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o, 187 ◎ 이름:chisato81 (hyde-rie@hanmail.net) ◎ 2001/6/1(금) 14:08 (MSIE5.0,Windows98) 211.9.43.22 1024x768 ◎ 조회: 79 회 Home 2 HOME 2 원작: 코노하라 나리세(木原音?) 번역: 치사토(chisato81) 아쯔시와 타카시가 이자와 쿠니히코를 처음 만난 것은, 14세의 봄이었다. 고교 수험을 앞둔 아들들을 위해, 모친이 데려온 가정교사가 이자와였다. 당시, 이자와는 국립대학의 2학년생으로, 20세였다. 이자와의 첫인상은, 잘 웃는 남자라는 것. 웃고 있지 않을 때도, 웃고 있는 듯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1주일에 2회, 이자와는 집에 왔다. 다정하고 쾌활하고, 재미있는 남자였다. 언제나 시시껄렁한 농담을 던져서는, 두 사람을 웃겼다. “나 말야, 쌍둥이를 가르치는 건 처음이라구. 친구들 중에도 쌍둥이는 없어서 말야. 그렇다고 해도, 정말로 똑같은 얼굴이구나. 아쯔시가 안경을 쓰지 않으면, 구분을 할 수가 없어” 최초에, 이자와는 자주 그렇게 말했다. 일란성 쌍둥이인 자신과 타카시는, 얼굴이나 몸 집이 거울을 마주 대한 것처럼 꼭 닮아 있는데다, 모친의 취미로 언제나 같은 옷을 입혀지고 있는 탓도 있어서, 초대면인 사람은 아쯔시의 안경이 없으면 두 사람을 구분 할 수 없었다. 그러나 외견이 같다고는 하지만, 성격이나 머릿속까지 같을 리는 없었다. 아쯔시는 꼼꼼해서 내준 숙제는 매일 꼭 했고, 부모의 말도 잘 들어서, 안 된다고 하는 일은 절대로 하지 않았다. 반대로 동생인 타카시는 분방한 성격으로, 싫다고 생각하면 숙제 따위 일절 하지 않았고, 안된다는 말을 들은 일이라도 호기심에 져서 저질러 버리고, 큰일을 내서는 양친에게 호되게 야단을 맞곤 했다. 그러나 아무리 모두를 말려들게 해서 폐를 끼쳐도, 타카시가 애교있는 얼굴로 생긋 하고 웃으면 그걸로 모두 용서받고 있었다. 이자와도 금방 쌍둥이가 같은 것은 용모뿐이고, 속은 전혀 다르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타카시도 아쯔시처럼 성실하면 좋을텐데” 이자와의 입버릇. 그때마다 타카시는 샐쭉해져서 고개를 돌렸다. 어떤 것이든 평균적으 로 공부해서, 어느 정도는 성적을 내는 아쯔시와 달리, 좋고 싫음에 성적이 고르지 못한 타카시기 때문에, 아무래도 이자와는 타카시에게 붙어있는 일이 더 많았다. 이자와에게 가르침을 받았던 것은 중 3 때만이었지만, 딱 한번 아쯔시는 이자와와 둘이서 공부한 일이 있었다. 타카시가 부모님께 숨기고, 친구들과 여행을 가 버렸기 때문이었다. 그 날, 아쯔시만을 가르치게 된다는 것을 안 이자와는, ‘오늘은 그 시끄러운 녀석이 없나. 이거 편해서 좋은데’ 하면서 웃고 있었다. 두 시간 정도 공부하고, 휴식시간에 모친이 차와 과자를 날라왔다. 둘이서 마시는 차는, 셋이서 마시는 차와 달리 위화감이 있었다. 언제나 이자와는 말을 잘 하는데 오늘만은 말이 없었는데다, 타카시의 터져나오는 듯한 웃음소리도 곁에 없었다. “타카시도 너만큼 열심히 공부한다면, 가정교사 따위 필요 없을텐데 말야” 침묵 속에서, 불쑥 이자와는 중얼거렸다. “타카시는 좋고 싫은 게 분명하니까요” 이자와는 얌전치 못하게, 차를 후루룩거리며 마셨다. “그래도 타카시는 재미있는 아이지. 쌍둥이라도 이렇게나 다르구나” 타카시는 재미있다… 말에 숨어있는 의미를 생각한다. 타카시는 재미있지만, 아쯔시는 따분하다. 가슴이 찔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깊이 사귀게 되면, 모두들 입을 모아 같은 말을 한다. 동생 타카시를 좋아하긴 하지만, 타카시 쪽이 모두에게 자신보다 더 사랑받는다는 것에, 아쯔시는 열등감을 갖지 않을 수 없었다. 친구는 타카시 쪽이 단연 많다. 아무리 말을 잘 들어도, 양친은 제멋대로 구는 타카시 쪽을 좋아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자신은 어떻게 하면 좋은 것일까, 어떻게 하면 타카시처럼 남들이 관심을 가져 줄까, 아쯔시는 알 수 없었다. “설마, 화났니?” 얼굴을 들여다보듯 하고 묻는다. 아쯔시는 서먹한 얼굴을 하고 ‘아니오’ 하고 대답했다. “그런 부루퉁한 얼굴을 하고서는… 솔직하지 않구나. 사실은 화난 거지. 타카시라면…” 의심의 눈빛은 사라지지 않은 채로, 타카시라면, 타카시라면, 타카시라면… 그런 말을 몇 번이나 들었다. 들을 때마다 질려버린다. “시끄러워!” 소리를 지르고는, 자기도 자기 목소리의 크기에 놀랐다. 지금까지 남에게 이렇게 언성 을 높여 본 적이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이자와는 눈을 크게 뜨고 있다. “죄… 죄송해요, 선생님” 숙인 채로 고개를 들 수 없게 된다. 쥐고 있는 자신의 양 손만 계속 바라본다. 머리에 무언가가 닿는 감촉이 느껴져 머뭇머뭇 얼굴을 들자, 이자와와 눈이 마주쳤다. 머리를 쓱쓱 쓰다듬어진다. “화를 내고 금방 사과해버리다니, 정말이지 아쯔시답구나. 나는 말야, 네가 착한 아이니 까 신경이 쓰인다구. 스트레스가 쌓이거나 하지 않을까 하고 말야. 너만한 나이의 애라는 건, 타카시처럼 보통이거든. 제멋대로 굴고, 화내고, 웃고, 그래도 되는 거야”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입술을 깨물고, 반론을 제기하려고 아쯔시는 이자와를 강하게 노 려보았다. “부모님도 선생님도, 열심히 공부하거라, 남에게 폐 끼치지 않도록 해라, 제멋대로 굴면 안 된다, 남을 화내게 해선 안돼, 라고 언제나 나에게 말씀하시는데요” “그건 말야…” 이자와는 곤란한 듯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나는 시키는 대로 하고 있을 뿐입니다. 하지만, 그대로 해도, 바른 일을 하고 있어도, 모두들 자기 좋을 대로 하는 타카시 쪽이 좋은 겁니다. 타카시 쪽이 좋아요. 나는…” 따분한 인간입니다… 말을 꿀꺽 삼킨 대신에 눈물이 나왔다. 숨길 틈도 없이, 툭 하고 눈물이 떨어졌다. 철이 들었을 무렵부터, 남 앞에서 운 적은 없었다. 자신이 한심스러워서 얼굴을 숨긴다. 난폭하게 눈을 부벼도, 눈물이 쏟아져 멈추지 않는다. 문득 따스한 것이 자신을 감싼다. 안겨 있다는 것을 깨달을 때까지, 조금 시간이 걸렸다. “잘못했다, 울려서 미안. 그럴 셈으로 말한 게 아냐. 아쯔시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줄은 몰랐다” 타카시에게 질투하는 감정같은 건, 알리고 싶지 않았다. 말하면 안된다고 생각하고 있 었다. 그렇지만 입 밖에 냈다고 해서, 이자와는 자신을 책망하거나 하지 않았다. “얌전하고 말이 없으니까, 처음에는 어떤 성격일까 하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알아. 아쯔시는 다정하고 착한 애다. 남을 배려해 주는 것도 알고 있어. 그렇지만, 그렇기 때문에 반대로 주위를 너무 신경쓴 나머지 지치는 거 아닌가 하고 생각해” 찡하게 아픈 듯한 코를 훌쩍인다. 이자와의 품에서는, 희미하게 담배 냄새가 났다. “게다가 타카시에게는 타카시의 장점이 있고, 아쯔시에게는 아쯔시의 좋은 점이 있어. 그걸로 된 거야. 똑같을 필요는 어디에도 없어” 말이 가슴에 스민다. 스며들어, 거칠어진 마음이 잔잔해져 간다. 아쯔시의 눈물이 잦아들 때 쯤에는 이자와의 팔도 떨어져 갔지만, 좀더 안겨 있고 싶 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대담한 요구를 입밖으로 내는 짓은… 할 수 없었다. 그 날 이후로, 아쯔시는 이자와를 의식하게 되었다. 문득 깨닫고 보면 시선으로 그를 좇고 있다. 이자와의 얼굴을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기뻐지는데다, 웃고 있으면, 자신도 함께 웃고 싶어졌다. 말을 걸어 줬으면 좋겠다, 관심을 가져 주길 바란다, 자신만을 보아 주기를 원한다. 날이 갈수록 사모의 감정은 강해져, 이자와가 타카시에게 붙어있는 것을 보고 있으면, 안절부절 못하게 되었다. 독점욕과도 닮은 이 감정이 무엇인지, 깨달은 것은 초겨울이었다. 이자와에게 키스하고 싶다고 생각한 것이 시작. 욕망은 날이 갈 수록 거세어져, 처음으로 이자와를 떠올리며 마스터베이션을 한 다음날은, 자신이 무서워서 좀처럼 침대에서 일어날 수가 없었다. 남자끼리는 안된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안된다고 생각할 수록, 자신을 억누를 수록, 미칠듯한 감정은 부풀어올라 간다. 이자와가 좋았다. 자신만을 보아주기를 바랬다. 이자와에게 가장 가까운 사람이 되고 싶었다. ‘사랑해 주길 원해’ 같은, 그런 대 담한 말, 이자와는 물론 자신의 분신인 타카시에게도 할 수 없었다. 경멸당하는 것이 무서웠다. 고교에 합격하는 것과 동시에, 이자와는 가정교사를 그만두었다. 처음부터 1년동안 하기로 이야기가 되어 있었다. 가정교사 마지막 날, 이자와와 악수를 하고 헤어졌다. 마지막이라고 생각하자, 가슴이 잡아 찢겨지는 듯이 슬펐다. 울고 싶었지만, 타카시가 먼저 울음을 터뜨려 버려, 아쯔시는 울 수 없게 되어 버렸다. 수중에 남은 것이라고는, 이자와가 합격기원이라면서 준 부적 하나 뿐이었다. 고교라는 새로운 환경에 뛰어든 후에도, 아쯔시는 이자와를 잊을 수가 없었다. 새 친구 도 생겼지만, 아무도 이자와처럼 자신의 가슴 깊은 곳까지 파고들어오지는 않았다. 오히려 아쯔시 앞에서 “네 동생, 재미있구나” 라고 말하더니, 어느 새인가 자신보다도 타카시와 더 친해져 있었다. 같은 일을 몇 번이나 되풀이할 때마다, 아쯔시의 이자와에게 향한 마음은 커져만 갔다. 이자와만이 자신을 이해해줄 수 있다고, 확신하게 되었다. 자신을 이해해 주는 이자와 를 만나고 싶었다. 꼭 끌어안고, 키스해주길 바랬다. 자신은 자신이라고, 확인받고 싶었다. 이런 미칠 것만 같은 마음도, 이자와에게 고백할 수 있는 날은 영원히 오지 않을 거라는 것은 아쯔시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입밖으로 내서 말하지 않으면 아무에게도 폐를 끼치지 않는다. 자신의 마음 속만으로라면, 아무리 좋아해도 자유라고 생각했다. …욕조 속에서 옛날 일을 떠올리고 있는 사이에, 현기증이 나기 시작해 버렸다. 멍해진 머리로 잠옷으로 갈아입고, 감은 머리를 수건으로 닦으며 거실로 간다. 소파 곁에는 나오키가 서서, 무언가를 지그시 들여다보고 있었다. 무심코 나오키가 들고 있는 것을 본 아쯔시는, 그것이 자신의 맞선 상대의 사진이라는 것을 깨닫고 놀랐다. 봉투에 들어있었는데도, 멋대로 사진을 꺼내서 보는 것은 불쾌했지만, 고작 사진 한 장에 트집을 잡아 화낼만한 일도 아니었다. “결혼하는 거야?” 돌아봄과 동시에, 나오키는 물어왔다. 아쯔시는 나오키에게 간섭하지 않도록 신경쓰고 있는데다, 나오키도 아쯔시가 하는 일에 대해서 무관심했다. 그런 나오키가, 자신의 맞선 상대에게 흥미를 보인 것은 의외였다. “어머니가 강제로 밀어붙이고 있는 것 뿐이야” 나오키는 조금 난폭하게 사진을 소파 위에 놓고, 아쯔시의 곁을 지나쳐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화가 나 있는 것 같았지만, 어째서 남의 맞선 상대의 사진을 보고 성을 내는 건지, 아쯔시에게는 이해되지 않았다. 짧게 한숨을 쉬고, 아쯔시는 소파에 걸터앉았다. 스프링에 흔들리는 사진을 손에 들고, 펼쳐 본다. 남색의 기모노를 입은 예쁘장한 여성이, 사진의 저쪽에서 생긋 하고 미소 짓고 있었다. 여대 졸업의 23세. 취미는 요리. 성격은 온후하고 밝다. 불평을 말할 건덕지도 없었다. 하지만 단 한가지 불만이 있다면, 그것은 그녀가 ‘이자와 쿠니히코’ 가 아니라는 것 뿐이었다. --------------------------------------------------------------------------- 울면서 번역하는 것도 힘든 일이군요…^^; 사전이 안 보여서..-_-; 코노하라 나리세의 책을 볼 때는, 가슴이 아플 각오를 하고 읽습니다만. 그녀의 작품을 보면, 세상에 힘들지 않은 사랑은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되네요. 쉽고 편한 사랑은 없다는… 저도 사실은 이거 다 읽은지 얼마 안됐답니다. 다 읽어버리고 나면 번역 하기가 귀찮기 때문에 웬만하면 연재중인 건 안 읽으려고 하는데, 그만 못 참고...-0- 그러므로 감상 많이 주시면 빨리 올라올 겁니다.^^ 환경상 리플은 제대로 못달아도 감상은 다 읽으니, 기대하고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