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즈가든 24 언덕에서 불어오는 눈 섞인 북풍에, 스네아는 눈을 가늘게 뜨고 새하얀 길 위를 걸었다. 옆은 온통 은색의 세계, 길을 따라 늘어선 삼나무도 생기를 잃고, 어느 쪽으로 가야 할 지 모를 정도로 사방에 눈이 쌓여 있었다. 장갑을 낀 손끝은 얼어서 아플 지경이었고, 벌써 몇 번이나 코를 훌쩍였는지 모른다. 높은 담이 보였을 때, 발은 부드러운 눈 속에 깊이 파묻혀 있었다. 가까스로 도착해서 무겁고 찬 철문을 더듬어 찾고 있었을 때는 이미 피로가 극에 달해 있었다. 문이 바람을 막아준 덕분에 집 안쪽은 바깥처럼 그렇게 눈이 깊게 쌓여 있지 않았다. 추위로 인해 등을 웅크리고 정원을 걸어가던 스네아는 눈덩이가 떨어지는 소리에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려보았다. 오두막의 남쪽에 뭔가가 돌출하여 반짝이고 있었다. 뭐가 있는 걸까...... 호기심에 이끌려 다가가 보았더니, 반짝이고 있던 것은 유리였다. 오두막의 남쪽, 한 면 전체가 유리로 덮인 온실이 되어 있었다. "굉-장해....." 전방에서 보면 단순한 남향 방일 뿐이지만, 이 곳에서 보니 굉장히 화려했다. "이렇게 추운데도 왔구나." 하늘에서부터 떨어진 음성에 놀라서 펄쩍 뛰어오르며 고개를 들어보니, 워렌이 쇠망치를 쥐고 지붕 꼭대기에 서 있었다. "뭘 하고 있는 거야?" "지붕에 못을 박고 있어." 말을 하는 워렌의 입에서 하얀 입김이 피어올랐다. 그러고 보니 오늘은 분명 일요일인데, 아침에 예배할 때도 그를 본 사람이 없었다. "교회에 안 왔었지." 셔츠와 얇은 외투만 입어서 추위를 느낀 어깨가 가볍게 떨렸다. "다음주엔 갈 거야. 오늘은 아무래도 외관을 완성해둬야 할 것 같아서." "안 추워? 안에 들어가서 좀 쉬어." "조금만 더 있다가. 곧 완성될 테니까." 흩날리는 눈 속에서 쇠망치가 울리는 소리. 지붕에 서있는 남자가 걱정스러웠지만 추위를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어서 스네아는 집안으로 뛰어들었다. 현관에서 외투, 모자, 장갑을 벗어버리고 거실 문을 열었다. 돌연 전신이 훈훈한 온기에 둘러싸였다. 방 정 중앙에 왕성하게 타오르고 있는 난로가 있었다. 바깥의 추위는 한 순간에 완전히 사라졌다. "어서 와, 스네아." 난로 앞의 흔들의자가 끼익, 하고 진동하며, 미모의 천사가 일어서서 그를 돌아보고 미소지었다. 스네아는 못 박힌 듯 천사를 응시했다. 처음 보았을 때부터 카일은 무척 아름다웠다. 하지만 오늘 본 보석같이 반짝이는 이런 종류의 아름다움은 처음이었다. "일주일 동안 못 봤어." 스네아의 손가락은 벚꽃 색의 섬세한 손끝에 쥐어져 그대로 장미색 뺨까지 이끌려갔다. "너무 차다. 많이 춥지?" 끌어당겨져서 가벼운 포옹을 받았다. 앞머리를 쓰다듬어져서, 녹은 눈이 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 꿈을 꾸고 있는 것처럼 편안해서 그대로 살포시 눈을 감았다. "바깥이 이렇게 추워?" "눈이 많이 쌓였어. 어제까지 폭풍설이 불고 있었어." 카일은 어깨의 쇼올을 확실하게 가슴까지 잡아 당겼다. "어쩐지.. 최근, 집안에 장작을 떼는데도 춥다 했어." 등위에 둘러진 손끝이 너무 따듯해.... 문득 스네아는 지붕 위에서 하얀 입김을 토해내던 남자를 떠올렸다. "워렌은 바깥에 있어." 아름다운 미간이 급속도로 찌푸려졌다. "그는 온실을 만들고 있겠지. 어제부터 줄곧 시끄러운 금속성이 들려. 어느 정도 진척되었는지 봤어?" "조금만 더 있으면 완성된다고 그랬어." "그래? 나도 가서 볼래." 손을 입가에 대고 중얼중얼 혼잣말을 하며 방을 걸어나간 카일은 순백의 모피코트를 입고 돌아왔다. 가벼운 흰 색의 모피에 감싸인 카일은 정말이지 그림책 속에 나오는 왕자님 같았다. 왕자님의 외출을 따라 나가는 시종처럼, 스네아는 급히 외투를 찾아 입었다. 스네아도 함께 데려가야 한다는 것을 깨달은 카일은 아름다운 손을 내밀었다. 얌전히 그 손을 잡고 밖으로 나갔다. 바깥은 여전히 얼어붙을 정도로 추웠고, 지붕 위에선 탕탕, 하고 불규칙한 소리가 울려왔다. 부르기도 전에 워렌은 이미 이 쪽을 깨닫고 날렵하게 지붕에서 뛰어 내렸다. 검은 색의 눈은 똑바로 흰 모피를 걸친 천사를 향해 있었다. 카일은 나쁜 짓을 한 것처럼 고개를 숙이고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 "어느 정도 되었는지 보고 싶었어......." 워렌은 기쁜 듯 웃으며, 카일의 손을 잡았다. 스네아는 깜짝 놀랐다. 흰 모피를 걸친 어깨가 떨리고 있긴 했지만, 천사는 평소처럼 그 손을 떨쳐버리지 않고 얌전히 워렌에게 이끌리는 대로 걷고 있었다. "외관은 거의 완성되었어요. 그리고 안 쪽은 대략 2-3일이면 완성될 겁니다." 말없이 온실을 바라보고 있는 녹색 눈동자를 워렌은 못 박힌 듯 응시했다. "역시 흰 색이 잘 어울리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