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526 이수영 (ninapa ) [쿠베린] 막 간 극 바 다 09/28 00:04 164 line KUBERIN....... 바람을 타는 자여 우리들의 노래를 전해 주세요 우리들은 소금기를 머금은 푸른 빛깔의 노래를 부릅니다 어이 어이야 어이 어이야 막 간 극 바 다 하늘에 속한 종족이 있고 땅에 속한 종족이 있고 바다에 속한 종족이 있다. 멀리 남쪽에 바다에 속한 종족 해양족이 있다는 이야길 들었다.그 종족은 손과 발에 물갈퀴가 달리고 콧구멍이 두 개로,코로 숨을 쉬면서 또 한편으로는 등으 로 숨을 쉰다고 한다.일설에 의하면 손바닥으로 숨을 쉰다고 하기도 하는데 그 자세한 일은 모른다. 어찌되었든 그 이야기는 신기하기 짝이 없는 이야기다. 나는 방파제 끄트머리에 앉아서 철렁이는 파도를 본다. 새파란 물빛과 어우러지 는 그 허연 거품이 하푸 하푸 헤엄치다가 실패한 뚱보처럼 허위적 거리다가 스 러진다. 방파제에 부딪치는 파도를 멍하니 보다가 오락 가락하는 크고 작은 배 도 본다.까악 까악 하고 바닷새가오락 가락하면서 낚시 배에서 흘린 물고기를 사냥하느라 바쁘고 움직이는 선원들은 해가 남아 있는 동안 짐정리를 하느라 바 쁘다. 여행자들은 배에서 내려 이리 저리 구경하듯 고개를 돌리며 돌아다니고 선원들은 짐을 퍼 나른다. 어부들은 그물을 말리고 정리하느라 여기 저기에 그 물을 쌓아놓았다. 햇빛을 받은 그물에서는 짠 내와 갯비린내가 나서 구릿 구릿 한 냄새로 주변을 온통 채우고 있다. 나는 한가하다. 나는 졸리고 초가을의 느긋한 햇빛을 받아 나른해 있다. 내가 누워 있는 궤짝을 피해서 짐을 나르던 선원들이 중얼거리면서 불만을 토했지만 감히 내게 뭐라하는 놈들은 없다. 나는 그저 느긋하게 이 한때의 햇빛과 바람을 즐기기만 하면 된다. 철석 철석 하는 그 소리를 들으며 낮잠을 잘까 하고 길게 누워서 발가락을 까딱 까딱 하고 있는 참인데 뒤에서 누군가가 악악거리는 소리를 낸다. 그 악악거리는 소리는 인간의 소리라기 보단 왠 시끄러운 고양이 울음소리 같은 느낌이 든다. 대굴 대굴 굴러서 그 쪽으로 몸을 돌리자 사람들 두엇이 서서 무언가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무엇인가 하고 끼어들어보니 왠 자그마한 꼬마 계집애가 더러운 옷 가지를 뒤집어 쓰고 울고 있다. 항구의 선원들은 무심한 표정으로 스쳐 지나간다. 그들은 이런 일이 자주 있다 는 것을 알고 있고 여자들은 또 이런가 하고 귀찮은 표정을 짓는다. 나는 그들 사이에 서서 어린애를 바라보고 있었다. 인간을 이해할 수 없다.하긴 인간을 이해한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이야기지만. 왜 아이를 낳고 아이를 버리는 것일까. 이 작은 항구도시 엘리야에서 매번 버려지는 아이들의 수는 한달에 한 두 번 꼴 로 최소한 열 댓명이 매년 버려진다. 항구에 들른 선원들이나 여행자들이 항구 의 여인들을 만나서 생기는 아이들과 자유도시의 이름에 혹해 이리저리 떠돌아 다니는 가족들이 버리는 아이들이 이렇게 거리에,혹은 항구에, 그리고 배가 떠 난 뒤에 발견된다. 철석 철석 파도는 방파제에 무심히 부딪쳐 박살난다. 수평선에 매달린 흰 구름 은 풍성하게 그 부피를 더해가고 있다.앙앙 거리는 그 소리는 이제 목이 메어 꺼억 꺼억 하고 소릴 내고 있다. 나는 하품을 했다.머리를 긁고 손등을 핥았다. 손톱 소제를 하면서 이해할 수 없는 인간들의 행동을 무심히 본다.분개해도 이 미 그건 소용없는 이야기고 그들의 무자비한 행태는 흔하고 흔한 일이다. 도시의 시장은 고아들을 모아다가 노예상에게 넘긴다. 구제방법이란 없다.어차 피 이 아이들은 노예시장으로 팔려나가는 것이다.그 애들이 앞으로 어떤 운명을 맞이하든 그건 그들의 운명이다.그들을 버리고 간 부모들은 이 애들이 어떤 일 을 당할 지 이미 알고 있다.그런데도 부모들은 아이들을 버린다. 그럼 왜 낳는 것일까. 낳아 키울 수 없다면 성교따윈 할 필요가 없다. 즐거움을 위해서라면 다른 방법 을 찾아야 한다.그런데 인간들은 자기 즐거움으로 성교를 하고 무책임하게 생겨 난 아이를 갖다 버린다.그리고도 또 낳는 것이다. 즐거움을 누릴려면 그 댓가를 치러야 한다. 그 댓가를 치를 자신이 없다면 하질 말아야 한다. 그러나 인간은 그렇게 한다. 아이를 버리는 짓은 전 종족을 통털 어 인간만이 하는 일이다. 내 일족은 가끔 아이를 낳고 싶어서 아이를 가진 여자에게 다가가 위협한다.그 리고 아이를 죽이기도 한다. 앞으로 그 아이가 자라나 자신의 위협이 될 것이 두려워 아이를 낳을 발정기를 피하기도 한다.그렇지만 최소한 여자는 아이를 낳 으면 그 아이가 잘 클때까지 목숨을 걸어 키운다.사내들이 여자에게 꼼짝못하는 이유는 그것일 것이다.여자에게 시비를 거는 사내는 없다. 그건 수치다. 아이는 내내 울고 있었다. "엄마..엄마..." 아이는 그렇게 울며 사람들의 애써 무시하는 시선을 받으며 서 있었다. 내가 밥 먹으러 마미에게 돌아갔다가 저녁 느즈막히 돌아왔을 때도 그 자리에 내내 서서 바다를 향해 주저 앉은 채 울고 있었다. 시커멓게 된 얼굴과 손,맨발이 꼬질 꼬질 때가 끼어 있다.머리는 더러운 갈색머 리를 들쑤신 것 같은 모습,가느다란 팔 다리는 앙상하고 한 입 깨물어 먹어봐야 도무지 맛있을거 같지 않은 몰골이다.그런 계집애가 문득 눈을 비비다가 날 보 았다. 나는 그저 멀뚱 멀뚱 그 계집애를 보고 앉아 있었을 뿐인데 날 물끄러미 바라본 다. 계집애가 비시시 날 보고 웃었다. 웃긴 뭘 보고 웃나 하고 무시하려는 순간 철컥 철컥 계집애가 나에게 다가와 내 앞에 쭈그리고 앉았다. 그리고는 손가락을 물고 날 빤히 바라본다. 더럽기짝이 없는 얼굴이라 보고 싶지도 않았고 방금 먹고 온 것이 치밀어 올라 올 정도로 꼬질한 손가락을 입에 물고 있는 그 몰골이 싫어서 고개를 돌려 버렸 지만 그 꼬마는 내내 내 맞은 편에앉아서 주시하고 있었다. 선원들이 황혼이 지는 바다를 뒤로 하고 하나 둘씩 걸어가다가 그 몰골을 보곤 스리 슬쩍 웃는다. 오크 선원이 몇몇 크크 거리면서 이 계집애를 손가락질하며 걸어 간다. "곧 노예..크크..상인이 올 걸." 알 바가 아니야 라고 말해 주려고 다리를 주욱 뻗고 앉아 있는데 문득 계집애가 남의 두 발을 잡아 채더니 그걸 잡아 당겼다. 내가 놀라 쳐다 보자 계집애가 내 발을 잡아 당기더니 내 발등을 베고 드러눕는 게 아닌가. 너무 황당해서 입을 벌리고 있는 동안 계집애는 새근 새근 자기 시작했다. 왜 남의 발을 베고 자는 거지? 이런 습관을 가진 인간도 있단 말인가 하고 내가 머리 터지게 고민하고 있을 즈음 멀리서 어슬렁 어슬렁 스카가 다가왔다. "쿠베린, 여기서 뭘 하냐?" "...." "배 타고 어디 한 바퀴 돌다 올까나.." 그가 날 보다 말고 내 발치에 누운 계집애를 보았다. 그의 얼굴이 곧 안쓰러운 듯이 변했다.그리곤 날 흘긋 본다. "이 애가 그렇게 마음에 들었냐?" "넌 이 얼굴이 마음에 들어하는 얼굴로 보이냐?" "......." 그는 묵묵히 소녀를 바라본다. "...일곱살? 여섯살인가? 또 버리고 간 아이야?" "그런 게지." 스카가 가볍게 한 숨을 쉬었다.그리곤 자신도 주그리고 앉아서 꼬마 계집애를 내려다 보았다. 그리고는 손을 내뻗어 계집애의 더러운 머릿칼을 쓰다듬었다. 소금기가 달라붙을 듯한 바람이 불어와 머리칼을 휘날렸다. 혀를 내밀어 바람의 맛을 보면 약간 짭짤하고 비릿하다. 물고기가 떼로 나에게 달려들 것 같은 기분이 드는 이 비릿한 냄새와 맛. 바닷가에 오면 식욕이 돋는 다. 황혼이 지고 이젠 해가 진다. 해가 지는 광경은 몇번이나 봐도 질리지 않는다. 창공의 여신이 푸른 머리칼을 뒤집어 붉은 빛깔로 바꾸고 나면 시커먼 흑발의 여신이 뒤를 잇는다.그러나 그 마지막 순간 붉은 머리칼을 나부끼는 황혼은 서 쪽으로 모든 머리칼을 풀어 헤쳐 쥐어 짜면 뚝뚝 피가 흘러내릴 것같은 빨간 색 을 검푸른 바다위에 퍼트린 뒤에 사라져 버린다. 그녀가 사라지고 나면 흑발의 여신은 쿡쿡 웃으며 그 뒤를 덮어 버린다. "이 애...데려가자." 스카가 내 발치에서 꼬마를 주워들었다. 나는 맘대로 해 하는 태도로 어깨를 으슥해 보였다. 이미 어두워져 꼬질 꼬질한 계집애의 더러운 몰골은 잘 보이지도 않는다. 스카는 조심스레 아이를 들쳐 업 고 걷기시작했다. 나는 그가 만들어 낸 긴 그림자를 바라본다. 어둑해진 아무도 없는 항구의 방파제 위를 한 사내가 걷는다. 그는 아내도 없고 돈도 없고 집도 없다. 그가 가진 것은 젊음뿐, 자신이 몸에 지닌 칼에 대한 솜씨일 뿐, 그것도 초라하기 그지 없다. 그런데 그는 다른 자가 버린 아이를 줍는다. 이상하기도 이상한 일. 스카는 이상한 녀석. 나는 턱을 괴고 다리를 흔들다가 녀석의 뒤를 따라 걷는다. 다시 배가 고프다. 이젠 완전히 어두워진 군청색의 하늘을 바라보면서 나는 마 미의 옆으로 간다. 스카는 이 꼬마를 마미에게 줄 것이고 마미는 이 고아 소녀 를 부둥켜 안고 따스한 밥을 줄 것이다. "사라라고 부르자." 마미가 말했다. 그리고 그녀는 목욕물을 준비했다. 막 간 극 종. 료. 바.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