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베린 별전 3] 마잉꽃의 소유자 1 06/05 01:37 163 line KUBERIN.. 세상사 뜻대로 되지않을땐 울어야 하나 웃어야 하나 우는 것 보단 웃는 게 그래도 남 보기에 멋진듯 한데 어이! 소리내어 웃을까 ..아니면 차라리 소리내어 울어버릴까. [별전] 마잉꽃의 소유자 1 "뭘까!" 놀라서 그는 멈추어 섰다. 뭐가 뭐냐 하고 나는 녀석을 꼬나보고 있었다. 녀석은 살그머니 풀숲을 헤치고 날 들여다 보고 있었다. 나는 막 들고 있던 나무딸기 바구니를 이리저리 흔들면서 녀석을 바라보았다.녀 석은 겁에 질린 얼굴로 날 바라보면서 우물거리고 있다. "저기.." "저기고 여기고 간에 까불지 말고 이리와!" 나는 손가락을 까딱 까딱해보였다. 녀석은 10살 남짓해 보이는 꼬마였다. 녀석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고급의 린넨셔츠를 풀즙으로 파랗게 군데 군데 물들 인 채로 서서 날 바라보고 있다.허리엔 어린 꼬마에게 어울릴 만한 쇠꼬챙이를 차고 발은 샌들을 신고 있었다.머리칼은 풀더미를 쑤시고 나온 것인지 이리저리 헝클어지고 여기저기 누런 풀잎이 달라 붙어 있었다. 우물 우물 하던 녀석은 한 걸음 나에게 다가왔다. 허긴 이 아름다운 미모로 나무딸기 바구니를 든 채 우아하게 앉아 있는 나의 이 모습을 보고 어디가 경계할 대상이란 말이냐.자식은 겁장이임에 틀림이 없다. "아..안녕..저기..저,.." "저기고 여기고 간에 이리와서 너도 따라!" 나는 손가락 하나로 명령했다. 그녀석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어..!" "어고 저고 간에 너,멍청이냐?" "아.아닌데.." "그럼여기서 얼른 따라!" "무,,무얼." "나무딸기!" 나는 풀숲을 가리켜 보였다. 나무딸기 나무는 키가 작기때문에 어린 애들도 따기 쉽다.그러나 한편으로 말하 면 가시가 있으니까 어린애가 다치기 쉬운 것도 사실이었다.그녀석은 우물 우물 다가와서 내가 가리키는 나무를 바라보았다.그리고는 우물 우물 하면서 진짜로 따기 시작했다.그 모습이 너무 굼떠서 나는 화가 치밀었다. "인간 어린애인 주제에 대체 그것도 못따는 거냐!" "아..따..따고 있어!" 급히 서두른 탓인지 녀석의 손등은 여기저기 가시로 상처투성이가 되었다. 나는 바구니를 녀석의 발치에 던지고 보드러운 초록색 이끼가 덮힌 바위위에 느 긋하게 누웠다. 녀석은 얼어붙은 채 나무딸기를 따서 바구니에 부지런히 넣고 있었다. 나는 휘파람을 불면서 하늘을 감상했다. 좋은 날씨였다. 인간여자가 나에게 딸기파이를 구워주겠다고 했었다.그 여자가 나에게 구워주겠 다는 말을 하지않았다면 이 몸께서 딸기따위를 따기위해 이런 곳에 왔을리가 없 었다.아아..암컷들은 너무나 수컷부리는 데에 익숙하다니까. 뺨에 키스해주면서 파이를 구워줄 테니 부탁해요라니. 물론 그녀가 좋다.역시 암컷은 좋아. 하지만 가끔 이렇게 부려짐을 당할 때는 수컷의 비애감을 맛보곤 한다. 인간세상을 어슬렁거리면서 느끼는 것인데 모든 생물의 암컷들은 모두 똑같다는 것이다.그게 오크든 드워프든,심지어는 인간이든 엘프든 말이다. 내가 대굴 대굴 거리고 있는데 나무 딸기를 따던 꼬마가 고개를 돌리고 저어 하 고 말을 걸었다. "다..땄어..저기.." 바구니를 흘긋 보자 얼마 차지도 않았다.아직 멀었다. "다른 데에 가서 딸기를 마저 따와!" "어..저어..난 집에 가야하는데.." "시끄러!" 내가 눈을 부라리자 녀석은 움찔했다.커다란 눈에 눈물이 그만 글썽한다. 카,웃기고 있어.사내자식이라면 눈을 부릅뜨고 덤비는 맛이 있어야지. 이 자식 계집애 아냐? 나는 발딱 일어섰고 나의 쏘는 듯한 안광에 질린 녀석은 화들짝 놀란 채 바구니 를 들고 총총 수풀속으로 기어들어갔다. 까불고 있어. 나는 다시 데굴 데굴 하면서 잠의 세계로 들어갔다. 아름다운 손들이 나에게 다가온다. 아름답고 흰 부드러운 손. 그리고 나를 어루만진다. 야야..좋았어. 이쁜 여자들이 모두 달려들어 나에게 키스를 한다.좋은 그림이군. 멋지다. 한 여자가 나에게 옷을 휘휘 벗으면서 미소를 던진다.그리곤 한 마디를 했다. "..야." 뭐라구? "..라고." 잘 안들린다. 어서 옷이나 벗어라. "..딸기말이야." 딸기라니? 옷이나 얼른 마저 벗으라니까. "딸기 다 땄다고." 딸기? "딸기 다 땄으니까 난 집에 가겠다구!" 갑작스런 소리에 나는 꿈에서 깼다. 내가 눈을 가늘게 뜨고 녀석을 노려보자 녀석은 움찔해서 뒤로 한 걸음 물러섰 다. "이 자식이 어디서 큰소리야!" 내가 확 주먹을 들어올리자 녀석은 주춤 주춤 방패처럼 바구니를 끌어안고는 물 러섰다.나는 몸을 일으키고는 녀석을 꼬나 보았다. 어느새인지 날은 어두워져 있었다.여기저기서 밤새가 울기 시작했다. "나..나 진짜 집에 가야해." "흥,그렇겠지." 나는 녀석이 내민 바구니를 들어보았다. 제법 묵직했다. 울상이 된 녀석이 날 바라보며 물었다. "나..근데 길을 잃었어...너,길 알지?" 흥 하고 난 비웃어 주었다. 이 쿠베린님께서 길을 잃고 헤메이는 꼬마의 길안내를 해야하냐? 내 반응에 기가 질린 꼬마가 다시 울상이 되어 비슬거렸다. "저기.난 완전히 이 숲에서 길을 잃었어.게다가..난 딸기..따주었잖아?" 녀석의 손등은 피투성이였다.손등과 손목이 온통 피투성이고 엉망진창이었다.나 는 딸기 바구니를 내려놓고는 녀석을 아래위로 보며 물었다. "너 집이 어딘데?" "아그랑." "흥,이몸에게 인간세상의 지명따위 말해봐야 알 거 같으냐?" 내가 비웃어 주자 녀석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앗! 그럼 넌 이 곳 지리를 전혀 모르는 거야?" "알 바가 없으니 알 필요가 없지. 이 나에게 인간세의 지리나 지명따위 알아둘 필요가 있으리라고 보냐?" 녀석은 엉엉 울기 시작했다. 나는 녀석이 우는 몰골을 희안하게 바라보았다. 보고 있으려니 배가 고프기 시작해서 딸기를 주워먹기 시작했다. 바구니엔 딸기가 잔뜩있으니 새삼 조금 먹는다고 해서 파이를 못 만들진 않겠 지. 녀석은 진짜 서럽게 울어대더니 갑자기 눈을 크게 뜨고 날 정면으로 보았다. "넌 무섭지 않아?" 하? 무서워?무서움? "그런 거 내 사전에는 존재하지 않아." 나는 엄숙히 말해주었다. " 감히 나 쿠베린님에게 그런 단어를 언급하다니,놀라운 배짱이구나.꼬마." 내가 말하자 그는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퉁퉁 부운 눈을 부비며 말했다. "나는 킬리언..킬리언 이야.난 베델공작의 후계자란 말이야." "흥,그래봐야 인간이지.인간이란 날고 뛰고 기어봤자 인간이야." 나는 그렇게 말하곤 녀석을 바라보았다. 녀석은 금발에 푸른 눈이란 조촐한 모습으로 날 바라보고 있었다.제법 귀여운 얼굴이긴 하지만 수컷주제에 낑낑대봐야 소용없다고 나는 말하고 싶었다. "..나..집.." "바보 아냐? 집도 못찾냐?" 나는 일어섰다. 일어서서 녀석을 내려다 보니 둥근 머리통이 보인다.손 전체가 피투성이로 긁혀 있었다.이 자식은 무지 단순한 몸이란 사실을 나는 뒤늦게 깨달았다. 도망도 안가고 내내 딸기를 땄단 것만 보아도 이 녀석이 단순한 놈이란 것을 알 수 있었다.다시 녀석이 날 물끄러미 올려다 본다. 얼굴이 울어서 얼룩 얼룩 하다. 나는 쿡쿡 웃었고 그 다음에는 녀석의 몸을 들어 올려 내 어깨위에 올려놔 주었 다.그리고 딸기 바구니를 녀석에게 들게 한 채로 천천히 걸었다. 손이 엉망진창. 나는 그 손을 핥으면서 녀석에게 말해주었다. "너 멍청이지?" "나,,멍청이 아냐!" 『게시판-SF & FANTASY (go SF)』 32824번 제 목:[쿠베린 별전 3] 마잉꽃의 소유자 2 올린이:비천 (홍승식 ) 98/06/05 22:19 읽음:706 관련자료 없음 ----------------------------------------------------------------------------- #8884 이수영 (ninapa ) [쿠베린 별전 3] 마잉꽃의 소유자 2 06/05 01:38 185 line KUBERIN.. 세상사 뜻대로 되지않을땐 울어야 하나 웃어야 하나 우는 것 보단 웃는 게 그래도 남 보기에 멋진듯 한데 어이! 소리내어 웃을까 ..아니면 차라리 소리내어 울어버릴까. [별전] 마잉꽃의 소유자 2 ....첫번째 만남.... "쿠베린!" 녀석은 두 팔을 벌리고 당장에 달려들어 나를 끌어안았다. "쿠베린! 쿠베린!" "좀 무거워 졌는데." "하하하하..기다렸어!" 두 눈에 기쁨을 가득담고 날 바라보아서 나는 조금은 가슴이 두근거렸다.이 녀 석은 진짜로 날 기다렸구나 하고 생각하니 기분이 좋아졌다. "쿠베린을 위해서 음식을 마련했어!"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녀석이 손짓을 하자 한 구석에 서서 커다란 바구니를 들 고 있던 이쁘장한 꼬마가 한 걸음 다가섰다. 덜덜 떠는 듯한 얼굴을 한 녀석은 나를 보자 마자 진지한 시선을 던졌다.마치 내가 부랑아나 뭐 그런 것일까봐 걱정스러운 듯이 보였다.그래봐야 킬리언보다 도 어린 얼굴이었다. "이 애는 내 시종이자 내 친구인 케엘이야.나랑 같이 공부하고 같이 놀아." 킬리언이 생글 생글 웃으면서 소개해 주었다. "흐응." 나는 바구니를 빼앗아 들어 그 안을 들여다 보았다.그 안에는 과연 내가 좋아하 는 음식들이 가득히 들어 있었고 나는 정원에 털썩 앉아 그 음식들을 줄줄이 꺼 내 놓았다. "음,.그런데 쿠베린,아버님을 만나지 않을 거야? 아버님에겐 쿠베린 이야길 했 는데." "뭐하러 만나냐?" 나는 고기파이를 한 입에 털어 넣으면서 손가락을 핥았다. 그런 나의 모습을 의심 가득한 얼굴로 케엘이 주시하고 있었다.이 녀석은 아무 래도 감시자 같다. 킬리언은 바닥에 놓인 돌멩이를 툭툭 차면서 나에게 속삭이듯 말했다. "음,,.하지만 아버진..내 친구를 보고 싶어하셔." 나는 녀석을 흘긋 보았다. "놀고 있네,친구라니.넌 내 애완동물일 뿐이야." 움찔하던 케엘이 대신 분노에 가득차서 날 쏘아보았다. "무슨 소릴 하는 겁니까! 감히 대공자께!" 녀석은 고함을 지르곤 킬리언의 앞을 막아섰다. "당신같은 부랑자따위와 어울릴 분이 아니란 말입니다! 말을 조심하세요!" 나는 먹던 나무딸기 파이를 쥔 채로 나를 감히 부랑자라 말한 케엘이란 꼬마를 바라보았다.나와 시선이 마주치자 케엘은 얼굴이 삽시간에 새파랗게 질리더니 그 다음엔 아예 혈색이 사라져 버린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녀석은 킬리언의 앞을 막아선 채 바들 바들 떨었다. "케엘,화내지마.쿠베린은 원래 말을 험하게 해.악의가 있거나 한 건 아니라구." "안,,안됩니다! 이런 부랑자와 같은 자와...!" 케엘이 달달 떨면서 말했고 나는 벌떡 일어서서 케엘의 앞으로 걸어갔다.케엘의 얼굴이 이젠 납빛이 되었다.그렇지만 녀석은 물러서지 않은 채로 달달 떨며 나 의 시선을 받기위해 입술을 깨물었다. "...다..당신,무..물러..물러서십시오!..고,,공자께는..소..손가락하나도.." 달달 떨리는 소리가 들린다. 나는 물끄러미 녀석을 바라보다가 그 녀석의 어깨너머로 킬리언 녀석의 멱살을 쥐어 잡았다. "왓!" 놀란 케엘이 뒤를 돌아보면서 내 팔뚝에 매달리며 어떻게서든 킬리언을 잡은 내 손을 떼어내려고 발버둥을 쳤다. "안돼! 놔라! 공자를 놔라!" 말 그대로 발 버둥이었다. 나는 왠지 유쾌해져서 킬리언을 잡아 올려 내 어깨위에 올려놓은 다음에 케엘이 란 꼬마를 밀어 내며 물었다. "어쩔거야? 내가 이 놈의 손가락하나가 아니라 엉덩이를 만지면?" "이..이런..무례한!" 케엘이 당장에 허리춤에 찬 쇠꼬챙이를 뽑아들고 나에게 돌진했다. 나는 킬킬 웃으면서 어깨위에 킬리언을 올려놓은채 녀석의 엉덩이를 찰싹 때렸 다. "왓!" 킬리언이 소릴 질렀고 케엘의 얼굴은 사색이 되었다. "그만해! 놔드리란 말이야!" 케엘이 길길이 날뛰면서 나에게 달려들었다. 나는 이번엔 킬리언을 공중으로 집어던졌다.킬리언이 까르르 웃음을 터뜨리면서 공중으로 몇 치아르나 솟아 올랐다. "악!" 케엘이 비명을 올릴 찰나에 나는 킬리언을 받아 들었다. "이럼 어쩔 건데?" 이건 재미가 넘친다.역시 애 놀리는 재미는 만만찮아. 킬리언은 킬킬 웃느라 정신이 없다.녀석은 내 목에 찰삭 달라붙어서 쿡쿡 웃어 대고 있었다.나는 킬리언의 몸을 안아 다시 허공으로 집어던졌다. "꺄오!" 케엘의 새파랗게 질린 얼굴과 반대로 킬리언은 킬킬 웃고 있었다. "고만해!" 킬리언이 웃었고 나는 그녀석의 몸을 잡아 챈다음에는 바닥에 대굴 대굴 굴리면 서 간지럼을 태우기 시작했다. 킬리언이 웃으면서 잔디위를 대굴 대굴 굴러다녔다. "고만하라니까!" "꺄하하하하.." 녀석은 다시 내 목에 찰삭 달라붙는다. 따스한 온기. 어린애. 내가 미소를 짓는 동안 케엘은 굳어 선 채로 그대로 우리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기묘하게 조숙한 얼굴을 한 녀석은 물끄러미 나와 킬리언을 보고 또 보았다. 킬리언은 엉망진창의 몰골로 셔츠는 반이 날아가고 바지는 흙투성이가 된 채로 맨발로 대굴 대굴 구르고 있었고 나는 그런 녀석을 말 그대로 공굴리듯 굴리고 있었다. "배고파." 킬리언이 엉금엉금 기어서 바구니쪽으로 갔고 나는 그런 녀석의 발목을 잡아 당기면서 쓰러뜨렸다. "야,꼬마,네가 가져와." 내가 말하자 케엘은 굳은 얼굴로 날 보다가 묵묵히 걸어가 바구니의 음식들을 다시 꺼내 놓았다. 발라당 누운 킬리언은 내 품안에서 과자부스러기를 사방에 남기면서 케엘을 바 라보았다. "비밀이야.케엘." 뭐가 비밀이란 걸까. 알고 보니 사실은 킬리언이 내 애완동물이었다는 거? 케엘은 고개를 그덕였다. 그녀석은 기이한 눈으로 날 바라보았다. 나는 손을 뻗어 부지불식간에 그 조숙한 눈을 한 녀석의 머리를 쓰다듬었다.녀 석이 흠칫하더니 금새 얼굴이 붉어져 부끄러운 얼굴을 했다. "네 아빈?" 케엘이 발끈하기전에 킬리언이 대꾸했다. "나가셨어,바쁘시거든." "흐응." "나라를 위해서 언제나 바쁘셔.." "흐응...웃기는군 .." "우움.." 킬리언은 머리를 내 가슴에 박으면서 문대었고 나는 녀석의 머리통과 등어리를 마구 흔들어 주었다.녀석이 억눌린 음성으로 킬킬거렸다. "쿠베린,나, 칭찬받았다." "뭘?" "나,검술에 소질이 있다고 칭찬받았단 말야." "흥." "흥이 뭐야! 나는 칭찬받았어.나같이 잘하는 재능이 넘치는 검사는 없을거라고 기사단의 말콘경이 말했다구!" "흥." "진짜라니까!" 녀석은 발딱 일어서서 쇠꼬챙이를 다시 들어보였다. "보여주지." 그리고는 맨발로 잔디위를 뛰어다니면서 나에게 그 어줍잖은 실력을 보여준다고 난리를 피우기 시작했다.허리가 팽팽 돌아가는 것을 보니 앞으로 좀 늘긴 하겠 지만 그 정도 실력을 실력이라고 부르긴 우습잖아? 케엘이 진지한 자세로 그런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사실입니다." "뭐가?" "진짜로 기사단장이신 말콘경이 말했어요.우리 공자님은 천부적인 재능이 있다 고." "그래봐야 인간이야." 나는 턱을 고이고 대굴 대굴 하면서 말했다. 케엘이 발끈한 표정을 짓다가 뾰루퉁한 얼굴이 되어 고개를 팍 돌렸다. "나에게 덤벼봐.쿠베린." 잘난 척하고 녀석이 나에게 쇠꼬챙이를 들어올렸다. "헹." 나는 비웃었고 발끈한 킬리언이 달려들어서 나에게 칼을 휘둘렀다.어린 애에게 어울리는 레이피어였다.나는 그것이 눈앞까지 가까이 오자 손톱하나를 꺼내어 막아주었다. "엑!" 케엘이 내 손톱을 보고 놀라 뒤로 비틀 했다. 그리고 킬리언이 호승심에 가득찬 얼굴로 나에게 달려들었다. "이엽!" 여전히 놀고 있다라고 밖엔 할 수 없는 속도에 실력이다. 나는 이번에도 손가락 하나 까딱하는 것으로 막아냈다.킬리언이 이리저리 칼을 휘두르다가 안되니까 화가 치민듯 외쳤다. "진짜로 해보자니까!" "진짜로 하면 넌 죽어." 난 가볍게 말하곤 녀석을 물끄러미 보았다. 갑자기 킬리언은 칼을 멈추고 날 바라보았다. 그 얼굴에 놀람과 공포가 떠올라있었다.나는 조금 후회했다. 어린 것을 너무 골려주는 것은 별로 좋지않다. "쿠베린.." 갑자기 그가 한숨을 내쉬고 손을 뻗었다.그리곤 들고 있던 칼을 던져 버리고서 내 가슴으로 뛰어들어와 머리를 치박았다. "아..안갈거지?" "어딜?" "우리 어머니처럼 죽어버리지 않을 거지?" "아아.애완동물주제에..말도 많군." 나는 그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키스했다. 어린애,어린애... 『게시판-SF & FANTASY (go SF)』 32825번 제 목:[쿠베린 별전 3] 마잉꽃의 소유자 3 올린이:비천 (홍승식 ) 98/06/05 22:19 읽음:734 관련자료 없음 ----------------------------------------------------------------------------- #8885 이수영 (ninapa ) [쿠베린 별전 3] 마잉꽃의 소유자 3 06/05 01:39 271 line KUBERIN.. 세상사 뜻대로 되지않을땐 울어야 하나 웃어야 하나 우는 것 보단 웃는 게 그래도 남 보기에 멋진듯 한데 어이! 소리내어 웃을까 ..아니면 차라리 소리내어 울어버릴까. [별전] 마잉꽃의 소유자 3 ..... 두번째 만남..... 인간들의 전쟁이란 이상한 것이다. 별로 대단찮은 이유로 싸움을 하면서 엄청난 대의명분을 걸고 있었다. 잃어버린 영토의 회복,그리고 나의 조국과 나의 왕을 위해서? 놀고 있네. 나는 전쟁터를 걷고 있었다.피비린내나는 시체들이 널려있지만 신선한 것은 아 무것도 없이 쇠냄새와 피냄새가 교차하고 까마귀와 맹금들이 몰려와 포식하고 있었다.대지의 여신은 지나친 과식에 화를 내고 있지않은가. 멀리 마잉꽃의 문장이 보였다. 피에 젖은 그 몰골이었다. 사방에 널린 시체더미 위에 홀로 남은 피에 젖은 깃발이 아우성 소리에 밀려 시 끄럽게 울려퍼지고 있었다.기가 막힌 비명소리가 구름한점 없는 깨끗한 가을 하 늘에 울려퍼지고 있다.노래소리처럼,거대한 죽음의 합창처럼 돌진하고 돌진하는 병사들이 보인다. 그 와중에 내 아이가 있었다. 내가 이 손으로 데리고 놀고 예뻐했던 어린 아이가 있었다. 나는 몸을 세우고 그리로 돌진했다. 인간들의 핏속으로 달려가면서 나는 마잉꽃 문장밖에는 보지않았다. 부딪치는 쇠와 쇠. 부딪치는 살과 살. 손톱의 예리한 끝으로 뭉툭한 살덩이들이 떨어져 나갔다.그 위로 나의 얼굴로 몸으로 뜨거운 피들이 쏟아져내린다. 신선한 피,증오하는 피,그리고 죽어가는 자의 원망이 어린 핏줄기. 그 안에 내 어린애가 있었다. 내 어린애. "공작을 지켜!" "공작을 지켜라!" "싸워라!" 고함지르는 기사들이 사방을 메우는 적병들에게 휩싸이면서 소리치고 있었다. "죽여라!" 사방은 새까만 군장을 갖춘 자들로 가득했다.바글거리는 벌레처럼 그 것들이 내 아이에게 덮쳐가고 있었다.내 아이는 그 안에서 무력한 칼을 휘두르면서 또 휘 두르면서 사방에 그 존재를 알리고 있었다. "으아악" "죽여!" "아악" 무익한 피,무익한 죽음. 내 앞을 가로막을 수는 없다.아무도 내 앞을 막을 자격은 없다. 내 아이가 지금 이 나라의 운명을 맡아서 이 손바닥만한 인간들의 이기심에 가 득찬 이 나라의 땅을 지키기 위해 싸우고 있었다. 겨우 9백명에 이르는 기사들을 데리고 적병 3천을 맞아 싸우고 있는 것이다.이 피로 물든 골짜기.왕성으로 곧장 나아가는 자그마한 골짜기에서, 이름따윈 기억 도 하지못할 이런 골짜기에서 싸우고 있는 것이다. "조금만 버티면 ..!" "조금만!" 기사들이 독려하고 있었다. 선두에서 싸우는 기사들의 가슴이 터져나가고 적병들의두터운 창날이 그 자리 를 메웠다.쓰러지고 쓰러지는 인간들의 주검속에서 피투성이로 엉망진창이 된 그 아이가 있었다. "죽어!" 한 적병이 창을 찔러갔다. 그의 앞에 있던 기사가 그것을 막아 대신 물리쳤다.피투성이가 된 기사는 파란 입술을 깨물고 적병을 향해 돌진했다. "우와아아.." 무익한 죽음.죽음. 기사의 칼날이 두명의 적병을 베고 그리고 그 자신은 사방 일곱개의 창날에 꽂 혀 피를 뿌리고 쓰러진다.내 아이가 울부짖듯이 살기를 풍기고 있었다. 내 아이가 울부짖고 있다. 내 아이를 건드릴 수는 없다. 내 아이다.내가 사랑한 아이. 나는 돌진하고 있었다. 내앞을 막을 수 있는 놈은 아무도 없다.내 발밑에는 시체만이 놓일 뿐,신선한 피와 아직은 뜨거운 피가 치솟는 시체 위에서 나는 달려가고 있었다. "우오오오.." 절로 가슴 저밑에서 울부짖음이 터져나왔다. 내 앞을 막고 내 아이를 막는 놈은 모조리 죽여버린다.살려두지 않겠다. 다리는 팽팽히 힘을 발하여 공중으로 치솟아 오르고 그 다음엔 두 손에서 다섯 개의 강철의 칼날 보다 강인한 손톱이 튀어 올라 사방을 훑는다. "으으.." "괴물이야!" 모두들 그제서야 나의 존재를 알아차렸다. 나는 내가 죽인 백수십의 시체 위에 서서 손톱과 손등을 적시고 있는 피를 핥으 며 서 있었다.놈들은 순식간에 반으로 갈라져 날 위해 길을 내 놓고 있었다. 나는 전투모드로 천천히 전환했다. 녀석들을 상대로 이런 짓을 하는 것도 우습지만 어쩔 수 없었다.시간을 절약하 기 위해선 그게 최고였다. 두 팔이 우두둑 하고 뼈가 갈라지는 소리를 내면서 근육이 자라고 발은 선명하 게 두터운 발톱과 강인한 발목을 자랑했다.전신에서 미끈한 검은 털이 솟아나오 고 그 다음엔 머리칼이 빳빳히 힘을 받는다.팔꿈치와 팔뚝,무릎에선 비늘이 솟 아나와 마침내 전투태세를 갖추었다.손톱은 손끝에 다섯,다시 손등에 다섯개로 늘어나 그 날카로운 태세를 정비했다. "괴..괴물이다!" 놈들이 겁에 질린다. 나는 두 팔을 가슴에 모으고 숨을 들이쉬어 움추린 뒤 그 다음에는 화살을 쏘려 고 버둥거리는 겁에 질린 인간들을 향해 힘을 개방했다. 쌔애애액 사방을 찢어버리는 파공성이 전후사방,아니 삼십육방 이상으로 퍼져나갔다.나의 전신에서 튀어나온 날카로운 비늘이 인간들의 살갗을 산산히 찢어 난도질을 해 버린다.사방이 튀어 나온 피로 물들고 인간들은 전의를 상실한 채 달아나기 시 작했다.나는 달리고 달려서 그 도망가는 자들을 갈갈이 찢어 버렸다. 모처럼 이렇게 전투모드로 바꾸었는데 이 정도에서 끝나면 아쉽지않은가. 목을 찢어 공중으로 내던지고 그 가슴을 움켜 쥐어 심장을 흩뿌렸다. 피,피,피.. 사방의 병사들이 공포에 질려 달아나고 달아나고 달아나고 있었다.큰 무리를 지 어 달아나던 병사들중 몇몇이 용감하게 나에게 말을 타고 달려들었다. 어리석도다. 말이 나를 보자 마자 겁에 질려 주인을 거부했다.말이 몸부림 하는 순간 나는 녀석의 가슴을 후려갈겼고 금속제의 방호구를 단 녀석의 가슴이 세토막으로 갈 라져 몇 치아르나 튕겨져 나동그라진다. "죽어! 괴물!" 몇몇이 일제히 창을 던졌다. 그러나 한낱 인간의 창이 내 몸에 닿는다고 해도 상처를 입진않는다.나는 힘을 모아 다시 한번 방출했다.내 몸에 닿았던 차가운 창날이 도로 튕겨 사방으로 무 력하게 떨어져 내렸다. "크으..크으." "괴물이야!" 달아나기 시작하는 자들을 죽이고 찢어버리다가 나는 전투모드를 환원했다. 잊은 게 있었다. 나는 고개를 돌려 멍청히 서 있는 내 아이의 병사들을 바라보았다. 피투성이가 되어 얼굴도 알아볼 수 없는 몰골로 나는 사방을 돌아보았다. 사방은 찢어진 시체의 산이었다. 작은 골짜기는 피로 물들어 흐르는 시내조차 붉었다.갈갈이 찢긴 인간의 시체를 순순히 받아들이고 있는 이 순종적인 대지의 여신은 나의 잔악함을 탓할 것인 가. 수백아니 천여명은 넘고도 넘을 시체의 산 위에 나는 알몸으로 서서 아이를 바 라보았다. 아이는 부하들의 보호아래 서서 날 바라보고 있었다. 다들 공포에 질린 얼굴. 아이는 아이가 아니었다. 내 기억속에 있는 아이가 아니었다. 그 자리에 선 것은 낯선 사내의 얼굴,공포와 기쁨이 반반이 된 내가 모르는 낯 선 사내의 얼굴이었다.그 피에 젖은 금발과 금빛 수염이 적갈색으로 보이는 것 은 기묘한 경험. "쿠베린!" 녀석이 나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 음성이 아니었다.굵고 나직한,명령하기에 어울리는 음성. "쿠베린! 기다려!" 나는 뒤로 한 걸음 물러서고 다시 사방을 보았다. 시체는 산을 이루고 나는 그 시체를 밟고 섰다. 우울함. 참을 수 없는 불쾌할 정도로 우울한 기분. "쿠베린이지! 제발 기다려! 제발!" 그가 울부짖듯이 외치고 있었다.그는 기사들의 보호와 제지를 헤치고 나에게로 달려왔다.그는 나에게로 달려오고 싶어서 몸부림을 하듯이 버둥거리면서 나에게 달려오고 있었다. "쿠베린!" 사방은 조용하다. 적병들이 사라진 사방은 조용하다. 나는 몸을 돌려서 돌아갔다. 내 아이는 여기에 없다. ......세 번째 만남... "누..구?" 나는 나무위에 앉아서 녀석을 바라보고 있었다. 녀석은 아기 요람을 조금 밀치고 일어나서 다시 창가로 다가왔다. 나뭇가지가 파삭 파삭 소리를 내었다. 창문을 밀치는 그 손은 내가 전혀 모르는 손이었다.주름진 사내의 손이었다. "아.." 그가 나무위를 바라보면서 희미하게 빛나는 태양을 바라보았다. 희뿌옇게 흐린 날씨 탓인지 묵지근 하게 더운 날씨라 땀이 흘러내렸다.그는 얇 은 비단으로 만든 조끼를 벗고 흉터투성이의 상체를 드러낸 채 린넨 셔츠를 벗 었다.그리고는 고개를 들어서 이마위의 땀방울을 닦아 냈다. 주름진 이마.흰머리가 드러나는 관자노리를 누르면서 그가 다시 시선을 허공으 로 돌렸다. "대공전하!" 누군가가 방으로 들어와서 말했다. "창가로 너무 다가서지 마십시오,암살자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래 맞아,암살자가 있어. 나는 나무위에서 잡은 인간 하나를 잡아서 툭 하고 방안으로 집어던졌다. "앗!" 놀란 그 자가 마구 달려들어서 그의 몸을 막아섰다.그리곤 동시에 칼을 빼들고 방안에 갑자기 떨어진 시체에 당황했다. "대공전하! 뒤로!" "침입자다!" 큰 소리와 더불어서 성안이 금방 긴장상태에 빠져버렸다. 시체의 목은 간신히 붙어있다가 떨어진 충격으로 분리되어 바닥을 대구르르 구 르고 있었다.피가 바닥으로 번져나갔다. "전하! 저의 뒤로!" "수색하라!" 시끄럽게 떠들고 경비들이 총 출동되어 이리저리 쑤시기 시작했다. "아,에메스를!" 제빨리 시녀와 유모인 듯한 여자가 요람위의 아이를 안아 올려 뒤로 물러섰다. 창가에 앉은 나는 그 몰골들을 보지않고도 잘 알수 있었다. "이 시체는?" "암살자야!" 굳이 조사하지않아도 복면을 하고 어깨에 철노를 멘 자라면 뭐하는 자인가는 뻔 한 이야기였다.나는 턱을 괴고 앉아서 그들이 떠드는 소리를 듣고 있었다. 대체 어느것이 내 아이일까. "샅샅이 조사해라!" 녀석들이 떠들어 대는 동안 내 아이는 한 마디도 하지않았다. 나는 녀석의 음성을 듣고 싶어 왔지만 나의 이런 짓은 웃기는 일이었다.내 아이 는 이미 없어진 것을 왜 여기에 또 왔을까. 후회하는 짓을 하실 이 내가 아니면서. "쿠..베린?" 갑자기 가슴이 철렁했다. 그가 말했다. "쿠베린이야? 여기 와 있는 거야? 날 지켜주러?" 갑자기 웃음이 터져나왔다. 멍청이.예나 지금이나 멍청하긴 마찬가지. 애완동물을 지켜주는 것은 당연하지않냐? 그가 갑자기 창가로 다가와서 몸을 내밀었다.뒤에 섰던 경비들이 위험하다고 외 쳤지만 녀석은 앞으로 몸을 내밀고는 상처 투성이의 주름진 육체를 나에게 보였 다. "쿠베린!" 그가 손을 뻗어 내가 보이지도 않을 텐데도 내 쪽으로 팔을 뻗혔다. "보게 해줘! 나는 30년도 넘게 널 기다렸어!" 그가 외쳤다. "쿠베린! 너지? 너야? 왜 나에게 나타나지 않는거야!" 턱을 고이고 곧 사라질 아이를 바라보았다. 어린애,내 품안에서 놀던 어린애가 어른이 되고 노인이 되었다. 다시는 이곳에 돌아오지않을 거다. 저 놈이 나에게 보여줄 몰골이란 늙어 죽어가는 지루한 몰골밖엔 이젠 남아있지 않으니까. 내 귀여운 꼬마는 이제 끝. 모두 다 잊어버리고 기억해 내지 말아야지. 아아...멋진 여자의 품안에 안겨서 하루 자고 나면 모든 것을 잊는다. 좋은 것만 기억해. 자식의 귀여운 투정이나, 제법 멋지게 성장해서 다른 녀석들이 전하 전하 하고 불러대는 꼬락서니같은 것,그리고 녀석이 아기를 품안에 안고 있던 그런 것 같 은 거.녀석이 늙어 울부짖는 몰골같은 거 기억하기도 싫고 하지도 않겠어. "쿠베린!" 녀석의 울부짖는 소리 같은 거 듣기도 싫어. 자자,그러니까 안녕. 내 귀여운 꼬마. 이제는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