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영 (ninapa ) [쿠베린] 제 11화 생 명 1 1998-08-24 01:06 221 line KUBERIN.......... 나는 안다. 굴속에서 고뇌하는 인간의 창백한 배가 신들의 맹목에 대하여 짐승들의 무거운 울음 소리를 내는 것을... S.J. PERSE 1 "쿠오오오오오오오오오......." "우오오오오오오오오오......." 크게 소리를 지르면서 나는 구애의 소리를 높였다. 사랑하고파요 아리따운 아가씨들.나는 진짜 마음이 되어있다구요. 사랑스런 아가씨 내 맘을 알아주세요.나는 건강하고 잘난 놈입니다. 이 잘난 놈이 아가씨들을 울부짖으며 찾고 있는게 가련하지도 않으세요? 오세 요,오세요,저는 잘난 놈입니다.아가씨들에게 잘난 씨를 뿌려 잘난 아기를 만들 어 드릴 테니,오세요,오세요,저 같이 잘난 놈 세상천지에 드문 줄 아십니까? 숫놈으로 태어나 때때로 서글픈 건 이 때라고 어느 놈이 말했었다. 누가 그랬는지 기억이 날 게 뭐냐? 하여간 여자들을 꼬시는 것은 나도 오랜만이 었다.새파랗게 젊었을때 왕의 거처 근처에서 노닐고 있던 내 또래 여자들을 꼬 셨던 이래로 실제로 이렇게 아무도 없는데 나 홀로 노래를 부르며 혼자서 몸을 배배 꼬면서 여자를 부르다니,숫놈으로 태어나 창피할 때는 바로 바로 이 때란 말이다. 이렇게 숲에 앉아서 소리를 지르고 있는 것도 벌써 사흘째였다. 왜 움직이지 않는가 하면, 나의 이 넓고도 먼 마음속에 깊이 새겨진 불쌍하고 가련한 저 휴런 자식과 결판을 내야 하기 때문이다.녀석이 즉위식도 하지않고 사라져 버린 관계로 내가 지금 나는 왕이라 불러야 하는지 혹은 아니라고 해야 하는지 나혼자 비비 꼬며 스스로 고통스러워 하고 있었다. 원래 일이란 것은 나름대로 후딱 후딱 결론을 지어 버려야 하는 것이다.그런데 이렇게 배배 거리고 있으려니 나같이 호탕하신 분께서 어찌 감당할 수 있겠는 가. 이렇게 앉아서 나처럼 비비 꼬인 기생목들과 이리 저리 꼬이 덩굴들과 파란 잎 새들이 서로 내 속마냥 엉겨있는 숲속에 내 속같이 지지부진한 개미떼들이 비비 적거리며 지나간다.느려터진 그것들때문에 속이 들끓어서 콱 눌러 몇마리를 죽 여버렸다. 오오,개미들아,너희들은 나중에 대지의 여신에게 이 잘나신 몸께서 친히 죽여주 셨다고 알려드려라. 허긴 너희들 먼저 간다고 해도 너희들의 느려터진 걸음걸이 로서야 앞으로 몇백년쯤 후에야 죽을 내가 먼저 도착할 지도 모르겠구나. 어이 어이,그렇다고 삐치면 곤란해. 허기야 개미가 삐쳐봐야 나에게 어쩌겠냐? 너희들 개미가 떼거리로 달려들어서 내 다리를 문다고 해도 나같이 빠르신 분은 너희들 개미 몇마리가 나에게 달라 붙어 이빨로 깨무는 그 순간 나는 이미 이미 저 멀리 사라져 있을 텐데. 그래,대지의 여신이여. 그대가 말하고자 하는 게 그런 거라면 그만 나에게 설교해두길 빌어요. 나는 이미 그대에게 대항하길 포기한 현명하고도 나약해 빠진 일개 묘인족일뿐 이니까. 그대가 내 조막만한 파란 귀염둥이를 죽여버렸다고 해서 그대를 원망하 지는 않아.그저 그저 쪼금 아주 조금 정도는 눈을 흘길 뿐이야. 지금 내가 개미새끼 몇마리 눌러죽인 것처럼 여신이 파란 놈을 쿠욱 눌러 죽인 것에 불과하겠지,혹은 내가 걷다가 개미 보다 큰 벌레를 몇 마리 밟아 죽인 것 처럼 그대도 지나가다 그대의 우아하고도 엄청나게 큰 그 발 아래 툭 하고 린이 깔려 죽어버린 거겠지? 아아,잡소리 그만 두자고. 당신의 가슴에 그 애 몸뚱이를 묻었고 그대의 자매 창공의 여신에게 그 애의 머 리를 바쳤어. 나는 그 애를 생각하면 얼굴이 먼저 떠오르니까 그대의 자매를 이 렇게 불손하게 꼿꼿이 노려보자면 그애의 푸른 얼굴이 아롱 아롱해. 몇 놈이 떠들어대도 그 놈의 죽음에 대해서 가슴아픈 건 나와 가빈 뿐이지 뭐 야.그녀석과 몸 부비고 지낸 건 나와 가빈 뿐이니까. 아아,관두자. 이런 식으로 몇번의 죽음이 나를 지나갔지만 대체 나에게 남은 것들은 무엇이 야?세상 가득한 추억? 그런 추억같은 것은 망태기로 둘러싸 담아 집어던져 무저 갱의 바닥에 처넣어 버리라고 해! 나의 삶에 방해되는 것은 모조리 다 집어 치 워 버려! 아귀 아귀 손을 뻗어 몇 번이나 텅 빈 추억을 쥐어도 죽은 자들은 죽 은 자들,살아있는 이몸의 고통따위는 허허 웃어버릴 자들일 뿐이야! 문득 이렇게 혼자서 비비꼬인 몸을 해가지고 비비 꼬이고 제제 비틀어진 마음가 짐으로 여자를 꼬시면 될리가 있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원래 여자를 꼬시려면 마음을 비우고 자신을 낮추고 상냥하고도 매력적인 모습 을 잃지 말아야 하는 법,꼬인 놈이게는 꼬인 여자도 다가오지 않는 법이다. 나는 몸을 일으켜서 몸을 좌악 펴고 이 잘나신 몸을 과시하기 위해 한 번 펄쩍 뛰었다가 내려섰다. 몇번이나 죽음의 고비를 넘나 들었던 이 몸의 근육들은 오늘 이 자리에서도 만 족스레 움직이는 것 같았다. 파스락 하고 소리가 들렸다. 인기척이 느껴진다.이것은 멋지고 멋진 소리,나에게 다가오는 여자의 발 소리, 이 여자는 내가 있는 곳으로 곧장 다가온다.엄청난 속도인 것을 보아 멋진 묘인 족의 멋진 여성임이 확실한 것 같구나. 이제 보름 뒤면 여자들의 발정기가 다가온다. 이 때가 되면 멋진 여성들이 매혹적인 숨결을 내뿜으며 수컷들을 미치게 만들 시기가 오는 것이다. 바로 그 때를 대비하여 나는 여자들을 꼬시고 있는 중이 다.내가 가만히 있고 여자들이 다가오게 한다는 나의 이 전략은 사실은 왠만큼 잘난 수컷이 아니면 흉내낼 수 없는 일이다.그러니까 못난 놈이 아무리 목이 터 져라 외쳐 봐야 그 음성에 담긴 힘을 느끼는 암컷들은 흥 하고 고개를 돌리고 만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설마하니 다가오는 여자가 나에게 살기를 가질 줄은 몰랐다. 설마하니 내가 아는 여성인가? 그녀를 내가 희롱하기라도 했단 말인가? 그럴리가 없지,나는 여성에게 나쁜짓은 결코 하지않아. 했다면 틀림없이 수컷에 게나 했겠지. 오오,수컷들이여 나는 나쁜 놈이야,충분히 인정하지. 나같이 멋진 놈이 너희들 앞에 버티고 있어서 정말 미안해.정말 미안하다고. 내가 그렇게 속으로 외치고 있는 순간 파앗 하는 파공성과 함께 내 머리위로 무 언가가 날아들었다. 나는 뒤로 물러서면서 내 머리위로 날아간 그것을 바라보았다. "크르르르르르..." 전투 모드 첫번째 단계인 녀석이 으르렁 거리고 있었다. 입안에서 넘쳐나온 침이 고여 바닥으로 떨어진다. 눈은 광기에 가득차서 번들거리고 있고 최초의 충격을 주었던 그 손톱은 세개는 길고 일곱개는 짧은 모양을 하고 있었다.그 모습을 보면서 나는 물끄러미 녀석 을 바라보았다. 검은 털이 뒤덮힌 녀석의 몸체는 더러워질대로 더러워져서 엉망인 몸을 하고 있 었다.얼마나 뒹굴었는지 알 수는 없지만 녀석의 몸체 전신에서 파리들이 잉잉 거리는 오물냄새가 났다. 그건 광기의 냄새, 죽은 자의 냄새,산 자에게선 나선 안되는 냄새였다. "병신같은 새끼!" 나는 몸을 돋쳐 올리면서 이 반병신같은 녀석의 머리통을 후려 갈겼다.빠각하고 녀석의 몸이 한 바퀴를 돌면서 바닥에 나뒹굴었으나 그 순간 녀석도 땅을 후려 갈기며 튀어 올라와 그 무서운 속도로 나를 휘갈겼다. 나는 뒤로 튕겨지면서 기생목이 비비꼬여 있는 거목에 가 처박혔다. 와작 와작 하고 충격이 전신의 뼈를 노곤 노곤하게 만들어주는 순간 나는 첫번 째 변신모드로 화했다. 저 자식을 후려갈겨 주기 전에는 아무것도 결판이 나지 않는다! 발톱을 치켜 올려 나의 어깨를 물어뜯으려 달려오는 녀석의 면상을 걷어찼다.퍼 엇 하고 핏줄기가 공중으로 치솟았다.내 발톱에 박힌 녀석의 턱 밑의 살갗이 금 방 너덜 너덜해지면서 피가 솟는다.녀석의 목에 난 털들이 분노와 고통으로 순 식간에 일어나 목 주변이 살아있는 털들의 대장벽을 이루었다. 손톱이 팟팟하고 튀어 나오면서 나는 돌진했다. 이 병신같은 자식이 피를 줄줄 흘리면서 달려드는 것을 모두 무시하고 정면으로 어깨를 치박아 버렸다.녀석의 가슴은 내 어깨에 부딪치자 퍼걱 하는 괴이쩍은 소리를 냈다.그리고 녀석의 몸은 공중으로 투웅 떠서 풀숲으로 나동그라졌다. 나는 나동그라져서 으르렁거리기만 하는 녀석의 몸을 마구 짓밟아주었다. 녀석은 피를 토하고 또 토하고 나를 향해 으르렁거리다가 나의 포효성에 겁을 먹다가를 반복했다. 이윽고 나는 변신 모드를 푼 채로 녀석을 몇번이고 걷어 찬 뒤에 바짝 들어올려 서 바위 투성이의 냇물 속으로 집어던져 버렸다. 펑 하고 물줄기가 치솟았다. 파란 공중으로 튀어오른 하얀 물줄기 속으로 붉은 물감이 번져나가듯 녀석의 몸 안에서 피가 솟아나 주변을 더럽혔다. 나는 팔짱을 끼고 녀석이 엉망 진창이 된 채로 천천히 전투모드를 풀어가는 것 을 바라보았다. 세상엔 여러가지 놈들이 있다. 태어날 때 부터 약해서 서러운 놈들은 대개는 자신의 성격에 문제가 있는 경우 가 많다.대부분 약한 놈들은 나는 약하고 넌 강해,그러니까 날 건드리지 마라고 애원해서 그 자리를 피해나간다.그러나 물론 진짜 강한 놈들은 경멸하고 스쳐갈 지 모르나 그 약한 놈보다 겨우 조금 더 강한 놈들은 약한 놈들을 괴롭힌다.그 리고 모든 것은 서로 맞물려서 약한 놈은 강한 놈에게 억눌리고 강한 놈이라고 자처하는 놈들은 더 강한 놈들에게 억눌리기 마련이다. 그러나 나는 강한 놈들이라고 스스로 자처하는 놈들 치고 진짜 강한 놈은 드물 다는 것을 안다.강자라고 하는 것은 몸과 마음이 모두 다 강한 자들로 그런 자 들은 약자를 보호하려는 마음을 갖지 괴롭히려는 마음을 갖지는 않는다.그건 미 약하고 어린 것들을 바라보는 강자의 마음일뿐 동정도 아니고 정의감은 더더욱 이나 아니다. 인간들이 흔히 말하는 정의를 위하여란 같잖치도 않은 소리는 결 국은 자신은 강하고 싶다,그리고 너희들도 강하고 싶지? 그러니까 나에게 동의 해 줘 라고 말하는 자기와 비슷한 놈들을 끌어 들이려는 일종의 술수다. 진짜 강한 놈들은 혼자이고 약한 자들은 언제나 무리를 이룬다. 강한 놈들이 오래 살아남지 못하는 이유는 자기가 강하니까 자기 기준으로 모든 것을 생각 해서 마음을 다치기때문이다.그러니까 강자를 죽이는 것은 결국은 자 기 자신의 슬픔,자기 자신에의 연민인 것이다. 나는 강하다. 나는 강하지만 여자에겐 약하다. 나는 강하지만 어린 것들에겐 약하다. 그리고 나는 언제나 나다. 나는 더 강하지고 싶다.나는 내 자신의 슬픔에 녹아들어 미쳐버리고 싶지 않다. 나는 살아있고 나의 옆에 있는 자들도 언제나 살아있기를 바란다.내가 사랑하는 자들이 언제나 살아 내 옆에서 숨쉬기를 바란다. 나는 혼자서도 강하고 여럿이 있을 때도 강하다.그것이 내가 살아가는 보람이 다.그 보람이 나에게 많은 것을 요구하더라도 나는 살아남지 않으면 안된다.내 가 강하기 위해서 죽인 수많은 것들을 위해서라도 잘 살아남아야 한다. 내가 먹는 것은 나에게 먹히기 위해 죽었고 내가 살아나기 위해 죽은 자들은 나 에게 그 생명을 바쳤다.그러니까 그들을 더럽히지 않기 위해선 나는 끊임없이 살아가며 끊임없이 내가 강하다는 것을 보여 주지않으면 안된다.내가 죽인 자들 을 모욕하지 않기 위해서 말이다. 잠깐,나는 지금 땅을 파거나 고개를 땅에 처박기 위해서 이 자리에 있는 게 아 니다.다시 진취적인 생각으로 돌아가야지,나는 여기에 여자를 꼬시기 위해서 내 아이를 낳기위해서 서 있는 것이다. 그럼 다시 냇물에 코 박고 자빠져 있는 녀석을 건져 올리는 작업부터 끝마쳐야 겠다. 나는 텀벙 거리면서 녀석을 냇가로 끌어올렸다. 녀석이 큰 대자로 뻗어 있는 사이에 다시 배가 고파져서 내가 녀석을 던져냈을 때의 충격으로 기절한 물고기들을 건져 올려 구워 먹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리고 바로 그때 바스락 소리와 함께 내가 바라던 아가씨가 나타난 것이었다! "저기..." 그녀는 길고도 매끄러운 금발을 늘어뜨린 채 날 바라보며 눈을 깜빡였다. 오호 이럴 수가! 이 아가씨는 너무나 젊었다! 녹색눈이 매력적인 이 금발 아가씨가 나에게 길고도 아름다운 흰 다리를 드러내 며 걸어왔을때 나는 눈이 돌아갈 뻔했다.그러나 나는 엄청난 의지로 돌아가려는 내 눈동자를 잡고 능숙하게 일어나서 여인에게 물었다. "내가 불렀습니다.내 소리를 들으셨나요?" "아,...네에..." 그녀의 얼굴이 달아올랐다. 묘인족 여성치고 이렇게 얌전한 여성은 없었다. 이것은 틀림없이 나의 멋진 모습에 반한 여인의 수줍음이 틀림없었다. 나는 황홀경에 젖어서 그녀에게 다가가 그녀의 손을 잡아 들고는 가볍게 키스했 다. "나는 쿠베린.아가씨의 이름은? " "..로오나..." \\\\\\\\\\\\\\\\\\\\\\\\\\\\\\\\\\\\\\\\\\\\\ ^_______________^ 계속하시겠습니까? (Y/n) >> 이수영 (ninapa ) [쿠베린] 제 11화 생 명 2 1998-08-24 01:07 187 line KUBERIN........ 나는 안다. 굴속에서 고뇌하는 인간의 창백한 배가 신들의 맹목에 대하여 짐승들의 무거운 울음 소리를 내는 것을... S.J. PERSE 2 "아직 어려보이는군. 이제 막 성년이 된 건가?" "..네에.처음이에요." 어린 그녀의 말투에 내 가슴이 곧 움직이기 시작했다. 나의 가슴에서 심장이 요란한 소리를 내지르며 나의 입은 곧 귓가로 찢어지기 일보직전을 이루고 있었다.이래선 안되지,나는 연장자로서의 위엄을 보이지않으 면 안되는 것이다. 나는 침착한 어투로 미소를 지었다. "처음이라니,아직 아무것도 모르는군." "네에.전 아직...아무것도 모릅니다.왕이여.감히 왕의 음성을 들었을때에는 꿈 인가 하고 생각했습니다." 그녀가 가볍게 무릎을 굽혀 보였다. 나는 그녀의 어깨를 안으면서 속삭였다. "후...아니야.나는 이제 아이를 낳고 싶어졌기때문에 나의 상대가 될 여성을 구 하고 있는 거야." "와,왕의 아이!" 그녀의 눈이 커졌다. 얼굴이 빨개진 그녀는 당황한 듯이 물었다. "제가..감히 그럴 수가 있을까요?" "물론이지." 내가 그렇게 말하려는 그 순간이었다. "잠깐!" 물론 나의 예민한 귀는 그녀의 등장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이 순진해 보이는 녹색눈을 바라보다가 모든 것을 잊은 뒤였던 것이다. 이게 바로 나의 약점인 것이다.제길. 그녀는 팔짱을 끼고 우리들 앞에 서 있었다. 그녀의 길고 아름다운 검은 머리칼은 무릎까지 달해 있었고 그녀의 약간 치켜 올라간 듯한 밤색의 눈은 말할 수도 없이 농염했다.풍만한 가슴과 충실한 엉덩 이와 매끄러운 피부는 윤기있게 반짝이고 있었고 검은 가죽으로 온 몸을 감싼 터라 그 아름다운 육체는 그대로 내 눈앞에 드러나고 있었다. "이 나를 두고 그런 애송이를 택한다는 것은 너무 어리석은 일이라 생각지 않나 요? 왕이여?" 그녀가 살짝 한 걸음 다가서면서 말했다. 나는 가슴이 두근 거리는 것을 억누르면서 그녀를 한동안 멍청히 바라보다가 옆 에선 로오나가 내 옆구리를 찌르는 바람에 정신을 차렸다.이 미태로운 검은 머 리 미녀를 앞에두고 나는 한동안 심각하게 고민했다. "아름다운 그대의 이름은?" "호호호호호호,..저는 케이링이라고 해요." 그녀는 당당하게 가슴을 펴고 웃었다.그녀가 웃을 때 마다 아름다운 가슴이 흔 들렸고 나는 수컷다운 태도로서 그 곳으로 시선이 모아졌다. 로오나가 재빨리 청순한 얼굴을 바짝 들고 나의 팔을 잡아 당기지 않았더라면 나는 당장에 그 가슴에 얼굴을 묻었을 것이다. "음..케이링이라..." "오호호호호...전 저런 애송이에게 왕을 빼앗길 멍청한 여자는 아니에요.절 택 하시는 게 훨씬 현명한 태도라고 생각하는데요,왕이여?" 그녀가 어느샌가 다가와 내 팔을 움켜 쥐었다. 내가 그 향기로 숨을 멈추고 긴장하고 있는 그 순간 으으응 하고 자빠졌던 휴런 이 물을 입가로 분수처럼 내뿜으면서 정신을 차렸다. "이봐,멍청아." 내가 여자 둘을 내버려 두고 녀석의 엉덩이를 걷어차자 피투성이인 휴런이 고개 를 들고 날 바라보았다. "에에?" 눈을 뜨고 버벅거리는 녀석을 내려다 보면서 나는 팔짱을 낀 채 물었다. "정신 차렸냐?" "쿠,쿠,,쿠베린!" 그가 벌떡 일어섰다.아니 서려고 했다.그리고 그 순간 다시 고꾸라졌다. "크윽..아파!" "당연하지,멍청아," 한동안 헥헥 거리던 녀석이 바닥을 기는 자세로 비슬 고개를 들고 날 바라본다. "죽은 줄 알았어,쿠브형." "나도 그런 줄알았다만 나 같이 강한 분이 그렇게 쉽게 죽진 않지.이 멍청아." "형의 가슴에 내가 손톱을 박는 순간에 ...난 내가 미쳐버렸다고 생각했어." 버벅거리는 놈을 한대 걷어차주고는 나는 되물었다. "왜 왕의 즉위식을 하지않았어?" "미쳤어! 형! 그런 비겁한 짓을 하고 어떻게 그런 짓을 한단 말이야! 나는 형을 암습해서 죽였어.그리고 나서 뭘 잘했다고 즉위식을 한다고! 형의 심장을 찌른 감촉때문에 난 소름이 끼쳐서 손톱을 잘라버리고 말았다구!" 녀석이 머리를 감싸쥐고 대굴 대굴 구르면서 비통한 소리를 터뜨렸다. 나는 녀석이 우는 것을 팔짱끼고 바라보고 있었다. 이 녀석이 이런 소릴 하는 것을 봐서 나는 철혈한이고 냉혈한이고 괴물단지다. 녀석은 나의 심장을 찌른 충격으로 돌아버릴 지경이라고 말하는데 나는 녀석만 이 아니고 다른 놈들의 심장을 몇번이고 찔러 터뜨리고도 살아남지 않았는가. "날 용서해 줘." 녀석이 고개를 조아리고 비는 것을 힘껏 걷어 차주었다. 녀석이 나뒹굴자 나는 조용히 말해주었다. "이제 다시는 넌 즉위도전을 할 수 없다.동의하는가? "네.왕이여." 눈물을 뚝뚝흘리고 피를 뚝뚝 흘리며 휴런이 대답했다. "나는...그렇게 심한 기분일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습니다." 꼬마 휴런이 그렇게 말했고 나는 그 말에 더 상처 받았다. 녀석은 나를 그렇게 올려다 보면서 비틀 일어섰고 난 부축해 주지않았다. "난 이제 여자들을 거느리러 간다.아이를 낳으러. 너는 어쩔 거냐?" "...." 휴런은 잠시 복잡한 얼굴로 우리들을 주시하고 있는 여자들을 바라보았다. "쉬고...나중에 형 옆에 붙어있겠어." "뭐라고?" "이제 나도 형도 서로 죽이려 싸울 필요는 더 이상 없으니까. 나는 형에게 철저 하게 패했어,형은 강해.누구보다도 강해." 그 복잡한 표정을 나는 냉엄하게 바라보았다. 휴런은 복잡한 얼굴로 날 바라보다가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나중에 봐,형.그리고 언젠가 형을 쓰러뜨릴 도전자를 기다리겠어." "....." 녀석이 사라진 뒤에 나는 팔짱을 끼고 한 동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나는 냉혈한,나는 철혈한,그리고 나는 .... 잠깐! 여기서 흔들려선 안돼! 나는 지금 린의 죽음때문에 극도로 마음이 약해져 있는 상태다.그러니까 이런 식으로 생각하다가 주저해선 안돼. 나는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보고 있는 여자들을 돌아보았다. 시선이 마주치자 두 여인은 빙긋 웃었다. 나도 웃었다. "그럼 마을로 가자." "마을은 어디에 있을까요?" 로오나가 조심스레 묻는 것을 오호호호호호 하는 웃음을 터뜨리는 케이링이 그 녀의 머리통을 한대 후려갈겼다. "바보! 여자들의 마을은 옛부터 내려오는 자수정 동굴 근처에 생기는 법이다!" "에에?" 로오나가 놀란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자 나는 쓴 웃음을 지으면서 왕년의 나의 집이었던 곳을 떠올렸다. 케이링이 손을 뻗어서 내 팔을 잡았다. "왕이여.왕께서 바라는 곳으로 가시지요.저는 당신의 아이를 낳기위해서 모든 준비를 다 갖추고 있답니다." 나는 그녀를 바라보며 피식 웃었다. 가라앉았던 기분이 다시 좋아지기 시작했다. "좋은 이야기군." "저도요!" 로오나가 팟 하고 끼어들어 케이링이 잡은 내 팔의 반대편 팔을 잡으며 말했다. "저도 만반의 준비를 다하고 있어요! 나도 왕을 뺏길 순 없다구요!" "이 애송이가!" "당신은 몇번이나 애를 낳았잖아요! 당신이야 말로 처음인 날 위해 양보하면 어 때요?" "시끄러워! 여러 번 낳은 것 자체가 내가 더 훌륭하다는 증거야!" 나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파란 하늘,파란 얼굴. 오오,,이래서 삶이란 살아갈 보람이 있는 거야. 몇번을 손을 뻗어 휘저어 보아도 세월은 칼 같이 지나가 잡을 수도 없는 것,지 금 이 순간 땅에 발을 디디고 나는 살아있다. 맛있는 음식과 아름다운 여자들에 휩싸여서 나는 강함을 자랑하고 나는 싸우고 나는 미워하고 질투하고 사랑하면서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다. 바닥을 긁고 땅을 파고 고개를 땅에 처박는 일 따위 나에겐 어울리지않아! ======================================================================= 자아 이제부터 야한 스토리가 진행됩니다. 이것은 이제 부터 18금이 될지도 모릅니다. 여성독자가 계신다면 이 글을 미워하고 쿠베린을 밟겠다고 하실 수도 있으며 혹은 남성독자분이 계신다면 이 놈의 쿠베린 놈이 부러워 죽겠다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 자, 꼭 기억해 두셔야 할 것은 이 놈은 인간이 아니며 결코 인간답기를 바래서 도 안된다는 사실을 기억해 두십시오! 그리고 여기는 동물의 왕국이거니 하는 마음으로 보시길 부탁 드립니다. 이 글을 진행시킬까 말까 상당히 고심하고 있는 나파입니다만, 어쩔 수 없습니 다.이 부분은 필요한(?) 부분이며 엄청난(?) 복선이 깔려 있는 곳이기때문에 방법이 없습니다. 푸하하하하하하하..... PS. FOR 마이 달링. PS, 앞으로 나올 수많은(?) 여인들을 위하여.... 계속하시겠습니까? (Y/n) >> 이수영 (ninapa ) [쿠베린] 제 11화 생 명 3 1998-08-24 20:31 268 line KUBERIN........ 나는 안다. 굴속에서 고뇌하는 인간의 창백한 배가 신들의 맹목에 대하여 짐승들의 무거운 울음 소리를 내는 것을... S.J. PERSE 3 여자들의 마을이 형성되는 것은 여자들의 발정기를 전후해서 생기는 것이다. 이 마을이 생겨나면 남자들이 모여든다.물론 내 거처를 사방으로 해서 10치아르 안에는 아무도 들어올 수 없지만 어찌되었든 이 때가 우리들의 파란 만장한 러 브스토리가 전개되는 시점이라고 할 수도 있었다. 나는 인간과 오래 산 덕에 상당히 간지러운 말이나 짓거리로 여자들을 유혹할 수도 있지만 묘인족이란 사실 강한 것을 지나치게 사랑하는 종족이어서 강하기 만 하면 가만히 있어도 여자들이 모여든다. 나의 전의 연인이었던 수많은(?) 여자들 중에서 단 한명도 내 아이를 낳은 사람 은 없다.내가 발정기를 피했기 때문이다. 여자라... 나의 일생에서 싸움을 빼면 남는 것은 여자와 먹을 것 뿐이다. 아니,뭔가 다른 것도 있기는 하겠지만 공정히 말해보건대 그 정도이다.나는 물 론 아이를 낳지 않았기때문에 아이를 낳는 것에 대해서 무척이나 여러가지 생각 을 하고 있었다.그건 분명한 일일 것이다. 백부를 죽이고 난 뒤에 내가 생각한 첫번째는 내가 아이를 낳으면 그 아이는 언 젠가 나를 죽이러 달려올 것이란 것이고 내가 형을 죽이고 생각한 것은 내 아이 들끼리 싸움을 하고 죽일 것이란 사실이었다.그리고 내가 일렌을 죽이며 생각한 것은 일렌이외의 다른 여자에게는 내 아이를 낳게 하고 싶지 않다는 사실이었 다. 나는 멍청이 일런지도 모른다. 냉정히 생각해 보면 그건 다 아이들의 선택,내가 여기서 노심초사 머리털 쥐어 뜯어도 결론나지 않는 뻔하고도 당연한 사실인 것을 나는 오랫동안 허덕여 왔었 다.내가 지켜 주고 싶어도 아이는 죽는다.내가 지키고자 눈물을 흘려도 이를 갈 아도 아이는 죽는다. 하나를 잃으면 나는 두개를 얻어야 한다.두개를 잃으면 나는 세개를 찾으려 한 다. 나는 이기적이고 나는 탐욕스러우며 나는 멍청하면서도 끈질긴 놈이니까. 이렇게 주저리 주저리 늘어놓고 앉아 궁시렁 거리는 것을 보면 나도 꽤나 오랫 동안 시달리고 있는 듯하다.이렇게 주저리 주저리 떠드는 것이 얼마나 멍청한 지 잘 알면서도 이러고 있는 것을 보면. 그러나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그 와중에도 나는 바지를 입지않은 로오나의 희 고 매끈한 다리를 은근히 어루만지고 있으며 그녀의 튜닉자락사이로 손가락을 집어 넣고 있었다. "아이.." 로오나가 말하는 동안 나는 그녀의 입술을 겹쳤다. 매끈한 여자들의 피부를 찬양할 지어다! 그녀의 허리가 한 팔안에 다 들어온다. 내가 그녀를 막 눕히고 키스에 열중하려는 순간 내 허리로 감겨오는 또 하나의 아름다운 물건이있었다. "호호호호,..날 잊을 셈이에요?" 내 허리를 감은 것은 케이링의 탄력적인 다리였다.그 다리가 내게 감겨오는 순 간 으음 하고 나는 심각한 갈등을 맛보았다. 어느 쪽이 먼저냐? 그녀의 팔이 내 목을 뒤에서 끌아안고 내 목에 키스하더니 내 귓가를 잘근 잘근 깨물었다. 나는 지금 현재 앞으로 로오나를 안고 뒤로는 케이링에게 안겨있는 형상을 이루 고 있었다.행복하다면 행복하고 약간 당황스럽다고 하면 당황스럽다. 이 상황이라면 계속 로오나를 안을 수도 없고 그렇다고 해서 홱 돌아서서 케이 링의 풍만한 가슴에 고개를 파묻을 수도 없다.이럴 경우 어찌해야 현명하다는 소리를 들을 것인가? 한꺼번에 둘을 끌어안고 뒹굴어 봐? 지금 우리들은 자수정동굴로 가는 길목의 여관방안에 있었다. 즉,인간들의 여관방이란 말이다. 인간들의 가장 훌륭한 물건은 아마도 침대가 아닐까 한다.마르고 향긋한 짚을 잔뜩 깔고 그 위에 고급 린넨을 깔면 맨살에 닿는 그 감촉이 범상치 않다. 그래서 여관방을 빌려 하룻밤은 자고 다음날 부터 마을을 찾아 가기로 마음을 먹은 것인데 방은 물론 하나만 빌렸다.나는 원래 혼자서 자는 습관이 형성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지만 여관주인은 양쪽에 여자를 끼고 선 나를 어찌 보았는지 질투와 형연할 수없는 동경감에 가득한 눈길로 날 바라보면서 이층입니다 라고 말해주었었다. 여관 1층은 언제나 그렇듯이 주점을 겸하고 있다. 그 주점안의 사내들의 그 화살과 같은 증오의 시선과 그들의 찢어질 듯한 눈꼬 리에 맺힌 통한의 눈물을 나는 만족스레 바라보면서 흐뭇하게 그녀들의 허리를 안고 여관방안으로 올라왔던 것이었다. "이리와." 나는 로오나의 옷을 벗기면서 사락 사락 소리나는 옷자락들에 감동받으면서 그 녀를 침대에 눕히고 미소했다.내 뒤에선 케이링이 내 옷자락을 벗기면서 나름대 로 감동하고 있는 듯 했다. 케이링의 손이 내 목을 끌어안기에 나는 그 손등을 가볍게 깨물어 주고는 그녀 의 몸도 잡아 당겨 이미 알몸이 된 그녀를 로오나와 나란히 눕혔다. 발그레한 로오나는 눈부실 정도로 아름다왔고 백옥빛으로 선명한 케이링의 그 모습은 말할 수도 없이 유혹적이었다. 나는 양손에 떡,아니 꽃을 쥐고 황홀경에 젖어서 조용히 말해주었다. "나의 아이를 낳아주겠나?" 두 여인이 나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물론이죠." "네." 해가 완벽히 떠 있었다. 이 여름에 끈적일 정도로 지겨운 저 뜨끈한 태양, 저 놈이 빼꼼히 얼굴을 내밀 면서 여관방 안으로 발을 슬쩍 들이밀고 있었다. 나는 잠에서 깨자 마자 재빨리 나의 얼굴을 핥고 있는 저 끈적한 태양을 피해서 고개를 돌렸다.고개를 돌리자 내 등위에서 달콤한 숨결을 토해내던 케이링이 눈 을 반쯤 뜨고 나른하게 웃어 보였다. 이 여자는 미소할 때 보면 수컷의 애간장을 녹여버릴 여자야. "배가 고프지않아?" "고파요." "그럼 내려가서 먹자." 로오나는 나의 시선을 받으면 아직도 얼굴이 붉어진다. 어젯밤 우리가 뭘했지? 로오나? 그녀의 이마에 키스하면서 나는 물었다. "어때? 아이를 가졌을 것 같아?" "모,모르겠는데요." "배고프지?" "네." "그럼 가서 먹자." "이리로 음식을 가져오라고 하면 안돼요?" 케이링이 사악 웃으면서 물었다.그녀는 여전히 내 팔뚝을 잡고 잘근 잘근 깨물 면서 즐기고 있는 차였다.나는 그녀의 목덜미를 가볍게 깨물면서 말했다. "아니,안될 건 없지만 우리들이 먹어치울 분량이 주인이 들고오기엔 문제가 있 을 거 같아서 말이야." "아아..그것도 그래요,.오호호호호호호..." 일어서서 옷을 끼어 입고 나니 로오나와 케이링이 서로 눈싸움을 하는 것이 등 뒤에서 느껴진다. 이건 그저 질투가 아니라 살기다 살기. 그것을 모른 척하고 나는 말했다. "둘이 같이 아래로 내려와." "네에." "네." 아래층으로 내려가서 주점안을 휘휘 둘러보았다. 빈 자리에 턱하니 앉자 주인이 다가섰다. "어떤 걸로?" "통돼지 두마리,오리 다섯마리,맥주 세잔,돼지창자 스튜 한 솥만." 잠시 동안 주인은 침묵했다 그리고 자신이 잘못들은 것인가를 확인하며 되물었다. "뭐라구요?" "통돼지 두마리,오리 다섯마리,맥주 세잔,돼지 창자 스튜 한 솥." "....혼자서요?" "아니.셋이서 먹어.구질 구질 묻지 말고 빨리 가져와!" 그는 나의 덩치를 아래 위로 한번 보고는 고개를 절레 절레 내 저으면서 주방으 로 들어갔다. 주점안에는 서너명의 사나이들이 있었다. 그들은 모두들 지친 기색의 사냥꾼들로 보였고 그들 이외엔 본디 마을의 자경단 인 듯이 보이는 청년 둘이 허리에 검을 매고 문간에서서 수다를 떨고 있었다. 마을은 조용했다. 이 낡아빠진 여관은 아마도 칠십여가구가 사는 이 단촐한 마을의 유일한 여관인 듯 했다.나는 턱을 괴고 앉아서 이글거리는 밖을 내다 보았다.어느새인지 해는 쨍쨍 빛을 내면서 하늘위에서 으르렁거리고 있었다. 턱턱 숨이 막히도록 더운 터라 사방에 창문을 열어 놓았지만 덥긴 마찬가지였 다.여기저기서 파리가 잉잉 거리면서 나돌아 다닌다. 걸을 때 마다 삐걱 거리는 낡은 계단을 울리면서 두 여인이 내려왔다. 그녀들이 나오자 마자 주점안의 모든 시선이 일제히 쏠렸다. 그녀들 주변으로 뭔가 휘황하고도 거창하면서 찬란한 빛이 일렁이는 듯했다.그 녀들을 바라보는 모든 사내들의 시선을 느끼면서 나는 흐뭇함과 자랑스러움으로 미소를 지었다. 케이링은 나에게 사쁜 사쁜 걸어오자 마자 내 목에 팔을 감고 입술에 키스했다. "으웅.덥단 말이야.쿠베린,더워요.우리 어디선가에서 목욕이라도 하고올까요?" "그렇군." 나는 그녀의 엉덩이 감촉을 느끼면서 그녀를 내 옆에 앉게 했다.로오나가 약간 새초롬한 얼굴로 내 옆에 와 앉더니 바짝 엉덩이를 붙이고 내 옆에 끼어 앉는 다. 나는 양쪽 여인에게 끼어 앉아 상당한 체온의 급상승을 느끼고 있었다. "음식은 시키신 거에요?" 로오나가 상냥하게 흰 손을 들어서 내 앞에 놓인 물잔에 물을 담았다.나는 그것 을 기꺼이 마시면서 고개를 그덕였다. "응,내 마음대로 시켰어. 못먹는 건 없겠지?" "아아..네에,단 것 빼면 나는 다 잘먹어요." 케이링이 대신 대답했다.그녀는 불만스러운 듯 자신의 몸을 내려다 보면서 내게 말했다. "나는 말이죠,이 팔다리가 너무 마음에 안들어요.이게 뭐야? 색깔도 마음에 안 들고..." 옆에서 잽싸게 로오나가 받아넘겼다. "맞아요,그리고 좀 뚱뚱하지 않아요?" "뚱뚱?" 케이링의 눈이 도끼눈이 되어 로오나를 쏘아본다. 나는 그 와중에 케이링의 팔뚝을 잡아 당겨 키스해 주었다. "넌 멋져,머리 부터 발끝 까지 완벽해." "마아..진짜?" 케이링의 눈빛이 야릇해지는 것을 느끼는 순간 로오나가 갑자기 고개를 떨구었 다. "그래요,난 빈약해요,흑..." "무슨 소리야! 넌 아주 청순하고 멋진 걸,넌 매혹적이야!" 내가 급히 말하자 로오나는 흑 하고는 고개를 저어보인다. "아니에요,난 케이링에 비하면 빈약하기 짝이 없는 꼬맹이인걸요.쿠베린님도 저 같은 여자는 싫어할 거야." 나는 그녀의 어깨를 잡고 달래주면서 갑자기 천정을 바라보았다. 이게 뭐하는 짓이야? 한 번에 여럿의 여자를 사귀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까먹었군,게다가 여자의 속 을 알아차린다는 것은 아무리 내가 나이먹어도 어려운 것,두 여자를 데리고서 이렇게 힘들다니 앞으로 자수정굴에 돌아가서 얼마나 복잡한 상황을 겪어야 할 지는 뻔할 뻔자로군. "정말 눈꼴시어서 못봐주겠군." "여자 둘 끼어 안고 뭘 하는 짓인지..끌끌.." "백주에 뭔 짓거리야?" 드디어 이럴 때 언제나 등장하는 못난 놈들이 있었으니 아까부터 나를 야리고 있던 서너명의 사냥꾼 녀석들이었다. 녀석들의 개입이 없었다면 나는 영영 여자들의 세력다툼에 희생될 뻔했었기때문 에 나는 그들의 개입이 반가왔다. 그래서 미소마저 띄우고 응해주었다. "뭐라고? 못난이들아?" 그 순간 한 녀석의 얼굴이 울그락 푸르락해지더니 곧장 나에게 달려들었다.주먹 이 난무하려는 그 순간 휘익 하고 녀석이 밖으로 나뒹굴었다.그리고 뒤이어 달 려든 녀석을 퍽퍽 하는 소리와 함께 해치워 버린 사람이 있었으니 그게 바로... 로오나였다. "질줄 알고!" 케이링이 내가 나서기도 전에 놀란 얼굴을 하고 선 다른 놈을 잡아 채서 발로 짓밟고 창밖으로 던져버렸다. "오호호호호호호.,..감히 누구에게 무례한 짓을." "쿠베린님에게 무례한 짓을 하다니!" 두 명의 여전사가 허리에 손을 탁 하니 얹고 떠들어 대는 장면은 잠시 내가 잊 었던 묘인족들의 생리를 떠올리게 하는데에 충분한 모습이었다. 나는 그저 멍하니 앉아있기만했을 뿐인데 두 명의 여인들은 주점안을 싸악 훑어 보면서 선언했다. "쿠베린님을 이길 남자따위는 세상천지에 없어!" "건방지게 못난 것들이 질투씩이나 하고 덤비지 말란 말이다!" 째앵 하고 울리는 그 목소리를 들으면서 사람들이 모두 기가 죽었다.그리고 그 녀들은 자랑스레 나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식사를 하죠!" "이봐! 어서 식사 가져와!" 누가 나보고 만족스런 얼굴을 하고 있다고 말한다면 그건 아니라고 변명하고 싶 다.어디까지나 어.쩔.수. 없.이. 나는 두 명의 여자 사이에 끼어앉아서 음식을 먹고 있었다. 여자들이 교태를 부리는 것에 익숙한 나이긴 하지만 먹을때 까지 이렇게 된다면 차라리 사내를 끼고 앉아 밥을 먹는게 더 나을 수도 있다. 그러나 별수 없다. 아이를 갖는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고 이 여자들도 아이를 배면 나를 버리고 흥 하고 사라져 버릴 것은 분명한 것이니까 참도록 하자. 이왕에 결심한 일을 여기 서 흔들리면 곤란했다. 훗훗훗...흔들리지 마라,쿠베린. 나는 낳을 수 있을 만큼 아이를 낳기로 이미 결심한 것이다! "아 하세요,쿠베린님." "응,이거 맛있는데..내가 먹여드릴까요?" 바로 그때 였다. "멋진 모습이군." 그렇게 말하며 등장한 것은 다름아닌 아리따운 늘씬한 미녀였다. 그녀는 백금발의 황홀한 빛을 사방으로 뿌리면서 도도하게 흰 튜닉자락을 흩날 리면서 서 있었다.그녀의 허리엔 빛나는 아크론의 보석이 박힌 보검이 꽂혀있었 지만 나는 단언해도 좋았다.그 보검은 단 한번도 피를 본 적은 없었을 것이었 다.왜냐면 보검보다 좋은 무기를 가진 그녀였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사파이어빛을 가진 눈빛을 반짝이면서 나의 앞으로 다가왔다. "당신이시군요,쿠베린 왕." "그런데?" 나는 무심히 그녀의 아름다움을 찬양하면서 말했다. 모든 묘인족 여성들은 발정기가 되면 최고의 아름다움을 자랑한다.그 아름다움 에 눈멀어 수컷들이 죽어버리든 말든 그녀들은 아름다움을 맘껏 자랑하는 것이 다. "과연 명불허전이십니다.쿠베린 왕이시여.." 그녀가 생긋 웃었다. 웃, 가슴에 통증이 온다.이,이것은... "당신의 아이를 내가 낳게 해 주세요.저는 미하라 라고 합니다." 계속하시겠습니까? (Y/n) >> 이수영 (ninapa ) [쿠베린] 제 11화 생 명 4 1998-08-24 20:33 323 line KUBERIN........ 나는 안다. 굴속에서 고뇌하는 인간의 창백한 배가 신들의 맹목에 대하여 짐승들의 무거운 울음 소리를 내는 것을... S.J. PERSE 4 날 부럽다고 할 수컷들에게 미리 한 마디 해주겠다. 나는 사실 엄청나게 강하다. 나에겐 수십명의 여자를 거느렸던 경력이 있고 -몇백년전 일이긴 하지만-그리고 여자들에 대해선 전혀 아쉬움따위는 느껴 본 일이 없는 나이긴 하지만 그런 나 로서도 발정기의 여인들에 대해선 다소 무지했었다. 발정기의 여인들은 무적이 된다. 그녀들은 최고의 남자를 얻기 위해서라면 목숨을 걸고 미모를 걸고 도박을 하고 싸움을 한다.현재 내가 알기로 최고는 이에르네인데 그 이에르네에게 도전하려 고 이를 박박 갈고 있는 것이 내 옆에서 눈빛을 화려하게 폭팔시키고 있는 케이 링과 미하라인 것 같다.케이링은 그저 묘인족들 사이에서도 소문난 여인인 듯한 데 미하라는 수련-싸움의 수련이겠지만-을 위해서 동서 남북 모든 대륙을 돌아 다니며 강인한 종족과 싸움을 해온 모양이었다. 둘이 나이는 비슷하지만 이 두 명의 여인들이 이에르네에게 도전을 청한다면 아무리 이에르네일 지라도 보통 어려운 건 아닐 것이다.이 두 사람은 왕년의 일렌에 비한다면 모자르지만 제법 강했기때문이었다. "오호호호호호호...이 나를 제치고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나!" "발정기가 지나야 싸울 수 있겠지만 오호호호호호.,..내가 널 이기지 못하리라 고 보는 것인가?" "오호호호호호호...무슨 소릴 하는 것이야? 바로 이 나를 쿠베린님께선 사랑해 주고 게신단 말이다! 뒤늦게 끼어들어서 뭔 소릴 하는 것이냐!" "너 따위가 뭘 안단 말이야? 최고의 남성에겐 최고의 여성이 어울리는 법이다! 너따위는 길가에 내다 버려도 아무도 주워가지 않아! 나의 이 황홀한 미모와 지 성과 이 힘을 보란 말이다!" 미하라가 팔을 들어 보여 사사사삭 하고 손톱을 꺼내 보이자 마자 케이링의 눈 빛이 야릇해지더니 푸르게 빛났다. "해보겠다는거냐? 이 허여 멀건한 계집아!" "뭐라고! 이 시커먼 계집이 두려움을 모르고!" 둘이 싸움을 하는 것을 바라보던 로오나가 내 목에 팔을 감고는 교태롭게 속삭 였다. "으음..쿠베린님,두 사람은 내버려두고 우리들 출발하는 게 어떨까요?" "그것도 나쁘지 않지." 내가 말하며 일어서자 두 명의 여자들이 홱 고개를 돌리며 외쳤다. "기다려요! 그런 여우같은 계집애를 데리고 뭘 어쩌실 거에요!" "맞아! 그런 약해 빠진 계집애 따위를..." 로오나가 흥 하고 코웃음을 쳤다. "감히 발정기에 싸움을 하려는 무지한 여인들을 상대하실 여유는 쿠베린님께선 없을 거라고 봐요." "뭐,뭐라구!" "뭐야!" 나는 굉장히 피로한 기분이 되어서 말했다. "그래,이제 음식이 다 식었다.난 먹고 떠나려 한다.너희들도 따라오려면 따라오 너라." 그 다음,우리들은 음식을 먹었다. "자,다들 들어라,난 시끄러운 것이 싫다.두 사람,알아 들었나?" 미하라와 케이링이 눈싸움을 하면서 나에게 고개를 그덕여 보였다. 그 둘 사이에서 퍼져나가는 싸움의 불꽃과 질시의 불꽃을 바라보면서 나는 팔짱 을 끼고 선언했다. "발정기에는 어떤 여성도 싸움을 해선 안된다! 알아들었나! 이건 일족의 율법이 다!" "네.왕." "네." 두 명이 고개를 숙였을때 나는 고개를 돌리고 마을이 형성되었을 곳을 향해 코 를 들어올려 냄새를 맡았다. 동북쪽,그 쪽에 자수정 동굴이 있고 여자들의 마을이 있을 것이었다.바람에 실 려 냄새가 풍겨나온다.그 냄새는 일족의 냄새,피의 냄새,그리고 수컷들을 자극 시키는 냄새였다. "가자." 몸을 띄어서 달려나가면서 미하라가 소근 거렸다. "왕...이번에는 굉장하겠군요.왕께서 발정기의 마을을 방문하시는 것은 처음이 아닌가요? 몇백년만의 일이니 여자들이 대 소란을 피울거에요!" "그렇군.." 바삭 바삭 발바닥 밑에서 나뭇가지들이 밟혀서 부서지는 소리를 낸다. 몸안의 모든 것이 여자를 향해 열려있다. 아이를 가진다는 것은 황홀한 경험인 것을 나는 알고는 있었다.모든 인간들이 바라는 그 아이들이 태어나는 순간에 그 아비되는 수컷들은 흥분에 겨워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한다.암컷들은 탄생의 아픔으로 울기도 하지만 결국은 가장 기꺼이 아이들을 받아들이는 것이었다. 가장 강한 자를 원하는 것은 가장 강한 아이를 바라는 것과 같은 것,암컷들은 그 아이에 대한 기대감으로 아이를 갖지만 수컷들은 자신들의 강함에 대한 댓가 로서,혹은 자신들의 피를 남기는 후계로서 아이를 갖는다.그렇지만 지금에 와서 나는 후계로서 아이를 바라는 것이 아니었다. 나는 내가 사랑할 상대를 바라는 것이었다. 내가 잃은 것들에 대해서 내가 죽인 자들에 대해서 나는 사랑할 자를 바란다. 내가 부비고 사랑해줄 그런 것들을 바라고 있다.내가 떳떳하게 사랑해줄 아이를 바라는 것이었다. "내 아이를 낳는다면,너희들은 당분간 내 곁에 있어야 한다." 내가 미하라와 케이링과 로오나에게 말하자 미하라는 약간 미심쩍은 듯 눈쌀을 찌푸렸다. "아이를 죽이려는 것은 아니시겠지요?" "아니.난 내 아이들이 자라나는 것을 보고 싶을 뿐이다." "아이들은 여자가 키우게 되어 있습니다.왕이여,다른 것은 다 양보해도 아이들 의 생명을 남자에게 내 보이는 것 처럼 위험은 없다고 봅니다만." 케이링이 단호하게 말했다. 나는 팔짱을 끼고 그녀들을 바라보았다. "내가 다른 젊은 수컷들 처럼 아이들을 죽이려고 할 것같은가? 이 나이에 접어 든 내가?" 그녀들은 침묵했다. "내가 아이들을 죽이려고 생각했다면 여지껏 아이를 낳지 않으려고 한 보람이 없지않나?" 나는 쓴웃음을 지어 보였다. "나는 내 아이를 낳고 싶어한다. 내 아이가 나의 자리를 위협하기 전에 나는 죽 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녀들은 침묵했다. "내 나이는 너희들의 배가 된다.너희들의 어머니들과 나는 사랑을 나눈 적도 있 을 것이다.그러니까...나는 너희들의 아이들,나의 아이들을 죽일 이유가 전혀 없는 것이다." 자수정 동굴이 가까와 지는 동안에 우리들은 침묵했다. 그녀들은 여자다운 직감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여자들이 아이를 갖자 마자 흩어져 버리는 것은, 왕이라고 하는 가장 강한 자가 곁에 있지않는 한,수컷이 나타나 강해질 아이들을 죽이려는 것을 막으려는 의도 가 있다.아이들은 커지면 강자를 찾아내어 도전하고 죽고 죽인다.그것을 막기위 해 수컷들은 언제나 암컷이 가진 어린애를 죽이려고 한다. 내가 거느린 여자들이 낳은 아이들은 내 옆에서 잘 컸다.그리고 그 애들을 건드 리려고 한 수컷들은 감히 없었다.그렇지만 이 몇백년 간 나는 동굴을 떠나있었 고 그 사이에 여자들이 남자들에게 습격받아 아이를 잃는 사건이 있었을 것이 다.특별한 일이 없는 한 여자들은 아이를 낳은 다음에는 수컷을 보길 돌같이 보 니까. 이에르네는 아이를 낳았을까. 다크시온이 그렇게도 애원했는데 그녀는 그의 아이를 낳아주었을까. 여자들의 냄새가 났다. 나는 구릉사이에 이어진 자그마한 둔덕사이에 지어진 집들을 보았다.그 집을 지 은 것은 여자들이고 그 여자들은 지금 모여서 무언가를 말하고 있었다.그녀들에 게 달라 붙어 있는 몇몇 남자들이 보였다. 젊고 건강한 남자들이 손이 발이 되도록 빌면서 여자들에게 매달려 있고 여자들 은 모른 척 교태로운 미소만 짓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끈적한 태양은 이미 서쪽으로 지고 있었다.우리들의 그림자들은 길죽하고 껑중 한 모습으로 우스꽝 스레 우리들 앞으로 먼저 내달려간다. 푸른 풀숲위에 모여있는 동족의 냄새,나는 그 냄새를 맡으면서 몇백년만에 집으 로 돌아왔다. 아이를 갖기 위하여. 웅성거림이 점점 퍼져나갔다. 모여있는 여자들의 수는 약 삼십가량 되었다. 그녀들은 눈을 크게 뜨고 날 바라보고 있었다.나는 케이링과 로오나와 미하라와 함께 그들 사이를 뚫고 자주색동굴로 향해 걷기 시작했다. 앉아 있던 모든 녀석들이 일제히 일어섰다.그들이 일제히 일어서서 뒤로 물러서 는 것은 등 뒤로 느끼면서 나는 천천히 걸었다. 자수정동굴은 내가 사라진 이 삼백여년간 달라진 것이 하나도 없었다. 굳이 있다고 한다면 약간 깨끗해 졌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쓰던 침상은 전과 달리 새로운 가죽이 덮혀있었다.백옥처럼 흰 마하틸의 가죽은 여전히 그 사나운 머리를 들어 날 바라보고 있었다. 자수정들은 나를 향해 빛을 발하고 있고 동굴의 틈새로 희미하게 들어오는 햇빛 은 자수정들을 호화롭게 색색가지로 빛나게 해 주었다. "아..아름답군요!" 놀란 어투로 미하라가 중얼거렸다. "응." 나는 침상위에 앉았다. 두 손을 깍지끼고 나는 그녀들을 바라보았다. 기묘한 감회가 가슴속으로 치밀어 올라와 내가 보낸 모든 세월들이 다 거짓인양 느껴지게 만들고 있었다.이 곳을 떠나던 그때, 나는 일렌을 죽이고 있었다. 듀나시의 다리를 분질러 버리고 나는 그렇게 떠나 버렸었다. 어느 것이 먼저인지는 나로서도 기억나지 않는다. 로오나가 흰 팔을 들어서 내 허리를 뒤에서 끌어안았다. "뭔가 슬프신 듯한 얼굴입니다.왕이여." "그런가." 나는 무심히 대꾸했다. 미하라가 내 얼굴을 보고 다가와 살짝 무릎을 꿇고 내 입술에 키스했다.그녀의 달콤한 입술이 내 얼굴을 덮고 있는 동안 나는 과거를 잊었다. "자아..오랜만에 집에 돌아오셨으니 쉬시는 게 좋을 거 같아요." 케이링이 미소를 한껏 지으면서 내 발에 신겨진 신발을 벗겼다. 나는 내 침상위에 3백여년만에 누웠고 그녀들의 내 옆에 혹은 내 위로 누웠다. 로오나가 킥킥 소리내면서 말했다. "그 여자들 얼굴 봤어요?" "아아..그래요.쿠베린님,그 여자들 우리들을 부러워 하고 있었어요." "왕께서 이 자리에 나타나실 줄은 아무도 몰랐걸요." 미하라가 킥킥 웃으면서 내 아랫도리로 손을 가져가면서 말했다. "이곳에 돌아오신게 얼마만의 일인지 우리들은 몰라요,아직 어리니까,그런데 왕 께선 기억하시나요?" 웃으면서 나는 그녀들의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몰라." 진짜 기억하지 못한다.그리고 기억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리고 지금은 그런 기억을 할 때가 아니다.나는 여자들에게 충성하는 남자이니 까 먼 과거의 일따위를 회상해서 이 분위기를 망치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아!" 갑작스런 소리때문에 나는 눈을 떴다. 내 몸에는 세 여자의 몸이 휘감겨서 기기묘묘한 자세를 이루고 있었는데 로오나 의 다리는 내 허리 밑에, 케이링의 팔은 내 어깨위에 미하라의 몸은 말 그대로 내 위에 있었다.다리 여덟개가 이리 저리 얽혀있는 모습은 아무래도 상당히 복 잡한 광경을 이루어 내고 있었지만 이 커다란 나의 침대나 나의 무한하고도 멋 진 이 몸은 그런 것쯤은 다 감당해 낼 수 있었다. "이게 뭐에요! 이게 뭐야!" 고함을 지르는 것은 다름아닌 붉은 머리칼을 번뜩이며 황홀한 몸매를 잔뜩 드러 낸 기가 막힌 미녀였다. 이에르네는 눈빛을 번뜩이면서 살기에 차서 가장 가까운 곳에서 눈을 비비고 있 는 케이링의 머리칼을 쥐어 잡더니 내동댕이쳤다.케이링이 까악 하고 뒤로 나자 빠지자 곧이어 이에르네는 옆에 있던 미하라의 발목을 잡아 채서 말 그대로 집 어던졌다. 로오나가 꺄아 하면서 내 목에 매달릴 즈음에야 나는 정신을 차리고 소리쳤다. "무슨 짓이야! 이에르네!" "무슨 짓! 무슨 짓! 무슨 짓이냐고 나에게 지금 말한 거에요? 쿠브!" 그녀는 이글거리는 상태로 다가와 내 목을 움켜 쥐었다. "내가 몇번이나 말했었지요! 이따위 여자들에게 고개돌리지 말고 나에게 돌아오 라고!" "하지만..이에르네." 나는 말을 조금 더듬었다. "시끄러워요! 내가 몇번이나 말했었지! 이상하고 덜떨어진 계집애따위에게 신경 쓰지 말고 내게 곧장 돌아와 나에게 아이를 달라고! 몇번이나 그렇게 말하고 저 번에는 나에게 꼭 아이를 주겠다고 약속해 놓고는 여기서 나 아닌 다른 여자와 교접을 하다니! 당신, 여자들을 다 죽이고 싶은 거얏!" 말을 할 사이가 없었다. 이에르네의 그 폭팔적인 고함으로 나는 할 말을 찾기도 전에 뒤이어서 케이링과 미하라의 살기어린 포효성이 터져나왔다. "우오오오오!" "용서 못해!" "이게 뭐야!" 그녀들이 1차 변신모드로 들어가며 이에르네를 덮쳐가자 이에르네는 이를 빠득 갈더니 홱 돌아보면서 손톱을 꺼내들었다.살기에 찬 그녀의 눈을 보고 나는 완 전히 넋을 잃어버렸는데 그 순간 이에르네의 몸이 휙 공중을 치달아 날으면서 손톱을 휘둘렀다. "이 어리석은 애송이들이 감히!" 파악 하고 손톱과 발톱이 난무하기 시작했다. 나는 턱을 괴고 그녀들의 싸움을 바라보았다. 하필이면 왜 내 집에서 싸우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다가 갑자기 왕으로서 위 엄을 세우지 않으면 끝이 없겠다고 모처럼 왕다운 결심을 했다. "이에르네!" 고함을 지르자 콰르릉 하고 동굴이 울렸다. 어린 여자들이 이성을 못차리고 공격하는 와중이었지만 변신모드이면서도 이에 르네는 알아들었다.그녀가 홱 나를 돌아보았다. 그때 여자들이 그녀를 공격해 오는 것을 능란하게 피하면서 나는 이에르네의 허 리를 잡아 채면서 공격하는 여자들을 발로 걷어찼다. 케이링과 미하라가 쓰러지자 마자 나는 엄숙하게 외쳤다. "발정기의 여자들이 싸우는 것은 금기다!" 짜랑하게 울리는 소리에 두 여자가 침묵했다.걷어채인 충격으로 그녀들이 변신 을 멈추는 동안 나는 이에르네의 허리를 잡아 채고 밖으로 급히 걸어나갔다. "멍청한 짓은 그만 둬라!" "누가 이런 짓을 하고 싶어서 하는 줄 알아요? 당신은 내가 몇번이나,몇백년이 나 기다렸다는 것을 알면서 이러는 거에요!" 이에르네의 얼굴에 노기와 슬픔이 일렁였다. "미안해.하지만 나는 이번에 겨우 결심했어.아이들을 만들겠다고." "인간세상과는 이제 인연을 끊을 건가요?" "끊을 지 안끊을 지는 아직도 몰라. 하지만 분명한 것은 나는 아이를 가지고 싶 어." "엄청난 변화군요,뭔가 계기라도 있었던 건가요? 겁장이!" 그녀가 이를 드러내며 나에게 욕했다. 나는 슬픈 기분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약간 창피한 기분도 들었다. "있긴 하지만 뭐라고 설명할 수는 없어." "알았어요!" "이에르네는 언제나 나에게 특별했으니까 새삼스레 말할 것은 없어,하지만 넌 다크시온의 아이를 가지지않았나?" "아니오." 그녀는 단호하게 말했다. "나는 한다면 해요.다크시온은 대단한 남자지만 당신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니 까." "꽤나 가혹한 말을 하는군.이에르네." "그와 되려고 마음 먹었다면 벌써 몇백년전에 그의 아이를 가졌을 거에요.나는 당신의 아이 아니면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어요." "어째서?" "멍청이 같으니.당신을 사랑하니까." "넌 네 어머니가 나때문에 마음 고생한 것을 알면서도 그러는 거냐?" "물론,하지만 당신은 내 어머니에게 아이를 주지 않았었죠.어머닌 그걸 고통스 러워 했고,하지만 일생 당신을 사랑했어요.당신은 냉혹한 남자니까 제멋대로이 지만." 그녀는 태연하게 말했다. "그러나 내가 당신을 사랑하기 시작한 것은 다크시온이 당신의 시중인으로 결정 된 그 날 부터에요.난 그날 부터 당신의 아이를 낳고야 말겠다고 결심했어요." "그건 고집이야.이에르네." "고집이라구요? 멋대로 생각해요.뭐 어찌되었든 좋겠지요.당신의 일렌이 없는 지금 묘인족의 여자중에선 내가 가장 강해요! 나는 다크시온조차 함부로 할 수 없는 여자니까요!" 그녀는 가슴을 내밀면서 말했다. 이상하게도 나는 여자들과 있으면 여자들에게 눌려사는 것이다. 아니,나 만이 아니고 모든 수컷들이 다 그럴지도.여자에게 이기고 사는 사내란 대체 어떤 사내지? "가장 강한 여자가 가장 강한 사내를 얻는 건 당연지사지요! 당신, 발정기에 여 기에 온 이상 내 것이에요!" 이에르네가 선언했고 나는 얼어붙었다. "그게 아니고 여기 저기 여자를 집적일 거라면 나에게 직접 말해요! 내가 알아 서 해결해줄 거니까!" 그 살기에 찬 눈빛을 보면서 나는 어색한 웃음을 머금었다. 해결해준다니. 그건 대체 어떤 의미냐? 빌어먹을 달이 치솟아 올라오더니 덩실 덩실 거리면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구릉 위 이에르네와 마주 서서 땀을 뻘뻘 흘리고 있는데 달이란 놈은 헤실 거리면서 나를 비웃듯이 푸르죽죽한 빛을 내려 보낸다. 이에르네의 붉은 머리칼은 넘실 넘실 내 눈앞에서 일렁이고 나는 불끈 불끈 거 리는 나의 수컷다움을 주체하기 힘이 든다. 이래서 발정기엔 슬픈거야. 나는 이에르네를 덮치면서 중얼거렸다. 그녀의 옷을 하나씩 벗기면서 텅 빈 수풀 속에서 나는 중얼거렸다. 아아 수컷은 불쌍해. 여자들이 가지고 노는 장난감 처럼 이리 저리 움직이고 그녀들의 눈초리에 가슴 을 조이고 바들 바들 떨고 마는 수컷은 불쌍해. 그녀가 낮게 날 위협한다. "바보! 남이 보잖아요!" "보면 어때? 네 말대로 이 근처에서 어슬렁 거릴 숫놈은 없어." "다른 여자들이 보면..." 그러면서 사르르 얼굴을 붉히는 그녀에게 키스하면서 나는 중얼거렸다. "네가 무서워서 가까이 오기나 하겠어?" 계속하시겠습니까? (Y/n) >> 이수영 (ninapa ) [쿠베린] 제 11화 생 명 5 1998-08-26 03:24 248 line KUBERIN........ 나는 안다. 굴속에서 고뇌하는 인간의 창백한 배가 신들의 맹목에 대하여 짐승들의 무거운 울음 소리를 내는 것을... S.J. PERSE 5 "당신은 아이를 낳으면 그 애를 사랑하겠지?" 갑자기 이에르네가 물었다. 나는,아니 우리는 풀 냄새가 물씬 풍기는 구릉의 언덕위에서 벌거벗은 채 앉아 있었다. 불타는 것같은 석양이 하늘 전체를 덮고 그 아래로 아이들의 마을이 보인다. 여자들은 그 안에서 움직이고 있었다. 가엾은 사내들은 여자들에게 구애하느라 정신이 없이 매달려 그녀들의 시선을 끌어보려고 노력하고 있었다.그리고 그 안에 생명이 움직인다.아이들이 움직인 다.우리들 자신이 움직이는 것이다. 이에르네의 팔이 내 목을 감고 속삭였다. "사랑해 주겠지?" "그래." 나는 짧게 대답하고 나를 위해 몇백년만에 모여든 여자들과 마을을 바라보았다. "어린애들은 그동안 얼마나 태어났지?" "글쎄에." "내가 기억하는 것은....불행히도 휴런,내 막내가 태어난 이래로 끊겨있어." "당신이 떠난지 한 참 되었으니까.당신은 내가 어릴 때에 떠났잖아." "남자들이 아이들을 죽였나?" "왕이 없으면 ...그렇게 되지.아무래도." 나는 침묵했다. "내가 있어서 큰 일은 없었다고 봐. 덤벼드는 놈들은 내가 몇 반쯤 죽여주었으 니까." 이에르네에게 덤비는 남자는 몇 안될 것이다.그녀 자신도 강하지만 그녀 뒤에 다크시온이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을 테니까. "다크는?" "안왔어.아직,올해 올지 안올지는 몰라." 그녀가 내 등에 대고 있는 가슴으로 심장박동 소리가 들려온다. 그 소리는 자근 자근 부드럽고 섬세하게 들려서 나는 그 소리에 열중했다.그리 고 천천히 눈을 감았다. "쿠베린?" 사랑스런 여인. 바보스런 여자. 나는 정말로 못되먹은 남자인 것을 몇년이고 그녀는 기다렸다. 남자란 것은 아무것도 줄 수 없는 어린애. 여자에게 줄 수 있는 것이라곤 오로 지 아이 밖에 없는 한심한 어린애.싸움에 지쳐서 쓰러지면 끌어안아 주는 여자 는 이 아무것도 줄수 없는 난폭한 어린애를 어째서 끊임없이 바라봐 주는 것일 까. 나의 어머니는 이제 기억나지 않는다. 나는 나의 어머니가 어떻게 죽었는지도 모른다.휴런을 낳고 어머닌 어떻게 했는 지도 나는 기억하지 못한다. 그럼에도 아이를 낳는 여자들은 대체 무엇일까. 나는 그녀의 심장소리를 들으면서 잠이 들었다. "바보..." 잠결에 그녀가 속삭이는 소리를 들었다. 아아,나는 진짜 바보인 지도.... "잘 들어라! 왕은 이번에 아이를 낳기 위해 온 것이다!" 이에르네가 외치고 있었다. 나는 약간 부끄러워져서 그녀가 소리지르는 것을 동굴가에서 바라보고 있었다. 이에르네는 팔짱을 낀 채 약 삼십여명의 여자들을 둘러 보며 말하고 있었다.그 녀들 주변으로 여기 저기 남자들이 내 쪽을 바라보면서 어물쩡거리고 있다.불쌍 한 자식들, 나 때문에 가까이 오지 못하는 것이다. 하지만 억울하면 너희도 나에게 도전해 왕이 되어 보란 말이다! 나는 그런 소리를 중얼거리면서 마을의 여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때 문득 한 여인이 이에르네에게 뭐라고 말했다.그 순간 이에르네는 나를 휙 돌아보았고 나는 뭔가 하고 일어서서 그 쪽으로 다가갔다. 여자들은 나를 동경의 눈초리로 바라보고 있었다. 나이든 여자,아직 어린 여자,무르익은 여자등 여럿의 여자들이 모여있었고 그 나름대로 눈이 돌아갈 만큼 아름다왔다.나는 여자들의 농염한 냄새를 즐기면서 이에르네의 옆으로 다가가 내 앞에 가볍게 고개를 숙인 여자를 바라보았다. "뭐냐?" "왕의 시중인 문제입니다." 아아..그런가 하고 내가 고개를 그덕일 무렵 한 명의 소년이 내 앞으로 걸어나 왔다. 소년은 아직 어렸다.아직 성인의 반열에 오를 수는 없는 나이,섬세하고 호리호 리한 허리가 눈에 띄였고 여기 저기 약간의 흉터가 보였다.붉은 빛을 띈 금발을 한 꼬마는 내 앞으로 다가서자 마자 덜덜 떨리는 다리로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 아렸다. "이름은?" 내가 묻자 소년이 떨리는 음성으로 말했다. "앗시아입니다." "앗시아...너의 아들인가?" 내가 고개를 숙인 여자에게 묻자 그녀는 고개를 그덕였다. "좋아.그럼 여기 있는 아이들은 모두 몇이나 되지?" 내가 돌아보자 여자들은 망설이며 웅성거렸다. 공포가 그들 사이로 퍼져나가는 것을 나는 침묵을 지키면서 바라보았다. 이에르네가 재빨리 말했다. "나와도 좋아! 왕은 아이들을 해치지 않으신다!" 그들이 각자 만든 조촐한 집안에서 꾸물거리면서 아이들이 기어나왔다. 나의 일족의 아이들, 어느 일족보다도 엄하고 사나운 환경에서 자라는 나의 아 이들은 주섬 거리고 기어 나와 내 앞으로 몰려서 섰다. 겨우 기기 시작한 아이도 있고 늠름한 척 가슴을 펴고 있는 아이도 있었다.여자 아이 남자아이 할 것 없이 모두 겁에 질려서 그 어미가 된 여자들 뒤에 숨어 있 었다. 약 수로는 열두엇 정도 였다.그 어린 애들을 바라보면서 나는 침묵했다. "열 세명인가?" 내가 묻자 여자들이 웅성거렸고 그 뒤를 이어서 이에르네가 대답했다. "그렇습니다.왕." "들어라!" 나는 외쳤다. 쩌렁하게 내 목소리가 사방으로 울려퍼져나가 이쪽으로 몰려드는 수컷들을 향해 달려간다.나는 가슴 속 깊은 곳에서 터져나오는 기분으로 외쳤다. "여기 열 세명의 아이가 있다! 이 열 세명의 아이들 중 누구 하나가 죽임을 당 하게 된다면 그 심장을 짖이길 것이다! 지금 이 자리는 왕의 보호하에 있다! 어 느 누구도 감히 내 아이를 건드릴 수 없다!" 바삭 바삭 말라 비틀어진 풀잎조각들이 날아올라가 허공으로 맴돌다가 어디론가 사라져버린다. 나는 그렇게 외치고 내 영토를 선언했다. "불만이 있다면 도전을 치러라! 여기는 나의 땅,여기 있는 여자들은 나의 여자! 여기 있는 아이들은 나의 아이들이다!" 아이들은 덜덜 떨면서 어미의 품안으로 파고 들었다. 여자들은 안도의 한 숨을 내쉬면서 아이들을 끌어안는다. 나는 사방을 쏘아보았다. 시야에 들어오지는 않지만 사방에 적어도 십수명의 사내들이 있었다.그들은 이 를 갈면서,혹은 겁에 질려서 혹은 이쪽을 주시하고 있었다. 나는 힘을 개방하여 그들에게 내 힘을 과시하고 내 위력을 보여주어야 했다.고 개를 들고 천천히 힘을 개방하자 여자들이 천천히 내 주변에서 물러서서 원을 그리고 섰다. 힘을 느끼는 자들,살의를 느끼는 자들이 점차 물러서는 것을 느끼면서 나는 눈 을 감았다.몸안 깊숙한 곳에서 새어나오는 원초적인 그 어떤 것이 내 몸안을 휘 감아 돌아서 내 나이와 내 생명과 내가 죽인 자들의 명예를 가지고 퍼져나갔다. 나는 이 자리에 서서 내가 왕인 것을,그리고 무수한 자들을 죽인 학살자임을 그 들에게 명심시키고 선언했다. 그리고 이 곳 자수정 동굴의 마을은 다시끔 왕의 마을이 된 것이었다.그리고 이 사방 어느 곳에서도 수컷은 등을 붙이고 잘 수 없으며 함부로 여자를 건드릴 수 도 없을 것이다. 자수정 동굴로 돌아오자 앗시아가 쟁반에 음식을 담아 가지고 왔다. 나는 녀석이 무릎꿇고 내미는 음식을 받아 들고 먹으면서 식욕이 가시는 것을 느꼈다.슬픔이 치밀어 오르는 것은 왠일일까. 내가 인간세상에서 살면서 잊었던 모든 것들이 다 밀려오는 것을 이곳에선 언제 까지 감당해야 하는 것일까. 정말 어처구니 없는 인간들을 바라보며 안좋은 일들은 모두 잊어버렸었는데.. 기척과 함께 이에르네가 들어섰다. 그녀는 뒤에 두 여자를 데리고 오고 있었다. 그녀들은 아직 어린, 이제 겨우 성년이 된 듯한 소녀들이었다.로오나와 비슷한 나이로 보인다.아름다운 보랏빛 눈을 반짝이고 있는 이 두 소녀는 내 앞에 다다 르자 마자 재빨리 무릎을 살짝 굽혀 미태를 보였다. "뭐야?" 이에르네를 보자 이에르네는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말 그대로에요. 쿠베린.내게 맡기라고 했죠?" "무슨 소린데?" 내가 황당해서 바라보자 그녀는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이 두 아이는 아직 한번도 아이를 낳지 않았어요.그러니까 당연 딸린 자식도 없지요.이 애들에게 당신 애를 낳게 해요." "이에르네!" 내가 입을 벌리자 그녀가 피식 웃었다. "싫어요? 내가 말한대로 해요,쿠베린. 아이를 가진 여자들이나 어린 애를 가진 여자들을 건드릴 생각은 어차피 당신도 없잖아요.안그래요?" "그건 그렇지만..." 원래 내가 꼬셔야 되는 것 아닌가 하고 나는 버벅거렸다. 이에르네는 내가 감상에 빠질 겨를을 주지 않는 가혹한 여자다.아무리 자기가 여자들의 우두머리라지만 남자인 나에게 여자들을 꼬실 여가도 안주고 이런 식 으로 갖다 안긴다는 것은 너무 하지않은가? "마음에 안들어요?" "아니,안 들리는 없지만서도..." 내가 힐긋 그녀들을 보자 자매인듯한 소녀들은 꺄아 하면서 얼굴을 붉혔다. "이 애들은 유티아와 쇼나라고 해요.같은 배에서 난 자매들에요. 이쁘죠?" "아아..." 물론 안 예쁜 것은 아니다.하지만 내 기억이 틀리지않다면 밖에서 떠들어 대고 있는 것은 물론 로오나와 미하라와 케이링이라고 생각된다. 그녀들의 으르렁거림과 사나운 고함소리가 여기저기서 쩌렁 쩌렁 울려댄다. "당신이 여기를 왕의 거처로 선포한 이상 여자들은 이번 발정기에는 당신 애이 외의 애는 낳지 못하잖아요? 그러니까 많은 수의 애를 낳으면 좋지요.물론 나의 애처럼 강한 애는 낳을 수 없지만 말이지요." 이에르네는 냉철하게 말했다. "이에르네,하지만.." "당신은 애를 낳고 싶어서 온 거지요? 그럼 애를 낳아요." 그녀는 똑바로 날 바라보았다. "하지만 나는 당신의 연인이에요.'아내'에요.인정하겠어요?" "....." 멍청해져서 내가 그녀를 보자 이에르네는 깊은 슬픔을 담은 얼굴로 날 주시했 다. 아내라니... "나의 아이는 당신에게 특별하겠지요? 당신의 아이들은 당신이 고민한 만큼 사 랑받겠지요." 그녀는 눈물어린 눈으로 날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다른 애들과 달리 그 '아버지'에게 애들은 보호받을 수 있을 거에요." "나는 이런 것 정말 용납할 수 없어!" 케이링이 외쳤다. "나는 왕의 여자라구! 내가 먼저야! 왕은 나를 안았어! 그러니까 내게 우선권이 있단 말이야! 나는 강해! 아름답다구!" "시끄러워! 너 보다는 내가 몇배는 나아!" 미하라가 마주 외치는 사이에 팔짱을 낀 이에르네가 외쳤다. "시끄러워! 어린 것들! 어린 것들이 뭐가 먼저냐고 소리를 질러대는 거야! 먼저 왕과 잔게 문제가 아니고 누가 여자중에 최고 이냐가 관건이 아니냐!" "내가 강하니까 왕은 날 택한 거라구! 만약 아무 여자나 왕에게 안긴다면 내 체 면은 뭐가 되는 거얏!" 케이링은 으르렁거리면서 이에르네에게 대들었다. "저기요...싸움은 안되는 것 아닌가요?" 로오나가 끼어든다. 귀엽기도 하지,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하는 구나,로오나. 그녀는 작은 체구를 살짝 틀면서 이에르네의 옆에 답삭 붙으며 말했다.금발머리 가 귀엽게 땋아 내려서 고혹적인 데가 있다.아아,나는 역시 사근 사근한 여자가 좋아. "원래..왕께서 금지하신 바가 있구..또,원래가 안되는 거고.." "시끄럿!" 옆에서 미하라가 소리를 내질렀다. "너 따위 애송이가 감히 끼어들 자리가 아냐! 감히 내가 누군줄 알고 그러는 거 냐! 발정기가 아니었다면 네 까짓 계집애는 감히 내 앞에서 얼굴을 들지도 못했 어!" 그 말이 끝나자 마자 케이링이 소리를 질렀다. "맞아! 발정기가 아니었다면 저런 애송이 계집애따위랑 왕을 공유할 일이란 없 었을 거야! 당장에 결투다!" "결투하면 네가 이길 것 같으냐!" 이를 박박 갈면서 미하라가 그녀를 쏘아 볼 때 이에르네가 그녀들을 비웃었다. "시끄럽게 떠들지마.아이를 많이 낳는 게 가장 우선이다.요즘은 왕의 부재탓으 로 오랫동안 아이들이 제대로 태어나질 못했었어." 찔린다.... 이에르네는 숨을 몰아 들이키면서 내 쪽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에 서린 기묘한 슬픔에 나는 쓴웃음을 짓고 말았다.그래,그래,내가 없 어서 아이들이 제대로 태어나지 못했다는 것은 인정한다구. 내 애를 안낳더라도 내가 여자들과 같이 있으면 다른 놈들이 아이들을 죽이려고 하지는 못하지.그건 인정할 수 밖에. 나는 동굴 입구에 반쯤 기대어서 서서 그녀들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내 뒤로 두 자매,유티아와 쇼나가 단정히 무릎을 꿇고 날 올려다 보고 있었다. 그녀들은 기대감에 찬 눈으로 날 바라보면서 날 울렁거리게 하고 있었다. 참 이상도 하지,내가 직접 꼬시질 않으니 어째 영 기분이 내키질 않네. 나는 유티아의 턱을 잡아 올려 가볍게 키스해 주었다.소녀의 몸이 내게 감겨온 다.쇼나가 덜덜 떨면서 날 바라보고 있는 것을 그녀의 팔을 잡아 침상으로 이끌 었다.어차피 나는 옷을 다 벗고 있었고 그녀들은 걸친 것이라곤 단순한 튜닉뿐, 손끝을 대자 마자 그 튜닉조각들은 스르르 발밑으로 흘러내렸다. 나는 그녀들의 어깨를 안고 품안에 끌어안았다. 계속하시겠습니까? (Y/n) >> 이수영 (ninapa ) [쿠베린] 제 11화 생 명 6 1998-08-26 03:25 288 line KUBERIN........ 나는 안다. 굴속에서 고뇌하는 인간의 창백한 배가 신들의 맹목에 대하여 짐승들의 무거운 울음 소리를 내는 것을... S.J. PERSE 6 아이를 낳는데 걸리는 시간은 약 6개월에서 9개월이다. 나는 배가 약간 부른 여자들과 배가 조금 더 부른 여자들,그리고 배가 많이 부 른 여자들과 더불어서 냇가에 뒹굴 거리고 있었다.앗시아는 좋은 포도주를 반짝 이는 금식기에 담아 내오고 있었다.금식기는 반짝 반짝해서 내가 좋아하는 것이 다.가장 배가 많이 부른 케이링이 노래를 부르면서 기분 좋은 얼굴을 하고 있었 고 길게 누운 내 머리칼을 천천히 이에르네가 쓰다듬고 있었다.다리를 주무르고 있는 것은 로오나, 나에게 줄 과일을 깎고 있는 것은 유티아와 쇼나였고 미하라 는 냇가에서 발을 담그고 찰랑이고 있었다. 햇빛은 기분좋을 만큼만 따스하다.쨍쨍한 그 날카로운 이빨을 집어 치우고 모처 럼 기분좋은 초가을의 냄새를 풍기고 있었다.모든 것을 잊고 이런 식으로 노닥 거리는 것은 행복한 일이었다. 흰 구름이 창공의 여신의 발치에서 이리 저리 굴러다닌다. 발정기가 지나가는 냄새,여름이 지나가는 냄새, 내 생애에서 나름대로 치열했던 여름이 지나가고 있었다.푸른 얼굴의 꼬맹이가 죽고 덥수룩이가 죽고 에메스가 울고,갑작스레 백여년만에 두 미치광이 마법사가 튀어 나오고 사인족이 튀고 조 인족이 날아다녔던 것이 모두 거짓말 처럼 조용했다. "아아아앙..." "안돼! 그리로 가면!" 갑작스런 소리에 눈을 돌려서 옆을 바라보았다. 내가 누운 바로 옆으로 왠 꼬맹이 하나가 뛰어 가다 말고 멈추어 섰다. 나와 시선이 마주친 꼬맹이가 얼어붙었다. 이제 겨우 달리는 듯한 꼬맹이는 나와 시선이 부딪치자 덜덜덜 떨기 시작하더니 오줌을 지리고 울기 시작했다. "어허,,어허엉.." 나는 턱을 고이고 그 놈을 멀건히 바라보았고 그 애의 어미인 듯한 여자가 다가 와 내 앞에서 급히 고개를 떨구었다. "죄송합니다.왕.휴식을 방해했습니다." 나는 나른한 기분이 되어서 손을 내밀었다. 여자의 얼굴이 파랗게 질렸다. 슬금 슬금 도망가려는 꼬마에게 낮게 명령했다. "이리와." 꼬마는 아직 내 팔뚝 만하다.그렇게 작은 몸에 모든 것이 달려있다는 게 신기할 정도로 작았다.검은 머리,푸른 눈을 한 꼬맹이는 주저 주저하면서 다가왔다.오 줌을 지린 주제에 발걸음은 제법 당당했다. "용서해 주세요! 왕이여!" 여자가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리는 동안 나는 손을 뻗어 꼬맹이의 머리를 만 졌다.작고 따스했다.눈물로 엉망이 된 지저분한 얼굴을 빤히 보고 그 코와 눈과 귀를 살금 만져보았다. "몇살이냐?" "....열살입니다." "아직도 멀었군." 나는 꼬맹이의 땀투성이 머리칼을 잡아 당겨 들여다 보았다. 냄새는 여자의 젖냄새가 난다.살내음은 부드러워 깨물면 향기로운 즙이 스며나 올 것 같다.아이들에게 새삼 기묘한 감정이 나도 모르게 스며들어 이렇게 괴이 쩍은 작은 게 내 여자들 몸에서 튀어 나오는가 싶어서 궁금해졌다. 달달 떨고 있는 꼬마에게 유티아가 썰어놓은 과일조각을 건네주었다. 더러운 손으로 받은 꼬맹이는 왠지 심술난 것 같은 얼굴로 내 옆에서 주춤 주춤 물러섰다. "야." "에에?" 급히 꼬맹이가 주춤거렸다. "받았으면 인사를 해야지,인사를!" 내가 다그치자 녀석은 다시 눈물을 머금고 에에 하고 중얼거렸다. "감사합니다...에엥,.." 눈물이 뚝둑 떨어진다. "뭐야.이거 계집애야?" 내가 투덜거리기가 무섭게, "왕! 그건 지금 여자를 우습게 아는 말이에요! 대체 어디서 그런 소릴 배우신 거죠! 묘인족의 여자중에 질질 짜는 여잔 없다구요!" 옆에서 미하라가 소리를 빽 질렀다. "알았어,알았어,이건 인간에게나 통용되는 말이니까. 그건 그렇고 이 놈 사내 야? 계집애야?" 내가 우는 어린 꼬맹이의 튜닉자락을 헤치자 제법 사내다운 물건이 보인다.작긴 해도 이건 분명히 사내다. "헤에,이렇게 작은 놈인데 사내는 사내네." 내가 웃자 옆에서 이에르네가 책했다. "어린애를 울리지 마세요.무서워 하잖아요?" "아아아아아.알았어.알았어." 내가 손을 휘휘 젓자 꼬맹이는 뒤로 주춤 주춤 물러서더니 제 어미의 품안으로 팍 끌어안겼다.그러자 안도의 한 숨을 내 쉰 여자가 내 앞에 고개를 푹 숙여 보 인다. "이봐,여자." "네." 흠칫 여자가 날 바라보았다. "발정기에 다른 남자를 맞이했나?" "아니요.아직 애가 어립니다만.." 겁에 질린 얼굴을 한 여자에게 손을 흔들어 보였다. "알았어,알았어.난 겁에 질린 여자는 질색이다.가 봐라." 그녀는 안도의 숨을 역력히 숨기고 뒤로 물러나 아이와 함께 사라졌다. "잘했어요." 이에르네가 중얼거렸다. "뭘 잘해?" "아이를...죽이려는 줄 알았어요." 이에르네가 낮게 중얼거렸다.그녀의 얼굴에 약간 그늘이 떠올랐다. "왜 죽여?" "저애..나이라면..우리 애가 자라서 저 애보다 약할 때 저 애에게 죽임을 당할 수도 있겠지요." 가슴이 다시 끔찍해진다. "시끄러,이에르네." "알아요,알아.멍청한 소리라는 것은." 그녀는 그렇게 한 숨을 내 쉬었다. "강한 여자와 강한 남자가 만나면 강한 아이가 나와요." 케이링이 담담하게 말했다. "언젠가 우리 아이들이 서로 싸우게 되겠지요.우리 애들 사이에서 왕이 나올지 도 몰라요." 그녀는 빙긋 웃었다. "하지만,그건 아직 먼 미래의 일이고 또 그건 아이들의 선택이잖아요.지금에 와 서 미리 미리 떠들어 대봤자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어요." "모처럼 근사한 말이네." 미하라가 케이링을 보며 비꼬았다. "시끄러! 허여멀건한 계집같으니라구!" "뭐야? 이 시커먼 계집애가!" 나는 웃었다. 먼 먼 미래의 일. 아이들의 선택. 우리들의 미래,아이들의 미래. 생명은 살기위해 태어나는 것이니까 그건 그대로 좋았다. 죽기위해 태어나는 생명은 아무데도 없다.그러니까 나는 이대로 여자안에서 즐 기면 된다.수컷이 할 줄 아는 일을 하면서 이렇게 뭉개면 되는 것이다. 나는 다시 유티나의 무릎에 고개를 파묻으면서 그녀의 허벅지를 어루만졌다.유 티나의 얼굴이 발그레 해졌다.매끄러운 촉감,그녀가 간지러운듯 킥킥 웃었다.옆 에서 쇼나가 내 옆구리를 쿡 찌르곤 제 풀에 웃음을 터뜨렸다. "역시 나는 여자가 좋은 거지." 쿠쿠 웃음이 터져나온다. "꺄아아악" "무슨 일이얏!" 나는 벌떡 일어서서 돌아보았다. 이에르네가 부푼 배를 끌어안고 튀어 나왔다. "케이링이 아이를 낳나 봐요!" "에엑!" 내가 눈을 부릅뜰 무렵 이미 케이링은 비명을 올리고 있었다. "아악,아악!" "당신 나가있어요!" 이에르네가 소리를 질렀고 뒤를 이어서 어떻게 알았는지 애 가진 여자들이 허겁 허겁 달려들어온다.그리고 순식간에 나의 조용하고도 아름다운 자수정동굴은 고 함을 질러대는 여자들로 가득차고 나는 쫓겨났다.내가 멍한 상태로 내 굴의 입 구를 바라보고 있는 동안에도 여기 저기서 비명소리와 시끄러운 고함소리가 터 져나왔다. "아파! 아파!" 케이링의 소리가 천정을 쩌렁 쩌렁 울린다. 나는 안절 부절 하지 못하면서 동굴 주변을 어슬렁거렸다. 어쩌지? 어떻게 하면 되지? 애가 태어난다.애가 태어난다.그리고 그녀는 지금 애를 낳느라 정신이 없다.애 는 어떻게 태어나는 지 분명히 알고 있다.그렇지만 그렇게 아프다면.. 눈이 깜깜해졌다. 대지의 여신이여, 창공의 여신이여, 풍만한 자연의 여신이여, 이리로 와서 내 여자를 도와 주세요.내가 아무리 바람둥이에 못되먹은 숫놈인 것은 사실이지만 당신들에게 내가 불손했던 것은 물론 인정합니다.하지만 지금 이 상황에 내가 부를 게 당신들 말고 또 누구겠어요? 저 여자가 아픈 것을 설마하니 내가 대신 아플 수는 없잖습니까? 쌈박질을 아무리 한 강인한 여자라도 저거는 무지 하게 아프다는데 어쩌나? "으아아아악" 저 비명은 소름이 쫘악 쫘악 끼쳐. 아버지,날 낳을때 어떠셨나요? 어머니,날 낳을때 어떠셨나요? 아악,아악,나도 아무 것도 기억이 나지않아.내가 나올때 어땠지? 아니지,아니지, 당연한 일이잖아.날 낳을 때의 기억을 내가 어떻게 가지고 있 어? 아픈 쪽은 내가 아니고 내 어머니였을 건데,가만 있자,휴런을 낳을때 어머 닌 어땠었지? 아아,기억나지 않아. 난 그때 진흙장난을 하고 있었단 말이야! 그 러니까 내가 알게 뭐냐구! 내가 진흙장난을 하는 동안 나에게 시비를 건 놈들을 죄다 두들겨 패주고 집에 돌아와 보니 이미 내 어머닌 휴런녀석을 품안에 안고 있었다구. 난 아이란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줄 알았었지,아니, 어머니가 젖가슴 에서 나온다고 나에게 말했었어.생각해 보니 나도 순진했었군.아니,지금 그걸 생각할 때가 아니야. 애가 뒤집혔으면 어쩌지? 애가 이상하게 다리가 세개쯤 달 려있으면 어떻게 되는 거냐? 아아,어머니 나를 용서해 주세요! 저렇게 아팠나? 저렇게 끔찍하게 아팠던 건가? "으으아아아악." 내가 머리를 바위에 치박고 있을 때 갑자기 우아아아아앙 하는 어린애 울음소리 가 터져나왔다.안도의 한숨이 터져나와 내 심장까지 입밖으로 튀어나올 뻔했다. 나는 급히 뛰어서 동굴안으로 들어갔다. "태어났어? 태어난 거지? 그지?" 내가 막 들어가려고 하자 여자들이 살벌한 표정으로 나에게 손을 휘저으면서 손 톱을 꺼내어 보인다. "나가 있어요!" "내 애인데!" "시끄러워요!" 나는 손톱을 꺼내든 여자들의 군단에 쫓기어 한탄을 거듭하면서 뒤로 물러섰다. 왜 애를 안보여주는 거지? 설마하니 애가 손이 네댓개라도 달린 건 아닐까? 아 니면 머리가 두개 달린거야? 그래서 안보여 주는 거야? 아아 돌겠군! 나는 이를 박박 갈고 바위에 머리를 치박으면서 동굴 앞 바위위에 쭈그리고 앉 았다.그리고 그 순간 갑자기 비명이 또 터져나왔다. "아아아악." 이건 또 뭐야! 내가 놀라 달려가려는 순간 이에르네가 소릴 내 질렀다. "나가 있으라구 했죠!" "지금은 대체 뭐야! 무슨 소리야? 왜 비명이 터져나오는 거야!" 내가 다급하게 묻자 이에르네가 눈을 흘겼다.그녀의 뺨에 핏방울이 몇개 매달려 있었다. "지금은 로오나에요!" "아앗!" 나는 뒤로 휘청했다. 하룻밤 사이에 두 여자가 해산한다는 건가! 정신이 없다. 아아,겨우 안정했는데, 다시 시작인가? "끼아아아아아악.." 이번엔 케이링보다 더 심하다. 로오나는 죽을 듯이 비명을 올리고 있었다.그렇구나,그녀는 초산이란 말이다.그 녀가 제정신일 리가 없다. 나는 방방 뛰면서 다시 바위에 머리를 치박기 시작했다. 어린 데다가 초산이다.그럼 이건 실패의 확률이 매우 커지지않나 하고 나는 머 리를 미친듯이 굴리기 시작했다. 왜 내가 애를 낳겠다고 결심한 거지? 난 미친 놈이야! 그저 이쁜 여자나 끌어안고 히히덕 거리며 살았어야 했어! 왜 내가 아이를 낳겠다고 결심해서 이런 고통을! 아아아아...신이여! 차라리 팔 다리가 하나 쯤 끊어지는 게 낫겠다! "아아악,아악..아악.." 이젠 비명소리가 규칙적이다. 나는 머리를 쥐어 뜯다가 말고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빌어먹을 달이 날 빤히 쳐다보며 조롱하고 있었다. 달 빛아래서 나는 주먹을 쳐들고 달을 향해서 욕설을 퍼부었다. 지금 네가 거기서 요요히 달빛을 뿌릴 때냐? 너 지금 넌 안낳는다고 자랑하는 거지? 너 지금 날 놀리냐? 내가 지금 얼마나 초조한데 거기서 잘난 척이냐? 이 리 못 내려와? 거의 발광상태로 내가 주먹을 불끈 쥐고 있는 동안 멀리서 여자들이 내가 하는 짓거리를 빤히 바라보며 웃고 있다.그러나 그 여자들이 웃고 있는 것을 내가 신 경쓸 때가 아니었다.나는 화가 났고 불안하고 억울하고 후회되고 겁이 난다. "아악,아아아아아..아파.차라리 죽을래!" 로오나가 비명을 올린다. 아아,날 죽여라,날 차라리 죽여라! 난 더이상 참지 못하고 몸을 둥 띄워서 아래로 내달리기 시작했다.그러나 내가 막 내달리기 시작한 순간 뒤에서 누가 소리를 질러 멈추게 했다. "어딜 가요!" 그렇게 외친 사람이 다름 아닌 케이링이었기에 나는 걸음을 멈추고 뒤돌아 보았 다.그녀는 땀에 지친 얼굴로 무언가 보퉁이를 안고 나와 있었다. 아파서 죽겠다더니 걸어서 나오다니,과연 그녀는 인간 여자가 아니었다. 그녀는 땀을 스윽 닦으면서 날 향해 물었다. "뭘 그렇게 주춤 주춤 거리고 있어요? 쿠베린?" "아아..그거..그거 애야?" 내가 그 보퉁이에 시선을 두면서 주춤 주춤 뭐 마려운 놈처럼 다가서자 그녀가 배를 잡고 웃었다. "물론이죠.이 애는 아들이에요.당신의 첫아들,내가 낳았어요." 그녀의 얼굴은 자랑스러움으로 가득했다. "아아..." 나는 비질 비질 땀을 흘리면서 그녀가 내 보이는 보퉁이를 들여다 보았다. 보퉁이안에는 쭈글 쭈글한 괴이쩍은 물건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이게 뭐야? 시커먼데." 머리칼이 까만 것이 날 닮았는 모양이었다.그 꼬물거리는 것은 주굴 주굴 한 주 제에 코도 있고 눈도 있고 귀도 있었다.내가 손가락을 들어서 그 입에 대보니 자식의 입안에 이빨도 있다. "헤에.." 나는 감동으로 '그것'을 바라보았다. "이쁘죠? 그죠?" 솔직히 까놓고 이야기해서 결코 이쁘다고는 할 수 없다. 쭈글 쭈글한 이 정체 불명의 물건을 놓고 어떻게 나의 미의식으로 이쁘다고 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예의상 애를 낳느라 애쓴 그녀에게 그런 충격적인 말을 할 수는 없어서 그저 부드럽게 미소만 지어 보였다. "수고했어,아팠어?" "무척이나." 그녀가 나른한 표정으로 나에게 말했고 나는 그녀의 몸을 꽉 끌어안아주었다.그 리고 이 정체 불명의 나의 첫 아들을 향해 중얼거렸다. "이름을 까망이라고 지을까봐....." 계속하시겠습니까? (Y/n) >> 이수영 (ninapa ) [쿠베린] 제 11화 생 명 7 1998-08-26 19:06 179 line KUBERIN........ 나는 안다. 굴속에서 고뇌하는 인간의 창백한 배가 신들의 맹목에 대하여 짐승들의 무거운 울음 소리를 내는 것을... S.J. PERSE 7 첫째 까망이가 태어난 뒤에 로오나가 쌍둥이 여자애들을 낳았다.둘 다 금발머리 에 이쁘기 그지없는 얼굴로 태어나 아장 아장 걸어다녔다.그들이 태어난지 열흘 쯤 지나자 이번에는 미하라와 이에르네가 낳았다.둘 다 아들을 낳았는데 미하라 의 아이는 백금발의 화려한 미모를 가지고 태어났으며 이에르네의 아이는 새까 만 머리에 이에르네를 닮은 이목구비를 하고 있었다.그리고 나자 곧이어 유티아 가 여자 애를,그리고 또 곧 뒤이어서 쇼나가 아들을 낳았다. 순식간에 딸 4남 3녀로 아이들이 바글 바글 들끓기 시작했다. 정신이 없다. 애들이 울고 떠들고 까르르 거린다. 본디 묘인족의 애들은 태어나자 마자 뛰고 달리는 것은 보통이지만 일단은 이 애들이 울부짖을 때가 가장 큰 일이다. 애들은 별로 두려움이 없었다. 내가 뒹굴 거리고 있으면 미하라의 아이가 대뚱 대뚱 걸어오더니 내 배위로 풀 쩍 기어 올라오더니 채 자라지도 않은 손톱으로 벅벅 문질러댄다.내가 배에 힘 을 주면 녀석은 내 발을 쿡쿡 짓누르면서 까르르르 웃음을 터뜨렸다.뒤이어서 내 머리칼을 쥐고 유티아의 딸이 죽죽 빤다.그다음에는 다리에 매달린 쇼나의 아들과 케이링의 아들이 발가락을 가지고 노느라 정신이 없다. 바글 바글 하는 애들 사이에서 하루 반나절만 있어보면 아이를 가지고 싶은 기 분이 싹 가신다. 가엾은 나의 시중인 앗시아는 나를 시중 드는 것인지 내 애를 시중드는 것인지 헷갈려했다.녀석은 이리 뛰고 저리 뛰면서 아이들를 단도리하는 여자들의 명령 을 들어야 했다. "이름을 지어야지요!" 케이링이 나에게 슬쩍 물었다. "내가 지을까요?" "뭐,맘대로 해." 내가 뒹굴거리며 말하자 케이링이 까망이를 안은 채 자랑스레 말했다. "당신이 지어 주세요,왕. 멋진 이름으로." "까망이." 내 말에 케이링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건 뭔 소리에요! 지금 애 이름을 짓는 거에요!인간이름따윌 짓는 게 아니라 구요!" "하지만 까맣잖아? 까망이가 어때서 그래?" "시끄러워요! 내가 짓겠어요! 당신은 그럼 저 미하라의 아이는 흰둥이라고 지을 것인가요!" 케이링이 분개하자 미하라가 자신의 아이를 안은 채 날 쏘아본다. "정말 그래요? 쿠베린?" "아아...그렇군,흰둥이...나쁘지 않은데?" 내가 웃자 이에르네가 소리를 빽 질렀다. "무슨 소리여요! 애 이름 짓는데 장난해요?" "그럼 너희들이 지어." 나는 한 숨을 내 쉬었다. "나 흰둥이는 왕이 될 것을 선포하노라,나 흰둥이가 너를 이겼으니,나 흰둥이는 당신에게 도전합니다...운운을 할 것을 생각해 봐욧!" 미하라가 소리를 빽 지르더니 나를 쏘아 보았다. 그건 그렇군. 까망이는 당신에게 도전을 청합니다 운운하는 소리를 하는 순간 아마 상대는 뒤 집어 질 것이다.흰둥이나 노랑이나 얼룩이나 귀염둥이라고 이름을 지으면 틀림 없이 웃기는 기분이 될 것이라 생각된다. 나는 머릿속에선 이미 유티아의 딸은 이쁜이,쇼나의 아들은 포동이,미하라의 아 이는 하양이,로오나의 딸들은 노랑이와 귀염둥이,케이링의 아이는 까망이,이에 르네의 아이는 털털이라고 지어 놓은 터라 별로 저항감이 없었지만 이 애들이 커서 성장했을때 털털이라고 만일 남이 부른다면 이건 웃기는 일이 아닐 수 없 다.이름 짓는 것도 보통 일은 아니군 하고 멍청히 생각하고 있는데 미하라가 잘 난 척 가슴을 펴며 말했다. "전 애 이름을 에이리라고 지었어요!" "호오,흰둥이가 에이리?" 내가 되뇌이자 그녀는 확 나를 쏘아보았다.뒤를 이어서 질 수 없다는 듯이 로오 나가 말했다. "내 딸들은 큰 애가 플라티나,둘째가 아소미나 라고 해요." 어느 쪽이 큰 쪽이고 어느 쪽이 작은 애인지 구별이 가진 않지만 어찌되었든 그 렇다고 치자,로오나. 쌍둥이란 것은 골치아프다. "내 애는 야히르에요,왕." 포동이의 어미인 쇼나가 잘라 말했다. "알았어,포동이는 야히르." 유티아가 눈쌀을 찌푸렸다. "그런 괴이한 이름으로 우리 애들을 부르고 있었던 거에요? 저의 아이는...라비 니아라고 해요." "이쁜이는 라비니아라고." 쿡쿡 아이들이 뭔지도 모르고웃으면서 내 무릎으로 기어오더니 내 머리위로 기 어 올라가기 시작한다.내 머리가 정복해야 할 산꼭대기로 생각되는 지 녀석들은 나를 깨물고 핥고 하면서 내 어깨에서 머리로 올라가는 놈들이 둘이나 나왔다. 나는 한 녀석의 목덜미를 물어 주면서 물었다. "이 놈 이름 뭐로 할 꺼야?" 털털이의 어미인 이에르네가 눈썹을 치켜 올리면서 말했다. "당신은 애 이름을 전혀 생각지 않았군요." "털털이라고 일단은 지어 놓았지만 그 이름을 써먹을 꺼야?" "털털이가 뭐에요!" 이에르네가 소리를 지르는데 털털이는 어미의 분노에도 아랑곳하지않고 내 목에 팔을 두르더니 엉금 엉금 다시 내 목위로 기어올라가려고 버둥거렸다.나는 그 털털이를 내 어깨위에 앉히고 무릎에서 잘난 척 뛰어다니는(?) 두 딸을 잡아서 엉덩이를 깨물어주고 뺨을 깨물었다. 꺄꺄 거리면서 제 어미에게 안겨있던 나머지 애들이 와르르 달려들어서 내 팔뚝 에 매달리는데 귀찮기 짝이 없다.악마구리 같은 놈들이 와락 매달려서 깨물고 핥고 매달리고 난리 법석을 떠는 동안 어미들은 팔짱을 끼고 심사 숙고하는 표 정이 되었다. "제 아이는 케논이에요." 이에르네가 말했다. "털털이가 케논?" 이에르네가 소리를 치기 바로 전에 나는 털털이를 목에서 떼어내서 그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다. "네가 케논이란 말이지." 케논이란 이름을 가진 털털이가 꺄꺄 웃으면서 귀여운 송곳니로 내 손목을 깨물 어댄다.바둥 바둥 거리는 녀석을 침대에 휙 던지자 꺄꺄 거리면서 다른 놈들도 와르르 내 침대에 기어올라가 법석을 떨기 시작하는 것이다.나는 그 녀석들을 등 뒤에 놔두고 머리를 굴렸다. "자아,정리하자구. 이에르네의 애가 케논,쇼나의 애가 야히르,미하라의 애가 에 이리,유티아의 애가 라비니아,로오나의 애가 플라티나와 아소미나,케이링의 애 는 뭐라고 지을 거야?" 케이링은 날 쏘아보더니 조용히 말했다. "드레인." "드레인.좋아,그렇게 하자.이제 정리가 되는 군,솔직히 말해서 플라티나와 아소 미나는 어느 쪽인지 구별이 가지 않지만...둘은 냄새도 비슷하니 알아 볼 수가 있냐?" 여자들이 까르르 웃었다. 애들도 까르르 웃는다. 동굴 입구에서 급히 앗시아가 말했다. "왕,지금 막 식사준비를 마쳤는데요!" "아아.가서 먹는다.이봐,여자들, 아이에게 젖이나 물리라구." 나는 그렇게 그녀들에게 말하고 밖으로 걸어나왔다. 앗시아가 바글거리는 애들을 보면서 쿡쿡 웃었다. 갑자기 나는 앗시아를 죽여버리고픈 충동을 느끼고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앞으로 멀지 않았다. 이삼백년 뒤에 앗시아는 특별한 일이 없다면 최강자로 떠오를 것이다.그리고 이 애는 내 아이들을 죽일 지도 모른다.지금 여기서 이렇게 웃고 있지만 앗시아는 내 아이들을 죽이고 왕이 될지도 모르고 심지어는 날 죽이고 왕이 될지도 모른 다.이런 생각을 하는 것이 가슴이 아파지고 치졸해 지는 것은 역시 애가 생겼기 때문일까. 바람이 부드럽게 머리칼을 쓸어올리고 스쳐지나간다. 바람의 여신은 나에게 무엇을 바라는 것일까,나에게 무엇을 바라고 이 부드러운 손길을 베푸는 것일까.내가 잘생겨서 그러는 것일까. 그런 생각을 하는 동안 갑자기 나는 마음이 가벼워 졌다. 모든 것은 미래의 여신에게 맡기고 난 먹기나 하면 된다.쓸데없는 것으로 고민 하면서 앞으로의 일을 고민해 봤자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백부가 날 어릴 때 죽 였다면 나는 이 자리에 없었을 것이고 저 애들도 이 자리에 없었다.백부도 아마 나와 같은 충동을 느꼈을 것이다.그러고 보니 백부의 아이들은 다 어디에 있을 까,나에게 도전해서 다 죽어버렸나? 식사를 하면서 나는 내 마을을 바라본다. 진짜의 평화는 없다.언제나 그 속에는 불길을 담아 놓고 허덕일 뿐,모든 것은 살얼음과도 같은 기묘한 한 풀의 막에 덮혀 불안감도 슬픔도 모두 덮어 잊어버 리고 있는 것이다.그 한 장을 들치면 안에서 소용돌이 치며 아귀아귀 덤벼드는 진흙탕같은 감정이 입을 자악 벌리고 있겠지만 때때로 살아가는데에는 그 안을 잊고 웃으면서 살아가는 게 필요한 법이다. 날씨는 좋고,배는 부르며,음식은 맛있고 아이들은 귀엽고 여자들은 아름답다. 그러면 충분하지 않은가. 나는 아이들을 지켜 줄 정도로 강하고 내 이 엉망진창의 무지막지한 일족들을 아끼고 자랑스러워 하고 있다.언젠가 내가 이들의 손에 죽을 것은 정해진 이치 이겠지만 지금은 웃고 떠들고 데굴 데굴 구른다. 나는 아직은 살아있고 하늘은 맑다. 앗시아가 가져온 음식을 다 먹어 치우고 나는 데굴 몸을 눕혔다. 까슬 까슬한 풀잎들이 내 얼굴을 간지럽힌다. 그리고 나는 눈을 감고 풀내음과 가을의 여신이 고하는 작별 인사를 듣는다. 제 11화 생 명 종. 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