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ten by 아키즈키 코오 「이름이이~」 쓰기는 星川光魚, 읽기는 호시카와 미츠오. 「우편번호……주소……전화……『자택』에 표시하면 되고. 그리고 경력인가아. 소학교에 들어갔던 게 몇 년도였지? 에에또……」 이름도 주소도 출신학교명도, 쓰는 거야 당연히 익숙하지만, 이력서라는 형태로 쓰는 건 처음인데다 볼펜으로 쓰지 않으 면 안 되는 것이다 보니 실패하면 곤란하다는 생각에 긴장이 된다. 연필로 미리 써놨으면 좋았을 걸,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에에또, 고교졸업년도는……그리고, 그해 4월에 토아(東亞)학원 대학 경제학부에 입학해서……재학 중, 읏차」 타박타박 하는 발소리가 가까워져오더니, 올해 다섯 살이 되는 골든 레트리버 다이스케가 책상 앞에 앉아있는 내 무릎에 털썩 하고 턱을 얹어 놨다. (뭐해? 놀자) 라는 포즈다. 「나중에 하자」 그렇게 말하고서, 이력서에 붙어있는 신상명세서를 써넣는 데에 들어갔다. 가족의 이름, 연령, 관계, 직업……. 다이스케는 내 무릎에 턱을 올려놓은 채 한동안 얌전히 있었지만, 곧 질려버린 것 같다. 끄~응, 끄~응하고 코 를 울리면서 코끝으로 내 허벅지를 툭툭 찌르며 재촉하기 시작했다. (빨리 놀자아~) 「안된다니까, 어이, 흔들지 마! 조금만 더 하면 되니까 기다리라니깐」 다이스케는 끄응~하고 목을 움츠렸던 대신에 왕 하고 짖었다. 왕, 우왕, 웡! 「어이, 쉿. 조금 남았다고 말했잖아?!」 혼을 내서 조용하게 하려고 했지만, 금세 옆방에서 엄마의 노성이 날아 들어왔다. 「잠깐 미츠오! 다이스케가 시끄럽잖아! 산책이라도 데리고 나가지 그러니?! 어차피 봄방학이라서 시간 남잖아!」 「예이~」 마감 전 엄마의 정신상태가 어떤지는 잘 알고 있다. 한마디로 말해서 『거역하면 국물도 없음』이고, 자칫하면 화풀이의 대상으로 등극하게 되어 지독한 꼴을 당하게 된다. 다이스케도, 들려온 목소리에 뽁뽁 나있는 가시의 상태에서 엄마의 기분을 캐치하고서는 짖는 걸 그만뒀 지만, 어차피 길게 가지는 않으리라는 것을 알고 있다. 「좋아, 산책하러 가자. 다이스케, 리드 가져와」 너무나 좋아하는 명령을 받은 다이스케가 기뻐하며 리드(목줄)를 가지러 간 사이에, 나는 쓰다 남은 『특기』란 에다가 『동물이 잘 따른다』라고 써넣었다. 원래는 공적인 자격 같은 걸 쓰는 란이니까 어찌해야할까 망설였지만, 아르바이트 내용으로 보건데 이런 걸 써놔도 ( 괜찮지 않을까나)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의 이력이랑 신상명세서라는 건, 요컨대 채용되기 위한 어필인 거니까. 자아, 그럼 이제 봉투에 받는 사람을 쓰면 끝이다. 꼬리를 흔들어대면서 자기 전용인 리드를 물고 돌아온 다이스케에게 「기다려」라고 명령해두고서, 다 쓴 이력 서의 발송준비를 재빨리 마친 뒤 나는, 「기다렸지」 라며 일어섰다. 산책을 하러 갈 수 있다는 기쁨에, 인간으로 치자면 싱글싱글 거린다고 표현해야할 얼굴로 학학~하고 혀를 내밀고는 날 올려다보고 있는 다이스케의 목에다가,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신경 쓰지 않는다면 필요 없을 리드를 달아주고서 나는 앞장서서 방을 나왔다. 머리도 성격도 좋아서, 훈련소에서도 「굉장히 솔직하고 우수한 멍멍이에요」라는 면허장이 달린 다이스케는, 아무 리 기분이 좋아서 날뛸 것 같아도 몸에 익힌 매너를 잊어먹지 않는다. 리드를 달게 되면 자기 위치는 주인의 바로 옆이나 한발 뒤라는 걸 익히고 있고, 주 인보다 먼저 문밖으로 뛰어나가는 것 같은 버릇없는 행동은 하지 않는 것이다. 현관 즈음에서 검은 고양이 미미하고 빨간 호랑무늬 고양이 시마가 서로 재롱을 부리며 놀고 있었다. 두 마리는 다이스케를 보자 놀던 걸 그만두고는 흐읍 하고 숨을 들이키며 등을 둥글게 마는 모습을 보였지만, 그건 두 마리 나름대로의 장난이다. (어디 가는 거야?) (산책이야) (흐―응, 다녀오세요) 그런 대화를 나누는 것처럼, 세 마리는 흥흥~하며 서로 코끝을 가까이 댔고, 나와 다이스케는 고양이들이 전송해주는 가운데 현관을 나섰다. 도로로 나오면 다이스케의 정위치는 길의 한쪽 끝이고, 내 보조에 맞춘 스피드로 걷는다. 도중에는 개들의 전언판 격인 전 신주랑 담 모퉁이라고 하는 마킹 포인트가 여기저기 있지만, 아무리 흥미가 끌려도 멈춰 서서 주인의 발걸음을 방해하거나 하는 짓은 하지 않는다. 그저 흘낏 그쪽으로 코를 향할 뿐이지, 멈춰서 들르고 싶은 마음은 꾹 참는 것이다. 집에서 가장 가까운 우체통에다, 가지고 온 이력서가 들어간 봉투를 넣고서, 나는 언제나 그렇듯 20분정도 걸리는 하천둔치로 향했다. 집에서 10분쯤 걸리는 공원도 있지만, 둔치 쪽이 다이스케가 마음껏 뛰어놀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쓰레기를 내놔두는 장소 옆에 위치한 아파트 벽 위에, 안면을 튼 얼룩고양이가 있었다. 「야아, 날씨 좋지」 라고 말을 걸자, 냐~앙하고 대답이 돌아왔다. 사람이라면 중년일 수고양이인데, 마침 때가 그들에게 있어서 사 랑의 시즌이다 보니, 연인획득전을 벌인 탓에 상처투성이다. 아직 벚꽃은 피지 않았지만 훈훈하니 포근한 날이라, 양지에서 볕을 쬐고 있는 몇 마리나 되는 친구들과 만나 서 나는 아주 기분이 좋았다. 일부분은 야구장이랑 게이트볼장이랑 골프연습장이 되어있는 하천둔치에 도착해서, 나는 다이스케의 리드를 풀어줬다. 「자아, 놀다 와」 일요일이라서 야구장에서는 한 아마추어 야구팀이 시합 중이었고, 놀러와 있는 가족팀이랑 개를 데리고 온 사람들 의 모습도 있었지만, 머리가 좋은 다이스케는 다른 사람들에게 폐를 끼치는 짓은 하지 않으니까, 나는 신경 쓰지 않고 풀어줬다. 다이스케가 실수를 했던 적은, 지금까지 딱 한번 뿐. 가끔 자기 쪽으로 날아온 홈런 볼을 다이렉트 캐치해버 려서, 접전을 벌이고 있던 아마추어 야구팀에게 아웃인지 세이프인지 물의를 일으키게 해버렸던 사건뿐이다. (그때의 결론은, 「선수로 등록되지 않는 사람의 캐치는 무효이고, 비거리로 보건데 홈런이라고 인정해야만 한다」라는 걸로 사태는 진정됐었다) 덧붙이자면, 다이스케는 그 이후, 주워도 혼나지 않을 볼만을 골라서 줍는 볼 보이 역할이라고 하는, 스스로 즐기면서 남 에게 도움도 주는 일석이조의 놀이를 만들어냈다. 주워도 되는 볼인지 어떤지를 어떻게 분간하고 있는 건지는 수수께끼지만, 어쨌든 두 번 다시 클레임을 먹게 되는 일 없이 잘 해나가고 있다. 산책 도중 다른 개들과 사귀는 것도, 다이스케는 잘 하고 있었다. 개들이 처음으로 얼굴을 맞댈 경우, 보통은 서로의 상하 관계를 결정하는 의식(싸움이라고도 한다)을 필요로 하는데……개는 본능적으로 보스를 정점으로 한 피라미드형의 사회를 만드는 동물이라서, 서로 사귀게 되는 건 랭 킹을 결정하고 나서부터 시작되는데…… 다이스케는 (아마 레트리버종의 덩치를 이용해서) 주인을 걱정하게 할만한 트러블은 잘 피하고 있었다. 또 이런 장소에는 작은 강아지를 데리고 온 엄마들도 많은데, 그런 상대에게도 다이스케는 백전만점의 대응을 보 여줬다. 자신이 난폭한 짓을 하거나 깨물거나 하는 위험한 개가 아니라는 것을 잘 어필해서, 능숙하게 친구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그렇기에, 서로 얼굴을 아는 엄마 들에게서 다이스케는 보모견 같은 대우로 환영을 받는다. 한편, 내 쪽도 굉장한 인기인이었다. 하나는 「다이스케의 주인」이라는 것 때문에 「말을 참 잘 듣는 멍멍이네 요」라고 말이 걸려오는 방법으로 시작된 사귐도 많고, 또 다른 하나는 어째선지 개나 강아지들이 무조건적으로 좋아해주는 일도 있다는 것이다. 개뿐만이 아니라, 길에서 만난 도둑고양이를 포함한 다른 고양이들에게서도, 햄스터랑 잉꼬 같은 작은 동물 들에게서도, 어째선지 나는 잘 받아들여진다. 자기 입으로 말하는 것도 이상할지 모르겠는데, 그래도 실제 그렇다. 나 자신이 동물을 좋아하고, 동물을 소재로 한 일러스트레이터인 엄마의 일 관계 상 어린 시절부터 집 안에는 여러 가지 동물이 있었고, 그런 그들과 사귀는데 익숙해져있는 점도 있을지 모른다. 어쨌든, 다른 사람과는 잘 어울리지 못한다는 소리를 듣는 동물들도 나는 곧 장 신용해주어서, 먹이를 건네주면 반응하거나 만지게 해주기도 하는 것이다. 엄마가 하는 소리를 하자면, 「너는 여자애들한테는 인기가 없어도, 꼬리랑 날개가 달린 팬은 많구나」 라는 것 같다. 그 때문에 엄마에게서는 장래 진로로 수의사가 되라느니 동물원의 사육사는 어떠냐느니 하는 소리를 듣고 있지 만, 나는 지금은 어느 쪽도 될 마음은 없다. 수의사가 되려면 질색하는 이과수업을 극복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사정도 있지만, 그런 것 이상으로, 병에 걸렸거나 상 처를 입은 동물의 괴로워하는 얼굴이나 아파하는 얼굴과 매일 마주보는 장사라는 건 마음이 내키지를 않아서……애완동물이 아픈 건 주인이 내버려뒀거나 과 보호가 만들어낸 경우도 많은데 그런 주인자격 실격인 무리들과 만난다니, 더욱 싫다. 그렇다고 해서 동물원의 사육사는 괜찮은가 하면, 자유를 빼앗기고 불쌍하게 사로잡혀있는 동물들을 돌봐줘야 하는 거잖아? 도저히는 아니지만, 그런 일은 사양이다. 그런 이유에서 나는, 「동물이 잘 따른다」라는 특기를 취직에 써먹으려는 생각은 하고 있지 않았지만……. 한가한 봄방학에만 유효하게 이용할 작정으로 응모했던 아르바이트가, 그 뒤 내 운명을 커다랗게 바꿔놓게 된다. 이력서를 첨부해서 서면으로 응모하라는 지시를 따라서 편지를 보내고 난지 사흘 후. 면접을 치를 테니 나와 달라는 연락이 왔다. 전화를 걸어온 것은, 느낌이 좋은 중년 같은 남자였다. 「내일입니까? 네, 괜찮습니다. 네에, 팩스는 있습니다. 아아, 그쪽까지의 지도를? 네, 번호는……」 엄마가 일할 때 쓰는 팩스로, 가장 가까운 역에서 목적지인 집까지의 약도를 받기로 했다. 《그러면, 면접을 한 후에 채용이라고 결정이 된다면 내일부터 바로 부탁을 드리고 싶습니다만. 사정은 괜찮으시겠습니까?》 아르바이트의 『2주일동안 입주해서 근무』라는 조건은 물론 처음부터 알고서 응모한 것이다. 나는 그다지 깊이 생각하지 않고서, 「별로 상관없습니다만」 이라고 대답했다. 《그럼 그렇게 준비를 부탁드립니다》 「그러니까, 그날부터 바로 머물 수 있도록, 이라는 거군요. 알겠습니다」 대답하면서 나는, 그래놓고 채용이 안 된다면, 들어가서 살려고 바리바리 짐을 싸들고 가봤자 손해잖아 라고 생각했지 만. 뭐, 가방 하나정도로 할 작정이니까, 어찌되든 상관없나. 《그럼, 내일 11시에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전화를 끊고 나는 서둘러 3일치 정도의 갈아입을 옷을 집어넣은 가방을 준비했다. 기간은 2주일이지만, 제대로 빨래를 하면 이걸로 충분할 거다. 저녁 식사 때, 마감을 끝낸 듯한 엄마하고 얼굴을 맞댄 김에 내일부터의 예정을 보고했다. 「에? 아르바이트? 입주해서?」 「말했잖아, 요 전에」 「거짓말, 들은 적 없어」 「말했어. 그래서 허가도 받았어」 「거짓말! 절대로 들은 적 없어!」 「말했다니까!」 마침 그때 요시야마(吉山)상이 부엌에서 나왔다. 요시야마상이라는 사람은, 명목상으로는 일러스트레이터 호시카와 미오의 매니저이지만, 실질적으로는 다른 자 질구레한 일 전반에서부터 가정부까지 해주고 있는, 사람 좋은 형님. 그래픽디자이너를 목표로 가출이나 마찬가지로 도쿄로 나왔지만, 도시는 만만한 곳이 아니라서 먹고 살길이 막막 해하던 것을 엄마가 「좀 클 때까지 우리 집에서 일하면 돼」라면서 주워왔다. 4년 전 봄의 일이다. 스물 하나였던 그는 키가 큰 대신에 비실비실 말라서, 나는 (꽤나 힘든 생활을 했었구나) 라고 동정했었지만, 지금도 역시 비실비실하니까 마른 건 체질인 것 같다. 손발이 길고 목도 길고 머리가 작은 프로포션을 지닌 사람이라서, 한눈에 보고 (황새 같아) 라고 생각했던 이미지도 변함이 없다. 그 이래, 요시야마상은 우리 집에 들어와 살면서 잡다한 일을 해주며 디자이너로서 독립할 수 있는 날을 모색하고 있는 것이지만, 요리 솜씨는 올라갔어도 꿈의 실현에는 좀처럼 손이 닿지 않는 듯, 최근에는 완전히 엄마의 서포터 역할로 굳어버려졌다. 덧붙이자면 우리 집의 가족구성은, 아버지는 방랑하는 동물사진가인데 현재는 아마존에 장기출장 중. 형이 둘 있지만, 둘 다 결혼해서 집을 나가서 이 집에서 생활하고 있는 건 나하고 엄마랑 요시야마상 세 사람뿐이다. 그건 그렇고, 요시야마상이 부엌에서 얼굴을 내민 것을 보고 재빨리 엄마가 말을 걸었다. 「잠깐만요 요시야마군, 미츠오가 입주 아르바이트를 가겠다고 하는 얘기, 들은 적 있어요?」 「아, 결정됐습니까?」 라는 대답으로, 요시야마상은 내 아군이라는 것이 판명되었고, 동시에 내 주장이 맞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거봐. 나는 분명히 얘기 했다니까. 그죠, 요시야마상?」 「아아, 선생님, 잊어버리셨어요?」 요시야마상은 재미있다는 듯한 표정으로 그렇게 말했다. 그야 뭐, 이런 일은 자주 있으니까 말이야. 엄마는 분한듯하면서도 겸연쩍은 듯한 표정을 지었지만, 「하긴, 미츠오군이 그 얘기를 꺼냈던 건, 이번 작품 아이디어를 다듬고 계셨던 때였으니까요」 라는 요시야마상의 지원타에 기분을 고쳤다. 「그렇다면, 들었어도 그냥 귀를 빠져나가버렸겠네」 「네네, 그러셨겠죠. 어쨌든 그런 거니까, 면접이 잘 되면 내일부터 거기서 묵게 될 거야」 「뭐어……여자애가 아니니까 흠집날 일도 아니겠지. 그래서, 언제까지인데?」 「2주일동안이야」 「그렇게나? 다이스케가 쓸쓸해하잖아」 「저기 말이야―봄방학이라고 집에서 뒹굴뒹굴 하면서 다이스케하고 놀기만 할 거니, 라면서 화냈던 건 엄마잖아」 「그랬었나」 「그랬었어. 그러니까 내가 아르바이트를 하기로 했던 거잖아!」 「……뭐, 상관은 없지만. 그럼 요시야마군, 미안하지만 그 동안 다이스케 산책 좀 부탁해」 「네. 좋습니다」 다이닝키친 구석에 있는 식사장소에서 밥을 먹는 중이었던 다이스케가 자기 이름이 나온 걸 듣고서, (뭐예요?) 라는 얼굴로 뒤돌아봤다. 나는 다이스케를 불러서 머리를 쓰다듬어주면서 말했다. 「내일부터 한동안 네 산책은 요시야마상이 데려가주게 될 거 같으니까, 말 잘 듣고, 폐를 끼치면 안 된다?」 다이스케는, (옛써!) 라는 얼굴로 꼬리를 흔들었다. 식사장소에는 고양이들도 있었어서, 각자 녀석들의 이름을 부르고서, 「너희들도 착하게 있어야 된다?」 라고 말했지만, 미미도 시마도 뒤돌아보지도 않았다. 네네~, 고양이라는 건 그런 녀석들이지요. 어느 유명한 구절에서 이르기를, ――모든 고양이는 『왕』이다. 태어나면서부터, 자신이 왕이라는 것을 의심해본적도 없는 왕이다. 그러니까, 왕답게 행동하는 것은 그들에게 있어서는 당연한 것. 화를 내는 당신 쪽이 잘못된 것이다――. 정말이지 그 말 그대로라는 생각했기 때문에 내가 이렇게 기억하고 있는 명문은, 성인을 위한 그림책이라는 느낌을 주 는 고양이 일러스트집의 한 페이지에 쓰여 있던 것이다. 그림과 글은, 호시카와 미오. -- 계속 PREV [고양이] 왕 같은 고양이 (2) 세쯔나 NEXT [JAZZ] 외전 - Eccentric Gray (END) 세쯔나 Copyright 1999-2002 Zeroboard / skin by JINI 왕 같은 고양이 (2) Written by 아키즈키 코오 다음날, 나는 갈아입을 옷가지를 집어넣은 가방을 손에 들고 면접을 보러 나갔다. 사철에서 JR로 갈아탔다가 또 사철로 갈아타는 길은, 전차만으로도 2시간이 걸려버려서, 처음 하는 아르바이 트 장소가 되는 나베시마(鍋島)가에 도착한 것은 약속시간을 아슬아슬하게 남겼을 때였다. 그것도, 받은 지도가 잘 그려진 것이었고, 목적지인 집이 (설명을 해놓 은 대로) 한방에 눈에 띄는 찾기 쉬운 곳이었던 덕분이다. 「우햐~……진짜, 모르면 미술관인줄 알겠다~」 높고 튼튼한 펜스로 둘러싸인 부지 안쪽에, 우리 집 근처에 있는 6세대용으로 세운 고급맨션보다 배는 더 클 정 도로 품격 있는 양식건축물이 떡 하니 있고, 문부터 현관 앞까지 차가 지나다닐 수 있는 폭의 길이 뻗어있다……니, 이거 진짜로 개인주택이야? 하지만 어쨌든 간에, 문에는 『나베시마』라는 문패가 걸려있고, 그 옆에는 인터폰도 달려있다. 버튼을 누르고 응답을 기다렸다. 《네》 라는 남자의 목소리로 대답이 나왔다. 어제 전화한 사람일까나? 「아―, 안녕하세요. 저기, 면접을 보게 된 호시카와라고 합니다만」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어서 들어오세요》 응, 역시 전화했던 사람이다. 그런데, 어디로 들어가야 되는 건데? 차가 한대 지나다닐 수 있는 폭으로 된, 펜스와 맞춘 디자인인 높은 철문을 밀어봤다. 끼익하고 살짝 삐걱거리며 열렸다. 나는 안으로 들어가 원래대로 문을 닫았다. 돌봐줄 사람이 필요한 개들 을 그냥 풀어놓고 키우고 있는 거라면, 문을 마냥 열어놓거나 했다가는 큰일이 되니까 말이다. 현관 앞에는 유럽풍의 기하학적으로 손질된 식목수와 화단이 만들어져 있었지만, 개가 파대거나 한 흔적은 없었다. 잘 배운 아이인 것 같다. 현관의 벨은, 두터울 듯한 목제문 너머에서 「딩동」하고 울리는 것이었다. 으~응, 중후하군 그래. 문이 열리고 전화 목소리로 그려본 이미지를 배반하지 않는 슈트차림의 중년 남성이, 「먼 길 수고하셨습니다」 라며 미소 지었다. 나는 서둘러 고개를 숙였다. 「처음 뵙겠습니다, 호시카와입니다. 죄송합니다, 조금 늦었습니다」 「당가의 집사인 쿠로다(黑田)입니다」 남자는 그렇게 말하고서, 내가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기다려 문을 닫고, 「마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라며 앞장 서 걷기 시작했다. 「뭔가……굉장한 댁이네요」 무심결에 그런 소리를 했다. 외관과 마찬가지로 집안도 중후하게 만들어져 있고, 놓여있는 가구랑 조명 그리고 장식품은, 어느 것이든 다 미술품이 라는 느낌을 주는 고가일 것 같은 물건들 뿐. 서민인 나로서는, 이게 개인이 사는 집이라고 생각하면 눈이 점이 되는 듯한 기분이다. 긴 복도의 막다른 곳에 있는 문 앞에서, 「이쪽입니다」 라며 쿠로다상이 멈춰 서서는, 묵직하니 위엄 있어 보이는 문을 가볍게 노크했다. 「실례합니다. 호시카와님께서 도착하셨습니다」 님은 그만둬 주세요, 님은~……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저는, 그저 부모한테 학비를 받아쓰는 서민의 자식이란 말입니다~. 문을 열고 안쪽으로 안내받은 방은, 그때까지 걸어온 복도의 약간 어둑한 밝기에 익숙해져 있던 눈이 일순 어찔 할 정도로 밝았다. 벽면 두 쪽이 바닥까지 커다란 창으로 되어있는, 선룸(sunroom) 같은 방이다. 봄날 오전중의 햇빛이 가득 비쳐 들어오고 있는 방의 벽 가에 커다랗고 호사스런 L자형의 소파가 있고, 그곳에 기 모노 차림의 체구가 작은 노부인이 덜렁 앉아있었다. 한눈에 『마님』이라는 걸 알 수 있는 품위 있고 위엄 있는 할머니였지만, 앉아있는 소파가 너무 큰 탓에 「덜렁」 이라는 식으로 보였던 것이다. 「마님이십니다」 쿠로다상은 작은 목소리로 내게 그렇게 가르쳐주고 나서, 노부인을 향해서 말을 걸었다. 「호시카와 미츠오님이십니다」 서민인 나는 이런 경우 어떻게 해야 좋을지를 몰라서, 졸업식에서 받았던 최경례의 각도로 고개를 숙였다. 「어서오세요, 나베시마 아야코(綾子)입니다. 부디 이쪽으로 오시지요」 침착하니 기품 있는 목소리가 말한 「이쪽으로」라는 건, 그녀가 있는 소파 한쪽 끝에 앉으라는 것이라서, 나는 딱딱하니 긴장했다. 하지만, 아르바이트 정보지에 쓰여 있던 것에 따르면, 면접을 받는 경우는 「빠릿빠릿하게 행동하고, 똑 부러 지게 얘기할 것」이라고 했던 것 같다. 나는 주눅이 든 마음을 떨쳐내고, 들은 대로 소파 끝에 앉았다. 노부인 앞에 놓여진 작은 테이블 위에, 내가 보낸 이력서가 펼쳐져 있는 게 눈에 들어왔다. 자기가 쓴 서류가 남 의 눈 앞에 드러내어져 있는 걸 실감한다는 건, 묘하게 진정되지 않는 기분을 맛보게 되는 일이었다. 「양친께서는 두 분 모두 예술가이시군요」 그런 식으로, 질문이 시작됐다. 「네, 그게, 일단은」 「아버님은 어떤 사진을 찍으시는지?」 「아, 동물사진가이십니다. 에에또, 주로 야생동물을 찍으십니다」 「그럼 해외로도 나가시나요?」 「아, 네. 지금은 아마존에 가셨습니다. 에에또, 올해 정월부터요」 이런 말까지는 하지 않는 게 좋았을까나. 하지만, 아―진짜―무지막지하게 흥분해버렸는걸~. 「어머님께서는 일러스트를 그리신다고요」 「네. 저기, 어머니도 제재는 동물이십니다. 개나 고양이 같은 걸로, 달력이라든지 하는 걸」 어이, 말이 어법이 전혀 안 맞잖아, 내참―. 「두 분 모두 멋진 일을 하고 계시는군요」 「네, 저기, 감사합니다」 「댁에서는 뭔가 키우고 계신가요?」 「지금은 개하고 고양이입니다. 에에또, 골든 레트리버가 한 마리하고, 잡종 고양이가 두 마리」 「아아, 어쩐지」 부인은 이를 드러내지 않고 싱긋 웃었다. 「개 냄새가 날만 하군요」 「에? 냄새납니까?」 나는 허둥지둥 팔을 코 근처로 가져다 대고서 트레이너의 소매의 냄새를 맡아봤다. 개는 상당히 체취가 있는 동물이라 집안에서 키우고 있는 다이스케는 사흘에 한번은 목욕을 시키고 있긴 하지만. 「죄송합니다, 함께 사는데 익숙해져버려서, 신경 쓰질 못했습니다」 부인은 또 다시 싱긋 웃고서 말했다. 「우리 아이들을 만나시기 전에 목욕을 해주시지 않겠습니까?」 물론 이의를 말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 부인은 테이블 위에 놓여 있던 은색의 벨을 짤랑짤랑하고 울려서 쿠로다상을 불렀고, 나는 이게 또 눈이 점이 될 만한 목욕탕으로 안내를 받았다. 로마의 목욕탕……이라는 게 이런 걸까? 헤엄도 칠 수 있을 것 같은 넓이인 대리석 욕조에, 여기저기 녹색식물 의 화분을 놓아뒀는데도 여전히 널따라니 타일이 깔린 욕실이라는, 어디 온천호텔 팜플렛에나 나올 것 같은 데였단 말이다, 이집의 목욕탕은! 어쨌든, 갖춰져 있던 장미꽃잎이 들어간 비누며 금가루가 들어간 샴푸니 하는 것으로 세정작업을 마치고, 탈의실로 나왔다. 「어라? 갈아입을 게……」 가방채로 가지고 들어와서 놔두었었는데, 가방채로 없어지고 대신에, 「이걸 입으라는 건가?」 라고 밖에 생각되지 않는 옷이 한 벌 놓여있었다. 「아아, 그런가. 우리 집에서 가지고 온 옷이면, 다이스케의 냄새가 묻어있을 테니까?」 확실히 동물은 냄새에 민감하니까, 테리터리로 들어온 인간이 다른 개의 냄새를 풍기고 있으면 환영받지 못하겠지. 속옷부터 양말까지 나란히 갖춰진 옷은 하나같이 다 브랜드 품인데다가 새것들이었다. 으~응……부자라는 사람들은……. 헤에, 이 셔츠, 꽤 멋지잖아. 이 베이지색 바지도 상당히 좋고 말이야. 브랜드 기억해뒀다가, 아르바이트비가 들 어오면 사 볼까나. 어이~뭐하는 거야 나, 아직 면접이 합격인지 어떤지 결정된 것도 아닌데. 탈의실……이라기에는 스마트한, 살롱 같은 장소……인 곳의 한쪽 벽 전체가 거울로 되어있다는 건, 나르시스 트가 아닌 나로서는 조금 괴롭기는 했지만, 몸단장을 마치기 위해서 움찔움찔 뒤돌아봤다. 「오오……」 내가 직접 고른 옷보다 더 잘 맞는다. 적당히 빌려준 것일 게 틀림없는데, 이런 우연도 다 있네. 준비가 끝나면 불러달라고 했던 차임벨을 누르고서 기다렸다. 다가온 쿠로다상이 입을 열자마자 한 첫마디는, 「사이즈는 괜찮으십니까?」 「아, 네. 딱 맞습니다」 나는 표준체형에 M사이즈의 남자인 것이다. 「그러시면, 이쪽으로」 쿠로다상에게 안내를 받아, 아까 선룸의 문 같은 곳으로 돌아왔다. 응, 확실히 안내하는 사람이 있어야 돼. 나 혼자 서는 헤맬 거야. 그런 걸 생각하면서 쿠로다상이 열어준 문 안으로 발을 디밀었다. 그곳은 틀림없이 아까의 선룸 같은 방이었지만, 나베시마 부인의 모습을 찾아볼 작정으로 소파로 돌린 눈이 캐치한 것은……. 「힉?!」 내밀었던 발을 몸채로 뒤로 뺐던 건, 순식간에 발휘된 본능의 명령. 하지만, 내 등은 퉁하고 문인 듯한 장벽에 부딪쳤다. 「쿠, 쿠, 쿠로다상?!」 등을 문에다가 착 대고 달라붙은 내가 커다란 소리로 비명을 지르지 않았던 건, 아버지한테 들었던 『주의사항』이 머릿속 어딘가에 있었기 때문이다. 《야수와 갑자기 마주치게 되어버렸을 때의 주의사항 제 1조―갑자기 움직이거나, 소리치지 말 것》 제 2조는 뭐였더라, 하고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려보려 하면서, 나는 아까 노부인이 걸터앉아있던 소파에 배를 대고 누워있는 세 마리의 검은 야수를, 움찔움찔 눈으로만 내다봤다. 머리부터 꼬리가 달린 엉덩이부근까지의 키는 1미터 내지는 그 이상정도에, 머리는 둥그렇고 고양이과의 생김새. 몸은 까맣고 윤기 있는 단모로 덮여있고, 슈룩하니 긴 꼬리도 똑같아. 혹시가 아니라, 어떻게 봐도 표범이잖아?! 어째서 왜, 이런 게 여기 있는 건데?! 아아 기다려, 그래, 제 2조는, 《무서워도 무서워하지 말 것》 그래서 나는, 마침 시선이 간 곳에 있던 한 마리를 무서워하지 않는다는 포즈를 취할 요량으로 지긋이 바라보고 있었지만……그 놈이 휙 하고 내 쪽을 쳐다본 눈하고 내 눈이 마주친 순간. 주의사항 제 3조를 생각해냈다. 《절대로 눈하고 눈을 마주쳐서는 안 된다》 동시에, 그것을 얘기해줬던 때의 아버지의 목소리가 귓가에 되살아났다. 「알겠냐, 미츠오? 야생의 동물에게 있어서, 상대의 눈을 노려본다고 하는 건, 내가 네놈한테 싸움을 걸 겠다고 선언하는 거야. 그러니까 상대의 모습을 살필 때에도, 눈이 마주치지 않도록 신경을 써야 돼. 그러지 않으면, 눈을 피한 순간에 덮쳐진다구」 아아……아버지, 늦었어요. 눈이 떡 하니 맞아버렸어요. 그렇다는 건, 이 눈을 돌리면……. 「혹시 만에 하나, 눈이 맞아버렸으면 어떻게 하면 돼?」 그런 얘기를 아버지랑 했던 건, 소학교 1학년인가 2학년 무렵이었지. 「그때는, 상대랑 눈싸움을 해서 이기는 수밖에 없지. 그쪽이 먼저 눈을 돌릴 때까지, 뚫어져라 계속 노려보는 거야. 거 왜, 고양이들이 싸움을 할 때는 우선 서로 지긋이 노려보잖냐?」 「응. 요 전에 그랬어. 봤더니, 30분이나 뚫어져라 쳐다보기만 하고 움직이지 않았어」 「그야 30분이든 1시간이든, 눈도 깜빡이지 않도록 하면서 서로 노려보는 거야. 기력의 승부니까 말이야」 아아, 아버지……나한테는 흑표범이랑 눈싸움해서 이길 수 있을 정도의 기력은 없는 거 같아요! 「흐―응. 전혀 꿈쩍하지 않길래 재미가 없어서 돌을 던졌더니, 두 마리가 모두 내빼던데. 앗하하」 아아, 누가, 내가 예전에 했던 것처럼 돌이라도 던져서, 이 공포의 교착상태를 어떻게 좀 해줘! 「어이어이, 돌 같은 걸 던져서 고양이가 다친다면 불쌍하잖아. 그럴 때는 물을 끼얹는 게 제일이야」 돌이든 물이든 뭐든 좋으니까, 누가 좀 도와줘어어엇!! 라고 한, 그 때. 나와 마주 노려보고 있던 흑표범이, 스윽 몸을 움직였다. 시선은 나랑 딱 맞추고 있는 채로, 배를 대고 누워있던 몸을 스윽 일으키고서는 천천히 소파를 내려왔다! 그리고, 내 쪽을 향해서 느릿느릿 걷기 시작해서……! 「히익」 하고 목구멍 안에서 숨소리가 울렸다. 그게 실은, 패닉상태에서 막혀버린 목이 숨을 들이키지도 토 해내지도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두근두근하는 심장의 고동소리만이 귀를 압박하며 울리고 있다. 고동에 치여서 분류하는 피로 밀어 넓혀진 혈관이 아프다. 당장이라도 어딘가가 퓽~하고 나가버릴 것 같다. 나는 필사적으로 서있으면서, 느릿느릿 다가오고 있는 야생의 위협인 눈을 필사적으로 노려보고, 그러지 않으면 죽게 되어버릴지도 모르니까…… 무서워! 움찔하고 움직이기라도 했다가는, 설령 손끝이라도 움찔 움직여버린다면, 자신이 어찌되어버릴지… …무엇을 해버릴지. 그렇게 됐을 때에, 이 야수가 어떤 반응을 되돌려올지……무서워!! 무섭다구!! 카창 하고 들려온 소리의 정체는 패닉에 빠져있던 내 머리로는 인식할 수 없었다. 내가 이해했던 것은, 그 소리가 남으로 인해서 나와 마주 노려보고 있던 야수의 시선이 어긋났다는 것. 그리고 (이걸로 살았다) 라는 생각. 「어머」 나베시마 부인의 목소리가, 내 어깨 비스듬히 뒤 즈음에서 났다. 「목욕이 일찍 끝나셨군요」 그리고서, 내 시야의 아랫부분을 자그마한 몸집인 부인의 머리가 스쳐가는 것을 느꼈고. 「어머, 시이타. 호시카와상에게 인사를 하고 있었니?」 부인이 그렇게 말을 건 상대는, 바로 방금 전까지 나하고 서로 노려보고 있던 검은 야수. 나는, 부인의 주름진 하얀 손이 너무나 태연한 동작으로 검은 야수의 머리를 쓰다듬는 것을 멍하니 보고 있었다. 「돌봐주셨으면 하는 건, 이 아이들이에요」 부인의 목소리가 말했다. 「알파, 제타, 너희들도 인사를 하렴」 소파에 있던 나머지 두 마리가 우아한 동작으로 머리를 들고 얼굴을 맞대고는 (그 순간, 그 두 마리가 각각 히죽, 하고 웃은 듯이 보였던 것은 기분 탓이겠지) 그리고서 느릿느릿 소파를 내려왔다. 나는 문에 달라붙어 선 채, 세 마리의 흑표범에게 둘러싸여서는 녀석들에게 킁킁 하고 냄새를 맡게 하게 되었다. 「많이 닮아서 처음엔 분간하기 힘드시겠지만, 이 애가 알파. 이쪽에 이마에 살짝 하얀 털이 섞여 있는 게 제타. 그리고 가장 작은 아이가 시이타에요. 이 아이는 아직 성수(成獸)가 되지 않았으니까, 그래요, 딱 호시카와상의 나이 대일까요. 19세라고 하셨지요?」 대답을 하려면, 바짝바짝 말라서 입천장에 들어붙어버린 혀를 떼어내지 않으면 안 되는데, 그랬더니 구역질이 치밀어 올라왔다. 나는 토기를 가라앉히면서, 손으로 소파를 가리켰다. 「죄……송합……앉아……도……」 거기까지 말한 게 고작. 나는 우웩하고 입을 덮었다. 그냥 헛구역질만 한 것뿐이지 토사물은 나오지 않았지만, 구 역질이 나아지질 않아서 몇 번이나 우웩하고 한심한 소리를 내버렸고, 그러기를 몇 번 한 뒤에야 겨우 진정됐다. 「죄, 죄송합니다. 그, 깜짝 놀라버려서」 괴로움으로 눈에 눈물이 베어버린 것을 닦으면서 추태를 사과한 내게, 부인은 스윽 테이블가로 가서는 짤랑짤랑 하고 벨을 흔들었다. 나타난 집사분에게, 「쿠로다, 호시카와상을 소파로 모셔요」 라고 말했다. 「아, 아니요, 이제」 「부디 손을 빌리도록 하세요, 당장이라도 쓰러지실 것 같아요. 그리고서, 뭔가 마실 것을. 서둘러요」 「저기, 이제 괜찮으니까요」 말은 그렇게 했지만, 자아 하고 걸어 나가려고 했더니 무릎은 웃길 정도로 떨리고 허리는 완전히 부서져서, 결국 쿠로다상에게 안기다시피해서는 소파에 다다랐던 것이다. 「죄송하네요」 부인이 말했다. 「굉장히 놀라시게 해버렸네요. 하지만, 도저히 그리는 보이시질 않았어요. 너무나 당당하신 듯해서. 그렇지, 야옹이들아?」 나를 죽을 정도로 무섭게 한 세 마리의 흑표범들을, 부인은 마치 보통 기르는 고양이들처럼 손가로 불러들여서 보통 고 양이에게 하는 것처럼 머리를 쓰다듬거나 턱 아래를 간질여주거나 했고, 표범들도 마치 보통 고양이처럼 부인의 무릎에 머리를 비벼대거나, 손을 핥아서 애무를 되돌려주거나 하고 있다. 나를 소파까지 데려다주고 방을 나갔던 쿠로다상이 은 쟁반을 들고 돌아왔다. 「로열 밀크티를 만들었습니다」 라고 말했던 것은, 내게라기보다 부인에 대한 보고였던 것 같다. 「어서, 드세요」 그녀가 권유하는 대로 감사히 손에 든 컵에 앞니가 닿자, 따닥따닥하고 작은 소리를 냈다. 컵을 든 내 손이 떨리고 있는 것이다. 따뜻하고 달콤하고 브랜디의 향이 나는 차를 나는 단숨에 몽땅 비웠다. 꿀꺽꿀꺽 마시면서 (버릇없지 않나) 라고 생각했었지만, 강렬한 갈증에 재촉당해서 체면 따위 차리고 있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한잔 더 가져다 드려요」 「네, 마님」 「아, 아니요, 이제」 「부디 사양하지 말아주세요」 「하, 하아」 「하지만 다행이에요, 좋은 분을 찾아서」 ……에? 「그렇죠, 쿠로다?」 「정말 그렇습니다. 이걸로 마님께서도 안심하시고 출타하실 수 있으시겠습니다」 「네에. 오늘밤 비행기에 타지 못하면 출석은 포기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었으니까요. 정말로, 좋은 분이 와주셔서 다행이에요」 자, 잠깐! 「저깃, 죄송합니다, 에에또 그러니까 말이죠, 저는」 「채용하도록 하겠어요」 아니, 그런 게 아니라 말이지요! 「즈, 즉 저는, 이, 이」 세 마리의 흑표범들을 돌보는 역할인 겁니까?! 하지만, 내 혀가 역할을 마치기보다 먼저, 부인은 슥 하고 소파에서 일어서서, 「그럼 호시카와상, 잘 부탁드려요」 그렇게 말했다고 생각했더니, 입을 뻐끔뻐끔 거리고 있는 나를 남겨놓고, 서둘러 방을 나가버렸 다. 흑표범 한 마리가 배웅하겠습니다, 라는 느낌으로 부인을 따라갔다. 아르바이트는 취소하고 싶다는 뜻을 말하려고 했던 내가 나가는 부인을 불러 세우지 못했던 것은, 어느새엔가 발치에 와있던 흑표범 한 마리가, 마침 내 무릎위에 앞발을 툭하니 올려놨기 때문이다. 「우, 우와, 우와」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짐작도 되질 않아서, 나는 그저 딱딱하니 굳어버렸다. 그 사이에 부인은 나가버리고, 정신을 차리고 보니 쿠로다상도 함께 가버린 것 같아서, 나는 또다시 단 혼자 서 공포 속에 남겨져 있었다. 그리고 내 무릎에 앞발은 얹어온 그(어쩌면 그녀)는 어떠냐 하면, 내 배랑 대퇴부 근처를 킁킁대며 냄새를 맡는가 싶더니, 스윽 하고 무릎위로 올라왔다. 크기만 생각하지 않는다면 고양이랑 똑같이 내 무릎위에 앉아서 이번엔 내 가슴 언저리랑 목덜미를 킁킁 냄새를 맡기 시작했다. 아아……그 때의 내 심장이 얼마나 쪼그라들었는지를 보고 웃고 싶다면, 어디 한번 똑같은 꼴이 되어보라구. 상대는, 신장도 체중도 자기랑 별반 다르지 않을 정도에 이빨이랑 발톱의 위력은 명백하게 저쪽이 위인 야수인 것이다. 변덕이든 장난이든지 간에 덥썩, 하고 당했다가는 내 목쯤이야 간단히 찢겨져나가 버릴 만한, 그런 상대가 킁킁하고 콧바람을 나한테 뿜어대고 있는 것이다. 부인에게 있어서는 페트라고 해도, 내게 있어서는 초대면에다가 속마음 따위는 알 도리가 없는 맹수란 말이다! 그런데도 무섭지 않은 사람이 있다면, 지금 당장 이리 나와―아! 나와서 내 대신 좀 해줘어~! 그러고 있는데, 문 쪽에서 쿡쿡 하고 웃는 소리가 들렸다. 쿠로다상인가?! 하지만, 지금 막 문으로 들어온 듯한 웃음소리의 주인공은 쿠로다씨는 아니고……누구? 나이 대는 스물일곱, 여덟쯤인 느낌이 드는 너무나도 인텔리풍인 그 남자는, 영리해보이고 단정한 갸 름한 얼굴에 걸친 무테안경 안쪽의 눈이 웃고 있는 채, 입술이 얇은 입을 열었다. 「이런~이런, 시이타. 벌써 안긴 거냐? 좋겠구나」 전혀 안 좋아! 라고 큰소리를 치고 싶었지만, 기분을 상하게 해서 그냥 나가버린다거나 하면 곤란하다. 그러니까 나는, 「죄송합니다만」 이라고 비굴하게 말을 걸었다. 「도와주시지 않겠습니까」 내 궁상은 한눈에 알아봤을 테고, 진심으로 구원을 바라고 있다는 걸 눈으로든 표정으로든 아주 죽어라고 호소했을 텐데 그는, 「에?」 라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당신, 고양이들을 돌봐주러 온 사람이잖아요?」 「표, 표범인지는, 몰랐단 말입니다」 「표범?」 완전히 쇠귀에 경 읽기라는 느낌이었지만, 나로서는 지푸라기에라도 매달리는 심정이었다. 「매, 맹수를 돌본다는 소리는 듣지 못했고, 해본 적도 없어욧. 저한테는 무리에요! 도, 돌아가게 해주세욧」 대답은, 「잘 따르는데?」 플러스, 미간을 찡그린 (무슨 소리를 하고 싶은 건지 모르겠다) 라는 표정. 「그러니까 저는, 이런 표범 같은 맹수를 돌봐본 적이 없고 하지도 못하니까, 아르바이트 얘기는 취소해 주십사 하는 겁니닷」 「아―……」 그는 생각에 잠긴 표정을 짓고서 가운데 손가락으로 안경을 밀어올리고는, 「늦었군」 하고 미소 지었다. 「느, 늦었……다니」 「할머님은 바로 방금 전에 나가버리셨으니까」 「그, 그런」 「시이타는 자네가 마음에 든 것 같고 말이네」 「저는 무섭단 말입니다. 도, 돌아가겠습니다」 「무리라고 생각하는데」 그리고 실제, 내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돌아가겠다고 말한 순간, 무릎 위에 있던 시이타가 으르릉 하고 울고는, 움찔하고 몸을 움직인 나를 하아악 하고 위 협해 왔던 것이다. 「히익」 「거봐?」 부인의 손자인 듯한 청년은 싱긋 웃고서, 「시이타는 자네가 있어줬으면 하는 거야. 달아나려고 하거나 하면 위험하다고 봐」 라는, 듣지 않는 게 좋았을 어드바이스를 해줬다. 「게다가, 이 녀석들이 맹수라는 건, 자네의 오해야」 이이이, 이게 어디가 맹수가 아니라는 겁니까?! 바로 눈앞에 시이타의 얼굴이 있고, 그 얼굴에서 번쩍번쩍 빛나는 노란색 눈으로 나를 노려보고 있으니, 무서워서 소리 따위는 내지도 못한다. 「할머님은 아무것도 설명하지 않으신 것 같군」 모, 못들었습니닷, 설명이라고 할만한 건, 한마디도! 「아무래도 자네는, 이 녀석들을 흑표범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은데, 아니야. 뭐어, 비슷하기는 하니까 착각해 도 무리는 아니지만, 이 녀석들은 고양이야. 고양이. 야옹이라구」 말하면서 청년은,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훠이훠이 하고 내 위에서 시이타를 치우고서 내 옆에 앉았다. 쫓겨나서 불만스러운 듯한 시이타를, 「미츠오군이 마음에 든다면, 잠깐 그쪽에서 얌전히 있도록 해」 라며 쫓아냈다. 시이타는 불만스러운 얼굴인 채이면서도 얌전히 떨어져가서는 방구석에 드러누워 있던 또 한 마리의 곁으 로 갔다. 알파인가 제타인가는, 다가온 시이타의 얼굴을 (옳지옳지) 라는 식으로 핥아주고, 두 마리는 그루밍을 하기 시작했다. 「이런이런」 내 옆자리에 앉은 청년이 쓴웃음을 짓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할머님도 곤란하시다니깐. 하지만 나쁜 마음으로 그러신 건 아니야. 훨씬 예전부터 집이 빈 동안 돌봐줄 사람을 찾고 계셨었지만, 우 리 집 고양이들이 좋다고 할만한 좋은 사람을 찾지 못해서 말이야. 회의 날짜는 닥쳐오고, 초조하셨던 거지」 「회, 회의……?」 「그래. 우리 고양이들처럼, 특별한 보호를 필요로 하는 동물의 보호자들이 참가하는 국제회의에 가신 거야」 「헤에……」 저런 나이 드신 분이 국제적인 활동을 하고 계신 건가 생각하니, 존경심이 솟구쳐 오른다. 아니이~잇, 그런 거 보닷! 지금은, 눈앞에 있는 맹수를 돌보는 역할로 취임인 건가?! 라는 게 문제인 거라구. 「저기 말이지요, 도저히 저한테는, 그들이 고양이로는 보이질 않는데요. 저렇게 커다란 고양이가 있다니, 소문으로도 들어본 적이 없고」 「으~응……눈앞에 실물이 있어도 믿어주지 않는 거야?」 얼굴을 들여다보듯이 물어봐서, 대답하려고 했던 눈이 청년의 눈과 마주쳤다. 금색이다, 라고 생각했다. 다시 봤을 때에 그의 눈은 보통 일본인의 눈 색이었으니까, 그때는 빛을 너무 많이 쐤거나 해서 그런 거였겠지만. 정말로 한 순간, 그 것에 정신을 붙잡혀 있던 사이에, 두 세 마디를 흘려들었던 것 같았다. 「……래서, 보통보다는 조금 몸이 크지만, 다른 건 체격뿐이야. 게다가 체격도 자네 집에서 키우고 있는 개하고 비교한다면 비슷한 수준이지? 개중에 소형종과 대형종이 있는 것하고 마찬가지로, 이 녀석들은 고양이의 대형종이라는 것뿐이야. 그런데도 무서운가?」 내 눈에 눈을 맞추면서 곰곰이 타이르는 듯이 들려주는 어조인 그의 말은, 너무나 이해하기 쉽게 내 머리 속으로 비집고 들어왔고, 그렇게 설명의 결말을 짓는 물음에 나는 머리를 위아래로 끄덕이고 대답했다. 「뭐야, 그런가. 고양이라면 별로 무섭지도 아무렇지도……어릴 때부터 같이 살았으니까요」 나는, 어느새 무릎 옆에 와있던 『커다란 고양이』의 머리를 옳지~옳지 하며 쓰다듬어줬다. 그래……흑표범이라고 생각해서 쫄았던 거야. 하지만 이건, 그저 단순히 보통보다 조금 몸이 크기만 한 고양이 이고……아―정말이지―나란 녀석, 대체 이 커다란 고양이군의 어디가 무섭다고 생각했던 거지. 바보 같아. ――나중에 생각해보면, 그 때의 나는 마치 최면술에 걸린 것처럼, 스스로도 신기할 정도로 솔직하게 그의 말을 믿었 던 거지만……뭐어, 그게 차라리 나앗으려나. 아마, 아무리 저항했대도 아르바이트는 취소할 수 없었을 거라고 생각하니까. 게다가 인간관계하고 마찬가지로, 동물과의 관계도 상대를 신용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하는 거니까. 「그런데, 이름이?」 말한 그가, 테이블 위의 서류를 눈치 채고 주워들었다. 「아아, 이거, 당신 것이지? 『호시카와 미츠오』군」 「아, 네. 잘 부탁드립니다」 「빛나는 물고기라는 뜻의 미츠오(光魚)인가. 별의 강……『하늘 강에서 빛나는 물고기』군? 후후, 로맨틱한데다 가 맛있을 것 같은 이름이군」 「하아……」 로맨틱하다는 소리를 들은 적은 있지만, 맛있겠다는 감상은 처음이다. 「에에또, 그런데」 「아아, 나 말이군. 나베시마 아츠오(敦夫), 27세, 의사. 내과하고 외과하고 정신신경과에 관한 상담은 언제든지 환영이야」 상당히 수비범위가 넓구나, 라고 생각하면서 물어봤다. 「이 댁의 손자분이십니까?」 「뭐어, 그런 거지」 라는 말을 피하는 듯한 대답에 가벼운 실망감을 느꼈지만, 아직 그 다음 말이 있었다. 「할머님 남편의 전처의 아이의 손자, 라는 관계이지. 정확히는 증손자인지 타인인지 미묘한 입장이기는 하지만, 손자처럼 귀여워해주고 계시니까」 온후한 느낌이 드는 윙크를 더해서 설명해주고, 그는 덧붙였다. 「나는 아츠오, 라고 불러줘. 그 사이에 얼굴을 내밀거라고 생각하지만, 할머님의 손자는 나 외에도 있고 , 모두 『나베시마』이니까. 일본식으로 성으로만 불러주면 혼란은 불 보듯 뻔한 거라서, 퍼스트네임 방식으로 부르는 데에 익숙해졌으면 하는 거야」 아츠오상의 말은 이해하기 쉽게 납득이 가는 것이라, 솔직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럼, 아츠오상이라고 부르겠습니다」 「자네도 『미츠오군』이라고 불러도 될까?」 아무렇지도 않게 말해서, 네 라고 끄덕였다. 나는 아직, 호칭이 가지는 심리적인 영향력이라는 것을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제 일 내용은, 쿠로다상께 여쭤보면 되는 겁니까?」 「이런, 그것도 아직이었어?」 「네. 부인이 출발하시기 직전이라 바쁘신 것 같아서」 「어쩔 수가 없군」 아츠오상은 그걸 즐겁다는 듯이 말했다. 「그는 할머님하고 함께 나갔으니까, 돌아오는 건 2주일 뒤야」 「헤?」 「자리를 비운 동안 이 집의 감독은, 내가 맡게 되었어」 「아, 그렇습니까」 대답하면서, 내가 차분히 있지 못하고 꿈질꿈질 거렸던 건, 또 다시 무릎 위로 올라와 있던 커다란 시이타 탓에 다리에 쥐가 났기 때문이다. 눈치 채 준건지, 아츠오상이 시이타에게 말했다. 「자아, 시이타, 어지간히 만족했지? 안기는 건 나중에 또 해라」 그리고서 시이타의 엉덩이를 두드려서 내 무릎에서 내려가게 했고, 불만스러운 듯이 그를 올려다 본 커다란 고양이에게 문을 가리켜보였다. 「이제부터 미츠오군에게 집안을 안내할 거야. 너도 같이 갈래?」 시이타는 자신이 어찌하고 싶은지를 태도로 보였다. 타박타박 걸어가서, (여기를 열어줘) 라는 식으로 문을 긁는 행동을 해보였던 것이다. 「헤에……사람이 하는 말을 잘 알아듣네요」 그렇게 감탄한 내게, 아츠오상은 입을 다물고 웃는 얼굴로 말했다. 「이 녀석들에게는 말이 통한다고 생각해도 좋아. 그들 자신은 냐아 라고 밖에 말하지 못하지만」 「아하하. 말할 수 있다면 요괴고양이지요」 쿡 하고 아츠오상도 웃었다. 시이타가 기다리고 있는 문을 열면서 물어봤다. 「자네는 요괴고양이는 싫은가?」 「아―……동물이 인간의 말을 말할 수 있다면 좋을 텐데, 라는 건 항상 생각하지요」 시이타를 앞장세우고 아츠오상의 뒤를 따라 복도로 나오면서, 그렇게 대답했다. 「제 쪽에서 저쪽의 말을 듣거나 말할 수 있거나 할 수 있어도 괜찮겠지만. 인간 끼리처럼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다면 재미있을 테니까요」 「그럼, 시이타 녀석들이 말을 해도 놀라지 않을까나」 「그야, 놀라기는 놀라겠지요」 「기분이 나빠?」 「말하는 동물하고 만난 적이 없으니까요. 하지만 기분이 나쁘다기보다 즐거울 거예요, 분명히」 말하고서, 문득 떠오른 생각에 옆을 걷고 있는 아츠오상의 옆모습을 바라봤다. 「설마……말하는 겁니까?」 물론 그런 건 말도 안 되는 바보 같은 생각이었지만, 아츠오상의 말투랑 물어보는 모습에서, 문득 그런 기분이 들었던 것이다. 「고양이는 말 못해」 아츠오상은 그렇게 말했고, 나는, 「그렇지요」 라며 머리를 긁었다. 마침 우리들은 복도를 다 걸어와서 현관근처에 와있었다. 시이타가 자신 있다는 얼굴로 문 앞으로 갔지만, 공교롭게 도 밖으로는 나갈 때가 아니지 않나. 「여기를 출발점으로 해서 설명하는 쪽이, 기억하기 쉬울 테니까 말이야. 뭐어, 익숙해지면 그렇게 넓은 집도 아니지만」 「아니요, 충분히 넓어요」 어쨌든, 몇 개나 되는 문 앞을 지나서 온 현관은, 좌우로 뻗은 건물의 딱 한가운데에 있어서, 즉 여기까지가 집 의 딱 반이라는 얘기다. 「최근의 일반주택에 비교한다면 말이지. 이 집이 세워진 건 쇼와 쇼와(昭和): 1926~1989 초기인데, 그 당시 이 부근은 철도도 다니지 않는 한촌이라서, 산림의 가격 같은 건 아주 싸구려였던 것 같아. 덕분에, 집도 자기 좋은 만큼 널따랗게 지을 수 있었던 것 같고」 말하면서, 아츠오상은 현관홀과 마주본 3개의 문을 차례차례 열어서 보여줬다. 「이 주위는 자네하고는 그다지 관계없지만, 일단은. 소응접실과 대기실 그리고 클로크(cloak)실이야. 구두랑 우 산을 수납하거나, 내객의 모자나 외투를 맡아주기도 하고. 지금은 거의 사용하지 않아」 그러고 나서, 복도를 앞장 서 걸으면서 설명을 했다. 비유가 적당한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이 집은 학교건물 같은 구조로 되어있다. 현관이 있는 건물의 표면 쪽으로 복도가 통해있고, 그를 따라 방이 일렬로 늘어서 있는 것이다. 건물 좌익이 되는 부분에서 가장 현관에 가까운 방이, 쿠로다상의 개인실. 그 옆은 빈방이고, 그리고 두 군데에 문이 있는 대식당과 가족용의 소식당, 복도의 막다른 곳에 주방이라고 해야만 할 넓이의 부엌. 부엌에는 맛있을 듯한 요리의 냄새가 풍기고 있고 완고할 듯한 생김새의 노인 한사람이, 구석 의자에서 신문을 읽고 있었다. 「아아, 그러고 보니 점심식사 시간인가」 아츠오상이 중얼거렸고, 그 말로 나는 내가 공복인 것을 자각했다. 「나머지는 점심식사를 먹고 나서 하지」 「네」 아츠오상은 노인에게 말을 걸어서 우리들을 서로 소개시켰다. 「부엌을 맡고 있는 타케우치(竹內). 이 집에서 60년 동안 일했어」 「처음 뵙겠습니다」 「호시카와 미츠오군이야. 할머님이 집을 비우신 동안 고양이들을 돌보러 오게 됐어」 「잘 부탁드립니다」 내 인사에, 타케우치 노인은 꾸벅하고 머리를 숙일 뿐이었지만, 애교가 없다기보다는 말이 없는 성격인 걸 거 다. 느낌은 나쁘지 않았으니까 말이야. 「그 외에도 몇 명 사용인이 있지만, 할머님이 집을 비우시는데 맞춰서 휴가를 보냈어. 타케우치, 토미코(富子)는?」 「장을 보러 나갔습니다」 「어쩐지 집이 조용하다 했어」 비아냥거리는 기색 없이 말하고, 아츠오상은 나를 뒤돌아봤다. 「토미코는 국보급으로 부지런한 가정부라서 말이야, 그녀가 지나간 뒤에는 먼지 하나도 떨어져 있질 않지. 자칫하 면 일하는 중인 서류까지 치워져 버린다구」 「그래서, 쓰레기통에서 발견해내게 된다, 라든지?」 「아니, 찾으러 가게 된다면 소각장이지. 그렇지만, 그녀는 쓰레기를 던져 넣자마자 불을 붙이니까, 되찾을 수 있는 확 률은 낮지만 말이야」 「아하하하, 진짜입니까?」 만들어낸 얘기라고 생각하면서도 웃어버린 내게, 아츠오상이 훗 하고 눈가를 풀었다. 「미츠오군이 웃는 표정, 좋은데」 「에?」 「자아, 그럼 점심식사를 할까. 타케우치, 2인분 하고 시이타 몫도 부탁해」 아츠오상에게 이끌려 가족용의 소식당으로 들어갔다. 문이 손잡이가 없이 안쪽으로든 바깥쪽으로든 밀면 열리는 타입인 건, 고양이들을 위한 것인 것 같았다. 시이타가 앞장서서 머리로 문을 밀고 들어가는 걸 보고서 그렇게 생각한 것이지만. 「에―또, 그쯤에 앉아」 「아, 네」 일러준 자리에 앉으면서, 커다란 테이블 주위에 의자가 열개나 있는 것을 봤다. 「옛날에는 대가족이었어」 내가 생각했던 것을 간파한 듯이 아츠오상이 말했다. 그리고서, 「아, 그런가」 하고 자리에서 일어서서, 내 옆의 의자를 끌어당겼다. 「시이타, 어서」 헤? 분명히 아츠오상이 앉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던 자리에, 시이타가 들어앉는 것을, 나는 상당히 움찔해 하면서 보고 있었다. 우리 집에서도 다이스케들하고 우리들이 같은 장소에서 식사를 하기는 하지만, 테이블에 앉게까지는 하지 않는다구. 「이제부터, 자네가 해줘」 테이블 맞은편의 자기 자리로 돌아가면서, 아츠오상이 말했다. 「거기가 시이타의 자리인데, 자기 혼자서는 의자를 빼지 못하니까」 그렇다는 건, 고양이들은 항상 사람과 같은 테이블에서 식사를 한다는 건가?! 그건 조금, 페트를 길들이는 데 있어서는 문제가……. 무심코 미간을 찡그리고 말았다가 생각해냈다. 나는 2주일동안뿐인 아르바이트인 것을 말이다. ……이 집에는 이 집의 방식이 있는 것이고, 나는 그것에 맞추는 입장인 것이다. 「후후」 하고 아츠오상이 웃어서, 그쪽을 쳐다봤다. 「고양이하고 같은 테이블에서 식사를 한다니 납득이 안돼, 라는 얼굴이군」 「아, 아니요」 또 간파 당했나? 「미안하지만, 익숙해지도록 해」 「네. 물론」 「이 집에서, 고양이들은 완벽하게 가족의 일원이야. 아마 그 외에도 또 깜짝 놀랄 일이 있을 테지만」 「아니요, 괜찮습니다」 얘기를 하고 있는 도중에, 타케우치상이 식사를 가지고 왔다. 아츠오상과 내 앞에는 일본풍의 식사가 얹어진 쟁반이 놓이고, 시이타의 앞에는 입방체로 자른 생고기가 담긴 접시와 물이 담긴 볼이 놓였다. 「아, 그러고 보니, 알파하고 제타는?」 식사시간이 정해져있는 거라면, 불러오지 않으면 안 되는 거잖아. 「응, 고양이들은 자기 배 상태에 맞춰서 먹으러 오니까」 「아, 그렇습니까」 「자아 어서 들지」 시이타는, 우리들이 젓가락을 들기를 기다려서 식사를 시작했는데, 예의가 바른 건 그것뿐이 아니었다. 한입 크기로 잘 려있는 고기를 우아하게 물어서는 삼키는데, 거의 소리를 내지 않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물을 마실 때에는, 역시 어쩔 수 없이 짭짭 소리가 나기는 했지만, 그 것도 기품 있는 행동으로 테이블에 물을 튀기거나 하지도 않았다. 「이 아이, 정말로 깨끗하게 먹는군요」 너무나 감탄해서, 그렇게 말했다. 「이 정도라면, 레스토랑에 데리고 가도 괜찮겠어요. 함부로 행동하는 사람보다도 매너가 좋다고 해야 될까」 「자네 집의 개보다도 예의가 바른가?」 「네에. 다이스케도 길이 잘 든 편이지만, 이 정도까지는 아니에요」 「잘됐네, 시이타. 미츠오군한테 칭찬받았어」 시이타는 아직 똑바로 의자에 앉아있는 채, 이게 또 예의바르게 식후의 세수를 하고 있었지만, 아츠오상의 말을 듣고 흘낏 나를 보는데…… 겸연쩍어해? 하지만 그렇게 보이는 얼굴이었다. 「식후에 쉬는 김에, 자네 일을 설명해둘까」 「아, 네」 「말은 그렇지만, 좀 설명하기 힘든데」 「하아」 「즉, 아마 자네가 생각하고 왔을만한 일은 아니라는 얘기야」 「?」 「달리 쓸만한 말이 없어서 『돌봐주기』라는 명목으로 모집했지만, 실질적으로는 놀이상대라고 할까」 「하아……」 「식사를 봐주는 건 타케우치가 하고, 청소관계는 토미코가 있어. 아, 그래그래, 목욕을 봐주는 건 자네 일이군. 샴푸랑 드라이는 스스로 못하니까」 「네. 시간 같은 건 정해져있습니까?」 「고양이들이 들어가고 싶다고 생각했을 때야」 「목욕을 좋아합니까? 별일이네요. 우리 고양이들은 안 되는 걸요. 아기고양이 시절부터 익숙하게 해서 날뛰거나하지 는 않지만, 굉장히 귀찮다는 듯한 얼굴을 해서요」 「헤엄을 즐기는 고양이도 있으니까」 아츠오상은 웃는 얼굴로 말하고서, 원래 하던 얘기로 돌아갔다. 「나머지는, 구체적으로 일이라고 할만한 일은 아니랄까, 24시간 계속 일을 하게 된다고 할까」 「에에또……?」 「아아, 이렇게 말하면 이해하기 쉬울까. 자네의 일은, 어쨌든 『고양이들을 귀여워해주는 것』이야」 「……네」 아츠오상이 말하고 싶어 하는 걸 알 듯한 기분도 들기는 하지만, 그럼 구체적으로는 어떻게 하면 되는 거지. 「응~~~그럼, 이렇게 말할까. 자네의 역할은, 끊임없이 고양이들한테 상관을 해서, 그들이 야성으로 돌아가지 않도록 돌보는 것. 이거라면 이해가 되나?」 「아―……너구리라든지 원래부터 야생인 동물은 설령 아기 때부터 사람 손에서 자랐어도 매일 놀아주지 않으면 야성으로 돌아가 버린다고는 합니다만……」 「응, 그거하고 마찬가지」 「이렇게 길이 잘 들었는데도 말입니까?!」 「고양이라는 종족은, 인간과의 공생관계는 개하고 비슷할 정도로 긴데, 개보다 훨씬 야성이 남아있는 생물이잖아?」 「확실히」 「밀접하게 연관될 필요가 있으니까, 자네를 고용했던 것이지. 할머님이 집을 비우신 동안 대역으로서 말이야」 「과연……잘 알겠습니다. 그러니까 말하자면 제 쪽에서 엉겨 붙어서라도 놀아주면 되는 거지요?」 「그런 거지. 말은 그렇지만, 알파하고 제타에게는 그렇게 무리하게 상관하지 않아도 괜찮아. 나가는 일도 많으니까 말이야」 「나간다? 라니, 어디로?」 「밖으로지」 그 밖이라는 게 어디인지는, 식후 휴식시간이 끝난 뒤 재개된 안내 투어 중에 알았다. 집 뒤켠은 잡목림으로 덮여서 산이 되어있었는데, 그곳은 산 하나가 통째로 나베시마가의 소유지라서, 고양이들이 놀이터라는 것이다. 「알파하고 제타는 이미 어른이니까. 묘족(猫族)의 성수(成獸)가 필요로 하는 고독을 즐기기 위해서, 며칠동안 산 속에서 보내고 오는 일도 자주 있어. 덧붙이자면, 다른 사람에게 폐를 끼쳤던 적은 한번도 없어. 곧 자네도 알게 될 거라고 생각하지만, 저 녀 석들은 어떤 의미에서는 인간 이상의 판단력을 갖추고 있으니까 말이야」 「네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계속 발치에 따라붙어있는 커다란 고양이군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면서, 빈말이 아니라 진심으로 말했다. 「시이타가 머리가 좋은 게 보통이 아닌걸요. 우리 다이스케도 굉장히 똑똑해서, 인간 사회 속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좋은 지를 알고 있다고 해야 할까요. 산책에 데리고 가도, 다른 개들한테 으르렁댄다든지 아이를 무섭게 한다든지 하는, 제가 곤란해 할만한 짓은 한번도 한 적이 없습니다만. 어쩌면 시이타는 다이스케 이상으로 머리가 좋을지도 몰라요. 아직 몇 시간 같이 있지도 않았습니다만, 그런 인상을 지니고 있어요」 자기가 칭찬받고 있다는 걸 아는 것처럼, 시이타는 고륵고륵하고 목을 울리고서 내 손에 머리를 비벼대 왔다. 나는 옳 지~옳지 하고 귀 아래를 긁어줬다. 「그 인상은 틀리지 않았어. 첫 대면 때에는, 자네를 정말로 무서워하게 했다는 실패를 하기는 했지만」 나는 얼굴이 빨개지는 걸 느꼈다. 「그 때는 진짜, 정말로 쫄아들었어요. 부끄럽습니다」 지금 와서 보면, 어째서 그렇게 무서워했던 건지……떠올리는 것만으로 얼굴이 빨개진다. 「무리도 아니야. 고양이도 이정도로 크면 어딜 봐도 맹수니까 말이지」 「네에, 정말로 커요. 하지만 이렇게 잘 보면, 얼굴이랑 귀 크기의 밸런스 같은 게 고양이네요. 응, 표범하고는 생김 새가 틀려. 재규어하고는 닮았나. 그건 그렇고, 이 크기라는 건……대형계의 산고양이라든지 하는 피라도 들어간 건가요? 집고양이 종으로는, 최고가 기네스 기록으로도 12킬로 정도이잖아요. 하긴 그건 체격이 크다기보다 비만으로 그 크기였던 거지만요. 하지만 시이타는, 저하고 신장이 엇비슷할 정도잖아요」 그 때, 시이타가 무엇을 했는지. 어떤 베테랑 고양이 팬이라 해도, 이건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우리들은 건물 오른쪽 끝에 있는 예의 선룸에 와 있었고, 고양이들의 놀이터라는 잡목림이 보이는 창가에서 유리창 너머로 밖을 보면서 얘기를 하고 있었다. 시이타는 내 옆에서 앞발을 세운 모습으로 앉아서 내게 머리를 쓰다듬어지고 있었는데, 그 손을 스윽 하고 밀 어 올리길래 보니까, 뒷발로만 일어서려고 하고 있었던 것이다. 기둥에 발톱을 갈 때처럼 눈앞의 유리창에 앞발을 대고 일어서서, 시이타는 나를 뒤돌아봤다. 내 어깨 위치에 오는 얼굴을 내 쪽으로 돌리고, (어때?) 라는 듯한 눈빛을 보내왔다. 그것은 어찌 생각해도, 내가 말한 것에 대한 리액션으로써 키 재기를 해보려 했다고 밖에는 생각되지 않는 행동이었던 것이다. 나는 내 눈이 휘둥그레진 것을 느끼며, 배속에서부터 끓어올라온 감정에 몸을 맡겼다. 「아핫, 앗하하하하하하!」 나는 웃었다. 기뻐서. 「굉장해, 시이타! 너, 진짜로 하라쇼(khorosho) 하라쇼(khorosho): 좋습니다, 알았습니다, 라는 뜻의 러시아어. 야! 진짜, 최고!」 설마, 이런 식으로 던지면 받아주는 커뮤니케이션을 나눌 수 있는 동물이 있다니! 믿을 수가 없어! 나는 감동으로 눈이 젖는 것을 느끼면서 참을 수 없는 기쁨에 계속 웃고 또 웃으면서 시이타와 키 재기를 했다. 「내가 지금 170인데 네 머리는 여기니까, 신장은 155인가? 귀까지 치면 160? 우후후, 내 쪽이 10센티 더 커. 응 , 꼬리길이는 빼기. 나한테는 꼬리는 없으니까, 불공평하잖아? 하지만 시이타는 아직 성수가 아니니까. 그렇다는 건, 키는 추월당할 가능성도 있다는 건가?」 그리고서, 이 멋지고 머리 좋은 고양이가 귀엽다는 마음이 철철 넘치는 채로, 일어서 있는 몸에 달라붙듯이 꼬옥 끌어안았다. 싫어하려나 싶었는데, 시이타는 고록고록하고 목을 울리며 그 보답이라는 식으로 내 귀를 핥아주었다. 하지만, 「우훗, 아, 아파, 아파아」 고양이의 혀는 개의 부드러운 혀와는 달리 도톨도톨한데, 시이타의 도톨도톨한 혀는 몸이 큰 만큼 더욱 강력했다. 「잠깐, 정말―, 아프다니깐」 나는 시이타를 놓고 달아났다. 「저기이, 핥아주려는 마음은 기쁜데, 또 핥아지는 거 싫지는 않는데, 네 혀는 강판 같다는 자각은 있니?」 내가 달아나는 바람에, 바닥에 손발을 댄 평소 모습으로 돌아와서 달아난 나를 불만스러운 듯이 올려다보고 있던 시이타는, 머리를 숙이고 자기 팔을 낼름 핥았다. 「응~……자기가 시험 해봐도 말이지―, 네 몸은 털이 나있으니까 아프지 않아서 모를 거라고 생각하는데」 「그럼, 숙제구나, 시이타」 그때까지 잠자코 재미있다는 듯이 우리들의 행동을 보고 있던 아츠오상이, 멋지게 끼어들어와 줬다. 「자아, 다음은 2층인데. 자네 방을 가르쳐주지」 「아, 네」 계단은 건물의 양 끝에 있는 듯, 우리들은 선룸에서 가까운 쪽에 있는 곳으로 해서 2층으로 올라갔다. 여기도 1층과 마찬가지로, 건물의 양쪽에 창이 많아서 밝은 복도가 죽 이어져있고, 1층보다는 좁은 폭으로 문이 늘어져있다. 「가족들의 개인 방하고, 나머지는 손님용 방이야. 자네는 여기를 쓰도록 해」 올라온 계단 바로 옆의 방이었다. 문 안쪽은 충분한 넓이의 싱글 룸이었는데, 앤티크풍의 가구 일식이 늘어져있고 욕실과 화장실이 딸려있다. 침대는 세미더블이었다. 완전히 고급 호텔의 한 방이다. 「와아……이런 좋은 방을 써도 괜찮은 겁니까?」 그만 서민적인 환호를 지른 내게, 아츠오상은 재미있다는 듯이 쿡쿡 웃었다. 「단지, 방을 같이 쓰게 될지도 몰라」 「아, 네. 그다지 상관없는데요」 나 이외에도 고양이를 돌보는 사람이 오는 건가 생각했더니, 「시이타가 같이 자고 싶어 할지도 몰라」 라는 게 이유였다. 「아아, 그런 타입인가요?」 개는 야생에서는 무리를 이루는 동물이니까 잘 때도 누군가에게 달라붙어있는 걸 좋아하지만, 독립된 생활을 하는 습성인 고양이중에서도 인간과 함께 자는 걸 좋아하는 타입이 있다. 추워서 달라붙어올 경우 이외에는, 그곳이 자신에게 있어서 안전한 장소라는 인 식에서 그러는 거지만. 미미 녀석들 전에 키웠던 라프라는 고양이는, 여름에도 나하고 같이 자고 싶어 했던 데다가 사람 배 위에 올라가는 걸 좋아했다. 「집에서는 항상 다이스케하고 같이 있었으니까 괜찮습니다」 그렇게 아츠오상에게 말해두고, 시이타를 바라봤다. 「너, 잠버릇은 좋은 편이지? 그렇다면 다행이지만. 그리고, 밤에 이불에 쉬야는 안하겠지」 시이타는 휙 하고 옆을 쳐다봤다. 「앗하하, 놀리는 것도 아는 거야?! 너 정말로 똑똑하구나!」 엇차, 그러고 보니. 「그런데 시이타는 수컷인가요? 암컷? 나이 찬 여자애하고 같은 방이라는 건, 위험할지도 모르는데요」 아츠오상은 버릇인 듯, 소리 없이 입을 다물고 웃고는 말했다. 「시이타도 알파도 제타도 수컷이야」 「그럼, 남자끼리니까 사양 않겠습니다」 말했다가, 문득 생각났다. 「이 아이들 발정기는 어떤 식인가요? 보통 고양이하고 마찬가지입니까?」 굳이 그런 걸 물어본 건, 마침 요새가 시즌이기도 했고 개든 고양이든 발정기의 수컷에게는 주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타오르는 생식본능이 모든 것에 우선해서, 인간으로 말하자면 이성이 날아가 버리는 상태가 되는 경우도 있어서, 평소에는 얌전하던 개가 물어대거나 하 는 사고가 일어나기도 한다. 「알파하고 제타는, 노프라블럼이야」 아츠오상은 (좋은 질문이야) 라고 생각하고 있는 듯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단지 시이타는, 이번 봄이 처음 맞는 사랑의 시즌이 되니까 말이야. 어쩌면 가두어둘 필요가 있을지도 모르겠어」 으~응 하고 나는 생각에 잠겼다. 「그럼, 훨씬 더 확실한 신뢰관계를 만들어두지 않으면 위험하겠네요. 제가 하는 말을 들어줄 수 있도록 되 지 않으면, 이 몸으로 날뛰었다가는……」 「자네에게 위해를 입힐만한 짓은 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하지만 발정기는 특별하니까요. 본격적으로 머리가 뜨거워지기 시작해버리면……저로는 억누를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인간관계와 마찬가지로, 사람과 동물의 문제도 얼마나 오래 사귀었는가가 모든 것을 말하는 경우도 있다. 그것하고, 이쪽이 상대의 신뢰를 얻을 수 있을 정도의 경험이랑 능력을 가지고 있는가 하는 문제. 「아아……이제 와서 새삼스럽습니다만, 저는 조교하는 방법 같은 건 공부하지 않았고, 우리 집 개를 가르친 경험밖에 없습니다. 그런 게 통할지는」 「자네 정도의 이해력과 애정이 있다면, 충분해」 아츠오상은 틀림없다는 듯한 모습으로 단언했다. 「게다가, 시이타는 처음부터 자네를 따랐어. 상성이 좋으냐 어떠냐 하는 건, 중요한 포인트라고 생각하는데? 실은, 면접을 본 건 자네가 여덟 번째야. 전의 일곱 사람이 채용되지 않았던 건, 고양이들이 그들을 선택하지 않 았기 때문이지. 이렇게 말해도 자네라면 기분 나빠하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하네만, 자네는 우리 고양이들에게 선택되어서 녀석들을 돌보게 된 거야」 「아아, 그거 기쁜데요」 나는 진심으로 그렇게 말했다. 「그럼, 친구로 삼아도 좋다고 생각해줬다는 거구나」 그렇게 시이타에게 말을 걸었다. 「영광인데, 시이타. 나는 페트와 주인이라는 건, 대등한 위치에서 관계를 만들 수 있다면 이상적인 거라고 생각 하거든. 서로 상대가 마음에 들었으니까 집도 나눠서 쓰고 함께 산다, 라는 인간들 사이의 친구관계 같은 게 좋다고 생각했어. 그러니까, 네가 나를 마음에 들어서 선택해줬다는 건, 뭐랄까 진자로 『영광』이라는 기분이야. 짧은 기간이지만, 사이좋게 지내자」 시이타는 내 얼굴을 올려다보면서 지긋이 듣고 있다가, 잘 부탁해라며 악수대신에 머리를 쓰다듬어주려고 내밀었던 내 손에 대고 자기 쪽에서 머리를 부비대 주었다. 그런 시이타를 보면서, 나는 (2주일은 너무 짧겠구나) 라고 생각했다. 맨 처음엔 그렇게나 무서웠던 시이타를 지금은 너무나 마음에 들어 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 겸연쩍기도 하지만, 그때 는 그게 본심이었고 지금은 이게 본심이다. 내가 동물을 좋아하는 이유는 그들의 앞에서는 허세를 부릴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그들은 언제든 있는 그대로이 니까, 그들의 앞에서는 나도 있는 그대로이면 된다. 실제로, 다이스케랑 미미들과 있으면 릴랙스 할 수 있다. 그리고 시이타하고도, 그런 식으로 사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어쩌면 시이타의 가슴 속에 남아있을지도 모를 꺼림칙한 감정을 해소해두고 싶어서 그렇게 말했던 것이다. 「아까 말인데, 무서워해서 미안. 지금은 더 이상 무섭지 않고, 오히려 널 좋아해. 2주일동안, 즐겁게 지내자」 시이타는 냐~앙 하고 대답해주었다. 처음으로 들은 시이타의 목소리는, 미미들의 목소리보다 상당히 옥타브가 낮은데도 우는 법은 똑같이 「냐~ 앙」이라서, 의도하지 않은 조크라는 느낌이 들어서 웃었다. 얼핏 보면 흑표범 같은 녀석이 말이야, 냐~앙 했다구? 그것도 어리광부리는 목소리로 말이지. 수화기 너머의 엄마는, 아르바이트가 결정되었다는 내 보고를, 《아, 그래》 라고 간결하기 짝이 없게 받아들였다. 《그럼, 돌아오는 건 2주일 뒤겠네》 「응, 아마. 단기라서 그 도중에 휴일은 들어가지 않을 것 같으니까」 《아르바이트라고는 해도 돈을 받고 하는 일이니까, 제대로 일하고 오도록 해》 「네네, 괜찮아. 그건 그렇고, 일단 여기 전화번호 말해 줄 테니까」 《그렇구나. 아―……잠깐 기다려. 미안, 요시야마군! 펜 좀 가져다 줘, 볼펜! ……네네, 고마워. 응, 됐어》 변함없이, 여기저기 어질러놓고 다니고서 요시야마상한테 도와달라고 한 것 같은 엄마한테 긴급연락시를 위한 나베시 마가의 전화번호를 말하고서, 전화를 끊었다. 내가 돌보게 된 건, 멋지고 커다란 고양이들이라는 건 말하지 않았다. 아츠오상에게 입막음을 당했기 때문이다. 「이 녀석들이 희귀한 종이라는 건, 일목요연하다고 생각하네만」 아츠오상은 그런 말투로, 그 문제에 대한 내 주의를 재촉했다. 「네에, 이런 고양이가 있다니, 처음 알았습니다. 방송사 같은 데서 안다면 달려 들어오지 않을까나」 「오겠지. 흥미본위의 방송사랑 잡지, 게다가 연구자라는 귀찮고 넌더리나는 밀어붙일 줄만 아는 인종들도, 그야말 로 물밀 듯이 닥쳐오겠지. 희귀하다는 것은, 그만큼 금전적인 가치를 가진다는 것도 이해하겠지?」 「네에. 비싼 개랑 고양이가 도둑맞는다는 얘기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이 녀석들을 훔치려면 목숨을 걸어야 되겠지만」 「하지만 조심해서 나쁠 건 없습니다」 「매스컴에게도 드러내고 싶지 않은 이유는, 그것만은 아니야」 그리고서 아츠오상은 목소리를 스윽하니 낮췄다. 「시이타 녀석들 앞에서는 큰 소리로는 말하고 싶지 않지만, 이 녀석들은 신종이라기보다도 멸종의 위기에 드러나 있는 종이라고 생각해야만 해」 「그렇습니까?!」 「어쨌든 번식이 굉장히 힘들어. 시이타는, 이 종으로서는 10년 만에 태어난 아이야. 그것도 한 배에 말이지」 「10년에 한 마리! 귀중하디 귀중한 왕자님이네요. 하지만 그렇다면, 차라리 정보를 공개해서 동료를 찾아주는 쪽이 좋은 거 아닌가요? 따오기처럼, 일본에는 이 미 없어졌어도 해외에는 아직 번식하고 있다든지 말이에요. 종의 존속에는, 어느 정도 이상의 개체수가 있어야 하는 게 필수잖아요? 텔레비전에서 배운 지식이지만요」 「그건 인간 측의 사정만 생각한 사고방식이야. 설령 미츠오군이 멸종을 걱정하게 된 종의 한 사람으로서, 자손을 남길 필요가 있으니까 이 여성과 결혼해라, 라고 상대를 강요당하게 된다면 어떨 거라 생각해? 물론, 자네의 취향이라든지 하는 건, 고르고 있을 때가 아니라면서 무시당했어」 「아―……상당히 싫은데요. 머리로는 이해해도, 남자로서의 능력에는 도움이 되지 않을지도 몰라요」 아직 만난지 얼마 되지도 않는 사람 앞에서, 그런 직접적인 말투를 불쑥 꺼낸 것은, 상대는 의사라는 의식이 있었던 탓일까. 「따오기 얘기를 듣고서 생각했었던 건데요. 그건 일본의 따오기들에게 중국에서 젊은 따오기를 데리고 와서 번식하게 했던 거였지요. 하지만 일본 따오기는, 확실히 이미 할머니였잖아요? 제가 중국 따오기 입장이라면, 외국인 그것도 50인지 60인지 모를 할머니한테로 끌려가서, 해! 라는 소리를 듣는데도……『저 아직 알 낳을 수 있어요, 웃흐~응』 이라든지 하는 소리를 듣는다면, 더욱 더 싫을 지도요」 머리 속에 떠오른 장면에 얼굴을 찡그리면서 말한 내게, 아츠오상은 쿡쿡 웃었다. 「자네는 유연한 상상력을 가졌군」 「동물을 이해하는 데에 의인화해서 생각하는 건 잘못된 것이라는 설도 있지만요」 「시이타들의 경우는, 외견에 사로잡히면 이해하기 힘들어 지지」 「아아……그렇군요. 보통 사람 맞먹을 정도로 머리가 좋으니까」 「그런 만큼, 페어링의 상대에 관해서도 까다로워. 맞선보다도 연애결혼파야」 「아하, 그럼 간단하지 않겠네요. 이렇게나 복작복작하게 넘쳐날 정도로 수가 많은 사람도, 연애상대를 찾아내지 못 해서 맞선을 보거나 결혼상담소에 부탁하는 사람도 많은 것 같던데」 「어쨌든 할머님은, 델리케이트하고 프라이드 높은 이 녀석들을, 세간의 호기심의 희생양이 되거나 하지 않도록, 있는 수단은 전부 사용해서 이 녀석들을 지켜왔어. 자네도 협력해 주겠지?」 「물론입니다」 나는 대답했다. 「그건 그렇고, 시이타들이 보통 고양이들 같은 번식력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건, 유감이네요」 「그건, 아기 고양이가 가지고 싶다는 의미인가?」 「겨우 2주일인걸요, 이 애하고 있을 수 있는 건. 돌아가는 날에는, 분명히 굉장히 괴로울 거예요」 「혹시 그렇다면, 자네한테는 언제든 여기로 놀러올 권리를 줘도 상관없는데」 「정말입니까?!」 「단지, 자네가 마음이 바뀌지 않는다면 말이야」 아츠오상은 의미심장하게 입을 다문채로 웃었다. 「말해두지만, 이 녀석들은 자기 멋대로야. 시이타도, 지금은 아직 가면을 뒤집어쓰고 있지만, 곧 본모 습을 드러내겠지. 자네 집의 머리 좋은 개처럼은 되지 않을 거라는 걸, 각오해두는 쪽이 좋아」 「그야, 개하고 고양이는 성격이 정반대이니까요」 나는 웃고서 그렇게 대답했다. 「양쪽 다 기르고 있으니까, 그 점은 알고 있습니다. 버릇없지 않은 고양이라니, 고양이가 아니지요」 「뭐어, 자네의 인내력에 기대해보지」 그런 우리들의 대화를, 시이타는 계속 듣고 있었다. 내게 자기 몸을 부비대면서. 그리고 이윽고. 필요사항의 전달을 끝낸 아츠오상은, 도내의 맨션으로 돌아갔다. 병원에서 근무하는 의사라서 , 평소에는 직장에서 가까운 집에서 살고 있고, 여기에는 가끔 얼굴을 내밀 뿐인 것 같다. 「자네가 있는 동안에, 또 올 수 있을지 어떨지는 잘 모르겠지만 말이야」 「바쁘시군요, 병원에서 일하시니」 나로서는, 이것저것 물어보기 쉬운 사람이 없어지는 건 불안했지만, 어린애도 아닌 걸. 「무슨 일이 있으면, 이 번호로 전화해. 내 맨션 번호야. 대부분은 자동응답기로 되어있을 테지만, 연락은 되니까」 「네, 감사합니다」 「그럼, 잘 부탁해」 -- 계속 [고양이] 왕 같은 고양이 (3) 왕 같은 고양이 (3) Written by 아키즈키 코오 시이타는 선룸을 좋아하는 듯해서, 우리들은 저녁 식사 때까지 그곳에서 뒹굴뒹굴 거렸다. 아직 성수는 아니지만 이미 아기고양이도 아닌 시이타는, 장난감을 가지고 놀아줄 필요는 없는 듯해서, 내 아 르바이트의 대부분은 여가시간 죽이기에 쓰이게 될 것 같았다. 나는 아츠오상의 어드바이스에 따라서, 선룸에 놓아둔 텔레비전으로 위성방송의 영화를 보며 보내고, 시이타는 그런 내 옆에서 몸을 말고 낮잠을 잤다. 아츠오상이 돌아가고 나서 한참 있다, 어딘가 나갔던 듯한 한 마리가 돌아왔다. 선룸 밖은 베란다로 되어있는데, 그곳의 유리문 한 장이 자동문이 되어있어서, 즉 고양이들이 집으로 들어왔 다 나갔다 하는 출입구인 것이다. 위잉 하는 자동문이 열리는 소리에 뒤돌아보자 밖에서 커다란 고양이가 느릿하니 들어온다는 것은, 너무나도 비일상 적인 광경이라서 재밌다. ] 「 어서와. 에―또, 알파던가? 제타? 이마에 하얀 털이 있는 게 제타였지. 그렇다는 건, 알파?」 「냐~앙」 「아하하, 정답인가. 알파하고는, 아직 제대로 인사하지 못했구나. 난 이런 냄새가 나는 사람이에요, 잘 부탁해」 고양이는, 개정도로 후각에 의존하지는 않지만 서로의 인식을 하는 데에 냄새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에는 다름이 없다. 그러니까 나는, 초대면인 고양이에게 언제나 하듯이 손을 내밀어서 내 냄새를 기억해두게 했다. 그들과의 맨 첫 만남 때 알파도 방에는 있었지만, 내 쪽은 완전히 쫄아있었고 알파도 다가오지 않았었으 니, 이게 첫 번째 근접조우다. 알파는 내 손바닥을 킁킁 냄새를 맡고, 그리고서 목을 뻗어서는 몸을 숙이고 있던 내 얼굴에 얼굴을 가져다대왔다. 「에? 『코로 인사』를 하게 해주는 거야?」 코와 코를 서로 가까이 대고 냄새를 맡는 것은, 사이가 좋은 녀석들끼리 밖에 하지 않은, 친애의 정을 표현하는 행동이다. 그래서 나는 더욱 더 등을 숙여서, 알파가 코끝을 가져다 대오기 쉽게 했다. 알파는 내 코끝에 코끝을 가져다대고서……낼름 하고 핥았다. 입을 말이다. 「웃와, 갑자기 츄 하는 거야? 열렬하네」 그렇게 웃으면서, 나는 알파의 마음이 풀릴 때까지 핥게 해줬다. 사람에 따라서는 불결하다며 얼굴을 찡그리겠지 , 냄새를 맡거나 핥거나 하는 것은, 동물에게 있어서는 중요한 정보수집행동이니까. 사이가 좋아지고 싶다면, 데이터 제공을 싫어하면 안 되지. 그 런 차에, 시이타가 낮잠에서 눈을 떴다. 시이타는, 알파가 내게 츄하고 있는 듯한 모습을 지긋이 보고 있었지만, 이윽고 일어서서 내게로 다가와 자 기도 킁킁하고 코를 가져다대왔다. 「응? 시이타도 츄 할래?」 「다음은 나야」 「에?」 일순, 시이타가 말한 건가? 라고 생각했지만, 설마 그럴 턱이 없다는 걸 깨닫고서 뒤돌아봤다. 뭔가 화려한 차림의 남자가, 문가에서 서서 히죽히죽 대며 나를 보고 있었다. 「아, 죄송」 「야아, 죄송」 남자는 명백하게 놀리고 있다는 대답을 해 와서, 나는 조금 울컥해졌다. 아츠오상보다 두세 살쯤 연하(즉 나보다는 연상)인 듯해서, 이 집의 관계자라는 걸 몰랐다면 꽤나 버럭 했겠지. 「처음 뵙겠습니다, 호시카와라고 합니다」 나는 이번엔 놀림을 당하지 않도록, 가능한 한 제대로 됐다고 생각되는 인사를 했다. 「빛나는 물고기라는 미츠오짱이지. 고양이를 돌볼」 그저 화려한 걸 좋아하는 게 아니라면 연예계 내지는 패션계의 사람일 그는, 그렇게 내가 한 자기소개를 피로하면서 내 쪽으로 다가왔다. 그 발걸음에는 어딘지 모르게 고양이 같은 나긋함이 있어서, 얼굴은 잊어먹어도 걸음걸이를 보면 (아아) 하고 떠올릴 수 있을 것 같았다. 말이 그렇지 얼굴 쪽도 아 마 잊을 수 없겠지만. 아름다운 얼굴을 지닌 사내 녀석이라는 건, 미인인 여자하고 비슷한 비율로 있는 거라서, 고교시절의 동급생 중 에도 두 명은 있었고, 대학교 캠퍼스에서도 한명은 알고 있다. 물론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기준은 각자 개인차에 따르겠지만, 경험을 통해서 표준적인 미적 센 스의 소유자라는 자각을 하고 있는 내 눈으로 본 그의 얼굴은, 누가 봐도 아름답다고 생각할 게 틀림없는 타입이었다. 즉, 윤곽이랑 눈코입은 조금 여성적인 섬세함을 띄고 있고, 그 중에서도 눈의 모양이랑 눈썹의 섬세함과 코의 높이라고 하는 것이 완벽하게 밸런스를 갖추고 있어서 정돈된 아름다움이라는 인상을 만들고 있다. 커다랗게 웨이브를 준 칠흑의 긴 머리카락이 어울려 보이는 것도, 말하자면 인공적인 미를 추구하고 있는 머리형과 얼굴 생김새가 갖추고 있는 본래 타고난 미추(美醜) 사이에 밸런스가 잡혀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그런 관찰을 하고 있는 도중에 내 앞으로 다가온 그는, 「후훗」 하고 눈을 가늘게 뜨면서 손을 뻗어와, 손가락 끝을 내 턱에 대고는 위로 들어올렸다. 아무래도 15센티는 신장차 가 날 것 같은, 그의 눈을 올려다보게 되는 각도로. 「본명은 말하고 싶지 않으니까, 젬이라고 기억해 줄 수 있겠어? 사인할 때는 『시무(是無)』지만, 잡지라 든지 에서는 『ZEM』이니까, 젬으로. 아츠오의 종형제고, 직업은 모델. You see?」 「네, 네에. 젬상……이시군요」 「응~……『상』은 빼주기, 젬」 「아, 네. 에에또……젬」 「Great. 솔직한 아이는 좋아」 미소 지으면서 말한 입술이 다가왔을 때, 나는 아무런 예측도 하지 않았었다. 설마 그 입술이, 내 그것에 겹쳐져 와서 밀착하고, (에?!) 하고 생각했을 때에는 혀에 그의 혀가 얽 혀 빨리는 감촉을 느끼고, 동시에 털썩 하고 전신에서 힘이 빠져나가 버리다니……. 나는 정말로, 어떤 의미에서의 예상도 하지 않았다구. 덕분에 수초간은 완전히 그가 하는 대로 당하게 되어버렸다. 즉, 젬이라는 본명은 아닌 듯한 이름밖에 모르는 남자의 팔에 몸을 맡기고, 그가 하고 싶은 대로 딥한 키스에 어울리게 되어서……. 겨우 사태를 파악하고서 (끄아악) 하고 패닉을 일으키려고 할 즈음에, 「음란한 게 아니라, 경험부족인 바보이신가. 후훗」 이라는 젬의 중얼거림이 귀에 들어왔다. 「무」 하고 무아지경에서 밀어젖혔다. 하지만 튕겨져 나간 건 내 쪽이고, 그걸 깨달았을 때에는 이미 털썩 하고 바닥에 엉덩방아를 찧은 뒤였다. 「무, 무슨 짓을」 하고 말을 꺼내기는 했지만, 무슨 소리를 할 작정이었는지는, 머리 속이 텅 비어버려서. 「미츠오? 괜찮아?」 그 말을 듣고서, 고개를 끄덕끄덕 거렸다.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는 채로. 「솔직하고 순진하고 감도양호라니, 본격적으로 끌리잖아. 덤으로 룩스도……나쁘지 않아」 말하면서, 젬은 바닥에 무릎을 대고서 엉덩방아를 찧고 있는 내 위로 덮쳐오는 듯 했다. 그 등으로 시이타가 달려들지 않았다면, 나는 어떻게 됐을지! 「잠깐, 이봐, 시이타! 머리 잡아당기지 마! 아야야얏」 그 찬스에 나는, 반쯤 빠졌던 허리를 어떻게든 추슬러서 소파가 있는 곳까지 내뺐다. 「이봐앗, 시이타! 네가 방해를 하니까, 귀여운 물고기군이 달아나 버렸잖앗. 에잇, 이렇게 해주지」 젬과 시이타는, 그로부터 한동안 두 마리의 아기 고양이처럼 서로 달라붙어서는 놀았다. 나잇살께나 먹은 어른 남자와, 표범만한 크기의 검은 고양이가 선룸 안을 전력질주로 쫓고 쫓기며 돌아다니 고, 난폭하게 서로 맞붙는다. 그것은, 젬과 시이타가 서로를 완벽하게 신뢰하고 있는 사이이기 때문에 가능한 놀이였다. 젬이 꼬리를 잡아당기거나 붙잡아서 짓뭉개거나 하는데 대항해서, 시이타는 젬의 손이랑 발을 물어대거 나 앞발로는 치고 뒷발로는 걷어찬다는 반격을 했지만, 결코 이나 발톱으로 상대를 상처 입히는 짓은 하지 않는다. 젬과 시이타는, 완벽하게 수위를 조절한 상태에서 놀이를 즐기고 있었다. 게임은, 소파에 있는 내게로 젬이 도망쳐 오는 것으로써 끝이 났다. 털썩 하고 소리를 내며 말 그대로 내 옆으로 굴러들어온 젬이, 소파에 앉아 등을 젖히고서는 하아하아 하고 숨을 끊어 쉬면서, 「항복이다, 기브업!」 이라고 소리쳤고, 시이타는 정전을 받아들였다. 젬하고는 반대쪽의 내 옆으로 뒹굴어 온 시이타도 학학 하고 숨을 몰아쉬고 있다. 「고양이라도 하아하아 하는 구나」 나는 웃고서 시이타의 몸을 쓰다듬어줬다. 「잘 따르는군」 하고 말한 것은, 젬. 「시이타하고는, 벌써 완전히 사이가 좋아진 건가?」 「일단 신용해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 너는?」 하고 물어봐서, 「시이타를 신용하고 있냐는 겁니까?」 라고 되물었다. 「신용하고 있어요. 시이타는 뛰어나게 머리가 좋아요. 그렇게나 난폭하게 놀았어도, 당신한테 할퀸 상처 하나 입히지 않았지요?」 「뭐 그렇군. 그래서, 나하고 사이가 좋아져 줄 예정은?」 아름다운 얼굴로 윙크를 당한 순간, 나는 허둥지둥대며 아까 일어났던 일을 생각해냈다. 입술이랑 혀의 감촉 까지 리얼하게 떠올라버려서, (히에~엑) 하고 고개를 숙였다. 「저, 저, 저는 그쪽이」 「에? 그래?」 「그래요! 나, 남자하고 그런 짓을 할 마음은」 「알파하고는 했었잖아?」 「그건」 의미가 다르잖아요. 하지만 젬은, 「아아, 그런가. 수간취향이라는 거군. 점점 더 델~리셔스한데, 미츠오」 무슨 소리를! 게다가 바닥에 뒹굴 거리는 자세인 채로 손을 뻗어 와서는 내 허벅지를 손끝으로 콕콕……이라니. 「그만두세요!」 나는 젬의 손을 뿌리쳐냈다. 「우훗」 하고 젬은 눈을 가늘게 떴다. 「거기가 느껴진다는 건, 소질이 있다는 거네」 「무, 무슨 소립니까」 「물론, 섹스」 아름다운 얼굴로 응큼하게 히죽 웃으면서, 노골적인 말을 해대는 건 그만둬줬으면. 남자라는 걸 알고 있어도, 아니 그게 아니라 남자라고 알고 있으니까, 더욱 더 어찌할 바를 모르겠잖앗. 나는 호모취미는 없다구. 아마 내 얼굴은 빨갛게 됐겠지. 젬은 소파 위에서 나를 올려다보고, 껄껄 웃으면서 턱을 젖혔다. 「저기, 아예 지금 경험해두는 편이 낫다고 생각하지 않아?」 「뭘 말입니깟」 아와와와, 아니야아니얏, 지금 건 무효. 「흥미 없습니닷」 나는 허둥지둥 말을 고쳤다. 「어라라, 뻔히 보이는 거짓말을 하는군」 에잇 젠장, 그럼, 분명하게 말해주지. 「당신하고 경험할 마음은 전혀 없습니다」 「흐―응? 나 섹시하지 않아?」 듣고 보니, 뭐어……라니, 잠깐 기다려! 휩쓸려서 어쩌려는 거얏! 「저는 남자한테 두근대는 취미는 없으니까요」 「봄인데에. 그렇지, 시이타?」 「저는 고양이가 아니라서요」 으읏, 논점이 어긋났잖아. 「응, 그 점은 중요하지」 왠지 진지한 표정을 짓고서, 젬이 말했다. 「그럼, 식사하러 갈까」 「헤?」 「미츠오, 시이타, 와라. 저녁밥 먹자」 저기 말이죠오, 그거 얘기의 맥락이……라고 생각했지만, 화제가 바뀐 건 환영이다. 「알파, 너는? 밥 먹을 건데, 갈래? 오케이. 에에또, 제타는 놀러나간 채야? 응, 없는 것 같군. 에, 시이타, 뭐? 아아, 빨리 가자구? 네네」 젬은 서둘러 앞장서 가버렸기 때문에, 내가 문을 열어서 시이타와 알파를 복도로 내보내줬다. 식당에서는, 알파도 시이타 이상으로 자세가 좋았다. 테이블매너가 되어있는 고양이라는 건 신기한 느낌이라 재밌다. 식사 중에는, 젬이 화제를 꺼내고 내가 그것에 대답하는 식이었는데, 내용은 서로의 정보교환 같은 것이었다. 어느 대학에 다니고 있다든지 전공은 뭐라든지, 취미는 뭐고 술은 얼마나 센지, 애인은 있는지 하는 것들. 「뭐야, 걸프렌드 하나도 없는 거야?」 젬은 그걸 묘하게 기쁜 듯이 말했다. 「죄송하네요. 그렇다고 해서, 남자한테 달려갈 마음은 전혀 없으니까요」 「예방책을 펴놓는 건가」 「아까 같은 일은 두 번 다시 사양이니까요」 차갑게 말한 내게, 젬은 하아아~하고 한숨을 쉬고, 정말로 진지한 얼굴로 말씀하시기를. 「그런가아, 이 세상에 내 매력이 통하지 않는 사람도 있는 건가아. 으~응, 세상은 넓어」 이 말에는 그만 무심코 웃어버렸다. 「그렇게까지 자신만만하다면, 인생은 마냥 즐겁겠군요」 「하지만, 지금은 심각한 고민의 바다 속이야」 젬은 하늘을 쳐다보는 몸짓으로 이마에 손을 대어보였다. 「냉정한 그대 탓에 말이지」 「여어~, 연기가 서툴러요」 「……그렇게 나오시겠다」 원망스러운 듯이 노려봐져서, (확실히) 라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의 나라면 친구와도 이런 여과되지 않 은 노골적인 대화는 하지 않는다. 「실례했습니다」 라고 예의라는 옷을 뒤집어쓰고 다시 말했다. 「사과하지 않아도 돼」 젬은 샐러드 접시를 끌어당기면서 어깨를 으쓱였다. 「어쨌든 나는, 유래가 드문 미모와 기품이 흘러넘치는 매력적인 용모에 더해서, 갈고 닦인 교양과 화술과 연 애술을 몸에 지니고 있는, 극상의 남자야. 괄호 열고, 『연애술』에는 충분한 체력을 바탕으로 한 베드 테크닉도 포함, 괄호 닫고. 따라서 너는, 사흘도 지나지 않아서 나를 향한 사랑에 빠질 게 확실해. 지금만이라도 열심히 튕겨두라구」 「푸~웁!」 「자의식과잉의 나르시스트, 라고 말하고 싶어?」 소, 소위 말하는, 술집 마담 같잖습니까! 「후후. 뭐어 1주일 뒤면, 빛나는 물고기군은 내 것이 되어있겠지」 그 때 테이블에 있던 건, 나와 젬과 알파와 시이타고, 당연한 얘기지만 나는 그 젬의 말을 나를 놀리는 걸로 들었다. 그러니까, 「그렇게는 되지 않을 겁니다」 라고 대답했었는데. 나중에 생각해보면, 그 말을 했을 때에 젬은 흘낏 시이타를 봤었는데 그 시선에야말로 중대한 의미가 있었던 것이었다. 말은 이렇게 하지만, 그 의미를 깨달으려고 해도 나는 아직 그들에 대해 무엇 하나 알지 못했으니, 제6감이 움직일 여지도 없었던 것이지만. 커다란 고양이들을 돌보는 역할로서의 날들은, 이렇게 즐거워도 되는 걸까 라고 생각할 정도로 순조롭고도 재미있게 나가고 있다. 알파는 마이페이스고, 시이타는 어리광쟁이라는 차이를 제외하면 양쪽 다 유아독존의 고집쟁이였지만, 그런 그들을 돌보 는 것이 나로서는 전혀 힘들지 않았다. 물론 학교에 가거나 나름대로 집의 일을 하거나 하는, 보통 생활 속에서 이랬다면 참을 수 없겠지만, 지금의 나는 그 들이 부려대는 고집에 어울려주기 위해서 고용되어 있는 몸이라, 다른 건 아무것도 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오로지 고양이들과 놀면서 지내면 된다는 생활은, 이런 것에 익숙해져버리면 원래부터가 느긋하게 다녔던 학생생활 로 돌아가는 것조차 싫어지는 게 아닐까 하고, 남몰래 걱정이 될 정도로 쾌조였다. 아침은 스스로 눈을 뜨든지 놀고 싶어진 시이타한테 깨워지든지 하면서 시작하고, 식사는 식당으로 가기만하면 언 제든 준비가 된다. 놀이상대라고는 해도, 다이스케처럼 강가까지 데리고 가줄 필요 없이 그저 정원이랑 뒷산을 술렁술렁 거리는데 어 울려주거나, 햇볕을 쬐면서 마음이 내킬 때까지 쓰다듬어 주거나, 그 연장으로 같이 낮잠을 자거나 하면 땡. 시이타들도, 미미들과 마찬가지로 수면시간이 길어서(일설에 따르면, 고양이는 하루에 20시간이나 자는 것 같지 만), 그 정도까지 자지는 못하는 나는, 텔레비전의 영화방송을 보거나 선룸의 책장에서 재미있을만한 책을 찾아내거나 하면서 시간을 죽인다. 1주일이 지날 무렵에는, 뒹굴뒹굴 거리는 걸 좋아하는 나도 역시 몸을 움직이고 싶어져서, 정원의 잡초 뽑기를 시작해봤다. 이게 굉장히 기분 좋은 작업인 게, 한 만큼 정원이 깨끗해져간다는 일한 보람도 있고 즐겁기도 해서 그만 빠져들어 버렸다. 하나 더, 위험하다고 생각하면서도 빠져들어 버렸던 것이, 젬과의 대화다. 마침 일과 일 사이의 장기 오프라고 하는 젬은, 세크하라 발언이랑 세크하라 행동을 해오는 건 머리에 피가 쏠렸지만, 고양이들과 달리 말을 할 수 있었다. 그래……시이타는 귀엽고 알파는 철학적인 분위기를 가진 고양이고, 그들과 있는 건 즐겁지만, 단 한 가 지, 그들에게는 『말할 수 없다』라는 결점이 있었다. 그리고 그 것은, 말에 의한 커뮤니케이션이 인생의 즐거움 중 커다란 부분을 점유하고 있는 생물인 내게는, 따분함을 품게 한다는 작용으로 움직여서, 쉽게 말하자면 나는, 젬이라도 좋으니까 얘기 상대가 있는 것이 고맙다는 상황이 되어있었던 것이다. 어떤 경위인지는 아직 듣지 못했지만, 젬은 프랑스의 소르본느 대학에서 철학과 역사학을 공부한 듯해서 , 영0어와 프랑스어가 가능하고 이탈리아어도 좀 알고, 현재는 패션모델로서 국제무대에서 활약 중. 그 말이 어디까지 진짜인 건지는 모르지만, 성희롱 모드에 들어가지 않은 때의 젬이, 깜짝 놀랄 정도로 풍부한 화제를 가진 인텔리라는 것은, 사실이었다. 그가 그 폭넓고 깊이 있는 지식을 피로하기 시작하면, 전형적으로 공부하고는 담을 쌓은 대학생인 나는 그저 감탄하며 듣고 있는 수밖에 없지만, 그래도 그것 역시 즐거운 시간이었다. 젬이 하는 얘기는, 특정 장르에 국한된 매니아틱한 지식이 뚝뚝 떨어지는 레벨의 것이 아니라, 교양이라는 식으로 몸에 익은 지식이라서, 예를 들어 화제가 영화라고 해도 내용은 영화 그 자체를 얘기하는 것만으로는 멈추지 않는다. 그 작품이 만들어진 시대배경이랑, 작품 속에 나오는 상징적인 표현의 해석이랑, 감독이나 배우들의 에피소드 등등……한 가지를 실마리 삼아서 마치 마법처럼 화제를 넓히고 세계를 넓혀가는 그의 이야기는 들으면 들을수록 재미있어서,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러니까, 혹시 그가 그런 대화가 끝날 때에 꼭 정해진 문구처럼, 「어때? 슬슬 반하지 않았어?」 라는 쓸데없는 말을 토해내지 않는다면, 어쩌면 정말로 나는 이 『극상의 남자』라고 자칭하기만 하는 건 아닐 지도 모르는 그에게 좀 더 나름대로 빠져드는 쪽으로 나갔을 지도 모른다. 설마 사랑까지는 가지 않았겠지만, 적어도 동경하기는 했을지도 모른다. 만일 그가, 나를 놀리고 가지고 논 다는 속셈을 그대로 드러내 보이지 않는다면, 속아서 놀려 먹히게 되어버렸을지도 모른다. 그런 걸로 보자면, 그는 내게 대해서 기묘한 호의를 가지고 있어주는 듯도 했다. 즉, 확실히 어디를 봐도 매력적인 미청년인 그가 나를 손에 넣고 구슬리자고 생각하면 간단했을 거 라고 생각하는데……자백하자면, 내게는 호모가 될 마음은 분명히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에게 호감을 가지기 시작했던 것과 동시에, 몇 번인가 그를 섹시하다고 느꼈던 순간이 있어서……가슴이 두근, 하면 곧 예의 세크하라 발언을 뒤집어쓰게 되었고, 덕분에 나는 그 때마다 핫 하고 제정신으로 돌아왔다고 할까. 요컨대 젬은, 말만으로 가지고 논다는 일선을 지키고 나를 장난감취급하고 있었기 때문에, 나는 실질적인 피 해는 입지 않고 끝났던 것이다. 말은 그렇지만, 피해가 없었다는 건 내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던 것뿐이지, 실제로는 그의 언동에 익숙해지는 바람에 호모섹슈얼이랑 바이섹슈얼에 대한 내 본래의 노말한 감각이 흔들리게 되었다는 영향을 받았지만……내가 그걸 깨달았던 건, 이미 그들의 생각대로 움직여진 뒤의 일이었다. 그것도, 완전히 손쓸 수 없이 늦어져서, 더는 되돌릴 수도 없는 지경까지 가버리고 나서였으니까, 정 확히 말하면 나는 그렇게 주도면밀하게 만들어진 덫에 빠진 바보 녀석이었다는 얘기다. 그 건 그렇고, 생활면에서는 한껏 느긋한 고양이를 몸이었지만, 다소의 풍파가 없는 것도 아니었다. 내가 오고서 나흘째정도부터, 시이타가 차분해지지 못하게 되었던 것이다. 나하고 놀 때의 모습은 변함이 없었고, 식욕도 있 었지만, 뭐라 할 수없이 기분이 초조해 보이는 것 같았고 특히 제타가 돌아와 있을 때가 심했다. 제타와 시이타는 나이가 비슷한 탓인지 자주 뒤엉겨 놀았지만, 요 며칠인가는 뒤엉겨 논다기보다는 싸우고 있다 는 느낌으로 얽히게 되었고, 그것도 시이타 쪽에서 먼저 시비를 걸고 있는 것 같았던 것이다. 덕분에, 세 마리 중에서 가장 외출이 많은 제타가 점점 집에 없는 일이 많아져서 나로서는 걱정이었지만, 의논을 해본 젬은 놔두면 된다고 하고, 알파는 난 상관없음, 이라는 식이고. 아르바이트라고는 해도 인수를 받은 이상, 내게는 그들의 안정이랑 건강에 대한 책임이 있지만 싸움의 중재 라는 건 분명히 말해서 무리였다. 어쨌든 맹수나 마찬가지인 체격을 한 녀석들이다 보니, 싸울 때 끼어드는 건 위험해서 시도조차 할 수 없었고, 원인을 알아내서 대화를 하게 한다는 것도 불가능. 고작해야, 내 얘기가 통하기를 바라며 싸움 같은 걸 하면 안돼 라고 들려주는 정도밖에 할 수가 없다. 그리고 시이타는, 이 건에 관해서는 내가 하는 말을 들을 마음은 없는 듯해서 어쩔 수 없이 두 손을 들었다. 하긴 원인은, 아무래도 나였던 것 같지만. 그걸 깨달았던 건, 젬에 대한 시이타의 태도의 변화에서였다. 나를 따르면서 독점욕이 싹튼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최근에는 나와 젬이 얘기를 시작하면 곧장 끼어 들어 와서 방해를 하는 것이다. 마치 질투를 불태우는 것처럼, 어떻게든 나와 젬을 떨어트리려고 한다. 그러니까 제타와의 불화도, 원인은 그런 게 아닐까 라는 기분이 들었지만, 하지만 말이야……제타는 시이타만큼 나를 따르지도 않고, 나와 제타가 사귀는 건 나와 알파와의 사이와 비슷한 것인데, 시이타는 알파에게는 싸움을 걸지 않는다. 그럼 원래 타고난 상성이라는 걸까. 어쨌든, 머리 아픈 문제였다. 그리고 하나 더. 맨 처음 시이타가 그걸 하기 시작한 건, 분명히 닷새째쯤이었다고 생각한다. 나는 그 때, 정원에서 시간 죽이기로 잡초 뽑기를 하고 있었다. 시이타는 낮잠을 자고 있었고, 나는 텔레비전을 보는 것도 질려서 밖으로 나가 화단을 손질하는 흉내를 내고 있었던 것이다. 나―오, 나―오 라는 그 울음소리를, 나는 맨 처음에는 다른 수코양이의 러브콜이 들리고 있는 거라고 생각 하고 있었다. 마침 시즌이고, 역시 이 저택 안에서는 보이지 않지만 근처에는 꽤 고양이가 있는 것 같아서, 밤에는 멀리서 나―오, 나―오 해대고 있는 게 들려오곤 했었다. 하지만 그건 실은, 나를 찾는 시이타의 목소리였다. 그리고 그 이래 시이타는, 내 모습이 보이지 않으면 나―오, 나―오 하고 울며 찾는 것이다. 나는 시이타에게 말해줬다. 「저기 말이야, 그 울음소리는 『애인모집』이라는 러브콜이라구. 알아?」 그리고서 젬에게 상담했다. 「아츠오상하고는 얘기했습니다만, 아무래도 시이타한테 봄이 와버린 것 같아요. 머리에 피가 너무 몰리기 전에 맞선 같은 걸 시키는 쪽이 좋지 않을까요?」 「맞선……이라」 젬은 생각 없는 대답을 했다. 「내 보기에는 말이야, 시이타는 미츠오를 사랑하고 있는 것 같은데?」 「저기 말이지요, 호모가 되는 건 인간뿐이에요」 「그렇지도 않아」 「혹시 그렇다고 한다면 더욱 더 빨리 제대로 된 상대를 찾지 않으면 안돼」 「시이타의 연인이 되어줄 생각은 없어?」 「없어욧, 당연하잖아요?! 그래서야 호모에다가 수간이잖아요!」 「자극적인 사랑이잖아」 「저는 변태가 아닙니닷!」 「하지만 시이타는, 너한테 러브콜을 하고 있어」 「어지간히 해주세요. 저건 사랑을 사랑하는 상태에서 오는 착각이에요. 발정기가 올 거라는 걸 알면서, 암컷과 만나게 해주지도 않았으니까」 「만나게 했어. 너 전에 면접으로 불렀던 건, 전부 여성이었어」 「그건……고양이 돌보는 아르바이트 얘기죠?」 「시이타는 아무도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어. 그런데, 너를 선택했어」 「저기 말이에요, 고양이에게 인간 여자를 붙여줘서 어쩌자는 겁니까!」 정말이지 이 사람은, 무슨 말도 안 되는 블랙조크를! 말이 통하질 않아서, 나는 아츠오상에게 전화를 걸어서 상담했다. 《이런이런》 하고 아츠오상은 전화기 너머에서 쓴웃음을 짓고, 《선처하지》 라고 약속해주었다. 그날 밤, 나는 평소처 럼 내 침대로 자러 온 시이타에게 그걸 말해줬다. 「네가 원하고 있는 연인은, 아츠오상이 데리고 와줄 테니까 말이야. 죽여주는 미묘(美猫)를 찾아와줄 거야」 내 얘기를 이해한 건지 못한 건지, 시이타는 고륵고륵 목을 울리고 내게 몸을 부비대 와서, 그걸 보면 아무래도 얘기는 통 하지 않았던 것 같았다. 「정말이짓. 중요한 대목에서 이러다니 말이야, 역시 너는 고양이구나」 중얼거리면서 귀를 잡아당겨줬더니, 그 보복이라는 듯이 내 귀를 살짝 깨물어왔다. 「어잇, 그만둬. 간지러워」 라기 보다도, 깨물렸더니 이상한 식으로 오싹해서, 밀쳐내어 그만두게 했더니, 이번엔 낼름낼름 공격을 해왔다. 내 귀랑 목덜미를, 아프지 않도록 도톨도톨한 건 집어넣은 혀로 핥는 것은, 나를 동류라고 생각한 그루밍 행동인 것 같다. 나는 시이타를 쓰다듬어주고, 시이타는 나를 핥아준다는 기브 앤 테이크는, 서로의 친밀도를 깊게 하는 스킨십으로 서 환영할 일이지만, 으~응……혹시 이거 때문에, 시이타는 내게 러브콜을 하는 착각을 해버린 걸까나. 문득 그런 생각이 들어서 나는, 「앞으로는, 이런 거 하지 말자」 라고 시이타를 그만두게 하려고 했다. 하지만, 시이타는 따르지 않았다. 그리고 힘의 승부로는, 나는 시이타의 적수가 되질 않았다. 「에? 잠깐, 그만둬. 시이타? 시이타!」 시이타는 고양이 레슬링의 요령으로 내게 덮쳐 와서는 눌러대고, 파자마 속으로 머리를 집어넣어서 낼름낼름을 재개했던 것이다. 「그, 그만둬 시이타! 진짜로 간지럽다니까!」 나는 몸을 비틀어 피하려고 했지만, 시이타는 앞발로 끌어안듯이 떡하고 나를 붙잡아버리고는, 놔주지를 않는다. 그리고는 내 가슴이랑 옆구리를 낼름낼름 핥아댄다. 나는 곤란했다. 시이타의 부드러운 혀는, 간지럽기도 하지만 기분 좋기도 한 게, 그거 좀 위험하지 않아? 그걸 본격적으로 (위험해) 라고 자각했던 것은, 시이타의 혀가 유두에 닿았던 때. 처음엔 아무렇지도 않았기 때문에, 「그런 데 핥아도, 맘마는 안나와」 라고 웃었지만, 낼름낼름 하는 혀가 까슬하게 그곳을 문질렀던 순간, 움찔했던 것이다. 마치 그곳 에서부터 정전기가 달린 것처럼, 등골에서부터 허리에 걸쳐 오싹하고. 「그만둬, 시이타!」 소리치는 것과 동시에, 나는 진심으로 시이타를 밀어젖혔다. 「수간이라니 말도 안돼!」 정말로, 진짜로 쇼크였다. 나 역시 에로 책도 보고 에로비디오도 보는 나이에 상응하는 행동을 하는 청소년이니까, 세 상에는 거기다가 버터를 발라서 개한테 핥게 해서 즐기는 플레이가 있다는 건 안다. 개랑 고양이의 혀에서 느껴지는 감촉도 싫지는 않다. 하지만, 설마 자신이 시이타에게 핥아지면서 오싹하고 쾌감을 느껴버리다니……당치도 않은 소리야! 이건 완전히 변태잖아! 시이타는 내가 진심으로 화났다는 것을 알고 침울해서는 얌전해졌고, 나는 나대로 시이타가 잘못한 게 아니라 내가 이상하다는 것을 알기에, 그 뒤에 화목을 위해서 평소처럼 침대를 나눠서 잠을 잤지만. 그건 불행한 우발사고였다는 설명을 생각해낼 때까지, 괴로워서 잠들 수 없었던 나였다. -- 계속 --> [고양이] 왕 같은 고양이 (4) 왕 같은 고양이 (4) Written by 아키즈키 코오 시로우(四郞)라는 이름의 그가, 나와 고양이들과의 생활에 뛰어 들어온 것은, 내가 이 집에 온지 열흘째의 일이었다. 나는, 전날 밤에 싸우고 방에서 내쫓은 시이타를 찾아서, 뒷산을 걷고 있었다. 내가 시이타를 내쫓은 원인은, 예의 그것……즉, 그만두게 하려고 혼내고 또 혼을 내도 상승곡선을 그리기만 하는, 내 몸을 핥아대는 못된 버릇이다. 아마 시이타로서는, 알파랑 제타하고 서로 털을 핥아주는 것과 마찬가지인 생각일 거고, 그러니까 어째서 내가 그 걸 싫어하는지 모르는 거겠지만, 몇 번이나 「안돼」라고 혼을 내도 납득해주지 않고, 도리어 혼을 내면 더욱더 심하게 해오는 때가 있다. 자신이 하고 싶은 걸 안 된다고 하는 소리를 들어도, 자기 멋대로인 고양이는 고집을 부리게 되어버리는 듯한 느낌인 것이다. 하지만, 내 쪽은 내 나름대로의 사정이 있다. 절대로 인정하고 싶지 않은 일이고, 누구한테도 말할 수 없는 얘기이지만, 아무리 저항하고 부정해도, 느껴버리는 것이다. 그것도, 어째 점점 더 민감해져가는 것 같은 게, 어젯밤에는 아슬아슬하게 목소리가 나와 버릴 것 같아서, 허둥지둥 시 이타를 침대에서 내쫓았다. 그런데도, 또 해오려고 해서, 그만 방에서도 내쫓아버렸던 것이다. 시이타는 한동안 방 밖에서 나오~나오~ 울었고, 가엽기는 했지만, 나는 짐승의 길로 떨어지는 것 따위는 절대로 싫었단 말이다. 이불을 덮어서 막은 귀에, 젬이 와서 시이타를 데리고 가는 게 들려서, 겨우 조금은 안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젬이 쫓아낸 이유를 물어보러 오는 게 아닐까하고 두근두근하면서, 조마조마 귀를 세우고 있게 되었다. 고양이 본위로 돌봐주도록 고용되어있는 내가, 시이타가 마음에 들어 하는 잠자리에서 내쫓았으니까 화를 내도 당연하고, 물어본다면 이유도 말하지 않으면 안 되지만, 하지만……사실 따위 말할 수 없어. 어떻게 변명을 한다면 통할까 하고 필사적으로 이것저것 생각을 하다, 문득 깨닫고 보니 한밤중이 되어있었다. 젬은 나를 다그치러 오지는 않는 건가? 아니면 얘기는 내일 할 작정인 걸까. 결국, 조바심 내며 생각에 잠겨 도저히 잠들지 못하는 사이에 밤이 밝고, 나는 무거운 마음과 무거운 머리를 싸안고 방을 나왔다. 선룸을 들여다봤더니, 새벽 산책에서 돌아온 참인 듯한 알파와 제타가 있었다. 「좋은 아침」 하고 말을 걸었다. 「시이타, 있어?」 알파와 제타는 서로 얼굴을 맞대고서, 그 얼굴을 창 바깥쪽으로 돌렸다. 「밖? 혹시 뒷산? 어젯밤에 시이타, 산에서 잔건가」 하지만 고양이들은 이미 각자의 몸단장으로 돌아가 있었고, 나도 냐~앙이라는 대답만 들어서야 자세한 의미를 알 수 있을 턱이 없다. 혹시 시이타는 그대로 젬의 방에서 잔 걸지도 모르지만, 그걸 물어보러 가기에는 시간이 너무 이르다. 젬은 야행성이라 서, 오전 중에 침실의 문을 노크하면 자고 있는 걸 두들겨 깨우는 게 되어버린다. 어쩔 수 없이 나는, 우선 알파들에게서의 정보(?)를 의지해서 시이타를 찾으러 가볼 작정으로, 밖으로 나왔다. 시이타가 어젯밤 좋아하는 잠자리에서 자지 못했던 것은, 반은 그의 말귀가 없는 행동 탓이었지만, 나머지 반은 내 탓 이기도 하다. 그러니까, 어쨌든 빨리 화해를 하자고 생각했던 것이다. 현관과 문 사이에 정원을 빙 둘러 걸으며 찾아봤지만, 시이타는 찾아내지 못했고, 그래서 나는 뒷산으로 향했다. 그다지 경사가 심하지 않은 사면을 덮은 잡목림에는 아직 신록의 새싹을 맞이하지 않은 벌거숭이 나무도 많아서, 숲 안 은 꽤 잘 보였다. 「시이타~, 좋은 아치~임, 나야아~. 어젯밤엔 미아~안. 이제 화 안내니까, 나와아~. 시이타~」 그런 식으로 부르면서, 숲 속을 산 위를 향해서 30분이나 걸어 다녔을 무렵이었다. 문득, 붉은 꽃이 핀 상록수인 동백나무가 우거진 저편에, 나무 그림자와는 다른 검은 것이 보인 기분이 들어서, 멈춰섰다. 「시이타? 시이타니? 냐아~옹, 나야, 미츠오야. 마중왔어, 시이타?」 말을 걸면서 다가갔다. 분명히 이 근처였어, 라고 생각한 우거진 동백나무를 헤쳐 나갔다. 있었……지만, 시이타는 아니었다. 내 눈을 멈추게 한 검은 색은, 동백이 우거진 안쪽 바닥에서 몸을 동그랗게 말고 자고 있는 인간 남자의 , 옷의 색깔이었던 것이다. 「……누구야?」 물론, 아츠오상도 젬도 아니다. 생각했다가, 움찔했다. 이거, 그냥 잠자고 있기만 한 건가? 혹시, 사유지라는 걸 모르고서 헤매들었다가 커다란 고양이들과 조우해서, 침입자로 인식되어서 덮쳐진 사람이거나 한다면?! 「서, 설마, 그렇지 않기를」 신에게 기원하면서, 나는 동백나무숲 안으로 들어갔다. 밀집되어있는 가느다란 가지가, 내가 억지로 앞으로 나가는 바 람에 뚝뚝 부러져버린 건, 지금 상황에서는 어쩔 수가 없다. 어쩌면 일각을 다투는 상황인 것일지도 모른단 말이다. 남자의 근처로 다가가서, 나는 우선, 「여보세요?」 라고 말을 걸었다. 커다란 고양이들에게 덮쳐져서 다치거나 했다면, 상처가 있을만한 건 어디지? 있다면 위험한 곳은, 목이겠지. 그는……그 시점에서는 아직 남자인지 어떤지는 확인할 수 없었지만……내게 등을 돌린 모습으로 뒹굴고 있어 서, 목을 당했는지 어떤지 보려면, 그의 위로 몸을 타고 넘어서 들여다보지 않으면 안 되었다. 「부탁이니까, 부탁이니까아, 긁혔거나 하지 말아줘어」 커다란 고양이들의 이빨에 찢어발겨진 사체의 제1발견자, 라는 게 되지 않기를 필사적으로 기도하면서 움찔움찔 들여다봤다. 「응……」 이라는 내가 낸 것이 아닌 낮은 신음에, 한순간 두근 하고 심장이 멈췄다. 맞은편을 향해서 몸을 말고 있던 그가, 천천히 몸을 뒤척여 위를 향하게 되는 것을, 나는 숨을 죽이고 지켜봤다. 그는……역시 첫눈에 봤던 인상대로, 남자였다……마음에 든 침대 위에 있는 것처럼, 땅바닥에 대자로 몸을 뻗다가 갑자기 번뜩 눈을 떴다. 위에서 얼굴을 내려다보는 모습으로 멈춰있던 나와 눈이 마주치자, 「냐―앙」 하고 말했다. 그것이 나와 나베시마 시로우의, 정말이지 심장에 나쁘기 짝이 없는 『만남』이었다. 「냐―앙, 이라니……누구세요?」 말도 안 되는 첫마디를 던져준 그에게 그렇게 물어보면서, 나는 되돌아올 대답을 대충 짐작하고 있었다. 검은색 일색의 옷을 입은, 나이는 나하고 비슷한 정도의 느낌인 그의, 미모라고 밖에 할 수 없는 얼굴을 본 순간, 아츠오상이랑 젬과 비슷한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응, 어디라고 구체적으로는 말할 수 없지만, 닮았어. 그가 대답을 하지 않아서, 내 쪽에서 말해봤다. 「에에또, 이 집의 아츠오상들의 종형제라든지?」 그는 말이 없는 채로 땅바닥 위에서 지긋이 내 얼굴을 올려다보고 있었지만, 느릿한 동작으로 몸을 일으킨 다음에 일어서려고 했다. 어라라, 맨발? 신발은 어쨌지? 「엇차」 하고 손을 내밀었던 것은, 일어서려고 한 그가 위태롭게 흔들거렸기 때문이다. 팔을 붙잡아 부축해준 몸은, 보기에는 가늘지만 확실하게 뼈가 두꺼운 느낌이었고, 게다가 내게 매달려서 제대로 똑바로 선 그는 나보다도 장신이었다. 말이 그렇지 5, 6 센티 차이지만. 「괜찮아?」 말하면서, 나는 내게 끌어 안기듯이 하지 않으면 서있을 수 없는 것 같은 그의 검은 옷을, 몰래 냄새를 맡아봤다. 술 냄새는 안나……그렇다는 건, 취한 건 아니야. 「몸이 안 좋은 거야? 다치지는 않았는데」 어쩔 작정인 건지, 그는, 「냐―」 라고 대답해서, 나는 그가 나베시마가의 사람이라고 확신했다. 이 얼버무리는 방법을 보면, 틀림없이 젬이랑 피가 이어진 것이다. 그렇다는 건, 제대로 서있을 수 없는 것 같은 것도 장난인가? 그러고 보니 안색은 그다지 나쁘지 않고 호흡도 보 통인 것 같은데. 땅바닥 같은 데에서 잠을 자서 발에 쥐가 났던 건가? 「에에또, 이런 곳에서 뭐하지만, 호시카와라고 합니다. 고양이를 돌보는 아르바이트를 하는」 우선 자기소개를 하면서, 내가 여기에 온 이유를 생각해냈다. 「저기, 시이타 보지 못하셨나요? 찾고 있거든요」 그는 고양이처럼, 목을 고륵고륵 울려보였다. 「저기 말이죠―……저는, 고양이 놀이를 하면서 놀고 있을 시간은 없는데요」 하지만, 보통 사람들과는 틀린 나베시마가 안에서도 특히 이상한 사람일 게 틀림없는 그는, 내가 비슷한 또래라 고 생각해서 얕보고 있는 건지, 더욱더 제대로 말을 하려고 하지 않는다. 이래서야, 시이타를 찾을 수도 없다. 「아―정말이지―, 알았어. 당신은 네 마리째 커다란 고양이라는 거지. 그리고 나는 그 고양이를 돌보는 사람이고. 네네, 좋아요, 오케이. 에에또 이름은? 아 맞아, 고양이는 말은 하지 못하지. 그럼 까망이야, 까망이. 자아, 까망아, 이리와. 집에 돌아가서 밥 먹자」 내 쪽에서 진짜 고양이 취급을 해주면, 바보취급을 당한 기분이 들어서 바보 같은 고양이 놀이는 그만 두려나 생 각했었는데, 그는 아무래도 근성부터가 희한한 인간인 것 같다. 냐―앙 하는 대답을 하고, 걷기 시작한 나를 따라왔던 것이다. 「엇차, 발은 괜찮아? 아앗 신발……」 벗어둔 것이라면, 하는 생각에 그 둘레를 둘러봤지만 발견할 수 없었다. 「신발은 어쨌어……라고, 물어봐도 소용없나?」 「냐―」 「네네, 고양이는 맨발이지, 확실히. 하지만……아, 당신, 제대로 걸을 수 있구나. 오케이, 가지」 집을 향해 경사면을 내려가면서, 나는 몇 번인가 시이타를 불러봤지만, 그 때마다 그가 「냐―앙」하고 맞장구를 쳐오는 게, 왠지 놀림을 받는 듯한 기분이 들어서 그만뒀다. 집에 도착하자, 너무나 다행스럽게 아츠오상이 와있었다. 「와아, 살았어요!」 「왜 그러지?」 「실은, 뒷산에서 네 번째 고양이를 주워서요」 「네 번째?」 가칭 까망이를 대면시키자, 아츠오상은, 「야아, 시로우」 라며 눈가를 누그러트렸다. 「상태는 어때?」 「냐―앙」 이런―이런, 아츠오상한테도 그러긴가. 「역시, 이 댁의 친척인가요. 산에서 자던 걸 발견했는데, 뭘 물어봐도 이 상태로 얼버무리는 대답밖에 해 주지 않아서, 어떻게 해야 하나 했었습니다」 「그거 미안하군. 시로우, 이리와. 옷이 젖어있으니까, 그대로 있으면 감기 들어. 목욕탕에 가서 옷 갈아입고 와」 아이에게 들려주는 듯한 아츠오상의 말에 (시로우는, 머리가 안 좋은 녀석일까나) 라고 생각했다. 그렇다고 한다면, 불쌍한 얘기군. 모델인 젬한테도 지지 않을 법한 멋진 몸을 하고 있고, 얼굴도 샤프한데다 머리가 좋을 것처럼 보였는데……. 어쨌든, 그에 관한 일은 아츠오상에게 맡기면 될 것 같아서, 나는 시이타를 찾으러 돌아가기로 했다. 「죄송합니다, 잠깐 산에 다녀올 테니까요」 「응? 돌아온 것 아니었나?」 「시로우군을 바래다준 것뿐이에요」 아―, 아츠오상한테는 이유를 말하는 쪽이 나을까나. 「어젯밤에, 시이타하고 싸움을 해버려서, 그……방에서 내쫓아버렸어요. 저도 잘못을 해서, 사과하고 데려오려고 찾았는데, 시로우군을 발견해서」 「흐음. 놔둬도 밤에는 돌아올 거야」 「하아……하지만, 그, 빨리 화해하지 않으면」 「마음이 진정되질 않나?」 「네」 「그럼, 다녀와」 아츠오상은 (어쩔 수 없군) 이라는 표정으로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단, 1시간 정도로 끝내도록 해. 길이 엇갈려서 돌아와 있을지도 모르니까 말이야」 나는 아버지하고 달리 아웃도어파가 아니고, 도시에서 태어나 도시에서 자라서, 집 바로 뒤에 산이 있다고 해도 그다 지 흥미 없었다. 시이타들이 산으로 놀러가는 것을 봐도, 다녀와 라고 배웅만 할 뿐이지 나도 가려고는 생각하지 않았었다. 경사면은 오르막길이라고 밖에 보이지 않고, 오르막길이라고 하면 힘들고 귀찮다는 생각에, 걷고 싶지 않다. 그러니까, 이렇게 산으로 들어가는 것은 오늘이 처음인 거지만……. 오늘 두 번째로 산에 오르면서, 나쁘지도 않은데 라고 생각했다. 평탄한 길을 걷기보다 다소 체력이 필요하다는 느낌은 들지만, 완만한 경사면이니까 숨이 허덕일 정도로 힘들지는 않고, 오히려 약간 체력을 쓰는 것도 괜찮은데? 라고 느껴진 것이다. 그리고 기분도 좋았다. 다이스케하고 놀면서, 자신의 안에도 야성이 남아있는 것을 느낀 일이 몇 번인가 있 었는데, 아마 그 야성의 감각이 자연 속을 걷는 것을 기뻐하고 있는 것일 거다. 계절적으로도 이제 춥지는 않고 아직 덥지도 않고, 숲 속 나무들의 그늘에서 자라는 풀들도 귀엽다는 레벨로 무 성하고, 불쾌한 벌레의 모습도 거의 없다. 그래서 나는 꽤나 룰루거리면서 산을 올라갔고, 30분 정도 걸었을 즘에서야, 토지의 경계선을 긋고 있는 듯한 철책 에 부딪쳤다. 건물이 있는 근처에 둘러쳐져있는 것하고 같은 디자인의 철책이, 산을 빙 둘러싸고 있었던 것이다. 「하긴, 이러지 않으면 시이타들이 빠져나가버리겠지」 나는 납득모드에서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철책은 4미터정도의 높이로, 세로로 된 봉에 위아래 두 군데인가에 가로로 봉을 용접해두고, 고양이들이 빠져나가려고 할 때에는 발이 걸리게 되는 위쪽 가로 봉에는, 가시철선이 빙빙 둘러져 있어서, 부딪치면 아픈 꼴을 당하게 되는 장치. 아무리 머리가 좋은 고양이라고 해도, 일단은 역시 짐승이니까 만에 하나 부지 밖으로 나가버리게 되 면 주위 사람들에게 폐를 끼치게 될 가능성도 없는 것은 아니다. 그걸 생각한 예방조치가, 확실히 되어있는 것이었다. 그래, 이것이 「제대로 된 주인」이라는 것이지. 펜스를 따라서 한동안 걸어봤지만, 시이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고, 시계를 봤더니 1시간 이상 지나있어서, 나는 길을 더듬으면서 아래로 내려갔다. 반 정도 내려온 느낌이 드는 곳에서였다. 굵직한 가지를 늘어트린 티나무 같은 커다란 나무의 내 가슴둘레정도는 될 듯한 두꺼운 가지 위에, 검은 모습이 자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아아, 시이타, 이런 곳에 있었냐. 찾았다구」 말하면서 다가갔다가, 나무 위에 있는 것이 시이타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뭐야, 알파구나」 알파는, (뭐야 라니, 실례야) 라는 식으로 가지에서 늘어트리고 있는 꼬리 끝을 팔랑 팔랑거렸다. 「미안~미안, 시이타를 찾고 있었거든. 어디서 본 적 없어?」 대답은, 카아―하고 입을 떡 벌리는 하품. 「이런, 이런. 그럼 나는 돌아와있길 기대하면서 집으로 돌아갈 테니까, 혹시 시이타를 보거든, 돌아와 달라고 전해줘. 어젯밤엔 미안, 이라고. 화해하자고 했다고 말이야」 알파가 사람의 말을 이해하는 능력이랑, 고양이들끼리의 커뮤니케이션능력에 진심으로 기대한 것은 아니었지만, 어쨌든 그렇게 말해두고 나는 내리막길에 들어섰다. 하지만, 역시 시이타는 아직 집에는 돌아오지 않았고, 나는 밥을 먹고 나면 다시 한번 나갈 작정이었지만. 시로우상에게 붙잡혀버려서, 결국 그대로 시이타를 찾으러 갈 수 없어졌던 것이다. 시로우상은 집에 돌아온 나를, 「기다렸어!」 라며 붙잡았다. 두 팔로 내 가슴 속에서, 꾸욱 하고. 「어라, 사람 말을 할 수 있게 되었네요」 반쯤은 비꼴 작정으로 말하면서, 나는 젬과 마찬가지로 외국식 인사법을 채용하고 있는 듯한 시로우상의 팔에서 어떻게든 달아나려고 했다. 악수라고해도 전혀 저항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런 상태에서 꼬옥~이나 읍츄~하고 환영하는 방식에 익숙해질 마음도 없다. 하지만 시로우상은 그럴 마음이 아주 컸다. 붙잡힌 나를 놔주지 않고, 게다가 웁츄~뿐만이 아니라 낼름낼름 해대왔던 것이다. 입가에. 「왓풉?!」 개랑 고양이라면 모를까, 젬이라도 얼굴을 핥는 짓까지는 하지 않는다. 「뭐하는 겁」 노성을 지르려고 했던 입술을 낼름낼름 당해서, 허둥지둥 입을 닫았다. 하지만, 가드를 굳게 하는 대신에, 스 스로 항의할 수단을 막아버린 꼴이 되어버렸다. 에에잇, 실력행사마저 그만 둘 수는 없다굿. 나는 두 손으로 있는 힘껏 시로우의 가슴을 밀어젖히고서, 그의 뺨에 따귀를 날렸다. 짜악 하고 좋은 소리가 났고, 시로우상은 기가 죽었다. 그 틈에 나는 그와의 사이에 한발 거리를 확보하고 말을 건넸다. 「그만두세요! 그런 건 싫습니다!」 「싫어……?」 시로우상은 어린아이처럼 고개를 갸웃거렸다. 「네에, 싫습니닷. 이탈리아식 인사인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끌어안거나 키스하거나 하고 싶으면, 이 탈리아사람하고 해주세요. 저는 일본인이니까요」 「싫은……가」 시로우상은 축하니 풀이 죽어서는 목을 움츠리고, 눈을 위로 올려 떠 나를 바라봤다. 「시로우는 미츠오 좋아. 미츠오는 시로우 싫은가……」 시로우의 말투는 더듬더듬 거리는 거여서, 나는 그의 머리에는 사정이 있는 것 같다는 것을 떠올렸다. 보기에는 지적장해 같은 게 있는 것처럼은 생각되지 않지만, 아츠오상은 아이를 대하는 듯한 취급을 했었고……그러고 보니, 아츠오상은? 어디에 있는 거지. 사정이 있다면 들어두고 싶은데. 어쨌든, 슬픈 듯한 눈으로 내 얼굴을 올려다보고 있는 시로우에게, 「시로우가 싫다고는 하지 않았어」 라고 말해줬다. 「끌어안기거나, 핥아지거나 하는 건 싫다고 말했었지. 알겠어? 시로우는 고양이가 아니니까 말이야」 그때, 나는 사정을 모르고 정말로 똑바로 말을 했고, 그렇기에 시로우는 곧장 납득했었다. 「핥는 거, 싫어?」 「그래. 개나 고양이라면 어쩔 수 없지만, 시로우는 사람이잖아? 사람끼리는 핥는 건 하지 않아」 「알았어」 시로우는 한없이 밝은 얼굴로 끄덕였다. 「미츠오는 시로우 싫지 않아. 핥는 거 싫어해」 「그래그래」 ……라는 것만으로 그만뒀으면 좋았을 걸, 그만 못을 박아버렸지. 「사람의 경우는, 이런 건 특별한 관계인 연인끼리 밖에 하지 않는 것이니까」 라는. 그때 내 생각은, 세상물정을 바르게 가르쳐준다는 것뿐이었지만, 그것이 나중에 구실이 되어 이용당하게 되리라고는… …그 가능성조차 눈치 채지 못했었다. 어쨌든 아츠오상이랑 젬은 외출이라도 한건지 모습이 보이지 않고, 그 탓인 거라고는 생각하지만 시로우는 내게 매달 려왔고, 시이타가 신경이 쓰이지만 산의 넓이를 생각하면 돌아오는 것을 기다리는 수 외에는 없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결국, 나는 그날 대부분 을, 시로우와 함께 보내게 되었다. 그런데 무얼 하고 보냈는가 하면, 시로우가 그림책을 소리 내어 읽는 것을 듣게 되었다. 단 그것은, 머리가 빈 녀석이 노는 데에 어울리게 되었다는 것이 아니라, 어찌 된 건지 일본어의 『발음』만이 힘든 것 같은 시로우의 트레이닝을 도와주었다는 것이다. 하긴, 맨 처음엔 그런 사정은 모르니까 선룸의 책장 앞으로 끌려가서 그가 그림책을 꺼낸 걸 봤을 때에는, (이런이 런……) 하고 생각했었던 것이다. 뭐어, 장애자를 위해서 발룬티어를 하는 걸 싫다고는 말하지 않겠지만 말이야. 아이 상대를 하는 것처럼 그림책 으로 논다니, 귀찮기는 한데……라는 기분이 들어서 말이지. 시로우가 넘겨준 것은 『아이우에오의 그림책』이라는 것이었는데, 읽어줘, 라는 의미라고 생각해서 읽어줬다. 「빨간 가을하늘, 빨간 잠자리. 강아지들, 많이많이 같이 놀자. 토끼 꾸벅꾸벅, 좋은 꿈을 꾸지. 연필 그림을 그리지, 목도리도마뱀……」 한자는 하나도 없는 약 50페이지의 그림책은, 곧장 다 읽어버리고 말았다. 「이제, 끝. 다음은?」 시로우는 내게서 그림책을 받아들고서, 맨 처음 페이지를 펼쳤다. 「빠간 가을하늘, 빠간잠자리」 헤에, 읽을 줄 아네. 하지만……. 「가아지드」 풉. 「마니마니, 가치 놀자」 푸쿠쿠쿡. 시로우는 흘낏 내 얼굴을 보고, 다음 페이지를 읽었다. 「툐끼 꾸벅꾸벅」 아……라는 생각에 끼어들어봤다. 「토끼. 툐끼, 가 아니라 『토끼』야」 시로우는 후우 하고 부드러운 눈빛을 보내고서, 내가 지적해준 발음이 이상한 곳을 되풀이했다. 「툐끼?」 「아니야. 토, 끼」 「툐오―……토―끼?」 「그래그래. 다시 한번」 「토오―끼」 「응, 그래」 「토, 오, 끼. 토, 끼. 토끼」 「오케이. 그럼, 이거」 팔랑팔랑 페이지를 되넘겨서, 노을 진 하늘에 잠자리가 날고 있는 그림 속의 글자를 가리켰다. 「빠간」 이라고 읽었었지, 아까. 「그게 아니라, 『빨간』이야」 「빠간」 「『빨』간. 빨, 빨. 말해봐」 「……빠」 「빨」 「팔?」 「조금 더. 빨, 이야」 「팔」 「에에또 말이지……처음부터 이렇게, 입은 아 모양으로 벌린다는 느낌으로, 『빨』」 「파……빨」 「그래그래」 「빨……빨, 빨, 빨!」 「오케이, 오케이. 그렇게 해서, 『빨간』」 「팔간」 「아니야. 빨, 간」 「빠―알―간」 「그래!」 「빠―알―간. 빨, 간. 빨간」 「좋아. 됐다 됐어. 그럼, 『빨간 잠자리』」 「빠간……빨, 간, 잠자리, 빨간 잠자리」 「오케이. 처음부터 읽으면?」 「빨간, 가을하늘, 빨간 잠자리」 「굿! 그럼 다음, 『강아지들』」 「가아지드」 푸쿠쿠쿡. 「강, 아, 지, 들」 「가―아―」 「강―아―, 라니까」 「가?」 「강, 이야, 강」 엉망인 시로우의 발음을, 하나하나 연습시켜서 고쳐주고, 우리들은 『아이우에오의 그림책』 공부를 마쳤다. 「다른 책도 읽어볼래?」 「할래」 「어떤 거?」 「아―……이거」 「응. 아, 이거 한자가 있어」 「이글 수 있어」 「이글, 이 아니라 『읽을』이야. 『읽을 수 있어』. 그럼, 해봐」 그리고서 5권 정도를 읽자, 시로우의 발음이 아주 좋아졌다. 「오케이, 완벽해」 시로우가 한자도 읽을 수 있다고 말했던 건 진짜였고, 마지막 한권은 문고본. 아쿠타가와 유노스케의 단편집이었다. 「요약하자면 너는, 읽는 건 읽는데 발음만 이상하다는 건가. 이상하네. 아, 혹시 그거 그다지 말하지 않았거나 한 거야?」 시로우는 진지한 얼굴로 끄덕였다. 「연습하지 않으면, 잘 말 못해서, 미츠오가 웃으니까」 「뭐어~야. 나는 분명히 머리에 장해가 있는 건가 생각했다구」 「그렇지 않아. 아직 그다지 공부가 많이 되질 않은 것뿐이야」 「흐―응……왠지, 너 이상해」 그건 별로, 나쁜 의미에서 말한 건 아니었다. 단지, 어려운 한자가 섞인 문 장도 술술 읽어버릴 수 있을만한 국어실력을 가지고 있는 주제에 발음을 연습하지 않으면 안 된다거나, 페이지를 넘기는데 마치 손가락으로 넘기는 그런 작업에 익숙하지 않은 것처 럼 잘 하지 못한다거나, 하는 점에 대한 솔직한 감상을 말했을 뿐이다. 하지만 시로우는, 추욱 하고 침울해져버린 것 같았다. 「……그렇게, 이상……해?」 「아니, 그게, 이상하달까」 「이상한 시로우는…………싫어?」 그건 정말로 움찔움찔 주저한다는 느낌의 말투였고, 그런 식으로 그런 걸 물어왔을 경우의 대답은, 「그렇지 않아」 라는 게 뻔하잖아. 「굳이 말하자면, 이상한 녀석이라 재미있어서 좋아. 아아, 그, 웃긴다든지 하는 의미가 아니라 말이야. 평범한 녀석보다 말이라든지 생각이라든지 하는 게 참신하니까, 사귀는데 즐겁다는 의미로 말이야」 「그럼, 미츠오는 시로우를 좋아해?」 나는 조금 생각했다. 「으~응……아직 좋다 싫다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지내지는 않았다고 생각하지 않아?」 「……미츠오가 맞아」 아무래도 불만인 듯 시로우는 찬성했고, 내가 예상했던 말을 했다. 「그럼, 미츠오가 시로우를 좋아하게 되도록, 열심히 사귀자」 「아하하, 『열심히』말이지. 역시 너는 이상해」 「미츠오는, 시로우가 이상한 데가 있어서 좋아해」 「그렇게 나오기냐아~. 뭐, 그다지 이상한 녀석이 취미인 것도 아니지만 말이지. 마니아라든지 하는, 너 무 이상해서 내 쪽에서 따라갈 수 없을만한 녀석은 패스인 걸」 「그럼 미츠오는, 어떤 녀석이라면 좋아해?」 곤란해 하는 얼굴로 물어온 시로우는, 꽤나 내 취향이었다. 표정이라든지 반응이 분명하지 않은 녀석이 라는 건, 사귀기 힘들어서 싫어한다. 그러니까 우선 그걸 말해줬다. 「말을 분명하게 하는 녀석이 좋아. 예스인지 노인지, 자기 생각을 제대로 말해주는 녀석」 「그건, 할 수 있어」 시로우는 자기 머리 속을 검증하는 듯한 느낌으로 대답했다. 「다른 건?」 「응~……얘기해서 재미있는 녀석?」 「……젬처럼?」 「아, 응」 갑자기 젬이라는 이름이 나오는 바람에 조금 움찔하면서 그렇게 대답했지만, 생각해보면 두 사람은 친척끼리 니까 예로 나와도 이상하지 않은 것이다. 「아츠오상도, 제대로 얘기해보면 즐거울 것 같은 사람이지. 아, 하지만 나는 얘기에는 따라가질 못해. 젬하 고도 얘기해주는 걸 듣고 있기만 하지, 대화가 되질 않는 걸. 내 쪽이 교양이 부족해서 말이야」 「하지만 즐거운 듯이 듣고, 아, 아니야, 듣고 있어서 즐거운 거지?」 「응, 재미있어. 그러니까, 좀 더 대등하게 여러 가지 얘기를 할 수 있게 되고 싶어」 「그런가」 단지, 나를 구슬리러오는 젬의 장난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고 싶어서, 화제를 바꾸려고 했다. 「그런데 말이야, 오늘 아침 일말인데. 어째서 그런 데서 잤던 거야?」 시로우는 움찔 하고 한순간 굳었다가, 어떻게 대답해야할지 망설이는 표정을 지은 뒤 말했다. 「그건, 미츠오가 시로우를 좋아하게 되고 나서 얘기할게」 「뭐야, 그게. 그럼, 뭔가 중대한 비밀하고 관계가 있다든지 한 거야?」 농담으로 그렇게 대답한 내게, 「알고 싶어?」 라는 시로우의 되물음에, 가르쳐줘 라고 대답하려다 시로우의 눈빛을 깨달았다. 나를 지긋이 바라보는, 무서울 정도로 진지한 눈. 「됐어, 사양할게」 라고, 나는 피했다. 시로우가 내 대답에 실망한 것을 알았지만, 나와 그는 알게 된지 몇 시간 밖에 되지 않은 사이이니, 내 가 진짜로 중요할 것 같은 비밀의 한 쪽을 부담할 기분이 들지 않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시로우는 추욱 하고 침울해져버렸고, 왠지 어색한 분위기가 되었을 즈음에 밖에서 알파가 돌아왔다. 「야아, 알파, 어서와」 그 뒤를 따라서 제타도 들어왔다. 「아, 어서와, 제타. 혹시 시이타도 같이야?」 두 마리는 내 질문은 무시하고 복도로 나가는 문가로 가서 (열어줘) 라는 동작을 취했다. 「네네. 뭐야, 시이타는 함께가 아닌 건가. 어디로 가버린 거지이. 어젯밤엔 그렇게 쇼크였던 걸까아」 반쯤은 혼잣말을 중얼거리면서 문을 열어줬다. 복도에 떠도는 좋은 냄새에, 시이타 소동 덕분에 아침밥도 먹지 못했던 것을 생각해냈다. 늦은 점심식사가 되어버렸지만, 어쨌든 배를 채우자. 「시로우, 점심 먹으러 갈까」 그렇게 말을 걸었다. 「……아츠오하고 먹을 거야」 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아, 약속했어? 그렇지만, 벌써 2시 인데. 그럼, 나 먼저 갈게」 화장실에 들러서 손을 씻고 식당으로 갔다. 문을 나오는 알파와 만났다. 「어라, 벌써 먹고 온 거야? 빠르네」 알파와 엇갈려 식당으로 들어가, 주방에 말을 걸었다. 「미츠오입니다, 점심 부탁드립니다」 테이블에는 이미 제타도 없었고, 깨끗하게 빈 각자의 접시가 남아있을 뿐이었다. 나는 부엌 담당인 타케우치 노인이 내어준 꽁치정식이라는 메뉴의 점심밥을 맛있게 먹고 선룸으로 돌아갔다. 소파에서 아츠오상과 시로우가 얘기를 하고 있었다. 「아, 어서오세요. 점심은 꽁치였어요」 「그런 것 같군. 냄새가 나」 두 사람은 일어서서 방을 나가고, 나는 아무도 없는 것을 틈타, 식후의 휴식이라는 구실로 소파에서 뒹굴 거렸다. 왠지 피곤한 건, 아침부터 산을 걸어 다닌 탓이겠지. 조금만 쉬자는 생각에, 눈을 감았다. -- 계속 왕 같은 고양이 (5) Written by 아키즈키 코오 ……바로 옆에서 누군가가 쿡쿡 웃었다. 분명치 않은 속삭이는 목소리가, 누군가에게 소곤소곤 말하고 있다. (이거 봐, 잘 느낀다구, 이 녀석은) (만지지마, 그만 둬) 라고 대답한 소곤소곤 대는 목소리는 화가 나있다. (하지만 실패하고 싶지 않지? 이 녀석도 너도 처음이면, 뭘 어떻게 해야 좋을지도 모를 거 아냐) 이쪽 목소리는, 음흉한 유혹의 울림을 띄고 있다. 쿡쿡 하고 웃는 것은, 이쪽. (그건……하, 하지만) 말문이 막힌 또 한쪽의 목소리는, 화를 내고 있지만 딱 잘라 부정할 수 있을 정도까지의 자신은 없는 듯. 혼란 해하고, 곤란해 하고 있다. (괜찮아, 맛보기정도 만이야. 걱정하지 말고 보고 있어) 두 목소리 다, 들은 기억이 있는 듯한 기분도 들지만, 누구인건지는 모르겠다. 어쨌든 너무 졸려서, 머 리가 완전히 멍해서 말이지……. 「응」 하고 숨이 코에서 새어나왔다. 몸 안에 오싹한 전기쇼크 같은 것이 달린 탓이다. 그건 몇 번이고 또 몇 번이고 되풀이해서 몸 안을 달리고, 그 때마다 쫘악하고 느껴지는 달콤한 마비감이 퍼져서, 기분 좋아. 「응……읏……응~……」 (후훗, 이거 봐, 느끼잖아. 특히 오른쪽이 좋은 거 같아. 기억해두라구) 나는 졸면서 몸을 비틀었다. 앗, 안돼, 시이타, 거기는 핥으면 안돼……. 「아응」 앗차, 목소리가 나와 버렸어. 아앗 정말이지. 그만둬, 시이타, 위험하잖아, 서버리니까 안된다고 했잖아. 하지만, 혀도 입술도 무거워서, 꿈쩍하지도 않는다. 안된다고 말하고 싶은데, 여기저기 온몸에 기분 좋은 마비감이 달려서, 저항할 수가 없다. (아아, 봐봐, 원하고 있잖아. 좀 더 느끼게 해달라고. 여기를 핥아달라는 거야) 그래, 거기를……하고 나는 생각했다. 꾸욱하고 긴장해가는 그곳을 핥아준다면, 분명히 죽을 정도로 기분 좋을 게 틀림없어. 그런 거 하면 안 되지만, 해줬으면……그래서는 안 된다는 걸 알지만, 그렇게 되고 싶어……아아, 좀 더……좀 더 기분 좋아지고 싶어어…………. (뭐야,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어? 후후, 그러니까 말했잖아. 그럼, 시범을 보여줄 테니까) 아아……빨리……. 그렇게 생각했던 순간이었다. 「안돼!!」 라고 아우성치는 소리에 겹쳐져서 「샤아아악!」하는 고양이들의 화가 난 외침과, 「후갸악!」하는 비명은 거의 동시에 들렸다. 번쩍 하고 눈을 뜨고, 소리가 난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내가 자고 있던 소파 바로 옆에서, 제타와 시이타가 마주보고서 갑자기 「우나~오~」「나~오~ 오」하고 서로 으르렁대기 시작했다. 나는 허둥지둥 일어서서, 「어이, 그만!」 하고 혼을 냈다. 「싸움은 안돼! 제타! 시이타! 그만둬!」 개나 고양이의 싸움을 막으려고 하는데 이름을 부르는 것은 역효과라고들 한다. 자신의 이름을 불림으로써, 주인 은 자기를 응원을 해주고 있다고 생각해서 더욱 더 긴장하게 한다는. 하지만 나는 그 설에는 그다지 찬성하지 않는다. 개랑 고양이는, 말의 내용보다도 말한 어조로 의미를 이해하는 것 같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때도, 제타와 시이타는 자기들의 이름을 부르는 화가 난 내 목소리에 얼마나 가시가 돋쳐있는지에 반응했던 거 라고 생각한다. 가르르르 하고 각각 그릉대면서도, 내 쪽을 흘낏 곁눈질로 살펴본 두 마리는, 혼이 났다는 걸 알고 있었다. 「싸움은 안돼」 나는 딱 잘라 말해두고, 소파에서 일어서서 두 마리 사이로 갈라 들어갔다. 「시이타, 너는 말이야, 어째서 그렇게 제타한테 싸움을 거는 거니」 말하면서 손을 뻗어서, 움찔 목을 움츠린 시이타의 머리를 톡톡 두들겼다. 「수컷끼리 세력다툼을 하는 본능이 들끓는 건지도 모르겠지만, 알파하고는 제대로 사이좋게 지내고 있잖아?」 시이타는 불만스러운 듯이 눈일 치켜떠 나를 흘겨서 올려다보고는 휙 하고 고개를 돌렸다. 「정말이지. 어쨌든 싸움은 안돼, 알겠지」 두 손바닥 사이에 얼굴을 끼워서 내 쪽을 보게 하고서는 눈과 눈을 맞추고 말을 해주고, 다음은 제타 차례다. 「제타, 너도 너야. 네 쪽이 형이니까, 싸움을 걸어왔다고 일일이 받아치면 어떻게 하니. 서로 노는 거라면 괜찮지만, 진짜 싸움을 해버리면 양쪽 다 다치잖아? 시이타가 싸움을 걸어와도, 상대하지 말 것. 알았지」 제타는 한동안 냐~앙하고 울고서, 내 손에 머리를 비비대왔다. 「응, 옳지 옳지」 하고 제타를 쓰다듬어줬더니, 팟하고 등을 맞았다. 시이타의 꼬리가 한 짓이다. 「이봐~아, 이 질투쟁이 같으니」 나는 뒤돌아서 시이타를 붙잡아서 어리광쟁이에 응석쟁이를 바닥에 내리눌러줬다. 「아야야야얏, 걷어차지 마. 물―지―맛」 그렇게 놀아주다, 시이타에게 말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 있던 것을 생각해냈다. 「네네, 아파요, 이제 그만」 꽉꽉 물린 손을 빼내고서, 아직 눈을 반짝반짝 거리고 있는 머리를 옳지~옳지 하며 쓰다듬어줬다. 「저기, 오늘아침부터 계속 찾았어. 어젯밤엔 쫓아내서 미안, 이라고 말하려고 말야, 산까지 찾으러 갔 었는데. 지금까지 어디 있던 거니」 시이타는 고륵고륵 목을 울리며 바닥에 주저앉아서는, 내 무릎에 머리를 부비댔다. 「응, 화해하자」 말하고서, 문득 떠오른 생각에 한숨이 끓어올라왔다. 「앞으로 나흘이구나, 내가 여기 있을 수 있는 건……」 그러니까 더욱 더, 시이타하고 화해하고 싶었다. 앞으로 나흘이면 내 아르바이트 기간은 끝나버리고, 시이타들하고는 이별이니까. 「왠지……이렇게 될 거라고 생각하기는 했지만, 굉장히 쓸쓸해……돌아가고 싶지 않아, 시이타……」 아~아, 입밖에 내버렸더니, 더욱 더 눈물이 나와 버릴 것 같았다. 「시이타, 어젯밤엔 밖에서 잔거야? 목욕시켜줄까?」 그건, 내 자신의 기분을 바꾸고 싶어서 한 말이었지만, 시이타도 찬성해서 그렇게 하기로 했다. 그건 그렇고 아까는……뭔가 얄딱구리한 꿈을 꿔버렸군. 웃, 좀 섰잖아? 어이어이, 그만둬 달라구우~. 우리 집 풍으로 얘기한다면 『고양이 씻기』의 작업은, 이번 아르바이트에서는 가장 큰 일다운 일이다. 장소는, 내가 이 집에 와서 맨 처음으로 들어가게 되었던 로마 목욕탕이라는 느낌이 드는 그곳인데, 실 은 고양이 전용 시설이었던 것 같다. 내 방을 포함해서 각 방에는 욕실이 있으니까, 아마 그럴 거다. 아무리 머리가 좋은 고양이들이라도, 혼자서는 샴푸를 하거나 드라이를 쓰지는 못하니까, 고양이를 돌 볼 사람이 나와 줘야지. 탈의실로 들어가서 우선은 욕실과의 문을 열어두고서, 내가 고양이를 씻길 준비로서 옷을 벗는 사 이, 시이타는 서둘러 욕실로 들어가서는 욕조로 뛰어들었다. 이집 고양이들은, 목욕을 좋아한달까 헤엄치는 걸 좋아한달까……목욕탕을 온수풀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닐까. 특히 시이타는, 아직 아기 고양이 같은 생각이 남아있기 때문이겠지만, 욕조에 띄워놓은 평소 좋아하는 공에 매달려서, 언제까지고 첨벙첨벙 해대고 있다. 나는 팬티 한 장 차림이 되어서 욕실로 들어가, 샴푸랑 브러시를 준비하고서 말을 걸었다. 「시이타, 이리와. 박박 문지르자」 홀딱 젖은 고양이라는 건 초라하기 짝이 없지만, 시이타 녀석들은 체격이 큰 탓인지 별로 그런 식으로 는 보이지 않는다. 검은 털이 푹 젖어서 착하니 달라붙은 몸은, 물개 같은 바다짐승을 만지는 듯 기분이 좋고, 미끈미끈하니 반들거린다. 「네~에, 샴푸 바를 거니까, 얌전히 있기」 고양이 전용 샴푸를 따뜻한 물에 푼 세정액을 목에서부터 아래로 온몸에 뿌려두고서, 돼지털로 만 든 브러시로 속살까지 닿도록 조심스레 씻겨주는 건, 꼬리까지 끝내는 데 20분밖에 안 걸리지만 굉장한 노동이다. 등 쪽이 끝나면, 데굴 뒤집어서 배 쪽. 이 집 고 양이들은 씻겨주는 걸 좋아해서 눈을 가늘게 뜨고 얌전히 씻겨주는 대로 있는다. 그리고서, 비누기가 남아 피부병 따위가 생기거나 하지 않도록, 열심히 샤워로 씻어내면 한 마리 완성. 「자, 끝. 한 번 더 헤엄칠래?」 시이타는 푸르르 하고 몸의 물기를 털어 내고나서, 또 첨벙 욕조로 뛰어 들어갔다. 한동안 더 놀 생각인 것 같다. 젖은 김에, 나도 목욕을 끝내버리기로 했다. 고양이 전용의 목욕탕인 것 같지만, 사람용의 비누랑 샴푸도 갖추어져 있어서, 목욕이 오래 걸리는 시이타하고 어울리는 김에 같이 목욕을 끝내버리는 건, 지금까지도 해왔던 일이었다. 집에서도, 다이스케를 씻기는 날에는 다 끝난 목욕탕에 함께 들어가니까, 빠진 털이 둥둥 떠 있어도 별로 신경 쓰이지 않고. 팬티를 벗고서(응, 이제 나았군), 한번 휙 몸을 씻고 난 뒤에, 「실례하겠습니다~」 라며 욕조의 턱을 넘었다. 평소였다면, 내가 들어가자마자 서둘러 공을 가지고 와서 캐치볼을 하려고 하는 시이타는, 이 날 은 공은 가지고 오지 않고 그냥 내게로 와서는 안기듯이 어깨에 턱을 올려왔다. 「응? 왜 그래?」 나는, 검고 젖어서 꼭 강치 비슷한 시이타의 등을 끌어당겨서, 다리 사이로 끌어안아줬다. 보통사이즈 의 고양이라면 무릎 위에다 올려놔줬겠지만, 나하고 비슷할 정도의 크기인 시이타는 그건 무리라구. 「혹시, 헤어질 날이 가까운 걸 아는 걸까? 그렇구나, 동물은 사람의 기분을 느끼지」 나는 시이타의 코에 츄 하고 키스해줬다. 시이타는 답례로 내 입가를 낼름낼름 핥아줬다. 「너하고 사이가 좋아져서 다행이야. 같이 얘기할 수 있었다면 훨씬 더 최고였겠지만, 너는 고양이인 걸. 허가를 받을 수 있게 되면, 또 놀러 올 테니까, 나 기억해 줄래?」 스스로도 센티해졌군, 이라고 생각하면서 나는 다시 한번 시이타의 검은 몸을 끌어안았다. (왜 그 래?) 라는 식으로 올려다봐온, 순진무구하고 사람을 잘 따르고 생각도 깊은 동그란 눈에, 미소지어줬다. 「좋아해, 시이타. 귀여워서 참을 수가 없어. 몰래 데리고 돌아가고 싶을 정도야」 물론, 그런 짓은 할 수 없지. 귀여워해주는 주인에게서 애완동물을 훔친다니 최저의 짓이고, 무엇보 다 이런 커다란 고양이를 사람 눈으로부터 감추고 키운다니, 서민 사이즈인 우리 집에서는 무리인 얘기다. 「앞으로 나흘인가아……열심히 즐겁게 보내자」 나는 그런 식으로, 센티멘털한 기분에 피리어드를 찍을 작정이었지만. 인생이라는 건, 한발 앞에 뭐가 기다리고 있는 건지 알 수 없는 원더랜드 라는 것이지, 암. 목욕을 마치고 시이타를 바스타올과 드라이어로 말려주고서 먼저 탈의실에서 내보내준 뒤, 나도 몸단장을 마 치고 선룸으로 돌아왔다. 알파와 제타와 시로우가, 각자 생각대로 라는 자세로 소파에 진을 치고 있었고, 시이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시이타는? 놀러 나갔어?」 독서중인 시로우에게 물어봤지만, 의미불명의 대답밖에 해주지 않았다. 알파랑 제타에게는 물어봤자 소용이 없고. 왠지 무시당한 듯한 기분. 목이 마른 기분이 들었다. 부엌으로 가서 주스라도 가져와야지. 「시로우, 부엌에 갈 건데, 뭐 필요한 거 있어?」 「맥주」 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어라? 미성년 아니었어?」 놀려줬더니, 책에서 얼굴을 들고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시로우는 이미 어른이야」 「그러고 보니, 아직 나이를 듣지 못했네」 시로우는 책으로 눈을 돌리면서, 「스물」 이라고 말했다. 「흐~응」 뭐, 괜찮은가. 「맥주지?」 그렇다면 나도 그걸로 해야지. 목욕 뒤의 한잔, 이라니. 아, 맛있겠다. 응? 하지만 맥주 같은 게 있으려나. 언제나 부엌에서 똑같은 의자에 부엌신님 잘 부탁합니다, 라는 식으로 정좌를 하고 신문을 읽고 있던 타케우치 노인에게, 「죄송합니다」 라고 말을 걸었다. 「맥주 있습니까? 시로우상의 주문인데요」 노인은 평소의 흘낏 하고 노려보는 듯한 눈빛으로 나를 보고, 냉장고를 향해서 턱을 끄덕였다. 「받아갑니다―」 라고 350미리 캔 맥주를 두개 꺼내서, 부엌을 나왔다. 시로우는 캔 맥주를 넘겨준 내게, 「따줘」 라고 잘난 듯이 말하고는, 마치 처음 마시는 것처럼 꽤나 조심스레 입을 댔다. 나는 그런 시로우를 곁눈질로 관찰하면서 오랜만에 차가운 맥주를 꿀꺽꿀꺽 마시는 쾌감을 즐기며, 푸하~ 하고 만족의 한숨을 내쉬었다. 「아―, 맛있었다. 역시 목욕하고 나서는 맥주가 제일이야」 하지만 조금 모자란데. 나는 그다지 술을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집에서는 적당히 맥주정도는 마셨고, 자신이 그렇게 세지 않은 것은 알 고 있으니까 과음해서 실수 한 적도 없다. 여기서는 아르바이트를 한다는 점에서 조심하느라 마시지 않았지만, 몇 번인가 젬한테 같이 마시지 않겠냐고 권 유를 받은 적도 있었고, 음주는 금지라는 소리도 듣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은 아주 조금 모자란 기분이라서……하나 정도는 더 마셔도 괜찮지 않을까나. 그래서 나는 부엌에 하나 더 가지러 가는 김에, 만일을 위해 시로우의 몫까지 가지고 선룸으로 돌아왔다. 소파의 반쯤은 알파와 제타가 점령하고 있어서, 시로우 옆의 빈자리에 앉았다. 「너도, 하나 더 필요할까 싶어서 가지고 왔어」 말하고서, 시로우의 몫은 테이블에 놔두고, 두 개째를 따서 입에 댔다. 아―, 뭔가 안주도 먹고 싶어라. 반쯤 마셨을 즈음에, 갈증은 가시고 기분은 가볍게 취한 좋은 느낌. 커다란 고양이들은 느긋이 쉬는 듯한 모습으로 잠을 자고 있고, 창밖은 어느새 자색의 노을에 감싸여있어서 방 안은 부드러운 정적에 잠겨있고……. 「뭘 읽고 있어?」 라고 옆에 있는 시로우의 손가를 들여다봤다. 「불 켜지 않으면 어둡지?」 시로우는 희미하게 신음하는 듯한 대답을 했을 뿐이었다. 완전히 책에 몰두하고 있는 것 같은데, 이 어둠 속 에서 활자가 보이는 걸까? 하지만 방의 불을 켜는 건, 왠지 모르게 싫었다. 이 기분 좋은 옅은 어둠을 파앗 하고 쫓아내버리는 건, 왠지 아까워. 소파 뒤에 있는 스탠드라이트를 켜기로 했다. 소파 등받이 너머로 손을 뻗어서, 스위치의 끈을 당겼다. 파칫 하는 소리와 함께 부드러운 색의 빛이 켜지며, 분위기 좋은 밝기로 주위를 비췄다. 나는 소파에 다시 기대서, 조금 술기운이 도는 느낌의 머리를 소파 등에 얹었다. 아아, 왠지……좋구나, 이 느낌……. 자고 있는 고양이들의 숨소리가 들려오는 듯한, 조용한 방. 온화한 공기. 느긋하니 만족스러운 시간……. 옆에서 책을 읽고 있는 건, 바로 오늘 아침 막 알게 되었을 뿐인 녀석인데, 이렇게 하고 있는데도 아무런 위화감이 들지 않는다. 그건 조금 신기한 기분이기는 했지만 전혀 나쁘지는 않았다. 자칭 20세인 주제에, 빨간 잠자리를 「빠간잠자리」라고 밖에 말하지 못했던 그의 발음연습에 어울려줬기 때문인 가? 그 유치원에서 사귀는 것 같은 몇 시간으로, 완전히 친밀한 관계가 되었나? 그럴지도 모른다. 그건 그렇고……이상한 녀석이구나, 이 시로우라는 녀석. 소파의 등에 머리를 기댄 채, 살짝 시로우를 바라봤다. 스탠드의 부드러운 밝기 속에서, 반쯤은 그림자가 되어 떠올라 있는 옆모습은, 이렇게 보고 있자니 진짜로 핸섬. 이목구 비가 수려하다는 건, 이런 생김새를 말하는 거겠지. 뚜렷하고 높고 곧은 콧날의 윤곽, 살짝 올라온 머리 좋을 것 같은 이마의 라인, 코 아래에서부터 살짝 부푼 입술의 선 을 따라 턱으로 이어지는 선도, 말끔하고 아름다운데다가 남자답다. 눈을 내리깔고 있는 탓에 가지런한 속눈썹이 잘 보이는 눈가는 똑바르고 의지가 강할 듯한 느 낌을 주고, 눈썹도 확실하고 숱도 적당한 좋은 모양을 하고 있다. 응……좋구나아, 이 옆모습……황금비율이 딱 맞잖아. 엄마의 피를 잇고 있는 증거로 어느 정도는 그림에 대한 관심이 있었던 나는, 중학교시절엔 회화부에 적을 두고 있었다. 하지만 결국, 인기 일러스트레이터 호시카와 미오 선생에게서 물려받은 것은 그림에 대한 흥미만이고, 재능까지는 나눠받 지 못했다는 것을 깨닫고서 지금은 낙서조차도 하지 않지만. 모두들 질색이라고 말했던 인물 데생을 나는 꽤나 좋아해서, 수업시간의 지루함을 노트 귀퉁이에 친구 얼굴 스케치 같은 걸 그리며 놀기도 했었다. 그림을 그리려면, 그리기 위해 관찰한다는 것이 필요한데 이건 지금도 버릇이 되어있다. 전차 안에서라 든지 하는 곳에서 심심할 때에, 그만 시선을 앞의 사람의 얼굴에 두고 지긋이 관찰해버리는 것이다. 그러니까, 혹시 내 머리 속에 스케치북이 있어서 관찰한 얼굴을 그려 넣는다고 한다면, 그 페이지의 수는 아 마 천장을 넘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스케치들 중에서도 지금 보고 있는 듯한, 이렇게까지 완벽하게 멋진 옆모습이라는 건……없 었다. 응, 없었어……아츠오상이랑 젬도 핸섬하지만, 나한테는 시로우의 얼굴이 제일 취향인 건지도 몰라. 그런 걸 생각하면서 바라보고 있는데, 그 옆얼굴이 문득 내 쪽을 돌아봤다. 나는 그 동작의 의미보다도, 이번엔 정면을 향하게 된 신의 조형품의 관찰 쪽에 마음을 빼앗겨있었다. 옆모습은 멋진데 정면에서 봤더니 꽝이더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얼굴은 어느 쪽이든 다 완벽하구나…… 라는 생각을 하면서. 그때의 나는 완전히, 그 외의 모든 것은 건성인 『관찰모드』에 들어가 있었다. 그러니까, 「왜 그래?」 라고 고개를 갸웃거렸어도 대답할 자세가 되어있질 않았고, 상대는 그런 내 멍한 모습에 독자적인 판단(멋 대로인 해석이라고도 한다)을 내렸던 것이다. 「시로우가 좋아졌어?」 라는 식으로 말이다. 하지만 나는, 아무래도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던 것 같다. 그랬던 것 같다는 건, 의식해서 그런 리액션을 한 기억이 없기 때문이지만, 시로우가 갑자기 그야 말로 「앗싸!」라는 표정이 된 상태로 봐서, 나는 그의 질문을 긍정했다고 오해하게 할만한 행동이나 뭔가를 했던 것 같다. 「기뻐」 라며 끌어 안겨서, 「헤?」 라고 눈을 껌뻑이는 동안에, 입술을 빼앗겼다. 「응웃?! 응~우~읍!」 고개를 저어서 입술의 자유를 되찾으려고 했다. 뿍 소리가 날 정도로 세게 뒷머리 채를 잡아당겨져, 그만 무심코 「아야」 하는 소리가 나왔다. 그 「 야」라는 말로 벌어진 입술 사이로부터 혀가 쑤시고 들어왔다. 「읏, 응응, 으~읏!」 머리카락을 붙잡은 손 때문에 거의 직각으로 위를 쳐다봐지고 있는 목은 꺾어질 것 같았고, 입을 막혀 서 숨을 쉴 수 없어서 괴롭다! 그런데도 시로우는 훗훗 하고 콧바람도 거칠게 내 입을 탐하느라 무아지경이라서, 내 궁상한 처지는 깨닫지도 못하고 있는 듯한 모습. (이대로는 죽을지도) 라는 공포감에 스윽 차가워진 배속에서부터 격한 노여움이 끓어올라와, 나는 평소 라면 할 수 없는 화재현장에서나 볼 수 있을 특수능력을 발휘했다. 상식적으로는 무리인 자세에서부터 따귀와 무릎차기를 해서 시로우를 패서 밀쳐내고, 자유를 되찾았던 것이다. 「무, 무무무슨짓이얏!!」 산소보급을 위해서라기보다, 격앙된 탓에 쌕쌕 허덕이면서 노성을 지른 내게, 시로우도 무지하게 진 지한 눈빛으로 나를 노려보면서 마주대고 큰소리를 질렀다. 「미츠오를 안을 거야!! 시로우 걸로 할 거야!!」 뭐라고오~옷?! 이건 문답무용의 전투다, 라고 본능이 깨달았다. 우선 내가 할 수 있는 건, 녀석에게서 달아나는 것. 하지만, 서로의 거리는 딱 1미터 정도. 오른쪽으로 움직이든 왼쪽으로 튀든, 한걸음이면 거리 가 좁혀져서 저 팔에 붙잡힌다. 붙잡히면, 아마 내 운명은 결정되어 버리는 거나 마찬가지겠지. 소파가 방해물이었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시로우가 나보다 키가 크고 나보다 근육질인 듯해서 운동 신경도 좋을 것 같아 보인다는 생각이, 내 발을 못박아두고 있었다. 내가 움직이면 시로우는 반응하고, 붙잡히면 당한다. 움직이면 시로우 쪽이 빠를 거고, 힘도 강할 것 이라는 위협감이, 나를 움직일 수 없게 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앗~, 나만 움직이지 않으면 시로우도 가만히 있을 거다, 라는 건 아니었다! 말은 그래도, 나라고 어떻게 해야 할지 갈팡질팡하기는 했지만 허리가 빠진 건 아니었으니까 슥 하고 거리가 좁혀진 순간에 팟 하고 반응은 했다. 순식간의 판단이 선택한 도주로는, 소파를 뛰어넘어서 달아난다는 것이었다. 내 몸은, 스스로도 생각지 못 한 날렵함으로 훌쩍 그걸 뛰어넘었고, 나는 한순간 (읏샤!) 라고 생각했지만, 시로우는 나보다 더 날렵했다. 훌쩍 소파를 뛰어넘어온 검은 모습의 그에게 도주로를 차단당해, 필사적으로 백스텝으로 방향전환의 여지 를 만들어 대쉬에 들어가려고 했던 눈앞에, 이미 녀석이. (달아날 수 없어) 와 (달아날 거야!) 가 동시에 머릿속에서 아우성치고, 「와아앗!」 이라는 외침에 되어서 입에서 튀어나왔다. 달아날 수 없지만 달아나고 싶다면, 이 녀석을 쓰러트리는 수밖에 없다. 우선을 킥을 날렸다. 팔보다 다리 쪽이 기니까. 하지만 쓰기에 익숙지 않은 무기는 목표를 벗어나서 스치 지도 못했던 데다가, 땅에 대고 있던 다리도 도움이 안 되게 흔들려버려서, 허둥지둥 팔을 휘둘러댔다. 물론, 주먹으로 펀치를 날린다는 의도였지만, 이게 또 휙 하고 허공을 쳤 고, (위험햇) 하고 생각했을 때는 이미 목덜미를 콱 하고 붙잡힌 뒤였다. 「놔앗! 놓으라니까!!」 아둥바둥 거리면서 아우성친 나에 대한 대답은, 「시로우가 놓으면, 미츠오는 도망가」 라는, 놀리는 투의 여유 만만한 발언이라서. 되받아치려고 했던 한순간, 천지의 감각이 (어랏?)하고 혼란하다 생각했더니, 털썩 하고 등부터 착지한 바닥에 내리눌려버렸다. 으윽, 전부 끝장인가?! 하지만 나는, 남자한테 안기는 것 따위는 싫어! 절대로 싫다구!! 「그만둬, 놔! 변태! 빌어먹을! 용서 못해~애!」 아우성치고 버둥대고, 내리 누르는 힘을 전력으로 튕겨내려고 나는 힘을 썼지만……이게 굉장히 체력을 소비하는 일이었던 것이다. 아마, 전력으로 한 저항은 2, 3분밖에 버티지 못했지 않나 싶다. 숨이 턱에 차버려서, 소리도 나올 겨를이 없어졌다. 팔도 다리도 피로물질로 점점 더 무거워져가서, 날뛰 고 싶어도 몸이 움직일 수 없어져 간다. 몸이 무겁다, 숨쉬기 괴로워, 저항할 수 없어. 분하지만, 어떻게 되질 않아. 히끅 하고 나는 울기 시작했다. 온힘을 다해 저항하는 게 무효하다면, 다음은 눈물로 공격하기다! 라고 생각했던 건 아니다. 마음과 체 력의 갭이 분해서 눈물이 나왔던 것이다. 그리고 시로우도, 내가 울었다고 해서 예정을 바꿀 마음은 들지 않았던 것이다. 「그렇게 무서워하지 마. 인간은, 아픈 건 맨 처음 만이라는 것 같으니까」 히끅히끅 울고 있는 내게, 꽉하니 눌러대고 있는 힘은 풀지 않은 채 그렇게 말을 건네고, 덧붙였다. 「그러니까, 우선 『맨 처음』을 끝내둘래. 그렇게 하면, 다음엔 얼마든지 즐길 수 있는 거니까」 그게 무슨 의미인지는, 30초 후에는 실전으로 깨닫게 되었다. 깔아 눕힌 나를 뒤집어 엎어놓고 다시 내리누른 시로우는, 마지막 저항을 시도한 나를, 목덜 미를 깨물어 움직임을 봉한다는 고양이 같은 방법으로 막고서, 허리를 들어올려 바지와 팬티를 벗겨내고, 그곳에 뭔가를 찔러 넣었다. 그건 정말, 아프니 뭐니 하는 레벨의 것이 아니었다. 눈앞에서 불꽃이 튀고, 콧속이 눋는 듯한 냄새가 나고, 구역질이 치밀어 올라서 숨이 멈추고 심장도 멈춰서, 전신이 차가워지고. 그리고서 푸왁 하고 열탕 같은 땀이 모공이라는 모공에서 전부 뿜어져 나왔다. 아츠오상하고 젬의 「바봇」「그만둬」라는 고함소리를 들은 듯한 기분도 들지만, 귀에 담아두고 있을 겨를은 없었다. 목이 찢어질 듯한 기세로 비명을 질러대고, 몸은 필사적으로 기어서 달아나려고 했지만 도로 끌어당겨 졌고, 그 때마다 격통에 꿰뚫려졌다. 나를 지옥에서 구해준 것은, 실신이라는 브레이커였다. 다만, 일단은 제 기능을 발휘해준 브레이커는, 눈치 없게도 곧장 복구되어버린 듯, 의식이 돌아왔을 때 아직 모든 것이 끝나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즈윽 하고 빼내어지는 감촉은, 분명하게 느껴졌다. 「이렇게 피가……」 라는, 미간을 찡그리고 말하는 듯한 시로우의 중얼거림도 들렸다. 그러고 나서, 흘러나온 피를 핥고 있는 듯한 혀의 감촉과, 희미하게 추웁추웁, 이라든지 꿀꺽 하는 소리. 눈을 뜨자, 보려고 하지도 않는데 보이고 있는 건, 밤의 어둠이 만들어낸 잘 보이지 않는 거울 같은 유 리창 속의 자신의 모습이었다. 무릎을 꺾어 앞으로 고꾸라진 모습으로 새하얀 엉덩이를 그냥 드러내고, 그곳에 엎드린 모습인 시로우가 뒤쪽에서 얼굴을 들이밀고, 엉덩이며 허벅지며 열심히 핥아 대는…… 완전히 양쪽 다 짐승 이윽고 시로우가 후우 하는 느낌으로 머리를 들고서, 우유를 다 먹은 고양이처럼 부르르 하고 몸을 떨었다. 그리고서 엎드린 채 두, 세 걸음 내게서 떨어져,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러고 난 뒤의 일은, 내 눈으로 본 게 아니었다면 절대로 믿지 않았을 것이다. 털썩 주저앉은 시로우는, 옷을 벗기 시작했다. 검은색 상하의를 벗고 검은 속옷도 벗고서 전라가 되자, 바 닥에 두 손을 대고 고양이가 기지개를 켜는 듯한 모습을 취했다. 그리고……그것이 일어났던 것이다. 어디가 어떻게 되어서 그렇게 된 건지는, 변화가 너무나 스피디했고 내가 보고 있었던 것은 창에 비친 선명하다고는 말할 수 없는 영상이었기 때문에 알 수 없다. 어쨌든, 보고 있는 동안에 시로우의 하얀 살이 까매져가는 것과 동시에, 방금 전까지는 분명히 인간이었던 모습도 다른 형태로 변화해가서…… 인간 맞먹는 체격의 검은 고양이가 되었어?! 눈앞에서 본 것이 믿어지지 않아서, 나는 창에 비치고 있는 허상의 근원인 실체가 있어야만 할 장소를 뒤돌아봤다. 목을 돌려, 눈으로 더듬어 찾아 발견한 것은, 「시이타……?!」 분명히 창에 비친 허상의 본체임에 틀림없는 커다란 고양이는, 아주 만족스러운 듯한 모습으로 착실하게 세수를 하고 있었지만, 내 경악에 찬 중얼거림을 듣고서 내 쪽을 바라봤다. 금색의 눈을 가늘게 뜨고, 히죽 하고 붉은 입을 벌리고서, 「이제, 괜찮아」 라고……말했다!! 「인간은, 아픈 건 맨 처음뿐이니까. 다음부터는 아프지 않을 거야」 그 직후, 나는 본격적으로 기절했던 것 같다. -- 계속 --> [고양이] 왕 같은 고양이 (6) 왕 같은 고양이 (6) Written by 아키즈키 코오 정신을 차렸을 때. 나는 내게 주어진 방의 침대에서 자고 있었고, 눈은 떴지만 졸려서 견딜 수가 없어서, 그러니까 또 다시 자려고 눈을 감았었지만, 「미츠오, 자지마」 라고 흔들어 깨워졌다. 「얘기가 있어. 깨어있어」 나는 억지로 눈을 뜨고, 내 얼굴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이 시로우인 것을 확인하고는 힉 하고 경직했다. 「힘들게 해서 미안했어」 라는 아츠오상의 목소리에, (도와줘) 라고 눈으로 매달렸다. 하지만, 눈길을 준 곳에 아츠오상의 모습은 없고 있는 것은 알파. 「아……에?」 내 머릿속은 정보가 범람해서 혼란상태라, 무엇을 어떻게 생각해야 좋을지 알 수가 없었다. 「저기, 고양이가 말하지 말아주세요」 우선 생각난 것을 말했다. 「고양이는 말 못한다고, 자기가 말했었잖습니까. 한 말에는 책임을 져주세요, 무책임하잖아요. 고양이가, 고양이가 말을 한다니」 「미츠오군?」 얼굴을 찡그린 느낌으로, 알파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일어서서 침대 끝에 앞발을 걸치고, 내 쪽을 들여다봐왔다. 나는 오싹해서는, 누워있는 채인 침대 속에서 뒤로 질질 물러났다. 「오, 오지맛」 요괴고양이, 라고는 무서워서 말할 수 없었다. 그 소리를 해버렸다가는, 분명히 지독한 꼴을 당하게 될게 틀림없으니까. 「엇차, 이 모습으로는 진찰은 할 수 없지」 아츠오상의 말투로 말하고서, 알파는 시로우를 뒤돌아봤다. 「내 방으로 가서 옷을 가지고 와줘. 간 김에 진찰가방도」 그러고서 내게 눈길을 돌리고는 노란색 눈의 한쪽을 감아보였다. 「인간이라는 건 이런 때는 불편해」 「고양이가 윙크 따윌 하는 게 아니야」 라고 나는 생각했다. 「상냥한 척 하는 것도 마찬가지야. 그렇게 나를 속이다니, 요괴고양이들. 아아, 목이 말라. 뭔가 마시고 싶어. 하지만 일어날 수가 없겠지, 아마. 일어나거나 해서 움직인다면, 분명히 무 지하게 아프겠지. 하지만 목이 말라…… 이 녀석한테 말해볼까? 아니야, 안돼. 이런 요괴고양이한테 뭘 부탁하고 싶지 않아. 애당초 고양이한테 마실 걸 가져 오게 하는 게 무리고」 투덜투덜 거린 나는, 아직 알파가 그곳에 있다는 걸 깨닫고서, 「쉿」 하고 생각했다. 「저쪽으로 가, 요괴고양이」 알파는 지긋이 나를 바라보고서, 말했다. 「확실히 우리들은 『요괴고양이』이지만, 이렇게 정면에 대고 그런 소리를 들은 건 오랜만이야」 「에?」 라고, 나는 생각했다. 「나, 무슨 말 했어?」 알파는 고양이인 주제에 후웃 하고 한숨을 쉬었다. 「역시인가. 아까부터 어째 이상하다 싶었더니만」 「이상하다니, 뭐가 말이야? 이 고양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그리 생각한 나를, 「미츠오군」 이라고 알파가 불렀다. 「아까부터 자네는, 아마 머리로 생각만 하고 있을 작정이겠지만, 사실은 여러 가지를 말하고 있어. 자기가 입을 움직이거나 소리를 내고 있다는 것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건가?」 「에?」 그리 말하고서, 들은 말에 대한 대답을 생각하려다가, 나는 혼란에 빠졌다. 「아, 아니, 저기……」 「오케이, 걱정 안 해도 돼, 대충 알았어」 알파는 인간이랑 똑같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그렇게 말했다. 「아, 알았다니, 뭐, 뭐가?」 「자네의 지금 상태 말이야」 「내, 내 상태……?」 「과도한 정신적 쇼크에 의한 이인증상태(離人症狀態)라서, 현실인식이 잘 되지 않고 있는 거야. 하지만, 이렇게 대화가 성립한다는 건, 장해는 표면적이고 일시적이라는 것이지」 「에? 에? 뭔가, 복잡해……」 「요약하자면, 지금의 자네는 머리 나사가 아주 약간 풀어져 있는데, 하룻밤 지나면 원래대로 돌아간다는 얘기지」 그때 문이 열리고, 시로우가 돌아왔다. 「우, 우와악」 나는 패닉을 일으키고는 이불 속으로 도망쳐 들어갔다. 「오, 오지맛, 나는 없엇. 나는 여기 없다구. 그러니까 오지마, 오지마. 어, 엄마아~앗」 「미츠오?」 거봐, 역시 발각당해 버렸어! 악몽 속에서 밖에 맛본 적 없는, 숨은 장소를 발각당해 버린 공포의 현실화는, 내게 (멈춰!) 라고 빌게 했다. 너무 무서워서 미쳐버릴 테니까, 심장아 멈춰라! 팟 하고 이불이 벗겨져나가고, 공포의 원흉이 내 눈 앞에 나타났다. 하지만 괜찮아. 이미 심장이 멈춰서 나는 죽었으니까. 죽었으니까, 무슨 짓을 당해도 무섭지 않아. 「……미츠오? 미츠오?!」 이거 봐, 어깨를 붙잡히든 흔들리든 괜찮아. 나는 죽어서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니까. 「알파, 미츠오가 이상해!」 「아아, 그런 것 같군」 알파가 아니야, 아츠오상이지.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을 때는 『나베시마 아츠오』라고 하는데, 설명을 아주 잘하는 얘기 상대에, 의사이지. 침대 옆에 선 아츠오상이, 몸을 숙여서 내 얼굴로 손을 뻗어왔다. 오른쪽 눈의 눈꺼풀을 감지 않도록 손가락으로 누르고, 펜라이트의 빛을 비춰왔다. 아아~눈이 부셔요. 「동공이 벌어져있지만 반응은 있어. 약의 작용 범위야」 난 죽었는데 말이야―라고 생각했지만. 그렇게 언제까지고 속여 봤자 뾰족한 수가 나오는 건 아니지. 그래서, 「나는 어떻게 되는 겁니까?」 라고 물어봤다. 「집에 돌아가게 해주는 겁니까? 아니면, 여기서 살해되어서는 뒷산에 묻혀버린다든지 하는 건가. 어쩌면, 당신들의 먹이인가요? 산채로 회를 뜬다든지 그냥 산채로 초고추장에 찍어먹는다든지 하는 건 하지 말아줬으면 고맙겠지만, 어차피 나한텐 선택권은 없는 거겠죠」 말하는 동안에 무서워지고, 슬퍼지기도 했다. 「어째서 나였던 거지. 나, 뭐 못된 짓이라도 해버렸었나? 굳이 말하라면 착하게 살아왔다고 생각하는데. 여기서 하는 일도, 성실하게 열심히 했잖아요? 하지만, 죽어서는 먹혀버린다니이. 아하하, 하하하, 인생이라는 건 너무나 불합리해……말은 들었지만, 정말로 그렇구나. 싫어……어째서 나야」 「죽일 작정도 먹을 생각도 없는데?」 아츠오상이 상냥한 목소리로 말해서, 나는 훌쩍훌쩍 울던 것을 일시 중지했다. 「그렇습니까? 그럼, 돌아가게 해주는 겁니까?! 비밀은 지킬게요, 절대로요」 하지만, 시이타인 시로우가 말했다. 「미츠오는 시로우 거야. 놓을 생각은 없어」 나는 실망해서는 아츠오상을 노려봤다. 「정말이짓. 어중간한 소리를 해가지고, 고작 잠깐 들뜨게 하는 짓은 그만 두세요」 아츠오상은 시로우에게 얼굴을 돌리고서, 말했다. 「앞으로의 일을 차례대로 미츠오군에게 설명할 테니까, 너는 잠시 조용히 있도록 해」 「알았어」 라고 시로우는 끄덕였다. 「마침 졸려. 낮잠 잘래」 그러고는 느릿하니 침대로 들어왔다고 생각했더니, 「힉?!」 하고 몸을 움츠린 내 옆으로 기어들어와 드러눕고는, 목을 고륵고록 거리면서 두세 번 내 어깨에 머리를 비비작비비작 부비댔다. 그러고 나서 쿠와―하고 하품을 하고서, 잠잘 자세로 몸을 진정시키고는 눈을 감았다. 그 동작의 순서는, 시이타가 나하고 함께 잘 때에 했던 것 그대로였지만 지금 내 옆에서 잠든 숨소리를 내기 시작한 건, 나보다 키가 크고 어깨폭도 넓고 검은 옷을 입은, 어디를 봐도 인간 남자. 하아 하고 나는 한숨을 쉬었다. 머리 속이, 소화불량으로 명치가 쓰리고 아픈 듯한 불쾌감이 들어서 괴롭다. 「우선은」 이라고 아츠오상이 얘기를 꺼냈다. 「그가 시이타라는 건,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하아」 라고 나는 대답했다. 「고양이면 시이타고, 인간이 되면 시로우……인 거지요」 「그대로야. 그리고 자네에 관해서 말해두자면, 앞으로 자네의 입장은 시로우의 『짝』이야」 짝, 이라니……. 「그럼 나는, 이 녀석하고 커, 커플이라고 하시는 겁니까?」 「그런 거지」 아츠오상은 그걸 (영광으로 생각해) 라는 모습으로 말해서, 나는 울컥했다. 「말도 안돼! 어째서 내가 고양이 따위하고, 그것도 수코양이 따위하고 짝을 짓지 않으면 안 되는 겁니까!」 「그 점은, 실은 일족으로서도 바라는 바가 아니었네만」 아츠오상은 딱딱한 얼굴로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아무리해도 여자는 받아들여주질 않았으니까, 어쩔 수 없지」 「어, 어쩔 수 없다니……!」 잠깐 기다려줘, 내가 말하고 싶은 건! 「우리들로서도 모든 수단을 다 썼어. 취향에 맞을만한 여자들을 모아서 맞선을 시켰지만, 시이타는 누가 하나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지. 덕분에, 작년 가을의 시즌은 허탕을 친 채로 끝나버리고, 이번 봄이 타임리미트가 되었어」 그리고 아츠오상은 엄숙한 얼굴로 덧붙였다. 「혹시 자네와의 만남이 없었다면, 시이타는 평생 변신할 수 없는 채였겠지. 그런 의미에서, 우리들은 선택의 여지가 없었어. 설령 호모섹슈얼이라 해도, 성인이 되지 못한 채인 것보다는 훨씬 낫다, 라는 결론에 일치했던 것이지. 그러니까 물론, 자네는 일족공인이야. 남자라고 해서 운신의 폭이 좁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는 소리야」 「고, 공인이라니……」 그―러―니―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그런 문제가 아니라! 「짜, 짝이니 공인이니, 내 의지는 어떻게 되는 겁니까!」 「어떻게, 라니?」 아츠오상은 그렇게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 그러니까 말이죠, 서, 선택할 권리라든지」 「자네의, 말인가?」 「그래욧」 「그건, 없어」 아츠오상은 시치미를 딱 뗀 얼굴로 단정 지었다. 「어, 없다니……그, 내 인권은……?」 「이후의 일에 관해서는 필요한 배려는 하겠다고 약속하지. 자네가 지금 생각하고 있는 이상으로, 혜택 받은 인생이 마련될 거라고 생각해도 좋아」 「그, 그럼」 「물론 『이혼』은 없어」 「아……」 「사별(死別)이외에, 짝의 해소는 있을 수 없어. 설령 시이타가 두 번째 세 번째의 『처』를 맞이한다고 해도, 자네의 지위는 부동이야. 혹시 그 처가 여성이라고 해도 말이지」 「그……그런……어째서……?」 아츠오상과의 대화는 나하고는 90도 어긋난 느낌으로 해결이 나질 않고, 하는 말은 전부다 너무나 부당해서 울고 싶어지는 심정으로 중얼거린 내게, 아츠오상이 달래는 투로 말했다. 「어쨌든 자네와 시이타는, 피의 교합도 포함한 정식 혼인을 성립시켰으니까. 설령 이후 시이타가 바이섹슈얼로 성장해서 여자와의 사이에 아이를 두게 된다고 해도, 자네의 말하자면 『정처(正妻)』로서의 지위가 흔들릴 일은 없어. 그 점은, 완벽하게 안심해도 좋아」 「……그럼, 즉 나는, 이제 무슨 일이 어떻게 되든 이 고양이 남자의……그……」 아아, 인간들 사이에서처럼 「짝」이라는 말을 쓸 수 있겠냐! 「사, 사, 상대로, 저, 정해져버렸다……고요?」 어떻게든 예스 이외의 대답을 끌어내고 싶어서, 당당하게 물어본 나에 대한 대답은, 「물론이지」 라는 무자비한 한마디였다. 이 녀석들, 인간이 아니야……라고 나는 생각했다. 고양이로 변신하는 것만이 아니라, 사고방식이랑 감정 같은 것도 인간하고는 전혀 다른 무리인 것이다. 이 녀석들에게는, 우리들 인간의 이론이랑 생각은 통하지 않는다. 말은 통해도, 의사소통이랑 이해는 불가능한, 전혀 다른 생물인 것이다. 콘택트는 할 수 있어도 커뮤니케이트는 불가능한, 다른 문화생명체와 나는 우연히 조우해버렸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냐고……! 그런 내 생각은, 절망적인 얼굴이라는 표정이 되어 나왔을 테지만, 정신과의사이기도 한 것 같은 인묘(人猫)는 눈치 챈 척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건 꼭 변명해두고 싶은데」 그렇게 서두를 늘어놓은 아츠오상이 말한 것은, 「그때의 시이타의 행동이 폭력적이었던 건, 결코 자네에 대한 애정이 부족하다든가 하는 이유에 의한 것은 아니었다, 라는 걸 알아줬으면 하네」 그리고 그는, 커다란 교실에서 강의중인 교수 같은 표정으로 그 이유라고 하는 걸 줄기차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자네도 알다시피, 일반적인 묘족(猫族)의 교미는, 수컷이 암컷을 굴복시키는 강간적인 모습으로 이루어지지. 즉, 암컷을 깔아뭉개서 교미할 수 있을 만큼의 힘을 가지지 않은 수컷은 자손을 남길 권리가 없다는, 자연계에서는 일반적인 우수한 유전자만이 인계되기 위한 시스템이라는 것인데, 우리들도 기본적으로는 이것에 따르고 있어」 「……그래서 나는 강간당했다, 라는 겁니까?」 제멋대로의 논리에 대한 노여움이 치밀어 오르는 것을 느끼면서 반문했다. 「변명하고 싶은 건, 그 점이야」 아츠오상은 차분함을 두르고 대답했다. 「우리들 인묘족은, 먼 옛날에 그러한 본능적인 생식행위에서는 탈피하고, 인간들과 마찬가지로 성행위를 즐길 수 있게 되었지. 그러니까 자네와 시이타의 초야도, 쾌감과 기쁨으로 가득 찬 로맨틱한 퍼스트 섹스가 되어야만 했지」 「남자끼리 말이지요」 라고 나는 끼어들었다. 「아니, 그쪽 말투로 하자면 『수컷끼리』일까요. 어쨌든 말이야 그렇지, 로맨틱이라고는 개똥만큼도 없는 변태 행위얏」 「하지만, 차질이 생겼어」 아츠오상은 내 반박 따위는 신경도 쓰지 않는다는 얼굴로 말을 이었다. 「시이타는 어째선지, 발정하고 나서 교미 가능한 형태로 변신을 할 때까지 1주일도 걸리지 않았어. 즉, 타임아웃이 아슬아슬할 때에서야 겨우 시간에 맞췄다는 것이지. 덕분에, 옆에서 시중을 들어줘야할 우리들로서는 충분한 렉쳐를 시행할 여유가 없었고, 시이타는 제대로 된 예비지식 없이 자네와의 첫교미를 감행해서, 이러한 사태가 되었다는 것이지」 「교, 교미라는 말 하지 맛! 나는 인간이란 말얏!」 마지막은 비명을 지르는 소리가 되어버린 항의에는, 반응이 있었다. 「쉿, 시이타가 깨」 라는. 「자네는 약으로 자고 있었으니까 시간 감각이 없는 게 당연하지만, 시이타는 만 사흘 동안 자네한테 달라붙어서 눈 뜨기를 기다렸어」 「사……사흘?」 「아아. 틀림없는 순애지?」 「나는……사흘이나 잤다구?」 「항문에서 직장에 걸쳐서, 상당히 깊은 열상을 입었었거든. 봉합한 뒤의 회복이 빠르도록 재워두고 있었지만, 시이타에게는 가여운 짓을 했어. 아무리 말을 해도, 자네를 걱정해서 머리맡을 떠나지 않아서 말이야」 흥 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그거야말로 실로 자업자득이라는 거잖아. 「그럼, 아르바이트 계약기간은 끝이라는 거군요」 말한 내게, 아츠오상은, 「아?」 라는 눈길을 보내왔다. 얘기를 시작하고 나서 처음으로, 제대로. 「그러니까, 처음에 약속했던 계약 기간은 이미 끝난 거 아닌가 라고 생각하는데요? 오늘은, 31일이죠?」 분명히 그럴 터이다, 내 계산으로는. 그리고 아츠오상은 끄덕였다. 그렇다, 라고. 나는 일어날 수 있는지 어떤지, 살짝 몸에 힘을 넣어서 시험해봤다. 어떻게든 될 것 같다. 지끈~하고 격통이 올 걸 각오하면서, 주의 깊게 몸을 일으켜봤다. 두려울 정도의 아픔은 오지 않아서, 이거라면 충분히 움직일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렇다면, 남은 건 행동뿐이다. 나는 아츠오상의 눈에 눈을 맞추고서 말했다. 「그럼 저는 이만 실례할 테니까, 아르바이트비 정산 부탁합니다」 「그건……여기를 나간다, 라는?」 「그렇습니다만?」 나는 있는 대로 말끝을 올려서 말해줬다. 아르바이트가 끝났으니까, 집으로 돌아간다. 그런 당연한 것을, 어째서 이렇게 의외라는 듯이 되물어지지 않으면 안 되는 겁니까? 라는 비꼼의 뉘앙스를 담아서. 그리고서 나는, 쓸데없는 말장난은 그만두기로 했다. 「여기 주소랑 전화번호는, 어머니한테 말하고 왔습니다. 마감 전에 그만두는 거야 상관없지만, 외아들이 아르바이트하는 곳에서 돌아오지 않는다는 걸 깨달으면, 어머니는 나름대로의 조치를 취해오시겠지요. 경찰이든 매스컴이든 들이닥치게 하고 싶지 않다면, 아르바이트비를 지불하시고 돌아가게 해주세요. 아니면, 입막음으로 나를 죽여서 뒷산에 묻을 겁니까? 하고 싶다면 해도 좋아요. 지금부터 평생, 이 고양이 남자의 짝 따위가 되어서 살아가기보다는, 죽는 쪽이 나으니까요. 죽이고 싶으면 죽여요! 말해두지만, 죽든지 아르바이트비를 받고 돌아가든지 하는 이외의 경우는, 나는 여기를 나가자마자 곧장 경찰에……아니, 방송국으로 달려갈 거예요. 그래서 당신들을 다 까발릴 거야. 맹세코 진심이야」 아츠오상은 두통이 나는 듯이 이마에 손을 댔다. 「자네는, 시이타가 겨우 만날 수 있었던 소중한 짝이야. 죽일 수 있을 턱이 없지」 그러시겠죠. 그러니까 그 녀석을 방패로 이렇게 교섭하고 있는 거야. 「그렇다면……」 노려다본 내게, 아츠오상은 한숨을 쉬고서 끄덕였다. 「알았어. 아르바이트비를 지불하고, 집에도 돌려보내주지」 「지금 당장?」 「……아아. 지금 당장」 내가 침대에서 빠져나왔어도, 시로우는 꿈쩍도 하지 않고 숙면을 취하고 있었다. 사흘간, 내게 달라붙어 있었다는 건 진짜인 것 같다. 그리 생각하자 동정심 같은 감정이 솟아올라온 것을, 나는 눌러 죽였다. 이 녀석은 나를 강간한 범죄자야. 붙들려 매여주다니 당치도 않아, 미워하고 증오하고 인연을 끊는 게 당연한 녀석이란 말이야. 옷을 입고 짐을 정리해서 방을 나올 때까지 시로우는 눈을 뜨지 않았고, 나는 안심하면서 2주일 동안 살았던 임시 거처의 방문을 닫았다. 「여기 열쇠, 없습니까?」 「있기는 있는데……」 「눈을 뜬 뒤에 쫓아오거나 한다면, 트러블이 생길 거라고 생각안하십니까?」 「……확실히」 현관근처에서, 허둥지둥 대고 있던 젬하고 만났다. 「안녕, 제타」 라고 말을 걸었다. 젬은 어깨를 으쓱이고는, 말없이 복도 안쪽으로 사라져 갔다. 고양이는 무슨 일이 있을 때 밥을 먹고서 마음을 진정시키니까, 식당으로 간 건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고, 나는 혼자 웃었다. 「그럼, 여기 오늘까지의 급료」 「아아, 감사」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두터운 느낌의 봉투를, 내용물은 보지 않고 가방에 밀어 넣었다. 혹시 위자료 몫이라든지 하는 돈 같은 게 들어있다면, 또 화르륵 해버릴 것 같았으니까. 「안녕히」 나는 현관을 나와서 그 문을 닫고, 정문을 나와서 또 그 문을 닫았다. 집 안에서 조작할 수 있는 락시스템이 달려있는 듯, 카챵 하고 자물쇠가 걸리는 소리가 났다. 나는 2주일동안의 과거에 등을 돌리고, 저택의 철책을 따라서 뻗어있는 역으로 가는 길을 걷기 시작했다. 10미터정도 걸었을 때였다. 「미츠오!」 라는 외침에 움찔해서 뒤돌아봤다. 시로우가 맨발로 현관을 뛰어나오는 것이 보였다. 나는 발걸음을 빨리했다. 흘낏 뒤돌아보자, 시로우는 똑바로 문으로 달려가 정문에 손을 댔다. 철컹철컹 하고 격하게 문을 흔들어대는 소리. 하지만, 원격조작으로밖에 열리지 않는 자물쇠인 건지 아니면 인간이 된지 얼마 안 된 고양이 남자로서는 풀 수 없을 뿐인 건지, 문은 나와 시로우와의 가름막 역할을 충분히 해냈다. 「미츠오!」 정문의 철책 사이로 얼굴을 들이밀 듯이 하고 소리쳐온 시로우가 문에서 떨어져서 내 쪽을 향해 달려오는 것을 보고, 나는 잰 걸음에 더욱 더 박차를 가했다. 길은 앞으로 5미터 정도면, 철책에 둘러싸인 저택에서 직각으로 꺾어져 멀어지게 되는 모퉁이다. 할 수 있다면 내달려 가버리고 싶었지만, 잰걸음으로도 아직 낫지 않은 상처에 꽤나 영향을 줘서, 이 이상의 스피드 업은 무리였다. 「미츠오!」 바로 옆에서 말을 걸어와서 움찔 목을 움츠렸던 것과 동시에, 난 옆으로 달아났다. 달아나면서 곁눈질로 나와 시로우의 사이에는 4미터 높이의 철책이 있다는 것을 확인하자, 오그라들었던 심장이 고동을 재개했다. 두근, 두근, 두근, 두근……. 「미츠오, 어디 가? 미츠오?!」 나는 살짝 철책의 높이를 살펴봤다. 혹시 이걸 넘어버린다면 모든 건 끝장이다. 시로우는 철책 건너편 쪽에서 나를 따라 걸으면서 끊임없이 말을 걸어왔다. 「미츠오, 어디 가는 거야? 대답해, 어째서 시로우한테 대답하지 않는데?! 곧장 돌아오는 거야? 돌아오는 거지? 미츠오가 일어나는 걸 기다리는 동안에, 시로우는 책 많이 읽었어. 젬처럼 미츠오가 재미있어할 이야기를 해줄 수 있게, 많이많이 읽었어. 미츠오는 여행 얘기 좋아해, 시로우는 알아. 그러니까 여행 책은 전부 읽었어. 미츠오는 어디 얘기가 듣고 싶어? 로마? 런던? 파리? 뉴욕? 어느 도시에 어떤 장소가 있고, 어떤 유래랑 역사가 있는지. 시로우는 전부 외웠어. 지도도 사진도 외웠어. 미츠오가 물어보면 시로우는 말할게. 젬보다 많이 재미있게 해줄 테니까」 겨우, 길모퉁이 근처까지 왔다. 나는 시로우에게서 눈을 돌린 채, 말했다. 「안녕, 시이타」 모퉁이를 돌기 위해서 시로우에게 등을 돌리면서, 내뱉었다. 「이제 두 번 다시 안 만나, 이 빌어먹을 고양이」 뒤돌아볼 마음도 없이 뚜벅뚜벅 발을 옮기는 내 뒤에서, 시로우가 고함을 질렀다. 「미츠오?! 무슨 의미야, 미츠오! 어디 가, 돌아와!!」 그리고 철책에 몸을 부딪치기라도 한 듯 철컹 하는 소리. 「미츠오! 미츠오! 미츠오~!!」 나는 (혹시, 저 녀석이 철책을 넘어서 쫓아온다면) 하고 빌빌대면서, 살짝 등 뒤를 돌아봤다. 시로우는 철책을 기어오르고 있었지만, 넘으려면 빈틈없이 감겨진 가시철선을 클리어 하지 않으면 안 된다. 무모하게도 맨손과 맨발로 그걸 시도하려고 한 시로우는 심한 타격을 먹은 듯했다. 「미, 미츠오~!!」 듣는 사람에 따라서는 애처로움을 재촉할 절규를 들으며, 나는 두 번째의 모퉁이를 꺾어서 길 앞에 보인 역사의 모습에 안도하면서 발걸음을 늦췄다. 시로우는 쫓아올 수 없어. 더는 소리도 들려오지 않아. 나는 달아난 거야. 깨닫고 보니, 마라톤이라도 한 것처럼 무릎이 부들부들 떨렸다. 심장도, 귀속에서 피가 도는 두근두근하는 고동이 들릴 정도로 맥박치고 있다. 「굉장히 긴장……했었구나」 길가에 주저앉아서 잠시 쉬고 싶은 기분이었지만, 전차에 타고나서 천천히 쉬면된다며 자신을 타이르고 역사로 향했다. 표를 사서 개찰구를 통과하고, 상행전차를 타려면 계단을 올라가서 저쪽 홈으로 건너가지 않으면 안 된다는 걸 알고서, 한숨을 쉬었다. 상행 홈에서 시각표를 보고 있는데, 이 시간은 20분에 한대밖에 오지 않는 전차가 도착한다는 아나운스가 나와서, 나는 오래 기다리지 않고 차를 타게 된 행운에 감사했다. 이윽고 홈으로 들어온 전차는 덜컹덜컹 미끄러져오고, 나는 올라탄 문 바로 옆의 빈자리에 앉았다. 통로 너머의 창 건너편에, 아까 지나온 개찰구가 보인다. 두 손에 큰 짐을 든 아주머니가 다가와서, 한가하게 서있는 역무원에게 꾸물꾸물 표를 내밀었다. 아주머니는 하행전차의 손님인건지 서두르지 않는 발걸음으로 개찰구에서 오른쪽으로 걸어갔다. 개찰구 건너편의 너무나도 시골적인 역전 모습은, 어디에든 있을 법한 풍경 속을 지나가는 차도 사람의 모습도 드문드문해서, 그저 봄날의 햇빛만이 밝아서……. 문득, 그것은 나쁜 꿈이었던 걸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 길을 걸어간 곳에는 커다란 저택이 있고, 그곳에는 인간으로 변신하는 세 마리의 커다란 고양이와, 그들을 모시는 사람들이 살고 있고……라는 건, 이 화창한 봄 햇살이 보여준, 고약한 백일몽이었던 건……. 발차를 예고하는 방송에 핫 하고 눈이 뜨이는 기분을 맛보고, 아무생각 없이 몸을 비튼 순간 그곳에서 등줄기로 지끈 하고 달린 아픔에 얼굴을 찡그렸다. 《문이 닫힙니다, 조심해 주십시오》 아아……꿈일 턱이 있겠냐! 라던, 그 때. 개찰구로 뛰어 들어온 검은 모습. 시로우라는 걸 알아챈 순간에, 오싹하고 전신의 털이 곤두섰다. 그 철책을 넘어서 쫓아왔어?! 《문이 닫힙니다, 조심해 주십시오》 「얼른 닫혀, 빨리」 모습을 들키지 않도록 고개를 움츠리면서, 그만 소리를 내어 중얼거린 순간. 역무원의 제지를 뿌리치고 달려 들어온 하행 홈에서 두리번두리번 나를 찾고 있던 시로우가, 나를 발견했다. 눈이 마주쳤다. 가앙 하는 소리가 나며 내 옆에서 문이 닫힐 때까지의 시간은 아마 몇 초 되지 않았을 테지만, (빨리 해줘!) 라고 필사적으로 기도하고 있던 내게는 너무나도 길게 여겨졌다. 문이 닫힌 전차가, 덜컹 하고 발차할 때까지의 몇 초간도 마찬가지. 내 눈은 공포로 얼어붙은 채, 피하려 하지도 못하고 시로우를 계속 바라보며 몇 개인가의 사실을 살펴보고 있었다. 머리카락을 헝클어트리고 어깨로 숨을 몰아쉬면서 주위를 둘러보고 있던 시로우가, 나를 발견한 순간 마치 어린아이처럼 얼굴을 웃음으로 뭉개 트린 것…… 전차가 움직이기 시작해, 내가 가버린다고 깨달은 순간 진심으로 경악한 듯한 표정. 그리고 공포와 절망을 서로 섞어서 띄운 눈빛으로 내게 매달린 채, 전차를 쫓아서 달리기 시작한 그의, 내 쪽을 향해서 내뻗어온 손은……맨발의 발까지도, 피투성이였던 것. 바보 고양이는, 탈주를 방지하기 위해서 철책에 감겨있는, 닿은 것은 용서 없이 찢어발기는 가시철선을 맨손으로 붙잡고 맨발로 밟고 넘어서, 나를 쫓아온 것이다. 맞은편 홈에서 쫓아오는 시로우의 모습은 전차가 스피드를 낸 덕에 2, 3초 만에 내 시야에서 벗어났고, 나는 시로우의 모습이 사라진 정면 창에 계속 눈길을 둠으로써, 그를 내버려뒀다. 시로우가 손발을 피투성이로 만들면서까지 나를 쫓아온 이유는, 내가 저 녀석의 『짝』이기 때문이고……저 녀석에게 있어서의 나는, 발정한 상대인 『암컷』이기 때문이다. 좀 더 확실하게 말하자면……내가 저 녀석의 맨 첫 번째 여자이기 때문이야! 이런 굴욕, 용서할 수 있겠냐!! 왔을 때보다 차가 제때제때 잘 와서 2시간 만에 도착한 집에서는, 2주일 만에 재회한 다이스케가 날 보고 이상한 표정을 지어줬다. 「다녀왔어, 나야. 설마 잊어버렸어?」 다이스케는, (그런 건 아니지만요) 라는 표정을 지으면서도 내 냄새를 잔뜩 맡아대는 걸 보고, 나는 이유를 깨달았다. 「그런가, 그 녀석들의 냄새가 나지? 엄마들한테는 비밀이지만, 아르바이트 한 페트가 너하고 타이틀 매치를 할 수 있을 정도로 커다란 고양이라서 말이야」 그래……그냥 고양이인 채였다면, 귀여웠는데. 특히 시이타는 나를 잘 따라서……. 생각했다가, (아니야) 라고 부정했다. 시이타가 나를 따랐던 것은, 마음에 든 암컷에게 대하는 태도로써 그리했던 것이다. 그걸 나는, 다이스케와의 사이처럼 우정이랑 같은 것이라고 믿고서……. 문득, 자칫했으면 고양이한테 범해졌을지도 모르는 거 아냐?! 라고 생각하고서 상상해 버린 장면에 대한 혐오감에 얼굴이 찡그려졌다. 「어머, 돌아왔니?」 라는 엄마의 목소리에, 허둥지둥 표정을 고쳤다. 「다녀왔어. 지금 막 돌아왔어」 「고생했어. 일은 제대로 하고 온 거야?」 「응. 녹초가 됐으니까 잘래」 「저녁밥은 먹을 거지?」 「일어나게 되면」 방방 들떠서 따라오는 다이스케를 데리고 내 방으로 들어가, 나는 이번에야말로 정말로 마음 깊숙이에서부터 안도하는 심정으로 침대로 굴렀다. 「아―정말―……지독한 아르바이트에 걸려버렸다……」 중얼거리고, 그걸로 모든 건 결말이 난 걸로 하고서, 눈을 감았다. 눈꺼풀 안쪽에서 한동안, 마지막으로 봤던 시로우의 비창한 표정이 아른거렸지만, 억지로 내쫓고 잤다. 그 녀석은 이미, 그 천진하고 귀여웠던 시이타가 아니라 변신한 그렘린이라고 해도 될 극악무도한 괴물인 거니까. 속아서는 안돼. -- 계속 --> [고양이] 왕 같은 고양이 (7) 왕 같은 고양이 (7) Written by 아키즈키 코오 그곳의 아픔은 다음날에는 거의 OK상태가 되었지만, 나는 그 날과 그 다음날까지, 침대에서 뒹굴뒹굴 거리며 보냈다. 엄마도 요시야마상도, 그런 내 질질 늘어진 모습을 익숙하지 않은 입주 아르바이트로 피곤이 쌓여서 그런 거겠지 라는 식으로 해석해주어서, 불평을 듣는 일도 없이 나는 방에 들어박혀서 보냈다. 하지만 내 내심을 말하라면, 좋아서 질질 늘어져 있는 게 아니라 무서워서 밖으로 나갈 수가 없었던 것이다. 다이스케가 나와 산책을 나가고 싶어 하는 건 알지만, 집에서 밖으로 나갈 용기가 없었다. 혹시라도 시로우가 뒤쫓아와있는 거라면……그렇게 생각하자, 집에서 나갈 마음이 들지 않았다. 나는 그 집에, 이력서를 놓고 와버렸다. 그걸 보면, 내 주소도 전화번호도, 대학의 학부명까지 써있다. 시로우는 고양이인 주제에 한자가 산더미만큼 들어간 어려운 책도 술술 읽을 수 있는 녀석. 이력서를 읽고서 내 주소를 알아내는 것 따위, 분명히 간단할 거다. 그러니까 나는, 거의 100퍼센트 이 집은 이미 발각되었겠지 라고 각오하고서, 그 다음 수단을 생각하느라 필사적이었다. 우선, 혼자가 되지 말 것. 그러니까 집에서 밖으로 나가지 않는다. 집에 있는 한은 엄마도 요시야마상도 같이 있고, 만에 하나 두 사람 다 외출해버려도 자물쇠를 걸고서 틀어박혀있으면, 일단은 안전을 확보할 수 있다. 하지만, 언제까지고 집에 틀어박혀있을 수도 없는 일이겠지. 다음주에는 대학도 개강이다. 그 점은, 어떻게 해야 하나. 이틀 동안 침대에 잠겨서 생각에 생각을 거듭해 내린 결론은, 대학에는 휴학계를 내고서 한동안 어딘가에 몸을 숨긴다는 아이디어였다. 주소가 알려진 이상, 이 집에 있는 것도 반드시 안전하다고는 말할 수 없다. 아무리 문을 걸어 잠가도, 강행돌파당하면 거기까지다. 그렇게 되면, 어딘가 다른 장소로……예를 들면 홋카이도라든지 큐슈 같은 데에 아파트라도 빌려 잠복해서, 세상의 관심이 식을 때를 기다리는 게 좋지 않을까. 그리고 반년정도라면 어떻게든 할 수 있을만한 돈은 있다. 아르바이트 대금으로서 받아온 봉투의 안의 돈은 역시 꽤나 액수가 불어 있었는데, 원래대로라면 20만엔 정도일 것이 턱하니 백만엔 다발이 들어있었던 것이다. 물론 처음엔, 정규 아르바이트 대금 이외는 되돌려줄 작정으로 현금봉투에 받을 사람도 썼었다. 명백하게 위자료인 그 돈을 받아버린다면, 그 일은 용서한다는 식이 되어버리잖아. 남자로서의 프라이드를, 돈으로 팔아넘긴 꼴이 되어버리는 거잖아? 그런 거 말도 안 된다구. 하지만, 사실은 아직 시로우에게서 달아나지 못한 것이라는 걸 깨닫고, 어떻게 해야 좋을까 생각하느라, 먼저 사태를 해결해야할 필요성이 커다랗게 덮쳐왔다. 어디로 일시 피난하려고해도, 우선은 돈이 없으면 어떻게 할 수가 없으니까. 그래서 나는, 그 녀석에게서 달아나기 위해서 소위 말하는 위자료로 역습을 한다는 형태로 사용하는 거니까, 라는 구실로 자신을 납득시키고 돈은 받아두기로 했던 것이다. ……그건 그렇다 치고, 내 쪽은 아무것도 잘못한 게 없는데 달아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도 부당한 얘기로군. 실은 나는, 계속 주저하고 있다. 뭐를 말인가 하면, 엄마와 요시야마상한테 시이타들의 정체를 얘기할지 말지이다. 그 때, 나는 아츠오상한테 비밀은 지키겠다고 약속했었지만, 분명히 말해서 내게는 그들에게 가담하거나 아군이 될 의리는 없다고 생각한다. 나는 그들의 일족인 것도 아니고, 일방적으로 지독한 꼴을 당하게 되었다는 관계이니, 원한이야 있어도 은혜 따위는 없는 것이다. 비밀의 정체가 밝혀져서 곤란한 건 그들이지, 내가 아니다. 하지만 아직 엄마에게도 말하지 않은 것은, 약속은 약속이라는 생각이 있기 때문인 거지만……혹시라도 시로우가 여기로 왔을 때를 생각해서, 한발 앞서서 녀석이 어떤 녀석인지를 설명해두지 않으면 엄마하고 요시야마상은 반드시 그녀석의 외모에 속아 넘어가겠지. 그걸 피하기 위해서는, 엄마와 요시야마상에게만은 그 녀석들의 정체를 말해둘 필요가 있다. 하지만 그렇게 했을 경우, 약속을 깨게 되는 걸 제외하고서도, 두 가지 문제점을 생각해볼 수 있었다. 한가지는, 정체를 얘기하는 것만으로 일이 끝날지 어떨지 라는 것. 내가 시로우에게서 달아나온 진상까지 얘기하지 않으면 안 되게 된다면……또는, 그 일을 눈치 채이게 되거나 할 정도라면, 차라리 죽는 쪽이 낫다. 그리고 또 다른 한 가지는, 보복을 받을 가능성. 요괴고양이라고는 해도, 요괴라든지 하는 식으로 괴담 속에 나오는 존재하고는 전혀 다른 느낌이니까, 밤중에 스르륵 나타나서는 「말했지~」라면서 목을 뜯어먹고 간다든지 하는 보복을 당할 거라고는 생각하기 힘들지만, 반대로 훨씬 무서운 복수의 수단을 취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어쨌든, 그 정도의 재력을 백에 두고서 의사니 모델이니 하는 게 되어서 활약하고 있는 것 같고, 「일족」이라고 말했으니까 그 외에도 동료가 있는 것 같으니까. 그런 무리의 최고 궁극 비밀을 퍼트린다는 건, 마피아라든지 검은 조직을 상대로 싸움을 거는 것과 마찬가지인 거라고 생각해야만 하는 게 아닐까. 그야, 나는 하드보일드 소설의 히어로도 뭐도 아니고 그저 서민 대학생……엄마도 일러스트레이터라는 직업 이외에는 보통 서민이고, 아무런 힘도 가진 게 없다. 결론적으로, 혹시 비밀을 떠벌려서 그들을 화나게 했을 경우, 내게는 아무런 자위방어의 수단도 없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또, 떠벌린다고 해도……설령 방송국으로 뛰어들어서 내내 떠들어봤댔자, 그대로 믿어주기는 할까? 매스컴에 연줄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들이 요괴고양이라는 증거사진 한 장도 가지고 있지 않은 나를, 아마 상대도 해주지 않겠지. 즉 말하자면 나는 사방팔방이 막힌 것에 가까운 상황 속에 있고, 엄마들에게 쓸데없는 일을 알리지 않으면서 최저한의 폐만 끼치는 걸로 사태를 마무리 짓고 내 몸을 지키는 데에는, 이대로 아무것도 밝히지 않고 『걱정은 필요 없으니까 찾지 말아주세요』라는 편지라도 놔두고서 집을 나가서 한동안 행방불명이 된다, 라는 방법 정도밖에 생각나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나는, 언제 시로우가 찾아올까 제정신이 아닌 집에서 오늘밤이라도 나가버리자고 생각하고, 준비를 시작했다. 신칸센이라도 타고서 될 수 있는 한 멀리까지 가서……우선은 호텔을 잡는 수밖에 없겠지. 갈아입을 옷은 1주일분만 있으면 빨면서 어떻게든 될 거야. 나머지는, 돈. 엇차, 신분증명서는 필요할지도 모르지, 숙소를 잡거나 할 때 말이지. 「다음은……뭐가 필요하지」 조금은 더 여유가 있는 여행가방에 넣을 짐을 생각하고 있었더니, 문 밖에서 다이스케가 크~응 하고 우는 것이 들렸다. 나는, 돌아온 이래 잠그는 습관이 든 문을 열고서 금색의 털옷을 입은 친구를 안으로 들어오게 했다. 「야아, 다이스케. 너를 함께 데려갈 수 있다면 참 좋겠는데」 말하면서 머리를 쓰다듬어준 나를, 다이스케는 새카맣고 따뜻한 눈으로 올려다보고는 (왜 그래요?) 라는 식으로 크~응 하고 코를 울렸다. 「응, 조금 말이지, 일이 묘하게 되어서. 한동안 여행을 하게 됐어. 언제 돌아올 수 있을 지는, 지금은 모르겠지만 말이야」 얘기하고 있는 동안에 쓸쓸한 듯한, 한편으로는 한심한 듯한 기분이 들어왔다. 대체, 어째서 내가 이런 꼴을 당하지 않으면 안 되는 거지?! 범죄자도 아닌데, 남몰래 도주여행을 가지 않으면 안 될 정도라니, 어째서 이런 부조리가 일어난 거야! 나는 바닥에 주저앉아, 다이스케의 푹신푹신한 목덜미에 팔을 둘렀다. 꾸욱 하고 끌어안았다. 「다이스케~에, 이런 재난, 심하다고 생각하지? ……그렇구나, 너는 개니까, 함께 가서 나를 지켜주지 않을래? 저쪽은, 크다고는 해도 일단은 고양이니까, 네가 있어주면 가까이 다가오지는 못할 거야」 다이스케가 끄응 하고 대답해줬을 때였다. 노크 소리가 나고 요시야마상의 목소리가 말했다. 「미츠오군, 깨어있어? 전화 왔는데」 「아, 네」 요시야마상은 무선 전화기를 가지고 와줬고, 문가에서 내게 넘겨주고는 계단을 내려갔다. 누구에게서 온 건지 물어보지 않았구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대기 중인 램프를 점멸시키는 외선 버튼을 눌렀다. 「네, 기다리셨습니다」 《미츠오군이지》 라는 목소리에, 움찔했다. 아츠오상?! 《어잇, 끊지 말아줘!》 선수를 쳐서 그렇게 말하고, 아츠오상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시로우가 그쪽에 나타났는지 어떤지, 물어보고 싶을 뿐이야》 「아, 안 왔습니다」 대답하면서, 나는 등골에 식은땀이 솟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역시 시로우는, 나를 쫓아오고 있는 것이다……예상은 했지만 반쯤은 (설마) 라고 생각하기도 했던 것이, 확실한 현실이 되어버린 것이다. 암담한 기분에 잠겨든 귀에, 아츠오상이 한숨을 섞어서 말하는 것이 들렸다. 《그런가, 아직 도착하지 않은 건가. 하지만 벌써 사흘째이니까, 시간문제겠지》 「사흘째……?」 그만 무심코 되물었다. 아츠오상의 대답은, 《자네가 나간 뒤, 바로 저택을 빠져나가버렸어》 네에, 압니다. 역까지 쫓아왔었지. 《자네를 쫓아간 건 틀림없지만, 주소도 모르고 돈도 없는 채로 나가버린 거라구》 「그럼, 그대로?!」 내가 탄 전차를 쫓아서, 맞은편 홈을 달리는 시로우의 모습이 떠올랐다. 설마, 그대로 전차를 쫓아서 계속 달린 건……? 《그대로, 라는 건?》 그 말을 들은 나는, 그날 역에서의 전말을 얘기해 버렸다. 그 뒤 시로우가 어떻게 되던, 분명 내가 알바는 아니었는데. 그리고 아츠오상은, 전화기 너머에서도 표정을 알 수 있을법한 무거운 한숨을 쉬었다. 《그런가, 그런 일이……그렇다면 확실히 미아가 되어 있겠군. 시이타는 아직 한번도, 그 저택에서 나가본 적이 없었어. 물론 도쿄의 지리에 관한 지식도 없어.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채, 지금 이 순간에도 본 적 없는 장소를 헤매고 있다는 건가. 가엾게도……》 「제 탓이라고 말하고 싶은 겁니까?!」 그만 거친 목소리로 그렇게 되받아쳤던 것은, 아츠오상이 그 녀석을 시이타라고 불러서, 그 커다란 검은 고양이가 미아가 되어있는 모습을 떠올려버렸기 때문이다. 그런 맹수로 밖에 보이지 않는 녀석이, 영문도 모르는 채로 거리를 어정어정 돌아다니는 것에 따르는 위험을 생각하자 오싹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자네 탓이지 않나?》 라고 아츠오상은 되받아쳐왔다. 《하지만 쓸데없는 책임론을 펼치고 있을 때가 아니야. 시이타는 아직 이성보다도 본능 쪽이 강하니까. 충분히 자네가 있는 곳까지 도착하겠지. 문제는, 그 뒤야》 그리고 아츠오상은 잠시 동안 침묵하고, 말했다. 《자네는 그곳에서 가족과 함께 살고 있지》 「그렇습니다」 라고 대답했다. 《그러면, 지금 당장 그곳을 나오는 편이 좋아》 그건 나도 생각했던 일이었는데. 「어째서지요?」 라고 되물었다. 대답은, 새파래질만한 내용이었다. 즉……. 《시이타는 아마 고양이처럼 행동하고 있을 거야. 그 편이 본능의 안테나를 전개하기 쉬울 테지만, 상황에서 보자면, 이성의 채널은 닫고 본능만으로 움직이고 있을 테지. 즉, 자네가 있는 곳을 찾아냈을 때의 시이타는, 본능적인 교미행동에 지배당한 상태이고, 행동으로서는 『방문』이 아니라 습격이라고 하는 형태가 되게 될 테지. 시적으로 말하면, 사랑에 미친 야수가 자네의 집을 덮칠 거라는 말이야》 「그, 그런」 《게다가 시이타는, 자네에게 버림을 받았다는 것으로 인해서 심리적인 상처를 입은 짐승이고, 미아가 된 상황이 그 상황에 박차를 가하고 있겠지. 굶주려있을 지도 몰라. 그런 비상하게 너버스한 상태에 있는 시이타를, 가족과 만나게 하고 싶나?》 「아, 아니요, 그건! 저, 저도, 집을 나가려는 생각은 했어요」 《아니야, 잠깐 기다려》 「네, 네에?」 《그게 도리어 더 위험할지도 몰라. 생각을 좀 해봐, 겨우 도착한 자네 집에 자네가 없다면, 더욱 머리에 피가 몰릴 거라고 생각하지 않나?》 「그, 그럼, 어떻게 해야 되는 겁니까?!」 《오케이, 이렇게 하지. 지금부터 내가 그쪽으로 가지. 자네는 나와 교대로 집을 나와서, 안전한 장소로 이동하는 거야. 나는 그대로 자네 집에 있으면서 시이타가 오는 것을 기다려, 그 애를 보호하지. 도둑고양이라고도 생각되어 사살당해 버린다거나 하는 사태는, 절대로 피하고 싶으니까 말이야》 「네, 네에」 그렇다, 혹시 그가 시이타의 모습으로 있다면, 그런 위험을 빠져나가야 한다는 게 된다. 《그럼, 그렇게 하는 걸로》 아츠오상이 그렇게 말하고는, 전화를 끊었다. 「에? 저기, 잠깐」 아직 세세한 타협이, 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현관의 벨이 울리는 게 들렸다. 「설마……」 라고 중얼거리고 방을 나왔다. 요시야마상이 벨소리에 대답하며 현관으로 나가는 소리가 들리고, 「처음 뵙겠습니다. 전, 나베시마 아츠오라고 합니다」 라는 아츠오상의 목소리! 전화는 집 바로 밖에서 걸어 왔던 것이다. 「미츠오군의 친구입니다. 가족 분들을 뵙고 싶습니다」 이상한 인사로군 하는 생각을 하면서 계단을 내려왔다. 「선생님!」 「손님이세요―」 「네~에」 터벅터벅 하는 발소리에, 계단 중간 참에서 뒤돌아봤다. 다이스케가 따라오고 있었다. 코를 한껏 벌름거리면서, 내 바로 뒤까지 다가왔다가는 목 안으로 조그맣게 으릉거렸다. 아츠오상의 정체를 코로 간파한 건가? 「쉿. 뛰어들거나 하면 안돼」 그렇게 말한 내 무릎 사이에 머리를 들이 밀어대는 바람에 나는 하마터면 계단에서 떨어질 뻔했다. 「다, 다이스케?」 보니까, 가드견으로 삼을까 생각하고 있었던 커다란 레트리버는, 겁을 먹고 있다는 증거로 털이 북실북실한 꼬리를 완전히 배 밑으로 말아 넣고, 나 밖에 믿을 데가 없다는 식으로 떨고 있는 것이었다. 「어이―……너, 그런 녀석이었냐?」 그러는 사이에 엄마도 현관으로 나와서, 아츠오상과 얘기를 시작하고 있었다. 말은 그렇지만, 「미츠오군의 친구인 수의사 나베시마 아츠오입니다. 미츠오군은 한동안, 제게로 와서 지내면서 절 도와주게 됩니다」 「네」 「저는 지금부터 이, 삼일, 이 댁에서 지냅니다. 손님이 아니라, 친척이 머물러 와있다고 생각하세요」 「네」 ……이게 무슨 기묘한 대화냐. 「미츠오군, 오게나」 라고 불려서, 도중에서 멈춰서있던 나머지 계단을 내려갔다. 엄마와 요시야마상은 현관 입구에서 나란히 서있었지만, 뭔가 멍한 얼굴을 하고 있는 게, 상태가 영 이상했다. 「밖의 차에서 제타가 기다리고 있어. 가게나」 「저기」 짐과 돈을 가지고 오겠다고 말하려다, 아츠오상과 눈이 마주쳤다. 「제타가 밖에서 기다리고 있어. 가게」 눈을 바라보면서 들은 그것은 절대적인 명령이라서, 나는, 「네」 라고 대답하고 스니커에 발을 넣었다. 문을 열고서 밖으로 나와, 집 앞의 길에 멈춰서있는 회색 외제 차에 다가갔다. 운전석에 앉은 젬의 손짓에, 조수석으로 올라탔다. 끼이 하고 돌아서 엔진을 건 젬이, 팟 하고 양손으로 손뼉을 쳤다. 나는 움찔 해서는 (어라?) 라고 생각했다. 기어를 넣고서 차를 발진시키면서, 젬이 말했다. 「최면술이라는 건 편리한 테크닉이지만, 그거에 걸려있는 인간이라는 건 좋아지질 않아. 멍한 눈으로 벙한 얼굴을 하고는 덜렁덜렁 걷는 걸 보면, 좀비 같아서 기분이 나쁘잖아」 아―, 그건……. 「아아, 그다지 후유증은 남지 않으니까 걱정 마. 알파의 최면술은, 길게 설명하는 게 귀찮을 때에 말귀를 잘 알아듣도록 한다는 식으로만 사용할 뿐이니까. 물론, 반영구적으로 지속시킬 수 있을만한 술법도 가능하지만, 그러면 전부 하나하나 일일이 지시를 하지 않으면 안 되니까, 무지하게 귀찮거든. 알겠지?」 「하아」 즉, 지금 방금 전에 엄마들이 이상했던 건, 최면술이 걸린 탓이었구나 라고 생각하면서 끄덕였다. 응? 나도 걸렸던 건가? ……어느 새에? 하지만, 젬은 벌써 다른 화제를 얘기하기 시작했다. 「알파가 전화로 사정은 설명한 듯한데, 우리들이 보호하기 전에 멍청하게 너하고 시이타가 만나버리기라도 하면 양쪽 다 위험하게 될 가능성이 있어서, 너는 한동안 내가 있는 곳에서 숨어있게 될 거야. 시이타를 잡아서 상태를 보지 않으면 확실한 건 말할 수 없지만, 뭐어 일주일쯤 지나면 결말이 나지 않을까나」 「저기, 에에또, 결말이 난다는 건……?」 주택가의 좁은 길을 상당히 난폭하게 달려 나가면서, 젬은 흘낏 내 얼굴을 보고 말했다. 「시이타의 발정기가 끝나는 것 말이야」 「아, 앞을 보고 운전해요!」 고함을 쳤던 건, 전방에서 비틀비틀 자전거를 몰고 가는 노인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젬은 고개를 돌리는 것과 동시에, 앞으로 10미터쯤이라는 정도까지 다가갔던 자전거 노인을 향해서, 빵빵―! 하고 용서 없이 클랙션을 쏟아 부었고, 깜짝 놀라서 커다랗게 비틀거린 노인의 바로 옆을 부와앙 하고 달려서 빠져나갔다. 나는 허둥지둥 뒤돌아봤다. 노인이 자전거와 함께 넘어진 것이 보였다. 「왓, 머, 멈춰!」 「응?」 젬은 갑자기 핸들을 꺾어, 뛰어들 듯이 버스 도로로 차를 돌렸다. 끼끼익! 빵빠―앙! 급브레이크와 클랙션은, 옆길에서 끼어들기를 한 우리 차에 대한, 아슬아슬한 추돌을 피한 후방 차에게서의 항의다. 「위, 위험하잖아욧!」 「뭐가 말야?」 「갑자기 뛰어들다니요! 거기는 일시정지잖아요?! 아까는 자전거를 넘어트리질 않나!」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어. 자전거는 자기 멋대로 넘어진 거야. 나는 박지 않았으니까」 「그, 그런 문제가 아니라」 말하고서 (윽) 하고 이해했다. 핸들을 쥔 이 녀석은, 고양이인 것이다. 달려오는 차 앞으로 뛰어들려고 하다가 치이곤 하는 그 고양이가, 그 무모하고 무대포인 교통 센스로 운전을 하고 있는 것이다. 「내, 내릴래요, 세워주세요!」 내 비명은, 무시당했다. 자기중심의 드라이버의 견본 같은 젬이 도중에 한번의 접촉사고도 내지 않고 목적지까지 갈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주위 운전자들의 뛰어난 회피능력 덕인 게 틀림없다. 젬은 「내 집」이라는 말했고, 주거공간으로서의 세간 및 그 외의 것도 갖춰져 있기는 하지만, 그 맨션에는 전혀 생활감이 없어서, 마치 모델 룸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편히 있어. 커피라도 마실래? 그럼 셀프서피스로 해줘. 엇차, 그 앞에. 여기가 네 방, 이쪽은 내 침실. 나머지는 맘대로 써. 오케이?」 「에에또, 일주일정도라는 거지요」 「만일을 위해서 외출은 금지야」 「하지만 나, 갈아입을 옷이고 뭐고」 「방에 갖춰져 있어. 모자라는 게 있다면 사러 가줄 건데 뭐가 문제야」 「하아……」 과연, 배정받은 방의 클로젯에는 1주일분 이상의 의류가 늘어져 있고, 칫솔이랑 면도기 같은 세면용구랑 욕실 용품도 완벽했다. 키친의 커대한 냉동냉장고도, 1주일 분량치고는 너무 많은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식료품이 가득 차있다. 「나, 밥 먹을래. 준비해주지 않을래?」 「괜찮지만, 저, 인스턴트나 야채볶음정도 밖에 만들 줄 몰라요」 「아, 노프라블럼. 타케우치 할아범이 만든 요리를 냉동해서 가지고 왔으니까, 전자렌지에 칭! 하기만 하면 돼」 과연, 3분의 2는 냉동모드로 세트해놓은 냉장고의 스페이스는, 각 음식을 포장한 요리가 꽉꽉 들어차있었다. 「어딘가에 메뉴표가 있을 텐데……아, 이거이거. 응~, 나는 A세트가 좋아. 미츠오도 먹고 싶은 걸로 해」 빙온실에는 고양이 모습일 때의 식사용인 듯한 생고기가 1인분씩 패키지 되어 있다. 「뭔가, 굉장히 용의주도하네요」 라고 말했더니, 「이 이상의 트러블은 일어나지 않도록」 이라고 대답해왔다. 응~……역시 젬도 고양이 식의 자기중심적인 이론으로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 그건 그렇고, 일단 주변이 진정되고 보니, 나는 정말로 한가했다. 텔레비전이라도 보는 것 이외에는 전혀 할 일이 없는 것이다. 지루함을 그림으로 그린 듯한 하룻밤을 보내고, 이 상태면 1주일은 못 버틸 거야, 라고 생각하다 문득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늦잠을 잔 젬이 리빙으로 얼굴을 내밀자마자, 「물건 좀 사다 주면 안돼?」 라고 말해봤다. 「좋아, 뭔데?」 「스케치북하고, 연필. 아, 지우개도」 「알았어」 대답한 젬이 물건을 사다준 것은, 유유자적하게 아침밥을 먹고 느긋하게 목욕을 하고 정성스레 머리 가다듬기를 하고, 거기에다가 한동안 고륵고륵 거리고 난 뒤였다. 어쨌든 나가기는 나간 건데,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돌아오질 않는다. 「고양이니까」 라고 어깨를 으쓱여 보는 것 외에는 어쩔 도리가 없는 마이페이스였다. 그리고 밤도 어지간히 늦어져서야 돌아왔다고 생각했더니, 선물은 골판지박스 3개 분량. 「저기이~……화구점이라도 시작할 생각이야?」 「가게에 가봤더니, 이것도 저것도 재미있게 생겼길래, 에―또, 이건 120색 색연필이야. 그냥 보기만 해도 예쁘지? 그리고, 여러 가지 테크닉을 맘껏 사용할 수 있다는 칼라잉크 금색하고 도구 일식. 이쪽 걸로는 천에도 그림을 그릴 수 있대, 재미있겠지? 그리고서어~」 희희낙락해서는 이것저것 꺼내어 늘어놓고 있는 젬에게, 주저하며 말을 걸었다. 「저기, 나, 이렇게 여러 가지는 필요 없고, 무엇보다도 돈이……」 「돈? 아아, 이건 내가 미츠오한테 주는 프레젠트」 「하, 하지만, 2, 30만은 되겠는데?」 「얼만지는 잊어먹었어. 카드로 계산했으니까 노프라블럼이야」 고양이에게 금화 돼지 목에 진주, 라는 말과 같은 뜻이에요 ^_^; 라는 말이 있지만, 금화를 쓰는 법을 배운 고양이라는 건, 어처구니없는 낭비가였던 것이다. 시간을 죽이는데 쓰려고 스케치북 한권하고 연필 두, 세 개를 부탁한 거였건만, 내 방의 수납장은 프로로 뛰고 있는 엄마도 이렇게는 가지지 못했을 정도로 각종 대량의 그림 도구로 흘러넘치게 되어서, 나는 두 번 다시 젬에게 물건을 사다달라는 부탁을 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그 가공할 음모가 귀에 들어왔던 건, 내가 맨션에서 용궁 같은 생활을 시작하고 난지 사흘째의 밤이었다. 저녁 식사 때에 젬과 함께 와인을 마셨던 나는, 리빙의 소파에서 뒹굴 거리다가 텔레비전을 보고 있는 동안에 그만 꾸벅꾸벅 거렸던 것 같다. 「여어, 알파」 라는 젬의 목소리에, 문득 눈을 떴다. 「쉿, 미츠오가」 「취해서 잠들었어, 안 일어날 거야」 두 사람의 그런 대화 탓에, 자고 있는 척을 하는 꼴에 빠져버렸다. 하지만 그 덕에, 나는 중대한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시이타는 어쩌고 있어?」 라고 젬이 물었고, 나는 알파의 대답에 귀를 쫑긋 세웠다. 「바보처럼 어정어정 돌아다니고 있어」 라고 대답한 알파의 목소리는, 깜짝 놀랄 정도로 고약하게 웃고 있었다. 「미츠오를 우리들이 잡고 있다는 건, 전혀 눈치 채지 못했어」 「뭐어, 그렇겠지. 그런 꼬맹이한테 우리들의 계획이 눈치 채일 턱이 없지」 젬의 목소리도, 조소하는 어조였다. 「그래서, 중요한 캣크라운을 잃은 왕자님의 용태는?」 「실로 이상적인 모습이지. 잃어버린 크라운을 찾아다니는데 정신이 없어서, 다른 건 전부 잊어버렸어」 「전부라는 건 오버겠지. 설마, 예의 기한까지 잊어버린 건 아닐 거 아냐?」 「이런~이런 제타군. 그 점이 『사랑은 맹목』이라는 말의 유래야. 우리들의 프린스는, 그 절대적인 기한까지 며칠 남지 않았다는 것조차 잊어버린 것이지」 「설마! 자기 목숨의 기한이라구?!」 「잊어버렸어, 정말이지 아주 쉽게 말이야. 어쨌든, 기한 내에 캣크라운을 되찾지 못하는 한, 그 녀석은 완전체는 될 수 없어. 피의 교합까지 나눈 상대가 도망을 가버린 멍청이라는 건 일목요연한 상황이니, 즉 평생 웃음거리가 되겠지. 그보다는 차라리 죽는 편이 낫다는 생각에, 잊어버린 척을 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지만 말이야」 「바보 멍청이지만, 프라이드만은 남들 배로 높으니까, 우리들의 프린스 시이타는」 「바보인데다가 프라이드도 없어서야, 도저히 일족이라고는 말할 수가 없지. 어쨌든 우리들로서는, 이대로 그만 우리 수중에 잡아놓고 있으면, 앞으로 이틀 뒤엔 프린스를 지키는 역할이라는 일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지」 「이야아~. 그거 살았다. 나는 꼬맹이 돌보는 일 따위, 처음부터 싫어서 견딜 수가 없었다구」 「나도 그렇지」 「그런데, 프린스가 죽은 뒤에 그의 처분은 어떻게 하지?」 「모든 것을 잊게 한 뒤에 집으로 돌려보내야지」 「최면술로 말이야?」 「애초에 자기 쪽에서 먼저 달아나주었던 거니까, 인연이 끊어졌다고 말해주면 시이타에 관한 건 기꺼이 잊어버릴 거고, 우리들에 관한 일은 입 밖에 낼 용기도 없는 것 같으니 말이야. 만일을 위해서라는 것이지. 기억은 전부 지우겠어」 「흥. 그렇다면, 장난감으로 좀 가지고 돌아도 상관없다는 얘기군」 「뭘 할 생각이지?」 알파가 한 말은, 그대로 내 의문이 되었다. 하지만 대충 대답은 알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오싹하고 등줄기에 오한이 달린 내 귀에, 젬이 말하는 게 들렸다. 「자는 척하면서 훔쳐듣는 거, 즐거웠지, 미츠오?」 들통났어?! 「이런, 이런, 그런 건가, 미츠오군?」 ……들통 났으면 들통 난 김에, 확인하고 싶은 게 있었다. 나는 각오를 다지고 눈을 뜨고서, 일어섰다. 「네에, 얘기는 들었습니다」 「이런~이런」 하고 고개를 저은 알파도 제타도, 커다란 검은 고양이 모습으로 그곳에 엎드려있었다. 「그런데 제타, 어떻게 하려는 거지」 「그러니까 말 했잖아? 잠깐 장난감으로 삼아줄까 라고. 어차피 기억을 지워버리는 거라면, 상관없겠지?」 「즉, 이 모습으로 안아보겠다고?」 「한번 시험해보고 싶었어. 귀여운 연인들과는 할 수 없으니까 말이야」 「그야 그렇지. 고양이 모습일 때의 우리들의 페니스는 빼지 못하게 역으로 가시가 나 있으니까. 이런 걸로 즐기려고 한다면, 여자의 몸은 만신창이가 되지」 「정말 그래. 보통 고양이일 경우는, 그 아픔으로 암컷이 배란을 일으키는 작업이 되니까 어쩔 수 없지만. 암컷한테 있어서의 교미는, 몇 번을 하든 아픈 거지 즐거운 게 아니라는 건 창조주의 심술이야」 「우수한 유전자를 남기기 위한 시스템이라는 것은, 원래가 잔혹한 것이지. 하지만, 미츠오군은 수컷인데?」 「놀기만 하는 거라면 그런 거야 관계없지」 전신에 공포로 소름이 돋을 듯한 소리를 내던지고, 제타는 낼름 혀로 입술을 핥았다. 정말로, 그런 무서운 걸로 나를 범할 생각인 것이다. 「게다가, 인간은 『아픈 건 맨 처음 뿐』이라고 하잖아?」 「큭큭큭, 아아, 그건 정말로 명대사였지. 생각날 때마다 웃음이 치밀어 올라」 「미츠오도, 지루해서 서툴기 짝이 없는 그림 따위를 그리고 있기 보다는, 세상에서는 그다지 경험하기 힘든 귀중한 섹스를 즐기는 쪽이 좋을 거야. 그렇지, 미츠오?」 「시, 싫엇! 수, 수간이라니 말도 안돼!!」 필사적으로 대답하면서, 나는 그 자리를 빠져나갈 수 있을 만한 무기가 없을까하고, 주위를 둘러봤다. 「흐흥」 하고 제타가 웃었다. 「이빨이 없는데다 발톱도 없는, 고작 인간인 너한테 『싫어』라고 말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나?」 「말하는 것 정도야 할 수 있지, 그렇지, 미츠오군?」 알파도 잔뜩 비꼬고 웃으면서 말했다. 「인간은 말할 수 있으니까. 고양이 암컷은, 마음에 들지 않는 상대에게는 발톱과 이빨로 저항해서 몸을 지키지. 자네는 인간답게, 말을 휘둘러서 싸워보지 그래. 나는 여기서 그 솜씨를 구경하고 있을 테니까」 확실히 상황은 알파가 말한 대로라, 나는 절망적인 기분에 사로잡히면서 고함을 질렀다. 「사람도 아니얏!」 「아아, 물론. 우리들은 약하고 어리석은 인간 같은 되다만 것 따위와 똑같은 취급을 받아서는 곤란하거든」 「비겁자!」 「강한 것이 약한 것을 마음대로 하는 것이? 그렇다면, 이 세상에는 비겁자밖에 없다는 게 되는데」 「시이타 일도 그렇다는 거야?! 일족이니 뭐니 하는 동료를 함정에 빠트리는 것도?!」 그건, 목숨의 위기를 눈앞에 두고서(혹시 그런 걸로 범해지거나 한다면, 나는 직장이 너덜너덜해져서 죽을 테니까), 태어나서 처음으로 고속회전을 한 머리가 두들겨 뽑아낸,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반박이었다. 하지만, 효과는 두 마리가 서로 얼굴을 마주보게 한 정도 뿐? 「이봐, 제타군, 여기에 두 사람의 음모가가 있다고 해보지」 알파가 고상한 척 말했다. 「그 두 사람이 음모가라고 불리는 비난을 받는 데에는, 어느 일정한 조건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나?」 「확실히 그렇지, 알파 선생. 그들을 비난하는 것은 그들이 그들 이외의 자들과는 다르기 때문인데, 그러한 자들이 음모의 존재를 알지 못하면, 조건은 성립하지 않지. 그런데, 알파. 네가 이 비밀을 누군가에게 흘릴 예정이 있어?」 「아니. 너는 어떻지, 제타?」 「나는 음모든 비밀이든 가진 기억조차 없는데」 그리고서 두 마리는, 뻔뻔스런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그런 고로, 미츠오군. 자네가 고발하려고 하는 사실은 존재하지 않아. 그렇지, 제타?」 「물론이야, 알파. 시이타는, 모처럼 간신히 찾아낸 캣크라운에게 미움을 받고 내쳐진 바보라서, 살아갈 가치 따위는 없을 뿐」 「그리고 미츠오는 이름에서 보는 것처럼, 우리들에게 먹히기 위해서 태어난 맛있는 먹이」 나는 몸이 떨리기 시작하는 것을 느꼈다. 공포가 아니라, 분노에서였다. 설령 죽어도 좋으니까, 이 미워 죽을 것 같은 고양이들에게 한번이라도 보복을 해주고 싶다는, 격렬한 분개로 말이다. 「나도 시이타도, 그런 게 아니야!!」 아우성을 치면서, 나는 제일 손 가까이에 있던 무기를 집어 들어서, 천박하게 웃던 웃음을 그치고 뚝 하니 얼어버린 두 마리를 향해서 내던졌다. 털썩 하고 바닥에 넘어진 세 사람이 앉는 소파는, 두 마리를 직격하는 데는 실패했지만, 간담을 서늘케 한 것은 확실했다. 그리고 나는 그 틈에 제 2의 무기를 손에 넣고서……이번에는 키가 큰 스탠드라이트……두 마리를 향해서 붕붕 하고 휘둘러대면서 고함을 질렀다. 「물러나! 물러나서 목욕탕으로 들어갓! 안 그러면, 이걸로 머리를 쳐부술 거야!」 나는 진짜 그럴 작정으로 스탠드라이트를 휘둘렀지만, 목표가 어긋나 바닥을 쳐버려서, 주위에 전구랑 갓의 파편이 흩날렸다. 「젠장, 이번엔!」 부서진 스탠드를 붕 하고 들어올렸다. 「알았어, 말한 대로 할게!」 알파가 소리치고, 잔뜩 쫀 모습으로 목욕탕의 문으로 뛰어들어, 고양이 손으로는 다룰 수 없을 터인 회전시키는 식의 문손잡이를 두 손에 끼우고 돌려서 문을 열고는 안으로 도망쳐 들어갔다. 제타도 목숨만 부지하겠다는 식으로 뒤를 따라갔다. 나는 무기로 두 마리를 협박하면서 문을 닫고, 스탠드에 매달려있는 코드를 사용해서, 손잡이에 스탠드를 매달아 놨다. 문은 안쪽에서 끌어당겨서 여는 식이니까, 이렇게 해두면 스탠드가 빗장의 역할을 해서 두 마리를 가둬놓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러고 나서 문 너머로 말을 걸었다. 「자―아, 알파, 내 질문에 대답해주실까」 「우쭐해하지 마, 미츠오. 가둬놨다고 생각하겠지만, 여기에는 창이 있어」 「12층에서 뛰어내릴 수 있다면, 어디 해봐. 질문은 두개야. 우선, 시이타는 지금 어디 있어?」 「몰라」 「그러냐. 그럼 생각이 나도록, 불을 붙인 쿠션이라도 밀어 넣어 줄까. 어두침침한 기억을 밝힐 수 있도록 아주 황홀한 걸로 말이야」 「불?! 불이라고?!」 제타가 당황한 목소리로 외치는 게 들렸다. 「아아, 나는 지금 완벽하게 머리에 피가 쏠려있으니까 말이지. 너희들 털을 좀 태우는 것쯤이야, 아무것도 아니지. 마침 딱 좋네, 인간이 쓸 수 있는 건 말 뿐이 아니라는 걸, 지금부터 증명해주지」 「기다렷, 생각났어!」 알파가 경련을 일으킨 목소리로 아우성쳤다. 「시이타는 네 집 근처에 있어!」 「근처? 상당히 애매한 정보로군. 그런 걸로는」 「네가 돌아오는 걸 기다려서, 너희 집 주위를 어슬렁대고 있다는 것밖에는 몰라! 진짜라구! 아아, 그런 건가……가여운 시이타……. 「그래서 당신은, 내가 있는 곳을 가르쳐주지도 않았다는 거로군」 「나는, 그 녀석한테서 달아나고 싶어 한 자네에게 협력을 해준 입장인데?」 「자기들 꿍꿍이속 때문이었겠지. 그리고, 캣크라운이라는 건? 아무래도 내 얘기인 것 같은데, 시이타한테 있어서 어떤 의미가 있는 거지? ……시이타가 죽는다는 건, 무슨 소리야」 「그건……」 「말해, 이 빌어먹을 고양이!! 안 그러면, 이 방 통째로 불을 싸질러서 고양이 바베큐를 해줄까!!」 -- 계속 --> [고양이] 왕 같은 고양이 (END) 왕 같은 고양이 (END) Written by 아키즈키 코오 택시를 달려서 집에 도착한 것은 이미 밤 12시를 넘은 시간이었다. 집에는 아직 불이 켜져 있었지만, 엄마한테도 요시야마상한테도 용건은 없다. 집 앞에서 택시를 내리고, 나는 우선 그 자리에서 시이타를 불러봤다. 「시이타, 시이타―? 거기 있는 거면 나와. 나야, 미츠오야」 하지만 대답은 없고, 대신에 집 안에서 다이스케가 짖기 시작했다. 소리를 들은 거겠지. 엄마들한테 볼일이 없기는커녕, 지금 얼굴을 마주 대는 건 곤란하다. 나는 서둘러 집 앞을 벗어나, 주위를 한바퀴 둘러보려고 걷기 시작했다. 등 뒤에서 철컹 하고 우리 집 현관이 열리는 소리가 나서 허둥지둥 담벼락에 달라붙었다. 왕왕 하는 다이스케가 짖는 소리에 겹쳐서, 요시야마상이 말하는 게 들려왔다. 「선생님, 아무도 없어요」 「정말이지―」 하고, 엄마가 대답하는 게 들려왔다. 「요사이 매일 밤마다 어떻게 된 거니?! 이봐, 다이스케! 시끄러워!」 「미츠오군이 없어서, 산책이 부족한 게 아닐까요」 「으~응, 그거하고는 짖는 소리가 틀려. 도둑이라도 엿보고 있는 걸까나. 싫어라~아」 시이타다, 라고 나는 생각했다. 알파가 말한 대로, 시이타는 이 근처를 돌아다니고 있는 것이다. 요시야마상인지 엄마인지가 현관문을 닫고, 다이스케가 짖는 소리가 집의 벽 너머에서 새어나오는 탁해진 울림이 되는 것을 기다려서, 나는 시이타 찾기를 재개했다. 「시이타―, 시이타―, 나야―」 다른 사람의 이목을 끄는 것도 곤란해서 커다란 소리로 부르며 걷지는 못하고, 집의 주위 반경 100미터를 목표로 돌아다녀봐서는 수확이 없었다. 「잠깐 기다려. 그 커다란 고양이가 숨을 수 있을만한 장소가 있을 법한 곳을 찾는 쪽이 낫지 않을까?」 다른 사람의 눈에 띄지 않고 뉴스거리도 되지 않은 채 이미 며칠이나 이 근처에 있다고 하는 건, 어슬렁거리고 있는 때 이외에 숨어있을 장소를 확보하고 있다는 것이겠지. 「공원!」 보통 고양이가 있을 만한 지붕 위나 담벼락 위, 정원에 심은 나무 그늘이니 쓰레기 내놓는 자리 구석탱이에는 있을 수 없는 시이타가 이 근처에서 있을 수 있을 만한 장소라고 한다면, 그 어린이공원정도 뿐이잖아?! 잰걸음으로 10분정도인 곳에 있는 공원으로 가봤다. 「시이타―, 시이타―? 있으면 대답해줘―. 널 버려서 미안했어―. 같이 집으로 돌아가자―, 시이타―」 부르면서, 시이타가 숨어 있을만한 어두운 곳이나 그늘을 들여다보고 걸으며, 꽤나 넓은 공원을 몇 바퀴 돌았을 때였을까. 어딘가에서 희미하게, 응답이 있었다. 「시이타?! 지금 시이타지?! 나 미츠오야, 알겠어?! 어디 있어, 시이타!」 시이타는……긍지 높은 커다란 검은 고양이는, 공원 구석의 공중화장실 뒤의 쓰레기가 섞인 낙엽이 카무플라주한 도랑 속에 있었다. 폭 30센티 깊이50센티 정도의 비가 내린다면 시궁창이 될 콘크리트 도랑 속에서, 몸을 웅크리고서 떨고 있었던 것이다. 「시이타……, 잘도 지금까지 무사하게」 말하고 있는 동안에도, 가슴이 죄여온다. 「정말로, 잘도 무사하게……」 시이타는 느릿느릿 머리를 들어서 나를 올려다보고는, 힘없이 냐~하고 중얼거렸다. 나는 손을 뻗어서 시이타에게 닿았다. 그렇게나 부드럽고 매끈했던 검은 털은, 거칠어져서 뻣뻣하니 굳은 감촉을 전해왔다. 생각해보면, 이런 커다란 야수가 마을 안으로 숨어들어오는데, 얼마나 고생을 했을까. 이 마을에는 들개는 없다. 발견하자마자 누군가가 파출소에 통보해서, 포획처분을 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도둑고양이는 있지만, 개보다는 몸이 작은 만큼 못 본 척 해주기 쉽다는 것뿐이지, 결코 마을 주민들에게 인정을 받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인간을 위해서, 인간과 그 확보 하에 있는 동물만이 생존을 인정받고 있는 마을에서, 시이타가 이렇게 사로잡히지도 않고 며칠인가를 보냈다는 것은, 시이타 자신의 지혜와 분투는 물론이지만 행운의 역할도 컸던 것이 아닌가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시이타를 발견한 지금, 그의 안전을 지켜주는 것은 내 책임이었다. 나는 인간이고, 그는 고양이……그것도 확실히 맹수라고 오해당할 모습의 녀석이니까. 우선은 시이타를 숨길 수 있을 장소를 생각했다. 물론 우리 집밖에 없다. 다음은 시이타를 어떻게 집까지 데리고 가는가, 인데……스스로 걷게 하는 것밖에 방법이 없을 것 같았다. 문제는 도중에 다른 사람하고 마주쳤을 경우인데, 개를 데리고 가고 있는 척이라도 하는 수밖에 없겠구나. 그래서 나는, 도랑 안에 웅크린 채인 시이타에게 말을 걸었다. 「나와. 우리 집으로 가자」 시이타는 끄덕이는 시늉을 하고서, 일어서려고 앞발을 바닥에 디뎠다. 검은 등줄기에 삐죽하니 어깨뼈가 올라오는 게 보였다. (말랐구나) 라고 나는 생각했다. 그런 내 귀에, 「안……돼」 라는 신음하는 듯한 중얼거림이 들린 것과 동시에 시이타의 앞발이 털썩 꺾었다. 「에? 시, 시이타? 못 서겠어?」 「……안돼」 시이타는 되풀이하고, 들고 있던 머리도 털썩하니 되돌려버렸다. 굶주린 탓인지 피곤한 탓인지, 또는 저택을 빠져나올 때에 생긴 손발의 상처에서 병균이라도 옮은 건지. 어쨌든 시이타는, 스스로는 움직일 수 없는 상태인 것이다. 그럼, 어쩌지?! 이 커다란 녀석을 안고 돌아가는 건 무리야! 그렇다면, 업고 가는 건 어떨까? 그래, 그거라면 어떻게 될지도 몰라. 「시이타?」 라고 말을 걸었다. 「내가 집까지 업고 가줄테니까. 그 전에, 우선 이 도랑에서 널 끌어내지 않으면 안돼. 힘들 지도 모르지만, 잠깐만이니까 참아줘」 그러고서 나는 서둘러 작업에 들어갔지만……시이타도 힘이 들어가지 않는 손발로 있는 힘껏 협력해주려고 했지만……고열을 내고 있는 흐느적흐느적 하는 커다란 고양이는 무겁고, 나는 비력했다. 이렇게 저렇게 어떻게든 해서 도랑에서 끄집어 올렸을 때에는 1주일 치 힘을 전부 써버린 기분이었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이제부터다. 고양이를 등에 업는다는, 아직 경험한 적이 없는 기술을 습득할 때까지 몇 번인가의 시행착오를 되풀이하고, 어떻게든 겨우 등에 올려놓고 걷기 시작하려고 했을 때였다. 「……물」 「응? 물?」 「물……을……」 괴로운 듯한 쉰 목소리로 한 요청에, 나는 공원의 출구로 가는 최단 코스를 벗어나서 수돗가로 향했다. 등에 얹어진 내 체중과 맞먹는 정도의 중량에 비지땀을 흘리면서, 마흔 세 걸음을 걸어서 수돗가에 도착해 반쯤 눈이 어찔어찔 하면서 시이타를 등에서 내려놨다. 달리 도구가 없어서 두 손에 담아서 입가까지 옮겨준 물을, 시이타는 목이 말라 죽을 뻔 했던 것처럼 찹찹찹 하고 전부다 마셨고, 나는 그렇게 물 뜨기를 다섯 번 반복했다. 「아직 더 마실래? 이제 됐어?」 「됐어」 「그럼, 출발할까」 「기다려줘」 다시 한번 업어들려고 한 내게, 시이타가 말했다. 「이 모습을, 남한테 보여서는 안돼」 「이 시간이면 돌아다니는 사람은 그다지 없다고 생각하는데」 「만에 하나라는 게 있어」 「뭐 그렇지. 하지만……변신은 무리잖아?」 알파에게서 들었던 걸 생각해내면서 대답했다. 고양이 모습에서 인간의 모습으로 변신하는 것은 이론으로는 설명하기 힘든 일종의 요령으로 이루어지는 것인데, 그렇기 때문에 언제 맨 처음 변신을 완전히 마음대로 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은, 소질이랑 여타의 조건이 따라붙는 것 이외에도 우연의 작용이 크다는 것. 또 우연히 발견한 요령을 테크닉으로서 몸에 익히는 데에는, 최초의 변신 후 연습이 필요하다는 것. 바로 그 요령을 붙잡기까지의 시간에 절대 필요한 것이, 알파들이 『캣크라운』이라고 부르고 있던 파트너의 존재와, 조언을 해줄 그 도우미. 거짓말 같은 얘기지만, 그들 인묘(人猫)가 변신술을 획득하는 방아쇠는, 「인간이 되고 싶다」라는 강한 마음이라는 것. 인간을 사랑해서, 그 인간과 맺어지고 싶다고 격렬하게 바라는 마음으로 인해서, 그들은 유전자의 배열을 비틀어서 인간의 모습을 손에 넣을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태어나서 맨 첫 번째 사랑의 시즌이 중요한데, 순수하고 격렬한 『첫사랑』만이, 고양이가 인간이 된다는 대변신을 실현시키는 것이다. 바꿔 말하자면, 불타오를 정도인 첫사랑을 하지 못하거나 그 사랑이 깨지거나 한 경우, 그들이 가지고 태어난 유래가 없는 정신에너지는 방출될 찬스를 잃게 되어, 산란에 실패해서 난관이 막히면 새가 죽는 것처럼, 그들을 죽이게 되는 것이다. 알파가 내 협박으로 밝힌 비밀의 내용은 그러한 것이었고, 그에 비춰서 생각하자, 지금 시이타의 상태는 정말로 위기상황이라 할 수 있었다. 사랑한 내게 내쳐진 마음은 너덜너덜한데다가, 나를 쫓아온 마을에서는 엄격한 잠복생활로 인해 몸은 엉망진창. 게다가, 그 날 이래 계속 고양이의 모습으로 있었던 거라면, 요령을 익혀서 테크닉을 몸에 익히기는커녕 그 때 어떻게 자신이 변신할 수 있었는지를 생각해낼 수 있을지 어떨지 조차 확실치 않은 것이겠지. 그러니까 나는, 지금 시이타에게 변신은 무리라고 말했던 것인데. 「해 볼래」 라고 시이타는 말했다. 「미츠오가 돌아와 줬으니까, 시로우를 용서해줬으니까, 할 수 있을 거야」 용서해준 건 아닌데……라고 나는 생각했다. 나는, 나한테 강간 따위의 짓을 해댄 시로우라는 녀석을 용서했기 때문에 이곳에 있는 건 아니다. 내가 찾으러 온 건 시이타라는 이름의 고양이고, 내가 도와주고 싶은 것도 시이타라는 희소종의 커다란 검은 고양이이지, 결코 나베시마 시로우라는 녀석을 위해서가 아니다. 물론 시이타는 시로우고, 시로우는 시이타라는 건 알고 있지만, 그래도 시로우는 용서할 수 없는 반면 시이타를 위해서라면 뭐든 해주고 싶다는 것이, 내 본심이었다. 그러니까, 「뭐 내가 도울 일 있어?」 라고 물어봤던 것이다. 「침대에서 했던 것처럼, 쓰다듬어줘」 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나는 드러누워 있는 시이타의 옆에 무릎을 꿇고 주문대로 머리에서 등으로 털의 결을 따라서 쓰다 듬어줬다. 매일 밤 시이타가 잠들 때까지 해줬듯이, 천천히 부드럽게 되풀이하고 또 되풀이하고. 시이타는 기분 좋은 듯이 눈을 감고 있었지만, 한참 있다가 또 주문을 넣어왔다. 「말로도, 쓰다듬어줘」 응? 아아, 그런가. 고양이인 주제에 시적인 말을 쓰니까 당황했잖아. 하지만 그건, 상대는 고양이라고 믿었기 때문에 말할 수 있었던 거야. 지금 생각하면, 창피해서 말할 수 있을지 어떨지……. 하지만 뭐, 이런 때니까. 나는 침대에서 시이타를 쓰다듬어줄 때에 말해줬던, 자장가 대신에 하던 말을 입에 담았다. 「시이타는 귀여워, 귀여운 시이타, 시이타는 귀여워, 귀여운 시이타……」 사람들이 개는 다섯 살, 고양이는 세살짜리 아이랑 비슷한 지능을 가졌다고들 한다. 그런 지적 레벨을 자연스레 느끼고 있는 건지, 개랑 고양이에게 말을 걸때는 아이에게 하는 말투를 쓰는 사람이 많다. 나도 그만 그리 해버린 한 사람 중 하나인데, 시이타를 향해서 그런 이상한 말을 썼던 것도, 어딘지 모르게 상 대는 『어린 녀석』이라는 이미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이, 이렇게 다시 새삼 말하게 되고 보니, 창피하니 어떠니 하는 수준의 것이 아니었다. 어쨌든 지금 의 나는, 시이타의 머리 속에 든 것이 세살짜리 아이 같은 게 아니라는 걸 알고 있다. 인간으로 변신하면 나하고 비슷한 연령의, 그것도 나보다 머 리가 좋을지도 모르는 녀석을 상대로 매일 밤 「귀여워, 귀여워」라고 말을 했었다니……뭐랄까―무지하게 쪽팔린다는 느낌이라구. 하지만 시이타는 꼭 싫은 것만도 아니었던 것 같았다. 아까는 기분 좋은 듯이 눈을 감고 있었을 뿐이었지만, 이제는 자그맣게 고록, 고록하고 목을 울리기 시작했던 것이다. 한동안 그렇게 내가 얼러주도록 해놓고, 시이타는 중얼거렸다. 「그래, 이 느낌이야……기분 좋은 게, 점점, 애가 타서……참을 수 없이, 애가 타서……」 시이타는 부르르, 몸을 떨고서, 「미츠오」 라고 부르고 흐릿한 눈으로 나를 올려다봤다. 「키스해줘」 윽! 「키, 키스?」 「해주면, 변할 수 있을 거 같아」 이 자식―, 혹시 날 놀리고 있는 건가?! 라고 생각한 머리 위를, 쏴아 하는 소리와 빛이 스치고 지나가는 바람에 움찔했다. 빛은, 공원 옆의 길을 지나간 차의 헤드라이트였지만, 덕분에 나는 우리들의 입장을 완벽하게 생각해냈다. 언제까지 이런 곳에서 뒹굴뒹굴 놀고 있을 수는 없는 것이다. 「알았어, 해줄 테니까. 적당히 하고 얼른 변신하라구」 말해주고서, 시이타가 내 쪽을 향한 얼굴의 코끝에다 츄 해줬다. 「……그걸로 끝이야?」 「한 번 더 해줄까?」 「시로우가 하고 싶은 건, 제대로 된 키스야」 「……제대로 된 키스라니, 뭐 말이야」 「입술을 마주대고 서로 혀를 얽고서 농후하게」 「까불지마!」 라고 가로막았다. 「누가 고양이하고 딥키스 따위를!」 그걸 들은 순간. 시이타는 커다랗게 부들부들 떨었다. 「미츠오는 고양이하고는 키스하고 싶지 않은 거야?」 「아아, 싫?은?거야」 나는 (혹시?!) 하는 기대를 담아서 힘껏 뽐내는 모습을 만들며 말해줬다. 그때의 나는, 빨리 시이타를 변신시켜서 이 심야의 공원이라는 남들 눈에 띄면 위험한 장소에서 떠나고 싶다는 일념 하에 있었던 것이다. 「나는 인간이라구, 고양이 따위하고 연인 같은 키스를 하고 싶을 턱이 없잖아?! 말도 안 되는 소리야!」 아니나 다를까, 시이타는 통렬하게 (인간이 되고 싶어!) 라고 생각했던 게 틀림없다. 꾸욱하고 온몸에 힘을 담는 것과 동시에, 변신이 시작됐던 것이다. 맨 처음에는 골격이 변형되는 것처럼, 둥글게 말았던 고양이 등이 쭉 펴지고 어깨 폭이 넓어지고, 어 깨와 다리 가랑이의 관절이 모습을 바꿨다. 두개골의 모양도 변해서 고양이의 얼굴이 인간의 생김새로 바뀌고, 머리 부분의 털은 두껍고 길게 뻗어서 머리카락이 되고, 얼굴의 털은 스윽 하니 빠졌다. 손끝이랑 발끝은 주먹을 보자기로 펼치는 것처럼 사람의 손발이 되고, 그 사이에 전신의 털도 부스 럼이 피부에서 떠오르듯이 떨어지고……. 「후웃」 하고 몸의 힘을 푼 시이타는, 아직 여기저기에 걸레를 걸치고 있는 것처럼 몸 에서 빠진 검은 털을 얹고 있었지만, 몸부림치면서 일어서는 것에 따라서 그것들도 툭툭 떨어져서, 하얀 피부를 지닌 인간 남자가 되었다. 단지, 전라다! 우와―우와―악, 완전히 잊어먹었다! 이 녀석, 벌거숭이얏! 「후웃」 하고 바닥에 주저앉아서, 시이타는 자신의 손발이랑 몸을 지긋이 내려다봤다. 변신에 성공한 것을 확인하고, 얼굴을 들어서 나를 바라보고는, 어린아이처럼 웃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인간이 됐어, 미츠오. 키스해줘」 그리고 나를 향해서 손을 뻗어오려고 했지만, 팔을 드는 동작에 따라서 몸은 벌러덩 뒤로 쓰러져버렸다. 그만 무의식중에, 「위험햇」 하고 맨살로 드러난 어깨를 끌어안았다. 하지만 팔에 걸린 무게는 엉거주춤한 자세로는 지탱할 수가 없어서, 우와와 라고 생각했을 때에는 시로우를 위에 엎어진 듯한 모습으로 넘어지고 말았던 것이었다. 시로우의 몸은 불타는 듯이 뜨겁고, 내뱉는 숨은 괴로운 듯이 허덕이고 있 었다. 변신에 성공했다고 해서 상태가 좋아지는 건 아니었던 것이다. 「미, 미안」 서둘러 물러서려고 한 몸을, 꾸욱 하고 끌어 안겼다. 「키스」 하고 시로우가 속삭였다. 「해주지 않으면, 고양이로 돌아가 버려」 창백한 얼굴로 불꽃같은 숨을 헐떡이면서, 호소하듯이 나를 바라봤다. 「아, 알았어」 라는 대답 이외에,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각오를 다지기 위해서라기보다, 내 쪽에서 남자와 키스를 하려하고 있는 자신을 부정하기 위해서 꾸욱 눈을 감고, 얼굴을 가져다댔다. 시로우……가 아니라, 시이타야. 그래, 나는 시이타를 돌봐주는 거라면 기꺼이 하겠지만, 시로우라는 녀 석 따위는 몰라. 그러니까 사람이 되었어도 『시이타』라고 불러주지……시로우의 열을 띈 한숨이 입술에 걸려서, 내게 키스를 내려야만 할 장소를 가르쳐줬다. 입술로 찾아낸 입술에, 입술을 대고서, (자아, 키스했어) 라고 얼굴을 떼려고 했다. 시이타는 손으로 내 머리를 억누르고서, 좀 더 깊은 키스를 원해왔다. 아아……나는 호모가 아닌데. 머리를 누르는 시이타의 손은 힘이 세지 않아서, 달아나려고 하면 달아날 수 있는데. 시이타가 나를 붙잡아둘 수 있을 만큼의 힘은 없으니까, 오히려 더 달아날 수 없었던 거겠지. 하지만, 그런 식으로 인정을 베풀어버렸던 것이 실수였다고 해야 할까, 물러 터졌던 거라고 해야 할까……. 나는 시이타를 그런 일에 익숙하지 않은 아기고양이(어린애)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첫사랑이라고 들 었으니까, 분명히 아무런 경험도 없는 녀석이라고 생각했다. 나하고 마찬가지로, 키스의 테크닉도 제대로 아는 게 없는 초심자라고만 믿고 있었던 것이다. ……속았다. 속았어, 속았다구! 주저하며 입술을 가르고 입 안으로 들어온 시이타의 혀는, 내가 거부하지 않는다는 걸 안 순 간에 온갖 테크닉을 철저하게 익힌 능욕자로 변모했고, 나는 앗 하는 새에 기분 좋은 성감의 파도에 먹혀버렸다. 등줄기로 정전기가 달려 나갈 때마다, 몸의 섹슈얼한 감각점에 차례차례 스위치가 켜져 간 다. 정전기는 움찔움찔 하고 신경을 마비시키고, 마비는 허리 근처로 흘러가 모여서 뜨겁고 묵직하게 고여서, 그게 서기 시작한다. 뒤로 물러서면서 달아나려고, 시이타의 위에서 미끄러져 내려왔다. 하지만 (에? 에?) 하고 생각하고 있는 사이에, 마주 안으면서 뒹구는 꼴이 되었고,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나는 시이타의 아래에 있고, 시이타가 내 위에 겹쳐져 있었다. 잠깐 기다려, 허벅지에 닿는 그 탱탱한 건 뭐야, 엣?! 혼자서는 서지도 걷지도 못하는 척 을 하고서, 여기는 이렇게 기운이 넘치잖아! 이 사기꾼 고양이! 「훗, 웃……응」 입을 막혀서 토해내지 못한 숨이 코로 빠져나갔다. 꼴사나운 콧소리같이 되어버려서 당황했다. 시이타는 키스하는 것만이 아니라, 손으로 여기저기를 더듬어왔다. 그런 것까지 해도 좋다고 말한 기억은 없어, 라며 가슴을 더듬어대는 손을 붙잡아서 잡아 떼려고 했다. 손목을 붙잡아서 떼어낸 손의 손바닥이 눈에 들어왔다. 그곳에는 이제 나으려고 하는 찢어진 상처가 무수히 나있었다. 나를 쫓아오기 위해서, 가시철선을 맨손으로 붙잡아 생긴 상처의, 아직 생생한 살색. 그걸 본 순간에, 힘이 빠졌다. 몸의 힘이라기보다도, 이 발정난 바보 고양이 남자를 혐오하고 거절하고 빠져나갈 기력이, 나른해져버렸다고 할까……. 그렇게 내가 좋은 거냐……라고 나는 생각했다. 손도 발도 다치고 피투성이가 되어서,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나를 찾아서, 위험에 노출된 채 와본 적도 없는 마을을 헤매며 다닐 정도로……찾아내도 또 달아날지도 모르는 나를 기다리며, 굶주림과 갈증 그리고 피로를 견디면서, 그런 곳에서 가만히 숨어있을 정도로 내가 좋다는 거냐. 그렇다면, 키워주지 않고서는 어쩔 수 없을 지도 모르겠다. 어떻게 해서든, 목숨을 걸고서라도 내가 아니 면 안 된다고 하는 거라면, 좋아……너를 내 고양이로 삼아주지. 키스는 어느새, 질리지도 않고 탐하는 듯한 격렬한 것에서, 서로의 혀를 부드럽게 얽는 식으로 변해있었다. 문득, 시이타의 혀가 입에서 나갔다. 마주대고 있던 입술이 떨어지고, 시이타는 뺨과 뺨을 서로 문지르듯 이 고개를 미끄러트리더니, 내 어깨에 지긋이 머리를 기대왔다. 그대로, 가만히 움직이지 않는다. 「……시이타?」 라고 불러봤다. 대답은 없고, 시이타는 꿈쩍도 하지 않는다. 「어이? 시이타?」 숨은 쉬고 있다. 내 귀에 바삐 내쉬는 뜨거운 숨이 닿고 있다. 하지만, 내 위에 걸쳐있는 몸은 축하 니 늘어진 무거운 느낌만을 전해오고 있어서……. 「잠깐, 어잇, 시이타?! 정신 차려, 눈을 뜨라구! 아―정말이짓―, 이 녀석! 내 위에서 비켜줘~!」 그 때 혹시 목격자가 있었다면, 벌거벗은 남자를 이불처럼 덮어쓴 채 밑에 깔려서는 아둥바둥대고 있는 내 모습은 꽤나 우스꽝스럽게 보였겠지만, 나로서는 웃을 수 있는 처지가 아니었다. 시이타는 고열 탓에 실신해버린 것 같았으니까. 빨리 어떻게든 하지 않으면, 진짜로 죽어버릴 지도 몰라! 필사적으로 무거운 몸 아래에서 빠져나오면서, (구급차!) 라는 수단을 생각했다. 분명히 공원을 나가 는 출구에 전화박스가 있었다. 차가운 땅바닥에 축하니 늘어져 구르고 있는 시이타에게 재킷하고 셔츠를 벗어서 걸쳐주고서, 전화박 스를 향해서 대쉬하려고 했다. 하지만 공원의 출구를 막듯이 서있는 두개의 그림자에, 움찔 하고 멈춰 섰다. 「알파하고 제타야……」 맨션의 목욕탕에 가둬넣고 온 두 마리가, 어떻게 빠져나온 거지. 아니, 그런 건 아무래도 좋다. 나는 시이타가 있는 곳까지 도로 돌아가서, 두 손을 꽉 주먹 쥐고서 복싱을 하는 자세를 갖췄다. 자백하자면, 지금까지 치고 박는 싸움 따위는 해본 적이 없지만, 이 상황에서는 내가 어떻게든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시이타는 내가 지킬 거야. 자박자박 하고 모래를 밟는 발소리가 나고, 두 사람이 이쪽을 향해서 걷기 시작했다. 「오지맛, 거기서 멈춰!」 나는 고함을 질렀다. 「시이타는 내 고양이얏! 너희들 멋대로 하게 내버려두지 않을 거라구!」 두 사람은 발을 멈추고, 얼굴을 마주봤다. 그리고서, 오른손과 오른손을 척 하고 마주 잡고는 악수를 했다. 「이런, 이런. 한때는 어떻게 되는 건가 싶었어」 알파가 말하자, 「작전성공」 이라고 제타가 대답했다. 「뭐, 시그마의 시나리오니까 실패는 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말이지」 「그런 것 치고는, 나한테 꽤나 분풀이를 해줬지 않나?」 「그랬어? 어쨌든, 차를 가져올게」 「아아, 서둘러」 제타는 공원 밖으로 달려가고 알파는 뚜벅뚜벅 이쪽으로 걸어오는 것을, 나는 (에? 에?) 라고 생각하면서 보고 있었다. 지금의 대화는, 무슨 의미야? 그 사이에 내 앞에 다가온 알파는, 「비켜있어」 라고 나를 밀어젖히고, 시이타의 옆에 무릎을 꿇었다. 이마에 손을 얹어 열을 재고, 눈꺼풀을 비집 어 열어서 들여다보고는, 목덜미에 손가락을 대고 맥박을 쟀다. 「정말이지, 어지간히 고집을 부려줬군 그래」 고개를 저으면서, 중얼거렸다. 캬챵! 하는 소리에, 나는 그쪽을 돌아봤다. 최고급 클래스의 검은 벤츠가, 공원 입구의 알루미늄으로 만든 차막이를 넘어트리고 들어오고 있는 게 보였다. 벤츠가 우리들의 옆에 멈추자, 알파가 말했다. 「미츠오, 꾸물대지 마. 뒷좌석에서 모포를 꺼내!」 「에, 아」 「거기다 펼쳐 놔. 시이타를 올려놓을 거야, 다리를 들어. 좋아. 착실하게 꼭꼭 감는 거야. 제타, 도와라. 미츠오는 먼저 차에 올라타서, 시이타를 받는 거야. 됐어? 들어올리는 거야」 2분 뒤, 벤츠는 밀쳐 쓰러트린 차막이를 콰직콰직 짓뭉개고서 공원을 나왔고, 심야의 거리를 난폭하기 짝이 없는 돌진으로 달려 나가, 20분 뒤에 예의 맨션에 도착했다. 시이타는, 극진한 간호태세를 갖추고 기다리고 있었던 침대 속에서 알파의 정성 지극한 치료를 받았 고, 나는 녀석들에게 멋지게 속아 넘어갔다는 것을 깨달았다. 악마 같은 잔꾀를 부리기가 능숙한 고양이들은, 연극 한판으로 내게 시이타를 찾으러 나가게 했고 , 분명히 끊어내 버렸을 터인 나와 시이타의 관계를 그대로 다시 엮어버렸던 것이다. 팩에서 튜브로 똑똑 떨어지는 주사약 방울을 바라본다. 점적튜브는 정신없이 잠을 자고 있는 남자의 왼팔에 연결되어 있고, 그 왼손은 내 손을 살짝 쥐고 있다. 아까 이 녀석이, 「미츠오, 가지마」라고 잠꼬대를 하며 나를 찾는 듯해서, 「여기에 꼭 있을 테니까」라고 손을 쥐게 해줬던 것이다. 아아……스스로도 정말 바보라고 생각한다. 바보라고 할까, 사람이 착해 빠졌다고 해야 할까……. 나는, 이 녀석의 일방적인 사랑을 받으며 밀어붙여진 입장이고, 시비를 따지자면 어떤 타협도 해 줄 필요는 없는 건데. 이 녀석들의 본성은, 유아독존의 자기 멋대로인 생물이라고들 하니까, 그런 거에 어울렸다가는 실컷 휘둘려지면서 고생을 할 거라는 건 눈에 뻔히 보이는데. ……그때의 죽여 버리고 싶었달까 죽고 싶었달까, 어쨌든 지금 생각해도 참을 수가 없는 기분이 드는 굴욕감도, 공포도, 격통도, 아직 잊지 않았는데! 그런데 나는, 이런 곳에서 뭘 하고 있는 거지……앞으로 어쩔 작정인 거지. 그래, 제대로 생각하지 않으면 안돼. 이건 어쩌면 내 평생이 걸린 문제인 건지도 모른다구. 그들의 변 명에 따르면, 이제부터 나는 죽을 때까지 이 녀석과 공인 커플이라는 거고, 이대로 잠자코 있으면 계속 이 변태호모고양이남자에게 희생해야 된다는 거고……. 「그 점이 문제라는 거야아」 나는 입 안에서 중얼거렸다. 이 녀석이 그저 변태호모남자였다면, 나는 한 치의 주저도 없이 「남자 연인 따위 거절이야」라고 말하고서 깨끗하게 결말을 지었겠지. 아아, 그래. 이 녀석이 비주얼적으로는, 내가 지금까지 알고 있던 남자들 중에서는 최고로 멋진 녀석인 건 인정하지만, 나는 남자 따위에게 사랑을 느끼는 취미는 없어. 이 녀석이 생긴 게 내 취향이기는 하지만, 그건 순수하게 조형관찰자로서의 감상이고, 데생용의 석고모 델인 『아리스토텔레스』와 『마르스』중에서는 마르스의 얼굴 쪽이 내 취향이야, 라는 것하고 마찬가지인 레벨의 문제. 그러니까, 이 녀석이 그냥 인간이었다면 나는 아무런 문제도 없이 후리 쳐냈을 것이다. 하지만, 하지만……아앗, 이 녀석은 멋지고 커다란 검은 고양이 시이타이기도 하단 말이다앗. 그게 말이지 나는, 시이타가 귀여워서……반해버렸단 말이야. 고양이 특유의 그 우아하고 아름답고 나긋한 몸이며, 행동이며, 커다란 덩치며 머리 좋은 것 그리고 사람의 말을 할 수 있다는 점이, 굳이 말하라면 사람보다 동물 쪽이 좋다는 식인 내 급소를 찔러서 어 떻게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매료당해버린 것이다. 시로우는 얘기도 하고 싶지 않지만, 시이타하고는 러브러브로 있고 싶다는, 이 모순! 「……발정기가 끝날 때까지만 참으면 돼」 중얼거리고는, (그래) 라고 생각했다. 그래. 인간하고 틀려서, 고양이의 사랑은 『기간한정』이지. 그런데다 시이타의 발정기는, 아마 이제 며칠 뒤 이면 끝날 거다. 그렇다는 건, 그 며칠인지만 잘 클리어 하면, 나는 명백한 정조의 위기에서 해방되고, 그 앞에 기다리고 있는 것은 순진무구한 커다란 고양이로 돌아 간 시이타와의 즐거운 만남! 「잘 될 거야」 라고 나는 자신에게 맹세했다. 그때는, 여러 가지 의미에서 아무것도 몰랐으니까 갑자기 강간을 당한다는 서글픈 꼴을 당했다. 하 지만, 이미 지금은 이것저것 모든 것을 안 상태. 그러니까, 잘 대처할 수 있을……거야, 분명히. 아니, 해 보이겠어. 으~응 하고 시이타가 괴로운 듯이 신음했다. 잠이 든 채로 「미츠오……」 라고 손을 허공에 대고 휘저었다. 나는 서둘러서 「여기 있어」라고 대답하고, 놔두고 있던 손을 다시 잡아줬다. 시이타, 좋아해. 빨리 건강해져서, 그 멋지고 커다란 고양이로 돌아간 너를 쓰다듬게 해줘. --> [고양이 2] 왕 같은 고양이를 가르치는 법 (1) 왕 같은 고양이를 가르치는 법 (1) Written by 아키즈키 코오 아직 한동안은 일어날 것 같지 않아서, 키친에 커피라도 마시러 갈까하던 참에, 눈을 떴다. 「시이타, 기분은 어때?」 라고 말을 걸었더니, 멋있는 쪽으로 분류되는 미형의 남자가, 「냐옹」 하고 대답해오는 바람에, 웃었다. 「이제 열은 내렸는데 말이야」 라고 말해주면서 일단은 이마에 손을 대봤다. 응, 완전히 평소 체온이야. 하지만 사흘이나 고열이 이어졌던 뒤에 일어난 거니까, 의식이 분명하지 않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물어봤다. 「너는 아직 인간의 모습으로 있는데. 알겠지?」 침대 안의 초 핸섬한 젊은 얼굴이, 나를 올려다보고는 기쁜 듯이 눈을 가늘게 떴다. 「시로우가 냐옹 하고 대답해서 웃었던 것 때문에 그러는 거라면, 시이타라고 부른 미츠오 탓이야」 「나는, 시로우라는 녀석 따위를 돌봐주지는 않을 거니까」 라고 차갑게 되받아쳐줬다. 「앞으로도 계속 시이타라고 부를 거야」 「그러면 시로우는, 고양이 말로 대답을 할 거야」 라고 협박조로 나오시겠다, 이거지. 그러면 나는, 「맘대로 하지 그래?」 라고 나가주지. 「나는 커다란 고양이 시이타라면 기꺼이 키우겠지만, 인간 남자를 감싸는 취미 따위는 없어. 고양이로 돌아가 준다면, 그 편이 기쁘다니까」 「그래? 미츠오가 기쁘다면, 시로우는 그렇게 할래」 그리 말한 나베시마 시로우가, 서둘러 변신할 작정인 듯 침대 위에서 일어선 것을 보고, 나는 허둥지둥, 「잠깐!」 하고 막았다. 「아츠오상한테 진찰받고 나서 해. 그러지 않으면, 또 하지 않으면 안 되잖아」 「해? 뭘?」 「그, 그러니까, 즉……인간으로 변신하기 위한 수속이 말이지, 귀찮잖아」 「아아, 키스 말이야?」 내가 일부러 애매하게 피한 말을 아무런 염려도 하지 않고 툭 하니 입에 담고서, 시이타는 먹었던 생선의 맛이라도 떠올리듯이, 낼름 혀로 입술을 핥았다. 「시로우는, 키스가 좋아. 몇 번이든 하고 싶어」 젠장, 떠올리고 있는 건 나하고 한 키스의 맛이냐. 정말이지 뭐야! 그렇게나 남을 걱정시켜놓고, 건강해졌다 싶은 순간 이러기냐?! 「나는 싫어」 라고 대답했다. 「왜야?」 라고 고개를 갸웃거린 시이타……라기보다는 나베시마 시로우는, 이렇게 있으면 열아홉 살인 나와 동년배인 미형의 남자로 보이지만, 실은 절대비밀인 정체라는 걸 숨기고 있는, 인간이 아닌 마경(魔境)의 생물이다. 그 정체라는 것은――――바로, 고양이! 라니, 아―, 이런 말투를 쓰면 무지하게 한심해보이지만, 고양이는 고양이라도 요괴변화의 일종인 『요괴고양이』를 상상해 줬으면 한다. 그래, 지금 내 눈앞에서 침대에 가로누워있는, 키 크고 얼굴도 프로모션도 발군인 모델처럼 멋진 남자는, 사실은 고양이가 변신해 있는 것이다. 정말이지, 정체를 드러냈을 때는, 굉장히 무서웠다. 신장 1미터 50센티, 스윽 하니 긴 꼬리 끝까지 잰다면 2미터 반에 가까운 덩치이면서, 생긴 건 집고양이에 털색은 반들반들한 검은 색. 그 멋지고 귀여워서 가슴을 두근두근하게 만들어버리는, 커다란 검은 고양이로 있을 때의 이름이 『시이타』인 것이다. 덧붙이자면, 나는 호시카와 미츠오. 토아학원 대학 경제학부에 다니는, 지극히 평범한 대학생이다. 그런 내가 어떻게 이런 범상치 않은 커다란 검은 고양이와 아는 사이가 되었는고 하니, 봄방학동안에 할 아르바이트로 찾아낸 일이 가족 여행 중에 페트를 돌봐주는 거였는데, 그게 가봤더니 상대는 보통 페트가 아니라 커다란 고양이들이었다, 라는 것이다. 맨 처음에는 완전히 흑표범 같은 검은 고양이들을 보고 비비 쫄아있던 나였지만, 체격이 크기만 한 것뿐이지 고양이는 고양이라는 것을 곧 알고서, 원래 동물을 좋아하는 나는 룰루랄라 『고양이담당』으로 일을 하게 되었고, 알파, 제타, 시이타 세 마리의 커다란 고양이들도 나를 마음에 들어해주었다. 하지만 이 커다란 고양이들에게는, 인간으로 변신한다는 비밀에 있었던 데다가, 그 변신방법을 획득해서 완전한 하나의 인간이 되기 위해서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맞이하는 발정기에 인간과 사랑을 해서, 그 인간과 맺어지지 않으면 안 된다는 습성(?)이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나는, 시이타가 그러한 성인이 되기 위해서 필요한, 그의 첫사랑의 상대로서 선택되어져 버려서……곤란하다구! 아니, 곤란하다는 그런 단순한 차원이 아니란 말이야. 어쨌든 나는 이 녀석에게……아앗, 생각해내는 것도 싫어! 그 점에 있어서는, 백년간 계속 사과를 받는다고 해도 절대로~절대로 용서할 마음이 없지만……그렇다고 사과를 하고 있냐하면 이 녀석은 한마디도 사과 따위는 해 오질 않아서, 나는 더욱더 거대하게 화를 내고 있지만……하지만 시이타는 귀엽단 말이야. 아앗, 이 자기모순을 빨리 어떻게든 하지 않으면, 스트레스로 정신분열증이라도 될 것 같아. 나를 강간했던 인간 모습의 시로우는 밉다. 하지만, 시로우의 정체인 시이타는 귀여워서 너무나 좋아하고, 그러니까 시로우도 미워할 수 없는 구석이 있어서, 도저히 어느 쪽이라고 갈피를 잡지 못하고 이도저도 아니게 되어버린 감정이 괴롭다. 그런 나 자신에게 안달이 난다. 「미츠오?」 라고 불려서, 「에?」 라고 생각에 잠겨있다 깨었다. 보니까, 시이타는 침대 위에서 책상다리를 하고 앉아 있었고, 나는 얼굴을 새빨갛게 붉히면서, 「시트 정도는 몸에 감앗」 하고 노려봤다. 그게, 지금 맨몸이란 말이다, 이 녀석은. 그야 나도 태어나고 나서 20년 가까이 남자로 지내왔으니까 남자의 고간이 신기하다고 말은 않겠지만. 자기 걸 보는 거하고 남의 걸 보게 되는 거하고는 다른 거잖아?! 「아―정말이짓―, 인간으로 있을 때는 사타구니는 가렷! 창피하잖아?!」 시이타는 귀찮은 듯한 표정을 지었지만, 일단은 꾸물꾸물 시트를 끌어당기면서 물어봐왔다. 「왜 미츠오는, 키스가 싫은 거야?」 그야, 「남자하고 키스하고는 멍해지는 남자라니, 그런 건 호모정도 뿐이니까. 하지만 나는, 그런 변태가」 아니야 라고 말을 맺기 전에, 시이타가 말했다. 「그럼 미츠오는 호모구나」 「그, 그러니까, 그렇지 않으니까 키스하는 건 싫다니까」 하지만 고양이는, 다른 사람의 말을 들을 귀 따위는 가지고 있지 않다. 「미츠오는 시이타하고 키스할 때는 멍해지지 않지만, 시로우하고 할 때는 분명히 멍해져. 그러니까 분명 히 사실은 미츠오는 키스가 좋은 거야」 「어, 언제 그랬어! 내가 언제 멍했었는데!」 「공원해서 키스했을 때도, 엊그제하고 어제하고 오늘 아침에 했을 때도야」 「아, 아니라니까! 그, 그건 즉, 네가 자고 있는 동안에 고양이로 돌아가 버렸으니까, 진찰하기 위해서 변 신시키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하니까, 어쩔 수 없이」 「인간은 입 안에 성감대가 있다고 알파가 말했었는데, 미츠오는 분명히 그곳이 민감한 거야」 「다, 다 안다는 것처럼 말하지 마! 내가 멍해져버렸던 건, 네가 계속 집요하게 핥」 말하려다, 나는 (우왓) 하고 손으로 입을 덮었다. 멍청하게, 하하하핥아댄다는, 야시런 말을 써버릴 뻔 했던 것이다. 그 바람에 오늘 아침에 당했던 농후한 키스의 감촉까지 생각나버려서 새빨개지고 만 내게, 시이타가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말했다. 「미츠오는 부끄럼쟁이이기 때문에 슬로우 스타터인 거라고, 알파가 말했어. 그러니까 시간을 들여서 그런 기분이 들게 하지 않으면 안돼. 하지만 시로우는 아직 잘 하지 못해서, 항상 키스만으로 놓쳐버려. 시로우는 다른 것도 하고 싶은데」 무심결에 고함을 질렀다. 「변신을 하기 위해서니까, 키, 키스만이면 충분해!」 하지만, 보기에는 머리가 좋아 보일 것 같은 멋진 남자라도, 안에 든 건 고집불통의 모피를 입고 걸 어 다니는 고양이인 시이타는, 역시 다른 사람의 말 따위는 듣지를 않아서. 「아픈 『맨 처음』은 끝냈으니까, 다음부터는 해도 아프지 않아. 무서워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시로우가 몇 번을 말해도, 미츠오는 듣질 않아」 「그―러―니―까―!」 몇 번을 말해도 이해 못하는 건 시이타 쪽이라고 생각하면서, 나는 반론을 외쳐댔다. 「아프니까 싫다는 게 아니라니까! 아니, 그것도 있기는 하지만. 어쨌든, 원래 남자끼리 그런 짓을 한다는 건 이상한 거야! 상식적으로, 라는 게 아니라 생물학적으로도 이상하다구! 남자와 여자, 수컷과 암컷끼리 이어지는 게 당연한 거야, 그래서 알파랑 제타의 부인은 여성이잖아?!」 「하지만 시로우는, 미츠오가 좋아졌어. 그러니까 미츠오하고 섹스하고 싶어. 미츠오에게, 시로우의 아이를 낳게 하고 싶어」 토라진 얼굴에 뿌루퉁한 어조로 말해서, 「나는 남자얏, 애 같은 걸 낳을 수 있겠냐!」 라고 아우성을 친 나는 무시하고, 시이타는 문득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분명히, 시로우는 알파랑 제타하고는 틀려. 시로우가 이상한 거라고 하는 미츠오의 주장은, 바른 것일지도 몰라」 「응, 뭐어」 그렇기는 하지. 정말로 심각한 표정을 짓는 걸 보니, 조금 가여워지고 말았다. 사랑이라는 건 만나자마자 일어나는 사고 같은 피하기 힘든 것이고, 상대를 확인하고 나서 좋아하게 되는 게 아니니까, 잘 될지 어떨지는 언제든 승부에 건다는 건 누구의 말이었더라……. 시이타도, 일부러 좋아서 남자인 내게 사랑을 느껴버린 것은 아닐 거라고는 생각한다. 그렇게 생각하자, 자신은 이상하구나 라고 고민하는 시이타는 운명의 장난에 걸린 피해자 같은 느낌이라서, 가엽게 생각되기도 한 것이다. 하지만 해결책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니까, 이제 변신술은 완벽하게 습득했으니까, 변신하겠다는 의욕을 들끓게 해서 『성인』이 될 실 마리를 만드는 파트너라는 『캣크라운』으로서의 내 역할은 끝난 거야. 다음번에는 제대로 여성 파트너를 찾아서, 그 애하고 사이가 좋아지면 되는 거야. 아이가 가지고 싶으면, 결혼해서 낳게 하면 되는 거고」 시이타는 팩 하고 고개를 돌렸다. 「여자는 싫어」 그러고 보니, 내가 고양이를 돌보게 되어 시이타들하고 만나기 전에, 여성 고양이 돌보미를 찾으려고 했지만 실패했었다고는 들었는데. 「하지만 아직, 그다지 몇 사람 만나보지도 않았잖아?」 「인간 여자는 냄새나」 라고 시이타는 단정 지었다. 「내, 냄새난다니……혹시, 향수를 뿌리거나 화장품의 냄새가 나는 게 싫다는 거야?」 우리 집에서 키우는 골든 레트리버인 다이스케랑, 고양이 치고는 집에 찾아오는 손님을 좋아하는 미미랑 시마도, 향수랑 머리에 바르는 무스 냄새를 풍풍 풍기는 손님들로부터는 티도 안내고 달아나지. 「뭔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냄새나서 싫어」 「그렇다면, 향수를 뿌리거나 화장하거나 하지 않는 여자를 노리면」 라고 말해버리고 보니, 어째 인정머리 없는 몰상식한 어드바이스를 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즉 내가 말하고 있는 건, 나 이외의 희생양을 찾아달라는 것이다. 물론, 상대 여자가 시이타……가 아니라, 이 경우는 『시로우』인가……를 좋아하게 되고, 정체는 고양이라도 상관없다고 해서 연인이 된다면, 그건 그거대로 오케이라고 생각하지만. 예를 들어 또 시이타가 일방적으로 마음에 들어 해서, 나 같은 꼴을 당하게 되어서 억지로 연인이 되거나 한다면……내가 말하는 「여자를 만들어」라는 추천은, 강간교사(强姦敎唆)라구. 하지만 분명히 말해서, 이대로 시로우와의 호모관계에 끌려들어가게 된다는 건, 절대로 무슨 수를 써 서든 싫단 말이다. 하물며, 평생 이 고양이 남자의 짝으로서 살아간다는 건, 극구 사양이라구! 상대가 커다란 고양이 시이타고, 물론 섹스 따위는 없는 보통의 파트너십이었다면, 평생이든 다음 생까지든 기꺼 이 사귈 거지만. 시로우이기도 한 그가 바라고 있는 것은, 그런 게 아닌 것이다. 우리들 사이의 이 마음의 갭은, 아마 계속 평행선인 채일 게 틀림없다. 단,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시로우의 본성은 고양이이고, 인간과 달리 고양이의 발정은 시즌에 제한되어 있다는 것이 그것이다. 즉, 지금은 봄이라 고양이들의 발정기인 것이고, 시로우는 무턱대고 섹스를 하고 싶어 하는 세크하 라 녀석이지만, 시즌이 지나버리면 욕구는 사라지고, 우리들은 보통의 우정으로 사귀는 것이 가능할 터인 것이다. 그런 기대가 있으니까, 쫓기고 곤란해 하면서도 이렇게 시로우의 시중을 들어주고 있는 것이다. 그건 그렇고, 그들의 발정기라는 것은 어느 정도의 기간인 거지. 빨리 끝나주지 않으려나. 그런 걸 투덜투덜 생각하고 있던 나는, 시이타가 어느새 침대를 내려와, 소파에 앉은 내 등 뒤로 몰래 다가왔다는 것을 깨닫지 못했다. 핫 하고 제정신으로 돌아왔을 때에는, 나는 기대고 있던 소파의 등받이 너머에서 뻗어 나온 시로우 의 팔 안에 사로잡혀 있어서, 「미츠오……」 라며 귀를 살짝 깨물렸어도 달아날 수가 없었다. 「시, 싫어, 그만두라니까!」 오물오물 귀를 깨무는 것은, 시이타가 좋아하는 스킨십인데, 아직 변신한다는 것을 몰랐던 무렵의 나는 고양이가 하는 거니까 라고 생각해서 녀석이 좋을 대로 하게 내버려뒀었지만. 실은 이거, 느껴버린다. 그것도, 전신에 오싹오싹 하고 와서, 느낌이 온 곳에서부터 힘이 빠져나가버리 는 듯이 느끼게 되는 방법이라는 거, 시이타한테 들키면 무지하게 위험하다. 「간지러우니까 그만 두란말야!」 라는 구실로, 시이타의 장난에서 달아나려고 했다. 「간지러운 장소라는 건, 성감대인 거라고 알파가 말했어」 라는, 히죽히죽하는 상태의 목소리가 귀에 불어넣어져서, 정곡을 찔린 심장이 두근두근 하고 어찌 할 바를 몰라 하고 있었다. 「미츠오, 느끼고 있는 거지」 「안 느껴!」 하지만 다음 순간, 귓불을 아득, 하고 갉아 대서 그만, 「응」 하고 소리가 나와 버렸다. 그것도 코에서 빠져나온 달짝지근한 목소리가. 시이타가 득의만만하게 웃는 기척이 났지만, 아득아득하고 갉아지는 옅은 아픔은 저항할 수 없는 쾌감이 되어 나를 사로잡아, 허덕이게 되어버릴 것 같은 것을 참는 게 고작이다. 나를 등 뒤에서 꼭 끌어안고 있던 시이타의 팔이 풀어지고, 손끝이 셔츠의 안으로 기어들어와 유 두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는, 정말로 몸의 힘이 빠져버려서 시이타의 손을 저지할 수가 없다. 「앗」 하고 나와 버린 목소리를, 「싫엇」 하고 얼버무려보지만, 시이타에게는 다 들켰겠지. 그러니까, 혹시 그때 노크소리가 그 자리에 끼어들어와 주지 않았다면, 나는 아마 그대로 휩 쓸려서 두 번째의 섹스를 당하게 되었을 게 틀림없다. 똑똑 하는 소리의 인사를 들려주고 문을 연 것은, 인텔리풍의 영리한 미모에 안경을 걸친 청년신사인데, 「아츠오상, 도와줘요」 라고 부른 내게, 이런, 이런~하는 식으로 쓴웃음을 지었다. 「시이타, 계속은 다음에 하도록 하렴. 할 얘기가 있다」 나베시마 아츠오, 자칭 27세, 직업은 의사. 단 정체는 고양이인데, 고양이일 때의 이름은 알파. 아츠오상과 시이타와의 관계는, 존경받는 장남과 응석꾸러기인 막내라는 느낌인데, 내게는 고집만 부려대는 시이타도 그가 하는 말은 무조건적으로 고분고분하게 듣는다. 덕분에 나는 재난에서 달아날 수 있었지만, 불만이 덕지덕지 붙은 속마음을 목 안에서 그르렁 대보였던 시이타에게 아츠오상이 이르기를, 「약점을 찾아낸다면, 그 뒤는 간단하지. AV로 공부했던 대로 요리하면 돼」 라는 소리를! 이름은 미츠오(光魚)지만, 나는 고양이용의 물고기 따위가 아니야! 요리해서 맛있게 먹히다니 절대로 싫다구! 그래, 이 사람도 멍청하게 신용하거나 해서는 안 된다. 보기에는 너무나도 이해심 좋을 것 같은 좋은 사람인 척을 하지만, 그 본성은 고양이 식의 『자기들 중심』인 이론으로 움직이고 있고,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라면 거짓말이든 음모든 뭐든 할 수 있다는 주의. 나를 구워삶아서 이 맨션으로 데리고 와, 한때는 끊어내 버렸을 터인 시이타와의 인연을 다시 엮게 해버렸던 것은, 이 아츠오상이니까 말이다. 생각해봤더니, 언제까지고 좋은 얼굴을 하고 어울리고 있을 필요는 없는 것이다. 그래서, 「돌아가겠습니다」 라고 선언했다. 「돌아가?」 라고 아츠오상이 나를 바라봤다. 「이제 시이타는 건강해졌고, 곧 학교도 시작해요. 집으로 돌아가겠습니다」 「아―그래. 그럼 보내주지」 벙~하니 기운이 빠질 정도로 간단하게 수긍을 하고, 아츠오상은 시이타에게 눈길을 보냈다. 「옷을 갈아입고 준비하도록 해. 미츠오군의 집에 가면, 예의바르게 행동해야 된다」 「엣?! 시, 시이타도?!」 그건 곤란하다고 말하려고 했는데, 「이 모습일 때는 『시로우』라고 불러줬으면 하네만」 하고 가로막혔다. 「싫습니다」 라고 대답해줬다. 나는, 귀여운 커다란 고양이 시이타를 돌보는 거라면 얼마든지 해도 좋지만, 나랄 강간해댄 시로우라는 녀석 따위를 돌보는 건 사양이다. 그러니까, 시로우라는 이름 따위는 입에 담지 않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시이타가 우리 집에 온다니 곤란합니다」 아츠오상은, 아주 조금 본성을 드러냈다는 느낌인, 거만한 눈빛으로 나를 내려다보면서 말했다. 「확실히 성냥갑만한 집이지만, 시로우는 인간의 생활을 배우고 익숙해질 필요가 있어. 불편한 점은 참게 하지」 「아니, 그러니까, 그런 문제가 아니라!」 하루 24시간, 정조의 위기에 드러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은 참을 수 없으니까, 동거라는 상태에서는 탈출하고 싶습니다. 「시이타는 이제 변신할 수 있으니까, 제 역할은 끝난 거지요?! 그러니까 다음번에는 여자인 애인을 말이지요―」 「그 점은, 물론 나도 생각하고 있어」 아츠오상은, 이해력 나쁜 학생을 상대하고 있는 교사 같은 어조로 말했다. 「자네와 시로우가 아무리 서로 사랑해도, 자손을 바랄 수는 없으니까 말이지. 그리고, 순수체에 가깝게 짙은 피를 물려받은 시로우에게는, 일족의 번영을 위해서 자신의 DNA를 다음 대에 남길 의무가 있어」 「그, 그렇지요. 그러니까 서둘러서, 제대로 된 애인을」 「그를 위해서는, 취향이 까다로운 시로우가 마음에 들 어할만한 여성과의 만남이 필요하고, 즉, 시로우는 세상에 나가지 않으면 안돼」 「뭐어……그렇지요. 결혼상담소 같은 데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지만요」 「하지만 시로우는, 인간으로서의 생활은 이제 막 시작했을 뿐이니, 이대로 인간들의 사회로 나가는 것은 무척 걱정이 된다는 것은, 자네도 이해해 줄 거라고 생각하네」 「하아, 뭐어……」 「그런 이유에서, 잘 부탁하네」 「아, 아니, 하지만 말이죠」 그러나,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들어본다든지, 다른 사람의 의견을 존중한다는 사회성이 없는 점은, 아츠오상도 시이타하고 마찬가지다. 「그런 이유에서, 시로우. 나갈 테니까 옷을 입도록 해」 나는 OK라는 소리는 하지도 않았는데, 얘기는 그렇게 진행되어 버렸다. 하지만, 시이타에게서 반론이 나왔던 것이다. 「시로우는, 여기서 살고 싶어」 나는 기세를 몰아서 찬성해줬다. 「그렇지! 우리 집은 좁고, 엄마랑 요시야마상이랑 다이스케들이 있고, 여러 가지로 불편할 거라고 생각해. 그리고, 너희 고양이들은 원래 집단생활은 하지 않으니까, 우리 집에 오게 되면 꽤나 힘들 거 아냐. 사회공부를 하려면, 적당히 거리를 나다녀보면 되는 거니까, 여기서 느긋하게 살면서 하는 걸로」 「그러니까 미츠오도 여기서 살아」 웃, 그렇게 나오기냐. 「나는 돌아간다고 했잖아!」 「왜야」 「아버지가 집에 안 계신 동안에는 내가 엄마를 지켜주겠다고 약속했고, 다이스케들을 돌봐주지 않으면 안 되고, 학교도 시작해」 「미츠오는 시로우하고 있는 건 싫은 거야?」 「뭐어, 확실하게 말하자면」 라고 말했다가, 시이타의 눈빛을 깨달았다. 자……잠깐, 그만둬, 그 눈, 무섭다구. 「아츠오」 시이타가 나를 노려본 채로 말했다. 「미츠오가 말귀를 못 알아듣고 딴소리를 하는 건, 시로우가 아직 미츠오를 『흐물흐물』하게 만들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맞는 거야?」 「그대로이지」 「이대로라면, 미츠오는 또 시로우에게서 달아나는 거야?」 「아주 가능성이 크지」 「그럼, 서둘러서 『흐물흐물』로 만들 필요가 있구나」 「방법은 알겠지?」 「잔뜩 섹스를 해서, 『시로우가 없으면 견딜 수 없는 몸』으로 하면 되는 거지?」 「명답(名答)」 「그럼, 지금부터 할래」 그에엑 하고 나는 새파랗게 질려버렸다. 「아, 안할 거야, 나는!」 하지만 시이타는, 「할래」 라고 단언했고, 눈매를 보건데 완전히 진심이었다. 게다가 아츠오상까지, 「그럼, 서포트 해주지」 라고 상의를 벗기 시작해서. 「기다려, 기다렷! 알았으니까!」 질러댄 소리는 한심하게도 떨리고 있었지만, 체면을 차리고 있을 때가 아니다. 「네가 좋아, 섹스 따위는 하지 않아도 충분히 흐물흐물이니까!」 아―정말―무슨 말이든 할 수 있어. 이 고양이 남자들 둘한테 범해진다는 사태를 피하기 위해서라면, 거짓 말도 한 방편이니까 뭐든 하겠어. 「우리 집에 가자, 가줬으면 좋겠어, 좁은 집이지만 시이타 하나 정도 는다고 어떻게 되는 것도 아닌 걸 . 에에또, 그, 네 사회공부도 물론 도울 거고, 엄마도 너처럼 멋진 남자는 대환영일 거야」 「시로우」 하고 아츠오상이 시이타를 뒤돌아봤다. 「알겠지? 미츠오는 마음에도 없는 거짓말을 마구 해댈 정도로 겁먹고 있어. 어째서라고 생각하지?」 「시로우하고 섹스 하는 것이 무서운 거야」 진지한 얼굴로 대답한 시이타에게, 아츠오상도 진지하기 짝이 없는 표정으로 끄덕였다. 「그 말대로야. 그럼, 어째서 무서워하지?」 「아팠으니까. 두 번째부터는 아프지 않다고 아무리 말해도 믿지를 않아」 「그에 관해서, 너는 조금 더 학습을 깊이 할 필요가 있어. 이리 오렴」 아츠오상이 시이타를 불러들인 것은, 아까까지 그가 자고 있던 침대였다. 「올라가서, 고양이로 있을 때의 자세가 되어 봐라. 그래, 무릎을 꿇고. 엉덩이를 들고서」 나는 소파 위에서 잔뜩 쫄아든 채, 무슨 일이 시작되려는 건가 생각하면서, 시이타들의 모습을 살펴보고 있었다. 하지만, 아츠오상이 침대의 내 쪽에 서있고, 시이타의 모습은 침대에 손을 대고 있는 상반신밖에 보이지 않아, 내 게는 등을 보이고 있는 아츠오상이 무엇을 하고 있는 건지는 알 수가 없었지만. 갑자기, 「갹!」 하고 시로우가 고개를 젖혔다. 「아직이야」 하고 아츠오상이 왼손으로 시로우의 목덜미를 붙잡았다. 그리고 다른 한손인 오른손으로, 시로우는 무슨 짓을 당하고 있는 거지. 「우갸~갸아~!」 하고 아우성치면서 두 손으로 시트를 마구 쥐어뜯는 시로우의 괴로워하는 표정이 떠오른 미모의 얼굴이 더욱 더 일그러지더니 골격의 변화를 일으키고, 쭈욱 귀가 뾰족해지는 것과 동시에, 검은 털이 자라나고. 「후갸갹!」 하고 소리치고 거세게 몸을 비틀어, 목덜미를 누르고 있던 아츠오상의 손에서 달아나 텅 하고 바닥에 뛰어내 리고는 그대로 침대 밑으로 도망쳐 들어간 시로우는, 완전히 고양이의 모습이 되어있었다. 「알겠지, 시이타」 아츠오상은, 주머니에서 꺼낸 손수건으로 오른 손의 손가락을 닦으면서, 환자를 대하는 의사의 차분함을 두른 모습으로 말했다. 「지금 게, 미츠오가 무서워하고 있는 아픔이야」 으헤엑 하고 나는 생각했다. 그럼, 지금 아츠오상이 시로우에게 했던 건……. 「하지만 미츠오가 체험했던 고통이라는 건, 이 몇 배나 강한 것이었겠지. 나는 손가락뿐이었으니까, 피도 나지 않은 거야」 역시, 그런 건가. 확실히, 그 아픔은 실제로 당해보지 않으면 모를지도 모르지만……그렇다고 해도, 고양이가 생각하는 짓이라는 건, 과격하군. 「그리고, 이제부터가 본론이야」 아츠오상은 변함없이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이야기를 계속했다. 「내가 섹스에 관해서 네게 렉쳐한 내용에는, 다소 설명이 부족했던 면이 있었어. 즉, 상대가 남자인가 여자인가에 따라서, 취급방법이 약간 다르다는 것을, 가르쳐주지 못했던 것이지」 그리고 아츠오상이 진지한 태도로 말한 것은……. 「알겠니, 시이타. 『아픈 건 맨 처음뿐』이라는 건, 상대가 여성일 경우의 얘기라, 미츠오군은 남성이 니까 이 법칙에는 해당되지 않아. 구체적으로 말하면, 아프지 않도록 삽입할 수 있는 테크닉을 쌍방이 몸에 익히게 될 때까지는, 미 츠오는 매번 그런 아픔을 맛볼 것이라는 얘기야. 여기까지는 알겠지?」 「냐오―」 하고 침대 밑에서 시이타가 대답했다. 「그럼, 너는 뭘 공부해야 좋은 걸까? 그래, 미츠오를 아프게 하지 않으면서 삽입하는 테크닉이야. 그걸 익히지 않는 한, 미츠오는 언제까지고 섹스를 무서워하고 계속 거부해서, 너희들 부부 사이는 진전하지 않는다는 것이야. 그럼, 구체적으로 테크닉의 설명을 할 테니까, 나와서 침대 위로 올라가도록 해」 「우뉴~」 「괜찮아, 이번엔 아프게 하지 않으니까」 그만둬 줘~……라고 생각하면서, 나는 살짝 소파에서 내려와, 가당치도 않은 실기수업이 시작될 것 같은 방에서 도망쳐 나왔다. 정말이지잇―, 진짜아―, 저 녀석들은 뭐든 저렇게 즉물적이야! 창피하다든지 하는 개념은 없는 거냐?! 「자아, 산책하러 가자」 라고 나 스스로에게 제안하고서, 「그러자」 라고 스스로에게 대답하고는, 4LDK의 맨션 현관으로 향했다. 하지만, 열려고 했던 문이 기세 좋게 저쪽에서 열렸다. 「여어」 라며 들어온 것은, 오늘도 화려한 패션으로 무장한 미청년. 여자 같다든지 하는 게 아니라 어쨌든 아름다운 생김새이고, 쭉 뻗은 장신에 황금비율의 프로포션을 하고 있는 탓인지 웨이브를 넣은 긴 검은 머리카락도 더워 보인다거나 한 느낌은 전혀 없이 너무나 잘 어울려서, 모델이라는 직업은 정말로 천직이라는 느낌이 드는 인물이다. 단 그 안에 든 건, 고양이. 아츠오상이랑 시이타하고는 종형제 같은 관계인 것 같다. 이름은 제타. 인간이 되어있을 때의 이름은 『是無』 또는 『ZEM』이라고 쓰고 젬이라고 읽는 것 같다. 페디큐어를 한 맨발에서 샌들을 벗어던지면서, 「나가는 거야?」 라고 물어봐놓고서, 「맛있다고 정평이 난 치즈케이크를 사왔어. 아이스티가 좋겠어」 라고, 내게 케이크집의 상자와 차를 날라 올 준비를 밀어붙이는 행동방식은, 정말로 자기 멋대로인 고양이의 모습 그대로이다. 「시이타는 깨어있나?」 라고 물으며, 막을 새도 없이 시이타의 방문을 열고서는, 「어라라」 하고 들어가 버렸다. 「공부 중? 하지만, 할 거라면 인간형으로 하는 쪽이 나아」 그런 소리가 들려오고, 「미츠오!」 라고 나를 불렀다. 「미츠오, 컴온! 시이타를 변신시켜줘」 으윽……. 「이젠 혼자서도 할 수 있잖습니까?」 라고 되받아쳐 봤지만, 「안돼~안돼, 아직은 무리야. 이봐, 얼른 와! 나는 빨리 케이크랑 아이스티로 티타임을 하고 싶으니까」 으으으~윽, 싫어~어. 하지만 나는, 젬이 성질 급한 녀석이라는 것도, 아츠오상과 달리 용서 없이 실력행사로 나올 녀석이라는 것도(그 내용은, 시로우가 하는 것 하고는 비교가 안 되게 세크하라라는 것도!), 절실히 깨달았다고 할 레벨로 알게 되었단 말이다. 어쩔 수 없이 도망쳐 나온 방으로 돌아가서, 침대 위에 있는 검은 고양이 모습의 시이타에게로 갔다. 이 아이에게 변신능력 같은 게 없다면, 단순하게 너무나 좋아하며 있을 수 있을 텐데 라고 생각하면서, 검고 반들반들한 털로 덮인 얼굴을 두 손 사이에 끼우고, 변신의 보조 작업에 들어갔다. 우선은, 아름다운 호박색의 눈을 바라보면서, 시이타가 인간이 되고 싶다는 기분이 들도록 하기 위한 말을 들려줬다. 「자아, 시이타. 나하고 키스하고 싶으면, 변신해」 나는 이 모습의 네가 좋지만 말이지. 「멋지게 변신하면, 키스하게 해줄게」 사실은 싫지만. 젬한테 강요당하기 보다는 나은걸. 「그러니까, 자아, 변신」 말하고서 츄 하고 코끝에 키스해줬다. 그 순간, 두 손 사이에 끼우고 있는 시이타의 머리 모양이 변하기 시작하고, 맨 처음 때하고 비교하면 훨씬 빠른 스피드로 시이타는 인간의 모습으로 변신을 마쳤다. 내가 처음 변신하게 했던 때에는, 뭉텅뭉텅 털이 빠지면서 하얀 피부가 되었었는데, 지금은 그런 것도 없다. 변신하는데 몸이 익숙해졌다는 증거인 것일 텐데, 전신의 털이 스윽 하고 피부로 빨려 들어간다는 느낌으로 사람의 피부가 된다. 멋진 커다란 검은 고양이에서, 야성적인 미모를 가진 전라의 미형이 되는 변신을 마치자, 시이타는 재빨리, 「키스」 라고 요구해왔다. 나는, 평소처럼 반쯤 발기한 그의 고간에는 눈길을 주지 않도록 하면서 마지못해하며 침대에 걸터앉아 단념하고 눈을 감았다. 어깨를 끌어안기고, 입술에 입술이 겹쳐져오고, 혀가 밀려들어오고. 아―아, 뭐랄까―……슬슬 익숙해져 가는 자신이 싫다아……라고 생각해봤자, 거부권이 없는 나로서는 상황을 바꿀 수가 없으니까, 차라리 구역질을 하거나 할 정도로 생리적인 혐오감이 일지 않는 것을 다행이라고 고쳐 생각해버리는 편이, 긍정적인 건지도 모르겠다아. 그건 그렇고…………우……우우……우우우우우~웃……아, 아직이야?! 슬슬 위험해. 실은 맨 처음부터 위험했어. 어쨌든 시로우는, 무척이나 테크니션 같은 키스를 한단 말이다. 아직 인간이 된지 며칠 밖에 되지 않은 녀석인데, 혀 놀리는 건 프로라는 느낌이라……아아, 위험해. 슬슬 그만두게 하지 않으면……위험하다니깐……. 하지만 실제로는 이미 위험한 상태가 되어버렸던 나는, 어깨를 안고 있는 팔에 부드럽게 밀려 쓰러졌어 도 그대로 있었고, 다시 깊이 탐하면서 귀의 약점을 손톱으로 꼭 꼬집혀서 전신에 떨림이 달릴 정도로 느껴버려서. 「호오―, 왕자님도 꽤나 능숙해졌잖아」 라는 젬의 목소리에, 핫 하고 제정신을 되찾았다. 「문제는 이 앞이지만, 뭐어, 좋아. 계속해라, 시로우」 라는 아츠오상의 말에 오싹하니 파랗게 질려버렸다. 「어차피 할 거라면 실전에서 어드바이스를 해주는 쪽이 이해가 빠르겠지」 「아, 그렇다면 내가 손짓발짓 다 써서 하나하나 자세하게 지도해주지」 「말도 안돼!」 고함을 지르며 벌떡 일어날 때에, 어깨뼈랑 시로우의 옆 턱이 있는 대로 부딪쳐 버렸지만, 그게 어쨌다는 거냐! 침대에서 굴러나와, 「어지간히 해줘!」 하고 아우성쳤다. 「당신들의 델리커시라고는 코빼기도 찾아볼 수 없는 행동이라는 건, 최저의 최저에 최악이야! 원래 팬티도 안 입고 사는 고양이한테 말해봤자 소용없는 건지도 모르지만! 이 이상 당신들 하는 짓에는 따라 갈 수가 없어! 좋아하지도 않는 녀석하고 섹스를 시킨다든지, 다른 사람이 보는데서 섹스를 하게한다든지 하는 건, 나 같은 제대로 된 인간으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란 말야! 죽어도 싫어! 혀 깨물고 죽는 편이 나을 정도로, 어처구니없는 짓이란 말이야!」 「하지만 미츠오는, 시로우의 키스에 멍해졌었어」 어째서 내가 역정을 내고 있는 건지, 전혀 이해 못하고 있는 시이타의 불만스러운 말투에, 내 머릿속 온도는 더욱 더 화악 하고 급상승했다. 「시끄러, 시끄러, 시끄러―엇!! 이젠 싫어, 히터가 나가버렸어! 죽어버릴 거얏!!」 내 바램에 맞춰서, 바로 옆에 창이 있다. 창 아래는 아스팔트 포장이 된 주차장이고 여기는 7층이니까, 뛰어내리면 죽을 건 뻔할 뻔자다. 좋아, 그러자. 단숨에 결심을 하고, 창에 달려들었다. 자물쇠를 열어 새시유리를 열어젖히고, 창틀에 한쪽 다리를 걸치고 남은 다리로 바닥을 박차고서, (엄마, 아버지, 미안) 이라고 생각하면서, 멀리 아래 보이는 지면을 향해서 뛰어내리려고 했다. 「후먀앗!」 하는 매우 당황한 외침과 함께, 등 뒤에 덮쳐온 무게에 끌려 휙하고 되돌려지고, 「샤악!」 하고 외친 누군가와 함께 둘에게 잡아당겨 쓰러지고, 그대로 콰당, 하고 바닥에 내리눌려졌다. 내 배에 말을 타듯이 올라탄 아츠오상이, 인텔리한 얼굴에서 흘러내린 안경을 고쳐 쓰면서, 슈트를 입고 있는 몸을 비틀어서, 「꼬리가 나와 버렸어」 라고 자기 엉덩이를 바라봤다. 「나도야」 라고, 내 어깨를 내리눌러대고 있는 젬이 얼굴을 찡그렸다. 「어이, 시로우. 바꾸자. 뼈가 부러질 거 같아」 「단지 붙잡고 있기만 하기야. 일단은 키스도 애무도 금지야」 덧붙인 아츠오상도, 아픈 듯이 얼굴을 찡그리고 있다. 두 사람과 교대한 시로우가 나를 움직일 수 없도록 내리누른 것을 확인하자, 아츠오상과 젬은 서둘러 바지를 벗어던졌다. 나는 그만 풋, 하고 웃고 말았다. 하반신만을 그대로 드러낸 차림인 인텔리 미남자의 엉덩이에도, 미청년 모델의 엉덩이에서도, 멋지다는 말로밖에는 표현할 수가 없는 검은 고양이 꼬리가 나있었던 것이다. 게다가 그 꼬리털은, 아직 쇼크가 가시지 않았다는 듯이 멋지게 부웅 하고 부풀어져 있어서. 내가 웃기 시작한 것을 들은 듯한 아츠오상이, 찌릿하고 돌아봤다. 「자네의 돌발적인 행동력에 놀란 것은 두 번째이지만, 이걸로 마지막이 되게 하고 싶군」 그렇게 으득으득 이를 악문 이유는, 부푼 꼬리털을 푸륵푸륵 흔들면서 젬이 중얼거린 소리를 듣고 알았다. 「우오―아팠어. 죽는가 싶었어」 상상해보니, 깜짝 놀라는 순간 뿅하고 꼬리가 나와 버렸는데, 그게 바지 속이었다보니 출현한 꼬리는 뼈가 꺾어지는 상태로 눌려버려서 죽을 정도로 아팠다는 것 같다. 「고소해라」 라고, 꼬리 같은 건 가지고 있지 않은 나는 비웃어줬다. 「벌이야, 그건. 자기 생각만 해서 벌을 받은 거야. 이렇게 말해봤자, 어차피 무슨 소린지 모를 테니까 반성도 하지 않겠지만 말이야」 「반성은 하고 있어」 라고 아츠오상이 대답해왔다. 「이렇게 말썽이 생길 줄 알았다면, 좀 더 빨리 최면술을 걸어서 마인드컨트롤을 시행했을 텐데. 정말이지, 귀찮은 애프터케어를 하는 쪽이 훨씬 나아!」 「앗하하, 그거 찬성」 하고 나는 말했다. 「좋겠네, 그거. 그렇다면 나는 더는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 거잖아. 좋아, 해. 어차피 그쪽은, 내 몸한테 밖에 용건이 없으니까. 나로서도, 죽는 편이 낫다고 생각하는 건 이제 충분해! 최면술로 마인드컨트롤? 아주 좋아, 대환영이야. 단, 죽을 때까지 깨지 않도록, 확실하게 걸어줘. 수코양이의 더치와이프가 되서는 헤롱헤롱 좋아해대고 있을 때에 제정신으로 돌아가거나 한다면, 그거야말로 최악이니까! 알겠어? 이건 진심으로 맹세하지. 혹시 그렇게 된다면, 7대의 제곱의 49대, 저주하고 앙갚음을 하고 서릿발 치도록 한을 품어가지고, 무슨 일이 있어도 당신들 일족을 멸족시켜 주겠어. 굴욕의 원한이 어떤 건지 깨닫게 해줄 테니까」 「모르겠어」 라고, 내 위에 올라타 있는 시로우가 불쑥 중얼거렸다. 「시로우는 미츠오가 좋으니까, 미츠오를 안고 싶어. 왜 그게 굴욕이야?」 「그럼 물어보겠는데, 시이타는 좋아하지도 않는 녀석한테 안겨도 아무렇지 않아?」 시로우는 생각에 잠긴 얼굴을 했지만, 생각해도 알 수가 없었던 거겠지. 내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고 말했다. 「……하지만 미츠오는, 시로우를 분명히 좋아해」 「고양이일 때의 시이타는 좋아해. 단, 고양이하고 섹스할 생각 따위는 눈곱만치도 없으니까, 이상한 오해는 하지마. 그리고, 시로우는 싫어」 「모르겠어……」 라고 시로우는 곤혹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시이타는 좋아하고, 시로우는 싫어? 하지만, 시로우는 시이타고, 시이타는 시로우야」 「알고 있어, 그런 건」 있는 힘껏 고약한 어조로 들리도록 하며 말해줬다. 「어차피 생각해봤자 모를 거다, 내 기분 따위」 「흐음, 과연」 하는 목소리에 뒤돌아봤더니, 고양이 모습이 된 알파가 노란색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보다 근원적인 문제는, 미츠오의 심리적인 저항감이라는 건가. 내가 한 일이면서도, 중대한 걸 빠트리고 있었군」 확실히 심리학도 공부한 듯한 소리를 한 인텔리고양이의 전혀 반성하고 있지 않은 듯한 말투에, 나는 흐흥 하고 웃어줬다. 「너희들은 근본적으로, 태어나면서부터 왕자님 같은 생각을 하고 있어서, 세상은 자신을 위해서만 돌아가고 있다고밖에 생각할 수 없는 고양이니까 말이지. 애초부터, 남의 기분을 살핀다는 곡예를 기대하는 게 잘못된 거지. 자아, 마인드컨트롤을 걸어야지? 얼른 해. 나처럼 미형도 아니고 몸도 빈약한 녀석을 더치와이프로 삼아봤자 어디가 즐거울까라는 느낌이지만 말이지. 하긴 밥을 간장으로 비비든 케첩으로 비비든 좋아하는 대로 먹는 취향이란 건 가지가지니까. 정말이지, 어차피 할 거면 처음부터 최면술이든 뭐든 걸어줬으면 좋잖아. 성욕처리의 도구로서 희생시킬 거였으면, 그런 식으로 다뤘으면 좋았을 걸. 몸한테만 볼일이 있는 거니까, 생각할 머리니 감정을 느끼는 마음 따위는 얼른 제거시켜버리고, 하고 싶으면 하고 싶은 만큼 멋대로 해버렸음 좋았을 거 아냐」 알파는, 보기에는 너무나도 깊게 생각에 잠긴 듯한 표정으로 주절대는 나를 바라보고 있다가, 말했다. 「미츠오는 오해하고 있어」 「아아, 그래?」 라고 나는 대답했다. 「그쪽이 내 마음 따위 모르는 거하고 똑같이, 나도 고양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따위 몰라. 게다가, 내가 오해를 하든 이해를 하든, 그쪽하고는 관계없잖아. 어차피 전부, 당신들 사정 좋을 대로 밖에 하지 않으니까」 그런 내 주장을 듣고 있는 건지, 아니면 오른쪽 귀로 듣고 왼쪽 귀로 흘려 내버린 건지. 알파는, 마찬가지로 고양이 모습이 되어서 꼬리의 그루밍을 하고 있던 제타를 바라봤다. 「좋지 않은 조짐이야」 「완전히 암울하군」 라고, 제타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말했다. 「미츠오는 바보처럼 순진한 점이 장점이었지만, 이래서야 완전히 망가졌는데」 「뭐어~, 최면술을 걸어서 순진하게 만들어버리면 해결이지」 「하지만, 정처(正妻)라구」 「어찌되든 시로우한테는 여자인 처가 필요하고, 술을 걸어서 손에 넣은 녀석이라는 건, 내 경험에서 보면 인형이나 마찬가지. 오직 순종하기만 해서, 사랑해줘 봤자 아무런 재미도 없으니까 곧장 질려. 미츠오한테 질리면, 시로우는 필연적으로 다음 상대를 찾게 되니까, 이번엔 제대로 여자를 사랑할 가능성도 충분히 있어. 오히려 일석이조잖아」 「흐음. 시로우가 미츠오를 안는데 질린 시점에서, 미츠오의 기억을 지우고 집으로 돌려보내버리면 되는 건가. 하지만, 그러한 형태로 캣크라운을 잃은 전례라는 건, 들은 적이 없어」 「한심한 얘기지만, 어쩔 수 없잖아? 시로우한테는, 미츠오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만한 힘이 없었으니까. 그 점은, 저런 식으로 달아났을 때에 이미 결론이 나버린 거라구」 그때까지 잠자코 두 마리의 대화를 듣고 있던 시로우가, 주저하며 끼어들었다. 「시로우는, 또 미츠오한테 내버려지는 거야?」 「괜찮아. 확실하게 붙잡아두고 있으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돼」 알파가 상냥하게 말했다. 「조금만 개조해서, 시로우가 하는 말은 뭐든지 듣도록 해주지. 키스도 섹스도, 시로우가 하고 싶다고 하면 『네』라고 하게 되는 미츠오로 말이야」 「그럼, 미츠오는 지금보다 상냥해지는 거야?」 「그렇지」 「시로우를 좋아하게 되는 거야?」 「아아, 그런 식으로 술법을 걸 거야. 그래, 『시로우를 너무 좋아해서 견딜 수가 없다』라고 인풋하지. 그러면 미츠오는, 자기 쪽에서 섹스를 해달라고 말해오게 될 테니까. 그래그래, 『섹스가 너무 좋다』라는 인풋도 해두지. 연인은 음란한 쪽이 이것저것 즐길 수 있으니까」 헤이헤이~, 뭐든 하고 싶은 해로 해줘, 라고 나는 생각했다. 어차피 나는, 이 녀석들의 발톱에서 날아나는 건 불가능한 것이다. 고양이에게 붙잡힌 생쥐나 도마뱀, 또는 메뚜기나 매미 부류일까. 어쨌든 내 운명은, 이 녀석들에게 말려든 순간부터 절망적이다, 라고 정해져있었던 것이다.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하고 뛰어내려서 자살하려던 것이 실패해서, 나는 완전히 포기모드에 들어가, 이젠 달아날 생각도 없어진 배 위에 시로우가 올라타 있는 괴로움 쪽이, 훨씬 중요한 해결과제가 되었다. 그래서, 비켜달라고 말하기 위해서 입을 열려던 때. 「최면술은 안돼」 라고 시로우가 말했다. 「최면술로 아주 좋아하게 하는 건 안돼. 시로우는, 진짜 미츠오의 마음이, 시로우를 좋아하게 되길 원해」 「이상적으로야 물론 그렇지만, 내가 본 바에 따르면, 너와 미츠오가 자연스런 형태로 상사상애가 되는 건, 상당히 어렵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어」 알파가 의사의 말투로 대답했다. 「미츠오에게는, 호모섹슈얼에 대해 완고한 터부의식이 있어」 나는 (응응) 하고 배 속에서 끄덕였다. 뭐야, 꽤 잘 알고 있잖아. 「그걸 뛰어넘게 하려면, 미츠오를 『이 세상 누구보다도 시로우가 좋다』라는 기분으로 만들지 않으면 안돼」 「이 세상에서 누구보다도? 시로우가 좋다……」 시로우는 그걸 (좋은 말이야) 라고 감격한 듯이 멍한 어조로 중얼거리고, 「그게 좋아」 라고 말했다. 「시로우는 그런 미츠오를 원해」 「그럼, 그렇게 술을 걸지」 「그건 안돼」 「그럼 자력으로 미츠오를 그런 기분이 들게 만들겠다는 거야?」 「그래」 「무리가 아닐까」 「할거야」 「상당한 시간과 수고가 들 거야」 「좋아」 「그렇게 미츠오가 좋은가」 「그래」 「하지만 그 방법을 취한다면, 언제가 되어야 섹스를 할 수 있게 될지, 알 수가 없는데? 어쩌면, 평생 할 수 없을지도 몰라」 알파의 현실적인 지적에, 시로우는 (웃) 하는 표정을 지었지만, 곧장 완고한 표정으로 되돌아가서는 대답했다. 「미츠오는 시로우는 싫지만, 시이타는 좋아해. 즉, 시이타이기도 한 시로우라는 존재의 절반은, 이미 좋아하고 있는 거야. 나머지 절반을 어떻게든 해야 되는 것뿐이니까, 분명히 어떻게든 될 거야」 알파는 의견을 구하듯이 제타를 바라봤지만, 제타는 어느새 바닥에 몸을 말고는 잠들어버려 있었다. 역시 고양이라고 해야 할까, 동료 사이인데도 철저하게 마이페이스인 것이다. 그리고 알파도, 「뭐야, 자는 건가」 라고 한숨만 쉴 뿐, 동료의 마이페이스를 용인했다. 다시 시로우의 눈을 보고서, 「괜찮겠지」 라고 말했다. 「마음이 내킬 때까지 해보도록 해. 최면술은, 걸려고 생각하면 언제든 걸 수 있으니까. 치즈케이크 먹자」 그리고 일어서서, 서둘러 방을 나가버렸다. 에―또, 요약하자면 내 절망적인 운명에 집행유예가 내려진 것 같지만……기뻐해도 되는 건지 어떤지……. 「미츠오?」 라고 불려서, 「응」 하고 눈을 돌렸다. 「아이스 밀크티」 「……만들라고?」 「싫어?」 물어온 시로우는, 아직 내 위에 올라타고 있는 채였지만, 눈빛도 표정도, 내 대답을 두근두근하면서 기다리고 있는 듯했다. 아무래도, 지금까지는 『자신』밖에 없었던 시로우의 머리 속에, 타인의 의향을 신경 쓴다는 회로가 새로 개통된 것 같다. 이건……어쩌면이 아니라, 분명히 커다란 진보지? 그래서 나는, 「아니야」 라고 대답해줬다. 안도한 얼굴로 기쁜 듯이 웃은 시로우에게, (혹시) 라고 생각해서 말해봤다. 「홍차는 만들어 줄 테니까, 옷을 입어」 시로우는 싫은 듯한 표정을 지었다. 옷을 몸에 걸치는 것이 싫은 것이다. 아마 거추장스럽다는 느낌이 싫은 거겠지. 하지만 아까 얘기에 나왔듯이, 시로우를 우리 집으로 데리고 가게 되는 거라면, 이 과제는 클리어 시켜두지 않으면 안 된다. 그래서 나는 다시 한번 밀어붙여봤다. 「집 안이라도, 벌거벗은 고추를 덜렁덜렁 거리면서 사는 인간은 없고, 무엇보다 나는 그런 건 싫어해」 그리고 나는, 마법의 키워드를 손에 넣었다. 내 『싫어해』라는 말에, 시로우는 움찔 하고 반응하고는 허둥지둥 대는 모습으로, 「알았어, 금방 입을게」 라고 말했던 것이다. 이겼다! 라고 나는 생각하고, (이거 써먹을 수 있겠어) 라고 판단했다. 자기밖에 없었던 것이, 다른 사람을 의식할 수 있도록 정신이 발달한 시로우는, 한발 더 나아가서 내게 미움 받는 것을 「무섭다」라고 생각할 수 있을만한 심리적인 성장을 해냈다. 세상 사람들이, 개의 지능은 5살 아이이고 고양이의 지능은 3살짜리 아이와 맞먹는다고 하지만, 이건 사고력만의 얘기가 아니라 인식력의 차이이기도 한 것이겠지. 즉 세살짜리 아이라는 건, 심리적으로는 겨우 자아가 싹튼 단계이고, 머리 속에 있는 것은 『자신』뿐. 그러니까 다른 사람의 주장을 인정하고 따른다는 「말귀」가 없는 것도 당연하고, 따라서 고양이에게는 예절을 가르친다는 것이 효과가 없다. 하지만 다섯 살짜리하고 맞먹는 개는 『자신과 타인』의 인식이 가능해서, 보스를 정점으로 한 피라미드형의 조직을 형성한다는 사회성을 가지고 있고, 인간 쪽에서 예절을 가르치는 것도 가능하다. 그러니까, 지금까지는 자기주장뿐이었던 시이타가 내가 어떻게 생각하는가를 신경 쓰기 시작하고, 사물의 사고 기준에 「내게 미움 받고 싶지 않아」라는 조건을 붙이게 되었다는 것은, 세살짜리 아이였던 수준에서 다섯 살짜리와 맞먹는 심리적인 발전을 했다는 것으로,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말귀를 알아먹게 됐다」라는 것이다. 그것은 즉, 어쩌면 이 자기 멋대로인 고양이를 가르치는 것이 가능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고양이를 길러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번쯤은 생각해봤을, 「고양이도 개처럼 조련을 할 수 있어서, 이것저것 가르칠 수 있다면 굉장히 즐겁겠지」라는 주인으로서의 꿈이, 시이타에 대해서는 실현시킬 수 있는 가능성이 나왔다는 것이다. 하기에 따라서는 시이타를 종순하고 충실한 다이스케처럼 가르치는 것도 가능할지도 모른다는 것이니까……혹시 성공한다면, 정조의 위기에서 달아난다는 것도 꿈은 아닌 거잖아?! 그렇게 생각하자, 나는 눈앞이 화악 하고 밝아진 듯한 기분이 들었다. 아아, 혹시 그런 식으로 내가 우위에 선 관계를 시이타와의 사이에서 만들 수 있다면, 얼마나 멋질까. 그리고 나는, 갑자기 가슴을 쭈욱 펼쳤다. 좋아, 시이타를 가르쳐서, 내가 좋아하는 귀여운 녀석으로 만들어주자. 하지만, 그렇게 생각한 머리에 떠오른 것은, 검은 고양이 시이타가 아니라 시로우의 얼굴. 「윽」 하고 덮쳐온 동요를, 이마를 손으로 누르고서 어떻게든 진정시켰다. 하기는 시로우는 시이타이고, 가르침이 필요하다는 점에서는 시이타가 아니라 저 범하려고만 하는 남자가 바로 문제인데, 그를 가르치는 방법은, 「시이타라고 생각하면 되는 거야, 응」 중얼거리고, 나는 스스로 한 말 속의 중요한 힌트에, 팟하고 눈에서 비늘이 떨어진 기분을 맛봤다. 그런 것이다, 기본적으로든 근본적으로든 지엽적으로든, 시로우는 시이타이고 말하자면 고양이이다. 하지만 나는, 시로우의 외견에 속아서……랄까, 시이타가 시로우라는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아서 스스로 눈을 덮고 있었다, 인가? ……어쨌든, 시로우와 어울리고 있느라 순서대로 밟아나가야만 할 포인트를 잊고 있었던 것이다. 시로우는, 고양이다. 그러니까, 인간 사이에서는 유효한 대화라든지 하는 게 통하지 않는 것은 당연한 건데, 나는 시로우가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는 것에 혹해서 통할 턱이 없는 말을 통하게 하려고 했고, 결과적으로서 커뮤니케이션에 실패했다. 상대는 고양이이니까, 고양이로서도 알 수 있는 방법으로 이쪽의 의사를 전하지 않으면 안 되었던 건데, 멍청하게 나와 똑같은 인간으로 생각해버리고는 왜 통하지 않는 거냐고 화를 냈던 것이다. 남들 10배 이상은 멋지고 핸섬하고, 머리도 좋게 생기고 내게도 어려울 것 같은 책도 읽을 수 있고 사람의 말도 술술 하지만, 시로우는 『고양이』다. 사물의 사고방식이랑 행동방식은 모두 그의 본질인 고양이풍인데, 그것을 확실히 인식하지 않았으니까, 휘둘려졌다. 하지만, 이제 알았다. 그리고 시로우도 보통의 고양이 레벨은 벗어나 인식력을 획득했다는 것은, 인간사회에 적합하게 나아갈 수 있을 만큼의 사고력이랑 판단력의 발달도 포함해서 아직 성장해갈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그래……알파랑 제타가 의사로서 또는 모델로서 확실하게 인간들과 마찬가지로 세상을 살아나갈 수 있는 것 같다는 점에서 생각하면, 시이타도 나베시마 시로우라는 인간으로서 해나갈 수 있게 될 소질은, 충분히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문제는 『교육』이겠지. 누가 어떤 식으로 시로우에게 『인간다운』사고방식이랑 행동방식을 가르치는가에 따라, 시로우가 어떤 『인간』으로 자라는가가 결정되는 것이니까……. 그걸 가르쳐줄 『누군가』는, 상황이 돌아가는 꼴로 봐서, 나……라는 얘기다. 그렇다는 건, 뭘 어떻게 가르쳐주는가를 생각하는 것도 결정하는 것도, 나라는 얘기니까, (즐거울지도……) 라고 나는 생각했다. 나베시마시로우라는, 나보다도 키가 크고 나보다도 명백하게 용모에 혜택을 받고 아마 IQ도 위가 아닐까하는 녀석을 내가 가르치고, (정신적으로) 키워주고 해서, 한사람의 성인으로서 만드는 것이다. 그거, 뭔가……굉장히 기분 좋을 것 같은 『일』이잖아? 아버지에게서 넘겨받아서, 강아지였던 다이스케의 조교를 했던 시절에 배운, 참을성 강하게 대하기만 하면 반드시 돌아오는 보답이 뭐라고도 할 수 없는 기쁨으로서 물들어있던 즐거운 나날들의 추억이, 내 뇌리에는 둥실둥실 떠올라왔다. 그 즐거움을, 저 시이타를 상대로 맛볼 수 있는 것이다……아니, 기본은 저 시로우를 상대로, 말이다. 「후훗, 쿠후후후……후헤헤헤헤헤헤헤」 시로우가 주문한 아이스밀크티를 만들기 위해서, 인도 챠이식으로 밀크 안에 홍차의 입과 설탕을 넣고서 푹푹 끓이면서, 나는 이후의 즐거운 예상에 소리를 내어 웃었다. -- 계속 [고양이 2] 왕 같은 고양이를 가르치는 법 (2) 왕 같은 고양이를 가르치는 법 (2) Written by 아키즈키 코오 그날 밤, 나는 시로우를 데리고 거의 일주일 만에 집으로 돌아갔다. 아츠오상들에게 말했던 것처럼, 아버지는 장기출장중이고 어머니와 아들 단 둘뿐인 집을 계속 비워두고 있을 수는 없고, 시로우를 가르치는 걸 성공시키려고 생각한다면 한동안은 옆에 붙어서 지도감독을 해줄 필요가 있다. 그 양쪽의 사정을 만족시키는 데는, 시로우가 우리 집에서 함께 산다는 것은, 가장 좋고도 유일한 방법이었다. 단지 시로우는, 자신의 세력범위 안이라는 것을 보증 받고 또한 나를 독점해둘 수 있는, 시로우의 맨션에서의 생활을 계속해가고 싶었던 것 같지만. 나는, 내 사정을 이해하고 내게 맞춰준 시로우라면 「좋아」하지만, 자신의 주장만을 통하게 하려는 시로우는 「싫어」라는, 말로 된 당근과 채찍을 써가면서 시로우를 설득하고, 몇 개인가의 주의사항 등등을 받아들이게 하는데 성공했다. 주의사항이라는 것은, 나랑 엄마들한테 폐를 끼치지 않도록 할 것……나아가서는 인묘(人猫)라고 하는 정체가 들켜서 자신이 곤란에 빠지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으로서, 『제 1조, 내가 하는 말을 들을 것』 『제 2조, 우리 집의 룰에 따를 것』 『제 3조, 나 이외의 인간이 있는 앞에서는 절대로 나한테 어택을 걸지 말 것. 키스하거나 끌어안거나 하는 것도 금지』 라는 세 가지. 이걸 전부 받아들이게 하는 데는, 아츠오상에게서 끌어낸 조언도 이용했다. 이렇게 해서 나는, 정체는 멋진 커다란 고양이인, 잘생긴 『친구』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왔는데……. 맨 첫 번째 트러블은, 「다녀왔습니다―」 라고 현관문을 연 순간에 일어났다. 내 발소리를 듣고서 기다리고 있었던 듯, (어서 와요!) 라고 뛰어 들어온 다이스케가 왕 하고 끌어안은 상대는, 서 있는 위치 관계상 문 정면에 있던 시로우 쪽이었고, 착각이라고 깨달은 다이스케는, 「가웅?!」 하고 뒤로 물러났지만, 커다란 개에게서 갑작스런 습격을 당한 꼴인 시로우는, 「샤악!」 하는 외침을 남기고 사라졌다. 「왓! 엣?! 시, 시로우?!」 아니, 있었다. 지금 들어온 문 밖에, 검은 옷차림의 그가 몸을 웅크리고 있다. 하지만 문은 들어온 뒤에 닫았으니까, 순식간에 1미터 반 높이의 펜스를 뛰 어넘어버렸던 것 같다. 「미안미안」 하고 나는 펜스를 사이에 두고 시로우에게 말을 걸었다. 「이거 봐, 다이스케야, 우리 집에서 키우는 개. 얘기 했었지? 괜찮아, 무섭지 않으니까」 말해주면서 생각이 나서, 소곤소곤 덧붙였다. 「혹시 꼬리가 나와 버렸어?」 「……아니」 프라이드가 상처 입은 듯한 뚱한 얼굴로 일어선 시로우는, 내가 살펴보기에는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서 뭔가 먹든지, 안심할 수 있는 장소에서 그루밍을 하고 싶든지 하는 기분일 것이다. 「일단 맨션으로 돌아갈래? ……라는 건, 조금 머니까, 거기 공원에라도 가서 마음을 진정시키고 올래?」 「됐어」 라고 시로우는 뿌루퉁하니 ㄱ자로 꺾은 입술 사이로 말했다. 그 눈이 지긋이 뭔가를 노려보고 있어서 뒤돌아봤더니, 현관 한가운데서 머리를 낮추고 전투태세를 취한 다이스케와 서로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듯하다. 「싸움은 안돼」 라고 말해두고, 나는 다이스케 쪽을 설득하러 갔다. 「다이스케, 그만둬. 앉아!」 하지만 다이스케는, 내가 옆에 온 것을 자신의 아군이 되러 와준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더욱 더 어깨를 들썩이고 으르릉~하고 신음소리까지 내기 시작했다. 「쉿, 다이스케」 혼을 냈지만 다물지 않아서, 가엽기는 하지만 딱 하고 코를 때려줬다. 「앉아! 조용히 하는 거야!」 「미츠오, 돌아왔어?」 집 안에서 엄마의 목소리가 말해서, 「다녀왔어」 라고 대답하고, 「잠깐 다이스케를 막고 있어줘」 라고 가세를 부탁했다. 「친구를 데리고 왔는데, 다이스케가 방해해서 못 들어오고 있어」 「어머머」 마감 전은 아닌 것 같은 엄마는, 곧장 서둘러 나와 주었고, 「다이스케, 안되지 그럼」 하고 실은 나쁜 짓을 한 게 아닌 다이스케의 목걸이를 쥐고 붙잡았다. 「미안, 다이스케. 제대로 소개할 테니까, 사이좋게 지내야 돼」 내게 맞아서 추욱하니 어깨를 늘어트린 다이스케의, 시이타의 호박색 눈동자보다 사람 같은 갈색 눈에 눈을 맞추고서 얘기를 들려줘놓고, 나는 아직 문 밖에 있는 시로우를 돌아봤다. 「시로우, 들어와. 다이스케는 붙잡고 있으니까」 이 관문이 아마 가장 귀찮은 것이겠지 라고 생각해서, 여기까지 오는 도중에 다이스케와 어떻게 사귀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충분히 렉쳐를 해뒀었다. 「자아, 이리와. 다이스케하고 사이좋게 되지 않으면, 집 안으로 들어오질 못해」 「나베시마군, 이었던가?」 엄마가 전화로 말해둔 이름을 확인해왔다. 「응, 나베시마 시로우」 「나베시마군, 어서와요! 이 아이는 확실하게 가르친 애니까, 무서워하지 않아도 돼요」 「나하고 착각해서, 그한테 어서와 하고 쪽, 하려고 했었거든. 양쪽 다 깜짝 놀라서」 짧게 사정을 설명해두고, 나는 입으로만 말해서야 움직여주지 않을 듯한 시로우를 데리러 문 쪽으로 돌아갔다. 「자아, 이리와. 아니면 역시, 개는 무서워?」 「시로우는 개 따위 무섭지 않아」 고집을 피우고 있는 모습으로 말하고, 시로우는 스스로 문을 열고 들어왔다. 「아, 들어오면 닫아. 문이랑 도어는, 열었으면 닫는 거야. 알겠지?」 문을 열수 있는 고양이는 꽤 있지만, 지나온 뒤에 닫는 고양이가 있다면 텔레비전에 나올 수 있을 정도로 진귀한 거겠지. 하지만 나는 시로우를, 그런 걸 확실히 할 수 있도록 가르칠 작정이다. 그리고 시로우는, 내가 한 말을 들었다. 「이러면 돼?」 「응, 아주 잘했습니다」 「쓰다듬어줘」 웃?! 「나, 나중에」 아니, 그건 안 좋은가. 동물을 가르칠 때에는 상이든 벌이든 「그 자리에서 바로」가 철칙이다. 그래서 나는, 엄마의 시선에서 가려지도록 주의하면서, 가슴 언저리에 들이대 온 시로우의 머리를, 착하지~착하지 하면서 쓰다듬어줬다. 잠깐 이봐앗, 지금은 인간 남자의 모습을 하고 있으니까, 머리를 부비대 오지 말앗! 아 정말, 이런 모습을 다른 사람들한테 보인다면, 어떻게 생각될지. 「자아, 다이스케하고 화해야」 라는 구실로, 계속 쓰다듬어줬으면 하는 시로우를 떼어냈다. 「아까 가르쳐준 대로, 우선은 냄새를 맡게 해줘」 말하면서, 시로우를 데리고 다이스케가 있는 곳으로 갔다. 그르릉~하고 다이스케가 으르렁대기 시작했다. 「이봐, 왜 화를 내는 거니! 손님이잖아?!」 엄마가 혼을 냈지만, 다이스케는 점점 더 소리 높여 으르렁대고, 시로우가 현관에 발을 들여놓은 순간, 왕왕 하고 짖기 시작했다. 「안돼! 조용히!」 엄마가 화를 냈지만, 다이스케는 더욱 더 짖어댄다. 「아―이거, 완전히 겁을 먹었네. 실은 그는 집에서 대형 페트를」 이렇게 됐을 경우를 위해서 생각해둔 변명을 말하려고 했던 때였다. 시로우가 나를 밀쳐내고 스윽 다이스케의 앞에 섰다. 지금도 등을 둥그렇게 말고 미친 듯이 깽깽 짖고 있는 다이스케를 지긋이 노려 붙이면서, 「승부하겠어」 라고 말했다. 「미츠오는 물러서 있어. 다치면 아파」 「에?! 잠깐, 그만둬!」 「그 여자도야. 떨어지게 해」 「시, 시로우? 호, 혹시」 변신해서 싸울 생각이야?! 그렇다고 한다면, 엄마한테 보여서는 안 된다. 「아, 알았어」 나는 엄마에게 달려가서, 「방으로 들어가!」 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손을 놓으면 다이스케가!」 「내가 볼 테니까!」 「하지만」 「설명은 나중에 확실하게 할 테니까, 지금은 어쨌든 저쪽으로 가달라니까! 부탁해! 다이스케하고 시로우가 사이좋게 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니까!」 「괜찮은 거지?」 「괜찮아, 나하고 시로우한테 맡겨줘!」 엄마가 마지못해하면서도 다이스케를 누르는 역할을 내게 넘기고 거실로 들어가 주는 것을 기다려, 나는 시로우에게 눈으로 재촉하며, 다이스케의 목걸이를 쥐고 있던 손을 떼고 벽가로 물러섰다. 시로우가 이 집에서 살기 위해서는 가드견으로 있는 다이스케와 결말을 지어놓을 필요가 있지만, 고양이와 개인 그들이 어떻게 싸움에 결말을 지을지는, 이 상태에서 보면 그들이 하는 대로 맡기는 수 외에는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시로우가 취한 방법은 지극히 심플했다. 바로 정면에서 다이스케에게 달려들었다고 생각하자, 그와왓 하고 물려고 덤벼온 다이스케를, 역시 고양이라는 느낌의 재빠른 동작으로 피하고서 오른손으로 다이스케의 왼쪽 귀를, 왼손으로 오른쪽 귀를 붙잡았다. 그리고 그대로 무릎을 꿇고서 카―앙 하고 비명을 지른 다이스케를 꾹 하고 바닥에 비틀어 쓰러트렸다. 「시로우가 이겼어, 알겠지!」 라고 선언한 시로우는, 숨조차 흐트러지지 않았다. 다이스케는 뒤집어져 쓰러져 배를 드러내 보이는 모습으로 끄~응 하고 항복하고, 어이없이 승부가 났다. 「응, 시로우가 이겼으니까. 놔줘」 말한 내게, 시로우는, 「키스할거야?」 라고 교환조건을 내밀어왔다. 윽?! 하고 생각했지만, 「어째서 그렇게 되는 거야」 라고 되물었다. 「이 경우, 나는 관계없잖아. 다이스케하고의 승부였으니까, 키스하고 싶다면 다이스케하고 해」 시로우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생각하고, 「그런가」 하고 다이스케의 귀에서 손을 뗐다. 「그럼, 키스하게 하는 방법은 나중에 또 생각하지」 「쉿! 그런 건, 이 집에서는 말하지 않기로 약속했잖아」 노려봐주고, 나는 완전히 의기소침해져버린 다이스케의 귀를, 「옳지~옳지, 아팠지」 라며 쓰다듬어줬다. 「하지만, 너도 잘못했어. 사이좋게 라고 말했는데 듣지 않았으니까」 「하~……굉장했어어―」 라는 엄마의 목소리에 뒤돌아보니, 거실 도어의 틈새에서 엄마의 얼굴이 이쪽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게다가 요시야마상의 얼굴도. 「혹시 나베시마군은 서커스 출신이야? 맹수조련사의 아들이라든지」 「그런 거 아니야」 대답하면서, 나는 시로우가 변신해서 싸우려고 하지 않아서 다행이다, 라고 있는 대로 가슴을 쓸어내렸다. 혹시 그랬다면, 들여다보고 있었던 엄마들한테 전부 들켰겠지. 「에에또, 다시 한번 소개하겠는데」 「나베시마군, 이쪽으로 어서. 지금 차를 탔어」 엄마가 도어를 열어 손짓을 하자, 시로우는, 「안녕하세요」 라고 고개를 숙였다. 나는 (아주 잘했습니다) 하고, 엄마들에게는 보이지 않도록 시로우의 등을 쓰다듬어줬다. 엄마는 호시카와 미오, 라는 펜네임으로 개랑 고양이 그림을 그리고 있는 일러스트레이터인데, 굉장히 얼굴을 밝히는 사람이다. 그래서 시로우를 한눈에 마음에 들어해버렸다. 벌써 밤도 늦었는데, 요시야마상한테 다즐링을 지정해서 홍차를 타게 하거나, 받은 물건인 듯한 나가사키 카스테라를 손수 자르거나 하고 있는 건, 그런 이유다. 덧붙이자면 요시야마상은, 엄마의 매니저 겸 가정부라고 하는 역할로 이 집에서 함께 살고 있는 사람인데, 머리가 작고 목이 길고 가늘가늘한 체격이라 만화로 그리자면 황새라는 느낌인, 스물다섯 살의 청년. 좋은 사람이지만, 본인이 바라고 있는 그래픽 디자이너로서의 재능에는 혜택 받지 못한 듯해서, 완전히 엄마의 서포터 역할이 몸에 배어버렸다. 게다가 우리 아버지는 방랑하는 동물사진가인데, 올해 정월에 아마존으로 나가버려서, 살아있는 건지 어떤 건지도 확실하지 않다. 엄마는 「소식이 없는 게 무사하다는 증거」라고 말하지만, 무슨 일이 있어도 연락이 오지 않을 확률이 높은 거 아닐까나. 멋진 사진을 찍기 위해서라면, 어떤 오지라도 가고, 단독행동도 마다하지 않는 주의이니까. 엄마들에 대한 시로우와 나와의 관계 설명은 「봄방학에 내가 아르바이트를 했던 나베시마가의 아들」이라는 소개뿐이었지만, 엄마는, 「어머 그래」 라는 한마디로 시로우를 받아들였다. 정말이지, 얼굴밝힘증 환자라니까. 「그래서, 한동안 묵게 했으면 싶은데. 마침 아버지 방이 비었고」 방랑 사진가는, 집에 있는 시간이 그다지 없는 만큼, 방이라도 해도 쓸만한 물건은 놓여있질 않고, 그곳 외에 여분 스페이스 따위는 없는 우리 집에서는, 머물고 가는 손님이 있을 때에는 그곳을 손님용 사랑방으로 쓰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아, 그건 안돼」 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엊그제 전화가 왔는데, 내일 아침 비행기래」 「에, 돌아오는 거야?」 「그러니까 시로우군은, 미츠오의 방에 머물게 해」 윽! 그, 그건 곤란해. 적어도 방은 따로 쓰지 않으면, 몸의 위험이! 하지만 그런 사정을 모르는 엄마는 시로우를 향해서, 「남자들끼리니까, 상관없겠지. 좁은 건 참아줬으면 해」 하고 싱긋 웃었고, 시로우에게 이의가 있을 턱이 없다. 「저택에서는, 항상 미츠오하고 잤어. 똑같은 방이라면 시로우는 기뻐」 「어머어머~뜨거워라」 엄마는 가공할 말을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말하고서, 「미츠오 같은 녀석이라도 괜찮다면 사이좋게 지내줘」 라고 나온 데다가, 「요시야마군하고 미츠오군하고 나베시마군, 남자가 세 사람. 옛날로 돌아간 것 같아서 즐거워」 라고 웃었다. 「먹는 거 가리는 건 있어?」 「아니」 「그래, 그럼, 형들 보다는 손이 덜 가겠네. 시로우군이라고 불러도 될까?」 「좋아」 「우후. 자기 집이라고 생각하고 편히 있어」 그런가……하고 나는 생각했다. 엄마, 외로웠던 건가. 아버지가 집을 비우고 있는 거야 옛날부터 그랬지만, 그 대신에 엄마에게는 아들이 셋 있었다. 하지만 5년 전에 큰 형이 결혼해서 나가고, 2년 전에는 작은형도 결혼해서 별거. 그리고 이번 봄방학은 나도 없었고, 엄마는 요시야마상하고 단 둘만 이 집에 있었다. 「아―그, 한동안이라는 건, 두세 달 정도가 될지도 모르는데」 시로우의 체재기간에 대해서 말해본 내게, 엄마는 즐거운 듯이 미소 지었다. 「요시야마군처럼 눌러 살아준대도 상관없어. 그 대신에, 맛있는 것도 안나오고 손님 취급도 안할 거지만」 「요시야마상의 경우는, 손님대우는커녕 하인 취급이잖아」 슬며시 4년이나 함께 살고 있는 요시야마상에 대한 지원타를 넣은 내게 엄마는, 「너랑 형들은, 고양이 손만큼이나 도움이 되질 않으니 말이야」 하고 되받아쳐왔다. 「있어봤자 찻잔 하나 씻지도 않으니까」 「다이스케 산책시키는 건 내가 하잖아?」 자기 이름이 나온 걸 알아들은 다이스케가, 주저앉아있는 의자 아래에서 조심스럽게 내 발에 코를 부비대왔다. 나는 몸을 숙여서, (옳지 옳지, 그렇게 오그라들지 마) 라고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그래그래, 내일부터는 확실히 부탁할게. 요시야마군도 바빠졌으니까」 「시로우는 도움이 돼」 라고, 「고양이 손」이라는 말에 반응한 듯한 시로우가 말했다. 「네에, 눈의 보양이 돼요」 하고 엄마가 주책 맞은 대답을 했다. 「찻잔도 씻어」 「어머, 도와주는 거야?」 「도울 거야」 어이어이, 할 수 있겠냐? 「요시야마상이 바빠졌다니?」 「일이 들어왔어. 10대 지향의 동물점보기 책의 컷, 한권 분량」 「와아, 굉장하잖아! 요시야마상, 해냈구나!」 잠자코 홍차를 타온 뒤, 말없이 테이블 끝에서 싱글싱글 거리고 있던 요시야마상은, 겸연쩍은 듯이 머리를 긁적였다. 「미오선생님이 어거지로 일을 낚아채와 주신 거에요」 「작은 회사지만, 편집은 정성스레 하는 곳이니까. 이건 안돼 라면서 말이 많고 엄하기는 하지만, 분명히 좋은 캐리어가 될 거라고 생각해」 「그럼, 가사는 우리들이 가능한 한 분담할 테니까」 말해버리고 나서, 「우리들」이 아니라 내가 하게 되리라는 것을 깨달았지만, 뭐어, 이 김에 하는 거지. 4년 동안 고생해온 요시야마상도 운이 트인 것 같으니까, 멋진 일을 할 수 있도록 응원하는 것이, 가족으로서 당연한 것이다. 「그건 고맙지만, 너도 학교 시작하잖아?」 「아, 응. 올해의 학생편람을 받으러 가서, 수강신청서도 내지 않으면」 ……어라, 기한은 언제까지였지?! 분명히 4월 10일 정도였었는데?! 「오늘 며칠이야!」 「9일인데?」 「진짜?! 위험햇!」 수강신청서를 내지 않으면 그해의 단위를 딸 수 없게 되는데, 작년은 어느 수업을 들을지 결정하는데 1주일 이상 걸렸었다. 「내일은 학교에 다녀올 테니까」 그것도 아침에 일착으로 가지 않으면, 하고 손은 꾸욱 주먹을 쥔 내 옆에서, 「시로우도 갈래」 라고 졸라대는 소리. 「에?」 안된다고 말하려다, 오늘밤 이제 막 데리고 왔을 뿐인 시로우를 혼자서 집에 놔두는 것은 위험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익숙해질 때까지는, 내가 항상 지원할 수 있도록 옆에 따라붙어있지 않으면, 무슨 짓을 할지 알 수 없으니까. 「알았어, 같이 가자」 라고 나는 말했다. 「어머, 시로우군도 미츠오하고 같은 대학?」 엄마가 천진난만한 얼굴로 물어봤다. 「그래」 라고 시로우가 대답해서, 나는 (거짓말쟁이) 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날 밤, 새로이 두 가지 트러블이 발생했다. 한 가지는 대단한 건 아니었다. 아마 아츠오상이 (어느 새엔가!) 내 방에 들여놓은 시로우의 짐 속에 파자마가 없어서 내 걸 빌려줬더니, 소매도 길이도 짧았다는 사건으로……나는 M사이즈인데, 시로우는 L사이즈인 것이다. 고양이 주제에! 하지만, 또 다른 한 가지 트러블은, 굉장히 심각했다. 시로우는 혼자서 목욕을 할 수 없었다. 엄마의 말을 듣고 목욕을 하러 갔던 시로우가, 옆집에까지 들릴만한 소리로 나를 부른 것이 발단이었다. 「네네, 뭐야. 샴푸라도 떨어졌어?」 하고 보러갔지만, 시로우는 욕실에 서서는, 「씻겨줘」 라고 거만하게 대답했다. 분명히 나베시마 저택에서는, 고양이 씻기기도 내 일이었지만, 「지금은 시이타가 아니잖아, 혼자서 씻어」 말해주고, 덧붙였다. 「인간은, 자기 몸은 자기가 씻는다구」 시로우는, 「그런 거야?」 라고 거만하게 있더니 어깨를 움츠리고는 곤란해 하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하지만, 어떻게 하면 되는 건지 모르겠어」 「……혹시, 인간이 되고나서 아직 한번도 목욕 안한 거야?」 「그래」 「저택에서도 하지 않았어?」 「미츠오가 자고 있는 동안에는, 옆에 있었어」 그건, 내가 강간당한 뒤 사흘 간, 약으로 잠들어있을 때의 얘기구나. 그리고, 눈을 뜨고서 곧장 나는 저택을 나왔고, 시로우는 나를 쫓아와서 미아가 되고, 고양이 모습으로 돌아가서는 이 근처 공원에서 발견했을 때에는 너덜너덜 엉망진창이 되어 있었다. 그걸 키스를 해줘서 변신시키고, 마중 온 아츠오상들과 함께 그 맨션으로 데리고 돌아가서……그다음에는 오늘 아침까지 침대에 누워있었고, 몸을 닦아주기는 했지만, 확실히 목욕을 하지는 않았다. 그렇다는 건, 인간식으로 목욕을 하는 방법을 가르쳐주지 않으면 안 된다는 건가. 「하아」 하고 한숨을 쉬고, 나는 사태를 받아들였다. 나는 교육담당인 걸, 어쩔 수 없지. 「그럼, 우선은 말이야. 타올을 적시고 비누를 묻히는 거야」 라고 설명을 해도, 실전으로 보여주지 않으면 모르겠지. 그래서 나는, 「지금 씻어줄 테니까, 잠깐 기다려」 라고 말해놓고서 바지를 벗고, T셔츠와 팬티만인 젖어도 상관이 없는 모습이 되었다. 「오늘밤은 내가 해주지만 내일부터는 혼자서 하게 할 거야. 내가 하는 걸 잘 보고, 기억할 것. 알았지?」 「알았어」 하고 시로우는 신기하다는 얼굴로 대답했다. 「그럼, 그 의자에 앉아. 머리부터 감을 거니까, 눈을 감고」 그건 그렇고, 개나 고양이를 씻기는 건 익숙하지만 인간을 벅벅 씻겨준다는 건……. 「좋아, 샴푸 끝. 자, 얼굴 씻고. 몸은 타올에 비누를 묻혀서 씻는 거야. 이렇게 거품을 내서……응, 턱 들어」 아이라면야 어쨌든, 나보다 커다란 이런 멋진 남자를 말이야……. 「팔 들고」 젠장, 이 녀석한테 무슨 짓을 당했었는지 잊은 게 아닌데, 나란 녀석은 너무 사람이 좋아……. 등을 씻겨주는데 문득, 크르르, 크르르 하는 소리가 나는 걸 깨달았다. 아니, 목소리인가? 혹시 시로우, 목을 울리고 있는 거야? ……그러고 있구나, 고록고록 하고 있어, 이 녀석. 웃음이 튀어나올 것 같은 상태로, 물어봤다. 「기분 좋아?」 「아아」 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런가아, 시이타도 목욕 좋아하지」 「시로우는 시이타야」 「응, 머리로는 알고 있는데 말이지」 「시이타는 시로우고, 미츠오가 좋아」 나는 입을 다물었다. 이 일에 관해서는 노코멘트라고 할까……대답할 수가 없다. 「미츠오는 시이타는 좋아하지만, 시로우한테는 화내고 있어」 「뭐……그렇지」 「어떻게 하면, 시로우를 용서하는데?」 「말했잖아」 「미츠오가 하는 말 들을게. 싫어하는 짓은 하지 않아」 「……알고 있잖아」 등을 다 씻겨주고, 타올에 비누를 다시 묻혀서 시로우에게 건네줬다. 「가슴하고 배는 자기가 해봐」 「아―……」 「타올을 가지고, 이렇게 문지르는 거야」 손을 덧대어서 자기가 자기 몸을 문지르는 법을 가르쳐줬다. 「그래그래, 잘 하네. 닿지 않은 곳이 없게. 자아, 이 부근」 시로우는 진지한 얼굴로 벅벅 하고 있었지만, 「미츠오가 하는 쪽이 기분 좋아」 라고 불만스럽게 말했다. 「그야, 남이 씻겨주는 쪽이 기분은 좋겠지만 말이야. 보통은, 그런 건 아이일 때뿐이야. 어른이 되면 자기가 하는 거야」 「시로우는 어른이야」 「그렇지? 그러니까 자기가 해야지. 발도 씻어야 돼」 벅벅 고간을 씻고 있는 동안에는 다른 쪽을 쳐다봤다가, 발끝까지 제대로 깨끗하게 씻은 것을 보고서, 오케이를 해줬다. 「다음은 비누 거품을 물로 씻어내는 거야. 자, 해봐. 다 씻어졌어? 이제 미끈미끈 안 해? 그럼 끝. 욕조에서 몸을 덥히고, 나오고 나면 바스타올로 물기를 닦고, 팬티 입고, 파자마를 입는다. 오케이? 그럼, 또 뭔가 모르는 게 있으면 불러」 그렇게 말해두고서, 욕실을 나오려고 했다. 갑자기 뒤쪽에서 확 끌어 안겨서, (히엣?!) 하고 거시기가 쫄아들었다. 내 쪽만 벗지 않으면 괜찮다고 생각했던 건, 너무 무른 생각이었나?! 「시, 시로우! 그런 건 하지 않는다고 약속」 초조해하면서 말을 하려던 내 귓가에, 시로우의 목소리가 진지하게 말했다. 「미츠오를 씻어서 연습할래」 「여, 연습?」 「타올에 비누를 묻혀서 거품을 낸다. 보고 있었지만, 잘 모르겠어」 「아, 아아, 그야 해보지 않으면」 「문지르는 것도, 잘 못하겠어」 「그, 그래? 잘 했다고 생각했는데」 「미츠오를 씻겨서 연습하고 싶어」 그건 위험해! 절대로 위험하다구. 「여, 연습하고 싶으면, 다시 한번 자기 몸을 씻어」 어떻게든 거절하지 않으면 안 된다며 너무나 초조해한 나머지, 목소리가 뒤집혔다. 「아아」 하고 시로우가 손을 뗐다. 「그런가, 미츠오, 시로우가 무서워. 무슨 짓을 당할지, 움찔움찔 하고 있어」 슬픈 듯한 목소리로 얘기하고 말을 이었다. 「시로우는 미츠오한테 미움 받고 싶지 않으니까, 약속은 지켜. 하지만, 미츠오는 시로우를 믿지 않아. 알았어, 가도 돼. 시로우는 혼자서 공부할래」 ……그런 소리를 들으면 말이지……. 그때, 내 머리에 떠올랐던 것은, 조교의 법칙 중 하나인 『상호신뢰관계』라는 말이었다. 생각해내야만 했던 것은, 시로우라는 녀석이 실은 굉장히 머리가 좋다는 사실이랑, 말투를 더듬더듬 거리는데 속아 넘어가서는 안 된다는 것 쪽이었지만, 그때의 나는, 그쪽은 완전히 잊어버렸었다. 그래서, 미츠오는 자신을 믿어주지 않는다, 라며 슬픈 듯한 표정을 짓게 해버렸다는 것을, 어떻게 든 변명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알았어. 연습대가 되어줄게」 라고, 나는 내 스스로 무덤을 파고 발을 집어넣었다. 「단」 「씻기만 할게. 약속은 기억하고 있어」 「응, 믿을게」 라고 말해버린 이상, 옷을 벗는 수밖에 없다. 아―젠장, 팬티도야. 알몸이 된 나를, 시로우는 목욕 의자에 앉혔다. 「머리부터 씻을게. 해도 돼?」 「샴푸하는 법은 알겠어? 응, 그래. 순서는, 우선 머리를 물에 담가서 머리카락을 잘 적시고서」 「알아. 눈을 감고」 눈을 감은 순간, 두근두근했다. 저기, 이거……아무리 생각해도 꼭 도마위의 생선 같지 않아? 혹시 시로우가 이상한 마음을 품는다면……. 아니야. 아냐아냐. 믿겠다고 결정했으니까 믿으라구. 하지만 말야……뭘 근거로? 약속은 지킨다고 말했던, 시로우의 말인 게 뻔하잖아. 하지만, 이 상황은 아무리 봐도……위험하다고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잖아? 아니, 그런 식으로 생각하고 움찔움찔 거리는 편이 더 안 좋아. 신뢰라는 건, 우선 내 쪽이 믿는 것에서부터 시작하는 거야. 그렇지? 자신과 또 하나의 자신이 그런 걸 이러니 저러니 주고받고 있는 사이에도, 시로우는 꽤 솜씨 좋게 머리감기 작업을 진행해갔고, 「아야야야얏, 그렇게 빡빡 손톱을 세우면 아프다구」 라는 내 주문에, 「이 정도야?」 라고 힘 조절도 해보이고. 「헹굴게」 「응. 미끈미끈해지지 않을 때까지, 잘 헹궈줘. 샴푸가 남으면, 나중에 머리가 가려워지고, 머리카락 이 빠져서 젊은 나이에 대머리가 되는 원인이 되니까 말이야」 「알았으니까, 입 다물어」 내가 했던 대로, 샤워기로 물을 흘려준 손놀림은, 미용실의 서툰 인턴보다도 훨씬 잘하는 축에 들어갔다. 「어때?」 「응, 합격」 「기분 좋았어?」 「아―」 조금 대답하기 곤란해지고 말았지만, 칭찬해야만 할 때에는 칭찬하지 않으면 안 되는 거라서, 「잘 했어」 라고 말해줬다. 「그래, 기뻐」 시로우의 대답은 솔직해서, 나는 (부끄러운 녀석) 이라고 생각했다. 「몸을 씻을게」 「으, 응. 그럼, 비누 묻히는 법부터……」 한참 렉처하는 중에, 시로우는 젖은 비누에 빠져들었다. 손 안에서 미끈미끈하고 달아나는 비누가 재미있는 듯, 가지고 놀기 시작해버렸던 것이다. 마침 잘됐으니까, 시로우는 놀게 해두고 목욕은 끝내버릴까 생각했지만, 공교롭게도 머리를 감은 탓에 젖 은 몸이 추워져버렸다. 그리고, 내가 욕조에 몸을 담그고 덥히고 있는 사이에, 시로우는 놀이에 질려버려서, 나는 자신의 어벙 함을 저주하면서, 몸을 씻는 연습대로 일하게 되는 처지가 되었다. 시로우는 굉장히 힘 조절을 잘해서, 정성스럽게 또 조심스럽게 내 등을 씻겨주어서, 나는 그 기분 좋은 느낌에 조금 멍해졌다……까지는, 좋았다. 등을 다 씻어준 시로우가, 앞으로 돌아왔을 때, 「생큐, 나머지는 내가」 라고 타올을 받아들려고 하다 움찔했다. 이 녀석, 섰어. 「씻어줄게」 라고 고집을 피우는 어조로 주장한 시로우에게, 「됐어, 내가 할게」 라고 대답하고서, (아니야) 라고 다시 생각했다. 지금은 어서 도망가야만 해. 「이제 씻는 법은 합격. 나는 이제 나갈 테니까」 「하지만 아직 등밖에 씻지 않았어」 「됐다니까」 「안됐어」 입씨름은 행동으로 떨어버릴 작정으로, 문 쪽으로 향하려고 했다. 확 하고 팔을 붙잡혀서 (힉!) 하고 떨쳐냈다. 하지만, 시로우는 또 팔을 붙잡아 와서 떨쳐내려 고 했지만, 꾸욱 하고 손목을 붙잡은 손에는 뼈가 부러질 정도로 힘이 담겨 있어서! 「거짓말쟁이!」 하고 나는 아우성쳤다. 「너 따위를 믿는 게 아니었어! 약속 따위」 「미츠오? 미츠오, 왜 화내고 있어. 시로우는 아무 것도 하지 않았잖아?」 「그럼 그건 뭐라는 거냐!」 아까는 반쯤 서있었지만, 지금은 완전히 일어서서 내 허리를 쿡쿡 찔러대는 그건?! 「……이건, 페니스야」 그 머엉~하니 얼빠진 말투가, 내 공포심을 격앙으로 변환시켰다. 「그걸 그렇게 해놓고서, 믿고 자시고가 어디 있겠냐!」 「이건 자기 멋대로 이렇게 돼」 시로우는 슬픈 듯이 대답해왔다. 「굉장히 아프지만, 약속이니까 시로우는 참을 거야. 하지만 미츠오는 보기만 해도 무서운 거야? 그렇다 면 가도 돼. 이건 한동안은 계속 이 상태야」 웅얼웅얼 말하고서, 시로우는 내 팔에서 손을 떼고, 하아 하고 어깨로 숨을 쉬었다. 「빨리 가. 이렇게 될 때마다 점점 더 아파졌었는데, 지금은 이제까지 중에서 제일 아파」 그렇게 말하면서도 얼굴을 찡그린 시로우는 정말로 아픈 것 같아서, 똑같은 걸 가지고 있는 나로서 는 동정심이 끓어올랐다. 「그럼 빼」 라고 말해줬다. 「빼? 이걸 말야? 그건 곤란해」 「하지만, 아프다며?」 「빼는 쪽이 훨씬 아플 거야. 그리고 무엇보다 교미를 할 수 없어져」 「그야」 한번 빼고 나면 또 스탠바이 할 때까지 시간이 걸린다는 건 생리적으로는 필연적인 거고, 하룻밤 에 할 수 있는 회수라든지 1주일에 몇 번 할 수 있는가라는 식의 남자의 능력의 한계가, 부부의 사이의 문제점이 되는 경우도 많다고 하는 건 귀동냥으로 들었지만. 지금은, 나도 알 수 있는 그 궁핍한 상태를, 섹스하지 않고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말하고 있는 거라니까! 라고 생각하자마자, 아무래도 시치미를 떼고 있는 듯한 이 녀석의 말에 휩쓸려버렸다가는 끝 장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새파래진 내게, 시로우는 한심하게 말했다. 「아무리 미츠오가 하는 말이라고 해도, 거세는 싫어」 「헤?」 그거, 혹시……. 「뺀다, 라는 의미, 모르는 거야?」 「『뽑아낸다』라는 거야. 하지만, 페니스를 빼내버린다면」 「풋!」 하고 그만 웃어버렸다. 「설마, 그런! 저기……마스터베이션이라는 거 모르는 거야?」 아무래도 그 말을 모르는 것 같다. 그러고 보니, 자위를 하는 건 인간뿐인가? 동물이 자위를 해댄다는 건……들은 적이 없어. 아, 아니, 원숭이한테 가르쳤더니 죽을 때까지 계속 해댔다는 얘기는 어딘가에서 들었던 기분이 든다. 그렇다는 건, 고양이인 시로우에게 있어서는 위험한 기술인가? 하지만 시로우는, 내가 멍청하게 입에 담은 그 물음에, 흥미를 가져버렸던 것 같았다. 「그건 뭐야? 이 아픈 걸 낫게 할 수 있는 방법인 거지? 가르쳐줘」 그렇게 몰아붙여왔다. 눈에 핏발을 세우고, 탱탱하니 기운 넘치는 거시기를 내게 찔러대면서. 이런 경우에는, 어떻게 하든 자신의 몸의 안전을 우선시하고 싶어지는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가르쳐줬다. 그……말로 설명해도 모를 거 같으니까, 「이렇게 하는 거야」 라면서, 성이 났다는 느낌의 단단한 그것을 쥐고서, 조물조물하고 말이다. 쥐어준 순간, 시로우는, 「아훗」 하고 고개를 젖혔고, 내가 잡아당겨대기 시작하자 서있을 수 없다는 듯이 벽에 손을 대고 손톱을 세우고는, 「앗앗」 하고 어깨로 숨을 헐떡였다. 「어때, 기분 좋지?」 라고 물어봤던 건, 내 안에서 생겨난 약간의 우월감이 하게 한 말. 「아, 우웃」 하고 꿈속에 빠져버린 듯한 모습으로 시로우는 고개를 끄덕이고, 나는 작은 형이 내게 이걸 가르 쳐줬을 때에, 「귀여워」라고 웃었던 의미를 이해했다. 나는 그걸 놀리는 거라고 생각하고, 인생의 오점 중 하나로 세면서 분해했었는데, 그런가, 과연 「귀여워」라는 느낌이구나. 나는 지금 시로우를 지배하고 있다. 나보다 키가 크고, 말끔하고 핸섬하고, 나를 힘으로 내리 깔 수도 있는 녀석이, 내 오른 손 하나의 동작에 몸 둘 바를 몰라 하는 얼굴로 괴로운 듯이 그리고 동시에 좋은 듯이 허덕이고 있어서……이거……쾌감인데……. 「미, 미츠오, 이, 이상햇」 나도 말해본 기억이 있는 말을 토해내고, 시로우가 매달려오는 듯한 눈빛을 보내왔다. 「그러면 된 거야」 라고 가르쳐줬다. 「나올 것 같은 느낌이지? 나오게 하면 돼, 그러면 아픈 건 나아」 하지만 말이다, 시로우가 말한 「이상해」라는 건, 「삽입하지 않았는데, 왜 이런 느낌이 되지?」 라는 의미였다. 그 말을 들은 나는, 자신의 한심한 정도에 기가 막혔다. 그래, 이 녀석은 자위라는 걸 몰랐어도 나를 확실하게 범해댔던 녀석인 것이다. 전혀 순진무구 하지도 귀엽지도 않다구! 하지만 물론, 도중에 어중간하게 내버려둬 버렸다가는 내가 위험해진다. 게다가 원래, 이거야 말로 교육의 찬스라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삽입하면 나오는 게 아니라, 문지르면 나온다는 시스템이니까」 라고 말해주면서, 주물주물 하던 손의 움직임을 뿌리부터 끝을 향해서 쭈욱 쥐어짜낸다는 식으로 바꿨다. 에잇, 어떠냐. 얼른 가라, 빌어먹을. 그건 그렇고, 개는 그때에 피스톤을 하는데, 고양이의 교미는 하지 않는 건가? 아냐, 이 녀석은 했었어. 라는 건, 나는 멋지게 속아서는 이런 봉사를 하게 되었다는 건가?! 아니면 그건 본능이라 자각이 없이 한 행동이었던 건가? 어느 쪽이든, 머 리에 핏대가 돋는다구. 「아―앗, 아―앗」 하고 시로우는 전신으로 허덕이고, 웃 하고 숨을 조였다고 생각했더니, 터트렸다. 뷰루루 하고 튀어나온 하얗고 탁한 것은 기세도 양도 굉장해서, 나는 똑같은 남자로서 약간 흥 분을 느끼면서 모든 악의 근원이 한 방울도 남지 않고 다 나와 버리도록 용서 없이 쥐어짜댔다. 「읏아……아……아~……」 전부 토해낸 시로우가, 타일 벽에 기댄 채 줄줄 주저앉는 것을, 나는 만족감이라고 말하지 못 할 것도 없는 기분을 맛보면서 지켜봤다. 내가 「변태」라고 다그쳐줬던 형이, 기죽는 기색도 하지 않고 그저 히죽히죽 거렸던 것하고는, 물론 다른 기분이라고 생각하지만. 「좋았지? 이게 『뺀다』라고 하는 거야. 단, 너무 많이 하면 죽으니까 하루에 두, 세 번 까지만 해두라구」 배 속에서는, (원숭이처럼 너무 해대서 죽는다면 비웃음거리라구) 라고 생각하면서 말한 내게, 「……알았어」 라고, 시로우는 너무나 진지하고 솔직하게 끄덕였고, 나는 (바보 같은 녀석~) 하고 비웃었다. 그런가, 만족감은 만족감인데, 이건 복수심이 흘러넘친다는 기분 좋음이구나. 그렇다면 사양 않고 잠겨들어 주지. 하지만, 문제는 그것만으로는 끝나지 않았던 것이다. 보기에는 멍한 얼굴로 뒤돌아있던 시로우가, 그곳에 눈을 멈추고 지그시 응시한 것과 동 시에, 나도 그걸 깨닫고 움찔했다. 어, 어째서 선 건데?! 허둥지둥 손으로 가린 내게, 「아플 거 같아」 라고 시로우가 말했다. 그것도, 혀로 입술을 축이면서 말이다. 나는 쫘악 하고 핏기가 빠지는 걸 느끼면서, 「벼, 별로」 라고 뒷걸음질 쳤다. 하지만, 발치에 의자가 있었던 걸 깨닫지 못했던 것이 실수. 「우왓?!」 하고 엉덩방아를 찧을 뻔해서, 순식간에 허공으로 뻗은 손을 시로우가 붙잡아 멈춰줬다고 생각 하자, 다음 순간 나는 시로우의 가슴에 등을 맡긴 모습으로 끌어 안겨 있었다. 「시시, 시로우?!」 「해줄게」 와―앗, 그만둬―엇! 하지만 그 때에는, 이미 내 발기한 건 시로우의 손 안에 있었고, 달아나려고 해도 어깨를 꽉 끌어 안겨 버려서. 자위는 분명히 알지 못했던 시로우의 손은, 금세 요령을 터득했다. 덤으로, 어째선지 그 외의 것도 터득하고 있어서, 나는 허리가 부서진 상태가 되어버리고 나서 (역시 속 았던 거야) 라고 입술을 깨물었어도, 정말로 손쓰기에는 늦어서……. 그렇게 해서 서 있을 수 없게 되어버린 나를, 시로우는 책상다리를 하고 앉은 무릎 위로 안아들고서, 내 약점인 귀를 물고 유두를 비벼대면서, 정교한 수음(手淫)으로 나를 보내버렸다. 나는, 본의가 아니면서도 좋아한 나에 대한 자기혐오와, 이 앞에 기다리고 있을 터인 격통과 굴욕 의 지옥을 생각하고, 암울하니 묵직한 절망감에 잠겼다. 당하고 있는 동안에 힘을 되찾은 시로우의 그것이, 내 엉덩이의 갈라진 틈에서 흉폭하게 맥박 친다. 아아……나는 바보야, 바보야……바보니까, 또 범해진다구……. 「울지 마」 하고 귓가에서 하는 소리를 듣고, 최소한의 저항으로, 「싫어」 라고 대답했다. 「알고 있어」 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아츠오한테 당하고서, 아팠어. 아프지 않은 방법은, 아직 배우지 않았어. 그러니까, 안 해」 그리고 시로우는 나를 두 팔로 껴안아 일으키고, 욕조로 가게하고는,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게 했다. 그리고서 자기도 들어와서는, 내 어깨를 끌어안고, 「또 아파, 해줘」 라고 귀를 살짝 깨물어왔다. 천진난만한건지 사악한건지, 거짓말쟁이인건지 너무 정직한건지……알 수 없어져버렸다. 내가 아는 건, 일단 지금의 이 녀석은 내게 상냥하게 대하려 하고 있고, 내게도 상냥하게 대해지고 싶어서 어리광을 부리고 있다는 것……. 만족한 얼굴을 한 시로우를 먼저 나가게 한 뒤, 목욕을 다 마친 뒤의 물인 걸 다행으로 여기며 욕조의 더운물을 빼내서 증거를 은폐하고, 착한 아이가 목욕탕 청소를 하는 것 마냥 뒤처리를 하면서, 나는 탁하니 맥이 풀려서는 침울해져 있었다. 이건 즉……B를 해버렸다는 거잖아아……하지만 시로우는, 분명 또 하고 싶어 할 거고……남자인, 그것도 고양이하고……이거 무지하게 위험해애……. 자신이 굉장한 변태가 되어버린 듯한 기분은, 뭐든 좋으니까 변명거리를 필요로 했고, (범해지는 것보다는 낫잖아) 라는 해명은 실제로도 딱 맞았다. 그래, 쌓여가지고 정신이 나가버려서 또 강간당하는 것보다는, 훨씬 낫잖아. 저렇게 해서 달래주는 것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하라구. 게다가, 저런 건, 발정기가 지날 때까지만 참으면 되는 거니까. 결국은 잘 한 거야, 나는. 방으로 가기 전에 물을 마시려고 부엌에 들렀다. 구석 쪽에서 몸을 말고 자고 있던 다이스케가, 일어서서 끄~응 하고 코를 울렸다. 평소라면 자기 쪽에서 쓰다듬어달라고 오는데, 완전히 위축되어버린 것 같다. 나는 다이스케가 있는 곳으로 가서, 「미안, 굉장한 녀석을 데리고 와버려서」 라고 귀 뒤를 긁어줬다. 「정말로 재난이구나, 너도 나도. 우리 둘 다 지지 않게 열심히 힘내자」 라고 말해도, 시로우에게 덤벼보지도 못하고 한판으로 당해버린 다이스케는, 말 그대로 패배한 개라는 걸 스스로도 알고 있으니까 이런 식으로 기가 죽어버린 거겠지. 나도, 그녀석이 멋대로 부려대는 고집을 계속 견뎌내야만 하는, 입장 상으로는 비슷한 것이다 보니 다이스케의 기분을 잘 알 수 있었는데, 즉 이건 패배한 개들끼리 서로의 상처를 핥아주는 거랄까……. 「아―아. 고생이구나아」 한숨과 함께 토해내고, 다이스케의 복슬복슬한 목털에 얼굴을 파묻었다. 「저기이, 여기서 이대로 같이 잘까」 파닥파닥 꼬리로 찬성을 표명한 다이스케가, 갑자기 움찔 하고 몸을 굳혔다고 생각했더니, 허둥지둥 어쩔 줄을 모르는 모습으로 몸을 비틀고 내 팔에서 빠져나가서는 꾸물꾸물 테이블 밑으로 도망쳐 들어갔다. 「흐응」 하고 내 머리 위에서 코를 울린 것은, 어느 새엔가 그곳에 서있던 시로우. 「입만 산 주제에. 다음번에는 용서 없이 눈을 도려낼 거야」 라고 으름장을 놓은 것은, 물론 다이스케에게다. 「사이좋게 지내라고 말했지?」 나는 서글픈 마음에 중얼거렸다. 「다이스케는 내가 귀여워하면서 키운, 동생 같은 거란 말이야. 부탁이니까, 이 이상 괴롭히지 말아줘. 나쁜 짓 한 것도 없는데, 불쌍하잖아」 「그 녀석은, 미츠오는 내거다, 라고 말했어」 시로우가 그렇게 대답해오고는 입을 삐죽거리는 모습으로 말을 이었다. 「너는 들어오지 마, 라고」 「……다이스케의 말을 알 수 있어?」 「의미는 알아. 그 개는 시로우에게 덤볐다가 졌어. 이 집에는 있을 수 없는 게 당연해」 「웃기지마. 다이스케는 우리 가족이야!」 「아아. 그러니까 쫓아내지 않아」 너무나도 거만한 고양이 남자는 잘났다는 듯이 그렇게 말하고, 내 어깨를 끌어안으려고 했다. 나는 그 손을 짝 하고 때려서 쳐내고 말했다. 「다이스케하고 사이좋게 지내라고, 나는 말했어. 너는 『알았어』라고 말했어. 기억하겠지! 그렇다면, 제대로 사이좋게 지내! 그러지 않으면」 까지 말했을 때였다. 「미츠오, 시끄러!」 라고, 작업실에서 엄마의 고함 소리. 「목욕하면서도 시끄럽게 굴더니, 지금 몇 시라고 생각하는 거니?! 어지간히 해!」 으앗~챠~하고 고개를 움츠리고 철수에 들어간 내 뒤에서 시로우도 어깨를 말고는 따라와서, 우리들은 가만가만 방으로 들어갔다. 누가 뭐라고 하든, 이 집의 진짜 보스는, 엄마인 것이다. -- 계속 --> [고양이 2] 왕 같은 고양이를 가르치는 법 (3) 왕 같은 고양이를 가르치는 법 (3) Written by 아키즈키 코오 시로우는 바닥에 깔린 손님용 이불에 눕게 하고, 나는 내 침대로 들어가서 눈 깜짝할 새에 잠들어버린 것 같다. 정신을 차려보니 아침이고, 베개머리에서는 찌르릉 하고 자명종이 울리고 있었다. 시로우는 또 자고 있는 동안에 또 고양이로 돌아가 버렸지만, 하지만 베개를 베고 이불을 덮고 있는 채인 모습이고, 자명종 소리도 들리지 않았던 듯해서, 웃겼다. 덧붙이자면 그날 아침, 시로우는 서둘러 나가려는 내가 놔두고 갈까봐 내 서포트 없이 변신을 해내서, 나는 (역시 하려면 할 수 있잖아) 라고 울컥 했다. 키스해주지 않으면 안 된다느니 어쩌느니, 맘껏 어리광을 부려대고. 두 번 다시 그 방법에는 안 넘어 갈 거니까. 그리고, 아침밥도 대충 먹고 달려간 학교의 학생과에서 수강신청서의 기한은 20일이었다는 것이 판명되어서, 나는 한껏 가슴을 쓸어내렸다. 오늘부터 「편람과 수강신청서 제출용지 배포 개시」라는 것을, 제출 기한이었다는 식으로 잘못 기억했던 것 같다. 그렇구나아, 신입생은 내일이 입학식이니까, 오늘이 마감날일 리가 없지. 이런―이런, 걱정해서 손해 봤다. 어쨌든, 이수규칙이랑 올해의 수업내용이랑 각 수업의 스케줄 같은 걸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모은 책자와, 20일까지 제출할 용지를 받아들고, 오늘 내 볼일은 끝나버렸다. 자아, 이 다음엔 어쩌지. 올해 2학년인 나는, 아직 제미 Seminar: 그냥 세미나와는 조금 의미가 틀리고요, 담당지도교수가 붙는 일종의 스터디그룹 같은 거라고 보시면 됩니다 ^_^; (……요시나가 후미의 민법 시리즈에 나오는 그런 수업 형식이지요 ^_^;) 같은 건 없으니까 연구실에 출입하는 일도 없고, 서클에도 들어갈 기회를 놓쳐버려서, 수업도 볼일도 없는 날이 되면 있을 곳이 없다. 「돌아갈까」 하고 시로우를 뒤돌아봤다. 「어라?」 없다. 학생과에서 서류를 받고 있는 동안에 복도에서 기다리게 해놓고, 교사를 나올 때까지는 분명히 뒤쪽에서 따라오고 있었는데. 「어디 가버린 거지?」 이 토아학원 대학교는, 도심이라 할 정도는 아닌 도구역내라는 곳에 입지해서 상당한 캠퍼스를 확보할 수 있었기 때문인지, 부지가 좁아서 아우성을 치며 교외로 이전하는 대학도 많은 요즘 시대에 특별히 이사하자는 얘기도 나오지 않는 것 같다. 우리 집에서는 한번 갈아타야하는 사철역에서부터 걸어서 7분 정도. 펜스로 둘러싸인 녹음이 많은 캠퍼스 안에 5층짜리 건물인 교사를 중심으로 해서, 학생식당이니 도서관이니 학생회관이니 뭔지 잘 알 수 없는 건물이니 하는 게 배치되어 있고, 경제학부?문학부?교육학부의 문과 세 개 학부를 합쳐서 5천 명 정도의 학생이 4년간이라는 기한부의 자유시간을 구가하고 있다. 학부수로 말하자면, 종합대학이라고는 부를 수 없을 아담한 대학이지만, 멋대로 산책을 나가버린 듯한 고양이를 찾으며 걷기에는, 상당한 넓이인 캠퍼스에서, 나는 지긋지긋해 하면서 주위를 둘러봤다. 「여어, 호시카와잖아」 라고 뒤에서 말이 걸려 와서 뒤돌아봤다. 「아, 시마모토(島本)선배」 작년 이맘때쯤, 사진부에서 입부권유를 해 와서 딱 반나절 따라붙어 다녔었는데, 그 뒤에도 1, 2학년이 함께 이수한 교양과목의 대강의실의 수업에서 꽤 얼굴을 마주쳐서, 만나면 인사정도는 하게 된 사람이다. 「어이, 아직 카메라 할 생각 없어?」 시마모토상이 나한테 따라붙은 것은, 권유받았을 때에 학생증을 보고서 우연히 아버지의 이름을 알고 있던 시마모토상에게 흥미를 가지게 했기 때문이다. 「사진가는 한 집안에 한명 있으면 충분해요」 「어이―어이―, 이름만 부원이라도 괜찮다니까아. 4학년이 나가면, 인원이 팍 줄어버린다구우」 「유령부원을 늘려봤자 소용없잖습니까.」 「이 이상 줄면, 학관 서클 박스를 쓸 수 없어진단 말이야아」 「그럼, 끝내는 부실이 없어져버린다는 겁니까?」 「그렇다구우, 올해는 진짜 무지 위험하단 말이야아―」 내가 보기에는 생긴 것만은 꽤나 단정한테, 지저분한 장발과 어울리지 않는 다박수염과, 입기만 하면 된다는 식의 복장으로 자신의 주가를 끌어내리는 시마모토선배는, 작년과 비슷한 말과 설득으로 물고 늘어졌지만, 「아, 이렇게 하자!」 라고 톡 하고 손뼉을 쳤다. 「부비는 면제에 5월 말까지는 쉬어도 되니까, 입부권유만은 도와줘. 응?」 「에―엣, 뭡니까, 그게」 「호시카와는 여자한테 경계심을 가지지 않게 하는 생김새니까, 여자 전문으로 말을 거는 걸로 말이지」 그거, 칭찬인 겁니까. 「싫어요. 선배가 수염 깎고 하면 되잖습니까」 머리하고 죽죽 늘어난 트레이너도, 어떻게든 하지 않으면 안 되겠지만. 「그렇게 말하지 말라구. 한명 데려올 때마다 밥 사줄 테니까」 「학생식당이겠죠?」 되받아친 시선 끝에, 흘낏 검은 차림이 가로질러 간 것을 깨닫고, 뒤돌아봤다. 「아, 어―이! 시로우! 멋대로 돌아다니지 말라니까!」 「친구야?」 시마모토상이, 사냥감의 냄새를 맡는 멧돼지 같은 얼굴로, 내가 보고 있는 쪽으로 눈길을 주었다. 「신입생인가?」 「아, 아니요, 조금 아는 사이에요」 내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을 리가 없는데, 시로우는 돌아올 생각이 없는 것 같다. 그대로 학생식당 쪽으로 가버리려 하고 있다. 정말이지, 이러니까 고양이라는 건. 「죄송합니다, 실례할게요」 라고 말해놓고, 시로우를 뒤쫓아 가려고 했던 내 옆에서, 「어―이, 시로우구―운!」 시마모토상이 바보같이 커다란 소리를 질렀다. 마침 우리들은, 정문과 기념관 사이인 학교 내에서 가장 사람이 많이 다니는 곳에 서서 얘기를 하고 있었는데, 삼삼오오로 오가고 있던 학생들이 일제히 뒤돌아보게 할만한 커다란 소리였다. 나는 무심코 (웃) 하고 주위를 살펴보고 말았지만, 시마모토상은 더욱 더, 「시로우구―운, 어―이! 잠깐 기다려줘―!」 하고 고함을 지르면서 붕붕 팔까지 휘둘러대니, 역시 시로우도 발을 멈췄다. 그 시로우를 향해서 두두두 달려가면서, 시마모토상이 물어왔다. 「저기, 그의 풀 네임은?!」 시마모토상을 쫓아가면서 대답했다. 「나베시마 시로우입니다. 하지만, 저기, 우리 학교 학생이」 아―젠장, 듣고 있질 않아, 저 사람. 내가 따라잡았을 때, 시마모토상은 이미 시로우를 붙잡고 말을 걸고 있었다. 「그래서 말이야, 호시카와군은 들어와 준다고 하는데, 자네도 어때?」 「내가 무슨 소리를 했다고요? 적당 적당히 둘러대지 말아주세요」 「자아―자아―됐으니까 됐으니까」 시마모토상은 무슨 일이 있어도 얘기를 OK로 몰아가게 하겠다는 생각인 듯, 내 어깨를 끌어안고 정겹게 흔들어댔다. 그 순간, 시로우의 눈빛이 바뀌었다. 「너, 뭐야」 표정은 바꾸지 않고 그렇게 낮게 말한 목소리는, 고양이의 싸움으로 치자면 선전포고인 으르렁대는 소리. 「저기이」 하고 나는 허둥지둥 끼어들었다. 「선배야, 시마모토상이라고」 「왜 미츠오를 만지지」 화났어, 이 녀석 화났어! 달래주지 않으면 위험하지 않을까?! 「어, 어깨동무쯤이야 누구든 하는 거야」 하지만 시마모토상에게는, 무표정에 어조도 조용한 채인 시로우가 실은 분노의 오라를 스파크 시키고 있다는 건 느껴지지 않는 듯, 「이야아~호시카와군 하고는 계속 구슬리고 다닌 지 만 1년 이라는 사이지이」 그 무슨 바보 같은 조크를! 「구슬려?」 「앗, 그러니까, 서클 권유가아」 나는 말했지만, 「서클」도 「권유」도 시로우에게는 의미 불명이겠지. 그리고 시마모토선배는, 어디까지나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는 것 밖에 생각하고 있지 않았다. 「그래그래, 어르고 구슬러서 겨우 오케이 해줬으니까아, 이왕에 자네도 함께 어떨래나 해서」 「미츠오, 뭘 오케이 했어?」 에?! 잠깐, 거기서 왜 화살 끝이 나한테 오는 건데! 「아니 그러니까, 나는 아무것도」 「시로우에게는 말할 수 없을만한 걸 오케이 했던 거야?」 「아니라니까! 시마모토선배는 사진부에 들어오지 않겠다고 얘기했는데, 하지만 아직 오케이는」 말하려고 하는데, 「했잖아~?」 라고 시마모토상이 어깨를 끌어안고 나를 쓰러트리려는 것처럼 기대어 와서, 내 뺨을 시마모토상의 다박수염이 자란 턱이 깔깔하게 문질러댔다. 다음 순간, 「우와?!」 라는 소리를 남기고, 시마모토상이 날아갔다. 옆구르기라도 하려는가 싶게 모로 뛰어서는 통통통 하고 헛발을 디디더니, 「뜨아앗!」 하고 어깨부터 지면으로 떨어져, 그대로 데굴데굴 두 세 바퀴 굴렀다. 「뭐, 뭐야?!」 라는 말이 입 밖으로 뚫고 나왔던 것은,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나로서는 완전히 이해불능이었기 때문이다. 「배제했어」 라고 대답한 시로우의 목소리는, 귀 바로 뒤쪽에서 들려왔다. 돌아보니, 어느새 와있던 건지 내 등에 몸을 기대듯이 하고서 시로우가 서있어서. 앗 하고 생각했을 때에는, 가슴 앞에서 교차된 팔 안에 꾸왁하고 안겨 붙잡혀있었다. 「잠, 노, 놓으라니까. 선배를 보러가지 않으면」 「미츠오는 시로우거야. 미츠오를 만진 저 녀석이 나빠」 「그런 문제가 아니라! 다쳤으면 어쩌려고 그래!」 「아무것도 안 해. 다친 상처는 자기가 핥는 거야」 「고양이는 이겠지!」 그만 고함을 질렀다. 「인간은 그렇게는 안 된단 말이야! 다치게 했으면 치료해주고, 사과해!」 「어이, 어떻게 된 거야?!」 정문 쪽에서 달려온 근육질 체격의 아저씨같이 생긴 얼굴은 본 기억이 있었다. 시마모토상의 서클 부장으로, 일부러 졸업하지 않은지가 벌써 6년째인가 7년째가 되었다고 하는 사람이다. 나는 시로우의 팔을 휘둘러서 풀고, 근육질 부장과 거의 동시도착으로 바닥에 털썩 구리고 있던 시마모토선배에게 달려갔다. 「선배?! 시마모토상?! 살아있습니까?!」 시마모토상은, 하늘을 쳐다본 채 굴러서는 머엉~하니 눈을 커다랗게 뜨고 있었지만, 「한손으로 간단하게 내던져졌어……」 헤롱헤롱하는 목소리로 그렇게 말하고, 「헤, 헤, 헤헤헤헤」 하고 웃기 시작했다. 「어이, 시마?!」 「저기, 호, 혹시, 머리를 부딪친 게 잘못된 건가?!」 「호시카와아」 「네, 네엣」 「입부결정이구나아~」 확실히, 이 상황에서는 거절할 수가 없지만, 「그, 그런 것 보다, 상처는?!」 「부장~」 「뭐냐, 시마」 「신입부원, 두 명 확보에요오~. 호시카와하고~나베시마 시로우~」 「아아, 잘했다! 그러니까 정신 차리고 기다려! 네가 죽으면 부원이 한명 줄어서, 부실이 없어진다구!」 「사, 살 겁니다~, 저 시마모토, 죽어도 살 겁니다~」 ……뭐야, 놀고 있어, 이 사람들. 결국, 그렇게나 화려하게 내던져진 것 치고는, 시마모토상의 상처는 약간 타박상하고 찰과상 정도에서 끝난 것 같았지만 우리들의 입부얘기는 정정할 수 없어져버렸다. 시로우가, 완전히 저기압이 되어서는 방해를 해 와서 말이다. 나를 질질 끌고는 억지로 캠퍼스에서 끌고 나왔다니까. 물론, 나는 항의했고 저항도 했지만, 항의는 흘려듣고 저항은 믿을 수 없을만한 바보 같은 괴력으로 봉인 당해버린 데다가, 하마터면 짐짝처럼 어깨에 얹어져버릴 뻔했으니, 포기하는 수 외에는 없었다. 최소한의 보복으로, 돌아가는 길에는 한마디도 말을 하지 않았지만, 시로우는 별로 신경도 쓰지 않는 것 같아서 나는 더욱 더 머리에 피가 몰렸다. 그리고 집에 돌아오니……넉 달 만에 돌아온 아버지와 시로우의 『어째서 그렇게 되는 거야?!』라는 배틀이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다녀왔습니다―」 라고 현관의 도어를 열면, 평소에는 다이스케가 (어서오세요!) 라고 마중을 와줬겠지만, 그날은 현관에 다이스케의 모습은 없고 대신에 거실에서, 「어서와라―」 라는 들개 같은 소리가 들려왔다. 「앗, 아버지, 벌써 도착했어?」 대답하면서, 신발을 벗고 복도로 올라가, 거실의 도어를 열었다. 「여어」 하고 도어를 열고 나오려고 하고 있던 듯한 수염투성이 얼굴이 웃고는, 「별로 안 커졌구만」 이라는 말과 함께 끌어 안겼다. 「겨우 네 달 만이잖아」 라고 대답하면서, 나는 뺨에 올게 틀림없는 웁츄~에 대비해 눈을 감았다. 아버지는 태어난 것도 자란 것도 순수하게 일본인이지만, 가족에 대한 인사는 구미식인건 지 정글식인건지 모를 스킨십이 짙은 것을 채용해서, 꾸욱 하고 끌어안고서는 츄츄츄하고 양 뺨에 키스를 하는 것이 코스인 것이다. 하지만 그날은, 훼방이 들어왔다. 웁츄를 각오하고 눈을 감은 나를, 아버지의 팔에서 난폭하게 비틀어 빼내는 녀석이 있었던 것이다. 「엣, 시로우?!」 하고 소리쳤을 때에는, 내 비틀거린 몸은 검은 색 일색의 장신의 뒤에 눌러졌고, 「시로우는 내거야」 라고 아버지에게 으름장을 놓고 있는 시로우의 목소리가 귀에 들어와서, 「뭐야? 이 녀석은?」 하고 대답한 아버지의 목소리는, 싸움을 받아주지~라는 모드. 「시로우, 그 사람, 내 아버지야!」 허둥지둥 그렇게 설명을 해놓고, 아버지에게 시로우의 소개를 하려고 했던 바로 그때. 「인사도 통하지 않은 놈이, 내 아들을 『자기 거다』라니, 꽤나 건방진 말버릇이잖아. 게다가 아무리 봐도 여자로는 보이지 않는데, 네놈은 호모냐? 오카마야? 나야 오카마쪽이 웃기니까 환영이지만」 아버지는 이미 완전히, 그런 시비 거는 말을 마구 밀어붙여대 버리고 있었다. 젊은 시절부터 카메라를 한 손에 들고 세계를 방랑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꽤나 성질이 고약한 무리들을 상대하거나 스태프로서 고용하거나 한 듯한 아버지는, 「말하지 않는다는 건 통하지 않아」라는 인터네셔널한 센스의 소유자로, 풍파가 몰아닥치든 싸움이 번지든, 자기주장을 굽히지 않는다. 또 옛날부터, 「아이들 싸움에도 나간다」라는 부모였다. 설령 아들하고 동년배인 아이가 상대라도, 자기 아이를 지키기 위해서인데 주저할 게 뭐가 있냐 라는 주의인 것이다. 「기다려 기다렷! 내가 설명할 테니까」 어떻게든 배틀을 저지하려고 말해봤지만, 시로우도 아버지도 내 목소리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는 얼굴로, 서로를 뚫어져라 노려보고 있다. 「시로우, 아버지, 그만 둬요! 평화롭게 가자고, 평화롭게!」 라는 내 부탁도, 양쪽 모두에게 무시당한 듯한 형세다. 그리고……훗 하고 아버지가 입술을 누그러트렸다. 「미츠오」 하고 나를 불렀다. 「아, 네」 「이 꼬맹이, 어디서 주워왔냐?」 「에? 아 그게, 아르바이트 갔던 곳에서」 「야수의 눈이야」 두근 했다. 「게다가 발정이 나서 완전히 맛이 갔어」 두근두근! 「요즘 일본에서는 흔치않은 타입이야」 「하, 하하하, 그, 그럴지도요」 설마라고 생각하지만, 야생동물하고 오래 사귄 아버지이니까, 시로우의 본성을 알아채버린 걸까?! 그렇다고 한다면 어쩌지?! 아니, 물론 입을 막아서 비밀 엄수를 하게 해두는 수밖에는 없지만. 등골에 식은땀, 옆구리에는 비지땀이 흐르는 느낌으로, 그런 식으로 머리를 돌려대고 있던 내게 아버지가 말했다. 「엄마한테 손을 내밀 걱정은 없을 거 같으니까, 놔두는 건 상관없지만 말이다. 주워온 네가 책임지고 확실하게 가르쳐라」 「으, 응. 하고 있는 중이에요」 대답한 내게 끄덕이고서, 아버지는 지긋이 시로우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꼬맹아, 미츠오가 좋냐」 「무, 무슨 소리를 하는」 「좋아」 「소중히 할 거냐」 「하고 있어」 「미오는 내거니까」 「그건 누구야」 「미츠오의 엄마지」 「아줌마 얘기야?」 「존칭을 붙여라, 실례야」 「알았어」 「착각이라도 미오한테는 손 내밀지 마라. 죽인다」 「시로우는 착각 안 해」 「좋아. 그럼, 내 무리에 넣어주지」 「아, 아버지?」 하지만 시로우에게는, 아버지의 이상한 말투가 통한 것 같다. 「그런가, 이건 무리이고, 아버지가 리더인 건가?」 납득한 듯한 얼굴로 끄덕였다. 「님을 붙여라, 꼬맹이. 아버님이다」 라고 아버지가 거만스레 나왔다. 아버지는 나보다 조금 키가 작고, 시로우보다는 훨씬 작지만, 관록으로는 이긴다는 것을 나로서도 알 수 있었다. 그 증거로, 「아버님, 이랬지?」 라고 시로우는 저자세로 확인을 위해 겸손히 물어봤고, 「그리고, 어머님, 이고」 라고 덧붙였다. 「어머, 『미오상』이라고 하는 쪽이 좋아」 라는 엄마의 목소리에, 우리 세 사람은 일제히 뒤돌아봤다. 「점심밥이야」 라고 싱긋 웃으며 재촉한 엄마가, 이집의 보스라고 이름을 댄 아버지랑 타이, 내지는 좀 더 위쪽의 존재로서 시로우의 머리에 인풋 되었던 것은, 아마 틀림이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건 그렇고, 아버지의 안력은, 시로우라는 녀석을 어디까지 간파하고 있는 건지……. 물어보지는 못했지만, 쓸데없이 긁어 부스럼을 만드는 것이 무서워서, 결국 입밖에 꺼낼 수는 없었다. 그날 밤은, 아버지의 「어서오세요」파티가 열리고, 치바에 살고 있던 작은형이 참가하러 달려왔다. 일관계상 일단 외출을 하면 돌아올 수 있을지 어떨지 알 수가 없는 아버지라서, 「다녀오세요」와 「어서와요」의 파티에는, 가능한 한 가족 전원이 모이게 되는 것이다. 그날, 큰형이 올 수 없었던 것은 올 2월부터 싱가폴의 지사에 전근을 가게 되어서 일가족이 전부 그쪽으로 간 탓이고, 작은형의 신부가 오지 않았던 이유는, 입덧. 하지만 나로서는, 아직 이 집에도 익숙해지지 않은 시로우에게 새로 대면시켜야하는 상대가 작은 형 한사람으로 끝나서, 내심 안도하고 있었지만. 형하고 시로우의 얼굴 맞대기는, 다이스케랑 아버지 때처럼 트러블 같은 것도 없어서, 그 점은 아주 고마웠다. 문제가 일어났던 것은 그 뒤인데……원인은, 술. 시로우는 술은 처음 경험한다고 해서, 취해서 결점을 드러내면 곤란하니까 「맛만 보는 걸로 끝내」라고 엄중하게 말해주고, 나도 신경을 썼지만. 내가 화장실에 갔던 사이에, 형이 반쯤은 재미로 술 한 잔을 원샷을 시켜버렸던 것이다. 돌아와 봤더니, 시로우는 헤롱헤롱 해져서, 위험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허둥지둥 방으로 끌고 갔더니, 아니나 다를까. 문을 닫자마자, 라는 타이밍으로 고양이의 정체를 드러내버렸다. 그날 밤, 내 방에서는, 옷을 입은 커다란 고양이가 드렁드렁 코를 골면서 잔다는 광경이 벌어졌던 것이었다. 뭐어, 시로우의 술버릇이 「취하면 자버린다」라는 거라서, 그나마 살았지만. 이게 엉겨 붙거나 날뛰는 거였다면, 최악으로 덮치는 술버릇이었다면, 어떻게 됐을지……. 다음날 아침의 시로우는, 무척이나 기분이 나빴다. 아무래도 숙취 때문에 머리가 지끈지끈거리는데다가, 옷을 입은 채 변신해서, 하룻밤 내내 그 모습으로 있던 탓에, 몸이 근육통을 일으킨 것 같다. 나는 이때다, 라는 듯이, 「그러니까, 무턱대고 마시면 심한 꼴이 될 거라고 했잖아」 라고 설교했고, 시로우도 충분히 납득한 것 같았다. 그 편지가 도착했던 것은, 가족전원이 숙취로 골골대고 있던, 그날 오후였다. 시로우를 돌봐주지 않으면 안 되었던 덕분에, 혼자서만 숙취는 모면했던 내가 오랜만에 다이스케와의 산책에서 돌아와 들여다본 우편함 속에 들어있었던 것이다. 받는 사람은 시로우고, 보낸 사람의 이름은 아츠오상인 편지에는, 우표도 붙어있지 않고 소인도 없었으니까, 자기가 와서 넣어놓고 간 것인 듯하다. 시로우의 짐을 보낸 방법도 그렇고, 왠지 그 사람은 이상한 짓을 몰래하는군 그래. 부엌에서 다이스케에게 간식을 주고 나서, 방으로 올라갔다. 「다녀왔어. 시로우한테 편지가 왔어」 산책하러 간다고 말했더니, 자기도 같이 가겠다고 고집을 피우고는 어떻게든 변신까지는 했지만, 결국 흐느적흐느적 거려서 나갈 수 없었던 시로우는, 벗은 채로 내 침대로 기어들어가서 잠을 자고 있었던 듯했지만, 편지라는 소리를 듣고 벌떡 일어섰다. 「아츠오한테서야?」 「응, 이거야. 어이, 뭐 좀 입으라니까」 파자마 바지를 입는 걸 조건으로 넘겨준 편지를, 시로우는 찌익 하고 두 손가락으로 찢어서는 열었다. 「아, 정말이지, 난폭하다니깐. 가위를 써서 여는 거야」 찢은 봉투에서 부스럭부스럭하고 떨어진 것은, B5 사이즈정도 크기의 하얀 종이가 한 장하고, 본 적이 있는 듯한 빨간 수첩과, 은행의 캐시카드? 「뭐야?」 라고 들여다봤다. 「입학허가증? 토아대잖아」 수첩은, 나도 가지고 있는 ID카드가 들어간 학생수첩이다. 「이거……」 「아츠오한테 부탁해뒀었어. 시로우는 미츠오하고 대학에 갈 거야」 「하지만, 입시가 있었을 때, 너는 아직 고양이였잖아?」 「시로우는 머리가 좋으니까, 시험은 필요 없어」 「……그런 문제가 아니잖아」 요약하자면, 어떻게든지 손을 써서 뒷문으로 입학하게 만들었던 거겠지. 「뭐어, 상관없지만」 라는 걸로 했다. 지금까지의 예로 봐도, 이건 이미 결정사항이고, 내가 이렇게 저렇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겠지. 하지만……그렇다는 것은, 시로우의 대학생활은 내가 전면적으로 돌봐주게 되는 게 되겠구나. 「이런 이런」 하고, 무심코 입에서 흘러나왔다. 「미츠오는, 시로우가 대학에 가는 건 싫어?」 라는 예리한 질문이 돌아왔다. 「아―……」 어떤 걸까나. 내 기분은? 「어제 같은 소동만 없다면야, 그다지 상관없는데」 응, 그게 솔직한 심정이지. 일단 제대로 다니고 있는 학교지만, 특별히 흥미가 있어서 선택한 학과는 아니고, 우선 졸업하기 위해서 라는 이유에서 타성(惰性)으로 다니고 있다는 것이 진상에 가깝다. 서클에 빠질 마음도 없어서 시마모토 선배의 권유에도 응하지 않았었지만, 서클에라도 들어가지 않으면 거의 친구를 만들 수 없는 것이 대학생활의 실태라서, 그 의미에서는 앞으로 3년간의 지루함이 고생으로 여겨지지 않는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시로우가 함께 다닌다면……지루한 것만은 피할 수 있을 건, 분명하다. 「네 사회공부에 내가 따라붙을 수 있다는 점에서는, 뭐어, 베스트이겠지. 하지만, 어느 수업을 듣는가에 따라서, 교실에서는 떨어질 가능성도 있어」 그게 조금 걱정이다. 내 눈이 닿지 않는 곳에서, 시로우가 뭔가를 했을 경우……그런데다 인묘족이라는 정체가 들킨다면, 시로우도 나도 어떻게 될지. 「시로우는 미츠오하고 함께야」 「그러고 보니 학부는? 아아, 나하고 똑같은 경제인가. 1, 2학년은 교양과목에서 공통이니까, 나하고 같이 듣는데 문제는 없겠다. 내가 작년에 들었던 걸 너는 내년에 하는 게 되지만, 그 즈음이면 너도 혼자서 할 수 있게 될 거고」 「시로우는 미츠오하고 함께가 좋아」 「2학년과 3학년이면, 들을 수 있는 수업이 달라진단 말이야. 3학년부터는 전문과목이 되니까」 「잘 모르겠어」 라고 못마땅해 하는 표정을 지은 시로우에게, 「나도 작년에는 몰랐었어」 라고 웃어줬다. 「어쨌든, 이렇게 됐다면, 네 몫의 학생편람하고 수강신청서용지를 받으러가지 않으면 안 되겠다」 「그럼, 가자」 「지금부터? 학교 학생과는 벌써 닫아버렸을 시간이야. 내일하자」 「알았어」 끄덕인 시로우의 무릎 가에 접힌 종이가 떨어져 있는 걸 깨달았다. 「그거, 아츠오상한테서 온 편지인 거 아니야?」 시로우는 편지인 듯한 그것을 펼쳐서 읽어내리고는, 「젬한테서야」 라고 말했다. 「전화를 하라고 써있어」 「네네. 에―또, 전화 거는 법은 알아? 그럼, 이걸 쓰면 되니까」 내 전용으로 방에 가져다 놓은 무선전화기를 넘겨주고, 일단 다이얼을 누르는 법을 가르쳐주고서, 「다이스케를 씻겨주고 올 테니까」 라고 방을 나왔다. 「아, 오래 전화하는 건 피하도록 해. 우리 집의 룰은, 일에 관한 일 이외의 전화는 『30분 이내』이니까」 「알았어」 라는 대답을 듣고, 도어를 닿았다. 응? 시로우, 시계 볼 줄 아나? 뭐어, 상관없나. 다이스케를 씻겨주는데 딱 30분 걸리니까, 돌아왔을 때에 아직 전화를 하고 있다면 시간 다됐다고 가르쳐주고 끊게 하면 된다. 하지만, 시계를 읽는 법을 모르는 거라면, 빨리 가르쳐주지 않으면 안 되겠지. 고양이하고 달라서, 사람은 시간을 보면서 행동하지 않으면 안 되니까. 그러고 보니, 시로우는 시계를 가지고 있지 않았는데, 산다면 아날로그랑 디지털 어느 쪽이 좋을까. 고양이의 머리로도 이해하기 쉬운 건 어느 쪽일까? 아츠오상한테 물어보자. 밤, 시로우는 목욕하다가 소동을 일으켰다. 혼자서 들어갔는데, 뭔가 카챵 하는 소리가 났다 싶더니만, 절박한 목소리로 나를 불러서 달려가 봤더니, 두 손으로 눈을 누르고는 패닉을 일으키고 있었다. 「눈이 아파! 미츠오, 도와줘!」 「……혹시, 샴푸가 눈에 들어갔어?」 「아파, 미츠오, 아파!」 「알았어 알았으니까, 진정해. 정말이지, 애 같다니까」 물로 눈을 씻어주면서 (손이 가는 녀석) 이라고 쓴웃음을 지었지만, 그런 식으로 돌봐준다는 것은 싫지 않고, 어린 동생이 생긴 기분? 하지만 시로우가 어린 건 속에 든 것뿐이고, 그것도 정말로 어린건지 그런 식으로 내 관심을 끌려고 하고 있는 건지는 판단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왜 그러냐하면, 샴푸가 들어가 버린 눈을 씻는 걸 도와주고 난 뒤, 눈을 뜰 수 있게 된 순간, 「미츠오, 옷이 젖었으니까, 이대로 같이 목욕하면 되겠다」 라고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말해온 것은, 내게 한 군데 더 처리하게 하기 위한 것. 「그건 자기가 해. 그러라고 방법을 가르쳐준 거잖아?」 라고 나는 말해줬지만. 「시로우의 참을성에는 한계가 있어. 시로우는 열중에 아홉을 참고 있으니까, 나머지 하나는 미츠오가 양보해야만 돼」 라는 어린 머리에서는 나올 수 없는 반론을, 너무나도 화가 나려는 걸 참고 있다는 얼굴로 협박을 하고 있는 듯이 대답한다면, 기가 세다고는 할 수 없는 내게는 그 이상의 저항은 무리였다. 결국, 고양이 주제에 나보다 커다란 것이 건방지게, 다부지고 쭉 뻗은 몸이 절박한 느낌인 시로우의 거시기에, 또 손으로 봉사를 하게 된 데다가, 절대로 그쪽은 회피하려고 생각했던 나에 대한 B터치도 허락해버리는 결과가 되어서……그것도 키스당하면서 말이다! 자기혐오로 화르륵 해버린 머리에 목욕을 마치고 드라이를 하면서 이것저것 여러 가지를 생각하고, 나는 하나의 결론을 얻었다. 시로우가 유아단계인 것은, 인간으로서의 생활습관이라든지 하는 인?간?으?로?서?의 측면뿐이고, 그 외의 것은 이미 충분히 어른이라고. 그래, 그런 거 이미 훨씬 이전부터 다 알고 있었던 거잖아. 시로우가 맨 처음 변신을 해서 『인간』을 시작했던 것은, 내가 덮쳐졌던 날의 아마 전날 밤. 그렇다는 것은, 시로우의 인간력은 아직 2주일도 채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게다가 그 사이의 고양이로 돌아가서 방랑했던 기간이며, 고열로 쓰러졌던 날들 같은 걸 빼면, 인간으로서의 시로우는, 생후 1주일도 되지 않는 거라구? 즉, 『시로우』인 그는, 무엇을 모르든 무엇을 못하든,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고양이』인 시이타로서의 그는 어떠냐하면……이미 성수(成獸). 즉, 어른이다. 캣크라운이니 운운하는 사람의 경우로 바꿔서 생각하면, 결혼연령에 이르러서 신부를 찾는, 충분히 어른인 수컷이라는 얘기다. 「으~응, 이 갭이, 복잡하다구우」 하지만 빨리 그 점을 해결하지 않으면, 나는 언제까지고 시로우에게 계속 휘둘려질 것이다. 자려고 했더니, 시로우가 침대로 들어오려고 해서, 「너는 그쪽이잖아」 라며 쫓아냈다. 「시이타하고는 같이 잤었어」 라고 원한 가득한 표정을 짓길래, 「시이타라면 좋아」 라고 대답했다. 「그 애는 이상한 짓은 하지 않으니까 말이야」 「이상한 짓?」 「즉 야, 야한 짓 말이야. 네가 욕실에서 나한테 시키는 짓」 「그럼, 하지 않으면 괜찮아?」 「……괜찮지만, 너는 아직 자신의 의지로는 시이타로 돌아가지 못하잖아? 말해두지만, 나는 돕지 않을 거 야. 방법을 모르니까. 그럼, 잘 자」 하지만 잠들고 나서 잠시 후, 뭔가 뜨끈해서 눈을 떴다. 보니까, 커다란 검은 고양이가 내 옆구리 아래에 서 얼굴을 들이밀 듯이 하고서는, 딱 달라붙어서 자고 있었다. 아무래도 시로우는, 나하고 함께 이불 속에서 잔다는 것만으로, 자력으로 시이타로 돌아가는 요령을 습 득한 것 같다. 나는, 시로우가 지닌 나에 대한 집착에 대해 처치 곤란한 기분으로 쓴웃음을 지으면서, 「뜨거우니까 들러붙지 마」 라고 검은 등을 밀어냈다. -- 계속 그리고 다음날, 우리들은 아침 8시에 집을 나섰다. 내가 받아온 학생편람 속에, 신입생용의 스케줄표가 들어있었는데, 그에 따르면 오늘 9시부터 오리엔테이션이 있다. 단위를 따는 법이라는지 하는 거는 내가 알지만, 시로우도 일단은 참가시키는 쪽이 좋을 거라고 생각해서, 9시 개시에 맞춘 시간에 집을 나왔던 것이다. 전차 안에서 복장 얘기를 잠시 했다. 시로우의 옷은, 맨션에서 입고 온 것도 아츠오상이 넘겨준 것도 검은 색 뿐이라서, 그래서 오늘의 복장도 검은 셔츠에 검은 바지에 검은 재킷이라는 온통 검은색. 「너는, 옷이 검은 색이 아니면 차분해지지 않는다거나 한 거야?」 원래 털색이 검은색이니까, 그런 거에 연연해하고 있는 건가 싶어서 물어봤다. 「다른 색은 입어본 적이 없어서 몰라」 시로우는 한동안 생각하고 나서, 그렇게 말했다. 「그러고 보니, 고양이는 서로의 털색이 다르다는 거 같은 건 인식하는 걸까. 하지만, 색은 알아보잖아」 「미츠오의 머리카락은 살짝 갈색이 도는 검은색이고, 피부는 핑크에 노란색이 섞인 듯한 황색인종의 피부색이지만, 좀더 색이 흰 편이야. 셔츠는 감색하고 파란색 흰색의 격자모양이고, 바지 색은 베이지. 재킷은 짙은 베이지이지만, 그다지 어울리지 않아」 「……색맹이 아니라는 건 확실하구나. 그럼, 동료의 털색도, 저 녀석은 검으네 호랑무니네 삼색이네 하는 식으로 식별하고 있다는 건가. 그녀석의 얼룩은 그다지 규칙성이 없어, 라든지?」 「글쎄……」 라고 시로우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보통 고양이하고는 사귀어보질 않아서, 모르겠어」 「네 동료들 중에는 줄무늬나 얼룩이가 없는 거야?」 내가 아는 세 마리는, 전부 검은 고양이이지만. 「딱 하나 하얀 동료가 있어」 「흐―응. 그럼, 나머지는 전부 검은색?」 「그렇다고 봐」 시로우는 자신 없는 듯이 말했다. 「아직 일족 전원하고는 만나지 않았어」 「헤에……그렇구나」 「이제 곧 성인이 되니까, 그 사이에 기회가 생기겠지」 「그런데 아까 얘기 계속인데, 검은색 이외의 옷도 입어볼 마음이 안 들어? 검은색 투성이로만 입는 것도 어울리기는 하지만, 매일 그런 차림이라는 건 눈에 띄잖아」 키가 크고 스타일도 좋고 핸섬한 것만으로, 아마 무척이나 눈에 띄겠지. 하지만, 숨기지 않으면 안 되는 비밀을 지닌 몸으로서는, 눈에 띈다는 것은 안 좋다. 특히, 어째선지 이쪽이 알리고 싶지 않은 일에는 번뜩번뜩하는 여자애들의 눈이 언제나 어디에서든 시로우를 보고 있을 듯한 상황은, 더욱더 위험하겠지. 「입어 봐도 괜찮기는 한데」 라고 시로우는 한동안 지긋이 내 재킷을 보더니, 「……아마, 차분해지지 못할 거라고 생각해」 그렇게 불쑥 말했다. 자백한다는 느낌의 어조에, 이 녀석이 한 것치고는 아주 조금 귀여웠다. 학교가 있는 역에 도착했던 것은 8시 40분으로, 평소보다 훨씬 많은 사람이 줄줄 똑같은 방향을 향하고 있는 것은, 신입생 전원이 모인 것에 더해서 서클에 들어있는 재학생이 권유전쟁을 하기 위해서 등교해있는 탓이겠지. 실은 어제, 시마모토선배에게서 전화가 와서 (어디서 번호를 조사한 건지는 수수께끼다) 내게도 권유요원으로서 소집이 떨어졌었다. 나는 그런 건 질색이지만, 시로우가 선배한테 그런 짓을 해버린 체면상, 거절할 수가 없어서 받아들였다. 하기는 뭐어 「있으나마나 해서 별 도움은 안 될 겁니다」라고, 예방선은 펴놨지만. 그건 그렇다 치고, 학교의 문이 보이는 언저리부터, 러시아워 때 역의 계단 같은 식이 되어 있어서, 천천히 밖에 걸을 수가 없다. 문이 있는 곳에 무슨 일이 있던 걸까 라고 생각하면서 어떻게든 도착해보고 나니, 문 앞이 인산인해가 되어있는 것도 당연하달까……. 할리우드 영화에 나올 것 같은 화려한 패션의 여자들이 대여섯 명 타고 있는, 캐딜락인지 뭔지 모를 화려한 오픈카가 열려있는 정문을 반쯤 막듯이 주차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인종이 섞인 그녀들은, 누구랄 것 없이 전부 나이스바디의 초미녀들. 「뭐야?」 하고 민폐천만인 무리들에 대한 적의로 미간을 찡그리면서, 문을 들어가는 학생들의 인파에서 섞여 오픈카 앞을 지나가려고 할 때였다. 「앗, 시로우짱?!」 하고 미녀들 중 한사람이 우리들을 가리키고 소리친 것이 소동의 시작이었다. 「그래, 맞아!」 「시로우짱이야!」 「꺄앗, 시로우짜~앙!」 「입학 축해해―!」 「시로우짱, 멋져―!」 각자 교성을 내던져오는 미녀들의 사이에서, 그녀들보다도 더욱 더 한층 죽여주게 화려한 남자가 일어섰고, 그것으로 나는 이 바보 같은 소동의 주모자를 알게 되었다. ……젬……이다……. 마치 프로포즈를 하러 가는 공작 같은 치장을 하고, 긴 머리카락에도 찰랑찰랑하니 빛을 내는 걸 바른 젬은, 가볍게 오픈카에서 뛰어내려와, 15센티는 될 것 같은 하이힐의 뒷굽을 울리며 우리들 쪽으로 다가왔다. 「시로우」 하고 싱긋 웃으면서, 등 뒤쪽에서 파사 하는 소리를 내며 꺼낸 것은, 100송이는 될 것 같은 새빨간 장미 꽃다발. 「입학 축하해. 러버들하고 함께 축하하러 왔어」 그렇게 말하고 시로우에게 꽃다발을 넘긴 젬이, 이어서 무엇을 했는가 하면, 후와~하고 시로우의 어깨에 두 손을 대고서 머리를 끌어안고는 입술에 열렬하고도 길고 긴 키스를! 뜨와아아아 라는 느낌으로 구경하던 학생들(주로 남자들)이 와글거렸던 것은, 아마 천하가 엎드릴 미형에 화려하디 화려한 젬을, 여자라고 착가했던 게 아닐까. 그리고 뜨와아아아하는 소리는, 도합 일곱 번 피어올랐다. 젬에 이어서, 여섯 명의 미녀들도 차례차례 시로우에게 축복의 키스를 보냈기 때문이다. 그 와중에, 여학생들 중에서는, 「잠깐, 저거! 젬이잖아?!」 「거짓말! 슈퍼모델?!」 「그래, 젬이야! 꺄아~!」 「젬이라고요?! 꺄~앙, 이쪽 봐줘요~!」 라는 교성이 점점 더 전파되고, 다시, 「잠깐, 저 금발도 슈퍼모델이야! 저기, 에에또, 비비안 오하라!」 라는 소리가 나는가하면, 다른 쪽에서는 「어이, 저거, 가수 산드라 쥬리스잖아?! 맞아! 그렇지, 그렇지?!」 「미, 미미, 미카미 쥰코다앗! 쥰코짜아~앙!」 나머지 세 사람의 이름은, 나는 들어본 적이 없었지만, 흥분한 콜이 걸린다는 건, 어디 업계에서 나름대로 유명인 이라는 거겠지. 그리고 젬과 여섯 명의 미녀들은, 각자의 팬들의 대소동을 깨끗하게 무시하고, 시로우를 둘러싸고 키스하고 끌어안고 난리를 치고. 둘러싸여있는 시로우는 어떠냐하면, 다른 사람인 척 소동에서 몸을 빼려고 한 나를 달아나지 못하도록, 미녀들과 몸부림을 일으키고. 나는, 시로우가 붙잡은 손을 놔주지 않은 탓에, 푸룽푸룽한 D컵과 머리가 어찔어찔할 것 같은 향수냄새 속에서, 이리저리 밀리고 치여서. 소동을 잠재운 것은, 삐리삐리삐리릭~! 하는 호루라기로 경고를 먼저 보내고 달려와 준, 대학 구내 경비원이랑 직원인 듯한 사람들이었다. 「네네, 어떻게 된 겁니까!」 「멈춰 서지 마세요! 안으로 들어가요!」 몇 사람인가가 구경중인 학생들을 해산시키는데 들어간 옆에서, 우리들과 젬의 일행은, 소란의 원흉으로서 10명 정도의 어른들에게 둘러싸이고, 번쩍번쩍한 오픈카채로 기념관 옆의 자그마한 광장이 되어있는 장소로 연행됐다. 「주모자는 누구지!」 라는, 무서운 경비원의 하문에, 「나」 라고 손을 든 젬이, 「학장, 불러줘」 라고 말을 이었다. 「학장?!」 하고 눈을 휘둥그레 뜬 남자에게, 「몰라? 좀 퉁퉁하고 대머리에, 이시하라 유지로의 노래가 18번이지만 음치인 아저씨」 그렇게 서글서글한 얼굴로 대답한 젬은, 실로 고양이식의 마이페이스의 견본이랄까. 그리고, 「아, 달링, 나, 스튜디오에 들어갈 시간이야」 금발의 미녀인 비비안이 유창한 일본어로 말한데다, 「아아, 이 차, 타고 가도 되니까」 라고 방약무인한 키스를 한 젬도 젬이라면, 「그럼, 또 밤에 봐」 라고 키스를 되돌린 비비안도, 「도중까지 태워줘!」 라고 차에 올라탄 트랜디 여배우인 미카미 쥰코도, 어느 쪽도 뒤지지 않는 멋진 고양이 가면. 늘어선 대학당국자는, 부웅하고 달려 나가는 오픈카를 넋이 빠진 듯이 바라보며 전송했다. 게다가 젬이, 「어이, 학장을 부르라고 말했잖아!」 라고 거만하게 항의를 해대면, 일반 샐러리맨에 지나지 않는 경비원들도 직원들도, 조심조심 얼굴을 마주보는 이상의 저항은 하지 못하고. 5분 뒤. 시로우와 젬과 네 명의 미녀와 어째서인지 나까지, 학장실의 응접소파에 앉아있었다. 「이번에 무척이나 큰 기부를 해주셔서」 조금 살찌고 대머리인 학장이, 미녀들에게 둘러싸여 거만하게 앉은 젬에게 꾸벅꾸벅 고개를 숙이는 것을, 나는 (왠지 불쌍해) 라고 생각하면서 보면서도 보지 않은 척을 하고 있었다. 이 어처구니없는 고양이들에게 휘둘려지는 입장이라는 점에서는, 학장도 나도 비슷한 것 같으니까. 「그런 건 아무것도 아니지」 하고, 젬은 정말로 아무래도 좋다는 듯이 말하고, 「여기라면 차가운 우유를 마실 수 있을까 생각해서 들린 것뿐이니까」 라고 말을 이었다. 「어디 자판기에도 우유가 없다는 건, 너무 불편해」 라는 건, 너무나도 고양이다운 의견. 그리고 단지 그것뿐인 용건을 위해서 문까지 마중을 하러 달려 나오게 되고, 이렇게까지 몸을 접고 고개를 숙이며 안내하게 된 학장은, 화내기는커녕 서둘러 일어서서, 내선전화로 「우유를 가져오도록」이라는 주문을 전달했던 것이었다. 「아, 얼음도 검시럽도 넣지 말아줘」 「네네. 아, 자네, 얼음하고 검시럽은 빼고야. 그걸 일곱 잔, 서둘러」 「달링, 나는 커피가 좋아」 「아, 아니, 하나는 커피야」 「나는 홍차가 좋은데에」 「여보세요, 하나는 홍차야, 그래 홍차」 「핫다즐링이지. 레몬티로」 「핫다즐링에 레몬티로!」 「I want martini, please」 「마, 마티니가 하나!」 역시 화가 나려고 하는 것 같은 학장의 모습을, 자리가 좁아진 소파의 구석에서 바라보면서, 나는 (어른이라는 건 큰일이구나) 라고 곰곰이 생각했다. 대체 어느 정도의 기부를 받은 건지는 모르지만, 빈말로라도 학장이라는 신분의 사람이, 고양이도 100퍼센트인 손님들의 버르장머리 없는 행동에도, 화를 낸 표정조차 짓지 않고 유유낙락. 분명히 오늘밤은, 이시하라 유지로라도 부르며 우울함을 달래겠지. 하지만, 확실하게 젬 일행의 사인된 색지를 손에 넣는 것을 보면, 절대로 구석에 처박아 놔두면 안 될 인물인 건지도 모르지만. 그리고 학장의 수난은, 사람을 사람이라고도 생각하지 않는 빈객(賓客)들을 최경례의 인사로 방에서 내보내면 끝나겠지만, 나의 수난은, 그때부터 시작이었다. 「모처럼 왔으니까, 대학 안을 구경하고 가지」 라고 젬이 말을 꺼내고, 「미츠오, 안내해」 라고, 명령이. 나로서는, 학장실을 나온 순간 인스턴트카메라의 일제히 터진 플래시를 뒤집어쓰는 듯한, 이 화려하디 화려한 집단에게 끌려들어가서 교내일주를 한다니 절대로 사양이었기 때문에, 「시로우를 오리엔테이션에 데리고 가지 않으면 안 되니까요」 라는 구실로 안내역할을 피하려고 했다. 하지만, 「오케이, 그럼 우선 거기부터야」 「헤?」 「맨 처음엔 오리엔테이션을 구경할래」 「아, 아니, 저기」 「시로우, 오늘부터 여기는 너의 테리터리의 일부분이니까, 확실히 보고 다니면서 상태를 파악하는 거야」 「알았어」 「그럼, 레디고―!」 「네~에!」 「가요, 가요!」 「저, 저는 안내 따위 안 해요!」 「이런~이런, 미츠오군은 냉정해. 잠깐, 거기 자네, 오리엔테이션 장소는? 기념관의 강당? 그거 어디 있는 거지? 안내해주겠어? 생큐. 자네, 꽤나 큐트한데」 「달링!」 「자아, 시로우, 와라」 「미츠오, 가자」 「돼, 됐어, 나는」 「가자」 「싫어어~엇!」 「자~아, 자, 떼쓰기 없기~」 ……그리고 기념관 강당에서의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은, 엉망진창이 되었다. 신입생들은, 문 앞에서의 소동을 목격한 무리들에게서 입소문을 전해 들어서 「교내에 유명인이 왔다」라는 소문이 발을 달고 퍼진 참에, 갑자기 파파라치들을 데리고 그 본인들이 꺄아꺄아 하는 교성을 지르면서 몰려다녔으니까 말이다. 어떤 소동이 되었는지는, 상상이 되리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젬들은, 모두가 떠들면 떠들수록 득의만만하게 코가 높아진다는 상태로, (아마 진짜 반쯤은 재미로) 정말로 캠퍼스 안을 구석부터 구석까지 누비고 다니고, 그 무리 속에는, 시로우에게 질질 끌려가며 걷는 나도 있었고……. 「뭐야, 대학치고는 건물도 시설도 쬐그맣고, 애당초 캠퍼스가 너무 좋아. 소르본느랑 하버드에는, 낮잠 자기 좋은 잔디랑 나무그늘이 얼마든지 있었는데. 시로우, 내가 나쁜 소리 하는 게 아니야, 좀 더 좋은 학교로 옮겨」 그런 감상을 토해내게 된 젬이, 미녀들과 함께 마중을 온 리무진으로 돌아간 뒤. 남겨진 나와 시로우는, 갑작스런 파파라치 군단들에게서의 질문공세 폭풍 속에서 다시 한번 북새통속에 빠진 것 마냥 들볶였고, 겨우 달아났을 때에는, 나는 흐느적흐느적 피곤에 지친 나머지 반죽음 상태였다. 아니, 빈말이 아니라 정말로. 정신을 차렸더니 모르는 방에서 자고 있었고, 시로우가 내 손을 잡아당겨서 군단을 헤치면서 달려 나가던 것 까지는 기억하고 있지만, 거기서부터 지금까지의 기억이 전혀 없다는 건, 그 사이 의식을 잃었다는 게 되겠지. 방은, 고등학교 교과준비실 정도의 넓이고, 한쪽 벽이 새시 유리창으로 되어있는 것도 살풍경한 것도 준비실과 비슷하고, 이과실험실에 있었던 것 같은 커다란 책상이 하나, 그 주위에 엉망인 접이의자가 몇 개하고, 나무판에 다리를 붙였을 뿐인 기다란 나무의자가 하나. 벽가에 골판지상차의 산. 내가 자고 있던 건 비닐을 쳐진 여기저기 찢어진 너덜너덜한 소파로, 발치 쪽에 시로우가 앉아있었다. 무릎 위에 팔꿈치를 대고 두 손을 가슴 앞에 모은, 기도하는 사람 같은 포즈로, 등을 둥그렇게 말고 고개를 숙이고 있다. 「시로우」 라고 불렀더니, 팟 하고 내 쪽을 돌아본 순간, 나는 안도했다. 「다행이야, 자는 건가 생각했어」 잠이 들면 정체가 드러나 버리니까. 「죽은 건가 생각했어」 라고 중얼거린 시로우의 뺨에는 눈물줄기가 빛나서, 나는 조금 감동했다. 헤에……인묘(人猫)라는 거, 울 수 있구나아……. 「여기, 어디야?」 「몰라」 「네가 데리고 온 거 아니야?」 「미츠오를 옮긴 건 시로우지만, 시로우를 여기로 데리고 온 건……시마모토들이야」 「헤에, 선배가? 그럼, 여기 사진부 부실인 건가」 덜컹 하는 소리가 나서, 시선을 돌렸다. 소리는 도어가 열리면서 난 것이고, 열린 문으로 시마모토 선배가 들어왔다. 그 뒤쪽에서 근육맨 부장도. 시마모토선배는, 나와 눈이 마주치자 히죽 웃고는, 「거봐, 안 죽었지?」 라고 말한 것은, 시로우에게. 「넌 너무 패닉을 잘 일으켜. 나까지 허둥지둥하게 만들어 버렸다구」 「죄송했습니다」 하고 사과했다. 「저기, 폐를 끼쳐서」 「재미있었어」 라고 시마모토상은 웃고, 팔 안에 들고 있던 캔쥬스 한 개를 내게 넘겨줬다. 「아, 감사」 「시로우, 받아」 시마모토상이 던진 캔쥬스를, 시로우는 탁 하고 쳐서 떨어트렸다. 고양이 펀치다. 「어이어이, 받으라니까」 하고 웃고서, 바닥에 구르는 캔을 주우러 간 시마모토상에게, 나는 가슴속으로 (죄송합니다, 고양이라서요) 라고 사과했다. 「일어날 수 있겠어?」 라고 근육맨 부장이 말을 걸어와서, 「네」 라고 일어서려고 했더니, 시로우가 덤벼들 듯이 안아 일으키러 왔다. 「오―오―, 러브러브」 하고 시마모토상이 놀려 대와서, 「그, 그런 게」 라고 항변했더니, 옆에서 시로우가, 「그건 뭐야?」 라고 「러브러브」라는 말의 의미를 묻어와서, 나는 허둥지둥, 「여, 여기는 사진부 부실입니까?」 라고 화제를 돌렸다. 「아아. 그 도어 안이 암실이야. 사용 중이라고 플레이트가 걸려 있을 때는, 멍청하게 열거나 하지 말아줘. 잘못하면 죽는다구」 「아하하, 그렇겠죠」 현상중의 필름을, 멍청하게 감광시켜서 화르륵 해버린 카메라맨의 분노는, 상상이 된다. 「이쪽 방은, 언제든 출입자유야. 자는 것도 상관은 없지만, 눌러 붙어 사는 건 불가」 「작년에는 그래서, 하마터면 쫓겨날 뻔 했었어」 라고 덧붙인 부장에게 시마모토상이 머리를 긁는 모습에서 보건데, 눌러 살았던 건 이 사람인 듯 하다. 「아무도 없어질 때는, 열쇠를 걸어둘 것. 현상용 극약을 빼내는 바보가 없다고는 단정 지을 수 없으니까 말이야. 다이얼은 『0000』이면 열려」 「그렇게 간단한 번호로는 위험하지 않습니까?」 「복잡한 숫자는 기억 못해」 「……하기는」 「이하, 신입부원 오리엔테이션은 끝. 이어서, 환영의 건배를 하지」 에? 아, 캔쥬스로? 「제군들이 부에 오래 붙어있기를 기원하며, 건배!」 하하, 하하하하……하아……. 곤혹스러워서 억지로 만든 웃음을 짓고 입에 댄 캔쥬스는 감로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맛이 있었고, 당황하면서 나를 보고 흉내 낸 시로우도 꿀꺽꿀꺽 단숨에 다 마셨다. 그렇구나아, 오늘 반나절은 하드 했었지! 하지만, 아직 끝이 아닐지도 모른다고 깨달았던 것은, 「그건 그렇고, 화제 만들기로서는 최고였어요, 그 소동은」 라고 시마모토상이 말을 꺼내고, 「소문의 인물 두 사람을 나란히 잡다니, 올해 신입부원은 배로 늘지도 모르겠군」 하고 기쁜 듯이 끄덕인 부장에게, 「너희들, 권유는 맡기겠어.」 라고 어깨를 두들겨졌을 때였다. 「『세상 소문은 길어야 75일』이라고 하지만, 반대로 말하면 두 달 좀 넘을 때까지는 소문의 효력을 이용할 수 있다는 거니까 말이야. 열심히 화제성을 활용해서, 50명이든 100명이든 사로잡을 수 있을 만큼 잡아와 줘」 「그, 그런……」 그만 울어버릴 뻔하면서 호소했다. 「저는 눈에 띄는 건 좋아하지 않고, 화제니 뭐니 하는 거 되고 싶지 않고, 지금까지처럼 좋고 나쁘고 그런 거 없이 평온무사한 게 성격에 맞는다구요오」 「아아, 그런 건 포기해」 부장은 그렇게 단 한마디로 내 희망을 각하하고, 시마모토상도, 「그렇게나 눈에 띄어놓고서 화제가 되지 않을 턱이 없고, 평온무사라니 하는 노친네 같은 소리를 하는 건, 65세를 넘어서 연금생활자가 되고나서야, 호시카와군」 라고 나를 노려 봐오지만, 내심은 (내 일도 아니고 남의 일이니까) 라면서 즐기고 있는 게 뻔히 보인다. 아~정말이지~, 젬 저 빌어먹을 바보 고양이~!! 평생 원망해주겠어~!! 어쨌든, 저녁 무렵까지 그 방에서 숨어 있다가, 정찰을 가줬던 시마모토상이 「이제 나와도 오케이야」라고 말해서, 집으로 돌아가려고 시로우와 둘이서 대학 문을 나왔을 참이었다. 스윽 하고 새카만 벤츠가 다가왔고, 뒷좌석의 창에서, 「타거라」 하고 말을 걸어온 것은, 야회복 차림에 가슴에는 빨간 장미를 장식한 아츠오상. 그 순간 (젬 사건 제 2탄인가?!) 라고 머릿속에 번뜩 떠올라서 나는 그만 뒷걸음질쳤지만, 뒤쪽에는 시로우가 있었다. 「미츠오, 가자」 라고 아츠오상의 옆으로 밀어 넣어지고, 시로우도 올라타 와서, 나는 납치당했다. 「하? 파티……입니까?」 하고 되물은 내게, 아츠오상은, 「뭐야, 몰랐던 건가?」 라고 내가 잘못했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젬이 전하지 않았나? 오늘 아침, 시로우에게 입학축하를 하러 간다고 했었는데」 「오픈카에 잔뜩 미인을 끌고 납시셨었죠」 나는 잔뜩 비꼬는 투로 말해줬다. 「학장님한테 차심부름을 시키고, 대학 안에 큰 소동을 일으켜주셔서, 시로우에게 받게 하려고 했던 신입생오리엔테이션은 엉망진창. 덕 분에 우리들은 남들 보기에는 사진부원이 됐습니다」 요약한 탓에 조금 지리멸렬해진 내 설명에, 아츠오상은, 「호오……」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사진가가 된 일족은 없지」 「누가 그런 소리를 했습니까!」 「사진부에 들어갔다고 했던 건 자네야」 아앗, 통하는 것 같으면서도 어긋나는 대화에서 오는 이 짜증! 「뭐어, 파티의 건을 전했든 안했든 지금하고 그다지 차이는 없어. 어차피 미츠오는, 야회복 같은 건 가지고 있지 않겠지? 가지고 있다고 해도, 시이타의 반려가 몸에 걸치는데 어울릴만한 물건은 아니겠지」 혹시 저는 바보 취급당하고 있는 겁니까, 빈곤한 서민이라고? 하지만, 시이타의 반려 운운한다는 건, 「설마, 칵테일드레스 같은 걸 입게 되는 건 아니겠지요?」 「자네한테는 여장 취미가 있는 건가?」 「없습니닷」 「그거 다행이군. 아니, 어울리지 않는다고는 말하지 않겠지만. 천연적인 미녀들의 사이에 서면, 피에로 같은 꼴밖에 되지 않겠지」 그거, 젬의 걸프렌드들 같은 여성이 오는 파티라는 건가? 「그래서, 무슨 파티인 겁니까」 「이런이런, 정말이지 미츠오는 둔하군」 아츠오상은 (바보한테 듣는 약은 없지) 라는 식으로 생각하고 있는 듯한 표정으로 한숨을 쉬어보이고, 아이에게 말하는 듯한 태도로 말했다. 「시이타의 성인축하를 겸한, 시로우와 자네의 결혼피로 파티지」 혹시 내가 도어 쪽 자리에 앉아있었다면, 주저 없이 차에서 뛰쳐나갔겠지. 설령 수도고속도로를 질주중이든, 뭐든 말이야. 하지만 공교롭게도 나는, 아츠오상과 시로우의 사이에 샌드위치 되어 있었고, 게다가 시로우가 꼭 붙잡고 있겠다는 식으로 어깨를 끌어안고 있어서, 질주하는 벤츠에서의 탈출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그래그래, 시이타, 인사의 순서인데, 우선 맨 먼저 시그마에게로 가는 거야. 그 다음은, 시그마의 가까이에 있는 순서대로 인사를 해가면 돼. 미츠오, 자네도야. 홀에 들어간 순간부터 시그마에게 인사가 끝날 때까지는, 다른 자들과 눈을 마주치거나 얘기를 하거나 해서는 안돼. 시로우도야. 알겠지?」 「안 그러면 어떻게 되는 겁니까?」 라고 물어봤던 것은, 단지 그런 생각이 머리에 떠올랐기 때문이다. 「불행해져」 아츠오상은 간단하게 말했고, 나는 거스를 마음을 잃었다. 뭐랄까 이렇게, 너무나도 지옥 같은 언럭키가 기다리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던 것이다. 아니, 아마 그럴게 틀림없다. 이윽고 벤츠는 고속도로를 빠져나왔고 그리고서 다시 한 시간 가까이 달렸고, 도착한 곳은 나도 알고 있던 장소……운명의 덫에 발을 집어넣는 꼴이 되는 것도 모르고, 『고양이 담당』의 아르바이트로서 살았던, 그 나베시마 저택이었다. 현관 앞에서 차에서 내리자, 「자아, 준비에 들어가라」 라고만 말하고, 아츠오상은 서둘러 집 안으로 들어가 버리고, 「준비라니?」 라고 옆모습을 살펴본 시로우는, 「처음이라서, 모르겠어」 라는 의지가 안 되는 대답을 했다. 그러니까, 집사인 쿠로다상이 마중을 와줬을 때에는, 우리들은 둘이서 어쩔 줄 몰라 하고 있었다. 쿠로다상이 우리들을 데리고 간 곳은, 그 로마풍의 목욕탕이라는 느낌의 넓은 고양이 전용 욕실로, 「끝나시면, 이쪽의 벨을 눌러주십시요」 라는 건, 목욕을 하라는 거 같다. 나는, 『주문 많은 요리점』의 손님이 된 듯한 기분으로 옷을 벗고, 역시 몹쓸 장난을 칠 기분도 나지 않는 것 같은 시로우와 둘이서 얌전히 목욕을 마치고, 우리 집 거실보다도 넓은 탈의실로 나와서, 들은 대로 벨을 눌렀다. 나타난 것은, 옷걸이에 걸린 옷이랑 크고 작은 몇 개의 상자를 손에 든 세 사람의 백인 남성을 거느린, 이지적인 미모와 성숙한 신체로 주위의 기를 죽인다는 느낌의 금발미녀로, 겨우 바스타올만을 허리에 감고 있던 나는 그만 살짝 시로우의 뒤로 몸을 숨겼다. 「시이타, 처음 뵙겠어요. 날 알겠어요?」 금발미녀는 외국인 같은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 유창한 일본어로 그렇게 말하고, 먼로워크로 시로우의 앞으로 다가왔다. 「알지만, 말해도 되는 건가?」 시로우가 세 사람의 남자들을 슬며시 눈으로 가리키면서 말했다. 「노프라블럼. 알겠어요?」 「아아」 라고 끄덕이고, 시로우는 여자에게로 눈길을 돌렸다. 「제타의 캣크라운, 엘리자베스야」 「잘하셨어요. 아직 이런 아기고양이일 때에 한번 만났을 뿐인데, 확실히 기억하는군요」 이 시로우에게 정말로 그런 시절이 있었던 건가, 「손바닥 사이즈」를 해보인 그녀를, 나는 다시 한번 (헤에……) 하고 바라봤다. 캣크라운이라는 건, 저 젬의 본처라는 것이다. 분명히, 젬이 대학에 데리고 왔던 미녀들보다도 한수내지 두수쯤은 위라는 느낌이 든다. 아―…… 용모가 그렇다기보다, 내면적인 반짝임의 질이 다르다고 할까. 「그쪽이 소문의 미츠오군이죠?」 라고 파란 보석 같은 눈으로 바라봐져서, 나는 허둥지둥 고개를 끄덕였다. 「호, 호시카와 미츠오, 입니다」 「Shinning fish in milky-way」 내 이름에 담긴 뜻을 영어로 번역해보고, 엘리자베스는, 「후훗」 하고 미소 지었다. 「샤이닝 피쉬는 부끄럼쟁이에 순진하고 크리미해서, 시이타한테는 아까운 일품요리야, 라고 젬이 말했는데, 정말로 그런 느낌이네요」 그 말을 듣고, 내가 화악 하고 새빨개진 것은, 내가 시로우한테 먹?혔?다?라는 걸, 이 여성한테 알려졌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제부터 만나는 파티의 손님들에게도, 그 일은 이미 알려져 있는 게 틀림없다고 생각하고서, (달아나자!) 라고 마음먹었다. 남자인 내가 남자에게 당했다는 그런 쪽팔리는 소리를 만천하에 퍼트리는 그런 자리에, 얼굴 따위 내밀 수 있겠냐! 하지만 내 결심은, 생각한 순간에 눈치채여 버린 것 같다. 「안돼요」 라고 엘리자베스가 나를 노려봤던 건, 그런 거겠지. 그리고 탈주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어떤 수단이든 써올 것 같은 무리를 상대로 과감하게 싸우겠다고 결의하기에는, 내 근성도 기력도 체력도 두뇌도, 너무나도 역부족이었다. 「자아, 채비를 시작하죠. 에릭과 폴은 시이타를 부탁해. 미셀은 나를 도와줘」 에릭하고 미셀은 프로 미용사인 듯, 거울 앞에 앉힌 우리들의 머리카락을 멋들어진 손놀림으로 커트하고 세트하고, 눈 깜짝할 새에 메이크업까지 마쳐버렸다. 하지만 메이크업 쪽은, 화장이라고 할 정도로는 눈에 띄지 않는 화장이었지만……하지만 역시 평소의 내 얼굴하고 틀려어~. 이런 오카마 같은 얼굴, 싫어어~~엉. 하지만 항의 따위는 할 수 없는 분위기에서, 거울 앞에서 일으켜 세워졌다고 생각했더니, 문답무용으로 허리에 감았던 타올이 벗겨졌다. 「와, 왓」 「네, 오른 발 들고」 「호호혼자서 입을게요!」 여성이 팬티를 입혀주다니, 두 살 때에 졸업했습니닷. 와앗, 보지 마, 보지 말아줘엇! 내 앞에 무릎을 꿇은 엘리자베스상의 눈에서, 1초라도 빨리 고간을 가리려고, 나는 초조한 마음에 다시 초조해하며 팬티를 입었다. 그런 내 옆에서는, 시로우가 당연하다는 듯한 얼굴로 폴상한테 팬티를 입혀지고 있어서, 그 당당한 태도는 밉살맞아 보일 정도. 아아―좋겠구나, 너는. 그렇게나 멋진 도구를 가졌으니, 누구한테 보이든 부끄럽지 않겠지. 흥. 폴하고 엘리자베스는, 아마 스타일리스트라든지 하는 직업이겠지. 가지고 온 옷이라든지 구두라든지 타이핀(크고 작은 상자의 안에는 그런 것들이 들어있었다)을, 척척 우리들에게 입혀가더니, 「마무리, 부탁해」 라며 또 미셀에게 넘겨졌다. 거기서 겨우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되었는데, 거울에 비친 그것이 눈에 들어온 순간, 그만 굳어버렸다. ……누구? 라는 느낌이라서. 머리는 내가 한번도 해본 적이 없는 스타일로, 후와~하고 자연스럽게 흘려 넘겨지고, 연미복식으로 윗옷의 뒷자락이 딱 무릎 뒤쪽 위까지 오는 디자인 슈트는, 녹색 중에서도 가장 품질이 좋고 가벼운 색 배합을 지닌 듯한 모스그린. 입었을 때 기분으로 (비단인가) 생각했던 셔츠는, 상의의 앞이 벌어진 것을 메우는 듯한 성대한 레이스 프릴이 싫어보이지는 않고, 못깃을 졸라매는 상의와 공포의 보우타이를 잠그고 있는 것은, 직경이 1센티는 될 것 같은 브릴리언트커트의 다이아몬드(물론 모조품이겠지. 빛이 약간 핑크빛이 나니까)다. 그리고 그런 것에 감싸인 얼굴은, 등신대의 밸런스도 그럭저럭 이고, 남자다운 면은 없지만 오카마 같다고 생각할 정도로 오카마 같지도 않은, 말끔하니 단정한 눈썹과 커다란 눈이 총명하고 상냥하게 보이는 표정을 짓고 있다. 이 녀석……누구야. 하고, 나는 자신에 대한 쑥스러움을 감추려 생각했다. 이런 나르시스트 같은 『동양의 왕자님입니다』같은 녀석, 나는 모른다구. 「가봉하지 않은 것 치고는, 꽤 잘 만들어졌어. 그렇지, 폴?」 폴의 대답은 네이티브 스피드의 영어였어서, 나는 거의 알아듣지 못했지만 「멋지다」라느니 뭐라느니 하는 소리를 했던 것 같았다. 나중에 듣고 보니, 엘리자베스는 나도 이름을 알고 있는 모 유명한 세계적 브랜드의 치프 디자이너라는 것 같고, 우리들이 입게 된 산뜻하고 맵시 있는 스타일의 견본 같은 야회복은, 그녀가 우리들을 위해서 디자인한 오리지널이라는 것 같다. 거울 속에서 스윽 하고 옆으로 다가온 시로우의 모습이 눈에 들어와서, 나는 다시 한번 굳었다. 내 옷을 전체적으로 샤프하게 어레인지 한 것 같은 윤기 있는 칠흑의 그 옷은, 나처럼 팔랑팔랑하지 않은 심플한 셔츠의 하얀색과 서로 상승효과를 일으켜서 말쑥하고 늠름한 느낌. 타이는 하지 않는 대신에, 셔츠의 앞에 내 타이핀하고 같은 크기의 다이아(어째선지 진짜로 보인다!)를 세 개, 버튼의 위치에 늘어놓고, 목둘레의 악센트는 정성을 잔뜩 담아 세공한 골드체인. 하지만 원래가 스타일이 좋고 얼굴도 잘난 녀석이, 이런 복장으로 떡 하니 움직이지 않고 있으니, 정말로 압권! 이라는 느낌이었다. 가지런한 생김새가 더욱 더 단정해보이고, 길게 찢어진 눈에는 젊은 왕자의 관록 같은 게 보이는 기분이 들어버린다구. 이 녀석, 시로우인데……시로우인데, 그런데 시로우가 아니야~……그 호색한 발정기 남자가, 이렇게 멋져질 수 있는 거냐! 이런 건 사기야~~앗! 마무리라는 건, 옷을 입는 동안에 아주 조금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사삭하고 고치는 것으로, 모든 것이 완료되었을 때, 엘리자베스가 손목시계를 봤다. 「응, 멋진 페이스. 앞으로 35분 남았어. 시간까지 수다라도 할까. 아니면 두 사람만 되고 싶어?」 「미츠오하고 둘이 좋아」 시로우가 대답하고, 「단 머리랑 옷이 흐트러질만한 짓을 한다면, 갈가리 찢어버릴 거야」 엘리자베스는 노려보는 것보다 몇 배는 더 무서운 웃는 얼굴로 그렇게 말하고, 스태프들에게 (가지요) 라고 눈길을 주었다. 「그래 맞아, 옷은 제타하고 나한테서이지만, 그 외의 프레젠트는 들어있던 상자 안에 보낸 사람에게서의 카드가 있으니까. 제대로 봐두고, 인사할 때 감사한다고 말을 해요」 「알았어」 네 사람이 나가는 것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시로우가 내 어깨에 손을 대와서, 자기 쪽으로 다시 보게 했다.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마치 시선에 미각이 있어서 핥아서 맛보는 것처럼, 몇 번이나 되풀이해서 바라보고는, 「미츠오, 예뻐」 라고 행복한 듯이 한숨을 내쉬었다. 나로서도, 그런 시로우를 바라보면서 생각했던 감상은 있었지만, 겸연쩍다고 할까 내지는 부끄럽다고 할까 하는 말이라서 핫 하고 제정신으로 돌아와 보니, 도저히 입 밖에 낼 수 있을만한 말이 아니었다. 저쪽이 「예쁘다」라고 나오고, 내 쪽이 「남자다워」라고 대답하면, 그거야말로 예식장 대기실에서의 러브러브중인 신랑신부의 대화잖아. 그래서 나는, 「그 옷, 멋지네」 라고 시로우에게 눈을 빼앗겼던 이유를 얼버무리고, 잠시 후 좋은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한가하니까, 스케치라도 할까」 라는 구실로, 오리엔테이션 사이의 무료함을 죽일까 싶어서 가방 안에 던져 넣어왔던, 작은 스케치북을 꺼냈다. 엄마는 프로 일러스트레이터고, 나는 어린 시절부터 그녀의 일하는 모습을 봐왔으니까 당연하게 그림에 대한 흥미라는 것은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고등학교 때에, 흥미가 있거나 좋아한다거나 하는 것과 재능이 있다는 것은 다른 것이라는 걸 깨닫고, 그림으로 먹고 살겠다는 장래설계는 포기했다. 일러스트레이터와 사진가의 아들이 화가를 목표로 한다는 것은, 뭔가 흔한 얘기 같아서 창피하다는 기분도 들었고. 하지만, 최근 엉뚱한 일로 또 연필을 쥐게 되었고, 그림을 그리는 것은 즐겁다고 재인식해서, 취미로서 노는 것에는 재능 따위 관계없다고 고쳐 생각하고는, 시이타랑 시로우를 모델로 그림을 그렸던 크로키가, 슬슬 두 권 째도 끝날 즈음인 것이다. 「시로우를 그리는 거야?」 라고 기쁜 듯한 표정을 지어서, 「모처럼 쫙 빼입었잖아」 라고 대답해주고, 연필을 한손에 들고 하얀 페이지와 마주봤다. 「아아, 그냥 적당히 있으면 돼」 「그런가. 그럼 시로우는, 카드를 읽어둘게」 「응」 화장대 위에 놓여있는 빈 상자를 열어서, 안에 든 카드를 보기 시작한 시로우는 딱 좋은 느낌으로 내게 오른쪽 사면의 얼굴을 향하고 있다. 나는 서둘러 연필을 달리기 시작했다. 응, 정말……보기는 내 취향에 멋진 남자인데에. 아, 아니, 이상한 의미가 아니라. 남자의 얼굴에도, 이 녀석 멋지다고 생각하는 거하고, 이렇게 생긴 건 싫은데 라는 생각이 있다는 의미에서의 「취향」이라는 거라구. 커다란 상자에서 꺼낸 카드를 읽은 시로우가, 「구두는 두 켤레다 아츠오한테서야」 라고 말했다. 「사람가죽이니까 신었을 때 느낌이 좋을 거다, 라고 쓰여 있어」 「흐~응……에엣?!」 무심코 자신이 신고 있는 에나멜 구두에서 그냥 내달아나려고 했던 내게, 「아츠오의 농담이야」 라고 시로우는 서글하니 말했다. 「이 가죽은 사람의 냄새는 나지 않아」 「다, 당연하잖아?! 그런 무서운 걸 신고서 견딜 수 있겠냐!」 정말이지, 수명이 5분은 줄었어. 시로우는 이번엔 몇 개인가 있는 작은 상자 쪽을 열기 시작했다. 「이 목줄은, 나베시마의 할머님한테서 인가」 풋, 목줄이라니……뭐어 고양이가 하면, 네크리스가 아니라 목줄이겠지만. 「로마노프 왕조와 관련된 물건이라는 건, 19세기 물건인가?」 우……뭔가 비쌀 것 같은 목?줄?이구나아. 「미츠오」 하고 부르길래, 「응?」 하고 대답했다. 그래, 시로우는 코에서 이마의 선이 멋져서, 너무나도 머리가 좋을 것 같아. 「미츠오의 그 다이아는, 람다하고 오메가한테서야. 시로우 거 하고 맞춰서 4개가 세트인데, 한 벌로 된 커프스버튼이랑 귀걸이로도 만들 수 있다고 쓰여 있어」 「헤에」 「블랙 옥션에서 산 왕관에서 떼어낸 거라서, 유래를 물어본다면 이미테이션이라고 얼버무려달라는 거 같아」 「흐~응」 엣? 일순 쥐고 있다는 걸 잊은 연필이, 툭 하고 손에서 떨어져 바닥을 굴렀다. 「……이미테이션이라고……얼버무리라니?」 「아아, 그렇게 써있어. 물론, 일족 사이에서는 그럴 필요 없지만」 「그럼, 이거……진짜……?」 나는 움찔움찔, 목가에 있는 1엔 정도 크기가 되는 번쩍이는 걸 바라봤다. 다이아에 관해서 알고 있는 거로 말하자면, 크기를 나타내는데 캐럿이라는 단위를 쓴다는 것 정도라, 이게 몇 캐럿인지는 모르고 가치를 어림대중도 할 수 없지만, 하지만 엄청난 가치가 있는 물건이라는 것은 짐작이 간다. 「이, 이거, 빌려준 거겠지. 파티를 위해서」 일말의 희망을 걸고 말해봤다. 「선물한 거니까, 이제 미츠오 거야」 라는 시로우의 대답에 부들부들 떨었다. 「이, 이이이, 이런 무서운 거, 받을 수 없어!」 내가 가지고 있는 가장 비싼 물건이라고 한다면, 대학입학축하로 리퀘스트해서 받았던 5만8천엔짜리 G-shock인데, 그건 아버지하고 엄마하고 형 둘이 합작출자해서 손에 넣은 것……이라고 할 정도로 서민인 내게는, 이런 몇 천만을 할지 알 수 없는 다이아몬드 따위, 도저히는 아니지만 가지고 있을 수가 없다구~! 시로우는, 「무서워?」 라고 미간을 찡그렸다. 「그런 느낌이 드는 거야?」 「들어 든다구!」 떨어트린다든가 해서 만에 하나 잃어버리기라도 한다면 하고 생각하는 것만으로, 무서워서 등줄기가 오싹오싹해진다. 「시로우는 아무런 느낌도 들지 않지만, 미츠오가 그렇게 말한다면 람다들한테 자세하게 물어보지」 말한 시로우가 잠시 주저하고 나서 말했다. 「람다들한테 악의가 있었을 리는 없지만, 블랙 옥션에 나왔던 물건이라면 내력이 정확한 것은 아니었을지도 몰라. 하지만 람다들도 시로우도 느끼지 못할 정도의 저주 같은 건, 신경 쓰지 않으면 끝나는 거지만」 「저주?」 되물은 내게, 시로우가 진지한 표정으로 끄덕였다. 「무서운 느낌이 드는 거지? 인간의 욕망을 빨아들인 보석이, 나쁜 힘을 두르게 되는 경우가 있는 건, 몇 개의 실례가 입증하고 있는 일이야」 「아―……하하하. 내가 말한 건, 그런 의미가 아니라」 이 녀석의 앞에서 자신이 서민중의 서민이라는 것을 밝히는 것은 마음이 내키지 않았지만, 선물에다 대고 「저주받은 다이아」라는 식으로 무고하게 죄를 뒤집어씌울 수는 없으니까, 얘기했다. 시로우는 내 설명을 다 듣고, 그런 건가? 라는 얼굴로 어깨를 으쓱였다. 「가격이 신경 쓰이는 거라면, 타우한테 감정을 받으면 돼. 아마 4, 5천만 정도라고 생각하는데」 「네, 네 개에 말이야?」 「아니, 한 개가」 코미디 여배우였다면, 여기서 「으~응」하고 기절할 거고, 진짜로 어찔하고 현기증이 일었지만, 어떻게 쓰러지는 것만은 버텼다. 하지만, 시로우가 말한 것은 실은 적당히 해본 것이고, 정확한 가치는 그런 게 아니라는 것을 혹시 그 때에 알았다면, 나는 확실하게 기절했겠지. 어쨌든, 프레젠트로서 받기에는 너무나 귀중한 물건이었어서, 「이거……돌려주면, 안되는 걸까?」 라고 되물었더니, 「람다하고 오메가랑 결투할 생각이야?」 라고 미간에 주름을 잡는 얼굴로 되물어졌다. 「그거, 돌려주는 건 위험하다는 얘기야?」 「선물이 되돌아온다는 건, 호의에 대해서 적의로 보답 받았다는 것이지. 보낸 측이 받은 굴욕을 해소하는 데는, 싸워서 상대를 쳐 쓰러트리는 수밖에 없어. 물론, 받은 선물을 되돌린 측에서도 받을 수 없는 이유가 있는 거니까, 어느 쪽인가가 죽을 때까지 싸우게 되지」 우……와~……. 「물론, 미츠오가 그렇게 말한다면, 시로우는 말없이 싸우겠지만」 「어, 어째서 네가?」 「시로우는 미츠오의 남편이니까, 처를 위해서 싸우는 건 당연해」 안색도 바꾸지 않고 술술 그렇게 말하고, 시로우는 덧붙였다. 「무엇보다, 일족과 인간으로는 싸움이 되질 않아. 인간에게는 날카로운 발톱도 송곳니도 없으니까」 확실히 시로우가 말한 대로였다. 고양이라고 했을 때, 신장 1미터 반의 커다란 고양이가 되면 확실히 맹수의 부류다. 시로우가 시이타로 있을 때의 사지에 생기는 활 같고 갈퀴 같은 발톱은, 뿌리부터 끝까지의 길이가 3센티 이상이나 되어서, 그 위력은 어지간한 칼에 비할 게 아닐 것이다. 이빨도, 인간을 깨물어 죽일 수 있다는 도베르만의 그것과 타이를 이룰 거고, 그런 무기에 더해서 고양이 특유의 유연한 움직임이랑 스피드랑 점프력 같은 것도 겸비하고 있는 거라면, 인간 따위가 싸워서 이길 상대는 아니다. 그리고 그런 커다란 고양이들이 싸웠을 경우에는……게다가 상대가 죽을 때까지 싸운다면, 무척이나 처참한 결과가 되겠지. 아앗,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피가 얼어붙는다구. 「결투라니, 하지 않아도 돼」 나는 진심으로 그렇게 말했다. 「절대로 결투 따위 하면 안돼!」 저 시이타가 피투성이가 되어서 싸우는 모습을 보느니, 5천만따리 다이아의 피어스든 뭐든(2개라면 1억이지만), 하라고 하면 해주지. 고양이라는 동물은, 평소에는 개인주의에 평화애호가이지만, 발정이 난 수컷끼리 하는 암컷을 둘러싼 싸움은 엄청나다. 개의 싸움은 서로 무는 것이 주로이지만, 고양이에게는 발톱이라는 플러스알파가 있고, 눈을 도려내어지는 중상을 입은 고양이도 본 적이 있다. 상대를 죽이기까지는 하지 않는다는 암묵의 룰은 움직이고 있는 것 같지만, 그 이외는 뭐든 있을 수 있는 것이 고양이의 싸움인 것이다. 시이타에게는 그런 거, 시킬 수 없어. 그것도 내가 원인이라니, 절대로 싫어! 「싸움은 안돼! 알겠지?!」 하지만 시로우는 무표정하게 나를 내려다보기만 할 뿐, 내 생각이 전해진 건지 아닌 건지 알 수가 없다. 어떻게든 「알아들었다」라는 대답을 하게 하려고, 나는 시로우의 가슴에 매달려 늘어졌다. 「알았어?! 약속이다?!」 하지만 변함없이 표정도 바꾸지 않은 시로우의 대답은, 「시로우는 지지 않아」 라는, 내가 하고 말하고 싶은 것은 통하지 않은 대답. 「이기느니 지느니 하는 문제가 아니야! 싸움 같은 걸 한다면, 다치는 거잖아?! 설령지지 않는대도, 너덜너덜해지는 건 마찬가지잖아?! 그게 싫단 말이야! 네가 엉망진창으로 다치게 되는 것 따위 보고 싶지 않아! 귀를 잡아 뜯기거나, 눈이 뭉개지거나 하다니, 농담이 아니라구,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소름이 끼쳐! 네가 걱정이란 말이야, 알아들어먹어!!」 「그건, 좋아하니까 걱정한다는 거야?」 「그래!! 싫어하는 녀석을 걱정 따위 하겠냐! 나는!」 말을 하려다, 자신이 무슨 말을 하려고 했었는가를 깨닫고, 나는 허둥지둥 입을 닫았다. 이, 이녀석한데, 조조좋아한다느니 하는 소리를 할 뻔했던 것이었다! 게다가 자신이 시로우의 가슴에 끌어 안겨 버렸다는 것도 자각하고서 (히엑) 하고 얼른 떨어지려고 했다. 하지만 한순간의 차로 빨리 콰악 하고 어깨를 붙잡혀, 휙하고 되돌려지고, 끌어 안겨서. 「시시시시로우!」 「잘 알았어」 하고, 완벽하게 우쭐해하고 있는 목소리가 귓가에서 속삭였다. 「미츠오는 시로우가 좋은 거야」 「아니, 그, 그러니까, 그건」 「얼버무려도, 이미 알았어. 미츠오는 시로우가 좋아」 시로우는 그걸 자신을 듬뿍 담아 단언하고, 「기뻐」 라고 달콤한 목소리로 덧붙였다. 「아니……그게……」 시로우에게 너무나 딱 잘라서 단정 지어진 탓이라고 생각하지만, (어쩌면, 실은 그런 건지도 모른다) 하고 다그치는 내 내면의 목소리가 나를 주저하게하고, 곤란하게 했다. 나는 어느 쪽을 따라야만 하는 건지, 어떻게 결정을 하면 좋은 건지. 아니, 인정할 수 없다는 건, 사실은 그게 맞다는 건가? 어이, 미츠오, 너……그런 거야?! 알고 싶은 생각 따위 없는 대답이 나와 버릴 것 같은 위기를 구해준 것은, 도어를 두드리는 소리와, 엘리자베스의 목소리였다. 「시이타, 슬슬 시간이에요」 하지만 그걸 들은 순간, 시로우는 나를 끌어안은 팔에 더욱 더 힘을 담기만 한 것만이 아니라, 명백한 의도로 얼굴을 가까이 가져다대왔다. 나는 물론 달아나려고 했지만,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뒤로 몸을 젖히는 것뿐이고, 시로우는 그런 내 입술을 어디까지고 쫓아와서. 마침내 사로잡혀서 키스를 당해버렸을 때는, 탱고의 여성 댄서가 하는 것처럼 있는 대로 몸이 젖혀졌고, 시로우는 그런 불안정한 자세인 나를, 허리를 끌어안은 팔로 아무런 위험 없이 지탱해주면서, 키스 쪽도 정열적으로 테크니컬하게 탐을 내주어서. 이 녀석, 다리랑 허리가 강하구나아……. 라고 감탄할 때가 아니잖아. 윽, 다, 닿았다구, 잠깐! 이제부터 많은 사람 앞에 나가려고 하는데, 이렇게 딱딱하게 하고서는 어쩔 작정이야. 정말로 그걸 빼고 있을 여유 따위 없다구. 아니 그거보다, 내 쪽도 기분이 좋아서……거짓말, 거짓말, 뻥, 거짓마알, 나는 느끼지 않았어! 「시이~타아~!」 라는 목소리에 움찔 해서 곁눈질로 봐보니, 어느새 방에 들어온 엘리자베스가 손을 허리에 대고 인왕신처럼 우리들을 노려봤다. 「우웃」 하고 막힌 입으로 사태에 대한 변명을 웅웅댔더니, 마치 좋아하고 있는 것처럼 코에서 빠져나가는 소리가 되어버려서, 나는 귀까지 새빨개졌다. 아, 아니에요, 지금 건. 오해에요~. 「시~이~타~아~!」 최후통고라는 목소리로 화가 난 엘리자베스가, 척척 걸어와서 무엇을 했는고 하니, 시로우의 귀를 붙잡고 있는 힘을 다해 내게서 끄집어 떨어트리고, 「세트를 망가트리면 찢어발겨주겠다고, 말했었지!」 ……화가 난 젬의 본처는, 분명 그 젬이라도 위에 설 수 없을 게 틀림없을 정도로 무서웠다. 2분 뒤, 우리들은 다시 가다듬은 머리가 흐트러지지 않을 정도로만 용서 없이 방에서 두들겨 내쫓겨, 기다리고 있던 쿠로다상의 안내로 복도를 걸어갔고, 장소는 알고 있지만 들어간 적은 없었던 커다란 홀의 도어 앞에 섰다. 「괜찮으십니까?」 「미츠오, 아츠오한테 들었던 주의는 기억하고 있지?」 「에? 아……」 「시그마한테 인사를 끝낼 때까지는」 「아, 응, 누구하고도 눈을 마주치거나 말하거나」 「하지 말 것」 「오케이, 괜찮아」 라는 것은 「주의는 머리에 들어있어」라는 의미라구, 어디까지나. 나는 이런 파티에 나가는 건 정말로 본의가 아니라, 달아날 수 있는 거라면 기꺼이 날아나고 싶다구. 하지만 그건 무리였으니 이렇게 어울리고 있는 것이고, 이 이상 불행에 덮쳐지는 것 따위는 싫으니까 주의도 지키겠지만. 내가 자신의 의사로 그렇게 하고 있다는 생각 따위는 하지 말아줘. 그런 걸 생각은 하면서도 입 밖에는 내지 못하고, 배 속에서만 투덜투덜 대고 있는 내가, 내 생각에도 한심하다. 하지만 세상 속에는,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도저히 어떻게 되지 않는 것도 있으니까아. 에에잇, 이젠. 계속 투덜투덜 해대봤자 소용이 없다구. 그렇게 마음을 먹고, (그런데 시그마라는 사람을 알아보는 법은?)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시로우에게 물어보려고 했던 때. 쿠로다상이, 「어서」 라고 도어를 열어버려서, 나는 아무런 예비지식도 없이 안으로 들여보내졌다. -- 계속 --> [고양이 2] 왕 같은 고양이를 가르치는 법 (5) 왕 같은 고양이를 가르치는 법 (5) Written by 아키즈키 코오 천장에서 내려온 커다란 샹들리에가 화려한 빛을 퍼트리고 있는 것 치고는, 홀은 어딘지 모르게 옅은 어둠에 감싸여 있는 느낌으로 조금 침침했다. 맨 처음의 인사를 끝내기 전까지는 누구와도 눈을 맞추어서는 안 된다는 아츠오상의 주의가 있었으니, 주위를 돌아볼 수도 없어서 잘은 모르겠지만, 옷을 빼입은 남녀 손님들은 상당한 수가 되는 것 같다. 시그마는 곧장 알 수 있었다. 그가 눈에 들어온 순간 핑 하고 온 직감에는, 완벽하게 자신이 있었다. 틀림없다, 그가 시그마다. 옆에 서있는 시로우가 스윽 걷기 시작해서, 나도 따라갔다. 한걸음, 한걸음 다가감에 따라서, 그의 어떤 장신구도 달 필요가 없는 태어나면서부터 지닌 호화로움이 점점 더 드러나서, 나는 나도 모르는 새에 멍하니 눈을 빼앗겨버리고 있었다. 긴 의자 같은 스타일의 소파에, 한쪽에만 있는 팔걸이에 느긋하니 몸을 기대고 있는, 길고 풍성하게 파도치는 은색의 머리카락을 지닌 그는, 지극히 심플한 하얀 옷을 아무렇지도 않게 입고 있을 뿐이었지만, 그 모습 자체가 옅게 빛을 두르고 있어서, 마치 지상에 내려온 달의 신 같은 모습. 「하얀 고양이씨다아……」 라고 중얼거린 자신의 얼굴이, 체샤 고양이처럼 웃고 만 것을 알았지만, 참을 수 없이 기뻐서 새침한 표정 따위 지을 수가 없다. 아아……이 얼마나 아름다운……아름답고 아름다운 하얀 고양이씨……. 시로우가 멈춰 서서, 나도 멈춰 섰다. 시로우가 한쪽 무릎을 세우고 꿇어앉는 걸 보고, 나도 따라했다. 「시그마」 라고 낮게 고개를 숙인 시로우가, 삼가 공손하게 하얀 고양이씨에게 말을 걸었다. 「시이타입니다. 보시는 대로 캣크라운을 얻어, 성인이 될 수 있었습니다. 부디 저희 둘 두 사람이 가는 앞길을 축복해주십시오」 「축복하지」 라고 대답한 하얀 고양이씨의 목소리는, 세상에서 제일 매끈한 느낌을 주는 은색의 벨벳 같았다. 「시이타와 미츠오의 생애가, 한없이 행복하기를. 또 두 사람의 행복이, 일족에게 한없이 행운을 가져다줄 수 있도록. 일어서거라. 그리고 얼굴을 잘 보여 주거라」 시로우는 일어서지 않고 얼굴만을 들어서, 나도 따라했다. 와아……사파이어색의 눈동자다……뭐랄까 이젠……눈물이 나와 버릴 거 같아……. 한동안 지긋이 시로우를 바라보고 나서, 하얀 고양이씨는 엄숙한 어조로 말했다. 「네 머리 위에 왕관이 있는 것이 보인다. 단, 아직 네 것은 아니야. 그 왕관이 네 이마에 걸리는 날이 올지 어떨지는, 네 사랑과 용기의 강함에 달려있다」 점, 이라기보다는 신탁 같은 말을 하고서, 하얀 고양이씨는 내게 눈을 돌려왔다. 사파이어색의 너무나 아름다운 눈동자와 눈이 마주쳤다. 그 파란 빛의 바닥으로 빨려 들어가 버릴 것 같은 명정감(酩酊感) 도중에, (보고 있어) 라고 생각했다. 하얀 고양이씨는, 내 눈 안쪽의 안에 있는 뭔가를 들여다보고 있다. 그 눈이 문득 벌어지더니, 「미츠오」 라고 불렀다. 「네 바램을 말해 보거라」 나는 생각도 하지 않고 대답했다. 「하얀 고양이씨에게 닿아보고 싶습니다」 일순 웅성웅성하고, 등 뒤에 있는 손님들의 기척이 들썩였다. 그것은, 나에 대한 비난이었던 것 같지만, 「좋지」 하고 하얀 고양이씨는 미소 지었다. 「바램이 이루어질지 어떨지, 해 보거라」 「감사합니다!」 손이 닿을 정도까지 몸을 가까이 가져다댔다가, 갑자기 곤란해졌다. 하얀 고양이씨는 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는 채이다. 하지만, 우선 손을 뻗어서 옆으로 누워 앉은 하얀 고양이씨의 무릎에서 흘러 떨어지고 있는, 윤기 있는 은색의 털을 쓰다듬어봤다. 손바닥에서 느껴지는 매끈한 감촉이 기뻐서, 두 번 세 번 쓰다듬었다. 그러자……하얀 고양이씨의 모습이 변하기 시작했다. 그리스 조각의 남성신 같은 인간의 형태에서, 순백의 모피를 두른, 그것은, 그것은 아름다운 절세의 미묘(美猫)! 「와아……」 하고 토해낸 한숨은, 너무나도 감격한 나머지 울먹이는 소리처럼 되어버렸지만, 얼굴은 헤실헤실 웃어버렸겠지. 「꼬, 꼬리, 만져 봐도 괜찮겠습니까?」 「좋지」 우와~우와~……하얀 고양이씨의 꼬리다아~……. 「등, 쓰다듬어 봐도 괜찮겠습니까?」 「좋지」 아아……매끈매끈 부드럽고, 따뜻해애……. 「귀 뒤, 쓰다듬어 봐도 괜찮겠습니까?」 「좋지」 고양이가 좋아하는 포인트인 이곳저곳을 어루만지고, 하얀 고양이씨가 자그맣게 쿠로로로, 쿠로로 하고 목을 울려 보이고, 내 손에 머리를 부비대 왔다. 우와아……괜찮은 걸까……괜찮겠지. 나는 고귀한 하얀 고양이씨의 머리까지도 쓰다듬게 되었고, 그렇게 하게 해준 하얀 고양이씨의 뜨거운 호의에도 참을 수가 없어져서, (화나게 한다면 할퀴기밖에 더하겠냐) 라고 생각하면서, 새하얗고 폭신폭신한 배에 살짝 얼굴을 밀어붙였다. 아아……좋은 냄새……하얀 고양이씨의 냄새다아……. 초대면인 고양이에게 이런 짓을 하는 건 무척이나 실례였다고 생각하지만, 하얀 고양씨이는 화내기는커녕, 스윽스윽 내 머리카락을 핥아주었다. 나는 감사인사로, 마음을 담아서 귀 아래 언저리를 쓰다듬어주고, 「감사했습니다」 라고 떨어지기 힘든 마음으로 머리를 숙이고, 원래 장소로 물러났다. 「시이타」 라고 하얀 고양이씨가 시로우를 불렀다. 「네가 손에 넣은 크라운은, 사랑의 폭풍을 불러들이는 그윽한 향기를 내는 날개가 달린 광관(光冠)이다. 사련(邪戀)에 빼앗기고 싶지 않다면, 방심하지 말고 발톱을 갈고, 이를 갈아, 그 어떠한 싸움도 마다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에 대한 시로우의 대답은, 아드득 하고 어금니를 울리고는, 「말할 것도 없습니다」 라는 으르렁대는 듯한 저음이었다. 「당신이 시그마가 아니었다면, 이미 싸움을 시작했을 참입니다」 마치 싸움을 거는 것 같은 시로우의 말에, 하얀 고양이씨는 입안에서 웃는 느낌으로 고로고로 목을 울리고, 「그럼, 모습을 바꾸는데 미츠오의 손을 빌리는 것은 그만두도록 하지」 그렇게 놀리는 투로 말했다고 생각하자, 스윽, 인간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그것도, 제대로 옷을 입은 모습으로다. 어쩌면 하얀 고양이씨는 마법도 쓸 수 있는 건지도, 라고 나는 생각했다. 「자아, 모두에게 인사를 하러 가거라」 그 말을 듣고, 우리들은 일어섰다. 시로우가 우선 말을 건 것은, 하얀 고양이와 가장 가까운 장소에서 혼자만 의자에 앉아있던, 100살 정도가 될 것 같은 할아버지. 「오메가」 라고 말을 걸고, 각자의 이름을 말할 뿐인 간결한 자기소개와 내 소개를 하고, 다이아몬드의 감사 인사를 했다. 「마음에 들었나」 라는 나이가 들어 기운 없는 목소리의 물음에, (대답!) 하고 시로우에게서 옆구리를 찔려서, 「네, 무척이나」 라고 대답했다. 「냄새를 맡아도 괜찮겠나」 라고 물어온 오메가는, 나이를 너무 먹어서 눈이 보이지 않게 된 것 같다. 「부디」 라고 손을 내밀려고 했더니, 시로우가 나를 (좀 더 가까이) 라고 밀어서, 아버지에게 당하는 끌어안는 식의 인사가 좋은 건가 생각하며 해봤다. 하얀 머리부분을 가슴에 끌어안는 듯한 모습이 된 내 냄새를, 보기에는 기품 있는 노인인 오메가는 크흥크흥 하고 코를 울리며 냄새를 맡고, 「으음, 확실히 극상의 『날개를 지닌 향』이야. 10년은 회춘하겠어」 라며 주위를 웃게 했다. 「람다」 라고 시로우가 말을 건 상대는, 오메가하고는 부자지간인 듯한 체격 좋은 중년 신사로, 역시 내 냄새를 맡고 싶어 했다. 으~응……고양이니까, 어쩔 수가 없는 건가. 두 사람이 하더니만, 나머지 사람들과도 이하동문으로 하지 않으면 별 도리가 없다는 느낌으로, 결국 나는 남성 손님 전원과 끌어안는 인사를 나누었던 것이다. 그리스어의 알파벳으로 불렀던 것은, 그 외에는 「쿠시」와 「타우」하고, 알파와 제타의 네 사람뿐이고, 그 외의 사람들은 (백인이랑 흑인과의 하프인 듯한 몇 사람도 포함해서) 자기 쪽에서 보통 일본이름을 대왔다. 이거, 알파벳 이름을 가지고 있는 것이 인묘(人猫)이고, 그 이외는 보통 사람들 같다고 생각했던 것은, 하나는 얼굴 생김의 차이에서다. 시이타하고 알파하고 제타의, 각자 약간씩 타입이 다른 미모에, 어딘가 피가 이어졌다는 건 알았지만, 이렇게 보니 과연 『일족』이라는 느낌. 그 공통성이라는 것은, 한마디로 말하면, 인종적인 특징을 가지지 않는 핸섬함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는 걸까. 인본인 안에 놓인다면 버터 냄새나게 보이겠지만, 백인의 사이에 섞인다면 아마 분명히 동양적. 또 체격이랑 동작에서 추측한 골격이랑 근육의 질은, 강인하고 부드러운 흑인의 그것과 비슷한 느낌이 든다. 종합하면, 세상 어디의 고양이를 봐도(집고양이만이 아니라 산고양이도 마찬가지로), 고양이는 고양이라는 강한 종족형태를 가지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인묘에게는 인묘의 확정적인 형태의 틀이 있는 것 같다. 그에 비해서 다른 사람들은, (일족인가?) 라고 생각하게 하는 생김새를 한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은 비슷한 구석이라고는 눈 씻고 봐도 없는, 말하자면 평범하다. 여성들은, 반쯤은 일본인이고 나머지 반은 국제적인 느낌이 풍부했지만, 전원이 보통 사람의 이름을 댔다. 즉 암컷 인묘는 없는 건가, 오지 않은 것뿐인가…… 어쨌든, 이곳에 있는 미녀들은, 모두 인간이라는 얘기다. 그런 여성들은, 노인이냐 중년이냐 젊으냐의 차이는 있어도 다들 멋진 미인들인 걸 보면, 인묘족이라는 건 철저하게 뿌리부터 얼굴밝힘증? 그건 그렇고, 엘리자베스가 젬이 대학에 데리고 왔던 그녀들과 함께 있었던 것에는, 조금 움찔했다. 그녀들이 젬을 「달링」이라고 말했던 것으로 봐서, 엘리자베스하고는 본처와 세컨드(들!)라는 관계가 될 텐데, 일곱 명은 자매처럼 사이좋은 듯이 있다. 혹시 이게 자리가 자리인지라 모여서 그런 척 꾸미고 있는 거라면, 뒤에서의 암투라는 것은 엄청난 것일 게 틀림없다, 라는 생각에 등골이 서늘해졌다. 물론, 겉으로든 속으로든 정말로 사이가 좋은 걸지도 모르지만. 한사람(한 마리?)만, 커다란 고양이 모습의 손님이 있었다. 시이타들하고 마찬가지인 검은 고양이로, 「뉴―」라는 이름인 그는, 함께 있던 쿠시의 쌍둥이 형제인 것 같아서, 내가 끌어안고 인사를 하자 고로고로 하고 머리를 부비대 와줬다. 두 사람에게서 떨어지고 나서, 시로우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뉴는 『직계』로 태어났는데, 캣크라운을 얻지 못해서 성인이 되지 못했어. 시로우도, 미츠오를 만나지 못했다면, 분명 저렇게 됐을 거야」 「그래……」 나는 살짝 뉴를 뒤돌아봤다. 시로우에 관해서는, 계속 시이타로 있어주는 쪽이 좋았는데, 지금이니까 생각하는 거지만, 그래도 그들의 몸이 되면 『성인』이 되는데 실패한 뉴의 입장이라는 것은, 상당히 괴로운 것이겠구나. 가엾게도. 「저기, 일족에는 여성은 없는 거야?」 라고 물어봤다. 「『직계』의 암컷이라는 의미라면, 없어. 시로우의 조모는 『직계』였지만, 그 뒤는 한명도 태어나지 않았어」 라는 대답이었다. 그럼 뉴는, 고양이로서의 사랑이랑 결혼도 하지 못한다는 건가? 그렇구나아, 저 체격이니, 보통 집고양이 신부를 얻을 수도 없겠지. 평생 고독하다니, 가여워어……. 우리들이 인사를 돌고 있는 사이에, 홀에는 오드 볼이랑 마실 것이 놓인 테이블이 몇 개나 날라져 들어왔고, 손님들은 마음에 드는 대로 샴페인 글라스랑 맥주잔을 손에 들고서, 음식을 집어먹기 시작했다. 모두 모여서 건배 같은 건 하지 않는 점이, 너무나도 고양이들의 파티 같아서 재미있었다. 우리들이 마지막으로 간 건 아츠오상과 젬에게로였는데, 인사라고 하기보다, 스스럼없는 가족과 합류했다는 느낌이었다. 「축하해」 라고 아츠오상이 샴페인글라스를 기울여보이고, 「건방지게, 멋진 결혼식이었잖아」 라고 젬이 웃었다. 응? 결혼식이었던 거야? ……어디가? 「미츠오, 내 캣크라운을 소개하지」 아츠오상이 말하고, 뒤쪽에서 기다리고 있던 다섯 명의 여성들을 불러들였다. 모두 일본인인 듯한 그녀들 중의 네 명은 아츠오상과 알맞은 나이대처럼 보였지만, 단 한명은 아무리 봐도 중학생으로밖에 보이지 않는 미소녀가 있어서, 나는 내심 미간을 찡그렸다. 하지만, 아츠오상이, 「내 캣크라운이야」 라고 소개했던 것은, 당치도 않게, 바로 그 소녀. 「야마시나 사오리(山科沙織)입니다」 라고 이름을 댄 그녀의 옆에서, 아츠오상이 사랑스러운 듯이, 「앞으로 3년은 기다리지 않으면 호적에 넣을 수가 없어서, 아직은 부모님 밑에 있지」 라고 덧붙였다. ……그렇다는 건, 열세 살?! 그거 분명히, 범죄 아니었어?! 하지만 아츠오상은 다시, 「나하고 사오리가 만나서 사랑을 했던 건, 사오리가 네 살 때였지」 라는 소리를 덧붙였던 것이다. 그, 그거, 궁극의 로리타잖습니까! 게다가 정처(正妻)라는 건……으으~윽! 열세 살이라는 것도 안 좋다고 생각하는데, 네 살의 순진한 동정녀를 범하다니, 범죄를 넘어서서 그건 짐승이야, 정도에서 벗어난 거라구! 귀신이야, 악마얏, 변태 성범죄자야앗! 얼굴에 나왔을 혐오감을 숨길 생각도 없이, 있는 대로 팩 하고 눈을 돌리고서, 「에로영감고양이!」 라고 토해냈다. 「당신하고는 절교」 야, 라고 말하려고 한 뺨을 철썩 하고 따귀를 맞아서, (이!) 하고 돌아봤다. 하지만, 전신을 부들부들 떨면서 나를 노려봤던 건 사오리짱이고, 「바봇!」 하고 소리쳤다. 「나의 알파는 에로영감고양이 따위가 아니야! 아무것도 모르는 주제에 멋대로 오해하지 말아줘요!」 그 옆에서, 몸을 반으로 접은 아츠오상의 등이 부들부들 떨고 있는 건, 웃는 거야? 아니, 정말로 몸을 비틀며 웃고 있어! 「아, 아니 말이야, 큭큭큭큭, 너무나도 미츠오다운 반응이라서, 힉힉힉힉, 차, 참을 수가, 뱃가죽이 뒤틀려서 장염전증을 일으킬 거 같아」 그 말을 들은 사오리짱은, 허둥지둥하는 얼굴로 아츠오상에게 달려들었다. 「알파?! 정신 차려! 미즈키 언니, 어쩌죠, 알파가 죽어버리겠어요!」 미즈키라고 불린, 네 명의 묘령의 미녀 중에서는 최연장자인 것 같은 그녀는, 「아, 괜찮아 괜찮아」 라고 멍하니 말했다. 「웃음꾼 발작이 나온 것뿐이니까. 웃고 싶은 만큼 웃으면 나아」 「저, 정말로?」 「현역간호사의 보증이야. 놔두면 돼」 아츠오상은 그리고서 15분 가까이나 히이히이 하고 계속 웃고, 그사이에 젬이 사오리짱이 말한 「내 오해」를 설명해줬다. 「확실히 알파는 별난 케이스였지. 말하자면, 캣크라운이라고 하는 건, 강렬하게 『인간이 되고 싶다』라고 생각하게 해서 변신의 계기를 만들어 주는 점이 요점인데, 그 의미에서는 섹스리스의 플라토닉도 있다는 거지. 뭐어―, 로리콘이라고 하면, 로리콘이지만, 그 무렵의 사오리는 정말로 살인적으로 귀여웠으니까. 알파가, 끌어 안겨서 쓰다듬어지는 것만으로는 참을 수 없어서, 끌어안고서 쓰다듬어주고 싶어 했던 것도 무리는 아니야」 「어머, 사오리는 지금도 귀여워요」 뚱 한 얼굴로 그렇게 끼어들어온, 확실히 미소녀 아이돌 따위는 명함도 못 내밀 초절미소녀는, 「하지만 이제부터는 미?인?이 될 거에요」 라고 말을 이었다. 「알파는 얼굴을 밝히니까, 열여섯 살이 될 때까지 확실하게 아름다워져 놓지 않으면, 신부로 맞아주지 않을지도 모르는 걸. 언니들에게 빼앗겨버릴 가능성도 있고」 그에 대한 젬의 대답은, 「아아, 가능성은 있지」 라는 성질 고약한 말. 하지만 소녀는, 그런 투의 말에는 익숙해져있는 듯, 「그러니까 사오리는 열심히 할 거예요」 라고 귀엽게 승리 포즈를 만들었다. 뭔가……역시랄까, 따라갈 수가 없다랄까……정말로 이 아이는, 알파의 본처인걸까……라는 느낌? 「그래그래, 멋진 여자가 되는 데는 노력과 근성이지」 말한 젬이, 스윽 곁눈질로 나를 봤다. 「그 점에서, 미츠오는 노력도 근성도 금지야」 「왜지?」 라고 시로우가 말을 받았다. 「미츠오의 차밍 포인트는, 순진하고 바보라는 점이니까」 저기 말이죠―오! 「그 외에도 있어」 라고 시로우가 말했다. 「잘 느끼고, 느끼면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섹시해지니까, 금방 알 수 있어」 「미미미, 미안하군그래!!」 고함을 지르고 달아난 내게, 「칭찬한 건데, 왜 화내지?」 라고 말해온 바보는, 주위사람들에게서 대폭소를 먹었으니까, 꼴좋다! 하지만 웃음거리가 된 건 나도 포함해서지……아아, 정말! 시로우 왕바보고양이자식! 그런데, 달아나오기는 했는데, 갈 곳이 없다. 어쩔까 생각하면서, 일단 가까운 테이블로 가서 그곳에 있던 와인글라스를 손에 들었다. 젠장! 이라는 기분으로 휙하고 한잔을 다 비운 때, 통 하고 어깨가 두드려졌다. 「여어, 즐거운가?」 라고 미소를 지어온 것은, 「쿠시상, 이셨지요」 「기억해주다니, 영광이야」 라고, 기쁜 듯이 끄덕인 쿠시가, 스윽 얼굴을 가져다대오고는 속삭였다. 「괜찮다면, 잠깐만 뉴하고 어울려주지 않겠어? 여기는 그에게는 있기 거북해서, 현관 옆의 대합실에 있는데」 「아아, 좋습니다」 라고 나는 기꺼이 받아들였다. 「장소는 알고 있나?」 「네에, 알고 있습니다」 도어를 향해 걸어 나가는데, 시로우가 쫓아와서, 「어디로가? 화났으니까 돌아가는 거야?」 라고, 버려진 고양이 같은 한심한 눈빛으로 물어 봐와서, 「화장실이야」 라고 대답하고 홀을 나왔다. 복도에서 쿠로다상을 만나서 인사를 나누고, 화장실은 지나쳐서 현관으로. 현관홀에 면한 3개의 문 가운데 한가운데가, 대합실이다. 일단 콩콩 노크를 하고 안으로 들어갔다. 「뉴? 놀러왔어」 라는 말투는, 실례였나? 쿠시는, 아츠오상보다도 대여섯 살 연상의 30대라는 느낌이고, 뉴하고 쿠시는 쌍둥이이니까 같은 나이. 역시 막 부르는 건 안 좋을까. 「미안해요, 에에또, 뉴상? 나와서 저하고 놀지 않으실래요? 아까 인사했던 미츠오에요」 아니나 다를까, 마구 불러댄 게 화가 나서 숨어있던 듯한 뉴는, 소파 그늘에서 나타났다. 하지만 가까이 다가오지는 않고, 일부러 소파의 등에 기대보이고 있는 것은, (볼 일이 있으면 그쪽에서 와) 라는 것이다. 「네네, 원하시는 대로」 라고 쓴웃음을 짓고, 나는 프라이드에 상처입어 버린 뉴의 기분을 살펴서, 그의 곁까지 다가갔다. 이런 때에는, 우선 무슨 말이든 좋으니까 막 칭찬해대기가 제일이다. 「아아, 역시 시로우하고는 체격이 틀리네요. 장년의 다부진 느낌이랄까. 시로우보다 훨씬 강할 거 같아요. 그런데, 사시는 곳은 어디세요?」 거기까지 말하고, 이거 안 좋았던 걸까나 하고 생각했다. 고양이의 얼굴이라는 건 표정을 읽을 수 없지만, 아아……정직하게 말하자. 「뉴상, 자백하자면요, 저는 당신들 일족을 아직 잘 모릅니다. 즉, 에에또, 그, 기분나빠하지 마시고 들어주시면 좋겠습니다만, 당신이 인간의 말을 할 수 있는지 어떤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저기, 아까 그런 건, 동네의 보통 고양이들하고 만났을 때에 하던 말투를 써버려서, 당신으로서는 바보취급을 당한 듯한 기분이 들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서, 즉, 죄송합니다. 실례를 범했다면 사과하겠습니다. 저기, 진심으로」 「냐―오」 라고 뉴는 말했다. 그것은, 신경 쓰지 마, 라고 말한 듯이 들렸지만, 「죄송합니다. 고양이 말은 몰라서요」 어떻게 의사소통을 해야 좋은 거지. 「아, 에에또, 상당히 일방적이지만, 『네』하고 『아니요』로 말하고 싶을 때를 가르쳐주셔도 괜찮으시겠어요? 에에또, 제가 질문을 할 테니까, 대답이 『네』일 때는 냐 하고 짧게 말하시고, 『아니요』일 때는 냐아―하고 길게」 「냐」 뉴는 그렇게 대답해주었다. 즉, 내 말을 이해할 수 있고,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것에 동의해주었던 것이다. 「잘됐다. 그럼, 얘기를 하죠」 나는 기쁜 마음에 그렇게 말했다. 「에에또, 앉아도 되겠습니까?」 「냐」 라고 대답한 뉴가, (여기에 앉아) 라는 듯이 소파세트의 세 사람이 앉는 자리를 머리로 부비댔다. 내가 한쪽 끝에 앉자, 자기도 느릿하니 소파로 올라와서 내 무릎을 베개 삼아서는 드러누웠다. 「아아, 좋은데요. 이러면 차분하게 얘기할 수 있지요. 쓰다듬어도 괜찮습니까?」 「냐」 「고마워요. 아아, 매끈매끈해. 당신들은 모두 털 느낌이 좋아요」 천천히 또 천천히 뉴를 쓰다듬어주면서, 질문을 시작하려고 했던 때였다. 노크 없이 문이 열리고, 쿠시가 들어왔다. 「아아, 어서오세요. 마침 얘기를 시작하려던 참이었어요」 정감 있게 말한 내게, 쿠시는 무슨 의미인지 흥, 하고 코를 울렸다. 「아무리 얘기상대가 되어줘 봤자, 뉴한테는 아무런 도움도 되질 않아」 「에? 하지만」 「자네 역할은, 좀 더 다른 것이지」 「에?」 그때 또 문이 열리고, 건장한 체격의 남자가 세 사람 들어왔다. 「소개하지. 동생들이야」 쿠시가 말하고, 비꼬듯이 덧붙였다. 「공교롭게도 사람의 모습으로 태어나버린 『방계』이지만 말이야. 우리들 가계는, 그다지 피가 짙지 않아. 그런 만큼, 모처럼 『직계』로서 태어난 우리들 두 사람 중에 한쪽 밖에 성인이 되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무척이나 유감스럽게 생각해」 그건, 일족에게는 두 종류가 있다는 건가? 하지만 질문할 찬스는 주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자네가 나타나서, 뉴에게도 다시 한번 찬스가 돌아왔어. 협력해주시지」 「무슨 소리입니까?」 대답을, 쿠시는 행동으로 나타냈다. 「잡아」 라고 동생들에게 지시하고, 뭐가 뭔지 몰라 하는 나를 내리 눌러버리고는, 「옷을 벗겨」 라고 말했던 것이다. 「에?! 우왓, 그, 그만둬!」 나는 있는 힘껏 날뛰어봤지만, 애초부터 3대 1인데다가 쿠시의 동생들은 힘이 세어서, 나는 곧 알몸으로 벗겨져버렸다. 이, 이건, 이건! 역시 그거야아~?! 「아아, 자네를 안을 거야. 우선은 우리들 넷이서 말이지」 쿠시가 차분한 얼굴로 말하면서, 자신의 보우타이를 풀어서 떼어냈다. 그리고서 상의를 벗어 내던지면서 뉴를 향해, 「형도 끼어들고 싶다면, 사람의 모습이 되는 거야」 그렇게 비웃는 모습으로. 「무, 무슨 소리를?!」 나는 아우성쳤다. 「이런 짓을 해도, 나는 뉴상의 캣크라운이 아니니까!」 「자네는 스페셜 캣크라운이잖아」 드레스셔츠만인 차림이 된 쿠시가, 세 사람이 달려들어서 위를 쳐다보게 내리눌러지고 있는 내 위로 덮쳐왔다. 「으~응, 미츠오의 살은 냄새가 좋아. 정말로 『그윽한 날개의 향』……이건 인간들이 말하는 개다래나무였지. 하지만, 자네 쪽이 몇 배는 더 매혹적이고, 취한 기분도 멋질 것 같아. 오오~이건 어때, 벌써 움찔움찔 거려」 그런 소리를 하면서, 쿠시가 내 허벅지에 밀어붙여온 단단한 봉 같은 감촉의 정체는, 생각할 것 까지도 없었다. 「시, 시로우!」 하고 소리친 입에, 손수건이 틀어넣어졌다. 「뭐어, 어차피 소리쳐봤자 소용이 없지. 우리들은, 그녀석이 오메가 할아버지의 얘기 상대로 붙잡힌 것을 노리고 왔으니까. 자아, 저 시그마의 뼈조차 녹여버린, 스페셜 크라운의 미라클 파워를 발휘해주지 않겠나」 「우~웃, 우우~웃!」 동생들이 내 두 다리를 벌려서는 잡아 올리고, 힘을 넣어서 무릎을 꺾게 해서 개구리 다리 같은 꼴로 만들었다. 그 무릎이 가슴에 닿을 때까지 꾸욱꾸욱 내리눌려서, 자연스레 엉덩이가 올라가버려서, 고간도 백도 훤히 보이는 꼴이 되어버렸다. 「호호오~, 상당히 큐트한 말미잘이잖아. 남자하고 섹스 하는 건 처음이지만, 시이타가 저렇게 빠져든 걸로 봐서, 하는 기분도 나쁘지 않겠지」 꾸욱 하고 손가락을 찔러 넣어져, 구역질이 치밀어 올랐다. 싫엇, 싫어엇! 시로우한테도 한번밖에 하게 하지 않았는데! 카창 하는 문이 열리는 소리에, 나는 (구원의 신의 등장인가?!) 라고 돌아봤다. 들어온 것은 타우인데, 「이런이런, 이상한 놀이를 하고 계시는군」 하고 어깨를 으쓱이고, 「실례」 라고 우리들을 무시하고 소파로 가서 앉았다. 「아아, 부디 상관하지 마시기를. 나는 담배를 피우러 온 것뿐이야. 이 집에는, 여기밖에 재떨이가 없어서 말이지」 망할 고양이~~~잇! 하고 나는 배속에서 아우성을 쳤다. 마이페이스에도 정도가 있잖아~~?! 하지만, 고양이인 주제에 익숙한 동작으로 포켓에서 양담배의 상자를 꺼낸 타우는, 문득 내 얼굴에 눈길을 주더니, 「이런」 하고 상자를 도로 집어넣었다. 「이거이거, 델리셔스 테이스트의 미츠오잖아」 그리고, 「2번 예약이야」 라고, 방관자에서 다시 악질적인, 참가자로 이름을 올려놓고. 그리고 쿠시는, 그런 일막 사이에도, 나는 상관없다는 얼굴로 내 그곳에 삽입준비를 해대고. 「우~」 라는 신음소리에, 바라봤다. 뉴가 쿠시를 노려보고 그릉대고 있었다. 혹시, 아군 출현인가?! 「우~~우나~우~~」 나야 고양이 말은 모르지만, 희망적 관측에 따르면, (바보 같은 짓은 그만둬) 라는 것 같은 말을 해주고 있는 것 같다. 나는, 뉴의 설득력에 있는 대로 잔뜩 기대를 걸었다. 하지만, 「샤악!」 하고 쿠시에게 되받아쳐져서, 뉴는 움찔 하고 신음을 멈췄다. 「알겠지, 형, 이건 형을 위해서야」 쿠시가 낮게 으르렁대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형이 성인이 되는데 실패한 탓에, 우리들 일가는 운신의 폭이 좁아졌고, 형은 불행해. 하지만, 미츠오라는 기사회생의 찬스가 굴러들어왔어. 이 녀석을 계기로 해서 형이 변신에 성공한다면, 우리들은 이제 뒷손가락질을 받지 않고, 형도 행복해질 거야. 그렇지? 알았으면 쓸데없는 생각 하지 말고, 즐기고 싶다는 기분이 되도록 집중해」 뉴는, 쿠시의 말을 듣고 있는 동안에 점점 기가 죽어가더니, 마지막에는 항복의 포즈로 고개를 숙여버렸다. (아아……) 하고 나는, 절망으로 눈을 감았다. 겨우 시로우를 조금은 길들였다고 생각했더니, 또 이렇다. 이거, 미츠오(光魚)라고 하는 고양이들에게는 맛있을 거 같은 이름을 붙여준 부모님을 원망해야만 하는 걸까. 아니면 전세에서 고양이 전골이라도 먹었는데, 그 앙갚음인가? 어느 쪽이든, 다섯이나 되는 놈들한테 윤간당한다면 무사히 끝나지는 않겠지. 이런 바보 같은 식으로 죽게 되는 거라면, 시로우한테 좀 더 부드럽게 대해줬으면 좋았을 걸. 적어도 시로우는, 내 몸에 대해서 하고 싶은 섹스를 참는다는, 인간다움을 가졌는걸. 아니, 그건, 나를 향한 한가득의 애정이라고 하는 거겠지이. 아―아, 남자끼리라는 쓸데없는 거에 얽매여서, 시로우한테는 가여운 짓을 해버렸어……. 시로우, 시로우, 너의 미츠오가, 다른 녀석들한테 먹혀버리게 생겼다구. 나를 좋아한다면, 눈치 채고서 도우러 와줘. 와줘, 시로우, 시로우~! 시로우~~~~!! 질척질척하고 손가락으로 범해지고 있던 그곳에, 무언가의 끝이라고 기억하고 있는 것이 대어지고, 나는 혐오감으로 격하게 머리를 흔들었다. 싫어, 싫어! 시로우!! 가슴 속으로 절규하면서, 필사적으로 문을 바라봤다. 한평생분의 행운을 전부 끌어와서 바꿔도 좋으니까, 기적아, 일어나줘! 즈윽 하고 들어오는 것을 느끼고, 이를 악물었다. 아아~~~싫어어~~~!! 그때. 팡 하고 터지듯이 문이 열리고, 그 건너편에, 99.9% 포기하고 있었던 기적의 사자가! 시로우는, 한눈에 모든 것을 파악했다. 「카아악!」 하고 분노의 외침을 퍼트린 것과 동시에, 인간에게는 불가능한 도약으로 쿠시에게 달려들고, 쿠시와 함께 바닥에 굴러 떨어진 다음 순간에는, 나를 내리누르고 있던 쿠시의 동생들에게 몸으로 부딪쳐서 날려버리고, 쿵푸 같은 발놀림으로 쓰러트리고. 나를 등으로 감싸면서, 「샤아악!」 하는 위협은 고양이의 것이어서, 멋있다고 할만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살았다고 기뻐하는 것도 잠시. 「너희들, 문을 닫아」 쿠시가 동생들에게 명령했다. 「미츠오를 도망치게 하지마」 꾸욱 등을 굳힌 시로우가, 서둘러 상의를 벗어던지고 바지에 손을 대면서 말했다. 「미츠오, 숨어있어」 시로우가 바지를 다 벗었을 때에는, 드레스셔츠 한 장이었던 쿠시는 이미 전라가 되어서 변신을 시작하고 있었다. 시로우가 드레스셔츠의 버튼을 잡아 뜯어서 벗어던졌다. 하지만 아직, 방해가 되는 팬티하고 양말이 있다. 시로우의 전투준비가 제때에 마쳐졌던 것은, 쿠시하고는 변신의 스피드가 달랐기 때문이었다. 쿠시가 변신에 필요했던 시간의 3분의 1로, 시로우는 시이타의 모습이 되었다. 하지만 그래도 아슬아슬해서, 쿠시가 내민 앞발로 한 최초의 일격은, 간신히 피했었지만. 「샤악!」 「카악!」 두 마리의 커다란 검은 고양이는, 눈과 눈을 마주치고 서로 위협하면서, 쉽게는 넘기 힘든 틈을 노리며 빙글빙글 위치를 바꿨다. 싸움은 멈추지 않았지만, 내가 끼어들 여지 따위는 없었다. 소리조차 내지 않고, 나는 숨을 죽이고 싸움의 추이를 지켜봤다. 시이타, 시이타……아아, 시이타! 「우~~나~~」 하고 시이타가 으르렁대기 시작했다. 「꼬맹이자식이」 라고 쿠시는 사람의 말로 대답했다. 「아직 반몫밖에 안되는 주제에, 어른한테 싸움을 걸면 어떻게 되는지. 깨닫게 해주지~이~」 그러고 보니 알파와 제타는 고양이 모습으로 있을 때에도 사람을 말을 했었구나, 라고 나는 멍하니 생각했다. 시로우는, 시이타로 있을 때에는 냐~앙밖에 말하지 못한다. 그건 즉, 인묘로서의 발달단계의 차이인건가? 그렇다고 한다면, 이 싸움은……시이타가 불리……인건가? 「우나~~오~~」 「왜 그래, 덤벼봐아~」 「우나~~아~~」 「얼빠진 놈~~, 와라, 어서~~」 말하는 두 사람의 목소리 톤이 점차 올라가기 시작하고, 일촉즉발의 때가 닥쳐왔다. 아앗, 나한테 뭔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는 건가?! 시이타를 위해서, 뭔가! 「시이타 똑바로 해!」 라고 말해주는 정도밖에 생각나지 않았다. 「시이타, 지면 안돼! 지면 화낼 거야!」 이기면, 뭐든지 하게 해줄 테니까. 네가 좋을 대로해도 좋으니까. 이겨줘! 이건, 봄과 가을의 시즌에 거리에 여기저기에서 일어나는 수코양이들이 싸우는 것과 마찬가지이고, 나라는 암컷을 둘러싼 권리를 건 쟁탈전인 것이다. 시이타가 이기면, 나는 시이타의 것. 하지만 쿠시가 이기면, 나는……. 「힘내, 시로우!」 나의 그 소리가, 두 마리 사이에 아슬아슬하게 팽팽해져 있던 긴장의 끈을 튕겼던 걸까. 시이타와 쿠시는 순식간에 서로 엉겨 붙었고, 달라붙은 채로 갸갸갸갹하고 격하게 굴러다니다가, 팟하고 떨어졌다. 「흐, 흥, 꽤 하는구나~~아~~」 「우나~~오~~」 또 다시 마주 노려보며 으르렁대기 시작했을 때였다. 카창 하고 문이 열렸다고 생각하자, 「무슨 일이지?!」 라고 소리친 것은 오늘밤은 아직 보습을 보이지 않았던 이 저택의 노마님. 하얀 갓뽀오기에 쌀집에서 손을 닦는 여자 같은 분위기인 아야코(綾子) 부인은,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를 파악하고, 「쿠로다! 소화기!」 라고 고함을 질렀다. 「여기」 라고 손가에 넘겨진 빨간 용기의 방사노즐을, 아직 서로 으르렁대고 있는 두 마리를 향해서 조준하고, 주저도 없이 레버를 쥐었다. 푸슈우! 고양이의 싸움을 갈라놓으려면 양동이로 물을 끼얹으라고 하지만, 부인이 취한 방법은 갈라놓지 않으면 안 되는 상대의 체격을 고려한 것에 따른 응용편으로, 효과는 발군이었다. 노즐에서 분사된 소화용 거품세례를 뒤집어쓴 두 마리는, 허둥지둥 달아나는 수 외에는 없었고, 마침 문 가까이에 있던 쿠시가 대쉬로 방에서 날아나서, 우선 싸움소동은 진정되었다. -- 계속 --> [고양이 2] 왕 같은 고양이를 가르치는 법 (6) 왕 같은 고양이를 가르치는 법 (6) Written by 아키즈키 코오 「정말, 나중에 청소가 큰일이야」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볼일이 끝난 소화기를 쿠로다상에게 건넨 부인은, 「뭔가 입으세요」 라고 차가운 어조로 내게 말하고, 「알파!」 라고 소리를 질렀다. 「네, 할머님」 하고 문가에 얼굴을 내민 아츠오상에게, 「쿠시를 잡아서 데려오도록. 지금 당장. 아아, 아니, 먼저 목욕을 시켜줘」 라고 명령하고, 시이타를 뒤돌아봤다. 「시이타, 그 거품을 핥으면 안돼요! 독이니까! 쿠로다, 시이타를 욕실로 데리고 가서, 씻겨서 데려와요」 「알겠습니다」 쿠로다상이 시이타를 데리고 나가고, 전후처리가 일단락되고, 다음은 사정청취였다. 「자아, 미츠오상. 우리 소중한 아이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얘기해 주시겠지요?」 자그마한 체구의 노부인의 위풍당당한 위엄은, 그녀가 알파들의 주인이라는 것을 내게 생각나게 했다. 나를 마구 휘둘러대는 알파도 제타도, 시이타도, 이 할머니가 기르는 고양이이고, 나는 그 기르는 고양이의 페어링 상대……그녀에게 있어서의 내 가치는 「시이타가 마음에 들어 하는 것」이상도 이하도 아니겠지. 고양이들 자신에 비한다면, 나 따위는 정말로 어떻게 되는 상관없는 존재이고, 내 인권보다 고양이들의 기분 쪽이 우선이고……아아, 뭔가 한심해졌어. 어쨌든 나는 있었던 일을 얘기했고, 당사자의 증언으로서는 가능한 한의 공평한 보고를 했다고 생각한다. 쿠시의 동기가 된, 나에 대한 어긋난 기대도, 제대로 얘기에 집어넣었으니까. 그리고 부인은, 내가 왠지 모르게 예감하고 있었던 대로의 반응을 했다. 「당신이, 자신은 시이타의 반려라는 자각을 가지고, 그에 어울리는 행동을 하고 있으면, 이런 소동은 일어나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마음에 들지 않는 며느리가 일으킨 트러블에 대한, 비꼰 정도 8할의 시어머니의 코멘트라고, 나는 생각했다. 나는 좋아서 시이타의 반려가 된 것도 아닌데, 이혼을 바랄 권리조차 없다. 어쨌든 이 사람은, 자신의 귀여운 고양이를 위한다는 이유로 내 인생을 약탈한 장본인이고, 시이타의 아군이기는 해도 내 아군이 되지는 않는다. 아아, 그런가……라고 깨달았다. 이 사람은, 내가 쿠시의 편을 드는 듯한 말을 한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다. 쿠시들 따위 욕을 퍼부어주면서 패주고 싶다고 생각하는 걸 참고, 사실은 사실로서 정확하게 전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던 것이, 이 사람에게는 너무나도 불만인 것이다. 나를 「배신자」라고 말하고 싶은 기분인 것이다. 하긴, 있는 일 없는 일 각색해서, 쿠시들의 지독한 짓을 울면서 호소했다고 해도 이 사람의 대답은 마찬가지였을지도 모르지만. 「나는, 일본에서만도 1억 2천만이나 있는 『보통 인간』의 한 마리고, 수적으로도 능력적으로도 굉장한 희소가치를 가지고 계신 인묘족의 여러분들과는, 근본부터 가치라는 것이 틀리니까요. 일족인 분한테서 『잠시 얘기 상대를』이라는 소리를 들었으니, 거절 따위는 할 수 없지요. 입장은 귀족과 평민이니까요, 거스를 수 있을 리가 없지」 말하고서, 정확하지 않다고 생각해서 덧붙였다. 「뭐어 확실히, 제가 받들어 모시고 있는 도련님의 델리커시라고는 눈곱만치도 없는 행동에 미처 어울리지를 못하고, 다른 일로 그 자리를 나올 수 있었던 것은 이거 행운이다, 라고도 생각했었습지요. 어쨌든, 고양이님들께 상처가 없다면 좋겠습니다만. 소화기의 약제거품을 핥아버렸으니, 설사정도는 일으키실 지도 모르겠네요. 저 때문에 뭐라 말씀드릴 수 없는 짓을」 「아―아―, 미츠오가 또 맛이 갔다」 라고 젬의 목소리가 말했다. 고개를 숙인 채 말하고 있었어서 깨닫지 못했었지만, 문가에 와있었던 듯. 「할머님이 그런 식으로 말씀하셔서 에요」 얼버무리지 마, 라고 나는 생각했다. 이런 편을 들어주는 듯한 소리를 해도, 이 녀석들은 어디까지나 자기들만의 아군이고, 설령 내 아군 같은 얼굴을 해도 그런 척만 하는 거니까. 자신의 사정을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어떤 척이든지 하는 무리들이라구. 「쿠시는 찾은 걸까」 부인이 그렇게 화제를 돌리고, 「오랜만의 재판이에요」 라고 젬이 즐거운 듯이 말했다. 「마침 시그마가 있으니까, 즉단즉결로 아마 『거세』의 형이겠지요. 뭐어, 분가인 주제에 본가 프린스의 크라운에게 손을 내밀었으니까, 당연한 보답이지. 파티의 여흥으로서는 최고로 익사이팅하고, 미츠오도 속이 후련해지겠지? 그러니까 자아, 기분 풀어」 ……거세? 라는 건 거시기를 떼어 낸다고? 그런 거……반은 인간인데?! 하지만, 「기다어져」 라고 말했던 것은, 물론 내가 아니다. 「쟤판은 내가 바드께」 「뉴?」 너, 말한 거야? 뉴는, 시이타가 사람의 말을 하기 시작한 처음 무렵 같은 발음으로, 말투도 굉장히 더듬더듬 거리면서도 열심히 얘기를 했다. 「쿠시는 나르 이해서 해써. 동생드도야. 나쁜거 나야」 「어머어머, 뉴……!」 부인이 감격한 얼굴로 두 손을 맞잡았다. 「너, 어느새 말할 수 있게 된 거니?!」 아라라라, 그쪽이군요. 나는 뉴가 쿠시를 감싸려고 하는 걸 감격하고 있는데요. 「지그미야」 뉴는 말하고, 겸연쩍은 걸 감추려는 듯이 가슴 언저리의 털을 핥았다. 「쿠시가 재판바드면, 모두 고란해. 하지만 나라면 아무도 고란하지 아나. 어차피 나하테는 신부도 오지 안코」 「어머어머어머, 굉장해! 성인이 되지 않았는데도 말할 수 있게 되기도 하는구나! 그래, 서둘러서 홋카이도에 전화하지 않으면! 카요(加代)상, 기뻐할 거야」 그리고 파닥파닥 거리며 가버린 부인은, 고양이 이상으로 고양이 기질인 건지도 모른다. 「자아, 이렇게 되면 재판은 무승부로군」 아직 그 자리에 있던 젬이 재미없다는 듯이 말했다. 「뉴가 말할 수 있게 된 것은, 미츠오의 힘을 이용하려고 수작을 부린 쿠시의 범행에는 정당성이 있었다, 라는 근거가 만들어져 버렸단 얘기야」 에……? 에? 그렇게 되는 거야? 「흥, 무승부인 재판 따위 재미없으니까, 시그마한테 취소라고 말하고 오지」 그리고 젬도 가버리고, 나는 의미 없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이런 녀석들이야……정말이지……고양이라는 무리는……. 내가 겨우 사건의 피해자다운 대우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은, 목욕을 마친 시로우와 쿠로다상이 돌아오고 나서부터였다. 「미츠오, 괜찮아?」 라고 시로우가 물어보자, 그만 울어버릴 뻔 해버렸다. 「아팠지? 이제 아프지 않아?」 아아, 그런가. 이제 막 집어넣어진 장면을 봐버렸었지. ……아주 끝에만 들어온 것 같았지만, 그래도, 당해버렸구나, 나……. 한없이 바닥으로 떨어지는 듯한 기분을, 「옷이 엉망이 되어버렸어」 라고 얼버무렸더니, 짜악 하고 따귀를 맞았다. 아프지는 않았지만. 「시로우는 미츠오를 걱정하고 있어!」 「남한테 받은 건 소중히 하는 게, 인간의 상식인 거야」 라고 대답했다가, 핫 하고 깨달았다. 「그러고 보니, 다이아, 어디로 굴러가버렸어!」 큰일이라고 새파래진 나를, 시로우가 어깨를 붙잡아오고는 흔들어댔다. 「시로우한테는 미츠오가 제일 소중해! 다이아도 옷도 그냥 물건이야, 아무래도 상관없어! 미츠오는 괜찮은 거야?! 아프지 않은 거야?! 시로우한테 똑바로 말해줘!」 고양이인데……하고, 나는 시로우의 미모를 올려다봤다. 자기중심대왕인 고양이인 주제에, 너는 그런 필사적인 얼굴로, 내 걱정을 해주는구나……. 「괜찮아」 라고 나는 웃음을 지어보였다. 「무섭고 싫어서 토할 것 같았지만, 이제 괜찮아. 너야말로, 다치지는 않았어?」 바스로브를 입고 있는 시로우의, 보이는 부분에는 상처는 없지만. 「조금, 다쳤어」 시로우는 그리 말하고는, 득의만만하게 말을 이었다. 「하지만 쿠시는, 훨씬 많이 다쳤어. 시로우 쪽이 쿠시보다 강해. 미츠오는 시로우가 지켜」 「응, 응……」 저 절체절명이라고 생각했던 몇 분간 가슴 속을 휘젓고 뒤집어 놨던 폭풍과, 기적처럼 와준 시로우의 모습을 봤던 순간의 강렬한 안도감과 의지가 되는 마음이 순식간에 머리 속에 되살아나서, 나는 두 손으로 얼굴을 덮었다. 「무서웠어……무서웠어, 시로우……이제 끝장인가 생각했어……계속 너를 불렀어」 「미츠오……!」 끌어당겨서 꼬옥 안아준 시로우의, 희미하게 고양이 샴푸의 냄새가 남은 체취를 들이마시면서, 나는 톡톡 뺨을 미끄러져 떨어지는 눈물의 감촉을 음미했다. 눈물을 흘리면서 우는 것으로, 가슴 속이 이것저것이 씻겨 흘려가는 기분이 들었으니까. 그날 밤은, 그대로 나베시마의 저택에 묵었다. 내가 입주 아르바이트로 있던 때에 사용했던 방에서, 자신의 집에 있을 때보다도 안정을 취했다. 여기라면 시로우의 정체가 들킬 걱정을 하지 않아도 괜찮기 때문이겠지. 시로우가 보여준 상처는, 오른 쪽 옆구리와 왼쪽 어깨에 긁힌 상처가 두 군데씩하고, 오른쪽 전박에 깨물린 흔적. 긁힌 상처 쪽은 꽤 심한 것 같아서, 아직 피가 배어있지만 시로우는 괜찮다고 주장을 해서, 쿠로다상이 가져와준 약도 바르지 않고, 거즈조차도 붙이게 해주지 않았다. 반창고가 싫은 것이다. 상태를 보러와 준 아츠오상에게 그걸 말했더니, 「그 정도 상처라면 핥아두면 나아」 라는 의견이었다. 「어디, 시로우, 침대에 누워보렴」 그렇게 지시한 아츠오상이 안경을 벗어서, 어쩌려는 건가 생각하고 봤더니, 그건 바로 상처를 치료하기 위해서였다. 즉 고양이 식의 치료랄까, 시로우의 옆구리의 상처를 자기 혀로 낼름낼름 핥아주기 시작했던 것이다. 두 사람 다 고양이이니까, 미미하고 시마가 하는 핥기랑 똑같은 거고, 아무것도 아닌 광경인데, 나는 눈 둘 곳을 몰라 하며 참을 수가 없는 기분으로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아무리 안에 든 건 고양이라고 알고 있어도, 내 눈앞에 있는 두 사람의 모습이라는 건, 20세 정도의 야성적으로 멋진 미형과, 그보다는 약간 나이가 든 인텔리풍의 백석 같은 미청년이고, 게다가 두 사람의 미모의 상사성(相似性)이, 금단의 형제애라는 바보 같은 프레이즈를 떠올리게 해버려서. 「윽」 하고 시로우가 아픈 듯 신음을 흘린 것이 들려서, 핫 하고 돌아봤다. 베개 위의, 굳게 눈을 감고 미간에 주름을 잡고, 꼭 다문 입가를 일그러트린 시로우의 얼굴이, 내가 해줘서 갈 때의 표정처럼 보여서, 일순 두근했다. 그 얼굴이 눈을 뜨고, 나를 봤다. 「괜찮아」 라고 하얀 이를 보이며 웃었다. 하지만, 내 쪽은 괜찮질 않아. 두근두근하는 게 멈추질 않아. 한순간이라 해도, 그때의 시로우의 얼굴이니 기분 좋은 것 같은 신음이니 하는 것을 떠올린 자신이, 너무나 창피하다. 그것만이 아니라……시로우와 그러는 것은, 싫다고 생각했었는데, 문득 그것이 플래시백한 순간의 나는, 어째선지 움찔하고……아앗, 거짓말이야, 욕정하다니! 그런 거, 있을 수가 없어! 「미츠오?」 라고 불려서, 맥박이 튀어 올랐다. 설마……설마 눈치 채이거나 한 건 아니겠지?! 혹시 눈치 채인 거라고 한다면, 혀 깨물고 죽어버릴 거야. 「아츠오가 하는 건 아파」 시로우는 얼굴을 찡그리고 그렇게 말해서, 나와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는 듯이 나를 살펴보면서 말을 이었다. 「시로우는 미츠오가 해주길 바래. 안돼?」 「사, 상처를? 하, 핥아달라고?」 「키스해주는 것뿐이면 돼. 미츠오가 해준다면, 그걸로 나을 거야」 그리고 시로우가 (헬프) 라고 내밀어온 손을 거절할 권리는, 내게는 없었다. 시로우는 나를 위해서 싸웠고, 이런 상처를 입었으니까. 「어깨 쪽을」 하고 아츠오상이 지시해서, 나는 그 임무를 어떻게 마쳐야하나 생각했다. 시로우가 가로누워있는 침대는 방구석에 한쪽을 붙여놓고 있고, 머리 쪽은 벽에 대고 있어서, 왼쪽도 벽이다. 즉, 침대의 바깥쪽에서는 상처에 닿을 수가 없다. 문제는 시로우가 해결했다. 「여기에」 라고 손으로 가리킨 것은, 자기하고 옆 벽의 사이의 빈 공간인데, 확실히 그곳으로 들어가는 것 이외에는 시로우의 요망에 응답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나는 침대로 올라가서, 빌려 입은 바스로브의 옷깃이 벌어지지 않도록 신경을 쓰면서 (실은 노팬티란 말이다. 입고 온 것도 갈아입을 것도 찾지를 못해서) 시로우의 왼쪽 옆에 앉아서, 기도하는 이슬람교도 같은 모습으로 시로우의 상처에 입을 맞추려고 했다. 하지만 시로우는, (그게 아니야) 라는 얼굴을 하고, 「여기에」 라고 내 팔을 잡아당겨서 눕혔다. 확실히 이러는 편이, 배를 굽히고 있는 불편한 모습은 하지 않고 끝나겠지만, 시로우의 옆에 누워서 한쪽 팔로 몸을 지탱하면서 어깨의 상처에 아프지 않도록 키스를 하는 것은, 시로우의 위를 덮어씌우는 듯한 모습이 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그래도 어쨌든 나는, 내 탓에 쿠시의 발톱에 긁혀 찢어진 시로우의 어깨의 상처에, 끝에서부터 정중히 입맞춤을 실시했다. 부디 그다지 아프지 않도록, 빨리 좋아지도록, 하고 바램을 담아서 입술을 눌러댔다. 내가 시로우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그 정도의 일밖에 없었으니까. 하지만 시로우에게는, 다른 계산이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어깨에의 키스의 다음처럼 (여기에도) 라고 입술에의 키스를 졸라왔을 때, 나는 그렇게 하는 것이 자연스런 느낌이 들어, 시로우에게 입술을 맡겼던 것이었다. 시로우는 내 머리를 두 손으로 붙잡고, 깊고 깊은 키스를 했다. 그것은 숨이 차올라버릴 정도로 길고, 머리가 빙글빙글해버릴 정도로 교묘했다. 「미츠오」 라고 나를 부르는 아츠오상의 목소리가 귀에 들어왔어도, (아아, 그러고 보니 있었지) 라고 생각했을 뿐이었다. 「하는 김에, 자네 쪽 진찰도 해두지. 아니, 그대로도 괜찮으니까, 이쪽 다리를 잠깐 이렇게……OK, 그대로 얌전히 있어줘. 뭐, 간단한 진찰만이니까. 그리 심한 짓은 당하지 않고 끝난 것 같았지만, 상처가 생기지 않았는지 어떤지, 만일을 위해서 말이야」 내가 그런 아츠오상의 말을 의심도 하지 않고 받아들였던 것은, 의사가 하는 말이라는 신뢰감에 경계심을 해제하고 있었기 때문이겠지. 오른발을 이쪽으로 라고 손으로 이끌려서, 시로우의 다리에 반쯤 걸치는 듯한 모습으로 되었을 때도, 아무런 의심도 품지 않았었다. 아앗, 그래! 자백하자면, 나는 시로우와의 키스에 빠져 무아지경이었어서, 다른 건 아무래도 좋은 상태가 되어버렸던 것이다. 손가락은, 쿠시에게 괴롭힘을 당했던 그곳에, 처음에는 살짝 어루만지는 느낌으로 닿아오고, 그리고서 배려를 담은 움직임으로 천천히 안으로 들어왔다. 상태를 보려는 듯이 밀어 넣었다가는 도로 빼내면서, 조금씩 조금씩 안으로 들어오는 감촉은, 나를 키스의 쾌감에서 깨어나게 할만한 아픔이랑 불쾌감은 동반하지 않고, 오히려 애가 타게 만들었다. 그러니까 아츠오상의 목소리로, 「손가락을 늘릴 거야」 라는 소리를 들었어도 공포감은 없었고, 확실히 지금까지 보다도 큰 압박이 그곳에 들어오는 것도, 느릿한 피스톤의 움직임으로 깊이 밀고 들어오는 것도, 전부 다 맡긴다는 기분으로 받아들였다. 「어떤가?」 하고 아츠오상이 물어와서, 마침 시로우도 키스를 휴식에 들어가 주었어서, 「아프지 않습니다」 라고 대답했다. 내 그 대답에 겹쳐지듯이, 「부드러워」 라고 시로우가 말했다. 그리고 아츠오상의 목소리가, 「그래, 아파하지 않도록 주의해서 서서히 익숙해지게 하면, 그런 식으로 부드럽게 풀어져가는 거야」 라고……! 나는 생각하고 싶지 않은 상상이 들어맞지 않기를 기도하면서, 움찔움찔 고개를 돌렸다. 우선 아츠오상의 모습이 눈에 들어오고……그는 침대 옆에 서있었고, 팔은 팔짱을 끼고 있었다! 라는 것은, 이 손가락은……이 손가락은! 「좋아, 오늘밤은 여기까지다」 아츠오상이 뻔뻔한 얼굴로 말하고, 나를 향해서가 아니라 시로우를 향해서 덧붙였다. 「키스로 끌고 들어가는 것 까지는 만점이었고, 전희의 방법도 기본은 알았으니까, 남은 건 네 노력과 공부에 달렸어. 자아, 사이좋게 지내도록 해」 내가 뭐라 말도 할 수 없는 채로 붙잡아가지고 내던진 베개를, 아츠오상은 여유만만의 고양이 펀치로 쳐서 떨어트리고, 유유자적 문을 나갔다. 「어, 어, 어째서 당신들은! 고양이 사전에 『수치』라는 말은 없는 거야?! 없는 거라면 공부해서, 수치라는 걸 알라고!!」 닫힌 문을 향해서 아우성 친 내 머리 속에는, 평생이 걸려도 델리커시의 ㄷ자도 이해하지 못할 망할 고양이들에 대한,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의 분개와 원망이랑 살의에 가까운 격앙이 소용돌이치면서 비등하고, 정말로 창자가 뒤틀려 끊어진다는 느낌. 혹시 내게도 오라라는 것이 있는 거라면, 부동명왕이 자랑하는 불꽃의 배후 같은 것이 이글이글 뿜어져 나오고 있었을 것이다. 반쯤은 키스에 멍해져버리고, 그걸 조심해야 된다는 걸 잊어버린 자신에 대한 자기혐오와, 혀를 깨물고 죽어버리고 싶을 정도의 부끄러움이 저지른 배신에 대한 것이었지만. 그래서 나는 더욱 더 무턱대고 화를 냈었다고, 나중에는 생각하지만. 「돌아갈래!」 라고 고함을 질렀다. 대답이 없어서, (불평할 거 있어?!) 라고 뒤돌아봤더니, 시로우는 시이타의 모습이 되어서, 벽 구석에 찰싹 달라붙듯이 몸을 말고서는, 내가 돌아본 순간 움찔 하고는 귀를 내리깔았다. 그 왕창 겁을 먹은 모습이라니! 야회복으로 몸을 감싼 시로우의 늠름함도, 나를 위해서 쿠시한테 싸움을 걸었을 때의 용맹함도, 완전히 형태도 없이 날아가 버리고, 시이타는 당장이라도 얻어맞는 게 아닐까 생각하고 있는 듯한 눈빛으로 움찔움찔 나를 살펴본다. 「너 말이야, 비겁해」 나는 그만 한숨을 흘렸다. 「시로우는 패줄 수 있어도, 시이타한테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거 알면서. 그런 걸 『가면을 뒤집어쓴다』라고 하는 거야」 노려봐줬더니, 시이타는 신기하다는 얼굴로 냐―하고 대답을 했다. 결국 나는, 철저하게 공손한 동작으로 농락해온 시이타에게 함락당해 버리고, 다음날이 되어서야 둘이서 내 집으로 돌아갔던 것이다. 그리고 월요일 아침. 나는 굉장히 무거운 기분을 질질 끌면서, 시로우와 둘이서 학교가 있는 역에 내렸다. 전날 밤에 시마모토 선배에게서 전화가 왔는데, 이번 주는 『특별권유주간』으로 신입부원의 획득에 힘쓸 테니까, 무슨 일이 있어도 학교로 와라, 라는 소리를 들어버렸던 것이다. 생각해보면, 고집을 부려대는 것도 자기 멋대로인 것도 고양이만의 전매특허는 아니라, 인간도 꽤나 그런 것이구나. 시마모토상도, 젬들이 일으켜준 소동이 식을 때까지 등교는 하고 싶지 않다고 하는 내 주장 따위는 도통 들어주지도 않으니 말이다. 역에서 학교까지의 사이에는, 이렇다할만한 사건도 없이 정문을 들어갔다. 기념관과의 사이에 펼쳐진 장소에, 서클의 무리들이 입부수속을 위한 박스를 줄줄 늘어놓고서, 지나가는 학생들에게 열심히 말을 걸고 있었다. 「어―이, 호시카와, 이쪽이쪽!」 시마모토상의 목소리가 고함을 질러서, 어디지 라고 생각해서 두리번두리번 찾았더니, 너무나도 오타쿠틱한 약소클럽이 모여 있는 듯한 한 쪽에서, 붕붕 손을 흔들어보였다. 변함없이 깔끔하지 못한 수염과 흐늘흐늘한 복장인데다가, 어째서인지 머리에는 하도 빨아서 색이 바랜 수건을 뒤집어쓰고 있다. 적어도 손수건으로 하면 좋을 것을. 「안녕하세요」 「여어, 서두르는 것 같지만, 이거 부탁해」 시마모토상은, 시로우에게 한뭉치의 권유전단지를 넘기고, 내게는 일안 레프카메라를 들게 했다. 「작전은 말이지, 나베시마가 여자애 중심으로 전단지를 돌리고, 호시카와는 나베시마가 여자애들한테 전단지를 넘겨주는 장면을 투샷으로 찍는 거야. 그래서 『사진은 우리 서클 박스에 붙여놓을 테니까, 보러 와요. 한 장 더 뽑아주는 것도 오케이니까』라고 싱긋 웃으며 말하는 거야. 자, 복창」 「에? 에에또」 「『지금 찍은 사진은, 우리 서클 박스에 붙여놓을 테니까, 보러 와줘요. 한 장 더 뽑는 것도 오케이니까』. 싱긋, 이야. 알간?」 「아―, 네」 「사진을 찍은 여자애한테는, 반드시 말하는 거야」 「남자는 권유하지 않는 겁니까?」 「물론 하지. 내일 이후에」 「하아?」 「남자한테는, 전단지 주면서 『서클 박스에서 캠갤의 생사진을 전시중입니다』라고 유혹해」 「캠갤?」 「캠퍼스 갤(campus gal)이야. 줄여서 캠갤. 물론 호시카와가 찍은 사진이 재료이니까, 오늘 안에 적어도 50명은 해야 돼」 「……그거, 사기라고 하지 않습니까? 캠갤이라고 들으면, 보통은 하이레그 수영복이라든지 캠페인갤이라고 생각할 건데요?」 「이쪽은 거짓말은 하지 않았잖아? 착각하는 건 그쪽이 멋대로 하는 거야」 「뭔가 좀~」 「카메라 쓰는 법은 아냐?」 「아―……네」 「역시 프로카메라맨의 아들」 「그만둬주세요. 그런데, 서클 박스 장소는」 「학생회관 4층의 엘리베이터에서 가장 먼 방이야」 「에에또, 엘리베이터에서 내려서 오른쪽이었죠?」 「내려서……아아, 그래, 오른쪽이야, 응」 뭔가 믿음이 안가는구만. 「다른 부원들은?」 라고 물은 것은, 하루에 50명이나 말을 걸고 덤으로 사진을 찍는다는 노르마를 달성할 수 있을 자신은 없었기 때문이다. 「부장은 박스 쪽에 틀어박혀있어」 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다른 사람들은? 우리들만으로는 50명이라는 노르마는」 「뭐어야, 할 수 있어, 암」 하고 맘 편하게 떠맡기는 시마모토상의 표정에서, 핑 하고 왔다. 「설마……권유는 이 세 사람이서만 하는 건……」 「핫핫하」 하로 시마모토상은 웃어서 얼버무리려고 했지만, 내 눈매를 깨닫고 머리를 긁적였다. 「아니 그게에 유령이 많아서 말이야, 우리 서클은」 혹시 그 실태는, 활동하고 있는 건 시마모토상하고 부장뿐이라는 건가? 하지만 물어봤다가는 무서운 사태가 될 것 같아서, 나는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 「그럼, 기운내서 가줘!」 라고 등을 떠밀려서, (이런이런) 하고 시로우를 돌아봤다. 「시작할까」 「뭐를 하지?」 하고 시로우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신입생 권유. 사진클럽에 들어와 주세요, 라고 꼬시는 거야. 네가 전단지를 보여주고 설명을 하는 걸, 내가 사진으로 찍는 거지. 오케이?」 「뭘 설명하지?」 「그 전단지에 써있는 거면 되지 않을까?」 「『초심자환영!』『카메라는 현대인의 필수과목이다!』『기재대출, 현상료 외 보조 있음』『인기 아이돌 촬영기회外』……라고 쓰여 있기만 한데」 「뭐어, 적당히 말해서 부실까지 가게하면, 나머지는 부장이 설명하겠지. 하지만, 여자애한테 말을 걸라고 해도 말이야. 분명히 말해서 나는 질색이란 말이야, 그런 거. 그러고 보니, 시로우도 질색이었지, 여자는」 화장이랑 코롱의 냄새가 고양이의 민감한 코에는 힘이든 거겠지만, 냄새나니까 싫다느니 했었지이. 「우선, 전단지 돌리기만이라도 하자. 『받으세요』라고 하면서 넘겨주면 돼」 「알았어」 시로우는 얌전히 끄덕였다. 나베시마 저택에서 내가 잠깐 맛이 갔던 사건이래, 시로우는 고양이라기보다도 개처럼 순종적이라서, 내가 하는 말을 듣게 되었다. 그 때의 나는, 그렇게 무서웠던 건가아. 조금 자신을 가져볼까나. 어쨌든 장소를 정해서, 시로우가 전단지 다발을 손에 들고 선 순간이었다. 세 사람인, 신입생이라는 느낌은 아닌 여자애들이 우리들 앞으로 와서, 「저기, 시로우상이시죠?」 라고 물어왔다. 우와챠~……금세 『소문의 남자』를 찾아왔구나. 나는 (전단지를 넘겨) 라고 시로우의 옆구리를 찌르고, 시로우는 그걸 내밀었다. 「에? 시로우군 사진부인 거야?」 「그래」 「거짓말~, 진짜로~?」 「나도 들어갈까나」 「아앗, 그거 새치기!」 「들어오려면, 사진을 찍어」 시로우가 뻔뻔하게 빈틈없이 조건을 내밀었다. 「시로우군하고?」 여자애들도 빈틈없이 되받아쳤다. 「그래」 라는 시로우의 대답에, 여자애들은 꺄~앗 하고 새된 환호를 지르고, 나는 서둘러 세장의 투숏 사진을 획득했다. 「저기, 그 사진 받을 수 있는 거지요?」 「학생회관 4층의 부실에 붙여놓을 테니까, 보러 와주시면, 마음에 들면 한 장 더 뽑아드려요」 「학관 4층이죠? 가자가자!」 「저기, 시로우군, 모처럼인데 차 마시지 않을래요?」 「가요가요, 입부해 줄 테니까」 라고 넉살좋은 소리를 꺼낸 여자들에 대한 시로우의 대답은, 「안돼」 라는 간결한 한마디였다. 하지만 눈이라든지 표정으로는 좀 더 뭔가 말을 했었던 건지도 모른다. 「그럼, 그러엄, 다음에요」 라고 얌전히 물러선 여자들의 태도에는, 너무 심하게 몰아붙여서 싫어하게 되는 걸 피하겠다는 계산이 뻔히 보였지만, 그래도 나로서는 살았다, 라는 입장. 계속 옆에서 따라붙어 다니게 되면, 선배한테 들은 노르마를 달성하지 못한다. 하지만 오전시간이 끝났을 즈음에는, 나는 어처구니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50컷의 사진을 다 찍었다. 그리고 물론, 모든 것은 시로우의 덕이었다. 맨 처음 세 사람처럼 그쪽에서 말을 걸어온 과감한 여자들도 몇 명 있었지만, 대부분은 시로우를 알아챘어도 멀리서 머엉하니 봐오는 정도의 여자애들을, 시로우는 백발백중으로 찾아내서 권유 전단지를 건네주러 가고, 전단지를 받아들지 않았던 애도 없었을 뿐더러, 그와 함께 내가 제안한 촬영을 거절한 여자애도 없었던 것이다. 「뭔가, 너의 할렘이 될 것 같아, 사진부는」 학생식당에서 점심으로 A런치를 먹으면서 말해줬더니, 시로우는, 「미츠오가 그렇게 하라고 하니까, 한 것뿐이야」 라고, 너무나도 바라는 바가 아니라는 듯이 대답해왔다. 「그렇지 않다면, 여자한테 말을 걸지는 않아」 「쉿」 하고 나는, 주위 사람들이 귀를 세우고 있는 기척을 알려줬다. 「그런 건 큰 소리로 말하지 않는 쪽이 좋아」 그러자 시로우는 옆자리에 앉은 내 귓가에 스윽 얼굴을 가져다대고, 「그럼, 이렇게 말할래」 라고 소곤소곤 속삭여왔다. 귀에 간질간질한 한숨을 불어넣으면서 말이다. 「그만둬」 라고 달아났더니, 남자다운 아름다운 눈썹을 휙 치켜올리고는, (쿡) 하는 표정을 지었다. 느끼거나 하지 않았어! 라고, 나는 마주 노려봤다. 점심식사를 끝내고, 여기 캠퍼스에도 조금은 있는 잔디가 있는 곳으로 가서, 날씨가 좋은 것을 다행으로 여기며 잠깐만 낮잠을 자곤 하며 느긋하니 휴식을 취했다. 사실은, 노르마는 달성했으니까 집으로 돌아가도 괜찮을 거였지만, 시마모토상에게서 다른 일을 떠맡아서다. 오전 중에 내가 찍은 사진을 스피드 현상을 해가지고 올 테니까, 부실에 붙이는 걸 도와달라고. 사람을 너무 거칠게 부린다니까, 정말. 그러니까 부원이 붙어있질 않은 거 아냐? 어쨌든 일단은 네 라고 말해버렸으니, 시로우가 햇빛이 드는 양지에서 선잠이 든 게 깨기를 기다려, 시마모토상한테로 돌아갔다. 사진부의 권유 박스는, 뭔가 심상치 않은 상황이 되어있었다. 남자학생이 열명이나 모여 있고, 시마모토상을 둘러싸고 열심히 머리를 들이대고 있는 중이다. 「자, 저거 봐, 이 애 무지하게 괜찮지? 입부하면, 이 애하고 얘기할 기회를 만들 수 있는 거야. 원래 서클이라는 건, 여자를 Get! 하기 위한 찬스로 이용하는 거야. 게다가 우리 부는 특히 개인기 이니까 활동하든 말든 자기 맘이지. 물론 암실에서 그녀와 둘이서 현상을 하고 싶다든지 생각한다면, 나름대로 성실하게 나와서 기술을 마스터하지 않으면 안 되지만 말이야. 현상도 할 수 없는 녀석이 암실로 유혹한다면 속셈이 뻔히 모여서, 얘기 꺼낸 순간 채일 거라구. 그렇지?」 오전 중에 찍은 사진을 빨리도 써먹는 시마모토상의 그런 얘기를, 주위를 둘러싼 무리들은 하나하나 끄덕이면서 듣고 있는 것이었다. 「아, 이애? 응, 어느 사진에든 찍혀있지? 권유용 루비보드로 말이야, 거 왜, 오리엔테이션 때 소동을 일으킨……그래그래, 그녀석이야 그 녀석! 하지만 자기 여자가 있는 녀석이니까. 응 그래, 여자가 있어, 둘이 찰떡이라니까. 즉 낚싯밥에 걸려온다는 거지」 잠깐……그런 식으로 말할 건 없잖습니까?! 시마모토상에 대한 분개를 느끼는 것과 동시에, 시로우가 지금의 말을 어떻게 들었을까 걱정이 되서 옆모습을 살펴봤다. 시로우가 깨닫고는 눈길을 보내왔다. 「시마모토는 맞는 소리를 했어」 라고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헤?」 「시로우한테는 미츠오가 있다고, 잘 알고 있어」 「풋!」 「시마모토는 좋은 녀석이야」 부원을 획득하기 위해서라면, 어떤 감언이설이든 쓰고 무슨 짓이든 할 수 있는 것 같은 시마모토상을, 시로우는 그렇게 평가했다. 확실히, 선배의 방식하고 고양이의 가치관에는 비슷한 점이 있는 건지도 모른다고, 나는 약간 짜증을 내면서 생각했다. 아니, 자기중심적이라든지 자기 멋대로라는지 하는 결점을 고양이족에게만 덮어씌웠던 것은, 그것이야말로 자기중심적인 것의 견본이었던 건지도 모른다. 인간도, 충분히 자기중심적으로 행동하니까. 그런 걸 생각하고 있는데, 갑자기 비스듬히 뒤쪽에서 어깨 언저리를 냅다 떠밀려서, 「아왓?!」 하고 넘어질 뻔 했다. 마침 시로우가 있는 쪽으로 떠밀려서, 녀석이 붙잡아줬지만. 「어이, 약소사진부!」 라고 시마모토선배를 향해서 고함을 친 녀석은, 나를 떠다 밀친 범인인 듯 했다. 하지만 그 녀석은 한사람이 아니라 몇 명이나 되는 무리가, 떼를 지어서 신입생들을 쫓아내며 선배를 에워쌌다. 「너무 더러운 수작 아니냐!」 라고 맨 첫 번째 녀석이 으름장을 놓는 모습으로 소리 높여 말했다. 「이런, 이런, 비디오무비 연구회의 여러분, 입부희망이십니까?」 선배가 그에 지지 않는 커다란 목소리로 되받아쳤다. 「우리는 오디션 없이 와도 거부하지 않으니까요, 오늘부터라도 당장 입부하실 수 있습니다, 비디오연구회 선배님들!」 시마모토상의 커다란 목소리는, 비집고 들어온 상대의 신원을 주위에 들려주기 위해서인 듯. 하지만 비디오연구회라는 무리들은, 선배의 목적이랑 그 의도는 눈치 채지 못한 듯, 거친 말투로 잔소리를 속행했다. 「도대체, 어째서 그녀석이 사진부인거냐」 그 녀석, 이라는 건 시로우의 얘기다. 「게다가 이쪽이 찍어둔 여자들만 데리고 가다니」 그런 소리를 해도, 알고서 한 게 아니야. 보통 그런 건 빠른 사람이 이기는 거니까. 「요즘 세상에는 유행이 지난 오타쿠 서클인 주제에, 진짜로 열 받게 만드는구만」 아~아……하고 나는 서글피 생각했다. 자기중심적인 건 자기중심적이라도, 고양이에게는 이런 방자함은 없어. 인격적으로 고양이보다 못한 인간이라니, 동족으로서 한심하다구. 「우리들은 당신들의 방해 같은 건 하지 않습니다요」 시마모토상이 대답했다. 「당신들이 작년에 해줬던 것 같은 권유 중에 옆에서 끼어들기라든지, 입부자를 가로챈다든지 하는 더러운 짓은, 우리들은 일절 하지 않았는데요? 학장님의 동상에 맹세해도 좋아요」 5대 1의 열세에도 불구하고, 시마모토상은 당당하고 솜씨 좋게 반박을 했고, 상대는 더욱 더 울컥했던 것 같았다. 「그런 자식을 써서 여자를 낚는 게 더럽다고 하고 있는 거야!」 「그래그래, 아주 더러운 수작이야!」 「비겁하다, 사진부!」 「나베시마는 우리 부원입니다. 그쪽의 여러분들보다 얼굴이 잘생긴 건, 죄송합니다」 너무나 진지하게 꾸벅 머리를 숙인 선배의 비아냥에 푸왓 하고 웃음소리가 피어오른 것을 보니, 어느새 다른 서클의 권유원들이랑 술렁술렁 지나가고 있던 사람들이 주위에 인간장막을 치고 있었다. 「이자시익, 놀리는 거냐!」 웃음거리가 됐기 때문인지, 말로도 이론으로도 이기지 못한다고 생각하고 재빨리 성을 내기로 한 건지, 한사람이 시마모토상의 멱살을 잡았다. 「미츠오」 라고 어깨를 두들겨져서 뒤돌아봤다. 「놔둬도 되는 거야?」 나는 완전히 구경꾼이 되어있던 자신을 깨닫고 새빨개졌다. 「아니, 가세해줘야지」 「그럼 시로우가 할래. 미츠오는 여기 있어」 말해놓고 척척 시마모토 선배에게로 간 시로우는, 선배의 멱살을 잡고 있는 녀석의 손목을 휙 하고 쥐고서 말했다. 「이건 영역싸움의 진검승부인가?」 「뭐야, 네놈은!」 야쿠자 같은 질 낮은 말을 토해낸 녀석에게, 다시 물었다. 「진검승부라고 생각해도 상관없는 건가?」 「저리 꺼져!」 「다치고 싶지 않다면, 그러는 쪽이 낫지」 즉, (네가 꺼져) 라고 말한 시로우의 말은, 그 특유의 말투인 것이라서, 상대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방해하지 마!」 라고, 손목을 붙잡은 시로우의 손을 휘둘러 쳐내려고 했다. 「승부하지」 라고 대답한 시로우가 그 손을 확 하고 비틀어 올렸다. 대단한 힘을 넣은 것도 아니었으니까, 「아야야야야!」 라고 상대가 소리쳤던 것은, 엄살로 연극을 하고 있는 거라고 나는 생각했고, 다른 모든 사람들도 그랬을 것이다. 그러니까, 연예인지망 같은 미용실 커트의 갈색 머리카락에 슈트 같은 상하의를 입은 그가 공중회전을 하며 지면에 굴렀던 것은 자기 쪽에서 한 오버액션으로 보여서, 「오오~옷!」 하는 소리와 박수가 끓어오르고, 「아파~~아」 라고 울 듯한 목소리로 말하면서 그가 자기 손목을 쥐고 엎어졌을 때, 나도 모두도 겔겔겔 하며 웃었던 것이다. 「이제 끝인가?」 시로우가 재미없다는 듯이 한 말은, 모두도 같은 생각이었고, 그 눈들은 그 뒤를 이을 악역의 분투에 기대를 하고 있었다. 그 의미에서, 비디오연구회부원들은 열심히 힘을 내는 것으로 보였다. 하긴, 맨 처음에 당했던 그에게 「똑바로 해」라느니 「너무 소극적이잖아」라느니, 놀리는 기분 반으로 질책을 했던 것은, 그들도 동료가 입은 타격을 진짜로 받아들이지 않았었기 때문이지만. 「이 자식」 하고 달려든 남자가, 내밀어진 펀치를 퍽 하고 얻어맞았다고 생각하자 커다랗게 허공에 춤춘 순간, 나는 어느 쪽도 연기 따위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시로우는, 나도 아는 대로 바보 같은 괴력과 고양이식의 움직임으로 정말로 그들을 해치우는 것이다. 「다치게 하면 안돼!」 라고 고함을 질렀다. 「다치지 않도록 힘 조절을 해!」 에에또, 이러면 이해 못할지도. 「쫓아내기만 하면 되는 거야!」 그래, 이 말투라면 분명히 알아들을 거야. 고양이의 영역싸움은, 상대를 자신의 영역 안에서 쫓아내는 것으로 결말이 난다. 그리고 시로우는, 내 주문을 멋지게……그리고 화려하게 실현시켜보였다. 세 사람 째가, 가라테를 좀 했다는 느낌으로 킥을 해온 것을 휙하고 피한 다음 순간, 시로우는 땅을 디디지도 않고, 발바닥이 지면에서 1미터 반 이상이나 떨어지는 도약을 했고, 다시 그 정점에서 붕 하고 허공을 가르는 소리가 들려온 듯한 돌려차기를 던지고, 가볍게 착지했다. 아슬아슬하게 머리를 숙인 녀석의 어깨에 통 하고 손을 찔러 탄력을 얻어서 다시 한번 회전하고, 착지했다. 「우오옷!」 하고 구경꾼들이 들썩거렸다. 확실히, 이런 쿵푸영화의 볼만한 장면 같은 멋진 액션은, 생으로는 잘 볼 수 없는 거잖아. 그리고, 「다음엔 맞춘다」 라는, 지금의 헛지르기가 어디까지나 일부러 그랬다는 걸 알리는 시로우의 선언은, 지금 막 보여준 실력에 어울리는 반응을 받았다. 즉, 비디오연구회를 사람들은, 「두고 봐!」 라는 정석대로의 소리를 내질렀지만, 속으로는 두고봐주지 않길 바란다는 생각이 뻔히 보이는, 허둥지둥하는 발걸음으로 퇴장했던 것이다. 「나베시마아, 네 날개는 어디서 만든 거냐?」 시마모토상이 기가 막힌다는 말투로 물어왔다. 「어디서 만들었냐는 건?」 하고 고개를 갸웃거린 나베시마에게는 대답하지 않고, 「앞으로는 『쿵푸마스터 나베시마』라고 불러주지」 라고 시로우의 어깨를 두드리고는 카카캇 하고 웃었다. 「이야아~, 속 시원하다. 작년에는 녀석들한테 꽤나 억울하게 당했었으니까 말이야」 「그럼 권유하는데 끼어들었다든지 가로채기 당했다든지 하는 거, 정말로?」 「일반인에게는 사진보다도 비디오 쪽이 잘 받아들여지니까」 시마모토상은 그렇게 말하고 코 옆을 긁적였다. 나는, 크게 다친 사람도 나오지 않고 일이 종결된 것에 안심하고, 저 상태라면 비디오연구회의 무리들도 두 번 다시 이상한 수단으로 나오지는 않겠지 라고 판단했지만. 「아, 그래서 말이야, 나 지금부터 암실에 들어갈 거니까. 오전 중에 찍은 건 이미 박스에 붙여놨으니까, 남자한테 나눠줘도 오케이야. 계속 전단지 돌리기 부탁해」 「캠갤이라고 말하라고요?」 「그래그래, 캠갤」 이미 벌써 학관 쪽으로 걸어가면서, 시마모토상은 그렇게 웃고, 「잘 부탁해―」 라고 사라졌다. 그 어깨에, 내가 오전 중에 빌렸던 외안레프카메라가 늘어져있다는 것은, 이번에는 전단지만 돌리면 괜찮다는 거겠지. 내참……. 「시로우, 피곤하지 않아?」 라고 물어봤다. 「낮잠 자고 올 거면, 이건 내가 할 테니까 가도 돼」 하루에 사람보다도 많은 수면시간을 필요로 하는 건, 커다란 고양이족도 집고양이들과 그다지 다르지 않은 것 같은 것이다. 「미츠오가 한다면 시로우도 할래」 「괜찮겠어? 저택에 있던 때의 생활리듬하고는 분명히 꽤 차이가 날 테니까, 무리하지 않도록 스스로 조절해야 되는데?」 고양이가 수면부족이 되면 어떻게 되는지 잘은 모르겠지만, 주의력이 산만해지거나 체력이 떨어지거나 하는 것은 우리들과 마찬가지겠지. 개의 (인간도인가?) 운동부족이랑 영양부족과 마찬가지로, 최종적으로는 수명을 줄이게 되는 결과로 나오게 되는 건 아니겠지. 이 점은 아츠오상한테도 상담해서, 시로우의 생활스케줄을 생각해두지 않으면 안 되겠다고 생각하다, 나는 (윽) 하고 빨개졌다. 아츠오상……으윽, 만나고 싶지 않앗! -- 계속 --> [고양이 2] 왕 같은 고양이를 가르치는 법 (END) 왕 같은 고양이를 가르치는 법 (END) Written by 아키즈키 코오 그리고 오후의 전단지 돌리기는 그다지 반응이 좋지 않았어서, 3시가 되었을 즈음에, 「앞으로 30분 하고서 끝낼까」 라고 시로우에게 말했는데, 「조금 졸려」 라는 대답. 「그럼, 이걸로 그만 끝내자. 집까지 참을 수 있어? 느긋이 자는 건 집에 도착할 때까지 참아주지 않으면 어쩔 수가 없는데. 너, 숙면해버리면……그지?」 「알고 있어. 괜찮아」 그런 대화를 나누고, 시마모토상에게 말없이 돌아갈 수도 없어서, 남은 전단지를 되돌려주는 김에 부실에 들렸다가 돌아가자, 라고 학관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기념관 앞을 지나서, 비좁지만 정원처럼 화목이 심어져있는 한 부분을 지나가려던 때였다. 내던져졌다는 느낌으로 내 발치에 툭 하고 떨어진 빨간 무언가가, 갑자기 파파파팡! 하고 귀를 찌르는 작렬음을 터트렸던 것과 동시에, 나란히 걷고 있던 우리들의 바로 뒤에서도 똑같은 소리가 팡파파파파팡! 하고. 그 심장에 좋지 않은 소리의 정체는, 들은 순간에 알았다. 연발식 폭죽이다. 무심결에, 「힉!」 하고 귀를 덮고서 멈춰서있으면서도, 소리만 거창할 뿐이라는 걸 안 나는, (누가 이런 걸 던진 거야?!) 라는 쪽으로 생각을 옮겨갔다. 하지만 시로우에게 있어서는, 그 정도로 놀라는 걸로 끝나지 않았다. 시로우는 말 그대로, 펄쩍 튀어 올랐다. 그리고 그가 식목수의 그들로 뛰어 들어간 한 순간에, 나는 엄청난 사태가 일어났다는 것을 알았다. 바스락바스락하고 수풀을 울리며 도망가는 시로우는, 옷을 입은 채 변신해버렸던 것이다. 게다가……. 「그아하하하하!」 라는 분위기로 웃으면서 그늘에서 나타난 이 짓을 한 사람들 중 한 사람의 손에는, 핸드무비카메라가 들려있었다! 「찍었어?!」 라고 고함을 지른 나에 대한 대답은, 「오우, 딱 걸렸지」 라는 비웃음으로, 나는 눈앞이 새카매지는 것을 느꼈다. 찍혔어, 찍혔어! 시로우의 비밀을 비디오에 찍혀버렸어! 그때의 나는, 평소에 없는 속도로 머리가 돌아갔다. 비디오연구회의 무리가 웃으면서 나타났다는 것은, 녀석들은 단지 장난이 성공했다고만 생각하고 시로우의 변신에는 깨닫지 못한 것이다. 혹시 눈치 챘다면, 훨씬 다른 리액션을 하고 있겠지. 시로우의 변신이 거의 순간적으로 일어난 일이라서, 게다가 곧장 수풀 속으로 뛰어들어 버렸어서 녀석들은 그 이상을 깨닫지 못했던 것이다. 하지만 비디오는 아마 기록했을 것이다. 카메라에 딱 걸렸다고 하는 말이 거짓말이 아니라면, 비디오에는 슬로우 재생이라는 방법이 있다. 인간의 눈으로는 붙잡을 수 없었던 한순간을, 눈에 보일 수 있도록 재생해버릴 수 있는 시스템이 있는 것이다. 「필름을 넘겨!」 라고 나는 고함쳤다. 시로우를 지키려면, 찍힌 영상을 받아내서 처분해버리는 수 외에는 없다. 물적인 증거만 없다면, 설령 목격자가 아무리 무슨 주장을 하든, 이쪽은 얼마든지 발뺌할 수 있다. 나는 세 사람에게 덤벼들었다. 소학교이후 엉겨 붙어서 싸웠던 적은 없지만, 지금은 내가 싸울 수밖에 없었다. 설령 상대를 패서 쓰러트려서라도, 시로우가 찍힌 필름을 손에 넣지 않으면 안 되었다. 하지만 결과는……3대 1이라는 수적인 열세의 불리함 이전에, 나는 비력하고 싸움에 익숙하지도 않아서, 휘두른 주먹도 걷어차는 킥도 한발도 제대로 성과를 달성하지 못하고, 대신 얻어맞고 발에 걷어채어서 쓰러진 것은 내 쪽이었다. 「바―보, 생각만 있다고 이기는 게 아니다, 이봐!」 「어이, 가자. 당장 상영회야, 상영회」 「그 결사의 다이빙! 웃겼어어」 「어이, 거기 나무 있는 데로 숨었지. 이 녀석이 엉망이 됐는데도 나오지 않았다는 건, 분명히 놀래서 허리가 빠졌다는 거지」 「그런가, 역경에는 약한 녀석이라든지?」 「이왕 하는 김이니까 끌어내서 아예 끝장을 볼까」 「바―보, 일부러 수고하지 않아도, 펄쩍 튀어 올라서 도망가는 비디오면 충분해」 그런 말을 나누고, 겔겔겔 웃으면서 가버리는 무리들을 막을 힘은, 내게는 없었다. 하지만, 시로우라면 어떻게든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아니, 둘이서 힘을 합쳐서, 어떻게든 하지 않으면. 나는 몸이 아픈 걸 견디고서 흐느적흐느적 일어서서, 시로우를 찾으러 갔다. 가엽게도, 동물에게 있어서는 저 화약이 튀는 소리라는 건 무엇보다도 싫고 무서운 것인데. 사냥꾼에게 쫓긴 경험은 없어도, 저 예리한 파열음은 그들의 민감한 청각에는 엄청난 쇼크인 것이다. 습격자들은 이미 가렸리고, 주위에는 인영도 없는 것을 세심하게 확인하고 나서, 나는 시로우가 도망쳐 들어갔다고 생각되는 식목수 뒤로 돌아들어가 봤다. 「시로우? 시로우, 어디야?」 나무 울타리나 도로변에 자주 심어지는 나무라는 것 밖에 모르는, 가느다란 입을 단 나뭇가지가 밀집해서 자라고 있는 관목이, 브로컬리 같은 모양이로 다듬어져있는 3미터 정도의 나무를 1미터정도의 폭으로 둥글게 둘러싸고 있는 장소가 있다. 관목의 높이는 내 허리정도라서 인간이라면 숨기에는 조금 무리겠지만, 고양이라면 몸을 숨기고 있을 수 있을 것이다. 「시로우? 시로우? 없는 거야?」 좀 더 안전한 장소로 이동한 걸까? 그렇다면 좋겠지만. 하지만, 냐오 라는 자그마한 소리가 났다. 「시로우?!」 커다란 검은 고양이는, 관목이 사람의 눈을 가려주는 장소에서, 자그맣게 몸을 말고 있었다. 옷은 입은 채라 유머러스한 모습이지만, 본인으로서는 마디마디가 무리를 하고 있어서 힘들겠지. 「그대로 변신한다는 건, 못하지? 지금이라면 마침 아무도 없고」 시로우……라기 보다 시이타는 나를 올려다보고 곤혹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변하지 아나. 아까부터 해보고 이는데」 「너, 그 모습으로도 말할 수 있게 된 거야?!」 라는 내 질문은, 스스로 생각해도 참으로 무의미하고 바보 같은 것이었다. 「미츠오를 도와주려며는, 변신하지 아느면 나갈 슈가 업써. 하지마는 필사저그로 『인간으로 변해』라고 기도해도, 모습이 벼나지를 아나. 시로우 모믄 망가져버려써」 나를 도울 수 없었던 자신의 무력함에, 시로우는 화를 내고 상처를 입었다. 「너무 많이 놀래버려서, 변신하는 방법을 잠깐 잊어버린 것뿐이야」 나는 그렇게 달래줬다. 「어쨌든 이대로는 안 좋아. 우선은 옷을 어떻게든 하자. 그래서야 불편해서 움직일 수가 없지?」 인간하고는 구조가 다른 관절을, 반대로 비틀어대거나 하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어떻게든 전부 벗겨낼 수 있었다. 「자아 그럼, 다음은 안전하게 숨어있을 수 있는 장소를 찾지 않으면. 뭐 좀 먹고, 천천히 그루밍이라도 하고서 마음이 가라앉으면, 변신할 수 있게 될 거라고 생각해」 「미츠오는 갠차나?」 시로우는 그것을, 자신에게는 물어볼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처럼, 움찔움찔한 말투로 물어왔다. 「아―앗, 그랬지! 네가 여기로 도망쳐 들어가는 걸, 비디오에 찍혀버린 것 같아! 모조리 찍힌 거라고 한다면, 폭죽에 놀란 네가 점프하면서 고양이로 변신하는 장면 처음부터 끝까지, 비디오에 기록되어 버린 거야! 어쩌지?! 어떻게든 필름을 손에 넣어서 처분하지 않으면 안 되는데, 나는 전혀 힘이 없어서. 정말, 한심해 죽겠어!」 「미츠오는 시로우를 위해서 열씨미 해줘써. 시로우는 전부 보고 이써쓰니까, 잘 아라. 미츠오는 하나도 나쁘지 아나」 「응……응……고마워, 하지만 어쨌든, 한시라도 빨리 그 비디오테이프를 어떻게든 하지 않으면! 너만이 아니라, 일족한테도 위험이」 앗! 그 방법이 있었다! 「아츠오상한테 도와달라고 부탁하자, 그거밖에 없어!」 시이타가 이 모습으로 교내를 어슬렁거리는 것은, 그거야말로 위험하기 짝이 없다. 그렇다면 아츠오상의 손을 빌리는 수밖에 없다. 그리고 아츠오상이라면, 비디오를 보고 시로우의 변신을 눈치 챈 무리들의 기억을 지우는 것도 가능하잖아! 「아―젠장, 이런 때에는 휴대폰을 가지고 싶어! 어쩔 수 없지, 기념관에 있는 공중전화까지 갔다 올 테니까, 너는 여기에 있어. 가만히 있어야 돼」 시로우의 옷은, 말아서 나무들 사이에 숨겼다. 오늘은 작은 포치밖에 가지고 오지 않아서, 아무리 쑤셔 넣어서 들어가질 않고, 사람 하나분의 옷을 들고 걸어 다닌다면 눈에 띄는데다, 어쨌든 시이타가 변신에 성공하지 않으면 옷이 있어봤자 소용이 없다. 아츠오상의 전화는 자동응답기였다. 어쩔 수 없이, 단숨에 일어난 일의 요점과 도와달라는 뜻을 전언 테이프에 남겨놓고, 시이타가 있는 곳으로 돌아갔다. 시이타는 사라져있었다. 말아서 놔둔 옷은 그대로 남겨놓고. 「그 녀석……!」 전화를 걸고 있는 동안에도, 계속 주위 상태에 신경을 썼었는데 소란이 일어난 듯한 기척은 없었다. 그렇다는 건, 시이타는 누군가에게 들켜서 어쩔 수 없이 달아난 것이 아니라, 자기가 어디로 갔다는 것이다. 하지만, 갈만한 곳이라고 한다면, 「학생식당……일 턱이 없지」 혹시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서 간식이라도 찾으러 가준 거라면 나로서는 무척이나 마음이 편하지만,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다. 시이타는 고양이이지만, 시로우라는 인간으로서 살아갈 수 있을 만큼의 두뇌도 있고, 나보다 훨씬 높을 프라이드도 가지고 있다. 못된 마음으로 던진 폭죽에 놀라서 정체를 드러내버리고, 얻어맞는 나를 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던 자신의 추태를, 자신의 힘으로 만회하고 싶다고 생각할게 틀림없다. 하지만, 마음은 알지만, 무모했다. 보통 고양이라도 이런 장소에서는 굉장히 눈길을 끄는데, 너는 흑표범 사이즈란 말이야! 누군가한테 조금이라도 모습을 보인다면, 순식간에 긴급통화번호가 눌리고 패트롤카니 동물원의 포획원이니 텔레비전 카메라니 하는 게 밀어 닥쳐와서, 앗 하는 사이에 너는 사냥감이 되어 쫓기다 붙잡히는 결과가 될 거야. 게다가 그것만이 아니야. 볼 줄 아는 사람이 보면, 네가 그저 흑표범 따위가 아니라는 것은 일목요연하니까, 새로 발견한 진귀한 동물로 동물학자들의 『연구』의 재료가 되어버릴 건 필수항목이겠지. 갑자기 해부라든지 하는 건 하지 않더라도, 정중하게 다뤄진다고 해도, 어딘가 대학의 연구실 같은 곳에 있는 케이지에 갇혀서, 짐승으로서 조사당하고 짐승으로서 사육되고, 두 번 다시 자유의 몸으로는 될 수 없을 거야. 물론, 변신하는 방법을 생각해낸다면 어딘가에서 대역전이라는 것도 있을 수 있지만, 그것도 자칫하면 역으로 인간으로 변하는 고양이라는 네 최대 비밀을 알려버리는 실마리가 될 수도 있어. 아아……너무 서둘렀어, 시로우! 적어도 내가 함께라면, 최악의 사태를 피할 수 있도록 어떤 수단이든 썼을 텐데! 「간 곳은, 비디오연구회겠지」 그래, 그 외에는 없겠지. 학관으로 달려갔다. 비디오 연구회의 장소는, 입구 게시판에 붙어있었던, 너무나도 돈을 들였음직한 그런 권유포스터가 가르쳐주었다. 사진부의 바로 윗방이다. 엘리베이터에 올라타서 5층의 버튼을 누르고 나서, 작전을 생각했다. 하지만 생각하지도 못한 새에 5층에 도착해버려서, 일단은 내렸다. 시이타의 모습은 찾을 수 없었다. 아직 이곳에는 오지 않은 건지도 모른다. 비디오 연구회의 문은 바로 알 수 있었다. 기사회생의 명작전도 생각나지 않고, 뭘 어떻게 해야겠다는 계산도 없었지만, 어쨌든 몰래 살짝 문을 열어서 안의 상태를 들여다봤다. 흠칫 심장이 멈춰버릴 뻔 했다. 방 여기저기에 열명 정도의 남자랑 여자가 쓰러져있고, 문에서는 가장 먼 구석 근처에, 혼자서 바닥에 주저앉아있는 남자와 시이타가 마주 노려보고 있잖아! 순식간에 방으로 달려 들어가려는 발을 가로막았던 것은, 무슨 징조였던 걸까. 도어의 틈새에서 숨을 죽이고 지켜보던 내 귀에, 시이타가 말하는 것이 들렸다. 「너도다. 오늘 있었던 일은 전부 잊고, 눈을 떴을 때에는 아무것도 기억하지 않는 거다. 혹시 떠올리게 되어버리면, 무서운 재액이 내려오게 되니까, 정신 똑바로 차리고 확실히 잊어버리는 것이다. 그럼, 자라」 시이타의 앞에 주저앉아있던 것은, 그 연예인 지향 같은 갈색머리의 녀석이었지만, 시이타가 「자라」라고 말한 것과 동시에 털썩 하고 머리를 늘어트리고 그대로 줄줄줄 바닥에 드러누웠다. 아무래도 시이타는, 최면술도 쓸 수 있게 된 것 같다. 다시 한번 방 안을 둘러보고, 전원이 잠들어있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 「시이타」 라고 작은 목소리로 불렀다. 「이제 들어가도 될까」 이쪽을 돌아보고 「아아」라고 끄덕여 보인 시이타는, 이미 완전히 자신감도 프라이드도 되찾은 얼굴이었다. 나는 안으로 들어가서, 자고 있는 무리들을 잘못해서 깨워버리지 않도록 살짝 문을 닿았다. 「아―깜짝 놀랐어. 잠깐, 모두를 물어 죽여 버린 건가 싶었어」 「그래서는 뒤처리가 귀찮겠지」 「웃, 그런 농담은 조금 썰렁해」 「응? 아아, 물론 농담이야」 이 녀석……진심이었던 걸까. 결과적으로는 분별 있게 행동해줘서 다행이었지만, 위험한 녀석 같으니~. 「그래서, 비디오테이프는?」 「모르겠어」 문 근처에 스위치가 켜진 텔레비전 비디오가 놓여 있어서, 찍찍 주사선(走査線)이 그려지고 있었다. 혹시 싶어서, 재생에 들어가 있는 스위치를 되감기로 바꾸고 그리고서 주욱 빨리 보기로. 「있다! 이거야」 확실하게 시로우의 모습이 찍혀있다. 뱉어낸 테이프를 아무 말 않고 포치에 집어넣고서, 「남은 건, 네가 시로우로 돌아오면 사건은 끝인데. 어때? 아직 못할 거 같아?」 라고 물어봤다. 문득, 웅성대는 기척 같은 것이 신경에 닿아서, 문을 뒤돌아봤다. 몇 명인가의 사람이, 이 방으로 향해오고 있어?1 「자아, 저기가 우리 박스야」 라는 커다란 목소리는, 직감에 따르면 절대로 비디오연구회의 누군가다! 도어 옆의 벽에, 복도와 출입구가 아닌 문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 달려들어서, 열었다. 창이 없고 어둡지만 먼지 냄새도 나지 않고, 테이블 위에 몇 개인가의 기재가 놓여있다는 것은, 평상시에도 사용되고 있는 방인 것 같다. 하지만 어쨌든, 유일하게 도망칠 수 있는 장소였다. 「시이타, 빨리!」 불러들이고 문을 닫은 순간, 벽 건너편에서 복도 쪽의 문이 열린 소리를 듣고, 잠시 침묵. 그리고서 여자들의 「꺄아―앗!」「싫어―엇!」하는 비명. 「주, 주주주죽은 거야?!」 「겨, 경찰이야! 누구 휴대폰!」 「구급차겠지?!」 「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어떻게 된 거야?! 어째서, 어째서?!」 「나한테 묻지 마!」 「어이, 휴대폰!」 「걸어!」 「어, 어디다?!」 「경찰 아니면 구급차잖아?!」 「그러니까, 어느 쪽이냐고!」 「알아서 생각해!」 한쪽 귀로는 문 건너편에서의 대소동을 들으면서, 나는 빠른 말로 시이타에게 속삭였다. 「혹시 여기 있는 걸 발각 당했을 경우, 검은 표범사이즈로 말할 수 있는 고양이보다, 알몸이라도 인간 남자 쪽이 변명이 통할 거 같지 않아?」 「동감이야. 하지만……」 「아직 생각나지 않아? 그건, 이론이 아니라 『요령』이라는 거 같던데. 하지만, 이대로라면 정말로 위험해! 뭔가 방법 없어?! 뭐든 협력할 테니까」 시이타가 내 귀에 입을 붙이듯이 하고는, 소곤소곤 속삭임으로 대답했다. 「그럼, 시로우하고 키스하고 싶어, 라고 말해줘」 「으, 응」 「시로우가 좋으니까, 시로우하고 키스하고 싶어, 라고」 나는 그때, 문 바깥의 기척을 살피고 있었기 때문에, 그것이 뭔가 꿍꿍이가 담긴 말이었다는 것에는 전혀 머리가 돌아가지 않았다. 「알았어. 그럼, 이쪽을 보고. 됐어? 간다? 나는 시로우가 좋으니까, 시로우하고 키스하고 싶어. 그러니까 시이타, 시로우로 변신해줘」 마법의 주문은 멋지게 들어맞았다. 어둠 속에서도, 시이타의 체형이 변해가는 것이 느껴진다. 검은 모피를 둘렀던 몸이, 하얀 인간의 살이 되어가는 것을 알 수 있다. 「응……후우……」 라고 숨을 쉬었던 것은, 인간의 입이다. 「제대로 변한 거야? 꼬리가 나와 있거나 하지 않아? 확인을 하는 내게, 시로우는 자기도 확인을 하는 듯한 틈을 두고서, 「괜찮아」 라고 말했다. 「다행이다아~~」 정말로, 진심으로 안도했다. 적어도 이걸로, 시로우의 정체가 세상 속에 들킬 경우 대소동만은 막은 것이다. 하지만 아직, 난관 하나는 지나갔지만 다른 하나의 난관은 어쩌지, 라는 상황이지만. 이런 곳에 숨어있는 것을 들켰을 때에는, 뭐라고 변명해야 하지. 내 포치 안에는 훔쳐온 비디오테이프가 들어있고, 이거 무지하게 위험해. 하지만 시로우는 능청스럽게도, 「자아, 키스하자」 라고 속삭여왔다. 「바보, 그런 건 무사히 여기를 나가고 나서야」 「그런 거야?」 「당연하지! 느긋한 소리 하고 있을 때가 아니란 말이야」 눌러 죽인 목소리로 꾸짖어주고, 문 바깥쪽의 상태로 주의를 되돌렸다. ……응? 아무소리도 들려오지 않아? 아까까지 그렇게나 소란스러웠는데, 지금은 찌잉~하니 조용해졌어. 어떻게 된 거지? 「어이, 정말로 아무렇지도 않아?」 라고 묻는 소리가 나고, 나는 조였던 숨을 토해냈다. 「잠을 잔 거 뿐, 인데……」 「너희들, 뭔가 숨기고 있는 거 아니야? 하지만, 여자애들까지 바닥에서 굴러 자고 있었단 말이야, 보통은―」 지극히 당연한 소리를 하려던 남자의 목소리를, 「에?! 거짓말!」 하는 여자의 새된 목소리가 터졌다. 「싫어, 잠깐, 옷이 먼지투성이야~!」 「꺄앗, 싫어~! 어째서 왜~?!」 「어째서 바닥 같은 데서 잤던 거지~! 믿을 수가 없어!」 어둠 속에서, 나는 시로우와 얼굴을 마주봤다. 「그냥 잊게 하는 것만이 아니라, 눈을 뜬 뒤에 수습이 필요 했어」 「……그런 거 같아」 인정하고 싶지 않은 듯이 말한 시로우가, 갑자기 나를 끌어안았다. 「엣?!」 「쉿」 다음 순간, 아직 꺄아꺄아 옷이 더러워진 걸 가지고 소동을 피우고 있는 여자애들의 목소리가, 다이렉트로 귀에 날아 들어왔다. 그것과 동시에 빛도. 누군가가 문을 열었던 것이다! 「힉」 하고 소리를 질러버릴 뻔한 입을 무의식적으로 손으로 덮었다. 그런 나를, 시로우가 훌쩍 옆으로 안아들고는 슥하니 일어섰다. 「방해를 하는군」 하고 말했던 것은, 문을 연 녀석을 향해서였던 것 같지만, 나는 (히이~) 하고 눈을 감고 있었어서, 상대의 얼굴은 보지 않았다. 그리고 그대로 시로우는 걷기 시작하고, 유유자적하게 방을 가로질러 복도로 나가, 엘리베이터를 향해서 걸어가고……. 「잠깐, 지금! 왜 알몸인데?!」 「남자야, 둘 다 남자!」 「그럼 호모?! 저거 호모야?!」 「호모가 숨어서 H하고 있었어~?!」 「하지만 하지만, 시로우였는데?!」 「어, 어, 엉덩이! 엉덩이 봤어! 시로우 맨 엉덩이~~!」 「거짓말~~! 어째서 시로우가 호모인 거야~~!」 5층만이 아니라 건물 전체에 울려 퍼질 듯한 여자들의 꺅꺅대는 새된 소리는 엘리베이터의 안까지는 쫓아오지 않았지만, (내일이면 학교 안에 소문이 퍼지겠지) 라고 생각하고, 나는 추욱하니 낙담한 기분으로 한숨을 쉬었다. 그야 뭐어, 시로우의 정체가 들켰을 경우에 연구자니 매스컴이니 하는 사람들에게 쫓겨 다니는 소동보다는 낫다고 생각해야만 하겠지만. 그래도, 「저 사람, 호모래」 라는 식의 호기심 어린 눈에 드러나게 될, 내일 이후의 캠퍼스 라이프를 생각하면……. 우웃, 차라리 학교 그만둘까나. 「잠깐, 어지간히 하고 내려줘」 라고 했더니, 「그다지 무겁지 않아」 라는 핀트가 어긋난 대답이 돌아와서, 「그런 의미가 아니라!」 라고 머리를 뻑 하고 때려줬다. 「그럼, 무슨 의미인 거야?」 「됐으니까 내려놔! 꼴사납잖아?!」 아등바등 대면서 고함을 질렀을 때, 마침 엘리베이터가 1층에 도착하고, 문이 열렸다. 어째선지 문 앞에 서있던 시마모토선배와 눈이 마주쳤다. 「아……」 하고 선배가 입을 열었다. 「아, 아하?」 하고 나는 머리를 긁었다. 이 무슨 배드 타이밍이냐. 맨몸뚱이인 남자한테 공주님마냥 안겨있는 자신의 모습을 보여 버려서 무지하게 창피해하는 나와, 그런 우리들을 봐버린 자신이 부끄럽다고 생각하고 있는 듯한 선배와는, 서로 눈을 돌리면서 우물우물 중얼거렸다. 「이거……실례」 「아니요, 그런」 『닫음』버튼을 누르고, 지시에 따라서 닫히는 문이 서로의 곤혹스러운 상황에 결말을 지어주기를 기다리면서, 나는 상당히 진심으로 중퇴에 관해서 생각하고 있었다. 대학에 진학했던 건, 고졸보다 대졸 쪽이 취직할 때의 조건을 좋게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그 생각은 이미 의미를 잃은 건지도 모른다. 어차피 나는 아무래도, 시로우의 파트너라는 입장에 영구취직을 해버린 듯 하고, 고양이들에게 계속 휘둘리면서 살아가게 될 평생에, 대학졸업자격 같은 게 뭔가 도움이 될 수 있느냐 하면……아마, 관계가 없지 싶은데……. 그건 그렇고, 언제까지 이런 곳에 갇혀 있을 수도 없으니까. 잠깐 기다려, 그 얘기를 하자면 「언제까지 안겨서 진정하고 있을 거야」가 먼저잖아?! 아―정말―, 이상한데에 익숙해지는 거 아니야, 창피한 녀석! 안겨있는 자세에서 내려와서, 이미 선배는 없어졌기를 기도하면서 『열림』버튼을 눌렀다. 하지만 문이 열렸더니, 시마모토 선배는 아직 그곳에 있었고, 그 외에도 두 명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녀석이 들었다. 우우~, 다시 여는 게 아니었어. 알몸인 미형을 뒤에 달고서 엘리베이터를 내려온 나는, 물론 뚫어져라 쳐다봐졌지만, 살금살금 달아나거나 한다면 더욱 더 이상하게 생각될 테니까, 할 수 있는 한 당당하게 걷도록 노력했다. 「와아오, 멋진 엉덩이……」 라는 시마모토 선배의 코멘트는, 나와 마찬가지로 머릿속으로 그림을 그리는 버릇을 가지고 있는 병아리 사진가의 주장으로서 들렸지만, 「시마모토, 너 호모?」 라는 질 낮은 해석을 하는 인간도 있었다. 「미에 남녀차별은 없어」 라고 거만한 모습으로 되받아친 시마모토 선배를, 나는 조금이 아니라 좀 많이 다시 봤다. 응……아직 학교를 계속 다닐 거라면, 사진부에 들어간 건 좋은 선택이었을지도 몰라. 그리고 문득 떠오른 생각을, 화장실 개인 칸막이 안에 숨게 한 시로우가 숨겨놓은 장소에서 되찾아가지고 온 옷을 다 입기를 기다리는 사이에 물어봤다. 「아츠오상이랑 젬은 대졸인 거지?」 「아츠오는 동대의학부졸업이고, 젬은 분명히 소르본느하고 옥스퍼드하고 유씨엘에이에 갔었지만, 어디든 다 중퇴했어」 「도, 동대(東大)?! U, UCLA……!」 고양이 주제에, 이 무슨 스페셜한 학력을 달고 다니는 거냐아! 그에 비해서, 나는 4류에 가까운 3류대학에 들어가는 게 고작이고……아니, 여기서 침울해지면 수면위로 부상할 수 없어진다구. 그들 일족은 어쨌든 특수한 무리이니까, 라는 걸로 납득하자구. 하지만, 그렇게 되면……대학은 나오지 않으면 안 좋다? 라는 게 되나아, 인간의 가치를 학력으로 재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해도, 달리 아무런 장점도 없는 나이니까 적어도 대졸이라는 부가가치는 가지고 싶어지는데에. 설령 3류대라고 해도 말이야. 「미츠오, 다 입었어. 돌아가자」 「아, 응」 그다지 청소가 잘 되어있다고는 할 수 없는 화장실을 나와서, 상쾌한 4월의 저녁바람을 가슴 깊숙이 들이마시면서, 나는 내일부터의 험담이랑 중상과의 싸움을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아무리 노심초사 고민해봤자, 일은 될 대로 밖에 되지 않는 것이니까, 앞서서 걱정하는 건 시간과 노력 낭비잖아? 분명 내일은 내일의 바람이 부는 거다, 젠장 빌어먹을. 러시아워에 걸려서 혼잡한 전차 속에서 시로우는 졸려하면서 응석을 부리고, 나는 확실히 고양이가 잠을 잘 장소로서는 매력적으로 보일 짐을 올려놓는 그물선반을 흘낏흘낏 갈망하는 눈길을 던지는 시로우를 달래느라 이만저만한 고생을 한 게 아니었다. 아―그런가, 면허를 따서 차로 동학하게 되면, 이런 고생은 하지 않고 끝나겠구나. 하지만 엄마의 방침으로, 차는 스스로 사지 않으면 안 되니까, 실현하려면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으~응……메리트와 디메리트를 곰곰이 계산해봐야지. 어쨌든, 트러블 투성이인 날들이 아직도 계속 이어지리라는 것만은, 유감이지만 확실하니까. -- END 왕 같은 고양이의 음모와 순애 (1) Written by 아키즈키 코오 「건배~애!」 라고 하는, 전 국민의 천편일률적이고도 오리지널리티라고는 코빼기만큼도 없는 연회개시 인사에, 사람들과 잘 사귀기 위한 사교적인 정감 있는 웃는 얼굴로 어울리면서, 나는 한쪽 눈으로는 옆에 앉은 장신에 미형인 동반자의 행동을 내내 감시하고 있다. 눈을 떼면 무슨 짓을 해댈지 모르기 때문이다. 하긴, 보고 있었어도 막을 수 없었던 사례도 이미 몇 번이라 할 것 없이 경험했지만……뭐가 어찌되었든 간에 나는 그의 보호자 입장이니까 놔두어서는 안 된다. 우리들 토아학원의 대학부 학적명단에 추가로서 올려져있는 그의 이름은 『나베시마 시로우(鍋島四郞)』. 패션잡지랑 여성향 잡지 전부가 모델로 스카우트하러 올 듯한, 장신에 자그마한 얼굴에 스타일 발군에, 조각처럼 이목구비가 뚜렷한 미모가 뭐라 할 수 없을 정도로 엑조틱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는 시로우는, 올해 대학에 입학했다. 연령은 스무 살이라고 자칭하고 있지만, 생년월일 중에 생년은 만들어낸 것이고, 실제로 태어난 건 작년 봄. 인간이 1년 만에 성인이 될 리가 없다고? 분명 인간은 성인이 되기까지 20년이 걸린다(하긴 20년이라고 하는 건 사회적으로도 『어른』이라고 인정받게 되기까지의 기간이지, 생리학적인 『어른』……즉 생식 가능한 연령에 이르는 것은 그보다 훨씬 빠르지만). 하지만, 어른이 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라는 건, 동물의 종에 따라 다른데, 예를 들면 쥐는 태어나고 나서 3개월이면 다음 세대를 낳기 시작하고, 개나 고양이는 둘 다 1년이면 성숙한 개체가 된다. 그러니까, 시로우가 태어나고 1년 만에 성인이라는 의미인 스무 살이라며 이름을 대도, 실질적으로는 거짓말 같은 건 아니다. 그게, 시로우는 사실 고양이이니까. 자유자재로 사람의 모습으로 변신할 수 있는, 신장 1미터 50센티(꼬리 길이까지 넣으면 2미터 이상)인 괴물 고양이……라는 것이, 나베시마 시로우의 정체인 것이다. 따라서 정확하게 말하자면, 시로우의 경우는 성인이 아니라 성묘(成猫)라고 해야 할 것이다. 그런 초자연적인 생물인 시로우가 어째서 평범하기 그지없는 일반서민인 내 보호감시 하에 있는 것인가 하면, 거기에는 듣는 사람이야 웃다 뒤집어지지만 말하는 이쪽은 눈물을 줄줄 흘리지 않을 수 없는 한 사정이 있는 것이다. 아아……정말로. 요 전번 여름방학, 나베시마가(家) 따위로 아르바이트를 하러 가지 않았다면, 나는……. 「에? 아, 잠깐 시로우! 너 그거, 몇 잔째야?!」 시로우가 입가로 옮기려 하고 있던 술잔을 허둥지둥 막았다. 「잠까~안, 호시카와(星川)구~운? 내가 따라준 술을 마시지 못하게 할 생각이야~?」 기가 셀 것 같지만 술은 약할 것 같은 (게다가 취하면 엉겨 붙는 타입인 듯한) 여자애가, 시로우의 손을 가로막은 나를 찌릿하니 노려봐왔다. 「아, 아니, 미안. 이 녀석, 한도를 넘으면 아주 술버릇이 더러워져서 말이야」 나는 서둘러 변명을 했다. 「어머님한테서 오늘 감시 해달라는 부탁을 받았거든」 「거짓말, 시로우군이 술버릇이 나빠?」 그녀는 나를 무시하고 시로우에게 말을 걸었다. 「나는 그렇지도 않다고 생각하는데」 시로우는 그런 대답을 해버렸고 그녀는 그 분위기에 편승했다. 「뭐야~아, 그럼 상관없잖아, 마셔 마셔어~」 아―정말이지, 뭐가 「그렇지도 않다고 생각해」냐! 아직 자기 주량의 한계도 재보지 않은 주제에. 그렇다고 해서 멍청하게 시로우를 취하게 해버렸다가는 아주 당치도 않은 위험한 상황이 도래할 테니까, 어쩔 수가 없어서, 「무책임한 소리는 하지 말아줘」 하고 끼어들었다. 「뒤치다꺼리를 하는 건 나니까 말이야」 하지만, 원래가 말귀가 좋은 편은 아닌 듯 한데다가 이미 취한 그녀는, 내 부탁 따위 들을 마음은 조금도 없었다. 「책임을 지면되는 거잖아요? 시로우군의 뒤치다꺼리라면, 기꺼이 해줄 거야~앙」 그런데다, 「어라, 새치기하지 말아줘요!」 「그래! 그래요!」 「시로우군, 우리들이 뒤치다꺼리를 해줄 테니까~」 분명히 모두들 그렇게 취한 건 아직 아닐 텐데, 여자들은 술자리에서는 무례하게 무슨 말을 하든 상관없는 거라고 머릿속에서 믿고 있는 것 같다. 시로우를 둘러싸고 말싸움이 발발했다. 이 틈이라고 생각해서 나는 시로우에게 이미 말했던 충고를 되풀이 했다. 「시키는 대로 술술 마셔대면 안돼. 많이 마시고서 잠이 들어 버리면 어떻게 되는지는 알고 있지?」 여자들에게 들리면 위험하니까 귓가에다 대고서 소곤거린 내게 시로우는, 「알고 있어」 라며 끄덕였지만. 약한 주제에 술 마시는 건 좋아하는 구나, 이 녀석. 맨 처음에 마셨을 때 지독하게 숙취에 시달렸던 걸 이미 잊어버린 건지, 전혀 조심을 하지 않는 것 같다. 하긴 문제가 숙취만이라면 말을 듣지 않고 과음을 하는구나, 라면서 웃어넘기면 되겠지만, 곤란한 건, 취해가지고 헬렐레~한 상태가 되면 고양으로 돌아가 버리는 게 문제다. 시로우가 인간의 모습으로 있기 위해서는 이성의 긴장 같은 것이 필요한 것 같은데, 취하거나 숙면하거나 하면 변신이 풀려서 표범사이즈의 커다란 검은 고양이라는 정체를 드러내게 되어버리는 것이다. 그런 사정이 있어서, 나로서는 온 힘을 다해 시로우를 회합자리 같은 데 참가시키고 싶지 않았는데, 여자애들의 열성적인 권유가 시로우의 호기심에 불을 붙여버렸다. 그래서 무슨 일이 있어도 「갈 거야」라고 고집을 부리며 물러서질 않아서, 어쩔 수 없이 나도 따라온 것이다. 사실은, 1학년들의 컴퍼에 2학년인 내가 섞여든 것은 이상하지만, 그건 그것. 경제학과의 학생은 수가 많고, 고등학교 때처럼 명찰을 달고서 걸어 다니는 것도 아니니까, 똑같은 수업을 받으면 똑같은 학년이라는 얼굴을 하는 건 간단해서, 내 쪽에서 말을 하지 않은 한 내가 2학년이라는 것이 들킬 걱정은 일단 없다. 덧붙이자면 오늘의 컴퍼는 경제개론 수업을 듣는 사람들이 모인 것이지만, 여자애들의 눈치로 봐서 시로우를 꼬시는 것이 목적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 여자애들이 열 몇 명인가 모였고, 그에 따라서 애인을 만들 찬스를 노린 남자들도 모였다는 느낌이고, 남자들은 여자애들이 목적이었지만 여자애들은 시로우 한사람이 목적이라는, 성과 없는 구도로 시작되어버린 술자리인 것이다. 나야 시로우를 잡고 있는 것만으로도 정신이 없으니까, 이런 상태에다가 남자들과의 묘한 트러블 따위가 일어나지 않기를 기도하고 있는데……. 그건 그렇고 시로우 이 자식, 여자들에게 둘러싸인 하렘상태에서 싫지만도 않은 듯한 얼굴을 해대다니. 전에 「여자는 냄새가 나니까(아마 화장품의 냄새라든지 그런 거겠지) 싫어」라느니 뭐라느니 했던 건 어디의 누구셨더라? 여자들과도 사이좋게 지낼 수 있는 거라면, 어째서 나를 『짝』의 상대 따위로 선택한 거야! 그래……나와 시로우는, 내게 있어서는 아주아주아~주 본의가 아니게도, 결혼식 같은 걸 올려버린(게 아니라 당한 거야!) 커플인 것이다. 나는, 시로우의 일족에게 공인되어버린 시로우의 『정처(正妻)』……그들의 말로는 『캣크라운』……인데, 그 지위(?!)라는 건 말도 안 되게 평생 나를 따라붙게 되는 것이 결정되어버려서, 즉 나는 정진정명 노말인 남자임에도 불구하고, 정체는 고양이 게다가 분명히 수컷인 시로우와의 호모관계를 강요당하게 되어버린, 으윽……인 몸인 것이다. 하지만 잠깐 기다려 봐, 시로우가 여자에게 흥미를 가져서, 서로 죽고 못 사는 애인이 생긴다면, 나는 이름뿐인 정처라는 게 되니까 럭키인 거잖아. 보아하니 이미 애인지망인 여자애들은 모여 있으니까, 남은 건 시로우가 자기 마음에 드는 아이를 찾는 것 뿐. 응, 「변태여 안녕」의 날이 가까운 건지도 몰라. 그런 눈으로 시로우의 주위에서 꺄악꺄악 대는 여자들을 물색해보고, 유감이지만 그 생각은 「가깝다고는 말할 수 없을지도 몰라」로 수정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았다. 아니, 나름대로 귀여운 애나 미인이 많기는 하지만 말이지, 시로우의 일족은 모두 스페셜 급의 얼굴밝힘증 환자들만 모여 있어서, 제각각들 스페셜이라는 말이 붙는 미녀들로 하렘을 만들었단 말이다. 그러니까 시로우도 그런 여성들을 보고 익숙해져서 눈이 고급이 되었고……라고 생각하다, 나는 모순을 깨달았다. 그렇다면, 어째서 시로우는 나 같은 평범한 남자 따위에게 사랑을 느꼈던 거지? 라는 게 된다구. 우~~~~~웅……아니 애당초, 어째서 일부러 『남자』인 나를 선택했던 거지? 시로우는 나와 만나기 전에 몇 명이나 애인후보(아마 미녀들)와 만나고 있었던 듯하지만 아무도 마음에 들지 않아서 결국 고른 것은 남자에 용모도 평범하고 특별한 재능도 없는 나였던 건데……라는 일이라구. 이미 몇 십번이고 몇 백번이고 생각했던 거지만, 아직도 납득이 갈만한 해답이 나오지 않는다. 어째서 시로우가 나 같은 녀석을 사랑했던 건지, 수수께끼다. 하긴 다소 힌트가 없는 것도 아니었다. 시로우의 캣크라운으로서, 그의 일족들 앞으로 끌려갔을 때. 시로우 즉 시이타를 포함한 다른 인묘(人猫)들과 달리, 딱 한 마리 새하얗고 왕이니 신관이니 하는 특별한 지위에 있는 듯한 시그마라는 초미형의 인묘가, 나를 『고양이들을 끌어들이는 개다래나무의 냄새가 난다』고 말했었다. 아―, 사실 시그마는 「그윽한 향을 풍기는 날개를 가진 광관(光冠)」이라고 말을 돌려서 했었지만 말이야. ……인묘들은, 개다래나무를 『날개를 지닌 향』이라는 시적인 호칭으로 불렀다. 고양이는 개다래나무의 냄새에 취해버린달까, 일종의 트립상태가 되니까 날개를 단 느낌이 들게 되는 향기라는 의미인 거겠지만, 굉장한 시인들이구만……. 어쨌든, 내가 얼굴이나 용모가 아니라 체질적인 것으로 시이타를 매료시켰다는 설명이라면, 나름대로 설득력이 있었다. 어린 시절부터, 여자애들한테 인기가 있었던 기억은 없지만, 동물은 아주 잘 따르는 체질이었으니까. 나로서는, 아버지는 동물사진가에 어머니는 개와 고양이 전문의 일러스트레이터에, 집에는 항상 몇 마리인가의 페트가 동거하고 있다는, 싫어도 동물과 친숙해질만한 환경에서 자란 덕이라고 생각했었지만, 생각해보면 큰형은 남몰래 개와는 상성이 나빴고, 작은 형은 고양이를 좋아했지만 고양이들이 피했었다. 하지만 나는, 철이 들었을 무렵부터 동네의 개랑 고양이들과 친구였고, (인간)친구가 질려버렸다는 쥐라든지 햄스터라든지 잉꼬 같은 것과도 잘 친해졌었다. 페트가 주인보다도 내 쪽에 더 친숙해져서, 그것이 원인이 되어 친구들에게 절교를 당하기나 했던 적도 있었고. 하지만 그 점이, 시그마가 말하는 것처럼 내 『냄새』때문인 거라면, 시이타의 애인이 될 수 있는 여자를 찾는 첫 번째 조건은, 화장을 하지 않고 향수도 쓰지 않는 아이라는 게 되겠지. 그렇다면, 이곳에 있는 여자들은 전원 실격이구나. 모두 화장품이랑 향수의 냄새가 풍풍 풍기는 걸. 그런 걸 생각하고 있었더니, 갑자기 시로우가 얼굴을 들여다 봐와서, 움찔했다. 「에? 왜?」 「미츠오(光魚)는 무슨 생각에 잠겨있는 거야?」 라고 물어온 시로우의 눈은 조금 젖어있는 느낌이 들어서, 나는 멍청하게 감시의 임무를 소홀히해버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고 있는데 내 비스듬히 마주본 자리에 앉아있던 여자애가, 「호시카와군, 마시고 있는 거야~?」 라고 받으시오~의 자세로 맥주병을 내밀어왔다. 그녀 쪽으로 뒤돌았기 때문에 시로우에게는 등을 돌리는 모습이 되었다. 「컵, 전혀 줄지를 않잖아」 「그다지 술이 세질 않으니까」 라고 말하면서도 예의니까 반 정도는 마시고 컵에 술을 받았다. 그녀는 계속해서 말을 걸어왔다. 「호시카와군은 풀 네임이 뭐야?」 「아―, 아래 이름은 미츠오」 「미츠(光)에 오(男)?」 시로우가 어째 허리 근처에 달라붙어왔지만, 내 쪽은 얘기중이라서 기다리라고 말하는 대신에 훠이훠이 하고 손을 내저었다. 「그게 아니라, 미츠(光)에 오(魚)야. 이상하지?」 그녀는 테이블 위에 손가락으로 써보고서, 「헤에, 멋진데」 라고 웃었다. 「그래?」 「그게, 『호시카와 미츠오(星川光魚)』인 거잖아요? 펜네임 같아」 「응, 본명 같지 않다는 소리는 자주 들어」 라고 할까, 꽤나 놀림을 받았었지. 특히 소학교 시절에는. 「좋네에, 이름이란 건 부모님의 센스에요」 한숨을 섞어 말한 그녀는, 귀엽다기보다는 미인 축에 드는, 하지만 몸은 통통하고 가슴은 D컵쯤 될 볼륨이라, 내가 싫어하는 타입은 아니다. 하지만, 이름을 몰라서, 「아―, 미안, 뭐라고 했었지?」 라고 묻고, 「아직 얼굴하고 이름이 전혀 매치가 안돼서」 라고 변명을 했다. 컴퍼의 맨 처음 시작 때 일단 각자 자기소개는 했었지만, 단숨에 30명 이상의 이름을 기억해 넣는다는 건, 내 머리로는 힘에 겹다. 그녀 쪽도 별반 기분 상한 기색도 없이, 「사토우 토모코(佐藤友子)에요. 잘 부탁해요」 라고 정감 가는 모습으로 이름을 말해줬다. 「이름에 쓰인 자도 이름도 너무 평범하죠?」 「진짜 그렇군」 이라고 말한 것은 내가 아니다. 내 어깨에 툭 하고 팔을 얹어온 시로우의 말이다. 「잠깐, 무거워, 맥주 엎는단 말이야」 라고 시로우에게 항의해두고 사토우상에게는, 「기억하기 쉬워서 좋잖아」 라고 지원을 했다. 시로우가 점점 더 내 어깨에 체중을 실어 와서, 「그만두라니까」 라고 몸을 흔들어서 떨어트리려고 했지만, 시로우는 어부바 괴물처럼 더욱 더 업혀왔다. 이 녀석, 내가 사토우상하고 얘기하는 걸 방해하고 싶어 하는 거구나라고 생각해서, 무시하기로 했다. 사토우상은, 그런 우리들의 모습을 재미있는 듯이 관찰하면서, 「너무 평범해서 한쪽귀로 듣고 반대쪽 귀로 흘려버리는 이름이에요」 라고 얘기를 계속하는 분위기로 돌아갔다. 「이름자가 평범하니까, 이름은 좀 더 임팩트가 있는 걸로 해주면 좋았을 텐데. 우리 부모님은 센스가 없다니까」 「그런 거 같군」 이봐, 쉿! 「그렇지 않아. 사토우 토모코상, 응, 기억했어」 「우후후」 하고 사토우상이 기쁜 듯한 표정을 지어서, 나도 마주 웃었다. 그 어깨를 갑자기 휙 하고 끌어 안겨서, 들고 있던 맥주가 차악하고 손에 엎어졌다. 「시로우, 깜짝 놀랐잖앗」 하며 뒤돌아봤다. 「시로우를 무시하니까야」 라는 건, 명백하게 이유 없는 시비였지만, 미모의 눈가에 깃들어있는 눈빛의 상태로 용건을 읽었기에, 말투는 불문에 붙이기로 했다. 「네네, 시로우님, 무슨 볼 일이시옵니까?」 「다랑어가 먹고 싶어」 어이어~이, 그게 아니잖아~? 나는, 주위에 들리지 않도록 시로우의 귓가에 입을 가져다대고 말해줬다. 「과음 경보야, 돌아가자」 시로우는 따르지 않았다. 「다랑어를 먹고 나서야」 「하지만, 슬슬 졸리지 않아? 잠들면 어떻게 되는지, 알잖아?!」 시로우의 술버릇은, 취하면 자버린다고 하는 일반적으로 말하자면 꽤 좋은 축에 들어가는 버릇이지만, 취해서 잠이 들어버리면 마각(馬脚)이라기보다 묘각(猫脚)이라고 하는 것을 드러내버리게 된다는 점은 최악인 것이다. 생각들 좀 해보라고, 컴퍼회장 한 구석에서, 분명 인간일 녀석이 커다란 고양이로 변신하거나 한다면, 어떻게 될 거 라고 생각해? 매스컴이 날아오고, 포획대가 달려 들어오는 대소동이 일어난 끝에, 사로잡힌 시이타에게는 연구자들에 의한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시간이 기다리고 있게 되지. 게다가 세계적인 레벨로 북새통이 될 거야. 그리고 시이타의 존재가 겉으로 드러나게 되어버린다는 것은, 일족 전체의 위기와도 이어진다. 따라서 「정체를 드러낸 모습을 인간에게 보여서는 안 된다」라는 관습은, 인묘들에게 있어서는 절대적인 금기로서 머리에 새겨 넣어져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시로우는, 내 충고를 귀에 담고서 분별 있는 행동을 취해야 하는 것이 당연한데, 졸린 듯이 눈이 흐리멍덩해서도, 「다랑어를 먹으면 돌아갈래」 라고 땡깡을 부렸다. 아무래도 그의 고양이 머리는, 2대 본능의 하나인 식욕에 지배당해버린 듯 하다. 「……알았어」 라고 말하는 수밖에 없었다. 「주문을 해놓고 올 테니까」 「시로우도 갈래」 「네네」 둘이서 일어났더니, 갑자기 여자애들이 시로우를 막으러 달려 들어왔다. 「시로우구~운, 아직 내 잔도 받아주지 않았는데~!」 「시로우군, 어디 가는 거야~!」 「가면 싫어~잉!」 남자들의 불만 가득한 분위기는 돌아보지도 않고, 여자들이 소란을 떤다. 그리고 시로우는, 떠들어대는 여자들에게는 눈길도 주지 않고 나가려고 한다. 「아니야, 주문을 하러 가는 것뿐이니까」 라고 옆에서 감싸봤지만, 아무도 듣지 않는다. 그러고 보니, 둘러싸여있다고는 해도 시로우는 제대로 말을 하지 않았던 것 같다는 걸 깨달았던 때, 둘러싸고 있던 사람 중 하나가 흐느적흐느적 하면서 일어섰다. 눈동자가 풀렸을 정도로 취한 그녀는, 시로우의 앞을 막아서더니 철철 넘치도록 일본주를 부은 맥주용 컵을 시로우에게 들이밀면서, 혀가 꼬인 입으로 아우성쳤다. 「시로우군, 전혀 마시지 않다니 비겁해! 남자라면 원샷에 마셔!」 그걸 듣고 좋아했던 건, 시로우만 인기 있는 걸 눈을 희번덕대며 지켜보고 있던 남자들이었다. 「오~! 마셔마셔!」 라고 박수갈채가 피어올랐다고 생각했더니, 「원샷! 원샷!」 하고 외치기 시작했다. 단숨에 원샷으로 마셨다가는 급성알콜중독을 일으킬 위험이 있어서, 대학에서는 『원샷 강요금지령』이 내려와 있는 것을 알면서도, 일부러 떠들어대고 있는 것이다. 「어이, 나베시마, 왜 그러냐!」 「남자라면 원샷 정도는 해야지!」 「그렇~지, 원샷! 원샷!」 여자애들까지 포함해서 만장일치로 해댄 원샷콜은, 무슨 일이 있어도 시로우에게 컵에 든 술을 모두 비우게 하려고 템포를 올려서 부추겨온다. 「그래그래, 남자라면 마셔~!」 「흥을 깨면 안 되지―, 나베시마아~!」 멈춰서있던 시로우가 움찔 하고 몸을 움직이고 컵을 향해서 손을 뻗으려고 했다. 위험해! 라고 생각한 나는 허둥지둥 댔다. 분위기에 휩쓸려서 컵 한잔을 전부 비웠다가는, 시로우는 그 자리에서 벌러덩, 할 거다. 잠들어버리면 고양이가 된다구! 「저, 저기!」 라고 어깨로 시로우를 복도로 밀어내면서, 시로우와 여자들 사이로 끼어들었다. 「미안, 나베시마는 긴급 화장실 주의보라서, 제가 대신 원샷하겠습니다!」 말하면서 그녀의 손에서 컵을 집어 들어서, 「에?! 잠깐! 그건 시로우군한테!」 라고 다시 뺏으려고 하는 그녀에게 빼앗기기 전에, 서둘러 입에 대고 마시기 시작했다. 「읏샤, 원샷, 원샷!」 남자들에게서 날아든 콜을 뒤집어쓰면서, 나 역시 세지는 않는 술을 숨도 쉬지 않고 꿀꺽꿀꺽 다 마시고서, 「감―사―!」 라며 컵을 그녀에게 돌려주고, 아직 그곳에 서있던 시로우를, 「자아, 화장실 화장실」 하고 복도로 내밀면서, 「그럼, 잠시 실례하겠습니다~아!」 라고 웃으며 손을 흔들어 보이고 미닫이문을 닫았다. 「뭘 우물쭈물 대고 있는 거야, 일단 도망치자」 「아니, 시로우는」 「취해서 필름이 끊겼다가는 어떻게 되는지! 알고 있잖아?!」 그렇게 말하고서, 아직 불복인 것 같은 시로우를 질질 끌어서 신발장으로 가 신발을 신게 하고 나도 신고서, 추격자가 따라오지 않는 것을 다행으로 여기면서 가게를 빠져나왔다. 「후~우, 이런이런」 숨을 쉬었더니 술 냄새 나는 트림이 나와 버렸다. 「회비가 선불이어서 다행이었어. 이대로 돌아가자」 「시로우는 술을 마시지 않고 화장실로 도망갔다고 생각되었어」 자긍심 높은 고양이님의 불쾌해하시는 항변에, 「그대로 술을 마셨다가, 변신이 풀려서 구경거리가 되는 것 보다는 낫잖아」 라고 반박했다. 「화장실이라고 말하면, 여자애들도 쫓아올 수는 없으니까 말이야. 남자들은, 여자애들을 독점해버린 시로우가 사라져서, 찬스라고 생각하고 아주 기운이 넘치고 있을 거고」 「……그럼, 미츠오의 작전이 승리였다는 걸로 해두지」 「응. 시이타 방위작전은 성공」 그런 얘기를 하면서, 역으로 가는 길을 걷기 시작했다. 「하지만 시로우도, 이제 돌아갈 생각이었어」 「아, 그러고 보니 다랑어 먹지 못했네」 「그건 구실이야. 미츠오는 사토우 토모코가 마음에 들었어. 시로우는 바람피우는 건 용서 안 해」 진지한 얼굴로 노려봐져서, 풋 하고 웃어버렸다. 「뭐야, 그게에~. 잠깐 얘기 했던 것뿐이잖아?」 「즐거운 것 같았어」 시로우는 그걸 험악한 눈빛을 한 단죄하는 모습으로 말해왔고, 뿌득뿌득 어금니를 갈면서, 「미츠오는 시로우 거야!」 라는 소리를 했다. 즉 요약하자면, 나와 사토우상이 얘기하는 것을 보고 질투를 불태웠던 것 같다. 「그 소리를 하자면, 시로우야 말로 그랬잖아. 여자애들에게 둘러싸여서 할렘상태에서 물러 터져가지고는. 그랬으니 남자들한테 상당히 반감을 샀을 거야」 「미츠오, 질투했어?」 라고 기쁜 듯한 표정을 짓길래, 「안했어」 라고 부정했다. 시로우는 뚱 하니 부었다. 「왜 질투하지 않는데」 「인기 있는 건 좋은 거잖아」 「시로우는 여자는 싫어」 「그렇게 보이지 않았는데」 「미츠오가 말했으니까야」 「뭘?」 「시로우가 미츠오하고만 얘기할 수 있으면 된다고 했더니, 다른 인간들하고도 사귀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어. 시로우는 미츠오가 말한 대로 했어」 「아―……」 확실히 그렇게 말했다. 시로우와 둘이서 대학에 다니기 시작한지 2주일이 되지만, 나 이외의 인간한테서는 얘기가 걸려 와도 대답을 한 적이 없을 정도로 무뚝뚝하길래, 그래서야 사회공부는 되지 않는다고 말하며 주의를 줬었다. 「그럼 그래서, 오늘밤의 컴퍼를 OK했다는 거야?」 「그래」 현재, 주위 여자애들의 추파를 독점하고 있는 초 인기 미남자는 그렇게 끄덕이고, 「시로우는, 미츠오의 방에서 미츠오와 둘이서, 마른 멸치로 마시는 술이 더 좋아」 진지한 얼굴로 그렇게 말했다. 「풉」 「이상해?」 「아니, 뭐어」 「마른 멸치는 고양이의 먹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거지」 시로우는 토라진 표정을 지었다. 정체도 성격도 사고방식도 (어느 의미에서는 행동방식도) 정진정명의 고양이인 시로우는, 자신이 고양이라고 하는 것에 프라이드를 지니고 있기도 한 반면, 내게서 고양이 취급을 당하면 바보 취급을 당했다든지 무시당했다든지 하는 식으로 느끼는 것 같다. 뭐어……인간사회 속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가르치기 위해서, 시로우에게는 「고양이는 그만두고, 인간이 돼」라는 식의 말투로 대해왔기 때문이겠지. 그 덕에, 내가 「인간은 위이고 고양이는 아래야」라고 생각하는 형태대로 인풋되어 버렸다 해도 무리는 아닐지도 모른다. 나로서는, 그럴 작정은 아니었지만 말이야. 「미미도 시마도 너도 마른 멸치 좋아하지만, 나 역시 좋아해」 라고 감쌌다. 「맛있는 걸」 덧붙이자면, 미미와 시마라는 건 우리 집에서 키우고 있는 보통 집고양이 종의 고양이들의 이름. 미미가 검은 고양이고 시마는 빨간 줄무늬. 양쪽 다 세살짜리 암컷이다. 시로우는, 미미들과 동렬로 비교된 것에 불쾌해 해야 할지, 나도 마른 멸치를 좋아한다고 말한 것에 리액션을 해야 할지 망설이는 표정을 지었지만, 「마른 오징어도 맛있어」 라고 얘기를 바꿨다. 「후후. 그럼 돌아가서 마른 멸치랑 마른 오징어 가지고 다시 술 마실까?」 그렇게 말했던 건, 시로우가 컴퍼에 나갔던 것은 내게 받은 주의사항을 시행하려고 했기 때문이지 사실은 나와 둘이서만 마시고 싶었던 것이라는, 아까의 해명이 조금 내 기분을 좋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시로우가 사토우상과 얘기하고 있던 내게 질투를 했던 것은, 나를 자신의 연인이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나온 독점욕이고, 내 감정은 그것과는 다르지만, 그래도 나름대로는 그런 것도 있단 말이다. 뭐랄까, 기르는 주인으로서의 독점욕이랄까, 하는 거 말이야. 좀 더 바르게 말하자면, 시로우(또는 시이타)의 주인은 내가 아니다. 나는 그의 반려(본의가 아니라고!)이고, 지금은 한 방을 나눠서 동거하고 있고, 시로우가 인간의 세상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교육해주는 역할을 전면적으로 담당하게 된 돌보미기도 하지만, 소유자가 아닌 주인이라는 의미에서 시이타를 키우는 것은, 나베시마가의 부인이다. 문득 생각이 나서, 말해봤다. 「내일이나 내일모레 나베시마가에 다녀올래? 주말은 학교도 쉬고, 너도 가끔은 느긋하게 꼬리를 내밀고 있고 싶지 않아?」 시로우는 지금 우리 집의 내 방에서 살고 있어서, 정체를 드러내고 있을 수 있는 것은 방 안에서 뿐이고, 그것도 다른 가족에게 뜨이지 않도록 언제나 조심을 하고 있다. 「미츠오도 오는 거야?」 「아―……가도 괜찮겠지. 가끔은 『시이타』하고 느긋하게 놀고 싶어」 「시로우하고 노는 것은, 아직 싫어?」 우리들은 역의 홈까지 와 있었고, 꽃의 금요일 8시를 넘은 시간이라, 주위에는 사람이 많았다. 「그런 건 밖에서는 말하지 말라니까」 라고 곁눈질로 노려봤다. 시로우가 말하는 논다는 건, 그, 즉, H한 일 얘기다. 그렇다고는 해도, 물론이라고 할까 뭐랄까, 아직 B까지밖에 하게 하지 않고 있지만. 「미츠오가 금지라고 한 말은 쓰지 않았어」 라고, 시로우는 불만스러운 듯이 대답해왔다. 「그래도」 라고 되받아쳤더니, 귓가까지 얼굴을 가져다 대와서는, 「얼굴이 빨개. 상상한 거야?」 라고 놀려 오길래, 팔꿈치로 옆구리를 퍽하고 찔러줬다. 「이건 술 탓이야!」 그건 그렇다 해도 이 느낌은, 「아―위험한데, 원샷 한 게 술기운이 도는 거 같아」 「졸려?」 라고 물어온 시로우는, 평소와 입장이 역전되어 있는 것을 재미있어하고 있는 얼굴. 「기운 내서 깨어있을 거야」 라고 대답했더니, 「자도 돼. 시로우가 착실하게 데리고 돌아가 줄게」 라고 상냥한 소리를 하지만, 이 녀석은 고양이니까 말이지, 아주~ 조금 신용할 수가 없다고 할까. 뭐어, 아직 시간이 이르니까, 역을 지나친대도 다시 돌아올 여유는 있지 않을까. 마침 그 참에 전차가 들어와서, 혼잡하지 않은 언저리를 골랐던 우리들은 두 사람 모두 자리에 앉았다. 「미츠오, 내리자」 라고 시로우가 흔들어 깨워서 눈을 떴다. 「아, 미안, 자버렸어」 눈을 비비적비비적 부비면서 일어섰더니, 시로우가 얼굴을 가까이 대오고는 속삭였다. 「자는 얼굴 귀여웠어」 「말하지 말라니까!」 라면서 팔꿈치 대포를 먹여줬다. -- 계속 --> [고양이 3] 왕 같은 고양이의 음모와 순애 (2) 왕 같은 고양이의 음모와 순애 (2) Written by 아키즈키 코오 시로우는 역시 집에서 다시 마시고 싶다고 말해서, 도중에 컨비니에 들려 물건을 사고, 술기운이 깨게 하려고 선하품을 해대면서 집에 도착했던 것은 9시 넘어서였다. 현관의 도어를 열자, 우리 집에서 키우는 개인 골든 레트리버 다이스케가, 평소처럼 겸손한 표정으로 우리들을 맞이했다. 다이스케는 시로우가 맨 처음에 집에 왔던 날에 무참한 패배를 맛본 이래, 시로우에 대해서 완벽하게 머리를 들지 못하는 상태로, 비굴할 정도로 충성을 바치고 있다. 시로우 쪽은 그런 다이스케를 신분 낮은 위병을 앞에 둔 왕 같은 표정으로 대하고 있다는, 즉, 눈앞에 있어도 무시를 한다. 서둘러 집안으로 들어간 시로우의 뒤에서 신발을 벗으면서 나는, 「다녀왔어」 라고 다이스케의 머리를 쓰다듬어 줬다. 「착한 아이로 있었어? 내일은 학교를 쉬니까, 둔치까지 산책하러 갈까」 다이스케는 산책이라는 말에 눈을 반짝이며, (빨리 가지요) 라는 식으로 내 손에 머리를 부비대 왔다. 「아하하, 오늘밤은 안돼, 술 마시고 왔거든. 산책은 내일이야. 내일, 아침부터 데리고 가줄테니까」 하지만 다이스케는 (지금 당장 가고 싶어!) 라고 고집을 부려왔다. 내 얼굴을 올려다보면서 왕왕 짖는 것은, 그런 의미다. 「미안하다니까. 내일 하자, 내일」 다이스케는 원래는 솔직하고 말귀를 잘 알아듣지만, 그 때는 땡깡쟁이가 되어있었다. 시로우가 집에 오고 나서 요사이, 나는 시로우를 돌보느라 손이 꽉 차 있었고, 학교가 시작해서 그다지 집에 없어서 다이스케를 제대로 봐주지 못했다. 그 스트레스가 쌓였던 거겠지만, 달래주려고 해도 짖는 걸 그만 두지 않는 것이다. 일하는 중인 듯한 엄마의 화가 난 새된 목소리가, 「미츠오! 시끄러우니까 다이스케 못 짖게 해줘!」 라고 호통을 쳐 와서, 「쉬―잇」 하고 입을 잡아서 다물게 했다. 다이스케도 제 2보스가 화가 났다는 것을 알고서 짖는 건 그만 뒀지만, 대신에 현관의 도어를 긁어대면서 끄~응 끄~응 하고 애처롭게 코를 울리는 작전으로 나왔다. 「아―정말이지―, 어쩔 수가 없구만」 하는 기분이 들어서, 「그럼 리드를」 가지고 와, 라고 말하려던 목에, 뭔가가 감겨들었다. 「에?」 라고 뒤돌아봤다. 시로우가 다이스케의 리드를 손에 들고 있고, 그 리드의 끝에 있는 고리는 내 목에 걸려 있는 이건가? 「이건 다이스케 거잖아」 라고 말해주면서, 목에서 풀어서 다이스케의 목에 걸어줬다. 「너도 갈래?」 돌아오는 동안에 옅은 술기운도 완전히 가신 듯한 시로우는, 「갈래」 라고 끄덕였다. 아―아, 나는 졸린데. 이 두 사람이 사이가 좋다면, 「둘이서 다녀와」라고 해놓고 끝내버리고 싶은 심정인데. 「엄마! 잠깐 공원에서 놀게 하고 올 테니까!」 라고 큰 소리로 말해놓고, 시로우에게서 리드의 손잡이를 넘겨받고는 현관을 나왔다. 「시로우도 산책하고 싶어」 라고 말해 와서, 「시이타 모드인 고양이 모습으로 말이야?」 라고 되물었다. 「오늘밤은 산책하기 딱 좋아. 바람이 달콤해」 그 말을 의식해서 공기를 들이마셔 봤다. 응, 부드러운 봄의 밤바람이구나. 이러면 다이스케도 산책하고 싶은 마음이 쑤셨던 거겠지. 걸어 나가면서, 시로우의 부탁에 대한 대답을 생각했다. 「응~……기분은 알지만, 이 시간은 아직 데이트 하고 있는 고등학생 같은 애들도 꽤 있으니까」 「둔치에도 말이야?」 「그쪽은 밤이면 어덜트 커플이 많아. 멍청하게 산책하러 가면, 관음증으로 오해받는다구」 「시로우는, 이런 밤은 마음껏 뛰어다니고 싶어」 한숨을 섞어서 밤하늘을 올려다보면서 중얼거리는 투로 말한 시로우는, 생각해보니 요 2주일동안 인간식의 생활에 익숙해지기 위해서, 고양이의 마이페이스는 한 수 물러두고 열심히 힘을 내왔다. 그야 나한테는 이러니저러니 제멋대로인 소리를 하지만, 정말로 고양이치고는 잘 참고 있다고 생각한다. 자는 것도 노는 것도 자유 분망함이라는 것을 그림으로 그린 듯한 생활을 하고 있던 녀석이,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서 학교엘 가고, 90분의 수업시간은 인간 학생보다도 진지하게 교수의 얘기를 듣고, 저녁때까지인 5교시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집에서도, 고양이의 모습으로 돌아가서 마음 편히 있을 수 있는 것은 여섯 량짜리 내 방에 있을 때뿐이라서, 나베시마가(家)에 있던 무렵처럼 넓은 정원에서 활개를 치고 다닐 수도 없다. 그런 인내의 연속인 생활을, 시로우는 힘들다는 소리 한마디도 하지 않았지만, 생각해보면 분명히 스트레스는 쌓일 것이다. 잘 잔다는 의미에서 어원이 『네코(寢子)』라고 하는 고양이 고양이(猫)의 일본 발음은 네코(ねこ)입니다 ^^ 에게 필수인 낮잠시간만은, 대학 안에서도 확보해주고 있다. 우리들이 억지로 입부하게 된 사진부 안에 있는 『사용중』이라는 표찰만 내걸어놓으면 함부로 사람이 들이닥치게 될 걱정은 없는 암실이, 딱 좋은 긴급피난장소로 쓰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 이외의 일에서는 인내에 인내를 거듭하는 시로우이니까, 슬슬 한숨 돌릴 필요도 있겠지. 그래서 나는, 「다른 사람들한테 뜨이지 않도록, 은밀하게 행동할 수 있겠어?」 라고 묻고서, 「둔치에, 그다지 커플이 없는 주위를 산책해볼래?」 라고 얘기를 꺼냈다. 시로우의 대답은, 「미츠오를 찾고 있었을 때, 시로우는 아무한테도 들키지 않았었어」 「아아, 그렇구나. 그럼, 잠깐 느긋하게 쉬러 갈까」 「갈래!」 라고 대답한 시로우의 목소리는, 놀러 가는데 데리고 가겠다는 소리를 들은 어린아이처럼 통통 튀는 것이었기에 그만 나까지 기뻐졌다. 「아……하지만, 다이스케는 고양이로 돌아간 너하고 조우하는 건 처음이구나. 싸우거나 하지 않겠어?」 「괜찮아」 라고 시로우는 보장을 했지만, 영 미심쩍은데――. 못을 박아두기로 했다. 「그럼, 혹시 싸움을 시작하게 된다거나 하면, 벌로 1주일간 노터치야」 시로우가 조심성 있는 표정으로 되물어왔다. 「그건 미츠오가 만져주지 않는다는 의미야?」 「반대. 네가 나한테 닿아서는 안 된다는 벌이야」 웃, 하는 표정을 지은 시로우는, 실은 다이스케와 싸움을 하지 않을 자신은 없고, 아까의 대답은 그냥 허풍이었다는 거겠지. 하지만, 「그거라면 좋아」 라고 끄덕였다. 고양이 스타일의 자유시간에 꽤나 굶주려있는 것 같다. 하지만……생후 1년으로 대학 수업에 따라갈 수 있을 정도의 머리를 가지고 있는 고양이는, 넘어져도 그냥은 일어나지 않는 녀석이었다. 「그 대신에 시로우가 약속을 지킨다면, 상을 받을래」 「건방지게 교환조건을 내미는 거냐. 뭐, 상관없지만. 뭘 원하는 건데?」 「미츠오」 라고, 아직도 발정기가 끝나지 않은 처치 곤란한 녀석은 말했다. 「각하!」 라고 거절했다. 그게, 시로우가 나를 원한다고 말하는 의미는, C까지 하게 해달라는 것이니까 말이다. 농담이 지나치다구우~. 「그럼, 키스면 돼」 시로우는 얌전히 양보해왔다. 우~~~~……뭐어, 어쩔 수 없나. 「OK」 라고 대답을 하고, 둔치를 따라 깔려있는 도로를 건넜다. 「자아, 다이스케, 달리고 와. 커플들 방해는 하지 마」 리드를 풀어준 순간, 다이스케는 대시로 달려 나갔다. 한동안은 전력으로 내달리면서, 좁은 집 안에서 살고 있는 운동부족을 해소하는 것이다. 「에―또 우리들은……저쪽으로 가 볼까」 강에 불이 불었을 경우에 범람원(汎濫原)으로서 확보하고 있는 넓은 하천둔치는, 야구장이랑 골프연습장이 만들어져 있는 장소랑 그냥 초지가 되어있는 장소 등 몇 개의 구역으로 나뉘어 있는데, 어둔 밤의 그림자에 몸을 맡기고서 시시덕대려고 하는 커플이 많은 것은, 조그만 공원처럼 되어있는 부근. 나무가 심어져 있거나 화단 같은 것이 만들어져 있어서 다른 장소보다는 사람 눈을 피할 수 있고, 몇 군데 가로등이 켜져 있어서 아주 껌껌하지도 않은 게 좋은 거겠지. 내가 향했던 곳은, 그 공원 구역과는 반대쪽인 야간시합 설비가 있는 야구장을 지나간 곳. 공원정비과의 예산의 관련 때문인지, 그다지 풀 깎기도 되지 않아서 그냥 방치되어있는 것 같은 언저리였다. 「이 근처라면, 숨을 만한 장소도 꽤 되지?」 「조금 냄새나」 「풀이 무성하다는 걸 핑계 삼아서 쓰레기를 던져 넣고 가는 녀석들이 있으니까. 하지만, 여기 이외의 장소는 잘 들여다보이니까, 위험하잖아?」 「냄새는 참을래」 싫어하면서도 결단을 내리고, 변신을 하기 위해서 옷을 벗기 시작한 시로우에게서 벗은 옷을 받아들면서, 「발치를 조심해」 라고 주의를 줬다. 「음식 쓰레기만이 아니라, 깨진 유리병 같이 밟으면 다칠만한 쓰레기도 있을지 모르니까」 「알았어」 라고 대답한 시로우는, 마지막 한 장까지 모두 벗어버려 알몸이 되었고, 그걸 보고 나는 왠지 모르게 눈을 돌렸다. 시로우의 몸은 프로포션 발군에 피부도 깨끗하고 체모가 짙지도 않아서, 취미로 그림을 그리고 있는 데생 풋내기로서의 눈으로 보는 한, 스케치북이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 들 정도다. 하지만, 그 몸이 내게 기대어져오는 감촉을 알았고, 저 피부의 열기랑 마주 닿을 때의 기분 좋음에 허덕이게 되는 느낌 같은 것도 알고 있는 나로서는, 낯간지러워서 제대로 눈을 마주보고 있을 수가 없다. 「놀고 올게」 라고 말이 걸려 와서, 돌렸던 눈길을 되돌렸다. 이미 시로우는 변신을 끝내고 있었고, 도로를 따라서 있는 가로등의 빛이 희미하게 비춰올 뿐인 어둑함 속에 있는 검은 고양이는, 있다는 것만 알 수 있을 뿐 희미하게 밖에는 보이질 않는다. 이렇다면 일단 목격당할 걱정은 없겠지 라고 안도하면서, 「응, 갔다 와」 라고 웃어줬다. 시로우가 변신한 시이타는 내 무릎에 머리를 부비며 애교를 부리고 나서, 풀무더기 속으로 버석버석 소리를 내며 가르고 들어갔다. 그리고 나는, 시이타가 시로우로 돌아올 마음이 들 때까지 옷 지킴이다. 「에에또, 다이스케는 어디로 가버린 거지」 함께 뛰어놀 생각은 없으니까 돌아가는 시간까지는 다이스케도 어디서 놀든 상관은 없지만, 어두운 곳에서 혼자 덜렁 앉아있자니 그것도 꽤 심심하다. 어디 그 언저리에 와있지 않을까 해서 둘러보다가, 움찔했다. 내가 서 있는 장소에서 몇 미터 떨어지지 않은 풀무더기 속에서, 작은 빨간 불빛이 호흡하는 느낌으로 점멸하고 있었다. 누군가가 담배를 피우고 있어! 그렇다는 걸 깨달은 순간, 나는 핏기가 싸악 빠지는 것을 느꼈다. (시로우가 변신하는 것을 들켰어!) 우리들이 온 다음에 온 누군가라면 우리가 당연히 눈치를 챘을 테니까, 저곳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 인물은 우리들이 오기 전부터 그곳에 있었던 것이 틀림없다. 저 거리에서라면 이쪽의 모습은 당연히 보일 테고, 어둡다고는 해도 시로우의 행동이 묘했다는 것 정도는 알아버렸겠지. (그럼, 어쩌지?!) 어쩔 줄 모를 정도로 허둥지둥 대면서, 나는 어떻게든 머리를 굴려보려고 했다. 변신을 들켰다고 해서, 목격자를 없애라! 라고는 할 수가 없고! 아무리 시이타를 위해서라도, 나는 살인 같은 걸 하는 건 싫고, 시이타한테도 시키고 싶지 않단 말이야! 아, 아냐, 그래, 최면술로 기억을 지운다는 방법이 있잖아. 그래, 그 방법을 쓸 수 있겠어. 그렇다는 건? 우선은 저곳에 있는 녀석을 사로잡아놓고 나서, 시이타를 불러서……아, 아니야, 아니야, 먼저 시이타를 부르는 쪽이 나을까? 저런 곳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다니, 분명히 남자일게 틀림없으니까, 완력에 자신이 없는 나로서는 놓쳐버릴지도 모른다구. 응, 우선은 시이타를 돌아오게 하자. 하지만 기다려, 기다려! 시이타한테 돌아오게 하려면 큰 소리로 부르지 않으면 안 되고, 내가 버럭버럭 소리를 지른다면 저 녀석은 달아나버릴 거잖아? 그게 나는 말이지 단거리든 장거리든 빠른 편은 아니고, 시이타라면 쫓아갈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50미터만 달리면 훤히 보이는 야구장으로 나가버리게 된다구. 혹시 목격자가 늘어나버린다면, 아무리 시이타가 최면술을 쓴대도 전원의 기억은 지울 수 없을지도 모른다. 덤으로 「인간을 노리고 있는 야수를 봤다」라는 목격정보를, 경찰에 통보하게 되거나 한다면?! 안돼, 안된다고! 목격자는 한사람뿐인 지금 동안에, 어떻게든 결말을 짓지 않으면! 하지만, 어떻게 해서?! 아니야, 알고 있어. 시이타를 부르는 것과 동시에 내가 저 녀석에게 달려들어서, 시이타가 올 때까지 어떻게든 붙잡아 두는 거야. 아――하지만, 아우성을 친다면? 일단 보이는 데에는 아무도 없지만, 오늘밤은 바람도 그다지 없고 조용하니까, 인간의 필사적인 외침은 멀리까지 들려버리는 게 아닐까. 그걸 막기 위해서는, 붙잡는다면 속공으로 입을 막아야할 텐데, 내가 할 수 있을까. 아니야, 그래도, 하지 않으면 어쩔 수 없으니까! 아――정말――, 시이타! 빨리 돌아와줘~! 도대체가 말이야, 그 녀석은 나보다 코도 귀도 좋은 주제에, 어째서 저런 가까이에 사람이 있다는 것을 눈치 채지 못했던 거야! 그때, 바삭 하는 소리가 났다. 그 순간, 풀무더기 속의 녀석이 달아나려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시이타를 부르려고 했지만, 심장이 튀어 올랐던 탓인지 소리는 목에서 막혀버렸고, 나는 말없이 그대로 풀무더기로 뛰어들었다. 「우옷?!」 하고 놀라서 소리를 지른 녀석은 남자였다. (나 혼자서 어떻게 할 수 있을까?!) 라고 의문을 품으면서도, 필사적으로 달라붙었다. 「그만둬, 카메라가!」 아우성치는 소리는 내가 잘 알고 있는 인물의 것이었고, 다음 순간 나는, 다리 후리치기를 먹고 얼굴부터 바닥에 떨어졌다. 「아, 아버지?!」 소리친 내게, 「오우」 라고 대답해온 반응은, 분명히 우리 아버지의 목소리라서, 진짜로 눈앞이 새까매졌다. 어째서, 하필이면 당신이신 겁니까아~……. 느릿느릿 일어서면서 물어봤다. 「……카메라, 가지고 있어?」 「오우」 주저앉은 지면 위에서 고개를 비틀어 올려다봤다. 거뭇한 그림자로 눈에 비친 아버지의 손에는, 애용하는 일안 레프카메라 같은 것이 분명히 걸려있었다. 야생동물을 피사체로 하는지라, 거의 셔터소리가 나지 않도록 개조했다고 했던 물건이다. 「……혹시…………찍었어?」 「오우」 「미안하지만, 필름 넘겨줘」 라고 말해봤더니, 「오우」 라는 너무나 간단한 대답이 들려와서, 나는 절망했다. 아버지에게 있어서 촬영한 필름은 목숨 다음으로 소중한 보물이다. 그걸 넘겨 달랬다고 단방에 OK한다는 건, 자신이 찍은 것의 중대성을 알고 있다는 것이다. 「봐……버린 거야……?」 「정말로 진귀한 종이구나, 네 친구는」 이라고 하는 아버지의 말에는 그다지 충격을 받지 않았다. 이미 쇼크는 충분히 받았으니까. 「뭐어」 나는 마음을 다졌다. 그들이 사용하는 것은 최면술이니, 아버지한테 위해를 가하는 것은 아니다. 숙였던 고개를 들어올리고, 「시로우―!」 라고 불렀다. 「잠깐 와줘!」 「하지만 이렇게 보면, 인간이라는 것도 말하자면 짐승의 일종이지」 카메라를 만지작거리면서 아버지가 느긋한 태도로 말했다. 「옷 따위는 내벗어버리고 수풀 속을 걷는다는 기분은, 나도 아니까 말이야」 (에?) 라고 생각하며 아버지를 뒤돌아봤다. 「저기이, 혹시 찍은 거……시로우의 누드?」 혹시 그렇다고 한다면, 최면술 따위로 억지로 아버지의 기억을 빼앗는다는 폭력은 가하지 않고 끝날 수 있다. 그리고 아버지는 말했다. 「아아」 뭐야, 다행이다아. 하지만 그때 버석버석 하는 풀 가르는 소리가 다가왔다 싶더니만, 막을 새도 없이 휙 하고 시이타가 얼굴을 내밀었다. 나는 순식간에, 「앗, UFO!」 라며 밤하늘을 가리켰다. 하지만, 「어디야?!」 라고 말했던 것은 시이타의 목소리였다. 「농담이야, 걸리지 마」 라며 아버지의 목소리가 웃었고, 나는 낙담하면서 아버지를 뒤돌아봤다. 「뭐야, 시이타를 봐버린 거잖아」 「사진은 안 찍었어」 아버지는 시치미를 떼는 투로 말했다. 「마침 필름이 다되어서 말이야, 아까운 일이지」 아~~~~……뭐라고 말을 해야 되는 거지? 「볼 일은 뭐야」 라고, 시이타가 말했다. 「아니, 그러니까, 아버지한테 목격당해 버린 것 같으니까, 어떻게 하지 싶어서」 「뭐야, 그런 건가」 시이타는 (쓸데없는 일로 불러대지 마) 라는 느낌으로 나를 노려보고, 우향우 해가지고는 버석버석 소리를 내며 가버렸다. 「앗, 어~이!」 잠까안, 그래도 되는 거야?! 변신하는 걸 들켜버린 건 중대사건 아니야?! 그런데 다시 버석버석 하고 풀을 가르며 다가오는 소리가 났다. 나는 틀림없이 시이타가 돌아온 건가? 라고 생각했건만, 풀무더기에서 바스락 소리를 내며 얼굴을 내밀어온 것은, 「뭐야, 다이스케냐」 다이스케는 제 1 보스인 아버지에게 애교를 부리고, 내게는 귀 뒤쪽을 긁어주게 하고서는 다시 풀무더기 안으로 돌아갔다. 혹시 시이타하고 같이 놀고 있는 건가? 철컥 하고 라이터를 켜는 소리가 나고, 아버지가 말했다. 「그래서? 이름으로 보아하니, 나베시마의 고양이 소동의 자손 같은 거냐?」 물론 내게 하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모른다고 대답하려고 했다. 하지만, 내가 입을 열기 전에 시이타의 목소리가 말했다. 「그녀도 일족이기는 하지만, 직접 선조는 아니야」 엣? 하고 뒤돌아봤지만, 시이타는 풀의 그림자 안에 있는 듯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아버지가 되물었다. 「그럼, 인묘의 일족이라는 것이 있는데, 나베시마의 요괴 고양이 소동을 일으켰던 것은 그 중의 하나였다는 건가」 「그렇게 되지」 이윽고 풀무더기에서 걸어 나온 커다란 검은 고양이는, 계속 입가를 핥아대면서 똑바로 내가 있는 곳으로 와가지고는 아직 주저앉아있던 내 얼굴에 코끝을 가져대왔다. 「잠깐 기다려, 뭐 먹고 왔지」 라고 츄 해오려는 것을 저지했다. 「쥐야」 라고 시이타가 대답하고, 「그 들쥐, 먹어버렸어?」 라고 아버지가 코로 흥흥 거렸다. 「아버님이 먹을 예정이었던 거라면, 잘못했어」 「아니, 별로 먹을 마음은 없었는데. 심심풀이의 피사체로서 마침 딱 좋았거든」 「그럼, 쥐 사진을 찍으러 왔다가, 시로우의 알몸을 찍었다는 거야?」 뭔가 완전히 힘이 빠져버린 기분으로 물어본 내게, 아버지는, 「우연히, 둥지를 발견했거든」 하고 시치미 떼는 대답을 했다. 「쥐 둥지라면, 얼마든지 있어」 시이타가 식후의 세수를 하기 시작하면서, 산물이 풍부한 영지를 자랑하는 영주 같은 어조로 말했다. 「그보다 말이지, 들켜버린 건……괜찮은 거야?」 라고 나는 확인을 넣었다. 시이타의 대답은, 「적당한 때라고 판단했어」 「……아버지가 있다는 걸 알고서, 일부러 정체를 드러냈다는 거야?」 「일부러는 아니고, 하는 김에」 그리고서 시이타는 갑자기 휙 하고 풀무더기 쪽을 돌아보더니, 「쥐」 라고 말했다 싶더니만, 사냥하는 포즈로 스스슥 풀무더기 속으로 돌아가 버렸다. 「앗, 어이, 시이타?!」 아――진짜――! 얘기를 도중에 내던지면 어떻게 해! 아버지가 쿡쿡 웃으면서, 「고양이구나」 라고 말했다. 「응, 고양이야」 나는 한숨을 쉬어보였다. 「몸집은 커다래가지고 학교 안에서는 인기 넘버원인 남자에 나보다도 머리가 좋은 주제에, 성격은 완전히 100퍼센트 고양이라니까. 제멋대로에 변덕쟁이라, 나는 계속 휘둘려지기만 하고」 「뭐, 고양이니까」 「응. 어쩔 수 없지만」 아버지가 걷기 시작한 뒤를 따라가서, 아버지가 앉은 자리에 나도 허리를 내렸다. 도로로 올라가는 사면 도중에 있는 짧은 풀이 기분 좋을 정도로 자라있는 근처에서, 계절치고는 그다지 수량이 많지 않은 강까지 넓게 펼쳐지는 공간을 내다보는 기분은 나쁘지 않았다. 담배에 불을 붙인 아버지가, 후우 하고 한숨을 쉬는 것처럼 연기를 토해내는 것을 기회로, 물어봤다. 「혹시, 인도의 오지라든지 남미에서, 시로우 같은 녀석을 본 적이 있는 거야?」 「나는 미스터리 헌터가 아니야」 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하지만, 전혀 놀라지를 않았잖아」 「그렇지도 않은데. 아직 신경을 써야만 했던 포인트라서, 무심코 담배를 피워버렸어」 「나름대로 동요했다는 거야?」 「그야, 너……」 뒷말을 하지 않고 머리를 긁었던 아버지는, 보기에는 그저 중년이었지만 뱃속은 그저 단순한 사람이 아니다. 하지만 머리 속이랑 가슴은 꼭 어린아이 같은 유연함을 지니고 있는, 그렇기에 세계를 모험하고 돌아다니는 것이 가능한 남자인 것이었다. 「심령계의 불가사의였다면, 몇 번 경험했지만 말이야」 「헤에~」 「세계의 여기저기에 수인(獸人)의 전설이 남아있는데, 차라리 그쪽이겠지」 「수인이라는 거, 늑대사나이라든지 하는 거?」 「사람이 짐승으로 변신했다는 얘기는, 캐보면 여러 가지가 있지. 마법에 의해 짐승으로 변했다는 식으로 전해지는 경우가 많지만, 원래부터 그런 변신능력을 가졌던 녀석들이 있었다는 식으로 해석할 수 없는 것도 아니야. 그러고 보니, 중국에는 사람이 호랑이로 변신했다고 하는 『인호(人虎)』의 이야기가 몇 개 있지. 혹시, 그 계통인가? 하긴 우리들도, 일본인의 뿌리라든지 하는 얘기가 되면, 뭐 알고 있는 게 있는 것도 아니지만」 투덜투덜 얘기하고서, 아버지는 짧아진 꽁초를 휴대용 재떨이에 눌러 넣었다. 「그건 그렇고, 세상의 상식으로 본다면 말도 안 되는 엉터리 같은 얘기틱한 존재인데……」 「그거, 그거. 일족의 일에 관한 건 절대로 비밀이야. 지켜줄 수 있지?」 「당연하지. 저 녀석들도 비밀을 지킬 수 있을만한 인간하고 밖에 컨택트 하지 않을 거 아냐」 「아―……최면술을 걸어서 기억을 지운다는 수단을 쓰기도 해. 알려진다면 위험할 만한 녀석한테 알려졌을 때는」 그리고 나는, 학교에서 폭죽으로 놀라게 해서 시로우가 정체를 드러내버렸던 사건을 들려줬다. 아버지는 시종일관 쿡쿡 웃으면서 들었지만, 마지막에는, 「서포터 역도 고생이구나」 하고 동정해주었다. 「정말이야. 숨겨둔 옷을 찾으러 가는 사이에, 벌거숭이인 시로우하고 함께인 걸 선배한테 보이고 말았어. 정말이지, 얼굴보기 어색하게 말이야. 그 이후로, 긴급사태가 일어났을 때를 대비해서 시로우가 갈아입을 옷을 한 벌씩 가지고 다니고 있지만, 어째서 내가 그렇게까지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건데, 라는 느낌이야」 「뭐어. 흔히 할 수 없는 경험이지」 「그야 그렇지, 나도 즐거운 면이 없는 건 아니고 말이야」 맞은편에서 검은 그림자가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다이스케다. 「어―이, 이쪽이야!」 라고 불러줬다. 「그러고 보니, 다이스케하고는 잘 해나가고 있는 것 같으네」 「지금은 그런 느낌이지. 하지만 맨 처음엔 싸웠었는데, 시로우가 이겼으니까 다이스케는 머리를 들 수 없는 거야. 시로우가 오기 전까지는 계속 나하고 함께 잤었는데, 그 이후부터는 방에도 들어올 수 없게 되었어. 계속 괴롭혀댄다니까」 「뭐, 이기고 진다는 건 그런 거니까」 학학 하고 혀를 내밀면서 다가온 다이스케는, 제 1보스인 아버지에게 인사를 마치자 서둘러 내게 엉겨붙어왔다. 몸으로 달라붙어대며 쓰다듬어줘 공격을 해 오길래 응해줬더니, 갑자기 살금살금 아버지의 뒤로 숨어들어갔다. 시이타가 다가왔던 것이다. 커다란 검은 고양이는 자기 정원에서 걷고 있기라도 한 것 같은 당당한 발걸음으로 사면을 올라와서, 한동안 흥흥 하고 내 몸의 냄새를 맡아대더니 다이스케하고 똑같이 머리랑 몸을 부비대 왔다. 「변함없이, 털가죽을 걸친 녀석들한테는 인기 최고구나」 라고 아버지가 웃었다. 동물이 몸을 부비대는 것은, 그렇게 해서 자신의 냄새를 옮겨서 영유권을 주장하기 위해서다. 나는 시이타에게 휘감기면서, 아버지의 그림자로 도망쳐 들어간 다이스케의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시로우도 쓰다듬어줘」 「네네, 그럽지요. 아무래도 싸움은 하지 않았던 거 같네」 「이 모습이라면 더욱 더, 시로우 쪽이 강해」 「그렇다기보다, 다이스케가 너무 약한 거 아니야? 전에 아츠오상이 왔을 때는, 왕 하고 짖어보지도 못하고 내 뒤로 숨어버렸었으니까」 「기르는 개는, 태어났을 때부터 『싸우지 마』라고 가르쳐져」 시이타가 말했다. 「다이가 잘 싸우지 못하는 것은, 미츠오가 그렇게 길렀기 때문이야」 「헤에」 라고 생각했다. 「네가 다이스케를 변호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어」 시이타는 대답 대신에 꼬리로 팟! 하고 내 등을 때렸다. 겸연쩍은 것 같다. 「사이좋게 지내라고 말했던 건 미츠오야」 「응. 사이좋게 지내줘서 기뻐」 「다이는 『이빨과 발톱을 가진 동료』치고는 너무나 무기력해. 사냥도 제대로 못해. 그러니까 내가 가르쳐주기로 했어」 「그거……쥐 사냥?」 「이 강 둔치에서 사냥할 수 있는 사냥감은 쥐, 두더지, 족제비, 너구리, 뱀, 도마뱀. 새도 있지만, 다이에게는 아직 너무 어렵겠지」 「……그거 말야, 사냥하면 먹는 거지?」 「그래」 시이타가 되어서 산책을 한 뒤는, 이를 닦기 전까지는 키스는 하지 못하게 해야지. 「어이, 슬슬 돌아가자」 아버지가 일어섰다. 시이타는 거스르지 않고, 얌전히 인간으로 돌아왔다. 아버지는 시이타가 시로우로 되는 것을 보고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나는 왠지 마음이 굉장히 편해진 기분이 들었다. 남들 눈으로 본다면 사람 셋과 동물 한 마리인 귀가 길에, 아버지가 말했다. 「그런데, 나는 다음달 연휴가 끝나면 또 다시 일본을 나가는데」 「벌써? 이번엔 어디로?」 「캐나다야」 「아마존 정도로는 위험하지 않을 거 같네」 「뭐어. 그래서, 나가버리기 전에, 너희들에게 해줄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도움이 되고 싶은데. 뭔가 고민이라도 있다면, 상담해주지」 라는 소리를 들어도……나는 대답에 궁색해했다. 아무리 그래도, 시로우하고 호모 결혼을 당했고, 그것 때문에 H를 압박당해서 곤란하다는, 그런 소리를 할 수는 없는 거잖아? 「시로우는 어때?」 아――없어~없어, 그 녀석한테 고민 따위는, 이라고 생각했더니, 「있어」 라고 시로우가 대답했다. 「무척 고민하고 있어」 엣?! 서, 설마라고 생각하지만, 「미츠오가 H를 싫어해」라는 소리를 할 생각인 건 아니겠지?! 하지만 아버지는 흥이 난 얼굴로, 「오우, 뭐지?」 라고 부채질을 해대서, 나는 필사적으로 (이상한 소리는 하지맛) 하고 시로우에게 눈을 부라렸지만, 시로우는 내 쪽으로는 눈길도 돌리지 않는다구! 「시로우의 고민은」 와―앗, 와―앗, 말하지마~! 「술이 약한 거야」 털썩……. 「너 말이다, 술 같은 걸……아, 아니, 마셨구나, 그러고 보니」 아버지가 웃어제끼고 싶은 것을 억지로 견디고 있는 얼굴로 말했다. 시로우는 진지한 표정으로 끄덕였다. 「조금 마시면 취해버리고, 취하면 고양이로 돌아와. 미츠오보다 약해서 곤란해」 「응. 오늘밤도 컴퍼였는데, 정말로 조마조마 했어」 나는 그렇게 덧붙였다. 「일본주라면 컵으로 반잔이 한계지? 하지만 약한 주제에 마시고 싶어 한다고, 이 녀석」 「아츠오도 젬도 시로우처럼은 약하지 않아. 경험부족이 원인이라고 생각해서 훈련하고 싶지만, 미츠오는 싫어해」 「아니, 그건 말이지」 실은 잠들어버리기 전에, H하고 싶어 하는 욕구가 올라가서 나한테 엉겨 붙고 싶어 한다는 단계가 있기 때문에 나로서는 그 점도 곤란하지만, 아버지한테 말할 수 있는 얘기는 아니다. 말문이 막힌 내게, 아버지가 구조선을 보내줬다. 「네 본성은 맹수 사이즈이니까. 취해서 난동을 부리기라도 한다면 하는 생각에, 조심하게 되지」 「시로우는 그런 짓은 하지 않아」 「좋아, 그럼 오늘 밤은 왕창 마시기야!」 아버지가 좋아 죽겠다는 듯이 선언하고, 얘기는 결정되어버린 듯한 느낌이지만, 기다려, 큰 문제가! 「저기이, 시로우가 취하면 고양이가 된다는 건, 정말이란 말이야. 그런 걸 엄마랑 요시야마상한테 들킨다면!」 「걱정하지 마」 라고 보장한다는 투로 아버지가 말하길래, 나는 그것을 엄마랑 요시야마상한테는 들키지 않도록 잘 하겠다는 의미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 계속 --> [고양이 3] 왕 같은 고양이의 음모와 순애 (3) 왕 같은 고양이의 음모와 순애 (3) Written by 아키즈키 코오 「술? 좋지!」 라고 엄마는 쌍수를 들고 찬성했다. 「내 일은 끝났고, 요시야마군은 마감까지 아직 여유가 있어. 그래, 마시자 마셔! 에에또, 술은 있으니까, 안주구나. 요시야마군! 요시야마구~운!」 나는 아버지의 옷소매를 끌어당겨서, 「얘기가 다르잖앗」 하고 소곤소곤 잔소리를 했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정말이지~잇, 뭐가 「걱정하지 마」야, 이 아저씨는~! 결국 평소대로, 나는 안절부절 시로우를 지켜보고 위험해질 것 같으면 손을 내밀지 않으면 안 되는 거로군. 네네, 좋지요, 슬슬 익숙해졌어요, 이젠. 한편 엄마 쪽은, 서둘러 요시야마상을 일하고 있는 방에서 끌어내서는 안주 만들기를 명령했다. 요시야마 카즈키상은, 4년 전부터 우리 집에서 동거하고 있는, 일러스트레이터를 지망하는 25세. 계속 엄마의 어시스턴트 겸 가정부처럼 일을 해왔지만, 요 전에 모 출판사의 동물점을 보는 책의 일러스트로 데뷔하게 되어서, 현재 프로로서의 첫 일을 가지고 분투중인 것이다. 부엌에 선 요시야마상을 도우면서, 「일하는 중이었는데, 미안해요」 라고, 엄마의 아들로서 감싸봤다. 홀쭉하니 가늘고 팔다리가 길고 마른 얼굴이라, 만화로 그린다면 황새라는 이미지인 요시야마상은, 「신경 쓰지 않아도 돼」 라며 웃었다. 「미오 선생님도 신경을 써주셔서 나한테 그다지 가사를 돌려주시지 않지만, 오히려 리듬이 무너졌다는 느낌이야. 선생님의 어시스트를 하는 중간에 자신의 일을 정리한다는 패턴에, 완전히 익숙해져버렸거든」 「내참, 그런 몸이 되어버렸다는 거야?」 「그래그래, 그러니까 내 일러스트만 해도 된다고 하는 소리를 들어도, 뭔가 지루해서 견딜 수가 없다고 할까.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아버려」 「그럼 마감을 편하게 끝낼 수 있을 거 같아?」 「그렇다면 좋겠지만」 요시야마상응은 우울한 황새라는 표정으로 쓴웃음을 지었다. 「즉 나한테는, 선생님처럼 하루 종일 일러스트에 몰두할 수 있을 정도의 집중력이 없다는 거야. 그러니까 시간은 있어도 진전이 없다고 할까. 실은, 아직 반도 마치지 못했어」 「그거, 상당히 위험하지 않아?」 「응. 하지만 책상을 마주보고 있어도 초조감이 심해져서 졸아들기만 해. 이렇게 숨을 돌릴 수 있는 건 고마운 일이야」 「그러면, 안주 리퀘스트 해도 괜찮을까」 「아아, 환영이야 환영. 뭔데?」 「저먼포테이토하고 아삭아삭한 양배추 샐러드」 「오케이」 「요시야마구―운, 미츠오―! 일단 시작할거야―!」 「네―에」 「지금 가―」 그렇게 해서, 밤 11시가 넘어서, 나로서는 가슴이 두근반 세근반하는 호시카와가의 돌발 술파티가 시작되었다. 각자 좋아하는 술로 한 건배는, 나와 요시야마상은 맥주고 엄마는 와인, 아버지는 위스키에, 시로우는 일본주다. 「맥주나 물을 탄 위스키는 안 되는 거야?」 라는 아버지의 하문에 대한 시로우의 대답은, 「써」 「과연. 그럼, 술도 단 걸 좋아하는 거구나」 「잘 모르겠지만, 이건 맛있어」 「그거 아주 오래 숙성한 비싼 건데? 부모한테 돈 받아서 사는 주제에 건방시구만」 「저기~저기, 시로우군, 와인은 어때?」 「빨간 건 맛없었어」 「떫은맛이 싫었던 거로구나」 「이건 조금 달짝지근한 화이트이니까, 조금 맛 봐봐」 엄마한테 글라스를 밀어붙여진 시로우는, 조심스럽게 와인을 혀끝으로 맛보고는, 「……나쁘지는 않지만, 이쪽이 좋아」 라고 자기가 사온 오래 숙성된 일본주 쪽에 승리의 깃발을 들어줬다. 「그럼 우선, 그 녀석을 공략하는 걸로 하지. 자, 그거, 마셔」 「에? 공략이라니 뭐를?」 「시로우는 술이 약한 게 고민이잖아」 「아~라, 술이라는 건 익숙해지는 거야. 토할 때까지 마시다보면 세지는 거라구」 「아니요 선생님, 사람에 따라서는 알콜을 처리하는 효소를 가지고 있지 않아서, 체질적으로 마시면 위험한 경우도 있다고 하던데요?」 「시로우군의 경우는 그건 아니지 않아? 아빠의 귀국 축하파티에서 마셨었잖아」 「술한테 먹히지 않고 끝낼 수 있는 요령은, 마시는 데 익숙해져서 자기의 적정량을 파악해버리는 거야. 그런 거니까, 쭉쭉 마셔~어」 그만둬~, 무책임한 짓은 그만둬 줘~. 하지만 아버지가 주최한 연회에, 내가 말참견을 할 수 있을 리가 없다. 얼씨구절씨구 하면서 수다를 위한 수다가 날아다니는 와중에, 적당히 얘기에 맞춰주면서 나는 슬며시 옆에 앉은 시로우가 술을 마시는 걸 감시하고 있었다. 컨비니에서 사온 말린 오징어를 먹고 있던 시로우가, 문득 내 쪽을 보고 말했다. 「미츠오는 눈매가 나빠졌어」 「에? 그래?」 「아라, 그러고 보니 그렇네」 엄마가 얘기에 참가해왔다. 「최근 뭐랄까 남의 안색을 살피는 듯한 눈빛을 해. 학교에서 무슨 일 있었니?」 「항상 시로우를 감시하고 있기 때문이야」 라고 시로우가 엄마에게 대답하지 않고 말했다. 「어쩔 수 없잖아」 라고 쓴웃음을 지었다. 항상 감시하고 있지 않으면, 무슨 짓을 해댈지 알 수가 없으니까. 하지만 시로우는, 「곁눈질로 흘낏흘낏 시로우를 감시하고 있는 미츠오는, 느낌이 나빠」 라고, 마치 내가 잘못했다는 듯이 점점 더 격하게 말한다. 「하지만 어쩔 수 없잖아?!」 그만 되받아쳤다. 「그냥 내버려뒀다가는 어떻게 될지」 시로우는 그런 나를 지긋이 바라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미츠오의 눈매가 항상 움찔움찔 하고 있는 들고양이처럼 되어버린 것은, 시로우 때문이야. 그러니까 개선할거야」 「에?」 그 와중에 빨리도 취기가 돈 얼굴이 된 엄마가, 「잠깐, 거기」 라고 우리들을 가리켰다. 「뭘 둘이서 속닥속닥 대는 거야」 아까 시로우에게 무시당한 꼴이 되었던 것이 재미없었던 것이다. 「비밀 얘기야」 라고 시로우가 대답했다. 「아라, 무슨 비밀?」 「시로우와 미츠오 둘 만의 비밀이야」 「어머―엇, 수상해~애, 불결해~애」 그렇게 말한 엄마는 장난을 친 거였지만, 「미오상도 알고 싶어?」 라고 대답한 시로우는 진지했다. 움찔 하고 나는 깨달았다. 시로우는 여기서 정체를 드러낼 생각인 거다, 아버지한테 했던 것처럼! 하지만, 하지만, 괜찮은 거야?! 그만두게 하지 않아도 되는 거야?! 확실히 아버지는 그다지 놀라지 않았다고 해도, 엄마랑 요시야마상은 아버지처럼 무쇠신경의 정신구조는 가지고 있지 않다구! 정말로 보여 버려도 괜찮은 거야?! 잠깐 이봐요 아버지이?! 입 다물고 있다는 건, 하게 하라는 거야?! 그리고 아무것도 모르는 어머니는, 「가르쳐줘, 가르쳐줘!」 라고 여고생 같은 눈을 번쩍이고, 「그럼, 리퀘스트에 응할게」 라고 시로우가 셔츠의 버튼에 손을 댔다. 나는 순식간에 시로우의 팔을 붙잡았다. 「그만둬!」 「미츠오를 위해서이기도 해」 라며 시로우는 내 손을 뿌리치고, 서둘러 버튼을 푸르고 셔츠를 벗었다. 「꺄~앗, 스트립~?!」 엄마가 얼굴에 댄 손가락 사이로 시로우를 보면서 오버액션을 하며 소란을 피웠다. 「꺄~앗, 꺄~아!」 하지만 시로우가 바지를 벗기 시작하자, 점점 소리가 작아져가고, 시로우가 팬티에 손을 대자, 「거짓말」 하고 완전히 입을 다물었다. 귀가 새빨갛다. 「미오, 요시야마, 제대로 봐 둬」 아버지가 말하고, 나는 이제 막을 올리려고 하는 장면에서 눈을 내리깔았다. 이제부터 일어나는 일이 무서웠기 때문이다. 엄마랑 요시야마상의 반응이……. 엄마가 히잇 하고 숨을 들이키는 것이 들렸다. 요시야마상이 신음하는 듯한 소리도 흘러나왔다. 시로우가 변신을 끝낼 때까지의 시간은, 지금까지는 30초정도 걸리는 것이었지만, 당장이라도 엄마의 광기 어린 비명이 울려 퍼지는 게 아닐까 하고 안절부절 못하면서 기다린 한순간 한순간은, 두려울 정도로 길게 여겨졌다. 「……어……머……」 라는 엄마의 까슬해진 목소리에, 내리깔았던 눈을 움찔움찔 들어올렸다. 시로우는, 내게는 익숙한 인간 크기의 검은 고양이 모습으로 변해있고, 엄마하고 요시야마상은 눈을 커다랗게 뜨고 입을 뻐끔하니 벌린 『경악하는 모습』이라는 느낌의 표정으로 굳어있었다. 「이게 시로우와 미츠오의 비밀이야」 커다란 검은 고양이가 차분한 모습으로 말하고, 「이 모습으로 있을 때에는, 미츠오는 나를 본명으로 불러. 『시이타』야. 미오상하고 요시야마도 그렇게 불러도 좋아. 아버님도」 라고 덧붙였다. 「귀에 들리지 않을 거라고 봐」 나는 말해줬다. 「엄마? 요시야마상? 심장 멈춘 거 아니지?」 「에……에에」 엄마가 끄덕끄덕 고개를 위아래로 움직이고, 요시야마상은 하아 하고 어깨로 숨을 토해냈다. 「대체 나, 어느 새에 이런……아니, 아직 그렇게 마시지 않았는데」 「핫핫하!」 하고 아버지가 무릎을 흔들어대며 웃었다. 「어때, 놀랬지?! 나도 아까는 가슴이 철렁하니 무지하게 놀랬다구!」 약간 일부러 그러는 듯이 들리는 밝은 느낌으로 소리치고,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이 녀석은 꿈도 환각도 아니고, 우리들의 머리가 미친 것도 아니야」 그렇게 엄마와 요시야마상을 바라보고, 말을 이었다. 「미츠오는, 요 2주일동안 이런 어처구니없는 비밀을 품은 친구를 지키려고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고군분투해왔던 거야. 눈매가 나빠질 만도 하겠지. 하지만 오늘부터는 우리들이 아군이야. 그렇지, 미오? 요시야마?」 「아니 저~……」 라고 입을 열었던 것은 요시야마상이었다. 「이거야~, 정말~……웃지 않을 수 없다는 느낌이랄까? 핫핫하……」 그 커다란 입 안을 들여다보듯이 하면서 시이타가, 「무례한 남자로군」 하고 위협해보였다. 「시, 실례」 라고 요시야마상이 입을 손으로 가렸다. 「냥이……인 거지」 엄마가 말하고, 「이리와, 이리 와봐」 라고 시이타에게 손을 내밀었다. 하지만 시이타가 다가가자, 허둥지둥 손을 뒤로 뺐다. 「시로우는 무섭지 않아」 시이타가 울컥한 표정으로 말했다. 「진짜? 만져 봐도 돼?」 「좋아」 시이타의 반들반들한 털에 움찔움찔 주저하며 닿아보더니, 엄마는 갑자기 무지하게 발랄한 소녀로 변화했다. 「꺄아~, 거짓말~, 매끈매끈~부드러워~어, 나 어쩜 좋아~」 그런 소리를 하면서 시이타를 끌어안고 뺨을 부비댔다. 「이거 좋아~, 멋져~어! 미츠오, 나 줘~어!」 「싫어」 나는 엄마에게서 시이타를 빼앗았다. 「시이타는 내꺼얏」 「비겁해~앳! 이렇게 멋진 냥이를 독점하다니, 비겁해~애!」 「비겁해도 좋아! 시이타는 내」 우와와왓, 그만 연인이라 라고 말할 뻔 했다. 위험해, 위험해……. 어쨌든 호시카와가의 사람들은, 요시야마상도 포함해서 정신적으로 굉장히 다부지다는 것이 입증되었고, 시로우의 존재는 공동의 비밀로서 받아들여졌다. 「읏샤, 이걸로 시로우는 염려 없이 술 마시기 수업을 할 수 있어. 그렇지?」 「꺄~앗, 술 마시는 냥이~♡」 「취하면 정체를 드러내버리니까, 지금까지는 홀짝홀짝 마실 수밖에 없었지만」 「꺄~앗, 귀여워엇~♡」 「그 모습으로 마실 거라면, 접시나 작은 병 같은 거라도 가져와 줄까?」 「아니. 시로우로 돌아갈 거야」 「꺄~아 싫어~엉, 팬티를 먼저 입고 나서 해줘~♡」 「저기이, 엄마. 일일이 하트 날리지 말앗! 어지간히 나이깨나 먹고서 말이야」 「어지간히 나이를 먹다니 누갓!」 「자아~자아~자아~, 미오선생님, 와인~와인」 「네~엥」 「지금 건 익살? 익살이지?」 「됐으니까 시이타짱한테 팬티를 입혀줘」 이러니저러니 하는 사이 시이타는 다시 시로우로 돌아가고, 술자리는 속행되었다. 시로우가 언제 변신해버릴까 하고 움찔움찔 감시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은 굉장히 마음이 편했고, 그렇게 되고 나니 시로우와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마시는 것은 즐거웠기에,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내 쪽이 먼저 취해버렸다. 「모야아~, 니가 더 쎄자나~」 「분명히 그럴 텐데, 항상 시로우가 져서,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있었어」 「아, 그거야. 네 정체가 들키지나 않을까 걱정을 하느라 신경을 써 대서, 취할 수 없었던 거겠지」 「오늘밤은 시로우가 돌봐줄 테니까, 안심하고 취해도 돼」 「뭐~어야아~그래봤자 고양이니까아~. 말해놓고서~네가 먼저……아, 그런가, 다운돼서 고양이가 되도, 오케이지이~. 아하하하」 「그런 거지. 미츠오도 신경 쓰지 말고 마셔」 「응~, 가끔은 조~오~치~」 ……그래서 과음을 했다. 아직 의식은 있지만, 천정은 빙빙 돌고 허리는 서질 않는 상태가 되어버려서, 그런 자신이 이상해서 켈켈 웃으면서, 시로우에게 방까지 부축을 받았다. 「후아~, 마셔써 마셔써~」 침대에 뒤집어엎어져서, 빙글빙글 도는 천정을 재밌다며 보고 있었더니, 시로우가 내 얼굴 위로 얼굴을 내밀고 뭔가 말하고 싶은 듯이 들여다봐왔다. 「응~? 모야~아?」 시로우의 용건은 키스였다. 그러고 보니, 다이스케하고 싸움하지 않으면 키스하게 해 주마 약속했었지, 라는 것이 머리 한 구석에서 생각나면서, 그냥 당하는 대로 몸을 맡겼다. 아아……이봐, 이봐아~, 키스만이라고 했잖아……. 「느껴?」 「으……응」 「여기는? 좋아?」 「아……좋아……」 어느새 바지가 벗겨지고 고간을 애무당하고 있는 것을 깨달았지만, 기분 좋아서 저항하지 않았다. 하지만, 졸린데……. 「생각했던 대로, 취한 미츠오는 솔직하고 귀엽구나」 귓가에서 속삭여져, 허리 근처가 찌잉 하고 뜨거워졌다. 페니스를 희롱하던 손이 안쪽으로 들이 밀어져오고, 손가락 끝이 그곳을 농락했다. 「거기……안돼」 라고 말했는데, 손가락은 안으로 들어와서……. 「아파?」 미끈하게 내 안을 손가락으로 범하면서, 시로우가 물어봐 왔다. 「응……이상해……」 「……좋아?」 「아……아……」 라고 내뱉는 숨에 소리가 붙었다. 「좋은 거지?」 응……기분 좋은……지도……. 머리 한 구석에서는, 이런 짓을 하게 해서는 안 된다고 알고 있었다. 이건, 섹스야……이대로라면 C까지 당해버릴 거야……. 하지만 시로우에게 안기는 것도 손가락으로 당하는 것도 기분이 좋아서, 어차피 한번은 했었으니까 라는 변 명거리도 있고 해서. 갑자기 몸이 움찔 튀어 오르고, 「아앗」 하고 소리가 나왔다. 「여기야?」 라고 꾹꾹 힘주어 눌려지고 비벼져서, 몸이 멋대로 젖혀졌다. 「앗, 앗!」 「여기구나?」 「싫, 시, 시로웃, 뭐얏?」 이, 이런 건 몰라! 가, 갈 거 같아! 「무서우면 시로우한테 매달려있어」 라고 속삭여져서, 그 다부진 등에 손톱을 세우고 달라붙었다. 시로우의 손가락 끝이 그곳을 문지를 때마다 갈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몸이 부들부들 경련했지만 사정은 일어나지 않는다. 몇 번이고 당하고 있는 동안에, 감각만으로는 방출할 수 없는 것이 괴로워서 울고 싶어져 갔다. 「시, 시로웃」 하고 호소한 목소리는 눈물기가 섞이게 되었다. 「보내줘, 괴로웟」 「넣어도 좋다면」 하고 시로우는 교환조건을 내밀어왔다. 「아, 안 들어갈 거야, 아파」 나는 그 때의 일을 생각해내고 저항했지만. 「여기는 지금 부드러워. 괜찮아」 달래듯 말하는 소리를 듣고서, 「응 이라고 말하지 않으면, 계속 이대로 괴롭힐 거야」 라고 협박당해, 가버리고는 편해지고 싶다는 마음만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아, 아프지 않은 거지?」 「시로우한테 맡겨, 눈을 감고」 「아프게 하지 마」 「무서워하지 마. 시로우는 확실하게 공부했어」 손가락이 나가고, 대신에 훨씬 더 두꺼운 것이 대어졌다는 것을 느꼈던 순간, 무심코 몸이 움츠러들었다. 「힘을 빼」 「무, 무리」 「무섭지 않다고 말했어. 시로우를 믿어」 「하, 하지만」 「믿어, 미츠오」 귓가에서 말한 입술이, 뺨을 미끄러져 입술에 덮어져왔다. 혀가 들어와, 혀끝으로 위턱을 간질여져서, 오싹오싹하고 눈 안에서 불꽃이 튀었다. 거의 동시에, 그곳에 푸욱 하고 들어간 것을 느꼈다. 「아파?」 라고 물어봐서, 그곳의 느낌을 의식으로 더듬어보고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괜찮은 거지?」 「……그런 거 같아」 「부드럽지만, 조여」 말하면서, 시로우는 즈윽, 하고 그것을 밀어 넣어왔다. 도로 빼냈다가는 밀어 넣고, 조금씩 안으로 전진시켜 오는 그것은, 압박감이 심한 것치고 아픔은 주지 않았고, 그 좁은 장소를 굵은 것으로 밀어 넓혀지는 압박감도 그리 심하게 싫은 것은 아니었다. 그저, 숨을 쉬는 것이 괴롭다. 나는 입으로 호흡하는 것으로 괴로움을 해결하려고 했다. 하아, 하아 하는 자신의 숨소리를 듣고 (헐떡이고 있는 것 같아) 라고 생각했다. 아랫배를 그득 채우고 있는 것이 푸욱푸욱 하고 내 안에서 움직일 때마다, 쿨쩍쿨쩍 하고 젖은 소리가 난다. 하아, 하아 하고 시로우가 허덕이고 있다. 나는 숨쉬기 괴롭다는 것만을 느끼고 있다. 취기가 돌아버렸구나 라고 생각했던 것까지는 기억하고 있다. 다음날 아침의 기분은 최악이었다. 일본주 과음에 따른 헤비한 숙취. 플러스, 드문드문 남아있던 기억에서 보건데, 시로우가 하고 싶어 하는 대로 쉽사리 범해져버렸던 것이 명백한 나 자신에 대한, 자기혐오. 덤으로, 시로우 쪽은 룰루랄라 하늘을 날 듯 기분 최고조인데다가 기운이 넘치는 모습인 것이, 최저인 기분에 바퀴를 달았다. 「망할 고양이 자식」 이라고 독설을 내뱉을 정도의 권리는 당연히 있겠지. 고양이인 주제에 흥흥~하고 콧노래 따위를 불러대던 시로우는 내 목소리에 뒤돌아서, 「벌써 점심 지났어」 라고 말씀하시더니, 「미츠오는 술이 약하구나」 라고 히죽거렸다. 「완전히 속았어. 이제 다시는 절대로 너하고는 술 안 마실 거얏」 맹세를 담아 말한 내게 시로우는 진지한 얼굴로, 「확실히 과음은 좋지 않아」 라고 수긍했다. 「흥, 맨 처음부터 그런 작전이었던 주제엣」 이라는 건, 지금 생각난 것이지만, 아마 사실이겠지. 그리고 시로우도 부정은 하지 않고, 「가장 좋을 때 잠들어버려서, 재미없었어」 라고, 뻔뻔스러운데도 도가 있다는 것을 잊은 감상을 늘어댔다. 「취하게 해놓고서 덮친다니 비겁하잖아」 「술은 정신을 억압에서부터 해방하고, 진심을 표출시키는 작용이 있어」 「대체 무슨 책에서 주워들은 건지는 모르지만, 착각이야! 『이성을 마비시켜서 바보로 만든다』가 진짜얏」 「실험해보고, 맞는다는 걸 알았어」 「『자기 형편에 맞춘 적당한 결론』에 따른 착각이야!」 하지만 이 고양이 자식은, 남이 하는 말을 들을 귀 따위는 가지고 있지 않다. 기쁜 듯한 얼굴로 멍하니 천정 근처를 올려다보면서, 「어젯밤의 미츠오는, 솔직하고 귀여웠어. 그게 진짜 미츠오인 거야」 그 무~쓴 당치도 않은 소리를 미소까지 지어가면서 해대는 거얏! 「술에 머리가 맛이 가서 바보가 되었던 것뿐이야!」 「시로우는 자신감을 가지게 됐어. 미츠오는 시로우를 좋아해」 「넉살맞기는!」 「사실은 섹스도 좋아해」 「패준다!」 「빨리 자신의 본심을 인정하고 솔직해져」 「쓸데없는 참견이야~앗!」 두개골을 지끈지끈 울려대는 두통도 잊고 아우성을 쳤더니 죽을 것 같았다. 「머리가 아픈 거야?」 자신이 괴로운 것 같은 얼굴로 말해온 시로우의 모습에 약간 호감 포인트를 올려줬더니만, 「엉덩이는 아프지 않아?」 라는 소리를 물어봐 와서 주가급락. 「몰라」 「흐음? 시로우가 핥아서 깨끗하게 해줬을 때에 보니까, 상처는 없는 것 같았는데」 「그, 그딴 소리 하지 마!」 「왜 그래? 얼굴이 빨간데」 시로우는, 놀리는 게 아니라 진지하기 짝이 없는 투로 그 말을 했다. 「창피한 녀석」 이라고 말해줬어도, 이 녀석으로서는 이해 못할 말이겠지. 고양이에게 있어서는, 혀로 핥는다는 것은 지극히 평범한 접촉수단이니까. 그곳을 핥아서 깨끗하게 했다는 소리를 듣고서 내가 얼마나 부끄러운 생각을 하게 되는지는, 분명 백년이 가도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시로우는 단순한 고양이가 아니었다. 「그런가, 미츠오는 창피한 건가」 라고 내 내심을 맞춰 들어왔다. 하지만 그 뒷말을 들으면, 역시 고양이라고 해야 할까. 「민감하다는 것이 왜 창피한 건지 시로우로서는 이해가 안 되지만, 자고 있어도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조심할 필요가 있는 건 확실해. 무슨 짓을 당해도 눈을 뜨지 않을 정도로 취하는 건 위험하다는 인식을 가지는 편이 좋아」 그런 소리를, 잘났다는 듯이! 게다가, 「물론, 시로우가 함께 있을 경우는 위험이 없지만」 라고 덧붙여 오길래, 「너하고 함께 있을 때야말로 제일 위험하다는 게, 뼈에 사무쳐!」 라고 되받아쳤다. 「도대체가 말이야, 너희들의 발정기라는 건 대체 언제까지 이어지는 거야?! 아니면, 아츠오상이 말했던 『이제 곧 끝난다』라는 게 거짓말이었던 거야?!」 바로 그렇게 아우성을 치던 그 때, 똑똑 하는 노크 소리가 나서 움찔 했다. 「미츠오? 포카리 가지고 와봤어」 게겍, 엄마다! 「아, 응, 열려있어!」 라고 대답하면서, 나는 허둥지둥 어깨까지 이불을 끌어당겼다. 아직 알몸인 채란 말이다. 젠자앙, 얼른 파자마 입어뒀으면 좋았을 걸. 들어온 엄마는, 마실 것과 두통약 상자를 올려놓은 쟁반을 책상 위에 놓고, 나한테는 죽이라도 먹지 않겠냐고 물어보고 시로우한테는 점심을 먹으러 오라고 말하고는 나갔다. 하지만, 그 태도는 부자연스럽고 어딘지 조심을 하고 있었다고 할까……방으로 들어오고 나서 나갈 때까지, 나랑 시로우하고 눈을 맞추지 않으려고 했었던 것 같아서. 내가 말했던 「발정기 어쩌고저쩌고」하는 게 들렸던 건가? 가능성은 있었다. 누군가 온다는 건 전혀 머리에 들어있질 않아서, 어지간히 큰 소리로 노성을 지르고 아우성을 쳐댔으니까. 하지만 들렸다고 한다면……아마 우리들의 사이를 의심하게 된 거겠지, 저 태도로 보건데 말이야. 실제로, 나는 시로우에게 호모관계를 강요받고 있는 사이이고, 그런 의미에서는 의심쩍어하고 옆에서 훼방이 들어오게 된다면 나로서는 강제외설에서부터 구조를 받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쪽팔리는 사실을 부모님이랑 가족에게 알려지고 싶다고 생각하는 남자가 있을까? 그래서 나는, 점심밥을 먹고 돌아온 시로우에게 그 점을 선언했다. 즉, 「엄마한테 의심을 산 거 같으니까, 이후로 일절 들킬만한 행위는 금지야」 라고 말이야. 「의심을 샀다, 라는 건?」 하고, IQ는 나보다 높을지도 모르는 고양이 남자는 고개를 갸웃거려 보였다. 「나하고 너의 관계를 말이얏」 「그건 즉, 시로우는 몸도 마음도 미츠오를 사랑하고 있지만, 미츠오는 터부감을 불식시키지 못하고 시로우에게 몸도 마음도 맡기는 데까지는 이르지 않았다, 라는 미묘한 단계에 있는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해서, 지금의 시점에서 미오상들에게서 방해를 받는 것은, 대단히 상황이 좋지 않다는 의미인 거야?」 「우……에?」 약간 난해한 소리를 혀에 기름을 두른 것 마냥 술술 해대서, 요점을 붙잡아 주지(主旨)를 이해한다는 작업을 하지 못하는 바람에, 당장은 「그래」라고도 「틀려」 라고도 코멘트하지 못했던 내게 시로우는, 「알았어. 걱정하지 마」 라고 끄덕였다. 「……정말로 안 거야?」 라고 확인을 했던 것은, 시로우가 술술 해댄 분석이, 내가 말하고 싶었던 것과는 어긋난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지만, 「미오상들에게 들키지 않도록 조심하면 되는 거지?」 라는 말로, 요점은 전해졌다는 것을 알았기에, 「응」 하고 대답을 했다. 나는 그날 저녁밥부터 식탁에 복귀했지만, 엄마도 아버지도 요시야마상도 평소와 다른 점은 없고……즉 시로우의 신상에 대해서는 「그런 녀석도 있는 거지」라는 느낌으로 받아들여주었다는 것이고, 나와 시로우의 관계에 대해서는 「의심스러운 면은 정관(靜觀)한다」라는 태도로 나온 거라고 나는 생각했다. 그래……확실히 이건 내 문제, 그것도 어느 의미에서는 『내가 시로우를 연인으로서 받아들일 수 있을지 어떨지』라는 선까지 와있는 것이고, 시로우의 일족 앞에서는 결혼식도 올려버렸다는 외적조건을 가지고 생각하자면, 내게는 『각오를 정한다』라는 선택권밖에 남겨져있지 않은 것이지만……운명에는 거스르지 말고 따라가는 수밖에 없는 건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아직은 납득 따위는 할 수 없다. 그런 내 유일한 희망은, 기간 한정일 터인 시로우의 발정기가 끝나줘서, 시로우하고는 친구로서 사이좋게 지내면 된다, 라는 날이 와주는 것인데, 지금 현재 시로우의 발정기는 나을 징조가 보이지 않아서, 머리가 아프다. 그건 그렇고, 시로우가 술에 연연했던 것은 나를 취하게 해가지고 H로 끌어넣는다는 엉큼한 속셈에서였던 거로구나아……정말이지, 그런 못된 지혜는 사람이랑 똑같다니까! 고양이라면 고양이답게 순수하게 있어달라구. 하지만 미미들처럼 어디까지나 본능에 충실, 이라는 것도 곤란하군. 혹시 시로우가 본능에 정직해졌더라면, 나는 아마 매일매일 있는 대로 범해질 테니까. 아~아, 저주받을 운명, 이로군. -- 계속 PREV [고양이 3] 왕 같은 고양이의 음모와 순애 (4) 세쯔나 NEXT [고양이 3] 왕 같은 고양이의 음모와 순애 (2) 세쯔나 Copyright 1999-2002 Zeroboard / skin by JINI --> [고양이 3] 왕 같은 고양이의 음모와 순애 (4) 왕 같은 고양이의 음모와 순애 (4) Written by 아키즈키 코오 다음날은 일요일. 나는 시로우와 함께 나베시마의 집으로 놀러갔다. 밤의 하천둔치에서라면 시이타도 산책할 수 있다는 건 알았지만, 마음껏 긴장을 풀 수 있으려면 역시 그 집이 제일 안심이니 말이다. 나까지 갈 이유는 그다지 없었지만, 저번 방문 때는 아츠오상의 차로 왔는지라, 전차로 가게 되는 길은 처음이기 때문에 내가 길 안내로 따라붙지 않으면 안 되었던 것이다. 갈아타고 또 갈아타서 2시간이 걸려 도착한 나베시마 저택에서는, 시로우는 부인의 대환영을 받고 나는 체면상의 환영을 받았다. 뭐, 상관은 없지만. 부인에게 있어서는, 나는 『마지못해 인정한 며느리』인 것 같고, 나로서는 며느리라고 인정받지 않는 쪽이 훨씬 좋으니까 말이다. 시로우는 서둘러 시이타의 모습이 되어 뒷산으로 놀러 가버리고, 나는 부인에게 한동안 시로우의 대학생활의 보고를 한 뒤에는 한가해졌다. 저녁밥을 먹고 나서 돌아갈 것 같아서, 저녁식사까지의 시간을 고양이들의 거실로서 사용되는 선룸에서 죽이기로 했다. 시이타들을 돌보는 역할로서 입주 아르바이트로 있던 때에는, 고양이들과 사귀기 위해서라는 구실로 걱정 없이 낮잠도 잤었지만, 오늘은 손님이라는 식으로 와있기 때문에 그럴 수도 없다. 어쩔 수 없이, 책이라도 읽기로 했다. 하지만 동쪽과 남쪽에서 햇빛이 비춰 들어오는 방은 푸근하니 따뜻해서, 한동안은 소파에서 책을 넘겼지만 어느새 선잠이 들어버렸던 것 같다. ……햇빛이 드는 풀밭 위에서 드러눕는다. 내 옆에는 시로우가 있고, 나는 시로우의 팔을 베개 삼아 잠시 선잠을 즐긴다. 시로우는 다른 한쪽 팔로는 천천히 느긋하게 내 몸을 쓰다듬어주고 있고, 나는 내 쪽이 고양이가 되어버린 듯한 기분. 안심이 되고 기분이 좋아서 행복……. 이라는 한심하기 짝이 없는 꿈에서 핫! 하고 눈을 떴던 것은, 입에 키스당하는 기분이 들어서 펄쩍 일어났기 때문이다. 게다가 상대는, 「아, 아츠오상!」 꿈속에서는 시로우가 있던 장소를 차지하고 있는 아츠오상……일족의 한사람으로, 고양이일 때의 이름은 알파……는, 소파에 앉아서 졸고 있던 내 어깨를 끌어안고 키스만이 아니라 몸에도 장난을 치고 있었던 것 같다. 시로우에게 쓰다듬어지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은, 아츠오상의 손이 한 짓이었던 것 같다. 나는, 버튼은 풀어지고 가슴 언저리는 드러난 셔츠를 급히 바로잡으면서 소파에서 튀어나오려고 했지만, 아츠오상은 놔주지 않았다. 게다가, 셔츠의 아래에 들어와 있는 손도 치워주지 않는다. 「무슨 작정인 겁니까, 그만 두세요!」 라고 치한퇴치법 그 첫 번째를 실천해서 큰 소리를 질렀지만, 아츠오상은 내 목덜미에 코를 눌러댄 채로 「후훗」 하고 웃었을 뿐이었다. 「시로우도 와있어요!」 아츠오상은, 「후후」 하고 내 유두를 만지작거려왔다. 손목을 붙잡고서 떼어내려고 했지만, 직업이 의사인 것 같은 아츠오상의 손가락이 길고 뼈가 드러난 하얀 손은 의외의 파워를 숨기고 있어서, 내 방해에도 꿈쩍하지 않고 유두를 쥐고는 비비적댔다가 손끝으로 간질이기 시작했다. 위험해, 거기 약하단 말야, 서버린다구. 「시로우하고 싸우게 되어도 괜찮은 겁니까!」 「후후후」 제, 젠장, 서지 맛. 「부를 거에요! 시로우를 부를 거에요!」 「훗훗훗후」 그때가 되어서야 나는 겨우, 아츠오상이 제정신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봄이니까 그런 거야?! 봄의 발정기가 머리에 타격을 주고 있는 거야?! 「아츠오상에게는 아츠오상의 연인들이 있잖습니까! 사오리상이라든지!」 하지만, 아츠오상의 캣크라운의 이름을 꺼냈던 것은 실패였던 것 같다. 「후훗」 하고 변함없이 묘~한 웃음을 지어보였다고 생각했더니, 아츠오상은, 「사오리~」 라고 달짝지근하게 속삭이면서, 내 턱을 쥐고 자기 쪽으로 얼굴을 돌아보게 하고는 키스를 해왔던 것이다. 그것도 시로우가 해오는 키스의 몇 배는 더 테크니컬하고 에로틱해서, 뭐가 뭔지 알 수 없는 사이에 내 머리도 이상해져 버릴만한 것을. 아츠오상의 입술이 떨어졌을 때, 나는 (범해지겠다……) 라고 생각했지만, 그런 사고도 머리 한 구석에서 힘없이 잠깐 반짝였을 뿐, 완전히 아츠오상이 하는 대로 당하고 있었다. ……창피한 걸 무릅쓰고 자백하자면, 내 몸은 절조 따위는 어디로 갔냐! 라는 상태에서 욕정으로 지끈대버려서, 아츠오상이 해주는 것에 대해 기대 같은 것도 했었고. 그러니까 만일 그때 시이타가 돌아와 주지 않았다면, 나는 시로우에게조차 허락하지 않은 이런 저런 일 같은 걸 당하고, 시로우에게도 보인 적 없는 치태라는 걸 드러냈겠지. 정원에서 방으로 들어오기 위한 고양이 전용의 자동문이 열렸던 것을, 전혀 깨닫지 못했었다. 「알파, 뭘 하고 있는 거야?」 라는 낮게 으릉대는 듯한 목소리에, 겨우 시이타가 있는 걸 깨달았다. 깨달은 순간, 아츠오상의 키스에 휩쓸려서 둥실둥실 떠나와 버렸던 이성이 핫, 하고 원래 자리로 되돌아왔고, 나는 내 꼬락서니를 보고 얼굴을 빨갛게 물들였다. 「시, 시이타」 라고 붙잡혀있는 팔 안에서 도움을 청했다. 「아츠오상, 이상해. 머리가 봄을 맞아버린 것 같아」 내 변명은, 「후후후」 하고 웃은 아츠오상의 이상한 상태로써 충분히 증명되었다고 생각하지만, 시이타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실험이야?」 라고 물어본 상대는 아츠오상으로, 전투태세에 들어갈 기색도 전혀 없다. 그리고, 「아아―. 미츠오의 개다래나무향의 효과를 조사하고 있었어」 라고 대답한 아츠오상의 목소리는 완전히 시치미 뚝. 「에?」 라고 뒤돌아보니, 아까까지의 잔뜩 취한 듯한 표정은 어디로 가고, 평소의 서글한 얼굴로 돌아온 아츠오상이 있어서, 나는 다시 화~악 하고 새빨개졌다. 「시, 실험이라니……너, 너무해요!」 그렇게 말한 항의는 무시당했다. 「미츠오의 체취가 교미욕을 부추기는 정도는, 최고치인 레벨 10이라고 인정해도 좋아」 아츠오상은 실험결과를 보고하는 과학자의 어조로 말하고, 덧붙였다. 「단, 그 레벨에 도달하는 것은 미츠오 자신이 욕정하고 있을 경우이고, 통상은 레벨 6이나 7정도인 수준이야」 욱! 그, 그건……. 「물론, 그것도 충분히 위험한 수치이기는 하지만 말이야. 재판이 되었을 경우는 『유혹에 저항할 수 없었다』라고 주장할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있어. 게다가 미츠오는 쾌감에 대한 저항력이 약하니까, 이 정도의 애무에 간단히 레벨 10의 향기를 풍겨」 「앗, 잠――」 그렇다고 그걸 실연하지 않아도 됐었잖앗! 하지만 시이타는 그런 아츠오상을 말리지도 않고, 가슴을 지분거려져서 단정치 못하게 움찔해버린 내게 코를 가져다대왔다고 생각했더니, 「과연, 확실히 유혹하는 향이 세어졌어」 라는 실험조수의 코멘트 같은 소리를. 「이건 역시, 뭔가 대책이 필요해」 「그렇지. 서둘러 시그마에게 조향을 의뢰해」 「알았어」 끄덕인 시이타에게 아츠오상이, 「그런데」 라고 뭔가 얘기를 시작하려는 어조로 말했다. 「한동안 더 산책을 하고 오지 않겠어?」 그 순간 시이타는 스윽 머리를 낮추고, 눈을 흘겨 떠서 아츠오상을 노려다봤다. 「미츠오는 시로우 거야」 「물론, 알고 있지」 「그런데, 시로우더러 나가라는 거야?」 「이 상태를 처리하기 위한, 단 한번뿐이야」 라고 대답한 아츠오상의 말에, 나도 사태 파악이 되었다. 「시, 시이타」 라고 SOS의 눈빛으로 매달렸다. 키스당하거나 지분거려지거나 한 것만으로도 충분히 항복상태란 말이야, 지켜주겠다는 생각이 있는 거라면 빨리 도와줘! 「아니면, 귀여운 시이타가 상대를 해줄래?」 거절해! 라고 나는 생각했다. 양쪽 다 안 된다고 말해! 하지만 시이타는 끄덕였던 것이다. 「미츠오는 빌려줄 수 없으니까, 그 뒤처리는 시로우가 할래」 그, 그거……시로우가 아츠오상하고 한다……라는 거야? 싫어, 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아마 내게는, 시로우에게 「거절해」라고 부탁할 권리 정도는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했던 것은 나중 일이고 그 때의 나는, 그 소리를 했다가는 「그럼, 네가」라고 되받아쳐올 것이 무서워서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시이타는 시로우의 모습으로 변해서 나를 아츠오상의 팔에서 끄집어내고, 나와 아츠오상의 사이로 갈라들어 왔다. 전라인 채로 말이다. 아츠오상은 서둘러 시로우의 어깨를 끌어당기고, 보기에도 찐하다는 것을 알 수 있는 키스를 시작했다. 「응……」 하고 시로우가 느끼고 있는 콧소리를 흘리고, 아츠오상의 손이 시로우의 고간으로 미끄러져 내려갔다. 나는 허둥지둥 눈을 돌렸다. 「응……우……」 「어이어이, 이쪽도 봐주지 않으면」 「이렇……게?」 「아, 아……꽤나 잘하는 구나」 「시로우는 착실하게……공부했어」 「그런 것 같군. 하지만, 아직은 내 쪽이 더 잘해」 「앗……거, 거기는」 「좋지?」 「으, 조, 좋아」 「내 쪽도, 똑같이」 「이, 이렇게?」 「그래, 그렇게……아아, 좋아, 시로우……잘 하는구나」 얘기 중간 중간에 끼워진 두 사람의 허덕임은, 점차 뜨겁고 에로틱하게 높아져간다. 어째서 난 이런 곳에 있는 거야, 라고 생각했다. 완전히 섹스를 위해서 시시덕대고 있는 두 사람의 옆에 앉아있다니, 무슨 생각인 거야! 빨리 달아나라구! 하지만, 움직일 수가 없다. 어째서인지, 움직일 수가 없어! 「시이타, 펠라치오는 할 수 있나?」 「잘하는데……」 「그럼, 핥아서 가게 해줘」 「시로우는 미츠오한테 밖에 하고 싶지 않지만……알파의 부탁이라면 어쩔 수가 없지」 「아아. 이건, 너의 미츠오 탓에 이렇게 되었으니까. 미츠오를 빌려주는 게 싫다고 한다면, 미츠오의 연인으로서 책임을 져 줘」 「알았어」 그만둬 줘! 라고 가슴 속으로 소리쳤다. 시로우는 내 연인이야, 나하고 밖에 하고 싶어 하지 않아! 그러니까, 시키지 마! 하지만, 그 소리를 해버렸다가는, 내가 아츠오상의 상대를 하지 않으면 안 되게 된다. 시로우에게도 제대로 안겨주지 않았는데, 그런 짓은 할 수 없어! 하지만 펠라치오로 가게 하라니, 그건 즉, 시로우와 아츠오상은 본격적으로 섹스를 함께 한다는 거고……! 「아아……좋아, 잘하는 구나」 아츠오상이 기분 좋은 듯이 허덕이면서 말하는 것이 들렸다. 「이쪽이 끝나면……그래, 좋아……너한테도 해주지. 내 혀 기술은……으, 후……스페셜 A급인 것 같으니 말이야. 윽……아, 응!」 갔구나, 라고 생각했던 순간. 내 몸속에서 뭔가가 터졌다. 묶여있던 것처럼 움직여지지 않았던 몸을 모든 힘을 담은 순발력으로 소파에서 일으키고, 계속 노려보고 있었던 문으로 향했다. 도어노브에 손이 닿고, 손목을 돌리기만 하면 나를 구해줄 둥그런 감촉을 꽉 쥔 감각을 느끼고, 뒤돌아봤다. 「너희들은 최저야!」 라는 말은, 생각하고 어쩌고 할 필요도 없는 백퍼센트의 내 기분을 그대로 표현한 말이었고, 그리고 그대로 내 입을 뚫고 나왔다. 하지만, 그렇게 노성을 질렀던 내 의식을 사로잡고 있었던 것은, 소파에 앉은 아츠오상과 그 옆에서 봉사의 자세를 취하고 있는 시로우와의 퇴폐귀족과 그의 성노예(性奴隸)의 원숏 같은 광경……. 아츠오상은, 성인남성의 차분함을 두른 단정한 미장부로, 평소에는 똑바로 입고 있는 슈트가 흐트러진 모습도 데카당 데카당(decadent): 퇴폐적. 퇴폐주의 또는 유미주의적인 예술이론을 신봉하는 사람. 퇴폐적인 사람. 같은 색향으로 보여 버리는 듯한, 귀족적인 남성미를 갖추고 있다. 전라로 있는 시로우 쪽도, 다부지고 넓은 어깨에서 시작되는 등줄기에서부터 매끈하게 조여진 둔부에 이르는 라인의 강한 아름다움이랑 젊은 피부의 반짝임은, 인간은 나체가 되어야 비로소 아름답다고 주장한 그리스 조각가의 주장이 당연한 것이라는 느낌을 준다. 그런 두 사람이 서로 얽혀있는 것은, 난잡하다는 따위의 생각을 하게하지 않을 정도로 어울리고, 게다가 말로는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에로틱하고, 섹시하고, 그림으로 그린 듯이 매혹적이었다. 복도로 발을 내민 것도 문을 닫았던 것도 무의식적이었고, 팡 하고 문이 닫히는 소리에 제정신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정상으로 돌아왔던 것은, 자신이 「방을 나와서 복도에 있다」라는 걸 알고 있다는 현실인식능력의 일부분뿐이지, 내 머릿속은 엉망진창으로 혼란상태……. 일단은 걷기 시작해서, 현관에 도착해 밖으로 나왔다. 밝은 햇살도, 부드러운 봄바람에서 느껴지는 좋은 기분도 느끼고는 있었지만, 나하고는 관계없었다. 머리에 떠올라 있는 말이 마음을 차지해, 압박하고, 그 괴로움만이 의식을 파묻어대고 있었으니까. (시로우는 내건데……시로우는 내건데……시로우는 내 연인인데……!) 하지만 나는, 시로우와 그런 식으로는 어울리지 않는다. 아츠오상처럼 시로우에게 딱 맞는 미형이 아니다. 나는 아름답지도 않고 섹시하지도 않고, 전혀 시로우에게 걸맞지 않는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나는, 자신의 평범한 용모를 후회하고, 저주했다. 그 생각은 새빨갛게 달군 철이라도 삼킨 것처럼 내 가슴을 태워 짓뭉개고, 지끈지끈하고 아픈 심장에 일격을 가해 쓰러트린데다가 작렬하면서 내 가슴을 태운다. 어떻게 할 수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이 몸도 생김새도, 가지고 태어난 이 대로를 포기하는 수 외에는 도리가 없는, 돌이킬 수도 변경할 수도 없는 것이니까. 아츠오상처럼 멋진 남자였다면 좋았을 걸 하는 생각에 아무리 가슴을 태우며 빌어봤자 나는 나이고, 나 이상의 것이 될 수는 없는 것이다. 「어라, 거기 있는 거 귀여운 미츠오잖아!」 라는 명랑하고 쾌활한 목소리에 뒤돌아봤다. 세상에서 통용되는 미모에다 만면에 웃음을 띤 젬이, 경쾌한 모델워크로 내 쪽으로 다가오려 하고 있었다. 나는 달아났다. 미장부인 아츠오상, 미청년인 시로우, 초절미형인 젬……이제 지긋지긋해! 내 기분은 나락의 깊은 바닥까지 떨어졌어! 이 이상의 자기혐오는 견딜 수 없단 말이야! 하지만 발의 빠르기에 있어서도, 나는 인묘들의 적수가 아니었던 것이다. 점점 거리가 좁혀지고, 뒤쪽에서 어깨를 끌어안기는 모습으로 사로잡혔다. 「미츠오, 미츠오, 왜 그러는 거야?」 「아무것도 아닙니닷」 「그러면, 왜 울고 있는 건데?」 「누가 운다고!」 아아, 고양이 주제에, 멋들어진 프레이그런스 따위를 풍기다니! 그래, 어차피 나는 얼굴도 몸도 평범함 이하이고, 서민중의 서민으로서도 멋을 부릴 마음은 없고, 일류에다 아름답고 섹시한 당신들과 비교해서 생각하는 것도 분수에 넘치는, 밭두렁의 진흙창이나 마찬가지인 녀석이야! 호시카와 미츠오라는 멋들어진 이름이 너무나 분수에 넘쳐서 창피하다구! 「이젠, 싫어!」 나는 아우성쳤다. 「이젠 싫어! 두 번 다시 당신들하고는 만나고 싶지 않아! 이런 기분……견딜 수가 없어」 「미츠오, 부탁이니까 진정해.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나한테 얘기해봐」 「말 못해! 이런 걸 주절주절 떠드느니 혀 깨물고 죽는 게 나아!」 「알았어, 알았으니까」 말하면서 젬은, 붙잡은 내 머리를 옳지~옳지~하는 식으로 쓰다듬어왔다. 「그럼 얘기는 100년 후 정도에 듣기로 하지. 그 사이에 기분도 가라앉겠지?」 「공교롭게도 120까지 오래 살 예정은 없엇」 「이런, 이런. 그럼 50년으로 하지」 「어느 쪽이든 얘기할 마음 따위는 없엇」 「응, 그때가 되기 전까지 잊어버릴 수 있을만한 일이라면, 잊어버려도 상관은 없어」 「당신들하고 두 번 다시 만나지 않고 끝낼 수 있다면, 당장이라도 잊어 보이겠지만 말이지」 「미츠오, 미츠오, 그렇게 심술궂은 소리 하지 말아줘. 우리들이 얼마나 너를 좋아하는지, 아직 모르고 있군 그래」 「알고 있어! 고양이는 미꾸라지든 개구리든 아주 좋아해서, 잡아가지고는 가지고 논다는 걸 말이야!」 「아아~, 귀여운 미츠오가 삐뚤어졌어어~」 내 어깨에 얼굴을 파묻고, 입으로 훌쩍훌쩍 우는 척을 해보였던 젬은 나를 놀리면서 즐겼다. 그리고 그렇다는 걸 깨달은 순간, 나는 자기혐오도 비력함도, 어떻게 되든 상관없게 되어버렸던 것이다. 그게 말이지, 어차피 나는 그들에게 있어서 사로잡힌 도마뱀이나 두더지랑 동등한, 괴롭히고 즐기기 위한 장난감인걸. 재밌게 놀 수만 있다면 미추 따위는 관계없고, 애초부터 그런 식으로 가치판단을 끼워 넣을 수 있을 정도로 대단한 존재는 아니니까. 뽈뽈뽈 도망쳐 다니거나 움찔움찔 괴로워하거나 하는 것이 가치이지, 그 이외의 행동은 관심조차 끌 수 없을 만한 어찌 되든 상관없는 일인 것이다. 앗하하하~, 다. 「미츠오?」 라고 어깨너머로 얼굴을 들여다봐온 젬의, 부드럽게 웨이브진 긴 머리카락이 목덜미 근처를 간질여서, 「간지러워」 라고, 턱을 밀어서 그만두게 했다. 「아―아, 날씨 좋네―, 뒷산에 산책 가지 않을래?」 올려다본 하늘을 보고 떠오른 생각을 말한 내게, 젬은 뭐라 딱히 설명하기 힘든 찌푸린 표정을 짓고, 열이라도 재보려고 하는 듯이 손은 내뻗어왔다. 나는 아무렇지도 않게 젬의 손에서 달아나, 대신에 내 쪽이 젬의 미간에 진 주름을 손끝으로 쿡쿡 찔러줬다. 「그런 표정 짓다니, 세계 슈퍼모델이 아깝군 그래」 「미츠오……?」 궁지에 몰린 쥐에게 깨물린 고양이는 이런 식으로 당황하는 걸까나, 라는 생각을 하면서 나는 뒷산을 향해서 걷기 시작했다. 어라, 꾀꼬리가 울고 있다. 어이어~이, 벌써 동백꽃 따위는 다 져버리고 열매가 맺으려고 하는 때라구~. 아, 그런가, 꾀꼬리는 겨울에는 사람들이 사는 마을로 내려오지만, 봄부터 가을까지는 산에 있으니까, 지금 울고 있는 건 마을로 건너갔다가 본거지로 돌아온 꾀꼬리라는 건가. 어슬렁어슬렁 오르기 시작한 경사면의 나무숲에는, 꽃이 오랫동안 피어있는 산동백이 빨간 꽃을 몇 송이나 피우고 있었다. 저쪽의 저 하얀 꽃은 무슨 나무의 꽃일까. 다음에 여기 올 때는 포켓도감 같은 거라도 가지고 올까나. 「미츠오」 라고 젬이 불렀다. 「어울려주지 않아도 돼」 라고 나는 대답했다. 「아, 집에 돌아가서 말이야, 시로우한테 『집에 돌아가는 건 아츠오상한테 보내달라고 해』라고 말해 놔」 「미츠오는? 이제 돌아가는 거야?」 「응. 시이타가 가끔은 활개를 펴고 싶다고 하니까, 오는 길을 가르쳐주려고 데리고 왔을 뿐이야. 볼일은 끝났으니까, 나도 집에서 느긋하게 활개를 펴고 지내도록 하겠어. 그럼」 그렇게 이별을 고하고, 올라온 길을 되돌아가려고 뒤돌았다. 젬과 정면에서 마주보는 모습이 되었다. 「대체 뭐에 그렇게 상처를 입은 거야?」 라고 물어봐온 젬의 검은 눈동자 속에, 금색의 빛이 춤추는 것이 보였다. 「말해줘 봐」 라는 소리를 듣고, (말하지 않으면) 이라고 입을 벌렸다가는 핫 하고 깨닫고 젬의 눈에서 눈을 돌렸다. 「위험해, 위험해. 조금 더 했으면 최면술에 걸릴 뻔 했어」 「내가? 어째서 그런 짓을?」 「그렇게 시치미 떼어봤자 늦었어. 최면술을 쓸 때에 눈이 금색으로 빛나잖아. 나한테는 위험신호이니까, 그걸 본다면 눈을 맞추지 않도록 하는 정도의 지혜는 있기도 하단 말이야」 「아무래도, 본격적으로 빗나가는 것 같네」 하아 하고 한숨을 섞어서 말한 젬 쪽은 보지 않도록 하면서, 그의 옆을 비껴서 경사면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일순 후와~하고 나를 감싼 젬의 코롱 향기는, 틀림없이 향수를 쏟아 부었구나 라는 생각이 틀리지 않을 정도로, 코의 점막에 들러붙는 게 아닐까 싶게 강렬했다. 세발자국은 보통처럼 걷고 네발자국 째에 내달리려고 했던 때였다. 젬이 달짝지근한 목소리로, 「미츠오, 기다려」 라고 불러 세웠다. 나는 물론 무시하고 계속 걸어 나가려고 했지만, 어째선지 발이 앞으로 나가지 않았다. 게다가, 「이쪽을 봐」 라는 소리를 듣고, 그럴 마음도 없는데 뒤돌아보게 되어버려서, 눈을 돌릴 새도 없이 젬의 금색이 둘러진 검은 눈동자에 눈을 빼앗겨버렸다. 「착한 아이야」 라고, 젬이 천사처럼 미소 지었다. 「솔직한 기분이 되었으니까, 너의 가슴을 가로막고 있는 걱정을 자백 받도록 할까나. 자아, 뭐가 마음에 들지 않는 거지? 말해 봐, 미츠오」 젬의 말은 절대적인 명령으로서 내 머리에 스며들어, 나는 자신이 말하려 하고 있는 것을 느꼈다. 싫어! 싫다구! 절대로 저얼~대로 싫단 말이야!! 그 순간, 나는 실신했던 것 같다.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선룸의 소파에 가로누워 있었고, 젬들의 이야기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문제는, 시그마가 만든 향수의 힘까지 사용한 술에 저항할 수 있을 정도로 강하게, 『말하지 않아』라고 마음먹고 있는 미츠오의 본심이 알파가 심어주려고 꾸몄던 질투심인지 어쩐지 하는 거야」 「십중팔구 그럴 거라고 생각하지만, 확실히 그렇지 않을 가능성도 없는 것은 아니야」 「시로우는 그렇게는 생각하지 않아. 미츠오가 화나서 뛰어나갔던 건, 알파의 작전이 성공했다는 증거일 거야」 「하지만, 단순히 질투를 해서 토라졌다고만 하기에는, 미츠오의 반응은 너무 강고해. 질투라는 건, 본래는 상대가 알게 하고 싶다는 욕구를 동반하는 감정이니까 혹시 미츠오가 비틀어진 원인이 그것이었다고 한다면, 내가 은근슬쩍 떠봤던 시점에서 고백했어야 했어」 「그러면 제타는, 미츠오의 심정을 어떻게 분석하는 거야?」 「내 경험에서 보자면」 하고 잘난 듯이 말하려고 하는 시점에서, 「시끄러워」 라고 옆에서 끼어들었다. 「미츠오! 깬 거야?」 라고 기쁜 듯이 들여다봐온 시로우에게, 「황송하고 고맙게도, 덕분에요」 라고 대답하고 일어섰다. 「미츠오……그렇게 화내지 말아줘」 라고 말하고 움찔움찔 손을 쥐어오길래, 그냥 하고 싶어 하는 대로 내버려뒀다. 어차피 나는, 고양이님의 장난감으로라도 일할 수 있는 것을 광영으로 생각해야만 하는, 분수 넘치게도 돌보미를 하고 있는 하층민이니까요. 고양이님께서 좋으신 대로 다루시면 됩니다. 어차피 제게는 인내하고 따르는 길 밖에는 없으니 말입죠. 그렇기에, 「이제 밖에서 노는 건 된 거야?」 라고 물어봤다. 「우리 집으로 가면, 또 1주일은 인내의 날들이야. 아―하지만, 이번 주말에는 골든위크가 시작되는구나. 그럼 억지로 놀고 싶은 걸 참을 일도 없을래나. 그런데 말이지, 네가 여기로 돌아가 있는 동안 나도 휴가를 받을 수 있다면 좀 살겠는데……하긴, 네가 응 이라고 말할 턱이 없지. 그래그래, 식사 말인데, 나는 마님하고 함께 하는 건 피하게 해주지 않을래. 네가 있기만 하다면, 마님께서는 그 편이 기분 좋으실 거고. 그런데, 몇 시지? 아아, 아직 저녁밥까지는 꽤 시간이 있구나. 시로우, 목욕이라도 할래? 아니면 넷이서 놀 수 있는 마작이라도?」 뭐든 어울려주지 라고 웃은 내게, 시로우는 당장이라도 울어버릴 것 같은 표정으로, 「미츠오가 이상해……」 라고 중얼거렸다. 「너무한데. 놀아주겠다고 하는데, 그런 식으로 말할 건 없잖아? 아, 아니다 실례실례, 『놀아주지』가 아니지. 실례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착실하게 머리도 숙여서 사과를 하고, 그러고 보니 말투도 경어로 해야만 하는 건가 하는 걸 생각하면서, 고양이님들의 방해가 되지 않도록 시간을 죽일 수 있는 책장 앞에 앉았다. 활자를 읽는 건 귀찮아서, 세계명지의 관광안내 같은 사진집 중에 한 권을 꺼내서, 넘겨보기 시작했다. 아――이건 어딜까? 런던인가……버킹검 궁전. 흐~응. 「미츠오는 시로우를 싫어하게 되어버렸어」 라고 슬픈 듯이 한탄하는 것을 들려서, 다음 페이지를 넘기면서, 「그렇지 않아」 라고 말해줬다. 웨스트민스터 사원인가……흥미 없어. 아, 켄징턴 공원, 넓구나아. 「그렇구나……미츠오는 원래부터 시로우가 싫었던 거로구나……. 하지만 시이타는 좋아해, 그렇지?」 「응, 뭐 그렇지」 다음 페이지를 넘기려고 한 팔꿈치를, 시이타로 변한 시로우에게 꾸욱 하고 밀려서, 책을 떨어트릴 뻔했다. 「아―정말이지―, 시이타아~. 뭐야? 놀고 싶은 거니?」 나는 화도 내지 않고 머리를 쓰다듬어줬는데, 검은 고양이는 털썩 하고 고개를 떨궜다. 놀 생각은 없는 듯해서, 나는 책을 주워들어 아까의 페이지를 찾기 시작했다. 「시이타로도 안 되는 건가……」 라는 슬픈 중얼거림에, 「뭐가?」 라고 물어봤다. 「그렇게 시로우가 잘못했어?」 「글쎄……그런 적 없잖아?」 「알파한테 조사하게 했으니까?」 「별로」 「아츠오 상대를 했던 걸, 바람을 피웠다고 생각했어?」 「뭐야, 그게」 「아츠오는 시로우의 교육담당이니까, 지금까지도 여러 가지를 배웠어」 「응, 알아」 「키스랑 섹스 하는 방법도야」 「그런 것 같더라」 「하지만 시로우가 좋아하는 건 미츠오야」 「고마워」 말을 걸어오길래 대답을 해줬던 나는, 문득 떠오른 것을 말해봤다. 「혹시 내가 너 이외의 녀석하고 섹스를 했다면, 너는 나를 어떻게 했을까」 리액션이 없어서, 페이지에서 눈을 들어 시이타를 바라봤다. 「응? 캣크라운이 바람을 피웠을 경우에는, 능지처참에다 육시를 한다든지 하는 그런 꼴이 되는 거야?」 시이타는 석상처럼 침묵한 채 대답하지 않아서, 나는 질문에 대해 흥미를 잃고 책으로 눈을 돌렸다. 「응, 알았어, 알았어. 어느 쪽이든 나한테는, 바람을 피운 보람은 없을 테니까 말입죠」 그렇게 혼잣말을 하면서 다음 페이지를 넘기려고 했던 귀에, 미유~하는 느낌이 드는 이상한 목소리가 들려서 얼굴을 들었다. 시이타가 당치도 않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코에서는 주르륵~하고 콧물이 마구 흘러내리고, ㅅ자로 반쯤 벌어진 입에서는 침이 줄줄이고, 덤으로 눈에서는 뚝뚝 눈물을 흘리고 있다. 그 눈물은 뺨에서 턱을 따라, 힘없이 아래로 쳐진 수염의 끝으로 쭈욱 흘러가서는, 똑 하고 바닥으로 떨어지는 것이다. 나는 한동안 멍하니 사로잡혀서, 그 진귀하고도 만화 같은, 고양이가 우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서 치밀어 올라온 웃음을 얼버무리기 위해서, 싱긋 웃는 얼굴을 만들고는 말해줬다. 「어이, 어떻게 된 거야, 에? 고양이가 콧물을 질질 흘리면서 울다니, 전대미문이라구」 「히끅」 하는 건, 시이타가 흐느껴 우는 소리다. 「히끅, 히끅」 하고 커다란 검은 고양이는 커다랗게 뜬 눈으로 날 바라본 채 전신을 떨며 흐느끼기 시작했고, 그 모습은 자신의 울고 있는 얼굴을 한심해하며 가린다는 것도 알지 못하는 자그마한 아이와 똑같다. 역시 좀 불쌍해보여서, 「네네, 왜 그러지?」 라며 여기저기 축축하니 젖은 얼굴을 가슴에 끌어안아줬다. 「너, 일단은 어른 고양이잖아? 나이깨나 먹은 수컷이 그런 식으로 맥을 놓고 우는 게 어딨냐」 그러고 있는데 아츠오상의 목소리가 아연실색하고 있다는 느낌으로 말하는 것이 들렸다. 「아냐……있을 수 없어. 우리들은 고양이모습으로 있을 때에는 눈물 따위 흘릴 수 없어. 이건……어쩌면 정신적인 쇼크가 시이타의 신체기능을 혼란시키고 있는 걸 거야」 「쇼크라면, 내 쪽도 받고 있는데요」 라는 말은, 그만 입에서 흘러나와버린 실언이었다. 하지만, 일단 그렇게 말을 꺼내버렸으니 고집으로라도 잠자고 있겠다고 마음먹었던 것이 무너져버린 걸까. 아니면 잠자코 있다면 백년이 가든 천년이 가든 내 심정 따위는 신경도 쓰지 않을 고양이님들에게, 일말의 보복을 해주겠다는 식으로 마음이 변했다는 걸까. 그렇기 때문에, 말했던 것이다. 「나를 좋아한다느니 평생의 짝이니 하고, 내가 아는 여자애하고 조금 얘기를 한 것만으로도 눈을 부라리는 녀석이, 자기는 아무렇지도 않게 다른 남자하고 해대니까 말이지요. 그것도, 내가 보고 있는 앞에서!」 히끅, 히끅, 해대면서, 시이타가 느릿느릿 내 팔 안에서 달아나려고 했다. 귀를 내리깔고 있는 것은, 내게 얻어맞는 것은 아닐까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나는 시이타가 도망가게 내버려두고, 대신에 말로써 패줬다. 「인간끼리였다면, 한방에 이혼감이지요」 포복후진으로 탈주 중이었던 시이타는 움찔 하고 오그라들고, 그대로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나는 고소문을 계속 읽어갔다. 「당신들의 사고회로는 나와는 전혀 틀려서, 그런 우리 인간들의 윤리관이 통용되지 않는다는 것에 화를 내도 소용이 없다는 건 알고 있지만, 그렇게까지 하고 싶은 멋대로 해대는 짓을 당하면, 나라도 화가 나지 않겠습니까」 아츠오상이 변호하려고 끼어들려고 했지만, 무시하고 말을 계속했다. 「그야 확실히, 나는 변신한다는 특수능력은 가지고 있지 않은 그저 인간이고, 덤으로 그저 평범한 인간으로 태어나서 잘났다고는 말할 수 없지요. 특별히 머리가 좋은 것도 아니고 뭔가 특기가 있는 것도 아니고, 머리도 체형도 보기 역겨울 정도로 못난 건 아니라는 정도인, 뭐 그럭저럭인 수준이지요. 그에 비해서 당신들은 하느님의 특주품처럼 특별한 존재에, 게다가 어디를 봐도 우수하게 태어났어. 그런 당신들 쪽에서 본다면, 나 같은 거야 정말로 재미없는 녀석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나 스스로 봐도 그러니까 말이에요」 말하고 있는 도중에, 일단은 잦아들어서 어찌되든 상관없다고 여겼던 분개가 다시금 이글이글 타오르는 것을 느꼈다. 자연히 어조도 매서워졌지만, 이 참이니, 말하도록 하지. 「그러니까, 마음이 내키면 가지고 놀고 질리면 버리는 장난감취급을 받든, 프라이드 따위를 가진다는 건 허락되지 않는 하인취급을 당하든, 어쩔 수 없다고는 생각합니다. 뭘 어떻게 비교해도, 랭크는 당신들 쪽이 놓으니까 말이에요. 열등한 자는 뛰어난 자를 따르는 수밖에 없어. 그건 저도 납득하고 있어요. 하지만, 내게도 프라이드가 없는 건 아니고, 솔직히 당신들의 우월성을 인정할 수 있게 되기까지는 약 2주일 정도가 걸렸어요. 인정하든 인정하지 않든 사실은 사실이고, 당신들 고양이님들과 나의 지배종속관계가 변하는 것도 아니라는 걸 깨닫고서 쓸데없는 저항은 그만두려고 한 거니까, 저로서는 나름대로 본의가 아닌 면은 있지요. 하지만 적어도, 충실한 부하인 척을 하고 자학에 잠겨보기는 하는 거예요. 자아, 이게 당신들이 알고 싶었던 내 본심이라는 거예요. 호기심은 만족됐겠죠!」 한동안 침묵이 내려왔지만, 나는 이미 말하고 싶은 건 다 말했기에 그대로 입을 다물고 있었다. 「그러면」 하고 입을 열었던 것은, 아츠오상이었다. 「이쪽의 변명을 들어주지 않겠나」 「이미, 아까 들었어요」 나는 대답했다. 「일부러 둘이서 시시덕대는 걸 보여서, 나한테 질투를 불태우게 하려고 했던 거죠?」 「뭐어……그렇지」 라고 아츠오상은 수긍했다. 나는 가능한 최대로 차가운 어조를 만들어서 말해줬다. 「공교롭게도 말이지요, 지금 현재의 제 유일한 소망은, 시로우의 발정기가 얼른 끝나주는 겁니다. 내 대신에 시로우의 그쪽 방면 욕구를 발산시켜주시는 건, 대환영이에요. 그러니까, 부~디 염려마시고 하세요. 어서요, 어서, 부우~디, 하고 싶은 만큼 실컷 빼고 섹스든 뭐든 해주세요. 미천한 제가 뵈옵기로는 두 분께서 아주 잘 어울리시고, 상성도 좋으셨지 않았습니까? 저보다도 훨씬」 「과연」 아츠오상이 얼굴을 찡그리며 안경을 밀어올리고서, 옆에 앉은 젬을 바라봤다. 「아무래도, 키워드를 토해내준 것 같군」 「그런 거 같아」 라고 젬이 고상한 척 입술 끝을 들어올렸다. 「시이타, 알았어」 아츠오상이 주저앉아있는 울보 고양이에게 말을 걸었다. 「괜찮아, 미츠오는 시로우를 좋아해」 「무――」 제멋대로인 결론을 내지 말아줘 라고 노성을 지르려고 했지만, 「질투와 콤플렉스가 결합해서 삐진 것뿐이야」 라고, 정통으로 정곡을 찔려서, 으윽 하는 꼴이 되어버렸다. 온도계의 수은주가 올라가는 것처럼, 얼굴로 피가 쏠려서 새빨개져가는 것을 느꼈다. 참을 수 없는 기분에 고개를 숙이고, 빨리 이 자리를 달아날 방법을 생각하자고 초조해했던 나는, 젬이 슬금슬금 몰래 다가온 것을 깨닫지 못했다. 갑자기 꽉 하고 끌어 안겨서 「히엑」하고 경직했다. 「미츠오가 말한 대로, 우리들과 너희들은 아예 전혀 라고 말해도 좋을 정도로, 감각도 가치기준도 틀려」 내 귀에 입을 밀어붙이려고 하며, 젬이 달콤한 어조로 말했다. 「그 탓에, 네가 가지고 있는 콤플렉스는 실은 무효인 거지만, 어째서 그런 건지 들어볼 마음은 있어?」 「……들을 생각 없어도 들려줄 생각인 거죠?! 하세요 부디, 좋으실 만큼 입을 놀려대시면 되잖습니까」 「후후……네가 삐지는 방식은 절품이야」 「아무래도 상관없지만, 귀에 입을 눌러대고 말하는 건 그만두세요」 「느껴버리는 거야?」 「간지러운 거에요!」 「후후, 거짓말하는 면도 귀여워」 라는 소리를 하면서 가슴을 스슥스슥 만지려고 해 와서, 손을 세게 때려줬다. 「나는 시로우하고 달라서, 기분 좋기만 하면 누구하고든 한다는 타입이 아니야!」 「아――그건 오해이지만, 그 얘기는 나중으로 미루지. 자네 일부터 얘기하도록 하자구」 「우후, 과연. 너는 여자애들과는 달라서, 온몸을 아끼지 않고 고집을 부려대는구나」 「그러니까 뭐냐고요!」 「자아자아. 얘기를 돌리겠는데 말이지」 아~그러세요~어서요~부디, 멋대로 말에요. 「자네의 콤플렉스는, 자네가 인간을 보는 식으로 자신을 보고 있기 때문이야」 「그야, 저는 인간이니까요」 비아냥을 담아서 되받아친 내게 상관하지 않고, 젬은 얘기를 진행시켰다. 「인간을 보는 식으로 라고 하는 건 말이지, 대상에 대한 인식방법이 시각에 의존하고 있다는 얘기야. 즉 눈에 보이는 것만으로 판단한다는 얘기지」 나는 조금 흥미가 끌렸다. 그게 왜, 나는 본 것을 그림으로서 표현한다는 취미를 가지고 있으니까 말이야. 「인간이라는 건, 오감(五感) 중에서도 특히 시각을 발달시켜온 종족이니까」 응, 알아. 『시각, 청각, 미각, 후각, 촉각』의 오감 중에서 인간이 가장 많이 의지하고 있는 것은 시각이라는 건. 「그리고, 그런 특기분야를 중심으로 해서 판단한 데이터를 받아들이는 것은, 어느 종족에게든 공통되는 일이야」 그래, 예를 들면 개 같은 경우는, 시각에 대해서는 근시안에 색맹이라고 하지만 대신에 청각과 후각이 발달되어 있다. 후각 같은 건 인간의 1만 배나 예민하다고 하고, 그러니까 경찰견으로서 인간에게는 불가능한 여러 가지 공헌을 하고 있기도 하다. 「우리들 일족은, 기본적인 신체능력 면에서는 너희들이 말하는 『보통 고양이』하고 거의 같아. 개하고 달리 근시안도 색맹도 아니지만, 인간보다는 훨씬 청각도 후각도 발달해있고, 대상을 인식하는 데는 『시각, 청각, 후각』이 삼위일체가 되어서 3차원적인 판단을 행하지. 뭐어, 말하자면 인간과 개의 특기분야를 모두 겸비한, 굉장히 우수한 감각능력을 구사하는 생활을 하고 있다는 것이지, 우리들은」 「아아, 이해했습니다」 라고 나는 끄덕였다. 「시로우가, 여자를 싫어하는 것은 『냄새』때문이라고 하거든요. 확실히 모두들, 나도 욱 하고 생각할 때도 있을 정도로 화장품이랑 향수 냄새를 풍풍 풍기니까, 민감한 코에는 괴로운 거겠죠」 「뭐어, 그건 또 조금 별개의 문제하고도 연결이 되지만 말이야」 뭔가 수수께끼 같은 소리를 하고, 젬은 얘기를 되돌렸다. 「그런 3차원적 시점을 가진 우리들에게 있어서는, 미츠오가 신경 쓰고 있는 『외견』이라는 건 미츠오를 판단하는 데이터로서는 전체의 3분의 1밖에 점유하고 있지 않다, 라는 건 이해할 수 있겠어?」 「아―……합리화하려는 변명으로서는」 「오케이. 그럼, 여기서 한 가지 Question. 목소리는, 인격을 드러낸다고 생각하는가, 생각하지 않는가. answer, please?」 「아아―……목소리에도 좋고 나쁜 건 있고, 어조에서 정보를 얻는다는 면은 있지만. 말로는 할 수 없는 것도 어조로 파악하거나 하기는……하고 있지요」 「그래, 둔감한 너희들도, 말이야. 그럼, 좀더 예민한 귀에 닿는다면, 어떻다고 생각해?」 「……글쎄요」 「실은 기분이 좋지 않은데, 좋은 식으로 꾸미려고 하고 있다든지, 마음하고는 반대되는 소리를 하고 있다든지, 여러 가지를 파악할 수 있게 되는 것이지. 본인은 되로 보내온 말을 말로 받아쳐줄 작정이었겠지만, 지금의 한마디가 실은 본심에서 나온 진심이다, 라든지 하는 거 말이야」 「윽……」 무의식적으로 소파의 아츠오상에게 눈길을 주었다. 어느새 아츠오상은 알파의 모습이 되어서, 벗은 옷 위에서 쭈욱 몸을 펴고서 배를 바닥에 대고는 낮잠을 자고 있었다. 「어떻게 알아들을 수 있는 거냐, 라는 소리는 묻지 마. 내 러버들도 모두 한번은 그 질문을 해왔었지만, 나로서는 그냥 『알 수 있으니까, 아는 거야』라고 밖에는 대답할 게 없어. 그리고 말이지, 그런 우리들의 귀에 미츠오의 목소리는 정직하고 올곧게 마음을 전해 와서, 알아듣기 쉽고 기분 좋다, 라는 것이 미츠오의 아름다운 점 중의 하나야」 젬은 칭찬할 작정이었던 것 같지만, 「뭘 생각하는 건지 알기 쉽다는 건, 확실히 편리하다고 생각해요」 라는 얘기인 거다. 젬은 그 말에는 대답하지 않고, 마이페이스로 얘기를 계속했다. 「하지만 그것도, 아름다운 점 그 두 번째에 비한다면 아주 미미한 매력이라는 것이지. 우리들에게 있어서의 네 최대의 미점(美點)은」 「냄새, 입니까?」 라고 가로막아줬다. 「개다래나무처럼 매력적이라는 소리를 들어도, 나로서는 그다지 말이죠」 「그 점이야, 미츠오!」 라니, 당신 셜록 홈즈야? 지금 건 분명히, 그 명탐정이 순간적인 재치가 부족한 조수 와트슨을 향해서 하는 소리를 패러디 한거지?! 「그래, 네 최대의 미점은, 네 몸이 풍기는, 이 뭐라 할 수 없는 방향(芳香)에 있어」 젬은 그것을, 연기가 오버된 무대배우처럼, 멍~……이라는 소리를 자기 입으로 말하고, 원래 설명어조로 돌아가 말을 이었다. 「하하하, 못 믿는구나. 나로서도 설명은 불가능이야. 장님인 상대에게 색채가 주어주는 감동을 전할 수 있는 것이 불가능한 것과 마찬가지로, 알 수 있는 자라면 알 수 있을 거라고 그냥 그대로 받아들이고 믿어주는 것 외에는 도리가 없어. 그리고 네가 믿든 믿지 않든, 네가 뿜은 방향은 저 마를린 먼로가 인간의 남자들에게 흩뿌린 매혹과 겨룬대도 지지 않는 섹스어필로서, 우리들을 움직이게 하지. 그 압도적인 매력에는, 이렇게도 저렇게도 도저히 저항할 마음이 들지 않을 정도로 강해」 또~오, 또……라고 나는 생각했지만, 그때까지 마구 뿌려진 찬사가 기분 좋지 않을 턱은 없다. 9할의 9분은 (분위기 좋게 얼버무리는 말이야) 라고 생각했어도, 휩쓸려버릴까나~하는 기분이 들 정도로, 그 말은 내 마음을 간질여댔다. 하지만 젬은, 어떻게 봐도 진지하게 말하고 있다고 밖에는 생각되지 않는 얼굴로 다시 한번 추격을 가해왔던 것이다. 「시이타는, 현존하는 일족의 누구보다도 순혈종에 가까운 DNA를 가지고 태어난, 일족에게 있어서는 이를 데 없이 귀중한 희망의 별이고, 우리들은 시이타에게 쇠퇴의 길을 걷고 있는 일족의 구세주가 되어줄 거라는 기대를 가지고 있었어. 즉, 기적적으로 짙은 피를 이어받은 수컷으로서, 많은 아이를 만드는데 기여해주게 할 예정이었지. 하지만 시이타는 번식에는 관여할 수 없는 동성인 너를 반려로 선택했지만, 우리들로서도 그 곤혹스러운 선택을 각하시킬 수는 없었어. 그거야, 어쨌든 너는, 이런 식으로……」 말하면서, 젬은 내 목덜미 근처를 킁킁 냄새를 맡고는, 「응~……델리셔스……」 라고 중얼거리고, 「이 나조차도 이성이 날아가 버릴 뻔 할 정도로, 너무나도 좋은 냄새니까 말이야」 라고 말을 맺었다. 나는 그 말의 내용과 어조에 움찔해서는, 몸의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서 젬에게서 떨어지려고 했지만, 몸을 움직이려던 순간에 「후후후~」하고 젬이 덮쳐왔고, 아등바등 댄 결과, 엎드려진 채 바닥에 내리눌려지고 말았다. (젠장, 또냐!) 라고 어금니를 악물면서, 나는 소리를 질렀다. 「시로우! 우물쭈물하지 말고 도와줘! 자고 있는 거면 일어나――!」 내게 엉덩이를 돌리고 주저앉아있던 시이타는, 움찔 하고 머리를 들고……이 빌어먹을 고양이~, 정말로 자고 있었던 거냐아?! 울다 지쳐 잠든 거라도 화난다구! …… 상황을 파악하고서, 허둥지둥 우리들이 있는 곳으로 날아왔다. 「덤벼들어, 시이타!」 라고 나는 소리쳤다. 「나를 좋아한다면 날 지켜보란 말이야!」 시이타는 「샤악!」하고 포효하고, 젬의 등에 달려들었다. 드디어 인간 대 거대 고양이의 싸움이 시작됐다. 하지만 아무래도 양쪽 다 진심이 아니라서, 한동안 서로 달라붙었다가는 금방 그만둬버렸다. 시이타가 내 쪽으로 다가와 털썩 드러눕고, 젬도 다가와서 나를 사이에 두고 반대쪽에 드러누웠다. 「에에또, 아까 얘기는 이해한 거지?」 젬이 나를 향해서, 이해력이 불안한 학생에게 복습을 요구하는 듯한 어조로 말해왔다. 「하아, 뭐어」 라고 대답했다. 「그렇구나아, 너한테는 우리들 같은 후각은 없으니까, 납득하기 힘들지도 모르지만」 젬은 진지한 얼굴로 말하고, 말을 이었다. 「딱 까놓고 노골적으로 말하자면, 우리들에게 있어서는, 그 두 가지는 『겉보기』이상으로 중요한 포인트이고, 양쪽 다 스페셜급인 너는, 반하는 데에 필요하고도 충분한 조건을 만족시키고 있는 건데 말이야」 그리고서 덧붙였다. 「시이타가 울 정도로 대 쇼크를 먹었던 건, 네 콤플렉스를 이해할 수 없어서, 토라진 너의 처사를 진짜 실연이라고 생각해버렸기 때문이야. 우리들에게 있어서는 너무나도 자명한 매력 포인트를, 너 자신은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이쪽도 조금은 눈치를 채지 못하고 있었던 거고」 「이제 됐어요」 라고 나는 귀를 새끼손가락으로 후벼 팠다. 「슬슬 귀가 간지러워」 「응, 마음이 풀린 거라면 됐어」 「네네, 나는 추켜세우는 데는 약하니까요」 「그런데 시이타하고 알파의 건에 관해서인데 말이지」 젬이 그 얘기를 꺼냈다. 나는 (이제 자꾸 문제 삼지 말아줬으면 하는데) 라고 생각했지만. 「실은 조속히 너희들의 사이를 확실한 것으로 해둘 필요가 있었기 때문에, 그런 강경수단을 취했던 거야」 「왜?」 이건 들어두는 쪽이 좋을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설명을 요구한 내게, 시이타가 말했다. 「일족 중의 몇 명인가가, 미츠오를 가로채려고 노리고 있어」 「네가 시이타의 캣크라운이라는 것을 아주 잘 알면서 말이지」 그렇게 젬이 덧붙였다. 「녀석들은, 너와 시이타가 아직 서로 죽고 못 사는 상태가 아니라는 것을 기회 삼아서, 시이타에게서 너를 빼앗아 자기 것으로 하려고 생각하고 있어」 그리고 등골이 싸늘해지는 듯한 말을 덧붙였다. 「지금이라면 충분히, 다시 조교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몸도, 마음도 말이지」 「조, 조교라니……농담이 지나쳐요! 그런 거」 「응. 농담이 아니니까 곤란해져버린 거지」 「그러니까 빨리, 시로우를 좋아하게 되어줘」 「응, 네가 몸도 마음도 시이타의 것이라고 확정하면, 녀석들도 손을 내미는 건 포기할 거야」 그렇게……말을 해도……말이지이~~~~~~~……. 우선 시로우하고는 화해를 했지만, 다른 일족들이 굴복하고 포기해줄 정도로 파이어하는 불꽃같은 커플이 되라는 어드바이스에 대해서는, 어떤 대답도 할 수 없는 나였다. -- 계속 --> [고양이 3] 왕 같은 고양이의 음모와 순애 (5) 왕 같은 고양이의 음모와 순애 (5) Written by 아키즈키 코오 그리고 월요일. 첫 번째 수업은, 예의 컴퍼를 했던 사람들과 얼굴이 마주치는 경제개론이었다. 수업이 있는 대강의실로 들어간 순간, 컴퍼에 왔었던 여자애들이 차례차례 말을 걸어왔지만, 시로우는 제대로 대답도 하지 않았고, 결국 내가 하나하나 거들게 되는 꼴이 되었다. 「저기이, 『좋은 아침』이라고 들으면 『좋은 아침』이라고 대답정도는 하라구」 라고 재삼 말해줘도, 시로우는 모른다는 얼굴로 듣지를 않는다. 하지만 여자애들에게는 철저하게 쌀쌀맞은데, 나한테는 하나하나 너무나 간섭을 해온다. 아무래도 시로우는, 일단 화해는 했지만 아직 내 마음속에 응어리가 남아있다는 것을 느끼고서, 끊임없이 내 비위를 맞출 작정인 거지만. 엇차, 또 한사람, 질리지도 않는 어태커가 다가왔다구. 「좋은 아침, 시로우군」 어이, 시로우, 그렇게 딱 보이게 고개 돌리는 거 아니야. 「아, 좋은 아침. 에에또……아키타(秋田)상이었지」 열심히 애교를 떨어본 나는 무시하고, 아키타상은 빵실빵실 웃으며 시로우에게 말을 걸었다. 「금요일, 도중에 돌아가 버렸죠오~. 굉장히 실망했었단 말이에요오~」 그러고 보니, 이 애, 시로우한테 원샷을 밀어붙였던 그 여자구나. 「어째서 돌아갔던 거에요~?」 어이, 시로우, 코롱냄새가 역겹다고 해서 코를 집거나 하지는 마. 「아, 그게 말야, 나베시마가 얼굴로는 티가 안 나지만, 정말로 술이 약해서」 「시로우는 약하지 않아」 윽, 쓸데없는 소리만 말하지 마. 「하, 하지만, 그 뒤에도 꽤나 불타올랐었던 거지? 가라오케에 갔다든지」 시로우가 휙 하고 뒤돌아봤다. 「가라오케라고 하는 건 뭐지?」 아키타상은 시로우가 흥미를 보인 것에, 갑자기 날뛰는 모드로 들어갔다. 「거짓말, 시로우군, 가라오케에 가본 적 없는 거야~?!」 「없어」 「그럼 가자, 가자아~! 응? 저녁때, 비어있어?」 「아아」 「아, 아니, 예정이 있어. 그렇지, 나베시마?」 내가 방해를 하듯이 끼어들었던 것은, 시로우의 귀로 가라오케의 대음향은 견딜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시로우는, 「미츠오하고 예정이 있어」 라고 대답해서, 가라오케에 대한 호기심을 만족시키기보다도 내 말에 따르는 쪽을 선택해주었지만 (거시기 왜, 비위를 맞추려고 말이야), 그녀에게는 당연히 그렇게는 들리지 않았던 거다. 「잠깐 호시카와군, 어째서 거기서 방해하는 거야?」 라고 나를 노려봐왔던 것이다. 「아니, 방해가 아니라. 나베시마는 귀가 너무 약해서, 가라오케는」 변명을 하려고 하는 참에, 아키타상의 『새치기』를 눈치 챈 여자애들이 난입해왔다. 「에, 뭐야~뭐야?」 「가라오케 가는 거야?」 「나도 갈래~!」 「잠깐, 무슨 얘기야 무슨 얘기?!」 「가라오케래! 오늘!」 「꺄~악, 시로우군이 가는 거라면, 따라가겠어요~오!」 「아니, 나베시마군은 가지 않으니까」 라고 끼어들어버리고 나서 (앗차, 시로우가 말하게 해야 했어) 라고 생각했지만, 후회는 일이 벌어지기 전에 할 수 있는 게 아니지. 여자애들의 냉랭한 시선의 집중포화는, 누군가가 시발을 끊기만 하면 당장 나한테로 입을 모아 한꺼번에 닦달을 한다는 행동으로 이행할 기색만만이라서, 무서워~! 그때, 시로우가 불쑥 중얼거렸다. 「냄새나」 「에?」 라고 가까이에 있던 애가, 중얼거린 소리에 반응했다. 말하지 않았으면 좋았을 걸, 시로우는 대답했다. 「숨이 막혀」 분명, 우리들을 둘러싼 몇 명의 여자애들은 각자 코롱을 풍풍 풍기고 있으니까, 시로우의 주장은 당연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것을 그녀들에게 전하는 데는, 적당한 말투라는 게 있다. 그래서 나는, 시로우가 또 「냄새나」라든지 하는 말을 해버리기 전에! 라는 생각에 서둘러 설명에 들어갔다. 「미안, 에에또 말이지, 나베시마는 향수 냄새 같은 걸 좀 안 좋아해. 저기, 화장품 냄새를 전반적으로 말이야」 그리고 그만, 「나베시마가 무뚝뚝한 것도 그 탓이니까, 화장 같은 건 지우고 와주면, 나베시마도 보통으로」 라고까지 말했던 어드바이스는, 나로서는 그녀들을 위해서라고 생각한 친절한 마음에서 나온 것이었지만. 「뭐야 그게, 너무해~애!」 라는 아키타상의 쇠 긁는 소리에 가로막혔다. 게다가 다른 여자애들도, 「믿을 수가 없어~! 당신, 뭐 하는 사람이야?!」 「학교에 맨얼굴로 나오라는 거야~?!」 「너무해~애! 어쩌면 그런 말을~?!」 「비상식적이야, 비상식적인데도 정도가 있어!」 「세크하라야!」 혹시 그때 강의시간에 늦은 교수님이 들어오지 않았더라면, 나는 그대로 체육관 뒤라든지 어딘가로 질질 끌려 나가서 격앙한 그녀들의 기분이 풀릴 때까지 마구 닦달을 당하게 되었겠지. 여자애들이 각자의 자리로 물러나는 것을 기다려, 나는 시로우에게 속삭였다. 「수업이 끝나면, 속공으로 탈출하는 거야」 시로우는 한동안 복잡한 표정으로 생각했지만, 「미츠오는 시로우가 지킬 거야」 라는 대답을 해 와서, 「어떤 식으로!」 라고 소곤소곤 되받아쳤다. 「여자애가 상대라면 힘을 쓸 수도 없고, 그렇다고 해서 말로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해?!」 「저 여자들은, 시로우의 연인의 자리를 노리고 있어. 하지만 시로우는, 미츠오 이외의 연인 따위는 원하지 않아. 그러니까, 포기하고 주위를 어슬렁대는 건 그만두라고 할 거야」 「말도 안돼! 그러면 학교 안에 호모라고 소문이 퍼질 거란 말이야」 반박하려고 하는 참에, 마이크를 통한 교수의 목소리가, 《거기, 사담은 그만두도록》 하고 주의를 주었다. 허둥지둥 교단을 향해서 (죄송합니다)라고 고개를 숙여두고서, 「이 다음은 나중에」 라고 시로우에게 말했다. 그리고 수업이 끝나자마자 교실을 도망쳐 나온 우리들은, 어떻게 이 뒤처리를 해야 할지 상담을 할 수 있는 장소를 찾아서 우선 사진부의 부실로 향했다. 「호시카와군, 기다려!」 하고 뒤쪽에서 불러온 목소리에, 움찔해서는 뒤돌아봤다. 「아, 뭐야, 사토우 토모코상」 「일이 엄청나게 됐네, 아까는」 말하면서 사토우상은, 내 옆에 나란히 와서 나는 시로우와 사토우상에게 끼여서 걷는 꼴이 되었다. 「두 번째 수업도 마찬가지겠지」 「아―우리들은 자주휴강」 「그렇구나, 그 애들도 참. 응, 오늘은 그만 도망치는 쪽이 나을 거라고 봐」 그리고 사토우상은 소곤소곤 가르쳐주었다. 「금요일 컴퍼, 둘이서 먼저 돌아가 버렸죠? 그걸로 이미 상당히 빈축을 샀었다고요, 당신」 「응, 그런 거 같아」 「그 애들이 하는 말을 듣자니, 『참견쟁이 호시카와군이 나서서 가드를 펴는 탓에, 나베시마군에게 다가갈 수가 없어』라고」 「우……」 확실히 그것은 일단 사실이지만. 「꽤 원한을 받고 있어, 호시카와군」 이라는 소리를 듣고 조금이 아니라 꽤 쇼크였다. 「나로서는, 나베시마군이 무뚝뚝한 만큼 도와줄 작정이었던 건데」 「뭐어, 신경 쓸 일은 아니야. 그 중에 나베시마군이 의식하고 있는 듯한 아이는 없는 거죠?」 「아―, 어때?」 라고 시로우에게 얘기를 돌렸던 것은, 내가 「없어」라고 대답해버리면, 또 모가 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미츠오는 분명 알 수 있을 텐데」 라고 시로우는 뚱한 표정을 지었다. 「네네, 알지만. 사토우상한테까지, 내가 멋대로 너를 대변해대고 있다고 오해받고 싶지 않으니까야」 「아아, 그런 건가」 라고 시로우는 납득하고, 사토우상을 향해서 말했다. 「저 여자들은 시끄러워서 싫어. 하지만, 그런 건 말해서는 안 되는 거라고 미츠오가 말하니까, 참고 잠자코 있는 거야」 사토우상은 일순 너무나 기쁜 듯한 표정을 지었지만, 곧 점잔을 뺀 표정으로 돌아가 말했다. 「그렇구나, 그 애들은 정말로 장난이 아니라는 느낌이야. 뭐든 곧장 꺄꺄~거려서, 나도 시끄럽다고 생각해. 나베시마군도 곤혹스럽겠네」 「아아, 곤란해」 「그렇다면, 내가 슬며시 말해볼까?」 라는 사토우상의 제안에, 「엣? 괜찮아?!」 라며 그녀를 봤더니, 사토우상은 내 너머로 시로우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그런가, 그런 거로구나. 사토우상도 목적은 시로우인 거로군. 하지만 「장수를 쏘려면 우선 말을 쏴라」라는 작전으로, 시로우에게 어택을 걸기 전에 시로우와 사이가 좋은 나하고 친구가 되어둔다는 원스텝을 밟고 있다는 것이다. 하는 김에 여자친구가 있는지 없는지 하는 정보수집도 한 거고 말이야. 응, 다른 여자애들보다 머리는 좋구나. 그런 걸 생각하면서, 나는 대답을 하라고 시로우의 옆구리를 쿡쿡 찔러줬다. 시로우는 내 재촉을 무시했다. 아~정말이지―, 이러니까 내가 참견을 하지 않으면 안 되게 되어서, 결국 나한테 미움 받는 역할이 돌아오게 되는 거잖아. 「그래주면야 나는 고맙지만, 이번에는 사토우상이 미움 받는 거 아니야?」 「어머, 할 말은 해야지」 시원스레 사토우상은 말했다. 「내 입에서 『나베시마군이 곤혹스러워하고 있어』라고 말한다면, 그야 꽤 큰 일이 되겠지만 말이야. 예를 들어서 호시카와군에게서 들어낸 걸로 치고서, 『나베시마군이 좋아하는 타입은, 얌전하고 수수한 타입의 애래』라고 가르쳐주면, 어때? 적어도 나베시마군을 둘러싸고 꺄아꺄아 대는 소동이라는 건, 없어질 것 같지 않아?」 「과연, 좋은 작전이야」 시로우가 찬성했다. 그런가~, 이 두 사람은 음모가 동지라는 동료인 거로구나. 얘기가 통할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사토우는 어디로 가는 거지?」 시로우가 물었던 것은, 우리들은 별동의 클럽하우스로 갈 작정으로 걷고 있고, 마침 교사를 나온 참이었기 때문이다. 「아라, 이름 기억해줬네」 사토우상이, 무척이나 기쁜 것을 감추고 여유가 담긴 놀리는 투로 대답했다. 「그럴 작정으로, 일부러 미츠오에게 말을 걸었던 거잖아?」 갑자기 시로우에게 정곡을 찔려서, 사토우상은 순식간에 턱 하고 표정을 굳혔다. 하지만, 역시 음모가라고 할까, 곧장 재기해서는, 「어머, 들켰어?」 라고 섹시하게 보이고 싶은 듯한 동작으로 머리카락을 쓸어 올렸다. 「하지만 좋아, 작전은 성공했어. 이름은 기억해주게 되었고, 이렇게 얘기라도 할 수 있게 되었고 말이야」 「그래서? 목적은 뭐야」 시로우의 용서 없는 지적을, 사토우상은 웃는 얼굴로, 「친구가 되고 싶은 거야」 라고 받아넘겼다. 「후후」 라고 시로우는 아츠오상에게서 전수받은 것 같은 식으로 웃고서, 말했다. 「남자와 여자로서의 관계에는 흥미가 없다고 한다면, 거절할 이유는 없는 것 같군」 사토우상이 웃으려고 입가를 일그러트리면서 되물었다. 「그건, 몇 년을 사귀어도 친구로서밖에 생각할 수 없다, 라고 못을 박는 거야?」 「사토우 토모코는 머리가 좋아」 진지하기 짝이 없게 대답한 시로우에게, 사토우는 일순 가지고 있는 모든 원한과 증오와 후회를 믹스한 듯한, 뭐라고도 설명할 수 없는 시선을 던지고서, 「그거라도 좋아」 라고 대답했다. 하지만 곧장, 「아니, 잠깐 생각하게 해줘」 라고 다시 말했던 것은, 그 짧은 시간동안에 득실을 계산하는 이성을 움직이게 했던 것이겠지. 「시로우는 그다지 상관없어. 생각하고 싶은 만큼 생각해도 돼」 인기절정의 고양이 남자는, 보통 여자였다면 분~명히 히스테리를 일으킬만한 어조로 그 말을 했지만, 사토우상은 꾸욱 감정을 억누르고서, 「고마워」 라고 웃었다. 우욱, 이 사람은 버겁다구~……. 우리들은 이미 클럽하우스의 앞까지 와있었고, 시로우는 이제 얘기는 끝났다는 태도로 서둘러 건물 안으로 들어가서, 나는 (그녀는 어떻게 할까나) 라고 생각하면서 시로우를 따라갔다. 사토우상은 쫓아오지 않았고, 나는 안심하면서 시로우를 불러놓고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네가 분명하게 여자를 차낸 걸 본 건 처음이지만, 용서가 없다는 느낌이구나」 「그런가?」 「응」 「시로우는 예스, 노를 명확하게 했을 뿐이야」 「하하……뭐어, 꽤나 버거울 것 같은 사람이고 말이야. 사귈 마음이 없다면, 저 정도로 분명하게 말해주는 쪽이 상대편도 포기하기 쉽겠지」 그건 그렇고, 그 상태로 한다면야, 시로우의 주위에서 여자애들이 사라지는 날도 멀지는 않은 것 같다. 지금은 아직 모두 주위를 둘러싸고 꺄~꺄~해대고 있을 뿐이니까, 시로우도 그렇게까지 딱 부러지게는 말하지 않고 있지만. 그런 의미라면, 사토우상은 과감한 어태커의 옥쇄 제 1호가 되는 거구나. 「꽤나 마음이 맞을 거 같아 보였는데」 라고 말했더니 울컥한 어조로, 「미츠오의 타입이었어?」 라고 물어보길래, 「아니야, 너하고 말이야」 라고 대답했다. 「시로우하고 사토우 토모코가 말이야?」 「음모가 동지라서, 얘기가 통할 것 같은 느낌이 들지 않았어?」 「질투했어?」 「아―……글쎄」 「조금은 한 거야?」 「글쎄……」 말을 얼버무리면서, 나는 정직하게 본심을 말한다면 시로우는 그 분위기에 올라타겠지……라고 생각하고서, 「본처가 공인하는 세컨드로서는, 조금 더 미인을 바란다, 랄까?」 라고 얼버무렸다. 「시로우는 세컨드는 필요 없어」 라는 대답이 돌아와서 나는 안심했고, 그렇게 생각한 자신에게 움찔했다. 이거, 혹시가 아니라 독점욕……. 하지만 말이야……시로우하고 연인으로서 이런 저런 걸 하는 건 곤란하지만, 그래도 이렇게나 멋진 남자가 근처의 변변치 않은 여자애하고 딱 달라붙게 된다거나 한다면, 뭔가 화가 날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말이지. ……응, 젬이랑 아츠오상의 연인들처럼, 겉보기도 속도 일등급이라는 느낌인 여자애가 아니면 시로우는 아까워서 줄 수가 없어. 그리고 나는, 이 마음은 아들의 신부를 고를 때 생각하는 모친의 마음이라고 분석했다. 그게 말이지, 그런 의미로 시로우의 상대를 음미하는 건 보호자로서의 내 권리 중에 들어가는 것이라고 생각하니까, 문득 마음이 편해졌거든. 뭐어 조금 변명 같은 기분은 들지만 말이야. 사진부 부실에는, 1주일 만에 얼굴을 보는 시마모토선배가 도롱이벌레가 되어서 자고 있었다. 즉 침낭에 들어가서 부실 구석에서 굴러다니고 있었던 것이다. 들여다봤더니 완전히 숙면을 취하고 있고, 한동안 일어날 예정은 없는 것 같다. 「아―아, 이 사람은 대체 학교에 뭐 하러 온 건지」 질려서 그렇게 말했더니, 「사진의 공부는 하고 있는 거 같아」 라고 시로우가 테이블 위를 가리켰다. 「아, 신작? 헤에, 이거 찍으려고 사라졌던 걸까」 「사진에는 두 종류가 있는데, 시마모토가 찍는 사진은 아버님의 것하고 똑같아」 「에, 그래? 아버지는 야생동물밖에 찍지 않고, 시마모토선배는 인물에 흥미가 있는 것 같은데, 찍는 방법이라든지 하는 게 닮은 거야?」 「냄새가 나」 라고 시로우는 말했다. 「아니, 물론, 그런 기분이 든다는 거지만」 「헤에……냄새 말이지」 테이블 위에 늘어져있는 필름 3개 분량 정도의 사진은, 반쯤이 샐러리맨이랑 OL의 통근풍경이라는 느낌의 숏이고, 나머지 반은 홈리스인 사람들이 피사체였다. 지하철인 듯한 장소에서의 골판지 상자 생활을 찍고 있다. 그 중에, 두 장의 사진이 눈길을 끌었다. 한 장은 흡연중인 중년 샐러리맨이 찍혀있는 것이고 다른 한 장은 홈리스인 아저씨가 씨익 웃고 있는 것. 확실히, 생활의 냄새 같은 것까지 찍혀있는 느낌이 든다. 「이렇게 보니, 의외로 재능이 있는 걸까나, 시마모토 선배는」 「의외로, 라고 하는 건 쓸데없다고, 이봐」 그렇게 대답한 것은 시마모토 선배. 나는 서둘러서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했다. 「몇 시야?」 「에에또, 11시 넘었습니다」 「응. 밥 먹으러 가자」 꾸물꾸물 침낭에서 기어 나온 선배는, 그야말로 냄새날 것 같은 차림이었다. 더러운 장발은 마구 엉클어졌고, 트레이너와 면바지라는 복장도 꾸질꾸질해서, 전자에는 샴푸가 후자에는 조속한 세탁이 필요할 것 같다. 「혹시 홈리스인 분들하고 같이 지내다 오신 겁니까?」 「오우」 간단하고 짧은 대답을 한 선배는, 기어 나온 침낭을 둘둘 말아서 정리하고, 후아~하고 커다랗게 기지개를 켜고는, 놓아둔 두툼한 비닐봉지를 주워들고서, 「가자」 라고 머리를 돌렸다. 즉 학생식당으로 따라와라 라는 건가? 뭐, 상관없지만. 시로우에게 눈빛으로 물어봤더니 (갈래)라고 끄덕여서, 둘이서 어울리기로 했다. 「이 시간이면 여유 있게 스페셜 정식을 먹을 수 있어」 「아아, 그 환상의 정식. 그러고 보니, 언제나 매진이라서, 아직 먹어본 적이 없습니다」 「A정식보다 싸고 반찬이 한 가지 더 많은 싸고 좋은 물건이니까 말이야. 아침부터 식권을 사두면 먹을 수 있지만, 수업 전에 일부러 학생식당까지 가는 것도 뭐하니까 말이지」 「조금 거리가 있으니까 귀찮지요」 학생식당은, 문에서부터 치면 교사의 옆을 가로 질러가서 뒤쪽으로 돌아간 곳인, 캠퍼스 가장 안쪽에 있다. 두 번째 수업중이라서 역시 한가한 학생식당 입구에서, 선배의 몫까지 식권을 사게 되었다. 그 선배의 방식이라는 것은, 툭 하고 내 어깨를 치고서, 「나, 스페셜 정식」 이라고 히죽 웃어보인다는 방법으로, 「빌려드리는 거예요」 라고 말해두기는 했지만, 아마 내가 한턱내게 되는 거겠지. 「이야~미안, 미안. 이 은혜를 어떻게 갚지」 「혹시 지갑은 텅텅 빈 거 아닙니까?」 「사진을 찍게 해주는 대신에, 술 같은 걸 사주지 않으면 안 되어서 말이야」 「아~아. 그거, 어디에 응모할 겁니까?」 「응, 이번에 『휴먼포토전』에는, 내볼까 하고」 셀프서비스 형식인 식당에서, 역시 가격에 비해서 볼륨감 듬뿍에 맛도 있었던 스페셜 정식을 마주 앉아 먹고 있는데, 선배가 이번에는, 「목욕탕 가자」 라는 얘기를 꺼냈다. 「우리들은 별로」 「가끔은 낮에 목욕하는 것도 기분이 좋다구우~」 「네네, 목욕비는 빌려드릴 테니까요」 「에이, 그렇게 쌀쌀맞은 소리는 하지 마. 어이, 시로우, 공중목욕탕 가본 적 있냐?」 「없어」 「그럼, 사회공부야. 자, 가자」 선배가 억지로 우리들을 질질 끌고 갔던 것은, 목욕과 함께 빨래도 끝내기 위해서였다. 학교 뒷문을 나가면 바로 있는 목욕탕으로 가서, 계산대에서의 지불은 물론 내가 끝내는데, 「아, 호시카와는 좀 있다 벗어」 라고 스탑이 들어오고, 「요 두 세집 앞에 동전 세탁소가 있으니까, 이거 부탁해」 라며, 뭐지 라고 생각했던 부푼 비닐봉지와 지금 선배가 벗은 한 뭉태기를 넘겨받았다. 「으게~엑」 「어이, 팬티도」 「히에~엑」 「시로우하고 먼저 들어갈 테니까, 그걸 던져 넣고서 너도 와. 읏샤 그럼 부탁해」 어째서 내가 이런 꼴을 당하는 거야아~라고 생각했지만, 갔다 오지 않고서는 도리가 없다. 얘기를 전부 들었을 계산대의 할머니에게 인사를 하고, 진짜로 죽여주게 냄새나는 더러운 옷을 끌어안고 목욕탕을 나왔다. 「하지만, 동전 세탁기 같은 거 써본 적 없는데」 장소는 곧장 알 수 있었고, 사용법도 해보니까 어떻게든 됐었다. 「40분정도 기다렸다가, 건조기에 넣으러 오지 않으면 안 되는 건가. 귀찮아라―」 시간적으로는 목욕탕에 들어갔다가 돌아오기까지 여유가 있고, 별로 목욕탕 같은 데 들어가고 싶지도 않지만, 이미 입욕비는 지불을 해버렸다. 「어쩔 수 없나」 그렇게 포기하고 목욕탕으로 돌아왔다. 11시 개업이라고 간판에 써있던 목욕탕은, 역시 텅 비어있었고, 시마모토 선배는 기분 좋게 시로우에게 등을 씻어달라고 맡기고 있었다. 「여어, 고생했어, 고생. 이리와, 등 밀어줄게」 「에, 됐어요」 「자자아, 사양하는 거 아니야」 「됐습니다, 뒤탈이 있을까 겁나」 「핫핫하, 저녁밥은 부장한테 빌붙을 거니까 걱정 마」 아~아, 이 사람은 정말이지……. 하지만 결국, 내 등을 밀어준 건 시로우였다. 선배에게서 타올을 빼앗았던 것이다. 「어이, 너희들 말이야, 진짜로, 어떤 사이야?」 탕 속에 몸을 담그고서 우리들을 바라보고 있던 선배에게서 그런 질문이 걸려와서, 「우리 집에 하숙하고 있는 사이에요」 라고 대답했다. 「흐~응, 그거 호시카와네 실가에서 라는 얘기야?」 「저는 자택통학이니까요」 「헤~, 재미없어라」 「뭐가 말입니까」 「분명히 동서(同棲)하면서 사귀고 있는 걸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그런 거 아니에욧」 하고 힘을 잔뜩 주어 부정한 내 등에, 촤악하고 헹굼물을 뿌리면서 시로우가 뭔가 말한 것 같았지만, 물소리에 섞여서 알아듣지 못했다. 「무슨 말 했어?」 「아니」 「아, 그래」 우리들이 탕에 들어가는 것과 교대로 탕에서 나온 선배가, 또 몸을 씻기 시작했다. 「어라, 두 번 씻는 겁니까?」 라고 물었더니, 「2주일만이니까, 좀 세게 밀어야지, 안 그럼 좀 부족해서」 라는 대답. 「게엑! 진짜로?!」 「오우. 소위 말하는 일종의 캐릭터 만들기라는 것이지. 좋은 집 도련님같이 생긴 녀석이 카메라를 늘어트리고서는 『찍게 해 주세요』라고 했을 때, 아저씨들이 좋은 표정을 지어줄 턱이 없잖아」 아, 과연. 홈리스인 사람들하고 익숙해지기 위해서였던 거구나. 「하지만 선배라면, 평소대로라도 충분하지 않습니까?」 라고 말해줬더니 선배는, 「켓켓케」 라고 웃었다. 그렇다는 건 돈이 없어서 목욕을 패스했다는 거로군. 「선배는 항상 돈이 부족한 거 같은데, 아르바이트 같은 건 안하는 겁니까?」 「한다구, 시간 있을 때는」 「하지만 전부 필름이랑 현상비에 쏟아 붓는 건가요?」 「카메라 할부가 꽤 크지. 그 나머지는 거의 저금해버리니까」 「저금?」 「오우, 2백만 모으면 휴학하고서 방랑 여행을 떠날 거야」 「그거 촬영여행입니까?」 「홍콩을 출발점으로 해서, 유라시아대륙을 아시아루트로 횡단할 거야. 너도 갈래?」 「아니요, 그만두겠습니다. 선배를 먹여 살릴 정도의 돈은 없으니까요」 「비용은 확실하게 반으로 나눌 테니까. 가자」 「싫습니다. 선배하고 여행이라니, 무슨 꼴을 당하게 될지 모를 일이야」 「시로우도 반대야」 옆에서 푹하니 익은 녀석이 불쑥 얘기에 끼어들었다. 「오우, 시로우도 같이 가면 좋지」 「그렇다면 반대하지 않아」 「뿌하핫, 솔직한 녀석~」 「잠깐잠깐, 나는 세계일주 빈곤여행 같은 건 가고싶은 생각 없으니까」 말하면서 너무 익어버린 몸을 일으키려고 했다. 「헤에, 호시카와 너 생각 외로 꽤나 예쁜 몸이구나」 라는 소리를 듣고, 허둥지둥 첨벙 물 속에 잠겨들었다. 「이, 이상한 소리 하지 말아주세욧」 「별로 이상한 거 없잖아, 욕정 했다든지 하는 소릴 한 것도 아니니까」 선배는 시원시원한 말투로 말했다. 「시로우는 근육질의 멋진 몸을 하고 있지만, 호시카와는 아직 어린애 티가 남아있어. 그러고 보니, 정강이에 털은 났냐?」 「났어욧」 「뭐어, 그럼 됐고. 너, 모델 해라」 「헷?! 사진 말입니까?」 「안돼」 「시로우도 같이 찍어주지」 「함께 말이야?」 「아―……그래서야 완전히 호모잖아. 나는 별로 상관없지만」 기분 나쁜 예감에, 뜨거운 탕에 몸을 담그고 있었던 탓이 아닌 땀이 주르륵 옆구리를 흐르는 것을 느끼면서 움찔움찔 물어봤다. 「호……혹시, 누드라든지 하는 건……」 「물론, 누드야」 선배는 그렇게 말하며 빨래판이라고 해도 좋을 빈약한 가슴을 쭉 펴보였고, 나는 부글부글 물 속으로 침몰했다. 「싫어요! 절대로 거절이에요!」 노성을 지른 내 어깨를 시로우가 꽉 하니 붙잡아 와서, 「말도 안돼!」 라며 뿌리쳐냈다. 「앗, 어이, 시로우?!」 라고 시마모토선배가 움찔한 얼굴로 손을 내뻗는 것을 따라서, 시로우 쪽을 뒤돌아봤다. 시로우는 위를 쳐다본 채 뒤로 쓰러지는 참이었고, 「아, 아」라고 말하고 있는 사이에 첨벙 하고 물보라가 튀어 올랐다. 「잠깐, 에?! 뜨거워서 현기증 난 거야?! 어잇, 정신 차려!(고양이가 되면 곤란하다구!)」 선배와 둘이서 탕에서 끌어올린 시로우는, 의식은 있지만 완벽하게 익어버린 상태여서, 허둥지둥 탈의실까지 데리고 나와 가지고 선풍기를 쐬게 하고 물을 마시게 하고 하는 처치를 해줬다. 그 사이에 나는, 동전 세탁소까지 선배의 옷을 말리러 가서, 가져오고, 선배의 손에 넘겨주고서, 흐느적흐느적하는 시로우를 부실로 데리고 돌아갔다. 한동안 자게 할 필요가 있을 것 같았지만, 어중간한 곳에서 잠자는 모습을 드러낸다면 큰 사건이 되어버리는 녀석이니까. 「죄송합니다. 저녁때까지 암실을 써도 되겠습니까?」 「그쪽은 좁고 냄새나. 아예 이쪽에 넓은데서 자게 하지 그래?」 「이 녀석이 이상한 버릇이 있어서, 새카만 데가 아니면 낮잠도 못자거든요」 라고 얼버무렸다. 「흐~응. 뭐어 암실을 쓰는 건 나뿐이고, 나도 오늘은 이제 볼 일을 없지만 말이야」 시로우를 작은 방으로 들어가게 한 뒤에, 닫은 문 앞에다가 『사용중』의 표찰을 걸었다. 「죄송합니다. 그럼, 출입금지니까 부탁드려요」 「어차피, 나는 이제부터 아르바이트야」 「아, 그렇습니까」 「호시카와도 소개해줄까? 하루에 5만엔이나 된다구」 「……무슨 일인데요?」 「시체 씻기」 「헷?!」 「거 왜, 해부용 포르말린 절임이 될 기증 시체를 봐주는 건데 말이야」 「돼, 돼, 돼, 됐어요!」 상상도 하고 싶지 않은 호러틱한 느낌에 새파래져서 고개를 가로저은 내게, 목욕탕에서 마구 자란 더벅수염도 깎아서 몰라보게 깔끔해진 선배는 재밌다는 듯이 켓켓켓 하고 웃었다. 「농담이야」 「아, 뭐야」 「그 아르바이트는 말이지, 목욕탕에 들어가기 전에 한 거야. 그거 하고 나면 냄새가 몸에 배어버려서 굉장하거든. 밥 먹은 뒤에도 위험해. 모처럼 먹은 밥인데 아깝잖아. 밥 먹을 돈도 없고, 슬슬 목욕도 하지 않으면 안 되는데 라고 할 때야 말로, 할만한 일이지. 목욕하라고 수당도 붙거든. 단지 배가 너무 고플 때에도 좋지 않아. 전에 한번, 이틀을 굶은 뒤에 돈을 벌려고 했던 적이 있는데, 냄새하고 공복 때문에 현기증이 나버려서, 조금 더 했더라면 시체가 잠긴 포르말린 관에 빠질 뻔 했어. 그 때는 정말로 간담이 서늘했지」 떠벌떠벌 말하고, 선배는 덧붙였다. 「잠겨있는 건 할아버지나 할머니뿐이고 말이야」 ……그런 문제가 아니잖아요. 「뭐 그런 거고, 이 몸께서는 오늘은 AV 촬영조수야」 「또~오, 또」 「흥미가 있다면 데리고 가 줄 수도 있지만, 조폭이 얽혀서 뒷거래로 찍는 비디오니까 말이지. 뭐, 연관되지 않는 쪽이 무난할 거야」 아무래도 시체 씻기 아르바이트 쪽은 정말로 한 것 같은데, 이 얘기는 어떨까? 이 사람이 하는 말은, 진담인지 농담인지 좀 알 수가 없어. 「그거……진짜입니까?」 라고 묻는 것도 바보 같은 기분이 들지만. 「오우, 눈앞에서 생방송이라구. 하긴 (오옷) 하고 생각했던 건 맨 처음 무렵이고, 지금은 서지도 않지만」 아무래도 진짜 얘기인 거 같다. 「……선배, 너무 이상한 아르바이트는 하지 않는 쪽이 좋아요」 라고 충고해봤다. 「옷, 걱정해 주는 거야?」 「선배가 붙잡히거나 한다면, 제 쪽에도 의심의 눈초리가 올 거 아닙니까」 「호시카와한테는 밥값하고 목욕탕 값이라는 은혜를 입었으니까 말이야」 윽, 그렇다는 것은 역시 내가 한 턱 낸 걸로 당했다는 거로군요, 나는. 「말려들게 하는 건 다른 녀석으로 하지」 「슬슬 퇴부 하는 쪽이 좋을까나~」 「어이어이 호시카와군, 인간은 참을성이 있어야지. 성질이 급하면 손해를 본다고도 하잖아」 「선배가 말을 하면, 세치 혀로 속이려들려고 하는 것 같다는 느낌이에요」 「싫어라~, 얘도 차~암. 언제까지 그렇게 거친 마음을 가지고 있을 거니이~」 「선배……뭘 하든 상관없으니까 말이죠, 그런 여자 같은 말투만은 그만둬주세요」 「어머~, 나느~은 2번가에서는 스타라구~웅? 여배우니까 말이에요~오」 「네네, 알았으니까요. 아르바이트 하러 가주세요」 나쁜 사람이 아니라는 건 잘 알지만, 저 사람의 분위기에 어울릴 수 있는 인간은 많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면서 선배를 부실에서 내보내고, 다시 시로우의 상태를 보러 갔다. 아――역시 고양이가 되었어. 시로우가 눈을 깨고서 인간으로 돌아올 때까지, 나는 여기서 망보는 역할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건 그렇고 심심하네~」 가방 속에는, 오늘 받았어야 했던 수업의 교과서가 들어있지만, 진지하게 자습할 기분도 들지 않아서, 벽가에 쌓아놓은 골판지 상자의 내용물로 시간을 죽이기로 했다. 여섯 박스, 아니 일곱 박스가 있는 골판지 상자에 들어있는 것은, 누가 정리한 건지 (시마모토 선배는 아니라는 건 확실하다) 꼼꼼하게 사진이 꽂힌 앨범으로, 반 이상이 시마모토 선배의 작품. 나머지 반은 부장이 찍었던 것이랑 대대로 부장들이 남기고 갔던 것 같다. 적당한 상자에서 적당히 꺼내봤다. 아―, 츠카다 히토시……라니 누구지? 들어본 적이 있는 거 같은……앗, 부장인가. 올해로 대학에서 7학년이라고 하는 근육맨 부장은, 풍경을 잘 찍는 것 같다. 그것도 산과 바다 같은 자연을 찍은 것이 많아서, 『남 알프스』라는 기록이 쓰여 있던 일련의 산악사진은, 꽤나 잘 찍은 축에 들어갔다. 하지만 아버지의 작품을 보는데 익숙해진 내 비평가로서의 눈으로 보자면, 특별히 눈길을 끌 정도의 임팩트는 없고, 선택한 풍경도 앵글도 하나같이 평범. 말로 하기는 좀 미안하지만, 아마추어 사진으로서는 나쁘지 않다는 정도다. 그 상자에는 OB들의 것도 들어 있어서, 일단 들여다봤지만, 어느 것이든 다 오십보백보였다. 아마 이 중에는, 프로로 나간 사람은 없겠지. 하기사, 아버지는 프로라고 해도 문외한인 내가 생각할 만한 일은 아니지만 말이야. 다음엔 시마모토 선배 걸 봐야지 라고 생각하고 옆의 상자를 열어봤다. 「으~응, 역시 이 사람……카메라아이를 가지고 있어」 파인더를 들여다보면 알 수 있는 거지만, 사진이라는 건 커다란 풍경 속의 일부를……또는 흘러가는 시간 속의 한 순간을 잘라내는 것으로써 무언가를 표현하는 예술이다. 그리고 찍은 사진이 예술작품이 되는가 어떤가 하는 것은 필름 위에 무엇을 붙잡고 있는가 하는 것에 달려있고, 아버지에게 얻은 지식에 따르면, 결정적인 요소 두세 가지가 있는 것 같다. 하나는, 도구인 카메라의 성능이랑 한계를 전부 알고 있으면서 필요충분하게 모두 사용할 수 있는 테크닉을 가지고 있을 것. 두 번째는, 예술이라고 불리기에 걸맞은 감동을 줄 수 있을만한 것을, 자신의 시야 속에서 찾아내는 센스를 가지고 있는가 어떤가. 「그림이 되는 각도를, 카메라를 사용해서 『그림』으로 만들 수 있는가 어떤가 하는 건, 눈을 둘 곳을 어디로 가지고 가는가 라는 센스에 달린 거야. 카메라로 말하자면 핀트가 맞는 곳, 테크닉으로 말한다면 앵글을 잡는 것이지만, 이건 말야 센스의 승부야. 천성적으로 『보는 눈』이 있느냐 어떠냐 하는 거지」 그런 아버지의 말을 떠올리면서, 심사할 작정인 눈으로 보고 있었지만, 정말로 꽤나 멋진 그림을 찍고 있다. 내가 특히 마음에 들었던 것은, 『원숭이 놀이터의 오후』라는 괴상한 타이틀이 붙은, 유치원의 아이들을 찍은 것이었다. 상당히 공을 들인 테마인 듯, 전부 앨범 5권 분량, 200장 이상 찍고 있는데, 어느 것이든 전부 정성스레 셔터찬스를 노렸고, 피사체가 된 아이들의 성격까지 읽을 수 있을 듯한 숏이 되어있다. 기가 셀 것 같은 아이, 울보일 것 같은 아이, 조숙한 아이, 어리광쟁이……모두 전부 개성이 풍부한 아이들이라는 것을 잘 알 수 있다. 그 중에 10장 정도의 연속촬영으로, 두 남자 아이가 싸움을 하고 있는 씬이 있었다. 한쪽은 너무나도 말썽꾸러기 타입일 것 같고, 그 상대는 너무나 기가 셀 것 같은 얼굴을 거의 ㅅ자로 일그러트리면서 필사적으로 힘을 내고 있다. 사진을 보면서, 나는 이걸 찍었을 때의 시마모토 선배의 모습까지 눈에 보이는 것 같아서, 혼자서 쿡쿡 웃어버렸다. 분명히 「그거야, 싸워라 싸워」라고 말하면서, 싸우는 두 사람의 주위를 슬슬 기어 다니듯이 하면서 셔터를 눌렀을 게 틀림없다. 그렇지 않다면, 이런 우연한 장면은 찍을 수 없다. 원숭이 놀이터 시리즈의 앨범은 거기서 끝나고, 나는 또 웃어버렸다. 혹시 사진이 촬영순서대로 늘어져 있는 거라고 한다면, 아이들의 싸움을 막지도 않고 사진을 찍었다는 것이고, 이후 「활영은 사절」이라며 내쫓겼을 거야, 라는 추측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앗하하, 시마모토 선배다워」 자아, 다음 앨범은 뭘까나. 룰루룰루 하면서 상자에서 꺼내어 아무 생각 없이 표지를 열고서, 「윽」 하고 한순간에 굳어 버렸다. 「조금, 이건……강렬~할지도~」 이거 농담이 아닌 걸, 하고 조금 여유가 없어지는 느낌. 하지만, 그게 말이야, 에로사진이라구~, 한 면 가득히! 아까 말했던 AV 아르바이트 도중에라도 찍었던 거겠지만 길거리의 DPE샵 같은 데서는 절대로 현상할 수 없을 것 같은, 국부가 전부 다 보이는 무수정으로 얽혀있는 사진들이, 줄줄이……. 아니, 나도 남자고, 달리 누가 있는 것도 아니었으니까, (우햐~) 라든지 (뜨아~) 라든지 생각하면서 마지막 페이지까지 전부다 똑똑히 보기는 했다. 하아 하고 앨범을 닫고, 꾸물꾸물 상자에 집어넣으려고 했더니 뒤쪽에서, 「시로우도 보고 싶어」 라고 말이 걸려 와서 펄쩍 튀어 올랐다. 「시, 시, 시로웃! 어, 언제부터」 내 당황한 모습은 보기에 따라서는 웃긴 모습이었겠지만, 시로우의 관심은 정리해 넣으려고 했던 앨범안의 에로 사진에 향해 있었다. 재빨리 내 손에서 집어 들어서, 한 페이지씩 지긋이 바라보고서, 「이건 시마모토가 찍은 건가?」 라고 물어왔다. 나는, 보여서는 안 되는 부분을 보여 버린 듯한, 몸 둘 바를 모르겠는 창피한 기분에 사로잡히면서 시로우의 질문에 대답했다. 「으……응. 표지에 이름이 쓰여 있으니까」 「흐음」 그 한순간, 시로우가 히죽거린 기분이 들었던 것은, 내가 잘못 봤던 건가? 그런 거 같아. 아앗 부탁이니까, 이런 걸 보고 어떻게 생각했는가 하는 것 따위는 물어보지 말아줘. 하지만, 건강한 19세 남자로서는 사타구니가 꾸욱 하고 조이게 되는 게 정상적인 반응이라는 거고, 부끄러워할 일은 아니지만 말이지. 「에―또, 저기, AV……어덜트 비디오라는 건데……아, 아니, 너도 알고 있지, 하하하. 그래서 말이야, 시마모토 선배는 그쪽 방면에서 조수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고 했었거든」 그런 정보를 말해봤던 것은, 시로우의 호기심을 내게서 돌리고 싶다는 일념에서였다. 「그러니까, 그런 아르바이트를 할 때에 찍었던 사진인 게 아닐까, 라고 생각해. 하하, 하하」 「꽤 잘 찍혀있어」 시로우는, 콘테스트 심사원 같은 평온한 어조로 그렇게 말했다. 「에또, 저기, 그런 사진도 본 적이 있는 거야? 나는 무수정인 건 처음이라서, 뭐랄까 그게……조금 깜짝, 놀라서」 「시로우도 처음 봤어」 그런 것 치고는 전혀 동요하지 않은 표정으로, 마지막 페이지까지 다 둘러본 시로우가 얼굴을 들어서 내게 물어봤다. 「그런데 시마모토는……수업인가?」 나는 시로우의 신경이 다른 데로 돌아간 것에 안심하면서 대답했다. 「아니, 아르바이트. AV촬영 조수래. 정말인지 어떤지는 모르지만」 이런 사진이 있는 이상, 그쪽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는 건 정말일 거라고 생각하지만, 오늘 간 게 그 일 때문인지 어떤지는 모를 일이다. 그보다도, 나는 빨리 이 위험한 소재에서 멀어지고 싶었다. 구실을 찾으려고 팔의 G쇼크를 들여다봤다. 럭키―! 「아, 벌써 3시 전이네. 5교시 째라도 나갈 수는 있지만, 그러지 않을 거면 슬슬 돌아갈까?」 「시로우는 수업에 안 들어가도 돼. 그 교수는 책에 써 있는 것밖에 말하지 않고, 책은 이미 다 읽어버려서 심심하기만 해」 「하하하. 그럼 돌아갈까」 「그럴래」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나는 시로우가 그 에로 사진의 얘기를 꺼낸다면 어떻게 리액션을 해야 하나 해서, 꽤나 두근두근 하며 이런 거 저런 거를 생각했었지만, 시로우는 그에 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시로우들은 섹스에 대한 터부관념이라는 게 없는 거 같으니까, 그런 사진도 아무렇지 않았다는 걸까. 집에 도착한 시로우는 고양이 모습으로 돌아가서, 그날 이후 완전히 시이타의 팬이 된 엄마에게 귀여움을 받고 우유를 먹고, 다이스케를 놀려대고 엉겨 붙으려다 「집 안에서 날뛰면 안돼!」라고 혼이 났다. 미미하고 시마와 함께 텔레비전 앞에서 뒹굴다가, 재방송 시대극을 보고 있구나 싶었더니 어느새 세 마리서 사이좋게 저녁잠을 자고 있었다. 아~아, 순진무구한 얼굴을 하고서 말이야. 계속 이런 얼굴만 해준다면야, 나도 염려 않고 사랑해 줄 수 있는데. -- 계속 src=skin/jinibbs012-03/dot.gif border=0 height=2> --> [고양이 3] 왕 같은 고양이의 음모와 순애 (6) 왕 같은 고양이의 음모와 순애 (6) Written by 아키즈키 코오 그날 밤 오전 2시 경의 일이었다. 문득 눈을 떴더니, 분명 함께 자고 있을 터인 시이타가 없었다. (어라?) 라고 생각했던 뺨에 바람을 느끼고, 창이 열려있는 것을 깨달았다. 「산책을 하러 간 건가? 나갔으면 문을 닫아라, 라고 가르쳐 줬잖아?」 하지만 그다지 춥지는 않았고, 일어나서 창을 닫으러 가기도 귀찮아서 도로 잠을 청했다. 꾸욱 하고 매트리스가 잠기는 걸 깨닫고서, (돌아왔구나) 라고 생각했다. 어깨 언저리를 스슥스슥 해오길래, 「응~? 들어올 거야~?」 라고 이불을 들어줬다. 커다란 검은 고양이는 머리부터 집어넣어 와서, 이불 속에서 빙글 반회전해서는 내 옆에 자리를 잡았다. 고록고록 목을 울리면서 내 가슴에 코를 부비대고, 목덜미며 턱 아래를 낼름낼름 핥아왔다. 「잠깐, 정말―……그만둬. 간지럽잖아~」 눈을 뜨는 것도 귀찮은 잠기운 속에서 투덜거리면서, 손으로 머리를 밀어내려고 했지만, 상대는 커 다랗고 힘이 세다. 게다가 꾹꾹 멋대로 코끝을 파자마 속으로 밀어 넣어 왔다고 생각했더니, 낼름하고 유두를! 「앗, 이봐, 시이타」 팍 하고 머리를 때려줬지만, 시이타는 낼름낼름을 그만두지 않았다. 아……싫어……안 된다니까……. 맨 처음에는 미약했던 쾌감의 마비가, 점점 강해져온다. 유두에서부터 허리 쪽으로 마비가 전이되어서, 기분이 좋아. 하지만 안돼. 이런 짓을 하게 해서는……. 까작, 하고 깨물려서 앗 하고 소리가 나와 버릴 뻔 했다. 「아, 안돼」 라고 싸늘하니 촉촉하게 젖은 콧등을 붙잡았다. 「수간은 절대로 싫다고 말했잖아?!」 라고 한, 그 때. 샤아악! 하는 고양이 족 특유의 외침이 귀를 찔러서, 나는 재빨리 몸을 일으켰다. 그런 내 위에 뛰어올라 타는 모습으로, 창 쪽에서 검은 그림자가 퍽 하고 떨어져 와서는, 「죽인다!」 라고 고함을 지른 소리는, 시이타?! 「에?! 그럼, 에?!」 내 이불 속에 있는 건 누구야?! 아니, 그 녀석은 이미 이불 속에는 없었다. 시이타가 달려 들어온 순식간 사이에 침대에서 나가버 린 듯, 창과 침대 사이의 바닥에 커다란 검은 그림자가 앞발을 세우고 웅크리고 있다. 우나~오~! 라고, 그녀석이 싸움을 거는 소리를 질러댔다. 「닥쳐!」 라고 나를 네 다리로 둘러싸듯이 선 시이타가 노성을 질렀다. 「지금 당장 나가, 안 그러면 죽인다!」 상대가 카―악 하고 대답했던 것은, 할 수 있으면 해 봐라, 라는 의미였던 것 같다. 「그쪽이 그럴 생각이라면 용서 따윈 없어!」 되받아 소리치는 것과 동시에, 시이타는 상대를 향해서 뛰어들려고 했다. 재빨리 끌어안아서 말렸다. 「안돼! 싸움은 안돼!」 일족끼리의 싸움은 전에 본 적이 있다. 그때, 발톱에 찢어진 옆구리의 상처는, 아직 시로우의 피부에 남아있다. 그러니까 나는 필사적이었다. 「이봐, 나가!」 라고 고양이 모습이라 누구인지 알 수는 없지만, 일족임에는 틀림없는 침입자를 향해서 소리를 질렀다. 「나가지 않으면 경찰을 부를 거야! 빨리 나가라니까!」 시이타가 내 팔 안에서 빠져나가려고 버둥대고 있다. 「내가 시이타를 붙잡고 있는 사이에, 빨리! 나가줘!」 그런 참에 문 밖에서 왕왕 하고 가세해온 다이스케가 짖는 소리. 「저 봐, 가족들이 전부 일어나서 온다구! 아버지는 사진가니까 카메라를 가지고 달려올 거라구! 일족의 비밀이 신문 기사거리가 되어도 좋은 거야?! 좋냐구!」 퇴로는 침입자의 등 뒤에 커다랗게 열려있고, 몸을 돌린 그가 휙 하고 창에서 밖으로 나갈 때까지는 1초도 걸리지 않았다. 「기다려!」 라며 쫓아가려고 했던 시이타에게, 「안돼!」 라고 달라붙었다. 「어이, 미츠오! 무슨 일이야!」 라는 문 너머에서 들려온 아버지의 커다란 목소리에, 「도와줘!」 라고 되받아쳤다. 앗, 하지만 문은 열쇠가 걸려있으니, 어떻게 해야 되지?! 그 일순간, 그만 팔의 힘이 풀어졌던 건지, 시이타가 쑥 빠져나갔다. 「아얏」 하는 소리가 입에서 나왔던 것은 시이타가 빠져나가면서 발톱이 내 허벅지에 꾹 하고 박혔기 때문이다. 「미츠오?!」 라고 뒤돌아본 시이타는, 자신의 실수를 깨달은 듯 허둥지둥 돌아왔다. 「괜찮아?! 미츠오!」 나는 창가로 달려가서 열려있던 새시 창을 팡하고 닫고서, 열쇠를 걸었다. 「미츠오!」 라고 아버지가 열쇠가 걸린 문을 철컥철컥 흔들었다. 나는 내 몸을 방패로 삼아서 창을 지키면서, 「미안, 오케이니까!」 라고 소리쳤다. 시이타, 안돼, 가게 할 수 없어. 싸움이라니 농담이 아니라구. 「열쇠가 걸려있는데, 손이 다 차서 열러 갈 수가 없어! 하지만, 이쪽 일은 끝났으니까 걱정하지 말 아줘! 이유는 내일 말할게요, 미안!」 「괜찮은 거지?」 라고 아버지가 물어봐봐서, 「괜찮아」 라고 대답했다. 「이제 시이타도 진정 됐으니까」 그지? 그런 거지? 이제 쫓아가는 건 포기한 거지? 부탁이야, 너를 상처 입게 하고 싶지 않은 거야, 좀 알아들어 먹으라구! 시이타가 스윽 눈을 내리깔았다. 빙글 내 쪽에 등을 돌리고 침대로 뛰어올라가, 낼름낼름 몸을 핥기 시작했다. 좋아, 한 건 해결이야. 「그럼 나는 도로 자러간다」 아버지의 목소리가 말하고, 나는, 「응, 깨워서 미안, 잘 자」 라고 대답하고, 발소리가 계단을 내려가는 것을 귀로 들으며 배웅하고 나서,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서 열심히 몸을 가다듬고 있는 중인 시이타에게로 다가갔다. 「정말이지……한때는 어떻게 되는가 싶었어」 시이타는 화내고 있는 듯, 대답도 하지 않고 내게 꼬리를 보이고 있었다. 「저기이, 싸움 같은 걸 했다가는, 너도 다치잖아? 쿠시하고 싸웠을 때에 생긴 상처, 아직 남아 있잖아?」 움찔 하고 귀를 흔들고, 시이타가 뒤돌아봤다. 「시로우 발톱이 박혔지? 보여줘 봐」 「아아, 대단한 건 아니야」 「피 냄새가 나. 보여줘」 「에? 피까지는 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일단 침대에 앉아서, 파자마 바지를 내려봤다. 「어라, 진짜네. 역시 강력하구나」 시이타는 침대에서 내려와서, 내 허벅지에 툭 하니 생긴 작은 상처를 들여다보면서, 미안한 듯이 말했다. 「미츠오한테 상처를 입힐 생각은 없었어. 잘못했어」 「됐어, 순식간에 생긴 사고인 걸」 「핥아줄게」 라는 것은 고양이식의 치료를 제안한 것이지만, 「됐다니까」 라고 거절했다. 그게, 장소가 장소인지라, 핥아도 좋다고 말하는 건 부끄럽다. 하지만 시이타는 내 말을 곰곰이 되씹었다. 「그런가, 이 모습일 때에 핥아지는 건 싫은 거였지」 에? 아니, 『시로우』한테 당하는 건, 더 그래! 하지만 그때에는, 이미 시이타는 변신을 시작해버렸고, 30초 뒤에는 맨몸의 시로우가 침대에 걸터앉은 내 다리 사이에 출현했다. 그리고 시로우는, 서둘러 상처를 핥아주려고 얼굴을 가져다 대와서. 「돼, 됐다니까!」 라고 침대로 도망쳐 들어가려고 했다. 「안돼」 그렇게 말하는 시로우에게 다리를 붙잡히고, 침대에 엎어져 구르는 모습으로 사로잡혔다. 「아―내참―알았어. 네네, 치료해주세요」 하지만, 시로우는 그대로 내 위로 올라타 와서, 목덜미랑 목깃 언저리를 흥흥 하고 냄새를 맡는가 싶더니만, 그르르……하고 무섭게 목을 울리고 말했다. 「미츠오, 느꼈지?」 「에?」 「여기를 핥아져서, 느꼈어. 냄새로 알 수 있어」 「아, 그러니까, 그건 말이야」 「그 녀석은 미츠오를 느끼게 해서, 시로우만 맡을 권리가 있는 이 향기를 즐겼어! 용서 못해, 죽인다!」 「기다려, 기다려!」 어째서 이렇게 되는 건데?! 라고 생각하면서 서둘러 시로우의 어깨에 매달렸다. 「싸움도 서로 죽이는 것도 안 된다니까!」 다시 머리에 피가 쏠려버린 것 같은 시로우는, 나를 떨쳐내려고 하면서 소리를 질렀다. 「왜, 그 녀석을 감싸지!」 「그런 게 아니야!」 라고 마주 소리를 질렀다. 「싸우면 시로우가 이겨!」 「그러 문제가 아니라니까!」 「시로우가 이겨서 그녀석이 죽는 게 곤란한 거야?!」 「그건 그렇잖아? 멸종이 될지도 모르게 위험한 상황에서는 귀중한 일족이잖아!」 문득 시로우가 목소리를 낮췄다. 「그녀석이 훨씬 잘 핥았던 거야? 시로우가 하는 것보다 기분 좋았던 거야?」 그 어조는 낙담한 듯이 들려서, 나는 웃고는 말해줬다. 「왜 얘기가 그렇게 되는 건데. 무엇보다도, 나는 분명히 네가 돌아온 거라고 생각했다구」 「그래서 핥게 했던 거야?」 「그쪽이 멋대로 핥아대 온 거라구! 네가 아니라는 걸 알았다면, 훨씬 더 있는 힘껏 쥐어 패서 격퇴했을 거라구」 「시로우라고 생각해서, 심하게는 때리지 않고 핥게 해버렸는데, 느껴버렸다는 거구나?」 핥게 했느니 느꼈다드니, 창피한 소리를 집요하게 연발해대서, 나로서는 창피함도 어지간히 한계에 와있었기에, 「뭐, 뭐어」 라고 애매하게 말끝을 흐리는 말투를 썼지만, 그게 실수였다. 「지금 대답에는 숨기는 게 있는 걸로 들렸어」 라고 시로우가 얘기를 꺼냈던 것이다. 「그렇다는 건, 그녀석이 잘해서 느꼈던 거겠지」 나한테는 그것이 바람을 피운 것에 대한 면죄를 전가시키려고 하는 듯이 들려서, 허둥지둥 대답하려고 했는데, 「아, 아니라니깐」 하고 그만 더듬거리고 말았다. 그 미스는, 점점 더 시로우에게 의혹을 불러일으키게 했던 것 같았다. 「캣크라운이 바람을 피운다면 어떻게 되는지, 알고 싶어 했었지」 등골이 오싹해지는 듯한 목소리로, 그런 말을 꺼내왔다. 「대답은, 죽음이야. 캣크라운이 아니라 바람을 피운 그 상대가 말이야. 눈앞에서 바람을 피운 상대 남자의 배를 갈라 찢어서, 내장을 끄집어내어 먹는 걸 보게 하지. 두 번 다시 바람을 피우려는 생각 따위는 하지 못하게」 그 광경을 떠올리는 것은 간단했고, 그 참혹함과 공포에 심장은 오그라들고 입 안은 바싹바싹 말라버렸다. 하지만 내 대답은, 협박에 굴복해서 입 밖으로는 나올 수가 없었다. 그런 대답을 해버렸다가는, 시로우의 오해를 확신으로 바꾸게 하는 게 된다. 그리고 내 결백을 시로우에게 납득시키기 위해서는, 성의를 다해서 설복시키는 수밖에 없다. 나는 시로우의 눈에 눈을 맞췄다. 그래, 나한테는 켕기는 것 따위는 아무것도 없어. 그러니까 이렇게 네 눈을 바라보는 데에 아무런 무서움도 느끼지 않아. 나는, 시로우의 마음을 사로잡아버린 바람 의혹과의 전투를 개시했다. 「네가 질투를 한다는 건 알고 있지만, 실은 나를 전혀 믿지 않았다는 것을 알아버렸다는 건, 쇼크야. 내가 가슴을 핥아져서 느꼈던 건, 바람이라고? 아아, 그렇겠지, 상대가 누구라는 걸 알았다면야. 나는, 잠을 자고 있는데 덮쳐졌고, 눈을 뜨는 것도 귀찮을 정도로 졸렸어. 게다가 이불로 기어들어왔던 것은 너랑 똑같이 커다란 검은 고양이였어. 그리고 너도 늘상 하는 것처럼 파자마에 코를 밀어 넣어 왔다구. 물론 나는, 꼭 닮았든 어떻든 너하고 다른 일족하고는 구별을 할 수 있지 않으면 안 되는 거였던 거겠지. 방안은 작은 램프 하나만 달랑 켜져서 어둡든 아니든, 나는 검은 고양이는 검은 고양이라도 네가 아닌 검은 고양이라고 구별할 수 있어야만 했던 거지? 반쯤은 졸고 있었어도, 핥아오는 녀석이 혀를 놀리는 방법이 너하고는 다르다는 걸 깨달아야만 했던 거지? 그 이전에, 냄새로 단번에 탁 구분했어야만 했던 거겠지? 너희들처럼! 하지만 나는 알 수가 없었단 말이야! 미안하게도! 무슨 말을 하든, 너한테는 분명히 변명으로밖에 들리지 않겠지. 너는 알 수 있는 걸 나는 모르는 거하고 마찬가지로, 내가 모른다는 걸 알 수 있는 너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일 테니까. 좋아, 멋대로 해. 아까 그게 누구였는지는 모르지만, 서로 죽이든 잡아먹든, 속이 풀리도록 하면 될 거 아냐. 자아, 해. 창문 여는 법은 알겠지?」 말해주고서, 「나는 잘 거야」 라고 서로 노려보기를 끝냈다. 아―정말이지―, 이불은 엉망진창이고. 「덧붙여서, 내가 싸움을 말렸던 건 몇 번이고 말했다시피 너한테 상처가 나는 걸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지만, 믿지 않는 건 네 자유지. 부디 멋대로 하라구. 이걸로 끝내기로 하고, 거기, 비켜. 네가 올라타 있으니까 이불로 들어갈 수가 없어」 「……알았어」 라고 시로우가 말했던 것은, 내가 「비켜, 바보 고양이얏!」하고 소리를 지르고 싶어졌을 즈음이었다. 「미츠오가 하는 말이 맞는 거 같아」 나는 내심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헤~, 거짓말일지도 모르잖아」 라고 되받아쳐줬다. 시로우가 「같아」라고 말했던 것에 울컥했기 때문이다. 「거짓말인 거야?」 라고 되물어 오길래, 「글쎄. 너는 나보다 천배나 코랑 귀가 좋잖아? 나 따위한테 물어보지 말고 알아서 판단해」 라며 팩 하고 토라졌다. 「미츠오가 심술 맞은 소리를 해」 「네네, 나는 바람둥이에 거짓말쟁이에 심술쟁이야」 오는 말이 고와야 가는 말이 곱지, 라는 기분으로 대답한 내게, 시로우는 하아~하고 고개를 떨궜다. 「시로우는 미츠오를 사랑하고 있으니까, 미츠오가 하는 말은 뭐든지 믿고 싶어. 하지만 미츠오는, 시로우는 좋아하지 않는다고 하지. 좋아하지 않는 시로우한테는, 거짓말도 하겠지, 바람도 피울지도 몰라. 시로우는 어떻게 미츠오를 믿으면 돼?」 조금 가슴이 쿡 하고 찔렸지만, 받아쳤다. 「몇 번이든 말해왔다고 생각하지만, 이 기회에, 재확인 해두겠는데 말이야. 내가 시로우를 싫어하는 건, 시로우가 나를 연인으로 하려고 하니까 그런 거고, 어째서 네 연인이 되는 건 싫은 거냐고 하면, 네가 수컷이기 때문이야. 예를 들어서 네가 여자애였다고 한다면, 나는 지금 너한테 푹 빠져서 무아지경이었을 거라고 생각해, 하지만 너는 수컷이고, 그러니까 나는 너하고 연인이 되고 싶지 않아. 친구로서 라면 아주 좋아하게 될 자신이 있지만 말이야. 내 성 감각은 노말한 거라서, 호모섹슈얼은 받아들일 수가 없는 거야. 알겠어? 이게 중요한 거야. 나는 『호모가』 싫은 거야, 설령 네가 상대라고 해도 말이지. 그럼, 그런 내가, 남자뿐인 너네 일족의 누군가하고 바람을 피운다, 라는 일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 잘 알지도 못하는 남자하고 섹스를 한다니, 웃기지도 않아! 그런 짓을 할 정도라면, 너하고 하는 쪽이 훨씬 낫지. 적어도 일족 중에서는 가장 내 취향이고」 그 때 내가 생각했던 것은, 시로우와 아츠오상과 젬이라는 세 사람 중에서의 비교이고, 그 말을 한 것도 세 사람 이외의 일족이라는 건, 애초부터 고려의 대상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야 오메가는 비칠비칠 거리는 할아버지고, 그 아들인 람다도 50대라는 느낌이 드는, 즉 아저씨. 쿠시하고 타우는, 연령적으로는 알파보다 조금 연상인 30대이지만, 성격에 아주 큰 문제가 있어서 절대로 좋아하게 될 수 없는 타입. 쿠시의 쌍둥이 형인 뉴는 성인이 되지 못해서 변신할 수 없는 고양이 인간이니, 수간 같은 건 호모 이상으로 사양이다. 나머지 한사람 시그마가 있지만, 저 신성할 정도로 아름다운 하얀 고양이씨는 완전히 별개. 그래서 소거법으로 남았던 아츠오상이랑 젬하고 시로우를 비교했을 때. 혹시 그런 의미로 좋아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면, 그건 역시 시로우일 거라고 생각했던 거라서, 그렇게 말했던 것이다. 「정말로?!」 라고 기쁜 듯한 표정을 짓길래, 거짓말이 아니니까, 「응」 이라고 대답했다. 「비교를 했을 때의 문제이지만」 이라고 덧붙였지만, 아마 시로우의 귀에는 「일족 중에서는 제일 좋아해」, 혹은 「좋아해」라는 말 밖에 들어가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했다. 인간도 그런 부분이 있지만, 시로우를 시작으로 하는 인묘들은, 자기 듣기 좋은 소리밖에 귀에 담지 않는 특기가 원숙한 경지에 이르러 있으니까 말이다. 그리고 내게는 한 가지 더, 자신의 운명을 포기하는 방향으로 마음이 기울게 하는 이유가 생겨있었다. 시로우가 말했던, 캣크라운이 바람을 피운 경우의 처리방법이다. 그때, 시로우는 「바람상대」를 일족 중의 누군가라는 식으로 상정했었지만, 예를 들어 상대가 일족이 아니라도……인간 여자애라 해도, 내가 마음을 준 상대에게는 그런 운명이 떨어지게 된다고 생각하는 쪽이 맞겠지. 즉 내가 시로우 이외의 누군가에게 사랑을 품게 된다면, 그것은 이콜 상대에 대한 사형선고가 된다는 것이고……아까의 그것은 그저 으름장이었을지도 모르지만, 하지만 그렇지 않을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어쨌든, 시로우는 고양이니까. 게다가 그들 나름대로의 윤리체계를 만들고 있는 인묘이니까. 그리고 우리들의 상식에서는 벗어나있다는 것이 그들의 윤리를 움직이는 이유가 되지 않는다는 것은, 지금까지 쭈욱 봐온 와중에서도 알게 된 것. 그렇다고 한다면……혹시 내가 평범한 사랑을 해서, 여자애를 좋아하게 되거나 한다면, 사랑하는 그녀에게 당치도 않은 비극적 운명을 선물해버리게 되는 거고, 그렇다면 맨 처음부터 그런 사랑 따위는 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그 저택에서 시이타와 만나버렸을 때부터 내 운명은 결정되어버렸으니까, 어지간히 슬슬 포기하고서 시로우와 서로 사랑할 수 있게 되는 궁리를 하는 쪽이 발전적인 것이다. 「미츠오……?」 너무나 궁금하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려 보인 시로우에게, 나는 미소를 짓고서 말해줬다. 「슬슬 단념하는 쪽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어. 시이타는 아주 좋아하고, 너도 맨 처음만큼 싫어하지는 않게 되었고, 어느 쪽이든 네 캣크라운이라는 입장에서는 내려올 수 없는 운명이라면, 좋아하게 되도록 노력을 하는 쪽이 정신건강상 좋을 것 같아서 말이야」 「그건, 시로우가 좋다는 의미야?」 완벽하게 고양이가 변신을 한 남자는, 그렇게 완벽하고 빈틈없게 얘기를 생략해 와서, 「좋아하게 되도록 노력한다, 라고 말한 거야」 라고 정정해줬다. 「그런가. 하지만, 기뻐」 「응, 얼굴 생긴 거라든지 외모는, 뭐어, 그, 내가 좋아하는 타입이니까」 사실은 이상적인 멋진 남자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거기까지는 말해주지 않을 거다. 「성격은, 억지 부리고 제멋대로에 도저히 어울릴 수 없는 점이 많지만, 최근에는 전보다는 신경을 써주게 되었고」 「시로우는 미츠오한테 미움 받고 싶지 않으니까, 노력하고 있어」 「응, 알고 있어. 게다가 본성은 고양이라는 건 알고 있으니까 말이지, 여러 가지 면에서 곤란하기는 하지만, 그다지 화는 나지 않게 되었다고 할까」 「미츠오를 시로우 때문에 곤란하게 하는 건, 바라는 바가 아니야. 노력할게」 「응, 부탁해. 학교에서 다른 사람들이랑 어울리는 것도, 어떻게든 조금 더 잘해줬으면 해」 「노력할게」 「그리고, 그렇게 되면, 남은 건, 그……」 「섹스 문제구나」 「뭐, 뭐어」 「시로우는, 미츠오가 왜 시로우하고 섹스 하는 게 싫은 건지, 줄곧 알 수가 없었어」 인묘 남자는, 진지한 모습으로 그렇게 얘기를 꺼냈다. 「하지만 아까, 미츠오가 『시로우가 암컷이라면 좋았을걸』이라고 말해서, 『미츠오를 위해서 암컷 이 되는 건 어떨까』라고 생각해보고, 미츠오의 기분을 알 것 같은 기분이 들었어」 「윽, 그런 걸 생각했어?」 순간 머리에 떠오른 시로우의 여장 모습에, 그만 웃어버릴 뻔 하면서, 그렇게 물어봤다. 「생각했어」 라고 시로우는 너무나도 진지하기 짝이 없는 얼굴로 끄덕였다. 「하지만, 아무리 미츠오에게 사랑받기 위해서라고 해도, 시로우는 암컷이 되어도 좋다는 결심은 할 수 없었어」 「그야 그렇겠지」 라고, 나는 웃었다. 「무엇보다, 나보다 커다란 미녀라니……되어준다고 해도, 도리어 손을 떼버릴지도」 시로우는 그런 내 가벼운 입담에는 어울리지 않고 얘기를 계속했다. 「왜일까 라고 생각했어. 사랑하는 미츠오에게 사랑받기 위해서라면, 뭐든 할 수 있다고 마음먹고 있었는데, 왜 시로우는 암컷이 되는 건 싫은 걸까, 라고. 그리고 깨달은 건」 남자로서 섹스를 하고 싶기 때문이야, 라는 설명을 예측했지만, 잠자코 있었다. 하지만 시로우가 말했던 것은, 「이성으로는 설득할 수 없는 부분에 거센 저항감이 있다, 라는 거야」 라는, 논문의 한마디 같은 자기분석이었다. 그리고 나보다 훨씬 대학생다운 고양이는, 다시 이론을 전개한다. 「자신 안의 그런 저항감을 깨달음으로써, 시로우는 미츠오가 시로우하고의 섹스를 싫어하는 이유를 , 실감으로서 이해한 것이라고 생각했어. 이 추론은 맞는 거야?」 아챠, 그렇게 화살이 나한테 돌아오는 거냐. 「응~……이유 없는 구실이 아니라는 점은, 서로 공통되고 있는 거 아닐까나. 뭐랄까, 아―……」 나는 그다지 이론가는 아니라서 말이지. 「너하고 그, 섹스 하는 건 말이지, 나는 즉, 에에또, 여자의 입장으로 당하게 되는 거야. 아~에에또」 「교합 시에 페니스를 체내에 받아들이는 쪽, 이라는 거구나」 그런 적나라한 말투를 쓰지 말라니까! 「그럼 역시, 예를 들어서 시로우가 미츠오를 위해서라도 암컷이 되는 건 싫다, 라고 생각했던 심리하고 마찬가지인 거구나. 흐음……그렇다면, 시로우하고 미츠오의 육체적인 관계는, 영원히 평행선을 그릴 뿐 결코 교합할 수 없다는 게 돼」 「그 이전에, 나로서는 말하고 싶은 게 있는데」 「뭔데?」 「네가, 내 의지를 무시하고, 내게 캣크라운이라는 관계를 밀어붙인 것 말이야」 「그건 두 사람의 초야를 레이프라는 형태로 실행해버린 것에 대해서야?」 「그래!」 라고 나는 소리를 질렀다. 초야니 레이프니 하는, 생각해내고 싶지도 않은 그때의 일을 떠올리게 하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입에 담는 시로우에게, 그거야 말로 단순한 구실이 아닌 울컥거림을 불러일으켰다. 「애당초 레이프라고 하는 건 최저의 행위니까 당하는 쪽에게는 증오밖에 남지 않는 것도 당연한 일이야! 덤으로 너는, 그 일에 대해서는 한마디의 사죄도 하지 않았다구! 그런 너를 용서하고, 좋아하게 되는 노력을 하려고 하다니, 나는 사람 좋은 걸 넘어서서 바보도 어지간한 바보인 거고, 그러니까 너를 좋아하게 되어볼까 라고 생각했던 건, 운명에는 거스를 수 없다고 포기하고, 어떤 의미에서는 나 자신을 포기했기 때문이야! 그 점은 가슴에 새겨둬 줬으면 한다구! 나는, 네가 좋으니까 좋아하게 되려고 하는 게 아니라, 억지로라도 좋아하지 않으면 앞으로 평생, 내 인생은 새카만 암흑이라고 판단한 결과이니까! 이해하든 못하든, 내 입장은 그런 거니까, 기억해둬!」 그건 아마, 보통 인간관계였다면 일단은 입 밖에 내지 않을만한, 상대방의 마음이 받을 상처는 전혀 고려하지 않은 잔혹한 처사였겠지. 하지만 내 가슴속에는, 그렇게라도 말해주지 않으면 마음이 풀리지 않을 울분이 계속 서리어있었고, 앞으로 어떤 관계를 쌓는다 해도, 어쩌면 이걸로 끝이 된다고 해도, 한번은 토해낼 필요가 있었던 본심이었다. 단, 그것도 인간이 상대이니까 그 말이 칼이 되고, 본심을 부딪치는 일이었던 것 같다. 「미츠오는 말하지 않았어」 라고, 시로우는 차분함을 두른 얼굴로 말했다. 「그러니까, 시로우도 말하지 않았어」 「그거……사죄 얘기야?」 시로우는 「그래」 라고 끄덕였다. 「이쪽에서 말하지 않았으니까 그쪽도 말하지 않았다? 핫! 뭐어, 그렇겠네. 그쪽은 나쁜 짓을 했다고는 쥐꼬리만큼도 생각하고 있지 않으니까, 사과하자 라는 발상 따위가 나올 리가 없지! 네네, 사과하라고 말하지 않았던 제가 잘못했던 거로군요. 하긴 입에 발린 소리만으로 적당하게 사과 받는다면, 훨씬 더 화가 나겠지만 말이죠!」 「그건 오해야」 라고, 인묘 남자는 곤란해 하는 표정으로 말했다. 「시로우가 교미를 초조해 했기 때문에」 「교미라는 말 따위 하지 마!」 「미츠오의 몸도 마음도 상처 입혀 버렸다는 자각은 있어. 그에 대해서는 보상하려고 생각하고 있었어」 「책임을 지고 결혼해줬지, 아주 멋져, 그럼~그럼」 「하지만 말로 하는 사죄가 보상이 될지 어떨지, 자신이 없었어. 알파들의 의견으로는, 미츠오가 말로 하지 않는 이상, 건드리지 않는 쪽이 낫다는 거였어. 사죄할게, 라는 말을 하는 걸로 미츠오가 그 때의 기억을 떠올려서, 마음의 상처를 벌어지게 하는 게 되는 건 좋지 않으니까, 라고」 「아 그러셔. 궤변이 지나치군 그래」 「알파들의 책임이 아니라, 시로우의 판단이 틀렸던 거야. 잘못했어」 「하핫」 하고 웃어제끼는 자세를 만든 것 까지는 좋았지만, 그 다음 말이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시로우는, 정말로 잘못했다고 생각하고 있는 듯한 모습으로, 나를 향해서 깊숙이 고개를 숙여보였던 것이다. 그리고 나는 떠올렸던 것이다. 이쪽에서 발신하지 않으면 상대에게 전해질 리가 없다는, 고양이들과의 사교 중에서 배웠던 교훈을. 말로 하지 않는 생각은, 상대로서는 알 수가 없다. 이쪽에서 말하지 않으면, 저쪽은 알 도리가 없다. 아아……확실히 진리로구나, 그거. 그리고 시로우는, 커뮤니케이션이라는 것에 관해서는 엄격한 현실주의자의 일원이었다. 「미츠오는, 오늘밤 처음으로 시로우에 대한 진짜 마음을 말해줬어. 미츠오가 말했던 건, 시로우에게 있어서는 괴로운 말이었지만, 말해주지 않는 것보다는 훨씬 좋았어. 시로우는 계속, 미츠오하고의 관계를 어디에서부터 다시 쌓으면 되는 건지, 주저하고 있었어. 시로우와 미츠오의 출발점은, 제로인건지 마이너스인건지 플러스인건지……. 실은, 조금은 플러스 레벨에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건, 미츠오는 상냥한 마음이 강해서 시로우에게 진심을 깨닫게 해주지 않았었다는 거였어. 하지만 이제, 알았어. 미츠오는 그 초야 때문에, 시로우를 증오하고, 원망하고 있어. 시로우는, 미츠오가 그 날 일을 용서해줄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에서부터 다시 시작할 거야. 그러면 되는 거야?」 나는 생각하고……자신의 지금 마음과, 시로우가 말했던 것을 곰곰이 생각하고서, 「그렇네」 라고 대답했다. 「그 날 일을 용서하지 않은 동안은, 너를 정말로 좋아하게 되는 건 무리니까」 하지만, 아마 이미, 반쯤은 용서해버리고 있는 거겠지만. 시로우가 그 날 그런 식으로 나를 안았던 사정은, 말하자면 발정기의 수코양이가 일으킨 봄의 성적 폭주였던 것이라는 식으로 이해할 수 있는 마음은 되어있으니까. 그걸 말할까 어쩔까 주저했다가, 그만뒀다. 아직 일러. 머리로는 이해할 수 있지만, 마음으로서 납득하고 있느냐고 하면, 아직 그렇지가 않아. 그리고 이제부터 우리들의 관계에 있어서는, 거짓됨 없는 감정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것이다. 그러니까, 지금은 아직 말하지 않을 거야. 내 안에서, 그것이 흔들림 없는 확신이 되었을 때에, 말하자. 네가 좋아……라는 말로. 깨닫고 보니, 창 밖은 서서히 날이 밝기 시작하고 있고, 나는 정신적 배틀 같았던 말싸움으로 완전히 녹초가 되어있었다. 「나는 잘 거야. 오늘 학교는 쉴 거야. 잘 자」 시로우도 피곤한 얼굴을 했지만, 「같이 자도 돼?」 라고, 한수 접고서 내 뜻을 물어봐왔다. 나는 이불로 기어들어가면서, 「응, 좋아」 라고 말해주고, 약간의 립서비스를 덤으로 해줬다. 「시로우든 시이타든, 들어와」 즉 지금까지는, 침대에서 함께 자게 했던 것은 시이타의 모습으로 있는 것이 조건이라고 엄명을 내렸던 것을, 슬며시 철회해줬다는 얘기다. 시로우는 활짝 기쁜 듯한 표정을 짓고는, 서둘러서 내 옆으로 기어들어왔다. 우왓, 시로우의 몸, 냉랭하잖아. 그러고 보니 이 녀석, 계속 알몸인 채였지. 그걸 보고도 나 아무렇지도 않게 있었다니, 익숙해진다는 건 무섭구나~. 「춥지 않았어?」 라고 물어봤다. 「미츠오로 따뜻하게 해도 돼?」 라고 되물어왔다. 「달라붙는 건 괜찮지만, 그 이상은 안돼」 「알았어」 얌전히 말한 시로우가, 내 목 밑으로 팔을 밀어 넣어왔다. 「뭐야」 「팔베개야. 이쪽이 훨씬 더 착 달라붙을 수 있어」 「아 그래. 상관없지만, 이상한 기분이 든대도 나는 돌봐주지 않을 거야」 「시로우도 졸려. 아마 금방 고양이가 될 거야. 걱정은 필요 없어」 「후후……뭔가 웃긴데」 「뭐가 말야」 「글쎄에……」 나는 눈을 감고, 알몸인 시로우에게 안겨있다는 상황에도 상관하지 않고 곧장 잠이 들었던 것 같았다. 그 뒤의 기억이 없으니까. 다음날은 점심이 지나서야 눈을 떴지만, 보니까 커다란 검은 고양이의 팔을 베개로 빌린 채여서, 웃었다. 시이타는 아직 숙면중이고, 포근한 털의 따스함은 기분 좋았고, 일어날 이유도 없었기 때문에 그대로 두 번째로 잠에 빠지기로 했다. 깜빡깜빡 잠으로 떨어져가면서, 어젯밤의 그건 『비온 뒤에 땅이 굳는다』라는 거였던 걸까나, 라고 생각했다. 으~응, 그렇구나……강제적으로 대령된 연인(그것도 남자)이라는 것에 연연해하던 것에서 해방될 수 있었고, 객관적인 관점에서 볼 수 있게 된다면, 시로우라는 녀석은 충분히 매력적이고……으~응……. 아, 그러고 보니 어젯밤에 숨어들어왔던 고양이는 누구였던 거지? 다음에도 요주의인 걸까나. 이런, 이런. -- 계속 --> [고양이 3] 왕 같은 고양이의 음모와 순애 (7) 왕 같은 고양이의 음모와 순애 (7) Written by 아키즈키 코오 수요일. 나는 성실한 대학생으로 복귀했다가, 천중살(天中殺)을 맞았다. 1교시 째는 시로우하고 함께였지만, 2교시 째는 각각 다른 수업이라서, 이따 봐 라면서 떨어진 순간. 나는 아키타상을 필두로 하는 1학년 여자애들 10명 정도에게 둘러싸여 툭툭 떠밀리면서 교사의 뒤로 끌려가게 되었던 것이다. 「당신 말에요, 대체 시로우군의 뭐예요?!」 로 시작된 힐문은, 내 대답을 듣기보다도 자기들의 주장을 내 귀에 틀어넣기 위한 분위기로, 말하자면 둘러싸고 다그치기……또는 집단 이지메라고 하는 것이었다. 「게다가 당신, 2학년이죠! 그런데 어째서 시로우군한테 엉겨 붙는 거야?!」 「뻔뻔스럽게 컴퍼까지 끼어들어서!」 「어지간히 해!」 「시로우군의 가드를 엎고 고상한 척 하는 것 같은데, 말하자면 금붕어의 똥이잖아!」 「그래. 똥이야, 똥!」 「친척인지 뭔지 모르지만, 당신 따위는 시로우군한테도 분명히 민폐라구!」 「시로우군한테 달라붙으면 인기를 끌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지만, 바보 아냐?!」 그리고 맨 처음 두, 세 번은 시험해봤던 항변도 무슨 말을 하든지 들을 생각 따위는 없다는 걸 알고 입을 다물었더니, 그건 그거대로 다그칠 건덕지가 되었다. 「잠깐, 남자인 주제에 뭐야! 태도를 분명히 하라구!」 「뭐야, 그 얼굴은! 우리들을 바보 취급 하는 거야?!」 「받아칠 근성도 없는 주제에!」 「갑자기 태도를 바꿔대고 말야!」 「흥, 시로우군이 곁에 없으면, 말도 못하는 거 아냐!」 「화장이 어떻다는 건지, 여기서 다시 한번 말해 봐요!」 「말 못해?! 비겁자!」 「잠깐, 당신! 듣고 있는 거야?!」 네네네네, 제대로 듣고 있으니까. 무슨 말이든 하고 싶은 대로 해주세요……. 작당을 하고 떼로 달려드는 여자만큼 무서운 건 없다는 것을, 나는 소학교 때에 체험했다. 왜 그 일이 일어났었는지는 이젠 기억나지 않지만, 나와 또 다른 한 사람이었나 두 사람이었나, 반의 여자애들 전원에게 둘러싸여가지고 이런 분위기에서 당하는 사태가 되어서, 어떤 결말이 났었는지는 잊어버렸지만 프라이드가 아주 아프게 상처 입었던 것은 기억하고 있다. 그 때를 떠올리며, 오늘의 나는 여유를 가지고 여자애들을 관찰하고 있었다. 그녀들이 하는 행동이 너무나도 어린아이 같고 이유도 바보 같은 것이라서, 처음부터 제대로 마주할 마음도 들지 않았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일단은 그래도, 당신들은 최고학부의 학생이잖아? 그런데 하고 있는 짓이며 말이며, 소학생이랑 똑같은 수준. 같은 세대로서, 한심해져 버린다구. 하지만, 손을 내밀어왔을 때에는 역시 움찔 했다. 「이제는 시로우군한테 달라붙어 다니지 말아!」 라고 소리치면서, 아키타상이 내 얼굴에 펀치와 따귀를 날려 온 것이 계기가 되어서, 핸드백 같은 걸로 패온 애는 두 명 정도였지만, 원형 안에 둘러싸여 걷어차이고 쿡쿡 찔러대고, 잡아당겨지고 떠밀리기의 총 공격. 내 쪽에서는 여자를 상대로 반격할 수도 없어서, 그저 마냥 당하기만 하고. 「잠깐. 그만둬. 이런 건」 라고 말해봤자, 물론 들어 먹히질 않지. 그리고 1대 10으로 계속 돌림빵으로 얻어맞는다는 것은, 꽤나 힘이 드는 일이었다. 주저앉아버린 나를 향해서, 여자애들은 「일어서!」라느니 「매가리도 없기는!」라느니 「그러고도 남자야?!」라느니 하는 제멋대로인 소리를 해대면서, 말 그대로 뭉개고 걷어차고 하는 걸 나는 그대로 뒤집어썼고, 맨 마지막으로, 「이게 넌더리나면, 두 번 다시 시로우군의 주위에서 얼씬거리지 마!」 라고 잘난 듯이 하명을 내리시고는 의기양양하게들 돌아갔다. 하고 싶은 말은 배 속에서 계속 부글부글거리고 있었지만, 나는 더욱 더 침묵을 지켰다. 걸어온 싸움을 그대로 받아쳐서 악담이랑 욕을 되돌리면, 저 녀석들하고 똑같은 레벨로 떨어지게 되는 거다. 저 녀석들이 가장 쫄게 될 말은 「시로우한테 일러바친다」라는 게 되겠지만, 그런 한심한 소리는, 혀가 썩어 들어간대도 말하고 싶지 않다. 게다가……생각해보면 그녀들을 가장 실망시킬 수 있는 것은, 「시로우는 나하고 결혼했고, 우리들은 생애의 반려야」라는 사실을 밝혀버리는 거지만, 나한테는 그런 어브노말한 신상을 공언할 수 있을만한 각오도 용기도 없었다. 오히려 그게 알려지기 보다는, 금붕어의 똥이라고 불리고 이지메를 당하는 쪽이 그나마 낫다고 할까. 혹시 나와 시로우가, 시로우가 꿈꾸고 있는 듯한 상사상애라는 관계였다면, 호모라는 걸로 받을 경멸이든 차별이든 전부다 받아내겠어 라는 배짱을 가지고 있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 현재의 나는, 간단히 말해서, 흘러가는 결과대로 지금의 입장에 있다는 것이고, 도대체가 흘러가는 대로 그리 되어버렸다는 점이 남한테는 말하고 싶지 않은 부끄러운 점인 것이다. 그래……이건 내 프라이드의 문제. 나 자신이 가슴을 펴고, 「시로우는 내 연인이야, 부럽냐?」라고 말할 수 있는 마음이 드는 때까지, 그녀들에 대한 보복은 보류다. 혼자가 되어서 일어서봤더니, 꽤나 여기저기가 욱씬욱씬 아팠다. 50몇 킬로쯤이 될 체중을 실은 하이힐로 짓뭉개대는 공격 같은 것도 당했기 때문이겠지. 별로 큰 상처는 아니었지만, 바지는 진흙투성이고 셔츠는 두 세군데 찢어지기도 했어서, 일단 사진부 부실로 피난장소를 구하기로 했다. 걷기 시작했더니 발걸음이 흐느적흐느적 거리고 말아서, 혼자서 웃었다. 교사의 모퉁이를 도는데, 본적이 있는 듯한 남학생들 한 무리가 뭉쳐있는 것과 마주쳤다. 아아, 그런가, 컴퍼에서 만난 녀석들이 있다. 그다지 나쁜 짓을 한 것은 아니지만, 바지는 너덜너덜에 셔츠는 찢어진 모습은 꽤나 창피한 것이라서, 눈을 내리깔고 지나치려고 했다. 그런 나를 향해서, 「어라아~, 이거~ 멋지게 당했네~!」 라고, 놀리는 투로 큰 소리를 던져 온 녀석이 있었다. 「어떻게 된 겁니까, 선배! 너덜너덜해요!」 그렇게 말한 녀석도 웃는 목소리. 「여자한테 인기 있는 녀석의 종이라니, 꽤나 큰일이네요~!」 「그거, 얻어맞고 걷어차이면서도 뒤를 봐주다니, 원한을 살만도 하지~!」 「하지만, 반해서 하는 짓이니까 힘내라구요~, 호시카와 선~배!」 「아, 과~연, 고백도 못하는 호모의 순애라는 건가~! 우우~꼴사나워~!」 「그아하하하하!」 「나베시마 시로우, 여자한테도 남자한테도 인기 캡인 남자!」 「게다가, 호모에 매저인 종도 있고~!」 「아이~잉, 역시 그건, 남자의 동경이잖아~!」 「나, 호모인 종 녀석 따위는 필요 없어~! 꼴사납다구, 꼴사나워!」 「뜨아하하하하!」 아까의 장면을 알면서, 재미있어하며 구경했던 것 같다. (겍! 바보자식~) 이라고 가슴 속으로 독설을 뿜어대면서도, 되받아쳐봤자 얘기 따위는 될 리도 없고 허무하기만 할 뿐이니까, 무시하고 계속 걷는 걸로 (상대 따위 하지 않아) 라고 의사표시를 하면서, 클럽하우스로 가는 모퉁이를 꺾어들려고 했다. 시로우가 서있어서, 흠칫했다. 「아. 야아~」 어쨌든, 그렇게 웃어보였다. 시로우를 맛이 가게 하지 않도록, 아무렇지 않게 보이지 않으면. 난투 같은 게 됐다가는 곤란하다. 시로우는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나를 놀렸던 녀석들이 있는 쪽을 지긋이 보면서 말했다. 「왜 싸우지 않아?」 ……그건 예상도 하지 않았던 말과 어조였고……나를 책망하고 있었다. 그리고 잘못 듣지 않았다는 증거로 시로우는, 「미츠오는 프라이드가 없는 건가」 라고 토해내는 어조로 말했다. 대체……누구 탓으로 이렇게 됐다고 생각하는 거야?! 일순, 머리와 가슴 속은 격렬한 폭풍이 휘몰아치는 장소가 되었지만, 다음 순간에는 공허한 허무가 그 자리를 대신했다. 「너하고 나는, 프라이드가 있는 곳이 다른 거야」 그렇게 대답하고, 부실로 가는 걸음을 재개했다. 클럽하우스의 입구가 보여서, 나는 무릎이 후들후들 떨리고 있는 것을 깨달았다. 아까의, 그 혼란하고 착잡했던 폭풍 같은 격정의 여파인 게 틀림없었다. 「흥」 하고 나는 콧김을 내뿜었다. 「고양이 주제에!! 너 따위가 뭘 알겠어!!」 있는 대로 거칠게 내뱉어서 방금 전의 모든 일에 결말을 짓고,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부실에는 시마모토 선배가 있었고, 내 모습을 보자, 「오우」 라고 일부러인 듯 눈을 휘둥그레 떴다. 「무지 화려하게 넘어진 거냐, 난투라도 한 거냐」 「양쪽 다 땡이에요」 「그럼, 시로우 추종자들한테 당한 거냐」 감 좋게 정답을 맞힌 선배에게, 「아, 봤던 거군요. 그런 때에는 도와주세요!」 라고 장난을 쳤다. 「누~가. 색에 미친 여자를 상대하려는 바보는, 너 정도뿐이야」 라고 그 장난에 맞장구를 쳐주어서, 「저 혼자서 10명이라구요, 10명. 학교 당국에 이지메 당했다고 호소라도 할까나」 라고 어리광 부리는 식으로 우는 소리를 했다. 「뭐어 그건 나중에 하고, 끼어라」 선배는 생각했던 대로 능숙하게 얘기를 흘려 넘겨줬고, 테이블에 늘어놓고 손질 중이었던 카메라랑 렌즈를 가방에 집어넣기 시작했다. 「시체 씻기랑 AV촬영은 아니겠죠」 「오우, 돈은 안 되는 거야」 「필름값, 빌려드려야 되는 겁니까?」 「당연하지. 후배의 지갑은 선배 거라고 결정 난 거야」 「대신에 뭔가 갈아입을 옷 없습니까?」 「아―빨아둔 녀석은 없을지도」 그런 대화를 하며 부실을 나왔다. 시로우하고 만나고 싶지 않은 내 기분을 읽은 건 아니겠지만, 선배는 비밀 출입구 같은 비상문으로 클럽하우스를 나와서, 이런 루트가 있다고는 몰랐던 길을 따라 이게 또 평소에는 사용하지 않는 듯한 열쇠가 걸려있던 작은 문을 뛰어넘는다는 방법으로 캠퍼스를 나왔다. 「내 하숙집으로 가는 지름길이야」 「헤에, 이 근처인 겁니까?」 「저기야」 선배가 가리킨 것은, 뛰어넘어온 문에서는 엎어지면 코 닿는 거리에 있는 낡고 오래된 2층집이었다. 1층의 처마 아래에 『학생식당』이라는 간판이 걸려있지만, 굉장히 낡은 간판은 박아놓은 못이 빠져서 삐딱하니 삐뚤어지게 걸려있는 상태라서 도저히 손님이 들어갈 만한 가게로는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장사는 하고 있는 듯, 문가에는 기름때가 눌은 노렌 가게 입구에 걸어놓는 천 이 쳐져 있고, 그 옆의 환기구에서 전갱이 프라이라도 튀기고 있는 듯한 냄새가 흘러나왔다. 선배는 익숙한 동작으로 휙 하니 노렌을 걷고 안으로 들어갔고, 나도 따라갔다. 「다녀왔습니다―」 라고 선배가 말을 걸었던 것은, 카운터석 건너편의 주방에서 일을 하고 있는 아주머니. 아주머니는 뒤돌아보지도 않고 「어서와」라고 대답했다. 가게 안은, 카운터석과 테이블 석이 두개로, 14명이면 만원이 된다. 「후배의 지도를 겸해서 멀리 나갈 거니까, 도시락 만들어요. 2인분」 「오이야~」 하숙이라고 말했지만 부모자식간의 대화 같다고 생각하면서, 선배가 주방의 옆 계단을 올라가는 걸 따라갔다. 계단이 끝나는 곳의 미닫이문을 열 때에, 선배는, 「다녀왔어―」 라고 말을 걸어서, 혹시 동서중인 애인이라도 있는 건가 싶어 자세를 갖췄지만, 「실례하겠습니다―」 라고 발을 디민 다다미가 노랗게 탄 6량짜리 방에는 아무도 없고, 만년 바닥에 깔려있는데다가 그녀가 있는 거라면 이렇게 되지는 않겠지 라고 싶게 물건들이 어질러져 있어서, 안심했다. 「에에또, 갈아입을 옷이라, 갈아입을 거어~」 「아, 윗옷 만이면 돼요. 바지는 더러워진 것뿐이니까」 「셔츠, 셔츠……읏샤, T셔츠 발견! 오우, 또 있다, 기적적으로 빨래가 된 거야」 「럭키」 찢어진 셔츠를 벗고서, T셔츠로 갈아입었다. 「어라, 이 로고는 옆 앞의……」 「오우, 아르바이트 했던 이자카야 일본식 선술집 에서 꿈친 거야」 「싫어라, 역 쪽으로는 가지 않는 거겠죠」 「입고 돌아다니면서 선전해주는 거라고 말하면 돼」 정말이지, 이 사람은, 어디까지 한심해질 수 있는 걸까. 「네 카메라는……」 연기에 그을린 듯한 색의 장지문을 열고 벽장에 머리를 들이밀었던 선배가, 「어이, 바보라도 찍을 수 있는 놈하고 바보는 찍을 수 없는 놈하고, 어느 쪽이 좋아?」 라고 물어왔다. 「아―……」 「이왕에 할 거면 조금은 주무를 수 있는 쪽이 재미있겠지. 자, 이거 써」 「아, 네, 빌리겠습니다」 벽장의 위층에는 프로랑 맞먹는 수의 카메라랑 렌즈가 수납되어 있는 것 같았다. 빌려 입은 T셔츠의 어깨에 빌린 카메라를 걸치고 내려온 1층의 카운터에는, 이미 두 사람 몫의 도시락이 놓여있었다. 선배는 「다녀오겠습니다~아」라고 인사를 하고서, 손님이 없는 가게를 나왔다. 「저기, 장사는 되는 겁니까?」 라고 물어봤다. 「먹으러 와줘」 라는 대답이었다. 선배가 데려가준 것은 다카오야마(高尾山)의 하이킹코스로, 우리들은 각자 마음에 드는 풍경을 카메라에 담으면서 어슬렁어슬렁 산책로를 올라가 도착한 정상에서 도시락을 먹고, 또 어슬렁어슬렁 하계로 돌아왔다. 선배는 쓸데없는 얘기는 산더미만큼 주절댔지만, 내가 너덜너덜하게 됐던 아까의 얘기를 꺼내지는 않았고, 수다도 맞장구를 치는데 피곤해질만한 얘기는 아니라서, 즉 이 이상 없을 정도로 교묘하게 위로해주는 역할로서 내게 어울려주었던 것이다. 그런 선배의 마음 씀씀이와, 초여름에 들어서있는 산의 녹음이 방울져 떨어지는 듯했던 아름다움 덕에, 나는 가급적 빨리 세탁을 필요로 했던 마음의 때를, 거의 깨끗하게 씻어낼 수가 있었고, 학교가 있는 역에서 전차를 내렸을 때에는 기분도 상당히 좋아져 있었다. 그러니까, 이미 어두워진 역 앞의 혼잡함 속에서 시로우의 모습을 발견했을 때, 「야아」 라고 웃을 수가 있었던 것이다. 귀택 러시인 사람들 속을 가르듯이 다가온 시로우는, 「어디에 갔었어」 라고 물어오면서 곁눈질로 선배를 노려보고, 내가 대답하기 전에, 「시로우가 말이 지나쳤어」 라며 매달리는 눈빛을 보내왔다. 「선배, 술 마시러 가죠」 라고 말했던 것은, 모처럼 씻어낸 그 한순간의 기억이 돌아올 것 같았기 때문이다. 「미츠오」 라고 불러온 시로우에게, 「알았으니까, 그 얘기는 끝」 이라고 언도하고서, 「너도 올래?」 라고 물어봤던 것은, 그때 먹었던 쇼크의 보복치고는 너무 약하다고 할 정도로 자그마한 심술. 「올 거라면, 술값 가져와」 그 때의 내 말이 만들어낸,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의 분함이랑 한심함이랑 부조리감은, 단 몇 천 엔짜리 술값 정도로 없었던 걸로 할 수 있을만한 레벨은 아니었지만. 말이 지나쳤다고 하는 사죄도, 상황이 안 좋다고 생각되면 일단 사과하고 보자는 처세술을 발휘한 것이라고만 생각하고, 그때의 내 심정을 이해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뭐어, 좋아. 실마리도 없는데 여기서 나를 기다렸던 노력만은 높게 사주지. 「가게는 시로우가 선택해도 되는 건가」 라고 건방진 소리를 하길래, 「술집 같은 데를 아는 거야?」 라고 놀려줬다. 「시그마가 있을지도 몰라」 라는 대답에, 갑자기 흥미가 끌렸다. 가게는, 각국의 대사관이 모여 있는 아자부(麻布)의 일곽인, 배후에는 고급스러운 주택지를 두고 도로를 따라 선 빌딩들 속에 있었고, 선배는, 「이런 곳까지 끌고 오다니, 돌아갈 차비가 엄청 올라가잖아」 라고 투덜투덜 말했다. 내 쪽은, 시로우가 도내의 지리에 밝다는 것이 이상했다. 그게, 나하고 만나서 변신법을 자기 것으로 할 때까지, 나베시마 저택에서 나간 적이 없다고 말했고, 그 뒤는 계속 나하고 함께 있었고, 외출을 한다면 집 근처랑 대학의 왕복정도밖에 없다. 「전에도 와본 적이 있는 거야?」 라고 물어봤더니, 시로우는 시치미를 떼려고 할 때의 표정으로, 「지도에서 조사했어」 라고 말했다. 빌딩의 1층에 있었던 가게는 고급 클럽이라는 느낌으로, 학생이 발을 들어 밀어도 좋을만한 장소로는 보이지 않았지만, 마마인 것 같은 와후쿠 일본의 전통적인 옷차림 차림의 초절미인은, 시로우의 뺨에 기품 있는 키스를 하고 열렬한 환영을 했다. 「흐응, 시로우한테는 대학보다 이런 장소 쪽이 더 어울리는구나」 라고 시마모토 선배가 납득이 간다는 어조로 끄덕이고 있었다. 「어서오세요. 시로우상의 친구 분들이시라고요? 아라, 이쪽분이 소문의 미츠오상이실까나?」 「아, 네」 「처음 뵙겠어요, 토우코(董子)라고 합니다. 소문대로 그윽하신 분이로군요」 보통과는 조금 다른 그 표현으로 보건데, 시로우의 일족과 연관이 있는 여성인 것 같지만, 그 파티 때에는 본 적이 없었는데에. 악수를 청하는 느낌으로 하얀 손을 내밀어 와서 쥐었더니, 토우코상은 키스하려고 하는 듯이 내 손을 얼굴 쪽으로 가지고 가서 조금 당황했다. 그녀는 손에 입술이 아니라 코를 대고서, 흥흥 냄새를 맡았다. 우와아, 역시 고양이야. 하지만, 직계 여성은 없다고 하지 않았었나? 선배와의 인사는 애교 있지만 간결했다. 「시로우상, 이쪽은?」 「아, 시마모토입니다」 「시로우는 1학년이지만, 시마모토는 3학년이야」 「아라, 그러면 선배이시잖아요. 함부로 부르는 것은 좋지 않아요. 시마모토상, 이곳에 잘 오셨어요」 「하하하, 감사」 가게 안은 널찍한 플로어에 품질 좋은 소파세트가 배치되어 있었고, 우리들은 가장 안쪽의 L자형으로 만들어진 자리로 안내받았다. 시로우가 한 가운데에 앉고, 나는 그 옆. 선배는 맞은편이다. 「여기 혹시 정치가 같은 사람들이 다니는 가게야?」 시마모토 선배가 소곤소곤 시로우에게 물어봤다. 「그런 손님도 있어」 시로우는 자기가 오너인 것 같은 말투로 대답했다. 나는 토우코상에 관한 걸 물어보고 싶었지만, 선배가 있는 앞에서 일족의 얘기는 할 수 없다. 「설마 호스티스가 따라붙는 고급 바에서 마실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어」 선배가 기쁜 듯이 주위를 관찰하면서 말했다. 이 사람의 사전에는 겁을 먹는다는 말은 없는 것 같다. 「여자가 필요해?」 라고, 시로우가 물었다. 「에? 없어?」 「아니, 부르지」 안쪽 도어에서 나타난 여성들은 토우코상에게 조금도 뒤지지 않는 미녀들이고, 게다가 대담하게 슬릿이 들어간 차이나 드레스랑 미니스커트차림. 선배의 코 아래는 쭈~욱 소리를 내면서 늘어났다. 시로우하고 나를 사이에 끼우는 모습으로 토우코상과 또 한사람의 여성이 앉고, 시마모토선배에게는 여성 두 사람이 앉는, 두 손에 꽃이라는 모습으로 붙었다. 「이야~나, 모르는 사이에 죽어서 천국에 와버린 걸까나~」 시마모토선배가 블랙조크로 장난을 쳤다. 「시로우상, 식사는 아직이시죠?」 「아아」 「우리 집의 요리를 드시게 할 수 있어서 기뻐요」 토우코상이 말하자마자, 나란히 기모노를 맞춰 입은 귀여운 여자애들이 차례차례 요리를 날라 왔다. 「우와아~, 맛있겠다~!」 라고 선배가 환호성을 질렀다. 나는 처음엔, (이런 요리에서 먹고 마시다니, 어깨가 굳을 거 같아) 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선배는 차례차례 나오는 가이세키식의 요리를 와구와구 먹고 있고 여성들은 손님을 편하게 해야 한다는 마음가짐을 하고 있어서, 어느새 나도 걱정은 잊고 마시면서 식사를 즐기고 있었다. 산을 걷느라 텅 비었던 위장이 만족했을 무렵에는 술도 꽤 마셔버려서, 여자들에게 당했던 것도 남자들에게 들었던 소리도 시로우의 말에 울컥했던 것도, 용서하고 잊어버릴 수 있는 기분이 되어있었다. 그만 혀도 풀려버려서, 「여기, 하얀 고양이씨하고 관계가 있는 가게인 거야?」 라고 시로우에게 물어봤다가, (앗차) 싶어서 손으로 입을 가렸다. 주위에는 시마모토선배며 여자들이며 하는 일반인이 있었지. 나하고 비슷한 페이스로 마셨는데, 아직 멀쩡한 듯한 시로우는, 「시그마는 『시도우(司堂)』라고 불러」 라고 소곤소곤 가르쳐주었다. 「그 이름으로 부르면, 얘기해도 괜찮아」 「오케이, 시도우상이지. 그래서?」 「여기는 토우코의 가게이고, 토우코는 시도우의 여동생이야」 「에? 하지만」 일족의 직계……즉 인간으로 변신할 수 있는 인묘에는, 여자는 없는 거 아니야? 시로우는, 내 귀에 비밀 얘기를 들려준다는 식으로 그 의문에 대답해 주었다. 「직계에도 두 종류가 있어서, 시도우랑 시로우들은 고양이의 모습으로 태어난 종류이지만, 토우코들은 인간의 모습으로 태어난 종류야」 「헤에~. 어머님이 틀린 건가?」 「아니, 시도우하고 토우코는 같은 어머니한테서 태어났어. 즉 우리들은, 2분의 1의 확률로 태어나오는 모습이 틀려」 그거, 상당히 괴기스럽네……라고 나는 생각했다. 일족의 부인들은 인간 여성이고, 그런데 고양이 아이를 낳는 거니까. 거의 불행한 괴담 같잖아. 「사람의 모습으로 태어난 자는 변신응력은 가지고 있지 않아서 『준직계』라고 불리지만, 변신 이외의 능력은 직계하고 동등한 자도 많아」 「그럼, 귀라든지 코라든지 하는 건 고양이랑 맞먹는다는 거야?」 「시도우의 계통은 직감이랑 영감에도 뛰어나」 「그러고 보니, 고양이는 인간보다 영감이 강한 것 같다고 하지만」 「토우코는 그 쪽에서는 유명한 영능력자야」 「헤에~. 아, 그럼 시그……아니, 시도우상은?」 「영감 말이야? 물론 있지만, 그보다는 선견(先見)의 힘 쪽이 강해」 「선견이라니……예언? 굉장하네, 초능력이잖아. 그럼, 그쪽방면 일을 하는 건가」 「아니, 시도우는」 시로우가 말을 하려고 하는데, 훼방이 들어왔다. 나로서는 굉장히 재미있고 유익한 대화였지만, 선배 쪽에서 보면, 「어~이, 거기~! 언제까지 시시덕대고 있을 거야~!」 거의 턱을 맞대다시피 하고 오랫동안 소곤소곤 얘기를 했던 게, 그렇게 보였던 것 같다. 선배에게 그런 소리를 들었기 때문은 아니지만, 일단 둘이서만 얘기를 하는 건 그만두고, 그 뒤에는 토우코상들도 섞여서 수다를 떨면서 마시고…… 나는 필름이 끊겼던 것 같다. 눈을 떴더니 벌써 아침이고, 나는 내 방의 내 침대에 있고, 옆에서는 커다란 고양이가 조그맣게 코를 골면서 자고 있고, 기분은 숙취 기미가 조금 있었다. 왠지 굉장히 기분 좋은 H쪽 꿈을 꾼 듯한 기분이 들지만, 생각해내려고 하면 사라져버릴 것 같은 흐릿한 기억이라서, 침대를 나왔을 때에는 잊어버리고 있었다. 「시로우! 시로우!」 라며 흔들어 깨운 시이타는, 아직 잠이 모자라는 것 같다. 「나는 학교에 갈 건데, 너는 쉴래?」 「아직 졸려……」 「그런 거 같네. 그럼, 갔다 올 테니까」 나도 사실은 땡땡이 치고 싶었지만 어제랑 오늘 그런 사정이 있었으니까, 내가 얼굴을 내밀지 않으면 그 여자들이랑 그 녀석들은 내가 등교거부라도 하는 거라고 생각하고 기개가 없다느니 하면서 험담을 해댈게 뻔하다. 흥, 그렇게 할까보냐. 어제 그 뒤로 땡땡이를 친 것도, 너희들한테 이런 저런 소리를 들은 탓이 아니라, 시로우의 말투에 울컥해서 화가 났었기 때문이니까 말이야. 아침밥을 먹으러 간 부엌에서, 엄마랑 얼굴을 마주쳤다. 「어머, 너 있었네」 「어제 늦게 돌아왔어」 「눈치 못 챘어」 「아, 그래」 취해서 잠들어버린 걸 시로우가 데리고 돌아와 준 건 틀림없지만, 설마 그 녀석 나를 업고서 2층 창으로 들어왔다든지 하는 건 아닌 걸까. …… 그리 했을 법한 기분도 들지만. 「학교에 갈 테니까. 시로우는 오늘은 쉰대」 「어머 멋져. 천천히 갔다 와」 내가 없는 사이에 시이타한테 착 달라붙으려는 속셈인 거로구나. 「시이타하고 노는 건 좋지만, 갑자기 찾아온 손님한테 멍청하게 들키거나 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돼?」 「알고 있어. 자아~자, 얼른 가, 지각 아니니?」 확실히 조금 늦잠을 자버려서, 1교시가 끝날 즈음에 학교에 도착했다. 2교시 째의 교실 밖에서 전 수업이 끝나는 것을 기다리고 있었더니, 어제의 남자 녀석들 중의 하나가 이쪽을 향해 복도를 걸어왔다. 저쪽도 나를 발견했다는 것을 알았지만, 혼자가 되면 주의 깊고 입도 무거워지는 타입인 것 같다. 말없이 내 앞을 지나가려고 하길래 나는 일부러 웃는 표정을 지어서, 「좋은 아침」 이라고 말을 걸었다. 걸어가는 중이었던 상대는 다리를 앞으로 내밀려고 했던 참이었지만, 내 목소리에 주박이라도 걸린 듯이 움찔 하고 움직임을 멈췄다. 다리는 ㄱ자 형태인 채다. 그리고 삐걱삐걱 이라는 효과임이라도 들어간 듯한 느낌으로 내 쪽으로 얼굴을 비틀어 돌리고서 꼴깍꼴깍 두, 세 번 침을 삼키고 난 뒤, 겨우 쥐어짜낸 듯한 쉰 목소리로 말했다. 「조, 좋은 아침입니다, 호, 호시카와 선배님」 이거~시로우가 무슨 짓인가 했구나 라고 생각하면서, 「너도 이 수업이었지?」 라고 말을 걸었다. 「아, 아니요 그……네」 아니요 라고 하고 싶은 마음은 산더미 같다는 표정으로 대답한 그는, 아무래도 굉장히 겁을 먹은 것 같다. 어제의 태도에 대한 보복을 당한 것 같은 상태를 보고 즐겁지 않은 것도 아니었지만, 그의 잔뜩 쫄아든 태도며 안색까지 나빠지는 걸 보고는 불쌍하다는 마음이 앞섰다. 「혹시 어제, 나베시마한테 무슨 짓 당했어?」 하지만 상대는 생각지도 못한 질문을 받았다는 듯이 멍 한 눈빛으로, 「에?」 라고 나를 바라봐왔다. 「나베시마한테 무슨 소리를 들었거나, 뭔가 당했거나 한 거 아니야?」 「아니요」 라는 대답은, 즉각적이고도 (어째서 그런 소리를 묻는 건지 모르겠어) 라는 느낌이어서, 나는 시로우가 사용한 수단은 최면술이구나 라고 추리했다. 「응, 그렇다면 됐어」 라고 해방시켜줬더니, 「실례하겠습니다!」 라고 너무나도 예의바르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받았다. 대체 시로우는 어떤 암시를 건 거지? 그 2교시 째에는 1학년생도 꽤 있어서, 그 외에도 다른 누군가 관계자가 올까나 하고 생각하면서 조금 기대를 했더니, 전의 수업이 끝나는 소리가 나고 도어에서 학생들이 흘러나왔다. 그 중에, 나를 몰아붙였던 여자애들 그룹이 있고, 나를 발견한 순간 전원 새빨개져서는 멈춰 섰다. 문을 나온 순서대로, 나를 발견하고 화악 빨개진다는 반응이 다섯 사람이 이어지면, 이건 웃어제끼고 싶어져 버린다구. 그리고 빨개진 그녀들은, 어제 여왕님의 연합군 같은 거만스런 태도는 어딘가로 날아가 버린 것 같다. 마치, 신분이 다른 왕자님과 딱 마주쳐버린 평민 처녀라는 느낌으로, 나를 향해서 움찔움찔 목례를 하고, 5명 모두 딱딱하니 굳어서는 슬금슬금 달아났다. 저것도 시로우의 최면암시 덕이구나. 속이 시원하기는 시원하지만……계속 저 상태라는 것도, 좀 싫을 지도. 그 뒤에도 몇 명인가 관계자와 얼굴을 마주쳤지만, 남자는 너무나 황송해하고 여자애는 경원시하며 달아난다는 반응은 마찬가지여서, 나는 돌아가면 시로우한테 자세한 내막을 들어내겠다고 마음먹었다. 점심밥은, 시마모토 선배가 하숙하고 있는 『학생식당』으로 먹으러 가봤다. 한 종류밖에 없었던 점심용 정식은, 학관의 식당보다 조금 가격은 높고 맛도 그럭저럭 이었지만 그런 만큼 양은 끝내줘서, 많이 먹지 않으면 몸이 견디지 못하는 녀석들은 좋아할 것 같다. 나는 밥을 남겨 버렸고, 아주머니한테서 「그럼 처음부터 반만 달라고 해」라고 혼이 났다. 오후 3교시 째는 휴강이라고 붙어있어서, 부실로 시간을 죽이러 갔다. 그런데 그곳에서 나는, 어제 당한 천중살의 유효기간은 종일(終日)이었다는 것을 알았던 것이다……. -- 계속 --> [고양이 3] 왕 같은 고양이의 음모와 순애 (END) 왕 같은 고양이의 음모와 순애 (END) Written by 아키즈키 코오 「안녕하세요~!」 라고 도어를 연 순간, 「와왁」 하는 소리와 함께 팔락팔락 하는 소리가 나서, 「무슨 일입니까?」 라며 발을 들이밀었다. 부실에 있었던 것은 오늘도 시마모토 선배 혼자고, 소리의 원인인 듯한 바닥에 흩어진 사진을 허둥지둥 주워 모으고 있길래 거들려고 다가갔다. 「앗, 돼, 됐으니까! 보지 마!」 라고 선배가 당황한 목소리로 소리쳤을 때에는, 이미 내 눈은, 가장 가까이에 떨어졌던 한 장에 찍혀있던 것을 봐버렸다. 「에……무……에엣?!」 선배가 확 하고 빼앗듯이 사진을 감추어서, 나는 내가 봐버린 것이 잘못 본 게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벌거벗은 내가, 너무나도 헤롱헤롱한 표정으로 찍혀있었다……내가 주연인 에로 사진?! 너무나도, 너무나도 너~무나도 쇼크를 먹어서, 내 머리 속의 수치를 느끼는 기능은 오버히트로 정지해버리고, 「그……그건……설마, 저기」 언제, 어디서, 누가, 어떻게 찍은 거야?! 라는 질문을 시작하려고 했던 내게, 「나는 몰라!」 라고 선배는 노성을 질렀다. 「모, 모른다니! 그럼, 어째서 가지고 있는 건데!」 「내가 묻고 싶어! 어째서 내가, 언제 이런 걸 찍은 건데?! 내가 현상해서 양화한 거라구! 우갸~~~악!」 얼굴 전체를 입으로 만들며 아우성친 선배의 안색은, 너무나 당황한 나머지 새빨간 색과 청보라색으로 반점이 생겨있어서, 나는 선배의 무실을 확신했다. 그것과 동시에, 동기도 목적도 모르지만 범인의 목적은 짐작이 가서, 선배에게는, 「일단 진정하죠」 라고 제안했다. 「나는 결백해~!」 라고 선배는 벅벅 긴 머리를 마구 쥐어뜯었다. 「네에, 알았어요」 「하지만 내가 찍은 사진이야~! 앵글도 구도도 내 거야~!」 「그렇죠」 어젯밤, 선배는 카메라를 가지고 있었다. 필름은 산에서 다 써버렸지만, 그런 건 사오면 그만이다. 어젯밤, 그곳에는 카메라와 카메라맨이 갖춰져 있었다……게다가 카메라맨은, 바란 대로 취했다. 점점 더 범인에 대한 확신을 굳혀가면서, 선배의 마음의 평정을 위해서 말해줬다. 「선배는, 취하면 필름이 끊어져버리는 타입인 거지요」 하지만 선배는, 「헤롱헤롱 맛이 가도, 카메라하고 의식하고 기억하고 지갑은 놓지 않는 게 내 자랑이얏」 하며 가슴을 펴주었지만. 「하지만, 이거에 관해서는 전혀 기억이 없어어」 「그러니까, 기억이」 「아니얏! 그것만은 아니야. 오늘아침부터 암실에서 현상을 했는데, 산에서 찍은 사진에 이게 섞여있는 걸 깨닫고, 물건이 물건이다 보니까 양화할 수가 없어서 처분하려고 생각했다고. 그런데 손이……이 내 손이 멋대로 움직여서! 우오오오~~~~~!」 아무래도 얼버무리는 건 무리인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이 이상 아우성치지 않게 하려고 정보를 밝혔다. 「선배는 마인드 컨트롤을 당했던 거예요」 「헤? 마인컨?」 저기, 그렇게 생략해서 말하지 않는다고요, 보통은. 「짐작 가는 데가 있어요. 아, 뭐 무슨 종교가 관련됐다거나 하는 건 아니니까요」 「그런가, 마인컨인가아, 과연」 선배는 씌어져 있던 것이 떨어진 것 같은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그리고 패닉이 해소됐더니, 선배는 아무렇지도 않게 평소대로의 선배로 돌아왔다. 「이야이야, 그건 아주 진귀한 경험이었다구. 내 손이, 내 의식하고는 전혀 관계없이, 척척 작업을 해가는 거야. 그것도 평소보다 솜씨 좋게 말이야, 하하하하하!」 하하하, 가 아니에요, 이쪽은. 「수수께끼가 풀렸으니까, 사진, 제대로 보고 싶은데요」 「아이~잉, 미츠오군 엉큼해~잉」 「장난칠 때가 아니에요! 선배는 찍은 기억이 없는 것 같지만, 제 쪽도 찍힌 기억이 없단 말이에요!」 「우겍? 그럼, 자칫하면 범죄……」 선배도 진지한 표정이 되었다. 하지만, 깊이 탐색당하는 건 곤란하다. 「질 나쁜, 꽤나 공을 들인 못된 장난이에요」 「그런다는 건 이 짓을 한 사람이 짐작이 간다는 거야?」 「네에, 뭐어」 나로서는, 거기까지로 해서 얼버무릴 작정이었지만, 「그런가, 시로우는 이런 취미인 건가」 라는 선배의 말에, 예정은 완전히 뒤집혔다. 「에, 아니요」 「호시카와, 나쁜 소리는 하지 않으마. 따라 갈 수 없다고 생각되면 주저 하지 말고 헤어져」 「……에?」 「있다구, 가끔. 그녀와의 H를 사진이랑 비디오로 찍는 게 취미인 녀석이 말이야. 대체로 폴라로이드라든지 자기가 찍는 케이스이지만, 개중에는 좀 특출 난 놈들도 있어서어~」 선배는 그 부분에서 목소리를 스윽 낮췄다. 「실은 전에 한번, 그 쪽으로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어서 말이야. 카메라를 가지고 호텔로 오라고 해서 갔더니, 러브호텔이더라고. 아마추어 커플이었어, 그것도 중년. 그게, 하고 있는 가장 한중간을 찍으라는 거야. 여자 쪽도 『섹시하게 찍어줘요』라고 부끄러워하지도 않고 말이야. 누가 보고 있는 쪽이 불타오른다고 하는 녀석인 거지. 그런 취미가 있는 녀석이 꽤 많은 거 같아서, 전문으로 투고 잡지도 있는 거 같아. 혹시 시로우도 그거……인 거냐?」 마, 말도 안돼! 「아, 아니~아니, 아니, 다른 사람의 취미를 이러쿵저러쿵 할 마음은 없어. 단지 말이야, 호시카와의 동의도 없이 이런 걸 찍어버린다는 건, 조금 지나치다는 생각이 들어서」 「물론, 그 녀석한테는 엄하게 꾸지람을 할 거에요! 뼈저리게 깨닫게 할 거야!」 나는 잔뜩 힘을 넣어 주먹을 쥔 두 손에 맹세했다. 「어쨌든, 그거, 주세요」 「아, 오우. 사진으로서의 가치는 최고이지만 말이야」 「이, 잊어주세요!」 「안다니까. 남자끼리의 에로를 보고 코피를 쏟는 건 이제 사양이야」 「……쏟았던 겁니까?」 「하하하, 자아, 자아~자아」 라고 멍청하게 웃으면서 넘겨준 사진 다발을, 만지고 싶지 않은 기분으로 받아들고, 「필름은?」 이라고 물어봤다. 「아아, 암실에야. 그렇군, 양쪽 다 처분하지 않으면」 「양화한 건, 이것뿐인 거죠」 「오우, 한 장씩밖에 양화 못하니까」 말하면서 암실로 들어간 선배는, 3분을 기다리게 하고 나서 어째 아연실색한 표정으로 나왔다. 「없어」 「에?」 「필름이 없어!」 「진짜로?!」 나는 암실로 달려 들어가 둘이서 필사적으로 찾았지만, 선배가 사용하고 있는 것치고는 착실하게 정돈이 되어있는 암실의 어디에도, 예의 사진의 필름은 조각도 없었다. 「산에서 쪽은 있어, 이거 봐, 이 부근이 호시카와가 찍은 거」 「그럼, 그 필름만이……사라졌다?」 도움을 청하는 생각으로 바라본 선배가, 허둥지둥 두 손을 흔들어 보였다. 「숨기지 않았다구! 맹세해!」 「네에, 선배는 그런 짓을 할 사람이 아니니까……누군가한테 도둑맞았다, 라는 거로군요」 「하지만, 언제?」 「그러니까, 선배가 암실을 나온 다음에」 「하지만 너, 내가 암실을 나왔던 건 네가 오기 바로 전이라구」 「수상한 사람은……」 「물론 못 봤어. 아침부터 틀어박혀서 작업해서, 마지막에 손을 댄 게 그 필름이야. 그 사이에, 여기에는 아무도 오지 않았어. 아, 아니야, 부장이 오기는 했었지만, 문 너머로 얘기했을 뿐이야」 선배는 끊임없이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시로우의 짓인 게 틀림없었다. 시로우라면, 다가온 선배에게서 원판을 받아들고 선배의 기억을 지우고 나가는 일 따위는 식은 죽 먹기다. 그럼 나하고 함께 학교에 오지 않았던 건, 그런 뒷공작을 할 예정이 있었기 때문이로군. 아마, 내가 집을 나온 뒤에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자기도 집을 나선 게 틀림없다. 알 수가 없는 건, 왜 완전히 증거를 없애고 가지 않았는가, 이다. 선배는, 촬영한 때는 기억하지 못하는 것 같지만, 현상 같은 작업을 했던 기억은 확실하게 가지고 있다. 필름은 없어졌지만, 그걸 가지고 양화한 사진은 있다. 이거, 너무 부자연스럽지 않아? 나는 암실을 나와서, 테이블에 널려둔 사진 다발을 집어 들었다. 보고 싶지 않지만, 보고서 확인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 있다. 하지만 선배가 보는 앞에서 이런 걸 넘겨본다니, 얼굴에서 불이 날 것 같다. 「죄송하지만, 잠깐 나가주시겠습니까」 라고 부탁했다. 「세상을 비관해서 창으로 뛰어내리지 않는다고 하면」 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런 짓은 안합니다. 적어도, 이 녀석의 뒤처리를 끝낼 때 까지는!」 「알았어. 밖에 있지」 선배가 부실을 나가는 것을 기다려, 나는 움찔움찔 손 안의 사진으로 눈길을 줬다. 가장 위에 있었던 것은 내 잠자는 얼굴을 업으로 찍은 것으로, 이렇다할만한 건 없었다. 하지만 두 번째 이하는, 이 사진도, 그 사진도, 저 사진도 모두 다……혀가 들어가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키 를 하고 있는 것, 몸을 뒤로 젖힌 내 유두를 상대가 손가락을 가지고 놀고 있는 것, 엎어놓고 드러누운 전라의 내 엉덩이에 상대가 키스를 하는 것, 다리를 벌리고 내 고간에 상대가 얼굴을 묻고 있는 것……. 호되게 잡아당겨져서, 입은 반쯤 벌리고 멍한 얼굴을 하고 있는 나……펠라당하면서, 상대의 머리카락 을 사랑스럽게 휘젓고 있는 나……짐승의 교미자세로 그곳을 손가락으로 괴롭혀지면서, 상대의 다른 한쪽 손가락을 맛있게 핥고 있는 나……앞에서, 뒤에서, 상대의 무릎에 걸터앉은 모습으로, 집어넣어져서, 허덕이고 있는 나……애가 타는 듯한, 아마도 좋아하는 얼굴……어쩌면 「갈 거 같아 」라는 소리라도 지르고 있을 나……너무나도 (기분 좋았어……) 라는 표정인, 내 잠든 얼굴. 눈을 뜬 채 꾸고 있던 악몽에서 깨어나는 마음으로, 마지막 한 장을 테이블에 놓았다. 뒤집어 쌓은 손바닥 사이즈인 인화지의 하얀색이 분하고, 부러웠다. 사진은, 뒤집어 버리면 그저 하얀 종이. 태워버리면 그림도 사라진다. 하지만, 내 머리 속에 양화된 잔상은……봐버린 것의 기억은……. 이걸 시마모토선배에게 보여졌다고 생각하자, 당장이라도 혀를 깨물고 죽어버리고 싶을 정도로 창피했지만 아직 죽을 수는 없었다. 이 상대인 남자는, 누구지? ……남자의 얼굴은, 가면으로 가려져 있었다. 나를 안았던 남자의 얼굴을 덮고 있는, 카니발용 같은 검은색과 금색의 가면은, 입과 턱만이 보이는 형태의 것으로 이목구비는커녕 남자의 얼굴의 윤곽조차 가려져버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곳만이 보이는 입가는, 시로우의 입가 같기도 했지만, 다른 사람일 가능성도 부정할 수는 없었다. 시로우 일족의 『직계』들은, 피가 이어져 있다는 것을 한 눈에 알 수 있을 정도로 서로 닮았고, 문제인 입술의 모양 같은 것도 시로우와 아츠오상은 꼭 닮았고 젬도 많이 닮았다. 쿠시랑 타우의 입술도, 분명히 비슷했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그 일족의 상이성은 그것만이 아니라, 예를 들면 키 크기는 모두 거의 다르지 않고, 프로포션 발군인 체격도 거의 똑같다. 즉, 가면 이외는 전라인 남자를, 일족 중의 『누구』라고 분간 지을 수 있을만한 데이터는, 내게는 없었다. 그건 말하자면, 꼬리 모양도 똑같은 14마리의 검은 고양이 중에서, 코 모양만으로 한 마리를 구별해내라는 얘기인 것이니까. ……그렇다고는 해도, 혹시 내가 시로우를 사랑하는 연인이었다면, 아주 희미한 특징으로도 이게 시로우인지 그렇지 않은지 판단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들은 그런 사이가 아니고, 시로우의 맨 몸은 몇 번이나 봤지만 언제나 거의 눈을 피하면서 봤다는 느낌이라, 나의 스케치 눈에도 시로우의 몸에 대한 명확한 데이터는 들어있지 않다. 하지만, 가면의 남자가 누구인지는 반드시 알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었다. 예를 들어 이게 시로우라면 「바보 같은 짓을 해대다니」라며 만신창이가 되도록 두들겨 패주고서 인연을 끊어버리겠다고 하는 걸로, 죽을 것 같이 부끄러운 생각을 하게했던 복수를 하면 일단 한건은 종료가 된다. 하지만, 이게 시로우가 아니었을 경우……만에 하나, 아니 반의반의 가능성으로, 시로우가 아닌 누군가였을 경우는……피비가 내린다. 내 『바람』상대는 피의 재판을 받고……하지만 재판을 받는 것은 시로우이고, 분명 피투성이가 될 때까지 싸우게 되겠지. 사투의 결과, 배를 찢겨 내장을 먹히게 되는 것은, 시로우 쪽일지도 모른다. 아니, 잠깐 기다려, 그 이전에……누군지 모르는 그 녀석은, 예의 필름을 가지고 있어! 그걸 깨닫고, 나는 그 의미에 섬뜩해졌다. 필름은 가면의 남자가 가지고 있고, 시로우는 아무것도 모른다……필름이 어떻게 쓰일지는 짐작이 된다……나는 협박을 당해서……내게는 어찌할 방법이 없다…… 그럼 이런 걸, 시로우한테 보이게 되는 거야?! 「우와아악!」 상상해버린 미래를 견딜 수 없어서 그만 머리를 쥐어뜯고 소리친 순간, 터지듯이 문이 열리고 시마모토 선배가 뛰어 들어왔다. 「호시카와?! 괜찮아?!」 라고 어깨를 흔들려서, 패닉에 빠져있을 때가 아니라고 마음을 가다듬었다. 우선은, 우선은……뭐지?! 진정해, 진정하고 머리를 움직이는 거야! 우선은, 그래, 가면의 남자가 시로우인지, 그렇지 않은지가 문제야. 「선배」 라고 부르고서, 물어봤다. 「이 사진의 가면 쓴 남자, 시로우라고 생각합니까?」 「헤?」 「선배, 시로우의 알 몸 본 적이 있잖아요!」 「오, 오우. 하지만, 너」 「모르겠어요, 아주 닮은 다른 사람을 알거든요. 나는, 어느 쪽인지 판단이 되질 않아」 「연인……인데 말이야?」 「시로우하고 저하고는 선배가 생각하고 있는 것 같은 사이는 아니에요. 억지로 넘어가기는 했지만, 그렇기 때문에 훨씬 더 시로우에게서는 눈을 돌려온 그런 사이라서」 「흐음. 괴롭겠구나, 호시카와」 「뭘요. 그런데?」 「아니, 나는, 그냥 본 순간 『시로우다』라고 믿어버렸으니까」 「죄, 죄송하지만, 다시 한 번 봐주시겠습니까. 저기, 뒤돌아보고 있을 테니까」 「아아」 선배의 결론은, 「시로우가 아닐까라고 생각하지만, 단언은 할 수 없다」였다. 「하지만, 혹시 다른 사람이라는 게 되면, 그녀석도 취해서 잠들어버렸다든지 하지 않으면……아, 아니야, 있을 수 있어. 상대가 마인컨을 쓴다면」 「네에」 「시로우한테 살짝 물어본다, 라는 건? 아니, 다른 사람이었을 경우는 그건 위험한가. 그녀석의 독점욕이 어지간한 게 아니니까, 네가 줄로 꽁꽁 묶이거나 한다면 농담이 아니게 된다구」 그건, 사진의 나는 강간당하는 듯이는 보이지 않는다는 거로군요, 으윽. 「하지만 그렇다면, 상대가 필름을 가지고 있다는 건, 너무나 위험해」 「네……」 「내가 도움이 되는 거라면, 뭐든 돕고 싶은데」 하지만 선배가 힘을 빌려줄 수 있는 건, 여기까지다. 「아, 저기, 어젯밤 가게! 거기 가보면, 뭔가 단서가 있지 않을까?!」 그런가, 시그마다! 시그마한테 상담해본다면?! 그 하얀 고양이씨라면, 비밀은 지켜주면서 상담에도 응해주지 않을까! 그리고 어떤 의미에서, 상담할 수 있는 상대는 그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일족 중에서 털색이 다른 것은, 시그마 한사람이니까. 가면을 쓴 남자는, 밤에 나한테 숨어들어왔던 녀석과 동일 인물일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그날 밤 침대로 숨어들어왔던 녀석은, 검은 고양이였다. 그렇다는 건, 시그마 이외의 전원이 용의자라는 게 된다. (좋아, 시그마한테 상담하자!) 라고 결정하자, 마음에 조금 여유가 생겼다. 어쨌든, 시마모토 선배가 이 이상 깊이 들어오게 해서는 안 된다. 그래서 나는 서둘러 머리를 움직여, 떠오른 아이디어로 연기를 했다. 갑자기 (앗) 하고 생각났다는 듯한 얼굴로 사진 다발을 손에 들고, 보고 싶지 않은 사진을 지긋이 넘겨보는 척을 하고, 어색한 표정을 연기하면서 선배를 뒤돌아봤다. 「소란을 피웠는데요, 이거, 역시 시로우에요」 그리고 사진을 주머니에 찔러 넣으면서, 시로우에 대한 노여움이 머리 꼭대기에 찼다는 표정을 짓고서 뚜벅뚜벅 문을 향해서 걷기 시작하면서, 「잊어버린다는 약속, 지켜주셔야 되요!」 라고 못을 박고서, 이제부터 시로우를 패주러 간다는 것이 너무나도 역력하게 드러나도록 방을 나왔다. 물론 문은 난폭하게 쾅 하고 닫았다. 그 다음은 대시로 클럽하우스를 탈출해서 역까지 달리고, 공중전화를 보고서 생각했다. 시로우가 집에 있는지 없는지, 엄마한테 전화해서 확인해보자. 그에 따라서는, 시그마에게 창피를 드러내러 가지 않고 끝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엄마는 굉장히 기분 좋은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시이타짱? 응, 여기 있어》 「아―, 몇 시쯤에 일어났어?」 《네가 집을 나가고서 조금 있다 일어나서, 밥 먹었어》 그 시간이었다면, 학교에 와서 필름을 가지고 가는 건 가능해! 《그리고서 작업실로 와서 다시 낮잠을 잤어》 「엣? 그, 그래?!」 《계~속 엄마 발치에서 잤어~, 그지 시이타짱?》 엄마가 얘기를 돌리는 느낌으로 그렇게 말했다는 건, 즉 시이타는 엄마의 옆에 있다는 얘기. 《그래서, 바로 방금 전에 일어나서, 가다랭이 사시미로 밥을 먹은 참이야~》 「……내참, 느긋해서 좋겠수~」 엄마에게 대답하면서, 눈앞이 새카매지는 기분이 들었다. 시로우에게는 완벽한 알리바이가 있고, 필름을 가지고 있는 건 그녀석이 아니다. 아아……나는 하늘에게 버림 받았어……. 《무슨 볼 일 있어?》 「아, 응, 집에 좀 늦게 돌아갈 거 같아서, 시로우가 걱정하지 않도록 연락해두자고 생각해서」 《아 그래. 밥은?》 「먹고 돌아갈게」 《알았어》 「그럼」 나는 터벅터벅 전차에 올라, 아자부에 있는 가게로 향했다. 장소를 기억하고 있기를 기도하면서. 운 좋게 가게는 쉽사리 찾았지만, 안에 들어갈 용기가 날 때까지 1시간 가까이나 왔다 갔다 하다가, 거의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뛰어 들어갔다. 「어머, 미츠오상, 오늘은 혼자세요?」 「죄송합니다, 토우코상, 시그……가 아니었지, 시도우상을 뵙고 싶습니다. 저기, 내밀하게 아주 급히!」 토우코상은 놀란 티도 내지 않고 침착하게 나를 올려다보고, 「알겠습니다」 라고 끄덕였다. 「오세요」 가게 안의 도어를 빠져나가, 또 하나의 도어를 빠져나갔더니 빌딩 바깥이었고, 길을 사이에 두고 바로 정면에 있던 통용문으로부터, 철책에 둘러싸인 저택 부지 안으로 들어갔다. 「저기……여기는」 「자택이에요. 우리들 일가의 집이지요」 「하아……」 숲이라고 해도 좋을만한 나무들 사이를 걸어서, 나베시마 저택보다 규모는 작지만 충분히 멋지고, 마찬가지로 세월의 흐름을 겪은 듯한 양관(洋館)의 앞에 섰다. 현관 앞에서 대여섯 살 정도의 귀여운 여자아이와, 여덟 살 정도의 머리가 좋을 것 같은 남자아이가 축구놀이를 하며 놀고 있었다. 두 사람은 우리들을 눈치 채고는 깜짝 놀랐다는 느낌으로 멈춰서고, 그리고서 대시로 달려서 다가왔다. 「토우코님! 과자?!」 라고 소리친 것은 여자 아이. 먼저 달려서 다가왔던 오빠인 것 같은 남자아이가, 「아니야」 라고 말했다. 「이건 『그윽하고 향기로운 날개』의 냄새야」 엣? 그럼, 이 애들은……. 「네에, 내 손자에요」 토우코상이 말하고서, 「시도우 백부님의 손님이시니까」 라고 두 사람을 부드럽게 물리쳤다. ……에? ……지금 『손자』라고 했어? 아하, 잘못 들었겠지. 하지만 토우코상은, 아무리 봐도 30세 전인걸. 집 안은 중후하고 호화롭게 장식되어 있어서, 나는 다시 한번 일족의 재력을 의식했다. 아니, 이 입지에다 정원의 넓이만을 봐도 일목요연한 것이지만. 「이 시간이라면, 오빠는 조향실이세요. 모셔올 테니까, 여기서 기다리세요」 그렇게 말하고, 토우코상은 무지하게 넓은 응접실에 나를 남기고 가버리고, 나는 『조향』이라는 게 뭐지 라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고향? 오향? 아, 그렇지, 요 전에 젬이, 시그마의 향수가 어떻다느니 했었지. 그렇다면 향수를 조합하는 『조향(調香)』인 거 아닌가? 그렇다는 건, 시그마의 직업은 조향사라는 건가? 뭔가 멋질지도. 그런 걸 생각해봤던 건, 한시라도 빨리 시그마를 만나고 싶어서, 뭔가 생각이라도 하지 않고 있으면 기다리고 있는 시간 일분일초가 견디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하얀 고양이씨는, 시원스런 천재 의사 같은 백의 차림으로 나타났다. 밝게 빛나는 듯한 미모에 떠올라 있던, 봄에 가장 햇빛이 좋은 날 가장 아름다운 햇살 같은 미소를 본 순간, 내 무릎은 몸을 지탱하는 역할을 포기했고, 나는 흐느적흐느적 바닥에 주저앉아 버렸다. 「미츠오?! 미츠오, 무슨 일이야!」 달려와서 어깨를 끌어안아준 시그마의 백의에 매달리자마자, 나는 소리 높여 울었다. 이것도 저것도 그것도, 전부다 분해서! 납득할 수가 없어서! 절망적이어서! 애가 타서! 시그마는, 내가 울고 싶은 만큼 다 울어버릴 때까지, 말없이 나를 끌어안고 있어주었다. 상냥하고 부드럽게 내 등을 쓰다듬어주면서. 보기보다도 다부진 가슴과 힘 좋은 팔로 울어대는 나를 받쳐주고, 내가 무엇보다도 필요로 하고 있었던 안도감을 아낌없이 주어주면서. 그리고서, 눈물이 다 마른 뒤의 심리적 공동에 이성이라는 쓸데없는 참견쟁이가 쏟아져 들어와, 자신의 추태에 대한 부끄러움에 얼굴을 들지 못하는 나를, 살며시 받쳐서 일으켜 세워서 소파까지 데리고 가주었다. 「그래그래, 착한 아이야……괜찮아, 마음을 편히 가지도록 해. 네가 걱정하는 일은, 내가 책임지고 처리해 줄 테니까」 「죄송합니다」 라고 나는 사과했다. 「갑자기 찾아와서, 이런……」 「익숙한 일이야」 라며 하얀 고양이씨는, 온화하게 미소 짓는 목소리로 말했다. 「곤란할 때에 도움을 구하러 올 수 있기 위해서, 내가 있는 거야. 나를 의지하러 온 너는, 바른 길을 선택한 거지. 그러니까, 나머지는 천천히 해도 돼. 나는, 네가 말하고 싶을 때에, 네 얘기를 들어주지. 언제든 좋고, 말하지 않아도 좋아. 알겠나? 나는 언제든 너를 받아들이고, 어떤 바램이든 따라줄 거야. 그렇게 하는 것이, 나 자신의 더없는 기쁨이니 말이야」 「고맙습니다, 시그마……. ……사실은, 이런 건 보이고 싶지 않고, 상담하지 않고서도 끝낼 수 있다면 좋겠지만, 나 혼자서는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어서」 정말로 진짜로 보이고 싶지 않고 말하고 싶지 않아서, 부끄러워서 죽어버릴 것 같았지만, 나는 시그마에게 예의 그 사진을 보여주고, 내가 이해한 것이랑 이해가 되지 않는 것 그리고 걱정이 되는 점을 전부 얘기했다. 「이 가면의 남자가 시로우였다면, 문제는 우리들 사이의 일로 끝나지만, 시로우는 이 사진에 관한 건 아무것도 모르는 것 같아서요. 그렇다는 건, 나는 즉 그……하지만 그것보다도, 이 가면의 남자가 앞으로 어떻게 나올지가……나는 더 이상 시로우를 배신하고 싶지 않지만, 그래도 시로우한테는 아무것도 알리지 않고 내 몸을 지킬 수 있을 자신 따위, 없어서……! 도와주세요, 시그마! 부디 소원이에요! 당신밖에 의지할 데가 없어요」 마지막에는 무릎을 꿇고 애원을 한 내게, 시그마는 내가 원하는 게 무언지 다 들었다며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얘기는 알았어. 가면의 남자가 누구인지도 알고 있어. 오늘 밤 안에 모든 것은 정리될 거야」 「정말입니까?!」 「나는 거짓말은 하지 않아. 안심하고 맡겨두도록」 「네! 네……다행이야」 너무나 안도한 나머지, 또 조금 훌쩍훌쩍 거리고 만 나를 시그마는 부드럽게 끌어안아주었고, 그리고서 저택의 2층에 있는 방으로 데리고 가주었다. 「여기서 한동안 쉬고 있도록 해. 기운이 나는 차를 내오도록 하지」 「죄송합니다」 방은 아무리 봐도 VIP용의 침실인 듯, 킹 사이즈의 사주침대와 호사스런 소파세트가 넉넉하게 배치되어서, 아무래도 휴식을 위한 공간 같다는 느낌이었다. 전용 욕실도 딸려있어서, 멋대로 써도 되는 걸까 어떨까 하고 조금 신경이 쓰였지만 무지하게 울어댄 얼굴을 세면대에서 씻고서 소파로 돌아왔다. 테이블에는 어느새 포트하고 컵이 놓여있었고, 컵에 따라본 차는 너무나도 향이 좋은 허브티였다. 응, 맛있어. 시그마가 「기운이 나는 차」라고 말했었는데, 실제로 그런 약효가 있다는 느낌이 들었고, 포트가 비었을 즈음에는 이런저런 일로 완전히 구겨지고 시달렸던 마음도 말끔해진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한동안 쉬고 있으라고 했지만 심심해져버려서, 여기저기에 있는 꽤나 치밀하게 만들어져서 걸려있는 조도품을 바라보면서, 방 안을 걸으며 돌아다녀봤는데……. 문득, 무언가를 깨닫고서 섬뜩했다. 이 침대……사진에 찍힌 거하고 비슷하지 않아? 「아니야, 설마」 라고 부정한 순간, 나는 다시 또 한 가지 물건을 발견해버렸다. 침대 머릿가 벽에 걸려있는, 들라크루아풍의 꽃 그림을. 꽃병에 꽂혀있는 색색깔의 꽃을 그린, 서양명화의 한 장이 아닐까 싶은 소품은, 혹시……아냐, 아마……내가 안겨있는 사진 어딘가에 찍혀있던 거 아니야? 부끄러워서, 한 장 한 장은 1초정도씩밖에 보지 않았지만, 저 그림은 본 기억이 있는 듯한 기분이 들어……. 「잠깐 기다려, 기다려, 진정해. 그럴 턱이 없잖아!」 그게 이 방의 저 침대에서 찍힌 것이라는 일, 있을 수가 없다. 하지만, 완전히 기능을 회복한 내 두뇌는, (있을 수 없다고 말할 수 없어) 라고 고쳐 생각했다. 이 저택은, 그 가게하고는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이고 술에 취해서 잠들어버린 나를 엎고 데리고 들어오는 것도, 카메라맨으로 쓰기 위해서 선배를 데리고 오는 것도, 너무나 간단하다. 그리고 사진에 찍혔던 것과 아주 비슷한 침대랑 그림이, 이곳에 있다는 사실……. 「하지만, 그러면, 시그마도 한패라는 게……되어버리는 거잖아」 격하게 뛰기 시작한 고동이, 중얼거림에 한 뜸을 주었다. 그런, 설마, 설마앗, 설마! 「하지만……시그마도…………고양이야……」 그래, 생각하고 싶지 않지만, 그런 것이다. 다른 일족들하고는 달리 혼자서만 순백의 털을 두르고는 있지만, 시그마도……천사의 날개처럼 아름답고 상냥한 시그마도, 한 꺼풀 벗겨보면 똑같은 인묘(人猫)인 것이다! 「라는 건? 그렇다는 건?」 사진을 보고 확인하면 사실은 일목요연해지겠지만, 사진은 아까 전부 시그마에게 넘겨준 채라서, 내 손에는 없다. 지금 내게 가능한 것은, 맞고 틀린 걸 전부 포함한 흐릿한 기억을 가지고 머리를 움직이는 것 밖에 없다. ……가면의 남자가 누구인지, 시그마는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야 그렇겠지, 혹시 그 사진이 이 방에서 찍혀진 거라면, 시그마는 처음부터 모든 걸 알고 있었을 터이다. 그리고 알고 있었다고 한다면, 시그마는 그것을……내가 그 가면 남자에게 안기는 것을 묵인했다……! 「그렇다는 건?!」 다시 엉망진창이 되어버린 퍼즐조각이, 각각 무서운 기세로 빙글빙글 돌기 시작한 듯한 머리 속에서, 어떻게든 정리가 되는 생각을 붙잡으려고, 머리카락에 손가락을 찔러 넣었다. 쥐어뜯었던 머리카락을 꽉 하니 붙잡고서, 아픔으로 사고력이 되돌아오게 하려고 했다. 모든 조각이 각각 정반대인 두개의 의미를 가지고 있고, 그 중 어느 한쪽이 사실이라는 것만은 확실했다. 하지만 혼란을 진정시키고 제대로 생각할 수 있기에는, 믿고 싶지 않은 『혹시』의 쇼크가 너무나 컸다. 하지만, 혹시 시그마가 나를 속였던 것이 된다면……마지막 희망이라고 생각하고 의지했던 시그마도, 시로우가 아닌 가면 남자의 아군이라고 한다면…… 그건 즉, 시그마도 저 미소도 상냥함도 전부 거짓말이라는 게……! 그렇다면 나는, 대체 어떻게 하면 되는 거야?! 앞으로 어떻게 되는 거야?! 아악, 전부 다 엉망진창이야앗! 하지만 혼란을 수습할 시간은 빼앗겼다. 노크 소리를 먼저 내고서 도어를 열고, 시그마가 들어왔다. 그리고 그 뒤에, 어째서인지 시로우의 모습도! 「어, 어째서?!」 나는 아우성쳤다. 「어째서, 이런! 이젠 엉망진창이야!」 시그마는 차분한 표정으로 시로우를 방안으로 들어오게 하고, 문을 똑바로 닫았을 때 시로우를 돌아봤다. 「잘 봐, 시이타. 부주의한 계획의 멍청한 실패가 낳은 것을. 가엽게도, 미츠오는 이젠 무얼 믿어야 좋을지 알 수 없게 되었어」 시그마는 백의를 벗고서, 맨 처음에 만났을 때처럼 여유 있는 하얀 옷을 입고 있었고, 시로우는 평소처럼 전부 검은 옷. 은발의 시그마와 머리카락도 까만 시로우는, 천사와 마족처럼 대조적이지만 형과 동생처럼 닮기도 했다. 시로우는 몇 번인가 입을 뻐끔거렸다가는 주저하고, 겨우 말을 자아냈다는 느낌으로 말했다. 「사과할게. 미츠오에게 전부 얘기하고, 용서를 구할게」 「아아, 그것밖에 없지. 네 말을 미츠오가 듣고 믿어주기를 기도하지」 그리고서 시그마는 내게 조용한 눈빛을 보내온 뒤, 말했다. 「우선은, 내 말부터 하도록 하지. 가면의 남자는, 시이타야」 「………………아핫」 하고 나는 웃었다. 멋대로 얼굴이 일그러지고, 멋대로 그런 소리가 나왔던 것이다. 「그거……시로우였……어?」 머리 속에서 빙글빙글 돌고 있던,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랑 위기를 회피하려고 필사적이었던 초조감이랑, 절망감이랑 그 외 모든 격정의 파편은, 한순간에 모두 의미 없는 것이 되어 사라지고, 내 머릿속은 텅 비었다. 「엇차, 위험해」 라고 시그마가 안아서 받쳐준 덕분에 쓰러질 뻔했던 자신을 깨달았을 정도로, 머리 속도 마음도 터~엉 비어버렸다. 「이리와, 미츠오. 그래, 천천히 해도 돼. 여기 앉고」 시그마에게 안내받아서 소파에 앉고, 눈에 비치는 것을 멍하니 보고 있었다. 내 옆에 앉은 시그마가, 내 손을 쥐고 두 손으로 감싸고, 시로우가 조심조심 내 앞으로 다가와서, 고개를 늘어트리고 무릎을 꿇는 것을. 「자아, 어째서 이런 일이 되었는지, 미츠오가 이해할 수 있도록 순서를 따라서 말하도록」 시그마의 재촉에, 시로우는 고개를 푹 늘어트린 채 얘기하기 시작했다. 「시로우는, 시마모토에게 명령을 내리는데 실패했어. 알파들처럼 최면암시를 쓸 작정이었는데, 시로우는 아직 서툴렀던 거야. 시마모토는, 시로우의 명령에 반밖에 따르지 않았어. 암시가 완전하다면, 시마모토는 필름과 사진 양쪽을 발송해야만 하고 그와 동시에 모든 기억도 사라져서, 미츠오가 그 사진을 보는 일도 눈치 채는 일도 없었어야만 했어」 발송이라니, 어디로? 라고 생각했지만, 아직 멍한 상태에서 회복되지 않은 뇌를 움직여 소리로 내기 전에, 시로우가 이어서 말했다. 「시로우가 그런 짓을 했던 이유는, 미츠오가 말하는 대로 사건을 수습하려고 했기 때문이야」 「……에?」 「밤에 몰래 숨어들어왔던 녀석을 쫓아가서 숨통을 끊어버리려고 했던 시로우에게, 미츠오는 『싸움은 안돼』라고 말했어. 그러니까 시로우는, 싸우지 않고 녀석이 물러서게 할 방법을 생각했어. 미츠오가 몸도 마음도 시로우의 것이라고 납득하면, 모두들 포기할 거야. 그러니까, 미츠오는 취하면 솔직해지는 걸 이용해서 증거사진을 날조했어. 미츠오가 안다면 분명히 화낼 테니까, 알려지지 않게 할 작정이었어. 하지만 시로우는 실패했어」 「그……게, 진상?」 「그래」 「하지만, 그렇다면, 어째서 가면 같은 걸?」 그것만 아니라면, 나는 그런 식으로 고민해대는 짓 따위는 하지 않았을 거다. 사실은 너무나도 단순했단 말이다. 「일족의 규칙이니까」 「에?」 「아―……」 시로우는 말끝을 흐렸고, 「그 설명은, 내 쪽에서 하지」 라고 시그마가 구조선을 보내왔다. 「일족에게는, 일족의 비밀을 지키기 위한 여러 가지 규칙이 있지. 그중 하나가, 맨 얼굴을 기록으로 남겨서는 안 된다는 것이야. 본성으로 있을 때의 모습은 물론이거니와, 인간의 모습으로 있을 때의 얼굴도 영상으로서 남기는 것은 금지되어있어. 어째서인지 말하자면……」 그리고서 시그마는, 갑자기 화제를 바꿨다. 「미츠오, 나는 몇 살로 보이지?」 나는 질문에 대답하려다, 어떻게 대답해야 좋을지 모르겠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시그마는 내 대답을 기다리고 있다. 「아―……외견만으로 말한다면, 아츠오상하고 비슷한 정도니까 스물일곱, 여덟일까 싶은 느낌이지만, 하지만 그게 설령 100살이라는 소리를 듣는대도 납득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도 들고……모르겠습니다」 「후후, 자네의 눈에는 『진실을 꿰뚫어보는 파리(?璃)의 거울』이 들어있는 것 같아」 시그마는 그렇게 미소 짓고서, 말했다. 「사실을 말하자면, 나는 이미 꽤 오래 살았어. 내 캣크라운은, 이미 나이가 들어서 이 세상을 떠나버렸을 정도로 말이야. 하지만, 불로불사라는 것은 아니야. 그건, 오메가나 람다의 모습을 떠올려보면 알겠지」 「네……」 「단지 우리들은, 사람과는 조금 다르게 나이를 먹지. 어째서인지는 묻지 말아줘, 나로서도 그저 『그런 생물인 것이다』라고 밖에 할 말이 없으니까. 어떻게 다른 건가 말하자면……자네는 90세정도 라고 생각했을 오메가는, 5년 전에는 지금의 람다정도의, 즉 50대라고 하는 연령으로밖에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라고 하는 설명이면 어떨까? 말하자면, 우리들은 수명에 가까워진 시점부터, 갑자기 노화가 진행된다는 것이지. 그걸 반대로 말하면」 「어느 연령까지는, 외견상 나이를 먹지 않는다……?」 「지극히 느릿한 변화만으로, 생애의 대부분을 보낸다는 것이지」 나는 지긋이 생각해보고, 가설을 세워서 말해봤다. 「그럼, 저기, 지금의 나와 시로우는 물론 동년대로 보이지만, 예를 들어 20년이 지난 후에 함께 사진을 찍는다면, 시로우는 아직 젊은 모습 그대로라는……」 「그래, 부자지간처럼 보일지도 모르지」 뭔가, 싫다. 라고 머리 한구석에서 생각하면서, 「과연, 그렇다면, 혹시 양쪽의 사진을 비교하게 된다면 이상하게 여겨지겠네요」 라고 얘기를 진행시켰다. 「그대로이지」 라고 시그마는 끄덕였다. 「그래서 우리들은 사진의 발명이래, 그러한 영상기록으로서 모습을 남기는 것은 터부시하고 있고, 시이타는 그 규칙에 따라서 가면을 쓰는 모습이라는 방편을 사용했다는 것이지」 「에? 어라? 하지만, 그렇다면 젬은……」 모델을 한다는 건 사진도 찍어댄다는 것이다. 「제타는 일족 중에서도 희대의 나르시스트라서」 시그마는 그렇게 쓴웃음을 지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그 일이 하고 싶다고 주장하고, 목숨을 걸고 그런 고집을 강행했지. 물론, 언젠가는 어차피 끝을 맞이하지 않으면 안 되게 되겠지만」 「하아……」 납득할 수 있는 반면, 어쩐지 어딘가 궤변이 섞여 들어간 것 같은 기분도 드는 설명이었지만, 우선 체크가 필요한 것은, 「그럼 어쨌든, 그 가면을 쓴 남자가 시로우라는 것은, 진짜인 거지요?」 라는 점이다. 「시이타의 고백은 의심스럽다, 라는 건가?」 시그마가 곤혹스러워하는 듯한 표정으로 백은(白銀)의 긴 머리카락을 쓸어 올렸다. 「아니요, 믿고 싶습니다」 라고 나는 대답했다. 「나로서는, 시로우 이외의 사람한테 그런 짓을 하게 했다거나 하기 보다는, 시로우에게 속아서 따라가게 되어버렸다고 하는 쪽이 그나마 나으니까…… 에에또, 즉 그, 시로우하고라면, 아아……」 「아직 마음으로부터 인정하고 있는 건 아니지만, 너희들이 『짝』이라는 사실은 받아들이고 있으니까, 인거지?」 「에에, 뭐어」 「그런데, 완전히 믿을 수가 없나?」 「에또, 그……」 나는 어떻게든 적확하게 내 마음을 전하려고, 죽어라고 말을 찾았다. 「즉 그러니까 말이지요, 직관적으로 그렇게 생각했다는 것뿐이지, 근거가 있는 건 아니고, 그러니까 내 생각이 지나친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그……. 예를 들어서 가면의 남자가 시로우가 아니었어도, 시로우는 내게 『그건 나야』라고 말하는 게 아닐까 라고. 그러니까 내가 눈치 채지 못하게 해놓고, 자기는 진짜 범인을 죽이러 간다든지 하는, 그런 걸 그만 생각해버리게 되어서요」 「호우……」 「저기, 시그마가 시로우한테 사진을 보였줬을 때의 표정 같은 걸, 나도 봤다면 그렇게까지는 생각하지 않았을 듯도 싶지만」 「네가 믿어줄지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시로우는 그걸 보고서, 『어째서 여기에?!』라며 눈을 휘둥그레 떴었지. 미츠오가 스스로 가지고 왔다고 얘기했더니, 물고기처럼 새파래졌어」 시그마는 그것을, 믿는 수 외에는 없을 것 같은 온화하고 차분한 어조로 말했고, 잠시 간격을 두고서 덧붙였다. 「이건 밝히지 않는 편이 미츠오를 위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거지만」 그렇게 서두를 놓고서 말했던 것은, 「실은, 시이타에게 가면을 쓰도록 조언을 했던 것은 나이고, 그때 나도 방에 있었어」 「에……에엑?!」 순간적으로 수치심에 전신의 피가 뿜어져 나와 버릴 뻔 했던 나를 향해서, 시그마는 담담히 말을 이었다. 「그저 엿보기가 아니라,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었기 때문이지만. 어쨌든 내가 그 자리에 입회했던 것은 사실이야」 그리고서 미모의 코를 살짝 찡그렸다고 생각했더니, 곤란한 듯한 쓴웃음과 함께 내 쪽으로 얼굴을 가져다대와서는 내 귀에 살짝 들려줬다. 「수컷인 자신을 억누르느라 고생하고 말았던 건, 꽤나 오랜만의 경험이었어」 멀찍이 빙~돌려서 한 말이었지만, 그건……. 나는 더욱 더 어찌할 바를 모르고 당황해버렸고, 눈 둘 곳을 몰라 곤란해 하며 방황했던 시선이, 딱하고 시로우의 표정에 멈췄다. 그것은 표정이라고 하기보다 형상이라고 하는 쪽이 좋을, 맹렬한 감정의 표명이었고, 그 의미는 시로우가 아득아득 이를 갈면서 으르렁댄 말로 알게 됐다. 「미츠오한테서 떨어져줘, 시그마! 지금 당장!」 그 얼굴과 그 목소리로, 나는 가면의 남자가 시로우라는 것을 확신했다. 혹시 그게 다른 사람이라면, 이 질투쟁이 녀석이 얌전히 이런 곳에 있을 턱이 없으니까. 분명 지금쯤은 피 튀기는 싸움을 하러 달려 나갔을 테니까 말이다. 그렇게 생각했다가, 핫 하고 간과하고 있던 중대한 사실을 깨달았다. 「상처!」 「응? 뭐지?」 「시로우의 옆구리에는, 쿠시하고 싸웠을 때의 상처가 남아있어요!」 「가면을 쓴 남자의 몸에는, 상처가 없었다는 건가?」 「아, 아니요, 거기까지는 잘 보지 않았었으니까. 저기, 사진은?」 「여기 있어」 「죄, 죄송합니다, 말씀하신 걸 의심하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확실한 증거를 자신의 눈으로 확인하고 싶은 거지? 당연해」 시그마가 옷의 어딘가에서 꺼내준 사진다발을 받아들려는데, 손이 떨렸다. 99퍼센트, 상처가 있다고 믿었지만, 남은 1퍼센트의 「혹시나」가 무서웠다. 심호흡을 하고, 받아든 사진 속에서 가면을 쓴 남자의 오른쪽 옆구리가 찍힌 것을 찾기 시작했다. 반 정도 넘겨봤을 즈음이었다. 「있……다아……」 백으로 당하는 나를 오른 쪽에서 찍은 장면. 나를 안은 남자의 옆구리에는, 분명히, 쿠시의 발톱이 찢은 그 상처의 하얀 상흔이. 「납득할 수 있게 된 것 같군」 라는 시그마의 말을 듣고, 나는 사진을 바라본 채 고개를 끄덕였다. 「다행이다……시로우였어, 정말로 시로우였어……아아, 시그마, 다행이야……」 너무나 안도한 나머지 눈물이 나와 버려, 툭 하고 사진 위에 떨어졌다. 「좋아 됐어, 이제 끝났어. 모두 끝난 거야」 그렇게 말하고 당겨 안아준 시그마의 팔 안에서 부드럽게 머리를 쓰다듬어지면서, 나는 울며 웃었다. 「그렇게 소동을 피워대다니, 나란 녀석 바보 같아……」 「그렇지 않아. 미츠오는 아무것도 몰랐으니까, 무리도 아니야」 「하지만……조금만 생각해보면……시로우는 무슨 일이 있어도, 다른 사람이 나하고 그런 짓을 하는 걸 내버려둘 턱이 없다고, 생각할 만도 했었는데」 시그마가 웃는 소리로 말했다. 「뭐어, 절로 미소 짓게 될 정도로 불행한 엇갈림이었지. 시로우는, 미츠오를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기에 더욱더 미츠오에게는 비밀로 하려고 생각했고, 미츠오는 시로우랑 시로우가 하는 일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으니까 더욱더, 지나치게 생각하게 되는 미로로 들어가 버렸지. 이 교훈은, 두 사람 모두 잘 생각하고 살리지 않으면 안돼」 그래서 모든 의혹은 해결되고, 남은 것은 그런 짓을 해준 시로우를 어떻게 하는가 하는 문제였지만. 나는 오늘 하루 동안 5, 6년분의 에너지를 쏟아 부어 써버렸다는 느낌이라, 새삼스레 화를 낼 기력도 나지 않아서, 한방 퍽 하고 패주는 것만으로 끝내줬다. 물론, 「만일 이혼할 수 있는 거였다면, 당장에 했겠지만」 이라는 소리는 해줬지만. 덧붙이자면, 그날 밤에 몰래 기어들어왔던 사건의 범인은 타우였던 것 같고, 그것도 그 전에 왔던 쿠시를 시이타가 쫓아낸 틈에 숨어들어온 것 같다. 게다가 나잇값 못하는 람다까지 가세해서, 줄줄이 교대로 매일 밤처럼 틈을 노리고 왔던 것 같은데, 나는 전혀 눈치 채지 못했었지만 시로우로서는 속이 부글부글거리는 것도 한계에 와있었던 것 같다. 그런 사정을 들은데다가, 「미츠오가 무서워하면 가여우니까, 미츠오한테는 알리지 않고 끝내려고 생각했어」 라고 맥없이 하는 소리를 들었으니, 한방밖에 패줄 수가 없었다구. 「그런 소동도 포함해서, 이걸로 전부 무사낙찰이라는 거라면, 어쩔 수 없으니까 용서할게」 응? 잠깐 기다려. 「시마모토 선배의 기억도, 제대로 다시 지워준다면, 이야」 「알파한테 부탁해서, 틀림없이 하게 할게」 시로우는 그렇게 보증했다. 「아, 그런데, 그 여자애들 일 말인데」 라고 내가 꺼낸 것은, 시마모토 선배의 기억을 지운다는 얘기에서 연상되어 떠오른 것인데, 그냥 이김에 물어보자고 생각했을 뿐이었다. 갑자기 모두의 태도가 좋게 변한 이유를 말이다. 「너, 무슨 짓 한 거지」 시로우는 흘낏 눈을 위로 올려 떠 나를 바라보고서, 유감스럽다는 듯이 한숨을 섞어서 말했다. 「알았어. 그것도 참회할게」 그리고서 시로우가 밝혀온 얘기라는 것은……. 대학 안에서도 나를 독점해두고 싶었기 때문에, 내가 남을 잘 돌봐주는 성격인 걸 이용해서, 일부러 주위와 불화가 일어나도록 행동했다는 것. 그게 너무 지나쳐서, 내 몸에 위해가 가해진 것을 보고 허둥지둥 작전을 변경했다는 것. 모두가 손바닥 뒤집듯 태도가 변한 이유는 내가 생각했던 대로였고, 남자들에게 걸었던 암시는 『미츠오는 너보다 몇 십 배나 강하다』이고, 여자들에게 건 암시는 『미츠오는 너보다 몇 백배나 아름답다』……. 참회의 전반은, 듣고서 처음엔 (젠장, 그건 일부러 그랬던 거냐!) 라고 깨달은 것뿐이었지만, 나는 전부 다 꿰뚫어본 척을 하며 시로우의 너무나 죄송스러워하는 「미안합니다」를 코끝으로 받아들였다. 「음모를 좋아하는 것도 어지간히 하지 않으면, 네가 하는 말이든 행동이든, 전혀 신용할 게 못된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어진다구. 나를 『좋아해』라고 하는 말조차도 말이야」 라고 말해줬더니, 시로우는 (때~~~앵!) 하고 충격을 먹은 얼굴을 하고서, 두 번 다시 하지 않겠다고 맹세했다. 자아 그럼, 어디까지 신용해 줄까나. 그리고서 1주일 뒤, 시그마에게서 내게 택배가 도착했다. 작은 상자에 들어있던 내용물은, 「코롱……인가?」 응, 그린계열의 좋아하는 타입의 향이었지만, 「어째서 이런 걸 준 걸까」 물어보려고 해도, 시로우는 다이스케하고 산책을 하러 나가서 집에 없다. 하지만 잘 봤더니, 상자 안에 편지가 들어있었다. 『친애하는 미츠오에게』라고 첫머리가 시작되는, 단정한 필적인 편지에 따르면, 「내 페로몬을 중화하는, 호신용 코롱……이라고?」 2층에 있는 내 방에서 혼자서 편지를 읽고, 문득 중얼거린 혼잣말에, 「과연」 이라는 대답이 돌아온다면, 누구든 뒤집어 질 거라고 생각한다. ……랄까, 어쨌든 나는 뒤집어졌다. 의자에 앉은 채로 말이다. 「어이어이, 위험해」 라고 말한 것은, 창문 유리 밖에서 이쪽을 들여다봐온 아츠오상. 「어어어, 어째서 그런 데 있는 겁니까!」 고양이라면 몰라도, 슈트를 입은 인텔리 미남자가 할 짓이 아니잖아요! 「몰래 숨어들어서 덮치려는 거라면 거절이에요」 라고 말해줬더니, 「아니, 너희들에게서 온 멋지게 화가 나는 프레젠트가 도착해서, 인사를 하려고 왔지」 「너희들……?」 뭔가 기분 나쁜 예감을 느낀 내게, 아츠오상은 손가락으로 유리를 긁어보이고는, 「들여보내주지 않겠나」 라고 고개를 기울였다. 정말이지~잇, 다 큰 어른이 새끼고양이 흉내 따위를 내고 말이야. 「이상한 짓을 한다면 시이타한테 죽는다는 라이센스를 발행할거에요」 「그럴 작정이라면, 좀 더 확실하게 숨어들었겠지. 아까 눈이 마주친 순간 최면술이라도 걸든지 말이야」 「네네, 최면술 말입니까. 자아 어서 들어와요」 방으로 들어오자, 아츠오상은 우선 시그마가 보내온 코롱을 손에 들고 킁, 하고 향을 맡고서는 훗 하고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뭐, 뭡니까?」 「아니, 역시 시그마야. 그의 조향은 천재적이군. 마술적이라고도 할 수 있어」 라는 건……. 「정말로 이걸로, 몸을 지킬 수 있다는 겁니까?」 「뭐어, 사용해 봐」 라고, 아츠오상은 시치미를 떼는 투로 말하고, 「우선은 시로우를 실험대로 하면 되겠지」 라고 권해주었다. 혹시, 뭔가 수상쩍은……건가. 시그마한테는 미안하지만, 쓰지 않는 쪽이 무난할 것 같아. 그날 이후 조금 음모과민증 기미를 보이는 나였다. 「그런데, 우리들한테서 온 프레젠트라니?」 아아……그건 물어보지 않는 쪽이 좋은 질문이었는데, 일부러 물어봐버린 바보 같은 나……. 그리고 아츠오상은 히죽 웃고서 그 두려운 물건의 존재를 폭로하고, 그런 물건을 일족에게 보냈다는 시로우의 파렴치함에 대한 노여움으로 떠는 나를 향해서, 「그걸 보는 한은 섹스의 상성도 발군인 것 같고, 행복한 것 같아서 아주 좋아」 라는 멘트까지 해대고! 아―악 젠장! 빌어먹을! 확실히, 그 때 그 자리에서 『증거사진』의 용도를 추궁해서,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았던 내가 바보였어! 하지만, 하지만 말이야, 인간의 상식으로서는, 그런 걸 결혼식의 메모리얼 앨범이라도 나눠주는 듯이 뿌려대는 감성 따위는 생각도 할 수 없는 비상식적인 행동이란 말야! 「이젠 싫어엇! 고양이 따위, 고양이 따위, 고양이 따위~이! 조금은 좋아하는지도 라고 생각했던 나 따위는, 분쇄기에 던져 넣어서 갈아버리고 싶어~엇!!」 발을 동동 구르며 아우성을 친 내게, 아츠오상은 「이런이런」 하고 어깨를 으쓱이고, 총총히 창을 통해서 돌아갔다. 그리고 나는, 분명히 뭔가 의미는 있는 종류의 순애에서 파생한 것일지도 모르지만, 그 태도에 상관이 없는 것에도 정도가 있는 기책(奇策)을 그대로 실행해 버려준 시로우에 대한 저주의 말을 몽땅 다 토해낼 때까지, 그 뒤로 두 시간 이상이나 계속 혼자서 아우성을 쳐댔던 것이다. 그게 말이야, 그 망할 고양이 자식, 이미 돌아와야 했을 시간이 됐어도 돌아오지 않았단 말이다. 내가 그녀석의 얼굴을 봤던 것은 다음날 아침이 되고 나서이고, 그것도 검은 고양이 모습으로 침대 밑에서 조그맣게 몸을 말고 자고 있더니만, 내가 일어난 걸 깨닫고 핫 하고 눈을 뜨고는 코끝은 털에다가 파묻은 채 귀를 내리깔고 움찔움찔 부들거리면서 눈만 들어서 올려다봐온다는 연출까지 해대고. 물론, 그게 나를 회유하려는 작전이었던 것은, 불을 보는 것보다도 명확했다. 그러니까, 「미츠오는 평생, 시로우는 용서하지 않을 거야?」 라고 말해온 바보 고양이에 대한 대답은, 차갑게 무시하는 걸로 끝내는 게 걸맞은 거였는데. 혼자 날뛰며 저주해대는 데에도 지쳐서 어지간히 자신이 한심해졌던 끝에 하룻밤동안 숙면을 했다는 인터벌은, 내 심정을 다시 굳건하게 만드는 모드로 채널을 체인지 했던 것이다. 실제로, 일족 전원에게 그걸 보였다는 것은 이미 사실이 되어버린 사실이라는 것은 변경 불가능한 부동불요이고, 그에 대해서 내가 아무리 창피해하고 고민을 한대도 뭔가 도움의 손길이 뻗어오는 것도 아닌 것이다……라는 식으로 깨닫기도 했고 말이야. 「시마모토 선배는, 그 사진속의 나를 보고 코피를 쏟았다고 했어」 고쳐 생각한 나는, 그렇게 시로우에게 말해줬다. 「그걸 받아든 일족 모두가, 나를 오나니 때 쓰는 반찬거리의 아이돌로서 애용할지도 라고 생각하니까, 마를린 먼로처럼 군림하고 있다는 느낌이라서 『조금은 쾌감』이랄까?」 「그……그, 그건……시, 시로우는 거기까지는 생각하지도 못했어!」 음모가인 주제에 멍청한 실책으로 제 무덤을 파는 게 두세 번 쯤 된 바보 고양이는, 제정신을 잃은 표정이 웃을 수 있는 게 아닌 미모의 얼빠진 남자로 변신하더니, 허둥지둥 방을 뛰어나갔다. 아마, 문제의 『사랑의 앨범』을 회수하는 수단을 쓰러간 거겠지. 고생하셔. 나는 시로우의 바보 같은 행동에 10년 치는 웃어제꼈고, 덕분에 그날 1교시는 결석했다. 아~아, 정상적인 것에서는 확실하게 멀어지기만 하는 내 인생……이 앞은 어떻게 되는 걸까……. -- END --> [고양이 4] 왕 같은 고양이와 조교사 (1) 왕 같은 고양이와 조교사 (1) Written by 아키즈키 코오 「미츠오, 미츠오」 귓가에서 부르고 있는 목소리에 (시이타다……) 라고 생각했다. 삐삐삣, 삐삐삣 하고 아까부터 울리는 전자음이 기상시간임을 알려주고 있지만, 나는 아직 졸리다. 「미츠오, 일어나」 라고 시이타가 가슴 위에 스윽~하니 손을 놓았다. 윽, 무, 무거워. 「자명종이 시끄러워」 「그러면 꺼……」 투덜거리면서 베개머릿가를 손으로 더듬어 시계를 찾아내서 알람 스위치를 껐다. 아~아, 여름방학인데 뭐 할 게 있다고 아침 6시에 일어나냐……됐어, 좀 더 자야지. 나는 도로 잠에 빠져들려고 했지만, 시이타가 할짝할짝 귀를 핥아 와서, 「오늘은 시그마네 집으로 가는 날이야」 「……알았다니까」 말하면서, 쓰다듬어주길 바라는 것일 머리에 손을 얹었다. 부드러운 털의 감촉으로 덮인, 보통 고양이보다 한 단계는 큰 머리를, 옳지~옳지 하며 쓰다듬어주고, 「앞으로 5분만 더」 하고 몸을 뒤척였다. 그 귀에 톡 하니 닿아 와서는, 「일어나지 않으면 범할 거야」 라고 속삭인 입술은, 고양이가 아니야! 깜작 놀라서 벌떡 일어난 나와 박치기를 하는 사태를 멋지게 회피한 것은, 어느새 변신한건지 전라의 시로우였고, 녀석은 정한(精悍)한 미모를 유감스러운 듯이 히죽거리며 말했다. 「일어났구나. 그럼 『좋은 아침』 키스로 넘어갈게」 나는 잔뜩 한숨을 내어 쉬며 항의의 기분을 나타내줬지만, 시로우는 마음에도 두지 않는 얼굴로 내 입술에 입술을 눌러대 왔다. 저기잇, 좋은 아침, 하는 키스는 츄 하기만 하는 거라고, 몇 번을 가르쳐줘야 기억할 거냐! 「응, 응응~!」 퍽퍽 등을 두들겨줬지만, 시로우는 오늘아침도 마음껏 딥한 키스를 농후하게 해주는 바람에, 나는 눈이 뜨자마자 침대 속에서 허리만 살아있는 상태가 되어 버렸다. 「미츠오, 느낀 거지? 좋은 냄새야」 눈을 가늘게 뜨고 흥흥 목덜미의 냄새를 맡아온 호색한 고양이 남자의 얼굴에 퍽 하고 베개를 눌러 붙이고서, 「좋은 아침은 끝!」 하며 침대에서 달아났다. 아아, 정말이짓, 매일매일 이런 생활이라니! 내 노말한 일상이여, 컴백! 나는 호시카와 미츠오(星川光魚), 19세. 토아학원 대학 경제학부의 2학년으로, 아버지는 세계를 돌아다니며 일하는 방랑 카메라맨. 엄마는 멍멍이랑 야옹이를 귀여운 그림으로 그리는 게 전문인 동물 일러스트레이터. 아버지는 거의 집에 없고, 나와 엄마 그리고 엄마의 어시스턴트이자 초보 일러스트레이터인 요시야마상 이렇게 세 사람이 사는 집에, 고양이를 한 마리 맡아 기르고 있다. 시이타라는 이름의, 정한한 미형의 남자 따위로 변신하는, 흑표범 사이즈의 수코양이를. 나와 그의 만남은, 눈물 없이는 말할 수 없는, 부모님한테도 얘기 못할 이야기의 시작이고, 그 비밀은 지금 현재 역시 속행중이기도 하다. 나는 (본의 아니게도!) 명실 공히 그의 『아내』인 것이다. 으윽……. 단! 내가 그런 관계가 되어있는 것은 『시로우』일 때의 그이지, 결코 수간까지는 추락하지 않았다고! 결코!! 커다란 검은 고양이 시이타는 인간 남자로 변신중일 때는 『나베시마 시로우(鍋島四郞)』이지만, 이쪽도 이름을 바꾼 게 아니라 말하자면 『나베시마 시이타 시로우』가 정식 풀 네임이라는 것 같은 느낌이다. 그 풀 네임처럼, 그들 인묘(人猫) 일족……그래, 시이타는 돌연변이의 요괴변화가 아니라 『인묘』종이라고도 불러야할 일족의 한사람인 것이다……은, 낮에는 인간으로서 살고 밤에는 고양이로 돌아간다고 할까, 집 밖에서는 인간으로 다니고 집에서 느긋이 쉴 때는 고양이 모습으로 있달까, 어쨌든 반반인 느낌으로 변신능력을 활용하고 있는 것 같다. 만월의 밤에는 싫든 좋든 간에 짐승의 모습이 되어버리는 늑대인간 같은 불행한 종족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혜택을 받아놓고, 인묘들은 그걸 당연한 것으로서 누리고 있다. 그들의 약점이라고 한다면, 아무리 그래도 뿌리는 고양이라서 인간보다도 짧은 사이클로 긴 수면을 필요로 하는 잠꾸러기라는 것, 숙면하면 변신이 풀려서 정체를 드러내버리게 되는 것, 뜨거운 음식물은 잘 못 먹는다는 것 정도가 아닐까나. 그 이외의 점에서는, 두뇌도 용모도 운동능력도 보통 인간보다 훨씬 뛰어나고, 평균적인 범인(凡人)의 샘플 같은 나하고는 모든 면에 있어서 천양지차. 게다가 시이타는 순혈종의 피가 짙다느니 어쩌느니 해서, 그런 인묘들 중에서도 특히 더 뛰어난 녀석인 것 같지만……어째선지 내게 첫사랑에 빠져주었다. 그런데 인묘에게 있어서 첫사랑이 이루어지는가, 어떤가 하는 것은, 변신능력을 손에 넣어서 당당한 한 사람 몫을 할 수 있게 되는가, 어떤가 하는 인생(묘생(猫生)이라고 해야 되나?) 최대의 중대사인 것 같아서, 나는 일족의 연장자 고양이들이 모여서 꾸민 획책에 빠져 시이타의 연인이 되고 말았던 것이다. 나는 남자이고, 시이타도 수컷인데! 내 의사 따위는 상관도 않고, 육체관계가 있는 연인사이로 만들어버린 데다가 일족의 앞에서 결혼식까지 올리게 해버리다니! 마치 약탈혼 그 자체인 것 같은 전말을 통해서, 나는 일족 사이에서는 『캣크라운』이라고 불리는 시이타의 정처(正妻)의 지위에 앉혀져버렸고, 이 사실은 평생 변경할 수는 없는 것 같다. 나로서는 지금도, 납득한다는 건 저 멀리 있는 심정이지만, 염치도 좋게 떡 버티고 서서는 꿈쩍도 하지 않는 기정사실이 상대여서야, 포기하는 것 이외에는 도리가 없다는 것이 현재 상황. ……혹시 내가 여자였다면, 시로우 같은 존재가 나한테 반해있다면 기뻐서 어쩔 줄을 모르며 즉각 OK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원래 동물을 좋아하는 내가, 변신한다는 걸 몰랐던 커다란 검은 고양이 시이타에게 한눈에 반해들었던 것처럼, 찬미할 수 있는 미점(美點)이 있는 인간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혹시 보통 친구로서 시로우와 알게 되었다면 분명 그의 남자로서의 매력에 맹렬히 끌렸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게 말이지, 시로우는 용모는 발군에 멋지고, 사고회로는 고양이지만 IQ는 아마도 천재급이고, 고양이의 운동신경으로 스포츠도 만능. 덤으로 커다란 검은 고양이라는 그런 멋진 정체 사이를 왔다 갔다 할 수 있으니까. 즉, 동성인 나를 상대로 발정한다는 결점만 없으면, 나는 그에게 분명히 숭배자로서의 동경을 바치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최근의 나는, 그런 그의 결정적인 결점도 서서히 조금씩 받아들이기 시작해버리고 있는 상황이라서……실은 어젯밤도 H를 당해버렸다. 그러니까 오늘 아침은 키스만으로 끝낼 수 있었던 거지만. 시로우 녀석, 내가 고양이 모습인 그 녀석에게는 무르게 되어버리는 걸 이용해서, 고양이 흉내를 내며 엉겨 붙어 와서는 솜씨 좋게 나를 그럴 기분으로 만들어버린다――라는 수단을 짜냈단 말이다. 방식이 비겁하다고, 정말로. 분한 건, 예전처럼 강하게는 시로우를 거절할 수 없게 된 나 자신의 사정이다. 아무리 성적유혹에 약한 나이라고 해도, 나름대로의 절조는 분명히 가지고 있었는데……남자로서, 뭐시기를 핥아지거나 비벼지거나 해서 휩쓸리는 건 그나마 낫다. G포인트에 오는 느낌을 알아버린 탓에, A를 당해도 거스를 수 없어져 버리곤 하고……아아, 쾌감이라면 뭐든 좋다는 듯이 되어버린 내 몸이 한심해. ……그런 의미에서, 내 몸 안에 있는 「호모 따위는 싫어」라는 구애됨은, 서둘러 버리는 편이 발전적인 행동이야……라고 생각한다. 본의 아니지만 이미 몸은 순응하기 시작해 버렸고, 그것만 클리어 한다면 나는 인묘들과의 만남이랑 시로우와의 관계를, 럭키~라는 식으로 기뻐하며 인생은 즐거운 일만 가득하게 될 거고, 그건 분명 굉장히 행복한 심경일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말이지이이잇! 역시 아무리 생각해도, 나는 호모 따위는 싫다구우~~~~~! 혹시 그런 마음가짐을 할 수 있는 때가 온다고 해도, 그건 아마 10년 후 내지는 100년 후의 멀고 먼 장래일 게 틀림없어. 「가츠오부시 가다랑어를 짜개 발리어 쪄서 말린 포. 오코노미야키나 타코야키 먹을 때 위에 뿌립니다 >.< 로 괜찮을까아~」 라고 엄마가 아직 주저하는 표정으로 중얼거리고 있었다. 「요 시기에는 생물은 안 되니까, 토사부시 중에서도 제일 좋은 걸로 했는데, 냥이씨들 입에 맞을까나~」 아―정말―, 슬슬 진절머리가 나네. 별로 선물 같은 거 가지고 가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했는데. 덤으로 시로우가 인묘라는 건, 부모님도 요시야마상도 다 알고 있다. 시로우가 자기 스스로 밝혀서, 집안에서는 고양이로 돌아가 느긋하게 지낼 자유를 획득했던 것이다. 「입에 맞지 않으실 지도 모릅니다만, 이라고 말을 하면 되잖아? 자아, 이제 갈 거야」 「아, 그래? 잠깐 기다려, 보자기가 어디 있더라. 그런 건 평소엔 잘 쓰질 않으니까」 「그 종이가방이면 되잖아」 「안돼, 백화점 가방인 채로라니, 보기 흉해」 「그런 거야?」 「그런 거야! 가츠오부시라면 자색 보자기에 싸지 않으면 안 돼」 ……으~응, 그런 걸까나. 어쨌든 한번 말을 꺼내면 딴 사람 얘기는 듣지 않는 엄마라서, 나는 그 뒤로 꽤나 기다리고 나서야 자색의 오글쪼글한 비단 보자기로 싼 오동나무 상자에 넣은 가츠오부시를 손에 들게 되었다. 정말이지, 뭐냐고오……케즈리부시 얇게 깎은 가다랑어포. 국물 우릴 때 씁니다. 도 아닌 말 그대로 가츠오부시를, 그것도 나무 상자에 넣어서, 요즘에는 함 넣을 때 건네는 물건정도에 밖에 쓰지 않는 거 아냐? 이런 걸 나한테 들려 보내다니, 이게 내가 『시댁에 들어가기』라는 걸 엄마도 안 게 아닐까라고 생각해버릴지도 모른다고. 「그럼, 그쪽 부인한테 잘 부탁드리도록 해」 라는 인사는, 엄마는 내가 2주일 동안 체재예정으로 나가는 곳을 시로우의 실가인 나베시마가(家)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은 지금 내가 가는 곳은, 나베시마 부인이 있는 곳이 아니라 아자부에 있는 시그마의 집이지만, 일족의 사정은 그다지 가르쳐주지 않는 쪽이 좋을 거라고 생각해서 거짓말을 했다. 멍청하기 시그마의 이름을 꺼냈다가, 그가 초미형의 하얀 고양이씨라는 것을 알게 된다면, 고양이 프리크(freak)인 엄마는 절대로, 분명히 꺅꺅~모드를 전개하며 만나고 싶어 할 게 틀림없으니까. 그런 시그마에게 폐가 될만한 짓은, 삼가는 게 예의라는 것이겠지. 「네네, 잘 말할 게요」 라고 대답하고 현관을 나와, 기다리다 지쳐서 놀러가 버린 일행을 불렀다. 「시로우! 시로우~! 기다렸지~! 나가자~!」 그는 아까, 우리 집에서 기르는 개인 골든 레트리버 다이스케를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 그렇게 멀리로는 가지 않았을 거고, 양쪽 다 귀가 좋으니까 내가 부르는 소리는 분명히 들렸을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2분쯤 있다가 건너편 길모퉁이에서 모습을 나타냈다. 시로우가 앞에 섰고, 그 뒤쪽에서 다이스케가 터벅터벅 따라온다. 시이타일 때에는 윤기 있고 매끈매끈한 검은 털을 두른 신장 1미터 50센티의 거대한 미묘(美猫)인 그는, 인간형으로 있게 되면 신장 180센티에 가까운 모델 체형으로, 남자다운 정한한 미모를 갖춘 트집 잡을 데가 없는 미형으로 변한다. 고양이 모습일 때와 똑같은 칠흑의 머리카락과 고양이 모습일 때에는 금색이지만 인간의 모습이 되면 암흑에 금색의 빛이 깃든 듯이 되는 눈동자. 그 풍모에 다부짐을 더하고 있는 약간 짙은 피부색은, 검은 고양이의 피부는 회색이라는 자연의 법칙을 나타낸 걸까. 본래의 몸 색과 관계가 있는지 없는지는 본인도 모르는 것 같지만, 시로우는 검은 옷을 좋아한다. 오늘도 블랙진하고 검은 T셔츠라는 차림인데, 보통은 한여름인 이 시기에는 답답하고 더워 보이는 검은색 일색인 모습이, 시로우가 입는 한에서는 서늘하게 보이는 것은 너무나 딱 어울리기 때문이다. 그런 시로우가 기분 좋은 얼굴로 척척 길을 걸어오는 것은, 내가 불렀기 때문이다. 고양이라는 것은 개하고 달리, 너무나 좋아하는 주인이 불러도 쏜살같이 대쉬해 온다는 식의 솔직한 반응은 하지 않는다. 「불렀으니까 가는 게 아니라, 내가 그쪽으로 가고 싶다고 생각했으니까 가는 거라구요」라는 식인, 말하자면 일단 겉멋을 부려놓은 표정으로 부르는 데에 응하는 것이, 그들의 방식이다. 그러니까 시로우도, 내가 불렀으니까 1초라도 빨리 달려오고 싶어서 움찔움찔 거리고 있는 다이스케를 무시하고, 자기 페이스라고 정한 발걸음을 지키며 길을 걸어온다. 사실은 대시로 달려오고 싶으면서 겉멋을 부린다는 것은, 나로서는 이미 간파한 일인데 말이다. 덧붙이자면 시로우와 다이스케의 관계는 체육 서클의 상하관계를 준수하는, 강권적이고 엄격한 형님과 종순한 동생 그 자체. 만났을 맨 처음에 싸움을 했다가 찍 소리도 내지 못하고 진 다이스케는, 시로우에게는 머리도 들지를 못한다. 내 앞까지 온 시로우는, 내 어깨에 팔을 두르고 달라붙어왔다. 보통 고양이였다면 다리에 부비대오는 행동 대신인, 친애의 표현이라는 것이다. 「이제 가는 거야?」 「응, 미안해, 기다리게 해서. 엄마가 선물이니 보자기니 시간을 잡아먹어서」 「가츠오부시구나?」 라고, 시로우는 조금 기쁜 듯이 코를 킁킁 거렸다. 「네 게 아니야, 시그마네 집에 가지고 가는 선물」 이라고 말해줬더니, 시로우는, 「알고 있어」 라고 대답했지만, 실은 실망한 듯 다이스케에게 화풀이를 했다. 「다이, 집으로 들어가. 시로우가 돌아올 때까지 확실하게 집을 지켜」 라고 잘났다는 얼굴로 말이다. 끄~응 하고 얌전하게 받아들인 다이스케의 머리를, 「전제군주님이 없는 동안, 쭉 활개를 펴고 있으라구」 라며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다이스케는 강아지 때부터 내가 키워온 녀석인데, 시로우가 오기 전에는 자는 것도 함께였지만, 지금은 나도 내 방도 시로우한테 점령당해버렸다. 게다가 엄마도 시로우의 역성을 들어서 요사이는 상당히 움츠러든 기미를 보이는 것이다. 온화한 성품에다 성격도 솔직한 개이니까, 어긋나서 못된 짓을 하지 않는 만큼, 검은 눈이 언제나 우수를 띄고 있는 듯이 보여서 가여운 것이다. 「미츠오는 너무 다이 응석을 받아줘서 좋지 않아」 라고 시로우가 말해왔던 것은, 내가 다이스케를 귀여워하는 것을 재미없어하는, 질투쟁이 자식의 제멋대로인 주장이라서, 「그런 적 없어―」 라고, 다이스케가 좋아하는 귀 뒤를 긁어줬다. 「다이스케는 머리가 좋고 똑똑한 개니까, 똑바로 집 지킬 수 있지?」 대답 대신에 (맡겨주세요) 라고 내 손을 핥아 온 다이스케의 콧마루에, 「부탁해」라고 츄 하는 키스를 하고 일어섰다. 「그럼, 다이스케는 집으로 가기. 옳~지, 착한 아이야. 다녀올게」 다이스케를 들여보낸 현관의 도어를 닫고, 「자아, 그럼 가자」 하고 뒤돌았더니, 시로우는 앵돌아진 표정으로 딴 데를 쳐다보고 있었다. 「흐~응, 안 가는 거야? 그럼 뭐」 「가, 갈 거야, 시로우는!」 「그럼 얼른 따라와. 아, 문 제대로 닫아」 「알아」 우리들의 역학관계에 관한 것은 상당히 미묘하지만, 시로우의 『반한 약점』을 찔러대는 수단을 익힌 내가 조금 우세라는 느낌이랄까? 그 요령은 지금처럼 완전히 쌀쌀맞게 내버리는 것인데, 생각해보면 이건 내가 어릴 때 엄마가 늘상 쓰는 수단이었다. 하얀 고양이 시그마는 『시도우(司堂)』라는 인간의 이름으로 아자부에 있는 저택에 살고 있다. 이 입지에 이 넓이라니, 대체 시가 몇 억 엔짜리인 건지……물어보면 분명히 나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숫자가 나올게 틀림없는 넓은 부지는, 현관 앞의 차를 대는 스페이스를 제외하고는 잡목림으로 되어 있어서, 한참 여름인 지금은 맴맴~매애~~앰 하는 매미소리에 귀가 따갑다. 이걸로 세 번째의 방문이 되는 이 집은, 역사적 건물이라는 느낌이 드는 석조 2층짜리 양관(洋館)인데, 현관을 들어가자 사악 하니 서늘했다. 우리들을 맞으러와 준 것은 시그마의 여동생인 토우코(董子)상으로, 「오빠는 낮잠중이세요」 라는 것이었다. 「저쪽 테라스에 계시니까요」 「아―, 방해 드리는 건?」 「미츠오상이시라면 상관없어요」 30이 넘은 한창 때의 여성이라는 나이로 보이는 토우코상은, 이 저택과 길 맞은편에 있는 건너편 빌딩에서 고급 클럽을 운영하고 있는 오너 마마이지만, 도저히 물장사를 하는 사람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기품이 있는 초절미인이다. 「저기, 어머니한테서 이걸」 하고 보자기로 감싼 선물을 내밀었다. 「잘 부탁드린다고 말씀 드려달라고 하셨습니다」 「어머나, 이렇게 좋은 걸」 시로우하고 똑같이 냄새로 내용물을 안 듯한 토우코상은 그렇게 눈을 가늘게 뜨고서, 「마음 써주셔서 감사드린다고 전해주세요」 라고 싱긋 웃어보였다. 「미츠오, 테라스로 가자」 시로우에게 재촉당해서 걷기 시작하려고 하는데, 「아, 잠깐 기다리세요」 라고 불러 세워지고, 어깨 위 언저리를 팡팡 손으로 쓰는 행동을 당했다. (우왓?) 하고 생각하면서 물어봤다. 「에, 뭔가 씌어서 왔습니까?」 「차에 치인 아이 같네요」 「아, 그럼 어제 돌아오는 길에 봤던 그거구나. 빨간 호랑무늬에 아직 덜 큰……」 「이러면, 안돼요」 토우코상이 말했던 것은, 내게서 떼어내 준 고양이의 영에게 인 듯. 시그마와 한 어머니 밑에서 태어난 토우코상은, 강한 영감의 소유자인 것이다. 「당신은 이미, 이 세상에서 살아가는 시간을 마쳤어요. 자아, 이리와요. 예쁜 그릇에다 맛있는 물을 마시게 해줄 테니까, 가야만 할 곳으로 가도록 해요」 그런 소리를 하면서, 토우코상은 치여서 죽은 고양이의 영을 감싸 안고 있는 듯한 모습으로 안쪽으로 들어가고, 나는 뒤에 서있는 시로우를 돌아봤다. 「너한테는 보였어?」 「시로우는, 그쪽의 힘은 약한 것 같아」 「고양이는 영감이 강하다고 하는데, 모두 그런 건 아니라는 거야?」 「그건 시로우로서는 알 수가 없어. 시그마한테 물어보면 돼」 「응」 그래, 내가 이곳에 불려온 것은 그런 여러 가지를 공부하기 위한 것. 시로우의 캣크라운으로서 필요한, 일족에 대한 지식이랑 교양을 시그마에게서 단기집중강의로 배우는 것이 목적인 것이다. 「에에또, 테라스는……」 「이쪽이야」 테라스는 건물의 안쪽에 펼쳐져 있는 커다란 연못 위에 펼쳐진 조형물로, 물 위의 정자 같은 풍경이 기분 좋은 느낌을 주는 장소였다. 수면을 덮은 수련(睡蓮)이 여기 저기 꽃을 피우고 있는 연못의 전망은 모네의 그림 같기도 하고, 테라스의 지붕을 지탱하고 있는 대리석의 원주가 만들어내고 있는 분위기는 한때 유럽인들이 동경했던 인도의 정원풍경 같기도 하다. 시그마는, 흐르는 물을 끌어들인 연못이 천연의 쿨러 역할을 하고 있는 서늘한 석상(石床)에서, 가지각색의 비단 쿠션을 모아서 둥지를 만들고, 그 안에서 너무나도 기분 좋은 듯이 자고 있었다. 선잠 정도로는 변신이 풀리지 않는 시그마의 인간모습은 지상에 내려온 달의 신 같이 아름다워서, 나는 한동안 눈을 빼앗겨 버렸다. 베개로 삼은 쿠션에서 흘러 떨어지는 긴 머리카락은 달빛 같은 은색. 백석의 미모는, 일러스트레이터의 펜 끝으로 밖에 표현할 수 없을 것 같은 현실과 동떨어진 단려함을 지니고 있지만, 분명히 숨을 쉬고 살아있고 눈을 뜨면 말하거나 미소 짓기도 한다. 인묘 특유의 황금비율의 견본 같은 프로포션을 한 남성체는, 그의 취향인 듯한 여유 있는 백견(白絹)의 로브로 감싸여 있지만, 혹시 전라로 있다고 해도 기분 나쁘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겠지. 고대 그리스인이 주장했던 대로, 아름다운 육체에는 신성(神聖)이 깃드는 것이다. 느긋하니 누워서 안면한 오수의 꿈을 즐기고 있던 시그마가, 눈을 뜨려는 깊은 숨을 토해내고 몸을 움직였다. 푸른 기운이 도는 듯이 보이는 눈꺼풀이 천천히 벌어지고, 졸린 듯 젖은 사파이어색의 눈동자가 나른한 듯이 우리들을 확인하고는, 입술이 아련하게 웃음을 만들어냈다. 「야아, 와있었군」 아직 졸린 듯한 목소리로 말하고서, 시그마는 으~응 하고 부드럽게 기지개를 켜고는, 이쪽을 향해서 몸을 뒤척이면서, 「너희들도 와」 라고 손짓을 했다. 「이런 더운 시간은, 낮잠을 자면서 보내는 게 제일이야」 「찬성입니다」 하품 소리로 말한 시로우가 옷을 벗기 시작했던 것은, 고양이 모습이 되어서 느긋하니 편히 있을 생각이기 때문이다. 재빨리 팬티까지 벗어버리고 맨몸이 되더니만, 시로우는 보고 있는 동안에 시이타로 변신해서 시그마의 발치에 데굴 드러누웠다. 「응……여기는 시원해. 미츠오도 와」 이미 눈을 감으면서 말한 시이타는, 후우 하고 기분 좋은 듯한 한숨을 내쉬고, 그대로 눈을 감고 잠이 들어버린 것 같았다. 정말이지, 고양이는 맘 편해서 좋겠구나. 공교롭게도 인간인 나는, 방문한 집에서 그것도 이제부터 2주일간은 가르침을 받을 스승으로서 만나게 된 시그마를 앞에 두고서, 오자마자 낮잠을 자기 시작한다는 짓은 할 수 없다구. 그렇다고 해서 시그마의 낮잠을 방해하게 되는 것도 신경이 쓰인다. 어쩔 수 없이 연못이라도 바라보자는 생각에 앉을 자리를 눈으로 찾았다. 「미츠오, 여기로 와」 라고 부른 시그마가, 자기 옆의 쿠션을 퐁퐁 손으로 두들겨보였던 것은, 여기에 앉으라는 의미이겠지. (괜찮은 건가) 라고 생각했던 것은, 시그마가 너무나도 아름다우니까 기가 죽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그마는, (이리와 이리) 라는 식으로 또 쿠션을 두들겨 보이고, 나는 움츠러든 마음을 물리치고서 부름에 따랐다. 「여기는 좋은 바람이 통하지. 염려 말고 편히 쉬어줘」 라는 건, 시이타를 따라서 자라고 하는 것 같다. 혹시 시그마가 고양이 모습이었다면, 나도 걱정은 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커다란 검은 고양이랑 커다란 하얀 고양이와 함께 낮잠에 가세하는 거였다면, 나도 고양이가 될 작정으로 데굴데굴 굴렀을지도. 하지만, 「졸리지 않으니까요」 라는 말로 사양했다. 하지만, 조용한 연못위의 테라스에서 아무것도 할 일 없이 앉아있는 것은 지루하구나아. 바로 옆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는 시그마를 깨우지 않도록, 살짝 가방을 열어서 스케치북을 꺼냈다. 엄마한테서 그림에 대한 마음은 물려받았지만 표현력까지는 유전되지 않았던 내 그림은 이렇게 취미로서 즐기는 정도가 고작이고, 그러니까 고등학교 2학년 때에는 이미 미대로 진학한다는 선택지는 버렸었다. 그 판단은 올바른 것이었다고 확신이 있지만, 스스로 즐기면서 그리기만 한다면, 재능이 있고 없고는 그다지 관계없다. 아니, 물론 재능이 있다면 좀 더 자유자재로 그릴 수 있겠지 라는 애타는 마음은 항상 느끼고 있는 것이지만 말이다. 하지만 입체를 평면상에 옮기는 작업의 어려움이랑 그 어려움을 뛰어넘어서 자기 나름대로 잘했는데, 라고 생각할 수 있는 결과를 즐기는 것뿐이라면, 어린 시절부터 그림이 좋아서 몇 장씩 그리는 걸로 길러온 테크닉을 가지고, 그럭저럭한 수준으로는 놀 수 있으니까. 기분 좋은 듯이 낮잠을 자는 중인 시그마와 시이타를 모델로 러프를 잡고, 에칭풍인 화법으로 연필 그림으로 스케치를 마쳤다. 으~응, 유화도구를 가져와주면 좋겠다아. 하지만 그들의 민감한 코에는, 테레빈유의 냄새는 너무 심해서 싫어하게 되겠지? 아직 두 사람은 일어날 것 같지 않아서, 두장 째를 그리기 시작했다. 어차피 노는 거니까, 이번에는 시그마에게는 판타지의 캐릭터 같은 화려한 의장을 입혀봤다. 머리에도 보석이 달린 밴드니 장식줄이니 하는 걸 그려 넣고……와아, 미형의 백마도사 완성. 그러고 나니 시이타 쪽도 어레인지 하고 싶어져서, 『고양이 귀와 고양이 꼬리가 달린 시로우』라는 걸 해봤다. 시로우는 이미 몇 장 스케치를 했으니까, 얼굴도 몸도 안보고도 그릴 수 있다. 마도사가 부리는 마물이라는 컨셉으로 아라비안나이트의 알라딘풍의 의장을 입혀봤더니, 웃길 정도로 딱 맞는다. 그래, 인간의 모습을 취한 그들이라는 것은, 인종별의 특징이 맞아 들어가지 않고 서양인과 동양인과 아프리카인의 좋은 점만을 적당히 배합한 듯한, 독자적이고 독특한 밸런스로 만들어져 미형으로 변하는 것이구나. 세장 째는, 마도사와 그가 부리는 마물이라는 캐릭터로 만든 두 사람에게, 움직임을 덧붙여봤다. 꽤나 멋진 게 그려져서, 네 장 째, 다섯 장 째도 그리고서, 여섯 장 째의 러프를 이렇게 할까 저렇게 할까 하며 만들고 있는데, 「오야, 그건 나?」 라는 시그마의 목소리에, 깜작 놀라서 얼굴을 들었다. 어느새 눈을 뜬 건지, 팔꿈치를 바닥에 대고 상체를 일으킨 시그마가 스케치북을 들여다보고 있었던 것이다. 「이쪽은 시이타지? 흐응, 우리들은 미츠오의 눈에는 이런 식으로 보이고 있는 건가」 「아, 아니, 그런 게 아니라」 나는 새빨개져서 스케치북을 닫았다. 「에에또, 그게, 상상화랄까, 장난쳐본 것뿐이에요. 죄송합니다」 「왜 사과하지? 잘 그렸는데」 시그마는 말하면서 내 손에서 스케치북을 집어 들어, 안을 넘겨보기 시작했다. 「흐~응, 미츠오에게는 그림의 재능이 있군」 「아니요, 그런 건, 없어요」 「있어, 재능은. 단지, 그걸 꽃피워 드러내 보이고 싶다고 바라는 야심이 부족해. 좋은 양친을 둔 은혜 덕에, 스스로 무엇을 바랄 필요도 없이 만족해버리고 있는 게 미츠오의 불행이라면 불행이야」 뭐든 알고 있다는 얼굴로 그렇게 말하는 소리를 듣고, 나는 「하아」하고 머리를 긁었다. 「자아, 그러면 수업을 시작할까」 시그마는 일어서서, 좌선하는 자세로 다리를 꼬고 앉았다. 아무래도 교실은 여기인 것 같아서, 나도 정좌로 고쳐 앉았다. 「우선은 『전진(傳眞)의 서(書)』의 암송부터야」 「아, 네」 하지만 교과서 같은 건 아무것도 없는데? 내 속마음에 든 의문을 들었다는 듯이, 시그마가 말하기 시작했다. 「『전진의 서』는, 물건이 아니야. 우리들 일족의 신화와 역사를, 다섯 편의 시의 형태로 구전을 통해 이어온 것이지. 상당히 장대한 시편이지만, 언제든 필요한 부분을 틀림이 없이 암송할 수 있도록, 한 글자 한 구절 소홀함 없이 기억해두도록 해」 우와~, 암기는 잘 못하는데 라고 생각했지만, 시그마의 진지한 표정을 보면서 그런 소리는 못해. 「열심히 하겠습니다」 라고 끄덕였다. 「그러면 한 절씩 말해갈 테니까, 되풀이하도록」 「네」 그리고서 《이 세상에 최초로 살게 된 우리들은, 하늘에서 내려온 것인지 땅에서 태어나온 것인지도 알지 못하고, 그 좋던 산하에서 살고 있었다》에서부터 시작되는, 줄줄이 몇 백 장인가 되는 방대한 시의 암기공부가 스타트했던 것이다. ――――먼 옛날, 이 세상에 한 인묘가 태어났으니. 그는 자신에 관한 것을 아무것도 알지 못하였으나, 어느 날, 아름다운 인간의 딸과 만나, 사랑을 하였노라. 허나 여자는 「그대의 그 모습으로는, 부모가 인정하는 사위는 되지 못하오」라며, 그의 구애를 거절했느니. 그리하여 그는, 여자의 일족은 가지지 못하는 아름다운 꼬리를 자신의 이로 물어 끊고, 여자의 일족에게는 없는 자랑스럽게 솟은 귀를 자신의 발톱으로 찢어버렸으나, 여자는 「아직 우리들과는 다르오」라고 말하고 고개를 횡으로 끄덕이지 않았으니―――― 그런 식으로 나아가는 시편의 제 1장은, 인간의 딸에게 연인으로서 받아들여질 수 있도록 하려는, 그의 눈물겹고도 장절한 노력을 말하고 있다. 어쨌든 『그』는, 「그러면 이 털가죽 때문에 안 되는 것인가」라며 스스로 자신의 생가죽을 벗겨내 버리고, 마지막에는 눈까지 뽑아내 보였으니까. 여자는 그렇게까지 했던 그의 마음이 가슴을 쳐서, 마침내 프로포즈를 받아들였지만, 그때에는 이미 그는 피투성이가 되어 땅에 엎어지고, 너무나 고통스러워하며 당장이라도 숨이 끊어질 것 같았다. 마침 그곳에, 천지를 돌며 선악을 행하는 남녀의 신이 다가와서, 여자는 그의 생명을 구해 자신들을 결혼시켜 달라고 부탁했다. 그러자 남녀의 신은, 우선 두 사람을 살아있는 채로 아득아득 먹어서 배 속에서 두 사람의 몸을 섞어서 나눈 다음에 교접을 해서, 다섯 수컷 인묘와 다섯 암컷 인묘 그리고 다섯 명의 남자와 다섯 명의 여자로 다시 태어났다.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열 쌍의 커플 중, 인간끼리 결혼한 네 쌍은 사람의 선조가 되고, 인묘끼리 결혼한 네 쌍은 고양이족의 선조가 되고, 초심을 관철해서 마침내 다른 종족간의 결혼을 한 것은 두 쌍이었다. 하지만, 암컷 인묘와 남자 인간의 커플은 별 고생 없이 부부가 될 수 있었지만, 맨 처음의 두 사람과 마찬가지로 수컷 인묘와 인간 여자 커플은, 여자가 아파해서 섹스를 할 수 없다. (고양이의 페니스에는 역으로 가시가 나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은 남녀의 신에게 다시 부탁해서, 수컷이 인간 남자로 변신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신들은 선만을 행하는 성질은 아니었기에, 맨 첫 번째 사랑의 힘으로 변신하지 못한 수컷은 평생 변신할 수 없다, 라는 저주를 덧붙여버렸다……. 그리고 『전진의 서』의 제 1장은, 《마음으로서 저주를 뿌리치고 기쁨을 손에 넣으리니》라는 말로 끝난다. 그건 그렇고, 신화라는 것은 세계 각 민족의 어느 것이든 황당무계한 것이지만, 이 인묘 일족의 것도 그에 뒤지지 않는군. 덤으로, 판타지틱 하기도 하면서 묘하게 이유 있는 뼈대가 있는 것이, 너무나도 그들의 신화답다고 할까……. 하지만 내게 있어서 문제는, 내용보다도 이 길고 긴 시를 어떻게 암기하는가 하는 것이었다. 덤으로, 이 제 1편이 제일 짧고, 전부 5편이 있다고 하니까, 벌써부터 (살려줘!) 라고 하는 느낌이 든다. 그리고 다른 일에서는 흐물흐물하니 내 응석을 받아주는 시그마가, 이 『전진의 서』의 암송에 관해서만은 일체의 약한 소리도 타협도 받아주지 않는 스파르타 교사가 되어버렸다는 것이었다. 몇 번이고 또 몇 번이고 한 절씩 말해주고서는 되풀이하게 하는 방법은, 내가 외워버릴 때까지 시그마도 똑같은 부분을 몇 번이고 말해주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기 때문에, 기억력이 좋지 않는 나로서는 신경이 쓰인다. 그래서 자습을 위해서 종이에 써두려고 생각했지만, 시그마의 대답은, 「그런 방법은 쓰지 않는 것이 관습이야」 라는 한마디. 「설령 몇 천 번을 되풀이하든, 미츠오가 전편을 완전히 암송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내 역할이야. 내게 신경을 쓰기보다, 미츠오는 미츠오의 의무를 다하도록」 ……라는 이유로, 나는 그날부터 연일, 머리가 핑핑 돌아버릴 때까지 인묘들이 구전으로 이어내려 온 몇몇 이야기의 암기에 힘쓰지 않으면 안 되었다. 시그마와 대면하고서 『듣고, 외우고, 말한다』라는 구전 공부는, 한번에 두 시간정도씩 하루에 두서번이지만, 그 이외의 시간에는, 지금까지 했던 부분을 잊어버리지 않도록 복습을 해두지 않으면 안됐다. 하루의 끝자락에는, 그날 한 분량을 전부 말하게 되고 다음날 공부를 시작할 때는 모두(冒頭)부터 전날 했던 부분까지를 암송하는 것부터 시작하기 때문이다. 스파르타라고 해도, 시그마는 손을 들거나 거친 목소리를 내지는 않는다. 내가 몇 번 틀릴 만 하면 스탑을 먹였지만, 그것도 굉장히 조용한 어조이지 안달을 내지도 않는다. 하지만 그 무언의 압력이라는 것은, 차라리 큰 소리로 호통을 치거나 걷어차이거나 하는 쪽이 낫다고 느낄 정도로 엄격했다. 나와 대면하고 『전진의 서』를 하고 있는 동안, 시그마는 단 한순간도 긴장을 풀지 않는다. 좌선의 형태로 앉은 모습은, 수행을 쌓은 선승(禪僧)처럼 안정되고 흔들림이 없는데다 집중력도 또 바위처럼 단단하고 팽팽한 채여서, 마주보고 있는 나도 필사적으로 집중을 유지하지 않으면 안됐다. 맨 첫 번째 렉쳐 처음에, 강의 중에는 자신의 눈에서 눈을 돌리지 말라는 소리를 들었다. 해봤더니, 그건 굉장히 고행이었다. 시그마는 절대로 내 눈에서 눈을 돌리지 않는다. 그러니까 나도, 절대로 시그마의 눈에서 눈을 돌려서는 안 된다. 그렇게 흘낏거리는 일도 없이, 지그시 눈과 눈을 계속 마주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괴로운데, 귀로 들어온 시문을 술술 입으로 내뱉으려고 한마디 한 구절을 필사적으로 기억세포에 새겨 넣지 않으면 안 된다. 강의가 끝나면, 눈은 뻑뻑하고 혹사에 익숙하지 않은 뇌는 피로의 극치가 되어서, 일단은 축~하니 옆으로 드러눕는 수밖에 없다. 시그마는 「잠깐 자도록 해」라고 말해주고는 자기도 잠들어버리지만, 빠릿빠릿하니 팽팽하게 당겨졌던 긴장의 실은 그리 간단히는 느슨해져주지 않아서, 나는 꿈속에서도 암기과제와 격투를 계속한다는 시말이다. 게다가 말이다, 모처럼 숙면하고 있는 사이에는 꼭, 시이타가 놀자며 엉겨붙어온다. 내가 시그마와 노려보며 공부하고 있는 동안, 얌전히 지루함을 참고 있을 수밖에 없으니, 짬이 났을 때 어리광을 부리고 싶어 하는 건 알겠지만 말이지. -- 계속 [고양이 4] 왕 같은 고양이와 조교사 (2) 왕 같은 고양이와 조교사 (2) Written by 아키즈키 코오 그날도, 테라스에서의 오후 수업에서 해방된 뒤. 강제적인 집중으로 피곤에 지쳐 떨어진 몸을, 주위에 널려있는 것 중에서 끌어당긴 쿠션을 베개 삼아 누워서 꾸벅꾸벅 잠이 들려고 하고 있었는데, 시이타가 고록고록 냐~앙 하고 다가왔다. 「미츠오, 괜찮아?」 라고 말해왔길래, 귀찮아~라고 생각하면서, 「……괜찮지 않아」 라고 대답했다. 「……이젠 머리가 뒤죽박죽」 「그럴 때에는 기분전환을 하는 게 좋아」 「……됐어, 자고 싶어」 「정원으로 가서 매미를 잡아서 놀자」 「……노땡큐」 「시로우는 매미 잡는 건 자신 있어」 「……아, 그래」 「매미는 먹으면 아삭아삭해서 맛있어」 「……필요 없어」 「그럼 물고기 잡자」 「……어디서」 「연못에서. 미츠오도 물고기는 먹을 수 있지?」 「……금붕어 같은 건 못 먹는다니깐」 「맛있는데? 입안에서 팔짝팔짝 날뛰는 사시미야」 「……게엑」 시이타는 울컥한 기색으로 한동안 잠자코 있었지만, 「그럼 쓰다듬어」 라고 내 팔 밑에 머리를 밀어 넣어왔다. 아―정말이지―, 나는 자고 싶다니까~! 하지만 시이타는 무슨 일이 있어도 쓰다듬어지고 싶은 듯, 팔을 살짝 깨물거나 배에 장난으로 고양이 킥을 넣어오거나 하면서, 자게 해주질 않는다. 어쩔 도리가 없어서 머리를 두세 번 쓰다듬어주고서, 「이 다음은 나중에」 라고 말하고서 쿠션을 끌어안았다. 「어쨌든, 졸려서……」 그렇게 변명하고, 그대로 잠에 빠졌다. 그리고서 어느 정도 지났을까. 왠지 몸이 들썩들썩한 느낌이 들어서 눈을 떴다. 「겨우 일어났다」 라고 귓가에서 웃는 시이타의 목소리에, 시끄러워어 라고 반대로 몸을 뒤척였다가, (어라?) 라고 생각했다. 몸에 느껴지는 바닥의 감촉이, 왠지 이상해. 살짝 눈을 떠서 봐봤지만, 내가 있는 건 아까하고 똑같은 테라스에, 아까하고 똑같은 장소. 그럼, 뭐가 바뀐 거지. 그래도 아직 잠기운이 앞서 있어서, 수면으로 돌아가려고 쿠션을 다시 끌어안고 엎드리려고 했었지만, 「아야」 어째선지 사타구니가 방해를 했다. (텐트치기……라니, 대낮인데) 라고 생각하면서 몸을 뒤척이는데 방해를 하는 튀어나온 봉을 한쪽으로 치우려고 손을 댔다가, 깜짝 놀랐다. 바지랑 팬티를 빠져나가지 않으면 안 될 터인 손이, 다이렉트로 거시기에 다다랐기 때문이다. 「엣?!」 하고 눈을 뜨고, 생각했던 대로의 상황인 것을 확인하고서 (어째서?!) 라고 초조해하며 벌떡 일어서서, 손가에 있던 쿠션으로 사타구니를 가렸다. (어, 어, 어째서 벗고 있는 건데?!) 쫘악 하고 비지땀이 뿜어져 나오는 기분으로 쳐다본 장소에는, 분명히 자고 있을 터인 시그마가 없어서 일순 너무나도 한심했지만. 「시이타~앗!」 하고 뒤돌아본 장소에 있었던 것은 호색한 같은 웃음을 띄운 시로우의 미모였고, 그걸로 겨우 파악할 수 있었던 현재의 사태는, 「자, 자고 있을 때에 장난치는 건 비겁해~!」 라는 것이다. 「시로우는 장난 따위는 하지 않아」 보니까 고양이에서 변신한 채인 맨몸으로, 전라인 내 옆에 드러누워 있던 시로우는 넉살좋은 얼굴로 시치미를 떼고 있었다. 「옷을 벗겨주고, 미츠오가 기분 좋은 곳을 쓰다듬어줬을 뿐이야」 쓰, 쓰다, 쓰다듬었다는 건! 물론 거기랑 고기겠지. 하지만 입에 담는 것도 부끄럽고 말할 수 있는 게 아니니까, 「버, 버, 벗기지 마!」 라는 방향으로 달라붙었다. 「나는 태어났을 때부터 옷을 입고 큰 인간이란 말이야! 홀랑 벗는 건 목욕할 때뿐이라고!」 「그건 틀렸어. 목욕할 때랑, 섹스할 때야」 「말하지 맛!」 절규하는 투로 아우성쳤던 것은, 없어졌다고 생각했던 시그마가 테라스 끝의 난간 그늘에서 자고 있는 것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로우는 내 절규는 무시하고, 「그 뒤를 해줄래」 라고 내 발목을 붙잡아왔다. 「그만둬!」 라고 발을 물리려고 했지만, 반대로 잡혀 끌어당겨지게 되어서, 가지고 있던 쿠션으로 두들겨줬더니, 한손으로 받아내고는 집어 들려 버렸다. 게다가 (앗, 젠장) 이라고 생각했을 때에는, 시로우는 고양이의 민첩함을 발휘해서는, 달려들듯이 내 허리를 끌어안아 왔다. 장난질을 당해서 반쯤 서 있던 그걸 덥썩 깨물려서, 「힉」 하고 몸을 말았다. 「그, 그만, 둬!」 라고 시로우의 머리카락을 움켜쥐고, 있는 힘껏 잡아떼어내려고 했다. 보복은, 그거에다 대고 덥썩. 「우왓」 하고 그만, 붙잡고 있던 머리카락을 있는 힘껏 쥐어뜯어버렸지만, 시로우는 입을 떼지 않은 채 머금 고 있던 내 그걸 까작까작 약하게 깨물어왔다. 그것이 뭐랄까, 아프다고 느끼는 수준 직전으로 절묘하게 깨물어대서. 「앗, 앗, 시, 싫어!」 나는 필사적으로 바둥댔다. 시그마가 있는 곳에서, 이런 식으로 느껴버리게 되다니! 소리라도 내버린다면, 창피해서 죽을 거야! 하지만, 내가 날뛰면 날뛸수록, 시로우는 점점 더 신나하는 느낌으로, 그곳을 가리면 대신에 엉덩이며 허벅지며 하는 데를 살짝 깨물어온다. 내가 자신의 실수를 깨달았던 것은, 숨을 헐떡이는 사이에 꽉 하고 소중한 구슬을 쥐여서 몸을 움직일 수 없어져 버렸기 때문이었다. (아차……이 녀석은 고양이니까, 사냥감이 달아나려고 하면 할수록 룰루랄라 신이 나서 기운이 넘치는 거지이~) 이제 와서 새삼스레 그걸 깨달았어도 이미 뒷북이라는 것이었지만, 나로서는 시그마가 있는 곳에서 당하는 것 따위는 절대로 싫었기 때문에, 최후의 저항을 시도해봤다. 그래봤자, 「여, 여기서는 싫어」 라는 말밖에 떠오르지 않았지만. 하지만, 그 이외에는 무슨 말을 해도, 시로우가 들을 턱이 없는 걸. 그리고 시로우는, 「안 도망칠 거야?」 라고 내 양보를 확인해왔다. 「도, 도망치게 해주지 않을 거잖아, 어차피」 「시로우는 쫓아가는 놀이도 좋아해」 「나더러 이 집안을 알몸으로 뛰어서 도망 다니라고 하는 거야?!」 토우코상이랑, 그 외에도 다른 가족들이 있는데, 「말도 안돼!」 「정원이라도 괜찮은데?」 「싫엇!」 「그럼 미츠오는 방에서 하고 싶은 거구나?」 「그래!」 노성을 질러 버리고나서 (윽?!) 하고 얼굴을 빨갛게 물들였던 것은, 시그마도 듣고 있는 이 말다툼에서, 내가 내 입으로 「방에서 하고 싶다」라고 말한 게 되어버렸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지만, 어떻게 정정할 도리가 없다. 희희낙락 나를 안아 들어서, 2층에 있는 우리들의 방을 향해 걷기 시작한 시로우의 팔 안에서, 나는 최소 한의 저항으로 줄곧 눈을 감고는 시그마에 대한 부끄러움을 견디는 수 외에는 없었다. ……사실 시그마한테는, 이미 나와 시로우의 베드신을 A에서부터 Z까지 보여져버렸지만. 내가 시로우한테 속아서, 취해가지고는 베드인 당해서 시로우와 한 H 전부를 사진으로 찍혔던 그날 밤. 시그마는 그 자리에 서있었던 것 같고, 그러니까 내가 부끄러워하는 건 분명히 새삼스럽게 고상한 척하는 애처럼 생각될 게 틀림없지만. 그래도 나한테는 그날 밤의 기억이 없다. 그러니까 시그마에게 전부 보였다는 것에 대한 실감도 없지만 보여져버렸다는 건 진짜인 것 같아서, 그래서 더욱 더 시그마에 대한 부끄러움을 의식해버린다고 할까……. 그게 말이지 시그마는, 섹스니 성욕이니 하는 것 같은 동물적인 세속적인 것과는 일절 연이 없을 것 같은, 어디까지고 청초하고 아름답게 빛나고 있는 듯한 존재인 것이다. 고양이로 있을 때든 인간으로 있을 때든, 시그마는 항상 청정한 공기에 감싸여있는 것 같은 분위기를 주는데, 그 느낌은 속세에 둘러싸여 있는 우리들과는 살아가는 세계가 틀린, 신성한 존재라고 생각하게 한다. 그런 시그마에게, 당하는 것을 보게 되면 욕정 해버린다거나, 그만 휩쓸려서 좋아해버리기도 하는 나를 알리는 것은 너무나 너~무나 부끄럽다. 순수하지도 않고 맑지도 않은, 더러워져버린 내 존재를 저 아름다운 사람의 앞에 드러내는 것은 싫다. 무엇보다도, 남자인데 거기에다 뭐시기를 넣어져서 느껴버린다거나 가버린다거나 하는 나를 보이거나 하는 건, 절대로 싫다. 하지만, 이 집에 있는 건 우리들과 시그마뿐이 아니다. 「시로우짱!」 이라는 소리와 함께, 계단을 올라가고 있던 시로우의 발에 태클을 걸어온 것은 토우코상의 손녀(???)라는 유치원아인 유카리짱. 즉 인묘의 피를 잇고 있는 꼬맹이인 것이다. 「이 좋은 냄새, 미츠오짱?!」 흥흥 코를 울리면서, 시로우에게 안겨서 옮겨지는 내 다리로 달려 들어왔다. 거 왜, 아기 고양이가 펄럭이는 커튼으로 뛰어 들어가곤 하잖아? 그런 느낌으로. 「미츠오는 시로우거야」 라고 시로우가 으르렁대는 소리로 말했다. 「유카리도~!」 라고 꼬마가 떼를 부렸다. 나로서는, 발바닥까지 새빨개지는 기분. 그게, 유카리짱이 말하고 있는 『좋은 냄새』라는 건 내 몸에서 나오는 거 같은 페로몬의 냄새인 게 틀림없고, 게다가 그건 성감을 자극당하는 것에 의해서 강해지는 것 같다. 즉 나는 지금, 인묘로서의 피는 분명히 옅을 유카리짱도 냄새를 맡게 할 정도로, (느껴버렸습니다~) 라는 냄새를 줄줄 흘리고 있다는 것이니까, 아악, 최저로 한심해! 「빨리 방으로」 라고 시로우에게 부탁했던 건, 이 이상 창피해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시로우가 오해할거라는 건 알았지만, 어쨌든 1초라도 빨리 어딘가에 틀어박혀버리고 싶었다. 다섯 살 여자애에게 자신의 음욕을 지적당하는 창피함이라니, 경험한 사람이 아니면 모를 거라고 생각하지만. 분명히 말해서 최저로 달아나고 싶은 기분이다. 시로우는, 꺄아꺄아 하고 다리에 얽혀드는 그녀를 계단에서 발로 차서 떨어트린다는 난폭한 수단으로 나왔다. 「앗! 무, 무슨 짓을!」 유카리짱이 굴러 떨어진 건 딱 세 계단이었지만, 까딱하면 뼈가 부러질 정도는 된다. 하지만, 「꺄앙」 하고 바닥에 착지한 그녀는, 실로 고양이의 자세 그대로 팍 하고 일어서서, 「시로우짱, 너무해!」 라고 꺙꺙 대는 목소리로 버럭 소리를 질렀다. 아무래도 상처는 입지 않은 것 같다. 그 사이에 시로우는 척척 계단을 올라가, 우리들이 묵고 있는 객실로 들어가서, 도어에 열쇠를 걸었다. 그리고서, 나를 베드에 던져 넣고……. 그걸 하고 싶은 시로우는, 항상 쓰는 바르는 약을 서둘러서 꺼내가지고 왔다. 보기에는 보통 연고이지만, 아무런 냄새도 나지 않는 게 영 수상쩍은 성분이 들어있는 것 같은 물건이다. 「싫어」라고 말했지만 그 말을 시로우가 들을 턱이 없고, 그사이 듬뿍 그곳에 발라졌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미츠오가 아파」 시로우는 그렇게 말하지만, 이건 절대로 그냥 윤활제가 아니라, 분명히 최음성분도 들어있다. 하긴 나로서야, 약 때문이라고 변명거리가 생기는 건 비밀스런 구원이지만. 바르는 약의 효과는 빨라서, 시로우가 손가락으로 점차 안쪽으로 발라 넣는 것에 따라 그렇게 손가락이 들어오게 되는 것이 기분 좋아지는 식으로 효과가 온다. 그리고서, 손가락으로는 애가 타는 식으로 되기 시작하고……인서트하고 싶어서 들썩들썩 대는 시로우의 마음. 「아프지 않아? 미츠오, 좋아?」 「앗, 앗, 시, 싫엇」 「그런가, 좋은 거구나」 「아, 아니라니깐, 앗, 앗, 가, 가겠어」 ……라는 상태로, 나는 그 날도 맛있게 요리당해 버렸던 것이다. 2시간 뒤. 나는 있는 대로 풍풍 풍기고 있을게 틀림없는 페로몬 냄새를 지우기 위해서, 벅벅 두 번 씻은 몸에다가 다시 성대하게 코롱을 뿌려대고, 욕실을 나왔다. 만족한 얼굴로 침대에서 쭉 드러누워 있던 시로우가, 「미츠오, 냄새가 심한데?」 라고 얼굴을 찡그렸다. 확실히 대학구내 생활협동조합에서 산 싼 코롱은, 이 정도까지 뿌리면 너무 단내가 심해서 쩍쩍하다는 느낌이 들어서 나로서도 좋은 냄새는 아니지만, 「고양이 퇴치」 라고 말해주고는, 옷을 입고 방을 나왔다. 테라스로 돌아가자 금세 시그마도 눈치를 채고, 슬며시 나를 바람이 빠지는 쪽으로 다시 앉게 하면서 말했다. 「내가 선물한 향수는, 벌써 다 써버렸나?」 나는 움찔하면서, 「집에 놓고 와버려서」 라고 말을 돌렸다. 실은 이전에 시그마에게서 내 페로몬 냄새를 중화하도록 특별히 조합했다는 코롱을 받았지만, 어쩐지 수상쩍은 냄새가 나서 쓰지 않는 것이다. 시그마는 나와 시로우의 부부사이를 좋게 하고 싶다는 입장이라서, 페로몬을 억누를 수 있는 용도라고 말하지만, 사실은 반대 작용을 하는 물건을 준 게 아닐까라는 의구심도 드니까 말이다. 시그마는, 「오야오야」 라고 어깨를 으쓱이고, 「그럼, 만들어 놔 주지」 라고 말하고 수업을 시작했지만, 싼 코롱의 냄새가 신경이 쓰이는 듯, 30분 만에 그만둬버렸다. 덕분에 나는, 시그마에게 싫은 생각을 하게 해버렸다는 듯한 죄악감을 느끼고, 코롱 냄새를 빼기위해 샤워를 다시 했었던 것이다. 천리 길도 한걸음부터고, 그치지 않는 비는 없다는 속담도 있다. 오로지 괴로운 난행고행이었던 암기작업이, 맨 처음처럼 힘들지는 않게 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던 것은 5일째 정도였다. 다섯 번 들어도 머리에 들어가지 않았던 시문(詩文)이 세 번 들으면 대충 기억할 수 있을 정도가 되어, 학습효율이 올라가기 시작한 덕이었는데, 그렇다는 것은 말하자면 머리가 전부 암기한다는 작업에 익숙해졌다는 것이겠지. 그렇게 되어가자, 시그마와 대면하며 공부하는 시간이 즐거워지고, 의문으로 여겼던 점을 질문해보는 듯한 여유도 나왔다. 예를 들면 『제 2편』은, 일족이 에덴의 낙원 같은 장소에서 살았었다는 시대의 얘기인데, 「저기, 시그마. 이 『우리들의 고향』이라는 건, 어디 근처인 건지 구체적으로 장소는 전해지고 있지 않은 겁니까?」 라는 게 신경 쓰이기 시작했던 것이다. 「후후, 미츠오가 찾아 볼 건가?」 시그마가 그렇게 눈을 가늘게 떠보였다. 「일족이 『우리들의 고향』이라고 부르는 토지는, 지금은 사라져버려서 존재하지 않는 장소라는 것이, 정설이지만 말이야」 「대서양에 잠겼다고 하는 아틀란티스대륙이라던지, 무대륙 같은?」 「지금은 사막으로 변해버린 아프리카 중부지역은, 옛날에는 대삼림지대였다고 하지. 굳이 바다 속에 침몰하지 않더라도, 오랜 세월 동안 그 모습이 크게 변해버린 토지는 얼마든지 있어. 에덴의 낙원도, 사막화하기 이전의 녹음이 풍부했던 데칸고원에서 모델을 구하고 있는 학설이 있었던 것 같은 기분이 들지만」 「그럼, 제 3편의 무대가 되었던 『우리들의 왕도』라는 건? 역시 소재지는 수수께끼인 겁니까? 얘기 내용으로 보면, 『돌로 세운 8층의 왕성』이라는 건 바벨탑을 연상시키는데요. 구약성서에 나오는 바벨탑은, 분명히 그거인 것 같은 유적이 서아시아 어딘가에서 발견되었잖아요」 「구전되어온 전설에는, 나름대로의 근거가 존재한 경우가 많아. 『우리들의 왕도』도, 언젠가는 발견될지도 모르지」 「슐리만이 집념으로 발견한 트로이의 유적이라든지, 용암과 화산재의 밑에서 발굴된 고대도시 폼페이처럼?」 「실크로드를 따라 있던 로란이라고 하는 사라진 제왕국, 말레이반도랑 고대 인도에서 발흥해서는 멸망한 몇 개의 소왕국, 잉카제국의 전사(前史)를 맡았던 몇 겹이나 되는 문명……역사는 많은 망각을 품고 있어. 우리들이 그것이 어느 정도인지를 알 수 있을까?」 시그마와 그런 얘기를 하는 것은 즐거웠다. 물론 일족에 관한 일도 여러 가지를 들었다. 예를 들면, 「유카리짱들이 『손자』라고 토우코상이 말씀하시기는 했지만……정말인 겁니까?」 라는 질문. 시그마의 대답은, 「이상한가?」 라는 되물음이었다. 「아―……그게, 일족은 우리들하고는 나이를 먹는 방법이 다르다는 거야 전에 가르쳐주셨지만, 그렇게 젊고 아름다운 분이 『할머니』라는 게 감각적으로 납득이 가질 않는달까……」 「후후」 하고 시그마는 즐거운 듯이 웃고 말했다. 「그렇군, 자네들 인간들은 15년 정도의 유소년기 뒤, 10년 정도의 청년기를 보내고, 그 뒤 20년 정도가 장년기, 이후는 노년기에 들어가지. 예를 들어 80년을 살면, 그 중에 반 정도는 노년기라는 것이야」 「에? 45세 이후는 노년기라고 세나요?」 「하지만, 그 무렵부터 신체의 노화가 현저해져. 노쇠하기 시작한다면 노인이라고 불러야지」 그러고 보니, 엄마가 안경을 쓰기 시작했던 것도 그 무렵이던가. 「확실히, 그렇게 말할 수도 있겠네요. 엄마는 대 쇼크겠지만」 「단지 사람의 노쇠는, 다른 동물들과 비교하면 굉장히 천천히 진행되니까. 그렇게 비관할 것도 아니야」 「일족의 경우는 장년기가 길고, 성장기와 노년기는 짧았지요」 「그래. 시이타는 나 이상으로 성장이 빨랐지만, 충분히 짙은 피를 받으면 보통은 2, 3년이면 어른이 되지. 즉, 토우코는 태어나고 나서 4년째에 첫 번째 아이를 낳았었다는 얘기지」 윽?! 그, 그건……. 「그때에는, 이미 토우코상은 어른이었다는 거로군요?」 「물론이야. 토우코는 사람의 모습으로 태어난 준일족이지만, 변신을 할 수 없을 뿐이지 그 외의 능력은 직계일족과 다름이 없어. 요 백년간, 암컷의 경우는 꽤나 피가 짙어도 토우코처럼 태어나는 자들뿐이야」 「뭔가……카구야히메(かぐや姬) 으응~다케토리 모노가타리(竹取物語) 라는 헤이안시대 문학작품에 나오는, 대나무에서 태어난 미녀지요. 월광천녀 컨셉으로도 쓰였고요. 같네요, 그 성장속도라는 건」 「아아, 『카구야』는 일족이야」 「에?」 「이제부터 할 『전진의 서』 제 4편에서 나오지만 말이야. 귀양을 오게 된 달나라의 공주라는 황당무계한 이야기를 인간들이 믿을 수 있었다는 것은, 그 시대라면 가능한 반응이겠지」 ……그런 소리를 하자 치면, 사람으로 변할 수 있는 거대 고양이라는 존재도 우리 인간들의 상식으로 보자면 충분히 황당무계한 축에 들어가는데요. 「『카구야』는 유전자의 조합에 따라서 선조대로 돌아간, 거의 순혈종에 가까운 암컷이었다는 것 같아. 생애에 33인의 일족과 99인의 준일족을 남겼다고 전해지지」 「낳은 아이들이 132명……?!」 「33이랑 99라는 것은 약간 허풍이 들어간 얘기고, 실제로 낳은 것은 128인이지만」 확실히 고양이는 한 배에 대여섯 마리씩 낳고는 하니까 불가능한 숫자는 아니지만, 그 카구야히메가…라고 생각하니까 꽤나 호러틱하다구……. 「미츠오는 8백비구니(比丘尼)의 전선을 들어본 적이 없나? 인어의 살을 먹었기 때문에 불로불사의 몸이 되어, 일설에서는 8백년에 걸쳐 제국을 유랑했다고 하는」 「……그게, 카구야히메의 『그 뒤』……라는?」 「사실, 카구야가 살았던 것은 2백년 정도야. 각지에 남은 야마우바(山?) 에또…산 속 깊숙이 사는 마귀할멈인데요. 우리나라 식으로 치면 홍콩할머니 쯤? 전설도, 카구야를 시작으로 하는 일족의 암컷들이, 산에 숨어서 살면서 아이를 낳아 키우는 모습을 엿본 사람들이, 만들어낸 것이야」 「하아……」 「일족의 피가 짙을수록, 고양이의 모습으로 태어날 수 있는 아이를 가지는 가능성이 높아. 그런데 계속 사람의 마을에서 아이를 낳을 수 없겠지?」 「화, 확실히……」 「이 사람이라면 하고 믿었던 남편에게서 이형(異形)의 아이를 낳은 괴물 취급을 받고 모자가 함께 죽임을 당한 예도 수많이 있어. 이 사람이라면 하고 믿었던 처가, 사람의 모습이 아닌 아이를 낳은 것을 견디지 못하고, 정신이 나가버린 예도 말이지」 「……고생하고 있군요, 일족은……」 「지금은 상황이 더욱 살벌하지. 미츠오처럼 우리들의 존재를 받아들여주는 사람들이라는 건, 세상에서 전부 끌어 모아도 고작 한주먹쯤일까」 「아, 그래그래, 그 일 말인데요. 제가 나베시마가에 아르바이트로 고용되었을 때, 부인이 국제회의에 나간다고, 그 사이에 빈 집에서 돌봐달라는 얘기였는데요」 「아아……후후」 하고 시그마가 쓴웃음을 지었던 것은, 그 아르바이트 자체가 시이타의 짝을 찾기 위한 덫이었고 나는 그대로 덫에 걸려버린 바보 같은 참새라는 뒷얘기를, 떠올렸기 때문이 틀림없다. 네네, 그 일은 이제 됐어요. 이제 와서 화를 내봤자 손쓰기는 늦은 거라고 포기했으니까요. 내가 물어보고 싶은 것은, 「그건, 해외에도 일족이 있다는 거지요? 그리고, 키워주는 사람이라는 형태로 일족을 지키는 나베시마 부인 같은 사람들이」 라고 말한 순간, 시그마는 내가 처음으로 보는 표정을 지었다. 즉, 너무나도 울컥한 표정을. 「키워주는 사람이라니? 그녀가 그렇게 말했었나?」 나는 그 순간, 『역린을 건드린다』라는 말의 의미를 피부감각으로서 실감했다. 정말로 섬뜩하고 등골이 얼어붙었던 것이다. 「아, 아니요, 그, 그렇지 않아요!」 나는 무지하게 당황해서는 그렇게 부정했다. 「즈, 즈, 즉 그, 제, 제 상식의 범위에서 본 판단에서 나온 건데, 그, 그런 관계인 것처럼, 머, 멋대로 상상해서! 죄, 죄송합니다, 죄송해요」 「아아, 알고 있어. 물론 그녀는 그런 부주의한 발언을 할 사람은 아니지」 내 변명에 대한 시그마의 대답은, 길고 아름다운 은색의 머리카락을 계속 손가락으로 빗으면서 한 것이었다. 나는 (역시 이 사람도 고양이야) 라고 생각하면서, 시그마의 행동을 보고 있었다. 저거 봐, 고양이는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서 몸을 핥아서 단장을 하잖아. 시그마는 그걸 머리카락을 가지고 노는 걸로 대신하고 있는 거야, 라고. 「미츠오의 질문으로 돌아가자면, 일족은 세계각지에 있고, 일족에게 관련되는 것이 허락되는 사람들의 존재도 또 그렇지. 그들의 네트워크는, 우리들이 고래(古來)부터 지켜온 상호 교우관계에 기초한 것이지」 거기서 갑자기 시그마는 말을 끊고, 팩 하니 다른 쪽을 보고 말했다. 「미츠오의 그 생각은 불쾌해」 그리고 스윽 일어서서, 테라스에서 나가버렸다. 「앗, 저깃, 시그마?!」 불러 세우려고 했지만, 말도 붙일 수가 없다. 내 옆에서 뒹굴면서 사태의 전말을 듣고 있던 시로우를 뒤돌아봤다. 「어, 어쩌지, 시그마를 화나게 했어」 시로우는, 테라스의 난간에 쉬러온 이름 모를 잠자리에게 눈을 빼앗겨있었지만, 「왜 시그마가 화를 내지?」 라고 되물어 봐왔다. 「모르겠어, 그런 거,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미츠오의 그 생각』이라고 말했었지. 입으로는 말하지 않아도, 뭔가 말을 했던 걸 거야」 「그런 거……」 나는, 시그마의 얘기를 들으면서 자신이 무엇을 생각하고 있었는가를 떠올리려고 했다. 「……시그마도 역시 고양이구나 라고 생각했던 거, 인가……」 「아아, 그거 화나겠네」 시로우는 간단하게 말했다. 「일족에게 있어서, 고양이와 똑같은 취급을 받는 것처럼 화가 나는 일은 없어」 「에? 그런 거? 하지만, 저기」 실제로 고양이잖아 라고 말하려다가, 그만뒀다. 시로우까지 화나게 해서는 큰일이다. 「에에또, 당장 사과하러 가는 쪽이 나을까나. 아니면 어느 정도 화가 삭은 다음에 하는 쪽이 좋을까나」 「미츠오였다면, 상대가 어떻게 나왔으면 해?」 라는 것은, 고양이다운 면에서는 나올 수 없는 고도의 어드바이스였고, 나는 다시 한번 인묘들이 인간과 동등 또는 그 이상의 사고력을 가진 소유주라는 것을 새삼 실감했다. 응, 그래, 사고능력이 높은가 싶었더니 철학도 프라이드도 있는 사람……이 아니라 인묘들이니까. 아마 시로우의 제멋대로에 어리광쟁이인 고양이 같은 태도를 기준으로 생각해서는, 안되는 것일 거다. 그것도, 시그마처럼 특별한 존재에 대해서 그런 기분으로 있었다니, 나는 굉장히 실례천만인 녀석이었다. 대반성이야. 하지만, 말이지……. 사과하자고 생각해서 찾으러 갔던 시그마는, 식당의 호화로운 커다란 테이블의 주인석에서 커다란 접시 가득히 쌓은 프티 푸르(petit four) 프티 푸르(petit four): 한입에 먹을 수 있는 크기의 케이크. 를 말없이 먹고 있었다. 그 모습이라고 하는 것은 어디를 봐도, 쇼크적인 일이 있던 고양이가 뭔가를 먹어서 기분전환을 하고 있는 모습인 것이다. 그 자리에 얼굴을 내밀었다가는, 또 아까의 제 2라운드가 될 것 같아서 나는 발소리를 죽이고 퇴산했다. 정말이지, 결국 본성은 고양이이면서 고양이라고 생각되는 건 굴욕이라고 느끼다니, 어찌나 귀찮고 제멋대로인 고집쟁이인지! 게다가 그런 식으로 뭐든 안다는 얼굴을 하고 있는 뒤에서의, 본심은 그거라니! 아악, 안돼, 귀여워서 얼굴이 빨개질 거 같아잉~. ……라는 생각을 해버려서, 나는 그 자리를 물러나 그 일에 대한 사죄는 시그마에게 말할 수 없었다. 하지만, 고양이라고 생각하지 않아, 라는 거짓말을 하면 분명히 들킬게 틀림없고, 그렇게 두 번 화나게 하기보다는 입 다물고 조용히 있는 쪽이 좋을 것 같은 기분이 드니까. 시그마, 나는 당신의 철학적이고 깊은 사고력을 존경해요. 하지만, 당신의 고양이 부분도 좋아해요. 그런 나는 거슬리나요? 그렇다고 한다면 「죄송합니다」라고 말하는 수밖에 없지만……아나요? 나는 어릴 때, 고양이가 되고 싶었어요. 신장의 몇 배나 되는 높이를 뛰어오를 수 있는 그 점프력이랑, 나긋한 몸동작이랑, 긴 꼬리랑 아름다운 털을 동경해서. 개도 햄스터도 작은 새도 좋아했지만, 되고 싶다는 식으로 생각했던 건 고양이였어요. 그러니까 내 안의 고양이 이미지라는 건, 결코 당신을 화나게 할만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요. 하지만, 뭐어~, 무엇이 기분에 거슬리는 건지는, 사람 나름 대로니까요. 당신을 불쾌하게 하지 않도록, 앞으로는 신중에 신중을 기하죠. 나는 그런 식으로 자기반성을 했지만……. 그날 밤, 시그마에게 「조금 놀지」라고 불려서 방으로 갔더니만 그는 하얀 고양이가 되어서 베드에 드러누워 있었고, 내게 「쓰다듬어줘」라고 부비대 왔다. 아니, 나로서야 하얀 고양이씨를 만질 수 있게 해주는 것은 기쁘지만 말이지요. 이렇게 되면, 대체 시그마의 본심이라는 건 어디에 있는 건지…… 그런 식으로 화냈던 것도, 그리고 이런 식으로 고양이가 되어서 어리광을 부려주는 것도 그저 고양이식의 단순한 변덕이고, 나는 그때마다 시그마의 기분에 맞춰대는 수밖에 없다는 건가아. 아니면, 아무리 해도 시그마들을 고양이로 봐버리는 내게, (뭐어, 그래도 좋아) 라고 양보를 해주었다는 의미? 어쨌든 나는 한 시간 이상 듬뿍 시그마를 쓰다듬어서 고록고록거리게 해주고 방으로 돌아왔지만, 골이 난 시로우에게 붙잡혀서, 두 시간이나 보답으로 H하는데 어울리게 되었다. 아―정말이지―, 시로우 이 질투쟁이! -- 계속 [고양이 4] 왕 같은 고양이와 조교사 (END) 왕 같은 고양이와 조교사 (END) Written by 아키즈키 코오 그것은, 시그마의 집에서 합숙연수를 시작한지 딱 10일째. 『전진(傳眞)의 서(書)』제 4편이 그 날 오전 중에 끝나서, 「제 5편은 내일부터 하지」 라는 소리를 듣고서, 반나절의 휴가 같은 걸 얻게 되었던 오후였다. 시로우는 지루해한 나머지 아침부터 도서관으로 나가서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 시그마는 점심이 지나 찾아온 손님과 함께 응접실에서 얘기 중. 나는 테라스에서 시간을 죽이려고 스케치를 하고 있었는데 사람 소리가 나서 뒤돌아봤더니, 시그마의 손님이 돌아가는 참이었다. 테라스에서 보이는 현관홀을, 슈트 차림의 수행원을 데리고 온 중년의 남자가 토우코상과 얘기를 하면서 가로질러간다. 하지만……어라? 저 얼굴……분명히 무슨 뭐시기 대신(大臣)을 하고 있는 정치가 아닌가? 응, 텔레비전에서 본 적이 있는 얼굴이야. 남자는 현관 도어 앞에서 정중히 토우코상에게 머리를 숙이고 나갔다. 시그마는 전송에는 나오지 않은 것 같다. 그렇게 생각했더니, 응접실에서 시그마가 나와서 아무래도 기분이 나쁜듯한 얼굴로 이쪽으로 다가왔다. 웬일로 슈트 같은 걸 입고 있는 시그마는, 길에 널린 잡지에 실린 패션모델 따위는 발치에도 오지 못할 멋진 모습이라, 그만 눈을 빼앗겼다. 하지만 시그마는 테라스로 와서는, 구두를 벗어던지고 넥타이를 푸르고, 잘 어울렸던 슈트와 셔츠도 재빨리 벗어버렸다. 기분이 나쁜 것은, 거북해서 싫어하는 복장을 억지로 참고 있었던 탓도 있는 것 같다. 최후의 한 장까지 벗어내고, 그제야 내가 있는 것을 떠올린 듯이 흘낏 이쪽을 보고서, 「괜찮겠나」 라고 물어온 시그마는, 아마 고양이 모습이 되어서 마음껏 느긋하니 있고 싶은 거겠지. 그러니까 나는, 「네에, 어서요」 라고 대답하고, 시그마의 변신을 보지 않도록 몸의 방향을 틀었다. 「이런이런, 어깨가 굳어버렸어」 라고 한숨을 섞은 목소리에, 이제 돌아봐도 되는 거 같다고 판단하고 시그마 쪽을 다시 향했다가 움찔 했다. 항상 구비되어 있는 쿠션으로 만든 둥지에서 데굴 누워있던 시그마는 사람의 모습인 채였고, 즉 나는 인간 남자 모습인 시그마의 전라를 눈앞에서 봐버렸다는 것이다. 「수, 수고하셨습니다」 라고 말을 걸었던 건 겸연쩍은 걸 감추려고. 그게 말이지, 처음 본 시그마의 누드는 굉장히 가슴이 다부지기도 한 게 남자의 색기라는 느낌으로 눈이 부셔서, 조금……아니, 상당히 두근두근 해버렸어서, 어색했기 때문이다. 「정말이야」 라고 시그마는, 하품을 반쯤 섞어서 중얼거리는 투로 대답했다. 최고급 대리석을 깎아서 연마한 듯한 가슴도 허벅지도, 그곳만 살짝 핑크색을 띄고 있는 것이 굉장히 고혹적인 느낌으로 눈길을 끄는 유두랑 그곳조차도, 유유하게 드러내고 있는 모습……이라서. 「이런 대낮에, 일부러 짜증나는 이야기를 하러 오는 신경이라는 건, 이해하기 힘들어」 나는 두근두근 하는 기분을 얼버무리기 위해서, 「낮잠 타임을 방해받았군요」 라고 웃어보이고서, 물어봐도 되는지 어떤지 모르지만 달리 화제를 떠올릴 수가 없어서 물어봤다. 「지금 손님, 분명히 대신이지요」 「그래, 대장성 대신인 야마카와야. 정치가라는 건 풍류를 모르는 녀석들뿐이라서 좋아하지 않지만, 먼 옛날부터 약속한 일이니 상담을 하러 오면 쫓아낼 수는 없어」 「……라는 건, 시그마의 일은 정부고관의 상담역이라는 겁니까?! 아, 아니, 물어보면 안 되는 거라면 안 물어보겠지만요」 「일족 사이에서는 비밀이고 자시고 할 일도 아니에요」 라고 끼어들어온 것은 어느새 다가와 있던 토우코상으로, 드러누워 있는 시그마에게, 「오라버니, 입으실 것」 이라고, 평소의 하얀 로브를 내밀었다. 그러고 보니 토우코상은, 이런 한여름에도 똑 바르게 와후쿠를 입고 있구나아. 우리 엄마는, 집에 있을 때에는 탱크탑하고 짧은 바지인데. 덥지 않은 걸까. 「시이타도 없고, 한동안 이대로 있어도 괜찮잖아?」 라고 시그마가 불만스러운 듯이 말했다. 「하지만 미츠오상이 눈 둘 곳을 몰라 하고 계셔서」 아, 아니, 그런 건……있지만. 「남자끼리인데, 별로」 라고 말해두자. 「시로우는, 토우코상이 계시는 데도 종종 맨몸으로 어슬렁어슬렁 거리고 다니니까. 시그마도 가끔은 상쾌해지고 싶은 거겠죠」 시그마는 내 허락을 얻었다는 얼굴로, 내게 싱긋 웃어주고서 드러누운 채로 몸을 젖혀 두 팔을 머리 밑에 깔면서, 「자봐, 미츠오의 허가도 나왔어」 라고 득의만만하게 토우코상을 올려다봤다. 「전 모릅니다, 시로우상하고 싸우게 되도」 「시이타는 그런 짓은 하지 않아요」 「여자들의 눈에 지금 모습은 독이에요」 「여기로는 다가오지 말도록, 말을 해두지 않았던가?」 「어쨌든, 허리에만 이라도 걸치도록 하세요!」 그만 역정을 낸 토우코상에게, 시그마는 투덜투덜 일어나서 넘겨받은 하얀 천을 익숙한 손놀림으로 허리에 감았다. 혹시, 평상시에 입는 로브 아래는, 항상 그것 뿐……? 아, 아니아니, 실례! 「자아, 이러면 되겠지?」 라고 기분 나쁘다는 얼굴로 다시 앉은 시그마는, 느슨하게 감겨있을 뿐인 허리의 천이, 도리어 (저게 혹시 바람에 펄럭이기라도 한다면……) 하는 위험함을 느끼게 해서, 나는 더욱 더 차분해 질 수가 없었지만, 「네네, 되셨습니다」 라고 토우코상은 대답했다. 분명 시그마의 이런 모습에도 면역이 생긴 거겠지. 「야마카와의 상대를 해서 피곤해. 벌꿀을 듬뿍 넣은 차가운 밀크티를 한잔, 가지고 와줘」 「네네, 가져오지요」 토우코상이 집 안으로 들어가고, 테라스에는 우리 둘만이 남았다. 나는, 이제 와서 새삼스럽지만 눈 둘 곳을 모르겠는 기분을 얼버무리려고, 중단하고 있던 스케치로 다시 돌아갔다. 하지만, 내 눈이 말이지, 아무리해도 봐버린단 말이다. 그……시그마의 나체가 신경 쓰여서. 고양이 모습일 때에는 전신이 순백인 시그마는, 인간의 모습으로 변화하면 백석의 미모와 빛나는 듯한 은발의 소유자가 된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평소에는 로브로 가려지고 있는 전신이 점 하나 없는 대리석상 같은 피부를 하고 있는 것이랑, 그런 몸의 유두와 그곳만은 살짝 핑크색이라는 것이랑, 머리카락 이외의 털은 살짝 금색을 띄고 있다는 것은, 몰랐다. 그리고 봐버린 시그마의 전라는, 마치 마력을 두르고 있는 것인가 싶은 저항하기 힘든 매혹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서, 내 눈을 쉬임없이 계속 끌어당기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싶어!) 라는 욕구는 강렬해서, 나는 더는 1초도 참을 수가 없었다. 스케치북을 새 페이지로 넘기는 사이도 애가 탔고, 나는 무아지경 속에서 연필을 달리게 했다. 성스러운 존재라는 것을 시각적으로 확신시키는 완벽한 조형과, 그 체구는 피와 살로 구성된 생물이라는 것을 가르쳐주고 있는 혈색이랑 질감의 반반의 언밸런스가 만들어내고 있는, 『시그마』라는 밸런스……. 이것을 연필 한 자루로 종이 위에 그림으로서 표현한다는 시도는, 나 따위한테는 천년이 걸린대도 무리인 이룰 수 없는 꿈이라는 것은, 그리기 시작하기 전부터 완전히 깨닫고 있었다. 쓸데없는 노력을 하면 할수록, 자신의 그림에 있어서의 능력부족으로 자기혐오의 묘혈을 깊이 파댈 뿐이라는 것도. 그래……이 천상세계에 속하는 것임이 틀림없는 색향에 대해서는, 그림으로 그리자고 생각하기보다 솔직하게 사랑에 빠져버리는 쪽이 건설적이야……. 「미츠오?」 라고 불려서, 핫 하고 제정신으로 돌아왔다. 지, 지금, 나 무슨 생각을 했지?! 「졸린 거면, 누워서 눈을 감고 쉬도록 해. 그런 식으로 멍하니 있으면, 혼이 빠져나가버린 건가 해서 걱정이 돼」 「네, 네에」 구멍이 있다면 뛰어 들어가고 싶은 기분으로, 나는 화악 타오를 듯이 뜨거운 얼굴을 숙였다. 아아, 시그마, 부디 눈치 채지 말아주세요! 아니면 이미 냄새로 들켜버린 걸까?! 내 도리에 어긋난 마음의 방황은! 카창 하는 글라스와 글라스가 맞부딪치는 소리에, 움찔 해서는 얼굴을 들었다. 시그마에게 밀크를 가지고 와있던 토우코상이, 불쌍하다는 듯한 쓴웃음을 띄운 표정을 내게서 시그마에게로 돌리고, 「자아, 오라버니, 이제 기분이 풀리셨지요? 벌주기는 그 쯤 해두세요」 라고 살짝 시그마를 노려봤다. 「단순한 호기심으로 유혹당해서야, 미츠오상이 가여워요. 옷을 입어주세요」 호, 호기심으로, 유, 유혹……? 그런……그런 겁니까? 용기를 쥐어짜내서 바라본 시그마는 느슨한 평소의 로브를 입고 있는 참이었지만, 내 시선을 깨닫고서 장난을 들킨 장난꾸러기 아이 같은 눈길을 보내면서 말했다. 「놀렸던 건 아니야」 라는 건, 시그마는 의도적으로 나를 뇌살시키려고 했고, 나는 멋지게 걸려버렸다는 건가……. 「호기심이라는 것은, 우리 일족의 불치의 병 같은 것이라 말이지」 확실히 고양이의 강한 호기심은 속담이 되어있기도 하지만요. 「여성이 아닌 자네도, 내게 성적인 흥미를 품을지 어떨지. 후학을 위해서 알고 싶었던 거야」 아아……그러고 보니 고양이는 나르시스트이기도 한 것이었다, 라고 떠올리면서 물었다. 「실험 결과는 그대로군요. 만족입니까?」 「아아, 화났군 그래」 라고 곤란한 표정을 지어보였지만, 시그마의 내심은 전혀 곤란해 하고 있지 않은 게 틀림없다. 「이미 익숙해졌어요」 라고, 한숨과 함께 토해냈다. 「어디로 가든, 결국 나는 장난감이야. 뭐어, 아이도 낳지 못하는 캣크라운 따위, 장난감으로 가지고 노는 정도로밖에 쓸모가 없겠지만 말이지요」 「그건 오해야」 시그마는 진지한 표정이 되어서 말했지만, 고양이의 천성이 배우라는 것도 나는 알고 있다. 「별로 상관없어요, 오해든 아니든 큰 영향은 없으니까」 말하고서, 내가 봐도 참 위축된 말투로구나 싶어서 덧붙였다. 「결혼하고 싶어 한 애인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결혼한다면 아이는 몇이라는 식으로 장래설계를 가지고 있었던 것도 아니고, 형한테 아이가 있으니까 셋째인 내가 아이를 만들지 않는데도 그다지 큰일이 나는 건 아니고. 그 점에서는, 정말이지 문제없는 인선이었다고 할까」 그리고서 문득 깨달았다. 「나……화가를 목표로 해볼까나」 「미츠오?」 고개를 갸웃거린 시그마에게, 지금 막 떠오른 나이스 아이디어의 성공여부를 상담할 작정으로 말해봤다. 「저 말인데요, 장래에 시로우를 부양해줄 필요라는 것은, 있는 겁니까? 즉 에에또, 보통 결혼이라고 하면, 남자인 내가 가족을 부양하려고 돈을 버는 입장이 되는데, 우리들의 경우는……어떻게 되는 걸까나」 시로우와 나는 남자끼리이고, 게다가 입장 상으로는 나는 시로우의 『아내』이다. 「그건, 시로우와 얘기해야할 일이라고 생각하는데」 시그마는 질문의 진의를 파악하지 못하겠다는 듯한 당황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캣크라운에게 부양되어진다고 하는 것은, 기둥서방이라고 하는 게 아닌가?」 「뭐어, 그렇지요」 「시로우는 그런 식으로 사는 걸 생각하고 있지는 않다고 보는데」 「그렇지요!」 나는 기세를 담아서 몸을 앞으로 내밀었다. 「그렇다면, 내가 팔리지 않은 그림을 그린대도, 시로우는 시로우가 알아서 자기 밥벌이는 어떻게든 하는 거지요?! 읏샤, 럭키!」 그건 시로우와의 만남으로 인생에 구김살이 진 이래, 처음으로 가진 밝은 전망이었다. 「나한테는 엄마 정도의 재능은 없고, 그림으로 먹고 살아가는 프로가 될 수 있을 자신 따위는 없으니까 장래를 생각해서 견실한 샐러리맨인생을 선택해야만 한다고 생각해서, 지금의 대학으로 갔던 겁니다. 하지만, 분명히 말해서 경제학 같은 건 요만치도 재미가 없고, 어느 회사에 들어가고 싶다고 목표가 있는 것도 아니고, 회사에서 근무하는 샐러리맨이라는 직업에 『꼭 되고 싶어』라고 할 정도의 의욕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고. 그러니까, 장래에 대한 희망 따위는 아무것도 없는 것 같은 상태였는데, 하지만 그래도 어쩔 수가 없지 라고 생각했던 거예요. 내가 가진 유일한 꿈은, 어차피 실현될 턱 따위 없으니까 라면서 내버렸으니까」 「그런데, 화가가 되고 싶다고?」 「그림을 그리는 게 좋으니까 열심히 노력하면 언젠가는 프로로서 통하게 될 수도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할 수 있는, 그런 어눌한 세상이 아니지요, 그 세계는. 태어나면서부터 재능을 가지고 있는가, 아닌가로, 노력이 결실을 맺을 것인가 아닌가가 결정되어버려요. 그리고, 나는 나이 서른 때까지는 결혼을 하지 않으면 안 되고, 뭐어 결혼은 별개로 치고서라도 언제까지고 부모님 무릎 밑에 매달려서 살 수도 없는 거잖아요? 즉 대학을 나온 시점에서, 장래에 안정되게 먹고 살아갈 수 있는 취직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거라서, 그림은 그만뒀던 겁니다. 하지만 일이 이렇게 됐고, 시로우하고는 맞벌이를 하지 않아도 되는 거라면, 내 밥그릇을 확보하는 건 닥치는 대로 아르바이트든 뭐든 하면 되는 거니까, 장래성이라든지 안정성 같은 짐을 지고서 억지로 샐러리맨이 되지 않아도 되는 거 아닌가 해서. 저기, 시그마, 어떻게 생각해요?」 「어떻게 생각하는지 하는 것은, 미츠오가 화가로서 성공할 수 있는지 어떤지, 내게 『선견(先見)』을 해달라고 하는 건가?」 그렇게 말한 시그마의 어조에는, 토라진 듯한 울림이 느껴져서 나는 서둘러, 「아니요」 라고 대답했다. 「그런 게 아니라. 시로우의 캣크라운이라는 입장인 내가, 그런 현실적이지 않은 꿈을 목표로 하는 것이, 뭐랄까……일족의 사고방식으로 허용되는 일인가 어떤가 하는 걸 알고 싶을 뿐이에요」 「그러면, 안된다고 하면 포기할 건가?」 「아……그런가, 아하」 잔뜩 부풀어 있던 꿈의 풍선은 눈 깜짝할 사이에 쭈그러들어서, 나는 바닥 깊숙이 푹 가라앉은 기분을 (역시구나) 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지탱하려고 했다. 「아니요, 됐어요, 한번은 포기했었던 일이고. 그렇군요, 『정처(正妻)』가 너절한 백수여서야 폼이 나질 않지요. 제타의 캣크라운은 일류 여성디자이너분이고, 알파의 부인들도 모두, 각자 빠릿빠릿한 캐리어우먼 같고. 하하, 그렇지 않아도 나는 제대로 돼먹지 않은 캣크라운인데, 그런데다가 바보 같은 꿈을……」 아, 싫어라, 라고 생각했을 때에는, 또록 하고 눈에서 흘러나와버렸다. 「아하, 하하, 아무것도 아니에요. 눈에 먼지가 잠깐」 허둥지둥 변명을 하면서, 한심하게 흘러나와버린 눈물을 손으로 훔쳤다. 「죄송합니다, 뭔가 이상한 얘기가 되어서. 정말로, 바보 같은 소리를 주절주절」 「나는, 『안된다고 하면 포기할 건가』라고 물었을 뿐인데?」 시그마가 달래는 투로 말했다. 「그야, 안된다고 한다면 포기하는 수밖에 없잖아요」 나는 실망의 슬픔을 발뒤꿈치로 꾹꾹 짓뭉개는 심정으로 그렇게 대답했다. 「시로우하고의 일도, 나는 죽어라고 싫다고 했었는데, 통하질 않았었잖아요? 이렇게 말하면 시그마는 불쾌할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고양이한테 붙잡혀버린 쥐이니까요. 아무리 발버둥쳐도, 내 운명은 여러분이 쥐어버렸어요」 「확실히 그렇지」 털썩 기운이 빠질 소리를 너무나 간단히 해주고, 시그마는 말을 이었다. 「하지만, 빼앗긴 운명의 담보를 넘기라고 요구하는 일도 하지 않는군, 미츠오는」 「그렇구나, 그런 수단이 있는 거로군요」 내 모든 것은 시로우와 그 일족의 손에 쥐어져서, 내게는 그들의 의향에 예종(隸從)하는 길밖에 남겨지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듣고 보니, 내게는 나만의 조커가 있었던 것이다. 「미츠오는 정말로 바보에다가 귀여워」 시그마가 후훗 하고 눈을 가늘게 떴다. 「그런 자네에게 책략이라고 하는 지혜를 불어넣어버린 나는, 시이타에게 미움을 받게 되겠지」 「그런!」 「뭐어, 좋아. 그것도 시이타가 한사람 몫을 해낼 수 있는 어른이 되기 위한 연료가 되겠지」 그리고, 「그러고 보니, 슬슬 돌아올 무렵이군」 이라고 중얼거리고, 스윽 일어섰다. 「이리와」 라고 내게 손짓을 보내오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 뭔지 모르겠지만, 따라갔다. 시그마가 간 곳은, 현관홀을 가로지른 긴 복토를 따라간 안쪽에 있는 막다른 곳에 있는 도어로, 나는 틀림없이 물건을 보관하는 창고 같은 걸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문 건너편에 있었던 것은 지하실로 내려가는 계단이었다. 열 단 정도의 돌계단을 내려간 곳에 또 문이 있고, 시그마가 요술쟁이처럼 꺼낸 열쇠로 도어를 열었다. 그 순간에 생각했던 것은, 『실험실』이라는 말. 「저기, 여기는……」 「내 조향실(調香室)이야」 「헤에~」 방은 반지하였는데, 사방의 벽중 한쪽 벽의 천정 가까이에 있는 채광을 위한 창에서 외광이 비춰 들어오고 있었다. 벽은 위층의 방과 마찬가지인 중후한 색의 판이 발라져있고, 20량 정도의 넓이인 방의 나머지 세 방향은 유리문이 달린 약품장이 만들어져 있어서, 레테르를 붙인 크고 작은 유리병이랑 뚜껑이 달린 도자기항아리가 줄줄이 늘어져있다. 도어의 측면 구석에, 앤티크틱한 책상과 의자. 그리고 시그마의 낮잠용임에 틀림없는 커다랗고 긴 의자가 하나 있고 그 모든 것의 한가운데에 놓여있는 저울이니 비커니 알콜램프니 하는 도구류가 용도를 말해주고 있는 거대한 테이블이, 턱하니 진좌하고 있었다. 「여기가 내 작업장인데, 내 소위 본업이라는 건 의뢰에 응해서 『향』을 만들어내는 것. 두통이 심한 병자의 베개머리 가에서 연기를 피우면 편안하게 잠을 잘 수 있게 하는 향이니, 위가 약해서 식욕이 나지 않을 때에 듣는 향미료니, 미츠오에게 선물했던 것 같은 특정한 효과를 가지는 향수니 하는, 뭐 여러 가지」 그런 것 치고는 아무런 향기도 느껴지지 않는 것이 이상한 기분이 들지만, 생각해보면 학교의 이과실처럼 약품냄새가 아예 벽에 들러붙은 것 같은 방이라면, 조향 같은 작업은 할 수가 없겠구나. 「알파한테서, 후각이 예민한 일족에게 있어서는 향기가 지니는 역할이 우리들이 생각하는 이상이라고 들었습니다만」 「그대로야. 그래서 나는, 내가 친 장난의 증거를 없애기 위해서, 미츠오에게 이곳으로 오게 했다는 것이지」 「에……」 「그런 이유에서, 잠깐 실례」 말한 시그마가, 테이블 위에서 집어든 향수병의 내용물을 슉슉 내게 뿌렸다. 「윽, 이, 이건」 「싫어하는 냄새인가?」 「아, 아니요」 플로랄 계열 같지만 달짝지근한 맛은 나지 않는 향은, 나쁘지는 않았지만. 「전에 줬던 것은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 같아서, 조금 개량해봤어. 이거라면 써주겠어?」 윽, 받았던 그걸 쓰지 않았다는 거, 들킨 거야? 「아―……그렇다는 건……」 「자네의 페로몬을 중화하는 것뿐이니까, 꽃 향을 첨가할 필요는 없었지만, 기호품으로서 즐길 수 있는 쪽이 더 낫겠지」 「그럼, 저기……냄새났습니까?」 귀가 빨개져오는 걸 느끼면서, 커다란 소리로는 말할 수 없는 질문을 물어봤다. 「덕분에, 내 자존심은 상당히 만족됐지만 말이야」 시그마는 그런 말투로, 내 질문을 긍정했다. 「아니, 신경 쓸 일은 아니야, 바람을 피웠다고 할 정도로 마음을 빼앗겼던 것은 아니니까. 그렇지?」 「네, 네에」 「단지, 시로우는 아직 젊고, 아이처럼 독점욕을 컨트롤하지 못하고 있으니까 말이야」 아아, 역시 시그마, 알고 있구나. 「그렇죠. 다이스케한테 형님 같은 폼을 재어 보이기도 하고요. 그 녀석은 내가 강아지부터 키워온 녀석인데요」 「이 집에도, 자네만 오도록 말했었는데 그 녀석은 듣지를 않았어」 「에? 그런 겁니까?! 나는 그런 건 전혀……! 그 녀석, 자기 집 같은 얼굴을 하고 멋대로 행동하고 다니니까, 나는 틀림없이……죄송합니다」 「후훗, 시이타가 일부러 그렇게 멋대로 돌아다니는 행동을 해 보이는 건, 나에 대한 데몬스트레이션이자, 일종의 마킹인 것이지. 미츠오가 자신의 점유물인 것을 주장하고 싶기 때문에, 자네가 몸을 두고 있는 장소는 자신의 테리터리이고, 자신은 그 지배주이니까 미츠오는 자신의 것이라는 주장을, 내가 인정하게 하려고 하고 있는 거야」 「하아~」 이 무슨 『고양이』같은 녀석이냐구 라고 한숨을 쉰 내게, 시그마는 웃고서는 말했다. 「단순해서 귀엽지?」 뭐어, 그런 식으로 볼 수 없는 것도 아니지만요. 「하지만 어린애틱하게 단순한 만큼, 미츠오가 내게 감탄했다는 것이 알려지면, 자네가 지독한 꼴을 당할 가능성도 있지」 확실히, 그녀석이 질투모드를 전개하게 된다면 무슨 짓을 당할지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무섭다. 「그러니까, 이 향수에 관한 건 『새로운 향수를 받아서 시험 삼아 뿌려봤다』라는 설명으로 해두기」 「네」 끄덕이면서, 나는 (이건 공동모의인가) 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한다면, 나와 시그마는 공범자라는 게 되는데……후훗, 조금 즐겁다. 「내 용건은 이상이지만, 조금 더 여기서 놀다 가겠나?」 「아, 괜찮은가요?」 「흥미가 있다면, 뭐든 설명해주지」 라고 말해주어서, 「저, 중학교랑 고등학교에서는 물리랑 화학도 좋아하지 않았었지만요, 여기는 마법사의 실험실 같은 게 재미있을 것 같아요」 라고 대답했다. 시그마는 젠체하는 모습으로 얘기를 받아쳐줬다. 「글쎄~, 여기에는 커다란 솥도 없고, 조향에는 주문은 사용하지 않기는 하지만, 도롱뇽 말린 거랑 개구리의 눈알은 있어」 「엣? 그런 것도 향수의 원료가 되는 겁니까?!」 「이쪽 선반이, 그런 원재료. 저쪽이 만들어진 향약(香藥)류야」 원료 선반이 있는 곳으로 가봤다. 「이쪽은 허브류로군요. 어머니가 한때 허브티에 빠져서, 저도 억지로 마시게 됐었는데」 「그러면 가츠오부시의 답례로, 잘 듣는 허브티를 조합해서 주지」 「아하, 감사합니다. 갱년기장애에 듣는 게 있다면, 기뻐할 거라고 생각해요」 「미츠오가 돌아갈 때까지는 준비해두지」 한 병씩 붙어있는 라벨에 써넣어진 품명은, 알고 있는 것도 있었고 들어본 적도 없는 것 같은 것도 있었다. 「헤에, 국화다……유칼립터스 같은 것도 쓰는 구나. 이건 꽃인가요? 유칼립터스의 잎은 청산가리 성분을 포함하고 있는 거지요? 코알라는 먹지만요」 「이 중에는 독초도 많아. 사용법과 사용량의 조절로 독을 약으로서 사용하는 기술은, 약학과 공통되는 부분이 있어」 「그런데, 이쪽은 동물성 원료인가요? 아하, 정말로 말린 도롱뇽이다. 와아, 도마뱀류가 꽤 몇 종류나……게겍, 메뚜기? 개똥벌레?! 끄악, 바퀴벌레! 이런 것도 향의 원료로 쓰는 겁니까?!」 그만 비명을 질러버렸던 내게, 시그마는 차분함을 두르고 말했다. 「미츠오에게 준 향수에는 들어있지 않아. 이것들은 강장작용용으로 쓰고 있는 것이지」 그 외에도 사향이니 향목(香木)류라고 하는 보통의 향료도 늘어져 있지만, 굳이 말하라면 (이런 거에 향이 있는 거야?) 라고 생각할만한 재료가 많았다. 예민한 후각을 지닌 인묘용으로 쓰는 거라면, 뭐~ 향의 재료인 거겠지. 세 번째 선반에는, 시그마가 조합해서 만들어낸 여러 가지 향수류랑 불을 붙여서 사용하는 향 몇 개 외에, 핥아서 사용하는 엿 같은 향도 있었다. 「자네들이 껌을 씹거나 페퍼민트랑 허브가 들어간 캔디를 핥는 것과 마찬가지야」 「아, 과연」 「시험해 보겠어?」 「저한테도 듣는 건가요? 일족의 사람들처럼 코가 좋지는 않은데요」 「내 캣크라운은 좋아했어. 그렇다고는 하지만 미츠오가 말한 대로, 그녀가 맛봤던 것은 흑설탕의 맛과 향뿐이었지만」 「아, 흑설탕 엿이네요」 「베이스는」 작은 도자기 항아리에서 데굴데굴 굴러 나온 그것을 입에 넣었다. 「어때?」 「응~……저도 흑설탕 맛밖에 모르겠어요. 산뜻한 단맛이라 맛있는데요. 이거 어떤 효과가 있는 겁니까?」 「후후」 라고 시그마는 신경 쓰이게 웃고는, 「뭐어, 피로회복제라고 하는 걸까나」 라고 시치미를 뗐다. 「으, 그것만이 아닌 거지요?」 토해내 버릴까 어쩔까 주저하면서 물어봤다. 시그마의 대답은, 「자네들 인간에게 있어서의 효과는 그것뿐이야. 개다래나무를 이겨 넣었으니까, 우리들이 먹으면 가벼운 트립을 즐길 수 있는 것뿐이고」 아, 과연. 향수의 선반 중에 한 병, 어쩐지 눈에 띄는 용기가 있었다. 베네치아글라스 같은 가지각색의 아름다운 향수병이 늘어져있는 가운데에 그것 하나만이 투명한 유리병이라서, 조금 특별한 느낌으로 놓여있는 것이다. 「이건?」 하고 가리키고 물어봤다. 「아아, 내 아마도 최고걸작인데, 지금 일족들 사이에서 크게 유행하는 중인 『스위트퀸』의 원액이야. 맡아보겠어?」 「아하, 제 코로도 알 수 있나요?」 시그마가 선반에서 꺼내서 넘겨준 병은, 받아들어 봤더니 허전할 정도로 가벼워서 일순 식은땀을 흘렸다. 계란형의 길고 가는 목이 달린, 손안에 쏙 들어오는 사이즈의 병은 분명히 유리로 만든 것이지만, 세게 쥔다면 깨져버리는 게 아닐까 할 정도로 얇게 만들어졌다. 떨어트리거나 한다면 산산조각이 날거라고 생각하면서, 4분의 1정도 들어있는 액체를 관찰했다. 옅은 노란색에, 물보다도 점도가 높은 느낌이다. 「향수로 가공할 수 있을만한 안정된 향원으로서 고정하는데, 굉장히 고생했어」 그런 해설을 해온 시그마에게, 「맡아 봐」 라고 재촉 받아서, 멍청하니 병을 꼭 쥐어버리거나 하지 않도록 조심 하면서 뚜껑을 쥐었다. 윽?! 이거……이런 게, 시그마들한테는 좋은 냄새야? 「어때?」 「아―……뭐랄까, 동물계의 느낌이 나는 냄새네요」 맡은 순간에 직감했던 (땀이 말라서 나는 냄새랑 비슷해) 라는 감상은 도저히 말할 수 없어서, 그렇게 멘트를 했다. 「우리들에게 있어서는, 개다래나무의 향 이상으로 몸도 마음도 멍하니 황홀경으로 만들어버리는, 마력을 가진 향기인데」 「하아……」 「뚜껑을 덮어주지 않겠나, 조금 어찔어찔해져」 헤에, 그렇게 효과가 짱인 건가. 「아, 그런가, 원액이니까 향이 짙은 거로군요」 「향수로 만드는 데는, 이걸 천배로 희석해서 다시 주문한 사람의 취향에 맞춰 몇 개의 향료를 조합시키지. 원액이라기보다도, 완성단계 직전에 딱 한 방울이라고 표현하는 게 맞을지도 몰라. 하지만, 이걸 쓴 향수의 효과는 굉장하지. 여성의 매력을 백배로도 늘리는 것이야」 「하아……」 「우리들에게 있어서는 궁극의 미향(美香)이라고 해도 좋지, 이 그윽함은」 「헤에에……」 나는 다시 손 안의 작은 병에 눈길을 주었다. 이런 이상한 냄새가, 시그마들에게는 견딜 수 없이 그윽해? 뭐어, 사람 취향이야 가지각색인 거긴 하지만. 「그런데, 이것의 주성분이 뭔지 알겠나?」 「아, 글쎄……저한테는 그, 솔직하게 얘기 하자면, 땀 냄새 같다고 밖에는」 시그마는 싱긋 웃었다. 「정답. 주성분은, 섹스중인 자네에게서 채취한 땀 및 체액의 농축 엑기스야」 「에엑?!」 그만 병을 쥐고 있던 손을 펴버렸다. 손바닥에서 굴러 떨어질 뻔했던 병을 허둥지둥 다시 잡으려고 했다. 하지만, 그러는데 시그마가, 「그날 밤 말이야」 라고 덧붙이니까, 나는 화악하고 밀려온 수치심에 일순 손 안의 존재를 잊었고, 병은 바닥에 떨어져 카챵 하고 산산조각 났다. 「엑?! 와왁! 죄, 죄송합니다!」 시그마의 말과 저질러버린 실수로 2중의 패닉 상태에 빠지면서, 나는 어쨌든 바닥에 엎질러버린 귀중품을 어떻게든 주워보려고 했다. 하지만, 얇은 유리병은 완전히 산산조각 상태고, 내용물은 유리 파편과 서로 섞여 흩어져, 맨손으로는 어떻게 할 수도 없다. 「저기, 죄송합니다! 어, 어쩌죠」 그때의 나는, 그것이 나한테서 채취한 거시기저시기 라는 걸 알고서 기분 나쁜 것보다도, 시그마가 고심해서 만들어낸 물건을 망쳐버렸다는 죄악감에 초조해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지금 당장 나가줘」 라는 시그마의 말은, 얼간이 같은 실수를 한 나에 대한 노여움을 표현한 말이라고 밖에 들리지 않았다. 「죄송합니다!」 무릎을 꿇고 머리를 바닥에 조아렸다. 「됐으니까, 빨리 나가줘」 라고 되풀이한 시그마의 목소리는, 노여움으로 떨리는 느낌이라서 더욱 더 나갈 수가 없었다. 「저깃, 저, 정말로, 진짜로!」 하지만 말하고 있는 동안에도 시그마가 쌕쌕 하고 숨을 헐떡이며 내쉬는 것이 들려, 나는 손찌검이 날아올 노성을 각오하고 있었는데. 털썩 하는 소리에 (엣?) 하는 생각에 머리를 들었다. 시그마가 바닥에 주저앉는 소리였다. 「시, 시그마?!」 순식간에 일어나서, 쓰러진 채로 허덕이고 있는 시그마에게 달려들었다. 「왜, 왜 그러는 거예요?! 시그마!」 시그마는 입도 뻥긋할 수 없는 상태로 쌕쌕 온 몸으로 허덕이면서, 잠 잘 때 쓰는 의자 쪽으로 기어가려고 했다. 「괴로운 거예요?! 소파로?! 데리고 갈 테니까, 잡아요!」 하지만 내가 안아들려고 한 순간, 시그마는 움찔움찔 몸을 경련시키고, 「으으~……」 하고 괴로운 듯이 신음했다. 「시, 심장?! 심장 발작인가요?! 아니에요?! 앗, 냄새인가!」 병이 깨져서, 지금 이곳에는 시그마한테 있어서는 너무나 강렬한 냄새가 충만해있는 게 틀림없다. 「바, 밖으로 나가죠!」 라고 떠오른 것을 말해봤다. 「어깨를 빌려줄 테니까, 붙잡아요! 됐습니까? 일어납니다?!」 온힘을 다해 끌어안아 일으킨 내 팔을 시그마는 매달리듯이 붙잡아오고, 허덕이며 입을 열었다. 「더……더는, 안돼……」 「그, 그런!」 하고 소리치고서, 정신차려주세요 라고 계속 말하려고 했던 입이 시그마의 입으로 덮였다는 것을 깨달았던 것은, 한순간의 삼반고리관의 혼란에서 깨어난 뒤. (에?! 에?!) 하고 이유를 모르는 나는, 어째선지 시그마에게 눌려 바닥에 내리깔려있고, 입 안의 느끼는 점막을 시그마의 혀로 유린당하고 있어서! 목 안까지 혀를 들이밀어 넣어져, 순간 (토하겠어!) 라고 느꼈지만, 혀가 미끈미끈하니 문지르기 시작한 부분에서부터 솟아올라온 것은, 단숨에 발기해 버릴만한 쾌감이었다. 이, 이거 혹시 딥슬롯이라는 그건가?! 어쨌든, 지금까지 닿았던 적이 없는 것 같은 깊은 부분을 범하고 있는 혀 기술은, 점점 더 나를 멍하게 만들어버렸다. 「그러니까, 나가줘 라고 말했는데」 라고 귓가에 들리는 시그마의 속삭임을, 나에게 한 말이라고 인식할 수 있기까지 한참이 걸리고 말았다. 「아무리 나라도, 이렇게 되어버려서야 더는 자제심이 듣질 않아. 미츠오 쪽에서 달아나주는 수밖에 없지만, 달아나지 못하게 하겠지」 거친 숨과 함께 귀에 불어넣어진 말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었던 것은, 시그마가 행동에 들어갔기 때문이었다. T셔츠가 말아 올려지고 유두를 물려서 잡혔을 즘에야, 겨우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건지는 알 수 있었지만. 「엣? 시, 싫어! 그만두세요, 시그마!」 그런 항의의 외침 따위, 지금의 시그마의 귀에는 흥분을 부추기는 효과밖에 없는 것 같았다. 아아, 병을 깨버렸을 때에, 어째서 이렇게 될 가능성을 생각하지 못했던 거지! 적어도, 시그마가 나가달라고 말했을 때에, 제대로 머리를 움직여서 진의를 깨닫고 따랐더라면! 그래, 나는, 병의 내용물을 알고 있었는데. 그 튀어버린 액체는, 그들에게 있어서는 강력한 미약으로서 작용하는 것 같은, 그들이 말하는 나의 『좋은 냄새』를 추출한 엑기스였다는 것을, 가르쳐줬었는데! 아악, 나는 왜 이렇게 바보인 거야! 「미츠오, 미츠오」 라고, 헛소리처럼 속삭이면서, 시그마는 저항할 새도 주지 않고 내 옷을 벗겨내고, 알몸이 된 내 몸에 무아지경인 듯한 모습으로 애무의 혀를 미끄러트려 기어대기 시작했다. 이미 완전히 이성은 날아가 버려서, 성욕에 지배당한 짐승상태가 되어버린 것이다. 하지만, 그런 식이라도, 시그마는 역시 아름다웠다. 흥분한 거친 숨도, 가버린 눈도, 미칠 듯이 뜨겁게 들떠있는 표정도, 나를 핥아대는 입가도, 모든 것이 본능을 드러낸 거친 모습이라, 어찌할 수도 없이 섹시해서……! 어느새 나 자신도, 그런 섹슈얼한 기분으로 끌려들어가고 있었다. 이렇게 아름다운 짐승에게, 이런 식으로 열광적으로 원해지다니, 휩쓸려버리고 싶어서 참을 수가 없잖아……. 나는 그런 식으로 자신에게 변명을 했다. 게다가 시그마는, 그 향 때문에 이상해져버린 것이니까 즉, 이것은 일종의 사고다. 그런 식으로도 생각했다. 그리고서, 병을 깼던 것은 나이니까, 내게는 책임을 질 의무가 있다……라는 생각도. 「미츠오, 미츠오」 라고 계속 속삭이는 아름다운 짐승에게, 「……시그마」 라고 부름에 마주 응답한 나는, 이미 완전히 그에게 안기겠다는 마음으로 있었다. 「시그마, 시그마, 시그마……!」 부르면 부를수록 안타까운 열기가 높아져서, 나는 시그마의 넓은 어깨에 달라붙어 로브를 벗어 드러난 하얀 피부에 입술을 눌러댔다. 「아아, 미츠오, 미츠오……안돼」 이미 펄떡펄떡 뛰는 고간에 교묘한 애무를 주어주며 나를 참을 수 없게 만들면서, 시그마가 헛소리처럼 말했다. 「자네는 시로우의 캣크라운이니까, 이런 짓은 허락해서는 안돼」 「시그마니까에요」 테크니컬한 애무가 주어주는, 영원히 맛보고 있고 싶은 듯한 쾌감에 허덕이면서, 나는 그렇게 속삭여 대답했다. 「시그마니까……계속 동경했었어요」 「나도……처음으로 자네가 날 만졌을 때부터, 계속 유혹과 싸워왔어……자네를 시로우에게서 빼앗아버리고 싶다, 라고……하지만 그건 용서받지 못하는 일이야」 하지만 그렇게 말하면서도, 시그마의 손가락은 살짝이 계곡의 안쪽에 지끈지끈하니 열을 품고 있는 우물을 찾아내어, 푹 하고 넣어왔다. 「아앗, 거깃」 나는 참지 못하고 스스로 허리를 밀어붙이고, 다리를 얽어서 하반신을 밀착시켰다. 복부에 되눌려지는 시그마의 남자다운 다부진 것으로, 더욱 더 욕망이 가속된다. 「해주세요, 시그마, 더 깊게」 조른 내게, 「안돼, 이 이상은 안돼」 라고 대답하면서도, 시그마의 손가락은 리드미컬한 율동으로 그곳을 부드럽게 풀어놓고, 그리고서 두개로 늘려서……. 「좋아, 좋아요, 느껴져, 더」 시로우한테도 해본 적이 없는 말이, 차례차례 입에서 흘러나온다. 「미츠오, 미츠오, 안돼, 그런 식으로 유혹해서는. 아아, 그런가, 이 향기가 자네한테도 효과를 발휘해버린 거로군. 곤란해, 이대로는 자네를 안아버리고 말거야」 그런 시그마의 괴로운 목소리도 말도, 듣고는 있었지만 의식에는 머무르지를 않았다. ……나중에 생각해보면, 확실히 그때의 나는 평소에 없이 이상하게 흥분으로 내달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때에는 그런 자각은 할 수 없었고, 그저 오로지 시그마가 주는 쾌감에 빠지는 것에 정신이 나가서. 「좋아요, 시그마라면. 아, 아, 좋아, 시그마, 시그마, 이젠 와줘요, 넣어줘!」 「아아, 더는 안돼, 이 감미로운 파멸을 받아들이겠어」 그렇게 말하고 일어나 내게 다리를 벌리게 해서 인서트의 자세를 만든 시그마는, 괴로운 듯한 우수로 흐려진 표정이 너무나도 섹시했고, 이렇게 아름다운 시그마가 내 것이 되다니, 생각한 것만으로 가버릴 뻔 해버렸다. 즈윽……하고 이어졌다. 천천히 들어온다……시그마의 연홍색으로 성이 난 그것이, 내 안으로……! 라던, 그 때. 「뭘 하고 있는 거야!!」 라는 노성이 울려 퍼졌다고 생각하자, 날아 들어온 검은 모습이 시그마를 난폭하게 떠다밀고, 퍽 하고 옆으로 쓰러진 시그마에게 달려들었다. 「샤아악!」 하고 시그마의 목덜미를 붙잡고 포효했던 것은, 분노로 눈에 핏발을 세운 시로우다. 「그만둬!」 라고 소리쳤다. 벌떡 일어나서 시로우의 등에 달라붙었다. 「그만둬, 시그마 탓이 아니야!」 「그러면 미츠오가 바랬던 거야?! 미츠오는 시로우보다 시그마가 좋은 거냐고!!」 「됐으니까 손을 놔!」 시그마에게 걸터앉아서 두 손으로 목을 졸라대고 있는 시로우를 어떻게든 시그마한테서 떼어내려고, 나는 시로우의 목에 매달렸던 팔을 지렛대로 해서, 두 사람 사이로 몸을 비틀어 넣었다. 「부탁이니까 들어줘! 이건 사고야! 시그마는 잘못한 거 없어!」 하지만 다음 순간, 나는 확하고 떠밀려서……가 아니라, 난폭하게 내쳐지는 꼴로 바닥에 내던져졌다 싶더니, 달려 들어온 시로우에게 「끄악」하고 소리가 나와 버릴 기세로 내리눌려져서. 「미츠오, 미츠옷, 미츠오!」 그렇게 연달아 부르면서, 후웃후웃하고 거칠게 콧김을 쉬며 달라붙어온 시로우의 모습으로,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를 알았다. 시로우도 예의 향에 사로잡힌 것이다. 그리고 단숨에 MAX까지 타올라버린 듯한 시로우는, 성급했다. 내 발을 붙잡고 엎드리게 휙 뒤집었다고 생각했더니, 갑자기 푸욱 하고! 「아아응!」 하고 턱을 젖힌 눈 속에서 일곱 색의 스파크가 튀었다. 하지만 좋았던 것은 그 순간뿐. 「앗, 앗, 힉, 힉, 히익!」 푸욱, 푸욱 하고 용서 없이 찔러 들어오는 힘은, 쾌감보다도 내장을 도려내어지는 아픔을 주었고, 나는 고통에서 달아나려고, 눈앞에 있던 물건에 매달렸다. 그것이 테이블의 다리라고 깨달을 여유도 없는 채, 필사적으로 매달렸다. 찔러 들어오고 있는 충격과 같은 리듬으로, 카챵 카챵 하고 유리그릇이 서로 부딪치는 소리가 나는 것이 들렸지만, 그것이 매달리고 있는 테이블 위에서 나는 소리라는 것은 깨닫지 못했다. 하지만, 우연이 주어주는 구원은 착착 준비되고 있었던 것이다. 툭 하고 눈앞에 떨어져온 항아리가, 깨지지는 않고 데굴데굴 굴러온 것을, 순식간에 붙잡았다. 내용물이 무언지는 알 도리가 없었지만, 어쨌든 뚜껑을 열어서 에잇 하고 털어버렸다. 바닥에 퍼진 액체에서 났던 것은, 내 코에도 찡 하고 온 초산의 냄새. 「후갸악!」 하고 소리친 시로우가 코를 막고 내게서 떨어져서는, 그 주위를 굴러댔다. 보니까 시그마도 양손으로 코를 덮고 몸부림치고 있다. 「어, 어쩌지」 벽에 달려있는 환기팬이 눈에 들어왔다. 내달려가서 스위치를 켰다. 부웅 하는 모터의 시동음을 들으며 시로우에게로 도로 달려갔다. 「괜찮아?!」 「으윽」 하고 끄덕인 시로우는, 눈물로 젖은 눈을 새빨갛게 충혈 시키고, 손으로 누르고 있는 얼굴의 아래쪽 반쪽도 심각하게 일그러져 있는 것 같았지만, 어쨌든 제정신으로 돌아와는 있었다. 「걸을 수 있으면 방을 나가!」 라고 말해두고, 시그마의 상태를 보러 갔다. 시그마도 강렬한 초산의 냄새에 코를 자극당해서 굉장히 괴로워하고 있었지만, 예의 향기의 주박에서는 해방된 것 같다. 「괜찮아요?! 어쨌든 여기를 나가요!」 「……나는 됐으니까……시이타를」 말한 시그마의 눈짓은, (여기서 우선순위를 착각하면, 더욱 더 큰일이 될 거야) 라는 의미. 나는 충고에 따랐다. 시로우부터 먼저 1층 복도까지 안아서 내보내고, 조향실로 돌아왔을 때에 아직 알몸이었다는 걸 깨닫고서 허둥지둥 바지를 입고, 시그마 구출. 마침 현관홀을 지나가고 있던 유카리짱에에, 「토우코상을 불러줘!」 라고 소리를 질러놓고, 양쪽 다 흐느적흐느적한 두 사람을 테라스까지 데리고 갔다. 달려온 토우코상에게 내 부주의로 초산을 엎질러버렸다는 것을 설명하고, 두 사람의 치료를 부탁하고서 나는 걸레와 그 외의 다른 도구를 손에 들고 조향실의 뒤처리를 하러 갔다. 인묘의 후각에 있어서는 극약인 초산의 데미지는 상당한 것이어서, 시로우는 이틀 동안 잠에 빠졌고, 일족 중에서도 특히나 뛰어난 후각의 소유자인 것 같은 시그마 쪽은, 만 사흘이나 방에 들어박혀있었다. 하지만 덕분에, 치열한 수라장으로 발전했을 터였던 사태는 유야무야하는 새에 열기를 잃어, 나로서는 아주 다행이었지만. 토우코상은, 처음에는 화가 꼭대기만큼 나서 나를 질책했지만, 그날 밤 시그마에게서 진상을 들었다고 말하고는 사과를 하러 와줬다. 「미안해요. 미츠오상이 가장 지독한 꼴을 당했는데, 그런 심한 소리를 해버려서」 「아니요, 원인을 말하자면, 제가 그 병을 깨버린 게 발단이니까요. 시그마의 상태는 어떻습니까? 시로우는 두통하고 구역질로 끙끙대고 있는데요. 설마 그렇게 심하게 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해서」 「미츠오상은 아무것도 잘못한 게 없으세요」 「하지만, 그……제가 좀 더 잘 처신했더라면……」 시그마와의, 그런 식으로 휩쓸려버려서는 안되었던 아찔한 금단의 일막도, 시로우의 격노도, 초산의 사건도, 나만 대처를 잘못하지 않았다면 막을 수 있었던 일인 것이다. 새삼스레 다시 아프게 가슴을 물어뜯는 자기비판에 들볶이면서, 나는 토우코상을 향해서, 「정말로 죄송합니다」 라고 머리를 숙였다. 「시로우한테는 제가 잘 말하겠지만, 혹시 시그마하고 결투를 하겠다는 말이 나왔을 경우는, 제가 책임을 지고 막을 테니까요. 몸으로 막든 목숨을 걸든 책임은 지겠습니다」 「어머어머, 그렇게 된다면 큰일이죠!」 「네에, 정말로. 그 두 사람에게 목숨을 걸고 서로 싸우게 하는 일 따위는 만들지 않겠습니다」 「당신 얘기에요, 걱정인 건」 토우코상은 질책하는 어조로 말하고, 「그래요, 그럼, 이렇게 하지요」 라고 책사의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사건의 진상은, 내가 시로우상한테 애기하겠어요. 그쪽이 시로우상도 납득하기 쉬울 거라고 생각해요. 그리고서, 미츠오상은 어쨌든 시로우상의 기분을 잡아주세요. 시로우상이 건강해질 때까지는 곁에 달라붙어 있어주고, 오라버니의 얘기는 하지 말 것. 그리고 시로우상이 기운을 차리면, 둘이서 오라버니의 문병을 가주세요. 아마 오라버니는 아직 일어나실 수 없을 테니까, 시로우상은 우월감을 만족시켜서 오라버니를 용서할 수 있는 마음이 들 거라고 생각해요」 「알겠습니다」 라고 나는 대답했다. 「있는 힘껏 시로우의 기분이 낫도록 해두겠습니다」 「네에, 끈적끈적하게 어리광을 받아주는 게 좋아요. 그리고, 당신도 그렇게 어리광을 부려보고요. 그게 요점이에요, 잊지 말아요」 토우코상은 그길로, 문병이라는 구실로 시로우에게 사건의 진상을 설명하러 방에 와주었고, 나는 서둘러 지시받은 작전의 실행에 들어갔다. 그 때에는 그런 식이 되어버렸지만, 그건 시로우에 대한 배신이라는 것은 아주 충분히 인식하고 있고, 용서받지 못할 일이라고 반성도 하고 있고. 무엇보다도 시로우와 시그마가 서로 죽일 것 같은 사태가 되는 것에 대한 공포감은 절대적이었으니까. 그러니까 나는, 시로우의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서 열심히 시중을 들었고, 조금 기분이 좋아지자마자 계획했던 대로 어리광을 부리기 시작한 시로우에게 맞춰서, 「시로우가 좋아?」라고 물어봐오면 「좋아해」라고 말해주고……지금까지는 고집으로라도 말하지 않았던 그 말을 시로우가 말하게 하고 싶어 하는 대로 몇 번이든 들려주고……키스도 산더미만큼 했다. H도, 원해오는 대로. 좋아해, 라고 되풀이해서 말해주면서. ……말에는 마력이 있다고들 한다. 일본인에게는 옛날부터 『언령(言靈)』이라는 사고방식이 있었다. 말 자체에 영력이 있어서, 입에 담는 것으로서 그것이 발휘되는데, 예를 들면 좋은 말을 하면 일도 좋은 쪽으로 굴러가고, 불길한 말은 흉사를 불러들이게 된다고 하는 생각이다. 그리고 그건 정말이었던 것 같다. 내게 작용했던 것은 『좋아해』라는 말의 힘이었다. 그때가지는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로 말하지 않겠다고 봉인해왔던 그 말을, 필요에 쫓겨 해방해보고서 나는, 실은 이미 옛날부터 시로우가 좋아져 있던 자신을 깨닫고 말았다. 나는 『좋아해』라는 말을 입에 담지 않음으로써, 마음속에서 생겨나있던 시로우에 대한 좋아하는 감정을 봉인해왔던 것이다. 강간이라는 굴욕적인 시작을 한 우리들의 관계를, 긍정적으로 인정한다는 것은, 남자로서의 프라이드가 허락하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어느새 속마음은 변화해버렸다. 인정하지 않아, 인정하지 않아 라고 계속 고집을 부려왔지만, 이젠 마주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사실을 인정해버리는 수밖에……. 왜냐하면, 시로우에게 「좋아해」라고 말해주는 것이 전혀 고통스럽지 않은 것이다. 맨 처음에는 스스로도 공수표를 끊는 것 같은 심정으로 말했었지만, 그것 역시 고집을 부리고 싶은 프라이드의 마지막 발버둥으로 자신을 속였던 것이라는 걸 알아버리고 말았던 것이다. H를 하는 한중간에, 내 쪽에서 불쑥 「좋아해」를 말해버리고서, 사실은 전부터 그렇게 말하고 싶었던 자신을 깨달아 버렸다. (정말로……최저야!) 라고 생각하는 건 표면상이지, 본심이 들켜버린 내 속내는 완전히 편해졌고, 이제 그 표면상의 자세도 고쳐나가는 수밖에 없어, 라고 굳게 다짐했다. 물론 엄마들한테는 숨겨야겠지만. 남은 문제는, 시그마에 대한 연심이다. 그때 나는 분명히 불륜을 저질렀다. 처음 만났던 밤부터 계속, 시그마는 내게 있어서 특별하게 마음이 끌리는 존재였고, 그러니까 그때 시그마를 거부할 수 없었다. 오히려 마음속에서는 줄곧, 그러한 찬스를 노리고 있었던 면이 있다. 시로우를 좋아한다고 인정한 순간, 시그마와의 그것도 불륜의 사랑이라고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던 나는, 대체 어떻게 하면 되는 걸까. 물론, 대답은 알고 있다. 시그마에 대한 사랑은 죽이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하지만……과연 그렇게 할 수 있을지 어떨지……전혀 자신이 없다. 그런 커다란 문제를 안고 있으면서, 시로우와 둘이서 시그마를 문병 갔던 것은, 사건이 일어난 지 사흘째의 아침이었다. 시그마는 아직 침대에서 나오지 못하고 있었고, 그런 게 취미인 듯한 화려한 패턴의 날개로 속을 채운 베개에다 마르고 핏기가 없는 미모를 묻고 있는 모습은, 그곳에 지끈 하고 올 정도로 섹시했다. (아아, 안돼, 역시 나는 이 사람도……) 라고 생각하고 있던 옆에서, 시로우가 말했다. 「그런 시그마는 평소보다도 훨씬 색기가 있구나」 그리고, 「미츠오한테 한 일은 용서할 테니까, 키스하게 해」 라는 소리를! 「괜찮지만, 미츠오의 앞이야」 라는 시그마의 대답에는, 더욱 더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 이 두 사람……설마?! 「저 봐, 벌써 오해하기 시작하잖아?」 「미츠오가 질투를 한다면 일석이조야」 제멋대로에다가 꼬리와 귀가 달린 정체를 지닌 고양이 남자는, 뻔뻔스럽게 그런 소리를 하고서 시그마와 키스를 시작해버렸고, 나는 대조적이라고 생각하고 있던 두 사람이 실은 장난 아니게 잘 어울리는 베스트커플로 보인다는 것을 발견하고서, 태어나서 처음이라 할 정도로 화가 났다. ……진정하고 생각해보면, 고양이끼리는 서로 냄새를 맡거나 핥아주는 걸로 커뮤니케이션을 하니까, 두 사람의 키스에는 그렇게 깊은 의미는 없다는 것을 알았을 텐데. 나는 바로 정면에다 대고 버럭버럭 화를 냈고, 시로우에게서 「일족 중에서는, 유일한 하얀 고양이인 시그마에게 특별한 감정을 가지는 건 당연한 일인 거야」라는 변명을 끌어내는 대신에, 「미츠오의 질투는 처음이야」라고 시로우를 기뻐하게 만들어버렸다. 덧붙이자면, 남아있던 『진전의 서』의 제 5편 전반부는 시로우한테 배웠고 후반은 부활한 시그마가 봐줘서, 나는 무사히 캣크라운으로서의 기초학습을 마쳤지만. 2주일동안 신세를 진 시그마의 저택에서 돌아가려던 때에, 시로우가 시그마에게 말했던, 「알파가 말한 대로, 시그마들은 조교를 잘해」 라는 말이, 지금 좀 머리 속에서 걸린다. 조교라는 말 자체가 실례라는 것과, 시그마들이라고 말한 게 말이야. 아마 시그마와 토우코상을 가리켰던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토우코상은 이번 스파르타 합숙에는 관계가 없다. 대체 시로우는 무슨 의미로, 그런 말을 사용했던 거지? 혹시 나, 뭔가 음모에 걸려들었다든지……. 그래서 신경이 쓰이기 시작했던 것이, 예의 작은 병이 너무나도 깨지기 쉬울 것 같은 물건이었다는 것. 설마, 그게 전부, 시그마가 꾸민 꿍꿍이 계획대로였다는 일은, 아무리 그래도 아닐 거라고 생각하지만……혹시 그렇다고 한다면, 시그마는 내게 그런 의미로서의 흥미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고……. 신세 많이 졌습니다, 라고 악수를 했을 때, 「또 와」 라고 미소 지었던 시그마의 손가락이, 시로우가 모르게 살살 내 손을 어루만졌던 때 들었던 슬며시 유혹당한 것 같은 느낌은, 잘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지도 모른다. 놀림을 받은 거라면 문제는 없지만, 그렇지 않았을 경우는, 산 넘어 산. 아~아, 대체 내 미래는, 밝은 건지 어두운 건지……. -- END --> [고양이 4] 왕 같은 고양이와 황금 물고기 (1) 왕 같은 고양이와 황금 물고기 (1) Written by 아키즈키 코오 그날도 나른해질 정도로 더웠던, 8월의 어느 오후. 시로우가 낮잠에서 눈을 떴을 때, 미츠오는 책상에 앉아서 슥슥 연필 소리를 내고 있었다. 살며시 일어나서, 기지개를 켜는 김에 인간의 모습으로 변신해가지고 살금살금 미츠오의 등 뒤로 몰래 다가가서 확 하고 어깨를 끌어안았다. 「왓」 하고 소리를 지른 미츠오가, 시로우 쪽으로 고개를 돌리고는, 「깜짝 놀랐잖아」 라고 곁눈질로 노려봐왔다. 물론 깜짝 놀라게 하기 위해서 갑자기 덮쳤던 것이다. 시로우는 끌어안은 채로, 미츠오의 손가를 들여다봤다. 「뭘 쓰고 있어?」 미츠오는 손으로 그림을 가리려고 하면서, 「그냥 낙서」 라고 말했다. 「일러스트구나. 시로우는 미츠오의 그림이 좋아. 제대로 보여줘」 「안돼」 라고 미츠오는 반대했지만, 힘으로 손을 눌러서 봤다. 미츠오가 그리고 있던 것은 판타지 소설의 삽화 같은 일러스트인데, 주인공인 아름다운 남자는, 「……시그마구나」 「그럴 리가 없잖아」 라고 미츠오는 항변했지만, 이건 어떻게 봐도 시그마다. 게다가, 미츠오가 지닌 시그마에 대한 동경의 마음이 똑똑히 그려져 있다. 「다른 그림도야?」 물어본 시로우의 화난 목소리에, 미츠오는 겁을 먹은 듯이 고개를 움츠리면서 「보면 될 거 아냐」라고 말했다. 페이지를 거슬러 올라서 넘겨봤다. 「이거랑 이건 시로우야」 「뭐어」 「하지만 시그마 쪽이 많아」 「이 스케치북에는 말이지」 한숨을 섞어서 인정한 미츠오가, 「전의 거에는 시로우만 있었는데?」 라는 주장을 덧붙였다. 「항상 시로우만 그리면 돼」 「네네. 내참, 질투쟁이라니깐」 「미츠오가 바람을 피우니까야」 시로우의 고발에 미츠오는 두근, 이라는 심장 소리로 자백해 버리고나서, 「아직도 연연해하고 있는 거야?」 라고 얼버무리는 웃음을 지었다. 「그건 사고였다니깐」 「알고 있어」 시로우는 그렇게 말했다. 「시그마가 미츠오를 안으려고 했던 건, 향 원액을 엎질렀기 때문에 생긴 사고야. 그러니까 시로우는 시그마를 용서했어」 「응. 결투 같은 게 되지 않아서 다행이었어」 미츠오는 그걸 너무나도 사랑스럽게 웃으며 말해서, 시로우는 꾸욱 하고 가슴이 아픈 걸 느꼈다. 왜냐하면, 미츠오가 그걸 기뻐하는 건, 반은 시그마 때문이니까. 「미츠오는 시로우를 좋아해?」 라고 물어봤던 건, 「응, 좋아해」 라는 대답을 듣기 위해서. 「그러면, 키스해줘」 「좋은데……」 미츠오는 곤란한 듯이 눈만 들어서 시로우를 올려다보고는 애매하게 웃고서, 「그 전에, 옷을 입어주지 않겠어?」 라고 눈을 돌렸다. 「맨몸이면 욕정 하는 거야?」 「네가 말이지. 키스만으로 끝낼 수 없어지잖아?」 「시로우는 미츠오를 사랑하고 있으니까, 키스를 한다면 그 다음도 하고 싶어져」 「그러면, 지금은 키스 안돼」 「왜지? 미오상은 장을 보러 나갔고, 요시야마는 아직 돌아오지 않았어」 「양쪽 다 슬슬 돌아올 시간이잖아?! 도대체가 어젯밤도 해놓고서 말이야, 그러니까 오늘은 없음!」 「그건, 시그마의 그림을 그리고 있었던 뒤에 시로우와 사랑을 하는 건, 마음이 내키지 않기 때문이라는 건가」 「어째서 그렇게 되는 건데. 매일 하다니 내 체력이 못 받쳐준다고 말하는 것뿐이잖아?」 미츠오는 지긋지긋하다는 표정을 지어보였지만, 그 속마음은 시로우가 정곡을 찌른 대로라는 것을 알아버려서, 화를 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졌다. 하지만 시로우가 화를 내도 미츠오한테는 통하지 않는다는 것도, 시로우는 알고 있다. 미츠오는 자기가 시그마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있지 못하니까. 「알았어, 키스는 됐어」 라고 말하고 옷을 입었다. 「시로우?」 「나갈게」 「아, 산책? 그럼 나도」 다이스케도 함께 산책을 생각으로 자리에서 일어난 미츠오에게, 「알파한테 다녀올게」 라고 말했다. 「오늘밤엔 돌아오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니까, 혼자서 느긋이 자도 돼」 그리고 방을 나오려고 한 시로우를, 미츠오가 당황한 목소리로 불러 세워 왔다. 「기다려, 오해하고 있어. 내가 『지금은 싫어』라고 말했던 건, 시그마하고는 전혀 관계가 없는 이유인데」 「알고 있으니까, 걱정하지 마」 라고 가로막고서, 「돌아오는 건 모레가 될지도 몰라」 라고 덧붙였다. 「저기, 시로우, 설마……」 말끝을 흐린 미츠오의 체취에, 공포감의 괴로움이 섞인 것을 맡고서 쓴웃음을 지었다. 「시그마한테로 갈 생각은 없어. 알파하고 제타를 만나고 오는 것뿐이야」 「그, 그래. 젬, 일본에 돌아온 거야?」 「신용할 수 없다면, 함께 따라와도 좋아」 「아, 아니. 사양할게. 시로우는 나한테 거짓말 따윈 하지 않으니까」 명백하게 주저하면서 웃고는 그렇게 말한 미츠오의 본심은, 시로우를 완전히는 믿지 못한다는 것을 인정한다면 시로우를 화나게 할 거라고 계산하고, 믿는다고 말하는 걸로 시로우에게 족쇄를 씌우려고 하는, 거짓말도 한 방편이라는 것. 「내일도 저녁밥 필요 없을 것 같으면, 점심때 미리 전화해줘」 「알았어」 라고 대답하고, 방을 나왔다. 미츠오의 태도는 시로우한테는 너무 슬퍼서, 덮쳐서 안아버리지 않기 위해서는 서둘러 도어를 닫아버릴 필요가 있었으니까. 계단을 달려 내려와 현관으로 나왔을 때, 마침 장을 보고 돌아온 미오상과 만났다. 짐이 무거운 듯 땀 냄새가 난다. 「알파네 집에 다녀올게. 오늘밤엔 안돌아와」 라고 말하자, 「어머, 미츠오하고 싸움이라도 했어?」 라는 말이 돌아왔다. 미츠오의 어머님은 감이 좋다. 「시로우는 미츠오하고 싸움은 하지 않아」 라고 대답하고, 현관 도어를 열었다. 「시로우하고 미츠오는 사이좋아」 그렇게 덧붙여 말하고 밖으로 나왔다. 바로 정면에서 비추고 있던 서쪽해가 눈을 찔러서 눈물이 나올 뻔 해서, 서둘러 얼굴을 숙였다. 아직 외출하기에는 너무 더운 길을 따라 역으로 향했다. 알파의 집은, 나무가 많고 연못도 있는 커다란 공원 근처에 있다. 길에서 바라본 외관은 아담한 건물의 내부에는, 외과든 내과든 정신과든 산부인과든 전부 다루는 개인병원으로서의 설비를 갖추고 있지만, 진료하는 것은 일족과 그 관계자뿐이라 의원으로서의 간판은 내걸고 있지 않다. 가드닝으로 해놓은 현관 스텝을 올라가, 자동이 아닌 도어를 밀고 들어간 엔트런스 홀은, 기분 좋은 온도로 에어컨이 틀어져 있어서, 길을 걸으면서 흘린 땀이 서서히 식었다. 홀의 구석에 놓여있는 화려한 색의 피아노형의 소파에 알파의 캣크라운인 사오리가 있어서, 「안녕」이라고 말을 걸었다. 「어머, 안녕, 시이타」 「알파는?」 「있어요. 오른쪽 두 번째 방에」 「고마워」 「별말씀을」 알파는, 인터넷으로 뭔가를 공부 중이었다. 「바빠?」 라고 말을 걸자, 「아니」라고 대답했지만 눈은 아직 화면의 영문을 읽고 있다. 「심심해서, 미국의 유전자연구의 최신정보를 보고 있었어」 「재밌어?」 「그다지. 변함없이, 내 고찰 쪽이 앞서고 있어. 그들이 빠져있는 바보 같은 착각들을 지적해줄 수 있다는 건 유쾌한 일이지만」 「그러면, 시로우의 상담을 해줄 시간은 있는 거구나」 그렇게 말한 시로우에게로 알파는 겨우 얼굴을 돌리고서, 맵시 나는 안경 안쪽의 눈을 가늘게 떴다. 「대환영이지」 「미츠오의 일이야」 라고 얘기를 꺼냈다. 「잘 되어가고 있는 냄새가 나는데?」 「그래?」 「어젯밤의 잔향인가, 그건」 「아아, 어젯밤은 했어. 하지만 오늘은 피했어」 「호오~?」 「미츠오는 지금, 시로우하고 똑같이, 시그마도 좋아하는 거야」 「오야오야」 알파는 즐거운 듯이 시로우를 바라봐오고는, 「그건 상당히 큰 문제로군」 하며 쿡쿡 웃었다. 「시그마는 맨 처음부터 미츠오를 굉장히 마음에 들어 했으니까 말이지. 너한테서 미츠오를 가로챈다는, 그런 관습을 깨는 행동을 할 가능성은 절대로 없겠지만, 미츠오가 스스로 『암컷의 선택권』을 행사해서 자기가 바람을 피우려고 갔을 경우, 시그마에게는 거부할 이유가 없어」 「아아」 「그래서? 미츠오는 시그마하고 이루어져버렸나?」 「그렇다면 지금 결투하고 있지!」 라고 노성으로 대답하고, 얘기를 원래대로 되돌렸다. 「미츠오에게는 아직, 자신이 시그마를 사랑하고 있다고 하는 자각이 없어」 「흐흥」 「그러니까, 자기가 시그마를 상대로 바람을 피우고 있다는 것도 모르고 있어. 그 말을 하면, 시로우가 억측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 「흐음……자각이 없으면 죄악감도 없는 거니까, 반성 역시 하지 않는다는 거로군. 곤란한 정처군(君)이야」 「그런 거야. 미츠오는 겨우, 자기가 시로우를 좋아한다는 걸 인정하고, 시로우가 『좋아해?』라고 물어보면 『좋아해』라고 대답해주게 되었어. 섹스 할 때도 솔직해졌고, 기분이 좋을 때는 좋다고 말해주게도 됐어. 하지만 마음 한쪽에서는, 시그마도 좋아하는 거야. 그것도, 어쩌면 시로우보다도 시그마 쪽이 좋을지도 모르는 정도야」 말하고 있는 동안에 점점 더 간절하고 애가 타서, 시로우는 두 손으로 얼굴을 덮었다. 「그래서, 상담이라고 하는 건?」 알파에게 재촉 받아서, 슬픔으로 무거워져버린 입을 움직였다. 「이 문제는, 시로우가 시그마 이상으로 미츠오의 마음을 끌 수 있다면, 해결되겠지」 「확실히 그렇지」 「하지만, 지금의 시로우가 시그마보다도 나은 점은, 젊다는 것밖에 없어. 그 이외는 호각이거나 시그마가 위야」 「바른 현실인식이야」 「시로우는 어떻게 하면 좋을 거라고 생각해?」 「답은 이미 나와 있는 것 같은데?」 「그래. 시로우가 시그마보다도 뛰어난 존재가 되면 돼.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면 되는 건지, 모르겠어」 알파는 가죽으로 된 회전의자를 돌려서 시로우에게 옆모습을 보이는 식으로 방향을 바꾸고는, 팔걸이에 팔을 대고 턱을 괸 포즈로 생각에 잠겼다. 「확실히……굉장히 어려운 과제로군」 그리고, 「식사를 하자」 라고 일어섰다. 「어쨌든 휴식을 취하고, 맛있는 고기라도 먹고 마음을 차분하게 하고 나서, 천천히 생각하기로 하지 않겠어?」 시로우는 식욕은 없었지만, 두세 모금이라면 먹을 수 있을 것 같았고, 휴식 하자는 데는 찬성이었기 때문에, 알파와 함께 옷을 벗고 털이 난 모습으로 돌아가, 식당으로 가는 알파를 따라갔다. 시그마 시도우(司堂)는, 일본에 존재하고 있는 일족 중에서 유일한, 인간식의 이름자를 가지지 않은 혈통……즉 인간인 비호자를 가지지 않고 계속 살아오는 데에 성공한 자긍심 높고 명예 있는 혈족인, 직계로서 태어난 현재의 두령(頭領). 게다가 신성한 힘의 발현인 하얀 몸의 소유자이다. 순백의 시그마는, 꿈을 불러들이는 개다래나무의 꽃이 보여주는 환상의 신(神)처럼 아름답고, 또 일족 중에서도 특히 뛰어난 능력을 갖춘 존재이니까 미츠오가 끌리는 의미는 잘 안다. 시로우들은 모두, 아름다운 시그마와 친밀하게 서로를 핥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고, 알파들의 캣크라운들도 모두 시그마에게는 사랑을 품고 있으니까, 미츠오도 그래서는 안 된다는 건 아니다. 단지, 미츠오의 마음속에서 「가장 좋아하는 건 시로우야」라고 분명하게 정해져있는 거라면 말이다. 지금의 미츠오는, 시로우와 시그마의 사이에서 마음이 술렁술렁 흔들리고 있다. 그건 아주 좋지 않다. 알파는, 네모나게 썬 등심육으로 배와 마음을 차분하게 하고는 시로우를 데리고 거실로 가서, 식후의 그루밍을 시작하면서 말했다. 「내가 하는 어드바이스는, 『어른이 되는 것』과 『재력을 가지는 것』이야」 「어른이 된다……」 「『자신과 여유』라고 바꿔 말할 수도 있지. 시그마의 매력이라는 것은, 파헤쳐보면 거기에 있어. 우리들이 시그마에게 무조건적인 신뢰를 보내고, 캣크라운들이 예외 없이 그에게 연심을 가지게 되는 건, 시그마가 커다란 나무처럼 속이 깊고 흔들림 없는 면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니까」 혀로 몸을 브러싱 하면서, 알파의 말을 지긋이 생각하고 나서, 「과연」 하고 수긍했다. 「필링으로서는, 이해할 수 있어. 그럼 그건, 어떻게 해서 몸에 익히면 되는 거지?」 「자신을 몸에 지니면, 여유는 알아서 따라오는 거야」 알파는 자신만만하게 말했지만, 그것이 시로우가 알고 싶어 했던 대답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시로우한테는 자신은 있어」 라고 대답했다. 「자기가 시그마보다도 뛰어나다는 자신이?」 「아……아니, 그런 자신은 아니야」 「아아. 네가 말하고 있는 건, 인간들보다도 뛰어나다는 일족이라면 당연하게 가지고 있는 능력에 대한 자신감에 지나지 않아. 그런 걸로는 시그마와의 사랑싸움에서 이길 수 없어. 다시 말하자면, 지금의 네 실력으로는 시그마는커녕 나랑 제타한테도 필적할 수 없어. 극단적인 예를 들자면, 나는 일족에게서 존경과 신뢰를 얻고 있는 의사이고, 제타는 일족에게서도 인정받은 일류모델로서 국제적으로 활약하고 있지만, 너는 아직, 그저 대학생이야」 「……그대로야」 대답하고서 시로우는 꼬리를 핥았다. 끝까지 똑바로 뻗은 자랑스러운 꼬리지만, 시그마의 꼬리도 똑바르고 아름다운 것이라고 생각하자 침울했다. 「그래서, 우선은 그냥 학생이 아니게 될 필요가 있지만, 내가 의사가 되고 제타는 모델이 되었던 것처럼 자신의 재능을 발휘하는 길을 발견하는 데에는, 조금 시간이 걸리겠지. 너는 아직 자신이 뭘 하고 싶은 건지 모르겠지?」 생각해보고서, 「……지금 시로우가 되고 싶은 건, 미츠오의 『제일』이야」 라고 대답한 시로우에게, 알파는 「옳지~옳지」라며 시로우의 귀를 핥으면서 말했다. 「당면한 목표는 그거라는 거면 됐어」 「하지만 너무 막연해서, 구체적인 행동방침으로 이어지지 않아」 「그렇지도 않아,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그러고 있는데 사오리상이 다가와서, 털가죽 모습인 시로우들에게 눈을 반짝였다. 「어머어머 멋져! 사이에 껴도 돼요?」 알파는 대답 대신에 몸을 둥그렇게 말아서 그녀가 앉을 자리를 만들어주고, 그녀는 가로누워있던 알파의 팔과 다리 사이에 앉아서, 연인의 털의 부드럽게 쓰다듬기 시작했다. 하얀 드레스를 입은 사오리와 검은 털의 알파는, 한 폭의 그림처럼 어울리는 짝이라서 시로우는 또 슬퍼졌다. 미츠오가 그리는 그림을 떠올렸기 때문이다. 시그마와 시로우를 한 장 안에 그리는 때, 미츠오는 언제나 시그마를 주인공으로 하고 있고 시로우는 시그마의 종자(從者)처럼 그리는 식이다. 미츠오의 그림 속에 나타나는 시그마와 시로우의 주종관계는 미츠오가 두 사람을 어떻게 의식하고 있는가에 다름 아닌, 즉 지금의 시로우는 미츠오의 마음속에서는 넘버 2의 지위에 있다는 것이 된다. 시로우에게는 미츠오가 1번인데, 미츠오에게 있어서 시로우는 1번이 아니다. 이런 답답하고 괴로운 일이 또 어디 있을까. 「시로우상은 미츠오상하고 잘 안 돼 나가나요?」 사오리에게 질문을 받고서, 「그런 일은 없어」 라고 대답했다. 「미츠오는 시로우를 좋아해. 그건 확실해」 「문제는, 시로우보다도 좋아하는지도 모르는 상대가 있다는 거지」 알파가 옆에서 거들었다. 「뭔가 선물을 해준다면 어떨까나」 사오리가 말했다. 「시로우상은 미츠오상한테 선물을 해준 적 있어요?」 「……아니. 없어」 「아츠오상은, 사오리한테 자주 선물을 줘요. 사오리가 제일 좋아하는 건, 이렇게 알파가 된 아츠오상을 만질 수 있게 해주거나, 함께 낮잠을 자는 거지만, 그래도 선물을 받는 것도 좋아요」 「아아, 그랬지」 하고 알파도 수긍했다. 「그래서 아까, 『재력』이 있으면 편리하다고 말하려고 했던 거였어」 「재력인가……」 「예를 들면, 둘이서 살기위한 작고 아름다운 집을 산다든지」 「사오리는, 아츠오상하고 결혼한다면 하얗고 작은 집에서 살면서, 꽃을 많이 심을 거예요」 「미츠오가 기뻐할만한 차를 사서, 둘이서 여행하러 간다고 하는 즐거움도 돈이 있으면 간단히 실현할 수 있지」 「여행인가……미츠오는 아마 좋아할 거야」 「둘이서 전 세계를 여행하며 도는 것도 즐거울 것 같지 않아?」 「사오리는요, 신혼여행은 호화여객선으로 세계일주 크루즈가 좋다고, 조르고 있어요」 「배로 여행한다는 게 나한테는 그다지 고맙지가 않지만, 최고급 객실을 잡는다 해도 둘이 합해서 4, 5천만 가지면 한 석 달 잔뜩 느긋할 수 있으니까 말이지. 뭐어 나쁘지도 않다고 생각하고 있어」 「언니들한테는 선물을 사오는 걸로 참으시게 하고, 아츠오상하고 둘이서만 갈 거예요」 「『고양이한테 금화』라고 하는 실례 천만인 속담이 있지만, 우리들은 금전의 효력을 잘 알고 있어. 아내랑 애인들에게 사치를 부리게 해주는 건, 인간들 사이에서도 스테이터스로 생각되고 있는데, 실제로 즐거운 일이기도 해」 「그러면 시로우도 재력을 가질래」 「아아, 우선 그것부터 시작하는 게 좋겠군」 사오리에게 쓰다듬어져서 조금 졸려진 듯한 목소리로 알파가 말했다. 「방법은 알겠어?」 「모르겠어」 「가장 간단한 건, 숫자선택식의 복권이야. 맞을 숫자를 감으로 골라서, 엔트리 금액을 지불하기만하면 되는 단순한 물건인데, 주식이나 선물투자랑 그 외에 다른 갬블처럼 재미있는 맛은 없지만, 수고하지 않고 돈을 손에 넣을 수 있어. 그래서 어느 정도의 자금을 만든다면, 그 다음은 그걸 자본금으로 해서, 필요한 금액까지 늘려 가면 돼. 주식 같은 거에 투자하는 거라면, 람다가 잘 알아. 숫자를 상대로 하는 머니게임 따위가 뭐가 재미있는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람다가 하는 말을 빌리자면 운과 계산의 조합을 즐길 수 있는 최고의 갬블이라는 거 같아」 「그런데, 미츠오는 어떤 선물을 좋아할까」 그렇게 물어본 시로우에게, 알파는 (바보로구나) 라는 눈빛으로 쿡쿡 웃고서 말했다. 「그건, 네가 스스로 찾아야지. 어떻게 상대를 기쁘게 할까라고 생각하는 건, 사랑의 제호미(醍?味)야. 생각해봐. 예를 들어서 내가 고른 선물로 미츠오가 아주 기뻐한다면, 너는 기쁠까?」 「아―……」 「미츠오를 기쁘게 한 선물이 내가 고른 것이라고 하는 건, 미츠오를 기쁘게 한 것은 나라는 게 되는데?」 「아아, 그건 좋지 않아」 「그러면 스스로 힘을 내도록 해」 알파의 어드바이스는 항상 바르다고 생각하면서, 「그럴게」 라고 끄덕였다. 하지만 알파는, 「단지, 시그마가 진심이 되어있다면, 네 노력이 보답 받을 가능성은 낮아」 라는 소리를 해왔다. 「……무슨 의미야?」 「네가 이해하고 있는 대로의 의미야」 라고 알파는 말했다. 「혹시 시그마가, 진심으로 미츠오에게 사랑을 품고 있다면, 99퍼센트의 확률로 시그마는 미츠오의 손에 들어가겠지. 시그마와 너는, 100대 1정도로 힘의 차이가 있으니까 말이야」 「그럴 일은 없어!」 라고 시로우는 소리쳤지만, 알파는 받아들이지 않는 얼굴로 말을 계속했다. 「『사실』을 바르게 인식해. 그리고 호시카와 미츠오라는 너무나도 매력적인 존재를 독점하려고 하는 야망은, 빨리 포기하는 거야. 미츠오가 네 캣크라운이라는 것은, 일족 전원의 앞에서 시그마가 인지한 결정이니까, 물론 시그마는 존중할 거야. 즉, 시그마가 너에게서 미츠오를 탈취하는 일은 있을 수 없어. 그러니까, 그걸로 된 거라고 쳐」 「무슨 의미야!」 그만 샤악 하고 위협하는 외침을 질러버린 시로우에게, 알파는 가엽다는 듯한 눈빛을 보내오고 말했다. 「프린스 시이타, 분명히 말해서, 지금 네가 시그마하고 대항하려고 해도 무리야. 어쨌든, 너는 아직 태어난 지 1년 반인 젊은 녀석이고, 시그마는 이미 한 세기 반 가까이 성상(星霜)을 밟아오고 있는 신성왕인 거니까 말이야. 선조의 대로 돌아가 피가 짙은 정도로는 네 쪽이 위이지만, 경험치의 차이는 어떻게도 할 수가 없어. 네가 시그마에게 이길 때가 오는 것은, 빨라야 10년 후나 20년 후이겠지. 늙은 시그마와 장년에 들어간 네가 장로지위를 교대하는 시기가 되기까지는, 미츠오는 그와의 공유로 해두는 것이 타당해」 「시로우는 그런 일은 허락 못해!」 눈앞이 새빨갛게 물드는 듯한 분노를 느끼면서 소리쳤지만, 알파는 너무나도 냉정한 표정으로 말했다. 「허락하든 허락하지 않든, 결정하는 것은 시그마야」 「그렇다면 결투하겠어!」 「직계의 일족 전원을 적으로 돌리면서 말이야?」 「시로우는 싸울 거야! 미츠오는 시로우만의 것이야!」 「현실적으로는 아니지. 네가 시그마에게 결투를 신청하면, 『전진의 서』 시편 3의 관습에 따라서, 우선은 나랑 제타가 너와 싸우게 돼. 쿠시도 뉴도 람다도 참전하겠지. 너는 5인의 직계를 쓰러트리지 않으면, 시그마에게는 도전할 수 없어. 그리고 우리들은, 신성한 순백의 시그마를 지키기 위해서는 목숨을 걸 테니까. 네가 상처 없이 시그마의 앞에 선다는 것은 불가능하고, 상처를 입은 몸으로 덤빈대서야 이길 확률은 제로야」 「그래도 할 거야!」 격하게 말한 시로우에게, 알파는, 「그러면, 멋대로 해」 라고 어깨를 으쓱여보였다. 「우리들의 시체를 넘어서, 시그마에게 도전하면 될 거다. 그 순백의 모피를 잡아찢어서, 피투성이로 만들어주면 되겠지. 미츠오도 아주 기뻐하며, 너를 향한 영원의 사랑을 맹세해 줄 거야」 시로우는 깜짝 놀라, 추욱 하고 귀를 내리깔았다. 「……안돼. 미츠오는 기뻐하지 않아. 미츠오는 싸움은 싫어해……」 「뭐~어야, 자기를 위해서 용맹하게 싸우는 너를 보면, 분명 생각을 바꿀 거야. 나랑 제타랑 시그마의 피로 물든 네 발톱에 입을 맞추고서, 『강한 너에게 홀딱 반했어』라고」 「말할 리가 없어!」 라고 고개를 저었다. 「미츠오는 분명히 화낼 거야」 「어쩌면, 너를 무서워하든지. 하지만 종순한 처가 되기는 하겠지. 네 노여움을 두려워해서 두 번 다시 바람 따위는 피우지 않아. 『세상에가 제일 네가 좋아』라고 맹세할 거고, 맹세는 지킬 거야」 「그건 『사랑』이 아니야……」 시로우는 말했다. 「……그런 건 사랑이 아니얏」 「하지만,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미츠오의 마음을 독점하는 건 무리인데?」 졸린 듯이 하품을 하면서 나온 알파의 지적은 맞는 것이었지만, 시로우는 끄덕일 수 없었다. 「…………다른 방법을 생각할 거야」 라고 대답하고, 얘기를 끝냈다. 알파의 집을 나와, 제타의 맨션으로 향했다. 이전, 미츠오와 며칠인가 보냈던 적이 있는 그곳이 아니라 아카사카의 1등지에 있는 맨션 쪽으로다. 사실은 미츠오가 집는 집으로 돌아가서, 미츠오의 냄새를 맡고 온기를 끌어안고 알파의 말로 밑바닥까지 침울해진 마음을 달래고 싶었지만, 참았다. 지금 미츠오에게 닿으면, 알파의 지적으로 궁지에 몰려서 어찌 할 줄을 모르는 마음을 미츠오에게 부딪쳐버리게 되겠지. 싫어하는 미츠오를 억지로 안아버리고, 미츠오에게 (시그마라면 이런 짓은 하지 않아) 라고도 생각하게 해버리겠지. 그런 미츠오는 점점 더 시그마를 좋아하게 되고, 시로우는 좋아, 에서 싫어, 로 돌아가 버릴지도 모른다. ……미츠오가 시로우의 집에서 떠나갔던 날의 일은, 떠올리면 그때와 마찬가지로 가슴이 괴로워질 정도로 뚜렷이 기억하고 있다. 미츠오는, 미츠오의 의사를 묻지 않고 미츠오를 안았던 시로우가 용서되지 않아서, 「두 번 다시 만나지 않아」 라는 무서운 선언을 남기고 떠났었다. 미츠오를 쫓아가기 위해서, 무아지경 속에서 가시가 있는 철망으로 된 철책을 뛰어넘었던 때의 손발을 찢기는 아픔의 기억도 상흔도 이제 거의 사라졌지만, 미츠오를 잃는다는 초조와 후회로 타 뭉개지는 듯 했던 가슴의 아픔은, 아직 잊혀지지 않는다. 모피의 모습으로 미츠오를 찾아 걷고 있던 중에 무엇보다도 무서웠던 것은, 미츠오가 던지고 갔던 「두 번 다시 만나지 않아」라는 말이 실현되어버리는 것이었다. 그것 이외의, 인간에게 모습을 보일 수 있다는 위험함이랑 굶주림이랑 피로로 쓰러질 걱정 따위는, 머리에 떠오르지도 않았었다. 시로우가 그걸 생각했던 건, 은신장소로 선택한 그 공원의 도랑 안에서, 마침내 움직일 수 없어져버렸을 때. 더는 미츠오하고는 만날 수 없는 것 같다고 각오하는 수 외에는 없었고, 그리고서야 겨우 일족으로서 자신의 모습을 인간들에게 드러내버리는, 관습을 깨는 실패의 결과를 생각하고 섬뜩했었다. 하지만 그것도, 미츠오에게 미움받아버렸다는 절망적인 실패를 후회하는 마음정도로는 강하지 않았던 것이다. 미츠오와 만난이래, 시로우의 마음은 미츠오를 태양으로 우러러보는 지동설의 세계에 살고 있고, 모든 생각은 미츠오를 중심으로 돌고 있다. 시로우는, 미츠오에게 사랑받지 못하면 살아갈 수 없다. 미츠오에게 미움 받으면 살아나갈 수 없다. 그러니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희망만이라도 붙잡아서 지금의 이 괴로운 마음을 진정시킬 때까지는, 시로우는 미츠오에게로 돌아가서는 안 되는 거다. -- 계속 --> [고양이 4] 왕 같은 고양이와 황금 물고기 (2) 왕 같은 고양이와 황금 물고기 (2) Written by 아키즈키 코오 찾아간 제타는 낮잠중이라, 시로우도 자고 싶어져서 밖이 보이는 테라스 룸에서 한숨 자기로 했다. 30층짜리 맨션의 최상층 플로어라는 건, 유리창 너머로 멀리 지상을 내려다보는 광경이 멋져서 기분 좋다. 옷을 벗고 있는데, 제타의 연인 유리에(友里惠)가 낮잠용의 쿠션을 가지고 와줘서, 「이 높이는 기분이 좋아서 마음에 들어」 라고 말했다. 「네에, 제타도 창가를 좋아해요. 나는 무섭지만」 작사가를 하고 있는 유리에는 그렇게 웃었다. 「시로우도 이런 잠자리를 원해. 이 집은 얼마지?」 「아―……확실히 5억4천만 정도였다고 생각해요」 「그런가」 시로우가 지금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는 금액은 2백만 엔까지다. (과연 재력이라는 건 필요해) 라고 생각하면서, 모피 모습이 되어 창가에 배를 대고 누웠다. 미츠오가 이곳에 있다면 좋을 텐데 라고 생각하면서 눈을 감았다. 아아……미츠오, 미츠오……시로우는 이렇게 미츠오가 좋아! 그런데 어째서, 시로우는 미츠오의 제일이 아닌 건지……. 슬퍼……. 사락사락 귀를 핥아져서 눈을 떴다. 「야아, 프린스 시이타. 파티에 와준거야?」 시로우와 똑같이 느긋이 쉬고 있던 모습으로 웃음을 지어온 제타에게, 「상담이 있어서 왔어」라고 말했다. 「오야오야, 그거 기쁜데. 혹시 심각한 고민?」 「미츠오가 시그마를 사랑하고 있어」 「뭐야, 그런 거냐」 제타는 재미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지만, 「미츠오는 시로우보다도 시그마가 좋은 거야」 라고 밝히자 눈을 반짝였다. 「호우? 그거 또, 아주~우 delicious & dangerous 한 화제네. 좋아, 오늘밤의 주역은 너로 결정이야」 「시로우는 파티에는 안나가」 「어라, 왜?」 「제타의 손님은 인간뿐이야」 「뭐어. 하지만 네가 품고 온 고민에 대해서 좋은 어드바이저가 될 수 있는 녀석들이 모여 있는데? 속았다고 생각하고 한번 참가해봐」 제타는 자신만만해 해서, 시로우도 파티에 참가하기로 했다. 「그럼, 우선은 변신해서. 이런이런……정말로 미츠오하고는 사이가 안 좋구나. 네 몸에는 키스마크도 손톱자국도 없잖아」 「섹스는 어젯밤에도 했어」 라고 말했지만, 제타는 (바보 같은 아이야) 라는 식으로 어깨를 으쓱였다. 「무상(無傷)으로 끝나버리는 섹스 따위를 셈에 넣어 세고 있는 동안은, 아직 소꿉놀이 사랑이지」 「그런 건가?」 「그런 거야. 너는 우선, 연인을 꿈속으로 보내버리는 베드테크닉을 배울 필요가 있어. 우선, 이걸 입어」 제타가 클로젯에서 꺼내어 넘겨준 건, 시그마가 즐겨 입는 로브풍의 옷과 비슷한 것이라서, 「이건 싫어」 라고 거절했다. 「오늘밤의 파티는, 이런 디자인의 옷을 입고 모인다는 룰이란 말이야」 제타는 말하고서, 「아아, 우후후……」하고 놀리는 듯이 웃었다. 「그러고 보니 시그마도, 이런 식의 넉넉한 옷을 좋아하지만, 그는 하얀색밖에 입지 않아. 너한테 빌려주는 이건, 사막의 밤하늘을 이미지로 한 옷이야. 이대로 검은 새틴에 끼워 넣은 다이아풍의 비즈(beads)가 별이라는 거지. 이 부근은, 너의 사랑스러운 황금 물고기군이 살고 있는 하늘의 강일까나」 「입을래」 라고 대답하고, 복사뼈까지 오는 길이의 옷을 입었다. 「응, 잘 어울려. 하지만 머리가 길면 더 멋지겠어. 이김에 길러봐」 시로우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기르는 건 상관없지만, 방법을 몰라」 미츠오는 매달 『미장원』이라는 데로 가서 머리가 너무 길지 않도록 자르고 있지만, 시로우는 한번도 그런 건 해본 적이 없다. 자르거나 하지 않아도 머리카락의 길이는 항상 똑같기 때문이다. 「뭐야아~, 그냥 살짝 요령인데」 제타는, 시로우에게 입게 한 것과 비슷한 디자인인 석양처럼 붉은 기운이 도는 깊은 오렌지색의 옷을 입으면서 말했다. 「머리카락이 생각하는 길이만큼 자랄 때까지, 변신하지 않으면 되는 거야. 즉 인간 모습으로 지내는 거지」 「그건, 잘 때도 인간의 모습인 채로 있도록 한다는 거야?」 「그래. 그러니까 숙면을 취할 수 없어서, 조금 힘들지만. 하지만 인간의 모습으로 있으면, 인간과 마찬가지로 머리카락이 자라는 거야. 내 경우 한달에 3센티 정도의 스피드였나」 「그러면, 그 길이로 자랄 때까지 제타는 2년 가까이나 편히 쉬지 않았다는 건가?」 놀라서 되물어본 시로우에게, 제타는 「뭐어」라고 자랑스러운 듯이 긴 머리카락을 손가락으로 빗어보였다. 「실은 한번에 기른 건 아니야」 하고 정정했다. 「하지만 맨 처음 반년간은, 정말로 한번도 편히 쉬지 않았어. 멍청하게 변신해버리거나 하지 않기 위해서, 잠을 자도 숙면은 취하지 않도록 노력했는걸. 몸이 새로운 시스템에 익숙해지는 데는, 반년은 변신하지 않고 있을 필요가 있어. 앗차 해버렸다가는 도로 아미타불이라서, 또 처음부터 다시 시작. 하지만 나는, 시그마처럼 길고 아름다운 머리카락이 너무나도 갖고 싶었어. 그러니까 필사적으로 노력한 거지」 「미츠오도 긴 머리카락이 좋은 걸까」 라고 말해봤다. 「그건 미츠오한테 물어보지 않으면 모르지만 말이지. 나는, 시그마의 외견적인 매력의 하나는 그 머리카락에 있다고 봐」 「그렇……구나. 시로우도 그렇게 생각해. 그러면, 시로우도 머리를 기를래」 「후훗, 분명히 지금보다 열배는 멋지게 될 거야」 제타는 그렇게 말하고, 시로우의 입술 끝에 키스해왔다. 「그래?」 「아아, 보장하지. 머리를 기른 너는, 지금의 열배나 어른스럽고 백배나 섹시한, 멋진 남자가될 거야」 「기를래」 라고 결정했다. 「그럼, 좋은 걸 주지」 말한 제타가, 클로젯 안의 서랍을 부스럭부스럭 휘젓고서 반지를 꺼냈다. 「오른손 내밀어봐. 오야, 너는 나보다 손가락이 두껍잖아. 하지만 약지에 라면 딱이네」 은으로 만든 듯한 두꺼운 반지는, 끼워진 손가락에 꽉 끼어서, 그렇다고 말했다. 「그게 중점이야」 라고 제타는 웃었다. 「이건 『머리를 기르기 위해서 변신은 하지 않는다』라고 마음먹은 증거이니까, 꽉 끼여서 항상 신경을 쓰게 되는 편이 경계의 역할에 도움이 되지. 게다가 자고 있는 동안에 변신하려고 하면, 반지는 더욱 세게 손가락에 먹어들 거고, 그 아픔에 눈을 뜨겠지」 「과연. 도움이 될 거 같아」 「처음 반년을 뛰어넘을 때까지, 빼면 안돼」 「알았어」 「그럼 파티로 들어가자」 제타는 즐거운 듯이 말하고, 앞장서서 방을 나갔다. 「엇차, 그들 앞에서는 서로 인간 이름으로 부르는 걸 잊으면 안돼」 「알고 있어」 맨션의 최상층 플로어를 전부 사들인 제타의 집에는, 방이 6개하고 동향인 테라스 룸 외에, 플로어의 서쪽 반을 점하고 있는 커다란 홀이 있다. 홀은, 한가운데에 만들어져 있는 분수가 달린 연못을 향해서 계단식으로 내려가는 모습으로 3단으로 나뉘어 바닥이 만들어져 있고, 그 이곳저곳에 화분에 담긴 녹색식물이랑 앉았을 때에 기분이 좋은 소파랑 어디로든 가지고 가서 쓸 수 있는 쿠션이 놓여있다. 운디네의 손끝에서 물이 뿜어져 나오는 형태의 대리석 분수는, 찰방찰방 시원한 물소리를 내고 있어서 마음에 들었다. 제타의 손님들은, 일본인이 세 사람하고, 영국인과 프랑스인이 한사람씩, 전원 30대로 보이는 남자들이었다. 제타의 연인인 유리에 하고 쥰코 그리고 안나가 대접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야아, 젬, 겨우 잠이 깬 건가」 칵테일글라스를 한손에 들고 그렇게 말을 걸어온, 약간 쳐진 눈매에 코밑수염이 어울리는 핸섬한 일본인을 보고 제타가, 「오늘 파티의 주빈이야」 라고 소개했다. 「디자이너 세이지 ? 미야케. 네가 입고 있는 옷은, 그의 올해 컬렉션에서 갈채를 받았던 작품이야. 내일이 그의 생일이라서, 오늘밤은 그 전야제지」 그리고서 다른 네 사람을 차례차례 소개하고, 마지막으로 사람들을 향해서 시로우를 소개했다. 「내 자랑스러운 사촌동생, 프린스 시로우야. 가엽게도, 가장 사랑하는 연인의 바람기에 한참 고민하고 있는 중이지. 그쪽 전문가인 제군들의 지혜를 빌려줘」 미야케가 뚫어져라 시로우를 보면서 신음하듯이 말했다. 「이정도의 남자를 연인으로 두고 있으면서 바람을 피우는 여자가 있다니, 믿을 수가 없군. 마치 아폴론……아니, 북구신화의 『후레이』의 이미지야. 신들 중에서도 제일 아름다웠다 노래 불러진, 자연계의 봄과 청춘과 사랑과 혼인을 상징하는 바닐 신족의 미청년 신 그 자체야」 「뭐어, 타당한 찬미라는 걸로 해둘까나」 제타가 고상한 척하는 모습으로 말하면서, (여기에 앉아) 라며 연못 근처의 비단 쿠션을 산처럼 쌓아놓은 한 부분을 시로우에게 권했다. 「내가 아폴론이고, 시로우도 아폴론이라면, 이 세상에는 태양이 두개나 있는 게 되어버려. 거참, 위험하지 않나, 세이지?」 잔뜩 비아냥이 담긴 제타의 말에 미야케는 빨개지면서, 「내 어휘의 빈곤함은 자각하고 있어」 라고 항변하고, 덧붙였다. 「젬 전하의 마음을 상하게 한 김에 한마디 더 해버리자면, 『흑』은 아폴론보다도 후레이 쪽이 어울려」 「호우?」 「아니, 자네에게 그 옷을 입게 했던 밀라노에서의 스테이지는 최고였어. 그렇기에 자네에게 그 옷을 선물한 거지만, 다음 번 컬렉션에서는 그가 스테이지를 걷게 하고 싶어」 모델로서의 프라이드도 높은 제타를 상대로, 망설임도 염려도 없는 희망을 말한 미야케에게, 제타는 흐흥~하고 코를 울리고서 말했다. 「오케이, 『흑의 Gorgeous』를 소화할 수 있는 재능은 시로우 쪽이 위라는 건 인정하지. 하지만, 그 외의 색은? 예를 들면 내가 지금 입고 있는 이 색도, 시로우는 소화해낼 수 있을까?」 미야케는 「……아니」라면서 고개를 가로저었고, 시로우도 「싫어」라고 거부했다. 「오케이, 그럼 전원 일치로 이 일은 가결이야. 단지 시로우한테 스테이지를 밟을 마음이 있는지 어떤지는, 나는 모른다구」 제타는 기분 나쁜 얼굴로 말하고, 얘기를 이었다. 「그런데 시로우의 라이벌은, 하얀색을 소화해내는 데에 있어서는, 이 나조차도 발치에도 범접하지 못할 만한 남자야. 그래서, 어떻게 한다면 좋을 거라고 생각해?」 「『흑』과 『백』인가……어렵군」 생각에 잠긴 미야케의 옆에서, TV프로듀서라는 슈우지 ? 사와구치가 아니꼬운 투로 얘기에 끼어들어왔다. 「무슨 색을 제일 잘 소화해내든, 베드인 해버리면 관계없겠지」 「확실히」 귀족의 주문을 받는 보석 장식 디자이너라고 하는 영국인인 프레데릭 워즈번스가 기품 있게 살짝 쓴웃음을 짓고 끄덕였다. 물망초색의 눈동자와 마른 풀색인 금발을 가진 그는, 쥰코가 마음에 들어 하는 사람인 것 같다. 「하지만, 『사람은 침대 안에서만 살아갈 수는 없다』잖아. 평안과 자극이 밸런스를 이룬 멋들어진 생활도 중요해」 유창하게 일본어를 구사하는 영국인의 주장에, 건배의 동작으로 찬성을 표시한 프랑스인인 화가가, 역시 미야케랑 사와구치와도 손색이 없는 발음으로 덧붙였다. 「그것하고 즐거운 대화도 말이지」 「이봐, 시로우, 어드바이스가 나오고 있어. 연인의 마음을 끌어다놓는 데는, 베드 테크닉과 패션도 포함한 생활 센스와, 교양과 위트로 풍부한 화술을 닦으면 된다는 거야」 「그걸로 시그, 아니 시도우한테 이길까?」 믿음이 가지 않는다는 생각에서 되물은 시로우에게, 제타는 「자아, 마셔」라며 달콤한 향의 와인을 추천해주면서 말했다. 「연심은 일부 『시도우』 쪽으로 흔들리고 있어도, 미츠오는 현재 너와 살고 있어. 이건 커다란 우위야. 너한테는, 미츠오에게 시도우를 생각하게 하지 않을 찬스가, 하루에 24시간이나 있다는 거니까 말이야」 「그건 궤변이야」 라고 시로우는 반론했다. 「실제 미츠오는, 시로우와 함께 있어도 시도우를 생각해」 「그건, 네가 미츠오를 충분히 즐겁게 해주지 않았기 때문이지. 저택에 있을 무렵, 미츠오는 내 얘기를 듣는 걸 좋아했었지만, 너는 그런 즐거움을 제공해 줬어?」 「그―……그다지 얘기는 하지 않아」 「그렇지? 함께 있는 한은 지루하게 하지 말 것. 이게 제 1의 요점이야」 「하지만, 실행은 어렵지」 그때까지 잠자코 있던 화도가(幻家) 꽃꽂이 전문가 인 요시즈미가, 한숨을 섞어서 표명했다. 「데이트 때만 만나는 상대라면, 그 몇 시간을 위한 공부만 하면 끝나지만, 항상 함께 있는 상대를 지루하지 않게 한다는 것은 어려운 문제야. 예를 들면 이야깃거리 같은 것도, 어지간히 쌓아놓은 게 없으면 눈 깜짝할 새에 씨가 마르지」 「뭐 그렇지」 라고 제타도 인정했다. 「잔뜩 만들어둔 지식과 교양, 그것을 재밌고 즐거울 수 있게 말할 수 있는 화술. 그 부분이 시로우에게는 부족해」 「……노력할게」 라고 시로우는 대답했다. 「하지만 깨어있는 동안 계속 떠들고 다니는 연인이라니, 나였다면 뒷걸음질 칠거야」 워즈번스가 찡그린 얼굴로 말하고, 다른 사람들도 찬성의 소리를 냈다. 「그 점이 『센스』라는 걸 보여주는 부분이지. 즐거운 대화와 기분 좋은 침묵의 밸런스, 함께 있는 시간과 떨어져있는 시간의 컨트롤. 그런 센스를 몸에 익히면, 함께 있지 않은 시간에도 자네를 생각하게 한다는 고등기술도 사용할 수 있게 되지」 「그러려면, 기술을 거는 이쪽에게는 상대의 마음속을 정확하게 읽을 수 있을 만큼의 경험치와 관찰, 계획, 기다리는 여유가 필요하지만 말이야. 시로우는 몇이지?」 「스무 살이야」 「으~응, 그럼 아직 자신이 사랑을 하는 데에 정신이 없어서, 상대에게 자신을 사랑하게 하는 여유까지 가지는 건 무리겠지」 「그 생각대로야. 그러니까 더욱더, 책략의 베테랑이고 여유가 듬뿍인 라이블의 출현은, 사랑의 위기인 거지」 「아아, 『하얀 남자』는 상당히 연상인가?」 「세상의 쓴맛 단맛 다 아는, 내가 동경하는 『어른 남자』, 게다가 보기에는 젊디젊은 미형으로 생겼어. 내 연인들도 전부 팬인데, 다행인 건 그가 취향이 꽤나 까다로운 절벽의 꽃이라는 것이지. 하지만 시로우의 연인은, 까다로운 그의 마음에 상당히 들어버려서 말이야」 「흔들리는 게 당연하다는 상황인가」 「이미 손을 댔는지도 모르는 상황이야」 제타의 말에, 안기기 직전까지 갔던 『그 때』의 미츠오의 모습을 떠올리고, 아드득 어금니를 악물었다. 「오야오야, 이미 기정사실인 거라면, 만회는 어렵지 않을까?」 「뭐 그렇지. 현실적인 대응으로서는, 바람피운 걸 보지 않는 척 넘기고, 평화공존의 트라이앵글 러브로 간다는 안을 추천하는데」 「그런 건 안돼!」 라고 새된 소리를 지른 시로우의 잔에, 사와구치가 「자아~자」 하고 와인을 부었다. 「젬이 말했던 건 단지 제안이고, 채용하고 안하고는 자네가 결정할 일이지. 그런데 한 가지 확인해두고 싶은 게 있는데, 자네 연인은 남자인 거지?」 「미츠오는 시로우의 『정처(正妻)』야」 라고 시로우는 틀린 걸 수정해주자, 사와구치는 「델~리셔스」라고 어깨를 으쓱였다. 「그러면, 시로우가 미츠오를 독점하기 위한 작전을 세워보기로 할까」 제타가 한숨을 섞어서 끄덕였다. 「센스와 교양을 닦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지만, 베드에서의 테크닉은 좋은 스승을 붙이면 사흘이라도 할 수 있어. 일단, 그것부터 시작하는 건 어때? 우선, 미츠오의 몸을 네 포로로 해버리는 거야. 하룻밤이라도 너 없이는 있을 수 없는 레벨까지 말이야」 「그건 좋을 거 같아」 시로우가 대답하니까, 제타가 제안해왔다. 「마침 운 좋게, 오늘밤 이곳에 있는 여섯 명은 전원, 바이섹슈얼의 테크니션들이야. 어때? 우리들이 손발을 다 써가며 해주는 렉처를 받아들여보겠어? 물론, 바란다면 유리에들을 참가시켜도 상관없어」 시로우는 생각해보고, 「서지 않을지도 몰라」 라고 대답했다. 제타는 문제없지만, 다른 다섯 명은 전혀 매력을 느낄 수 없다. 「맡기라구」 라고 제타는 웃었다. 「미츠오의 냄새가 나는 코롱을 쓰면, 틀림없이 발정할 수 있어」 과연. 「잘 부탁해」 라고 대답했다. 「오케이, 내 솜씨를 한층 더 업해서 가르쳐주지」 제타는 즐거운 듯이 검지를 세워 보이고, 「단」이라고 서두를 덧붙였다. 「여기서의 일은, 미츠오한테는 비밀로 해두는 거야. 순진한 인간이라는 건, 우리들로서는 생각지도 못하는 사고방식을 가지니까 말이야」 시로우는 「알아」라고 끄덕였다. 「미츠오한테는, 시로우가 이해하기 힘든 수치심이 있어. 바보 같다고 생각하지만, 존중하지 않으면 화내거나 울거나 해서 큰 소동이 돼. 시로우가 젬들한테 상담을 했다는 걸 안다면, 분명히 부끄럽다고 화낼 거야」 「그래그래, TPO에 장난 아니게 신경을 쓰거나, 키스는 괜찮고 오럴섹스는 싫어한다는, 이유가 되질 않는 것에 구애되곤 하지. 그런 부분은, 정말로 감각의 차이라고 생각하는 수 외에는 없어. 하지만 그만큼, 스릴 있는 사랑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그것도 또 즐거운 거지」 「과연……그렇게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이 『어른의 여유』라는 거로군」 그렇게 자신에게 수긍한 시로우에게, 제타가 「귀여운 녀석」이라고 키스해왔다. 혀를 서로 빨아들이는 깊은 키스였는데, 시로우는 제대로 반응해보였지만 입을 뗀 순간 제타는 말했다. 「오아오야, 너는 키스하는 방법도 제대로 모르는 구나」 「그래? 시로우는 제타랑 알파한테 배웠던 대로 할 작정이었는데」 「아―, 그런가. 초보적인 가르침밖에 하지 않았었지. 결혼한 지 반년이나 되는데, 등에 손톱자국도 남지 않을만한 섹스밖에 할 수 없었던 이유가 거기 있었군. 그럼, 중급의 공부를 시작하기 전에, 한 가지 중요한 렉처를 말해두지. 성애(性愛의) 테크닉에는 『기본』과 『응용』이 필요한데, 『기본』은 우리들이 가르쳐주지만, 미츠오를 정말로 기쁘게 하려면, 그걸 미츠오용으로 어레인지 하는 『응용』이 중요한 거야. 기본 테크닉으로 미츠오의 반응을 보면서, 최대한으로 기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좋을까를 연구하고, 항상 공부하는 거지」 「알았어」 그리고서 사흘밤낮으로, 시로우는 많은 걸 배웠다. 예를 들면, 키스도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는 것. 혀와 혀로 서로를 애무하면 굉장히 좋다는 것. 시로우가 알고 있던 것은 거의 초보적인 테크닉뿐이라는 걸 잘 알았고, 상대에게 맞춰서 공부한다는 의미도 알았다. 애무랑 삽입하는 위치의 바리에이션도, 여러 가지가 있다는 것을 배우고, 중급을 졸업했다. 맨 마지막 날 밤에 제타가 질문은 없냐고 말해서, 상급의 테크닉이라는 건 어떤 건지 물어봤다. 「그건 가르쳐줄 수 없는 거야」 「왜지?」 「가르칠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지. 상급편은, 너와 미츠오가 공동 개발해야만 하는 테크닉이야」 「흐음」 「중급이라는 건 상대를 기쁘게 할 수 있는 테크닉뿐이지만, 『상급』은 서로 무아지경이 될 수 있는 섹스니까 말이야」 「과연」 시로우는 (그렇다면 미츠오하고 하면, 금방 『상급』이라는 거구나) 라고 생각했다. 렉처 덕분에 앞으로는 미츠오를 무아지경으로 만들 자신이 있고, 미츠오의 몸은 언제나 감미로워서 시로우는 항상 꿈속에 빠져있다. 하지만 제타는, 「그러려면 우선, 미츠오도 중급의 테크닉을 몸에 익히지 않으면 안돼」 라고 말을 꺼냈다. 「그건 안돼」 라고 시로우는 대답했다. 「미츠오로서는, 이런 렉처는 받아들일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하고, 시로우도 싫어」 「네가 가르쳐주는 거야」 제타는 말하고서, 시로우의 귀를 기분 좋을 정도의 아픔을 느끼게 깨물었다. 「미츠오는 너한테, 이런 걸 해주냐?」 「아니, 안 해」 「해줬으면 하는 생각 안 해?」 「……미츠오한테 깨물린다면, 분명히 열배는 좋을 거라고 생각해」 「그렇다면, 『너를 기쁘게 하는 테크닉』의 하나로서, 기분 좋게 깨무는 법을 미츠오한테 가르치면 돼. 내가 말하는 건 그런 의미야」 「그건, 시로우가 미츠오를 조교한다는 거야?」 하반신에 지끈지끈하고 기쁨의 물결이 이는 것을 느끼면서, 그렇게 확인해봤다. 「그대로지. 단, 수치심이랑 프라이드가 상처입지 않도록, 잘 하지 않으면 안돼. 특히 『조교』라는 말은, 미츠오의 앞에서는 절대로 입에 담으면 안돼. 말했다가는 끝장, 너와 미츠오의 사이는 수복 불가능한 파멸을 맞을 거라구」 「알았어. 절대로 말 안 해」 라고 맹세했다. 「그럼 돌아갈게」 「요 사흘, 즐거웠어」 「고마워. 신세졌어」 코를 마주 부비대는 대신에 가벼운 이별의 키스를 하고 바삐 홀을 나가는 시로우를 배웅하고 나서, 제타는 방의 여기저기에서 녹초가 되어있는 친구들을 향해서, 짝짝 하고 손뼉을 쳤다. 「자아자아, 파티는 끝이야!」 「아아, 나도 슬슬 내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수업』을 사흘 연짱으로 했으니. 연료가 딸려서 허리랑 다리가 안서」 사와구치가 불쑥 중얼거리고는, 서둘러 홀을 나가는 젬의 아름다운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다시 한마디를 흘렸다. 「정말이지 녀석도 사촌동생도, 어떻게 되어먹은 몸인 거야? 터프한테도 정도가 있지……」 「그들은 인간이 아닌 거야」 똑같이 사흘 밤을 어울린 미야케가, 나른한 듯한 목소리로 말해왔다. 「저 미모에 저 몸을 보면 일목요연하잖아? 녀석들은 신계(神界)에 속하는 생물인 거야. 게다가 샤크티(性力)으로 충전하는 타입 말이야」 「핫, 그 말 믿겠어, 나는」 그리고서 두 방 건너 떨어진 침실에서, 모피 차림으로 편히 쉬며 잠들어있던 제타가 한 성대한 재채기는, 두 사람의 귀까지 닿아, 두 사람은 서로 눈 밑에 거뭇하게 삼각기미가 생긴 얼굴을 마주봤다. 시로우가 미츠오의 집에 도착했던 건, 열대야의 열기가 식은 새벽이 가까운 시간으로, 현관은 열쇠가 잠겨있었다. 쿨러의 모터 소리가 낮게 웅웅대고 있다. 빨리 미츠오의 냄새를 맡고 싶지만, 집에 들어갈 수 없다면 아침까지 강변에서라도 자고 오는 수밖에 없다. 적어도 창 너머로 얼굴만이라도 볼 수 없을까 싶어서, 현관의 차양으로 해서 지붕에 올라가, 미츠오의 방 밖까지 가봤다. 평소에는 열쇠를 거는 2층의 창은, 열려있었다. 그것도 모피 모습인 시로우가 다닐 수 있을 정도의 폭만큼만. 미츠오는 이렇게 해서, 시로우가 돌아오는 걸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미츠오를 깨우지 않으려고 살짝 숨어들어갔다. 창을 열어놨던 탓에, 평소보다 시원하고 않은 방……평소보다 땀 냄새가 나는 미츠오의 냄새. 어쩔까 주저했지만, 옷을 벗고 반지를 뺐다. 미츠오는, 사오리하고 마찬가지로 모피 모습인 『시이타』로 있는 시로우를 만지는 걸 좋아하니까, 서비스해주기로 했던 것이다. 파티 도중에 조금 길었던 머리카락은, 또 처음부터 다시 기르면 된다. 모피차림이 되어서 살짝 침대에 올라갔다. 시로우의 손아래에서 끼익 하고 매트리스가 잠기자, 미츠오가 「응」하고 소리를 흘렸다. 「……시이타?」 잠에 겨운 목소리로 그렇게 말하고, 시로우를 손으로 더듬어 찾아왔다. 「다녀왔어」 라고 대답하고, 미츠오의 옆에 드러누웠다. 아아……느긋하게 모습을 드러내고서 잘 수 있다는 건, 이 얼마나 기분 좋은 일인지……. 「사흘이나 어디에 갔었어」 눈은 감은 채 투덜거리는 투로 중얼거리면서, 미츠오는 시로우에게 달라붙어 왔고, 시로우의 모피가 손에 닿는 느낌에 안심한 듯 한숨을 쉬고는 잠으로 돌아갔다. 「쓸쓸했어?」 라고 물어본 속삭임에 대답은 없었지만, 평소에는 「더우니까 달라붙지 마」라고 시로우를 침대에서 쫓아내려고 하는 미츠오가, 이런 식으로 달라붙어와 있는 것이 그 대답이다. 「일어나면 사흘 치 듬뿍 기분 좋게 해줄 테니까」 라고 약속하고, 시로우도 잤다. -- 계속 [고양이 4] 왕 같은 고양이와 황금 물고기 (3) 왕 같은 고양이와 황금 물고기 (3) Written by 아키즈키 코오 「미츠오――, 시로우짜――앙! 다녀올 테니까아――, 집 잘 봐줘――」 라는 미오상의 커다란 목소리에 눈을 떴다. 설거지를 하고 있는 듯한 미츠오가, 「됐으니까 서둘러」 라고 대답하는 것이 들려왔다. 「벌써 8시 넘었다구?! 신칸센 놓쳐도 난 몰라」 「아직 시간 있어. 다이스케~, 갔다 올 테니까아~」 일어나서 기지개를 켜고, 시로우를 위해서 틈을 열어둔 도어를 나와서 1층으로 갔다. 미오상은 현관에서 배웅을 나온 골든 레트리버의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있었지만, 아직 모피 모습인 시로우를 보자 싱글싱글 웃으며 얼굴을 허물어트리고는 (이리와 이리) 하며 손짓을 했다. 「나가는 거야? 여행인가?」 미오상의 발치에는 슈트케이스가 놓여있다. 「그래~」 곁에 다가간 시로우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미오상은 그렇게 한숨을 쉬고, 「시이타짱이 돌아와 줘서 다행이야」 라고 시로우의 이마에 키스했다. 「요시야마군은 엊그제부터 귀성해서, 미츠오 혼자서는 걱정이었거든」 「어디로 가는 거야?」 「료우지(亮二)의 애기가 태어나서, 시즈오카에 있는 요리코상 친정까지 축하하러 가는 거야」 료우지라는 건 미츠오의 두 번째 형이고 요리코라는 건 료우지의 아내. 출산 때문에 친정으로 돌아가 있는 것이다. 다이닝 키친에서 나온 미츠오가, 혀를 차며 말했다. 「엄마, 아직도 꾸물대고 있는 거야? 그렇게 가고 싶지 않은 거라면, 그만 두지 그래? 아기는 료우코 형수가 치바로 돌아오고 나서 보러 가면 되잖아」 미츠오는 오렌지의 탱크 탑에 블루의 죠깅팬츠라는 복장으로, 색 배합은 미스매치이지만 늘씬한 팔이랑 다리가 드러나는 것은 좋다. 「아라, 그렇게는 못하지. 사치코상 때는 친정까지 축하하러 갔었으니까, 똑같이 하지 않으면 불공평하잖아?」 「그러면 얼른 가라니까! 8시 10분이야!」 「네~에, 네~에, 알았어요. 시이타짱, 그럼~」 「며칠이든 천천히 있다 와도 돼」 시로우의 희망을 말해주고 배웅했다. 「어이구, 겨우 갔네」 미츠오가 한숨을 쉬고 말했다. 「료우코 형수네 친정은, 가족 가라오케가 취미라서 말이야. 응접실에 떡하니 가라오케 세트가 있어. 엄마는 그게 미학적으로 용납이 되지 않는 거 같아. 함 넣던 날 이후로 한번도 가지 않았었어」 「시로우도 가라오케는 싫어」 「1분 만에 달아났었지, 귀가 아프다고」 쿡쿡 하고 웃은 미츠오의 허리에 머리를 부비대고서, 「아침밥」 하고 졸랐다. 응? 미츠오, 조금 말랐나? 「네네, 곧 할 게. 하지만 고양이 캔이라든지 냉동육밖에 없는데. 언제 돌아올지 몰라서 생고기랑 사시미는 사지 않았어」 「베이컨 에그 하고 토스트면 돼」 「그래? 그럼, 옷을 입고 오는 동안에 만들어놓을게」 「미오상은 나갔고, 요시야마도 없으니까, 옷은 입지 않아도 되잖아」 시로우는 그렇게 말해봤지만, 미츠오는 「안~돼」라며 고개를 저었다. 그 박자에 문득 욕정의 체취가 풍겨와, 미츠오의 마음을 시로우에게 전했다. 시로우는 그 자리에서 변신해서, 냉장고에서 꺼낸 먹거리를 조리하기 시작하려던 미츠오를 뒤쪽에서 끌어안았다. 「이봐, 이런 아침 댓바람부터 발정하지 마」 미츠오는 그런 항의를 해왔지만, 본심이 아니라는 건 냄새로 알 수 있다. 시로우가 허리를 끌어안은 순간, 미츠오의 몸은 달콤한 욕정의 체취를 강하게 했기 때문이다. 「시로우가 없어서 쓸쓸했던 거지?」 라고 물어보면서, 공부해온 방법대로 목덜미를 코끝으로 간질이듯이 애무해주자 미츠오는 더욱 더 향을 강하게 풍겼다. 「아침밥 먹을 거 아니야?」 라고 되받아쳐온 것은 수줍은 걸 감추기 위한 것. 「어디에 간 건지 걱정했어?」 「알파하고 제타를 만나러 간다고 나갔던 거잖아」 「시로우가 없는 동안, 혼자서 했어?」 「뭘 말이야」 「이런 걸 말이야」 조깅팬츠 위에서 만져준 페니스는, 반쯤 발기해 있었다. 시로우의 페니스는 이미 완벽하게 딱딱하다. 「싫어, 싫다구」 입으로는 그렇게 거부했지만, 미츠오는 시로우가 손끝으로 쓰다듬어주는 것에 따라서 단단하게 열을 띄고, 체취도 점점 더 달콤해진다. 유두도 톡 하니 서있어서, 손톱으로 긁듯이 애무해주자 움찔움찔하며 등을 젖혔다. 「여기서 괜찮지?」 라고 물어보면서, 백을 찾았다. 미츠오의 그곳은 시로우를 원해서 허덕이고 있었다. 손가락을 넣자, 미츠오는 「싫다니까!」라고 소리쳤지만, 촉촉이 젖은 부드러운 점막은 빨아들이듯이 손가락을 조여 왔으니까, 즉 이쪽이 진심인 것이다. 손가락을 두개로 늘려서, 미츠오가 기분 좋도록 범해 주면서, 「미오상도 요시야마도 없이 두 사람뿐이니까, 여기서 해도 괜찮겠지」 라고 설득했다. 「그, 그러니까, 이런 시간에」 「시로우는 하고 싶어. 미츠오도 그럴 마음이 들었어. TPO는 갖춰졌어」 「나는 그럴 생각 없어」 「거짓말이야」 「……다, 다이스케가 본다구」 시로우는 개를 뒤돌아보고 「저쪽으로 가」라고 명령했다. 다이는 한숨을 쉬고서 힘없이 옆방으로 나갔다. 「이런 건 교육상 좋지 않아」 투덜투덜 말한 미츠오에게, 「다이도 결혼시켜주면 돼」 라고 충고해줬다. 「저 나이로 아직 동정이라는 건 이상해」 「이 집에서, 저런 커다란 개를 몇 마리나 키울 수 있다고 생각해?」 「흐음……페트라는 건 슬픈 거구나」 「소중하게 해주고 싶다는 마음은 있지만, 주인의 형편에 좌우되는 건 확실하지」 미츠오는 그걸 슬픈 듯이 말해서, 시로우는 화제의 선택을 잘못했다는 걸 깨달았다. 「다이는 좋은 생활 속에서 살고 있는 편이야」 라고 얘기를 끝내고, 전희로 의식을 되돌렸다. 미츠오는 일일이 「치워」라느니 「그만둬」라느니 하면서 반대하지만, 그런 말은 수치심이 하게 만드는 말뿐인 소리다. 그윽한 욕정의 체위가 충분히 강해졌을 쯤, 조깅팬츠와 속옷을 벗겼다. 시로우를 원해서 움찔움찔 거리고 있는 사랑스러운 애널을, 제타에게 배운 대로 듬뿍 타액을 묻힌 혀로 몇 번이고 범하고서, 미끈미끈해질 때까지 적셔줬다. 미츠오는 부끄러워하면서도 쾌감에 신음하고, 좀 더 안쪽으로 자극을 원해서 허리를 비틀었다. 시로우는, 미츠오의 안으로 들어가고 싶어서 욱씬욱씬 성이 난 페니스를 대고서 푸욱 하고 찔러 넣었다. 「아응!」 미츠오는 아픈 듯이 들리는 소리로 울었지만, MAX까지 성이 난 시로우를 삼켜 들인 그곳이 느끼고 있다는 것은, 미츠오가 원하는 감각이 채워져 기뻐하는 거라는 걸 배웠으니까, 시로우는 미츠오의 바램대로 꾸욱꾸욱 페니스를 찔러 넣어갔다. 「아앗! 앗, 아응, 싫어, 안돼, 싫다니까~아」 달콤하게 허덕이는 소리를 내면서 조리대에 매달리는 모습으로 시로우를 받아들이고 있는 미츠오는, 금세 서있을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미츠오의 땀에 젖은 피부가 내뿜는 페로몬의 냄새는 점점 더 농밀해졌고, 뇌를 황홀하게 만드는 향에 잠기면서 미츠오의 안에서 문지르는 쾌감으로 시로우의 고록고록 목이 소리를 낸다. 「아아, 미츠오, 미츠오, 녹아버릴 거 같아……!」 「시, 시로우, 더는 안됏」 털썩 무릎을 무너트린 미츠오의 허리를, 아슬아슬하게 끌어안아 붙잡아줬다. 「아직 이제부터야」 「저, 정말이짓, 이, 이 호색한 고양이」 「좀 더 느끼게 해줄게」 붙잡은 허리를 원을 그리듯이 돌려주자, 미츠오는 힉 하고 고개를 젖히고 부들부들 다리를 떨었다. 「이 느낌이 좋아?」 「싫어, 싫엇, 아응!」 「좋은 거구나. 그럼, 이건 어때?」 허리를 돌릴 때마다 살짝 닿는 전립선의 단단한 응어리를 페니스 끝으로 문질러 괴롭혀주자, 미츠오는 「앗앗」하고 참을 수 없는 듯이 헐떡이다 「아앙」하고 사정했다. 꾸우욱 하고 조여들어서 시로우도 가버릴 것 같았지만, 이를 악물고 견뎠다. 「아, 아직, 좀 더 좋게 해줄게」 체위를 바꿔 두 번 더 보내주고서, 시로우도 내보냈다. 축 하니 가로누워 거친 숨을 쉬고 있는 미츠오에게, 「만족했어?」 라고 물어봤더니, 말씨가 풀어진 귀여운 어조로, 「바봇」 하고 대답해왔다. 「그런가, 아직 더 하고 싶은 건가. 그럼 이 계속은 베드에서 하자」 여러 가지 좋은 체위를 배운 게 아직 남아있지만, 딱딱한 바닥 위에서는 할 수 없는 게 많다. 「말도 안돼……이 이상 당한다면 죽을 거야」 「지쳤어? 그러면 조금 쉬자」 「그런 게 아니라니까!」 넘어져 있던 바닥위에서 힘이 들어가지 않는 목소리로 노성을 질러온 미츠오가, 「너……요 사흘, 어디서 뭘 했어?」 라고 시로우를 노려봐왔다. 제타들하고의 렉처는 미츠오에게는 비밀이니까, 두근거린 걸 얼굴에 드러내지 않도록 하면서, 「알파의 집에 가서 알파랑 사오리하고 얘기하고, 제타의 집에서 제타하고 얘기했어」 라고 얼버무렸다. 「헤에, 얘기를 말이지. 나는 또 예의 그 일족이 하는 식으로, H테크닉이라도 배워온 건가 생각했지」 두근두근했지만, 「그런 적 없어」 라고 대답하고, 「목욕할래. 준비할게」 라고 다이닝키친을 나왔다. 미츠오가 쿡쿡 웃는 것이 들려서, 뒤돌아서 「뭐야?」라고 물어봤다. 미츠오는 벗은 몸을 섹시하게 내던진 채, 웃긴다는 듯이 말했다. 「시로우는 거짓말쟁이인 주제에, 거짓말을 하는 게 무지하게 서툴다니까」 「거짓말 따위 안했어」 시로우는 그렇게 주장했지만, 「저기 말이지, 당황해서 자리를 달아난 시점에서 이미 들킨 거야」 라며 미츠오는 웃고서, 「자아, 바보 고양이, 자백해」 라고 오른 손을 들어서, 피스톨 모양을 만든 손가락을 시로우에게 돌렸다. 「말하지 않으면, 이번엔 내가 집을 나갈 거야」 「시그마한테로 갈 생각이야?!」 그만 아우성을 친 시로우에게, 미츠오는 쓴 약이라도 먹은 듯이 입가를 일그러트리고서, 「과연. 그런 건가」 라고 화를 내고 있는 어조로 토해냈다. 「그건 사고였다고 한 말, 아직도 믿지 않고 있는 거군. 그래서? 내가 시그마하고 바람을 피웠다고 얘기했더니, 알파랑 제타는 무슨 작전을 세워줬어? 아니면, 맞바람이라도 피우고 온 거야? 아니, 말 안 해도 돼. 들어봤자 별 수 없지. 너는 네가 느끼는 대로 밖에 생각하지 않으니까. 서로 대화할 여지 따위 없으니까 말이야」 미츠오는 굉장히 상처 입은 표정으로, (시로우가 나빠) 라고 책망하는 듯이 그 말을 해서, 시로우는 견디지 못하고 대답해버렸다. 「하지만, 미츠오가 시그마를 사랑하고 있는 건 사실이야! 미츠오는 시로우보다도 시그마를 좋아해! 미츠오는 시로우의 정처인데!」 「억지로 그렇게 당해서, 말이지」 미츠오는 미워 죽겠다는 듯이 시로우를 노려보며 말했다. 「그런 인권무시의 약탈혼 같은 걸 밀어붙여진 입장을, 어째서 내가 존중하지 않으면 안 되는 거야?! 분명히 말해서, 나는 너 같은 녀석하고 결혼할 생각 따위 추호도 없었고, 『정처』따위는 엿이나 먹어라! 라는 입장이야. 그런데 바람이고 개뿔이고가 어디 있어! 아아~, 그래, 시그마가 좋아! 어른에다 상냥하고 아름다워서, 나름대로 고양이 같은 면도 있지만 너처럼 완전히 고양이는 아니니까! 분명히, 내가 얘기하면 여러 가지를 이해해줄 거고, 이런 한심한 생각 따위는 하지 않고서 끝났을 거야」 시로우가 울컥하지 않았던 것은, 시그마가 좋다고 소리친 순간에, 미츠오가 뚝뚝 눈물을 흘렸기 때문이다. 얼굴을 덮은 손아래에서 슬픈 듯이 괴로운 듯이 미츠오는 눈물을 흘렸고, 시로우는 당치도 않는 실패를 해버린 것 같다는 걸 깨달았다. 하지만, 대체 뭘 잘못한 거지. 미츠오는 뭘 슬퍼하고 있는 거지. 화내면서 슬퍼하고 있는, 미츠오의 마음속은 어떻게 되어 있는 거지?! 알고 싶어! 아니, 알지 않으면 안돼! 미츠오, 가르쳐줘! 『그것』은 갑자기, 시로우의 머리 속에서 휘몰아쳤다. 몇 종류나 되는 격한 괴로움이 뒤죽박죽으로 서로 섞이면서, 시로우의 머리 속에서 폭풍우처럼 미쳐 날뛴다. 숨을 쉴 수 없어, 눈물이 나와, 괴로워, 힘들어! 누가 도와줘! 후웃후웃 하고 복근의 힘으로 억지로 호흡을 유지하면서, 시로우는 이를 악물고 머리 속의 폭풍과 싸웠다. 이건 뭐야……이건 뭐지?! 「시, 시로우?」 조심조심 불러온 미츠오의 목소리에, 힘을 주어 눈을 비집어 뜨고서, 흘러나오는 눈물 너머로 (도와줘!) 라고 호소했다. 「시로우? 어떻게 된 거야, 에?!」 기어서 다가와 시로우의 무릎을 손으로 흔들어대면서, 걱정스러운 듯이 시로우의 눈을 들여다봐온 미츠오와 눈이 마주쳤다. 그 순간, 알았다. 폭풍은, 미츠오의 마음. 『분함』과 『슬픔』과 『안타까움』이 뒤죽박죽 엉망진창으로 서로 섞여서 바로 방금 전까지 미츠오를 울리고 있었던, 미츠오의 마음. 미츠오의 괴로움……. 굳어있는 입과 혀를 움직여서, 「……괜찮아」 라고 말해줬다. 「시로우는, 괜찮아. 미츠오는? 이제 괜찮아?」 아니, 괜찮지 않다. 시로우가 갑자기 울어버린 것에 놀라서, 마음속의 폭풍을 잠시 잊고 있었던 것뿐이다. 그리고 시로우의 말은, 미츠오의 그 생각을 떠올리게 해버려서, 미츠오의 괴로움이 다시 시로우의 머리 속으로 흘러들어왔다. 하지만, 시로우는 이제 괜찮다. 이건 『감응(感應)』이라는 걸 알았으니까, 이젠 당황하지 않는다. 시로우는 미츠오를 안아 일으켜서, 좀 더 잘 들리도록, 어깨를 안은 미츠오의 머리에 머리를 가져다댔다. 그래, 당황하지 말고 사로잡히지 말고, 냉정하게 듣는 거야. 미츠오는 무얼 이렇게 괴로워하고 있지? 한 가지 생각으로 마음을 맑게 하는 사이에, 폭풍 속에서 몇 개의 말을 주워 꺼냈다. (나는 시로우가 좋은데……) (시로우의 캣크라운으로서 살아가겠다고 정했는데……) (나는 분명히 시로우를 좋아하는데!) (시그마도 좋아……) (안된다는 걸 알고 있는데……) (이건 불륜이야……) (허락해서는 안돼……) (하지만 시그마도 좋아……) (나는 시로우가 좋은데!) (이런 나는 최저야……!) ……미츠오가 자신이 바람을 피웠다고 자각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은, 시로우의 오해였다. 미츠오는 자기 마음의 흔들림을 깨닫고 있었고, 괴로워하며 고민하고 있었다. 시로우가 돌아오지 않았던 사흘간, 미츠오는 시로우가 자신의 불성실함을 깨닫고 집을 나간 것이라고 생각하고서, (시로우는 이제 돌아오지 않을지도 몰라) 라고 생각하며 겁먹고 있었던 것이다. 미츠오의 마음속에는, 말 외에 화상으로서 받아들일 수 있는 이미지도 있는데, 그것에 따르면 시로우는 남자다운 미청년이고, 시그마는 밝게 빛나는 플레어를 두른 신 같은 존재이고……미츠오 자신은 어째선지 쌀쌀한 흙색을 한 작은 도마뱀붙이였다. 아아, 그런가, 미츠오는 아직 그 콤플렉스에서 빠져나오지 않은 것이다. 자신은 매미랑 도마뱀처럼 재미없는 장난감에 지나지 않는다고만 하는, 그 기묘한 믿음을 미츠오는 아직 가슴 밑바닥에 가지고 있었다. 시로우에게 있어서 미츠오는, 기적의 그물로 손에 넣은 밤하늘에 떠있는 별의 강을 헤엄치는 황금색의 향어(香魚)같은, 멋진 존재인데. 미츠오는 인간 특유의 불가사의한 자기비하를 하고, 자신을 극히 하잘 것 없는 작은 동물처럼 느끼고 있다. 시그마랑 시로우에게 강한 동경과 연심을 품는 것과 동시에, 그 마음속에서는 무가치한 자신은 언젠가 버려질 게 틀림없다고 믿고 있고, 그 때가 오는 것을 너무나 무서워하고 있다. 그리고 시로우가 사흘간 집을 비운 것은, 미츠오의 그런 공포감을 밖으로 끄집어냈다. 매일 밤낮, 미츠오는 (시로우는 돌아오지 않은 걸까) 라고 계속 걱정하고, (혹시 돌아오지 않았다면) 하고 계속 겁을 먹고, 정말로 괴로운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시그마에 대한 연심은 닦아낼 수 없다 해도, 미츠오는 분명히 시로우를 사랑하고 있으니까. 알게 된 모든 것의 요점을 충분히 이해한 뒤, 시로우는 미츠오에게 「알았어」라고 말해줬다. 「뭘 말야」 눈물로 젖은 눈에 반항적인 표정을 띄우고 그런 대답을 해온 미츠오를, 「이제 알았으니까 걱정하지 마」라고 당겨 안았다. 「시그마는 누구나가 동경하는 특별한 존재야. 알파도 제타도, 미츠오가 시그마를 사랑하는 건 당연한 것이라는 의견이었어. 시로우도 그건 인정해. 단지 시로우는, 미츠오의 정식 남편으로서 미츠오의 마음속에서의 시로우의 순위가 1번이었으면 했어. 그 때문에 시그마한테 지지 않는 매력적인 남자가 되려고 생각했어. 아니, 시그마보다도 사랑받을 수 있는 남자로 말이야. 그래서, 알파하고 제타한테 어드바이스를 받으러 갔었어. 미츠오가 싫어진 것도, 바람을 피우러 갔던 것도 아니야. 믿어」 「……하지만, 나갔던 날, 화냈잖아? 내가 시그마를 모델로 그린 일러스트를 보고서……」 「그건, 미츠오의 첫 번째는 시로우가 아니라고 그림에 그려져 있어서, 슬펐던 거야」 「내 첫 번째는 시로우인데?」 미츠오는 믿어달라고 원하고 있는 목소리로 말해왔지만, 「그건 사실이 아니야」 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그게 아니라고, 몇 번을 말해야!」 「미츠오, 미츠오, 진정하고 들어줘. 시로우는 사실을 말하고 있어」 「그러니까, 그게 오해――!」 「기다려, 시로우가 말하게 해줘」 미츠오의 말을 가로막고서, 미츠오와 눈을 마주볼 수 있는 거리를 만들고서, 들려줬다. 「미츠오는 시로우의 캣크라운이니까, 시로우를 제일 좋아하지 않으면 안돼. 미츠오는 그걸 알고 있고, 노력도 하고 있어」 「노력이 아니라……실제로 분명히 좋아해」 「그래, 미츠오는 시로우를 좋아해. 그렇지 않았다면, 시그마를 좋아하는 것에 그런 식으로 괴로워하지 않아」 미츠오는 눈을 내리깔아, 눈꺼풀로 눈의 표정을 감췄다. 「……시그마에 대한 마음은 그저 동경이라고, 나는 생각해. 그 왜, 멋있는 영화스타를 동경한다든지, 그런 레벨로 말이야」 「그건 아니겠지. 미츠오의 시그마에 대한 마음은 사랑이야. 그렇게 인정하고 싶지 않아하는 마음은 기쁘지만, 사실을 사실로서 직시하지 않으면 안돼」 「하지만, 그런 걸 한다면 나는……그런 건 너에 대한 배신이고, 시그마한테도 폐를 끼치는 게 돼. 게다가 나는, 분명히 시로우도 좋아해!」 미츠오는 진지하게 말했고, 그렇기에 더욱더 시로우는 슬픈 기분에 덮쳐졌지만, 사실은 사실이라고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하지 않으면 길은 열리지 않는다. 시로우가 화나지 않았다는 걸 알게 하려고, 어깨를 끌어당겨서 가슴 속에 끌어안고, 미츠오의 귀에 맹세를 불어넣었다. 「걱정하지 않아도, 시그마보다 매력적인 남자가 되어서 미츠오의 첫 번째가 되어 보이겠어. 밤에도 낮에도, 언제나 미츠오를 만족시키고 시그마 따위는 생각할 수 없게 해줄 테니까」 「그런 거……몸이 못 견뎌」 살짝 눈가를 붉게 물들이며 안도한 마음을 달콤하게 피워 올리는 미츠오의 목덜미를 핥아주면서, 「미츠오를 만족시키는 방법은, 섹스뿐이야?」 라고 물어봤다. 「아니얏!」 「그러면, 달리 뭘 하고 싶어? 시로우는 아직, 미츠오가 즐거워하는 이야기를 하는 건 잘 못해. 어디로 나갈까? 여행은 좋아해?」 미츠오는 뚫어져라 시로우를 바라봐오고는, 쿡 하고 작게 웃었다. 「네가 그런 말을 꺼내다니, 무슨 바람이 분거야? 아니면 아츠오상들한테서 받은 어드바이스야?」 그리고서 조금 심술 맞은 눈빛이 되어서 덧붙였다. 「지금까지는, 그런 식으로 내 기분을 맞추려는 일 따위, 없었는데」 「그래?」 지금까지의 자신이 어떠했는지 생각해봤지만, 잘 알 수가 없었다. 「시로우는 미츠오가 좋아해줬으면 좋겠어. 시그마보다도 누구보다도, 시로우와 함께 있는 때가 즐겁다고, 미츠오한테 생각하게 하고 싶어. 그걸 위해서라면, 시로우는 뭐든지 할 거야. 미츠오는 시로우가 뭘 해줬으면 좋겠어? 미츠오가 바라는 건 시로우가 뭐든 이루어줄게. 지금, 하고 싶은 건 뭐지?」 미츠오는 생각하듯이 시로우에게서 눈을 돌렸다가, 「며칠씩이나 집을 나가거나 하지 마」 라고 자그만 목소리로 말했다. 「알았어. 더는 안 해. 그 외에는?」 미츠오는 더욱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 에로에로 같은 H는 싫어」 「각하」 라고 시로우가 대답하니까, 미츠오는 「얘기가 틀리잖아」라고 원망스러운 표정을 지어보였지만, 그건 미츠오의 본심이 아니다. 「에로 고양이라고 부를 거야」 라고 말해왔던 것도. 「미츠오는 굉장히 좋아했어. 그러니까 각하야」 「좋아했던 적 따위 없어」 빨개져서 그렇게 말한 미츠오는, 「그건 거짓말이야. 분명히 지금까지 없었던 좋은 냄새가 났어」 라고 말해주자, 더욱 더 빨개졌다. 「시로우 따위 싫엇」 그렇게 시로우에게 등을 돌려서, 「알았어 알았어, 이제 부끄럽게 하지 않을 테니까 화내지마」 라고 귀여워서 귀를 살짝 깨물어줬다. 「다른 건? 가고 싶은 곳이라든지, 가지고 싶은 물건은 없는 거야?」 「……도쿄미술관에서 하고 있는 명화전을 보러 가고 싶다……일까나」 「아아, 좋아. 가자」 즉답한 시로우에게, 미츠오가 묘한 표정을 지어서, 「무슨 일 있어?」라고 물었다. 「아, 아니……너는 예술관계에는 흥미 없잖아?」 「없지」 「그랬지」 「미츠오가 그린 그림을 보는 건 좋아하지만」 「혹시, 아츠오상들한테서 『데이트에 데리고 가』라는 소리라도 귀에 담아가지고 왔다, 든지?」 「이게 데이트인거야?」 「아, 아니, 별로」 실언했다는 표정을 지은 미츠오에게, 시로우는 기뻐하면서 말했다. 「그런가, 이런 것도 『데이트』인가. 깨닫지 못했어」 「그러니까, 별로 그런 의미는」 미츠오는 말하려다 항변을 포기했다. 투덜투덜 중얼거리는 투로 말했다. 「……너는, 아직도 일반상식에 어두운 부분이 있어」 「그러면, 명화전을 보고,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고, 호텔에서 잔다는 코스구나」 「각하!」 「왜지?」 「레스토랑이랑 호텔은 각하라고, 전에도 말했잖아?!」 「하지만 테이트라면, 호텔에서의 섹스까지가 코스잖아」 「그게 잘못됐다니까! 네 그 믿음은, 잡지 같은 데서 사들인 거지! 애당초, 남자 둘이서 호텔로 간다니, 나는 절대로 싫으니까!」 「그러면 여행은 못 하겠구나」 「이~봐~아~앗! 여행지에서 호텔에 묵는 거하고, 네가 말하는 『호텔로 간다』라는 의미는, 미묘~하게 틀린데 말이지」 「그런 거야?」 「그래!」 「알았어. 연구할게」 시로우의 대답에, 미츠오는 포기했다는 듯이 한숨을 내쉬어서, 시로우는 (착실히 공부하자) 라고 마음먹었다. 인간의 문화랑 사회적 약속은, 시로우가 지금까지 알았던 범위보다도 훨씬 속이 깊은 것 같다. -- 계속 [고양이 4] 왕 같은 고양이와 황금 물고기 (4) 왕 같은 고양이와 황금 물고기 (4) Written by 아키즈키 코오 그 날은 미츠오가 낮잠을 자버려서, 미술관에 가는 건 다음날로 연기되었다. 여러 가지가 혼합되어있는 것이 불쾌했던 명화전을 한바퀴 걸어서 보고난 즈음에, 미츠오가 「어땠어?」라고 물었다. 「아―……힘이 있는 그림하고 없는 그림이 섞여 있어」 「흐~응. 어떤 게 『힘 있는 그림』이라고 생각했어?」 「저거랑 저거는 힘이 느껴져. 하지만 그 옆에 거에는 힘이 없어」 「흐~응……하지만, 저것들하고 이건 똑같이 고흐의 작품인데?」 「그렇게 써있지만, 아마 플레이트가 잘못된 걸 거야」 「그럴 턱이 없어. 세장 모두 유명한 작품인데?」 시로우는 다시 한번 지긋이 세장의 그림을 봐봤지만, 「역시, 이건 틀려」 라는 결론이 나왔다. 「전해져오는 힘이 이 그림만 약하고, 힘의 질도 틀려. 아―……다른 인간이 흉내를 낸 그림은 아닌 거야?」 「그렇지 않아. 전부 분명히 고흐야」 그런 얘기를 서로 주고받고 있었는데, 뒤쪽에서 「실례지만」하고 말이 걸려왔다. 뒤돌아보기 전에 냄새로 노인이라는 걸 알았던 인물은, 적의를 포함한 눈으로 시로우를 바라봐오면서 말했다. 「자네는 이 고흐를 가작(假作)이라고 하는 건가」 아아, 과연, 하고 시로우는 생각했다. 「가작이라는 건, 이런 걸 말하는 건가. 한 가지 배웠어. 고마워. 미츠오, 갈까?」 「으, 응」 하지만 노인은 「기다려」라고 말하며 시로우의 팔을 붙잡아왔다. 「자네는 정말로, 이 고흐를 가작이라고 하는 건가!」 「그래」 라고 시로우는 대답했다. 「이 그림은, 그쪽 두장의 그림을 그렸던 것하고는 다른 사람이 그렸어」 시로우는 그걸로 얘기를 끝낼 작정이었지만, 노인은 집요하게 물고 늘어져왔다. 「대체 무슨 근거로!」 「근거?」 「분명히 고흐는 가작이 많은 화가이지만, 이 그림은 틀림없이 진작이라고 감정을 받은 물건이라구!」 「그럼 그 감정이 틀렸어」 「뭐야아?!」 「시로우, 네 착각이야」 미츠오가 소매를 끌어당기고 그렇게 속삭였다. 「그렇지 않아」 라고 대답했다. 「보면 알잖아? 이 그림과 저쪽의 두장하고는, 밀려나오는 힘이 전혀 틀려. 미츠오는 모르겠는 거야? 「모르겠어」 라고 시로우의 팔을 꼬집고서, 「죄송했습니다, 실례합니다」 라고 노인에게 머리를 숙이고, 시로우를 잡아당겨서 그 자리를 떠나려한 미츠오를, 「기다려」라고 막았다. 「미츠오도 제대로 보면 알 수 있을 거야. 시로우는 거짓말은 하지 않아」 그러는데 노인이 끼어들어왔다. 「자네들은 뭐하는 사람이지」 「학생이야」 「토아학원 대학 경제학부에 저는 2학년이고, 시로우는 1학년입니다」 「흐음」 반백의 머리카락에 미끈한 양복을 입은 노인은, 「와주게나」라며 등을 돌리고, 시로우들을 『관장실』이라는 플레이트가 걸린 방으로 데리고 갔다. 「저기이, 여기 관장님이십니까?」 라고 물어본 미츠오에게, 「그래」라고 말하고 명함을 건넸다. 권유받은 소파는 보기보다는 앉는 기분이 좋지 않아서, 그다지 재정상태가 좋지 않은 인상을 받았다. 「자네들은 미술관계의 학생인 거 아닌가?」 「아닙니다」 「매스컴과의 관계는?」 「아―, 제 부모님은 사진가와 일러스트레이터라서 관계가 있다고 한다면 있겠습니다만, 우리들은 별로. 그렇지, 시로우?」 「사촌이 패션모델을 하고 있지만, 그건 매스컴 관계자라는 말은 쓰지 않겠지」 노인이 희미하게 어깨를 떨구고, 시로우는 그가 그때까지 긴장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이유는, 「자네의 가작발언 말인데……실은 나도 남몰래 의심했었어」 라는 것이다. 「저 그림은, 다른 곳에서 빌려온 것이 아니야. 전임자 때에 우리가 사들인, 우리 미술관의 보물급 재산이지만, 나는 당초부터 가작이 아닐까라고 의심해왔어. 감정인도 속는 경우가 있다는 것은, 자네가 말한 대로 사실이지. 하지만 이 미술관은, 저것에 2억이나 되는 돈을 지불했어. 가작이었다고 할 경우, 굉장한 소동이 되겠지」 「그러니까, 의심은 하고 있어도 입을 다물고 있는 건가? 관장이라는 건 불편하군」 「분하지만 말이지. 저것의 구입을 결정했던 당시, 나는 부관장이었어. 가작의 의심이 있다는 내 의견을, 좀 더 큰 소리로 말해뒀더라면, 하고 후회하고 있지」 「그래서, 용건은 뭐야」 「아마 자네의 눈은 확실하다, 라고 말하고 싶었던 것뿐이겠지. 아무에게도 들리지 않을 장소에서 말이지」 관장은 그렇게 쓴웃음을 지었고, 즉 용건은 이제 끝났다. 관장실을 나왔을 때, 미츠오가 소곤소곤 말해왔다. 「나로서는 전혀, 저게 가작으로 구분되지 않았었어」 미츠오는 침울한 듯해서, 시로우는 위로의 말을 해줬다. 「인간은 눈에 의존하니까, 시로우들보다도 느끼는 힘이 약해. 미츠오가 못하는 게 아니야」 미술관을 나오려고 하는데, 미츠오는 하나 더 전람회를 하고 있는 걸 깨달았다. 「현대 아트전이라고. 아, 『그룹 청풍(靑風)』의 정기전이잖아! 굉장해, 올해는 이런 곳에서 하는 구나. 저기, 보러가자」 미츠오가 눈을 반짝여서, 『입장무료』라는 입구를 들어갔다. 명화전의 회장보다 훨씬 좁은 한 실에 100점 정도의 그림이랑 조각이 전시되어 있는 그곳은, 발을 디민 순간 따끔따끔하고 날카로운 분위기가 찔러왔다. 걸려있는 작품이, 각각 예리한 무언가를 방사하고 있었는데, 불쾌하다는 것은 아니지만 굉장히 시끄럽다. 이건 뭐지 라고 생각하고 있던 시로우에게, 미츠오가 말했다. 「그룹 청풍이라는 건, 신진기예의 젊은 아티스트들의 모임이야. 기합이 잔뜩 들어간 야심작들만 모였다는 느낌이지? 작년 전람회를 우연히 보고서, 굉장해~라고 생각했었어」 과연. 「이 따끔한 건 『기예(氣銳)』의 『야심』인 거로구나」 「에? 따끔 이라니……」 「느껴지지 않아? 솔잎에 찔리는 것 같은 느낌이야. 아플 정도는 아니지만」 「으~응……심장에는 따끔따끔하게 오는데」 시로우는 미간을 찡그렸다. 「심장은 위험해. 당장 나가자」 「기다려, 기다려」 미츠오가 웃으면서 손을 저었다. 「위험할만한 아픔하고는 틀려. 에에또 뭐랄까……감정적인 방면에서 『가슴이 아프다』라는 말은 알지?」 「미츠오가 시그마를 생각하고 있을 때, 시로우가 느끼는 그거지?」 「윽」 하고 미츠오는 아픈 듯한 표정을 짓고서, 「네네, 아마도」 라고 쓴웃음을 지었다. 「단지, 지금 오는 건, 아―……이런 걸 그리고 싶다거나 만들 수 있는 사람들에 대한 질투일까? 분수도 모르는 소리지만. 즉, 부러워서 가슴이 따끔따끔 거린다는 얘기야」 「미츠오도 전람회를 하고 싶다면, 하면 돼」 시로우는 진지하게 제안한 거지만, 미츠오는 풋 하고 웃어버렸다. 「하긴, 장소를 빌려서 작품을 걸어놓으면 분명히 『전람회』이기는 하지. 하지만 내 그림 따위는 아무도 보러오지 않아」 「그렇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 미츠오의 그림은, 여기에 있는 것들보다 기분이 좋아」 「아하핫, 그런 걸 보고 콩깍지라고 하는 거야」 미츠오는 이해할 수 없는 투로 말하고서, 옆의 벽에 걸려있는 그림을 가리켰다. 「저기, 이 에칭, 멋지다는 생각 안 들어?」 「안 들어. 무뚝뚝하니 뾰족해서 불쾌해」 「그런가아, 이 아이하라 마사키는, 몇 개나 되는 아트 콘테스트에서 상금을 딴 사람인데?」 「아아. 야심이 강한 인간의 작품이라는 건, 잘 알겠어」 그 남자가 시로우들의 뒤쪽에 다가와 있었던 것도, 시로우들의 대화를 들은 것 같다는 것도 깨닫고 있었다. 그러니까 남자가, 「그건 비방인 거겠지」 라고 말을 걸어왔을 때, 미츠오는 펄쩍 튀어 오르는 것 같았다고 할 정도로 깜짝 놀랐지만, 시로우는 별반 놀랄 게 없었다. 「아트의 가치기준을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서, 견해는 다르다고 생각해」 그렇게 대답하고, 「많은 칭찬을 얻는 것이 창작의 목적이라면, 이 그림은 충분히 목적을 달성하고 있다고 생각해」 라고 덧붙였던 것은, 남자가 이 그림의 작자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분위기가 공통되고 있다. 「무뚝뚝하니 뾰족한 느낌이라는 건, 이것에 담겨진 아이하라의 야심의 감촉이야. 시로우한테는 그런 오라는 불쾌하지만, 미츠오는 멋지다고 평가하고 있어. 그런 걸로는 불복인가?」 「……그러면 비방이 아니라, 칭찬을 받은 거라고 해석해두지」 아이하라는 시로우를 노려본 채로 말했지만, 머리 속에서는 다른 걸 생각하고 있는 눈빛이었다. 시로우하고 비슷한 키에, 나이는 25, 6일까? 너무나도 야심가 같은 날카로운 생김새를 하고 있고, 남성용 코롱에 복수의 여자의 냄새가 섞인 체취에서 보건데, 미츠오가 존경할 가치가 있는 인간은 아닌 것 같다. 「그런데, 자네는 동업자인가?」 라고 말을 걸어와서, 「학생이야」 라고 대답했다. 「미대생인가」 「아니, 경제야. 미츠오는 그림을 그리지만」 「저는 거의 낙서로 그리는 겁니다」 미츠오가 옆에서 끼어 들어와, 주저하며 말을 이었다. 「저기, 혹시 아이하라 마사키상이십니까?」 「잘 부탁해」 라는 아이하라의 대답은 예의를 갖춘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았지만, 미츠오는 순식간에 날아올라버린 것 같았다. 「처, 처음 뵙겠습니다! 작년에 청풍전 때 『볼레로의 리듬』을 보고서, 굉장해~라고 생각했었는데, 올해의 『인도신화』시리즈도 굉장히 멋있어요! 최근은 이 테마 하나로 나가시는 겁니까?! 개인전을 여실 예정이 있으시다면 꼭 보러갈 수 있게 되었으면 하는데요」 「아아, 부디. 내년 5월에 예정이 있어. 접수부 근처에 안내 엽서를 놔둘 테니까」 아이하라는 거만하게 그렇게 대답하고, 「그런데, 자네」 라고 시로우를 바라봤다. 「모델을 할 마음은 없나」 「없어」 「자, 잠깐, 시로우, 그렇게 당장 대답할 건 없잖아?!」 미츠오가 당황해서 수습을 하려고 끼어들어왔지만, 「시로우는, 아이하라의 그림은 좋아하지 않는다고 했어」 게다가, 미츠오를 아주 쌀쌀맞게 대했어. 멋진 얼굴 따위 보여줄 의리는 없어. 하지만 야심가 아이하라는, 약점을 찌르는 공격을 했다. 「그의 마음이 변하기를 기원하면서, 내 연락처를 넘겨줘도 괜찮을까」 그렇게 말하며, 미츠오에게 자기 명함을 건넸던 것이다. 「개인전 테마는 『신화』이지만, 꼭 그를 모델로 쓰고 싶어. 괜찮다면 설득해 봐주지 않겠나?」 미츠오가 두말할 것 없이 받아들일 걸 내다본 아이하라의 방법은, 아주 기분에 거슬렸다. 그래서 미츠오의 손에서 명함을 잡아들어 찌익 하고 두개로 찢고, 아이하라의 셔츠 포켓에 돌려줬다. 「시로우! 무슨 짓을!」 미츠오는 화를 냈지만, 시로우는 이런 인간과 교제를 할 마음은 없다. 「시로우는 미츠오의 모델 밖에 안 해」 라고 명함을 되돌려준 이유를 말해주고, 그 자리를 떴다. 「잠깐, 시로우?!」 「돌아가자」 회장에서 미술관의 현관까지 나왔어도, 미츠오는 아직 쫓아오지 않길래 「샤악!」하고 불만을 토해내고서 어쩔 수 없이 기다렸다. 인간의 모습으로 있는 것은 싫지는 않지만, 꼬리가 없다는 건 불편하다. 모피 모습이라면, 이런 노여움은 꼬리를 흔드는 걸로 발산시킬 수 있는데. 미츠오는 거의 5분이나 기다리게 해놓고 나서, 잔뜩 성이 난 표정으로 나와서는, 「너 말이야, 실례가 지나쳐!」 라고 시로우에게 달려들었다. 「실례인 것은 아이하라 쪽이야」 「너야, 너!」 「미츠오가 모처럼 칭찬했었는데, 냉정하게 대했어. 그건 무례해」 앗 하는 표정을 짓고서,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말이지」 라고 중얼거리고, 미츠오는 계속 화를 내야할지 기뻐해야할지 주저하고 있는 표정으로 시로우에게 등을 보이고서 길 쪽으로 걸어 나가기 시작했다. 한동안 말없이 걷고 나서 말했다. 「확실히, 그때는 울컥하고 왔지만. 그래도 나쁜 마음이 있었던 건 아니라고 생각해. 아―, 뭐라고 할까……아티스트라는 건, 저런 거잖아?」 「미오상이랑 아버님도, 저런 말투를 쓴다고 생각해?」 「……개인전 때는, 애교 만점으로 접대를 잘하지」 「그게 양식 있는 손님접대라는 거야」 「뭐……어. 하지만 시로우가 말하니까 웃긴데」 「왜지? 미츠오는 시로우가 인간의 상식이랑 양식은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는 거야?」 「그럼 아니야? 미안하지만 말이야」 「그런가. 책을 꽤 많이 읽었는데」 「책이라니?」 「『누구든 잘할 수 있는 사교술』이나 『사회인의 상식』이라고 하는 책을, 도서관에 있는 건 전부다 읽었어」 「거짓말, 어느 새에?!」 「미츠오가 진전의 서를 배우고 있는 동안, 시로우는 한가했어」 「낮잠만 자고 있는 것 같았는데? 아, 그러고 보니 도서관에 갔던 날도 있었구나」 「또 갈 거야. 시로우는 아직 배우지 않으면 안돼」 「그 이상, 머리가 좋아진다면, 내가 점점 더 기가 죽지만 말이지―」 미츠오는 그걸 굉장히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지만, 물론 시로우한테는 들렸기 때문에, 「미츠오의 첫 번째가 되고 싶으니까」 라고 말했다. 미츠오가 곤란하다는 눈빛으로 시로우를 바라봐서, 덧붙였다. 「미츠오는 『황금색으로 빛나는 그윽한 향의 물고기』야. 지금 시로우한테 있어서는, 밤하늘에 흐르는 별의 강에 살고 있는가싶게, 멀리에 있어 손이 닿지 않는 물고기지만, 꼭 붙잡을 거야」 「오늘도 덥기는 덥지」 라고 미츠오는 맑은 오후의 하늘을 올려다보고, 「……머리, 괜찮아?」 라고 시로우의 얼굴을 들여다봐왔다. 「뭔가 이상한 소리를 했어?」 「응. 손이 닿지 않는, 이라고」 「섹스는 해도, 미츠오의 마음을 독점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야」 해설해줬더니, 미츠오는 귀까지 새빨개져서 「쉿」하고 입에 손가락을 댔다. 「그런 소리를, 이런 데서 하지 마」 확실히 혼잡한 지하철 역 안이기는 했지만, 「근처에 일족은 없으니까, 아무한테도 들리지 않았어」 라고 대답했다. 갈아타는 역에서 숫자 선택식 복권의 판매대가 눈에 띄어서, 미츠오에게서 천 엔을 빌려 이번 주 분의 복권을 다섯 장 샀다. 알파는 감을 사용하면 간단히 맞출 수 있다고 했지만, 복권 같은 건 처음이라서 요령을 알지 못하기 때문에, 우선 다섯 장을 해보기로 했던 것이다. 「시로우, 복권 같은 거에 흥미 있었어?」 「알파한테 재력도 필요하다고 들었어」 「푸풋. 나도 돈은 가지고 싶지만 말이지, 1등에 당첨될 수 있는 확률은 몇 천만 분의 1인데?」 「그런가」 신청용지의 숫자를 선택하고, 돈을 지불한 복권을 받아들었다. 「와오, 캐리오버가 됐으니까, 당첨되면 4억이구나」 「그런가」 「당첨되면 한턱 쏴」 「알았어」 그리고 추첨일. 미츠오와 함께 저녁 장거리를 사러나간 김에, 마켓 근처의 복권판매대에서 추첨결과를 조사했다. 「에에또, 『03』『11』『17』『20』『31』『41』이래. 보너스 숫자는 『38』. 어때? 5등에 당첨된다면 천 엔이니까, 원금은 건지는 건데」 「아아, 맞았어」 과연 간단한 거로구나 라고 생각하면서, 복권을 미츠오에게 넘겼다. 「에―, 어디어디? 5등이라는 건 숫자가 3개가 맞으면……」 말하면서, 판매대 앞에 나붙어있는 추첨숫자와 시로우가 선택한 숫자를 비교하기 시작한 미츠오는, 점차 얼굴이 빨개져갔다고 생각했더니 스윽 새파래져서는, 소곤소곤하는 목소리로 말해왔다. 「저기……설마, 이거……1등 당첨이야?」 「아아. 2등하고 3등도 4등, 5등도 맞은 것 같은데」 「거짓말……」 미츠오는 흐느적흐느적 주저앉겠다 싶더니, 덥썩 시로우한테 달라붙어서는, 「지, 지, 집어넣어, 이거, 빨리」 라고 어째선지 필사적인 표정으로 복권을 시로우의 손안으로 밀어 넣었다. 「4, 4억하고 8천만하고 5백만이라는 건」 「합계는 4억9천7백23만9천6백엔이구나」 「쉿―, 쉿―」 미츠오는 입술까지 새파래져서, 빨리 데리고 돌아가는 쪽이 좋을 거 같았다. 복권판매대의 창구에 있는 여자한테, 「당첨금은 곧장 받을 수 있는 건가」 라고 물어봤다. 「어머, 맞았어요? 잘됐네요. 하지만 지불은 내일부터니까요. 5만엔까지라면, 이 창구에서 받으시면 되지만, 그 이상이라면 은행에 가주시면 됩니다―」 「알았어」 「자세한 건, 복권 뒤에 인쇄되어 있으니까요―」 「고마워」 돌아가려고 하자, 미츠오는 다리를 부들부들 떨고 있어서 도저히 걸어서는 돌아갈 수 없을 것 같다. 「업어줄게」 「시, 괜찮아, 걸을게」 「무리겠지」 「보, 복권, 제대로 챙겼어?」 「아아, 주머니에 넣었어」 「떨어트리거나 하면 큰일이니까, 확실히 챙겨둬」 「아아. 업는 게 싫다면, 안아서 갈게」 「노, 농담하지 마」 결국 택시를 타고 집까지 돌아왔다. 집에 돌아와서도, 미츠오는 당첨된 복권 때문에 마음이 들떠있어서, 「내일까지 어디에 넣어두면 안전할까, 금고는 없고, 저기, 어떻게 하지?1」 라고 소란을 떨기만 했지, 아무리 기다려도 저녁밥은 해주지 않아서 곤란했다. 「오메가하고 람다한테 받았던 다이아하고 함께 넣어두면 되겠지」 「그, 그랬다! 그것도 있었어, 그것도! 내 책상서랍에 넣어두면, 도둑이 봐도 진짜라고는 생각하지 못하겠지 싶어서 그대로 뒀었는데, 사실 그거 몇 천만짜리였지. 저기, 금고가게 아직 열었을까?!」 「진정해」 「하하, 하지만, 5억이라구?!」 「진정해!」 어깨를 붙잡고, 본의 아니게 샤악 하고 노성을 지르자 꾹 하고 입을 다문 미츠오에게 얘기했다. 「복권을 노리고 올만한 침입자가 있으면 시로우가 격퇴할 거고, 혹시 도둑맞는다면 또 다음 복권을 사면되는 거뿐이야」 「그, 그런! 복권에 당첨된다는 행운은, 평생에 한번 올까말까!」 「그런 거 아니야. 당첨되는 숫자를 사면되는 거니까, 당첨되는 건 간단해」 「그러니까, 그 『당첨되는 숫자』라는 게 말이야」 「시로우도 잘 몰랐었지만, 당첨되었다고 하는 건, 감을 사용하는 방법이 맞았다는 거야. 또 요령은 알았으니까, 맞추려고 생각하면 몇 번이든 맞출 수 있어. 그러니까, 저녁밥 해줘. 시로우는 배가 고파」 미츠오는 아직 납득하지 못한 표정이었지만, 어쨌든 저녁밥은 해주었다. 그날 밤, 미츠오는 「안전을 위해서야」라고 말하고 베개 밑에 넣은 복권만을 신경 쓰느라 섹스도 완전히 건성이라서, 시로우는 다음부터는 미츠오한테는 알리지 않고 돈을 모으기로 했다. 다음날 아침, 가장 가까이에 있는 제1권 은행에서 당첨 복권의 인수수속을 하고, 지불은 1주일 후라는 당첨금은 그대로 은행에 맡기기로 했다. 「자아, 이제 돈을 어떻게 쓰는가구나. 미츠오는 뭔가 가지고 싶은 거 없어?」 「으~응……뭐든 살 수 있는 금액이지만, 그렇게 되니까 도리어 가지고 싶은 게 생각이 나질 않아」 그렇게 머리를 긁은 미츠오는, 사양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복권을 산 자본금은 미츠오가 낸 거니까, 이건 두 사람의 재산이야. 반은 미츠오한테 권리가 있어」 라고 말해줘도, 「하핫. 하지만, 정말이야. 애당초 물건 욕심이 희박한 편인 거 같아서」 라고 얼버무려버린다. 미츠오가 염려하지 않고 돈을 사용할 수 있도록, 미츠오의 계좌를 만들어서 당첨금의 일부를 불입하려고 생각했지만, 은행원에게 반대를 당했다. 「당첨금에는 소득세는 붙지 않습니다만, 그걸 다른 분에게 양도하시면, 양도세가 발생해버립니다. 양도된 금액의 반 정도는, 세금으로 나가게 되는 거지요」 「흐음. 그건 그다지 기쁘지 않은데」 그래서, 그 주의 판매 분 복권을 두장 사기로 했다. 물론 당첨되었고, 한 장은 미츠오의 명의로 은행에 가져가서 미츠오 명의로 만든 구좌에 돈이 들어가도록 하고, 그 통장과 카드를 미츠오에게 선물했다. 「엣, 거짓말! 진짜로, 또 맞은 거야?!」 「이번에는 캐리오버가 없어서, 합계가 6012만4천5백엔밖에 되지 않았지만」 「그걸로도 충분히 거금이야. 평생 먹고 살 수 있겠잖아……」 미츠오는 한숨을 쉬듯이 말하고, 한동안 주저하고 나서 상담을 해왔다. 「저기이, 이 돈, 전문학교에 다시 들어가는 비용으로 써도 될까나」 「그건 미츠오의 재산이야. 쓰고 싶은 대로 쓰면 돼」 「응……시그마한테는 말했었지만, 나는 역시 그림을 그려보고 싶어」 「시그마한테는 말했어?」 흘러버릴 수 없는 말이었다. 「아―저기, 합숙 때 말이야. 시로우의 캣크라운이 되었으니까, 언젠가는 결혼해서 가족을 부양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하는 평범한 인생설계는 나랑 인연이 없어져 버렸으니까, 혹시 팔리지 않는다고 해도 그림을 그리는 일을 목표로 하고 싶다는 꿈을 꾸어 봐도 괜찮은 건가, 하고 상담해봤었어. 시그마한테는, 그건 시로우와 상담할 일이라고 들었는데. 어떻게 생각해?」 「미츠오는 그걸, 시로우보다도 먼저, 시그마한테 상담했던 거구나?」 그만 으르릉 하는 소리가 섞여버린 질문에, 미츠오는 (앗차) 하는 표정이 되었지만, 벌써 늦었다. 「아니, 저기, 마침 그런 얘기를 하는 분위기가 되어서」 라는 변명에 무슨 의미가 있지? 시로우의 눈빛을 보고, 미츠오는 떨었다. 「시, 싫엇, 아, 아래에는 엄마가」 시로우는 상관하지 않고 미츠오를 몰아붙여서, 베드에 내던지고 위에서 덮쳤다. 이 노여움은, 미츠오의 안에서 푸는 것 이외에는 해소되지를 않는다. 「미츠오는 시로우의 아내야」 「알고 있어, 하지만 들키면」 「그때는, 미츠오를 데리고 이 집을 나갈 거야. 두 사람의 집을 살 돈은 있어」 「알았어, 미안하다니까!」 미츠오는 그렇게 소리치고, 자기 쪽에서 키스해 왔다. ……처음으로. 시로우가 말했으니까 그렇게 한 게 아니라, 자기 쪽에서 먼저! 「미츠오……?」 「미안, 시로우」 미츠오는 한 번 더 그렇게 말하고, 다시 한번 키스해왔다. 그리고서 시로우의 목에 팔을 감고서, 시로우를 끌어안으면서 얘기하기 시작했다. 「응, 나도 말이지, 사실은 시로우한테 제일 먼저 상담해야만 한다고 생각했지만, 에에또, 화내지 마? 시그마하고 얘기하다가, 마침 우연히 그런 얘기가 그렇게 흘러가서 문득 생각한 걸 말해본 게, 상담이라는 느낌이 되어버린 것뿐이야. 계속 생각했었던 걸, 너한테는 말하지 않고 시그마한테 말했다, 라고 하는 게 아니야. 정말로 말이지, 얘기하다가 번뜩 생각이 나서 말했을 뿐이야. 나는 보통대로 나간다면, 결혼을 할 경우 가족을 부양할 입장이 되는 거지만, 시로우도 나도 남자니까 그 점은 어떻게 되는 걸까나 싶어서 물어봤던 게 계기였어. 하지만 시그마는, 『캣크라운에게 부양되는 것은 기둥서방이라고 하는 것이겠지』라고 말했어. 그렇다면 나는, 시로우하고 생활비를 반씩 부담할 수 있는 정도의 수입만 어떻게든 벌면, 내가 좋아하는 일은 뭐든 해도 되는 걸까나, 하고. 그런 얘기를 했던 거야. 아―또, 일족에게 있어서, 시로우의 캣크라운이 『팔리지 않는 화가』라도 상관이 없을까 라는 것도 물어봤었던가? 시로우는 일족의 직계 중에서도 주목받는 존재인 것 같으니까 말이지, 혹시 나한테는 시로우의 얼굴에 먹칠을 하지 않을만한 직업을 고를 의무가 있는 걸까나, 싶어서」 미츠오는 말하면서 끌어안았던 시로우의 머리를 기분 좋은 템포로 계속 쓰다듬었고, 그런 식으로 해서 회유할 생각이라는 걸 알았어도 어느새 시로우의 마음은 완전히 풀어져있었다. 미츠오는 요즘, 시로우를 다루는 게 능숙하다. -- 계속 --> [고양이 4] 왕 같은 고양이와 황금 물고기 (END) 왕 같은 고양이와 황금 물고기 (END) Written by 아키즈키 코오 시그마의 이름으로 초청장이 도착했던 것은, 8월의 끝 무렵이었다. 「시그마의 집에서 『견월원유회(見月園遊會)』……라니, 일족들 달맞이 파티인가?」 「세계 각지에서 주된 일족이 모이는 야회(夜會)야」 「휘유」 「1년에 한번, 각국에서 돌아가면서 열려」 「그럼, 시그마는 일본대회의 간사? 큰일이겠네」 「엽서를 한 장 줘」 「에?」 「결석 답신을 보낼 거야」 시로우가 그렇게 말했던 것은, 이 야회에는 가지 않는 쪽이 좋다는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츠오는 오해했다. 「저기이, 공사는 구분해, 남자답지 못하다구. 너한테는 일족의 직계로서 시그마한테 협력할 의무가 있는 거지? 나하고 시그마가 만나는 게 싫다면, 나는 사양할 테니까. 이런 모임에는 확실하게 얼굴을 내밀어야만 돼」 「기혼자가 혼자서 나가면, 사이가 나쁘다고 의심을 사」 「감기에 걸렸다든지 설사라든지 하는 걸로 적당히 얼버무리면 되잖아? 주된 일족이라는 건, 직계의 사람들은 모두 모인다는 거잖아? 이렇게 말하면 너는 이상하게 오해할지도 모르게지만, 외국에서 오는 손님 앞에서 시그마의 얼굴에 먹을 칠하는 건, 어른스럽지 못해」 미츠오는 그런 식으로 주장하고, 좋지 않은 예감이 든다는 시로우의 말에는 귀를 기울이지도 않는다. 「알았어. 그러면 미츠오하고 둘이서 갈게」 「그러니까, 나는 말이지」 「미츠오가 가지 않는다면, 시로우도 가지 않아」 「……앞으로 3년 정도, 나는 시그마하고는 만나지 않는 쪽이 좋지 않을까?」 「나란히 야회복을 새로 맞춰 입고, 기분 좋게 출석하자. 시로우하고 미츠오는 잘 되어가고 있는 걸, 시그마한테 뽐내 보일 거야」 「네네……오케이」 이리해서 9월의 만월 저녁, 시로우는 미츠오를 에스코트해서 시그마 주최의 원유회에 나갔다. 일족은 현재, 미국을 시작으로 하는 서구의 나라들하고 루마니아, 체코슬로바키아, 인도 등 18개국에 흩어져 살고 있다. 그 대부분은 변신능력을 가지지 않은 준직계로, 직계의 수는 합해서 70명이 되지 않는다. 모피 모습으로 태어난 직계의 수가 감소하고 있는 것은, 암컷 직계가 태어나지 않고 있는 데에 원인이 있다고 장로들은 말하고 있다. 알파가 유전자공학에 흥미를 쏟고 있는 것도, 그런 일족의 현 상황을 타파하는 실마리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묘(人猫)게놈의 해독부터 시작하는 본격적인 연구를 행하는 데에는, 인재가 부족하다. 직계랑 준직계, 방계까지 합해도, 일족 중에서 연구팀을 짤 수 있을 정도로 유전자학자를 배출하는 것은 불가능한 것이 현 상황이다. 지금의 감소경향이 더욱 진행된다면, 우리들은 조만간 은거한 채 절멸(絶滅)할 것인가, 인묘 일족의 존재를 인간들에게 공표하고 종족유지를 위한 조력을 구할 것인가 하는 양자택일에 몰리게 된다……그런 화제가 아무렇지 않게 다뤄지는 작금이었다. 그런 중에서, 시로우의 캣크라운이 동성인 미츠오라는 것은 일족의 어른들에게서는 새로운 두통거리로 해석되었다. 「캣크라운의 선택이라는 것이 불가항적필연으로서 발현하는, 컨트롤 불능의 정신작용이라는 것은 다들 잘 알고 있으니 말이지만」 영국에서 온 Sir. 힛콜리가 멋들어진 파이프의 흡구를 깨물면서 투덜거린다. 「샤이닝 피쉬에 대한 애정은 애정으로 치고, 빨리 제2부인을 가져주기를 바라고 싶네」 「나는, 일족 안에서의 혼인은 피하라는 관습은, 다시 볼 시기에 와있는 것이 아닐까 라고 생각해」 그런 소리를 꺼낸 것은, 독일에 재주하는 폰 게벨. 「그래서 꼭 그녀를 소개하고 싶은 거야」 대화는, 암묵의 예의로서 회장국의 말을 사용하고 있어서 시로우의 옆에서 칵테일을 핥아 마시고 있는 미츠오에게도 그때까지의 얘기는 들렸을 것이고, 미츠오의 앞에서 여성과 맞선을 보게 되는 것 따위는 절대로 싫다. 그러니까 시로우는, 「당분간, 애인을 가질 생각은 없어」 라고 소개를 거절하려고 했지만, 폰 게벨은 서둘러 그녀를 불러들여버렸다. 「혈통적으로는 충분히 자네와 걸맞는다고 생각해. 루마니아의 퀸 베르시다의 손녀, 프린세스 베르시다야」 시로우와 마찬가지로 조모는 직계라는 그녀는, 연령은 성인인지 아닌지 할 정도로 젊고 준직계치고는 굉장한 미인의 부류에 들어가지만, 아몬드형의 너무 선명한 눈도, 톡하니 솟은 코도, 너무나 붉은 입술도, 시로우의 취향은 아니었다. 「프린세스 벨, 이쪽이 소문의 프린스 시이타야. 만나는 걸 기대하고 있었지?」 폰 게벨의 재촉에, 베르시다는 긴장해서 싱긋거려보이지도 못하는 모습으로 말했다. 「네에, 굉장히. 상상하고 있던 것보다, 훨씬 멋진 분이시네요」 손을 내밀어 와서, 어쩔 수 없이 손을 잡고 냄새를 맡는 시늉을 했다. 베르시다도 시로우의 손을 끌어당겨서 냄새를 맡아서, 예의는 종료했다. 하지만 베르시다는 아직 시로우의 손을 놓지 않고, 미츠오에게 흘낏 눈을 돌리고 말했다. 「그가 소문의……?」 「시로우의 가장 사랑하는 캣크라운이야」 「남성으로 보여요」 「그대의 눈이 맞아」 「그런데 서로 사랑한다?」 「미츠오의 그윽함은 시로우를 지복(至福)의 포로로 만들고 놓질 않아」 「백부님께서는, 제2부인 후보로서 저를 소개하셨어요」 「시로우는 미츠오 이외는, 필요 없어」 「저는 당신이 좋아요」 「시로우는 싫어. 인간 여자와 똑같이 기분 좋지 않은 냄새가 나」 「너무해요」 그 순간, 베르시다의 몸에서 끈끈하니 달짝지근한 냄새가 피어올랐다. 시로우는 베르시다의 손을 놓고, 포켓에서 손수건을 꺼내 코를 덮었다. 이 냄새는 뭐야?! 화장품 냄새보다 지독해! 폰 게벨이랑 Sir. 힛콜리가 이변을 깨달았다. 「프린세스 벨? 왜 그러지?!」 「모르겠어요, 몸이 뜨거워……기분이……」 말하려던 그녀가 축 늘어져 바닥에 주저앉았다. 「시그마, 와줘! 환자야!」 노성을 지른 시로우에게, 베르시다가 하아하아 허덕이면서 손을 내밀어왔다. 도움을 청하고 있다. 어쩔 수 없어서 그녀의 옆에 무릎을 꿇고 앉아 손을 잡았다. 괴로운 듯, 매달려오듯이 팔을 붙잡아 오길래 가슴에 머리를 기대게 해서 받쳐주었다. 「시이타……아앗, 시이타님」 구역질이 날만큼 달짝지근한 냄새가 한층 더 세어져서, 시로우는 그만 숨을 멈췄다. 베르시다의 몸이 부들부들 떨리고, 「앗, 앗」하고 비명을 흘리며 몸을 비틀었다. 「시그마, 어디 있어! 빨리 나와 줘!」 테라스에라도 나가 있던 것 같은 시그마가 달려와서 안심한 순간, 그것은 시작됐다. 「벼, 변신이다……!」 「베르시다가 변신한다!」 「이게 무슨 일이야!」 「기기기, 기적이야!」 「쉿, 조용히!」 주위에 모여 있던 사람들의 놀라움과 환희의 소리가, 시그마의 한마디에 의해 긴장된 침묵으로 눌려 들어간 와중. 베르시다의 몸은 괴로워 몸부림치면서 서서히 골격의 형태를 바꾸고, 피부에서는 쫘악 검은색과 갈색과 하얀색 털이 생겨나고……. 30분후, 베르시다는 아름다운 삼색의 털을 가진 모습으로 다시 태어났다. 변신이 완전히 끝난 것을 보고, 시그마는 주위에서 수컷들을 물러가게 하고서 토우코를 불러들려 모피 모습에는 괴로울 꽉 조인 옷이랑 속옷을 벗기게 했다. 「프린세스 벨, 내 목소리가 들리나? 아아, 아직 말하는 건 무리겠지.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겠나? 좋아좋아, 착한 아이야. 너는 엄청난 기적을 일으켰어, 실로 엄청난 기적을 말이야. 지금 너는 너무나 피곤해서 졸리겠지. 느긋이 쉴 수 있는 어두운 방으로 데리고 가줄테니까, 한동안 쉬도록 해」 시그마는 시로우에게, 벨을 방까지 옮기는 역할을 시켰다. 모피 모습을 안아드는 것은 기묘한 느낌이었다. 객실중 하나로 데리고 들어가고, 뒤를 돌보는 건 토우코에게 맡기고 홀로 돌아왔다. 홀은 「건배!」「건배!」하는 목소리로 아주 소란했다. 폰 게벨이 날아와서, 시로우의 어깨를 붙잡고 훗훗 하고 흥분해서는 키스를 쏟아 부었다. 「이 무슨 일이람, 이 무슨! 저 아이가 아직 사랑을 해본 적이 없는 처녀인 것은 알고 있었지만, 설마 이런 기적이 일어나리라고는! 저 엄청난 발정의 냄새를 맡았겠지?! 마치 천국에 피는 『날개를 가진 향기』같지 않았나!」 「시로우는 숨이 막혀서 죽을 뻔 했어」 라고 말했지만, 폰 게벨은 시로우의 말은 귀에도 담지 않고서, 「자네가 일으킨 기적이야! 틀림없이 일족의 역사에 남을 멋진 남자라구, 자네는!」 하고 시로우의 등을 팡팡 두들겼다. 「어쨌든 서둘러서 결혼식의 날짜를 잡지 않으면 안돼! 자네들의 아이가 태어나는 날이 기대된다구!」 「시로우는 그녀를 아내로 맞을 생각이 없어」 「그럴 수는 없어! 자네는 베르시다의 캣크라운이야! 설령 그녀가 퀸의 길을 선택해준다고 해도, 최초의 교미 상대는 무슨 일이 있어도 자네가 아니면!」 「시로우한테는 그럴 마음 없어!」 연장자에 대한 예의는 무시하고 그렇게 큰소리를 질렀던 것은, 홀의 구석에서 어깨를 좁게 움츠리고 서있는 미츠오에게 들리게 하기 위해서였다. 「시로우의 아내는 미츠오뿐이야! 베르시다한테도 분명히 그렇게 말했어! 시로우한테는 미츠오 이외에는 필요 없으니까, 애인을 맞을 생각은 없어! 설령 백년 만에 태어난 귀중한 암컷이라고 해도! 그리고 시로우한테는, 이런 거부를 주장할 권리가 있어!」 시로우의 목소리는, 찌잉하니 조용해진 홀의 구석구석까지 울려 퍼졌고, 잠시 뒤 귀가 아플 정도의 엄청난 노호의 폭풍이 덮쳐왔다. 「권리의 문제가 아니야!」 「베르시다는 너를 사랑해서 변신했어!」 「너한테는 그녀의 마음을 받아들일 의무가 있어!」 「애당초, 아이도 낳지 못하는 인간 남자와의 결혼 따위는 무효야!」 「일족에 대한 의무를 다해!」 「베르시다의 바램대로, 교미해서 아이를 낳게 해!」 「바보 같은 동성결혼 따위 내던지고, 베르시다를 정처로 맞아들여야만 해!」 「미츠오는 하늘에서든 땅에서든 단 하나인, 시로우의 캣크라운이야!!」 라고 마주 소리를 질렀다. 「이 사실은 누구에게든 다를 거 없어!! 설령 『우리들을 낳은 선과 악을 행하는 남녀의 신』에게도!!」 「그렇다면 죽여!」 라고 아우성친 목소리가 계기였다. 「그래!」 「그래, 그래!」 「샤이닝 피쉬를 죽이고, 시이타에게 재혼의 의무를 주는 거야!」 시로우는 눈앞이 새카매지는 심정으로, 실수를 깨달았다. 왜 서둘러 미츠오의 옆으로 가있지 않았는지! 왜 미츠오를 혼자 놔두었지?! 변신은 시간에 맞출 수 없을 거라 판단해서, 사람의 모습인 채, 미츠오가 있는 홀 건너편을 향해서 돌진했다. 하지만 미츠오를 찢어발겨지지 않고 끝난 것은, 시그마들이 미츠오를 지켜주었기 때문이었다. 시그마와 알파와 제타가, 미츠오에게 덤벼들려고 하는 일족들에 대한 방벽이 되어서, 몸을 방패로 지켜주었기 때문이다. 「진정해, 제군! 머리를 식혀줘!」 시그마의 외침은 그들의 귀에 분명 닿았을 테지만, 아무도 제지에 응하려고는 하지 않았다. 밀고 밀리면서, 시그마들에게 달려들어서 미츠오를 보호하는 성새에서 끌어내려 하고 있다. 시로우는 재빠르게 옷을 벗고, 「카악!」하고 기합을 넣어 순식간에 변신을 마치고, 인간의 모습보다 훨씬 몸이 가벼워지는 모피 모습으로, 서로 얽혀 싸우고 있는 속에 뛰어들었다. 이빨과 발톱으로 아우성을 치며 몰려들고 있던 녀석들을 물러서게 하고, 미츠오가 있는 곳에 다다랐다. 「괜찮아?!」 「으, 응」 하지만 그 때에는, 공격자 몇 명인가도 변신해있었다. 「샤아아악!!」 하고 시로우는 위협했다. 「미츠오한테 발톱 하나라도 댔다가는 죽인다!!」 「카아악!」 「샤악!」 「우나~고~!」 적은 일단 여섯……하지만 시로우는 지지 않아! 시그마들에게 「미츠오를 부탁해」라고 말하고, 공격자들의 원진이 만들고 있는 좁은 결투장으로 발을 디밀었다. 아니, 이건 혈투다. 설령 상대를 물어죽여서라도, 시로우는 미츠오를 지킬 거야! 「샤악!」 하고 싸움을 걸어온 것은, 폰 게벨. 「카악!」 하고 응해서 머리를 낮추고, 덤벼들 타이밍을 노렸다. 아직이야……아직……. 「토우코, 서둘러!」 시그마의 외침이 한순간, 폰 게벨에게 틈을 만들게 했다. 몸을 구부릴 대로 구부렸다가 전신을 쭉 펴서 바닥을 걷어찼다. 폰 게벨도 온다! 드러낸 발톱을 혼신의 빠르기로 휘두르려고 했다. 그 눈앞에, 뭔가가 흩뿌려졌다. 「후갸악!」 하고 소리가 나왔을 때에는 그 날카로운 이상한 냄새는 코 안 깊숙이까지 찔러 들어가서, 시로우는 싸우기는커녕 코의 통증으로 바닥을 굴러다녔다. 하지만 소리도 나오지 않는 번민은, 동시에 안도감도 주고 있었다. 시그마의 여동생인 아름다운 토우코가 해준 초산공격은, 적들에게도 똑같은 고통을 주어주고 있는 것이 확실했기 때문이다. 「모, 못 참겠어」 라는 시그마의 안간힘을 내고 있는 듯한 비통한 소리에, 미츠오의 「잡아요!」라는 목소리가 겹쳐지고, 시그마는 미츠오의 도움으로 비통지옥(鼻痛地獄)에서 구출된 것 같다. 미츠오는 곧장 되돌아와서, 「이리와!」 라고 시로우의 겨드랑이 밑으로 손을 넣어 안고서, 질질 끌어내어 신선한 바람이 불어나가는 테라스까지 데리고 가주었다. 「괜찮아?!」 「아……아아」 「알파하고 제타를 도우러 갈 테니까, 여기에 있어!」 미츠오는, 일족보다 훨씬 둔한 후각을 강점으로 삼고서, 차례차례 두 사람을 구출해내오고난 뒤 어째서인지 또 홀로 돌아갔다. 그리고 질질 끌어내온 것은, 폰 게벨. 「괜찮습니까?! 당신도, 함께 직격을 먹어버렸지요. 이제 구호대가 와줄 테니까, 정신 차려요」 그런 격려를 했다고 생각했더니, 또 홀로 달려 들어가서 충격을 먹고 쓰러진 듯한 무리들을 계속 차례차례 밖으로 끌어내왔다. 그 사이에 토우코의 딸들이 와서, 초산의 격한 냄새에 당한 시로우들을 치료해주었다. 그렇기는 하지만 코에 닿은 젖은 타올은, 그만 날뛰어버릴 정도로 지독한 냄새였다. 그대로 들이키게 했던 건 냄새를 없애는 약이었던 듯, 세 사람이 달려들어 내리 눌러서 억지로 냄새를 맡게 하는 동안에 코가 아프지 않게 되었고, 놔주어서 정신을 차리고 보니 현기증도 두통이랑 구역질도 나앗다. 「어때? 효과가 있어? 백부님이 새로 개발하신 약향(藥香)인데」 「아아. 굉장한 효과야. 역시 시그마구나」 「이 뭐라 말하기 힘든 악취는 참을 수 없지만 말이야」 「사흘이나 몸져 누워있는 것보다는 나아」 눈물과 콧물로 범벅이 되어버렸던 얼굴을 핥아서 깨끗이 하고 있는데, 미츠오가 옷을 안고 다가왔다. 「야아, 부활했구나」 「시그마의 약향은 효과가 좋아」 「시로우로 돌아가서 옷 안 입어?」 「싫어」 「모두, 완전히 전의를 상실한 것 같은데?」 「시로우는 아직 방심하지 않아」 그러고 있는데 옆에서 구르고 있던 알파가 말해왔다. 「미츠오는 『마음 넓게 화롯가의 온기를 나눠준 정겨운 영웅』의 행동을 했으니까. 혹시라도 아직 미츠오한테 발톱을 세우려고 하는 자가 있다면, 그 녀석은 『도리도 정의도 이해하지 못하는, 악덕의 멍에에 끌려서 수치를 당해야할 타락자』라는 게 되지」 전진의 서의 시문을 인용한 알파의 말에, 저쪽에서 구르고 있던 폰 게벨이, 「『우리들 긍지를 아는 자는, 슬픔과 모멸을 침묵으로 감싸, 수치를 모르는 타락자에게 등을 돌리는 길 뿐』」 이라고 인용부분의 맺음말을 말하고서, 말을 이었다. 「시이타의 주장을 납득한 것은 아니지만, 샤이닝 피쉬에게는 두 번 다시 손을 내밀지 않겠다고 맹세하지」 「당연하지」 시로우는 대답하고, 미츠오에게 끄덕였다. 「옷을 입을래」 그날 깊은 밤, 겨우 몸 상태가 돌아온 시그마를 의장으로, 회의가 거행되었다. 출석자는 직계의 일족만으로 한정되어서, 미츠오는 토우코의 방에 있도록 했다. 회의 중에는 인간의 모습으로 돌아간 베르시다도 참가했는데, 아직 희미하게 몸에 두르고 있는 저 달짝지근한 발정의 체취가, 시로우 이외의 모두를 들썩거리게 하고 있었다. 「베르시다의 변신은, 준직계의 여성이 가진 경탄할만한 가능성을 증명했다. 그 일은 충분히 높이 평가받지 않으면 안돼」 시그마의 그런 말로, 회의는 시작되었다. 「이후로, 일족 내에서의 맞선이 적극적으로 행해지게 되겠지」 「물론, 혈연이 먼 자들끼리라는 배려는 필요하지만」 이라고 말한 목소리가 점차로 올라갔다. 「우선 오늘 밤은, 시이타와 베르시다의 일에 대해서 얘기하도록 하지」 시그마가 얘기의 방향을 잡고, 시로우를 바라봤다. 「시이타는 이번 봄에 막 성인이 되어서, 아직 미츠오 이외에는 눈을 돌릴 수 없는 시기에 있어」 그리고서 베르시다에게 눈길을 돌리고 말했다. 「시이타의 마음이 가라앉고, 귀녀(貴女)의 마음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되는 때까지, 한동안 기다릴 생각은 없나」 베르시다는 휙하니 턱을 들어올리고 대답했다. 「그런 건 제 프라이드가 허락하지 못합니다」 「그럼, 어떠한 해결을 바라지? 대리를 세워서 시이타에게 결투를 신청하고, 시이타가 흘린 피를 그대의 사랑의 대상(代償)으로 받아들이겠나?」 「그런 게 무슨 도움이 됩니까? 벨은, 시이타에게 『불과 물과 재칼의 시련』에 따른 결의의 증명을 요구합니다」 수군수군하고 서로들 얼굴을 맞댔다. 「미츠오 이외의 처는 필요 없다고 한다면, 그걸 제 눈앞에서 증명해주세요. 내가 요구하는 세 가지 시련에 견디지 못한다면, 제 마음을 받아들여 아내로 삼아주세요. 그게 벨이 바라는 해결입니다」 「시이타, 어떤가?」 생각할 것까지도 없이, 대답은 정해져있다. 「받아들이겠어」 「그러면, 그렇게 하도록. 『전진의 서』 시편 3의 관습에 따라, 이 경우의 재칼은 열 마리가 된다」 「좋아요」 「이의가 있는 자는 없는가」 알파와 제타가 손을 들었다. 「재칼 열 마리는 사형과 매한가지. 애시당초 베르시다의 사련(邪戀)이야. 재칼은 다섯 마리가 적당하다고 생각해」 폰 게벨이 반론에 나섰다. 「죽고 싶지 않다면 기브업이라는 방도가 있어. 베르시다는 목숨과 똑같은 무게인 『첫 번째 사랑』을 걸었어. 열 마리가 당연해」 「시로우도 이의는 없어」 그리고 얘기는 결정되었다. 불과 물의 시련은 테라스에서, 재칼의 시련은 홀에서 행하기로 결정되고, 준비가 시작되었다. 준비가 갖춰지는 것을 기다리고 있는데, 알파와 제타가 다가왔다. 「무슨 일이 있어도 할 거야?」 「아아. 베르시다의 마음이 변하지 않는 한은」 「그럼 적어도, 맨 첫 번째는 『물의 시련』부터 시작해. 그거라면, 정신을 잃은 것과 동시에 끌어올려지니까, 그다지 데미지는 남지 않아」 알파가 말하고, 제타도 끄덕였다. 「그녀가 도중에 마음을 바꿀 가능성은 높아. 아무리 뭐라고 해도 여자니까. 작전으로서, 100퍼센트 확실하게 화상을 입을 『불의 시련』보다, 물을 먼저 해야만 해」 시로우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베르시다는 『불과 물과 재칼』이라고 지정했어. 첫 번째는 『불』이야」 「그렇다면 적어도 모피 모습으로 해. 털이 조금은 불꽃을 막을 거고, 손도 빨리 움직일 수 있어. 이렇게, 샥 하고 주워서 꺼내면」 「시로우는 확실하게 붙잡아서 꺼낼 거야」 「고집불통 같은 자식!」 제타가 화가 난 얼굴로 토해내고, 알파는 질렸다는 식으로 한숨을 쉬었다. 「괜찮겠지, 멋대로 해」 그리고 두 사람은 자리를 뜨고, 시로우는 상의를 벗고 준비를 했다. 불의 시련의 준비가 끝난 냄새가 났기 때문이다. 불의 시련은, 방법상으로는 단순하다. 모닥불에 던져 넣어진 밤 열매를 맨손으로 잡아서 꺼내면 된다. 그것이 『시련』이라고 불리는 것은, 이글이글 타오르는 불꽃을 바라보며 그 안에 손을 넣어서 달궈진 밤을 잡을 만큼의 용기가 있는지 어떤지를 시험당하기 때문이다. 세 방향에 연못을 바라볼 수 있는 테라스 한가운데에, 바비큐용의 간이 석쇠가 놓이고, 잔뜩 쌓아올려진 마른가지가 성대한 불꽃을 피워 올리고 있었다. 심판은 시그마와 3인의 장로들, 입회인은 구경하고 싶은 자 전원이다. 「베르시다, 준비는 이걸로 됐나?」 시그마가 불꽃이 타오르는 정도에 대한 의견을 묻자, 베르시다는 「됐습니다」라고 끄덕였다. 「그럼, 이 과실을 불 속으로」 밤의 열매는, 시로우가 보고 있는 앞에서 불 속에 던져 넣어지고, 시로우는 밤 열매가 떨어진 장소를 눈으로 확인하고서 셔츠의 소매를 말아 올렸다. 불꽃이 뿜는 엄청난 열이 얼굴을 익힌다. 「바보 같은 짓은 그만둬!」 라는 새된 외침에 얼굴을 들었다. 미츠오가 와있었다. 「얌전히 보고 있어」 라고 말하고, 미츠오를 데리고 온 장본인인 듯한 알파와 제타에게 「방해하게 하지 마」라고 부탁했다. 「그만둬줘! 너희들 일족은 꼭 일부일처제가 아니니까, 그녀를 받아들이면 되잖아! 나는 세컨드라도 전혀 상관없어! 부탁이니까 그만둬!」 시로우는, 제일 불꽃이 강한 부근에서 달궈지고 있는 밤으로 눈길을 돌리고 숨을 가다듬었다. 불은 무섭다. 노려보고 있는 것만으로 몸의 털이 거꾸로 서고, 다리랑 허리가 흐물흐물 무너져버릴 정도로 무섭다. 하지만, 할 거다. 들이킨 숨을 멈추고, 불꽃 안으로 손을 넣었다. 갑자기 작렬하는 발톱이 피부를 물어뜯어, 살이 타는 고통에 한꺼번에 땀이 뿜어져 나왔다. 피부가 타서 살이 그슬리는 냄새를 맡으면서, 모닥불 바닥으로 손을 뻗었다. 밤 열매는, 일단 붙잡았던 손가락에서 빠져나가 더 안쪽으로 굴러 떨어졌지만, 주워들겠다고 마음먹은 시로우의 의지로부터 달아나지는 못했다. 손 안에 꽉 쥐고서 불꽃에서 팔을 빼고, 주운 구워진 밤을 베르시다에게 내밀었다. 「틀림없지?」 「……네, 네에」 「그럼 받아」 베르시다는 밤을 손에 받아든 순간, 「꺅!」 하고 내던졌다. 뜨거웠던 것이다. 「베르시다, 시이타가 불의 시련을 클리어 한 것을 인정하나?」 「……인정합니다」 「심판들도 이의는 없는가?」 「없음」 「없음」 「그럼 다음은 『물의 시련』이야. 베르시다. 계속하겠나?」 「네, 네에」 「장소는 이 연못이면 되겠나?」 「됐습니다」 「더는 그만 둬! 시그마, 그만두게 해주세요!」 미츠오가 울먹이는 목소리로 소리쳐왔지만, 알파들이 붙잡아주고 있으니까 방해는 할 수 없다. 시로우는 테라스의 난간을 뛰어넘어서, 연못으로 들어가, 몸을 뒤로 젖혀 물 바닥에 몸을 담근다. 이 시련도 방법은 간단하다. 물에 잠겨서 숨을 쉬지 못하는 괴로움을 견디고, 정신을 잃을 때까지 참을 수 있으면 클리어. 괴로움에 져서 도중에 떠올라버리면, 기브업 한 게 된다. 하지만 『불의 시련』보다 약간 어려움이 있는데, 즉 부력이 방해를 하는 것이다. 게다가 물론, 괴로움에 져서 폐에 물을 들이켜 빠져 죽을 가능성도 있다. 물 바닥에 드러누워, 시로우는 기울기 시작한 만월의 빛을 의지해서 찾아낸 수련의 뿌리를, 두 손으로 꽉 움켜잡았다. 이걸로, 이 손을 놓지 않는 한, 몸이 멋대로 떠올라버릴 일은 없다. 숨을 쉴 수 없는 괴로움은, 고동에 맞춰서 200까지 세고 나서부터 단숨에 격하게 늘었다. 전신의 세포가, 환기를 구하며 몸부림치고 있다. 질식사의 공포가 (기브업 해) 라는 속삭임과 함께 기력을 갉아먹는다. 시로우는 수련의 뿌리를 붙잡은 손에 힘을 넣고, 필사적으로 견뎠다. 하지만, 복근이 떨리기 시작하고, 폐의 아픔에 견딜 수 없어져서, 푸확 하고 숨을 토해내 버렸다. 그렇게 내어 쉰 숨이 거품이 되어서 수면으로 올라간다. 「시로우, 시로우――! 이제 그만둬! 죽어버린다구! 그만둬줘――!」 괜찮아, 미츠오, 그러니까 울지 마. 울지 말고, 시로우가 이기는 걸 기다려줘. 갑자기 스윽 몸이 편해져서, 시로우는 허둥지둥 양손을 확인했다. 괜찮아, 수련의 뿌리는 놓지 않아. 이 시련은 이제 곧 끝날 거야……. 찌잉 하고 콧속을 찌르는 아픈 냄새에, 눈을 떴다. 「의식이 돌아왔어」 시그마의 목소리가 말하고, 「베르시다, 시이타는 『물의 시련』을 클리어 했다고 인정하나?」 라고 말을 이었다. 베르시다의 대답은 들리지 않았지만, 시그마가 이어서 심판들에게 의견을 구하는 걸 보면, 그녀는 클리어라고 인정한 거겠지. 시로우가 눈을 뜨자, 들여다봐온 알파가 말했다. 「12분 40초다. 세계기록이야」 「『재칼』의 기록은 몇 초야?」 라고 물었다. 「열 마리를 공격을 클리어 한 건, 『위대한 왕도를 세운 바다스타트 영웅왕』뿐이야」 「그러면 시로우가 두 번째야」 일어나서 몸의 상태를 조사하고, 물을 먹어서 무거운 옷을 벗었다. 「시이타는 준비가 된 것 같군」 시그마가 말하고, 베르시다에게 물었다. 「제3의 시련의 실행을 바라는가?」 「물론, 바랍니다」 베르시다는 떨리는 목소리로 그렇게 대답했고, 시로우는 홀로 향했다. 테라스에서 모습을 감췄던 미츠오는, 활짝 열린 현관홀의 도어쯤에 서있었다. 양 옆구리에 알파와 제타가 붙어서, 미츠오의 팔을 꽉 붙잡아주고 있다. 「그러면 『재칼의 시련』을 행하도록 하지. 룰은, 시이타가 미츠오가 있는 저 출구까지 가서, 홀을 나갈 수 있으면 클리어야. 베르시다, 이의가 있나?」 「아니요, 괜찮습니다」 「재칼 역할의 준비는 됐나?」 「우나~오」 「나오~」 「시험하는 자, 그리고 시험당하는 자에게 고한다. 어쩌면 눈이 도려내어지고, 뼈가 부러지고, 최악의 결과로서 죽는 자가 나왔을 경우도, 이후 일체의 원한은 없을 것을 맹세해라」 「맹세해!」 「그럼, 개시다」 『재칼의 시련』은, 시련을 받는 자는 사람의 모습인 채, 모피 모습인 직계들과 싸운다. 물론, 인간형과 모피형으로는 전투력에 격차가 있지만, 목숨이 아까워서 변신을 하면 기브업으로 보이게 된다. 재칼 역은 전원지망자로 구성되는데, 시련을 클리어 하게 하는 것은 심각한 치욕이니까 진심으로 공격을 해온다. 과거의 예로는, 도중에 기브업 한 자 쪽이 압도적으로 많지만, 끝까지 싸우기를 선택해서 참사한 자도 있다. 「시로우, 시로우, 안돼, 시로우~!」 미츠오가 울며 소리치면서, 알파들의 손에서 빠져나오려 몸부림을 치고 있다. 시로우는, 「거기서 기다리고 있어」라고 웃는 얼굴과 키스를 날려 보냈다. 구경을 하려고 벽가에 늘어선 사람들과 열 마리의 『재칼』들이 기다리는 홀로 발을 들이밀었다. 날카로운 갈고리 발톱과 강력한 이빨, 그리고 빠른 동작과 점프력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재칼』들을 쓰러트리는 데는, 눈이랑 코라는 일격으로 데미지를 줄 수 있는 약점을 공격하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시로우는, 눈을 망가트려서 평생 상처가 남는 방법은 취하고 싶지 않다. 따라서 노리는 건 코다. 클리어 조건은 홀을 가로질러 건너편 출구까지 도착하는 것이니까 일부러 전원과 싸울 필요는 없지만, 인간의 모습과 모피 모습으로는 대시의 스피드도 차이가 있으니까 내달려서 끝낼 수 있을 만한 일도 아니다. 맨 처음으로 달려 들어온 Sir. 힛콜리는, 별것 아닌 공격을 해 와서, 허점투성이인 코끝에 주먹을 박아 넣는 것은 간단했다. 「후갹!」 하고 몸을 웅크린 Sir. 힛콜리를 뛰어넘어서, 두 마리째가 덤벼왔지만, 그가 공중에 떠있는 동안에 몸을 피해 옆구리에 몸으로 부딪쳐서, 시로우의 아래쪽이 되어 바닥에 떨어진 그의 코를 퍼버벅 세게 때려주고, 승리. 「좀 하는 구나, 꼬맹이!」 미워 죽겠다는 듯이 소리를 질러온 것은, 쿠시. 전에 싸웠을 때는 시로우가 이겼지만, 이번에도 이길 거다! 쿠시와의 승부를 결정지은 것은, 팔보다도 긴 다리를 사용한 걷어차기였다. 「하갸갸갹!」 하고 바닥에 뒹굴어대는 쿠시 다음은, 쌍둥이 형제인 뉴. 캣크라운을 얻지 못해 성인이 되지 못했던 뉴는, 홋카이도의 산 속에서 사슴이랑 토끼를 사냥하며 살고 있다. 그 손에 익은 공격에는 틈새도 무모함도 없어서, 시로우는 마침내 왼쪽 뺨과 오른쪽 옆구리가 찢어지고, 왼쪽 어깨도 깨물렸다. 뉴가 오른쪽 팔 앞을 깨물어온 것이 찬스가 됐다. 이빨이 팔에 먹혀든 순간, 시로우는 왼손으로 뉴의 귀를 붙잡아, 깨물린 팔과 왼손으로 머리를 붙잡고 뉴의 코를 꾸악 깨물어서 쓰러트렸다. 이걸로 네 마리. 하지만, 미츠오까지는 아직 멀다. 게다가 남은 여섯 마리는 공동전선을 펴왔다. 빙 둘러싸서, 원 안쪽으로 밀어 넣어 차례차례 공격을 해 와서, 그만 저항하지 못하고 쓰러졌다. 포기하지 않고 힘이 있는 한 싸웠지만, 두 발을 내리눌려지고, 두 팔도 깨물려 눌려진 시로우에게, 우랄에서 온 슈샤프가 「기브업 해」라고 몰아세웠다. 「싫어」 「그러면 물어죽일 거다」 「시로우는 안 죽어」 「그럼 시험해 봐주지」 덮치고 있는 다섯 마리를 어떻게든 뿌리치려고 날뛰었지만, 슈샤프의 이빨을 막을 방법은 없었다. 목덜미를 꽉 깨물려서 숨이 멎었다. 슈샤프의 이빨은 살에 먹혀들어오지는 않았지만, 기도를 짓눌려서 숨을 쉴 수가 없다. 이대로라면 질식해서 정신을 잃고, 기절한 시점에서 시로우의 패배가 된다. 그건 곤란해! 하지만, 이젠……무리인가? 그때였다. 「우왓!」 「왁?!」 하고 놀라는 소리와, 「시로우!」 라는 미츠오의 외침과 탁탁탁 달려오는 발소리가 들리고, 「바보 고양이! 시로우를 놔!」 라고 지른 노성과 함께, 시로우의 목을 깨물고 있는 슈샤프의 입에 미츠오가 손을 찔러 넣은 걸 알았다. 「놔! 놓으라구! 빌어먹을, 먹어랏!」 미츠오는 슈샤프의 귀를 깨물어서, 설마 하던 행동에 위축된 그의 입을 두 손으로 비집어 열어 눌러 젖히고, 자기 몸으로 시로우의 목덜미를 지킬 작정으로 확 하고 목에 달라붙었다. 「빌어먹을 고양이들, 비켯! 시로우는 내 소중한 연인이야! 빨리 놔, 꺼지란 말야!」 시로우의 목을 감싼 채, 미츠오는 시로우를 붙잡고 있는 녀석들을 비어있는 쪽 손으로 쥐어 패고, 발로 걷어차고 하면서 어떻게든 시로우를 놓게 하려고 분투했다. 「미츠오, 그만둬, 미츠오!」 시그마가 외치는 것이 들렸다. 「네가 끼어들어서는 『시련』은 페어가 아니게 돼!」 「원래부터 페어가 아니었잖아요! 1대 10이 어디가 페어야!」 미츠오는 거칠게 대답했다. 시그마를 상대로 말이다. 「이 망할 고양이 자식들, 이제부터는 내가 상대야!」 「그건 안돼, 미츠오!」 「시끄러! 우리들은 부부니까, 둘이서 한 세트야! 시로우를 죽일 거면 나도 같이 죽여! 시로우하고 죽는 거라면 바라는 바니까!」 「미츠오, 그건 안돼」 시로우는 말했다. 「거길 놔줘. 이래서는 시로우는 기브업 한 것과 마찬가지가 되어버려」 「닥쳐!」 하고 미츠오는 아우성쳤다. 「닥쳐, 닥치라구! 기브업 하면 되잖아! 삼색이 벨이 안기고 싶다고 하면, 안아주면 돼! 네가 죽어버리는 것보다는 훨씬 나아! 죽는다는 건, 네가 이 세상에서 없어져버리는 거잖아?! 그렇게 되느니, 나는 세컨드가 되든 써드가 되든 그쪽이 나아! 훨씬, 훨씬 낫다구! 너를 좋아해! 죽길 바라지 않아! 부탁이니까 알아들어먹으란 말이얏!」 「하지만 시로우는, 베르시다의 냄새에는 절대 발기하지 않아」 그렇게 실질적인 문제를 말해줬다. 「그, 그런 건, 어떻게든 될 거 아냐? 어떻게든 해!」 「시로우는 싫어」 「정말, 이 바보자식에 고집불통 고양잇!」 미츠오는 신음하고, 끌어안고 있는 시로우의 머리에 머리를 밀어붙여왔다. 「그럼, 어쩔 수 없지. 여기서 둘이서 죽는 거야」 「왜 미츠오까지 죽지?」 「살아있는 동안 나는, 이렇게 너를 지키고 놓지 않을 테니까」 물론 그건 현실적이지 않았다. 비력한 미츠오를 잡아 뜯는 것 따위, 재칼들에게 있어서는 간단한 일이다. 애당초, 슈샤프들은 시로우가 지도록 하고 싶은 것뿐이지, 죽일 생각은 없다. 하지만 미츠오의 각오만큼은 기쁘다. 「그렇게 시로우가 좋아?」 라고 물어봤다. 「사랑해」 라는 뜨거운 속삭임이 돌아왔다. 「단세포에 왕 바보 고양이지만, 이 세상 누구보다 시로우가 좋아」 「그런가, 그러면 시로우도 죽어도 좋아. 더는 미츠오를 안을 수 없게 되는 건 유감이지만」 「바, 바봇」 그 순간, 미츠오는 갑자기 발정했다. 머리가 어찔해졌을 정도로 강한, 달콤하고 그윽한 미향(媚香)이 미츠오의 전신에서 후왁 하고 흘러나와서, 시로우의 페니스는 단숨에 임계치까지 발기했다. 「죽기 전에, 할래」 라고 제안하고, 다리를 내리누르고 있던 두 마리를 힘을 다해 걷어찼다. 팔을 누르고 있던 두 마리도, 배에 올라타 있던 녀석도 뿌리쳤다. 「샤악!」 하고 외쳐온 슈샤프에게 「카악!」하고 되받아 소리쳐주고, 미츠오를 옆으로 물러나게 한 뒤 돌진해온 코끝을 걷어찼다. 갸앙~하고 몸을 만 그가 미츠오의 발치로 넘어져서, 허둥지둥 꼬리를 잡고 집어던지고는 미츠오를 당겨 안았다. 안아 들어서 출구로 향해 대시하고, 그대로 2층으로 달려 올라가 제일 가까이 있는 방으로 달려 들어갔다. 윽, 1인용의 좁은 베드이지만……뭐어, 좋아! 미츠오를 베드에 내려놓고, 달려들었다. 「기다려! 잠깐 기다리라니깐!」 「못 기다려!」 「사, 상처가, 피투성이로!」 시끄러운 입을 키스로 막고, 당장이라도 폭발할 것 같은 페니스를 그곳에 닿게 하려고 했지만, 미츠오는 바지를 입고 있었다. 「아 안돼, 나왓」 쿨럭, 쿨럭 사정하고, 당장이라도 찢어져 터질 것 같았던 페니스가 편해지는 기분 좋은 느낌에, 후웃 하고 숨을 쉬었더니, 스윽 눈앞이 까매져서……. 「내참, 창피한 줄도 모르는 에로 고양이잖아!」 미츠오가 투덜투덜 말하고 있다. 「사랑의 힘이라는 것이지」 라고 주의를 준 목소리는 알파다. 「아―아, 지독한 화상이야. 흉터가 남을지도」 이건 제타. 확실히 오른팔은, 아직 타고 있는 듯이 찌릿찌릿 아프지만, 다른 장소도 지끈지끈 하거나 화끈화끈하거나 해서 그다지 신경 쓰이지 않는다. 옆구리의 상처를 물로 척 하니 씻겨서, 격통으로 몸이 경련을 일으켰다. 「오야, 정신이 들은 것 같아. 시이타, 기분은 어때?」 「……최악이야」 라고 대답했다. 「삽입하기 전에 나와 버렸어」 풋 하고 웃어제낀 것은 제타인 것 같다. 「바봇」 하고 미츠오가 시로우의 머리를 때렸다. 「아파」 라고 항의 했다. 베르시다는, 제3의 시련의 클리어도 인정해서 시로우의 애인이 되고 싶다는 그녀의 소는 취하된 것 같다. 「심판원 중에서는 상당한 논의가 있었지만」 판결을 말하러 와준 시그마는, 그런 식으로 말을 이었다. 「즉, 미츠오가 시이타의 가세에 들어간 것을, 옳다 할 것인가 그르다 할 것인가 하는 점이야. 이건 관습에 대한 판단이 되는 중요한 사항이지만, 의견은 딱 반으로 나뉘어버려서, 일단 기록은 『베르시다가 소를 취하했다』라는 형태로 남게 되었어」 시그마의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는, 쓰다듬어지고 있는 듯 기분이 좋아서 시로우는 계속 듣고 싶어진다. 「놀라운 것은, 미츠오의 향으로 그녀가 두 번째의 변신을 달성했다는 것이지」 특유의 매끈한 어조도 기분 좋다. 시로우도, 이런 목소리고 이렇게 말하고 싶다. 「굉장히 부끄러워해서, 불가항력이라고 달래뒀어. 그때는 『재칼』들을 포함한 일족 모두가, 미츠오의 향으로 허리만 살아있는 상태가 되었었으니까」 그리고 시그마는 기품 있게 입만 움직여 웃었다. 「그 의미로 보자면, 제 3의 시련은 실로 자네들 두 사람의 『사랑』으로 뛰어넘었다는 것이지」 시로우에게 무릎베개를 해주고 있는 미츠오가, 새빨개져서는 고개를 숙였다. 「베르시다의 일은 걱정은 필요 없어. 금세 구애자가 쇄도하고 있고, 그녀도 보통내기가 아닌 것 같으니까. 아마 그녀의 조모와 마찬가지로, 남편은 가지지 않는 퀸으로서 숭배자들의 아이를 낳아주는 식으로 살아가는 길을 택하겠지. 어쨌든 한 건은 낙착이니까. 이제 안심하고 몸을 추스르면 돼」 「고마워」 라고 대답하고, 시로우는 미츠오에게 말했다. 「시로우는 한동안 여기에 묵을래. 미츠오도 있어 줄 거지?」 「괜찮아? 여기는 시그마의 집인데?」 미츠오가 놀리는 투로 말해왔다. 「이제 걱정 없어. 미츠오는 시로우를 제일 좋아해」 「응. 최고로 제일 좋아해」 「그래, 미츠오는 누구보다도 시로우를 좋아해. 너무나 기뻐」 「응……」 부드러운 미소를 띄운 미츠오에게 지켜봐지면서, 꾸벅꾸벅 잠으로 떨어지는 건 최고로 행복해서, 상처의 아픔도 신경 쓰이지 않았다. 상처가 나으면, 뭘 할까……우선은 물론 섹스지만……미츠오는 뭘 하고 싶어 할까……일어나면 상담해야지……. -- END [고양이 5] 왕 같은 고양이의 대관 (1) 왕 같은 고양이의 대관 (1) Written by 아키즈키 코오 단지 그것만으로도 가버릴 것처럼 되고 마는 키스라는 거, 테크니션 신화가 만들어낸 실제로는 있을 수 없는 픽션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지금 나는 실로 그러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 시로우의 손은 내 어깨를 살짝 지그시 누르고 있을 뿐이고, 유두조차 만지지 않는다. 무릎 위에 가로 앉혀진 나를 두 팔로 끌어안고서 키스를 하고 있을 뿐. 하지만, 그 키스라는 것이 강렬하다고 할까 죽여주게 에로틱하다고 할까……지금까지 이런 키스는 했던 적이 없었는데…… 또 어딘가에서 연구해온 건가? 아니면 눈을 가리고 있는 탓에 내 감도가 올라가버린 걸까나. 아니면……시그마에게 보이고 있으니까? 그렇게 생각한 순간, 찌~잉 하고 마비되는 것처럼 사정감이 닥쳐와서, 그만 숨을 조였다. 아, 아, 싫어, 싫다구, 역시 안돼, 하지만, 가, 가버릴 거 같아~~~~~앗! 그리고 내 구강을 범했던 혀가 스윽 나가고 난 뒤 혀의 주인의 목소리가 말했다. 「역시 키스만 가지고 최고 레벨까지 가는 건 무리인 거 같아」 「그런가……그럼 미츠오(光魚)가 허가해준다면, 가볍게 술을 걸고 싶은데」 시그마의 목소리가 대답했다. 「아까 말했던 것처럼, 『스위트 퀸』이 가진 호르몬 분비를 활성화시키는 작용은 오메가의 노화에 의한 쇠약을 감속시키는데 유효한 것 같아. 꼭 최고레벨의 페로몬을 포함한 원재료를 가지고 싶어」 「아아, 알고 있어」 두 사람의 대화를 들으면서, 나는 얼굴이 화악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그건 즉, 시그마의 주문대로인 『원재료』를 제공하려면 키스보다 다음의 일까지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고, 그것만은 절대로 피하고 싶었는데! 그러니까 나는 수치심을 견디고 말해봤다. 「저, 저기, 나, 나올 것 같은 상황까지 왔는데, 아, 안돼?」 「아아, 아직 최고레벨까지는 향이 풍기지 않아」 시로우는 간단하게 말해주고서, 덧붙였다. 「미츠오의 수치심은 굉장히 델리케이트하니까, 눈을 가리고 있어도 시그마가 옆에 있다고 생각한 것만으로도 정신이 흩어져버리는 거겠지. 시그마는 방 밖에서 기다리도록 하는 건 어떨까」 「아――……마찬가지야」 설령 방 밖에 있다고 해도, 우리들이 하고 있는 일을 시그마에게 알려진다는 것에 대한 부끄러움은 마찬가지다. 게다가 협력하겠다고 말해버렸고. ……시그마한테는 필요한 재료를 손에 넣기 위해서라는 의식밖에 없고. 내 기억에는 없지만 시그마한테 이런 장면을 보이는 것이 처음은 아닌 것 같고. 이미 시작해버렸고……이 지경까지 왔으면 1초라도 빨리 끝내는 쪽이 그나마 훨씬 낫다. 「좋습니다, 최면술 걸어주세요」 나는 말했다. 「이왕에 하는 거라면, 이 채취 작업 자체가 기억에 남지 않도록 해주지 않겠습니까? 에에또, 여, 역시 아무리해도, 부, 부끄러워서, 약간 눈물이 날 거 같아서 말이죠」 실은 이거, 채취 작업……인 것이다. 뭘 채취하는 작업인가 하면……아악, 내 입으로는 도저히 말할 수가 없어! 어쨌든 시그마가 향기만이 아니라 약효도 있는 것 같은 명품향수 『스위트 퀸』을 만들려면 내게서 추출한 페로몬이 빠질 수 없는 것이라서, 부디 꼭 이라며 시그마가 머리를 숙여오는 바람에, 나로서는 시그마가 가지고 있었던 원액을 엉망으로 만들어버렸다는 약점이 있어서 협력하지 않을 수가 없던 것이다. 애당초……내가 멍청하게 병을 깨버려서 못쓰게 만들어버렸던 『원액』의 재료는, 내가 취해서 기억이 없어져버린 사이에 채취당한, 본인에게는 무단으로 말하자면 불법채취였던 것이니까 사실 내게 협력할 의무 따위는 없는 거라고는 생각하지만. 하지만 늙은 오메가가 좀 더 오래 살 수 있는 가능성이 걸려있다면, 거절할 수가 없잖아. 「그럼, 눈가리개를 푸르고 내 눈을 봐」 시그마가 말하는 대로 눈을 가린 커다란 손수건을 풀었다. 얼굴을 돌려보니 하얀 옷을 입은 시그마의 아름다운 은발에 둘러싸인 단정한 미모가, 상냥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어서……결국은, 이 사람의 희망에 거스를 수가 없어서 이런 꼴이 되어버린 거라구. 시그마의 눈동자는 빨려 들어가 버릴 것 같은 사파이어 블루인데, 그저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몽롱한 기분이 들게 된다. 「그래, 내게 마음을 맡기고」 최고급의 벨벳 같은 윤기와 부드러움을 가진 목소리가 꿈을 꾸는 듯한 몽롱함을 한층 깊게 만든다. 「자네는 지금, 시로우에게 안기고 싶어서 참을 수가 없어. 자네를 사랑하고 있는 시로우가 사랑스러워서 견딜 수가 없기 때문이지. 말로 마음을 연결하는 것만으로는 모자라, 살과 살을 맞대고서 몸으로 애정을 실감하고 싶어. 그것은 정말로 자연스러운 욕구이고, 부끄러워할만한 일은 아니야. 그리고 시로우도 자네 쪽에서 해줄 유혹을 기다리고 있지. 자아, 이제 키스를 하고, 『시로우를 원해』라고 말하도록. 저 『재칼의 시련』때에 느꼈던, 작렬하는 연심을 떠올리고서……」 시그마의 목소리와 말에 끌려나온 그것은, 1초도 더는 기다릴 수 없는 갈망이 되어서 나를 덮치고, 시로우는 그런 내게 「아아, 그래, 이 냄새야」라며 목을 울렸다. 「그럼 시작할까」 그렇게 말한 시그마가 멋없는 방독면을 장착한 것은, 냉정하게 작업을 할 수 있도록. 내 페로몬의 영향에서 몸을 지키기 위해서다. 최면술이 걸려있다고는 하지만 내 의식은 분명해서 시그마가 베드의 옆에 있다는 것도 인식할 수 있었기 때문에, 옷이 벗겨지고 테크니컬한 애무에 허덕이게 되고 삽입당해서 흔들려져 당치도 않은 소리를 지르는 자신이 부끄럽고 또 부끄러워서 견딜 수 있는 지경이 아니었다. 그런데도 최면술이 걸린 내 몸은 마음과는 반대로 한심할 정도로 욕정을 해서, 당하는 대로 타올라 몸부림치고, 가는대로 계속 가버린 것이다. ……시로우가 나쁜 거야, 시로우가 내 이상에 딱 들어맞는 정한한 미형이니까. 이집트의 벽화처럼 늠름한 모양의 눈을, 내가 좋아서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가늘게 뜨니까. 뭐라 트집을 잡을 수가 없는 모양 좋은 입술로, 내게 키스를 하거나 「귀여워, 미츠오」라고 기쁜 듯이 속삭이거나 하니까……. 시로우의 몸은 황금비율의 프로포션으로, 과부족이 없는 근육이 붙은 부드러운 팔모양이랑 살짝 어두운 색이 도는 남자다운 매끈한 피부랑, 그곳에 새겨진 야생의 훈장 같은 싸움의 상처 흔적……그러한 부분들이 절묘한 밸런스로 서로 조합되어 있는 아름다운 몸은, 동성인 내 쪽에서 봐도 섹시하다. 그 시로우가, 나를 무지막지하게 사랑하고 나한테 푹 빠져서, 마음도 몸도 모두 내 것이라고 생각하면 자랑하고 싶고, 기쁘고……끊임없이 나를 쓰러트려대는 시로우 덕에 섹스에도 익숙해진 요즘에는 끌어안기는 것만으로 느끼기 시작하게 되고 말아서……. 덤으로 지금 나는 시그마의 최면술에 걸렸고, 그러니까 멈출 수가 없는 것이다. 내 탓이 아니야, 내 탓이 아니라니까요, 시그마. 이런 식으로 음란하게 허리를 비틀어대는 건, 내 의사가 아니라……아앗, 아, 아, 좋앗! 시로우, 좀 더, 좀 더어! 시그마는 그런 내게서 페로몬을 포함한 듯한 땀이랑 눈물이랑 끝에 방울진 애액(愛液)이랑 정액등을 거즈랑 비커를 사용해 열심히 채취하고, 그것이 또 내 수치심을 지끈지끈하게 태워서 차라리 정신을 잃어버리고 싶다고 얼마나 바랬던지! 하지만 시로우에게는 섹스를 부끄러워하는 의식은 없어서(고양이니까……말이지), 「음란한 미츠오는 귀여워」라는 소리를 하면서 있는 대로 48수의 온퍼레이드를 해줬단 말이지. ……문득 눈을 뜨고서, 실신했었다는 걸 깨달았다. 「피곤하게 했군, 기분은 어떤가?」 시그마의 온화한 목소리와 함께 민트향이 나는 젖은 타올로 부드럽게 뺨이 닦아져, 나는 그 상쾌한 아로마를 좀 더 맛보고 싶어서 깊이 숨을 들이쉬었다. 베드에 가로누운 내 몸은 부드러운 모포로 감겨있고, 입안에는 정신을 차리게 하려고 머금게 했던 것 같은 허브의 잔향. 시그마의 저택에 있는 방들 중 하나인 이곳에는, 아까는 느끼지 못했던 숲 속에 있는 것 같은 청량한 향기가 떠돌고 있어서, 숨을 들이쉴 때마다 조금씩 체력이 돌아오는 기분이 든다. 「덕분에 최고급의 향재(香材)를 충분한 이상으로 채집할 수 있었어. 감사하지」 「……아니요. 하지만……」 아아, 나른해서 혀가 잘 안돌아가. 「응?」 「……기억, 있는데요」 「아아」 「최면술……걸었던 거지요?」 「후후」 미형들이 모인 일족 중에서도 용모의 단려함은 발군인 시그마는, 너무나 아름답게 미소 짓고 말했다. 「그건 말이지, 척 한 거야」 「……에?」 「미츠오의 페로몬은, 욕정과 쾌감과 수치심이 삼위일체로 높아져있을 때가 가장 농밀해지는 것이거든. 미츠오가 바랐던 것 같은 수치심을 잠재우는 술을 걸어버려서야, 최고농도의 페로몬을 채취한다는 목적을 달성할 수 없어. 그러니까, 건 척을 한 것뿐이야」 으……크으~~~~~~~~~~윽! 그럼 나는, 시그마가 한 말에 속아서 그걸 믿고 신이 났었다는 건가?! 최면술 탓이라는 변명은 무효라고?! 그런 게 어디 있어~! …… 으윽, 그러고 보니 이 사람도, 목적을 위해서는 수단을 가리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완벽하게 고양이 기질이었지~이! 「그, 그건, 속였다는 거 아닙니까! 너무해요!」 그만 노성을 지른 내게, 시그마는 주눅 드는 기색도 없는 얼굴로 시원시원하게, 「거짓말도 한 방편이라는 것이지」 라며 내 항의를 넘기고서, 「그건 그렇다고 치고」 라고 말을 잇고는, 쿡 하고 자그맣게 웃었다. 「분명한 건 시로우가 눈을 뜨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거지만, 미츠오는 아무래도 바라봐지고 있는 쪽을 좋아하는 것 같아」 「무, 저는 그, 그, 그런 변태가 아닙니다!」 하지만 시그마는 쓴웃음을 짓고서 「아니아니」라고 고개를 저었다. 「오늘 미츠오의 향기는, 아마도 『불과 물과 재칼의 시련』을 치렀던 그때보다도 강했을 거야. 프린세스 베르시다에게 두 번째의 변신을 하게 했던, 그 기적의 애욕의 냄새보다도, 훨씬 더 그윽한 것일 게 분명해」 애, 애, 애욕의 냄새니 하는 홀랑 까진 거 같은 말은, 당신 같이 아름다운 사람의 입으로는 말하지 말아줘! 「그 증거로, 시이타는 아슬아슬하게 복상사하기 직전까지 힘을 써버렸어」 「엣?!」 나는 허둥지둥, 등 뒤에서 잠든 숨소리를 내고 있는 시로우를 돌아봤다. 그곳에 있었던 것은 모피모습인 시이타로 돌아간 시로우인데, 한심하게 살짝 혀를 내밀고 잠든 얼굴인 건, 너무 많이 한 피로곤비의 탓……인건가? 「하루나 이틀은 눈을 뜨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알파에게 왕진을 부탁했으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좋아. 전화를 하고나서 30분 정도 되었으니까, 이제 곧 오겠지. 자아, 나는 서둘러 조제작업에 들어가지 않으면」 그리고 시그마는 내 턱에 손을 대고서 자기 쪽으로 향하게 하고는, 몸을 숙여서 내게 키스를 했다. 그저 입술에 쪽~하는 게 아니라, 시로우의 단단한 그것이 들어있던 감각이 아직 남아있는 그곳이 지끈지끈 욱신거려 버릴만한, 에로틱한 키스를 말이다. 아……아, 아, 안 돼요, 시그마! 이건 불륜……. 하지만 시로우의 에로틱한 키스를 뛰어넘는 초절기교에는 저항할 수가 없어서, 더는 쥐어짜봤자 방울도 나오지 않을 터인 페니스가 단단해져가는 걸 느꼈다. 시그마는 듬뿍 2, 3분간이나 나를 느끼게 해놓고 나서, 스윽 얼굴을 떼고서는 모양 좋은 코를 기쁜 듯이 킁킁거리면서 말했다. 「미츠오는 몹쓸 아이야. 내 것이 될 마음은 없는 주제에, 키스만으로도 이런 좋은 냄새를 풍겨서 나를 유혹하니까 말이지」 그리고서, 「그럼, 천천히 쉬어」 라고 미소 짓고서, 방을 나갔다. 나는 다시 한번 더 푸욱 피곤에 쩔어지는 기분으로 눈을 감았다. 그들의 제멋대로인 행동에 휘둘려지는 입장이라는 것에 어지간히 익숙해졌다고는 해도, 오늘 일은 조금 눈물이 나올 거 같다구……『상대는 고양이니까』라는 내가 애용하는 주문도 잘 듣지 않는 것 같다. 인간으로서의 프라이드를 농락당하는 일 따위야 처음도 아니고 새삼스레 상처받지도 않는다고 스스로도 생각하지만. 그래도 각별한 존재로서 숭배하는 시그마에게, 향재를 쥐어짜내기 위한 가축마냥 프라이드 무시의 취급을 당한데다가, 그런 장난까지 당해버리다니……. 이미 받아들인 운명이기는 하지만, 인묘(人猫)의 연인이라는 인생은 이 앞으로도 어지간히 하드 하겠지……. 나는 호시카와 미츠오(星川光魚), 어째선지 물고기좌의 19세. 토아(東亞)학원 대학의 경제학부 2학년이지만, 팔리지 않는 화가로 진로를 변경하기 위해서 조만간 퇴학할 예정. 내가 견실한 샐러리맨인생을 버리기로 했던 것은, 8개월 전에 일어났던 운명의 대변동에 의해, 30살까지는 결혼을 해서 남편이 되고 부친이 되어서 일가의 가장으로서 일한다……라는 예정이었던 평범하고도 타당한 인생설계가 완벽하게 뒤집어졌기 때문이다. 현재(그리고 이후 평생)의 내 신분은 인묘(人猫) 일족의 직계 『나베시마 시이타 시로우(♂)』의 이혼이라는 건 있을 수도 없는 『정처(正妻)』이고, 게다가 시로우는 무지하게 비상한 감으로 마음 내키는 만큼 당첨을 GET 할 수 있는 복권 부자. 지금의 예금 잔액은 분명히 10억엔 가까울 거다. 즉 내 인생은, 죽을 때까지 같이 살 반려가 확정되어 있고 돈에는 곤란하지 않은 생활도 보장되어있다는, 1년 전에는 상상할 여지도 없었던 상황이 되어 있으니, 내가 생각해야만 하는 것은 평균수명에서 보면 앞으로 5, 60년은 이어질 예정인 시로우와의 결혼생활을, 나에게 있어서 어떻게 충실하게 하는가의 부분뿐이다. 그러니까, 그리는 것은 좋아하지만 돈을 버는 길은 되지 않으리라고 생각해서 한때는 포기했던 그림을 본격적으로 공부하기 시작하기로 했던 것이다. 덧붙여서 인묘 일족이라는 것은, 가식을 더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설명을 하자면 인간으로 변신할 수 있는 요괴고양이들이다. 그 정체는 성인 사이즈의 커다란 고양이인데, 시이타는 처음 봤을 때는 흑표범이라고 착각했던 검은 고양이. 일족의 털색은 검은색이 주류인 듯한데, 시이타하고는 종형제 같은 관계라는 알파(세상 일반에 대한 공표명은 『나베시마 아츠오』로, 도쿄대를 졸업한 의사)와 제타(공표명은 『ZEM』으로 국제적인 슈퍼모델)랑, 그렇게 가까운 혈연은 아닌 것 같지만 마찬가지로 『직계』인 오메가랑 람다랑 타우랑 쿠시랑 뉴도, 모두 검은 고양이다. 내가 알고 있는 범위에서 검은 고양이가 아닌 건, 공표명은 『시도우(司堂)』라고 이름을 대고 있는 시그마와, 루마니아에 사는 프린세스 베르시다뿐으로, 은발의 초절정 미형인 시그마는 사파이어색의 눈동자와 순백의 털을 가진 초절미인에 미묘인 하얀 고양이씨. 그리고 준직계로서 태어났으면서도, 시로우에 대한 열렬한 첫사랑에 의해서 기적의 변신을 달성한 베르시다는 얼룩무늬가 미인인 삼색고양이. 프린세스 벨이 삼색이라고 한다면, 두 가지 색의 얼룩이나 빨간 호랑무늬랑 검은 호랑무늬가 있어도 괜찮은 게 아닐까라고 생각은 하지만, 나는 아직 만나지 못했다. 『직계』라는 것은, 고양이 모습으로 태어나서 변신능력이 있는 말하자면 진짜 인묘들 얘기다. 그 외에, 인간의 모습으로 태어나서 변신능력은 가지지 않았지만 그 이외에 고양이로서의 능력은 직계와 엇비슷하게 맞먹는 『준직계』와, 『방계』라고 불리는 고양이로서의 능력도 흐릿한 그냥 인간에 가까운 사람들이 있는데, 그들의 차이는 일족 안에서의 신분적 계층이라는 것이 되어있다. 그러한 태어나면서부터의 차이가 나타나는 것은, 인묘들이 인간과의 혼혈에 의해서 자손을 만들어온 탓인 유전의 법칙에 의한 것이지만, 그들이 몇 천 년(어쩌면은 몇 만 년?)이나 되는 동안 동족으로서 살아남아왔다는 것은, 인묘의 DNA는 우성유전으로서 움직인다는 것이겠지. 그 증거로, 시로우 즉 시이타는 순혈종에 가까운 선조의 대로 돌아간 형질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서, 장래 일족번영의 기대를 짊어진 프린스로 주목을 받고 있기도 하다. 인묘족이라는 것은, 인간으로 변신하면 용모도 멋진 미형이 되고, 청력이나 후각 같은 감각능력이랑 근력이나 민첩성 같은 운동능력은 고양이와 맞먹게 우수한, 게다가 어째선지 천재급의 IQ를 가지고 태어나는, 사람과 고양이의 좋은 점만을 가져서 만들어내어진 듯한 종족이다. 그들의 결점은, 단 한 가지……그 기질이 『정말로 고양이!』라는 것. 즉 완전한 왕의 체질로, DNA에는 「유아독존」「자신이 법률」이라고 하는 자기중심적인 사고가 불멸불변의 금문자로 확실하게 새겨져있는 듯, 그들의 천재급인 두뇌는 자신의 의사를 관철시키기 위한 이런저런 수단을 짜내는 일에밖에 움직이지 않는다. ……내 사랑하는 남편인 시로우는, 그런 종족의 일원인 것이다. 자아, 굉장히(라는 정도를 넘는다구!) 굴욕적이었던 채취 작업의 기억을 일주일 이상 걸려서 그럭저럭 『망각』의 서랍에 수납하는 데에 성공하고, 그 다음 문제에 도전할 기력을 되찾았다고 느꼈던 나는, 그날 밤 부모님에게 「얘기가 있어」라고 신청했다. 한 달 전에 캐나다에서 귀국해서 2주일 뒤에는 케냐로 여행을 떠날 예정인 아버지와, 오랜만에 그림책의 일이 들어와서는 열심히 힘을 내고 있는 엄마와의 가족회의는, 텔레비전을 끄고 다이닝키친의 테이블에서 열려졌다. 대학을 그만두고 미술학교로 다시 들어가기로 결정했다는 내 보고를, 아버지는, 「안돼」 라는 한마디로 각하의 쓰레기통으로 던져 넣었다. 「나도 찬성할 수 없어」 라고, 엄마도 아버지의 편에 붙었다. 「어째서?」 라며 나는 매달렸다. 「요 1년 반의 대학 학비는 돌려줄게. 그리고 미술학교랑 학원의 비용은 내가 스스로 부담할거고」 「그런 문제가 아니야」 라고 아버지는 천정을 노려봤고, 「네에, 그런 문제가 아니야」 라고 끄덕였던 엄마는, 턱을 괴고 있던 테이블에 하아~하고 한숨을 토해내 떨어트렸다. 「그야 물론 그런 문제도 있지만 말이지」 「그러니까 돈 문제라면, 시로우하고 샀던 복권이 당첨됐으니까, 폐를 끼치지 않을 만큼의 자기자금이」 「그것보다, 어째서 전학하고 싶다는 건지 쪽을 먼저 듣고 싶어」 귀여운 개랑 고양이 그림으로 인기 동물 일러스트레이터인 엄마는, 그림의 터치는 포로롱~하니 부드럽고 스위트하지만, 하는 말이랑 성격은 무지하게 엄하다. 「그리고, 그 다음의 『계획』도 말이야」 야생동물전문의 사진가인 아버지도, 카메라를 한손에 들고 근경이랑 정글의 오지를 돌아다니는 서바이벌 같은 일을 하는 덕분인지 아니면 원래부터 타고난 건지, 체격 좋고 호쾌한 성격인 만큼, 약한 반론 따위는 한발로 걷어차 주는 맞붙기 힘든 상대다. 말은 그렇지만, 원래 엄마도 아버지도, 내가 토아대의 경제학부로 진로를 정했던 때에는 「아, 그래」라는 분위기였기 때문에 이런 반론을 먹으리라고는 생각지 않았었는데. 「에―또……지금 다니는 대학은, 원래 들어가고 싶어서 들어갔던 게 아니야. 진짜 지망은 미대였어. 하지만, 그게에―, 재능에 자신이 없었기 때문에 그만뒀어. 미대는 무리라도 전문학교라면 들어갔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그림은 좋아하지만 엄마처럼은 그릴 수 없을 거라는 걸 알았으니까 취직이라든지 하는 걸 생각해서 견실하게 나가자고 생각해서……」 「그럼, 그 대학을 그만두고 미술학교로 옮기고 싶다는 이유는, 일단 포기했던 재능에 걸어볼 마음이 들었다는 거냐?」 「응, 뭐어. 샐러리맨이 되려면 대학은 나오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던 건데, 경제학 따위 전혀 흥미가 나질 않아서 말이야」 「그쪽은 안됐으니까, 이쪽으로 하자는 거냐?」 「아아~, 그런 게 아니라. 원래가 말이지, 대학까지는 뒤를 봐주지만 졸업 뒤에는 자립한다는 것이 우리 집의 룰이잖아? 그러니까 나는, 사실은 그림 쪽으로 진학하고 싶었지만, 나정도의 재능으로 프로가 될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할 수 없었기 때문에, 견실한 진로를 선택했었어. 어쨌든 자립할 수 있게 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던 거야. 에에또, 학교를 졸업하는 시점에서 스스로 먹고 살 수 있게 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당연하지」 「그러니까, 해본다고 해도 프로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생각에 아마도 벌어먹고 살 수는 없을 그림의 길은 포기했지만, 자아, 사정은 변했잖아」 「그래, 네 구좌의 예금 잔고는, 아버지하고 내 연간 소득의 10년 치 정도는 있지」 엄마가 조금 비꼬듯이 말했다. 배당받은 걸 선물하려고 했더니, 필요한 만큼은 벌고 있으니까 필요 없다고, 받아주지 않았던 주제에 말이야. 「그러니까 즉, 당면한 먹고 살 걱정은 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거지. 검약하면 평생 먹고 살수 있을지도 모르고. 그 얘기는, 하고 싶지 않은 샐러리맨이 무리하게 될 필요는 없어졌다는 거잖아? 그래서 말이지, 그렇다면 포기했던 꿈에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그 꿈이라는 건, 미술학교에 다니는 건가?」 「아―……뭐어, 일단 당면한 건」 「하지만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재능은 없는 거겠지?」 「……응, 당장 프로가 될 수 있을만한 재능은, 없다고 생각해」 「그럼, 10년이나 20년을 걸고서 프로를 목표로 하고 있다는 건가?」 「으~응……최종목표로서는 역시, 프로로 통하는 게 꿈이지만……」 「최종적으로 프로가 될 수 없어도 복권 저금 덕에 먹고 살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니까, 좋아하는 그림만 그리고 있으면 되고 학교에 다시 들어가서 일단 느릿느릿 자신을 발휘해보고 싶다, 라는 거야?」 「응, 그래! 어쩌면, 그림은 『취미』로 끝날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이 김에 다시 해보고 싶어. 한번은 포기했던 꿈이지만, 역시 나는 그림을 좋아하니까」 「과연 어떨까, 호시카와 미오 선생」 아버지가, 엄마를 프로 일러스트레이터로서의 펜네임으로 부르고는 물어봤다. 「이런 녀석이 제자로 들어오고 싶다고 부탁한다면, 받아줄 거야?」 「절대로 사양이야」 엄마는 영하 50도라는 느낌의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재능이 없어서 취미라도 괜찮으니까 하는 생각에……』라는 패기 없는 소리를 하는, 애늙은이 같은 꼬맹이의 시간 때우기 상대 따위는, 돈을 받는다고 해도 절대로 싫어. 하지만, 아이를 적게 가지는 경향 탓에 학생수가 줄어서 입학자모집에 필사적이 되어 있는 미술학교 측에 있어서는 좋은 일이겠지. 본인이 자신에게 기대를 하고 있지 않은 만큼, 『착한 아이 착한 아이, 뭘 하든 착한 아이』라는 분위기로 적당하게 다뤄두면 끝나는 학생한테는 진지하게 가르친다는 수고는 필요 없는데다가, 복권 부자인 돈 많으신 분이니까 수업료는 『거스름돈은 필요 없습니다』라는 느낌으로 꼬박꼬박 지불해주시지. 실로 호박이 저절로 굴러들어온다는 거잖아? 뭐어, 모처럼 찾아온 좋은 손님한테 중도퇴학 따위를 당하지 않기 위해서, 때로는 마음에도 없는 빈말로 부추겨 올려줄 필요도 있겠지만, 그것도 그다지 큰 수고는 들지 않지. 입에서 그냥 나오는 대로 말하면 되는 거니까」 이 말도 저 말도 전부 다 비꼬기 200%라는 느낌으로 말해주고서는, 「그러니까 반대하는 거야」 라고, 엄마는 뚫어져라 싶은 기세로 내게 눈을 맞춰왔다. 「수업료를 쓸데없는 걸로 하는가 하지 않는가는, 나 하기에 달렸다고 생각하는데?」 라고 되받아쳤다. 「돈은 넘칠 정도로 가지고 있고, 어떻게 쓰는가는 네 마음이지, 확실히」 아버지가, 이게 또 비아냥거림을 작렬시키기 위한 서두를 늘어놓는 투로 말했다. 「하는 김에, 돈을 벌 필요 따위 없고 쓰기만 하면 되는, 평생 놀면서 사는 고급서민이 실재한다는 것도 인정해. 하지만 단지, 그런 무리의 재산은 몇 십억 내지 몇 백억 레벨이지만 말이야」 「아―, 그런 의미라면 내 『내 예금 잔고 6천만 쪼금 모자란 정도』라는 돈은 완전히 서민레벨의 안에 들어가지만, 하지만 나는 사치삼매경에 빠져 놀면서 살고 싶은 게 아니라」 「논점이 어긋났어요, 아빠~」 「으, 으음. 내가 말하고 싶은 건 말이지」 「복권으로 손에 넣은 불로소득 따위로 희희낙락해서 인생을 얕본 선택 같은 걸 한다면, 나중에 반드시 후회한다, 라는 거죠?」 「음! 바로 그거지, 미츠오」 「그건, 내가 말하고 싶은 것과는 180도 틀린 거야」 나는 말했다. 「나는, 좋아하는 그림을 포기한다고 결정했던 때부터, 계속 후회했었어. 자립해서 먹고 살아간다는 목표는 반드시 실현시키지 않으면 안 되는 거니까, 정말로 울고 또 울면서 버리고 싶지 않은 꿈을 포기했었던 거야. 그러니까 나는, 당분간은 먹고 살 걱정을 하지 않아도 좋게 된 행운은 찬스라고 생각했어. 지금 있는 저금을 전부 써먹어버렸을 때에 그림으로 먹고 살아갈 수 있는 계산이 나오지 않는다면, 그 뒤는 프리타로 갈아갈게. 어쨌든, 누구한테도 폐는 끼치지 않을 테니까」 「평균수명으로 봐서 앞으로 60년은 남은 인생을 『취미』인 그림에 걸 생각이야?」 엄마가 손가락으로 관자놀이를 문지르면서 말했다. 「……응. 재능이 없는데, 너무나도 좋아해」 「나는, 10년 후에 『바보였어』라는 후회를 해댄다, 라는 데에 100만엔 걸겠어요」 「나는 『5년으로 허무해진다』에 백만이야」 「그런 일 절대 없어」 나는 그렇게 대답했지만, 아무래도 이 대화에는 결말이 없을 것 같았다. 얘기가 성과 없이 막다른 골목에 들어가 버렸으니, 기회를 봐서 막을 내리는 수밖에 없는 침묵이 내려왔다. 그 갈 곳이 막힌 분위기를 깼던 것은, 다이스케를 뒤에 달고 돌아와서는 「무슨 얘기야?」 라고 고개를 들이밀어 온 시로우였다. 함께 온 다이스케는 우리 집 개인데, 골든 레트리버 종의 수컷이지만 시로우가 우리 집에 동거하러 온 순간에 무력제압을 받아, 지금은 완전히 시로우의 부하. 그리고 시로우는 다이스케에게 사냥을 가르치는 데에 완전히 빠져있어서, 오늘밤도 둘이서(두 마리?) 강 둔치에 나갔던 것이다. 시로우는 이번 4월부터 계속 우리 집에 동거하고 있고 아버지도 엄마도 실은 인묘라는 그의 본성을 알고 있지만, 그가 내 『남편』이라는 것은 아직 모른다. 그게……도저히는 아니지만, 부모님들한테는 말할 수가 없다구. 나 자신으로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본의가 아닌 약탈결혼의 결과인 우리들의 관계는, 달아날 수 없었던 운명이라고 생각하고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어서…… 포기하고 생각을 바꿔보니, 시로우는 극상의 매력을 가진 남자(수컷?)라서, 지금은 상사상애의 관계가 되어 있다. 시로우를 좋아하는 자신을 인정했던 순간, 계속 마음에 걸렸던 호모섹슈얼이라는 것에 대한 죄악감도 클리어했다. 단지 그것은, 나 자신의 마음만은 클리어하고 있다는 의미이지, 부모님 앞에서 가슴을 펴고 「저는 시로우하고 결혼했습니다」라고 말할만한 용기는 없다. 그런 건 무리고, 무엇보다 시로우와 H하는 게 들통 나서 여자역할로 하앙하앙~해버리는 나를 부모님한테 상상하게 해버리거나 한다면 얼굴에서 불이 뿜어져 나오는 건 문제도 아니다. 분명 혀를 깨물고 죽고 싶어질 거다. 그러니까 우리들 사이가 절대로 들키지 않도록, 시로우한테도 엄중하게 부탁했던 것이다. 「미츠오, 셋이서 무슨 얘기야?」 라고 거듭 물어온 시로우에게, 「응, 잠깐 가족회의」 라고 대답하고, 덧붙였다. 「지금 대학 그만두고 미술학교로 옮기고 싶다는 얘기에 무지하게 반대를 당하는 참이야」 「아버님도 미오상도 말이야?」 「응」 「어째서 안 되는 거야?」 「그게, 도저히 이가 들어맞지를 않아서」 「이를 들이대고 싸우는 거라면 시로우가 대신해주지」 「『이가 맞다』라는 건 그냥 표현의 한가지야」 「농담이야」 「미안」 고양이 식으로 주고받는 만담같이 되어버린 우리들의 대화에, 부모님들은 웃기까지는 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분위기를 누그러트리고서 아버지가 은근슬쩍 떠보는 어조로 말했다. 「시로우는 찬성이라는 건가」 「미츠오가 학교를 바꾸는 것 말인가?」 시로우는 내 옆에 앉으면서 질문의 의미를 확인하고서,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건 당연해」 라고 자신의 의견을 표명했다. 「문제는, 시로우는 그림 공부에는 흥미가 없다는 거야. 미츠오의 그림을 보는 건 좋아하지만」 「아―……무슨 의미일까나?」 시로우라기보다는 시이타의 팬인 엄마가, 그런 말투로는 논지가 통하지 않는다며 고개를 갸웃거려보였다. 「어느 학교로 바꿀까라는 이야기야」 시로우는 그렇게 설명을 시작했다. 「시로우는 인문이나 사회학 계통의 공부에 흥미가 있어. 그러니까, 예술과와 양쪽 다 있는 학교를 바래. 하지만 그 점에서는 아직 미츠오와 의견이 일치하지 않아」 「일치하지 않는 게 아니라, 츠쿠바(筑波)대와 UCLA와 파리대의 삼자택일이라니, 시로우는 둘째 치고 나한테 있어서는 전혀 현실적이지 않잖아?」 「그흡」하고 아버지가 웃어버리고, 「어머」라고 엄마가 기막혀했다. 「미츠오가 그렇게 말하니까, 시로우는 동대에 미츠오는 예대로 간다는 방법도 생각했지만」 「예대……」 라고 엄마가 천정을 올려다보고, 「우에노와 혼고우는 그다지 가깝지 않아」 라며 시로우는 결론을 지었다. 「사이가 좋다는 건 좋지만, 미츠오는 전문학교정도 쯤으로 생각하고 있는 거 아니야? 아아, 그……말하고 싶지는 않지만, 미대에 들어가고 싶다면 준비하는데 1, 2년은 걸릴 거고 어느 쪽이든 예대라는 건……조금 목표가 너무 높아」 「조금 수준이 아니야, 절대로 무리야」 나는 그렇게 자기신고를 했다. 「게다가 대학입시를 다시 하는 것도, 고생하는 만큼의 메리트가 없는 무모한 방법이라고 생각해. 내가 그리고 싶은 것은 정했고, 필요한 것은 대졸의 학력이 아니라 테크닉이지. 그러니까 전문학교가 좋다고 생각한 거야」 「그렇다면 시로우가 곤란해. 시로우가 배우고 싶은 공부는 대학이 아니면 안돼」 「그러니까 말이지, 어째서 같은 학교가 아니면 안 되는 건데?」 엄마가 묻자, 시로우는 진지한 얼굴로 대답했다. 「미츠오하고 함께가 아니면 즐겁지 않으니까」 「시이타짱, 그건 초등학생의 발상이야」 엄마는 기막혀서, 원래 얘기로 돌아간다는 얼굴로 나를 보고 말했다. 「지금 네 생각이라면, 돈은 둘째 치고 시간이 무모해. 6천만 엔으로 언제까지 먹고살아갈 수 있을지 모르지만, 너는 그 사이를 『돈이 있는 걸 기회삼아서, 자신이 좋아하는 일만 하고 즐기며 살고 싶다』라고 말하고 있는 거지? 그 다음의 비전 같은 건 아무것도 없는 거지? 덤으로, 그 기간을 전향적으로 활용해서 열심히 하고 싶다고 하는 그런 목표가 있는 것도 아니야. 네 모친으로서, 그런 어중간한 찰나적인 항략주의의 사고를 인정할 수가 없는 거야. 고생해서 키워온 아들이 앞으로 『인생은 허무해』라면서 자살이라도 하는 꼴을 본다면, 참을 수가 없는 걸」 「돈 걱정은 평생 필요 없어. 숫자선택식의 복권이라면 언제든지 당첨될 수 있어」 시로우가 얘기에 끼어들었다. 「그런 게 아니야, 생활이라든지 인생이라는 건」 「그럼 미오상은, 돈을 위해서 죽어라고 일하는 것이 바른 인생을 보내는 방법이라고 생각하는 건가?」 시로우가 상당히 날카롭게 찔러 들어왔다. 「돈은 유통경제에서 성립하고 있는 현대사회에서 살아가기 위한 빠질 수 없는 요소이지만, 돈을 얻는 것은 생활하는 수단이지 목적일 필요는 없어. 그리고 시로우는 돈 따위는 얼마든지 손에 넣을 수 있으니까, 미츠오는 돈을 위해서 자신의 시간을 잘라내어 팔 필요는 없어. 그 시간은, 미츠오가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해서 쓰면 돼. 그건 미츠오가 행복하게 살아가는 일이야」 「뭐어……그렇지. 하지만, 그건」 엄마는 눈짓으로 아버지에게 바통터치를 부탁하고, 그걸 받은 아버지는 말했다. 「스스로 번 돈으로 벌어먹는 게 아닌 밥은 맛이 없다, 라는 소리까지는 하지 않겠지만, 그날그날이 즐겁기만 하면 된다는 분위기에서 불로소득인 돈으로 해나가는 유한한 생활 따위, 2, 3년쯤 해보면 질릴 거야. 필요한 건 삶의 보람의 문제라는 거지」 「시로우의 일족은 아무도 죽어라 일하거나 하지는 않지만, 모두 살아가는 걸 즐거워하고 있어」 (엣?!) 하고 내가 생각했던 것은, 시로우가 부모님들에게는 비밀로 하고 있었던 『일족』에 관한 일을 입에 담아버렸기 때문인데, 당연히 엄마는 눈을 번뜩였다. 「거짓말~, 역시 시이타짱한테는 동료가 있는 거구나?! 모두 검은 고양이씨?!」 그리고 시로우는, 간단하게 비밀을 밝혔다. 「모피 모습의 털색 얘기라면 검은 색이 많지만, 순백인 일족도 있고, 삼색 얼룩인 일족도 있어」 「어머머, 하얀 고양이씨랑 삼색 고양이씨도 있는 거야?! 멋져, 멋져어~! 모두 시이타짱처럼 커다란 거야?! 아아~앙, 만나고 싶어~!」 엄마는 아니나 다를까 새되고 우렁찬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 시로우는, 「그럼 다음 일족회의에서 의논해보지」 라는 통 큰 약속을 해버렸던 것이다. 「어이, 그런 약속을 해버려도 괜찮은 거야?」 나는 소곤소곤 귓속말을 했다. 「문제는 없어」 라고 시로우는 대답했다. 「미츠오의 아버님과 어머님이니까 비밀을 밝힌 일은 관습에 저촉되지 않고, 회의의 결과가 부결이라고 나오면 미오상에게 포기하게 하면 될 뿐이야」 그 「포기하게 한다」라는 건, 혹시 인묘 일족의 특기인 최면술을 써서, 라는 건가? 뭐어, 일족의 비밀을 지키기 위해서야 그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는 생각하지만. 「저기, 회의라는 거, 보통 평범한 고양이들의 집회같이 하는 거야?」 엄마가 호기심을 그대로 드러내고 묻자, 시로우는 울컥해서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말했다. 「시로우는 미오상이 좋지만, 한가지만은 충고해두지. 아까 전에도 그런 말투를 썼는데, 우리들 일족에게 있어서, 진화하다만 종인 고양이족과 동일시하는 듯한 『고양이라고 불러대기』는 최대의 굴욕이야. 사람이 사람을 향해서 악담으로 『원숭이』라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지. 언젠가 일족에게 소개하는 날을 맞이했을 때에는, 언동에는 충분히 주의해줘」 시로우는 그 말을 자긍심 높은 귀한 종족이라는 위엄에 가득 찬 어조로 말했고, 엄마는 「아, 알았어. 미안해」라고 전면 항복했다. 「그래서, 미츠오의 전학 말인데」 시로우가 그렇게 얘기를 되돌렸다. 「아버님과 미오상은 무슨 일이 있어도 반대인가?」 「아아, 동기도 지망도 어눌한 현실도피라고 밖에 생각되지 않으니까. 나는 인정 못해」 아버지가 소파에서 몸을 뒤로 젖히며 대답했다. 「미오상도야?」 「응. 나도, 리쿠오상이 말한 대로라고 생각하니까」 엄마도 분명하게 끄덕이고, 말을 이었다. 「노파심이라는 소리를 듣게 된다면 그거뿐이겠지만, 나는 좀 더 제대로 생각한 선택을 바라고 싶어. 인생의 어느 시점에서든 할 마음만 있다면 다시 시작하는 거야 틀림없이 가능하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나이를 먹을수록 소비하는 수고가 많아지는 건 사실이야. 나는 과보호인 어머니로 있을 작정은 없지만, 귀여운 아들들에게 가능한 한 후회가 적은 인생을 보내게 하고 싶다는 소망은 있어. 무엇보다 걱정인 건, 지금 그렇게 안이한 길을 선택해버린다면, 장래에 좋아하는 여자애가 생겼을 때에 프로포즈도 할 수 없는 꼴이 되는 게 아닐까 하는 거야」 윽……그렇게 나오긴가. 「미츠오한테는 아직 결혼 같은 건 먼 얘기처럼 느껴지겠지만, 사랑이라는 건 언제 어디서 만날지 알 수 없는 거야. 그 때에는 말이지, 미츠오 너는, 아무런 장래성도 자기에 대한 자신도 손에 넣지 못한 채로, 복권으로 얻은 저금을 갉아먹고 있을 뿐인 자신과 직면하게 될 거야. 그건, 남자로서 최악으로 비참한 일이잖아?」 으윽……그런 소리를 들어도, 나로서는 코멘트 할 수가 없다구……. 「오히려 평생을 그림에 걸 각오로 전신(轉身)하겠다고 하는 거라면, 엄마는 찬성도 하고 후원도 하겠어. 하지만, 지금 네 기분은 그게 아니잖아? 분명히 말하는데, 현실을 도피해서 도망쳐들어간 네 그림세계라는 거, 나는 보고 싶지 않아. 적어도 자기만족까지 간다면 그나마 낫지만, 네 성격으로는 자기혐오와 변명하는 것조차도 불가능한 어중간함이 뒤섞여서 보는 것만으로도 비참한 작품밖에 그릴 수 없게 될 거 아냐. 하지만 작품을 감상하는 눈은 확실하게 가지고 있는 너는, 한 장 한 장 그릴 때마다 절망이 깊어질 거야. 그런 네가 다다르게 될 곳은 어디? 예술이라는 건, 같이 동반자살을 할 각오로 엉겨 붙든지, 아니면 완전히 『취미』라고 결정하고 즐기기만 하는 데에 전념하든지 둘 중에 하나. 애매한 스탠스에서 목을 들이밀었다가는, 자멸하는 수밖에 없어지는 목을 매다는 로프 같은 거야」 「현실도피 같은 게 아니야」 라고, 나는 반론했다. 도피는커녕 평생 변경할 여지는 없는 『나베시마 시이타 시로우의 아내』라는 내 현실을 받아들인 상황에서, 최선의 선택이라는 자신감이 있다. 하지만, 그걸 말할 수는 없었다. 아무리 그래도……실은 나는 시로우와 결혼을 했고, 상식을 뛰어넘게 돈벌이가 좋은 『남편』덕에 이미 취미로 살아가는 정도밖에 할 일이 없는 유한(有閑)마담인생이 확정되어있습니다, 라는 소리는……부모님들한테는 도저히 말할 수가 없어! 「어쨌든 두 사람 모두 반대인 거군?」 시로우가 집요하게 확인했다. 「아아」 「네에, 그래」 라고 부모님은 대답했다. 「그럼, 반대를 무릎 쓰고서 전학하려는 미츠오는 의/절/인 거지?」 시로우는 그걸 (기다렸습니다) 라는 느낌으로 눈을 반짝이면서 말했고, 나는 기분 나쁜 예감을 느꼈다. 「그렇게까지는 말하지 않겠지만……」 엄마도 뭔가 느꼈던 듯, 조심하는 듯이 말꼬리를 흐렸다. 「그쪽이 노리는 건 뭐야」 아버지가 서바이벌한 촬영여행으로 단련된 교섭의 방식인 매서운 눈매로 대답했다. 「미츠오와 둘이서 살고 싶어」 말투는 소망형이었지만, 선언하는 투로 시로우는 말했다. 「하지만 미츠오는 집을 나갈 결심이 서질 않아. 그러니까 부모님들 쪽에서 친자의 연을 끊어준다면 딱 좋지」 아버지가 화가 난 얼굴로 되물었다. 「그게, 뭐가 딱 좋아? 미츠오도 이제 곧 스무 살이고 돈은 있는 것 같으니까, 친자의 연을 끊느니 뭐니 하는 뭔가 묘한 소리를 하지 않아도 독립하고 싶다고 한다면 그렇게 말하면 되잖아」 「그럼, 말하면 허락할 거야?」 라고 시로우는 틈을 주지 않고 물었다. 「잠깐 기다려, 나는 학교를 바꾸고 싶다고 얘기를 하고 있는데, 집을 나가느니 하는 얘기는 다른 문제잖아?」 나는 이미 굴러가기 시작한 얘기에 브레이크를 걸 작정으로 그렇게 얘기에 끼어들었다. 하지만 그건 실수였던 것이다. 「아니, 시로우는 슬슬 분명하게 하고 싶어」 라고 대답한 시로우에게 노려보는 듯한 눈길을 주고서 아버지가 말했다. 「너희들……배 맞았냐?」 일순, 확실히 심장이 일시 정지했던 것을 느끼면서 나는 순식간에, 「에? 무, 무슨 소리?」 하고 얼버무렸지만. 「그 말투는 불쾌해」 라며 시로우는 가슴을 펴고서 내가 입을 누를 새도 없이, 「시로우와 미츠오는 정식으로 결혼을 했어」 라고 말해버렸다! 「결혼이라고오?!」 아버지가 눈을 휘둥그레 뜨고, 엄마는 경악한 표정으로 말을 버벅거렸다. 「겨, 겨, 결혼했다, 니……미, 미츠오하고 시이타짱이?」 「호모인데다가 고양이의 신부라는 건가, 우리 집 막내아들은?!」 토해내 버리듯이 말한 아버지의 말에 나는 참을 수 없이 얼굴이 빨개지는 것을 느꼈고, 시로우는 으르르 하고 목을 울렸다. 『고양이의 신부』라는 게 비위에 거슬렸던 것이다. 나는 (아버지한테 덤벼들거나 하지 마) 라고 시로우의 스웨터 소매를 움켜쥐고 나서, 이런 식으로 밝힐 생각은 없었던 커밍아웃을 평화적으로 끝내기 위해서 말했다. 「지금까지 입 다물고 있어서 미안. 에에또, 말하기 힘들지만, 나는 실은 정식으로 시로우의 정처이고 일족의 관습에 따라 평생 이혼은 없어. 그러니까, 저기, 아들은 형들만 있었다고 생각하고 나는 처음부터 없었던 자식이라고 생각하고 포기해주세요. 지금까지 폐 많이 끼쳤습니다. 정말로 감사해요. 에에또, 아버지도 엄마도 건강히」 얼굴을 들지 못한 채, 해야만 하는 말을 하고서 일어섰다. 「시로우, 가자」 「집을 나가는 거야?」 기뻐 죽겠다는 목소리로 물어온 시로우는, 이렇게 될 것을 계획하고서 우리들의 결혼을 밝혔던 것이다. 「그래, 이제 이 집에는 있을 수 없으니까 말이지」 그렇게 대답하고 문으로 향했다. 「어이, 기다려」 라고 아버지가 불러 세우고는 일어나서 다가오는 기척. 「방해하지 마」 시로우가 날카롭게 그렇게 말하고, 「30분이 지나면 움직여도 돼」 라고 이어서 말했던 것은, 부모님들에게 최면술을 걸었던 것 같다. 다이스케가 끄~으응 하고 코를 울리면서 머리를 부비대 왔다. (무슨 일이에요? 무슨 일이 일어난 거예요?) 라고 묻고 있는 다이스케의 갈색 눈동자에 눈을 맞추고서, 나는 강아지 때부터 키워온 둘도 없는 친구들에게 이별을 고했다. 「나는 집을 나갈 거야. 아버지가 일하러 나가는 동안에는 이 집에 엄마하고 요시야마상뿐이 되어버리니까, 엄마가 쓸쓸하지 않도록 네가 돌봐드리는 거야. 그럼, 건강하게 있어. 사냥을 하는 건 좋지만, 병에 걸린 쥐를 먹고 배탈이 나거나 하지 않도록 해」 무릎을 꿇고서, 복슬복슬한 털을 두른 목덜미를 꾸욱 끌어안고 머리를 몇 번이나 쓰다듬어주고 나서, 「안녕, 다이스케」라고 말하고 방을 나왔다. 「짐은 필요 없어」 라고, 이미 현관을 나간 시로우가 말해왔다. 「일단 나베시마가로 가자. 옷은 그쪽에 있어」 「아―……저금통장하고 인감하고 커프스 버튼은 가져가지 않으면」 「그거하고 시로우랑 시그마를 그렸던 스케치북하고, 사진도야」 「아, 그래 맞다. 비밀엄수의무는 제대로 해야지」 2층에 있는 내 방으로 올라가 갑작스레 급전직하로 펼쳐지는 전개에 반쯤 질려하면서, 19년간 살아왔던 이곳도 마지막이라는 심정에 지긋이 바라보면서 부스럭부스럭 가지고 갈 물건을 정리했다. 시로우가 부모님들에게 걸었던 「움직이지 마」의 최면명령의 유효시간은 30분. 그 이내에 나가지 않으면, 분명 일이 굉장히 귀찮아 질 것이다. 무엇보다 『고양이의 신부』라는 말로 꾸짖음을 당하는 건, 한번으로 충분해. 물론 그거야 틀림없는 사실이고 시로우를 너무나 좋아하니까 후회 따위는 하지 않겠다고 마음먹었지만, 아버지랑 엄마한테서 그런 소리를 들으면 역시 마음이 울적해진다. 우리들 사이를 두 사람에게 밝히는 것은 가능한 한 나중에 하자고 생각했었으니까 마음의 준비 같은 걸 아무것도 하지 않았던 탓인 것도 있지만…… 본심은, 숨겨둘 수 있는 거라면 평생 계속 숨겨가고 싶다는 마음으로 있었는데, 그렇다는 것은 역시 호모라는 것에 꽤 많이 켕겨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라는 건데……. 스케치북이 무게의 대부분을 차지한 가방을 끌어안고 한 층을 내려가, 아직 최면술이 효과를 발휘하고 있는 엄마들에게 「진정되면 편지 쓸게」라고 말을 해놓고, 기다렸던 시로우와 함께 집을 나갔다. 다이스케가 우리를 따라오려고 해서, 「하우스」라고 혼내놓고 발을 멈췄다. 문을 닿을 때에, 조금 울고 싶어져버려서 이를 악물었다. 아버지, 엄마……불효자식이라서 미안. 부디 나는 빨리 잊고서, 건강하게 살아주세요. 버스가 다니는 길로 나오자 시로우가 택시를 잡아서, 우리들은 시로우의 실가인 나베시마가의 저택으로 향했다. src=skin/jinibbs012-03/dot.gif border=0 height=2> --> [고양이 5] 왕 같은 고양이의 대관 (2) 왕 같은 고양이의 대관 (2) Written by 아키즈키 코오 나베시마가의 부인은 돌아온 시로우를 너무나 기뻐하며 환영했는데, 그 기분 좋은 게 어느 정도냐 했냐면 나한테도 간드러지는 웃음을 보여줄 정도였다. 「어머 그래, 그쪽 댁에서는 나온 거니. 그렇구나, 4량 반에 한 칸짜리 신접살림도 모험적이라서 나름대로 즐거웠겠지만, 몇 년이나 계속할 수 있는 건 아니지」 죄송합니다, 호시카와가는 토끼우리마냥 쬐끄매서요. 하지만 6량 정도 넓이는 되는데요. 「한동안은 이 집에서 느긋이 있으면 돼요. 그래그래, 내가 PC를 시작했단다. 일흔 살 손으로 연습을 하자니 빨리 배우지는 못했지만, 그 왜 알파가 홈페이지를 만들었잖니? 어머, 몰랐어? 암호로 열리는 비밀의 방에서 세계의 일족 여러분과 채팅 할 수 있단다. 이리 와보렴, 보여줄게」 부인은 인묘 일족들의 새로운 흥밋거리를 잘 알고 계셨다. 시로우는 갑자기 인터넷서핑에 빠져들어, 나는 사흘 동안 홈페이지순례에 같이 어울리게 된 뒤에는 일주일동안 잊혀졌다. 시로우가 해외 홈페이지에 손을 뻗은 탓에, 시로우처럼 영문을 술술 읽지 못하는 나는 거기에 어울리지 못하고 리타이어 했지만, 시로우는 세계규모의 정보구경에 완전히 빠져버려서 나를 아무렇게나 내버려두었었다는 얘기다. 그 일주일 동안, 나는 부인에게서 『신부』로서의 교육을 받았다. 말은 그렇지만, 걸레질이나 빨래랑 요리를 배운 게 아니라 아내로서의 마음가짐이나 일족 및 친척과 어울리게 된 인간이 가져야만 하는 기초지식, 어울리는 데에 있어서의 여러 가지 관습이랑 일족의 독특한 관습 같은 것을 배웠다는 것이지만. 「일족은 남성여성 모두, 기본적으로는 자유연애인 것은 알고 계시지요? 캣크라운이라는 것은 평생 따라야할 관습이니까 『정처』『정부』라는 식으로 표현하지만, 몇 사람인가의 애인을 가지는 것은 보통 일이고 시즌 때마다 새로운 연인을 만드는 경우도 있어요. 그러한 때에 『정처』가 질투를 하거나 방해를 하는 것은 너무나도 보기 흉한 일이라고 생각되고 있습니다. 좋은 아내라는 것은, 남편이 눈을 둔 여성과 남편과의 사이를 중매할 정도로 헌신적이 되지 않으면 안 됩니다」 남존여비가 엄했던 메이지 시대의 양처론(良妻論)같은 분위기에, 쇼와시대에 태어나서 헤이세이 시대에 자란 나는 울컥했지만, 부인의 설명에는 그 다음 말이 있었다. 「이 관습에는 말이지요, 일족이 한사람이라도 많은 자손을 가질 수 있도록 한다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아이가 모피차림으로 태어나오는 확률은 직계와 준직계의 부부 사이에서도 높지는 않으니까, 저 멋진 일족을 멸종시키지 않기 위해서는 어쨌든 출산회수를 늘리는 수밖에 없는 겁니다. 그러니까 스스로는 아이를 낳을 수 없는 미츠오는 특히, 시이타에게 가능한 한 많은 여성과의 사귐을 권하지 않으면 안 되고 시이타의 아이를 낳아주는 여성은 자신을 대하듯이 소중하게 대하지 않으면 안 돼요. 알겠지요?」 그리고 부인은, 잠깐 얼굴을 흐릿하게 하고는 다음 말을 이었다.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남편을 다른 여성과 공유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은, 물론 괴로운 일이에요. 하지만 사랑하고 있다면, 참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에요」 그리고는 내 눈을 들여다보면서 말을 이었다. 「나는 실은, 당신과 입장이 비슷해요. 캣크라운은 아닌 3대째의 정처였지만, 어쨌든 바라던 아내의 자리에 앉았는데 아이를 낳을 수 없는 몸이었어요」 윽, 그건……괴로웠겠네요. 「여동생은 순혈종에 가까운 직계 일족으로서 태어났는데……네에, 시이타의 조모에요……나는 준직계로밖에 태어나지 못했던 데다가, 일족에서는 그다지 나오지 않는 불임증이었어요. 그렇다는 걸 알았을 때에는, 여자로서 이 이상의 불운은 없다고 생각해서 자살도 생각했었어요. 몇 번이나. 하지만 남편은 『내 아이를 낳을 여자는 그 외에도 있지만, 언제든 기분 좋게 마음을 맡길 수 있는 아내는 너 뿐이야』라고 말해주고서 『아이를 낳을 수 없는 만큼, 아야코의 애정은 평생 나만의 것이지. 오히려 아야코는 이상적인 아내잖아』라고도, 말이지요……. 미츠오상도 이미 알고 계시겠지만, 일족은 굉장히 독점욕이 강해요. 자신은 몇 사람이나 되는 애인이랑 연인을 가졌어도, 아내랑 애인이나 연인에게는 자신 한사람을 사랑하게 하고 싶어 해요. 하지만 아이를 낳으면, 여자는 아무리 해도 반은 모친이 되지요. 즉 남편에게로만 향해있던 애정을, 남편과 아이에게 분산시키게 되는 겁니다. 일족의 남성에게 있어서, 그것은 본능적인 불만을 품게 하는 디메리트인 거예요. 그러니까 태어난 아이에게 애정을 부어주기는 하지만, 아이에게 딱 달라붙은 모친이 되어버린 여성에게는 애인이나 연인이라고 하는 의식으로 탐이 나질 않게 되어버리는 거지요. 언제든 100%의 애정을 원해대는, 제멋대로인 종족이지요」 「네……」 라고 나는 대답했다. 「독점욕이 강하다는 건, 잘 압니다」 하지만 시로우의 경우는, 자신이 나를 독점하고 싶은 게 아니라 자신도 내게 독점을 당하는 100%의 연애관계를 바라는……애인으로 지망해온 프린세스 베르시다를 『불과 물과 재칼의 시련』을 빠져나오면서도 뿌리쳤던 것은 그러한 이유 때문이다……그 의미에서 보자면, 시로우는 일족치고는 조금 특이한 편인 것이다. 그곳에서 나는, 이후의 내 입장을 위해서 그 말을 말해두기로 했다. 아야코 부인은 내게 있어서는 시어머니에 해당하는 사람이고, 장래 내 『아내됨』에 대해서 일일이 입살을 맞기는 싫었기 때문이다. 「단지, 말입니다……요번 가을의 달맞이 파티 때의 소동은, 알고 계시겠지요?」 나는 그런 식으로 얘기를 꺼냈다. 「네에. 마침 감기에 걸려버려서 결석하고 말았지만, 얘기는 들었어요」 부인은 그렇게 끄덕였다. 「그때, 저는 시로우가 그런 위험한 시련을 받기 보다는 프린세스 베르시다의 마음을 받아들여주는 쪽이 낫다고 생각해서 시로우에게도 그렇게 말했었습니다. 저는 세컨드든 써드든 상관없으니까, 라고요. 하지만 시로우는 전혀 받아들여주질 않았었습니다. 그래서……저 자신이야 시로우의 아이를 보고 싶기도 하고, 일족의 혈통을 키워가는 것은 중요한 사명이라고도 생각합니다만, 그러려면 우선 시로우가 『아내는 미츠오만이면 돼』라는, 지금의 옹고집에서 빠져나와주지 않으면 말이지요. 이대로라면, 아마 제가 무슨 소리를 해도……」 「아아, 그건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부인은 싱긋 웃고서 말했다. 「최초의 발정기는 다 그런 건 걸요. 그러니까 베르시다에게 다음 발정기까지 기다릴 수 있는 분별이 있었다면, 그 커플링도 성공했었겠지요. 그 경망스러운 아이는 시그마의 조언도 듣지 않고 고집을 피우는 바람에 큰 손해를 본 거에요」 「아……그런 겁니까」 나는 왠지 모르게 실망하면서 끄덕였다. 아――, 뭐랄까……나라고해서 독점욕이 없는 건 아니라서 말이지. 「그런데……저기, 사사로운 걸 캐묻는 것 같아서 미안하지만요, 그……시이타의 발정기는 아직 끝나지 않은 건가요?」 그건 정말로, 설령 시어머니라고 해도 파고들게 하고 싶지 않은 프라이베이트를 가르쳐달라는 하문이시라서, 나는 귀가 빨개지는 것을 느끼면서 (대답할 필요는 없어) 라고 생각했지만. 「그렇군요, 아직 끝나지 않았군요」 라고 부인은 한숨을 쉬고서, 주름은 졌어도 귀족적인 아름다움을 잃지 않은 손가락 끝으로 관자놀이를 문지르면서 말했다. 「시이타는 순혈종에 가까운 아이니까, 보통이라면 반년주기로 길게는 한달정도의 발정기간일 터일 테지만, 어떻게 된 일일까나……」 으~~~~~~……그건 저한테 여쭤보셔도 말이지요……. 인터넷서핑에 완전히 빠져있어도 시로우는 하루에 네, 다섯 번의 식사와 자고 싶을 때에는 듬뿍 숙면을 하고, 날마다 H도 빠트리지 않는다. 그저께는 키스로 깨워져서는 모닝섹스를 했고, 어젯밤도 잠이 들려고 하는 데에 덮쳐와서 내리 3라운드를 어울리게 되었었다. 우리 집에 있었을 무렵에는 「엄마들한테 들킨다면 절교야」라고 언도했던 덕에 시로우에게도 조심을 하는 마음이 있었으니까 두 번에 한번은 스톱이 먹혔었는데. 시로우가 하고 싶은 대로 마냥 어울린다는 지금의 페이스는, 솔직하게 말해서 내게는 버겁다. 다리랑 허리가 어떻다는 것보다, 몸 전체가 오버워크로 덜거덕거리기 시작했다는 느낌이란 말이다. 「알파의 분석으로는, 발정은 생식본능에서 일어나는 것이니까 임신을 시킨 반응이 없으면 언제까지고 이어져버릴 지도 모른다, 라는 얘기가 있었지만 말이지요……」 「……그건, 시로우가 세컨드씨를 가지지 않는 이상 지금의 상태가 계속 이어진다는 건데, 발정기가 이어지는 상태인 채로서는 시로우가 세컨드씨에게 눈을 돌릴 일은 없다는 거군요」 즉 어떻게 손 쓸 도리가 없는 사면초가. 「네에, 곤란한 일이지요」 「네……」 둘이서 고민에 머리를 끌어안고 있는데, PC사용은 휴식에 들어간 듯한 시로우가 다가왔다. 「여기 있던 건가. 찾았어」 라는 건 나에 대한 말. 「둘이서 오붓이 오후의 티타임을 즐기고 있었어요. 시이타도 어때요?」 시로우와 얘기를 하고 싶어 하는 부인이 그렇게 권했지만, 시로우는 흥미가 없는 듯이 「아니, 됐어」라고 고개를 저었다. 「지금 막 식사를 하고 왔어. 미츠오, 같이 낮잠 자자」 윽, 이런 대낮부터……하는 거야? 「나는 졸리지 않은데」 라고 저항을 시험해봤지만, 시로우는 「그럼 쓰다듬어줘」 라고 반격을 해왔고, 부인의 시선은 (말대답 따위는 하지 않고 남편을 섬기는 것이야말로 『좋은 아내』에요) 라고 나를 꾸짖어대니, 아악, 정말이짓! 「오케이. 그럼 방으로 가자」 라며 일어서는 수밖에 없다. 「방보다 선룸 쪽이 포근해」 라고, 시로우는 고집을 부려왔다. 나는 귀에 피가 몰리는 것을 느끼면서, 소곤소곤 작은 목소리로 되받아쳤다. 「정말로 그냥 낮잠만 자는 거라고 한다면야, 선룸에서도 괜찮지만」 시로우는 히죽 웃고서 「그럼, 방이 좋아」라고 대답했다. 우리들의 방은 넓은 양관식으로 세워진 이 건물의 2층에 있는, 원래 시로우의 방이었던 곁방이 딸린 스위트룸이다. 시로우와 결혼하는 계기가 되었던 이곳에서의 입주 아르바이트 때. 나는 고급 호텔의 싱글룸 같은 개인실을 받고서 그 좋은 대우에 감격했었지만, 시로우(라기보다는 시이타)의 방을 봤을 때에는 그만 아연실색 했었다. 그 무렵에는 아직 시이타가 변신하는 인묘족이라는 것도, 나베시마가에 있어서는 말 그대로 프린스라는 것도 몰랐었기 때문에, 표범이나 마찬가지인 체격의 귀중한 종이라고는 해도 요약하자면 페트인 고양이 한 마리를 위한 방이 3칸이나 되는 사치스러운 스위트라니, 이 얼마나 팔불출 주인인가 라며 질렸었던 것이다. 덤으로 시이타는 매일 밤, 이쪽이 더 좋다는 얼굴로 내 좁은 방에 자러 왔었으니까, 아무리 호화로운 고양이집이라고 해도 결국엔 『고양이에게 금화』라는 거라면서 재미있어 했었지만. 지금에야 이 방이 성인이 된 시이타가 아내를 맞이해서 살게 하기 위해 준비되었던, 아파트먼트형식으로 독립된 주거공간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고양이로서의 영역욕구도 만족시킬 수 있는 것이고. 모피차림으로도 머리로 밀고 들어올 수 있게 되어있는 문을 열면, 우선은 대기실 같은 작은 방으로 들어오게 되고 그 안쪽에는 창을 통해 뒷산이 보이는 거실. 거실에서 문을 하나 더 밀고 들어가는 침실은, 클로젯이 있는 안티크 워드로브랑 작은 장롱이 놓여있고 욕조 화장실이 딸린 10량 정도의 방인데 거기 놓인 침대는 킹사이즈. 게다가 커튼이 쳐지는 사주침대! 덧붙이자면, 저택 내부는 오래 되어 보이는 외견을 봐서는 생각되지 않는 전관에 냉온방 완비라서, 밖은 찬바람이 불어 낙엽을 쓸어가는 초겨울인 오늘도, 집 안은 고양이가 쾌적하게 있을 수 있는 따끈따끈한 온도다. 침실로 들어가자 시로우는 서둘러 옷을 벗고, 나도 벗겨졌다. 그리고서 베드에 앉아서 키스를 하고……. 「커튼 치고 싶어」 「좋아」 베드의 사주에 세트되어 있는 커튼을 치자 밀실 같은 약간 어두운 공간이 만들어져서, 대낮에 H를 하는 부끄러움을 꽤 많이 덜어준다. 시로우는 오늘은 가슴에의 터치부터 시작했다. 유두를 애무하면서 목덜미를 핥아온 시로우는, 답례로 귀를 살짝 깨물어주자 기분 좋은 듯이 크르르 하고 목을 울렸다. 나는 깨물리는 것보다는 핥아지는 쪽이 좋지만, 시로우는 조금 세게 깨물리는 느낌을 좋아하는 것 같다. 쇄골 위 언저리의 목덜미에 아작아작 이를 세워줬더니 부르르 몸을 떨었다. 시로우가 느끼는 포인트는, 목덜미와 등줄기와 옆구리 그리고 두 팔의 안쪽과 보통 사이즈 고양이의 허리를 한손으로 움켜쥐었을 때에 손가락이 닿는 부분(골반의 옆쯤일까나). 그리고 허벅지가 몸통에 붙은 부분(해부학적으로 말하면 서혜(鼠蹊)부)에서 허벅지 안쪽에 걸쳐서는 손을 대면 냐오냐오~ 해버릴 정도로 느껴대고, 모피모습일 때에는 포동포동한 살덩이가 되는 손바닥과 발바닥 안쪽을 손가락으로 간질여지는 것도 좋아하는 것 같다. 하지만 그런 쾌감 포인트는, 시로우만이 아니라 나한테도 역시 공통사항이라서……. 「앗, 싫어, 나는 발바닥은 안돼, 간지럽다구!」 「그 간지럽다는 게 좋아진다는 거야」 「싫다니까! 그만둬~, 아핫, 으크크큿, 아읏, 아앙」 「거봐, 좋아졌지?」 「아……아, 아……」 「흘러나왔어. 미츠오는 발바닥의 여기도 성감대야」 「아아응, 싫어, 애가 탄다구, 저기, 이제」 「여기에 원하는 거야?」 「으, 응」 「그럼 핥아서 적셔줘」 「응」 「으앗, 지, 지금은 깨물면 안돼, 나와」 「괴롭혀야지~」 「보, 복수할 거얏」 「어떻게?」 「젤 안 바르고 할 거야」 「그런 걸 했다가는, 너도 아프다구」 「미츠오의 여기는 벌써 이렇게 부드러운데? 아픈지 어떤지 시험할래」 「앗, 싫어, 무리!」 하지만 시로우는 힘으로 나를 깔아 눕히고, 즈윽―하니 인서트 해 와버려서. 「아, 아, 아앗」 「아파? 피 냄새는 나지 않는데?」 「앗, 앗, 빠, 빡빡하다니까」 「시로우는 이 정도로 빡빡한 게 좋아」 「응, 응앗, 아, 기, 기다려, 타임」 물론 시로우는 기다려주는 일 따위는 없었다. 하지만 쩍쩍 소리가 나는 느낌으로 넣었다 빼는 움직임은, 힘들 정도로 빡빡했지만 그게 또 한편으로는 좋기도 해서. 「아윽, 아으응! 안돼, 안됏, 힉, 히잇」 「느끼는구나, 미츠오. 시로우도 조금 아프지만, 이 빠득하게 조여 오는 건 좋아」 「시, 시로우, 시로우, 아앗, 아앙! 가, 가겠어……」 「미츠옷」 ……문제는, 끝난 다음에 표면화됐다. 나도 시로우도, 각자의 국소에 껍질이 벗겨진 것처럼 찌릿찌릿한 아픔이 남아버렸던 것이다. 「역시 젤 없이 하는 건 안 좋아」 라고 반성한 내게, 시로우도 투덜거리면서 마지못해 찬성했다. 그건 그렇다고 쳐도……최근 우리들의 섹스라는 거, 애정행위라기보다 스포츠화 하지 않았어? 애정이 식은 기분이 드는 건 아니니까, 그건 그거대로 별로 괜찮긴 하지만. 아아, 그런가, 부모님의 눈 같은 걸 신경 쓸 필요가 없어져서, 몰래하는 『비밀스러운 일』이라는 느낌이 없어져버렸기 때문인가. 그렇다면, 좋은 경향인 거구나, 응. 하지만, 그건 그렇다 쳐도, 나는 이제 슬슬 『먹는다, 논다, 한다, 잔다』의 매일로부터 벗어나고 싶다구. 정말로, 진짜―……. 전문학교의 입학은 4월이지만, 신청은 분명 지금쯤일 터라, 나는 빨리 학교를 선택하고 싶은데 시로우는 인터넷으로 놀기만 할 뿐이다. 시로우는 너무나 좋아하고 H도 싫어하지는 않지만, 이렇게 매일매일 하는 건 체력적으로 힘들고 때로는 (내 가치라는 건, 시로우의 H욕을 만족시키는 것뿐인가?) 라며 우울해져버리기도 하고……내 정신상태는 그다지 좋지 않다. 그런 식으로 돌발적으로 집을 나온 것도 심적으로는 상당히 걸리는 게 있고. 부모님들에게는 어제 「건강하게 있습니다」라고 엽서를 보냈지만, 리턴어드레스는 쓰지 않았다. 읽고서 기뻐할만한 대답이 올 리가 없으니까. 시로우는 그런 내 심경을 깨닫지 못하니까 조금 울컥해진다. 하지만 말해도 이해 못할 거야, 분명히. 고양이니까 말이야……. 나베시마 저택으로 굴러들어오고 나서 2주일째의 아침. 부인도 함께였던 아침식사 테이블에서, 시로우가 부인에게 말했다. 「시로가네다이(白金台)에서 가장 높은 맨션의 최상층을 샀어. 제타가 가진 아카사카(赤坂)의 맨션보다 두 층 더 높은, 32층이야」 「어머, 그러니」 부인은 반숙된 계란을 스푼으로 떠올리면서 대답했다. 「아자부다이(麻布台)에서 찾을 작정이었지만, 시그마의 저택을 내려다볼 수 있는 장소에는 물건이 나온 게 없었어」 「시로가네다이라면 품격적으로는 위지요」 「밤에는 문이 닫히는 커다란 공원에 인접해있으니까, 모피모습으로 산책을 즐길 수 있어」 「어머 그거 멋지네」 「벌써 가구도 들여놨으니까, 언제든 놀러 와도 좋아」 「고마워라. 그럼 다음 주 일요일에 찾아가겠어요」 부인은 싱긋 웃고서 말을 이었다. 「새집을 마련한 축하 선물은 뭐가 좋을까나? 와시츠(和室) 순 일본식 방. 미닫이 장지문에 다다미 깔려있고…대충 그런 느낌 생각하시면 될 듯 ^_^; 가 있다면, 네가 좋다고 했던 마루야마 오우쿄(円山?擧)의 『시라이토바쿠후도(白?瀑布?)』의 족자를 춘하추동 세트로 주고 싶은데」 「시로우의 집은 국보급의 족자가 어울릴만한 구조는 아니야」 「그래……」 부인은 어깨를 떨구고는 커피 컵을 들어올렸다. 한 모금 마시고서는 마음을 다잡은 듯이 얼굴을 들고 말했다. 「그럼, 현관에 놓아둔 갤리의 화병으로 할까. 아니면 홀에 걸어놓은 들라크루아의 그림 쪽이 좋으니? 미켈란젤로의 스케치화도 있는데, 정말로 소품이라서 방에 걸기에는 너무 수수해서 말이지」 「미츠오는 어느 게 좋아?」 갑자기 얘기가 나한테 돌아와서 당황했다. 홀에는 결혼식 때에 한번밖에 들어간 적이 없어서 들라크루아의 그림이 있었다는 것 따위는 눈치도 채지 못했었고, 미켈란젤로의 스케치 같은 것도 보지 못했다. 「시로우는, 할머님 방의 불단 안에 있는 시로우의 아버지와 어머니의 사진이 좋은데」 「에」 라는 소리는 나와 부인이 동시에 내서, 웃길 정도로 멋지게 하모니를 이뤘다. 하지만, 아무도 웃지 않았다. 시로우는 진지한 눈빛으로 부인을 바라봤고 부인은 깜짝 놀라는 표정으로 안색이 새파래진데다, 나는 지금 바로 방금 전까지 시로우에게도 부모님이 있다는 것을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자신에게 침울해졌기 때문이다. 「……알고 있었니」 라고 부인이 신음했다. 「3개월 정도의 어린애였을 때, 불단에 숨겨진 문을 발견했어. 열수가 없어서 안에 뭐가 들어있는 건지 계속 신경이 쓰였었어. 저번 주 여기에 왔던 날 생각이 나서 열어봤더니, 남자와 여자가 찍힌 사진이 들어있었어. 그건 시로우의 부모라고 생각해」 「…………그래」 부인은 자그만 목소리로 말했다. 「태워버리지 않으면 안 되는 거였는데, 태우지 못하고 숨겨놓고 있었어. 그걸……그래, 봐버린 거구나……」 「있어서는 안 되는 사진이라면 태우면 되지만, 대신에 가르쳐줬으면 해. 시로우의 부모는 지금 어디에 있지? 할머님은 시로우한테 부모들은 죽었다고 말했지만, 거기에 찍혀있는 두 사람은 살아있어」 「물론, 그 사진을 찍었을 때는 두 사람 다 건강했어」 「그런 의미가 아니야. 시로우는 사진에서 느꼈어. 이 근처에는 없는 것 같지만, 두 사람은 살아있어」 시로우는 그것을 분명한 확신을 가진 투로 말했고, 부인은 어깨를 둥글게 말고는 고개를 숙였다. 「그래……네게는 그런 힘이 있지요」 그리고서, 포기했다는 것처럼 테이블에서 일어섰다. 「여기서는 얘기할 수 없어요. 불단이 놓여있는 방으로 가지요」 「알았어」 라고 시로우도 일어섰다. 「미츠오도 와」 「아……나는 사양하는 쪽이 좋지 않을까?」 「미츠오는 시로우의 아내야, 염려할 필요는 없어」 처음으로 들어간 부인의 방은, 양관에 있는 한 방인데 아무리 봐도 순 일본풍의 구조라서 깜짝 놀랐다. 인테리어 테크닉이 마술과 같은 효과를 내고 있는 것이다. 총 네 칸 중의 한 방이 커다란 불단을 갖추고 있었는데, 나였다면 100년을 본대도 숨겨진 문이 있다고는 깨닫지 못했을 장소에서 나왔다. 찍혀있던 것은, 양쪽 다 용모에 일족의 특징을 그대로 갖추고 있는 젊디젊은 미남미녀로, 커플이라는 걸 모르고 사진을 본다면 남매로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이제부터 하는 이야기는, 굉장히 중대한 비밀이니까 결코 입 밖에 내서는 안돼요」 부인은 그렇게 서두를 놓고 얘기를 시작했다. 「마사하루(雅春)상과 레이미(麗美)상은, 중요한 관습을 두 가지나 어긴 죄로 일족에서 추방당한 거예요. 일족 안에서는 죽은 거나 마찬가지인 사람들이지요」 「두 사람은 준직계인데, 가까운 혈연이 있는 거지?」 「네에, 그래요. 일족의 관습으로는 근친상간이라고 보게 되는 사촌지간이지요. 게다가, 정식으로 맹세를 나눈 혼약자를 버리고 몰래 달아나서 결혼을 했던 거예요. 두 사람은 곧장 붙잡혀서 일족의 재판에 회부되었고, 마사하루상은 거세의 형을 언도 받았어요」 윽! 준직계라는 건, 거의 인간인데……?! 게다가 시로우의 아버지라구! 「하지만 레이미상이 임신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되어서, 형은 일단 집행유예가 되었어요. 그리고 레이미상이 몸에 밴 아이는 직계라는 걸 알게 된 시점에서, 형은 종신추방으로 경감되었지요. ……배심원을 했던 직계들은, 사실은 무죄로 바꾸고 싶었던 것 같지만 그래서는 관습 자체를 바꾸지 않으면 안 되게 되고, 근친결혼이 리스크가 크다는 것은 『전진의 서』에 있듯이 역사가 증명하고 있지요. 마사하루상들이 건강한 아이를 얻었던 것은, 마침 운이 좋았던 것뿐이라는 결론밖에 낼 수 없었어요. 마사하루상은 일족의 결정에 따라서 모습을 감추고, 레이미상도 당신을 낳고 곧장 마사하루상을 쫓아서 저택을 나갔지요. 직계의 아이를 세간에서 키우는 것은 너무나 위험하니까 이 아이의 양육은 아야코 숙모님께 부탁합니다, 라고 울면서 당신을 내게 위탁한 거예요. 그 뒤 두 사람이 어떻게 되었는지는, 나로서는 알 수가 없어요. 그 아이들은 관습대로 나와의 연을 끊어버리고, 엽서 한 장 보내오지 않았으니까」 「그런가. 잘 알았어」 시로우는 의문이 풀려서 개운하다는 얼굴로 말하고, 문득 나를 돌아보고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무슨 일이야? 뭘 슬퍼하고 있지?」 「에? 아하, 하지만……」 「시로우는 슬프지 않은데? 잘 몰랐던 부모를 알게 되어서 안심했어. 미츠오도 기뻐했으면 싶어」 「응, 그렇구나. 두 분 모두 살아계신다면, 언젠가 만날 수 있는 날도 오겠지」 「미츠오는 만나고 싶어?」 라는 질문을 받고, 「에?」 하고 되물었다. 「시로우는, 만나고 싶지 않은 거야?」 「아무래도 상관없어」 검은 터틀넥 스웨터가 너무나 잘 어울리는 고양이 남자는 남의 일처럼 말하고서는, 「잠깐 먹고 올게」 라며 일어서서 방을 나갔다. 고양이가 뭔가 먹고 싶어지는 것은, 배가 고플 때와 마음을 진정시키고 싶을 때다. 말은 저렇게 하지만, 시로우는 시로우 나름대로 복잡한 심경인 것이다. 하지만 쓸데없이 달래거나 하지 않는 쪽이 좋을까나. 아까의 「아무래도 상관없어」는, 관습에 의해서 추방당한 양친과는 만나고 싶어도 만나서는 안 되니까 라는 의미였던 거라면, 아마 더는 이 이야기는 건드리지 않는 쪽이 좋겠지. 그런 걸 생각하면서 식당으로 가봤더니, 시로우는 모피모습이 되어서 마츠사카 소고기를 깍둑썰기 해놓은 걸 먹고 있는데, 그 모습은 아무리 봐도 침울해져 있는 것 같다. 나는 말은 걸지 않고 옳지~옳지~하고 시이타의 머리를 쓰다듬어줬고, 다 먹은 시이타는 혼자서 뒷산으로 나갔다. 그렇구나……나도 쇼크인 얘기였는걸. 다시 일어서는 데에는 시간이 필요하겠지. 그리고서 사흘간 시이타는 산에 틀어박혀 지내고, 나흘째 아침에야 겨우 돌아왔다. 「어서와, 시이타!」 라며 끌어안아줬더니, 시로우는 내 팔 안에서 변신을 하는 바람에 나는 부인이랑 집사인 쿠로다상의 앞에서 나체인 시로우와 끌어안고 있는 꼴이 되어버렸고, 게다가 그대로 키스를 당해버려서 무지하게 창피했다. 「저, 저깃, 저기잇」 「이사하자」 「헤?」 「시로우들의 새집으로 이사해」 「아, 아아, 그런가, 시로가네다이의 맨션 말이지」 「미츠오도 마음에 들 거라고 생각해」 「알았으니까, 이 손 놓고 옷을 입어줘」 이사는 간단했다. 짐은 내가 집에서 가지고 온 물건뿐이고, 나머지 건 「저쪽에 있어」라는 것 같으니 말이다. 그리고 실제 맨션에는 가구 조명에서부터 의류랑 타올에 이르기까지 생활용품은 전부 갖추어져 있어서, 칫솔 하나도 더 살 필요가 없었다. 「어느새 이런 거 다 샀어?」 「이런 일을 전문으로 하는 일족이 있어」 「헤에……」 부엌은 엄마가 부러워할만한 시스템키친에, 냉장고에는 이틀 정도의 식료가 들어있어서 이쪽 방면으로도 전혀 손을 델 곳이 없다. 그건 좋지만……시로우의 안내로 둘러본 『새집』은 32층 건물 맨션의 최상층을 플로어 통째로 사들인 물건인데다가 욕조랑 화장실을 뺀 천량(?) 정도의 넓이가 완전 오픈 스페이스로 된 원룸인 것이다. 구조상 없애서는 안 되었던 것 같은 기둥과 칸막이를 대신하는 넘치는 녹음이 살짝 스페이스를 구별 짓고 있지만, 첫 번째 인상은 (호텔 로비?)라는 느낌이라서……. 키친스페이스에서 조금 거리를 두고 다이닝 테이블이 놓여있고, 저쪽 창 가까이에는 디자이너용의 데스크(내 건가?)가 있고, 이쪽 창가에는 PC데스크가 있고. 게다가 나베시마 저택의 침실에 있었던 것과 비슷하게 생긴 사주침대가 소파세트를 놓은 건너편에 (공간 디자인적으로는 맥락이 없이) 뚜둥 놓여있거나 하는 실내풍경은, 물품이 적은 가구 전시장 같다. 키친 이외의 바닥은 보기에는 상질의 융단이 깔려있고, 게다가 바닥 난방이다. 아마 어디서든 맘에 드는 자리에서 낮잠이나 밤잠을 잘 수 있도록. 「어때, 좋은 집이지?」 라고 감상을 물어보길래, 「아―……조금 이상한데」 그렇게 대답했던 것은, 약간 소극적인 본심을 토로한 거였다. 덧붙이자면, 엘리베이터를 나오면 그곳은 이미 집 안이 되는데, 신발을 벗는 매트가 깔려있는 스페이스가 『소위 말하는 현관』이라는 곳. 손님은 엘리베이터를 내린 순간에, 집안을 전부 내다보게 된다. 「살기 편하도록 고안했어」 시로우는 그것을 자랑스럽게 코를 세우는 투로 말하고, 나는……코멘트를 말하지 않고 끝내기 위해서 질문했다. 「손님을 불러오기에는 뭐한 구조 아니야?」 「손님 따위 들어오지 않아」 시로우는 그렇게 말하고서, 「할머님과 알파와 제타 이외에는」 이라고 정정했다. 「여기는 미츠오와 살기 위한 집이야. 시로우와 미츠오는 각각 달리 무슨 일을 하고 있든지 같은 방에 함께 있어. 이상적이지」 아하……『언제든 함께』가 이상, 인가. 학교 문제도 그렇지만, 시로우는 머리가 좋은 주제에 묘하게 어린아이 같은 부분이 있구나아. 「뭐어, 이 넓이에 익숙해진다면야 OK일까나」 「미츠오는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는 건가」 시로우는 불복인 듯이 어깨를 움츠리고, 나는 뒷수습에 들어갔다. 「이렇게 넓은 곳에서 생활한 경험이 없으니까, 조금 당황한 것뿐이야. 아아, 그렇구나, 이거 네가 좋아하는 뒷산의 숲 분위기? 응, 그렇게 생각을 해보니까 그런 거 같네」 약간 빈말을 섞어서 끄덕인 내게, 시로우는 생각에 잠긴 얼굴이 되어서 한동안 조용히 있다가 말했다. 「그런가, 어쩐지 차분한 맛이 나쁜 기분이 드는 건 나무 종류야」 척척 전화가 있는 곳으로 다가가서는, 삐뽀빠 하고 버튼을 눌렀다. 《지금 호출하고 있습니다》라는 스피커에서부터 합성음이 말하고, 곧 남자의 목소리로 바뀌었다. 《가드닝 아오야마입니다》 「포레스트 하이츠의 나베시마 시로우다. 나무를 바꾸고 싶어」 와오, 이건 수화기를 들지 않고 말할 수 있는 전화기다. 스피커에서 흘러나온 남자의 목소리가 겸손한 어투로 바뀌었다. 《마음에 들지 않으셨습니까? 죄송합니다. 제게 맡기신다고 해주셔서, 벤자민하고 오거스터 등, 지금 인기 있는 관엽식물을 셀렉트했습니다만》 「녹색은 많지만 마음이 차분하지 않아서, 어째서인가 생각했어. 이곳에 있는 나무는 일본의 자생종이 아니라서 기분이 좋지 않은 거라는 걸 알았어. 졸참나무랑 티나무랑 단풍나무 같은 걸로 바꿔줘」 《아―……》 실내장식용의 그린을 다루는 업자는 그런 주문을 받아본 적이 없는 거겠지. 「없는 건가?」 《아, 아니요, 물론 희망하신다면 조달하겠습니다만, 티나무나 단풍이라고 하는 관엽수는, 지금부터의 계절에는 낙엽이 져서 벌거숭이가 됩니다만》 「그게 자연이야」 《하지만, 댁의 장식으로 하기엔 쓸쓸하지 않을까하고》 「상관없어. 봄이 되면 싹을 틔우지」 《하, 하아, 확실히 그렇습니다만. 아―……반 정도, 동백나무 등의 상록수를 섞는 것은 어떠십니까? 지금부터가 꽃피는 시기이고요》 「아아, 동백도 있었구나」 시로우는 나베시마 저택 뒷산의 식생을 떠올리고 있는 얼굴로 끄덕였다. 「나무의 종류는 맡기지」 《잘 알겠습니다. 단지, 그, 대단히 말씀드리기 죄송합니다만, 수종의 변경에 의해서 렌탈 요금 쪽은 조금 높아지……》 「알았어. 무사시노(武藏野)의 잡목림 분위기로 하고 싶어. 언제 가능하지?」 아~아, 이 무뚝뚝한 말투. 너를 모르는 사람은, 거만하기 짝이 없는 녀석이라고 생각할 거라구. 《급하신 거지요》 「저녁까지 가능한가?」 풉! 오늘?! 그건 무리라구! 《대단히 죄송합니다만, 보통은 취급하지 않는 수종이라, 2, 3일은 시간을 주셨으면 합니다만》 「그렇게 걸리나. 그럼 다른 데를 알아보지」 《에?! 아, 아니, 내일까지는 어떻게든 됩니다!》 확실히 조금이 아니라 많이 무리를 해서라도 놓치고 싶지 않은 고객이겠지. 그게 방의 화분 수는, 주욱 세어본 것만으로도 100개 이상. 한 개에 얼마인지는 모르지만, 시로우니까 턱 하니 현금으로 지불했을 거고. 「그런가, 그럼 부탁하지. 오전인가 오후인가」 《저, 저녁까지는, 화, 확실히 배달을》 「시로우는 그 외에도 용무가 있어. 시간을 정하지. 그렇군, 5시에 와줘」 《다, 다섯시이십니까? 알겠습니다. 매번 감사드립니다》 「거래는 아직 두 번밖에 하지 않았어」 상대에게는 협박으로도 들리지 않을 수 없을 만한 말로 이야기를 맺고서 삣 하고 통화를 끊고, 시로우는 나를 돌아보고서 「미츠오 덕분이야」라며 눈을 가늘게 떴다. 「에? 뭐가?」 「미츠오는 시로우가 필요로 하고 있었던 컨셉을 어드바이스 해줬어. 이걸로 이 집은 훨씬 더 기분 좋게 되는 거야. 고마워」 「별말씀을」 이라고 대답하면서, 나는 (가능하다면 벽도 있었으면 하는데) 라고 생각했다. 우리 집에서 키우는 고양이들은, 골판지 상자에 들어가서 자는 걸 좋아하지만, 시로우는 그런 좁은 장소는 취향이 아닌 걸까. 하지만 「우리 고양이들은 이렇고 이런데, 너는?」이라고 물었다가는, 반드시 화를 내겠지……. 야생의 호랑이랑 표범의 생태라는 건 어떤 걸까. 그들에게 둥지를 만드는 습성이 있는 거라면, 벽으로 구별 지어진 작은 공간을 가지고 싶다는 내 마음도 알아주겠지만. 응? 『호랑이굴』이라는 말이 있구나. 그렇다는 건, 호랑이는 동굴 같은 곳을 둥지로 삼나? 그래서 나는, 제안을 해보기로 했다. 「저기이, 베드룸만은 다른 곳하고 구분을 짓는 쪽이 좋지 않아? 벽을 다시 만드는 건 큰일일 테니까, 아코디언 커튼 같은 거라도 말이야」 「커튼은 침대에 달아놨어」 시로우는 가슴을 펴고 내 신청을 각하했다. 「이 집은 시로우와 미츠오만의 전용 영역이고 다른 자는 들어올 수 없으니까, 기본적으로는 언제 어디서 섹스를 해도 미츠오가 부끄러운 생각을 할 일은 없어. 하지만 자는 데에는 적당히 좁은 장소 쪽이 안정이 되니까, 베드를 놓기로 했어」 그리고 시로우는 나를 베드가 있는 곳으로 끌고 가, 나를 베드에 올려놓고 자기도 들어와서는 사주 덮개에 달려있는 빌로드인 것 같은 심홍색의 커튼을 내려보였다. 「어때? 저택의 베드와 비슷하게 적당히 좁고 어두워서, 좋은 느낌이지?」 ……인묘도, 골판지 상자를 사랑하는 집고양이하고 마찬가지로, 좁은 『둥지』가 좋은 거였다……. 단지, 그 『둥지』는 잠자는 장소로서의 의미만이지, 생활전체를 목적별로 구별 짓는 장소 안에서 영위한다는 방식은 시로우의 센스에는 반하는 것인 듯 하다. 그리고 갑자기 깨달았다. 집 전체를 『둥지』라고 생각하고, 부엌이니 거실이니 침실이니 하는 구별을 지어서 나눠서 쓰고 싶다는 내 『생활』감각이란 건, 너무나 흔한 건가? 으~응……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쨌든, 나는 시로우의 센스에 맞추지 않으면 안 된다. 이 맨션은 시로우의 거고, 이곳은 시로우의 집이니까 시로우의 취향에 맞추지 않으면 어쩔 수가 없는 거다. 하지만 나중에 잘 생각해보면, 나는 그 시점에서 완고하게 『침실』의 설치를 요구해야만 했었다. 그것도, 안에서 열쇠를 걸 수 있는 방을! 그렇게 하지 않았던 자신을 나는 이후 아주 후회하는 처지가 된다……. 새집으로 이사한 다음날, 나는 시로우에게 끌려서 오챠노미즈(お茶の水)로 외출했다. 「미츠오의 학교는 『스루가다이(駿河台) 아트 학원』이 좋아」 라는 소리를 듣고, 나로서는 예비조사인 견학을 할 작정이었는데 어째선지 VIP취급으로 학원장실로 안내를 받아서, 나는 이미 『입학』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학생증과 모든 텍스트를 받고서 오리엔테이션을 받은 뒤에 「내일부터 서둘러 등교해서, 꿈의 실현을 노려주세요」라는 학원장의 말로 전송받은 현관을 나온 나는, 얼른 시로우에게 달려들었다. 「거짓말, 정말이지~~~~~~……어째서 멋대로 결정해버린 거야! 나는 『시부야 미술학교』로 할 작정이었는데!」 「여기가 제일 가까워」 「어디가! 집에서는 시부야 쪽이 단연 더 가깝다구?!」 「도쿄대하고는, 여기가 제일 가까워」 「에……그럼, 너……도쿄대에 편입……했어?」 「국립대의 최고봉이라는 점도 있고, 좋은 논문을 쓰고 있는 교수가 많아. 시로우가 논전해보고 싶은 진짜상대는 교토대에 있지만, 아직 기초적인 공부가 부족해. 아마 내후년 봄에는 교토로 이사를 할 테니까, 미츠오도 그럴 작정으로 있어」 「……라는 건, 도쿄대를 1년 반으로 졸업할 생각이야?」 「시로우가 원하는 지식은, 그 정도의 기간으로 충분히 습득할 수 있을 거야. 지극히 엉성한 계산이지만, 읽어야만 하는 저서 및 논문은 3천 내지 4천 정도인 것 같으니까, 하루에 열권씩 해가면 1년 이내에 다 읽지. 논문이랑 저작으로 모을 수는 없는 교수들의 최신 연구는 디스커션으로 끌어내는 수밖에 없으니까, 그거에 걸리는 시간을 반년으로 계산하고 있지만……뭐어, 대충한 거야. 그렇게는 걸리지 않을 지도 몰라」 「……네가 천재적인 두뇌의 소유자라는 건 어렴풋이 알고 있어」 그에 비하면 보통사람이라고 이름을 대는 것도 분수를 모르는 짓인 것 같은 기분에 빠지지 않을 수 없는 자신의 평범함에, 분해한다고 해도 어찌할 수 없다고 하는 분함 따위는 생각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면서 나는 물었다. 「그래서? 1년 반으로 도쿄대의 교수진을 전부 휩쓸고서, 그걸 토대로 교토대에서 중급편에 도전하려고 하는 것 같은 네 최종목표는?」 나는 그 때, 시로우는 대답할 수 없을 거라고 기대하고 있었다. 시로우에게 있는 것은, 머리 좋은 녀석에게 종종 있는 『지식』에 대한 무턱댄 수집이라서 「그렇게 해서 공부하는 목적은?」이라는 내 질문에 대한 답은 가지고 있지 않겠지, 라고. 하지만 시로우는, 간단히 대답해버렸던 것이다. 「『전진의 서』에 있는 『우리들의 왕도』를 찾아내는 거야」 그리고 완전히 진심이라는 증거인 진지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미츠오는 『왕도』를 보고 싶다고 말했어. 시로우도 그렇게 생각해. 『전진의 서』제 3편에 이르기를 『위대한 왕도를 세운 바다스타트 영웅왕은, 7중의 해자(垓字)와 7중의 성벽과 7중의 신성한 주문에 의해서, 그 왕도가 온갖 적과 재난으로부터 미래영겁 지켜질 수 있도록 만들었다』 그러니까 제 4편에서 말해지고 있는, 분별없는 일족이 관습을 어긴 것에 의해 『그 여름은 햇살과 메뚜기가 땅을 지배하고, 다음 해도 또 다음 해도 똑같은 재액이 이어져, 일족은 영웅왕의 축복을 잃은 왕도를 떠나 뿔뿔이 흩어졌다』라고 하는 뒤에도, 왕도 그 자체는 남아있는 것은 아닐까 라고 생각해. 시로우는 그걸 찾아내서, 재건하는 거야」 「휘유, 그럼 너는 인묘 일족의 『슐리만』이 되고 싶은 거야?」 슐리만은 독일의 고고학자로, 고대 그리스 시인 호메로스가 노래했던 트로이 전쟁은 근거 없는 신화전설 같은 것이 아닌 실제 역사였다고 믿고서, 그것을 증면하기 위해 사재를 던져서 도시국가 트로이아의 발견에 걸어, 멋지게 성공했다고 하는 인물이다. 하지만 시로우의 계획은, 「발견하는 것만이 아니라, 재건한다? ……라는 거, 진짜로?」 슐리만은 발굴조사를 통해 트로이를 발견한 것만으로 만족했지만, 시로우는 발견한 유적을 원래대로 재건하는 데까지 할 작정이야? 「제3편이 말하고 있는 시대는, 시로우의 지금 현재 추측으로는 적어도 2천년 정도는 전인 것 같아. 손질도 하지 않고 세월에 드러내어져온 왕도는, 분명 굉장히 상처입고 있을 게 틀림없어」 「으……뭐, 그렇겠지」 시로우의 말투로는, 왕도는 2천년 전의 유적이라기보다 한동안 아무도 살지 않았던 빈집 취급이다. 그렇지만, 그 이전에 중대한 문제가 가로놓여있었다. 「하지만 말이야, 애당초 찾을 수는 있는 거야? 『전진의 서』에는 왕도의 구체적인 장소를 표시하는 것 같은 단서는 노래되어 있지 않잖아? 『전진의 서』 를 배웠을 때에 시그마한테 물어봤었는데, 아시아인건지 아프리카인건지 남미인건지도 전혀 알 수가 없는 거 같다던데. 그런 완전히 뜬구름을 잡는 거 같은 일을, 어떻게 하겠다는 거야?」 「단서는 있어」 시로우는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제3편에 이름이 나오는 식물을 메르크말(Merkmal)로 삼아서 연구를 했어. 일본에는 없는 식물이 대부분인 걸로 봐서 『왕도의 땅』은 일본이 아니라는 것까지는, 이미 알았어」 「아, 그래」 소거법으로 일본은 제외했어도, 4대 대륙 그 외의 세계를 이 잡듯이 뒤지면서 조사할 작정이라면, 정신이 아득해질 것 같은 탐사작업이라고 생각하지만. 「하고 싶은 걸 찾았으니, 잘 됐네」 나는 (뭔가에 열중해주는 건 대찬성이야) 라고 생각하면서 말해줬다. 「네 두뇌를 사용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그 정도로 보람이 있는 난제가 딱 좋지 않을까 생각하거든. 혹시 발견할 수 있다면 일족의 역사에 남을 대발견이니까, 열심히 하는 만큼의 보람도 있고 말이야」 「발견한다면, 미츠오도 기뻐해」 「응. 시편에서 묘사하는 대로 장려한 도시라면, 꼭 스케치하고 싶어」 「미츠오를 기쁘게 하기 위해서, 시로우는 열심히 할 거야」 「아하, 기쁜데」 조금 무책임한가 싶기도 했지만, 나는 그렇게 기합을 넣었다. 시로우는 지금까지 빠질만한 취미를 가지지 않았다. 지루해서 남아도는 시간을 날 가지고 죽인다는 식으로 해왔기 때문에, 거기에 어울리게 되는 내 쪽은 꽤나 큰일이었던 것이다. 아……하지만, 인터넷에 빠졌던 동안에도 H만은 빠트리지 않았었으니까, 왕도 찾기도 그 점의 개선에는 도움이 되지 않을지도 모르겠구나. 응? 그러고 보니, 어제는 하지 않았구나. 사흘이나 집을 나갔던 뒤였으니까 라고 생각해서, 그 나름대로 각오를 했었는데. 혹시, 실은 아직 침울해져있기 때문에 기분을 되살리지 못한 건가? 하지만, 어제 오늘 동안 기분이 좋아보이던 건 연기라든지 하는 게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앗, 혹시 발정기가 끝났나?! 그렇다면 럭키! 집으로 돌아가면 물어봐야지. 「그런데, 이 길……역은 저쪽 아니었어?」 「도쿄대에 들릴 거야」 「아, 그래」 그 이름도 높은 아카몬(赤門) 도쿄대의 또 다른 별칭입니다. 에도시대 이후로 계속 문을 붉은 색으로 칠해서 나온 말이지요. 서울대를 샤대(쿨럭)이라고 하는 거랑 비슷하달까……. 을 빠져나와 구내로 들어가자, 시로우는 지나가는 학생들에게 길을 물으면서 몇 개인가의 연구실을 방문했다. 방문중, 나는 복도에서 기다리고 있겠다고 얘기했다. 10분으로 끝나는 곳도 있었지만 30분이상이나 걸렸던 방도 있었던 기다리는 시간동안, 스루가다이 미술 학교에서 받아왔던 이수안내서를 넘겨봤다. 그러다가, 나로서는 기쁜 발견을 해버렸던 것이다. 「에……아이하라상이 강사를 하는 건가……거짓말, 와오, 럭키!」 아이하라 마사키상은 내가 존경하는 신예화가의 한사람으로, 그가 소속한 『그룹 청풍』의 요전 정기전에서 생각지도 못하게 얘기를 나눌 수 있었던 사람이다. 전문은 에칭이지만, 그의 작품은 정밀한 묘사와 예각적인 터치가 만들어내는 긴장감이 멋져서 흉내를 내어 그려본 적도 있다. 사실은 실물을 앞에 두고 묘사를 하고 싶었지만, 전람회장에서 묘사하는 것은 안 되는 일이고 한 장에 10만내지 15만이나 하는 판화를 살 수 있을만한 돈은 없었고. 「하지만, 지금은 살 수 있구나아~」 그래, 돈은 있어. 올해 전람회에 나왔던 《인도신화》시리즈만이 아니라, 작년에 봤던 《볼레로의 리듬》의 연작도 전부 살 수 있어! 우와~우와~, 내일 서둘러서, 아직 재고가 있는지 어떤지 물어봐야지. 하지만 그 이상으로, 그 아이하라상에게서 직접 그림을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하니까 벌써 꿈결 같은 기분이 들어서 기쁘다구! 내 중도입학에 대해서 시로우는 일족들 식으로 『거액의 기부금』을 줬던 듯, 나는 학원장에게서 어느 강좌든지 마음대로 받아도 좋다는 특권을 받았다. 돈다발을 건네주고 사들인 특권대우 같은 건 페어가 아니라는 느낌이 들어서 싫다고 생각했었지만, 이렇게 되면 얘기는 달라진다. 돈으로 산 특권이든 뭐든 간에, 쓸 수 있는 건 전부 이용해서 반드시 아이하라상의 강좌에 들어가야지. 단지……. 「시로우한테는 비밀이야, 응」 내가 전람회장에서 아이하라상과 만났을 때 시로우도 함께 있었는데, 나는 좋아서 날아올랐었지만 시로우는 그에게 반감을 가졌었다. 「팬입니다」라고 이름을 댄 나를 그가 아주 쌀쌀맞게 대했다고, 화를 냈었지. 그러니까, 스루가다이 미술학교에 아이하라상이 있고 나는 수강생이 될 작정이라는 것은, 아마 말하지 않는 쪽이 좋을 거다. 다른 학교로 바꾸라는 소리를 듣는다면, 모처럼의 찬스가 물거품이 되어버려. 늦은 점심식사를 도쿄대 학생식당에서 먹고, 맨션으로 돌아온 것은 3시가 넘어서. 시로우는 「졸려」라고 말하고 베드로 들어갔고, 나는 내일부터의 이수계획을 세우기 위해서 포기했던 회화코스의 안내서를 읽기 시작했다. 크로키와 데생은 필수. 나머지는 수채와 컬러잉크와 과슈인가……유채도 하고 싶지만, 갑자기 너무 손댈 곳을 늘려도……아, 에어브러시는 해두자. 공간구성, 색채학, 원근법, 투시법……은, 일단 패스인가. 미술부에서 했었으니까. 감상법……이라, 으~으……일단 동그라미? 뭐어, 시간이 있으면 이라는 걸로. 감정, 수복은 패스. 딩동 하고 맨션의 입구에서 호출 콜이 와서, 인터폰을 들러 갔다. 「네, 나베시마입니다」 《매번 감사합니다, 가드닝 아오야마입니다》 「아, 수고하십니다」 오토 록을 조작해서 배달원분들이 건물 안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하고서, 현관 스페이스에서 신발을 신고 엘리베이터의 버튼을 눌렀다. 백여 개나 되는 화분의 교환이니까, 반입을 도우려고 생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1층의 로비에 도착해봤더니, 카트를 지참한 전문 스탭이 다섯 명이 있어서 내가 손을 빌려줄만한 일 따위는 없길래 롤을 감은 작업용의 깔개를 끌어안은 스탭 두 사람과 함께 32층으로 돌아왔다. 「문을 열어둘 테니까, 먼저 들어가세요」 두 사람을 방으로 들어가게 하다가, 갑자기 깨달았다. 시로우가 베드에서 잠을 자고 있고 아마 시이타가 되어 있는 거 아니야?! 허둥지둥 신발을 벗어던지고 대쉬로 달려가 보니, 아니나 다를까 표범 사이즈의 커다란 검은 고양이가 동그랗게 몸을 말고 낮잠중인 침대의 열어젖혀진 커튼을 촤악 하고 닫았다. 타, 타이밍 괜찮았지?! 맞췄구나! 후유~~~~……. 이런~이런, 하며 돌아봤더니 스탭분의 한사람과 눈이 마주쳐서, 웃음으로 얼버무렸다. 그리고……스탭분의 발치에서 침대에까지의 사이에 시로우가 벗어던졌던 옷이 벗은 순서대로 점점이 떨어져있고, 내 발치에는 브리프가! 우와와와~하고 주워들어서 손 안에 감췄지만, 봐버렸겠지이. 아하, 하하하, 치, 칠칠치 못한 동거인이라서, 제가 다 창피해요. 얼굴이 빨개지는 것을 자각하면서 아주 급히 양말, 바지, 셔츠, 스웨터를 주우며 걸어가서 일단 세탁물을 넣는 데에 던져 넣었다. 그 사이에, 스탭 분들은 몇 개나 되는 깔개를 펼쳐서 카트를 움직일 길을 만들고, 두 번째로 엘리베이터가 도착해 화분을 옮겨온 사람들이 들어왔다. 우와오~, 무지하게 커다란 나무를 가지고 왔구나아. 정말로 숲이라는 분위기가 될 거 같아. 「죄송합니다, 어디에 어느 나무를 놓을지, 지시가 있으시면」 아까 인사를 했던 치프인 사람이 말을 걸어왔다. 「아, 네, 에에또」 나는 모르니까. 「어이, 시로우! 어지간히 하고 슬슬 일어나! 가드닝의 사람들이 왔다구!」 이미 잠이 깨었을 시로우는, 꾸물꾸물 침대의 커튼을 열고 나왔지만 와와와완전히, 알몸이잖아! 스탭 분들이 움찔하고 얼어붙은 기색에, 나는 귀까지 새빨개져버리면서 바스룸으로 달려 들어가 바스타올을 한 장 집어 들어서 시로우에게로 달려갔다. 「이이이일단, 이걸 걸쳐!」 「아아」 시로우는 유유자적하게 타올을 받아들고, 차분한 표정으로 허리에 감으면서, 「옷이 없었어」 라고 말했다. (아, 앗차, 아까 옷, 침대로 던져 넣어야만 했어) 라고 깨달았어도 이미 뒷북이다. 「에, 에에또, 어느 나무를 어디에 놓을지 지시를 원하는 거 같은데, 아, 아니, 그, 그전에 뭔가 입지 않으면」 「별로 춥지 않아」 시로우는 실은 옷을 싫어하고, 알몸으로 있는 걸 좋아한다. 하지만 인간이 옷을 입는 이유는, 더위와 추위를 위해서만은 아니다. 「그, 그게 아니라」 「집 안이니까 상관없잖아」 「아니, 그런 문제는」 「어차피 이미, 모두 봤어」 그리고 시로우는, 허리에 바스타올을 감았을 뿐인 모습으로 서둘러 스탭 분들에게 지시를 내기 시작해버렸다. 「아아, 창가에 놓는 것은 잎이 떨어지는 종류의 나무가 좋아. 침대 주위는 동백하고 사철나무로 하지. 미츠오, 벤자민은 남기는 거였지? 미츠오의 책상 주위에 둘까?」 아아, 정말, 그렇게 미츠오~미츠오 불러대지 마. 나는 구멍이 있다면 들어가고 싶은 기분이라구. 그게 말이야, 스탭 분들은 틀림없이 오해했을 거라구. 시로우가 침대에서 알몸으로 나온 건, 저 사람들이 오기 직전까지 둘이서 H를 했기 때문이라고, 분명히 절대로 그렇게 생각한다구. 우리들은 사실 커플이니까 (이 녀석들, 호모냐) 라는 눈으로 바라봐지는 거야 포기했다지만 (아까까지 거기 침대에서 했던 거냐. 헷, 한창때시구먼) 이라든지 하는 식으로 여겨질 거라고 생각하면, 도저히 견딜 수가 없다. 우리들은 벌써 닷새나 하지 않았어요, 라는 소리는 할 수가 없고. 게다가 말이다, 시로우는 말이지, 「그 산호수는 현관가에 늘어놔줘. 흐음. 사이가 비는구나. 그럼 그 사이에 벤자민이야. 미츠오는 현관에서 침대가 보이는 걸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아」 라는, 일부러 모두의 상상을 증폭하게 할만한 소리를 해대고! 나는 핏대가 끊어졌다. 옆에 있었던 오거스타가 어린 벚꽃나무로 교체된 워드로브가 있는 곳으로 가서, 바지와 검은 셔츠를 꺼내고 그 옆의 안티크 장롱에서 브리프도 꺼내서 시로우가 있는 곳으로 척척 다가갔다. 「입어, 눈에 거슬려!」 라고 옷을 내던졌다. 시로우는 (뭘 화내고 있는 거야?) 라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고, 되노려본 내게 어깨를 으쓱이고는 옷을 받아들었다. 브리프를 입고 검은 바지를 입고 검은 셔츠를 걸치고 (이러면 됐지?) 라는 눈으로 물어왔다. 「버튼도 제대로 잠가」 라고 지적해줬다. 시로우는 귀찮다는 듯이 네 번째 버튼 이하를 구멍에 통과시키고는, 모양 좋은 코를 살짝 킁킁거리고 말했다. 「좋은 냄새가 나」 그리고서 얼굴을 척하니 가까이 대고 속삭였다. 「가능한 한 빨리 끝나게 할게」 오, 오해얏! 나, 나는 전혀 H한 기분 따위가 아니라구! 하지만 시로우가 『좋은 냄새』를 느꼈다는 건, 나한테서 페로몬이 나왔다는 거야?! 요 닷새 동안 하지 않았으니까 시로우의 알몸을 보고 촉발되었다는 건가?! 거짓말이지이~~~~……. 자랑은 아니지만, 나는 지금까지 한번도 시로우보다 먼저 H한 마음을 일으켰던 적 따위 없다. 나는 언제나 시로우의 그 마음에 말려들어가 온 입장인데…… 시작하면 적극적이 되는 일도 있었지만, 그건 즉 휩쓸려버린 결과라는 얘기다. 지금은 시로우가 좋지만, 강간으로 시작된 관계라는 것에 대해서는 지금도 강하게 구애되는 부분이 내 안에 있고, 애당초 시로우를 좋아하게 되었던 것도 캔슬이 불가능한 결혼생활에서는 그 쪽이 긍정적이라는, 반쯤은 포기상태에서 끌어낸 감정인 것이다. 그러니까, 스스로 (안기고 싶어) 라는 생각을 하는 일은 결코 있어서는 안 되는데. 그건 절대로 사수해야만 하는, 내 프라이드의 최후의 보루였는데! 시로우의 알몸에 느껴버린 건가?! 하고 싶어 하는 거야, 내 몸은?! 그런 거……나는 인정할 수 없어! --> [고양이 5] 왕 같은 고양이의 대관 (3) 왕 같은 고양이의 대관 (3) Written by 아키즈키 코오 화분 교체작업은 2시간이 걸려서 완료됐다. 반입된 것은 내 키보다도 큰 나무가 대부분이고, 반출분과 합쳐서 200개 이상 움직였으니까 2시간으로 끝냈던 것은 빠른 편인 것이겠지. 「메인테넌스 쪽은, 계약대로 해도 괜찮으시겠습니까?」 「아아, 좋아」 「그럼 매달 한번, 15일경에 찾아뵙는 것으로」 「알았어」 「이쪽이 이번의 청구서인데」 시로우는 내밀어진 전표에 한번 흘낏 눈길도 주지 않고서 말했다. 「그건 키우치(木內)에게 넘겨줘」 「하? 아, 아아, 이쪽 매니저 분이신」 「그래」 「잘 알겠습니다.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고마워」 「수고하셨습니다」 스탭 분들이 나가는 것을 기다려, 시로우에게 물었다. 「키우치상이라니?」 「매니저야」 「그런 사람을 고용했었어? 언제?」 「소개하는 쪽이 좋아?」 「아―……네 쪽에 관계된 스탭인 거구나. 그렇다면, 네 판단으로 결정하면 되는데」 「알고 싶어 하는 거 같아. 소개하지」 시로우는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러, 한 층 아래인 31층으로 내려갔다. 그것이 이 건물의 본래구조인 듯, 통로를 따라서 세 칸 늘어져있는 현관 도어 중 가장 앞쪽의 도어 벨을 눌렀다. 도어에 붙어있는 표찰은 『SON 매니지먼트』……손해나는 매니지먼트, 라고 읽어버릴 거 같은, 이상한 이름. 아~아, 아니다, 한 가운데 있는 건 알파벳 『O』가 아니라 그리스 문자인 『Θ』? 아, 그런가, 시로우 시이타 나베시마의 약자인가. ……하지만 어떻게 읽는 거지? 『에스 시이타 엔 매니지먼트』겠지만, 말하기 힘든 이름이군. 도어가 열리고, 마흔이 넘은 정도로 보이는 남성이 「어서오십시요」라며 머리를 숙였다. 「키우치야」 시로우가 소개하고서, 「모두 있나?」 라고 키우치상에게 물었다. 「마침 돌아와 있는 참입니다」 「불러줘」 키우치상은 우리들을 안으로 들여보내고서 (리빙용인 듯한 방에 사무용 책상이 늘어져있어서, 자그마한 회사 같은 분위기다) 다른 사람들을 부르러 갔다. 곧장 집합한 멤버는 전부 다섯 명. 전원 남성이다. 시로우가 소개를 시작했다. 「키우치는 매니저, 할머님의 저택에서는 쿠로다가 하고 있는 집사의 일을 해」 아, 그럼 『집사』라는 의미의 매니저인가, 라고 생각하면서, 「잘 부탁드립니다. 저기, 호시카와 미츠오입니다」 라고 머리를 숙였다. 「다른 사람은, 키우치의 지시로 일을 해. 모두 시로우 결혼식에 와있었으니까, 미츠오의 얼굴은 알고 있어」 「에? 그럼, 일족 여러분?」 「일족 방계 사람들이야」 시로우가 거만한 투로 말하자, 키우치상들은 공손하게 머리를 숙였다. 「직계를 모실 수 있다는 것은 명예로운 일입니다. 정진해서 일하도록 하겠습니다」 모신다……라는 관계인 건가, 이 사람들은. 「키우치, 방의 나무를 교체했어」 「마음에 드시지 못한 일을 해서, 죄송스러웠습니다」 「그 외에 미스는 없었어. 살기 편한, 좋은 디자인이야」 「감사드립니다」 「시로우와 미츠오는 내일부터 등교해」 「정기권과 휴대전화를 전해드리려 생각하고 있던 참이었습니다. 지하 주차장 쪽에 차도 도착해 있습니다」 「볼래」 「안내해드리겠습니다」 공손하게 머리를 숙인 키우치상이, 스탭 중 한사람에게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시로우님께서 신으실 것을」 윽, 그러고 보니 시로우, 맨발로 나왔어? 스탭 분은 서둘러 방을 나갔고, 우리들이 현관으로 갔을 때에는 이미 시로우가 좋아하는 가죽으로 만든 샌들이 놓여있었다. 처음으로 들어간 지하주차장은, 고급차의 전시장이라는 느낌이었다. 번쩍번쩍하는 대형 벤츠랑 BMW, 재규어랑 포르셰니 하는 것들이 줄줄이 늘어져있었다. 「이쪽의 세 대를 이용하시게 됩니다만, 어떠십니까?」 그렇게 말하고 키우치상이 손가락으로 가리켰던 것은 검은색 스포츠카와, 검은색 리무진 같은 세단 그리고 그것과는 대비되는 무지하게 앙증맞고 귀여워 보이는 빨간 미니세단. 「왼쪽부터, 시로우님께서 마음껏 쓰실 혼다 NSX-T, 두 분을 맞이하러 가거나 이동하실 때에 이용하실 롤스로이스사의 파크워드, 미츠오님의 스니커 대신으로 어떨까 생각한 푸조의 206 쿠페 나머지는 다 이름대면 아는 자동차메이커고, 쿠페라는 건 문짝 두개짜리 2인승 내지는 4인승 차입니다 ^^ 입니다」 NSX와 롤스로이스에는 물론 놀랐지만 (분명히 NSX는 8백만 엔 이상하고, 파크워드 쪽은 3천5백만 정도 했었지), 그 이상으로 깜짝 놀랐던 것은, 내 전용이라고 한 푸조다. 「저기, 저는 아직 운전면허를 없는데요」 시로우가 키우치에게 말했다. 「시로우 것하고 함께 따뒀지?」 「대단히 죄송합니다」 라고 키우치는 머리를 숙였다. 「미츠오님께서는, 정규 교습을 받으시는 쪽이 안전하시리라 생각합니다」 「그런 건가」 「또한 시로우님께서도, 공용도로로 나가시게 되기 전에 약간의 연습을 하시기를」 「알았어」 「가장 가까운 자동차학교에 킵을 걸어놓았으니, 마음이 내키셨을 때에 말씀해 주십시요」 「그런가. 그럼 내일 가지」 「알겠습니다」 「미츠오도 갈래?」 「내일부터? 아―, 나는 학교 쪽으로 가고 싶은데. 그쪽에 다니는데 익숙해지고 나서는 안될까나?」 「미츠오가 좋을 대로 하면 돼. 그런데 키우치, 오토바이도 가지고 싶다고 말했었는데」 「네, 이쪽입니다」 푸조의 옆 스페이스에, 커버를 씌워두었던 것이 그것이었다. 나타난 것은 전신이 매트블랙인, 그것 자체가 흑표범 같은 빅 바이크. 「드가티사의 M900다크, 공냉 4스트로크 2기통으로 배기량은 900cc입니다」 「빠른가?」 라고 시로우가 눈을 반짝였다. 「그야 물론」 키우치상은 보증도장을 찍었다. 「타고 싶어」 「그러시면, 우선은 타시는 법의 연습과 훈련을」 「어디서 하지?」 「자동차학교의 교습코스에 있습니다」 「알았어」 「준비에 딱 한 시간 정도 주셨으면 합니다만」 「그렇게 기다려야 되나?」 「지금 현재 7시 반인지라, 저녁식사를 드신 후에 외출하실 수 있으려면, 딱 필요한 시간이 아닌가 싶습니다만」 「그럼 그렇게 하지」 「8시 반에, 이쪽 주차장에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알았어. 하는 김에 차의 운전도 배워버릴래」 「알겠습니다」 ……그런 이유로, 저녁식사를 마치고서 우리들은 키우치상이 운전하는 NSX를 타고, 어느 자동차학교로 향했다. 일족이라고는 해도 방계이기 때문인 건지, 키우치상의 운전은 너무나 제대로 되고 정중했기에 나는 안도감에 가슴을 쓸어내렸다. 전에 한번 젬이 운전하는 차에 탔던 적이 있는데, 변덕스럽고 제멋대로에 주변 상황 따위는 보지 않는, 완전히 고양이풍의 초 자기중심적인 난폭운전이라서 살아있다는 기분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런데도 사고가 나지 않는다는 건 운전테크닉이 높다는 것이겠지만, 나는 이제 두 번 다시 고양이가 운전하는 차에는 타고 싶지 않다. 그 의미에서는 시로우도 차랑 오토바이에 타는 건 그만둬줬으면 싶지만, 살며시 말해봤던 반대는 완전히 쇠귀에 경 읽기. 아니, 고양이의 경우는, 그런 반대하는 충고에는 반발심이 불타올라버리는 걸까? 어쨌든 단념시키는 것은 무리였다. 그래서 나는 그날 밤, 시로우의 운전교습에 입회했었지만……정말로, 심장에 나쁘고 자시고 하는 수준이 아니었다구! 우선은 오토바이의 연습부터 시작했는데, 처음 한 시간 동안은 클러치 연결에 실패해서 굴러 넘어지고, 조작방법을 잘 모르는 탓인 듯한 미스 등으로 넘어지고~넘어지고 또 넘어져서. 가장 심장에 나빴던 것은, 완전히 액셀을 부왕~하고 밟은 상태에서 갑자기 브레이크를 놓쳐버린 듯 바이크째로 공중회전을 해버려서, 그 자리에서 보고 있던 전원의 안색이 새파래졌었다. 그게, 분명히 목뼈가 부러졌을 것 같은 착지였던 것이다. 「시로우님!」 하고 키우치상이 달려 나가고 교관이 뒤를 따르고 나도 대쉬했다. 그때에는 이미 시로우는 일어서려고 하고 있었다. 바이크 아래에 깔려있던 다리를 자력으로 끄집어내고 일어서더니 헬멧을 벗어서 목을 두세 번 까닥까닥 거렸다. 그리고는 달려온 교관에게 벗은 헬멧을 집어던지고서, 울컥한 모습으로 말했다. 「이런 물건은 방해라고 말했는데 억지로 쓰게 하니까, 목 근육이 삐끗했잖아. 시로우는 두 번 다시 그건 안 쓸 거야」 「위험해!」 나는 노성을 질렀다. 「지금도, 헬멧을 썼으니까 머리를 부딪치지 않고 끝난 거라구!」 「시로우는 이런 물건 필요 없어. 머리 따위 안 부딪쳐」 고양이 남자는 완고한 얼굴로 주장하고는, 말리려고 했던 나를 무시하고 서둘러 바이크를 일으키고서 부르르릉 엔진을 다시 걸었다. 「키우치상, 뭐라고 말 좀 해주세요」 「소용없습니다」 「그거야 알고 있지만, 위험해요!」 「본인께서 저렇게 말씀하시니까, 아마 괜찮을 겁니다」 「그런!」 「신체능력은, 우리들에 비할 수가 없으니까요」 「그건 알고 있지만요」 그 사이에 시로우는 운전연습으로 돌아가 버렸고, 두 시간 뒤에는 뭘 모르는 초보자가 보기에도 천재적인 테크닉으로 빅바이크를 조종하는, 바보 같은 빠르기로 폭주하는 라이더가 탄생해버렸다. 조촐한 교습코스를, S자니 뭐니 상관없이 계속 기록을 갱신하는 듯이 보이는 속도로 달려대는 스피드는, 교관에 의하면, 「항상 100킬로는 나오는군요. 아하하하, 이거야 그랑프리에서도 단연 톱 우승으로 갈 수 있겠어요」 ……라는 거 같다. 바이크로 노는 데에 만족한 시로우는 이어서 사륜차의 운전교습에 달려들었지만, 이쪽의 운전조작은 5분 만에 습득하고, 차폭감각을 붙잡는 데 정도까지지만 좌우로 부딪쳐대기를 5분정도. 그리고서 30분정도, 차체의 양쪽도 범퍼도 쭈글쭈글하게 만든 새 차 NSX를 붕붕 몰아갔다가는 부와앙~끼기긱 하고 돌아왔다. 내려서서 한다는 첫마디가, 「차는 질려. 바이크 쪽이 재미있어」 그리고는 키우치상을 향해서, 「드가티 쪽은 내일까지 털고르기를 다시 해줘」 라고 명령했다. 굴러 넘어져서 상처투성이인 차체를 수리해놓으라는 의미다. 「내일까지라니 무리잖아」 나는 그렇게 말했지만, 키우치상은 「알겠습니다」라며 책임을 졌다. 「돌아가시는 길은 운전을 하시겠습니까?」 라고 시로우에게 물어서 나는 오싹해졌지만, 「시로우는 졸려. 키우치가 해」 라는 대답이라서 안심했다. 키우치상은 교관에게 오늘밤의 일은 전부 잊도록 최면술을 걸고(방계라도 이 능력이 있어서 직계의 집사라는 명예로운 직업으로 일할 수 있는 것 같다), 우리들은 맨션으로 돌아갔다. 「그건 그렇다고 치고, 노헬멧으로 그런 운전을 하다가는, 하루에 몇 번이고 붙잡혀버리잖아요? 경찰한테 찍혀버린다면, 굉장히 위험한 거 아닙니까?」 상식이 있는 사람으로서의 걱정을 해서 물어본 내게 키우치상은, 「어떻게든 하겠습니다」 라고 한숨을 쉬었다. 「허나, 시로우님, 인신사고를 일으키게 되시면 일본국내에는 있으실 수 없게 되오니, 부디 주의해주십시요」 「알았어」 라는 시로우의 대답은 반쯤 잠이 든 듯한 졸린 목소리였기 때문에, 나는 다음날 아침 다시 한번 못을 박아주었던 것이다. 한편, 그 뒤 일주일동안은 자극적이면서도 평온무사하게 지나고 있었다. 자극적이었다는 것은 스루가다이 미술학교에서 시작한 새로운 학교생활에 대한 인상이고, 평온무사라는 것은 걱정했던 시로우의 교통사고라고 하는 건 전혀 일어나지 않았다는 의미다. 미술학교의 커리큘럼은, 실기지도가 중심이고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충실한 내용이라서, 각 시간 때마다 다음 회에 제출할 과제가 나오는 것은 조금 힘들었지만 내가 하고 싶었던 테크닉 갈고닦기에는 이 정도인 쪽이 실력에 도움이 될 거라는 느낌이다. 데생의 클래스에서도 크로키 클래스에서도, 나는 그리고 있는 도중인데 바로 옆에서 꽝(다시 하라는 의미에서의 커다란 X자)을 받아버려서 무지하게 기운이 빠져있는 상태이지만, 못했다는 소리를 해줄 수 있는 선생님이 옆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나로서는 기쁘다. 그때마다, 어디가 나쁜 건지 생각해서 다시 그리는 작업은, 동그라미를 얻을 수 있도록 한다는 목표가 있기 때문에 굉장히 하는 보람이 있다. 아이하라상의 강좌에도 무사히 들어갔다. 놀랍게도, 아이하라 선생님은 나를 기억해주셔서 「연락을 기다렸는데 말이지」라고 자기 쪽에서 먼저 말을 걸어주었다. 애당초 『연락』이라는 것은, 아이하라선생님이 시로우를 모델로 쓰고 싶어 했다는 건에 대한, 나의 설득해보겠습니다 라는 약속 얘기이지만. 「죄송합니다, 그 뒤로 몇 번이나 말해봤습니다만」 나는 그렇게 반쯤 거짓말인 대답을 했다. 시로우에게 말해봤던 것은 사실이지만, 실은 그 뒤에 한번 뿐이다. 그때 시로우의 대답은, 시로우가 아이하라상 본인에게 말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100% 맥락이 없었던 데다가, 「무슨 일이 있어도 미츠오는 아이하라 따위의 아군이 될 거야? 시로우보다 아이하라가 좋은 거야?」라고 위협을 당해버려서, 두 번 다시는 말을 꺼낼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런가, 자네의 조언에 기대했었는데 말이야」 아이하라 선생님은 유감스러운 듯이 고개를 젓고서 마음을 다잡으려는 듯이 말을 이었다. 「하지만, 자네가 내 강좌생이 되었다는 것은 아직 그와의 인연은 끊어지지 않았다는 것이겠지. 나는 이렇게 하겠다고 결정했던 것은 꼭 해내는 남자이니까 말이야. 언젠가 꼭 설득해보이겠어」 그 얘기는, 내 얼굴을 기억해주었다는 것도 기뻐하는 듯한 얼굴로 얘기를 걸어주셨던 것도, 전부 다 내가 시로우와 아는 사이이기 때문인 거군요……라고는 생각하지만 실망하는 마음은 접어두기로 했다. 「저기, 제가 할 수 있는 협력이라고 한다면, 뭐든 하도록 할 테니까요」 그렇게 제안한 내게, 아이하라 선생님은 히죽 웃고서 말했다. 「그렇군~. 자네를 인질로 그에게 흥정을 걸어볼까」 「아하, 하하하하, 그, 그건 조금」 선생님의 몸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습니다만. 「핫핫하, 농담이야」 ……진짜로 무서운 농담을. 아이하라 선생님의 에칭 강좌는, 4월에 입학했던 학생들은 이미 동판을 사용한 제작에 들어가는 수준까지 진전해있었지만, 나는 실작(實作)을 위한 밑그림을 봐주는 게 되었다. 화재(畵材)는 펜과 켄트지로, 선생님이 소개해주셨던 가게에서 제도용 로트링펜을 풀로 한세트(수입품이라서 무지하게 비쌌다)하고, 둥근 펜이랑 G펜 등의 부속 펜을 나란히 맞춰서 샀다. 따라 그리면서 터치를 공부하기 위해, 선생님의 작품을 살 수 있게 해주셨으면 싶다고 부탁을 했더니, 「학생할인은 하지 않는데」 라고 노려봐졌다. 「무, 물론, 정규 가격으로 괜찮습니다만」 「그렇다면, 긴자 2번가의 『에트와르』라는 화랑으로 가봐. 아직 팔다 남은 게 있을지도 몰라」 ……확실히, 일일이 쿡쿡 찌르는 말투를 쓰는 사람이군. 「감사합니다」 「학생인 주제에 내 그림을 사들이려고 하다니 건방지니까, 다섯 배로 불려서 팔도록 말해두지」 ……비꼬기 선수에, 굉장한 심술쟁이? 「선생님의 테크닉을 꼭 훔치고 싶으니까, 가진 돈을 털어서라도 사고 싶습니다」 「그럼 학생한테도 돈을 빌려줄만한 아주 질 더러운 고리대금업자라도 소개해주지」 ……젠장, 완전히 바보취급 하고 있어. 공교롭게도 돈은 충분히 있습니다욧. 「그 점은 잘 부탁드립니다」 라고 시치미를 뗐던 것은 자그마한 보복. 그저 자기만족일 뿐이지만. 나는 그 길로 가르쳐준 화랑으로 가서, 처녀작부터 시작해서 전부 남아있던 재고 중에서 공부가 될 것 같은 작품이라는 기준을 가지고 고르고 골라낸 것을 딱 한 장 샀다. 처음에 노리고 있던 《볼레로의 리듬》도 《인도신화》도 아닌, 굳이 어느 쪽인가 말하자면 초기작에 들어가는 작품이지만, 이미 테크닉은 완성되어 있다는 느낌이었고 로트수(원판에서부터 몇 장 째에 인쇄했는가를 표시하는 번호)가 한자리수 단위라서 인쇄상태가 확실한 것이고. 목적은 베껴 그리기니까, 세세한 부분이 망가져있는 것 같은 프린트라면 쓸모가 없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이렇게 잘 보니, 인쇄상태가 꽤 어지간하다. 내가 목적으로 했던 《볼레로》시리즈의 《프롤로그》같은 건 역시 인기가 있었던 듯, 재고로 남았던 것의 로트 넘버는 마지막 한 장이었던 것을 나타내는 『30/30』이었지만, 샤프했었을 터인 부분이 전부 뭉개져서 그만뒀다. 하지만 만일을 위해서, 「이거, 개작된 겁니까?」 라고 물어봤더니, 「아니다」라는 대답. 「그럼 역시 로트의 마지막이기 때문인가. 전람회에서 봤던 건, 이 주위라든지 여기 부분이라든지 하는 데가 날카롭게 나왔었으니까」 50이 지난, 화장이 짙은 산전수전 다 겪었다는 느낌의 여성 오너는, 그렇게 물어봤을 때는 애매하게 웃어서 넘겨버렸었다. 하지만 내가 《상형(象形)4》를 고르자 「어머나 정말로 눈이 좋으신 도련님이네」라는 빈말을 하더니만, 지불을 하려고 골드카드를 내놓자 그때까지의 열배는 애교 있게, 「실은 저 《프롤로그》는 말이죠」 라고 소곤소곤 하는 목소리로 가르쳐줬다. 「지금 놓아둔 건, 12장 째의 『제 30판』인 거예요」 「에? 그건……」 「42장 째로 찍었다는 소리」 「에, 하지만, 그건」 「상을 딴 작품이니까, 원하는 손님이 많아서요. 아이하라상도, 거 왜, 장사를 하니까」 「하지만, 그거」 그건 사기 아냐?! 「쉿. 비밀이에요. 개중에는, 달력보다는 세련된 벽장식이 가지고 싶다, 라는 식으로 사러 오는 손님도 있으니까 그런 사람들에게는 저거면 딱 좋아요」 「저기, 하지만 들킨다면? 선생님의 명예에 관련되는 거 아닌가요?」 「어머, 제자분?」 「네에, 뭐어, 제자 나부랭이랄까. 선생님이 강사를 하고 계신 스루가다이 아트의 학생입니다」 「그렇다면 조심하세요」 여성 오너는 더욱 목소리를 낮추고 속삭였다. 「그 아이하라라는 남자는, 후배를 죽이는 걸로 유명하니까. 라이벌이 될 것 같은 후배는, 싹이 나오기 전에 이 수단 저 수단 다 동원해서 뭉개버려요」 「그렇다면, 저는 괜찮아요. 아이하라 선생님의 라이벌 따위, 될 수도 없으니까요」 「그렇다면 먹잇감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요」 아주머니는 말했다. 「명예도 그렇지만, 돈도 아주 좋아하는 남자이니까. 그 사람 앞에서 골드카드 같은 건 내보이지 않는 쪽이 좋아요. 개인수업을 받아보지 않겠냐느니 뭐냐느니 하는 소리를 해대서, 그 사람 좋을 대로 말려들어버리게 돼요」 그리고 아주머니는, 후웃 하고 한숨을 쉬었다. 「뭐어, 그 사람 돈벌기의 한쪽을 담당하고 있는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말이지요. 화랑도 요즘에는 힘들어서, 그런 장사라도 하지 않으면 안 돼요」 그런 장사라고 하는 건, 실은 『42/30』판이라는 《프롤로그》 얘기……. 「애당초, 판화에서는 자주 있는 일이지만요. 이 불황에서 아트관계는 모두 먹는데 고생을 하니까, 팔리는 작품은 한 장이라도 많이 팔자는 기분이 드는 거예요」 ……하지만 그거, 예술가로서의 양심은 아프지 않은 겁니까. 아니면, 양심 따위 버리는 수밖에 없을 정도로 예술가의 생활이라는 건 힘든 겁니까? 나는, 존경하고 있던 아이하라상의 이면을 알아버린 쇼크를 품고 화랑을 뒤로 하고, 맨션으로 돌아오는 길 도중에 계속 생각해서 (작품과 인물과는 따로 떼어놓고 생각하자) 라는 결론을 냈다. 판다는 부분에서는 사기 같은 장사를 하지만, 그건 아이하라 마사키라는 에칭화가의 작품자체의 가치하고는 관계가 없다. 그러니까 나는 『아이하라 마사키의 작품』을 존경한다는 스탠스로 있으면 된다. 본인과의 교제도 『에칭화가 아이하라 마사키』에게 배움을 구했다는 것만으로 끊고서, 인간적으로 존경할 수 없는 부분에는 눈을 감자. 응, 그걸로 오케이야. 그러고 보니 시로우는, 초대면하던 처음부터 아이하라상을 「마음에 들지 않는」녀석이라고 믿었었는데, 그건 예의 고양이의 감이라는 걸 가지고 그의 예술적인 면 이외의 정체를 깨달았다는 걸까. 그렇다고 한다면, 시로우의 『사람을 보는 눈』은 적확했다는 얘긴데. 그 시로우는 바이크를 손에 넣고 나서 매일, 적당한 시간에 드가티를 몰고 맨션을 나가서 나보다 빠르거나 늦거나 하는 랜덤한 귀가를 한다. 가는 곳은 도쿄대 뿐일 거라고 생각했더니, 어제는 와세다 대학의 로고가 들어간 봉투에 담긴 서류를 가지고 돌아와서, 오늘은 「국회도서관으로 가」라며 나갔다. 내가 교통사고 다음으로 두려워하고 있었던 「미츠오도 같이 나가자」라는 말은, 아직까지는 듣지 않고 끝나고 있다. 첫날 그렇게 말을 걸어왔을 때 「분명히 죽을 거 같아서 무서우니까, 너하고 탄뎀은 절대로 싫어」라고 완고하게 말을 해뒀던 덕분이겠지. 그렇긴 그렇지만, 말로도 표정으로도 드러내지는 않아도, 실은 그 일로 토라져있는 듯 요 일주일간 한번도 키스조차 해오지 않는다. 어쩌면 발정기가 끝났을 뿐인 건지도 모르지만, 그렇게나 나한테 엉겨붙어왔던 걸 생각하면, 아마도 「삐졌어」라는 의사표시일 거라고 생각하지만…… 아아, 하지만, 어떻게 된 걸까나. 조금 신경이 쓰여서, 알파에게 상담해보기로 했다. 일족 직계의 한사람인 알파는, 도쿄대 의학부를 졸업한 의사로, 일족과 그 관계자만을 상대로 개업을 하고 있다. 보통 의사에게는 맡길 수 없는 일족의 치료를 혼자서 담당하고 있는데, 진료과목은 올마이티. 그리고 성격이랑 사고방식이 고양이라는 점을 뺀다면 의사로서는 분명히 우수하다. 나베시마 아츠오라는 이름을 가진 인간 모습으로 있을 때의 겉보기는, 안경이 잘 어울리는 인텔리전스가 흘러넘친 미남 신사에다 사오리상이라고 하는 초 미소녀 캣크라운이 있다. 전화를 걸었을 때 알파는 낮잠 중으로, 전화를 받았던 알파의 애인 중 누군가의 「깨어나면 다시 걸게 할게요」라는 대답을 믿고 기다렸더니, 전화를 걸어왔던 것은 내가 전화하고 나서 14시간 뒤인 오전 2시였다. 나는 물론 자고 있었고, 전화소리를 한동안 깨닫지 못해서 허둥지둥 집으러 갔다. 「네, 네에, 나베시마!」 《야아, 미츠오군, 자고 있었나?》 「아―, 아츠오상이셨군요. 아니, 저기, 혹시 시로우한테 무슨 일이?!」 내가 생각했던 것은, 오늘밤도 외출한 듯 침대에 없었던 시로우가 그만 사고를 당했는데 그 연락인 건 아닌까 하는 두려움. 이런 시간대에 걸려온 전화니까 말이다. 《시로우하고는 요 한동안 만나지 않았는데》 아츠오상은 느긋한 목소리로 말했다. 《자네가 전화를 했었다고 하길래, 걸어본 건데》 「아, 그렇습니까」 하지만, 심야 2시라구요! 《뭔가 상담할 일이 있나?》 「네에, 네」 《그럼 어서》 ……네. 「시로우 일인데요, 즉 에에또, 발정기가 끝나면 말이지요, 어떤 상대가 되는 건가요」 《오야, 징후가 나타난 건가?》 「어떤 걸 징후라고 보면 되는 건지 몰라서, 상담하는 겁니다만」 《현재까지의 섹스리스 기간은?》 으윽, 이 무슨 질문을. 하지만 상대는 의사다. 「슬슬 2주일 정도」 《아아, 딱이군》 아츠오상은 시원스런 목소리로 말했다. 《아직 발정기중이라면, 그렇게나 긴 기간을 섹스 없이 있는다는 건 불가능이야》 「아, 그렇습니까. 저기, 토라졌다든지 새로운 놀이에 마음을 빼앗겨있을 뿐인 건」 《아니지. 하루나 이틀이라면 몰라도, 발정기중의 성욕을 그런 자그마한 이유로 2주일이나 억눌러 넣는다는 건 무리야》 「그렇습니까……」 라고 대답했던 내 가슴 속은 상당히 복잡했지만, 《이런이런, 어떻게 되는 거 아닐까 걱정했었는데, 이걸로 일단 안심이야》 아츠오상은 아주 만족스레 기쁜 듯한 투로 말하고, 《문제는 자네 쪽이군》 이라고 말을 이었다. 「하? 제가 뭔가?」 《통상의 리사이클대로라고 한다면, 시이타가 다음 발정기에 들어가는 건 반년 뒤야》 「아아, 네. 보통은 반년마다 한달씩 정도라고」 《즉 시이타가 『통상기』로 있는 반년 간, 자네는 금욕생활을 하게 되는 거야》 「에……아, 아니요, 그건 괜찮은데」 《그런 소리를 하고 있을 수 있는 건, 지금 뿐이야》 아츠오상은 굉장히 진지한 목소리로 선고하듯이 말했다. 《알겠나, 통상기라고 하면, 시이타는 심신 공히 임포텐츠의 상태가 되는 거야. 표현을 바꾸자면, 섹슈얼한 방면으로는 완전히 흥미를 잃는 거지. 어떤 일인 건지 알겠나?》 「에에또……」 《자네에 대해서 『아내』라는 점에서의 관심을 잃고, 그저 동거인으로밖에 보지 않는다는 일이야》 「하아……」 《자네가 알기 쉽도록 인간의 예를 들자면, 중증의 권태기에 빠진 부부의 모습을 상상해보면 돼》 「아―……죄송합니다, 잘 모르겠어요」 《예를 들면, 자네가 키스를 원했을 경우에, 시이타가 기분이 좋으면 응하겠지만 그다지 기분이 좋지 않을 때나 기분이 나쁠 때는 나름대로의 방법으로 거부할 거라는 얘기지》 「……하아」 《섹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인데 단, 페니스의 사용에 대해서는 기분의 좋고 나쁨에 관계없이 불가능이야. 어쨌든 통상기에는, 발기기능은 완전히 휴지상태가 되는 거니까》 「그렇군요」 《그런 이유에서, 페팅까지는 어떻게 겨우 도달을 한대도 애널섹스에는 기구를 사용하는 수밖에 없어》 「겍」 《게다가 시이타의 경우는, 첫 번째 발정기가 지난 뒤의 첫 번째 통상기야. 이 시기는 변신능력을 획득한 뒤의 첫 번째 활동기이니까, 요약하자면 인간의 모습으로 놀러 다니는 데에 무아지경이 되지. 한동안은, 자네는 스스로 자신을 달래는 수밖에 없다는 얘기야》 으……그건, 설마……. 《섹스리스가 된 이후, 시이타는 거의 집에 붙어있지 않은 상태 아닌가?》 「아, 네. 낮이든 밤이든 나가서는, 오늘밤도 아직 돌아오지 않았는데……」 《그렇겠지. 밖에 나가 있는 동안, 시이타는 자네를 잊고 있고, 집에 있는 때는 『다음은 어디로 가서 뭘 할까』를 생각하느라 머리가 가득하지》 「……네, 확실히 그런 느낌입니다」 그렇게 내 입으로 소리 내어 인정을 하니, 가슴이 스윽 차가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그런 시로우의 모습을, 바이크 라이딩이라는 것이 그의 새로운 흥미의 도가니에 포함된 탓이라고 생각했었다. 바이크가 재미있어서, 그만 나를 내팽개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아츠오상의 설명에 의하면, 현상과 원인은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전혀 반대. 시로우는, 놀이에 빠져서 그만 나를 내팽개치고 있는 게 아니라 나에 대한 흥미를 잃은 만큼 밖에서의 놀이에 몰두하고 있는 것이다. 《뭐어, 반년간의 인내지》 아츠오상은 무책임한 투로 말했다. 《발정기에 들어가면, 시이타는 또 귀찮을 정도로 자네만 바라보는 뜨거운 연인이 되지》 그리고서, 조금 동정적인 어조가 되어서 덧붙였다. 《말이 그렇지, 자신이 그러한 사이클을 가지지 않은 자네에게 있어서, 반년간의 금욕기간 뒤에 겨우 손에 넣는 애정생활이 겨우 한달로 끝나버리고 또 다시 긴 금욕기가 온다는 리듬에 익숙해지는 건, 상당히 괴로운 일일 거라고 생각해》 「아하, 괜찮습니다」 나는 말했다. 「원래 저는, 그으, 다, 담백한 쪽이라서」 《그렇다면 좋지만 말이지. 밤마다 뜨거운 메이크러브를 만끽해온 요 8개월 동안, 체질이 변했다는 일도 충분히 있을 수 있지》 심장이 덜컹할 만한 소리를 해주고서 아츠오상은 다시 어조를 바꿨다. 《만일의 경우를 생각해서, 자네에게 한 가지 어드바이스를 해두지》 그리고 비밀이야기처럼 속삭이듯이 말했던 것은……. 《미츠오는 『아내에게 주어지는 특권』에 대해서 들어본 적이 있나?》 「……아니요」 《『전진의 서』에서는 읊어지지 않는, 소위 말하는 숨겨진 관습인 그거 말인데?》 「아아~……처음 듣는 것 같은데요」 《그럼 가르쳐주지》 라고 서두를 늘어놓은 아츠오상은, 크큭 하고 목을 울리는 게 들린 것 같은 기분이 드는 뜸을 두고서는 야시시하고 끈적끈적한 어조와 목소리로 그 얘기를 했다. 《남편이 통상기에 있는 동안에 한해서, 아내에게는 남편 이외의 상대와 성교섭을 가질 권리가 있어》 「윽?!」 《즉 미츠오는 이후 반년 간, 『바람』이라고 책망 받는 일 없이, 누구하고든 아방튀르 aventure. 영어로는 adventure. 모험은 모험인데 특히 연애관계에 있어서의 모험. 를 즐길 수 있다는 거지. 그래……나하고도, 제타하고도, 우리들의 연인 중 누구하고라도……물론, 시그마하고도 말이야》 「……!」 카챵 하고 전화를 내려쳐 끊었던 것은, 시그마의 이름이 꺼내진 탓에 순식간에 나온 행동이었다. 나는 시그마하고 바람을 피웠던 적이 있기 때문이다. 우연히 일어난 사고였지만, 조금 더 있었으면 시그마에게 아주 안겨버릴 지경까지 가버렸던 적이 있으니까! 아니, 시, 실은, 아주 조금 인서트를 허락해 버렸달까……시로우가 뛰어 들어오지 않았다면, 틀림없이 마지막까지 가버렸을 거라는 위험한 바람경험을 했는데…… 아츠오상의 말투는, 그것을 알고 있는 투였으니까! 나는 끊은 전화를 손으로 내리누른 채로 어찌할 바를 몰라 허둥대다가 이윽고 어떻게든 겨우 안정을 되찾았다. 「그, 그건 이미 끝난 일인데」 그래! 시로우도 물에 흘려보내고 잊어준 과거의 일이야! 「원래가, 그건 사고였으니까 말이야」 그 때의 시그마는, 개다래나무향이니 하는 웃기지도 않는 약효를 발휘하는 것 같은 내 페로몬 냄새(를 향료로 사용하기 위해서 정제한 제품인 무지하게 강력한 향수 『원액』!) 탓에 완전히 제정신을 잃은 상태에서 트립을 일으켰고, 나도 『원액』의 영향을 받아버려서 결과적으로 그런 일이 되어버린 건데! 「게다가 말이야, 그 무렵의 나는 무지막지하게 아름다운 하얀 고양이씨에다가 무지막지하게 미형인 시그마에 대한 (내 것으로 만들고 싶어어~) 라는 동경의 마음을, 연심으로 착각했었던 거라구」 ……잠깐 기다려. 그 『동경』과 『사랑』은 정말로 별개인 건가? 별개야! 당연하잖아?! 지금의 나는, 분명하고 딱 부러지게 의문의 여지없이 시그마보다 시로우 쪽을 좋아하니까! ……아―, 그건, 마음 자체가 별개라기보다, 비교의 문제인 건……? 아니야! 시그마에 대한 마음은 그저 『동경』이고, 시로우에 대한 마음이야말로 『사랑』이야! 아츠오상이 시그마의 이름이 꺼낸 거에 동요해버렸던 건, 내가 아직 그 실수를 뛰어넘지 못해서 그만 뒤가 켕기는 뭔가를 느껴버린 탓이야! ……그거 그럴 법 하구나. 그건 그렇다고 치고……아츠오상의 전화를 그런 식으로 끊어버린 건, 안 좋았던 걸까. ……혹시 실은 아무 것도 모르면서 교묘하게 넘겨 짚어본 거였다면, 의혹에 확신을 달아줘 버리게 된 건가. 하지만, 지금부터 변명을 해도……. ……더욱 더 확신하게 만들 뿐이겠지, 오해 쪽을. 그렇겠지이……. ……게다가, 내 시그마에 대한 마음을 『사랑』이라고 오해한 것 치고는, 내 『바람』을 책망한다기보다 놀린다는 투의 말투였어. ……그건 즉, 이런 식으로 죽어라 고민할 필요는 없다는 거 아닌가? ……그렇구나, 아마도. 고양이의 사고방식이라는 거, 아직도 잘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많지만, 아츠오상은 나와 시로우의 커플링이 성공하도록 이런 저런 음모를 꾸면서 나를 시로우의 팔 안으로 몰아넣어준 장본인의 한사람이고. 나를 시로우에게서 빼앗으려고 밤 보쌈(미수!) 따위도 걸어왔다는 타우랑 쿠시랑 람다하고 비교하면, 아츠오상은 나를 이리 저리 할 찬스 따위 얼마든지 있었는데 정말로 강간하려고 하는 것처럼 본격적으로 손을 내밀거나 했던 적 따위 한번도 없다. 그건 즉, 아츠오상은 나와 시로우의 커플링을 응원해준다……라고 생각해도, 오케이인 거구나. 그렇다고 한다면, 아츠오상은 『시로우의 아내』인 내 아군이라는 얘기다. 그런 내게 자칫하면 시로우와의 관계를 부서트려버리게 될만한 거짓말 같은 어드바이스를 불어넣는다는 지독한 짓을 할 턱은 없다. 그렇다고 하는 건……. (기다려! 잠깐 기다려봐, 스톱! 그 다음을 생각해서는 안돼, 스토오~~~~~옵!) 하지만, 이성에 의한 컨트롤 따위 들어 먹히지가 않는 의지박약인 내 뇌는, 그만 생각해버렸던 것이다. (지금이라면, 바람을 피운 게 되지 않으면서도 시그마하고 H를 할 수 있는 거야) 라는 거 따위를~~~~~~! 물론 나는, 그런 괘씸한 생각은 머리에 떠오른 순간 먹칠을 해서 소거했지만. 그 사건 때의 시그마의 모습이랑 날 설득하던 말 그리고 그 채취 작업 뒤에 시그마한테 유혹하는 듯한 키스를 당했던 일 같은 게 생각나버려서……. 안돼, 그만둬, 생각하지 마! 그런 건 시로우에 대한 배신이야! 설령 관습은 허락을 한다고 해도, 인간으로서 인정해서는 안 되는 일이야! 그래, 고양이들의 관습은 고양이들의 관습이고, 나는 고양이가 아니야! 나는 자신의 도덕감을 지켜야만 해! 어쨌든, 이제 자자구. [고양이 5] 왕 같은 고양이의 대관 (4) 왕 같은 고양이의 대관 (4) Written by 아키즈키 코오 우리 집의 엘리베이터는 도착하면 땡 하고 벨이 울린다. 베드로 돌아가서 (자버려, 자버리라구) 하고 자신에게 명령하고, 그렇게 자신에게 계속 타일렀던 것이 성과를 얻어서 슬슬 잠으로 떨어져가려고 하던 참에 그 땡 하고 울린 소리가 내 의식을 도로 불러냈다. (시로우가 돌아왔다) 라고 생각했지만, 일어날 마음은 들지 않았다. 침대에서 일어나 나가서 「어서와」라고 마중을 하러 가봤자 어차피 「졸려」라는 대답이 돌아오는 정도이고, 지금의 시로우에게 있어서 나는 단지 동거인인 거 같고. 게다가 나는 너무나 졸린 것이다. 이런 새벽녘 가까이에 돌아왔다면, 아내든 누구든 자는 게 당연하겠지. 그러니까 나는, 눈을 감은채로 일어나있는 상태로 시로우가 침대로 들어오는 것을 기다리고……돌아온 걸 깨달은 이상, 시로우가 잠을 자러 온다면 「어서와」 정도는 말해주자고 생각해서……꽤나 기다리게 하고 나서 끼익 하고 침대가 흔들리고, 시로우가 침대로 들어왔다는 걸 알고서 눈은 뜨지 않은 채로 「어서와」라고 말을 걸었다. 「깨어 있었어?」 라는 대답이 상냥한 목소리로 돌아왔다. 「시로우가 없어서, 잘 수 없었던 거야?」 「……2시 넘어서 알파한테서 전화로 깨워져서, 다시 잠자려고 생각하던 참」 「졸려?」 라고 물어봐온 시로우는 내 파자마 안의 가슴으로 손을 넣어 유두를 가지고 놀아서, 「당연하잖아, 몇 시라고 생각하는 거야」 라고 되물은 나는 (에, 거짓말, 시즌은 끝난 거잖아?) 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그런 식으로 닿아온 시로우에게 (그럴 마음인 건가) 라는 기대감을 가지기도 했고. 끌어안는 모습으로 몸을 가까이 대온 시로우가, 내 귀에 숨을 불어넣으면서 말했다. 「누군가 왔었어?」 「여기에? 아무도 오지 않았어」 「그럼, 알파하고 얘기한 탓인가?」 「깨어있던 거?」 「냄새가 나」 「에?」 그때에는 이미 시로우의 손은 바지 안으로 들어왔고, 게다가 백을 더듬어 찾아왔다. 그것만이 아니라 즈윽 하고 손가락으로 범해 와서. 「무, 무슨 일이야, 발정기는 끝났잖아?」 「끝나지 않았어」 「거짓말. 2주일이나 하지 않는다는 건 통상기로 들어간 거라고 아츠오상이 말했다구」 「그건 알파의 착각이야. 아니면 미츠오는 하고 싶지 않다는 거야?」 「그, 그래」 어느새엔가 백에 넣었다가 빼지는 손가락은 두개로 늘어났고, 리드미컬하게 문질러져서 숨이 차오른다. 「원한다는 냄새가 나」 시로우는 파자마를 벌리고 내 겨드랑이 아래에 코를 밀어 넣으면서 말했다. 「네가 못된 장난을 하니까 그렇지, 어차피 서지 않는 주제에」 쿡 하고 시로우는 웃고서, 내 다리에 다리를 얽어왔다. 에……이 감촉. 「서지 않는다는 건, 이거 얘기야?」 말하면서 허벅지에 밀어붙여온 것은, 단단하고 딱딱하다. 「거짓말, 어떻게?」 「미츠오가 『하고 싶어』라는 말을 해오기를 기다렸지만 벌써 2주일이야. 시로우 쪽이 참을 수가 없어졌어」 시로우는 그렇게 속삭이고 내 바지를 끌어내렸다. 그리고서 뒤에서부터 삽입하는 자세를 취하게 하고서는 천천히 넣어와서……. 나는 입을 벌리고 허덕였다. 그게 말이지, 즈윽~하고 밀어 넣어져오는 시로우의 그것은, 「아……아……커, 커다래……!」 「조여. 좁고 부드러워서 좋아」 「앗, 앗, 아, 기다려, 윽, 큭! 아, 아팟!」 그만 거친 목소리로 소리쳤던 것은, 시로우가 목덜미를 깨물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리쳐도 시로우는 그만둬주지 않아, 나는 비명을 질렀다. 「아, 아파, 진짜로! 그, 그만둬」 피가 나오는 게 아닐까 싶게 깨무는 걸 겨우 그만둬준 시로우가 말했다. 「미츠오는 시로우 거야. 바람을 피운다면 물어죽일지도 몰라」 가슴이 두근거렸다. 이 녀석, 내가 알파한테서 특권 이야기를 들은 걸 아는 건가? 아니면 고양이의 좋은 감으로 한번에 느끼고서, 이렇게 못을 박아오는 건가? 「하지 않아, 할 리가 없잖아」 아주 조금 화가 나는 기분으로 말했다. 나는, 시그마하고의 『바람』이 되지 않는 것 같은 H라 해도 할 마음은 없단 말이다. 「미츠오한테 시로우의 도장을 찍었어」 시로우는 그렇게 대답해왔다. 「깨문 상처가 아니라 키스마크겠지, 보통은」 그렇게 말해주면서 손가락으로 만져봤더니, 찌릿 하고 아프고 게다가 폭 들어가 있었다. 우왓, 이빨 자국이 났어. 「그런가? 그럼 키스마크도 만들래. 어떻게 하지?」 「몰라」 「심술부리지 말고 가르쳐줘」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맨날 만들잖아?!」 「아아, 빨아서 만드는 그건가?」 「시치미 떼기는」 「그걸 『키스마크』라고 한다는 건 몰랐어」 「아무래도 좋지만, 이제 끝?」 항상 그렇지만, 미묘하게 어긋난 대화에 속이 부글부글해져서 그렇게 계속할 건지를 물었다. 하지만 시로우의 대답은, 「시들었어」 「에……」 어째서? 지금까지 한번도, 도중에 못하게 됐던 적 따위 없었는데. 「어디 몸이 안 좋다든지 한 거야?」 나는 진짜로 걱정이 되어서 물어봤지만, 「졸려」 라고 고양이 자식은 말씀하시고, 넣었던 뭐시기를 빼고서 서둘러 옷을 벗고 잠자는 자세를 취하고는, 「잘 자」 라며 이불을 뒤집어썼다. 잠깐……에엣?! 멋대로 시작해놓고, 어중간하게 부추겨놓고, 자기는 자버리는 거야?! 뭐야 그게! 하지만 시로우는 내 궁상맞은 처지는 상관도 않고 잠들어 버렸고, 잠든 숨소리를 내기 시작할 새도 없이 숙면에 들어간 증거로 고양이 모습이 되었다. 「거짓말이지이~?! 정말이짓, 제멋대로인 것도 어지간히 정도껏 하라구!」 머리에 피가 쏠려서 베개로 두들겨 패줬지만, 시이타는 시끄럽다는 듯이 몸을 뒤척였을 뿐. 나는 (무지막지하게 분하지만!) 그대로 잠들 수 있을 만한 상태가 아니라, 화장실에서 처리하고 침대로 돌아갔다. 크흐~크흐~하고 콧숨을 내쉬고 있는 시이타에게 등을 돌리고 이불로 기어들어갔다. 뭔가 나……그 특권을 써도 좋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구. 말은 그래도, 시로우의 발정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으니까 행사할 수 있는 건 나중 얘기이지만……. 정말이지 뭐가 「바람피우지마」냐. 그렇다면 나를 확실히 소중하게 대하라구, 바보 고양이! 그런데, 동경하지 않았던 것도 아닌 두 사람의 생활은 시작하고 봤더니 그다지 마음 편한 것도 아니었다. 아―아니, 마음은 편하지만, 다른 게 편하지 않았달까. 둘이서 산다는 것은 나와 시로우뿐인 생활이라는 거고, 즉 의식주의 이런 저런 건 나나 시로우가 한다는 것. 하지만 시로우는 거의 도움이 되지 않으니까, 식사의 준비랑 의류의 세탁이랑 집안의 청소라고 하는 가사는 자동적으로 내 일이 되어버렸는데……이게, 미안할 정도로 엄마를 가끔 거들었던 경험밖에 없는 나로서는, 처음에는 뭐부터 손을 대야 좋은 건지도 잘 알 수 없는 상태였던 것이다. 말은 그렇지만, 식사 준비와 뒷정리는 배가 고프면 뭔가 만들어먹고 먹으면 쓴 냄비랑 식기를 씻어서 정리한다는 흐름으로 나가기만 하면 됐는데……. 둘이서 산지 일주일째에, 시로우가 「속옷이 없어」라는 말을 꺼냈다. 「에? 브리프? 장롱 서랍에 있잖아?」 「없어」 「거짓말, 제대로 봐봐」 「봤지만, 들어있지 않아」 ……원인은, 빨래를 땡땡이쳤기 때문이었다. 세탁기는 건조까지 전자동으로 끝나는 최신형의 커다란 것이 갖추어져있어서, 며칠분인가 모아서 빨면 된다고 생각해서 쌓아둘 대로 쌓아두고 만 결과, 입을 수 있는 속옷이 바닥을 드러내는 꼴이 되어버린 것이다. 나는 머리 속의 메모장에 (사흘에 한번은 빨래!) 라고 써넣었다. 하지만 의류라는 건, 세탁기로 빨고 건조시키면 오케이인 물건만 있는 게 아니었다. 와이셔츠는 다림질을 하지 않으면 주름 때문에 입을 수 있는 게 되지 않고, 울 바지랑 스웨터 같은 건 세탁소에 맡기지 않으면 시로우가 마음에 들어 하는 식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그렇달까, 그렇게까지 신경을 쓰지 않고 세탁기 빨래를 해버렸던 것이 「이런 털 결이 나쁜 건 안 입어」라는 소리를 듣고 쓰레기통행이 되어버렸던 것이다. 어느 것이든 고급 브랜드품이었던 것이, 내 세탁 실수로 엉망. 결국, 속옷이랑 양말이랑 내 진이랑 트레이너 같은 건 세탁기로 빨아도 오케이지만, 그것 이외의 물건은 세탁소에 부탁하는 게 정답이라는 걸로 결론이 났지만…… 세탁물을 분류해서 클리닝을 하러 보낼 물건을 빼놓거나, 건조세탁기에서 빤 것을 꺼내 개어서 소정의 서랍에 넣거나, 세탁소에서 돌아온 물건을 비닐봉투에서 꺼내 태그를 떼어서 장롱에 수납한다, 라는 자잘한 관리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제대로 된 의생활을 해나가기 위한 수고는, 꽤나 귀찮은 것이었다. 제 2의 문제도, 시로우의 한마디 코멘트에서 발각되었다. 「뭔가 집 안의 느낌이 좋지 않아」 라는 소리를 들어서 깨닫고 보니, 확실히 잡다한 분위기가 되어 있었고, 그 이유는……. 「아하, 꽤나 낙엽이 흩어져버렸구나. 청소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은 했지만, 내일해도 괜찮겠지 라고 계속 미루다가」 「시로우는 낙엽을 밟는 느낌은 좋아해」 「아―……하지만 집 바닥에 흩어져 있다는 건 좀 보기 그렇고」 라는 이유로, 나는 화분의 낙엽수가 떨어트린 낙엽의 청소를 하고, 역시 집 안은 깨끗이 청소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교훈을 얻었다. 하지만 주거공간을 항상 산뜻하게 해둔다는 것은, 이게 또 꽤나 손이 가는 일이라서……하루에 한번은 필요한 청소기 돌리기는, 방이 넓은 데다 융단이 깔려있기 때문에 끝났을 때에는 허리가 아파져버리고, (깨끗하게 해두지 않으면) 이라는 의식이 싹트고 보면 가구 위의 먼지랑 유리창의 때도 그냥 놔둘 수는 없어져서 말이지. 그리고 제 3의 문제로서 부상한 것은, 화분의 식물들에게는 매일 물을 주지 않으면 안 된다는 사실이었다. 몇 그루인가의 나무가 추욱 하니 잎사귀를 늘어트린 걸 깨닫고서 (어라, 어떻게 된 거지) 하고 생각했다가 (앗차, 물을 주지 않았어!) 라고 깨닫고서 물뿌리개 같은 건 사지 않았기 때문에 주전자에 물을 담아서 고사 직전의 나무들에게 급수를 해대고. 그날 안에 가드닝 샵으로 가서, 가장 커다란 3리터짜리 물뿌리개를 사들였지만, 부엌의 개수대에서 물을 담아서는 나르는 왕복이 20회 이상에 이르는 물주기 작업은 아무리 열심히 해도 30분은 걸리는 중노동이다. 하지만, 하지 않으면 나무가 말라버린다. 그것들 이런 저런 것이 복합되어서, 마음 편한 생활이었을 터인 시로우와의 두 사람만의 생활은 상당히 시비어한 스케줄에 지배당하게 되었다. 우선은, 집에 있던 무렵의 습관대로 확실하게 아침밥을 먹고 등교하고 싶다면, 나갈 예정 한 시간 전에는 일어나서 졸린 눈을 비비면서도 스스로 아침밥을 만들지 않으면 안 된다. 그리고 세탁소 사람이 오는 사이클에 맞춰서 빨래하는 날이라고 정한 수요일과 토요일에는 집에서 빨 분량은 세탁기에 넣어 건조까지의 프로그램을 세트하고, 클리닝을 부탁할 분량은 키우치상에게 맡기러 가고……쓰레기를 내놓는 날도 이 요일이다. 하루의 수업을 마치고 돌아오면, 우선은 집 안의 청소와 화분의 물주기. 그리고서 없는 걸 쥐어짜낸 레퍼토리에 의한 저녁식사준비를 해서 먹고, 아침식사분과 모아서 설거지를 한 뒤 식기선반에 정리하고. 빨래를 하는 날에는 끝난 세탁물을 개어서 정리하는 일도 있다. ……목욕도, 하고 싶으면 자기가 준비하는 수밖에 없어서, 항상 깨끗한 욕실을 사용하고 싶다면 욕조랑 욕실의 청소도 이하동문. 가사와 목욕을 끝낸 뒤는, 오늘 받은 과제에 손을 대거나 내일 제출할 과제를 마치거나 하는 공부시간이 되지만, 시로우가 돌아오면 식사랑 목욕 준비를 해주지 않으면 안 된다. 「어서와. 밥은?」 「먹을래」 「생선? 고기? 맛있을 거 같은 다랑어 사시미가 입하했는데」 「고기가 좋아」 「아, 그래. 오케이」 마츠사카의 소고기를 깍둑썰기 한 건, 냉장고의 냉장실에 상비되어 있다. 생고기를 전자렌지로 사람의 체온 정도로 데워주기만 하면 되니까 요리는 간단. 「그거하고 새우 프라이」 「윽. 새우 같은 건 사지 않았는데」 「시로우는 새우 프라이가 먹고 싶어」 「무리야. 이미 슈퍼는 문을 닫아버렸고, 무엇보다 나는 튀김 같은 거 만들 줄 모른다구」 「키우치한테 전화하면 돼」 「또? 어제도 그랬잖아. 네가 그런 시간에 푸아그라 소테를 먹고 싶다고 말을 하는 바람에, 꽤나 폐를 끼쳤잖아?」 「키우치한테 전화를 해줘. 시로우는 목욕할 거야」 「아 그러셔! 네네네! 정말이지, 제멋대로라니까」 재료가 없는 경우나, 나로서는 만들 수 없는 리퀘스트가 나왔을 때는 이렇게 키우치상에게 전화를 하는 처지가 된다. 「여보세요, 미츠오입니다. 이런 시간에 죄송합니다, 저기……시로우가 새우 프라이가 먹고 싶다고 하는데요, 어떻게 되겠습니까?」 《알겠습니다》 어떤 연줄로 조달을 한건지, 근처 레스토랑에서 오는 듯한 배달은, 항상 30분 이내에 도착한다. 그 사이에 나는 목욕물의 온도를 봐주고 (아기 고양이 시절부터 남한테 시중을 받으며 자라온 시로우는, 목욕물이라는 건 언제나 적당한 온도로 자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갈아입을 옷을 준비해주고, 감은 머리에 드라이를 해준다. 이런 생활을 시작하고 나서, 나는 주부와 프로작가를 양립시켜온 엄마에게 존경의 마음을 품게 되었다. 남편이랑 자식들의 매일매일 의식주의 뒤를 확실하게 돌봐주면서 자신의 일도 해왔던 거니까. 평소에 조금 더 도와줬더라면 좋았을 걸. 아―정말이지―, 이거 저거 전부 다 어수선하다구! 그런 내게, 키우치상이 낭보를 가져와줬던 것은 맨션에서의 생활을 시작하고 나서 2주일째가 지났을 무렵이었다. 「외람된 말씀이라고는 생각합니다만」 그런 식으로 서두를 놓고 키우치상이 말해줬던 것은, 「저희들이 도와드릴 수 있는 일은 무슨 일이든 하겠으니, 염려 마시고 말씀해주십시요」 라는 제안. 「저희들 중에서, 마사오와 다카오는 비서자격을 가지고 있고, 유키오는 가정가사 일반을 수련했고, 후미오도 일단은 조리사입니다. 말씀만 해주신다면, 뭔가 도움이 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에에또, 그건……모두들, 프로시라는 겁니까?」 「일단 각자 실무경험도 쌓고 있습니다」 「혹시, 요전의 새우 프라이 같은 건, 배달이 아니라 그쪽에서 만드셨던 건가요?」 「네, 후미오가 만들어드렸던 겁니다」 휘유. 나는, 키우치상들은 분명히 경리관계의 스탭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렇구나, 잘 생각해보면 회계 관리만 하는데 다섯 명이나 되는 스탭은 필요가 없나. 「아―……그럼 혹시 여러분은, 저택에 있는 요리사분이랑 가정부처럼, 시로우의 집에서 일하기 위해서 계신 건가요?」 나중에 뒤늦게야 깨달은 걸 말해본 내게, 키우치상은 싱긋 웃고서 대답했다. 「역할이라고 한다면 그렇게 됩니다만, 신혼이신 두 분의 방해가 되는 것은 좋지 않은 듯해서, 말씀이 있으셨을 때에 도움이 되도록 하는 방침으로 있습니다」 키우치상의 말투는 공손했지만, 말을 억누른 말투 속에 직계인 시로우를 모시는 일에 대한 동경 같은 것이 들렸고, 그것은 가사를 부담으로 느꼈던 내 이익과 합치하는 것이었다. 「그건 아마, 제 입장을 신경써주신 방침이라고 생각합니다만, 솔직하게 말해서 가정부분이나 요리사분이 와주실 수 있는 거라면, 굉장히 고맙겠습니다!」 나는 빅토리 포즈를 덧붙여서 역설하고 나서, 이유를 설명했다. 「보통의 아내였다면, 신혼인 남편의 시중은 전부 자기가 들고 싶다고 생각하는 거겠지만요, 그러니까 결혼 전에는 요리교실에 다닌다든지 신부수업을 하는 사람도 있는 거 같지만요, 저는 시로우와 만날 때까지 『시집을 간다』라는 예정 따위는 요만치도 없었기 때문에 전혀 아무것도 할 수가 없어요. 어리광부리는 『아내』라는 소리를 들을지도 모릅니다만, 저는 훌륭한 주부가 될 수 있을 만한 사람은 아니라서요. 그러니까, 저기, 맡겨도 괜찮은 거라면, 저로서는 대환영입니다! 시로우의 의견은 시로우에게 물어보지 않으면 모를 일이지만요」 「시로우님께서는, 미츠오님과 상담을 하고서 처리하도록 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키우치상은 그것을 (이제 드디어 염원이 이루어진다) 라고 생각하는 느낌의 기쁜 듯한 얼굴로 말했고, 「아, 그럼 문제없는 거군요」 라는 내 대답으로 얘기는 결정됐다. 「그럼 내일부터, 돌봐드리러 찾아뵙겠습니다. 청소랑 화분 가꾸기는 두 분께서 외출하신 동안에 끝내도록 하겠사오니」 와오, 그럼 물주기 일도 하지 않아도 되는 거구나. 「죄송합니다, 정말로 살았어요」 「식사에 대해서는, 후미오가 찾아뵈어 여쭙고 난 뒤에 준비를 하게 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하지만 저기, 시로우의 식사시간은 꽤나 불규칙한데요」 「알고 있습니다」 대답한 키우치상의 목소리 안쪽에는 (그런 기본적인 것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는 건가) 라는 느낌의 쓴웃음의 울림이 들려서, 나는 서둘러 덧붙였다. 「그럼, 집하고 시로우의 식사 준비 잘 부탁드립니다」 「잘 알겠습니다」 「시로우한테는 제 쪽에서도 얘기를 해놓을 테니까요. 앞으로 식사 리퀘스트는 후미오상께 부탁드리도록 이라고」 아마 필요 없을 거라고 생각하면서 말했다. 시로우와 키우치들은 서로 잘 통하는 사이 같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키우치상은, 「감사합니다」 라고 고개를 숙여보였다. 내 『아내』라는 입장을 배려해준 것이다. 「그런데, 여러분은 이름으로 부르고 계시는 군요. 저도 그래도 괜찮을까요」 모두 나보다 연상의 사람들이라서, 가능하면 나도 이름자로 불러주는 쪽이 마음이 편한데. 키우치상은 자그맣게 웃고 말했다. 「저희들은 전원 『키우치』이오니, 이름으로 불러주지 않으시면 구별이 가지 않습니다」 조금 놀라서 되물었다. 「에, 그렇습니까? 그럼, 형제분이라든지?」 「마사오와 후미오는 제 동생들입니다만, 다카오는 종형제이고 유키오는 조카입니다」 「와오……그럼 팀워크는 딱이겠네요」 「비밀 엄수 관계에서도 신뢰해주셔도 괜찮으니」 「아, 그건 처음부터 걱정하지 않았는데요」 100%의 본심으로 말한 내게, 키우치상은 앞으로 2, 3분 더 시간을 내줄 수 있는지 라는 질문을 먼저 해놓고서 자신들의 이야기를 해주었다. 「저희들은, 나베시마가에 『직계』의 아기님이 태어나시게 되기를 기대하고서 그 시중을 들어드리는 임무를 다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준비를 하고 있던 자들입니다. 시로우님께서 태어나시게 되기 전까지는 각자 호텔맨이나 사장비서를 생업으로서 보내왔습니다만, 그것도 모두 직계를 모시는 날이 오는 것을 기대하고서의 일이었습니다. 10년만의 직계로서 시로우님께서 태어나셨을 때, 저희들 이외에도 방계의 세 집안이 모시게 될 자로서의 이름을 올렸습니다만, 아야코님의 엄정하신 심사에 의해서 저희들 키우치가가 임무를 받게 되었습니다. 저희들은 임무를 받은 것을 대단한 명예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서 키우치상은 목소리를 소곤소곤 하는 볼륨으로 낮췄다. 「여기서만의 이야기입니다만, 집안의 핏줄 탓에 그런 것일까요, 저희들은 모두 커다란 고양이의 프리크(freak)입니다」 풋 하고 웃어버릴 뻔 했던 입을, 허둥지둥 손으로 눌렀다. 『고양이』라는 건 일족 안에서는 금구라고 생각했었는데, 이 사람은 그 부분의 감각은 내 쪽에 가까운 건가?! 「직계 분들의 모피 모습을 가까이에서 보는 것이 가능하다면, 벌써부터 떨림이 오는 것 같은 대감격입니다」 알아요! 라고 끄덕여보였다. 시로우의 동성에 대한 사랑을 끊어내 버릴 수 없었던 것은, 시이타라는 고양이 모습이 되어 있을 때의 그에게는 내가 흐느적흐느적 해져버리기 때문이다. 「그런데다 시로우님의 측근으로 선택받고, 게다가 그 연으로 참례를 허락받았던 두 분의 결혼식에서는, 그 시그마님의 모피 모습까지 뵈올 수 있었습니다. 그 때는 정말이지~, 모두들 (살아있기를 잘했어~) 라고도 말하는 듯이 감독해버렸었습니다」 알아요, 알아요, 그 기분! 아앗, 동지로군요, 우리들은! 「나중에 언뜻 듣게 되었습니다만, 시그마님께서 남의 앞에서 모피 모습을 보이시게 되었던 것은 무척이나 진귀한 일이고, 그 자리에서의 그것은 미츠오님께 대한 서비스였다는 것. 그렇다는 걸 알게 되었던 시점에서, 저는 그때까지 가지고 있었던 미츠오님께 대한 , 아―……뭐라 말씀드릴까요」 「남자 신부 따위는 말도 안돼, 라는 기분?」 스스로 말해준 내게, 키우치상은 죄송스럽다는 듯이 「하아」라고 머리를 긁고서는, 「허나 그 편견도, 지금은 무의미해졌습니다」 라고 맺어주었다. 「저희들은, 시로우님께서 미츠오님을 캣크라운으로서 선택하신 것에, 납득 이상의 납득을 느끼고 있습니다. 분수를 모르는 외람된 말씀입니다만, 저희들은 시로우님을 섬기는 기쁨과 동시에 일반 상식으로 본다면 이해하기 힘든 남편을 가지게 되신 미츠오님의 아군으로서, 뭔가 도움이 되어드리고 싶다는 바람을 품고 있습니다. 무슨 일이 있으실 때에 의지해 주신다면 기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나는 진심으로 머리를 숙였다. 「뭔가, 키우치상과는 숨김없는 이야기도 할 수 있을 거 같아서, 기뻐요. 저도 아까 말씀드렸던 프리크의 한사람이지만, 시로우들을 『고양이』라고 말하는 건 터부라는 느낌이라서 말하고 싶은 데 말할 수 없는 욕구불만이 쌓였었습니다. 이러니저러니 휘둘려서 맥이 빠진 부분도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저는 『고양이』라는 종족을 무지하게 좋아해서, 아아……생긴 거랑 끌어안는 느낌이랑 냄새도 그렇지만 그 제멋대로에 변덕에 프라이드가 높은 고양이 기질도, 뭔가 귀엽달까, 사랑스럽달까……어쨌든 독특한 매력이지요, 고양이들의 고양이다운 점은. 저는 집에서는 개를 키우는데, 그 애는 제가 강아지 때부터 키운 동생 같은 녀석인데요, 개가 가진 귀여움하고 고양이의 매력이라는 건, 전혀 틀려요. 뭐랄까…… 키워주는데도 따르지 않는, 뿌리부터 자기주의의 개성이 강한 점이 좋달까? 아……죄송합니다. 그만 얘기를 떠벌떠벌……」 그렇게 입을 닿았던 것은, 키우치상이 내 얘기에 싱긋 미소 짓지도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으로, (혹시 유도심문에 걸려서, 말해서는 안 되는 걸 떠벌려댄 건가) 라고 싸늘한 기분이 들어서 눈을 내리깔았다. 「저기, 하지만, 제가 문제가 많은 『신부』라는 건 자각하고 있습니다. 일족의 장래를 위해서도, 아마 시로우의 행복을 위해서도 시로우에게는 여성인 아내가 필요해요. 저도 시로우의 아이는 보고 싶고요. 잘해서 직계인 아이가 태어나준다면, 분명 굉장히 귀엽겠지요! 네에, 분명히. 그러니까, 좋은 사람을 찾아낸다면, 저는 언제는 몸을 뺄 각오로 있어요……저기, 잘 부탁드려요. 에에또, 실례했습니다」 인사로 결말을 짓고서, 방으로 돌아가려고 뒤돌았다가 깜짝 놀랐다. 바로 눈앞에 시로우가 서있고, 게다가 화나 있는 듯 울컥한 표정으로 있어서. 「아, 아하, 언제 왔어? 에, 에에또, 너를 『고양이』라고 말해버려서 미안. 별로 나쁜 뜻이 아니라」 허둥지둥 변명에 들어간 내게 시로우가 낮게 으르렁대는 듯한 소리로 말했다. 「몸을 뺀다는 건, 무슨 의미야? 미츠오는 또 시로우를 버릴 생각이야? 그렇다면」 「아니야!」 그 일로 화가 난 건가 싶자 안도하면서, 나는 말했다. 「나는 이젠 두 번 다시 시로우를 버리거나 하지는 않고, 달아나거나 하지도 않아. 내가 말했던 건 그 반대, 시로우가 나 이외의 부인이나 연인을 가질 마음이 들었을 때의 얘긴데」 「시로우는 그런 마음은 들지 않아」 「응, 그렇다면 그걸로 됐지만, 혹시 만일의 때의 얘기야. 그렇게 됐을 경우, 에에또」 시로우를 자극하지 않고 잘 넘어갈 말투를 골라! 「나는 시로우의 정처로서 애인이나 연인들과도 확실하게 사이좋게 지낼 작정이다, 라는 그런 의미로 말이지」 「그래, 미츠오는 시로우의 『정처』라는 입장을 잊어서는 안돼」 시로우는 깊숙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당치도 않은 소리를 꺼냈다. 「미츠오가 말하는 것처럼, 혹시 시로우가 애인을 가졌다고 해도 미츠오는 언제나 시로우의 베드에 있지 않으면 안돼」 윽!! 그, 그건……설마, 네가 애인하고 H하는데 보고 서있으라는……?! 하지만 시로우의 주장은 더욱 당치도 않은 것이었다. 「시로우는 미츠오 이외의 누구도 안고 싶지 않지만, 모두는 시로우한테 여자하고도 섹스를 해서 아이를 만드는 노력을 해야만 한다고 해. 시로우는 미츠오 이외의 사람을 안는 건 싫지만, 미츠오도 시로우의 아이를 보고 싶다고 한다면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되겠지. 하지만 시로우한테는, 여자의 발정취는 기분이 나빠. 베르시다가 발정했을 때의 냄새에는 토할 뻔 했었어. 그러니까 시로우에게 여자를 안게 하고 싶다면, 미츠오가 도와주지 않으면 무리야」 「그, 그건……」 「도중까지 미츠오하고 하고 마지막만 여자로 한다는 방법이라면, 어쩌면 할 수 있을지도 몰라. 하지만 자신은 없어. 미츠오한테서 빼고서 여자한테 삽입한 순간 시들어버릴 가능성이 있으니까, 교대의 타이밍을 연구할 필요가 있어. 혹시 무슨 일이 있어도 교배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한다면, 시로우로서는 그 방법밖에 생각나지 않아」 「싫어!」 라고 큰 소리로 되받아치면서, 그건 세상에서 말하는 브리더들이 하는 브리딩 테크닉을 뒤집은 희화(戱畵)야! 라고 생각했다. 브리더(번식가)라고 칭하는 인간들이, 혈통서 붙은 강아지랑 아기고양이를 『생산』하기 위해서 그들의 형편에 맞춰서 고른 수컷과 암컷을 강제적으로 섹스하게 하도록 만드는 『번식기술』……그 실태라는 건, 당하게 되는 측에게 인간과 똑같은 감성이 있는 거라면, 지금 내가 느끼고 있는 (그리고 시로우의 생각도 있어!) 굴욕에 가득 찬 배덕을 강요하는 것이겠지. 물론 세상 일반에서는, 개랑 고양이의 교미랑 임신 출산은 본능에 지배된 생식행동이고, 거기에는 인간 같은 『사랑해서 맺어져 아이를 낳는다』라고 하는 정신성은 희박하다고 생각되어지고 그러한 인식은 맞는 것일지도 모르지만……하지만 그런 의미라면 시로우는 『고양이』가 아니야! 거기 길거리에 널린 인간보다도 훨씬 명석한 두뇌를 가진, 좋고 나쁜 감정도 희로애락의 감성도 확실하게 갖춘 이지적인 존재란 말이다! 하지만, 키우치상은 말했던 것이다. 「그러한 방법이 가능하다면, 꼭 미츠오님께도 동의와 협력을 부탁드리고 싶다고 생각합니다」 라는 소리를! 나는 노여운 마음과 생각으로 이를 악물었다. 「그건, 시로우가 아주 진귀한 인묘이기 때문입니까! 그런 거, 시로우에 대한 모욕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생각하지 않습니다」라고, 키우치상은 대답했다. 「키우치상, 그건 시로우를 『혈통서가 붙은 고양이』취급을 하는 거에요!!」 「그러한 표현도 있을 거라고는 생각합니다만, 그러면 미츠오님께서는 고양이이자 사람인, 게다가 양자를 능가하는 지성과 능력을 겸비한 『인묘』라는 멋진 종족이, 아이가 적어지는 경향의 진행에 의한 멸종의 위기에 있다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 드문 매력을 갖춘 귀한 종족의 미래에 밝은 전망을 비추기 위해서라면, 뜻에 맞지 않은 섹스를 참는다는 정도의 희생은 오히려 나서서 치러야만 하는 것은 아닙니까?! 혹시 제가 미츠오님의 입장이라고 한다면, 기꺼이 앞장을 서는 역할을 하겠습니다!」 뭐라 찍소리도 할 수 없는 정론이었다. 하지만, 하지만……나는! 「죄송합니다만 저는, 시로우에게 『교배』같은 식의 섹스는 하게하고 싶지 않습니다! 시로우가 스스로 납득하고 그렇게 하려고 생각하는 거라면 부끄러움이라든지 하는 건 제쳐두고서 협력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만, 시로우가 바란 것이 아니라면 설령 누구에게 무슨 소리를 듣는다고 해도 저는 거절합니다! 시로우는 고양이지만 고양이가 아니니까! 본인이 바라지 않는 브리딩 따위에 협력하는 건, 절대로 사양이에요!」 「그럼 미츠오는, 시로우가 부탁하면 여자하고 함께 섹스해도 OK인 거구나?」 「……에?」 5초는 굳어버리고 나서야, 겨우 그 소리를 낼 수 있었던 내게 시로우가 말했다. 「시로우는 아직 아이를 가지고 싶다는 생각은 하지 않으니까 미츠오 이외하고는 교미하지 않지만, 시그마의 부탁이라서 거절할 수가 없었어. 목적은 『베르시다의 기적』을 또 다시 일으키는 건데, 시그마도 가능성은 낮을 거라고 말하고 있으니까 실험이라고 생각하면 돼. 잘 되지 않아도 책임은 없으니까, 걱정은 하지 마」 「잠깐 기다려, 에? 실험이라니……대체 뭐가, 뭐라고? 다시 한번 제대로 설명을 해줘」 시로우의 얘기는 때때로 이해하기 힘들지만, 지금 건 전혀 이해가 안 된다. 킁 하고 불복한 듯이 코를 울리고, 시로우는 다시 말하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시그마한테 부탁을 받은 거야」 「그건 알겠어. 그러니까 뭘 부탁받았다는 거야?」 「『베르시다의 기적』의 재현이야」 「그건, 준직계인 프린세스 벨이 너를 사랑해서 모피모습으로 변신했던 사건 얘기지?」 「그래」 「그걸 재현하라는 건……?」 「베르시다처럼 변신하고 싶은 준직계의 여자들이랑 부모들이, 시로우한테 부탁해왔어」 「응」 「시로우는, 미츠오가 틀림없이 싫어할 테니까 안 된다고 말했어」 「……응」 뭔가, 기분 나쁜 예감이 드는 건지도. 「모두는 시그마한테 중재를 부탁하러 갔어. 그래서 시로우는 시그마한테 불려가서, 부탁받았어」 「에에또……뭐를 말이야」 「여자들을 시로우의 집에서 맡고 있기로 말이야」 「으. 아아~……즉, 네 연인후보가 여기 맨션으로 온다는 거야?」 「연인후보라는 건 아니야」 「……그럼, 뭐?」 「그러니까, 변신하고 싶은 여자들이야」 「으윽. 점점 더 뭔지를 모르겠는데?」 머리를 끌어안은 내게, 시로우가 자명한 논리를 자꾸 되씹게 만든다는 투로 말했다. 「어쨌든, 내일부터 네 사람이 함께 살아」 「여자가 네 명, 우리들의 집으로 온다는 거야?」 「돌보는 건 키우치들이 할 거야. 미츠오는 평소대로 하면 돼」 「아, 아아, 그래」 「내일, 미츠오가 학교에서 돌아왔을 때에는, 모두 와있을 거야. 소개는 그때에 할게」 「……상관없지만. 요약하자면 그 애들은, 뭘 하러 오는 거야?」 「변신할 수 있는지 없는지, 가능성을 시험하러」 나는, 시로우가 일부러 애매한 말투를 쓰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분명하게 말해」 라고 노려봐줬다. 「그 애들이 우리 집에 있는 기간은 한달? 반년? 그 사이 나는 호텔에서라도 묵으면 되는 거야? 혹시, 키우치상이 가사를 떠맡는다고 말해줬던 것도, 그 일에 대한 사전교섭 같은 거였던 거야? 물론 네가 말한 대로 협력하겠지만, 일단 적어도 정처이니까 이상한 식으로 감추지 않아주는 쪽이 나로서는 안심할 수 있는데?」 「호텔에 묵는 건 안돼」 시로우는 위세 높은 남편의 명령조로 말했다. 「미츠오는 시로우하고 여기서 지내. 그게 협력이야. 여자들이 머무는 건 10일간이고, 미츠오는 여자들하고 별로 사이좋게 지내지 않아도 돼」 「그럼, 그 애들은 그냥 열흘 동안 묵기만 하는 거야?」 「그래」 「하지만 모두, 잘해서 시로우와 연인이 되고 싶다고는 생각하는 거겠네」 「그렇다고는 단정 지을 수는 없어」 「으~응, 지금 한 가지 잘 이해가 가지 않는 게 있는데 말이지」 하지만 시로우의 표정으로 봐서, 그 이상의 설명을 끌어내는 건 무리인 것 같았다. 어쩌면, 시그마의 계획이라는 것은 시로우로서도 제대로 설명할 수 없을만한 적당 적당히 어중간한 효과를 노린 것인지도 모른다고 생각이 들었다. 인간의 모습으로 태어났던 준직계인 프린세스 베르시다가 과거에 예가 없는 고양이 모습으로의 변신을 달성했던 것은, 그녀가 시로우를 향해 열렬한 사랑을 했었기 때문이다. 즉, 고양이 모습으로 태어나와 고양이 모습으로 자란 직계들이 캣크라운에 대한 연심을 동기로 해서 인간으로 변신을 달성하는 것과는 반대로, 베르시다는 직계인 시이타가 자신을 돌아보게 하고 싶다는 강한 바람으로 인간에서 고양이로의 변신능력을 얻었던 것이다. 그렇다는 것은, 변신하고 싶은 준직계인 여자들은 우선 시로우에게 그러한 강렬한 사랑을 느낄 수 있는지 없는지가 승부(?)의 분기점이 되는 건데, 사랑을 하려는데 상대를 모르면 무리이니까 동거하는 걸로 사랑하는 조건을 만든다……라는 건가? 하지만 베르시다의 변신은 전례가 없는 『기적』이었으니, 원인은 사랑이라고 밖에는 이해할 수가 없어서 어쨌든 조건을 만들어 두고 상태를 보자라는 걸까나, 시그마의 생각은. 그렇다고 한다면, 시로우의 설명이 애매한 것도 어쩔 수 없는 거고……. 「뭐, 좋아」 라고 나는 대답했다. 「일족의 장래를 위한 실험 같은 건데, 협력할게. 네가 아름다운 모피모습의 그녀를 가지게 된다면, 그건 그거대로 즐거울 거고. 오는 애들은, 모두 미인인 거지?」 「뭐어, 베르시다 정도겠지」 시로우는 싫다는 듯이 말하고, 「미츠오는 베르시다를 어떻게 생각했어?」 라고 물어왔다. 「뭐야, 내가 바람피울 걱정을 하는 거야? 그렇다면 걱정은 필요 없어. 베르시다는 너무 미인이라 기가 셀 거 같아서 내 취향이 아니야. 앗 하는 새에 엉덩이 깔개가 되어버릴 거 같고 또 어지간하게 휘둘려질 거 같은 걸. 그런 상대는 시로우 하나면 족하니까 말이야」 말해주면서, 요전에 「바람피우지마」라는 발언과 진짜로 아팠던 마킹은 이 일에 관한 것이었나, 라고 생각했다. 그래, 분명 그 무렵에 이 이야기가 나와서, 시로우는 나한테 이런 저런 못을 박아놓았던 거겠지. 말로 했으면 좋았을 걸 말이야, 그런 점은 진짜 고양이라니까. 그때 붙여진 마킹이라는 깨문 흔적은 그 뒤 2, 3일은 팽팽하게 부어버렸고, 지금도 선명하게 보라색으로 이빨 자국이 남아있다. 아슬아슬하게 목깃으로 가려지는 장소이니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한심하게도 사라질 때까지 밖에 나갈 수 없는 지경이었다구. -- 계속 [고양이 5] 왕 같은 고양이의 대관 (5) 왕 같은 고양이의 대관 (5) Written by 아키즈키 코오 다음날은 마침 아이하라 선생님의 에칭 강좌가 있는 날로, 나는 밑그림용인 4장의 연필화를 준비해서 수업에 임했다. 모티브는, 인묘일족의 성전이자 역사서사시이자 법전이기도 한 『전진의 서』의 시문에서 땄다. 제 3편의 한가운데쯤에 나오는 《왕은 아름다운 미카엘라를 자신의 손으로 품기 위해서, 열 마리 재칼의 시련에 감연히 도전했다. 그 용맹한 모습은 번개를 부렸던 하늘의 신인가 눈을 의심할 정도였다. 범부채열매 같은 검은 머리카락을 휘두르면 성나 부릅뜬 날카로운 눈동자는 금빛을 뿜고, 재칼은 모두 내심 왕을 두려워하니》라는 한 구절을, 4개의 구도로 그려봤던 것이다. 이 시편에는 바다스타트 영웅왕의 몇몇 모험담이 노래되어있지만, 그중에서도 그 장면을 선택했던 것은 시로우가 도전했던 『재칼의 시련』을 나도 봤기 때문이다. 그 때는 위기감으로 머리가 가득해서 『용맹한 모습』같은 건 생각할 겨를이 없었지만, 나중에 떠올려보면 굉장한 액션신이었던지라, 내 일러스트판 『전진의 서』의 맨 첫 번째 한 장의 제재(題材)로써 선택했다. 그래……나는 취미를 살려, 삶의 보람으로서 그 『전진의 서』가 노래하는 일족의 전설이랑 역사를 그림이야기로 그려내고 싶다는 야망을 가지고 있다. 보통 대학에서 미술학교로 옮긴 것도 그 때문이고, 여기서 받고 있는 강좌는 전부, 내 『전진의 서』를 그려내는 데에 필요한 테크닉을 손에 넣기 위해서. 내가 그리고 싶다는 모티브는 그것뿐이고, 5개가 있는 시편을 전부 그림으로 하는 데에는 평생이 걸려버릴 거고, 아마 작품은 일족 안에서의 발표도 할 수 없는 개인적인 즐거움이라는 것으로 끝나, 내가 죽는다면 내 몸과 함께 재가 되는 환상의 라이프워크가 되겠지만, 그래도 좋다. 나는 그 전기적인 로맨틱함에 흘러넘친 장대한 세계를, 자신의 손을 통해 그림으로 만들고 싶다. 그래서 그 제1보로서, 아이하라 강좌의 제출 과제로 《바다스타트 왕의 재칼의 시련》을 해봤던 것이다. 물론 일족의 비밀엄수의무에 걸리는 소재이니까, 시련의 집행인인 재칼역할들은 커다란 고양이가 아니라 진짜 재칼의 모습으로 그리고 있지만, 영웅왕의 풍모는 시로우가 모델. 하지만 그건, 실수였던 것이다. 「밑판의 밑그림인데요」 라고 보여준 순간, 아이하라 강사는 화면의 주인공인 영웅왕의 얼굴에 눈길을 주고서, 「이건 예의 그가 모델이군」 라고, 싫다는 듯이 눈을 반짝였다. 「내 의뢰는 상대도 하지 않고 걷어차 놓고, 자네한테는 누드데생까지 하게 한 건가. 흐흥~, 아주 부러운 우정이군. 아니면 자네들, 특별한 관계에 있는 건가? 자네하고, 이 모델인 남성하고는」 아이하라 강사는 그것을 교실 안에 전부 다 들릴만한 목소리로 말해서, 20명 정도인 수강생들이 일제히 이쪽을 돌아봤다. 그 40개의 눈에 떠올랐던 것은 질 나쁜 호기심이라서 나는 그만 뱃속에서 으르렁거렸다. 2주일 전에 도중 입학한 나는, 좋지 않은 의미로 유명인이었다. 내 귀에는 아직 분명하게는 들려오고 있지 않지만, 나에 대해서 「저건 어느 재벌네 도련님인데, 시간 때우기로 그림을 알고 싶다니까 돈다발을 쌓아가지고 학적을 옮긴 거야」라고 하는 듯한 소문이 만연해있는 듯, 어느 강좌에서든 흰눈을 뜨고 바라봐지든지 돈이랑 연줄을 노리고 엉겨드는 지망자들의 아첨에 둘러싸이든지 둘 중에 하나. 강사들의 반응도 그 양쪽중 하나이고, 내 노력에 일일이 꽝을 주는 데생 강사는 머리부터 나를 싫어해서 강좌에서 쫓아내려고 하고 있는 것 같고, 꽤나 아낌없이 칭찬을 해주시는 수채의 강사는 내 마음에 들어 하고 싶어 하는 게 눈에 뻔히 보인다. 그리고 아이하라 강사는 지금까지는 어느 쪽의 진영도 표명하고 있지 않았다. 거만하고 비꼬기 선수에 심술궂은 건 타고난 성격인 듯, 나한테처럼 (필요최저한으로밖에 상대하지 않는다) 라는 태도를 취하게 되는 것은 수강생의 대부분이 그런 것 같아서 그런 의미에서는 나도 공평한 대우를 받고 있었던 거지만. 내가 멍청하게 시로우를 모델로 한 밑그림을 보여 버린 순간, 아이하라 강사는 완벽하게 내 적으로 돌아섰다. 「호호오, 자네 나체 데생은 꽤 하는군. 게다가 재미있게도, 공부하고 있는 건 남성누드뿐인가? 이 여성은 유방의 위치도 허리의 위치도 너무 놓아. 여성의 나신은 본 적이 없든지, 아니면 흥미를 가지고 본 적이 없는 증거로군. 어느 쪽이지?」 아이하라 강사는 은연중에 나를 호모라고 불러대고 있고, 사실이라고는 해도 이런 공개적인 비난을 당하고 있을 이유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질문을 받고 대답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안 되는 일이라서 대답했다. 「중학교랑 고등학교의 부활동에서는, 여성모델의 누드데생까지는 하게 해주지 않았었기 때문에」 「남성 누드도 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데?」 아이하라 강사는 그렇게 날 찔러대고는 다른 수강생들을 둘러봤다. 「데생은 관찰에서 시작해서 관찰에서 끝난다. 매일의 관찰은 확실하게 그림에 나타나게 되니까, 그녀와의 러브타임에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되는 일이야. 호시카와군처럼 관찰의 찬스로서 활용하도록 해. 엇차, 자네의 경우는 『그와의』였지」 모두 뜨하하 하고 웃어서, 나는 화가 났다. 네에, 어차피 저는 호모에요. 연인은 세상에서 제일 멋진 남자이지만, 부모님한테도 『고양이의 신부』라고 혼이 났지요. 네에, 웃고 싶으면 웃어요, 부디 마음껏. 저는 이미, 그런 일로 상처 입는 단계 따위는 뛰어넘어버렸으니까요. 「제 데생을 칭찬해 주셔서 기쁩니다」 라고 되받아쳐주고, 「여성누드도 공부하겠습니다」 하고 덧붙였다. 알파랑 제타에게 부탁하면, 애인 분 중에 누군가를 모델로 빌려줄 것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걸로 공부해서, 반드시 찍소리도 못하게 해주지. 아이하라 강사는 내 반격에 울컥했다. 「뭐어, 남자 데생은 꽤 하지만 문제는 구도야. 독창성이 전혀 없어. 중학생도 이거보다는 빈틈없는 아이디어를 내놓는다구」 코끝으로 비웃는 투로 말하고서, 내가 일주일에 걸쳐서 할 수 있는 한 정밀하게 그려내 온 4장의 연필화를, 벌로 쫙쫙 찢었다. 「다시야. 다음주까지 다섯 점, 구도를 공부했다는 걸 알 수 있는 밑그림을 완성해와」 이 모티브는 두 번 다시 아이하라 강사에게는 모이지 않는다, 라고 결심했다. 과제는 다른 제재로 그리자. 하지만 아이하라 강사의 코멘트에는, 아직 그 다음이 있었다. 「하는 김에, 그 개인지 고양이인지 알 수 없는 동물에 대해서는, 관찰부터 다시 하는 거야」 그리고 내가 가장 듣고 싶지 않은 비평을, 비꼬기를 잔뜩 담아서 덧붙였던 것이다. 「동물 일러스트로 인기 있는, 저 호시카와 미오 선생님의 자식치고는 이 개나 고양이는 너무나 조악하군」 내가 화악 얼굴이 빨개졌던 것은, 아이하라 강사의 폭로방식은 내게 대한 걸 넘어서 엄마까지 모욕하는 말투였기 때문이다. 머리에 오른 피가 명하는 대로 일어서서, 아이하라 강사의 눈에 눈을 맞대고서 말해줬다. 「확실히 저는 호시카와 미오의 아들입니다만, 재능이 유전되지 않았던 것은 어머니의 탓은 아닙니다. 저는 어머니한테서 그림을 배웠던 적이 없으니까, 제가 못하는 것도 어머니의 책임이 아닙니다. 지금 선생님의 말씀은, 어머니에게는 해당사항이 없는 모욕이라, 굉장히 불쾌합니다」 「……핫」 하고 아이하라 강사는 핸섬하지 않은 것도 아닌 얼굴을 찡그리고는, 「그거 실례했군」 하고 나를 되노려 보면서 말했다. 「동물 일러스트로 잘나가는 호시카와 미오와, 동물사진가로 고명하신 것 같은 호시카와 리쿠오 사이의 셋째도련님이라는 걸로 내가 과대한 기대를 해버렸던 것 같군. 이런, 실례실례. 자네가 말한 대로, 부모의 재능이 자식에게 유전하는 케이스가 적은 것은, 부모의 후광이 없으면 통용되지 않는 멍청이 2세들이 증명하고 있지. 자신을 잘 알고 있는데다가, 부모의 위광을 갓으로 쓰지 않을 각오를 하고 있는 자네는, 어느 의미에서는 인재로군. 아니, 훌륭해 아주아주~ 훌륭해」 그리고 완전히 날 바보 취급 하는 박수를 쳐보였다. 나는 물론 무지막지하게 울컥했지만, 「알아주셔서 기쁩니다」 라고 대답하고 자리에 엉덩이를 돌렸다. 더 이상 이 사람과 얘기를 해봤자 쓸데없는 설전으로 울컥한 마음만이 쌓이는 쓸데없는 정신소모가 되리라는 게 명백했기 때문이었다. 어쩌면, 아이하라상에게서 배워야만 했던 것은 그 에칭 그림의 모사(模寫)에 그쳐야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아이하라상의 강좌만이 아니라, 이런 학교 자체를 그만둬버리는 쪽이 정답일지도, 라고도. 희망에 불타 들어왔던 미술학교이지만, 내 정열을 이해하고 스승으로서 지도해줄만한 육친 같은 모습을 보여줬던 선생은 아무도 없다. 아무도 진지하게 상대해주지 않는 속에서, 정말로 꽝인 건지 심술로 꽝인 건지 알 수 없는 평가를 의지해서 노력하고……그게 뭔가 도움이 되는 걸까? 그것보다도, 엄마가 말했던 「심미안은 있다」라는 나에 대한 평가를 믿고서, 독학하는 쪽이 그나마 나았던 건? ……하지만, 아직 해본 적이 없었던 컬러링이랑 과슈 사용법의 입문을 해주는 강좌는, 나름대로 얻는 것이 있다는 느낌인데. 크로키의 하시모토 강사는, 다른 선생들에 비하면, 비교적 진지하게 봐주는 기분이 들고……. 뭐어, 아직 다니기 시작한지 2주일이니까. 내가 「돈과 여유에 질려서 마음편한 느낌으로」 그림을 배우러 오는 얼간이 도련님 따위가 아니라는 것을, 겨우 2주일로 「알아줘」라고 말하는 것도, 무른 소리일지도 모른다. 응, 그래……생각해보면, 나는 「진지한 마음으로 공부를 하러 왔습니다」라는 의사표시를 입 밖으로는 내지 않았고 말이야. 내 쪽에서 말하지 않는 걸 상대가 알 수는 없다는 커뮤니케이션의 대원칙은, 시로우들과의 사귐으로 싫어질 정도로 학습했을 터인데 전혀 활용하지 못했다. 아하, 대반성. 그래서 나는 점심시간을 이용해서, 오후부터의 데생 수업의 카네코 강사를 붙잡아서, 내 그림에 대한 생각을 들려줬다. 결코 시간 때우기의 놀이 따위를 할 작정이 아니라는 것. 내게는 무슨 일이 있어도 그리고 싶은 그림이 있고, 그것을 자신의 생각대로 그려내기 위해서 뭐가 뭐라 해도 테크닉을 원한다고 하는 것. 필요한 테크닉을 몸에 익히기 위한 노력은 싫지 않다는 결의로 있다는 것. 그를 위한 10년이나 20년의 수업은 각오하고 있다는 것……. 「그 작품은, 제 라이프워크가 될 겁니다. 아마 평생의 시간을 걸어야 그려낼 수 있게 되리라는 의미로 말입니다. 목표는, 제 스스로 (뭐어, 이런 걸까나) 라고 만족할 수 있을 정도의 그림으로 마쳐질 수 있게 되는 겁니다. 프로가 되어서 그림으로 먹고살려고 한다는 마음은 없습니다. 에에또, 제 작품은 아무에게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조건이라서요. 아하, 이해 못하시겠지요, 이 이상은 설명할 수가 없어서 죄송합니다. 어쨌든 저는, 저 나름대로는 정말로 진지하게 그림 공부를 하고 싶어서 입학했습니다. 인사가 늦어서 죄송했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얘기를 했던 효과는 있었던 것 같았다. 그때까지는 줄곧 차가웠던 카네코 강사의 눈빛이 (그렇다면, 그 진심을 보여 봐) 라는 식으로 변했다는 정도였지만, 그래도 나한테 눈을 돌려봐 주게 되었다는 것은 진보다. 과제에는 역시 꽝 도장밖에 찍히지 않아도 말이지. 그리고 학교에서 그런 풍파가 있고서 평소와는 조금 다른 기분으로 돌아온 집에는, 새로운 풍파가 기다리고 있었다. 엘리베이터를 내린 순간, 「어서오세요~오」라는 화려한 여성 목소리인 합창으로 마중을 받아서 조금 쫄았다. 와오, 뭐야? 뭐? 아, 준직계의 아가씨들인가. 시로우도 먼저 돌아와 있어서, 「미츠오, 어서와」 라고 끌어안아왔다. 흥흥 하고 내 목덜미의 냄새를 맡고서 「싸움을 했구나」라고 물었다. 「앗하, 냄새로 안 거야? 응, 아이하라 강사하고 조금」 말해 버리고나서 (앗차) 싶었다. 『스루가다이 아트』에 아이하라상이 있다는 것은 비밀로 했었지. 아니나 다를까, 시로우는 목 안에서 으르르 하고 울고는, 「아이하라 마사키가 강사인 거야?」 라고 물어왔다. 나는 시치미를 뚝 떼고 대답했다. 「강사의 한사람으로 말이지, 아이하라상이 있었어. 굉장한 우연이지」 시로우가 또 으르르 하고 낮게 울어서, 웃고 말해줬다. 「응, 네가 말했던 대로 싫은 녀석이었어. 입이 걸고 심술궂어. 오늘은 비꼬기 재료로 엄마의 이름을 꺼내서, 정면에서 떡하니 『불쾌합니다』라고 말해줬어. 『실례했다』라고 사과하게 해버렸지. 나로서는 쾌거지?」 「그건 나쁜 남자야, 다가가지마」 시로우는 으르릉대고서, 말하지 않을까 생각했던 대로 말했다. 「그런 남자가 있는 학교는 그만둬」 「괜찮아, 이미 정체는 알았으니까」 나는 그렇게 말하고서, 화제를 바꾸기 위해 말을 이었다. 「손님들을 소개해주지 않을래?」 「그랬지」 라고 시로우는 나를 안고 있던 팔을 한쪽만 떼고서, 다른 한쪽 팔로는 내 어깨를 안은 채 그녀들을 돌아봤다. 「토우코의 딸 사쿠라코, 람다의 질녀 요시코, 중국에서 온 메이스우하고, 영국에서 온 엘리자베스」 시그마의 여동생 토우코상의 딸이라면 시그마의 조카가 되는 사쿠라코상은, 토우코상과 많이 닮은 16, 17쯤으로 보이는 일족의 피가 짙은 것 같은 미소녀로, 미녀가 나란히 모인 네 명 중에서도 아름다움이 더 눈에 띄었다. 요시코상과 메이스우상은, 사쿠라코상보다는 보통사람 같은 화사한 미인으로, 나이는 17, 18? 엘리자베스는 아마빛의 머리카락을 가진 미녀로, 나이는 네 명 중에서 가장 위일까나. 차분한 분위기에, 머리가 좋을 것 같은 사람이다. 나중에 물어봤더니 아직 17살로, 옥스퍼드의 아주 뛰어난 학생이었다. 「메이스우하고 엘리자베스도 일본어를 할 수 있어」 라고 가르쳐줘서 안심했다. 「처음 뵙겠습니다, 미츠오입니다. 에에또, 잘 오셨어요」 엘리자베스가 손을 내밀어 와서 (아직 손을 씻지 않았는데) 라고 주눅들어하면서 악수를 했더니, 그녀는 고양이식으로 냄새를 맡았다. 다른 세 사람에게도 손의 냄새를 맡아서, 나는 서둘러 손을 씻으러 가지 않았던 것을 후회했다. 에에또……그리고? 아, 차라도 내올까. 시로우가 전화가 있는 곳으로 가서, 오픈모드로 후미오상을 불렀다. 「미츠오가 돌아왔어. 식사를 해줘」 그렇다면 차는 괜찮은 건가 생각하면서 테이블을 봤더니, 지금까지 차를 마시고 있었던 듯 5인분의 컵이랑 포트가 놓여 있었다. 「에에또, 그럼, 테이블을 정리해야지」 라고 말해놓고, 책상이 있는 곳에 그림도구 같은 짐을 놓으러 갔다가 돌아왔더니 이미 여자들이 테이블 정리는 끝내 놨다. 「아, 미안. 에에또, 고마워요」 「미츠오는 평소대로 있으면 돼」 시로우가 쓴웃음을 지으면서 말해오고서 「목욕을 하고 오는 건 어때」라고 권해줬다. 「테레빈유 냄새가 나」 「아, 그래? 유채화는 하지 않았는데. 그럼 잠깐 실례하고 씻고 올게」 「천천히 해도 돼」 그래도 그럴 수는 없으니까, 서둘러 끝내고 욕실에서 나왔더니 내가 놓아뒀던 갈아입을 옷이 없어지고 여성용의 네글리제 같은 스타일의 비단 로브로 대체되어 있었다. 「에에? 이걸 입으라는 거야? 싫다구, 이런 거」 하지만 허리에 타올만 걸친 채로 나갈 수도 없고, 아까 벗은 옷도 보이지 않는다. 「시로우가 장난친 건가? 정말이지 진짜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어쩔 수 없이 알몸 위에 로브를 걸쳤지만, 이번에는 팬티가 없다.「어이어~이……노팬티인데다가 이런 얇은 거 한 장으로 여자들 앞으로 나가라는 거야? 농담이 아니라구, 진짜!」 하지만 허리에 타올을 감아봤더니, 자꾸 부대끼고 보기에도 이상하다. 로브의 감은 얇지만 거울로 지긋이 확인해봤더니 비쳐보이지는 않길래, (장롱에서 옷을 꺼내러갈 때까지 참는 거야) 라고 포기하고 바스룸을 나왔다. 바스룸의 입구는 키친스페이스의 옆에 있고, 장롱이 있는 건 키친 스페이스와 다이닝 스페이스를 빠져나간 건너편. 평범하게 방이 벽으로 구별지어있는 거라면, 모두에게 보이지 않도록 복도를 지나서 사아~알짝 가주면 끝나는 곳이지만, 공교롭게도 이 집은 그런 구조로 되어있질 않다. 게다가 직업적으로 식목수 취급하는 사람의 정원 같은 실내인데, 어째선지 다이닝까지의 사이에는 남의 눈으로부터 숨을 수 있을만한 나무가 놓여있지 않은 것이다. 바스룸의 도어를 나온 순간 이미 다이닝 테이블에 붙어있던 모두에게 돌아봐져서, 손님의 앞에 나올만한 모습이 아닌 로브차림을, 찬찬히 바라봐져버렸다. 「저기, 죄송합니다, 이것밖에 입을 게 없어서. 곧 갈아입을 테니까요」 그렇게 변명을 하고서 다이닝 스페이스를 빠져나가려고 했다. 테이블의 주인석에서 일어나 나한테로 다가온 시로우에게 「그대로 됐어」라고 제지당했다. 「안됐어」 라고 반론하고, 시로우에게만 들릴만하게 소곤소곤 덧붙였다. 「놔둔 옷을 이런 걸로 바꿔치기한 거, 너지! 이상한 장난은 그만둬줘. 게다가 팬티가 없어서 이 아래 노팬티란 말이야?!」 「그걸로 됐어」 시로우는 생긋 하는 분위기로 웃고서는, 그 무서운 말을 자아냈다. 「미츠오는 협력한다고 말했어. 미츠오의 사명은 그녀들을 뇌살시키는 거야. 그 옷은 섹시해. 집에 있을 때는 그 모습으로 있도록 하겠어」 「무, 무, 뇌, 뇌살~?!」 그만 목소리가 까뒤집어져버린 내게, 시로우는 킁 하고 코를 울리고 「벌써 느꼈구나」라고 말해오면서 허리를 끌어안아가지고 꾹 안아 당긴 내 입에 흉악한 키스를 해 와서! 앗! 엣?! 그, 그만둬, 바보 고양이! 계속 하질 않았었기 때문에, 서버린다니까! 나는 시로우의 등을 팡팡 두들기고 저항했지만, 시로우는 무시하고 에로틱한 딥키스를 오랫동안 해줬다. 본의 아니게도 오싹오싹하니 느껴버린 나는, 허리가 부서져서 서있을 수 없어지고 마는 바람에 시로우에게 매달리는 수밖에 없어졌다. 「아……으……저, 정말」 「베드로 갈까?」 「바보! 그만두라고 말했잖아!」 「하지만, 이미 흐늘흐늘해. 여기도」 그런 소리를 한 시로우에게 로브 너머로 백을 더듬어져서 우와와앗 하고 달아나려고 했지만, 다리가 엉켰다. 그리고, 「위험해」 라고 받아 안아준 녀석은, 할 마음 만만인 흥분상태로 나를 융단에 엎어트렸다. 바로 옆에는 다이닝 테이블이 있고, 사쿠라코상들이 이쪽을 보고 있는 장소에서! 「무, 무슨 생각을 하는 거얏, 설마 여기서 할 생각인 건 아니겠지!」 「그럴 생각이야」 「거짓말, 그, 그만둬! 사쿠라코상들이 있다구?!」 「사쿠라코들은 그것 때문에 왔어」 「에……에엣?! 그, 그건, 그건, 설마!」 「시로우에 대한 마음만으로 변신할 수 있는지 어떤지는, 이미 시험했어. 네 사람 모두 시로우에 대한 연심은 느꼈지만, 키스까지 해도 변신은 일어나지 않았기 때문에 시그마가 주장했던 『가설 2』가 맞는 것 같아」 「에? 키, 키스했던 거야?」 그런 건 지금 이 상황에서는 아무래도 좋은 일이고, 시로우도 무시했다. 「즉 베르시다는, 시로우에 대한 마음과 미츠오의 좋은 냄새로 인한 효과의 상승작용으로, 연심과 성욕이 앙진한 것과 동시에 강렬한 질투심을 태워 올렸고, 그것이 변신을 달성하게 했다는 설이야」 그런 해설을 하면서, 시로우의 손은 열심히 내 반쯤 발기한 것을 애무해 뒤로 돌이킬 수 없는 레벨까지 발기시켰고, 그리고서 내 의사와는 반대로 지끈지끈 욱신거리기 시작해버린 애널에 손가락까지 넣어와서……. 「싫어, 그만둬」 체면이고 뭐고 볼 거 없이 부끄러움에 죽고 싶은 기분으로 몸을 움츠리면서 나는 필사적으로 애원했다. 「너는 괜찮겠지만, 나한테는 무리얏! 부탁이야, 부탁이니까 그만둬! 무, 무슨 일이 있어도 할 거라면, 저, 적어도 베드에서!」 하지만 시로우는 내 혼신의 부탁을 들어주지는 않았다. 「미츠오는 협력한다고 말했어」 라는 구실로, 엎드리게 해놓고 내리눌렀던 내 엉덩이에서 스르륵 로브를 말아 올려 벗기고서 푸욱 삽입을 해버렸단 말이다! 「아앗!」 하고 허덕여버리고, 게다가 턱 하니 덮쳐온 수치의 격류에 몸부림쳤다. 「아앗, 싫어엇! 이, 이런 거, 싫어어~~~~~엇!!」 그렇지만 쿡쿡 찔리면 움찔움찔 느껴버리고, 아무리 눈을 꼭 감아도 그녀들은 나를 보고 있고, 보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데 소리는 억누를 수도 없을 정도로 튀어나와서 정말로 최악! 「아앙, 앗, 앗, 아앗, 아아앗! 가, 갈, 갈 거 같앗」 밀려들어온 절정감에 꾸욱 숨을 조였다. 여자들이 보고 있는 앞에서 간다니 절대로 싫은데, 더는 어떻게 할 수도 없다. 그리고 카운트다운 3정도까지 와있는 사정감을 콱 하고 붙잡혀 제지당했다. 시로우가 내 발기의 뿌리를 움켜쥐었던 것이다. 「아, 싫엇, 어째서?!」 그만 항의의 외침을 지른 내게, 시로우가 후웃후웃 하고 숨을 몰아쉬면서 속삭였다. 「가는 건 안돼. 아직 가장 좋은 냄새가 되지 않았어」 「무, 무리얏」 「좀 더 느끼면 그렇게 돼」 「그런 거 무리라니깐!」 하지만, 가고 싶은데 가게해주지 않는 극한 속에서 시로우의 다부진 것으로 범해지며 전신의 성감대를 애무당해 용서 없이 쾌감을 부추겨지고 있는 와중에, 나는 어느샌가 그런 상태가 되어버려 있었던 것 같다. 「꺄아아앗」 하는 가냘픈 비명이 귀에 들어와서 눈을 떴다. 쳐다본 곳에는, 몸을 둥그렇게 말고 격하게 떨고 있는 사쿠라코상의 모습이 있어서 (아아, 변신하는 거구나) 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는 이미 뭔가를 생각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척수의 종점인 머리 안쪽에서 계속 스파크 하는, 절정도 넘어서서 멜트다운의 영역에 와버린 쾌감에 신경이 당장이라도 타서 끊어질 것 같아서! 「이, 이제……주, 죽겠어」 라고 시로우에게 매달렸던 부분까지밖에 기억이 안 난다. 정신을 차렸을 때 나는 베드에 재워지고 있었고, 입 안에는 정신을 차리도록 하는 허브의 맛이 씁쓰름한 향을 내고, 내 오른쪽에는 검은 고양이 시이타. 그리고 왼쪽에는 하얀 털에 삼색의 얼룩이 있는 시이타보다 조금 자그마한 아이가, 쿠~후, 쿠~후 하는 잠든 숨소리를 내고 있고……커튼이 만들어낸 기분 좋은 둥지 같은 느낌이, 나를 안심시켜주었다. 「괜찮아?」 그렇게 말하고 시이타가 내 얼굴을 핥아왔다. 「……전혀……괜찮지 않아……」 라고 대답해주고, 물었다. 「이 아이……사쿠라코상?」 「아아. 시그마의 조카니까, 가능성은 높을 거라고 생각했었지만」 「삼색이네」 나는 출산직후의 엄마가 된 것 같은 기분으로, 변신한 모피모습으로 잠자고 있는 그녀를 기쁜 듯이 바라보고 살짝 시로우에게 물어봤다. 「저기, 만져 봐도 될까나」 「괜찮아. 미츠오의 공훈이야」 「……그런 건가」 「아아. 틀림없이 미츠오의 공훈이야」 나는 모포에서 손을 꺼내, 태어난 삼색 고양이씨의 목 언저리를 살짝 쓰다듬어주었다. 그랬더니 삼색 고양이씨는 움찔 몸을 떨고 눈을 뜨고서, 아름다운 토파즈색의 눈동자로 나를 보고는 (고마워) 라는 느낌으로 고록고록 자그맣게 목을 울렸다. 나는 (얼룩무늬가 멋진 귀여운 아이구나) 라는 생각에 진심으로 기뻐져서, 「축하해」 라고 말해줬다. 그날 밤, 그대로 세 사람(?)이서 내 천자가 되어서 잤다. 아침에 눈을 떠봤더니 삼색 고양이씨는 사쿠라코상으로 돌아갔고, 알몸동지였던 우리들은 서로의 모습에 무척이나 허둥지둥 댔다. 게다가 사쿠라코상은, 전신을 새빨갛게 물들인데다가 눈물까지 어릴 정도로 부끄러워하는 쪽이라서, 나는 그녀들에 대해 가졌던 인식을 고쳤다. 그녀들은, 우리들의 H씬을 아무렇지도 않게 구경하고 있었던 것이 아니라 변신능력을 손에 넣기 위해서 그녀들 나름대로 필사적이었던 것이라는 걸. 시이타가 시그마에게 전화를 했고(이 집의 전화기는 모피모습인 채로도 사용할 수 있다), 그리고서 30분도 채 되지 않아 시그마와 토우코상이 날아와, 조금 나이차가 나는 자매로밖에 보이지 않는 토우코상과 사쿠라코상 모녀는 울면서 서로를 끌어안고는 변신의 성공을 기뻐했다. 시그마는 우아한 동작으로 내 손을 잡고 그 손 위에 몸을 숙였다고 생각했더니, 긍지 높은 이 사람으로서 본다면 최상급의 감사 표현일 게 틀림없는 손 등에 키스라는 걸 진상해줬다. 「내 혈통에 직계의 암컷이 나온다는 혜택을 받았던 것은 순직계였던 내 모친이 태어났던 이래 200년만의 경사야. 이제 앞으로 남은 건, 여기 사쿠라코가 어떠한 아이를 낳아주는가 인데. 알파의 연구에 의하면, 준직계로 태어나서 『직계』로 변이한 베르시다의 유전자는 우리들 『순직계』의 그것과 아주 가까운 배열로 변화해있는 것 같아. 즉, 사쿠라코가 직계의 아이를 낳을 확률은 5할 이상의 가능성이 있으니, 일족의 미래에 새로운 희망이 불어오고 있다는 것이지. 이것도 모두, 미츠오와 시이타의 덕분이야. 너무나도 감사해」 그런 정중한 감사인사를 해준 시그마에 대한 시이타의 대답은, 「시로우들이 도울 수 있는 건, 맨 처음 한번 뿐이라는 약속이지」 라는 정나미라고는 눈곱만치도 없는 것이라서, 나는 (이 녀석) 하고 꼬리를 잡아당겨서 입을 다물게 했다. 「아파, 미츠오」 「네가 실례되는 대답을 하니까 그러짓」 「실례가 아니야」 시이타는 거만한 어조로 대답해왔다. 「여기에다가 대고 사쿠라코가 변신에 익숙해지기까지 동거하게 해라라든지, 하는 김에 시로우의 아이를 낳게 하라든지 등의 부탁을 하는 건 곤란해」 「윽, 그, 그건 확실히 곤란……할지도 모르지만」 「우리 혈족의 보물이 된 사쿠라코의 결혼을, 설마 『하는 김에』로 정리해버리거나 하지는 않아」 시그마가 쓴웃음을 지으면서 얘기에 끼어들고, 나는 (지당하지요) 라고 머리를 긁었다. 「게다가 베르시다의 예로 봐서, 두 번째 이후의 변신에는 이게 사용될 테니까 말이지」 그렇게 말하고 시그마가 꺼냈던 것은, 아르누보조의 은제 장식을 늘어트린 자그마한 유리 향수병. 「사쿠라코, 이리오렴」 이라고 불러들여 그녀에게 맡게 했던 그것은, 나한테서 채취했던 그거인 게 틀림없다. 그리고 사쿠라코상은 향수병의 내용물을 맡은 순간 흐느적흐느적 하기 시작하더니, 토우코상의 손을 빌려 따라갔던 침대 안에서 20분 정도 괴로워하고서는 두 번째의 변신을 달성했다. 모피모습으로 베드를 나온 사쿠라코상은, 이렇게 다시 보니까 새하얀 몸에 모양 예쁘게 점점이 검은색과 갈색의 얼룩이 흩어진, 베르시다보다 미인인 삼색 고양이씨다. 나는 시이타의 옆구리를 쿡쿡 찔러주고서 「신부로 맞아보지?」하고 꼬드겨봤다. 시이타는 박정하게 「필요 없어」라고 대답했고, 나는 (유감이야) 라고 생각했다. 그게 말이지, 시이타하고 사쿠라코상이 결혼을 한다면 혹시 시그마하고 꼭 닮은 하얀 직계의 아기가 태어날지도 모르는데. 그렇다면 스페셜 델리셔스~! 인데. 사쿠라코상은 모피모습인 채로 시그마들에게 이끌려서 돌아갔으니, 한 건은 낙착이다. 하지만……. 나머지 세 명의 아가씨들은, 아직도 마음을 접은 상황이 아니었던 것이다. 「사쿠라코상이 성공했으니까, 틀림없이 우리들도 할 수 있을 거예요!」 「네에, 그래요!」 「저, 그때 잠깐 그런 느낌이 들었었어요. 하지만 사쿠라코상이 변신하기 시작하는 바람에 깜짝 놀라버려서」 「네에, 네에, 저도 마찬가지에요! 하지만, 이젠 놀라지 않아요. 확실하게 집중하고서, 이번에야말로 제가 변신해보이겠어요!」 「저도요! 찬스는 아직 앞으로 9일 있는 거지요!」 그런 상태로 불타올라 파이트를 작렬시킨 그녀들이 뭘 했는가 하면, 어쨌든 나와 시로우에게 H를 하게 하도록 후미오상에게 말해서 식사는 아침부터 밤까지 스태미너식의 온퍼레이드로 만들고, 내가 나가있는 동안에 베드랑 침대에 그럴 마음이 들게 만드는 향을 범벅을 해놓고, 틈만 있으면 나한테 그쪽 계열의 향수인 『스위트 퀸』을 뿌려 대서 시로우를 부추기고……. 하지만 나는, 그 초절적으로 부끄러웠던 경험에 넌더리가 나서 (두 번째의 『기적』을 일으키게 했던 기쁨을 빼더라도, 저 정신적인 고통을 『결과 all right』라는 식으로는 딱 자를 수가 없어!) 엘리자베스들이 쳐오는 덫은 일일이 깨부수고, 자기방어에 분전했지만. 시로우 쪽은, (일부러야?!) 라고 말하고 싶어질 정도로 덫이라는 덫에 일일이 걸려들어 줘서……혹시, 정말로 『일부러』였던 건지도……결국, 그녀들이 체재하고 있던 열흘 동안, H에 어울리지 않고 끝냈던 날은 단 하루. 그리고 그녀들은, 집 안이 오픈구조인 것을 좋은 기회 삼아서, 모든 H를 들여다보고(견학이라고 말해줘야만 하는 거냐!) 페로몬욕(이라니! 웃기지 말란 말야! 내가 미용기계냐!)에 힘써주셨지만, 효과는 없었던 것이다. 지옥의 10일간이 끝난 다음날 아침. 요시코와 메이스우와 엘리자베스는 대성통곡을 하면서 「부디 앞으로 하루만이라도 찬스를 줘요」라고 졸랐지만, 나는 이미 보이면서 하는 H의 정신적 고통이 한계에 와있었고……시그마가 말했던 「바라봐지고 있는 쪽이 잘 느낀다」라는 성격이라는 것이 진짜라면 얼마나 좋을까라고, 몇 번이나 생각했는지! 나는 익숙해지지 조차 못했다……시로우는 그 약속에 관해서는 엄격한 태도를 취해줬다. 즉 「안돼」라고 하는 한마디로 그녀들의 애원을 각하하고 「볼일은 끝났으니까 돌아가」라며 용서 없이 내쫓아주었던 것이다. -- 계속 [고양이 5] 왕 같은 고양이의 대관 (6) 왕 같은 고양이의 대관 (6) Written by 아키즈키 코오 그녀들을 태운 엘리베이터의 도어가 닫히고, 우리들의 집에 정적이 돌아왔을 때. 나는 정말로 진심으로 안도했고, 너무 안도한 나머지 열이 나버렸다. 「시로우, 미안하지만 나는 오늘 하루, 침대에서 뒹굴 거리도록 할게」 「지쳤어?」 라는 웬일로 기특한 말을 해준 시로우는, 평소에는 무지하게 둔감한 녀석인데, 「몸이 안 좋은 거야?」 라는 부분까지 살펴주고는 아츠오상에게 왕진을 부탁해줬다. 나는 「정신이 피곤한 것뿐이니까, 의사 같은 건 필요 없어」라고 말했지만. 찾아와준 아츠오상은, 우선은 우리들이 올린 『업적』을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을 해대다가 죽이는 게 아닐까 의심하고 싶어질 정도로 추켜올리고, 그리고서 그것에 대한 렉쳐를 줄줄이 전개해 나갔다. 「연구자 나부랭이로서 뒤늦은 고찰이 되어버린 것은 대단히 분하지만, 준직계가 변신능력을 얻을 가능성은 이론으로서는 확실히 성립하는 거야. 그리고 과거에 사례도 존재했지. 단지 일족으로부터는 꽤 떨어져있던 자였던 듯해서, 요괴고양이 이야기의 괴담으로서 전해지고 있을 뿐이지만 말이지. 그때까지 통상의 생활을 하고 있었던 한 여자, 또는 부인이, 어느 날을 경계로 밤이면 밤마다 고양이로 변해서는 호롱의 기름을 핥고 있었다는 괴담이, 인간이 만들어냈던 엉터리 이야기 따위는 아니었다는 것을 베르시다랑 사쿠라코의 예가 반대로 입증했던 것이지. 게다가 미츠오 효과에 의해서 변신능력을 얻은 것이 베르시다 한사람 만에게 머물지 않았다는 것도, 또 중요한 점이야. 실은 이번의 실험은, 그 의미에서 굉장히 중대한 첼린지였지. 실험에 참여한 사쿠라코들은 어느 쪽이나 피의 짙기는 베르시다와 충분히 필적하는 준직계였어. 그러한 그녀들 중에서 제 2, 제 3의 변신 예가 나올지 어떨지. 그 점에 승부를 걸었던 거야. 혹시 베르시다 이외에 그러한 예가 나오지 않는 것이라면, 베르시다의 변신은 그녀가 태어나면서 가지고 있었던 특수성에 의한 것이라는 게 되지. 즉, 일종의 돌연변이야. 그 경우에는 제2 제3의 변이 암컷이 태어날 가능성은 한없이 낮아. 그리고 우리들은, 십중팔구 그러할 거라고 각오하고 있었어. 그것은 있을 수 없는 기적이었던 거니까, 라고. 하지만 어떤가! 우리들의 예상은 어긋나고, 실험개시와 동시에 사쿠라코의 변신성공이라고 하는 놀라워해야만할 대성과를 올렸어. 이것이 어떤 의미인지 알겠나? 베르시다의 변신은 기적적인 특수한 예가 아니라, 충분히 피가 짙은 준직계의 여자들 중에서는 조건만 갖춰지면 발현하는 잠재능력을 가진 자가, 어느 정도의 퍼센트 존재한다는 거야」 아츠오상의 열기가 담긴 해설을 들으면서, 나는 발열 탓에 오한이 점점 심해지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아니, 아까부터 등줄기를 오싹오싹하게 하는 이건, 나쁜 예감이라는 것 쪽인가? 말을 꺼내는 역할은, 시로우가 했다. 「설명은 잘 알겠는데, 그래서 알파는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야?」 그리고 똑부러지는 말투로 뒷말을 이었다. 「준직계의 수는 많아. 미혼인 처녀만으로 한정해도 상당한 수가 되겠지. 그 여자들을 전부 테스트하라는 부탁에는, 시로우들은 응할 수 없어」 아아, 그래……나는 생각했다. 그 걱정이, 이 오한의 정체다. 시로우가 딱 잘라서 거절해줘서 살았어. 하지만 오랫동안에 걸친 렉처의 목적이 바로 그것이었던 듯한 아츠오상은, 완전히 물고늘어져왔다. 「전원을 테스트하라는 말도 안 되는 소리는, 물론 하지 않지」 라는 서두는, 내 등줄기에 오싹오싹한 위기감을 달리게 했다. 그게 말이지, 아츠오상은 분명히 『전원이라고는 말하지 않는다』라는 점에 역점을 두었단 말이다. 「테스트는 3단계를 생각하고 있어. 우선은, 혈통의 심사야. 사촌 이내에서 직계가 나오지 않은 경우는, 그 단계에서 자격이 없다고 판정하지. 제 2 단계는 『스위트 퀸』의 원액을 사용한 테스트로 의학적인 방법에 의해서 반응의 정도를 검사하고, 최종심사에 들어갈 수 있을 만한 체질적인 소양을 가지고 있는지 어떤지를 판정하는 거야. ――즉」 하고 말을 이으려고 했던 아츠오상을, 「싫습니다!」 라고 가로막았다. 「최종심사만 하면 된다든지, 사람 수는 그렇게 많지 않다든지, 그런 건 문제가 아니야! 나는 요 열흘 동안, 그런 부탁을 받아들여버렸던 걸 혀 깨물고 죽고 싶을 정도로 후회했고, 두 번 다시 그런 생각을 하게 되는 건 사양이란 말입니다! 당신들로서는 이해할 수 없겠지만, 내 프라이드는 너덜너덜해져서, 그런 얘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당장이라도 머리가 이상해져버릴 것 같다고요!」 「흐음, 정신타격에 의한 패닉증상인가」 아츠오상은 너무나도 그다운 얼굴로 끄덕였고, 나는 화악 하고 머리로 피가 몰리는 것을 느꼈다. 「다 이해한다는 것처럼 말하지 말아주세요! 몇 마리나 되는 수컷이 순서를 기다려서 윤간처럼 교미를 하는, 당신들의 『보여도 괜찮다』라는 센스하고 똑같이 취급하지 말아줘요! 나는 인간이야! 인간이라구요! 인간이란 말입니다앗!!」 절규하면서, 나는 쓰러져 울었다. 감정을 컨트롤하는 기능이 완전히 망가져버린 느낌으로, 말이 흘러나오는 대로 커다란 소리로 울며 아우성치고, 달래려고 온 시로우를 마구 때리고, 내리 누르려고 온 아츠오상을 패고 걷어차고 짓밟았다. 아츠오상이 나쁜 게 아니라는 건 알고 있었다. 아츠오상만이 아니라, 아무도 나쁘지 않다. 굳이 말하라면, 이런 체질을 가지고 태어나버린 내가 나쁘다. 멸종 위기종으로 지정돼도 좋을 듯한 고정적인 개체수 밖에 없는 인묘들이 귀중한 암컷을 늘리고 싶어 하는 마음은 잘 알고, 인도적으로도 할 수 있는 협력은 해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어째서 그 방법이 하필이면 『섹스에 입회하는 것』이냔 말이다! 어째서 그것 이외의 수단이 없는 거야?! 어째서 왜, 내가 도저히 양보하고 싶지 않은 부분을 억지로 양보하게 만드는 거야! 「아직 앞으로도 나를 암컷 늘리기에 이용하고 싶은 거라면, 최면술이든 로봇 수술이든 뭐든 해도 좋으니까, 나를 노출광에다 음란하게 개조해주세요! 시로우하고 섹스하는 모습을 마구 보이는 게 즐겁다는 식으로, 내 머리를 바꿔버려 주세요!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나는, 나는 망가져버릴 거야! 정말로! 진짜로! 그런 생각은 이제 두 번 다시 싫엇」 그 전에 계속 아우성을 쳐서 이미 쉬어버린 바람에 까슬하게 밖에 나오지 않는 목소리를 그렇게 쥐어짜내면서, 나는 마구 아우성치고 날뛰어댄 결과 체력의 한계를 넘은 것을 느꼈다. 그렇게 느낀 것과 동시에 덮쳐온, 이대로 죽는 거 아니야?! 라는 공포는 매우 깊었다. 심장은, 당장이라도 파열해버릴 것 같은 급한 템포로 격하게 고동치고 호흡은 얕게 밖에 들이쉴 수가 없어서 폐가 산소부족에 몸부림치고! 싫어, 싫다구, 아직 죽고 싶지 않아! 좀 더 살고 싶어!! 하지만, 죽을지도……아앗, 누가! 「사, 살려주세요」 라고 아츠오상에게 매달렸다. 의사니까. 고양이지만 의사니까! 이미 발도 허리도 서질 않아서, 하지만 죽고 싶지 않다는 일념에 혼신의 노력으로 기어서 다가간 아츠오상의 다리에 매달려서, 도움을 청했다. 「……심장……숨도……괴로워……도, 도와줘」 「괜찮아, 도와주지」 아츠오상의 목소리가 힘 좋고 온화하게 말했다. 「초보자가 풀 마라톤을 달린 정도로 피곤한 것뿐이니까 걱정하지 마. 주사 한방이면 편해질 거야. 지금부터 놓을 거니까, 마음 편하게 있어」 그리고서 시로우에게 지시하는 것이 들렸다. 「뒤쪽에서 안는 모습으로 등을 지탱하고 있어. 옆으로 눕는 것보다 앉은 자세 쪽이 심폐에 부담이 적어. 머리는 위를 향하게 하고. 그래, 젖히게 해서 네 어깨로 지탱해주면 돼. 미츠오, 듣고 있나? 주사를 놓을게. 고동이랑 호흡곤란이 편해지는 약이야. 힘을 빼고」 왼쪽 팔의 안쪽에 찌릿 하고 바늘이 찌르는 아픔을 느끼고서, 나는 휴우 안도했다. 이걸로 편해지는……이걸로 편해……편하게……. 「졸린 건가?」 시로우가 움찔움찔 묻는 것이 들리고, 아츠오상의 목소리가 대답했다. 「아니, 아직이지만, 곧 잘 거야. 맥박이 안정되면 베드로 옮기지」 「알았어」 「그게 끝나면, 네 진료야」 「시로우는 아무데도 나쁘지 않아」 「아니. 여기저기가 덜그럭거릴 거다」 아츠오상은 단정하는 어조로 말하고, 조금 목소리를 낮추고서 말을 이었다. 「이미 통상기에 들어가 있는데 열흘이나 연속으로 섹스를 할 수 있었다는 건, 꽤나 강한 약을 쓴 도핑을 했던 거겠지. 분명히 말해서, 두 번 다시 발정기가 오지 않을 정도로 이상이 생겼다고 해도, 나는 놀라지 않아」 「도핑 따위는 하지 않았어. 아직 발정기중이야」 시로우는 말했지만, 그 어투에는 거짓말의 냄새가 났고, 아츠오상도 속아 넘어가지 않았다. 「이유는 대충 추측이 가. 미츠오에게 『아내의 특권』을 쓰게 하지 않기 위해서겠지? 통상기에 들어갔다는 걸 알게 된다면, 미츠오는 기뻐 날뛰며 시그마에게로 가버릴 거라고 생각해서, 이런 무모한 짓을 했던 거야. 아니야? 내 자랑스러운 꼬리에 걸어도 좋아, 그게 네 본심이야」 시로우는 대답하지 않았고, 그건 즉 아츠오상의 말이 정답이라는 얘기. 「저기 말이지……내가 보기로는, 미츠오는 『특권』을 사용할 수 있을만한 타입이 아니야」 한숨을 섞은 논조로 아츠오상이 말하자, 나는 꽤나 심장이 진정된 가슴 속에서 (그래그래) 라고 찬성했다. 「미츠오의 머리 속에는, 섹스에 대한 윤리관이랑 터부의식이 우리들로서는 상상이 되지 않을 정도로 완고하게 인풋 되어 있어. 그러니까, 그가 이런 소동을 일으킨 거야. 솔직한 말로, 나로서도 이해할 수 없는 레벨로 미츠오의 머리 속에는 『해도 되는 일/안 되는 일』의 구별이 새겨 넣어져 있어. 미츠오에게 있어서 섹스는, 그 이전 단계에 있는 성욕도 포함해서 몰래 숨겨야만 하는 지극히 프라이베이트한 행위이자 그것을 제 3자에게 공표하는 것은 죄악이고, 그 죄악감에 의해 수치라는 락키가 움직이지. 이게 큰 문제야. 『부끄럽다』라는 기분이 어떤 것인지는, 우리들도 이해할 수는 있어. 하지만 우리들로서는, 성행위 그 자체에 대해서의 터부는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지. 성욕에 기초하는 생식행위는 식욕에 기초하는 포식행위와 동등한, 있는 것이 당연한 욕구를 채우기 위한, 하는 것이 당연한 행위이니까. 하지만 그러한 우리들의 상식은, 미츠오에게는 통용되지 않는 거야」 「어째서일까」 라고 시로우가 묻자, 「사람의 생태적 요인과 사회적 요인이 상승작용을 한 거겠지」 라고 아츠오상은 대답했다. 「하지만, 그 이야기를 시작하면 길어져. 슬슬 됐겠지, 미츠오를 베드로 옮기자」 시로우에게 안겨 올려져서, 베드까지 옮겨지고 살짝 이불에 내려졌다. 시로우의 손이 내게서 떨어져가기 전에, 소매를 붙잡아서 막았다. 「미츠오? 왜 그래, 아직 괴로운 거야?」 시로우의 목소리는 상냥하지만 남자다운 미모는 걱정으로 흐려져 있어서, 빨리 대답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데 혹사한 목이 제대로 소리를 만들어내지 못한다. 「뭔가 하고 싶은 말이 있는 것 같은데 소리가 나오지 않는 것 같군. 물이라도 마시게 해볼까」 의사로서는 엉성한 이야기를 해준 아츠오상이 컵에 담아와 준 물을 시로우가 입으로 옮겨 마시게 해줘서, 조금 안정이 되었다. 「……괜찮으니까」 라고 말한 목소리는, 변성기가 가장 심했던 시기로 돌아간 것처럼 까슬까슬 쉰데다 수신 상태가 나쁜 무선처럼 뚝뚝 끊어져서 밖에 나오지 않았지만, 의미는 통했다고 생각한다. 「나는, 특권 따위, 쓸 생각 없으니까. 이상한 약 같은 거, 그만둬」 시로우는 지그시 내 눈을 바라보고, 「알았어」 라고 끄덕였다. 「시로우는 미츠오를 믿고 있어. 하지만 시로우가 통상기에 들어갔다는 게 알려지면, 미츠오를 안고 싶어 하는 무리들이 유혹해오겠지. 밤에 숨어들어오는 자도 있을 게 틀림없어. 시로우는 그게 걱정이었어. 미츠오는 괜찮아?」 아아……라고 나는 생각했다. 맨 처음엔 세살짜리 아이정도의 제멋대로인 행동만 했었는데. 이 고양이 남자는 어느새, 이런 감싸주는 듯한 상냥함을 몸에 익힌 거지……. 「괜찮아」 라고 나는 대답하고, 잘 될지 어떨지 자신은 없었지만 웃는 얼굴을 만들려고 해봤다. 뺨이 이상한 식으로 떨려버려서 부끄러웠지만, 웃으려고 했다는 것은 시로우가 알아준 것 같다. 눈빛이 녹아들듯이 달콤한 느낌으로 되었으니까. 「괜찮아」 라고 되풀이해서 나는 말했다. 「나는, 너한테 반했으니까. 너 이상으로 멋진 남자 따위, 없으니까. 누가 어택을 해와도, 격퇴할 수 있어」 「미츠오……」 상당히 감격했다는 얼굴로 내 위에서 몸을 숙여 와서, 시로우는 내 입술에 닿기만 할 뿐인 키스를 했다. 정말로 츄 하고 닿았을 뿐인 키스였지만, 내 가슴에는 어찌할 수 없을 정도의 행복감이 끓어 나와서 뜨거운 눈물이 되어 눈꼬리를 따라 흘러내렸다. 「……좋아해, 시로우」 나는 처음으로 고백하는 듯한 기분으로 말했다. 「좋아해. 사랑해」 「시로우도야. 미츠오를 사랑해. 시로우보다, 미츠오가 소중해」 그런 것이었다. 시로우에게 있어서는 나를 독점해두고 싶다는 마음이 무엇보다 중요해서, 그를 위해서는 몸에 갖춰진 자연스런 사이클을 일그러트리는 일도 마다 않는. 「키스해줘」 라고 나는 조르고, 원하는 대로인 상냥한 입맞춤을 주어준 시로우의 목에 팔을 두른 채, 물었다. 「약이라니, 뭐를? 설마, 마약이라든지……」 혹시 돌이키는 것이 불가능할만한 약물을 사용해버린 거라면 어쩌지, 라는 생각에 새삼스레 다시 심장이 파랗게 질려버려 있었다. 「약국에서 샀어」 「평범한 길가의 약국?」 「그래」 그럼, 불법으로 거래되는 마약 같은 건 아니겠지만. 「어떤 약?」 낮게 몸을 숙이고 있는 것이 거북해진건지, 시로우는 침대에서 일어서서 대신 내 옆에 모로 누워 팔꿈치를 괸 손으로 머리를 받쳤다. 그렇게 천천히 얘기를 할 수 있는 자세를 만들고서, 「처음에는 비○그라를 먹었어」 시로우는 그렇게 자백했다. 「풉」 하고 그만 웃어버렸던 것은, 그건 발매당시에는 연령상으로 발기능력이 떨어진 나이대의 사람들이 미친 듯이 달려들었다는 약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가, 통상기에 들어가면 임포가 되어버리는 거지, 시로우들은. 그렇다면 역시 처음에 생각하게 되는 건 그거일지도. 매스컴에서 떠들어댔고, 나도 알고 있을 정도로 유명하고. 「하지만 효과가 없어서, 한방약을 플러스했어」 「뭘?」 아츠오상이 베드의 끝에 앉으면서 머리 속에 펼친 메모장에 써넣을 준비를 하고 있다는 얼굴로 다그쳤다. 「물개의 정낭하고 순록의 정낭이야. 말린 거」 「……양쪽 다 강장제로서 유명한 거로군. 다른 건?」 「산 약은 그것뿐이야. 다음에는 살무사를 먹었어」 「윽, 진짜?」 「제일 잘 들었어. 하루에 한 마리 먹으면 돼」 「거짓말……살무사 요리?」 「요리는 안 해. 생으로 먹어」 「으게엑」 나는, 시이타가 사로잡은 살무사를 낼름낼름 먹는 장면을 떠올리고 기분이 나빠졌다. 「이젠 키스 못할지도……」 「괜찮아」 시로우는 가슴을 펴고 말했다. 「먹은 뒤에는 꼭꼭 이를 닦았어」 윽……그런 문제가……아닌데. 「……혹시, 어제도 먹었어?」 「새벽녘이라고 하는 건, 엊그제가 아니라 어제가 되는 거지. 먹고 왔어」 「……어디서」 「뒤에 있는 공원 연못 근처로 가면, 있어. 하지만 꽤 수가 줄었어」 「……네가 먹었으니까?」 「그렇겠지. 잘못한 거야? 아직 멸종은 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데」 「사실은 이거, 물어보고 싶지 않지만……대체 몇 마리, 아니 며칠 정도 연짱으로 먹은 거야?」 「살무사 말이야? 열대여섯 마리는 먹었어」 으게―엑! 「털 빠질 거야」 아츠오상이 질렸다는 얼굴로 말했다. 「바다스타트 영웅왕은, 왕도를 덮쳐오는 재칼의 무리와 싸워 이기기 위해서, 30일 동안 매일 코브라를 한 마리씩 먹어서 체력을 키웠지만, 코브라의 정낭은 너무 강해서 털이 조금씩 빠졌어」 「시로우는 그런 이야기는 몰라」 뜨끔한 얼굴로 말한 시로우에게, 아츠오상은 진지한건지 시치미를 떼는 건지 파악할 수 없는 표정으로 끄덕였다. 「『전진의 서』에는 읊어지지 않은 뒷이야기니까」 「시로우는 아직 30마리는 먹지 않았어」 진지하게 말한 시로우는, 모피모습의 자신이 털 없이 벌거숭이가 되어버린 모습을 떠올려보고서 무서운 생각에 휘둘리고 있는 것 같다. 나도…… 그런 시이타는 보고 싶지 않아. 「이젠, 무모한 짓은 하지 않기다?」 라고 말해줬다. 「나는 시로우 이외하고는 하거나 하지 않으니까」 「하지만, 특정 발정 사이클을 가지지 않았기 때문에, 항상 일촉즉발의 스탠바이 상태에 있다는 종족적 특성을 가진 자네한테 있어서, 반년간이나 되는 완전금욕은 굉장한 고행일 거야」 아츠오상이 심술궂게 찔러 들어왔다. 「괜찮아」 라고 대답했던 건, 시로우. 「시로우는 약국에서 여러 가지 배웠어. 페니스의 삽입에 의해 만족시키는 것 이외에도, 미츠오가 만족할 수 있는 방법으로 사정시키는 방법은 있어. 큰 배에 탄 기분으로 맘 편히 있어」 라고, 나를 향해서 말하지 마~! 게다가 아츠오상의 앞에서~! 「그럼 뭐어 안심이군」 이라고 대답했던 건 내가 아니야! 아츠오상이라구, 물론! 그리고 아츠오상은, 「실전에 있어서 곤란한 일이 있다면, 언제든 물어보러 와. 내 애인들도, 특권을 행사하기보다도 기구 쪽이 좋다고 하니까, 그 방면에서는 나는 제타보다도 훨씬 경험이 풍부한 엑스퍼트야」 그런 소리를 술술 하고서는 「자아」라며 허리를 들었다. 「점적 준비는 해왔지만, 행거까지는 가져오지 않았어. 이 커튼레일이 쓸만하겠는데. 시이타, 비닐 끈은 있나?」 물어봐진 상대는 어느새 잠이 든 건지, 팔꿈치를 괸 손에 머리를 얹고서 가로누운 모습인 채 스으스윽 잠든 숨소리를 내고 있었다. 「흐음」하고 아츠오상은 코를 울리고, 나를 향해서 「미츠오도 자」라고 턱을 들어올렸다. 「실제로, 몸이 안 좋거나 마음의 상처가 아픈데 『먹는다』와 『잔다』이상의 약은 없어」 고양이의 이론이다, 라고 나는 생각했지만……생각 외의 진리일지도 모른다. 푹 잠을 자고 눈을 떴더니, 계속 식욕이 없었던 위가 꾸룩꾸룩 소리를 낼 정도로 배가 고파서 후미오상이 만들어준 맛있는 치즈오믈렛이 곁들여진 아침식사를 먹었더니, 무지하게 기운찬 기분이 들었으니까. 그리고서 일주일 정도 지난 어느 날 밤, 훌쩍 젬이 놀러왔다. 「야아, 미츠오, 잘 있었어?」 「그러고 보니 꽤 오랜만이네요」 「밀라노에서부터 파리로 가서, 뉴욕에서도 일을 하고 왔으니까」 「쇼인가요?」 「촬영도 조금. 아, 나 이번에 영화에 나와」 「와오, 굉장하잖아요! 일본에서?」 「할리우드」 「오옷! 주연은?」 「나일게 당연하잖아」 「갑자기 주역으로 발탁?!」 「지금까지도 얘기는 있었어. 내가 걷어찼을 뿐. 이번은 그럭저럭 제대로 된 시나리오라서 말이지」 「공연(共演)은 누구에요?」 「잘나가는 아름다운 여자들을 모은 것 같아. 페넬로페 크루스, 카메룬 디아즈, 쥴리아 로버츠」 「……휘유! 정말로?! 지금 인기 있는 잘나가는 여배우들뿐이잖아요!」 「내 상대역인데? 최고급의 여자가 아니면 일 안하지. 그 다음은, 영국의 무대배우 메리 킹스라든지」 「헤에」 「기억 못하는 거야? 시이타의 입학축하에 왔었는데」 「아, 그럼 젬의 연인……」 그래서 여성 누드모델이 필요했다는 것을 떠올렸다. 「헤에, 건방지게 꽤나 좋은 집이잖아. 시이타는?」 「뒤의 공원으로 놀러갔어요. 국립시설이라서 오후 5시에는 폐쇄가 되기 때문에 모피모습으로 산책을 하기에는 딱 좋은 데에요」 「호호오, 나도 갔다 오지」 서둘러 엘리베이터에 올라타려고 했던 젬을 붙잡았다. 「저기, 한수 접고서 부탁이 있는데요」 「헤에, 미츠오가 나한테? 기쁜걸」 말하면서 젬은 내 턱에 손가락을 대고서 키스를 하려는 듯이 얼굴을 가까이 대오는 바람에, 허둥지둥 달아났다. 「아니, 저기, 그런 게 아니라」 「부탁은 들어줄 테니까, 답례로 키스 한번」 「으……그럼 좋아요」 「농담이야」 거짓말이야, 지금의 눈빛은 진심이었다구. 「그래서? 나한테 부탁이라는 건?」 「누드데생의 모델을 해줄만한 분을, 알고계세요?」 「아아, 한가한 때라면 언제든 좋아」 「여성이 좋은데요」 「오야」 이상한 억측을 해대고 있는 듯한 표정이었기 때문에, 나는 학교를 바꿨다는 것이랑 여성모델이 필요한 사정을 얘기해줬다. 「헤에, 미츠오는 화가가 되는 건가. 응, 재능은 있어」 「그런가요」 「내 감은 맞아. 간호사를 하고 있던 메리한테, 무대배우가 좋을 거라고 권해줬던 것은 나야. 2년만에 왕립극장의 주역을 따는 스타가 되었지」 「아하하, 그럼 저 희망을 가져버리겠어요. 그래서, 어느 분인가……」 「내일 데리고 오지」 「감사합니다!」 「단지, 무지막지하게 푸루룽~한 나이스바디밖에 없어. 은근하고 담백한 걸 좋아하는 화가가 그리고 싶어 하는 배가 삼겹살인 여자는, 내가 친하게 지내는 사이 중에는 없어」 「그걸로 괜찮아요」 다음날은 토요일이라서 학교는 쉬었고, 나는 아침부터 안절부절못하면서 젬이 오는 것을 기다리고 있었다. 10시를 지나서, 어젯밤에도 새벽녘까지 밖에서 놀고 온 시로우가 일어나서 나왔다. 아직 시이타의 모습이다. 「아, 좋은 아침. 어젯밤엔 젬하고 만났어?」 「만났어」 「그럼, 들었겠지?」 「얘기는 하지 않았어」 「에, 그래? 오늘, 여자들을 데리고 와준다고 이야기 했었는데?」 「몰라. 여기에 여자가 오는 거야?」 시이타는 기분이 상한 것 같아서, 나는 젬에게 했던 얘기를 되풀이하고 젬이 해주었던 약속도 이야기하고 「사후승낙이 되어버렸지만, 괜찮지?」라고 매듭지었다. 「시로우는 이 집에 여자를 들이는 건 반대야」 라는 대답이었다. 「사쿠라코상들은 열흘이나 있었잖아」 라고 대답했다. 「그건 별개야」 「알았어. 그럼, 어디 호텔로라도 갈게」 「안돼」 「내 공부를 방해할 생각?」 「그건 물론 아니지만……미츠오가 여자의 나체를 보는 건 싫어」 「……그럼 말하겠는데, 나는 아이하라 강사한테서 『남자의 나체밖에 못 그리는』호모자식이라고 바보취급을 당했어. 여성도 확실하게 그릴 수 있게 되어서 되갚아주고 싶단 말이야!」 시이타는 번쩍 눈을 빛냈다. 「미츠오는 아이하라가 싫은 거지?」 「응. 작품은 좋지만, 인간적으로는 걷어차 주고 싶을 정도야」 「여자하고 바람피우지 않는 거지?」 「내가? 안 해. 학교에서 토르소는 꽤 그려봤지만, 역시 살아있는 인간을 데생하지 않으면 안 되는 거 같으니까」 「……시로우도 봐도 되는 거야?」 라고 물어봐 와서, 「바람피우지 않게 감시할 작정이야?」 그렇게 놀렸더니, 정답이었던 듯 상처 입은 표정을 지어서 서둘러 지원에 들어갔다. 「별로 보는 건 상관없는데. 곧장 지루해질 거라고 생각하지만」 「시로우는 미츠오의 그림은 좋아해」 그리고 젬은 저녁때가 되어서야 찾아왔다. 다섯 명이나 되는 미녀를 데리고, 말이다! 「이런 정도면 요망에 맞을까나」 「저기……한분이시면 충분한데요」 「뭐어, 괜찮잖아. 인종별로 골라봤어. 각자 몸매도 얼굴도 다르니까 말이야. 그레타는 앵글로색슨계. 막달레나는 라틴유럽계. 미츠코는 동남아시아계의 대표. 니나는 아프리칸. 시에라는 네이티브 아메리칸이야」 「아, 네. 잘 부탁드립니다」 젬이 말한 대로, 누구나 다 나이스바디인 다섯명은 분명히 모델이니 스타니 할 화려한 누님들이라서, 나는 기가 눌려 움찔움찔하면서 머리를 숙였다. 「그럼, 에에또, 한번에 다섯 명은 그릴 수 없으니까, 순번대로 한 장씩 그리게 해주시는 걸로」 「아아, 그 부분은 미츠오의 마음대로 하면 돼」 젬은 말하고서, 여성들을 돌아봤다. 「자아, 내 사랑하는 러버들. 지금부터 내일까지, 옷의 착용은 금지야. 자아, 벗어 벗어~」 그리고 자기가 제일 먼저 알몸이 되었다. 누님들도 꺄아꺄아 교성을 지르면서 서둘러 옷을 벗어던져버리고, 나는 당황해서 눈 둘 곳을 몰라 하며 시로우에게 도움을 구했다. ……시로우도 벗고 있었다. 원래가 알몸으로 있는 쪽을 좋아하는 녀석이니까. 눈 깜짝할 새에 우리들의 방은 누디스트 클럽으로 변모하고, 어디를 봐도 알몸인 미녀나 알몸인 미남이 눈에 들어온다. (목욕탕이라고 생각해, 혼욕 목욕탕이야) 라고 자신에게 들려줘 봐도, 실은 누드인 여성을 보는 일 따위는 처음이라서 (데생 클래스에서는 옷을 입은 모델을 쓴다) 심장은 뻐끔뻐끔해버리고 얼굴은 분명히 빨갈 거고 해서, 제대로 눈을 돌릴 수가 없다. 으윽, 젬한테 누드모델의 소개 따위 부탁하는 게 아니었어……하지만, 후회는 먼저 할 수 없는 법, 새삼스레 뒷북이지. 「미츠오, 포즈가 필요할 때는 염려 말고 말해」 「네, 네에」 「젬, 커피를 마셔도 괜찮을까나?」 「아, 제, 제가 할게요」 「괜찮아요, 커피메이커가 있으니까 내가 할게요」 「미츠오는 데생을 해야지?」 「으, 응」 그렇지, 이 사람들은 데생 모델로 와준 거니까, 그리지 않으면. 그리지 않으면……이라고, 그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니잖아~! 그리고서 한 시간에 걸쳐서, 나는 아무리 해도 마음이 진정되질 않아 제대로 스케치북을 쳐다보고 있지도 못했지만……그리기 시작하고 봤더니, 어느새엔가 여성의 몸에 대한 위축은 사라져있었다. 아―……눈에 익었다, 라고 표현해야 할지도 모르겠지만. 여자들은 망설임 없이 느긋함을 즐기고 있다는 느낌으로 소파랑 다이닝 테이블이랑 나무의 사이 등 마음에 드는 장소에서 서로 얘기를 하거나, 젬이나 시로우하고 얘기를 하거나 텔레비전을 보거나 카드게임을 하거나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나는 어느샌가 그녀들이 알몸이었다는 것을 잊었다. 그렇다기보다, 실 한 오라기 걸치지 않은 그녀들(이랑 시로우들)의 모습은 오히려 지극히 자연스러워서, 나는 (인간도 결국은 『생물』의 일종이고, 게다가 아름다운 동물의 일종이었지) 라는 것을 깨달았던 것이다. 에로스를 느끼기보다도 건강한 에토스(생의 기품)의 매력이 나를 사로잡아서, 나는 그것을 열심히 그리고 있었다. 물론, 좀처럼 생각대로는 그릴 수 없었지만 말이다. 후미오상이 만들어준 저녁식사도 일곱 명은 알몸인 채로 웃고 떠들면서 먹고, 칵테일타임도 젬이 나무 그들에서 여성들과 서로 시시덕대고 있었던 때도, 자는데도, 그들은 사람이라는 생물이 가진 그대로의 모습으로 있어줘서……. 「아직 자지 않는 거야?」 라는 젬의 작은 목소리와 함께 어깨에 손이 놓여져서, 나는 뒤돌아봤다. 「아아, 니나를 그리던 건가. 그녀의 잠든 얼굴은 행복한 거 같아서 좋지?」 「네에」 「성과는 있었던 거 같군」 「네, 굉장히」 크로키와 데생이 섞인 스케치북 두 권이 채워져 있었다. 「아직 내일 하루는 더 어울릴 테니까, 오늘밤은 이만 자지? 너무 열심히 해서 눈이 새빨개」 「네」 그곳에 시로우도 다가와서, 젬한테 「산책하러 갈 거야?」라고 말을 걸었다. 「아아. 간 김에 느긋하게 조금 자고 오자」 인묘들의 『느긋하게』는, 모피모습이 된다는 의미다. 「혹시 그녀들은……모른 건가요?」 「아아, 모두 아직 『연인』이니까. 니나는 『애인』으로 해도 괜찮지 않을까나 생각하고 있지만, 제타인 나도 받아들여줄 수 있을지 어떨지는 조금 더 상태를 보지 않으면 안 되거든」 젬은 그 말을 굉장히 상냥한 눈빛으로 니나를 바라보며 해서, 나는 그들에게도 그들 나름대로의 배려랑 마음씀씀이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자아, 나가게 될 거라면 옷을 입지 않으면 안돼. 아―아, 귀찮아, 정말로」 「이 시간이라면, 아무도 없다고 생각해」 「『~겠지』는 상당히 위험한 판단방법이야. 『~일지도 몰라』의 조심성을 잊어서는 안돼, 시로우」 「알았어」 시로우들은 심야의 산책을 하러 나가고, 나는 니나의 데생을 마치고 나서 베드로 들어갔다. 그곳에는 그레타와 미츠코가 먼저 자리를 잡고 있었지만, 나는 고양이가 먼저 자고 있는 이불로 들어가는 듯한 기분으로 이불 밑으로 기어들어가, 내일 기대하며 잠이 들었다. 다음날도, 낮에는 좋은 날이었다. 날씨 얘기가 아니라, 일곱 명의 야생인 사람들은 느긋하니 즐기듯이 휴일을 맛보고 있었고, 나도 기분 좋게 데생공부에 힘쓰고 있었던 것이다. 「미츠오는 아티스트가 되는 거야?」 라고 그레타에게 질문을 받아서, 그렇다고 대답을 했더니 그림을 보고 싶다는 소리를 들었다. 「아――, 아직 공부중이라서 스케치북에 그리고 있는 정도인데」 「오우, 스케치북 좋아해! 완성한 작품을 보는 것도 좋지만, 나는 작품이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에도 흥미가 있는 걸」 그래서 나는, 어제와 오늘 그렸던 세권의 스케치북과, 집에서부터 가지고 왔던 분량 중 시로우랑 다이스케가 그려져 있던 것을 (즉 시이타랑 시그마의 그림이 들어있는 만큼은 빼고서) 그레타에게 보여줬다. 다른 여자들도 내 쪽으로 모여들어서, 모두 「잘 그렸어」라든지 「느낌이 좋잖아」라는 말을 해줘서, 나는 조금 (정도가 아니라 꽤나) 기분이 좋아져 있었다. 하지만, 「저기, 이것도 봐도 돼?」 라고 물어왔던 미츠코를 돌아보자 미츠코는 이미 예의 한권을 펼쳐서 보고 있었는데, 그건 지금 학교에서 사용하고 있는, 보이고 싶지 않은 몫의 것. 「아, 그건!」 하고 허리를 띄우는데, 미츠코가 말했다. 「와아, 아까워! 어째서 이런 식으로 지운 거야?! 멋있고, 적힌 시도 좋은데」 「에, 뭐야?」 「뭐야아~, 무슨 일인데?」 「왓, 잠깐 기다려주세요, 그건 안돼!」 하지만 되찾기 전에 스케치북은 젬의 손에 넘어가버렸고, 젬은 그 안을 본 순간 스윽 표정을 굳혔다. 「미츠오, 이건……?」 그렇게 말하며 펼쳐 보인 것은 『전진의 서』를 모티브로 그렸던, 아이하라 강사에게 꽝이라고 X자를 먹어서 못쓰게 되어버린 예의 밑그림. 「아, 에에또, 에칭의 밑그림으로 그렸는데, 강사한테서 구도가 되어있질 않다고 퇴짜를 먹어서」 머리를 벅벅 긁으며 설명했다. 「시로우는 알고 있었어?」 젬이 그림을 시로우에게 보였다. 시로우는 그림을 본 순간 눈썹을 움찔거리고서, 굳은 목소리로 「몰랐어」라고 대답했다. 「이건 중대한 문제야」 젬은 무서운 표정을 한 채로 위엄 있고도 침착하게 말했고, 나는 그것을 젬식의 농담이라고 생각했다. 「이런 꽝은 맨날 받는 걸요. 진지하게 한 과제에다 삐, 내지는 꽝 이라고 쓰이는 거는 화가 나지만, 하지만 그것도 공부니까. 아이하라상도 심술로 그런 건」 「러버들, 미안하지만 누드파티는 여기서 폐회를 하도록 하겠어」 젬이 여자들에게 말하자 그녀들은 얼굴을 서로 마주보면서도 끄덕였다. 모두는 옷을 입었고, 젬은 연인들 한사람 한사람에게 키스를 하고 보냈다. 젬은 키스를 하는 것과 함께 한사람 한사람에게 뭔가 속삭였는데, 그 말은 「지금 본 그림은 잊어버려」였던 것 같다. 아마 최면술을 걸었던 걸 거다. 그레타를 마지막으로 여성들이 전원 엘리베이터에 올라타자, 젬은 웃고서 「5분이면 갈 테니까 차있는데서 기다리고 있어」라며 손에 키스를 담아 던졌고, 엘리베이터는 도어를 닫고서 여성들을 아래층으로 옮겨갔다. 「그럼. 누구의 책임인지는 일단 지금은 놔두고, 현실적인 이야기를 하지」 젬의 엄한 표정은 농담이 아니었지만 나로서는 그가 화를 낸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그렇달까, 그때의 나는 아직 젬의 노여움은 내 그림에 X자를 그은 아이하라 강사에 대한 것이라고 생각했었던 것이다. 그러니까 아이하라상에게 천벌을! 이라는 식으로 얘기가 된다면, 어떻게든 저지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걸 본 인간은, 그 가위표를 그은 강사 한사람인가?」 「아―……네에, 아마」 「친구들한테는 보이지 않았어?」 「……옆자리에 있는 녀석은 들여다봤을지도 모르지만」 「그 인물은, 그곳에 쓰여 있는 시편을 읽었다고 생각하나?」 이때에 이르러서야 나는 겨우, 나 자신이 뭔가 안 좋은 짓을 해버린 것 같다는 걸 깨달았다. 「저기……젬이 말하는 건……」 「시그마한테서 『전진의 서』를 배울 때에, 필기는 금지되어있다고 듣지 않았나?」 「아……」 「『전진의 서』는, 일족의 비밀을 모두 포함한 비전(秘傳)이야. 그러니까 우리들은, 부주의한 유출을 막는 의미에서 내용을 문자로 해서는 안 된다는 관습을 지켜왔어. 설령 메모 한 장이라고 해도 문자로 쓰면 그것은 누군가의 눈에 닿을지도 모르는 위험을 포함하기 때문이야. 시편을 쓴 메모가 때마침 창가 근처에 놓여있었는데, 때마침 불어 들어온 바람에 흩어져서, 때마침 누군가가 주워든다. 그런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우연에 의한 위험조차도 꺼려해서, 일족은 그 시편을 구전으로만 승계해왔어」 그리고 젬은 시로우를 돌아봤다. 「나는 러버들을 보내지 않으면 안돼. 나머지 이야기는 네게 맡기지」 「알았어」 시로우는 움츠러들어서 귀를 내리깔고 있는 것 같은 모습으로 대답하고, 젬은 다시 불러들인 엘리베이터로 돌아갔다. 단 두 사람만이 된 침묵을, 「저기……미안」 하고 깼다. 「시그마한테서 『써서 기억하는 건 안돼』라는 소리를 듣고서 그건 분명히 지켰지만, 그 주의가 그런 의미였다는 것은 생각하지 못해서……」 「이건 태우겠어」 시로우가 손에 든 예의 스케치북을 가리키고 말했다. 「응……」 「좋은 그림이지만, 어쩔 수 없어」 「……응. 저기……」 「응? 뭐야」 시로우는 젬처럼 화를 내고 있지는 않은 것 같아서, 결심하고 물어봤다. 「저기, 시편만 쓰지 않으면 오케이일까」 「무슨 의미지?」 「그러니까 말이지, 시편을 모티브로 해서 그림을 그린다는 건……」 「안돼」 말 붙일 여지도 없이 딱 잘라서, 시로우는 그리 말했다. 「사실은, 시로우랑 시그마를 그림으로 그리는 것도 그다지 좋지는 않았어. 시그마는 넘어가줬지만……초상화는 남기지 않는 관습은 알고 있겠지?」 「으, 응. 하지만, 저기, 젬은……」 「시로우는 자세한 얘기는 모르지만, 일정 기한만 활동하고 이후는 일절 세간에 얼굴을 내밀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모델이 되는 것을 승인 받았던 것 같아」 「하지만, 이번에 할리우드 영화에서 주연을 한다고 했었는데……」 「그런가. 그럼, 그걸 마지막 일로 하는 걸지도 몰라. 영화가 완성된 뒤, 슈퍼모델에 배우인 『ZEM』이 죽었다고 해도, 시로우는 놀라지 않아」 「엣?! 그, 그건, 설마 자살을 하는 건!」 「세상에서는 죽는다는 의미야. 사고사로라도 위장해서 모습을 감추게 되는 거겠지. 아무리 천재모델이라도, 10년 전의 사진과 지금의 얼굴이 똑같은 젊음을 지니고 있다면 의혹을 불러. 의혹은 탐구심을 낳고, 일족의 비밀이 위험에 드러나게 돼. 그러니까 우리들은 사진도 초상화도 남기지 않아」 「……응. 하지만, 저기……그 그림은 시로우를 모델로 그렸던 거지만, 얼굴을 바꾸면……그래도 안 될까」 내가 그런 식으로 물고 늘어졌던 것은, 『전진의 서』를 그림이야기로 그리는 것에 대해 라이프워크가 되어도 좋다고 생각할 정도로 빠져들었으니까, 어떤 형태가 되어도 좋으니까 그리고 싶다고 생각할 정도로 그 모티브에 반해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로우의 대답은 차가웠다. 「장로회는 아마도 『안 된다』라고 말하겠지. 일족의 비밀을 지키기 위한 일에 관해서는 무척이나 신중하니까」 「……그런가……」 「미츠오는 『전진의 서』를 그림으로 그리고 싶었던 거야?」 「응……시편은 어느 것이든 다 신화틱한 로망이 가득해서……평생을 걸어서라도, 모든 장면을 그림으로 그리고 싶다고 생각했었어……」 「……시로우도, 미츠오가 그린 기분 좋은 그림인 『전진의 서』를 보고 싶지만, 그것은 허락되지 않는 일이야」 「아하핫, 지극히 유감. ……하지만 어쩔 수 없지, 일족의 안전 쪽이 훨씬 중요하고……」 세상에 들켰다가는 『요괴고양이』라고 불리게 될 시로우들의 존재를, 비밀스레 숨기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는 명백하다. 인류의 과학사상 정말로 신기축에 일격을 가하게 되는 그들은, 세상에 그 존재를 드러내게 되는 순간부터 생물학자들의 『연구』라는 금과옥조를 휘둘러대는 폭거나 매스컴과 세간에 의한 구경거리취급에 엄청나게 시달림을 당하게 되리라는 것은 불을 보듯이 뻔하다. 그리고 똑같은 『사람』들끼리이면서도 사소한 차이가 원인이 되어 민족간 분쟁조차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인간들이, 사람 이상의 능력을 가진 『이종(異種)』인 인묘들을 우주선 지구호에 태워 『조금 다른 동료』로서 평온하게 받아들여 줄만큼의 도량을 가지고 있는지 어떤지는 대단히 의심스럽다! 99.999%의 확률로, 진귀한 것이라고 시달림을 당하는 단기간의 광영시대(?) 뒤에는 『요괴고양이사냥』이라는 식으로 박해의 시대가 오겠지. 중세 유럽을 휩쓸었던 마녀사냥처럼 잔혹한 박해시대가……. 「에에또, 하는 김이니까, 너랑 시그마를 그린 스케치북도 태워둘까. 주차장 출입구 옆에 있는 소각로에다 종이 쓰레기는 태워도 오케이였지. 아하핫, 위험하다는 건 알고 있었으니까, 처음부터 그리지 않았으면 좋았을 텐데, 나란 녀석은 멍청이라서……미안해, 시로우」 내가 사과했던 것은, 마음에 들어 했던 그림을 태우기로 결정했던 순간,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슬픔에 울어버리는 바람에 흘릴 작정은 없었던 미련의 눈물이, 아무것도 잘못한 게 없는 시로우에게도 내 괴로운 마음을 전염시켜버렸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에에또, 성냥이나 라이터……같은 거, 우리 집에는 없구나. 나도 시로우도 담배는 피우지 않으니까. 키우치상들한테는 뭔가 있을 테니까, 들려서 빌려가자」 애써 밝게 말하면서 화형에 처해야만 하는 4권의 스케치북을 옆구리에 품고, 엘리베이터의 버튼을 눌렀다. 「시로우도 갈래」 「응」 장례식은 소란스러운 편이 좋다. 도착한 엘리베이터에 올라타서 한층 아래 31층에 일단 멈춰서 성냥을 입수해가지고, 1층으로 내려왔다. 소각장이 있는 지하 주차장의 출입구로 가려고 맨션의 현관을 나왔던 순간이었다. 펑펑펑 하고 연이어 터진 플래쉬와, 찰칵찰칵찰칵하는 셔터소리가 덮쳐왔다. 「뭐, 뭐야?!」 이런 불의의 습격에 약한 시로우가, 꼬리가 나와 버릴 것 같은 당황한 비명을 질렀다. 「자네들, ZEM하고 관계자지?!」 남자의 목소리가 마주 소리쳤다. 「사촌?! 동생?! ZEM하고의 관계는 어느 쪽?!」 「옆의 그는 연인인가?!」 「미녀 5명과 남자 셋이서 1박 2일, 뭘 했던 거지?!」 제각각 질문을 쏟아부어오는 열명 가까운 남자들은 손에 손마다 커다란 플래시가 달린 카메라를 가지고 있고, 반 이상은 외국인. 젬을 쫓아온 파파라치인가?! 「젬 따위 몰라! 거기 비켜줘!」 시로우가 노성을 질렀지만, 「또~오, 또. 꼭 닮았잖아, 자네! 빼다 박았다고!」 「동생인가?! 동생인 거지?!」 그리고 또 플래시의 연사. 시로우가 핏대가 끊어져 있다는 것을 느끼고, 나는 서둘러 그의 팔을 붙잡았다. 「시, 시로우, 안으로 돌아가자」 「불쾌해」 「됐으니까 빨리」 우리들은 나왔던 현관으로 되돌아가서, 우리들을 쫓아 엔트런스 로비에 들어왔던 무리들은 시로우가 힘으로 문 밖으로 밀어냈다. 그 사이에 나는 암증번호로 열리는 안쪽 문의 록을 해제하고, 둘이서 안으로 도망쳐 들어갔다. 「지금까지 이런 일은 없었어!」 시로우는 그 말을 분연히 내뱉고, 거두어지지 않는 노여움을 샤악 하고 토해냈다. 「젬의 영화주연 얘기, 이미 매스컴에 나간 거야?」 「몰랏」 「어쨌든, 에에또, 키우치상네로 가자」 그 세상 물정에 밝을 것 같은 사람이라면, 이런 경우 어떻게 해야 좋을지 알지 않을까. 우리들은 엘리베이터에 올라타, 31층으로 향했다. -- 계속 [고양이 5] 왕 같은 고양이의 대관 (7) 왕 같은 고양이의 대관 (7) Written by 아키즈키 코오 「매스컴과의 공방이라는 것은 아직 해본 적이 없습니다만, 그쪽의 방법은 도촬(塗撮)을 포함한 무단촬영, 그를 위한 미행과 잠복. 그리고 정보입수를 위한 조사와 전화의 도청이라고 하는 정도라고 생각됩니다」 키우치상은 차분함을 두른 얼굴로 말했다. 「그럼, 시그마에게 전화를 하는 것은 위험할까? 상담을 하는 쪽이 좋다고 생각하는데」 「하지만 나가는 것은 더 위험하겠지」 「아, 저기, 어젯밤에 너하고 젬이 갔던 공원산책은 보이지 않았을까나」 「그런 건 없어. 언덕을 뛰어넘을 때에 충분히 주의를 했지만 가까이에 사람이 있는 기색은 없었고, 셔터 소리 같은 것도 들리지 않았어」 「망원렌즈를 써가지고 원거리에서 몰래 찍는다는 방법도 있습니다. 한동안은 밤의 산책이랑 모피 모습은 잠시 물리시는 편이 좋으시겠지요」 「그건……우리들의 방 안을 들여다봐졌을 가능성도 있다는?」 그렇다고 한다면, 어젯밤부터의 누드파티는 죽여주는 먹잇감이다. 「조사해보지요. 실례를 무릅쓰고 방으로 가도록 하겠습니다」 셋이서 한층 위의 방으로 올라가자, 키우치상은 가지고 왔던 지도를 한 손에 들고 모든 창에서 지긋이 밖을 검분(檢分)했다. 「주위 1km이내에는 이곳을 들여다볼 수 있는 장소는 없습니다. 하지만 1.5km범위까지 보면 두 군데 의심쩍은 장소가 있습니다. 저는 망원렌즈의 사정거리라고 하는 것을 정확히는 알지 못하니, 곧 조사하도록 하겠습니다」 「아버지한테 물어보면, 카메라 프로니까 알지도 모르는데」 그만 얘기에 끼어들었다가 지금 부모님하고 결렬 중이라는 것을 떠올렸다. 게다가, 「그런데 지금은 일본에 안계세요. 아프리카로 촬영여행을 떠나버리셔서」 「카메라의 성능은 인터넷으로 조사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군, 인터넷으로 연락을 하면 돼」 「에? 아, 시그마하고? 시그마도 인터넷 쓸 수 있어?」 시로우가 키보드를 두드리는 방법이라는 것은, 두다다다다 하고 눈에 보이지도 않는 속도인 고양이 터치 (엄마고양이가 아기 고양이를 혼낼 때의 그거 말이다) 같은 느낌으로, 보고 있으면 웃길 정도로 빠르다. 웃게 되는 건, 칠 때 양손 중에서 한손가락씩만 쓰는 독수리타법이기 때문이고, 그런데도 손가락을 열개 모두 쓰는 프로보다도 훨씬 빠르기 때문이다. 그리고 화면에 뜨는 시그마의 답신도 빨랐다. 두 사람은 보통 이야기하는 정도의 속도로 채팅을 해서, 나는 (시그마도 이런 타법으로 치는 걸까) 라고 생각하자 웃음을 멈출 수 없어져 버렸다. 물론, 느긋하게 웃고 있어도 좋을만한 상황은 아니니까 뱃속에서만 그런 거였지만. 두 사람은 5분도 채 되지 않아 상담을 정리했고, 통신을 종료한 시로우는 PC앞에서 일어섰다. 「젬한테서도 보고가 있었고, 그래서 한동안 일족과의 연락을 끊는 것 같아. 시로우들도 당분간은 일족과의 접촉을 피해. 일족에 대해서는 시그마 쪽에서 경고를 돌릴 거야」 「뭔가, 굉장한 일이 되어버렸구나」 「아아, 계엄령상태야. 하지만 시그마는, 젬의 노출을 용인했던 때부터 각오는 하고 있었다고 말했어. 아마도 나름대로 손을 쓰겠지. 미츠오는 걱정하지 않아도 돼」 「응. 걱정해봤자, 나로서는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으니까. 하지만 이렇게 되고 보니, 시편 같은 걸 썼던 이 밑그림은 정말로 위험했구나」 소각로는 사용할 수 없지만, 키친에 있는 버너로 태울 수 없는 것도 아니겠지. 해봤더니 부와~하고 오르는 불꽃이 상당히 위험한 느낌이었기 때문에 일단은 가장 위험한 시편을 써넣은 한 장과, 같은 모티브인 세장 도합 네 장만을 소거 처분했다. 시로우와 키우치상이 그 자리에 입회해서, 내 최초이자 최후가 된 『전진의 서』의 화장을 지켜봤다. 「나머지 그림은, 기회를 봐서 태우지」 「그렇게 해줘」 시로우는 그것을 유감스러운 듯이 한숨을 섞어 말해줘서, 내 마음도 조금이지만 달래주었다. 어쨌든 이걸로 내 무지한 실수에 의한 비밀누설미수사건은 끝났다, 라고 나도 시로우도 생각했었지만……재난은 잊을만할 즈음에 찾아오곤 하는 것이다. 12월도 하순에 들어갔을 무렵, 워너즈 영화사가 『슈퍼모델 ZEM을 주연에, 현란하고 호화로운 여배우진으로 확정된 화제의 신작 《화려한 돈 주앙(Don Juan)》』의 크랭크인을 화려하게 선전하기 시작하고, 영화정보방송에서부터 와이드 쇼에 이르기까지의 텔레비전미디어는, 나란히 헤드라인 뉴스로 다뤘다. 『실은 일본 출신?! 국적불명! 수수께끼의 초미형 슈퍼모델 ZEM의 모든 것을 밝힌다!』 『패션계에서 영화계로 화려한 전신(轉身)! Gorgeous 모델 ZEM의 영화보다 화려한 사생활!』 『초신성 데뷔로부터 5년! 화려한 ZEM의 눈부신 궤적을 쫓는다!』 라는 텔롭으로 화려하고도 화려한 보도는, 눈에 띄는 걸 좋아하는 젬은 어쩌면 기뻐할지도 모르지만 그의 비밀을 알고 있는 우리들에게 있어서는, 심장에 나쁜 이글이글하는 심정의 연속. 학교에서 돌아오면, 우선은 각 방송국의 보도내용을 체크하고 있는 키우치상들에게 「오늘은 어땠어?」라고 물어보러 가는 것이 일과가 되고, 집에서는 텔레비전을 마냥 켜놓고서 젬을 화제로 다루는 것 같은 방송을 쫓아서는 두근두근하면서 방송내용을 지켜본다. 흐르는 영상은 대부분 젬이 출연한 패션쇼에서의 『화려한 스테이지 모습』이라는 거고, 그 외에도 크랭크인 발표 때의 기자회견이랑 독점 인터뷰 등을 짜집기한 공식으로 촬영된 것뿐이라서 우리들은 안도감에 가슴을 쓸어내렸다. 하지만 주간지들이 내놓은 기사는 이것도 저것도 다 파파라치들이 찍었던 스쿠프사진을 쓰고 있었고, 그 중에는 그 날 이 맨션의 주차장에서 찍혔던 거라고 생각되는 니나들과 함께인 숏도 있었다. 「젬님의 시중을 드는 『ZEM 매니지먼트』의 사람들도 열심히 분전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만, 이정도로 화제가 되어있는 할리우드 소재는 부르는 게 값이니까 세상의 파파라치들이 맹공세를 걸어오지요. 다수에게 둘러싸여서 고전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이건 세계규모의 소동?」 「할리우드 영화의 세력권내에서는 이지요」 그건 즉, 거의 세계라는 거겠지. 우리들의 연말은 그런 ZEM소동의 여파에 휘둘려지면서 보냈고, 나는 보내려고 생각하고 있었던 엄마에게의 연하장을 쓰지 못하고 말았다. 하긴, 소동에 휘둘려졌던 것은 나와 키우치상들 뿐이지, 시로우는 (자기하고는 관계없어) 라고 생각하는 식으로 매우 차분했지만. 「걱정 안 되는 거야?」 라고 물어봐도, 「시로우가 걱정해도 의미는 없고, 젬은 잘 하겠지」 라는 대답으로, 완전히 반응 없음. 그리고 정말로 새해가 밝은 무렵부터 서서히 ZEM 붐은 불씨가 삭아가고, 우리들의 생활도 원래의 차분함을 되찾았다. 시로우는 왕도 찾기의 연구가 꽤 진행된 건지, (아니면 예의 새로운 것 좋아하는 성격이 나온 것뿐인지) 요사이 랜드샛(Landsat)에서 촬영한 지표의 상세영상을 볼 수 있는 유료정보 사이트에 빠져들어 있어서, 하루 내내 PC 모니터를 노려보고 있다. 「쉬엄쉬엄하지 않으면 눈이 나빠질 거야」 라고 주의를 줘 봐도, 내 말을 들을 귀가 없는 거다. 내 쪽은 『전진의 서』는 그릴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고서, 그림을 공부하는 목적과 함께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마음도 잃어버린 느낌이라, 그 뒤로부터 학교를 땡땡이치고 있다. 하지만 말이지……달리 그리고 싶은 게 없는 걸. 비슷한 세계를 그린 것 같은 구약성서랑 그리스 신화랑 북구신화 같은 걸 술술 읽어는 봤지만, 어느 것이든 『전진의 서』정도의 매혹은 느껴지지 않는다. 길가메슈 신화가 아주 조금 흥미를 불러서 몇 장인가 일러스트로 그려봤지만, 역시 진심으로부터 「그리고 싶어!」라고 생각해서 그린 것과 「이런 거라도 그려볼까~」라는 거하고는 그림 선의 기세부터가 틀려져버려서, 그려낸 그림도 전혀 살아있지 않다. 그리고 그림을 그리는 즐거움을 잃어버린 날들은, 하루하루가 무의미하고 쓸데없이 길어서 그저 마냥 지루했다. 아침이 오고, 눈을 뜬 순간에 나는 (오늘 하루도, 지루하게 보내는 건가) 라고 우울한 기분이 든다. 진력나게 텔레비전이라도 보고 시간을 죽이는 수밖에, 나한테는 긴 하루를 보내는 방법이 없다. ……시로우는, 내가 『특권』을 행사할 일은 없다는 안도감을 얻고서 자신이 통상기에 들어갔다는 것을 인정한 이래, 『우리들의 왕도』를 찾아내기 위한 연구에 완전히 빠져있다. 그다지 집에 붙어있지를 않고, 때로는 돌아와 있을 때도 책이랑 논문을 읽든지 PC를 쳐다보고 있든지 자든지. 통상기에는 심신이 공히 임포상태가 된다는 아츠오상의 설명은 거짓이 아닌 듯, 뭔가 계기로 내가 (분명히 페로몬 냄새가 나버렸을 거야) 라고 생각하는 상태가 되었어도 시로우는 전혀 눈치 채지 못하는 것 같다. 아니 그, 나는 원래부터가 그쪽은 담백한 성격이니까, 욕구불만인 것은 H방면이 아니라 일상회화에도 제대로 응해주지 않는 시로우 탓이다. 나는 그가 나갈 때에도 집에 있을 때에도, 혼자서 시간 죽이기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단 말이다. 그리고 그 시간 죽이기가, 도저히 잘 되질 않는 거다. 뭘 해도 재미가 없어서. 『전진의 서』를 그리자고 생각했던 때는 이렇지 않았다. 그 무렵의 내 마음은 항상 생생해서, 잡지를 넘겨봐도 텔레비전을 봐도 여기저기에 『전진의 서』를 일러스트화 하는 데에 도움이 될 거 같은 힌트가 굴러다니고 있어서 지루해할 겨를이 없었다. 길을 걷는 것도 머리 속의 스케치북에 『전진의 서』를 위한 스케치를 해 넣으면서고, 언제 어디서든 힌트랑 제재로 가득차있는 세계는 살아있는 것이 즐겁다는 기분을 주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즐거움은 전부 사라졌다. 세상은 마른 모래만이 펼쳐진 사막 같다. 예전이었다면 사막의 풍경이라고 기뻐했을 게 틀림없는 내 마음은, 무엇을 봐도 아무런 흥미도 느끼지 못하고 마치 감동 따위 절멸해버린 느낌. 내 마음 자체가 사막화해서 바짝 말라버려 아무것도 받아들일 수가 없는 죽음의 세계가 되어버렸달까. 기쁨이랑 즐거움을 느끼는 부분은 죽어서 화석이 되어버리고, 지루함이랑 재미없음을 느끼는 부분만이 살아남았달까……. 게다가 나는 매일 밤마다 꿈을 꾼다. 캔버스랑 켄트지 위에 『전진의 서』를 그리는 꿈이다. 꿈속에서, 나는 시그마에게서 특별히 허가를 받은 일족 공인의 『전진의 서』를 그리는 화가로, 즐겁고 행복하게 하는 보람이 듬뿍인 라이프워크와 씨름을 하고 있다. 그러니까 눈을 뜨고 꿈이 끝나버리면, 정말로 추욱하니 실망에 빠져 낙담을 하는 것이다. 차라리 이젠 꿈의 세계에서 돌아오고 싶지 않아……라고, 요즘은 매일 아침 생각한다. 그건 위험한 생각이니까, (그런 건 안돼) 라고 자신에게 타이르지만. 아아……엄마……그 때 들었던 「5년 만에 살아가는 게 허무해진다」라는 충고는, 5년도 채 되지 않아 현실화해버렸는지도 몰라요. 아니, 지금은 이미 그런 기분조차…… 정말로 『인생은 허무하다』라며 자살을 할지도, 나……. 하지만 내게는 시로우가 있다. 시로우를 놔두고 죽는다는 배신은 할 수 없다. 하지만 삶의 보람을 잃어버린 것은 괴롭다. 죽고 싶지 않은 마음과 살아있는 것이 귀찮다는 기분의 사이에서, 매일 밤 꿈이 박차를 가한다. 이대로는 머리가 어떻게 되어버릴 거 같다. 그래서 나는 어느 날, 시로우가 나간 틈에 몰래 스케치북을 펼쳐서, 어젯밤 꿈에서 그리고 있었던 《바다스타트왕의 개선(凱旋)》을 그렸다. 바다스타트왕의 모델은 물론 시로우, 신관 크레샤나의 얼굴은 시그마가 모델이고, 군중의 반수는 모피모습의 일족……내가 꿈속에서 그렸던 그림을, 연필로 종이 위에 그렸다. 물론, 다 그리면 태워버릴 작정이었다. 이건 자신의 마음을 달래기 위한 것, 그리기만 할 뿐 그린 뒤에 남기지 않는 그림. 그런데 다 그린 그림을, 나는 태울 수 없었다. 지금까지 중에서 가장 훌륭하게 완성하고 말았기 때문이다. 스스로도 (재능이 있는 건지도) 라는 생각을 해버릴 정도로, 잘 그렸던 것이다. 그래서 나는, 태우는 대신에 내 책상에 열쇠를 채우는 서랍에 봉인하기로 했다. 아무도 보지 않으면 되는 거니까. 아무도 모르는 그림은, 존재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야. 그렇지? 그런데 한 장을 그린 걸로, 터부를 지키는 마음의 긴장이 풀려버렸던 것이다. 그날부터 매일처럼, 나는 시로우에게도 비밀로 몰래 창작을 위한 스케치북을 펼치고, (이제 그만둬) 라고 아무리 자신을 타일러도 멈출 수 없는 마약중독자처럼 몰래몰래 그림을 계속 그렸다. 서랍에 스케치북을 넣을 때에는 (이걸로 마지막이야. 이건 이제 이대로 봉인하는 거니까. 더는 두 번 다시 절대 여기는 열지 않아) 라고 자신에게 맹세하고 열쇠를 걸지만, 시로우가 나가서 몰래 창작할 찬스가 찾아올 때마다 나는 마음 약하게도 (앞으로 한 장만. 이걸로 마지막으로 할 테니까, 응?) 이라는 자기 자신의 유혹에 져서, 서랍의 열쇠를 열어버린다. ……죄를 범한다는 건, 맨 처음에는 정말로 무섭다. 들킬 공포에 견딜 수가 없어서 심각하게 후회한다. 하지만 몇 번인가 거듭하고 있는 동안에, 익숙해진 것이다. (아직 들키지 않았으니까, 조심을 하면 괜찮은 거 아니야?) 라는 이상한 자신감이 붙는 것과 함께, 들킨다면 어떻게 될까라는 공포심이 주성분이었던 것 같은 죄악감은 희미해져가고 익숙해진 비밀작업은 교묘하게도 되어서, 그것이 또 자신감이 된다. 어느새 내 꺼림칙한 생각은 시로우에게 비밀작업을 하고 있다는 점에만 한정되고, 그것도 (시로우도 내게 전부 얘기해주는 것도 아니니까) 라는 변명으로 깎아내려서, 비밀의 서랍 속 그림은 확실하게 늘어갔다. 하지만 못된 짓을 하면 반드시 천벌을 받는 법……그런 내 악행에 피리어드의 보고가 주어지는 날이 왔던 것이다. 시그마에게서 온 전화를 받았던 것은, 웬일로 집에 있었던 시로우였다. 「미츠오? 아아, 있어」 《지금 당장 이쪽으로 왔으면 하는데》 「미츠오만이야?」 《아니, 시이타도야》 「알았어」 오픈스피커로 하는 통화는 내게도 들렸다. 나에 대한 호출이라는 것을 알고, 우선 생각했던 것은 (그림이 들켰나?!) 라는 것. 하지만 (시로우도 눈치 못 챘는데, 시그마가 눈치 챘을 턱이 없어) 라고 고쳐 생각했다. 움찔움찔 하면 이상하게 생각돼서 제 무덤을 팔지도 모르니까 당당하게 있자, 라고 못된 머리도 굴리고. 「무슨 일일까나」 「급한 용건인 것 같았지만, 시로우한테는 짐작 가는 곳이 없어」 「뭐, 가보면 알겠지」 그런 식으로 해서, 우리들은 외출했다. 밤의 러시 시간이었지만, 꽤나 추운 날이었기 때문에 시로우의 차로 아자부까지 가서, 시그마의 저택 문을 들어갔다. 차에서 내린 순간, 얼어붙은 초저녁 하늘에 떠오른 초승달을 바라보고, 그 예리한 빛을 (아름다워……) 라고 생각했다. 현관에서 맞이해주었던 것은 토우코상으로, 우리들은 대식당으로 안내받았다. 방에 들어간 순간, 어쩐지 엄숙한 분위기가 흘러넘치고 있는 것을 느꼈다. 20명은 앉을 수 있는 커다란 테이블의 주인석에 시그마. 그 좌우에 일족의 남성들이 다섯 명씩 앉고, 조금 떨어진 오른쪽 하석에 아츠오상. 그리고 시그마의 정면인 말석에 해당하는 장소에 마치 피고석 같은 느낌의 의자가 하나. 그러한 모습을 주욱 둘러보고, 시로우가 팽팽하게 긴장된 목소리로 말했다. 「무슨 재판이지?」 두근거렸던 내게, 「미츠오는 그곳으로」 시그마가 무표정하게 말했고, 그 위엄으로 가득 찬 차가운 목소리가 가리키고 있던 것은 피고석. 「어째서 미츠오가?!」 라는 시로우의 질문은 무시당했다. 「시로우는 알파의 맞은편 자리에」 시그마는 문답무용이라는 어조로 시로우에게 앉을 자리를 가리켰고, 시로우는 항의를 포기하고는 들은 대로 자리에 앉았다. 「미츠오, 앉아」 나는 무릎이 떨리는 것을 느끼면서 지시받은 자리로 가서 운명의 철퇴가 내려지는 처형장소임에 틀림없는 의자에 앉았다. 그때, 내가 생각했던 것은 「인간이 하는 일은 『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사람이 안다』인 법이야」라는, 언제였던가 아버지한테서 들었던 속담. 아아, 아버지……당신은 언제든 바른 사람이에요. 「시로우가 말한 대로, 이건 재판이다」 시그마가, 자리에 앉은 나를 향해서 선고했다. 「이쪽의 열명은 배심원으로, 협의에 의해 판결을 내린다. 관례에 따라, 나는 재판장임과 동시에 검사이기도 하여, 표결권은 가지지 않는다. 알파와 시이타에게는, 미츠오를 변호할 권리가 있다. 물론 미츠오에게도 항변할 권리가 인정된다. 여기까지에서 뭔가 질문은?」 「……아니요」 「고소된 이유에 짐작 가는 곳이 있다면 말해보도록」 나는 당치도 않게 목소리가 떨리거나 하지 않도록, 배에 힘을 넣고서 입을 열었다. 「『전진의 서』를 그린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의 있음!」 내 왼쪽에 앉아있는 시로우가, 허리를 일으키면서 소리쳤다. 「그 그림은 이미 태웠어, 두 달이나 전의 일이야! 시로우와 키우치가 입회했어. 귀와 꼬리에 걸고 맹세해, 그 그림은 분명히 태워버렸어」 뭐야, 그 그림 얘기였던 건가 생각하면서 나는 시그마에게서의 하문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 일에 대해서라면, 나는 『결백』이니까. 하지만 시그마가 말했던 것은, 시로우의 증언에 대한 확인이 아니었다. 「그림은 존재하고 있어」 그 간결하게 사실을 말하는 단정조에, 나는 (끝났다) 라고 생각했다. 아하, 하하하, 역시 들켰어……이렇게 된다면, 남은 건 깨끗하게 벌을 받는 것뿐이다. 「네, 그렸습니다」 라고 나는 자백했다. 시로우를 말려들게 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덧붙였다. 「시로우한테 들키지 않도록, 시로우가 집을 비우고 있는 동안에 그려서 제 책상의 열쇠를 채우는 서랍에……」 열명의 배심원들이 일제히 한숨을 쉬었다. 아마 알파도. 시로우는, 굳어있었다. 그 표정을 보고 진심으로 후회했지만, 새삼스레 늦은 일이지. 「그러니까 시로우는 알지 못합니다. ……미안, 시로우」 「자네는, 그것이 관습을 깨는 행위임을 알고 있었나?」 「네……이전의 그림을 태웠을 때에, 들었습니다」 「그런데, 다시 관습을 깼던 이유는?」 「그리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려서는 안 된다는 걸 알고 있어도, 매일 밤 꿈속에서 그려버릴 정도로 저는 어떻게 해서든 『전진의 서』를 그리고 싶었어요. 하지만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는다고 해도 그려서는 안 되는 그림을 그린 것은 사실입니다. 처음에는 다 그린 뒤에 태우려고 생각했지만 그것도 할 수 없어서 결국, 몰래 가지고 있던 것도 사실. 벌은 받겠습니다」 「관습에 따르면, 이 경우의 벌은 두 손목의 힘줄을 끊는 것이다」 그건, 실제적으로 두 번 다시 붓을 잡을 수 없게 된다는 건가……. 「……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고개를 끄덕여 수긍해보이고, 덧붙였다. 「오히려 그 편이 개운합니다. 손을 못 쓰니까 그릴 수 없다는 이유 쪽이……. 사실을 말하자면 저는 『전진의 서』를 그림으로 그리지도 못하는 관습에는, 납득할 수 없었습니다. 태웠던 건 문자로 해서는 안 되는 시편까지 써버렸기 때문인 거니까 어쩔 수 없었지만……하지만 《재칼의 시련》의 재칼은 진짜 재칼로 하고, 일족의 모피 모습은 나오지 않았는데. 하지만 그건, 그 일은 제 실수였습니다. 원래 그림으로 그린 『전진의 서』를 일족의 밖으로 내보낼 마음은 없었는데, 그만 멍청하게 학교 제출과제의 모티브로 사용해버려서……바보였습니다. 밑그림으로서 제출했는데 속공으로 꽝을 먹었으니 그 그림을 제대로 본 것은 강좌의 강사뿐입니다만, 하지만 젬에게 주의를 당하지 않았다면 저는 그걸 에칭으로 만들었을 겁니다. 완성한 작품은 교내에서 전시라든지 그런 걸 했을 지도 모릅니다. 그러니까, 그 죄도 포함해서 재판을 받는다고 해도 괜찮습니다」 그리고 나는, 두 손을 테이블 위로 내밀었다. 자아, 자르든 부수든, 마음대로 해주세요. 「시이타, 네 집사에게 연락해서 미츠오가 그렸다고 하는 그림을 가져오도록」 시그마가 명령하자, 시로우는 「알았어」라고 일어섰다. 「증거품이 도착할 때까지 휴정한다」 시로우가 전화를 걸러 방을 나가는 것에 이어서 시그마랑 배심원들도 나란히 나가고, 나와 아츠오상만이 남았다. 「미츠오가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는 모르지만, 우리들의 재판은 항상 관습에 엄격하게 기초해서 행해지지」 「네」 그렇게 끄덕이고서, 말을 이었다. 「저야 제가 저지른 짓이지만, 시로우한테는 미안한 짓을 했습니다. 관습을 깼다는 것은 그를 배신했다는 것이고. 저는 괜찮으니까, 시로우를 달래주세요. 나는 최악으로 시로우를 상처 입혔어……」 아츠오상도 방을 나가고, 나는 혼자가 되었다. 아무도 없는 찌잉 하니 정적을 되찾은 방에서, 혼자 테이블에 앉아 생각했다. 나는 정말로 후회를 하고 있는 걸까, 라고……. 관습을 깬 것은 잘못했다. 시로우에게 비밀을 만들고 속이고 있던 것도 잘못했다. 하지만, 그 작품들을 그렸던 것에 대해서는……. 자그마한 목소리로 살짝 토해냈다. 「……하핫, 후회하지 않아, 전혀」 아무리해도 그리고 싶어서, 몰래몰래 숨어 그렸던 동안 나는 행복했다. 만족했다. 그러니까 그런 그림은 그리지 않았으면 좋았을걸, 이라는 후회는……그것만은, 없어. 「……손이 안 된다고 한다면, 입이든 발이든 써서라도, 또 그려버릴지도 몰라……」 세상에는 그런 화가들도 있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아는 이상, 분명 해보고 싶어질 거다. 제대로 그릴 수 있게 되기까지는 피가 배일정도의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아마 나는 하겠지. 삶의 보람으로서……평생을 걸고 달성해도 좋은, 새로운 라이프워크로서. 「그래서? 그릴 수 있게 된다면, 관습을 깨는 『전진의 서』에 다시 도전해? 크큿, 크크크큿, 안돼, 전혀 거기에는 넌더리가 나질 않아」 혼자인 걸 기회삼아, 나는 쿡쿡 소리를 내어 웃고 솟아올라 흘러나오는 대로 눈물을 흘렸다. 이 어떻게 바꿀 수도 없는 완고한 마음을 화가의 혼이라고도 말하는 걸까. 하지만 나는, 이런 식으로 포기할 수 없는 자신이 사랑스러워……어느새 깃든 건지는 모르지만, 내 안에 『화가의 혼』이라고 부를 수 있을만한, 확고한 코어가 있다는 것이 기뻐……분명 앞으로 평생, 가시가 되거나 트러블의 씨앗이 되거나 방해가 되기만 할 『핵』이겠지만……. 아아, 그런가, 이걸 아이덴터티라고 하는 거구나. 나를 나답게 하는, 나 자신이 나의 안을 확인한, 나라는 인간의 존재의미……. 내가 나로 있기 위해서 버릴 수 없는 것. 나는 나로 있기 때문에, 버릴 수 없는 것. 「응, 좋아……손은 못쓴다 해도 그림쟁이로 있어야지……평생, 화가로 있자구……」 두 손에 얼굴을 묻은 채 흐느껴 울면서, 나는 자신에게 말해줬다. 아직 아무도 돌아오지 않아서, 마음이 풀릴 때까지 느긋이 울어버리고 난 뒤 마음은 진정됐다. 포켓에 있던 손수건으로 얼굴을 닦고, 코도 풀고, 나는 법정이 재개되는 것을 기다렸다. 이윽고 도어가 열리고, 아츠오상을 선두로 모두가 자리에 돌아와 마지막에 시그마가 들어왔다. 그 뒤에는 내 비밀의 스케치북을 안은 키우치상. 「심리를 재개한다. 증거품을 이곳으로」 키우치상이 시그마의 앞에 스케치북을 놓자, 시그마는 스케치북을 펼쳐서 한 장씩 신중하게 보고나서 왼쪽 옆에 앉은 람다에게 넘겼다. 람다는 역시 신중하게 페이지를 넘기고 나서 옆자리의 타우에게. 타우도 마찬가지로 하고, 자기 옆 자리의 (직계가 아닌 사람이라서, 나는 이름은 모른다) 중년 남성에게 스케치북을 돌렸다. 그 사이에, 왼쪽 열에도 회람품이 돌려졌다. 그쪽은 한 장의 종이인데, 그림 같다. 스케치북은 아츠오상에게는 돌아가지 않고 테이블의 왼쪽 사람들에게로 넘겨지고, 한 장짜리 그림 쪽도 시로우에게는 넘겨지지 않고 오른쪽 열로 돌려졌다. 두개가 한바퀴씩 돌아서 시그마의 손에 돌아오자, 시그마는 키우치상에게 말해서 두 물품을 아츠오상에게로 가지고 가게하고서 「수고했다」라고 치하하고는 퇴실시켰다. 「그럼, 배심원여러분, 피고에게 질문이 있다면 하기를」 람다가 손을 들어서 발언을 구했다. 「『전진의 서』의 시문을 기록했던 것은, 태워버린 네 장의 그림에 뿐인가」 람다는 나를 보고 말하고, 인간의 재판과 달리 발언하는 데에 재판장의 허가는 필요 없었기에 나는 람다를 향해서 대답했다. 「시문을 썼던 것은 한 장 뿐입니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한 장에만 썼습니다」 「기입했던 시문을 기억하고 있는가」 타우가 질문을 해 와서 「네」라고 대답했다. 「말해줘 봐」 「네. 제 3편 바다스타트 영웅왕의 『재칼의 시련』을 노래했던 부분으로」 라는 설명만이 아니라, 썼던 부분을 구체적으로 암송하는 쪽이 좋을까나. 「에에또, 《왕은 아름다운 미카엘라를 자신의 손으로 품기 위해서, 열 마리 재칼의 시련에 감연히 도전했다. 그 용맹한 모습은 번개를 부렸던 하늘의 신인가 눈을 의심할 정도였다. 범부채열매 같은 검은 머리카락을 휘두르면 성나 부릅뜬 날카로운 눈동자는 금빛을 뿜고, 재칼은 모두 내심 왕을 두려워하니》 그림에 썼던 시문은 이상입니다」 「달리 질문은」 아무도 손도 움직이지 않고 소리도 내지 않아, 시그마가 말했다. 「그럼, 미츠오에 대한 판결을. 람다부터」 「유죄」 라고 람다는 말했다. 「단지 감형을 제안한다」 「아아, 그 방법이 있었나」 라고 타우가 중얼거렸다. 「제안의 구체적 내용은?」 시그마가 람다에게 물었다. 「그렇군……벌을 주는 것은 오른손만이면 되겠지」 「타우, 판결은」 「람다와 마찬가지. 감형의 내용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의견이야」 나머지 여덟 사람도, 전원이 람다와 같은 의견이었다. 「전원 일치로, 미츠오는 유죄. 형은 『오른손의 힘줄을 끊는다』로, 즉시 형을 집행한다. 알파, 준비를」 시그마가 선언하고, 재판은 끝났다. 나는 이별이라고 결정된 오른손을 살짝 쓰다듬어줬다. 슬프지만, 어쩔 수가 없는 거야. 분명히 나는 죄를 범했으니까. 왼손이 남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지. 그때, 시로우가 일어서서 늠름한 목소리로 말했다. 「관습의 『특례』 제 4에 기초해, 속죄의 제공에 의한 집행유예를 구하고 싶다」 「제안을 듣지」 라고, 시그마가 대답했다. 「무엇을 가지고 미츠오의 죄를 속죄하지?」 시로우는 테이블에 앉은 사람들의 얼굴을 둘러보고, 그것을 말했다. 「바다스타트왕이 세웠던 『우리들의 왕도』를 재건한다」 「핫」 하고 코웃음을 쳤던 것은 타우. 「재건을 하려면, 우선 발견하지 않으면 안돼. 시간 벌기로서는 좋은 방법이지만, 그런 전례를 남길 수는 없어」 하지만 시로우는, 도로 코웃음을 되돌려주고서 말했다. 「왕도는 이미 발견했어. 증거를 보이지」 그리고 테이블을 둘러싼 사람들이 놀라움과 의심의 소리를 내는 것을 흘낏 쳐다보고서 척척 도어가 있는 곳으로 가서 「키우치, 자료를!」이라고 소리쳤다. 가져와진 것은, 근거리까지 찍힌 랜드샛 위성사진과 대소 축척된 몇 장인가의 지도로, 그것들을 테이블에 펼치고서 시로우는 설명을 시작했다. 「우선은, 이 사진이야. 이 부분을 봐줘. 7중의 구조물이 있는 것을 알 수 있겠지」 「잠깐 기다려줘, 안경을」 람다가 슈트의 가슴 포켓에 손을 넣고, 다른 사람들은 시로우가 가리킨 장소를 들여다봤다. 「『전진의 서』에 의하면, 왕도는 『7중의 해자와 7중의 성벽으로 둘러싸인 8층의 도시』야. 상공에서인 이 사진으로는 8층인지 어떤지 까지는 알 수 없지만, 7중의 구조로 되어있다는 것은 분명하게 알 수 있어」 와오……정말로 찾아냈구나! 열심히 한 보람이 있었던 거잖아, 시로우! 「확실히 그 점은 자네의 말대로이지만, 이곳이 『우리들의 왕도』라는 확증은?」 시그마가 묻자, 시로우는 대답했다. 「틀림없어. 이것을 본 순간, 그렇게 느꼈어」 그건……그냥 감……이라는 거? 그리고 시그마도, 「그것은 『감』으로 느꼈다는 건가?」 라고 파고들어왔다. 나는 감 따위의 의지가 안 되는 이유라니, 얘기는 각하구나 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시로우는 정직하게, 「그래」 라고 대답했다. 아아……오른손아, 안녕. 하지만, 「그럼, 아마도 틀림없겠지」 시그마는 말했다. 「나도 이것을 보고 (왕도다!) 라고 강하게 느꼈어. 혹시라도 이 감이 어긋난 것이라면 나는 은퇴할 시기를 맞이했다는 것이겠지」 ……아아, 그런가. 그들은 고양이지. 이론보다, 핑 하고 오는 감을 중시하는 것이다. 나는 끓어올라온 기대에 숨을 조이고, 시로우가 내게 주려하고 있는 희망의 행방을 결정하는 대화에 귀를 기울였다. 「시로우는, 미츠오가 범한 죄의 속죄로서 이 왕도를 건설당시의 모습으로 재건한다. 그러므로 완성한 새벽에 미츠오의 죄는 상쇄되고, 그때까지의 기간은 형의 집행을 유예하기를 원해」 「재건할 수 없었을 경우는?」 「판결에 따르겠어」 「그렇다면, 기한을 정하지 않겠나」 배심원의 한사람인 쿠시가 말했다. 「왕도재건은, 미츠오의 죄를 속죄하는 대상으로서는 충분하기 이상이라고는 생각하지만, 미츠오가 살아있는 동안 질질 끌어 시간을 벌어서 판결을 무효로 몰고 간다는 방법도 생각되어져」 「시로우는 그런 비겁한 짓은 하지 않아!」 「그럼, 기한을 정하는 것에 이의는 없나?」 시그마가 양자의 중재에 들어가서, 「몇 년이 필요하지?」 라고 시로우에게 물었다. 「아직 계산하지 않았어」 시로우는 대답하고, 람다에게 의견을 구했다. 「이 사진에 의하자면, 왕도의 크기는 최대 직경이 약 2km. 주위는 약 6km야. 파손의 상태는 50%로 하고, 어느 정도의 작업량이 필요할까」 「자금의 계산은 괜찮은 건가?」 「작업량을 알 수 있다면 나와」 「잠깐 기다려줘, 아아……『8층의 도시』라는 것은 『7중의 토지분할』곱하기 『8층구조』로……곱하고 50%의 파손인가……파손을 수복하고, 자잘한 정비보수를 덧붙이게 되면……」 람다는 중얼중얼 거리면서 손가락을 꼽고, 꼽았던 손가락을 풀고서, 이윽고 말했다. 「작업자체는 하루 8시간 일하는 직인으로의 환산으로 줄잡아 3만6천명의 인력이라는 게 돼. 하루 백 명씩 일하면, 약 1년간. 단지 자재의 조달이나 수송에 걸리는 일수는 들어있지 않아. 자금조달과 인재의 조달이라고 하는 준비기간에 대한 것도, 이 계산에서는 빠져있어」 「크레인 등의 기중기 사용은?」 「물론, 쓸 수 있을만한 기계류랑 현대기술을 최대한 구사한 계산이야. 왕도가 건설되었던 당시의 방법으로 재건할 작정이라면, 사람의 수도 시간도 이 열배는 걸려」 「알았어」 시로우는 대답하고, 시그마를 향해서 말했다. 「2년으로 마치겠어」 「좋지」 시그마는 끄덕이고, 「이의는?」이라고 사람들에게 확인을 하고나서, 시로우에게 물었다. 「그래서, 왕도의 장소는?」 「아프리카야」 「오야오야, 아프리카인가」 시그마는 어깨를 으쓱이고 중얼거리는 투로 말을 이었다. 「나는 장시간의 플라이트도 더위도 질색인데」 「위도적으로는 필리핀남부나 인도남부와 비슷한 정도이지만, 고원지대라서 그렇게 덥지는 않다고 생각해」 시로우가 자신 없는 듯이 위로했다. 「그렇다면」 하고 시그마가 표정을 바꿨다. 「2년 이내에 시이타가 왕도의 재건을 완료할 수 있다면, 미츠오의 죄는 속죄되었다고 인정하고 형의 집행은 취하한다. 기한이내에 조건이 달성되지 못했을 경우는, 오늘부터 2년 뒤 오늘 이 시간에, 판결대로 형을 집행한다. 이 약속을 가지고, 그때까지의 기간동안 미츠오의 처형은 집행유예로 한다. 일동, 이의는 없나?」 「이의 없음!」 이렇게 해서 나는 생각지도 못하게, 범한 죄에 대한 벌로서 오른손을 잃는다는 사태에서 (일단은) 구원받은 것이 되었던 것이다. 「자아, 이걸로 한건은 결론지어졌지만, 한 건 더 있어」 시그마가 (귀찮게 되었어) 라는 투로 말하고, 사람들을 둘러봤다. 「이쪽의 안건은 간단한 판결이니까, 이대로 휴정을 끼우지 않고 정리해버리려고 생각하는데, 의견은?」 「어차피 결론은 『사회적 재판으로 끝낸다』라는 것이겠지. 얼른 끝내도록 하지」 타우가 내던지는 듯한 투로 말하고, 다른 자들도 아아 라든지 으음 이라든지 하는 적당한 대답으로 찬성했다. 끈기가 모자라는 고양이의 성격이 나온 것이다. 「그럼, 미츠오의 그림을 도작한 아이하라 마사키에 대한 처분은」 엣? 아이하라상이 내 그림을 도작?! 「경미한 절도에 대한 징벌규정을 적용해서, 『과거의 모든 오점을 폭로하고, 형량 및 그 집행은 인간사회의 재판시스템에 맡긴다』라는 결론으로 좋은가?」 「이의 없음――」 완전히 할 마음을 잃고 있는 얼굴로 열명의 배심원들은 시그마가 내놓은 안을 승낙하고, 「본일의 재판은 종료한다」 라는 시그마의 말을 마지막까지 듣고 있었던 것은 나정도 뿐. 「본일의 재판은」이라고 말하는 즈음에서, 모두 덜컹덜컹 자리를 일어섰고 시그마가 말을 마쳤을 때에는 이미 테이블을 떠나 문으로 향하기 시작하고 있었다. 「이런~이런, 맛있는 문어가 먹고 싶은 기분이야」 「아아, 정말이지 오늘의 재판은 피곤했어」 「이렇게 길었던 건 오랜만이야」 직계들이 그런 대화를 나누는 뒤에서 준직계인 장로들이, 「그건 그렇다고 치고, 환상의 왕도를 발견했다니……놀랬습니다」 「2천년이나 옛날의 도시이니까요. 아니, 3천년인가요?」 「저는 4천년 이상이라는 가설을 세우고 있었습니다」 「그런 것을 정말로, 잘도 찾아내시어서」 등등의 회화. 「역시 시이타님이시군」 이라며 감탄의 표정으로 고개를 젓는 남자에게, 도어를 나가려하고 있던 타우가 뒤돌아서 말했다. 「그렇지도 않아. 지금까지 아무도 『왕도』를 찾아내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던 것뿐이야」 그리고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듯이 덧붙였다. 「살기에 나빠져서 버려진 왕도 따위를 재건해서 어쩔 생각인 건지 모르지만, 뭐어, 시이타가 좋아서 하는 일이니까 말이야. 다 된다면 구경정도는 가주지」 배심원들이 나가고 남아있는 것은 나와 시로우와 아츠오상만이 되었는데, 마치 그것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아직 자리에 있었던 시그마가 일어섰다. 「괜찮다면 뭔가 먹으면서 조금 얘기를 하지 않겠나?」 「네에, 좋습니다」 아츠오상이 그렇게 대답하고, 우리들은 시그마의 안내로 느낌이 좋은 작은 방으로 이동했다. 토우코상과 사쿠라코상이 너무나도 고양이가 좋아할 것 같은 식재를 모은 사치스러운 안주와 고급스러운 와인을 가져오고, 이것저것 서비스를 끝내자 또 조용히 나갔다. 「자아 그럼, 우선은 미츠오가 위험한 재판을 뛰어넘은 것에 건배할까」 시그마가 그렇게 말을 꺼내고 아츠오상과 시로우는 글라스를 들었지만, 나는 글라스에는 손을 댈 수 없는 기분으로 고개를 숙였다. 「왜 그러지? 잔을 들도록 해」 라고 재촉당해서, 「아직 시로우한테 사과하지 않았으니까요」 하고 대답했다. 「말했어」 시로우가 그렇게 대답하고, 말을 이었다. 「시로우는 분명히 들었어. 미츠오의 기분은 전부 다 알고 있어. 미츠오의 제일 큰 삶의 보람이 시로우가 아니라는 건 조금 슬프지만, 미츠오는 『시로우가 있으니까 죽을 수 없어』라고도 생각해줬으니까, 슬프다고 느끼는 시로우가 분명 어리광을 부리는 거겠지」 「에……」 하고 그만 시로우를 바라봤다. 삶의 보람이라든지, 죽을 수 없다든지……분명히 생각은 했었지만, 얘기하지는 않았는데……. 「그런데, 아까 우리들이 회람했었던 그림에 흥미는 없나?」 건배를 빼고 이미 와인을 마시기 시작하고 있던 아츠오상이 말하고, 내 앞에 한 장의 에칭화를 내밀어왔다. 「에, 이거……」 「자네의 범죄가 단순한 과실에 의한 것이고, 게다가 증언대로의 상황에서 일어났던 것을 입증한 파라독시컬한 증거물건이야. 자네는 이것에 의해 고발당하고, 이것에 의해서 구원받았으니까」 구도는 약간 달랐고 그려져 있는 내용도 바뀌어 있지만, 한눈에 본 순간 (베꼈다) 라고 느꼈다. 내가 그렸던 바다스타트왕은 무기 같은 건 가지고 있지 않은 반면 이 주인공은 나이프를 쥐고 있고, 내가 그린 그림에서는 야수는 개과의 재칼이었지만 이 그림에서는 표범이 되어 있어서……하지만 모티브는 똑같다. 이것은, 내가 그렸던 《바다스타트왕과 재칼의 시련》을 베낀 거야! 그 증거로, 《젊은 왕은 아름다운 미카엘라를 자신의 손으로 안기 위해, 열 마리의 야수와 싸운다는 무서운 시련에 감연히 도전했다》라는, 내가 거기에 썼던 시문의 요약임에 틀림없는 문장이 덧붙여져 있어! 「이건……아이하라상의……?」 「최신작인 것 같아. 뭔가 상에도 응모하고 있는 것 같은. 타인의 아이디어로 상까지 노리려하다니, 정말로 기가 막힌 예술가야」 「그렇습니까……그 사람, 이런 짓까지……더러워」 「타우가 마침 들렸던 긴자의 화랑에서 발견했어. 그 시문(詩文)을 보고서 『전진의 서』가 누출됐다고 판단해서, 내게 보고를 해왔어. 나는 즉시, 그 화가에게 비밀을 흘린 자를 캐내는 데에 들어갔는데, 자네의 이름이 나왔을 때에는 그만 하늘을 올려다봤지. 신이시여, 이것은 뭔가 착각입니다, 라고 말이야」 「그리고 실제로, 미츠오가 범한 것은 조심성이 결여된 어리석음이 원인인, 고의성은 없는 바보 같은 미스. 아이하라가 그것을 악용하지만 않았다면, 재판을 받는 사태 따위는 되지 않고 끝났겠지. 하지만 미스는 미스고, 문제로 삼아야만 하는 것은 원인이 아닌 결과니까, 그러한 판결이 나온 거지만 말이야」 「자네들과 얘기하고 싶은 건, 그 일이야」 시그마가 아츠오상과 시로우에게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나는 일족의 존재를 공표해야만 하는 시기에 와있다고 생각해」 「찬성입니다」 라고 즉답했던 것은 아츠오상. 「단지 그것을 하는 데에는, 종족차별에 의한 박해를 제거해서 일족의 안태를 지킬 수 있을 만큼의 자기방위력이 필수입니다. 정치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군사적으로도, 몸을 지킬 수 있을 만큼의 힘을 갖춘 상태에서 하지 않으면, 우리들은 눈 깜짝할 새에 멸종이라는 슬픈 운명을 맞이할 거야」 「그대로야. 하지만,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를 발견했어」 「엇차, 기다려주세요. 그 대답은 제게」 말하게 해달라고 계속할 작정이었을 아츠오상의 옆에서, 「왕도구나」 라고 시로우가 대답을 빼앗았다. 아츠오상에게 노려봐져도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고 둔감한 남자는 말을 이었다. 「정치력과 경제력은 이미 있어. 왕도에 군사력을 놓고 만일의 때에 대한 대비를 갖추면, 일족의 준비는 만전이야」 「그래, 우리들에게 필요하고 또한 결여되어있는 것은, 무슨 일이 있을 때에 세상의 일족 누구든 이의 없이 재빨리 모일 수 있는 집회장소, 즉 『세계거점』이야」 시그마가 말하고, 「그에 있어 『왕도』는 최적이지」 라고 아츠오상이 다음 말을 떠맡아 하고서는 (이 말로 결정됐군) 이라는 표정을 지었다. 나중에 들은 얘기지만, 오늘처럼 재판이나 상담을 할 일이 있어서 모이는 장소의 선정이라든지 하는 게, 일족에게 있어서는 항상 머리 아픈 문제가 되었던 것 같다. 예를 들어 일본에 있는 일족은 「무슨 일이 있다면 시그마의 저택에 모인다」라는 불문율을 가지고 있지만, 이게 일본의 일족과 독일의 일족이 뭔가 상담을 하지 않으면 안 되게 되었을 때에는, 일본에서 모이는가 독일에서 모이는가를 결정하는 데에 굉장한 노력이 드는 것 같다. 고양이들의 강한 영역의식 때문인 것 같은데, 그런 트러블이 「각국간이나 세계적인 상담의 때에는 『왕도』에 모인다」라는 불문율에 따라서 해결하면 일족은 언제든 하나로 모이는 것이 가능하고, 존재를 공표하는 것에 의해 일어날 트러블에 대응할 수 있을 만큼의 힘을 가진다……라는 이야기를, 세 사람은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럼 왕도에는, 공항과 군비가 필요해. 만들지」 「공항은 필요하지만, 군비를 놓아야만 하는가 어떤가는 잘 검토하지 않으면 안돼」 「저지력이 될지 도발이 될지, 미묘한 부분이니까」 끄덕인 아츠오상이, 화제를 바꾸는 어조로 말했다. 「그런데 시그마, 일족의 존재를 공표한다는 시그마의 제안이 통한다면, 저도 제안하고 싶은 게 있습니다」 「뭐지」 라는 시로우. 「말해봐」 라는 시그마. 단지 이쪽은, 아츠오상이 말하고 싶은 걸 알고 있다는 얼굴. 「일족을 공표하는 거라면 『전진의 서』에 대한 터부도 필요 없어집니다. 그리 되었을 때, 나는 미츠오에게 『전진의 서』의 그림이야기를 발주하고 싶어」 에……거짓말, 진짜로?! 「미츠오의 그림과 시문으로 읽은 『전진의 서』는, 인간들의 일족에 대한 이해를 계발(啓發)하는 데에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찬성이야」 시그마는 그렇게 미소 짓고, 나는 너무나도 기뻐서 현기증을 느꼈다. 정말로?! 진짜로?! 내가 그걸 그릴 수 있게 되는 가능성이 있는 겁니까?! 그런 내 옆에서, 시로우가 말했다. 「미츠오는 계속, 그 꿈을 꾸고 있었어. 자기가 일족에게 공인된 『전진의 서』를 그리는 화가로서 일을 하고 있는 꿈이야. 시로우는 그걸 원망몽(願望夢)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지금 여기서 이런 얘기가 되고 보니 예지몽이라고 생각하는 쪽이 좋을지도 모르겠어」 나는 움찔 놀라서 시로우를 바라봤다. 「너……어떻게 내 꿈을 아는 거야?! ……잠꼬대로 흘린 건가?」 「아니야」 시로우는 유감스러운 듯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미츠오는 시로우에게, 잠꼬대로조차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 그리고서 자랑스레 말을 이었다. 「시로우가 미츠오한테 감응했어. 시로우와 미츠오가 서로 사랑하고 있기 때문이야」 「에……그건……『감응(感應)』이란 거, 내가 생각하고 있는 걸 읽어버린다는 거야?!」 이 녀석, 텔레파시 능력자?! 하고 잠깐 식은땀이 흐르는 기분을 느끼면서 되물었다. 「읽는 것이 아니라, 느끼는 거야. 여기로 흘러들어와」 시로우는 자신만만하게 자기 머리를 가리키고, 문득 표정을 흐렸다. 「싫었어? 하지만, 시로우가 그러려고 생각하고 있는 게 아니야. 아―, 아니……미츠오의 마음속을 알고 싶다고 강하게 생각했을 때에 일어나니까, 시로우가 그렇게 하려고 하는 건가? 하지만 어쨌든, 미츠오가 싫다면 더는 안 해. 그러니까 시로우를 미워하지 마」 「아니……응, 깜짝 놀란 것뿐이야. 그런가, 고양이란 정신감응력도 있는 건가」 멍청하게 고양이라고 말해버렸다가 허둥지둥 「인묘」라고 말할 작정이었는데 잘못 나온 거라고 수습을 했다. 시그마는 기분 좋은 얼굴로 「괜찮아」라고 용서해주고, 아츠오상도 「미츠오의 나쁜 말투에는 익숙해」라고 납득해줬다. 윽, 나 말투가 나쁜가? 아, 그런가, 아츠오상들한테는 호되게 요괴고양이니 망할 고양이니 에로 고양이니 해대고 말았었지. 시로우한테도 마찬가지구나, 바보고양이니 하고 죽어라고……반성. [고양이 5] 왕 같은 고양이의 대관 (END) 왕 같은 고양이의 대관 (END) Written by 아키즈키 코오 네 사람만의 미니집회는 그 뒤 슬슬 흐름이 해산하는 쪽으로 흘러가 끝나고(이 부분이 역시 고양이야, 라고 그만 생각해버렸다), 시로우의 차에 올라타 두 사람만이 되었던 것을 찬스 삼아서 나는 하지 못했던 그 말을 했다. 「고작 내 오른손 하나를 위해서, 그런 엄청난 일을 맡아버리게 해서, 미안」 「미츠오가 마음 쓸 일은 없어」 고양이로서는 신중한 운전으로 NSX를 발진시키면서, 시로우는 빈말이 아닌 투로 말했다. 「시로우는 원래 왕도의 재건은 할 작정이었어. 그 건을 미츠오의 속죄로 이용할 수 있었던 건 럭키였어. 재판이 내일이었다면, 그렇게는 잘 될 수 없었을 거야. 시로우는 오늘 밤, 시그마에게 왕도를 발견한 보고를 하러 올 예정이었으니까」 「아―……그건?」 「요약하자면 타이밍의 문제인데, 시로우는 운이 좋았다는 얘기야」 아―우―, 논지를 잘 모르겠지만, 「……그래」 라고 말해두자. 「아직 신경 쓰고 있는 것 같으니까 말하는 건데, 시로우는 미츠오가 몰래 숨기고 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건 알고 있었어」 그런 소리를 꺼내서 「엣?!」하고 깜짝 놀랐다. 「미츠오는 뭘 숨기는 걸 잘 못해. 그 점이 귀엽지만, 일족 중 특히 직계의 앞에서는 미츠오의 거짓말이나 비밀은 통용되지 않는다고 알고 있는 쪽이 좋아. 모두 비밀을 캐내는 걸 아주 좋아하니까, 배가 고픈 사자 앞에서 등 뒤에다 고기를 숨겨보려고 하는 거하고 마찬가지로, 위험해」 그런가, 들킨 건가, 하고 묘하게 납득하면서 끄덕였다. 「……알았어. 하지만, 그렇다면 어째서 그만두게 하지 않았던 거야? 중대한 관습을 깨고 있던 건데」 대답은 이미 알고 있는 것 같은 기분으로 물었다. 「미츠오가 행복해했으니까」 아니나 다를까, 시로우는 내가 생각했던 대로의 대답을 했다. 「게다가 미츠오의 그림은 좋으니까, 시로우는 언젠가 그 터부는 해금이 될 거라고 생각했어. 모두 기분 좋은 건 좋아하니까 말이야. 사실 시그마는 그걸 보고 그게 관습을 깨는 것이 되지 않는 방법을 궁리하기 시작했어」 「그럼……아니, 설마. 그것 때문에 일족의 존재를 공표하려고 하는 건……」 「그건 일족의 오랜 비원이야. 지금까지 몇 번이나 얘기가 있었어. 시편 5에 나와」 「응? 아, 그런가, 그러고 보니」 「시그마는 기정사실을 모아서 비원을 달성하려고 해왔어. 제타가 모델이라는 눈에 띄는 일을 하는 것을 세계회의에서 승인하게 했던 것은, 커다란 성과였어. 미츠오의 그림 일도 묵인시켰고 말이야」 「에, 그런 거야?」 「판결은, 그림의 처분에는 닿지 않았어. 태우는 것이든 뭐든」 「아……그렇구나」 「배심원에게서도 이의는 나오지 않았어. 즉 시그마는, 그림의 처분에 대해서는 아무런 터치하지 않은 걸로, 그 존재를 묵인시키는데 성공했어」 「그런가……그랬던 건가아……」 「시그마는 능수능란해. 시로우도 존경하고 있어」 마침 그때 차는 맨션의 주차장으로 미끄러져 들어갔고, 우리들은 차에서 내려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아―아, 뭔가 오늘밤은 굉장한 밤이었구나, 녹초가 됐어……나락의 바닥과 천국을 연속 3회전 제트코스터를 타고서 왔다 갔다 한 기분이랄까? 수직강하 뒤에는 스크루상승으로, 기쁜 마음을 맛보기보다 아직 머리가 어찔어찔하다. 빨리 방으로 돌아가서 뒹굴 거리고 싶어. 엘리베이터에 올라타서, 시로우가 말했다. 「미츠오의 그림은 좋아하지만,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도 있어. 말해도 괜찮다면, 시로우는 여러 가지 주문을 하고 싶은데」 「응, 말해줘」 라고 대답한 내게, 그날 밤 새에 무지막지하게 신랄한 어드바이저가 달라붙어버렸다는 것을 알았다. 가지고 돌아온 내 스케치북을 넘겨보면서, 시로우는 「이 인물의 포즈는 부자연스러워. 아마 중심이 제대로 잡히지 않아서 그래」라든지 「이 구도는 의도가 분명하지 않아서 기분이 나빠」라든지 「이 원근표현은 계산이 어긋났어」라든지 하는, 듣고 보니 (과연) 하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체크를 넣어줬던 것이다. 게다가 그것은 미술 학교의 선생들이 해주는 체크보다도 적확해서, 이미 『스승님』이라고 부르는 수밖에는 없다는 느낌. 그리고 (이건 후일담이지만) 내가 (진짜로 말이야!) 『전진의 서』를 그리는 사람으로서 공인받자, 시비어한 『스승』은 단숨에 열명이나 늘었던 것이다. 즉, 시그마를 시작으로 하는 내 일에 흥미를 가져준 직계들이 불쑥불쑥 내 일을 보러 와서는, 그들의 미적 감각을 지닌 예리한 눈이 발견한 결점을 그들 식으로 염려하는 기색도 없이 꾹꾹, 퍽퍽 지적을 해줘서……예의 《재칼의 시련》같은 건, 대체 몇 십번을 다시 그리게 되었던지! 아주 무지하게 유익한 공부가 되기는 했다고는 해도, 내가 한번도 그들을 원망하지 않았을 리는 없다. 내 작업실 벽에는 「빌어먹을 고양이 자식들」이니 「시끄럽단 말이얏」이니 「말만이라면 고양이도 할 수 있어」라느니 하는 내가 중얼거린 말들이 분명히 배어들어 있을 것이다. 그리고 청천벽력이었던 내 재판이 머리가 어질어질해져버릴 것 같은 급전직하의 경과로 뭔지 잘 알 수 없지만 어쨌든 해피엔딩이라는 결말로 끝났던 다음 날. 나는 시로우의 「나가자」의 한마디로, 아프리카 여행길에 올랐다. 키우치상들도 함께로(타카오상은 빈집담당으로 남았지만), 전부 여섯 명인 우리들 일행은 나리타공항에서 다시 여섯 명의 멤버를 더했다. 소개에 따르자면 그 여섯 명은 고고학자랑 건축학자랑 기사들인 것 같아서, 「헤에, 일족은 인재가 풍부하구나」 라고 말했더니, 시로우에게서 「쉿」하고 주의를 받았다. 「에? 외부 사람들이야?」 「그래. 시로우가 대학 같은 데서 만든 아는 사이야」 「하지만 그거, 위험하지 않아?!」 왕도라고 하면 (고대유적이라고는 해도) 인묘일족의 본거지다. 「걱정 없어. 미츠오도 『일족』이라는 말만 쓰지 않으면 OK야」 시로우는 그렇게 설명하고서 주위에는 사람이 잔뜩 있는 공항의 출발로비라는 곳에서 갑자기 키스를 해왔다. 「와앗, 무, 무슨 짓이야!」 「교수들에게 비밀 이야기의 내용을 의심당하지 않기 위해서야」 「그렇다고 해서, 이런 장소에서!」 「커플이라면, 어디서 소곤소곤 이야기를 해도 의심을 사지 않아. 미츠오가 시로우의 것이라는 것도, 모두가 알았겠지」 「앗 그래! 그쪽이 목적인 거지? 다음에도 그랬다가는 때려눕힐 거야」 그랬더니 시로우는 내 말에 대한 반격을 키스로 해대서……정말이짓, 그만둬! 앗앗, 아, 안돼, 계속 하지 않았었기 때문에 허리에 와버린다구……. 「어떻게 된 거야? 때려눕힌다며?」 힘이 빠져버린 나를 안아 지탱하면서, 놀리는 웃음을 지어댄 시로우에게 내가 할 수 있었던 보복은 노려봐주는 것 뿐. 덕분에 나는, 교수들에게서 아무렇지도 않게 거리를 두어지게 되어서 어지간히 상처를 입었다. 그리고 이집트 카이로에서부터 한 번 더 비행을 해서 목적지에 도착하자, 또 다시 멤버가 늘었다. 현지인 두 사람을 포함한 준비팀 다섯 명이 『유네스코 세계유산 위원회 공탁사업―고대 바다 왕도 재건 프로젝트 일행분』이라는 현수막을 펼치고서 우리들의 도착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휘유, 유네스코 공인이야? 어느새 그런 수속을?!」 「국제연합에 『아는 사람』이 있어」 그건, 아마 일족의 사람 얘기겠지. 「현지 정부에 사업을 인가받기 위해서, 문화사업이라는 체재(體裁)를 취했어」 「과연. 하지만, 그 『바다 왕도』라고 하는 거, 괜찮은 거야?」 내가 말했던 것은, 약칭이라고는 해도 바다스타트왕의 이름을 공표하는 모양이 되는 점에 대해서 괜찮은 건지라는 의미였지만. 「재건이 완료된다면 『시이타 왕도』로 개명할 거야. 그때까지 참는 거야」 라는 대답이라니, 에에또, 얘기가 안 맞는데? 내가 걱정하는 건 기밀누설이 되는 게 아닌가라는 점인데 말이야. 현지 팀은 본거사무소와 주요 멤버의 숙사를 겸한 대저택과 이동용의 수직이착륙이 가능한 소형제트기를 준비해놓고 있었고, 우리들은 그 날 안에 왕도가 있는 장소로 날아갔다. 그곳은 아프리카 중앙고원 중에서도 특히나 녹음이 풍부한 임목지대 안의 「주위 50km 이내에는 인간들의 집락도 없다」라는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땅인 듯 하다. 하지만 주변의 집락에서는 숲 안에 있는 『고양이 신의 신전』에 대한 신앙이 아직도 이어지고 있는 것 같다. 「젬의 연인인 니나를 기억하고 있어?」 「물론」 「니나의 몇 대인가 전의 부모가 이 지방의 출신이라, 니나는 부모한테서 『고양이신의 신전』에 대한 전승을 들었었어. 그날, 니나한테서 그 이야기를 듣고서 혹시나 싶어서 조사했지. 니나가 젬의 애인이 된다면, 왕도발견의 공로자로서 초대할 거야」 「흐~응, 그런 힌트가 있었던 거구나」 「덕분에 교수들은, 이집트의 파라오 왕조에 『바스테트 여신』신앙의 원류를 부여한 미지의 문명이 아닐까 라고 상상하고 있으니까, 시로우로서는 딱 좋아」 「흐~응……바스테트 바스트 또는 우바스티 라고도 합니다 ^_^ 머리는 고양이죠 >.< 여신이라니?」 「전쟁의 여신인데, 고양이는 그녀의 화신으로 표현 되어있어」 「아, 딱이잖아. 그럼, 혹시 영웅왕의 모피 모습 상이라든지 하는 게 있어도 얼버무릴 수 있겠네」 「그대로지」 비행기는 커다란(게 아니라 광대한!) 숲의 옆 초원에 착륙하고, 그곳에서부터는 걸었다. 사전조사로서 몇 번인가 헬리콥터를 띄웠었지만, 랜드샛 위성의 카메라에는 분명하게 찍혀 나온 왕도는 어째선지 헬리콥터로는 발견할 수가 없어서, 지도에 의지해 도보로 답사하는 수밖에 없다는 게 되었던 것 같다. 우리들은, 가장 가까운 집락에서부터 와준 원주민의 안내로 숲을 가르고 들어갔는데……주위 50km에 사람이 없는 것은 그곳이 야생의 나무들이 빡빡하니 무성한, 사람이 다닐 길이 없는 정글이기 때문이라는 걸 알았다. 하지만 우리들의 목적지는 그 반경 50km의 대수풀의 중심에 있다. 즉 우리들은, 길 아닌 길을 가르면서 50km의 정글을 가로지르지 않으면 안 된다는 얘기!! 트레킹 부츠랑 야외활동용의 복장 같은 건 스탭 분들이 한 가지도 빠짐없이 준비해줬지만, 빽빽이 자란 잡목을 가르고 나아가는 길은 포장도로에 익숙한 발에는 하드한데다가 나방에게 덮쳐지고 거머리한테 빨리고, 뱀도 독사도 우글우글 대고! 야영 이틀째에, 나는 「이젠 싫어!」라고 소리를 질렀다. 「이런 여행이 되리라는 소리는 못 들었어! 녹초가 됐고 발은 아프고, 나는 더는 무리야, 돌아갈래!」 직업상 너무나도 데스크 워크만 했을 학자선생들이랑 식료나 텐트를 짊어져주는 스탭 분들도 모두 피곤하다는 건 알고 있었다. 나만 이런 떼를 부리는 건 한심하다고도 생각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나는 도시에서 태어난 빈약한 현대의 아이라, 눈 깜짝할 새에 체력과 기력의 한계에 와버렸던 것이다. 「하지만 돌아가려면, 왔던 길을 다시 돌아가니까 또 이틀이 걸리는데?」 시로우가 해준 달래는 어조의 그 말 내용에, 울컥해서는 달려들었다. 「하지만, 걷고 또 걸어도 도착하질 않잖아! 왕도 같은 게 어디에 있다는 거야!」 「앞으로 하루면 도착해」 「아, 그래, 그러셔. 그러면 좋지만 앞으로 하루를 걸어서 도착한다면 도착하고서 돌아오는 데는 또 사흘을 걷는 거잖아?! 여기서 빠지면 이틀로 돌아갈 수 있지만 왕도까지 갔다가 돌아간다면 나흘이잖아! 나한테는 더는 그런 체력은 안남아 있어! 이젠, 돌아가고 싶어~」 훌쩍훌쩍 울어버린 내게, 시로우는 너무나도 곤란한 표정으로, 「그렇게 지친 거야?」 라고 물어왔다. ……나도, 혹시 자신이 리더이고 멤버한테서 이런 소리가 나오게 된다면 곤란해져버리겠지. 그러니까 사실은 입 다물고 참아야만 하지만……미안해, 시로우, 나란 녀석은 근성이 없어서……. 「아앗, 이젠 휘청휘청에다가 흐늘흐늘이야!」 「그럼, 내일 하루하고 돌아가는 사흘은 시로우가 미츠오를 업고 갈게」 시로우는 진지한 얼굴로 그런 제안을 해주고 나서, 갑자기 내 귀에 입을 가까이 대오고는 한층 더 소곤소곤 작은 말했다. 「그리고, 하는 것도, 미츠오가 기운을 차릴 때까지 기다릴게」 「……에? 하다니……뭘?」 「섹스 말이야」 「세……! ……라니, 발정기가 왔어?! 아직 반년도 지나지 않았는데?」 「그 말 그대로지만, 그래. 사실은 지금 당장이라도 하고 싶지만, 참을게」 「으, 응, 여기서는」 나는 말했다. 우리들이 있는 곳은, 키우치상들도 함께 있는 좁은 텐트 안이니까. 하지만, 그런 말투를 썼던 것이 실수였다. 「여기서가 아니면 되는 거야?」 라고 시로우는 눈을 반짝이고서, 「아아, 냄새가 나. 미츠오도 하고 싶구나?」 라는 말을 꺼냈다. 그리고 나는, 허둥지둥 하는 새에 텐트에서 납치당해 나무 숲 안으로 끌려들어가, 현지 사람들한테 있어서는 신성한 장소라는 것 같은 나무들이 무성한(곳이라서 나방도 많아!) 밤의 숲 속에서, 처음으로 야외 H를 경험하게 되어버렸던 것이다. 아아, 정말, 시로우 이 바보 고양이! 틀림없이 모두한테 소리가 들려버렸을 거고, 덤으로 당치도 않은 곳을 나방한테 물려서, 간지러워 미칠 거 같잖앗. 다음날, 시로우는 정말로 나를 업고서 하루의 행보를 끝냈고, 저녁 무렵에는 그곳에 도착했다. 그것은 내 상상을 훨씬 뛰어넘은, 너무나도 거대한 석조유적이었다. 갑자기 정글이 끝났다고 생각했더니 그곳은 폭 30미터는 됨직한 거석들이 쌓인 해자(垓字)로 나눠진 못으로, 깊이 10미터는 됨직한 해자의 건너편 벽은 그대로 높이 20미터는 됨직한 성벽이 되어서 우뚝 솟아있고, 해자와 성벽은 서로 부드러운 호를 그리면서 좌우 멀리 이어져있고……. 이 장대하고 압도적인 위용을, 나는 어떻게 그려야 되는 거지. 이런 거……아연해져. 그리고 안으로 발을 들여놓고 보니, 왕도는 더욱 더 우리들을 경탄하게 만들었다. 여기저기 부서지기는 했지만 당시를 머리 속에 충분히 그릴 수 있을 개미집의 둑과 같은 집합주택형식의 돌로 된 마을은, 7개의 성벽을 안쪽으로 좁혀 들어가는 형식으로 한 층씩 높이 쌓아올려져, 가장 안쪽의 8층높이의 에어리어 중앙에는 잉카의 태양 신전처럼 높다랗게 우뚝 선 기단 위에 갖추어진 장려한 왕궁이 있었다. 왕궁도 포함한 왕도 전체가 풍우와 녹음의 침식으로 많이 파손은 되어 있었지만, 우리들의 열광은 그런 걸로 찬물을 뒤집어쓰거나 하지는 않았다. 「굉장해, 굉장해, 시로우! 이거 전부 네 선조들이 만든 거야?! 몇 천 년이나 옛날 시대에?! 아앗, 너무나 굉장해! 스케치하지 않으면, 스케치! 우와아, 스케치북을 한권밖에 안가지고 왔어! 절대적으로 모자라, 시로우, 어떻게 안 될까?!」 시로우는 어떻게 해줬다. 왕궁의 앞에 펼쳐지는 신궁구장(神宮球場)의 그라운드 정도의 면적의 광장을 임시 헬리포트로 만들어서, 다음날부터 서둘러 헬리콥터를 사용해서 물자랑 인원을 옮겨 들이기 시작했던 것이다. 덧붙이자면, 헬리콥터로 온 선유조사대가 왕도를 발견할 수 없었던 것은, 도시의 석판이 쌓아올려진 위로 정글의 나무들한테서 날아온 씨앗에서부터 싹이 튼 나무들이 자라, 상공에서 보면 밀림의 일부로밖에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수송헬기의 최초 작업은 이미 자란 나무랑 관목이 무성한 광장에 이착륙용지를 만들기 위해서, 동력톱이랑 소형 포크리프트라고 하는 용구들을 지상에서 무선 지시로 호버링한 상공에서 내리는 작업이 되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 눈으로 봐도 어려울 것 같은 작업이 사고도 없이 잘 진행되어 갔던 것은, 헬기의 파일럿이 고양이 같은 감을 가진 숙달가였기 때문이다. 작업용구가 들어오자 나랑 학자선생들도 팔을 걷어붙이고 광장의 벌채를 했는데, 시로우는 특히나 커다란 30그루 정도의 나무는 남겨 놨다. 시편 3에 나오는 《왕과 왕비가 아침저녁의 산책을 즐겼던 나무그늘》의 아들내지 손자 나무일게 틀림없다고 말하고서. 시로우는, 도착하자마자 바로 문제가 되었던 오늘밤의 잠자리 장소(그곳은 이후의 베이스캠프로도 사용되었다)로서, 가장 안쪽의 제 1 성새 안의 왕궁 가까이에서 발견한 손상이 적고 안전한 것 같은 일곽을 골랐다. 지금 식으로 말하자면 8DK정도인 주거가 6호분 정도는 깨끗하게 남아있는 곳이 있어서, 그 중에 벽이랑 천정이 붕괴할 걱정이 없는 것 같은 한 칸을 숙사로 쓰기로 했던 것이다. 베이스캠프에서의 첫 번째 밤은, 정글 안에서의 야영과 그다지 상황이 변하지 않은 텐트를 쓰는 대신에 돌로 된 동굴 같은 집에서 자는 것뿐이었지만, 헬리콥터가 와서 물자의 수송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자 시로우는 그 날 안에 우리들의 숙소를 바닥에는 융단, 잠자리는 프랑스 침대, 창이랑 입구에는 벌레막이의 방충망 완비라는 쾌적한 주거공간으로 개조했던 것이다. 하지만, 나를 향해서 득의만만한 얼굴로 「이걸로 제대로 된 부부생활을 즐길 수 있어」라니……. 「확실히 방충망과 침대는 기쁘지만, 우리들의 방만 이렇다는 건, 안 좋지 않을까?」 「시로우는 오너이니까 이정도의 특권은 당연하지만, 미츠오가 신경이 쓰인다면 다른 자들의 주거에도 배려를 하도록 하지」 「응, 그러는 쪽이 좋아」 그런 이유에서, 다음날에는 스탭인 사람들도 전원, 벌레로 고민하지 않고 침대에서 잘 수 있게 되었는데 어찌된 건지 시로우보다도 내 쪽이 감사를 받았다.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요. 그저 우리들만 사치스런 잠자리라는 건 좋지 않다고 생각해서, 시로우한테 말한 것뿐인데」 「아니야~아니야, 자네가 말해줬기 때문에, 우리들은 진짜로 살았다구」 학자들 중에서도 고령인 고고학 교수는, 내 손을 붙잡고서 속삭였다. 「시로우군은 천재적인 두뇌에 걸맞게, 선조의 땅이라는 고대유적을 복원해버리려 하는 놀랄만한 실천력의 소유자이지만, 여기니까 하는 얘기지만, 다른 사람한테는 전혀 신경이 미치지 않는 타입이잖아. 굳이 말하라면, 그쪽 방면으로는 너무나 둔감하달까」 「네에. 완벽하게, 다른 사람은 눈에 들어오지 않는 자기중심적이지요, 그는」 어쨌든 고양이니까요. 「그 점에서 보자면, 자네는 배려를 잘 하는 타입이고, 자네가 그에게 있어서 대등하게 맞설 수 없는 파트너라는 것은 정말로 고마운 일이야. 여기서만 하는 얘기지만 말이야」 「아―……숙소 이외에도 뭔가 곤란하신 점이 있는 겁니까?」 그렇게 운을 띄워봤던 내게, 고고학 교수는 (살았다!) 라는 식으로 눈을 반짝이고 말했다. 「실은 말이지, 제대로 된 화장실의 설치를 꼬옥 조속히 부탁하고 싶어」 「아……그렇군요. 저도 생각했었어요」 「나는 먹는 쪽에 관해서는 순응력에 자신이 있지만, 그, 내놓는 쪽에 관해서는 가능하면 청결한 개인 화장실이 필요해서 말이지. 자백하자면, 계속 변비상태야」 「알겠습니다. 저도, 적당한 장소에서 들개 화장실 방식인 데는 익숙해지지 않아서 변비기미니까, 서둘러 시로우한테 상담해보겠습니다」 「미안하네, 잘 부탁해」 나는 그걸, 공사현장이랑 이벤트 회장에서 쓰는 것 같은 유니트 식의 간이 화장실이라도 괜찮으니까 어떻게 안 될까 라는 식으로 시로우한테 말했는데, 시로우는 다음날 공수에서 5개의 화장실(화장지가 확실하게 딸린!)을 도입해줬다. 고고학 교수는 너무나 기뻐하며 최초 사용자가 되고, 하는 김에 「미츠오군의 덕분이야」라느니 하며 퍼트리고 다녀줬던 것 같다. 나는 화장실을 원했던 모두에게 커다란 감사를 받는 것과 동시에, 시로우에게 직접은 말하기 힘든 부문에 대한 이런 저런 상담을 해주는, 곤란한 일을 처리해주는 것 같은 지위(?)에 등극하게 되고 말았다. 뭐어, 상관없지만. 나는 재건공사의 일면에서는 도움이 되질 않고, 발정기에 들어가서 아침 낮 저녁의 H가 필수가 되어있는 시로우의 상대를 하는 것 이외에는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마음이 명하는 대로 스케치에 힘쓰는 정도밖에 할 수 있는 일이 없으니까. 그건 그렇다 치고, 시로우의 일처리 속도는 보통이 아니었다. 우리들이 왕도에 도착하고 3일째에는, 제 6성새와 제 7성새 사이의 『제 7구』에 부흥작업에 들어갈 작업원들을 위한 200인분의 텐트촌이 만들어지고, 20일째에는 왕도 전체를 둘러싸는 제 7해자 밖의 정글을 개간한 장소에 대형 크레인차등의 중기재를 운반하는 대형 헬기랑, 인원수송에 편리한 수직이착륙 제트기가 도착할 수 있는 본격적인 에어포트가 완성됐다. 그리고 주위 6km의 초거대한 고대도시를 「일족이 다시 살 수 있는 장소」로 부활시킨다고 하는 전대미문의 대 프로젝트가 움직이기 시작했던 것이다. 아낌없이 돈을 쏟아 부어 모은 200명을 넘는 건축기사랑 석공직인들이, 학자들의 추정에 따르면 최대 2만 명의 인구를 수용할 수 있다는 돌의 마을을 성심껏 수복해간다. 그 마을은, 인묘들의 미적 센스를 만족시키기 위해서, 나로서는 과다해 보일 정도의 조각으로 꾸며져 있었지만 이가 빠졌거나 함몰되어있던 장식들을 수복하는 것만으로도 굉장히 손이 갔다. 게다가 시로우의 계획은 이 왕도의 완전부흥이었기 때문에, 외관을 수복하는 것과 동시에 현대적인 상하수도시설이랑 태양전지를 이용한 전력공급 시스템의 정비도 행해졌다. 「그러고 보니 이 유적에는, 어디에서도 물을 끌어온 흔적이 없는데. 대체 2만 명이나 되는 인구를 어떻게 부양했던 걸까나. 꽤나 수수께끼야」 「그다지 수수께끼는 아니야. 우물이 있어」 「하하, 설마. 이 고지대에서, 게다가 이런 오르막 언덕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마을이라구. 수맥까지 닿으면 200미터 정도는 땅을 파지 않으면 안 되겠지. 이 유적의 연대는 추정 6천년 전. 기술적으로, 그런 깊은 우물을 파는 건 불가능해」 「하지만, 우물은 있어. 교수가 지금 마시고 있는 현미차는, 제 7구의 우물에서 뜬 물이야」 「히엣?!」 「확실하게 청소를 하고, 수질검사도 마친 우물의 물이니까, 배앓이를 할 염려는 없어」 「저, 정말이야?!」 「시로우는 끓이지 않은 생수를 마셨지만, 배는 아무렇지도 않아」 「아, 아니, 그게 아니라, 우물 말이야」 「정확히 말하면, 우물이 있었던 곳을 파고서 청소를 해봤더니, 물이 나왔어. 깊이가 60미터나 되서 큰일이었지만, 유럽 마을의 우물 직인들이 열심히 했어. 하지만 제 6구 이상의 우물은 훨씬 깊어. 인간이 안으로 들어가서 작업을 하는 건 어려우니까. 리모콘 조작의 로봇을 도입할 거야」 「어어어어째서, 우물을 발견했다면 발견했다고, 나한테 한마디도 안했나! 청소 같은 거 보다 조사가 먼저잖아!」 퍼런 힘줄을 띄우고 버럭버럭 노성을 지른 고고학자를 향해서, 시로우는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조사하고 싶은 거라면, 어느 거든 마음대로 조사하면 돼. 우물은 5, 6백 개는 있어」 그 뒤, 그 선생은 10개 정도의 우물을 조사했던 것 같다. 뻥실뻥실한 얼굴로 나한테도 발견품을 보여줬지만, 깨진 접시니 목이 나간 인형이니 유리조각이니 하는 것의 가치는, 나한테는 핑하고 오지 않았다. 어쨌든, 왕도 안의 몇 백 개나 되는 우물은 모두 수복되어, 그 하나하나에 태양전지를 사용한 전동펌프가 신설되고 각 주택에 수도꼭지를 틀면 물이 나오는 수도시설을 둘러치는 계획이 세워졌다. 또 고고학자들의 노력에 의해 해명된 오수처리 시스템은, 현대적인 수질정화설비를 첨가해서 겉보기에는 고대적인 도시의 화장실은 수세방식으로 정비되게 되었다. 거기다가 전화(電化)도 이루어놓는다는 방침으로, 최신기술에 의한 설계와 시공이 진행되게 되었는데……내 초보자적인 판단으로 말하자면, 시로우는 뭐든 단숨에 해치우는 경향이 좀 심한 편이다. 석 달이 지났어도 작업은 더디게 밖에 나아가지 않는다는 느낌이라, 시로우는 다시 300명의 석공직인이랑 배관기술자랑 전기공사인을 투입했다. 「어쨌든 2년 이내에 완성시키지 않으면 미츠오의 이 손이, 시로우를 쓰다듬어줄 수 없게 되어버리니까」 라는 소리를 듣고서, 엄격한 기한한정이 붙은 일이었다는 것을 떠올렸지만. 「하지만 말이야, 자금 쪽은 괜찮은 거야?」 내가 보기에, 시로우는 억 단위의 돈을 물 쓰듯이 쓰고 있는 것 같은데. 「세계의 일족들이 헌금을 해주고 있어. 현재의 수지잔고는 2조 8천 7백억엔인데, 아직 모자랄까?」 「그……그런 바보처럼 커다란 단위의 돈 이야기를, 서민인 내가 알 수 있을 리가 없잖아?!」 아――정말――, 앞으로 일절 돈 얘기는 그만두자. 심장에 나빠. 공사가 시작되고 나서 반년정도가 지난, 어느 일요일. 때로는 마을 안에서 휴일을 보내자고 해서, 시로우와 둘이서 외출을 한 가장 가까운 마을(제트기로 3시간이 걸렸지만!)의 번화가에서 생각지도 못하게 떡하니 아버지랑 만났다. 니콘의 로고가 들어간 백을 어깨에 걸친 본 기억이 있는 흉악한 면상의 중년남자가 다가오길래, 「에, 아버지?」 라고 말을 걸었더니, 그쪽도 「미츠오냐?」라고 눈을 휘둥그레 떴다. 「와아, 우연이야! 건강한 거 같으네」 라고 악수를 하려고 했더니 멱살을 붙잡혀가지고 쫘악 따귀를 얻어맞았다. 시로우가 샤악 하고 반응했지만, 아버지는 무시하고서 나를 까닥까닥 흔들어대며 노성을 질렀다. 「이 불효자식 놈아! 어째서 사는 집 정도는 연락하지 않았어! 갑자기 집을 나간 너를 엄마가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기는 하냐! 그 정도도 생각해줄 마음도 없는 거냐, 바보자식!」 「아니, 하, 하지만, 고, 고양이 신부가 된 아들 따위, 부모님들은」 「그 일로, 난 미오한테 죽어라고 혼이 났다구! 미츠오가 나간 건, 내 말투가 나빴기 때문이야, 라고 말이야!」 「엄마한테는 편지를 쓸게」 「당연하지!」 그리고 아버지는 노여움의 창끝을 시로우에게 돌렸다. 「그리고, 네놈도 그래! 인간사회에서는, 부모한테는 확실하게 허락을 받는 게 예의지!」 「미츠오가 비밀로 하고 싶어 했어」 「그게 뭐야?! 하지만 네놈은, 다 까발린데다가 미츠오를 빼앗아가지고 달아났잖아!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억지 부리지 마!」 「그래서? 아버님은 미츠오를 도로 빼앗을 생각이야?」 시로우가 기분은 이미 전투모드에 들어간 것 같은 어조로 말했다. 「그만둬, 시로우!」 라고 말려놓고, 나는 아버지한테 말했다. 「나는 시로우하고 헤어질 마음은 없고, 집으로 돌아갈 생각도 없어. 그, 허가를 해줄 수 있는 거라면 얼굴을 내밀기는 하겠지만. 에에또, 엄마한테 걱정을 시킨 사과를 하러 말이야」 「흥. 너는 자신이 『고양이의 신부』여도 좋다는 거냐?」 「응」 아버지의 무쇠주먹을 각오하면서, 나는 대답했다. 「문화의 차이랄까 가치관의 차이랄까, 애정만으로는 납득할 수 없는 면도 여러 가지 있지만, 그래도 나는 시로우를 사랑하고, 일족도 좋아하니까」 그리고서, (이런 길거리에서 할 얘기는 아니야) 라고 생각하면서 아버지를 향해 머리를 숙였다. 「부모님들로서는 바라시는 바가 아니겠지만, 저는 시로우의 『아내』로서 살겠습니다. 죄송합니다」 「그렇다면 도망치지 마」 아버지는 다른 쪽을 보고 토해냈다. 「내가 울컥했던 건, 너희들이 비겁한 핑계 따위만 대고 있기 때문이야」 「응……그렇네, 지금은 그렇게 생각해. 미안. 오늘밤 엄마한테 전화할게」 아버지는 딴 쪽을 보는 채로 끄덕이고, 「그런데」 라고 얘기를 바꿔왔다. 「이런 곳에서 뭘 하고 있는 거야?」 「시로우의 선조들이 만든 『왕도』의 재건공사야. 아, 일족의 왕도라는 건, 물론 비밀이지만」 「혹시 유네스코 공탁사업인 『고대 바다 왕도』 얘기하는 거야?」 「어, 알아?」 「이 세계적인 불황의 시대에, 어떤 도락가에 졸부인 거냐, 라고 세계가 질려서 기막혀 하고 있다구」 「앗하」하고 나는 웃었지만, 시로우는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도락이 아니야. 시로우가 대관(戴冠)하기 위해서야」 「에, 너, 왕이 되는 거야?」 그런 소리 처음 듣는다구, 라고 뒤돌아본 내게 시로우는 깊숙이 끄덕였다. 「왕도는 시로우가 다시 부흥시키니까, 완성한 왕도는 시로우의 영역이 되고, 왕도의 주인은 『왕』이야」 「아―……그렇게 단순한 논리로 나가는 거야? 확실히 프로젝트의 지휘를 잡고 있는 건 너지만, 출자하고 있는 건 일족의 사람들이잖아? 멋대로 혼자 결정해버리면 불평이 나오지 않겠어?」 「그런 불평은 할 수 없어」 시로우는 그렇게 가슴을 폈지만, 괜찮은 걸까나. 왕도가 완성된 순간, 피로 피를 씻는 패권전쟁이 되는 건 싫은데. 아버지는, 작년에 이어서 왔던 케냐 촬영을 마치고서 왠지 마음이 동해서 귀국 전에 훌쩍 발을 돌려왔던 게, 나하고 만난다는 우연의 혜택을 받았던 것 같다. 「어쩐지 필이 왔던 건지도 모르지」 라고 웃었던 아버지를, 우리들은 재건공사중인 왕도로 초대했다. 아버지는 나와 마찬가지로 장대한 왕도의 모습에 너무나 감동해서, 아직 공사의 손이 미치지 않은 구역도 포함해서 펑펑 사진을 찍고 다녔다. 「마음에 든다면 2, 3일 묵고 가도 좋아」 라는 말로, 공사가 진행 중인 제 1구의 집 한 칸을 제공받은 아버지는, 수도꼭지를 틀면 찬물도 더운물도 나오고 냉장고에는 차가운 맥주도 들어있는 데에 두 번째로 놀랐다. 「어이어이, 무지막지하게 멋진 『재건』을 해대고 말이야아. 보통사람이었다면, 아마 생각도 못할 거라구」 「완성되면, 왕도 전체가 리조트 호텔 같은 설비를 갖추게 돼」 「그래서? 왕께서는 호텔업을 시작할 건가?」 「아―, 어떨까. 그러고 보니, 재건한 다음 계획은 아무것도 듣지 못했어」 「이런~이런, 역시 고양이 왕님의 신부님이시군」 아버지는 질렸다는 얼굴로 어깨를 으쓱이고, 「뭐, 저런 녀석하고 어울리려면, 그 정도로 얼빠진 구석이 있는 게 딱 좋겠지」 라고 쓴웃음을 짓고, 툭 하니 내 어깨를 두들겼다. 「우리들은, 네가 행복하게 되는 거라면 불만은 없어. 미오한테 선물해줄 좋은 얘깃거리가 생겼어」 그건 아버지에게서의 용서이자 축복이라, 나는 기뻐서 조금 울어버렸다. 나한테서 그 이야기를 들었던 시로우는, 다음날 저녁 식사 테이블에 자기가 잡아온 「진귀하고 맛있는 새」를 제공해줬지만, 아버지는 아름다운 날개로 장식되어 있는 그 구이를 보자마자, 「바보자식! 이 녀석은 국제보호조라구!」 하지만 「이미 구워버린 건 어쩔 수 없어」라는 이유로, 아버지도 착실하게 그 새를 먹고서 「확실히 맛은 있지만, 이 녀석은 멸종 위기종이 되기 직전인 새라구. 두 번 다시 사냥하지 마」라고 다시 한번 못을 박았다. 시로우는 납득한 얼굴로 「알았어」라고 대답했다. 그리고서 두 달 정도가 지난 어느 날. 파리에서 발송된 젬으로부터의 소포가 도착했다. 내용물은 젬이 주연한 영화 《화려한 돈 주앙》의 데모용 비매품 비디오로, 덧붙여져 있던 카드에는 『그쪽은 영화관 따위 없는 시골 촌구석이라는 소리를 들어서, 문명세계에서 최근 붐을 일으키고 있는 정보를 보내주지』라는 코멘트. 시로우는 서둘러 기재를 가지고 오게 해서 제 2구에 있는 극장에서 공사관계자들에게도 공개한 상영회를 했는데, 이게 아주 딱이었다. 스토리는 지극히 단순해서, 젬이 연기하는 바람둥이 색남이 손을 대면 대는 족족 미녀들을 사랑의 포로로 만들어 버리고, 게다가 차버린 여자의 저주로 죽어서 지옥에 떨어진 것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다. 지옥의 마왕을 농락해서 그대로 살아 돌아오고, 천벌을 주러 온 천사도 자기 편으로 만들어버려서 『영원한 생명을 주는 나무의 과실』을 손에 넣어 천년이나 미녀들과 잘 즐기고 있습니다, 라는 라스트인데――. 그 멍하게 입을 벌리게 만드는 쾌락지상주의와, 절세의 미남인 젬과 선발된 미녀배우들이 펼치는 멋지기도 하고 강인하기도 한 사랑의 밀고 당기기의 끝인 상당히 하드한 H씬이, 인간이 가진 꾸밈없는 원망(願望)에 완전히 빠져있달까……게다가 한없이 포르노틱한데 단순히 포르노로 빠지지는 않았다. 아마, 젬이 가진 천성의 순진무구함과 기품에 도움을 받은 것일 테지. 으~응, B급틱하지만, 일종의 명작……? 나중에 들은 얘기로는, 평론가들의 표는 절찬과 혹평의 딱 둘로 나뉘었다는 이 《화려한 돈 주앙》은 롱런히트로 돈을 벌어들였고, 비디오가 발매되자 영화관이랑 대여비디오로 봤던 사람이 전원 한 개씩 샀다고 밖에 생각되지 않는 듯한, 전대미문의 수를 판매했다는 결과를 냈다고 한다. 나는, 분명 모두 애장품이라기보다 애용품으로서 샀겠지 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공사개시로부터 1년이 지나, 왕궁을 제외한 제1구와 제 2, 3구의 공사가 완성되었을 무렵에, 왕도는 빈객들을 맞이했다. 일반 스탭들에게는 「이 프로젝트의 출자자들」이라고 설명된 그들은, 일족을 대표하는 입장으로서 모인 각국의 장로직계들인데 물론 그 중에는 시그마도 있었다. 시로우는 그들이 차분한 마음으로 회의를 할 수 있도록, 제 1구에 일반인의 출입을 금지하고 키우치들 방계 일족으로 편성된 경호팀에게 제 1성새의 출입구를 막게 하고서, 그들의 비밀과 안전을 지키게 했다. 아직 부흥도중이라고는 해도 신생왕도에서 행해진 제 1회 세계회의가 된 그곳에서의 의제는, 시로우가 일족의 오랜 비원이라고 했던 『일족의 존재를 세계에 밝히는가 아니하는가』로, 논의는 초승달이 만월이 되고 그것이 반 정도로 이지러질 때까지 이어졌다. 말이 그렇지, 그만큼의 날들을 쉼 없이 죽어라고 토의를 계속했던 것은 아니다. 그들의 회의방식이라는 것은 굉장히 느긋한 것이라서, 점심시간에는 모두들 각자 모피모습으로 느긋하게 쉬고(그걸 위해서 시로우는 출입금지령을 냈던 거다), 저녁 무렵이 되어 바람이 서늘해지기 시작할 즈음에는 누구부터랄 것도 없이 모이기 시작해서 무심히 회의가 시작된다. 그때에는 모두 사람의 모습으로 찾아오지만, 광장의 커다란 나무 그늘에 원진을 짜는 것도 아니라 그냥 각자 흩어져서 말하고 싶은 자는 발언하고 나머지 사람들은 듣고 있는 건지 아닌 건지……라는 느낌인 그런 모습은, 아무리 봐도 집고양이들이 길 뒤 같은 데에서 하는 고양이 회의랑 딱이다. 하지만 웃어버렸던 건 맨 처음뿐이었다. 그렇게 여유만만하게 조용한 대화를 계속해가는 그들의 모습은 우아하고 귀족적이어서, 능률을 올려 죽어라고 열심히 정리하는 인간들의 회의는 그저 빈곤성의 산물인 거 아닌가라고 생각하게 된다. 덧붙여 회의에 모여왔던 장로들은, 시그마처럼 모두 아직 보기에는 젊고 최연장으로 보이는 영국에서 온 Sir. 히콜리도 고작 40대 즈음. 그리고 일족 특유의 미모의 소유자인 모두들은, 모두 맞춘 것처럼 고대 의장틱한 넉넉한 복장을 입고 있어, 그들의 모임은 신화적인 분위기마저도 띄고 있어서……. 그 자리에서 스케치하는 건 위험할 테니까, 해가 떠서 방으로 돌아가고 나서 그렸었지만, 시그마한테 들켰다. 「보여줘」 라는 소리를 듣고 움찔움찔 제출했지만, 「이게 좋은데. 내일까지 완성시켜서, 회의장에 가지고 와줘」 라는 소리를 들었다. 그건 장로회의에서, 내가 그림을 그리는 것에 대해 묵인 하의 인가라도 받아줄 생각인 거야? 그렇다면 열심히 하지 않으면! 나는 시그마가 지명한 한 장을 완성하기 위해서 철야로 힘을 내서, 어떻게든 자기만족에는 이른 그림을 완성시켜서 평소대로 저녁 무렵에 시작된 회의장으로 가지고 들어갔다. 시그마는 그것을 전원에게 회람시키고, 모두가 지긋이 보기를 끝냈을 때에 말했다. 「이 회의의 결론이 슬슬 보여서, 이 제안도 허가될 것이라 판단했어. 나는, 미츠오에게 『전진의 서』를 그리게 하고 싶다고 생각해. 미츠오도 그것을 바라고 있어. 여러분들의 의견은 어떠한지」 한동안 아무도 말하지 않아, 나는 두근두근하는 게 높아져서 숨쉬기 괴로워졌을 즈음 중국에서 와있는 미야오타렌이 고상한 척하는 모습으로 말했다. 「그의 그림에는, 우리들의 고귀함과 미덕에 대한 숭배심이 넘치고 있소. 굉장히 좋다고 생각해」 「고맙습니다. 제가 이 제안을 냈던 것도, 바로 똑같은 이유입니다」 시그마가 공손하게 대답하고, 나를 바라보고서 말했다. 「이걸로 자네는 정식으로 『전진의 서』를 그리는 자로서 인정받았어. 모두의 기대를 배신하지 않는, 좋은 작품을 남겨줘」 엣?! 거짓말―! 이라고 생각하지만, 「감사합니다!!」 라고 감격으로 머리를 숙이면서, 나는 가슴 속 한구석에서 (굉장히 간단히 결정되어버렸네) 라고 생각했지만, 같이 있던 시로우가 나중에 말하기를, 「그렇게 전원일치로 승인을 얻어내다니, 역시 미츠오야」 「에? 그게 전원일치?」 그만 되물은 내게, 시로우는 (몰랐던 거야?) 라고 나무라는 표정으로, 「그래」 라고 끄덕였다. 「아무도 반대라고 말하지 않았었지? 즉 전원이 찬성이라는 거야」 「아……그런 결의방법이구나」 「한사람이라도 반대자가 있으면 결론은 평결로 나가지만, 평결의 결과로 나온 승인은 전원일치의 그것보다 격이 낮고, 원래부터 수로 이겨서 결론을 낸다는 것은 아름답지 않은 방법이야. 미츠오의 화가취임은, 시원스레 전원일치를 얻는다는 최고의 아름다운 형태로 승인되었어. 이건 자랑해도 좋은 일이야. 그래, 이걸 시문으로 해서 기념비를 만들자」 「에, 에~엣?! 돼, 됐어, 그런 거!」 「그래?」 「아, 아니, 그런 거 까지 하지 않아도 말이지」 「중요한 일이야」 시로우는 책망하는 투로 말하고, 다음날 서둘러 석공 직인 중 명공인 한사람에게 기념비를 발주했다. 사흘 뒤에는 완성된 그것은 제 1구의 우리들의 집 현관 옆에 끼워 넣어졌지만, 그곳에 새겨진 문자는 나로서는 도저히 읽을 수 없는 거였다. 「저기이, 이거……무슨 말이야? 글자도, 보통 알파벳이 아닌데」 「일족의 원어(原語)를 그리스 문자로 표기한 거야. 이 도시에 남겨져 있는 비문은 훨씬 오래된 문자로 기록되어 있지만, 해독하면 똑같은 말이야. 이걸 읽는 법은……」 시로우는 술술 읽어 보여줬지만, 먀 라든지 뇨 라든지 께 라든지 하는 (고양이 말 같은!) 소리의 나열에 웃어버릴 뻔해서, 진지하게 귀를 기울이고 있을 상황이 아니었다. 하지만 시로우가 눈치 채고 노려봐서, 「전혀 모르는 말이라, 기묘하게 들리는 걸」 하고 얼버무렸다. 달이 반까지 이지러진 밤에, 장로들의 회의는 「최종적으로는 전원일치」로 『일족의 존재를 인간세계에 공표한다』라는 결론을 내놨다. 「역시, 이 왕도의 발견이 컸어」 시그마는 그렇게 시로우를 칭찬하고, 재건이 완성된 『신생왕도』낙성의 식전(式典)과 동시에 공표 세레모니를 행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그 식전은, 시로우가 맡아도 되나?」 「좋아. 무사히 완성하게 된다면, 시로우가 이곳의 주인이야. 초대를 기대하고 있지」 「고마워. 시그마에게는 왕궁 안의 방을 준비하지」 「후후……시로우의 방보다도 아래층이겠지?」 「아, 안되나」 내가 (어라?) 라고 생각할만한, 긴장하면서도 성난 기색을 드러냈다는 느낌의 말투를 쓴 시로우에게, 시그마는 부드럽게 쓴웃음을 짓고 말했다. 「미츠오와의 결혼 의식에서 성인이 된 너와 처음으로 대면했을 때. 나는 네 머리 위에 왕관을 봤어. 네게도 그렇게 말했었지. 잊어버렸나?」 「아니, 시그마.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때는, 왕관은 아직 네 이마에 씌워지지는 않았었지만, 지금은 모피 모습의 사랑스러운 귀처럼, 네 것이 되어있어. 그 미간에 빛나는 보옥은 미츠오가 네게 주고 있는 신뢰와 애정의 증거이자, 네가 얻은 왕관을 이 이상 없는 보관(寶冠)으로까지 높이는 것이지」 「그럼 시로우는, 이 왕도에서 『왕』이라고 이름을 대도 괜찮은 거지요?」 시로우는 너무나 기뻐서 믿기 힘들다는 식으로 그렇게 확인을 했고, 시그마는 다시 쓴웃음을 짓고 그 말을 했다. 「완성이 된다면의 이야기이지만, 그대로야. 이 야심가에 애송이 녀석」 그리고 스윽 손을 뻗었다고 생각했더니, 매끈한 하얀 손가락으로 꾸욱 시로우의 코를 잡고서는 꽈악 비틀어 올리면서 말을 이었다. 「태어나서 네발로 땅을 디딘 뒤로 아직 4년밖에 살지 않은 주제에, 이 내 위에 서려는 생각 따위를 한다니, 좋은 배짱이야」 그리고서 탁 손을 떼고서, 시그마답지 않은 행동에 눈을 휘둥그레 떠버린 내게 싱긋 웃어주면서 덧붙였다. 「게다가 이 애송이는, 그대로 그걸 해치우는 것 같으니까 말이지」 코를 비틀린 탓에 성대한 재채기를 한발하고서, 시로우가 꾸물꾸물 얘기에 끼어들었다. 「시로우는 시그마를 대신해서 갈아 치우려고 생각했던 적은 없어. 시그마는 시로우가 가장 존경하고 의지하고 있는 장로야. 단지……」 「후후, 알고 있어. 시이타는 미츠오한테, 자신이 나보다도 훌륭한 영역을 가지고 있는 남자라는 것을 보이고 싶을 뿐. 세상에서는 그걸 『애 같다』라고 말하지만 말이지. 뭐어, 시이타다워서 좋아」 그리고 시그마는 쿡쿡 웃음을 남기고 나가고, 나는 질린 기분으로 시로우의 옆모습을 올려다봤다. 「네가 왕도에 연연했던 거, 그런 이유였던 거냐……」 「중요한 일이야」 라고 시로우는 주장하는 투로 대답하고서, 「뭔가 먹을래」 라고 잰걸음으로 걷기 시작했다. 「풋」하고 웃어버리면서, 나는 시로우를 쫓아 시로우의 팔에 팔짱을 꼈다. 「……시로우는 웃겨?」 라고 물어온 시로우의 목소리는 뚱 부은 듯한 목소리. 시그마가 비꼬는 데에 맥도 없이 비틀렸기 때문이다. 「시그마가 말한 대로, 애 같다고 생각해. 하지만, 그런 부분도 좋아」 「애 같은 부분을 좋아하는 거야?」 「그런 부분『도』야. 그렇지 않은 부분도 좋아해. 시로우는 전부 좋아」 응, 정말로 좋아해……라고 생각하면서, 팔짱을 낀 시로우의 어깨에 뺨을 비벼댔다. 봄과 여름밖에 없는 아프리카 중앙고원의 여름이 봄으로 옮겨가려하고 있는 서늘한 밤은 바람도 맛있는 맑은 물처럼 달콤해서, 연인의 팔 안에서 보내기에는 딱 좋다고 유혹하고 있지만, 공교롭게도 시로우는 통상기. ……하지만, 키스만이라도 졸라버릴까……. 그런 생각을 했더니, 「……왔어」 라고 시로우가 말했다. 데이트하는 커플처럼 팔짱을 낀 우리들은, 광장의 출구에 서있는 한층 더 커다란 나무의 아래를 지나가는 참이었지만, 시로우가 문득 발을 멈췄다고 생각했더니 나는 앞으로 한 두걸음이면 빠져나가게 되었을 나무의 어두운 그늘 아래로 도로 끌려들어갔다. 「에? 뭐, 뭐야?」 「왔어. 하자」 「에? 아직 전에부터 석 달밖에 안됐는데?! 왓, 잠깐!」 소리쳤을 때에는 이미 내리 눌려 깔려가지고, 핥아지고 넣어지고 찔리고 찔리고 찔려서……! 「앗, 앗, 싫엇, 싫, 이, 이런, 데서, 아앗, 아앙! 바, 바보고양이~잇!」 내 절규는, 제 1성새 밖까지 울려 퍼져 버린 것 같다. 다음 날 키우치상한테서 넌지시 주의를 들어서, 이중으로 부끄러웠다. 그리고서 일년이지나, 왕도는 기한까지 하루를 남기고 멋지게 준공됐다. 시로우는 작업에 임했던 사람들을 위해서 사흘밤낮의 뒤풀이 연회를 했다. 정식적인 낙성식전 행사를 한달 정도 뒤인 우리들의 결혼기념일에 하기로 되었던 것은, 세상에서 모여들 일족의 접대 준비에는 그 정도의 기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대사업을 달성한 만족감과 주머니가 두둑해질 정도의 보수로 뻥실뻥실한 얼굴의 석공직인이랑 시공기술자들 학자들이 차례차례 물러나가는 것과 교대로, 방계의 일족에서 모집된 스탭들이 속속 찾아와서 준공된 석조도시를 생활 장소로 정돈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식전에 참가하는 손님들의 숙박을 처리하기 위해서 석조주택 모두에 베드랑 가구가 갖추어지고, 커튼이랑 융단이랑 조명장치, 자취할 수 있을 만큼의 조리 기구랑 집기도 갖춰졌다. 또 쉐프인 직계 슈샤프가 이끄는 요리사군단은, 왕궁의 조리장에 진을 치고 새 오븐 등에 익숙해지기를 겸한 식전요리 시식검토를 계속해갔다. 식전을 운영하는 식전장으로 독일에 주재하는 직계 폰 게벨이 취임했지만, 보좌로 있던 다른 두 직계장로와의 의견불일치가 당일까지 해결될 수 있을지 어떨지 나는 불안하다. 키우치상을 중심으로 하는 사무관팀은 세계의 일족에 대한 초대장을 발송하고, 그 답장을 모으느라 아주 분주하다. 게다가 숙소를 배정한다는 어려운 일도 맡게 되어서 아주 힘든 것 같다. 일족의 사정에 자세한 나베시마 부인이 도우러 달려와줬을 때에는, 모두가 눈물을 흘리며 기뻐했다. 나는 아버지와 엄마한테 편지를 써서 식전 초대장을 동봉했지만, 시베리아로 간 아버지한테 보낸 편지가 식에 참가할 수 있는 시한까지 도착할 수 있을지 어떨지. 무엇보다도, 편지가 닿을 수 있을만한 장소에 있기는 할까. 손님의 제 1진은, 식전 시작 일주일 전에 도착했다. 일족 내의 계층이랑 순례에 따라서 숙소가 배정된 집들에 짐을 풀고 모두들 왕도 안을 구경하러 걸어 다녔는데, 직계인 사람들은 모피 모습으로 그런 산책을 즐겼다. 아직 매스컴은 오지 않아서 성벽의 안은 일족의 완전한 자유구역이었기 때문이다. 엄마는 식전 3일전에 와서, 왕도의 훌륭함에 감동하고 사람들에 섞인 커다란 고양이들이 우아하게 느긋이 쉬고 있는 광경에 꺄꺄 거리는 소동을 부리며 감격했다. 하지만 나한테 대고 하는 소리가 「자식 한 마리로 이런 멋진 찬스를 손에 넣다니, 싼 투자였어」라니. 나는 「처음엔 럭키니 하는 생각은 하지 않고 무지하게 고민했고, 나 나름대로 무척 큰 고생이었다구」 라고 말해줬지만, 엄마는 「끝이 좋으면 다 좋은 거야」라는 한마디로 정리해버렸다. 아버지는 식전 전날의 최종편으로 아슬아슬하게 시간에 맞춰왔다. 엄마는, 시베리아 오지에서 직행해온 아버지의 남루한 모습에 얼굴을 찡그렸지만, 와주는 것만으로도 큰일이었겠구나, 아버지. 그리고 드디어 마침내, 왕도 낙성의 날이 찾아왔다. 그 날은 아침부터 하늘이 맑고 상쾌한 바람에는 나무들이 틔우고 있는 꽃의 달콤한 향기가 섞여있는, 정말로 뭐라 할 수 없는 축복받은 날씨. 나와 시로우는, 젬의 캣크라운인 엘리자베스가 이 날을 위해서 디자인해준 옷으로 식전에 임했다. 식전장인 폰 게벨의 낭랑한 사회진행으로, 우선은 왕궁의 입구를 장식한 바다스타트 영웅왕의 수복된 석상이 피로되고 (입구 오른쪽에는 사람의 모습, 왼쪽에는 모피 모습이다) 그리고서 왕도를 부흥시킨 시로우의 업적을 예의 일족 원어로 새겨 넣은 커다란 기념비의 낙성식. 그게 즉 신생왕도의 낙성 세레모니이기도 하고 동시에 이 도시를 시로우의 영역이라고 인정하는 의미이기도 했던 것 같다. 일족 중에서 유일하게 하얀 고양이인 시그마가 신관역을 맡아서, 재생된 일족의 도시와 그 초대당주인 시이타에게 축복을 주고 신생왕도의 끝없는 번영을 기도하는 것으로 내 감각으로 보자면 굉장히 짧았던 식전은 무사히 종료했다. 그 뒤에는 신분과 지위를 무시한 연회가 열려, 수천 명의 손님들은 왕궁 안이랑 광장에 준비된 윤택한 진수성찬을 즐기기 시작했지만……. 「저기, 시로우. 외부 매스컴은, 오지 않았네. 세상에 일족의 존재를 공표한다, 라는 얘기는 어떻게 된 거야?」 「세계회의의 뒤에 프로젝트 팀이 구성되어서 공표의 준비를 진행했던 것 같지만, 아마 멤버들이 도중에 질려버린 거겠지」 「질려어?!」 「어쨌든 1년이나 있었으니까. 기다리는 시간이라는 건, 할 마음을 잃게 만들어」 으윽, 잘 질리는 고양이의 변덕스런 기질이 발휘되어버렸다는 건가아. 「……그럼, 내 『전진의 서』의 출판계획도……」 「아아, 모두한테 나눠주지 않으면 안 되지」 「헤?」 「시간에 맞출 수 있을지 어떨지 내기를 걸었는데, 오늘 아침 편으로 도착했어. 미츠오도 아직 보지 않았지. 이리 와봐」 그리고 내게 보여준 것은, 왕궁의 한방에 산처럼 쌓여진 인쇄회사의 박스. 「미츠오한테는 일본어판이 좋겠지. 마사오, 미츠오한테 한권 꺼내줘. 아니, 세권이야. 아버님이랑 미오상한테도 주고 싶겠지」 그건 확실히, 내가 요 1년에 걸쳐서 (시끄러운 어드바이저들의 정론에 눈물을 흘리면서) 그려낸, 『전진의 서』제 3편 제 1장을 한권으로 묶은 책인데, 중간색의 인쇄도 백점만점으로 멋지게 나오고 장정도 멋져서 「우와아」였지만. 「저기, 이거……괜찮은 거야? 공표하는 건 그만 둬 버렸으니까, 이 책이 나와 버리는 건 위험한 거 아니야?」 시로우의 대답은 「상관없어」였다. 「공표의 단계를 정해서 실행해야만 했던 팀은 질려서 해산해버렸지만, 세계회의의 결정 자체가 뒤엎어진 건 아니야. 조만간 누군가가 그럴 마음이 든다면, 공표도 실현하겠지」 「뭔가……굉장히 적당적당이라는 느낌 안 들어?」 그런 정직한 감상을 토해본 내게, 시로우는 마치 왕 같은 모습으로 어깨를 으쓱이고서 말했다. 「그건 미츠오가 아직, 언제나 죽어라 열심히 하지 않으면 마음이 풀리지 않는 인간식의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있지 않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하는 거야. 시로우들 일족은, 자유로운 생활방식을 마음 내키는 대로 즐기는 것에 가장 중요한 가치를 둬. 미츠오도 빨리 그렇게 되도록 해」 「그건, 나도 고양이가 되라, 라는 거냐」 시로우한테 들리지 않도록 입 안에서 중얼거리고, (괜찮을지도) 라고 생각했다. 나는 계속 『인간으로 있는 것』에 연연해 왔지만, 그렇게 구애되던 것은 정말로 가치가 있는 것이었던 건가? 내가 생각했던 그것은, 인간은 고양이랑 개보다 고차원적인 생물이라는 사고방식의 반증이고, 게다가 내 마음대로 그렇게 생각했다는 건, 우쭐해 있었다는 거 아닌가? 물론 인묘들도 그들 식으로 거만한 유아독존의식을 가지고 있지만, 그걸 생각하면 더욱 더 『나는 인간이다』라든지 『나는 고양이가 아니야』며 연연하는 건, 속 좁은 생각이라고밖에 여겨지지 않는다. 아아……그래, 구애되어야 하는 것은, 정말로 절대로 양보할 수 없는 핵심중의 핵심인 『나는 나다』라는 한 가지 만이면 되는 것이다. 아하핫, 하하하핫, 뭔가 무지하게 개운해져버렸어. 하지만, 그게 진리야. 나는 호시카와 미츠오, 21세. 인묘 일족의 젊은 호프 나베시마 시이타 시로우를 사랑하고, 그에게 있어서도 나는 가장 사랑하는 아내. 시이타의 발정기에는 아침부터 밤까지 러브러브한 매일을 보내고, 그렇지 않을 때에는 나는 너무나 좋아하는 그림을 그리는 데에 몰두하며 보낸다. 그런 생활은 이 이상 없을 정도로 행복하고, 내 인생은 분명 죽을 때까지 상춘의 반짝임 속을 흘러가겠지. 이렇게 럭키여도 괜찮은 걸까나, 라고 되돌아버리게 되는 것은 쓸데없는 일. 나는 자신에게 주어진 모든 것을, 감사하면서 음미하면 된다. 말은 그렇지만, 그중에는 음미하기 힘든 것도 한두 가지는 있기도 하고……. 식전이 치러진 날 밤, 나는 시로우에게서 한 가지를 선고받았다. 「이제부터 매해 오늘밤, 시로우는 왕의 임무로서 일족에게 『은혜』를 주게 되었어」 「흐응……은혜라니?」 「그걸 바라는 준직계의 미혼 여자들에게, 주는 거야」 「으……호, 혹시……」 「1년에 하룻밤뿐이야. 미츠오도, 시로우의 비로서 일족에게 공헌할 의무가 있어」 「……장로회의 결정이라든지?」 「그래」 그걸 꾸민 사람은 시그마쯤일 거고, 시로우는 『왕의 임무』라는 말에 당해버린 거겠지. 「…………알았어」 라고 말하는 수밖에 없잖아. 덕분에 이후 왕도에서 매년 치러지는 부흥 기념일을 겸한 우리들의 결혼기념일은, 내게 있어서는 마음이 무겁기만 한 흉일(凶日)이 되었지만, 일족은 『은혜』를 종교의식처럼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다. 아가씨들은 신부의장 같은 하얀 드레스로 우리들의 잠자리에 참례하고, 매년 한사람은 변신에 성공하는 여자가 나온다. 그녀들은 다음해 기념일에는 대체로 아이를 데리고 오는데, 그 아이는 인간의 아기이기도 했다가 고양이 모습이기도 했다가 한다. 덧붙이자면 우리들은 지금, 도쿄에 살고 있다. 시로우는 명실 공히 주인이 된 왕도에서의 생활에 일주일 만에 질려버려서 (애당초 그 전에 2년 동안 듬뿍 살았지만) 왕도는 방계의 일족에서부터 모집한 경영 팀에게 맡겨버렸다. 또 『왕』은 되었지만, 시로우는 정치적으로 일족을 통솔해가는 것 까지는 생각하지 않았던 듯, 시그마랑 알파랑 제타들도 시로우를 『킹 시이타』라고 부르기는 하지만, 그저 별명 같은 취급이다. 그런 이유로 『왕도』는 기념일 이외에는, 그저 일족의 프라이베이트한 리조트지 상태. 나이를 먹은 직계들이 모피모습으로 느긋하게 여생을 보내게 되는 은퇴 장소로서 살거나, 인간사회에서의 삶에 신경이 지쳐버린 육아중인 가족이랑, 뉴처럼 변신하지 못하고 안주의 땅을 필요로 했던 직계 일족들이 이주하기도 하니까, 분위기로서는 미국 플로리다 해안이라는 느낌일까나. 내가 그렸던 『전진의 서』 제 3편 제 1장은, 일본을 시작으로 각국의 서점에서 팔려나가 조금 붐이 되는 느낌이 되더니 시리즈화가 결정되고, 지금은 제 3편을 매듭짓고 제 4장의 작업을 하고 있다. 다음은 제4편으로 갈지, 아니면 제 1편으로 할지, 현재 검토 중이다. 그림과 시문으로 구성된 『전진의 서』는 세계적으로는 내가 창작한 오리지널 판타지라고 받아들여지고 있는데, 그런 세상이 내게 준 간판은 『판타지 그림시인』……. 나로서는 지나친 간판이지만 내 입으로 일족의 비밀을 밝힐 수는 없어서, 인터뷰 같은 데서는 「착상은 어디에서?」라고 질문을 받을 때는 「꿈에서입니다」라고 얼버무리는 걸로 하고 있다. 그리고 오늘은, 시로우의 아들이 성인인 된 인사를 하러 오는 날. 아―, 설명이 비약됐는데, 『왕의 임무』인 은혜 그 두 번째로서, 시로우는 희망하는 여성에게 인공수정용 정자의 제공을 해주고 있고(알파의 발안이다), 재작년 봄, 시로우는 태어난 지 5년째가 되어서 (유전자상의) 아버지가 되었다. 3인의 준직계 여성이 수태에 성공했지만, 태어난 아이는 두 사람까지는 직계이고 게다가 한쪽은 여자아이라서, 나베시마 부인은 이미 광희난무. 그 시로우의 직계 장남이 이번에 캣크라운을 얻어 성인이 되었다고 해서, 아직 그가 손에 들어가는 사이즈였던 첫 대면이래 부자가 정식으로 대면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는 양친과 연인동반으로 시간에 맞춰 왔지만, 시로우와의 대면은 상당히 이상을 뛰어넘는 초현실적인 것이었다. 생후 7년으로 보기에는 아직 20세정도인 채인 시로우와, 생후 2년이지만 보기에는 이미 성인인 시로우하고 많이 닮은 핸섬한 청년이 서로 아버지와 아들이라는 것은, 사실을 알고 있어도 받아들이기 힘든, 뭐라 할 수 없이 기묘한 느낌이라……. 게다가 만난지 5분 뒤에는, 두 사람은 서로 뿔을 들이대기 시작했던 것이다. 아무래도 그들은, 서로에 대한 인식을 『친자』가 아니라 『수컷동지』라는 식으로 가지고, 그것도 실력이 백중세에 가까운 라이벌로서 인식한 듯, 벌써 물고 뜯고 엉겨 붙고. 모피모습이었다면, 분명 꼬리가 부와~하고 부풀어있었을 거다. 결국, 나와 상대편 그녀가 각자의 상대를 달래서 떨어트려 어떻게 발톱과 이빨로의 배틀은 피할 수 있었지만, 한때는 어떻게 되는 건가 싶었다. 하지만 그가 돌아갈 때에 내뱉은 말에는 웃어버렸다. 「나는 반드시, 시이타보다 높은 장소에 앉는 남자가 되어 보이겠어!」 라니……아하하핫, 진짜 완벽하게 아버지랑 판박이구나, 너는. 그리고 시로우는, 이게 또 웃기는 대답을 했다. 「아버지를 향해서 건방지군. 시로우에 대해서는 『아버님』이라고 불러, 애송이」였다구! 그런 이유로, 우리들은 아직도 앞길에 파란이 준비되어있는 것 같지만 뭐어, 살아있는데 지루하고 평온무사한 것보다는 조금 모험적인 날들 쪽이 즐겁겠지.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내가 인묘적인 인생관을 가지게 되었기 때문일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하지만 태어나면서부터 왕 같은 그들이 지닌 내키는 대로에 우아한 왕 같은 생활방식이라는 건, 인간이 옛날부터 계속 손에 넣고자 바래왔던 이상의 구현이라는 게 아닐까 라고, 나는 생각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