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서 오시지요. " 언제 보아도 마음에 들지 않는 늙은이다. 음흉한 쭉 찢어진 눈매와 비굴하게 흘리는 웃음. 자신을 굽신거리며 맞이하는 이 자와 한시도 함께하고 싶지는 않았으나, 왕자의 몸으로 한 고을의 영주의 초청을 뿌리칠 수도 없는 법. 어쩔 수 없이 오긴 했으나 눈 앞에 차려진 음식들도, 옆에서 애교를 떨고 있는 젊은 미인들도 모두 흥미가 없다. 한시라도 빨리 성으로 돌아가 쉬고 싶을 뿐이다. 나의 아름다운 연인 '로즈'와 함께...... 나의 아름다운 연인. 귀족의 딸로서 누구보다도 아름다운 자태로 나의 마음을 한 번에 빼앗아 버린 도도한 여인. 약간의 결벽증과 신경질적인 면도 있지만, 자신에게는 한없이 나긋나긋하여 그 또한 매력으로 보여질 뿐이다. 더구나 그녀의 나신은 자신의 몸을 한없이 녹아들게 할 정도의 농염함을 발산하여 밤마다 자신을 불타오르게 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눈 앞의 '제라드' 영주가 계속하여 뭐라고 중얼거리고 있으나, 어떤 말도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한창 젊고 왕성한 혈기를 가진 '데이몬' 왕자의 머리 속은 어젯밤 로즈와 벌였던 정사의 기억이 펼쳐지고 있을 뿐이었다. 어서 돌아가서 그 어여쁜 몸을 다시 안아보아야지. ".........요. " 제라드의 말에 왕자는 그가 자신에게 무언가 권하고 있음을 느끼고, 그 내용을 제대로 듣지도 못한채 그저 의식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제라드가 데이몬 왕자를 자신의 수집품들이 모여 있는 커다란 방으로 안내했다. 데이몬은 제라드가 생긴거와는 달리 굉장한 심미안이며 변태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다는 소문을 익히 들어 왔던 터이라 그의 방으로 들어서서 본 광경에도 그다지 놀라지 않았다. 단지 불쾌함으로 인상을 쓰고 있을 뿐...... 그 방은 굉장히 커다란 방으로, 제라드가 그의 수집품을 감상하기 위하여 앉기 위해 놓여진 중앙의 온 몸이 푹 파묻힐 정도의 푹신하고 거대한 의자와 그가 모아 진열해 놓은 수집품들로 가득 차 있었다. 제라드는 왕자에게 의자를 권했다. " 정말 아름답지 않습니까? 왕자님. 헤헤헤. " "...음... " 데이몬은 빨리 방문을 나가고 싶었다. 분명히 아름다운 수집품들이다. '그러나 살아있던 때가 더 아름다왔겠지.' 사방에는 제라드에게 고용된 사냥꾼들에게 잡혀 온 온갖 종족들이 박제되어 있었다. 아름답기로 소문난 여러 정령족 여인들, 요정들, 어린 용족과 심지어 하급 마족들까지도...... 하나같이 차갑고 창백한 피부를 드러내고 그들의 아름다운 나신을 적나라하게 보이며 화려하고 갑진 보석들로 장식이 된 채 슬픈 표정으로 굳어져 있다. " 너무 먼 길을 달려와 좀 피곤한데...... " 데이몬은 빨리 이 참담한 광경에서 벗어나고 싶어져 피곤하다는 표정으로 눈가를 찌푸리며 제라드에게 말했다. " 쾅 ! " 순간 들려온 소리에 데이몬은 깜짝 놀랐다. " 이게 무슨 소린가? 제라드 " 그러자 제라드는 벽의 한 면에 놓여진 흰 천으로 덮인, 장정들 50여명이 들어가고도 남을 커다란 수조를 힐끗 쳐다보았다. 또다시 무언가 부딪히는 소리와 함께 수조가 약간의 진동을 일으킨다. 왕자는 호기심에 그쪽으로 다가갔다. 제라드는 약간 당황하여 왕자를 제지하려 했으나, 왕자가 한 번 쏘아보자 겁에 질려 순순히 길을 비켰다. " 흠, 자네는 살아있는 것에는 흥미가 없는 줄 알았는데... 훗훗. " 데이몬은 제라드를 약간 비웃어주며 커다란 수조에 덮여 있는 흰 천을 한번에 벗겨내었다. " 아니, 세상에...... " 데이몬은 자신의 눈을 의심할 수 밖에 없었다. 벌써 수십년 전에 멸종된 줄로만 알았던 인어족이 자신의 눈앞에 있다니...... " 이,이게 어떻게...... 정말 ..... 아름답..군. " 데이몬은 커다란 수조안에서 우아한 몸짓으로 화려한 유선을 그리며 유유히 헤엄치고 있는 인어족을 바라보았다. 거의 허리아래까지 올 듯한 녹색의 머리카락을 퍼뜨리며 매끈하고 너무나도 하얀 상반신과 길고 곧게 뻗은 섬세한 팔, 아름다운 곡선을 그리며 허리아래에 이어져내린 빛을 받아 반짝이는 지느러미... 왕자가 조금 더 다가가자 그 인어가 왕자쪽으로 다가와 간절한 눈빛으로 왕자와 시선을 마주한다. 마치 빨려들어갈 것만 같은 짙은 녹색의 눈동자,그 눈 가장자리를 따라 길게 드리워져 있는 녹색빛의 속눈썹, 적당한 크기로 예쁘고 유려한 선을 이루며 서 있는 콧날, 무언가 중얼거리는 듯 살짝 움직이는 붉은 입술. 평생 살아오면서 이토록 아름다운 생물을 보는 것은 처음이다. 너무도 신기해서 손을 뻗어 유리에 갖다 대어 본다. 제라드가 다가오자 갑자기 인어가 튀어오르며 물 표면까지 솟구치더니 다시 한 번물 속으로 들어와 점점 속력을 높이더니 수조의 벽면에 몸을 세게 부딪힌다. " 쾅 " 묵직한 소리를 내며 수조가 약간 진동한 뿐 유리는 너무도 두꺼워서 꼼짝도 않는다. 그 인어의 부딪힌 부분의 피부가 푸른 빛을 띠고 있어 너무나도 아파보인다. 그 인어는 제라드가 가까이 다가올 때마다 같은 동작을 반복하고 있다. " 도대체 왜 저러는 거지? 저러다가 크게 다치겠어. " 데이몬이 당황하여 묻자 제라드가 쭈삣거리다가 입을 연다. " 아마, 자기가 어떻게 될 지 눈치를 챈 게지요. 몇일 후면 저 아이가 18살이 되거든요. 그러면 저 아이의 지느러미가 탈피되고 사람들처럼 두 다리를 갖게 된답니다. 그러면 인어족으로서의 값어치가 떨어질 거고, 그래서 그렇게 되기 전에 내일 당장 저 아이를 박제로 만들 거거든요. 흐흐흐. " 데이몬은 기가 막혔다. 저런 아름다운 생물이 박제가 되다니...... 절대 그런 일을 보고만 있을 수가 없었다. " 저 아이, 내가 갖겠네. 얼마면 되겠는가? " 제라드는 놀란 눈으로 데이몬을 쳐다보았다. 누가 보아도 탐낼만한 미모때문에 제라드는 왕자에게 저 인어는 보이지 않으려 했던 것이다. 큰 실수를 한 것 같다. 허나 눈치가 빠른 제라드는 어차피 자신이 안된다고 해도 자신의 목숨만 위태로워질 뿐이라는 것을 깨닫고 눈물을 머금고 그 인어를 포기하기로 했다. '기왕 빼앗기는 것, 왕자의 신임이라도 얻고 보자.' " 돈이라닙쇼? 원래 저는 저 아이를 왕자님께 선물로 드리려고 했읍니다요. 헤헤 " 데이몬은 그의 속셈이 보이는 듯했으나 상대하기가 싫어 모르는 척 했다. 그리고는 빨리 저 인어를 자신의 연인인 로즈에게도 보여주고 싶어졌다. 제라드는 인어를 작은 이동용 수조로 옮기고는 데이몬 왕자와 그의 수행원들에게 넘기고는 영지 밖까지 배웅을 나왔다. 데이몬은 기분이 매우 좋았다. 성 안에는 왕자가 애지 중지하는 흑표범 쉴라와 그 외의 많은 애완동물들이 있었으나 이런 희귀한 것을 갖게 된 것에 마치 꿈을 꾸는 듯했다. 그는 수행원들에게 수조가 지나치게 흔들리지 않게 계속 주의를 주며 성으로 돌아가는 길을 재촉했다. ****** " 어머나, 데이몬. " 아름다운 로즈가 데이몬의 곁으로 달려나와 그의 품에 안긴다. 정말 사랑스럽다. " 보고싶었어요. 데이몬. " " 그래. 나도 그랬어. 로즈. " " 어머, 저건 뭐예요? " 로즈가 강렬한 태양빛을 가리기 위한 천에 덮인 수조를 보며 물었다. 데이몬은 살짝 미소를 지어주며 그녀에게 잠시 기다리라고 했다. 깜짝 놀랄만한 것이 들어있다면서. 그리고는 시종들에게 자신의 침실에 대형 수조를 짜서 그 인어를 옮길 것을 명했다. 시종들이 모든 일을 끝내고 밖으로 나오자, 데이몬은 로즈의 눈을 가린 채 방안으로 들어갔다. 제라드의 수조보다도 더욱 화려하고 커다란 수조의 한편에 인어가 조용히 앉아 있었다. " 짜자~안 " " 어멋 " 데이몬의 예상대로 로즈는 너무나 신기하다는 듯이 인어를 바라다보고 있다. 데이몬은 수조안에 조용히 앉아있는 인어에게 다가가 시선을 마주하며 로즈에게 이 인어를 가져오게 된 과정에 대해 자랑스럽게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 어머, 잘 하셨네요. 데이몬 ." 로즈는 계속 사랑스럽다는 듯이 인어와 시선을 맞추며 자신에게 이야기하는 왕자에게 애교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나 그녀는 그 인어와, 그 인어를 바라보는 왕자의 눈빛이 마음에 안들었다. '흥, 아무리 예뻐도 물고긴데. 뭘. 게다가 가슴도 없는 걸 보니 수컷이잖아. 킥킥.' 로즈는 가식적인 미소를 지으며 왕자의 팔에 팔짱을 끼고는 배가 고프다며 억지로 끌고 나갔다. 왕자는 아쉬운 듯한 시선을 인어에게 던지며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로즈에게 끌려나갔다. 그리고는 자신의 시종에게 그 인어에게 줄 최상급의 먹이를 넣어주라고 명했다. 달이 뜰 무렵이 되어서야 돌아온 데이몬은 로즈와 헤어지기가 무섭게 자신의 침실로 향했다. 그 인어는 지금쯤 무얼 하고 있을까? 수조 가까이로 다가간 왕자는 순간 얼굴이 창백해졌다. 제라드의 집에 있을 때까지만 해도 멀쩡하게 잘 헤엄치던 인어가 수조 바닥에 누워 몸을 떨고 있었다. 다 먹어치웠을 줄 알았던 먹이도 그대로이다. 데이몬은 황급히 역사학자이자 생물학자인 '하난'을 불러들였다. 하난의 설명에 의하면 인어족은 태어난 지 18년이 되면 지느러미가 갈라져 인간의 다리를 갖게 되고 그때부터는 인간과 같이 물 밖에서 지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변화를 겪기 2-3일전부터는 몸속에서부터의 변화 때문에 몹시 고통스러워 한다는 것과 자칫하면 그 과정을 이겨내지 못하고 죽기도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데이몬은 은근히 그 인어가 죽게 될까봐 걱정이 되었다. 밤이 깊었으나 잠이 오지가 않아 다시 불을 켜고 인어에게 다가갔다. 몹시 고통스러운지 미간을 찡그리며 눈을 감고 가쁜 숨을 몰아쉬면서 몸을 동그랗게 말고 있다. 그 모습이 너무 가슴 아파 왕자는 그가 인간의 언어를 못알아들을 것을 알고도 계속 옆에서 속삭여 주었다. "넌, 괜찮을 거야. 다 잘 될거야. 괜찮을 거야." ******* 그렇게 이틀이 지난 어느날 새벽녘 "아아아아아!" 너무나도 찢어지는 듯한 고음의 비명소리에 놀라 왕자는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 비명소리는 수조 안에서 나는 듯하다. 얼른 침대에서 뛰어내려 수조를 들여다보던 왕자는 붉은 피가 번져가는 수조를 보고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 지느러미 끝이 반쯤 갈라진 채 피를 흘리며 몸부림치고 있는 인어가 보인다. 고통을 참지 못하고 몸을 사방에 부딪히며 거칠게 움직여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의사들과 하난을 불렀으나 그냥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는 그들의 말에 왕자는 가슴이 답답해져갔다. 하난은 사람들이 보고 있으면 더욱 불안해져 더 심하게 몸을 부딪히며 자해를 할 수도 있다는 말을 하고는 왕자와 사람들을 이끌고 침실을 나섰다. 왕자는 문밖에 기대어 서서 더 자주 들려오는 비명소리와 수조에 부딪히는 소리를 듣고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저렇게 고통스러워하는데 도와줄수조차 없는 자신의 처지가 한심하다. 간절히 기도만 할 뿐이다. 무사히 이겨낼 수 있도록.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아침식사를 권하는 시종들의 권유를 뿌리치고 계속 자리를 지키던 왕자는 점점 비명소리와 수조를 울리는 부딪힘의 빈도가 줄어들고 있음을 느꼈다. 어느 새 방안이 조용해지고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끝난 것 같다는 하난의 말에 왕자는 얼른 침실로 들어갔다. 수조가 완전히 피바다가 된 듯하다. 뿌연 핏물 사이로 움직이지 않고 쓰러져 있는 인어가 보인다. 하늘거리는 지느러미 대신 길고 가는 두 다리를 지닌 채. " 설마 죽은 건가? " 왕자는 초조해졌다. 하난은 힘센 장정들을 시켜 빨리 인어를 물 밖으로 꺼내도록 명령했다. 그에 의하면 다리가 생긴 후로는 폐로 호흡을 해야 하기 때문에 물 속에 두면 안 된다고 했다. 데이몬은 그들을 저지하고는 직접 수조로 뛰어 들어 인어를 안아들고 밖으로 나왔다. 하난은 데이몬 외에 모두 나가도록 한 후 방안의 커튼을 쳐서 빛이 강하게 들어오는 것을 막은 후 침대 위에 눕힌 인어를 살펴 보았다. " 무사히 끝낸 것 같군요. " 왕자는 그의 말에 마음이 놓여 한숨을 내쉬었다. 하난을 내보낸 왕자는 젖은 인어의 몸을 닦아 주었다. 너무나도 매끈한 두 다리와 아름답게 빛나는 하얀 나신에 넋이 나갈 것만 같았다. " 사내의 몸이 이렇게 갸냘프고 아름다울 수가 있다니...... " 벌써 이틀 동안 나의 인어는 잠에서 깨어나지 않고 있다. 데이몬은 인어를 혼자두고 싶지 않았으나, 로즈의 성화에 못이겨 성내에서 열리는 파티에 참석해 앉아있다. 귀족들이 모두 모여든 것처럼 보인다. 로즈는 자신의 아름다움을 과시하며 데이몬의 총애를 받고 있음을 뽐내기 위하여 화려한 드레스를 입고 데이몬의 옆에 팔짱을 끼고 있었다. 데이몬은 인어가 걱정이 되었으나 애교스러운 로즈의 재담에 어느 새인가 그녀에게 정신이 빼앗겨 인어의 생각은 머리속에서 서서히 사라지고 있었다. 언제나 용감하고 강인하며 단호한 성격의 소유자인 데이몬은 모든 여성들의 동경의 대상이 되고 있었으나, 오직 로즈에게만 따뜻한 미소를 보일 뿐, 항상 진지한 표정을 잃지 않았다. 그의 차가운 태도가 오히려 여성들의 애간장을 녹일 정도로 매력적으로 보인다. 마음껏 파티를 즐긴 데이몬은 로즈의 손에 이끌려 인적이 없는 숲속으로 자리를 옮겼다. 숲속 한 가운데에 자리잡고 있는 온실의 문을 열고 들어갔다. 향긋한 꽃향기와 함께 안락한 정원이 보인다. 로즈는 그녀의 손길로 왕자의 옷을 벗겨나가기 시작했다. 벌써 앞으로의 정사를 상상하며 흥분하기 시작한 왕자는 성급히 로즈의 드레스를 벗기고는 그녀를 부드러운 자신의 외투 위에 눕혔다. " 아~앙 " " 헉... 으윽..." 왕자의 몸은 어느새 로즈의 몸과 연결되어 음란한 움직임으로 흔들리고 있었다. 로즈는 항상 남의 앞에서는 도도하고 청순한 여인처럼 굴었으나, 매번 그녀의 몸을 탐할 때마다 왕자는 그녀가 매우 강한 욕정을 가진 여인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자신이 그녀를 처음 안던 그날도 그녀는 처음이 아님을 알았으나, 그녀의 익숙하고 노련한 손놀림이 그를 더욱 황홀하게 하여 그녀의 몸에 점점 빠져들게 되었다. " 아아!. 안,안되요.... 더 이상은 무리예요...... 아앗,데이몬 ......" 데이몬은 이제 겨우 2/3가량만이 들어갔을 뿐인데도 벌써 한계점에 도달해 더는 들어갈 수가 없음을 느꼈으나, 끝까지 밀어넣고 싶은 욕망에 그녀를 몰아갔다. 그러나 어느 여인도 그를 끝까지 품어주지 못한다. 장신의 그의 체격에 알맞게 그의 것이 너무도 컸기 때문에...... 이제껏 로즈만큼 자신의 것을 깊이 넣을 수 있는 여자도 없었다. 그만큼 로즈의 몸이 더욱 마음에 들었다. 여러 번의 정사가 끝나고 왕자는 로즈에게서 떨어져 나와 그녀를 살며시 안고 있었다. 두 사람 모두 아직 정사의 여운이 남아 헐떡이고 있었다. "하아... 데이몬...... 오늘은 정말 아팠어요. 당신 건 정말 감당하기 어렵다니까요. " 입을 삐죽이며 야릇한 웃음을 흘리며 말하는 로즈. 데이몬은 그녀의 투덜거림이 더욱 귀엽게 느껴진다. 그녀에게 옷을 입혀 주고는 그녀의 침실까지 배웅해주고 자신의 방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밤이 깊어 달이 하늘 높이 걸려 있었다. 데이몬은 방문을 열고 들어간 순간 숨을 죽일 수 밖에 없었다. 방안 가득히 쏟아지고 있는 달빛을 받아 방안의 어두움속에서 유일하게 빛을 내고 있는 하얀 나신이 눈에 들어왔다. 왕자는 순간, 빛의 요정이 내려와 있다고 착각을 했다. 왕자가 불을 켜자 갑자기 밝아진 방안의 불빛이 눈이 부신지 그 나신의 주인이 팔을 들어 눈을 가리며 몸을 웅크린다. 왕자는 그가 앉아있는 침대로 다가갔다. 왕자는 자기 눈앞에 앉아 있는 인어에게 다가가 그의 얼굴을 가리고 있는 팔을 조심스럽게 잡아내린다. 너무도 하얗고 투명한 피부의 섬세함에 조금만 힘을 주어도 유리조각처럼 부서져 버릴 것만 같다. 인어는 조금씩 빛에 적응해가며 눈을 들어 데이몬을 바라다본다. 데이몬은 그의 옆에 걸터앉아 그 눈동자를 들여다 보았다. 정말 신비스러운 깊은 녹색 눈동자. 인어는 그 눈을 깜빡이며 잠시 왕자를 쳐다본다. 그의 눈이 왕자의 다리를 유심히 쳐다보더니 천천히 손을 뻗어 왕자의 다리근육을 만져본다. 데이몬은 그의 손이 닿자 흠칫했으나, 그 인어는 이내 고개를 갸웃거리며 손을 거두고는 데이몬의 다리와 자신의 다리를 번갈아보며 비교하듯하더니, 점점 더 울상이 되어간다. '풋' 왕자는 무엇이 문제인지 알 것 같다. 그는 터져나오려는 웃음을 억누르고는 조용하고 낮은 목소리로 인어에게 속삭였다. " 괜챦아. 제대로 된 거야. 네 다리는 아주 예뼈. 완벽하다구. " 인어는 데이몬에 비하여 너무도 가는 자신의 다리를 보고 걱정을 했던 것이다. 왕자의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듯하지만, 왕자가 계속해서 미소를 지으며 인어의 무릎을 손으로 톡톡 두들겨주자, 인어는 왕자의 뜻을 눈치채었는지 고개를 작게 끄덕이고는 다행스럽다는 듯이 한숨을 쉰다. " 꼭 갓 태어난 아기같군. " 데이몬은 자신이 무심코 한 말에 귀를 기울이며 알아듣기 위하여 애쓰는 인어의 눈빛을 보고는 또 웃음이 나오고 말았다. ' 너무 귀엽잖아.' 데이몬은 조용히 인어의 모습을 다시 한번 찬찬히 뜯어보았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가히 환상적일 정도로 아름답다. 왕자는 녹색빛으로 반짝이는 그의 머리칼을 살짝 만져보았다. 전신을 핥는 듯한 왕자의 시선과 그의 행동에 부끄러워졌는지, 인어가 자신의 몸위로 시트를 살짝 끌어올리며 얼굴을 붉혔다. " 이봐, 오히려 지금 날 유혹하는 것같다구. " 왕자는 순간적으로 나온 자신의 말에 깜짝 놀랐다. 아무리 아름다워도 남자의 몸을 보고 잠시나마 욕정을 느낀 자신에게 당황했다. 왕자는 다시 정신을 수습하고 인어를 바라보았다. ' 아아, 그렇군. 정말..... 닮았어. ' 왕자는 순간적으로 인어에게 욕정을 느낀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자신의 배다른 누이이자, 자신이 태어나 유일하게 진심으로 사랑한 이자벨과 어딘지 수줍은 듯한 분위기와 긴 머리를 늘어뜨린 갸름한 얼굴이 정말 닮아있었다. 이 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미인으로 칭송받던 이자벨의 어머니를 쏙 빼닮아 많은 나라의 왕자들로부터 청혼을 받았던, 자신을 친동생처럼 사랑해주던, 너무나도 착한 마음씨의 가녀린듯하면서도 누구보다도 강하고 총명했던 이자벨. 그녀가 결혼을 해서 성을 떠나 먼 이국으로 가던 날, 데이몬은 그녀를 데리고 도망이라도 가고 싶었었다. 그녀가 그의 남편을 사랑하지만 않았어도. 물론 아름답기로는 이 인어가 더욱 아름답지만, 정말 그녀의 이미지와 많이 닮아있었다. 그래서 아마도 그녀가 떠올라 욕정이 생겼었으리라. 왕자는 그 인어의 이름을 모르고 있었다는 생각에 그의 이름이 궁금해져 입을 열었다. " 나는 데이몬. 너는? " 고개만 갸웃거리는 인어를 향해 데이몬은 끈기있게 몸짓, 손짓을 섞어가며 같은 질문을 계속 반복했다. 한참을 고민하던 인어가 겨우 이해했는지, 손끝으로 자신을 가리키며 말했다. " 이안 " " 이안? 예쁜 이름이구나. 네 목소리처럼...... " 구슬이 구르는 듯한 맑은 중성적인 목소리에 왕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 데이몬은 이안을 위하여 성안에 침실을 꾸며 주도록 시종들에게 명했다. 데이몬은 이안의 방이 마음에 들었다. 왕자가 손수 고른 연한 초록빛의 커튼과 침대시트가 방안에 햇빛을 받아 반사시키며 더욱 따뜻한 빛을 띄고 있다. 이안도 그 방을 마음에 들어하는 것같다. 아직 서툰 걸음걸이로 방안을 천천히 두리번거리며 둘러보고 있다. 약 1달 사이에 이안은 뛰어난 학습능력으로 마치 스펀지가 물을 빨아들이듯이 빠른 속도로 왕자가 가르쳐 주는 것들을 흡수해냈다. 이제는 언어소통에도 거의 문제가 없을 정도로 언어를 습득했으나, 아직도 18년간 사용해온 지느러미와 다른 두 다리가 익숙해지지 않는지 가끔 비틀거리기도 한다. 조금 많이 걸으면 점점 속도가 떨어지며 아파하기도 했다. 왕자는 이안과 함께 하는 시간이 점점 더 많아지며 그 시간이 매우 즐거워졌다. ****** 로즈는 나날이 초조해져가고 있다. 어느새 두다리를 갖고 사람행세를 하고 있는 저 이안이 몹시 거슬렸다. 자신의 미모에 대해 강한 자부심을 갖아오던 그녀조차도 너무나도 완벽한 이안의 미모에 위기감과 강한 질투를 느꼈다. 게다가 요즈음은 로즈와의 데이트에도 이안을 데리고 나오기 시작한 데이몬에게 점점 화가 났다. 그의 입에는 언제나 '이안은....., 이안이.....' 라는 말이 붙어있었다. 오늘 로즈의 요구에 응해 산책을 나온 데이몬의 곁에도 어김없이 이안이 따라나와 있었다. 뽀로퉁해져 있는 로즈의 마음도 모른채 데이몬은 로즈와 이안을 양쪽에서 끌어안다시피하고 정원을 걷고 있었다. 모든 이들이 아름다운 세 사람을 바라보며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로즈는 그들이 입을 떡 벌리고 이안을 훔쳐보는 것을 느끼고는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이안의 걸음이 조금씩 쳐지기 시작하는 것을 느낀 왕자는 이안을 바라보았다. " 벌써 지친건가? 발이 아픈 건가. 이안? "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묻고 있는 데이몬이 이안에게 손을 뻗었다. 그러자 로즈는 그녀의 놀라운 순발력으로 선수를 쳤다. " 아얏! " " 로즈, 괜챤습니까? " " 아야... 발목이...... " 로즈는 눈물까지 글썽이며 발목을 두 손으로 감쌌다. 데이몬은 얼른 로즈를 안아올렸다. 그리고는 이안도 다리가 아플거라는 생각이 들었으나, 로즈 쪽에 더 심하다는 생각에 로즈를 안고 성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뒤따라오는 이안을 계속 신경쓰면서...... 로즈가 너무 아파하는 통에 걸음을 재촉할 수 밖에 없었던 데이몬은 이안의 표정을 살피며 걱정을 했으나, 이안은 별 불평없이 잘 따라오고 있었다. 로즈를 의사에게 보이자 의사는 간단히 발목을 감아주고는 심하지는 않은 것 같다고 했다. 데이몬은 로즈를 잘 다독여주고는 키스를 해 준뒤 문밖을 나왔다. 문밖에는 이안이 조용히 서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 오래 기다렸겠구나. 이안도 피곤할 텐데...... 자, 가자. 방까지 데려다 주지. " 왕자가 이안의 손을 잡고 걸음을 떼는 순간, 이안이 균형을 잃고 비틀거렸다. " 아... " 이안의 입술사이로 새어나온 작은 신음소리에 의아해하며 이안을 살피던 데이몬의 시선이 이안의 하얀 발에서 멈추어있다. 가장 뛰어난 장인을 시켜 만든 부드러운 가죽 샌달을 신겼음에도 불구하고 이안의 발은 군데군데 벗겨져 피가 나고 있었다. ' 왜 아프다고 하지 않았어 ! " 자신도 모르게 크게 나온 소리에 이안이 흠칫거리자, 데이몬은 이안을 번쩍 안아들고는 이안의 침실로 데리고 가서 침대 위에 내려 놓았다. 신발을 벗겨보니 보기만 해도 쓰라리게 보이는 찰과상들로 새하얗고 부드러운 발이 군데군데 발갛게 되어있다. 깨끗이 상처를 닦고 약을 발라주었다. 아마도 로즈때문에 고통을 참고 열심히 자신의 걸음속도에 맞추어 따라와 준듯하다. " 미안.. 내가 좀더 신경썼어야 했는데... " " 아,아니예요. 저도 이제 금방 단련이 될 거예요. " 머리속이 모두 날아가버릴 정도로 매혹적인 웃음을 보이며 오히려 자신이 더 미안해하는 이안의 이마에 살짝 입을 맞추어 굿나잇 키스를 해 주고는 아쉬운 듯한 발걸음을 돌려 방을 나섰다. 오늘은 이 나라의 국왕이자,데이몬의 아버지인 젠더국왕의 생일파티로 온 성안이 소란스러웠다. 젠더왕은 자신의 아들인 데이몬이 한 나라의 왕자로서 하급종족인 인어족을 데리고 와서 성안에 침실까지 마련하여 주고 많은 시간을 함께하며 귀족급의 대우를 해주고 있는 것을 몹시 못마땅해 하는지라, 데이몬은 오늘 하루종일 이안을 혼자두고 파티에 참석해 있다. 로즈는 하루종일 데이몬을 독차지 할 수 있다는 것에 너무나도 기뻤다. 데이몬은 성안에 모여든 기사들과 귀족들과 더불어 술잔을 기울이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나, 조금 늦게 도착한 이자벨을 보는 순간 데이몬은 기쁨과 동시에 한편으로 질투와 분노가 끓어오르는 것을 느꼈다. 이자벨이 자신의 남편인 이웃나라의 왕자인 네이와 함께 다정하게 자신의 앞에 나타난 것이다. 데이몬은 반가움의 포웅을 하며 미소를 짓고 있었으나, 마음은 갈기갈기 찢기는 것만 같다. 이자벨의 옆에 있는 것이 나일 수만 있었다면...... 로즈는 묘한 분위기가 흐르며, 자신과는 다른 청초한 아름다움을 지닌 이자벨이 나타나자 어리둥절해하고 있었다. 데이몬의 미소가 너무나도 씁쓸해보였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이자벨과 네이가 국왕의 옆에 나란히 앉아 다정한 모습으로 이야기꽃을 피우기 시작하자 데이몬은 말없이 계속하여 술잔을 비우고 있었다. " 데이몬 왕자님, 술이 너무 과하십니다. " 로즈가 데이몬에게 살며시 안기듯 기대며 술잔을 빼앗으려 했으나, 왕자는 싱긋 웃기만 하고 다시 빈 잔을 채우며 계속하여 술을 마시고 있었다. 주량이 센 데이몬이지만, 조금씩 취기가 오르는 것 같다. 데이몬은 로즈의 팔을 끌고 연회장을 나와 로즈의 침실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취기가 오른 왕자가 거칠게 로즈의 옷을 벗겨내고는 로즈의 몸을 탐하기 시작했다. 로즈는 약간 겁이 났다. 평소에도 왕자와의 섹스는 그녀의 몸에 부담을 줄 정도로 격렬하건만, 술기운에 왕자가 더욱 거칠게 나올 것만 같다. 그녀의 예상대로 데이몬은 거칠게 그녀의 몸을 탐하기 시작했다. 몇번의 섹스 후에 데이몬은 잠이 든 로즈의 곁을 빠져 나왔다. 그의 발걸음은 어느새 이안의 침실로 향하고 있었다. 아직도 술기운이 남아 정신이 약간 몽롱한 상태로 왕자는 이안의 침실문을 열고 들어갔다. 잠자리에 들었을 줄 알았던 이안이 아직도 침대위에 깨어 앉아 있다가 데이몬이 들어오자 놀라는 것이 보인다. 마치 무언가 죄라도 지은 것처럼 당황하며...... 왕자는 이안의 곁으로 다가갔다. " 왜 아직 안 자고 있지. 이안? " " ......요 " " 뭐라고? " 고개를 숙이고 너무 작은 목소리로 말하는 이안의 이야기가 안들려 다시 한번 되물었다. 그러자, 고개숙인 이안의 귀와 목덜미까지 붉게 물드는 것이 보인다. 다시 재촉하며 물어보자 이안이 계속 주저하다가 힘들게 입을 열었다. " 나.... 병이 났나봐요.... " " 뭐? 어디가 어떻게 아픈데?.. " " ...... " " 괜찮으니까, 말해봐. 이안. " " ......거,거기가 이상해요. " " 거기....라니? " 데이몬은 이해가 안간다는 얼굴로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더욱 붉어진 이안의 얼굴을 보고 거기가 무엇을 가리키는 지 알 것 같았다. " 왜, 뭐가 문제지? 괜찮으니까 어서 말해봐. 이안 ." " ...... 어, 얼마전부터 밤에 갑자기 거기가.....커..지더니, 이상한... 찐득한 것이 나와요...... 어떻게요...? " " 풋, 푸하하하하 " 왕자는 배를 잡고 웃기 시작했다. 이 아이는 이제서야 겨우 사정을 시작한 것인가. 하긴, 아무도 안 가르쳐 주었으니, 놀랐겠지. 그렇지만,정말 순진한 발상이지 않은가. 병이 난 줄 알고 혼자 얼마나 고민했을지 상상이 갔다. 자신이 간신히 용기내어 털어놓은 고민에 웃고만 있는 왕자가 이해가 가지 않아 이안은 멍하니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왕자는 술기운에 평소보다 장난기가 발동하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바지를 벗어 버리고는 자신의 물건을 드러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겠지. 이안이 너무 놀라 얼굴을 돌리자, 이안의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돌려 자신의 것을 바라보게 했다. 이안의 얼굴이 더욱 붉어진다. " 잘 봐, 이안. 그건 병이 아니라구. 네가 이제 어린애가 아니라는 증거야. " 왕자는 이안의 손을 잡아 끌어 자신의 페니스에 가져갔다. 손을 잡아빼려는 이안의 시도에도 불구하고 데이몬의 강한 힘에 이끌려 하는 수 없이 그의 분신을 잡았다. 약간 검붉고 커다란 데이몬의 것이 빠른 속도로 부풀어오르며 커지고 있었다. 이안은 그 기세에 약간 두려움을 느꼈으나, 한편으로는 호기심이 일어 그의 것을 감싸쥔채 그것의 변화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데이몬은 이안의 손을 감싸쥐고 자신의 것을 애무하며 흔들도록 했다. 이안은 약간 부끄러웠으나, 그가 원하는 대로 서서히 손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러자, 더욱더 단단하게 솟구치며, 뜨거운 맥박으로 요동치는 것이 느껴진다. 데이몬은 로즈와의 정사에도 불구하고 다시 달아오르는 자신의 것과, 부드럽고 섬세한 이안의 손놀림에 정신이 아득해지는 것 같았다. 그는 이안이 걸치고 있는 긴 셔츠처럼 생긴 잠옷을 걷어올려 이안의 다리사이로 손을 넣었다. " 아앗." 이안이 그의 갑작스러운 접촉에 놀라 뒤로 몸을 뺐으나, 이미 이안의 분신은 데이몬의 손안에 잡혀있었다. 이안은 난생 처음 느끼는 이상하고 야릇한 기분에 어쩔 줄을 모르고 있었다. 데이몬은 고개를 숙이고는 이안의 것을 자세히 들여다 보았다. 머리카락 외에는 털이라고는 한 가닥도 없는 이안의 몸에 분홍빛을 띠며 조금씩 떨리며 일어서고 있는 것이 너무 귀엽고 예뻐 보였다. 데이몬 역시 다른 남자의 것을 보는 것은 처음이라 이안의 것이 너무 신기했다. 자신의 거대한 것에 비해서는 작고 밝은 빛을 띠는 것이 신기해서 더욱 손을 빨리 놀려 손끝으로 자극을 주며 문지르기 시작했다. " 하앗! " 참기 힘든 듯 이안의 허리가 활처럼 뒤로 휘며 바르르 떨리더니, 왕자의 손안에 하얀 우유빛 정액이 흥건히 묻어 나왔다. 그것을 본 이안은 너무나도 당황하여 안색이 창백해졌다. 두리번거리며 왕자의 손을 닦을 만한 것을 찾고 있었으나, 데이몬은 그런 이안을 침대로 쓰러뜨리고는 그의 위로 올라갔다. 이안은 갑작스러운 예상밖의 상황에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그리고는 데이몬이 무섭게 느껴졌다. 거친 호흡을 몰아쉬며 자신을 누르고 있는 데이몬의 숨결 사이로 술냄새가 매우 심하게 났고, 그의 눈은 술에 취해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다. 마치 굶주린 짐승이 눈앞의 먹이를 보는 듯한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데이몬의 품안에서 벗어나야한다는 생각에 이안은 계속하여 몸을 비틀었다. 그러나, 워낙에 힘과 체격의 차이가 큰지라, 데이몬은 꿈쩍도 않고 있다. 오히려 살짝 벌어져 있던 이안의 입술을 덮치고 있었다. 처음 해보는 입맞춤에 또한번 놀란다. 그의 입술이 놀라 다물려는 이안의 입술을 거칠게 내리누르며 혀가 강하게 이안의 치아를 훑으며 치아 사이를 벌리고 입안으로 밀고 들어와 이안의 혀를 거세게 빨고 있었다. 데이몬의 타액이 계속하여 이안의 입안으로 흘러들어와 목구멍으로 넘어가고 미처 넘어가지 못한 타액이 이안의 턱을 타고 흘러내리고 있었다. 이안은 숨이 막혀 죽을 것만 같았다. 데이몬은 이안의 입술을 탐하면서 재빨리 자신의 옷을 벗고는 이안의 옷을 찢어버렸다. 이안은 자신의 알몸에 밀착되어 있는 타인의 뜨거운 피부의 느낌과 입안을 굴러다니는 데이몬의 혀와 타액, 자신의 몸을 누르고 있는 그의 무게에 정신이 없었다. " 하아,하아, ...무,무서워요. 왕자님... 무서워요. " 평소의 점잖고 다정하던 데이몬의 모습은 찾아볼 수가 없다. 이안은 덜컥 겁이나서 눈물을 흘리며 그를 밀어내려 했다. 데이몬은 집요하게 이안의 목과 가슴, 온몸을 입술과 손가락을 이용하여 애무하고 있었다. 이안은 두려움때문에 그의 애무에도 전혀 쾌락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데이몬의 입술이 이안의 유두를 스치자, 더욱 발갛게 익어가며 단단해졌다. 데이몬은 그것이 재미있는지 계속 그것을 입에 물고 빨아당기다가, 이빨을 세워가며 자극을 한다. 이안은 데이몬이 자신의 다리를 높이 들어 그의 어깨에 걸치는 것을 보았다. 허리와 엉덩이가 공중에 붕뜬 상태가 되고 몸이 원형에 가깝게 구부러져 너무나 창피한 모습을 하고 있다. 데이몬은 커다란 베개를 끌어다가 이안의 등밑에 대주었다. 이안은 끝까지 커져버린 거대한 데이몬의 것이 자신의 애널주변에 닿아 문질러지는 것이 느껴져 몸을 위로 끌어올려 그것에서 벗어나려 했다. 그러나, 그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데이몬은 이안의 엉덩이를 양손으로 벌리며 움켜쥐고는 있는 힘껏 그의 애널로 뚫고 들어갔다. " ....... " 이안은 너무나 심한 고통에 입만 벙긋거릴뿐 소리조차 지르지 못한채 눈을 크게 치켜뜨며 몸부림을 치기 시작했다. 두 눈가에서 흘러나온 눈물이 볼을 타고 계속 흘러내린다. 왕자는 이안의 몸부림에도 불구하고 더 깊이 들어가기 위하여 몸을 비틀었다. 그는 이미 이성을 잃고 있었다. " 아아악! " " 젠장!..." 끝만 살짝 들어가 있던 것이 이안의 몸부림때문에 왕자가 몸을 비트는 순간 다시 빠져나왔다. 빠져나오는 순간 이안의 움직임으로 애널과 어긋나 애널이 '찌익'소리를 내며 찢어졌다. 너무 심한 고통에도 불구하고 데이몬은 인정사정없이 다시 침입을 시도한다. 이번에는 더욱 강한 힘으로 한번에 푹 찔러넣어 3 cm정도가 들어왔다. 애널주위로 흐르는 피가 약간의 윤활제 역할을 해준 듯하다. 왕자는 조금씩 몸을 비틀어 이안의 내벽을 이리저리 긁으며 더욱 깊이 삽입을 했다. 그리고는 반정도가 들어가자 점점 속도를 붙이며 피스톤운동을 하기 시작했다. " 아악,아악, 으...... 하악, 하악..... " 온 뱃속을 가득 채우는 것같은 느낌에 기분이 너무 나쁘다. 왕자는 슬슬 한계에 달해 더는 받아들이지 못할 것 같다는 느낌에도 불구하고 조금씩 조금씩 자신의 것을 계속 삼키고 있는 그의 애널에 너무 만족하여 계속계속 밀어 넣었다. 그러자 자신도 믿을 수가 없는 상황이 벌어졌다. 그의 긴 것이 뿌리끝까지 1 mm도 남기지 않고 그의 애널속으로 모두 삼켜져 사라진 것이다. 자신의 것을 모조리 삼키고 강하게 조이며 수축하고 있는 이안의 보드랍고 너무나 뜨거운 내벽이 느껴져 그 속에서 더욱 단단해지며 커져간다. 이안은 끝이 없이 자신의 내벽을 벌리며 들어와 커지고 있는 단단한 그의 것이 내뿜는 열기에 내장이 모두 타버릴 것만 같았다. 너무나 괴로와서 입을 벌린 채 계속 소리없는 비명을 지를 수 밖에 없다. 가슴께까지 들어와 찌르고 있는 그의 물건이 느껴지며 숨을 쉬기도 힘들었다. 간신히 손을 뻗어 자신의 배를 쓰다듬어 보니 그의 물건이 들어와 있는 배부위가 불룩해져 있는 것이 느껴진다. 이런 일을 당하고도 자신이 살아있는 것이 믿기지가 않을 정도로 두려워졌다. 이안의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데이몬은 그를 품고 있는 내벽의 말랑말랑한 감촉을 즐기기 위하여 그의 몸속에서 자신의 것을 이리저리 움직여보기도 하고 빙글 돌려보기도 한다. 그러더니 더는 못참겠다는 듯이 힘차게 피스톤운동을 반복한다. 이안의 가는 허리를 붙잡고 흔들리는 이안의 몸과 아름다운 얼굴이 고통으로 일그러지는 것과 그의 녹색 머리카락이 침대위에 퍼져 흩어지는 것을 내려다보니 더욱 욕정이 가득히 밀려온다. 이안은 자신의 머리위에서 거친 삽입행위에 맞추어 높이 들려진채 흔들리고 있는 자신의 다리를 바라보고는 두 눈을 꼭 감아버렸다. 애널이 모두 찢어져 조각조각이 난 것만 같고 허리는 데이몬의 무게에 짓눌려 흔들리며 부서져 버린것만 같았다. 너무나 아프다. 데이몬이 갑자기 움직임을 멈추고는 잠시 몸을 부르르 떨자, 이안의 몸속 깊은 곳에서 뜨거운 액이 뿜어지는 것이 느껴졌다. 데이몬은 잠시 호흡을 가다듬고는 정액과 피로 질펀해진 이안의 애널에서 자신의 것을 거의 끝까지 잡아빼더니 다시 한번에 밀어넣었다. " 아악! " 이안은 정신을 잃을 것만 같은 고통을 느꼈으나, 데이몬은 그 감촉을 느끼려는 듯 계속 같은 행위를 반복하고 있었다. " 이자벨..... " 이안은 의식을 잃어가면서 자신의 애널을 거칠게 출입하며 속삭이는 데이몬의 목소리를 들었다. 난생 처음 듣는 단어. 도대체 무슨 뜻일까... 여러번의 사정으로 정액이 가득한 자신의 애널과 데이몬의 페니스가 삽입운동으로 만들어내는 질펀하면서도 끈적한 소리와 자신의 엉덩이와 데이몬의 허벅지가 철썩이며 부딪히는 음란한 소리가 점점 더 멀어지며 의식이 가물가물해지기 시작했다. ****** " 어서, 그 아이를 성안에서 내보내거라. 데이몬! " 데이몬은 국왕의 앞에서 호된 꾸중을 듣고 있었다. 데이몬이 이안과 몸을 섞었다는 소문이 성안에 쫙 퍼져 있었던 것이다. 사람들이 저마다 삼삼오오 모여서 수근거리고 있었다. 데이몬은 어떻게 그 소문이 퍼졌는지 알 수가 없었다. 누군가가 그들의 행위를 훔쳐 보기라도 했단 말인가? 혹시 그 다음날 이안의 상처를 치료하기 위해 불렀던 의사가...? 그렇게 비밀로 하도록 주의를 주었건만...... " 하지만, 아버님. 그 일은 제가 취중에 저지른 실수일 뿐입니다. 아직 몸도 성하지 않은 이안을 성밖으로 보내라 하시다니요... " " 듣기 싫다. 평소에 그 천한 족속과 어울려다니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던 터인데, 아무리 취했기로소니, 그런 족속과, 그것도 계집도 아닌 사내와 그런 짓을 하다니! 이건 명령이다. 당장 그 아이를 내보내지 않으면 그 아이의 목을 칠 것이니라!" " 아버님...... " 데이몬은 불같은 국왕의 성격을 잘 알고 있다. 그의 입에서 한 번 나온 말은 다시 거두어지는 법이 없었다. 그러나, 그 아이를 저 험한 성 밖 어디로 보낸단 말인가? 이제 겨우 어린아이가 걸음마를 시작하듯 인간세상에 적응하기 시작한 어린 소년을... 데이몬은 사흘 밤낮으로 국왕에게 빌며 간신히 이안을 성 밖으로 내쫓는 것만은 면할 수가 있었다. 자신의 실수 하나로 몸까지 만신창이가 된 이안을 내쫓는 것은 너무나도 양심에 걸리는 문제였으므로. 국왕은 다시는 이안과 직접적으로 만나지 말라는 명령을 내렸고, 데이몬은 그 명령을 따르는 조건으로 이안을 성내의 하인들이 기거하는 오두막들이 모여 있는 곳에 보내기로 했다. 다행히 그곳의 대장 역할을 하는 정원사 조단은 믿을 만한, 정원사로 있기에는 학식이 뛰어난 통솔력까지 갖춘 노인이었다. 데이몬은 조단에게 이안을 보내기로 결심을 굳혔다. 아직도 애널이 다 아물지 않아 걷기 힘들어하는 이안을 조심스럽게 직접 조단에게 데리고 갔다. 이안은 데이몬의 이야기를 듣고 몹시 불안해 있었다.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는 낯선 곳에 보내지는 것이 너무 두려웠다. 그러나 데이몬을 따라 들어간 오두막의 주인 조단을 보고 내심 마음이 편안해졌다. 하얗게 센 머리카락과 수염을 단정히 다듬어 기른, 너무나도 다정하고 자비로운 얼굴과 눈빛의 소유자였기 때문에 왠지 의지할 수가 있을 것 같이 느껴진다. " 이 아이로군요. 정말.... 예쁜 아이군요. 왕자님. 사람과 다를 것도 없네요." " 음, 자네만 믿겠네. 잘 부탁하네. 그리고...... 가끔 이 아이를 보러 올 지 모르겠어. 그래도... 자네가 입을 다물어주면 좋겠네. 아버님의 귀에 들어가지 않게... " " 예. 전 항상 왕자님 편이니까요. 하하하." "고맙네. 조단.. " 데이몬은 고개를 돌려 이안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마치 자신의 어린 아이를 남에게 맞기는 것처럼 가슴이 아프다. 데이몬은 이안을 향해 살짝 미소를 보내 주었다. " 이안... 자주 볼 수 있을 거야. 같이 있을 수는 없을지 몰라도, 네가 열심히 정원일을 배우고 나면, 조단이 너에게 성안으로 화초를 전달하라고 할 테니, 그럼 더 자주 만날 수 있게 될 거야. 자연스럽게 말이야...... " 이안은 가슴 한 편이 데이몬에게 버림받는 것처럼 서러워 고개를 들지 못하고 그저 끄덕이고만 있었다. 그런 이안의 몸을 살며시 끌어안아 등을 다독여 준 데이몬은 한숨을 크게 쉬고는 문을 닫고 나가 버린다. " 자, 이안. 오늘은 밤이 깊었으니 그만 자는 게 좋을 거야. 방은 보다시피 따로 없고, 저쪽 침대를 쓰면 된단다. 내일부터는 너에게 장미를 재배하고 가꾸는 법을 가르쳐 주마. 왠지 너에게 잘 어울리는 일일 것같다. 험한 일은 못할 것 같고...... 나를 친할아버지처럼 생각하고 잘 지내자꾸나. " 조단은 왕자가 나간 후 멍하니 그 문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고 서 있는 이안이 안스러워서 침대를 정돈해 주며 말했다. 이안이 조용히 침대에 눕자, 조단은 불을 꺼 주었다. 이안은 성안에서 자신이 지내던 방이 그리워졌다. 그 보드랍고 푹신한 침대와는 달리 이 곳의 침대는 거칠고 낡아 삐걱거리는 소리를 내기도 하고 바닥도 딱딱하여 등이 배기는 것 같았다. 그러나 아직 상처로 앓아 누워 기력을 많이 잃은 상태이므로 점점 잠에 빠져들었다. ****** "아주 잘하는데, 이안.하하하 " 조단이 흐뭇하게 웃으며 이안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벌써 거의 보름동안 데이몬의 얼굴을 못 보았다. 그가 그립기도 했으나 자상한 조단으로부터 장미에 대해 배우느라 정신이 없이 날이 지나갔다. 그러던 어느 날. " 아... " " 무슨 일이냐, 이안. " 갑자기 장미 가시를 다듬던 이안이 벌떡 일어나 달리기 시작하자 조단이 그를 바라보았다. " 어허, 녀석... 허허허. " 저쪽에서 데이몬과 로즈가 나란히 걸어 오고 있었다. 이안이 그들을 발견하고 반가움에 그들에게 달려가고 있는 것이었다. " 아, 이안... " 데이몬에게로 달려와 그의 앞에서 가쁜 호흡을 몰아쉬며 상기된 발그레한 얼굴로 활짝 웃고 있는 이안을 보고 데이몬은 눈이 부신 듯했다. 너무나도 반가웠다. 반면 로즈는 허름한 셔츠와 바지를 입고 손에 흙을 묻히고 있으면서도 빛을 발하는 이안의 미모에 점점 기분이 나빠지고 있었다. 데이몬은 이안과 함께 더 오래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으나, 로즈가 옆에서 짜증을 내며 성안으로 돌아가자고 졸라대는 통에 아쉬운 얼굴을 하고 이안과 작별을 해야만 했다. " 데이몬. " 이안이 부르며 살짝 데이몬의 옷소매를 잡아당기자 데이몬이 이안을 돌아보았다. " ... 요즈음, 할아버지랑 저랑 푸른 장미를 재배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성공하면.... 당신한테 제일 먼저.. 드릴께요... " 약간 수줍은 듯한 얼굴로 말하고 있는 이안의 모습이, 그가 자신을 생각해 주는 마음이 너무나도 사랑스러웠다. " 세상에, 그런 바보같은 말도 안되는 일에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는 거야? " 로즈가 기가 막히다는 듯이 비웃으며 휙 돌아서서 가버린다. 데이몬은 얼른 로즈를 뒤따르다가 갑자기 무슨 생각이 났는지 걸음을 멈추고는 다시 이안에게 달려와 이안의 어깨를 잡고 귀에 속삭였다. " 이안, 호수 옆에 있는 작은 헛간알지? 오늘밤에 달이 뜨면 거기로 와줘. " 데이몬은 진지한 눈빛으로 이안을 잠시 바라보고는 다시 저 멀리서 도끼눈을 뜨고 있는 로즈에게로 달려갔다. 계속해서 멀어져가는 그들의 모습을 바라보고 서 있는 이안을 가끔 돌아보면서. ****** ' 어딜 가는 거지? ' 조단은 저녁 내내 창밖만 바라보다가 침대에서 자고 있던 이안이 조용히 일어나 밖으로 살며시 나가는 것을 보고는 이상한 생각에 몰래 뒤를 밟았다. 이안이 호숫가로 가는 길을 따라 호수 옆의 낡은 헛간으로 들어가는 것이 보인다. 헛간 뒤로 돌아가 몰래 어두운 창안을 들여다 보았다. 달빛에 비치는 두 사람의 인영이 보인다. ' 풋 ' 조단은 이안과 함께 있는 사람이 데이몬임을 깨닫고는 마음이 놓였다. 저렇게 몰래 만날 수 밖에 없는 그들의 처지가 조금 가엾게 느껴졌다. 데이몬과 함께 있으니 자신은 자리를 피해 주는 것이 좋다고 여긴 조단은 다시 오두막으로 돌아가 잠을 청했다. ****** 데이몬과 이안은 헛간 한 쪽에 쌓아놓은 푹신한 짚단위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두 사람이 떨어져 있던 시간동안에 자신들에게 있었던 이야기를... 데이몬은 약간 들떠서 쉴새없이 재잘거리며 조단과 지내는 일, 이안이 그로부터 배운 일, 장미에 관한 일 등등을 이야기하며 웃고 있는 이안을 바라다 보았다. 어두운 헛간안에 유일하게 빛을 보내주는 달빛이 창문을 통해 들어와 그다지 어둡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그 달빛이 그려내는 이안의 모습이 너무 아름다워 그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이안은 자신의 이야기에 반응이 없는 것을 느끼고는 고개를 들어 왕자의 얼굴을 올려다 보았다. 그러자 자신을 조용히 응시하고 있는 그의 눈동자가 눈에 들어온다. 이안은 말을 멈추고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그의 시선이 너무나도 뜨거웠다. " 이안...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정말... 모르겠어...... " 데이몬은 중얼거리며 이안의 작은 얼굴을 두손으로 감싸고는 그의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 살짝 스치는 듯한 키스가 여러 번 반복되며 그들의 심장박동이 점점 빨라져갔다. " 싫으면 날 거부해라. 이안... 네가 싫다면 돌아설 수 있을 거야... " 이안은 아무 말없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데이몬은 자신의 이 감정이 도대체 무엇인지 알 수가 없었다. 단순한 욕정일까? 아니면 사랑일까? 데이몬은 이안의 셔츠 안으로 손을 넣어 그의 배와 가슴을 쓰다듬었다. 비단을 만지는 것같은 감촉에 손이 착 감겨드는 듯하다. 이안은 언제나와 같은 다정한 왕자의 따뜻한 손길에 조금씩 흥분되는 것을 느끼며 데이몬이 자신의 셔츠를 벌리고 유두를 핥으며 손으로 바지를 벗겨내리는 것을 느끼며 몸을 떨고 있었다. 술에 취한 데이몬과의 행위에는 두려움 뿐이었는데 오늘은 그의 손길이, 그의 입술이 너무나 감미롭게 느껴진다. 데이몬은 이안의 속옷까지 모두 벗겨내고는 이안의 아랫배쪽으로 계속 입술을 옮기며 키스를 하고 있었다. 그는 약간 일어서기 시작한 이안의 분신을 바라보다가 혀로 살짝 핥아 보았다. 이안이 흠칫 놀라며 허리를 튕겼다. 그 모습이 너무나 자극적이다. 데이몬은 아예 입을 벌려 이안의 분신을 넣고는 혀와 입술을 이용하여 애무하기 시작했다. " 아... 안돼요... 더, 더러워요... " 이안이 데이몬의 머리를 떼내려고 했으나 데이몬은 이안의 손을 저지하고는 계속 그의 것을 목구멍까지 넣었다 빼기를 반복하고 있다. 그의 것이 조금도 더럽다는 생각이 안드는 것이 놀랍다. 로즈에게조차 이렇게 해준 적이 없었는데...... 이안의 것에 이를 세우자 아프다면서 고개를 흔든다. 한참동안 계속 빨아주자 이안의 허리가 확 휘더니 입안에 비릿하면서도 독특한 맛이 느껴지는 정액이 뿜어졌다. "하아,하아....아.... " 이안은 정신이 없는 듯한 몽롱한 눈빛으로 천정을 바라보며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데이몬은 이안의 것을 입안에 문채 이안의 입술에 키스를 하며 자신의 타액과 이안의 정액을 옮겨넣었다. "읍, 음.으음... " 이안은 자신의 입안으로 넘어오는 것이 자신의 정액임을 느꼈으나 그것과 함께 입안을 휘저으며 들어와 있는 데이몬의 혀에 의해 그것을 모두 삼킬 수 밖에 없었다. 데이몬이 키스를 멈추더니 이안의 입을 벌리고는 자신의 부풀어 있는 커다란 분신을 입안에 넣었다. 데이몬의 것이 너무 커서인지 목구멍까지 밀어넣었는데도 반도 들어가지 않았다. 그러나 데이몬은 그 느낌이 너무 황홀하게 느껴져 이안의 목구멍으로 피스톤운동을 하기 시작했다. 이안은 그의 단단한 것에 목이 아파왔으나 그를 방해하기 싫어 그대로 맞춰주려고 애를 쓰고 있었다. 얼마간 움직이던 그가 예상보다 많은 양의 정액을 이안의 입안에 뿌리고는 그것을 모두 삼키게 했다. 다시 집요한 애무가 시작되고 데이몬은 이안의 몸위에 자신의 몸을 밀착시키고는 자신의 분신을 이안의 분신에 밀착시키고 몸을 움직여 비벼대기 시작했다. 다시 힘을 얻어 점점 단단해지며 서로의 배를 찌르고 있는 것이 느껴지자 이안의 몸을 뒤집어 엉덩이를 높이 들게 하고는 이안의 애널로 들어가려 했다. 그러다가 갑자기, 이안의 애널이 자신의 것에 비해 작은 편이라는 사실이 떠올라 미리 충분히 준비를 해 주지 않으면 다시 유혈사태가 일어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데이몬은 문득 낮에 로즈와 피크닉을 다녀오면서 피크닉 바구니에 자리가 없다면서 데이몬의 겉옷 주머니에 넣어주던 생크림 생각이 났다. 데이몬은 조금 망설였으나, 어차피 먹는 음식이니 애널을 통해 들어가도 큰 탈이 없을 것이라는 생각에 옷을 뒤져 튜브에 들어 짜서 쓸 수 있는 생크림을 꺼내 보았다. 데이몬은 튜브의 뾰족한 끝을 애널 입구에 살짝 밀어넣었다. " 아... 무슨.... " 고개를 돌려 자신의 몸에 일어난 일을 확인하려는 이안에게 그냥 자신에게 맏기라며 말해준 후 계속 하던 일을 진행시켰다. 튜브의 끝이 들어가자 튜브를 짜서 내용물이 애널로 흘러들어가게 했다. 느낌이 이상한지 이안이 신음소리를 내며 허리를 약간 뒤틀며 엉덩이에 힘이들어가는 것이 보였다. 이안이 애널을 조이자 튜브끝과 애널이 맞물린 사이로 크림이 삐어져 나오기 시작한다. 데이몬은 튜브를 조심스럽게 애널속으로 깊이 밀어넣었다. 그리고 깊숙한 곳으로 튜브안의 내용물을 짜 넣었다. 이안은 몸안으로 흘러들어오는 이상한 느낌에 자신도 모르게 자꾸만 허리를 비틀며 엉덩이를 뒤로 뺐다. 데이몬은 크림이 흘러나오는 것을 막기 위해 이안의 배를 바짝 끌어당겨 엉덩이르 더욱 높이 들게 했다. 튜브가 거의 빈 것을 확인한 데이몬은 튜브를 잡아 빼고는 자신의 손가락을 하나 넣어보았다. 너무나도 부드럽게 쑥 밀려들어간다. " 아앗... " 이안의 신음 소리가 듣기 좋게 울려나온다. 손가락을 두개더 넣어 보았다. 약간 끼는 듯한 느낌이 들지만, 생각보다 수월하게 들어가는 것 같다. 데이몬은 열심히 손가락을 움직여 애널을 넓히기 시작했다. 그의 손가락의 움직임에 이안의 몸이 조금씩 달아오르는 것이 느껴진다. 어느 정도 충분히 넓어졌다고 판단한 데이몬은 손가락을 빼내고는 자신의 거대한 분신에 남은 생크림을 고루 바르고는 애널로 힘껏 밀어넣었다. " 아악! 아아...... " 이안은 고통스러워하는 것 같았으나 자신의 것을 잘 받아내주고 있었다. 점점 더 깊이 밀어 넣어 거의 모두 삼켜지자 조금씩 조금씩 속도를 올리며 삽입운동을 시작했다. 너무 부드럽고 뜨거운 내벽이 떨려오며 애널안에 질척하게 느껴지는 생크림의 느낌까지 가세하여 데이몬은 점점 더 오르가즘을 느끼기 시작했다. 이안은 데이몬이 좀더 깊이 들어올 수 있도록 데이몬의 움직임에 맞추어 허리를 흔들며 엉덩이를 돌리고 있었다. 그런 자극적인 모습에 더욱 피치를 올리며 절정에 치달았다. 드디어 체액을 쏟아내고는 그대로 이안의 몸을 끌어안고 숨을 몰아쉬었다. " 아, 이자벨...... " 이안은 데이몬이 절정에 이를 때마다 중얼거리는 그 단어에 묘한 불안감을 느꼈다. 그것이 무슨 뜻인지 묻고 싶었으나 왠지 물어서는 안될 것 같은 생각이 들어 입을 다물었다. 잠시 동안 둘은 몸을 붙이고 누워 숨을 고르며 정사의 여운이 가라앉기를 기다렸다. 데이몬은 곧 몸을 추스리고는 이안의 몸을 닦아주고 옷을 여며주고는 땀으로 젖은 몸과 옷에 묻은 지푸라기를 깨끗이 털어내 주었다. 그리고는 아무 말없이 이안을 부축해 오두막까지 데려다 주었다. 이안은 왠지 묵묵히 걷고 있는 그에게 말을 걸어서는 안될 것 같았다. 왠지는 모르지만, 그래야만 할 것 같았다. 그 이후로도 둘은 계속 이같은 만남을 몰래 갖기 시작했다. 그리고 항상 마지막에 듣게 되는 이자벨이라는 단어. 계속 신경이 쓰인다. 그리고 왠지 섹스가 끝난 후의 데이몬은 무언가 화난 사람처럼 보인다. 무엇이 마음에 안드는 걸까. 말이라도 해주면 고쳐볼텐데... 아무리 노력해도 항상 같은 결과가 반복된다. 그렇게 정열적으로 안아주고는 언제나 자신을 바래다주면서 아무 말도 없고 자신을 바라보지도 않는다. 이안은 알수 없는 불안감과 함께 그런 그가 야속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성으로 돌아오는 길에 데이몬은 깊은 생각에 빠졌다. 왜 항상 절정에 다다를 때마다 이안의 모습에 이자벨의 모습이 겹치는 것일까? 혹시 나는 이안에게서 이자벨을 느끼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자벨에게 차마 할 수 없었던 일을 이안에게 행하고, 그녀에게서 얻을 수 없었던 것을 이안에게서 얻으려하는 것일까? 아직 이안은 자신이 절정마다 그녀의 이름을 부르는 것을 듣지 못하는 것 같아 다행스러웠다. 만일그가 들었다면 그녀에 대해 물어보았을 테지. 데이몬은 머리속이 복잡해옴을 느끼고는 모든 생각을 접기로 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결론은 나지 않을 것 같으니까. 그는 오늘도 격한 정사로 피곤해진 몸을 침대에 뉘이고 단잠에 빠져 들었다 " 와아, 할아버지, 이것 좀 보세요. " 환한 미소를 띄며 조단을 부르는 소리에 조단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이안에게로 다가갔다. "이야, 이제 거의 푸른 빛에 가까와졌구나." 너무나 기뻐하는 이안의 눈동자를 들여다보며 조단은 이안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푸른 장미를 만든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으로 보이던 것이 엊그제같은데, 그 동안의 많은 시도와 실패가 헛되지 않고 결실을 보게 될 것같다. 이안의 손에 들려있는 작은 화분에 약간 푸른빛을 띄는 장미가 피어 있었다. 조단은 이안의 마음을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아마도 자신이 그렇게 노력해서 만들어낸 장미를 왕자님께 주고 싶은 것이리라. " 이안, 조금만 더 노력하면 되겠구나. " " 예... " 눈물까지 글썽이며 기뻐하는 모습을 보자 이안이 더욱 사랑스럽게 보인다. ****** " 도대체 이게 뭐야! 이따위로밖에 못만드는 거냐! " 요즘들어 점점더 신경질적이 되어버린 로즈가 집어던진 드레스를 허겁지겁 모아들고 한 시녀가 얼른 꽁무니를 뺀다. 방문을 닫고 빠져나오자 밖에 모여있던 다른 시녀들이 모여들었다. " 이번엔 또 뭐가 마음에 안 드신다니? " " 더 요염하게 보일 수 있는 옷을 가져오라신다. 하아~ " " 요즘 왜 저러시는 거야? " " 몰라서 묻는 거야? 이자벨 공주가 와 계시잖아. 데이몬 왕자님이 하루 종일 이자벨 공주님하고만 붙어있으시니까 질투가 나는 게지. 뭐. 간만에 혼자 친정에 오신 게 잘못이야. " " 왜 ? " " 너 바보냐? 왕자님이 이자벨 공주님을 얼마나 사모하는 지 몰라서 그래? 있잖아. 그래서 말인데, 그 이안이라는 애 말이야. 왕자님이 글쎄, 그 남자애랑 그렇고 그런 사이시래. " " 뭐라고? 어머, 세상에.... 하긴 성안에 있는 여자들이 눈에 들어오기나 하시겠어? 내가 봐도 숨막히게 예쁘더구만.. " " 그래도 남자애랑 어떻게...... " " 내 생각에는 말야.... 그 이안이라는 애, 이자벨공주님하고 닮지 않았니? " " 글쎄... 그러고 보니 그런것도 같다. 그래도 난 이안이 더 예쁜 것 같은데? " " 누가 더 예쁘고 아니고가 문제가 아니라, 아마도 그래서 왕자님이 그애를 안는 게 아닐까? " " 이자벨 공주님 대신으로? " " 그래. 그럴수도 있겠지. 남자애라 뒷탈도 없을 거고.... " " 어머, 그럼 그 이안이란 애만 안됐다. 얘... " 그 뒤로 종종 성안의 시녀들과 시종들 사이에 그 이야기가 화제가 되고 있었다. 정작 그 주인공들만 제외하고.. ****** " 데이몬, 너는 점점 더 늠름하고 멋있어지는구나. 갈수록 남자다와지고... " " 이자벨 누님도 언제봐도 아름답군요. 누님...... 남편께선 잘 해주시나요? 행복합니까? " " 응. 정말 행복해. " 데이몬은 가슴이 답답해져온다. 행복하다며 웃고 있는 이자벨. 만일 불행하다고 한다면 어떻게든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정말 행복하게 해 줄 수 있을 것을... " 왕자님... " 낮익은 목소리에 돌아다보니 어느샌가 이안이 자신의 뒤에 와서 서 있었다. 데이몬이 돌아보자 이안이 살짝 웃으며 말을 이었다. " 그 장미... 거의 다 완성되가요.. " 수줍게 웃는 이안의 모습이 너무나 아름답다. " 어머, 예쁘기도 해라. 누구니? 못보던 얼굴인데... 신기하기도 해라. 머리카락이 녹색이네. " 눈이 휘둥그래진 채 이안을 바라보던 이자벨이 데이몬의 팔을 잡아끌며 물었다. " 아, 새로 온 아이예요.. 이안, 그래. 장미가 완성되면 꼭 보여주길 바란다. 기대하고 있을께. 그럼... " 데이몬은 왠지 이안과 이자벨을 함께 두고 싶지 않았다. 둘을 보고 있으니 왠지 마음이 혼란스럽다. 그러나 이자벨은 돌아가자는 데이몬의 권유를 뿌리치고 계속 이안에게 호기심을 보이고 있었다. " 어머... 여자아이가 키도 늘씬하게 크구나. 정원일을 하는가 보구나. 이름이 뭐니? 아, 내이름을 먼저 밝히는 게 예의겠지. 호호... 나는 이자벨이라고 해. 데이몬의 누이지. 자, 네 이름은 ? " ' 이자벨이라고? 이 아름다운 여자가? ' 이안은 갑자기 눈앞이 노래지는 것 같았다. 데이몬이 자신의 몸안에 사정을 할 때마다 튀어나오던 단어가 이 여자의 이름이라니...... 그러나 얼른 정신을 수습한 이안이 떨리는 목소리를 누르며 입을 열었다.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 ... 이안, 이안이예요. ... 그리고, 나... 여자 아니예요. " " 어머, 정말? 아, 미안... 정말 놀랍구나. 세상에.... " " 할아버지가 찾으실 테니 이만 가 볼께요... " 풀이 죽은 목소리로 돌아선 이안은 발걸음을 재촉하며 온실쪽으로 향했다. 왠지 눈물이 주륵 흘러내린다. 데이몬과 이자벨은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계속하여 산책을 즐겼다. " 정말, 놀랍구나. 누가 그 아일 남자라고 보겠니? 정말 놀라워. " 이자벨을 혀를 내두르며 계속 이안의 이야기를 했다. 데이몬은 화제를 돌리고 싶었다. 이자벨의 이름을 들을 때 순간적으로 흔들리며 떨리던 이안의 눈동자가 계속 마음에 걸렸다. 그가 이자벨을 알 리가 없겠지만, 왠지 이안에게 미안한 마음이 드는 데이몬이었다. ****** " 무슨 일이냐, 이안.... " 조단은 이안의 눈물자욱과 충혈된 눈을 바라보며 걱정스럽게 물었다. 그러나 이안은 아무 말 없이 조단의 곁을 지나 아까 하던 장미손질을 계속 하고 있었다. 온실의 창밖너머로 데이몬 왕자를 발견하고는 후다닥 뛰어나가며 좋아하던 이안이 무슨 일일까 궁금했지만, 왠지 모르는 척 하는 것이 나을 것 같았다. ' 아니야. 아닐 거야... ' 이안은 애써 자신의 머리속에 떠오르는 여러가지 생각을 지워버리려고 장미손질에 전념하기 시작했다. ****** 밤이 깊어오자 이안은 자리에서 일어나 호숫가의 헛간으로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데이몬과 약속한 날이지만 왠지 오늘은 그리 즐거운 기분이 아니다. 헛간문이 삐걱이며 열리자, 헛간에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는 데이몬의 모습이 보인다. " 이안...... " 이안은 아무 말 없이 데이몬의 품에 안겼다. 데이몬은 빠른 손놀림으로 이안의 옷을 벗기고는 자신도 옷을 벗어던졌다. 이안의 몸이 푹신한 짚더미 위에 눕혀지고 데이몬은 굶주린듯이 이안의 몸을 탐했다. 이안의 몸은 점점 더 데이몬의 손놀림에 따라 달아오르기 시작한다. 순간적으로 이안의 머릿속에 데이몬이 자신을 버리면 어떻하나 하는 생각이 떠올랐다. 데이몬의 주변에 있는 다른 여자들에게 그를 빼앗길 것만 같다. 아름답고 요염한 로즈, 너무나도 아름답고 청초한 이자벨, 그리고 그의 주위에 맴도는 많은 아름답고 고귀한 귀족아가씨들...... 하찮고 미천한 인어족인데다가 자신은 여자도 아니고 밋밋한 남자의 몸을 가졌을 뿐이다. 도대체 아무 것도 가진 것이 없는 자신이 왕자를 잃지 않는 방법은 무엇일까? 가슴이 답답해 온다. 이제껏 한 번도 이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그저 왕자와 함께 있는 밤이 좋았고, 데이몬도 자신에게 항상 다정하게 대해 주었으니 그런 걱정을 할 필요도 없다고 여겼었다. 갑자기 밀려드는 불안감에 이안은 더욱 적극적으로 데이몬의 행위에 맞추어 움직이기 시작했다. 경험이 많은 데이몬에게 다른 여자들보다 못하다는 느낌을 갖게 하고 싶지가 않았다. " 아앗... 으..응..... " 오늘따라 자신의 애무에 더욱 달아오르며 자신의 목을 두 팔로 조르고 매달리는 이안의 몸에 데이몬은 여느때보다 더욱 흥분되어 온다. 데이몬은 이안의 입술에 진한 키스를 해 주었다. 데이몬의 혀가 이안의 입안을 휘젓자, 이안의 혀도 함께 호응하며 움직여 온다. 이안의 가슴을 쓰다듬으며, 그의 가슴돌기를 살짝 비틀어 본다. 역시 예민하게 반응하며 허리가 튀어올라 자신의 분신에 이안의 것이 부딪혀 온다. 이안은 벌써 거대하게 부풀어 자신의 배를 쿡쿡 찌르고 있는 데이몬의 것을 받아들이기 위해 두 다리를 벌리고 허리와 엉덩이를 들어 올리고는 다리를 구부려 가슴께까지 끌어 올렸다. " 오늘은.. 더 적극적인데. 이안... 좋아... " 데이몬은 준비가 다 된 상태로 기다리는 이안의 몸안에 들어가기 위하여 애널에 손가락을 넣어본다. " 하앗...하... " 손가락 하나에 이안의 몸이 떨려오며 손가락을 조이고 있다. 이상하다. 이안의 신음소리와, 자신을 이렇게나 원하고 있는 그의 몸을 보면 벌써 이안도 자신을 받아들일 준비가 다 돼어 있을 줄 알았는데, 그의 애널은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아직도 건조한 편이다. 이 상태로 자신의 것이 들어간다면 금새 찢어져 버릴 것 같다. 데이몬은 자신의 손가락 세개를 이안의 입안에 집어넣었다. 이안은 자신의 입안에 들어온 손가락을 정성껏 빨기 시작한다. 타액을 흥건히 묻힌 손가락을 빼서 다시 애널에 넣어본다. 좀 더 수월하게 들어갔다. 내벽에 골고루 묻히기 위해 손가락을 돌리며 내벽을 넓혀 갔다. " 아아... 아... " 약간은 쉰 듯한 목소리로 신음을 흘리는 이안의 눈동자가 조금 풀려있어 더욱 섹시하게 느껴진다. 약간 추운지 팔에 소름이 조금 돋아있고, 그가 신음을 흘릴 때마다 하얀 입김이 나온다. 겨울날씨답게 조금씩 추워지던 날씨가 오늘따라 더욱 심해져 두사람의 살이 맞닿은 곳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에 닿아지는 밤공기가 너무나 춥다. 그러나, 데이몬은 계속 이안의 몸에 자신의 몸을 비벼가며 열기를 만들어가고 있었다. 달아오른 몸과 열기에 그다지 춥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데이몬의 손가락 세개가 아직도 이안의 애널안을 움직이고 있지만, 더 이상 넓혀지지가 않는다. ' 역시 좁군. ' 데이몬의 것에 비해 이안의 애널은 너무 좁아 이정도의 타액을 바르는 것만으로는 이안이 느끼게 될 고통이 클 것 같다. 데이몬이 난감해하고 있을 때 팔 하나 뻗어 닿을 거리에 있는 창문에 달려 있는 고드름이 보인다. 데이몬은 그 중에 약간 큰 것 하나를 '뚝'하고 꺾어 보았다. 마치 한껏 부풀어 있는 페니스처럼 생겼다. 이안은 애무가 멈추어지자 숨을 몰아쉬며 안타까운 눈을 들어 데이몬을 보았다. '고드름?' 대체 뭐하고 있는 거지? 이안의 궁금증에 대답이라도 하듯이 데이몬이 그 고드름을 이안의 애널 가까이 가져가더니 이안의 애널 안으로 쑥 밀어넣었다. " 아악! 시,싫어요... 아, 아파...... " 0326 이안은 자신의 뜨거운 몸속으로 들어온 고드름이 너무 차가와 비수가 꼿히는 것 같은 아픔을 느꼈다. 그것을 밀어내기 위해 애널을 있는 힘껏 조이자, 약간 밀려나가는 것 같다. 데이몬은 이안의 엉덩이 근육에 힘이 들어가고 고드름이 밀려나오자 다시 그것을 깊이 밀어넣고는 애널을 손가락으로 막고 있었다. " 제발.... 너무, 차,차가와요.... " " 그래도 이렇게라도 하는 게 나중에 수월할 거야... " 정말 괴로운지 눈물을 글썽이는 이안의 모습에 마음이 약간 아팠지만, 본격적인 삽입에 다쳐 며칠을 고생하는 것보단 나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손가락으로 막고 있는 애널에서 물이 흘러나온다. 이안의 뜨거운 내벽의 열기에 고드름이 녹아내리며 내벽을 적시고 있는 것 같다. 거의 다 녹았을 거란 생각에 손을 떼자 처음 크기의 반도 안되게 녹아버린 고드름 조각이 쑥 빠져 나온다. 그것을 빼내고 손가락을 하나 넣어보았다. 차갑고 물이 흥건한 내벽이 느껴진다. 아우성을 치고 있는 분신을 이안의 애널로 밀어넣었다. "아앗 ! 으,윽....으음.... " 역시 아무리 해도 처음 들어갈 때는 아픈가 보다. 미간을 찡그리며 고통스러워하던 이안이 점점 적응을 해가는듯 스스로 애널을 넓혀 데이몬을 더 깊은 곳으로 안내하고 있다. " 허억... 으으... 좋아... 이안.... " 고드름 덕에 차가운 내벽안을 들어가자 짜릿한 느낌이 든다. 점점 더 깊이 들어갈 수록 엉덩이를 높이 들고 있어서 안에 고여 있던 물이 질척하게 느껴지며 분신의 끝을 간질간질하게 자극하여 참을 수 없이 기분이 좋다. 처음엔 차갑던 내벽이 점점 열기에 따뜻해 지더니 이제는 뜨겁게 조이고 있다. " 하아, 하아, 하아... " 데이몬의 거친 피스톤 운동에 이안의 가냘픈 몸이 함께 흔들려온다. 그 흔들림에 맞추어 흘리고 있는 거친 호흡과 신음소리가 데이몬을 계속 자극하고 있다. 이안은 데이몬이 더욱 깊이 들어올 수 있도록 애널에 힘을 풀어 넓혀 주다가 데이몬의 것이 끝까지 들어오자 애널을 조이기 시작했다. 데이몬은 항상 이안의 애널이 주는 강한 조임을 원했다. 이안은 데이몬의 것이 쭉 빼어졌다가 한번에 쭉 밀고 들어오는 행위를 반복하자 그 자극과 통증에 계속 신음했다. 정말 너무나도 묘한 느낌이었다. 자신의 내벽안에 고여 있던 많은 물 때문에 그의 것이 밀고 들어올때마다 평소보다 더 음란하고 질척한 소리가 나는 것 같아 창피했다. 오늘따라 새소리,벌레소리 하나 없이 고요한 밤이라 그의 애널과 데이몬의 페니스가 내는 마찰음이 더욱 음란하게 들리는 듯하다. 데이몬이 또다시 거칠게 허리를 흔들어 피스톤운동을 시작하더니 허리를 휘면서 이안의 애널안을 자신의 정액으로 가득 채웠다. " 오늘, 정말 좋았어..... 이안.... " 이안은 눈물이 나는 것을 참고 누워있었다. 데이몬이 오늘도 어김없이 사정시에 그 여자의 이름을 내뱉는 것을 들었기 때문이다. 데이몬은 의식조차 못하고 있지만. 데이몬은 오늘따라 더욱 지쳐 보이는 이안을 다정하게 일으켜 주었다. "으으... " 이안은 여러번의 정사로 허리가 꺾인 것처럼 아파왔다. 애널도 다른 때에 비하면 덜한 편이긴 하지만 여지없이 상처가 나 있었다. 데이몬은 비칠거리는 이안을 똑바로 잡아 세워주며 주섬주섬 옷을 모아주었다. 그리고 자신도 옷을 입기 시작했다. 적나라한 섹스까지 한 사인데 무엇이 부끄러운지 이안은 항상 자신에게 등을 보이며 옷을 입는다. 얼른 옷을 입은 데이몬은 가만히 기대어 앉아 이안의 옷입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이안은 아픈 몸으로 느릿느릿 옷을 꿰어입고 있었다. 이안의 몸에 고여 있었을 액체들이 줄줄 흘러나오는 것이 보인다. 느낌이 안좋을 것 같다. 생각보다 많은 액들이 나오고 있다. 고드름이 녹아 고여 있던 물과 5번의 정사로 몸안에 뿜어낸 자신의 정액과 그의 것을 감당못해 찢어진 상처에서 나오는 약간의 피...... 이안은 몸이 너무 아팠다. 까칠한 짚더미에서 데이몬의 거친 삽입운동을 감당하기에는 너무 힘이 들었다. 간신히 후들거리는 다리로 버티고 서자 몸안의 것이 줄줄 흘러나오는 것이 느껴진다. 매번 이 느낌이 너무 부끄럽고 싫다. 항상 데이몬과의 정사후에 데이몬은 빨리 헛간을 나가고 싶어해서 이안은 얼른 옷을 입고 그를 따라나섰었다. 집에 가는 도중에도 걸음을 뗄 때마다 애널안의 액이 흘러나오는 것이 느껴져 찝찝했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 보면 어김없이 속옷이 질척하게 자신의 몸안에서 새어나온 액으로 범벅이 되어있었다. 평상시와는 달리 고드름 때문에 고여 있던 물 때문에 이번에는 그냥 옷을 입으면 속옷뿐 아니라 바지까지 흥건히 젖을 것 같아 난감했다. 무의식 중에 주변을 둘러보던 이안은 바닥에 굴러다니는 낡은 천 조각을 발견했다. 빨리 옷을 입고 데이몬을 따라나서야 한다는 생각에 아무 생각없이 그 천 조각을 애널에 갖다대려고 했다. " 무슨 짓이야! " 이안의 손에 있던 천 조각이 거칠게 낚아채지자 이안이 돌아보니 데이몬이 황당하다는 듯이 쳐다보고 있었다. " 이런 더러운 걸로 닦으면, 가뜩이나 상처가 나 있는데 감염이라도 되면 어쩔려구 그러는 거야. 다 나올 때까지 기다리면 되잖아. 자, 이렇게 하면 더 쉽게 나올거야." 데이몬은 이안의 어깨를 잡아눌러 쪼그리고 앉게 했다. 다리를 벌리고 쪼그리고 앉아 있으니 몸안의 것이 더욱 빠른 속도로 흘러 나오고 있었다. 그러나 이안은 데이몬의 앞에서 이런 모습을 보이는 것이 너무 창피하고 자존심이 상했다. " 흑흑.... " 데이몬은 흐느끼는 소리에 이안을 바라보았다. 셔츠만을 입고 쪼그리고 앉아 어깨를 흔들며 얼굴을 묻고 울고 있었다. 데이몬은 이안의 처지를 생각 못한 채 자신의 입장에서만 다루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무리 여자처럼 생겼어도 남자인 자신에게 몸을 열고 애널을 대주는 것은 결코 쉽지않을 텐데..... 정사후에도 자신은 그저 분신에 묻은 약간의 것들을 닦아내기만 하면 되지만, 이안은 언제나 저런 일을 다 겪어내며 감당해왔을 것이다. 게다가 항상 다치게 되는 것도, 더 아프고 괴로운 것도 이안일 것이다. 항상 수줍던 이안이 자신의 앞에서 저러고 있는 것을 얼마나 창피하고 부끄러워하고 있겠는가. 좀더 상냥하게 해 줘야 하는 건데... " 자, 좀 봐... 괜찮아. 부끄러워 할 것 없어... " 데이몬은 이안에게 다가가 살며시 흐느끼고 있는 이안의 어깨를 안았다. 그리고는 자신의 부드러운 셔츠를 벗어 이안의 엉덩이와 다리의 흥건한 액을 조심스럽게 닦아내기 시작했다. 이안은 자신의 손이 닿을 때마다 흠칫거리기만 할 뿐 아직도 얼굴을 파묻고 있었다. " 이안... 혼자 다 감당하려 하지마.... 이건 다 내가 만들어낸 거니까, 내가 다 닦아내 줄께. 응? 자, 울지마.... 그동안은 이게 다 흘러나온다는 생각은 한 번도 못했어. 그동안 어떻게 한 마디도 안하고 아무렇지 않은 듯이 혼자 뒤처리를 한 거야... 정말, 미안...... " 데이몬은 이안의 등을 다독다독거려 주었다. 이안을 달래주고 옷을 입는 것을 도와준 데이몬은 조심스럽게 이안을 업어주었다. 당황하여 내리려고 발버둥치는 이안에게 꿈쩍도 안하고 계속 묵묵히 걷자 이안도 어느새 데이몬의 목에 팔을 감고 그의 넓은 등에 머리를 기대고 있었다. 오두막에 도착한 데이몬은 이안을 조심스럽게 내려주고는 이안의 눈을 들여다보았다. 언제 보아도 깊고 맑은 깨끗한 눈이다. " 잘 자. 이안... " 이안은 자신의 이마에 키스를 하고 돌아서 성으로 돌아가는 데이몬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모습이 멀어져 하나의 점처럼 보이더니 이내 시야에서 사라져 버렸다. 그후 며칠동안 이안은 데이몬과 만날 수가 없었다. 약속된 날밤에 헛간에 가 보아도 그는 와 있지 않았던 것이다. 소문에 의하면 이자벨과 함께 가까운 별장에 가 있다는 것이다. 오늘이나 도착할 것이라고.... 이안은 마음이 무척 아파왔다. 하루종일 이유모를 불안이 밀려와 일이 손에 잡히지 았는다. 머리속에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데이몬과 이자벨이 커다란 침대 위에서 정사를 벌이는 장면이 상상이 되어 계속 고개를 저으며 그 환영을 지우기에 급급했다. 그러나, 이안은 한편으로는 데이몬과 이자벨이 무척 잘 어울리는 한 쌍이라는 것을 알고 있어 더욱 마음이 아파온다. 데이몬의 곁에서 더욱 빛을 발하는 것은 자신이 아닌, 이자벨일 것이다. 자신은 그저 데이몬의 섹스기구에 불과한 지도 모른다. 자신은 이자벨처럼 데이몬의 곁에 팔짱을 끼고 남들 앞에서 당당히 다정한 모습으로 걸을 수도 없다. 항상 남의 눈을 피해 더럽고 어두운 헛간에서의 만남이 고작일 뿐...... 왠지 자신이 너무 비참하게 느껴지고 있었다. " 이안, 어서 이리 와봐라. 어서! " " 예...? " 이안은 자신을 큰 소리로 부르고 있는 조단의 모습에 의아해 하면서 조단이 다시 들어가버린 온실 안으로 쫓아 들어갔다. " 이것봐라. 이안..... 정말 축하한다. " " 아!... " 이안은 눈앞의 광경에 너무 감격하여 말을 이을 수가 없었다. 그 동안의 자신의 정성과 노력의 결실이 드디어 눈앞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이안의 손에는 이안의 눈동자만큼 짙고 푸른 장미가 살짝 봉오리를 벌리고 매혹적인 모습으로 피어 있는 작은 화분이 들려 있었다. 그 장미는 태양이 비치는 각도에 따라 바다만큼 푸르게 보이기도 하고 어떤 각도에서 보면 이안의 머리카락과 눈동자와 같은 짙은 초록색을 띄기도 하는 너무나도 아름다운 모습을 갖추고 있었다. " 이안, 넋놓고 있지만 말고 이걸 갖고 가볼 데가 있을 텐데. 아마." " 예? " " 다 알고 있다. 이걸 주고 싶은 사람이 있다는 거. 어서 가 보아라. " " 아... 하지만, 데이몬은 지금 별장에 계시데요. 지금 가 봐도 방에는... " " 무슨 소리냐, 오늘 아침 일찍 벌써 돌아와 침실에 계시는데, 어서 가보아라. 무척 기뻐하실 거다. 이안. " " 예! 할아버지. " 모처럼 활짝 웃는 얼굴을 보게 되어 조단은 매우 흡족해졌다. 근래들어 저처럼 즐거운 표정을 짓는 것은 처음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요즘은 통 의욕이 없고 우울해 보이던 이안이 몹시 걱정되던 터에 너무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하며 이안이 화분을 들고 뛰어가는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 성 안에 들어와본지 벌써 1년 가까이 되가는 것 같다. 오래간만에 들어와 데이몬의 침실을 찾을 수 있을 지 의문이다. 다행히 성안에는 아직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인적이 드물어 이안을 제지하는 자가 없었다. 이안은 발소리를 죽이고 데이몬의 침실을 찾아 복도를 걷고 있었다. 데이몬의 침실에 노크를 해 보았지만, 대답이 없다. 살며시 문을 열어 보았으나 데이몬은 안에 있지 않았다. 약간 실망이 된 이안이 발걸음을 돌리려는 순간, 데이몬의 옆방의 문이 열려 있는 것이 보인다. 혹시 하는 마음에 그 방안으로 조용히 들어가 보았다. 침실 한 가운데에 있는 매우 화려하고 안락해 보이는 양털이 깔린 고급 침대가 보이고, 그 위에 누군가 파묻히듯이 누워있는 것이 보인다. 살며시 다가가 보았다. ' 이자벨...... ' 쿠션이 좋은 푹신한 침대 위에 이자벨이 누워 잠이 들어 있었다. 시트로 몸이 덮혀 있으나 어깨 부분이 시트 밖으로 나와 있다. 옷을 입고 있지 않은지 살결 고운 어깨가 그대로 나타난다. 이안은 무의식적으로 그녀 옆에 앉아 그녀의 잠자는 얼굴을 들여다 보았다. ' 아름답다...... 이렇게 아름다운 여자랑 같이 있으면 나같은 건 생각도 안 나겠지... ' 이안은 그녀의 아름다움에 질투하고 있는 자신에게 너무 화가 났다. 이러면 안 되는데... 내 주제를 알아야 하는데...... 이안은 깊은 한숨을 쉬고는 마음을 진정시켰다. 문득 자신이 걸터앉은 침대가 너무 기분좋게 느껴진다. 침대 위에 깔려있는 양털이불을 손바닥으로 쓸어 본다. 너무 부드럽다. 이 여자는 항상 이런 부드럽고 깨끗한 침대 위에서 데이몬에게 안기는 건가? 이 여자 뿐이 아니겠지. 로즈의 침대 또한 이렇겠지. 그녀도 이런 침대에 누워 데이몬을 받아들이겠지. 데이몬이 사랑하는 여자들이니까...... 신분 높고 고귀한 아가씨들이니까...... 나는..... 갑자기 자신은 항상 더럽고 어두운 헛간에서, 까칠한 짚더미 위에서 데이몬을 받아들여왔다는 것이 생각났다. 데이몬은 남들의 시선이 두려워 그와 그곳에서만 만난다고 했지만, 생각해 보면 데이몬이 그럴 마음만 있었으면 침대가 있는, 이런 고급이 아닐지라도..., 그런 은밀한 장소도 만들어줄 수가 있었을 것이다. 단지 그럴 마음이 없던것일까? 아니면, 자신에게는 그런 헛간이 더 어울린다고 생각했던 것일까? 갑자기 서글퍼지기 시작한다. 데이몬이 나를 조금이라도 사랑하고 있는 것일까? 나는 단지 이 여자의 대용품은 아니였을까? 이 여자의 연약한 몸에 무리를 줄까봐, 이 여자에게는 부드럽게 섹스를 하고, 자신은 그가 다 풀어내지 못한 것을 처리하기 위해 불려가는 도구에 지나지 않았던 것은 아닐까? 이런 양털위에서 안기면 어떤 기분이 들까? 이안은 계속해서 양털을 쓰다듬고 있었다. 그때였다. " 이안! 여기서 도대체 뭐하고 있는 거야! " 열린 방문 사이로 어느 새 로즈가 들어와 버티고 서서 이안을 노려보고 있었다. 그녀의 고함소리에 자고 있던 이자벨이 눈을 떴다. " 어멋 " 이자벨은 당황하여 시트를 끌어당겨 자신의 몸을 가리고는 옆에 벗어두었던 드레스를 얼른 입기 시작했다. " 저,저는 그냥.... " 너무나 갑작스러운 일에 이안이 당황하여 더듬거리자, 로즈가 이안의 앞으로 다가왔다. 그리고는 갑자기 이안은 눈앞에 불꽃이 튀는 것을 느꼈다. " 철썩 " 이안은 본능적으로 자신의 아픈 뺨에 손을 대어 보았다. 화끈거리며 열이 나고 있는 것이 느껴진다. " 이 천한 녀석, 감히 어딜 몰래 들어와서.... 세상에.... 그 더러운 손으로 이 양털 시트를 만진 거냐? 얼룩이 져버렸잖아. 이게 얼마나 비싼 건데....... 이자벨 누님을 위해 데이몬이 타국에서 구해온 거라구! " 이안은 자신이 만진 곳에 얼룩이 져있는 걸 보고 당황되었다. 자신의 손에 흙이 묻은 걸 깜빡했던 것이다. " 전.... 죄송해요... " 눈물을 글썽이는 이안을 보고 이자벨이 다정스럽게 말을 했다. " 아, 괜찮아. 시녀들에게 잘 빨아보라고 하면 되니까. " 로즈는 이자벨에게 데이몬을 빼앗긴 분풀이를 이안에게 해대기 시작했다. 이안 또한 자신에게 있어 라이벌인 데다가 만만한 상대이기 때문에 분풀이 상대로는 안성맞춤인 것이다. " 안 되요. 이런 천한 것에게 그렇게 자비를 베풀어봤자, 고마와할 줄도 모르는 것들이라고요. 이자벨 공주님. 이안! 너같은 건 성안에 들어오면 안 된다는 걸 잊은 거냐? 데이몬이 널 좀 안아 준다고 아주 간이 부었나 보구나. 하지만, 그가 널 조금도 사랑하지 않는다는 걸 너도 알겠지? 넌 단지 이자벨 공주님의 대용품일 뿐이야. 살아있는 섹스도구라구 " " 철썩 " 로즈의 잔인한 말에 이성을 잃은 이안이 순간적으로 손을 들어 이자벨의 뺨을 후려쳤다. 이자벨은 예상외의 공격에 균형을 잃고 쓰러졌다. " 아악 ! " " 로즈 ! " 로즈가 쓰러지면서 침대 옆 탁자가 넘어지고 로즈가 그 탁자의 모서리에 이마를 부딪혀 피를 흘리며 벌벌 떨고 있었다. 이안은 그 모습과 자신의 행동에 놀라 몸을 떨며 눈을 크게 뜨고 서 있었다. 이자벨이 얼른 로즈에게로 다가가 그녀의 이마를 수건으로 눌러주었다. 예상보다 피가 많이 흐르는 것으로 보아 상처가 큰 모양이었다. " 무슨 소란입니까 ? ... 아니! 로즈! " 이자벨의 침실에서 나는 소란에 사람들이 모여들었고, 이자벨에게 볼 일이 있어 이 쪽으로 오던 데이몬이 그 소란에 놀라 사람들을 밀치며 방안으로 들어와 있었다. 피를 흘리며 앉아 엉엉 소리를 내며 울고 있는 로즈를 보고는 그녀의 이마의 수건을 떼어 보았다. 꽤 크게 찢어진 상처가 보인다. " 도대체 무슨 일입니까? 로즈. 어째서 이런.... " " 저, 저 놈이 나를 쳤어요.... 데이몬.... " 데이몬은 눈을 들어 이안을 바라보았다. " 무슨 짓이지? " 이안은 무섭게 자신을 바라보는 데이몬이 원망스러워졌다. 그녀가 먼저 나를 쳤는데... 그녀가 나를 모욕했는데.... 이안은 자신이 잘못했다고 생각하고 있던 것은 모두 잊고 그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외쳤다. 그가 미웠다. 자신을 노려보고 있는 그가...... " 그녀가 나빠요! 그녀가 나를 모욕했어요! " " 철썩 ! " 커다란 소리가 울리며 이안의 몸이 방 한구석으로 나동그라졌다. 이안은 정신이 아찔할 만큼 아픈 뺨을 감싸고 있었다. 이안은 눈을 들어 데이몬을 바라보았다. 그의 얼굴이 자신의 눈물로 시야가 가려져 뿌옇게 보였다. 데이몬은 순간적으로 행한 자신의 행동에 자신도 놀라버렸다. 이안을 내손으로 치다니.... 데이몬은 얼얼한 느낌이 남아있는 자신의 오른손과 이안의 얼굴을 번갈아보았다. 이안의 뺨은 붉은 손바닥자국이 나있었고, 그 뺨을 타고 눈물이 주륵주륵 흐르고 있었다. " 아.... " 데이몬이 다가가려 하자, 이안이 벌떡 일어나 데이몬을 있는 힘껏 밀치고 밖으로 뛰어 나갔다. 이안의 울음소리가 점점 커지며 복도를 울리며 사라져간다. " 이안! " 정신을 가다듬은 데이몬이 복도를 내다보았을 때 이안은 벌써 1층까지 뛰어내려가 현관문을 박차고 뛰어나가고 있었다. 데이몬은 얼른 창밖을 바라보고 소리를 질렀다. " 이안! " 정원을 가로질러 달리고 있는 이안의 뒷모습이 보인다. 아직도 뺨을 손으로 감싸고 정신없이 울며 달리고 있었다. "이안...... " 데이몬은 작은 소리로 그의 이름을 중얼거리며 바라보다가 뒤돌아섰다. 방 한가운데에 이안의 손에 들려있었을 작은 화분이 산산조각이 난채 푸른 장미가 채 활짝 피어보지도 못한 채 깨진 화분 조각과 흙더미에 깔려 갈갈이 찢어져 있었다. ' 이안.... 나한테 이걸 주려고 왔었구나.... ' 데이몬은 가슴이 아파왔다. 갈기갈기 찢어진 장미를 보니 이안의 마음도 이처럼 찢어져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데이몬은 울고 있는 로즈를 안고 의사에게 치료를 맡겼다. 로즈의 손을 잡고 그녀를 위로하고 있었지만, 그 와중에도 데이몬의 마음은 이안의 생각으로 꽉 차 있었다. 이안이, 그토록 여린 이안이 왜 로즈를 때렸을까? 무슨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그의 변명은 듣지도 않고 욱 하는 마음에 이안을 때린 자신의 행동이 너무나 후회되었다. ' 아, 내일 찾아가서 용서를 구해야겠군.... 얼마나 상처를 받았을까? 그렇게 세게 때려버리다니...... ' 데이몬은 마음속으로 다짐하고 있었다. 그 다음날 점심식사를 마친 데이몬이 이안이 일하고 있을 온실로 찾아갔다. 그러나, 이안 뿐만 아니라 조단의 모습도 보이질 않았다. 데이몬은 온실 안의 다른 일꾼들에게 물어 보았으나 그들은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 뿐 아는 이가 없었다. 데이몬은 발걸음을 돌려 조단의 오두막으로 향했다. 그러나 오두막 안도 텅 비어있었다. ' 도대체 어디로 간 걸까? ' 데이몬은 이안에게 빨리 사과를 하고 싶었으나 도무지 찾을 수가 없어 다시 성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 " 어머, 정말 이렇게 예쁜 머리를 자르려고? 정말 후회하지 않겠어? " " ...... 예.... " 조단과 이안은 조단의 누이의 집에 와 있었다. 어젯밤 집으로 돌아온 이안의 뺨에 나 있던 손바닥 자국과 돌아오자 마자 침대위에 몸을 던지고 펑펑 울어대던 이안의 모습에 너무나 놀라 조단은 이안에게 우는 무슨일이 있었는지 물어보았으나, 이안은 정신없이 목을 놓아 울기만 했다. 조단은 이안의 등을 토닥여 주는 것밖에 할 수가 없었다. 오늘 아침 일찍 이안은 조단에게 뜬금없는 질문을 해서 그를 당황하게 만들었었다. " 제가... 어디가 이자벨 공주님하고 닮았나요? " " 뭐?.... " " 어디가 이자벨 공주님하고 닮았냐고요. 네? " " 그, 그야.... 전체적인 이미지하고.... 그래 그 탐스러운 긴 머리가 제일 닮은 것 같구나. " 조단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거울앞에 서서 자신의 모습을 들여다보던 이안이 다짜고짜 머리를 자르겠다고 선언을 했다. 조단의 만류와 설득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진지하게 우겨대는 이안의 태도에 못이겨 조단은 이안을 데리고 자신의 누이를 찾아간 것이다. 이안의 아름다운 머리를 자르는 것이 너무나 아깝다는 생각에 누이는 가위를 들고 계속 망설이고 있었다. 이안이 거울을 통해 간절한 눈빛을 전하자 누이는 가위를 들고 머리를 잘라나갔다. 싹둑싹둑 가위 소리와 함께 고운 초록빛 머리카락이 바닥으로 떨어져 쌓여가고 있었다. 이안의 눈에서 눈물이 흐른다. 이안은 연신 소매를 들어 눈물을 훔치며 태연한 척 하려고 애쓰고 있었다. " 자, 마음에 드니? " 이안은 고개를 들어 거울을 들여다 보았다. 거울 안에 있는 사람은 왠지 낯설게만 보였다. 허리까지 내려오던 머리카락이 귀가 살짝 덮일 정도로 짧게 싹둑 잘려나갔다. 머리카락만이 잘라졌을 뿐인데 이렇게 낯설게 느껴지다니..... 하지만 한편으로는 속이 시원해졌다. 이제 더이상 여자처럼 보이지는 않겠지. 더이상은 여자 대용품이 되지는 않을 거야..... 절대로.... 그런 생각에 눈물이 퐁퐁 솟는 듯했으나 눈을 감고 눈물을 삼켜버렸다. 그러나 남자답게 보일 거라는 이안의 생각은 이안만의 생각일 뿐이다. 조단과 그의 누이는 이안의 짧아진 머리카락에 의해 드러난 길고 하얀 목선이 이안의 이미지를 더욱 색정적으로 보이게 하는 듯했다. 이안의 볼을 감싸고 떨어지는 짧은 머리카락이 턱선에서 찰랑거리며 흔들리는 모습이 이안의 모습을 더욱 어리고, 갸냘퍼 보이게 한다. 더욱 중성적인 매력이 물씬 풍기는 것 같아 위험스럽게 보일 정도이다. 그러나 지금의 모습에 만족해하는 이안에게 둘은 아무말 하지 않았다. 단지 잘 어울린다는 말을 했을 뿐. 이안은 무거웠던 마음이 조금은 가벼워진듯 하여 기분이 한결 좋아졌다. 이제는 데이몬이 자신을 이자벨로 착각하지도, 그녀 대신으로 생각하지도 않을 것이다. 이제는 그의 앞에서 더는 비참해지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 다음날 아침, 데이몬은 다시 온실을 찾았다. 넓은 온실에서 일하고 있는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이안의 모습을 찾았다. 그러나 쉽게 눈에 뜨일만한 이안의 길고 아름다운 머리카락이 보이질 않는다. ' 오늘도 안 나온 건가? ' 실망하여 돌아서려는 순간, 자신의 눈에 낯익은 초록빛 머리를 가진 소년의 뒷모습이 들어왔다. 짧은 컷트머리..... 이안일 리가 없다. 하지만 저런 초록색 머리카락을 가진 자가 이안외에 또 있었던가? 설마하는 마음에 데이몬이 그 소년의 뒤로 다가갔다. 소년은 데이몬이 다가가는 것도 의식하지 못한 채 열심히 장미를 손질하고 있었다. 소년의 앞모습을 보기 위하여 앞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 이안?..... " 너무나 놀라 묻고 있는 데이몬의 목소리에 이안이 고개를 들어 데이몬을 바라보았다. 틀림없는 이안이었다. 어딘가 약간 분위기가 달라진 듯 하지만, 이런 아름다운 얼굴이 둘이 있을 수는 없다. 데이몬이 놀라 아무말없이 이안을 바라보자, 이안은 다시 고개를 숙이고는 하던일을 계속 해 나갔다. " 이안, 머리가.... 왜.. 자른 거야? 그렇게 아름다왔는데.... 정말 마음에 들었었는데.... " " ...... " 대답이 없이 이안은 데이몬의 말에 손을 멈추고 장미를 뚫어지게 쳐다보고만 있었다. " 이안? " " 당신의 마음에 든 건.... 제 머리카락 뿐이었나요? " " 뭐? " " 그럼... 이제 당신이 나를 찾을 이윤 없어진 거군요. 이제 더 이상 이자벨 공주님과 착각할 수 없게 되버렸으니까... " " 무슨 소리야, 이안? " 데이몬은 이안이 던진 말에 충격을 받았다. 설마.... 이안이 자신이 내뱉던 소리를 들었었단 이야기인가? " 이제... 더 이상 여자로 보이지 않죠? 이제.... 날.. 안지 못할 거예요.. " " 무슨 소릴 하는지 모르겠군. 내가... 내가 널 때린 것 때문에 화가 난거야? 나한테? 그건 내가 잘못했어. 하지만, 이안, 너도 로즈를 상처입힌 건 잘못한 거야. 그래서 순간적으로 손이 올라간거야.... 미안... 나한테 화가 많이 났나보구나. " " ....... 네. 화가 많이 났었어요. 당신한테.... 또 나한테.... 당신이 나를 이자벨 공주님 대신으로, 그녀의 대용품으로 대해 왔다는 게 너무 화가 났어요. 나한테 다정하게 했던 말들, 행동들, 나에게 보여주던 미소나 따뜻한 표정들... 하나같이 나를 향한게 아니었어. 단지, 그녀를 향한 것이었는데, 바보같이 그것들 때문에 웃고 울던 내가 너무나 한심했어요. 당신이 너무 원망스러웠어요. " " 이안, 나는... " " 하지만, 당신 잘못만이 아니예요. 눈치없이 당신한테 매달리던 내가 더 바보같았던 거겠죠. 당신이 나한테 잘해 주니까, 나도 모르게 당신한테 사랑받는다고 혼자 착각하고, 내 주제를 잊고 점점 더 많은 걸 바라게 되어 갔으니까...... 당신이 왜 항상 날 더럽고 어두운 헛간에서 안는 걸까 생각하면서, 이자벨 공주님이나 로즈 아가씨처럼 깨끗하고 부드러운 침대 위에서 안기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나같은 하찮은 거한테는 그런 헛간이 더 어울린다는 것도 잊었던 거예요.... 쿡쿡쿡 ... 좀 더 일찍.. 눈치챘으면 그런 바보같은 바램도 없었을 거야... " 여전히 고개를 숙인채 자신을 바라보지도 않고 이야기를 하고 있는 이안의 턱선을 따라 눈물 방울이 흘러 떨어져 흙속으로 젖어들어가는 것이 보인다. 여전히 뺨 한쪽에 희미하게 붉은 손바닥 자국이 남아있어 더욱 가슴이 아파온다. 데이몬은 너무나 혼란스러워졌다. 과연 이안을 안은 것이 단지 이자벨 대신으로였을까? 한 동안 자신이 고민하다가 결론을 맺지 못한채 파묻어 버렸던 것들이 이안의 입을 통해 쏟아져나와 더욱 혼란스러워져 왔다. " 왕자님.... 나... 조금은.. 아주, 아주 조금은 ... 사랑했었어요? 아주.. 조금이라도.... " 이안의 어깨와 입술이 파르르 떨리는 것이 보인다. 울음을 참고 있느라 꼭 깨물고 있는 입술이 파랗게 질려 있었다. ' 나는 이 아이를 정말 사랑했던 걸까? 나의 모든 사랑은 이자벨에게 바쳐왔는데... 이 아이에게 줄만한 사랑이 과연 남아 있었을까? 정말 이 아이는 이자벨 대신이었을까? 그렇다면 이건 뭐지? 이.. 가슴이 찢어질 듯한 아픔은? ' 데이몬의 대답이 없자, 이안은 고개를 들어 데이몬의 눈동자를 바라보았다. 이안의 얼굴은 벌써 눈물로 젖어있었다. 아직도 눈물이 계속 흘러내리는 것이 보인다. 이안은 데이몬의 얼굴을 한참동안 바라보다가 살며시 데이몬의 목에 손을 뻗어 까치발로 서서는 데이몬의 입술에 살짝 키스를 했다. 그리고는 눈물이 흐르는 얼굴로 입술끝을 살짝 올리며 미소를 지었다. 이 세상에서 보아온 가장 슬픈 미소를..... " 난, 정말 당신을 사랑했는데..... 이제, 우리... 다시는 얼굴 마주하는 일... 없으면 좋겠어요. 그게... 서로에게 좋을 거예요... 안녕... " 이안이 고개를 돌리고는 힘없이 돌아서서 데이몬에게서 멀어져 간다. 데이몬은 멍하니 그의 뒷모습만을 보고 있었다. 머릿속이 온통 뒤죽박죽이었다. 마치 누군가가 머리속을 마구마구 휘젓고 있는 것만 같았다. ' 젠장... 왜 이렇게 혼란스러운 거야.... 왜 이렇게 가슴이 아픈 거냐구....' 데이몬은 이안이 사라진 곳을 바라보며 마냥 서 있었다. 그날 이후 데이몬은 몰라보게 초조한 모습으로 돌아다니거나 성 안을 서성이는 시간이 많아졌다. 자신의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다. 벌써 이안과 안 만난지도 어언 한 달 가까이 되어간다. 데이몬은 이안에게 너무 많은 상처를 준 것 같아 가슴이 아파왔다. 자신의 사랑은, 진실된 유일한 사랑은 이자벨 뿐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이상속의 여인일 뿐, 자신이 가질 수 없는 상대였다. 그런 자신의 사랑이 정착한 곳이 로즈였다. 그녀와 지낸 나날동안 데이몬은 항상 즐거웠었다. ' 그럼 이안은?.... ' 어떻게 보면 자신이 남자의 몸을 안을 수 있었다는 것조차 상상조차 못했었는데, 이안은 전혀 거부감이 들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매번 마약과도 같이 자신을 더욱 탐닉하게 만드는 몸이었다. 이것이 단지 여자 대용으로 안은 자에 대한 감정일 수 있을까? 요즘은 식사도 거르는 때가 많을 정도로 데이몬은 혼자 있고 싶어했다. 나날이 그답지 않게 짜증이 늘어가고 있어 성안의 사람들이 눈치만 살피고 있는 듯하다. " 데이몬.... " " 아, 이자벨 누님... 무슨 일로 여길.. " " .... 데이몬... 로즈양에게 다 들었단다. 네 마음이 아직 많이 혼란스러운 모양이구나... 데이몬... 진짜 그 아이를 사랑하지 않는다면, 그 아이와 다시는 부딪히는 일이 없는 것이 서로에게 좋을 것 같다. 한 번 안았던 상대도 다시 보면 아무 감정없이 지날 수 없는 법이니, 너도 이안을 가까이 두면 혼란만 가중될 것 같구나... 그래서 말인데... 로즈 말로는 로즈의 아버지인 레날 경이 시종을 하나 구한다던데, 거기로 그 아이를 보냈으면 하더구나. 그 집안이라면 신사적이니 이안을 잘 거두어 줄 것같아... 내 생각에도 그렇게 하는 것이 좋겠다. 잘 생각해보렴... " " ...... " 데이몬은 곰곰히 이자벨의 제안을 검토해 보았다. 어찌 보면 이안을 사랑하지도 않으면서, 자신을 사랑하는 이안에게 이자벨이나 로즈와 다정히 어울리는 모습을 보이며 모른척하기에는 이안이 받게 될 상처가 너무 클 것같다. '그래, 그것도 좋은 방법일 수도 있겠군. 로즈 집안이라면 잘 보살펴 주겠지... ' ******* 며칠 후 이안은 조단의 오두막을 떠나 서너시간 가량을 말을 달려야 도달할 수 있는 레날경의 저택으로 보내졌다. 이안은 처음에는 매우 당황스럽고, 서운하게만 느껴졌으나 멀리서 데이몬을 바라보며 가슴아파하는 것보다는 나을 수도 있을 거란 생각에 순순히 그의 명령에 따랐다. 이안은 저택으로 들어서는 동안 모든 이들이 수군대며 자신에게 시선을 집중시키는 것을 느끼고는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레날 경은 마침 조금 떨어진 영지의 영주를 방문하던 터라 그 저택에는 많은 시종들과 노예들만이 있었다. 이안은 집사의 안내에 따라 저택 3층의 약간은 외진 곳에 있는 작은 방으로 안내되었다. 이안은 작지만 아늑하고 조용한 방에 들어가 짐을 풀고 침대에 걸터 앉았다. 말을 타는 게 익숙하지 않은 터라 매우 피곤해진 이안은 그대로 침대에 몸을 묻고 잠이 들고 말았다. 이안은 무언가가 스멀스멀거리며 자신의 허벅지를 타고 올라오는 게 느껴져 눈을 떴다. 그것의 정체를 확인하려 몸을 일으킨 순간, 그의 몸이 거친 힘으로 눌러지며 다시 침대위에 파묻혔다. 올려다보니 자신의 코앞에 얼굴을 들이대고 자신을 관찰하고 있는 사내의 음흉한 눈빛이 보여 섬찟했다. 아직 밖이 환한 낮이라, 그의 얼굴이 자세히 보인다. 30세 전후로 보이는 젊고 체격이 큰 사내였다. " 하, 로즈가 왜 그렇게 눈에 가시처럼 여겼는지 알 것도 같군. 정말 사내녀석인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예쁜데 그래. 이름이.... 이안? 그래, 이안이라고 했지. " " 로즈의 소원을 들어주는 것도 별로 그렇게 힘들거 같지는 않은데 그래. " 이안은 방안에 또 다른 사내가 있다는 것을 주변을 둘러보았다. 옷차림으로 보아 귀족으로 보이는 사내가 4명이 들어와있었다. " 아, 내 소개가 늦었군. 난, 사이먼, 로즈의 오빠되는 사람이구. 이 사람들은 내 절친한 친구들이지. 실은 로즈가 널 다시는 데이몬 근처에 얼씬도 못하게 만들어주라고 했거든. 우리는 원래 여자는 취급안하는 취향이라 얼씨구나 했는데, 이거이거 기대 이상이라 놀랐는걸? " " 그래, 이 야리야리한 몸으로 어떻게 왕자님의 높은 눈에 들어 그 몸을 홀렸냐? 어디, 우리도 좀 즐겨보자구. " 뒤로 슬금슬금 물러나는 이안의 팔이 사이먼의 커다란 손에 잡혀 옴싹달싹도 못하게 되어 버렸다. 이안은 이들의 눈빛이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를 말하는 것만 같아 겁에 질려버렸다. 도망을 가야한다는 생각뿐이지만, 사이먼의 힘만으로도 꼼짝할 수가 없었다. " 왜... 이,이러세요... 놔주세요.. 아파...... " " 흐음.. 목소리도 죽이는데 그래. 벌써 거기가 꽉 조이기 시작했어. 자, 벗은 몸은 얼마나 예쁜지 한번 보자구. " " 앗!.. " 순식간에 4명의 손길에 의해 이안의 옷이 갈기갈기 찢겨 나갔다. 그들은 밝은 햇살 아래 드러나 빛을 반사하는 뽀얗고 매끄러운 피부와 매끈하게 뻗은 몸매에 군침을 삼키며 다가왔다. " 정말, 최상품이야... 내가 안아봤던 검둥이 노예들하고는 비교가 안돼. " " 정말 기대되는군. 더 이상은 못참겠어. 자 생긴것만큼 성능은 어떤가 한 번 시험해보자구. 어서, 준비한 것 가지고와봐! "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이안의 몸이 일으켜져 그들에게 끌려가 사이먼의 방으로 끌려들어갔다. 방문을 잠근 후 그들은 이안의 몸을 방 한 가운데의 큰 책상위로 엎드려진채 서 있게 했다. 이안이 일어서려 했으나 등을 누르는 힘에 이길 수가 없었다. " 자, 이제 슬슬 식사를 시작해 보자구. " 그들은 책상 한쪽편에 차려진 음식들을 지켜보며 서로 키득거리기 시작했다. 어느새 이안의 입은 벗겨진 속옷으로 틀어막혀지고 한 사내의 손이 접시위로 가더니 커다란 오이를 집어드는 것이 보인다. " 야, 잠깐. 그냥 하면 아가씨가 아프실텐데. 그러면 쓰나... 킥킥... 이걸 먼저 먹여야지." 그 사내가 빈잔에 채워진 얼음 조각을 집어들었다. 이안은 두려움에 계속 몸을 뒤틀었으나 그것은 오히려 그들을 자극하는 효과만 주고 말았다. 어느새 한 사내의 손가락이 애널에 닿는 것이 느껴진다. " 야, 정말 작지 않냐? 그 오이가 반도 안들어가겠다. 이런 걸로 왕자님을 홀리다니 뭔가 숨겨논 장기라도 있는 건가? 응? 이안." " 그래도 딴 놈들거에 비하면 깨끗하고 예쁜 주름이야. 색깔도 정말 밝고. 꽃봉오리같다는 말은 이래서 나온 거 같군. " 다른 한 사내도 다가와 애널의 주름을 세기라도 하듯이 손가락으로 샅샅히 훑고 있었다. " 웁!으으읍.....으웁....우욱..욱...... " 이안의 눈에 눈물이 핑 돌았다. 차가운 얼음이 애널로 깊숙이 밀어져 들어왔다. 애널을 있는 힘껏 조여 밀어내려는 순간 '찰싹' 소리와 함께 엉덩이에 얼얼한 통증이 느껴지더니 애널을 뚫고 또 하나의 얼음 조각이 들어온다. " 다 삼켜야지. 착한 아이지... 자... 잘 하는데.... 자, 상으로 더 맛있는 걸 먹여주지. " 이안은 굵은 오이가 애널을 뚫으며 들어오자 책상 모서리를 손가락끝이 하얘지도록 움켜잡고 신음을 참아야했다. 점점더 배속 그득히 채워지며 밀려들어오는 오이의 이물감이 깊어간다. 오돌도돌한 오이의 껍질이 내벽을 마구 긁으며 들어오는 것만 같다. 내벽이 너덜너덜해질 것만 같았다. 들어오는 오이에 밀려 더 깊이 뜨거운 속으로 들어온 얼음이 녹아가며 다리를 타고 물이 되어 흘러내리는 것이 느껴진다. " 하, 보기랑은 다른데? 이 긴 걸 다 삼켰잖아! " " 햐.. 정말, 대단한 물건이구나. 엉? " 사이먼이 감탄사를 연발하며 이안의 다리를 더 벌리게 하고는 오이가 뿌리 부분 약간을 제외하고는 모두 삼켜진 이안의 애널을 들여다 보았다. 약간 찢어진 상처가 적나라하게 보이고 있었다. 사이먼은 뿌리 부분을 잡고 오이를 흔들기 시작했다. 이안의 얼굴이 눈물로 범벅이 된채 사이먼이 흔드는 오이의 진동에 따라 갸냘픈 몸이 함께 흔들리며 신음소리를 내고 있었다. 사이먼은 이안의 배에 손을 갖다대고는 몸안의 오이를 쑥 밀어넣고 빼고, 흔들고 돌리는 행위를 반복해 보았다. 군살이 없는 이안의 배를 만지고 있는 손으로 오이의 움직임에따라 배가 볼록해지고 다시 날씬해지는 등의 오이의 위치와 움직임이 모두 느껴져 더욱 음란하게 느껴졌다. 한참동안을 몸속에서 움직이던 오이가 빠져나가자 이안은 다리가 후들거리며 힘이 빠지는 것이 느껴졌다. 그 순간 사내들이 이안의 몸을 끌고 침대로 끌고 가더니 각자 자신이 즐기는 체위로 이안의 몸을 범하기 시작했다. 이안은 자신의 몸안이 그들의 정액으로 채워져 가는 것을 느끼고는 점점 더 수치스러워져갔다. 그들이 자신의 몸을 꿰뚫고 들어와 마구 흔들어대며 강간을 하는 동안 이안은 죽고 싶다는 생각만을 간절히 하고 있었다. ' 이런 때에 어째서 데이몬의 얼굴이 떠오르는 걸까? 그가 이런 나를 보면 얼마나 혐오스럽게 느낄까? ' 이안은 자신의 몸이 찢어지는 고통보다도 그런 생각들이 끊이지 않아 점점 괴로와졌다. 그리고는 몸도 마음도 갈갈이 찢긴채 몸안에서 휘젓고 있는 사내들의 욕망에 따라 힘없이 흔들리며 서서히 의식을 잃어갔다. 데이몬은 오늘도 역시 멍하니 창가에 기대어 앉아 성 밖을 응시하고 있었다. 벌써 이안을 보낸지도 10여일이 넘어간다. 더 이상 가까이 있지 않으면 금새 잊혀질 줄만 알았던 데이몬은 날이 갈수록 더욱 보고싶어지는 이안의 얼굴이 떠올라 미칠 것만 같았다. 데이몬은 노을이 아름답게 퍼져가는 하늘을 바라보다가 기분을 좀 전환시켜 볼 겸해서 정원을 산책하고 있었다. " 아아..... 좋아...으음.... 더,더... " 여자의 비음섞인 소리에 놀라 데이몬은 수풀뒤로 몸을 숨기고 살짝 엿보았다. 데이몬은 로즈가 어느 억세보이는 남자의 몸과 뒤엉켜 교성을 흘리고 있는 것을 보고 무척 놀랐다. 데이몬은 자신도 모르게 빠른 걸음으로 방으로 돌아왔다. 침대에 누운 데이몬은 왠지 허탈한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그런 로즈를 보고 놀란만큼 화가 나지 않는 자신이 더욱 놀라왔다. 어째서일까? 하긴, 로즈가 많은 남자와의 경험을 가진 색욕강한 여성이라는 것은 이미 알고 있던 일이다. 그러나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인데.... 왜 화가 나지 않는 거지? 만일 로즈가 아니라 이자벨이었다면? 물론 지금보다는 훨씬 충격이 컸을 것이고 화가 많이 날 것 같다. 당장에 그 사내놈을 요절을 냈겠지. 나의 이자벨은 누구보다 깨끗하고 성스러운 여인인데 그 생각에 대한 배반행위에 더욱 화가 났겠지.... 만일.... 이안이었다면? 아마 그 사내놈을 요절내고 이안의 뺨을 갈기며 분노하여 길길이 뛰었겠지. 나만의 것인데. 나만의 것인데?..... 데이몬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이럴 수가.... 그 세 사람중에 이안의 경우를 상상했을 때 자신도 모르게 가슴속으로부터 불이 확 일어나도록 화가 치미는 것을 느끼고는 너무 놀라왔다. 만일.... 이안이 다른 사내의 품에 안겨 놀아난다면... 자신을 배반한다면... 아마 데이몬은 이안을 죽이고 자신도 죽어버릴 것만 같았다... 이안을 영원히 소유하는 길이 그것뿐이라면..... " 후두둑. 후두둑... " 창밖이 어느새 캄캄해 지더지 소나기처럼 굵은 비가 쏟아지며 번개와 천둥 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온다. 데이몬은 눈을 들어 창밖에 쏟아지는 비를 보다가 어느새 자신의 눈에서 흘러내린 눈물을 느끼고는 당황하기 시작했다. 눈물을 흘려 본 지가 몇 년만인가? 데이몬은 바보같은 자신을 책망하기 시작했다. 이토록 가슴이 아프도록 이안을 사랑하면서, 차지할 수 없는 이자벨에 대한 집착에 눈이 멀어 그의 마음을 상처입히며, 자신의 사랑조차도 구분하지 못했던 자신이 너무나 바보같이 느껴진다. 데이몬은 지금 당장이라도 달려가 이안을 찾아오고 그의 앞에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고 싶었다. 그러나 먼 길을 빗속에서 달리게 되면 자신은 그렇다 쳐도 이안의 몸이 견디지 못할 것만 같아 내일 날이 밝는 즉시 꼭 되찾아오리라 다짐하면서 날이 밝기만을 기도하면서 잠을 재촉했다. ******* 벌써 며칠째다. 이안은 밤마다 찾아오는 강간행위에 만신창이가 된 지친 몸을 시트로 가리고는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그들은 밤마다 이안의 문을 따고 들어와 이안에게 갖은 방법으로 폭행과 강간을 하고는 새벽녁이 되어야 만족하며 방을 나가곤 했다. 창밖을 때리는 빗소리와 함께 비에 젖은 흙냄새가 풍겨들어온다. 이안은 방안을 채우고 있는 비릿한 피냄새와 그들의 체액과 땀냄새가 씻겨나가길 바라며 하염없이 흘러내리는 눈물을 가는 손가락으로 연신 닦아내고 있었다. 약 한 시간쯤 지났을까. 이안은 열이 오르는 아픈 몸을 이끌고 어느새 저택을 빠져나와 숲길을 걷고 있었다. 차갑고 굵은 쏟아지는 빗방울에 이안의 몸에 엉성하게 걸쳐진 긴 잠옷이 온 몸에 착 감겨들어 가뜩이나 후들거리는 다리가 더욱 걸음을 내딛기 힘겨워진다. 눈물인지 빗물인지 모를 것으로 범벅이 된 이안의 눈에는 마치 몽유병자처럼 촛점이 없었다. 단지 자신도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맹목적인 본능만으로 무작정 빗속을 걷고 있었다. 벌어진 상처에서 계속 피가 흘러 다리를 타고 떨어지고 있었으나 그 고통도 느끼지 못하는 듯 무표정한 얼굴로 수풀을 헤치고 걷고 있는 이안의 맨발은 험한 산길에 벌써 상처 투성이가 되어 엉망이 되어있었고, 여기 저기 여린 피부가 나뭇가지에 긁힌 상처로 발간 줄이 가 있었으나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다는 듯이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로 눈물만을 흘리며 앞으로,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어느새 낯익은 성이 눈에 들어오자 이안은 자신도 모르게 헐떡이며 달리기 시작했다. 아직도 세찬 비가 얼굴을 때리고 있었으나 붉은 입술을 벌리고 숨을 헐떡일 뿐이었다. 이안은 머리속이 텅 비어 있는 상태였다. 오직 무의식만이 그를 지배하고 있었다. ******* " 탕탕탕, 삐걱삐걱 " 데이몬은 자신의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와 잠긴 문고리를 비틀어 열려고 하는 소리에 놀라 깜빡 잠든 선잠에서 부시시 눈을 떴다. " 이 밤중에 누구냐? " 데이몬은 큰 소리로 물었으나, 아무런 대답도 없이 문고리만이 계속 비틀려지는 것이 보였다. 데이몬은 얼른 침대 옆에 놓여진 검을 들고 문을 향해 다가갔다. 그리고는 빠른 동작으로 문을 확 열고는 한걸음 뒤로 물러서며 칼로 상대의 목을 겨누었다. " 이, 이안...? " 데이몬은 자신의 눈앞에 서서 숨을 몰아쉬고 있는 사람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헤어지던 그 때보다 많이 자란 듯한 녹색의 머리가 엉클어져 젖은 얼굴에 마구 달라붙어 있었고 하얗고 얇은 천으로 만들어진 무릎까지 내려오는 잠옷이 비에 젖어 온 몸에 달라붙어 가냘픈 나신이 거의 비치며 몸의 실루엣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었다. " 이안? 이게 대체 ..... " 데이몬은 엉킨 머리칼을 쓸어넘겨 주며 얼굴을 들여다 보았다. 약간 야윈듯한 아름답고 창백한 이안의 작은 얼굴이 드러났다. 이안의 몸에는 숲을 헤맨 흔적이 여기저기 남아 있었다. 나뭇잎과 풀잎조각이 군데군데 붙어있었고, 맨발에 흙과 피가 범벅이 되어묻어있고, 다리와 옷자락에도 핏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데이몬은 이안의 몸에 난 상처들에 눈이 가 눈살을 찌푸렸다. 이안의 눈동자는 여전히 허공을 바라보듯 촛점을 읽고 있었다. " 이봐, 이안, 이안! " 데이몬은 불길한 마음에 이안의 어깨를 잡고 흔들어 보았지만 그의 눈은 자신의 눈을 바라보고 있지 않았다. 마치 영혼이 빠져나가 버린듯한 표정으로 몸을 떨고 서 있을 뿐이었다. 데이몬은 재빨리 이안의 젖은 옷을 벗기고 침대위에 눕혀 놓았다. " 대체 어떤 놈이..... " 데이몬은 이안의 다리를 적시고 있는 피가 난 근원지를 따라 눈을 돌리고는 엉망으로 찢어지고 빨갛게 부풀어 있는 애널을 발견하고 입술을 깨물엇다. 너무나 처참하게 짓이겨져 있었다. 이런 몸으로 그 먼 곳에서 여기까지 빗속을 달려 왔단 말인가? 거의 인간의 힘으로는 서 있는 것조차도 불가능해 보일 정도의 상처인데.... 데이몬은 황급히 시종을 시켜 의사를 데려오게 하였다. 노련한 의사 자덴은 유심히 이안의 몸을 살펴보더니 가지고 온 가방을 열어 여러 기구들과 약을 꺼내 놓았다. 데이몬은 안타까운 마음으로 지켜보고만 있을 수밖에 없었다. 의사 자덴은 이안의 부풀어 있는 애널로 작고 가는 기구를 밀어넣고 있었다. 순간 의식을 잃고 있던 이안의 몸이 움찔거리며 고통으로 미간이 찡그려지고 있었다. " 이봐, 거긴... " " 겉으로 보이는 상처보다는 내상이 더 급한 문젭니다. 얼른 깨끗이 씻어내고 처치를 해야 합니다. 제발 조용히 있어 주십시오. " 그의 말이 옳다는 것을 알고 있는 데이몬도 이안이 괴로와하는 모습과 닿기만 해도 아파할 것 같은 애널로 들어가는 기구에 마음이 아파 어쩔 수 없이 자꾸 참견하게 된다. 자덴은 데이몬의 참견에 이제 대꾸도 않고 열심히 치료에 집중하고 있었다. 이안의 몸안에 대롱같이 생긴 기구를 삽입한 후 그 곳을 통해 계속 주사기로 깨끗한 물을 흘려넣어 내벽을 씻어내고 있었다. 데이몬은 그 기구를 통해 흘러나오는 예상외의 이물질들에 놀라 미간을 찌푸리고 있었다. 도대체 어떤 짓들을 당했길래.... 의사 자덴도 예상외의 모습에 놀란 듯 했으나 그 기구를 통해 가제에 약을 묻혀 기구에 고정시킨 후 깊이 찔러넣어 내벽에 고루 발라주는 행위를 반복했다. 드디어 모든 기구가 이안의 애널에서 떨어져나가고 자덴은 약을 가제에 듬뿍 묻혀 애널 주변에 꼼꼼히 발라주고 있었다. 그리고 몸과 발의 상처도 모두 치료해주고는 이안의 몸을 시트로 덮어주었다. 치료가 끝난 후 자덴은 이안이 심한 정신적 쇼크 상태이며 이안의 상처로 보아 여러 명의 남자로부터 많은 시일동안 윤간을 당한 것 같다는 말을 남겨 주었다. 몸안에 많은 이물질들이 삽입되었던 흔적이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변태적인 행위를 많이 당한 듯하다고 했다. 춥지 않게 따뜻하게 해 주라는 당부와 함께 방을 나갔다. " 이안.... 사랑해, 이안.... 미안, 정말 ..미안.... 내..사랑.... " 데이몬은 잠든 이안의 머리에 볼을 부비며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이안을 이지경으로 만든 놈들에 대한 분노, 아니 이안을 그렇게 몰아버린 자신의 어리석음에 대한 분노로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이안의 몸이 추운지 바들바들 떠는 것이 느껴지자, 데이몬은 옷을 모두 벗어 던지고는 시트속으로 들어가 이안의 몸을 꼭 부둥켜 안았다. 데이몬의 온기에 떨림이 조금 누그러지는 것이 느껴지자, 데이몬은 사랑스런 이안의 몸을 자신의 몸과 조금의 틈도 보이지 않게 밀착시켜 자신의 위로 끌어올렸다. 그리고는 잠이 들때까지 이안의 머리카락 사이에 손가락을 밀어넣고 계속하여 매 끄럽고 가는 목덜미와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데이몬은 이안의 심장고동이 규칙성을 찾아가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는 이안의 등을 어루만져 주었다. 그리고는 맞닿은 피부를 통해 이안을 되찾은 데 대한 만족감을 느끼며 서서히 잠이 들어갔다. 그로부터 이틀동안 잠만 자던 이안이 드디어 눈을 떴다. 눈을 뜨자마자 부들부들떨며 불안이 가득한 눈동자를 계속 두리번거리며 시트를 말아쥐고 웅크리고 누워있는 이안에게 데이몬이 다가가 손을 뻗자 이안의 몸이 움찔거리는 것이 느껴진다. " 나야. 이안... 괜찮아. 나라구. 이안... " " 으으... 으윽... " 자꾸만 베게로 얼굴을 파묻으려는 이안의 턱을 잡아 자신의 얼굴을 바라보게 하자 그제서야 이안이 데이몬의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보다가 그동안의 서러움을 모두 담아서 울기 시작했다. 이제야 공포에서 해방됨을 실감하고 그 동안의 긴장이 모두 풀어져 더욱 힘이 빠져버렸다. " 내가, 내가 잘못했어. 이안.... 이안.... "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을 보자 가슴이 아파왔다. 데이몬은 이안의 얼굴을 자신의 가슴에 끌어안아 다독거려 주고 있었다. 데이몬의 품에 안겨 울던 이안은 데이몬이 한시라도 자신의 곁을 떠나지 못하게 하려는 듯, 데이몬의 소매자락을 꼭 움켜쥔채로 잠이 들어갔다. 오후가 되어서야 다시 정신을 차린 이안에게 전후 사정을 들은 데이몬은 당장에 로즈를 성밖으로 쫓아내고 그의 가문의 작위를 박탈해버렸다. 그것만으로는 용서가 안됀다는 생각에 당장에 그들에게 달려가 요절을 내고 싶었으나, 데이몬이 한 발짝만 멀어져도 아픈 몸을 일으켜 그의 옷자락을 붙잡고 불안한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며 떨고 있는 이안때문에 꼼짝도 할 수가 없었다. 데이몬이 이안을 자신의 침실에 들여놓고 지낸다는 소식에 국왕이 노하여 데이몬을 불렀을 때, 데이몬은 국왕에게 자신의 왕자로서의 지위를 포기하겠다는 선언을 했다. 조용한 시골로 이안을 데리고 가서 살겠다고.... 다른 어떤 여인도 소용이 없다고 하면서. 처음에는 펄펄 뛰던 국왕도 한시도 이안에게서 떨어지지 않으려는 데이몬에게 이길 수가 없었는지 그의 왕위 상속권만을 박탈하여 그의 세째 동생에게 물려주고 그는 계속 왕자의 신분으로 성에서 조금 떨어진 한적한 바닷가의 별궁에 머물도록 배려하여 주었다. 물론 이안과 함께.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은 지위를 불문하고 같은 것이기에 데이몬이 불행해지는 것은 보고 싶지가 않았던 것이다. ****** " 이안.... 이안.... " " 하아..하앗.....으~음... " 데이몬은 바닷가가 내려다보이는 별궁의 침실에서 이안을 안으려하고 있었다. 열린 창문으로 바닷내음과 파도소리가 듣기 좋은 음악처럼 분위기를 자극하고 있었다. 데이몬이 이안의 몸에 키스를 퍼붓는 동안 이안의 몸이 움찔거리며 달아오르고 있었다. "아악!, 자, 잠깐..... 하윽! .... " 커다랗게 일어선 데이몬의 욕망이 이안의 애널로 살짝 들어가자 이안의 애널이 굳게 닫히며 달아나려 하고 있었다. 벌써 몇번째인가. 이안은 심한 고통을 느끼며 그의 삽입을 거부하고 있었다. 데이몬의 곁에 돌아온 후로 언제나 먼저 데이몬의 것이 들어와주기를 요구하면서도 일단 데이몬의 삽입이 시작되면 그를 받아들이고자 하면서도 그의 애널이 긴장하여 몸이 열리지 않아 중간에 실패한 적이 한 두번이 아니다. 이전의 강간의 기억이 남아있는 이안의 몸은 그 기억때문에 항상 삽입을 두려워하는 것 같다. 이안은 중간에 실패하여 데이몬이 혼자 자신의 욕망을 처리하고 있을때면 항상 미안해하면서 울음을 터뜨리며 속상해하곤한다. 오늘도 역시 안 될 것같아 끝만 살짝 들어가 있는 욕망을 빼내고는 이안의 위에서 몸을 일으켰다. " 아아... " 일서서려는 데이몬의 팔을 이안이 세게 잡아당기는 바람에 데이몬이 균형을 잃고 이안의 위로 쓰러졌다. 이안의 눈이 간절한 애원의 빛을 띠는 것이 보인다. " 이안. 왜... " " .... 다시 해 볼께요... 미안해요. 정말 ... 이번엔 꼭 ..될거예요... 한 번만... " " 이안, 무리할 것 없어. 시간은 많으니까... 네가 자연스럽게 나를 받아들일때까지 견딜 수 있어. 네가 곁에 있는 것만으로 족하다구. 알고 있지? 이안... " 언제나 희생적인 이안. 데이몬을 받아들여주지 못하는 데서 오는 미안한 마음과 동시에 자신에 대해 실망하게 될까봐 두려워하는 것을 알고 있는 데이몬은 더욱 이안의 모습이 안타까왔다. " 아니, 제발.... 데이몬... " " 이안...... 좋아. 하지만 무리하지 않는다고 약속해. 알겠지? 이번에 안되면 얌전히 자는 거야. 도련님." 데이몬은 이안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편안하게 해주기 위해 농담조로 이야기하면서 웃어주었다. 그리고는 욕망을 풀 곳을 찾아 한껏 부풀어 있는 자신의 분신을 다시 이안의 애널로 밀어넣었다. " 하윽!.... " 다리를 더욱 크게 벌리고 허리를 들어올리며 힘을 빼려고 하는 이안의 노력이 느껴진다. 식은 땀이 이안의 이마를 타고 흐르는 것이 애처로와 다시 빼려는 순간, 이안이 데이몬의 목을 끌어당기며 자신의 허리를 강하게 밀어붙여 데이몬의 것이 쑤욱 하고 반쯤 한꺼번에 들어가버렸다. " 허억... 헉..으... 이안..... " " 하악,하악......하... " 데이몬은 이안의 애널이 찢어지는 소리를 들었으나 이안이 이토록 애쓰는 것에 호응하기 위하여 끝까지 가기로 결심했다. 이 상태로 다시 중단하면 이안의 마음은 더욱 찢어질 것이 분명하니까. 데이몬과 이안의 노력에 둘의 결합이 점점 깊어져간다. 어느새 데이몬의 것이 이안의 몸안으로 점점 깊이 빨려들어가고 있었다. 데이몬은 이안이 가장 잘 느끼던 부분에 도달하자 그것을 기억하고 열심히 집중적으로 그곳을 문지르며 자극을 주었다. 서서히 이안이 그 자극에 달아오르며 허리를 흔들기 시작하자 데이몬의 것이 더욱 강하게 움직이며 이안의 몸속을 밀어올린다. 어느새 이안의 애널이 긴장을 풀고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며 데이몬의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자신의 아래에서 열에 들뜬 눈동자로 꿈결인듯 몽롱하게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이안의 얼굴이 너무나도 섹시하다고 느끼는 순간 이안이 약간 벌어진 입술을 혀로 쓱 핥는 것이 보여 무척 선정적으로 느껴졌다. 데이몬은 이안의 얼굴을 황홀한 듯이 내려다보며 자신의 움직임에 따라 변하는 이안으 표정을 음미하며 강한 삽입운동을 시작했다. " 하아...아..아... 데이몬... " " 헉, 이안.... 정말... 조, 좋아... " 어느 새 이안의 애널이 데이몬의 분신이 들어올 때마다 길을 넓히며 깊이 빨아들이고 그의 것이 빠져나갈 때면 그것이 아쉬운듯 그것을 쫓아 가려는 듯 조이며 경련을 해 왔다. 그 수축운동만으로도 데이몬은 머리가 텅 비며 폭발할 것만 같다. 데이몬은 일순간 움직임을 멈추어 보았다. 자신의 것과 꼭 맞게 맞물려있는 이안의 내벽을 통해 그의 고동이 전해 온다. 이안에게도 나의 고동이 전해지겠지. 이안이 잠시 그것을 음미하는 듯하더니 못참겠다는 듯이 더 강한 움직임을 원하며 엉덩이를 돌려 스스로 자극을 찾기 시작한다.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 데이몬이 강한 삽입운동으로 마찰을 유도하자 이안이 그의 피스톤운동에 맞추어 허리를 마구 흔들어댄다. 데이몬은 그렇게 수줍은 이안이 자신에게 푹 빠져 이성을 잃고 자신을 탐하는 것에 매우 만족스러웠다. 이런 아름답고 색정적인 모습을 오직 자신만이 볼 수 있다는 것이 꿈만 같았다. 왠만해서는 삐걱이지 않는 탄력좋은 고급 침대가 그들의 격정적인 몸놀림에 견디지 못하고 삐걱거리며 그들이 내는 질펀한 마찰음과 신음소리에 맞추어 더욱 음란한 소리를 내고 있었다. " 하악! " " 헉!...으으... " 데이몬의 허리가 휘며 이안의 몸안에 뜨거운 정액을 한껏 뿜어냈다. 이안은 자신의 내부를 채워주는 그 열기와 촉촉함에 몸을 떨며 데이몬의 목을 더욱 세게 끌어당겼다. 몇 번의 계속되는 행위에 어느새 날이 밝고 있었으나, 그들의 열기는 식을 줄 모르고 계속되다가 동이 틀 무렵이 되어서야 서로 땀에 젖은 몸을 꼭 끌어안고 연결을 풀지 않은 채 잠이 들어갔다. 너무나도 행복한 미소를 품은채..... 그들의 표정만으로도 그들의 마음속에 주고받는 이야기가 들리는 듯하다. " 사랑해... 이안...... " " 사랑해요. 데이몬.... " ****** ' 쨍그랑 ' 하는 소리와 함께 황금으로 섬세하게 세공된 항아리에 찬란한 빛을 뿜는 구슬이 던져져 들어갔다. " 이번에도 그들의 승리로군. " 신의 명령으로 그들의 사랑을 확인하는 임무가 주어진 천사 하나가 중얼거리며 남은 구슬의 수를 세기 시작했다. " 열 여덟개.... 과연 몇 개나 항아리에 들어가게 될까? ..... " 어느 새 주변으로 많은 천사들이 흥미진진한 표정을 지으며 모여들어 있었다. 그들의 사랑 이야기는 벌써 천사들 사이의 커다란 이슈로 떠올라 있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