고. 아마 그런 말이 안나올걸. 우리는 길게 길게 걸었다. 나가는 길은 엘다렌이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이 땅에 수십 년을 넘게 살아왔었고, 원할 때마다 늘 밖으로나갔었을 테니까. 엘다렌이 들으면 펄쩍 뛰겠지만, 그가 처음 큰소리쳤던 대로 제대로 길 안내를 한다는 느낌을 받은 것은 지금이 처음이었다. 우리가 기이한 온갖 체험을 뒤로 하고 동굴을 빠져나온 때는 몇 시인지 알 수 없는 한밤중이었다. "저것 좀 봐……!" 아……. 비록 기대했던 찬란한 햇빛은 없었지만 힘겹게 빠져나온 발아래 펼쳐진 푸른 골짜기는 굽이굽이 멀어졌고, 머리 위로 까마득히 솟은 별이불이 반짝였다. 우리를 기다렸던 것만 같은 세상은 너무도 넓디넓어서 어디를 바라보아도 시선이 끝닿지 않는다. 좁은 장소에서 흐르는 것이 아닌, 진짜 바람이 불어왔다. 넓고, 크고 온 몸을 쓸고 지나가는 진짜 바람이. 온통 팔을 벌렸다. 이슬 촉촉이 젖은 밤풀들이 발자국 사이로 사각거렸다. 그리고 향긋한 세상의 향기들이 온통 코로 흘러 들어왔다. "재미있었지?" 유리카가 나를 바라보고 미소지었다. 나도 마주 미소를 보냈다. 이루 말할 수 없는 상쾌한 기분과 함께, 나는 골짜기 아래로 뛰어내리고 싶은 충동을 맛보았다. 이제, 우리는 새로운 곳으로 간다. +=+=+=+=+=+=+=+=+=+=+=+=+=+=+=+=+=+=+=+=+=+=+=+=+=+=+=+=+=+=+=제가 왜 이렇게 상쾌한 기분인 건지요...^^; 추천해주신 쥬디안 님, 감사합니다. 쥬빌란 님이 그렇게 좋아하셨나요? ^^;넷츠고.....에 제가 퍼가도 좋다고 허락한 일이 없는데, 두 사람이나 제 글을 올렸다더군요. 연재도 아니고 통째 모음집인데다, 그것도하나는 난데없이 '완결'이라는 제목이....--; (세월의 돌이 언제 완결되었지요? --a 작가도 모르게 완결되어 버리다닛..)일단, 삭제 메일을 보내긴 했는데, 어떻게 될는지 모르겠군요. 제발 제 말을 듣고 잠깐 착각하셨던 행동을 바로잡으셨으면 좋겠는데. Luthien, La Noir. 출력이 끝났습니다. [Enter]를 누르십시오. ━━━━━━━━━━━━━━━━━━━━━━━━━━━━━━━━━━━ 제 목 :◁세월의돌▷ 6장 키티아 아룬드 시작... 게 시 자 :azit(김이철) 게시번호 :958게 시 일 :99/08/06 02:55:55 수 정 일 :크 기 :1.2K 조회횟수 :78 『게시판-SF & FANTASY (go SF)』 42403번제 목:◁세월의돌▷ 6장 키티아 아룬드 시작입니다! 올린이:모래의책(전민희 ) 99/08/05 22:55 읽음:278 관련자료 없음-----------------------------------------------------------------------------5장 끝입니다! (와... 길었다..)그리고 6장 시작입니다! ^^6장은 키티아 아룬드, 그리고 6장 1편 제목은 '푸른 굴조개'로 시작합니다. 참, 시원한 느낌을 주는 제목이지 않아요? ^^어두컴컴한 땅 밑에서 나와서 시원한 바다로 갑니다! 이번 6장 1편은 상당히 흥미진진한 편이 될 것 같습니다. 준비해놓은 재미있는 에피소드들이 많아요. ^^ 덕택에 길어질 지도 모르지만.. 키티아 아룬드, 키티아는 고양이입니다. 저는 고양이를 무척이나좋아하지요. 길가는 고양이만 봐도 눈이 저절로 따라가요. ^^새끼 고양이도 좋지만 이미 큼직하게 자란 어른 고양이, 그 야성적이면서 우아한 모습이 멋지지 않아요? (그 날카로운 눈동자도..)음... 물론 저도 길이만 길어진 기차(...)같은 고양이는 좋아하지않습니다만...^^;키티아 아룬드는 봄의 끝, 늦봄입니다. 이제 봄이 끝나면 봄장마가오고,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겠지요. 그러고 보니 아직 두 계절밖에 안 되었군... Luthien, La Noir. 출력이 끝났습니다. [Enter]를 누르십시오. ━━━━━━━━━━━━━━━━━━━━━━━━━━━━━━━━━━━제 목 :◁세월의돌▷ 6-1. 푸른 굴조개 (1)게 시 자 :azit(김이철) 게시번호 :959게 시 일 :99/08/06 02:56:13 수 정 일 :크 기 :9.7K 조회횟수 :101 『게시판-SF & FANTASY (go SF)』 42404번제 목:◁세월의돌▷ 6-1. 푸른 굴조개 (1)올린이:모래의책(전민희 ) 99/08/05 22:55 읽음:312 관련자료 없음----------------------------------------------------------------------------- +=+=+=+=+=+=+=+=+=+=+=+=+=+=+=+=세월의 돌(Stone of Days)=+=+=+=+=+=+=+=+=+=+=+=+=+=+=+=+ 6장. 제5월 '키티아(Kitia)'…… 전설과 별자리에 나오는 노란 고양이 키티아의 별 '키티아니(Kitiani)'가 지배하는 아룬드. 키티아니는 예언자들의 수호성이며노란 고양이는 예언자들의 수호 동물이다. 전설과는 별개로 통칭 '키티아'라고 불리는 노란 고양이가 있는데 이들은 일반적인 고양이보다골격이 약 두 배 이상 크고 발톱과 이빨 등도 굉장히 날카로운 야생짐승이다. 외모에 비해 사납거나 호전적이지 않고 홀로 다니며 야생생활을 하는 이 고상한 고양이들은 흔히 키티아 고양이의 후손이라고생각되어 많은 사람들에게 예지 능력을 지녔다는 오해를 사기도 했으며, 그 때문에 이 고양이들에게 해를 끼치는 것은 어느 지역에서나오래된 금기 가운데 하나로 남아 있다. 또한 키티아 아룬드에 이 고양이를 보면 앞일을 느끼게 된다는 말이 있다. 이 고양이를 길들여키웠다는 예는 아직 기록에 남은 바가 없다. 전설 속의 고양이 키티아는 옛 이스나미르 왕국보다 더 오랜, 전설 시대 최고의 마법사이자 인류의 가장 오래된 지혜를 만든 어머니,예니체트리가 데리고 다니는 커다란 고양이이다(다른 전설에서는 예니체트리 자신이 변신한 모습이라고도 한다). 현존하는 키티아 고양이들과는 달리 이 고양이는 육식을 하지 않았으며, 오직 메르종이라는 식물의 붉은 열매만을 먹었다고 전해진다. 키티아 아룬드에 열매를 맺기 시작하는 메르종 열매는 일부 지역에서만 자생하는 희귀한종류로 지금까지도 다양한 의식과 예언자들의 마법, 그리고 환영주(幻影酒)의 제조에 사용되는 중요한 식물이다. 키티아 아룬드는 우기인 다임 로존드가 다가오는 말기의 며칠을제하고는 매우 따뜻하며 늦봄을 맞아 고양이의 솜털 같은 잔디가 가득히 자란다. 예언자들은 이 시기에 예니체트리를 위한 성대한 제를올린다. "밀밭 안에 고양이가 있음을 깨닫다"라는 경구를 지니며 보지 못하던 보물의 존재를 감지함, 미래에 대한 예지를 갖게 됨, 무언가를꾸준히 갈구함, 자신이 가진 능력을 발휘할 곳을 찾아냄, 운명의 수레바퀴에 직접 뛰어듦, 자기 자신의 마음을 나침반 삼아 길을 떠남등을 암시한다. 이 아룬드의 상징색은 노랑이다. - 점성술사들이 달력에 적는 각 아룬드의 의미,그 중 다섯 번째. 1. 푸른 굴조개 (1) "기사여, 이마의 땀을 씻을 시원한 물을 드리겠어요. 손가락 사이로 흘러 없어지는 세월 한가운데를 가로질러고된 여행의 피로와 먼지로 그대의 눈은 흐리군요. 잘 닦은 유리구슬은 예언자의 한 마디보다도 낫답니다. 이걸 보세요, 마술에 쓰이는 작은 장갑,가느다란 꽃줄기와 실뭉치, 봉헌을 위한 빛나는 돌들그리고 붉은 열매, 하얀 찻잔이 보이지요? 준비하는 것이 좋아요, 뭐든 알고 싶은 것이 있다면. 그대, 미래가 궁금한가요? 아니면 과거? 두고 온 연인과 친구의 마음을 시험하고 싶나요? 한 번 다짐한 그대의 마음이 변할 것이 두려운가요? 예기치 못한 불운이 모두의 앞을 가로막을까봐? 그대가 다가앉은 이 누추한 오두막, 검은 밤 가운데신비가 흐르고 있는 것이 느껴집니다. 손을 이리 줘 봐요, 불빛 아래 자세히 볼 수 있게그래요, 이런 손지도(地圖)는 아무나 가지는 것이 아니지요. (처녀의 머리카락을 엮어 브로치를 만들 때면우리는 삼단 같은 가닥이 끊어지지 않도록재빠르게 바늘을 놀려 리본을 잡아매면서도끊임없이 주의를 기울여야만 하지요. 조심!)기사여, 희한한 약초며 사향 냄새들이 두려운가요? 풀꽃들이 우리에게 줄 수 있는 온갖 종류의 안식들마른풀과 박하, 허브의 향은 행복한 잠을 주지요. 그대도 여기, 마른 풀 자리에 눕는 것이 좋을 거예요. 꿈을 꾸도록 해요, 이곳 안식의 오두막에서그대가 원하는 꿈을 나무천장에 그려보아요. 들보를 가로지르는 생쥐에 주의를 빼앗기면 안돼요! 서서히 미래가 떠오를 거예요, 그렇게, 서서히……꿈의 흰 윤곽이 춤추듯 그대에게 내려옵니다. 숲 가운데 가장 빛나는 잎사귀, 마름모꼴의 초록빛깨어질 듯 연약한 녹색의 꿈을 꾸며 그대는 달리는군요. 몇 번이나 다시 태어났던가요, 이 꿈을 꾸기 위해……." 황야 한가운데 오두막을 지키던 여인의 목소리가 멀어지고점차로 사라져가는 낮은 천장과 짚지붕, 그리고 다가오는 환각그런데 웬일인가? 가슴 한 구석을 찌르는 갑작스런 고통이라니,이유를 알 수 없는 슬픔이 그의 가슴 가득히 들어찼다. 고(古) 이스나미르 왕국, 이스나에의 무녀'레 끌로슈' 엘리종의 예언시 <녹보석의 기사> 78-86연 비릿한 바람이 언덕 위를 향해 시원하게 몰아치고, 눈을 멀게 할것 같은 찬란한 빛이 하늘 가득 쏟아져 내린다. 주위의 공기가 온통유동하고 있다. 살아 있는 것처럼 대기가 떨고 있다. 시선이, 화살보다 재빠르게 발아래 광경을 훑어 내렸다. 순식간에허공에 빛으로 된 선이 하나 그어지는 것 같다. 까마득히 펼쳐진 머나먼 도시의 풍경, 그리고 숨을 멎게 할 정도로 눈동자를 한곳에 잡아놓는 것이 있다. 거대한 새의 날개처럼 언덕 위에서 퍼덕이는 바람, 아……! 귓가에서 물기 어린 목소리가 수평선에 닿을 듯 긴 선을 그리며 뛰어들었다. "바다야!" 말할 수 없이 시원스러운 외침. "바다……!" 왜 이렇게 입을 다물 수가 없는지. "……." 지금까지 거대한 자연은 많이 봐 왔다고 생각했었다. 스조렌 산맥이나 하얀 산맥, 드라니아라스 대평원, 켈라드리안 숲, 아르나 강과이진즈 강……. 그러나, 바다는 그 어느 것과도 달랐다. 완벽한 파란색, 그것도 멀고 가까움에 따라 다양한 색의 변화를 보여주는, 말로 다할 수 없는파란색이다. 무지갯빛 비단 수천 필을 바리바리 펼친다 해도, 저렇게헤아릴 수 없이 찬란한 색감을 보여줄 수는 없을 것 같다. 가슴이 벅차 올랐다. "왜 이 언덕에 올라오자고 했는지 알 것 같군." 나르디가 다시 한 번 불어온 바닷바람에 이제 반 이상 금빛으로 변한 머리카락을 넘기면서 시원스런 목소리로 말했다. 그의 목소리에는감출 수 없는 미소가 어려 있었다. "롱봐르 만이 한 눈에 내다보이는군." 이마에 손을 얹으면서, 눈 닿는 곳까지 온통 푸르디푸르게 일렁이는 먼 바다를 내려다보던 엘다렌이 감정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나 여기까지 여행하면서 그가 감정을 어떤 식으로 처리하는지 난 이미 조금은 익숙하다. 그는 자신만의 방식대로 충분히 감격해 있었다. "정말, 여기로 오길 잘했어!" 유리카는 양손을 꼭 마주잡고 뛰어오르기라도 할 기세로 눈을 반짝이더니, 갑자기 뒤에서 내 목을 와락 끌어안았다. 나는 깜짝 놀라서짧게 비명을 내질러 버렸다. "으앗!" "놀래긴." 이 말은 유리카가 한 것이 아니다. 내 윗주머니에 들어가 앉아서아까부터 입다물고 있던 주아니가 처음으로 입을 열어 한 말이다. "그렇지?" 이거야말로 유리카가 한 말, 그것도 내가 아니라 주아니한테……으음, 어떻게 되어 가는 거야? 유리카는 피식 웃으며 내가 놀라든 말든 내 등에 잠시 동안 몸을기대고 있었다. 내 등을 통해 가벼운 심장 고동 소리가 느껴진다. 그게 내게는 땅바닥이 다 울리는 것처럼 들렸다. "훗훗, 나도 여자친구나 하나 구할까 싶네." "뭐…… 뭐야?" 내가 놀란 눈으로 고개를 돌려 보니, 아직까지 한 번도 이런 소리한 일이 없는 나르디가 우리를 바라보고는, 그러나 여전히 웃으면서한 소리다. 물론 농담이겠지만, 농담이라도…… 아니, 꼭 농담일 필요도 없잖아? 여행하고 있다는 점을 제하면 나르디라고 여자친구를 사귀지 말라는 법이…… 아니, 그럼, 지금 유리카는 내 여자친구… 란 말이야? 아, 아니군…… 여자고 친구면, 여자친구 맞잖아……? 뭐냐……. 나는 괜한 쓸데없는 생각으로 번지려는 가닥을 얼른 잡아들이고,유리카가 팔을 풀어내기를 기다려 그녀의 얼굴을 마주 보았다. 아무렇지도 않은 것처럼 일부러 빙그레 웃는, 사랑스런 장난꾸러기 소녀. 나는 흠흠, 하고는 점잖은 얼굴로 입을 열었다. "우리, 나르디 여자친구나 하나 물색해 줄까?" 유리카의 어깨 너머로 나르디 녀석의 눈이 휘둥그래지는 게 보인다. 녀석, 좋으면 솔직하게 좋다고 해라. 우리가 도착한 곳은 롱봐르 만의 입구를 바라보는 위치에 자리한항구 도시 마르텔리조였다. 벌써 20일 전, 스조렌 산맥에서 벗어나 다시 국경을 넘어갈 일을한참이나 두고 숙의한 끝에 엘다렌의 주장에 따라 내린 결정이다. 남부 지방으로 내려가 다시 배를 타고 바다를 건넌다! 해안 가에 면한 국경을 넘는 것은 몹시 힘들다. 세르무즈로 올 때,나와 유리카가 그렇게 손쉽게 국경을 넘어왔던 것은 거의 기적에 가까운 일이라고 나르디는 말했다. 그럼, 기적이었지 않고. 누가 방패를 그렇게 타고, 그것도 짐에다 사람을 안고서, 눈 덮인 산을 내려올수 있단 말이야? 누가 기적이 아니라고 하면 내가 가만히 안 둘 판이야. 대륙의 남쪽 한가운데에서 북쪽으로 움푹 세모꼴로 들어간 롱봐르만. 이스나미르와 세르무즈의 국경은 그 움푹 들어간 꼭지점 부분에걸쳐져 있다. 우리가 도착한 마르텔리조는 그 삼각형에서 세르무즈쪽 변의 아래 꼭지점 부근에 위치한 도시인데, 세르무즈에서는 통칭'넓은 바다'에 가장 가깝게 면한 항구라 굉장히 번화해 있었다. 그보다 더 서쪽 해안으로는 스조렌 산맥의 줄기가 닿아 있어 온통 해안절벽 뿐이다. 온 몸 가득히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언덕을 내려와, 우리는 위에서 내려다볼 땐 마치 장난감 같던 거리로 들어섰다. +=+=+=+=+=+=+=+=+=+=+=+=+=+=+=+=+=+=+=+=+=+=+=+=+=+=+=+=+=+=+=히스파니올라. 피쿼드. 메이플라워. 산타마리아. 호프웰모험. (이 이름을 가진 배는 정말 많았다..)새벽 출정. 노틸러스... (이것도 포함시켜야 하나.. 어쨌든 멋진 앵무조개니까. 참, 나디아에 나오는 노틸러스 호 아니예요. ^^;)....이런 배들의 이름을 기억하시는 분이시라면, 이번 장을 아주즐겁게 읽으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태양소년 에스테반이 탔던 배랑, 15소년 표류기의 애들이 탔던 배이름은 아무래도 생각이 안 나는군요...^^; 로빈슨 크루소는 뭘 탔더라... 참, 나르디의 정체에 대해 써보내신 분, 아마 다음 아룬드 정도면밝혀질 것 같으니까 너무 괴로워하지 마세요. ^^;(은근슬쩍 정답을 알려주지 않으려는...으음. ^^;)Luthien, La Noir. 출력이 끝났습니다. [Enter]를 누르십시오. ━━━━━━━━━━━━━━━━━━━━━━━━━━━━━━━━━━━제 목 :◁세월의돌▷ 6-1. 푸른 굴조개 (2)게 시 자 :azit(김이철) 게시번호 :972게 시 일 :99/08/08 03:44:13 수 정 일 :크 기 :7.6K 조회횟수 :92 『게시판-SF & FANTASY (go SF)』 42600번제 목:◁세월의돌▷ 6-1. 푸른 굴조개 (2)올린이:모래의책(전민희 ) 99/08/06 20:26 읽음:796 관련자료 없음----------------------------------------------------------------------------- +=+=+=+=+=+=+=+=+=+=+=+=+=+=+=+=세월의 돌(Stone of Days)=+=+=+=+=+=+=+=+=+=+=+=+=+=+=+=+ 6장. 제5월 '키티아(Kitia)'1. 푸른 굴조개 (2) 마르텔리조는 번화하기만 한 도시는 아니었다. 게다가, 규칙적으로아름답게 발전된 도시도 아니었다. "어휴, 냄새." 들어서자마자 시장 한구석에 쌓여 있던 생선찌꺼기들로부터 풍겨나오는 썩은 비린내에 일행은 코부터 막지 않으면 안 되었다. 우리가들어선 곳이 마침 수산시장 쪽이라, 주위 공기 전체에 비릿한 해산물냄새가 가득했다. 우리 중에 바닷가에서 태어난 사람은 없었으므로이 냄새에 익숙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특히 나르디는 보기 애처로울 정도로 고약한 냄새를 참지 못했다. 유리카가 자기 손수건을 꺼내 빌려 줄 정도로, 안색이 창백해진 그는치밀어 오르는 욕지기를 간신히 참는 모양이었다. "야, 나쁜 냄새에는 오히려 빨리 익숙해지는 것이 속 편해. 코는금방 중독 된단 말이야." 내게도 그다지 기분 좋은 냄새는 아니었지만, 어쨌든 익숙해지면그만이다 싶어서 오히려 숨을 한껏 들이쉬었다. 엘다렌은 여전히 냄새가 어디서 나느냐 하는 얼굴이고, 유리카는 손수건으로 코를 싸쥐기는 했지만 그럭저럭 괜찮아 보이는 얼굴이었다. 주머니 속으로 폭들어간 주아니야 말할 것도 없지. "자네가 내 입장이라면 그런 소리 못할 거야. 한달 전에 먹은 것까지 모조리 올라올 것 같네." 손수건 안에서 코맹맹이 소리로 나르디가 간신히 대꾸했다. 그는창백해지다 못해 이젠 거의 얼굴이 파랗게 변해가고 있었다. 유리카가 손수건 사이로 피식 웃으며 말했다. "여길 빨리 벗어나지 않다간, 애 하나 잡겠다." 햇빛이 가득히 내리쬐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뺨에 느껴지는 공기에는 습한 기운이 묻어 났다. 무질서하게 늘어선 건물들과 등짐장사꾼들의 좌판, 골목 구석마다 쌓여 있는 각종 쓰레기들, 거친 목소리로 소리치는 각지에서 온 상인들과 그들이 내놓은 온갖 상품들로 주위는 온통 울긋불긋했다. 각종 포목, 특히 비단을 파는 한 가게의 진열대 위로 햇살이 쏟아져 수십 가지 빛깔의 너울거리는 환영을 만들어 내었다. 검은 벨벳, 흰 시폰, 분홍빛 새틴. 걷고 있는 바닥은 고르지 않고 울퉁불퉁했다. 산 구석의 작은 마을같으면 아예 포장을 시도하지도 않은 흙바닥이기라도 할 텐데, 한때는 신경써 깔았던 돌이 멋대로 깨어져 나뒹굴기 시작하자 거리의 모양새는 그야말로 말씀이 아니었다. 이런 바닥에서 마차라도 제대로굴러갈까 모르겠다. 흙과 자갈이 마구 섞인 곳도 있었고, 그나마 포석이 깔린 곳도 군데군데 부서지고 튀어나온 데다가 오랫동안 방치해둔 것처럼 보였다. "굉장히 무질서한 도시네." 우리가 간신히 생선 시장을 벗어났을 즈음, 나르디한테서 손수건을돌려 받으면서 유리카가 말했다. 내가 고개를 끄덕였고, 나르디가 특히 커다랗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일부러 그런 것일 수도 있지." "네?" 여관과 음식점들이 주로 들어서 있는 삐뚤삐뚤한 거리를 걸으면서엘다렌이 꺼낸 말에 내가 영문을 몰라 되물었다. "이 근처에는 해적들이 들끓는다는 소문을 들었다. 나라에서 완전히 소탕할 수 없는 무리들이 끝없이 세력쟁탈전을 벌이는 곳이라면,아예 법을 적용하지 않는 편이 운영에 유리할 수도 있지." "그거, 200년 전의 소문은 아니겠지요?" 약간은 농담하는 듯한 내 질문에 엘다렌은 근엄하게 목소리를 높였다. "시장에서 너희는 무엇을 들었느냐? 코는 막았더라도 귀는 열어 두지 않았느냐?" "에에……." 내가 완전히 무안해져서 머리를 긁적이고 있는데, 유리카가 끼여들었다. "엘다, 누구나 드워프 족처럼 그렇게 뭐든 잘 견디는 정신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잖아. 인간들한테 불가능한 것까지 기대하면 안 된다고." 엘다렌은 유리카한테로 고개를 돌렸다. "너도 아무 것도 못 들었나?" "오늘 저녁에 기가 막히게 멋진 배가 항구에 진수(進水)된다는 소식은 들었지. 쾌속 범선인 것 같던데." 나와 나르디가 웬 새가 날아가느냐는 표정을 짓고 있는 동안 유리카는 생긋 웃더니 내 손을 잡아끌었다. "자, 어쨌든 적당히 쉬고 배를 채울 만한 곳을 찾은 다음에 항구로나가 보자. 구경거리가 꽤나 많을 거야. 여긴 바다야. 강에서 오르내리는 배들하고는 차원이 틀리다고." 멋대로 거리 가운데 불쑥 튀어나와 길가는 사람들의 발길을 잡아버리는 저 여관 건물의 이름은 청어 머리도 아닌 '청어대가리'였는데,근처에 보이는 어느 여관보다도 크고 훌륭한 외양을 갖추고 있었다. 커다란 정면 간판 이외에도 좌우로 흔들거리고 있는 튀어나온 간판이있었으며, 거기에는 큼직한 청어 한 마리가 저런 간판에 그리는 그림나름대로의 멋을 살려 꽤 솜씨 있게 그려져 있었다. 쌓아올려진 붉은벽돌은 깔끔했고, 문은 손님을 향해 활짝 열려 있었다. 여기 거리는 어디가나 이런 식이다. 전혀 나란하지 않게 제멋대로지어진 집들 때문에 거리 벽이 모조리 들쭉날쭉, 길 따라 걸으려면계속 좌우로 왔다갔다하는 수밖에 없다. 앞장서서 걷던 엘다렌이 청어대가리 여관 앞에서 발걸음을 멈추자, 나르디는 오만상을 찌푸리면서 고개를 저었다. "그 냄새를 맡고서, 이런 이름의 여관에 들어가고 싶다고요?" 엘다렌은 자신한테 확고한 이유가 있기만 하다면, 그런 정도의 불만으로 고집을 꺾을 드워프가 아니었다. 물론, 그에게는 청어대가리여관을 택할 만한 확고한 이유가 있었다. "왕이 행차하면서 그 도시의 영주에게 영접 받지 않는다면, 가장좋은 여관에 드는 것이 당연하다." 참, 별 것 아닌 것 같은 논리이긴 했지만, 대적하기 애매한 논리이기도 했다. 거느리는 신민(?)이 하나도 없긴 해도, 어쨌든 그는왕…… 비슷한 그런 거 아니었는가. "어서 옵쇼!" 라는 말과 함께 우리 앞으로 뛰어나온 것은……선원 복장의 젊은 아가씨였다. "청어대가리에 잘 오셨어요! 모두 네 분? 방은 프로첸만 따로? 네분 다 저녁 드시겠지요? 하룻밤만 일단 투숙하십니까? 바다가 내다보이는 방으로 내 드려요? 그리고……." 간신히 내가 하고 싶은 질문을 할 기회를 잡은 내가 재빠르게 끼여들었다. "물론 잘 왔죠! 보다시피 네 분이고, 프로첸 방은 따로죠. 저녁 굶을 사람은 아무도 없고, 하룻밤 맞고요. 그리고, 주인이십니까? "네!" 그, 급사가 아니었어……. 놀랄 만큼 활기 있게 대답하는 아가씨의 나이는 기껏해야 스물 두셋 정도? 검과 별의 노래호를 함께 탔던 올디네 바르제보다도 어려보이지만 키는 내 눈가에 닿을 정도로 컸다. 앳된 기색이 아직 남아있는 홍조 어린 뺨과 시원스런 이마는 앞으로 충분히 점점 더 예뻐질것처럼 보였는데, 그 점에서 유리카하고는 느낌이 좀 달랐다. 유리카는 그녀보다 나이가 더 어릴텐데도, 이미 지금 이대로 완벽한 상태에도달한 것처럼 보이니 말이다. 그녀는 순식간에 숙박부의 테이블 뒤로 돌아가더니, 오른손을 들어펼쳐져 있는 두툼한 장부의 한 곳을 가리키고, 왼손은 열쇠가 걸린벽으로 가져갔다. 최근 여행하는 동안, 그럭저럭 주로 여관에서 서명하는 사람이 되어버린 내가 옆에 꽂힌 펜을 집어들자, 열쇠를 집어주기 전에 그녀가 다시 한 번 물었다. "바닷가 면한 방이에요?" 나는 탁월한 본전 감각으로 금방 그녀의 말이 의미하는 속뜻을 알아챘다. 나는 빙긋 웃으며 대표로 이름을 쓴 다음, 대답을 기다리고있는 그녀의 얼굴을 미소와 함께 바라보았다. +=+=+=+=+=+=+=+=+=+=+=+=+=+=+=+=+=+=+=+=+=+=+=+=+=+=+=+=+=+=+=가능하면 글 이외의 다른 글을 올리지 않으려고 생각하고 있어서,하고 싶은 말을 모두 글 말미에 처리하고 있습니다. 또, 저 역시 독자분들과 대화한다는 기분이 즐겁습니다. 질문에 대답해 드리는 것도요. 하긴, 이렇게 쓰다 보니 요즘 동호회 게시판엔 거의 잡담을 안하게 되어버렸지만요. 재미있게 읽어주신다는 분들, 모두 감사합니다. ^^또, 추천해주신 분, 감사! innersun 님, 태양소년 에스테반의 배가 '라 무우' 였어요? 그게맞다면 정말 대단하신 기억력... ^^Luthien, La Noir. 출력이 끝났습니다. [Enter]를 누르십시오. ━━━━━━━━━━━━━━━━━━━━━━━━━━━━━━━━━━━제 목 :◁세월의돌▷ 6-1. 푸른 굴조개 (3)게 시 자 :azit(김이철) 게시번호 :973게 시 일 :99/08/08 03:44:35 수 정 일 :크 기 :6.0K 조회횟수 :94 『게시판-SF & FANTASY (go SF)』 42791번제 목:◁세월의돌▷ 6-1. 푸른 굴조개 (3)올린이:모래의책(전민희 ) 99/08/07 20:28 읽음:409 관련자료 없음----------------------------------------------------------------------------- +=+=+=+=+=+=+=+=+=+=+=+=+=+=+=+=세월의 돌(Stone of Days)=+=+=+=+=+=+=+=+=+=+=+=+=+=+=+=+ 6장. 제5월 '키티아(Kitia)'1. 푸른 굴조개 (3) "같은 값으로 바다도 볼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그건희망사항일 테고, 어디 가격이나 들어볼까요?" 내 말을 들은 그녀가 입가에 슬그머니 미소를 머금는 것을 나는 놓치지 않았다. 그녀는 열쇠를 하나 집어들더니 고리를 손가락에 넣고빙빙 돌리면서 아무렇지 않은 듯이 대답했다. "보통 방은 하룻밤에 10메르장, 바닷가 방은 15메르장, 거기다가 2층이면 20메르장이에요." 예상대로, 비싸군. 그렇지만 언덕 위에서 바다를 보고 감탄하던 일행을 생각하니, 바다가 보이는 방에 묵자고 하는 편이 좋을 지도 몰랐다. 유리카가 바다 풍경에 기뻐하던 얼굴이 문득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내가 생각하는 동안 그녀는 대답을 재촉했다. "어떤 방으로 하시겠어요?" 나는 서두를 것 없잖냐는 듯한 표정으로 빙그레 웃어 보였다. 이아가씨 하는 양을 가만히 보자니, 군소리 없이 있다간 계속해서 뭔지모를 명목으로 돈을 뜯어가려 할 것이 분명했다. 내가 아무리 돈이남아도는 상황이라고 해도, 타고난 본성상 결코 그냥 넘어가 줄 수야없지. "여긴 바닷가지요. 오라즈 강은 꽤 멀죠?" 내 대꾸가 어떤 뜻인지 모르고 갑자기 무슨 소린가 하는 표정을 지은 일행과는 달리, 숙박부의 아가씨는 냉큼 알겠다는 얼굴이 되었다. 내심, 보통내기가 아니라는 생각을 하는 것이 훤히 들여다보였다. 그녀는 담갈색 눈을 굴리면서 역시, 아무 것도 아니라는 듯한 말투로 대답했다. "목욕은 한 번에 2메르장씩 받아요. 절대 비싼 게 아니에요. 오라즈 강물은 멀고, 물 나르는 삯일꾼들은 비싸요. 여기 뿐 아니라 이근처 여관들에선 모조리 이 가격이에요." 알만하다. 이 장면에서 시시하게 목욕 값을 깎자는 둥, 방값을 깎자는 둥 하는 것은 보기에 치졸할뿐더러 별로 성과도 없을 것임에 분명했다. 일행은 내 뒤에 서서 그저 나 하는 양을 멀뚱히 지켜보고 있을 뿐이었다. "요즘에 손님, 많습니까?" "있을 만큼 있죠." "괜찮은 선원들도 많이 오나요?" "단골이 많아요. 소개해 줄 수도 있어요." "소개도 좋지만." 나는 약간 거만하게 어깨를 으쓱해 보인 다음, 팔짱을 끼고는 잠깐밖을 내다보았다. 아직 낮이라, 홀에는 앉아 있는 사람이 없었다. 열어 놓은 창문 밖에는 꼬불꼬불한 거리를 분주히 오가는 사람들이 보였다. 나는 밖에다 시선을 둔 채로 말을 이었다. "우리가 원하는 건 괜찮은 배인데." "아!"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다 알았다는 듯한 자세다. 나는 점점 이 아가씨가 여관 운영을 한두 해 한 것이 아닐 것이라는 확신을갖기 시작하고 있었다. "배라면 늘 떠나죠. 배를 타실 거라면 여관을 잘 골라 들어오신 거예요. 나는 아는 선장이 아주 많아요. 모두 단골들이죠." 나는 일단 띄워 줄 생각으로 그녀의 말에 고개를 가볍게 고개를 끄덕, 했다. "그 말이 맞는 것 같군요. 저걸 보니……." 나는 손가락을 휙 돌려 옆벽에 걸려 있는 각종 작살, 닻, 꼬인 밧줄, 돛에 쓰이는 천을 잘라서 만든 듯한 누르스름한 창문 차양 등을가리켜 보였다. 모두 일부러 그렇게 만들어 놓은 게 아니라 정말 오래된 물건들을 걸어놓은 것임에 틀림없었다. "친구들이 친절하군요." 선원 복장의 아가씨는 내 말에 빙그레 웃어 보였다. 이제, 그만 결정을 내릴 시점이었다. "방 두 개, 40메르장…… 목욕 네 명은 8메르장, 식사는 이따가 따로 주문하고 그러면 모두 48메르장인가?" "그렇습니다!" 생긋 웃으면서 힘차게 대답하는 것이 마치 선장한테 대답하는 선원같은 자세였는데, 아마도 저런 태도라면 거친 선원들 마음에 쏙 들었을 것임에 분명해 보였다. 단골이 많다는 말은 거짓말이 아닐 것 같다. 나는 50메르장을 세어 숙박부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그리고는다시 5메르장 짜리 세 개를 나란히 그 옆에 얹었다. 탁, 탁, 탁, 동전 소리가 경쾌했다. 그녀가 눈이 동그래져서 나를 바라보았다. "부탁할 게 앞으로 많을 겁니다. 참, 이름을 불러도 된다면……." "이니에 히르카이에예요, 마디렌 크… 파비안." 그녀가 장부에 적힌 내 성을 부르려다가 금방 이름으로 바꾼 것을내가 눈치채지 못할 리 없었다. 나도 적절한 호칭을 골랐다. "네, 프로첸 이니에. 방을 안내해 주세요." 계단을 올라가는 선원 스타일의 흰 깃 달린 푸른 상의와 종아리까지 오는 바지가 경쾌했다. 계단참에 열린 창문으로 짧게 자른 머리가나풀거렸다. 아마도 프로첸 히르카이에는 나를 열 여덟 살 짜리로는보지 않는 것 같은데, 내가 여기까지 오는 동안 그렇게 겉늙어 버렸나? "여기입니다, 그리고 프로첸 방은 여기. 편히 쉬시고 필요한 것 있으시면 언제든 말씀해 주세요!" 방을 안내해 준 이니에는 발소리도 가볍게 타닥타닥 아래로 내려갔고, 우리는 일단 짐을 놓고 나서 남자들 방에 잠깐 모여 앉았다. "경치 좋은데." 정말이었다. 열어 놓은 창밖으로 내다보이는 바다는 언덕 위에서볼 때보다 훨씬 가까워져서 철썩이는 파도의 흰 거품을 알아볼 수 있을 정도다. 바다는 살아 있는 것처럼 끊임없이 흔들리고 있었다. "파비안, 자네가 장사꾼을 작파하고 여행을 하게 된 것, 정말 위로의 뜻을 표하는 바야." 침대에 걸터앉아 부츠를 벗으면서 나르디가 싱긋 웃더니 한 마디던진다. 더워서 혼났다는 듯이 급히 내 주머니에서 기어 나온 주아니도 딱딱한 테이블 위에 주저앉으면서 말했다. "파비안이 전에 이베카 시에서 갑옷 흥정하던 생각이 나. 장인 정신 투철한 주인한테서 기가 막히게 값을 깎았었지. 그 다음부터 파비안이 점원정신 어쩌고 말할 때 절대 이의를 달지 않잖아." 나는 미간을 오므리며 일행을 둘러보았다. "그거, 다들 칭찬이야?" "그럼." +=+=+=+=+=+=+=+=+=+=+=+=+=+=+=+=+=+=+=+=+=+=+=+=+=+=+=+=+=+=+=더운 날씨군요. ;;;나나씨 아이디 쓰시는 고재훈 님께서 본인의 판타지 소설 연재 웹진에 세월의 돌을 올리시겠다고 하셨습니다. 주소는 http://fann.isfun.net 이고요, 많이들 놀러가세요. ^^세월의 돌을 향긋한 과일에 비유한 분이 계세요. 복숭아를 먹다 보니 문득 떠오르는군요. ^^Luthien, La Noir. 출력이 끝났습니다. [Enter]를 누르십시오. ━━━━━━━━━━━━━━━━━━━━━━━━━━━━━━━━━━━제 목 :◁세월의돌▷ 6-1. 푸른 굴조개 (4)게 시 자 :azit(김이철) 게시번호 :974게 시 일 :99/08/09 04:40:03 수 정 일 :크 기 :6.7K 조회횟수 :80 『게시판-SF & FANTASY (go SF)』 43083번제 목:◁세월의돌▷ 6-1. 푸른 굴조개 (4)올린이:모래의책(전민희 ) 99/08/08 23:15 읽음:349 관련자료 없음----------------------------------------------------------------------------- +=+=+=+=+=+=+=+=+=+=+=+=+=+=+=+=세월의 돌(Stone of Days)=+=+=+=+=+=+=+=+=+=+=+=+=+=+=+=+ 6장. 제5월 '키티아(Kitia)'1. 푸른 굴조개 (4) 유리카가 의자를 끌어당겨 앉으며 덧붙여 말했다. "엘다, 기분 어때?" 엘다렌은 그때까지 앉지 않고 선 채로 주위를 두리번거리고 있었는데, 모르는 사람이 보면 지붕이 무너지지나 않을까 걱정하는 사람으로 보였을 법한 자세였다. 그는 유리카의 말을 들은 뒤에도 한참이나그렇게 살피고 있더니, 입을 열었다. "괜찮군. 그리고 자네." "저요?" 엘다렌은 항상 상대를 잘 쳐다보지 않고 말을 꺼내서 사람 헷갈리게 한다니까. "돈 몇 푼 깎는 것이야 문제가 안 되지만, 확실히 잘 했어. 흐음,잘 했어." 와……. 엘다렌한테서 칭찬 비슷한 거라도 들어보기는 처음이라 나는 확인하는 셈치고 다시 한 번 물었다. "뭘요?" "좋은 배를 확실히 구할 수 있도록 수완 좋게 말을 잘해 둔 것. 별것 아닌 돈을 조금 더 지불함으로써 주인의 환심을 사 두는 것." "그거야…… 본래 배는 타야 하니까……." 그런데 말하다가 보니 어감이 이상하다. 나는 의아한 표정이 되어서 머리를 기울이며 침대 모서리를 잠깐쳐다보았다. 그리고 다시 고개를 돌려 말했다. "그럼, 우리가 배를 타지 헤엄이라도 친단 말이에요?" "괜찮은 선장이 필요하겠지. 선원도. 그리고 배는……." 엘다렌은 내 말은 듣지도 않는 것처럼 혼자 중얼대며 방 가운데를왔다갔다하더니, 머리를 번쩍 들며 말했다. "항구로 나가 보자." 세상에, 엘다렌의 '배를 구하겠다'와 나의 '배를 구한다'는 전혀다른 의미였던 모양이었다. 꼬불꼬불한 거리를 성큼성큼 앞서가는 엘다렌을 나는 황급히 뒤따라가면서 소리쳤다. "배를, 배를 사요?" "당연하다." 세상에나. 엘다렌은 확실히 왕이었다. 왕 비스무레한 그렇고 그런 신분이 결코 아니다. 그는 지금 당장 배를 하나 사서 선장과 선원을 고용하고항해에 나서시겠다는 거다. 결코, 나처럼 그럭저럭 배를 얻어타고 가겠다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으아아…… 그래도 역시 실감은 안 나. 길가는 사람들을 붙잡고 몇 번 물으면서 어렵지 않게 항구에 도착했다. 항구에 가까워질수록 사람은 많아졌고, 길바닥 포장한 돌도 그럭저럭 괜찮아졌다. 저만치 항구에 세워 놓은 배의 길쭉길쭉한 돛대들이 보일 즈음해서, 내가 문득 물었다. "배를 사고, 선원들을 고용하려면 돈이 굉장히 많이 들 텐데?" 내 질문에 대한 엘다렌의 대답은 간단했다. "그러려고 여비를 챙겼지 않은가." …… 모든 것이 나와는 생각의 수준이 다르군. 오히려 나르디는 엘다렌의 말이 맞다고 말했다. 내가 눈을 둥그렇게 뜨고 쳐다보자 그는 예의 느긋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럼, 어떤 배가 우릴 태워서 친절하게 국경 너머로 보내 주겠는가? 엄연히 불법을 자행하려는 것인데." 도대체 이 두 양반, 돈을 쓰는 걸 전혀 무서워하는 법이 없군. 무릇 돈이라는 것은 말이야, 아끼면 아낄수록……. …… 마음속으로만 일장 연설을 마친 나는 그들의 뒤를 빠르게 따라갔다. "비켜요, 비켜- 그렇게 넋놓고 서 있으면 어쩌자는 거요?" 사람들이 그렇게 말하며 우리 일행을 치고 지나갈 만했다. 우리 넷- 주머니 속까지 합하면 다섯 - 은 항구에 모여들어 와글거리고 있는백여 명은 훨씬 넘을 사람들 사이에서, 못박히기라도 한 것처럼 고개만 하늘로 향한 채 서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바라보고 있던 것은……. "우와, 크다!" 저걸 타면…… 세상 끝까지라도 갈 수 있을 것 같아. 내 상식으로는 저렇게 큰 뭔가가 인간의 손으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이 도무지 믿어지지가 않는다. 아니, 만드는 이유조차 이해할 수가없다. 몹시 아름다운 곡선과, 깨끗한 자태를 지닌 거대한 범선이었다. "멋진 배인걸!" 내 옆에서 나르디가 감탄한 듯이 오른손을 이마에 갖다대고 눈가에주름을 모았다. 찬란한 저녁 햇살이 부서지는 가운데, 항구 앞바다에둥실 떠 있는 범선의 모습은 확실히 장관이었다. 항구에 구름 떼같이사람이 모여 있었던 이유도 알 것 같다. 저 크기를 보니 줄잡아 수십 명, 아니 많게는 백명 까지도 탈 수있을 것 같다. 돛대는 모두 세 개였는데, 두 개의 마스트에 달린 모두 네 장의 팽팽히 부푼 흰 사각돛에는 노란 초승달이 그려져 있었다. 앞마스트(foremast)와 중앙마스트(mainmast)에는 각각 두 개씩의야드(yard), 즉 활대가 달려 있고, 거기에 사각횡돛이 하나씩 달려있다. 뒷마스트(mizzenmast)에 달린 것은 역풍항해용 삼각종돛이다. 중앙마스트와 앞마스트에 달린 망루와 깃발, 꼭대기까지 연결된 두개씩의 그물사다리, 저렇게 완벽히 갖춰진 범선을 실제로 본다는 것은 정말 놀라웠다. 에에, 그리고…… 이만하면 나도 잡학으로 무장했지 않아? "가까이 가 보…… 기엔, 저 많은 사람들이라니." '가까이 가 보자'라고 할 말의 끝을 애매하게 만들어버린 유리카는옆에 선 엘다렌을 흘끗 내려다보며 표정을 살폈다. 이제야 말하는 거지만 엘다렌은 따뜻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커다란 로브에 후드까지 눌러쓰고 있어 그 표정을 알아보는 것은 쉽지 않았다. 별 수 없는 일이다. 갑자기 전설 속에서 튀어나와 대명천지에 나돌아다니는 드워프라니, 사람들이 좀 기겁하겠어? 나는 내 옆에 서 있는 사람을 붙잡고 물었다. "사람들이 다 저 배를 보려고 모인 겁니까?" "두말하면 잔소리요. 한 달이나 전부터 저 배의 진수식을 놓고 술집마다 떠들썩했었다고." 대답한 사람은 두세 번쯤 바다에 나갔다가 왔을 것처럼 보이는, 줄무늬 셔츠와 건장한 체격의 청년이다. 볕에 그을린 얼굴이 활기차 보였고, 목소리는 탄탄했다. "그렇게나 대단한 밴가요, 저게?" 내가 재차 묻는 소리에 그는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렸는데, 그러고보니 왼뺨에 움푹 패인 칼자국 흉터가 보였다. "저 배가 항구에서 제일 큰 배는 아니라고 해도, 아마 제일 비싼배일걸." 그는 혼잣말처럼 말하더니 다시 내쪽을 보고 대꾸했다. "저기, 사람들 사이에 야트막한 단상이 있지? 그 위에 사람들 몇명 서 있고 말야. 그 중에 하얀 망토 걸친 뚱뚱한 남자 보여?" 그는 알게 모르게 내게 반말을 하기 시작했지만 나는 개의치 않았다. "보이는군요." "저 양반이, 푸른 굴조개의 주인이지. 아니, 주인이 될 사람이지." "굴조개라니요?" 아까부터 우리 대화를 듣고 있었던 모양이지만, 이제야 몸을 돌려대화하는 우리들 쪽을 향하며 유리카가 반문했다. 은빛 머리카락이항구바람에 흩날리고 있는 유리카의 뺨은 저녁 햇빛을 받아 발갛게물들어 있었다. 짐작할 만한 일이긴 했지만, 유리카의 얼굴을 보는 순간 갑자기 젊은 선원의 태도는 돌변했다. "아, 구경하고 싶어요? 자세히 보려면 좀더 앞으로 가야지. 조심해서 내 뒤를 따라들 와요. 옆에 사람들 부딪치지 않게 조심하고." +=+=+=+=+=+=+=+=+=+=+=+=+=+=+=+=+=+=+=+=+=+=+=+=+=+=+=+=+=+=+=제 본명을 물어보시는 분들, 민희가 제 본명이에요. ^^; 모래의책은 제 개인 아이디인걸요. 선물 보내주신 분, 잘 도착했습니다. 정말 귀엽네요. 감사합니다. ^^Luthien, La Noir. 출력이 끝났습니다. [Enter]를 누르십시오. ━━━━━━━━━━━━━━━━━━━━━━━━━━━━━━━━━━━제 목 :◁세월의돌▷ 6-1. 푸른 굴조개 (5)게 시 자 :azit(김이철) 게시번호 :975게 시 일 :99/08/09 04:40:29 수 정 일 :크 기 :6.9K 조회횟수 :81 『게시판-SF & FANTASY (go SF)』 43084번제 목:◁세월의돌▷ 6-1. 푸른 굴조개 (5)올린이:모래의책(전민희 ) 99/08/08 23:15 읽음:317 관련자료 없음----------------------------------------------------------------------------- +=+=+=+=+=+=+=+=+=+=+=+=+=+=+=+=세월의 돌(Stone of Days)=+=+=+=+=+=+=+=+=+=+=+=+=+=+=+=+ 6장. 제5월 '키티아(Kitia)'1. 푸른 굴조개 (5) 우리는 젊은 선원의 뒤를 따라 사람들을 헤치고 앞으로 나아갔다. 그러는 동안에도 젊은 선원은 주위에 부딪치는 사람들과 계속해서 인사를 나누었는데, 말하는 것을 듣자니 아마도 이 지방 토박이인 모양이었다. "아아- 언제 돌아왔나, 이 친구! 마지막 항해에서 재미 좀 보았다며?" "재미는 무슨, 뱃놈 벌이가 다 그렇고 그렇지." "무슨 소리야. 자네 요번 배당이 얼만지, 알만한 놈은 다 들어 안다고. 오늘 저녁에 한 잔, 어때?" "일이 잘 되면 내 청어대가리로 갈 테니까, 그때나 보세." 그제야 청어대가리의 키 큰 아가씨가 농담을 한 것이 아니라는 게실감이 났다. 확실히 거기가 선원들이 많이 모여드는 곳이긴 한 모양이었다. 젊은 선원에게 말을 걸던 사람은 싱긋 웃으며 손을 흔들더니 사람들 사이로 사라졌다. "자, 어서 이리로 와요. 그쪽에 수레 조심하고! 그래, 어여쁜 프로첸을 잘 보호해야지." 갑작스레 출발한 작은 수레 때문에 무심결에 팔을 들어 유리카를보호한 나르디를 보고 그 선원이 한 말 탓에, 우리는 폭소를 터뜨렸다. 우리 중에 누구도 유리카를 귀족의 영애처럼 보호해야 한다고는생각하지 않는다. 그럴 필요도 없고, 무엇보다도 유리카가 그러는 것을 좋아하지 않으니까. "굴조개가 저 배 이름이에요?" 유리카는 무안한 것을 감추려고 일부러 쾌활한 목소리로 커다랗게물었다. "아, '푸른 굴조개'라는 이름이죠. 멋있죠? 저 배의 배쌈을 봐요." 마브릴들의 전통대로 배쌈에는 색깔이 칠해져 있었는데, 아주 밝은파란색이 바닷물의 빛깔과 잘 구별이 가지 않을 정도다. 새로 칠한탓인지 빛깔은 흠집 하나 없이 고왔다. 선원은 안 시킨 말까지 하며 너스레를 떨었다. "물론 굴조개 껍질이 파랗지는 않죠. 아마 저렇게 시적인 이름을지은 건 절대 저 배 만든 양반은 아닐 거요. 그 양반은 그저 밤이나낮이나 조선소에 처박혀서 설계도에 선이나 긋고, 판자나 다듬는 것밖에 몰라요. 하기야, 마르텔리조 최고의 배 기술자라는 이름이 아무한테나 주어지는 게 아니지. 어쨌든 대신 그 양반한테 아주 예쁜 딸이 있는데, 아마도 이번 것은 그 프로첸 작품일 거란 생각이야. 아,물론 여기 이 프로첸만큼 이쁘지는 않아요." 유리카는 그저 피식 웃을 따름이었다. 저 작자, 아주 환심을 사려고 작정을 했군. 흠, 어림없다, 어림없어. 우리는 그럭저럭 단상 바로 앞까지 밀려 도착했다. 뒤를 한 번 돌아보니 저 많은 사람들의 바다를 어떻게 헤치고 왔나 모르겠다. 단상에 가서 한 단 올라서니, 수백 명 사람들의 갖가지 머리가 넘실대고있었다. 단상 위에는 마치 왕처럼 버티고 선 배불뚝이 남자를 중심으로 대여섯 명의 사람들이 늘어선 것이 보였다. 모두들 이런 장소에는 형편없이 어울리지 않는 의자들을 놓고 앉아 있었는데, 말하자면 귀족의살롱에나 놓으면 적당할 법한 요란한 의자들이다. 그들은 꽤나 거드름피우며 자리에 앉은 채 바다에 떠 있는 '푸른 굴조개'를 감상하고있었고 저들끼리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그 옆에, 조금은 그들과 어울리지 않는 모습의 늙수그레한 남자가옆 사람들과는 대조적인 검소한 복장을 하고 앉아 있었다. 그가 앉아있는 의자와 그는 도저히 어울려 보이지 않았다. 아마도 저 사람이푸른 굴조개라는 배를 설계했다는 그 사람이리라. 멀리서 볼 때 별로 커 보이지 않던 이 나무 단상은 가까이 다가가서 보니까 꽤 높았다. 우리 몇 명이 아랫단에 올라서도 아무도 제지하지 않았다. 실제로 이 근처에는 엄청난 사람들이 들끓고 있었고,그들 모두를 통제할 만한 치안대나 하인들도 없었으며, 실제로 굳이그렇게 했다면 결코 좋은 평판은 얻지 못했을 성싶었다. 바닷가의 사람들은 성격이 거친데다 자기 피부로 느껴지는 실제적인 권위에만 복종하지, 겉치레에는 별로 신경 쓰지 않는 법이다. "잘 보이네." 유리카는 이마에 손그늘을 만들면서 몸을 앞으로 내밀었다. 푸른굴조개호는 마침 바다 위를 둥글게 선회하여 천천히 항구 쪽으로 다가오는 중이었다. 석양을 받은 바닷물 위에 흰 돛과 푸른 배쌈의 위용이 찬란했다. 뱃머리에 선장으로 보이는 푸른 외투의 사내가 서서단상을 향해 오만한 시선을 보내고 있었다. 그는 한참이나 그렇게 바라보고 있더니, 이윽고 경례 비슷하게 손을 올렸다. "마르텔리조 사람은 자존심 하면 알아줍니다." 방금 전에 멋대로 이름을 밝힌 젊은 선원이 싱글거리며 다시 유리카에게 말을 붙였다. 유리카가 그러냐는 듯이 고개를 끄덕여 주자 그는 더욱 신바람이 나서 말을 이었다. "저기 흰 망토의 뚱뚱보는 오늘 밤 안으로 저 배를 인수하기로 되어 있으니 거의 실질적인 선주라고 봐도 좋은데, 그렇더라도 배의 지휘자인 선장은 결코 함부로 머리를 숙이지 않아요. 선주라는 자가 과거에 존경할 만한 선장이었다면 얘기가 다르겠지만, 저렇게 돈뿐인상인인 바에야 결코 선장들한테 좋은 자세를 기대할 수 없죠. 마르텔리조는 진짜 마브릴들의 고장이에요! 자존심 강하고 용감한, 진짜 마브릴들이죠." 왜, 돈 많은 상인한테 불만 있냐. 내 꿈이 그건데. 이름이 '하벨 롬스트르'라는 이 선원은 끝없이 내 취향에 안 맞는이야기들을 늘어놓았다. 사실 내 취향 뿐 아니라 유리카나 나르디의취향에도 안 맞았을 거다. 이야기는 흘러흘러 엘라비다 족을 욕하는방향으로 가기 시작했으니 말이다. "마브릴의 빛나는 검! 마이프허 가문이 바로 마르텔리조 출신입니다. 볼제크 마이프허 경은 우리 도시 사람 전부의 자랑이죠. 그 분이이끄시는 국왕 폐하 직속의 정예군은 이스나미르 오합지졸 놈들하고비교도 되지 않아요. 마이프허 경을 본 일이 있나요, 프로첸 오베르뉴?" 유리카가 예의상 이름을 안 밝힐 수 없었다는 것을 미리 말하자. 어쨌든 유리카는 예의바르게 고개를 저었다. 이 사람과 싸워 봤자 별로 득될 것 없겠다는 생각인 듯했다. "마이프허 경은 키가 자그마치 5큐빗입니다! 게다가 검 쓰는 솜씨는 귀신같죠. 엄청난 양손검을 한 손으로 휘두르시는데 그 검의 크기가…… 오호, 바로 이 정도 됩니다. 아니, 더 커." 롬스트르는 마침 그 순간 내 등에 걸린 멋쟁이 검을 발견한 모양이었다. 그러나 네 녀석 말은 순 거짓말이다. 진짜 5큐빗 짜리 거인이라면 정말 이만한 검을 한 손으로 휘두르는 것이 가능할 지도 모르지. 하지만, 이렇게 큰 검을 어디서 또 구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그건 오산이야! 그러나 내가 정작 흥분할 말은 다음 대목이었다. "하여간 기가 막힙니다. 이스나미르에도 꽤나 센 검사가 있다죠? 구원 기사단장인가…… 이름은 모르겠는데, 하여간 우리 마브릴들 사이에서는 '악마의 오른손'이라고 불리는 놈이죠. 들어 봤나? 하여간뭔가 대단한 검을 쓴다지만, 마이프허 경을 만약 만났었다면 지금쯤은 그 잘난 이름을 묘비명에나 쓰고……." 나는 더 참지 못하고 녀석의 멱살을 움켜쥐었다. "파비안!" 유리카가 놀라 외치는 것도 모른 체하고, 나는 오른손으로 녀석의멱살을 쥔 채, 손을 천천히 올려 녀석의 발을 허공에 띄웠다. 손에는아버지가 주신 건틀렛을 낀 채다. "다시 한 번 말해봐." "크… 윽…! 이 놈이 왜 이래……." +=+=+=+=+=+=+=+=+=+=+=+=+=+=+=+=+=+=+=+=+=+=+=+=+=+=+=+=+=+=+=거듭 말씀드리지만 팬클은 없어요. 제 주제에 무슨..^^;;글 자체가 독자 여러분과 저와의 대화라고 생각해요. ^^;Luthien, La Noir. 출력이 끝났습니다. [Enter]를 누르십시오. ━━━━━━━━━━━━━━━━━━━━━━━━━━━━━━━━━━━제 목 :◁세월의돌▷ 6-1. 푸른 굴조개 (6)게 시 자 :azit(김이철) 게시번호 :976게 시 일 :99/08/09 04:40:56 수 정 일 :크 기 :8.0K 조회횟수 :86 『게시판-SF & FANTASY (go SF)』 43085번제 목:◁세월의돌▷ 6-1. 푸른 굴조개 (6)올린이:모래의책(전민희 ) 99/08/08 23:15 읽음:323 관련자료 없음----------------------------------------------------------------------------- +=+=+=+=+=+=+=+=+=+=+=+=+=+=+=+=세월의 돌(Stone of Days)=+=+=+=+=+=+=+=+=+=+=+=+=+=+=+=+ 6장. 제5월 '키티아(Kitia)'1. 푸른 굴조개 (6) 롬스트르는 자기보다 어려보이던 내가 자기를 단숨에 들어올리자숨이 막혀 얼굴이 새빨개지면서도 몹시 놀란 모양이었다. 퍼렇게 심줄이 돋아난 미간이 움찔움찔 흔들리고 있었다. "내… 가 뭘, 흐윽! 자알못, 했다는……." "파비안, 그만 내려 줘." 유리카가 침착한 목소리로 말하며 올라서 있던 단상 아랫단에서 내려와 내 정면에 섰다. 확실히 그녀는 상황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나로 말할 것 같으면 그 모든 상황 판단 능력보다 아버지를 모욕한녀석을 벌주는 일에 더 관심이 있었다. "난 참을 수 없어." 말하는 도중에도 내 팔 근육이 부들부들 떨렸다. 팔에 실린 무게때문이기도 하지만, 화가 치밀 대로 치민 상태에서는 당연한 반응이다. 우리 주위에 사람들이 뭔가 싶어 모여들기 시작하고 있었다. 아니,정확히 말하면 사람들은 이미 모여 있었고 시선이 우리 쪽으로 몰리고 있었다. "파비안, 말을 들었으면 너도 하고싶은 말을 하면 돼. 우리 입장을잊었어?" 유리카는 교묘하게 주위 사람들이 눈치채지 못하게 말하면서 나를향해 엄격한 눈길을 보냈다. 유리카의 마음, 내가 모르느냐고? 당연히 알지. 쳇, 왜 저 사람들은 이다지도 싸움 구경을 좋아하지? "내…… 려… 줘……." 얼굴에 피가 몰려 시뻘겋게 된 롬스트르를 나는 털썩 바닥에 내동댕이치듯 내려놓았다. 그가 비틀거리며 몸을 간신히 추슬렀을 즈음,나는 여행 도중 두 번째로 상대방의 배를 힘껏 주먹으로 내질렀다. "컥!" "묘비명엔 네놈 이름이나 새겨둬." 롬스트르는 단상 한구석에 처박혀 한동안 움직이지 않았다. "경솔했어." "알고 있어." 정말이지, 나는 잘 알고 있었다. 누가 지적할 필요조차 없다. 마브릴들이 가득한 광장에서, 이스나미르의 검사를 욕했다는 이유로 그지방 토박이를 때려 쓰러뜨려? 정체를 숨기고 여행하는 밀입국자들로서 도저히 이게 할 수 있는 일이야? 그러나, 똑같은 상황이 왔대도 후회 없이 그대로 했을 거란 걸 나는 확신한다. "네 마음 모르는 것 아니야. 그렇지만 이후에 일어날 일들은 우리모두 공동으로 책임지게 되겠지. 너 혼자만의 여행이 아니야. 일행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고서 앞으로 행동해." 유리카는 딱딱 부러지게 말을 끊고는 그다지 후회하는 기색이 없는나를 잠시 바라보았다. 다시 입을 연 그녀의 목소리는 약간 부드러워져 있었다. "파비안, 내가 마브릴들에게 붙잡혀 감옥에 갇혀도 좋아?" "그럴 리가 없잖아!" "그럼, 다시는 그러지 마." 유리카는 빙긋이 웃고는 후드 아래로 나를 지그시 지켜보고 있는엘다렌에게 미소를 보냈다. 나는 생각해 봤다. 내가 방금 말한 '그럴 리가 없잖아'가 '유리카가 그런 일을 당할 리가 없잖아' 였는지, '그런 것을 내가 좋아할 리가 없잖아' 였는지에 대해서. 아무래도 둘 다인 것 같지만, 전자의경우는 유리카가 못 알아들은 것 같으니 일단 넘어가기로 했다. "그럼, 배를 사러 가볼까." 대강 실랑이가 끝난 듯 하자 엘다렌이 무겁게 입을 열었다. 그는마치 말이나 한 마리 사러 가겠다는 듯한 어조로 그 말을 했다. "그…… 러죠. 배를 사서 가죽 부대에 넣어서 어깨에 둘러메고 갈생각이겠죠?" 나르디 녀석이 오랜만에 농담을 했는데, 주아니만이 무슨 소린지알아듣질 못했다. 주아니의 입장에서는 말이나 배나, 엄청나게 크다는 점에서 완전히 동일한 물건이었던 것이다. 우리는 이제 사람들이 좀 줄어들기 시작한 부둣가로 다가갔다. 진수식이 끝나고 흩어져 돌아가는 사람들 때문에 반대방향으로 걷고 있던 우리들은 매 걸음마다 어깨나 팔 등을 부딪쳐야만 했다. 선착장에이르자 사람들은 대부분 빠져나가고, 몇몇 관계자들만이 선 채로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푸른 굴조개호는 항구에 들어와 있었고, 고요한 물위에 마치 무게가 없는 것처럼 둥실 떠 있다. 그리고 아까의 '실질적 선주', 그리고배 기술자를 비롯한 몇몇 사람들과 좀전에 본 오만한 표정의 선장이보였다. 선주 뒤에는 아마 돈을 주고 고용한 용병일 듯한 몇 명의 무장한 남자들이 서 있었다. 엘다렌이 그들이 선 쪽을 향해 자신만만한 걸음걸이로 다가가는 것을 보고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저 배를 사려고요?" 그리고 엘다렌의 당연하다는 듯한 대답. "당연하다." …… 정말 당연하다는 어조군. "아니, 다른 배는 살펴보지도 않고 무조건 저 배란 말입니까?" 나는 '저 배는 비쌀 것이다' 라는 말을 간신히 삼켰다. "가장 좋은 배를 사는 것이 나쁜가?" 그는 우리를 앞질러 성큼성큼 걸어가 버렸다. 내 옆에서 걷고 있던 나르디가 더 이상 대답하지 않는 엘다렌을 대신해서 말했다. "자네가 바다에 한 번이라도 나가 본 일이 있다면, 분명 가장 좋은배가 아니고는 타고 싶지 않다고 생각할 걸세." 이 두 사람, 요즘 들어 왜 이렇게 의견이 자주 일치하는 거지? 선착장에 가까이 가자 사람들이 대화하는 소리가 들렸다. "선원을 구하는 것은 제게 일임하십시오. 그건 선장의 고유 권한입니다." "아니, 자네가 어디서 깡패 같은 놈들을 모아 올 지 내가 어떻게안다는 거야? 저 깨끗하고 멋진 자태를 보란 말이다. 술이나 퍼마시고 뒷골목에서 주정이나 하고 자빠진 무식한 놈들이 탈 배가 아니지. 암, 저기에 태울 사람들은 내가 직접 결정하는 게 당연해. 나더러 누굴 믿으라는 거야?" "선원이나 항해에 대해서 뭘 안다고 그러십니까? 그리고 선원들을그렇게 무시하는 발언은 삼가십시오! 배의 주인으로서 선원을 가볍게보다니, 있을 일이 아니지 않습니까! 게다가 아직 정식 선주가 된 것도 아닌데……." 상당히 야비하게 보이는 얼굴의 상인은, 길게 듣지도 않고 난폭하게 선장의 말을 가로막고 들었다. +=+=+=+=+=+=+=+=+=+=+=+=+=+=+=+=+=+=+=+=+=+=+=+=+=+=+=+=+=+=+=파비안, 유리카, 나르디는 모두 18살인데, 파비안과 나르디에 비해유리카는 대단히 말하는 것이나 생각하는 것이 너무 어른스럽다는 이야기를 하신 분이 있었습니다. 18살답지 않다고요. 비록 218살이라고는 하지만, 200년은 그냥 잠을 잤을 뿐 아니냐고 하셨죠. 그 점에서 저는 조금 생각이 다릅니다. 예를 들어 볼게요. 간혹 책상머리에서 10분을 졸았을 뿐인데, 그동안 굉장히 긴 꿈을 꾸는 경우가 있습니다. 거의 한 사람의 탄생에서 죽음까지를 모조리 보게 되는겁니다. 하룻밤 동안을 자고 일어나면 보통 그동안 몇십 가지의 꿈을꾸게 된다고 하죠. 기억하는 것은 세 개에서 일곱 개 사이라지만요. (저는 꿈을 많이 꾸고, 그것을 굉장히 잘 기억하는 편입니다. 그리고굉장히 다채로운 꿈을 꾸지요. 가끔은 제가 쓴 글쯤은 비교도 안될정도로 기발하고 신비로운 꿈을 많이 꿉니다. 깨어나면 한동안 멍해있게 되죠)200년 동안 자고 나면 도대체 얼마나 많은 꿈을 꾸게 될까요? 사람이 200년씩 이렇게 자고 일어났을 때, 200년이나 멈추어 있던그 사람의 현실감각은 어디에 더 가까워져 있을까요? 200년을 자고깼는데, 하룻밤 잔 것과 같은 기분일까요? 제 생각으로는 아닙니다. 너무도 달라져 있는 현실 때문에 오히려 저절로 성숙해버리는 겁니다. 이 세상에서 이방인이 되어버렸다는 생각, 자신이 원해서 한 일이라 하더라도 이제 알고 지내던 그 누구도 세상에 없다는 생각, 그리고 200년을 지속된 알 수 없는 꿈들... 그 꿈들은 살아 생전 할 수없는 온갖 경험들을 그녀에게 가져다 주었을 것입니다. 다 잊어버렸을 것이라고요? 글쎄요, 오히려 저로선 200년 전의 현실을 기억하는일이 더 어려울 것 같군요. (하긴, 이건 일반적인 작품에서 다뤄지는오래 잠들었다가 깨어나는 인간에 대한 사고방식과는 정반대 같긴 하군요. 우주탐사 2100년이라는 만화를 보면.... 아, 넘어갑시다. ^^;)어쨌든 자신의 숙명에 대해 18살을 훨씬 뛰어넘는 고찰을 가지게되었다 해도 그다지 이상한 일은 아닐 것 같아요. 또한 직업도 직업이니만큼... 계속되는 잠에 대한 저의 생각은 제가 쓴 단편을 보면보다 자세히 나와 있습니다. 단편의 위치는 예전에 설명드렸습니다. 또 드는 의문, 그럼 200년을 그냥 살아온(이를테면 뱀파이어처럼)경우와 200년을 잠들어 있는 경우, 어느 쪽이 더 현실에 적응하기 쉬울까? 앤 라이스의 자살하는 뱀파이어들처럼, 또는 갑작스레 미래로간 사람들? 저도 200년을 잠들거나 살아보지 않은 이상, 알 수 없는 수수께끼입니다. ^^; (전 살아 있는 편이 훨씬 힘들 것 같습니다만)재미있는 질문을 받아 실없이 지껄여 봤습니다. 잡담이 길어졌네요. Luthien, La Noir. 출력이 끝났습니다. [Enter]를 누르십시오. ━━━━━━━━━━━━━━━━━━━━━━━━━━━━━━━━━━━제 목 :◁세월의돌▷ 6-1. 푸른 굴조개 (7)게 시 자 :azit(김이철) 게시번호 :985게 시 일 :99/08/10 03:01:11 수 정 일 :크 기 :5.9K 조회횟수 :87 『게시판-SF & FANTASY (go SF)』 43293번제 목:◁세월의돌▷ 6-1. 푸른 굴조개 (7)올린이:모래의책(전민희 ) 99/08/09 21:21 읽음:508 관련자료 없음----------------------------------------------------------------------------- +=+=+=+=+=+=+=+=+=+=+=+=+=+=+=+=세월의 돌(Stone of Days)=+=+=+=+=+=+=+=+=+=+=+=+=+=+=+=+ 6장. 제5월 '키티아(Kitia)'1. 푸른 굴조개 (7) "아니, 지금 나한테 대드는 거야! 어디서 선주한테 눈알을 부라리고 덤벼, 덤비길! 정식 선주가 아니라는 건 또 어디서 굴러먹던 말뼉다귀 같은 소리냐? 내가 아니면 누가 이 배를 산다는 거야? 내가 아니었으면 이런 배, 만들기나 했을 것 같아? 네놈이 지금 나를 훈계하겠다는 거야, 뭐야?" 이런 가운데는 꼭 선량한 체 중재하는 척하면서, 사실 한쪽 편을드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어이구, 두 사람 다 참게나. 진수식까지 한 이 좋은 날에 왜들 벌써부터 싸우고 이래? 아티유, 젊은 자네가 참아." 그러나 젊은 선장은 참을 기색이 아니었다. 아티유라고 불린 선장의 나이는 삼십대 후반 정도로 보였는데, 훤칠한 키와 다부진 이목구비로 보아 꽤나 고집스러운 성격의 뱃사람인 듯했다. "선원들을 존중하지 않는 선주와는 일할 수 없습니다. 다른 선장을찾든지, 다른 선주를 찾든지 해야겠군요." 단호한 한 마디가 터져나왔다. 그러나 선주의 무례함은 전혀 수그러들지 않았다. "뭐야? 다른 선주를 찾아? 이놈이 정말로 목잘리고 싶어서 환장을했나, 뭐야, 선원들을 존중해? 이놈아! 내가 믿는 것은 오직 나 자신과 내 돈뿐이다! 그깟 건달에 거지새끼들, 백 명이 있대도 내 돈으로다 부릴 수 있어!" 뚱뚱한 상인은 바닷바람이 시원한데도 연신 비단 손수건으로 땀을훔치면서 벌개진 얼굴로 마구 욕을 퍼부었다. 상황이 험악한 나머지말을 걸 기회를 잡지 못한 우리들은 그 옆에 서서 싸움 관전이나 하는 입장이 되고 말았다. 그 옆에 서 있던 지방 유지쯤으로 보이는 세 명의 중년 남자는 저마다 선장의 성격을 탓하며 그를 위로하기에 바빴다. "아티유 저놈, 내 저 모난 성격 단단히 고치지 않고는 마르텔리조에 발도 못 붙이게 만들어 버림세. 이 내가 누군가, 선박 조합장이괜히 달고 있는 이름이 아니라고." "걱정하지 말아. 어디 자네 말대로 마르텔리조에 선장이 하나 둘인가? 금방 새로 구해서 배 띄울 테니 염려할 필요 없어." "저까짓 놈, 잡아넣어 버리면 그만이지." 선장은 잠자코 입을 다물고 있었으나, 표정은 가까스로 분을 삭이고 있는 모습이었다. 조금만 더 건드리면 완전히 터져 버릴 것 같은데, 저 배불뚝이 상인은 그런 것도 모르나? 정말 모르는 모양이었다. "헛, 참. 내가 네놈 아니면 선장이 없을까봐? 아니, 말이면 바로해야지, 내가 아니면 누가 네까짓 엉터리 뱃놈을 고용하기나 할 것같아? 가라앉지도 않는 배를 놓고 지레 겁먹어서 침몰하니 어쩌니 헛소리나 하다가, 손해는 손해대로 보고, 그 잘난 상판에 멀쩡히 항구로 살아 돌아온 이름난 겁쟁이 선장인 주제에, 뭘 믿고 큰소리야, 큰소리가! 마르텔리조에서 그 얘기 모르는 사람 있으면 나와보라고 해! 보자보자 하니까, 진짜 말이면 다인 줄 알아!" 그때였다. 선장의 억센 손아귀가 여전히 떠들어 대고 있는 선주의 멱살을 덥석 움켜쥐었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주위에서 말릴 틈도 없었다. "뀌익……." 선주는 마치 목줄이 눌린 돼지 같은 소리를 냈다. 약간 떨어져서대화가 끝나길 기다리던 우리들도 흠칫해서 앞으로 몇 걸음을 떼었다. 선장의 억눌린 듯한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렸다. "다시 한 번 겁쟁이라고 말해봐." 선주의 친구들은 어쩔 줄 몰라 오히려 뒤로 주춤주춤 물러서고 있었다. 선주의 꽉 졸린 목에서 간신히 목소리가 새어나왔다. "이, 이 노옴…… 이, 끄으윽… 어디서……." 그리고, 다시 한 번 상황이 반전된 것도 순식간의 일이었다. "죽고 싶나." 선장의 목에 날카로운 칼날이 들이대어져 있다. 선주 뒤에 서 있던용병들 가운데 한 명이 뽑아든 검이다. 선장의 오른손은 주먹이 꽉쥐어진 채 막 선주를 내지르려는 순간, 허공에서 멈춰져 부르르 떨렸다. "그래, 이놈아 놓아라!" 자칭 '선박조합장'님께서 신이 나서 한 마디 외치는 순간이었다. 상황은 다시 한 번 바뀌었다. "컥!" 선장에게 검을 들이댔던 용병은 불의의 일격을 받고 허리를 꺾으며뒤로 넘어져 굴렀다. 그리고, 다음 순간 나머지 두 명의 용병들도 각각 생명의 위협을 느껴야 했다. 도대체 누구였냐고? "죄송합니다만, 저는 불공평한 것은 싫기 때문에." 그렇게 말하며 뽑아든 검을 쓰러진 용병의 가슴에 겨누고 선 것은…… 흠흠, 다름 아닌 바로 나였다. "이, 이놈들은 뭐야?" 한바탕 소동 덕택에 멱살을 쥐고 있던 선장의 손아귀에서도 놓여난선주는 갑자기 나타나 자신의 호위병들을 단숨에 쓰러뜨려 버린 네사람의 존재에 얼떨떨해하며 소리쳤다. 저 자가 침착을 되찾기 전에일을 마저 해결하는 편이 나을 것 같다. "해칠 뜻은 없습니다. 다만, 누군가 부당하게 몰리는 것을 손놓고보고싶지는 않았던 것뿐입니다. 저 분과의 이야기를 점잖게 끝내신다면 저희도 저희 할 일로 돌아가겠습니다." 다른 한 용병에게 단검을 들이대고 있는 나르디의 침착한 말소리다. 마지막으로 유리카가 유쾌한 목소리로 한 마디 던진다. "남의 일에 끼어 들어서 좀 미안하긴 하네요. 그렇지만 별 수 없는일이었으니 물론 이해해 주시겠죠?" 상황은 순식간에 해결되었다. 상인과 그 친구들은 검을 들고 나타나 손쉽게 저들의 호위병들을 쓰러뜨려 버린 사람들에게 끝까지 대항할 만한 배짱 같은 것은 가지고 있지 않았다. 호위 용병들은 우리들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슬금슬금 사라져 갔고, 선착장에는 선주와 선장, 선주의 친구들, 그리고 늙은 배 기술자만이 남았다. 선장은 우리 얼굴을 번갈아 흘끗 쳐다보았다. 뭔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 듯했으나, 입 밖으로 나오지 않는 모양이었다. 그런 가운데 지금까지 끼어 들지 않고 있던 엘다렌이 앞으로 한 걸음 나서더니 입을 열었다. "당신이 저 배의 주인이오?" +=+=+=+=+=+=+=+=+=+=+=+=+=+=+=+=+=+=+=+=+=+=+=+=+=+=+=+=+=+=+=거울의 길 완결 축하드립니다. 앞으로도 좋은 글 쓰시길... 긴 감상 보내주시는 분들, 모두 정말 감사하고 있습니다. ^^Luthien, La Noir. 출력이 끝났습니다. [Enter]를 누르십시오. ━━━━━━━━━━━━━━━━━━━━━━━━━━━━━━━━━━━제 목 :◁세월의돌▷ 6-1. 푸른 굴조개 (8)게 시 자 :azit(김이철) 게시번호 :986게 시 일 :99/08/10 03:01:42 수 정 일 :크 기 :6.0K 조회횟수 :77 『게시판-SF & FANTASY (go SF)』 43294번제 목:◁세월의돌▷ 6-1. 푸른 굴조개 (8)올린이:모래의책(전민희 ) 99/08/09 21:21 읽음:464 관련자료 없음----------------------------------------------------------------------------- +=+=+=+=+=+=+=+=+=+=+=+=+=+=+=+=세월의 돌(Stone of Days)=+=+=+=+=+=+=+=+=+=+=+=+=+=+=+=+ 6장. 제5월 '키티아(Kitia)'1. 푸른 굴조개 (8) 그리고 오늘 스타일 완전히 구긴 '준비된 선주'께서 고개를 숙여 -절대 존경의 뜻에서 그런 것은 아니었다 - 저들의 허리께를 좀 넘는이 자그마한 방문객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예상된 반응을 보였다. "뭐…… 야, 이건?" 목소리를 정확히 듣지 못했음인지, 선주는 엘다렌을 어린아이로 생각한 모양이었다. 그러나 다음 순간, 선주를 비롯한 그의 일행은 주위가 웅웅거릴 정도로 크고, 또한 완벽한 저음의 목소리를 듣고는 혼비백산했다. "저 배의 주인이 당신이냐고 물었소." "그, 그럼 나지, 누구야?" 엘다렌은 아마 이쯤에서 후드를 젖히고 자신의 엄숙한 얼굴을 보여주고 싶었겠지만, 여기까지 여행하는 도중 수십 번에 걸쳐 사정했던우리들의 간절한 부탁을 떠올렸는지 고개만 약간 들었다. 그리고, 그들은 얼굴 아래로 무성한 수염 더미를 발견했다. "나, 난쟁이……?" 비쩍 마른 남자 하나가 놀란 듯이 중얼거렸지만, 아마도 '드워프족'을 떠올리고 한 말은 아니었을 것 같다. 나이는 들었으나 키가 작으니 난쟁이라고 할밖에. 선주는 약간 더듬거리면서 물었다. "무, 무… 슨 볼일이오?" "배를 사려오." 엘다렌은 아주 아무렇지도 않은 일을 말하듯 말을 마쳤다. 상대방은 웬 봉창을 두드리냐는 듯한 표정이었다. "배? 무슨 배?" 엘다렌은 팔을 들어 바다에 떠있는 '푸른 굴조개'를 가리켰다. "저것." 살집 좋은 상인은 갑자기 귀를 후비더니 다시 말했다. "배를 탄다고?" "산다고 했소. 귀를 잘 후비시오." 그는 잠시 동안 엘다렌의 머리꼭대기를 내려다보았다. 그러더니 다시 한 번 오늘의 상황을 생각하는 얼굴이 되었다. 그리고 잠깐의 고찰 끝에, 그는 우리들이 갑자기 나타나 자신을 귀찮게 하는 것이 목적인 매우 이상한 무리들이라고 멋대로 결론을 내린 듯했다. 갑자기 그는 커다랗게 웃었다. 그 다음으로 그는 인상을 찌푸리고얼굴을 붉히며 소리쳤다. "저, 저건 이따가 경매에 붙여질 물건이야! 그리고 그 경매에서 당연히 내가 사게 될 거고! 저, 저 놈이 내 빚을 갚지 않는 한…… 내배지. 암 내 배고 말고." 끝끝내 큰소리라니, 보기보다 배짱 좋군. 체면 탓인가? 엘다렌은 후드를 약간 젖혔다. 그리고 고개를 위로 해서 상대방의얼굴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엘다렌의 번뜩이는 붉은 눈동자, 그도 보았을 것이다. "허……!" 그는 흠칫하여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 그 가운데 엘다렌의 나지막한, 그러나 주위를 온통 울리는 목소리가 들렸다. "배를 사겠다는 데 잔소리가 많아. 경매라고 했지? 언제인지만 이야기하라. 값은 원하는 대로 쳐준다." 그러더니 놀랍게도 엘다렌은 지금까지 한 마디 말도 없던 배 기술자 쪽을 쳐다보았다. 그는 여전히 대꾸가 없었다. "……." 엘다렌이 지금 장난을 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그들이 완전히 믿었다고는 볼 수 없다. 그러나 물정 모르고 덤비는 것이든, 다른 이유가있어서든 간에 대꾸를 확실히 해줘야 할 필요 정도는 느낀 모양이었다. 뒤로 한 발 물러섰던 상인은 주위의 친구들을 둘러보더니 입을열었다. "나는 반봄 카메이노다. 경매는 오늘밤이지만, 저 배의 주인은 나야. 나타나 봤자 얻을 것은 없을 거다. 알았나?" 엘다렌은 이제 '준비된 선주'를 별로 바라보지 않았다. 그는 아예기술자 쪽으로 몸을 돌리고 섰다. "나는 엘다렌 히페르 카즈야 그리반센. 네가 원하는 거라면 얼마든지 낼 용의가 있다. 네가 내년에 저런 배 다섯 척은 만들고 남을 비용을 줄 수도 있어. 싫은가?" 이 때의 반봄 카메이노의 표정은 정말 볼만했다. 일단 엘다렌의 긴이름에 질리고, 자기를 주인으로 취급하지 않는 데 대해 화가 나고,그리고 다음에는 믿어지지 않는 황당한 이야기에 얼이 빠진 모양이었다. 엘다렌은 점잖게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배 기술자는 여전히 대답이 없었다. 그리고 상인의 입에서 예상된질문이 흘러나왔다. "…… 네 말을 무엇으로 믿지?" "……." 엘다렌은 로브 안쪽으로 손을 넣어 뒤적거리더니 한 움큼 뭔가 집은 주먹을 이들 앞에서 펴놓았다. 그의 큼직하고 투박하게 생긴 손에놓인 것은……. 메추라기 알 만한 보석 다섯 개, 지는 빛을 받고도 온통 휘황한 빛을 주위에 뿌렸다. "……!" "이거면 증명이 되나?" 상인 일행이 놀라 엘다렌의 내민 손바닥 쪽으로 저마다 머리를 들이밀었다. 그들은 보석에 놀란 나머지 엘다렌의 손바닥이 유난히 두껍고, 털이 많으며, 손가락 하나 하나가 저들의 손가락 두 개씩에 맞먹는다는 것에는 조금도 신경을 쓰지 못했다. "이, 이런……." 감히 아무도 보석에 손을 대지 못했다. 처음에 미르보가 내민 엔젠을 보았을 때의 내 심정이 지금 이들과 비슷했겠지. 엘다렌이 내민보석들은 모두 다 허술한 로브의 여행자가 갑자기 불쑥 내밀기에는너무 컸고, 또한 완벽한 각을 가진 진품들이었다. 다양한 빛깔의 찬란한 조각들이다. 엘다렌은 상인의 붉어졌다가 다시 하얘지려는 얼굴을 흘끗 쳐다보더니 다른 손으로 순전한 노란빛으로 빛나고 있는 다이아몬드를 하나집었다. 그리고는 얼떨떨하고 있는 배 기술자의 손에 그것을 건넸다. 얼굴이 창백해져 있는 배 기술자는 그 보석 하나 무게로 허리가 꺾어지기라도 할 듯 앞으로 휘청거렸다. "착수금 조로 준다. 고대의 드워프 족이 빚은 진품 옐로우 다이아몬드다. 경매 조건을 조성하는데 써라. 빚이 있다면 갚으면 그만 아닌가? 경매에 참여하겠다. 저 자의 집에서 경매를 한다고 했나? 이따가 거기로 가지." 엘다렌은 더 이상 긴말도 하지 않았다. '저 자의 집'이 어디냐고묻지도 않았다. 심지어는 '이따가'가 언제인지조차 말하지 않았다. 그는 단 한 마디만을 덧붙였는데, 의외로 그건 옆에 그림자처럼 말없이 서 있던 선장에게였다. "오늘 밤, 쓸만한 선원들 몇 구해서 청어대가리로 찾아오라. 너를선장으로 쓰겠다." +=+=+=+=+=+=+=+=+=+=+=+=+=+=+=+=+=+=+=+=+=+=+=+=+=+=+=+=+=+=+=오늘이 수능 100일이라죠? 시험 앞두신 수험생 여러분, 모두 시험준비 열심히 하시고 좋은 성과 있으시길 바래요. Luthien, La Noir. 출력이 끝났습니다. [Enter]를 누르십시오. ━━━━━━━━━━━━━━━━━━━━━━━━━━━━━━━━━━━제 목 :◁세월의돌▷ 6-1. 푸른 굴조개 (9)게 시 자 :azit(김이철) 게시번호 :987게 시 일 :99/08/10 03:02:03 수 정 일 :크 기 :6.9K 조회횟수 :87 『게시판-SF & FANTASY (go SF)』 43295번제 목:◁세월의돌▷ 6-1. 푸른 굴조개 (9)올린이:모래의책(전민희 ) 99/08/09 21:21 읽음:462 관련자료 없음----------------------------------------------------------------------------- +=+=+=+=+=+=+=+=+=+=+=+=+=+=+=+=세월의 돌(Stone of Days)=+=+=+=+=+=+=+=+=+=+=+=+=+=+=+=+ 6장. 제5월 '키티아(Kitia)'1. 푸른 굴조개 (9) 헤…… 에……. 선장은 엘다렌의 말을 믿은 것인지 아닌지 몰라도, 가만히 엘다렌을 바라보더니 몸을 돌려 그 자리를 떠났다. "이제 저녁이나 먹으러 가볼까." 엘다렌은 보석을 품속에 다시 집어넣고 느긋하게 여관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젠 처음과는 달리 제법 로브 자락을 밟지 않고 걸음을 잘 옮긴다. 그리고 우리는 마치 그의 종자나 된 기분이 되어 뒤를 한 번 슬쩍돌아본 다음, 그의 뒤를 따라 움직이기 시작했다. "폐하, 언제 반봄 카메이노의 누추한 집을 방문하실 예정이신지요? 경매라 함은 시간을 잘 지키지 않으면 안 되는 행사라서." "폐하, 천천히 걸으시옵소서. 로브자락에 발에 걸리면 어찌하나이까." 나와 유리카가 애써 봐도 역시 이런 말은 나르디를 당할 재간이 없다. 그가 한 말은 이랬다. "존경하옵는 폐하, 반봄 카메이노의 사저(私邸)가 위치한 곳을 시급히 알아낸 연후에 행차를 결정하심이 옳지 아니하겠사옵나이까." 엘다렌은 발을 잠깐 멈추는 듯했다. 그의 입에서 딱딱하게 줄여진듯한 말이 새어나왔다. "장난들 치지 마라. 말이 혓바닥에 걸려 넘어질라." 푸… 하……. 우리는 저 엄숙한 어조에서 나오는 말의 내용에 뒤로 넘어갈 뻔했다. 나와 함께 장난중인 유리카가 키득키득 웃는다. "폐하, 하해와 같으신 배려, 감읍하여 마지않삽나이다." 우리가 하고 있는 말이 과연 문법에 맞는 것인지는 아무도 몰랐다. 그럭저럭 장난을 치면서 걷다 보니 저만치 청어대가리가 보이기 시작한다. 그와 동시에 배고픔도 활동을 개시했다. 나는 오늘 저녁은뭘 먹을까 궁리하면서, 여기도 이 도시에서 꽤나 유명한 여관이니만큼 뭔가 기발한 메뉴가 있겠지, 하고 기대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문안으로 들어섰다. "어서오…… 아, 손님들, 어서 오세요!" 프로첸 이니에가 많아지기 시작한 손님들 사이를 재빠르게 돌아다니다가 우리를 바라보고 생긋 웃었다. 그녀는 곧 사람들 틈에서 빠져나와 우리 앞으로 다가왔다. "저녁은 직접 결정하십니까, 저희가 권하는 메뉴를 들어보시겠습니까?" 권하는 메뉴라, 내가 저 아가씨에 대해서 파악한 바에 의하면 값이비쌀 것임에 분명했다. 나는 대표로 질문했다. "얼맙니까?" 내 질문에 이니에는 씩 웃더니 솔직하게 답했다. "조개 또는 새우, 1인분에 4메르장씩이죠." 예상외로 약간밖에 안 비쌌다. "그럼……." 나는 뒤의 일행들을 돌아보았다. 뭐든 잘 먹고 게다가 많이 먹는다는 것을 여기까지 오는 도중 익히 알아버린 엘다렌, 웬일인지 항상음식을 조금씩 남기긴 해도 결코 적게 먹진 않는 나르디, 보통 여자애들이 새처럼 조금씩 먹는 것과는 하등 무관한 유리카, 그리고 역시만만찮게 먹는 나. "조개로 일단 3인분." 이런 곳에서의 1인분이 결코 만만한 양이 아니라는 것을 나는 잘알고 있다. 먹고 괜찮으면 새우를 더 시키고, 아니면 다른 걸로 뭔가더 시키면 된…… 아니? 조개와 새우를 도대체 무슨 요리로 만들어 준다는 거야? 그러나 내가 뭔가 더 묻기 전에 이니에는 주방 쪽으로 다가가 '조개' 하고 외치고는 다시 사람들 틈으로 사라져 버렸다. 우리는 일단 테이블을 잡고 앉았다. "경매 시간을 알아야죠?" 내가 제일 먼저 엘다렌을 바라보며 물었다. 그는 식사를 할 때에도후드를 젖히지 못하는 불행한 처지였지만, 어쨌든 식사를 앞두었을때만은 보통때보다 훨씬 유쾌해져 있었다. "내 기억이 맞다면, 인간 족은 파티란 것을 보통 자정이 넘어서까지 하지. 그들이 내가 오기 전에 경매를 진행할 것 같은가?" "아마도 그 '준비된 선주'는 시작하고 싶어할걸요." 말해 놓고 보니 정말 우려해야 할 상황이었다. 가능한 한 빨리 가봐야겠는걸. 엘다렌이 다시 말을 이었다. "그리고, 경매를 끝내면 얼른 돌아와야겠지." 그 말투는 마치 돌아와서 할 일이 있다는 듯한 투여서 내가 물었다. "돌아와서 할 일이라도?" "선원과, 선장을 구해야 항해를 떠날 수 있지 않은가." 그래……. 내가 짐작한 바이기도 했고, 나는 속으로 계산을 해보았다. 아무래도 사람이 많은 편이 많은 인원을 고용하기에 편하겠지? 그렇다면 좀손을 써두어야겠는걸. "집은?" 나르디의 질문에 유리카가 대꾸했다. "이제부터 알아봐야겠지. 아, 저기 온다." 고개를 돌려보니, 사람들을 헤치고 팔뚝 굵은 집사의 손을 빌려 우리의 조개 요리로 보이는 커다란 진흙 단지 세 개가 날라져 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 뒤를 이니에가 따라왔다. "자, 우리 집의 특별 요리예요." 단지들이 테이블 위에 놓이기도 전에, 우리는 이미 거기서 흘러나오는 따끈하고 맛좋은 냄새에 반쯤 홀려버리고 말았다. '조개 또는새우'라는 말의 어감이 가지는 불길한 예상은 이미 완전히 틀린 듯했다. 단지가 테이블 위에 놓여졌다. 우리는 저마다 단지 안을 들여다보았다. "……." 개암 열매보다도 작을 정도의, 국물이 많은 귀여운 조개들이 세 개의 단지 안에 가득했다. 거기에 잘게 부순 비스킷과 잘게 썬 절인 돼지고기를 섞고, 버터 맛을 충분히 들이고 후추와 소금으로 시원하게간을 맞춘 것이 바로 이 조개 잡탕 요리다. 한참이나 항구에서 바닷바람을 쐬다가 들어온 우리들에게 이보다 좋은 음식은 없었다. 만일지금이 겨울이었다면 아마 천상의 요리로도 보였을 것이다. "확실히 지방 특산물이라 할 만하군." 이미 입안으로 정신없이 숟가락을 들락거리게 하면서, 엘다렌은 그렇게 말했다. 따라 나온 것은 여관 이름에 걸맞게 큼직한 청어 구이와 잘 구워진둥근 빵. 우리는 땀까지 뻘뻘 흘리며 거의 눈 깜짝할 사이에 조개 잡탕 요리와 청어 구이 등속을 모조리 먹어치우고는 새우에 대한 열렬한 기대에 불타 다시 새우 3인분을 주문했다. 새우 역시 우리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머리에서 꼬리까지 거의 반 큐빗은 될 것 같은 커다란 새우가 든 새우 잡탕 요리는 충분히국물이 우러나 매콤하고 시원한 맛이었다. "아, 오랜만에 정말 잘 먹었다." 유리카가 숟가락을 놓으며 한 말에 모두 동감인 듯했다. 우리 눈앞에서 조개 잡탕 3인분, 새우 잡탕 3인분, 팔뚝만한 청어 세 마리, 둥근 빵 여덟 개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물론 엘다렌은 다른 사람의 두배 이상을 먹는다는 걸 미리 말해둬야겠다. "그럼, 출발해 보자." 출발하기 전에 해야 할 일이 있었다. 나는 잠시 일행을 떠나 이니에 히르카이에에게 다가갔다. "프로첸 이니에?" +=+=+=+=+=+=+=+=+=+=+=+=+=+=+=+=+=+=+=+=+=+=+=+=+=+=+=+=+=+=+=이번 화에 등장한 조개와 새우 잡탕요리는, 허먼 멜빌의 '백경'에대한 오마쥬(Homage)의 의미에서 캐스팅 되었습니다...^^;백경의 본문에서는 대합과 대구 잡탕 요리랍니다. 제가 약간 바꿨지요. 그러나 조개 잡탕 요리에 대한 표현은 거의 똑같습니다. ^^그 부분을 읽을 때, 정말 침이 꿀꺽 넘어갔었거든요(배고파...). 언젠가 먹어 볼 기회가 있다면 좋을 텐데, 어쨌든 글로라도 먹고 싶은 마음을 달래보렵니다. ^^Luthien, La Noir. 출력이 끝났습니다. [Enter]를 누르십시오. ━━━━━━━━━━━━━━━━━━━━━━━━━━━━━━━━━━━제 목 :◁세월의돌▷ 6-1. 푸른 굴조개 (10)게 시 자 :azit(김이철) 게시번호 :991게 시 일 :99/08/11 02:13:34 수 정 일 :크 기 :11.2K 조회횟수 :81 『게시판-SF & FANTASY (go SF)』 43296번제 목:◁세월의돌▷ 6-1. 푸른 굴조개 (10)올린이:모래의책(전민희 ) 99/08/09 21:21 읽음:479 관련자료 없음----------------------------------------------------------------------------- +=+=+=+=+=+=+=+=+=+=+=+=+=+=+=+=세월의 돌(Stone of Days)=+=+=+=+=+=+=+=+=+=+=+=+=+=+=+=+ 6장. 제5월 '키티아(Kitia)'1. 푸른 굴조개 (10) 그녀는 한참 바쁘던 저녁 시간이 지나가자 장부 앞에서 부지런히펜을 놀리고 있던 참이었다. "네?" 여전히 경쾌하게 고개를 드는 그녀의 표정에서는 직업의식에 기초한 미소가 떠나지 않고 있었다. 나는 숙박부 쪽으로 몸을 기울이며 말했다. "'푸른 굴조개'의 경매가 오늘이라고 들었습니다. 정확한 경매 시간을 알고 싶은데…… 그건 이 지방에서도 대단한 구경거리겠죠?" "아아, 푸른 굴조개." 그녀는 펜을 잉크에 잠시 꽂아 놓고는 마치 꿈꾸는 듯한 눈동자가되어 잠시 하늘… 이 아니라 천장을 쳐다보았다. "정말 멋있는 배죠. 항구에서 나서 자란 사람이라면 여자나 아이들까지도 빠짐없이 그 배가 완성되었을 때 어떤 모양일지 궁금해했어요. 그 놈을 만든 마디크 에라르드는 마르텔리조에서도 제일 이름난배 기술자인데다, 이번엔 자기 기술을 모조리 총동원해서 최고의 작품을 만들겠다고 그 양반답지 않게 큰소리를 쳤거든요! 나도 알고 보면 여기 토박이 출신이라, 이제나저제나 그 배가 완성되길 기다렸어요. 그랬던 건데, 그렇게 멋진 배가 카메이노 같은 늙은 너구리 손에들어간다니, 이 소릴 듣는 마르텔리조 사람이라면 누구나 땅을 쳤다고요!" 그녀는 갑자기 멋대로 흥분해서는 땅 대신에 숙박부 탁자 위를 탕! 하고 쳤다. 정말, 다혈질 아가씨야……. "아아, 죄송합니다." 내 놀란 얼굴을 보더니 그녀는 금방 생글거리며 잘못을 사과했다. 만일 내가 같이 흥분해서 '맞다고요!' 하고 외쳤다면 절대 사과하지않았을 것이다. "어쨌든…… 경매는 여덟 시예요. 그렇지만 이미 카메이노의 손에넘어가기로 된 거, 경매는 순 형식적인 거예요. 카메이노는 이미 자기 집에 엄청난 돈을 들여서 파티 준비까지 해 놓았다고요. 근방에서좀 이름 있다 하는 사람들은 모조리 초대받았어요. 그 배를 가지게된 것을 기념하겠다고 그렇게 난리법석을 떠는걸 보고 그 집에 일하는 프론느들까지도 분해했다니까요. 뱃사람들이 좀만 돈이 있었어도그런 수모는 안 당해요! 햇빛도 못 봐서 희번덕거리는 얼굴 색에 살찐 손가락이라니, 그런 사람은 항구에 어울리는 사람이 아니지. 카메이노는 항구에서 제일 멋진 배를 가질 자격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는사람이지요!" 어쨌든 예상외로 이 이야기에 이니에가 흥분해버리는 바람에 나는생각지 않은 정보를 좀 얻을 수 있었다. 카메이노가 배를 갖게 된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아까 항구에서 본 친위 부대(?) 말고는 하나도없는 모양이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런 상황이라면, 이따가 여기 와서 화풀이술 마실 사람 많겠군요. 이따가 술이나 한 잔 죽 사고 싶으니 술 안 떨어지게 잘 묶어 둬요." "아아, 손님, 여부가 있겠습니까?" 이니에는 금방 사근사근한 태도로 돌아왔다. 엉뚱한 사람이 배 주인이 되는 것에 분개하는 마르텔리조 토박이 항구 처녀이긴 해도, 그녀는 역시 장사꾼이었다. 나는 마지막으로 물었다. "그 집은 위치가 어떻게 됩니까? 그 경매하는 데." "갈 거예요? 그렇다면 저 사람들하고 같이 가세요. 저기 내 동생들인데, 오늘 그 꼴보고 여기로 다시 와서 밤새 술 퍼마실 작당들이지요. 갔다가, 잘 보고 와서 이야기나 해주세요. 얼마나 희한한 파티를했는지." 내가 이니에가 가리킨 '동생들'을 바라보니 모두 선원 차림에 힘깨나 쓰게 생긴 청년들로 이 아가씨한테 '동생'이라는 호칭을 들을 만한 사람들은 아닌 듯했다. 그렇지만 어디까지나 동생이라는데 그런줄 알아야지. '동생들'은 한참동안 저들끼리 떠들고 있더니 이윽고 우르르 무리지어 밖으로 나갔다. "가죠." 나는 현관에서 기다리고 있는 동료들에게 다가가 그렇게 말했다. 그리고 우리도 그들을 따라 밖으로 나갔다. 꽤 큼직한 집이긴 했지만, 엄밀한 의미에서 저택이라고 말할 정도는 아니었다. 2층까지 창마다 불이 휘황하게 밝혀진 집에는 확실히밤샘 파티할 분위기가 났다. "들어가 보자." 여기까지 오면서 '동생들'에게 좀더 들은 이야기로는, 배 만드는장인인 에라르드가 자신의 역작인 '푸른 굴조개'를 만드는 데 하나하나 최고의 재료만 쓰면서 너무 정성을 들이다 보니 그 동안 모았던돈에도 불구하고 빚을 지게 되었고, 그 빚을 교묘하게 넘겨받은 카메이노가 그걸 빌미로 배를 거의 실질적으로 자기한테 넘기는 걸로 해버렸던 모양이다. 물론 배 기술자는 배를 만들뿐이지, 그걸 갖지는않는다. 그렇지만 그렇게 심혈을 기울여 만든 배였는데, 빚에 매여저런 놈한테 넘기는 것은 에라르드도 항구사람인 이상 죽기보다 억울할 거라고 그들은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물론, 에라르드의 딸인 프로첸 리스벳이 꽤나 예쁘다는 이야기도몇 번에 걸쳐 덩달아 들을 수 있었다. 2층 저택 현관 안으로는 수많은 사람들이 꾸역꾸역 모여들고 있었다. "이제 꽉 찼으니 그만 돌아가라, 돌아가." 현관에서는 가벼운 실랑이도 벌어졌다. 물론 이 일대에서 이니에의'동생들'처럼 저렇게 여럿이 모여 다니는 청년들은 걸어다니는 폭탄과도 같은 존재라, 곧 우리는 경비하는 사람들을 진압하고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경매가 벌어지는 곳은 1층 홀의 저 안쪽에 보이는 단상이었고, 그앞에는 경매에 참여하는 몇몇 유지들이 앉을 의자가 늘어놓아져 있었다. 의자들은 아직 대부분 비어 있었다. 관객들의 자리는 그 뒤쪽이었다. 물론 이 관객들은 경매가 끝나는즉시 술 몇 통, 돼지 통구이 몇 마리와 함께 마당으로 쫓겨날 운명이었다. 우리는 이 경매에 대해 대부분 적대적인 관객들을 헤치고 안쪽으로 들어가는 데 꽤나 애를 먹었다. "경매에 참여할 분만 의자에 앉으십시오!" 안내하는 한 사람이 목청돋워 외치고 있었다. 이윽고 의자들은 서서히 자리가 찼다. 흘끗흘끗 옆을 돌아보니 아까 항구에서 만났던 카메이노의 친구들 얼굴이 몇 보인다. 아마도 구색 맞추기용 동원이겠지. 우리는 가장 끝 쪽, 구경꾼들과의 경계가 쳐진 리본 바로 안쪽에자리를 잡았다. 물론 전부 앉을 수는 없었기 때문에 대표 하나가 들어가 앉고, 나머지는 뒤에 서서 의논이라도 할까 해서다. +=+=+=+=+=+=+=+=+=+=+=+=+=+=+=+=+=+=+=+=+=+=+=+=+=+=+=+=+=+=+=언제나 재미있는 질문들이 날아올 때면 즐겁네요. ^^그래서 또 이렇게 길게 잡담을 씁니다. cybgira 님께서 흥미로운 추측을 몇 가지 해주셨어요. 모두 정답을알려드리면 재미없을 것 같고...^^; 어쨌든 상당한 고찰력을 지니신분 같네요. 우선, 왕족의 성은 나온 것 같은 생각이 드는데.. 아닌가요? ^^;또, 나르디의 애국심에 대한 지적은 정확하시네요. 그 녀석 애국심높아요. 유리카에 대해서는.... 하하, 뭐라고 말씀드리기 어렵네요. 그저 뒷편을 보아 주시라는 말밖에는... 그리고, '이름'이라는 것에 대한 이야기. 르귄의 어스시 시리즈를 읽으셨나요? '이름짓기' 자체에 의미를 두는 것은 제 관점하고는 좀 다릅니다. 세상의 이름들은 사물하고 직접적 연관을 지닌다기보다는 그 자체로서 거대한 차이의 체계를 이루고있지요. 다만 이름을 붙인다, 라는 것이 어떤 사람에게 의미있게 들어온다는 뜻이라는 것에 대해서는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어떤 사람의 머릿속에 이름이 없는 사물은, 그에게 아무 의미도 지니지 않는것이지요. 눈을 감으면, 그 잠깐동안 세상은 사라져 버립니다. 저는 사물에 대해서는 상당히 현상학적 관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생각, 또는 의식한다는 것은 항상 어떤 대상을 가지고 있지요. 아무대상도 없는 생각이 있을 수 있을까요? 항상 '무엇에 대한' 생각이기마련입니다. 그러므로 생각하는 과정은 자기 내부로 침잠하는 것이아니라 항상 외부 세상을 향해 있는 것이지요(현상학에선 노에시스와노에마의 상호작용이라 합니다만). 생각과 생각대상, 이 둘은 결코분리될 수가 없습니다. 즉, '생각하기'를 통해서 우리는 세상과 항상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앞서 말한 이름을 짓는 것과, 이 생각하는 것을 병치해 놓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어떤 것의 이름을 짓거나 알게 되는 것, 또는 어떤것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하는 것- 이 모두는 그 '어떤 것'에 대한 새로운 정의를 만들어 냅니다. 누구나 모든 사물을 처음 접하게 되는날이 있습니다. 음...뭘로 예를 들까.. 컴퓨터 A/S센터에서는 가끔 컴맹이신 분들로부터 대단히 우스운 전화를 받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합니다. 어떤 분께서 전화를 걸더니 '제 컴퓨터에서 커피 받침대가 나오지 않아요. 어떻게 해야 되죠?' 라고 물었어요. 당연히 A/S요원들은 아연했죠. 컴퓨터에 어디커피 받침대가 있었지? 답은..... 그건 CD-ROM이었습니다. ^^;CD-ROM의 용도를 전혀 모르는 그 분은 가운데 뚫린 구멍에 종이컵을 끼워놓으니 아주 딱 맞았고, 따라서 그걸 지금까지 커피받침대로인식했었다는 이야깁니다. 아마 데카르트가 세상 모든 존재를 의심한 끝에 '생각하는 자신은확실하다'라고 결정내리고 거기에서 모든 사실을 연역해 나갔다는 이야기는 다들 한번씩 들어보셨을 거예요. 현상학에서는 그 '생각하는자신'조차도 항상 현실 세계와 뒤엉켜 있기 때문에 확실하다고 보지않습니다. 대신 그러다보면 끝없는 의심만 남을 것 같으니까, 이들은판단중지(epoche)라는 것을 합니다. 세상에 대해 기존에 갖고 있던인식을 모두 멈추고, 새로 생각해 보자는 거죠. 그리고 모든 사물을처음부터 새로 인식하기 시작합니다. 지금 하려는 이야기는 이게 아니고.... 이 과정을 통해 결국 대상을 의식하는 의식작용(noesis)과의식하려는 진짜 대상(noema) 사이의 관계를 새롭게 정립하고, 그러고 나면 거기에서는 새로운 의미가 생겨난다는 이야깁니다. 아무 것도 몰랐을 때 이걸 하기가 가장 쉽습니다. CD-ROM의 용도에 대해 이미 아는 사람이 그게 커피받침대로서의 용도가 있다는 새로운 고찰을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환타지에는 새로운 것들이 많이 나타납니다. 드래곤이나 엘프, 드워프 등은 이미 여러분한테 어느 정도 인지되어 있고(꽤 다양한 편차도 있습니다만), 제가 새로 만든 로아에, 이스나에, 악령의 노예 등을 보았을 땐 새로운 인지 과정이 일어났겠지요. 그렇지만 여러분은그걸 쥐, 영혼이나 귀신, 좀비 정도의 기존 지식에 맞추어 이해하고계실 겁니다(미안하다, 주아니...^^;). 이런 설정들 뿐 아니라 세월의 돌 전체에 있어서도 저는 가능한 한모든 현상을 새롭게 보는 눈을 드리고 싶어합니다. 4차원에서 시공간을 뛰어넘는다는 것이 무슨 뜻인지 아십니까? 4차원 세계에서 어떤사람이 돌로 된 벽을 그냥 통과합니다. 어떻게? 바로, 그 돌벽이 생기기 전의 시간대로 그 순간 뛰어넘어 갈 수 있으면 가능한 것입니다. 아니, 그 시간대들이 그렇게 뒤얽혀 있으면 가능한 것입니다. 컵을 보면서 컵 앞면 뿐 아니라 뒷면까지 한꺼번에 볼 수 있으면 그게4차원입니다. (피카소 그림 아시죠? 바로 이 앞면 뒷면을 한 캔버스에 한꺼번에 그린 것입니다)새로운 인식을 자주 얻는 것은 자신의 좁은 영혼의 영역을 늘리는일입니다. 계속 새로운 것들에 새로운 이름을 붙이고, 알던 것들에도또다른 이름을 붙입니다. 눈에 보이는 것에도, 보이지 않는 머릿속의작은 생각에도.... 그러면서 내 주변을 둘러싼 세상에 대해 조금 더관계를 맺고, 조금 더 알게 되고, 조금 더 생생하게 살게 됩니다. 매일 잘 아는 것들만으로 둘러싸여 살아야만 하는 입장이라 해도, 거기에 모조리 새로운 이름을 붙이고 나면(새로운 의미 부여를 하고 나면), 다시 새로운 세상에 살게 되는 것입니다. 세월의 돌이 결말이 날 즈음....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좀더 명확해질 것입니다. 아주 조야하게 현상학의 한 귀퉁이에 대해서만 떠벌려 보았습니다. 사실, 좀 단순하게 설명하느라고 현상학에서의 '현상'이 데카르트가추구한 것과는 다르다는 것 등등, 많이 뺐어요. 제 글을 이해하는 데조금이라도 도움.... 이 아니고 방해가 되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앞으로는 잡담 짧게 쓸게요. T_TLuthien, La Noir. ps. 이걸 쓰다 보니 문득 떠올랐습니다. 현상학에서는 본질을 에이도스(eidos)라고 하는데, 그거 툼레이더 게임 만든 회사 아닙니까? ^^; (무슨 관계지...) 출력이 끝났습니다. [Enter]를 누르십시오. ━━━━━━━━━━━━━━━━━━━━━━━━━━━━━━━━━━━제 목 :◁세월의돌▷ 6-1. 푸른 굴조개 (11)게 시 자 :azit(김이철) 게시번호 :992게 시 일 :99/08/11 02:13:50 수 정 일 :크 기 :7.6K 조회횟수 :73 『게시판-SF & FANTASY (go SF)』 43525번제 목:◁세월의돌▷ 6-1. 푸른 굴조개 (11)올린이:모래의책(전민희 ) 99/08/10 21:52 읽음:398 관련자료 없음----------------------------------------------------------------------------- +=+=+=+=+=+=+=+=+=+=+=+=+=+=+=+=세월의 돌(Stone of Days)=+=+=+=+=+=+=+=+=+=+=+=+=+=+=+=+ 6장. 제5월 '키티아(Kitia)'1. 푸른 굴조개 (11) 대표로 누가 들어가 앉을 것인가에 대해 약간 실랑이가 있었다. "엘다는 안 돼. 나도 안 돼. 나르디, 파비안, 누가 할거야? 누가목소리가 더 커?" 유리카는 간단하게 상황을 정리했다. 아까 항구에서도 롬스트르와의 쓸데없는 실랑이로 눈길을 끌었는데, 여기에서도 자기나 엘다렌처럼 특이한(?) 사람들이 앉아 있어선 곤란하다는 거다. 어디까지나 우리는 밀입국자다. 이제 곧 탈출하려는 입장이라 해도 그걸 망각해서는 안 되었다. "그런 거라면 나도 아까 눈길을 끈 셈이니, 나르디가 하지." 그래서 결정되었다. 나르디는 리본 안쪽으로 들어가 자리에 앉았다. 개인적인 감상인데, 나르디 녀석은 좀더 괜찮은 웃옷만 입혀 놨어도 리본 안쪽에 앉은 어느 유지들보다 더 귀족적으로 보였을 거다. 이제 완연히 금발이 되어 가는 머리빛깔과 지금 입은 흰 겉옷만 해도이미 상당히 귀공자처럼 보일 뻔했으나…… 유감스럽게도 옷은 빨고나서 다려놓지 않은 것이라 주름이 지고 후줄근했다. 장내가 어느 정도 정리되었다. "그럼…… 경매를 시작하기에 앞서…… 오늘의 경매 자리를 만들어주신…… 마디크 반봄 카메이노의…… 인사말이……." 뒤편으로 빽빽이 메워진 관객들 사이로 조그맣게 우우… 하는 야유소리가 들려와도 당사자는 개의치 않았다. 단상에는 경매 진행을 담당할 몇 사람과 아직까지는 배 주인인 에라르드의 창백한 얼굴이 보였다. 의자에서 일어나 단상으로 올라간 카메이노는 상당히 자신만만한 태도였다. 인사말은 상당히 길고 지루했다. 정말 볼만한 구경거리를 위해 온것이 아니었다면 중간에 졸아버릴 정도였다. 실제로 나는 깜빡 졸 뻔하다가 흠칫 깼다. "그럼, 본격적으로 경매에 들어가기로 하겠습니다." 나는 경매라는 것을 구경한 일이 한 번도 없다. 그리고 이야기로들었던 경매도 항구에서 상인들끼리 모여 생선을 경매한다던가 그런것들뿐이지, 이렇게 규모(?)가 큰 물품을 놓고 경매를 벌이는 것은처음 듣는 일이다. 우리 뒤에는 이 도시 주민 전부가 아닐까 착각될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서로 어깨를 밀쳐대고 있었다. 사회를 보는 사람은 눈에 띄어야 된다는 의무감 때문이었는지, 위아래로 붉은 색 옷을 입고 있어서 볼 때마다 웃음이 나왔다. 늙수그레하게 생긴 양반이 빨간 저고리 빨간 바지라니. "먼저, 번호표를 나눠드리겠습니다." 호오, 언뜻 전해들었던 별별 가지 절차를 그대로 다 따르네. 얇은 나무 판자를 동그랗게 잘라서 손잡이를 아교풀로 붙이고, 그위에 흰 칠을 한 뒤에 숫자를 써넣은 번호판이 의자에 앉은 사람들사이로 나누어졌다. 내가 봤을 땐 이번 한 번의 경매를 위해 만들기엔 지나치게 정성이 들어간 물건이다. 경매가 끝나고 나면 저걸 무엇에 쓸까? 나르디가 받은 것은 16번, 맨 뒤 번호였다. 아마도 제일 초라해 보이는 낯선 녀석이라 그랬는지도 몰랐다. "경매에 참여하신 분들은 일단 오늘 낮에 있었던 진수식에서 상품의 면모를 자세히 보셨으리라 믿고, 이에 대한 설명은 생략합니다. 경매 당일 낮에 있을 진수식에 대해서는 며칠 전부터 미리 공고했었고, 사실 물건이 앞에 있지도 않은 상황에서 이런저런 설명은 괜한시간 낭비니까요. 그럼……." 경매사는 뒤적뒤적, 종이를 하나 꺼내 들었다. "마르텔리조에서도 가장 이름난 배 기술자 마디크 마고랭 에라르드의 역작, 최신 쾌속 범선 '푸른 굴조개'의 경매를 시작합니다. 우선최저가격, 1만 3천 메르장에서 시작하겠습니다. 1만 3천 메르장입니다, 더 부를 분 계십니까?" …… 1… 만 3천……. 나는 목에 뭔가 걸리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지만, 주위 사람들은당연하다는 듯이 조금 수군거렸을 뿐이다. 세상에, 그래도 그렇지,그렇게나 비싼가? "……." 나르디는 꿔다놓은 보릿자루가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와는 딴판으로 눈을 흥미롭게 빛내며 경매사를 바라보고 있었다. 번호표는 녀석의 무릎에 가지런히 놓여 있다. 번호를 들고 가격을 말하는 거겠지. 나르디는 우리 쪽을 흘끔 돌아보면서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물론…… 1만 3천 갖고는 낡아빠진 범선도 사기 어렵네. 그런데본래 경매 최저가를 말할 땐 참가자들의 의욕을 북돋기 위해 상당히낮은 가격을 부르기 마련인데, 저 가격은 최저가론 좀 높군. 게다가단일 품목 경매가 아닌가? 경매에 한 두 번이라도 참여해 본 사람이라면 경매가가 얼마나 멋대로 치솟는지 알게 되기 마련인데, 하는 모양을 보아하니 멋모르고 정말 배를 사러 온 사람이 있다면 처음부터지레 겁을 먹게 하려는 심산인 듯해. 경매사도 아마 카메이노가 부른사람일 테니까 한통속이기 쉽겠지. 물론 그렇지만 물건의 질로 보아저 가격의 다섯 배라고 해도 경락가(競落價)로 결코 손해는 아닐 거란 생각이야." 나로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고찰이었다. 나는, 배라는 물건이 도대체 얼마 정도 해야 좋은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저쪽에서 번호표가 올랐다. 7번이었다. "만 4천 5백." 생각보다, 조금씩 올리네. 나는 경매에 임하는 사람들을 조금씩 둘러보기 시작했다. 일단 말할 것은 이 경매 자체에 별로 열의가 없어 보이는 사람들이대여섯 명 정도 있어 보였다는 거다. 경매를 하면서 옆의 경쟁자와소곤거리는 사람이 있고, 경매사가 아닌 엉뚱한 곳을 쳐다보는 사람들이 있다. 저들은 카메이노의 바람잡이들임에 분명했다. 그리고 1번 번호표를 든 카메이노, 내가 바라보는 순간 자신 있게외치고 있었다. "2만." 저, 저 사람…… 정말 겁을 주기로 작정한 모양이군. 그리고 처음 만 4천 5백을 부른 7번 남자와 비슷한 부류인 보통의참가자들이 두엇 있다. 그들은 벌써 당황한 빛으로 어떻게 할까 고심하기 시작하는 모양이었다. 그들 중에 하나가 번호표를 올렸다. 11번이었다. "2만 천 5백." 흐음. 그런데 저쪽 구석에 왠지 눈에 띄는 사람이 하나 있다. 검은 망토를 뒤집어쓰고 챙이 넓은 검은 모자를 눌러 쓴 키 큰 남자, 얼굴은잘 보이지 않았지만 전체적으로 상당히 음험한 인상이다. 그는 5번번호표를 가지고 있었다. "자, 2만 천 5백입니다. 더 부를 분, 더 부를 분 없습니까?" 경매사는 뭐가 신이 나는지 싱글거리며 경매 참가자들을 둘러보았다. 사람들은 저마다 고민하는 눈빛이더니 이윽고 번호 팻말이 하나올라갔다. "2만 천 8백." 6번, 바람잡이 아저씨로군. 여자 참가자 중에 한 사람이 다음 가격을 불렀다. 3번, 나이 40정도 되어 보이는 뚱뚱한 부인이다. "2만 천 9백." "3만."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다음 가격이 나온다. 점차 경매에 열기가 붙기 시작했다. 괜히 내 손에 땀이 나는 것 같다. 엘다렌은 무표정하다. 몇 푼 왔다갔다하는 것쯤은 관심도 없는 것 같았다. 유리카는 심각한 표정으로 앞을 쏘아보고 있다. 나르디는 지금 무슨 생각 중일까? "3만 3천." 다시 카메이노의 목소리다. 그는 아직까지는 여유 있어 보였다. 요주의 인물, 5번 검은 망토는 아직까지 아무 반응이 없었다. 다시구석에서 다음 가격을 부르는 소리가 나왔다. "3만 3천 2백." 경매사가 어깨를 으쓱하더니 말했다. "9번 손님, 3만 3천 2백 부르셨습니다. 더 없습니까? 다음 가격 없습니까?" 잠시 후에 비슷한 가격들이 쏟아진다. 그러나 모두 작게작게 올리는 소규모 참가자들이다. "3만 3천 5백." "3만 3천 9백 오십." 카메이노가 리본 너머에 선 한 사람과 잠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저 자는 얼마 정도 계획하고 있을까? 그때였다. +=+=+=+=+=+=+=+=+=+=+=+=+=+=+=+=+=+=+=+=+=+=+=+=+=+=+=+=+=+=+=오늘, 독자 모니터링 투표에서 선물 드리기로 한 분들에게 선물 발송했답니다. 다솜바람, 날쌘날개, 두키, 정희석, 엑사일런, 프레야,zyubilan(하이텔), folsety(하이텔)님, 이번 주 안에 받으실 수 있을거예요-. 음.... 대전과 창원, 거제도는 어떻게 될지 잘 모르겠지만...... (의외로 지방이 많더군요. ^^;)꼬마호빗 님은 직접 드릴게요. ^^;Luthien, La Noir. 출력이 끝났습니다. [Enter]를 누르십시오. ━━━━━━━━━━━━━━━━━━━━━━━━━━━━━━━━━━━제 목 :◁세월의돌▷ 6-1. 푸른 굴조개 (12)게 시 자 :azit(김이철) 게시번호 :993게 시 일 :99/08/11 02:14:05 수 정 일 :크 기 :5.0K 조회횟수 :72 『게시판-SF & FANTASY (go SF)』 43526번제 목:◁세월의돌▷ 6-1. 푸른 굴조개 (12)올린이:모래의책(전민희 ) 99/08/10 21:53 읽음:369 관련자료 없음----------------------------------------------------------------------------- +=+=+=+=+=+=+=+=+=+=+=+=+=+=+=+=세월의 돌(Stone of Days)=+=+=+=+=+=+=+=+=+=+=+=+=+=+=+=+ 6장. 제5월 '키티아(Kitia)'1. 푸른 굴조개 (12) "4만." 장내의 시선이 한쪽으로 쏠렸다. 그리고 그곳에는 5번 사나이가 번호표를 들어올리고 있었다. "……." 한순간, 구경꾼들 사이로도 물을 끼얹은 듯한 정적이 퍼져나갔다. 경매사는 혹시 3만 4천을 잘못 부른 것이 아닌가 생각했는지 다시 한번 물었다. "5번 손님, 4만 맞습니까?" 검은 망토의 사나이는 대꾸하지 않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물론 경매를 할 때는 만일 잘못 불렀다 하더라도 결코 주워담지는못한다고 알고 있다. 경매사는 그를 잠시동안 쳐다보고 있더니 다시안내를 위해 입을 열었다. 그러나 좀전까지의 활기 있는 목소리가 아니라, 뭔가에 놀라고 긴장한 사람의 탁한 목소리였다. "4만 나왔습니다. 더 부르실 분?" 그러나 잠시 동안 사람들은 경매 의욕을 잃은 듯했다. 나는 5번 사나이를 흘끔 쳐다보았다. 그는 여전히 팔짱을 끼고 의자에 깊이 등을기대고 있었다. 사람들의 반응으로 보아 저 자도 이 도시 사람은 아님에 틀림없었다. "더 없습니까? 4만으로 낙찰입니까?" 그렇게 될 리가 없다. 다음 순간, 낭랑하게 울리는 맑은 목소리가장내를 가득 채웠다. "5만, 부르겠습니다." 아무도 안 붙이는 존댓말로 끝을 맺는 녀석, 누구인지 설명할 필요도 없다. "저, 저……." "…… 5만……." 놀란 나머지 침묵했던 사람들이 이번엔 충격을 받아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저 낡은 옷차림에, 어디서 나타난 지도 모르는 젊은이가 5만이라니! 사실, 나도 당황했다. 남의 돈 1만, 2만은 별 거 아니게 느껴져도,우리 일행의 돈이라면 얘기가 달라지는 법이다. "야, ……." 뒤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나르디는 자신만만한 태도로 몸을 돌렸다. 입가에는 예의 미소, 그리고 엘다렌이 그를 향해 나름대로 최대한 목소리를 낮춰서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능력껏 멋대로 해봐라. 돈은 얼마든지 있다." 저런, 아주 죽이 잘 맞는군. 사람들이 모두 술렁대기 시작하자, 카메이노가 몸을 돌려 나르디쪽을 바라보았다. 그는 한 번 보았던 나르디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모양이나, 그 뒤에 서 있는 검은 로브의 엘다렌을 알아보지 못할 리는 없었다. "……!" 그가 황급히 몸을 돌리는 태도로 보아, 느긋하게 해서 배를 차지하기 어렵겠다는 것을 간파한 모양이었다. 그가 서둘러 번호표를 들었다. "5만 5천." 처음에 1만 3천으로 시작했던 것을 생각하면, 배의 가격은 잠깐 사이에 천정부지로 뛰었다. 내 느낌이 확실하다면, 지금 뱃속에서 간이떨리는 중임에 틀림없다. 뭐가 그렇게 비싸? "…… 5만 5천 5백." "5만 7천." "여기, 6만 천이요." 돈 올라가는 단위가 아까보다 높아졌다. 이거 다들 미친 거 아냐? 나는 달리 생각하기로 했다. 어차피 대상인이 되려면 간 크게 일을결행할 줄 알아야겠지. 이 김에 좀 대담해지는 것도 괜찮지. 게다가,어차피 내 돈도 아닌데. 사실 마지막 사실이 내가 안정을 되찾는데 가장 큰 도움을 주었다. "6만 2천." "6만 2천 나왔습니다. 6만 3천, 6만 3천 안 계십니까? 현재 6만 2천입니다." 이미 몇몇 소액 참가자들은 경매 의사를 접은 지 오래였다. 카메이노의 바람잡이들도 조용했다. 여기서 섣불리 높은 가격을 불렀다가자기가 뒤집어쓰게 되면 곤란하니까. "7만이다." 여전히 침착하면서 음울한 목소리를 지닌 5번의 검은 망토다. 카메이노는 예상 밖의 전개로 당황해서 얼굴이 벌개지고 있었다. 그것과대조적인 것은 단상 위에 앉아 있는 에라르드의 얼굴이다. 그는 나르디가 5만을 불렀을 때부터 눈에 띄게 화색이 돌고 있었다. 어쩌면, 저 자의 빚이 5만이 아닐까? "7만 5천, 입니다." 나르디도 여전히 명랑한 목소리다. 그러나 옆에서 내가 보기에 녀석은 평소와 똑같지는 않다. 눈동자에 어린 빛이 먹이를 낚아채려는맹금처럼 날카롭다. 마치, 녀석이 검을 들고 휘두를 때 그렇듯이. "8만." 검은 망토. 여전히 그는 만 단위로 떨어지는 숫자만 좋아했다. "그럼, 8만 5천 부르죠." 나르디가 여유 있는 목소리로 맞받아 친다. 검은 망토 역시 동요하는 기색 없이 다시 말했다. "9만." 장내 전체에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누가 기침소리라도 한 번 냈다간 그대로 지붕이 와르르 무너지기라도 할 것 같은 분위기다. 침묵을 깬 것은 카메이노였다. "시, 10만! 10만이야! 이 이상은 없어, 아암, 없고 말고! 그 이상준다는 것은 와, 완전히 바가지야!" +=+=+=+=+=+=+=+=+=+=+=+=+=+=+=+=+=+=+=+=+=+=+=+=+=+=+=+=+=+=+=네.... 바가지라는 것이죠. ^^폐월수화 님, 저는 국문학 전공은 아닙니다. ..... 보다 재미없고 딱딱한 과를 나왔습니다. 음... 그러니까 문학과는 굉장히 무관하게 느껴지는...뎁니다. 그리고 엑사일런 님, 댁에 무슨 일이 있으셨나요? 나쁜 일이 아니라면 좋겠는데... 아무튼 잘 해결되셨길 빕니다. (그런데, 무림동에 추천이 올라와요? ^^;;)Luthien, La Noir. 출력이 끝났습니다. [Enter]를 누르십시오. ━━━━━━━━━━━━━━━━━━━━━━━━━━━━━━━━━━━제 목 :◁세월의돌▷ 6-1. 푸른 굴조개 (13)게 시 자 :azit(김이철) 게시번호 :994게 시 일 :99/08/11 02:14:21 수 정 일 :크 기 :6.7K 조회횟수 :77 『게시판-SF & FANTASY (go SF)』 43527번제 목:◁세월의돌▷ 6-1. 푸른 굴조개 (13)올린이:모래의책(전민희 ) 99/08/10 21:53 읽음:369 관련자료 없음----------------------------------------------------------------------------- +=+=+=+=+=+=+=+=+=+=+=+=+=+=+=+=세월의 돌(Stone of Days)=+=+=+=+=+=+=+=+=+=+=+=+=+=+=+=+ 6장. 제5월 '키티아(Kitia)'1. 푸른 굴조개 (13) 카메이노는 손까지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그로서도 이 10만이라는가격은 상당히 무리하는 것임에 틀림없었다. 엉망으로 일그러진 표정이 그의 심정을 잘 말해주고 있다. 다들 카메이노가 부른 10만이라는 가격에 놀라 저마다 수군댔다. 저 수전노 카메이노 노인, 이번에 무리하는군. 장사꾼 주제에 배는가져서 뭘 하려고 그래? 오기가 났나 보지? 차려 놓은 축하파티 음식이 아까워서 저러는 걸 거야. 오늘 체면 구기기 십상이겠네 그려. 구경꾼들은 대부분 카메이노에게 호의적이지 않았다. 이 와중에 횡재하는 것은 에라르드뿐이었다. 그는 이제 완연히 미소까지 머금고 장내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러나 술렁대는 사람들 사이로 침착한 목소리가 울렸다. "11만." "저, 저런……." "저, 자는 뭐야?" "세상에……." 검은 망토가 여전히 만 단위로 자기 가격을 부르고 나니 사람들의눈동자는 나르디에게로 쏠렸다. 이제 녀석이 무슨 가격을 부를까, 모두 긴장하면서도 기대하는 눈치다. 나르디는 주위의 시선을 의식하면서 자신 있게 미소지었다. 그리고무릎에서 번호표를 들어올리며 가격을 말하려 했다. 그가 표를 들고 입을 반쯤 열려고 하는 순간이었다. "아버지!" 갑자기 문이 있는 방향에서 들려온 난데없는 외침에 구경꾼들은 모두들 빙그르르 몸을 돌리느라 고생해야 했다. 경매 의자에 앉은 사람들도 모두 반쯤 몸을 일으켜 뒤를 돌아보았다. 사람들에 가려져서 목소리의 주인공은 잘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이윽고, 그는 사람들을 뚫고 앞으로 걸어나왔다. 흰 드레스로 성장한 처녀, 풍성한 연갈색 머리카락이 상당히 아름다운 여자였다. 나이는 한 스물 서넛? 그녀는 몹시 망설이는 듯한 걸음걸이로 천천히 걸어들어와 경매장을 둘러친 리본 바로 앞에서 멈췄다. 얼굴은 자기에게 쏠린 수많은 눈들 때문에 바짝 긴장하고 있었다. "리, 리스벳……." 단상에 앉아 있다가 반쯤 엉거주춤하게 엉덩이를 든 에라르드의 목소리를 듣고서야 그녀가 누구인가 알 수 있었다. 롬스트르가 말한 에라르드의 꽤나 예쁘다는 딸, 리스벳 에라르드가 틀림없었다. "아버지……." 그녀는 주위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자 뺨이 발갛게 달아올랐다. 똑바로 단상 위의 아버지를 올려다보고는 있지만, 스스로의 행동에대해 자신조차 놀라고 있는 듯, 눈동자에는 두려워하는 빛이 어렸고,치마 옆선으로 부드럽게 내려진 손은 두어 번, 가벼운 경련을 일으켰다. 그러나 그런 모든 행동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기품 있는 옆얼굴, 마치 귀부인처럼 범접하기 어려운 분위기의 여자다. 나뿐 아니라 다들그렇게 생각하는 건지, 멋대로 들어와 경매를 중단시킨 그녀의 행동에도 불구하고 뭐라 한 마디 제지하는 사람조차 없었다. 그녀는 양쪽으로 늘어선 사람들을 향해, 사죄하겠다는 뜻인지 뭔지몰라도 허리를 깊게 굽혀 절을 했다. 그런 다음, 아버지에게 시선을향했다. "무… 슨 일이냐?" 에라르드도 다른 사람과 똑같았다. 리스벳은 몸을 리본 안쪽으로 약간 내밀고 있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어린아이를 달래듯 부드러웠으며, 그 안에는 수줍음 타는 처녀가난생 처음 당당하게 나섰을 때와 같은 미세한 떨림이 들어 있었다. "아버지…… 거래는 경건한 마음으로 하세요. 결코 속임수나 지나친 이익을 남기는 것은 안 되는 거 아시죠? 제가 누누이 말씀드렸잖아요." 나는 황당한 심정이 되어 나타난 아가씨를 쳐다보았다. 엄연히 경매라는 '가격 올려 이익 남기기 행사' 중인 곳에 불쑥 나타나 저건또 무슨 소리야? 게다가 손해도 아니고, 한참 저 아버지 편에서 이익을 보는 중인데. 그런데 에라르드의 반응은 그렇지 않았다. "알, 알…… 고 있지 않느냐? 지금 공정하게 경매…를 하는 중이야." 그녀는 주위가 고요해지고 모두 자신만을 주목하는 가운데에서 그야말로 어쩔 줄 몰라했으나, 결코 물러서지는 않았다. 침착하게 말을잇는 목소리가 들렸다. "경매라고 해도, 지나치셔서는 안 돼요. 아버지가 들인 돈에서 조금 더하는 선에서 마무리지으셔야죠." 나는 천장을 쳐다보았다. 혹시 구멍이 뚫려서 하늘에서 공정거래의천사라도 내려오지 않았나 해서다. 다행히 그런 기미는 없었다. "리스벳, 이 가격은……." 그러나 변명 조로 뭔가 더 말하려는 에라르드의 목소리를 뚫고 처녀의 목소리가 먼저 들렸다. 이번에야말로 자신의 한 마디로 경매를중지시킨 그녀의 진면목이 보이는 목소리다. 그것은 잘못된 것을 무슨 일이 있어도 바로잡고야 말겠다는, 확고한 신념을 가진 사람의 목소리였다. "11만이나 받을 수는 없어요." 헤에, 저 이야길 듣고 들어온 거로군. 내심 11만이 많다는 데는 동감하지만, 그 돈을 가지게 될 쪽에서 저렇게 나오다니 의외인 데다가놀랍기 이를 데 없는걸. 사람들은 조금씩 웅성댔으나, 집안 싸움이라고 생각해선지 직접적으로 끼어 들지는 않았다. 그러나, 리스벳의 목소리가 가지는 여운이 다 사라지기도 전에 다시 한 번 주위에 울려 퍼진 목소리가 있었다. "15만, 내겠습니다." 아까보다 더욱 번호표를 높게 들어올린 나르디의 목소리에 사람들이 경악하여 온통 목을 뺐다. 이번에는 검은 망토조차 움찔하여 모자를 약간 들었다. "……!" 리스벳은 당황하여 얼굴이 창백해졌다. 나르디는 돌아보지 않았으나, 그의 입가에 가느다란 미소가 떠오른것을 나는 옆얼굴만 보고도 알아보았다. 나르디는 이 애매한 상황 속에서도 판단을 내리는 데 있어 결코 망설이지 않았다. 그는 저 경건한 처녀가 하는 이야기를 놓고, 단숨에 말도 안 되는 것이라고 단정지어 버린 듯했다. 장내에 있던 다른 누구보다도 가장 빠르게. "……." 리스벳의 얼굴에 망설이는 표정이 떠올랐다. 평상시 결코 나서는성격은 아님에 분명한 그녀는, 놀랍게도 잠깐 망설인 끝에 자신의 의견을 굽히지 않기로 마음먹은 듯했다. 마침 나르디는 리본 경계에 앉아 있었으므로 그녀는 애써 사람들을헤치고 그 쪽으로 가려 했다. 사람들은 대부분 참견하고 싶지 않았음인지 비켜 주었다. 그러나,그런 그녀 앞을 당당하게 가로막고 선 사람이 있었다. "프로첸, 당신은 참견할 권리가 없어요." 은빛 눈썹이 날카로운 곡선이 되고, 섬세한 속눈썹 아래 바르게 치뜬 눈동자가 보인다. 유리카는 그다지 공격적인 태도는 아니었으나,충분히 한 사람을 제지하고 남을 정도로 위엄 있는 표정으로 리스벳을 바라보았다. +=+=+=+=+=+=+=+=+=+=+=+=+=+=+=+=+=+=+=+=+=+=+=+=+=+=+=+=+=+=+=제 서명 Luthien, La Noir 가 무슨 뜻인지 묻는 분이 또 계시군요. 일전에 한 번 글 말미 잡담에 설명드렸지만 다시 한 번 말씀드리면... 루디엔, 라 느와르 라고 읽고요, 영어, 독어, 중국어 그 어떤 것도아닌 '불어'입니다. 루디엔은 톨킨의 실마릴리온에 나오는 요정 이름이니 어느 나라 말이라고 하기 어렵고, 라 느와르는 the black 정도의 뜻입니다. Luthien, La Noir. 출력이 끝났습니다. [Enter]를 누르십시오. ━━━━━━━━━━━━━━━━━━━━━━━━━━━━━━━━━━━제 목 :◁세월의돌▷ 6-1. 푸른 굴조개 (14)게 시 자 :azit(김이철) 게시번호 :995게 시 일 :99/08/11 02:14:37 수 정 일 :크 기 :7.5K 조회횟수 :90 『게시판-SF & FANTASY (go SF)』 43528번제 목:◁세월의돌▷ 6-1. 푸른 굴조개 (14)올린이:모래의책(전민희 ) 99/08/10 21:53 읽음:370 관련자료 없음----------------------------------------------------------------------------- +=+=+=+=+=+=+=+=+=+=+=+=+=+=+=+=세월의 돌(Stone of Days)=+=+=+=+=+=+=+=+=+=+=+=+=+=+=+=+ 6장. 제5월 '키티아(Kitia)'1. 푸른 굴조개 (14) "…… 옳은 일을 막아선 안돼요." 리스벳의 태도는 특이했다. 결코 대담하게 맞서지도 않았지만 그렇다고 물러나지도 않는다. 온화하고 내성적인 성격이면서도 결정된 행동은 끈기 있게 해내는 사람의 태도. 그러나 유리카 역시 결심한 것이 있으면 분위기 보아 대강 물러나는 사람이 아니다. 해야만 하는 말은 사정 봐주지 않고 해버린다. 유리카는 나르디를 가리켰다. 그녀의 입에서 지금까지 모든 사람의 입속에서 맴돌던 말이 떨어졌다. "나는 저 사람의 동료예요. 멋대로 나타나 공공 행사인 경매를 방해하시는 것은 지나치게 예의 없는 행동 아닐까요?" 유리카의 베일 듯 날카로운 말투에 리스벳이 다치지 않을까 조마조마할 정도다. 이 가운데 가장 우유부단한 것은 역시 나인가? "이 경매는…… 우리 집안의 물건을 파는 일이에요. 아버지가 잘못을 저지르기를 바라지 않아요. 내가 아니면 아무도 막지 못해요. 예의 없는 줄은 알지만, 이러고 싶지 않았지만…… 내가 어리석어 더좋은 방법을 생각해내지 못했어요. 제발… 내가 할 말을 다 하게 해주세요. 옳은 일을 해야만 해요." 리스벳은 약간씩 떨면서도 차분하게 할 말을 마쳤다. 리스벳은 유리카보다 키가 한 뼘은 크고 나이도 많음에도 불구하고, 이상하게도유리카 앞에서 너무도 어리고 연약해 보인다. 아니다, 유리카는 리스벳보다 몇 배는 나이가 많다. 인간으로서 감당할 수 없는 세월이 불합리하게도 한 몸에 깃든 것으로, 신체적 나이를 뛰어넘는 분위기를지니게 될 수도 있는 것일까? 두 아리따운 아가씨 사이에 의외의 상황이 벌어지자 사람들은 무슨일인가 구경할 생각에 너도나도 앞사람을 밀치며 두 사람을 에워싸기시작했다. 그리고 유리카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리스벳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무슨 근거로, 멋대로 당신 생각이 옳다하지요?" 그것이야말로, 처음부터 물었어야 했을 말이었다. 리스벳은 이 상황에 이르러 오히려 용기가 나는 것처럼 보였다. 그녀는 분명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이 있었기 때문에 여기까지 들어왔다. 그 말을 하는 데 있어 조금도 거리낄 것은 없었다. "부당하게 많은 이익을 추구하면, 언젠가 결국 낭시그로 호의 노장로한테서 그 대가를 받게 되지요. 시간의 낫은 느리게 돌아오지만,결코 비켜가지도 않는 법." 리스벳은 이 말을 하면서 고개를 돌려 단상 위의 아버지에게도 시선을 보냈다. 그녀의 아버지는 마치 놀란 것처럼 움찔, 하며 그 시선을 받아내었다. 뭔가 이상한 부녀관계다. 딸에게 겁을 먹고 있는 것 같잖아? 뭔가잘못한 거라도 있나? 그런데 그 말을 듣고 난 유리카의 눈빛이 아까와는 달라져 있었다. 리스벳을 가만히 구석구석 살펴보고 있다. 뭔가 찾아내려는 사람처럼. 이윽고 그녀는 말했다. "무녀가 되기엔, 너무 늦지 않았겠어요?" 그녀의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하기 전에, 리스벳을 먼저 쳐다보고서 주위 사람들이 다들 놀라는 눈치다. 리스벳의 얼굴은 순식간에 창백해져 있었다. 그녀가 더듬거리며 말했다. "어, 어떻게……?" 유리카는 그녀의 반응에는 개의치 않고 말을 마저 이었다. "듀나리온의 계를 지키는 것은, 될지 안될지 알아본 다음에 해도늦지 않을 텐데요." "당신은 누구예요?" 갑자기 리스벳은 태도를 바꾸어 따지듯 물었다. 유리카는 팔짱을꼈다. "그런 것은 알 것 없어요. 다만, 당신이 이 경매를 막고 싶었다면시작되기 전에 미리 아버지와 이야기를 해서 그만두든지 했어야 했고, 그 과정에서 동의를 구하지 못했다면 포기했어야 하는 일이죠. 이제 와서 가격이 너무 높으면 안 된다니, 만약에 당신이 바라는 최고 상한가를 내겠다는 사람이 하나가 아니라 두 명, 세 명이면 어떻게 되는 거죠? 그건 그들 문제라고 말하고 싶다면, 미리 말해 두겠는데, 그들 이 공정한 가격 경쟁 대신에 결투라도 벌인다면 그건 나 몰라라 할 셈인가요? 그러는 것은 당신이 지키고자 하는 자연의 섭리,아니 '생명의 계'에 과연 걸맞는 일일까요?" 리스벳은 입을 다물었다. 아마, 나라고 해도 저런 상황에서라면 할말이 없었을 것이다. 이렇듯 경매가 중단되고 논박이 오고가는 동안, 내 머릿속에서 어떤 계획이 서서히 떠오르더니 점차 구체화되기 시작했다. 그 동안 나는 경매에서 만일 우리가 이긴다고 쳐도, 그 다음에 일어날 수 있는여러 가지 일들에 대한 많은 구상이 오가고 있었다. 슬슬 결론이 지어졌다. 그래, 이거라면 충분해. 리스벳이 간신히 입을 열었다. "시간의 낫은, 느리지만……." 그녀의 말을 기다리는 것보다, 내가 해야 할 일이 있었다. 나는 엘다렌을 돌아보고 빠르게 물었다. "엘다렌, 당신 배 가격을 최고로 얼마 정도 낼 수 있죠?" 엘다렌은 무슨 소리냐는 듯이 후드자락을 약간 들면서 내 얼굴을멀뚱하게 쳐다보았다. 내가 정말로 대답을 듣겠다는 기세자, 그는 무겁게 대꾸했다. "지금 나르디가 부른 가격의 열 배라도 상관없다." 주위 사람들이 침을 꿀꺽 삼키는 소리가 내 귀까지 들렸다. "잘 됐네요! 그럼, 어차피 중단된 경매인데 좀 실례하죠." 나는 재빠르게 리본을 타고 넘었다. 사실 꼭 안으로 들어갈 필요는없었지만 일단 주의를 끌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사람들 쪽으로 돌아섰다. "자, 경매 참여하시는 여러분! 지금 천 메르장, 2천 메르장 이런푼돈 갖고 오랜 시간을 끌고 있지 않습니까? 실례인 줄은 알지만 어차피 이렇게 된 것, 간단하게 해결합시다." 천 메르장은 결코 푼돈이 아니다. 죽을 때까지 이 생각은 변치 않을 거다. 이스나에 영혼들이여, 거짓말하는 저를 용서하소서. 나는 사람들이 이의를 제기하며 귀찮게 굴기 전에 빨리 해결하려고일단 경매사한테 허리를 깊게 굽혀 꾸벅 절한 다음, 급히 다음 말을이었다. "저희는 15만 메르장의 열 배, 그러니까 150만 메르장도 충분히 낼용의가 있습니다. 마르텔리조에서 제일 좋은 배를 사기 위해서라면말이죠. 물론, 그만한 능력도 있습니다." 나는 '150만 메르장'이라는 말을 손쉽게 하기 위해, 머릿속에서 애써 그걸 종이에 '150'하고 쓴 정도로 상상하느라 고생이 많았다. "으음… 흠, 흠……." 저기 기분 나쁘게 헛기침하는 사람은 카메이노의 친구인가? "그러니까, 150만 메르장을 내실 생각이 없으시다면 저희한테 배를넘기시라는 겁니다. 시간 낭비할 필요가 없습니다! 20만 메르장을 부르시면 30만 메르장을 부를 것이요, 40만을 부르시면 단숨에 70만을불러버릴 수도 있어요. 무슨 말인지 이해가 가시죠? 우리는 돈 깎는것 따위에는 관심이 없다 그 말씀입니다!" 아, 행복하다…… 잡화점 파비안이 또 언제 이렇게 '돈 깎는 것에관심 없다'고 말할 날이 올까. "나, 난 포기하겠어. 정말 이상한 경매로군." 누군가가 의자에서 일어나자, 몇 명인가가 따라 일어서 리본 밖으로 나갔다. 잠깐만에 리본 안쪽에는 카메이노의 앞잡이 몇 명, 카메이노 본인, 그리고 검은 망토와 나르디만이 남았다. 나는 좌중의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며 단상을 바라보았다. "경매사님, 공정한 절차를 위해, 우리가 150만 메르장을 불렀다고한 말씀 해주시죠. 제가 알기로는 경매시 단번에 이렇게 많은 가격을불러버리는 것은 상업질서에 어긋난다고 알고 있습니다만, 그래도 지금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좀 도와주시죠." 경매사 대신 대답한 것은 리스벳이었다. 그녀는 아직도 뭔지 모를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으나 본래의 목적을 잊어버리지는 않았다. "…… 백오십만이라니, 그런 돈은 결코……." 나는 점잖게 그 말을 가로막았다. +=+=+=+=+=+=+=+=+=+=+=+=+=+=+=+=+=+=+=+=+=+=+=+=+=+=+=+=+=+=+=갑자기 엉뚱한 말이 떠오르네요. "하나님의 맷돌은 더디지만 곱게 갈리느니라..." ...이거, 괜시리 비슷해서...;;Luthien, La Noir. 출력이 끝났습니다. [Enter]를 누르십시오. ━━━━━━━━━━━━━━━━━━━━━━━━━━━━━━━━━━━제 목 :◁세월의돌▷ 6-1. 푸른 굴조개 (15)게 시 자 :azit(김이철) 게시번호 :1002게 시 일 :99/08/12 03:23:25 수 정 일 :크 기 :7.5K 조회횟수 :85 『게시판-SF & FANTASY (go SF)』 43529번제 목:◁세월의돌▷ 6-1. 푸른 굴조개 (15)올린이:모래의책(전민희 ) 99/08/10 21:53 읽음:962 관련자료 없음----------------------------------------------------------------------------- +=+=+=+=+=+=+=+=+=+=+=+=+=+=+=+=세월의 돌(Stone of Days)=+=+=+=+=+=+=+=+=+=+=+=+=+=+=+=+ 6장. 제5월 '키티아(Kitia)'1. 푸른 굴조개 (15) "걱정 마세요, 프로첸 에라르드. 당신은 당신이 원하는 가격만 받도록 해드리면 되는 것 아닙니까?" "무슨 소리야!" 카메이노가 화가 난 듯 소리를 질렀다. 그는 방금 전까진 '푸른 굴조개'의 인수를 거의 포기한 듯했다가, 내가 한 말에 울화가 치민 모양이었다. 그는 단상 위에 앉아 있는 마디크 에라르드에게 고개를 돌렸다. "에라르드, 자네 도대체 얼마를 받겠다는 거야? 딸 눈치만 보고 있을 텐가! 그러니까 얼마야? 그렇게 입만 꾹 다물고 있지 말고!" 그의 목소리에는 짜증에 묻어 있었다. 그는 붉으락푸르락 하는 얼굴을 내 쪽으로도 돌렸다. "뭐야, 그러니까 150만이라고 엄포를 놓아서 우리 기를 죽이고 경매를 포기하게 한 다음에, 정작 낼 돈은 배 주인하고 니들 멋대로 결정하겠다? 아니, 경매는 무엇 때문에 하는 거야? 그래놓고 네놈들은저 경건한 체 하는 여자를 꼬셔서 7만이나 8만쯤 내고 배를 슬쩍 하려는 심산이지? 그거야말로 도둑놈 심보가 아니고 뭐야! 이런 더러운사기꾼들!" 나는 그 말에 정말 진심으로 대답해 주고 싶었다. 경매는 본래 카메이노 당신의 사기극을 위한 것이었으며, 도둑놈 심보의 원조가 과연 누구인가에 대해서 말이다. 단상 위의 에라르드는 다시 창백해져 가고 있었다. 아무래도 저 사람은 배 기술자보다는 배우로 나서는 편이 적역일 것 같다. '경건한 체 하는 여자'라는 말에 리스벳이 어떻게 반응할까 싶어사람들의 눈이 그 쪽으로 쏠렸다. 그러나 오히려 카메이노의 말에 발끈한 사람은 따로 있었다. "150만, 한 푼도 깎지 않고 내겠다." 아니, 사람이 아니고 드워프였다. 고귀한 왕인 엘다렌이 '도둑놈 심보', '더러운 사기꾼'이라는 말을듣고 가만히 참을 리 없다는 생각을 깜빡 하지 못하고 있었다. 물론구경꾼들은 그런 사정은 전혀 몰랐기에 모두 벌린 입을 스스로 다물지 못해…… 손바닥으로 가리고들 있었다. 내가 150만이라고 했을 때에는 혹시라도, 하는 생각이 있었던 모양이지만 저런 목소리의 엘다렌이 저런 어조로 말했을 때는 얘기가 달라진다. 엘다렌은 몸을 돌려 리스벳을 쳐다보았다. "그 150만을 가지고 죽을 쑤든, 개를 주든 상관하지 않겠다. 나는150만을 내겠고, 배는 가져간다. 당신네가 그 돈을 휴지통에 버리거나 길거리에 뿌린대도 내가 알 바 아니다." 엘다렌의 목소리가 주는 위압감에 눌려 아무도 감히 뭐라고 말을꺼내지 못했다. 엘다렌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훨씬 낮으면서도 깊은울림을 지니고 있었고, 그 안에는 상당한 분노가 잠재되어 있다는 것도 누구나 느낄 수 있었다. "계약은 내일 아침 그 배로 직접 찾아가서 하겠다. 지불은 보석으로 한다. 감정사를 하나 불러 둬라." 엘다렌은 일어섰다…… 라고 말하고 싶지만 그는 이미 그 키가 일어선 것이었기에, 사람들이 분분히 비켜 주는 사이로 성큼성큼 걸음을 옮겨 문 밖으로 나가 버렸다. "나르디, 우리도 가자." 유리카가 임무를 훌륭히 마치고 아직까지 의자에 앉아 있는 나르디를 부른다. 나만은 아직 할 일이 남아 있었다. 엘다렌처럼 이렇게 위엄 있는 말 한마디로 해결해버리는 식이어서는 내일 어떻게 이야기가뒤바뀌어 버릴지 모른다. 지금은 200년 전이 아니고, 사람들은 무척이나 약았다. "경매사님, 경매 기록 적어주시겠죠? 적는 것 우선 봅시다." 나는 경매 기록에 '150만. 경락(競落)'이라고 적는 것을 보고는 거기에 내 이름으로 서명했다. 그런 다음, 이미 단상에서 내려온 아버지와 함께 서 있는 프로첸 리스벳에게 다가갔다. 가만히 양손을 싸쥐고 있는 그녀의 표정은 도저히 뭐라고 설명하기 어려운 것이다. 내가다가가자 그녀의 얼굴에 경계의 표정이 떠올랐다. 그녀는 먼저 입을열었다. "150만 메르장, 결코 받을 수 없어요. 당신들이 뭐라고 해도 내 생각은 변함이 없어요." 그녀의 아버지는 여전히 아무 의사 표현도 하지 않았다. 나는 그들을 한쪽 구석으로 끌고 갔다. "뭔지 모르지만, 계율 지키는 것 좋습니다. 자신의 신념을 지켜나가는 것은 훌륭합니다. 그렇지만 저기 나간 제 동료는 일단 150만 메르장을 내겠다고 한 이상, 단 1 메르피(메르장의 100분의 1)도 빼고주려 하지 않을 것입니다. 보통 고집 센 사람이 아니거든요. 그러니까, 우리끼리 이면 계약을 좀 해야겠습니다." 리스벳의 눈이 의혹에 가득 차 있다. 내가 따라오는 줄 알고 먼저나간 유리카가 문간에 섰다가 나를 돌아보는 것이 보인다. 나는 빠르게 말했다. "당신네들은 약속을 잘 지키는 사람들이겠죠?" 리스벳의 눈동자가 어이가 없다는 듯이 흔들렸다. "당연해요. 마르텔리조의 배 기술자 에라르드 집안을 의심하는 고객은 아무도 없어요. 우리는 200년 이상 이어온 조선 가문이에요. 우리 아버지는 세르무즈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장인이고……." 나는 손을 내저었다. "아, 알았어요. 나도 알고 있어요. 그러니까 150만 메르장이면, 도대체 배 몇 척 정도의 가격입니까?" 에라르드가 무겁게 입을 열었다. 나는 지금까지 이 사람 목소리가무척 궁금했었다. "푸른 굴조개 정도의 배라면, 넉넉하게 남겨도 열 일곱 척 정도. 배의 제조 원가만을 따지면 스물 다섯 척도 넘게 만들 수 있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그럼, 배를 만들어요." "네?" 리스벳과 에라르드가 동시에 놀라 반문했다. "무슨 말인지 몰라요? 배 만들라고요. 150만 메르장에 해당하는 배를 만들어서 주면 되잖아요? 얼마가 걸리든, 당신네들은 선금을 받은셈치면 되지 않냐 이 말씀입니다. 좀 넉넉한 고객이 있어서 한 십년치 선금 미리 줬다고 칩시다. 아니, 실제로 그러기로 합시다. 배 열일곱 척? 꼭 찾으러 올 테니까 만들어만 둬요." 에라르드의 얼굴이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일그러졌다 펴졌다 했다. 그는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다. "만일, 찾으러 오지 않으면?" "그렇죠? 그런 경우가 있으니까 또 한 가지 계약을 합시다." 나는 잠시 경매사한테 다가가서 막무가내로 종이를 한 장 얻었다. 그리고 묵지(墨紙)와 펜도 한 자루 빌려서는 즉석에서 가계약서(假契約書)를 썼다. 계 약 서파비안 크리스차넨은 마고랭 에라르드로부터 '푸른 굴조개'호와 향후 건조될 열 여섯 척의 배를 모두 구매하기로계약하며, 매입액 150만 메르장 전액을 선불로 지불한다. 만일, 향후 10년 이내로 건조된 배를 단 한 척도 인수하지 않을 경우에는 배에 대한 소유권은 마고랭 에라르드에게 귀속되는 것으로 한다. 499년 키티아 아룬드 18일파비안 크리스차넨. 마고랭 에라르드. "증인도 서명해야죠." 그래서 서명이 하나 더 늘었다. 리스벳 에라르드. "좋아요. 나중에 찾아왔을 때 배 안 만들어 놨으면 알아서들 하라고요." 내가 유쾌하게 말하면서 묵지로 똑같이 옮겨진 계약서를 접어서 윗주머니에 집어넣는 동안 두 부녀는 말이 없었다. 간신히 리스벳이 한마디 했다. "…… 이런 계약이 있을 리가 없잖아요. 그래 놓고 우리가 배를 만들어 주지 않으면……." 나는 엄숙하게 눈썹을 찌푸렸다. "아까 신용에 대해서 이야기했죠? 마고랭 에라르드는 분명 믿을 만한 조선업자라고 방금 전에 들은 것 같은데……." 자기 논리에 얽혀든 리스벳은 별 수 없이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 물론이지요." +=+=+=+=+=+=+=+=+=+=+=+=+=+=+=+=+=+=+=+=+=+=+=+=+=+=+=+=+=+=+=리스벳이라는 이름을 제가 어디에서 따 왔는지 아시는 분? 에... 하긴 리스베트라는 이름은 흔한 이름 가운데 하나이니까 묻기는 좀 무리로구나....;;어쨌든, 어느 소설에 나오는 '장인'의 딸이죠. 배 만드는 장인은아니고 조각가입니다. (요즘 퀴즈 내는데 재미가 들린 걸까...;;)Luthien, La Noir. 출력이 끝났습니다. [Enter]를 누르십시오. ━━━━━━━━━━━━━━━━━━━━━━━━━━━━━━━━━━━제 목 :◁세월의돌▷ 6-1. 푸른 굴조개 (16)게 시 자 :azit(김이철) 게시번호 :1003게 시 일 :99/08/12 03:23:47 수 정 일 :크 기 :5.9K 조회횟수 :78 『게시판-SF & FANTASY (go SF)』 43695번제 목:◁세월의돌▷ 6-1. 푸른 굴조개 (16)올린이:모래의책(전민희 ) 99/08/11 21:17 읽음:480 관련자료 없음----------------------------------------------------------------------------- +=+=+=+=+=+=+=+=+=+=+=+=+=+=+=+=세월의 돌(Stone of Days)=+=+=+=+=+=+=+=+=+=+=+=+=+=+=+=+ 6장. 제5월 '키티아(Kitia)'1. 푸른 굴조개 (16) 일은 잘 끝났다. 리스벳까지 서명하게 해버렸기 때문에 정직한 그녀가 나중에 딴소리할 걱정도 없고. "그럼, 내일들 뵙시다. 아, 제 동료들에게는 비밀인 거 아시죠? 안그랬다간 또 한바탕 난리 납니다!" 에라르드 부녀가 고개를 끄덕이며 계약서를 집어넣는 것을 보며 나는 기분 좋게 그 자리를 떠났다. 주머니 속의 주아니를 향해 '쉿!'하는 의미로 눈을 찡긋거리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런데, 나오다가 보니 검은 망토가 언제 사라졌는지 모르게 자리에 없었다. 분명, 아까까진 있었던 것 같은데. 아참, 정말 배를 찾으러 올 거냐고? 글쎄…… 그 점에 대해선 좀더 생각해 봐야겠는걸……. 청어대가리 여관 앞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한밤중이었다. "내가 적절히 설득했지. 그 돈 갖고 도시의 빈민들이라도 도우면되지 않겠느냐고. 솔직히 도시 환경 정화에 쓰라고 말하고 싶었지만,그 말은 차마 못했다." "도시 악취 제거에 써 준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네." 나르디가 낮의 악몽을 떠올렸는지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말했다. 유리카가 피식 웃었다. "다음 번에 왔을 땐 새나라 새도시가 되어 있겠네." "사실, 그러려면 엘다렌 동상이 도시 한가운데쯤에 제막되어 있어야 하는데, 안 그래요, 엘다렌?" "……." 엘다렌은 내가 왜 이렇게 갑자기 유쾌해져서 안 하던 농담까지 거는지 모른다. 영영 몰라야만 하겠지. 유리카나 나르디한테까지 숨길필요는 없지만, 말이란 한 번 꺼내기 시작하면 자꾸 불어나기 마련이라서. 나르디가 약간 걱정스런 어조로 말했다. "내일 계약할 때 카메이노가 방해하지 않을까?" "올 테면 와 보라지." 목소리는 엉뚱한 곳에서 나왔다. 나는 고개를 한참이나 아래로 빼고 말한 당사자의 귀여운 눈동자를 보았다. 주아니가 이렇게 말하니 더욱 폭소가 터진다. 종종 우리 중에서 가장 용감한 것이 아닌가 의심이 드는 주아니. 그래, 올 테면 와 보라지. 이제 와서 제아무리 카메이노인들 무슨 용빼는 재주 있겠어? 우리는 아직도 휘황하게 불빛이 흘러나오는 여관 문을 열고 홀로들어섰다. "어머, 손님들이군요." 왁자지껄한 가운데 예상대로 제일 먼저 이니에의 목소리가 들렸지만, 이상하게 저녁때와는 달리 약간 새침해진 듯한 목소리다. 사람들사이에 쟁반을 들고 서 있는 그녀를 발견했지만, 그녀는 더 이야기하려 들지도 않고 곧장 주방으로 가 버렸다. "왜 저러지?" 우리는 빈 테이블을 간신히 찾아내어 둘러앉은 다음, 주문 받으러오기를 기다렸다. 평소 같으면 다음날을 위해 침대로 기어 들어갈 시간이지만, 오늘은 해야 할 일이 있다. 그런데, 이니에가 금방 나타나지를 않았다. 다른 급사도 오지 않았다. "여기, 주문요!" 결국 내가 목청 높여 소리를 치자, 낯선 급사가 테이블로 다가왔다. 그런데 급사의 표정도 별로 좋지가 않다. "맥주 네 잔, 과일 조금하고…… 아니, 오늘 여기 무슨 일 있어요?" 주문을 하다 말고 나는 도저히 그렇게 묻지 않을 수가 없었다. 급사의 태도가 도저히 주문을 받겠다는 자세가 아니다. 내 얼굴을 쳐다보지조차 않는다. 테이블에 바짝 다가와 서지도 않고, 좀 떨어진 곳에서 이상하게 딴전을 피운다. "도대체 왜 그래요?" 이번엔 유리카가 물었다. 급사는 약간 고개를 돌리는 듯 했지만,결국 여전히 그 자세로 입을 열었다. "주문이나 해요." 아니, 뭐야 이건? 급사의 말투가 완전히 깡패 뺨친다. 여기, 원래 이랬나? 아닌데? 그럼, 우리가 뭘 잘못했나? 내가 입을 열려고 했다. "아니, 우리가 무슨……." 그런데 난데없이 다른 곳에서 대답이 날아왔다. "어디, 그 배 타고 어딜 가려는 건지 모르지만, 잘들 가보시지." 어, 어라? 또다른 곳에서 말소리가 있었다. "뱃멀미 때문에 별 수 없이 돌아왔다는 소리나 하지 마시고." "가는 데까지 가 보셔. 돛이라도 올릴 줄 안다면." "거, 아니 돛은커녕 닻이라도 올릴 줄 아나?" "허허, 그렇다면 그냥 항구에 묶여 있겠네?" 그 말에 이어 왁자지껄한 웃음소리가 홀을 뒤흔들었다. 급사는 여전히 시선은 먼 산, 다리는 껄렁한 자세 그대로다. 쟁반은 숫제 들고오지도 않았다. 상황이 짐작이 갔다. 이게 말로만 듣던 항구 사람들의 텃세라는 건가? 이니에가 주방에서 머리를 내밀더니 우리 쪽으로 달려왔다. 그러더니 옆에 선 급사를 보고 말했다. "자자, 너는 저리로 가. 손님들, 뭘 주문하실 건가요? 저한테 말씀하세요." 그녀는 주인인 만큼 앞서의 급사 같은 태도는 아니었다. 그러나 그녀 역시 어조는 예전 같지 않게 싸늘했다. 급사는 해방이라도 됐다는 듯이 휭하니 가버렸다. 급사가 가는 양을 눈으로 쫓다 보니, 어느 새 홀 안의 눈동자들이 전부 우리한테 박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가 낮은 소리로 말했다. "저 사람들, 외부인이 배를 사 갔다고 텃세부리는 모양인데." "이것 참." 유리카가 대담하게 목소리를 높여 말했다. "아, 마디크 카메이노가 배를 사는 편이 다들 더 좋았나 보군요?" 유리카의 자극적인 말투는 냉소적으로 한 두 마디씩 지껄이던 사람들에게 당장 불을 붙였다. +=+=+=+=+=+=+=+=+=+=+=+=+=+=+=+=+=+=+=+=+=+=+=+=+=+=+=+=+=+=+=추천해주신 분, 감사합니다. 저도 경매 장면 좋아합니다. ^^자신을 공부하는 기계... 라고 지칭하시며 편지 보내 주신 분, 너무 감사하게 읽었습니다. 제 글이 누군가를 행복한 기분이 들도록 할수 있었다는 데 대해 저도 행복한 기분이 듭니다. ^^오늘 세 번째 올리는 것은 독자 한 분이 보내주신 세월의 돌 1장 1편 1화의 영문 버전입니다. 재미있게 읽어보시길. ^^(그런데, 저걸 번역하면 다시 내가 쓴 글이 나올까를 생각하니 갑자기 영어 번역하는 데 회의가 드는군요...--;)파비안이 장사꾼의 경지를 벗어나 능구렁이가 되었다고요? 음.... 그러니까.... 정확한... 지적... 이시군요. ^^;그래도, 배를 찾으러 올 생각이 별로 없는 것 보면 꽤 선량한 녀석이잖아요. ^^;Luthien, La Noir. 출력이 끝났습니다. [Enter]를 누르십시오. ━━━━━━━━━━━━━━━━━━━━━━━━━━━━━━━━━━━제 목 :◁세월의돌▷ 6-1. 푸른 굴조개 (17)게 시 자 :azit(김이철) 게시번호 :1004게 시 일 :99/08/12 03:24:10 수 정 일 :크 기 :8.6K 조회횟수 :84 『게시판-SF & FANTASY (go SF)』 43696번제 목:◁세월의돌▷ 6-1. 푸른 굴조개 (17)올린이:모래의책(전민희 ) 99/08/11 21:17 읽음:477 관련자료 없음----------------------------------------------------------------------------- +=+=+=+=+=+=+=+=+=+=+=+=+=+=+=+=세월의 돌(Stone of Days)=+=+=+=+=+=+=+=+=+=+=+=+=+=+=+=+ 6장. 제5월 '키티아(Kitia)'1. 푸른 굴조개 (17) "뭐야, 카메이노는 우리 고장 사람이기라도 하지." "카메이노가 샀으면 가끔이라도 배를 볼 텐데, 이제 네놈들이 끌고가서 어느 바다 구멍에다가 처박아 버릴지 알 게 뭐냐?" "우리 도시에 돈자랑 하러 왔나? 마르텔리조 사람 무시하지 말아. 여기도 돈 하면 꽤나 이름 날리는 곳이라고!" 자정이 가까워 오는 시간이었다. 술을 마시기 시작한 사람들은 꽤나 거칠어져 있었다. 나는 속으로 걱정이 되었다. 싸움이라도 벌어진다면 골치 아파질것은 뻔했다. 그리고 그건 우리가 지금부터 하려는 일을 위해서도 결코 좋은 조건이 못 되었다. 어쩐다? 50명도 넘는 사람들인데. "엘다, 참아." 유리카가 말하는 소리에 돌아보니 엘다렌은 막 후드를 걷어 제치고벌떡 일어날 것 같은 기세였다. 이것 참, 간신히 일이 잘 처리되나싶었는데. "뭐야, 덤빌 테면 덤벼 보라구! 오히려 저쪽에서 먼저 덤벼들 기세다. 몇 명이 의자를 박차고 일어서고, 넘어진 의자가 홀에 나뒹굴었다. 이니에가 싸움을 말릴 양으로황급히 급사들에게 눈짓을 하고, 나르디가 손을 빠르게 검손잡이로가져간다. 나무 바닥을 울리는 시끄러운 발소리들, 삐걱대는 의자와테이블, 머릿속에 가득한 위험에의 감각. 그리고 그 순간, 갑자기 문이 활짝 열어제쳐졌다. "……!" 사람들의 눈이 일제히 문 쪽으로 향한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몸을 돌리고 있던 사람들까지 일부러 돌아보았다. 생각지도 않고 있던 인물. "아티유!" 그 선장이었다. 선장 혼자가 아니다. 그의 뒤에는 힘깨나 쓸 것 같아 보이는 건장한 선원들 약 십여 명이 늘어서 커다란 문을 꽉 메웠다. 눈이 등잔만큼이나 커졌다. 혹시 해서 돌아보니 유리카, 나르디 할것 없이 모조리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이 커다래져 있었다. 엘다렌의 얼굴은 후드에 가려 잘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그의 감정을 알아채는 데에는 그다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아티유 선장이 척척 엘다렌 앞으로 걸어오더니 허리를 깊게 굽혀인사한다. 그리고, 자기 뒤를 따라 들어온 선원들을 돌아보며, 같은인사를 하도록 시킨다. 홀의 뱃사람들이 놀란 나머지 말도 제대로 못꺼내고 있는 동안, 그는 정중하게 품속에서 종이를 한 장 꺼내 엘다렌에게 건넸다. 엘다렌은 그것을 죽 훑어보았다. 좀 예의 없게 보일지는 몰라도,우리 모두는 종이에 닥지닥지 달라붙었다. 종이에는 아티유 선장의 이름을 필두로 열 네 명의 선원들 이름이차례로 적혀 있고, 각각 사인이 되어 있다. 종이 머리에 쓰여진 내용은 이랬다. '푸른 굴조개'호의 선주 _______________님께 항해 승무원 고용 계약을 신청합니다. 항해 일수와 무관하게 선주님께서 정하는 목적지까지 충실한 항해의 동반자로서 봉사할 것을 서약하며, 봉급은 선주님과의 합의하에 결정합니다. 선주님과 선주님의 일행을 위해 선원으로서 가지는 어떠한 책무도 태만히 할 경우, 계약 취소와 더불어 봉급 압류(押留)도 감수하겠습니다. …… 등등. "봉급은 보통 얼마 정도 주는가?" 엘다렌이 종이를 다 읽고 나서 무거운 입을 떼었다. 아티유 선장이대표로 대답했다. "예! 봉급은 선장의 경우 일당 70메르장, 배당으로 계산할 경우는보통 20번 정도입니다. 제가 데려온 선원들은 모두 상당한 고참 선원들이며 1등 항해사 경력이 있는 자도 두 명이나 됩니다. 항해사 경력이 있는 선원들은 일당 40메르장 정도면 보통이며, 배당은 50번 정도로 되어 있습니다. 그 외에도 항해 경력 10번 이상의 선원들은 일당20메르장은 받으며 배당은 110번 정도입니다, 선주님." 나로선 뭔가 잘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아티유 선장이 길게 마치자, 엘다렌은 알아들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했다. "이 배는 수익을 추구하지는 않으니 일당으로 하겠다. 선장은 200메르장, 항해사는 130메르장, 고참 선원은 80메르장을 주겠다. 이 가운데 반은 선금으로 지불한다." 아티유 선장과 선원들 뿐 아니라, 주위에 서 있던 다른 사람들까지눈이 휘둥그래졌다. 엘다렌은 말을 이었다. "단, 너희들 만이다. 다른 선원들을 더 구할 때는 내가 다시 새로운 기준을 정하겠다. 너희들에게 후한 것은 신뢰의 대가다. 신뢰라는것은 반드시 대가를 받을 가치가 있는 물건이다." 그렇게 말하더니 엘다렌은 종이를 펼치고 아티유가 내미는 펜을 받아들어 선주의 이름을 적는 공란에 '엘다렌 히페르 카즈야 그리반센'이라고 적었다. 지금까지 함께 여행하면서도 그가 서명하는 것을 보는 것은 처음이다. 그의 글씨는 큼직큼직하고 펜을 세게 눌러 몹시잉크 선이 굵었지만, 나름대로 특이하고 아름다운 곡선을 지니고 있었다. 그러나 그의 이름은 너무 길어서 줄 밖으로 좀 튀어나와야 했다. 사람들은 떠들던 것을 잊어버린 모양이었다. 대신 더듬더듬 이런말들이 튀어나왔다. "서, 선장이 200이라니…… 아직까지 마르텔리조 최고의 선장이라해도 100이상 받은 일은 없어." "10번 항해 경력이 80메르장? 내참, 보통 선장보다도 더 후한 금액이군. 내 평생 다시 보지 못할 대접이야." "다른 놈들 몇 번 항해할 걸 단숨에 벌겠군……." "항해 끝나면 작은 배 하나 사서 은퇴할 수도 있다. 아니면 큰 배의 배당을 살수도 있고." 이야기의 어조는 점차 놀라움에서 부러움으로 변해 갔다. 아티유 선장과 선원들이 엘다렌 앞에 모여서 양손을 맞잡고 공손한자세를 취하고 있는 것을 보니, 왕이었을 당시 엘다렌의 모습이 문득상상되었다. 수백, 수천의 난쟁이들이 그 거대한 대지의 심장, 파하잔의 웅대한 암벽 건축물들을 배경으로 엘다렌의 눈 아래 무릎을 꿇었을 것이다. 두려움을 자아내게 하는 한없이 엄격한 왕, 그러나 또한 후한 상을 내리는 가장 높은 어른. 아티유 선장이 입을 열었다. "선주님의 관대한 처사에 감사드립니다. 나머지 필요한 선원을 구하는 일을 제게 맡겨 주시면 최대한 선주님의 마음에 들도록 조처하고 싶습니다만." "일임하겠네." 엘다렌은 웃지도 않았고, 어떤 다른 제스츄어를 취하지도 않았지만, 가만히 앉은 채 후드 안쪽의 붉은 눈동자로 그들을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위엄을 풍겼다. 그가 나라를 잃어버린 것은 정말로 슬픈 일이다. 그는 내가 이야기속에서 읽은 그 어느 왕보다도 더, 가장 왕다워 보였다. 그리고 이미보아버린 그의 나라와도 너무나 잘 어울리는 왕이다. 선원을 구하는 일도 해결되고, 모든 일이 잘 되려나 하는 참인데,홀 구석에서 갑자기 어떤 말소리가 들렸다. "사기나 치는 주제에 배 하나는 잘 골랐던데, 이번엔 선장도 잘 고른 건가? 아티유 지스카르트면 최고의 선장이지 않고- 암, 마르텔리조에서 단연 최고급이지. 핫하, 아티유, 자네가 돈 몇 푼에 넘어가버릴 사람인 줄은 정말 몰랐군." 아티유 선장이 소리가 들려온 쪽으로 몸을 휙 돌리자, 구석에서 작은 테이블을 혼자 차지하고 앉아 있는 한 뱃사람이 보였다. 그림자가벽의 반이나 차지할 만큼 커다란 몸집과 어깨를 지닌 사내다. 그리고그 자의 머리카락은 은빛, 아니 마치 세상을 너무 고되게 산 나머지이른 나이에 하얗게 세어 버린 것 같은 백발이다. 그는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아티유 선장에게 피식 웃음을 보내며 자기 잔에 술을 한잔 따랐다. 병이 작은 것을 보니 맥주는 아니다. 위스키인가? "이제 여기를 떠나는 건가? 다른 항구에 가서도 성공하길 빌겠네. 매번 재수 좋게 돈자랑 좋아하는 선주를 만나는 것도 좋겠지. 건배!" 그는 단숨에 작은 잔에 담긴 술을 마셔 버렸다. 몹시 독한 것인지그는 잠시 말을 멈추었다가 소맷자락으로 입을 씻고는, 헛헛거리며헛웃음을 터뜨렸다. "뭐라고 생각해도 상관없다, 페스버스." 아티유 선장은 자기 뒤에 선 선원들을 돌아보았다. 그들의 눈동자를 하나하나 들여다보았다. 그리고는 다시 페스버스라고 불린 선원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말보다 행동이다. 비웃는다고 되는 일이 있나? 나는 행동하는 사람을 따라간다. 막을 수 없는 대세를 놓고 술이나 마시며 욕하는 것은 소용없는 짓이다." 페스버스는 고개를 들었다. 술 때문인가, 붉어진 그의 눈동자가 램프빛을 받아 번들거렸다. "마치 예언자라도 된 것처럼 말하는군. 언제부터 예니체트리의 아들이 되기로 작정했나? 마르텔리조 제일이라던 패기와 강단은 어디로갔나? 패배자처럼 슬금슬금 도망칠 참인가? 그것도 근본도 모르는 이방인을 따라?" 두 사람 외에는 모두 침묵하고 있다. 나는 깨질 듯 미세하게 진동하고 있는 분위기를 감지했다. 두 사람의 논쟁이 어떻게 결론 나느냐에 따라 오늘밤 여기에서 선원을 구하든지, 아니면 열흘이고 스무날이고 출항이 지연될지가 결정된다는 것은 자명했다. 우리 일행이 도울 수 있는 일은 없었다. 이야기를 지켜보는 수밖에없었다. +=+=+=+=+=+=+=+=+=+=+=+=+=+=+=+=+=+=+=+=+=+=+=+=+=+=+=+=+=+=+=하이텔 시리얼에 올라온 추천 갈무리해서 보내주신 분, 감사해요. 그런데 추천의 조회수가 1300이라.... 정말 놀랍군요. ;;제목에 드래곤 라자가 들어가서 그런가? ^^;Luthien, La Noir. 출력이 끝났습니다. [Enter]를 누르십시오. ━━━━━━━━━━━━━━━━━━━━━━━━━━━━━━━━━━━제 목 :◁세월의돌▷ 영어로 번역된 1-1-1입니... 게 시 자 :azit(김이철) 게시번호 :1005게 시 일 :99/08/12 03:24:35 수 정 일 :크 기 :14.9K 조회횟수 :63 『게시판-SF & FANTASY (go SF)』 43697번제 목:◁세월의돌▷ 영어로 번역된 1-1-1입니다올린이:모래의책(전민희 ) 99/08/11 21:18 읽음:620 관련자료 없음-----------------------------------------------------------------------------* 한 독자분께서 보내주신, 세월의 돌 1장 1편 1화의 영역본입니다. 혼자 보기가 너무 아까워서 이렇게 올립니다. * 제가 고친 것은 고유 명사의 영어 표현 몇 개 뿐입니다. 파비안,하비야나크, 리에주, 킬른 같은 것들이죠. 제가 생각하던 철자가 있었기 때문에.... 그 외엔 건드리지 않았고, 사실 건드릴 능력도 없습니다. ^^;;* 독자분의 이름은, 그 분께서 괜찮다고 하신 뒤에 밝히겠습니다. 혹시 싫어하실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 혹시라도 그 분이 실수로 잘못 쓰신 부분이 있더라도, 어디까지나 재미삼아 하신 것이니까 이해 부탁드립니다. 제가 보기엔 다 좋은것 같았지만요..^^* 세월의 돌 첫화 한글판하고 같이 보시면 더욱 재미있습니다. ^^(사실은 영어와 한글이 번갈아 쓰여 있었는데, 영어로만 죽 읽으시는 맛을 드리기 위해 애써 지웠습니다. 한번 죽 보시고, 다시 나란히놓고 보시면 더욱 재미있으실 거예요)*그럼, 즐기시길! +=+=+=+=+=+=+=+=+=+=+=+=+=+=+=+=+=+=+=+=+Stone of Days(세월의 돌)+=+=+=+=+=+=+=+=+=+=+=+=+=+=+=+=+=+=+=+=+ Chapter 1. The 14th Month, 'Elder Sage'…… The last month('Arund') of the year, ruled by 'NansigroHo', the star of the elder sage. The 'elder' - the elder of the principle, means the benignantold man, and the death takes away all the living things and allthe results. The picture of this Arunde is an old man who wearswhite hair and white beard, but seperated in two ways by itsmeanings. The one is an elder sage, his face is benignant, hiswearings are white, his sittings are an large chair - fearfulthe other is an undertaker, holding a carver, wearing a blackrobe. His carver is called 'The Carver of Time' or 'The Carverof Harverst'. Basically, the meaning of this Arunde is not bright. Butagainst the unexpected unhappiness which 'The Darkness Arunde'means, 'The Elder Sage Arunde' means a resonable unhappiness. Inthis Arunde, You'd better not do impolite things and actsnot-well-excepted by gods or spirits. It is the coldest time,filled with cold winds, snows, and ices. The saying of this Arunde can be diminished into "An Old Manlies down his body after guessing tomorrow". This means everyact has its results. A good result for a good act, a bad resultfor a bad act, a pay-back for a favor, a malice and a revengefor a evil act. And the 14th Arunde hints 'End the travel andrest', 'You get what you paid for', 'Your fate has been set','You return to where you've been', 'Telling the future by thewisdom of the past'. The color of this Arunde is white,sometimes silver. - The meaning of each Arunde written by Astrologists,14th of those. 1. Delivery Service! I dream dreams,I hear voices,[Familiar and intimate with your world you are,But you'd better let any expectations go,As your world faces torning down by pieces]I wake up,I forget it. - reminiscence I "No discounts are allowed, even 1 Lozond." Yeah, I always start bargain by saying those words. And thisbuddy seems to be a newcomer of the town - I could know it as heruffeled by those cold words. You stupid, hog me, who knows? Itcould happen I discount it for a 80 Lozonds. "Ah, well, but……" Poor bastard. How much would he get discounted, 20 Lozonds,for a god's shake, huh? I watched over his entire body, andthought about do I have another things to sell him, like abuckskin hat or snowshoes? "Isn't it too expensive, huh…? I bought it for a 3 Zonds inthe neighbor town." "Neighbor is neighbor - that is a different thing." Like gamblers who bets all of his own, I faced an poker-face,like Mr. Kielrn in front of my shop. My mother would never doit. "But that's too much - 5 Zonds for five packs of herb, oh,god!" That does no damage to me - you can do better than that. Buthe's got a point - you can buy a secondhand knife with 5 Zonds. No wonder he's crazy about it. But you don't know me, boy, I ama natural born shopman, 'Pabian of the BigBuck General Store'. Ismiled a little. "See, it's hard to find herb in those snowing mountains, youknow - producings are less than half of it of the other town,and traded herbs are expensive… you can name it as you aretraveller - the passage fee are extremely expensive anywhere. For heaven's shake, nobody of this town is not go searchingherb, after a heavy snow 5 days ago. It's not only hard tosearch herb after snow - It's dangerous, a bad step and you getkilled!" To make my word more effect, I ran my thumb around my neck. Itcouldn't be any better if it winds…… what a help. A climbed-down-mountain wind shaked the window strongly. Thetraveler looked at back. "But it's too expensive… please show some mercy. I am notrich - just a traveler who doesn't look rich. If I had money, Iwould pay it happily, but…" Hey, he can do a beg! But- If you thought it would influenceme, you are mistaken, for I am a Riejoo-born merchant. This timeI put on a long face. It becomes more effective by my looking weak face andnever-burn skin. Though it doesn't help when somebody seeks aquarrel with me(it obstructs). My neighbors are brownish, by thestrong sun ray reflected from snow, but I am not - It made mylong face more effective. Plus that I started to be chatty. "As you know, a general store in the remote village like this,the prices violently changes like the weather. Stocks coming,the price go down, stocks run out, the price go up twice, thirdtimes, …… that occurs often. Too bad you came when stocksrunning out, but you should to eat and wear to live. You have toget through. Ah, It's hard for us, as the price changes soviolently……. Of course, I'd like to discount it, but I do nothave the right - If I would, my mother would kill me, or she'dlet me go and search some herb…… but if you really do not haveenough money, I can sell the herd 4 Zond 80 Lozond, beingprepared to search…… Oh my god, I must be crazy……." Sorry, mom. averagely virtuous mom, forgive this bad boy to make you evil. After being chatty, most people miss whole part, except 'I canlower the price', so they're to tend to have the deal, payingnot only the things but also my chats. The traveller thought about it, and he nodded. My guess washe's gonna let it down more for 30 Lozond, but he was a goodguy. Yeah, if he tried to, I would be more chatty, then……. "Now, take this five packs of herb. Have a nice trip. Or ifyou have some questions about this town, ask anything. Or take alook if you need something another……" Guess what he bought - the buckskin hat, the speciality ofthis town, at 8 Zonds. I goodbyed him with a bright smile. He packed the herbs deepin his sack - Is it become more worth when you bought itexpensive? - and put the buckskin hat and vowed slightly andout. I got up at once and opened the door for him - what aclerk. And I made a deal this morning. What a morning. "Pabian, Pabian- I want you here!" "Yes mom - I'm coming-" I said out loud, to be heard outside the warehouse, andcontinued to lessen the herb pack, a little from each packs. There is one reason for mom to call me now - delivery. I am sure to be a natural-born clerk and merchant, but I can'tlike that delivery thing - correction : delivery in summer. Ihate those lads who bought things, and make me deliver itinstead of taking it himself(even in rainy season!) In winter Imade a way to delivery, which proves how I hate delivery. You must run faster than the wind(as mom says), must have astrength of typoon or must have know-how in lifting things, andmust be wiser than the legendary Ezekiel, who is said to knowmore than 100 books by heart. Of course, as a natural-bornclerk, I am better than any clerks in this town, in those three. Anyway I have to finish this - mom tends to tie too much herbin a pack. I am a merchant of Riejoo. Ah, this town is not Riejoo - this is the 'Havyjanak of theRaindeer', a not-so-big town on the skirt of 'White Mountains'. But I am proud to say these words which all merchants alwayswant to day. I am a merchant of Riejoo. Of Course I've never been Riejoo. But my mom, at least, livedin there. Also my mom wasn't a merchant when she lived in Riejoo- she moved out when she was 5 years old. Then what make me sayI am a merchant of Riejoo? My grandparents were! The word 'Riejoo' has sense of longing for us merchants. Ifyou say "Hey, owner of this tiny store, even in this remotetown, cannot be called merchants!", I should shut up, but when Igrow up I'd be a merchant. No! Not the store-owner! What I meantis a big merchant, who crosses the continent and has severalsack of gold coins. And now, I am Pabian, the great clerk of 'the BigBuck generalstore'…… "Pabian, you bastard, come to me at once!" Oops…… let's run at first, as I've finished lessening thepacks. I gathered herbs, put them into my secret place(under thefloor of warehouse), put a stone over it, and ran toward outsidethe warehouse. What I know by experience of 18 years is that I should bethere at once when mom calls me. Though she looks ajust-married-woman(lady is a little flatting), she had a greatdeal of change in character, enough to control a normalstorekeepers(I don't know it's true - maybe she has thatcharacter by nature. Do not ask me. What I said is based uponwhat my mom said). But, If a newcomer misjudge mom by her tenderbody and yet pretty faces, and think about cheating her, I wouldgrieve for him before it happens. And no wonder she became more tough in those several years. You would know it seeing the name of my store 'the BigBuckgeneral store'. Usually in this small town, stores does not havenames. Just 'General Store' is enough. But it was inevitable toname it. Why? We have opponents! The opponents who has a wicky name - 'The Buck general Store'. When you hear the name, you'd think that we are chasers andthe Buck Store is foreseeners, but that's a bullshit. Why my mom and I became to name it was the fxxxing Buck Storefirmed 3 years ago. Of course we were later to make the sign, aswe never needed names before. It was quite expensive to make sign. Mr. Nasrett, thecarpenter, said it's his first time to make things like this. Asour store needed three more letters 'Big', he said it requiredmore woods, and more money. I can see my mom is talented times when she cheated somefoolish adventurers, but my mom's talents are more clear whenshe deals with Mr. Cumentz, at the Buck Store. (Of courst Mr. Cumentz never thinks us as opponents) And I respect mom in thisview. Mom was waiting for me in front of the door. And down-townwhere I am going - as she held snowshoes in her hand. A longskirt and uptwisted hair, wow, even the mistress of the lordwon't look that good. Only viewed at the back. Mom looked at me. End of her skirt was soiled by dirts fromsnow-melting lands, and her cheeks were red by the cold winds,and what the heck did she dropped on her apron? Anyway she told to me : "Delivery." ……with that seems-nothing-word, she'd make me a cart ofthings… but not today. "Deliver this book to his highness's castle." "To whom?" It was automatic. "To whom? Hey, then you are going to his highness himself,huh?" Well that makes sense. "……Deliver to the doorkeeper, I know it." I took the snowshoes and book from mom. Just one book, andwalk to the castle? No way - I am Pabian, the speed-maniac of Havijanaucke. Small load like this do not occur often - let's do it. I got a string and tied the snowshoes and book, and carried iton my shoulder. Mom realized what I have in my mind at once. "You riding it again? No way, It's dangerous." "I never slip down, you know." "But, Pabian, you'd break your leg, as the snows are hard likeice. It could be your neck, and it's the end." "What, get a stick prepare for a break?" Even her tough character, she couldn't make me stop, till whenI was 7 years old. I opened the door and came in. People become more wiser than their ancestors, that's sure - Iam the final version, who overcome my mom's character - or itshould be called family specialities. As generations go down, people should be wiser, world shouldbe better. If there is one thing that the world has gone worsethan 200 years before, when the mage 'Ezekiel' - who is alsocalled 'The Obstructer of the Infinity' - sealed every monsterhe met , is there are no any trembling things like the fairytale. I found the 'thing', rubbed it, and took it. It's showtime. +=+=+=+=+=+=+=+=+=+=+=+=+=+=+=+=+=+=+=+=+=+=+=+=+=+=+=+=+=+=+=I always had interest in outsiders. The most outsiders in every RPG world, but essential people! That's the storekeeper! It makes me sensitive, to make unlucky extra to the hero, whoalways helped the hero without any complaint. (Oh god…… I did it!)Luthien, La Noir. +=+=+=+=+=+=+=+=+=+=+=+=+=+=+=+=+=+=+=+=+=+=+=+=+=+=+=+=+=+=+=재미있으셨어요? 저는 무지무지, 말로 다할 수 없을 정도로 재미있었습니다. 전 영어를 잘 못하지만, 제가 쓴 글이 영어가 되어 있는것을 보니 굉장히 신기했어요. (특히, 맨 끝의 잡담까지...^^;;)보내주신 독자분,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 그리고 아이디 밝혀도 좋다고 생각하시면 언제든지 연락 주세요-Luthien, La Noir. 출력이 끝났습니다. [Enter]를 누르십시오. ━━━━━━━━━━━━━━━━━━━━━━━━━━━━━━━━━━━제 목 :◁세월의돌▷ 6-1. 푸른 굴조개 (18)게 시 자 :azit(김이철) 게시번호 :1007게 시 일 :99/08/13 03:41:40 수 정 일 :크 기 :8.1K 조회횟수 :87 『게시판-SF & FANTASY (go SF)』 43892번제 목:◁세월의돌▷ 6-1. 푸른 굴조개 (18)올린이:모래의책(전민희 ) 99/08/12 21:06 읽음:515 관련자료 없음----------------------------------------------------------------------------- +=+=+=+=+=+=+=+=+=+=+=+=+=+=+=+=세월의 돌(Stone of Days)=+=+=+=+=+=+=+=+=+=+=+=+=+=+=+=+ 6장. 제5월 '키티아(Kitia)'1. 푸른 굴조개 (18) "근본 모르는 이방인이라는 이야기는 하지 마라. 마르텔리조 사람은 마르텔리조 출신 외에는 모두 근본을 모른다고 하지 않나? 네놈이뭐라고 해도 나는 간다. 그리고 그것은 옳은 일이다." 아티유 선장의 그을린 얼굴에 긴장과 더불어 약간은 슬픈 듯한 표정이 감돌았다. 원치 않는 괴로운 이야기지만 결국은 해야 한다는 것을 아는, 그래서 더욱 이 모든 상황에 연민을 느끼고 있는 사람의 얼굴이 바로 그랬다. 그리고, 아마도 오래된 친구 사이일 두 사람이 서로의 상처를 새로이 헤집고 찢는 일까지도. 페스버스는 말했다. "…… '그리폰의 날개'호 사건 이래로 용기가 없어진 건가? 그건자네 잘못이 아니야. 선원과 승객을 먼저 생각한 자네 행동은 옳았어. 그런 자네더러 겁쟁이라니, 그렇다면 배가 침몰했어야 옳았다는건가? 거기 레이번, 멜립, 너희들도 마찬가지야. 선주라는 놈은 아무것도 모르는 주제에 쓸데없는 명성에만 집착해……." 그의 말을 아티유 선장이 가로막았다. "그래, 그런 선주가 있는 곳이 마르텔리조야. 더 말하지 마라. 이미 그 때의 모욕은 잊은 지 오래, 이제 현재를 보고 결정해야 할 때다. 너야말로 쓸데없는 향수에 집착해서 인생을 결정하려 하지 마라." '그리폰의 날개'호 사건이란, 아마도 카메이노가 항구에서 말했던것과 같은 사건인 듯했다. 아티유 선장이 데려온 선원들도 아마 그사건과 연루된 사람들일 것이다. 침몰을 예상해서 승객과 선원들을대피시켰는데, 배는 침몰하지 않았다라…… 뱃사람들 사이에서는 불명예가 되는 것일까? 페스버스는 잠시 잠자코 있었다. 그가 다시 손을 움직여 술을 따르는 순간, 아티유 선장의 조용한 말소리가 울렸다. "마르텔리조는 망한다." 페스버스는 동작을 멈췄다. 두 사람 사이에 끼여들지 않고 있던 뱃사람들도 '망한다'라는 말의 단정적 어조에 놀라 서로 얼굴을 쳐다보았다. 나조차도 갑자기 아티유 선장이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짐작할수가 없었다. 잠시 고개를 숙이고 있던 페스버스는 갑자기 술잔을 쥔 손으로 힘껏 테이블을 내리쳤다. 술잔 속의 술이 사방으로 튀었다. 얼굴에 묻은 술을 닦을 생각도 하지 않고 그는 목구멍에서 끓어오르는 것 같은외침을 내질렀다. "바로, 네놈 같은 놈들 때문에 망하는 거야!" 아티유 선장은 동요하지 않았다. 페스버스의 흩어진 은발에 갈색액체들이 맺혀 떨어졌다. 눈가에 맺힌 것은 술이 아니다. 도대체 이들은 무엇을 놓고 대립하는 거지? 아티유 선장이 입을 열었다. 말을 하면서 그는 이를 악물고 있다. 무엇이 그토록 하기 힘든 말이기에? "마르텔리조는 활기찬 항구 같지만 실제로는 잠든 채 죽어 가는 도시다. 도시는 독과점 상인들이 지배하고, 뱃사람들은 가난을 체험하면서 잔돈푼에 민감해지며, 버려진 아이들은 길거리를 제 집인 줄 알고 잠든다. 내 말이 틀린가? '넓은 바다'에 가장 가깝다는 좋은 위치에 있었고 그 때문에 백여 년을 발전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르텔리조는 이미 퇴락해가는 항구다. 조만간 이스나미르 해군이 오소블섬까지 '넓은 바다'의 구역권을 가동시키고 하르마탄 섬 주위의 바다를 무력으로 점거하기 시작하면, 장담하건대 마르텔리조는 몇 년 안에 처음의 작은 항구 마을로 되돌아갈 것이다. 예전의 영광은 어디로갔나? 다시 말하지만 나는 행동하는 사람을 따라간다. 나는 힘없는뱃사람이고 도시 전체를 뜯어고칠 능력도…… 의지도 없다. 페스버스, 자네가 남고 싶다면 자네와 나의 고향이 다시 영광을 되찾을 수있도록 힘써 주기를 바란다. 그러나, 나는 그것이 되지 않으리라는것을 너무도 잘 알아." 페스버스는 부르짖듯 말했다. 그는 주먹을 꽉 쥐고 있었다. "도망치나? 도망치는 건가, 아티유? 뱃사람들의 도시를 뱃사람이살리지 않으면 누가 살리나! 자네는 그렇게 가버리나? 어디로? 이 세상 어디를 가더라도 자네가 발뻗고 잘 곳은 여기밖에 없다는 것을 정말 모르나!" 페스버스의 손에서 술잔이 팍, 소리를 내며 부스러졌다. 그의 손아귀에서 핏물이 흘러내렸다. 아티유 선장의 눈가가 잠깐 동안 미세하게 떨렸다. 그는 페스버스를 향해 말했다. "같이 가세, 페스버스. 같이 가세." "좋다." 나는 깜짝 놀랐다. 바로 내 옆에서 말소리가 들렸던 것이다. "두 사람의 이야기는 잘 들었다. 요즘 세상에는 온갖 문제가 많군." 엘다렌은 의자에서 뛰어내리더니 - 다리가 바닥에 닿지 않으니 뛰어내렸달 밖에 - 아티유 선장 옆에 섰다. 내가 저 상황에서 사람들의주목을 받으며 무슨 말을 하려는 거라면 최소한 의자 위에라도 올라섰을 것 같지만 엘다렌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키 작은 자기 종족에대해 드높은 자부심을 지닌 그가 그렇게 할 리가 없다. 엘다렌은 아티유 선장과 페스버스, 그리고 다른 사람 모두의 시선을 받으며 입을 열었다. "너희 도시의 운영이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지 알겠군. 세르무즈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힌다는 전통 있는 조선 가문의 기술자가 돈뿐인 상인의 고리대에 매여 이리저리 휘둘린다는 것 아닌가? 아마도 놈들은 깡패 비슷한 사병 조직을 거느리고 있겠지. 이 도시가 이렇듯질서 없이 마구 팽창해서 건물이고 길이고 모조리 엉망진창인 것도,망가진 포석을 고치는 사람 없이 몇 년씩 방치하는 것도 다 알겠다. 아티유 선장." 엘다렌이 부르자 그는 즉시 대답했다. "예, 선주님." "이스나미르에서 넓은 바다에 구역권을 행사할 계획이라는 것은 확인된 사실인가?" 아티유 선장 대신 대답한 것은 다른 사람들이었다. "그럴 리가! 강도 같은 엘라비다 놈들이 그런 짓을 한다면 우리가가만히 있을 것 같아?" "세르무즈 뱃사람들은 모조리 굶으라는 소리 아닌가!" "오소블 섬까지면, 넓은 바다 거의 전부가 아냐? 연안 물고기만 잡아먹고 살라는 건가." 떨리는 목소리로 이렇게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놈들이 갖은 방법을 다 동원해서 오소블 섬을 차지하려 할 때부터알아보았어야 했는데……. 오소블에서 하르마탄 사이의 황금 수역을빼고 나면 넓은 바다가 다 무슨 소용이야? 이제 세르무즈엔 큰 배는필요없고 보트 몇 개면 되겠군. 그 말이 진짜라면 도시가 마을로 되돌아간다는 것도 헛소리가 아니겠어." "엘라비다 놈들, 잔인하기 이를 데 없는 놈들이 아닌가! 어떻게 그런 계획이 머릿속에서 나올 수가 있어!" 나는 평상시 동네 사람들이 마브릴 족에게 쓰던 '잔인하다'라는 말이 엘라비다 족에게 쓰이는 것을 들으며 생각해 보았다. 대강 사정은알겠다. 넓은 바다에서 뱃사람들이 나갈 수 있는 구역의 한가운데 있다시피 한 오소블 섬은 이스나미르보다 세르무즈에 가까운 섬인데,무슨 사정에서인지 우리 나라 땅이다. 거기를 기준으로 해서 해상에구역권을 발동시킨다면, 세르무즈는 마브릴 족의 또다른 나라인 로존디아처럼 완전히 대륙 안에 갇히는 꼴이나 다름없다. 그렇다면, 정말그렇다면, 이건…… 잔인한 계획임에 틀림없는데. 나는 머릿속이 혼란해져서 사람들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확인된 건가." 엘다렌이 아티유 선장에게 재차 묻는다. 아티유 선장은 잠깐 망설이고 있더니 입을 열었다. "제가 이스나미르 관리가 아닌 이상 정확하게는 어떻게 알겠습니까. 다만, 믿을 만한 곳에서 새어나온 소리니 조만간 그렇게 될 것은확실하리라 생각합니다. 게다가……." 아티유 선장은 잠깐 말을 끊었다가 다시 말했다. "그 계획은 그들 입장에서는 대단히 매력적인, 쓸만한 계획이니까요. 국익만을 우선에 둔다고 했을 때, 솔직히, 제가 이스나미르 국왕이라 해도…… 그렇게 하리라는 생각입니다." +=+=+=+=+=+=+=+=+=+=+=+=+=+=+=+=+=+=+=+=+=+=+=+=+=+=+=+=+=+=+=finesky 님, 저는 그림 재주가 없네요. 주아니를 그리는 것은 그야말로 제겐 '무리'입니다. ^^;하이텔의 folsety 님, 보내드린 선물이 잘 도착했다니 기뻐요. (혹시 도착하신 분들은 제게 메모라도 남겨주시길...^^)추천해주신 분들, 감사드립니다. (모래의춤 님, 저와 아이디가 비슷하시군요. 처음 만들땐 몰랐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보니 모래..로 시작하는 아이디들을 종종 보게되는 것 같아요. ^^;)그런데 유리카가 켈리를 닮았나요? 개인적으로는 전혀 그렇지 않은것 같은데.... 참고로 제가 용의 신전을 읽은 건 이미 연재도 시작하고 유리카도 등장한 뒤였다고 생각되네요. ^^어떤 분이 지금까지 본 판타지 중 세월의 돌이 제일 좋다!고 말씀하시면 그 때부터 더 긴장해서 글을 쓰게 됩니다. 좋다고 생각한 글이 실망시킬 땐 참 슬프니까요... ^^;Luthien, La Noir. 출력이 끝났습니다. [Enter]를 누르십시오. ━━━━━━━━━━━━━━━━━━━━━━━━━━━━━━━━━━━제 목 :◁세월의돌▷ 6-1. 푸른 굴조개 (19)게 시 자 :azit(김이철) 게시번호 :1008게 시 일 :99/08/13 03:42:07 수 정 일 :크 기 :7.5K 조회횟수 :86 『게시판-SF & FANTASY (go SF)』 43893번제 목:◁세월의돌▷ 6-1. 푸른 굴조개 (19)올린이:모래의책(전민희 ) 99/08/12 21:06 읽음:487 관련자료 없음----------------------------------------------------------------------------- +=+=+=+=+=+=+=+=+=+=+=+=+=+=+=+=세월의 돌(Stone of Days)=+=+=+=+=+=+=+=+=+=+=+=+=+=+=+=+ 6장. 제5월 '키티아(Kitia)'1. 푸른 굴조개 (19) 일대 소란이 일어났다. 의자에서 벌떡 몸을 일으킨 사람도 있었고,뭔가 욕을 퍼붓기 위해 아티유 선장에게 손가락질을 하는 사람도 있었다. 한참이나 조용히 하고 있던 그들은 이제 저들끼리 떠들기 시작했고, 흥분된 이야기들과 갖가지 욕설이 오갔다. 오히려 페스버스는 잠잠했다. 그는 뭔가 생각하는 사람처럼 피가말라붙은 손바닥 사이에 얼굴을 묻고 있었다. "믿을 수 없어! 거짓말이겠지. 그런 소리 함부로 지껄이고 다녔다가는 당장 도시 치안대에 넘겨버리는 수가 있어!" "당장 증명해 봐! 아니면 시장님께 끌고 갈 테다!" "어디서 돈을 먹고 그따위 헛소문을 퍼뜨리고 다니는 거야? 아티유, 자네 그런 사람 아니었잖아?" "참을 수가 없군. 이스나미르 앞잡이라도 되나?" 분위기가 걷잡을 수 없이 험악해지려는 순간이었다. "그건 제가 보증할 수 있습니다." 귓가에서 단정한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눈을 깜빡이며 옆을 돌아보았다. 나르디가 일어서 있다. 무슨 말을 하려는 거지? 주위의 시선이 모두 나르디에게로 쏠렸다. 눈을 잠깐 감았다가 뜬그는 이상하게도 사람들의 시선을 피하려는 것처럼 보였다. 이윽고나르디는 한 마디씩 또박또박, 그러나 이상하게도 내키지 않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이스나미르 해군이 조만간 해상 구역권을 발동시킬 거라는 이야기는 정말입니다. 오소블 섬에 군대를 주둔시키고, 넓은 바다에서의 어업을 통제할 것입니다. 아시다시피, 해군력에 있어서는 세르무즈가이스나미르를 절대 당할 수 없죠. 그렇게 되면, 끝장입니다." "너는 어떻게 그걸 알지?" 그제야 고개를 든 페스버스가 날카롭게 질문했다. 나르디는 고개를저었다. 눈을 똑바로 뜨고 입술을 작게 오므린 그의 얼굴은 지금까지내가 그를 본 이래 가장 오만하게 변해 있었다. 저런 표정도 그가 지을 수 있었던가? "그건 말할 수 없습니다. 지금 내 말을 안 믿는대도 상관없어요. 어차피, 그렇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되고 나면 내 말을 믿겠죠." 나르디는 반짝거리는 눈을 한 번 굴렸다. "어찌되든 저와는 상관없다, 그 말씀입니다." 사람들은 나르디의 자신만만하면서도 냉정한 태도에 당황한 듯했다. 사실 나도 당황했다. 나르디 녀석한테 언제 저런 면이 있었지? "같은 마브릴 족으로서 어떻게 저런 말이……." 누군가가 말을 꺼내려는 참인데, 엘다렌의 커다란 목소리가 그것을삼켜 버렸다. "좋다. 믿을만하다는 말이군. 그럼, 다른 식으로 도시를 번영시킬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나?" "그건……." 아티유 선장이 머뭇거리고 있는 사이에, 의외로 다시 입을 연 것은나르디였다. 그의 입에서는 마치 그런 것쯤 아무 것도 아니라는 듯이몇 가지나 되는 것들이 줄줄 흘러나왔다. "조선업, 중개 무역항, 특산물 요리, 수산물 집결 시장, 양식, 관광지, 수송 중심지, 항로 안내, 해군 주둔항. 생각해 내려고만 한다면 셀 수도 없죠." 사람들의 얼굴을 둘러보니 다들 그런 생각은 해본 일도 없는 듯했다. 눈만 둥그렇게 뜨고 있을 뿐이고, 일부 사람들은 당황스럽게 고개를 젓고 있었다. 엘다렌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다시 말했다. "그렇다면, 무엇 때문에 하지 못하고 있는 건가." 저마다 수군거리는 가운데 몇몇 잘 들리는 목소리들이 있다. 그들은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일이란 게 그렇게 생각 같이만 된다면 좋지. 내가 시장님이라도된다면 모를까, 무슨 수로……." "돈 많은 귀족이나 상인이라고 해도 저게 어디 한두 해 갖고 해낼수 있는 일인가?" "그것도 몇 명이 떠들어 봤자야. 돈이 있어야지, 돈이." 맨 마지막 사람이 가장 쓸만한 고찰을 했다. 무슨 일을 하든 돈이있어야 일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한 가지더 있었다. 나는 벌떡 일어섰다. 그리고 말했다. "가장 중요한 건, 하려는 의지죠." 내 쪽으로 향한 시선들에서 뭔가 다른 말들이 나오기 전에 나는 서둘러 말을 이었다. "돈이 있은들 뭐합니까? 사람이 많고, 말이 많으면 뭐하냐고요. 할생각이 있어야 돕는 사람도 생기는 법이죠. 할 생각들이 있는지 스스로 생각하고, 그 다음에 무엇을 할지 빨리 결정하고, 그런 다음에 해낼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 내는 겁니다." 나는 고개를 아티유 선장에게 돌렸다. "선장님, 저 중에 어떤 일을 하는 게 가장 낫습니까? 뭐가 가장 가능성이 있을까요?" 아티유 선장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는 듯이 단숨에 대답했다. "당연히 배 건조요. 마르텔리조는 에라르드 집안을 비롯해서 과거부터 배 만드는 기술이 세르무즈에서 몇 손가락 안에 꼽히는 도시니까." 옆에서 다른 목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배를 제대로 많이 만들어야 이스나미르 해군을 제압할 힘도 생기고요. 안 그렇습니까?" 나르디의 목소리였다. 이 즈음 나르디는 평소와는 많이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방금한 말에도 내용과 무관하게 약간은 비아냥대는 듯한 어조가 섞여 있다. 나르디는 의자에 기대앉은 채 그렇게 말하더니 나를 흘끗 쳐다보았다가 고개를 돌렸다. 일단 하던 이야기부터 마저 끝내야겠다. "그럼 잘 됐네요. 벌써 수주 물량도 열…… 큼, 흠흠, 그러니까 어쨌든 간 배 쪽에 투자하는 편이 좋겠단 거죠? 다들 그렇게 생각하시고 할 의지도 있으신 겁니까?" 나는 하마터면 에라르드에게 맡긴 열 여섯 척의 배 건조 이야기를할 뻔했다가 간신히 참아 넘겼다. 사람들은 여전히 미심쩍은 표정,그리고 시큰둥한 표정을 지었다. 맨 마지막에 말했던 사람이 아까 했던 말을 그대로 되풀이했다. "돈이 있어야 뭐가 되지, 돈이." "돈이 있으면 뭔가 되는가?" 엘다렌의 묵직한 목소리, 그리고 곧이어 들리는 자그락대는 소리. 곧, 탁자 위에 뭔가가 놓여졌다. +=+=+=+=+=+=+=+=+=+=+=+=+=+=+=+=+=+=+=+=+=+=+=+=+=+=+=+=+=+=+=프레야 님이 보내주신 장문의 질문에 대한 답변 드립니다. 1. 소설의 진행.... 제 생각으로는 1/3은 넘었다고 보고요, 반은... 약간 안 되지 않을까 싶네요. 2. 글 배경 등을 세세하게 사진을 보여주듯 쓰는 이유는, 환타지를읽으면서 그 배경에 몰입할 수 있을 때 받는 즐거움은 정말 대단한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숲이 나오면 숲대로, 산이 나오면 산대로, 최대한 정확하게 상상을 한 뒤에 글을 씁니다. 산이 한 번 나왔는데 또 나오면, 앞의 산과 뒤의 산이 갖는 인상을 다르게 하려고노력합니다. 세계가 나름대로의 완결성과 특징을 가지고 살아 있는것은 제가 열심히 추구하는 것들 가운데 하나입니다. 3. 스토리 진행이 느리다라.... 아마도 사건에 비해 날짜가 빨리안 가기 때문이겠죠? 저도 정확한 날짜와 이동 시간 계산하는 것이힘들어 죽을 지경입니다. --; 그렇지만 달별로 장이 진행되니만큼,스토리상에서 사라진 날짜는 그 동안 뭘 했다는 것이 확실히 드러나야겠죠. 4. 저와 닮은 캐릭터요? 음... 주인공급 캐릭터들은 다 조금씩 저와 닮은 부분들이 있습니다(엘다렌조차도..). 물론, 다른 부분이 더많습니다. ^^;주인공급 가운데, 저와 가장 안 닮은 것은 아마 주아니 같군요. 5. 특별히 아끼는 캐릭터는 없습니다. 저는 글 자체를 아끼고 사랑하지, 캐릭터가 글보다 앞서기를 결코 바라지 않습니다. 모든 캐릭터들이 나름대로 생동감있고 매력있는 존재들이길 바랍니다. 6. 제목을 놓고 처음에 얼마나 오랫동안 고민했었다고요.. 그렇지만 지금은 다 잊어버리고 생각나는 게 없네요. 아마 처음엔 '사계절의 목걸이'라고 하려고 했을 거예요. '사계절의 돌'도 생각했었고. 7. '세월의돌'이 독자들에게 사랑받는 이유는.... 저야 모르죠. ^^; 모든 독자분들이 다 조금씩 다르지 않을까요? (그런데, 정말 예고 없이 2~3일 안올라오면 sf란에 난리가 날까요? --;)8. 대답하기 조금 애매한 질문이군요. 나중에 말씀드릴게요. Luthien, La Noir. 출력이 끝났습니다. [Enter]를 누르십시오. ━━━━━━━━━━━━━━━━━━━━━━━━━━━━━━━━━━━제 목 :◁세월의돌▷ 영어로 번역된 2-1-6 입... 게 시 자 :azit(김이철) 게시번호 :1009게 시 일 :99/08/13 03:42:32 수 정 일 :크 기 :8.8K 조회횟수 :35 『게시판-SF & FANTASY (go SF)』 43894번제 목:◁세월의돌▷ 영어로 번역된 2-1-6입니다올린이:모래의책(전민희 ) 99/08/12 21:07 읽음:347 관련자료 없음-----------------------------------------------------------------------------* 영문판 두 번째입니다! 역시 그 독자분께서 보내주셨습니다. 수고에 감사드립니다. ^^* 이번 부분은 2장 1편 6화입니다. 2-1. 은빛 머리카락의 유리카 6화, 파비안과 유리카가 처음 만나는 대목이지요. 아마 명장면 투표에서도 표를 좀 받았던 부분 같은데... * 역시, 고유명사 수정만 있었습니다. 이것 참, 재미있는걸요? ^^* 영문판 보내주시는 독자분께서는 이름을 밝히지 말아달라고 하시는군요. 그냥 세월의 돌의 애독자 정도로만.... 해달라십니다. ^^;* 그럼, 다시 즐겨보세요! +=+=+=+=+=+=+=+=+=+=+=+=+=+=+=+=세월의 돌(Stone of Days)=+=+=+=+=+=+=+=+=+=+=+=+=+=+=+=+ Chapter 2. The 1st Month 'Troubard'1. Yurika, a girl with silver hair (6) I didn't know her. "Do I know her?" What the hell I am saying? As my words were not to her but tothe other man(who is not here), no wonder she looked compound. "You say that I should not dialogue with you 'cause I don'tknow you?" "What I am saying indirectly is 'Why do you talk so rude towhom you met first?'" "Talk about being rude, you are being rude, too, huh?" "I just wanted to tell you indirectly that you get what youpay for." Dialogue like this I've seldom had, since my mom died. The girl, made me think about past days, seemed do not careabout that - she frowned a little. What a clear-cut, like it's drawn by eye pencil, eyebrow. "Dialogue like this I've seldom had…" Huh, she thought the same with me? The suddenly appeared girl walked toward me, sat on the chestwhere I was sitting, took an apple and started to bite it,without asking me. And I just stand gapingly. "It's nice, it's been a long time since I tasted apple lasttime." "It's been 10 minutes for me." "So, what?" "Well, as you wish." Hey, Pabian, are you crazy? "Thanks." She looked at me and smiled neatly. Her white teeth, contrastof the red apple, seemed shining. Her small face is pretty and clear, The silver hair shiningunder the sun of afternoon like illusion is the color of winter,Her green eyes carved like the green stone of the elves shineslike summer. What a unexpected catch of the day. ……Hey, Pabi, When did you started to write a poem? "May I take another?" "Sure. Go ahead." I remember she didn't ask last time. She took another apple, too big to take it by one hand, andbit it. Shreek(사각!)-The sound of biting an aromatic apple. She looks so real, but why I doubt her if she is illusion? Today, girls are told who is her husband, but boys not, huh. …… Hey, Pabi, you, looking an apple-eating girl gapingly,yourself doesn't seem to be real. "Ah, delicious, delicious, everything alive is delicious." As I heard her murmuring, I asked her casually. "… What a kitschy. Alive apple?" "'Course, don't you hear this apple begging to me?" "Ah……" Is she a little crazy? I gotta ask once more. "So, what the apple is saying?" "It, says 'I am too young and pretty to die!'" She already ate half of apple. (Then, 'The apple's saying'should be 'The Half-apple's saying'?)I guess she is not normal. I started to shrink. And as I became to think like that, thisgirl looks more queer. Her dressings, first. She wore a one-piece, dark unlike her silver hair. It hashood, instead of the sleeves, and fastens the front from theneck, so it has a slit like cape. And I guess she didn't wantedto show, as she wore sky-blue colored trousers, and wore short,black enamel boot. What a clear and impressive contrast. She wore a black, long-sleeve shirt inside the one-piece, andthe belt was peculiar thing - asilver-decoration-linked-continuously-belt. She wore two silverslavebangles on each wrist, and wore a silver earing. With that look, what the heck does she do? "Thanks for the apple. I guess it was more delicious 'cause itwas begging for life." I turned my finger beside my head. "You, insane?" "Ahh, what a out of date boy. Anyway I am always havedifficult in getting something started." "W, what the hell do you talking about?" "I am Yuri, Yurika." … A totally hashed dialogue. I decided to ask once more as I doubt my ears. "What?" "Ah, my name is Yurika. Yurika Aubergne, but you can call meYuri." Oh… the name is good…Oops, disgressed. "That's OK, but what difficult do you have when gettingstarted?" "Too many knowings cause unhappiness. And you are Pab…… no,what's your name?" Do I have to doubt my ears once again? I guess I heard she wasgoing to tell my name as she knows it. Well, If you can mistake once, you can twice. "Pabian." "And the first name is?" "… Kristzanen." I decided to use my mother's first name until I accomplish themission my father let me to do and go to Nime-Narcignac. "응, 그렇구나. 만나서 반가워." "Ah, Pabian Kristzanen. Nice to meet you." The girl 'Yurica' got up and shook my hands, still held theapple(the last one) in her left hand. As we shook hands, thesilver rings in her wrist rippled. It was very clear sound, assilver's rippling, I guess. "Anyway, may I help you?" "Ah, I'm going to buy something." "The unsold is not much." "Well, let me see." Though she showed charity at first, I realized that thecharity is not associated with her being hard to please(Idecided to think that she tried to show charity). Yurikawandered the yard of the Sindevolph's Store and took a look atthe unsold things. There were reasons why they were unsold, sothey couldn't please her. She returned to me bare hands and shrugged her shoulder. "I've heard you sell cheap, but nothing's in use to me." "You should come early. There was so many good things, butsold out. Early birds catch the worm." "I guess there wasn't something to buy whether I came early." "And the reason is?" "Take one look and I know it's closing-the-store sale." You got it, huh? It is not a thing to hide, so I tell it to her frankly. "Right. And today is the end of the sale, and tomorrow I amclosing." "Why?" "I will move." "To Where?" "Inside of the world." Hey, Pabi, by saying like that, you become a hero orsomething, huh? She pouted a little and she made a face telling 'Don't be aclever dick' directly. H, Hey, do not make that direct face - Iam embarrassed. "OK, I am gonna move like you. Bye." Yurika held the last apple in her hand(she didn't ask me) andglanced to say goodbye. And then I realized that her motions arevery swift and fast. She went to the inside of the village anddisappeared before I could say something. With that look she'd call so many interest. I don't know thelook is current in cities, but towns like this, girl's look arenot-so-peculiar. And she is pretty enough to get interest, too. Is she a traveler? Hey…… Pabi, mind your own business, shall we? +=+=+=+=+=+=+=+=+=+=+=+=+=+=+=+=+=+=+=+=+=+=+=+=+=+=+=+=+=+=+=Thank you very much the commended two... I'll try to tighten the flowing of story. And as you are concerned about the future of hero, I will besure to carry it. ^^ (To whom?)Sometimes I view the article I uploaded first time(that is,1-1-1), and when I see upwarded markings, I am happy to think'new readers'. ^^;Luthien, La Noir. +=+=+=+=+=+=+=+=+=+=+=+=+=+=+=+=+=+=+=+=+=+=+=+=+=+=+=+=+=+=+=어제 첫 번째 영문판이 올라가고 나서 재미있는 반응이 많았었지요. 그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영어가 더 낫다' 였습니다. (흑흑...)어쨌든 재미있게 읽어주시니 다행이에요. 저도 즐거워요. 참, 파비안을 '파비(Pabi)'로 줄여주셨는데, 편지 보내 주시는 독자분들 가운데서도 이미 이렇게 불러주시는 분들이 꽤 된답니다. ^^Luthien, La Noir. 출력이 끝났습니다. [Enter]를 누르십시오. ━━━━━━━━━━━━━━━━━━━━━━━━━━━━━━━━━━━제 목 :◁세월의돌▷ 6-1. 푸른 굴조개 (20)게 시 자 :azit(김이철) 게시번호 :1017게 시 일 :99/08/14 02:04:47 수 정 일 :크 기 :6.1K 조회횟수 :98 『게시판-SF & FANTASY (go SF)』 44177번제 목:◁세월의돌▷ 6-1. 푸른 굴조개 (20)올린이:모래의책(전민희 ) 99/08/13 21:23 읽음:575 관련자료 없음----------------------------------------------------------------------------- +=+=+=+=+=+=+=+=+=+=+=+=+=+=+=+=세월의 돌(Stone of Days)=+=+=+=+=+=+=+=+=+=+=+=+=+=+=+=+ 6장. 제5월 '키티아(Kitia)'1. 푸른 굴조개 (20) "이, 이게……." "저, 말로만 듣던 그건가?" 사람들은 엘다렌이 보석을 내보인 이야기에 대해 어디선가 전해 들은 모양이다. 엘다렌의 목소리가 이어 들렸다. "오면서 잠시 감정가를 알아보니, 약 80만은 받을 수 있다더군. 솜씨 있는 자라면 더 받을 수도 있겠지." 탁자 위에서는 꼭 내 주먹 반만한 진청빛 사파이어가 바다 속에 가라앉았다가 방금 떠오른 듯한 깊고 푸른빛을 발했다. 다들 턱이 빠져라 입을 벌리고 있는 가운데, 나는 보석을 한 번 만져보고 싶어서 좀이 쑤셨으나 분위기를 생각해서 꾹 눌러 참았다. 엘다렌은 잠시 사이를 두었다가 다시 말했다. "우리는 그저 여행자일 뿐, 너희들의 영주도 시장도 아니다. 이 정도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충분하겠지. 그 다음에 의지를 갖고 뭔가 해내던가 하는 것은 너희들의 몫이지 않겠나. 그러고 나서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면 책임질 사람도 역시 너희들이고." 엘다렌은 오늘 그 치고는 참 말을 많이 했다. 이유를 한 번 생각해봤는데 아마도 그는 전직(?) 왕이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이렇듯국민들의 탄원을 해결해 주는 식의 일 진행에서 그는 과거의 기억을떠올리고 있는 지도 모르겠다. 엘다렌은 마지막으로 페스버스를 보았다. "너에게 보석의 처분과 관련된 일을 일임한다. 에라르드에게도 내일 보석으로 지불할 예정이니 그와 함께 일을 처리하는 것도 괜찮겠지. 그리고." 그는 갑자기 이니에를 쳐다보았다. "여관의 프로첸과 상의하는 것도 좋겠지." 갑자기 지적 당한 이니에는 처음엔 약간 당황하는 듯했으나 금방싱긋 미소지으며 가까이 다가와 대담하게 보석을 집어들었다. 그녀는가볍게 탄성을 지르며 말했다. "이렇게 멋진 물건을 보는 것은 난생 처음이군요. 어때요, 나중에논쟁을 막기 위해서 책임질 사람을 좀더 뽑는 것은?" 이니에는 마지막 말을 그녀의 손님들을 향해 하고 있었다. 순식간에 의견들이 오가고, 몇 사람이 추천되었으며, 질문과 대답이 있었다. 더 이상 우리가 끼여들 필요가 없을 정도로, 그들은 갑자기 보석이 나타난 이래 열의에 차 있었다. 눈에 보이는 확실한 보장이란 저토록 대단한 힘을 발휘하는 건가? 오래간만에 유리카가 입을 열었다. "엘다, 저들에게 술이나 한 잔씩 돌리는 게 어때?" 저건, 내가 맨 처음에 했던 생각이었잖아. 엘다렌이 고개를 끄덕이자, 일의 대행은 내가 맡아 처리했다. 나는이니에에게 다가가 가장 괜찮은 걸로 술 한 잔씩 돌려 달라고 말했고, 사람들은 우레와 같은 환영 소리로 그 제의에 답했다. "선원을 구하려면 지금 아니겠어요?" 나는 우리 테이블에 가져올 흑맥주잔 네 개(이니에의 집에서 가장좋은 맥주이자 뱃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맥주가 이 마르텔리조 특산흑맥주였다)를 오른손에 몰아 쥐고, 한 개를 더 받아 아티유 선장에게 건네며 말했다. 예전에 설산의 불빛 여관에서 해봐서 이 정도는일도 아니지. 급사들이 우리 배에 탈 선원들에게 이미 술을 돌리고있었고, 아티유 선장은 술잔을 받아들더니 엘다렌에게 고개를 숙여보이며 말했다. "선주님 같은 분 밑에서 일할 수 있게 되어 정말 영광스럽습니다." "정말입니다, 선주님! 뭐든 시켜만 주십시오!" "될 수만 있다면 계속 따라다니고 싶습니다, 선주님!" 선원들이 다투어 커다랗게 외쳤고, 저마다 술잔을 들어 엘다렌의잔과 부딪치려고 서로 어깨들을 밀쳐 대며 모여들었다. 우리 모두는유쾌하게 술잔을 부딪쳤고, 그 와중에 족히 1파인트는 되는 술이 홀바닥으로 사라져 갔다. 아티유 선장은 단숨에 흑맥주를 들이키자, 잔을 테이블에 탕, 소리나도록 내려놓고 페스버스를 중심으로 이야기에 열기를 띠고 있는 사람들을 향해 커다랗게 외쳤다. "엘다렌 선주님의 배를 탈 자는 이리로 모여라!" 그 다음에 일어난 일대 소동은 말로 다할 수 없을 정도였다. 단숨에 수십 명이 테이블에서 벌떡 일어서더니 손을 흔들어댔고, 목청 좋은 뱃사람들의 외침 소리가 순식간에 홀이 떠나갈 듯 가득해졌다. 의자와 테이블을 밀치느라 요란하게 삐걱이는 소리, 유쾌한 웃음소리들로 바로 옆에서 말하는 소리도 알아듣기 힘들다. "그만, 더는 필요없다!" 아티유 선장은 경기가 좋았다. 너도나도 하겠다고 모여드는 가운데필요한 사람을 오히려 가려 뽑아야 할 정도였으니까. 그 가운데 그는페스버스가 자신을 향해 멋쩍은 미소를 보내는 것을 보았고, 거기에쾌활한 미소로 답했다. 페스버스는 결국 함께 가자는 아티유 선장의제의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는 나름대로 자기가 할 일을 알고 있는듯했다. 두 사람은 택한 길이 다르다. 그리고 아마도 언젠가, 어디에선가다시 만나게 되겠지. 나는 술잔을 단숨에 비웠다. 그리고 이니에를 향해 소리쳤다. "여기 한 잔 더!" 단숨에 비우고 새로 '한 잔 더'라, 이건 나르디가 잘 하던 거잖아? 문득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창문 가까운 의자에 앉은 나르디는 이상하게도 입가에 약간의 조소를 띤 채 이 광경을 바라보고 있다. 뱃사람으로 일해본 경험도 있고,누구보다도 이 분위기에 잘 어울릴 것 같은 그인데, 이상하게도 의자에 깊숙이 기댄 채 흑맥주도 반 정도밖에 비우지 않고서 가만히 창밖을 바라보고 있다. 녀석이 뭘 보고 있었는지는 모른다. 그는 그렇게한참이나 시선을 밤하늘에 고정시키고 있었다. 밤은 술, 그리고 흥겨운 웃음소리와 함께 점차 저물어 갔다. 술을 마시고 밤늦게 잠들었다가, 아침 일찍 깨어야 하는 일은 실로굉장히 고통스러운 일이다. 일어나자마자 순식간에 여장을 준비하고 길을 나서야 하는 것은 배로 힘들다. 그리고, 황급히 목적지로 갔다가 갑작스런 불청객을 만났을 때는…… 말할 것도 없지. 나는 입을 열어 말했다. "무슨 볼일이시죠?" +=+=+=+=+=+=+=+=+=+=+=+=+=+=+=+=+=+=+=+=+=+=+=+=+=+=+=+=+=+=+=첫 번째 올린 1-1-1 파일이 조회수 6000이 넘었더군요. 어제 발견했답니다. ^^ 다 여러분 덕분이에요. 일본 아오모리에서 세월의 돌을 재미있게 보신다는 분, 외국 생활에 조금이라도 위로가 된다면 좋겠습니다. L'Arc~en~Ciel의 虹은 HEART란 앨범에 나오는 거라고 한 독자분이지적해 주셨습니다. 이거, 자주 고치게 되는군요. 죄송해요. ^^;Luthien, La Noir. 출력이 끝났습니다. [Enter]를 누르십시오. ━━━━━━━━━━━━━━━━━━━━━━━━━━━━━━━━━━━제 목 :◁세월의돌▷ 6-1. 푸른 굴조개 (21)게 시 자 :azit(김이철) 게시번호 :1018게 시 일 :99/08/14 02:05:04 수 정 일 :크 기 :7.5K 조회횟수 :86 『게시판-SF & FANTASY (go SF)』 44178번제 목:◁세월의돌▷ 6-1. 푸른 굴조개 (21)올린이:모래의책(전민희 ) 99/08/13 21:23 읽음:480 관련자료 없음----------------------------------------------------------------------------- +=+=+=+=+=+=+=+=+=+=+=+=+=+=+=+=세월의 돌(Stone of Days)=+=+=+=+=+=+=+=+=+=+=+=+=+=+=+=+ 6장. 제5월 '키티아(Kitia)'1. 푸른 굴조개 (21) "그건 벌써부터 알 거 없고." 알 거 없다고? 말 한번 잘하시네. 지금 우리 일행 뒤에는 아티유 선장과 처음의 선원 열 네 명, 그리고 새로 뽑은 이십여 명의 선원들이 따라오고 있어서 상당히 위풍당당한 행렬이었다. 그런 우리들은 선창가 바로 앞에서 삼십여 명의 용병들, 그리고 그들 무리 맨 앞에 팔짱을 끼고 선 카메이노와 마주친것이다. "알 거 없다고요? 그것 참 잘 됐네요." 유리카가 빠르게 말해버리더니 우리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우리하고 상관없는 일이라잖아. 그만 가죠." 우리는 그들 앞을 그대로 지나쳤다. 선원들 가운데는 카메이노를향해 공개적으로 비웃는 표정을 짓거나 혀를 내미는 사람도 있었다. 우리는 키득거리면서 선창가 바로 앞에 둥실 떠 있는 푸른 굴조개호로 다가갔다. 그 앞에는 본선과 연결된 배다리가 놓여져 있었다. 인원이 많아서조금 애를 먹었다. 배가 크긴 했지만 한꺼번에 우르르 몰려들면 분명히 혼잡을 빚을 터라 남겨두고 갈까 했는데, 너도나도 계약 장면을지켜보겠다고 순 생떼를 쓰는 바람에 우리 입장은 몹시 난처해져 버렸다. "선주님,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아티유 선장이 정중하게 엘다렌에게 물었다. "기다리도록." 엘다렌은 그들을 설득하거나 하는 일은 필요없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그는 성큼 배다리에 올랐다. 유리카와 나르디가 오르고, 나만 뒤에 남아서 시무룩해진 선원들을 돌아보며 바보같이 입을 벌리며웃어 보였다. "에헤헤헤…… 조금만 기다리시라고요. 금방 끝날 텐데요, 뭐." 나와 아티유 선장도 배다리 위로 올라갔다. 그리고 푸른 굴조개호안으로 발을 디뎠다. 아……. 멀리서 보았을 때 그토록 멋졌던 배였지만, 배의 내부에 대해서는내가 지금까지 보았던 유일한 범선의 내부만 생각하고 있던 나는 그만 눈이 휘둥그래지고 말았다. 세상에, 어쩌면 별과 검의 노래호와는이렇게 다를 수가 있지? "깨끗하네." 유리카가 한 저런 말 한 마디로는 결코 설명할 수 없는 광경이었다. 갑판에는 색깔이 다른 판자라고는 하나도 없었다(물론 썩은 판자도 없었다). 모두 고르게 칠해진 튼튼해 보이는 판자들뿐이었으며,거인이 펄쩍 뛰어올랐다가 내리딛는다 하더라도 부서질 것처럼 보이는 곳은 한 군데도 없었다. 상갑판에서 선미루에 이르기까지, 모든것이 어제 새로 태어난 것처럼 흠집 하나 없이 눈부셨다. 게다가, 그 마스트는! 멀리서 보았던 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흠집 하나 없이 매끄럽게 다듬어진 굵은 통나무로 된 마스트는 세상 끝날까지 항해를 한다 해도끄떡없을 것처럼 보인다. 게다가 그런 마스트가 하나도 아니고 세 개다. 그리고 까마득하게 보이는 활대 역시 마스트 못지 않게 단단하고똑발랐다. 별과 검의 노래호에서 마스트가 어떻게 생겼었더라……. "어서 오십시오." 마고랭 에라르드와 여전히 흰옷의 리스벳, 그리고 항구 관리로 보이는 한 사람과 두어 명의 낯선 사람들이 우리를 맞이했다. 바람이 몹시 불었다. 사람들의 머리카락과 옷자락이 온통 소리를내며 나부꼈다. 새파랗게 맑은 하늘에는 구름이 빠르게 흘러가고 있다. 얼굴에 부딪치는 짠내와 습기가 어린 바람이 상쾌하게 느껴진다. 어쩌면, 모든 문제가 잘 마무리되었기 때문일 수도 있겠지. 엘다렌을 선두로 갑판 가운데로 다가가자 일부러 꾸며 놓은 듯한녹색 테이블 보가 덮인 테이블과 의자 몇 개가 보였다. 그리고 테이블 위에는 바람에 날려가지 않도록 검은 돌에 복잡한 조각이 새겨진문진(文鎭)으로 눌러 놓은 계약서가 놓여 있었다. 계약서는 어제 내가 즉석에서 쓱싹쓱싹 만들었던 계약서와는 비교도 되지 않았다. 책처럼 덮개를 닫을 수 있도록 화려한 비단으로 겉부분이 둘러싸져 있고, 계약 내용이 유려한 장식 문자로 쓰여진 고급 종이의 테두리에는금박 무늬가 수놓아져 있다. 저런 데 이름 쓰다가 글씨라도 틀리면 어떻게 되는 거지? "이쪽으로." 엘다렌은 의자에 안내되어 앉았고, 우리들은 그 뒤에 섰다. 계약서내용은 우리가 아는 그대로였다. 항구 관리가 다시 한 번 모두가 들을 수 있도록 찬찬히 계약서를 읽었고, 150만 메르장 부분에서는 기침을 한 번 한 다음, 마저 읽어 내려가 끝을 맺었다. "양편에서 증인을 세 명씩 세우십시오." 낯선 사람들은 에라르드의 증인이었고, 우리 쪽에서는 나와 유리카, 나르디 셋이 서명하면 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뜻밖에도 나르디가 말했다. "아, 나는 서명하고 싶지 않아." 이런 자리에서 이유를 묻고 어쩌고 하기가 좀 뭣해서 우물쭈물하고있자, 아티유 선장이 대신 서명을 하겠다고 나섰다. 일은 해결되었지만 나는 나르디 녀석을 다시 한 번 쳐다보았다. 어제부터 저 녀석,왜 저러지? 으음…… 성을 밝히고 싶지 않아선가? "그럼, 매입금을 보여주십시오." 엘다렌은 적당히 골라둔 보석이 든 주머니를 감정사에게 건넸고,그가 보석들을 한쪽의 작은 테이블 위에 쏟아 놓고는 안경과 돋보기를 동원해서 보석의 질을 점검했다. 사람들의 눈이 저절로 보석을 따라갔다. 드맑은 날씨의 흰 햇빛 아래 보석들을 바라보자니, 그 광채로 눈이 멀어버릴 것처럼 느껴졌다. "감정가는…… 흠흠, 156만 메르장입니다." "여기." 리스벳이 재빨리 나서더니 금화가 든 주머니에서 돈을 세어 따로담았다. 그녀는 철저하게 거스름돈을 준비한 것 같았다. "자, 그럼 계약 당사자 분들께서 먼저 서명하시고……." 그때였다. "하하, 그렇겐 안 되지!" 모두들 말소리가 들려온 배다리 쪽으로 목을 뺐다. 그리고, 모두들동시에 배다리 아래에서 용병들과 우리 선원들 사이에 벌어진 몸싸움을 보고, 막는 사람들을 제치며 휘적휘적 배다리 위를 걸어 배 안쪽에 발을 들여놓고 있는 카메이노와 눈이 마주쳤다. 저 자가……? "아니지, 안돼. 그렇겐 아니 되지." 뭐가 안 된다는 건지 줄곧 '안돼'만 중얼대며 다가온 카메이노는드디어 에라르드와 엘다렌이 마주 앉은 테이블 앞까지 도착했다. 그의 뒤를 줄줄 따라온 용병들 때문에 엘다렌이 남아 있으라고 지시한보람도 없이 우리 선원들까지 우르르 배 위로 올라오는 꼴이 되고 말았다. 사실 그 편이 낫다. 카메이노의 용병들에게 둘러싸여서 이야기를 하다니, 그게 말이나 되겠어? 테이블로 다가온 카메이노를 위한 의자는 물론 남아 있지 않았다. 그는 당장 한쪽 의자를 차지하고 있던 감정사에게 무례하게 소리쳤다. "비켜!" 감정사는 항구에서 으뜸간다는 재력을 지닌 상인의 비위를 건드리고 싶지 않았음인지 얼른 일어서 한쪽 구석으로 비켰다. 그는 의자에 무거운 몸을 털썩 가져다 놓았다…… 이 표현은 확실히 적절한 것이다. 카메이노는 자신의 뱃살을 항상 운반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대단한 괴력의 사나이로 보아도 좋을 것 같았다. "반갑소이다. 아하, 난쟁이 양반도 반갑구려. 여기 모여서 뭣들 하시나? 내가 참지 못하고 말했다. "아하, 마디크 카메이노도 반갑네요. 그런데 여기 오셔서 뭘 하시나?" 단숨에 분위기가 험악해졌다. 그는 눈을 홉뜨고 나를 노려보았으나나로선 그가 자기 뱃살을 나한테 갖다 붙이는 저주라도 거는 게 아닌이상 아무 것도 두려울 게 없다. 카메이노 역시 나하고 실랑이할 때가 아니라고 생각했는지 곧 시선을 거두었다. "내가 온 것은, 여기 두 분이 그 뭔가, 그 뭐야? …… 하여간 한다시는 걸 좀 도와주려고 말이야. 그러니까 내가 말해 주려는 것은, 그게 말이지, 절대 성립이 안 된다는 것 아시나?" +=+=+=+=+=+=+=+=+=+=+=+=+=+=+=+=+=+=+=+=+=+=+=+=+=+=+=+=+=+=+=보내드린 선물들이 속속 도착하고 있군요. ^^메모나 메일, 또는 게시판에 받았다고 소식 남겨주신 다솜바람,meenjoon, 두키 님, 고마워요. 마음에 드셨다니 정말 다행이고요. (정말....) 그리고 비밀은.....엄수입니다. ^^;Luthien, La Noir. 출력이 끝났습니다. [Enter]를 누르십시오. ━━━━━━━━━━━━━━━━━━━━━━━━━━━━━━━━━━━제 목 :◁세월의돌▷ 6-1. 푸른 굴조개 (22)게 시 자 :azit(김이철) 게시번호 :1019게 시 일 :99/08/14 02:05:19 수 정 일 :크 기 :6.0K 조회횟수 :94 『게시판-SF & FANTASY (go SF)』 44179번제 목:◁세월의돌▷ 6-1. 푸른 굴조개 (22)올린이:모래의책(전민희 ) 99/08/13 21:23 읽음:463 관련자료 없음----------------------------------------------------------------------------- +=+=+=+=+=+=+=+=+=+=+=+=+=+=+=+=세월의 돌(Stone of Days)=+=+=+=+=+=+=+=+=+=+=+=+=+=+=+=+ 6장. 제5월 '키티아(Kitia)'1. 푸른 굴조개 (22) 엘다렌과 에라르드가 동시에 이 놈이 미쳤나 하는 표정으로 카메이노를 한 차례 쳐다본 뒤 고개를 돌려 버렸다. 아마 상대할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어허, 내가 증거를 보여 줘?" 그는 품안을 뒤져 동그랗게 말아진 종이를 한 장 꺼냈다. 종이를묶은 붉은 리본을 풀어내고 펴더니 그는 우리 앞에 그것을 탁, 하고얹어 놓았다. 멋대로 문진을 가져다 얹어 놓은 것은 말할 것도 없었다. "이게 바로 계약서라는 것이지, 계약서. 아나? 알아?" "거, 고만 잔소리하고 할 말이나 빨리 하시죠. 듣기가 심히 괴롭군요." 나르디의 빈정거리는 목소리에 나는 또다시 놀라버리고 말았다. 지금 카메이노를 보고 더 놀라야 하는 거야, 나르디를 보고 더 놀라야하는 거야? "허, 보라고. 이거야말로 여기 있는 마디크 에라르드와 내가 1년 3개월 전에 맺은 계약서야. 여기 보이지? 어때, 에라르드, 내가 직접읽어 줄까?" 우리 모두는 카메이노가 꺼내 놓은 계약서를 들여다보았다. 계약서에는 자잘한 글씨가 꽤 많았는데 요약하자면 이랬다. 에라르드는 카메이노한테서 1년 3개월 전에 돈을 빌렸고, 그 돈은 배가 만들어지는 날 갚기로 했으며, 만일 그렇지 못했을 때에는 배를 비롯한모든 재산을 압류하겠다는 내용이다. 이게 뭘 어쨌다는 거지?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이제 마디크 에라르드는 그 돈을 열 번도 넘게 갚을 수 있을 것같은데요?" "시끄러워!" 카메이노는 조바심을 참지 못하고 신경질을 팍 내더니, 계약서를손가락으로 탁탁 쳐가며 가리켰다. "이걸 봐, 이걸! 배가 만들어지는 날 갚기로 했잖아! 만들어지는날이 언제야? 진수식 하는 날이 아닌가?" 아…… 그제야 모두 알았다는 표정이 되었다. 내가 혹시나 싶어 요약했다. "그러니까, 어제 돈을 갚지 않았기 때문에 배를 압류할 권리가 충분히 있다, 그 말씀이시군요?" 카메이노는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몇 번이나 끄덕이더니, 팔짱을끼고 느긋하게 의자에 기대면서 이제 어쩔 테냐는 표정으로, 모여 선사람들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으음……." 에라르드가 고통스러운 듯이 신음했다. 아마도 속으로 어쩌면 저런고약한 놈한테 돈을 빌렸나 하고 후회하고 있음에 분명했다. 리스벳의 얼굴도 붉어져 있었다. 그녀는 얌전한 성격에도 불구하고 해야 하는 말은 참지 못했다. "그런… 억지가……." "정말 그렇군." 리스벳이 채 말을 맺지 못하고, 그 사이로 카메이노가 끼여들어 또뭐라고 잘난 체 하려는 참인데 갑자기 엘다렌의 목소리가 들렸다. 우리 모두는 이게 무슨 소린가 싶어 그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무슨 말인지 잘 알겠군. 파비안." 엘다렌은 갑자기 나를 불렀다. "왜…… 왜요, 엘다렌?" 그는 나를 돌아보지도 않은 채 말했다. "너라면 충분하겠지. 저 논리의 맹점을 찾아내 봐." 어, 어어……. 나는 갑작스런 황당한 주문에 어이가 없어져 말문이 막혀버렸고,다른 사람들은 무슨 소린가 이해하지 못한 채 내 얼굴만 쳐다보았다. 무슨 소리야? 그러니까, 나라면 충분히 알 거라고? 나는 간신히 입을 열었다. "엘다렌, 당신은 답을 알고 있는데 나보고 찾아내란 겁니까?" "물론 아니지. 그런 것은 네 소관이 아닌가." 이게 도대체 무슨 논리야……. 그 순간 유리카가 갑자기 싱긋 웃으면서 내 양뺨을 쓰다듬는 바람에 나는 나던 생각까지 모조리 잊어버리고 말았다. "잘 해봐." 흐으……. 사람들이 완전히 얼이 빠져버린 사이에, 나는 다른 생각이 떠오르지 않게 하기 위해 황급히 엘다렌이 낸 문제에 신경을 집중했다. 그러니까, 그러니까……. 아! 나는 급히 말했다. "카메이노, 당신 틀렸어요." "무슨 소리야?" 약간 일그러진 그의 얼굴을 보면서 나는 이 생각이 이토록 빨리 떠올랐다는 것에 대해 약간의 자부심까지 느끼며 입을 열었다. "계약서에는 배를 비롯한 재산, 이라고 되어 있지요. 꼭 배를 압류한다는 이야기는 없었고요. 물론 마디크 에라르드가 어제 낮까지처럼배를 제하고는 당신의 돈을 갚을 능력이 없었을 때라면 이야기가 다르지만, 이제 그는 그런 입장이 아니잖아요?" 카메이노는 아직도 내 이야기를 잘 이해하지 못한 모양이었다. "그게 뭘 어쨌다는 거야?" 나는 항구 관리를 바라보며 말했다. "저, 관리님. 우매한 저희를 위해서 압류의 순위에 대해서 한번 말씀해 주시죠." 이때까지 두 계약자에 의해 하던 말이 멋대로 가로막혀 버렸던 항구 관리는 다시 되찾은 자기 권리를 흡족하게 누리기라도 하겠다는듯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유동 자산, 그러니까 현금과 금품류가 우선, 다음이 배와 같은 소유물, 마지막으로 집과 같은 움직이지 않는 재산이지." "들으셨죠?" 나는 카메이노를 향해 의기양양하게 한 마디 한 뒤 에라르드를 바라보며 말했다. "어제, 엘다렌이 준 다이아몬드 아직 갖고 계시겠죠?" 사람들이 모두 이해했다는 표정이 되었다. 역시, 점원학이라는 것은 배워 둘만한 거란 말이야. 돈과 물건이 오가는 것에 대해서는 모르는 게 없으니 말야. 카메이노의 얼굴이 일그러지면서 동시에 벌겋게 변했다. "그, 그런! 내가 압류하고 싶은 물건이 먼저지, 어떻게……." 그는 갑자기 자기 말이 논리에 맞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는지 점잔을 빼고 있는 관리에게로 눈을 돌렸다. "그, 돈을 어제까지 지불하지 않았으니까 이 배는 이미 내가 압류한 것으로 보는 것 아니오?" +=+=+=+=+=+=+=+=+=+=+=+=+=+=+=+=+=+=+=+=+=+=+=+=+=+=+=+=+=+=+=역시..... 파비안의 주특기는 이런 거였던가....;;날씨, 꽤 덥더군요. 컴퓨터 앞에 바다(저게 바단가?)... 하여간 물속 사진이 든 엽서를 세워놓고 이상한 방법으로 더위를 달래고 있습니다. 상상력으로 피서를 하다니.... 혹시 바다 엽서 같은 거 있으신분 한 번 해보세요. 본인의 상상력이 얼마나 되는지 테스트도 할 겸해서...^^;;(음.... 전기세도 아껴집니다. --;)추천해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말없이 읽어주시는 보이지 않는 많은 독자분들에게 언제나 감사하고 있습니다. Luthien, La Noir. 출력이 끝났습니다. [Enter]를 누르십시오. ━━━━━━━━━━━━━━━━━━━━━━━━━━━━━━━━━━━제 목 :◁세월의돌▷ 영어로 번역된 4-1-4입니... 게 시 자 :azit(김이철) 게시번호 :1020게 시 일 :99/08/14 02:05:45 수 정 일 :크 기 :10.1K 조회횟수 :37 『게시판-SF & FANTASY (go SF)』 44181번제 목:◁세월의돌▷ 영어로 번역된 4-1-4입니다올린이:모래의책(전민희 ) 99/08/13 21:24 읽음:251 관련자료 없음-----------------------------------------------------------------------------* 이번엔 4장 1편 4화입니다. 스노우보드 활강 부분이네요. 아참,스노우보드가 아니고 방패였지... * 명장면 부분에서 상당한 점수를 얻었던 부분입니다. 다시 읽어봐도 재밌네요. 아, 제 글이 스스로 재미있다는 것이 아니라...^^;;* 끝까지 무명이기를 고집하시는 독자분, 정말 감사합니다. ^^이 기회에 미국 진출을... 음하하.... (퍼억~ T_T 네에... 정신차리겠습니다..;;;)* 의성어가 많아서 상당히 흥미롭습니다. 재미있게 보세요! +=+=+=+=+=+=+=+=+=+=+=+=+=+=+=+=세월의 돌(Stone of Days)=+=+=+=+=+=+=+=+=+=+=+=+=+=+=+=+ Chapter 4. The 3rd month, 'Arna'1. To the kingdom of Mabrile "……." I made it in such a short time. I catched his neck, pulled himtoward rock, and closed his mouth by the other hand, and pulleddagger out and took it to his uvula. ……And I was going to take a pride in myself, as I left myhometown just 2 month before. "Shut up, or it seems to be that you get hurt." It was an very queer order. I climbed over the edge, mostlypulling him. The rock covered us well from being catched. Irecurred my plan, and added another order. "Do not drop anything what you're carrying." If he drops the thing I really need, that's the end. I tied his wrist by the string as Yurika uncased it, gatheredgrass, put it in his mouth, and tied again around the mouth. AndI stopped Yurika putting the rest into the pack by saying(myhands were too busy). "We would need it again. Do not." After I ceased tying him, just a round shield was left. Alittle astatic it looked, but I had no choice, as I planned thisby looking at it. I took the string and tied the shield with my foot. "WHAT are you doing?" Yurika asked with eyes wide open. I didn't explain andfinished tying. I had my bag over the shoulder, and calledYurika to come closer. This is the most important part. I stared Yurika, looking at her deeply and seriously as muchas I could. "Yurika, you know it's a BandAid tying him, OK?" "Yeah." "And we can't beat the rest 14 soldiers, so we gotta run, OK?" "Of course." "And there is no way out without being detected, right?" "Hmm…… I think so." "And If I have a plan, you're gonna follow me, right?" "Huh?" As Yurika started to ask something being clouded by my words,I held her waist suddenly. "W, What are you doing!" Please, do not kick my face in struggling, and be quiet or the14 soldiers find us. "Please, be quiet. If you're gonna revenge, it is not lateafter we climb down." I enclasped her lying, and held tight her body(one hand underher back, the other under her knee), and I said tostill-eyes-open-wide her seriously. "Do not move, or you may break your neck." Shhhh……SHHHHHHHH! (--;) "W, Wow!" Yurika finally screamed. Well, that doesn't make any difference…… they could donothing even if they chased us (I couldn't afford to look back). If god come down and let me choose my luck now, I would choosethe luck of no-stones-on-the-way downhill, instead of the luckto block the hundred Mabrile army chaing us. And if I can chooseonly one luck, I would choose the luck to climb down safely,without being slip down, jump away, or braking some bone. Afterclimbing down there must be some way. Shoooo- Chaaa-- ShCha-- Chcha--- (--;;;)I am going down on a shield-snowboard, with Yurika in my arms! Many days passed since I snowboarded, so the start wasn'tstable, but I afforded to get it. But, if I lose my balance,Yuri and I would break a leg(no bombast). There was little difference in weight between the sword andbag on my back, and Yurika in my arms. But if I make a mistake,that'll make us tumble 14 or 15 times at once, and Yuri wouldkick me to the half-death(I would hope she has the strength todo it when IT really took place). The speed was a nightmare even to me - the slope was more thanI thought as we go farther down. The sound of the wind passing my ears was similar with thesound of the flags at the top of the rampart in the hurricane. Though winds are this strong, I couldn't stop sweating on myforehead, proving how much I am charged. I opened my eyesstrongly and watched ahead. I counted three things in this plan - First, I am good attying. Second, their shields are round. Third, Yurika isn'theavy. What I missed was the psychic attack from vagarious. "You s……hould talk about it to me if you planned such adangerous plan!" I answered narrowly in balancing my body and looking ahead. But it was an Maggie's drawers - that is, I said something, butthat isn't the answer to the question. I yelled. "What! I can't hear you!" "You dared do such a thing without consult-" Yurika yelled too, in raised octave, so I could hear that. "If I told it, then?!" My voice was didn't differ with it of Yurika, or there won'tbe any dialogue. And as I paid attention to two things at once,I was losing my balance. "You don't know? I would call Mabrile armies and stop you!" "…… What a consideration!" Juanie, who just pulled her heads out of the pocket, yelled,cannot-tell-whether-it-is-a-huzza-or-scream. "Aaaiiiiiieeeeeyyyyyaaaa!" Snowboard, no, shield slipped without difficulty. I see edgesand trees passing as I go down. And as I stopped payingattention to answer - no, hear - the question, I recovered mybalance, and I started enjoying the ride. It occured to me thatI can make it. I yelled, as I began to think I've never did downhillsexciting like this. "Yieee-ha!" At once there was counterattack. "Pay attention to ahead!" "You gonna kill me? maybe you're exciting, but I am gettinginsane!" I was excited, so I answered though I didn't know themeanings. "I am paying attention, so let me be excite in exciting partslike this!" "You pay for our life? Huh?" We climbed down the mountain in at most 2 minutes which weclimbed up in an hour. Several times I narrowly avoidedobstacles like trees, and every time two companies screamed -that was more dangerous than the obstacles. Finally I came toyell, too. "Do not yell-! Those who under there think us strange-!" "YOU do not yell." "Pabian you are yelling. …… When did they hate out me? There was a small hill over there. Let's stop there, as wedon't know what would happen if we go further. We ran enoughfrom the soldiers, and we were running too fast. "Gonna stop, be careful!" They still complained. "I am careful enough!" "I am caring all of my care in my life! YOU be careful!" "Your being careful is our safety!" "Oh my god, I must be crazy letting my life to this fxxxingplate!" I guess I heard the last words somewhere. As we reach the skirt of the mountain, I had to do someacrobatics to avoid the rocks. I am holding Yurika in my arms,so I couldn't stop in the circus ways(?) like I did in myhometown. I cramped my ankle cannily, and the result was I justavoided slipping down. Chaajajajak! (--;;;;) "Aaaaaaak!" I could afford to stop the shield hearing the scream of Yuri. At the time I was thinking only one thing. "Pabi……." +=+=+=+=+=+=+=+=+=+=+=+=+=+=+=+=+=+=+=+=+=+=+=+=+=+=+=+=+=+=+=Sometimes I read books for tourists, to get some ideas. Thescenery of villages in France or Germany, the ports of thearctic, the heath plain…… and I begin to think it'd be betterif I've been there. I really wanna go to North England, Iceland, and Chile! (Anybody wants to go to North England after reading AntoniaSusan Byatt.. and after reading Pablo Neruda's autobiography'Memorias', anybody wants go to Chile. ^^;)It would be so good, I think, to travel the corners of theworld, without any anxiety. A friend of my sister is a talentedcopywriter. She made money during a year, went to Malaysia, gota job, work for a year and learn the tongue, returned to Korea,again made money, went to Australia, spent a year and returnedto Korea. Now she is working here. ^^;;The dream to travel the world is a dream I kept until I readthe itinerary book written by Chan-sam Kim(the SamjungdangBooks, which made 1970's academic! And written in end ways --;)when I was in elementary school. Going around the world foryears and years. Ha, I've never been even Chejudo-And I wander the illusion world in my thought. Luthien, La Noir. +=+=+=+=+=+=+=+=+=+=+=+=+=+=+=+=+=+=+=+=+=+=+=+=+=+=+=+=+=+=+=재미있게 보신 부분이라지만, 의성어가 많아서 번역이 어려우셨다는군요. (의성어는 대강 넘어가죠 뭐... ^^; 쓰신 대로 모두 그대로두었습니다)이번엔 마지막 잡담 부분에서 고유명사가 많아서 좀 수정을 했네요. 물어보신 히스, 바이어트 등 전부 수정했고요, 파블로하고 '추억'(스페인어 원제가 Memorias거든요)이라는 단어도 수정했습니다. 그리고 결정적인 것! 제가 잘못 쓴 것이 있었던 것입니다... 70세 국민교양이 아니고 70년대 국민교양이에요..T_T알아서 고쳤습니다만, 맞게 고친건지 원... Luthien, La Noir. 출력이 끝났습니다. [Enter]를 누르십시오. ━━━━━━━━━━━━━━━━━━━━━━━━━━━━━━━━━━━제 목 :◁세월의돌▷ 6-1. 푸른 굴조개 (23)게 시 자 :azit(김이철) 게시번호 :1036게 시 일 :99/08/15 18:21:34 수 정 일 :크 기 :17.0K 조회횟수 :92 『게시판-SF & FANTASY (go SF)』 44426번제 목:◁세월의돌▷ 6-1. 푸른 굴조개 (23)올린이:모래의책(전민희 ) 99/08/14 21:00 읽음:796 관련자료 없음----------------------------------------------------------------------------- +=+=+=+=+=+=+=+=+=+=+=+=+=+=+=+=세월의 돌(Stone of Days)=+=+=+=+=+=+=+=+=+=+=+=+=+=+=+=+ 6장. 제5월 '키티아(Kitia)'1. 푸른 굴조개 (23) 관리는 냉정하게 대답했다. "압류 절차를 밟지 않았소." "……." 카메이노는 다시 정신없이 머리를 굴리는 표정이 되었다. 그는 보기보다는 영악한 사람임에 분명했다. 상업으로 성공하려면 결코 둔한머리 갖고는 될 일이 아니지. 그는 다시 입을 열었다. "그, 그럼, 어제 부로 에라르드의 모든 재산은 일단 가압류(假押留) 상태에 들어가야 하는 것이겠지? 특정 재산에 대해 압류 절차를밟지 않았으니까 모든 재산이 일단 묶여져야 되는 것 아냐? 내 말이틀렸소?" 그, 그런……. 관리는 그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그렇소." "그것 봐!" 그러나 관리는 이어서 말했다. "그러나, 어제 그런 절차가 취해지지 않았고, 이제 마디크 에라르드는 빚을 갚을 능력이 있어 보이는데?" "그런 법이 어디 있나!" 카메이노는 흥분해서 일어서더니 관리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당신네들이 일을 소홀히 하는 것 아냐! 그런 것은 너희들이 해야하는 일 아냐? 이건 어디까지나……." 싸움의 양상은 이상하게 변해 있었다. 관리는 카메이노를 바라보며다소 기분 나쁘다는 어투로 말했다. "혼자 집에 보관하고 있던 자네들의 계약서 내용을 우리가 어떻게안단 말이오? 관리들 가운데 누군가 공증인으로 참여하기라도 했소?" 그 말 맞다. 카메이노는 다시 외쳤다. "그럼, 지금이라도 하자! 가압류하란 말이야! 이 배부터, 저놈의머리통까지 모조리 가압류 해버리란 말이다!" 카메이노는 난폭하게 에라르드를 손가락질하며 외쳤다. 관리는 무례한 카메이노의 행동에 몹시 화가 치민 듯했지만 어쩔 수 없이 공평한 입장에 서야 하는지라 에라르드와 엘다렌을 번갈아 쳐다보더니 말했다. "이것 참, 곤란하게 되었소." 사람들은 침을 꿀꺽 삼키며 관리의 입에서 떨어질 말을 기다렸다. "마디크 카메이노의 말 대로요. 지금이라도 그가 요구한다면 마디크 에라르드의 재산은 모조리 가압류에 들어갈 수 있소." "하……." 사람들의 입에서 어이없다는 듯한 한숨이 새어나왔다. 나는 다시한 번 생각했다. 가압류라고? 그건 압류하고는 분명 다르잖아? "잠깐만요, 관리님." 사람들은 다시 내가 뭔가 해법을 제시하리라 기대하는지 기대에 찬시선을 내게로 보냈다. 이거 간지럽군. "가압류는 압류하고는 다르지 않습니까? 가압류라는 것은 기간이정해져 있고, 그 안에 다시 빚을 갚으면 소멸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제 말이 틀립니까?" 관리는 무뚝뚝하게, 그러나 사실은 꽤나 반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물론 그렇소." "그럼, 마디크 카메이노는 무슨 짓을 해도 배를 차지할 방법은 없군요. 마디크 에라르드가 돈을 갚지 않을 리가 없으니 말입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맞소." 카메이노는 펄쩍 뛰다가…… 내 말이 맞다는 것을 깨달은 모양이었다.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하는 그는 참으로 볼만했다. 이제 이긴 셈이군. 그럼 계약을 하면 되…… 어, 어라? 지금 계약을 할 수가 없잖아? 관리가 내 실수를 일깨워주기라도 하듯 입을 열었다. "가압류는 보통 이런 경우 15일 정도로 되어 있소." 이런, 제기랄! 이로서 우리는 매우 곤란한 문제에 부딪쳤다. 배는 우리 것이다. 그러나 15일동안 꼼짝없이 항구에 묶여 있어야 한다는 거잖아? 그것도 고작 배를 가질 수 없게 된 카메이노의 심술 때문에! 카메이노는 그다지 기분이 좋지는 않은 듯했지만 어쨌든 말했다. "15일동안 마르텔리조 관광이라도 해볼 참인가? 뭐, 내게 배를 넘기고 다른 배를 사서 빨리 출발하는 방법도 있어." 이런…… 이런, 이런, 이런! 나로서도 이젠 더 이상 좋은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이젠 정말로15일 동안 마르텔리조 관광이라도 해야 되게 된 거야? 나는 그 순간, 유리카를 돌아보았다. 최근엔 그다지 강조한 일이없지만, 날짜를 낭비하는 것에는 유난히 민감하던 그녀를 떠올려서다. 어떻게 해야 하지, 이런 때는? 너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어? 그리고 유리카는 내 기대에 부응해서 입을 열었다. "별 수 없네요. 제3의 방법을 택하는 수밖엔." '제3의 방법'이라는 단어에 대한 이해는 제각기 달랐다. 카메이노가 뛸 듯이 기뻐하며 말했다. "그래, 역시! 포기하고 제3의 다른 배를 찾겠단 거겠지?" 유리카는 카메이노를 흘끗 보더니 말도 안 된다는 반어적인 의미로아주 친절하고 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는 거예요? 배는 절대 포기 안해요." 유리카는 이번엔 그 환한 웃음을 나머지 사람들에게로 돌렸다. 다들 얼떨떨한 표정이 되어 그녀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사실 그녀가 갑자기 어떤 사람을 똑바로 쳐다보며 저렇게 미소를 지으면, 다들 바보가 되기 마련이다. 그녀는 마지막으로 그 미소를 다시 한 번 카메이노에게 보내며 말했다. "우리, 내기를 합시다. 어때요?" 그녀는 내기를 좋아했다. 하라시바의 여관에서 나르디와 비밀 내기를 할 때에도 그랬고, 묵찌빠로 식량 사러 갈 사람을 정할 때도 그랬다. 그리고 오늘도, 그녀는 결론을 내기로 결정하는 것을 확실히 좋아했다. 그러나, 오늘 내기는 좀 위험했다. "어때요, 마디크 카메이노?" 그녀가 생글거리며 결정을 재촉하는 동안, 음흉한 상인인 카메이노는 그녀의 얼굴을 쳐다보며 뭔가 속임수를 강구하고 있으리라 나는생각했다. 그는 한참 동안이나 머뭇거렸다. "얼른요. 당신으로선 손해 볼 게 없잖아요? 우린 어차피 당신한테배 안 줘요. 당신이 내기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우린 그냥 15일 휴양이나 했다가 떠나면 되니까. 그렇지만 당신이 이기면 그토록 바라마지 않던 배를 살 권리가 덜컥 생기는 거예요. 물론, 당신이 지면 가압류 신청을 철회하고 우리가 오늘 계약을 맺어 출항을 할 수 있도록방해하지 않아야 하죠." 카메이노는 머리를 흔들고 있다가, 갑자기 번쩍 고개를 들며 말했다. "나도 조건이 있어." "뭔데요?" "으음…… 프로첸의 일행이라면 저기, 두 마디렌과 프로첸, 그리고난쟁, 아니 조그마한 마디크를 말하는 거지?" "그럼요." 카메이노는 번들거리는 얼굴에 억지 미소를 띠며 유리카를 쳐다보았다. 정말 구역질나는 장면이었다. "서로, 상대를 지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어떤가?" +=+=+=+=+=+=+=+=+=+=+=+=+=+=+=+=+=+=+=+=+=+=+=+=+=+=+=+=+=+=+= 가능한 한 계속 세 개씩 써 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과연 잘 될는지..... 작심 삼일도 되기 전에, 벌써 내일 못하겠다고 엎어지는 것 아닌지모르겠습니다. ^^; 虹는 heart 뿐 아니라 best 에도 있다는군요. 왔다갔다..^^;오랜만에 오시는 분한테 많이 쌓인 숙제를 제가 안겨드렸군요. 그래도 계속 열심히 쓸 건데...^^;;; Luthien, La Noir. 출력이 끝났습니다. [Enter]를 누르십시오. ━━━━━━━━━━━━━━━━━━━━━━━━━━━━━━━━━━━제 목 :◁세월의돌▷ 6-1. 푸른 굴조개 (24)게 시 자 :azit(김이철) 게시번호 :1037게 시 일 :99/08/15 18:21:53 수 정 일 :크 기 :14.7K 조회횟수 :79 『게시판-SF & FANTASY (go SF)』 44427번제 목:◁세월의돌▷ 6-1. 푸른 굴조개 (24)올린이:모래의책(전민희 ) 99/08/14 21:00 읽음:749 관련자료 없음----------------------------------------------------------------------------- +=+=+=+=+=+=+=+=+=+=+=+=+=+=+=+=세월의 돌(Stone of Days)=+=+=+=+=+=+=+=+=+=+=+=+=+=+=+=+ 6장. 제5월 '키티아(Kitia)'1. 푸른 굴조개 (24) "좋아요! 그럼 이 내기, 성립하는 거죠?" 사람들은 유리카가 너무 시원스럽게 응낙하는 바람에 모두 당황해버렸다. 아니, 저런 걸 조건이라고 받아들인다는 거야? 안 그래도 카메이노한테 압도적으로 유리한 내기인데, 거기다가 그런 쓸데없는 조건까지 받아들여야 한다고? "유, 유리……." 내가 더듬거리며 말을 꺼내려는데 유리카가 홱 몸을 돌려 내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그러더니 생긋…… 저, 저 웃음의 의미는? 아무 걱정도 말라고? "그……래." 저렇게 자신만만하다니, 분명 뭔가 생각하고 있는 게 있음에 틀림없어. 카메이노는 유리카가 자신의 조건을 받아들이자, 신이 나서 내기를받아들이겠다고 커다랗게 말했고, 유리카는 카메이노하고 악수를 함으로써 주위 사람들을 완전히 혼란 속으로 몰아넣었다. 누가 봐도 이건 쓸데없는 내기다. 15일만 기다리면 저절로 자기 손에 굴러들어 오는 배를, 겨우 일찍 얻겠다는 이유만으로 될 지 안될 지 애매하기 짝이 없는 내기를 건다고? "그럼, 모두 내려가죠. 경기는 어디에서 할까요?" 유리카가 건 내기는, 위험천만하게도 결투였다. 우리 일행과 카메이노의 부하 용병들 중 하나가 진짜 무기를 갖고서로를 죽이지 않는 선까지만 싸운다. 이기는 쪽이 배를 갖는다는 거다. 우리 쪽은 주아니의 존재를 저쪽에서 모르니(모른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만) 겨우 네 명, 저쪽은 삼십여 명에 이르는 각자한 가지씩 내노라 한다는 용병들. 누가 봐도 이 내기의 승패는 뻔했다. 아티유 선장까지도 이건 말도 안 되는 내기라며 극구 엘다렌이라도 설득해보려 했지만, 이상하게도 엘다렌은 유리카가 하겠다고 한이상, 결코 말리려 하지도 않았고, 이러쿵저러쿵 참견할 생각도 없어보였다. 사람들은 저마다 혀를 차며 우리가 막판에 바보 같은 짓을한다고 조소했다. 그 가운데서도 에라르드는 눈에 띄게 안절부절못했다. 결투를 위해도시 중심에 있는 광장으로 일행이 모두 이동하고, 상대를 죽이지 않도록 적당한 선에서 결투의 승패를 마무리지을 심판을 항구 관리가맡아 주기로 하고, 없던 구경꾼까지 금세 퍼진 입소문에 줄레줄레 모여든 가운데, 에라르드는 계속해서 소심하게 양손을 비비며 불안한눈으로 우리 일행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좋아요! 우리 중에 누가 싸울지 고르시죠!" 광장 한가운데 우리 일행 넷과 카메이노의 용병들이 모여 있었다. 유리카가 당당하게 앞으로 나서며 밝은 목소리로 내기의 조건을 환기시켰다. 사람들은 그녀가 뭘 믿고 저렇게 자신만만한지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예의 결과를 주시하고 있었다. 카메이노가 유쾌한 듯 싱글거리며 대꾸했다. "하하, 뭐 물을 것까지 있겠나." 우리를 걱정하는 선원들의 얼굴이 저 너머로 보인다. 아티유 선장도 심각한 표정이 되어, 비열한 카메이노가 젊은 프로첸을 상대로 택하면 어떻게 하냐고 엘다렌에게 말한 모양이지만, 엘다렌은 상관할바 아니라는 듯이 그저 어깨를 한 번 으쓱했을 뿐이다. "당신은, 할 말을 쓸데없이 빙빙 돌리는 경향이 있는데, 귀찮으니까 얼른 한 마디로 해요." 유리카가 카메이노에게 대꾸한 말이었고, 사람들은 이 상황에서 그녀가 무슨 작정으로 카메이노의 화를 돋구는 건가 싶어 의혹에 찬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카메이노는 짐작대로 울화가 치미는 듯, 안면 근육에 움찔 경련이일어났다. 그는 어찌되었던 자기가 이긴 거나 다름없는 내기, 빨리끝내려는 듯 몸을 돌려 용병들을 향해 손짓했다. 그의 손짓에 네 명의 용병이 앞으로 나섰다. "너희들도 넷이니, 나도 공평하게 넷으로 했지. 이 가운데 마음대로 고르라고." 그러나 그 용병들이란……. 모조리 엄청난 거구와 살벌한 인상을 가진 근육질의 검사들뿐이다. 사람들 사이에서 꽤 키가 크다는 소리를 듣는 나보다도 더 큰 자가둘, 나머지 둘은 나와 비슷한 정도의 키였다. 보는 것만으로도 압도될 정도의 외양이라, 사람들 사이에서도 술렁임이 일었다. 그러나, 유리카는 간단하게 감상을 말했다. "뭐, 누구를 택하든 거기서 거기일 것 같은데요? 어디서 저런 네쌍둥이를 구해왔어요?" "……." 음, 내 생각도 똑같았어. 사람들은 카메이노가 조금이라도 양심이 있다면 나, 아니면 적어도나르디라도 골라야 한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나야 여기에 있는 사람들 가운데 가장 커다란 검을 지니고 있고, 그들이야 나르디의 실력을모르겠지만, 적어도 젊은 마디크이기라도 하니까 말이다. 그러나 카메이노는 그들의 예상을 완전히 뒤엎었다. "역시, 이런 일은 결정권자가 나서야 하지 않겠나?" 카메이노의 손가락은, 엘다렌을 향하고 있었다. "저런 비열한!" "말도 안돼!" 우리와 함께 항해하기로 한 선원들 사이에서 거친 항의와 고함소리가 터져나왔다. 엘다렌은 누가 보아도 카메이노가 내세운 네 용병의키에 비해 겨우 3분의 1 정도밖에 안 되는 어린아이의 몸집에 불과하다. 아무리 용빼는 재주가 있다 한들, 저런 거한을 상대로 무슨 싸움을 한단 말인가? "결정권자가 나서? 에라이, 이 썩을 놈아! 왜 네놈은 직접 나서지않나?" "이런 결투는 무효다, 무효야!" "이런 것을 내기라고 하는 것인가? 지나치다, 지나쳐!" 카메이노는 사람들의 소란 속에서도 만면에 만족한 미소를 떠올렸다. 저 양반이야 본래 욕이란 평소에도 들을 만큼 듣고 있을 테니,새삼 몇 마디 더 듣는다고 해 보았자 별로 신경도 쓰이지 않을 것 같긴 하다. 그러나 사람들 사이에서 이번에는 유리카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린 프로첸이 이런 일을 결정할 상황인가, 지금이! 이봐요, 선주님! 뭐라고 말을 좀 해 봐요!" "저런 바보 같은……." 유리카는 그 순간 눈을 똑바로 뜨더니, 사람들을 얼어붙게 할 정도로 날카로운 눈빛이 되어 주위를 한번 홱 돌아보았다. 왜일까, 그녀나이의 다른 아가씨였다면 코웃음도 치지 않았을 거친 뱃사람들임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눈빛에 다들 움찔하는 것은. 그녀는 이윽고 카메이노에게 고개를 돌리더니, 눈을 잠시 내리깔았다가 입끝을 올리며 미소를 지었다. 득의 만만한, 아주 자신 있다는듯한 표정이다. 그리고 그녀의 입에서 한 마디가 떨어졌다. "당신이 한 말에서 잘못된 거라면, 바로 엘다렌은 우리 결정권자가아니라는 점이지." +=+=+=+=+=+=+=+=+=+=+=+=+=+=+=+=+=+=+=+=+=+=+=+=+=+=+=+=+=+=+= 어제 사고(20화에 21화 올린 일)친 것, 정말 죄송합니다. 다시 접속했을 때 메모가 엄청나게 떠서 깜짝 놀랐습니다. 또, 게시판에도지적해 주시고...^^;모두 감사하고요, 앞으로는 이런 일 없도록 할게요. 내일은 좀 덜 더워질까요? 종이 피서도 약발이 떨어져 가는데.... (그건 그렇고, 저 엽서 한가운데 써진 DOUBLEM은 뭐지? --;) 또 김진철 님, 선물이 잘 갔군요. 다행이에요. ^^ Luthien, La Noir. 출력이 끝났습니다. [Enter]를 누르십시오. ━━━━━━━━━━━━━━━━━━━━━━━━━━━━━━━━━━━제 목 :◁세월의돌▷ 6-1. 푸른 굴조개 (25)게 시 자 :azit(김이철) 게시번호 :1038게 시 일 :99/08/15 18:22:09 수 정 일 :크 기 :13.7K 조회횟수 :97 『게시판-SF & FANTASY (go SF)』 44428번제 목:◁세월의돌▷ 6-1. 푸른 굴조개 (25)올린이:모래의책(전민희 ) 99/08/14 21:00 읽음:794 관련자료 없음----------------------------------------------------------------------------- +=+=+=+=+=+=+=+=+=+=+=+=+=+=+=+=세월의 돌(Stone of Days)=+=+=+=+=+=+=+=+=+=+=+=+=+=+=+=+ 6장. 제5월 '키티아(Kitia)'1. 푸른 굴조개 (25) "……저, 저……." 카메이노는 자신의 감정을 믿을 수 없다는 듯 입술을 들썩이며 말을 약간 더듬었다. 그는 명백한 두려움을 느낀 듯했으나, 스스로도그것을 인정하지 못하고 있었다. "어, 어서 상대나 결정해!" "엘다." 유리카는 엘다렌을 돌아보더니 말했다. "적당한 상대로 아무나 골라. 사실 누구라도 상관없잖아?" 그 순간 사람들은 유리카가 반말을 하는 것에 대해 의문을 가져야마땅했으나, 이상하게 압도된 나머지 그에 대해 말하는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엘다렌은 앞으로 걸어나왔다. 그러더니 어깨에 멘 배낭을 털썩, 바닥에 내려놓았다. 그의 배낭 뒤에는 천으로 잘 싸인 꾸러미가 매달려있다. 그리고 그 안에는……. "저, 저건……." 다음 순간, 사람들의 눈을 멀게 할 정도로 휘황한 빛이 천 꾸러미안에서 뿜어져 나왔다. 그늘 하나 없는 광장에는 초여름 햇살이 이글이글 내리쬐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놀랄 만한 광채로 마치 그 안에서 태양이 또 하나 나타난 것 같았다. 정면으로 그 빛을 눈에 받은사람들은 누구나 손바닥과 소맷자락으로 눈을 가렸다. "뭐냐, 저건……." 그리고, 찬란한 은빛 날의 도끼가 작렬하는 태양 아래 드러났다. "도끼, 저건 도끼인가?" 사람들이 놀랄 만도 했다. 엘다렌이 가볍게 들어올린 도끼는 날 부분의 폭만 해도 그의 키 반에 달할 정도로 엄청나게 거대한 배틀액스(Battle Ax)였으니까. 나는 이미 본 일이 있지만, 처음 보는 사람들로서는 당연히 놀랄 만했다. 무서울 정도로 날카롭게 선 날, 도끼는백주대낮의 햇빛과 함께 단번에 가로막는 것은 모두 잘라버릴 듯, 살벌한 광채로 무시무시하게 번쩍였다. 엘다렌은 후드 사이로 고개를 들더니, 네 사람의 용병을 향해 시선을 보냈다. 굳이 자세히 살펴보지도 않았다. 그는 첫 번째 선 용병을지목했다. "그럭저럭 한 번 휘둘러 볼 정도는 되는군." 엘다렌이 방금 중얼거린 저 말의 의미를 용병들은 알까? 엘다렌이고른 자는 그 가운데에서도 가장 사납고 날렵해 보이는 자였다. 카메이노는 흡족한 미소를 띠고는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런 그의뒤통수로 온갖 욕설이 날아들었다. 물론, 카메이노가 누구인지 알아보기 위해 돌아보지 않는 한도 내에서였다. "저런 놈이 있나, 아니 그래, 저런 검사를 상대로 조그마한 늙은이를 골라?" "내, 전부터 저런 줄은 알았었지만, 응, 아주 양심은 저자거리에팔아먹은 놈일세." "이게 도대체 싸움이 되나, 싸움이 돼? 어린애하고 어른하고 싸우자는 꼴이지 뭔가?" "도대체 뭘 믿고 경솔하게 저런 내기를 하자는 거야?" 마지막 말은 유리카를 향해 있었지만, 이번에는 그녀도 돌아보지않았다. 그녀는 나와 나르디, 그리고 아티유 선장을 향해 물러서자는눈짓을 했다. "……." 아티유 선장은 더 대들 법도 했으나 신기하게 우리와 함께 뒤로 물러났다. 엘다렌이 유리카의 의견을 존중하고 따르는 것을 보고 자기도 그렇게 하기로 마음먹은 것인지, 하여간 그는 더 이상 다른 말을하지 않았다. 나에게는 또 한 가지 임무가 더 있었다. 바로 엘다렌의 배낭이었다. 나르디 녀석이 이걸 들 수 있을 리 없다. 이걸 나를 사람은 나밖에 없지. 배낭 무게는 아마 인간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무거울 것임에 틀림없었기 때문에 나는 숨을 한 번 들이쉰 다음, 배낭 끈을 쥐었다. 그리고는 애써 평범한 표정을 유지한 채 배낭을 광장 밖으로 들어 옮겼다. "……." 아이구, 이걸 매일같이 메고 다닌다니 엘다렌도 정말 보통 어깨가아니로구나. 그리고, 엘다렌과 카메이노의 용병 - 좀전에 전해들은 바로는 이름이 베르낙이라고 하는 - 은 광장 한가운데 마주보고 섰다. 아마 눈을마주보고 서로 노려보기라도 했어야 할 테지만, 베르낙은 엘다렌의눈을 도무지 발견할 수가 없었다. 그때까지도 충실하게 후드를 벗지않고 있었던 것이다. 별 수 없이 두 번째 대안으로 베르낙은 입을 열었다. 노련한 검사답게 묵직한 목소리였다. "최선을 다해 있는 힘껏 덤벼라, 사정 봐주지 않을 테니." "……." 엘다렌은 그답게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광장 주위로 드문드문 사이를 두고 거의 빙 둘러싸다시피한 구경꾼들이 침을 꿀꺽 삼킬 정도의 여유를 두고…… 열 발짝 가량떨어져 있던 두 사람, 아니 드워프와 사람은 앞으로 달려나갔다. 다리가 짧은 드워프가 느릴 것 같겠지만, 천만의 말씀! 둘은 거의 동시에, 광장의 한가운데에 도달했다. "헙!" "……." 엘다렌은 싸울 때 소리를 잘 지르지 않는다. 순식간에 모든 일이 일어났다. 웬만한 사람들은 햇빛을 받은 도끼날의 찬란한 반사광에 한눈을 팔다가, 아니면 두 사람의 동작만큼 눈이 빠르지 못한 탓에 중요한 장면을 모조리 놓치고 말았다. 고요한 가운데 오직, 내가 내뱉은 탄성만이 귀에 들어왔다. "화아……." 그리고……. "커어……!" "……." 싸움은 순식간에 끝났다. 항구 관리가 중간에 승패를 결정해서 말하고 자시고 할 여유조차도없었다. 아니, 그가 그 중간에 절묘하게 멈추라고 외쳤은들 아무 소용도 없었을 것임에 분명했다. 둘은 딱 한 차례 부딪쳤고, 그걸로 끝났다. +=+=+=+=+=+=+=+=+=+=+=+=+=+=+=+=+=+=+=+=+=+=+=+=+=+=+=+=+=+=+= 이 더운데 떡볶이를 만들어 먹었답니다. 그것도 집안이 온통 모여앉아 먹고도 남을 만큼 말예요. 정말, 이런 건 무식한 건지, 용감한건지.... 장르별 감상... 저는 '정통물'에 들어가는군요. ^^; Luthien, La Noir. 출력이 끝났습니다. [Enter]를 누르십시오. ━━━━━━━━━━━━━━━━━━━━━━━━━━━━━━━━━━━제 목 :◁세월의돌▷ 영어로 번역된 5-1-17입... 게 시 자 :azit(김이철) 게시번호 :1039게 시 일 :99/08/15 18:22:22 수 정 일 :크 기 :20.5K 조회횟수 :35 『게시판-SF & FANTASY (go SF)』 44429번제 목:◁세월의돌▷ 영어로 번역된 5-1-17입니다올린이:모래의책(전민희 ) 99/08/14 21:01 읽음:447 관련자료 없음----------------------------------------------------------------------------- * 5장 1편 17화입니다! 나르디와 신뢰에 대해 이야기하는 부분이죠. 명대사 부분에서 많은 지지를 받았었던 부분이죠. * 네 번이나 영어 번역 보내주시다니, 너무 감사합니다. 4일동안하루의 낙이 되어버렸군요. ^^ 수고 많으셨죠? * 역시 재미있어요. 보세요! +=+=+=+=+=+=+=+=+=+=+=+=+=+=+=+=세월의 돌(Stone of Days)=+=+=+=+=+=+=+=+=+=+=+=+=+=+=+=+ Chapter 5. The 4th month 'Tarophin'1. A king's way (17) "He won't be a middle-class man." "A nobility, I guess." We nodded at the same time. Yuri said again. "What makes a nobility like him having a hard time in an enemycountry? I guess he is on a mission, like scouting." "A secret scouting, maybe. And what he is talking about can bethat." "This may be more important than we think." We remained silent for a while. Over the terrace, a free birdwas flushing upward. "…… And why he is going to stay with us, I wonder?" "You, too?" I looked up the sky. I hate the feeling to be an easy meat - even the meat to theone I liked. As I think over and over about it, I am going to bemore bile. I thought he is a good, reliable guy. I thought I cantell my story. Yuri shook her head as she readed my thought. "It isn't, Pabi." She looked at me with an beautiful eye. "Every man utilizes the other. You should not think the word'utilize' that bad. What matters is how much. How much youexpect the other to sacrifice himself, or how much you're gonnavictimize himself. You and I, are relying on each other, right? Relying is to getting the other closer to oneself. If I suddenlyleft without a word, what would you feel? Would you let me go?" "……Not at all." "I like you, so I want to fit myself to your need. At my will. And I hope you the same, too. That is why an unanswered love isan sad thing. And, the degree differs too much between the two,some couple leave each other." I sank deep into my heart. Everyone has something hoping to the other. And also has theplan to pay back. What is the first and what is the second? Ihelped other at my will, and I am hoping the payback of help -or I was pleased about the help and decided to payback? My thoughts were getting chaotic, and then It occurred to me. It was unconnected give-and-take to the person whom I reallycare, that is, Yuri…… or my mom. Whatever scenes I remember,it was not clear/People who just passed me, it was clear. I answered 'causethey helped me, or I helped them and they unexpectedly answeredme later. And they passed me. Instead, the ones who left besideme, it was not clear. I helped them whenever I want, and they answered withouthesitate. Sometimes I didn't payback, and sometimes they didn't,but It didn't matter. They are with me, at least inside my mind. Yuri slowly opened her mouth. "Do you know what we should decide?" "The matter is how we should think about Nardi, that is, toaccept him." We looked each other's face, and nodded. Did I think about Nardi as a passer? Or a friend? Or I wanthim to be my friend? If I am able to answer the question, then Idon't have to be afflicted. Of course he can think unlike me. He got help from me and donot payback, it may occur. Decisions like this is not to beeasy. But if I decide to help him, it doesn't matter whether I getpayback from him or not. I'd think that's OK - someday he'd knowmy thoughts. No, it even doesn't matter if he do not know myheart, for I would be satisfied that I helped him. "Can you decide?" I shook my head. "Not easy." "It is, isn't it?" Yuri seemed to be embarrassed, too. Yuri would have more difficulty than me. She got to know himjust several days before, and the time she become friend withhim is more short. The decision was not easy to me, either. Ifsomeone ask me "How much do you know him?", what can I say? Ieven don't know his name. And at that time a nice plan occurred to me. "Yuri, listen to me." I told her the plan. We returned to our room. Nardi is lying on the bed, justlooking up the ceiling. I don't know his thoughts, but It sureis complicated. I never saw him think that long. "Nardi, get up." I knocked him. Nardi turned his face to me, but nothing on hisface. I pulled up a chair and sat on it. Yurika smiled and talked to him. "The game must go on, right?" He sat up at the Yuri's word. Not looking-good face. But I amgoing to talk with him without caring it. "You know you have two debts, right?" Yuri answered three questions, while Nardi only one. Henodded. "Then, this time you must answer, OK?" "……." Nardi just nodded. It looks strange for him to remain silent. Maybe I am too accustomed to him being cheer. "Now, this is my question." Yuri pulled up her chair. "What kinds of friend do you think us? That is, How much doyou feel important and reliable toward us?" At the time Nardi looked different. He sat still for a while, and started to say. On his face wasall "I can't believe it". "That is my question, too." Yurika and I looked each other, astonished, and asked. "You too?" "……." Nardi smiled instead of answer. "Then what is your answer?" Yurika urged him. "Do you remember, I compelled you two into this distortedgame, by asking I want to know what you're on? I know I am beingrude having baffled your dialogues, but there is reason. Do youknow what it is?" I shook my head and said. "Tell me." Nardi hesistated a little and said. "I wanted to follow you. I just wanted to stay with you,covering me with 'I am interested in your business'. Strange,huh? Me, too. It is hard to looking in my mind." I didn't know how to answer. Everybody can lie. But to believe it or not is entirelylistener's own. Whether I believe it or not, nobody can lead me. I should believe my decision. Nardi touched his hair, looking a little embarrassed, andcontinued. "But I've told nothing about me, so no wonder you doubt me. Ithink so, too. I know it isn't fair, to hide something and askother's belief. I want to tell you everything, from my name,everything you want to know, but I can't. I must not. And itmakes me hurt. But I want to be understood from you two. I wantto impel understanding me to whom I want to be friend with. Selfish, isn't it? But…… believe me. Sometimes I want to telleveryth……." I could not stand Nardi's hardship. I cut in. "OK, OK! I already believe in you! If you have some reason,like a swear to keep secret, I don't wanna make you embarrassedby it. That's OK. You don't have to say it. That's enough, for Iam going to believe you will tell me everything someday, no, youwant to tell me it now." I ended, quoted the Hogdone's words I've heard. Ah, I made it. Nardi just looked me astonished and vibrated. But my thoughtswere different from him. I already looking through his mask, right? It is nothing butconfirmation to make him tell what he doesn't want to. I wannashow some charity. I called Yurika, put those thought on my face. "Yuri?" Did she get it? Anyway she nodded. "Got it." She said. "No copouts needed. Go with us. We're gonna tell our business. 'Cause I believe you will tell about you someday. You cannotinterfere my belief. I believe you in my own, so you can't touchme." She smiled. To believe other is a difficult thing. And it needs a payment. But, It worth. I know it. ━━━━━━━━━━━━━━━━━━━━━━━━━━━━━━━━━━━제 목 :◁세월의돌▷ 6-1. 푸른 굴조개 (26)게 시 자 :azit(김이철) 게시번호 :1062게 시 일 :99/08/17 19:15:02 수 정 일 :크 기 :6.9K 조회횟수 :82 『게시판-SF & FANTASY (go SF)』 44592번제 목:◁세월의돌▷ 6-1. 푸른 굴조개 (26)올린이:모래의책(전민희 ) 99/08/15 19:30 읽음:1112 관련자료 없음----------------------------------------------------------------------------- +=+=+=+=+=+=+=+=+=+=+=+=+=+=+=+=세월의 돌(Stone of Days)=+=+=+=+=+=+=+=+=+=+=+=+=+=+=+=+ 6장. 제5월 '키티아(Kitia)'1. 푸른 굴조개 (26) 베르낙은 썩은 나무처럼 잠시 흔들리다가, 먼지 나는 광장 바닥 한가운데 풀썩 쓰러졌다. 조금 사이를 두고 붉은 피가 모래바닥에 조금씩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한동안 말조차 잊은 듯했다. "오오……." 방금 지나간 짧은 순간의 몇 안 되는 목격자로서 상황을 진술할 필요가 조금은 있겠다. 베르낙의 롱소드가 먼저 똑바로 낮춰져 엘다렌의 가슴을 찔러 들어갔다. 무기가 긴 만큼 당연한 일이었다. 어쩌면너무도 키가 컸던 베르낙으로서는 그런 자세가 상당히 어색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엘다렌은 그 순간, 믿을 수 없을 정도의 높이로 펄쩍 뛰어올랐다. 내 입에서 탄성이 나온 것도 그때였다. 그리고, 엘다렌의 도끼가 단단한 베르낙의 투구를 단숨에 쪼갰다. "……." 다시 생각해봐도 믿어지지 않는 일이로군. 내가 잘못 본 건 아닐까? 베르낙이 아무리 그 순간 자세를 낮췄다고 해도, 투구를 쪼갤 높이로 엘다렌이 높이 뛰어올랐다고? 나 참……. 사람들이 광장으로 우우 달려왔고, 우리 일행도 서둘러 다가갔다. 카메이노의 용병들은 베르낙의 상체를 일으켜 무릎에 뉘었다. 투구는깨끗이 쪼개져서 떨어져 나갔고, 그의 머리에는 아슬아슬하게 두개골을 쪼개지 않고 그 앞에서 멈춘, 길게 갈라진 상처가 보였다. 나는 따가운 햇빛 때문에 눈을 한 차례 비볐다. 그리고 도끼를 든채 가만히 모여든 사람들을 바라보고 있는 엘다렌에게 다가갔다. "힘조절에 있어서 궁극의 경지에 도달하신 모양이네요." 정말 그랬다. 엘다렌의 도끼를 다시금 가까이에서 보니, 저 힘과저 도끼로 베르낙의 머리를 목까지 반으로 쪼개놓지 않은 것이 정말용했다. 죽이고자 했다면, 정말 식은 죽 먹기보다 더 쉬웠을 텐데. 나는 그제야 유리카가 이 무모한 내기를 걸면서 자신만만했던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그녀는 카메이노가 엘다렌을 지목하리라는 것을 미리 예상했음에 틀림없었다. 아마도, 카메이노의 용병들이 모두 거구에 장신인 것을 보고서. 베르낙은 죽지는 않은 것 같았으나, 기절한 채로 한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아마도, 적절한 순간에 멈추긴 했지만 엘다렌의 도끼에실렸던 힘의 강도가 그의 머리에 상당한 충격을 가져다 준 것 같았다. 카메이노의 표정이 또한 이 순간 볼만했다. "……." 왕국을 잃은 왕이라고 해도 저런 표정은 짓지 않을 거다. 아냐, 왕이라면 결코 저런 표정은 지을 수 없을 거야. 정말 꼴사나운 몰골이었거든. 그는 오만상을 찌푸린 채, 베르낙 근처로 가까이 가보지도 않고서손발을 푸들푸들 떨고 있었다. 모르는 사람이 봤으면 중풍에라도 걸린 줄로 생각할 정도였다. 충격으로 말문이 막혔던 사람들이 점차 놀라움을 표시하기 시작하고, 웅성대며 자신들이 보았던 - 사실 대부분은 보지도 못했지만 -놀랄 만한 사실에 대해 떠들어대기 시작했다. 그들이 제대로 못 보았으니만큼, 앞으로 우리가 떠난 뒤 이 사건에 대한 이야기는 완전히멋대로 부풀려질 것 같은 예감이 든다. 벌써부터 그들은 이상한 주장들을 해대고 별가지 이야기를 만들어내며, 서로 맞네 틀리네 싸워대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도끼가 아니었다고. 뭔가 다른 무기를 쓰는 것 같았어." "무슨 소리야! 도끼 등날로 때리는 것을 내 똑똑히 보았는데……." "어허, 저건 저 거구의 용병이 투구를 벗었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구! 그리고 그 벗어든 투구를 저 조그마한 양반이 쪼개버리고……." 멋대로 많이들 생각하시죠. 전설 하나 만들어지는 거 시간 문제겠는걸요. 모든 시름이 사라진 나르디와 나, 그리고 유리카는 엘다렌을 둘러싸고 기쁨의 웃음을 터뜨렸다. 엘다렌은 자신의 배낭을 찾는 눈치다. 내가 들고 가는 걸 못 보았나? "배낭요? 제가 갖다드릴게요!" 아티유 선장과 선원들의 기쁨 또한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선주님!" "선주님이 최곱니다!" "역시, 역시!" 엘다렌이 그들에게 완전히 둘러싸여 보이지 않게 되자 나는 서둘러배낭을 다시 가져왔고, 사람들 사이로 밀고 들어갔다. 엘다렌은 나를잠깐 동안 쳐다보았다. "자네가 이걸 옮겼나?" "네. 왜요?" 뭐, 잘못됐나? 그런데…… 이거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말이네? "…… 아니다." 엘다렌은 다시 입을 다물었다. 선원들의 쏟아지는 축하와 치켜세우는 말에 둘러싸여서도 그 흔한 '고맙다'는 말 한 마디조차 하지 않았다. 유리카가 다들 잘 들릴만한 목소리로 커다랗게 외쳤다. "우리, 그만 배로 돌아가요!" 그리고 그녀는 아직까지도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카메이노를 바라보더니 말했다. "계약 건 마무리지을 겸, 같이 가시죠?" "마, 말도…… 말도 안돼……." 카메이노의 충격을 달래주기 위해서는 몇 사람인가의 친구가 필요했다. 에라르드의 얼굴이 또한 볼만했는데, 그는 마치 자기가 싸워이기기나 한 것처럼 대단히 의기양양한 표정이었다. 그러나 그는 가까이 다가와서 축하한다거나 하는 말을 하지는 않았고, 대신 리스벳이 다가와 치하의 말을 했다. "상대를 죽이지 않고 이 정도에서 끝내신 것에 대해 정말 감탄하지않을 수 없군요. 훌륭한 인격을 가진 분이시라는 것이 전혀 의심되지않는……." 그녀의 축하는 정말 그녀다웠다. "자, 정말 돌아갈까요?" …… 그렇게 몇 번이나 외쳤음에도 불구하고 정말로 배로 돌아가기위해서는 족히 반시간 이상이 필요했다. 선원들은 아예 술집으로 가서 축하주를 하자는 둥, 온갖 진압이 필요한 소리를 다 늘어놓았던것이다. 결국 엘다렌이 한 마디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만 해라. 출항이 바쁘다." 아티유 선장이 나서서 선원들을 수습했다. 대강 수습이 되고 돌아가기 위해 그들을 바라보던 내 눈에 문득, 어디선가 보던 사람의 얼굴이 순식간에 비치고 지나갔다. "어어?" 금방 사람들 사이로 섞여 들어가서 보이지 않게 되었지만, 저 얼굴과 적대감 가득한 얼굴은…… 뭔가 대단한 음모를 품은 듯한……. 뭐야, 롬스트르였잖아? 순간적인 내멋대로의 착각을 완전히 뒤엎는 기억 덕택에 나는 혼자서 피식 웃었다. 적대감 가득해 봤자 저 인물은 별로 겁나지 않는다. 음모도 있어 봤자겠고. 어쨌든 '별 것 아닌 인물' 롬스트르는 일부러 숨기라도 한 것처럼내 눈에는 다시 띄지 않았다. 이제는 광장에 그다지 사람이 많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두리번거리는 내 눈에 결코 발견되지 않는 것 보니, 꽤나 잘 숨는 모양이군. 그러나저러나, 무슨 생각으로 여기에서 얼씬거리는 거지? 출항 준비에는 족히 반나절이 걸렸다. 계약서에 서명하는 절차는 이만큼이나 지연된 것이 무색할 정도로눈 깜짝할 사이에 끝났고, 그 사이 일어난 우스운 일이 있었다면, 황당하게도 다시 한 번 나타나 자기에게 배를 되팔라고 사정하던 카메이노를 엘다렌이 딱 한 마디 해서 쫓아버렸던 사건이다. 엘다렌은 이렇게 말했다. '내 배를 되살 돈이 있다면 그 돈 모두 네게 줄 테니귀찮게 굴지 말고 지금 썩 사라져라'라고. +=+=+=+=+=+=+=+=+=+=+=+=+=+=+=+=+=+=+=+=+=+=+=+=+=+=+=+=+=+=+=오늘은 번역편 없이 세편입니다. ^^;광복절이 일요일이라니......너무 잔인하죠? 현충일도 일요일이었던 것 같은데.....(맞나?)Luthien, La Noir. ━━━━━━━━━━━━━━━━━━━━━━━━━━━━━━━━━━━제 목 :◁세월의돌▷ 6-1. 푸른 굴조개 (27)게 시 자 :azit(김이철) 게시번호 :1063게 시 일 :99/08/17 19:15:20 수 정 일 :크 기 :6.8K 조회횟수 :75 『게시판-SF & FANTASY (go SF)』 44593번제 목:◁세월의돌▷ 6-1. 푸른 굴조개 (27)올린이:모래의책(전민희 ) 99/08/15 19:30 읽음:1004 관련자료 없음----------------------------------------------------------------------------- +=+=+=+=+=+=+=+=+=+=+=+=+=+=+=+=세월의 돌(Stone of Days)=+=+=+=+=+=+=+=+=+=+=+=+=+=+=+=+ 6장. 제5월 '키티아(Kitia)'1. 푸른 굴조개 (27) 에라르드는 친절하게도 출항 준비에 필요한 것들과 준비할 수 있는방법에 대해 자세히 일러주었다. 출항 준비 작업은 거의 아티유 선장이 지휘했다. 그는 몇 번이나 이 작업을 거쳐 보았고 어떻게 하면 가장 일을 빨리 처리할 수 있는지 잘 알고 있었다. 물론, 그런 그도 한나절 안에 출항 준비를 해야 하는 경우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보통 배가 출항하도록 준비하는 데는 선원을 구하고식량 등을 채워 넣고 여러 가지 일들을 하는데 족히 닷새 이상은 걸린다. 그러나 우리는 선원을 하룻밤 새 구했고, 나머지 준비는 다음날 한나절 내 끝내고 말았다. 확실히 유례없는 빠르기였다. 한 선원이 나중에야 와서는 배에 태워달라고 말했는데, 그가 워낙자리를 뜨지 않고 고집을 부려서 아티유 선장이 결국 허락을 얻어다주었다. 사람 얼굴 알아보는데 꽤 눈썰미가 있는 나인데, 저 얼굴은청어대가리 여관에서도 본 일이 없다. 엘다렌이 싸우던 광장에서 우릴 보고 쫓아온 사람임에 틀림없었다. 아티유 선장이 시원한 바닷바람에도 불구하고 이마에 땀을 뻘뻘 흘리며 다가와서는 보고했다. "모든 준비가 끝났습니다! 이제 선원들을 제자리로 보내고 배를 띄우는 일만 남았습니다!" 우리의 무리한 요구 때문에 한나절 동안 죽도록 고생했을텐데도,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시원하고 활기찼다. 선원들을 적절한 위치에 배치하는 것도 엘다렌의 승인 하에 전적으로 아티유 선장이 처리했다. 우리는 이 한나절 동안 그가 얼마나 유능한 선장인가를 직접 눈으로 보고 몸으로 체험했다. 선원들은 그의손발이나 되는 것처럼 척척 움직였고, 그는 언제나 필요한 위치에서필요한 것을 준비하고 지시했다. 이런 선장을 구했다는 것 자체가 우리에게는 행운 가운데 행운이었다. 카메이노는 확실히 사람 보는 눈이 없는 모양이다. 아티유 선장과 처음 일해보는 사람들조차 그의 통솔력에 혀를 내둘렀다. 이런 사람과 함께라면 낯선 바다로 나가는 일도 그렇게 두려운 일만은 아닐 것 같았다. "선원들에게 한 시간 동안 휴식을 줘라. 한 시간 뒤에 닻을 올릴수 있도록 준비하도록." "예, 선주님!" 엘다렌도 보기 드문 훌륭한 선주였다, 이렇게 무리하게 출발을 강행해야만 하는 것을 제한다면. 아티유 선장은 땀을 손수건으로 닦으며 돌아서 선원들이 모여 있는쪽으로 걸어가며 큰 소리로 외쳤다. "선주님이 휴식 시간을 주셨다! 거리에 볼일이 있는 녀석은 다녀오고 나머지는 쉬도록! 한 시간 뒤에 출발이니까 시간 엄수해라!" "정말, 훌륭한 선장님인걸." 나는 일견 존경하는 마음이 일어 솔직하게 말했다. 의외로 내 말에고개를 끄덕인 것은 엘다렌이었다. "그렇군." 엘다렌은 과묵했지만, 그만큼이나 솔직했다. 유리카는 긴 머리카락이 바닷바람에 너무 흩날려서 어지러웠기 때문에 끈으로 묶고 있는 중이었다. 언젠가 본 일이 있는 검은 끈이다. 나르디는 뱃전에서 바다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도 저 만치 수평선을바라보니 확실히 이제부터 바다로 나가게 되리라는 것이 실감이 난다. 배 아래 선창가에서 선원들이 제각기 흩어져 가는 것이 보였다. 아직 닻을 올리지도 않았는데 흔들흔들, 바닥이 움직이고 있는 것이 느껴진다. 확실히 바다는 강과 다르다. 갑판은 물결의 움직임에따라 서서히 올라갔다 내려갔다 했다. 푸른 배쌈에 푸른 잔물결이 부딪치고 있었다. 그 모양을 보자니 문득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엘다렌, 당신은 드워프 족인데도 배를 타거나 바다에 나가는 게아무렇지도 않아요?" 엘다렌은 무슨 소리를 하느냐는 표정이 되었다. "무슨 소리냐." "그, 저, 그러니까…… 이야기에 보면, 드워프는 땅의 종족이라 대지를 떠나는 것을 두려워하며 말을 타는 것조차 싫어한다고……." 말을 하다가 보니 생각났는데, 말타기를 두려워하는 것은 주아니였잖아? 엘다렌은 여전히 그 표정 그대로 말했다. "세상에 멋대로 떠도는 헛소문을 믿나." "그럼, 아무렇지도 않아요?" 나는 정말이지 꽤나 놀라서 그렇게 되물었다. 그리고, 역시나 엘다렌은 예의 대답 한 마디로 내 질문을 끝장냈다. "드워프 족이 두려워하는 것이라고는 없다." …… 드워프 족이 아니고 엘다렌 얘기겠지. 항해 시작하면 실컷 볼 바다, 나는 오히려 마르텔리조 시나 바라보려고 반대쪽 뱃전으로 걸어갔다. 주아니가 오랜만에 뾰족하게 고개를내밀었다. 이제 앞으로 여러 사람들과 함께 여행할 테니 주아니 목소리도 자주 듣기는 어렵겠군. 주아니는 엘다렌에게 들릴세라 소리를 죽여 조그맣게 말했다. "있잖아, 드워프 족도 사실 말 타는 것은 두려워 해." 푸하……. 나는 좀더 웃으려다가 생각을 고쳐먹었다. 엘다렌은 혹시 예외일는지도 모르지. 위대한 드워프 족의 왕이잖아? 마르텔리조 시의 놀랄 만한 복잡한 구조가 배 위에서는 상당히 잘보였다. 이리저리 꼬불꼬불, 여기서 보니 뚜껑만 덮어놓았더라면 정말 미궁이 따로 없네. 그런데, 눈에 익은 사람의 모습이 저만치 보인다. "어어?" 저게 누구야? 이니에잖아? 마침 내 곁으로 다가와 선 나르디가 내 생각을 그대로 말했다. "한참 여관 운영에 바빠야 할 저 프로첸이 여기까지 웬일이지?" 글쎄다. 점차 앞으로 다가오는 모습을 보니 확실히 이니에였다. 그녀는 마치 소년 선원처럼 차려입고 모자까지 머리에 쓰고 있었다. 여기에서내려다보는데도 그녀의 키는 정말로 컸다. 나르디가 감상을 말했다. "저 키가 조금만 더 작았더라면, 아마 더 많은 남자들이 따랐을 것같은데." 나는 피식 웃었다. "키가 콧대하고 비례하는 것도 아니고, 저보다 큰 여자하고 사귈남자가 없을 것 같아서 그러냐?" "아니, 얼굴은 귀여운 편인데 저렇게 큰 키라면 뭔가 비례가 덜 맞아 보이지 않겠나? 드레스도 기성품은 입기 어려울 테고. 어쩌면 그래서 저렇게 남자 옷을 입고 다니는 건지도 모르겠군." 은근히 장난기가 동한 내가 녀석을 향해 슬그머니 고개를 돌렸다. "너, 저 프로첸이나 사귀어 보는 것 어때?" 나르디가 어이없다는 듯이 웃었다. "이봐, 당장 항해를 떠나는 마당에 여자 친구라니, 가당키나 한가. 게다가 나보다 나이가 많아도 서너 살은 많을 것 같은데……." "무슨 소리야. 선원들을 기다리는 항구의 아가씨 이야기는 옛 노래에도 많이 나오잖아? 마음만 있다면 조금쯤이야 기다려 주겠지. 물론, 빨리 돌아와 주기만 한다면 말야." "장난 말게, 이 친구." 나르디의 얼굴에도 웃음이 떠올라 있다. 나는 짓궂게 말을 이었다. "뭐야, 여자 친구나 사귀어 볼까 싶다고 한 게 누군데 그래? 프로첸 이니에는 너보다 키가 크니까 싫다고? 아, 그럼 아까 본 프로첸리스벳은 어때? 그 쪽도 상당한 미모고, 게다가 아주 강직하고 선량한 성품인 것 같던데." +=+=+=+=+=+=+=+=+=+=+=+=+=+=+=+=+=+=+=+=+=+=+=+=+=+=+=+=+=+=+=분명, 8월 다 가면 여름 끝나는 것 맞는데, 왜 이렇게 더운 건지... 그렇지만 세월의 돌의 세계에서는 이제 간신히 봄이 끝나려 하는군요. ^^; (가을에 한여름 얘기 쓰겠군.. 그렇다면 이번 여름의 기억을살려서....)Luthien, La Noir. ━━━━━━━━━━━━━━━━━━━━━━━━━━━━━━━━━━━제 목 :◁세월의돌▷ 6-1. 푸른 굴조개 (28)게 시 자 :azit(김이철) 게시번호 :1064게 시 일 :99/08/17 19:15:41 수 정 일 :크 기 :7.0K 조회횟수 :76 『게시판-SF & FANTASY (go SF)』 44594번제 목:◁세월의돌▷ 6-1. 푸른 굴조개 (28)올린이:모래의책(전민희 ) 99/08/15 19:31 읽음:1157 관련자료 없음----------------------------------------------------------------------------- +=+=+=+=+=+=+=+=+=+=+=+=+=+=+=+=세월의 돌(Stone of Days)=+=+=+=+=+=+=+=+=+=+=+=+=+=+=+=+ 6장. 제5월 '키티아(Kitia)'1. 푸른 굴조개 (28) 이쯤 이르자 나르디는 당황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녀석은 역시나보다 순진하다. "프로첸 리스벳이라니, 그녀는 나보다 다섯 살은 많아 보이는……." "뭘, 나이 차이쯤은 아무 것도 아니라고. 사랑하는 마음만 있으면." "거기다가, 그녀는 무녀가 될 거였다면서? 지금도 듀나리온의 계를지키는 재가 신자 정도는 된다던데." "무녀가 될 뻔, 한거지, 무녀가 된 건 아니지 않냐? 우리 어머니도한땐 무녀가 될 뻔- 하셨었다고." 그쯤 놀렸을 때 이니에가 드디어 배 아래에 도착했다. "이것 봐요! 마디크 파비안! 할 이야기가 있어요!" 그녀는 내 이름밖에 몰랐다. 나는 몸을 앞으로 쭉 빼고 내려다보았다. 그런데 그녀의 얼굴이 상당히 긴장해 있다. 무슨 일이라도 일어났나? "올라와요!" 그녀는 배다리로 뛰다시피 올라왔다. 그녀의 옷은 리스벳과는 달리치마가 아니라서 단숨에 뛰어올라올 수가 있었다. "큰일이에요!" 그녀는 제대로 인사도 마치기 전에 당장 큰 소리로 말했다. 엘다렌과 유리카가 무슨 일인가 하여 달려왔다. "무슨 일이에요?" 이니에의 얼굴을 보니 심각한 일임에 분명했다. 언제나 영업상(?)띠고 있던 그 미소가 오늘은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정말로 급히 달려온 듯 땀을 닦으며 빠르게 말했다. "롬스트르, 하벨 롬스트르, 그 자가 사고를 쳤어요. 알죠?" 나는 그 순간 이니에가 나와 롬스트르와의 사이를 어떻게 아는가궁금했다. 내가 질문하려는데 그녀가 먼저 말했다. "당신이 롬스트르를 항구에서 때려눕혔다면서요! 그 자가 당신들을수상하게 여기고 시청에 신고를 했어요! 시청에는 마침 마르텔리조가속해 있는 보엔시 영지의 영주가 보낸 감찰관이 내려와 있고, 사태가심각하게 돌아가는 것 같다며 페스버스가 어서 이 일을 알려주라고……." 나는 커다란 목소리로 다급하게 물었다. 이마가 후끈 달아올랐다. "언제? 그 시간이 언제예요? 언제 출발해야 하는 거예요? 그들이여기까지 오려면 얼마나 걸리죠?" 그 순간, 이니에는 갑자기 냉정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우리 네 사람을 하나씩 둘러보았다. 갑자기 달라진 분위기에 이상한 낌새를 느끼려는 찰나, 그녀가 말했다. "당신들, 정말로 엘라비다 족이 맞군요?" "어서, 빨리 가서 선원들을 찾아와라! 당장 출항한다!" 아티유 선장이 몇 명의 심복 선원들, 즉 처음 우리에게 데려왔던선원들 셋을 불러 급히 몇 가지를 일러 거리로 보냈다. 그리고 당장남은 선원들을 불러 올려 맡은 자리로 가도록 지시했다. 선원들이 급히 움직이기 시작하자 그는 엘다렌을 돌아보며 말했다. "선주님, 급하면 그들이 돌아오지 않더라도 출발할 것인지 결정해주십시오." 엘다렌은 잠시 고개를 숙이고 생각에 잠겨 있었다. 깊게 덮인 후드때문에 자는 걸로도 착각될 정도였다. 그러나, 곧 그의 대답이 떨어졌다. "모두 와야만 출발한다." "…… 옛!" 아티유 선장은 곧 다른 일을 처리하기 위해 자리를 떠났다. 우리 옆에는 팔짱을 낀 채 여전히 의혹 가득한 눈빛을 풀지 않고있는 이니에가 서 있다. 그녀는 우리 비밀을 쥔 채로 저렇게 계속해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었다. 방해하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가버리지도 않는다. 뭔가 생각하는 중인 걸까? 이거, 어떻게든 해야 하는데. "저, 이봐요, 프로첸 이니에……." 그녀가 뱃전에서 약간 몸을 떼더니, 한 마디 던졌다. "새로운 말투 익히느라 힘들었겠어요." 그녀의 한 마디에 말문이 다시 막혀 버렸다. 거리 쪽을 내다보니 몇 사람인가의 선원들이 헐레벌떡 달려오는 것이 보인다. 저 사람들이 마지막이라면 좋겠는데. 아티유 선장의 손짓에 의해 그들은 허겁지겁 배 안으로 들어와 자기 자리로 달려갔다. "이제 두 명 남았습니다!" 아티유 선장의 보고가 울렸다. 우리는 제각기 불안한 얼굴을 한 채로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거나 거리 쪽을 바라보거나 했다. 나머지 선원들이 나타나지 않을까, 그보다 먼저 도시 치안대가 오지나 않을까……. 거리 쪽에서 두 사람이 다시 나타났다. 하나는 사람을 찾으러 갔던선원, 이리로 뛰고 있다. "어서, 이리로!" 천만다행, 이제 한 명이다. 제발, 빨리. 만약, 여기에서 붙들리면 어떻게 될까? 도대체 죄라고는 지어 본 일 없는 정직한(!) 나에게 법이나 처벌에관한 지식 따위가 있을 리 없다. 그저 잘못하면 감옥에 갇히거나, 참수형을 당한…… 아, 아냐! …… 어쨌든간 그런 정도밖에 떠오르는것이 없었고, 두렵긴 했지만 우리에게 어떤 일이 일어날 지에 대해아무 것도 구체적인 상상을 할 수가 없었다. 게다가 범법자와 마주쳐 본 일도 별로 없었기 때문에, 지금 이니에가 우리를 어떤 눈으로 바라보고 있을 지에 대해서도 짐작하기 힘들었다. 게다가 좀도둑이나 그런 평범한 범법자가 아닌, 불법입국자에대한 시선에 대해서는. "프…… 이니에, 그러니까…… 당신은 엘라비다 족을 싫어해…요?" 해놓고 보니 유치한 질문이 되어 버렸다. 그래도 기왕 한 거 대답이 꽤나 궁금한 질문이라 나는 여전히 팔짱을 낀 채 뱃전에 기대 선그녀를 빤히 바라보았다. 그녀는 가만히 나를 쳐다본다. 표정 없이,어쩐지 '당연하지!'하고 외칠 것 같은 얼굴로…… 그러니까, 대답을……. "별로요." 냉정한 대답…… 아, 내용은 그게 아니네. 그녀는 그 말을 하더니 팔짱을 풀고 몸을 일으켰다. 그녀의 모습은여러 모로 청어대가리 여관에서 보았던 것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아마도 그게 영업상의 과장된 쾌활함이었다면 지금이야말로 오히려 거리낄 것 없는 평범한 태도일지도 모르겠다. 나는 약간 희망을 가지고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뒤이어 그녀의 다음 말이 들려왔다. "그렇지만, 범죄자를 좋아하진 않죠." +=+=+=+=+=+=+=+=+=+=+=+=+=+=+=+=+=+=+=+=+=+=+=+=+=+=+=+=+=+=+=작심이틀....벌써 괴롭다. T_T처음처럼 되돌아간다는 건 정말 쉽지 않은 일이군요. 새로 읽게 되셨다고 메모 남겨주시는 분들, 재미있게 보세요- ^^오늘 어떤 독자분께서 엄청난(....) 메일을 보내주셨습니다. 인터넷을 들어가서 세월의 돌이 올라가고 있는 사이트를 이잡듯이뒤지셨다는데, 제게 그 목록이 왔네요. 물론 그중에는 제가 허락해드린 분들도 있었지만.... 무단으로 올리신 분들, 왜 이렇게 많은 겁니까?! 세상에, 십여 군데가 넘다니요..... 최근 sf 게시판에서 여러 분들이 인터넷만 뒤지면 출판된 소설 모조리 찾을 수 있다고 하시더니.... @_@;아시다시피, 저는 글을 올리겠다고 직접 요청 메일 보내신 분들한테 한 번도 퍼가는 것을 불허한 일이 없습니다. 그게 통신망이었든홈페이지였든 간에요. 그런데 왜 그러시는지 모르겠습니다. 확실히 즐겁지 않은 정보였고, 그래서 홈페이지 운영하시는 분들에게 하나하나 메일을 띄웠습니다. 삭제 요청이죠. 이런 경우가 저의 경우만은 아닐 거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작가분들도 자세히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오늘은 기분이 많이 안좋은 날이군요.... 참 정보 보내주신 분, 애써 뒤지느라 너무 수고가 많으셨고요,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나중에라도 꼭 감사 표시를 따로 하고 싶네요. Luthien, La Noir. ━━━━━━━━━━━━━━━━━━━━━━━━━━━━━━━━━━━제 목 :◁세월의돌▷ 6-1. 푸른 굴조개 (29)게 시 자 :azit(김이철) 게시번호 :1065게 시 일 :99/08/17 19:15:55 수 정 일 :크 기 :6.1K 조회횟수 :77 『게시판-SF & FANTASY (go SF)』 44743번제 목:◁세월의돌▷ 6-1. 푸른 굴조개 (29)올린이:모래의책(전민희 ) 99/08/16 23:27 읽음:669 관련자료 없음----------------------------------------------------------------------------- +=+=+=+=+=+=+=+=+=+=+=+=+=+=+=+=세월의 돌(Stone of Days)=+=+=+=+=+=+=+=+=+=+=+=+=+=+=+=+ 6장. 제5월 '키티아(Kitia)'1. 푸른 굴조개 (29) 흐으……. 내가 속으로 다시 절망의 나락으로 빠지고 있는 동안, 유리카가 고개를 들어 그녀를 보았다. "범죄자라니, 지나친 말이에요." 유, 유리, 지금 상황에서 그런 말투는……. 그러나 이니에는 화내지 않았다. 오히려 유리카를 흥미롭다는 듯한눈으로 쳐다보았다. 그리고 그녀의 입에서 한 마디가 떨어졌다. "얘기는 들었지만 당신 참, 대담한 프로첸이에요." 저, 저건…… 다시 희망적으로 해석해도 되는 말 맞아? 이니에의 말투는 확실히 악의보다 호의에 가까운 어조였다. 이니에가 모자를 벗었다. 그녀의 짧게 자른 머리가 바닷바람에 나풀거렸다. 그녀의 머리는 단순한 단발이 아니라 마치 개구쟁이들이 일부러 그런것처럼 들쭉날쭉한 길이를 가지고 있었는데, 그것은 그녀에게 나름대로 썩 잘 어울렸다. "나는 대담한 사람들을 좋아해요." 저건! 확실히 우리를 좋게 볼 마음이 있다는 뜻 맞지? 그 순간, 밖에서 길다란 외침이 울렸다. "선주님, 마지막 선원이 저기 돌아옵니다!" 잘됐어! 그리고 이니에는 이제 자신의 태도를 결정해야 할 때가 왔다. 내려가서 항구 관리에게라도 이야기해서 우리의 출항을 막느냐, 아니면그대로 친절하게……. 그 다음 순간이었다. "병사들이 오고 있네!" 내내 우리 대화에 끼여들지 않고 거리 쪽을 성실하게 관찰하고 있던 나르디가 외친 소리에 상황은 갑자기 빠르게 급진전되었다. 나도고개를 휙 돌렸다. 확실히 저쪽 거리에서 이십여 명 가량의 무장한병사들이 오는 것이 보였다. 이십여 명이라면 우리 선원들보다는 적다. 그러나 선원들이 과연우리가 이스나미르 인이라는 것을 알고도 우리를 도와줄까? 아티유선장은? 그리고…… 이니에는? 나를 비롯해서 엘다렌조차도, 모두의 눈이 그녀에게로 향했다. 그녀는 천천히 우리를 돌아보더니, 벗었던 모자를 다시 정성 들여썼다. 그리고는 말했다. "대담한 사람은 잡혀서는 안 되는 법이에요." 무슨 뜻……. 그녀는 몸을 돌렸다. 그러더니 배다리 쪽으로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내가 다급하게 물었다. "어디 가요?" 그리고, 나를 돌아본 예의 쾌활한 웃음. "잡히면 대담한 사람이 아니라니까!" 그리고 그녀는 고개를 돌리고는 그대로 배다리에 올라섰다. 갑자기 유리카가 그녀 쪽으로 몇 걸음 다가간다. 그리고 귓속말로한 마디 하는데 이니에의 얼굴이 갑자기 깜짝 놀란 듯, 그러나 완연히 밝아진다. 그녀가 반가움이 가득한 말투로 급히 말했다. "정말?" "그럼, 정말이지 않고요." 무슨 소리들을 한 거야? 어쨌든간, 이니에는 더 이상 긴말도 하지 않고 우리를 향해 손을한 번 흔들어 준 뒤 배다리를 달려서 선창가로 서둘러 뛰어내렸다. 그리고…… 이미 선창가 가까이 다가오고 있는 병사들에게로……. "어서! 출발해야지!" 유리카의 날카로운 외침, 그리고 정신이 든 우리는 아티유 선장을향해 커다랗게 외쳤다. "출항합니다!" "출항한다!" 아티유 선장이 선원 전체에게 외치는 소리, 그리고 사환 소년이 다시 한 번 더 커다란 목소리로 구석구석 외치고 다니는 소리. 굵은 밧줄이 움직이기 시작하고 그을린 손발들이 척척 배 구석구석으로 달려든다. 한 쪽에서는 닻을 감는다. 그리고 돛을 올릴 준비를 하고 있는몇 명의 선원. "어서 서둘러라! 출항이다, 출항이야!" "예! 여부가 있겠습니까, 항해사님!" 1등 항해사를 맡은 날카로운 목소리의 스트라엘이 갑판 구석구석을커다란 목소리로 외치며 돌아다니자 모든 일은 마법 가루를 뿌리기라도 한 것처럼 조금씩 빨라진다. 우리 배를 예인하기로 한 노젓는 작은 배는 닻을 다 감았다는 신호가 가자 힘차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나는 움직이기 시작한 배 위에서 선창가 쪽을 내려다보았다. "……." 이니에는 병사 전부와 뭐라고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그녀는 아마도 이들 모두와 잘 아는 사이인 듯, 앞으로 나서려는 그들을 계속 왔다갔다하며 말리고 있었고,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는 없었지만 양편 모두가 커다랗게 뭔가 외치고 있음에 분명했다. 바람결에 조그맣게 소리가 들린다. "……, …………, ‥… …·· ‥‥…." "………!" "‥‥ ·…… ‥‥…‥ · ‥…, ………!" 병사들은 이니에와 이야기를 하느라고 이미 항구를 떠나기 시작한우리 배를 잡지 못하고 있었다. 병사들을 인솔해 온 관리 역시 떠나가는 우리 배를 바라보며 뭐라고 손가락질을 하고 있었지만, 그보다훨씬 더 크고 재빠른 이니에의 손짓에 막혀 버렸다. 유리카가 내 곁으로 다가왔다. 오래간만에 뱃전에 올려진 그녀의손등에 내 손을 겹쳐 놓았다. 그리고는 내 쪽을 돌아본 그녀에게 말했다. "왜, 그녀가 우리를 돕는 걸까?" "그녀도 대담한 사람이니까." 유리카가 웃자 하얀 이가 시원하게 빛났다. 배는 점차 푸른 선이 그어진 바다 쪽으로 나아가고 있다. 그리고그에 따라 항구는 점점 멀어졌다. 선창가에서 아직도 실랑이를 하고있는 이니에와 병사들도, 우리가 한 출항 준비의 흔적인 빈 나무상자들과 그 밖의 것들도, 벌써 멀어져 버린 도시의 거리와 집그림자들도, 마지막으로 바다와 육지의 경계를 이루는 돌로 지어진 항구의 윤곽조차도, 우리가 볼 수 있는 곳에서 까마득하게 멀어져 갔다. 팽팽하게 펼쳐진 돛마다 금빛 달무늬, 맑은 물을 가르는 새파란 배쌈, 웅장한 용골과 흠집 하나 없는 갑판의 '푸른 굴조개'는 앞으로앞으로 나아갔다. 황금빛 오후의 태양 아래 넘실대는 물결. 배는 바다로 나아가고 있었다. +=+=+=+=+=+=+=+=+=+=+=+=+=+=+=+=+=+=+=+=+=+=+=+=+=+=+=+=+=+=+=아, 영어 번역 5-1-17 말예요, 보내주신 분께서 나르디의 고어투문장을 살릴 수가 없어서(영어 고어라...;;) 그냥 통일했다고, 좀 말미에 써달라고 하셨는데 제가 잊었네요. 앞부분에 다시 고쳐 놓았습니다. 또, 고대의 거인과 은둔 검사(3-2) 7편에서 제가 귀리를 야채라고써 놓았대요. 귀리는 야채가 아니고 곡식이라고 한 분이 지적하셔서역시 고쳤습니다. 그나저나 오늘, 나우누리 어떻게 된 겁니까? 지금도 천신만고 끝에간신히 접속했네요.. 글 못 올리는 줄 알았네..;낮에 접속 안된 것 때문에 지금 이용이 폭주하나 봅니다. --;Luthien, La Noir. ━━━━━━━━━━━━━━━━━━━━━━━━━━━━━━━━━━━제 목 :◁세월의돌▷ 6-2 예지 시작입니다. 게 시 자 :azit(김이철) 게시번호 :1066게 시 일 :99/08/17 19:16:15 수 정 일 :크 기 :1.1K 조회횟수 :70 『게시판-SF & FANTASY (go SF)』 44744번제 목:◁세월의돌▷ 6-2 예지 시작입니다. 올린이:모래의책(전민희 ) 99/08/16 23:27 읽음:532 관련자료 없음----------------------------------------------------------------------------- 6장 1편 '푸른 굴조개' 끝입니다. 6장 2편의 제목은 '예지'입니다. 짧은 편이 될 것 같군요. (게다가.... 지금까지 나온 제목 중 최단 길이 기록이다...;;)세월의 돌도 거의 중반까지 온 것 같습니다. 올해 4월 11일에 시작했으니 이제 4개월이 조금 넘었네요. 그 동안 이만큼 많이 사랑을 받은 것은 제게도 놀라운 일입니다. 꾸준히 오르던 첫 번째 1-1-1의 조회도 이제 6200을 넘었습니다. 계속 새로운 분들이 또다시 읽어주신다는 것을 생각하면 저는 참 신기한 기분이 듭니다. ^^;새로 글 시작하시는 분들도 초기 반응에 연연하지 마시고 꾸준한마음으로 연재 계속하시기 바랍니다. 새로이 글을 찾으시는 분들은언제나 있는 것 같아요. SF게시판에 오시는 분들도 나날이 느는 것같고요. (저녁 피크타임에 go sf 했을 때의 기나긴 대기시간으로 보아....;;)소리없이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 언제나 감사합니다. Luthien, La Noir. ━━━━━━━━━━━━━━━━━━━━━━━━━━━━━━━━━━━제 목 :◁세월의돌▷ 6-2. 예지 (1)게 시 자 :azit(김이철) 게시번호 :1067게 시 일 :99/08/17 19:16:32 수 정 일 :크 기 :7.5K 조회횟수 :94 『게시판-SF & FANTASY (go SF)』 44745번제 목:◁세월의돌▷ 6-2. 예지 (1)올린이:모래의책(전민희 ) 99/08/16 23:28 읽음:580 관련자료 없음----------------------------------------------------------------------------- +=+=+=+=+=+=+=+=+=+=+=+=+=+=+=+=세월의 돌(Stone of Days)=+=+=+=+=+=+=+=+=+=+=+=+=+=+=+=+ 6장. 제5월 '키티아(Kitia)'2. 예지 (1) "운명이 나를 불행하게 만들지라도, 나는 위선을 받아들이거나 거짓말을 하지 않을 것이다." - 차크라타난에서 비카르나 족이 맹세할 때 쓰는 말 중 하나작자 미상, <대륙 각지의 풍습과 전설> 4권 서문 이상하다. 내가 들어왔던 것과는 너무도 다르잖아. 왜 이렇지? 본래 이런 건가? 내가 잘못 알았나? "왜 그래?" 유리카가 내 옆으로 다가오더니 내 표정을 보고는 의아한 얼굴이되었다. 나는 그녀의 손을 잡아끌었다. 얼떨결에 따라오는 그녀의 눈앞에서 나는 뱃전 아래 바다를 가리켜 보였다. "야, 우리 이렇게 쾌적하게 여행해도 되는 거냐? 마르텔리조를 떠난 지 오늘로써 열흘, 키티아 아룬드 29일의 매일처럼 드맑은 아침에 우리는 중간 기착지인 블로이아이 군도(群島)를눈앞에 두고 있다. 항해는 평화로웠다. 안전하고 어떤 문제도 없었다. "쾌적하게 여행하는데 무슨 불만이라도 있어?" 유리카가 무슨 소리냐는 표정으로 되물었다. 내가 바라보고 있는그녀의 얼굴은 자꾸만 위로 올라갔다 내려갔다 한다. 바다는 끊임없이 움직이며 배를 흔든다. 그러나 이젠 나도 그 리듬을 타는 데 꽤나익숙해져 있었다. 시원한 바람이 앞머리를 흔들고 지나갔다. 나는 자못 투정하듯 불만을 늘어놓았다. 이런 것은 전혀 심술부릴일이 아닌데도. "난, 항해라고 하면 거친 바다와 폭풍우를 먼저 연상했었단 말야! 그런데 너무 평화롭고, 바다는 영원히 이러고 있을 것처럼 잠잠해. 이진즈 강을 여행하던 것하고 하나 다를 것도 없잖아. 너무 항해하는맛이 없어. 내가 기대한 거하고는 너무 달라." 유리카가 은빛 눈썹을 찡그리며 내게 비난 어린 시선을 보냈다. "너, 바다에 목숨을 맡기고 있을 때에는 한마디 말도 함부로 하는법이 아니야. 너와 친한 사람이 그러고 있다고 해도 당연한 일인데,너 자신이 그러고 있을 바에야 더 말할 것도 없지. 그녀의 작은 손짓하나면 이런 배쯤은 판자조각 하나도 남지 않는단 말이다." 나는 반문했다. "그녀라니?" "바다 말야." 유리카가 다시 바다로 고개를 돌리고, 나도 눈을 돌렸다. 육지라고는 하나도 보이질 않는다. 오른쪽도 바다, 왼쪽도 바다,앞도 바다, 뒤도 바다. 머리 위는 하늘, 새 한 마리 없는 새파란 하늘. 항구에서 멀어진 이래로 하늘에 새가 없을 수 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됐다. 물론 바다를 건너서 멀리 여행하는 거대한 새들이 떼지어하늘을 가로지르는 것을 보는 경우는 있다. 그러나 육지에서 늘 고개만 들면 눈에 띄던 크고 작은 새들, 곤충들, 그런 것들은 도무지 찾아보려야 찾아볼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 대신, 뱃전 아래를 유심히 보다 보면 물고기 떼들이 수면 가까이로 줄지어 나왔다가 사라져 가는 것이 보인다. 작은 것도있고 제법 큰 놈들도 있다. 마치 보이지 않는 실로 엮어 놓은 것처럼질서 정연하고, 또한 유연한 몸짓들로 멀어져 간다. 물론 처음에는 그것도 나름대로 꽤 구경거리였지만, 열흘이나 지나고 보니 이제 이 배와 바다, 하늘뿐인 곳에서 볼 만한 것이라고는 아무 것도 남지 않게 되었다. 매일같이 아침을 뒤덮는 바다 위의 일출이라거나, 저녁마다 번쩍이는 황금빛으로 장관을 연출하는 석양도 이제는 볼만큼 봤다. 별만이 점점이 박힌 가운데 홀로 등불을 달고 하늘과 구별이 가지 않는 검은 수면 위를 미끄러져 갈 때의 묘한 기분도 이제 처음만큼은 아니었다. 아티유 선장은 10일간의 항해 동안 내내 맑은 날씨에 순풍만이 불어주는 경우는 매우 드문 일이라며 선주의 행운에 몇 번이고, 사실은아침저녁으로 엘다렌과 마주칠 때마다 감탄했다. 그는 항해를 하는동안 모든 점에서 엘다렌의 완전한 추종자가 되어 있어서, 나는 조만간 그가 새로운 종교를 하나 창시하지 않을까 하고도 생각해 보았다. 아티유 선장이 조금만 사고방식이 덜 실질적이고 성실함도 덜했다면충분히 우려하고도 남았을 것이다. "마디렌, 프로첸, 점심 드십시오!" 사환 소년은 우리가 몇 번이고 사양했음에도 불구하고 끝끝내 우리일행에게 존댓말을 쓰겠다고 우겼다. 그는 선장실에서 함께 식사할권리를 가진 사람들에게 반말을 하는 경우란 있을 수 없는 경우라고,마치 우리에게 명령이라도 내리듯 딱 잘라 말했는데, 그것도 일종의직업 의식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선장실에서 식사를 하는것은 선장과 1, 2, 3등 항해사, 선주 일행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우리들뿐이었다. "갑니다!" 우리도 나름대로 고집을 발휘해서 그에게 존대를 하고 있었다. 식사는 호화로운 요리는 못 되었지만 상당히 다채로웠다. 어차피블로이아이 섬에서 다시 보급품을 채울 예정이었기 때문에 우리는 꽤신선한 빵과 치즈, 포도주를 넉넉히 공급받고 있었고, 항해에 대해예전에 들은 이야기와는 달리 비스킷 역시 눅눅하지도 벌레가 끼지도않았다. 다채롭다는 말은 매일같이 심심한 선원들 중 누군가가 낚아올린 생선 요리가 식탁에 오르기 때문에 한 말인데, 가끔은 30년도넘게 물일을 했다는 늙은 선원조차도 이름을 알 수 없는 생선이 누군가의 낚싯줄에 발견되어 식탁에 오르기도 했다. "이제 슬슬 비가 내릴 때가 되었는데." 엘다렌은 아무도 꺾을 수 없는 그의 고집으로 선장실 식탁의 상석에 아티유 선장을 앉혀 두었다. 그래서 선장은 늘 식사 때마다 그 자리에 앉은 채 약간 부끄러워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 표정은 그에게 썩…… 이 아니라 사실 엄청나게 안 어울렸고, 그래서 우리는늘 식탁머리에서 웃음을 참아야 했다. 엘다렌이 나이프를 움직이며 한 말에 선장이 대꾸했다. "그렇습니다. 이제 이틀이면 다임 로존드에 접어드는데도 날씨가지나치게 좋습니다." 선장의 목소리에는 약간 걱정하는 빛이 있어서 나는 의아하게 여겼다. 날씨가 좋은데 뭐가 걱정이라는 거지? 바다 생활을 오래 한 선장이 나처럼 지루해서 뭐 새로운 일이라도 안 일어나나 하는 심정은 아닐 테고. 선장은 오늘도 어느 선원인가가 낚아 올린 이름 모를 생선살 한 점을 잘라내면서 말을 이었다. "오랜 평화 뒤에는 보통 지독한 고난이 찾아오기 마련입니다." …… 아티유 선장의 진지한 어조와는 반대로, 그는 생선뼈를 발라내려고 악전고투를 하고 있는 중이었다. "제가 하죠." +=+=+=+=+=+=+=+=+=+=+=+=+=+=+=+=+=+=+=+=+=+=+=+=+=+=+=+=+=+=+=첫머리 문장...... 사실은 실제로 존재하는 유명한 말을 약간 바꾼것입니다. 혹시라도 어디에서 나왔는지 아시는 분이 계시면...;;;어제 말씀드렸던 인터넷 무단 게재 일과 관련해서, 세월의 돌이 제허락 하에 게재되고 있는 곳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1. 하이텔 - 환타지 동호회(go fntsy)2. 천리안 - 검과 마법 동호회(go sword)3. 천리안 - 환타지 포럼(go fants)4. 채널아이 - 환타지 동호회5. 유니텔 - 환타지 동호회(go fantasy)6. 두루넷 - 환타지 동호회(http://forum.thrunet.com/donghohoi/fanta/)7. BBS - 포항공대 BBS 'posb'8. BBS - 과학기술대(kaist) BBS csqueen.kaist.ac.kr9. 네트워크 게임 클랜 ROKA(REPUBLIC OF KOREA ARMY)- WWW.ROKA.ORG10. 인터넷 홈페이지 - http://babo.ll.co.kr11. 인터넷 홈페이지 - http://my.netian.com/~chfyun12. 인터넷 홈페이지 - http://arumy.corea.to13. 인터넷 홈페이지 - http://fann.isfun.net(14. 나우누리 - SF&FANTASY 게시판. ^^)아참, 키텔은 올리는 분 사정으로 취소되었습니다. 그리고 역시 무단으로 올라간 사건이 있었던 에듀넷과 넷츠고도 모두 삭제 조치되었고요. 어제 메일을 보낸 홈페이지 운영자 분들 중에서도 두 분이 답변을 주셨네요. 혹시라도, 우연히 이외에 다른 곳에 세월의 돌이 올라가는 것을 발견하시면 제게 이야기해 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비단 제 글뿐아니라, 이런 식으로 작가가 따로 있는 글이 마음대로 인터넷을 돌아다니는 일은 앞으로 없어졌으면 하는 바램으로 이렇게 씁니다. Luthien, La Noir. ━━━━━━━━━━━━━━━━━━━━━━━━━━━━━━━━━━━제 목 :◁세월의돌▷ 6-2. 예지 (2)게 시 자 :azit(김이철) 게시번호 :1080게 시 일 :99/08/19 22:22:10 수 정 일 :크 기 :6.8K 조회횟수 :87 『게시판-SF & FANTASY (go SF)』 44886번제 목:◁세월의돌▷ 6-2. 예지 (2)올린이:모래의책(전민희 ) 99/08/17 21:36 읽음:621 관련자료 없음----------------------------------------------------------------------------- +=+=+=+=+=+=+=+=+=+=+=+=+=+=+=+=세월의 돌(Stone of Days)=+=+=+=+=+=+=+=+=+=+=+=+=+=+=+=+ 6장. 제5월 '키티아(Kitia)'2. 예지 (2) 나르디가 식탁에서 처음으로 입을 열더니, 존경하는 엘다렌 앞에서예의를 지키기 위해 나이프와 포크만으로 어떻게 해보려고 애쓰던 아티유 선장 대신, 똑같은 도구만 가지고서 놀랍게도 순식간에 생선뼈를 깨끗하게 분리하고 흰 살만 고르게 접시 위에 남겨 놓았다. 그리고는 옆사람의 놀란 듯한 시선에도 전혀 개의치 않는 표정으로 다시자기 접시에 주의를 집중했다. "아, 저…… 어쨌든 그렇다는 말씀입니다." 나르디 녀석이야 본래 별가지 재주를 다 지닌 녀석 아니겠어. 아마식당에서도 일한 일이 있었나보지 뭐. 아티유 선장은 애매하게 말을 맺더니 더 이상 말을 꺼내지 않게 되었다. 그는 나르디가 옆에 내려놓은 조각품 같은 생선뼈를 향해, 저런 물건이 존재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한 심각한 의혹이 담긴 눈초리를잠시 동안 던지고 있었다. 식사가 끝나고 밖으로 나오면 1, 2, 3등 항해사들이 우리가 비운식탁으로 식사를 하러 들어간다. 본래는 그들이 선장과 함께 식사를하게 되어 있지만 그들은 아주 자연스럽고 당연하다는 듯한 태도로우리들에게 은근슬쩍 그 권리를 양도했다. 우리가 그 점에 대해 내심미안하다는 생각을 가질 즈음, 선원들과의 이야기를 통해 나는 항해사들이란 주로 선장과 함께 식사하는 것을 꽤나 부담스럽게 생각하며차라리 하급 선원들과 멋대로 고기를 뜯고 사과를 씹는 것을 더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는 그 생각을 깨끗이 걷어 버렸다. 덕택에 아티유 선장만 불쌍해졌다. 항해사들이 느꼈어야 했을 기분을 요즘 우리 앞에서 대신 느끼고 있는 것은 그였다. 장루 교대 시간이다. 이번에 올라갈 차례인 델고린 선원이 내게 다가오더니 말했다. "어이, 파비안, 블로이아이가 보일 때가 다 되어 가는데 장루에 좀올라가 보지 않겠나? 방금 식사를 하고 나니 속이 약간 안 좋은 것같아서 말이네. 난 잠시 후에 따라 올라갈 테니까." "그럴까요?" 나는 그 동안 배 안의 일들을 이것저것 꽤 배웠다. 항해가 순조롭고 별다른 일이 없으니까 선원들은 느긋해져서 나를 데리고 다니며뭔가 가르치는 것을 즐겼다. 양떼섬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 블로이아이 군도는 정말로 다섯마리 새끼 양을 닮은 섬들로 이루어진 자그마한 군도다. 섬들은 모두세르무즈 령이고 그 가운데 가장 큰 섬을 데이아이, 즉 '우물섬'이라고 부른다. 우리가 들러 갈 곳은 데이아이 섬에 있는 아이즈나하 항이었다. 데이아이라는 이름이 생긴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블로이아이 다섯 섬 가운데 스스로 솟아나는 수원을 지닌 섬은 데이아이밖에 없다는 이야긴데, 그래서 다른 섬은 빗물을 받거나 아니면 데이아이에서물을 가져다 쓴다고 했다. 따라서 인구도 매우 적었다. 재빠르게 줄사다리를 잡고 중앙마스트 위로 올랐다. 여길 오르다보니 문득 떠오르는 사건이 있다. 항해 시작하고 하루 지났을 때 얘기다. 우리 모두는 해상 위의 생활에 꽤 빨리 적응해서 다들 잘 지냈었고, 배 안에서 하나뿐인 여자인 유리카는 그녀를 성녀로 받들던 산적들이 연상될 정도로 선원들로부터 폭발적 인기를 누렸다. 그녀가 배를 다시 타게 되면서 가장 해보고 싶어하던 것이 뭐였는지 아는가? 예전에 다짐했다시피, 그녀는 이번에는 분연히 장루에 올라가 보고야말겠다고 선언했다. 처음엔 말렸지만 그녀의 결심이 확고하자 - 그녀는 이제 선주 가운데 한 사람이지, 남의 배에 얹혀 타는 입장이 아니다! - 선원 한 사람이 그러면 자기가 업고 올라가겠다고 하는 바람에 우리 모두는 죽을 것처럼 웃음을 터뜨렸다. 불쌍하게 되어 버린 유리카는 얼굴을 붉히며 계속 스스로 올라가겠다고 고집을 피웠으나, 그 선원의 고집도만만치 않았다. 그는 그녀가 혼자 그 위에 올라갔다가는 꼭 떨어져죽을 거라고 생각한 모양인지, 나중에는 거의 울 것 같은 얼굴이 되어 사정하다시피 그녀를 만류했다. 어떻게 되었냐고? …… 유리카는 아직도 장루에 올라가 보지 못하고 있다. 그 일이 있은 후로 유리카는 몹시 약이 오른 나머지 남들 안보는밤중에라도 올라가고야 말겠다고 쏘아붙였으며, 데스덴이라는 이름을가진 그 선원은 이제 낮이나 밤이나 중앙마스트 앞을 어슬렁거리게되고 말았다. 그러고 보면 선원들이라는 자들은 여자를 유난히 나약한 존재로 보는 것임에 틀림없다. 그런 생각을 하는 동안 이미 나는 마스트 꼭대기까지 올라와 있었다. 가볍게 밧줄을 타고 넘어 장루 안으로 들어갔다. 이 일을 할 때의요령이라면 절대 아래를 내려다보지 않는 것이다. 이 높이에서 아래를 한 번 내려다보았다가는 완전히 그 자세로 얼어붙어 버리는 일이생긴다. 절대 내려다보아서는 안 된다. 그렇지만, 일단 올라온 다음에는 이야기가 다르지. "휘유……." 올라올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유리카는 정말 안됐어. 이 광경을 못 보다니. 빛이 비치는 방향에 따라 심청색을 띠기도 하고 연녹색으로 반짝이기도 하는, 천지에 가득한 물, 물. 까마득히 보이지 않는 곳까지 자잘하게 일렁이며 살아있는 듯 숨을 내뱉는 바다는 내 시야의 한계를시험하기라도 하려는 듯, 하늘과 맞닿아 세상을 메웠다. 높은 곳에서부는 해풍은 내 호흡을 막아버릴 것처럼 몰려들고 좀더 가까운 곳에서 보는 하늘의 구름들은 서둘러 빠르게 머리 위를 스친다. 그리고, 세상 가장 높은 곳에 올라선 듯한 감정의 격동. "아……." 언제 올라와도 너무 놀라운 곳이야. 물론, 이건 금방 올라왔을 때 얘기고, 여기에서 오랫동안 망을 보라고 하면 선원들은 다들 질색을 한다. 지나치게 센 바람 때문에 얼굴이 많이 상할뿐더러 오래 있으면 현기증이 나고, 더구나 한 번 망보기를 시작하면 약 여덟 시간 가까이는 내려올 생각도 못하기 때문이다. 선원들은 모두 교대로 망을 보았고, 나는 가끔 그들의 무료함을 달래줄 겸, 잠깐씩 같이 있어주기도 했다. 나는 주위의 바다를 한참이나 두리번거렸다. 그러나 블로이아이 제도가 보이는 기색은 없었다. 아래를 내려다보자 내게 말한 선원이 나를 올려다보고 있다. 나는양팔을 벌려 커다랗게 좌우로 휘저어 보였다. 보이지 않는다는 뜻이다. 여기서 뭐라고 입으로 소리쳐 봤자 바닷물 철썩이는 소리와 기타다른 소음들로 아래까지는 거의 들리지 않는다. 그만 내려가도 좋았지만, 잠깐 동안 여기에서 풍경을 즐기기로 했다. 지금 시간 여기를 지켜야 하는 선원 대신이라고 하면 좀 그렇고,그냥 오랜만에 높은 바람과 바다와 맞닿은 하늘을 올려다보는 기분이나 맛볼 겸, 그리고 여기에 결코 올라오지 못하는 누군가를 애도하는뜻에서……. 우리는 다음날 아침이 밝을 즈음에야 아이즈나하에 도착했다. +=+=+=+=+=+=+=+=+=+=+=+=+=+=+=+=+=+=+=+=+=+=+=+=+=+=+=+=+=+=+=오늘 메일 온 것까지 보면, 보내드린 선물은 다 간 것 같군요. 사고 없이 모두 도착해서 다행입니다. ^^ (아직까지 우편물 수령증을지갑에 넣고 다니고 있었다는...)nzguru 님, 저는 정통환타지로 불리는 것을 좋아하는걸요. ^^ 일전에 하신 분류에 전혀 불만이 없습니다. 추천해 주신 하이얀시 님, 고맙습니다. 재미있게 읽으시길... Luthien, La Noir. 출력이 끝났습니다. [Enter]를 누르십시오. ━━━━━━━━━━━━━━━━━━━━━━━━━━━━━━━━━━━제 목 :◁세월의돌▷ 6-2. 예지 (3)게 시 자 :azit(김이철) 게시번호 :1081게 시 일 :99/08/19 22:22:46 수 정 일 :크 기 :7.3K 조회횟수 :76 『게시판-SF & FANTASY (go SF)』 44887번제 목:◁세월의돌▷ 6-2. 예지 (3)올린이:모래의책(전민희 ) 99/08/17 21:36 읽음:593 관련자료 없음----------------------------------------------------------------------------- +=+=+=+=+=+=+=+=+=+=+=+=+=+=+=+=세월의 돌(Stone of Days)=+=+=+=+=+=+=+=+=+=+=+=+=+=+=+=+ 6장. 제5월 '키티아(Kitia)'2. 예지 (3) 아이즈나하에서 길게 머무를 생각은 없었다. 데이아이 섬의 가장큰 항구…… 가 아니라 유일한 항구인 아이즈나하는 이렇듯 중간에물자를 싣는 배들이 들를 뿐, 다른 교류는 거의 없는 곳이라 항구 풍경은 조촐하기 이를 데 없었다. 아니, 사실 저 중간 기착지라는 이유만으로도 충분히 발전하고 남았어야 할 텐데, 이상스럽게도 아이즈나하의 분위기는 한적한 시골 마을에 부두만 붙여 놓은 것 같다. 이유는 내가 알 리 없지. 우리는 거의 배에서 내리지 않았다. 아티유 선장이 세 시간 후에출발하겠다고 말해 놓았기 때문이었다. 나갔다가 무슨 사건이라도 생겨서 시간을 어기게 되면 일정이 복잡해진다. 그리고 아이즈나하 항은 별로 볼 것도 없어 보였다. "저길 좀 내려다 봐." 나르디가 손을 들어 가리킨 그대로였다. 오히려 아이즈나하에선 우리가 구경거리가 되어 있었다. "와…… 정말 멋진 배다!" "저기 돛에 금빛 달무늬를 좀 봐. 돛마다 다 새겨져 있어. 저렇게하려면 돈이 굉장히 많이 들 텐데, 대단한 부자의 배인가 보다." "최신형 쾌속선이야. 저기 돛 모양을 봐. 맨 끝 미즌마스트(뒷마스트)에 삼각돛을 달았지? 저건 역풍 항해용이라는 거야." "아는 척좀 그만 하라구."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푸른 굴조개호의 모양을 보고 한 마디씩하고 있었다. 그들로서도 이런 최신형 배는 자주 보게 되는 게 아닌모양이었다. 새삼 이 배에 치렀던 수고와 엄청난 가격이 생각나려는순간이었다. 그러나, 그들의 관심은 잠시 후 다른 곳으로 분산되었다. "어, 저 배도 괜찮은데?" 아이즈나하는 부두가 좁다. 기껏해야 한꺼번에 댈 수 있는 배의 숫자는 여남은 척 정도에 지나지 않고, 그것도 세 척 이상이 함께 들어오면 꽤나 비좁아져서 나갈 때 주의하지 않으면 안되는 모양새다. 늘배가 드나드는 중간기착항의 항구 시설이 이것밖에 안 된다니, 확실히 세르무즈의 해군력은 이스나미르보다 한참 뒤쳐져 있다는 말이 맞는 듯했다. 그런 가운데 새로운 배가 한 척 들어오고 있었다. 특이하게도 돛의 빛깔이 모두 푸른색이다. 저렇게 모두 물들이려면돈이 꽤나 들었을 것 같은데. 게다가 배쌈도 파랗고, 마스트도 푸르게 칠해져 있다. 저런 식으로 해 놓으면 바다에서는 도대체 눈에 띄기 어렵겠는걸. 조난당했을 때는 어쩌려고 저러지. 그 배는 우리 배보다는 확실히 작았다. 그러나 나름대로 새로 만든배인 듯 구석구석이 깨끗했고, 이음새 등도 튼튼해 보였다. 내 옆에 선 중년의 선원 멜립이 말했다. "저 배도 가격이 만만찮았겠는걸." 그래봤자 설마 150만 메르장보다 비싸려고. 이윽고 그 배는 완전히 정박했다. "항구에 내리려는 사람이 여럿인 것 같은데." 뱃전으로 다가가 이 배는 어떻게 생겼나 좀 보려는 참인데, 윗주머니에 들어앉은 주아니가 오랜만에 시력을 발휘해서 말했다. 배가 그다지 멀리 있지는 않았기 때문에, 사실은 내게도 그럭저럭 잘 보였다. "그런가봐." 배다리가 놓아졌다. 그리고 십여 명 가량의 사람이 밖으로 걸어나왔다. 그런데……. "어?" "전부 애들이잖아?" 멜립이 말한 '애들'이라는 말은 좀 정정할 필요가 있다. 말하자면딱 내 또래 정도다. 그러나 상당히 옷들이 훌륭하다. 먼발치서 보기에도 확실히 귀족 가의 소년들처럼 보였다. "정말이네?" 유리카가 내 옆으로 다가와 손으로 차양을 만들며 그들 쪽으로 시선을 보낸다. 사실 지나치게 쳐다보는 것은 실례가 될 수도 있었지만, 이미 아래로 내려온 그들은 우리 쪽에 그다지 신경 쓰고 있지는않았다. 즉, 갑자기 고개를 뒤로 돌려 위를 쳐다보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때였다. "바스케스! 올라간 화물 정리는 끝났나?" 아래에 내려가 보급품 선적을 지휘하고 있던 아티유 선장이 커다란목소리로 2등 항해사 바스케스를 부르면서 고개를 뱃전으로 향했다. 그래서 그냥 지나갔어야 했을 그 사람들은, 바로 옆에서 일어난 이일 때문에 무심코 우리 쪽으로 고개를 돌리게 되었다. "예, 선장님! 남은 물건 마저 올려 보내시죠!" 바스케스가 대답했고, 나는 그 순간, 그들 중 한 사람과 우연히 눈이 마주쳤다. "……!" 우연이 아니었을 수도 있다. 나는 그를 쳐다보았고, 그리고 그는나를 쳐다보았다. 우리 쪽도 여럿이었고, 그들도 여럿인데도. 그 사람은 그들 가운데서도 가장 중심에 서 있었다. 거리는 멀었다. 그가 어떤 표정을 하고 있는지 내게는 보이지 않는다. 아마 그쪽에서도 내 얼굴이 잘 보이지 않겠지. 둘의 시선이 그렇게 오래 마주치고 있지도 않았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우리는 모두 황급히 시선을 거두었다. 그러나, 그렇다고 우리가 서로를 쳐다보게 된 이유까지 없어지지는않았다. "어, 파비안, 자네하고 같은 머리카락이로군?" 나르디의 말대로, 나는 여행을 시작한 이래 처음으로 검푸른 머리를 가진 사람과 마주쳤다. "……." 기분이 몹시 묘하다. 그들은 다시 고개를 돌렸고, 소년들의 일단은 빠를 것도 느릴 것도없는 속도로 마을 쪽을 향해 움직여 갔다. 비록 상대는 고개를 돌려버렸지만 내 시선을 끄는 사실은 없어지지 않는다. 그들이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나는 계속해서 눈을 거기에 박고 있었다. 옆에서 이상하게 생각할 정도로. "왜 그래? 저런 머리카락이 그렇게 드문가?" 멜립이 생각 없이 중얼거리는 말을 한 귀로 흘리는 가운데, 내 옆에 유리카가 다가와 섰다. 그녀 역시 내가 본 것을 보았다. 그녀는 나와는 또 다른 이상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마치, 있어서는 안될 것을 보았다는 듯한 그런 얼굴. 그러나 그녀는 끝내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나도 한 마디 설명도붙이지 않았다. 그러나 우리 둘 다 가슴속에서 뭔가 불안한 기분을느끼고 있다는 것은 확실했다. 겨우, 같은 머리색깔을 한 사람을 보았다는 것 하나로. 이것 참, 이상한 기분이네. "선장님! 이게 전부입니까?" 밧줄을 이용해서 끌어올리던 마지막 보급품을 받아든 바스케스가다시 소리를 지르고, 아티유 선장의 그렇다는 대답이 뒤따랐다. 선원들이 이내 배로 되돌아온다. 포도주 통, 비스킷 상자, 치즈와 나무궤짝에 든 절인 고기, 커다란 통에 든 사과와 여러 통의 물…… 보급품은 모두 훌륭했다. "선적이 모두 끝났습니다! 출발할까요?" 엘다렌 앞에 와서 묻는 아티유 선장을 보면서 나는 가슴속에서 이상한 예감이 스며드는 것을 느꼈다. 무엇 때문에 이러지? 왜 이런 기분이…… 아아, 그래, 뭔가 부족한 것이 있는 것 같아. 더 보급해야할 중요한 것이 있어. 그게 뭐지? 항해에 능한 아티유 선장도 빠뜨린그게 뭐지? 머릿속에서 뭔가 빙글빙글 맴돌면서 그게 입밖으로 나와지지가 않았다. "출발하자." 엘다렌의 대답이 떨어지는 순간이었다. "잠깐만요!" +=+=+=+=+=+=+=+=+=+=+=+=+=+=+=+=+=+=+=+=+=+=+=+=+=+=+=+=+=+=+=짧은 제목의 기쁨......다음 편 제목도 꼭 짧게 지어야지.. 덥다는 것 때문에 거의 느끼지 못하고 있긴 하지만, 요즘 하늘이유난히 파랗습니다. 예전엔 아침에 일어나 맑은 날씨를 보면 '날씨좋다'고 말했었는데, 요즘엔 그런 말이 차마 나오지 않으니까요. 오늘도 맑은 하늘.....을 보면 한숨이 먼저.....;그렇다 보니까 해질녘 하늘 빛깔도 기막히게 멋지기도 해요. 저희집은 유난히 더운 편이라(항상 밖에 나가는 순간 날씨가 이렇게 시원했던가...를 느끼는 집이죠) 종종 그런 것들도 다 망각하곤 하지만말입니다. 어쨌든, 연일 맑은 날씨입니다. 작년에 몇 주가 지나도 맑은 하늘한 번 못보던 생각을 하면, 그럭저럭 멋지게도 느껴지는 하늘입니다. Luthien, La Noir. 출력이 끝났습니다. [Enter]를 누르십시오. ━━━━━━━━━━━━━━━━━━━━━━━━━━━━━━━━━━━제 목 :◁세월의돌▷ 6-2. 예지 (4)게 시 자 :azit(김이철) 게시번호 :1082게 시 일 :99/08/19 22:23:09 수 정 일 :크 기 :6.9K 조회횟수 :71 『게시판-SF & FANTASY (go SF)』 44888번제 목:◁세월의돌▷ 6-2. 예지 (4)올린이:모래의책(전민희 ) 99/08/17 21:36 읽음:614 관련자료 없음----------------------------------------------------------------------------- +=+=+=+=+=+=+=+=+=+=+=+=+=+=+=+=세월의 돌(Stone of Days)=+=+=+=+=+=+=+=+=+=+=+=+=+=+=+=+ 6장. 제5월 '키티아(Kitia)'2. 예지 (4) 선주와 선장의 대화에서 내가 끼여드는 것은 충분히 이례적인 일이라, 아티유 선장은 의아한 표정으로 나를 보았다. 그리고 말했다. "뭐지?" 그의 말투는 반말이긴 해도 왜 끼여드느냐는 퉁명스러움보다는 공손에 가까운 것이다. 어쨌든 나는 선주 중의 하나이니까. 나는 다급하게 말했다. "여기, 선원들, 그러니까 선원들은 모두 무장을 하고 있습니까?" 아티유 선장이 무슨 소리냐는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이 배는 전선(戰船)이 아니야. 처음부터 상선용으로 만들어진데다가 지금은 그저 운송용일 뿐이지. 선원들이 갖는 무기라야 호신용 단검 정도밖에 더 있겠나? 게다가 이들은 모두 베테랑 선원들이라 웬만한 공격쯤으로는 끄떡도 않아. 더구나 이 항로는 여기저기에서 손벌리는 통과세만 대강 내주면 해적들이 마구잡이로 덤벼들어 어지럽히는 곳도 아니고……." 나는 고개를 저었다. 완강히 저었다. "무장이 필요해요." "아니, 그게……." 선장의 얼굴이 난처한 빛으로 변하고, 그는 엘다렌을 바라보았다. 설명, 또는 설득을 요구하는 눈빛으로. 설명이라면 자신에게, 그리고설득이라면 나에게. 엘다렌은 나를 보았다. 그리고 다음으로 고개를 돌려 유리카를 바라보았다. 항해 중에도 벗지 않고 있는 그의 검은 후드 달린 로브 때문에 표정은 알아보기 힘들었다. 유리카는 잠시 망설이는 듯했으나, 이윽고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파비안 말대로야. 무장이 있어야겠어. 선원 모두 다." 나르디가 우리 둘을 번갈아 바라본다. 그는 이번 항해 내내 별로말이 없는 편이었다. 선원들과 그다지 터놓고 지내지도 않았다. 과거에 잠깐이라도 선원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참으로 이상한 변화였지만굳이 참견해서 뭐라 할 일은 아니다. 그런 그가 우리 중 누구도 아닌, 엘다렌을 향해 입을 열었다. "제 생각도 같습니다. 준비해서 손해볼 것은 없으니까요. 그리고저 역시……." 나르디의 눈이 나를 향했다. 그는 내게 시선을 고정시킨 채로 말을이었다. "파비안과 마찬가지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도 모르겠다는 예감이듭니다." 이제 모두의 눈이 엘다렌에게로 쏠렸다. 그의 대답만이 남아 있었다. 그는 수많은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며 잠깐 동안 침묵을 지켰다. 나는 고개를 들어 옆에 정박한 배를 바라보았다. 돛과 배쌈까지 온통 파란 빛깔인 배, 이름은……'젊은 정복자들(Young Conquerors)'? 지나치게 도전적인 듯한 이름에, 묘하게 미간이 일그러지는 것을나는 느꼈다. 저들이 정복하겠다는 것이 뭔지는 모르지만, 그리고 그게 우리하고관계가 있을 리도 없지만, 이상스럽게도 이름의 모양새가 신경이 쓰인다. 남의 배 이름 따위, 상관할 바도 아닌데. 고개를 다시 돌려보니 유리카와 나르디, 아티유 선장에게 둘러싸인엘다렌이 나를 쳐다보고 있다. 나를 왜? 그는 다음 순간, 시선을 거두고 입을 열었다. "선원 각자 결투가 가능할 정도의 개인 무기 한 가지씩, 방어구를원하는 자들에게는 그것도 지급한다. 다만, 항해 계약이 끝나면 도로반납한다는 조건으로." "예!" 아티유 선장은 엘다렌이 말하자 더 이상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그는 서둘러 몸을 돌리더니 항해사들을 불러 선장실로 데리고 갔다. 엘다렌이 항해 전에 미리 맡겨 놓은 돈을 필요한 만큼 세어 내주고,각각 어디로 가서 무엇을 사야 하는지 임무를 지시했다. 그들은 곧밖으로 나오고, 1등 항해사가 선원들을 집합시키고 방금 결정된 일에대해서 설명하는 동안, 2등 항해사와 3등 항해사는 직속 선원 몇을불러 할 일을 설명했다. 순식간에 의견이 조율되었다. 종류와 수량이결정되자 2등 항해사와 고참 선원 세 사람이 다시 건장한 젊은 선원몇을 거느리고 배를 나선다. 순식간에 십여 명의 선원들이 거리로 사라져갔다. 이 모든 일이 조금의 혼란도, 낭비도 없이 진행된다. 아티유 선장은 모든 사람을 즉시 필요한 곳에서 움직이게 하는 재주가 있었다. "빠르네……." 유리카가 중얼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나는 엘다렌에게 이유를 묻고싶은 기분에 사로잡혔다. 물론, 유리카와 나르디에게도. 나조차도 이유를 설명하기 어려운 이 주장에 다들 찬성한 이유가 뭐지? 그러나 결국 묻지는 못했다. "출발은…… 3시간 후쯤이 좋겠지." 엘다렌이 혼잣말처럼 말하더니 선실 쪽으로 들어가 버렸다. 아티유 선장은 모든 지시를 끝내자 선원들을 갑판 한가운데 모이도록 시키고, 놀랍게도 각자 뱃전에서 자신의 전투 위치를 잡으라고 지시했다. 널빤지가 걸쳐져 두 배 사이에 육박전이 벌어질 것을 대비하여 가운데로 좀더 많은 선원들을 배치시켰다. 명령을 받은 선원들이일사불란하게 일어서더니 흩어져 갔다. 이들이 베테랑 선원이라는 말은 맞았다. 대부분 항해 중 전투 경험이 있었고, 어디에 자리를 잡아야 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위치가 대강 잡힌 듯하자, 아티유 선장은 큰 소리로 말했다. "다 됐나! 그럼 그 자리를 기억해 둬라. 만약의 경우, 무슨 일이일어나면 그 자리가 바로 너희 자리다. 적이 배 전체로 들어오기 전에는 다른 자리로 가는 것은 용서하지 않는다. 자, 해산!" 갑작스레 상선을 전선으로 바꿀 수 없는 상황, 그리고 뭔가 훈련시키기에는 너무 짧은 시간으로 보아 가장 적절한 조치였다. 선원들이 다시 흩어져 분분히 제 갈곳으로 가는데, 나르디가 그것을 가만히 지켜보다가 말했다. "우리가, 언제까지 이 배와 함께 하게 될까?" 아마…… 이스나미르에 도착할 때까지겠지. 그럼, 그 후에 이 배와 승무원들은 어떻게 되는 거지? 사실 더 큰 문제는 이들 마브릴 족이자 세르무즈 국민인 승무원들,심지어 아티유 선장마저도 우리의 목적지를 알고 있지 못하다는 데있었다. 우리는 분명 이스나미르로 간다. 그 때문에 배를 샀다. 그리고 정확한 목적지는 이진즈 강 하구에 위치한 이스나미르의 항구 델로헨. 블로이아이 군도를 떠나 곧장 북동쪽으로 항해해야 하는 곳이다. 오랜만에 고물 사기 엉터리 지도를 꺼내 본 결과, 그렇게 나와있었다. 그러나, 이 배가 이스나미르로 가는 것은 명백히 세르무즈 국법에어긋난다. 아마도 아티유 선장은 우리 목적지가 세르무즈의 어느 항구쯤이라고 알고 있을 것이다. 대륙 서안에서 출발해서 아이즈나하항에서 중간 기항을 하고, 세르무즈 안쪽의 항구로 들어가는 것은 매우 흔한 항로였다. 그들이, 우리 말을 들어줄까? 정말로 출발은 엘다렌이 말한 대로 약 세 시간 후에 이루어졌다. 선원들은 그 동안 그들에게는 낯설기도 하고, 익숙하기도 한 무장과 검을 가졌다. 그럭저럭 이런 것에 익숙한 선원들이 많았지만 또한제대로 된 검이라고는 처음 만져본다는 자들도 있었다. 이유는 몰랐지만 무기를 주는 걸로 보아 계약에 없는 싸움이 시작되려는 것 아니냐고 묻는 자들도 있었고, 그저 새로운 것을 갖게 된 것에 싱글벙글하는 단순한 부류도 있었다. 그러나, 실제적으로 그다지 큰 혼란은 없었다. 이 모든 것은 엘다렌도 아니고 우리도 아닌 아티유 선장의 공이었다. "어떠냐, 전사가 되어 본 기분은? 괜찮으냐? 선원보다 낫냐?" +=+=+=+=+=+=+=+=+=+=+=+=+=+=+=+=+=+=+=+=+=+=+=+=+=+=+=+=+=+=+=바다 여행이라......좋겠다.... Luthien, La Noir. 출력이 끝났습니다. [Enter]를 누르십시오. ━━━━━━━━━━━━━━━━━━━━━━━━━━━━━━━━━━━제 목 :◁세월의돌▷ 6-2. 예지 (5)게 시 자 :azit(김이철) 게시번호 :1083게 시 일 :99/08/19 22:23:30 수 정 일 :크 기 :7.0K 조회횟수 :79 『게시판-SF & FANTASY (go SF)』 45068번제 목:◁세월의돌▷ 6-2. 예지 (5)올린이:모래의책(전민희 ) 99/08/18 20:56 읽음:574 관련자료 없음----------------------------------------------------------------------------- +=+=+=+=+=+=+=+=+=+=+=+=+=+=+=+=세월의 돌(Stone of Days)=+=+=+=+=+=+=+=+=+=+=+=+=+=+=+=+ 6장. 제5월 '키티아(Kitia)'2. 예지 (5) 아티유 선장은 무기를 모두 나눠준 뒤 그렇게 말했고, 선원들은 선장의 밝고 기운찬 말투에 힘을 얻어 다들 이 일을 꽤 즐거운 놀이처럼 생각하게 되어버렸다. 모두 그랬다고는 하지 않겠다. 그러나, 전체적인 분위기를 주도하는 것은 역시 지휘자의 역량이었다. 그리고그런 분위기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마음대로 하지 못하게 만들어 버리기도 했다. 확실히, 배울 게 많은 사람이었다. "출항한다!" 우리 옆의 '젊은 정복자들'호가, 우리가 꽤 지체하는 동안에도 아직 출항하지 않고 있는 것을 의아하게 생각하면서, 우리는 아이즈나하 항을 빠져나왔다. 여전히 순조로운 바람이 불었다. 금빛 달이 그려진 돛은 팽팽하게부풀어 있었다. 바다 위로 미끄러지듯 푸른 굴조개는 달렸다. 이미 점심때가 되어 있었다. "식사하십시오!" 그리고 다시, 소년 사환의 외침. 남이 준비해 주는 끼니를 먹는다는 건 역시 호강 중의 호강이란 말이야. 예전에도 별로 못 누려봤고,나중에도 누리기 힘들 것 같은 호강이지. 어머니가 살아 계실 때에도식사는 내 손으로 차려먹을 때가 훨씬 많았다고. …… 그래도, 어머니께서 차려주시는 식사는 꽤 맛이 있었지……. "항로는 어디로 잡습니까?" 선장과 우리 일행은 전처럼 함께 식탁에 앉아 점심을 먹었다. 오늘생선은 그럭저럭 알 만한 생선인 듯했다. 저게 오징어라고 하는 거였던가? 그리고, 아티유 선장이 드디어 피할 수 없는 질문을 꺼냈다. "……." 여기에서 대답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나는 아직 마음을 결정하지 못한 채 다른 일행의 얼굴을 둘러봤다. 약간씩은 긴장한 듯했다. 엘다렌은 예의 후드 안에서 보이지 않는 얼굴에도 불구하고, 잠시잠깐 나이프의 움직임을 멈추었다. 그러나, 오래 가지는 않았다. "북쪽이다." 흐음…… 아직 말하지 않기로 했다는 거지. 이후 일행이 따로 모여 이 문제에 관해 상의해 보아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나는 이상하게 생긴 오징어 다리를 포크로 찔러보느라 고생하고 있었다. "북쪽이라면…… 마리뉴입니까?" 아티유 선장이 또다시 조심스럽게 입을 열어 한 질문 때문에, 우리모두는 다시 한 번 먹던 포크를 멈춰야 했다. 엘다렌이 제일 오랫동안 멈추고 있었다. "……." 그리고, 우리 모두는 끝까지 아무도 대답하지 못하고 말았다. 식사가 대강 끝났다. 저 어떻게 먹으면 좋을지 끝끝내 판단이 서지않는 오징어 녀석 때문이 아니더라도, 오늘 점심은 어떻게 끝났는지잘 모를 지경이다. 소화가 과연 제대로 될는지. 아무래도 이야기를 좀 해야겠다. 나는 선장실에서 나오는 일행에게 눈짓해서 그들을 배 한구석으로데리고 갔다. "무슨 말 하려는 지 알아." 유리카가 대뜸 말했다. 그럼, 모르는 사람 있겠어. 엘다렌이 무겁게 입을 열었다. "아직이다." "언제까지요? 이제 곧 항로를 바꾸지 않으면 다시 세르무즈로 가야되는 데도요?" 이 사실을 모두 잘 알고 있는 우리들은 잠시 입을 다물었다. 침묵을 깬 것은 나르디였다. "최소한, 선장을 설득하는 일이 먼저인 것 같군." 맞는 말이다. 그러나 무슨 수로? "만만한 사람이 아니야. 저렇게 강직하고 성실한데다, 통솔력도 있고 신의마저 굳은 사람은 정말 흔치 않아." 유리카의 말에 내가 대꾸했다. "그리고, 그런 사람일수록 자기 나라에도 충직하겠지." 이거 참, 어려운 문제인걸. 우리는 결국, 이틀 안으로 아티유 선장을 설득해야 한다는 데 합의를 보았다. 그 날짜를 넘기면 항로를 바꾸는 것이 어려워진다. 그리고 일단 세르무즈 땅에 내리게 되면, 다시 이스나미르로 가도록 그들을 설득하는 것은 더 어렵다. 지금은 일단 바다 위고 조금만 항로를돌리면 되는 문제니까, 좋은 조건으로 잘 설득해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일단 배에서 내린 사람들을 붙잡고 다시 불법을 부탁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일단 그렇게 결정한 뒤, 우리는 각자 헤어졌다. 저녁때부터 구름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그래도 아직 비가 내리지는 않는다. 인도자 아룬드가 멀지 않았으니만큼, 곧 비가 내릴 때도 되었는데. 그래도 흐린 날씨 자체를 보는것이 항해 시작한 뒤로 처음인 셈이라, 나는 충분히 묘한 심정으로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저러다가 정말 폭풍우라도 몰아치면 어떻게 되는 거지? 그런 생각은 문득, 이 배를 저 어두워가는 바다 위에서 유난히 작고 보잘것없는 것으로 보이게 했다. "예전에는 마법의 바람으로 배가 갈 길을 조종하곤 했었지." 내 옆에는 유리카가 서 있다. 그녀는 나와 함께 어두워가는 바다를바라보고 있었다. 머리카락이 밤바람에 휘날린다. "마법의 바람?" "응, 마법을 이용해서 바람을 부르는 거야. 아니면 정령에게 도움을 요청하거나." "바람의 정령이라면…… 실피엔? 그녀의 고개가 끄덕여졌다. 어깨 너머로는 평소보다 약간 거칠어져있는 물결이 넘실거리는 것이 보인다. 그 위로 은빛 머리카락들이 희한한 대조를 이뤘다. "정령에게 부탁하는 것이 훨씬 어려운 일이지. 말했듯이, 정령들은웬만해선 의사 소통이 어려운 존재들이거든. 게다가 바다 위에선 반드시 그들이 근처에 있다는 보장도 없고. 그렇지만 한 번 부탁하면,그들은 아주 확실하지." 어쨌거나 좋은 시대였구나……. "그럼 그때는 폭풍도 없었어?" "무슨. 폭풍을 잠재운다거나 하는 일은 진짜 에제키엘쯤은 되어야하는 거지, 보통의 마법사로서는 그저 약간씩 바람의 방향을 바꾸어원하는 방향으로 가게 하거나, 바람이 잘 때 배가 움직이도록 바람을일으키는 정도가 고작이야. 진짜로 광포하게 날뛰는 자연의 힘을 온순하게 진정시킨다는 것이 아무나 할 수 있는 일 같아?" 유리카는 피식 혼자 웃더니 말을 이었다. "에즈가 폭풍을 잠재우는 것을 한 번 본 일이 있어." "어땠는데?" 대마법사가 폭풍을 잠재우는 광경이라니, 굉장히 흥미진진하다. "네가 이야기책을 많이 읽은 것 같아서 하는 말인데, 진짜 마법사들은 허공을 향해 마구 팔을 풍차처럼 휘저어 돌리면서 '내 말을 들어라!'하고 외치는 법은 없어. 생각해 봐, 얼마나 미친 사람처럼 보이겠는가." 유리카가 흉내를 내려는 것 같아서 나는 재빨리 말렸다. "그래, 알았어. 그럼 어떻게 하는데?" "소곤소곤, 말을 걸지." "소곤소곤?" 유리카는 정말로 손나팔을 입에 만들어 대고는 입술을 천천히 커다랗게 움직이며 속삭이듯이 말했다. "'너무- 시. 끄. 러. 우. 니. 까, 제에발- 조. 용. 히. 좀. 해. 달라고요오-'." 에엑? 지금 그게 마법을 거는 말이야? +=+=+=+=+=+=+=+=+=+=+=+=+=+=+=+=+=+=+=+=+=+=+=+=+=+=+=+=+=+=+=에제키엘도 꽤나 장난꾸러기였던 모양입니다. 대마법사라고 폼만 잡으라는 법 있나요, 뭐……. 추천해주신 분, 감사합니다. 스노우보드… 어떻게 하다가 생각해냈는지 모르겠군요. ^^; 상인정신에 투철한 주인공은 언젠가 꼭 그려보고 싶다고 예전부터 생각했었어요. 마디렌 perworld님(메일에 쓰신 대로. ^^), 한달 뒤에 군대를 가신다고요? 그 안에 완결은.... 힘들 것 같은걸요..^^;; (어쩌나..)어제처럼(!) 좋은 군대생활이...(^^;;) 되셔야 할 텐데. Luthien, La Noir. 출력이 끝났습니다. [Enter]를 누르십시오. ━━━━━━━━━━━━━━━━━━━━━━━━━━━━━━━━━━━제 목 :◁세월의돌▷ 6-2. 예지 (6)게 시 자 :azit(김이철) 게시번호 :1084게 시 일 :99/08/19 22:23:51 수 정 일 :크 기 :7.6K 조회횟수 :107 『게시판-SF & FANTASY (go SF)』 45069번제 목:◁세월의돌▷ 6-2. 예지 (6)올린이:모래의책(전민희 ) 99/08/18 20:56 읽음:544 관련자료 없음----------------------------------------------------------------------------- +=+=+=+=+=+=+=+=+=+=+=+=+=+=+=+=세월의 돌(Stone of Days)=+=+=+=+=+=+=+=+=+=+=+=+=+=+=+=+ 6장. 제5월 '키티아(Kitia)'2. 예지 (6) 내가 당황한 표정을 짓고 있자, 유리카는 약하게, 알아볼 수 없을정도로 스쳐 지나가는 미소를 지었다. 정말로 그 미소는 금방 그녀의입가를 떠나 바다로 날려갔다. 그녀의 얼굴에는 아무 것도 남겨놓지않은 채. 바람이 휙 불어와 그 머리카락을 검은 바다 위에 펼쳐 놓는다. 캄캄한 바다를 향해 손을 내미는 것처럼. 그렇게 보고 있으니 그 은빛 머리카락은, 마치 커다란 새의 흰 날개처럼도 보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그러다가 어느 날 날개를펴고 영영 날아가 버릴 것만 같은 하얀 새. 유리, 어디로 가려 하니? "…… 사실 말을 뭐라고 하는가는 그다지 중요치 않아. 마법사가마법을 거는 방법은 말 몇 마디로 될 정도로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거든. 똑같은 마법이라고 해서 매번 같은 방법으로 거는 것도 아니야. 당연히 같은 마법도 다른 사람이 걸 때에는 방법이 전혀 달라져 버려. 마법이라는 것은…… 자신의 몸과 정신에 의지를 각인시키는 과정이거든. 어떤 식으로 그걸 해냈느냐에 따라 천차만별이지. 그런 만큼, 마법에 대해 책을 쓸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정말 대단한 사람일거야. 내 생각으론 불가능할 것 같지만……. 방금 에즈가 폭풍우를잠재웠다는 그 문장은 꼭 항상 그렇다는 것이 아니라…… 그럴 수도있다는 얘기고…… 그렇지만 에즈는 그 때 정말로 폭풍우와 조그맣게속삭이며 대화를 하는 것 같았어. 말투는 반쯤 장난하는 것 같기도했지만 말야." 나는 그녀의 말 가운데 내게 낯선 단어 한 가지를 건져 올렸다. "의지의…… 각인?" 그녀는 잘 아는 것을 설명하는 사람의 가벼운 흥분과 함께 말을 이었다. "어떤 마력을 정말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나면, 주문도, 동작도,도구도, 봉헌물도 필요가 없게 돼. 나중엔 한 마디도 할 필요가 없어. 그냥 생각할 수 있는 자신의 의지만 있으면 되지. 자신의 의지를똑바로 보고 그것을 언제, 어떤 상황에서든 포착할 수 있는 사람, 그게 바로 마법사야." 내가 저 말을 이해하는 것은 과연 언제쯤일까. 내가 단 한 가지라도 마법을 쓸 줄 알게 되었을 때라면 저 말이 이해가 갈까? 유리카는 웃었다. 그리고 그 웃음도 바람에 날려갔다. "미안, 내가 너무 헷갈리는 이야기를 했지? 이제 세상에 마법은 사라졌고, 마법을 본 일 없는 너니까…… 그건 자기 몸으로 겪기 전엔진실로 이해할 수가 없어." 그 말을 들으니 전에도 묻고 싶었던 말이 생각났다. "…… 너도 마법을 썼니? 그 예전엔?" "나……." 유리카는 뱃전을 향했던 몸을 돌려 등을 뱃전에 기댔다. 고개를 약간 뒤로 젖히자, 그 빛나는 날개는 끊임없이 어두운 하늘로 날아가려는 것처럼 펄럭였다. 아니, 가선 안돼, 나를 두고 가선 안돼. 그녀는 손바닥을 앞으로 내밀었다. "봐." 그녀의 손에서 조그마한 빛덩이가 생겨 올라온다. 하얗고 동그란빛의 구, 허공으로 가볍게 떠올랐다. 그것은 더 움직이지 않고 그 자리에 멈추었다. 캄캄한 허공 가운데 하얗게 빛나는 동그라미. 그녀는 가만히 그것을 바라보고 있다가, 이윽고 손바닥을 휙 뒤집었다. 빛이 순간적으로 바르르 떨더니, 그녀의 손을 중심으로 한 바퀴 돌았다. 다시 한 바퀴, 그리고 그것은 이번엔 그녀의 손아래에 멈추었다. "……." 나는 무지한 어린아이가 되어 그녀의 손놀림을 지켜볼 뿐이다. 하얀 빛이 주위에 연한 광채를 뿌리고, 그녀의 검은 옷자락이 일부 환해진 가운데 펄럭였다. 아주 작은 빛, 그녀는 갑자기 팔을 움직여 손을 바다 위로 훌쩍 보냈다. 가벼운 호선을 그리며 빛은 바다로 달려나갔다. 그녀는 손을 늘어뜨렸다. …… 빛은 검은 바다 위로 날아간다. 계속해서, 그녀의 손을 떠나작은 공처럼 던져진다. 멀리, 저 멀리……. "어디까지 가는 거야?" 그녀는 미소를 지었다. 우리 둘은 모두 나란히 뱃전에 기대어 빛이날아가는 것을 보았다. 순식간이었다. 그것이 반짝, 하고는 검은 바다 가운데서 사라져 버린 것은. "…… 돌아오진 않아?" 그녀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주위는 다시 어두워져 있었다. "내가 너를 처음 만났을 때엔, 이런 것조차도 할 수 없었지. 물론예전에 비하면 겨우 손장난에 불과한 거지만." 정말이다. 그녀는 그때, 약간 특이한 옷차림의 아름다운 소녀였을뿐이다. 오히려 검을 쓰는 것이 더 자연스러워 보이던. 그렇더라 해도, 겁먹은 산적들을 쫓아버리는 정도의 효과는 충분히있었는데. "내가 네 앞에서 처음으로 신기한 일을 했던 것이 언제인지 생각나?" "아마도…… 켈라드리안의 절벽 위?" 나는 절벽 위에서 그녀가 멋쟁이 검에 주문을 걸어주던 생각을 하며 그렇게 말했다. 그런데 그녀가 고개를 저었다. "아냐." "그럼, 언젠데?" 언제지? 그녀가 그 전에도 특이한 일을 한 일이 있던가? "내가, 이베카 시의 여관에서 잠긴 문을 열던 생각 안 나?" 아아……. 그제야 생각이 났다. 티무르를 인질로 잡아 도적길드 사람들에게쫓겼을 때, 황금 술통 여관에서 분명 잠겼던 문을 그녀가 잠깐 만지작거리더니 열어 버렸었지. 그때 내가 뭐라고 생각했더라. 본래 열려있었던 게 아닐까, 하고 생각했나? 내가 묻기도 전에 그녀가 먼저 대답했다. "그 때는, 아룬드나얀의 녹색 보석을 처음으로 내 손에 가졌던 때였던 걸로 기억해. 난, 거의 무심결에 그 문고리를 만졌었어. 그러나사라진 내 과거의 능력 가운데 한 가지가 그 순간, 잠시 깨어나 되살아오고…… 잠긴 문을 여는 주문, 그건 200년 전에 내가 내 의지 가운데 완전히 익혔던 마법 중 하나였었지. 언제 어디서든, 손짓 하나만으로도 쓸 수 있을 정도로." "그럼, 지금도 할 수 있어?" "아니…… 그때도 잠깐 뿐이었어. 아마도 세월을 피해 오랫동안 봉인되었던 내 몸에 우연히 약간 잔존해 있던 마력이었나봐. 어쩌면 에제키엘의 마력의 결정체인 아룬드나얀이 그 순간, 내 목에 걸려 있었던 탓이었는지도 몰라. 그리고 나는 그때 너무 급한 나머지, 내가 마법을 잃었다는 사실을 깜빡 잊었었지. 내 눈앞에서 덜컥, 문이 열리는 순간, 갑자기 모든 것이 떠올라왔어. 이 세상에는 이제 마법이 없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고……."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고……. "…… 그리고, 그 이후로는 다시는 되지 않았어. 몇 번이나 다시해보려 했지만 다 소용없었어." 몹시 불편할 거야, 마법을 기억하는 사람이 이 마법이 사라진 현실에서 살아가기란. 유리카는 문득 새로운 이야기를 시작하려는 것처럼 말을 단정적으로 끊었다. 으음? 그녀는 내 얼굴을 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너, 아까 무슨 느낌이 들었기에 무장이 필요하다고 말했니?" 그건 내가 너한테 묻고 싶은 말인데? 내가 눈을 둥그렇게 뜨면서 그녀를 바라보자, 그녀는 까륵 웃음을터뜨렸다. "나를 그렇게 보면 어떻게 하니? 너한테 물은 건데." "나야말로 묻고 싶은 말이야. 너는 왜 내 말에 동의한 거야? 무슨생각을 했던 거야?" 유리카는 잠시 내 얼굴에서 뭔가 찾아내려는 것처럼 구석구석 살펴보고 있었다. 늘 보는 얼굴인데, 뭘 보는 거지? 이윽고 그녀는 말했다. "너, 스스로 예지력(豫知力)이 있다고 생각해 본 적 없어?" +=+=+=+=+=+=+=+=+=+=+=+=+=+=+=+=+=+=+=+=+=+=+=+=+=+=+=+=+=+=+=오늘 대학 시절 아는 학과 선배한테서 메일이 왔네요. 글쎄, 학교 전산실에서 우연히 누가 갈무리해놓은 세월의 돌을 가져다 복사해서 읽으면서 아는 후배하고 이름이 같다니, 신기하네……하다가 문득 나우누리 들어가 pf해보니 제 바꾸기 전 아이디가 인터넷 아이디로 있는 걸 봤던 모양이에요. 그제야 동명이인이 아닌 같은사람임을 알았다고....^^;세월의 돌이 꽤 여기 저기 퍼져 있기는 한 모양이라는 걸, 문득 실감하는 순간이었습니다. (퍼져있다고 하니까 왜 갑자기 병균이 떠오르지..;;)그러나저러나, 다른 애들한테도 보여주겠다고 그러는데, 왠지 불길한 생각이...;;; (으음, 우리 과는...;;)Luthien, La Noir. 출력이 끝났습니다. [Enter]를 누르십시오. ━━━━━━━━━━━━━━━━━━━━━━━━━━━━━━━━━━━제 목 :◁세월의돌▷ 6-2. 예지 (7)게 시 자 :azit(김이철) 게시번호 :1157게 시 일 :99/08/28 04:10:12 수 정 일 :크 기 :7.8K 조회횟수 :96 『게시판-SF & FANTASY (go SF)』 45070번제 목:◁세월의돌▷ 6-2. 예지 (7)올린이:모래의책(전민희 ) 99/08/18 20:56 읽음:1858 관련자료 없음----------------------------------------------------------------------------- +=+=+=+=+=+=+=+=+=+=+=+=+=+=+=+=세월의 돌(Stone of Days)=+=+=+=+=+=+=+=+=+=+=+=+=+=+=+=+ 6장. 제5월 '키티아(Kitia)'2. 예지 (7) "예지…… 력?" 나는 몹시 그 단어를 낯설게 느끼며 그녀의 말을 따라했다. 예지(Sageness)? 그녀의 눈동자는 마치 오늘 나를 처음 본 사람처럼, 호기심 어린눈빛이 되어 있다. 그녀는 나를 관찰했다, 보는 것이 아니고 잠시 동안 관찰하고 있었다. "무슨 소리야, 설명을 좀 해봐. 예지력이라니, 그런 게 내게 있을리가 없잖아? 너라면 혹시 또 모를까." "아냐." 그녀는 관찰을 마친 듯, 조그맣게 한숨을 내쉬더니 말했다. "예지란…… 세상을 살아가는 존재라면 누구나 갖는 것이지. 물론그것을 사용하는 능력이 스스로 느낄 수 있게끔 개발되어 있느냐, 아니면 평생토록 잠재된 채 모르고 지나가느냐는 별개의 문제지만, 살아 있는 크고 작은 생명들은 모두 나름대로의 예지를 갖고 있어. 이성이 있든 없든…… 예니체트리의 자식들이라고 부르는 예언자, 점술가, 무녀 등에게는 보통 사람들보다 좀더 많이 주어져 있기도 하지만…… 아냐, 그들 역시 더 많은 예지를 가졌다기보다는 자신의 예지를 느낄 수 있는 힘을 좀더 자신 안에서 찾아냈다고 하는 편이 옳을거야." 말을 마치면서 그녀는 내 눈동자를 다시 한 번 들여다보았다. 역시무언가를 찾는 사람처럼, 내가 그녀가 찾는 빛을 가지고 있을까? "너에게도 있어. 그리고 희한한 건……." 잠시 말을 맺었다가 다시 잇는다. "나 역시, 이번엔 이유를 알 수 없는 예지를 느꼈다는 거야. 더 놀라운 건, 엘다렌은 몰라도 나르디조차도 그걸 느낀 것처럼 보였다는것이지. 너나 나 정도로 심각하게는 아닐지라도 어느 정도는 약하게,적어도 네 의견을 받아들일 정도로는." 나르디와 예언력…… 어쩐지 어울리지가 않았다. 그러면, 도대체 우리에게 닥칠 일이 무엇이기에? 유리카는 내 마음 속 질문에 대답이라도 하듯 말했다. "알 수 없지……." 집이 무너지려고 하면, 제일 먼저 도망쳐 나가는 것은 생쥐들이라고 했다. 숲에 불이 나거나 치명적인 재해가 닥칠 때, 작은 동물들이제일 먼저 자취를 감춘다. 동물들에게 있는 본능이라는 정도로 생각해 왔었던 그런 이야기들, 그들에게도 그들에게 알맞은 정도의 예지가 갖춰져 있는 것일까? 그렇다면 나에게는? 내가 낯선 소년의 얼굴을 보고 느꼈던 강력한불길함은 정말 아무 이유 없는 막연한 것이 아니었을까? 정말로 내가조금이라도 미래에 있을 수 있는 일을 느껴서? 이상한 일이다. 나는 이 생각을 하자 문득 가슴속까지 선뜩해지는것을 느꼈다. 내게 어울리지 않는 능력, 그런 것은 이 자리에 맞지않는다. 낯설기 때문에 더욱 두려운…… 왜 내가 가장 그것을 강하게느꼈어야만 했지? 고개를 들어 유리카를 보았다. "너에게는 어떤 느낌이었니?" "내게는…… 어렴풋한 피의 냄새…… 그게 언제, 어디인지는 몰라도, 누군가의 머리에 드리워질 피비린내…… 꼭 너와 비슷하게 생긴소년을 보았대서만이 아니야. 내게 그건 그 배, '젊은 정복자들' 전체에서 느껴져 왔어." 죽음……? 일단, 그 순간 내게 느껴졌던 생각을 이야기했다. "난…… 나와 눈이 마주쳤던 그를 보는 순간, 갑자기 나를 보호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느낌이 들었어. 꼭 그 소년이어서만이 아니라,마치 하늘에서 벼락이라도 떨어져 나를 다치게 할 것 같은 느낌, 내주위가 온통 불안하고 위험하다는 느낌을 받았어. 어쩌면 위기를 느끼는 짐승의 본능과도 비슷하지 않을까?" "비슷할 수도. 만약 그게 그렇게 절실하게 느껴졌다면, 그건 진실일 거야. 위기가 닥치고 있어. 나나 나르디에게보다는…… 아마도 너에게." 싸늘한 느낌. 이제 주위는 완전히 어두웠다. 뱃전 아래로 바닷물이 철썩이는 소리, 끊임없이 내가 발딛고 선 자리가 움직여 가는 느낌, 하늘에 몰려든 갖가지 크기의 구름들이 빠르게 모이고 흩어져 가는 모습, 희게부푼 돛과 밧줄이 여전히 내고 있는 바람과의 타닥이는 마찰음. 나는 완전히 노출되어 있었다. 까닭 없이 위험하다니, 그것만큼 애매한 감각이 또 있을까. "예지라는 것…… 오히려 느끼지 않는 쪽이 속 편했을 것 같아." 갑판 위는 조용했다. 선원들은 제각기 자기들이 택한 잠자리로 기어들어 가고, 망보는 선원 셋만 나와 있었다. 그 중 하나는 장루 위에 있었다. 그들이 교대할 때는 아직 되지 않았다. 아마 그 때는 우리를 보고 왜 자지 않느냐는 이야기들을 하겠지. "그렇진 않아." 유리카는 강하게 부정했다. "네가 느꼈던 감각을 잊어버리려 하거나 부정해선 안돼. 너는 사실예언자도, 무녀도 아니야. 그런 네게 어떻게 그렇게 지금까지 한 번도 없었던 확실한 예지가 올 수 있었다고 생각해? 자신이 느낀 감각자체의 의미와, 무엇으로 앞날을 대비해야 하는지 확실하게 깨닫는건, 많은 집중과 노력 없이는 사실 불가능한 일이야. 그런데 왜? 도대체 그게 얼마나 큰 것이었기에 아무 연습도 준비도 되어 있지 않은너를 그렇게 강하게 쳤을까?" "…… 불안해." 나는 솔직하게 말하고는 그녀의 눈을 보았다. 그녀가 겁내는 것을본 기억이 별로 없다. 인간들이 두려워하는 것들 가운데 가장 큰 것이라면 역시 죽음에의 공포일 텐데, 죽음의 무녀인 그녀에게는 그 공포가 다른 사람보다 조금이라도 더 익숙한 것일까? 매번 위험의 감각을 미리 감지해 내는 사람들은 나보다 훨씬 두려워해야 옳을 텐데,죽는 날을 미리 알고 있는 것처럼 두려운 일은 다시 없을 텐데. 그녀는 놀랄 만큼 의연하다. 200년의 잠…… 이라는 죽음과도 비슷한 과정을 거쳤기 때문일까? "이해해." 그녀의 입에서 나온 뜻밖의 말에 내가 더 놀랐다. "알아. 위기를 느끼고 받아들이는 일이 얼마나 힘든지. 보통 사람들은 스스로가 잘못 생각한 것이기를 바라고, 실제로 그렇게 많은 크고 작은 예지들을 무시해 버리지. 믿어, 너 자신의 예지를, 그리고그걸 헤치도록 주어져 있을 너의 의지와 힘을. 헤어날 수 없는 고통은 주지 않는다는 말도 있잖아? 닥쳤을 때, 해결해. 할 수 있지. 이렇게 미리 준비까지도 하지 않았어? 미리 고통스러워 해보았자 네 살아 있는 시간의 행복을 더 줄일 뿐이야." 정확히 말하자면 살아 있는 시간 자체를 좀더 늘리는 것이 내가 바랄 만한 일일 텐데. 그러나 그녀의 말은 이해할 수 있었다. 그래, 그럴 수밖에 없을 때에는 뒤를 돌아보거나 앞을 애써 미리 생각하고 발을 동동 구를 필요가 없어. 달리는 마차 안에서 열심히 뛰어 본들, 그게 무슨 의미가있을 수 있을까. "그만, 자러 가." "너도." 우리는 뱃전에서 헤어졌다. 그녀와 내 선실은 각각 갑판의 다른 승강구로 들어가야만 했다. 내가 나무 계단을 밟고 내려가는 동안, 배는 내내 약간씩 기우뚱거리며 삐걱인다. 살아 있는 고래의 뱃속으로 들어가는 것처럼, 배가느끼고 있을 감정들이 모두 내 주변에 살아 있는 것만 같았다. 그것이 선의였든, 악의였든……. 실제로 내가 바닥을 딛는 소리 말고도내 주위에는 작지만 끊이지 않는 다양한 소리들이 있었다. 그리고 그것들은 모두 어디에서 나는지 도저히 알아낼 수 없는 것들이었다. 알수 없는 것들로 나는 둘러싸여 있었다. 선실로 들어와 문을 닫았다. 문을 닫았지만 내가 제어할 수 없는작은 소리들, 움직임들은 계속해서 사라지지 않았다. 침대에 몸을 집어넣고 이불을 끌어당겼다. 선실 벽은 내 눈앞에서 똑바로 있지 않고자꾸만 자기 멋대로 기울어졌다. 모든 선이 똑바르지 않고 약간씩은사선이다. 그리고 그것은 꽤나 불안한 느낌을 가져다주었다. 램프 불을 껐다. 주위가 온통 캄캄해졌다. 보이지 않아. 눈을 감았다. 예지는 과연 좋은 것일까. 아마도, 그걸 얻은 사람이 감당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만이겠지. 나는 견뎌낼 수 있을까? 내 현실적이고도평범한 정신은? 캄캄한 가운데 뭔가 어지러운 생각들이 오가는 것 같다. 아냐, 잠들어야만 한다. 두려움 없는, 조바심 없는 잠. 잠들 수 없는 밤의 가장 긴 잠을. +=+=+=+=+=+=+=+=+=+=+=+=+=+=+=+=+=+=+=+=+=+=+=+=+=+=+=+=+=+=+=6장 2편 '예지' 끝입니다. 그리고 6장 키티아 아룬드도 끝입니다. 이번 편, 정말 짧았죠?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키티아 아룬드의 의미에 잘 맞는 편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밤 되세요. (유키 구라모토를 들으면서...)Luthien, La Noir. 출력이 끝났습니다. [Enter]를 누르십시오. ━━━━━━━━━━━━━━━━━━━━━━━━━━━━━━━━━━━ 제 목 :◁세월의돌▷ 6장 끝, 7장 시작입니다. 게 시 자 :azit(김이철) 게시번호 :1171게 시 일 :99/08/31 02:21:37 수 정 일 :크 기 :3.4K 조회횟수 :69 『게시판-SF & FANTASY (go SF)』 46937번제 목:◁세월의돌▷ 6장 끝, 7장 시작입니다. 올린이:모래의책(전민희 ) 99/08/30 20:50 읽음:449 관련자료 없음-----------------------------------------------------------------------------오랜만입니다... 키티아 아룬드의 끝, 인도자 아룬드의 시작입니다. 드디어 7장까지왔네요..... 인도자 아룬드는 세월의 돌의 세계에서는 어느 계절에도 속하지 않는 달, 바로 '우기'입니다(적도 부근 일부 지역에서는 거의 계절이나다름없다죠). 다른 말로는 '다임 로존드', 즉 초여름 장마라고 합니다. 이런 아룬드가 여름이 끝나면 한 번 더 있습니다. 그것은 초가을장마, '에름 로존드'입니다. (그리하여 세월의 돌의 달력은 14달, 봄-여름-가을-겨울이 모두 세달씩 + 두 개의 로존드 = 14 아룬드가 되는 것입니다. ^^;)장마에 비가 오는 것은 당연하겠죠? 이번 장에는... 비가 많이 옵니다. 첫 편의 제목은 '기억의 폭풍'. 현재 항해중인 이들에게 어떤일이 일어날지 짐작이 가시겠죠? 많은 비밀이 벗겨지는 장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이번에도 제목이 짧았던 것입니다. (이상한 것에 즐거워하고 있다..;;) +=+=+=+=+=+=+=+=+=+=+=+=+=+=+=+=+=+=+=+=+=+=+=+=+=+=+=+=+=+=+=그동안 '세월의 돌'과 관련하여 나우누리, 하이텔, 천리안의 환타지 관련 게시판들을 시끄럽게 만들게 되어 정말 죄송합니다. 제 글이 모자라고 실력이 부족하여 이런 일들이 일어나게 되었다는생각 뿐입니다. 시차는 조금씩 있었지만, 3대 통신망에 계시는 많은분들이 저로 인해 눈살을 찌푸리셨을 것을 생각하니 굉장히 마음이무겁습니다. 다시 재연재를 시작하는 지금에 있어서도, 과연 돌아올 자격이 있는지 부끄러운 생각이 앞섭니다. 하지만 한 번 연재를 시작한 이상무책임하게 도망치는 것보다, 좋든 싫든 끝을 보는 것이 글쟁이의 할일이겠지요. 또한 또다른 수많은 분들을 실망시키는 일은 더 이상 하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으로 과감하게(!) 다시 돌아왔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나우누리, 하이텔, 천리안의 모든 환타지를 사랑시는 분들에게 고개숙여 사죄드립니다. 또한 셀 수 없는 격려와 질책의 메일, 메모를 보내주시어 제 메일함을 마비시켜 주신 수많은 분들께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저는 메일함에 편지가 100통 이상 차면 정리하라는 메시지가 뜨고 정리할 때까지 새 편지를 못 본다는 사실을 이번에 처음으로 알았습니다. 길지않은 통신 생활이라 아직까지 폭메의 쓴맛을 못본 탓인지.^^;)). 세월의 돌을 사랑해 주시는 모든 분들에게 보다 책임있는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해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몇 번이고 뭐라고 게시판에서 말을 꺼낼까도 생각했었지만, 글쟁이는 역시 글을 가지고 돌아오는 것이 진실로 보여야 할 태도라는 생각에, 글이 될 때까지 기다렸습니다. 어차피 저도 이번 사건의 원인 제공자였을 뿐, 여러분들의 이야기를 멈추게 하거나 방향을 바꾸거나 할 자격은 없는 일개 이용자에 불과하니 말입니다.... 모두 제 모자란 글로 인해 일어난 일들, 앞으로는 더 나은 글을 쓰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게시판에 친절한 질책의 말씀, 논리적인 분석, 진심어린 격려 등남겨주신 모든 분들께도 감사드립니다. 이번 일로 직, 간접적 피해를 입으신 모든 분들께도 죄송하다는 말씀 전합니다. 용서를 구합니다. 그리고 제게 실망하신 분들도 부디 화 푸시길... 바랍니다. 앞으로도 더욱 화기애애하고 예의를 지킬 수 있는, 생산적이며 건전한 토론이 오가는, 그리고 좋은 글들이 많이 올라오는 게시판들이되기를 희망합니다. 그럼, 이제 다시 성실한 글쟁이로 돌아가겠습니다. ... 오랜만의 돌아옴은 설레는 것이로군요. Luthien, La Noir. 출력이 끝났습니다. [Enter]를 누르십시오. ━━━━━━━━━━━━━━━━━━━━━━━━━━━━━━━━━━━제 목 :◁세월의돌▷7-1.기억의 폭풍 (1)게 시 자 :azit(김이철) 게시번호 :1172게 시 일 :99/08/31 02:21:56 수 정 일 :크 기 :8.7K 조회횟수 :77 『게시판-SF & FANTASY (go SF)』 46938번제 목:◁세월의돌▷ 7-1. 기억의 폭풍 (1)올린이:모래의책(전민희 ) 99/08/30 20:50 읽음:432 관련자료 없음----------------------------------------------------------------------------- +=+=+=+=+=+=+=+=+=+=+=+=+=+=+=+=세월의 돌(Stone of Days)=+=+=+=+=+=+=+=+=+=+=+=+=+=+=+=+ 7장. 제6월 '인도자(Guardian)'…… 인도자의 별 '하리아누니(Harianuni)'가 지배하는 아룬드. 여기서의 '인도자'란 누군가를 무작정 자신의 길로 이끄는 '인도'가 아닌 '도움을 주는 자'에 가까운 의미로서 조력자와 같이, 때로는 그림자처럼 숨어 있으면서 스스로의 갈 길을 찾을 수 있도록 돕는 사람을말한다. 특이하게도 이 인도자에 관해서는 어떤 전설도 전해져오고있지 않은데, 다른 아룬드가 주로 전설상의 유래를 가지고 있는 것과는 또한 매우 대조적이다. 인도자 아룬드의 이름은 가장 오래된 달력과 천체력에도 등장하고 있으며 언제부터 이 이름이 생겨났는지에 대해서는 기록에 남은 바가 없다. '한 평생을 좌우할 스승을 만난다면 이 때이며, 일생을 바꿔놓을암시를 어떤 인물로부터 얻는다면 또한 이 때'라는 말 때문에 민간에서는 이 때 만난 스승, 안내자, 조력자는 안심해도 좋다는 식으로 손쉽게 해석하곤 하지만, 아룬드의 의미와 현실을 단순하게 연결짓는것의 위험은 몇 번 말해도 결코 지나치지 않으리라. 누구나 혼란과예감이 끝나고 자신의 길을 찾기 위해선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기마련, 그러나 좋은 인도자를 얻는 일이 커다란 행운인 것처럼, 잘못된 인도자를 얻음으로서 일을 근본적으로 그르치는 일 또한 그만큼이나 자주 일어나는 법이다. 인도자 아룬드는 늦봄장마 또는 초여름장마로도 불리는 첫 번째 우기 다임 로존드(Dime Lozond)에 속한다. 비는 한순간 엄청나게 쏟아지다가, 멈추고 잠시 밝은 하늘을 보이고, 다시 쏟아지는 비로, 폭풍우나 태풍이 몰아치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더위를 씻어줄 신선한 습기를 가져다준다. 이 비는 앞으로의 무성한 번성을 예고하는 비이기때문에 매우 시원하고 달콤하여 오랫동안 바라던 사람을 만나게 되는것을 흔히 다임 로존드의 비에 비유하곤 한다. "비가 내리는 곳을 찾아내어 눈물을 흘리다"라는 경구를 가지며 오랫동안 찾던 물건이나 사람을 만남, 자신의 의지로 인도자를 따름,의지하려는 마음이 자의식을 누름, 친구였던 자가 스승이었음을 깨달음, 가능성에 불과한 것을 곧 현실화될 것처럼 착각함, 최악의 위기에서 구원을 받음 등을 암시한다. 이 아룬드를 암시하는 빛깔은 투명, 아무 것도 없는 무(無)의 빛깔이다. - 점성술사들이 달력에 적는 각 아룬드의 의미,그 중 여섯 번째. 1. 기억의 폭풍 (1) 그 손을 나에게, 잠깐이라도 좋으니. 매끄러운 손톱과 흰 손등, 그리고 가느다란 손목. 연약한 피조물이나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위안. 비가 오고, 또 오고 있어. 곧, 난폭한 폭풍이 몰아치고, 하늘은 캄캄해지고, 별은 내려올 것이고, 육지는 바다가 되겠지. 우리 모두는 세상에서 추방당할 거야, 그렇게, 영원히……. 이 모든 것이 사라지고 나면 너와 나마저 없을까. 저 녹색으로 젖어든 풀과 세상을 가득 메우는 비마저 없을까. 네 뺨과 내 뺨을 적시는 물은 떨어져 바다의 일부가 되고마주잡은 두 개의 손은 흩어지고 녹아들어 흙이 되고바라보는 서로의 눈빛은 지워지고, 누구의 기억 속에도 없겠지. 그것은 사라진 것, 결코 되살아나지 않는 것. 그러나 내 머릿속을 꽉 채우는 생각은 오직 이 가득한 현실감지금, 곧 사라져버릴 이 모든 것을 느끼고 기억하는 일들. "잠깐이라도, 이렇듯 나는 살아 있다는 온갖 충만한 감각 속에 있다." 오직 살아있는 이 모든 순간을, 반드시 살아가는 일내일 파괴되어버릴 기억이라 해도 단 한 순간을 더 기억하겠어. 이토록 살아 생동하는 생명 속에 무엇이 불가능한 것일까. 기억하겠어? 나를 기억하겠어? 이 순간 이후, 세상에 수많은 시간의 터널을 지날 동안고통스러운 모든 것을 잊은 채 잠들어 있을 우리. 그러나 세계는 다시 눈꺼풀을 들고, 새로운 생명들을 껴안는다. 자신을 잃어버린 뒤엉킨 생명들이 포도송이처럼 매달려 있다. 그렇게 그 기억에 매달려 길고 긴 잠을 잘 거야. 이 진혼곡이 그치고풀꽃으로 태어나 다시 하늘을 바라볼 때까지……. - 기억reminiscence V 눈을 떴을 때, 이미 날은 밝아 있었다. 벌떡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어렴풋이 어제의 기억이 난다. 선실의 벽들은 어제처럼 조금씩, 가볍게 기우뚱거리고 있었다. 그 가운데창을 통해 흰 햇살이 쏟아졌다. 다임 로존드가 되었는데도, 다시 맑아져버린 날씨였다. 밖으로 나왔다. 분위기를 보니 내가 너무 오래 잔 것 같다. 선원들은 분주히 돌아다니거나 저들끼리 이야기를 하다가 나를 향해 손을들어 보였고, 배는 푸른 물위를 쏜살같이 달리고 있었다. 얼마나 왔을까? "아침 굶고, 살만한가?" 나르디가 장루에 올라갔다가 내려오는 길인 듯, 나를 향해 성큼성큼 걸어오며 웃었다. 베테랑 선원들 가운데서도 녀석만큼 장루로 올라가는 줄사다리를 빨리 타는 사람이 없다. 저번엔 한 선원과 내기까지 해서 이긴 그였다. 핑계삼아, 라고 볼 수도 있지만 어쨌든 선원들은 간단히 장루에 올라갈 일이 있으면 나르디에게 잘 부탁했다. "아아, 살만하지 않아." 나는 기지개를 한껏 켜면서 그에게 다가갔다. 나르디는 오랜만에환하게 웃고 있었다. 내가 녀석의 미소를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는 것을 알고 있는 걸까? "여행하는 사람이 함부로 끼니를 거르면 곤란하지." 오랜만에 나르디와 어깨를 나란히 해서 갑판 위를 걸었다. 사실 말이 그럴 뿐이지 녀석과 나는 어깨가 나란하지 않다. 똑바로 서면 나보다 반 뼘 정도 작은 그다. "머리, 다시 물들이지 않을 거야?" "글쎄……. 이제 곧 이스나미르에 다시 돌아갈 테니까." 그렇게 되어야겠지. 그 말을 듣고 보니, 내가 우리 나라를 떠난 지 벌써 두 달이 조금넘었다. 그다지 길지 않은 시간일 수도 있지만, 이제 돌아간다고 생각하니 내게는 충분히 길게 느껴졌다. 내가 고향 하비야나크 마을을떠난 것은……? 네 아룬드 전의 일이야. 이것밖에 안 되었나? 어쩐지 떠난 지 삼 년은 된 것처럼 느껴지는 고향. 어머니가 돌아가신 지도 이제 다섯 달일 뿐인데, 기억나지 않을 만큼 오래되었다는느낌이 든다. 우리는 상갑판 위로 올랐다. "날씨가 좋아. 왜 이럴까?" "뭐, 다임 로존드가 된다고 무조건 한 달 내내 비가 내리는 것은아니니까." 나르디 말이 맞다. 그런 것은 걱정할 일이 아니야. 나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이미 아이즈나하를 떠나 한참이나 달려온 터라, 항구에서는 그렇게많이 보이던 갈매기들이 이젠 한 마리도 눈에 띄지 않았다. 정말 이바다 한 가운데서 사는 새는 한 마리도 없는 걸까? 뭐야, 바다에서는 둥지를 틀 수도 없잖아. 나는 스스로 내 바보스러운 생각에 피식 웃었다. "왜 웃나?" "아, 왜 바다에는 새가 없을까 생각하다가." 나르디는 싱긋 웃으며 멀리 바다를 바라보다가 다시 말했다. "알바트로스라는 새를 아는가?" +=+=+=+=+=+=+=+=+=+=+=+=+=+=+=+=+=+=+=+=+=+=+=+=+=+=+=+=+=+=+=음... 잡담도 오랜만에 쓰려니. ^^어떤 분께서 세월의 돌을 좋아하는 독자들이 또한 재미있게 읽을법한 소설을 추천해 달라고 하셨어요. (aragorn 님이던가요?) 사실딱히 잘 맞는 것은 떠오르는 게 없어요... 다만 조금이라도 제가 비슷한 이유로 좋아하는 소설들을 고르자면... *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사자왕 형제의 모험, 서울:창작과비평사,1984(아마도 초판?). * 안토니아 수잔 바이어트, 소유, 서울:동아출판사, 1993. * 앤 라이스, 뱀파이어와의 인터뷰, 서울:큰나무, 1994. * 미카엘 엔데, 끝없는 이야기, (아마 문예출판사?)이건 좋아하는 책은 아니지만,* 푸케, 운디네, 서울:문예출판사, 1975(역시 초판. 내가 태어난해..--;). 아마 거의 아시는 책일지도 모르겠네요. 첫 번째 책은 아주 사랑스러운 동화예요. 설명이 필요없을 정도로, 제 인생에서 첫손가락에 뽑히는 책 중 하나입니다! 두 번째 책 '소유'는 환타지는 아닙니다만 그런 비슷한 주제들을가지고 시를 썼던 두 시인에 대한 이야기죠. 초반의 지루함만 극복하시면 중반 이후부터는 눈을 뗄 수 없는 걸작입니다. 그만큼 아름답기도 하고... 시인들의 편지와 일기, 그리고 시와 동화들에 빠져들어보세요. 멜루지나, 아스크와 엠블라, 이스, 신들의 황혼.. 세 번째 책은 잘 아시죠? 영화로도 나왔으니까.. 다만, 영화보다책이 훨씬 멋집니다. 그 고딕풍의 음습한 분위기란... (전 사운드트랙도 갖고 있습니다. ^^)네 번째도 환타지 매니아라면 거의 읽어보았을 책. 그러나 참으로놀라운 책이죠. 엔데의 이야기는 약간의 교훈조만 아니라면 그야말로상상력의 보고... 그야말로 필독서 중 하나입니다. 무민 시리즈(토베 얀손, 한길사 발행)와 나니아 크로니클(C.S. 루이스, 시공사 발행)도 재미있는 동화들입니다. 아, '앨리스' 두 권도있군요. 나라사랑에서 나온 판이 그래도 재미있는 설명이 많으니 읽어보세요. 마지막으로 책을 당장 구할 수 없는 분에게... go fan 하셔서 잡담란에서 lt 할러윈 해보세요. 제가 어떤 책에서 타이핑한 짧은 괴기동화가 있습니다. 제가 굉장히 좋아하는 이야기이고, 또 분위기도 아주 멋지지요. (li 모래의책 하지 마세요. 옛날 아이디로 올린거니까)Luthien, La Noir. 출력이 끝났습니다. [Enter]를 누르십시오. ━━━━━━━━━━━━━━━━━━━━━━━━━━━━━━━━━━━제 목 :◁세월의돌▷7-1.기억의 폭풍 (2)게 시 자 :azit(김이철) 게시번호 :1173게 시 일 :99/08/31 02:22:19 수 정 일 :크 기 :7.5K 조회횟수 :73 『게시판-SF & FANTASY (go SF)』 46939번제 목:◁세월의돌▷ 7-1. 기억의 폭풍 (2)올린이:모래의책(전민희 ) 99/08/30 20:50 읽음:399 관련자료 없음----------------------------------------------------------------------------- +=+=+=+=+=+=+=+=+=+=+=+=+=+=+=+=세월의 돌(Stone of Days)=+=+=+=+=+=+=+=+=+=+=+=+=+=+=+=+ 7장. 제6월 '인도자(Guardian)'1. 기억의 폭풍 (2) "알바트로스?" 전혀 들어 본 일이 없는 이름이라 나는 고개를 저어 보였다. "아주 커다랗고, 흰 새야." 나르디는 먼 곳을 바라보던 그 눈 그대로 잠시 생각에 잠긴 듯 하늘을 응시하고 있었다. 마치 그 곳에 무언가 있을 것 같은 느낌을 주는 그 눈동자 때문에 나도 하늘을 쳐다보았다. "날개를 펴면 무려 양끝 길이가 4큐빗이나 된다. 정말 엄청난 크기의 새지. 게다가 그 털 빛깔은, 방금 내린 눈처럼 티끌 하나 없는 희디흰 백색……. 그 희고 커다란 놀라움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저도모르게 까닭 없이 마음이 경건해지는 것을 느끼게 되지. 보고 있는내 눈이 깨끗해지고, 마음속에 들어 있던 온갖 비좁고 편견 어린 마음, 속임수와 두려움 등도 또한 일시에 날아가는 것 같은 기분이 되네. 그 새는 큼직한 부리를 벌려 마치 심판자와 같은 소리를 지르지. 흐려진 마음을 일시에 가르고 들어오는, 마치 천상의 비명, 흐느낌과도 같은 충격적인 울음소리라네." 그렇게 말하는 나르디의 눈동자는 정말 놀라운 것을 생각하는 듯,황홀하게 빛났다. 그러나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내 머릿속에 제일 먼저 떠오른 것은 하얀 혼례 의복을 걸치고 그칠 줄 모르는 눈물 흘리는 신부였다. 끝없이 날아갈 것 같은 희고 커다란 날개, 그러나 왜눈물을 흘려야 했던 걸까. 마치 신랑을 잃어버린 신부, 혼례 의상은흰빛 그대로 수의가 되는……. 왜…… 이런 생각이 먼저 떠오르는 거지? 내가 스스로도 당황하고 있는데 유리카와 엘다렌이 다가와 어깨를치는 바람에 이야기는 끊어지고 말았다. 물론 어깨를 친 것은 유리카고 엘다렌은 절대 내 어깨를 칠 수 있는 키가 아니다. 하긴, 칠 수있는 키였다고 해도 그런 성격도 아니었지만. "뭐해?" "늦잠 자다가 굶은 파비안, 아침먹일 궁리하고 있었네." 나르디가 웃으며 말했고, 그래서 알바트로스에 대한 이야기는 정말바다 너머로 가버린 새처럼, 멀리 날아 사라져버렸다. 유리카는 나를쳐다보더니 곱게 눈을 흘겼다. "자꾸 몸 함부로 다룰래? 왜 끼니도 제때 안 챙겨먹고 그래?" "…… 미안." 다른 할 말이 있을 리 없다. 나는 계면쩍게 웃으면서 갑자기 더 배가 고파온다는 생각을 했다. 엘다렌이 흠흠, 하며 입을 열었다. "오늘, 저녁 식사 끝난 뒤에 아티유 선장을 설득해 볼까 생각한다." 오늘, 오늘이라……. 과연 잘 될까? 내가 굳이 반대할 이유는 없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기분은 괜찮아?" 유리카가 다시 한 번 내 얼굴을 바라보며 묻는다. 아마도 어제의일 때문이겠지. "그럼, 괜찮지 않고." 나는 아까 한 이상한 생각들을 일부러 떨쳐버리려는 것처럼 크고밝은 웃음을 지어 보였다. 이렇게 쾌청하고 좋은 날씨에, 아무 문제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무엇 때문에 이상한 생각을 해야겠어? "가서 나 밥 먹는 거나 구경할래?" "야, 그게 구경거리나 되냐? 그런 걸 뭐하러 구경해?" "왜…… 그런 거 구경하는 게 취미인 사람도 있어. 남 먹는 거 빤히 쳐다보면서 무안 주는 사람." "평소에 무안 못 당해서 안달이 났냐? 무안을 사서 당하려고 하게?" "내가 언제 그렇대? 하여간 남의 말을 저렇게 못 알아듣는다니까. 싫으면 관두면 되잖아. 난 가서 홀로 외로이 꾸역꾸역 뱃속에 다 늦은 아침 쑤셔 넣을 테니까, 넌 여기서……." "아휴, 저 키만 큰 어린애." 유리카가 살짝 웃으면서 내 옆구리를 찔렀다. 에헤헤…… 그러니까나르디와 엘다렌이 갑작스럽게 열흘도 넘게 보아오던 뱃전 아래 바닷물에 지대한 관심을 표명하기 시작한 것은 우리 때문인가? 둘은 심각한 토론까지 나누기 시작하고 있었다. "물이 참 맑죠?" "이 근처는 유명한 어장이야." "아, 그렇군요." "세르무즈에서는 무슨 일이 있어도 블로이아이 제도 근처는 반드시확보해 두려고 하는데 그 이유가……." …… 빨리 아침 먹으러 사라져 주는 게 도와주는 것이겠군. 오후가 되도록 하늘은 계속 푸르렀다. 그래도 이 배는 우기에 항해하기로 한 것이니만큼, 그에 대한 준비는 철저히 되어 있었다. 튼튼한 통에 넣어 둔 예비 돛이 두 벌이나있고, 배 이음새 하나 하나가 배를 물 속에 거꾸로 박아 넣어도 절대떨어지지 않을 정도로 정교하게 붙여져 있다. 만일을 위한 구명용 밧줄이나 보트도 충분히 준비되어 있었다. 물론, 모든 준비가 되어 있다 해도 폭풍우 같은 것은 만나지 않는 것이 훨씬 바랄 만한 일이겠지만. 아티유 선장의 생각도 그런 모양이었다. "여기에서 마리뉴 항까지는 약 6일 정도 거리입니다. 다른 문제가생기지 않는다면 그보다 하루 정도 빨리 도착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비가 잦은 다임 로존드가 되면서 이스나미르와 하르마탄 섬 사이에 위치한 도아 해협에서 밀려들어오는 해류와 넓은 바다에서 유입되는 바닷물이 롱봐르 만의 입구에서 부딪치면서 갑자기 거세어지고,그 물이 블로이아이 군도를 거치다 보면 심하게 거칠어진 나머지 해협 안쪽 도시들에 해일을 일으킬 정도가 됩니다. 가장 주의해야 할것은 바로 그 시점에 불어오는 하르마탄의 광풍, '시즈카(Shize-ca)'지요. 아시다시피 하르마탄 섬의 서북안 지형이 그 바람의 강도를 잘말해주고 있지 않습니까? 이 모든 조건이 적절하게 맞아떨어지게 되면, 바로 배가 침몰하는 조건이 되는 겁니다. 그런 일이 일어나기 전에 항구로 들어가는 것이 가장 좋겠지요." 도대체 누가 그의 머릿속에 우리가 마리뉴까지 간다는 생각을 불어넣어 준 것인지 모르겠지만, 그는 지금 가는 항로, 그리고 북쪽이라는 엘다렌의 말로 보아 우리가 가는 곳이 거기가 틀림없다고 멋대로전제한 채 이야기를 진행시키고 있었다. "그런…… 일이 언제 일어나는데요?" 바다에 관해서는 우리는 아티유 선장 앞에서 어린아이들이나 다를바 없었다. 저녁식사까지 끝낸 뒤 이야기를 하자고 선장실에 모인 선주 일행을 놓고 그는 아주 열변을 토하고 있었다. 물론 모두 새겨들을 만한 이야기였다. 그러나 우리가 계획했던 좌담은 이게 아니었는데. 아티유 선장은 내 얼굴을 보더니 고개를 저어 보였다. "그걸 정확히 알 수 있다면 아무 걱정이 없겠지. 하르마탄에서는순식간에 바람이 생겨나 미처 대비하기도 전에 주위를 완전히 휩쓸어버리거든. 하르마탄이라는 이름이 결코 괜히 생긴 것이 아니지." 하르마탄이라는 섬 이름은 '폭풍의 고향'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이렇게 꽤 오래된 지명들은 다 이름이 옛 이스나미르 어에서 유래한 뜻을 가지고 있다. 이걸 내가 미리 알고 있었느냐고? 물론, 나도방금 전 아티유 선장의 강좌가 시작되기 직전, 유리카로부터 입수한따끈따끈한 정보다. +=+=+=+=+=+=+=+=+=+=+=+=+=+=+=+=+=+=+=+=+=+=+=+=+=+=+=+=+=+=+=오랜만에 돌아오니 쌓인 답변들이 많군요. 하이텔의 zyubilan 님, 편지 전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번역해주시는 분, 많은 힘이 되었습니다. 보르헤스 100주기로 여기저기 행사가 많다죠? (우리나라는...--;)학교 후배라고 편지 보내주신 분들 반가웠어요. 다솜바람 님, 보내주신 감상 즐겁게 읽었습니다. 그림 그려주신다는 분, 정말 감사하고 있어요. ^^ (궁금..)편지 보내주신 나이드신(...) 독자분들에게 또한 감사를...(아마나이가 많으신 분들은 시간이 적으실텐데..)금단현상에 시달리셨다는 모든 분들에게도 해갈이 되었기를.. 글 퍼가시는 분들께서도 메일을 많이 주셨어요. 모두 고맙습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새로 읽게 되셨다는 분들께는... 뭐라고 말씀드려야 할지...(읽게 되신건 기쁘지만, 항상 분쟁을 바라는 것은 아니에요...^^;)그리고 친분 있는 분들의 편지에도 모두 감사했습니다. 메일, 메모, 쪽지 보내주신 분들, 정말 고마워요. 길다면 긴 시간,자리 비우는 사이에도 잊지 않고 기억해 주셔서 정말 기뻤습니다. 그리고 그 사이 추천해주신 모든 분들에게도 감사드립니다. Luthien, La Noir. 출력이 끝났습니다. [Enter]를 누르십시오. ━━━━━━━━━━━━━━━━━━━━━━━━━━━━━━━━━━━제 목 :◁세월의돌▷7-1.기억의 폭풍 (3)게 시 자 :azit(김이철) 게시번호 :1174게 시 일 :99/08/31 02:22:38 수 정 일 :크 기 :6.8K 조회횟수 :74 『게시판-SF & FANTASY (go SF)』 46940번제 목:◁세월의돌▷ 7-1. 기억의 폭풍 (3)올린이:모래의책(전민희 ) 99/08/30 20:51 읽음:393 관련자료 없음----------------------------------------------------------------------------- +=+=+=+=+=+=+=+=+=+=+=+=+=+=+=+=세월의 돌(Stone of Days)=+=+=+=+=+=+=+=+=+=+=+=+=+=+=+=+ 7장. 제6월 '인도자(Guardian)'1. 기억의 폭풍 (3) "어떻게, 미리 짐작이라도 하는 방법은 없어요?" 아티유 선장은 유리카가 그렇게 묻자, 고개를 잠시 천장으로 향하며 생각하는 표정이 되었다. 그러나 그의 표정을 보아 별로 긍정적인대답이 나올 것 같지는 않았다. "아무리 일찍 알게 된다 해도, 겨우 반나절 앞서는 정도지. '시즈카'를 왜 광풍이라고 부르는 지 아나? 도저히 예측할 수 없는 바람이기 때문이야. 그 때문에 하르마탄 출신의 한 기사단장도 그 비슷한별명을 갖고 있다고 들었었고……." 아티유 선장의 마지막 말에 유리카는 바짝 긴장하면서 나를 흘끗쳐다보았다. 그러나 선장의 말에는 롬스트르와 같은 불손함은 없었고, 그의 성품으로 보아 충분히 그 말이 나온 맥락을 알 만했으므로나는 아무렇지도 않게 되물었다. "별명이 뭔데요?" 그리고 아티유 선장도 별 생각 없이 대답했다. "검푸른 광풍, '마르하드노 시즈카(Marhadno Shize-ca)'라고 불리더군. '악마의 오른손'이라는 별명도 있고, 대단한 사람인 모양이야." 오히려 내가 '검푸르다'는 말에 약간 긴장했지만, 그는 다행히 내머리색깔에까지 그 말을 연결시키지는 않았고 그래서 이 이야기는 그대로 넘어갔다. "어쨌든, 솔직히 인도자 아룬드에 롱봐르 만을 6일 이나 항해한다는 것은 위험한 일입니다. 운이 좋을 수도 있지만, 나쁠 경우에는 모든 것을 잃어버리게 될 가능성이 굉장히 크니까요." 그는 마지막으로 엘다렌을 바라보며 자신의 의견 개진을 마쳤다. 그래서 엘다렌이 대답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으음……." 첫 마디라는 무거운 짐을 누가 질 것인지 궁금했었는데, 아티유 선장이 결정해주는군. 엘다렌은 꽤 한참만에 입을 열었다. "마리뉴보다 더 가까운 항구는 없나?" "마리뉴 보다요? 북쪽으로 똑바로 갔을 때 마리뉴입니다." "북쪽이 아니더라도, 주위에 제일 가까운 항구가 어딘가? 일단 들어가는 것이 중요하지 않나?" "예? 그렇다고는 해도……." 아티유 선장의 얼굴에 곤혹스런 표정이 떠올랐다. 아마 엘다렌이필요로 하는 대답을 머릿속에 떠올린 모양이었다. 그러나 그는 굳게고개를 저었다. "적국의 항구로 갈 수는 없는 일입니다. 예, 말씀하신 대로 하자면가장 가까운 항구는 이스나미르의 델로헨입니다. 이진즈 강 하구에위치한 항구인데, 여기서부터 약 4일 정도면 닿을 수 있는 곳이지요. 물론, 아이즈나하로 되돌아가는 것이 가장 가깝습니다만, 그것은 원하시지 않는 것 같고……." 일단, 그의 입에서 델로헨이 나왔다. 다음 말을 어떻게 할까. "델로헨? 큰 항구인가?" 엘다렌이 뭘 묻고자 하는 것인지 아티유 선장은 헷갈리는 모양이었다. 우리는 모두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엘다렌의 어눌한 이야기 전개를 지켜보고 있었다. "예…… 꽤 큰 항구이긴 합니다만…… 마리뉴 항 정도는 되지요. 마르텔리조와 비교한다면 조금 작을까…… 그런데, 그런 것은 왜 물으십니까?" 그의 담백한 성품이 우리를 계속해서 곤경에 처하게 하고 있었다. 엘다렌이 이쯤 몰리면 솔직하게 말을 해버릴 것 같은 분위기란 걸느낀 것이 나뿐은 아닌 것 같았다. 나와 나르디, 그리고 유리카는 갑자기 한꺼번에 질문을 쏟아놓았다. "그럼, 아이즈나하로 돌아가잔 말씀이십니까?" "마리뉴까지 간다는 것은 위험하다 그 말씀이시군요?" "작은 항구라도 달리 갈 곳은 없고요?" 아티유 선장의 당황한 얼굴은 누구한테 보여주고 싶을 정도였다. 물론 우리는 그의 얼굴을 감상할 만큼 한가하지 못했다. 저도 모르게같은 내용의 질문을 세 가지 말로 해버린 우리들은 서로 얼굴을 마주보고는 계면쩍게 웃는 수밖에 없었다. "그…… 렇지요." 저 말은 누구의 말에 대한 대답이었다 해도 별 손색이 없었다. 그리고, 그 순간 엘다렌이 갑자기 한 말도 훌륭했다. "돌아가다니, 그렇다면 무엇 때문에 나왔단 말인가." 아티유 선장은 손을 내저었다. "아니, 저도 꼭 아이즈나하로 돌아가잔 이야긴 아닙니다. 위험하다는 것이지, 마리뉴까지 굳이 못 갈 것도 없습니다. 저라고 이 뱃길을처음 가는 것은 아니니까요. 인도자 아룬드에 항해해 본 일도 있습니다." 이야기가 이상한 쪽으로 가고 있었다. 모두 이 상황을 어떻게 타개할 것인가 골머리를 썩이는 중인데, 갑자기 옆에서 대단히 명쾌한 한 마디가 튀어나왔다. "델로헨으로 갑시다. 못 갈 것은 무엇입니까?" 나르디였다. 아티유 선장의 눈이 둥그래졌다. 그는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적국의 항구로……." 나르디가 그 말을 잘랐다. "죄송합니다, 말씀 도중에 끼여들어서. 하지만 제가 듣기론 두 나라는 해상 봉쇄까지는 하지 않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확실히 대치상태이긴 해도 무력 충돌이 자주 일어나는 것도 아니며, 특히 해전은아직까지 한 번도 일어난 일은 없었으니까요. 물론 멀리 떨어진 양국의 동안과 서안에 있어서는 함부로 타국의 배가 드나드는 것이 어렵겠지만, 양국이 맞닿아 있는 롱봐르 만에서는 부득이한 경우 항구 이용이 가능하다고 알고 있는데요?" 그러나, 나르디의 멋진 웅변은 아티유 선장의 한 마디로 무용지물이 되고 말았다. "우리는 아직 그 정도까지 곤란하진 않습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아티유 선장은 네 선주 일행의 눈치를 살피며이들이 무슨 말을 하려는 것일까 알아내려 애쓰는 듯했고, 우리는 또한 나름대로의 고민에 빠져 머리를 굴렸다. 확실히 아티유 선장은 훌륭한 사람이었고 성실한 선장으로서 더할 나위 없었지만, 이런 경우에는 좀더 유들유들하고, 돈이라도 좀 밝히고 하는 사람인 편이 훨씬다루기 편했을 텐데. 아티유 선장은 그렇게까지 둔한 사람은 아니었다. "저, 여러분, 그러니까 델로헨으로 가고 싶으십니까?" "……." "……." "흐음, 흠, 흠." 헛기침만 할 일이 아니었다. 이번에는 내가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네, 그래요." 아티유 선장의 눈빛이 드디어 뭔가를 살피는 듯한, 즉 비밀을 알아내려는 사람의 것으로 변했다. 그의 성실한 눈동자에 의혹이 가득했다. 아마 충실한 세르무즈 국민으로서 우리들의 말이 도저히 이해가가지 않았겠지. "이유가…… 있으십니까? 그러니까, 부득이한……." "있지." 엘다렌의 대답이 울렸다. 으아, 그렇게 막 말해버리면 곤란해! +=+=+=+=+=+=+=+=+=+=+=+=+=+=+=+=+=+=+=+=+=+=+=+=+=+=+=+=+=+=+=엑사일런 님이 전해주신 사스나 벨 문제 질문하신 하이텔 분에게답변드립니다. 제 글에 대해 주절주절 설명하고 싶지는 않으니, 간단하게만 말씀드릴게요. 저도 천문학에 대해서 아마추어 정도의 호기심은 갖고 있으므로 달 위에 별이 나타날 수 없다는 것쯤은 압니다. 그렇지만 옛날 사람들이 어디 행성과 항성을 구분해서 생각했나요? 그러니까... 사스나 벨을 꼭 검은 빛을 내는 항성이다, 라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는 거예요. 혹시 알아요? 조그마한 달일는지도....^^Luthien, La Noir. 출력이 끝났습니다. [Enter]를 누르십시오. ━━━━━━━━━━━━━━━━━━━━━━━━━━━━━━━━━━━제 목 :◁세월의돌▷7-1.기억의 폭풍 (4)게 시 자 :azit(김이철) 게시번호 :1175게 시 일 :99/09/01 02:11:19 수 정 일 :크 기 :8.1K 조회횟수 :70 『게시판-SF & FANTASY (go SF)』 47097번제 목:◁세월의돌▷ 7-1. 기억의 폭풍 (4)올린이:모래의책(전민희 ) 99/08/31 23:51 읽음:310 관련자료 없음----------------------------------------------------------------------------- +=+=+=+=+=+=+=+=+=+=+=+=+=+=+=+=세월의 돌(Stone of Days)=+=+=+=+=+=+=+=+=+=+=+=+=+=+=+=+ 7장. 제6월 '인도자(Guardian)'1. 기억의 폭풍 (4) "어떤……." 아티유 선장이 굳이 물을 필요도 없었다. 엘다렌은 아예 결심했다는 듯, 단숨에 입을 열었다. 우리 모두가 보낸 애타는 만류의 눈빛을완전히 외면한 채로. "우리는 이스나미르로 갈 생각이다." "……." 아티유 선장은, 다만 입을 딱 벌렸다. 놀라 소리를 지르거나, 뭐라고 묻지도 않았다. 그저 몹시 당황한얼굴로 입을 벌린 채, 한동안 그러고 가만히 있었다. 사실 좀 평소표현이 풍부한 사람이 보기에는 그가 전혀 놀라지 않은 것처럼 보였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는 나름대로 충분히, 최대한 놀라고 있었다. 벌린 입이 한동안 다물어질 줄을 몰랐다. 우리는 그가 뭐라고 말하기를 기다렸다. 사실, 그가 말하기 전에는할 말조차 없었다. 한참 만에야 그의 입에서 한 마디가 떨어졌다. "그렇다면, 정말로…… 혹시……." 그의 머릿속에 어떤 장면이 떠올랐을 지 안다. 마르텔리조에서 급히 출항하던 때, 우리를 찾으러 온 듯했던 관리들과 이니에 히르카이에의 방문을 생각하는 거겠지. 그리고 그녀의 이상스런 행동과, 마지막으로 마치 출항을 제지하기 위해 온 것처럼 보이던 시 자치대 병사들의 실랑이. 그러나 그 때, 출항한 뒤에도 아티유 선장은 한 마디 질문조차도하지 않았다. 궁금한 듯한 기색조차도 내비치지 않았다. 그만큼 그는한 번 신뢰를 주었다 하면 웬만해선 바꾸지 않는 사람이었다. 이 일을 누가 수습해야 할까? 아마도 엘다렌은 자신이라고 생각한 듯했다. "더 놀랄 만한 일을 보고 싶나." 무슨 소리를 하려고……. 그러나 그는 말을 하려는 것이 아니었다. 우리가 미처 말리기도 전에, 엘다렌은 의자에서 일어섰고, 한 걸음 물러나 후드를 내렸다. 수염투성이 얼굴, 근엄한 표정 가운데 박힌 이글거리는 붉은 눈동자. "……!" 아티유 선장이 약간 놀란 기색이자, 엘다렌은 성큼성큼 그의 앞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로브의 나머지 부분을 벗었다. 그가 벗은 로브는 내가 엉겁결에 받아 챙겼다. "에……." 아티유 선장이 평소에 이야기책을 얼마나 읽었는가 시험되는 순간이었다. 그는 무슨 말을 하려 했으나, 잠시 더 생각하는 듯했고, 숨김없이 놀란 기색을 감추지 못한 채, 자기의 생각에 확신을 얻으려는것처럼 우리들의 얼굴을 돌아보았다. 우리가 지을 표정이라 봐야……. "……." 우리 셋은 모두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조금은 억지스런 미소를 띤채 그를 바라보았다. 이런 걸 보고 '잘 봐 주세요'라고 하던가? 그리고, 그의 입에서 오래 기다린 말이 떨어졌다. "제가, 제가 제대로 기억하는 것이라면, 당신은…… 드…워프?" 엘다렌은 당연하다는 듯, 오랜만의 자부심을 내보이며 깊게 고개를끄덕였다. 이로서 아티유 선장도 바다에 관한 지식 외에 문학적 소양 또한 조금은 있다는 것이 판명되었다. "세, 세상에……." 그는 너무 놀라자 말을 약간 더듬었다. 솔직히 나 역시 드워프의존재를 알았을 때 좀 놀랐는가? 게다가 나는 전설의 물건을 찾아 여행하는 사람이기라도 하지, 아티유 선장은 그야말로 현실적인 일 속에서만 살아온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 아닌가? 그가 대단한 충격을 받았대도 전혀 놀랄 일이 아니었다. "드, 드워프, 드워프가 세상에 아직 살아 있었습니까? 저는 도저히생각도 못했던…… 아니, 단 한 번도 그런 이야기는 듣지 못했고, 2백년 전에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고만……." "그렇다면 나는 세월에서 누락된 셈이군." 엘다렌은 약간은 농담 같기도 한, 그로서는 파격적인 발언을 한뒤, 아티유 선장을 주의 깊게 바라보았다. 나는 엘다렌의 생각 또한알 수가 없었다. 그의 얼굴에서도 감정을 읽어내기 어렵기는 매일반이었으니까. 그러나, 그 다음에 떨어진 엘다렌의 말에서는 일말의 회한이 묻어나는 듯했다. 무슨 감정으로 말을 하려는 건지 몰라도……. "바로, 자네 같은 드워프가 있었다면, 내가 모든 일을 믿고 맡겼을텐데." 그의 말이 무슨 뜻인지 아티유 선장은 알아듣지 못했다. 나조차도정확하게는 모르겠다. 저건 2백년 전의 일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일까? 어쩌면…… 그가 믿고 나라를 맡겼던 섭정에 대해서? 유리카는 이걸 알까? 나는 고개를 돌려 그녀를 쳐다보았지만, 그녀는 심각하게 이맛살을찌푸린 채 두 사람의 대화를 지켜보고 있을 뿐이었다. "내가 지금까지 부득이하게 숨기던, 나의 영광스런 핏줄을 설명할기회를 갖게 되어, 실제로는 매우 즐겁기조차 하다. 자네가 이 나의말할 즐거움을 누리도록 도와주겠나?" 완곡하게, 당황하지만 말고 내 설명을 들으라는 말이다. 좀더 멀리나가자면 수긍하고 따라오라는 말일 거다. "예, 물론입니다, 선주님." 아티유 선장은 아직까지도 자신의 본분을 전혀 잊지 않고 있었다. "내 이름은 알다시피 엘다렌 히페르 카즈야 그리반센, 5대에 걸쳐드워프 족의 왕을 배출한 집안의 마지막 후손이다. 당연히, 나도 한때 이 영광스런 종족을 다스린 국왕이었다." 이때야말로 아티유 선장은 아까의 두 배는 놀란 듯했다. '왕'이라는 말이 그에게 준 충격은 대단했던 모양이었다. 더욱 놀라운 일은그 다음에 일어났다. 그는 즉시 의자에서 일어섰고, 엘다렌의 앞에무릎을 꿇으려 했다. 오, 저 한 마디로 엘다렌이 왕이라는 사실을 당장 받아들인단 말야? 나조차도 왕인지 동네 이장인지에 대해 처음엔 의심쩍게 생각했었는데……. 우리 셋의 눈동자가 둥그래진 가운데, 엘다렌은 그런 그의 행동을가벼운 손짓으로 막았다. "그럴 것까진 없다. 어차피 지금은 나라를 잃고 이렇게 떠돌아다니는 처지, 피할 수 없는 불명예를 짊어진 왕이니. 나라를 지키지 못한왕을 왕이라 부를 수 있겠는가? 그러나 그대의 마음은 고맙게 받겠다." 어느 새, 아티유 선장을 지칭하는 말이 '자네'에서 '그대'로 바뀌어 있었다. 빠르기도 하지. 아티유 선장은 무릎을 꿇으려던 것을 멈추었으나, 그가 들어올린얼굴의 눈빛에는 놀랄 만한 경외감이 깃들여 있었다. 그 순간 나는다시 한 번 깨달았다. 호전적이고 계산이 정확한 마브릴 족이 얼마나필요할 때 충성스러울 수 있는가 하는 것을 말이다. 전사 종족인 그들이 배반을 모른다는 말 역시, 허튼 소리는 아니었던 듯했다. 엘다렌은 말을 이었다. "비록 종족은 다르나, 길지는 않은 시간 그대를 보면서 놀라운 천분이란 종족을 가려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느꼈다. 처음 그대를 본 내 눈은 결코 틀리지 않았다는 것이, 지금에 와서 다시 한 번더욱 큰 기쁨으로 느껴지는군. 이 배와 모든 선원들, 그리고 자네에게 주기로 한 돈 따위, 결코 이 종족을 뛰어넘는 신의에 값할 것은못 된다." 어쩌면…… 그의 말은 그냥 치레 말로 하는 것이 아닐 것도 같다. 아니, 드워프 족이라는 자들이 건성 치레 말에는 본래부터 익숙하지않은 자들이어서이기도 하지만, 그의 말에는 확실히 진실이 담겨져있었다. 아티유 선장은 일단 마르텔리조에서 엘다렌을 믿기로 결심한이상, 이후로 그의 말 단 한 마디에도 한 점의 의심조차 품지 않았다. 지금과 같이 이렇듯 결코 믿어지지 않을 상황이 되어서까지 말이다. 정말, 내가 따라할 수 없는 놀라운 미덕이다. "…… 왕을 뵙는 것은 처음이라, 어떤 예의를 갖춰야 하는지 모르는 무지를 용서하십시오." 아아……. 저 말에는 무뚝뚝한 엘다렌이라도 감동하지 않을 수 없었음에 틀림없었다. 그의 바위 같은 얼굴에서 일순, 동요가 일었다. 사람의 진실된 마음이란 이토록 통하는 것일까? "…… 그대는 세르무즈 왕의 국민, 나의 신민은 아니다. 그러나,내 이름과 파하잔을 걸고 그대를 드워프 족의 형제와 같은 자로서 똑같은 대접을 받도록 하겠다. 잠든 파하잔이 다시 살아나고, 드워프들의 왕국이 재건되었을 때, 그대를 내 일행 다음으로 초대할 것을 약속하겠다." +=+=+=+=+=+=+=+=+=+=+=+=+=+=+=+=+=+=+=+=+=+=+=+=+=+=+=+=+=+=+=복귀 축하 메일과 메모 보내주신 분들 모두 감사합니다. 또 게시판에 축하 메시지 남겨주신 분들도 모두 고맙습니다. 그렇게 기뻐해 주시고 기다렸다고 말씀하시니 더욱 열심히 써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엄청난 양의 '힘내세요'를 남겨주신 분.. 그리고 저 때문에 방학숙제를 망치셨다는 모든 분들... 개강에 굴하지 않고 읽으시겠다는분.. 엄청나게 크게 웃는 얼굴과.. 또 우는 얼굴 보내주신 분들.. 모두 정말 감사합니다. 짤막한 메모 남겨주신 분들도 모두요. 그리고 견baby 님, 제가 엔야 씨디를 팔아준 셈이네요. ^^; 엔야한테 가서 커미션이라도 달랠까...^^ (노, 농담이라고요..;)좋은 글쟁이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Luthien, La Noir. 출력이 끝났습니다. [Enter]를 누르십시오. ━━━━━━━━━━━━━━━━━━━━━━━━━━━━━━━━━━━제 목 :◁세월의돌▷7-1.기억의 폭풍 (5)게 시 자 :azit(김이철) 게시번호 :1176게 시 일 :99/09/01 02:11:37 수 정 일 :크 기 :6.2K 조회횟수 :72 『게시판-SF & FANTASY (go SF)』 47098번제 목:◁세월의돌▷ 7-1. 기억의 폭풍 (5)올린이:모래의책(전민희 ) 99/08/31 23:53 읽음:294 관련자료 없음----------------------------------------------------------------------------- +=+=+=+=+=+=+=+=+=+=+=+=+=+=+=+=세월의 돌(Stone of Days)=+=+=+=+=+=+=+=+=+=+=+=+=+=+=+=+ 7장. 제6월 '인도자(Guardian)'1. 기억의 폭풍 (5) 상황은 완전히 달라져 버렸다. 아티유 선장은 감격스럽게 엘다렌의두껍고 털 많은 손등에 키스했고, 그의 신민과 같이 따르겠노라는 맹세를 단 한 마디로, 그러나 다른 사람들의 수십 마디 말보다 더 큰믿음을 담은 한 마디로 말했다. 그가 그 말을 하기 위해 얼마 정도의순간을 망설였을까? 아마, 거의 느낄 수도 없는 짧은 순간이었음에틀림없었다. "나는 그대를 신하로서가 아니라, 우정으로 대하기로 하겠다." 엘다렌은 길게 말하는 사람은 아니었지만, 그도 이 만난 지 결코얼마 되지 않은 사람의 놀랄만한 충직함에는 감동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나중에야 들은 말이었지만, 충직하기로 소문난 드워프 족에도 이 정도의 신념 굳은 사람은 발견하기 힘들다고 했다. 다음에 내 머릿속에 문득 떠오른 것은, 엘다렌이 세르무즈 왕가가과거에 진 빚과 관련하여 그들에게 갖고 있을 증오심이었다. 확실히그는 보통의 마브릴 족에 대해서는 그런 적개심을 넓힐 생각이 없는걸까? "델로헨에는 어떤 일로 가십니까? 지금 곧 항로를 바꾸도록 하겠습니다." 엘다렌은 이 때 그의 신의에 값하는 대답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나와 이 세 친구들은 아주 중요한 임무를 위해 대륙 각지를 돌아다니고 있다. 결코 국경에 종속될 수 없는, 수많은 인명의 존망이 달린 문제이므로 타국이니 적국이니 하는 개념은 그들에게는 아무런 중요성도 없다. 이는 드워프 왕국의 재건에도 연관된 일이다."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그의 말뜻은, 뜻이야 어쨌든 그 말에 따르겠다는 의미다. "고맙다. 그대의 신의에 보답할 날이 있을 것이다." 그 날이 좀더 빠르게 온다면 나도 좋겠다. 우리는 선장실을 물러 나왔다. 선장에게서 문 앞까지 배웅을 받으면서 말이다. 선원들을 설득하는 어려운 일은 아티유 선장이 모두 떠맡겠다고 말해, 우리는 더없이 마음이 편안해지게 되었다. 그러나 무슨 수로 그가 적국의 항구로 간다는 계획을 발표할 수 있을 지는 아직도 미지수였다. "잘 된 건가?" 모두 갈라져 선실로 되돌아가는 도중, 나르디가 고개를 갸웃거리며그렇게 말하는 바람에 나는 선실 문고리를 돌리다 말고 녀석의 얼굴을 다시 쳐다보았다. 나르디와 나는 선실을 같이 썼다. "그럼, 잘 된 것이지 않고. 뭐 잘못된 거라도 있어?" "아, 아냐……. 그런데 뭔가……." 나르디가 말끝을 끌면서 망설이자 내가 도리어 궁금해졌다. "뭔가, 라니?" 결국 그는 자기에게 든 생각을 털어놓았다. 우리는 선실 입구에 선채로 말을 주고받았다. "이상스러운 일이긴 하지만, 왠지 우리가 무사히 델로헨으로 가기는 어려울 것 같은 생각이 든단 말이네." 우리는 곧장 북쪽으로 하루 동안 더 항해했다. 드디어 델로헨으로항로를 바꾸지 않으면 안 되는 순간이 왔다. 아티유 선장은 은밀히키잡이를 불러 날씨 핑계를 대며 북동쪽으로 항로를 잡게 하고는, 다음 날 아침, 선원들에게 사실을 발표할 생각이었다. 하루 동안 바람이 강하게 불어 주어서 우리는 상당히 빠르게 움직여 왔다. 아티유선장은 델로헨까지 이제 2일, 마리뉴는 3일 정도라고 말했다. 그가왜 아직까지 마리뉴에 대한 보고를 하는 건진 모르겠지만, 하여튼 그는 그렇게 말했다. 확실히 날씨는 꽤 나빠져 있었다. 어제 하루 항해하는 동안 밝은햇빛을 본 것이 몇 번 되지 않는다. 여기까지 빠르게 항해하도록 도와 준 강한 바람도 하르마탄에서 불어오는 시즈카의 전조가 아닌가싶어, 아티유 선장은 몇 번이나 뱃전에 서서 날씨를 살피며 불안해했다. 선원들도 다들 긴장한 채로 자기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이미 물결이 거칠어져 있어. 도아 해협과 넓은 바다에서 방향이바뀌어 들어오는 해류가 블로이아이 제도에 부딪치기 시작한 거야. 여기에 시즈카까지 합하면 그야말로 끝장이지." 멜립이 내 곁에 서서 먼 하늘을 바라보며 그렇게 말했다. 그가 바라보고 있는 쪽은 떠나온 아이즈나하 항 쪽이었다. 바닷물이 만을 향해 유입되어 들어오는 것은 그 쪽이었다. 아무 것도 모르는 내 눈으로 보기에도 파도는 확실히 높아져 있었다. 쉴 새 없이 1큐빗, 2큐빗씩 되는 파도가 남쪽에서 몰려와 배에부딪쳤다. 저런 바다 속을 항해해야 하다니, 그제야 나르디가 했던'자네가 바다에 나가 본 일이 있다면 가장 좋은 배가 아니고서는 타려고 하지 않을 것'이라는 말이 실감이 났다. "바다에서 시즈카를 만나 본 일이 있나요?" 내 질문에 멜립은 천천히,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1등 항해사 스트라엘 바로 직속의 선원으로서 항해 경력이 20년 가까이 되는사람이었다. "정말 두려운 경험이다. 인도자 아룬드가 아니라 해도 시즈카는 롱봐르 만을 항해하는 뱃사람들의 가장 큰 공포다. 시즈카가 불어오는것은 대강 잡아서 키티아 아룬드에서 환영주 아룬드까지인데, 인도자아룬드에 비가 많이 내리고 나면 약초 아룬드엔 시즈카가 잘 일어나지 않지. 방랑자 아룬드가 되어 가을비가 내리기 시작하면 그때부터는 시즈카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아마도 하르마탄에 있는 황무지에서 여름 내 뜨거운 열을 받고 나면 이 바람이 만들어지는 모양이야. 자네, 시즈카가 무슨 뜻인지 아나?" "미치광이…… 라는 뜻 아닌가요?" 나는 시즈카가 우리 아버지의 별명이라는 사실을 알아버렸기 때문에, 이 말을 하면서 좀 기분이 껄끄러웠다. "시즈카에는 미치광이나 광인 말고도, 천재라는 의미도 있다." "에…… 그래요?" 천재와 미치광이는 과연 종이 한 장 차이라는 걸까? "그 때문에 더 무섭지. 뱃사람들은 늘 시즈카를 이야기할 때, 놈은정신이 온전치 않아도 천재이기 때문에 우리가 제발 시즈카가 오지않았으면 하는 때를 틀림없이 알아차린다고들 한다. 제발 오늘까지만불지 않았으면, 이 물고기들만 잡고 나서 내일이라면 항구로 들어갈텐데, 이러면 바로 시즈카가 불어온다는 것이지." +=+=+=+=+=+=+=+=+=+=+=+=+=+=+=+=+=+=+=+=+=+=+=+=+=+=+=+=+=+=+=갑자기 달라붙어 글을 쓰려니 왜 이렇게 허리가 아픈 건지 모르겠습니다. ^^;개강, 개학 하시는 분들 모두 새 학기 시작이 잘 되었으면 좋겠네요. (방학 숙제로 고생하시는 분들이 너무 많은 것 같네요... 요즘방학 숙제가 그렇게 많은가요?)비가 오더군요. 비오는 얘기 쓰고 있는데... ^^Luthien, La Noir. 출력이 끝났습니다. [Enter]를 누르십시오. ━━━━━━━━━━━━━━━━━━━━━━━━━━━━━━━━━━━제 목 :◁세월의돌▷7-1.기억의 폭풍 (6)게 시 자 :azit(김이철) 게시번호 :1177게 시 일 :99/09/01 02:11:58 수 정 일 :크 기 :7.4K 조회횟수 :78 『게시판-SF & FANTASY (go SF)』 47099번제 목:◁세월의돌▷ 7-1. 기억의 폭풍 (6)올린이:모래의책(전민희 ) 99/08/31 23:54 읽음:297 관련자료 없음----------------------------------------------------------------------------- +=+=+=+=+=+=+=+=+=+=+=+=+=+=+=+=세월의 돌(Stone of Days)=+=+=+=+=+=+=+=+=+=+=+=+=+=+=+=+ 7장. 제6월 '인도자(Guardian)'1. 기억의 폭풍 (6) 문득, 온 몸이 오싹해지는 듯한 느낌을 나는 받았다. 캄캄해져 아무 것도 보이지 않게 된 검은 물위를 배는 나는 듯 달리고 있다. 이 바람도 어쩌면 시즈카의 전조일까? 미치광이 천재, 우리가 제발 이틀 동안만 시즈카가 불어오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을 분명히 알고 있을까? 중앙마스트와 앞마스트에 달린 사각돛 네 장은 똑바로 불어오는 강한 바람에 찢어지도록 부풀어 있었다. 내 눈에는 그 돛들이 바람을견디다 못해 푸들푸들 떨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멜립은 한숨을 쉬고, 하늘을 한 번 바라보더니 말했다. "그만 들어가라, 바람이 거세다." "멜립은요?" "나는 오늘 밤 여기서 바다나 좀 살펴야겠다. 오늘 당직이 모두 젊은 놈들 뿐이라 걱정이 된다. 이런 때는 전조가 보이는 한 순간을 놓치면 일이 얼마가 커질 지 모르게 되는데, 한시라도 기미를 빨리 알아채는 것은 역시 늙은 놈이라야지."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선실로 내려갔다. 아무 경험 없는 내가 옆에 있어 봐야 주의만 흩트릴 뿐, 그에게 도움될 것이 없었다. 그는고참 선원으로서 책임감을 가지고 바다를 지킬 것이다. 침대에 드러누웠으나 잠이 오질 않았다. 천장에 달아 놓은 램프가 삐걱삐걱 좌우로 그네를 탄다. 이제 미묘한 흔들림 따위를 느끼고 있을 정도는 아니다. 배는 확실히 무서울정도로 빠르게 달리고 있었고, 그만큼 안팎으로 오는 진동도 심해져있었다. 강을 따라 내려오던 때와는 확실히 다르다. 물론 아무 것도 예측할수 없다는 넓은 바다도 아닌, 여기는 롱봐르 만 안쪽의 그래도 알려진 바다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겨우 조그마한 나뭇조각에 생명을 지탱한 채 불안하게 떠가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이렇게안심하고 잠을 자도 좋은 걸까? 편안하게 잠든다는 것 자체가 무모한일 아닐까? 몇 번이고 깼다가 잠들었다를 반복하다가, 나는 문득 눈을 번쩍 떴다. 시간은? 고개를 재빨리 돌려 창 밖을 바라보았다. 아직 캄캄하다. 날이 밝으려면 꽤 많이 남은 것처럼 보였다. 천장에는 내가 생각에 잠겨 있다가 무심코 잠들면서 끄지 않은 램프가 아직도 흔들흔들움직이고 있었다. 무엇에 놀란 걸까, 내 심장 박동 소리가 배가 삐걱이는 소리보다더 크게 들렸다. 몇 시간이나 잠들었던 걸까? 가만히 침대에 누운 채 숨을 크게 들이쉬고, 내쉬었다. 저 램프가좌우로 움직이는 속도에 맞춰 가만히 심장 박동을 조절해보려 했다. 안정이 되면 다시 잠을 청해볼 심산이었다. 그런데…… 나는 잠시만에 이상한 사실을 깨달았다. 점차로 안정되어 느려지는 내 호흡에도 불구하고, 도저히 램프와는 속도가 맞춰지지를 않는다. 그러니까…… 이상하게도 램프의 움직임이 이제 내 호흡보다 더 빨라져 있었다. 왜…… 저렇게……! 다음 순간, 나는 더 생각할 것도 없이 침대를 박차고 일어났다. 검 하나만 달랑 집어들고 당장 선실 밖으로 뛰쳐나왔다. 사다리를타고 갑판으로 달려나갔다. 몇 시지? 왜 이렇게 배가 심하게 흔들리고 있지? 갑판에는 인기척이 없었다. 멜립은? 당직 선원들은 어디로 갔지? 새벽 물안개가 가득한 가운데 칸델라 몇 개만 켜진 갑판은 괴괴하리 만치 조용했다. 나는 입을 열어 목청껏 불렀다. "멜립!" 내가 자리를 떠나기 전에 그가 서 있던 고물 쪽으로 단숨에 달려갔다. 안개 때문에 흐릿하고 어둡긴 해도 불이 전혀 없진 않은데, 이상하게 멜립의 모습이 눈에 띄지 않는다. 잠자러 들어갔나? 나는 고개를 들고 장루를 올려다보았다. 누가 있는지 없는지 도저히 알아볼 수가 없다. 그렇지만 망보는 선원이 저 말고도 또 있을 텐데? 보통 세 명은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누구 없어요!" 파도 소리가 꽤 거세다. 내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걸까? 만약, 아무도 없다면? 뭔가 싸늘한 것이 내 등골을 타고 내려가는 것이 느껴졌다. "멜……." 다시 한 번 외치려다가 나는 문득 고함을 중지했다. 만약 이들에게무슨 일이 생긴 거라면, 나라고 안전할 리가 없다. 천천히, 발소리를 죽여 우현 뱃전으로 다가갔다. "……." 심장이 다시 빠르게 두근두근, 뛰는 것이 느껴졌다. 무언가 있다. 키잡이라도 깨어 있어야 했는데, 이렇게 정신없이 흔들리는 배 안에서 항로를 보는 사람이 한 명도 없다니, 도저히 말이 되지 않는다. 바람은 이상하게 잦아들어 있었다. 차가운 공기가 몸 구석구석을 파고들었다. 계절로 보아 비가 오는것만 아니라면 결코 추울 때가 아닌데도, 텅 빈 바다 가운데 홀로 깨어 있는 듯한 느낌, 아래로도 위로도 끝없는 푸르스름한 허공만이 가득했다. 어두운 가운데 안개만 천천히 움직이고 있었다. 걷고 있는 귓가로서늘한 공기가 흐른다. 나는 뱃전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거기에서 어렴풋한 회색 그림자를 보았다. 아주 커다란…… 순식간에 다가와 있는 거대하고 흐릿한 윤곽……! "……!" 나는 몇 걸음 뒤로 물러났다, 아니, 재빨리 그 자리에서 뱃전 아래로 수그렸다. 어둠 속에서 도저히 무언지 알아보기 어려운 형체, 그러나 너무도가까이 다가와 결코 잘못 볼 수 없었던 내 눈이 확인한 그것. 그것은 배였다. "하……." 항해 중에 아무리 안개가 끼어 있다고 해도 저렇게 두 배가 가까워질 이유는 없다. 이유는커녕, 이건 배를 조심스럽게 조정하지 않는이상 굉장히 위험한 일이다. 더구나 이상스럽게도 상대편 배는 전혀불을 밝히지 않고 있다. 일부러…… 눈에 띄지 않으려는 것처럼. 마치 위장술을 써서 가만히 숨어들려는 것처럼……. 눈에 띄지 않아? 일부러 숨어? 그 순간, 머릿속에 퍼뜩 떠오르는 한 배가 있었다. 사람들을 깨워야 했다. 당직 선원들의 행방도 찾아야 했다. 그러나, 그 모든 일보다 먼저 내 귀가 포착한 움직임이 있었다. 내 뒤에서, 파도 소리 사이에 숨어 조용조용히 다가오고 있는 두개의 발자국 소리. "… 후읍……."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 힐트를 쥔 손에 힘을 주었다. 몸을 낮추고,단숨에 돌아설 수 있도록 두 다리를 한껏 긴장시켰다. 검을 똑바로들고 있기 위해 정신을 바짝 집중했다. 이제 셋, 둘, 한 걸음……. 휘익-나는 검을 가로로 잡은 채, 그대로 다리를 축으로 삼아 뒤로 빙그르르 한 바퀴 돌았다. 그리고, 돌던 힘 그대로 내 앞에 다가선 뭔지모를 물체를 베어 들어갔다. "!" 그 순간, 내 눈앞에 무언가 모를 붉은 불꽃이 튀었다. 타닷! 내 눈에 그게 뭔지 제대로 보이기도 전에, 나는 이미 한 사람의 다리를 향해 검을 휘두르고 있었고, 그것은 그대로 똑바로 맞아 들어갔다. 내 팔에 주었던 힘보다, 어쩐지 그것은 이상스러울 만큼 가볍게가로막는 것을 자르고 들어갔다. "허, 커억……." 단번에 잘라 버렸다. 쿵, 하고 커다란 몸집이 맥없이 무너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런데내 손에 가해진 충격은 그리 크지가 않다. 오히려 한 번 더 휘두를수 있을 정도다. 그리고, 그 다음 다른 한 사람이 내 앞으로 달려들어 왔다. 내 검이 빙글, 허공에서 무지개를 그렸다. "큭……." 그리고 다음 사내 또한 가슴 가운데 커다란 상처를 입고는 바닥에나뒹굴었다. 나는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기 위해 잠시 검을 든 채로그 자리를 망연히 바라보고 서 있었다. 내가 놀란 것은 결코 갑자기 누군가 나를 습격하려 했다거나, 두사람을 내가 한꺼번에 해치웠다거나 하는 점이 아니다. 내가 놀랐던것은……. 내 검에서 불꽃이 튀었어! +=+=+=+=+=+=+=+=+=+=+=+=+=+=+=+=+=+=+=+=+=+=+=+=+=+=+=+=+=+=+=아, 어제 제가 go fan에서 찾아보시라고 했던 글 말이에요. 제가검색어를 잘못 썼어요(이야기 제목을 글 제목에 안 썼더군요). lt 11월 해보시면 제가 쓴 글이 딱 하나 있습니다. 맨 위에 있어요. 찾아보셨는데 없었다고 독자분들이 알려주셨어요. 죄송합니다. ^^;Luthien, La Noir. 출력이 끝났습니다. [Enter]를 누르십시오. ━━━━━━━━━━━━━━━━━━━━━━━━━━━━━━━━━━━제 목 :◁세월의돌▷7-1.기억의 폭풍 (7)게 시 자 :azit(김이철) 게시번호 :1178게 시 일 :99/09/02 05:01:37 수 정 일 :크 기 :6.3K 조회횟수 :67 『게시판-SF & FANTASY (go SF)』 47179번제 목:◁세월의돌▷ 7-1. 기억의 폭풍 (7)올린이:모래의책(전민희 ) 99/09/01 20:35 읽음:590 관련자료 없음----------------------------------------------------------------------------- +=+=+=+=+=+=+=+=+=+=+=+=+=+=+=+=세월의 돌(Stone of Days)=+=+=+=+=+=+=+=+=+=+=+=+=+=+=+=+ 7장. 제6월 '인도자(Guardian)'1. 기억의 폭풍 (7) 비록 길지 않은 순간이었지만, 분명히 두 사람을 벨 때 모두 짧게나마 불꽃이 튀어 오르는 것을 나는 정확히 보았다. 다시 사라져 버렸고, 크지도 않았지만, 분명, 분명……. 오래 놀라고 있을 때는 아니었다. 나는 쓰러진 둘 중 의식이 있는쪽의 멱살을 움켜쥐어 올렸다. 그런데 움켜쥔 옷자락이 물에 빠졌다가 끌어낸 것처럼 흠뻑 젖어 있었다. "누구냐!" "……." 의식이 있어 보였다는 것은 내 착각이었나. 상대방은 전혀 대꾸가없었다. 이렇게 되면 다른 사람들을 깨우는 것이 급선무다. 쓰러진 침입자들을 내버려두고 나는 선장이 자는 선실로 급히 달렸다. 갑판 가운데타닥이는 내 발소리가 유난히 크게 울린다. 그리고 드디어 선실 앞에이르러 문고리를 잡고 집어 당기려는 순간……. 쿠콰콰콰쾅!!! 나는 휘청거리며 그 자리에 쓰러질 뻔했다. 배 전체가 엄청난 충격으로 뒤흔들렸다. 무언가에 세게 부딪친 것처럼, 갑판이 옆으로 심하게 기울어지고, 바닥에 놓여 있던 물건들이아무렇게나 부딪치며 한쪽으로 굴렀다. 내 몸도 미처 중심을 잡기도전에 한쪽 벽에 가 처박혀 버렸다. "크윽……!" 예상 못한 충격으로 거의 정신이 하나도 없었지만 그래도 간신히비척대며 일어나 문고리를 잡아당기려 했다. 그러나 그보다 먼저, 문이 떨어져나갈 듯이 열어제쳐지고, 낮에 보던 것과 똑같은 차림의 아티유 선장이 뛰어나왔다. "무슨 일이지!" 그는 내가 앞에 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놀라 손을 내밀었다. 이제몸을 추스를 정도는 되었기에, 최대한 빨리 상황을 설명했다. "침입자가 있습니다! 배 옆에 낯선 배가 하나 붙여져 있어요! 망보던 선원들이 모두 당한 것 같습니다! 제가 둘을 해치웠지만 곧 나머지들도 넘어올 겁니다, 서둘러야 해요!" 내 설명을 듣는 선장의 손이 부들부들 떨린다. 그는 재빨리 다시선실로 뛰어들어가 자신의 검을 집어들고 나왔다. 그가 검을 잡은 것을 보는 것은 처음이다. 그의 얼굴에 긴장감이 역력했다. "어서, 선주님과 선원들을 깨워 주겠나! 이미 거의 다 일어났겠지만 상황을 좀 설명해 주게! 모두 갑판에 집합이다! 나는 항해사들을데리러 가겠다!" "그럽시다!" 몸을 돌리려는 순간, 바로 가장 안쪽의 문이 거칠게 열렸다. 그 선실은 잘 알고 있다. 뛰어나온 것은 유리카였다. "무슨 일이 생겼나요?!" 일은 순식간에 이루어졌다. 엘다렌과 나르디는 내가 찾으러 갈 필요조차 없었다. 갑판 여기 저기에서 흩어져 자는 선원들을 집합시키기 위해, 나는 궁리 끝에 가장 좋은 방법을 선택했다. 가장 커다란횃불대를 찾아내어 몇 번의 시도 끝에 그것을 뽑아냈다. 그리고는 유리카의 도움을 받아 기름을 부어넣고 램프를 이용해서 불을 당겼다. 갑판 한가운데, 횃불이 커다랗게 밝혀졌다. "뭐야, 무슨 일이야?" "해적인가?" 이미 처음의 충격으로 갑판 위를 굴렀기 때문에 깨어나 있던 선원들이 순식간에 횃불을 보고 갑판으로 몰려나왔다. 비록 완전한 준비를 한 상태는 아니더라도, 선원 대부분이 집합되는 데에는 그다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러나, 적들도 그만큼 빨랐다. "모두 검을 잡아라!" 그 사이 1등 항해사 스트라엘, 2등 항해사 바스케스, 3등 항해사피논을 거느리고 나타난 아티유 선장이 커다란 목소리로 명령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는 상갑판 위에 올라서 검을 뽑아들고 있었다. "적이다! 모두 정신 차려라!" 1등 항해사 스트라엘은 대단히 냉정하고 영리한 사람이다. 그는 빨리 정리가 될 것 같지 않자 상갑판 위에서 펄쩍 뛰어내리더니, 아직도 우왕좌왕하고 있는 선원들 가운데로 달려들어가 몇 명인가를 잡아흔들고, 발로 무릎을 걷어찼다. 그리고 고참 선원들을 붙잡고 휘하의선원들을 지휘하라고 소리질렀다. "제 정신도 못 차리고 당했다는 소리를 듣고 싶나!" 엘다렌과 나르디는 어디에 있을까? 나는 유리카의 손을 잡은 채, 자세를 낮추며 낯선 배가 다가온 쪽을 주시했다. 상황을 보건대 앞머리로 배를 들이받은 것이 틀림없어보인다. 그 다음은? 다시 들이받을 생각일까? 내 생각은 완전히 틀렸다. 급히 횃불이 몇 개 더 밝혀지긴 했지만 아직도 주변은 어두웠는데,갑자기 눈을 찌를 듯한 광채가 바다 가운데 불쑥 솟아오른다. 황급히팔을 들어 눈을 가리다가 다시 살펴보니, 그것은 상대방 배에서 밝힌횃불이었다. 하나가 아니다. 배 전체에서 몇십 개의 횃불이 같은 순간, 약속이나 한 것처럼 동시에 밝혀졌다. 그리고 그 빛과 함께 완전 무장을 갖추고 정렬한 육십여 명에 가까운 병사들이 똑바로 우리를 노려보고있는 것이 보였다. 확실히 그것은 두려운 광경이었다. "흐엑!" "저, 저건 뭐야!?" 스트라엘의 노력으로 거의 상황 수습이 되어 가던 선원들은 갑자기눈치채지도 못하는 사이에 나타난, 그것도 우현 바로 옆에 붙다시피대어져 있는 배를 보고는 숨이 넘어갈 것처럼 놀랐다. 그리고 수십개 밝혀진 횃불 가운데 똑바로 선 그들은, 갑자기 바다 가운데서 솟아오른 유령처럼 보였다. 그리고, 그들은 우리에게 구경거리만 제공하고 있지는 않았다. "던져라!" 뭘……? 그러나 날카로운 고함소리 다음으로, 수십 개인지 숫자를 모를 밧줄 달린 갈고리들이 한꺼번에 이쪽 뱃전으로 던져진다. 육중한 쇠갈고리들이 뱃전을 긁는 소리가 어둠 속에서 유난히 섬뜩하게 들렸다. 아직도 해수를 따라 흐르고 있는 두 개의 배는 물위의 성처럼 완전히연결되었다. 이, 이런 것이 해적들의 방식이라는 건가? "다리를 놓아라!" 저쪽 뱃전에 대기하고 있던 몇 명인가의 선원들이 커다란 널빤지를들어 이쪽 뱃전에 걸쳐놓는다. 엄청난 널빤지다. 저쪽으로는 쇠사슬로 연결되어 있고, 이쪽 뱃전으로는 큼직한 쇠갈고리가 달려 있다. 그 갈고리가 우리 뱃전을 억세게 움켜잡았다. 하나가 아니다. 똑같은널빤지 하나가 같은 방법으로 요란한 소리를 내며 뱃전으로 떨어져내렸다. 이상하게도 높은 물결에도 불구하고 두 배는 크게 움직여 떨어지지않았다. 그리고, 그 다음에는……. "가라!" +=+=+=+=+=+=+=+=+=+=+=+=+=+=+=+=+=+=+=+=+=+=+=+=+=+=+=+=+=+=+=오늘은 약간 온도가 높은 것 같았어요. 뭐, 그래도 한참 더웠던 때에 비하면... ^^추천해주신 분, 고마워요. 앞으로도 재미있게 읽으세요-여전히 복귀 축하 메시지 보내주시는 분들, 모두 감사합니다. ^^(굉장히 오랜만에 편지 보내주시는 분들도 있고..^^)Luthien, La Noir. 출력이 끝났습니다. [Enter]를 누르십시오. ━━━━━━━━━━━━━━━━━━━━━━━━━━━━━━━━━━━제 목 :◁세월의돌▷7-1.기억의 폭풍 (8)게 시 자 :azit(김이철) 게시번호 :1179게 시 일 :99/09/02 05:01:58 수 정 일 :크 기 :6.2K 조회횟수 :66 『게시판-SF & FANTASY (go SF)』 47180번제 목:◁세월의돌▷ 7-1. 기억의 폭풍 (8)올린이:모래의책(전민희 ) 99/09/01 20:36 읽음:564 관련자료 없음----------------------------------------------------------------------------- +=+=+=+=+=+=+=+=+=+=+=+=+=+=+=+=세월의 돌(Stone of Days)=+=+=+=+=+=+=+=+=+=+=+=+=+=+=+=+ 7장. 제6월 '인도자(Guardian)'1. 기억의 폭풍 (8) 그리고, 병사들은 순식간에 자기가 서 있던 자리에서 뛰어내리더니널빤지 다리를 향해 달려들었다. "어어억!" 우리 선원들 가운데서는 검을 뽑아든 자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어떻게 해야 할 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두려운 눈으로 그들을 바라보며뒤로 우르르 물러섰다. 싸움을 시작해 보기도 전에 우리는 이미 압도적으로 불리해 있었다. 첫 번째, 두 명의 병사가 널빤지로 올랐다. 건너오는 것은 순식간이다. 몇 걸음 되지도 않는다. 이대로는 불리해, 전세를 뒤집지 않으면……." "파비안, 가자!" 유리카도 나하고 똑같은 생각을 했음에 틀림없었다. 동시에 첫 번째 널빤지 양쪽으로 한달음에 뛰었다. 맨 첫 번째로건너오는 적은 몸이 빠른 그녀 차지였다. 순식간에 날카로운 검광이허공을 그었다. "하앗!" 튼튼한 브레스트 아머(Breast Armor)를 피해 예리한 검끝으로 턱아래를 찔렀다. 목에서 붉은 피가 물줄기처럼 하늘로 솟았다. 그녀가다시 검을 거두어 꽂는 데는 눈꺼풀 몇 번 깜박거릴 시간도 필요하지않았다. 나라고 질 순 없지! "어딜!" 반대쪽 널빤지로 올라선 병사를 향해 아래에서부터 힘껏 검을 올려쳤다. 놈이 높은 곳에 있으니 택한 방법이다. 내 검은 엄청난 타력으로 놈의 턱을 부쉈다. "……." 이상하게도 놈들은 비명을 지르지 않았다. 둘 다 푹 고꾸라지더니거의 비슷한 동작으로 비척거리며 갑판 아래쪽으로 떨어졌다. 우리편의 당황하고 있던 선원들 가운데에서 가벼운 환성이 일었다. 동시에건너오던 쪽에서는 잠깐, 주춤했다. 이 틈을 타지 않으면 그야말로 바보지! "네놈들이 누구든, 건너오는 자는 모조리 이 모양이 될 거다!" 나는 최대한 목소리를 높여 소리를 질렀다. 소리를 지르면서도 나는 저들이 누굴까에 대한 추리를 그치지 않고 있었다. 이상하게 알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러나 그들이 왜? 내 목소리를 알아들은 것은 적만이 아니었다. "거기 있었군!" 어디에 있었는지, 나르디가 순식간에 검을 뽑아들고 내 옆으로 달려와 섰다. 엘다렌은? 고개를 돌려보니, 아티유 선장과 함께 있는 것이 보인다. "적은 별 것 아니다! 모두 무기를 잡아라!" 아티유 선장이 침착한 목소리로 소리를 지르자, 선원들이 분분히무기를 꺼내고, 또는 어디선가 찾아내어 들었다. 널빤지를 향해 여럿이 우르르 달려들어 나와 유리카, 나르디는 마치 한편에게 포위 당한것 같은 모양새가 되었다. 바스케스와 피논이 자기 직속의 선원들 중심으로 갑판 가운데 그들을 모아들였다. 부대라고 하기엔 좀 뭐하지만, 하여간 두 개의 부대가 갑작스럽게 생겨났다. 선원들은 그제야 전투 비슷한 것을 할 정도로 정신을 차리고 자신의 몸을 지키기 위해 긴장했다. 그러나, 적은 완전 무장한 병사, 항해가 아니라 전투를 위해 배를탄 자들이다. 저편에서 다시 웅성거림과 함께 커다란 외침이 일었다. "뭘 하고 있지? 상대는 겨우 선원일 뿐이다! 어서 공격해라!" 어딘가 모르게 익숙한 고함소리…… 라고 생각하는 동안, 이번에는감히 하나씩 막을 수 없을 정도의 병력이 한꺼번에 이리로 건너오기시작했다. 이제는 별 수 없다. 널빤지에 가까이 섰던 우리는 뒤로 몇발짝 물러섰고, 선원들은 건너오는 자들을 중심으로 커다란 초승달모양의 반원을 그렸다. 내 옆에서 유리카가 나지막이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저들은 해적이 아냐. 정규 병력과 같은 장비를 갖추고 있어. 목적이 있어 만든 전선, 군함이야. 어느 나라엔가 속해 있는 군인들." "그런데…… 왜 우리를?" "내가 그걸 안다면…… 에잇!" 더 이야기하고 있을 틈이 없었다. 나도 당장 앞에서 달려드는 적을맞아 싸워야 했다. 우리가 만든 반원은 순식간에 흐트러졌다. 선원들은 제대로 훈련된군인의 적수가 못 되었다. 제대로 싸우고 있는 것은 열 중 다섯도 채되지 않았다. 벌써 몇 명인가의 선원들이 피를 뿜고 갑판 위로 쓰러졌다. 내 머릿속은 싸늘한 기운으로 차갑게 얼어붙는 중이다. 이건 아닌데, 왜 저들이 여기에서 피를 흘려야 하지? 우리를 데려다주기 위해즐거운 마음으로 고용된 그들이? 아직 반원 형태가 완전히 무너지기 전에 스트라엘이 이끄는 새로운선원들이 다시 반원을 보강했다. 스트라엘 휘하의 선원들은 몸집도크거니와 선원들 가운데서도 가장 용감하게 검을 휘둘러 들어갔다. 처음 아티유 선장과 함께 와서 우리에게 가장 먼저 고용되었던 선원들이다. 그들의 움직임은 다른 선원들에 비하면 마치 특수부대원 같아 보였다. 그러나, 그들도 역시 선원이었지 전사는 아니었다. "도대체…… 왜……!" 내 앞으로 달려드는 병사 하나를 단숨에 베어 던졌다. 주위에 사람들이 있어서 검을 휘두르는 반경이 넓지 못하다. 나는 큰 소리로 외쳤다. "모두, 내 곁에서 비켜서요!" 손바닥이 아플 정도로 힐트를 꽉 움켜잡았다. 내 머릿속에 있는 한기억에 정신을 집중했다. 검을 오른쪽 위로 높이 올렸다. 그리고 단숨에 아래로 넓게 베듯이 밀고 들어갔다. 마음속에서는 외치고 있었다. 지금, 지금이 아니라면 언제 된다는거지? 머릿속이 뜨거워! "하아아!" 내 검에 닿아오는 것들, 모조리 휩쓸어 버릴 듯이 검을 위로 꺾으며 밀어쳐 올라갔다. 두 사람의 허벅지를 찢고 튀어오르는 피, 또다른 사람의 무기를 든 팔 하나가 거칠 것 없이 잘라져 나갔다. 갑판에스며드는 피, 내 눈뿐 아니라, 다른 사람의 눈에도 붉은 불꽃의 잔상이 뚜렷이 보였다. "조심해!" 내 뒤에서 누구인가의 외침과 함께 뭔가가 내 다리를 걸어 넘어뜨리려는 것처럼 발 아래로 미끄러져온다. 넘어질 뻔한 것을 간신히 중심을 잡았다. 내가 벤 자들은 모두 비틀거리며 양쪽으로 물러났고,내게 달려든 자를 막은 것은 나르디였다. "타츠!" 그의 검이 갑판에 내리 꽂힌다, 상대방의 어깨와 함께. 약간 틈을 얻어 주위를 둘러보았다. 군데군데 켜진 횃불로 온통 불빛이 휘황하다. 갑판 곳곳에서 검의 대결, 또는 육박전이 벌어지고있다. 다들 누가 누구인지 알아보는 것조차 힘들었다. 적이 누구인지구별하는 것도 순전히 그들이 어깨가리개나 갑옷을 걸쳤기 때문이었다. 아티유 선장은, 엘다렌은? +=+=+=+=+=+=+=+=+=+=+=+=+=+=+=+=+=+=+=+=+=+=+=+=+=+=+=+=+=+=+=아티유 선장이라는 인물, 어떻습니까? Luthien, La Noir. 출력이 끝났습니다. [Enter]를 누르십시오. ━━━━━━━━━━━━━━━━━━━━━━━━━━━━━━━━━━━제 목 :◁세월의돌▷7-1.기억의 폭풍 (9)게 시 자 :azit(김이철) 게시번호 :1180게 시 일 :99/09/02 05:02:25 수 정 일 :크 기 :6.4K 조회횟수 :78 『게시판-SF & FANTASY (go SF)』 47181번제 목:◁세월의돌▷ 7-1. 기억의 폭풍 (9)올린이:모래의책(전민희 ) 99/09/01 20:36 읽음:581 관련자료 없음----------------------------------------------------------------------------- +=+=+=+=+=+=+=+=+=+=+=+=+=+=+=+=세월의 돌(Stone of Days)=+=+=+=+=+=+=+=+=+=+=+=+=+=+=+=+ 7장. 제6월 '인도자(Guardian)'1. 기억의 폭풍 (9) 그러나 싸움에 휩쓸려 유리카조차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게 되어버렸다. 이제 저쪽 배에서는 30명도 넘는 인원이 넘어온 듯했다. 그리고 그들 가운데에는 좀더 높은 신분인 듯한, 상당히 훌륭한 무장을갖춘 자들이 섞여 있었다. 누구지? 누구야? "비켜!" 내 손에 검이 언제부터 이렇게 가벼워졌을까. 한 바퀴 휘두름과 동시에 순식간에 눈앞의 적의 투구를 부수고 동시에 상대의 어깨 대를우그러뜨렸다. 배 아래쪽으로 찔러 들어오는 칼은 발을 올려 걷어차버렸다. 뒤로 펄쩍 뛰어 물러나면서, 검을 든 손은 왼쪽으로 다시 반원을 그었다. 갑판 아래쪽으로 휩쓸면서 한 사내의 다리 안쪽을 긋고, 한 놈의 무릎을 부숴 놓았다. 힘이 완전히 가시지 않은 검은 갑판 표면에까지 가 박혔다. 푸웃, 피보라가 주위에 가득하다. 다시 잡아 올려 휘두른 검이 한 병사가 든 긴 창에 부딪쳐 튄다. 아직도 칼레시아드를 조절하는 힘은 까마득하구나. 생각하고 있을 겨를이 없어 일단 검을 뺐다가 양손에 힘을 주어 단번에 사선으로 내리쳐 버렸다. 동시에 놈의 발목도 함께 부러져 너덜거렸다. "모두…… 어디에 있지!" 이제 병사들은 갑판에 천지다. 정신을 추스르고 누군가를 찾을 틈이 없었다. 좌우로 검을 정신없이 휘둘러 대며 사람들을 가까이 오지못하게 했다. 그런 다음, 몸을 돌려 단숨에 상갑판 위로 뛰어 올라섰다. "우아아!" 적은 거기에도 있다. 몸을 수그려 단숨에 허리를 향해 검을 밀어넣었다. 놈이 채 물러나기도 전에, 악마처럼 내 검이 살 속으로 단번에파고들었다. 피가 튀는 모양은 언제 보아도 즐겁지 않아. 그러고 나서, 나는 갑판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하아……."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좀전까지 고요히 항해하던 배의 갑판이라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모습이었다. 수십 명이 온 천지에 피를 뿌리며 뒤엉켜 있다. 쓰러진 자가 몇인지, 아군과 적군 가운데 누가 우세한 상태인지 아무 것도 가려낼 수가 없었다. 갈고리와 밧줄, 쇠사슬 등으로 인해 배는 거의 멈춰져 있었다. 이상하게도 바람이 자고 있었고, 그 때문에 두 배의 연결은 아직도 튼튼했다. 저만치 수평선에선 해가 뜨려 하고 있었다. 희미하게 붉어진 하늘이 눈에 들어온다. "하앗!" 다시 상갑판 위로 뛰어올라오는 적을 유리한 위치를 이용해 단숨에투구를 날려버리고, 다음으로 목까지 베어버릴 뻔한 것을 간신히 손을 멈췄다. 이런 순간이면 검이 마음대로 움직여 사람을 단숨에, 한번의 베기로 죽여버릴 것 같은 이상한 착각에 사로잡힌다. 내 스스로도 깜짝 놀랄 만큼 그 순간이 가까이 다가왔을 때면 억지로 숨을 조절해서라도 충동을 제어하곤 한다. 다시 다가오는 적의 머리를 다리를 들어 힘껏 멀찍이 걷어차 버리자, 계속해서 거대한 검을 휘둘러 주위를 난폭하게 베어 넘기고 있는내게 감히 병사들은 함부로 덤벼들 생각을 하지 못했다. "유리! 나르디! 어디 있어? 엘다렌, 어디 있어요?!" 이런 대규모 전투의 상황에 동료들이 흩어져버린다는 것이 얼마나두려운 일인지 나는 처음으로 깨닫고 있었다. 누구 하나라도, 다치거나 혹…… 아, 아니야, 다들 그럴 리가 없어! 주아니가 엘다렌과 함께 있는 것이 오히려 다행인 걸까? "다가오지 마!" 자세를 낮춰 상갑판의 올라오는 쪽을 향해 검을 휩쓸어 내듯이 휘둘렀다. 그러면서도 눈은 끊임없이 난장판 한가운데 아는 얼굴들을찾는다. 가슴속을 짓누르는 걱정으로 호흡 조절이 힘들었다. 그러나그러면 그럴수록 검을 휘두르는 손에는 더욱 힘이 들어갔다. 길다란 창이 위쪽으로 비스듬히 찔러져 온다. 한 발짝 뒤로 비켰다. 그런 다음 뛰어내릴 듯이 앞으로 달려들어 상대방의 투구를 한칼에 꿰뚫어 버렸다. 앞으로 기울어지는 어깨를 다시 왼쪽 발로 걷어차던졌다. 그 반동으로 간신히 상갑판 끝에서 떨어지기 직전 아슬아슬하게 휘청거리면서 멈췄다. 에제키엘의 부츠, 그것이 놀랄 만큼 가볍기 때문에 할 수 있는 행동이다. 계단으로 뛰어오르려는 자가 있다. 자세를 간신히 틀어서 검을 힘껏 찔러 들어갔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 병사는 걸음을 주춤함으로써내 검을 피했다. 그리고는 다시 두 걸음, 단숨에 계단을 뛰어올라왔다. "……!" 병사가 아니다. 가슴 한가운데 잘 보이지는 않지만 어떤 문장이 새겨져 있고 투구 끝에 휘날리는 휘장으로 보아 아마도 정식 기사인 듯했다. 그런데 몸집은 그리 크지 않았고, 마치 내 또래 정도의 소년이아닐까 하는 인상을 준다. 투구 때문에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 그와 나는 말없이 검을 겨누었다. 빨리 처리해야 한다. 다른 자들이 금방 다시 뛰어올라온다. "하압!" 내 검이 바깥쪽으로 반원을 그리면서 먼저 밀고 들어갔다. 놈의 왼쪽 다리가 번쩍 들리면서 앞으로 내밀어지고, 그와 함께 날카로운 세이버가 내 머리를 향해 직선으로 사납게 달려든다. "흡!" 몸을 기울인 그대로 오른쪽으로 머리를 피했다. 순식간에 둘은 자리를 바꿔 반쯤 빙글 돌았다. 내가 바깥쪽, 그가 안쪽이 되었다. "……." 좋은 검이다. 내 머리 옆으로 공기를 스치던 감촉만으로도 충분히날카로운 검이다. 정신을 집중해서 검을 잡았다. 둘은 한동안 도사린채 서로를 노려보고 있었다. 어렴풋한 여명이 하늘 저쪽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와 내가 서 있는상갑판 위로 붉은 새벽빛이 조금씩 물들어온다. 흰 술이 달린 투구와팔에 가려져 보이지 않는 가슴의 휘장, 그리고 나는 거대한 검 하나만을 잡은 채 피에 물든 체인 브레스트 아머 하나만을 걸치고 그와대치하고 있다. 흰 술이 바람에 날린다. 북쪽으로, 먼 하늘을 바라는 깃털과도 같이. "덤벼!" 그리고, 말없는 젊은 기사는 나를 향해 곧바로 검을 찔러 들어왔다. "차!" 검을 아래에서부터 올려치면서 재빠른 검을 걷어냈다. 놈의 검은세이버, 충분히 부러뜨릴 수 있다. 압도적인 실력 차가 나는 아버지와 싸우면서도 부러뜨린 일이 있는 검이다. 예상대로 놈은 나보다 힘이 강하지 못했다. 첫 번째 공격이 차단당하자, 놈은 도저히 무슨 소리인지 알아들을 수 없는 괴성 비슷한비명을 질렀다. 마음 속 깊숙한 곳에서 끓어오르는 듯한, 기괴한 목소리에 나는 지옥의 문 앞에라도 선 듯 섬뜩해졌다. 증오, 증오다. 검은 단숨에 빨려들 듯이 밀려들어왔다. "크윽!" +=+=+=+=+=+=+=+=+=+=+=+=+=+=+=+=+=+=+=+=+=+=+=+=+=+=+=+=+=+=+=... 누구인지 아시겠죠? (왠지 많은 사람들의 기대를 어그러뜨리는 듯한...)참, 프로필에 쓴 것은 레르몬토프의 시 중 한 구절입니다. 레르몬토프는 옛 러시아 시인이죠. Luthien, La Noir. 출력이 끝났습니다. [Enter]를 누르십시오. ━━━━━━━━━━━━━━━━━━━━━━━━━━━━━━━━━━━제 목 :◁세월의돌▷영어로 번역된 1-1-2입니... 게 시 자 :azit(김이철) 게시번호 :1181게 시 일 :99/09/02 05:02:59 수 정 일 :크 기 :9.9K 조회횟수 :36 『게시판-SF & FANTASY (go SF)』 47182번제 목:◁세월의돌▷ 영어로 번역된 1-1-2입니다. 올린이:모래의책(전민희 ) 99/09/01 20:36 읽음:440 관련자료 없음-----------------------------------------------------------------------------* 오랜만의 영문판입니다! 번역자(^^) 분께서 제가 글을 못쓰고 있을 때 힘내시라고 보내셨답니다. * 1-1-2, 즉 두 번째 편이에요. 오오... 설마 차례대로 전부.. 는아니겠지만, ^^; 하여튼 여전히 감동적(!)입니다. * 영문판끼리 나중에 붙여 놓고 주루룩 보면 그것도 흥미있을 것같아요. 왠지 외국인도 우리나라 환타지 소설을 좋아할 수 있는가.. 에 대한 실험을 하고 싶어집니다. (그러나 아는 외국인이 없습니다....--;; 혹시 조달 가능한 분은 연락을..^^)* 역시! 재미있게 보세요- +=+=+=+=+=+=+=+=+=+=+=+=+=+=+=+=+=+=+=+=+세월의 돌(Stone of Days)+=+=+=+=+=+=+=+=+=+=+=+=+=+=+=+=+=+=+=+=+ Chapter 1. The 14th Month 'Elder Sage'1. Delivery Service! "Make the way- here comes the best quick service-!" I sled down the hill elated. As the winds passed me withnoises, my face became ache. The word 'Quick Service' I made it,but in this town it became a usual words. Especially for clerks. But I was always far ahead of them. Whiiieeeeee- Chaaa- Chzzzzz-!! What I am riding was a long, oiled board, but it occasionallygot scratches, and above all, 'the thing' happened, so I made upmy mind to made it iron. I'll explain 'the thing' later, anyway,I told the blacksmith to make it hard and light as much aspossible. But as it was made of iron, it was heavy. I changed this board's shape 5 or 6 times. At the first timeit was just a square board, but now I faced the edges of theboard smoothly, and raised those edges, and fitted the sizeseveral times. That is, every clerk of the town envy me. And the name is, 'Snowboard'! (Of course I named it)My town, in our fief, is nearest to the White Mountains. So itis highest, and all roads in town continuously up and down - aperfect terrain for this 'Snowboard'. The castle is at the'Amber of the Rose' down there. Of course, I have to walk home,so I should bring snow shoes. I turned several times in S shape to enter the main street ofthe town. I barely avoided barrels and passersby. The bottom ofmine rolled up making noise. Some doesn't look this with afriendly eye, but most people like my scuttle. Why? 'Cause thatmakes you exciting. Of course I was not good at riding this first time. I startedthis from the idea 'What about riding sleigh standing?', but Ihad a lot of troubles to ride it well not to be laughed at. Mymom, unusually make much account of one's neckbone, says 'Youare lucky not to brake your neck'. And it was of help totraining my arms and legs. (It was help to my arms because Ihave to carry it when I walk home!)Anyway this makes delivery happy. I passed several streets in a moment. The snow dabbles undermy feet. I see the entrance of the town over there. And thespeed? I think it'll set a record as I've never stopped today. Yiee-ha! Anyway I have to be careful for my neck. "Pabian of the BigBuck store!" Somebody calls my full name(?). I tried to see him, but I've passed him already, so I moved myfeet to turn my board stylishly and stopped under the hill. Oh god, how much I tried to make this way of stopping. Anyway, who is that? "Well, it seems that I am right." Wow, his hair looks like glowing! I blankly looked at him who has bright red hair. He sure wasthe one who called me, but I didn't know him, that's for sure. If I had met him before, I'd never forget him, for he has suchunique hair. Hey, Pabi, how the hell he knows your name? "People says that if there is a boy passing the street ridinga strange board, that is you." My questions immediately answered. "May I help you?" "Ah, I want you to delivery something." Hmm, if I had met person like him in summer, I would be veryupset. I put my hand at the back of my ear in mimicry ofcarefully listening, instead of taking the account book out likeother clerks. "I hear you." "Well, a needle and a bunch of thread, and a bundle of castingnet." "Net for what? Fishing? Hunting bear? We have kinds of bignets." "No, I need a mesh." "How dense?" "The densest." "Like…… nets for sparrow?" Funny man - sparrow in this winter, huh? I looked over himonce again. A leather trousers and a leather shirt, a wool robewith its skirt worn out a little, and a looks-like-strong boots. A decent look of an adventurer, huh? Why the hell he huntssparrow? Does he found another way to use sparrows? I cannotthink another way to use it except to eat. While I was busy toreasoning, he gravely nodded. "Right. Nets for sparrows." I suddenly looked his face, as his voice was so serious andgrave. His eyes were normal brown, but he is so sharp-eyed. Notoccasionally shown in this town. And the glitter of his eyes when he said those words - byexperience, I'd call that bloodthirstiness. What a brutal man. I quickly changed my attitude. "Oh, yeah, we have good nets, sir. Then where I can get it toyou, sir?" "The 'Lights in the Snowy Mountain' inn, the upper story, eastwing, last room. Look for 'Mirbeau Genz'." His name seems to be one of the hunters, I think. But hedoesn't look like a normal hunter…… even a sparrow hunter. Andhe may kill sparrows just looking at them. Then why the hell heneeds those nets? I quickly asked him before my thoughts build a castle in theair. "And when I can visit you, sir?" "From now to anytime, before sunset." I nodded. Shit, you have to carry the board to the top of ahill to ride it again. When I was about to climb the next hill,Mirbo called me suddenly. "Wait a minute." W, Why he calls me so warlikely? I came near freeze by his way of talking, and laboriouslylooked back. He stood with normal eyes. "And when you come to me……." I have a bad feeling about this……. "…buy 1 Zond of roast sweet potatoes." Why my ominous guess never go wrong. Damn. I can see the castle over there. Except an order in the way - no, two orders. I guess he shouldgive me a tip - , nothing happened while I arrive the 'Amber ofthe Rose'. The castle is not so big, though it is the biggestaround here, so I could see it far from it. Ah, there is the castle gate. I sled as near as possible, and timely stopped the board. TheAmber is the most flourishing place in the four towns of thisfief. First, there is the castle of the lord, and there were somany big and busy shops, well-matched for the castle. Tradesmendo not come often to my town, but they never missed Amber. I will buy a shop in Amber someday. The people weren't used to me riding the board, so they lookedme thinking me novel, who rides this strange board (Hey Pabi,that's the Genz's way of talking!). I put my board under my arms and vigorously walked toward thegate. "Hey, Pabi! Delivery?" The private standing in front of the gate was my acquaintance. Errent is from my town. And he succeed to be a soldier of thelord. That's the seniors' saying - I am not interested inbecoming a soldier. I am not interested even in becoming aknight of his majesty. That makes sense, as I feel more exciteand passable to be the owner of the greatest general store inthe continent at the Riejoo than to be a legendary mage likeEzekier. "Right, Errent. I'm on a delivery." Errent had company, and he asked me. "From the BigBuck store?" (영어권엔 존대라고 할 만한게 드물죠. 그래서 존대 얘기는 뺍니다.)I nodded pleasantly, and I took the book out and gave it tohim. And unexpectedly he shook his head. "No, no. YOU take it inside." "Me?" "Yes, they said YOU carry it inside." "To whom?" Oops, it was automatical - but I couldn't help it this time. "To the son of his highness, Sir Arnowilte Ksendawnie Amber." Why the hell his name is that long? You can eat your name evenyou're starving to death. I shrank once and nodded severaltimes. +=+=+=+=+=+=+=+=+=+=+=+=+=+=+=+=+=+=+=+=+=+=+=+=+=+=+=+=+=+=The roast sweet potato was my brother's idea. He looked about monitor when I wrote this. And he influenced from time to time to this novel... He is very funny man, I'd say. Luthien, La Noir. +=+=+=+=+=+=+=+=+=+=+=+=+=+=+=+=+=+=+=+=+=+=+=+=+=+=+=+=+=+=번역판을 읽으면서 흥미로운 점이 하나 있는데, 가끔 보면 인칭을실수로 바꾸어 써 놓는 수가 있으세요. her를 his라든가.. 하는 식으로 (정확히 어느 부분인진 모르겠지만 고쳤었답니다). 그런데 그걸보면 오히려 영어를 정말 잘하시는 분이 아닐까 생각이 든답니다. 왜냐면, 문장 하나하나 보면서 골머리 썩여야 하는 저 같은 사람이 영작을 한다면, 분명 저런 것은 틀릴 리가 없거든요. 한 문장당 수십번씩 뒤집고 엎어보고 해도 좋은게 나올까 말까 하니까요. 즉, 한번에 보고 주루룩- 영작을 하시니까 저런 게 나오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Luthien, La Noir. 출력이 끝났습니다. [Enter]를 누르십시오. ━━━━━━━━━━━━━━━━━━━━━━━━━━━━━━━━━━━제 목 :◁세월의돌▷7-1.기억의 폭풍 (10)게 시 자 :azit(김이철) 게시번호 :1185게 시 일 :99/09/03 06:58:21 수 정 일 :크 기 :8.9K 조회횟수 :80 『게시판-SF & FANTASY (go SF)』 47431번제 목:◁세월의돌▷ 7-1. 기억의 폭풍 (10)올린이:모래의책(전민희 ) 99/09/02 23:50 읽음:354 관련자료 없음----------------------------------------------------------------------------- +=+=+=+=+=+=+=+=+=+=+=+=+=+=+=+=세월의 돌(Stone of Days)=+=+=+=+=+=+=+=+=+=+=+=+=+=+=+=+ 7장. 제6월 '인도자(Guardian)'1. 기억의 폭풍 (10) 아까보다 한결 빨라진 검이다. 그리고, 그 검의 속도에는 사나운감정의 격동도 함께 실려 있었다. 나는 일전에 누군가에게서 이런 경우 어떤 식으로 적을 제압하는지 들은 일이 있다. 나는 그가 한껏 찔러 들어가도록 일부러 기다렸다가 마지막 순간에 몸을 슬쩍 비킴으로서 그의 공격을 피했다. "크그으윽……." 이제 그의 목소리는 밖으로도 새어나오고 있었다. 무엇 때문에 나를 그렇게 증오하지? 나를 알아? 나를 언제 본 일이 있지? 그렇지만 설명을 기다릴 때는 아냐! "이건 어때!" 이번에는 날아드는 상대의 검을 단숨에 위쪽으로 쳐서 올려붙였다. 그리고 비어있는 아래쪽 가슴을 향해 순식간에 검을 떨어뜨렸다가 다음 순간, 앞으로 두 걸음 다가들어 가며 검을 재빨리 푹 찔렀다. 내 검은 놈의 것보다 훨씬 크다. 그가 생각한 것보다 검은 가까이에서 빠르게 그의 가슴을 찔러 들어갔다. 그는 내 강한 힘으로 팔이 위로 올려붙여진 상태라 빠르게 대처할여유가 없었다. "프읍……!" 내 검이 놈의 가슴가리개를 우그러뜨리고 안쪽의 체스트 아머까지뚫었다. 그러나 그것이 전부였고, 놈은 상처보다는 오히려 내 팔의힘 때문에 가슴에 충격을 받은 것처럼 보였다. 심하게 몸을 떨면서허리를 꺾고는 그륵거리는 신음을 뱉었다. 그 적나라한 반응에 찌른내가 오히려 흠칫 놀랐다. 녀석의 입가에서 피 섞인 침이 흐른다. 그런데 왜일까…… 이 순간 공격한다면 녀석의 목숨은 내 손에 있는 거나 다름없는데……. 왜인지…… 죽이고 싶지 않은……. 나는 연이어 그를 공격하는 대신, 검을 위로 들어 재빨리 그의 투구 끈을 잘라 버렸다. 그 얼굴을 보아야만 할 것 같은 이상한 감정에사로잡혀 나는 그의 투구를 벗기려 했다. 그러나, 우리 싸움을 그저 주위에서 지켜보고만 있지는 않았다. "엇!" 붉은 술이 달린 투구를 쓴 또다른 기사 하나가 계단 뒤에서 올라와나를 향해 검을 내리친다. 내가 간신히 한 걸음 앞으로 몸을 빼서 검날을 피하고 자세를 돌리는 동안, 다시 나타난 흰 망토의 또다른 기사가 내가 공격하던 자를 구하려는 듯, 내 앞으로 뛰어들었다. 이 자는 중요한 자인가? "너는 누구야!" 나는 눈앞으로 달려든 기사를 향해 검을 힘껏 휘둘렀다. 허리뼈가으스러지는 소리와 함께 피가 분수처럼 튄다. 이 자 역시 몸집이 그리 크지 않았고, 역시 내 또래일 것 같은 느낌, 이들은 모두 뭐지? 해적도 아니고 정규군도 아닌, 그러면서도 죄없는 우리 배를 공격하고 있는……? "정체를 밝혀!" 그 기사는 허리에 상처를 입으면서도 가슴에 상처를 입고 헐떡이는처음의 기사를 구하려고 애썼다. 어깨로 다친 그를 계단을 향해 밀어붙이면서 떨리는 검을 나를 향해 겨눈다. 그러나, 나는 그보다는 앞서 싸우던 자의 정체에 더 관심이 있었다. 누구인지 알지도 못하고 보내줄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멈춰!" 내 검이 잔인하게 눈앞의 기사의 목을 향해 날아갔다. 순간, 나도내 손을 멈추려 했지만 이미 그러기에는 너무 늦어 있었다. 캉! "흐으윽……." 지르르 떨리는 감각이 온 팔을 휘감았다. 분명 나는 흰 망토를 걸친 기사의 목을 향해 검을 휘둘렀었다. 그러나 그의 어깨에 간신히 기댔다고만 생각했던 처음의 기사가 마지막기운을 짜내어 그를 자기 옆으로 밀어 제쳤고, 내 검은 흰 술 달린그의 투구에 가서 정면으로 부딪쳤다. 그리고, 투구는 반으로 쪼개져 바닥에 떨어져 굴렀다. "……!" "……." 뺨을 때리는 바람, 밝아오는 여명, 그 가운데 똑바로 나를 쏘아보는 적의로 가득한 옅푸른 눈동자. 모든 소음이 지워져 버렸다. 처음 보는 낯선 얼굴, 그러나 결코 낯설 수 없는, 내가 잘 아는 얼굴……. 주위의 모든 움직임이 잠깐 동안 하얗게 굳어버린 듯했다. 실제로 아주 짧은 순간이었다, 서로가 스친 것은. 그러나 그와 나는 둘 다 그 속에서도 똑바로 서로의 얼굴을 마주보았다. 망연히, 어떻게도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바라보는 사람의 슬픈 눈. 아니, 망연자실한 감정은 나만의 것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는 처음부터 내 얼굴을 보고 있었으니까. 나는 투구 같은 것은 쓰고 있지않았으니까. 희미하게 밝아진 여명을 받은 그 얼굴, 그것은………… 검푸른 머리카락……. "너는……." 갑자기 모든 것을 알아버린 것 같다. 나를 공격한 저 소년 기사,그가 거느린 병사들과 배, 갑자기 여기에서 나타났고, 또한 오래 전부터 따라오고 있었던 것 같은 그들……. 내 입에서 짧은 순간, 그러나 수십 년은 흐른 듯 느껴지는 망설임끝에 한 마디가 떨어졌다. "하르얀……." 그러나, 그들은 내게 더 말할 기회를 주지 않았다. 내가 충격으로손을 놓고 있는 사이, 이 많은 생각이 순식간에 내 머릿속에 스치는동안, 그들은 사람들을 헤치고 사라져 버렸다. 내 눈이 더 쫓고자 했더라도, 짧은 대면만으로도 이미 치명적으로 휘말려 버린 감정의 물결을 이겨내는 일이 내게는 더 컸다. 사람들 사이에 섞여 사라지면서도 똑바로 나를 향했던 그 적대감가득한 눈빛. 나의 동생, 분명히 피가 닿은 흔적인 그 머리의 빛깔,얼굴의 윤곽. 그러나, 왜, 왜, 나를? 이상하게도 눈물이 흐를 것만 같다. 고개를 흔들어 감정을 떨어버리려 노력했다. 그러나 내 눈은 저절로 나란히 흔들리고 있는 낯선배를 향했고, 조금 더 밝아진 새벽빛 아래 '젊은 정복자들'이라는 이름을 똑바로 읽었다. 푸른 돛과 푸른 배쌈, 일부러 자신들의 접근을숨기고 상대를 기습하기 위한 위장색. 바다 가운데에서 조난될 경우의 위험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죽어라!" 나는 싸움의 한가운데에 있다. 그들이 남기고 간 잔영은 조금 후에생각해도 된다. 그리고 나는 하르얀을 보호하려고 달려들던 나머지한 명, 붉은 술 달린 투구의 기사가 정면으로 치고 들어오는 검을 막으려 했다. 그러나, 이미 내 생각은 흩어져 있었다. 트캉! 팔에 똑바로 힘을 주지 못해 왼쪽 팔꿈치가 상대방의 공격에 꺾어져 버렸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강한 검이 머리 위로 내리쳐졌다. 검을 들어서…… 막아……. "이카!" "욱……." +=+=+=+=+=+=+=+=+=+=+=+=+=+=+=+=+=+=+=+=+=+=+=+=+=+=+=+=+=+=+=한 독자분이 게시판에 올려주신 세월의 돌 통계... 잘 봤습니다. 잡담까지 지우면서 하시느라 엄청난 수고를... 정말 감사합니다. ^^(받아본다 받아본다 하면서 아직도 통계 프로그램에 손도 못대본게으른 작가. 정말 게으르다..--;)그런데 정말 나우누리 단일 조회수가 백만이 넘었나요? 이거 왠지실감이 안나서... (어떤 분이 축하 쪽지에 남겨 주신 것처럼, 정말무슨 책 광고 문구 같네요. ^^;)그런데 제 기록이 정말 최단 기간 백만 돌파인가요? 연재한지 4개월 며칠만이라고 하셨는데... 그러면 본래 최단 기간은 무슨 작품이었고, 며칠이었었나요? 드래곤 라자인가? (갑자기 통계를 보고 나서생기기 시작한 온갖 궁금증...음..;;)... 아, 타 통신망 쓰시는 분들은 지금 무슨 영문인지 모르시겠구나.. 허락은 못 받았지만 그 분이 올리신 통계를 잠시 도용할게요. (괜찮죠? 안 괜찮다고 하시면...^^;;)─────────────『이번달 게시판 통계』───┬─────────┐통계 기간 : 04/11∼09/01 │통계일수: 129 일│통계일: 1999.09.01│──────────────────┼────────┴─────────┤전체 인원수 : 1 명 │삭제된 글 수 : 17417개 │전체 글 수 : 261 개 │일평균 글 수 : 2.0개 │전체 쪽 수 : 4091 쪽 │글평균 쪽 수 : 15.7쪽 │전체 조회수 : 1001394 번 │글평균 조회수 : 3836.8번 │▶Best 3◀─────────────┴──────────────────┤29504 모래의책 전민희 04/11 6799 23 ◁세월의돌▷ 1-1. 배달왔습니다( │29505 모래의책 전민희 04/11 5595 17 ◁세월의돌▷ 1-1. 배달왔습니다( │29506 모래의책 전민희 04/11 5403 18 ◁세월의돌▷ 1-1. 배달왔습니다( │┬───────────────────────────────────┬┘│ 게시판 통계프로그램 '통계맨 3.6' copyright(c) 1998. 조복문│└───────────────────────────────────┘──────────────┒ ┌─────┒이번달 게시판 통계 ┠──────────────┤통계맨 3.x┠─┒┯━━┳━━━━┯━━━━┳┛ ◈ 출력형식: 뉴 테크 ┕━━━━━┛┃│순위┃ 아이디 │ 이 름 ┃글수│쪽수│조회수┃조회율│활동│점유│점수┃┝━━╋━━━━┿━━━━╋━━┿━━┿━━━╋━━━┿━━┿━━┿━━━┫│ 1┃모래의책│전민희 ┃ 261│4091│1001394┃3836.8│ 129│100.0│1017367┕━━┻━━━━┷━━━━┻━━┷━━┷━━━┻━━━┷━━┷━━┷━━━┛─────────────────────────────────────┐점수 〓 글수 *10 + 쪽(줄)수 *3 + 조회수 *1 + 활동일 *10 + 도배수 *-50 │─────────────────────────────────────┘위와 같았답니다...^^;; (잡담이 길어져 버렸다..)참, 조회수 100만 돌파 축하 메시지 보내주신 분들, 모두 감사합니다! Luthien, La Noir. 출력이 끝났습니다. [Enter]를 누르십시오. ━━━━━━━━━━━━━━━━━━━━━━━━━━━━━━━━━━━제 목 :◁세월의돌▷7-1.기억의 폭풍 (11)게 시 자 :azit(김이철) 게시번호 :1186게 시 일 :99/09/03 06:58:39 수 정 일 :크 기 :5.3K 조회횟수 :67 『게시판-SF & FANTASY (go SF)』 47432번제 목:◁세월의돌▷ 7-1. 기억의 폭풍 (11)올린이:모래의책(전민희 ) 99/09/02 23:50 읽음:343 관련자료 없음----------------------------------------------------------------------------- +=+=+=+=+=+=+=+=+=+=+=+=+=+=+=+=세월의 돌(Stone of Days)=+=+=+=+=+=+=+=+=+=+=+=+=+=+=+=+ 7장. 제6월 '인도자(Guardian)'1. 기억의 폭풍 (11) 순간, 내 머리 위로 떨어져 내리던 검이 주춤, 하고 떨리다가 바닥으로 떨어져 굴렀다. 나는 내 눈앞에서 나를 공격하던 기사의 몸이쿵, 하고 쓰러지는 너머로 익숙한 금빛 머리카락을 보았다. 날카로운시미터를 옆구리에 푹 쑤셔 넣었다가 단숨에 뽑고 있었다 "괜찮아?" "나르디……." 그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져 있었다. 이런 싸움이 있을 때마다 항상 여유 있는 표정을 잃지 않던 그였는데, 지금은 표정이 굳어져 있다. 그 역시 옷이고 머리고 할 것 없이피투성이였다. 다행히 움직임으로 보아 그 피들은 대부분 다른 사람들의 것인 듯했지만……. 그는 몸을 홱 돌려 갑판 쪽으로 뛰어내려갈 자세를 취하면서 물었다. "좀 전, 너를 공격하던 것은 누구지?" 보았나……? 쓰러진 기사가 몸을 부들부들 떨며 몸을 뒤채자 얼굴이 하늘을 향했다. 그의 눈은 나르디에게로 가 박혀 있었다. 두려움, 의혹, 그리고 혼란이 뒤섞인 눈이다. "다, 당신……." 나르디는 쓰러진 기사에게는 일말의 관심도 갖지 않았다. 그는 내게 따라오라고 손짓하더니 뒤엉킨 사람들의 한가운데로 달려들어갔다. 그리고, 나도 그 가운데로 뛰어들어갔다. "컥……." "웁!" "살려……." 갑판은 아수라장이다. 대중없이 마구 찔러져 오는 칼과 창을 피하며 전진하기란 쉽지 않았다. 나르디는 날카로운 시미터를 마구 좌우로 휘둘러 사람들을 갈라놓고는 단숨에 앞으로 달려나갔지만 나는 혹시라도 우리 선원이 다칠까 싶어 그렇게 빨리 갈 수가 없었다. 내 검같은 물건을 함부로 휘둘렀다가는, 누가 다치고 쓰러질지 아무도 책임 못 진다. 그런데, 어디로 가는 거지? "주, 죽이지 마라!" 나는 앞으로 한 발 내딛다 말고, 내 앞에서 선원 복장의 남자를 찌르려고 하는 한 병사의 검을 간신히 쳐내며 걷어냈다. 비틀대는 병사의 어깨를 검으로 후려치다시피 밀어내고 내가 살려낸 선원의 얼굴을보니 그는 데스덴이다. 와락 반가운 심정이 치밀면서, 동시에 유리카에 대한 걱정이 떠올랐다. "살아 있네요! 유리카는, 유리를 못 봤어요?" 데스덴은 내 얼굴을 알아보고는 반색을 하며 바닥에 떨어진 검을집어들었다. 아직 자기 몸을 지킬 기력은 남은 듯 보였다. "프로첸 오베르뉴라면 아까 미즌마스트 앞에서……." 그 말을 다 듣고 있을 정신조차 없었다. 나는 번쩍 고개를 들고 뒷마스트 쪽을 살폈다. 주위가 좀 어둡다. 사람을 식별하기가 어려워서나는 데스덴을 내버려두고 앞으로 달려갔다. 유리카, 제발 머리카락 하나라도 다치지 마. 달리면서 걸리는 것은 되는대로 걷어찼다. 일단 검을 쓰지 않기로작정하고 갑판 구석의 상자나 통, 밧줄 등을 밟고 잡으며 가능한 한빠르게 앞으로 나아갔다. 금방 뒷마스트 앞에 도착했지만 유리카의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나는 검을 세워들며 주위를 휘둘러보았다. "유리!" 부른다고 해도 들릴 리 없다는 것은 안다. 날이 밝기 시작한지 꽤시간이 지났는데, 이상하게도 아까보다 도리어 어두워져 있는 갑판위에 훨씬 강해진 바람이 분다. 머리카락이 얼굴을 때리며 되는대로휘날렸다. 걱정으로 가슴이 조여드는 것 같다. 이 싸움의 한가운데, 아무리캄캄한 가운데 살육전이라고는 해도…… 나의 은빛 머리카락이 보이지 않는 것은? "커!" "푸흡!" 닥치는 대로 달려드는 족족 베고, 쳐 넘겼다. 사실 적들은 대부분갑옷을 걸치고 있어서 이런 식으로 마구 휘둘러서는 검이 아니라 몽둥이를 쓰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다 알고는 있지만 마음이 온통 두가지 생각으로 혼란된 나머지 하나하나 주의 깊게 상대의 목숨을 끊어 놓을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그런 가운데 나는, 사람들 사이에서 언뜻 반짝이는 은빛을 본 듯했다. 은빛 긴 머리카락, 하나 뿐인 소녀. "기다려!" +=+=+=+=+=+=+=+=+=+=+=+=+=+=+=+=+=+=+=+=+=+=+=+=+=+=+=+=+=+=+=aragorn 님, 제가 갖고 있는 뱀파이어와의 인터뷰 OST에는 Guns N'Roses의 곡이 들어 있던걸요? 제목은 'Symphony for the Devil'입니다. 영화에서 맨 마지막에 레스타가 크리스찬 슬레이터(극중 이름이뭐였더라..)의 차에 타고 달려가던 엔딩 장면에 나오는 곡이죠. 뭐.. 그렇게까지 마음에 드는 곡은 아니었고요. 오히려 저는 클로디아가 레스타를 죽이고 떠나려고 짐을 챙길 때,다시 늪에서 살아 돌아온 레스타가 치고 있던 피아노곡을 좋아합니다. 클로디아가 죽을 때 나오던 성가 비슷한 곡하고요. 말씀하셨던 퀸의 곡 중에 제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Who Wants toLive Forever' 라는 곡입니다. 대단히 비극적인 선율과 가사... 영화하이랜더 1편의 주제가 중에서 'A Kind of Magic'하고 함께 굉장히좋아하는 곡이지요. 전에 잡담에도 쓴 일이 있지만, 영생의 고통이 더 클지, 세월을 뛰어넘어 깨어나는 것이 더 고통스러울지는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이 곡을 듣고 있자면 영생이 고통스러운 것만은 틀림없는 것 같다는 확신이 저절로 듭니다. 그 어떤 글로 적어놓은 이야기들보다,그 짧은 순간만큼은 그야말로 생생한 절실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음, 책 제목 쓰는 방법이 논문 맨 끝에 참고문헌 적는 방법 맞죠. 제가 졸업한 과의 특성상 논문 비슷한 걸 많이 썼었기 때문에 저 방법이 몹시 익숙하답니다. Luthien, La Noir. 출력이 끝났습니다. [Enter]를 누르십시오. ━━━━━━━━━━━━━━━━━━━━━━━━━━━━━━━━━━━제 목 :◁세월의돌▷7-1.기억의 폭풍 (12)게 시 자 :azit(김이철) 게시번호 :1187게 시 일 :99/09/03 06:58:58 수 정 일 :크 기 :7.5K 조회횟수 :80 『게시판-SF & FANTASY (go SF)』 47433번제 목:◁세월의돌▷ 7-1. 기억의 폭풍 (12)올린이:모래의책(전민희 ) 99/09/02 23:50 읽음:351 관련자료 없음----------------------------------------------------------------------------- +=+=+=+=+=+=+=+=+=+=+=+=+=+=+=+=세월의 돌(Stone of Days)=+=+=+=+=+=+=+=+=+=+=+=+=+=+=+=+ 7장. 제6월 '인도자(Guardian)'1. 기억의 폭풍 (12) 나는 단숨에 앞을 가로막던 적을 쳐 넘기고는 다른 검을 피해 몸을날렸다. 순식간에 사람들 사이로 사라져 버리는 빛과 어두움…… 아,주위가 왜 이렇게 어두워져 있지? 드드드드드드……. 그러고 보니 갑판 바닥이 떨리는 것도 같다. 두 배를 연결한 쇠사슬과 갈고리들이 한꺼번에 소리를 내고 있었다. 나는 더 생각할 여유없이 내가 보았던 유리카를 향해 달려가려 했다. 그러나, 그렇게 하도록 갑판이 가만 놔두지 않았다. "우윽!" 촤아아악! 파도가 살아 있는 것처럼 한 달음이나 뛰어올라 뱃전 안쪽을 힘껏때렸다. 갑판이 마구 춤추듯 뛰놀기 시작한다. 걸려 있던 쇠고리 가운데 두 개가 순식간에 뱃전을 부수며 벗겨져 나갔다. 갑자기 바다가미친 듯이 들끓기 시작하고 있었다. 아니, 갑자기가 아닐 지도 몰랐다. 싸움에 모두 정신이 팔려 날씨에 대한 것을 잊은 건가? 그보다도 눈앞의 일이 급했다. 나는 간신히 비척이며 중심을 잡았지만 십여 명이 넘는 사람들이 갑판의 흔들림으로 당장 그 자리에서넘어지거나 주저앉았다. 이 상황에는 적이고 아군이고 없었다. "포, 폭풍우인가?" 그제야 주위가 아까보다 어두워진 까닭을 알 것 같았다. 하르얀과상갑판에서 대치하고 있을 때 이미 밝아오던 동쪽 지평선은 다시 캄캄한 먹구름으로 짙게 가려져 있었다. 순식간에 하늘은 비를 품은 보랏빛으로 변했다. 공기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이미 뺨에 와 닿는 차가운 대기에물기가 흥건했다. 이 상황에서 폭풍우가 몰려온다면……. "먹구름이다!" "뭐야, 밤이라서 어두운 것이 아니었나?" "지금은 날이 밝고도 남을 시간인데……." 나는 애써 중심을 잡으면서 혼란 중인 갑판을 가로질러 널빤지가연결된 쪽으로 다가갔다. 거기에서 유리카는 발견하지 못했지만, 아까 놓쳤던 나르디가 뱃전 근처에 똑바로 서 있는 것이 내 눈에 들어왔다. "나……." 뭐라고 말을 걸려고 하는데, 뭔가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나르디는검을 든 손을 아래로 내려뜨리고 저쪽 배를 정면으로 바라보고 있다. 싸움을 준비하거나, 주위를 방어하는 자세가 아니다. 주위에서 누가갑자기 찌르기라도 하면 저런 상태에선 완전히 무방비다. 내가 옆으로 다가가는데도 전혀 눈치채는 기색이 없다. 도대체 뭘 보고 있지? 그의 눈이 향한 곳으로 나도 고개를 돌렸다. 널빤지 위, 건너가고있는 세 사람의 기사…… 아! 그러나 그 순간, 내 입에서 그 이름이 나오기 전에 나는 도저히 내귀를 의심할 수밖에 없는 소리를 들었다. "하르얀, 너!" 그 순간, 뺨이 아플 정도로 거센 바람이 갑판 위를 휘감았다. 나르디의 이마에서 금빛 머리카락이 마구 타닥이며 흩어져 날린다. 그러나 그는 흔들리는 갑판 위에서도 선 자세 그대로 시선도 바꾸지 않고검을 든 손으로 들더니 상대를 정면으로 가리켰다. 피투성이 옷차림에 시미터 하나만을 든 그의 입에서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오만한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이게 무슨 짓이냐?" 그리고, 그 이름의 주인공은 뒤를 돌아보았다. "……!" 내가 벗겨버린 투구 때문에 하르얀의 얼굴은 아주 잘 보였다. 그리고 그의 얼굴에 나타난 뚜렷한 당혹의 빛, 얼어붙은 것처럼 멈춰 선그의 자세, 이 모든 상황은 무엇을 말하는 거지? 나르디의 옆얼굴은 조각상처럼 단정하고 날카롭게 굳어져 있다. 치켜 뜬 눈썹은 마치 가장 위엄 있어 보일 때의 엘다렌을 연상케 했다. 초라한 옷차림에 형편없이 피가 엉겨붙은 소매, 무엇이 그를 그렇게보이게 하는 거지? 그에 비하면 하르얀은 나르디가 가리킨 검에 마치 실제로 찔리기라도 한 것처럼 보였다. 충격으로 눈동자가 크게 열렸다가, 다시 뭔가확인하려는 것처럼 몇 번이고 깜빡여졌다. 먼발치에서도 그의 눈빛이, 주위 사람들에게 부축 받은 팔이 떨리고 있는 것이 보인다. 둘은 그렇게 잠깐동안 서로 시선을 마주친 채, 혼란스럽게 움직이는 사람들 사이에서 멈춰 있었다. 그들이 그러고 있는 동안에도 바다는 계속해서 일어서고 있었다. "우아아!" "저, 저 파도를 봐라!" 갑판 위에서는 이미 일대 혼란이 일어났다. 병사들은 서둘러 저들의 배로 돌아가려고 서둘렀고, 그들에게 뭔가 명령하는 기사들은 대부분 남아 있지 않았다. 나는 하르얀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창에 꽂힌 짐승처럼 못박힌 채 웅크렸던 그는, 다시 고개를 돌리더니 서둘러자신의 배로 건너갔다. 이미 널빤지는 금방 떨어질 것처럼 마구 흔들리고 있었다. 내가 나르디 쪽으로 고개를 돌렸을 때, 그는 이미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었다. 사람들을 하나하나 찾고 있을 틈은 이미 없었다. 파도가 왕성의 도개교처럼 순식간에 높게 세워졌다가 엄청난 속도로 내리쳐졌다. 눈깜짝할 사이에 바다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사납게 변해 있었다. 언제이렇게 되었는지 도저히 기억해 낼 수가 없다. 아마, 아무도 본 사람이 없을 지도 모른다. "끊어, 사슬을 끊어라!" 널빤지 주위에서는 엄청난 혼전이 벌어져 있었다. 두 배가 연결되어 있던 까닭에 파도가 휘몰아치기 시작하자 두 배 모두가 뒤집어질듯이 휘청였다. 우리 선원들이 달려들어 연결을 끊으려 했지만 배가심하게 흔들리고 자기 중심 잡기도 쉽지 않은 터에 사슬과 고리가 쉽게 잘릴 리가 없었다. 파도가 한 번 배들을 휘감아 올릴 때마다 연결된 뱃전들이 맹수가 물어찢은 것처럼 뜯기고 부서져 나갔다. 이렇게가다가는 양쪽 다 침몰하는 것은 시간 문제로 보였다. "비켜!" "으으윽!" 연결을 끊는 데에는 또다른 문제도 있었다. 우리 배로 건너왔던 적병들은 저들이 돌아가기 전에 널빤지를 끊어버릴까 싶어 허겁지겁 서두름과 동시에 줄을 끊으려는 선원들을 닥치는 대로 도륙하려 들었다. 모두를 위해 준비된 재앙이 몰려오는 가운데 널빤지 앞에서는 눈앞의 안전을 놓고 순식간에 피보라가 튀었다. "이놈들이, 모조리 죽고 싶엇!" 어디서 살아남았는지 2등 항해사 바스케스가 튀어나와 널빤지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는 골격이 장대한 거한이었고 성격도 불같았기 때문에 순식간에 몇 명인가의 병사들이 그의 손으로 바다 속에 내던져졌다. 갑옷을 입고 저런 파도 속에 빠지다니, 도저히 살아 남을 수없을 것임에 틀림없다. 그는 서둘러 갈고리를 풀어내려 했지만 아무리 그라 해도 혼자 힘으로는 어림없었다. "같이 합시다!" 나는 바스케스 옆으로 소리지르며 달려가 검을 들어 뱃전을 내리찍었다. 강철로 만든 쇠고리가 잘라질 리는 없고, 파도 탓에 이렇게 멋대로 몸이 내던져지는 가운데 들어올릴 길도 없으니, 방법은 뱃전을잘라내는 수밖에 없었다. "살아 있었군!" 오늘은 그야말로 저 말이 아침 인사로군. 그와 내가 검으로 몇 번 찍어내어 간신히 뱃전 일부를 잘라내고 갈고리 한 개를 풀어냈다. 그러는 중에도 몇 번이나 뱃전을 부여잡고갑판에 주저앉아야 했다. 이런 식으로 저 많은 갈고리들을 떼어내다가는 뱃전을 모조리 부숴야 할 판이다. 다행히, 우리에게 구원자가 나타났다. "……." 말없이 내 아래에서 불쑥 내밀어진 머리는……. +=+=+=+=+=+=+=+=+=+=+=+=+=+=+=+=+=+=+=+=+=+=+=+=+=+=+=+=+=+=+=앞에 두 편이 잡담이 엄청 길었기 때문에 이번엔 짧게 쓰고 싶지만...아샨타 쓰시는 penguin3 님의 편지를 받고 너무 즐거워져서 결국은 또 쓰게 되고 말았습니다. ^^;메일 보내 주시는 모든 독자분들의 글이 반갑지만, 직접 글을 쓰시는 분들이 이렇게 소감을 보내주시는 것은 또 새로운 느낌이 있답니다. 과분한 모든 말씀, 너무 감사하고, 건필하시라는 그 말씀에 저역시, 힘주어 건필하시라고 같이 말하고 싶어집니다. 저도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열심히 쓰겠습니다. ^^(메일도 너무 잘 쓰시네요. 메일에도 문학적인 표현이..^^)게시판에 글 쓰시는 모든 작가분들, 파이팅! Luthien, La Noir. 출력이 끝났습니다. [Enter]를 누르십시오. ━━━━━━━━━━━━━━━━━━━━━━━━━━━━━━━━━━━제 목 :◁세월의돌▷7-1.기억의 폭풍 (13)게 시 자 :azit(김이철) 게시번호 :1201게 시 일 :99/09/05 15:05:49 수 정 일 :크 기 :7.0K 조회횟수 :75 『SF & FANTASY (go SF)』 47675번제 목:◁세월의돌▷ 7-1. 기억의 폭풍 (13)올린이:모래의책(전민희 ) 99/09/04 17:14 읽음:816 관련자료 없음----------------------------------------------------------------------------- +=+=+=+=+=+=+=+=+=+=+=+=+=+=+=+=세월의 돌(Stone of Days)=+=+=+=+=+=+=+=+=+=+=+=+=+=+=+=+ 7장. 제6월 '인도자(Guardian)'1. 기억의 폭풍 (13) "엘다렌! 살아…… 아니, 잘 왔어요!" 그가 죽는다니, 왠지 말이 안 되는 것 같아 나는 아침인사를 정정했다. 엘다렌 역시 피를 한 통은 뒤집어쓴 꼴이다. 그러나 다행히 어디 다친 곳은 없는 것처럼 보였다. 그는 대꾸 없이 흔들리는 배에서 가만히 갈고리를 노려보더니, 우리를 물러나도록 손짓했다. 바스케스와 내가 손을 놓고 물러났다. 그는 뒤로 잠깐 물러나는 듯하다가, 갑자기 한쪽 뱃전을 딛고는 그의엄청난 도끼를 고리 한가운데 내리찍었다. 쿠캉! 파도 소리만 아니었다면 더 엄청난 소리였을 것임에 틀림없었다. 엘다렌의 은빛 도끼에 갈고리는 놀랄 만큼 깨끗하게 잘려져 나갔다. 바스케스가 거의 반쯤 얼이 빠진 얼굴로 엘다렌을 바라보는 것이 보였다. "……." "멋져요!" 나는 진심으로 감탄해서 소리를 쳤다. 그런 다음, 누구나 생각할수 있는 이유로 옆의 갈고리를 가리켰다. 엘다렌은 도끼를 다시 들어올리더니 한 마디 했다. "…… 고물 앞 승강구에 유리가 있다." "……!" 내가 그대로 몸을 돌려 고물로 달렸음은 말할 것도 없다. "유리카!" 달린다고는 하지만, 쓰러지지 않게 가는 것만 해도 이미 대단한 일이었다. 이제 마구 요동치는 파도에 버티기 위해 이곳 저곳을 부여잡는 선원들이 보였다. 물론…… 갑판 위에 쓰러진 채 이리 저리 구르면서 움직이지 않는 사람들도 있었다. 피로 어지러웠던 갑판은 몇 번의 파도로 인해 흐려진 핏물이 이리저리 흐르는 강으로 변했다. 그 사이를 밟으며 달렸다. "유리!" 나의 은빛 머리카락……. 새처럼 날아갈 것 같았던 그 머리카락, 그것이 승강구 옆 갑판에늘어져 있다. 화살에 맞은 새처럼, 슬픈 망령의 외침처럼 우짖는다던알바트로스, 그보다도 더욱 찬란한 날개. "유……리……!" 정신없이 구르고 넘어지면서 달려가 그녀를 안아 일으켰다. 마지막엔 나도 이미 미끄러져 온 몸이 핏물로 흠뻑 젖었다. 그녀를 무릎에올리고 흐려진 두 눈을 급히 비벼낸 뒤 뺨을 만졌다. 다행히 그녀는눈을 뜨고 있었다. 나를 올려다보더니 빙그레 웃어 보였다. 급한 나머지 말이 제대로 되어 나오지 않았다. "그, 너, 너는……." "이 상황에서 뭐가 좋다고 웃냐고?" 아아… 다행히도 목소리는 그대로구나. 너무 기쁜 나머지 무릎에 눕힌 채 왈칵 그녀를 끌어안아 버렸다. 물론 바로 다음 순간 다시 내 옷이 핏물로 흠뻑 젖었다는 것을 깨닫고는 서둘러 몸을 일으키려 했다. 그런데 그녀가 내 옷깃을 잡고 놓지를 않았다. "잠깐만……." 배가 기울어진다. 다시 커다란 삼각 파도가 몰아쳐 그녀와 내 머리위에 차가운 바닷물을 흠뻑 씌워, 우리는 금방 둘 다 같은 꼴이 되었다. "심장 소리를 들으니 기분이 좋은걸……." 그런 가운데서도 잠깐 동안 내 옷자락을 잡은 채 내 가슴에 얼굴을묻고 있던 그녀가 얼굴을 들며 환하게 웃는다. 그 얼굴을 보니 무슨말을 해야 좋을지 하나도 생각나지 않았다. "다… 쳤어?" 겨우 꺼낸 한 마디에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는 비스듬히 바닥에 대어진 자신의 다리 쪽을 가리켰다. "어떤…… 놈이 무식하게 부츠를 신은 채로 무릎을 세게 걷어차지뭐야. 잠깐 동안 지르르- 하더니 마비되어서 움직이질 않더라고. 이젠 괜찮아." 그녀는 몸을 일으키려다가 다시 비틀, 했다. 내가 뭐라고 말하기도 전에 그녀가 재빨리 먼저 말했다. "괜찮다니까." 이 상황에서 고집은……. 나는 건틀렛을 벗어 그녀에게 쥐어 준 다음 그녀의 왼쪽 다리를 비비고 주물렀다. 참, 폭풍이 몰려와서 어떻게 될 지도 모르는 상황에이런 모습이라니 태평하기도 하구나. …… 그렇지만 솔직히, 어이없게도 굉장히 평화로운 기분이 드는걸. "모두 돛을 내려라! 돛을 내려야 한다!" 갑자기 내 왼쪽 위에서 날카로운 외침이 울려서 내 감상을 깨뜨려버렸다. 스트라엘, 그도 살아 있었구나. 금발이 피투성이로 젖어 있는 그는 고물 위에서 펄쩍 뛰어내리더니 주위의 선원들을 향해 목청껏 다시 한 번 소리를 쳤다. "광풍이 온다! 얼른 돛을 내리지 않으면 끝장이다!" 광풍…… 시즈카! 고개를 번쩍 들고 주위를 살폈다. 흔들리는 배 위에서 제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던 선원들이 튀어 오르듯 일어서는 것이 보였다. 그 얼굴에 깃든 완연한 공포의 빛, 두려움에 질린 목소리가 여기 저기에서새어나왔다. "시즈……." "시, 시즈카, 시즈카라고?" "오오, 시즈카…… 이제 끝장이야……." "시, 시, 시즈카가 온다아!" 바람의 흐름이 확실히 이상해져 있다. 아까부터 바람이 강해졌다고는 생각했지만, 이제 바람은 완전히 남쪽에서만 불어오고 있다. 그것도 마치 손바닥으로 후려갈기는 것 같은 차고 매서운 바람, 칼끝처럼날카로운 바람, 눈을 찌르는 것 같은 바람이다. 시즈카! 그 한 마디는 사람들 사이에 마치 마법과 같은 효력을 발휘했다. 어디에 쓰러져 있었는지 모를 사람들이 단숨에 중앙마스트 앞으로 달려왔다. 이미 돛은 두려울 정도로 커다랗게 부풀어 있었다. 서로 연결된 두 척의 배는 미친 듯이 바다 위를 질주하고 있었다. 하필이면, 이런 때에! "연결은, 끊었나!" 스트라엘이 거의 반쯤 악을 썼다. 나는 벌떡 일어나 건틀렛을 낚아채어 끼고는 유리카를 번쩍 들어올렸다. 이 흔들리는 배에서 똑바로걷는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유리카를 어떻게든 선실 안까지데려다 놓아야 했다. "내, 내려놔……." "잔소리하지 마!" 몇 걸음 걷다가 갑자기 비스듬히 솟아오른 갑판 때문에 나는 세 걸음은 미끄러졌다. 오히려 이 편이 낫겠다. 나는 갑판의 기울기를 이용해서 몸을 선실 쪽으로 미끄러뜨려 나아갔다. 바닥에 흥건한 물 때문에 간신히 중심을 잡기가 무섭게 주르륵 미끄러졌다. "발 조심해!" 유리카가 소리치는 가운데, 나는 다리를 오므렸다가 재빨리 뻗어벽을 걷어차며 정확한 위치에서 미끄러지던 몸을 멈췄다. 에제키엘의부츠는 확실히 좋군. 거의 전혀 충격이 없어. "어서 들어가!" 승강구를 당겨 열고는 유리카를 사정없이 안으로 밀어 넣었다. 그녀가 뭐라 말할 기회도 주지 않았다. 그녀가 반쯤 넘어지다시피 안으로 들어가고 나자 승강구를 닫아 버렸다. 승강구를 한 번 세게 두드리며 외쳤다. "나올 섕각 하지마! 절대, 거기 그대로 있어!" +=+=+=+=+=+=+=+=+=+=+=+=+=+=+=+=+=+=+=+=+=+=+=+=+=+=+=+=+=+=+=어제, 제가 글을 못 올릴 사정이 되어 아는 분께 부탁을 했었는데,일이 잘못 이상하게 꼬여서 글이 못 올라가고 말았답니다. (갑자기 일을 꾸미는 건 사람이라도 이루는 건 하늘이라는 옛 이야기가 떠오르더군요. 쩝..)어쨌든, 무조건 죄송합니다...;;;정말로 예고 없이 안 올린 것은 오늘이 처음이군요. 걱정해주신 분들, 그리고 기다리셨을 분들께 다시 한 번 죄송하다는 말씀 전합니다. 오늘 것은 그래서 일찍 올립니다... ^^;더군다나, 영역해주시는 분께서도 두 편이나 번역본을 보내주셨는데, 정리할 시간도 없어 결국 내일에나 올라가게 될 것 같네요. (역시 죄송....)엘다렌의 도끼는 은날로 만들어진 것은 아닙니다...^^; 은이라면설마 강철 쇠고리를 끊겠습니까.. Luthien, La Noir. 출력이 끝났습니다. [Enter]를 누르십시오. ━━━━━━━━━━━━━━━━━━━━━━━━━━━━━━━━━━━제 목 :◁세월의돌▷7-1.기억의 폭풍 (14)게 시 자 :azit(김이철) 게시번호 :1202게 시 일 :99/09/05 15:06:06 수 정 일 :크 기 :6.9K 조회횟수 :56 『SF & FANTASY (go SF)』 47676번제 목:◁세월의돌▷ 7-1. 기억의 폭풍 (14)올린이:모래의책(전민희 ) 99/09/04 17:14 읽음:739 관련자료 없음----------------------------------------------------------------------------- +=+=+=+=+=+=+=+=+=+=+=+=+=+=+=+=세월의 돌(Stone of Days)=+=+=+=+=+=+=+=+=+=+=+=+=+=+=+=+ 7장. 제6월 '인도자(Guardian)'1. 기억의 폭풍 (14) 나는 갑판으로 달려나갔다. 보통의 바람이 이음새 없이 둥글고 부드럽다면 시즈카는 마치 각진모서리가 있는 것 같다. 얼굴에 닿는 바람이 피부를 뼛속까지 깎아내려는 듯했다. 갑판은 마치 일부러 청소한 것처럼 휑하다. 날려갈 만한 것은 모조리 바람에 날려가고 없었다. 뱃전에서는 엘다렌이 마지막 사슬을 잘라내려 하고 있었다. 나는 주위 모두에게 들리도록 목청을 돋궈 외쳤다. "조심해요! 연결이 끊어지면 엄청나게 흔들릴 테니까!" 타앙! "크아아악!" 연결이 끊어지자마자 젊은 정복자들호는 순식간에 두 개나 되는 파도를 타고 넘었다. 두 배 모두가 연결되어 있던 반대쪽으로 뒤집힐듯 요동쳤다. 뱃전에 서 있던 사람들이 단번에 뒤로 모조리 넘어져굴렀다. 푸아아악! 파도가 무너지는 지붕처럼 그 위를 덮쳤다. 그 여파로 몇 명의 사람, 또는 시체가 파도를 타고 바다로 떨어졌다. 간신히 미끄러지다가밧줄 하나를 부여잡았지만 나도 거의 아래로 떨어질 뻔했다. 이 와중에 누가 떨어진대도 구해 줄 여유가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돛을 내려! 모두, 중앙마스트부터 내려!" 스트라엘이 제일 먼저 벌떡 일어나더니 선원들을 향해 다시 소리쳤다. 그리고 그 자신이 스스로 중앙마스트로 달려갔다. 그러나, 그보다 더 빨리 거기에 도달한 사람이 있었다. "이걸 내리라 이겁니까?" 나르디가 벌써 위로 오르는 줄사다리를 타고 오르고 있었다. 배가위태하게 옆으로 휘청인다. 배는 계속해서 끔찍히 빠른 속도로 달리고 있었다. 젊은 정복자들호도 돛을 내릴 여유를 갖지 못했기 때문에몰아치는 바람으로 두 배는 순식간에 멀어지더니 잠시 후 곧 보이지않게 되었다. 나르디는 흔들리는 와중에서도 솜씨 있게 위로 올라갔다. "돛의 밧줄을 끊어라!" 스트라엘이 손나팔을 하고 소리치다가 다시 흔들린 갑판 때문에 비틀대다가 뒤로 주저앉았다. 나는 문득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아티유선장은 어디로 가고, 지금 스트라엘이 지휘를 하고 있는 거지? 나는 뱃전을 잡고 그에게로 다가가 외쳤다. "선장님은요?" 아슬아슬하게 사다리에 매달린 나르디를 올려다보고 있던 스트라엘은 내 얼굴을 한 번 쳐다보더니, 고개를 저었다. 표정이 불안정하다. 저, 저건 설마…….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은! 내가 다그쳐 물으려는데 갑자기 선원들 사이에 환호성이 일었다. 나르디가 날카로운 단검으로 밧줄을 끊어버리자, 중앙마스트의 가장아래쪽 활대에 걸린 주돛이 축 늘어졌다. 나르디의 얼굴은 멀어서 잘보이지 않는다. 사실 배가 너무 흔들려서 그의 모습조차 제대로 보기가 힘들었다. "잘 했군!" 나는 다시 한 번 물으려 했다. 아티유 선장한테 무슨 일이 생겼다면 큰일이다. 아니, 우리 사정이 아니고라도 그는 정말 괜찮은 사람이었는데……. 누군가가 와서 내 어깨를 잡았다. 엘다렌이었다. "선장은 문제없다. 그보다 돛을 내려야겠다." 더 묻고 싶었지만 궁금함을 가슴속에 눌러 담은 채 그와 함께 앞마스트로 접근했다. 팽팽하게 바람을 안은 돛이 어두컴컴한 하늘 가운데 기괴하게 부풀어 있었다. 나르디처럼 직접 올라가지 않고 더 적당한 방법이 없을까? 주위를 두리번거려 보았다. 나르디는 이미 주돛을 내리기 위해 위쪽 활대로 올라가고 있다. 아래에서 보는 사람이 침을 꿀꺽 삼킬 정도로 위태로워 보였다. 배가 이렇게 미친 듯이 날뛰며 달리는 가운데저기로 올라갈 생각을 하다니, 녀석도 보통 배짱이 아니로구나. 그러나, 나는 그런 배짱 같은 것은 없다. 더 나은 방법이 있다면그 편이 좋은 거야. 목숨을 걸 일은 그것 말고도 많거든. 게다가 유리카를 생각한다면, 목숨은 결코 쉽게 걸 만한 것이 아니라고! "엘다렌, 여기서 뭘 던져서 저걸 끊는 게 가능할까요? 단검은 나르디 솜씨라 해도 안될 테고, 검을 던질 수도 없고…… 적당한 게 있을것 같긴 한데." 나는 엘다렌의 눈치를 살폈다. 파도가 계속해서 점점 더 높아지고있었다. 망설이고 있을 틈이 없었다. "손도끼, 던져보는 게 어때요?" "으음?" 그는 바닷물로 흠뻑 젖은 로브 안쪽으로 손을 넣어 은빛 날로 된손도끼를 꺼냈다. 내가 더 설명할 필요는 없었다. 그는 약간 뒤로 물러나더니 기우뚱거리는 배가 잠시라도 평면을 유지하기를 기다렸다가팔을 뒤로 젖혔다. 휘이익-반짝, 검은 하늘에 작은 별처럼 날카로운 날의 손도끼가 날았다. 눈여겨보지 않은 사람의 눈에는 거의 보이지도 않을 정도다. 그러나,그 효과는 확실했다. 찌이이익- 촤악! 앞마스트의 꼭대기돛 한가운데가 약간 찢기는 듯하더니 단숨에 반으로 좍 갈라졌다. 두 조각의 천으로 변한 돛조각이 탁, 하고 양쪽으로 펼쳐져 살아 있는 것처럼 펄럭였다. 엘다렌의 도끼가 틈을 내자마자 강한 바람이 완전히 찢어놓은 셈이됐다. 도끼는 거기에서 떨어져 앞돛까지 완전히 두 조각을 냈다. 실로 놀랄 만한 솜씨였다. 그러나 내가 우려한 그대로, 일을 끝낸 손도끼는 바다 속으로 들어가 찾을 수 없게 되어 버렸다. 좋은 물건이었는데. "허, 허어……." 선원들이나 나나 좀더 감탄해서 바라보고 싶었지만, 다음 순간 쿠르릉대는 요란한 굉음이 바다 가운데 울려 퍼졌다. 이제 비까지 내리려 하고 있다. 시즈카와 폭우, 그야말로 최악의 상황이었다. 이제 남은 돛은 기움돛대(bow sprit)와 지삭(支索 ; stay)에 달린삼각종돛과 뒷마스트에 달린 후장 종범(spanker)밖에 없다. "누군가 가서 키를 잡아라!" 일단 순풍 항해용 횡돛은 모두 내렸으니 한시름은 덜었다고 생각했는데, 키 이야기를 듣자 정신이 번쩍 났다. 언제부터 키를 저렇게 내버려 둔 거지? 지금 배는 놀랄만한 솜씨로 계속해서 달려드는 파도를타넘어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런 것이 잘 만든 배라는 것인가? 아무도 키를 잡고 있지 않은데도 버티고 있다니. 그런데 조타수는 어디로 갔지? 선원 몇이 키를 향해 달려갔지만, 온통 홍수가 난 것처럼 물로 가득한데다 멋대로 양쪽으로 기울어지는 갑판 위에서 제대로 가까이 가기조차 힘들었다. 먼저 다가간 한 명은 눈이 돌아갈 정도로 핑글핑글돌아가는 키를 잡으려다가 뒤로 튕겨나버렸다. 저거야 말로……. "기다려요!" +=+=+=+=+=+=+=+=+=+=+=+=+=+=+=+=+=+=+=+=+=+=+=+=+=+=+=+=+=+=+=배 얘긴데요, 푸른 굴조개호는 쉽형(Ship Type)의 삼장횡범선입니다. 각 마스트마다 달린 돛의 수는 시대에 따라 변천해 왔는데, 이시대는 그렇게 현대에 가깝지는 못하기 때문에, 중앙마스트에도 주돛과 꼭대기돛이 전부죠. 이후에야 각 마스트마다 세 장씩 달게 되었고, 더 현대로 오면 그보다 더 많이 달게 되었습니다. 기움돛대라는 것은 세 개의 마스트 외에 선수, 즉 뱃머리에 앞쪽으로 비스듬하게 불쑥 튀어나온 돛대를 말합니다(배 그림을 자세히 보신 분이라면 기억하실 겁니다). 거기에 지삭, 즉 돛을 묶는 굵은 밧줄을 감아 마스트에 연결하고, 그 사이에 삼각돛을 달았습니다. 물론선미의 뒷마스트에도 삼각돛이 달려 있지요. 그것이 바로 후장 종범,즉 스팽커(spanker)입니다. 횡범이 가로로 달리는 사각돛, 종범이 세로로 달리는 삼각돛이라는것은 아시죠? 아... 정말 여러 책 연구했다...;;Luthien, La Noir. 출력이 끝났습니다. [Enter]를 누르십시오. ━━━━━━━━━━━━━━━━━━━━━━━━━━━━━━━━━━━제 목 :◁세월의돌▷7-1.기억의 폭풍 (15)게 시 자 :azit(김이철) 게시번호 :1203게 시 일 :99/09/05 15:06:24 수 정 일 :크 기 :7.3K 조회횟수 :75 『SF & FANTASY (go SF)』 47677번제 목:◁세월의돌▷ 7-1. 기억의 폭풍 (15)올린이:모래의책(전민희 ) 99/09/04 17:15 읽음:770 관련자료 없음----------------------------------------------------------------------------- +=+=+=+=+=+=+=+=+=+=+=+=+=+=+=+=세월의 돌(Stone of Days)=+=+=+=+=+=+=+=+=+=+=+=+=+=+=+=+ 7장. 제6월 '인도자(Guardian)'1. 기억의 폭풍 (15) 어찌어찌 키 앞으로 다가갔지만 어떻게 잡아야할지 잠시동안 감이서지 않았다. 무작정 손을 댔다가는 갑판에 내팽개쳐지지 않으면 다행일 듯했다. 일단 검을 어디에 놓을까 하다가 적당한 곳이 보이지않자 양손으로 힘껏 갑판 바닥에 꽂아 버렸다. 그런 다음 나는 가만히 노려보다가 양손을 도사려 내밀고, 숨을 한 번 들이쉰 다음 와락키의 한가운데를 움켜잡았다. "큭……." 손이 닿는 순간, 거의 허리가 뒤틀려 꺾일 뻔했다. 들끓는 파도와바람의 힘으로 엄청나게 세게 내 손을 튕겨내려는 것을 간신히 버텼다. 발을 디디고 버틸 데가 없어서 아예 그대로 키에 달라붙었다. 설마, 같이 돌아가기야 하려고. "으윽……!" 확실히 방심할 일은 아니었다. 키가 내 몸을 잡아서 함께 돌리진못했지만, 이번엔 배가 내 몸을 바닥에 내리꽂으려 했다. 다리를 허공에서 버둥거리다가 다시 죽자고 키에 매달렸다. 성과는 있었다. 배의 미친 듯한 흔들림이 조금은 멎었다. "이제…… 하늘에 맡기는 수밖에……!" 스트라엘이 중얼거리는 소리를 듣자, 배가 침몰한다면- 이라는 생각이 갑자기 머릿속에 구체적으로 들어왔다. 배가 가라앉는다면? 내임무는? 동료들은? 유리카는? "모두! 파도를 조심해라!" 어디선가 외침소리가 들리고, 잠깐도 못 있어 엄청난 파도가 갑판한가운데로 통째 쏟아져 내렸다. 이제 쓸어갈 것이라고는 별로 남아있지 않았지만, 파도는 갑판 위의 남은 시체들을 남김없이 바다 속으로 던져 넣었다. 어쩌면 몇은 살아 있는 것이었을 수도 있다. 머리 위로 엄청난 바닷물이 뒤집어 씌워져 한동안 숨을 쉴 수가 없었다. 제발, 제발…… 음, 그러니까 제발 가라앉지만 않도록…… 그런데,누구한테 빌어야 하지? 배 기술자 에라르드인가? 이제 더 이상 지휘하는 사람은 없었다. 드디어 정말로 모든 걸 하늘에 맡기고, 자기 운을 시험하고, 자기 팔다리 힘을 시험할 때였다. 고개를 돌려 사람들을 바라보는 것이 힘들어 나는 눈앞의 바다에 시선을 보냈다. 기가 막힌 광경이다. 내가 이런 상황에 처한 것만 아니었다면 정말로 감탄했을 텐데. 검푸른 바닷물은 흡사 살아 있는 것처럼 펄떡이며 수없이 뛰어올랐다. 커다란 손으로 배를 휘감아 올리려 했고, 힘껏 밀어 쳐 뒤집어엎으려 했다. 수백 개의 잔인한 손들이 배를 움켜잡아 부숴뜨리려 달려든다. 캄캄한 수평선은 바다와 똑같은 빛깔, 어두운 보라색의 대기는한 순간도 눈을 못 떼도록 빠르게 움직였다. 하늘 가득한 먹구름들이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것이 보인다. 쏴아아……. 그리고 차가운 비가 머리 위로 쏟아지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비와 파도로 온 몸이 차갑게 식었다. 이제 제대로 눈뜨고 바라볼 수조차 없는 풍경, 폭우로 시야가 온통 흐려진 가운데 속눈썹이 흠뻑 젖어서 눈꺼풀을 들어올리고 있기조차 힘들다. 게다가 바닷물은 눈에 들어가자 몹시 따가웠다. 입가에서도 찝찔한소금 맛이 느껴졌다. 구역질이 나려고 했다. 팔다리가 나무토막처럼 굳어지는 중이다. 겨울도 아닌데 지독한 한기가 온몸을 휩쌌다. 손을 대보지 않았는데도 이마가 뜨거워져 있는것이 느껴진다. 나뿐 아니겠지. 지금 갑판 위에 나와 있는 모든 선원들이 똑같은 상태겠지. 나르디도, 엘다렌도 마찬가지겠지. 아티유 선장, 당신은 어디로 갔죠? 그래도, 유리카가 안에 있어서 다행이야……. 나는 그 와중에도 입가에 슬쩍 미소를 떠올렸다. "정말, 이러기야?" 그 순간, 나는 등뒤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뒤통수를 한 대 맞은 기분이 들었다. "유리……." 기울어지고 있는 갑판 위에서, 그녀는 허리에 손을 얹은 채 똑바로서서는 눈썹을 찌푸리고 나를 향해 원망하는 눈초리를 보냈다. 다리는? 일단은 멀쩡해 보인다. 어쨌든 스스로 걸어온 것 같으니까. 물론 그녀는 그런 자세로 오래 서 있을 수는 없었다. 금방 어딘가를 부여잡지 않으면 아무 데로나 내동댕이쳐지니까. "왜, 왜 나왔어? 아까 내가……." 내 말허리를 유리카가 잘랐다. "내가 왜 네 말을 듣니?" 그 순간 엄청난 벼락이 하늘을 찢었다. 모두 손을 쓸 수 있는 사람은 귀를 막았다. 귀를 막을 수는 없었지만, 나도 지지 않고 소리를쳤다. "뭐야, 내가 지금 어떤 마음으로……." 나는 말을 마저 다 잇지 못했다. 유리카가 한 걸음, 앞으로 다가들더니 내 몸을 뒤에서 껴안았다. "야……." 그리고 이제는 바로 귓가에서 그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춥지?" "……." 춥지 않았다. 그녀는 키를 부여잡고 있는 내 뒤에서 몸을 바짝 붙여 그대로 팔을 내 허리에 감고 있다. 몰아치는 비바람과 파도 속에서 그녀의 체온이 금방 전해지지는 않는다. 그러나 나는 이미 난롯가에 앉은 기분이었다. 그녀의 젖은 머리카락이 바람에 휘말려 내 어깨에 휘감겼다. 언뜻보아선 두 사람이라는 것을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우리 둘은 바짝 붙어서 있다. 같은 마음, 같은 심정으로……. 그러나 마음과는 말이 정반대로 나왔다. "들…… 어가! 여기서 잘못되면 죽어……." 유리카가 내 귀에 입을 바짝 대고 말하는 바람에 나는 말을 멈춰버렸다. 따뜻한 숨이 귓불에 느껴진다. 그녀는 천천히, 또박또박 말하고 있었다. 목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내게는 온통 그녀의 목소리만이 들렸다. "너…… 제멋대로 혼자 죽으면 가만히 안 둬." 그녀의 마음을 모를 리가 없다. 나도 마찬가지란 말야. 나는 그렇게 대답하는 대신 목소리에 힘을 주어 말했다. "…… 누가 죽는대?" 유리카가 뒤에서 피식 웃는다. 곧 그녀의 대답이 들렸다. "나야말로, 기껏 지금까지 살아놓고 겨우 여기서 어이없이 죽을 것같애?" "……." 그녀는 사람이다. 물에 빠지면 죽고, 몸이 아프면 죽는다. 2백년을봉인 속에 살아왔다고는 하지만 그게 현재의 생명에 줄 수 있는 영향은 아무 것도 없었다. 괜시리 눈에 짠물이 아닌 다른 물이 고였다. 나는 숨을 한 번 삼킨다음, 마지막으로 대꾸했다. "…… 네가 그렇게 되도록 내버려둘 내가 아니야." 촤아악! 한 차례 파도가 다시 갑판 위를 휩쓸었다. 내 허리를 감은 그녀의팔에 힘이 주어지는 것이 느껴진다. 눈을 꽉 감고 고개를 최대한 움츠리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오히려 나를 감싸안고 있는 모양새인 그녀를 위해 해줄 수 있는 것도 전혀 없었다. "입술이 파래." 간신히 물이 지나간 뒤에 그녀가 처음으로 꺼낸 말이었다. "그…… 래……." 솔직히 입술을 움직이는 것조차 힘이 들었다. "나…… 도 그러니?" 유리카가 문득 묻는다. 고개를 조금 돌려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나서 고개를 저었다. "아직 괜찮아. 그렇지만 들어가는 편이……." 갑자기 나는 더 이상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그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날 것 같아요? ... ^^;앞 잡담에 이어서- 돛과 돛을 꿰매는 실은 밀랍을 입혀서 만들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솔직히 웬만해서는 잘 찢어지지 않습니다. 물론, 거친 항해 끝에 돛이 걸레가 되어 돌아오는 배 이야기가 여기저기 있는 걸 보면 안 찢어지는 것은 아니고....^^엘다렌의 아아주- 쓸만한 도끼와(바다에 빠진게 아까울 정도로..)엄청난 광풍인 시즈카가 아니라면, 저렇게 쉽게 찢어지지는 않았겠죠. 시즈카는 태풍 같은 바람을 연상하시면 됩니다. 얼마 전에 제주도와 남부 일대를 습격한 태풍(올가였던가요? 개인적으로는 마음에 들어하는 러시아 이름), 정말 끔찍하게 센 바람이지않았습니까? Luthien, La Noir. 출력이 끝났습니다. [Enter]를 누르십시오. ━━━━━━━━━━━━━━━━━━━━━━━━━━━━━━━━━━━제 목 :◁세월의돌▷7-1.기억의 폭풍 (16)게 시 자 :azit(김이철) 게시번호 :1212게 시 일 :99/09/08 03:52:01 수 정 일 :크 기 :6.6K 조회횟수 :63 『SF & FANTASY (go SF)』 47824번제 목:◁세월의돌▷ 7-1. 기억의 폭풍 (16)올린이:모래의책(전민희 ) 99/09/05 17:54 읽음:1182 관련자료 없음----------------------------------------------------------------------------- +=+=+=+=+=+=+=+=+=+=+=+=+=+=+=+=세월의 돌(Stone of Days)=+=+=+=+=+=+=+=+=+=+=+=+=+=+=+=+ 7장. 제6월 '인도자(Guardian)'1. 기억의 폭풍 (16) "……." 그녀가 손을 들어, 내 입술을 만졌다. 천천히, 그녀의 손가락이 내 입술 선을 하나하나 따라간다. 윗입술의 뾰족한 윤곽을 매만지고, 엄지손가락으로 아랫입술을 부드럽게 쓰다듬고 지나간다. 쏟아지는 비속에서도 그 손가락들이 뜨겁게 느껴진다. 귀를 찢을 듯한 폭우와 파도의 사나운 외침 속에서, 물로 흐려진시야로도 그녀의 빗물 맺힌 속눈썹과 거기에 나타난 표정을 알아볼수 있다. 심장 뛰는 소리, 모든 것을 잊어버리고도 남을 그 모든 미세한 떨림과 접촉의 감각. 내 입김이 흰 손가락에 하얗게 씌워진다. 빗속에서 둘은 모두 떨고있었다. 어떤 간절한 감각으로, 절박한 상황에서도 한 곳에 집중하게하는 바라는 마음. 아아…… 이렇게 여기 있어. "밧줄을, 사람이 떨어졌다!" "으아아아악!" "피, 피해라!" 쏴아…… 쏴아아……. 모든 것이 먼 곳에 있었다. 모든 것을 날려보낼 것 같은 시즈카의바람도, 결코 날려보내지 못하는 것이 있다. 난폭한 바다와 사나운빗줄기, 쉴새없이 으르렁대는 하늘조차 방해하지 못하는 것이 있다. 오늘, 살아나지 못한대도 결코 잊지 않아. 쿠르르릉……. 번개가 바다 가운데 내리 꽂히며 그녀의 얼굴을 잠깐 동안 밝혔다. 아직 괜찮아, 그녀의 얼굴은 밝다. 입가에는 미소가 어려 있다. 그녀가 입술만 움직이며 뭐라고 말한다. 나는 알아들을 수 있다. 들리지않아도 이미 알아들을 수 있다. '떠나지 않아…….'나의 은빛 머리카락……. 점점 온 몸으로 끼쳐오는 한기에도 불구하고 나는 결코 죽지 않을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영원히 살 수 있을 것만 같다. 시간은 끝나지 않고 세상은 지금 이대로, 이 마음 그대로, 잠들었다가 깨어나도 영원할 것만 같은 이 모든 기억. 파도가 솟아오른다. 집채만한, 성채 만한, 산처럼 높은, 단숨에 모든 것을 끝내버릴 것만 같은 바다가 머리 위로 내린다. 두렵지 않다. 영영 밝아지지 않을 것처럼, 멸망하려는 세상처럼, 이 세상 전체가물로만 채워져버린 듯, 그렇게 캄캄한 푸른 어둠이 다가온다. 굉음과 추위, 죽음이 바로 곁에 있는 지금도,나는 괜찮다. "언제까지나……." 뭘까. 이 메마른 고요함은 뭘까. "……." 무언가 끝나버린 것 같은 기분, 참을 수 없는 통증이 온 몸 피부구석구석과 감긴 눈꺼풀에 와 닿았다. 가시덤불 속에 누운 것처럼,찌르는 듯 따끔따끔했다. 팔다리를 움직일 수가 없다. 마치 기름칠 안한 수레바퀴처럼 온 몸뼈마디가 삐그덕거렸다. 그나마도 완전히 오그라붙은 것처럼 도저히펴지지조차 않았다. 내가 지금 무슨 자세를 취하고 있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잘 모르겠다. 분명 내 몸에 붙은 내 팔다린데 왜 내가 모르겠는 건지 모르겠군. 눈이라도 떠볼까. "흐윽……." 애써 눈꺼풀을 조금 떼는 순간, 갈라진 세계 사이로 들어오는 눈을멀게 할만큼 찬란한 빛으로 나는 반쯤 정신이 나갔다. 동공을 찌르는고통스러운 감각, 이게 뭐지? 여기가 어디야? 그 순간 내 머릿속을 퍼뜩 스치고 지나간 생각이 있었다. 내, 내가혹시… 천국에 와 있는 건가? 잠시 동안 머리 속을 헤집었다. 아니다. 그럴 리가 없다. 왜냐면천국에 나무 손잡이 따위가 있을 리가 없으니까. 천국에 오자마자 맞닥뜨리는 물건으로는 너무 조야하잖아? 그렇지만 내 눈앞에 있는 저것은 분명 나무 손잡이가 틀림없는데. 웬 나무 손잡이…… 아! 나는 흠칫 떠오르는 생각으로 몸을 화들짝 움직이려다가 지독한 통증을 맛보았다. 내 온 몸이 어딘가에 힘껏 감겨 있다. 묶여 있나……하고 생각하다가 보니, 그것도 아니고, 이게, 이게, 그러니까…… 키라는 물건 맞지? "……." 그제야 조금씩 상황이 생각이 났다. 일단, 갑판에 꽂힌 멋쟁이 검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왔다. 내가 키를 껴안고 기절한 것이 틀림없다면, 내가 지금 여기 묶여있는 것은 분명 아닐 거야. 너무 꽉 잡은 나머지 내 근육이 굳어져서지금 잘 풀어지지 않는 것…… 아, 아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 아아, 잊어버릴 수 없는 사실이 있어……! 통증이고 뭐고 완전히 잊어버린 나는 떠지지 않는 눈을 힘껏 뜨고부서질 것 같은 허리를 돌려 뒤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내 눈에 들어온 것은……. "아……." 유리……. 그녀가 있다. 그녀가 거기 그대로 있다. 두 팔로 내게 매달린 그대로 죽은 것처럼 늘어져 있다. 허리가 옆으로 비스듬이 꺾여, 기울어진 상체에서 머리카락이 바닥에 닿을 것처럼 흘러내리고 검은 옷자락은 온통 소금기로 반짝였다. 의식이 없다. 그러면서도…… 팔은 내 허리에 꼭 감겨 떨어지지 않고 있었다. 마지막 죽을힘을 다해 껴안은 기억 그대로, 그녀는 의식을 잃으면서도그 손을 놓지 않았다. 가슴속에서 뭐라 형언할 수 없는 감정이 치밀어 올랐다. 몸을 틀었다. 팔을 간신히 움직여 키를 놓는 데에도 꽤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그녀가 바닥으로 쓰러질까 봐서 조심스럽게 팔을 뒤로돌렸다. 팔을 잡아 올리는 데에도 내 생각보다 훨씬 많은 힘이 필요했다. 의식을 잃은 사람은 몇 배로 무거워진다고 했던가. 그러나 그런 것은 조금도 중요치 않았다. 나는 모든 것을 잊어버리고 그녀를 바로 눕히기 위해 사력을 다해 몸을 움직였다. 모든 동작하나하나가 마지막인 것처럼, 말로 다할 수 없는 노력이 필요했다. 그러나 마음만은 한 번도 그래본 일 없는 것처럼 평온했다. 팔을 풀어내려고 하는데 웬만한 힘으로는 까딱도 하지 않는다. 그녀도 마지막 힘을 다해 붙잡은 것이었을까. 깍지낀 손은 돌처럼 단단했고, 내가 지금 힘이 없어서인지 몰라도 팔은 완전히 붙어버린 것처럼 몇 번이고 애를 써도 떨어지지 않았다. 숨이 턱에까지 차 올랐다. 어서 그녀를 눕히고 그 얼굴을 보고 이름을 불러보고 싶은데. 아, 이름은 지금도 부를 수 있어. "유리…… 유리카……." +=+=+=+=+=+=+=+=+=+=+=+=+=+=+=+=+=+=+=+=+=+=+=+=+=+=+=+=+=+=+=엊그제 배 모형을 파는 가게를 보았어요. 들어가서 한참이나 이 모형, 저 모형 구경했지요. 종범선, 횡범선, 쉽형, 바크형.... 사지도않을 거면서. ^^그 중에서도 푸른 굴조개호에 가까운 배가 있어서 자세히 봤어요. 마스트 하나에 돛은 세 개씩 달린 것이었지만, 스팽커나 보우 스프릿같은 경우는 굉장히 제가 생각한 거하고 비슷하더군요. 참, 보우 스프릿은 꽤나 여러 장을 달았더군요. 제가 특히 신경써서 살펴본 것은 밧줄이 어떻게 묶어져 있나 하는거였어요. 어떻게 해서 닻을 올리고, 돛을 내리며, 키를 움직이나 하는 것들. 꽤나 의문이 많이 풀리더군요. 정교하게 만든 거라서 그런지... 제일 멋져보이는 커다란 범선(한마스트에 돛이 여섯 개씩이나 달린..)은 모형 가격이 24만원이던가.. 아니, 40만원 넘었던가.. 하여튼 굉장히 비쌌어요. (이 가운데서도숫자는 잘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다..--;)아, 저 첫 번째 조회수 7000 넘었답니다. ^^Luthien, La Noir. 출력이 끝났습니다. [Enter]를 누르십시오. ━━━━━━━━━━━━━━━━━━━━━━━━━━━━━━━━━━━제 목 :◁세월의돌▷7-1.기억의 폭풍 (17)게 시 자 :azit(김이철) 게시번호 :1213게 시 일 :99/09/08 03:52:20 수 정 일 :크 기 :7.9K 조회횟수 :54 『SF & FANTASY (go SF)』 47825번제 목:◁세월의돌▷ 7-1. 기억의 폭풍 (17)올린이:모래의책(전민희 ) 99/09/05 17:54 읽음:1176 관련자료 없음----------------------------------------------------------------------------- +=+=+=+=+=+=+=+=+=+=+=+=+=+=+=+=세월의 돌(Stone of Days)=+=+=+=+=+=+=+=+=+=+=+=+=+=+=+=+ 7장. 제6월 '인도자(Guardian)'1. 기억의 폭풍 (17) 내 목소리지만, 너무 이상하군. 할아버지처럼 바짝 말라붙었어. 그런데 신기한 일이 일어났다. 의식이 돌아온 것 같지는 않은데, 그녀의 팔에서 힘이 서서히 풀렸다. 깍지낀 손가락이 풀어지며 일부러 놓는 것처럼 팔이 아래로 툭떨어졌다. 놀라고 있을 때는 아니었다. 나는 황급히 그녀가 바닥에 쓰러지지않도록 받쳐 안았다. "……." 이제 괜찮아. 나는 그녀를 바닥에 눕혔다. 고개를 숙여 숨을 쉬는지 살폈다. 약하고 가볍지만, 가벼운 숨결이 새어나오는 것을 보고 한숨 돌렸다. 잠시 정신을 잃은 거야. 조금만 쉬면 깨어날 거야. 그제야 주위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둘러볼 여유가 생겼다. 일단, 눈에 들어온 것은 눈이 부시게 맑아 있는 새파란 하늘이다. 똑바로 쳐다볼 수 없을 정도로 드맑은 푸른 빛, 내가 기억하고 있는사건들은 모조리 없었다고 말하는 것처럼, 정말 거짓말처럼 개어 있는 하늘이었다. 시간은…… 점심때쯤? 해가 중천에 솟아 있었다. 그것도 꿈같은 일이다. 해를 본지 백 년은 된 것 같은 기분이었다. 너무나 신기했다. 게다가 바다, 저 기만적인 잔잔함이라니. 바다는 정말 얌전한 처녀처럼 미풍에 가볍게 살랑거리고 있었다. 내 기억 속에 새겨진 사나운 손아귀를 가진 파도는 다 어디로 가버린건지 모르겠다. 솔직히, 동일한 바다라는 것 자체가 믿어지지 않았다. 바다 역시 투명하고 파랗게 빛나는 코발트빛, 당장 뛰어들어 헤엄치고 싶을 정도로 아름다운 경치로 변해 있었다. 하늘 가운데, 햇빛이 핑그르르 돈다. 둥글게 빛나는, 찌르는 듯한 광채. "아아……." 손을 들어 이마를 가렸다. 내 옷도 온통 소금투성이다. 햇빛을 받아 바삭바삭 마른 피부가 따끔거렸던 이유도 알 것 같다. 유리카의이마를 짚어 보면서 주위를 살폈다. 다른 사람들은? 갑판은 괴괴하리 만치 조용했다. 유리카를 놓아두고 일어나는 것이 마음에 걸렸지만, 일단 일어났다. 설마, 하나도 남아 있지 않은 것은 아니겠지. 게다가 여기는 어디야? 그 굉장한 바람에 밀려 온 것이 확실하다면, 굉장히 먼 곳으로 왔음에는 틀림없을 텐데. "큼, 으흠, 큼, 그러니까, 아무도 안 계세요……." 목소리를 가다듬을 필요가 좀더 있었다. 목이 완전히 말라붙어 갈라져 있다. 그제야 물 생각이 났다. 이렇게 심한 갈증인데, 겨우 이제서야 알아채다니. 온 몸의 관절이 삐그덕거렸다. 창고 구석에 버려둔 나무인형이라도된 것처럼 팔다리를 뻣뻣하게 움직이며 갑판 위를 천천히 걸었다. 뭔가 남아 있기라도 한 걸까? 몇 번이고 뒤돌아보면서 걸음을 옮겼다. 유리카, 내가 잠깐 자리비운 사이에 사라져 버리는 것은 아니겠지? 그렇지? "아무도 없……." …… 이 목소리라니, 입 다물고 있는 게 속 편하지. 승강구가 열어 젖혀져 있다. 안으로 들어가 볼까 하다가 일단 갑판위를 모두 살펴보기로 마음을 바꿨다. 좀더 걸어서 두 개의 마스트를지나 상갑판 쪽으로 다가갔다. 배 모양새는 그야말로 말씀이 아니다. 처음 보았던 때나 출항하던 당시의 그 우아하고 당당한 위용 어린 모습이 이것이라고는 도저히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로 군데군데 깨어지고, 뜯겨져 나갔으며, 너덜너덜하다. 아…… 이 배를 150만 메르장이나 주고 샀는데……. 나는 속으로 궁시렁대면서 상갑판 위에 솟은 앞마스트 쪽으로 다가갔다. 어째서 갑판 위에 사람이 하나도 없을까. 분명 폭풍우 속에서이리저리 뛰어다니고 휩쓸리던 선원들이 있었는데, 그들 모두가 바다에 휩쓸려 죽어 버렸나? 생각하고 싶지 않은 상상이었다. "……." 정말로 일부러 청소해 놓은 것처럼 깨끗한 갑판. 늘 그 위에 늘어놓아져 있던 각종 통이나 공구 등도 모조리 사라졌다. 그런 것들이야휩쓸려 떨어졌대도 조금 아쉬울 뿐이지만, 사람들이 정말 아무도 없다고? 그 순간, 나는 내 방금 까지의 두려운 상상을 부정하는 광경과 맞닥뜨렸다. 내 메마른 입술을 뚫고 저절로 외침 소리가 터져나왔다. "나…… 르디!" 잘 떼어지지 않은 걸음을 황급히 움직여 다가갔다. 앞마스트 앞에그가 쓰러져 있다. 주…… 죽은 것은 아니겠지?! 그런데 쓰러진 모양새가 좀 이상했다. 밧줄이 온통 몸에 친친 감아져 있다. 그리고 좀더 자세히 보니 밧줄은 마스트에도 묶여 있다. 한 마디로 마스트에 단단히 묶여져 있는상태다. 파도에 휩쓸리지 않으려고 이렇게 한 건가? 고개는 숙여져 있고, 그는 움직이지 않았다. 더듬더듬 다가가서 몸을 조금씩 흔들었다. "큼, 나르디, 나르디, 야, 정신 차려!" 물을 마시지도 않았는데 목소리가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정상으로되돌아오고 있는 것인가. 한참만에 반응이 있었다. 어깨가 움찔거린다. 몸에서 잠깐 경련이일었다. 황급히 얼굴을 감싸쥐고 뺨을 비볐다. 소금기 가득한 머리카락을 젖히고 고개를 들게 했다. 잠시 후에 그의 입에서 조그마한 한숨이 새어나왔다. "하아……." 문득, 그가 술에 취했을 때가 떠올랐다. 술에 취했을 때라면 엎드려 자고 있다가도 '큰일났다!'고 한 대 탁치면 그대로 일어났는데…… 그렇지만 지금은 그럴 수 없겠지. 내 몸도 이런데, 녀석인들 제대로 버텼겠어. "……." 그런데, 왜 은근히 그걸 확인해보고 싶어지지? 나는 머릿속으로 고개를 흔들며 참다가 결국은 유혹에 지고 말았다. 나는 녀석의 어깨를 탁 치며 - 물론 과거에 비하면 굉장히 살살쳤다 - 커다랗게 소리를 질렀다. "야! 큰일났어, 어서 일어나!" …… 별로 커다랗지도 않군. 그런데……. "……뭐가?" 나는 그대로 말문이 막혀 버렸다. 문득 온 몸이 파르르 긴장되는 것 같더니, 그는 늘어뜨리고 있던고개를 퍼뜩 들어올렸다. 물론 예전처럼 완전히 정상으로 돌아온 듯한 생기 있는 움직임은 아니다. 그러나 제대로 깨어난 것임에는 분명해 보였다. 적어도 눈을 뜨고 있었다. "…… 무슨 일이야?" …… 말까지 했다. 나는 귀신을 본 기분으로 녀석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햇빛을 받은 금갈색 눈동자가 티 하나 없이 말갛다. 어쩌면, 녀석, 이렇게 정신을 빨리 차릴 수가 있지? 쳇, 은근히 약오르네. 물론, 그라고 완전히 제정신으로 돌아온 것은 아니었다. "여기가 어딘가……." 나는 잽싸게 대답했다. "배지 어디야." "그런가……." 그는 내가 했던 그대로 하늘을 한 번 바라보고는, 바다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이마를 찌푸렸다가, 내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몇 번이고 살아 있다는 것을 확인하려는 것처럼 눈을 깜빡이며 내 눈을 보고 있다가, 고개를 흔들면서 몸을 일으키려 했다. 물론, 녀석이 자기 몸이 묶여 있다는 것을 처음부터 깨달았을 리가없다. 잠시 후에 내 도움을 받아 밧줄에서 풀려 나오며 그는 중얼거리듯 말했다. "다들, 어디로 갔지……." 그까지 그렇게 말하는 순간, 내 마음속에서 굉장히 끔찍한 인상이스치고 지나갔다. 내가 정신을 잃은 후에 좀더 심각한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은 아닐까? 나도, 나르디도, 유리카도 모르는? +=+=+=+=+=+=+=+=+=+=+=+=+=+=+=+=+=+=+=+=+=+=+=+=+=+=+=+=+=+=+=음.. 한 독자분께서 선상 전투신이 잔인하달까, 사람이 많이 죽는다고 하셨는데, 실상을 살펴보면 죽은 사람은 별로 없답니다. ^^; 다친 사람은 엄청나게 많지만요. 웬만해선 파비안이 사람을 많이 죽이지 않도록 신경쓰고 있거든요. (나르디나 엘다렌, 유리카는 뭐, 좋을대로...^^;) 대부분 팔이나 다리, 이런 곳을 공격하지 직접 목을 베어버리거나 하는 치명상은 잘 입히지 않아요. 이건 제가 개인적으로생각하는 파비안의 검술 발전과도 관계되는 문제이기도 하고요. 오히려 별과 검의 노래호에서 손을 반으로 쪼개거나 하는 장면이제 스스로에겐 더 실감나게 느껴졌었죠. 그리고, 사이버포뮬러요? TV에서 할 때 한 편인가 정도 봤던 것 같군요. 말씀하신 OVA는 구경도 한 일이 없습니다. ^^; 그러니까 비슷한 대사 말씀은 우연의 일치겠네요. (전 그렇게 만화를 좋아하는 편은 못된답니다..)키를 잡는 문제는, 다른 사람이라고 아예 못 잡을 정도는 아니었겠죠. 다만 평소처럼 손으로 잡을 수는 없었고, 파비안처럼 아예 온몸으로 껴안아 붙었다면 2등 항해사 바스케스 같은 사람은 충분히 잡을수 있었을 겁니다. 참, 바스케스도 한 영화의 단역에서 힌트를 얻어 만든 이름이랍니다. 전 영화에서도 단역 이름을 잘 외워요. ^^;Luthien, La Noir. 출력이 끝났습니다. [Enter]를 누르십시오. ━━━━━━━━━━━━━━━━━━━━━━━━━━━━━━━━━━━제 목 :◁세월의돌▷7-1.기억의 폭풍 (18)게 시 자 :azit(김이철) 게시번호 :1214게 시 일 :99/09/08 03:52:41 수 정 일 :크 기 :5.3K 조회횟수 :64 『SF & FANTASY (go SF)』 48049번제 목:◁세월의돌▷ 7-1. 기억의 폭풍 (18)올린이:모래의책(전민희 ) 99/09/06 21:17 읽음:1033 관련자료 없음----------------------------------------------------------------------------- +=+=+=+=+=+=+=+=+=+=+=+=+=+=+=+=세월의 돌(Stone of Days)=+=+=+=+=+=+=+=+=+=+=+=+=+=+=+=+ 7장. 제6월 '인도자(Guardian)'1. 기억의 폭풍 (18) "너도 몰라?" 내 목소리는 정말 꽤 정상으로 돌아와 있었다. 나르디는 내 말에대답하는 대신 말했다. "목이 마르군……." 나도 마찬가지다, 임마. 우리 둘은 서로 비척비척 몸을 기대며 다시 일어섰다. 적어도 녀석을 만난 것은 너무나 반가웠지만, 엘다렌과 다른 사람들이 너무나 걱정이 되었다. 선실 안으로 들어가 봐야겠지? 나르디가 입을 열었다. 그의 목소리에 이렇게 힘이 없는 것을 듣는건 처음이다. 나도 마찬가지로 완전히 지친 상태였는데도 불구하고마음속에서 측은한 마음이 일었다. "유리카는, 자네와 함께 있었지?" "유리는 저기 있어. 괜찮아." 하나라도 안심하는 편이 좋아. 그런데 그 말을 듣더니 나르디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럼, 모두 다 무사하다는 건가……." 갑자기 그 '모두'의 의미에 의심이 든 내가 그 기운 없는 말투 속에서도 쏘아붙이듯 말했다. "야, 주아니는? 엘다렌은 걱정 안돼?" 녀석의 입에서 내가 그야말로 바라마지 않던 대답이 튀어나왔다. "다들 잘 있어." "어디에?" 그는 손을 들어 선실 쪽을 가리켰다. "다들…… 잘, 있다고?" 저만치 유리카가 내가 눕혀 놓은 그대로 가만히 누워 있는 것이 보인다. 잠든 것처럼 평화롭게 보인다. 갑판 가득히 햇빛 내리쬐는 가운데, 탈진한 상태로도 아름답게 보이는 그녀. "저렇게 눕혀만 두면 안될 텐데." "물을 찾아야지." 선실로 걸음을 옮겼다. 물이 있기를 바래야겠지만 그렇게 희망은없었다. 주위에 육지도 안 보이고, 이것 참, 곤란하군. 나는 다짐하듯이 다시 물었다. "정말, 다들 잘 있어?" 나르디의 대답이 또한 들을만 했다. "다들이라는 말의 개념이 나와 같다면……." 우리는 선실 문을 열었다. 다행히 선실 안에는 물이 별로 들어온 것 같지 않다. 이 안에 누군가가 있다면 잘 있을 가능성이 클 것 같다. 내 예상대로, 실제로도그랬다. 복도 안쪽에서 굵은 목소리가 울렸다. "이제들 일어난 건가." 물론, 평소만큼 위엄 가득한 목소리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충분히반가운……. "엘다렌!" 나는 한달음에 달려…… 가고 싶었지만 내 어깨에 기댄 나르디를생각해서 - 사실은 내 자신의 상태도 생각해서 - 비틀대는 가운데 조금 걸음을 빨리 해서 다가갔다. 엘다렌은 자신의 빈 파이프를 뻑뻑 빨면서 어디서 찾아냈는지 모를물 한 잔을 앞에 놓고 복도 가운데 앉아 있었다. 바닥에 앉아 있는거라 그 모습이 조금 우습기도 했지만, 그가 허리를 꼿꼿이 하고 우리를 바라보는 모습이 워낙 엄숙해 보여서 함부로 웃을 수는 없었다. 어쨌든 너무 너무나 반가웠다. "괜찮아요?" 나르디는 말이 없었지만 엘다렌이 나르디를 보더니 가벼운 미소를보내는 걸로 보아 서로 미소로 인사를 교환한 모양이다. 나르디는 처음 빨리 깨어난 것과는 달리 내 반만큼도 기운이 없었다. 우리 둘은 쓰러지듯 그 앞에 주저앉았다. "그래, 괜찮을 줄 알았지." 엘다렌은 물컵을 들었지만 우리 둘 중 누구한테 그걸 넘겨줘야 할지 고민하는 모양이었다. 나 역시 단숨에 컵을 낚아채고 싶을 정도로목이 말랐지만 거의 꺼질 듯이 숨을 쉬는 나르디를 위해 엘다렌에게눈짓을 보냈다. "녀석이 죽어가네요." 컵을 받아든 나르디는 물을 한 모금 마시더니, 내 쪽을 바라보면서말했다. "유리카한테도 갖다줘야지. 그렇게 오래 햇빛 가운데 눕혀놓으면안돼." "그래……." 내가 내 자신보다는 유리카를 먼저 생각할 거란 것을 녀석은 알고있다. 그래, 이 정도면 우리는 충분히 동료고 친구야. 엘다렌은 기침을 흠흠, 하더니 말했다. "물이라면 저쪽 통에 아직 꽤 남아 있다." 싱긋, 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한 나는 억지로 몸을 일으켰다. 물론또 하나 물어야만 할 말이 있었다. 혹시나, 그러나 그런 대로 밝은확신을 가지고 물었다. "주아니는요?" "그 녀석이라면." 엘다렌이 주아니를 '녀석'이라고 지칭한다는 걸 처음 알았다. 나와 나르디는 엘다렌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함께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엘다렌이 어디에서 찾아냈는지 부드러운 천으로 곱게 싸 놓은동그란 뭉치로 눈이 갔다. "저걸……." "엘다렌이요……?" 나는 몸을 일으킨 김에 그쪽으로 다가갔다. 아마도 침대 시트나 그런 것일 것으로 보이는 천에 주아니는 폭 파묻혀 눕혀져 있었다. 그리고 그 위에 가느다란 햇빛이 드리워져 있다. 그 또록또록한 눈은감겨져 있지만, 너무도 평화롭게 잠든 것 같은 그 모습에 나는 왠지왈칵 눈물이 치미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래, 모두 무사했어. 이 위기의 상황에서도 우리 모두는 아무 일없이 이렇게 있어. 죽은 사람이, 다시는 볼 수 없게 된 사람이 많았지만…… 이기적일지 몰라도, 그래도, 이렇게 가까운 사람이 살아 있다는 점만 갖고도눈물이 나는 건 어쩔 수 없어. 겨우 그것뿐인걸, 그저 작은 행복으로도 기뻐할 수밖에 없는 '사람' 이니까……. 정말, 내 처음 상상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죽지 않고 살아 있었다. 나는 주위를 휘둘러보며 말했다. 아니, 소리를 냈다. "와아……." +=+=+=+=+=+=+=+=+=+=+=+=+=+=+=+=+=+=+=+=+=+=+=+=+=+=+=+=+=+=+=키스신이 없다고 아쉬워하시는 분이 왜 이렇게 많은 거죠...? ^^;;Luthien, La Noir. 출력이 끝났습니다. [Enter]를 누르십시오. ━━━━━━━━━━━━━━━━━━━━━━━━━━━━━━━━━━━제 목 :◁세월의돌▷영어로 번역된 1-1-3입니... 게 시 자 :azit(김이철) 게시번호 :1215게 시 일 :99/09/08 03:53:46 수 정 일 :크 기 :10.1K 조회횟수 :17 『SF & FANTASY (go SF)』 47826번제 목:◁세월의돌▷ 영어로 번역된 1-1-3입니다올린이:모래의책(전민희 ) 99/09/05 17:55 읽음:582 관련자료 없음-----------------------------------------------------------------------------* 차례대로, 즉 1장 1편 3화입니다. ^^* 몇 개의 영문은 바꾸는데 지도책 찾아보며 고생을 좀 했습니다. 예전에 아이슬란드 친구와 펜팔하던 기억을 살려보면, 그 근처의 표기법은 굉장히 희한합니다. * 재미있게 보세요! +=+=+=+=+=+=+=+=+=+=+=+=+=+=+=+=+=+=+=+=+세월의 돌(Stone of Days)+=+=+=+=+=+=+=+=+=+=+=+=+=+=+=+=+=+=+=+=+ Chapter 1. The 14th Month 'Elder Sage'1. Delivery Service! (3) So I, just a clerk of a store, could enter the castle of hishighness, which is far above my means. No, no, it isn't my first time - it is my SECOND time. And youask 'When was your first?'? Well…… mom says it was at the register of my birth (she hadme in her arms and entered the castle). Anyway it was terrific. The lawn spreaded over the yard attracted my eyes. Wow, thereis no snow on the yard! Ah, and over the roof, too? How manypeople do they need to clear snow like that? Here, the Gray County, the northest county in my country,Isnamir, the winter is 5 months long. Even the third Arund'Arna'(though it has enormous name, ordinary people calls itjust 'the third month'), when the spring festival 'Frandilois'takes place, it is very cold, so you know the rest. It snowsvery much, so you can't see any place without snow whetherpeople lives in the place or not; except here. Through the center of the yard there was a way covered bypaving stones. Oh boy, how long it is! "Hmm, Uhmm, Hmm……." I started to walk along the way filled with self-confidence,but in a moment I was stunned. I can clearly see the castle withpinnacles I could see outside of the wall, but it didn't seemedto be getting closer. Why the hell this yard is so large? I know nothing particular about castles, but what I know isfrom the biography of a hero or a brave - in those stories,every castle has deep foss and a drawbridge. And though I knowlittle, those makes easy to defend and hard to attack. Thiscastle, though, just looks good - has no big and high walls, nofoss of course, the houses of the town spreaded out planlesslyand exposed, and has needless large yard. And at now I hate the last of all those. I was so bored, so I took a look at the cover of the bookunder my arms. 'Manual of fencing in Sermouze way - book three'Written by Karodahn Maifher, the Shining Sword of theMabrile Hey, Pabi, I guess I read this three years before, huh? I've never, never, decided to be a warrior or a soldier. Andnow, too. There is some reason I had to read this book. Of course, my shop has a pile of manuals of fencing, archery,hand-to-hand like this book. And why we has so many manuals is,they're hardly in demand here. Few tries to practice fencing, even with manuals, in thisremote town. This is neither a strategic point, a famousbarrack, nor has few monsters. According to my memory, we cameto sold those manuals once or twice a year. If there is somedemands for those, it'd be manual of hunting. And when it comesto me, I browsed those manuals because it stocked in, but I'browsed' until I got into the trouble. And you ask the reason why I 'read' those, without anypossible needs? 'Cause the fxxxing guy, the eternal trouble, thebiggest obstacle of my life, the one who'd take my sin of myformer life, the lad from 'the buck general store', made me todo it! Oops, let's calm down, Pabi. Anyway, though I omitted him, Mr. Kumentz has a son, who isbigger, taller, stronger, and older than me. And the name is'Geffer Kumentz'. He always provoked quarrels with me(that isdifferent from the older Kumentz always tries to seduce my mom). And I realized the difference of power, so I decided to avoidthe lad. And you know sometimes the world betrays you. He succeeded to provoke a quarrel with me(and the reason was,I remember, just nothing), and he knocked me out, whom, at thattime, couldn't compared with him - and if you cannot understand,remember what I said about him - and he broke my thumb-markedsnowboard. I guess he envied me riding it with praise. And theboard was made of wood then, so the breaking was inevitable. Poor board. Anyway I felt anger raging violently from deep in my heart forthe first time. Still it is a wonder, but I read all the books named 'manual',always thinking avenge. You have to be systematic when gettingstarted - first the manuals, then the pracitce, huh? Yeah, I ama man of word. And see, I finally crossed the yard and reached the castle. "Delivery, from the 'BigBuck general store'." I tried to be seen as possible as good, and said, tried not tobe disturbed by the steward, who blocked my way and asked 'whaterrand do you have?'. But the steward just glanced over me withcuriosity, as he knows something about me. Man, I am no special. "Follow me." So I came to across the middle of the castle. It was made ofmarble, and some decent helmets and armors were put on thecorridor, and the shining spears and swords were hanged on thewall, which was too good for hunting some boars or deers. (Thatmade me remind of the sword I ware on my wrist.)After I finished reading all those manuals without consideringmy position, I myself started to carry a sword, which, comparedto the swords hanging on the wall(I am sure that they aredecorations), is far backward, as mine is a short thing likedagger. Anyway it was quite useful when came to across something likewildcats. Passed doorways and entered a round room. That was a hall witha very high ceiling. And the sound of footsteps was continuouslystabbing my ears. And among the sound there were two man waitingfor me and the steward. One was a man of my age, who wears a goose overcoat which islooking at it once and you are warm, and the other was a tallerand ugly middle-age man. "Ah, there they are." There they are? Did he longed for this book that much? Iremember we held this book three years ago……. I wondered what to do, and gave the book to the one who seemedlonging for the book. And the middle-age man made his face moreugly and said loud. "Keep your etiquette - The son of his highness, ArnowiltKsendaunie Amber." Ah, you, no, the son of his highness, is the customer, huh? I glanced over the younger one who is called the son of hishighness, and I began to wonder the son of his highness was thatyoung? Man, he looks quite cute! "He looks quite cute, for god's sake." I really embarrassed to hear my thoughts. And I realized thatwords were spoken by the son of his highness. And then, he wastalking about me, huh? God. The son of his highness(A quite long name to call) Arnowiltehad cute face and a short blonde hair, quite a like-girl-lookingface. Compared to that, people may think me a brave warrior. "I've been waiting for you, the clerk." Hey, the man who has long name, I, too, have a name, quiteshorter than yours. "For me?" "Yes, stories about you reached my ears." Arnowilte pointed his ears with his fingers. Then, the commonpeople hears stories by nose, you fool? I waited for him to say what does he need for me. I have tohurry for home, as my mom cannot make profit on the store. Thefamily art is more exquisite and stronger as generation goesfarther. "Give me the book." I did, politely with two hands, as I realized his position. Shit, I am going to dislike delivery in winter. "You are the swiftest in Havijanaucke., I heard?" "Of course, sir." I never miss the point when it comes to my self-confidence. "And you ride the b…oard, like um…" Arnowilte, wearing thick overcoat and rowing his arms in Sway, was very funny. "……this?" "Yes, sir." I guess I have to make answers short to go home. "OK, exactly as I heard." Arnowilte smiled and said to the ugly man who kept his lipstoo tight. "Mr. Tadea, I guess he is quite useful?" "My thoughts exactly, arnowilte sir." Useful? For what? Am I a thing? As those thoughts flowed mybrain, the man Tadea walked toward me. Wow, he is very tall. "You." "Huh?" "Are appointed to the opponent of his practice." "Pardon?" What the hell he is saying? It isn't greek to me, huh? "Everyday, after breakfast, come here, and duel with him. Youmay come with bare hands. I will give a sword. It is an honor. Dismissed." And they turned back as they finished the dialogue. Hey, the short dialogue is OK, but you can't decide this easy! Oh god, who keeps the store in the morning? "Ah, well, but…" "What?" The ugly face turned to me. +=+=+=+=+=+=+=+=+=+=+=+=+=+=+=+=+=+=+=+=+=+=+=+=+=+=+=+=+=+=Which one is warmer - the goose overcoat or the duck one? Luthien, La Noir. +=+=+=+=+=+=+=+=+=+=+=+=+=+=+=+=+=+=+=+=+=+=+=+=+=+=+=+=+=+=차례대로 모아놓게 되면 정말 보물이 될 것 같네요. 영문 애독자가 생긴다면 기쁠...... 이 아니라 존경할 것 같네요. ^^;;한 번 읽었던 거라, 금방 이해가 간다는 분도 계시고. ^^Luthien, La Noir. 출력이 끝났습니다. [Enter]를 누르십시오. ━━━━━━━━━━━━━━━━━━━━━━━━━━━━━━━━━━━제 목 :◁세월의돌▷영어로 번역된 1-1-4입니... 게 시 자 :azit(김이철) 게시번호 :1216게 시 일 :99/09/08 03:54:10 수 정 일 :크 기 :13.3K 조회횟수 :10 『SF & FANTASY (go SF)』 47827번제 목:◁세월의돌▷ 영어로 번역된 1-1-4입니다올린이:모래의책(전민희 ) 99/09/05 17:55 읽음:472 관련자료 없음-----------------------------------------------------------------------------* 1장 1편 4화입니다! 차곡차곡 나가고 있습니다. ^__^* 매번 의성어들을 영어로 바꾸시느라 고생이 많으신 번역자분께삼가 감사의 말씀을.... (의성에 끝에 종종 붙어 있는 -_-; 표시의의미는 해본 사람만이 알겠죠? ^^ 제가 일단은 삭제했습니다만..)* 재미있는 독서 되세요! +=+=+=+=+=+=+=+=+=+=+=+=+=+=+=+=세월의 돌(Stone of Days)=+=+=+=+=+=+=+=+=+=+=+=+=+=+=+=+ Chapter 1. The 14th month 'Elder Sage'1. Delivery Service! (4) "I…… am a clerk." "I don't care about what you do. I need you, and that's all." No, that's not the point. "Ah, but……" "What, for heaven's sake?" I am sure, he was once a soldier, as he raised his voice atonce. Look, I can raise, too. "I have to keep the store!" "What!" As I thought… his were louder than mine. At the moment Tadea started to get into rage, more brutalsituation took place - the son of his highness, Arnowiltesir(the longer, the worse), looking delicate, too, broke hisface. I got a bad feeling about this. Mr. Tadea looked his faceand he stepped back for a while. Arnowilte said, in a quitel different tone. And as I hearthat, I couldn't believe he is about my age. The son of plebeiancannot make that tone, never. In fact, it is impossible when heis old. Why? It never is in use. "You live in Ambery, and disobey my order?" Ambery is the name of entire feud, including the Havijanauckeof Raindeer, the Amber of Rose, the Grillard of Laurel, and theSdenborm of Snowflower. Hey Pabi, what the hell are youexplaining, to whom? The frowning Arnowilte looked very old, that is, the way hegot into anger is like the one of adult's. And his way oftalking is exactly one of a stuffy youngster…… "You do not follow my order, and you get into jail!" That, is what I expected. I sighed deep. The way was much longer than the first time. And you know themeaning of 'longer', as it was so long before. It maybe thatlong because I trailed my feet a little and my steps wereslower. The soldiers opened the gate several times taller than me. Ididn't realized when I enter - it is very, very big. And theyard, again. Ah, Pabi, you have to cross this every morning. -SIGH-Some women, looking maids, looked at me and sneered. They weremurmuring, without turning their heads to me. Though I know whatthey are talking about. Hey, I can hear you, girls. What? 'He's cute'? Damn. I walked along the way, being more disgusted. "Way home, Pabi?" Oh, did I finally reached the end of the road? "It's relief time." Oops. Errent made my fantasy vanished. "What did they wanted to you?" "A very very horrible thing." Of course, I can't tell him what the 'very very horriblething' is. It is, Arnowilte is very twisted, and needless to sayabout the Tadea, and they treated me, mentioning even my mom,and I have to goddamn 'practice' every morning, get hurt by damntwo, and the most important is, if I make a mistake to hitArnowilte, then what he said to me today can be realized - Ohgod. "OK, you don't need to say." That's very kind of you, Errent. I parted him and walked slowly toward the gate. So manythoughts passed my mind. Arnowilte sir, may I ask you to brakean arm by accident? Ah, more important thing is, how I shouldcall him? The son of his highness Arnowilte sir? Or theextremely long name which I cannot remember well? Oh, I hate tocall one of my age 'sir'! That made this occur to me :He didn't ask even my name! Shit, it is easier to remember than yours, meek. When I returned to home, it was almost noon. "Pabian, you bastard, why are you so late?" Though the words were not so soft, the tone was very mild. Maybe it is resulted from the dialogue with persons I can meetonce or twice in my life. Anyway it was music to my ears(Ididn't pointed my ears like Arnowilte; I can sure mom hears byears). "Mom." "Why?" "I love you." In my opinion, mom now doubt whether I am crazy. To dispel it,I started Alternative Project No. 1. "I'll get lunch ready." "I guess you always did it, not me." Oops, when did mom learned that cool tongue. I ate lunch with mom. Two loaf of breads, milk butter(I'd callit 'high reach of luxury'), two potatoes, and two apples. 'Simple Lunch' was the slogan of mom, that's OK…… but why ithas to be same for breakfast and dinner! I briefly brifed mom. "YOU, just a clerk, practice sword?" That was mom's ments, and that made me cry, withoutconsidering some crumbs sputter. (Ahh, why I did that?) "Mom- how can you say like that-!!" Mom, unlike me, did not worry about me. This was mom'sopinion(accompanied by potato crumps) : One, like me, who is notaccustomed to sword except knife for bread once in awhile(Nonsense, I ready meals more often than mom), won'taccepted by the son of his highness, as I won't be any fun tohim. Mom, that's misjudging me. Well, in a point of view, that makes sense, as mom knewnothing about 'the thing' between me and Geffer. Geffer can donothing but flee at my mom's presence(that is quite reasonable,as Mr. Cumentz's attitude to mom. He was not that fool), so momwon't know about it. And then it makes sense, that my mom'scomment about 'knife for bread'. No way, I am not so weak like mom think…. I remembered 'the thing II' occured 3 years before. I looked over each one of the four. One I knew him of course,and I knew one more among the three. Now, well, I know all ofthem, and sometimes we say 'hello' to each. At that time, I teased him several times already, so he cameto me with them to toast me. He finally got a chance of my mom'sabsence. You guess I went after them, to somewhere like fields,as they insisted? Never. Why I lose this nice position. There ischance for mom to come here, somebody to come here, or even hishighness may. All of them secures my arms and legs, that's forsure. "Shuddup and pull your sword!" I would, if I had sword matching to your childish words. Ilooked at the 'sword', and tutted. That was just a end-sharprod. Hey, you fool, I know you stole it from the yard of Mr. Nasrett. I looked around. Well, there was nothing rod like his -just some firewoods. Nice thing for beating some pigs. Gottaask. "You, pig?" "What?!" That was from the very one 'pull your sword'. Hey, I didn'tsaid who. Well, I don't need to say that to others whom I don'tknow well, and you resembled pig more than others. Hmm, I'd callthat a successful reasoning. "Y, You dare to call me p, pig…." Upset Geffer had his rod up and rushed to me, who even yetdidn't held even that poor wood. And that poor boy step leftfoot forward, though he had his rod on his right hand! Thank toyou who beat me 5 months before - after that I read everyfencing manuals in my store. And that made me know that you arejust a bluffer. And a bluffer cannot be a threat! "Yieeahap!" I made such a nice shout… and hide behind a barrel on theentrance of my house as his rod crashed into the eaves. And I started to wonder whom to praise for his such slowmoves. "Don't play tricky, Pabian!" Ooooh, you saw some gangs quarrel each other, huh? Then I, learner of the legitimacy fencing(by only books), haveto show something, huh? What to show then? "Yieeahap!" As I yelled once more same as before, Geffer flinched alittle, and looked around. You guess I moved to somewhere, huh? I stayed there. "Yikes! More tricky, Pabian!!" Today my name is dishonored often by that bastard. I feel bad. Gotta do somethin', I thought. I picked up a firewood. Thelongest one. I am twice faster than him. "Yieeahap!" This time, Geffer didn't know what'd happen, so he steppedback with anxious face. What a nice position. I jumped over the barrel with ease, kicked the edge, and flew. I felt the barrel fall toward the wall through my feet. Please,if you have to brake yourself, not the whole body. If you do, Ihave to fix. And I struck his head, which stopped in a good position, bythe wood. Pang! At the time I made that, those two just stood beside him lettheir rods toward me. And I can't attack them right now, so,what did they told me to do in situation like this in thosemanuals? Got it. Like this! I let the wood, at the time I struck him, and I hanged down aspossible. DDak! The sound of two rods colliding each other. Soon they'll cometo my wrist below them, I guessed. Of course I cannot avoid leftor right. I can avoid back, but it's too late to turn my body. But as I said, I am twice faster than him. "Aaaaaaaak!" Geffer covered his head with hands and reeled. He is tallerthan me about 2 feet - of course his legs are longer than me. I'd thank that today, as there was a wide hole between his legs,wide enough for me to pass. I rolled forward, and passed between his legs. "Y, you, hit, me……." Quack-. Oops, my head. I rolled too much to collide into the wall of next door, but Ibravely got up and turn around. In fact, I was concerned aboutGeffer, as he is now on-line, so I got up that fast. And I couldknow I was right. He tried to struck me. And now I am bare handed. "Haat!" I raised my right foot and kicked his right hand. At the verypoint it could extend, my foot reached his fist, and the rod hejust missed flew over the wall. Goodbye- I cannot wave you now,so I'll follow you. I avoided Geffer who angrily rushed to meand jumped over the low wall of my house. Humble- Kaboom! Uh-oh, that bastard destroys whole wall of my house. But there is my ultimate weapon in the wall! I held snowboard - remade of steel - in my hand and I swung ashard as I could, from right to left, to Geffer trying to get up. No other boys in those towns cannot be compared to me instrength of the arm. Thank to my iron-made snowboard. No, thankto Geffer. Though I did not aimed his head brainlessly. If he'd got hurt, me and my mom'd have to pay for smart money. "Aaaaaak……" He, who got a hit on his shoulder trying to get up, fallaside, and lied on the ground, full extended. When he'd get up, I wonder. I proped my chin with my arm and waved toward the street wherehis party fleeing away. I managed to wake up from superb remembrance. The chastisement and revenge to Geffer Cumentz after 5 monthof training and excercising can be a nice remembrance, but thatcan't be same case with Arnowilte. Of course I can tell the whole story to mom and make herdiscomforted, but anyway it already happened, and it's enoughfor only me to feel bad, so I decided to concentrate to thebread. Yeah, if she think me as a fire-eater, what differs? Mom was about to stood up. "And…… it may be good to learn some fencing, um, like…… tobutch pigs, or, you know." W, What does she talking about? I cleaned the table, went to the room, stopped and thought. Now I guess I have to reconsider my reasoning. +=+=+=+=+=+=+=+=+=+=+=+=+=+=+=+=+=+=+=+=+=+=+=+=+=+=+=+=+=+=+=Pabian, I think, is a man who has well-harmonized ability andtact. And I guess it would be a great main dish if added a spicenamed luck……Um…… and………… That was the comment of the writer, who thinks the heroas a dish. Luthien, La Noir. +=+=+=+=+=+=+=+=+=+=+=+=+=+=+=+=+=+=+=+=+=+=+=+=+=+=+=+=+=+=+=아래는 번역자 분께서 직접 써보낸 후기입니다. ^^번역자입니다. -_-;; 아아, 의성어, 고유명사, 한글맛이 나는 표현, 모두가 저를 미치게 하는군요. 프로페셔널이 아닌 이상에야 완벽하지는 못하겠지만, 그래도 비웃음만은 사고싶지 않은데... -_-;;아무튼 이렇게 번역해가면서 세월의 돌의 새로운 맛을 다시금 느낄수 있어서 참 기쁩니다. 제 아이디요? 언젠가 밝혀지겠지요. ----군입대 대기중이라고 하셨는데, 입대하시면 영문으로 읽는 기쁨도끝이겠군요.. 슬프다.. T_TLuthien, La Noir. 출력이 끝났습니다. [Enter]를 누르십시오. ━━━━━━━━━━━━━━━━━━━━━━━━━━━━━━━━━━━제 목 :◁세월의돌▷7-1.기억의 폭풍 (19)게 시 자 :azit(김이철) 게시번호 :1222게 시 일 :99/09/09 01:37:37 수 정 일 :크 기 :8.8K 조회횟수 :61 『SF & FANTASY (go SF)』 48050번제 목:◁세월의돌▷ 7-1. 기억의 폭풍 (19)올린이:모래의책(전민희 ) 99/09/06 21:17 읽음:1142 관련자료 없음----------------------------------------------------------------------------- +=+=+=+=+=+=+=+=+=+=+=+=+=+=+=+=세월의 돌(Stone of Days)=+=+=+=+=+=+=+=+=+=+=+=+=+=+=+=+ 7장. 제6월 '인도자(Guardian)'1. 기억의 폭풍 (19) 이야기를 들은 바로는 이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여기에 있을 수 있는 것은 아티유 선장과 엘다렌이 애쓴 덕택이라 했다. 나와 유리카가키를 잡고, 아니 키에 달라붙어 있는 동안 아티유 선장은 더 이상 갑판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판단하고 재빨리 살아남은 선원들을모두 선실 안으로 들어가도록 명령했다. 다친 선원이나 정신을 잃은자들을 가능한 한 옮기도록 했으며 마지막 선원이 들어갈 때까지 선실 앞에 지키고 서서 들어가지 않으려 했던 것도 그였다. 정말로 배 기술자 마고랭 에라르드 씨에게 감사할 일은 배 안의 모든 이음새가 정교하게 맞물리고 튼튼하게 마감되어 있어서, 그 폭풍우 속에서도 전혀 뜯겨져 나가거나 물이 새거나 하지 않아 주었다는점이었다. 선실 안에는 열린 승강구로 들어온 조금의 물 이외에 물기라고는 없었다. 엘다렌은 자신의 위치와 관계없이 놀랄 만큼 침착하게 아티유 선장의 판단에 따라 주었고, 부상자들을 옮기는 일을 거의 도맡다시피 했다. 나는 궁금한 점이 있었다. "그런데, 나르디 넌 왜 밖에서 그러고 있었냐?" 맨 마지막으로 들어간 것이 아티유 선장이라면, 나르디는 왜 밖에있었지? 아까보다는 좀 기운을 차린 나르디가 기둥에 기대 있던 고개를 슬쩍 들면서 약하게 웃었다. 거의 꺼질 것 같은 미소였다. "아, 그게 말이지……." 설명할 기운이 없어 보이는 나르디 대신 대답한 것은 2등 항해사바스케스였다. 사람 좋은 거한인 그는 온 몸에 타박상 투성이였지만그런 대로 쾌활하고 문제없어 보였다. "아, 저 친구, 생긴 거하곤 다르게 참말 강단 있는 친구던걸. 다들들어오고 맨 마지막쯤에 저기 저 녀석, 휼스트가 무릎이 부서져서 움직이지를 못하고 있는 걸 저 친구가 끌어냈잖아. 그리고 또 마지막으로 누구인지 잘 모를 한 명을 데리러 갔다가, 그만 갑판이 거의 90도로 기울어져서 바다 속으로 놓치고 말았지. 그러고 나니 돌아올 수가없게 되었지 뭔가? 우리 모두가 어쩔 줄 몰라하고 있는데, 승강구 문을 닫으라고 손을 흔들더니만 밧줄을 가져다가 마스트에 몸을 잡아매더군. 하, 그러고서 지금까지 저만하게 버티다니, 뱃사람이라는 우리들이 오히려 부끄러울 지경이야." 나는 새삼 입을 벌리며 녀석의 얼굴을 쳐다봤다. 저렇게 수척한 것이 결코 까닭 없는 일은 아니었군. 나는 또 궁금한 점이 있었다. "선장님, 왜 처음 폭풍우가 닥쳤을 때에는 직접 나오지 않으셨죠?" 이번에 대신 대답한 것은 1등 항해사 스트라엘이다. 그는 손을 들어 아티유 선장의 다리를 가리켰다. "저거면 대답이 될라나?" 아……. 그의 다리가 맥없이 갑판 바닥에 축 늘어져 있다. 저 몸으로, 폭풍우 속에서 나와 선원들을 지휘했다고? …… 도대체, 믿을 수가 없군. 기적을 일으키는 사람이 어디 하나둘이라야지. 나는 잠시 입을 벌리고 있다가 간신히 한 마디를 뱉었다. "정말, 다들 대단하신데요." 내 앞에서 고개를 흔들어 보인 것은 아티유 선장이었다. 선원 한사람이 그의 다리에 부목을 대고 단단히 잡아매는 중이다. 그는 잠시아픔을 참느라고 이를 사려물었다가, 조금 후에 한숨을 토하며 대답했다. "가장 놀랄 만한 것은, 파비안 바로 자네야." "제가 뭘요?" 내가 손가락으로 내 가슴을 가리키며 의아하게 되묻는데 선원 몇이내 곁으로 다가왔다. 갑판에 나와 물을 돌려 마시며 오랜만의 햇빛을보고 앉은 우리들은 모조리 지치고 피곤한 상태였지만, 그들은 일부러 몸을 일으켜 내게로 왔다. 내 어깨에 한 사람이 손을 얹었다. "그 상황에서 키를 자네가 잡다니, 정말 뭐라 할 말이 없군." "…… 그 프로첸은 괜찮겠지? 이건 감히 마르텔리조 뱃놈이라고 어디 가서 얼굴도 못 들 일이다." "파비안, 어쩌면 그 폭풍우 속에서 키를 놓치지 않을 수가 있었나? 밧줄로 몸을 묶은 것도 아니고, 자네 힘이 그렇게 장산가? 아냐, 아무리 장사라고 해도 정신을 잃어버린 데야 무슨 소용이 있어? 안 그래?" "……." 기분이 묘하다. 일어나지 않은 선원들이 보내는 눈빛에도 모두 같은 뜻이 담겨져 있다. 아티유 선장도, 나르디도, 심지어 엘다렌도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자네와 프로첸 오베르뉴한테 정말 놀랐어. 정말, 이건 기적과도같은 일이야." 유리카는 아직도 깨어나지 못한 채 선실 안쪽에 곤히 잠들어 있다. 선원들한테는 보이지 않도록 주아니를 그 옆에 재워 놓았다. 두 소녀(두 할머니?)를 생각하니 내 마음속에 평화로운 감정이 밀려들어왔다. 선원들의 눈동자에는 부끄러움과 함께 어려운 일을 함께 이겨낸사람들의 신뢰감 어린 감정이 들어 있다. 어쩌면 우리 모두 서로 신뢰에 대한 자격이 없을 수도 있다. 서로에 대해 얼마나 아느냐면 대답할 말 몇 마디 없지만, 아무 것도 모르면 어떤가. 아무 것도 몰라도 우리는 서로를 기쁘게 기억할텐데. 얼마 전, 한 달 전까지만 해도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사실조차 모르던 사람들, 그들의 마음속에 들어간다는 것이 얼마나 좋은가. 내 마음속에 그들이 들어온다는 것이 얼마나 좋은가. "자, 이제 여기가 어딘지 그만 알아보기로 할까?" 유난히 맑아 보이는 하늘, 어제의 기억이 있기 때문에 더욱 이 세상에 살아있다는 것에 이토록 기쁜 마음이 되는 걸까. 저들이 살아있다는 것이 그토록 좋은 일로 여겨지는 걸까. 한 선원의 말에 다들 지친 다리를 이끌고도 곧 분분히 일어서는 사람들이 있었다. 제대로 서 있기도 힘든 주제에 전망대에 서로 올라가겠노라고 우겨대며 목소리가 높아졌다. 한쪽에서는 웃음소리가 섞여들린다. 완전히 녹초가 된 상태라 말 한 마디 하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의 입가에도 미소가 번졌다. 바다와, 예상 못했던 칼들이 휩쓸어가버린 사람들을 위해 울어야할 때가 있겠지. 그러나 모든 것은 살아 있는 사람들이 행복한 다음이야. 정말, 정말이다. 살아 있는 한 사람의 웃음소리가 이 세상에는필요하다. 비록 머릿속에 서린 기억들이 영영 떠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우리에겐 웃어야만 할 때가 있는 것이다. "선장님! 전망대에서 관찰한 결과 아이카이데의 암초로 보이는 여섯 개의 바위들이 남서쪽 전방 백 큐빗 이내에서 발견되었습니다! 그걸로 보아 지금 있는 곳은……." 선원들은 여전히 선장에게 보고하면서 목소리를 높이고 말끝에 힘을 주려 애쓴다. 평상시와 같을 수는 없지만 사라지지 않는 것들을지키며, 그렇게 계속 살아나가겠지. 나는 피식 웃었다. 죽을 뻔 했다가 살아났다고 선원이 아닌 것은 아니라고, 누군가가 말했었지. 그런데, 그 다음에 이어진 선원의 보고가 내 감상을 확 깨뜨리고말았다. "…… 가장 가까운 항구는 마리뉴, 이곳은 위그티그 만인 것으로추정됩니다!" 뭐, 뭐라고? 나는 저도 모르게 벌떡 일어서고 말았다. 폭풍우 속에서 키에 매달려 정신을 잃었던 주제에, 나는 웬만한 선원들보다 훨씬 빨리 기운을차렸다. "아니, 우리가 아이즈나하를 떠난 지 얼마 되었다고 벌써 마리뉴라는 거죠?! 위그티그 만?" +=+=+=+=+=+=+=+=+=+=+=+=+=+=+=+=+=+=+=+=+=+=+=+=+=+=+=+=+=+=+=주인공들 이외에도 수많은 이름을 짓다 보면, 가끔은 어느 소설에선가 보았던 이름이 불쑥 튀어나오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대부분중요하지 않은 인물의 경우니까 그럭저럭 이미지에 벗어나지만 않으면 그대로 붙여버리는 경우가 생겨요. 바로 위에 등장한 휼스트라는이름, 사실 어느 소설에선가 나왔던 이름입니다. ^^ (아는 분이 있을까... 그 소설에선 주인공의 장인 이름이었습니다)뭐, 이런 일이 처음은 아니죠. 리스벳의 경우도 어디선가 따 왔다는 이야기는 이미 했었고요. 이런 경우가 저한테만 있는 것은 아닌 듯합니다. <드래곤 라자>를읽을 때 얘긴데요, 저는 넥슨 휴리첼의 어머니 이름 '아멘가드'를 듣고는 그야말로 실소를 터뜨려 버렸습니다. 혹시 다른 분들도 눈치채셨나요? ... 아멘가드는 버넷 여사가 쓴 <소공녀>에 나오는 세라의 좀 덜떨어진... 친구 이름입니다. ^^;; (이영도씨는 이 생각을 하고서 쓰신걸까...) 아멘가드 세인트클레어라는 이름이죠. 현대 의학의 불치병가운데 하나인 공주병의 원조인 세라(매일같이 '나는 공주다'를 중얼대죠)를 진짜로 '공주님'이라고 부르면서 쫓아 다니는 애거든요. 뭐.. 착한 소녀이긴 했지만요. 아마 확신이 드는 것은 어느 글 말미에선가 '소공녀를 읽고 있다'는 잡담을 읽었기 때문일 겁니다. 또 있습니다. 에포닌 할슈타일은 모두 기억하시죠? 에포닌은 빅토르 위고의 <레미제라블>에 나오는 인물입니다. 그 인물 에포닌느 떼나르디에는 장발장의 딸 꼬제뜨를 어려서 학대한 여관 주인 떼나르디에의 맏딸인데, 나중에 꼬제뜨의 남편이 되는 마리우스를 짝사랑하다가 그 대신 총알을 맞고 죽는 불쌍한 여자죠. 이 경우는 꼭 따온 것인지 확신할 수는 없는데, 그래도 워낙 흔치않은 이름이라서요. 흔치 않은 이름이란 건 제 의견이 아니라 <레미제라블>을 쓴 위고의 의견이에요. 본문에 보면 떼나르디에 부인이 딸이름을 에포닌느라고 지은 것은 3류 연애 소설에서 따온 것으로 아주유치하고 천박한 이름이었다.. 는 식으로 나오거든요. 줄여서 '뽀닌느'라고 불렀었는데. (둘째 딸은 아젤마, 줄여서 젤마- 이것도 위고의 의견으로는 영 아닌 이름이었다고 합니다)어쨌든, 오늘은 이상한 잡설이었습니다. 아마 저도 찾아보면 어디선가 따온 이름이 더 있을 지도 몰라요. ^^Luthien, La Noir. 출력이 끝났습니다. [Enter]를 누르십시오. ━━━━━━━━━━━━━━━━━━━━━━━━━━━━━━━━━━━제 목 :◁세월의돌▷7-1.기억의 폭풍 (20)게 시 자 :azit(김이철) 게시번호 :1223게 시 일 :99/09/09 01:37:55 수 정 일 :크 기 :6.4K 조회횟수 :54 『SF & FANTASY (go SF)』 48051번제 목:◁세월의돌▷ 7-1. 기억의 폭풍 (20)올린이:모래의책(전민희 ) 99/09/06 21:17 읽음:1246 관련자료 없음----------------------------------------------------------------------------- +=+=+=+=+=+=+=+=+=+=+=+=+=+=+=+=세월의 돌(Stone of Days)=+=+=+=+=+=+=+=+=+=+=+=+=+=+=+=+ 7장. 제6월 '인도자(Guardian)'1. 기억의 폭풍 (20) 내 커다란 목소리 - 오늘 갑판 위에서 들린 목소리들 중 가장 컸다- 에 놀란 그 선원이 나를 바라보았다. 내가 사지 멀쩡한 사람처럼튕기듯 일어나자 주위 선원들이 놀랍다는 듯 혀를 찼다. 아, 그렇지만 지금 안 일어나게 됐냐고! "그렇지만…… 저기 보이는 것은 분명 아이카이데의 암초들이 맞아. 이 해역 항해를 한두 번 하는 줄 아나? 겉으로 보이는 바위가 비죽비죽하게 여섯 개, 왕관처럼 생긴 암초인데, 그 아래에 숨겨진 바위는 셀 수도 없어. 우리도 떠내려오다가 저기 부딪쳤으면 그냥 끝장났을 거야. 그만큼 뱃사람들한테 유명한 암초군이라고." "그럼, 하룻밤 사이에 롱봐르 만 가장 안쪽까지 단숨에 밀려왔단말이에요?!" 선원들로서는 내가 왜 흥분하는지 영문을 모를 수밖에 없다. 아니,마리뉴라니, 그러면 델로헨 항으로 갈 수 없게 되었단 거잖아! 이스나미르로 돌아갈 수가 없게 되어버렸잖아! 갑자기 나를 당황스럽게 하는 대답이 들려왔다. "지금, 우리가 하루 동안 왔다는 증거가 어디 있나?" 스트라엘이 천천히 몸을 일으키면서 나를 똑바로 보고 있다. 저 금발의 1등 항해사는 어떤 때 보면 평범한 선원이라고 생각되지 않을정도로 이성적이고 침착하다. 본래 무얼 하던 사람이었을까?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는데, 지금이 이틀째인지, 사흘째인지 누가보장하겠어? 실제로 그 이상 오래 오진 않았겠지만…… 그리고, 하루지났다는 말이 맞다 해도, 그건 네가 시즈카에 대해 잘 몰라서 하는얘기다." 시즈카에 대해…… 잘 모르긴 하지. 어제 우리를 죽일 뻔했다는 것말고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말이 맞았다. 내 옆에서 한 선원이 중얼거리듯 말했다. "…… 정말 시즈카는 그러고도 남아." 어쨌거나 이게 사실이라는 점은 충격적이었다. 지금 이 꼴을 하고다시 항해해서 델로헨으로 가자고 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마리뉴로 들어가면? 배를 타고 이스나미르로 가는 것은 영영 포기해야 할지도 모른다. 배를 수리하고 다시 항해를 나선다면 그 때는 선원 한 사람 한 사람을 모조리 설득하지 않으면 안 될텐데. 어떻게 해야 해? "……." 엘다렌은 말이 없었다. 아마 그의 머릿속에도 지금 온갖 생각이 오가고 있을 것이다. 나는 나르디를 바라보았다. 녀석은 얼굴이 몹시창백한데다 내내 거의 입을 열지 않고 있다. 확실히 폭풍우 속에서버틴 일로 그는 체력 소모가 지나쳤다. 조만 간에 빨리 회복될 수 있을 것 같지가 않다. 가만히 앞만 바라보고 있는 그의 얼굴에서 무슨표정을 찾아낸다는 것 자체가 무리였다. "어떻게 할까요, 선장님?" 결정은 아티유 선장이 내려야 할 판이었다. 선원들이 모조리 갑판에 나와 있었기 때문에 따로 불러서 무언가은밀히 이야기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다. 더구나 아티유 선장은지금 거의 다리를 움직일 수 없는 상태였다. 방금 전 인원 점검을 해본 결과 반수 가까이 되는 선원들이 사라져버렸다. 3등 항해사인 피논도 없다. 앞서의 전투로 죽은 사람도 있겠고, 폭우와 시즈카에 휩쓸려버린 사람도 있을 테지만, 시체는 거의남아 있지 않았다. 또한 특이한 것이라면 크게 다친 사람도 그렇게많지 않다는 점이다. 그 점에 대해서 스트라엘은 명쾌하면서도 냉정한 설명을 남겼다. "다친 놈은, 폭풍에 견디지 못한 거지." 산채로 수장되어 버렸단 건가……. 아티유 선장이 애써 다리를 끌면서 엘다렌과 내게 다가왔다. 그 표정을 보니 무슨 말을 할지 듣지 않아도 알겠다. "아무래도 마리뉴로 들어가야겠습니다. 이 상황에서 더 이상의 항해는 무립니다." 그렇겠지, 내가 봐도 그러니까. 뭐라고 대답을 해야 하지? 나는 아티유 선장과 똑같은 표정이 되어 엘다렌을 쳐다봄으로서,어려운 대답을 할 의무를 그에게 떠넘겼다. "…… 마리뉴까지는 얼마나 걸리나." "저녁 시간 되기 전에 들어갈 수 있을 겁니다. 물론 정상적인 항해를 했을 때 이야기겠습니다만." "그런데, 지금 항로를 잡을 수는 있는 상탠가?" "그게…… 솔직히 다른 배의 도움이라도 받기 전엔 어렵습니다." 엘다렌은 그제야 고개를 똑바로 들어 아티유 선장을 바라보았다. 똑같이 앉아 있지만 그는 고개를 들어 선장의 얼굴을 올려다봐야 했다. "그럼, 굳이 항구를 찾을 것이 아니라 가까운 육지로 가는 것이 가장 정당한 방법이 아니겠나." "물론 맞는 말씀입니다만, 이 근처는 이렇게 큰 배를 댈 수 있는부두를 갖춘 곳이 없습니다. 지금 해류가 흐르는 방향으로 계속 간다면……." 그의 얼굴이 생각하는 표정이 되었다. 시선이 잠시 하늘을 더듬고있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위그티그 만 안쪽으로 똑바로 들어갑니다. 해류가 그 쪽으로 흘러들어갔다가 돌아 나오기 때문이죠. 해안 절벽으로 둘러싸인 곳인데,그렇지만 거기엔 마을도 도시도 없습니다. 다만…… 어느 부자인가가지어 놓은 저택은 하나 있더군요." 엘다렌은 무슨 생각인 건지, 다시 물었다. "거기 가본 일이 있나?" "아닙니다. 예전에 작은 배로 그 근처까지 들어갔다가 곧장 나왔을뿐이고, 누가 사는 지는 전혀 모르겠습니다." 저택이라, 꽤 큰 모양이다. 그냥 지나가던 사람까지 그 존재를 알정도면 말이다. 그나저나 돛은 다 찢어지고, 예비 돛을 달려고 해도 일할 사람이없는 상태고, 노라도 젓기 전엔 못 움직이겠지만, 어디 그런 것이 있어야 말이지. "지나가는 배를 기다리잔 말씀이세요?" 내가 묻자, 아티유 선장은 나를 잠시 쳐다보더니 고개를 저었다. 그의 얼굴에도 고민의 흔적이 역력했다. 정말, 뭔가 뾰족한 수가 없을까? 갑자기 내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약하긴 했지만 분명한 어조,나르디가 말하고 있었다. "…… 지금 선원들의 몸 상태로는 무인도에 표류했다 해도 그냥 거기에 쓰러져 일단 쉴 수밖에는 없을 겁니다. 다행히 무인도보다는 나은 조건이네요. 지금 이 선원들을 움직여 돛을 다시 달고 키를 잡아어딘가 가려면 오늘 하루 갖고도 어려울 겁니다. 식량도 물도 거의남은 것이 없잖습니까?" 바스케스가 참견했다. "뭐가 무인도보다 나은 조건이란 건가?" 나르디가 대꾸했다. "저택 말입니다." +=+=+=+=+=+=+=+=+=+=+=+=+=+=+=+=+=+=+=+=+=+=+=+=+=+=+=+=+=+=+=정말... 이럴 땐 제가 그린 조야하고 조잡하기 이를데 없는 지도라도 보여드리고 싶어져요...--;;(과연 롱봐르 만 안쪽의 위그티그 만이 어딘지, 마리뉴는 어딘지,아이카이데나 아이즈나하는 어딘지, 제가 제대로 설명하고 있는 걸까요...)Luthien, La Noir. 출력이 끝났습니다. [Enter]를 누르십시오. ━━━━━━━━━━━━━━━━━━━━━━━━━━━━━━━━━━━제 목 :◁세월의돌▷7-1.기억의 폭풍 (21)게 시 자 :azit(김이철) 게시번호 :1224게 시 일 :99/09/09 01:38:16 수 정 일 :크 기 :7.0K 조회횟수 :52 『SF & FANTASY (go SF)』 48154번제 목:◁세월의돌▷ 7-1. 기억의 폭풍 (21)올린이:모래의책(전민희 ) 99/09/07 20:12 읽음:981 관련자료 없음----------------------------------------------------------------------------- +=+=+=+=+=+=+=+=+=+=+=+=+=+=+=+=세월의 돌(Stone of Days)=+=+=+=+=+=+=+=+=+=+=+=+=+=+=+=+ 7장. 제6월 '인도자(Guardian)'1. 기억의 폭풍 (21) "……." 나르디가 잠깐 동안 숨을 고르더니 다시 말을 이었다. 그로서는 말을 많이 하는 것 자체가 상당히 고통스러운 듯했다. 말을 하는 중에도 문득문득 숨이 끊겼다. "…… 다행히, 이 배는 상당히, 쓸만하군요. 그, 폭풍, 속을 헤치고 나와서도 침몰하지도, 물이 새지도 않잖습니까? 그보다 더한 것을기대하는 것은, 무리, 라는 생각입니다." 그 말은 맞다. 몇 번이고 나무로 만든 배쯤, 조각조각 부숴 버릴것처럼 엄청난 파도가 쉴새없이 들이닥쳤지 않은가. "……." 다들 말이 없었다. 아티유 선장도, 엘다렌도, 그리고 나도. "이것 참……." 바스케스가 난감하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그러자 다른 선원이 말했다. "결정은 누가 하는 거지?" 눈들이 아티유 선장을 향했다가, 이번엔 엘다렌에게로 갔다. 그 동안 나는 겨우 이십여 명 남짓한 선원들의 얼굴들을 하나하나 살펴보았다. 거기에 드리워진 피곤의 기색, 늘어뜨려진 팔다리, 뭔가 대안을 기대하는 눈초리들. 엘다렌은 잠시 후에 말했다. "별로, 결정할 것도 없군." 배는 계속해서 조금씩 움직여 간다. 뱃전에 다가가 좌우로 갈라져나가는 물을 내려다보아야 겨우 알 수 있을 정도로. 배는 천천히 조류를 따라 흘러가고 있었다. 아침때가 지났다. 배가 고프다. 새파란 하늘이 빙글, 거기에 점점이 늘어선 하얀 구름무늬와 뺨을스치는 모서리가 둥근 바람, 시원 상쾌한 소금 냄새, 말라붙은 바닷물의 비릿한 냄새, 맥없이 늘어진 돛이 가끔 펄럭거리는 소리, 거기에 장단 맞추는 내 뱃속의 꼬르륵 소리. "세상에……." 정말로, 하늘이 도네. 나는 갑판 한가운데 길게 드러누운 채다. 햇빛 쬐기에는 확실히 그만이었지만, 그뿐이었다. 벌써 해가 중천에서 기울어지는 중이다. 이것 참, 미르보와 감옥에서 밥 굶던 생각이 나네. 그럭저럭 움직일 수 있는 내 상태는 그래도 나은 편이다. 폭풍에시달리고 각종 가벼운 부상들로 온 몸에 기운이 빠져나간 선원들에게굶기란 확실히 죽기보다 고역이었다. 폭풍 때문에 있지도 않던 짐은거의 내버렸고 남은 짐이라 해야 바닷물에 푹 잠겨버린 가운데, 조금씩 나눠마실 물과 축축이 젖은 비스킷이 배 안에 있는 식량의 전부다. 엄밀히 말해 폭풍이 불기 시작하던 새벽부터 아무 것도 먹지 못하고 있는 배 안의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최악의 상황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되씹는 중이었다. 태산같은 파도가 줄기차게 몰아치고설상가상으로 시즈카가 불어오던 때엔 이보다 더한 상황은 없을 것같았지만, 이렇게 나른한 항해 아닌 항해 가운데 기운 차릴 길 없는우리들은 이제 거의 살아 있는 시체나 다름없었다. "엄청나게, 느리군." 투덜대 봤자 아무도 도와 줄 사람은 없었다. 나는 벌떡 일어났다. "으으……." 이제 '벌떡'도 상당히 힘들군. 조금이라도 기운을 낭비할까 싶어 살살 걸어서 선실 안으로 들어갔다. 유리카가 깨어나면 나를 찾을까 싶어 오전 내내 앉아 있었고, 방금 전까지도 계속해서 들락거리는 중이다. 그녀가 잠들어 있는 선실안으로 들어갔다. 침대 가에 앉았다. 신기할 정도로 평온한 얼굴, 아무 고통도 없어 보이는 편안한 숨소리, 문득문득 이 모든 것이 믿어지지 않는다. 깨어 있는 사람들은 이렇게 죽지 않을 만큼 고통을 받고 있는데 그녀는 어째서 저렇게 아무렇지도 않을까. "……." 손가락을 코앞에 대 보니 규칙적인 호흡이 흘러나온다. 예전에 의사 밑에서 조금 일한 일이 있어 우리 배의 의사 격인 마디크 드브제말이 맞다. 그녀는 그저 휴식을 취하고 있는 것뿐, 아무 문제도 없다. 좀 과로가 지나쳐 오래 잠들어 있는 것일 뿐이다. 좀 있으면 건강하게 깨어날 거다. …… 그런데, 왜 이렇게 걱정이 된담. "아직인가." 나르디가 문간에 서서 나를 들여다보고 있다. 나는 들어오라고 손짓했다. 내가 침대 구석에 앉고 녀석에게 의자를 내줬다. 녀석의 상태는 보기보다 훨씬 나빴다. 굶어서 기운 없는 정도가 아니다. 실제로 다른사람들은 젖은 비스킷이라도 씹었지만, 그는 내내 아무 것도 넘기지못했다. 얼굴엔 핏기가 하나도 없는 게 꼭 유령 같다. 그런데도 저렇게 돌아다니고 있다. 좀 가만히 누워라도 있을 일이지. "오래 자는군." 그는 유리카의 자는 얼굴을 잠시 들여다보고 있었다. 깨어나지 못하는 유리카보다 나르디의 뺨이 더 창백하다. 측은한 마음이 불쑥 일었다. 언제나 미소가 입가에서 떠나지 않던 녀석인데, 저런 모습이그렇게 낯설 수가 없다. "아직이래?" 주아니가 눈을 뜨고 나를 올려다보고 있다. 아마도 아직 도착하지못했느냐는 말이겠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주아니의 얼굴에도 걱정하는 빛이 떠올랐다. 사실 주아니는 상태가 나쁠 것이 없었다. 작은 몸집이니 음식이 많이 필요하지도 않았고, 폭풍우 속에서도 엘다렌이 잘 돌봐 주었던 모양이었다. 뱃멀미랄까 하는 것도 금방 회복되었다. "엘다렌은?" 주아니가 그렇게 묻는데, 마침 누군가 들어오는 기척이 들렸다. 엘다렌이다. 나르디가 자리를 비켜 주려 하자, 엘다렌이 괜찮다는 듯 손을 저었다. 그도 나르디의 상태가 몹시 나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 엘다렌이 유리카를 보고 느끼는 감정은 또 다르겠지. 2백년 전에서이곳까지 함께 왔던 동료가 아닌가. 엘다렌이 침대 앞에 서니 간신히 그녀의 얼굴이 보일 정도밖에 되지 않아 그는 약간 발돋움을 했다. 그의 두툼한 손가락이 천천히 다가가 잠시 그녀의 이마를 짚었다. "……." 이럴 때면 답답해서 미칠 것 같다. 이 모든 것을 해결하기 위해선얼른 육지에 도착해야 하는데, 모든 게 왜 이리 더디지. "선주님." 이번엔 아티유 선장이 문간에 서서 우리를 들여다보고 있다. 사람들이 모조리 여기 모이는 날이군. 주아니가 잽싸게 이불 속으로 쪼르르 파고 들어갔다. 아티유 선장은 임시로 만든 지팡이를 짚고 있었는데, 그럭저럭 그런 상태로 걸어다니는 데 익숙해지는 중이었다. 사실 그도 돌아다녀서 좋을 것은 없다. 육지에서였다면 가족들이 침대에서 일어나지도못하게 했을 것임에 틀림없다. 그에게도…… 아내나 아이들이 있을까? "들어오세요." 아티유 선장이야말로 의자가 필요한 사람이었기 때문에 이번에 나르디는 그가 말리기도 전에 얼른 일어났다. 그러더니 그는 바닥에 앉아 버렸다. 하긴 이런 상태에서 바닥에 좀 못 앉을 것도 없다. 아티유 선장은 의자 위에 요령 있게 앉느라 시간을 좀 지체했다. "…… 위그티그 만으로 들어가는 곶이 보이기 시작했답니다. 거기를 지나면 한 시간 안에 해안 절벽이 있는 곳으로 들어갑니다. 그 안쪽의 물은 굉장히 깊기 때문에 범선이 들어가는 데에도 별 문제가 없습니다. 다만……." 그는 약간 머뭇거리더니 얼굴에 어색한 미소를 올렸다. "그게…… 누가 상륙해야 할까요?" +=+=+=+=+=+=+=+=+=+=+=+=+=+=+=+=+=+=+=+=+=+=+=+=+=+=+=+=+=+=+=세월의 돌 다 정리해 놓고 하드가 날아가셨다는 분께 삼가 애도를... 요즘은 비가 굉장히 짧게, 자주 내리는 것 같군요. 덕택에 어제 약간 덥던 날씨가 시원해졌습니다. 싸리버섯을 잘못 먹었더니 하루 종일 배가 아프네요....;;Luthien, La Noir. 출력이 끝났습니다. [Enter]를 누르십시오. ━━━━━━━━━━━━━━━━━━━━━━━━━━━━━━━━━━━제 목 :◁세월의돌▷7-1.기억의 폭풍 (22)게 시 자 :azit(김이철) 게시번호 :1225게 시 일 :99/09/09 01:38:38 수 정 일 :크 기 :5.9K 조회횟수 :62 『SF & FANTASY (go SF)』 48155번제 목:◁세월의돌▷ 7-1. 기억의 폭풍 (22)올린이:모래의책(전민희 ) 99/09/07 20:13 읽음:919 관련자료 없음----------------------------------------------------------------------------- +=+=+=+=+=+=+=+=+=+=+=+=+=+=+=+=세월의 돌(Stone of Days)=+=+=+=+=+=+=+=+=+=+=+=+=+=+=+=+ 7장. 제6월 '인도자(Guardian)'1. 기억의 폭풍 (22) "제가 가죠." "저도……." "내가……." 갑자기 튀어나온 대답들에 우리들은 말을 멈추고 서로 얼굴을 마주보았다. 두 번째로 말을 꺼낸 나르디가 가만히 나와 엘다렌을 보더니피식 웃음을 흘렸다. "뭐야, 사실은 다들 상태가 말이 아니면서." "무슨 소리, 내가 아니면 누가 사람들을 설득한단 말이야?" "저는…… 제가 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만……." "으흠, 흠. 선장, 자네는 환자가 아닌가." "그렇게 말하자면, 여기 환자 아닌 사람이 누가 있습니까?" "저 있잖아요, 저." "잘난 척은." 순식간에 얼굴마다 피식거리는 웃음들이 터져나왔다. 비록 기운 없는 웃음이기는 해도 기분은 괜찮다. 그렇지만 크게 웃으려니까 뱃속이 다 울렸다. 아무래도 웃는 건 몸이 좀 좋아진 다음에 해도 늦지않을 것 같다. 나는 자세를 고쳐 앉으면서 입을 열었다. "괜히 기운 빼지 말고 빨리 이야기하자. 일단, 나르디 넌 안돼. 이유는 알지? 기운 없으니까 설명하라고 하지 말라고. 엘다렌도 그런모습으로는 무리예요. 시커먼 로브를 뒤집어써서 얼굴도 안 보이는사람한테 누가 좋아라 숙식을 제공하겠어요? 선장님은 말할 것도 없죠. 그 몸으로 절벽 위까지 걸어 올라가지도 못할 거예요." 나는 순식간에 분석을 끝내 버리고는 엄지손가락을 들어 나를 가리켰다. "됐죠? 제가 갑니다." 나르디가 물었다. "혼자?" 으음……유리카와 함께라면 좋겠지만 무리고, 나는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혼자인 편이 나아. 우르르 몰려가면 오히려 불안하게 생각할 거라고. 힘으로 위협해서 빼앗으려는 것도 아닌데, 부탁하는 입장에서 예의를 지켜야지." 나는 다시 한 번 확인하려는 것처럼 입 다물고 있는 동료들의 얼굴을 돌아보았다. "결정됐지? 됐지?" 발 아래 밟히는 풀들이 유난히 소리를 내며 버석거렸다. 에제키엘의 부츠는 결코 물을 먹어 못쓰게 되는 법이 없기 때문에나는 이슬 맺힌 수풀을 그대로 헤치고 나아갔다. 철벅, 길 한쪽에 고인 물이 무엇에 놀란 것처럼 튀어 오른다. 아무래도 최근에 비가 왔던 모양이다. "하아……." 오래간만에 흙을 밟는 느낌은 좋았다. 물기 어린 풀 냄새도 싱그럽다. 바닥이 움직이지 않는다는 사실이 약간 낯설긴 했지만, 노련한선원이라면 이런 차이쯤은 아무렇지도 않게 여기겠지, 하는 생각으로될 수 있는 한 기분 좋게 앞으로 걸었다. 그러나, 절벽을 기어올라야 하는 상황까지 기분 좋게 생각할 수는도저히 없었다. "휘유……." 다행히 손발을 다 사용해야 하는 길이 그다지 길지는 않았다. 곧풀숲 사이로 사람이 지나다녀 다져진 것처럼 보이는 소로가 나타났다. 그 길로 접어들었다. 이 정도 굶어도, 이 정도 걸어다닐 힘이 내게 있구나. "……." 저택이 점점 가까워진다. 먼발치에서 볼 때에도 큰 집이었으나, 가까이 다가갈수록 확실히 대단한 위용이었다. 조금만 더 컸으면 성이라고 불러도 좋을 뻔했다. 저 옆에 탑 두 개만 세우고……. 그런데, 인기척이 없네. 문득, 아무도 없으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저렇게 큰 집을 그냥 비워 뒀을 리 없으리라는, 그리고 저번에 아티유 선장이 보았을 때 분명 사람이 살고 있었다는 이야기를 떠올리며 재빨리 그런 생각을 지워버렸지만, 불안함이 완전히 가시지는 않았다. 정말 이 상황에서 저 집에 사람이 없었다가는 죽는 사람이 생길 수도 있다. 깨어나지 않는 유리카, 저러다가 금방 쓰러질 지도 모르는 나르디, 아무렇지 않은 체 하긴 하지만 드워프의 체력으로도 꽤나 지친 엘다렌, 다리를 다친 아티유 선장과 그 외에도 수많은 탈진한 선원들. 그런 생각들을 하니 이마에서 진땀이 솟았다. "휴우." 저택의 문 앞에 섰을 때, 나는 심호흡을 한 번 했다. 철문 안쪽으로 잘 꾸며진 정원이 보인다. 작은 회양목들이 둥글게다듬어져 있고, 잔디 사이로 깔린 포석과 푸른 나무들, 흰 돌로 빙둘러진 연못 등이 평소 누군가 돌보는 것임에 분명한 모양새라 조금은 안심이 되었다. 저 안쪽에 소용돌이 무늬 장식이 된 커다란 문이보인다. 확실히 내가 본 저택 중에서 이 정도로 잘 꾸며진 정원은 없었다. 그런데 내가 전에 저택이란 걸 보긴 봤던가? 새 우는 소리가 잠시 들리다가 그쳤다. 주홍빛 지붕과 흰 벽을 지닌 저택은 고요했지만 그래도 완전히 침묵하고 있지는 않았다. 목청을 돋구었다. "안에 누구 안 계세요!" 고요……. 이게 아니지. 나는 다시 한 번 더 소리 높여 외쳤다. "저, 아무도 안 계십니까!" 휘이잉……. 나는 창살 문을 두드렸다. 아니, 흔들었다. "계십니까! 좀 내다보세요!" 그런데, 어라? 덜커덩……. 내가 흔들던 창살 문이 갑자기 덜컹, 하더니 안으로 열려 버렸다. 처음 문이 망가지기라도 한 줄 알고 당황해서 뒤로 두어 걸음 물러섰던 나는, 곧 내 힘이 그 정도는 아니라는 사실에 심히 안도하며 다시앞으로 다가섰다. 뭐야, 잠긴 문이 아니었어? "……." 으음…… 그러니까 안으로 무작정 들어가면 실례가 되는 건가? 그렇지만 우리도 사정이 바쁜데……. 망설이다가 안으로 들어가기로 결정한 순간이었다. "뭐예요?" 갑자기 정원 한구석에서 불쑥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에에, 뭐야? 정원에 사람이 있었으면 미리 말을 했어야 할 게 아냐? 나는 깜짝 놀랐지만, 다시 마음을 다잡았다. 내가 죄진 게 있어? 뭐 때문에 겁을 먹겠어? 그런데 방금 들린 것은 소녀에 가까운 목소리, 어라, 그런데 어디선가 익숙한? "어……." 사람의 머리가 길게 벽처럼 다듬어진 나무 사이에서 갑자기 불쑥내밀어졌다. 긴 노란 머리가 늘어진 열 서너 살 가량의 소녀…… 아! 아니, 쟤가 갑자기 왜 저기 있어? 저쪽에서도 놀란 표정이다. 부스럭, 거리더니 나무 사이에서 앞으로 넘어질 듯 그대로 튀어나왔다. "파비안 오빠?" +=+=+=+=+=+=+=+=+=+=+=+=+=+=+=+=+=+=+=+=+=+=+=+=+=+=+=+=+=+=+=누굴까요? ^^Luthien, La Noir. 출력이 끝났습니다. [Enter]를 누르십시오. ━━━━━━━━━━━━━━━━━━━━━━━━━━━━━━━━━━━제 목 :◁세월의돌▷7-1.기억의 폭풍 (23)게 시 자 :azit(김이철) 게시번호 :1231게 시 일 :99/09/10 03:45:39 수 정 일 :크 기 :7.7K 조회횟수 :55 『SF & FANTASY (go SF)』 48156번제 목:◁세월의돌▷ 7-1. 기억의 폭풍 (23)-End올린이:모래의책(전민희 ) 99/09/07 20:13 읽음:1017 관련자료 없음----------------------------------------------------------------------------- +=+=+=+=+=+=+=+=+=+=+=+=+=+=+=+=세월의 돌(Stone of Days)=+=+=+=+=+=+=+=+=+=+=+=+=+=+=+=+ 7장. 제6월 '인도자(Guardian)'1. 기억의 폭풍 (23) 세상에……. "야, 미르디네, 네가 어떻게 여기에……." "에…… 그러니까, 나르디가 아시엘이에요. 아시엘은 본래 아시에르고, 아시에르의 성은 롤피냥이죠. 나를 만났을 때는 나르디였지만그들을 만났던 당시에 그렇게 불렀었기 때문에……." 한 선원이 손을 들더니 질문했다. "그러니까 나르디의 성이 롤피냥이라고?" "그게 아니라……." 내가 해놓고도 뭔가 설명이 뒤죽박죽이군. 다행히도 당사자인 나르디가 얼굴에 자조적인 미소를 띠더니, 몸을일으켜 내 쪽으로 다가왔다. 그래, 이런 건 네가 설명하라고. "이유 불문하고, 이제부터 저를 아시에르 롤피냥이라고 불러 달라는 말씀입니다. 아시엘은 그냥 애칭이죠. 나르디라는 이름은 잠시 잊어 주십사 부탁드립니다. 나르디라고 부르면 대답 안 합니다. 왜 대답 안 하냐고 깜빡 잊고 물어도 역시 대답 안 합니다." "그래, 그러면 되지 뭐." "간단하네? 그렇지?" 선원들은 빠르게 수긍했다. 역시 복잡한 이유 관계를 설명하는 것보다는 결론만 말해 주는 편이 빨랐다. 아아, 어쨌거나 이 복잡한 이름을 이제 와서 또 끄집어내어 써야되게 생겼다니, 이 웬 운명의 장난이냐. 나르디는 선원들이 고개를 끄덕이자 되었다는 듯, 나를 쳐다보며계면쩍게 웃어 보였다. 헤…… 나도 마주보고 웃는 수밖에 도리가 없었다. 어쨌거나 선원들은 꽤 활기가 올라 있다. 잘 되기 어려우리라 생각했던 교섭의 결과가 믿을 수 없을 만큼 좋아서, 모두 거기에서 치료받고 식사하고 묵을 수 있게 되었다는 소식에 다들 까닭도 묻지 않고좋아했다. 그래서 내 얼굴에 그때까지도 가시지 않고 있던 당황한 표정의 원인에 대해서는 몇 명에게만 설명해도 좋았다. "예전에 여행하다가 만난 사람들이라고?" 엘다렌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나르디만은 나와 마찬가지로 어이없어하는 표정이 되었다. 그도 처음엔 믿지 않았다. "문을 두드리니까, 미르디네가 나왔단 말인가?" 녀석의 곤란한 심정에 대해 내 또 전혀 모르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미르디네가 내 얼굴을 보자마자 다짜고짜 달려들어 '아시엘 오빠는 어디 있느냐'하고 다그쳤다는 것과, 그 말을 듣고서야 또다시 나르디라는 이름을 쓰면 안되게 되었구나 하는 사실이 깨달아졌다는것, 결론적으로 그녀가 얼마나 그와의 만남을 고대하는 표정이었던가하는 사실 등은 전혀 녀석에게 전달하지 못하고 말았다. 혹시 내 자세한 설명을 듣는다면 저 몸에도 불구하고 재빨리 어디론가 도망가버릴 지도 몰라. 그건 그렇고, 미르디네가 지금 이렇게 수척한 나르디를 보면 도대체 무슨 말을 할까? 나한테 엉뚱한 책임을 덮어씌우는 것은 아니겠지? "그 저택, 바르제 가문의 집이라더라고. 왜 예전에 아라디네가 나한테 마리뉴 근처에 집이 있다고 말한 일이 있긴 했는데…… 물론 그게 이렇게 대단한 저택일 줄은 상상도 못했지만……." 이제 와서 혼자 중얼대며 불평을 해 봤자 소용없었다. 그보다도 바르제 자매의 부모인 바르제 씨, 바르제 부인이 정말 예전에 아라디네에게 들은 말 그대로 손님 접대하기를 좋아했으며, 미르디네의 흥분된 소개에 아무 생각 없이 당장 모두 데려오라고 말했다는 것이 기적이라면 기적일 뿐이다. 그래, 사실 이건 잘된 거야. 세상에 어느 집이 갑자기 잘 알지도 못하는 손님들을 20여명이나 덜컥 받아주려고하겠어? 그녀들을 만난 건 잘된 일이야, 잘된 일이라고. …… 그렇지 나르디? "……." 뭐, 대답을 안 한대도 그 마음 다 이해하니까 너무 심려치 말아라. 푸른 하늘에 붉은 놀이 지고 있었다. 보트 네 대를 띄우자 모두 탈 수 있었다. 배는 만 한구석에 닻을내린 채 정박시켜 놓았고, 의무감 강한 스트라엘이 다른 선원이 돌아올 때까지 배를 지키겠다고 말했다. 우리 모두가 말려도 소용없었다. 그는 뱃사람으로서 풍랑에 동료를 모조리 잃고 혼자 남게 된 것도 아닌데, 모선을 지키는 사람 하나 없이 비운다는 건 말도 되지 않는 일이라고 딱 잘라 말했다. 그리고 아티유 선장조차 그의 말에 동의했다. "곧 교대할 선원을 보낸다. 잠시만 기다려라." 스트라엘과 함께 그래도 가장 체력적 조건이 좋은 두 선원이 함께남았다. 아티유 선장은 내 애매한 생각과는 달리 이 모든 것이 매정한 처사라고는 조금도 생각지 않는 듯했다. 그래, 뱃사람들의 문제니내가 참견할 사정이 아니지. 배의 일에 대한 결정은 전적으로 선장소관이다. "제가 업고 갑니다." 유리카는 아직 깨어나지 않는다. 나는 그녀를 들쳐업었다. 다른 사람한테 맡길 생각은 조금도 없었다. 바르제 가에서 일하는 하인들이 마중을 나와 있었다. "아시엘 오빠?" 역시 궁금함을 견디지 못하고 여기까지 나와 기다린 것은 미르디네다. 그리고 그 옆에 붉은 머리카락…… 으흠, 흠, 아라디네의 얼굴이보였다. "오빠! 아니, 어쩌다가 이렇게 됐어? 응? 이게 무슨……." 나르디를 발견한 모양이군. 옆에서는 계속해서 미르디네의 놀란 목소리가 어둑어둑해지는 사위를 메웠다. 하인들이 앞장서서 횃불을 들고 지친 선원들을 절벽 위저택으로 안내했다. 미르디네는 거의 나르디를 업고 가기라도 할 기세였다. "아아, 난 괜찮은데……." 녀석, 정신적 고통이 크겠구나. 횃불에 비친 나르디의 얼굴은 더할 나위 없이 수척해 있었다. 지금까지 버틴 것도 오로지 정신력에 의지한 것이 아닐까 싶다. 미르디네가 팔을 잡아당기자 휘청이며 버티지를 못한다. 내가 보다못해 좀 말리려고 앞으로 나서는데, 내 옆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파비안…… 고생했구나." 아라디네가 어느 새 내 옆에 다가와 서 있었다. "오랜만이야, 아라디네." 나는 나르디처럼 잘못(과연 무엇을?)한 것이 없었기 때문에 쾌활하게 대꾸…… 한다고 했지만 목소리에는 별로 힘이 담겨 있지 않았다. 아라디네는 가만히 내 얼굴을 쳐다보고, 다음으로 내 어깨 뒤로 눈이갔다. "…… 아파?" 내 등에 업힌 유리카는 여전히 의식 없는 얼굴, 목이 맥없이 내 어깨에 기대어져 있고, 머리카락이 아래로 축 늘어졌다. 나는 고개를끄덕였다. "응……." 아라디네가 조그맣게 중얼거리듯 말했다. "유리카는 건강했었는데……." 아라디네가 그 말을 하는데 갑자기 내 눈에서 눈물이 왈칵 솟아나려고 했다. 나는 당황해서 눈을 황급히 깜박여 눈물을 지웠다. 내가왜 이러지. 유리카한테 무슨 일이 생긴 것도 아닌데. 이러다가 금방생기를 되찾을텐데. "어서 가자…… 모두 굶었다면서. 어머니께서 집안의 하녀들을 모두 동원해다가 엄청난 저녁을 준비해 놓으셨어." "그, 그래……." 굉장히 반가운 말이구나……. 사람들의 행렬이 줄이어 절벽 사이에 자리잡은 저택으로 향했다. 그 광경을 바라보면서 나는 광풍, 시즈카와 내게 검을 겨누던 하르얀, 쪼개진 투구 아래 그 눈에 어렸던 격렬한 살의, 그런 그를 날카롭게 소리쳐 부르던 나르디, 수십 명의 무장 군인들을 태운 채 파도너머로 사라져 버렸던 젊은 정복자들호를 떠올렸다. 그들이 탄 배는무사했을까. 광풍을 피해 안전히 항구로 들어갔을까. 많은 사람들이살아남았을까. 하르얀은 무사할까. …… 내가 지금, 그걸 바래야 하는 걸까? "……." 좀더 후에 생각하겠어, 지금으로서는 아무 것도 모르겠어. 그렇지만 왜, 아무 것도 하지 않은 나를 미워하지? 긴 횃불의 행렬이 이어지는 것이 보인다. 그리고 활짝 열린 저택의대문, 그 앞에 나와 있는 여러 사람들, 거기엔 올디네와 블랑디네의얼굴도 보였다. 그래, 조금 후에, 충분히 쉬고 몸이 회복된 후에, 친절한 사람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하고, 그러고 나서도 생각할 여유가 남았을 때. 모든 것은 그때 생각하자. +=+=+=+=+=+=+=+=+=+=+=+=+=+=+=+=+=+=+=+=+=+=+=+=+=+=+=+=+=+=+=7장 1편 '기억의 폭풍' 끝입니다. 나왔던 인물 재활용 차원이 절대 아닙니다! 이미 전부터 계획해 놓았던 등장입니다. 이 네 자매의 팬은 별로 없었던 것 같지만... Luthien, La Noir. 출력이 끝났습니다. [Enter]를 누르십시오. ━━━━━━━━━━━━━━━━━━━━━━━━━━━━━━━━━━━ [번 호] 2948 / 3093 [등록일] 1999년 09월 12일 05:18 Page : 1 / 3[등록자] 웨어울프 [이 름] 늑대인간 [조 회] 142 건[제 목] [장편/세월의돌] 7장 2편 시작합니다. ───────────────────────────────────────『SF & FANTASY (go SF)』 48299번제 목:◁세월의돌▷ 7장 2편 시작합니다. 올린이:모래의책(전민희 ) 99/09/08 21:40 읽음:997 관련자료 없음----------------------------------------------------------------------------- 7장 1편, 빨리도 끝났네요. 벌써 7장 2편입니다. 이번 장의 제목은 오랜만에 깁니다! '운명이 보내는 아침인사' 라는 제목이지요. 운명은 정말로 아침 인사를 할까요? (저, 절대로 유치한 질문이 아니라고요...;;; 다 나름대로 뜻이 있는....)한 해가 14아룬드니까 제7월에 온 지금, 반은 확실히 넘은 셈이군요. 물론 마구마구 줄여서 지금까지의 반 정도 양에 끝내버릴 수도있지만.... ^^;;;요즘엔 조용히 성실하게, 일정량 써 올리는 것에 스스로 만족하고있습니다. 시끄러운 일이 있었을 때도 나름대로 여러분들의 애정을느끼는 계기가 되기도 했지만, 지금처럼 별 일 없이 한 편이 또 끝나고, 다음 편으로 들어가는 것도 보람된 일인 듯해요. 언제든지 지켜보시는 분들은 지켜보아 주신다는 느낌 역시 뿌듯한것이기도 하고요. 언젠가 완결이 나겠지만, 게시판에서 한동안이나마 늘 변함 없이올라오는 글이 있는 것도 괜찮다는 생각이 듭니다. 매일의 게시판에서 변하지 않는 일정한 것이 몇 가지 있다는, 그런 기분요. (물론 세월의 돌을 싫어하시는 분께서는 매일같이 또다시 올라온것을 볼 때마다 기분이 나빠지실는지도 모르지만요....^^;;)물론, 저도 저번처럼 사고를 치는 일도 있지만... 늘 올리다가 하루 사고를 치니까 많은 분들이 걱정해 주시더군요... 책임이라는 것이 별다른 것이 아니라, 이런 데에서 느껴지는작은 감정인 듯합니다. 책임이란, 누가 뭐라 하기 전에 스스로 느끼는 것일 때 가장 좋은 거지요. 그렇게, 좋은 기분으로 구석에서 조용히 끄적입니다. 또 새로운 편..... 시작합니다. Luthien, La Noir. [번 호] 2949 / 3093 [등록일] 1999년 09월 12일 05:19 Page : 1 / 11[등록자] 웨어울프 [이 름] 늑대인간 [조 회] 182 건[제 목] [장편/세월의돌] 7-2. 운명이보내는 아침…(1)───────────────────────────────────────『SF & FANTASY (go SF)』 48300번제 목:◁세월의돌▷7-2.운명이보내는 아침…(1)올린이:모래의책(전민희 ) 99/09/08 21:40 읽음:1329 관련자료 없음----------------------------------------------------------------------------- +=+=+=+=+=+=+=+=+=+=+=+=+=+=+=+=세월의 돌(Stone of Days)=+=+=+=+=+=+=+=+=+=+=+=+=+=+=+=+ 7장. 제6월 '인도자(Guardian)'2. 운명이 보내는 아침인사 (1) 운명이 빨라지기 시작할 때가 있다. 자신이 그 속도를 느낄 정도면, 이미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거기에 휩쓸려들기 시작한 것이다. - 고(古) 이스나미르 왕국, 장로 중의 장로히와칸 옹스트 作 <격언saying> 2권 1장 권두언 유리, 유리카……. 그 이름을 불러 본다. 아주 다정스런 이름, 햇빛 같은 이름, 몇 번이고 다시금 나를 미소짓게 하는 이름. 그리고 대답하는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응?" 그래, 그녀는 살아 있어. "아냐, 그냥." 혼자 실없이 웃어 본다. 괜히 했던 이런저런 걱정들, 그런 것을 생각하며 혼자 웃는다. 그녀가 나를 떠날 리가 없는데, 나는 겁 많은어린아이처럼 몇 번이고 그럴 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었지. 그녀가 깨어나지 않고 있었을 때……. "아이 참, 실없긴." 그녀는 잘 알고 있다. 올이 굵은 빗으로 긴 머리를 천천히 빗어 내리면서 나를 보고 빙긋 웃는다. 검은 색이 아닌 다른 빛깔 옷을 입은그녀의 모습은 참 낯설다. 그렇지만 나름대로 나를 기쁘게 하는 것도있었다. 평생 검은 옷만 입어야 하는 소녀라니, 그 얼마나 우울한 일이겠어. 이런 때라도 다른 옷을 입어 보라고. 그래, 어떤 색깔이든 다 잘어울리는걸. 창가로 햇빛이 들어오고, 시트와 레이스 위에 그것들이 부서져 내린다. 아침의 빛깔, 말할 수 없이 투명하다. "난 괜찮대도." 그럼, 나도 알고 있어. 이제 아무렇지도 않다는 것, 아니 본래부터아무렇지도 않았다는 것, 언제든 눈을 뜨고 싶었다면 떴을 거란 것. 그녀는 그렇게 말하진 않았지만. "아침 먹으러 가자." 그녀는 가볍게 침대 위에서 뛰어내렸다. 녹색 치마가 무릎 언저리에서 가볍게 흔들린다. 그녀가 여기 머무르며 입는 옷은 전부 몸집이가장 비슷한 아라디네가 빌려 준 것이다. 사실 저 초록색 원피스는붉은 머리를 가진 아라디네에게는 조금도 어울리지 않았지만, 은빛머리에 초록 눈동자인 유리카가 입으니 제법 잘 어울렸다. 그녀가 경쾌하게 내 옆으로 다가와 손을 잡았다. "가자." 나란히 걷자니 사그락거리는 치맛자락이 내 다리에 와 닿는다. 문득, 그녀가 죽음의 무녀도 아니고 2백년이나 잠들었다 깨어나지도 않은, 그저 그 나이의 평범한 소녀처럼 느껴진다. 그렇게 생각하니 내입가에 슬그머니 미소가 생겼다. "왜 웃어?" "아냐." 나중에 내 일이 다 끝나고, 엘프와 드워프들도 다시 되살아나는 때가 오면, 그녀도 평범한 소녀처럼 살아갈 수 있게 될텐데, 뭐. 우리는 식당으로 들어섰다. "어서 와요." 프론느 헤르미 바르제, 그러니까 바르제 씨 부인은 굉장히 재치있고 멋있는 여성이었다. 그녀는 붉은 머리와 약간 가무잡잡한 피부가그야말로 아라디네와 꼭 닮았다. 이거야 말로 확실히 놀랄 만한 일이었는데, 바르제 씨의 현재 부인은 올디네, 블랑디네, 미르디네의 어머니가 아닌 아라디네의 어머니다. 난 아라디네가 다른 형제들한테따돌림을 당하는 걸로 보아 당연히 그녀의 어머니가 없으리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사실은 완전히 반대였다. "이제 몸이 많이 회복되었구나? 어유, 이쁜 프로첸, 얼른 나아서남자 친구 걱정 좀 그만 시켜야지?" 그녀는 마치 유리카의 어머니 같은 말투로 그렇게 말하며 식탁 앞에 앉았다. 그녀는 집에서 부리는 많은 하녀들에도 불구하고 손님들식탁을 직접 차리길 좋아했다. 특히 친딸 양딸 해서 딸이 넷이나 되는 데도 불구하고, 유리카를 마치 친딸처럼 사랑스러워 했다. 아마도딸을 유난히 좋아하는 성격인 모양이다. 그녀의 말에 유리카는 생긋 웃었다. "이제 걱정 안 시킬 거예요." 유리카는 요즘 아침에 프론느 헤르미 - 그녀는 프론느 바르제보다그 쪽을 좋아해서 하녀들까지도 그렇게 불렀다 - 가 특별히 만들어내놓는 죽과 과일 주스만으로 식사를 마친다. 죽 뿐인 식사라니 호그돈의 통나무집에서 내가 당했던 상황이 떠오르겠지만, 이 경우엔 반대다. 유리카는 눈까지 반짝이며 그 죽이 정말 비할 데 없이 맛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내가 한 숟가락 먹어 보겠다고 했더니 유리카와프론느 헤르미가 동시에 못하게 막는다. 그러면서 그녀들은 음모를꾸미는 사람들처럼 서로 마주보며 미소지었다. "이건 병자만 먹는 거야. 멀쩡한 사람은 안돼요." 나는 죽 맛이 몹시 궁금했지만 두 여자들의 텃세로 참는 수밖에 없었다. 정말…… 죽 갖고 하는 고문도 가지가지라니까. "엄마!" 집에서 입는 통이 넓은 긴 바지 차림의 아라디네가 식당으로 나오다가 나와 유리카를 보고 어색한 미소를 보낸다. 그 바지는 아라디네의 취향이라면 취향이었는데, 프론느 헤르미의 말로는 비카르나 족의전통 의상이라고 했다. 부드럽고 둥근 곡선의 바지에다가 허리와 발목에는 띠를 질끈 잡아맨 희한한 옷이다. 참 이상한 일이지만 프론느 헤르미와 아라디네는 얼굴은 닮았지만정말 성격은 정반대다. 아랫사람들을 능숙하게 부리고, 영리하고 솜씨 있는 주부인데다, 어디서든 사람들을 편안하게 하는 성격인 프론느 헤르미에 비해 아라디네는 말수도 적고, 고집은 셌으며, 하는 일이라고는 실수 투성이다. 정말 친 모녀가 맞을까? 프론느 헤르미가 웃었다. "어유, 우리 공주님 나오셨어?" 공주님…… 이라는 말이 아라디네만큼 안 어울리는 딸도 진짜 드물다. 헤르미는 싱긋 웃으며 아라디네에게 사과를 한 개 집어 내민다. 아라디네는 인상을 찌푸리며 고개를 흔들었다. "먹고 싶지 않아." "고집 부리지 마. 그래 갖고 어디 고운 피부를 가질 수 있겠어?" 잠깐의 실랑이 끝에 결국 아라디네는 마뜩찮은 표정으로 사과를 받았다. 입에 가져가서 한 입 깨물긴 했지만, 영 내키지 않는다는 기색이 역력했다. 벌써 이곳에 머무른 지도 7일째, 이제 슬슬 떠날 때가 가까워왔다. "오래 폐를 끼치네요." 프론느 헤르미가 직접 갈아 준 주스를 마시던 유리카가 그렇게 말하자 그녀는 무슨 소리냐는 듯 두 손을 다 내저었다. "저런 저런, 더 편히 머물다가 가. 우리 집은 손님들 없으면, 정말적적한 게 아예 산꼭대기 고성(古城)이라니까. 얼마나 외로운지 몰라. 요새 사람들이 북적대니 그렇게 좋을 수가 없네. 그 선장님도 왜그렇게 떠나고 싶어하시는지. 우리 집 대접이 마음에 안 드시나?" 요즘 와서 깨달은 점이 있는데, 사람이 갖는 인상이란 정말 얼굴생김새 문제가 아니라 마음 갖기 나름이라는 생각이 든다. 저 닮은꼴모녀가 주는 인상이 얼마나 판이한가 보라! 상처받고 움츠러들어 보이는 아라디네에 비해 프론느 헤르미는 그 가무잡잡한 피부조차 매력적으로 보였고, 빨간 머리는 시원시원해 보이고, 어디서든 분위기를주도하는 활동적인 인상이잖아. 내가 생각을 하는 동안 유리카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무슨 소릴요. 여기 만큼 마음 편한 집도 없어요. 그렇지만 다들할 일들이 있으니까요. 남들한테 베푸는 건 프론느 헤르미만 좋아하는 줄 아세요? 저희들도 다 뭔가 해드리고 싶은데 할 능력이 안되니까 마음에 걸리는 거라고요." 으음…… 언제나 지나치게 직설적이고 솔직한 대답. 그러나 프론느 헤르미는 웃었다. "아아, 물론이야. 다 알고 있다고. 나도 상황만 된다면 언제든지받을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이야." …… 누가 들으면 정말 모녀지간인줄 알겠군. 왠지 소외당한 듯한 아라디네의 얼굴을 흘끔흘끔 쳐다보며 나는 식사를 마쳤다. 프론느 헤르미는 우리가 무엇을 궁금해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식탁을 치우고 나자 그녀는 우리더러 그녀의 개인 거실로 따라오라고손짓했다. 아라디네는 어미닭을 쫓아다니는 병아리처럼 따라와 한쪽의자에 앉았다. 그녀는 뜸들이지 않고 곧장 이야기를 꺼냈다. +=+=+=+=+=+=+=+=+=+=+=+=+=+=+=+=+=+=+=+=+=+=+=+=+=+=+=+=+=+=+=인상이란... 어느 정도는 마음 먹기 마련이지요. 한 독자분께서 '파비안과 유리카, 닭살 커플에 어울리는 주제곡'이라며 추천해주신 봉신연의 주제곡 'Friends'를 어젯밤 받아서 들어봤습니다. (닭살... 정녕 닭살이었단 말이더냐....--;;;;)괜찮더군요. 그런데 닭하고는 별로 관계가 없는 듯한.. Luthien, La Noir. [번 호] 2950 / 3093 [등록일] 1999년 09월 12일 05:20 Page : 1 / 11[등록자] 웨어울프 [이 름] 늑대인간 [조 회] 175 건[제 목] [장편/세월의돌] 7-2. 운명이보내는 아침…(2)───────────────────────────────────────『SF & FANTASY (go SF)』 48301번제 목:◁세월의돌▷7-2.운명이보내는 아침…(2)올린이:모래의책(전민희 ) 99/09/08 21:41 읽음:1299 관련자료 없음----------------------------------------------------------------------------- +=+=+=+=+=+=+=+=+=+=+=+=+=+=+=+=세월의 돌(Stone of Days)=+=+=+=+=+=+=+=+=+=+=+=+=+=+=+=+ 7장. 제6월 '인도자(Guardian)'2. 운명이 보내는 아침인사 (2) "우리 집 양반이 이스나미르로 넘어가는 대상(隊商)을 알아봐 놨다고 그랬어. 날짜는 아마 모레쯤? 마리뉴 상인들이 이스나미르로 가는것은 보통 매달 15일, 그러니까 리에주 대시장이 서는 날에 맞춰 닷새 정도 여유를 두고 출발하거든? 오늘이 7일이니까 9일에서 10일 사이가 출발일로 잡혀 있을 거야." 헤르미는 유리카를 바라보며 빙긋 웃었다. "그러니까 더 있고 싶어도 있을 수가 없지." "선장님이나 엘다렌도 이 이야기를 알고 있나요?" 내가 묻자 프론느 헤르미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렇지만 결정이 되면 곧 말할 생각이겠지. 아마도 오늘밤쯤이 아닐까 싶은데. 떠나는 날짜와 장소까지 확실하게 알아 놓고,그쪽한테 이야기까지 다 맞춰 놓은 다음에 말을 꺼낼 생각인 게야. 그 양반은 본래가 그렇게 빈틈없는 걸 좋아하는 성격이거든." 프론느 헤르미는 꼭 자기 남편이 딸 넷에 더하여 막내아들쯤 되는것처럼 그렇게 말했다. 그러나 실제로 마디크 바르제는 부인보다 나이가 약 열 살 가까이 더 많아 보이는 사람이었다. 뭐, 처음 겪는 일은 아니다. 프론느 헤르미는 여긴 딸뿐인 집안이라, 제일 희소가치도높고 사랑스러운(!) 사람이 포웬 바르제, 즉 남편이라고 스스럼없이말해 둘째날 아침엔가 벌써 우리를 당황하게 했었다. "그런데, 내가 지금 이렇게 얘기를 미리 꺼내는 것은." 헤르미는 아라디네를 흘끗 쳐다보더니 다시 내 얼굴을 보았다. "물어보고 싶은 게 좀 있어서야." 나는 속으로 약간 긴장하여 유리카를 쳐다보았다. 그녀는 가만히프론느 헤르미의 얼굴을 바라볼 뿐, 별다른 반응은 없었다. "…… 뭔데요?" 프론느 헤르미는 뭔가 뜸들이며 망설이는 성격의 사람이 아니다. 하고 싶은 말이 곧장 나왔다. "그러니까, 엘라비다 족이야? 이스나미르 사람?" "아……." 나는 입을 잠시 벌렸다. 그리고는 뭐라고 대답할 지 결정하지 못한채 머릿속으로 열 가지도 넘는 대답을 굴렸다. 이거, 인정해야 하는거야? 미리 알고서 묻는 건가? 아니면 순수한 호기심? 혹시 말하고나면 당장 치안대로 넘겨버리는 건 아니겠지? 내가 고민하는 동안, 옆에서는 대답이 빠르게도 나왔다. "아뇨." 유리카였다. 그녀는 단숨에 짧게 대답을 끊었다. 전혀 거짓말하는사람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표정과 말투, 그녀는 진지하고도 솔직한눈동자로 헤르미를 바라보았고, 잠시 후 내 얼굴도 한 차례 쳐다보았다. "아냐? 그럼 우리 나라 출신이야?" 헤르미가 재차 확인하겠다는 듯 물었다. 그리고 대답도 듣기 전에한숨을 내쉬며 다시 말했다. "아아, 그렇군. 그럼 역시 우리 집 양반이 잘못 짚은 건가." "뭐…… 라셨는데요?" 내 어눌한 말투는 헤르미의 질문보다는 유리카의 반응에 놀란 탓이기도 했다. 이렇게 헌신적으로 우리를 도와주는 사람한테 거짓말을하는 건데, 전혀 가책이 없을까? "아아, 아마도 엘라비다 족 같은데 어떻게 된 건지 사정 이야기가궁금하다고 했지. 요즘엔 국경 경비도 예전보다 철저해지고, 그전처럼 아무렇게나 흘러들어 오긴 어려울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참,내가 말 안 했구나?" 프론느 헤르미가 갑자기 손뼉을 치며 목소리를 높여서 나는 엉겁결에 같이 손뼉을 칠 뻔했다. 간신히 정신을 차리고 대답을 뱉었다. "뭘…… 요?" 그녀는 즐거운 표정으로 재빨리 대답했다. "내가 엘라비다 족이란 거." "에엣?" 나는 너무 놀란 나머지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려다가 다시 주저앉았다. 갑자기 머릿속에 갖은 끔찍한 상상이 스치고 지나갔다. "엄마!" 아라디네가 뭔가 탓하듯 소리를 질렀지만 헤르미는 개의치 않았다. 그녀는 뭐 어떠냐는 듯 손을 양쪽으로 들어 보이며 싱긋 웃었다. 그리고는 다시 되풀이해서 말했다. "나, 엘라비다 족이야. 버밀리온 카운티(Vermilion County)에 있는항구 도시 룬서스 출신이라고. 동쪽 바다에 면해 있는 꽤 큰 항구인데, 들어보지 않았어? 록서스하고 나란히 붙어서 만날 티격태격한다는 거기." 들어보고 못 들어보고가 문제가 아니다. 이, 이럴 땐 뭐라고 대꾸해야 해? 뭐야, 적당한 말 없어? 아니, 그것보다 그럴 거면 거짓말을할 필요가 없었잖아! 나는 급기야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급히 유리카를 쳐다봤다. 그녀가 나보다 더 곤란한 심정일 것 같아서였는데 내 생각은 틀렸다. 그녀는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을 하고 있었다. 그보다는 흥미 있다는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래요? 그런데 어떻게 여기 와서 사시죠?" "아아, 나도 이럴 생각은 없었지. 여행이나 좀 다니려는 심산이었는데, 그냥 잘못해서 발이 묶였지 뭐야. 아냐, 사실은 여기 사는 남자랑 꼬맹이 딸들이 너무 예뻐서 내가 제풀에 발을 묶은 거지만. 올딘하고 블랑딘이 애기때 얼마나 예뻤는지 알아? 아장아장 걸어다니는게 꼭 하늘에서 천사가 내려왔는 줄 알았다니까. 물론 애기들 아빠는말할 것도 없고. 하여간 그냥 갈 수가 없었어." 나는 이 이해 안가는 얘기에 적응하느라 얼빠진 표정으로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에…… 예." 그러나 유리카는 그렇지 않았다. 그녀는 대뜸 물었다. "어머, 그럼 처음에 여긴 어떻게 오시게 됐는데요?" "그게 말이지……." 프론느 헤르미가 갑자기 신이 나서, 유리카와 곤란한 표정을 짓고있는 아라디네를 앞에 놓고 바르제 씨와 결혼하게 된 사정을 열심히설명하는 동안 나는 머릿속으로 사태를 수습하기에 바빴다. 그래, 그녀는 엘라비다 족이니까 우리들의 정체를 짐작하면서도 아무 소리 안했던 걸 거야, 그리고 우리가 이스나미르로 간다고 해도 자기가 여행한 일이 있으니만큼 그러려니 하고 도우려 한 거고, 그러면 처음부터나도 엘라비다 족이라고 그냥 밝히는 편이 오히려 나았을 텐데, 이제와서 밝히자니 유리카가 거짓말한 것 때문에 오히려 곤란하게 됐고,그보다 이 이야기가 잘 마무리되면 선원들에게 우리 문제를 밝히지않고 그냥 조용히 헤어질 수도 있겠다, 그러니까 엘다렌과 나르디,아티유 선장하고 일단 오늘 내로 이야기를 해서 말을 맞춰 놓은 다음에……. "…… 그래서 내가 아라딘을 낳았고, 애들 엄마가 죽은 다음엔 미르딘도 데려다가 살게 된 거지." 뭐, 뭐라고? 유리카가 옆에서 탄복했다는 듯한 말투로 말하고 있었다. "정말 대단하세요. 그럼 미르디네는 다른 자매들하고 아버지가 다르군요?" +=+=+=+=+=+=+=+=+=+=+=+=+=+=+=+=+=+=+=+=+=+=+=+=+=+=+=+=+=+=+=세월의 돌을 받아서 보면 글씨가 깨진다라... 다른 분들도 혹시 그러신가요? 별로 오타나 오기는 없는 편이기 때문에 그럴 만한 글자가 있을 것같지는 않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혹시 그렇다면 말씀해 주세요. 추천.. 아니, 추천할 필요 없다고 해주신 분, 감사합니다. ^^;그리고 pi90401님, 에제키엘이라는 이름이 백경에서 따온 것이냐고요? 하하... 에제키엘이라는 이름이 처음으로 제 머릿속에 인지된것, 그러니까 인상깊게 남았던 것은 '레미제라블'에서 입니다. 물론인물이 아니고, 그냥 가볍게 예를 드는 문장이었지요. 'ABC의 벗'이라는 단체의 리더인 앙졸라라는 인물을 설명하면서 나온 문장이지요. 인용하자면 "보마르셰의 여자에게 아양을 떠는 세라핌과 <에제키엘>의 무서운 천사를 혼동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그 여자에게 가르쳤을것이다"입니다. 3부 4편 에서. 그 다음으로 인지된 것은 코에이 게임 '대항해시대2'였던 것 같은데요? 스페인의 함장 이름으로. 그리고 말씀하셨던 여관에서의 요리 부분은 제가 백경에서 따왔다고 글 말미에 썼었는걸요? ^^Luthien, La Noir. [번 호] 2975 / 3093 [등록일] 1999년 09월 13일 02:57 Page : 1 / 10[등록자] 웨어울프 [이 름] 늑대인간 [조 회] 184 건[제 목] [장편/세월의돌] 7-2. 운명이보내는 아침… (3)───────────────────────────────────────『SF & FANTASY (go SF)』 48416번제 목:◁세월의돌▷7-2.운명이보내는 아침…(3)올린이:모래의책(전민희 ) 99/09/10 00:18 읽음:1356 관련자료 없음----------------------------------------------------------------------------- +=+=+=+=+=+=+=+=+=+=+=+=+=+=+=+=세월의 돌(Stone of Days)=+=+=+=+=+=+=+=+=+=+=+=+=+=+=+=+ 7장. 제6월 '인도자(Guardian)'2. 운명이 보내는 아침인사 (3) "그런 셈이야. 그래도 이젠 미르딘도 바르제 성을 가진 엄연한 우리 집 딸이라고. 우리 막내 공주님이지. 핏줄 관계가 좀 복잡하긴 하지? 그렇지만 다들 우애만 좋잖아. 안 그래, 아라딘?" "……." 아라디네는 대꾸하지 않았지만 그녀는 신경 쓰지 않고 넘어갔다. 난 내 멋대로 생각에 잠겨 있다가 이젠 프론느 헤르미가 아무렇지도 않은 듯 하는 이야기에 잠시 얼이 빠졌다. 아니, 그럼 왜 올디네하고 블랑디네는 그렇게 미르디네만 싸고돌지? 도대체 어떻게 돼 가는 집안이야? "애들이 좀 안 닮아서 걱정이긴 해. 어디다 내놓으면 서로 자매인줄 모르는 일이 생겨서…… 조 기집애는 첨 낳았을 때도 저렇게 새까맸다니까. 정말 누가 엄마 딸 아니랠까봐서 저렇게 쏙 뺐는지. 미르딘이 제 엄마를 제일 닮았고, 아빠를 닮은 건 블랑딘이지. 성격도 치밀한 편이고 말야. 올딘은……." 나는 적당한 시점에서 이야기를 끊어야 할 필요를 느꼈다. "그렇군요, 그럼 저희한테 하고 싶으신 이야기가 그거였어요?" "아, 아니야. 다른 이야기가 있었는데, 엘라비다 족이 아니라니 넘어갈 밖에. 사실은 말이야……." 아아, 이거야 정말, 도저히 참을 수가 없군. 나는 불쑥 말했다. "저, 엘라비다 족 맞아요." 이번에 입을 딱 벌린 것은 아라디네 쪽이었다. "파비안, 그게, 그게, 정말이야?" 일단 시작했으니, 끝까지 갈 밖에. 나는 그녀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눈썹이 약간 일그러져 있었다. "아, 아, 그러면, 그때 그래서 나한테 고향 얘기 안 하려고 한 거야? 아니면…… 나한테 했던 얘기 다 거짓말이야? 그 부모님 돌아가셨다는 거랑, 또……." "아, 아냐, 내 고향은 정말 말해준대봤자 모를 거야. 대륙의 북동쪽 끝이거든. 부모님은…… 아버지는 살아 계시지만……." "……." 갑자기 변명을 늘어놓아야 하는 상황이 되다니. 내가 어줍잖은 소리를 더듬거리며 늘어놓고 있는 동안 유리카와 프론느 헤르미는 참을성 있게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프론느 헤르미의 얼굴에는 점차 못 참겠다는 듯 미소가 번져갔다. 그녀는 정말이지, 인내심은 별로 없는 편이었다. "아라딘, 여자 친구가 있는 애를 좋아해서 뭘해?" "네에?" 나와 아라디네가 동시에 당황해서 헤르미를 돌아보았다. 그녀는 이미 감 잡았다는 듯한 표정으로 손가락을 까딱이고 있다. 아라디네의얼굴이 새빨개진 것도 아랑곳 않고 그녀는 말을 이었다. "응, 응? 실속 있는 남자를 좋아해야 하는 법이란 말야. 아빠를봐. 내가 직접 힘들여 안 낳아도 셋씩이나 예쁜 딸내미들을 이 엄마한테 만들어줬잖아?" 어, 어…… 그건 좀 이상한 말 같은데. 아라디네가 어쩔 줄 모르고 입속으로만 뭐라 중얼거리고 있는 동안헤르미는 다시 고개를 돌렸다. "하던 얘길 해야겠지? 그러니까 파비안은 엘라비다 족이라 이거야? 그런데 유리카는 아니고? 어쨌든 잘 됐어! 그럼 내 부탁 하나만 좀들어줘." "뭔…… 데요?" 이야기는 엉뚱한 쪽으로 마구 빠르게 전개되고 있었다. 그녀는 진지한 표정이 되어 말을 이었다. "룬서스에 좀 가줘. 내 대신에 말야." 에에? 나는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전 룬서스가 어디인지도 모르는데요……?" "아아, 그러면 다른 사람 편에라도 룬서스에 소식을 좀 전해 줘. 무슨 소식이냐면, 음…… 그냥 내가 안 죽고 잘 살아 있다고 말야. 이렇게 호강하면서, 귀여운 남편이랑 예쁜 딸내미들이랑 잘 산다고얘길 해 줘." "누구한테요?" "아, 우리 가족들한테. 내가 집을 나온 뒤로 한 번도 소식을 전한일이 없거든." "……." 내가 말문이 막혀 있는 동안, 옆에서 피식 웃는 소리와 함께 대답이 들렸다. "그래요, 그런 거 전하는 것쯤 문제도 아니에요. 편지나 한 장 써주세요." 야, 유리카……. "룬서스?" 나르디의 말투는 꼭 거길 안다는 듯해서 나는 다그쳐 물었다. "야, 가봤냐?" "아…… 아니." 이런……. 그러나 나르디는 뭐 상관없다는 듯 어깨를 으쓱했다. "그렇지만 가면 되는 거지 뭐. 어디쯤인지 대충 알아." 문제는 내 엉터리 지도엔 그 쌍둥이 도시 룬서스와 록서스는 전혀나타나 있지 않았단 거다. 아마 큰 항구라는 프론느 헤르미의 말이과장일는지도 몰라. 어쨌든 대충 안다라, 나보다 몇 배는 더 돌아다닌 나르디 녀석의 말이니 믿어도 되겠지. 그가 재차 물었다. "그러니까, 그 편지만 전해 주면 우리가 내일 모레 대상과 함께 이스나미르로 넘어가는 건 문제없다, 그 말인가?" "그런 셈이지." 엘다렌은 묵묵히 고개를 숙인 채 테이블 다리에 시선을 집중하고있었다. 그는 다리가 닿지 않는 높은 의자는 싫어해서 한쪽에 떨어져있는 작은 발 받침대에 앉아 있었다. 그러니까 시선이 테이블 다리에가 닿는 것은 당연지사였다. "그럼, 이제 여러분과 헤어지게 되는 겁니까?" +=+=+=+=+=+=+=+=+=+=+=+=+=+=+=+=+=+=+=+=+=+=+=+=+=+=+=+=+=+=+=9월 9일에 뭔가 엄청난 바이러스가 돌아다닌다나.. 어쩌고 해서 결국 이렇게 12시 넘어서 올립니다. 속이 안 좋네요. 요즘 왜 이렇게 소화가 잘 안 되는지.... 파비안이란 이름요? 전에 잡담에도 썼듯, 실제로 존재하는 이름이니까요. ^^ (미스테리 걸작선에도 나옵니까? ^^;;;)그리고 게시판에서 오간 '하르얀이 누구냐'라는 질문과 답변.. 하르얀이 너무 오랜만에 나왔나 봅니다. 그래도 몇 번 동생이라고 썼었는데... ^^;예, 하르얀은 파비안의 배다른 남동생 맞습니다. 티무르 리안센의친구죠. Luthien, La Noir. [번 호] 2976 / 3093 [등록일] 1999년 09월 13일 02:58 Page : 1 / 10[등록자] 웨어울프 [이 름] 늑대인간 [조 회] 168 건[제 목] [장편/세월의돌] 7-2. 운명이보내는 아침… (4)───────────────────────────────────────『SF & FANTASY (go SF)』 48417번제 목:◁세월의돌▷7-2.운명이보내는 아침…(4)올린이:모래의책(전민희 ) 99/09/10 00:18 읽음:1257 관련자료 없음----------------------------------------------------------------------------- +=+=+=+=+=+=+=+=+=+=+=+=+=+=+=+=세월의 돌(Stone of Days)=+=+=+=+=+=+=+=+=+=+=+=+=+=+=+=+ 7장. 제6월 '인도자(Guardian)'2. 운명이 보내는 아침인사 (4) 아티유 선장이다. 그는 여기에 머무는 이레 동안 우리와 거의 완전히 상황을 공유하고 있었다. 선원들은 선장의 말이라면 무조건 따랐고, 선장은 우리 부탁이라면 모두 들어주어서 이 관계는 몹시 편리했다. "이스나미르에 가시려고요?" 유리카가 농담조로 말하며 선장을 향해 빙긋 웃었다. 그도 알고는있다. 그는 이제 마르텔리조로 돌아가야 한다. "하하, 이스나미르엔 볼만한 것이 많습니까?" 그의 말 역시 농담일 뿐이다. 나는 문득 아티유 선장과 헤어지는것이 아쉬워졌다. "그럼요, 우린 순백의 수도 달크로즈에 갈 거라고요. 소문은 들어보셨겠죠?" 유리카는 명랑하게 대꾸하고 있었다. 아티유 선장의 얼굴에도 아쉽다는 듯한 미소가 번져 있다. 엘다렌이 한참만에 입을 열었다. "선원들을 불러라. 이야기를 좀 하자." 아티유 선장이 선원들을 부르는 방식은 배 위가 아닌데도 철저히피라미드 형 위계 구조에 의거해 있었다. 배 위였다면 그의 명령을전하던 사환 소년이 먼저 달려와야 했겠지만, 해적들의 습격과 폭풍속에서 그 소년은 살아남지 못했다. 그래서 선장의 심부름을 하기로된 선원이 일단 달려왔다. "항해사들을 불러 줘." 선원이 가서 스트라엘과 바스케스를 찾아내어 온다. 피논은 없지만……. 그들은 각 선원들을 나누어서 관리하고 있다. 항해사 밑에는선원들과 연결되는 직속 보좌 선원이 딸려 있다. 스트라엘 직속이던멜립은 그날 밤 내가 본 것이 마지막이었기 때문에 지금은 다른 선원이 그 일을 맡고 있었다. 항해사의 보좌 선원들은 각 선원들이 어디에 있는지 직접 보고를받고 있었다. 비록 상륙했지만 항해가 끝난 것은 아니며 아직도 배안에 있는 것과 다름없는 상태였기 때문에, 선원들은 어딘가 다른 곳으로 갈 때면 위치를 확실히 상급자에게 보고했다. 그건 딸들이 많은집에 며칠씩 신세지고 있는 남자들로서 또한 당연한 처사이기도 했다. 선원들이 우리가 앉아 있는 1층 응접실로 모두 모인 것은 십여 분이 채 지나지 않아서였다. "선주님께서 할 말이 있으시다. 모두 자리를 잡고 앉아라." 그렇게 많은 의자가 응접실에 있을 리 없다. 그들은 바닥 이곳 저곳에 적당히 무리 지어 앉았다. 왠지 의자 위에 앉아 있는 것이 미안하게 느껴졌다. 수많은 눈들이 엘다렌을 향하고 있다. "……." 엘다렌은 쉽사리 입을 열지 않았다. 그가 무슨 말을 할 지 이미 나나 유리카, 나르디는 알고 있는 상태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그가 묵묵히 있으니 까닭 없이 긴장되는 기분이 들었다. 그런 침묵이 한참은 흐른 다음, 선원들이 의아해 하기 시작할 무렵, 엘다렌은 입을 열었다. "항해를 끝낸다." 웅성대지는 않았다. 그러나 선원들에게는 설명이 필요했다. "일당을 계산한다. 장부를 가져오도록." 장부를 맡고 있는 딤스빌이 일어서더니 품에 껴안고 있던 두툼한항해 일지와 일당을 계산한 장부책을 테이블에 올려놓았다. 저 계산은 예전부터 미리 해 놓도록 말해 둔 것이다. 나르디가 일어서더니 장부를 자기 앞으로 당겨 천천히 읽었다. "항해 일자는 마르텔리조에서 출항한 키티아 아룬드 19일부터 내일, 즉 인도자 아룬드 11일까지로 합니다. 모두 23일이고요, 일당은항해 시작할 때 지불하기로 약정한 금액의 두 배로 합니다. 중간에예상치 못한 불미스러운 사건도 있었고, 어려운 항해였다고 생각하기때문입니다. 사망한 선원의 경우는 네 배를 지불하겠습니다. 가장 먼저 계약한 특별 계약 선원들의 경우도 당시 제시한 금액에서 두 배,또는 네 배로 계산합니다." 약간의 웅성거림이 일었다. 보통 항해 계약은 위험 수당을 포함한것이기 마련이라서 죽거나 다치거나, 또는 어떤 사건이 있었다 해도웬만해서는 약정 금액보다 많이 주는 일은 없다고 일전에 아티유 선장이 말해 준 일이 있다. 물론 그는 우리가 이번 일을 처리하는 데참고삼으라고 그런 말을 했던 것임에 분명했다. 폭풍이나 해적 등은언제든지 만날 수 있는 사고이기 때문에 이 점에 있어서는 특히 더했다. 물론, 나는 이런 것은 선원들이 힘이 없고 가난한 것을 빌미삼아선주들이 구축해 온 불공평한 질서라고 생각하지만 말이다. "자세한 금액은 이 장부를 보시기 바랍니다." 나르디가 선원들의 이름과 일당이 적힌 종이를 돌렸다. 잠시동안묵묵한 가운데 종이가 돌아갔다. "그 동안 함께 항해한 것을 기쁘게 생각하며, 지금까지 수고해 준것에 대해 매우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선주들 모두를 대신하여 노고를 치하합니다." 나르디가 할 이야기는 이것으로 끝이다. 그는 항해 일지를 놓고,뒤로 물러앉았다. "음……." 이젠 엘다렌이 이야기를 할 때다. 그는 천천히 일어섰다. 물론, 키는 우리가 의자에 앉은키에 간신히 미칠까 말까한 정도다. 그러나 선원들은 그 모든 사정에도 불구하고 엘다렌을 충분히 존경하고 있었다. 그들의 눈동자가 그런 마음을 말하고 있었다. "고생이 많았다." 잠시의 사이. 아마 프론느 헤르미 같았으면 이 사이에 하려던 말을한 다섯 번은 했을 테지. "배를 다시 수리하느라 그 동안 고생한 것을 알고 있다." 선원들은 여기 머무르는 동안 돛을 완전히 새 것으로 다시 달아 놓았고, 배의 부서진 부분도 말끔히 손질해 놓았다. 갑판과 배쌈은 깨끗이 칠해졌다. 재료는 엘다렌이 돈을 내주어 바르제 가의 하인들이사 왔지만, 모든 수고로운 일을 한 것은 그들이었다. "…… 푸른 굴조개는, 선장과 너희들에게 주겠다." "예, 예엣?" 모든 선원들의 경악에 찬 목소리를 뚫고 가장 먼저 우리 귀에 들려온 것은 아티유 선장의 비명에 가까운 외침이었다. 그는 당황한 나머지 눈을 몇 번이나 깜빡거렸다. 잘못 듣기라도 했다는 듯, 다시 물었다. "배를 주다니요!" "……." 엘다렌은 두 번 설명하는 성격이 아닌지라, 이번엔 내가 나섰다. "아티유 선장님께 이 배의 절반 지분을 드리겠습니다. 나머지 반은푸른 굴조개호가 출항하던 날, 배 안에 탔던 모든 사람들에게 공평히나눌 생각입니다. 지분을 나누고 관리하는 것은 선장님께 맡깁니다. 부디……." 나는 약간 말을 끌다가, 빙그레 웃음을 지었다. "…… 멋진 배로 남도록 여러분들이 아껴 주세요." +=+=+=+=+=+=+=+=+=+=+=+=+=+=+=+=+=+=+=+=+=+=+=+=+=+=+=+=+=+=+=에제키엘의 유래에 대해서 써보내 주신 분, 재미있게 읽었답니다. 저도 에제키엘이 성서에 나온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구약의 에스겔 서 말이죠. 천사들에 대해서는...^^ 그다지 관심을 갖고 있는편은 아니지만 일단 읽어는 봤었죠. 외우고 다니지는 못하고요. (에에... 천사의 계급 같은 학문(?)에는 왠지 정이 별로 안 가서말이죠. ^^)Luthien, La Noir. [번 호] 2977 / 3093 [등록일] 1999년 09월 13일 02:58 Page : 1 / 10[등록자] 웨어울프 [이 름] 늑대인간 [조 회] 165 건[제 목] [장편/세월의돌] 7-2. 운명이보내는 아침… (5)───────────────────────────────────────『SF & FANTASY (go SF)』 48418번제 목:◁세월의돌▷7-2.운명이보내는 아침…(5)올린이:모래의책(전민희 ) 99/09/10 00:18 읽음:1367 관련자료 없음----------------------------------------------------------------------------- +=+=+=+=+=+=+=+=+=+=+=+=+=+=+=+=세월의 돌(Stone of Days)=+=+=+=+=+=+=+=+=+=+=+=+=+=+=+=+ 7장. 제6월 '인도자(Guardian)'2. 운명이 보내는 아침인사 (5) 나라고 이 배에 정이 들지 않았던 게 아니다. 푸른 굴조개는 그 이름에 걸맞게 아름다웠고, 그 엄청난 폭풍, 시즈카와 풍랑 속에서도물 한군데 새지 않는 최고의 배였다. 부서진 부분을 손보고 돛을 새로 올리자 배는 완전히 흠잡을 데 없는 새 배가 되었다. 이곳에 온 지 약 5일 만에 다시 돛을 달고 위그티그 만에 둥실 뜬모습을 보았을 때, 마디크 에라르드가 어째서 이 배에 그토록 자부심을 가졌는지 알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었다. 롱봐르 만의 푸른 굴조개, 모두 정신을 잃었을 때조차 그 안의 사람들을 다치지 않게 돌봤던 충실한 친구. 출항하던 날 돛마다 그려져 있던 금빛 초승달이 문득 눈앞에 떠오르는 듯했다. "사랑스러운…… 아가씨처럼 돌보겠습니다." "동료라고 생각하렵니다. 그럴 가치가 있는 놈이니까……." "자식처럼, 마누라처럼 아낄 겁니다, 약속하겠습니다!" "그럼요, 그럼요……." 선원들이 한 사람 한 사람씩 말하기 시작하고 있었다. 그 얼굴들에는 모두 진심이 어렸다. 나조차도 그들의 마음이 전염되는 느낌이다. 기분이 묘해졌다. 배는 배일뿐인데, 왜 사람과 이별하는 듯한 느낌이들까. 딸을 시집보내는 아버지의 마음이 이럴까. "……." 아티유 선장은 말이 없었다. 자신이 기분이 설명되지 않는 모양이었다. 당황스런 얼굴 같기도 했다. 또는 감격한 나머지 말을 잃은 듯이 보이기도 했다. "할 말은 이것뿐이다." 말을 마친 줄 알았던 엘다렌이 마지막으로 불쑥 말하더니 의자에다시 앉는 대신 입구 쪽으로 몸을 돌렸다. 선원들이 앉은 앞으로 그는 몇 걸음 걷다가 다시 멈춰 섰다. "다시 이렇게 부를 일은 없을 것이다. 내일도 일당을 주기로 했으니 나는 그때까지도 선주겠지. 마지막으로 명령한다, 내일 중으로 출항해라." 선원들은 이구동성으로 외쳤다. 마치 누가 더 명령을 잘 따르나 내기라도 하려는 것 같았다. "알았습니다!" "예!" "말씀대로 하겠습니다!" 엘다렌은 나갔다. 선원들이 벌떡 일어나 소리지르기도 하고, 서로 말하기도 하고, 또한 나나 나르디, 유리카에게 인사를 하려고 우르르 몰려드는 가운데나는 생각했다. 이렇게 또 헤어지는구나. 여행을 한다는 것은 많은것을 만나는 대신, 많은 것과 헤어지는 것이기도 하구나. 만남이 기뻤던 만큼, 헤어짐이 아쉽게 되는 것이구나. 누구나 좋은 만남을 기대하는 것은 좋은 헤어짐을 갖기 위해서이기도 하구나. 내 손을 잡고 흔드는 한 선원의 얼굴을 보며 나는 얼굴 가득 미소를 떠올렸다. "모두, 만나서 즐거웠어요!" 으음? 캄캄한 밤인데 밖에 누군가 걷는 소리가 들렸다. 이 시간에 누가 복도를 오가는 거지? 밖으로 나가서 살펴볼까 하다가 생각을 바꿨다. 가만히 귀를 기울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사정을 알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다. "……." 발소리가 점점 멀어지더니 사라진다. 밖으로 나갔을까? 조금 있자니 창밖 정원 쪽에서 또다시 발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나는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자세를 낮춰 창가로 다가갔다. 아니나다를까, 정원 가운데 누군가 선 것이 보인다. "……." 또 다른 발소리, 이번에도 정원으로 나갔다. 천천히 움직이던 그림자가 달빛 아래로 나갔다. 이번엔 누구인지 모를 수가 없다. 작은 키와 탄탄한 몸집, 엘다렌이었다. 그는 뚜벅뚜벅 걸음을 옮겨 정원 가운데 서 있던 사람에게로 다가갔다. 로브 자락이 바람에 날리고 있었다. 이 밤에 뭘 하고 있는 거야? "…‥ ··· ……… ‥‥." "‥…… ‥·……‥ · ‥‥…." 둘은 몇 마디 말을 나눴다. 그리고 잠시동안 가만히 마주보고 있었다. 나는 호기심이 생겨 창문을 약간 열었다. 내 방 창문이 바로 정원을 향해 나 있어서 다행이었다. 커튼 사이로 몸을 가렸다. "…… 그렇지." "언젠가는……." 말소리는 일부밖에 들리지 않았다. 그러나 나는 그것만 갖고도 엘다렌 앞에 선 사람이 누구인지 단번에 알아보았다. 아티유 선장이었다. "…… 하겠습니다." "그런가……." 이번에는 아주 똑똑히 들렸다. 무얼 하겠다는 거지? "……." 둘은 잠시동안 다시 침묵하고 있었다. 내가 좀이 쑤셔 답답해질 때까지. 정원을 빙글빙글 돌던 바람이 내가 연 창문으로 스며들어 커튼을 펄럭이게 했다. 흰 달빛이 두 사람, 그리고 내 얼굴에도 엷은 선을 그렸다. 지금은 몇 시나 됐을까? 두 사람이 몸을 돌리는 것을 보고, 나는 재빨리 커튼을 잡아채어눌렀다. 달빛 아래 그러고 서 있는 두 사람은 언뜻 보면 밀회하는 연인들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렇게 생각하니 굉장히 우스운 상상이었지만……. "……." "……." 그러나 두 사람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내가 바라보는 가운데, 둘은 잠시 악수하듯 손을 맞잡았다. 그리고, 그것이 끝이었다. 엘다렌은 그 자리를 떠나 저택 안으로 들어갔다. 선장은 잠시 그대로 서 있었으나 곧 따라 자리를 떴다. 창밖에는 다시 달빛과 바람만이 남았다. 둘은 무슨 이야기를 했을까? 다 짐작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내가내일 이 이야기를 묻는대봤자 둘 다 아무 대답도 해 주지 않을 거라는 정도는 나도 안다. 그 정도 눈치는 있다. 그리고 나중에라도, 영영 결코 알 수 없을지도 모르지. 모든 준비는 끝났다. 푸른 굴조개호는 오늘 저녁에 출항하기로 결정되었고, 우리 일행은배를 전송한 뒤 마리뉴 시까지 말을 타고 나가서 밤늦게 바르제 씨가물색해 놓은 상인 일행을 만나 합류하고, 거기서 바르제 일가와는 작별하기로 얘기가 되었다. 모든 이야기는 순조로웠다. 미르디네가 막무가내로 떼쓰는 것만 빼면 말이다. +=+=+=+=+=+=+=+=+=+=+=+=+=+=+=+=+=+=+=+=+=+=+=+=+=+=+=+=+=+=+=네, Friends는 닭살이라 보내신 게 아니라고요? .. ^^; 네에-no1penny 님, 가사 받아서 읽어보겠습니다. 격려 메일과 쪽지 보내주시는 분들, 모두 감사합니다. 일본 아오모리에서 애써 나우누리 아이디까지 만드셨다는 happylov님, 재미있게 읽고 계시다니 다행입니다. 타국 생활에 조금이라도 낙이 된다면 바랄 게 없겠고요. ^^Luthien, La Noir. [번 호] 2978 / 3093 [등록일] 1999년 09월 13일 02:58 Page : 1 / 10[등록자] 웨어울프 [이 름] 늑대인간 [조 회] 216 건[제 목] [장편/세월의돌] 7-2. 운명이보내는 아침… (6)───────────────────────────────────────『SF & FANTASY (go SF)』 48508번제 목:◁세월의돌▷7-2.운명이보내는 아침…(6)올린이:모래의책(전민희 ) 99/09/10 21:34 읽음:1200 관련자료 없음----------------------------------------------------------------------------- +=+=+=+=+=+=+=+=+=+=+=+=+=+=+=+=세월의 돌(Stone of Days)=+=+=+=+=+=+=+=+=+=+=+=+=+=+=+=+ 7장. 제6월 '인도자(Guardian)'2. 운명이 보내는 아침인사 (6) "아시엘 오빠, 정말 가는 거야? 응, 응? 그 몸으로 어딜 간다고 그래? 아직 다 회복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떠나는 거야? 그렇게 바빠? 왜 가는데? 나한테 말해주면 안 되는 거야? 겨우 이렇게 다시 만났는데 벌써 간다고 그러면 나는 어떻게 해?" 어떻게 하긴, 그냥 있으면 되지. 확실히 나르디가 아플 때 옆에 달라붙어서 떨어지지 않고 간호해준 것이 미르디네이긴 하다. 물론 미르디네가 간호를 제대로 할 줄알았다는 것이 아니라, 다른 하녀가 돌보고 있을 때 옆에서 잠 안자고 있었다는 정도이긴 했지만, 어린 소녀로서 그것도 작은 일이 아니었기에 나르디도 이번엔 함부로 뭐라 말하질 못했다. 나르디는 바르제 저택에 도착하자마자 꽤 심하게 앓았다. 온몸에열이 오르고 아무 것도 넘기지 못하기를 이틀, 사흘째 되는 날에야겨우 일어나 앉을 정도가 되었는데, 신기한 것은 그 동안에도 결코의식을 완전히 잃어버리는 일은 없었다는 점이다. 잠깐씩 잠드는 것을 빼고는 끝까지 눈을 뜨고 버텼으며, 목이 말라붙어 말을 하지 못할 때에도 가만히 생각하는 표정으로 천장을 쳐다보고 있었다. "아앙…… 오빠, 가지 마아……." 불쌍한 미르디네…… 가 아니라 나르디 녀석, 이번엔 정말로 어쩔줄 몰라하고 있구나. 미르디네만 아니라면 나도 나르디에게 물어보고 싶은 것이 많다. 녀석이 오랫동안 아팠고 해서 일단 궁금한 것은 모두 뒤로 미뤄 놓았는데 이번에 출발하면 꼭 잊지 않고 물어 볼 생각이었다. 도대체, 넌 하르얀하고 어떤 사이인 거지? "식사들 해요!" 프론느 헤르미의 활기찬 목소리가 들리고, 우리 '선주단' 일행과아티유 선장, 스트라엘과 바스케스가 한 식탁에 앉았다. 바르제 네자매와 프론느 헤르미도 함께다. 바르제 씨는 오늘도 어디론가 나가집에 없었다. 점심 식사라 식탁은 간소했다. 이곳을 떠나는 것을 가장 아쉽게 하는 것 가운데 하나는 프론느 헤르미의 특제 요리 몇 가지였는데, 첫째가 상큼한 맛을 가진 시원한 토마토 마리네이드, 그리고 그 다음이여행을 좋아했다던 헤르미가 차크라타난까지 가서 비카르나 족 여자에게서 배웠다는 달콤한 호박 프리터스다. 그 두 가지가 오늘은 모두식탁에 올라 있었다. 토마토 마리네이드에 어울리는 붉은 포도주도나왔다. "저녁은 송별 기념으로 좀더 멋진 요리를 준비할 테니까, 기대해요!" 그녀는 식탁 머리에 앉아서 활기 있게 말하며 웃었다. 그녀가 수호하는 이 가정을 떠나는 것을 문득 안타깝게 만드는 것이 바로 이런이야기들이다. 그녀의 생기 있는 말투와 움직임은 돌아가신 어머니를떠오르게 했다. 이제…… 떠나는구나. "미르딘, 이제 고집 좀 그만 부려. 오빠가 가야 한대잖아? 네가 그렇게 고집 부리고 떼쓰면, 오빠가 가면서도 마음이 편하겠어? 귀여운동생이니까 네가 이해를 해야지. 그래야 오빠가 또 나중에도 보러 올게 아니겠어?" 프론느 헤르미는 천사였다. 고개를 숙이고 음식을 집어먹고 있는나르디의 얼굴에 피식피식 웃음이 배어나려 하는 것이 내게는 보인다. 미르디네는 마음을 어떻게 다잡아야 할 지 몰라 이맛살을 찌푸린채 입을 꼭 다물고 눈만 굴려 나르디를 쳐다봤다, 제 엄마를 쳐다봤다 했다. "……." 아라디네는 오히려 식사하는 동안이나 우리 일이 결정된 후에도 아무 논평 없이 너무 조용하다. 그날 아침 헤르미가 '실속 있는 남자를좋아하라'고 한 말이 제대로 먹혔나? "어쨌거나 간다니, 서운해요." 블랑디네는 은빛 머리카락 때문에 유리카와 나란히 앉아 있으니 꼭자매처럼 보인다. 물론 얼굴은 전혀 달랐지만, 어쨌든 그녀는 한때별과 검의 노래호에서 같이 싸우기도 했던 유리카에 대해 꽤 호감을가지고 있었다. "이렇게 또 만났잖아요? 다음에도 또 만나게 되겠죠." 유리카의 대답은 편리한 것 같긴 해도 사실은 사실이었다. 우리가여기서 이 자매들을 또 만나게 될 줄이야 정말 누가 알았겠어? "어쨌든 신세를 정말 많이 졌습니다. 이 은혜 잊지 않고 나중에도꼭 찾아 뵙도록 하겠습니다." 이 예의바른 말투의 주인공은 당연히 아티유 선장이다. 그는 정말진지한 말투로 이 말을 하고 있었다. 헤르미는 같이 진지한 얼굴로표정을 바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요. 신세 많이 졌죠? 그러니까 나중에 다시 안 찾아오면 정말로 알아서 해요." …… 저 말이 장난일까, 진심일까……. "나도 저 예쁜 배를 타보고 싶었는데." 블랑디네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푸른 굴조개호의 아름다움에 대해서는 이 집 사람 모두가 감탄한 바 있다. 물론 저 배의 진가는 저아름다움뿐만이 아니라 기가 막힌 내구성에 있었지만 말이다. "하하……." 아티유 선장은 블랑디네의 말에 멋쩍게 웃으며 손을 이마로 가져갔다. 이제 출항을 앞두고 있으니만큼, 블랑디네를 태워주는 것은 아마도 무리겠지. 물론 배 위에 올라가 보는 것은 이미 예전에 해보았고,블랑디네가 말하는 것은 진짜 항해였다. "엄마, 나도 선원이 되면 안될까?" "선원? 그것도 좋겠지." 블랑디네의 농담인지 진담인지 모를 말에 의외로 아주 가볍게 대답해 버리는 프론느 헤르미 때문에 아티유 선장을 비롯한 뱃사람 셋은입을 딱 벌렸다. 블랑디네가 생긋 웃으며 그들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엄마가 괜찮다네요? 나, 항해에 끼워 주면 안되겠어요?" "……." 제일 당황한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은 의외로 1등 항해사 스트라엘이었다. 그는 그 날카로운 인상에도 불구하고 먹던 호박 프리터스 조각을 떨어뜨릴 뻔하고는 황급히 포크를 내렸다. 아티유 선장보다도 더냉정하던 사람이었기 때문에 그 표정은 꽤나 보는 사람을 웃겼다. "푸훗, 킥킥킥……." 유리카가 식탁 앞이었지만 예의 불구하고 킥킥대기 시작하자, 바스케스가 뒤따라 키득거리기 시작했다. 식탁에서 제일 머리가 높이 솟아 있는 그가 웃기 시작하자 이유는 모르겠지만 누구든 따라 웃고 싶은 기분이 되고 말았다. "히힛, 힛힛……." "아하하……." "뭐, 뭐야, 다들 왜 웃는 거지?" 스트라엘이 점점 더 당황하자 그 표정은 점점 더 웃겼다. 그는 자신의 반응 자체가 자꾸 웃음을 조장하고 있다는 사실은 모른 채 애써침착하려고 애쓰며 사람들을 번갈아 바라보고 있었다. 흰 뺨이 약간붉게 물들어 있었다. "아아, 너무 당황하진 마시고요. 제가 따라가는 게 그렇게 싫으시다면 제가 어떻게 따라간다고 고집을 부리겠어요?" 블랑디네도 만만치 않았다. 그러나 그녀가 덧붙인 말이 더 충격이었다. "그냥 여기서 기다리는 수밖에요." +=+=+=+=+=+=+=+=+=+=+=+=+=+=+=+=+=+=+=+=+=+=+=+=+=+=+=+=+=+=+=조만간에 3백회 기념 이벤트를 계획해서 내놓을 생각입니다. ^^이번엔 투표는 글쎄.... 없을 가능성이 크고요. (어떻게 할까 아직도 생각중이네요)가능하다면 좀 새로운 이벤트를 해보고 싶군요. 그렇지만 다들 재미없다고 하시면....으음.. ^^;;Luthien, La Noir. [번 호] 3016 / 3093 [등록일] 1999년 09월 16일 22:52 Page : 1 / 11[등록자] 웨어울프 [이 름] 늑대인간 [조 회] 146 건[제 목] [장편/세월의돌] 7-2. 운명이보내는 아침… (7)───────────────────────────────────────『SF & FANTASY (go SF)』 48509번제 목:◁세월의돌▷7-2.운명이보내는 아침…(7)올린이:모래의책(전민희 ) 99/09/10 21:34 읽음:1528 관련자료 없음----------------------------------------------------------------------------- +=+=+=+=+=+=+=+=+=+=+=+=+=+=+=+=세월의 돌(Stone of Days)=+=+=+=+=+=+=+=+=+=+=+=+=+=+=+=+ 7장. 제6월 '인도자(Guardian)'2. 운명이 보내는 아침인사 (7) 블랑디네는 그 말을 스트라엘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고, 결국 그는 더 이상 식사를 할 수 없게 되고 말았다. "저, 실례인 줄은 알지만, 이만 실례하겠습니다." 뭔가 앞뒤가 헷갈리는 말을 하고서 그는 벌떡 일어나 밖으로 나가버렸다. 우리 모두는 블랑디네를 쳐다보았다. 그녀는 재미있는 표정으로 우리를 번갈아 바라보더니 갑자기 생긋웃으면서 불쑥 말했다. "저도 실례인 줄은 알지만 좀 실례하겠어요." 그녀는 일어나서 장난스럽게 우아한 자세로 식탁에 남은 사람들에게 절을 한 뒤, 밖으로 나갔다. "……." 엘다렌은 아무 것도 모르는 체 식사에 열중하는 모습이었고, 나르디는 냅킨으로 입을 가리며 의자를 뒤로 뺐다. 유리카와 바스케스는아예 이제 주위에 상관 않고 신나게 웃고 있었고, 헤르미도 거기에곧 동참했다. 아티유 선장은 곤란한 표정이 되어 두 남녀가 나간 쪽을 자꾸만 쳐다보았고, 나와 아라디네는 예의를 지키려고 무진 애를쓰다가 결국엔 포기했다. "하하하!" 이거야 정말, 이런 줄은 정말 몰랐는걸. 그 짦은 시간에 이런 상황이라니, 이걸 뭐라고 해석해야 하나? 내 옆에서 상황 판단 안 되는 한 사람의 말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블랑딘 언니랑 저 오빠랑 왜 점심 안 먹어? 속이 안 좋은가?" "이걸 스트라엘에게 갖다 주겠나." 엘다렌은 출항 준비가 끝나고 이제 보트를 띄우려 하고 있는 선원들을 바라보며 나를 잠시 불렀다. 그러더니 작은 손수건 꾸러미를 건네주었다. "이걸요?" 나는 영문을 모른 채 거기에 싸인 것을 받아들어 선원들을 지휘하고 있는 스트라엘에게 다가가 내밀었다. 뭔가 딱딱한 돌멩이 같은게, 그 옆에 또 종이조각 같은 것도 들었는걸. "엘다렌 선주님이요?" 그는 아까의 우스운 표정은 어디로 갔는지, 이제 다시 지극히 침착하고 냉정한 평소의 얼굴로 돌아와 내 손에서 물건을 받아 들었다. "나중에 풀어 보시래요." 나는 등을 돌리면서, 저 안에 든 것이 무엇인지 알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출발한다!" 그들과 함께 출발하지 않는 선원이 한 사람 있다. 마르텔리조에서출항하기 직전에 와서 태워 달라고 부탁했던 바로 그 선원이다. 별로눈에 띄지 않아서 이름조차 몰랐던 자였는데, 폭풍우에 질려버리기라도 한 건지 자기는 육로로 다른 곳으로 가겠다고 말해서 선장도 허락해 주었다. 키반이라고 자기 이름을 밝힌 그는 똑같이 일당은 받았지만, 이상하게도 배의 배당 역시 살 사람 있으면 팔 테니 현물로 갖겠다고 말해서 선원들의 의심쩍은 수군거림의 대상이 되었다. 다른 선원들도 그와는 잘 모르는 사이인 듯했다. 아티유 선장과 헤어지는 것은 정말 몹시나 아쉬웠다. 다시 만날 기회가 있다면 정말 좋겠는데, 그는 마브릴 족이고 세르무즈를 떠나지않을 사람이니 다시 만날 일이 있을까. 선장은 얼굴에 억지로 밝은 미소를 지으며 우리들의 손을 하나씩잡고 악수했다. 그러나 그런 그 역시, 다시 만나자는 말은 하지 못했다. 스트라엘, 바스케스, 데스덴, 딤스빌 등과도 차례로 악수를 나누었다. "잘 가요!" 선원들을 가득가득 태운 보트가 떠나는 것을 보니 마음속에서 묘한감정이 일었다. 잠시나마 생사를 같이 했다는 것이 이런 것일까. "선주님들, 건강하십시오!" "다음에 또 뵙시다!" "마르텔리조로 찾아오시면……." 그들의 외침소리는 점차 멀어지면서 파도 소리로 들리지 않게 되었다. 끝까지 손을 흔드는 사람들에게 마주 손을 흔들었다. 저만치 먼저 건너간 선원들이 올린 푸른 굴조개의 흰 돛이 보이고, 금빛 달도보인다. 아마도 또 보게 될 일이 있을까. 멀어지는 보트를 보며 생각에 잠겨 있던 그 순간이었다. "여, 여기들 있었군!" 뒤에서 다급하게 외치는 목소리가 들려, 우리는 바다로 향했던 고개를 동시에 뒤로 돌렸다. 저만치 바위투성이 해안 가를 황급히 걸어다가오고 있는 사람은 바르제 씨다. 이리로 얼른 돌아오라는 듯 마구손을 흔들어댔다. "어서 돌아오게! 큰일이 났어!" "큰일이라뇨?" "어서! 서둘러!" 우리는 영문도 모른 채, 푸른 굴조개가 출항하는 것까지 바라보고싶은 마음을 접고 그가 더듬거리며 자갈들 사이로 다가오고 있는 쪽으로 다가가는 수밖에 없었다. 보트들은 이미 배에 닿았고, 한쪽에서는 닻이 감아지고 있는 것이 보였다. 조금만 있으면 떠날 텐데, 조금만 더 지켜보면 안되나. 그러나 마디크 바르제는 제일 먼저 마주친 나르디의 팔을 꽉 움켜잡더니 다시 한 번 소리를 질렀다. "어서, 여기에 있으면 안되네! 얼른 집으로 들어가서 짐들을 다 챙겨! 자네들을 잡으려는 사람들이 있어! 한 두 명이 아냐, 하라시바에서 직접 군대가 파견되어 왔어!" "뭐라고요?" 이게 도대체 무슨 소리야? "……." 무거운 침묵이 방안을 흘렀다. 아무도 입을 떼는 사람이 없었다. "……." 누굴까? 언제부터였을까? 어떻게 안 걸까? 왜일까? 마음속을 오가는 질문들에 대답해 줄 수 있는 사람은 여기엔 없었다. 모두 어두운 얼굴로 나와 똑같은 질문들을 머릿속에서 굴리고 있을 뿐, 대답이란 여기에 없었다. 그렇다면……. "이제, 어떻게 해야 하죠?" 그래, 이유를 알 수 없다면 대책이라도 세워야겠지. 침묵을 깨뜨리고 가장 먼저 입을 연 유리카는 잠시 뭔가 생각하고있더니 다시 말했다 . "일단, 출발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겠죠. 그러나 이미 마리뉴 시의상인들과 합류할 수는 없는 상태라 그거군요." 그녀의 말대로였다. 우리를 추적하는 것이 분명하다는 그 어이없을정도의 대규모 군대, 수도에서 파견되었다는 정규 기사단과 병력은이미 마리뉴에 도착해서 한바탕 도시를 뒤집고 지나간 후였다. 커다란 검을 등에 메고 다니는 젊은 소년 하나, 바르제 씨 말에 의하면그들이 정확한 초상화까지 갖고 다니며 탐문 조사를 벌였다는 또 다른 소년, 거기에 은빛 머리에 검은 옷을 입은 소녀 하나, 키 작은 검은 로브의 남자, 도대체 누가 이렇게 상세한 정보를 가지고 우리를쫓고 있는 거지? "여기까지 오는 것은 시간 문제야. 안내인이 없으면 여기까지 들어오는 길이 좀 복잡하긴 하지만, 그래 보았자 하룻밤도 벌 수 없네. 여기를 얼마나 빨리 알아내느냐 하는 게 문젠데, 내가 자네들과 합류하도록 말해 둔 상인들과 그들이 마주쳤다면 이미 끝나버린 문제겠지. 일전에 부탁하면서 남자 셋에 여자 하나라는 이야기를 이미 해두었고, 수도에서 파견되어 국왕의 이름으로 탐문 조사를 벌이는 그들에게 누구든 간에 협조하지 않을 이유가 없으니까." 응접실은 테이블 위의 작은 램프 하나를 제하고는 불을 켜지 않아전체적으로 어두컴컴했다. 게다가 밖은 비가 얇게 내리는 흐린 날씨였다. 나와 유리카, 엘다렌과 나르디, 바르제 부부만이 모여 앉은 이곳은 북적거리던 선원들이 모두 떠나버린 뒤라 갑작스레 고요하기 이를 데 없었다. 바르제 씨는 이야기를 마치고 잠시 가만히 있다가 불쑥 이렇게 물었다. "자네들, 도대체 누군가?" +=+=+=+=+=+=+=+=+=+=+=+=+=+=+=+=+=+=+=+=+=+=+=+=+=+=+=+=+=+=+=저의 배 이야기가 게임하는데 도움이 되셨다니.. ^^저도 대항해시대 시리즈 좋아합니다. 새로 나온 4편은 아직 못해보았네요....사실 컴퓨터 사양이 안 좋아서 해보려 시도도 못해봤습니다. --;Luthien, La Noir. [번 호] 3017 / 3093 [등록일] 1999년 09월 16일 22:53 Page : 1 / 10[등록자] 웨어울프 [이 름] 늑대인간 [조 회] 141 건[제 목] [장편/세월의돌] 7-2. 운명이보내는 아침… (8)───────────────────────────────────────『SF & FANTASY (go SF)』 48510번제 목:◁세월의돌▷7-2.운명이보내는 아침…(8)올린이:모래의책(전민희 ) 99/09/10 21:35 읽음:1664 관련자료 없음----------------------------------------------------------------------------- +=+=+=+=+=+=+=+=+=+=+=+=+=+=+=+=세월의 돌(Stone of Days)=+=+=+=+=+=+=+=+=+=+=+=+=+=+=+=+ 7장. 제6월 '인도자(Guardian)'2. 운명이 보내는 아침인사 (8) "……." 과연 우리가 무엇을 대답할 수 있을까. 정말, 참을 수 없는 공기다. 우리 모두는 어디까지 말하고 말하지않아야 할지 서로 결정하지 못한 상태였고, 바르제 씨의 질문에 대답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조차 확실치 않았다. 그래, 이렇게 된 이상우리 목적에 대해 대강이라도 설명할 수는 있다. 그러나 그게 하라시바에서 파견된 군대가 우리 뒤를 쫓을 만한 일인가? 아무리 우리로선 이해하기 어려운 외국이라고 해도, 그 나라의 법에 대해 하나도 모른다 쳐도, 겨우 불법 입국자 몇을 잡으려고 수도에서 군대가 출동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다. 만약바르제 씨가 물은 것이 우리가 쫓길 만한 이유였다면, 그것은 우리조차도 모르고 있었다. "휴우……." 나는 그때까지 응접실 한쪽 그늘에 그림자처럼 서 있던 한 사람을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내리누르는 듯한 공기에 지끈거리는 머리를좀 식힐까 하고 고개를 드는데, 입구 한쪽에 조용히 서 있던 그가 보였다. "누구……?" 내가 입을 열자 모두의 시선이 그쪽으로 돌려졌다. 어둠 속에 서있던 사나이의 몸이 약간 움직였다. "누구세요?" 유리카가 자리에서 일어서면서 어두컴컴한 입구 쪽을 향해 물었다. 지금 저기, 서 있을 만한 사람이 누구지? 그리고 그는 천천히 밝은 쪽으로 걸어나왔다. 검은 옷, 검은 망토와 검은 모자……. "당신은……." 내 입에서 당황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내가 끝까지 말하지 않은내용에 대해 대신 말한 것은 나르디였다. "검은 망토!" 우리는 마르텔리조를 떠난 뒤로 그 경매장에 나타났던 정체 모를검은 옷의 남자를 멋대로 검은 망토라는 이름으로 부르고 있었다. 유리카나 엘다렌 역시 못 알아볼 리가 없다. 그때와 똑같은 옷차림, 바로 그 사람이었다. "당신이 어떻게……?" 유리카가 놀란 목소리로 그렇게 말하는 동안, 그는 아무도 권하지않았는데도 척척 걸어와 응접실의 한 의자를 차지하고 앉았다. 마찬가지로 아무도 말리지도 않았다. "누굽니까?" 바르제 씨가 그렇게 묻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이번엔 아까와는달리 대답할 필요가 있었다. 나는 가장 적당한 대답을 찾아내어 말했다. "직접 물어보세요." "……." 검은 망토는 말없이 우리 일행을 하나하나 살펴보고 있다. 관찰 당하는 느낌이라 좀 기분이 나빴다. 그는 바르제 부부 쪽은 쳐다보지도않았다. 그리고, 그러던 그가 첫 번째 입을 떼어 한 말은, 마치 어디선가많이 들어 본 듯한 말이었다. 그는 나를 바라보며, 혼잣말처럼 말했다. "닮긴, 닮았군." 뭐……? 내가 얼떨떨한 표정을 짓고 있자, 유리카가 재빠르게 끼여들어 날카로운 목소리로 물었다. "무슨 소리예요? 일단 당신 정체부터 밝히고 이야기합시다." "정체는 서로 밝혀야 하는 것 아닌가?" "…… 네?" 검은 망토는 한참이나 빤히 나를 바라보던 눈을 거두더니, 의자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는 테이블 사이를 넘어 나와 나르디가 나란히앉아 있는 긴의자 쪽으로 성큼 다가왔다. 의자에 앉은 채로 고개를들어 그 커다란 키를 올려다보자니 뭔지 모를 위압감이 느껴져 나는함께 일어서려 했다. 그러나 내가 무슨 행동을 취하기도 전에, 눈앞에서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 검은 망토는 그 자리에서 모자를 벗더니 정중하게 무릎을 굽히고정식 기사들이 하는 예를 갖추어 인사를 했다…… 내가 아니고, 나르디에게. "이, 이게 무슨……." "……." 나르디는 미동도 하지 않고 가만히 앉아 있었다. 그러나 완전히 당황해버린 내가 벌떡 자리에서 몸을 일으키는데,다음 순간, 더 놀라운 일이 생겼다. 유리카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러더니 검은 망토와 똑같이 몸을굽혀 그 자리에서 절을 하는 것이 아닌가! "유리……!" 나, 나만 상황을 모르는 거야? 엘다렌은 헛기침 한 번 없이 그대로 자리에 앉은 채 이 영문 모를상황을 완전히 외면했다. 그러나 그런 그도 나처럼 당황하고 있는 것같지는 않았다. 마치 이미 알고 있던 것이 밝혀졌다는 듯한 태도, 머리가 복잡해져버린 나와는 완전히 다른……! "지, 지금 무슨 상황입니까? 그러니까, 누구냐니까, 아니, 저 사람이……." 횡설수설하기 시작한 사람 좋은 바르제 씨에게 일말의 동지의식을느끼며 나는 나르디 녀석의 얼굴을 보았다. "야……." 나르디가 뭐라고 대답하기도 전에 검은 망토의 매서운 목소리가 먼저 울렸다. "말을 조심하십시오!" 뭐, 뭐야……? 내가 놀란 것은 나르디한테 말을 조심하라는 그 말의 내용에만이아니다. 나는 그가 내게도 존대를 하고 있다는 것에 놀라고 있었다. 더 이상 당황하기만 하고 있을 수는 없었다. "야, 나르디, 이 상황을 좀 설명해 봐!" "……." 처음의 표정 그대로, 그 자세대로, 굳어져버린 것만 같았다. 눈썹하나 움직이지 않았고, 자기 앞에 무릎을 굽힌 두 사람에게 시선을주고 있지도 않았다. 당황한 나나 바르제 씨에게 대답을 하지도 않았고, 함께 당황하지도 않았다. 그는 가만히 응접실 바닥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내가 그를 아시엘이 아닌 나르디라고 부르고 있다는 사실조차거의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그걸 느끼지 못한 건 나뿐이 아니었다. 바르제 부부도 그 점에 대해 아무 생각이 없는 듯했다. "뭐라고 말을 좀……." "해야겠지." 내 말을 갑자기 끊으며 드디어 나르디가 입을 열었다. 그런데, 그목소리가 어쩐지 평소와는 좀 달랐다. "드디어 원치 않은 상황인가." +=+=+=+=+=+=+=+=+=+=+=+=+=+=+=+=+=+=+=+=+=+=+=+=+=+=+=+=+=+=+=네... 엘다렌에 대해 언급해 주시는 분들이 몇 분 생기는군요. 저도 엘다렌을 좋아합니다. (아마 자기 소설에 나오는 인물은 다 좋아하는 걸지도...--;;)세월의 돌은 악역이 없기로 악명(?)이 높더군요. ^^;;그리고 많은 분들께서 예상하시고, 또 궁금해하셨던 나르디의 정체가 내일 밝혀질 것 같습니다. 그런데 파비안을 상공부 장관..을 시킨다라고요? ^^;;; 적당한 직책이긴 하군요, 헤헷. Luthien, La Noir. [번 호] 3018 / 3093 [등록일] 1999년 09월 16일 22:53 Page : 1 / 10[등록자] 웨어울프 [이 름] 늑대인간 [조 회] 141 건[제 목] [장편/세월의돌] 7-2. 운명이보내는 아침… (9)───────────────────────────────────────『SF & FANTASY (go SF)』 48639번제 목:◁세월의돌▷7-2.운명이보내는 아침…(9)올린이:모래의책(전민희 ) 99/09/11 21:02 읽음:1545 관련자료 없음----------------------------------------------------------------------------- +=+=+=+=+=+=+=+=+=+=+=+=+=+=+=+=세월의 돌(Stone of Days)=+=+=+=+=+=+=+=+=+=+=+=+=+=+=+=+ 7장. 제6월 '인도자(Guardian)'2. 운명이 보내는 아침인사 (9) 무슨…… 소리야? 나르디가 드디어 눈을 들어 검은 망토와 유리카를 바라보고 있다. 그가 입을 열 때까지 한참동안 응접실에는 침묵이 흘렀다. "일어서라." 이…… 말투는? 즉시 검은 망토가 일어서고, 유리카가 따라 일어섰다. 나는 그 옆에서 어쩔 줄 몰라하며 두 사람을 바라보고, 나르디의 얼굴로 고개를돌렸다. 그 동안 나는 어디선가 들은 일이 있는 이 말의 용도를 알아내려고 머릿속을 열심히 뒤지고 있었다. 일어서라, 일어서라…… 무릎을 꿇은 상대 앞에서 이런 말을 할 때에는……. 아! "미안하게 됐습니다." 나르디가 말하고 있다. 침착하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그의 얼굴에깃든 무표정한 듯 하면서도 우울한 표정. "여러분들한테 적당한 때를 보아 내 입으로 직접 밝히고 싶었는데,이런 상황이 되어 본의 아닌 자리를 가져야 하다니 정말 유감입니다. 그렇지만, 이제 어쩔 수 없게 되었군요." 내 머릿속을 맴도는 하나의 생각이 있다. 점점 더 커지며 확실하게자리를 잡아나가는, 단 하나의 사실. 잔인한 짐작, 마음 깊은 곳에선결코 현실이 아니기를 바라는……. "…… 그렇지만 앞으로도 지금과 같은 좋은 관계가 유지되길 바랍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게는 누군가, 다른 사람의 입으로 된 확인이필요했다. "그러나 잘 될지는 모르겠군요……." 그만 머리가 터져버릴 것 같아, 나는 벌떡 일어나며 외쳤다. "말을 합시다! 답답한 상황은 못 견디겠어요! 나르디, 도대체 네가누구란 거야? 네 입으로든, 저 사람이든, 누구든 정확하게 내게 좀들려줘요!" 나르디는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뭔가 매우중요한 것을 잃어버린 것 같은 사람의 눈동자였고, 굳어진 얼굴에 서글픈 빛이 감돌았다. 그리고, 검은 망토가 입을 열었다. "나르디엔 루아 듀플리시아드, 고귀한 수도 달크로즈 성의 영주이자 북부 하르마탄 섬의 계승자, 그레이 카운티에서 올리브 카운티(Olive County)에 이르는 대륙 최강국 이스나미르 전 지역의 제왕,도아 해협에서 오소블 섬 사이의 넓은 바다와 동쪽 바다 전체의 지배자이신 엘라비다 족의 위대한 국왕 이그논 루아 듀플리시아드 폐하의유일한 적자이자 성스러운 나무 락샤미야의 선택 의식을 이미 거치신, 장차 왕위를 이으실 태자 전하이십니다." 전하(highness)……. 싸늘한 전율이 등줄기를 타고 흘러 내려가는 것이 느껴졌다. "……." 아무도 더 이상 말을 하려 하지 않았다. 그저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가장 당황한 것은 역시 바르제 부부였다. 바르제 씨가 당황한 목소리로 부르짖었다. "저, 저……전하? 세, 세상에……." 다음으로 재빠르게 일어선 것은 프론느 헤르미다. 그녀는 아까 검은 망토와 유리카가 했던 것처럼 급히 무릎을 꿇었다. 그녀는 전에도밝혔던 바대로 엘라비다 족이자 이스나미르 국민, 비록 나라를 떠나있다 해도 유사시에 듀플리시아드 왕가의 통치를 받는 것은 변함이없었다. "…… 일어나요." 나르디는 평소에 헤르미에게 하던 대로 존대를 써서 말하더니, 잠시 양손바닥으로 얼굴을 감쌌다. 헤르미는 몸을 일으켰지만 의자에앉지 않고 바닥에 그대로 무릎을 세워 앉았다. 나는 왕족 앞에서의 예의 따위는 잘 모른다. 그러나 이제 가만히있는 것은 세르무즈 국민인 바르제 씨와 드워프 족의 왕인 엘다렌,그리고 이스나미르의 국민인 나……. "……." 나는 자리에서 일어서려고 했다……. "아아, 그만. 파비안, 자네만은 제발 그러지 말아 줘. 이런 상황,도저히 견딜 수가 없군." 나르디가 나보다 더 빨리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재빨리 몸을 돌려양손으로 내 어깨를 꽉 잡아 눌렀다. 그의 목소리는 아픔을 느끼는듯했고, 눈가가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나는 앉은 채로 그의 얼굴을 정면으로 올려다보았다. "전……." "싫어, 제발, 날 그렇게 부르지 마라." 고개를 격렬하게 흔드는 나르디의 목소리는 마음이 몹시 흔들린 듯날카롭게 갈라져 있다. 들키고 싶지 않은 것을 들킨 어린아이가 늦었다는 것을 알면서도 애써 그것을 가려 보고 싶어하듯, 이미 수습할수 없는 것을 다시 거둬들이고 싶어하는 그의 눈동자는 오히려 자신이 상처를 입은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상처를 입은 것은 누구인데? 주었던 마음을 잃은 사람이누구인데? 그 감정조차 말로 할 수 없는, 감히 표현할 수 없게 되어버린 사람은 누구인데? 나는 이미 대답을 하고 있었다. 마치, 남의 일인 것처럼 내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나. 잔인한 말소리. "……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순 없어. 태자 전하, 그 본인답게처신하십시오." "……." 내 어깨를 짚고 있던 그의 손에서 서서히 힘이 빠진다. 내 앞으로 숙여진 머리에서 순수한 금빛 머리카락이 늘어져 흔들리고 있다. 그래, 저 금빛, 고대 이스나미르 인으로부터 직접 이어져오는 가장 순수한 혈통 몇 군데에만 내려오는 저 황금의 머리빛깔,이스나미르 왕가 듀플리시아드도 그 가운데 하나였지. 왜 지금까지는그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 나는 그의 흔들리는 눈동자를 똑바로 보고 있다. 아무 표정 없이,무슨 말이든 나는 들을 수 있다. 그는 한참이나 그런 내 눈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의 입에서 조그마한 한숨이 새어나오는 것을 나는 듣는다. "하아……." 그는 말로 다할 수 없는 서글픈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애써 지키려했던 것을 결국은 잃고만 사람의 표정, 다른 무엇도 아닌 마음을 잃은 사람의 표정, 돌이킬 수 없는 곳까지 와서 그것을 되돌리고 싶어하는 사람의 표정……. 그러나, 이윽고 그 표정도 사라졌다. 포기는 빠를수록 좋아. 나 역시도……. "앞으로의 일을 논의합시다." 나르디는 몸을 일으켰고, 스스로 걸어 응접실 안의 가장 높은 상석에 가 앉았다. 아무도 막지 않았다. 그 쪽으로 모두 몸을 돌렸다. 엘다렌은 왕이었지만, 나라가 없는 왕은 결국 그런 것인가. "일단, 너의 정체를 밝혀라." +=+=+=+=+=+=+=+=+=+=+=+=+=+=+=+=+=+=+=+=+=+=+=+=+=+=+=+=+=+=+=나르디의 정체에 대해서는 많은 분들이 사실 메일로나 쪽지, 기타등등으로 정확히 맞춰 주셨었습니다. 물론 저는 그냥 입을 다물고 있었지만요... ^^; 사실 별로 어려운 문제도 아니었고, 후반으로 갈수록 일부러 숨기려고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거의 틀림없었을 테니까요. 왕자, 왕, 귀족의 아들. 뭐 이 정도로 좁혀지지 않았습니까? 파비안의 동생이라는 주장도 한동안 꽤 지지를 얻었지만, 그건 저번에 하르얀이 직접 등장함으로서 틀렸다는 게 판명되어 버렸고요. 사실 동생이란 얘기는 꽤 흥미로운 지적이어서 저도 약간 놀랐습니다. 어쨌든 저는 생각조차 해보지 못한 거였거든요. 독자들의 상상력을 보게 되는 것은 언제나 흥미진진합니다. ^^이리하여 한 고비 넘기는군요. 앞으로 태자로서의 나르디의 행동이어떻게 변하나 재미있게 지켜보시길. ^^Luthien, La Noir. [번 호] 3019 / 3093 [등록일] 1999년 09월 16일 22:53 Page : 1 / 10[등록자] 웨어울프 [이 름] 늑대인간 [조 회] 144 건[제 목] [장편/세월의돌] 7-2. 운명이보내는 아침… (10)───────────────────────────────────────『SF & FANTASY (go SF)』 48640번제 목:◁세월의돌▷7-2.운명이보내는 아침…(10)올린이:모래의책(전민희 ) 99/09/11 21:02 읽음:1482 관련자료 없음----------------------------------------------------------------------------- +=+=+=+=+=+=+=+=+=+=+=+=+=+=+=+=세월의 돌(Stone of Days)=+=+=+=+=+=+=+=+=+=+=+=+=+=+=+=+ 7장. 제6월 '인도자(Guardian)'2. 운명이 보내는 아침인사 (10) 나르디는 자기 앞에 무릎을 꿇은 검은 망토를 내려다보며 차가운목소리로 말했다. 그래, 저런 것이 왕족의 말투다. 아르노윌트의 어설픈 으스댐과는 차원이 다른, 진실로 스스로 높다는 것을 자각하고있는 사람의 명료한 자신감과 권위가 깃든 목소리. 다른 사람의 감정을 배려하기보다는 자신의 감정에 충실한, 다른 감정을 덧붙여 장식할 필요없는 간명한 어조. "…… 당신의 신분을 확신할 수 있는 설명이 필요하겠군요. 왜 그때 경매장에 나타났다가, 어떻게 우리 뒤를 쫓아, 갑자기 이 앞에 나타났는가 말입니다." 이어진 내 말에 검은 망토는 갑자기 머리를 쳐들었다. 이제야 모자에 그늘져 아직은 확실히 보이지 않는 그 얼굴을 바라보자니 그는 광대뼈가 튀어나오고 이마가 각진 것이 굉장히 다부지고 노련한 인상을지닌 남자다. 손에는 깊숙이 패인, 손등에서 팔뚝에 이르는 긴 칼자국 흉터가 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한 완고하고 충직한 성격을가졌을 것처럼 생겼다. 그런 그가 입가에 약간은 비웃음 비슷한 것을띠고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데, 어디서 본 듯한……. 그의 입에서 약간은 이상한 어조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정말로 그때 보고 이제 저를 처음 본다는 말씀입니까?" 아니면……? 검은 망토는 갑자기 망토를 풀었다. 머리를 들어 얼굴을 내 앞으로똑바로 향한 그는……. "키반?" 내 입에서 나온 말을 나조차도 믿지 못하고 스스로 경악하여 입을벌렸다. 그런 입장이니 다른 사람은 말할 것도 없었다. 키반? 아티유선장과 함께 떠나지 않은 선원인 그가 갑자기 왜 이 자리에? 바르제 부부는 영문을 몰랐지만, 유리카와 나르디도 스스로의 귀를의심하고, 다음번엔 눈을 의심하는 듯했다. "그럼, 검은 망토가 아니라고?" "경매장에 있었던 것 역시 접니다." "그럼……." 하긴 그렇다. 우리는 경매장에서 본 남자를 검은 망토로 기억하고있을 뿐, 그의 얼굴을 알지는 못했다. 검은 모자를 푹 눌러쓰고 있어얼굴은 잘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그렇다면……. "우릴 속였군." 엘다렌이 처음으로 입을 열자, 키반은 그쪽으로 홱 고개를 돌렸다. 물론 엘다렌이 더 이상 말할 리가 없었다. 그는 잠시 쳐다보고 있더니 다시 시선을 나르디에게로 향했다. 나르디는 눈을 조금 가늘게 떴다. 그러더니 말했다. "본명과 신분을 정확히 밝혀라. 더 이상의 농락은 내 이름을 걸고용서치 않겠다." 충분한 위협이 실린 목소리였다. 검은 망토, 아니 키반도 나르디를대할 때에는 달랐다. "제 이름은 키반 노르보르트, 님-나르시냐크 구원 기사단의 서열 3위인 니스로엘드의 기사이며 아르킨 나르시냐크 단장님의 명으로 비밀리에 태자 전하를 호위하는 일을 맡았습니다. 이번 항해에서 제대로 돌보아드리지 못하고 몸을 상하게 해 드린 점, 추후 그 죄를 마땅히 고하고 벌을 받겠습니다. 나르디는 불쾌한 목소리로 말했다. "내 몸은 내가 지키니 참견하지 마라. 그건 그렇고, 아르킨이 왜내게 미행자를 붙였지?" 그는 호위 임무를 맡았다고 말하는 키반을 단숨에 '미행자'로 단정지어 버렸다. 구원 기사단 서열 3위면, 결코 낮은 지위는 아니며 실력도 대단한 자일 텐데. 물론 그보다 내게 더 낯설게 들리는 것은 우리 아버지를 그냥 단숨에 이름으로 불러버리는 그다. 내게는 높고도높은 아버지, 감히 올려다보기도 힘든 아버지가 그에게는 단지 일개신하에 불과한 것일까. 그렇다면, 그는 우리 아버지와도 이미 아는 사이였던 걸까? 아마,나보다도 더 오래? "미행자라니, 당치 않습니다. 제가 전하를 처음 뵈온 곳은 아시다시피 다름 아닌 마르텔리조였습니다. 단장님은 전하가 타국에 계시온데 이미 세르무즈 왕가의 위협이 다가오는 것을 깨닫고 저를 급파하여 전하의 행방을 수소문하도록 하였던 것입니다. 일전 그 배를 구입하기 위해 마르텔리조에서 그토록 떠들썩한 일이 없었던들, 저 역시전하를 만나 뵙지 못하기가 쉬웠을 것입니다. 하여, 그 이후로도 계속 따랐고 이제 눈앞에 위험이 닥치어 전하를 보필하고자 이리 부득이하게 정체를 드러내게 되었던 것입니다." "부득이하다니, 어째서 미리 내게 네 정체를 밝히지 않았느냐?" 나르디의 질문은 날카롭다. 그가 태자 전하를 보호하고자 한 것이라면 처음부터 신분을 밝히고 접근하는 것이 예의였을 터였다. 그러나 그에 대한 키반의 대답은 엉뚱했다. "구원 기사단에 속한 기사들이 행하는 서약에는 단장님과 부단장님을 제외하고는 단장님의 직접 허가 없이 외부인에게 신분을 드러내는것을 엄격히 금하는 조항도 있습니다. 저희 내규에 대해서는 이미 왕가의 내락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부디 무례를 용서하십시오." "그래, 태자인 내가 그대에게는 한낱 외부인인가?" 그러고 다시 생각해 보니 키반은 나르디에게 최대한 예의를 갖추고는 있지만 그 태도는 진심으로 만난 것에 감격한다거나 어떤 일이 있어도 따르겠다는 충직함과는 좀 거리가 멀었다. 문득 머릿속에서 구원 기사단은 그 막강한 세력으로 말미암아 거의 독립된 국가나 다름없는 구조와 내규를 지니고 있다는 이야기가 떠올랐다. 나르디도 그 사실을 눈치채고 있는지 내내 목소리가 차가웠다.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다만 저희는 1차적으로 단장님의 명을 따라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만일 제가 신분을 밝히지 않는 것이 태자전하께 해가 되는 경우가 생겼더라면, 물론 저는 당장 신분을 밝히고일을 수습했을 것입니다. 다행히 오늘까지는 별다른 일이 생기지 않았었으나, 이제 이대로만은 있을 수 없는 중대한 변고가 생긴 고로단장님의 명 없이 제 임의로 이렇듯 태자 전하 앞에 나서게 되었습니다." 키반의 이야기는 교묘하게 공격의 핵심을 비켜갔다. 이 정도 되면이 일을 더 추궁하는 것은 의미가 없을 성싶었다. "알았다. 그렇다면 이제 정확한 상황을 보고해 보라." 키반은 흘끗 나를 보았다. 나는 머릿속에서 푸른 굴조개호가 출항하기 직전, 키반이 처분할 물건이 있다며 바르제 가 하인들과 어울려마리뉴 시내로 나갔던 것을 떠올리고 있었다. 어차피 출항에서 빠지기로 이야기가 된 터라 아무도 말리지 않았었다. "그보다 잠시, 아르킨 단장님의 아드님에게 인사를 드리는 것을 허락해 주십시오. 그 후에 정황 보고를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 짐작한 일이긴 했지만 가슴속에서 뭔가 울컥 하고 이상한 기분이치밀었다. 나르디가 이제는 건너편에 앉아 있는 내게 잠시 시선을 보냈다. 이상한 상황, 내가 타고난 핏줄이 어떤 '신분'이 되는 상황,내 일이 아닌 다른 누군가 때문에 내가 무언가를 받게 되는 상황, 이런 상황에 처해 본 일이 나는 한 번도 없었다. 나르디가 입을 열어 말했다. "물론, 그렇게 하라. 그러나 동시에 드워프 족의 왕께도 인사를 올려야겠지." 키반의 눈썹이 미묘한 각도로 움직였다. "드워프 족이라고 하셨습니까?" 키반은 일어서더니 나와 엘다렌을 향해 돌아섰다. 언뜻, 유리카를보니 그녀의 얼굴에는 희미한 미소가 떠올라 있다. 이 상황을 어떻게생각하고 있는지 도무지 종잡아지지가 않았다. "님-나르시냐크 구원 기사단, 니스로엘드의 기사 키반 노르보르트,아르킨 나르시냐크 단장님의 아드님께 인사를 드립니다." "……." +=+=+=+=+=+=+=+=+=+=+=+=+=+=+=+=+=+=+=+=+=+=+=+=+=+=+=+=+=+=+=독립 왕국에 가까운 구원 기사단.... 파비안은 그곳의 왕자나 다름없는 것일까요..? 어쨌든 파비안도 한동안 대접받는 생활을 해보게 생겼습니다. ^^(뭐 사실... 이 상황에선 대접이래야 해줄 사람도 없지만..)Luthien, La Noir. [번 호] 3020 / 3093 [등록일] 1999년 09월 16일 22:53 Page : 1 / 12[등록자] 웨어울프 [이 름] 늑대인간 [조 회] 143 건[제 목] [장편/세월의돌] 7-2. 운명이보내는 아침… (11)───────────────────────────────────────『SF & FANTASY (go SF)』 48641번제 목:◁세월의돌▷7-2.운명이보내는 아침…(11)올린이:모래의책(전민희 ) 99/09/11 21:02 읽음:1623 관련자료 없음----------------------------------------------------------------------------- +=+=+=+=+=+=+=+=+=+=+=+=+=+=+=+=세월의 돌(Stone of Days)=+=+=+=+=+=+=+=+=+=+=+=+=+=+=+=+ 7장. 제6월 '인도자(Guardian)'2. 운명이 보내는 아침인사 (11) 왜, 저 잘 모르는 사람이 내 앞에 무릎을 꿇어야 하지? 나는 그보다 나이도 적고, 실력도 없으며, 어떤 존경할 만한 일을 해낸 적도없는데? 난 이런 상황에 익숙하지 않아. 아마 평생 익숙치 못할 거야. 나는 당황하고 낯선 눈길로 내 앞에서 꿇었던 무릎을 다시 세워 일어나는 키반을 바라보았다. 그의 몸놀림은 기사답게 절도가 있었고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다. 그는 다시금 엘다렌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믿어지지 않더라도 결코 되묻지는 않는다. 어찌 되었든 태자의신하인 그다. 지금같은 상황에서 태자의 말을 의심하는 모습을 보일이유가 전혀 없다. "키반 노르보르트, 드워프의 왕께 인사를 올립니다." 그는 이번에는 무릎을 꿇지 않아서 오히려 내가 당황했다. 한 국가의 왕인 엘다렌보다 내게 더 높은 예를 갖춘다는 거야? "……." 나도 엘다렌도 아무 대꾸를 하지 않았지만, 그는 다시 돌아섰다. "상황을 설명 드리겠습니다." 창밖에는 점차 비가 난폭하게 쏟아졌다. 주위가 너무 어두워지자프론느 헤르미가 일어나 몇 개의 등불에 불을 더 밝혔다. 노르스름한램프 불빛들이 빗소리를 배경으로 음울하게 타올랐다. "세르무즈 왕가에서 전하의 행방을 알아낸 경위는 아직 파악되지않았으나, 현재 하라시바에서 급파되어 이곳으로 다가오고 있는 병력은 기병 약 3백 기, 거기에 마리뉴 주둔 병력이 1천 가량 됩니다. 이병력이 모두 출동한다는 보장은 없지만, 항상 최악의 경우를 생각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어쩐 일인지 이들은 모두 전하 일행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가지고 있습니다. 아마도 전하를 제외하고는 다른 분의신상에 대한 정확한 정보는 없으리라 생각됩니다만…… 어찌됐든, 마리뉴를 통해 탈출하는 것은 이미 불가능해졌습니다. 다른 방법이 있어야겠죠." 마치 다른 방법을 미리 생각해 놓고서 말하는 것 같은 말투였다. 나르디는 고개를 약간 움직이더니, 말했다. "그건 다 아는 얘기야. 방법이 있다면 어서 고해라." 키반은 고개를 번쩍 들었다. 그의 눈이 뭔지 모를 이유로 날카롭게빛났다. 그리고, 그의 입에서 말이 떨어졌다. "아르킨 단장님께서 지금 세르무즈에 와 계십니다." 뭐? 나는 놀라 자리에서 벌떡 일어설 뻔했다. 아버지가 와 계시다고? 간신히 놀란 마음을 누르며 나르디를 바라보니 그의 미간이 묘하게찌푸려져 있다. 뭔가를 생각하는 듯도 했고, 이 사실을 되씹는 듯도하다. 그는 입을 열어 말했다. "어디에? 언제부터 와 있다는 말인가?" "저도 겨우 몇 시간 전에야 단장님이 보낸 기사와 만났습니다. 그자의 말에 의하면 아르킨 단장님께서 태자 전하의 신변에 위험이 닥치고 있음을 파악하시어 직접 구원 기사단의 선발된 기사들을 이끌고국경을 넘으셨으며, 국경에서 세르무즈 안쪽으로 2시간 가량 들어온클로머 황야에서 머물고 계시다 합니다. 오늘 아침에 이곳을 향해 출발할 예정이었으니 현재 꽤 가까이 다가와 있을 것이며, 태자 전하를급히 모셔오도록 이십여 명의 기사들이 선발대로 앞질러 이곳에 당도했습니다. 지금 저택 앞에서 그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세상에……. 내 머릿속에는 이제 아버지조차 위험한 상태로구나, 하는 생각이제일 먼저 떠올랐다. 아버지는 왕가의 신하이고…… 태자를 보호하기위해서는 무슨 위험이라도 무릅써야 하는 것, 어찌보면 당연한 그 일이 내 머릿속에 떠오르는 데에는 꽤나 오랜 시간이 걸렸다. 나르디가 여전히 날카롭게 물었다. "클로머 황야라면 여기에서 꽤 멀지 않은가?" "약 반나절 거리는 됩니다." "말로 달려서겠지?" "그렇습니다." 나르디는 고개를 들어 창 밖을 바라보았다. 정확히는, 내리는 비를바라보았다. "빗속에 출발해야 한다는 것인가. 별 수 없겠지." 비는 점차 폭우로 변하고 있었다. 어두운 가운데 몇 개 떠올라 있는 불빛들이 기이한 빛으로 울렁거렸다. 내 머릿속을 오가는 것은 갑자기 급진전된 상황에 대한 부적응, 그리고 내 의지와 관계없이 어디론가 몰아쳐지는 나 자신에 대한알 수 없는 거부감, 그렇다고 이 전개에 반대할 어떤 이유도 가지고있지 않은 스스로에 대한 이질감. 그러나 무엇보다도 눈앞이 갑자기어두워져 버린 듯한 서늘한 감각이 목덜미를 감싸왔다. 이 폭우 속에출발해야 한다, 그것도 한 국가의 군대가 뒤쫓는 가운데, 붙잡혔을경우 미래를 보장할 수 없는 상황 속에서. 나르디가 한참만에 다시 입을 열었다. "나 때문에, 이렇게 쫓기게 되어 버렸군요. 정말 뭐라 할 말이 없습니다. 세르무즈 왕가가 도대체 무슨 정보망을 가지고 있는지 몰라도, 한 수 배워야겠군요. 궁을 떠난 이후로 단 한 번도 내 신분에 대해 발설한 일이 없는데……." 그래, 우리 일행에게조차 말하지 않았지. 그의 말에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당연하지. 왕자가 아무리 미안하다고 말한들 그 말에 '맞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결정되었으면 빨리 움직이죠." 그리고, 언제나 가장 빠른 결정을 내리는 유리카의 목소리. 그녀는자리에서 일어섰다. "한시가 바쁜 것 아닌가요? 기다리고 있다는 기사들은 지금 빗속에서 있나요? 들어와서 따뜻한 거라도 조금 들게 하고, 당장 짐을 꾸려서 출발합시다. 태자 전하, 결정을." "……." 이 실질적인 상황이 왜 내게는 이렇듯 꿈처럼 느껴지는 걸까. 나르디는 유리카를 올려다보더니 일어섰다. "물론이다. 그러나 그 전에, 나를 태자 전하라고 부르지 말아 주겠나? 그전처럼 그저 나르디라고 불러 주면 안 되겠나?" 유리카는 빠르게 대답했다. "어려울 것 없죠." 키반이 고개를 홱 돌려 유리카를 쏘아보았다. "어찌 이그논 폐하의 지배를 받는 국민으로서 태자 전하의 이름을함부로 부르겠다고 말하는 건가? 불충에 대한 설교라도 한바탕 듣고싶은 건가? 태자 전하를 그렇게 부를 수 있는 것은 이그논 폐하와 비전하밖에 없다." 유리카는 고개를 옆으로 딱 기울이더니 선 자세 그대로 키반을 한번 쳐다보고, 다시 나르디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그녀의 입에서 뜻밖의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저는 본래부터 태자 전하께 예를 드릴 의무가 없습니다." "……?" 나와 프론느 헤르미, 그리고 키반과 나르디마저 의아한 표정으로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입가를 약간 움직이더니 나를 한 번 쳐다보고, 그리고 말했다. "저는 마브릴 족, 로존디아의 국민입니다. 굳이 따지자면 이그논국왕 폐하가 아니라 주드마린 여왕 폐하의 다스림을 받습니다만." "뭐?" 방금 들린 것은 내 목소리였다. 유리카는 말을 하기 전에 그랬듯, 다시 한 번 나를 쳐다보았다. 그녀의 얼굴에 미안해하는 듯한 미소가 어려 있었다. "너…… 정말이야?"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녀는 약간 안절부절못하며 머리카락을 매만졌다. 그래, 그녀가 내게 엘라비다 족이라고 인정한 일은 한 번도 없었어. 이스나미르의 국민이라고 말한 일도 없었어. 마브릴의 풍습에대해 잘 알고 있었고 그 나라의 돈도 가지고 있었지. 아무 거리낌 없이 프론느 헤르미에게 엘라비다 족이 아니라고 말했었어. 그녀가 매만지는 저 은빛 머리카락은 마브릴 족에게 가장 흔한 빛깔이야. 그래도 궁금한 것은 있었다. "너…… 크로이츠 영지에서 태어났댔잖아?" 그녀는 불안하게 웃었다. "네가 하라시바에서 태어났다고 마브릴 족이 되는 것은 아니잖아?" +=+=+=+=+=+=+=+=+=+=+=+=+=+=+=+=+=+=+=+=+=+=+=+=+=+=+=+=+=+=+=뭔가 한꺼번에 많이 밝혀지는군요... ^^;세월의 돌의 세계에서는 속인법주의가 우선인 듯합니다. 이들이 있는 장소는 세르무즈이지만, 이스나미르 국민은 이스나미르 법의 지배를 받죠. 그리고 로존디아 국민은 또한 몸이 어디에 있든 로존디아의지배를 받고요. 그러나 또 다른 것은, 세르무즈 정부의 입장에서는 이 모든 로존디아와 이스나미르의 불법 침입자들을 자국 법의 관점에서 다스리려고할 섯입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이 시대의 국가들은 기본적으로 타국에게 적대적이었고 따라서 타국의 법에도 관용을 베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즉, 타국에 법적 재가 없이 침입한 불법 입국자들은거의 무법자, 시작부터 범죄자였다고 할 수 있는 것이죠. 각 국가는세상에 존재하는 것은 자기네 법밖에 없다는 사고방식인 겁니다. 이스나미르 국민인 프론느 헤르미, 파비안, 키반 등은 당연히 이스나미르의 법을 따를 것입니다. 만약 저 장소가 현재 이스나미르였다면 유리카가 로존디아 국민이라 해도 사실 태자의 앞에서 자신이 로존디아 법을 따를 권리를 인정받지 못하기가 쉽겠죠. 아참, 그리고.... 이만하면, 푸른 굴조개호의 출항 직전에 이니에 히르카이에에게 유리카가 한 귓속말이 무엇인지는 다 아시겠죠? Luthien, La Noir. [번 호] 3021 / 3093 [등록일] 1999년 09월 16일 22:54 Page : 1 / 9[등록자] 웨어울프 [이 름] 늑대인간 [조 회] 158 건[제 목] [장편/세월의돌] 7-2. 운명이보내는 아침… (12)───────────────────────────────────────『SF & FANTASY (go SF)』 48983번제 목:◁세월의돌▷7-2.운명이보내는 아침…(12)올린이:모래의책(전민희 ) 99/09/12 22:47 읽음:1388 관련자료 없음----------------------------------------------------------------------------- +=+=+=+=+=+=+=+=+=+=+=+=+=+=+=+=세월의 돌(Stone of Days)=+=+=+=+=+=+=+=+=+=+=+=+=+=+=+=+ 7장. 제6월 '인도자(Guardian)'2. 운명이 보내는 아침인사 (12) "……." 너무 갑자기 한꺼번에 많이 밝혀진 진실들이 나를 혼란에 빠뜨려버렸다. 유리카는 어디서든 가장 빠르게, 현실적인 결단을 내리곤 했지. 어떤 때에는 잔인했고, 또한 냉정했었으며, 맺고 끊는 것이 분명했고, 이해득실이 명확했다. 이 모든 것이 한꺼번에 떠올라 나는 바보가 되는 기분이었다. 어째서 한 번도 그런 생각을 하지 못했지? 나르디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 그렇다면, 아까 내게……." "아, 그것은." 유리카는 장난이라도 꾸미는 아이처럼 빙긋 웃었다. "일전에 스조렌 산맥에서 산적들을 만났을 때, 전하께서 그들을 속이기 위해 제게 무릎을 꿇으신 일이 있지요. 기억나십니까? 저는 그것을 전하께 돌려드린 것뿐입니다." 하…… 내가 아무리 기억력이 좋아도 유리카를 당할 수는 없겠다. 그러면… 유리카는 그때부터 나르디의 신분을 짐작했었다는 거야? 도대체 언제부터 알았던 거지? 나르디는 유리카의 대답을 듣더니 오른손을 이마에 짚으며 어쩔 수없다는 듯 파안대소했다. 그는 웃음을 그치며 천천히 고개를 양쪽으로 흔들더니 다시 말했다. "어쨌든, 태자 전하라는 이름은 아니야. 알겠어, 유리? 존댓말도싫어. 너라면 충분히 이런 것쯤 문제도 아니겠지?" 유리카는 눈을 약간 올려 뜨며 미묘한 미소를 지었다. "그럼, 그런 것쯤 문제도 아니지, 나르디." 그러고 보니 나르디는 아주 본명이 아닌 것은 아니었다. 어쨌든 나르디엔을 줄이면 나르디가 되는 셈이잖아? 나는 유리카처럼 그렇게 손쉽게 태도를 결정해버리진 못했다. 여러모로 보아 그녀와 나는 달랐고, 나는 마브릴 족도 아니며, 존댓말 안쓰는데 익숙한 프랑드의 공주도 아니다. "……." 대안은 없었다. 나는 나르디에게 이후로 단 한 마디도 말을 걸지않았다. 나르디도 무슨 생각인지 내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놀라게 해 드려 죄송합니다. 혹시 하라시바에서 온 군대한테 추궁당하시거든 무조건 처음엔 아무 것도 모르고 도와줬다고 하십시오. 그리고…… 나중엔 우리가 기사들을 이끌고 와 협박했기 때문에 어쩔수 없이 협조했었다고 말하세요. 우린 상관없으니 잘못이라면 모조리우리 일행에게 돌리십시오." 나르디는 마치 전에 그랬던 것처럼 부드러운 존대로 떠나기 직전바르제 부부에게 그렇게 말했다. "전하, 저흰 걱정 마시고 부디 몸조심하시어 국경을 넘으십시오." 프론느 헤르미는 허리를 굽히며 대답했다. 그녀는 나르디의 부탁으로 일부러 딸들을 나오지 못하게 했다. 가능하다면 자신의 신분에 대해서도 숨기는 게 좋을 것 같다는 그의 말에도 수긍했다. 게다가 특히 미르디네에게는…… 그것 참, 아무리 제멋대로 고집 센 미르디네라도 이 이야기를 들으면 꽤나 충격을 받겠지. 바르제 씨는 아내를 따라 가볍게 허리를 굽혀 보였다. 그리고 말했다. "두 나라 사이에 빨리 평화가 오기를 기원합니다. 전하께서는 돌아가시더라도 부디 이 점을 기억하시어 힘써 주시기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도와주신 은혜는 결코 잊지 않겠습니다." 예의바른 태도는 태자로 밝혀진 뒤에도 조금도 변함이 없었다. 이것도 놀랄 만한 점이라면 점이다. 그는 도대체 무슨 교육을 받고 자란 걸까? 언제부터 떠돌아 다녔기에 저렇지? "그럼, 부디 건강하시고, 아름다운 프로첸들에게 말씀 잘 전해주십시오." 유리카가 문득 말에 오르기 직전, 헤르미에게 다가갔다. "이걸 좀, 아라디네에게 전해주세요." 그녀는 손 안에 든 것을 헤르미에게 건넨다. 헤르미가 손바닥을 펴보니 그것은 금빛으로 빛나는 뚜껑 달린 목걸이…… 아, 파하잔의 첨탑 안에서 주웠던……. "아라디네한테는 옷도 많이 빌려 입었고, 여러 가지로 고마웠다고요. 감사하는 뜻에서 뭔가 주고 싶은데, 제게 적당한 물건이 없네요. 이거라도 간직해 주면 고맙겠다고 말씀해 주세요." 나는 황금 목걸이가 헤르미의 손에서 주머니로 들어가는 것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다. 목걸이는 주머니에 들어가기 직전 반짝, 하고는어두운 하늘 아래 마지막으로 짧은 빛을 냈다. 낡은 줄까지 눈앞에서사라지고 나자 어쩐지 아쉬운 생각이 들었다. 내가 유리카한테 지금까지 뭔가 준 것이라고는 저것 하나 뿐이었다는 생각이 문득 떠올랐다. "그럼, 정말 이별이네요. 모두 행복하길 바래요. 저희가 탈없이 잘빠져나가길 빌어주세요!" 유리카는 가볍게 말 위에 올라탔다. 키반은 용의주도하게도 우리숫자에 딱 맞춰 말을 준비해 왔다. 내가 또한 놀란 것은 엘다렌이 말을 탈 줄 알더라는 점이다. 주아니가 전에 했던 말이 떠오르는데, 정말 엘다렌은 드워프 족의 왕이라 뭔가 좀 다른 건가? "어제처럼 좋은 날들 되시길!" "갑니다!" 우리는 폭우 속으로 길을 떠났다. 나와 유리카, 나르디, 엘다렌,주아니, 그리고 우리 뒤를 따르는 키반과 스무 명의 기사들…… 우리일행이 이렇게 많아진 일은 일찍이 없었다. 아버지를 만나러 간다. 비, 다시 내리는 비……. 눈앞을 흐릿하게 가리고, 머리를 가닥가닥 씻어 내리고, 몸을 차갑게 식히고, 들판을 구석구석 적시는 비가 거침없이 세상 가득히 내렸다. 들리는 거라곤 온통 젖은 말발굽 소리와 싸하게 뿌리는 물방울의후두둑거리는 뜀박질 소리들 뿐. 젖은 풀로 가득한 들판을 스물 다섯마리의 말들이 달려가고 있었다. 무리 가운데 선두에 선 것은 나르디와 유리카, 키반의 말이다. 나르디는 어려서부터 셀 수 없이 말을 탔을 터라 그 가벼운 몸에 어울리게 날렵한 승마 솜씨를 보였고, 유리카도 그에 지지 않았다. 2백년전에 배운 승마일 텐데도 조금도 솜씨가 줄지 않았다. 키반의 말은일행 가운데 가장 몸집이 큰 거마(巨馬)였는데 기수도 그에 걸맞게거칠고 강력하게 말을 몰았다. 나는 중간 정도에서 여러 기사들과 보조를 맞추어 달렸다. 드라니아라스 대평원에서 유리카에게 승마를 배워 두었던 것이 이런 때에몹시 도움이 되었다. 대신 주머니 속에 있는 주아니는 꽤나 걱정스럽다. 제발 기절이나 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엘다렌은……. "저렇게 느려서야. 이래서 어디 추격에서 벗어나겠어?" +=+=+=+=+=+=+=+=+=+=+=+=+=+=+=+=+=+=+=+=+=+=+=+=+=+=+=+=+=+=+=하이텔에 글이 가는 것이 조금 시차가 있어서, 몇몇 분들이 게시판에 나르디에 대한 정보를 퍼뜨리셨군요. ^^;;뭐, 말씀대로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거였으니까요. 그래도 게시판에서 나르디라는 이름을 몇 개 보니까 재미있었어요. 오랜만에 갔다가 본 거라, 처음엔 깜짝 놀랐다는... ^^;새로 읽기 시작했다는 분들, 재미있게 읽으시길-Luthien, La Noir. [번 호] 3030 / 3093 [등록일] 1999년 09월 18일 05:34 Page : 1 / 9[등록자] 웨어울프 [이 름] 늑대인간 [조 회] 150 건[제 목] [장편/세월의돌] 7-2. 운명이보내는 아침… (13)───────────────────────────────────────『SF & FANTASY (go SF)』 48984번제 목:◁세월의돌▷7-2.운명이보내는 아침…(13)올린이:모래의책(전민희 ) 99/09/12 22:47 읽음:1372 관련자료 없음----------------------------------------------------------------------------- +=+=+=+=+=+=+=+=+=+=+=+=+=+=+=+=세월의 돌(Stone of Days)=+=+=+=+=+=+=+=+=+=+=+=+=+=+=+=+ 7장. 제6월 '인도자(Guardian)'2. 운명이 보내는 아침인사 (13) 엘다렌 때문에 속도를 조금 줄여서 달리고 있던 도중 한 기사가 투덜거리듯 말했다.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이 양반아, 드워프가 저만큼이나 한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거야. 자네도 저 짧은 다리로 저렇게 커다란 말을 제어하려고 해봐. 죽을힘이 들지 않겠는가. 게다가 엘다렌의 배낭이 좀 무거운가? 아마 저 말은 지금쯤 꼭 죽을 맛일 거야. 풀 플레이트를 입은 기사보다 더 무거울걸. "하, 하아, 하!" "이랴, 이렷!" "……." 나는 조용히 말을 몰았다. 꼭 저렇게 소리를 질러야만 말이 가는것은 아니겠지. 계속해서 거침없이 펼쳐지는 들판, 이곳의 이름은 '도크렌 시커'라는 이름으로 불린다고 했다. 사실 드라니아라스 대평원에 비하면 도크렌 시커는 가히 들판이라고 부르기도 무색할 정도로 작았다. 드라니아라스 대평원 안에는 수십 개의 마을과 도시가 있었으며 우물과강, 곡식이 자라는 밭이 셀 수도 없을 만큼 구획 지어져 있었으니까. 이곳은 인적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그야말로 마른 풀 - 지금은 젖은풀이다 - 만이 우거져 자라는 목초지였다. 양이라도 키운다면 딱 알맞았을 것이다. 긴 풀들 사이에서 양들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잘 몰고다닐 자신만 있다면 말이다. "모두 멈춰라!" 첫 번째 휴식, 키반 노르보르트의 외침이 들리고 선두에서 서서히속도를 줄이기 시작했다. 이렇게 무리를 지은 채 속력을 내어 달리고있는데 갑자기 멈춰버렸다가는 큰 혼란이 일어난다. 주위에 지나가는풍경이 점차 느려지기 시작한다. 비가 머리 위에서 똑바로 내려 떨어지기 시작한다. 우리는 들판 한가운데 말을 멈추었다. "태자 전하, 괜찮으십니까?" 키반은 먼저 나르디의 안부를 묻는다. 나르디가 고개를 끄덕이자그는 유리카에게 고개를 돌렸다. "아가씨도 괜찮으십니까?" 오랜만에 프로첸 대신 아가씨라고 부르는 소리를 들으니 몹시 낯선기분이 되었다. 아직 이스나미르로 돌아온 것도 아닌데. 어쨌거나 키반은 기사였고, 이 빗속을 달리는 가운데 유일하게 하나 뿐인 여자의 안부를 물었어야 했겠지. 쯧, 주아니가 아마 유리카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고생을 했을 텐데. 이따가 주아니 안부는나라도 물어 줘야겠다. "괜찮아요. 고맙습니다." 비를 피할 곳은 없었다. 나무가 몇 그루 드문드문 서 있을 뿐, 그것도 이미 비가 많이 내린 터라 잎새가 모두 물에 흠뻑 젖어 소용이없었다. 그래도 저녁 대신 뭐라도 먹지 않으면 안 되었다. 벌써 바르제 저택을 떠나온 지 두 시간은 넘게 지났다. 망을 볼 차례인 두 기사를 제하고는 모두 말에서 내렸다. 그런 것을 언제 정해놓은 것인지는 몰라도, 하여간 스무 명의 기사들 사이에서도 질서는 뚜렷했다. 두 기사는 우리가 오던 방향으로 천천히 말을몰아 나갔다. 키반이 몇 명의 기사를 불렀다. "델로즌, 음식 부대를 가져오너라. 아나이크, 기사들을 정렬시키고음식을 분배할 준비를 해라. 포사일, 전하와 아가씨, 파비안 님의 말을 돌봐라." 나는 내가 그냥 스스로 하겠다고 말했지만 포사일이라는 기사는 고지식한 양반이었는지 그런 쪽으로 도무지 말이 통하지 않았다. 아니,말이라는 것 자체가 없어서 나는 그에게서 어떤 대답도 얻을 수가 없었다. 오히려 도움이 필요한 것은 엘다렌이었다. 그는 그 키로 높이 있는말의 고삐를 잡아 진정시키는 것이 쉽지 않아서 결국 나는 내 말 대신 엘다렌의 말을 말들이 모여 서 있는 쪽으로 데려갔다. 우리는 그냥 들판 가운데 아무렇게나 주저앉았다. 나르디에게 뭔가깔아 주려고 나선 자가 있었지만 그는 정중히 사양했다. 어차피 온몸 구석구석이 젖은 터에 비를 피할 수도 없는 지금, 그런 것이 도움이 될 수는 없었다. 대신 네 명의 기사들이 커다란 천막 천을 꺼내더니 네 귀퉁이를 잡고 인간 말뚝이 되어 우리들의 지붕을 만들고 섰다. 그 아래에서 뭔가 먹자니 음식이 목으로 넘어가지가 않았다. 그들은 우리 식사가 끝날 때까지 아무 것도 먹을 수 없을 것임이 뻔했기 때문에 우리는 거의 기계적으로 급히 음식을 뱃속으로 집어넣었다. 음식 부대는 다행히 젖어 있지 않았고, 우리는 이 상황에서 엄청나게 사치스러운 '마른 빵'을 먹었다. 물은 빗물을 그냥 받아 마셨다. 오래 지체하고 싶지도 않았으며, 지체할 시간도 없었다. "태자 전하, 출발 명령을 내려 주십시오." 나는 식사 도중 나르디의 얼굴을 쳐다보지 않으려 애썼지만 자꾸만시선은 그쪽으로 갔다. 그는 머리를 숙인 채 묵묵히 빵을 씹고 있었다.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알아볼 길이 없었다. 내 머릿속을 맴도는 한 가지 생각, 나는 왜 나르디 앞에 무릎을 꿇지 않았을까. 이미 다 끝났다고 생각했었으면서도, 왜 그 해야만 하는 의식을 행하지 않았을까. 이제 그는 내 친구가 될 수 없다는 것을너무나 잘 알고 있는데, 왜 나는 그것도 저것도 하지 못하는 걸까. 무얼 기대하고 있나. 장막이 걷혔다. 머리 위로 다시 쏟아지는 비. 나르디의 금빛 머리를 적시고 떨어지는 비를 보면서 나는 스조렌 산맥을 오르며 만났던갑작스런 비를 떠올렸다. 그리고, 가까스로 피했던 동굴 안에서 유리카의 몸을 데울 나무를 구해오겠다며 자진해서 다시 빗속으로 걸어나가던 그의 뒷모습을 생각했다. 그 얼굴에 떠올랐던 미소를 생각했다. 나르디의 입에서 대답이 떨어졌다. 내 생각 때문일까, 그 목소리는내 기분만큼이나 우울하게 들렸다. "출발하라." "출발이다! 모두 출발한다!" 키반이 빗속에서 기사들에게 다시 외치고 다녔고, 순식간에 다시출발 대형이 만들어졌다. 엘다렌이 잘 쉬었나 걱정이 되었다. 그가보통 사람 몇 배의 체력을 지니고 있는 것은 알고 있지만, 말달리기라는 것에 익숙할 리 없는 그이지 않은가. 유리카의 말에 의하면 2백년 전 에제키엘과 여행하던 당시에 조금 배워 놓았던 말타기일 거라는데, 하긴 당연하다. 드워프 족이 자진해서 말타기 따위를 배웠을리가 없잖아. 나는 출발하기 직전 옷 안쪽 주머니에 잠깐 손을 집어넣었다. 내손에는 아까 미리 뜯어 놓았던 빵조각과 나무 열매 조금이 들어 있다. 안부를 물어볼 수조차 없는 나의 친구. 주아니, 괜찮은 거야? "이럇!" 이히히히히힝! 말은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차가워진 귓가를 파고드는 바람, 젖어버린 머리카락이 아프게 뺨을때리는 감각, 끊임없이 눈으로 들어오는 빗물, 온갖 생각들이 한시도떠나지 않는 머릿속. 하르얀을 생각했다. 녀석은 나르디와 아는 사이였겠지. 나르디는자신의 일행을 공격한 그를 알아보고 분연히 그 이름을 불렀고, 그순간 화살에 맞은 짐승처럼 못박힌 채 멈춰버렸던 내 동생. 나를 죽이려 했던 내 동생. 실패했고, 이제 태자 전하의 추궁을 피할 수 없을 내 동생. 해전 중에 나르디의 얼굴을 보고 기가 질려 더듬거리던 기사의 모습도 떠올랐다. 그도 태자 전하의 얼굴을 알아보았음에 틀림없겠지. 그도 기사 복장이었는데, 어디의 기사였을까? 하르얀의 친구? 하르얀이 데려왔던 그 기사와 병사들, 배는 모두 어디에서 구한 것이었을까? +=+=+=+=+=+=+=+=+=+=+=+=+=+=+=+=+=+=+=+=+=+=+=+=+=+=+=+=+=+=+=오래간만에 받은 추천, 기뻤습니다. 새로운 독자분들이 즐거워해주시는 건 언제나 기쁩니다. 초룡전기 카르세아린의 완결을 축하드립니다. 앞으로도 재미있는글 많이 쓰시길- ^^끝나는 작품이 최근에 여럿이군요. 또다시 새로운 재미있는 작품들이 나와서 게시판의 공백을 메꾸어 줄 것을 기대해 봅니다. 제 생각으로도 엘다렌은 정말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은 승마술을 보여주고 있군요.... Luthien, La Noir. [번 호] 3031 / 3093 [등록일] 1999년 09월 18일 05:34 Page : 1 / 10[등록자] 웨어울프 [이 름] 늑대인간 [조 회] 140 건[제 목] [장편/세월의돌] 7-2. 운명이보내는 아침… (14)───────────────────────────────────────『SF & FANTASY (go SF)』 48985번제 목:◁세월의돌▷7-2.운명이보내는 아침…(14)올린이:모래의책(전민희 ) 99/09/12 22:48 읽음:1547 관련자료 없음----------------------------------------------------------------------------- +=+=+=+=+=+=+=+=+=+=+=+=+=+=+=+=세월의 돌(Stone of Days)=+=+=+=+=+=+=+=+=+=+=+=+=+=+=+=+ 7장. 제6월 '인도자(Guardian)'2. 운명이 보내는 아침인사 (14) 콰르릉……하늘이 짐승처럼 으르렁대며 정신없이 질주에 질주를 거듭하는 스물 다섯 마리의 말들을 내려다보고 있다. 내키기만 한다면 당장에 달려들어 한입에 삼켜버릴 것만 같은 거대한 맹수. 가끔씩, 깨어진 하늘 사이로 짐승의 발톱이 언뜻언뜻 번뜩인다. 기회만 보이면 단숨에낚아채려는 날카로운 발톱, 사나운 이빨도 보인다. 콰쾅! 이히히히힝힝힝! 짐승의 얼굴은 보이지 않는다. 날카로운 벼락이 한 줄기, 들판에내리꽂혔다. 그 사이를 미친 듯이 울부짖는 말들이 달린다. 놀란 말을 진정시키기 위해 기수들은 채찍을 내리치기도 하고, 더욱더 박차를 가하기도 한다. 멈추어 가만가만 달랠 시간은 이미 없었다. "하! 하!" "이럇! 선두와 보조를 맞춰! 전속력으로 달려라!" 온 세상을 울리는 것 같은 굉음들, 순식간에 내 귀를 울리고 머릿속을 가득히 채웠다. 벼락치듯 흔들리는 말 위에서 내 몸은 수십 조각으로 갈라져 나가는 것 듯했고, 시야는 찢겨지고 흐려졌다. 처음수만 가지 감각에 고통스럽던 오감이 점차 몇 가지 감각으로만 집중되어 단순해지기 시작한다. 흔들림, 그리고 흐려지는 눈. 나는 도망치고 있어, 그렇지? 지금 나를 둘러싸고 있는 것은 아버지의 부하들, 그것도 선별된 최고의 기사들, 나는 그들 사이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지? 이런 상황은 예상해본 일이 없어. 아버지가 기다리고 있어. 나는 그리로 간다. 세르무즈를 떠나 이스나미르로……. 갑자기 떠오르는 고향에 대한 아련한 감각. 아아, 떠난 지 10년은되었던가? 내 고향은 겨울이었어. 아늑한 겨울. 무슨 소리야, 겨우 올해 초의 일이잖아. 겨울에 떠났었고, 이제 여름일 뿐인걸. 비가 내리는 벌판, 인도자 아룬드의 비는 여름을 준비하는 비. 땅위의 생명 있는 것들을 키워내기 위한 예비. 난폭한 비가 뺨을 친다. 우르릉……. 멀리서 거대한 고양이가 목구멍을 울리고 있어. 갸르릉, 갸르릉…… 뭐가 그렇게 기분이 좋지? "대열에서 벗어나시면 안됩니다!" 내 옆에서 귓전을 울리는 외침에 정신이 좀 들었다. 미친 듯이 흔들리는 말등 위에서 나는 이상하게 정신이 몽롱해지는 중이다. 오늘은 너무 많은 일이 일어났어. 한번에 받아들이기가 좀 힘들어. 먹구름 때문에 어둡던 들판은 곧 밤이 되었다. 별 하나 보이지 않는 하늘이다. 비가 좀 잦아들었다. 대신 밤의 싸늘한 공기가 목덜미 안쪽으로 파고든다. 말과 사람이 모두 물에 빠졌다가 나온 것처럼 젖어 있어, 달리는 가운데 머리카락과 갈기에서 계속해서 물방울이 튀어 오른다. 말의 속도가 눈에 띄게 느려져 있다. 아까 폭우가 쏟아질 때 말이놀라 너무 빨리 달렸던 탓이다. 대열의 전진은 확실히 아까보다 느려져 있다. 엘다렌과도 보조가 맞을 정도였다. 이상한 일이지만 엘다렌의 말은 그다지 속도가 떨어지지 않았다. 처음부터 느리게 달렸기 때문인가? 아니면 말도 주인을 닮아서 지구력이 강한 건가? 후둑, 후두둑……. 비가 좀 덜 내리니 눈을 뜨기는 한결 낫지만, 이미 어두워진 터라여전히 앞은 잘 보이지 않았다. 별이 보이면 좀더 정확하게 방향을잡겠지만, 지금은 그저 방위만을 의지해서 달리고 있어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에는 좀 어긋날 가능성도 있다. 우리가 아는 방위라 봤자아까 해가 지기 전에 동서남북을 알아놓은 정도에 지나지 않았다. 들판에는 표지 삼을 만한 것이라는 하나도 눈에 띄지 않았다. 달려도 달려도 그 풍경이었다. "태자 전하, 잠시 쉬는 편이 낫지 않을까 합니다만." 비가 한참만에 완전히 그치자, 키반이 이미 거의 속보 정도의 속도밖에 내지 못하고 있는 일행을 돌아본 뒤, 나르디에게 그렇게 물었다. 나르디가 고개를 끄덕이자 키반은 돌아보며 외쳤다. "잠시 휴식!" 문득 드는 생각이 있다. 왜 태자인 나르디를 두고 명령을 키반이대신해야 하지? 의견을 물어 놓고, 왜 명령은 자신이 내리지? 어찌됐든 대열은 다시금 멈췄다. 떡갈나무가 드문드문 서 있는 곳이다. 키반은 말에서 훌쩍 뛰어내렸다. 그리고는 숙련된 레인저처럼 기름먹인 가죽 주머니에서 기름을내어 솜씨 있게 관솔불을 붙였다. 처음에는 연기가 잠시 났지만 불은금방 타올랐다. 그는 횃불의 상태를 잠시 확인하더니 말했다. "아나이크, 횃불을 붙여라. 바이윌은 이 횃불을 받고, 둘이 함께동쪽 천 큐빗 전방을 정찰하고 돌아오도록. 혹시 표지가 보이면 즉시돌아오도록 해라." "예!" "타반트, 홀루리, 너희들은 횃불을 밝히지 말고 우리가 오던 방향천 큐빗 이내를 정찰한다. 혹시 적병의 움직임이 있으면 지체없이 돌아와 알려라. 횃불을 준비해 뒀다가 만일 이미 움직임을 들켰을 경우에는 지체없이 불을 붙여서 신호해라." "알겠습니다!" 키반은 네 기사가 말에 오르자 나머지 기사들을 향해 외쳤다. "여기서 30분간 휴식한다. 불은 피우지 않는다. 하이론과 켈덱은태자 전하의 시중을 들어라. 네드처, 파비안 님과 아가씨를 돌봐 드려라. 코자킨과 마브나이저가 보초를 설 차례지? 실수 없도록 해라. 이만 휴식." 땅바닥에 내려서니 바닥이 빙빙 도는 것처럼 느껴졌다. 하마터면비틀대다가 발을 헛디뎌 주저앉을 뻔했다. 술에 취한 것도 아닌데 왜이러지? 도대체 얼마나 달려온 것인지 짐작이 서지 않았다. 아버지는 국경에서 2시간 떨어진 곳에 있으셨고 거기서부터 이동해 오고 있으시다는데, 국경이 어디쯤인지 자체가 감이 잡히지 않으니 그런 정보는 전혀 도움이 되지 못했다. 정찰 나간 두 기사가 표지를 찾는다고 했으니 키반한테 무슨 생각이 있는 모양이지. 마른 옷으로 갈아입는 것은 꿈도 못 꾸고, 쬘 불도 없는 가운데 밤의 벌판에 앉으니 겨울을 앞둔 가을처럼 온 몸에 한기가 몰려왔다. 마치 지금이 다임 로존드가 아니고 에름 로존드인 것 같다. 딱히 앉을 만한 곳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나무 아래는 오히려 비가 그친 지금 바람이 불 때마다 물이 떨어져 좋지 않았고, 달빛도 없는 터라 어디에 앉거나 한결같았다. 내 옆으로 유리카가 다가와 앉더니 엘다렌을 향해 손짓을 한다. 뭔가 이야기라도 하자는 걸까. 엘다렌이 가까이 와 우리를 잠시 굽어보더니 곧 옆에 털썩 앉았다. "괜찮아, 엘다?" 엘다렌은 유리카의 물음에도 어깨를 한 번 으쓱했을 뿐이다. 엘다렌은 말등에서 일부러 수고스럽게 짐을 내려놓았다. 죽을 고생을 했으니 말도 좀 쉬고 싶을 테니까. 엘다렌은 가만히 있다가 불쑥 내게물었다. "로아에 친구는 괜찮은가." "아." 마침 주위에 기사들도 없고 해서 주머니를 톡톡 건드려 주아니를꺼냈다. 주아니는 다행히 정신이 있었다. 잠들지도, 기절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확실히 상태는 말이 아니었다. "……." 뭐라고 말을 걸기가 미안할 정도다. 주아니는 내 손바닥 위에서 똑바로 앉지도 못하고 그대로 길게(?) 누워 버렸다. 나는 두 손을 모아주아니를 편안히 눕혔다. 주아니도 좀 맑은 공기를 쐴 필요가 있다. 주머니 속에서 계속 흔들리는 것도 정말 고역이었겠지. "고생이 많았을 거야. 로아에는 워낙에 말 여행을 못 견뎌." +=+=+=+=+=+=+=+=+=+=+=+=+=+=+=+=+=+=+=+=+=+=+=+=+=+=+=+=+=+=+=이 부분을 장마철에 썼으면 좋았을텐데.... 오늘은 한 주 전에 약속을 해놓고 까맣게 잊어버려서 정말 친구들한테 많은 폐를 끼쳐버렸네요. 번역 모임, 이제 다 끝나가는 마당이었는데...;;;왜 이렇게 정신이 없는지, 그야말로 전화를 받고서야 상황을 깨닫고는 정신없이 달려나갔었네요. 으음.. 정신 차리고 살아야지... Luthien, La Noir. [번 호] 3032 / 3093 [등록일] 1999년 09월 18일 05:34 Page : 1 / 10[등록자] 웨어울프 [이 름] 늑대인간 [조 회] 135 건[제 목] [장편/세월의돌] 7-2. 운명이보내는 아침… (15)───────────────────────────────────────『SF & FANTASY (go SF)』 49154번제 목:◁세월의돌▷7-2.운명이보내는 아침…(15)올린이:모래의책(전민희 ) 99/09/13 21:30 읽음:1404 관련자료 없음----------------------------------------------------------------------------- +=+=+=+=+=+=+=+=+=+=+=+=+=+=+=+=세월의 돌(Stone of Days)=+=+=+=+=+=+=+=+=+=+=+=+=+=+=+=+ 7장. 제6월 '인도자(Guardian)'2. 운명이 보내는 아침인사 (15) 내 말에 유리카가 고개를 끄덕거렸다. 하늘을 올려다보아 봤자, 아무 것도 눈에 띄는 것이 없는 그저 잿빛의 흐린 하늘이다. 불그스름한 것이 곧이라도 비가 다시 한바탕 쏟아질 것만 같다. 하필이면 인도자 아룬드라니, 정말 날짜도 공교롭게되었지 뭐야. "나르디는?" 유리카가 한 말에 나는 이상하게 약간 몸이 굳어지는 것을 느꼈다. 유리카는 고개를 빼고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나르디는 기사들 사이에 있는지 잘 보이지 않았다. 그를 전처럼 동료로 생각한다면 지금이 자리에 그가 없는 것이 이상하게 느껴져야 한다. 그녀는 다시 몸을 움츠리면서 내 얼굴을 쳐다보았다. "마음 상했니?" "……." 글쎄다. 뭐라 딱히 대답할 말이 없다. 유리카는 전혀 아무렇지도않은 걸까? 아, 그래, 그걸 물어봐야겠다. "넌 나르디의 정체를 일찍부터 알고 있었니?" 유리카는 잠시 생각하는 모양으로 내 눈동자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가 고개를 끄덕일 듯 하다가, 다시 저었다. "아니, 완벽히는 아니야. 그렇지만 웬만큼 높은 귀족은 아닐 거라고 짐작했어. 처음에 언제였냐면, 그, 어디야, 스조렌 산맥의 고룬골짜기, 붉은 보석단을 만났을 때 말야." "붉은 보석단?" 전혀 짐작이 가지 않는다. 거기서 나르디가 뭘 어쨌기에? 평상시쓰던 말을 극도로 고풍스럽게 바꿔서 몇 마디 했던 것은 알겠는데,그런 걸 가지고? 유리카는 엘다렌을 한 번 쳐다본 다음 웃었다. "나르디가 산적들에게 너하고 자기 이름을 말하던 것 기억나? 이상하고 복잡한 명칭으로 바꿔서 얘기했었잖아." "엘 헬카인…… 어쩌고저쩌고 그거 말야?" "응, 그거." "그게 뭐?" 무슨 뜻이라도 있나? 유리카는 눈동자를 굴려 허공을 살피며 일부러 별 것 아니라는 듯한 표정을 짓더니 말했다. "엘 헬카인 마르도르네 자디오, 엘 헬카인 마르도르네 메디오. 그거 실제로 있는 직함이란 거, 알고 있니?" "뭐야?" 유리카 대신 엘다렌이 무겁게 입을 열었다. "고대 무녀들을 섬기는 남자들이 갖는 직함 가운데 하나다. 2백년전에도 이미 사라져가던 것이니, 그런 것을 안다는 것은 쉬운 일이아니겠지." 내가 놀라고 있는데 유리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건 무녀들을 섬기며 평생 결혼하지 않는 남자 사제들의직함 가운데 하나야. 그렇지만 이젠 그런 사람들이 없기 때문에 죽은이름이나 다름없지. 그런데 그런 걸 어떻게 알았을까? 너도 알다시피고대의 문서들은 모두 왕궁 도서관에 보관되어 있을 뿐, 보통의 귀족이라 해도 감히 들어가 손쉽게 읽을 수 있는 것은 아니야." 그랬구나……. 유리카가 이어 말했다. "또 있어." "또?" 유리카는 누가 오지 않나 잠깐 살피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너, 우리가 지하로 들어가기 전날 밤에, 엘다랑 나랑 얘기하다가네가 깨어나서 같이 나누었던 이야기, 기억나니?" "기억하지 못할 리가 있어?" 그때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들었었는데. 유리카가 말했다. "그 때, 나르디가 자고 있었다고 생각해?" "…… 뭐?" 엘다렌은 내 손에서 주아니를 받아들어 조심스럽게 상태를 살피고있다. 무뚝뚝한 드워프, 그러나 정이 많은 드워프. 내가 다시 말했다. "자고 있지 않으면?" 유리카는 어둠 속에서 내 눈을 똑바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다가손을 들어 젖은 머리채를 뒤로 넘긴다. 말을 타기 직전에 그녀는 머리를 묶었었다. "우리가 그 이후로, 나르디에게 그 때의 이야기를 따로 해준 일이있니?" "없…… 지." 그래, 왜 안해 줬더라. 이유가 있었어. 왜냐면, 왜냐면…… 녀석이이미 알고 있었거든! 나는 퍼뜩 몸을 앞으로 당기며 말했다. "그렇구나!" 유리카는 고개를 가만히 끄덕거렸다. 머릿속에서 당황스런 심정이일어났다. 왜 나는 그가 알고 있는 것을 당연하다고 생각했지? 유리카와 엘다렌의 이야기, 사라진 에제키엘의 이야기. 녀석은 처음부터 우리를 속이기로 작정이라도 했던 걸까? 나르디를불러서 직접 물어봐야 할까? 그렇지만, 그렇다고 한들? 태자 전하에게 사과라도 받아? 유리카는 이번엔 좀더 오랫동안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그리고는다시 말했다. "마지막으로, 내가 확신을 얻었던 사건이 있었어." "뭔데?" 나는 바보가 된 기분으로 물었다. 내가 그렇게 눈치가 없었나? 유리카는 내 생각을 눈치채고는 말했다. "네가 둔해서가 아니야. 넌 타로핀 홀에 대해서 잘 모르니까." "타로핀 홀이라니?" 그녀는 천천히 말을 이었다. "파하잔에 들어가기 직전에, 우리가 길을 알아보러 간 엘다렌을 기다리며 한 이야기가 있었지. 그때 아룬드나얀이 타로핀으로 만들어진것이라고 하자, 타로핀 홀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어. 나르디는 달크로즈에 타로핀 홀이 있다고 아주 확신 어린 말투로 말을 했었지. 그리고 그 말투 안에는…… 일말의 자부심도 들어 있었어." 기억난다. 그렇지만……. "겨우, 그걸로?" "물론 그렇지 않지. 그런 다음에 하라시바에 타로핀 홀이 있느냐는이야기가 나왔었지? 그때 나르디가 했던 말 기억나?" "거기엔 없을 거라고 그랬잖아." "응. 그리고는 본 사람이 없기 때문에, 라고 이야기했어. 그럼 달크로즈의 타로핀 홀은? 그건 누가 보았을까? 한 나라의 궁성에 있는회의장에 들어갈 수 있는 사람이 그렇게 많다고 생각해? 타로핀 홀은더구나 귀족들에게조차 쉽게 공개되지 않는 곳이야. 항상 말로만 전해지는 장소지. 그곳이 달크로즈든, 하라시바든." 그제야 알 것 같았다. 타로핀 홀을 볼 수 있는 나이 든 대신이나학자가 아닌 젊은 소년, 그건 왕족일 수밖에 없었다! +=+=+=+=+=+=+=+=+=+=+=+=+=+=+=+=+=+=+=+=+=+=+=+=+=+=+=+=+=+=+=제 글 재미있으시다는 이야기, 기쁘네요. 아마 유리카가 여기에서 열거하는 대부분의 이유들, 거의 눈치 채셨겠죠? 저는 반전이 꼭 사람들의 예상을 깨어야만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기 때문에... ^^;300회가 얼마 안 남았습니다! 오늘 이벤트 공지를 했습니다만(보셨죠?), 300회가 되는 날이라면 그야말로 이 속도로 1주일도 안 남았을것 같기 때문에 발표일 = 300회는 이번엔 무리일 것 같네요. Luthien, La Noir. [번 호] 3033 / 3093 [등록일] 1999년 09월 18일 05:35 Page : 1 / 11[등록자] 웨어울프 [이 름] 늑대인간 [조 회] 137 건[제 목] [장편/세월의돌] 7-2. 운명이보내는 아침… (16)───────────────────────────────────────『SF & FANTASY (go SF)』 49155번제 목:◁세월의돌▷7-2.운명이보내는 아침…(16)올린이:모래의책(전민희 ) 99/09/13 21:30 읽음:1295 관련자료 없음----------------------------------------------------------------------------- +=+=+=+=+=+=+=+=+=+=+=+=+=+=+=+=세월의 돌(Stone of Days)=+=+=+=+=+=+=+=+=+=+=+=+=+=+=+=+ 7장. 제6월 '인도자(Guardian)'2. 운명이 보내는 아침인사 (16) 그녀는 또 한 마디를 덧붙였다. "그리고, 파하잔에서 에멕 루아의 보호석을 보면서 달크로즈 성의보호석에 대해서도 이야기했지? 물론 그 보호석은 평민이라 해도 볼수는 있어. 성문 밖에 박혀 있으니까. 그런데 그 보호석의 이름이'레 끌로슈의 보호석'이라는 것을 아는 것이 아무한테나 있을 수 있는 일일까? "……." 유리카에겐 이렇게 확실한 사실을 나는 전혀 눈치채지 못하다니. 나는 망연한 심정으로 중얼거렸다. "그래…… 푸른 굴조개호에서 나르디는 내 동생 하르얀의 이름을알고 있었어. 그리고, 그 적들 중에는 나르디를 알아보는 사람이 있었던 것을 기억해." 그리고 나는 입을 잠시 다물었다. 뭐, 바보라고 해도 할 말은 없다. 어쩌면 나는 녀석의 정체에 대해어떻다 해도 상관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하라시바의여관에서 녀석이 뭔가 특별한 신분을 가졌으리라는 짐작을 한 뒤, 그것이 이렇게까지 충격적인 사실일 줄은 생각하지도 못했던 것은 내잘못이다. 어쩌면, 어쩌면 나는 그 때 이미 결과에 관계없이 그를 용서하기로 약속했던 것은 아닐까? 내가 입을 다물고 있자 유리카가 부드럽게 말했다. "다 이유가 있어. 드워프 족과 엘프 족을 살리는 아룬드나얀에 대한 일만 해도 그래. 내게 있어서 그건 오랜 세월동안 간직해 온 중요한 일, 네게조차 긴 시간 침묵을 지켰던 일이었어. 그러니까 누군가가 그걸 알거나 모르는 것에 대해 민감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지. 어쩌면 나르디에게 직접 말해주지 않은 우리가 잘못일지도 몰라. 그가그 순간 잠이 깨어 그 이야기를 들었다고 한들, 말해주지 않는 우리를 놓고 어떻게 해야 했을까? 다음날 당장 왜냐고 물어? 끝끝내 모른척 해? 어느 것도 적당치 않아. 나르디의 입장도 어쩌면 이해할 수있을 거야. 자신에게 비밀을 지키는 친구들을 놓고서 그가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행동에 대해서 말야." "……." 유리카는 한참 가만히 있더니 다시 말했다. "너, 하라시바의 연중무휴 여관에서 나르디하고 나랑 함께 했던 이야기 기억해?" "믿음에 대한 이야기였지." 그래서 지금까지 믿어 왔었지. 유리카는 빙긋 미소를 지었다. "한 번만 더 믿어보면 어떨까?" "뭐?" 내가 눈을 크게 뜨고 대답을 듣고싶어 하는 표정이자 그녀는 웃었다. "그러니까, 보통 사람들이 뭔가를 믿기 위해서는 믿을 만 하다는증거를 많이 수집해야 하지. 여러 개의 증거가 올바르게 나타나면 사람이든 사실이든 믿게 되는 거야. 물론 그런 뒤에도 또 의심하기도하지. 그리고 그런 의심이 잘못으로 밝혀지기도 하고." "그런데?" "그런데…… 아무 정보가 없는 상황이 있어. 의심은 간다, 그렇지만 그걸 위해 아무 정보도 수집할 수가 없는 거야. 그럴 땐 방법은하나야. 믿는다, 또는 믿지 않는다…… 그저 선택하는 수밖에 없는거지. 결과에 대한 책임은 모조리 자신이 질 각오를 한 채. 상대한테는 어떤 것도 요구할 수가 없어. 당연히 상대는 믿음을 받고 싶어해. 그러나 그에겐 그걸 위해 네 선택을 기다리는 것 말고는 다른 방법이없어." 나는 잘 이해가 가지 않아서 한 마디 했다. "그건…… 지금은 믿을 만하지 않다는 쪽에 대한 증거가 더욱 많잖아? 손해보기 딱 쉬운 장사를 해?"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 결정이 틀렸을 경우 책임은 자기 혼자 지는 수밖에 없으니까. 그렇지만 그것보다 더욱 근본적인 것을 생각할 필요가 있어." 그녀가 내 얼굴을 바라보는 눈동자가 어쩐지 나 아닌 다른 사람을향해 있는 것 같다. 더 오랜 옛날, 나 아닌 다른 사람에게 이와 같은말을 그대로 했던 것처럼. 아니면, 그 때에는 그녀가 듣는 입장이었을까. 그녀는 말했다. "사람을 의심함으로서 얻을 수 있는 것보다, 믿음으로서 얻을 수있는 것들이 훨씬 많아. " "……." 내가 대답을 못하고 있자, 유리카가 다시 입을 열었다. "넌, 마브릴 족이라는 사실을 내가 숨겼다고는 생각 안 해? "아, 그건……." 뭐라 딱히 대답할 말이 없다. 그녀가 의도적으로 그걸 숨긴 거였을까? 아니면 어떤 부득이한 이유가 있어서? 본래 2백년 전부터 숨겨왔었을까? 이스나미르에 와서 태어났다면 꼭 숨겨야만 할 어떤 이유가 있지 않았을까? 내가 이것저것 생각하는 동안 유리카의 목소리가 들렸다. "너, 지금 내게 어떤 사정이 있어서 그걸 숨겼을까 이유를 생각해내려고 궁리하는 중이지?" 나는 깜짝 놀라며 대답했다. "어떻게 안 거야?" 그녀는 잠시 대답을 하지 않고 하늘을 쳐다보며 웃었다. 그녀의 입에서 어떤 대답이 나올까 궁금하다. 그래, 무슨 사정이 있어서 숨겼는데? 유리카는 계속해서 미소 띤 얼굴로 나를 바라보더니 이윽고 말했다. "거봐. 넌 내가 악의를 가지고 그걸 숨겼다고는 생각 안 하잖아? 어떤 부득이한 사정이 있어서 그랬을 거다, 그렇다면 그게 뭘까,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뿐이잖아? 나를 속이다니 괘씸하다, 실망했다,그렇게 생각하는 게 아니잖아?" 바람이 불어오자 착 달라붙은 젖은 옷 때문에 은근한 한기가 뼛속까지 파고들었다. 유리카는 머리 끈을 풀더니 젖은 머리를 훑어 내렸다. 손으로 돌돌 말아서 물기를 짜냈다. 이마의 잔머리 몇 가닥은 벌써 바람결에 말라서 가볍게 흩어져 날렸다. 싸늘한 들판이다. 주위는온통 젖었고, 하늘은 검게 흐렸다. 곧 밤이지만, 조금 후면 다시 일어나 차가운 공기 속을 달려야겠지. 절망적인 상황? 아냐, 이제 곧 우리 나라로 가는걸. 아버지를 만날텐데, 아버지가 이 모든 일을 잘 되게 하지 않을 리 없어. 나는 유리카의 머리카락을 만져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대답했다. "내가 너를 그렇게 생각할 리가 있어?" "그렇다면 나르디는?" "그래……." 무슨 말인지 알 것 같다. 사람들은 상대가 믿을 수 없게 행동했다,또는 믿을만한 행동을 해야 믿을 게 아니냐, 하고 말한다. 그러나 그렇지 않아, 어떤 경우가 닥치든 결국 믿고 안 믿고는 내 마음인걸. 믿고 싶은 사람은 아무리 믿을 수 없는 행동을 해도 어떻게든 믿어보려고 애쓰게 되어 있고, 아닌 사람은 작은 실수도 곧장 불신으로이어져 버려. 모든 것은 어쩌면 사실과 관계 없는 마음 속에서 결정되는 것, 나의 결정. 아무리 믿을 만한 상대라도 믿지 않으면 그만이고, 반대의 경우라 해도, 내가 믿으면 그만이야. 나는 마지막 말을 입밖으로 내어 말했다. "내가 믿으면 그만이야." "그래." 유리카가 활짝 웃는다. 나는 문득 그녀가 2백년의 잠 속에서 꾸었던 꿈은 무엇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토록이나 긴 잠, 꿀 수 있는 꿈 가운데 가장 긴 꿈, 그 안에서 그녀는 무엇을 보았을까? 혹시그녀는 그 속에서 이미 2백년의 세월을 살아버린 것이 아닐까? 그녀의 깊은 눈……. "참, 너는 나르디를 계속 태자 전하라고 부를 테야?" 유리카가 묻자 나는 대답이 궁색해졌다. "그게…… 내가 결정할 일이 아니고 그건 그쪽에서 결정할 일이잖아. 난 로존디아나 세르무즈 국민이 아니고, 엘라비다 족이며 이스나미르 국민이야. 키반의 말대로 내가 멋대로 그냥 이름을 부르겠다고주장할 수 있는 일이 아니……." "그렇지 않아." +=+=+=+=+=+=+=+=+=+=+=+=+=+=+=+=+=+=+=+=+=+=+=+=+=+=+=+=+=+=+=여러분들이라면, 지금 같은 상황에서 지금까지와 같은 신뢰, 같은마음의 넓이를 주겠습니까? Luthien, La Noir. [번 호] 3034 / 3093 [등록일] 1999년 09월 18일 05:35 Page : 1 / 10[등록자] 웨어울프 [이 름] 늑대인간 [조 회] 150 건[제 목] [장편/세월의돌] 7-2. 운명이보내는 아침… (17)───────────────────────────────────────『SF & FANTASY (go SF)』 49156번제 목:◁세월의돌▷7-2.운명이보내는 아침…(17)올린이:모래의책(전민희 ) 99/09/13 21:30 읽음:1367 관련자료 없음----------------------------------------------------------------------------- +=+=+=+=+=+=+=+=+=+=+=+=+=+=+=+=세월의 돌(Stone of Days)=+=+=+=+=+=+=+=+=+=+=+=+=+=+=+=+ 7장. 제6월 '인도자(Guardian)'2. 운명이 보내는 아침인사 (17) 유리카가 강하게 부정했다. "너, 그를 분명 친구라고 생각해 왔어. 나르디도 그리고 마찬가지로 행동했었어. 이제 와서 한 가지 사실이 밝혀졌어. 너희 둘은 서로말을 하지 않아. 너는 약간의 배신감 때문에, 그리고 나르디는 어쩌면 너를 어려워하기 때문에……." "어려워하다니? 그가 왜?" 유리카는 내 말을 끊다시피 빠르게 입을 열었다. "정말, 네가 그를 친구라고 생각한다면." 그녀는 잠시 말을 끊었다. 나는 대답을 기다렸다. 어쩌면 내가 알게 될지도 모를 사실에 대한 애매한 기대를 가진 채……. "네가 먼저 그걸 제의하는 것이 하나도 이상하지 않아." 하나도 이상하지 않아……. 나는 약간 확신 없이 대답했다. "그쪽에서 무례하다고 한다면……." "너, 정말로 그렇게 생각해? 나르디가 네게 '태자 전하'라는 말을듣고 싶어한다고 생각해? 네 가슴에 손을 얹고 잘 생각해 봐. 나르디는 태자 전하이기 전에 먼저 네 친구였어. 너는 결코 나르디를 모르지 않아. 걔가 어떤 식으로 생각하는지 잘 안다고 생각했었잖아? 왜지금까지 쌓아온 그 모든 사실들을 한 가지 사실 때문에 없었던 걸로돌려버리려 하는 거지? 지금까지 네가 본 것은 헛것이었어? 진짜 그가 아니었어?" 유리카의 말은 다그치듯이 높아졌다. 나는 한참 만에야 그 말에 대답했다. "유리, 내게 대답을 강요하지 말아. 내게도 내가 느끼는 방식이 있어. 논리로 모든 것이 설명되지는 않아. 때는 계산한다고 오는 것이아니야. 내 마음의 때는…… 좀더 마음이 정리된 상태를 필요로 해. 그래, 나르디를 믿을 거야. 그렇지만 행동은 조금 후에, 태도는 조금후에 결정하겠어. 모든 사실이 명확해졌다고 해서 그것이 곧 행동이되는 것은 아니야." "그래……." 유리카는 내 말을 알아들었다. 고개를 끄덕이고 미소를 짓는다. 유리카도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는 있다. 어쩌면, 내가 어떻게 행동할 지도 짐작하겠지. 엘다렌이 가만히 있다가 입을 열었다. "말해 둘 문제가 있군." 그는 주아니를 내 손에 돌려주었다. 주아니는 아무 말도 없다. 하긴 뭔가 말을 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아룬드나얀의 일인데……." 그 목걸이의 이름을 말하는 그의 목소리가 문득, 일말의 경계심을띠었다. 그는 그 붉은 눈동자로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당분간, 이에 대한 일은 비밀을 지키도록 하자. 그 누구에 대해서도, 자네 아버지를 만났을 때에도." "……." 아마도 엘다렌은 이 일이 이렇듯 손쉽게 나르디에게, 우리 사이에아무 의논도 없이 알려져 버린 것을 그다지 즐겁게 생각하지는 않는듯했다. 유리카를 바라보았다. 그녀도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비밀을 지킬 필요가 있겠어. 기회를 보아 나르디에게도 이야기해두자." "……." 나는 잠시 생각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알았어." 아버지한테 붉은 보석을 찾은 일도 말하지 못하게 되겠구나……. 내 앞에 문득 누군가 다가와 있었다. "태자 전하께서 찾으십니다." 나르디의 호위를 맡았던 켈덱이라는 기사다. 그는 말을 하기 전에정중하게 고개를 숙였고, 나는 당황해서 황급히 일어섰다. 이들이 태자인 나르디에게 복종하고 예를 갖추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일개 소년에 불과한 내게는 왜 그러는 거지? 내가 기사단장의 아들이라는 이유로 그런다고 생각하기에는 좀 지나친 느낌이 드는데. "네, 네." 켈덱의 뒤를 따라 나르디가 앉아 쉬고 있는 풀밭 쪽으로 다가갔다. 거기엔 키반을 비롯한 여러 기사들이 모여 나르디를 둘러싸고 뭔가이야기를 하고 있다. 정찰을 나간 기사들은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 나르디는 한 마디 대답하더니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보았다. "잠시, 자리를 비켜 주겠나." 나르디의 한 마디에 기사들은 분분히 일어서서 흩어졌다. 키반이일어나더니 내게 자리를 비켜 주었다. 나는 잠시 앉기를 주저했다. "앉아." 나르디가 나를 올려다보며 말한다. 나는 그와 약간 떨어진 곳에 앉았다. 내 표정이 어떤지 잘 알고 있다. 나는 그를 향해 얼굴을 들었지만 눈을 똑바로 바라보지는 않았다. 또한, 나는 그에게 허리 굽혀 인사하지도 않았다. 그리고 나르디가 입을 열었다. "이렇게 오느라 많이 힘들었겠네. 다들 어떻다고 하던가?" 언제나와 같은 말투였지만, 지금 이 순간 들은 저 말투는 완연히왕족의 그것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 저건 그에게 어울리는 말투야. 이제야 제자리를 찾은 것 같은 느낌이 드는구나. 나는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망설였다. 나는 아직 내 태도를 결정하지 못했는데. 결정하지 못한 이상, 방법은 하나밖에 없었다. "…… 괜찮습니다." 내 대답이 떨어지자 그의 얼굴에 잠시 그늘이 덮였다. 눈동자가 잠시 나를 바라보지 않고 저 어두운 지평선 쪽을 향했다. 한참이나 허공을 더듬고 있는 그 눈빛은 뭔가 중요한 것을 잃어버린 사람들이 그렇듯, 망연자실하게 흔들린 눈이다. "그래…… 돌이킬 수는 없다는 건가……." "……." 마음이 가리키는 대로…… 내가 녀석을 좋아하지 않았다면 이렇게마음이 상하지도 않아. 나와 지내는 꽤 오랜 시간들 동안 한 번도 권위를 내세우거나 한 일 따위는 없었지. 아마 왕자라 해도 상당히 드문 종류임에는 틀림없어. 만약, 녀석이 처음부터 나를 속이지 않고 사실을 말했대도 내가 녀석과 친구가 될 수 있었을까? 아마, 아니겠지……. 내가 뭔가 더 말하려 했을 때였다. "전하! 큰일났습니다!" 나르디는 번쩍 고개를 돌렸다. 문득 생각이 난다. 녀석은 '큰일났다'라는 말에 항상 민감하게 반응했었지. 정신을 잃었을 때조차도 단번에 눈을 뜨고 일어날 정도로. "무슨 일이냐!" "전방에 추격대가 있다는 보고입니다! 서둘러 떠나야 합니다!" 나르디는 튕기듯 일어나 지체없이 하이론이 끌어온 말에 단숨에 올랐다. 그가 말등에 오르는 동작은 아르노윌트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능란하고 가볍다. 그는 나를 내려다보았다. "파비안, 다치지 말아라. 곧 다시 만나자." "……." 뭐라 대답을 할 여유도 없이 그는 말을 몰아 키반에게로 가 버렸다.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라, 나도 내 말이 있는 쪽으로 달려갔다. 네드처가 나와 유리카의 말을 벌써 끌어오고 있는 중이다. 엘다렌을조금 도와 준 다음, 나 역시 말에 올랐다. 동작이 멋지지 않으면 어때, 탔다는 것이 중요한 거라고. "출발한다!" +=+=+=+=+=+=+=+=+=+=+=+=+=+=+=+=+=+=+=+=+=+=+=+=+=+=+=+=+=+=+=정말이지 일행이 갑자기 많아졌네요.. ^^;Luthien, La Noir. [번 호] 3035 / 3093 [등록일] 1999년 09월 18일 05:35 Page : 1 / 7[등록자] 웨어울프 [이 름] 늑대인간 [조 회] 141 건[제 목] [장편/세월의돌] +=+=+300회 기념 이벤트+=+=+───────────────────────────────────────『SF & FANTASY (go SF)』 49157번제 목:◁세월의돌▷+=+=+300회 기념 이벤트+=+=+올린이:모래의책(전민희 ) 99/09/13 21:31 읽음:1217 관련자료 없음----------------------------------------------------------------------------- +=+=+=+=+=+=+=+=+=+=+=+=+=+=+=+=세월의 돌 300회 기념 이벤트=+=+=+=+=+=+=+=+=+=+=+=+=+=+=+=+ 세월의 돌 300회가 얼마 안 남았습니다. 아마도 이번 주말 즈음이아닐까 생각하고 있어요. 저번처럼 복잡한 투표는.. 제가 요즘 바빠진 관계로 어렵게 되었습니다. (다음 투표 벼르셨다는 분들.. 죄송해요..;) 왜냐면 정말로 집계 내는데 꼬박 며칠씩 걸리더라고요. 해보기 전엔 몰랐었는데, 아주죽는 줄 알았습니다. --;그래서 저번같은 이벤트는 뭐 400회라거나.. (과연 올까..) 완결이라거나...(저, 정말..??) 그런 때쯤, 다시 해보려는 생각입니다. 잡설은 넘기고, 이번 이벤트는 두 가지입니다. +=+=+=+=+=+=+=+=+=+=+=+=+=+=+=+=+=+=+=+=+=+=+=+=+=+=+=+=+=+=+=+--------------------------------------------+: 이벤트 1. 세월의 돌 독자 감상문 모집 :+--------------------------------------------+아아... 제가 간이 배 밖으로 나왔나 봅니다, 이런 이벤트를 하다니...;; 하지만, 뭐 꼭 엄청나게 길어야 한다거나, 특별한 관점의 분석을 요한다거나 그런 것은 결코 아닙니다. ^^;;다만 읽으시면서 그저 개인적으로 느꼈던 점들을 약간의 정성만 넣으셔서 써 주시면 됩니다. 어려운 비평 같은 것이 결코 아닙니다! 무슨무슨 분석틀이니 서론/본론/결론이니 그런 것도 필요없습니다. 그저 단순한 본인의 느낌과 생각을 보내 주세요. 절대 학교에서 요구하는 것 같은 재미없는 독서감상문, 독후감 얘기가 아니라는 것을 미리말씀드립니다. 이미 저는 게시판에 여러 분들이 짤막하게 올려 주신 멋진 감상글들을 많이 갈무리해 가지고 있습니다. 볼 때마다 기뻐지는 글들이 많이 있지요. 짧은 문장이라 해도 솔직한 느낌의 표현이면 충분한 거라고 생각합니다. #1. 감상 대상 : 물론! '세월의 돌'입니다. 혹시라도 잘 모르시는분을 위해서(...) li 모래의책 하시거나 lt 세월의돌 해보세요. ^^;#2. 분량 : 특별히 제한을 두고 싶은 생각은 없고요, 명색이 감상'문'이니 한 줄... 이런 것은 제발 지양해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3. 접수 기간 : 1999년 9월 30일 자정까지 (길다..)#4. 투표 방법* 모래의책 아이디로 메일을 보내주십시오. * 타 통신망의 경우 enjolas@nownuri.net 으로 보내주세요. * 저번과 마찬가지로 한 아이디로 여러 분이 응모하시거나 빌린 아이디라도 전혀 상관없습니다. ^^ (다만 실명은 밝혀주십시오. 저번엔우편물에 이름 대신 아이디를 써서 보내는 사태가...;)#5. 발표 & 시상* 이 발표란 무엇일까... 라고 생각하시겠지만, 멋진 감상문을 뽑아서 공개할 생각입니다! 어떻게냐고요? 에에.... 비밀이고요, 참고로 sf게시판은 아닙니다. (환타지 동호회도 아니라고요...;;) 꽤나멋진 곳이니 믿으셔도 됩니다. * 그리고 시상... 저번과 마찬가지로 소정의 상품을 보내 드립니다. 뭐냐고요? 역시 비밀... ^^; +=+=+=+=+=+=+=+=+=+=+=+=+=+=+=+=+=+=+=+=+=+=+=+=+=+=+=+=+=+=+=+------------------------------------------+: 이벤트 2. 두 번째 캐릭터 인기투표 :+------------------------------------------+말씀드렸죠? 저번처럼 여러 항목으로 된 투표를 집계하다가 죽는줄 알았다고요..T_T(그렇지만, 언젠가 그 항목으로 다시 한 번 할 생각입니다..)그러므로 이번엔 간단한 투표, 즉 캐릭터 인기투표입니다! 이건 뭐설명할 필요도 없죠? 그렇지만 설명은 해야지... .... 지금까지 나왔던 모든 인물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인물과 그이유를 써 보내 주세요(일반적인 의미의 인기 투표죠?). 특별한 주연이 아닌데도 그 개성과 역할이 뚜렷하고 매력적이었던 인물을 골라주시는 것도 좋습니다. 딱 한 번 나온 단역도 좋아요~.... .... 네에, 죄송합니다... 저번 이벤트 공지에 쓴 말을 그대로 베꼈습니다.. #1. 투표 대상 : 지금까지 세월의 돌에 등장한 모든 주역과 단역#2. 분량(수량이라고 해야 하나..)* 1, 2, 3, 4, 5등 모두 다섯 명을 써보내 주세요. 네, 많아졌습니다. 왜냐면... 소설이 진행되었으니 인물도 많아졌을 것이므로...;* 점수 매기는 방법은 전과 마찬가지입니다. 1등-5점, 2등-4점, 3등-3점, 4등-2점, 5등-1점입니다. #3. 접수 기간 : 1999년 9월 30일 (역시 길다..)좀 짧게 하려고 했는데 추석 연휴가 끼어 있어서.. #4. 투표 방법* 모래의책 아이디로 메일을 보내주십시오. * 타 통신망의 경우 enjolas@nownuri.net 으로 보내주세요. * 저번과 마찬가지로 한 아이디로 여러 분이 응모하시거나 빌린 아이디라도 전혀 상관없습니다. ^^ (다만 실명은 밝혀주십시오. 저번엔우편물에 이름 대신 아이디를 써서 보내는 사태가...;)(오오.. 위에서 그대로 베꼈다..)#5. 발표 & 시상* 발표는.... 가능한 한 빨리,입니다. (저번에 200회 날짜에 맞추느라 많이 데었다..) 당연히 10월 안이죠. 아마도 첫주나 둘째주 이내일 겁니다. * 시상은 두 가지 기준에서 합니다. 가장 집계에 근사치인 투표지를 보내주시거나, 아니면 5위까지의 순위 안에 하나 이상 아주 기발한 인물을 선정하여 나름대로 그 인물을 좋아하는 멋진 이유를 적어보내주시는 것이죠. ^^* 소정의 상품이 있습니다. 물론 비밀...(퍽~) +=+=+=+=+=+=+=+=+=+=+=+=+=+=+=+=+=+=+=+=+=+=+=+=+=+=+=+=+=+=+=가능하면 두 가지 이벤트를 메일 하나에 묶어서 보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뭐, 따로 보내주셔도 좋고요. 그리고 둘 중 하나에만 응모하셔도 상관없습니다. 그럼, 많은 참여 기다립니다! Luthien, La Noir. [번 호] 3042 / 3093 [등록일] 1999년 09월 19일 01:37 Page : 1 / 10[등록자] 웨어울프 [이 름] 늑대인간 [조 회] 125 건[제 목] [장편/세월의돌] 7-2. 운명이보내는 아침… (18)───────────────────────────────────────『SF & FANTASY (go SF)』 49305번제 목:◁세월의돌▷7-2.운명이보내는 아침…(18)올린이:모래의책(전민희 ) 99/09/14 21:08 읽음:1382 관련자료 없음----------------------------------------------------------------------------- +=+=+=+=+=+=+=+=+=+=+=+=+=+=+=+=세월의 돌(Stone of Days)=+=+=+=+=+=+=+=+=+=+=+=+=+=+=+=+ 7장. 제6월 '인도자(Guardian)'2. 운명이 보내는 아침인사 (18) 이번에 어둠 속에서 들려온 외침은 키반이 아니라 나르디의 것이었다. 녀석의 목소리도 꽤나 날카롭고 힘이 있었다. "하, 이럇!" "달려라!" 앉아 쉬던 기사들이 얼마나 빨리 출발할 수 있는지 나는 처음으로알았다. 물론 계속해서 무장도 풀어놓지 않은 채 긴장하고 있었던 탓이기도 하겠지만, 어쨌든 확실히 대륙 최고의 기사단다운 솜씨였다. "전속력으로!" 말들이 쏜살같이 들판을 달려갔다. 아까처럼 비가 오지는 않았지만젖은 공기가 차갑게 귓가를 가른다. 말발굽이 젖은 풀밭에서 미끄러지기라도 했다간 끝장이다. 발굽이 가 닿는 곳마다 군데군데 고여 있던 물이 맹렬하게 튀었다. "하! 하아! 하!" "이랴! 이렷!" 입에서 나온 입김이 하얗게 보일 정도로 날씨는 찼다. 말의 콧김이뿜어져 나오는 것이 캄캄한 가운데 언뜻언뜻 보인다. 코가 맵다. 피부가 마르기 시작하자 뺨에서 찢어질 듯한 통증이 느껴졌다. 투두두두두두두! "유리, 내게서 멀리 떨어지지 마!" 말발굽 소리 때문에 있는 힘껏 크게 외쳐야 했다. 만일에라도 추격대에게 붙잡혀 싸움이 벌어진다면 유리카가 옆에 있어야 안심이 된다. 전에 해전이 벌어졌을 때처럼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는 것은 도저히 참을 수가 없다. 유리카의 외침 소리도 들려 왔다. "왜, 네가 지켜 주기라도 하려고?" "야, 네가 안보이면 도대체 마음이 안 놓여!" "쳇, 같은 말이라도 좀 곱게 못하냐?" 유리카는 입술을 비죽이면서, 그러나 화가 난 것은 아닌 얼굴로 내가까이로 말을 몰았다. 말을 모는 것은 그녀가 더 능숙하기 때문에그녀는 조금 속도를 줄여야 했다. 급히 출발하느라 머리카락을 묶을새가 없어서 젖은 긴머리가 가닥져 뒤로 헝클어져 날리는 것이, 마치전설 속에 나오는 여기수처럼 보인다. 내 머릿속에 문득 떠오르는 것은 작은 달의 여전사 파비안느, 그녀의 머리카락도 은색이었다고 했지? "타! 하! 하아! 하!" 나르디가 바로 내 앞에 있다. 그 옆에서 키반이 달린다. 그는 말고삐를 늦추지 않은 채, 커다란 목소리로 나르디에게 급히 떠나느라 하지 못한 보고를 했다. "아직, 본대는 아니고, 척후, 부대입니다! 또한, 전방을 정찰하고돌아온 자의, 보고로는, 이 속도로, 약 4시간 내에 아르킨 단장님이이끄는 기사단과, 조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합니다!" 이 속도로라…… 이건 내 생각인데, 말들이 꽤 지친 것 같단 말씀야. 과연 이 속도로 계속 달려 줄까? 키반은 계속 말하고 있었다. "일반적, 기준으로 볼 때, 척후 부대와 본대는, 약, 한 시간 거리는 떨어져 있을 것입니다! 충분히, 적의 본대와, 마주치기 전에, 가서 닿을 수 있습니다! 이럇!" 키반의 목소리는 말을 달리느라 몹시 거칠었고, 끊어 숨을 쉬는 부분 외에는 빠르게 붙여서 말하느라 알아듣기가 조금 힘들었다. 나르디가 뭐라고 대답했는지는 모르겠다. 우리는 속도를 늦추지 않고 계속 달렸다. 코로 들어오는 공기가 몹시 진하고 강렬하다. 너무 호흡이 벅찬 나머지 숨을 들이쉬는 가슴에 통증이 일어났다. 비가 그친 들판의 차가운 공기는 몹시 신선했지만, 지금은 좀 흐리더라도 따뜻한 공기를 마셨으면 좋겠다. 너무 빠른 속도 때문에, 내 몸이 거기에 그냥 휩쓸리고 빨려 드는듯한 느낌이다. 쿠르릉……. 다시 비가 오면 안 되는데, 이 상황에서 비가 다시 온다는 것은 정말로 최악인데. 쏴아아아아……. 윽, 내 기원은 도대체 들어주는 수가 없군. 이유는 모르겠지만, 비가 이상하게 좀 따뜻해진 것 같다. 내 몸이젖은 채로 찬 공기를 가르고 달리느라 너무 식어 있었나? 얼굴을 때리는 빗줄기가 온기를 머금고 턱으로 흘러내렸다. 비는 아까처럼 많이 오지 않았다. 그럭저럭 앞이 보일 정도는 되었다. 키반의 옆으로 젊은 기사가 나는 듯 다가왔다. "얼마나 다가왔나!" "척후의 수가 줄었습니다! 아마 보고를 위해 본대로 되돌아간 것으로 보입니다! 모두 다섯 기, 5백 큐빗 정도의 거리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일단 따돌릴 수 있든 데까지 해보고 동북쪽으로 방향을 바꾼다,모두 전속력 전진!" 도크렌 시커의 어둠 속을 가르며 우리는 나는 듯 달려갔다. 바닷물을 가르며 나아가던 배의 모습이 생각이 난다. 스물 다섯 마리의 말들은 그렇게 검은 물 같은 어둠을 갈라놓으면서 바람과 비 속을 달렸다. 무언가 나를 강하게 끌어당기는 느낌, 이것은 고국의 공기에 대한기억일까, 아니면 아버지에 대한 아들의 이끌림일까. "태자 전하, 문안드립니다!" 아버지가 우리를 맞도록 보낸 다섯 명의 기사와 만난 것은 그로부터 키반의 말마따나 정말 네 시간 가량이 지난 후였다. 이미 밤이 그치고 새벽이 시작되고 있다. 방금 전, 마지막으로 내리던 비가 멈추고 나자 붉어지는 하늘에 오랜만에 보는 별이 몇 개 솟아났다. 밤새달조차 보지 못했던 하늘이다. 밤새 녹초가 되도록 달린 후였고, 흐릿한 별 몇 개조차 오랜 비에 시달린 우리에게는 신선한 감동을 주었다. "일어나라." 나르디가 말하자, 흙과 젖은 풀 투성이의 바닥에 무릎을 꿇었던 다섯 기사가 몸을 일으킨다. 마른 옷이었다면 좀 안되어 보였을 텐데,그들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빗물에 쫄딱 젖어 있었던 터라 오히려 개의치 않아도 좋았다. 나르디도 이번엔 드워프의 왕에게 인사를 하라는 말을 하지 않는다. 바르제 저택을 떠나면서 엘다렌의 종족과 신분은 아버지를 만날때까지 일단 숨기기로 키반과 이야기가 됐다. 물론 그러고 나니 쓸데없는 관심은 끌지 않아 좋았지만 덕택에 엘다렌은 다른 기사들로부터'어쩌면 저렇게 말을 못 몰 수가 있느냐'는 불평을 들어야 했다. 그래도 말달리기가 후반으로 갈수록 상황은 나아졌다. 엘다렌의 말은이유는 몰랐지만, 확실히 그가 태운 기수만큼이나 초반부보다는 후반에 지구력이 있었다. 저 기사들도 엘다렌이 드워프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이 드워프 역사상 전무후무한 최고의 기수에 대해 경의를 표해야 마땅할 거다. "아르킨 단장님께서 천 큐빗 전방에서 태자 전하의 일행을 맞고자기다리고 있습니다. 단장님께서 먼저 전하를 안내하도록 저희를 이리로 보냈습니다. 전하를 모시게 되어 영광입니다." +=+=+=+=+=+=+=+=+=+=+=+=+=+=+=+=+=+=+=+=+=+=+=+=+=+=+=+=+=+=+=편지보내주신 분께.. 에에.. 전 로맨스 소설 같은 것은 거의 읽은일이 없습니다. 제가 중고생일 때 유행했던 할리퀸이니 하이틴 로맨스 시리즈도 약 다섯 개가 안되게 읽은 듯하군요. 그다지 재미도 없었고... 게다가 만화책에도 그닥 취미가 없는 편이고요. '베르사이유의 장미'니, '올훼스의 창', '내사랑 마리벨' 같은 소설(만화가 아닙니다)은 조금 읽었는데 그것들은 역사물, 그것도 제가좋아하는 배경의 이야기라선지 꽤 재미있었어요(닭스런 표현도 많았지만...). 마리 슈테판바이트의 '베르사이유의 장미'에서 제가 가장좋아하는 인물은 베르나르 샤드레입니다. 흑기사라는 도둑이었다가로자리 라 몰리에르와 결혼하게 되는 신문기자요. 아, 그러고 보니 윌리엄 스크랜턴의 '남녀공학'도 읽었군요. 그건로맨스 물인가... 학원물에 가까운 것 같은데.. 오랜만에 옛날에 읽은 책들 생각을 했네요. ^^;Luthien, La Noir. [번 호] 3043 / 3093 [등록일] 1999년 09월 19일 01:37 Page : 1 / 12[등록자] 웨어울프 [이 름] 늑대인간 [조 회] 120 건[제 목] [장편/세월의돌] 7-2. 운명이보내는 아침… (19)───────────────────────────────────────『SF & FANTASY (go SF)』 49306번제 목:◁세월의돌▷7-2.운명이보내는 아침…(19)올린이:모래의책(전민희 ) 99/09/14 21:08 읽음:1300 관련자료 없음----------------------------------------------------------------------------- +=+=+=+=+=+=+=+=+=+=+=+=+=+=+=+=세월의 돌(Stone of Days)=+=+=+=+=+=+=+=+=+=+=+=+=+=+=+=+ 7장. 제6월 '인도자(Guardian)'2. 운명이 보내는 아침인사 (19) 츠칠헨이라고 자기 이름을 밝힌 젊은 기사는 투구를 벗어 들고 다시금 무릎을 꿇은 채 말 위의 나르디에게 보고를 마쳤다. 노르스름한블론드와 장밋빛 뺨을 지닌, 꽤나 잘생긴 기사다. 그런데 이상하게여겨지는 거라면, 모두 자기 이름은 밝히고 있지만 자신이 어떤 직위의 기사인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도 없다는 점이다. 키반의 말대로 구원 기사단은 태자의 앞에서조차 자신의 지위를 밝혀서는 안 되는 것인가? "왜 직접 맞으러 오지 않는 것이냐." 말채찍을 손에 든 채 그렇게 묻는 나르디의 말투는 내가 기억하고있는 그의 모습을 송두리째 엎고도 남을 정도로 오만한 왕자의 말투,그대로였다. 도대체 어떤 모습이 진짜지? 아까 내게 말을 건네며 망연한 표정을 짓던 그는? 일개 타국의 선원 앞에서조차 겸손하고 예의바르던 그의 모습은? 내 어깨를 짚고, 자신을 전하라고 부르지 말라며 몇 번이고 고개를 젓던 그 눈동자는? "단장님은 전하께서 갈아타실 말과 다른 물자들을 준비하고, 대열을 갖추어 떠날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습니다. 또한, 주위에 정찰을 보내어 만일에 있을지도 모르는 전투에 대비하고 있습니다." "…… 알았다." 나르디는 키반에게 얼굴을 돌리더니 말했다. "출발 신호를 하라." 역시 이 가운데에서도 가장 서열이 높은 자는 키반이었다. 기사단내 서열 3위라니 단장과 부단장 다음으로 높은 것 아닌가. 그도 결코시시한 실력은 아닐 듯 싶다. 키반이 손을 번쩍 들어올렸다. "출발한다!" 히히힝! 말이 한 번 길게 울부짖었다. 나는 몸을 앞으로 수그린다. 출발시의 충격에 대비한다. 앞발을 한 번 들었던 말은 다음 순간, 앞으로달려나가고 있다. 내 양옆으로 휙휙 스치는 들판, 이제는 꽤나 익숙하다. 이번에는 오래 달릴 필요도 없었다. "깃발이 보입니다!" 내리막이다. 우리는 완만한 경사가 이어지는 언덕바지 가운데 멈춰 섰다. 나르디는 맨 앞에, 키반이 그 옆에 있으며, 나는 그들의 바로 뒤에 서 있었다. 구릉 아래로 죽 펼쳐진 초지…… 그 너머 어둠이 갈라지는 벌판 가운데 새벽의 붉은 빛을 받아 번쩍이는 창검들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밤이 걷히고 하늘이 열리고 있다. 밤새 내렸던 비는 그치고,먹구름은 흩어져 사라졌다. 먼 지평선에서는 태양이 밤의 경계를 넘기 직전 한껏 부풀어오르고 있다. 눈이 가 닿는 한 좌우 어디에도 막히는 곳 없는 붉은 띠가 찬란하게 펼쳐지고, 번쩍이는 붉은 구름들이깨어진 황금 조각들처럼 하늘과 땅이 맞닿는 끝에 가득히 널려 있다……깨어질 듯 차갑고 맑은 공기, 손에 잡힐 듯 살아 있는 광채. 그 하늘과 땅, 아침이 막 시작되려는 장엄한 순간, 그 아래에 도열한 백여 기의 기사들이 일제히 검을 뽑아들었다. 금속과 금속이 마주치는 마찰음이 서늘하게 울린다. "태자 전하께, 예(禮)!" 동시에, 하늘이 쪼개지며 붉은 빛이 빠르게 평야를 물들여 왔다. 이마를 드러낸 해가 조금도 지나지 않아 내 눈까지 눈을 똑바로 뜨지못할 정도로 강렬한 빛을 들판에 흩뿌렸다. 모두의 그림자가 갑자기또렷해지며 땅끝까지라도 가 닿을 듯 죽죽 늘어난다. 들어올려진 검끝의 반사광이 모조리 은으로 만들기라도 한 듯 찬란한 은빛을 뿜었다. 아…… 말로 다할 수 없는 묘한 감격이 가슴속으로 밀려왔다. 스릉! 나르디가 검을 뽑아 든다. 저 아래 보이는 기사들을 향해 그는 검을 들어 정식으로 답례를 했다. 나르디가 칼을 칼집에 꽂자, 기사들도 검을 내렸다. 그야말로 군신의 관계, 나는 이런 감정을 평생 처음으로 느껴 보았다. 나르디의 옆얼굴은 이제 감히 함께 웃고 떠들던 친구라고는 생각할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위엄이 깃들여 있다.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 이 자리에서 오직 입을 열 수 있는 사람은 나르디밖에 없었다. 나는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저 중에는 아버지도 있겠지? 내가 그런 식으로 머리를 굴릴 필요조차 없었다. 한 마리의 말이 대열을 빠져나와 앞으로 달려나왔다. "아……." 먼발치에서도 나는 똑똑히 보았다. 검푸른 긴 망토, 흩날리는 머리카락, 새카만 흑마를 탄 은빛 갑옷의 기사, 그 손에 쥐어진 날카로운장창과 내가 알고 있는 문장이 새겨진 방패. 마법사의 로드와 검사의 검이 엇갈린, 나르시냐크 가문의 문장. 나는 이유 없이 말문이 막혔다. "……." 그리고, 흑마의 기사는 언덕 아래에 도달했다. 약 20큐빗 전방에서말을 멈추고 훌쩍 뛰어내린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무릎을 꿇는다. 내 귀에 익숙한 목소리……. "구원 기사단장 아르킨 나르시냐크, 태자 전하께 인사 올립니다." 나르디는 손을 들었다. 그리고 그의 인사에 답했다. 아버지는 일어섰다. 나를 바라보지 않는다. 당연한 일이다. 태자 전하를 모시러 온 이상 사사로운 감정에 먼저 연연하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되겠지. 어디까지나 태자 전하의 안전을 위해 여기까지 달려온 것이니까. 그러나 내가 바라보는 것은 내 마음대로였다. "……." 전에 보았던 풀 플레이트는 아니었지만 흠없는 검은 빛깔의 거대한말 옆에 선 그의 가슴에는 은빛의 브레스트 아머가 장비 되어 있고,그 외에는 옷과 망토, 부츠 모두가 검푸른 빛깔이다. 물론, 나와 똑같은 그 머리카락, 그리고 눈동자도…… 당당한 체격과 자세로 땅을밟고 선 아버지는 비록 아래쪽에 섰지만 왕족이라 해도 감히 범접하기 어려울 듯한 독특한 위엄을 지니고 있었다. 모든 문제, 모든 어려움이 그 앞에 가면 종적없이 사라져 버릴 것만 같은, 가장 강한 기사, 대륙 최고의 검사. 그는 나의 아버지다. 새삼스럽게 고개를 들어 들판에 도열한 구원 기사단의 기사들을 바라보았다. 호그돈의 통나무집에서 릴가에게 들었던 말, 수련생이 되는 것도 힘들고, 그 수련생이 정식 기사가 되기까지는 몇 년이 걸릴지 장담할 수 없다던…… 바로 그 과정을 거친 최정예 기사들. 구원기사단, 대륙 최고의 기사들만 모인다는 곳. 그리고 아버지는 그들 모두를 한 마디로 따르게 하는 강력한 독재자이다. 어설픈 권위 갖고는 그 앞에서 입도 제대로 떼지 못하게 할정도로 두려운 존재감을 지닌 사람. 자신이 지휘하는 기사단을 거느리고 바로 그 자신 가장 어울리는모습으로 이 들판에 선 아버지는, 이전 고향에서 나와 함께 술잔을기울이던, 검을 가르치며 웃으시던 그 아버지와는 또 달랐다. 형형하게 빛나는 눈동자는 주위 사람들의 동작을 단숨에 굳어지게 하기에충분했다. 비록 나르디를 똑바로 올려다보고 있지는 않았고 그의 명령을 들으려 하는 자세였지만, 저 아래의 기사들은 아버지의 명령을듣기 위해 창끝 하나 움직이지 않고 도열해 있다. 망토가 펄럭인다. 아버지의 허리에는 전에는 보지 못하던 얇고 날카로운 검이 매어져있다. 흰 칼집 속에 든, 내가 부러뜨린 세이버보다도 더 얇아 보이는검이다. 그러나 왠지 그 안에는 강력한 힘이 숨어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이곳까지 온 수고에 대해 감사한다. 한시가 바쁘니 곧 출발에 대한 준비를 갖추도록." "알겠습니다, 전하. 그보다 그 전에 아침 식사를 하시고 떠나십시오. 갈아입으실 옷도 준비해 놓았습니다." 아버지의 입에서 아침 식사니 갈아입을 옷이니 하는 이야기가 나오니 왠지 재미있다는 느낌이 든다. 아버지와 함께 커스터드 파이를 나누어 먹은 일도 있는데, 왜 그런지 아버지는 전투에 대한 보고나 출발에 대한 명령 같은 것을 해야 어울릴 것만 같다. 나르디는 말했다. "그도 그렇겠지. 준비하도록 하오." 준비는 이미 되어 있었다. 우리가 언덕을 내려가자 이미 아침 식사 준비가 되어 있었고, 내가아까 언덕 위에서는 발견하지 못했었지만, 태자 전하 일행의 잠시간휴식을 위한 천막도 쳐져 있었다. 이 빗속에서 어떻게 보관했는지 몰라도 정말 마른 옷도 있었다. 그것도 나르디뿐 아니라 나와 유리카,엘다렌의 것까지 준비되어 있었다. "식사입니다!" 옷을 갈아입고 따뜻한 수프를 마시니 몸이 한결 살아나는 것 같다. 손발을 주무르면서 얼마나 몸이 굳어져 있었는지 실감했다. 나는 천막을 나오다가 파안대소를 터뜨렸다. 유리카를 위해 준비한 옷이라는것이 그저 남자들의 옷과 다를 것이 없는 터라, 천막 앞에서 마주친그녀는 마치 소년 병사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글 쉽게 다운받는 방법, 제가 게시판에 전에 올려놓은 게 있어요. li 모래의책 이나 lt 모음집 해보시면 찾으실 수 있을 거예요. 그대로 따라하기만 하면 쉽게 게시판의 글을 모두 받으실 수 있습니다. ^^그리고 주인공들이 하는 행동들이 어려보이신다고요? 음... 그들은이제 18살인걸요. ^^; 어른 주인공들과 똑같이 행동하면 그게 이상한거죠. 세월의 돌의 분위기에 맞도록 하기 위해 저는 일부러 나이를어리게 정했습니다. 물론, 현실의 18세라는 나이에 비해서 어이없을정도로 순진하고 선량한 면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세월의 돌의 세계같은 곳에 살다 보면 아무래도 저절로 저렇게 되기가 쉬울 것 같은데요. ^^; 일단 사람을 믿는 것이 미덕이고 이익인 세상이니까요. 문두드리는 낯선 사람한테 절대 문 열어주지 말아라, 하는 세상과는 좀차이가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늑대와 일곱 마리 새끼양에서도 문은열어주지 말라고 하잖아? --;;) 에에, 그러니까 아이스크림 사주는낯선 아저씨한테 '고맙습니다'하고 잘 얻어먹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저는 어렸을 때 그랬었습니다. 아무래도 바보였나..그때도유괴범은 있었는데 ;;;)물론 위기를 헤쳐나가는 요령에 있어서도 배경이 되는 곳에 맞아야겠죠. 이 점에 있어선 매일 학교와 학원 같은 곳만 왔다갔다해야 하는 불운한 현실의 18살보다는 아주 약간 더 낫습니다. ^^;; 사람은닥치는 위기의 성격에 맞춰 진화하기 마련이죠. 멧돼지니 몬스터니때려잡아야 하는 곳에서 검술이 발전한다면, 점심 시간 후 수학 시간에 닥치는 졸음의 위기 같은 것을 무사히 넘기는 지혜 같은 것은 여러분들도 많이 습득하고 있지 않습니까? ^^(고등학교 3년을 거치도록 진화하지 못한 채 전교의 수학 선생님들에게 모조리 악명을 떨친 저같은 사람도 있습니다만..;;;)Luthien, La Noir. [번 호] 3044 / 3093 [등록일] 1999년 09월 19일 01:37 Page : 1 / 10[등록자] 웨어울프 [이 름] 늑대인간 [조 회] 121 건[제 목] [장편/세월의돌] 7-2. 운명이보내는 아침… (20)───────────────────────────────────────『SF & FANTASY (go SF)』 49307번제 목:◁세월의돌▷7-2.운명이보내는 아침…(20)올린이:모래의책(전민희 ) 99/09/14 21:08 읽음:1422 관련자료 없음----------------------------------------------------------------------------- +=+=+=+=+=+=+=+=+=+=+=+=+=+=+=+=세월의 돌(Stone of Days)=+=+=+=+=+=+=+=+=+=+=+=+=+=+=+=+ 7장. 제6월 '인도자(Guardian)'2. 운명이 보내는 아침인사 (20) "야, 무슨 견습 기사 같은데?" "이거 갖고 농담하면 죽어." 유리카의 낮고 살벌한 말투…… 에도 불구하고 나는 키득거리며 너무 길어서 걷어올린 긴 가죽 바지와 조끼, 그녀가 일부러 잘라버린것 같은 팔 없는 셔츠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왼손에는 건틀렛 두 짝까지 들려 있다. 정말 모든 물건이 사이즈만 작을 뿐이지 수련기사가쓰는 것을 그대로 가져온 모양이었다. 그녀는 한숨을 내쉬더니 건틀렛을 천막 한쪽으로 던져 버렸다. "왜, 저거 한 번 써보지?" "내가 너같이 무식한 검을 휘두르니? 내 검은 속도가 생명이란 말야. 저런 걸 끼고 언제 검을 잡아 뽑아?" 나는 시범삼아 검을 한 번 뽑아 보여줄까 하다가 마음을 바꿨다. 멋쟁이 검을 아무리 빨리 뽑아봤자 유리카의 짧은 검에 비할까. 유리카는 불만스럽게 찢어낸 어깨 언저리를 만지작거리면서 말했다. "옷만 마르면 바로 갈아입을 거야." 그 때에도 옷을 갈아입을 만한 천막이 있을 지는 모르겠지만……. 저만치서 엘다렌이 걸어왔다. 그 때문에 우리는 또 한번 피식 웃지않을 수 없었다. "아, 엘다렌, 어서 오세요." 그에게는 짐작대로 모든 옷이 너무 길었던 것이다. 인간 족의 진영에 드워프에게 맞는 옷이 있을 리가 없다. 그가 지급받은 옷을 사용하는 방법은 이랬다. 젖은 옷을 그대로 입고 있었고, 대신 아까 지급받은 마른 옷을 둘둘 뭉쳐 머리와 수염을 닦고 있었다. 엘다렌은 척척 걸어와 내 옆에 서더니 나를 한 번 올려다보았다. 뭔가 물어보려는 것 같은데……. "네 아버지라고?" 그거였군. 나는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엘다렌이 아버지를 만났으리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어쨌든 눈이 있으니 아까의 광경은 보았겠지. "흠……." 나는 가까이에서 알아보기엔 너무 아래쪽에 있는 엘다렌의 얼굴 표정을 살피기 위해 뒤로 한 걸음 물러났다. 그는 둘둘 뭉친 옷가지들을 한쪽에 내려 놓더니 낮은 목소리로 다시 말했다. "핏줄은 놀랄 만하군. 정말 닮았지 않은가." 유리카한테 한 말 같기도 했지만, 어쨌든간 나에 대한 이야기인지라 나는 싱긋 웃으며 대답했다. "저도 처음에 많이 놀랐었죠." "……." 아버지가 처음 고향에 나타났을 때 마을 사람들도 정말 닮았다며수군대던 생각이 난다. 그래, 내가 봐도 놀랄 만큼 아버지와 나는 많이 닮아 있었지만, 이상스럽게도 분위기는 아주 딴판이다. 아니, 이상스럽다기 보다는 유감스럽다고 해야 되겠지. 왜 내겐 아버지 같은넘치는 카리스마가 눈 씻고 봐도 없는 거야? 엘다렌은 무슨 생각에 잠긴 듯한 표정이다. 기사단은 이제 분분히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여기에 머무른 지 한 시간도 채 되지 않았다. 구원 기사단의 일처리는 신속하고도 정확했다. 유리카가 말했다. "나는 그 반대야. 난 네 아버지를 먼저 봤잖아? 그릴라드에 와서너를 처음 봤을 때 오히려 네 얼굴이 네 아버지와 너무나 닮은 것에놀랐지." 그녀는 잠시 후에 덧붙였다. "그 전에 보았을 때보다, 몹시 강력해 보이는 사람이로군." 그래, 그건 나도 마찬가지다. 고향 마을에서 보았던 아버지도 멋졌지만, 이제 자신의 기사단을 이끌고 자신의 자리에 있는 아버지는 마치 보이지 않는 후광이 한 겹 덧입혀진 것 같았다. 새삼 어머니가 그리워진다. 왜 어머니는 저렇게 훌륭한 아버지와함께 사시지 못했죠? 그렇게 일찍 돌아가셨죠? "출발 준비 하시랍니다! 새 말을 대기시켜 두었습니다!" 네드처라는 기사가 내 앞으로 다가와 외친다. 나는 저도 모르게 물었다. "타고 오던 말은 어떻게 되죠?" 네드처의 얼굴에 무슨 소리인가 하는 빛이 떠올랐다. 내 질문은 이해했지만 그런 질문이 왜 필요한지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 어쨌든 그는 대답했다. "두고 갑니다. 마브릴들이 잘 키워 주겠죠." 두고 간다라…… 하긴, 말들 입장에서는 키우는 사람이 마브릴이든엘라비다든 상관 없겠지. "그리고 파비안 님, 잠시 단장님께서 찾으십니다. 지금 저와 함께단장님을 뵙고 출발하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아, 그래……. 유리카와 엘다렌의 눈동자가 모두 나를 바라보는 것을 느끼며 나는고개를 끄덕였다. 네드처와 함께 가면서 나는 뒤를 돌아보았다. 정확히는 유리카를 쳐다보았다. "이따가 말탈 때, 내 옆에 있는 거 잊지마." 유리카의 입가에 피식, 웃음이 떠오르는 것을 보고 나는 네드처의뒤를 따라 걸어갔다. "여기입니다." 네드처의 말에 귀를 기울일 필요는 없었다. 나는 똑바로 앞을 보고있었다. 아버지가 십여 명의 기사들에 둘러싸여 서 있었다. 키반도 거기 있었다. "어서 오너라, 파비안." 오늘 새벽 만난 뒤 처음으로, 그 목소리에 웃음기가 묻어 있는 것을 나는 느꼈다. 기사들이 죽 비켜서고, 나는 앞으로 다가갔다. "……." 뭐라고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뭔가 말을 하고는 싶으나, 적당한말이 도대체 떠오르지 않았다. 아버지의 얼굴을 바라보는 순간, 그얼굴에 떠오른 미소를 보는 순간, 모든 것을 다 잊어버렸다. 아버지는 손을 내밀었고, 나는 그 손을 굳게 잡았다. "손이 단단해졌구나." 아버지와 그릴라드 언덕에서 대련을 하면서 손을 다쳐 고생하던 생각이 난다. 검을 휘두르는 것만으로도 손에 물집이 잡혀 고생하고 있던 때, 그 상처난 손을 더 단련시켜야 한다고 하시던 아버지. 그 때에 비하면 나도 많이 성장했다. 내 손에는 아버지의 건틀렛이 끼워져 있었다. 처음 받았을 때에는길이는 맞아도 품이 약간 컸던 것인데, 지금은 어찌 된 일인지 딱 맞게 되어 있었다. 아버지는 빙긋 웃으셨다. "이게 네 손을 잘 지켜준 모양이로구나." 아버지가 낀 것은 그때처럼 금속제 건틀렛은 아니고 또다른 가죽건틀렛이다. 지금은 풀 플레이트를 갖추고 있는 것도 아니고, 급히말을 달려 추격을 벗어나야 하는 입장에서 중장비는 없는 편이 나을테지. 한참을 망설인 내 입에서 간신히 한 마디가 새어나왔다. "…… 보고 싶었습니다." +=+=+=+=+=+=+=+=+=+=+=+=+=+=+=+=+=+=+=+=+=+=+=+=+=+=+=+=+=+=+=1번 파일 조회수 8000이 넘었네요. 이상하게 초기보다 1000단위로올라가는 속도가 한결 빨라진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아니, 이런 글을 글 말미에 썼던 것이 그다지 오래되지 않은 것 같은 기분... 착각인지도 모르죠. ^^;아, 300회 기념 이벤트 & 투표에 많이 참여해주세요. ^^Luthien, La Noir. [번 호] 3045 / 3093 [등록일] 1999년 09월 19일 01:38 Page : 1 / 10[등록자] 웨어울프 [이 름] 늑대인간 [조 회] 122 건[제 목] [장편/세월의돌] 7-2. 운명이보내는 아침… (21)───────────────────────────────────────『SF & FANTASY (go SF)』 49444번제 목:◁세월의돌▷7-2.운명이보내는 아침…(21)올린이:모래의책(전민희 ) 99/09/15 20:06 읽음:1372 관련자료 없음----------------------------------------------------------------------------- +=+=+=+=+=+=+=+=+=+=+=+=+=+=+=+=세월의 돌(Stone of Days)=+=+=+=+=+=+=+=+=+=+=+=+=+=+=+=+ 7장. 제6월 '인도자(Guardian)'2. 운명이 보내는 아침인사 (21) 그 때의 아버지의 얼굴, 정말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환하게 펴지는그 얼굴을 나는 보았다. 주위에 둘러선 기사들이 놀라서 눈이 휘둥그래질 정도로, 아버지는 그렇게 숨김없이 기쁜 미소를 지었다. 아버지의 근엄한 표정보다, 저 얼굴이 내 가슴 속에 끓어오르던 감정을 백배나 뜨겁게 만들었다. "나도 보고 싶었다." 아버지는 다른 한 손을 내밀어, 내 왼손을 마저 잡았다. 아버지의손은 내 손보다도 더욱 컸다. "조심하거라." "…… 아버지도요." 그리고, 출발해야 할 때였다. 도크렌 시커 지대를 벗어나는 데 세 시간 가량이 걸렸다. 우리가진로를 잡은 쪽은 정동쪽이 아니라 약간 남쪽으로 치우친 방향이다. 그리고 우리가 도착한 곳은 엘자스-오를리테, 그리 높지 않은 산의입구였다. 아버지는 대열을 멈추게 하더니, 곧 명령을 내렸다. "엘자스-오를리테 서쪽으로 이어진 계곡에 진을 치고 기다린다. 키반, 태자 전하를 모시고 이들을 인솔해라. 츠칠헨, 메를릿, 드모나,로슬로이, 말에서 내려 저기 보이는 벼랑으로 올라가라. 아마도 적의척후가 보일 것인즉, 즉시 내려와 위치와 군세를 보고하라." 구원 기사단엔 많지 않지만 여기사도 있었다. 메를릿과 드모나는여자였고, 그것도 상당한 실력을 가진 기사들이었다. 강건한 남자 기사들 사이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들의 짧은 머리카락과 건장한뒷모습 때문에 처음에는 여자라는 것조차 알아보지 못했다. "예, 알겠습니다!" 명령을 받은 기사들은 즉시 말에서 뛰어내렸다. 하급 기사들이 대신 자기 말에 탄 채로 이들의 말고삐를 넘겨받았다. 기사들은 추격전을 고려한 듯 모두 가벼운 경장비였고, 따라서 산을 오르는 데에도큰 어려움은 없었다. "타힐, 카크다나, 토르첸, 입구를 경계해라. 츠칠헨 일행이 내려오면 함께 진지로 돌아오라." "예!" "알겠습니다!" 카크다나라는 기사는 놀랍게도 검은 얼굴을 가진 비카르나 족이었다. 가까이에서 비카르나 족을 보는 것은 처음이라 나는 자꾸만 그의얼굴을 흘끔흘끔 쳐다보았다. 실례되는 일이라는 건 알지만, 눈이 저절로 가는 걸 어쩔 수가 없었다. 그는 똑바른 윤곽을 가진 약간 기름한 얼굴에 머리카락도 검었고, 어깨를 드러낸 몸집은 그야말로 우람했다. "딘데일런, 도끼질을 잘 하는 자로 열 명을 골라서 정면 길을 제외한 양 옆의 소로에 나무를 베어 쓰러뜨려 말이 지나갈 수 없도록 막아라. 마브나이저, 코자킨, 마링겐, 너희들은 캘트롭(Caltrop)을 준비했다가 모든 기사들이 진지로 돌아오면 정면 길 5백 큐빗 너머부터안쪽으로 계곡이 나타날 때까지 뿌려라. 뿌려야 할 거리는 약 2백 큐빗, 다만 능숙한 기사라면 피해서 전진할 수 있도록 너무 촘촘하지않게 뿌려라." "옛!" "알겠습니다, 단장님!" 아버지는 이미 이 산에 와본 것처럼 능숙하게 각종 명령을 내렸다. 이곳 지형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 것 같았다. 데리고 갈 기사들을 고르던 딘데일런이 엘다렌을 흘끗 보더니 말했다. "커다란 도끼를 갖고 계신데, 저희와 함께 가시지 않으시겠습니까?" 엘다렌은 길게 말하지 않고서 말에서 내렸다. 아마 인간 족의 왕이이런 상황에서 그런 부탁을 들었다면, 어찌 내가 감히 그런 일을 어쩌고저쩌고 하면서 한참 소란을 피웠을 것임에 틀림없다. 내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중인데, 갑자기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파비안, 나를 따라오너라." 나는 잠시 입을 벌렸다가, 다른 기사들처럼 즉시 대답했다. "예." 일행은 나누어졌다. 각자 임무를 받은 기사들은 자기 일을 위한 장소로 움직였고, 딘데일런이 이끄는 아홉 명의 기사와 엘다렌은 우측오솔길로 사라졌다. 키반이 나르디와 함께 기사들을 인솔하여 정면길로 갔다. 자리에 남은 것은 나와 아버지, 그리고……. 아버지는 유리카를 쳐다보았다. "아가씨는……." 유리카가 먼저 대답했다. "아, 파비안이 자기 옆에 꼭 붙어서 좀 지켜달라고 부탁했거든요." 뭐, 뭐야…… 이야기가 다르잖아! 내 당황한 얼굴, 그리고 아버지의 의아한 시선을 받으며 유리카는생긋 웃었다. 내가 나서며 말하려 했다. "그게 아니고……." "아아, 어쨌든, 여기 있는 게 안된다시면 가고요." 아버지는 나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내 표정을 보고, 유리카를 보더니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하…… 따라와도 좋소, 오베르뉴 양." "감사합니다. 아참, 유리카라고 부르세요." 유리카는 재빨리 대답하더니, 나를 향해 짓궂은 미소를 보냈다. 나도 지지 않고 코를 찡그려 보였다. 내 머릿속을 내내 떠나지 않는 일이 있다. 바로 하르얀, 이 이야기를 아버지에게 해야 할까? 아버지와 만나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된 후부터 지금까지, 이 일을이야기해야 하는지에 대해 한참이나 결론을 바꿔가며 고민했다. 일단, 내가 하르얀의 존재를 알았다는 것에서부터, 이베카 시에서의 일과 롱봐르 만의 해전에 대해서도. 혹시, 몇 가지는 이미 알고 계시는것이 아닐까? 해전 문제는 내가 말하지 않더라도 나르디 때문에 결국알려지게 되는 것 아닐까? 그렇다면, 먼저 말하는 것이 좋은 일이야,나쁜 일이야? 아니면, 하르얀이 왜 그러는지에 대해 아버지한테 물어보면 속시원한 답을 들을 수 있는 건가? 만일 아버지가 아무 것도 모른다면…… 과연 나는 그를 나쁘게 말해야 하는가, 조금이라도 감싸야 하는가. "파비안, 저기를 봐라." 한참이나 산 속으로 걸어온 지금, 아버지는 손을 들어 저만치 길앞쪽을 가리켰다. 양쪽으로 절벽이 곧추선 사이로 난 좁은 길, 실로기묘한 지형이었다. 좌우 절벽의 높이는 약 2백 큐빗, 양쪽 어디로도접근할 길은 없었다. 험로 없이 점차적으로 높아지기만 하던 이 산길에서 점차 삼각형 모양으로 좁아지다가 단숨에 한 점으로 모아진 저길의 너비는 열 사람 정도가 바짝 붙어서 나란히 서면 완전히 막을수 있을 정도다. 말탄 기사라면 셋도 나란히 지나가기 힘들겠다. 아버지는 내가 지형을 살펴보도록 기다려 입을 열었다. +=+=+=+=+=+=+=+=+=+=+=+=+=+=+=+=+=+=+=+=+=+=+=+=+=+=+=+=+=+=+=캐릭터 인기투표 보내주세요! 그리고 이벤트 감상문도요. 퍼가시는 분들, 이벤트 공지 모두 올려 주셨죠? 퍼가는 데가 워낙많다보니 헷갈려서... 아, 천리안 판츠는 연재 속도가 느리긴 하군요. 그렇지만 일단 이벤트 공지는 올려주셨으면 해요. 연재 속도가느리다고 매번 투표에 참여 못한다는 건 조금 불공평하잖아요...^^;이번에 새로 나온 인물들이 얼마만큼의 지지를 받을지 벌써부터 궁금해 죽겠네요. 누구나 그렇겠지만, 소소한 엑스트라라도 스스로 창조한 인물에 대해서는 최소한의 애착을 갖고 있거든요. 감상문은.. 확실히 조금 부담이 되시나... 투표는 몇 장 왔는데,감상문은 하나도 안오네요...^^; 물론, 감상문 안 보내고 투표만 하셔도 상관없습니다. 참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Luthien, La Noir. [번 호] 3046 / 3093 [등록일] 1999년 09월 19일 01:38 Page : 1 / 10[등록자] 웨어울프 [이 름] 늑대인간 [조 회] 127 건[제 목] [장편/세월의돌] 7-2. 운명이보내는 아침… (22)───────────────────────────────────────『SF & FANTASY (go SF)』 49445번제 목:◁세월의돌▷7-2.운명이보내는 아침…(22)올린이:모래의책(전민희 ) 99/09/15 20:06 읽음:1271 관련자료 없음----------------------------------------------------------------------------- +=+=+=+=+=+=+=+=+=+=+=+=+=+=+=+=세월의 돌(Stone of Days)=+=+=+=+=+=+=+=+=+=+=+=+=+=+=+=+ 7장. 제6월 '인도자(Guardian)'2. 운명이 보내는 아침인사 (22) "저것을 보았기 때문에 한 판 싸워봐도 좋겠구나, 하는 확신을 갖게 되었지. 보아라. 저렇게 좁은 길에서는 병력이 조금 적고 많음이그다지 큰 문제가 되지 못한다. 한 사람이 자기 앞의 사람만 상대해야 하는 바에야 길게 끄는 전투만 아니라면 몇 배, 심하게는 몇십 배의 병력을 맞아서도 충분히 대등하게 싸울 수 있다. 여러 사람이 모두 어깨를 마주대고 일렬로 단단히 모여 서고, 그 앞을 방패로 가린다. 공격은 긴 창으로 하며 바로 뒤에 붙어선 후미열에서 쓰러진 병사를 재빨리 보충하는 것이지. 그런 것을 밀집대형(方陣; phalanx)이라고 한다." 아버지는 말을 잠시 멈췄다가 다시 이었다. "물론, 밀집대형 전투의 승패는 대형의 지속성으로 결정되기 때문에 많은 병력이 관건이다. 그러나 좁은 길이라는 지형적 우수함을 갖춘 경우 며칠이고 적은 병력만으로도 저항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이밀집대형이다. 이 대열로 싸울 경우 첫 승부는 굉장히 빠른 시간 안에 난다. 그러므로 우리는 그 사이에, 치명적인 타격을 가할 수 있는다른 방법을 찾아내어야만 하는 것이다." "……." 나로서는 아버지가 무슨 계획을 세우고 있는지 알 도리가 없었다. 지금으로선 생각해 내려고 하는 것조차 무모했다. 아버지는 내 표정을 보더니 빙긋 웃으셨다. "전술 강의를 조금 할까." 그동안 우리는 계속 걸어서 절벽 사이에까지 도달했다. 아버지는 바람에 잠시 귀를 기울이고 있다가 입을 열었다. "밀집대형이라는 것은, 기병용 전술은 아니다. 네가 방금 들은 대로, 중장갑을 갖춘 보병들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전투에서 쓰이는 전술이지. 또한 일단 진형을 갖추면 별로 움직일 필요가 없으므로 최대한 완벽한 방어구와 무장을 갖추는 것이 보통이다. 이것이 또한 각개전투의 지속 시간을 짧게 만드는 이유 가운데 하나지. 중무장을 갖추고 한동안 싸우고 나면 병사들은 완전히 탈진해 버려서, 패배하여 도망치는 적을 뒤쫓을 힘조차 남지 않는다." 아버지는 약간 웃으셨다. "그렇기 때문에 적들은 다음날이면 전열을 정비해서 또 쳐들어오는거야. 길면 몇십 일씩도 전투가 계속될 수 있지. 물론, 우리는 그럴생각도, 병력도 없기 때문에 다른 계획이 필요하다." "무슨 계획인가요?" 아버지는 빨리 대답하지 않았다. 내가 직접 그걸 생각해 내게 하시려는 거라면, 그만두시는 편이 좋을 텐데. 난 그런 쪽엔 아무 것도아는 게 없단 말이다. 아버지는 한참만에 엉뚱한 쪽으로 입을 여셨다. "밀집대형에서 필요한 장비가 무엇 무엇인지 아느냐?" "예? 음…… 창하고 방패겠지요." 내가 생각해도 너무 조야한 대답이군. 유리카가 옆에서 킥킥 웃었다. "물론 그 두 가지가 기본이지. 갑옷은 필요하지 않겠느냐?" "아…… 예, 그리고 팔꿈치보호대(腕甲; vambrace)나 정강이받이(脛甲; greave)도 있으면 좋고, 창이 부러지면 검도 있어야겠네요. 아, 또 투구도 있어야 되고." 내가 이것 저것 주섬주섬 주워 섬기자 아버지는 빙긋이 웃으시더니다시 말했다. "그래, 그렇지만 우리는 급한 이동을 고려하느라 그런 장비를 다갖추고 오지를 못했다. 그러나 그것보다 더 필요한 장비가 있지." "뭐죠?" 바람이 절벽 사이를 지나갔다. 비는 오지 않았지만 비를 머금은 바람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주위의 공기가 파르스름하다. "군율과 사기, 그리고 거기에서 비롯한 투지가 그것이다." 위이이잉……. 바람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제대로 이해한 것이 맞을까? 어쨌든 아버지가 말한 밀집대형은 서로가 서로를의지하지 않으면 안 되는 진형이고, 그런 가운데 누군가 군율을 어기고 빠져나가거나 싸울 의지를 잃고 있다면 금방 중간에 구멍이 뚫릴것이다. 그렇게 되면 밀집대형의 강력한 보호망은 금방 소용없는 것이 되어 버릴 게 틀림없다. 오른쪽 귀로는 바람 소리, 왼쪽 귀로는 아버지의 목소리. "어떤 군대에게라도 필요할 이런 것들을 왜 내가 굳이 밀집대형에필요한 '장비'라고 불렀는지 알겠느냐? 초기 공격에, 무조건 군대의총력을 투입해야만 하는 것이 바로 이 진형이다. 2차 공격도 없고,추격도 없다. 1열 뒤의 예비열은 앞쪽의 빈틈을 신속하게 메워야 하고, 예비용 창을 공급해야 하며, 부상자를 처리하는 일을 맡는다. 군율과 투지 없이 비워진 1열이 신속하게 메워질 수 있겠느냐? 병사 하나하나가 서로 옆 동료를 의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모두 나서기를 꺼리고 몸을 사린다면, 구멍 하나로도 대열이 무너지는 것은 한순간의일이다. 밀집대형을 써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다른 어떤 장비보다 바로 이 '장비'로 완벽히 무장하지 않으면 안 된다." 나는 이번에는 좀더 확고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구원 기사단의 엄격한 내규에 대해서는 이미 들은 바가 있다. 구원 기사단이라면 충분히 이 모든 것을 해내고도 남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는 내 귀에 아버지가 마지막으로 되풀이하는 말이 들렸다. "응집력, 밀집대형이 결코 잃어서는 안 되는 것이 이것이다." 새로운 세계를 접하는 기분을 느끼며 나는 문득, 유리카를 쳐다보았다. 그녀는 절벽 위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높아……." 그녀는 또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 그녀를 보자 내 목에 걸린 아룬드나얀의 무게가 묵직하게 나를 눌러왔다. 아버지에게도 말하지 말자고 했었지. 보석이 모두 모아지고아룬드나얀의 목적이 달성되기 전에는, 이것의 용도에 대해 아무에게도 발설하지 말자는 것. 무슨 이유가 딱히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알수 없는 어떤 방해가 있을 지도 모르기 때문에 엘프와 드워프를 되살려내는 일에 대한 것은 우리끼리만의 비밀이다. 아버지가 일이 어떻게 되어 가고 있는지에 대해서 물으시면, 뭐라고 대답해야 좋을까. 아버지는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 "유리카 양은 언제부터 함께 여행했지요?" "아아, 반말을 하세요. 제가 불편하네요." 아버지는 웃으시더니 다시 말했다. "그래, 유리카는 언제부터 파비안하고 함께 다녔지?" "아, 이베카 시에서 만났어요." 유리카는 그 한 마디로 그릴라드에서 마주쳤던 일이랑 녹색 호수변의 들판을 걷던 일을 모조리 지워버리고 말았다. 아버지는 미소를짓더니 다시 물었다. "본래부터 여행을 다녔던 건가?" "네, 저는 부모님이 안 계시거든요. 그래서 어려서부터 떠돌아 다녀요." 부모님이 계실 턱이 없지 않은가. 세상에 2백년을 사는 부모란 없으니까. "어디 출신이지?" "크로이츠 영지요. 아시죠?" 마브릴 족이라는 것은…… 모르시겠지. 유리카가 마브릴 족이라는 사실 역시 서로 약속하진 않았지만 말하지 않는 것으로 일종의 묵계가 형성되어 있다. 심지어 우리가 일부러부탁한 것도 아닌데 키반조차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다음 순간 나는 그 자리에 못박혀 버렸다. "저런, 마브릴 족처럼 보이는데 어째서 고향이 거기지?" +=+=+=+=+=+=+=+=+=+=+=+=+=+=+=+=+=+=+=+=+=+=+=+=+=+=+=+=+=+=+=아버지의 멋진 통찰력... ^^;이 아버지라는 인물은 작중 화자인 파비안이 계속 '아버지'라고 부르는 바람에 이름이 제대로 등장하질 못하고 있습니다...;; 저번 인기 투표때에도 이진즈 크리스차넨이란 이름 대신 '어머니' 그리고 이름이 뭐였더라.. 하고 써보내신 분들이 워낙 많아서. ^^;1인칭의 폐해인가... ^^;;Luthien, La Noir. [번 호] 3047 / 3093 [등록일] 1999년 09월 19일 01:38 Page : 1 / 10[등록자] 웨어울프 [이 름] 늑대인간 [조 회] 151 건[제 목] [장편/세월의돌] 7-2. 운명이보내는 아침… (23)───────────────────────────────────────『SF & FANTASY (go SF)』 49446번제 목:◁세월의돌▷7-2.운명이보내는 아침…(23)올린이:모래의책(전민희 ) 99/09/15 20:07 읽음:1418 관련자료 없음----------------------------------------------------------------------------- +=+=+=+=+=+=+=+=+=+=+=+=+=+=+=+=세월의 돌(Stone of Days)=+=+=+=+=+=+=+=+=+=+=+=+=+=+=+=+ 7장. 제6월 '인도자(Guardian)'2. 운명이 보내는 아침인사 (23) 저, 저……. 유리카조차 꽤 당황한 표정이 역력하다. 그녀는 망설이지 않고 즉시 물었다. "어떻게 아셨어요?" 아버지는 유리카의 얼굴을 보기 전에 내 얼굴을 잠시 쳐다본다. 그리고 내 놀란 표정에 싱긋 웃어 보이셨다. "아까, 우리와 함께 가겠다고 말할 때야. 엘라비다 족 아가씨가 말하는 스타일이 아니지, 그건." 아버지는 가볍게 헛기침을 하더니 다시 덧붙였다. "그리고, 마브릴 족에 주로 빼어나게 예쁜 아가씨가 많다지." 나는 아예 입을 반쯤 벌렸다. 아버지가 저런 말도 할 줄 아셨다니! 유리카는 침착을 되찾고 웃었다. 그녀는 머리카락을 뒤로 넘기더니말했다. "반년을 함께 다녀도 감히 짐작조차 못하는 아드님보다, 아버님이훨씬 멋지세요." 유리카가 먼저 그렇게 말해버리자 나는 창졸간에 바보가 되고 말았다. 아버지는 핫핫, 하고 웃음을 터뜨렸고, 유리카도 소리내어 웃었다. 한참 웃다가 아버지는 나를 돌아보며 말했다. "어쩐지 과분한 여자친구를 얻은 것 같구나." 그러고 나서 내 당황해하는 얼굴을 보며 또다시 웃으셨다. 아버지가 저렇게 자주 웃는 것은 처음 본다. 부하들 앞에서는 그 엄격한 얼굴에 가벼운 미소조차 잘 짓지 않던 아버지인데. 문득 떠오르는 하르얀, 너는 아버지와 함께 살아서 행복했었겠구나. 물론, 나도 어머니와 살아서 행복했었지만……. "그만 돌아가자." 우리는 길 앞을 돌아서 진을 치고 있는 골짜기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아버지는 걸으면서 말씀하셨다. "이따가 작전 회의때 와서 참여하도록 해라. 거기서 아버지가 이번작전을 짜는 것을 잘 보도록 해라. 밀집대형 만큼이나 지금 우리에게필요한 또 하나의 전략이 있는데, 네가 배울 만한 것이라는 생각이드는구나." 아버지는 유리카를 돌아보며 다시 말했다. "유리카도 오너라. 그리고, 네 일행인 그리반센 씨도 참석하시면좋겠다고 전해 드려라." "예." 처음 만났을 때 간단히 소개를 하긴 했지만, 아버지는 엘다렌을 잊지 않고 있었다. 곧 골짜기 입구에 도착했다. 우리는 거기에서 아버지와 헤어졌다. 계곡에는 천막이 딱 두 개 쳐져 있었다. 하나는 아버지와 기사단중심 인물들을 위한 작전 천막이었고, 하나는 태자 전하가 쉴 곳이다. 나르디는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우리가 그를 찾을 수 있는 입장도 아니었다. 나는 주아니를 떠올렸다. 주아니는 하루 동안 말 위에서 지나치게 흔들렸던 일 때문에 기진맥진한 나머지 조금 아프다. 나는 주아니를 내 배낭 안쪽에 수건으로 싸서 눕혀 놓았다. 배낭은천막 안쪽 구석에 두었으니 아무도 건드리진 않았을 거다. 엘다렌은 아직 돌아오지 않고 있었다. 나무를 꽤 여러 그루 베어야하나 보다. "저, 유리카, 우리 아버지 어떠시든?" 좀 망설여지는 질문이긴 했지만 일단 했다. 우리는 근처에 있는 넓직한 돌 위에 걸터앉아 있었다. "음……." 유리카는 빨리 대답하지 않았다. 무슨 생각을 하는 거지? 그녀는 고개를 들더니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좀 개었네." 오늘 밤에 비가 올 것 같진 않군. 그런데 유리카의 태도는 뭔가 말하기를 망설이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이다. 나는 그냥 기다릴까 하다가 이상한 기분이 들어 재차 물었다. "왜, 무슨 문제라도 있어? 아버지가……." 그녀는 내 말을 듣더니 갑자기 망설이기를 중지했다. 그리고 나를향해 고개를 돌리더니 환하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아아, 좋은 분 같아 보였어. 내가 고아라거나 마브릴 족이라거나해도 네 옆에 있어선 안된다고 생각하시지 않잖아? 사고가 트인 분이고, 멋진 분이야. 이스나미르로 돌아가는 일도 그 분 옆에 있으면 걱정할 필요가 없을 것 같아." "……." 그녀가 칭찬을 하니 기분이 좋긴 하다. 그런데 뭐랄까, 그녀가 하려던 말을 감추어 버린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뭐지? 무엇 때문이지? 내 착각인가? "아, 저기 켈덱 씨네." 그녀는 일어나더니 목소리를 높여 불렀다. "켈덱 씨, 잠깐만요!" 우리가 직접 용건을 갖고 그를 부르자 켈덱이라는 이름의 그 기사는 꽤나 놀라서 돌아보았다. 우리가 자기를 부르는 이유를 전혀 짐작하지 못하겠다는 얼굴이다. 그는 뚜벅뚜벅 걸어와 우리 옆에 섰다. "무슨 일이십니까?" "태자 전하는 어디 계신가요?" 나는 깨달은 점이 있었다. 그녀가 나르디를 그냥 이름으로 부르겠다고 말하긴 했어도, 예의를 지켜 줘야 하는 곳에서는 알아서 저렇게부르고 있구나. 그렇다면 이거, 타협할 부분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닌데. "전하의 막사 안에 계십니다만, 작전 회의가 있을 때까지 아무도들이지 말라는 분부셨습니다." "흐음, 그래도 우리가 간다면 들여보내 줄걸요?" 그녀는 그 말로 켈덱을 다시 한 번 놀라게 해버린 다음, 나를 돌아보며 말했다. "우리, 가보자." "아……." 그녀는 다짜고짜로 내 손을 잡아 일으키더니 켈덱에게 장난스럽게꾸벅 인사하고는 나를 거의 끌다시피 해서 그의 앞을 지나갔다. 켈덱은 아예 입을 딱 벌린 채 우리가 지나가는 것을 쳐다보고 있었다. 우리는 천막 앞으로 다가갔다. "태자 전하께서 아무도 들이지 말라는……." 천막을 지키고 선 기사의 말은 들은체 만체 하고 유리카는 기운차게 큰 소리로 외쳤다. "태자 전하! 좀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지키고 있던 기사가 약간 신경질적인 목소리로 그녀를 가로막으려했다. "태자 전하께서는 피로하시어……." 그러나, 기사의 말문을 그대로 막아버리는 목소리가 안에서 들려왔다. +=+=+=+=+=+=+=+=+=+=+=+=+=+=+=+=+=+=+=+=+=+=+=+=+=+=+=+=+=+=+=나르디도 꽤 새로운 성격들이 많이 드러난 셈이죠? 조금 있으면 점점 더 새로운 면모들을 보여 줄 겁니다. 그게 지지를 받을지, 기존의 지지세력(?)을 떨어져 나가게 할 지는잘 모르겠지만요.... 저 개인적으로는 꽤 만족하고 있습니다. 300회 기념 투표 & 감상문 보내주세요! 아, 그리고 300회는 내일(별 일이 없다면 아마도..)입니다. Luthien, La Noir. [번 호] 3068 / 3093 [등록일] 1999년 09월 20일 01:01 Page : 1 / 11[등록자] 웨어울프 [이 름] 늑대인간 [조 회] 119 건[제 목] [장편/세월의돌] 7-2. 운명이보내는 아침… (24)───────────────────────────────────────『SF & FANTASY (go SF)』 49596번제 목:◁세월의돌▷7-2.운명이보내는 아침…(24)올린이:모래의책(전민희 ) 99/09/16 20:55 읽음:1314 관련자료 없음----------------------------------------------------------------------------- +=+=+=+=+=+=+=+=+=+=+=+=+=+=+=+=세월의 돌(Stone of Days)=+=+=+=+=+=+=+=+=+=+=+=+=+=+=+=+ 7장. 제6월 '인도자(Guardian)'2. 운명이 보내는 아침인사 (24) "아아, 유리카? 어서 들어와." "……." 유리카는 여유있게 기사를 향해 눈을 찡긋해 보이더니 내 손을 잡아끌며 휘장을 걷고 안으로 들어갔다. 이것 참, 이거야 정말. "파비안!" 나르디는 천막 안쪽의 침구 위에 앉아 있다가 나를 보더니 반색하며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의 얼굴에 너무나 솔직하게 반가워하는 기색이 가득해서 나는 어떻게 대꾸해야 좋을지 몰랐다. "어서, 이리로 앉아." 천막 안은 살펴보니 나르디가 앉아 있는 침구가 마련된 자리에서좀 떨어진 곳에 방문자들이 앉는 듯한 두터운 자리가 입구 쪽으로 깔려 있었다. 그러나 나르디는 그런 데 개의치 않고 우리를 자기가 앉은 안쪽 자리로 들어오게 했다. 나르디는 우리가 앉기를 기다려 입을 열었다. "이렇게 와줄 줄은 몰랐네. 그거 아는가? 내가 오히려 자네들 얼굴을 보기가 더 불편하게 되었다는 것 말이야." "……." 대답을 않고 있는 나와는 달리, 유리카는 활기있게 대꾸했다. "뭘, 다른 높으신 분들 앞에서는 곤란하지 않게 깍듯이 태자 전하라고 불러줄 거라고. 하긴 왕궁의 대신들이라도 계신 자리에서 맘대로 이름 불렀다간 내 목이 남아나지가 않겠지만…… 난 아무렇지도않아. 게다가 네가 왕자라는 것, 이미 짐작하고 있었다고." 나르디는 잠시 유리카를 바라보았다. 미안함과 고마움이 동시에 섞인 눈빛이었다. 그리고 나르디는 내 쪽으로 눈을 돌렸다. 우리는 한참이나 그렇게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었다. 구석구석까지 외울 정도로…… 서로 입을 떼기를 기다리고 있는 거였을까. 몇번이고 움직일 듯 하다가 마는 입술. "파비안, 기억하는지 모르겠는데……." 그가 나하고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까? "하라시바에 연중무휴 여관이라고 있었지. 거기서 내가 신분을 밝히기 어려워하는 걸 보고, 괜찮으니 나중에 말해 줄 생각만 있으면,아니 지금도 그런 생각이 있다고 내가 믿기만 하면 괜찮다고 했었지." 그래…… 나와 같은 생각. 나르디는 잠시 말을 멈추고 내 눈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녀석의 머리카락은 이제 흠없는 금빛으로 돌아와 있다. 이제 더 이상은 엉뚱한색깔로 물들일 필요가 없겠지. 그 머리가 훨씬 어울려. 너다워. "나…… 자네한테 정말 미안해하고 있네, 진심으로, 정말로 그렇네. 유리카는 짐작했었다고 하지만 자넨 짐작 못했던 것이 분명한 듯하니까…… 아니, 짐작을 하고 안하고의 문제가 아니라 이렇듯 너무크고 복잡한 현실로 자네를 끌여들여 버린 것이 미안하네. 자네가 나를 믿고 용인해주려 했던 한계를 내가 벗어나 버린 것이 마음아프고,이런 것이 아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생각하네. 나…… 무엇을 지불해서라도 이 사태를 돌이키고 싶어." 말을 끝내며 나르디는 눈을 약간 빠르게 깜빡거렸다. 그 이유를 내가 모르진 않는다…… 나도 똑같이 복잡한 심정… 이니까. 유리카는 잠자코 우리 둘을 지켜보기만 하고 있었다. 내 입에서 한참만에야 말이 나왔다. "왜…… 왕궁을 나왔던 거야?" 내 반말을 듣고 나르디의 얼굴이 약간 펴졌다. 나는 문득 이상한의문에 빠졌다. 참, 이상한 녀석이다. 왜 녀석은 왕자씩이나 되어서저렇게 반말을 듣고 싶어할까? 내가 만났던 귀족들은 보통 세상 사람들이 다 자기를 우러러보길 바라지, 대등한 친구가 되길 바라지는 않던데……. "말하자면 좀 복잡해." 그는 웃었다. 나는 녀석의 웃음을 참 좋아했었다. 처음 만났을 때와 같은 순순하고 사심없는 미소. 어쩌면 얼굴은 그 사람의 인격을대변하지. 그의 성격은, 어쩌면…… 내가 그 미소에서 느꼈던 그대로였는데. "가장 직접적인 계기를 대자면 어머님께서 돌아가셨던 데 있겠지만, 사실 그게 전부는 아니네. 난…… 아주 어려서부터, 본래부터,늘 밖으로 나가고 싶어했다네." 나는 나르디의 눈동자를 바라보고 있다. 잠깐 그 눈이 먼 곳을 바라보는 듯했다. 그는 다시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너도 알다시피 왕가에 자식이라고는 나 하나뿐이었기 때문에, 그리고 14살에 락샤미야 의식을 마쳤기 때문에 나는 점차로 각종 의례절차와 의무들에 얽혀들어서 도저히 빠져나갈 수 없게 되어가고 있었지. 네가 알고 있는지 모르겠는데, 락샤미야 의식을 마치면 저절로곧장 태자 책봉을 받게 되어 있다네. 시간을 늦추고 할 필요가 없는거지. 락샤미야 나무는 내가 왕이 되고, 재위 기간에 필요한 충분한수명을 누리리라는 것까지 예언해버리니까. 아…… 예외도 있다고는하지만, 그건 자주 있는 일도 아니고, 아주 특별한 변고가 있어야 되는 일이니까. 하여튼 그래, 내가 해야 할 일, 배워야 할 일은 정말많더라고." 이스나미르의 왕위 계승을 위해 우리 나라가 생기던 때부터 행해져온 락샤미야 의식에 대해 나는 어렴풋하게밖에 몰랐다. 그러니까……왕위 계승권자가 자격이 있는가를 알아보는 시험이라고 했던가? 무슨숲인가에 들어가서 그 곳에서도 하나밖에 없다는 꽃나무, 락샤미야가지를 꺾어오는 것이라고 했는데, 그게 그렇게나 정확한 효험이 있는 거였어? 나르디는 씁쓸하게 웃었다. 뭔가 즐겁지 않은 기억이 떠오른 듯했다. "내가, 잠시 밖으로 나간다 해도 왕위를 계승해야 한다는 것은 변하지 않아. 나도 그것을 알고 있고, 실제로 그러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네. 내 의무, 아무리 벗어나고 싶다 해도 지켜야 하는 것은 지켜야하는 것이니까. 그렇지만 그 전에 세상을 좀 보고 싶었어. 왕이 되고나면 결코 할 수 없을 것들, 그래서 궤변을 늘어놓으며 고집을 부렸었네. 그 희망이 이루어진 것이 병약하시던 어머님께서 돌아가시고지금의 왕비 전하께서 들어오신 덕택이라면, 좀 아이러니한 셈인가?" 어머니가 돌아가신 것이…… 희망을 이루는 계기가 되었다라……. 나는 문득, 여행을 해보고 싶다던 내 소망 역시, 어머니가 돌아가신 다음이었다는 것을 깨닫고 놀랐다. 분명, 나도 세상을 돌아다니며여관에서 잠드는 생활을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었는데……. 유리카가 갑자기 물었다. "무슨 궤변이었니?" "아아, 그것?" 나르디는 피식 웃었다. "내가 나가겠다고 하니 다들 위험하다, 무슨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 사고라도 생겼다가는 나라가 흔들리는 일인데 그렇게 하겠느냐며난리도 아니었다네. 뭐, 늘어놓을 궤변이라야 하나밖에 없었지 않겠나? 락샤미야 의식 말야, 그게 수명까지 이야기한단 말 했지? 내가분명 락샤미야의 축복을 받았는데, 왕이 되기 전에 죽을 리 없다고이야기했지." "푸하!" 나와 유리카는 동시에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덕택에 굳어 있던분위기가 한결 풀어졌다. 나르디가 어떤 식으로 우겼는지 모르겠지만왕가의 신성한 의식인 락샤미야가 거짓말이라고 말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맘대로 하라고 할 수도 없고 아마 진퇴양난에 빠졌을 성싶었다. 나르디는 아이들 같은 미소를 띤 채 말을 이었다. "마침, 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어쨌던 어머님인 전 왕비 전하께서 그 무렵 세상을 버리셨다네. 나를 붙잡던 가장 큰 이유 중 하나이던 '편찮으신 어머님'이라는 명제가 사라지고 만 거지. 그리고 새로이 들어오신 왕비 전하께선 매우 젊으셨고, 아버님이신 국왕 폐하와처음부터 사이가 좋기란 어려웠지. 나는 오히려 빠져주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어. 국민들에게는 태자가 왕도를 공부하고 검술 수련을하기 위해 스승과 은거하고 있다고 발표하도록 이야기가 되었어. 그게 벌써 3년 전 일이야." 내가 '폐하'라는 말을 들으면서 나르디가 엘다렌에게 장난삼아 폐하 어쩌고 하던 때를 떠올리고 있는데, 유리카가 갑자기 진지하게 눈을 뜨더니 말했다. "나르디, 너 대단하구나." "응?" +=+=+=+=+=+=+=+=+=+=+=+=+=+=+=+=+=+=+=+=+=+=+=+=+=+=+=+=+=+=+=길에서 '주아내 교회'를 보시고 '헉, 주아니 교회??'하고 놀라셨다는 분의 메일을 보며 한참이나 웃었어요. 그러고 보면 서울에서도 어디선가 그 비슷한 이름의 교회를 본 것 같은데, 그건 주은애 교회였던가...? 캐릭터 투표에 의외의 인물들이 꽤나 부상하고 있습니다(혹시 시상기준의 영향이..^^;). 이번엔 5위까지니까, 역시 인물이 다양해지는군요. 그리고, 드디어 감상글 보내주시는 분이 몇 분 계시군요! 짧더라도재미있게 읽고 있습니다. Luthien, La Noir. [번 호] 3069 / 3093 [등록일] 1999년 09월 20일 01:02 Page : 1 / 10[등록자] 웨어울프 [이 름] 늑대인간 [조 회] 111 건[제 목] [장편/세월의돌] 7-2. 운명이보내는 아침… (25) -300회───────────────────────────────────────『SF & FANTASY (go SF)』 49597번제 목:◁세월의돌▷7-2.운명이보내는 아침…(25) -300회올린이:모래의책(전민희 ) 99/09/16 20:55 읽음:1340 관련자료 없음----------------------------------------------------------------------------- +=+=+=+=+=+=+=+=+=+=+=+=+=+=+=+=세월의 돌(Stone of Days)=+=+=+=+=+=+=+=+=+=+=+=+=+=+=+=+ 7장. 제6월 '인도자(Guardian)'2. 운명이 보내는 아침인사 (25) -300! 나와 나르디가 동시에 그녀에게 눈길을 돌렸다. "너, 그러다가 새 왕비 전하께서 자식이라도 하나 낳게 되면 어떻게 하려고 그랬어? 아무리 략샤미야 의식을 거쳤다고는 하지만, 세상에서 왕권을 놓고는 무슨 일이라도 가리지 않는 법이라는 거, 왕궁에서 자란 네가 더 잘 알거 아냐?" "아아." 나르디는 싱긋 웃으며 고개를 숙였다. 우리는 대답을 기다렸다. 아마도 왕비 전하는 그럴 분이 아니라거나, 또는 락샤미야 의식은 신성하기 때문에 아무나 거스를 수 없다거나……. "뭐, 그런 위험이 전혀 없지는 않았네." …… 그래서 우리는 뜻밖의 대답에 놀라버리고 말았다. "그런데도, 그냥 나왔어?" "뭐, 어떤가." 나르디는 양손을 들어 보였다. 그 얼굴은 남의 일을 이야기하듯 평온했고, 사심없이 맑게 개어 있었다. "새로 태어나는 아이가 훌륭한 왕가의 재목이라면, 그가 왕이 되는것도 그다지 나쁘지 않지 않겠는가?" "……." "……." 우리는 둘 다 말문이 막혀 버렸다. 뭐라고 말해야 좋을지 모르겠다. 왕위가 그렇게 하찮은 것인가? 남에게 주어도 별로 아깝지 않은 그런 것인가? 그것 하나를 위해 형제도 죽이고, 부모도 죽이며, 친구도 버리고, 수많은 인명이 몰살당하는 것도 개의치 않는, 그런 것이 아니었나? 그저 전해오는 이야기에만 그랬던 것은 아닐테지? "나르디, 그건 틀려." 유리카가 한참만에 입을 열어 말했다. "어쨌든 새로운 왕위 계승권을 주장하려는 사람들이 있으면, 네가여전히 왕이 되기를 바라는 사람들이 또한 분명 있을 거야. 그렇게된다면 두 파가 서로 경쟁하고, 미워하게 되겠지. 그리고 결국은 피를 흘려서야만 그것은 결론을 얻게 될 거야. 넌 네 태도를 그렇게 애매하게 둘 수 있는 입장이 아니야. 어느 하나를 결정하지 않으면 안되지. 넌 현재의 태자 전하, 그 위치가 요구하는 행동들을 하지 않으면 안돼. 네 기분이 어떻든, 왕위란 수많은 생명을 책임지는 자리야. 네 말 한 마디, 행동 하나로 수십, 수백의 목숨이 왔다갔다 할 수 있어." "…… 알고 있어. 그래서 더욱 그 자리가 즐겁지 않은 거야." "아냐." 나는 무언가 모를 확신에 이끌려 입을 열었다. "나르디, 난 네가 상황이 요구하기만 한다면, 얼마든지 그 모든 일들을 해낼 수 있다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아. 넌 필요하다면 충분히냉정하고 침착하게 모든 일을 판단할 수도 있고…… 잔인해질 수도있어. 적어도 지금까지 보아온 너는 그래." 나르디의 놀란 듯한 눈동자가 나를 향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다시불렀다는 데 놀란 것일 수도 있고, 내 말의 내용을 인정할 수 없었기때문일 수도 있다. 그러나 내가 도로 거둘 말은 없었다. 나는 확신을가지고 그의 눈을 똑바로 보았다. "……." 셋 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내가 한 말을 곱씹어보고 있었다. 그래, 그게 본성이든 아니든, 너는 충분히 그렇게 할 수 있어. 보통의 귀족에 비하면 아주 겸손하고, 솔직하며, 소탈하고, 진실한사람이라 하더라도, 그가 왕이 될 사람인 이상, 그리고 내가 본 그가바로 너인 이상 너는 충분히 그렇게 할 수 있어. 이윽고, 그의 입에서 대답이 흘러나왔다. "어쩌면, 그럴 지도 모르지……." 그래, 그게 바로 네가 지을 수 있는 또 하나의 표정이야. "어서 오너라." 천막 안에는 모두 동등하게 바닥에 앉은 네 명의 기사들, 즉 아버지, 키반 노르보르트, 츠칠헨 야스딩거, 루시아니 보나르체가 둘씩마주보고 자리잡았다. 정면의 상석에는 나르디엔 루아 듀플리시아드,그리고 보고를 위해 들어온 딘데일런과 마브나이저가 반대쪽 입구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있었다. 간단한 소개와 더불어 나는 그 모두에게 인사를 했다. "이쪽으로 앉으십시오." 나이를 고려해서인지, 아니면 키반의 보고를 들었음인지 아버지는엘다렌을 향해 손을 내밀며 안쪽 자리에 앉을 것을 권했다. 나와 유리카는 딘데일런의 옆에 앉았다. 그래서 천막 가운데를 놓고 빙 둘러앉은 모양새가 형성되었다. 그 가운데에는 지도가 놓여 있었다. 물론, 지도라고는 해도 정말 정식으로 그려진 지도는 한쪽에 따로접혀져 놓여 있었고, 지금 가운데 놓인 것은 누구의 솜씨인지 꽤나조야하게 이 부근의 지형을 그려놓은 흰 종이였다. 몇 개의 선과 방위, 위치를 표시한 십자 표시들을 제하면 그건 그야말로 단순한 흰종이였다. "전하." 아버지가 나르디를 바라본다. 나르디의 얼굴은 어쩌면 아까 마지막에 보았던 표정과도 닮아 있다. 그는 조용히 말했다. "회의를 시작합시다." 형식적으로 중심에 나르디를 앉혀 놓긴 했지만, 회의를 주재하는인물은 역시 아버지였다. 아버지는 태자 전하 앞이라 망토를 벗어 놓았고 브레스트 아머 안쪽에 흑청색 상의만을 걸치고 있다. 가벼운 복장 안으로 탄탄한 근육이 드러나보인다. 아버지는 나이가 들었음에도불구하고 천막 안에 있는 어떤 사람보다도 더욱 강력한 전사였다. 전투 상황인지라 검은 떼어 놓지 않고 있었다. 폭이 좁은 그러나얇고 긴 검. 내 검도 역시 내 등에 매달려 있었다. "딘데일런, 태자 전하께 상황을 보고하라." "예!" 딘데일런은 아버지를 한 번 쳐다본 뒤 나르디에게로 시선을 향했다. 그러나 형식적으로 그러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었다. "길 양쪽으로 통하는 소로는 각각 통나무 일곱 개와 여덟 개로 단단히 막았습니다. 결코 말을 타고는 지나갈 수 없을 겁니다. 이건 거의 전적으로…… 엘다렌 님의 공입니다." 그러면서 딘데일런은 엘다렌에게로 잠깐 눈길을 보냈다. 그는 진심으로 감탄하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300회입니다. 아, 거듭 말씀드리지만 지도는 없습니다. 제 방 컴퓨터 옆의 클립보드에 걸린 걸레 같은 종이조각이 전부입니다... ^^;그리고 '저는 파비안입니다'라는 제목의 메일... 깜짝 놀랐습니다. 무슨 이야기신가 했더니 이벤트 참여하신다는 이야기셨군요. ^^;그리고 질문 메일 보내주신 evileyes 님께-저는 글을 당연히(..?) 한글 프로그램을 씁니다. 제가 지금 쓰고있는 것은 한글97이죠. 여기서 쓴 다음 텍스트 파일로 바꾸어서 올립니다. 이런 거 답변하기는 처음이군요. ^^; 아마 텍스트 편집기로 좋은 것이 있는가 궁금하셨던 것 같은데... 그리고 저도 글 올리기 전엔 반응이 좋을지 어떨지 전혀 몰랐었지요.... 정말, 아직도 연재 시작하자마자 메일과 쪽지 보내주셨던 분들은 결코 잊어버려지지가 않는답니다. Luthien, La Noir. [번 호] 3070 / 3093 [등록일] 1999년 09월 20일 01:03 Page : 1 / 4[등록자] 웨어울프 [이 름] 늑대인간 [조 회] 110 건[제 목] [장편/세월의돌] 300회입니다───────────────────────────────────────『SF & FANTASY (go SF)』 49598번제 목:◁세월의돌▷ 300회입니다올린이:모래의책(전민희 ) 99/09/16 20:55 읽음:1015 관련자료 없음----------------------------------------------------------------------------- 300회가 되었네요... 이런 글을 세 번이나 쓰게 되다니.... 신기, 신기한 일이군요.. 바로 앞의 300회 글 말미에 썼던 잡담을 마치 이어서 쓰는 듯한 기분이지만, 오늘 유난히 연재 초기에 메일이나 메모 등 주셨던 분들이떠오르네요. 가서 개인보관함을 뒤져 보았더랬습니다. 신선하고 기대되는 느낌이라며 주인공 파비안에게 파이팅을 외쳐주셨던, 연재 첫날 첫 메일의 까망케익 님-재미있으니 끝까지 연재하시길 빈다며 또한 연재 첫날 메모 주셨던나가돌이 님-지금은 아는 사이가 된, 격려메모 주셨던 kittyrei 님-인명과 지명이 마음에 든다고 메일 주셨던 melongst 님-그리고 kaistern, 꼬마호빗 등 제 통신친구들- ^^또한 chatmate, 우범지대, 요정의숲 님들.... 모두 연재 약 일주일안에 제게 메일이나 쪽지로 격려해 주셨던 분들이네요.. 300회가 된 오늘, 이런 것을 다시 떠올려보기란 묘한 기분이군요.. 그리고 새삼 고맙기도 하고.. ^^또, sf 게시판에 가장 먼저 올라왔던 추천은 희사랑 님의 추천, 다른 글과 함께 추천하셨었죠. 4월 11일자니까, 바로 연재 시작한 날이었네요. 단독 추천으로 제일 먼저 올라왔던 건 4월 15일자 skon 님의 추천,연재 시작하고 4일째였습니다... 또 같은 날 앨리어트 님과 stasis님의 추천도 있었고요. 다시 한 번 떠올려보며 모두모두 감사합니다. 또한 200회때도 썼듯, 그동안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한테도 감사드립니다. 게시판에서 불미스런 일이 생겨도, 변함없이 사랑해주시는 여러분들 덕택에 여기까지 왔네요. 쉬는 동안에도 격려해 주셨던 모든 분들, 그리고 다른 곳으로 퍼가시는 분들과 각 통신망에서 격려해주시고 읽어 주시는 모든 분들께 몇 번이고 해도 모자라지 않을 감사를드립니다. 계속 이어집니다... 301회, 그리고.. 어디까지일지 모르겠지만, 끝까지 가볼 생각입니다. 이번엔 저번에 푹 쉬었으니까 쉰다는 말씀 같은 것은 안 드리지요. 내일 다시 301회와 함께 찾아뵙겠습니다. ^^참, 300회가 지나도 독자 투표와 감상 모집 이벤트는 계속 진행중입니다! 많이들 보내 주시길. ^^ 마감이 9월 30일인 것 아시죠? 여러분 모두에게,좋은 글과 좋은 가을이 찾아들기를.... Sincerely Yours,Luthien, La Noir. ps. 이 글을 쓰며 저번 200회 기념글을 보니 yours에서 s가 빠졌었더군요... 바보가 되었나 봅니다.. ^^; [번 호] 3071 / 3093 [등록일] 1999년 09월 20일 01:03 Page : 1 / 12[등록자] 웨어울프 [이 름] 늑대인간 [조 회] 122 건[제 목] [장편/세월의돌] 7-2. 운명이보내는 아침… (26)───────────────────────────────────────『SF & FANTASY (go SF)』 49743번제 목:◁세월의돌▷7-2.운명이보내는 아침…(26)올린이:모래의책(전민희 ) 99/09/17 21:32 읽음:1213 관련자료 없음----------------------------------------------------------------------------- +=+=+=+=+=+=+=+=+=+=+=+=+=+=+=+=세월의 돌(Stone of Days)=+=+=+=+=+=+=+=+=+=+=+=+=+=+=+=+ 7장. 제6월 '인도자(Guardian)'2. 운명이 보내는 아침인사 (26) "감사하오." 아버지는 엘다렌을 향해 가볍게 고개를 숙여 보였다. 나르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내 생각으로도 어쩐지 나르디가 이런 일로 엘다렌에게 감사한다는 것은 어울리지 않을 듯했다. 둘은 어쨌든간, 친구로서 꽤 오랜 시간을 함께 여행했지 않은가. 나도 천막을 들어오기 전에 엘다렌이 도끼를 들고 도끼질 단 두 번씩으로 큼직한 나무들을 단숨에 원하는 방향으로 베어 넘겼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엘다렌에게 그까짓 일쯤이야 애들 장난이었겠지. 이번엔 마브나이저가 나섰다. "캘트롭 스무 주머니를 뿌렸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능숙한 기수라면 잘 피해서 전진할 수도 있도록 배치했습니다. 명령하신 대로 약 2백 큐빗입니다." 아버지는 고개를 끄덕였고, 나르디도 형식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말하자면, 나르디는 회의에 협조하고 있었다. "그럼, 츠칠헨." 아버지는 마주보고 앉은 츠칠헨에게로 눈을 돌렸다. 츠칠헨은 일어서더니 나르디 쪽으로 무릎을 꿇었다. "보고드립니다. 절벽 위에서 적병의 위치를 살펴본 결과……." 츠칠헨은 이 천막 안의 다른 사람에 비해 꽤 젊어 보였다. 아, 물론 나나 나르디, 유리카를 두고 하는 말은 아니고, 아버지나 키반,루시아니 등에 비해 약 20대 후반에서 아무리 높게 잡아야 30대 초반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단 이야기다. 루시아니는 여기사였는데, 나이는약 30대 후반 정도, 뒤로 묶은 긴 갈색 머리에도 불구하고 매우 노련하고 강인한 모습이었다. 그 나이의 아주머니들한테서 흔히 볼 수 있는 인상은 전혀 찾아볼 수가 없었다. "…… 2만 큐빗 이내까지 진격해 있습니다. 바위 언덕 아래에 진을치고 일단 척후들을 내보내고 있는 듯합니다. 사로잡은 척후가 하나있었습니다." 츠칠헨은 거기까지 말한 뒤 마브나이저에게 눈짓을 했다. 그러자그는 일어서 천막 밖으로 나가더니, 잠시 후 밧줄로 온 몸이 묶인 한사람의 병사를 다른 기사와 함께 끌고 들어왔다. 그는 두 기사에 의해 정면 입구 앞에 사납게 무릎이 꿇려졌다. 두기사는 그를 사이에 두고 나란히 섰다. 키가 큰 기사들 때문에 천장이 낮아보이는 느낌이었다. "……." 꽤 젊어 보이는, 나보다 조금 나이가 더 들었을까 싶은 군인으로선아직 어린 기사다. 그는 마브릴 특유의 은발을 가지고 있었다. 아버지는 나르디를 바라보며 말했다. "전하의 이름으로 심문을 거행하겠습니다." "……." 나르디는 고개를 또다시 끄덕였다. 나는 나르디가 조금씩 안되어보이기 시작했다. "이름과 소속을 밝혀라." 그런데, 붙잡힌 세르무즈 병사는 꽤 오기가 있는 자였다. "자신이 먼저 밝히고 남에게 묻는 것이 예의 아냐?" 덕택에 그는 마브나이저와 또 한 기사에게 난폭하게 걷어차였다. 아버지는 얼굴색 하나 바꾸지 않고 다시 말했다. "나는 아르킨 나르시냐크, 님-나르시냐크 구원 기사단의 단장이다. 그리고 네 앞에 계신 분은 고귀하신 이스나미르의 태자 전하이시다." "……." 마브릴 병사는 아버지의 이름을 듣자 흠칫 긴장하는 인상이었다. 그러더니 갑자기 부르짖었다. "마르하드노 시즈카!" 저 이름을 나는 들어서 알고 있다. 그들이 아버지를 부르는 별명이라고 했던가. 아티유 선장이 그 말을 했었지. '검푸른 광풍', 롱봐르만에서 만났던 두려운 바람, 광폭한 시즈카가 문득 내 머릿속에 떠올라왔다. 아버지는 그 말에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잠시 가만히 있더니아버지는 다시 말했다. "이제 네 예의를 갖춰라." "나는…… 벨리앙 오르티스, 세르무즈 국왕군 '검은 칼' 부대 휘하기병대에 속한 흰 꽃잎의 기사다." 나는 무슨 소리인지 몰랐다. 흰 꽃잎의 기사라니…… 그러나 이 자리에서 내게 그걸 설명해 줄 수 있는 입장에 있는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아마 무슨 계급을 나타내는 말이리라고 혼자 짐작하는 수밖에없었다. 아버지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다시 물었다. "병졸은 아니군. 그렇다면 2만 큐빗 밖에 진을 치고 있는 세르무즈군의 규모는 얼마나 되나?" 벨리앙은 뭔가 생각하는 듯 잠시 눈을 천막 위로 굴렸다. 그러더니대답했다. "7백." 갑자기 츠칠헨이 외쳤다. "거짓말 마라! 너희들은 급한 추격 때문에 기병대밖에 이끌고 오지못했어! 보병이 우리의 속도를 따라올 수 있을리 만무하지 않은가! 이미 내가 살펴본 바에 의하면……." 아버지가 고개를 츠칠헨 쪽으로 홱 돌렸다. 그는 아버지의 시선을느끼는 순간 그 자리에서 움찔하더니 단번에 바닥에 부복하면서 외쳤다. "죄송합니다!" "……." 아버지는 대꾸하지 않았지만, 시선을 다시 벨리앙에게로 돌렸다. "총대장은?" 이번에는 벨리앙이 상당히 자신만만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힘이실린 목소리로 내뱉듯 말했다. "볼제크 마이프허, 마브릴의 빛나는 검." "……!" 약간의 놀라움이 천막 안에 번졌다. 벨리앙을 잡고 있던 두 기사조차 흠칫 하며 고개를 아버지에게로 돌렸다. 아버지는 여전히 눈썹에미동조차 없다. 그러나 정작 가장 놀란 것은 나였다. 마브릴 족의 최강 전사라는, 아니, 그 엽기 괴물 말이야? 벨리앙은 자기가 던진 파문에 만족해하며 천막 안의 사람들을 하나하나 바라보았다. 그의 눈동자가 내게, 그리고 유리카에게로 향했을때였다. "……?" 그의 눈동자의 의문의 빛이 떠올랐다. 작전 회의 천막에 웬 젊은아가씨인가 해서 그러는 건가? 유리카는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의 얼굴에도 영문을안다는 기색은 없었다. 그저 자기에게 좀더 시선이 오래 머무르는 그의 얼굴을 평온하게 바라보았을 뿐이다. 그러나, 갑자기 의외의 말소리가 들렸다. "아니겠지." "……!?" 아버지의 목소리였다. 아버지는 아까와는 달리 약간 몸을 앞으로기울이며 벨리앙을 똑바로 노려보고 있었다. 그 눈빛에 위압감을 느낀 벨리앙은 약간 몸을 뒤로 틀었다. 물론 밧줄에 꽁꽁 묶인 터라 더많이 움직일 수는 없었다. "사실을 말해라." 마브릴의 빛나는 검이 오는 게 사실이 아니라고? 그렇다면 그거야말로 정말 다행이겠고. 내가 마음속으로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는데 다시 나를 놀라게 하는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렸다. "마이프허 경이 오긴 오겠지. 하지만 총대장은 그가 아냐." +=+=+=+=+=+=+=+=+=+=+=+=+=+=+=+=+=+=+=+=+=+=+=+=+=+=+=+=+=+=+=300회 축하 메일, 메모 보내주신 분들, 게시판에 축하글 써주신 분들 모두에게 감사드립니다. 그런데... 이 좋은 기분에 찬물을 끼얹는 메일을 한 통 받았군요. 천리안은... 제가 거의 가볼 수가 없는 곳인데, 천리안의 한 독자분께서 주신 메일이었습니다. 읽고 저는 굉장히 당황해서 어쩔 줄을몰랐습니다.... 세상에, 300회 이벤트를 하고 있는 지금, 200회 이벤트 발표를 왜안하냐는 항의를 받다니요? 천리안엔 정말 제 200회 이벤트 발표가전혀 올라가 있지 않다는 이야깁니까? 까만힙합 님이 퍼가시는 fants 게시판에는 연재가 늦게 시작되었고, 지금 어디까지 갔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쩌면 아직 200회 이벤트 발표까지 안 갔을 수도 있지요. 그런데 검마동에 퍼가시는 웨어울프 님..은 제가 알기론 제 연재속도와 퍼가는 속도가 같다고 알고 있는데.... 아닙니까? 아직 거기까지 연재가 안된 건 아니겠고... 빠뜨렸다고 생각하기엔제가 같은 게시판에 연재글과 이어서 올렸으므로 도무지 이해가 안가는군요. 더구나 며칠에 걸쳐 발표를 올렸었는데, 그것만 골라 빠진다는 것은.... 그것 참, 뭐라고 생각해야 할지... 제가 퍼가겠다는 분들께 다는 몇 개 안되는 조건 중 하나가 ◁세월의돌▷ 이라는 말머리가 달린 게시물은 모두 똑같이 퍼가달라는 것이고, 모든 분들이 동의하셨죠. 혹시 검마동은 소설이 아닌 게시물을소설 게시판에 올릴 수 없어서 다른 게시판에 올리셨나요? 만일 그랬다면 그 독자분이 발견 못하셨을 수도 있죠. 저는 검마동 회칙을 잘모르니까... 답변... 그리고 해명 바랍니다. 그리고 혹시라도 몰라 말씀드립니다만 천리안 독자 분들, 제가 200회 이벤트 결과를 발표한 것은 약속한 대로 200회가 연재되던 날이었습니다. 다른 데는 안 가봐서 모르겠지만(설마 이런 경우가 또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만), 적어도 나우누리, 그리고 제가 빌린아이디로 가끔이라도 가볼 수 있는 하이텔에는 분명히 올라가 있습니다. 제가 지금 이 이야기를 굳이 개인 메일이 아니라 글 말미에 쓰는이유도 혹시라도 이런 오해가 다시 생길까봐 그렇습니다. Luthien, La Noir. [번 호] 3072 / 3093 [등록일] 1999년 09월 20일 01:03 Page : 1 / 10[등록자] 웨어울프 [이 름] 늑대인간 [조 회] 141 건[제 목] [장편/세월의돌] 7-2. 운명이보내는 아침… (27)───────────────────────────────────────『SF & FANTASY (go SF)』 49744번제 목:◁세월의돌▷7-2.운명이보내는 아침…(27)올린이:모래의책(전민희 ) 99/09/17 21:32 읽음:1097 관련자료 없음----------------------------------------------------------------------------- +=+=+=+=+=+=+=+=+=+=+=+=+=+=+=+=세월의 돌(Stone of Days)=+=+=+=+=+=+=+=+=+=+=+=+=+=+=+=+ 7장. 제6월 '인도자(Guardian)'2. 운명이 보내는 아침인사 (27) 이게 무슨 소리야? 천막 안의 다른 기사들도 의아한 눈초리를 아버지에게 보냈다. 물론 전혀 불손한 기색은 없다. 다만 질문을 눈빛에 실어 보냈을 뿐이다. 그런데 문득 살펴보니 츠칠헨에게만은 그런 기색이 없었다. 그는이미 사실을 모두 알고 있다는 듯이 조용히 눈을 내리깔고 있었다. 아버지는 그런 츠칠헨에게 고개를 돌렸다. "네가 본 것을 말해라." "예!" 그제야 츠칠헨은 고개를 들었다. 아까의 잘못으로 아주 긴장하고있는 표정이었다. "백합과 칼이 새겨진 문장을 가슴에 단 기사가 보였습니다." "……!" 벨리앙이 츠칠헨 쪽으로 고개를 재빨리 돌렸다. 분노와 놀라움이뒤섞인 표정이었다. 눈썹이 움찔움찔 움직이고 있다. 뭔가 큰 소리를터뜨릴 듯한 표정, 그가 과연 커다란 소리를 질렀을 때, 유리카는 재빨리 그 틈을 타서 내 귓가에 조그맣게 속삭였다. "백합과 단검은 세르무즈 왕가의 상징이야." 그리고 벨리앙의 외침. "거짓말! 2만 큐빗 밖에서 그게 보였을 리가 없잖아!" 이로서 벨리앙와 츠칠헨은 한 번씩 고함을 주고받은 셈이 되었다. 이번엔 츠칠헨이 소리칠 차례…… 아니군. 츠칠헨은 젊은 혈기로 인한 아까의 실수를 만회하려는 것처럼 조용조용히, 그러나 으르렁대듯 말했다. "그래, 2만 큐빗 밖에서 그게 보이진 않지. 하지만 네놈의 말 속에서는 보이는군." "오오……." 나는 저도 모르게 감탄하다가 흠칫하여 재빨리 입을 다물었다. 벨리앙의 얼굴이 창백하게 일그러졌다. 확실했다. 아버지와 츠칠헨은미리 말을 맞춰 둔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세르무즈 군 포로를 멋지게 속여넘겼다. "……." 나르디는 회의가 시작된 이래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어떤 표정도짓지 않았다. 어떤 기분인지 알 수가 없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나는그의 생각을 알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벨리앙은 일그러진 표정으로 씩씩거렸지만 뭐라고 대답을 하진 못했다. 아니라고도, 자기가 틀렸다고도 하지 않았다. 입가가 실룩거릴뿐, 더 이상의 항변은 없었다. 그리고, 아버지는 물었다. "누구냐." 왕가의 문장을 단 기사들, 그들을 거느릴 수 있는 자는 아마도 왕족, 총대장은 과연 누구지? 마브릴의 빛나는 검보다 더한 권위를 지닌 그는 누구지? 벨리앙은 입을 꼭 다물고 독기서린 눈동자로 아버지를 쏘아보았다. 속아넘어간 것이 몹시 분한 모양이었다. 그리고 더 이상 협조하고 싶은 마음도 없어 보였다. 내 생각은 맞았다. "내가 말할 것 같아?" 또다시 한 차례 기사들의 걷어차임을 당한 후에도 그는 굽힐 생각이 없는 듯 일부러 입술을 꾹 닫고 이빨을 앙다물었다. 이렇게 되면…… 아버지는 어떻게 하실까? 옆에서 루시아니가 회의를 시작한 이래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약간은 낯선 억양, 몹시 차갑고 단정한 목소리였다. "제가 데려가서 알아내어 올까요?" 저건 고문을 하겠다는 소린가……. 그런데 아버지가 뭐라 대답하기 전에 뜻밖에도 나르디의 목소리가들렸다. "네가 말하지 않는다고 우리가 그걸 알 길이 없는 것은 아니야." 자기에게 처음으로 말하는 태자를 향해 벨리앙이 고개를 들었다. 나르디의 목소리는 무심한 듯 했으나 그 감정 없는 말투 속에 상당한뼈가 들어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흥……." 벨리앙은 대꾸하지 않았다. 하긴 대꾸할 말도 없었겠지. 나르디는 아버지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아마도, 백합과 단검 문장이라면 왕가 직속 근위대겠군. 그걸 백합 기사라고 하던가?" "그렇습니다, 전하." 아버지는 정중하게 대답했다. "백합 기사라면, 왕족이라고 해서 아무나 거느리고 나다닐 수 있는것은 아니지. 그리고 몇몇이 개인 행동을 할 수 있는 부대도 아니라고 나는 알고 있어. 틀린가?" 이번 질문은 벨리앙을 향해 있었지만 그는 여전히 입술을 꾹 다문채 대답이 없었다. 나르디는 마치 별 일 아니라는 듯 태평한 어투로 다시 말했다. "그렇다면 대상은 넷으로 좁혀지는군." "!" 벨리앙은 이번엔 나르디를 노려보려 했으나 태자 전하께 불손한 눈빛을 보낸다는 이유로 다시 한 번 걷어차임을 당해야 했다. 마지막발길질로 그는 거칠게 기침하며 신음을 내뱉었다. 그를 둘러싼 두 기사에 비해 벨리앙은 형편없이 가늘어 보이는 몸을 가지고 있었다. 마브나이저 같은 거한이 제대로 한 번 걷어찼다가는 갈비뼈가 단숨에부러져 버릴 것 같다. 으음……. "그렇습니다, 전하." 아버지가 동의하는 어조로 그렇게 말하고 있다. 나르디는 그다지기뻐하는 얼굴은 아니었다. 그러더니 이어 말했다. "그리고, 그 넷에서 더 좁힐 수 없는 것도 아니지." 이제 벨리앙은 뭔가 사생결단이라도 낼 것 같은 얼굴로 나르디와아버지를 번갈아 바라보고 있다. 나는 그것을 보면서 포로인 벨리앙의 고집에 놀라고 충성심이 신기하기도 했지만, 그가 그 총대장인 자와 무슨 각별한 사이가 아닌가 하는 의심을 하기 시작하고 있었다. 사실 총대장이 누구인지 밝혀진다고 싸움에 지는 것도 아니고, 일반적인 경우라면 그걸 굳이 못 밝힐 이유가 없다. 오히려 먼저 밝히고드는 것이 정상이라면 정상이겠지. 그런데 저, 밝히지 않으려는 이유가 뭐야? +=+=+=+=+=+=+=+=+=+=+=+=+=+=+=+=+=+=+=+=+=+=+=+=+=+=+=+=+=+=+=rollee 님(그런데 어느 통신망이십니까? 키즈?)께서 보내주신 질문.... 키반은 아르킨(아버지)의 명령을 받고 처음부터 나르디 일행에게 따라붙을 계획이었습니다. 그러나 경매건으로 그들 일행의 행방을 알게 되고, 배를 사려는 상황을 알게 되자 이들을 약간 시험해보겠다는 생각, 또는 어떤 일행들인지 파악하겠다는 생각으로 경매에슬쩍 참여하게 됩니다. 이 이야기는 좀더 뒤에 가면 나오게 됩니다. 키반이 시험해 보고 싶었던 건 태자인 나르디일수도 있고, 자기 상관의 아들인 파비안이었을 수도 있죠. ^^ 그러므로 상황이 다르게 전개되자 그저 조용히 사라진 것입니다. 물론, 나중에 다른 모습으로 따라붙을 계획이 있었으므로 그는 경매장에서 일부러 얼굴을 잘 알아볼 수 없도록 한 것입니다. 경매에서싸웠던 인물을 설마 선원으로 써주겠어요? 그럼, 그냥 구경꾼으로 지켜보면 되지, 뭐하러 경매에까지 참여했냐고요? 그것도 나중에 태자한테 추궁당할 위험까지 무릅쓰고요? 그건... 지금 대답드릴 수가 없네요. ^^; 일단은 위에 쓴 대로까지가 곧 밝혀질 부분이고, 나머지가 밝혀지려면 한참- 뒤로 가야 합니다. 엔딩이 다 되어서나 나올 것 같군요. Luthien, La Noir. [번 호] 3080 / 3093 [등록일] 1999년 09월 21일 09:01 Page : 1 / 10[등록자] 웨어울프 [이 름] 늑대인간 [조 회] 108 건[제 목] [장편/세월의돌] 7-2.운명이보내는 아침…(28)[D[D[D[D [D[@([P[───────────────────────────────────────『SF & FANTASY (go SF)』 49745번제 목:◁세월의돌▷7-2.운명이보내는 아침…(28)올린이:모래의책(전민희 ) 99/09/17 21:32 읽음:1533 관련자료 없음----------------------------------------------------------------------------- +=+=+=+=+=+=+=+=+=+=+=+=+=+=+=+=세월의 돌(Stone of Days)=+=+=+=+=+=+=+=+=+=+=+=+=+=+=+=+ 7장. 제6월 '인도자(Guardian)'2. 운명이 보내는 아침인사 (28) 나르디는 가만히 벨리앙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무 표정도 없었다. 그저 모든 일에 무관심한 듯한 시선이었다. "내보내라." 나르디는 눈을 돌려 마브나이저를 보더니, 그에게 직접 명령을 내렸다. 마브나이저는 약간 당황하는 듯 했으나, 곧 옆의 기사에게 눈짓을 하며 벨리앙을 밖으로 끌고 나갔다. "……." 나르디는 무표정한 눈동자를 아버지에게로 돌렸다. "회의, 속개합시다. 적은 최소한 3백기 이상, 우리는 도합 1백기,계속 쫓기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진을 치고 압도적 우세인 적을 기다리는 이상, 좋은 작전이 있으리라 믿소만." 그 어조와 표정에 비해 말의 내용은 냉정한 추궁에 가까웠다. 작전이 있으면 내놓아 보아라, 아니라면 왜 여기서 이러고 있느냐라는 힐문이다. 나는 새삼 나르디를 다시 쳐다보았다. 내가 조금 전 천막에서 그에게 했던 말이 문득 사실감 있게 다가왔다. "전하, 심려를 끼쳐 드렸다면 죄송합니다." 아버지는 나르디를 향해 가볍게 고개를 숙여 보였다. "츠칠헨, 적의 상황을 보고드려라." 다시 생각해보니, 지금까지 보고하라, 고 했던 말이 보고드려라,로 바뀌어 있다. 이것도 나르디가 보인 태도의 영향일까? "예, 적은 과연 약 3백기, 어제 내내 계속된 추격전으로 보병은 따라오지 못한 듯 싶습니다. 그러나 오늘 밤을 그대로 넘긴다면 다시보병과 합류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습니다. 기사들을 지휘하는 것은볼제크 마이프허로 추정되는 자줏빛 망토의 대단한 거한입니다. 바위언덕 아래에 일단 머물러 있으나 이쪽 상황이 파악되었다고 생각되면곧 들이닥칠 것으로 생각됩니다. 현재로서는 아직 우리의 위치는 저들에게 파악되지 않았습니다." 아버지는 고개를 끄덕, 하고는 나르디를 보았다. "지형을 제가 직접 설명드리겠습니다." 지도 위에는 나와 유리카를 데리고 정찰했던 절벽 사이로 좁은 길이 나 있는 바로 그 장소가 그려져 있다. 아버지는 그 옆에 왕국에서제작된 지도를 펼쳐 놓았다. 과연 희고 질긴 비단 위에 그려진 정교한 지도다. 그 지도를 들여다보니 국경 지방까지는 지금까지 온 것보다 확실히 짧은 거리가 남아 있었다. "…… 이곳은 엘자스-오를리테 안에 있는 로델라스 계곡으로 통하는 길로서, 과거에는 '거인의 양손바닥'이라는 이름으로 불렸던 곳입니다. 오래전 이 근처에 존재했던 도시들이 차례로 사라진 이후론 거의 잊혀졌던 지역이나, 약 250여년 전에는 두 종족간에 상당히 격렬한 전투가 있었던 전적지이기도 합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아버지는 그게 누가 누구와 싸운 전투인지 말하지 않았다. "보시면 아시겠지만, 이곳은 말 세 필이 머리를 나란히 하고 갈 수없을 정도로 좁은 길입니다. 보병이라면, 열 명 가량이 어깨를 단단히 붙여 서면 완전히 막을 수 있는 길입니다." 아버지는 짧은 지휘봉을 들어 지도에 그려진 위치를 똑바로 가리켰다. 모두의 눈동자가 나무 막대의 끝으로 향했다. 과연, 거인의 양손바닥이라는 말이 적절할 정도로 둥그렇게 솟은 절벽이 손뼉을 치기직전처럼 마주보고 서 있는 곳이다. "우리의 병력은 정확히 105명, 밀집 대형으로 막아선다면 세 배의병력이라 해도 반 시간 이상 버틸 수 있습니다. 기병으로 다가온다고는 하지만 캘트롭을 깔아 놓은 이상 돌격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물론, 마이프허가 이끄는 기사들만 아니었다면 세 배 정도는 문제도 되지 않았을 것입니다만." "그 다음에는?" 나르디의 질문은 날카로웠다. "승리를 잡아야겠지요." 아버지는 나르디를 정면으로 바라보며 그렇게 말했다. 어떻게? 라는 대답을 유도하려는 사람처럼, 아니면 이만하면 방법을 알지 않겠느냐, 라는 듯한 태도로 아버지는 그런 자세 그대로 잠시 기다리고있었다. "……." 뭐랄까, 신경전을 벌이는 것 같아. 나르디는 말없이 그 눈빛을 받아냈다. 나는 아버지 뒤에 있다보니아버지가 어떤 눈동자로 나르디를 바라보고 있는지 모른다. 그러나결코 좋은 분위기는 아닌 것이 분명했다. 아버지의 옆에 앉은 엘다렌의 눈동자가 보인다. 그는 나로서는 알 수 없는 어떤 감각적인 것을감지하고 있었다. 인간보다 자연에 가까운 저 종족들은 인간이 보지못하는 것을 곧잘 알아채곤 한다. 그러나, 그 상태는 오래 가지 않았다. 나르디가 입을 열었다. "기습이라는 건가." "그렇습니다, 전하." 둘 사이에서, 왠지 어린애가 되어 있는 것 같은 느낌. 아버지는 다시 시선을 지도로 돌렸다. 그리고는 거인의 양손바닥가운데 오른쪽 손바닥을 가리켰다. "이 절벽은, 겉보기와는 달리 뒷면 바위가 몹시 얇아서 그 사이로돌아나올 수 있는 샛길이 있습니다. 그 길은 정확히 여기, 이곳으로통합니다." 아버지가 가리킨 곳은 딘데일런을 시켜 통나무로 막게 한 양쪽 길가운데 오른쪽으로 난 길이다. 그 길이 어디로 통해 있는지는 표시되어 있지 않았다. "말은 갈 수 없지만, 사람은 충분히 지나갈 수 있습니다." 그렇겠다. 사람은 통나무 위라도 문제없이 지나간다. "그리고, 여기서부터 여기, 캘트롭이 깔려 있는 곳입니다." 아버지는 목탄 조각을 들어 거인의 양손바닥이 만나는 지점에서 통나무로 막힌 오른쪽 소로가 있는 바로 직전까지를 둥그렇게 원으로묶어 그렸다. 검은 동그라미가 지도 한가운데 그려졌다. "여기가 바로, 세르무즈 군의 주력 부대가 묶이는 곳이 됩니다." "캘트롭을 깔아 놓았는데 어째서 전진이 된다는 겁니까?" 질문한 것은 나르디가 아니라 츠칠헨이다. 아버지는 츠칠헨보다는나르디 쪽을 바라보며 대답했다. "저 부대는 백합 기사들을 제하면 아마도 실질적으로 마이프허의지휘를 받고 있을 것입니다. 그런 만큼, 대단히 노련한 정예 기사들이겠지요. 드문드문 깔아 놓은 캘트롭 쯤은 오히려 어설프게 막으려는 것으로 알아듣고 더더욱 자신있게 전진할 것입니다. 마이프허의성격을 생각했을 때 그는 그러고도 남을 사람입니다." 아버지의 눈이 문득 알 수 없는 빛으로 번쩍, 빛났다. "그러나, 우리가 정체를 알 수 없는 왕족은 다릅니다." 나르디가 그 무심한 눈동자에 드디어 뭔가 표정을 띠기 시작했다. 그는 고개를 움직이더니 말했다. "그가 목표로군." +=+=+=+=+=+=+=+=+=+=+=+=+=+=+=+=+=+=+=+=+=+=+=+=+=+=+=+=+=+=+=감상을 꽤 여러 분께서 보내주시네요(물론 지금도 투표가 더 많습니다만..^^;). 길면 긴대로, 짧으면 짧은대로 즐겁게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어디에 공개되는 것인가에 대한 이런저런 예측들도요. ^^)투표는.... 공개가 벌써 기다려지는군요. 매우 재미있는 양상으로가고 있습니다. ^^아, 부탁말씀. 혹시 텍스트가 아니라 한글이나 기타 파일로 보내시는 분들은 제목을 한글 네자 이내, 영문 여덟자 이내로 해주세요. 너무 길면 다운이 안받아지네요... 새롬 3.82라서 그런가... Luthien, La Noir. [번 호] 3081 / 3093 [등록일] 1999년 09월 21일 09:01 Page : 1 / 11[등록자] 웨어울프 [이 름] 늑대인간 [조 회] 98 건[제 목] [장편/세월의돌] 7-2. 운명이보내는 아침… (29)───────────────────────────────────────『SF & FANTASY (go SF)』 49913번제 목:◁세월의돌▷7-2.운명이보내는 아침…(29)올린이:모래의책(전민희 ) 99/09/18 19:51 읽음:1458 관련자료 없음----------------------------------------------------------------------------- +=+=+=+=+=+=+=+=+=+=+=+=+=+=+=+=세월의 돌(Stone of Days)=+=+=+=+=+=+=+=+=+=+=+=+=+=+=+=+ 7장. 제6월 '인도자(Guardian)'2. 운명이 보내는 아침인사 (29) "그렇습니다." "……." 잠시 동안 천막 안에는 침묵이 흘렀다. 나는 캘트롭을 뿌린 것이마브릴의 빛나는 검, 볼제크 마이프허의 부대와, 알 수 없는 왕족의부대를 나눠 놓기 위한 것이라는 것을 깨닫고는 속으로 감탄을 금치못했다. 거리 계산까지 해서, 그 둘을 떨어뜨려 놓으려는 작전, 잔인하리만치 날카로운 계획이다. 정말이다. 통나무로 옆길을 막은 것은? 기습을 감추고 적 부대를 나누지 않기위한 포석이다. 우리는 수가 적 병력의 삼분의 일밖에 되지 않으니까적 부대가 셋으로 나누어진다 해도 거인의 양손바닥 앞에서 정확히대치하지 않는 이상 여러 모로 승산이 적다. 혹시라도 갈라진 다른부대가 왕족이 있는 쪽으로 돌아올 수 있다면 일은 곤란해진다. 캘트롭이 깔린 길 안으로 들어간 부대는 후방의 위기를 깨닫는다 해도 결코 빨리 돌아나올 수가 없다. 효율적인 싸움을 위해서 적 부대는 오히려 한 곳으로 모이고, 거인의 양손바닥 앞으로 일렬 전진할 필요가있었다. 나는 감탄의 한숨을 내쉬며 유리카를 흘끗 쳐다보았다. 그녀는 가만히 귀를 기울이고만 있었다. "단장님, 제가 기습 부대를 지휘하겠습니다!" 츠칠헨이 갑자기 의욕 넘치는 목소리로 커다랗게 말하는 바람에 천막 안의 침묵이 깨어졌다. 그는 아까 한 잘못을 아직까지도 만회해야한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간절한 표정으로 결정을 내려 달라는 눈빛을 보냈다. 아버지는 그를 잠깐 동안 쳐다보더니, 시선을 나르디에게로 돌렸다. 형식상의 총대장인 나르디에게 허가를 맡겠다는 의미다. 그걸 보면서 나는 왠지 마브릴의 빛나는 검과 그 이름 모를 왕족도 어쩌면저와 비슷한 관계가 아닐까 하는 느낌을 받았다. 나르디는 아버지가 바라보는 이유를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은 전혀 다른 말이었다. "누구인지 알겠는가?" "……." 나르디의 어찌 보면 별개로 떨어져 있는 듯한 저런 일련의 행동들은, 실제로 긴 호흡을 가지고 보면 스스로 완결성을 지니고 있다. 저런 것이 화제를 빙빙 돌리다가 결국 자기가 하고 싶은 말로 돌아온다는 것인가? 나르디가 묻는 것은 그 이름 모를 왕족, 그의 정체를 알겠느냐는질문이다. "예." 아버지는 그게 누구인지 말을 하지 않았지만 적어도 나르디와 아버지는 이미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모양이다. 나는 모르겠다. 왜냐면,마브릴의 왕가가 어떤 식으로 구성되어 있는지조차 모르니 말이다! 그집 아들이 몇 명이고 딸이 몇 명인지조차 모르는걸. 그리고 나르디는 고개를 가만히 끄덕였다. "나와 같은 생각인 모양이군." "그렇습니다." 쳇, 뭐가 같은 생각이야. 뭐가 뭔지 알고나 듣자. 나르디는 다시 질문했다. 두 사람은 내 의문에 대해서는 조금도 힌트를 주지 않았다. "몇 명이면 족할까." "열 명을 넘을 필요가 없습니다. 아마도 백합 기사들이 지키고 있을 테지만, 그 정도는 순식간에 제압할 수 있는 실력을 가진 자가 저희에겐 많습니다. 모두 일곱 정도가 좋다고 생각합니다만." 일곱……. 나르디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더니 눈을 츠칠헨에게로 향했다. 츠칠헨은 여전히 간절한 눈으로 이번엔 나르디를 바라보고 있다. 아버지는 이미 결정을 내렸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뜻밖의 대답이 나왔다. "기습대에 합류하는 것을 허가한다. 그러나." 저건, 지휘하라는 말과는 왠지 다른 뜻인데? 그리고 다음 대답이 나오자 천막 안의 사람들은 모조리 입을 딱 벌렸다. "기습 부대는 내가 직접 지휘하겠다." 키반을 비롯한 기사들의 얼굴에 몹시 당황한 빛이 스쳤다. 아버지조차도 약간은 놀란 듯이 보였다. 그러나 나르디의 얼굴은 처음과 마찬가지로 무표정했고, 당연한 일을 결정한 사람처럼 얼굴에는 결연한 의지와 같은 것은 없었다. 이것참, 백합 기사라는 자들이 구원 기사단에게는 별 것 아닌 지 몰라도,나르디는 하나의 작전을 직접 지휘하겠다고 스스로 나설 수 있을 정도로, 이런 쪽의 일에 대해서도 일찌기 교육을 받았던 건가? 이건 우리끼리 여행하는 것과는 다른, 두 국가간의 진짜 군사 작전이잖아! 정식 기사들을 지휘해야 하는 일이야! 그러나 나를 정작 놀라게 한 말은 그 다음에 나왔다. 나르디는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파비안, 같이 가 주겠지?" "……." 나는 말문이 막혀 버렸다. 문득 이런 생각이 스쳤다. 나는 왜 이런 상황에서 멋진 이야기의주인공들처럼 당장에 '그래, 당연하지, 내가 아니면 누가 네 곁에 있겠어!' 등과 같이 외치지 못하는 거지? 어찌 되었든 상관 없었다. 나는 군사 작전의 지휘자가 될 만한 소질은 없었다. 아마도, 병졸 정도라면 잘 해낼 지도 모르지. "예." 내 입에서 나온 대답, 나르디는 그날 천막 안에서 처음으로 입가에미소를 올렸다. 아버지가 말했다. "좋습니다. 태자 전하께서는 어려서부터 각종 무예에 출중하시니이런 일에도 능하시리라 믿습니다. 츠칠헨을 비롯하여 최고의 정예기사 다섯을 뽑아 전하께 딸려 드리겠습니다. 지도를 보십시오. 정확한 이동 경로를 알려 드리겠습니다." 아버지는 처음의 당황을 접고 이제는 아주 침착하게 지도를 가리키며 설명하기 시작하고 있었다. 나는 츠칠헨의 표정을 엿보았다. 그는별다른 당황이나 실망 같은 것을 담은 얼굴은 아니었다. 담담하게 나르디와 함께 지도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어쩌면 츠칠헨의 이 모든 행동들 또한, 아버지와 이미 계획한 대로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무서운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이 길로 돌아나온다는 말이지. 시간은?" 나르디는 고개를 끄덕이며 지도에서 고개를 들더니 물었다. "확실한 것은, 반 시간 안에 이동을 포함한 모든 작전을 끝내어야한다는 것입니다. 거인의 양손바닥 앞에 밀집 대형을 세운다 해도 그시간 이상 버티는 것은 어렵습니다. 길어도 한 시간입니다. 그러나그 정도 시간을 끌면 이미 많은 기사들이 희생된 후일 것입니다. 적어도 1진 정도는 전멸당하겠지요." 이동을 포함한 모든 작전이라는 것은, 아마 왕족을 사로잡는 것까지를 말하는 것이리라. 나르디는 그러냐는 듯한 표정으로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반 시간 안에 끝내어야겠지." 쉽게도, 말하는군. 나르디는 정말 대수롭지 않은 표정을 지은 그대로, 침착하게 말했다. "데리고 갈 기사들을 지정하여 내 천막으로 보내라. 나는 그동안지도에 나타난 지형을 직접 살펴보고 오겠다. 츠칠헨은 천막 앞에서선발된 기사들을 집합시키고 대기하라. 이상, 회의를 끝낸다." 나르디는 이번엔 아버지의 동의도 얻지 않은 채 회의를 끝내 버리더니 몸을 일으켰다. 아버지와 기사들이 얼른 일어섰다. 나와 유리카도 마찬가지다. 나르디는 천막 한가운데로 걸어 나갔고, 츠칠헨이 아버지에게 급히 꾸벅 고개를 숙인 뒤 그 뒤를 따랐다. "이만, 기사들을 소집시켜라." 아버지가 다음으로 나가며 키반을 향해 말하자 그는 명령을 받들겠다는 의미로 고개를 숙여 보였다. 회의는 끝났다. 나와 유리카, 엘다렌이 그 다음으로 나왔다. 아무래도 이 천막은 기사단이 사용하는 곳이었으니까 계속 있을 이유는없었다. 나는 나온 뒤 둘의 얼굴을 모두 흘끗흘끗 살폈다. 둘 다 뭔가 생각하는 듯한 표정, 그런데 뭔가 서로 다른 것을 생각하는 듯하다. "무슨 생각들 하는 거죠?" +=+=+=+=+=+=+=+=+=+=+=+=+=+=+=+=+=+=+=+=+=+=+=+=+=+=+=+=+=+=+=심한 감기 몸살에 걸렸습니다. 목소리는 처음에 아주 웃겨졌다가 지금은 오히려 나아졌고, 지금은얼굴이 화끈거리고 머리가 지끈지끈 하군요. 예전에 어렸을 땐 환절기만 되면 매번 신호탄이라도 날리듯 감기를 앓았었지만, 나이 들고선 괜찮았는데... 조금 있으면 괜찮아질 것이라고 굳게 믿고(!) .... 오늘은 요양입니다.. 에이구.. T_T내일 다시 괜찮아지면 세 편 올리죠.. 전부터 건강 관리 잘하라고말씀해주신 많은 독자분들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흑흑.. 아... 투표하고 감상문 보내주세요... 에취..(기침이 아니고 재채기만 나오니 어찌된 증상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지금 영문판을 올리려다 보니, 제가 그 때 글 말미에 쓴잡담도 '감기에 걸렸다'로군요. 무슨 관계람.. Luthien, La Noir. [번 호] 3082 / 3093 [등록일] 1999년 09월 21일 09:01 Page : 1 / 11[등록자] 웨어울프 [이 름] 늑대인간 [조 회] 99 건[제 목] [장편/세월의돌] 7-2. 운명이보내는 아침… (30)───────────────────────────────────────『SF & FANTASY (go SF)』 50119번제 목:◁세월의돌▷7-2.운명이보내는 아침…(30)올린이:모래의책(전민희 ) 99/09/19 21:23 읽음:1273 관련자료 없음----------------------------------------------------------------------------- +=+=+=+=+=+=+=+=+=+=+=+=+=+=+=+=세월의 돌(Stone of Days)=+=+=+=+=+=+=+=+=+=+=+=+=+=+=+=+ 7장. 제6월 '인도자(Guardian)'2. 운명이 보내는 아침인사 (30) 엘다렌을 쳐다보면서 그렇게 말했다. 아직은 날이 저물려면 좀더남은 시간, 점심 식사가 끝나자마자 작전 회의를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회의는 오래 지속되지 않았던 모양이었다. 저도 모르게 아까 유리카와 앉아 있던 바위 쪽으로 발이 향했다. 나는 먼저 걸터앉은 다음, 내 앞에 선 두 사람의 얼굴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유리카, 왜 그래?" "아아, 마브릴의 공주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어." "뭐?" 내가 무슨 소리냐는 표정이자 유리카는 어깨를 으쓱하며 싱긋 웃었다. 그러더니 내 옆의 바위에 걸터앉는다. 나는 의외로 소년 기사같은 그 복장이 유리카한테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며 속으로 웃었다. 그 사이 그녀의 입에서 생각지도 못한 대답이 떨어졌다. "우리가 사로잡을 왕족 말야." "그게 공주야?!" 나는 당황해서 거의 외치다시피 말했고, 유리카는 황급히 조용히하라는 시늉을 했다. 그러나 나는 이미 놀랄 대로 놀라서 그 다음 질문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야, 무슨 근거로 그런 소리를 하는 거야?" 유리카는 약간 심술이 난 듯한 표정을 지었다. "내가 근거 없는 소리 하는 거 봤어?" 내가 할 대답이 없을 리 없지. "봤지." "언제?" "일전에 나스펠론의 동굴이라는 이름만 듣고서 나스펠이 한 일이라고 생각해서……." "야, 결국 그것도 내 생각이 맞았었잖아. 잔말 말고 들어봐." 그래, 내가 넘어가 준다, 넘어가 줘. 유리카는 팔짱을 끼더니 빠르게 설명했다. "들어봐. 분명, 아까 나르디가 보통 왕족이 아니라면 네 사람으로좁혀지겠군, 하고 말했었어. 기억나지?" "그랬지." "그럼 그게 누구겠어? 왕, 왕비, 그리고 아마도 두 왕자나 공주들이겠지? 그거 말고 더 넓힐 수가 있다면 이미 특별한 왕족이라고 부를 필요가 없잖아?" "그…… 렇겠지." "그런 다음에 나르디가 뭐랬어? 거기서 더 좁힐 수 없는 것도 아니군, 이라는 말을 했었지?" "더 좁힌다면……." 내가 뭔가 추리해 내기 전에 유리카가 먼저 빠르게 말해버렸다. "너라면, 이런 일에 왕이 직접 오겠어? 그것도, 겨우 3백명의 기사를 이끌고? 게다가 왕이 출진했다면 이렇듯 우리가 아무 소식도 못들었을 리가 있어? 한시라도 왕궁을 비울 수 없는 사람이 국왕이란말야. 당연히 왕의 출정은 누구나 알게 되어 있지. 그럼 그 다음으로생각해서, 이런 일에 왕비가 나서겠어?" "당연히 아니지, 그렇다면 왜 하필 공주라는 거야? 넌 세르무즈에공주가 있는지 없는지 어떻게 알아?:" 유리카가 길게 말하는 동안 생각을 약간 정리한 내가 말했다. 유리카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내가 그런 걸 알 리 없잖아. 2백년 전이었다면 잘 알고 있겠지만……." "그럼 도대체 그 추리의 근거는 뭐냐고." 나는 눈썹을 약간 찌푸리며 생각했다. 아까 천막에서 오간 대화 가운데 좀더 생각할 수 있는 정보가 있었나? 나르디가 한 두 마디는 나도 생각이 나지만…… 왜 왕자가 아니고 하필 공주냐고. 유리카는 입끝을 약간 올리며 나더러 생각할 시간을 주겠다는 듯기다리고 있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너, 아까 그 벨리앙이라는 기사의 반응을 봤어?" "봤지." 그…… 우리가 왕족이 누구인지 짐작하겠다는 태도이자 몹시 흥분해서 어쩔 줄 몰라하던 반응이라면, 나도 봤지. "너는 총대장이 밝혀진다고 전투에서 진다는 이야기 들어 봤니? 오히려 전투 이전에 누가 거느린 병사라는 것쯤은 밝히는 것이 상례라고. 그런데 그 벨리앙이라는 포로는 거의 사생결단이라도 낼 것처럼나르디를 쏘아보다가, 걷어차이기까지 하면서도 끝끝내 버텼잖아? 거기다가 처음부터 숨기려고 한 것부터 이상하고 말야. 어떻게 생각해,이 일?" 그건 내가 아까 한 생각이잖아? 게다가 나도 아까 벨리앙와 그 왕족이 무슨 관계가 있는 것이 아니냐고……. 그렇지만……. "야, 그렇다고 그걸 멋대로 공주라고 생각해?" 그러나 유리카는 고개를 젓더니 단정짓듯 말했다. "공주야. 그것도 결혼하지 않은, 아주 젊은 공주. 젊은 기사의 마음을 빼앗을 정도로 매력적인 공주일 거야." 이거야 정말……. 바람이 문득 불어 머리 위에서 나뭇잎들이 떨어져 내렸다. 나는 머리를 흔들어 나뭇잎을 떨어내면서 아무래도 의심쩍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손을 내밀어 유리카의 머리에 붙은 나뭇잎도 하나 떼어 주었다. 유리카는 내가 나뭇잎을 떼도록 가만히 있더니 다시 확신어린 어조로 말했다. "그들이 그렇게 억지로 총대장을 숨기고, 벨리앙 같은 기사가 걷어차이면서까지 그걸 알아낸 우리에게 강한 적대감을 표시할 수 있는원인은 하나뿐이야. 아까 넷이랬지? 아마도 공주 하나, 왕자 하나일가능성이 높겠다." "그건 왜?" "아니라면, 네 아버지와 나르디가 같은 생각을 하고 고개를 끄덕일수가 있겠니? 공주만 둘이거나 왕자만 둘이라면 적어도 둘 중의 하나라고 생각했어야 하잖아? 만약 그 중 하나라도 전투에 참여할 수 없는 어린애라거나 그랬다면, 처음부터 넷으로 좁혀진다는 이야기를 했을 리가 없고 말야. 이건 기본적인 추리야." 유리카는 말을 마치더니 자신의 생각에 만족한 듯, 몇 번이고 다시고개를 끄덕여서 내가 스스로를 바보로 생각하게끔 만들었다. 그래,기본적인 추리도 못해서 심각하게 미안하다. 그렇지만, 앞부분은 너무 억측 아니냐? 어쨌든, 가서 물어보면 알 일이지. "추리하기보단 아버지나 나르디한테 대놓고 묻는 게 더 빠르겠다." "그거야 그렇지." 천막 너머에서 한 사람이 나르디의 천막 쪽을 향해 걸어가고 있는것이 보였다. 오래 살펴볼 필요도 없이 츠칠헨이다. 그는 아버지와기습 부대에 참가할 기사들을 선별한 뒤 돌아오는 모양이었다. 그는나를 한 번 바라보더니, 문득 방향을 바꾸어 내 쪽으로 다가왔다. "파비안 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감기에 배탈까지.. 죽을 맛이군요. 까만 알약, 분홍색 알약 등등이것저것 주워먹었습니다. 아바카부 님, 비록 녹차는 없지만 감기 예방에 주의하겠습니다. ^^(건강을 예방하려면 어떤 방법이 좋을까요? 에헤헤.. 한참 웃었어요. ^^) 물론 제 건강을 염려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그냥깨끔하게 안 아프면 좋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요즘은 이상하네요.;;프레야 님, 배 이름을 지어달라고요.... 대항해시대를 하시면서 기함을 '푸른 굴조개'라고 지으셨다면 다른 배는... 빨간 굴조개, 노란굴조개.... 아니면 푸른 모시조개, 푸른 꼬막조개.. .. 네에, 죄송합니다. ;;저도 대항해시대 시리즈를 하면서 배 이름 짓느라 예전에 머리 많이 굴렸었지요. 뭐.. 가장 많이 지었던 이름은 역시 '가'였던 것 같지만 말입니다... (대항해시대 2에서 해적질 해보신 분은 제 말을 이해하실 겁니다. --;) 뭐 '가' 말고도 '각' '간' '걀' 기타등등.. 물론 안개의 눈동자, 녹색 눈의 처녀, 달의 하얀 첨탑 같은 그럴듯한 이름들도 지었었습니다만.. 에, 그 중엔 '여전사 파비안느'도있었습니다. ^^;; 그 때에도 이미 세월의 돌의 설정은 거의 해둔 상태였었죠. '요정 티누비엘'도 있었군요. 제 필명은 루디엔. ^^그러고보니 저의 선량한 동생이 지었던 '오는배 다덤벼' 같은 것도있었군요. 나중엔 제 그리스로마 신화사전을 아무데나 펼쳐서 걸리는대로 이름을 지어댔지만요. 뭐, 그러고보면 동생이 하다만 삼국지 시리즈의 신무장 편성에는짜장면과 라조기와 잡채밥과 오향장육이 자웅을 결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아는 친구 한 사람이 삼국지를 하면서 붙였다는 '은행 4협'보다는 낫죠. 이름하여 축협, 농협, 수협... 아프다 그래놓고 잡담은 잘만 한다니까. --;Luthien, La Noir. [번 호] 3083 / 3093 [등록일] 1999년 09월 21일 09:02 Page : 1 / 9[등록자] 웨어울프 [이 름] 늑대인간 [조 회] 103 건[제 목] [장편/세월의돌] 7-2. 운명이보내는 아침… (31)───────────────────────────────────────『SF & FANTASY (go SF)』 50303번제 목:◁세월의돌▷7-2.운명이보내는 아침…(31)올린이:모래의책(전민희 ) 99/09/20 22:11 읽음:675 관련자료 없음----------------------------------------------------------------------------- +=+=+=+=+=+=+=+=+=+=+=+=+=+=+=+=세월의 돌(Stone of Days)=+=+=+=+=+=+=+=+=+=+=+=+=+=+=+=+ 7장. 제6월 '인도자(Guardian)'2. 운명이 보내는 아침인사 (31) 그의 얼굴은 자못 심각했다. 엘다렌과 유리카가 약간 물러섰다. 츠칠헨은 내게 가까이 다가오자일단 허리를 한 번 굽혔다. 나는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은밀히 고개를 저었다. 이런 절차는 싫다. 내가 대체 무엇이기에 그가 내게 허리를 굽혀야 한다는 거야. 이윽고 츠칠헨은 얼굴을 들어 나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의 입에서 생각지도 못한 말이 떨어졌다. "기습 부대에 참여하지 마십시오." "예?" 당황한 나머지 저절로 되묻는 소리가 튀어나왔다. 츠칠헨은 내 놀란 표정에도 전혀 개의치 않았다. 그는 다시 말했다. "파비안 님 대신 루시아니가 가 줄 것입니다. 위험하니 이곳에 남아 계시는 편이 좋습니다." "아, 아…… 나도 내 몸 정도는 지킬 수 있어요." 정말 당황스럽다. 무슨 의미로 저런 말을 하는 거지? 츠칠헨은 내가 이해를 못한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작전은 두 배가 넘는 병력을 야간기습으로 처리해야 하는 일이고, 스스로의 몫을 확실하게 해낼 수 있는 기사가 필요합니다. 한 사람이 자기 몫을 해내지 못하면 다른 사람의 몫이 배로 커지는 겁니다. 기습 병력은 겨우 일곱 명, 적은 아무리 적게 잡아도 열 다섯 이상일 겁니다. 그것도 왕족을 지키는 정예 기사……." "지나치시군요, 츠칠헨 야스딩거 님." 츠칠헨은 갑자기 화난 듯한 목소리가 자기 말을 가로막자 약간 놀란 모양이었다. 그가 고개를 돌린 쪽에는 은빛 눈썹을 치켜올린 유리카가 허리에 손을 얹은 채 그를 쏘아보고 있었다. 츠칠헨이 뭔가 더말하기도 전에 그녀는 다시 한 번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독선이군요. 어떻게 사람을 그렇게 멋대로 평가할 수가 있죠?" 츠칠헨은 정신을 차렸다. 그도 눈썹이 약간 찌푸려졌다. "아가씨가 참견할 일이 아니오." 저렇게 말해서 물러날 거라고 생각했다면 유리카를 잘못 보아도 단단히 잘못 본 것이지. 나는 그 와중에도 그가 '프로첸'이라고 말하지 않고 아가씨라는 말을 쓰는 것이 오히려 낯설게 들린다는 생각을 했다. 난 역시 너무 오래 세르무즈에 있었던 거야. 츠칠헨의 말을 들은 유리카는 입끝을 약간 올리더니, 단숨에 쏘아붙였다. "그렇다면, 파비안이 가고 안 가는 것도 기사님이 참견하실 일이아니죠! 태자 전하께서 친히 결정하신 일이 아닌가요? 누구 마음대로바꿀 수 있다는 말이죠?" "억지로 바꾸겠다고 한 일 없소! 나는 다만 파비안 님의 안전을 생각해서 설득해 보려고 찾아왔을 뿐이오!" 츠칠헨의 목소리도 약간 높아져 있다. 그러나 유리카는 선 자리에서 한 발짝도 물러설 생각이 없어 보였다. 그녀는 눈 깜짝할 사이에 나를 잠깐 쳐다보더니, 내가 그 시선의의미를 미처 생각하기도 전에 다시 확신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 "누가 누구의 안전을 걱정해요? 파비안은 충분히 당신네 기사들 못지 않은 실력을 지니고 있어요!" 그, 그런……. 이제 당황한 것은 츠칠헨이나 유리카가 아니라 오히려 내 쪽이었다. 내가 구원 기사단의 기사들에 못지 않은 실력을 갖고 있다고? 아니, 난……. 츠칠헨의 약간 흥분한 목소리가 울렸다. "무슨 소리, 구원 기사단의 기사들은 수련 기사에서부터 떠돌아 다니는 어설픈 칼잡이들과는 차원이 틀리오! 아가씨가 만나 보았을 시정잡배(市井雜輩)들과 비교할 바가 못되오. 더구나 이번 출전에 선발된 것은 정식 기사들 가운데서도 실력을 인정받는 기사들 뿐, 그런비교가 가능하다고 생각하오?" "물론이지요! 파비안은 떠돌아 다니는 어설픈 칼잡이가 아니라고요. 시정잡배는 더더욱 아니고!" 츠칠헨은 이제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표정이 되었다. 엘다렌은끼어들지 않고 조용히 침묵을 지키고 있다. 유리카가 지금 저렇게 확신어린 어조로 변호하는 사람이 내가 아니고 엘다렌이었다면 아무 걱정도 되지 않았을 텐데. 츠칠헨이 나직나직한 목소리로 타이르듯 입을 연 것은 그 때였다. 그는 유리카에게서 고개를 돌려 나를 보고 있었다. "파비안 님, 저는 실력이 부족하여 태자 전하 한 분을 지켜드리기에도 벅찹니다. 다른 기사들은 말할 것도 없지요. 기습은 긴박하고,위험합니다. 두 분이나 되는, 싸움에 서투른 분들을 지켜드릴 만한여유가 이번 작전에는 없단 말입니다. 오신다고 해도 오히려 방해가될 뿐입니다." "……." 갑자기 뺨이 화끈 달아오르는 것이 느껴졌다. 나는 그때까지의 당황하고, 어떻게 해야 할 지 몰라 짓고 있던 어설픈 표정을 거두고 츠칠헨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이런 굴욕적 기분을 그것도 갑작스럽게 맛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그는 나쁜 사람은 아니다. 일부러 나를 화나게 하기 위해 저런 말을 꺼내는 것도 아니다. 나는 다 알고 있다. 그러나……. 그런 것과, 정말 화가 나는 것은 완전히 별개란 말이다! 나는 저도 모르게 손을 등 뒤로 가져가려다가 간신히 충동을 억눌렀다. 역시 화가 나도 단단히 난 유리카가 츠칠헨을 쏘아보고 있는것이 보인다. 그래, 나는 그렇게 실력이 좋지는 않다. 그러나 이런취급을 받고 가만히 있을 정도로 성질조차 없지는 않다! 내 입에서 츠칠헨 못지 않게 나지막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 그렇다면, 시험해 보시면 알겠지요." 이 말이면 충분하겠지. 나는 두 걸음 뒤로 물러나 손을 등 뒤의 힐트에 가져다 댔다. 츠칠헨은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듯한, 그러나 어이가 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다. 이윽고, 그의 얼굴에 웃음이 떠올랐다. "농담이시겠지요." 내게는 이런 때면 항상 발휘되는 능력이 있다. 내 입에서 갑자기명언들이 쏟아져 나왔다. "검을 뽑지 않으시겠다고요? 당신이 섬기는 기사단장님의 아들에게검조차 뽑지 않은 기사를 공격했다는 오명을 씌우고 싶다 그 말이로군요? 검을 뽑지 않으시겠다고요? 아, 맨손으로 싸워도 충분히 대적할 수 있다는 뜻으로 알아들어도 되겠습니까? 검을 뽑지 않으시겠다고요? 이 세상에 검도 뽑아보지 못하고 당한 기사의 이야기만큼이나어리석고 우스꽝스러운 것은 없지요!" "……." 츠칠헨의 얼굴에서 점차 웃음기가 가셨다. 그는 나와 마찬가지로뒤로 두 걸음 물러섰다. 그러더니 말했다. +=+=+=+=+=+=+=+=+=+=+=+=+=+=+=+=+=+=+=+=+=+=+=+=+=+=+=+=+=+=+=날씨가 글쎄... 춥지 뭐예요.. 언제 더웠냐는 듯이 말입니다. 감기는 거의 나았지만 오늘도 다시 코를 훌쩍거렸네요. 그런데도 모기는 왜 이리도 많은지, 쩝. 많은 분께서 감상 메일과 투표 메일을 보내주시고 계십니다. 감사합니다.. ^^Luthien, La Noir. [번 호] 3084 / 3093 [등록일] 1999년 09월 21일 09:02 Page : 1 / 10[등록자] 웨어울프 [이 름] 늑대인간 [조 회] 105 건[제 목] [장편/세월의돌] 7-2. 운명이보내는 아침… (32)───────────────────────────────────────『SF & FANTASY (go SF)』 50304번제 목:◁세월의돌▷7-2.운명이보내는 아침…(32)올린이:모래의책(전민희 ) 99/09/20 22:11 읽음:655 관련자료 없음----------------------------------------------------------------------------- +=+=+=+=+=+=+=+=+=+=+=+=+=+=+=+=세월의 돌(Stone of Days)=+=+=+=+=+=+=+=+=+=+=+=+=+=+=+=+ 7장. 제6월 '인도자(Guardian)'2. 운명이 보내는 아침인사 (32) "검을 가지고 싸우는 상대에 있어서, 신분과 지위 같은 것은 구애될 바가 못 된다는 것은 알고 있겠지? 상대가 어리고 무모하게 덤빈다고는 하나 그 의지가 확고한 이상, 기사된 자로서 받아들이지 않는것이 수치가 된다는 것을 알고 있는가? 이제 돌이킬 수는 없다. 기사대 기사로서, 도전을 정식으로 받아들여 주마. 결투를 하는 동안은똑같은 두 기사에 불과한 법." "난 기사는 아니오. 오히려 기사님께서 말씀하시는 시정잡배에 가깝지 않을는지?" 괜히 하는 말이 아니다. 그래, 시장 거리에서 물건이나 팔던 나다. 칼싸움보다 물건값을 깎으라면 더 잘 깎을 나다. 내 말은 하는 족족 츠칠헨의 신경을 건드리고 있었다. 눈썹이 약간움직였지만, 그는 잘 훈련받은 기사답게 화를 내지 않고 손을 뻗어허리춤의 칼을 뽑았다. 스르릉, 하는 소리가 공터를 울린다. 몹시 잘단련된 칼임에 분명하다. 그는 유리카와 엘다렌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대들은 이 결투의 증인이오. 결투를 멈추어야 할 때쯤은 알고있겠지." 마지막 말조차 나를 무시하는 것으로 들렸다. 유리카는 자신이 믿고 있는 남자가 실력을 보여줄 거라는 것을 확신하고 있는 순진한 소녀의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녀가 저런표정을 지을 수도 있구나. 츠칠헨의 얼굴에 그 순간 스친 것은 비웃음이었을까? "그럼, 시작합니다!" 츠칠헨과 나는 서로 검을 똑바로 세워든 채 옆걸음으로 공터를 반바퀴, 빙글 돌았다. 아까는 왼쪽에 있던 유리카가 이제는 오른쪽에있다. 검을 잡은 츠칠헨의 모습, 확실히 빈틈 하나 없는 자세다. 이길 수있으리라는 확신 따위는 처음부터 없었다. 그러나, 그런 말을 듣고서물러설 만큼 나는 초라하지 않다. "먼저 덤벼라!" "왜 제가 먼저 덤빕니까? 누구든 좋을 대로 하는 거 아니오?" 그 말이 떨어지는 순간이었다. 츠칠헨의 발이 믿을 수 없을 만큼빠르게 눈앞으로 달려들었다. 아니, 검이 내 코앞에 있었다. 이렇게 간단하게 끝나진 않아! 쩡! "큭!" 입에서 신음 소리가 저절로 나왔다. 츠칠헨의 검은 기사로서는 드문 바스타드(Bastard), 길이만으로는 내 검과 비슷한 정도다. 두 검이 정면으로 맞부딪쳤다. 손목이 지르르 울리고, 곧 팔 전체로 충격이 왔다. 그러나, 나만 그런 것은 아닌 모양이었다. "……." 츠칠헨의 얼굴에 문득 놀란 빛이 스쳤다. 그는 힘껏 내 검을 밀어붙이려 했지만, 나는 굴하지 않았다. 문득 느낀 거지만, 힘만으로라면 나도 츠칠헨에 못지 않은 모양이다. 우리는 거의 엇비슷한 힘으로서로를 밀고 있었다. 정신을 집중하자니 온 몸이 뜨거워지는 것이 느껴진다. 츠칠헨의눈을 똑바로 보았다. 그 역시 있는 힘을 다하고 있는 모양이다. 우리는 검 대결이 아니라 힘 대결을 하고 있었다. "으으으…… 에익!" 힘이 약간 풀린 순간이었을까, 나는 힘껏 츠칠헨의 바스타드를 밀어내고 뒤로 한 걸음 재빨리 물러섰다가 블레이드를 꺾어들고 얼굴을보호하는 자세를 취했다. 츠칠헨도 나와 마찬가지로 뒤로 펄쩍 뛰어물러났다. 그러고 보니 우리는 똑같은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 호흡을 차분히 조절했다. 이상한 느낌이 든다. 온 몸에서 뭔가 끓어오르려는 듯하다가, 가만히 억누르면 다시 잦아드는 기묘한 기운. 파도가 차례로 밀려드는 것처럼 기묘한 감각이 몸 안을 쓸고 지나갔다. 확실하지는 않지만……. 혹시, 통어(보크리드)에 가까운 것이 이것인가? 갑자기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잘 알았습니다." 츠칠헨이 검을 내려 버렸다. 뜻밖의 상황에 나도 엉거주춤하며 검을 쥔 손에 힘을 뺐다. 츠칠헨은 바스타드를 칼집에 집어넣었다. "유리카 아가씨의 말이 거짓은 아니로군요. 루시아니에게는 제가잘 말하도록 하겠습니다. 기습 작전에서 많은 활약을 하시길 기대합니다. 그럼 이만." 츠칠헨은 다시 존대말을 쓰기 시작하더니, 허리를 굽혀 정식으로절하고는 내가 뭐라고 대꾸하기도 전에 돌아서 걸어갔다. "……." 나는 한참만에야 검을 내리고 얼빠진 표정으로 츠칠헨의 뒷모습을바라보았다.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검 한 번 마주친 것 갖고벌써 충분히 실력 파악이 됐다는 거야? 츠칠헨은 걷다 말고 자신의 손바닥을 한 번 들여다보더니 문득 다시 한 번 내쪽을 돌아보았다. 아주 짧은 순간이었다. 그리고 내가 그시선의 의미를 생각해 보기도 전에 그는 가 버렸다. "잘 했어, 파비안!" 유리카가 활짝 웃으면서 내 손을 잡는다. 워낙 모두 순식간에 일어나버린 일이라 스스로도 당황스럽긴 했지만, 어쨌든 최소한의 실력을인정받은 것은 분명한 듯해서 나도 마주 보고 웃어 보였다. 엘다렌을 보니 그는 아무 표정도 없이 그대로 있던 자리에 가만히서 있었다. 아까 하던 생각의 연속인가? 무슨 생각을 그렇게 오래해? 유리카가 나보다 먼저 엘다렌을 툭 치며 말했다. "엘다는 뭘 그렇게 심각해하고 있어?" "……." 엘다렌은 유리카와 내가 대화를 나누고 있던 때부터 츠칠헨이 나타나고 싱겁기 짝이 없는 갑작스런 결투가 이루어지는 동안에도 한 번끼어들지도 않고서 자신만의 생각에 잠겨 있었다. 하긴, 평소에도 끼어드는 성격은 아니지만, 하여간 이번엔 뭔가 오랫동안 생각할 만한문젯거리가 있는 듯했다. 유리카가 다시 다그치듯 물었다. "뭐야, 응?" 엘다렌은 꾸준히 더 오랫동안 침묵을 지켰다. 그러더니 불쑥 말했다. "파비안, 자네 아버지는 자네와 얼마 동안 같이 살았나?" "아버지요? 에…… 한 달 정돈가?" 나는 묻는 김에 얼떨결에 대답하고는 정말 굉장히 짧았구나, 하는생각이 들었다. 다시 만났을 때 너무 반가운 나머지 굉장히 오랫동안함께 지냈었던 것 같다는 착각을 했던 모양이야. 그렇지만 그게 지금와서 무슨 문제가 되지? 엘다렌은 다시 입을 열었다. "자네, 아버지에 대해서 얼마나 아는가?" +=+=+=+=+=+=+=+=+=+=+=+=+=+=+=+=+=+=+=+=+=+=+=+=+=+=+=+=+=+=+=감기에 유자차도 좋고, 녹차는 또 온갖 미용에 좋다고요.. ^^ 감사합니다. rollee님께서 다시 보내주신 질문(키즈가 아니라 kies.. ^^). 나르디는 파비안의 아버지가 아르킨 단장이라는 걸 알고 있었습니다. 왜냐고요? 파비안이 여행하면서 그걸 나르디에게 굳이 숨길 이유는 없었으니까요. 그런 장면은 나오지 않았지만, 나르디는 적어도 그목걸이는 아버지가 준 것이라거나, 기타 등등 여행의 기본적인 것은알고 있지 않습니까? 다만 나르디가 태자라는 걸 밝히지 않았던 시절엔, 굳이 파비안의아버지가 누구인가 하는 문제는 중요치 않았던 것입니다. 나르디와파비안의 아버지가 아는 사이라는 걸, 파비안은 알 이유가 없었으니까요. 참고로, 나르디는 아르킨 단장과 어려서부터 아는 사이입니다. 둘사이에도 그럭저럭 많은 이야기들이 있었죠. (나올래나..)Luthien, La Noir. [번 호] 3085 / 3093 [등록일] 1999년 09월 21일 09:02 Page : 1 / 6[등록자] 웨어울프 [이 름] 늑대인간 [조 회] 132 건[제 목] [장편/세월의돌] 7-2. 운명이보내는 아침… (33)───────────────────────────────────────『SF & FANTASY (go SF)』 50305번제 목:◁세월의돌▷7-2.운명이보내는 아침…(33)올린이:모래의책(전민희 ) 99/09/20 22:11 읽음:683 관련자료 없음----------------------------------------------------------------------------- +=+=+=+=+=+=+=+=+=+=+=+=+=+=+=+=세월의 돌(Stone of Days)=+=+=+=+=+=+=+=+=+=+=+=+=+=+=+=+ 7장. 제6월 '인도자(Guardian)'2. 운명이 보내는 아침인사 (33) "네?" 나는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눈을 껌뻑거렸다. 엘다렌은 심각하게눈썹을 찌푸렸다. 정말 뭔가 문제가 되긴 되는 모양이네. 나는 대뜸 물었다. "뭐가 문제예요? 우리 아버지한테 궁금한 게 있어요? 아니면, 마음에 안 든다는 겁니까? 이상한 점이라도? 그도 아니면 내가 아버지와함께 오래 살지 못해서 그분에 대해 잘 모르는 게 잘못인가요?" 내 말이 좀 따지는 것처럼 들렸나? 엘다렌의 얼굴은 좀 어둡다. 물론 내가 뭐라고 몇 마디 한 정도로마음이 어두워질 드워프가 아니라는 것은 내가 더 잘 알고 있다. 그렇다면 무엇 때문에? 아버지가 엘다렌에게 무슨 무례를 저지르기라도하셨나? 그럴 분이 아닌데? 엘다렌은 다시 입을 열려 했다. "드워프는 직감이 그리 발달한 편은 아니지. 그러나 아마도 인간보다는 낫다고 할 수 있을 거야. 내게는 어떤……." 그러나 엘다렌은 끝까지 말하지 못했다. 유리카의 화난 듯한 목소리가 그 말을 가로막았다. "엘다! 전투가 눈앞에 닥쳐 있는데 그게 무슨 태도야? 당신 전투라면 많이 겪어 봤잖아? 이런 때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 지 몰라? 아무리 압도적 우세의 적군하고 대치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그 전에 조금이라도 승리를 의심해서야 되겠어? 더구나 총지휘자의 능력에 대해서는 더없는 신뢰를 주어도 모자랄 판인데, 아직 실력을 보지도 않고서무모한 평가를 내리려 하지 마." 뭐야, 지금 이건……. 엘다렌은 약간 놀란 듯했다. 그러나 그는 내 어깨 너머에 있는 유리카의 얼굴을 한 번 바라보더니 갑자기 입을 다물어 버렸다. "그렇겠지." 엘다렌이 더 이상 말을 하려는 기색이 아니어서 나는 더욱 의아한기분이 되어 엘다렌에게 몸을 돌렸다. "아니, 엘다렌! 도대체 무슨 말을 하려다가 마는……." 내가 정작 놀란 건 그 다음에 보인 유리카의 반응이었다. "파비안, 신경 쓰지마. 엘다렌은 워낙 사람을 처음부터 신뢰하지못하는 경향이 있어서…… 나도 처음 만났을 땐 결코 엘다렌한테 좋은 소린 못 들었어. 그렇지만 또 오래 지내다 보면, 오히려 뭐든 다좋게만 생각해서 탈이지." 그녀는 뒤에서 내 양손을 잡아끌었다. 그녀의 부드러운 턱이 내 어깨에 와 닿았다. 뺨이 맞닿는다. 가벼운 숨결이 바로 옆에서 훅, 나부꼈다. 나는 갑작스런 그녀의 표현에 어쩔 줄을 모르고 고개를 돌리려 했다. 그녀가 어떤 표정을 지었는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엘다렌은 그녀의얼굴을 다시 한 번 쳐다보더니 말했다. "자리를 피해 달라, 그건가." 그리고 내가 말리기도 전에 엘다렌은 저벅저벅 걸어서 숲길로 들어가 버렸다. "아니, 엘다렌……." 기분이 이상해지고 말았다. 엘다렌의 행동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바가 아니다. 나도 솔직히이 전투의 향방이 어떻게 될지 도통 짐작하지 못하겠다. 아버지는 알고 계실까? 역시, 최선을 다하는 것만이 우리가 할 전부인가? 이상한 일이지만 최근 들어 너무 갑작스럽게 나를 둘러싼 상황들이바뀌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그것도, 모두 내가 짐작하지도 못한 방향으로. 이 모든 것이 아직까지 내게 어떤 문제를 일으키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지 짐작하게 해 주는 것도 아니다. 매 순간, 한치 앞도 내다볼 수가 없다. 내가 통찰력이 부족해서인가? 그녀가 옆에서 조그맣게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드워프의 직감 따위가 맞을 리가 없잖아……." +=+=+=+=+=+=+=+=+=+=+=+=+=+=+=+=+=+=+=+=+=+=+=+=+=+=+=+=+=+=+=7장 2편 끝입니다. .... 7장은 3편도 있습니다. ^^Luthien, La Noir. [번 호] 3086 / 3093 [등록일] 1999년 09월 21일 09:03 Page : 1 / 3[등록자] 웨어울프 [이 름] 늑대인간 [조 회] 196 건[제 목] [장편/세월의돌] 출판 + 삭제 공지입니다. ───────────────────────────────────────『SF & FANTASY (go SF)』 50306번제 목:◁세월의돌▷ 출판 + 삭제 공지입니다. 올린이:모래의책(전민희 ) 99/09/20 22:11 읽음:892 관련자료 없음----------------------------------------------------------------------------- 안녕하세요. 오늘 드릴 말씀은 제목에 쓴 대로입니다.. ^^;세월의 돌이 출판됩니다. 그동안 꽤 오래 전부터 크고 작은 여러 출판사와 접촉이 있었고,개인적으로 작은 일이 아닌지라 신중하게 결정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출판사마다 어디든 장단점이 있었고 그래서 발표는 이렇게 늦어져 버리고 말았습니다. ^^;나름대로 깊이 생각한 결과 '자음과 모음' 출판사에 제 보잘 것 없는 글을 맡기기로 결정이 되었습니다. 많은 환타지 소설을 최근 출간한 곳이니 모두 잘 아시리라 믿습니다. 출판사 분들의 도움을 받아가능한 한 깨끗하게 다듬고 수정할 생각이며, 그동안 재미있게 읽어주시고 격려해 주셨던 모든 분들께 최대한 부끄럽지 않은 책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많은 분들께서 이미 출판될 것이라고 예견해 주셨지만 혹시라도 궁금해하셨던 여러분들께 이제야 속시원한 답변을 드리게 되었네요. 그리고, 출판 관련 삭제 문제입니다. 이미 연재된 앞부분은 출판사에 원고를 넘겼습니다. 출판 날짜는아직 확실치 않지만 올해 안인 것은 확실하고, 현재로서는 꽤 서두르고 있으니 조만간에 책을 보실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러므로 부득이하게 앞부분은 삭제되게 되었습니다. 물론, 뒷부분 연재는 계속할 계획입니다. 삭제되는 부분은,+----------------------------------------------------+: 1장 1편. 배달왔습니다 (1) ---> 6장 2편. 예지 (7) :+----------------------------------------------------+까지입니다. 삭제 날짜는,+-------------------+: 1999년 9월 22일 :+-------------------+입니다. 추석 연휴 들어가기 전이지요. 다른 곳에 퍼가시는 분들께도 모두 부탁 메일을 드렸습니다. (열 세군데나 되니 그것도 장난이아니더군요...;;)그동안 지켜보아주신 여러분의 덕택이라 생각하고, 앞으로도 보다나은 글로 충실한 연재를 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Luthien, La Noir. 이거.. 캡쳐하느라 죽는줄 알았습니다... 크흑.. 왜 아무도 이런 수고를 하는지 몰라주는지... 소설 요청만 하지 마시고, 말만이라도 수고했다고 해 주실 수는없는지...ㅠㅠ... +=+=+=+=+=+=+=+=+=+=+=+=+=+=+=+=세월의 돌(Stone of Days)=+=+=+=+=+=+=+=+=+=+=+=+=+=+=+=+ 7장. 제6월 '인도자(Guardian)'3. 핏빛 하늘의 만가 (1) 회색의 하늘메마른 장미차가운 바람날리는 꽃잎푸르른 물결창백한 눈빛운명, 그리고 영원(destiny, and eternity)ISNAIDE 8774. 11. 12 - 8788. 10. 23. 로존디아 땅 아르나브르 시 외곽,버려진 이름 없는 묘비에 새겨진 글 "딘 에버차이즌, 전하의 지시에 무조건 따르겠습니다!" "시그머 회어, 전하를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드모나 델 카릴, 태자 전하의 지휘를 받게 되어 영광입니다!" "카크다나 카크다닌, 뭐든 명령만 내려 주십시오, 전하!" 그리고 마지막. "츠칠헨 야스딩거, 구원 기사단 서열 6위 프랑드의 기사, 태자 전하를 성심껏 보좌하겠습니다!" 츠칠헨이 저렇게 말하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아버지는 이들 가운데 가장 서열이 높은 츠칠헨에게 이 기습 부대의 부장 역할을 맡겼기 때문이다. 태자 전하를 바로 옆에서 도와 드림과 동시에, 보호하는 것까지가 그의 임무다. 그는 프랑드의 기사라는 직함에도 불구하고 이들 가운데 가장 젊었다. 그와 검을 맞부딪쳐 봤음에도 불구하고그가 얼마나 대단한 실력을 가지고 있을지 문득 궁금해진다. 좀전,대열을 갖추기 전에 츠칠헨은 나를 보고 가벼운 미소를 보냈다. 나도마주 미소를 보내 주었다. 저들의 이름을 듣다 보니 북쪽 지방에서 전사가 많이 난다는 말이사실이라는 생각이 든다. 츠칠헨 야스딩거는 아마 내가 태어난 그레이 카운티 아니면 네이비 카운티(Navy County) 출생임에 틀림없다. 아주 전형적인 북부 노르마크 이름이다. 노르마크라는 것은 달크로이츠 산맥에서 갈라져 내려오는 노른슨 산맥 안쪽 지방을 가리키는 말로서 그 지방에서 옛날에 쓰였다던 고어의 이름이기도 한데, 지금은다 사라졌고 노르마크 태생이라고 할 수 있는 나조차 노르마크 말을제대로 할 줄 아는 사람이라고는 한 사람도 본 일이 없다. 물론 나또한 그 어감만 들어 알고 있을 뿐, 노르마크 어로 인사 한 마디도할 줄 모른다. 시그머 회어, 이것은 이름보다는 성 쪽이 노르마크에 가깝다. 회…라는 발음은 노르마크 특유의 발음으로 다른 지방 사람들은 입술을묘하게 오므려 내는 이 음절을 잘 발음하지조차 못한다. 방금 시그머라는 기사조차 그저 보통의 공용어 발음으로 자기 이름을 말했다. 나는? 나도 잘 못한다. 딘 에버차이즌은 드라니아라스 대평원의 체스트넛 카운티(ChestnutCounty)나 사프란 카운티(Sappron County) 출신일 것 같다. 이건 확실치 않다. 나는 그쪽 이름은 잘 모르니 말이다. 적어도 아라스탄 호수 아래쪽 위트비 산맥을 넘어 내려가지는 않을 것이다. 드모나라는 여기사의 성인 '델 카릴', 이런 이름은 이스나미르 남부 테르시텔레 반도에나 가야 볼 수 있는 이름이다. 올리브 카운티(Olive County)나 시에나 카운티(Sienna County) 근처겠지. 이건 아버지의 심복 기사인 루시아니 보나르체도 마찬가지다. 그 지방은 여기사가 잘 나는 지방인가? 카크다나는…… 별로 할 말이 없다. 비카르나 족이니 차크라타난에서 태어났겠지, 뭐. 그렇게 먼 지방에 대해선 아무리 점원과 여관 급사로 경력을 닦아 온 나라고 해도 얻어들은 게 없다. 이로서 나는 내 주워들은 지식들에 스스로 감탄하면서 기사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바라보았다. 모두 긴장하여 돌처럼 굳은 얼굴들이다. 강건하고 단단한 체격들, 드모나와 딘을 제외하고는 키도 대부분 내키에 가깝다. 나보다 압도적으로 큰 키를 가진 사람은 비카르나 족인카크다나였는데 정말 마브릴의 빛나는 검 앞에 갖다 놓아도 별 차이가 나지 않을 정도로 엄청난 키와 몸집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앞에, 그들에 비하면 형편없이 얇고 가벼운 몸을 가진나르디가 서 있었다. 나르디는 아버지가 준비해 놓은 옷을 오늘 처음으로 갈아입었다. 부드러운 재질로 만들어진 완벽한 검은 빛깔 상 하의는 그의 화려한- 지금은 이 표현이 정말 들어맞는다 - 금발과 잘 어울렸다. 복잡한장식 대신 빳빳하게 세워진 목칼라와 소매 주위에 약간의 금실 수가놓아져 있다. 끝부분에 은장식이 달린 갈색 가죽부츠, 건틀렛을 싫어해서 대신 손을 보호하기 위해 낀 키드 가죽 장갑, 평소 보아오던 녀석의 허름한 차림새를 도저히 기억해 낼 수 없을 정도다. 거기에 허리에 찬 날카롭게 휘어진 시미터와 이미 본 일이 있는 검은 날 숏소드, 아마 어딘가에 숨겨져 있을 단검들. 비록 갑옷은 걸치지 않았지만 녀석의 빠른 몸놀림을 생각할 때, 그런 것을 방해하는갑옷은 오히려 거추장스러울 거다. 얼굴을 굳히고 냉랭한 표정으로 기사들을 살펴보는 나르디를 보며감히 범접하기 어려운 느낌이라는 생각을 처음으로 했다. 내가 나르디를 왕자로서 처음부터 만났었다면 과연 지금과 같은 인상을 상상이나 할 수 있었을까? 몇 번이고 갖는 의문이지만, 녀석의 진짜 얼굴은뭐야? "나는 이스나미르의 태자 나르디엔 루아 듀플리시아드다. 그대들의환영에 감사한다. 앞으로도 잘 따라주기 바란다. 츠칠헨!" "예, 전하!" "지금 이 순간부터 전투 종결 시점까지, 기습 부대는 기사단과 분리되어 내 명령만을 따른다. 명령 계통의 혼선은 용서하지 않는다. 이 점에 대해 부딪치는 일이 생길 경우, 내 의사를 어디서든 정확하게 전달해라." "예!" 츠칠헨은 마음 속으로는 당황하거나 망설였을지 모르나 겉으로 대답은 힘차게 했다. 나르디는 다시 기사들을 보며 말했다. 나르디가 말하는 동안 기사들은 미동도 하지 않고 서 있었다. "집결 장소와 시간은 츠칠헨이 알려 줄 것이다. 우리는 세르무즈군대의 뒤쪽으로 따로 고립되어 있을 네르쥬 왕가의 왕족을 사로잡는임무를 맡는다. 알려지지 않은 소로로 돌아 최소한의 시간으로 백합기사들의 저항을 처리하고 왕족을 생포한다. 모두 도보로 움직일 테니, 빠른 이동이 가능하도록 가벼운 무장만을 해라. 내가 다른 일을처리하고 돌아오는 동안 출발 준비를 끝내고 정해진 장소에 집결하여명령이 올 때까지 대기하라. 적군의 위치와 공격이 알려지는 즉시,어김없이 작전 시행한다. 이상, 질문은 없나?" "없습니다!" 모두 미리 연습이라도 한 것처럼 동시에 떨어진 대답이다. 약간 떨어진 곳에 선 채 이들을 바라보고 있던 나는 몹시 감탄하고 말았다. 나르디의 명령 계통 확립과 군더더기 없는 지시에 놀랐고, 기사들의놀랄 만한 훈련도에 다시 놀랐다. 확실히 우리 나라는 생각보다 대단한 나라임에 틀림없었다. 나르디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좋다, 해산!" +=+=+=+=+=+=+=+=+=+=+=+=+=+=+=+=+=+=+=+=+=+=+=+=+=+=+=+=+=+=+=출판 축하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좋은 책이 될 수 있도록 잘 다듬고, 뒷부분도 잘 쓰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아... 이번 편 제목 짓느라 고생했습니다.;;Luthien, La Noir. +=+=+=+=+=+=+=+=+=+=+=+=+=+=+=+=세월의 돌(Stone of Days)=+=+=+=+=+=+=+=+=+=+=+=+=+=+=+=+ 7장. 제6월 '인도자(Guardian)'3. 핏빛 하늘의 만가 (2) 기사들은 저마다 기사식으로 절을 하고는 흩어졌다. 아마도 말을숨겨놓고 무장을 바꾸려면 저마다 할 일이 많을 것이다. 날이 어두워지고 있었다. 확실히 야간 기습이 될 듯 싶었다. "내 모습, 어땠나?" 평소와 같은 목소리로 돌아온 나르디가 웃음기 섞인 어조로 내게말을 걸었을 때, 나는 오히려 기분이 이상해져 버렸다. 뭐야, 저 녀석은 왜 저렇게 변신을 잘 하는 거야? 내 대신 유리카가 대답했다. "멋있었어. 그런데 우리 입장도 좀 생각해 줘. 양쪽 모습에 다 적응하려니깐 너무 힘들잖아." "하하, 미안하네." 녀석은 예전부터 사과를 잘 했다. 그 얼굴에 떠오른 미소는 예전과같은 것이다. 나는 약간 마음이 놓이는 것을 느꼈다. "행동 뿐 아니라 차림새도 멋진데?" 나르디는 싱긋 웃으며 내 곁으로 다가왔다. 젠장, 녀석이 정말 나중에 왕가의 복장을 하고 나타난다면 난 아마 같은 사람이라는 것조차 못 알아볼지도 모르겠다.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지. "먼지 많이 타겠네." 유리카가 제일 먼저 말했다. 아마도 평상시 검은 옷을 입는 점에서는 선배라고 할 수 있으니 그 점에 있어서는 남들보다 나은 식견을갖고 있을 수도 있지. "아아, 그렇진 않아. 이 천은 먼지가 잘 안 붙어. 나도 재료가 뭔진 모르겠는데, 어려서 검 연습 같은 것 할 때 입었던 옷이 이와 재질이 비슷했었다네." 헤에…… 고급 천은 다르단 건가. 유리카는 생긋 웃더니 손을 내밀어 옷을 만져 보았다. 정말 그 옷에서 흙먼지라고는 보이지 않았다. 그 색깔 그대로, 깨끗했다. 유리카가 말했다. "촉감 좋은데." 조금 전, 나르디와의 대화를 통해 우리는 그 역시 사로잡아야 할왕족이 공주라고 생각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정말 유리카가 말한 그대로 그 나라에는 왕자 하나, 공주 하나가 있다는 사실도 알았다. 나는 과장스럽게 감탄하는 표정을 지으며 유리카에게 말했다. "대단한데? 예언자로 나서도 되겠어." "예언이 아니고 이런 건 명백한 사실을 통한 논리적인 추리라고 하는 거야." "물론, 그렇겠지." 마브릴의 공주, 잔-이슬로즈 아미유 드 네르쥬, 이게 그녀의 풀 네임이다. 이름이 복잡한 것으로 보아 무척 까다로운 여자임에 틀림없을 것처럼 보였다. 물론 까다롭기만 한 것이 아니다. 나르디는 잔-이슬로즈가 전사 체질인 마브릴 족 여전사로서 웬만한 남자들이 감히당할 수 없을 정도로 강심장에, 뛰어난 칼솜씨를 지닌 데다 통솔력도대단한, 한 마디로 놀랄 만한 여걸이라는 이야기도 함께 해주었다.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는 혹시 그 소문만으로도 무시무시한 공주보다, 잘 꾸며놓으면 나르디 쪽이 더 공주다워(?) 보이지 않을까 하는엉뚱한 상상을 했다. "로존디아와의 전투에서 공주이면서도 혁혁한 전공을 세워서 스스로 장군의 직위까지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네. 그녀의 오빠와는 여러모로 딴판이지." 나르디의 설명에 유리카가 반문했다. "오빠라면, 왕자?" "태자라고 해야 옳겠지." 나르디는 가죽 부츠 바닥으로 흙바닥을 문지르면서 말을 이었다. "병약한 건지, 아니면 본래 군사(軍事)보다는 학문을 좋아해선지몰라도 여동생이 용명을 떨치는 동안 그는 대외적으로 한 번도 군사작전의 선두에 나선 일이 없다고 하네. 하다못해 궁정에서 치르는 마상 시합에조차 제대로 참가한 일이 없지. 잔-이슬로즈는 세르무즈 왕가가 베푸는 마상 시합에서조차도 거의 우승을 휩쓸다시피 했는데,어쩌면 공주라는 위광 덕택에 상대들이 적당히 져 주는 건지도 모르겠네. 어떤 뛰어난 기사라 한들, 매회 우승하던 공주의 자존심을 꺾고서야 어디 궁정에서 제대로 발 붙일 수나 있겠나? 덕택에 궁정의젊은 귀족 아가씨들은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는군." "아니, 공주가 우승을 하는데 귀족 아가씨들이 왜 불만이야? 그 나라에선 귀족 아가씨들도 마상 시합에 나가는 일이 잦은가보지?" 내 질문에 나르디는 웃었다. "아아, 물론 귀족 아가씨라 해서 참가할 수 없는 것은 아니야. 그건 우리 나라도 마찬가지고. 하지만 잔-이슬로즈 같은 대단한 무예가없는 바에야 나가보았자 몸만 다치기 십상이니까 그렇게 참가자가 많다고는 할 수 없지. 그렇지만 불만이 있는 이유는 그런데 있는 게 아니네. 자네, 우승자의 영광이라는 말 들어 봤는가?" "우승자의 영광?" 우승자는 본래 영광스러운 거 아니냐? 유리카가 옆에서 참견했다. "우승자의 영광이란, 우승자에게 주어지는 특권을 말하는 거야. 마상 시합마다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가장 일반적인 특권이 있지. 아마 이스나미르에서도 마찬가지 아닌가?" "그렇긴 하지." 나르디는 싱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영문 모르는 나를위해 설명해 주라는 눈짓을 보냈다. 그 눈짓에 유리카가 대꾸했다. "뭐야, 네가 설명하는 게 빨라. 난 마상 시합 따위를 실제 본 일은없단 말야." 나르디는 왠지 자기 입으로 말하기를 약간 꺼리는 듯했으나 곧 생각을 고쳤는지 말해 주었다. "마상 시합의 우승자는 보통 자기가 사랑하는 아가씨에게 상으로내려진 화환이나 관을 바치는 것이 상례이지. 그건 공개적인 구혼에가까운 행동이기도 하고, 또한 마상 시합의 우승자와 결혼하는 것은대단한 영예이기도 하니까. 결혼할 상대가 있다면 이보다 더 좋은 결혼 신청은 없는 셈이지. 즉, 사랑하는 이성에게 공개적으로 구애하고, 다른 경쟁자들을 차단할 수 있다는 특권이 있는 거네. 또, 그렇게 결혼하는 남녀의 경우 국왕의 축복을 받을 수 있고, 많은 선물이주어지기도 한다네. " "아, 그렇다면 잔-이슬로즈가 우승하면?" 그제야 감이 왔다. 나르디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지. 공개적 청혼을 받는다는 것은 아가씨로서도 상당히 자랑스러운 일인데, 그걸 받을 기회가 영영 사라진 거나 다름없으니까. 잔-이슬로즈가 나이가 들어 마상 시합에 참가하지 않을 만한 때가 된다면, 현재의 아름다운 아가씨들은 대부분 결혼해버리지 않겠나?" 내가 과연 그렇구나, 하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고 있는데,유리카가 갑자기 눈을 가늘게 뜨더니, 나르디의 얼굴을 가만히 보며옆구리를 쿡 찌른다. 저건 숨기고 있는 거 빨리 말하라고 할 때의 행동인데……. "어, 왜 그래?" 나르디보다 내가 눈을 둥그렇게 뜨면서 물었다. 유리카는 가늘게든 눈을 풀지 않은 채 은근한 말투로 나르디에게 물었다. "야, 너도 우승해 봤구나? 그렇지?" +=+=+=+=+=+=+=+=+=+=+=+=+=+=+=+=+=+=+=+=+=+=+=+=+=+=+=+=+=+=+=수정 작업과 병행하는 관계로 연재 속도가 약간 줄어들 것 같네요. 그래도 하루 두 편은 유지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오늘 설거지를 하다가 설거지통에서 달팽이가 한 마리 발견되었습니다. 아주 조그마한 녀석이긴 한데, 이게 도대체 어디서 왔나 한참생각하다가 설거지 끝나고 조그만 그릇에 담아 책꽂이 앞에 얹어 놓았었죠. 잠깐 한눈 판 사이에, 녀석이 사라져서 어디로 갔나 한참을 찾았더니, 루이 알뛰세가 쓴 책 위를 열심히 기어올라가고 있더군요.. 책제목은 '마르크스를 위하여'...^^;; (마르크스를 위하여 기어오르는달팽이라...;;)흠흠, 하여간 쓸데없는 상상을 접고 다시 잡아서 집 앞 마당에 어머니가 기르는 채소 사이에 놓아 주었습니다. 그런데 달팽이가 채소를 먹는다는데, 이거 해충(벌레는 아니지만..)이 되는 거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입 다물고 모르는 척 해야지... 아, 출판은 해도 300회 기념 이벤트는 계속합니다.. ^^ 감상과 투표 메일, 보내주세요~Luthien, La Noir. +=+=+=+=+=+=+=+=+=+=+=+=+=+=+=+=세월의 돌(Stone of Days)=+=+=+=+=+=+=+=+=+=+=+=+=+=+=+=+ 7장. 제6월 '인도자(Guardian)'3. 핏빛 하늘의 만가 (3) 아아……. 하긴, 나르디도 왕자이고, 거기다가 14살때부터 태자이니만큼 실력에 무관하게 우승 한 두 번쯤, 안해봤을 리가 없다. 하긴 뭐, 녀석이전혀 실력이 없는 것은 아니니까 실제로 실력 갖고 이겼을 수도 있지. 유리카의 표정의 의미를 알아채고 나서 나르디의 얼굴을 보니 녀석은 웃고는 있었지만 빨리 이 상황이 지나가기를 바라는 것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런 상황이라면 또 그냥 지나치는 내가 아니지. 갑자기 열렬한 태도가 되어 우리 둘은 묻기 시작했다. "야, 그래서? 너도 그, 뭐냐…… 공개적인 청혼 해봤어? 아니, 그것보다 궁정에 사랑하는 아가씨가 있었냐?" "안해봤다고 거짓말해 봤자인 건 알지? 네 얼굴 보면 그 정도는 알수 있다고. 친구를 우습게 보면 안돼." "하하하……." 왠지 불안한 듯 들리는 웃음소리. 우리는 이제 아예 확신을 갖고녀석을 추궁하기 시작했다. "그만그만, 다 말하지." 나르디는 손을 들었다. 그러면 그렇지." "있긴 있어. 단 한 번이지." "오오, 정말?" 녀석의 표정을 보는 것이 몹시 재미있다. 녀석은 본격적으로 계면쩍어하기 시작했다. "아, 물론 우승을 한 번 했다는 게 아니고, 그 무안한 짓을 딱 한번 해봤다는 말이야." 왕자들은 어린 나이에도 별 경험을 다 해보는구나. 벌써부터 청혼이라니…… 난 상상도 못해봤는데. "그래서? 이제 궁에 돌아가면 결혼하는 거야?" 내 질문에 나르디는 말도 안된다는 듯 손을 내저었다. "무슨 소리, 그건 그저 의례적으로 한 것에 지나지 않는단 말이네. 그날 우승을 하기도 전부터, 우승한다면 어떤 아가씨에게인가 이미정해져 있었다고. 그것도, 내가 정한 게 아니라 아바마마께서 정하신거야. 페일 카운티(Pale County)의 영주인 그라이노프 공의 따님이었는데, 굉장히 오랜만에 먼 곳에서 따님까지 대동하고 찾아온 터라 서로 합의를 보아 그렇게 하기로 얘기가 되어버린 거였네. 어차피 그때나는 열 다섯밖에 되지 않았고, 아가씨를 택할 때가 아니라는 것쯤누구나 다 알고 있었네. 결혼이라니, 당치도 않아." "그래도 그 아가씨는 꽤 기대를 했을 텐데? 미모의 왕자님께서 공개적으로 청혼을 해주셨으니 말야." 유리카는 이제 아예 짓궂게 나가기로 작정한 것 같았다. 나르디는말문이 막힌 듯, 눈을 허공으로 굴리며 어이없다는 듯한 짧은 한숨을뱉었다. 그러더니 딱 한 마디, 덧붙였다. "이봐, 그라이노프 양은 그때 벌써 스물 세 살이나 되었었네." 그런 다음 우리 셋은 한꺼번에 신나게 웃음을 터뜨렸다. 무안한 짓이라, 그 말이 딱 맞는 것 같다. 방금 나르디의 뺨 색깔로 보아 녀석의 그때 모습이 가히 짐작이 간다. 나는 마지막으로 피식 웃으며 덧붙였다. "그래도, 마브릴의 왕자는 그런 일조차 한 번 못 해보았다잖아." 나르디가 웃는 동안 유리카가 물었다. "참, 그 왕자는 이름이 뭐니?" 내가 참견했다. "그 태자도 그렇게 이름이 복잡하냐?" "뭘, 내 이름도 만만찮잖아." 그렇게 말하며 나르디는 개구쟁이처럼 머리를 긁으며 싱글거렸다. 이상한 일이지만 다시 한 번 나르디에게 신뢰를 주기로 결정하고나니 믿을 수 없을 만큼 마음이 편안하다. 그를 용서하지 않겠다고생각하던 때 몇 번이고 혼란되고 갈피를 잡을 수 없던 심정과는 완전히 딴판이다. 나는 굳이 그에게 다시 화해를 청하거나, 이름을 부르는 영예를 달라는 둥 어쩌고 하는 쓸데없는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 나르디도 그 점에 대해 달리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마 서로 기억하고 싶지 않은 건지도 모르겠다. 아니다, 나는 잘 기억하고 있다. 그러나 서로 믿기로 한 이상, 다시 상처를 헤집어 확인하는 일 따위는 필요치 않았다. 그런 것은 이후 필요할 때 하면 충분한 것이다. 나르디는 내가 생각에 잠겨 있는 동안 세르무즈 태자의 이름을 말하고 있었다. "프랑도비네 베르티앙 드 네르쥬, 흔히 말할 때에는 아를로이 경이라고 부르지. 그게 세르무즈에서 태자로 책봉된 왕자에게 주어지는칭호거든." 헤에, 복잡기도 해라. 뒤의 하나만 기억하는 편이 낫겠다. 공주보다 한 술 더 뜨는군. 유리카가 문득 고개를 돌려 내 어깨 너머를 바라본다. 엘다렌이 다가오고 있었다. "아아- 엘다렌, 어서 오세요." 엘다렌은 언제나처럼 제대로 인사하지도, 인사를 받지도 않은 채커다란 도끼 하나만 등 뒤에 멘 채로 뚜벅뚜벅 걸어오더니 내 앞으로와 섰다. 나한테 볼일이? "파비안." "예?" "이번엔 제대로 할 생각이냐?" 나는 무슨 소리인지 몰라 머리를 긁으며 엘다렌의 얼굴을 내려다보았지만 그는 나를 보고 있지 않았다. 그는 갑자기 등 뒤의 도끼를 내렸다. 그러더니 나르디를 쳐다보았다. "잠시, 네 검을 보여 주겠나." 그는 의아해하는 얼굴이긴 했으나, 허리에서 검을 끌러 내주었다. 엘다렌은 나르디의 시미터를 받아 바닥에 내려놓고는 그 옆에 자신의도끼를 놓았다. 엄청난 크기의 날을 가진 엘다렌의 은빛 도끼를 보니그걸로 나르디의 검 쯤은 다섯 개도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엘다렌은 다시 나를 바라보았다. "네 검도 옆에 놓아 보겠나." 그리고, 바닥에는 두 개의 검과 한 개의 도끼가 나란히 놓아지게되었다. 참, 대조적인 무기들이다. 도대체 무슨 영문인지 몰라 그가 말하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우리셋 앞에서 그는 한동안 침묵을 지켰다. 할 말을 잠시 생각하는 것인가 했더니……. "알겠나?" 뭐야? 생각은 나더러 하라는 것이었어? 엘다렌은 나를 쳐다보며 그렇게 말했고, 그리고 나는 얼떨떨한 표정으로 엘다렌을 보고, 그리고 바닥에 놓인 세 개의 무기를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 "뭐가요?" 엘다렌은 약간 눈썹을 치켜올리며 나를 바라보았다. "네 검, 어떻게 써야 하는 물건인지 말이다." "멋쟁이…… 아니, 여명검이요?" 엘다렌은 결코 이 검을 다른 이름으로 부르지 않는다는 걸 나는 잘알고 있었다. 그는 무겁게 말했다. "어디에 더 가까운 무기인가." 글쎄…… 검이니 만큼 나르디의 시미터에 가깝긴 해도, 역시 생긴거나 결정적으로 무게와 부피를 생각할 땐 역시 엘다렌의 도끼 쪽이……. 그리고, 엘다렌의 힘있는 목소리가 내 귀를 울렸다. "일격필살(一擊必殺), 그것이다." +=+=+=+=+=+=+=+=+=+=+=+=+=+=+=+=+=+=+=+=+=+=+=+=+=+=+=+=+=+=+=공지한 분량만큼 삭제했습니다. 기분이 묘하군요.... Luthien, La Noir. +=+=+=+=+=+=+=+=+=+=+=+=+=+=+=+=세월의 돌(Stone of Days)=+=+=+=+=+=+=+=+=+=+=+=+=+=+=+=+ 7장. 제6월 '인도자(Guardian)'3. 핏빛 하늘의 만가 (4) "……." 그리고 나는 그가 하려는 말을 깨달았다. 엘다렌의 도끼는 그의 말대로 일격필살, 한 번에 상대방을 죽이기위한 무거운 무기이며 대신 잔재주나 속도는 떨어진다. 나르디의 시미터는 재빠르고 많은 상처를 주는 대신 결정타를 주는 데에 약하다. 그저 상대를 항복하게 할 용도라면 적절할지 몰라도, 한 번의 공격으로 단숨에 상대를 죽이는 식이라면 역시 엘다렌의 도끼 쪽이다. 그렇다면 내 검은……. "용도대로 쓰지 않는 한, 그 검으로 어떤 것도 제대로 하지 못한다. 더구나 어디에서 배운 것인지는 모르나 네가 몸에 익힌 검법 역시, 속도와 잦은 공격으로 상대를 제압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을 너 자신이 더 잘 알 것이다. 네가 가진 것을 왜 제대로 활용하지않는 건가. 좋은 것들을 왜 형편없는 것들로 만드나. 적을 죽이는 일이 그렇게 어려운가." "그렇습니다." 내 대답이 의외로 빨리 나오자 모두의 시선이 내게 쏟아졌다. 나는 무표정하게 서 있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대답했다. "죽이는 일이 싫습니다." "그렇다면 그 검은 버려라." 잠시 침묵이 흘렀다. 엘다렌은 그동안 나와 여행하면서 내가 어떻게 싸우는지 죽 보아왔음에 틀림없다. 나도 안다. 나는 일격필살의 검, 거대하고 엄청난무기를 손에 쥐었지만 공격하는 방식은 마치 얇은 검을 쥔 나르디의그것과도 같다. 이런 검을 든 주제에 사람들을 적게 상처입히지 못해안달이다. 여명검은 속도는 현저히 떨어질지 몰라도 위력만은 검으로서 감히 세상에서 비교할 물건이 없을, 그런 검이다. 그러나 나는 그검에 맞는 검술을 갖고 있지도, 갖고 싶어하지도 않고 있다. 나는 사람을 죽이는 일이 싫다. 죽이지 않고 해결할 수 있다면, 상처를 입혀항복을 받고 그 생명을 살릴 수 있다면 그 편이 훨씬 내게는 좋다. 싸우지 않고 말로 끝난다면 더할 나위 없을 정도고. 그래…… 나도 안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나르디처럼 얇은 검을 드는 편이 효율면에서나 나 자신의 생명을 위해서나 몇 배 낫다는 것을. "그리고, 네 동료들을 위해서도 마찬가지다." 엘다렌은 마치 내 생각의 흐름을 읽은 것처럼 말하고 있었다. 나는묵묵히 땅을 내려다보았다. "네가 한 번 망설일 때마다, 너와 함께하는 자들이 한 번씩 위기에빠진다. 네 검이 살인을 피해 조그마한 양심을 만족시키려 하는 동안, 너를 믿고 네게 등을 맡긴 자들은 매 순간 너에게 배반당하는 것이다." 나는 눈을 똑바로 들었다. 그리고 엘다렌을 향해 말했다. "차라리 그럴 바엔, 이 검을 버리고 다른 검을 쥐겠습니다. 저 자신에게나 동료들에게나 그 편이 낫죠." "틀려, 파비안." 유리카가 가만히 선 자세 그대로 똑바로 고개를 저으며 입을 열었다. "너에겐 주어진 일이 있어. 그것도 아주 중요한 일이야. 넌 그 일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만 하는 거지. 내 말이 틀려?" "최선을 다할 생각이야." "나무꾼이 갖고 있던 좋은 도끼를 내던지고 단검으로 긁어서 나무를 베면서, 아침부터 밤까지 죽을 힘을 다해 일하기만 한다면 그걸최선을 다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건……." 그리고,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도 급박한 싸움이 시작되려 하는 떄이다. 바람이 등을 훑고 지나갔다. 나는 내 검을 내려다보았다. 아마도내 의지로 갖게 된 검은 아니었다. 어쩌면 검이 나를 선택한 것이라고 말할 수도 있을 정도로. 말하자면 내게 그저 주어져버린 물건이자, 그게 너무도 특별한 물건었던 탓에 결국은 벗어나지 못할 조건이되어버린 검. 의외로 입을 연 것은 나르디였다. "파비안의 생각을 조금 인정해 주면 어떨까." 그는 유리카를 보고 그렇게 말한 다음 엘다렌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사람이 자신에게 맞는 것을 찾기까지는 시간이 걸리는 법입니다. 도끼를 쓸 준비가 되지 않은 사람에게는 아무리 좋은 도끼도 소용없는 법이죠. 그리고 그 사람에게 갑자기 단검을 쥐어준다고 나무를 잘베는 것도 아니고요. 자신이 잘라야 할 나무가 둥치 큰 통나무인지넓은 관목숲인지는 때가 되기 전엔 모르는 일 아니겠습니까. 파비안이 그 검을 지금 쓰고 있다고 해서, 꼭 그 검을 써야 한다는 법은 없습니다. 그에게 예비된 미래는 전혀 다른 것일 지도 몰라요." 엘다렌의 굳어진 얼굴은 움직이지 않았다. 이미 다른 어떤 것, 어쩌면 마치 나의 미래를 알고 있다는 것처럼 그는 내게 어떤 조건들을주려고 한다. 정말, 그는 나의 미래를 알고 있을까? 이윽고 엘다렌은 입을 열었다. "결정은 누구나 스스로 하는 것이지. 알았다." 그는 도끼를 집어들며 이어 말했다. "그러나 그 결정의 지체가 다른 사람들에게 주는 영향을 생각해라." 그는 도끼를 다시 멨고, 그리고 왔던 것처럼 다시 자리를 떴다. 어둡다. 흐린 하늘은 해가 졌는데도 불구하고 불그스름한 기운을띠고 있었다. 아니, 오히려 자줏빛에 가깝다. 별로 기분 좋은 색깔은아니다. 그 빛깔은 상한 고깃덩어리를 떠오르게 했다. 다시 비가 올 것만 같다. 좋지 않은데. 나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 누구나 같은 조건인 법이지. 우리에게 불리한 거라면, 세르무즈 군에게도 불리할 거야. 그렇지만 이건 내 생각인데, 비가 오는 것은 우리에게 더 좋지 않아. 흙탕물이 무너져 내리면서 기껏 깔아 놓은 캘트롭이 떠내려가 버리면 곤란하거든. "태자 전하, 부디 몸조심하십시오. 전하의 한 몸이 작전의 성공과실패보다 더 귀중함을 유념하십시오." +=+=+=+=+=+=+=+=+=+=+=+=+=+=+=+=+=+=+=+=+=+=+=+=+=+=+=+=+=+=+=출판 축하 계속해서 보내주시는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또한 여러 모로 걱정해주시는 분들도요. ^^;두키 님께서 보내주신 천리안 소식(?) 잘 보았습니다. 확실히fants에서는 연재 분량 전량을 지워야 하는 상황이 되었더군요. 삭제공지 분량 뒤부터 다시 연재하셔도 된다고 말씀은 드렸지만... 그리고 검마동 연재하시는 분께서는 아직 해명을 안 주시는군요. 조금 더 기다려 볼 생각입니다. Luthien, La Noir. +=+=+=+=+=+=+=+=+=+=+=+=+=+=+=+=세월의 돌(Stone of Days)=+=+=+=+=+=+=+=+=+=+=+=+=+=+=+=+ 7장. 제6월 '인도자(Guardian)'3. 핏빛 하늘의 만가 (5) 그렇게 말하는 아버지의 어깨 너머 멀리, 낮에 돌아보았던 거인의양손바닥이 음산하게 솟아 있다. 어두운 가운데 보니 정말로 마주치기 직전의 거대한 손바닥처럼 보이는 그 절벽들은 달빛도 없는 하늘가운데 우뚝 솟아 있었다. 꼭대기로 갈수록 날카로와지고 좁아진다. 그야말로 가운뎃손가락이다. 그 앞에서 분분히 대열을 짜고 있는 기사들이 보인다. 말들은 후방으로 보내 놓았고, 기사들은 칼은 칼집에 넣어 옆에 찬 채로 긴 랜스(lance)를 손에 들고 있다. 옆에는 특이하게도 장식 대신 스파이크가빙 둘러 박힌 오각 모양의 방패(knight shield)도 있다. 장식보다 실용을 중시하는 구원 기사단의 전통이다. 아버지 말대로 긴 추격전을 예상한 출정이라 모두 경장비만 걸치고온 모양이었다. 눈 부분이 사각형으로 뚫린 가벼운 투구(sallet)와정강이받이, 흉갑(corselet), 건틀렛 정도가 이들이 갖춘 전부다. 좀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 세 배의 병력을 맞아 과연 어느 정도나 버텨 줄까. 아무리 한 개인개인이 훌륭한 기사라고 해도 지금은 너무상황이 좋지 않다. 일단 말에서 내려 대형을 갖춘 이상, 보병으로서 말 탄 기사를 상대하는 데에는 반드시 밀집대형이 아니라 해도 검보다는 랜스가 낫겠지. 랜스는 굉장히 크고 무거운 거창(巨槍)이기 때문에 웬만한 힘으로는 제대로 들고 겨냥조차 할 수 없는 무기다. 특히 제대로 된 차지(charge; 돌격)를 하기 위해서는 가죽 손잡이와 갑옷 옆에 붙이는 레스트(rest; 걸쇠)가 필수다. 물론 이번 진형은 차지 공격을 필요로하는 것은 아니지만, 소형 랜스가 아니고서야 랜스를 가누기 위해서는 이런 것들 없이는 몹시 힘들다. 물론 이들 가운데 소형 랜스를 가진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그들은 모두 어깨를 붙여 나란히 서고, 랜스는 레스트에 건 채로겨누고 있다. 방패를 왼손으로 잡아 몸 앞쪽으로 내밀고 있는데, 서로서로의 몸이 자기 오른쪽 동료의 방패 뒤에 숨겨지는 모양이다. 그렇게 열 명이 서고 나자, 그 뒤에 부러진 랜스를 바꿔주고 부상자를처리하며 빈 자리를 메울 열 명이 대기한다. 특별히 시종을 거느리고오지 않았기 때문에, 동료 기사들이 그것을 맡았다. 그런 식으로 백여 명의 기사들이 도열해 있다. 저 1열에 선 기사들은 보통 용기가있는 사람들이 아니겠다. 저 뒤까지 저렇게 대기하고 선 것을 보면 1열, 2열 정도는 무너질 것을 예상한다는 말 아닌가. 상대가 기병이라서인지 밀집대형 사이사이와 절벽 안쪽에는 콤포짓보우(composite bow)를 가지고 대기하고 있는 궁수들도 보인다. 그들은 인마살상용의 크고 무거운 화살을 준비하고 있었다. 아버지의 말에 대해 나르디가 대답했다. "그대의 능력을 믿으니 내가 따로 더 할 말은 없겠지." 지금으로부터 약 한 시간 전, 세르무즈 군이 엘자스-오를리테를 향해 다가오고 있다는 정보가 정찰병에 의해 전해졌고, 지금쯤은 산 입구에 도착했을 것이다. 세르무즈 군도 우리가 엘자스-오를리테에 숨어 있다는 것을 알기 위해서 어느 정도는 정찰을 했을 테고, 이곳은저들의 영토이니만큼 지형에 대해서는 더 잘 알고 있을 수도 있다. 이 작전이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이윽고 밀집대형을 갖춘 기사들 - 지금은 보병이지만 - 이 그대로하나의 절벽이 된 것처럼 미동도 없이 서 있는 것이 보인다. 앞으로뻗어나온 랜스와, 위로 세워진 랜스들, 멀리서 보아선지 마치 조그마한 고슴도치 같다. 이쪽 전투의 진행도 지켜보고 싶었지만 몸이 두 개가 아닌 이상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아버지는 나를 바라보며 다시 말했다. "태자 전하를 잘 지켜 드려라. 그리고 너도 몸조심해라." "예." 생각보다 깔끔하게 대답을 마쳤다. 아버지는 츠칠헨에게는 이미 따로 명령을 했는지 나르디에게 절을 하고는 몸을 돌려 키반의 지휘 하에 전투 준비를 이미 마치고 있는 기사들에게로 떠났다. 절벽 뒷길로돌아가는 이 입구에는 이제 나르디와 나, 유리카, 그리고 다섯 명의기사들만이 남아 있었다. 조금 있으면 밀집대형의 진영에서 횃불이오를 것이다. 세르무즈 군을 정면으로 유인하기 위한 계략이다. 기사들은 유리카가 동행하는 것에 대해 대부분 불안하게 생각하는듯했다. 남자 못지않은 건장한 여기사인 드모나 델 카릴과는 달리 유리카는 그저 보통 소녀와 마찬가지로 가볍고 날씬한 몸을 가지고 있었고, 늘 가지고 다니는 숏소드 외에 별다른 무기가 눈에 띄는 것도아니니 그들이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심지어 한 기사는 우리들의 빠른 이동을 그녀가 따라올 수 있겠느냐고 말해서 나를웃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다. 그러나 유리카는 몸집이 크고 힘이 센기사들로선 불가능한 공격을 할 수 있는 능력을 지녔다. 그걸 아는나는 그다지 그녀를 걱정하지 않았다. 오히려 보다 처절한 싸움이 벌어질 것이 분명한 이쪽에 그녀를 놓아두고 가는 것이 훨씬 더 마음에걸렸을 것이다. 엘다렌은 여기에 남기로 했다. 나도 다른 모든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엘다렌은 여기에서 더 도움이 되리라고 확신했다. 비록 빠른 이동력은 떨어질지 몰라도 고정된 육지에서의 공격이라면 결코 저 기사들에게 지지 않을 솜씨를 가진 그다. 다른 짐은 모두 여기 놓아두고 간다. 여전히 짐 속에 들어가 있게 한 주아니가 제발 아무 일 없었으면좋겠다. 전투의 기운, 절벽 주위를 감돌고 있는 기묘한 분위기를 나는 마음속으로 그렇게 이름붙였다. 이런 전투의 현장에 있는 것은 당연히 처음이다. 약간은 불안한 듯하면서도 흥분된 분위기, 모두의 긴장이 주위의 대기까지 다르게 만드는 듯했다. 숨을 들이쉬어 보았다. 금속성의 공기가 감돌고 있다. 단단한 창과 칼, 기름칠한 활과 화살촉의 냄새. 출발을 기다리는 감각이 온 몸을 근질거리게 했다. "적이 정면 길로 올라오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태자 전하, 출발을!" 아버지가 보낸 전령의 외침, 나르디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칼을 뽑아 높이 들었다. "출발한다!" "모두의 명예를 빛내는 무훈을!" 저건 구원 기사단이 출정 직전에 하는 말 가운데 하나라고 들은 일이 있다. 저것 말고도 몇 가지 더 있다는데 자세히는 모르겠다. 어쨌든 우리는 다음 순간, 바위투성이의 샛길로 뛰어들었다. 코 안을 파고드는 신선하고 싸늘한 공기, 칼집 철컥이는 소리와 여덟 사람의 발소리, 숨소리만이 울리는 우거진 숲길, 바닥에 채이는것은 깨어진 자갈들과 쓰러지고 밟혀 짓이겨지는 잡풀들 뿐. 맨 앞은 츠칠헨, 다음이 나르디, 나, 유리카, 그 뒤로 네 명의 기사가 따르고 있다. 전진 속도는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빨랐다. 횃불도 램프도 없이, 별빛 하나 없는 하늘 아래 캄캄한 길을 망설이지도않고 내닫는다. 빨리 가지 않으면 안 된다. 늦어지는 만큼, 한 사람의 목숨이 더위태로워진다. 서걱서걱, 사각사각, 첨벙첨벙, 타닥타닥. 날카로운 나뭇잎들이 뺨을 긁고, 양손으로 늘어진 가지를 젖히고,팔을 내저어 시야를 트면서 나아간다. 정신없는 전진 속에서도 마음은 훨씬 더 급했다. 내가 느리게 내딛은 한 걸음이 또 한 사람을 사지로 몰아넣을 것만 같다. 이를 악물고 쏜살같이 숲을 빠져나가는 츠칠헨과 나르디를 따랐다. 유리카는 그야말로 숲의 요정처럼 가볍게 잎을 헤치며 달려가고 있다. 아무 무장도 갖추지 않은 탓이기도 하겠지만, 은빛 머리카락을흩날리며 마치 바닥을 딛지 않고 날아가는 것처럼 나아가는 그녀는함께 전진하는 기사들의 시선조차 빼앗았다. 그녀가 전진 속도를 못따라올 거라고 누가 말했지? 지금쯤은 굉장히 창피하겠군. 기사들은 모두 정강이받이와 투구, 방패, 랜스 등은 모두 진지에내버려두고 흉갑과 검만을 소지했다. 그런 가운데 가장 큰 검을 지닌것은 나였다. 게다가 이 검은 내가 초창기에 고생한 그대로 크기보다무게는 한 술 더 뜬다. 결론적으로 제일 몸이 무거운 것은 나였다. "파비안, 서둘러!" 유리카가 내 옆에서 조그마하게 외치고는 다시 앞으로 나아간다. 그녀의 속도라면 이미 일행 모두를 앞질러 달려가고도 남았겠지만,그럴 필요는 없었기 때문에 그녀는 적당히 보조를 맞추어 전진하고있다. 그녀는 나르디 옆으로 다가갔다. "적당한 시점에서 앞서 나아가 상황을 살펴보겠습니다." 나르디의 고개가 끄덕여지는 것이 보였다. "유리, 부탁해." 저런, 유리카, 위험하단 말야. 그러나 내가 말릴 입장이 아님을 잘 알고 있다. 지금 그녀는 내 일행이라기보다 한 작전을 수행하는 부대의 부대원이다. 내가 그녀의결정을 놓고 이러쿵저러쿵 참견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 그리고 그녀의 가벼운 몸놀림과 속도는 정찰에 최적이기도 하다. "여기부터, 소리를 낮추고 전진한다." 거의 이십분 가량을 나아갔다 싶은 무렵, 나르디가 명령을 뒤로 전달했다. 여기가 어디쯤인지 잘 모르겠다. 거의 다 왔을 것 같긴 한데, 그렇다면 통나무를 쓰러뜨려 길을 막아 놓은 것이 보여야겠지. 그러고 보니, 그 통나무들은 야간에 우리들을 위한 표지 역할도 하는구나. 나르디는 유리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좀 살펴봐주고 오겠나? 통나무가 보이면 즉시 돌아오게." "알겠습니다, 전하." +=+=+=+=+=+=+=+=+=+=+=+=+=+=+=+=+=+=+=+=+=+=+=+=+=+=+=+=+=+=+=coldbear 님, 친절한 말씀 감사하고 연재 속도 흐트러지지 않고 출판때까지 이끌어 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세월의 돌(Stone of Days)=+=+=+=+=+=+=+=+=+=+=+=+=+=+=+=+ 7장. 제6월 '인도자(Guardian)'3. 핏빛 하늘의 만가 (6) 유리카가 어둠 속으로 사라졌고, 우리는 이제 속도보다는 좀더 주의 깊은 전진에 신경을 썼다. 혹시라도 작전을 눈치채고 복병을 숨겨놓았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주위에 혹시라도 움직임이 있는지모두 신경을 곤두세웠다. 공기가 꽤 쾌적하고 시원하다. 어쩌면 오늘 밤 내 비는 오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파비안, 내 옆으로 와." 우리 모두는 숨이 차서 호흡이 거칠었다. 나는 나르디의 옆으로 바짝 다가갔다. 츠칠헨은 여전히 전방을 맡고 있다. 그는 마치 냄새라도 맡는 사냥개처럼 주위를 향해 얼굴을 내밀고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유리카는 금방 돌아왔다. 그녀는 별로 길게 말하지 않았다. "모든 것이 짐작대로입니다." 나르디는 고개를 끄덕였다. 유리카가 어둠 속에서 가볍게 웃는 것으로 보아 상황은 꽤 좋은 모양이다. 이제 싸움은 눈앞으로 다가와있었다. "아주 가깝습니다. 백합 기사들은 약 15명 가량으로 보이며, 그들은 붉은 갑옷을 입은 자를 둘러싸고 있습니다. 전진하지 않고, 주위를 경계하는 듯합니다." 그녀가 필요한 말을 마치자, 나르디는 사람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딘과 드모나는 우측을 맡고, 시그머와 카크다나가 좌측을 맡는다. 나와 츠칠헨, 파비안은 정면으로 들어간다. 모두 왕족의 생포만이 목적임을 명심해라. 쓸데없는 피는 흘릴 필요가 없다." "예!" "예엣!" 나르디는 숨을 한 번 쉬더니 유리카를 보았다. "유리, 싸움이 시작되거든 기회를 틈타서 적의 뒤로 돌도록. 후방에서 기회를 잡아 확실한 순간에 가세해라. 승리를 확실하게 하거나,패배의 위기를 구해라." 유리카의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다. 나르디의 의도를 눈치챈 모양이다. 그는 유리카가 아무 일도 하지 않기를 원하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위험해지는 것도 바라지 않았다. 그리고, 그 역할은 몸이 빠른 유리카에게는 딱 맞았다. "알겠습니다." 나르디는 고개를 끄덕이고 기사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공격 위치에 맞추어 분산 전진!" 달 없는 밤, 그림자도 지지 않았다. 녹색 잎들이 유동하는 밤공기 사이, 보랏빛으로 물들어 있다. 멈추어 선 기사들의 갑옷에선 짓이겨진 풀내음와 금속 냄새가 함께 느껴진다. 이제, 신호만 기다리면 된다. 하나, 둘. 나르디의 손이 한 번 높이 올라갔다. 다음 순간, 우리는 몸을 낮추고 있던 통나무 너머에서 단숨에 뛰어올라 샛길로 뛰어들었다. "……." 기합도 필요없었다. 몸을 낮추고 단번에 찔러들어갔다. "기습이다!" 생각보다 빠르게 적 사이에서 외침이 일었다. 날카로운 말 울음 소리와 당황하여 이리저리 움직이느라 다그닥대는 말발굽 소리들, 정적은 완전히 깨어졌다. 어깨에 백합 무늬가 새겨진 어깨가리개, 저들이백합 기사들이다. 순식간에 방패 모양으로 신속하게 대열을 짜려는 그들을, 구원 기사단의 정예 기사들이 가만히 놓아둘 리 없었다. "좌우 1진 공격!" 외치고 있는 것은 츠칠헨이다. 이쪽 숫자가 적기 때문에 시간차 공격을 가하는 모양이다. 기습 부대가 많은 것처럼 보일 필요가 있었다. 딘과 드모나, 시그머와 카크다나가 양쪽에서 몰아쳐 들어가는 모습은 마치 폭풍의 두 날개 같다. 정확히 방패 대형 양끝에서 약간 안쪽을 찌르고 들어가며 대열을 흩트려 놓았다. 카크다나가 휘두르는 반달 모양의 커다란 대검은 확실히 놀랄 만했다. 그의 번뜩이는 검은피부가 밤의 빛깔과 뒤섞이자 그는 거의 종횡무진이다. 한 번 휘둘러단숨에 말 두 마리의 다리를 잘라버리고, 그 다음으로 마주친 말탄기사를 아래서부터 그대로 꿰뚫었다. "끄윽……." 여기사인 드모나의 힘도 상상 이상이다. 보통 여자라면 한 개도 제대로 휘두르기 어려울 롱소드를 한 손에 하나씩 잡고 폭풍 같은 힘과속도로 적을 내지른다. 나르디처럼 크고 작은 검을 하나씩 드는 경우는 이야기를 들어 봤지만, 저렇게 큰 검 두 개를 한꺼번에 휘두르는것은 들어본 일도 없다. 그러면서도 양손 모두 정확히 급소만을 찾아찌른다. 그녀의 손에 곧 두 기사의 목줄기가 뚫렸다. 나는 뒤를 돌아보았다. 어느 새 나르디가 보이지 않았다. "나…… 태자 전하는?" 내 대답에 츠칠헨은 문제 없다는 듯 한쪽 고개를 저어 보이더니 내게 조그맣게 말했다. "뒤는 걱정말고, 곧장 앞으로 달려 대열을 뚫으십시오." 무슨 뜻에서 하는 말이지? "알겠습니다." 백합 기사들이 대열을 다시 가다듬기 전에 단숨에 교란시켜 놓아야한다. 그런데 붉은 갑옷의 왕족, 아니 공주는 어디로 갔지? "2차 부대 돌격!" …… 2차 부대 돌격에 겨우 두 명이라니, 츠칠헨의 농담은 조금 심했다. 어쨌든, 외침과 동시에 츠칠헨과 나는 서로 질세라 앞으로 달려들었다. "말을!" 츠칠헨이 외치지 않아도 알고 있다. 검을 한껏 우측으로 꺾었다가첫 번째 맞닥뜨린 말의 다리를 향해 풀스윙으로 휘둘렀다. 이이히히히히힝-! 높다랗게 허공을 찢는 울음소리와 함께 말의 무릎이 푹 꺾이고, 아니 잘라져 나가고, 그대로 앞으로 넘어졌다. 말을 탄 기사의 몸이 앞으로 쏠린다. 기사는 고삐를 이용해서 중심을 잡으면서 나를 향해 거대한 랜스를 찔러들어왔다. "커!" 강철 랜스를 잘라버리기엔 역부족이다. 간신히 쳐내고 나서 랜스의사정거리 안쪽으로 오히려 뛰어들어갔다. 그가 가까이 온 적을 맞아긴 창을 거두고 검을 꺼내려는 순간을 노려, 안장 안쪽을 힘껏 찔렀다. "크으……." 백합 기사가 옆으로 굴러떨어졌다. 죽을지 안 죽을지는 모르겠지만이번엔 그냥 보지도 않고 검을 휘돌려 아래를 찍었다. 약간 저항이있는 듯 하더니 물컹, 하는 느낌과 함께 격렬한 경련이 검을 타고 전해진다. 이거 뭐야, 이 검이 갑옷을 뚫었나? 확인할 사이도 없이 검을 힘껏 뽑아 뒤에서 몰아쳐 오는 적을 향해수평으로 그었다. 온 몸이 검의 움직임에 휘청, 하며 휘둘렸다. 눈으로 점성 강한 액체가 튀었다. 촤악! 캄캄했지만, 눈을 감으니 더 캄캄했다. 왼손으로 정신없이 눈을 훔치고 뜨는 순간, 앞으로 달려드는 검이 있었다. 티캉! 내가 휘청거리며 아래로 밀렸다. 달려들어 찍었던 모양이다. 간신히 힘을 버티며 발을 들어 상대의 다리를 걸어 잡아당겼다. 마치 동네 소년들과 싸우던 때 쓰던 방법 같지만…… "크와악!" 앞으로 넘어오는 적을 어깨로 받아내어 옆으로 밀쳤다. 다음 순간,잠깐의 망설임 끝에 목을 노리려던 검은 아래로 내려져 놈의 옆구리를 뚫었다. 힘껏 다시 뽑은 검에서 일순, 붉은 빛이 비친 듯 했다. 피였나? 아니면 다른 것? 몰라, 하다 보면 잘 되겠지! "조심해요!" 시그머로 보이는 기사의 등 뒤로 적 하나가 검으로 찔러들어가고있다. 검 사정거리보다 더 가까운 위치라, 아예 몸으로 밀치고 들어갔다. "으윽……." 목소리는 여자의 것이다. 백합 기사단에도 여자 기사가 있구나. 상대가 쓰러지자 시그머가 돌아보더니 상대의 가슴을 발로 밟고는힘껏 검을 찔러넣었다. 부르르 경련을 일으키다가 금세 조용해진다. 이것 참, 왠지 기분이 이상해지는 느낌인데. 싸울 때에는 조금씩제정신이 아니게 되는 것 같아. 나스펠 정령들이 말한 통어, 보크리드를 위해서는 자신의 열정을 다스릴 수 있어야 하는데. 뜨거운 머리와 차가운 정신이라, 자, 간다! +=+=+=+=+=+=+=+=+=+=+=+=+=+=+=+=+=+=+=+=+=+=+=+=+=+=+=+=+=+=+=저어, 벌써 삭제된 부분이나 그 중에 일부분에 대한 요청을 하시는분들이 있어요. 모든 분들마다 갖고 계신 어쩔 수 없었던 사정을 알고 있지만.... 유감스럽게도 그런 분이 한두 분이 아닙니다. 처음에 정말 아깝게도 한 편(같은 제목으로 된 것들이 한 편입니다) 정도를 놓치신 분의 메일이 왔을 때엔 보내드릴까.. 하는 마음도가졌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데 오늘 이 시간까지 있자니 그런 메일이 몇 개로 불어났고, 그리고 오늘 뿐이 아니고 내일도, 그 이후에도어쩌면 계속해서 받게 될 수도 있다라는 사실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려, 어떤 분은 보내드리고 어떤 분은 안 보내드릴 수가 없네요... 하루, 아니 한 시간 늦게 메일 보내신 분은 무슨 죄란말입니까? 정말 헷갈렸습니다만.... 결론은 아무한테도 보내드릴 수없다는 쪽으로 내리고 말았습니다. 주위에 출판으로 삭제한 다른 작가분들께서 팬메일의 반은 글 요청메일이라고 말했을 때 예전엔 안 믿어졌었는데.... 정말 아깝게 조금 놓치신 분들, 정말 죄송합니다. 저로서도 다른방법이 없습니다. 그저 꾸벅, 고개 숙이는 수밖에는요. 그런데 오늘, 어떻게 된 일이죠? 01443이 전혀 접속이 안 되네요. 접속만 되고 1을 누르는 순간 멈춰버리는... 별 수없이 하이텔로 돌아들어오고 말았습니다. (이 방법을 알려주셨던 독자분께는 늘 감사하고 있답니다. ^^) +=+=+=+=+=+=+=+=+=+=+=+=+=+=+=+=세월의 돌(Stone of Days)=+=+=+=+=+=+=+=+=+=+=+=+=+=+=+=+ 7장. 제6월 '인도자(Guardian)'3. 핏빛 하늘의 만가 (7) 챙! 날카로운 검 부딪치는 소리와 함께 츠칠헨이 한 기사를 솜씨있게쓰러뜨리고 있다. 내 옆으로 달려드는 말발굽을 피해 머리 위의 랜스를 힘껏 위로 쳐올렸다. 쳐내는 느낌이 꽤 묵직하다. 이번엔, 좀더마음을 집중시켜 다시 달려드는 랜스를 옆으로 쳐냈다. "크허!" 손목 전체가 떨렸다. 말 뒤로 일단 비켜서는데,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랜스가 다시 찔러들어온다. 검을 옆으로 꺾을 여유가 없었다. 긴장하여 식은땀이 흘렀다. 머리카락이 서는 듯했다. 쩡! 너무 급해 검을 그대로 앞으로 갖다 밀어붙였다. 찔러들어오는 랜스의 날카로운 끝과, 멋쟁이 검의 넓은 표면이 정면으로 똑바로 맞닿았다. 멋쟁이 검 안쪽엔 홈이 파여 있다. 그러니까 옆으로 미끄러질염려는 없지만……. 이, 이게? 츠컹! 오히려 내가 놀라 버렸다. 검 안쪽 블레이드에 새겨진 문자에 랜스의 끝이 닿는 순간 번쩍,하면서 검에서 붉은 빛과 검은 빛이 동시에 튀어나왔다. 그리고, 랜스의 끝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 창끝 없이 몸체만 남은 랜스를 황급히 거두며 나를 공격한 백합 기사는 놀라 말을 뒤로 물리려 했다. 나도 도통 무슨 영문인지 알 수가없었지만, 지금은 생각에만 잠겨 있을 수는 없었다. 오히려 자신의 동작에 대해 생각할 겨를도 없이 힘껏 검을 찔러 들어갔다. "츠으……." 말탄 기사의 몸이 아래로 푹 꺾인다. 옆구리를 찔렀을 뿐인데, 상대는 치명상을 입은 듯, 제대로 소리도 한 번 못 질러보고 고꾸라졌다. 난 죽이려고 한 것이 아닌데……. "……." 이상하다. 내 몸 안에서 전처럼 불같은 기운이 타오르고 있는 것도아니다. 어떻게 된 거야! 생각할 틈도 없이 몰아쳐오는 다른 기사의 검을 똑바로 뚫으며 앞으로 몇 걸음 내딛자, 엉겁결에 백합 기사들이 막고 있는 대열을 통과해 버렸다. 돌아서서 적의 검을 쳐내버리고 나자 주위를 약간 돌아볼 여유가 생겼다. 주위보다 멋쟁이 검을 먼저 내려다보았다. 빛나진 않는다. 그런데블레이드의 문자들이 이상한 은빛을 뿌리고 있다. 이 어두운 가운데그 글자들을 아는 사람이라면 한번에 읽을 수 있을 정도로. 그리고, 그 다음으로 내 눈에 어렴풋이 들어온 사람이 있다. "전하를 보호하라!" 붉은 망토, 역시 붉은 갑옷 안쪽으로 보이는 흰 천과 어깨 장식,흰 술 달린 붉은 투구…… 저 자다! 이제 거의 우리와 같은 숫자로 줄어든 백합 기사들이 붉은 갑옷 기사를 등을 대고 둘러싸기 시작했다. 이제 기습의 효과는 모두 사라졌다. 철저히 실력, 이제 1대 1 결투들만이 남았다. "끄륵……." 또 한 기사가 긴 창으로 순식간에 목이 꿰뚫려 입 안으로 피를 삼키는 소리와 함께 말등에서 떨어졌다. 고개를 급히 들고 보니 어느새 말을 잡아타고 랜스를 집어든 츠칠헨이다. 그는 이제 기사답게 능란한 창술 솜씨를 발휘하는 중이다. 다시 돌아보니 딘 에버차이즌도말을 빼앗아 타고 있었다. 짧게 깎은 머리카락의 반 이상을 피로 적신 드모나가 여전히 차가운 눈빛을 빛내며 롱소드를 휘두르는 것이보인다. 그녀의 엄청난 기세에 눌려 웬만한 기사는 다가서지도 못할정도다. 붉은 갑옷의 기사는 보호받고 있는 것으로 만족하지 않았다. 그는뚫려 있는 뒷편으로 말머리를 잽싸게 돌리더니 두 번 고개를 돌리며주위를 둘러본 뒤, 갑자기 내 쪽으로 말을 몰아오기 시작했다. 검을 똑바로 세워 쥐었다. 저쪽은 말을 타고 있으니 내가 절대적으로 불리하다. 그렇다면, 내려오게 해 줘야겠지. 저쪽에서 다가오기 전에 오히려 내가 앞으로 내달렸다. 위험하다,머릿속에서 무언가가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저 긴 랜스가 내게 먼저와 닿을 것이다. 이대로는 안 된다. 그리고, 찔러져 들어오는 창. "하앗!" 나는 아까와 똑같이, 검을 세워들어 그 랜스와 정면으로 맞부딪쳤다. "큭……." 온 팔의 뼈가 덜그럭대는 것 같다. 놀라운 일이지만, 공주라고 했던 이 왕족의 창은 앞서 마주친 기사의 것보다 훨씬 더 강력한 것 같았다. 그러나 나도 질 수 없다. 나는 힘껏, 검을 밀어 랜스의 끝을뒤로 떨쳐냈다. "……!" 아까처럼 랜스의 끝이 사라져 버리지는 않았지만, 날카로운 끝이끊어져 떨어져 나갔다. 기회를 놓칠세라, 나는 그대로 앞으로 달려들어 말의 옆구리를 힘껏 찔렀다. 푸르륵, 이힝힝힝! 잘 훈련된 말임에 틀림없었다. 말은 쓰러지기 직전, 자신의 주인이바닥에 거꾸로 처박히지 않도록 비틀대다가 무릎을 꿇고 잠시 그대로멈추어 있었다. 그 사이, 붉은 갑옷의 기사는 재빨리 말등에서 뛰어내렸다. 말이 쓰러진 건 그 다음의 일이었다. "……." 말은 하지 않지만, 상대방은 말이 죽은 일로 몹시 화가 난 것 같았다. 나도 검을 고쳐 잡았다. 쉬운 싸움이 아니다. 상대방은 검을 뽑아들더니 앞으로 한 걸음, 성큼 다가들어 말없이 검을 휘둘렀다. 나는 생각했다. 내 임무는 저 자를 죽이는 것이 아닌데? 이것 참, 굉장히 곤란한 일이잖아! 츠컹! 검으로 전해지는 기운이 예사 솜씨가 아니다. 좌우 연격으로 치고들어오는 바스타드에 오히려 내가 뒤로 밀렸다. 죽일 수도 없고, 상처를 입히기도 그렇고, 그러면 도대체 어떻게 싸워야 되는 거야? 어쩐다? 나는 갑자기 커다란 목소리로 외쳤다. "자, 잠깐만!" 이런 게 통할 거라곤 생각하지 않았는데, 어이없게도 상대는 무슨생각을 한 건지 정말 잠깐동안 검을 멈췄다. 긴 순간은 아니었지만,나는 그 짧은 사이를 이용해서 재빨리 뒤로 후닥닥 뛰어 물러났다. 그런 다음 커다랗게 외쳤다. "아아, 당신하고 별로 싸워봤자 득될 것이 없을 것 같아서요!" 도망치는 거냐고? 결코 아니다. 그러면? +=+=+=+=+=+=+=+=+=+=+=+=+=+=+=+=+=+=+=+=+=+=+=+=+=+=+=+=+=+=+=오늘은 한 개입니다...^^;;추석이란 역시 노는 날이 아니더군요...;Luthien, La Noir. +=+=+=+=+=+=+=+=+=+=+=+=+=+=+=+=세월의 돌(Stone of Days)=+=+=+=+=+=+=+=+=+=+=+=+=+=+=+=+ 7장. 제6월 '인도자(Guardian)'3. 핏빛 하늘의 만가 (8) 나는 좀더 멀어지면서 다시 외쳤다. "당신도 별로 득될 것 없을걸요!" 상대는 상황을 알아차리자 급히 내 뒤를 쫓으려 했다. 그러나 그건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는 짓이다. 왜냐고? 붉은 갑옷의 기사가 내 쪽으로 걸음을 옮기기 위해 검을 아래로 내리는 순간이었다. "남의 남자친구 뒤는 쫓아가서 뭘 어쩌려고요?" 은빛 섬광이 어둠을 가르고 사이로 뛰어든다. 눈에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의 속도로 달려든 그것은, 순식간에 검을 든 기사의 손을 강하게 쳤다. "!" 어두운 가운데 갑자기 은빛 긴 머리가 앞을 가리자 상대방은 당황하여 움찔한다. 그리고 유리카의 놀랄 만한 발검술, 그 빼어드는 속도와 달려들던 기세를 이용하여 굉장한 힘을 상대의 오른손 하나에집중하여 치고 지나가는 순간, 그 손에서 검이 떨어져 나갔다. 모든 것이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다. 붉은 갑옷과 은빛 머리카락,두 사람의 동작이 내 눈에는 한 순간, 한 몸인 양 뒤섞이고 겹쳐지는것 같다. 말로 다할 수 없이 역동적인 한 순간, 시간은 잠시 멈춘 듯했고 내 눈에는 두 사람이 그 자세 그대로 수 분의 일초동안 굳어진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그 잠깐이 끝나고 유리카는 달려온 반대쪽으로 빠져나갔으며, 검을 떨어뜨린 붉은 갑옷은 상황을 눈치채기도 전에 모든 동작을멈추지 않을 수 없었다. 등 뒤에서 날카로운 단검이 목에 들이대어져 있었다. "부하들에게 싸움을 멈추도록 명령하십시오." 그 목소리에는 비아냥거림이나 비웃음 같은 것은 전혀 섞여 있지않았다. 검은 두건으로 얼굴과 머리를 감싸 완전히 눈에 띄지 않는 모양을하고 있는 자, 붉은 갑옷에게 단검을 들이댈 수 있는 것은 싸움의 장소에 없었던 단 한 사람, 처음부터 어디론가 사라졌던 단 한 사람밖에 없었다. 나는 한 순간 누군가 명령하기도 전에 이미 멈춰져 버린싸움터의 한가운데에서 확신에 가득차 커다란 목소리로 외쳤다. "나르디!" 나르디는 오른손으로 검을 쥐고 왼손으로 붉은 갑옷의 두 팔을 틀어쥐고 있었으므로 내 부름에 대답하여 두건을 벗어제칠 수가 없었다. 대신 그녀가 가진 힘의 몇 배로 힘껏 치고 지나가느라 바닥에 거의 넘어지다시피 한 유리카가 몸을 일으키더니, 나르디의 뒤로 돌아가 그 두건을 벗겼다. 검은 두건 아래로 금빛 머리카락이 한꺼번에흘러내렸다. "……!" 이미 붉은 갑옷의 왕족이 무슨 명령을 내릴 필요는 없었다. 구원기사단의 정예 기습부대는 대부분의 백합 기사들을 죽이거나 전투 불능으로 만들었으며 남은 기사들도 이미 사로잡힌 왕족을 보고서 무기를 내렸다. 전투는 끝났다. 붉은 갑옷을 입은 자는 대답하지 않았다. 움직이지도 않았다. 바닥에 떨어진 채 주인을 지키지 못한 검이 싸늘하게 빛나고 있다. 나르디는 고개를 들더니 커다랗게 외쳤다. "공주를 지키고 싶다면 모두 저쪽으로 물러서라!" 무모하게 달려들려는 한 기사가 있었다. 나르디는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갑자기 손을 바꿨다. 오른손에 들렸던 단검이 사라지고, 왼손에 언제부턴가 숨기고 있던 단검이 다시 목에 들이대어졌다. 사라진 단검은? "커윽……." "한번만 더 이런 짓을 하면, 협상 없이 그대로 끝낸다." 나지막하고 살벌한 목소리, 충분한 위협이 담긴 목소리다. 적을 생포한 채로 순식간에 단검을 던져 상대를 제압하는, 입이 벌어질 묘기를 보고 나자 적들은 더 이상 덤벼들 생각을 하지 않았다. 순순히 뒤로 물러서더니 한쪽으로 모여 섰다. 나르디는 손을 좀더 조이며 그의 포로에게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결국, 왕족끼리의 대결이 되었군요, 그렇죠?" "……." 대답이 있든 없든, 그는 그대로 포로를 끌고 몸을 돌려 모여선 세르무즈 군을 향해 섰다. 검은 옷에 금발, 그의 포로와는 달리 아무갑옷도 걸치지 않은 가벼운 몸차림이 세르무즈 군의 눈길을 끌었다. 그의 낭랑한 목소리가 밤공기 속으로 퍼졌다. "나는 이스나미르의 태자, 나르디엔 루아 듀플리시아드다. 너희들이 잡으려고 했던 바로 그 사람이지. 그러나 사태는 이렇게 반대로뒤집혔다. 물론 너희들도 예상한 바는 아니었겠지만, 이제 내가 좀무리한 요구를 한다 해도 불만은 없으리라 본다." 나는 문득 저도 모르게 실소할 뻔 하다가 웃음을 꾹 눌렀다. 녀석의 말투는 예전 나와 함께 여행하던 때와 근본적으로 다른 게 없다. 단순한 얘기를 놓고 뭔가 쓸데없이 복잡한 절차를 걸쳐 상대방에게의사를 전달하는 것 말이다. 그냥 단순하게, 말을 안 들으면 이 자를죽여버린다, 고 해도 되는데. 어쨌든 대답이 있을 리 없었다. 나르디는 다시 입을 열었다. "너희들은 대장도 없나? 앞으로 나서라." 피로 얼룩지고 반쯤 찢어진 망토를 걸친 한 기사가 앞으로 걸어나와 섰다. 고개를 드는 것을 보니 눈빛이 적의로 형형하게 번쩍거렸다. 그러나, 그런 감정에도 불구하고 그 역시 진 이상 어쩌는 수는없었다. "나는 이 고귀한 포로를 모시고 내 진영으로 돌아간다. 너희 가운데 용기있게 따라올 자는 한 명만 나서라. 그는 두 진영 간의 소식전달자로 쓰일 것이다. 너희 가운데 누구라도 더 이상 죽일 생각은없다. 모두 돌려보낸다. 단 한 명만, 너희의 고귀한 포로를 위해 따라오너라." "내가 가겠다." 상당한 자존심, 존대를 쓰지 않는 것을 보고 츠칠헨이 발끈했으나나르디는 눈짓으로 그를 말렸다. 그러더니 입을 연 적의 대장을 바라보며 말했다. "너는 안 된다. 마이프허 경에게 상황 보고를 해야 할 것 아닌가. 다른 자가 나서라." 세 명이나 되는 기사가 한꺼번에 앞으로 나섰고, 다시 남은 기사들도 움직이려고 했다. 나르디는 고개를 저었다. "저기, 붉은 머리를 가진 기사로 하겠다. 너희들은 곧장 산 아래로내려가 본대가 돌아올 때까지 기다려라. 만일 뒤를 쫓는다면, 너희들뿐 아니라 포로들 역시 용서하지 않겠다. 오늘 밤이 지나고, 내일 아침 일찍 전령을 보내겠다. 이상." 나르디는 츠칠헨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돌아간다. 모두 수고했다." 그리 높지 않은 환호성이 우리 기사들 사이에 일었다. 포로가 되기를 자청한 기사는 카크다나와 딘이 단단히 손을 뒤로 묶어 앞으로 세웠다. 포로의 손을 묶으려고 나서자 나르디가 고개를 저었다. "내가 직접 하겠다. 왕족은 왕족에게 사로잡히는 것이 어울리겠지. 필요없는 모욕은 줄 필요가 없다." 그는 손수 포로의 양손을 돌려 묶더니 다시 정중한 말투로 말했다. "투구를 벗어 주신다면 감사하겠습니다만." 상대방은 손을 움직이지 못하니 투구를 직접 벗을 수 없다. 당연히대꾸가 없자 나르디는 다시 말했다. "원하신다면 제가 대신 손을 빌려드리고자 합니다." 잠깐 침묵이 흐르고 처음, 정말 처음으로 붉은 갑옷을 입은 포로는입을 열었다. 나는 그 목소리가 궁금하여 귀를 바짝 기울였다. +=+=+=+=+=+=+=+=+=+=+=+=+=+=+=+=+=+=+=+=+=+=+=+=+=+=+=+=+=+=+=추석은 모두 잘들 보내셨나요? 각종 소화불량과, 일부 여자들은 온갖 일에서 몰려오는 피로를 각별히 주의해야 하는 때가 명절이지요... ^^; 물론 놀면서 쌓이는 피로도 만만치 않고... 저도 어제는 여러 사람들이 제가 글을 쓰도록 내버려 두지 않더군요.. ^^; 결국은 하나밖에 못 올리고 말았습니다. 300회 기념 이벤트, 감상과 투표가 아직 진행중인거 아시죠? Luthien, La Noir. +=+=+=+=+=+=+=+=+=+=+=+=+=+=+=+=세월의 돌(Stone of Days)=+=+=+=+=+=+=+=+=+=+=+=+=+=+=+=+ 7장. 제6월 '인도자(Guardian)'3. 핏빛 하늘의 만가 (9) "…… 어차피 포로가 아니오, 마음대로 하시오." 톤이 높은 목소리, 날카롭지만 고상한 억양을 가진 목소리였다. 물론, 여자의 목소리다. 나는 그때까지도 완전히 확신하지 못하고 있던의문을 풀었다. 공주라는 말, 정말 맞았구나. 그녀도 나르디가 존대를 하는 만큼 함부로 반말을 하지는 못했다. 마브릴의 공주는 나르디가 투구를 벗기도록 가만히 있었다. 투구가 벗겨지며 위로 올라가자, 다음 순간 놀랄 만큼 새카만 머리카락이 폭포처럼 흘러내렸다. 산 아래로 내려가던 세르무즈의 기사들도 그들의 공주가 모욕을 당하는 장면을 보고자 함인지, 이 순간 고개를 돌려 언덕 위를 올려다보았다. 조각 같은 콧날과 시원스런 이마, 밤하늘을 한 조각 잘라다 박아넣은 듯 청명하게 반짝이는 흑색 눈동자. 성미를 나타내듯 몹시도 뾰족한 턱, 그리고 그 머리는…… 밤의 갈가마귀조차 이보다 더 검은 깃을 가지지는 못했을 성싶었다.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공주는 어디가나 본래 이렇게 항상 아름다워야만 하나? 그것 참 곤란한 직업이로군. 그리고 그 검은 눈이 똑바로 들려져, 나르디의 얼굴에 가 박혔다. "……." 나르디도 그녀의 얼굴을 정면으로 보고 있다. 이상하게도 둘은 오랫동안 서로의 얼굴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나르디의 금빛 머리카락과 금갈색 눈동자, 그리고 검고 검은 마브릴의 공주. 그녀는 얼굴조차 햇빛 못 본 귀족 처녀처럼 새하얗지는 않았다. 남자 못지않게 전장을 누볐다는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그녀의 피부는 전체적으로 연한 갈색을 띠었다. 그것이 또한 상당히 독특한 매력을 풍겼다. 이윽고, 두 사람의 눈이 떨어졌다. "출발하자." 서둘러 돌아가야만 할 이유가 있었다. 지금도 구원 기사단의 정예기사들은 압도적 다수를 앞세워 육박해오는 적을 막아내느라 죽을 힘을 다하고 있을 것이다. 오랜만에 하늘을 메운 보랏빛 구름이 갈라지고, 차가운 별이 하나떠올랐다. 거봐, 오늘 밤은 비가 오지 않을 거랬잖아. 마치 물가에 진을 치기라도 한 것처럼, 푸른 안개가 서린 아침이었다. 단체 생활을 할 때에는 멋대로 아무 때나 일어나는 것이 좋은 덕목이 못 된다. 첫째, 남들의 눈총을 받고, 둘째로 아침밥이 남아있지않은 경우가 허다하며, 마지막으로, 스스로가 창피하니까. 나는 날이 다 밝기도 전에 벌떡 일어나 앉았다. "파비안!" 나를 부르는 목소리, 아아, 너무 오랫동안 거기 두었구나. 나는 배낭을 열고 목소리의 주인공을 손바닥 위에 올렸다. 이베카시의 여관에서 처음 주아니를 잊어버렸을 때 '악덕 모험가'로 매도당하던 생각이 난다. 악덕 모험가라. 그땐 '악덕' 보다는 '모험가'라는말이 오히려 내게 결코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었는데, 지금 다시돌이켜 생각하니 내가 겪어온 일들을 결코 모험이 아니라고는 할 수없을 것 같았다. 그럼, '악덕'이라는 말은 예로부터 내가 한 해에 한두 번 쯤은 들어오던 말이었다고. 아마도 주로 '악덕 점원' 이었겠지만. "다치지 않았어?" 푸훗, 웃음이 나온다. 나를 잡아먹을 것처럼 - 결코 주아니의 기나긴 인생 전체를 통틀어도 그 많은 고기를 먹어치우는 것은 가능하지않겠지만 - 노려보며 소리를 지르던 때와는 모든 일이 사뭇 다르다. 나는 두 손바닥을 붙이고 주아니를 눈높이까지 올렸다. 정말, 보일듯 말 듯 한 코와 입에 비해 눈 하나는 또록하니 크다. 나는 한참이나 주아니를 그대로 바라보고 있었다. "왜 그래? 나 다 나았어." 그럼, 다 나았겠지. 로아에들은 그 왕성한 식욕만큼이나 체력도 튼튼한 것 같으니까. 말 멀미(?) 쯤이야 하루만 쉬면 충분한 일이지. "다 나았구나." 새삼스레 한 말을 다시 되풀이하며 나는 차가운 아침 공기를 한껏들이마셨다. 나르디와 아버지를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은 남녀 구별없이 모조리 숲에서 노숙을 했다. 아버지는 유리카더러 대신 천막에 들어가 자라고 했지만, 유리카는 한사코 말을 듣지 않고 일행과 함께지내겠다고 말했다. 다른 여기사들도 모두 노숙을 하는데 자기라고특별 대우를 받고 싶지는 않다는, 말을 하지 않아도 나는 그 마음을충분히 알았다. 어젯밤에 있었던 전투를 생각해 보면 우리는 운이 좋았다. 완벽한계획을 세우기도 했지만, 모든 제반 조건들이 하나도 어그러지는 일없이 그대로 들어맞기도 쉽지 않은 일이다. 물론, 구원 기사단의 기사들이 그야말로 거짓 없이 대륙 최강이더라는 것도 확인했고. 전쟁, 전투, 싸움이라. "주아니, 인간들 사이에 일어나는 일들, 잘 이해가 안 가지?" 나는 주아니가 스조렌 산맥 안에서 여명검의 고향을 찾아갔을 때,갖가지 기이한 일들에 대해 우리들만큼 놀라지 않았던 것을 기억하며말했다. 그만큼 보다 자연에 가까운 존재, 그런만큼 더더욱 우리를이해하기 힘들 것 같다. 더구나 다른 어떤 종족들보다 인간이 가장빈번히, 그리고 열렬히 하는 일 가운데 하나가 바로 전쟁이 아니었던가. 인간 족은, 대륙을 딛고 살아가는 모든 종족들 가운데서도 가장 자연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나온, 낯선 존재인지도 모르지. 주아니는 그 조그마한 어깨를 으쓱하더니 고개를 저었다. "아니." 어? 나는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아니라고? 다 이해가 간단 말이야?" 주아니는 조금 생각하는 듯했지만, 다시 입을 열었다. "인간의 일은 인간의 방법대로, 그걸 굳이 로아에의 방식으로 이해하려고 하지 않는 것이 가장 자연스러운 방식이야." "……." 늘 아이 같다고만 생각했던 주아니, 그렇지만 역시 65년을 헛사는것은 아니다. 일찍 일어난 날 아침의 약간은 피곤이 묻은, 그러나 상쾌하게 느껴지는 눈가의 공기. 나는 안개가 걷혀 가고 있는 진지 가운데 벌떡 일어나 걸음을 옮겼다. 천막 꼭대기가 고개를 숙인 채 우울하게 푸른날씨를 내려다보고 있다. 어디로 걷는 걸까, 내 걸음은 저절로 어젯밤 거대하게 쌓아올린 장작더미 쪽으로 향했다. 푸르스름한 안개에 젖은 나무더미가 어스름하게 자태를 드러낸다. 정말 높다. 나무의 양은 족히 마리뉴에서도 보이지 않을까 싶을 엄청난 불길을피워 올리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였다. 이걸 만들기 위해 어젯밤, 방금 힘겨운 전투를 끝낸 기사들은 불평 한 마디 없이 횃불을 밝히고묵묵히 도끼를 휘둘러 일했다. 근처 가까운 곳의 쓸만한 나무란 나무는 모조리 베어내다시피 했다. 민둥산이 되는 게 아닐까 두려워질 정도로. 물론, 나 역시 그들에 섞여 일했다. 용도가 무엇이냐고? "……." 굳이 말하자면, 진혼을 위한 것, 이라는 정도가 적당할까. "일어났나?" 기습 부대가 본진으로 돌아왔을 때, 그리고 정확히 잔-이슬로즈 공주의 생포 소식이 알려져 세르무즈 군이 당황스런 철수를 개시할 때까지, 구원 기사단에서 모두 열 둘의 기사가 죽었다. 물론 다시 기사로서 생활하기 어려울 정도로 치명적인 부상을 입은 사람도 꽤 있고,자잘한 부상은 헤아릴 수도 없다. 그러나 열 둘, 이 작전을 위해 뽑혀온 구원 기사단의 최정예 기사들 가운데 열 둘이 '거인의 양손바닥'아래에서 목숨을 잃었다. 사람의 죽음은 어쩌면 그렇게 도무지 예상할 수 없는 장소에서 찾아오는지. 나로선 그들의 이름조차 다 알지 못한다. 얼굴도 기억나지 않는다. 어젯밤, 흰 천으로 싸인 죽은 기사들의 이름을 하나 하나 들으며 쳐다본 하늘에는 완연히 맑아진 하늘과 셀 수 없는 별빛들, 잠시 먹구름에 가려졌다가도 곧 돌아오는 별들, 별들. 아는 이름은 딱 하나 있었다. 메를릿, 처음 츠칠헨 등과 함께 절벽 위로 감시하러 올라갔던기사들 중 하나. 드모나 델 카릴하고 쌍둥이처럼 뒷모습이 닮아 보이던 짧게 자른 머리의 강건한 여기사. +=+=+=+=+=+=+=+=+=+=+=+=+=+=+=+=+=+=+=+=+=+=+=+=+=+=+=+=+=+=+=아, 저 아래 세월의 돌 영문판에 대한 질문 말인데요... 제가 앞의 글 지우면서 한꺼번에 지워 버렸어요. 에에.. 뭣하면 다시 올려 드릴까요? (왜 지웠지.. 정말 바보 같군..;;)어렸을 땐 명절이면 TV에서 재미있는 거 뭐 안하나... 신문 펼쳐놓고 뒤적이며 동그라미도 쳐놓고 했는데, 나이가 들면서 이제 TV 프로그램 같은 것은 아주 잊어버리고 사는군요. 물론 제가 동그라미 쳐가며 봤던 것들 대부분은 추석 특집 만화였지만.. ^^예전엔 그런 특집 만화들, 재미있는 것 많이 하지 않았던가요? 요즘엔 잘 모르겠지만.. (솔직히, 안 살펴봐서 모르고 있습니다만..)에.. 그리고 게시판에서 읽었는데... 저더러 최고 연재 작가라뇨.. 훌륭한 작가분들이 얼마나 많은데요. ^^;;중간에 안 쉬고 올렸다는 점에서만이라도 점수를 받으면 그냥 족합니다. ^^Luthien, La Noir. +=+=+=+=+=+=+=+=+=+=+=+=+=+=+=+=세월의 돌(Stone of Days)=+=+=+=+=+=+=+=+=+=+=+=+=+=+=+=+ 7장. 제6월 '인도자(Guardian)'3. 핏빛 하늘의 만가 (10) 장작더미는 일찍 내린 새벽 이슬에 젖은 채 그대로 있었다. 이곳을떠나게 될 때, 하룻밤 내내 하늘을 적시며 타오를 진혼 의식의 준비다. 그리고 나는 내게 말을 거는 나르디를 돌아보았다. "전하도 일어났구나." 앞 뒤 안 맞는 말이 나와 버렸다. 나르디가 픽 웃더니 내 옆으로와서 나란히 서서는 장작더미를 올려다본다. 화장(火葬)이라면 한 번본 일이 있다. 엠버리 영지에서,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심하게 훼손된 시체들을 모조리 모아 한 곳에서 태웠었다. 구원 기사단의… 기사들에게도…… 가족은 있겠지……. "더 이상 비가 오지 않으려는 걸까." 나르디는 장작 꼭대기로 시선을 움직이다가 이윽고 하늘을 바라보며 그렇게 말했다. 안개가 걷히고 있다. 키반은 어제 작전이 끝나고 세르무즈 군이 물러나고 나자 나르디를다시 보았다는 듯한 얼굴이 되었다. 아직 철없이 이곳저곳 돌아다니기나 좋아하는 소년 태자로만 생각했는데, 이제 완벽히 훌륭한 어른몫을 해낸다는 것을 그다운 간결한 말로 칭찬하면서 그는 한 마디 덧붙였다. "마르텔리조의 경매장에서 전하의 대담함을 보았을 때에도 이 정도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이제 이그논 폐하께서 충분히 태자 전하를 믿고 마음을 놓으셔도 되겠습니다." 그 자, 경매장에서 어쩌면 나르디를 시험해 보려고 했던 걸까? 일부러 할 필요도 없는 경매에 신분을 숨기고 참가해서 말이야. 내 옆에서 나르디가 다시 장작더미를 쳐다보았다. 한참을 그렇게말하지 않고 있던 그는, 이윽고 한 마디를 했다. "바쁜 하루가 될 거야……." 애매하고 우스운 일이긴 해도, 포로인 잔-이슬로즈는 어제 나르디의 천막에서 밤을 지냈다. 물론 손발이 묶인 채로, 그러나 잠자리에 편안히 눕혀진 자세로다. 나르디는 오히려 자기 잠자리를 그녀에게 내주고는 자기가 입구 쪽에서 잤던 모양이었다. 그걸 나는 나르디의 천막에 들어가서야 알았다. 잔-이슬로즈는 세상 모르고 잠들어 있었다. 거참, 느긋하기도 하지. "어제 늦게까지 고집 부리며 자지 않고 눈을 부릅뜨고 있던 결과가저거네. 내가 믿어지지 않는다나 뭐라나." 나르디는 소곤소곤 내게 설명한 뒤 필요한 물건만 꺼내서 천막을빠져 나왔다. 오히려 녀석이 남의 천막에 들어오기라도 한 것처럼 그녀가 깰까봐 조심하고 있다. 나 역시 덩달아 살금살금 걸어나와서는주위에 보는 사람이 없는지 확인한 뒤, 녀석의 어깨를 세게 한 대 쳤다. "아얏, 왜 그러나?" "야, 누가 포로고 누가 감시자야? 그것 참……." 나르디는 빙그레 웃었다. 우리는 아버지의 천막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아침 식사도 끝난 터, 여러 기사들이 천막 주위를 오가고 있었다. "안 그래도, 어제 그녀를 어디에서 지내게 것인가를 놓고 굉장히여러 의견이 오갔었는데…… 나로서는 일국의 왕녀를 비록 포로라 하더라고 결코 아무렇게나 대접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야. 그녀가 이스나미르에 안 좋은 감정을 품게 되면, 향후 양국간 관계에 대단한악영향을 미칠 수 있네. 언제나 제일 우선해야 하는 것은 양국 국민의 평화야. 싸울 필요가 없는데, 서로 감정을 상하는 것은 최대한 조심할 일이지." …… 어젯밤 이미 실컷 싸우고서, 서로 왕자와 공주를 잡겠다고 추격전과 전투를 벌일 대로 벌인 끝에 하는 말치고는 참으로 안 어울렸지만, 어쨌든 틀린 말 같지는 않았다. 그런데 반대로 마브릴 족은 이스나미르의 태자를 뒤쫓아서 이런 일까지 벌이는 것에 대해 오히려별로 거리낌이 없다는 건가? 만일 그렇다면 그들은 어쩌면 아무 건덕지나 잡아 한 판 싸워보고 싶다고 생각하는 건지도 모르겠군. 내가 다시 말했다. "야, 네 말대로라면 저 공주님이 네가 자기를 어떻게 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게 말이 안 되잖아? 양국의 평화를 생각한다면 어떻게그런 일을 할 수가 있겠어?" 내 말에 나르디는 풋,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푸훗…… 모르는 남자를 경계하는 것이란 일견 당연할 수도 있는것이겠지만…… 어쨌든, 그녀가 공주가 아니라 해도 그런 일은 당연히 일어나지 않는다는 걸 설득시킬 방법 같은 건 내게 없었네." 내가 이 대목에서 녀석을 좀 지분거려 볼까 어쩔까 고민하고 있는중인데, 나르디는 잠시 천막 쪽을 바라보고 있더니 다시 덧붙였다. "그녀는 단순한 공주가 아니야. 호전적 기질을 가진 세르무즈 국왕프랑도비네 14세가 가장 총애하는 핏줄이자 신임하는 장군, 그리고믿을 만한 참모가 그녀네. 잔-이슬로즈는 마브릴 족 사이에서는 거의작은 달의 여전사 파비안느의 화신으로까지 불린다더군. 국민들 가운데에서 누리는 인기도 태자인 아를로이 경하고 비교할 바가 아니네. 세르무즈 군 사이에선 검은머리를 투구 밑으로 휘날리는 붉은 갑옷의공주가 전장에 나타나면 그 전투는 이미 이긴 거라고까지 말해지곤했다니까. 최고의 전사는 아니라 해도, 최고의 사기를 북돋을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은 결코 작은 일이 아니지. 마브릴들의 파비안느인 그녀를 함부로 대한다는 건 그야말로 마브릴 족하고 한 판 해보자는 말밖에 되지 않아." 나르디와 나는 천막 안으로 들어갔다. 천막 안에는 이전 작전 회의를 할 때와 비슷한 자리가 만들어져 있었다. 인물들도 비슷했다. 아버지, 키반, 루시아니, 츠칠헨이 마주보고 앉아 있다. 그러나 달라진 것이 없지는 않다. 키반은 턱 아래길게 찢어진 상처를 간신히 지혈만 해 놓았고, 루시아니는 왼팔을 다친 듯 단단히 싸매고 있었다. 포로가 있다는 점도 비슷했다. 이번엔 벨리앙 오르티스 대신 어젯밤 나르디가 사로잡아 온 테르 이르나우가 손을 뒤로 묶인 채 입구앞에 꿇려져 있다. 마브나이저는 어제 많이 다쳤기 때문에 포로의 감시를 위해 슈위그라는 다른 기사가 들어와 있었다. 그들 모두는 우리가 들어서자 자리에서 일어났다. "전하, 밤새 편안하셨습니까." 아버지의 말에 나르디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건넸다. "어제 수고가 많았을 텐데, 아르킨 경도 잘 쉬었나 모르겠소." "전하의 덕분으로 편히 쉬었습니다." 간단한 수인사가 끝나자 나르디는 윗자리로 가 앉았고, 나는 전처럼 입구 옆에 자리를 잡았다. 아버지의 시선이 내게 와 닿았다. "그리반센 씨와 오베르뉴 양은?" 나는 최대한 엄숙한 목소리로 말했다. "회의 내용에 대해선, 나중에 제게서 전해 듣겠다고 했습니다." "그런가." 아버지는 나르디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나르디는 포로인 테르 이르나우를 바라보는 중이다. 나도 그를 바라보니 떠오르는 것이 있다. 같이 묶인 포로인 주제에 공주 옆에서 한시라도 떨어지지 않으려고눈을 부릅뜨고 있던, 어젯밤 돌아오던 길의 그 모습 말이다. 이윽고, 나르디가 말했다. "회의, 시작합시다. 그 전에 포로를 잠시 내보내시오." 슈위그와 테르 이르나우가 밖으로 나갔다. 조금 있다가 필요하면부르겠지. 오늘 회의할 내용은 간단하다. 저쪽으로 보낼 교환 조건을 작성한다. 시간과 장소 등을 정한다. 저쪽에서 예상과 다르게 나올 경우 어떻게 할 것인가를 결정한다. 이 정도가 오늘 할 이야기들이다. "세르무즈의 공주이자 대장군인 잔-이슬로즈 아미유 드 네르쥬의처분 문제를 논의합니다. 우리가 원하는 조건은 단 한 명도 빠짐 없는 이스나미르 국경까지의 안전한 철수, 전사자의 장례, 향후 이 사건에 대해 더 이상 양국 모두가 문제삼지 않는 것, 이렇습니다. 여기에 더 추가할 것이 있습니까?" 나르디가 먼저 상황을 정리해 말하더니 주위 사람들의 얼굴을 둘러보았다. 지금 손해 배상 같은 것을 받아낼 상황은 아닌 것을 다들 잘알고 있다. 정말 안전하게 철수하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 어제 그 짧은 전투로, 아버지의 놀랄만한 지휘력에도 불구하고 열두 명이나 죽었다. 물론 세 배나 되는 기마 병력의 육박을 그만큼의 희생만으로막아낸 것도 대단한 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사람이 죽었다. 나는 이런 일은 좋아하지 않는다. 비록 나 역시, 어젯밤 두세 명의 세르무즈 기사들을 죽이거나 다치게 했을 테지만 말이다. 한 박자 정도 사이를 두고, 키반의 냉정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조건이 받아들여져도, 공주를 돌려보내면 안됩니다." +=+=+=+=+=+=+=+=+=+=+=+=+=+=+=+=+=+=+=+=+=+=+=+=+=+=+=+=+=+=+=그렇게 많이 일한 것도 없는데, 목 언저리가 계속 쑤시는군요.. 오늘 저 하이텔 아이디 만들었답니다. ^^ 아이디는 나우누리와 똑같이 '모래의책'입니다. 그리고 연재도 이제 직접 하게 될 것 같네요. 퍼가시는 분한테 말씀도 이미 드렸고요. 하이텔 독자 분들, 조만간 직접 연재로 뵙겠습니다! ^^Luthien, La Noir. +=+=+=+=+=+=+=+=+=+=+=+=+=+=+=+=세월의 돌(Stone of Days)=+=+=+=+=+=+=+=+=+=+=+=+=+=+=+=+ 7장. 제6월 '인도자(Guardian)'3. 핏빛 하늘의 만가 (11) 뭐라고? 키반의 얼굴로 다들 눈이 쏠렸다. 아니, 공주를 돌려보내지 않는다면 무슨 수로 조건을 받아들이게 하겠다는 거지? 키반은 잠시 잠자코 있었다. 우리들이 자신을 이해하길 기다리는듯했다. 이윽고, 나르디가 침묵을 깨고 입을 열었다. "외교적 카드로서 달크로즈로 데려가잔 건가?" "그렇습니다, 전하." "……." 문득 나르디의 천막 안에서, 아침녘이 다 되어서야 힘들게 잠이 들어 있던 잔-이슬로즈의 얼굴이 떠올랐다. 우리로선 작전에 성공한 것이지만, 그녀로서는 최악의 수모를 맛보고 있을 텐데. 그런 그녀를수도까지 데려간다라……. 그러나 이 천막 안에서 나와 같은 식으로 이 일을 생각하는 사람은하나도 없는 듯했다. 조금 후에 내가 앉은 건너편에서 루시아니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조건을 받아들이게 할 다른 대안이라도?" "있습니다." 키반은 짧게 말을 끊었다. 부연 설명을 하기 전에 약간 사이를 두었다. "양편 모두, 자기편에 가장 유리하도록 일을 마무리짓고 싶어합니다. 그러나 상대의 이익은 다른 편의 손해인 법. 비록 우리가 공주라는 좋은 카드를 쥐고 있으니 협상을 유리하게 진행할 수 있지만 그보다 더 유리하도록, 그러니까 공주를 아예 달크로즈까지 데려갈 수 있는 최고의 카드를 쥐기 위해서는, 그들에게도 최고의 카드를 쥘 가능성이 있다는 환상을 심어 주어야 합니다. 일단, 그들은 우리보다 하위 카드를 쥐고 있기 때문에 상황을 뒤집지 않는 이상, 지는 것은 정한 이치이니까요. 분명히 우리의 제의에 응할 것입니다." "무슨 제의를 하자는 겁니까?." 츠칠헨이 묻는다. 그런데 이것, 어디선가 한 번 접해 본 상황이잖아? 아주 익숙한데? 키반이 간단하게 대답했다. "간단합니다." 나는 슬슬 유리카가 생각나기 시작하고 있었다. 그녀가 옆에 있었다면 당장에 내뱉었을 말이 머릿속에 떠오르는 중이다. 그래, 그 말을 할 사람이 여기에도 하나쯤 있을 텐데? 있었다. "내기를 하자는 건가?" 그래, 나르디. 입을 열 수 있는 상황이 아닌 나와는 달리, 기억하는 것이라면 재빨리 말을 해야 하는 법이지. 그런데 설마, 내기 내용도? 키반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 그리고, 내 귀에 익숙한 대답이 곧 들려왔다. "결투입니다." 이건…… 마르텔리조의 항구에서 푸른 굴조개호를 15일 빨리 출항시키기 위해 써먹은 방법이잖아! 그럼, 우리 쪽에도 엘다렌과 같은확실한 카드가 있다는…… 아! 내 시선이 급히 돌려져 이 순간 바라볼 수밖에 없는 단 한 사람에게 가 박혔다. 나뿐이 아니다. 천막 안의 모든 사람이 같은 순간, 같은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아버지는 천천히 입을 열고 계셨다. "마브릴의 빛나는 검과 드디어 검을 겨루어 보게 되겠군요." 아니, 아니…… 마, 마브릴의 빛나는 검이라고? 나르디의 미간이 약간 흔들린다. 키반을 제외한 다른 기사들의 얼굴에도 모두 놀란 빛이 돌았다. 그리고, 그 가운데 제일 먼저 츠칠헨이 외치다시피 말했다. "위험한 일입니다!" 그래…… 그들의 최고 카드라면 반드시 그다. 마브릴의 빛나는 검,그 이외엔 없다. 이 제의엔 분명히 그가 나설 것이다. 다른 여지란없다. 이어서 루시아니도 그녀 특유의 고요한 태도로 말하고 있었다. "단장님, 위험을 굳이 무릅쓸 필요가 없습니다." 두 사람은 확실히 반대다. 나는? 의견을 말할 입장도 못 되지만,당연히 반대다! 아버지가 볼제크 마이프허를 이기지 못할 것 같아서가 아니다. 만에 하나라도, 다치거나, 나쁜 일이 생겨날 수 있는 여지는 결투라는 행사에 있어 언제라도 있잖아! 압도적 우위를 점하고있는 경우에도 그럴 텐데, 지금처럼 서로의 실력 차이를 알 수 없는상황이야 말할 것도 없다! 나는 츠칠헨보다 더 간절한 반대의 의사를 담은 시선을 아버지를향해 보냈다. 안돼, 안돼, 어머니 하나로 충분해, 절대 안돼. 왜, 아버지여야만 하지! 나는 울컥 화가 치밀어 올라 천막 안의 다른 기사들의 얼굴들로 빠르게 시선을 옮겼다. 특히 이 의견을 낸 키반, 튀어나온 광대뼈와 상처난 냉정한 얼굴을 바라보았다. 구원 기사단에는 젊은 기사가 많다. 장년의 기사들 가운데 대단한 실력을 가진 자도 많다. 대륙에서 내노라 하는 검사들이 모이는 곳이잖아? 최고 수준의 기사들만 입단시켜주는 기사단이잖아? 그런데, 이제 중년에 접어드는 아버지가 꼭 그위험스런 내기 결투에 나서야 하는 거야? 거기다가 왜, 츠칠헨이나 루시아니는 당연히 아버지가 결투에 나가는 것이라는 식으로 말하는 거지! 다른 사람이 나갈 수도 있는 일 아냐! 내 끓어오른 감정과는 달리 천막 안에는 차가운 침묵이 흘렀다. 나르디조차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다. 뭐라고 말을 해봐, 나와는 달리이 천막 안에서 너는 말을 해도 좋은, 아니 그 말에 모두 귀를 기울여 명령을 들어야 하는 사람이잖아! 왜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거야! 그러나…… 아무도 말하지 않았다. 더 이상 입을 여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결국 아버지가 침묵을 깼다. 아버지는 키반을 바라보고 있었다. "좋은 지적을 해 주었다, 키반. 그럼, 정리를 하자." 키반은 아무 대답 없이 아버지를 향해 고개를 숙였을 뿐이다. 다시고개를 드는 그의 눈빛이 문득 내 얼굴을 훑고 지나갔다. "태자 전하께서 말씀하신 조건들은 반드시 필요한 것들뿐이다. 결투를 해서 우리가 이긴다면, 잔-이슬로즈 공주와 이 모든 조건을 한번에 갖게 되는 것은 자명하다. 질 경우의 조건은 어떻게 생각하고있나?" 키반은 자신만만한 눈초리로 대답했다. "우리가 이곳을 떠나 국경을 넘기 직전, 친절하게 공주를 돌려주겠다고 약속하는 것입니다." 나는 키반의 제의가 사악하기 이를데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러니까, 본래는 우리의 탈출과 동시에 바꾸어져야 할 공주의 자유를,범위를 넓혀 아예 포로로서 이스나미르로 데려갈 것인가, 아니면 국경에서 돌려보낼 것인가로 은근슬쩍 바꾸는 것이다. 마브릴 족이 결투에서 기껏 이겨 보았자 우리가 탈출한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우리가 이긴다면 거기에 덤으로 공주까지 데려가는 거고. 그러나 아마도, 마브릴의 빛나는 검은 이 조건을 받아들이지 않을수 없을 것이다. 지금 이 상황 전체에서, 그들에게 가장 절실한 것은잔-이슬로즈 공주의 안전과 자유였다. 우리가 그걸 갖고 무슨 장난을해도, 다 받아들이지 않으면 안 되었다. …… 만일, 나르디가 저쪽에 붙잡혔다 해도 같은 상황이었겠지. 아버지는 마침 나르디를 보고 있었다. "전하의 생각은 어떠십니까?" 아버지는 지금 결투를 하는 쪽으로 모든 것을 결정지으려 하고 있다. 이게 무슨 동전이나 던지는 내기라면 나라도 하자고 했을 것이다. 이기거나 지거나, 손해볼 것은 없는 내기니까. 그렇지만 결투는사람의 목숨을 걸고 하는 내기다. 한 사람이 어떻게든 다치게 되어있다. 죽을 수도 있다. 마르텔리조에서 엘다렌이 그랬던 것처럼 관대하게 투구만 쪼개놓고 말 수 있는 것은, 상대가 그의 실력에 비해 비교도 안 될 정도로 형편없었을 때에나 가능한 일이다. 나르디의 얼굴에 고민의 빛이 떠올랐다. 그는 계속해서 정면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겨 있었고, 마지막 순간 내 얼굴을 잠깐 보았다. 그리고, 그의 입에서 결정의 대답이 떨어졌다. +=+=+=+=+=+=+=+=+=+=+=+=+=+=+=+=+=+=+=+=+=+=+=+=+=+=+=+=+=+=+=오랜만에 추천이군요... ^^; 감사합니다. 그러나.... 이제 추천보다 더 많은 요청은... ^^;;;;그리고, 정확한 출판 날짜는 저도 모른답니다. 아직은 작업할 것이좀더 남아 있나봐요. 저야 뒷편을 끊기지 않게 쓰는 것에 요즘은 주력하고 있기 때문에... Luthien, la Noir. +=+=+=+=+=+=+=+=+=+=+=+=+=+=+=+=세월의 돌(Stone of Days)=+=+=+=+=+=+=+=+=+=+=+=+=+=+=+=+ 7장. 제6월 '인도자(Guardian)'3. 핏빛 하늘의 만가 (12) "결투 시간은 낮 1시, 양편 모두 오전 동안 엘자스-오를리테를 내려가 바위 언덕 아래 펼쳐진 평원에 진을 치고 모두 지켜보는 가운데행한다. 입회인은 아르킨 공이 직접 알아서 정하도록. 바로 명령을이행하시오." "……!" 나는 그 순간, 입밖으로 낼뻔한 외침을 간신히 눌러 참았다. '무슨말도 안 되는 소리야!'. 내 옆에서 내 마음과는 전혀 다른 대답이 들리고 있었다. "알겠습니다, 전하. 명령은 이행될 것입니다." 나르디는 문득, 다시 한 번 나를 바라보는 듯했다. 나르디는 잠깐눈을 내리깔더니 덧붙였다. "서로 죽이지 않는 선에서 끝내도록 하시오." 그리고 아버지의 단호한, 결코 원치 않는 대답이 울렸다. "저는, 가능하기만 하다면 죽일 것입니다." 이 상황에서 나는 어떤 말도, 어떤 행동도 할 수 없었다. 내게는그런 자격이 주어져 있지 않았다. 내가 입을 여는 것은 내 아버지와내 친구인 나르디, 둘 다의 명예를 떨어뜨릴 뿐이다. 나는 너무 잘알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나르디의 눈이 아버지를 향해 있다. 왕만이 할 수 있는 당연한 요구, 바로 그 눈빛이다. "나는 승리를 원하오." "원하시는 것을 얻으실 것입니다." 그리고 나르디는 고개를 똑바로 들더니, 모두를 향해 말했다. "볼제크 마이프허에게 보낼 전언은 내가 직접 쓰겠다. 펜과 종이를가져오라. 그리고 세르무즈 포로, 테르 이르나우를 들여보내라. 이것으로 회의를 마친다." "분부 거행하겠습니다, 전하!" 기사들이 모두 일어서 나르디에게 절을 한 뒤 천막을 분분히 나갔다. 나는 일어서기는 했으나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내 눈은 나르디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나르디도 나를 보고 있었다. "어째서……." 나르디는 대답하지 않고서 고개를 저었다. 마치, 그 자신이 되돌릴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듯이. 나도 이 기사단으로 이루어진 진영에서의 그의 위치를 모르는 바 아니다. 나르디가 강경하게 반대했어도,이 일은 이루어지기 쉬웠을 것이다. 우리 둘은 한참동안 서로를 쳐다보고 있었다. "……." "……." 나는 선 채로, 그는 앉은 채로. 그러나 둘 다 입을 열지는 않았다. 나르디가 한참만에 조그맣게 한숨을 내쉬더니 나직한 목소리로 말했다. "파비안, 가서 잔-이슬로즈 공주를 좀 살펴봐 줘. 무슨 일이 일어나지는 않았는지, 불편한 것은 없는지." "……." 나는 대답 없이 밖으로 나갔다. 오랜만의 맑은 하늘이 머리 너머, 시선 너머로 펼쳐져 있다. 인도자 아룬드가 끝나가는 것을 미리 알리기라도 하겠다는 듯이. 하긴,전에 인도자 아룬드가 끝나고 약초 아룬드가 되어도 가끔씩 폭우가내리곤 하던 것을 생각하면 이번 다임 로존드(초여름장마)는 유난히짧게, 일찍 끝나는 것 같기도 하다. 그렇게 생각하고 보니, 봄도 일찍 끝나긴 했다. 스조렌 산맥에서타로핀 아룬드인데도 불구하고 얼마나 더웠었는가. 자기의 오랜 버릇을 잊어버리기라도 한 듯, 여름도 되기 전에 이미 농익어 늘어진 구즈베리와 멜론, 야릇한 더위, 이상하게 올해의 계절은 모두 조금씩빨리 지나가는 것도 같다. 그리고, 내 주변에서 일어나는 이 모든 일들 역시 턱없이 빨라져있다. 한꺼번에 많은 일이 일어나고, 끝나버린다. 왜 이 모든 것들이마치 빨리 외워야만 할 숙제처럼 내 앞으로 무지막지하게 달려와서는, 내 의사조차 물어보지 않고 나를 통과해 가는 거지? 시간 뒤에 홀로 남을 것만 같아. 그러지 않기 위해 나 자신조차 이 속도에 맞춰 터무니없이 달려야만 할 것 같은 느낌, 아니, 이미 달리고 있는 듯도 한 이 기분. 왜나는 이렇게 허우적대고 있지? 잔-이슬로즈의 얼굴은 갸름하고, 어리석은 짐승들을 위협하고 남을만한 생래의 날카로움을 지니고 있다. 턱은 조각칼로 깎아낸 듯하고,코는 좁고 오뚝했으며, 눈초리는 가늘고 섬세하다. 흑표범의 시선,밤의 어둠처럼 우아한 검은 눈동자가 거기에 깃들여 있다. 밝은 빛아래에서 하루 동안의 포로 생활 끝에 본 그녀의 뺨은 갓 핀 오얏꽃처럼 창백하고 희었다. "……." 그녀는 나를 보았으나 입을 열진 않았다. 유리카가 조금 전부터 있었던 모양이나, 그녀에게 역시 아무 말도 하지 않은 듯했다. 손이 묶인 채 비스듬히 일어나 앉은 그녀의 자세는 몹시 불편해 보여서 유리카가 다가가 자세를 조금 고쳐 주었다. 유리카의 손이 닿은 그녀의팔근육이 문득 가벼운 경련을 일으켰다. 그리고 그것은 마치 덫에 걸린 맹금과도 같은 인상을 내게 남겼다. 그린 듯 날씬하고 가지런한눈썹이 가볍게 일그러졌다. 고귀하신 공주는 여전히 우리에게 한 마디 말도 내려주지 않았다. "엘다렌은?" 내가 유리카를 바라보고 물었다. 유리카는 한쪽 손을 가볍게 들어보였다. "네 아버지와 만나는 것 같던걸." 그래? 그거 또한 의아한 일이군. 잔-이슬로즈는 그날 밤 보았던 붉은 갑옷을 걸친 채 그대로 잠들었던 탓에, 피로가 덜 풀린 듯한 얼굴이었다. 손발이 묶인 채, 갑옷을입고 잔다는 것이 얼마나 불편할까. 더구나, 점차로 후덥지근해지려하는 이 날씨에 말이다. 그렇지만 달리 그녀에게 줄 옷이 있을 리가없었다. 유리카조차 처음에 그렇게 웃어마지않던 그 소년기사 복장을오늘도 여전히 걸치고 있으니 말이다. 물정 모르는 공주님 앞이라 말해도 상관없을 것 같아서 나는 다시물었다. "주아니는?" "산책하고 싶어서 좀이 쑤시나 보더라. 그렇지만 웬만해선 가능하지 않을걸." "언제부터 여기 있었던 거야?" "조금 됐지." 유리카는 정말로 문득, 막 갑자기 생각났다는 듯한 태도로 잔-이슬로즈에게 고개를 돌렸다. "불편한 것이 있으면 말해요. 태자 전하께 전하면 가능한 한도 내에서 도와 주실 거예요." "……." 아마 그녀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라면 자신이 거느리고 온 기사들사이로 돌아가는 것이겠지. 손질되지 않은 그대로 초췌하게 늘어진그녀의 폭포 같은 머리카락은 흐트러진 나름대로 야생적인 멋이 있었다. 참으로 묘한 인상이다, 그녀는. 갸름하게 다듬어진 창날처럼, 초승달 같은 싸늘함과 고전적인 아름다움이 동시에 떠오른 옆얼굴. 접근하는 자들을 한칼에 내쳐버릴 것 같은 창끝의 잔인함과 동시에, 그안에는 바람 없는 숲의 좁고 갸름한 댓잎사귀처럼 정적인 고요함 또한 함께 깃들여 있다. 문득 검은 눈동자와 머리카락의 여전사인 잔-이슬로즈는 어쩌면 고귀한 왕족 신분이 아니라 야생의 소녀였던 편이훨씬 어울릴 수도 있었겠단 생각이 들었다. 저런 머리를 흩날리며 달리는 모습이란 그 누구라 해도 꽤나 홀릴 만한 것일 것이다. 유리카는 나와 같은 순간에 같은 것을 생각한 모양이었다. "아, 그 머리." +=+=+=+=+=+=+=+=+=+=+=+=+=+=+=+=+=+=+=+=+=+=+=+=+=+=+=+=+=+=+=오늘 새벽부터 하이텔 직접 연재를 시작했답니다. 그동안 수고해주신 하이텔의 엑사일런 님께 감사! 그리고 어떤 분이 물으셨는데 하이텔에 어제 다섯 개만 글을 올리고 나머지 두 개를 올리지 않은 건, 전에도 한 번 쓴 일이 있지만 제심리적 도배 한계선이 다섯 개이기 때문입니다. ^^; 그래서 오늘 마저 다 올리는 거죠. 아.. 왜 하이텔은 메모 저장이 안 되는 걸까요. 하이텔 가입 축하메모 보내주신 분들이 계셨는데 아이디를 기억할 수가 없어요. 흑.. 책으로 나오면 몇 권이냐고 물으셨는데, 저도 잘 모르겠답니다..^^;;하이텔 가입 축하 메일, 메모 보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그런데 하이텔은 메일도 두 주밖에 저장할 수 없나요? 2. 저장을선택하니까 그렇게 나오더군요... 그렇다면 슬픈 일인데.. 또 아래 sf게시판 크리스탈 님의 질문, '예지'는 7로 끝나고 '잃어버린 땅으로의 여행'은 30으로 끝나는 것이 맞습니다. 또 이베카에 대해 재미있는 질문 주신 분이 있으신데, 그건 내일글에 답변드릴게요. 오늘 너무 답변할 것이 많아서 잡담이 넘치는군요... Luthien, La Noir. +=+=+=+=+=+=+=+=+=+=+=+=+=+=+=+=세월의 돌(Stone of Days)=+=+=+=+=+=+=+=+=+=+=+=+=+=+=+=+ 7장. 제6월 '인도자(Guardian)'3. 핏빛 하늘의 만가 (13) 그녀는 일어나더니 잔-이슬로즈의 등뒤로 다가갔다. 천막 한쪽 구석에서 성긴 빗을 꺼내 들었다. "공주님 머리가 어디 그래서야 되겠어요?" 유리카의 가느다란 손가락들이 작은 물고기들처럼 검은 물결 속으로 숨더니, 잔-이슬로즈의 긴 머리카락들을 한꺼번에 모아 훑어 내렸다. 성긴 빗이 강물을 몇 갈래의 시내로 가르고, 이윽고 곧게 대지를가르는 저승의 강처럼 그 머리카락들은 가지런해지고, 어둡게 반짝이며 흘러내렸다. 공주의 얼굴에는 아무런 표정도 일어나지 않는다. 이마에 흘러내린 몇 가닥의 머리카락이 흰 가운데 선명한 검은 선을 그렸다. 유리카는 잔-이슬로즈의 머리를 곱게 빗어내리고는 품에서 자신의검은 리본을 꺼내어 가볍게 묶었다. 머리를 뒤로 묶은 잔-이슬로즈의얼굴은 더욱 작아 보였다. 공주라고는 하지만 시골 마을 처녀만큼의치장도 하지 않은 그녀다. 공주이면서 동시에 장군이라는 말에 걸맞게 작은 장신구 하나도 지니고 있지 않았다. 나는 그녀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나와 검을 부딪친 것이 그대요?" 갑자기 들려온 목소리에 나는 흠칫 놀라며 방금 그녀의 입술이 움직이는 것을 보았다는 걸 기억해냈다. 그 입술은 다시 다물어져 있다. 가늘고, 윤곽이 뚜렷한 입술이었다. "…… 예, 그렇습니다." 무슨 뜻에서 내게 이런 것을 묻는지 나는 종잡을 수가 없었다. 나르디가 하던 말을 상기해서 그녀에게 존대로 대답하긴 했다. 그녀의 눈동자가 가만히 내 얼굴로 향한 채 멈춰져 있다. 괜시리얼굴이 근질거리는 것 같다. 나르디도 왕족이었지만, 미리부터 잘 알고 있었던 탓인지 이런 느낌은 가져보지 못했다. 물론 적국의 공주인잔-이슬로즈는 자신의 막사에서 당당히 접견을 받고 있는 것은 아니다. 팔다리가 묶인 채 자유를 박탈당한 포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시선에 저토록 위엄이 어려 있는 것은 무슨 탓일까. 그녀의 입에서 다음 말이, 약간 망설이는 듯 하다가 떨어졌다. "엘라비다 족의 소년들은 모두 그대와 같으오?" "…… 예?" 무슨 뜻인지 이해하지 못해 되묻고 말았다. 잔-이슬로즈는 잠시 즐겁지 않은 생각에 잠긴 듯 검은 눈을 아래로 내리깔았다. 문득 유리카를 보다가 두 사람의 대조적인 머리빛깔에 놀라고 말았다. 똑같이길게 늘어뜨린 머리카락에도 불구하고 검고 흰, 어쩌면 저렇게 다른빛깔일가. 둘 다 나름대로 예쁜 소녀이긴 한데…… 아, 잔-이슬로즈는 몇 살일까? 음…… 물어보는 것은 실례겠지? "몇 살이오?" 뭐야, 저쪽에서 묻는 것은 실례가 아닌가? 어쨌든간 나는 대답했다. "두 달이 지나면 열 아홉이 됩니다." "정말, 소년이로군." 그 말을 들으니 더더욱 잔-이슬로즈의 나이가 궁금해졌다. 저쪽에서도 물었는데, 내 쪽에서 못 물을 것은 뭐야? 나는 결국 대담하게 입을 열고 말았다. "실례지만 공주 전하는 나이가 어떻게 되십니까?" 나이가 아니고 춘추나 연세라고 했어야 하나? 그렇지만 별로 나이들어 보이지도 않는 상대인데, 그런 말을 쓰는 게 오히려 이상하게들리지 않아? 늙은이 나이 물을 때나 쓰는 말인데, 그런 건……. 유리카가 가볍게 거들어 주었다. "보령(寶齡)이라는 말을 쓰는 거야." 그러나 그 순간, 잔-이슬로즈의 섬세한 얼굴에 뭐라 해석하기 어려운 빛이 스쳤다. 건방지다고? 무례하다고? 그녀는 입을 열어 말했다. "두 달이 지나면 스물 하나가 되오." 나이가…… 많았군. 의외로 순순히 대답해 준 데에 놀랐다. 일부러인지 몰라도 내가 쓴말과 똑같은 표현을 쓰면서…… 아니, 그럼 잔-이슬로즈 공주도 파비안느 아룬드에 태어났어? 이왕 무례한 김에 나는 다시 입을 열고 말았다. "파비안느 아룬드에 태어나셨군요?" 그녀는 그 말에는 대답하지 않고, 다시 물었다. "이름은?" 순간적으로 망설였으나, 나는 대답했다. "파비안 크리스차넨입니다." 아버지가 바로 옆에 계신 지금, 나르시냐크라는 성을 써야 하는 것인가를 놓고 잠시 고민한 일이 있었다. 아버지의 부하들이, 아들이라는 내가 아버지와 다른 성을 쓰는 것을 보면 뭐라고 생각할 것인가,또 아버지는 뭐라고 생각할 것인가에 대해 우려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내 스스로와 한 약속이 있었고, 돌아가신 어머니와 함께살던 시절에 대한 기억이 아직 그 성을 바꾸는 것을 쉽사리 내 마음에 용납하지 않았다. 다만 그들이 나를 나르시냐크라고 부를 때 굳이그것을 부인하지는 않았다. "파비안느 아룬드에 태어난 파비안이로군." 어디선가 들어본 말…… 헤렐이 했던 말이군. 잔-이슬로즈는 유리카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프로첸은?" 그것 참, 그렇게 오랫동안 들었던 그 말이 며칠 사이에 다시 귀에설어지는 느낌이라니. 유리카는 대답했다. "유리카 오베르뉴입니다, 전하." 잠시 침묵이 흘렀다. 나는 그동안 잔-이슬로즈의 길었던 뒷이름들을 생각해 내느라 골머리를 썩이고 있었다. 침묵을 깨고 유리카의 말소리가 들렸다. 내용도 뜻밖이었다. "공주께서는 공주 전하로 불리시는 것이 좋습니까, 아니면 장군으로 불리는 것이 좋으십니까?" 잔-이슬로즈는 고개를 빠르게 들었다. 두 아가씨의 눈동자가 마주쳤다. 그리고, 잔-이슬로즈는 오래 망설이지 않고서 대답해왔다. "두 가지 모두, 나의 이름들이다." "전하의 태생으로 얻은 것을 사랑하십니까, 능력으로 얻은 것을 더사랑하십니까?" 이번에는 무례하다고 할 만큼 단도직입적인 질문을 던졌다. 잔-이슬로즈의 얼굴에 약간 놀란 듯한 빛이 스치고 지나갔다. 그런데 생각만큼 화가 난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그 두 가지 역시, 모두 나의 것들인데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취할까닭은 없다." +=+=+=+=+=+=+=+=+=+=+=+=+=+=+=+=+=+=+=+=+=+=+=+=+=+=+=+=+=+=+=하이텔의 leg3crow님, 이벤트 참여 메일 말미에 물으신 질문에 답변드릴게요. 하이텔이나 나우누리나 똑같이 go telnet 하시면 다른 통신망으로연결되는 메뉴가 나타난답니다. go internet 하셔도 마찬가지고요. 다만 나우누리는 go internet 4 6 이고 하이텔은 36인가 아마 그럴거예요. 거기에서 원하는 통신망을 선택하시면 ok. 그리고 한글로 작성하고 텍스트로 바꾸어 올리면서 오른쪽 끝이 가지런할 수 있는 방법은 글자체를 신명조가 아닌 명조체로 하시면 된답니다. 신명조체는 한글 프로그램이 스스로 편집하면서 겉으로 보기좋으라고 자기 멋대로 없는 여백을 조금씩 넣거든요. 그래서 텍스트로 바꾸면 그 여백들이 들쭉날쭉하게 되어버리죠. 그러나 명조체로해도 글자 중간에 한 번 띄운 걸 두 번 띄운 걸로 하는 정도의 현상은 종종 일어납니다. 그건 하나씩 고치지 않는 한 어쩔 도리가 없더군요. 글자와 여백의 바이트 수가 다르기 때문이니까... 답변이 되었을까요. ^^Luthien, La Noir. +=+=+=+=+=+=+=+=+=+=+=+=+=+=+=+=세월의 돌(Stone of Days)=+=+=+=+=+=+=+=+=+=+=+=+=+=+=+=+ 7장. 제6월 '인도자(Guardian)'3. 핏빛 하늘의 만가 (14) "그러면……." 잔-이슬로즈의 얼굴에는 흥미있어하는 표정이, 유리카의 얼굴에는가벼운 웃음이 떠올라왔다. 유리카는 말을 이었다. "전하는 검은 머리카락이 마음에 드십니까, 아니면 검은 눈동자가더 마음에 드십니까?" 이건 무슨 소리야? 앞의 이야기는 다 알아들을 만했는데, 이것만은 모르겠다. 그런데잔-이슬로즈의 얼굴에 가벼운 의혹의 표정이 어렸다. 마치 어떻게 그것을 알고 있느냐는 듯한 얼굴이었다. "…… 당연히 눈동자 쪽이지." "잘 알았습니다, 전하. 감사합니다." 도대체 뭐가 감사하다는 건지. 내가 영문을 모르고 있는 사이, 회견(?)은 마쳐졌다. 잔-이슬로즈가 마지막으로 물은 말은 한 가지였다. "내 검은 어디에 있는가?" "나, 나르디엔 루아 듀플리시아드는 성수(聖樹) 락샤미야의 선택의식을 거친 이스나미르의 합법적 태자로서, 노르마크의 대공이자 동(東) 하르마탄의 자작으로서, 고귀한 이스나에-드라니아라스의 피를이은 듀플리시아드 왕가의 지엄한 국왕 이그논 루아 듀플리시아드 폐하의 이름을 대신하여, 근일 발생한 이스나미르와 세르무즈 양국간의불미스러운 충돌을 최대한 평화롭게 해결하기 위해 본인이 제안한 바있는 양 편의 대표로 뽑힌 기사들 간의 깨끗한 일 대 일 결투에 대해그대들이 찬성을 표시하였음을 진심으로 환영하노라. 또한 평화를 위한 그대들의 노력에 대해 커다란 경의와 기꺼운 동의를 표하는 바이다. 이미 전령을 통해 확인한 바 있는 서로의 의사에 따라……." 나르디가 구구절절 기다란 개전 선언(?)을 세르무즈 군을 향해 엄숙히 말하고 있는 동안 나는 좀 전에 엘자스-오를리테를 내려오면서츠칠헨과 나눈 대화를 상기하고 있었다. 나로선 생각조차 하지 못했던 이야기다. "니스로엘드의 기사께서 그런 이야기를 단장님의 동의도 없이 그런자리에서 제멋대로 꺼낼 리가 없지. 그 분은 아르킨 단장님의 마음을누구보다도 가까이에서 잘 읽는 분이다. 아마도 미리 아르킨 단장님의 재가를 받았거나, 혹은 아르킨 단장님의 머리에서 직접 떠오른 생각일 거야. 나로선 후자 편에 좀더 점수를 주고 싶지만." 츠칠헨은 얼마 전부터 내게 반말을 하고 있는데, 그건 내가 그렇게해 달라고 부탁한 까닭이다. 이미 검도 한 번 부딪친 일 있고, 함께작전도 수행했던 선배 검사로부터 굳이 존대를 듣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그런데, 그럼 이 결투가 아버지가 직접 하고자 해서 한 일이라고? "…… 구원 기사단장 아르킨 나르시냐크 공으로 결정하였다." 이미 그들도 짐작하고 있던 바이겠지만, 저만치 긴 횡대로 진을 치고 있는 세르무즈 기사들 사이에서 불만스런 한숨들이 터져나왔다. 우리 편도 비슷한 대열을 이루며 맞은편에 진을 쳤다. 두 대열 가운데에는 폭이 약 150큐빗 가량 되어보이는 길고 좁은 빈터가 만들어졌다. 세르무즈 군은 우리가 제안한 조건을 모두 받아들였다, 아니, 받아들이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대로 돌아갔다가는 그들 모두 국왕의 문책을 면치 못할 것이다. 그 국왕, 이름 뭐랬더라, 프랑도비네 14세말이다. 진노하기 쉬운 성격에 저 공주를 끔찍하게 여긴다고 했는데,이런 상태론 정말 살아남기 어렵겠지. 마브릴의 빛나는 검, 그가 이런 치욕적인 조건을 받아들이게 되는것은 처음일 것이다. 그 긴 이야기를 사전에 적어놓은 종이 한 장 없이 줄줄 읊어댄 나르디는 말을 끝내자, 우리 편의 커다란 환호 소리와 함께 대열 앞을천천히 말을 몰아 움직여 갔다. 보통 이런 포고는 대신 읽는 사람이있기 마련일 테지만, 무슨 까닭인지 나르디는 자신이 직접 하겠다고나섰고, 깃발도 스스로 들었다. 깃발은 우리가 기사단과 합류한 이후내내 천막에 꽂혀 휘날리던 구원 기사단의 문장이 새겨진 것이 아니라, 아버지가 특별히 준비해 온 듀플리시아드 왕가의 문장이 새겨진것이다. 화려하게 번쩍이는 푸른 비단 바탕에 흰 별 열네 개가 긴 검모양으로 수놓아지고, 주위에는 다시 흰 술이 달린 깃발. 그것은 사람의 몸을 온통 휘감을 정도로 컸고, 나르디는 그것을 솜씨있게 휘날리도록 든 채 전장을 달려갔다. 우리 편 기사들의 함성은 하늘을 찌를 듯했다. 그걸 바라보자니 기분이 묘해진다. 내가 낯선 땅에 있는 이스나미르 인이라는 사실을 좀더 확실하게 느끼게 해 주는 이 기분. "대전을 수행할 기사는 앞으로 나오시오!" 마브릴 족의 진영 쪽에는 흰 백합 아래 금빛 단검이 새겨진 깃발이테두리에 금빛 술을 늘어뜨린 채 펄럭이고 있다. 아마도 공주가 이끄는 군대였던 만큼, 네르쥬 왕가의 문장이 그려진 깃발을 가져오는 것이 당연했겠지. 나는 아버지 바로 곁에 서 있다. 아버지의 수행 종자로서 명을 처음 받았을 때엔 당황하기도 했고 두렵기도 했지만, 지금은 제법 의연한 모습으로 내게 주어진 말을 타고 있다. 아버지는 '마르하드노 시즈카(검푸른 광풍)'이라는 별칭을 가진 이스나미르 최고의 검사, 나역시 그 이름에 걸맞은 자세를 보여야 한다는 것으로 내 머릿속은 꽉차 있었다. 한 사람이 마브릴 족 진영을 가르고 빠르게 말을 몰아 나온다. 거대한 말과 장대한 키, 보통 사람의 두 배는 되어보이는 몸집, 멀리서보아도 한눈에 누구인지 알아보겠다. 세르무즈 최고의 검, 마브릴의 빛나는 검이라는 칭호를 가지고 있는 볼제크 마이프허는 진영 앞에서 말을 멈추고 커다랗게 소리를 쳤다. "공주 전하는 어디 계시냐!" 잔-이슬로즈를 맡고 있는 것은 유리카다. 두 마리의 말이 천천히진영 앞으로 나섰다. 기사들이 죽 비켜선다. 잔-이슬로즈는 붉은 갑옷을 입은 그대로였으나 투구는 쓰고 있지 않았다. 유리카가 매어 준검은 리본과 함께 긴 머리채가 바람에 휘날렸다. 그녀는 손은 자유로웠으나 말에서 뛰어내릴 수 없도록 안장에 몸이 묶여 있었고, 유리카는 거기에서 연결된 줄을 잡은 채 나란히 말을 세웠다. 잔-이슬로즈의 모습을 알아본 볼제크 마이프허는 말에서 훌쩍 뛰어내리더니 땅바닥에 무릎을 꿇고 엎드렸다. 그의 거대한 몸집은 엎드렸음에도 불구하고 등이 서 있는 사람의 허리 높이에 닿을 정도로 가히 엄청났다. 그는 들판이 쩌렁쩌렁 울리도록 커다랗게 외쳤다. "공주 전하! 소신이 불민하여 전하와 국왕 폐하의 드높은 명예에크나큰 누를 끼쳐 드렸사옵니다! 이 몸이 부서지는 한이 있더라도 반드시 전하를 다시 안전하게 모실 것이오니 근심치 마시고 기다려 주시옵소서! 또한, 그 때가 되면 소신의 씻을 수 없는 과오를 엄중히문책하여 주시길 진심으로 바라마지 않나이다!" 잔-이슬로즈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으나, 그는 사이를 두고 다시일어섰다. 그만한 몸집으로는 놀라울 정도로 가볍게 훌쩍 말에 올라탄다. 나는 그가 안됐다는 생각을 했다. 그가 지금 싸워서 잔-이슬로즈를 데려갈 수 있다면 좋겠지만 이겨 본댔자 겨우 국경에서 공주를돌려받을 뿐이다. 쓸데없는 생각인지는 몰라도, 이 조건은 조금 교활한 것 같다. 아니다. 그들이 먼저 나르디를 뒤쫓아 잡으려 했으니까마찬가지 입장이란 건가? 그렇지만 그들의 나라를 멋대로 돌아다닌나르디가 그들 입장에서는 곱게 보이지 않았을 수도 있다. 적국의 태자가 상대 나라의 구석구석을 살펴보고 다닌다는 것은 정찰로도 생각할 수 있는 문제니까. 그러면 나는 어째서 이 싸움에 동의해야 하는걸까? 내가 이스나미르 국민이라서? 아버지의 일이라서? 내 친구의일이니까? 내가 생각하는 동안 볼제크 마이프허는 다음 말을 외치고 있었다. "마르하드노 시즈카! 나오지 않는 건가?" 그리고, 바로 그 순간 기사들의 열이 반으로 죽 갈라졌다. 아버지가 탄 흑마는 이상스럽게도 아버지의 머리 빛깔, 또 내 머리빛깔처럼 푸르스름한 윤기가 흘렀다. 온통 검푸르다. 머리카락에서옷, 말에 이르기까지. 그 가운데 은빛을 띤 건틀렛이 끼워져 있다. 아버지의 얼굴빛은 고향 마을에서 내가 그랬듯, 오랫동안 햇빛에 그을어도 잘 타지 않고 흰 편이다. 깃발에서 타닥이는 소리가 날 정도로 강한 바람을 맞아 날개처럼 망토가 뒤로 펄럭였다. 이스나미르 최고의 기사와, 세르무즈 최고의 기사. 두 사람은 첫 대면인가? +=+=+=+=+=+=+=+=+=+=+=+=+=+=+=+=+=+=+=+=+=+=+=+=+=+=+=+=+=+=+=sf게시판에서 inmyrain 님 질문, 이베카 민스치야에 대한 이야기는10장... 정도에 자세히 다시 등장할 것입니다. 현재는 7장이지요? 한 가지만 힌트를 드리면, 유리카가 깨어나 파비안을 만나기까지사이엔 꽤 긴 시간이 있었답니다. 그리고 유리, 엘다, 미카의 봉인시기는 똑같지 않습니다. ^^그리고.. 파비안의 범죄 행각(?)이 어디까지 이어질 것인지에 대해선.. 아마 글이 끝나는 날까지가 아닐까요. ^^; 적어도 폭력에 있어서만은 계속될 테니까.. (그런데 그 온갖 범죄명.. 혹시 법학 전공이십니까?)Luthien, La Noir. +=+=+=+=+=+=+=+=+=+=+=+=+=+=+=+=세월의 돌(Stone of Days)=+=+=+=+=+=+=+=+=+=+=+=+=+=+=+=+ 7장. 제6월 '인도자(Guardian)'3. 핏빛 하늘의 만가 (15) "……." 양 진영 앞에 말을 몰아나온 두 기사가 버티어 서자, 넓은 들판 전체에 침묵이 흘렀다. 바람 소리가 낮게 들판을 스친다. 수많은 무장한 기사들은 창끝 하나 움직이지 않았고, 갑옷 부딪치는 소리 하나 내지 않았다. "……." 중재하는 사람이 없는 상황은 애매하다. 양쪽 모두에 진행을 맡은사람이 있을 터이나, 지금으로서는 감히 입을 열지 못한 채 이 침묵속에 다른 사람과 마찬가지로 묻혀 있었다. 볼제크 마이프허, 회색의 망토와 흑갈색 말, 은회색을 띤 사슬 갑옷, 귀 옆으로 늘어지는 사슬 보호대를 쓰고 그 위에 투구를 썼다. 너무 멀어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아버지 뒤를 따라나온 나는 잔뜩 긴장한 채 볼제크 마이프허를 바라보았다. 그 옆에는 그보다 좀 몸집이 작은, 종자로 보이는 자가 역시 말을 타고 있었다. 그리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네 마리의 말은 앞으로 움직이기시작했다. "……." 나는 대열을 빠져나오면서 유리카의 얼굴, 나르디의 얼굴을 보았다. 엘다렌은 말을 타고 있지 않아서 발견하지 못했지만……. 주아니는 엘다렌이 데리고 있다. 그리고 나는 대열을 멀어져 간다. 마지막으로 본 것은, 나르디가 들고 있던 깃발, 휘날리는 푸른 비단폭의 흰 별들이었다. 네 마리의 말은 양편 대열로부터 같은 거리가 떨어진 위치에서, 약간의 사이를 두고 멈추어 섰다. 나는 그제야 알아보았다. 볼제크 마이프허가 데리고 나온 종자, 바로 그 옆에서 말을 타고 있는 자는 내 또래의 소년이다. 한 눈에 봐도 아들이라는 것을 알아보겠다. 똑같은 흑갈색 머리, 흑갈색 눈동자, 차갑게 굳은 얼굴과 거구의 몸집. 저쪽에서도 내가 아들이라는 사실을 단번에 알아본 모양이다. 우리가 나란히 서 있지 않다 해도 아버지와 나는 너무도 닮았다. 다른 곳에서 아버지를 보고 나중에 나를 본다해도 핏줄이 이어져 있다는 것을 손쉽게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마브릴 군대도, 엘라비다 군대도 이제는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 말하는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조용히 웅성대는 소리들이 바람에 실려귓가를 어지럽힐 뿐, 네 사람은 주위 사람들로부터 완전히 동떨어져외딴 공간에 따로 존재하는 듯했다. 누가 먼저 입을 열까? 제일 먼저 볼제크가 갈색 건틀렛을 낀 손을들어 내저으며 말했다. "아들인가?" 아버지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렇지." 어쩐지 말투가 두 군대의 운명을 걸고 결투하기 위해 만난 사람들같지가 않다. 대단히 예사로운 어조로 이야기가 오갔다. "그쪽도 아들이로군." "그렇지. 내 맏아들이지." "이쪽도 내 맏아들이야." 그래, 나는 아버지의 맏아들이었지. 하르얀은 그 다음에 태어난 아들이고. "몇 살인가?" "열 여덟이지." "이 녀석은 스물이다." 나는 문득 생각했다. 볼제크 마이프허가 아버지와 나이가 비슷하다면, 굉장히 일찍 결혼했음에 틀림없군. 아버지가 나를 낳은 것이 스물 초반 아닌가. "인사들 시키는 것이 어떤가?" 아버지의 제안에 볼제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자기 아들 쪽을바라보자, 그 아들은 나를 바라보았다. 키는 나와 비슷한 정도인 듯했지만 상대는 바위라도 부술 것 같은 장대한 몸집을 지닌 자다. 저집안의 유전이란 저런 것인가? 이윽고, 그가 말했다. "나는 카로단 마이프허다." 만나서 반갑다거나 하는 입에 발린 소리는 하지 않았다. 카로단이라는 이름은 저 집안 전통의 이름 가운데 하나인 모양이다. 나는 대답했다. "파비안…… 나르시냐크다." 처음으로 이 이름을 썼다. 여기에서 굳이 그런 것으로 고집을 부려아버지를 무안하게 할 필요는 없었다. 카로단과 나는 서로 가볍게 목례를 했다. 더 이상의 것은 필요치않았다. 나는 볼제크와 카로단의 눈빛에 대단한 적의가 깃들어 있는것을 눈치챘다. 비록 겉으로는 별 감정없이 이야기를 주고받았지만아버지의 평온한 태도와는 반대로 저쪽은 감정이 잔뜩 들끓어 있다. 잔-이슬로즈를 빼앗긴 것 때문에 저러는 건가? 이윽고, 볼제크의 짓눌린 듯한 한 마디가 잠시의 침묵을 깼다. "2백년 전의 실수는 되풀이하지 않는다." 무슨 소리야? 볼제크가 2백년을 살았다고? 내 주위에 2백년을 산 자들이 너무 많았던 탓에 엉겁결에 그런 생각이 머리를 스쳤지만, 당연히 그런 뜻은 아닐 것이다. 그들 조상의이야기인가? 아버지가 대답했다. "한 번 일어났던 일은, 다시 일어나게 된다는 말이 있지." 볼제크는 표정을 변하지 않은 채 거대한 어깨를 움씰거렸다. 파도처럼 천천히 솟아올랐다 내려가는 그 어깨 근육을 보니 내 머릿속에서는 산맥 가운데 왕자처럼 버티고 선 거대한 호랑이가 문득 떠올라왔다. 단 한 번 본 일이 있을 뿐이지만, 그 사나운 노란 눈매와 융단을 씌워 놓은 것처럼 부드럽게, 그러나 위협적으로 움직이던 불거진어깨는 잊어버리지 않고 있다. 호랑이, 분노 어린 굶주린 눈동자의 잔인한 호랑이. "그 일을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인간이다." 아버지는 평온한 목소리로 대답한다. "한 번 했던 일을 다시 하는 것이야말로, 쉽지 않겠나?" 이번엔 볼제크 뿐 아니라 카로단마저도 화가 치밀어 오르는지 저도모르게 검손잡이로 손이 다가가는 것이 보인다. 싸늘한 살기가 들판가운데 고립된 좁은 공간 사이를 흘렀다. 어쩐지 나만이 전후 사정을모르는 것 같은 생각이 든다. "…… 기다렸던 자리다. 반드시 갚겠다." 내가 느낀 위압감과는 반대로 아버지는 조용히 웃었다. 나는 미간을 찌푸리며 생각했다. 볼제크 마이프허는 아버지에게 개인적 원한을갖고 있는 걸까? 혹시 그래서 이 부당한 조건의 결투를 일부러 받아들인 건 아닐까? 검을 들이댈 기회를 잡으려고? 비록 보통 사람들에 비해 엄청난 키와 체격을 가진 아버지였지만볼제크에 비하면 오히려 보통 사람과도 같아 보였다. 더구나 침착한검푸른 빛깔의 복장 때문에 날카롭고 민첩하게 보이긴 하지만 또한실제보다 작아 보이는 듯도 했다. 그러나 아버지는 조금도 동요하는기색은 없었다. 오히려 한 마디 대답했다. "좋은 생각이다. 나 역시 이 되풀이된 대결을, 2백년 전과 같은 방법으로 자네에게 돌려줄 수 있도록 노력해 보지. 서로에게 즐거운 일인 편이 좋겠지." 더 이상의 말은 필요없었다. 나와 카로단은 멀찍이 비켜나고, 두기사는 랜스를 꼬나잡고 말을 수 걸음 뒤로 물렸다. 이 결투는 정식으로 치러지는 격식을 모두 갖추지는 못했다. 이는모두 양국의 전통적 결투 방식에 여러 가지 차이가 있어서 최대한 간소하게 취합하는 수밖에 없었던 탓이다. 시작을 알리는 깃발이 올랐다. "하앗!" "차, 이럇!" 두 마리의 말이 오후의 태양 아래, 아직 물기가 덜 가신 잔디를 짓이기고 젖은 흙덩이를 튀어오르게 하며 단숨에 달려나갔다. 그것은 두 개의 어두운 그림자로도 보였다. 쩡! 두 개의 랜스가 어디로 어떻게 닿았는지 볼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없었다. 나조차도 보지 못했다. 그리고 그 다음 순간, 동시에 랜스두 개가 부러져 바닥에 나뒹굴었다. +=+=+=+=+=+=+=+=+=+=+=+=+=+=+=+=+=+=+=+=+=+=+=+=+=+=+=+=+=+=+=개인 정보에 대한 질문을 물으시는 분들이 종종 계신데... 얼마 후에 자세하게 밝혀질 기회가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글 말미 잡담은 전에도 말했듯, 과다한 용량으로 언제 리넘버링이 될 지 모르는 나우누리 sf게시판의 사정상 따로 잡담을 거의쓰지 않는 데서 비롯합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sf게시판 wolfvan 님이 질문하신 '1년이 끝나면 글이 끝나는가'의문제는... 좀더 기다려보시면 압니다. ^^sf 게시판 aubade7 님(친구 아이디라고요..).. 추천 감사드리고,오크들이 읽어도 알만한 재미란 건 정말 놀랄 만한 얘긴데요. ^^;Luthien, La Noir. +=+=+=+=+=+=+=+=+=+=+=+=+=+=+=+=세월의 돌(Stone of Days)=+=+=+=+=+=+=+=+=+=+=+=+=+=+=+=+ 7장. 제6월 '인도자(Guardian)'3. 핏빛 하늘의 만가 (16) "……." 감히 누가 먼저라 할 수 없는 짧은 순간, 두 개의 검이 뽑혀나와손에 단단히 쥐어졌다. 본격적인 싸움은 이제부터다. 두 마리 말이 폭풍처럼 요란한 소리를 내며 서로의 주위를 빙글빙글 돈다. 한 손으로 검을, 다른 손으로 고삐를 잡고 말을 몰아가는두 사람의 움직임은 마치 휘몰아치는 사나운 대기와도 같았으며, 필요 없는 움직임이라고는 없는 간결함과 그만큼의 첨예한 살기로 공간을 일그러뜨린다. 원인 모를 압박감으로 목이 졸리는 것만 같은 기분, 손바닥에서 땀이 흥건하게 배어나온다. 쩌정! 다시 한 번, 힘껏 검이 서로 부딪쳤고, 다시 떨어졌다. 검이 부딪치는 순간은 마치 두 개의 군대가 한꺼번에 몰아쳐 얽히는 것과도 같았다. 태양 아래 불꽃이 튄다. 볼제크의 멋쟁이 검보다 조금 작을까 싶은 거대한 검에 대항하는아버지의 검은 의외로 길이만 길 뿐, 대적이 될까 의심스러울 정도로얇은 검이다. 그러나 검신은 똑바르고, 세게 부딪쳐도 결코 부러지거나 휘어지지조차 않는다. 그 검은 벌써 세 차례나 볼제크의 투핸드소드와 맞닥뜨렸으나 똑같은 기세로 상대의 검을 튕겨냈다. 볼제크는전에 마르텔리조의 선원 하벨 롬스트르가 말했던 대로 정말 투핸드소드를 한 손으로 다루고 있다. 그것도 아주 가볍게. 차앙! 챙! 챙겅! 하늘이 몹시 푸르다. 거친 발굽소리와 엄청난 기세로 부딪쳐 가는두 검은 대지라도 가를 것 같다. 나는 아버지를 말리지 못한 것을 헛되이 후회하고 있다. 자기 아버지를 향해 양손 주먹을 꼭 쥔 채 시선을 떼지 않고 있는 카로단, 아마도 태어나서부터 전사로 교육받았음에 분명한……. "하아아!" "커어!" 들판 가운데 폭풍처럼 몰아치는 두 기사, 망토와 말과 이 모든 것들이 한데 뒤섞여, 보이는 것이라고는 오직 태양이 비추는 번뜩이는검광들 뿐. 그리고 그것들은 붉게 빛났다. 언제부터였을까, 그 가운데 푸르스름한 빛이 언뜻언뜻 비치기 시작한 것은. 볼제크의 어마어마한 고함 소리가 들렸다. "으라아아아아앗!" 아버지가 탄 말이 문득 비틀, 뒤로 물러나는 듯하더니 비척이며 한쪽 무릎을 꿇으려 한다. 나는 저도 모르게 검으로 다가가는 손을 간신히 억눌렀다. 볼제크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고삐를 당겨 앞으로 달려들었다. 그러나, 아버지 역시 구경만 하고 있지는 않았다. 이잇- 이히히히힝! 말 한 마리가 몹시 날카롭게 울부짖었다. 곧, 결과가 드러났다. 볼제크의 말이 풀썩 앞으로 엎어졌다. "오오오오!" 우리 편 진영에서 한꺼번에 환성이 터져나오고, 마브릴 족 사이에서 불안에 찬 고함소리가 일어나는 순간, 볼제크는 단말마의 비명과함께 몸을 비트는 말 위에서 재빨리 뛰어내려 뒤로 물러났다. 여전히검은 쥔 채, 그도 놀랄 만한 기사였다. 아버지의 말도 이미 더 이상 서 있을 수는 없었다. 아버지는 훌쩍고삐를 놓고 말 아래로 내려서 검을 똑바로 쥐었다. 싸움터가 조금 옆으로 옮겨졌다. 두 마리 말은 일어나지 못한다. 아마 아버지의 말이 먼저 공격을 받고, 볼제크가 달려드는 순간, 아버지가 말의 배를 노려 검을 찔러 넣었음에 틀림없다. 나는 말에서뛰어내렸다. 카로단 역시도, 우리 둘은 이제 평지에서 다시 검을 부딪치기 시작하고 있는 두 사람 옆으로 급히 달려갔다. 소리가 들릴 위치까지 다가간 내 귀에, 아버지의 말소리가 들렸다. 두 사람은 계속해서 엄청난 기세로 싸우는 동안에도 대화를 했던 걸까? "그 옛날에도 이와 거의 비슷한 진행이었다지?" "닥쳐!" 가까이에서 들으니 볼제크의 호흡은 확연히 거칠어져 있다. 감정적으로도 상당한 동요가 일어나 있는 모양이다. 그에 반해 아버지는 여전히 냉정하기 이를 데 없는 목소리와 정확한 검술을 구사하고 있다. 놀랄 만한 속도로 검들이 부딪쳐갔다. 망토가 들판을 온통 메울 듯,시선을 가득 채우며 펄럭인다. 텅! 츠컹! 츠르르르… 쩡! 검이 서로 맞닿은 채 서로를 밀어붙이고 있다. 놀랍게도 아버지의힘은 거인에 비해 조금도 밀리지 않는다. 둘은 대등하게 검을 맞대고있었다. 발이 반 바퀴, 옆으로 움직였다. 양 진영은 상황이 어떻게 되어 가는지 보이지가 않자, 함성이나 환호성조차 지르지 못한 채 잠자코 숨만 죽인 채 결투를 관전하고 있다. 저 기세를 말릴 사람이 있을까? 저 팽팽한 대결을 멈추게 할 사람이 있을까? 폭풍우조차 멈추게 한 에제키엘이라면 모를까……! 츠컹! 한 순간 얽혔던 검이 떨어짐과 동시에 둘 다 뒤로 한 걸음씩 물러났다. 볼제크의 커다란 몸이 조금 휘청였다. 아버지는 가볍게 자세를낮추고 검을 우측으로 꺾으며 힘껏 베어들어갔다. 쉬익- "크허……." "우와아아아!" 단숨에 함성이 일어났다. 볼제크가 뒤로 약간 비척이는 것을 보고서다. 아버지의 검이 볼제크의 배 부분을 파고들어 사슬 갑옷을 찢었다. 세상에, 저 검도 보통 검이 아니었구나. 볼제크는 오래 그러고 있지 않았다. 거대한 검을 번쩍 들어 아버지의 어깨를 내리찍는다. 그 역시 힘만으로 승부하는 검사가 아니다. 아버지가 그 검을 피해 왼쪽으로 몸을 틀자 놓치지 않고 반대쪽으로비스듬히 비껴 검을 휘둘렀다. 손에 잡힐 듯한 숨결, 대지를 짓이겨가는 네 개의 발 아래 꺾어진 풀잎의 진한 냄새들. 다시 한 걸음, 아버지가 물러났다. 볼제크는 재빨리 검을 찌르기로바꾸어 폭풍처럼 밀고 들어간다. 교본처럼 정확하게, 재빠른 발이 앞으로 내딛어진다. 아버지가 자세를 다시 낮췄다. 검을 가로로 비스듬히 맞댔다가, 기회를 잡는 순간 힘껏 걷어냈다. 허공을 찌를 듯 힘차게 젖혀지는 블레이드, 두 검이 긁히는 소리가 작렬하는 태양 아래치르릉- 하고 울렸다. 꽉 쥔 손 안에 땀이 서서히 차는 것이 느껴진다. 둘은 대등한 싸움을 하고 있었다. 한 번, 또 한 번, 둘은 마주쳤다가 물러나기를 되풀이 반복한다. 공격도 방어도, 모두 능숙하여 빈틈이라고는 없었다. 그리고 그 엄청난 기세, 보통 기사였다면 맞닥뜨리는 것은 모조리 파괴해버릴 것 같은 그 기운에 접한 것만으로도 충분히 두려워 물러났을 것 같은 기세로, 둘은 쉬지도 않고 상대를 몰아쳤다. 대지를 가르고 하늘을 뚫을 것만 같은 검, 우레처럼 들끓고 휘몰아치는 강렬한살의. 그러나, 둘 다 그런 상태를 계속하기를 바라지는 않았다. "우우아아아아아!" 볼제크가 드디어 검을 크게 들더니 한 차례 받아넘긴 아버지의 검이 허공으로 향한 틈을 타, 허리를 겨누며 힘껏 달려들었다. 내 입에서 저절로 비명이 튀어나오려는 순간, 아버지는 믿을 수 없을 만큼빠른 속도로 몸을 뒤로 한 바퀴 틀어 그 검끝을 쳐내버렸다. 생각지도 않은 방향에서 날아온 공격으로 처음으로 볼제크의 균형이 깨어졌다. 그리고, 그 순간을 놓칠 아버지가 아니었다. "끝이다!" 단호한 목소리가 높이 울려 양 진영의 기사들조차 무슨 일인가 하고 머리를 뺐다. 아버지는 방향을 마저 돌리면서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검을 쥔 손의 모양을 바꾼다. 가까이 선 내게도 그것은정말 거의 아슬아슬하게 눈에 띄었다. 왼손을 힐트 뒤로 빼어 그 손바닥을 폼멜의 중앙에 갖다대면서, 힘을 싣는다. 손바닥 위를 미끄러지듯 순식간에 바뀌는 검의 방향……! 다음 순간, 아버지는 상대의 검을 든 팔 아래 옆구리를 힘껏 베었다. 츠르륵… 척! 체인 메일의 사슬이 뚫리는 소리, 그리고 그 자리에서 붉은 피가분수처럼 튀었다. "안돼!" 카로단의 목소리가 높이 울리는 가운데…… 나는 내 눈을 믿을 수없는 일을 보았다. +=+=+=+=+=+=+=+=+=+=+=+=+=+=+=+=+=+=+=+=+=+=+=+=+=+=+=+=+=+=+=어떤 분께서 돈 단위의 '로존드'와 우기를 뜻하는 '로존드' 사이에무슨 관계가 있냐고 물으셨네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고대 이스나미르 어에서 두 단어의 뜻은 같습니다. '로존드'는 작은 비나 이슬비를뜻하는 말이고 '존드'는 큰 비나 소나기를 뜻하는 말입니다. 이것이돈 단위가 된 것은 우기에 처마에 비를 받기 위해 받쳐 놓는 통과 예전에 돈 대신 쓰이던 곡식을 세는 되의 모양이 비슷했기 때문입니다. 일종의 컵이었다고 보시면.. (이렇게 말하니 정말 뭔가 있는 것 같죠? 그저 예전에 생각해 놓은 유래일 뿐입니다..) 또한 세상을 돌고돈다는 의미에서 돈과 물에 관해서 이들은 비슷한 견해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왜 비가 많이 온다는 우기의 이름이 '존드'가 아니고 '로존드'냐고요? 그건 한 해 전체로 보았을 때에 작다고 볼 수 있는 하나의 아룬드가 있고, 그 때는 주로 비가 내린다는 의미가 보다 강했기 때문입니다. 비는 우기가 아니라 해도 일년 내내 언제든 내릴 수있으니까요. 즉, 개개의 비오는 날들만 모아 놓은 관점으로 보면 우기는 비가 많이 내리는 때지만 한 해 전체로 보았을 때엔 '비가 내리는 *작은* 때'로 해석되는 까닭입니다. 비가 내리는 날들만 모아 놓고 따로 생각하는 관점이 일반인들에게 필요할 까닭이 없잖아요? 아, 그리고 로존디아라는 나라가 있지요. 세르무즈처럼 마브릴 족이 세운 나라인... 그리고 유리카의 조국이기도 합니다만. 여기에서의 '로존드'역시 의미가 같습니다. 로존디아는 해석하자면 '이슬비의땅' 정도 되지요. Luthien, La Noir. +=+=+=+=+=+=+=+=+=+=+=+=+=+=+=+=세월의 돌(Stone of Days)=+=+=+=+=+=+=+=+=+=+=+=+=+=+=+=+ 7장. 제6월 '인도자(Guardian)'3. 핏빛 하늘의 만가 (17) 옆구리를 베었던 검이 놀랄 만큼 빠르게 힘을 가누며 다시 들어올려져, 반대쪽 날을 이용해 똑바로 미간을 내리쳐간다. 아직 쓰러지지않은 볼제크는 몸을 훌쩍 뒤로 젖혔다. 그리고, 그것이 끝이었다. 츠르르르…… 푸욱! "크아아아아아악!" 머리를 노린 듯했던 검이 순식간에 아래로 내려떨어졌고, 금속성의파열음과 고기를 가르는 묵직한 소리를 내며 그의 몸은 가슴에서부터배 아래로 죽 갈라졌다. 그 다음은 피로 범벅된 시야,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보통 검으로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체인 메일은 마치 버터로 만들어진 것처럼 손쉽게 잘라져 나갔고, 그 검은 젖혀진 몸을똑같은 강도로 가르며 배에 이르러 몸을 뚫고 나갔다. 솟구쳐 오르는핏줄기가 멀리까지도 선명하게 보였으리라. 내 눈에는 내장이 흘러내리는 것까지 보였다. 연속적으로 세 동작은 계획된 것처럼 이어져 있었고, 마치 이 순간을 노렸던 듯했다. 그리고, 그 순간 내가 본 것……. '푸른 빛?' "아버지이이이이이!" 카로단의 처절한 외침이 허공을 찢었다. 볼제크는 그러고도 그 자세로 잠시 망연히 서 있었다. 무릎이 약간 굽어지고 손에는 검을 든모습 그대로, 마치 무엇을 잊어버린 사람처럼 묘한 표정으로 아버지를 바라보는 그 눈 그대로, 지금이 어떤 상황인지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듯이, 방금 일어난 일을 아직 알지 못하는 것처럼, 마브릴의 빛나는 검, 마르텔리조의 자랑, 세르무즈 최고의 검사 볼제크 마이프허는그렇게 서 있었다. 하늘은 왜 저렇게 푸른 걸까. "……." 무슨 말을 하려는 것처럼 입을 약간 움직였다. 저 흘러내리는 내장과 피, 저 상태로 저렇게 오래 서 있을 수 있을까? 아버지는 피묻은 검을 쥔 자세 그대로 미동도 하지 않았다. "…… ………… ‥‥·… ···." 말을 한 걸까? 내 귀까지는 들리지 않는다. 이윽고 그는 잊어버린 것을 깨달았다는 듯, 들판 가운데 무릎을 꿇었고, 완전히 쓰러졌다. 대지에 피가 스며든다. 이슬 젖은 잔디가 온통 붉어지고, 흰 풀꽃들이 온통 젖어들었다. 한 사람의 몸에서 나올 수 있는 피에 대해서다시 생각하게 할 정도로, 저 파란 하늘과 너무도 대조적으로. "주, 주죽, 주, 죽일테다아아아!" 카로단이 미친 듯 검을 뽑아들며 아버지 쪽으로 달려들기 시작한것은 그때였다. "안돼!" 나는 그 순간 멋쟁이 검을 등뒤에서 뽑아들며 동시에 그 쪽으로 달려갔다. 안 된다, 결코 안 된다. 이미 아버지를 걱정하지는 않는다. 나는이제 알고 있다. 아버지가 볼제크를 상대하는 내내 여유있는 태도로일관했다는 것을. 적당한 기회를 잡으려 했고, 그것을 잡은 이상 당연히 그를 죽인 것이라는 것을. 그러나, 안 되는 일이 있다. …… 같은 손에 아들까지 죽게 되는 것은 결코 바라지 않아! 카로단은 나보다 먼저 달렸지만 달리기 속도만큼은 다른 사람과 비교할 내가 아니다. 아버지가 검조차 내리지 않은 그대로 그 시선조차돌리지 않고 있는 동안, 나는 아버지의 앞을 가로막고 서며 달려드는카로단의 검을 내 온 힘을 다해 밖으로 쳐냈다. "크아아아아!" 카로단은 핏발선 눈으로 미친 듯 검을 휘둘러 내게 덤벼들었다. 이상하게 내 눈에 눈물이 고이려 한다. 이유는 몰라, 아버지가 이기기를 나도 바랐었지만, 그렇지만 이런 것은……. "덤벼들면 죽는다는 걸 몰라?!" 세 번째로 카로단의 검을 받아 힘껏 꺾으면서 나는 외쳤다. 그 아버지와는 달리 나보다도 나이가 많은 카로단은 그다지 대단한 솜씨를지니고 있지 않았다. 검에 와 닿는 힘은 확실히 대단했지만, 나도 힘이라면 아버지의 아들인만큼 지지 않는다. 나하고 싸웠다면 적당히서로 검을 주고받다가 내가 이길 정도는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그와 싸우려는 것이 아니다. 막아야만 한다. 나는…… 내 등뒤에 서 있는 아버지가 두려웠다. "비켜어! 비켜, 비켜, 비켜!!!" 카로단은 이미 제정신이 아니다. 이제 검술도 뭐도 없이 미친 듯이휘두르기 시작하는 그의 검을 나는 마지막으로 위로 올려 밀어붙였다가, 갑자게 떼면서 휘청이는 순간 오른발로 손을 걷어차 칼을 바닥에떨어뜨려 버렸다. "우우우……." 검을 떨어뜨린 그의 입에서 괴상한 울음인지 신음인지 모를 소리가새어나왔다. 카로단과 나는 죽은 볼제크 마이프허의 피가 흐른 풀들를 온통 밟고 있다. 나는 무기를 떨어뜨린 카로단을 똑바로 검으로겨누었다가, 다시 앞으로 성큼성큼 다가가 어깨를 잡고 힘껏 뒤흔들었다. "네 아버지는 정당한 결투로 돌아가셨어! 정신 차리고 상황을 받아들여!" "네놈, 네놈의 아버지는……." 카로단의 핏발선 눈이 나를 쏘아보더니 팔을 들어 힘껏 내 손을 떨군다. 다시 검을 집으려고 주위를 둘러보는 그를 나는 다시 거칠게움켜잡았다. "죽고 싶어? 이런 데서 부자가 같이 죽고 싶어? 개죽음이 그렇게좋냐, 이 자식아!" "우우……." 나는 아버지의 얼굴을 돌아볼 용기가 없다. 왜 그런지 이 상황에서나는 승리의 기쁨보다는, 아버지가 죽지도 다치지도 않았다는 안도보다는, 하비야나크의 가게 안에서 돌아가신 어머니를 발견했던 그 순간을 떠올리고 있다. 아버지가 눈앞에서 죽는 것을 본 카로단 속에서나를 보고 있다. 감정이 울컥 치밀어 올라 나도 모르게 외쳤다. "그렇게 죽고 싶으면 내가 당장 죽여 줄 수도 있어! 따라간다고……? 그렇지만, 네가 알아? 네가 알아? 죽은 사람은…… 죽은 사람은…… 결코 돌아오지 않는단 말이다!!!" 앞뒤가 맞지 않은 소리를 마구 외쳐대는 내 눈이 뜨겁다. 고개를빠르게 흔들어 내 머릿속의 열기를 떨어냈다. 그래, 네게도 어머니는있을 것 아니냐. 여기서 네놈이 죽는다면 용서란 없…… 아니, 나 자신이 견디지 못할 것 같단 말이다! 바로 등 뒤, 아버지의 침착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카로단 마이프허." 카로단의 어깨로 전해져오던 정신없는 떨림이 문득, 멎었다. 그의 고개가 홱 쳐들어져 내 어깨 뒤 아버지를 바라보고 있다. 나는 돌아보지 않았다. 그러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내 귀에도 또렷하게 그 목소리는 들렸다. "그건 네 집안 대대로 명예로웠던 이름이다. 결코 어린 후손의 경솔한 행동으로 무너뜨릴 수 없는 드높은 이름이다. 엘라비다 족조차기억하는 그 이름." 저들의 조상인 카로단 마이프허…… 검술 교본을 썼었지. 나도, 아르노윌트도 보았던. 어린 카로단은 천천히 어깨를 들썩이고 있었다. "돌아가라. 돌아가서 검과 살아라. 익숙해지거든, 다시 돌아와 나를 쳐라." 카로단의 눈은 초점없이 앞을 향하고 있다. 그가 그 말을 알아들었을까? 아버지의 마지막 말이 울렸다. "반드시 기다리겠다." +=+=+=+=+=+=+=+=+=+=+=+=+=+=+=+=+=+=+=+=+=+=+=+=+=+=+=+=+=+=+=세월의 돌 홈페이지가 생겼습니다! (감격, 감격.. ^^;)http://fairytale.pe.kr 입니다. 그냥 fairytale.pe.kr 만 치셔도곧장 들어가실 수 있어요. ^^fairytale이 요정이야기, 즉 환상소설을 의미한다는 것은 아시죠? 사실 전 이런 거 만들줄 모르고요, 아는 분들이 많이 도와주셔서굉장히 멋진 홈페이지가 되었답니다. 저 개인적으로 보기엔... 아주예뻐요. ^__^ (저는 열심히 정보 제공만 했고..)메뉴도 꽤 멋지게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메뉴명들을 만들어내느라 고생을 많이 했답니다(가보시면 아실듯...) ;; 구성은... 1. 작가소개 : 77문답으로 되어 있습니다. 제 개인 정보를 알고 싶어하시던 분들, 가서 보세요.. 쓰느라 진짜 고생했습니다;;2. 작품소개 : 세월의 돌의 세계관과 나라 설명, 종족 설명, 그리고 꼬마호빗 님이 일전에 보내주신 [세월의 돌 사전 ver.1.0]. 3. 소설맛보기 : 세월의 돌 맛보기판(1장 1편 1~10화), 그리고 제가 일전에 쓴 단편 몇 편이 있습니다. 4. 갤러리 : 세월의 돌에 등장한 각 장소들과 어울릴만한 사진들을여러 사람의 도움을 받아 구하거나 직접 스캔한 것입니다. 모두 굉장히 멋진 풍경사진들이며 거기엔 세월의 돌에 등장하는 지명들로 설명이 하나씩 붙어 있습니다. 아직 등장하지 않은 장소도 나와요. ^^5., 비평&감상 : 이번 이벤트로 뽑히는 평들이 바로 이곳에 올라갑니다. ^^ 지금은 이벤트 전에 다른 분들이 게시판에 써 주신 평 몇개를 모아(물론 허락을 받았지요) 올려 놓았습니다. 6. 방명록 : 발자국 남겨 주실거죠? ^__^7. 세월의 돌 전용 연재 게시판입니다. 통신상 연재보다는 약간 빠른 속도로 업데이트될 것입니다. 8. E-mail대강 이런 식이고, 앞으로 지도나 역사, 신화 체계 등등으로 지속적 업데이트를 해나갈 예정입니다. 물론 소설도 계속 연재되고요. 그럼, 많은 분들의 방문을 기다려요! (이로서 오늘도 잡담이 너무 길어져 기타 답변은 다음편에..;;)Luthien, La Noir. ps. 300회 기념 독자 이벤트는 9월 말일에 끝납니다! 이제 하루 남았어요... +=+=+=+=+=+=+=+=+=+=+=+=+=+=+=+=세월의 돌(Stone of Days)=+=+=+=+=+=+=+=+=+=+=+=+=+=+=+=+ 7장. 제6월 '인도자(Guardian)'3. 핏빛 하늘의 만가 (18) 카로단의 몸이 지탱하던 정신이 풀려나간 것처럼 맥없이 무너지려한 것은, 바로 그 말이 떨어진 직후였다. 나는 카로단의 어깨를 힘껏 잡아 일으키고는, 뒤로 밀어제쳐 다시넘어뜨렸다. 맥없이 자빠진 녀석을 다시 멱살을 잡고 일으켜 올렸다. 그리고 질질 끌다시피 세르무즈 군 진영으로 몇 발짝 걸었다. "구경할 땐가요? 아들이고 아버지고, 다 죽을 때까지 기다리겠단건가요!" 나는 녀석을 저쪽 진영으로 힘껏 밀어 버렸다. 카로단은 제대로 몸을 가누지도 못한 채 그대로 흙먼지를 일으키며 바닥에 엎어졌다. 양편 기사들은 그때까지 이 모든 상황에도 불구하고 감히 달려들거나 뭐라고 외치지조차 못한 채 숨만 삼키고 있었다. 그러나 이제 서서히 불어오는 바람에 일렁이며 일어나는 숲처럼 그들은 움직이기 시작했고, 몇 마리의 말들이 달려나오기 시작했다. 나는 맥이 풀리는 것을 느끼며 몸을 뒤로 돌렸다. 들판에 쓰러진채 맹수들이 먹기 좋게 죽 펼쳐져 있는 볼제크의 몸과 피, 내장과 살점들, 그리고 이제는 검을 거둔 채 정말로 '마르하드노 시즈카', 검푸른 광풍처럼 망토를 휘날리며 서 있는 아버지를 보았다. 아버지는볼제크의 투구를 집어들고 있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그 일은자신이 한 것이 아닌 양, 그렇게 우뚝 서 있는 아버지, 그는 내 아버지, 대륙 최고의 검사이다……. 그래요, 저렇게 쓰러진 것이 당신이 아니어서 정말 다행이에요. 하지만……. 결투 내내 느꼈던 불안한 감정, 그것은 내 아버지만을 위한 것은아니었어. 저 결투가 한 사람이라도 죽이지 않기를, 아들을 가진 아버지들이 결코 전장에서 죽지 않기를, 나는 바랬어. 자식을 가진 부모 누구나 죽지 않고 영원히 살아가기를, 아니,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 누군가는 결코 죽지 않기를, 세상에서 사라진 누군가로 슬퍼하는일은 결코 없기를…… 나는 그렇게 있을 수 없는 집착으로 내 주변의사람들을 바라보고 있다. 한 사람을 삼킨 대지 위에 부는 바람이여……. 하루를 기다린 장작에 불이 붙여졌다. 불은 천천히 올랐다. 아래에서부터, 작고 마른 장작개비부터, 차례로 서서히 번져갔다. 연기가 피어오른다. 바람이 불기 시작하자 쌓아올린 나무들은 삐걱이며 서로 부대끼는 소리를 냈다. 위이이이잉……. 어두워져 가는 하늘에는 노을이 섬뜩하리만큼 새빨갛게 졌다. 전날비로 씻겨진 깨끗한 공기와 종일 맑았던 오늘 하루 탓이겠지만, 경험에 좌우되는 사람의 마음으로 저 선홍빛 노을은 어제 오늘 보았던 많은 사람의 피를 떠오르게 하는 빛이다. 핏빛 하늘, 그리고 그 빛깔에결코 뒤지지 않을 벌건 불꽃이 점차 나무더미를 슬금슬금 기어올랐다. 불길이 점차 커지기 시작하자 사람들은 뒤로 몇 발짝씩 물러났다. 저 들판 너머, 이미 어두워져 잘은 보이지 않는 세르무즈 쪽 진영에서도 불길이 오르고 있다. 어둠이 내리는 들판 양쪽에 오른 두 개의 불은 돌아올 수 없는 영혼들을 떠나보내기 위한 살아 있는 자들의인사다. 탁, 타닥, 타닥, 타다닥. 튀어오른 불티가 짧은 순간, 반딧불처럼 찬란하게 날다가 한 순간에 스러져갔다. 다시, 또다시 뛰어오른다. 타고 있는 나무에서 떨어져 나온 불티들이 난다. 저토록이나 짧은 생명을……. 그대는 어찌 떠났나, 이 많은 것을 남기고친구의 가슴 속 지울 수 없는 추억만을 남기고그대는 어찌 떠났나, 빈 자리 너무 크건만그렇게 잠든 듯 누운 채 깨어날 줄을 모르나어찌 하나 남김없이 가져가 버렸나, 그대는쾌활한 웃음도, 빛나던 눈매도, 굳은 악수의 열정도비할 곳 없던 창과 더할 바 없던 검도 남기지 않고그러고 보면 참 용기있는 사람일세, 자네는어찌하여 그렇게 잊혀지려나, 꽃 같은 그대는용감한 자들의 눈에 뜨거운 눈물 흐르게 하는가고향의 부모는 새순이 돋기만을 기다리는데그대는 어찌하여 돌아올 수 없는 길을 떠나나…… 기사단의 만가(輓歌), 장례 노래다. 기사들이 부르는 노랫소리는우렁차지도, 부드럽지도 않았다. 그러나 무미건조한 듯 하면서도 가슴 한구석을 찌르는 데가 있다. 중얼대듯 노래하는 기사도 있고, 제법 노래답게 음율에 맞춰 노래하는 기사도 있었다. 노랫소리는 가없는 허공으로 퍼져나갔다. 먼 곳으로 스러져 갔다. 구원 기사단에서는 전사자가 있을 때 꼭 화장을 한다. 유품은 남김없이 유족들에게 보내고, 그가 결혼하여 자식이 있을 때에는 검도 함께 보내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엔 가장 최근에 갓 입단한 기사에게 검을 인계한다. 그리고 그는 그 죽은 기사를 반드시 기억해야만 하는임무를 떠맡는다. 사람이 정말로 죽는 것은 살아 있는 사람들로부터완전히 잊혀질 때라고 했던가. 그렇게 구원 기사단에 그 사람이 있었다는 사실은 사라지지 않고 남는다. 기사들은 커다란 원을 그리며 이제 캄캄해진 하늘까지 벌겋게 밝힐만큼 찬연히 타오르는 장작불을 둘러싸고 계속 나지막이 노래를 불렀다. 그대가 밟지 않는 대지가 쓸쓸히 꽃피우고그대가 볼 수 없는 하늘이 오늘도 눈을 뜨네. 낡은 검의 손잡이를 잡으면 사라진 온기가 느껴져닳아빠진 가죽부츠도 다시 힘차게 달릴 것만 같아그대의 용기와 재능을 저승에서도 필요로 하던가? 타오르는 화장(火葬)불을 향해 묻지만 대답이 없네. 내 언젠가 명예로이 먼저 간 그대 따라가려마는그땐 나도 황야에 날리는 스러진 한 줌 재가 되려나. 어찌하여 그렇게 잊혀지려나, 젊은 그대는강건한 자들의 입술을 구슬픈 노래로 채우려 하는가. 두고 온 연인은 봄꽃이 피기만을 기다리는데그대는 어찌하여 돌아올 수 없는 길을 떠나나…… 눈시울이 문득 뜨겁다. 카로단이 떠오른다. 지금은 어떻게 하고 있을까. 자기 아버지를 장사지내는 기분, 그건 어머니를 장사지내는 기분이랑 비슷한 걸까? 그렇지만 난 죽는 장면을 직접 목격하지는 못했잖아. 그대는 어찌 떠났나, 이 많은 것을 남기고…… 장작 더미 위에는 전사자들의 시신이 놓여 있고, 그 위에 아버지가가져다놓은 볼제크 마이프허의 투구가 올려져 있다. 너울대는 불꽃속에서 투구가 달아오르고 있다. 그 안에는 눈감은 기사들의 윤곽이희미하게 보였다. 그리고 점차로 희미해지는 이 모든 것들……. 아버지는 다른 기사들보다 조금 가까이 장작불에 서 있었다. 나는그 옆으로 다가가지 않았다. 볼제크를 이기고도 아버지는 축하를 받거나 치하를 얻고 싶어하지않았다. 말하지 않았지만, 부하들을 잃은 것을 몹시 가슴아프게 생각하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말. 야습을 떠나기 전에 엘다렌이내게 했던 말이다. 내가 이번에 망설이지 않고 적들을 죽였더라면,저 가운데 단 한 사람이라도, 하나의 생명이라도 더 살릴 수 있었을까. 정말로 엘다렌이 말한 대로 나는 내게 등을 맡긴 그들을 배신한것일까. 얼굴이 점점 뜨거워진다. 홧홧하게 달아오르는 뺨의 열기를 느끼며, 저 불 안에 있는 사람은 얼마나 뜨거울까 생각을 했다. 그대는 어찌하여 돌아올 수 없는 길을 떠나나…… 장례는 밤새 계속된다. 새벽이 올 때까지. 아무도 잠들지 않았다. 아니, 단 한 사람 있었다면 그건 잔-이슬로즈다. 그녀는 볼제크 마이프허가 죽은 그 순간 이후, 단 한 마디도입을 떼지 않게 되었다. 나르디는 일찌감치 그녀를 천막으로 보내어재우도록 했다. 벨리앙 오르티스와 테르 이르나우는 세르무즈 군 진영으로 돌려보냈다. 테르는 전령 역할을 하느라 오늘 아침 일찍 이미돌아간 상태였다. 이제 완전히 검은 하늘, 검은 들판에 두 개의 불꽃만이 전화를 잊지 않겠다는 듯, 그렇게 계속해서 타올랐다. "재는 사라지지만, 영혼은 세상을 떠돌고, 그리고 다시 돌아올 것이네. 우리 모두는 이스나에가 되기까지 끝없는 길을 되풀이해 가야만 하니까." 내 옆에 선 나르디가 나직이 말하는 소리. 불빛이 그의 뺨에서 너울대고 있다. 나는 보이지 않을 정도로 약하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차게 빛나는 별들이 재와 연기로 흐려보인다는생각을 했다. 이제, 드디어 이스나미르로 돌아가는 건가. 수많은 희생을 이 땅에뿌린 채. 이 바뀌어버린 모든 관계 속에서. 숨을 들이쉬었다. 코 안으로 들어오는 따가운 공기를 마시며, 살아있기에 죽은 누군가를 기억할 수 있다는 것을 떠올렸다. 그렇게 재와 연기, 불꽃이 치르는 장례는 날이 새도록 계속되었다. 날이 새도록 파티를 하는 경우는 자주 보아왔다. 그러나 밤새워 하는장례는 처음이다. 사라진 사람들, 이 매워지는 눈동자는 연기 탓일까, 또다른 이유일까. +=+=+=+=+=+=+=+=+=+=+=+=+=+=+=+=+=+=+=+=+=+=+=+=+=+=+=+=+=+=+=홈페이지에 굉장히 많은 분들이 '발자국'을 남겨 주셨네요. ^^자꾸자꾸 들어가보고 싶지만 집에선 인터넷이 안되기 때문에 아쉬워요. 대신 어제 남겨주신 멋진 메시지들은 잘 보았습니다. 칭찬해주신 분이 많아서 기쁜데요, 어제도 썼다시피 제가 만든 것이 아니랍니다..^^; 제 글을 좋아해주시는 몇몇 분들께서 애써 주신 것이죠. 특히, 갤러리의 그림들이 멋지다고 하셔서 즐거웠습니다. 그리고그림들의 출처를 물어보신 분들이 계신데, 대부분은 직접 스캔한 것이라 아마 세월의 돌 홈페이지 말고는 어디서도 찾으실 수 없을 거예요. 그리고 책은 외국에서 나온 거대한 관광 책자들이기 때문에 제가굳이 알려드려도 구할 길은 없답니다.. ^^;;나중에 좀더 좋은 그림들을 많이 구해서 계속 업데이트를 하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Luthien, La Noi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