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87 이승현 (janggunn) [이경영]Last Radiance~!! Vol. 1 12/29 09:47 297 line ------------------------------------------------------------------------ 프롤로그... 저에게 기회가 왔습니다. 어머니의 실수를 보상할 기회가 저에게 온 것입니다. 전 도저히 잊을 수 없습니다. 제가 죄인이 되어 신계 로 불려갈때의 그의 얼굴을‥. 어머니께선 저에게 그가 저와 운명의 실로 이어져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어떤 운명일까요‥. 전, 저의 동생과 그 운명이라는 것을 한번 기다려 보고 싶습니다. 언제까지나‥ -End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Last Radiance The 3rd God's knight serise -------------------------------------------------------------------------- 제1화 [BSP, 부활의 목소리] "헤이 헤이∼좋은 아침!!!" 현재시간 8시 30분. 자신의 시계와 뒤늦게 들어온 지크의 모습을 번갈아 보는 처크 켄트(대한민국 수도 방위부 부장)는 여느때와 같이 인상을 구기고 말았다. 그는 자 신의 책상을 탕 치며 회의실 의자에 앉는 지크에게 소리쳤다. "이녀석!! 출근 이튿날부터 늦는 녀석이 어디있어!!! 네가 그러고도 BSP의 자격이 있나!!" 지크는 아침을 굶고 온 듯, 커다란 쵸코바를 꺼내 포장지를 벗긴 후 여유있게 한입 물며 대답했다. "에이, 뭐가 이튿날이에요 할아버지. 몇개월 전만 해도 계속 BSP로 출근했는데요 뭐. 물론 중간에 이유모를 사정이 있어서 해산되었다가 다시 집합하긴 했어도 꼭 이튿날이라고 하시긴‥. 게다가 견습도 둘이나 데리고 왔잖아요." "‥흐음‥!" 처크는 마음에 안든다는듯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내 쉬었다. 머리를 감싼채 고민을 하던 처크는 옆에 앉은 오퍼레이터 루이·켄트에게 오늘 안건을 들려주라는듯 손짓 을 했고, 루이는 자리에서 일어선 다음 처크 뒤에 펼쳐진 스크린으로 다가가 서울 시내의 지도 화면 화일을 오픈시켰다. 곧, 가로 세로 2m의 전자 스크린엔 대한민국 의 수도, 서울의 지도 화면이 떴고, 루이는 펜 마우스로 커서를 움직이며 오늘의 회의 안건을 말하기 시작했다. "BSP가 재 소집된지 정식 기간으로는 3일이 지났습니다. 그 기간동안 BSP에 재 등 록한 인원은 원래 인원의 90%라는 기분좋은통계가 들어왔습니다. 하지만, 기쁜 소 식엔 나쁜 소식이 따르기 마련이라 바이오 버그의 숫자 역시 BSP가 활동을 안하던 몇개월간은 마치 멸종이 된 듯 잠잠하다가 갑자기 최근들어 폭발적인 증가를 하여 현재엔 예전의 숫자를 회복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바이오 버그의 출몰로 인하여, 명동 B구역과 강남, 서초구의 세 지역이 현재 마비 상태에 이르렀습니다. 오늘의 임무는 특수경찰들과 함께 문제 지역의 바이오 버그들을 처리하는 것입니다. 다른 안건은 없습니다. 질문 있으신분은 손을 들어 주십시오." 그 말이 나오자마자, 지크는 책상위에 풀썩 쓰러지며 힘없이 중얼거렸다. "에구‥달라진게 하나도 없구만‥. 정초부터 이게 왠 고생이야‥흑흑." 옆에 앉아있던 챠오는 쓰러진 지크를 흘끔 바라볼 뿐이었다. 곧, 루이는 스크린을 끄고 자리에 돌아왔고, 처크는 자신의 선글라스를 고쳐쓰며 모두에게 말했다. "자, 다시 조를 편성해 주겠다. 지크, 리진은 제 1조. 헤이그, 챠오는 제 2조. 케 빈, 사이키는 제 3조가 된다. 1조는 명동 B구역을, 2조는 강남구를, 3조는 서초구 를 맡아 주도록. 지원 부대는 전투경찰 253대대, 428대대, 139대대다. 그럼, 하루 동안 수고를 해 주도록. 이상." 모두는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섰고, 아직도 책상에 쓰러져있던 지크는 고개만을 슬 쩍 돌린 후 처크를 바라보며 넌지시 물었다. "아, 할아버지. 견습들은 오늘 뭘 하나요? 그 애들이 연락좀 해 달라고 해서‥." 책상에서 자신의 파이프 담배를 꺼내들던 처크는 옆에 준비된 서류를 꺼내 몇장을 넘기며 지크에게 말했다. "견습? 음‥오늘은 체력 검사와 사이킥 레벨을 측정할거야. 그리고, 제발좀 직장에 선 할아버지라고 부르지좀 말아. 다른 대원들이 뭐라고 생각하겠나?" 지크는 천천히 일어서며 고개를 끄덕였다. "예 예, 알았습니다. 그럼 다녀올께요 할아버지." 지크는 손을 흔들며 여유있게 회의실 밖으로 나갔고, 처크는 다시 머리를 감싸며 고개를 흔들었다. 그때, 아직 남아있던 루이는 자신의 안경을 매만지며 처크에게 다가와 물었다. "저어, 부장님. 건물 정비에 대한 공사 자금에 대해‥." "어허, 그냥 아빠라고 부르라니까. 허허헛‥." 처크는 웃으며 괜찮다는듯 손을 흔들었고, 루이는 아무 말 없이 처크를 바라보다가 힘없이 말했다. "‥예, 아빠." ※ 정비창에서 자신의 오토바이를 손질하고 있던 지크는 정비창 안에 자신의 동료인 하리진(20세)가 들어오자, 반갑다는듯 손을 흔들며 소리쳤다. "헤이, 리진양∼반가워요∼." "흥." 샌드위치를 입에 물고 들어오던 리진은 가볍게 인상을 쓴 채 고개를 휙 돌려버렸 고, 지크는 어깨를 으쓱이며 스패너로 계속 오토바이를 정비해 나갔다. 그러다가, 귀가 심심해졌는지 할 일을 계속 하며 리진에게 물었다. "리진양께선 여기 뭐하러 오셨는지?" "사이킥 소드를 정비하러 왔어. 후‥왜 또 지크하고 같은 조가 되었는지 모르겠네. 지크하고 같은 조가 되면 나만 고생한단 말이야." "허어‥그런 섭한 말씀을. 그건 그렇고‥가족들은 다 괜찮으셔? 예전에 지명수배 당했을때 우리 어머니도 고생하셨는데 말이야." 오른손에 장비된 사이킥 소드 유닛을 팔에서 푼 후 특수 드라이버로 장갑을 해체하 던 리진은 인상을 푹 쓰며 대답했다. "그걸 말이라고 해? 내 동생은 덕분에 학교에서 정학까지 맞았다구. 아버지는 졸지 에 실업자로 변신하셨고. 물론지금은 평상시대로 복귀했지만. ‥하지만 다시 집에 돌아오니 좋긴 좋더라구. 그건 그렇고, 지크가 데려온 견습 두명 말이야. 모두 여 자던데 그동안 처신을 어떻게 하고 다닌거야?" 팅­ 그 말을 들은 순간 스패너를 떨어뜨린 지크는 고개를 푹 숙이며 중얼거렸다. "‥어이, 하리진. 그대마저 우리 모친과 똑같은 말씀을 하신다면 어이하나이까? 나 도 이런 상황까지 올줄은 몰랐다구. 하지만 둘이 좋다고 BSP가 된건데 내가 어쩌겠 어?" "‥뭐가 좋은데 BSP가 됐다구?" 리진은 인상을 더욱 구긴채 지크를 쏘아보며 물었고, 지크는 머리를 긁적이며 말 없이 스패너를 다시 들어올릴 뿐이었다. 사이킥 소드의 정비를 마친 리진은 헛기 침을 한번 한 후 밖으로 나가며 말했다. "책상위에 샌드위치 하나 남겨놨으니까 배고프면 먹어. 아까 그 괴물같은 초코바 먹는거 보니까 아침도 굶고 온 것 같은데‥. 빨리 나와, 작전 시간까지 30분 남았 으니까." 리진이 나간 후, 지크는 흘끔 책상위를 바라보았고, 그곳엔 리진의 말 대로 샌드위 치와 따지 않은 우유 한 팩이 남아있었다. 지크는 고개를 저으며 실실 웃을 뿐이었 다. "헤헷, 녀석‥." 30분 후, 오토바이를 주차장에 놓은 뒤 본부의 현관으로 나온 지크는 대원 모두가 집합해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지크는 킥킥 웃으며 장갑을 낀 손을 턴 후, 대원 들중 가장 나이가 많은 헤이그(49세)에게 손을 흔들며 말했다. "선배! 오∼래간만에 한번 해 볼까요?" 헤이그는 변함없는 지크의 그런 모습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훗‥괴물같은 녀석. 자, 모두‥." 헤이그는 기계로 된 자신의 손을 앞으로 뻗었고, 지크를 포함한 다른 대원들은 자 신들의 손을 모두 헤이그의 손 위에 겹쳐 나갔다. 헤이그는 눈을 감으며 엄숙히 중 얼거리 시작했다. "자, 모두‥사람들을 위해 자신의 모든 힘을 발휘할 생각이 있는가?" 모두는 고개를 끄덕였다. "‥집에 있는 가족들에게 꼭 돌아오겠다는 인사를 했는가?" 모두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지크만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어머니가 늦잠을 주무셨는데‥." 모두는 흘끔 지크를 바라보았고, 지크는 미안하다는듯 다른 손으로 머리를 긁적였 다. 헤이그는 마지막으로 다시 말했다. "‥하나님의 은총이 함께 하길‥그럼!!" "핫!!" 모두는 손을 강하게 올리며 화이팅을 외쳤고, 각자 자신들의 차량을 향해 뛰어 나 갔다. ※ "음‥시에는 아직도 자고 있네?" 아침 열 한시. 그때 잠에서 겨우 깨어난 레니·켄트(35세)는 자신의 옆에서 아직도 자고 있는 시에를 확인한 후 눈을 부비며 세면실로 향했다. 복도를 거닐던 그녀는 언제나 비어있던 옆방을 살그머니 열어보았다. 지크가 급히 마련한 더블 침대 위엔 두명의 여자가 새근새근 자고 있었다. 그녀들의 자는 표정을 잠시 바라보던 레니는 다시문을 닫고 복도를 걸으며 중얼거렸다. "‥지크가 나간 동안엔 집이 심심했는데 식구가 셋이나 늘어나니 이젠 좀 괜찮네. 호홋‥괜히 지크를 혼냈나봐." 1층 세면실의 문을 열고 물을 틀던 레니는 역시 비어있던 옆집이 아침부터 시끄러 운것에 의아해하며 창문을 열어보았다. 세대의 이사 차량에선 인부들이 열심히 가 구를 집안에 들여놓고 있었다. "어머? 누군가 이사를 오는 모양이네? 흠‥이웃까지 늘어나니 이상하게도 마음이 더 편해지네‥. 음?" 그때, 레니는 집에서 나오는 긴 은발의 젊은 여성을 볼수 있었다. TV에 나오는 여 느 연예인보다 아름다운 외모를 지닌 그녀를 보며, 같은 여자인 레니도 잠시 넋을 잃고 말았다. 따뜻하게 내려쬐는 정초의 햇볕과, 집안에 들어가는 가구들을 보는 그 처녀의 모습은 너무나도 잘 어울렸다. 이삿짐 센터의 인부들마저 가구를 옮기며 그녀를 흘끔흘끔 쳐다볼 정도였다. "‥어머‥지크가 보면 혼이 나가겠는걸? 호호홋‥." 그렇게 말한 후, 레니는 다시 창문을 닫고 세면을 하기 시작했다. ----------------------계속--- (아아‥난 더 놀고 싶었는데‥엉엉엉) #6395 이승현 (janggunn) [이경영]Last Radiance~!! Vol. 2 12/29 18:30 322 line ------------------------------------------------------------------------- 아아..가즈 나이트 정리 계획등, 대부분의 계획이 무산... 아로코엘은 천천히 올릴 생각이며... 세상은 돌고 도는구나... 아아아... 신라의 달밤이여... ------------------------------------------------------------------------- "전투경찰 253대대 책임자인 대대장 김원철 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수도방위 BSP 제 1조 조장인 하리진 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휘이­익­!!! 리진이 자기 소개를 하자, 혈기가 넘치는 전경들은 휘파람을 불어대며 그녀를 환 영해 주었다. 그러나 리진의 옆에 고글형 선글라스를 끼고 말 없이 서있던 지크는 속으로 그들을 비웃으며 고개를 저을 따름이었다. 그때, 리진이 지크의 그런 모습 을 보고 팔짱을 끼며 그에게 따지듯 물었다. "어, 지크 왜 고개를 설래설래 저어?" "으응? 아, 아니야. 갑자기 생각나는게 있어서‥." 지크는 시선을 다른곳으로 돌리며 얘기를 돌렸고, 리진은 뚱한 얼굴로 지크를 쏘아 볼 뿐이었다. 리진은 곧 전경 대대장을 바라보며 작전 개시의 신호를 보냈고, 전경 들은 리진, 지크와 함께 즉시 열을 맞추어 명동 B구역의 입구를 막아둔 바리케이트 안으로 몰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 "좋­아!! 4초 9! 챠오보다 빠른걸?" 전자 스톱워치를 보며 100m기록을 체크하던 검사관은 만족한듯 고개를 끄덕이며 마키를 바라보았다. 100m를 전력 질주했음에도 불구하고, 마키는 전혀 지친 기색이 없이 호흡을 가볍게 조절할 뿐이었다. "‥19초 8‥. 아가씨 여기 왜 왔나?" 검사관은 숨을 헐떡이며 뛰어 들어온 티베를 바라보며 한심하다는듯혀를 찻고, 티 베는 자존심이 상한 듯 검사관에게 소리쳤다. "이봐요! 전 이래뵈도 프랑스에서 기자 생활을 하던 엘리트였다고요!! 그러니 체력 때문에 너무 구박하지 말아요!!" 검사관은 티베의 기록을 핸드북(전자 수첩과 비슷한 컴퓨터. 입력은 광학식 펜마우 스로 한다.)에 적어 넣으며 고개를 끄덕일 따름이었다. "음음‥자, 다음은 근접 격투능력을 측정합니다. 몸을 풀어 두세요 모두들." 검사관은 티베, 챠오를 비롯한 견습생 모두에게 말하며 다른 구역으로 갔고, 제일 자신이 없는 과목만 걸리는 것에 티베는 양 손을 모으며 하늘에 기도를 올렸다. 제 2 구역에서 실시하는 검사는 펀치와 킥의 파괴력 측정이었다. 사실 그리 어려운 측정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격투능력을 측정하는데엔 척도가 되는 것이기 때문에 상 당히 중요했다. 일부에선 펀치와 킥 만으로 어떻게 전 격투능력을 측정할 수 있냐 고 따지는 사람들이 있지만, 자세는 자유였기 때문에 대부분 호응을 하는 편이었 다. 여러 견습생들의 차례가 지나고, 곧이어 마키의 차례가 왔다. 측정 기계 앞에 선 마키는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옆에 서 있는 검사관에게 물었다. "저어‥린 챠오는 이 검사에서 수치가 어떻게 나왔습니까?" 그러자, 검사관은 의아한 표정을 지은채 마키를 바라보다가 자신의 핸드북을 매만 져 안에 기록된 챠오의 수치를 말해 주었다. "음‥펀치력은 1613kg 정도였고‥킥은 2104kg정도 였다네. 여자 치고는 높은 정도 가 아니고 사이보그를 제외한 BSP대원들 중에선 두, 세번째로 강한 수치라구. 아가 씨도 상당히 강하긴 한 것 같으나 너무 무리하진‥." 퍼억­!!! 순간, 마키의 정권이 측정기에 날아들었고, 몇초 후 측정기의 기록판엔마키의 펀 치 파괴력 수치가 나왔다. 그걸 본 검사관은 눈을 휘둥그래 뜨며 중얼거렸다. "‥1610‥!?" 그 수치를 본 다른 견습생들 역시 눈을 휘둥그래 뜰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마키 의 얼굴은 그리 좋지가 않았다. "‥쳇, 3kg이 적잖아‥. 그럼‥킥을!!" 퍼억­!!!! 이윽고, 모두가 주목하는 가운데 마키의 킥 파괴력 수치가 나왔고, 검사관은 더욱 놀란 얼굴로 힘없이 중얼거렸다. "‥2119‥. 자넨 합격이야‥." 마키는 이번엔 만족을 한 듯 손을 털며 뒤로 물러났다. 견습생 모두는 대단하다는 얼굴로 마키를 부러운듯 바라보았으나, 티베만은 그렇지가 않았다. 측정기계 앞에 선 티베는 작은 목소리로 검사관에게 물었다. "저어‥지크는 수치가 어떻게 나왔나요‥?" 그러자, 검사관은 머리를 긁적이며 핸드북도 보지 않고 얘기해 주었다. "지크·스나이퍼 말이오? 음‥공식적으로는 그냥 4700kg이라고 해 두긴 했는데, 그 수치는 이 기계가 견딜 수 있는 한계수치라오. 펀치 한방에 기계가 뒤로 밀려 나가 버렸으니 그 이상이겠죠 뭐. 자, 마지막으로 아가씨 차례요." "‥싫어‥아앙‥." 모든 체력검사가 끝난 후, 마키는 근접 격투능력에서 A+를 받을 수 있었다. 수치가 A이상이라면 곧바로 정식 BSP대원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마키는 다음에 실시할 사이 킥 레벨 측정시 최하 점수가 나온다 해도 문제가 될 것이 없었다. 하지만, 티베는 문제가 많았다. 그녀가 자신이 있는 과목이라고는 '마법'뿐, 초능력 따위는 아는 바도 없었다. ‘아아‥가정부의 느낌이‥.’ 티베는 머리를 감싸쥔채 그렇게 고민하고 있었다. 예상대로, 마키의 사이킥 레벨은 거의 최하 수치가 나와버렸고, 그 다음 차례인 티 베는 잔뜩 긴장을 한 채 측정기를 머리에 착용했다. 사이킥 레벨 검사관인 중년의 여성은 편하게 하라는 손짓을 한 후 기계를 작동시켰고, 티베는 이리저리 고민하다 가 눈을 꼭 감으며 될대로 되라는듯 마법 주문을 머리속에 외우기 시작했다. ‘뭐가 좋을까, 뭐가 좋을까, 뭐가 좋을까‥으으윽‥!!!! 지크 자식, 죽여버리고 말거야­!!!!!’ 치지직‥!!! 순간, 티베가 착용한 측정용 기계에서 스파크가 일기 시작했고, 티베는 깜짝 놀라 며 착용한 기계를 즉시 벗어 옆으로 내 던졌다. 기계에선 연기가 무럭무럭 피어오 르고 있었고, 티베는 머리카락이 몇가닥 탔는지 짜증을 내며 바닥에 내 던진 기계 를 발로 수차례 짓밟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검사관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이상하다는듯 옆에 있는 동료 검사관을 향해 말했다. "‥기계의 한계를 넘어섰어요. 정말 굉장하긴 한데‥어떻게 저런 사악한 사이킥 파 워가 나올 수 있는 걸까요‥?" 체력 측정을 담당했던 검사관은 심각한 표정을 지은채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저 아가씨를 정식 맴버로 하는 것은 일단 보류해 둬야 하겠군‥." 그렇게, 견습생들의 능력 측정 스케줄도 점차 마무리가 되어갔다. ※ "이봐!! 저쪽을 잘 맡으라구, 저쪽 말이야!!!" 지크는 몰려드는 바이오 버그들을 자신의 칼, 무명도로 바람이 휘몰아치듯 베어가 며 멍하니 서 있는 전경들에게 소리쳤고, 전경들은 고개만을 끄덕이고 방어 태세 만을 겨우 취할 뿐이었다. "대, 대장님!!! 바이오 버그들이 하늘에서!!!!" 그때, 뒷쪽에서 한 전경의 급박한 목소리가 들려왔고, 전경들은 황급히 자신들이 가진 라이플을 들어 비행형 바이오 버그인 E급 [아미갈]을 격추시키기 위해 안간 힘을 썼다. 그때, 최전방에 있던 지크는 근처에 있는 리진에게 소리치며 전경들이 있는 쪽을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리진!! 백 업!!!" "맡겨줘!!" 리진은 그렇게 소리친 후 휘두르던 사이킥 소드에 자신의 사이킥 파워를 집중하며 몰려오는 바이오 버그들을 쏘아보았다. 바이오 버그들이 거의 근접했을 무렵, 리 진의 사이킥 소드는 거대한 반물질 구체를 생성한체 영롱한 빛을 내 뿜고 있었고, 그녀는 강하게 사이킥 소드를 휘두르며 소리쳤다. "이거나 먹어랏­!!!! 사이킥 소드, 맥시멈 레벨­!!!!!" 곧, 그녀가 초능력으로 집중시킨 거대 반물질 광탄은 바이오 버그들을 빨아 들이며 앞으로 전진했고, 사거리 부근에서 대 폭발을 일으키며 근처의 바이오 버그들을 소 탕시켰다. "비켜, 비켜!!! 보릿자루들은 비키란 말이야­!!!!" 지크는 전경들을 뚫고 앞으로 달리며 무명도로 아스팔트를 긁어 나갔고, 전경들이 완전히 비켜주자 그는 무명도를 위로 강하게 쳐 올리며 외쳤다. "사백식­비사격추(飛蛇擊墜)­!!!!" 콰아앙­!!! 순간, 지크가 지면을 긁어 올린 힘에 의해 아스팔트 조각들은 공중으로 강하게 튕 겨져 올랐고, 공중에서 산성 체액을 쏘며 공격하고 있는 바이오 버그들의 대부분을 일격에 떨어뜨렸다. 그런 전투가 있은지 두시간 후, 명동 B구역의 바이오 버그들은 대부분 전멸되거나 다른 지역으로 도망쳤고, 임무는 성공적으로 종결이 되었다. 임무중 내내 공포에 떨고 있던 전경들이 울며 불며 '어머니'를 외치는 동안 지크 는 땀이 찬 자신의 고글을 벗으며 한숨을 돌렸고, 리진 역시 지친듯 자신의 황색 자켓을 벗으며 땀을 말렸다. "아휴‥이게 정초부터 무슨 고생이야? 전경들은 기합이 빠졌는지 바이오 버그들은 전부 우리가 없애고‥. 하여튼 지크하고 같은 조가 되면 나만 고생한다니까." "‥오, 그래? 난 이상하게 리진하고 같은 조가 외면 나만 고생하더라고‥." 지크는 킥킥 웃으며 자신의 고글을 손가락으로 빙빙 돌렸고, 리진은 이를 갈 뿐, 할 말이 없는지 다시 자신의 자켓을 입었다. "자, 귀환!" ※ 저녁 여덟시. 레니는 마키와 시에가 아무 일 없이 식사를 하는 것과는 달리 티베가 힘없이 스프 를 수저로 휘휘 저을 뿐이어서 걱정스런 얼굴로 그녀에게 사정을 물었다. "티베양, 오늘 무슨 일 있었나요? 식사가 다 식겠어요." "네? 아, 죄송합니다‥. 아무 일도 아니에요." "그래요? 그럼 다행이지만‥. 그건 그렇고 지크는 왜이리 늦나‥? 퇴근 시간이 지 났는데?" 그렇게 걱정하는 레니의 모습을 보던 티베는 한숨을 쉬며 대답해 주었다. "후우‥오늘 지크는 무슨 '소탕작전'을 한다며 좀 늦을지도 모른다고 했어요. 걱정 하지 마세요." "아, 그래요?" 티베의 말을 들은 레니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행이라는 표정을 지었다. 그때, 문을 여는 소리와 함께 누군가의 활기찬 인사 소리가 들려왔다. "다녀왔습니다 어머니!!" 지크는 그렇게 인사를 하며 부엌으로 들어왔고, 순간 리진과 마키, 시에는 인상을 구기며 지크를 쏘아보았다. 레니 역시 입과 코를 손으로 살짝 가리며 지크에게 미 안하다는 얼굴로 말했다. "‥샤워좀 하고 들어오지 않고‥." 그러자, 지크는 잠시 잊었다는듯 머리를 긁적이며 즉시 윗층으로 뛰어 올라갔다. "아, 본부에서 샤워하는걸 잊었네요. 죄송 죄송‥." 그런 지크의 모습을 보던 티베는 설마 하는 얼굴로 레니를 바라보며 넌지시 물어보 았다. "저어‥설마 BSP가 돼면 저 냄새의 원인을 뒤집어 쓰고 살아야 하나요‥?" "음‥지크가 임무를 나간 이후에 바이오 버그의 체액을 뒤집어 쓰지 않은 일이 없 었으니까 뭐‥그럴거에요." "‥!!!!" 티베는 그야말로 억장이 무너지는 느낌이었다. ‘아아‥가정부가 눈에 보이는구나‥.’ ------------------------계속--- Last Radiance~!! Vol. 3 -------------------------------------------------------------------------- 아..반응이 없습니다... 재미가 있는겁니까 없는겁니까... 아아..오기로라도 씁니다!!!! 3년전의 악몽이 되살아 나누나!!!!! 저주받을 이름이여, 라스트 라디언스!!!! 우오오!!!!! (단 이틀됐는데 무슨 소리야!) -------------------------------------------------------------------------- 지크의 어머니, 레니는 몇개월째 자신이 경영하는 문방구에 나가질 못하고 있었다. 그 이유는 지크가 BSP로서 수배를 당할때 부터였는데, 보호감찰이라는 명목으로 정부에서 레니를 집 밖 500m이내로 활동 범위를 좁혀버렸기 때문이었다. 그 보호감찰이 끝난 것은 바로 어제였다. 그래서, 레니는 물건을 구하기 위해 이곳 저곳에 전화를 걸어보던 중이었다. 물론 학교 근처 문방구를 한다고 해서 돈이 많이 들어오는 것은 아니었다. 게다가 이번달은 물건을 거의 다 새로 구입해야 하기 때문에 손해는 더욱 심했다. 하지만 지크의 한달 봉급이 워낙 많았기에(그 시대 대기업 회사원의 일곱배) 별 문제는 없 었다. 게다가 몇달동안 받지 못했던 봉급까지 한꺼번에 받는 바람에 예전에 저금한 돈까지 합하면 그야말로 빌딩이라도 몇채 살 수 있을 정도였다. 그런데도 그녀가 문방구를 하는 이유는 지크가 없는 동안의 심심함을 달래기 위한 것이었다. "아줌마, 배고파‥." "어머, 시에 일어났니? 부엌으로 오너라, 점심 줄께." 한참 전화를 하는 도중에, 윗층에서 시에의 작은 목소리가 들려오자 레니는 빙긋 웃으며 전화기를 내려놓고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지금, 그녀는 예전보다는 나은 생 활을 하고 있다 생각이 들었다. 정말로 딸과 같은 나이의(?) 시에가 언제나 집에 같이 있어주기 때문이었다. 물론 꼬리가 달리고 귀가 긴 아이이긴 했지만 지크가 양 아들인 그녀에겐 별로 신기할 것이 없었다. 띵동­ 띵동­ 시에에게 한참 점심을 주는 동안, 갑자기 현관에서 초인종이 울리자 레니는 의아해 하며 현관으로 나섰다. 마키도, 티베도 모두 나간 지금 집에 올 사람이 아무도 없 었기 때문이었다. "예, 누구시죠? ‥아, 저번에 이사오신 분이시군요? 안녕하세요?" "아, 안녕하세요." 레니는 그때 보았던 긴 은발의 아름다운 여성이 옆에 헝겊을 덮은 바구니를 가지고 온 것을 보고 뭘까 생각을 하며 인사를 했고, 그 은발의 여성 역시 상냥하게 인사 를 해 주었다. 그녀는 곧 자신이 가져온 바구니를 레니에게 건내주며 말했다. "저어‥이 집에 가족이 많이 사신다는 말씀을 듣고 같이 드시라고 직접 구운 빵을 가져왔답니다." "어머, 그래요?" 레니는 기뻐하며 바구니를 덮은 헝겁을 살짝 들춰보았다. 그녀의 말 대로 광주리엔 햄이 곳곳에 박힌 빵이 맛있는 냄새를 물씬 풍기고 있었다. 레니는 고맙다는듯 고 개를 숙이며 말했다. "아휴 고마워라‥. 뭐, 어려우신점 있으시면 저희를 찾아오세요. 대가족이 되어서 일꾼은 많거든요, 호호홋‥. 아, 그런데 혼자 사세요?" 은발의 여성은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아뇨, 여동생하고 함께 지낸답니다. 지금 중학교 3학년인데, 아직은 이곳에 적응 이 되지 않나봐요. 호홋‥. 그럼 나중에 또 찾아뵈겠습니다." "예, 바구니는 나중에 직접 가져다 드릴께요, 또 오세요." 곧, 그녀는 천천히 자신의 집으로 돌아갔고, 레니는 지크와 시에가 기뻐하겠구나 생각하며 바구니를 들고 부엌으로 향했다. 아직도 식사를 하고 있던 시에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레니에게 물었다. "찾아온 사람 누구야 아줌마? 여자 같던데‥." "음, 옆집에 이사온 아가씨란다. 아, 시에 이거 한번 먹어볼래? 그 아가씨가 갖고 온 빵인데‥." 레니는 바구니에서 빵 몇개를 꺼내어 시에에게 주었고, 시에는 냄새를 맡은 순간 눈을 반짝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왓! 빵이다 빵!! 잘먹겠습니다­!!" 시에는 지크가 가르쳐준대로 인사를 하며 레니가 건내준 빵을 먹기 시작했다. 빵을 한참 먹던 시에는 뭔가 이상한듯 먹던것을 삼키며 손에 든 빵을 가만히 바라보기 시작했고, 냉장고에서 우유를 꺼내던 레니는 깜짝 놀라며 시에에게 물었다. "어머, 시에 무슨 일 있니?" 그러나, 시에는 시무룩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아냐, 옛날에 리우랑 지쿠의 친구가 해주던 빵하고 맛이 똑같아서‥. 앗, 우유, 우유‥." 레니는 고개를 갸웃거릴 따름이었다. "자, 다녀왔습니다 어머니." 그날은 아무 임무도 없는 탓에 집에 일찍 돌아오게된 지크는 씨익 웃으며 집 안으 로 들어왔고, TV를 보던 레니와 시에는 웃으며 그를 반겨주었다. "왓! 잘왔다 지쿠, 지쿠!!" 시에는 기뻐하며 지크에게 안긴 후 지크에게 머리를 부볐고, 지크는 시에의 둥을 쓰다듬어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래‥아프다니까!!" 시에가 너무 머리를 비벼대는 바람에 턱이 붉어진 지크는 그렇게 소리치며 시에를 자신의 어깨에 옮겨 놓았고, 시에는 미안하다는듯 지크의 머리를 손으로 팡팡 치며 계속 그와 붙어있었다. 자켓을 벗고 거실 소파에 앉은 지크는 여느때와 같이 TV에 시선을 돌리며 시에에게 물었다. "시에, 오늘 만화는 재미있었어?" "웅웅, 밍크가 멀티를 구해냈는데‥." "어허, 이런‥. 봤어야 하는데. 아, 티베랑 마키는 어디갔니? 오늘 그 애들 비번이 라 놀텐데‥." "음, 아까 왔단다. 내가 잠깐 시장에 보냈으니까 할 얘기 있으면 좀 기다리거라. 아, 이거 먹어볼래?" 레니는 옆에 놔두었던 바구니에서 빵을 꺼내 지크에게 가져다 주었고, 지크는 시에 와 함께 빵을 집어들며 레니에게 물었다. "음? 이거 왠 빵이에요? 이 햄 빵은 어머니 솜씨로는 도저히 불가능한데? 헤헤헷." 그러자, 레니는 씁쓸히 웃으며 대답해 주었다. "‥녀석이‥. 옆에 이사온 이웃이 가져다준거야. 저번에도 보고 생각했지만 정말 얘쁜 아가씨더구나. 리진양이나 챠오양도 얘쁘지만 그 아가씨는 차원이 다르더라 구. 동생이라는 아이도 중학교 3학년이라고 하던데‥." "음‥그래요?" 그때까지, 지크는 그렇구나 생각하며 아무 생각없이 빵을 입에 물었다. "‥으음!?" 순간, 지크는 깜짝 놀라며 굳은 표정을 지었고, 그바람에 레니 역시 깜짝 놀라며 지크를 바라보게 되었다. 먹었던 빵을 억지로 삼키다시피 한 지크는 레니를 바라 보며 급한 목소리로 물었다. "이, 이사온 아가씨요!? 동생이 중학교 3학년 정도고요?그‥그럴리가‥! 그 아가 씨 머리색이 어땠나요?" 레니는 지크가 저렇게 진지한 표정으로 호들갑을 떠는 모습을 별로 본 일이 없었기 때문에 놀란 표정을 지으며 대답해 주었다. "음? 음‥은발이었나, 그랬을걸? 그런데 왜 그러니?" 은발이라는 대답을 들은 지크는 멍하니 자신의 어머니를 바라보다가, 곧바로 자리 를 박차고 집을 나서며 소리쳤다. "마, 말도 안돼!!!!" 지크가 바람같이 밖으로 뛰어 나가자, 레니는 도저히 이해가 안간다는듯 팔짱을 낀 채 힘없이 웃으며 중얼거렸다. "후훗‥싱거운 녀석. 그건 그렇고 그 아가씨 요리 솜씨가 정말 기막히네? 나도 배 워야 하겠는걸? 시에는 어떠니?" "좋아, 좋아!" 그 은발의 여성이 이사를 왔다는 집에 질풍같이 뛰어간 지크는 속으로 수만가지 생 각을 하며 초인종에 손가락을 가져갔다. ‘맞을까? 아니야‥하지만‥그러나 빵 맛이 똑같았는데‥그럴리가‥그럴수도‥말도 안돼‥말이 돼‥그렇지만‥.’ 지크는 손가락을 부르르 떨며 초인종을 눌렀다. 딩동­ "예, 누구신가요?" 지크는 목소리를 들어보았다. "맞아!! 똑같아!!!!" "‥네?" 곧, 문이 열리며 안에선 의아한 표정을 짓고 있는 은발의 여성이 나타났고, 지크는 힘없이 웃으며 문틀에 기대고 그녀에게 말했다. "후우‥세이아씨, 무사하셨군요‥. 이거 리오 녀석이 보면 뒤집어 지겠군‥헤헷." "네? 저어‥무슨 말씀을‥?" "하핫, 아, 저‥그러니까요‥뭐라고요?" 지크는 순간 눈을 휘둥그래 뜨며 앞에 있는 여성에게 물었고, 뭔가 당혹한 표정을 짓고 있는 그녀는 미안하다는 얼굴로 지크에게 물었다. "저어‥제 이름이 세이아가 맞긴 한데‥누구시죠? 리오라는 분은 또 누구시고‥." 지크는 말을 잊고 말았다. 분명 자신의 앞에 있는 여자는 자신의 기억상으로 볼때 애절한 사연을 가진 예전의 일행, 세이아가 분명했다. 하지만 지금은 한번도 본 일 이 없다는듯 멋적은 미소를 지은채 그의 앞에 서 있는 것이었다. 지크는 그야말로 속이 뒤집어지는 것같았다. "‥도, 동생분 이름이 라이아‥양 아니신가요?" 그러자, 세이아는 신기하다는듯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어머, 제 동생 이름을 어떻게 아시나요? 설마 그 애가 무슨 일이라도‥?" 지크는 그때 뒤로 주춤하고 말았다. 도저히 이해가 안돼는 말을 세이아는 하고 있 는 것이었다. 결국, 지크는 자신의 경험으로는 처리하지 못하는 일이라 깨닫고는 즉시 표정을 바꿔 인사를 하기 시작했다. "아, 하하하하하핫­!!!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전 옆집에 사는 여자분의 아들되 는 사람입니다. 아침에 빵을 가져다 주신 것에 인사를 드리려고‥하하핫, 그럼 나 중에 또 뵙겠습니다. 좋은 하루 되시길‥그럼." 지크는 허리를 꾸벅 굽혀 인사를 한 후 번개같이 자신의 집 쪽으로 뛰어갔다. 그의 모습을 보던 세이아는 빙긋 웃으며 중얼거렸다. "어머‥재미있는 분이시네‥? 호홋‥좋은 동네로구나." 자신의 집 앞에 멍하니 선 지크는 도저히 이해가 안간다는듯 머리를 긁을 따름이었 다. 결국, 지크는 혼자의 힘으로는 안돼겠다는듯 차고로 들어갔고, 차원의 문을 열 며 중얼거렸다. "‥리오 녀석을 데리고 와야 하겠어. 이건 도저히‥!!!" ※ 주신계. 루이체는 모두가 집을 나간 상태여서 혼자 아무 할일없이 낮잠을 자고 있었다. 특 별히 딸린 일도 없었고, 식사는 자신의 것만 준비하면 되기 때문에 낮잠을 자도 손해를 볼 것은 없었다. "이봐!!! 리오 어디있어!!!" 순간, 루이체의 귀엔 1층에서 누군가가 소리치는 것이 들려왔고, 단잠에서 깬 그녀 는 인상을 푹 쓴채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누구야‥음? 지크 오빠? 오빠가 왠일이야? 면T만 달랑 입고 신계에 오는건 처음보 네?" 순간, 지크는 잘됐다는듯 루이체에게 달려들었고, 루이체는 갑자기 지크가 자신에 게 달려들자 깜짝 놀라며 소리쳤다. "앗!! 이게 무슨 짓이야!!!" ---------------------계속--- #6451 이승현 (janggunn) [이경영]Last Radiance~!! Vol. 4 12/31 09:22 326 line ------------------------------------------------------------------------- 음음... 홍보 부족인가... 왜 아직도 "후편 언제 나오나요?"라는 질문이 들어오는 것일까... 오늘만 해도 열통 가까이 왔는데... 음..너무 빨리 올렸나...이상허이... -------------------------------------------------------------------------- "‥그러니까, 리오 녀석은 말도 없이 어디론가 사라졌다 이거지?" 지크는 루이체에게 얻어 맞아 부어버린 한쪽 눈을 손으로 가린채 루이체에게 물었 고, 루이체는 계속 미안하다는 표정을 지은채 고개를 끄덕였다. "으응‥. 하지만 어디로 갔는지는 잘 모르겠어. 리오 오빠가 말 한마디도 없이 가 버린건 이번이 처음이라‥." 지크는 루이체의 말을 이해한다는듯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그렇겠지, 그녀석은 자신에게 무슨 일이 생길걸 염두하고 루이체가 가족이 된 이후부터 언제나 이녀석에게 차원 좌표를 말 하고 돌아다니니까.’ "‥쳇, 알았어. 그럼 리오 녀석이 돌아오는대로 우리집에 잠깐 들려달라고 말해줘. 알았지?" 지크는 천천히 일어나며 루이체에게 당부했고, 루이체는 고개를 끄덕이며 집을 나 서는 지크를 배웅해 주었다. "아 참‥아까 오빠 때린거 미안해, 헤헷‥. 이해하지?" "‥헷, 너무 이해가 돼서 눈이 쓰릴 정도지. 자, 나중에 또 보자구." 지크는 루이체의 머리를 약간 거칠게 매만진 후 천천히 차원 이동의 문으로 향했 다. 그때, 차원문 앞에서 지크는 우연히도 슈렌과 카루펠을 만날 수 있었고, 꽤 오 래간만에 지크를 다시 보게된 카루펠은 허리를 굽혀 지크에게 인사를 올렸다. "아, 주인님!" "옷, 슈렌하고 카루펠 아니야? 너희들은 왜 여기있어?" 헝겁을 감은자신의 창을 어깨에 기대어 놓고 있는 슈렌은 지크를 조용히 바라보며 대답했다. "‥임무 때문에." "흠, 그렇군. 어련하시겠어. 그런 그렇고‥카루펠은 아직 내거라구. 빌려쓰고 있다 는 것을 명심하세요 슈렌 형제님." "‥갑자기 강조하는 이유는 뭐지." 슈렌은 한숨을 내 쉬며 지크에게 물었고, 지크는 머리를 긁적이며 넘어가자는 어색 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슈렌, 카루펠과 헤어진 지크는 곧바로 자신의 세계로 돌아 왔고, 시간이 2초가 지난 것을 확인한 지크는 만족한 미소를 지으며 다시 집안으로 돌아갔다. 집안에선, 지크의 어머니 레니가 불안한 표정을 지은채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엇? 어머니, 무슨 일 있으세요?" "아, 돌아왔구나 지크. 네가 나간 다음에 곧바로 처크 삼촌에게 전화가 왔단다. 그 분 답지 않게 급한 목소리였으니 어서 본부로 가보렴." "예? 할아버지께서요? 시에, 잠깐 뉴스좀 틀어볼래?" 리모콘을 사용할줄 모르는 시에는 직접 TV앞으로 뛰어가 채널을 바꿨고, 지크의 예 상대로 뉴스 채널에선 긴급 속보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속보 내용인 즉, 다수의 바 이오 버그들이 시청앞광장에 나타나 난동을 부리고 있다는 것이었다. 지크는 피곤 하다는 한숨을 내쉬며 소파에 걸쳐두었던 자신의 자켓을 들고 현관으로 향했다. "‥저 가볼테니 다시 전화가 오면 현장으로 간다고 말씀드려 주세요. 티베와 마키 가 돌아오면 집에 가만히 있으라고 말씀해 주시고요. 그럼, 다녀올께요." 지크의 얼굴이 오래간만에 진지한 것을 본 레니는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지크 가 나간 직후, 속보가 흘러나오던 TV화면은 갑자기 치직거리며 심한 노이즈가 끼기 시작하더니 이내 아무것도 나오지 않게 되었고, 다른 채널들 역시 마찬가지로 나오 지 않았다. 레니는 불안한 마음에 무선 전화를 들어 BSP본부에 연락을 하려 했으나 전화 역시 불통이었다. 레니는 설마 하는 마음에 코드 전화를 들었고, 다행스럽게 도 코드에 의한 전화는 통화가 가능했다. 그녀는 즉시 BSP본부에 연락을 취하기 시 작했다. ※※※ "‥뭐지, 이 느낌은‥?" 꽃이 만발한 강변을 한 여성과 함께 한가로이 거닐고있던 리오는 순간 뇌를 스치는 이상한 느낌에 고개를 들며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파란 하늘은 구름과 새들 만이 떠 있을 뿐, 별다른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왜 그러시나요 리오님?" 리오의 옆에 같이 있던 레이는 리오가 갑자기 굳은 표정을 지은채 주위를 둘러보자 불안한 기분이 들었는지 그에게 물었고, 눈을 가늘게 뜬 채 주위를 둘러보던 리오 는 곧 고개를 저으며 레이의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 "음, 아니야‥. 기분탓이겠지. 레이에겐 미안하지만 성으로 그만 돌아가는게 좋겠 어. 바래다주지." "네, 그럼 그러세요." 레이는 자신의 어깨를 리오의 몸에 살며시 기대며 멀리 보이는성을 향해 그와 같 이 걷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러는 동안에도, 리오의 얼굴은 심각하게 변해 있었다. ‘‥내 시간으로는 2년이 지났는데‥휀이 말한 그 '미심쩍은 부분'이 드디어 움직 이기 시작한건가. 하지만 도대체 누가‥?’ "‥이제 가셔도 괜찮습니다 리오님‥." 한참 머리를 굴리며 생각을 하던 그때, 몸을 기대고 있던 레이가 갑자기 가라앉은 목소리로 자신에게 그렇게 말해오자, 리오는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레이를 바라보 았다. 레이는 고개를 푹 숙인채 리오에게 말했다. "‥저와 같은 여자가 리오님을 영원히 소유할 수는 없겠지요. ‥리오님과 함께한 1년 반‥정말 소중한 나날이었습니다." "‥갑자기 무슨 소리야 레이? 난 아직‥." 그러나, 리오는 더이상 말을 할 수 없었다. 리오의 앞으로 돌아선 레이는 리오의 가슴에 얼굴을 묻으며 약간이나마 떨리는 목소리로 말하기 시작했다. "‥당신은 가즈 나이트‥. 그리고 전 일국의 공주이기 이전에 보통의 여자일 뿐입 니다. 절 필요로 하는 사람은 한사람 뿐이겠지만, 당신을 필요로 하는 사람은 수 천, 수만‥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답니다. ‥이제 그분들에게 돌아가 주세요. 당 신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전 당신이라는 분과 1년 이상 같이 있었다는 것 하나만으로 기쁘답니다." "…." 리오는 말 없이 레이를 안아줄 따름이었다. "‥리오님의 얘기‥반드시 후세의 아이들에게 전해주겠습니다. 한 사람이 아닌, 신 을 모시며 다른 이들을 돕는 신의 기사 리오님과‥다른 분들의 얘기를‥." "‥미안해‥그리고, 고마워‥." ※※※ "젠장, 그 벌레들이 우글거리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는군‥! 아직 500m나 남았는 데 이정도 소리라면 아무리 나라도 지원을 기다려야 하겠는걸?" 지크는 통행이 중지된 도로에서 홀로 오토바이를 달리며 힘겹게 중얼거렸다. 이상 하게도 집에서 나온 직후 모든 무선 통신이 끊어진 상태여서 본부와의 연락 두절은 물론 정지위성 레이더와의 교신도 할 수가 없어 바이오 버그의 숫자를 감각적으로 만 느낄 수밖에 없었다. 이윽고, 지크는 시청 앞 대로에 도착할 수 있었고, 광장을 비롯한 자신의 앞 100미 터 이후의 모든 도로가 바이오 버그들로 가득차 있는 것을 보며 지크는 한숨을 쉬 는 수 외엔 별다른 방도가 없었다. 그는 결국 무명도를 들고 오토바이에서 내리며 자기 자신의 긴장을 풀려는듯 조용히 중얼거렸다. "‥쳇, 바이오 버그 대통령 후보가 유세라도 하는 것 같군. 헤헷‥지역 감정이 꽤 쎈데?" 지크는 도로를 점거한 E급 바이오 버그 다수 외에도 C급, B급 이상의 대형 바이오 버그들이 시청앞 광장에 있는 것을 보고 제발 자신이 쓴 고글에 문제가 있길 바랬 다. 그런데, 한가지 이상한 점은 바이오 버그들이 지크에겐 전혀 신경을 쓰지 않고 있다는 점이었다. "‥쳇, 하여튼, 오늘은 너희들의 합동 영결식이 펼쳐지는 날이다­!!!" 지크는 곧바로 무명도를 빼어든 후 고속으로 바이오 버그들에게 돌진하기 시작했 다. 그러나 그 순간, 바이오 버그들의 대열은 양 옆으로 갈라지기 시작했고, 광장까지 한순간에 길이 뚫리자 지크는 공격하려던 것을 멈추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바이오 버그들은 여전히 살의를 띄지 않고 있었다. 오히려 지크에게 길을 안내하려는듯 사람 키보다 작은 바이오 버그 한마리가 지크의 앞에 나타나 손짓을 하기 시작했 다. 「‥오너라‥강한 인간‥. [FATHER]께서 너를 기다리신다‥.」 "바, 바이오 버그가 인간의 말을!?" 지크는 놀라지 않을 수 밖에 없었다. 물론 지금까지 A급 이상의 바이오 버그들을 실제로 본 일이 없는 그였기에 충분한 일이었다. A급 이상의 바이오 버그들을 만난 BSP대원들의 일지를 살펴보면, 인간 이상의 초 지능과 상상을 초월하는 엄청난 전 투력을 가진 존재라는 기록이 적지 않게 나타나 있었다. 지크는 불안한 가슴을 진 정시키며 조심스럽게 그 바이오 버그를 따라가기 시작했다. "‥헤이 친구, MOTHER는 알겠는데, FATHER는 또 뭐하는작자야?" 그 바이오 버그는 걸음을 늦추지 않고 지크의 질문에 답을 해 주었다. 「‥우리들의 창조주이신 MOTHER와 동격의 존재‥아니, 더욱 강한 존재시다. MOTH ER께서 잠시 힘을 잃으신 동안, FATHER께서 나타나 MOTHER와 함께 우리 모두를 살 리셨다‥. 자, 고개를 숙이고 예를 갖춰라, 인간의 전사여‥!」 "‥쳇, 시끄러." 지크는 바지 주머니에 손을 꽂은채 광장 중앙에 마련된 괴기스런 의자에 앉아 있는 작은 존재를 바라보았다. 지크는 자신에게 예를 갖추라고 손짓하는 바이오 버그를 발로 멀리 차버린 후, 의자에 앉은 존재에게 다가가며 물었다. "헤이, 할아버지 어디서 많이 본 듯 한데‥?" 지크의 말에, 의자에 앉은 그 존재는 자신의 위를 보호하고 있는 B급 대형 바이오 버그들에게 물러서라는 손짓을 했고, 바이오 버그들이 물러서자 그는 천천히 의자 에서 내려와 지크의 앞에 섰다. "‥허허헛, 당연하다네 젊은이. 한달 전에 좀 감정이 있었지 아마? 허허허헛‥." 지크는 믿을 수 없었다. 리오의 일격에 전신이 날아가 버렸어야 할 작은 몸집의 뎃은 과학자, 닥터 와카 루 가 미소를 지은채 정상적인 인간의 모습으로 자신의 앞에 서 있는 것이었다. "‥호, 호오‥? 이게 어찌된 영문이지? 할아범은 그때 힘을 모두 흡수한 후 젊어진 상태로 리오 녀석과 싸웠다고 들었는데‥?" 와카루는 수염이 듬성듬성 난 자신의 턱을 매만지며 고개를 끄덕였다. "오우, 그렇긴 하지. 하지만 그땐 잠시 연극을 할 만한 사정이 있었다네. 괜히 세 상을 멸망시켜봤자 나에게 이득이 되는건 없었거든. 날 조종하려한 그 여신을 제거 한 후에 내 계획을 실행시켜도 별 문제 없겠다는 생각에 잠시 사라져 주었지. 허허 허허헛‥. 자, 오래간만에 악수나 함세 젊은이." 와카루는 주름이 잡힌 자신의 손을 지크에게 내밀었고, 지크는 잔뜩 신경을 곤두세 운채 와카루와 악수를 나누었다. 와카루는 곧 눈을 번쩍 뜨며 엄청난 살기를 내 뿜 기 시작했고, 지크는 즉시 손을 떼며 뒤로 멀찌감치 물러섰다. "하, 하하‥이거 왜이러시나 할아범? 내가 악수하는 방식이 좀 맘에 안들었나?" 그러자, 와카루는 고개를 저으며 자신의 오른손을 뻗었다. "아니‥자네의 힘이 의외로 강력해서‥. 내가 리오군과 직접 싸웠을땐 전투에 대한 지식이 없었는데‥지금 자네의 지식을 얻고 나니 갑자기 즐거워 지더군. 허허허허 허헛‥. 자네의 도검술(刀劍術)‥잘 익혔네." 그 말이 끝남과 함께, 와카루의 손에선 검은색의 긴 도검이 손바닥 피부를 뚫고 비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지크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악수를 한번 한 것 가지고 자신의 모든 기술이 저 노인에게 흡수되었다는 사실이 믿기지가 않았다. 와카루는 자신의 손에서 생성시킨 도검을 손에 쥔 후, 만족한 미소를 띄우며 지크에게 말했 다. "자아‥증명을 할 시간인가? 뭐가 좋을까‥음‥배운게 하도 많아서‥. 아, 이것이 좋겠군. 헛헛헛헛‥육백 칠이식, 일광(日光)‥!!" ------------------------계속--- #6464 이승현 (janggunn) [이경영]Last Radiance~!! Vol. 5 12/31 18:27 290 line ------------------------------------------------------------------------- 지크 기술 순번은 제가 직접 소설 훑어보면서 겹치지 않게 하고 있습니다. 아아아... 충격이다 충격...쇼크.. ------------------------------------------------------------------------- "자, 잠깐!! 그런 헛튼 수작으로 날 속일 생각은 마라!!!" 지크는 만일의 경우에 대비해 무명도에 손을 가져가며 와카루에게 소리쳤다. 그러 나 마음 속은 상당히 불안한 상태였다. 만약에 자신의 기술을 진짜로 다 익혔다면 그것만한 대인 살상병기가 없기 때문이었다. 와카루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허어‥사람을 잘 못믿는군 젊은이. 벌써 일본 BSP수십명이 나에게 그런 절차를 밟아 기술을 흡수당했는데‥그럼 몸으로라도 믿게 해 줘야지‥! 육백 칠이식, 일 광!!!" 피잉­!! 순간, 와카루의 칼이 한줄기의 호선을 그리며 지크에게 내 꽂혔고, 지크는 가볍게 옆으로 몸을 돌리며 무명도로 즉시 방어 자세를 취했다. "‥어라?" 그러나, 와카루의 칼은 무명도에 닿지도 않았다. 게다가 와카루가 펼친 기술은 연 속 베기 기술인 일광과는 거리가 먼 단순한 찌르기 기술에 불과했다. 지크는 가볍 게 와카루의 칼을 튕겨내었고, 와카루가 만들어낸 칼은 뒤로 멀찌감치 튕겨 날아가 고 말았다. 손을 부여잡고 의아한 표정을 짓고 있던 와카루는 눈을 꿈틀거리며 지 크에게 물었다. "이, 이럴리가‥!? 분명히 신경 정신 접촉에 의한 대상물의 뇌 기억세포 정보가 나 에게 들어왔을텐데‥!?" 그 말에, 옆에서 가만히 와카루를 구경하고 있던 지크는 코웃음을 치며 와카루에게 말했다. "‥쳇, 정신 접촉이었군. 난 또 정말 손만 잡고 내 기억을 읽은거라고‥. 미안하지 만 나와 같은 가즈 나이트들은 정신 방어력이 뛰어나다구. 뇌세포를 먹는다면 모를 까, 정신 접촉만으로 기억을 읽긴 좀 힘들걸? 헤헷‥." "‥허헛, 뇌세포라‥?" 순간, 와카루의 얼굴엔 화색이 돌기 시작했고, 지크는 와카루의 몸에서 갑자기 엄 청난 기운이 뿜어지기 시작하자 다시 거리를 두고 방어 태세를 취하며 와카루의 공 격에 대비했다. 곧, 와카루의 몸은 변하기 시작했고, 잠시 후 그의 몸은 더이상 70 대 노인의 그것이 아닌 20대의 팽팽한 몸으로 바뀌어졌다. 그리고, 그의 몸 위엔 생물학적인 갑옷이 둘러 싸여졌고, 예전에 마지막 전투때와 같은 모습을 갖춘 와카 루는 지크를 쏘아보며 소리쳤다. "‥그렇다면 너의 뇌세포를 먹어주겠다‥! 남김없이‥너의 모든 기술과, 음속의 수 십배에 달하는 스피드 안에서도 몸을 조절할 수 있는 운동신경! 모두 내것으로 만 들겠다­!!!" 부우웅­ 순간, 낮익은 음산한 소리와 함께 와카루의 몸은 사라졌고, 그 움직임이 무엇을 뜻 하는 것인가를 알고 있는 지크는 곧바로 반대편으로 보이는 건물의 외벽을 향해 강하게 뛰어올랐다. "쳇,진짜로 해 보시겠다 이건가!!" "당연하지!" 그때, 공중에 떠 있는 지크의 앞에 와카루가 나타났고, 지크가 몸을 돌려 피할 겨 를도 없이 와카루는 지크의 옷자락을 잡고 몸을 회전시킨 후 급속도로 지면을 향해 떨어지기 시작했다. "우리 일본 전통의 유도의 기술중 고대 기술엔 이런 살인 기술도 있지!!" 지크도 알고 있었다. 현대 스포츠인 유도는 상대방을 몇초간 꼼짝 못하게 묶거나, 어깨가 땅에 닿도록 메치면 이기는 것이지만, 유도도 원래 염연한 격투기중 하나였 다. 지금 그대로 지면에 떨어진다면, 두상이 아래로 향하게 된 지크는 최하 두개골 파손이었다. "쳇, 일본 전통이라고!!!" 순간, 지크는 필사적으로 몸을 돌려 발 뒷꿈치로 와카루의 두상을 강타했고, 숨골 을 맞은 와카루의 손은 즉시 풀려 둘은 안전하게 지면에 착지할 수 있게 되었다. 지크는 십년 감수했다는듯, 땀에 찬 자신의 고글을 벗어 던지며 와카루에게 소리쳤 다. "유도는 이 나라(한국) 고대에 행해지던 유술이 발전한 무술이야! 너희 나라 전통 따윈 없어!! 좋아‥대인 격투기라면 이 지크님이 몸소 가르쳐주지!!" 숨골을 발 뒷꿈치에 정확히 가격당한 상태여서 잠시 몸을 비틀거리던 와카루는 곧 회복이 되었는지 이번엔 다른 무술의 자세를 취하며 재미있다는듯 미소를 지어 보 였다. "후후‥일본 BSP들에게 흡수한 고대 유도 기술을 깨다니‥. 그렇다면 이건 어떤가 지크군?" 지크는 가만히 와카루의 자세를 살펴보았다. 왠지 모르게 어색하긴 했지만 저것은 일본 공수도의 고유 자세가 분명했다. 지크는 곧바로 자세를 취하며 와카루에게 소 리쳤다. "헷, 태권도의 청띠도 할아범 보다는 자세가 좋겠군. 괜히 어정쩡한 자세나 취하 지 말고 한번 덤벼 보시지!!!" 그러나, 지크는 그렇게 소리치면서 한가지 잊은 사실이 있었다. 운동에 대한 경험 은 분명히 와카루가 지크보다 적을지도 모르지만, 물리적인 운동력은 와카루가 훨 씬 위라는 것을‥. "으윽!?" 순간, 전광석화와 같은 와카루의 오른발 돌려차기가 지크의 두상을 노리고 날아왔 고, 지크는 깜짝 놀라며 급히 방어 자세를 취했다. 그러나, 방어를 위한 팔에 발이 닿는가 생각 순간 와카루의 오른발은 어느새 지크의 복부에 꽂혀 있었다. 퍼억­!!! "헉­!!" 명치를 강타당한 지크에게 잠시 경직시간이 생긴 동안, 와카루의 화려한 발차기 공 격이 연속으로 그에게 들어왔고, 상상을 초월하는 스피드와 파괴력에 지크는 급소 만을 겨우 피할 뿐, 속수무책으로 얻어 맞기 시작했다. "죽어랏­!!" 퍽­!!! "흐앗­!!!!!" 와카루의 왼발 돌려차기에, 지크는 멀찌감치 날아가 광장 아스팔트 위에 떨어졌고, 얼굴을 비롯한 몸의 대부분이 순식간에 피투성이가 된 지크는 숨을 몰아쉬며 천천 히 일어나기 시작했다. "하아, 하아‥. 그, 그 기술은 공수도가‥아닌 것 같은데‥?" 고개를 끄덕인 와카루는 지크에게 천천히 다가오며 대답해 주었다. "‥후훗, 이 무술은 공수도면서 공수도가 아니다. 이것은 일본 고류 무술‥. 내가 만난 BSP중에서 우연치 않게도 이 무술을 쓸 줄 아는 사람이 하나 있더군. 즉시 배 웠지. 후후후후훗‥. 자, 이제 너의 뇌세포를 흡수하기만 하면 난 그 리오·스나이 퍼가 와도 두려울 것이 없다. 자, 목을 내밀어라 지크·스나이퍼!!!" 그때, 지크는 다시금 주먹을 불끈 쥐었고, 그의 몸에선 강한 스파크가 일기 시작했 다. 기전력을 내 뿜으며, 지크는 허리에 돌려찬 무명도와 블래스터를 벗어 던진 후 다시금 자세를 취하며 소리쳤다. "‥이제부터 나에게 경로 사상을 지껄이는 녀석은 맛을 보여주겠어‥! 자, 와 보시 지 할아범!! 순순히 내 기술을 전수해줄 생각은 없으니까 말이야!!!" 퍼억­!! 그러나, 소리친 보람도 없이 지크는 와카루의 긴 정권지르기에 복부를 강타당하며 뒤로 멀찌감치 날아가 문을 닫은 은행 셔터에 틀어 박히고 말았다. "흐윽‥헉­!!" 다시 몸을 일으키던 지크는 입에서 선혈을 토하며 바닥에 주저앉았고, 지크에게 다가오던 와카루는 혀를 차며 지크에게 말했다. "이런 이런‥. 너무 허약하게 쓰러지면 기술을 얻은 보람이 없지 않나? 자, 어서 일어나는게 좋아. 난 지금 내가 익힌 기술이 효력을 발휘하는게 너무 신기하거든? 날 더욱 즐겁게 해 주는 것이다‥!!" "‥그만하세요 와카루 박사님." 그때, 와카루는 움찔 하며 목소리가 들려온 방향을 바라보았다. 한 여성이 공중에 뜬채 지크와 와카루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 주위에 꽉 차있던 바이오 버그들은 갑 자기 웅성거리기 시작했고, 와카루는 빛을 뿜고 있는 그 여성을 바라보며 이상하다 는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오스? 아니야, 분명 신의 자리를 박탈당했다고 MOTHER에게 들었는데‥? ‥후 , 하여튼 귀찮은 존재가 나타났군. 느껴지는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 후후후후‥. 아, 그래‥! 이오스의 딸이군, 기억 나‥은발의 아름다운 처녀‥!! 그땐 신의 힘에 대해서 전혀 각성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그 여성은 고개를 저으며 와카루에게 말했다. "‥더이상 악행을 저지르지 말아 주세요. 신의 영역을 너무나 침범해버린 당신의 불행한 영혼은 지옥에서도 받아주지 않을 것입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참 회하고‥." 푸웅­!! 순간, 와카루의 손에선 검붉은 빛덩이가 매섭게 발사되었고, 그 빛덩이는 그 여성 이 만들고 있는 보이지 않는 장벽에 가로막혀 그대로 사라져버리고 말았다. 와카루 는 곧 피식 웃은 뒤 자신의 앞에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는 지크의 머리를 매만지며 중얼거렸다. "‥그래, 네 녀석의 능력은 나중에 받으러 오겠다‥! 그때까지 힘이나 키워 두도록 ‥후후후‥. 그리고 공중에 떠 있는 당신‥내 일을 더이상 방해하지 않는게 좋아. 아니, 어차피 내가 이러지 않는다 해도 이 세상은 얼마 못가 멸망할테니까‥. 하하 하하하하핫­!!! 자, 돌아가자 나의 심복들이여!!!" 곧, 와카루의 몸에선 거대한 빛이 뿜어졌고, 그 빛의 범위 안에 들어있는 바이오 버그들은 곧 거짓말같이 사라지고 말았다. 시청앞 광장에 남은 것은 지크가 풀어둔 무명도와 블래스터, 그리고 피투성이가 된 채 의식을 잃은 지크 뿐이었다. 공중에 떠있던 그녀는 지크를 측은한 얼굴로 바라보다가 멀리서 사이렌 소리가 들려오자 고개를 저으며 잔광을 남긴채 어디론가 사라져갔다. 곧, 특수경찰들과 BSP들은 바이오 버그들이 있었던 현장에 뒤늦게 도착했고, BSP대 원들은 피범벅이 된채 의식을 잃고 있는 지크를 발견하고는 즉시 그를 구급차로 옮 기기 시작했다. 지크의 동료 BSP대원들은 믿을 수가 없었다. 그리 긴 시간도 아니었는데 지크가 저 정도로 엉망이 되었다는 것은 전 BSP중 지크가 최강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그들로 선 이해하기가 힘든 일이었다. 2화 예고! 와카루에게 압도적으로 당한 후 의식을 잃은 지크. 그가 잠시 빠진 사이 그의 동료들은 점점 수가 늘어만 가는 바이오 버그들과의 치열한 사투를 벌이는데 ‥. 지크가 없는 이 시점에서 그들은 과연 어떻게 난관을 해쳐나갈까? 제 2화, [신인들의 대 활약]편을 기대해 주시길!!! #6496 이승현 (janggunn) [이경영]Last Radiance~!! Vol. 6 01/01 18:50 293 line -------------------------------------------------------------------------- 예고..는 한 화가 끝나야 그 다음에 쓸 수 있는 것이라..매일 쓰기는 좀 그렇고요... 전 구정 지난 다음에 새해 복 많이 받으시라는 말씀을 드리려 했는데.. 뭐 자주 한다고 돈나가는건 아니니까..핫핫..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 제2화 [신인들의 대활약] "‥아니, 급한 환자가 있다고 해서 왔더니 송장이 있구먼." 응급실 침대에 누워있는 지크를 보던 BSP의료진중 제일 나이가 많은 의사가 그런 말을 하자 곧 응급실에선 난리 아닌 난리가 나버렸다. 급히 달려왔던 지크의 어머 니 레니는 지크의 동료 케빈의 부축을 받으며 근처 휴게실에서 정신을 가다듬었고, 다른 동료들 역시 상당히 불안한 얼굴로 그 의사의 상태 보고를 들었다. "음‥도대체 몇층 빌딩에서 자살을 기도한거요? 대퇴부 골절, 내장 파열, 두개골 파손, 늑골은 말할 것도 없고‥. 오른쪽 어깨뼈와 쇄골은 거의 가루가 됐고, 근육 들까지 골고루 손상을 입었소. 제발 나에게 몇주 진단이 나오냐고 묻지는 말아주 오. 특히 내장 부위에 손상이 크니 음식물에 의한 영양 보충은 당분간 거의 불가능 할거요. 험‥그건 그렇고 지크군이 이렇게 엉망으로 얻어맞은건 정말 오래간만이 구먼. 예전에 수수께끼의 남자에게 엉망이 된 이후로 처음이야. 자, 이제 모두 나 가주시오. 지크군을 수술실로 옮겨야 하니까." 그 말을 듣던 지크의 동료들은 한숨을 쉴 뿐이었다. 그들은 곧 응급실을 나섰고, 얼마 후 산소마스크를 쓰고 수술실로 향하는 지크를 보며 고개를 저었다. 처크 부 장은 언제나 끼고 있던 선글라스를 벗으며 헤이그에게 물었다. "‥다른 곳의 피해상황은 없나?" "아, 예. 오늘은 오직 시청 앞 한군데 뿐이었습니다. 무선 통신들도 모두 정체불명 의 전파방해에서 벗어나 원활합니다." 처크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선글라스를 꼈다. 하지만 그의 미간은 여전히 일그러 진 상태였다. "‥BSP의 통신망이 이렇게 간단히 무너질줄이야‥. 예전에도 이런 일은 없었는데‥ 아무래도 우리의 상상 이상으로 바이오 버그들이 강해진 것같군. 자, 당분간은 비 상 경계 태세를 유지하도록.그럼 각자 위치로." "옛!" 처크 부장은 곧 헤이그와 함께 레니를 데리고 병원 밖으로 나갔고, 리진과 챠오는 잠시 쉬려는듯 의자에 앉아 한숨을 돌렸다. 수염을 살짝 기른 말총머리의 사나이, 케빈·브라이언은 턱에 손을 가져간채 조용 히 생각을 하다가, 곧 고개를 숙이며 담배 한개피를 꺼내 입에 물었다. 하지만 불 은 붙이지 않았다. 그런대로 원칙을 지키는 편의 성격이어서 병원 안에서의 금연을 지키려는 것이었다. 물론 흡연의 욕구는 굴뚝같았지만‥. "‥케빈 선배는 무슨 생각 하세요?" 리진이힘 없는 목소리로 그렇게 물어오자, 케빈은 피식 웃으며 담배를 문 채 리진 에게 말했다. "‥후, 나와 지크는 동갑인데 왜 리진과 챠오가 나한테만 선배 소리를 붙이는지 고 민하고 있었지. 존대말은 물론이고." "‥농담하지 마시고요." "…." 옅은 미소를 띄운채 리진과 챠오를 번갈아 바라보던 케빈은 곧 주머니에 넣고 있던 손을 빼 어깨를 으쓱이며 미안하다는 행동을 취했다. 그리고 자신이 생각하던 얘기 를 하기 시작했다. "‥한달 가까이 지났는데‥사실 모두가 느끼는 바와 같이 바이오 버그들의전투력 이 E급에서 D-급으로 상승할 정도로 강해진건 아니야. 하지만 예전과 달라진점이 하나 있긴 하지. 예전처럼 마구잡이로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좀 더 체계적으로 이 사회를 갉아먹고 있어. 일주일 전에 원자력 발전소를 습격한 것도 그렇고‥. 우리 들이 알고 있는 MOTHER외에 무언가 다른 보스급 인사가 생겨난게 분명해. 하지만, 이건 내 예상일 뿐이니 너무 신경쓰진 마. 자, 난 이만 본부로 돌아가지. 지크 상 태나 잘 보고 나중에 얘기해줘. 그럼." 리진과 챠오는 본부로 돌아가는 케빈을 배웅한 후다시 휴게실로 돌아갔다. 챠오와 단 둘이 있게된 리진은 살짝 인상을 쓴 채 머리를 매만지며 챠오에게 물었다. "‥부장님 좀 너무하신 것같지 않니? 어떻게 지크 얘긴 한마디도 안하시고 현재 상 황에 대한 얘기만 하실 수 있을까? 아무리 지크하고 피가 이어지지 않았다 하더라 도 말이야." 그러자, 챠오는 조용히 자신의 장갑을 풀며 리진에게 되물었다. "‥보지 못했어?" "응?" 장갑을 다 벗은 챠오는 자신의 옆자리에 장갑을 놓아두며 천천히 말하기 시작했다. "‥부장님의 안색‥지크가 저렇게 당했다는 소식을 들은 직후부터 계속 안좋으셨 어. 성격이 호탕하신 부장님께서 그렇게 오랫동안 안색이 안좋으신건 처음봐. 하지 만‥지금 지크의 일 보다 더 중요한건 오늘 이후 바이오 버그들의 행동에 따른 우 리들의 대응이야. BSP중 최강이라 지칭되는 지크가 저렇게 쓰러졌다는 말은 현재 BSP중에선 지크를 저렇게 만든 존재를 누를 수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말과 같 아. 부장님은 호탕하지만 냉정한 분이시기도 해. 그래서 지크 얘길 꺼내지 않으셨 을지도 모르지‥." 챠오의 얘기를 듣고 있던 리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왼쪽 다리를 몸 가까이 올렸고, 무릎에 턱을 대며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그'라도 있었다면 조금은 숨통이 트일텐데‥. 빨간 장발의 남자‥. 아, 챠오는 모르겠구나." 그러자, 챠오는 리진을 흘끔 바라보며 말했다. "‥리오·스나이퍼라는 남자?" "응, 그래‥음!? 챠, 챠오가 어떻게 그 남자 이름을 아는거지!!!" 챠오의 입에서 정확히 이름이 나오자, 리진은 깜짝 놀라며 챠오를 바라보았고 챠오 는 시큰둥한 표정으로 대답해 주었다. "‥작년 그 혼란기때 지크, 마키, 티베 등과 같이 행동했다고 말했잖아. 그때 그 남자도 함께 있었지. 하긴, 객관적으로 지크보다 훨씬 강하긴 했어." 그렇게 말하는 챠오를 보며, 리진은 속으로 한탄하듯 중얼거렸다. ‘‥왜 얘는 언제나 나보다 더 많은 것을 알고 있는거지‥?’ 그렇게, 그 날 하루도 지나갔다. ※ 다음날, 지크가 빠진 회의실엔 지크를 제외하고도 두명이 더 참가하게 되었다. 바 로 지크가 데리고 온 견습 두명. "마키·키드렉! 19세! 오늘부터 BSP‥!! ‥BSP‥." "‥수도 방위 지부." "아, 수도방위 지부에서 일하게 되었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마키는 중간에 말을 잊었던 탓에 얼굴이 약간 붉어진채 자리에 앉았고, 처크 부장 은 머리를 감싸며 고개를 슬그머니 저었다. 곧, 마키의 옆에 앉아있던 티베가 자리 에서 일어나며 자기 소개를 하였다. "티베·프라밍이라고 합니다. 21세고요, 오늘부터 마키와 함께 수도 방위 지부에서 일하게 되었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티베가 자연스럽게 자기소개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처크의 얼굴은 그리 밝지가 않 았다. 마키는 근접 격투능력이 A+라서 그런대로 괜찮았지만, 티베는 사이킥 파워의 레벨이 기계의 한도를 넘어섰음에도 불구하고 A는 커녕 그저 '이상수치'라고 적혀 있었기 때문이었다. 오직 믿는 것은 특기인 '마법'뿐‥. 두사람의 소개가 끝난 후, 처크는 서류를 덮은 뒤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좋아, 오늘부터 함께 일하게 되어서 기쁘다. 다른 대원들과 함께 힘을 모아 임 무를 잘 수행할 수 있도록. 기타 사항은 넘어가고, 오늘의 안건부터 설명하겠다. 루이, 부탁하네." "네." 루이는 보통때와 마찬가지로 포커페이스를 유지한채 전자 슬라이드로 걸어가 비밀 안건 화일을 전개했다. "BSP의 임무는 바이오 버그로부터 사람들을 보호하는 것뿐 아니라, 경찰력으로는 처리하기 어려운 민생치안을 해결하는 것도 있습니다. 어제 정각 20시 이후 현재까 지 바이오 버그에 대한 표면적인 사건, 사고가 집결되지 않았으므로, 오늘은 특수 임무가 여러분께 주어집니다." ‘첫날부터 재수없군‥.’ 티베는 똥씹은 표정을 지은채 속으로 그렇게 중얼댔다. 루이의 말은 계속되고 있었 다. "최근, 신문지상이나 뉴스에 사이보그 수술을 받은 후 그 부작용 때문에 재활원에 가게 된 사람들이 늘었다는 것을 여러분은 보셨을 것입니다. 최근 용인의 재활원에 선 언론엔 공개되지 않았지만 20명에 가까운 사이보그들이 집단으로 탈출을 하여 상부의 촉각을 자극하고 있습니다. 있을 수 있는 일이라 하실 수 있지만 사이보그 들 20명이 무기 하나 들지 않고 집단으로 탈출을 하는데 그곳을 맡고 있는 중무장 군대가 아무런 저항도 없이 전멸되어 주었다는 것은 알기 힘든 일입니다. 그래서, 정보망을 풀 가동시킨 결과 이 일엔 바이오 버그들이 가담해 있다는 것을 알게 되 었습니다." 그렇게 말 한 루이는 곧 스크린의 화일을 닫은 후 40년 전의 지하철 노선도를 열 며 다시 설명을 개시했다. "여기 보여지는 전철, 지하철 노선은 40년이 지난 현재 폐쇄가 된 상태입니다. 저 희는 이중에서 바로 이곳, 40년 전 과천선, 4호선이라 불리는 노선에 탈주한 사이 보그들이 숨어있다는 정보를 얻게 되었습니다. 여러분의 최종 임무는 사이보그들의 제거 내지는 생포입니다. 가급적이면 생포 위주의 전투를 해 주십시오. 그들은 전 투 사이보그가 아니기 때문에 임무는 비교적 쉬울 것입니다.하지만 바이오 버그라 는 존재의 유무가 불확실하기 때문에 주의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모든 화일을 닫고 전자 스크린을 끈 루이는 다시 자기 자리로 돌아왔고, 처크는 자 신의 선글라스를 매만지며 모두에게 말했다. "잘 숙지하고 있다 알겠다. 이번 임무의 영향도 있고, 지크의 부상과 추가 대원 때 문에 오늘은 조를 다시 나눈다. 1조는 헤이그, 챠오, 사이키이며, 2조는 케빈, 리 진, 마키, 티베이다. 2조는 대원 경험이 부족한 이유로 특별히 4명으로 구성되었 다." ‘‥어차피 3대 4로 나눠야 하지 않나‥?’ 리진은 어색한 표정으로 시선을 올린채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 지, 처크는 계속 설명을 이었다. "1조는 '안산'에서 '산본'까지의 구간이 8년 전 완전 해체된 이유로 지하 구간이 시작되는 '범계'에서 부터 진행하게 된다. 2조는 중간에 있는 지상 구간‥한강 철 교가 역시 해체된 관계로 국립묘지가 있는 부분부터 임무가 시작된다. 중간에 어디 에서 합류를 할지 모르지만 가급적이면 빨리 합류를 할 수 있게 노력하도록. 그럼 이상." -----------------------------계속--- #6528 이승현 (janggunn) [이경영]Last Radiance~!! Vol. 7 01/02 09:23 286 line -------------------------------------------------------------------------- 음..이번 인기 투표는 완전...흐흑.. 보내주신분이 20분도 안돼니..이거 원... 바이론과 휀 몰표라고 보시면 됩니다. 지크와 리오는 한두표? ...이건 홍보 부족인 제 탓입니다. 게다가 타이밍도 나빴구요. 아이구... ------------------------------------------------------------------------- "에구‥." 마취제의 효과가 체질상 몸에서 빨리 사라지는 지크는 수술을 받은 복부와 오른쪽 어깨 부위에서 통증이 오는지 짤막한 신음소리를 내었고, 옆에서 그를 간호하던 레니와 시에는 깜짝 놀라며 지크를 바라보았다. "어머, 지크야, 또 아픈거니?" 그러자, 지크는 씁쓸히 웃으며 말했다. "아휴‥그런대로‥. 어머니나 주무세요. 밤새도록 절 간호하셨잖아요." 지크의 말에, 레니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니야. 넌 밤새도록 통증을 참느라 고생했잖니. 그건 그렇고‥그 애들 괜찮을지 모르겠구나." "예? 그 애들이라니요?" "마키랑 티베 말이야. 오늘 처음 정식으로 출근하자마자 작전 지역에 배치되었다고 처크 삼촌이 그러시더라. 그런데 괜찮을지‥." 그 말을 들은 지크는 한숨을 쉬며 눈을 감았다. 자신의 몸은 자신이 잘 아는 법. 지크는 자신의 부상이 완전히 회복되는데엔 적어도 오늘까치 포함해 3일이 걸린다 는 것을 알고 있었다. 파손된 두개골과 내장의 내부분은 전날 밤에서 이날 새벽까 지 말끔히 회복이 되었지만, 손상을 입은 근육과 부숴진 어깨뼈등은 신경등을 회 복시키는데 상당한 시일이 걸리기 때문에 지금 당장 마키와 티베등을 도우러 간다 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다. "으음‥헙‥!!" 우두둑‥! 그때, 지크의기합소리와 함께 그의 오른쪽 쇄골에선 뼛소리가 음산하게 들려왔고, 레니와 시에는 다시 눈을 휘둥그래 뜨며 지크를 바라보았다. "또, 또 왜그러니‥?" "아, 아니에요. 부숴진 쇄골이 지금 방금 맞춰진거에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휴 우, 이제야 목을 돌릴 수 있겠네." "‥지쿠 무섭다‥." 과자 봉지를 옆에 낀 상태인 시에는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은채 그렇게 중얼거렸다. ‘사돈 남말하네‥.’ 베히모스의 회복력을 알고 있는 지크는 피식 웃으며 속으로 중얼거릴 뿐이었다. ※※※ "저어‥아저씨‥아니! 선배님!" 폐쇄가 된 어두운 지하철 선로를 천천히 걷고 있던 티베는 맨 앞에서 걷고 있는 케빈을 불렀고, 언제나 즐겨 피우는 긴 담배를 입에 문 케빈은 눈을 깜박이며 티 베를 돌아보았다. "음? 왜, 티베." "아, 아뇨. 리진씨도 그렇고, 모두가 한가지씩 특기가 있는 것같아서‥. 선배님은 특기가 무엇인가요?" 그러자, 케빈은 웃으며 다시 앞에 집중을 했고, 본인 대신 티베의 옆에 있던 리진 이 대답을 해 주었다. "케빈 선배님은 별명이 빌리·더·키드(서부 시대의 전설적인 총잡이. 실존인물) 이실 정도로 사격의 명수에요. 경찰들이 쓰는 버츄어 사이트(조준 장치의 일종)를 사용 안하셔도 800m 거리에 있는 바늘귀를 날리실 정도죠. 저와 같은 사람이 초능 력을 쓰는 것과 마찬가지의 초인적인 능력이라 할 수 있죠." "파, 팔백미터!?" 티베는 믿을 수가 없었다. 800m거리에 있는 15톤짜리 트럭이라면 모를까, 바늘귀를 맞춘다는 것은 상식상 도저히 불가능한 것이었다. 게다가 리진의 말은 아직 끝난 것이 아니었다. "특히, 애용하시는 [하데스 웨폰]은 보통대원들이 소지하는 70구경 블래스터의 성 능을 능가하는 757구경의 수공예품이죠. 사람의 손으로 직접 만든 실린더식 6연발 권총인데도 불구하고 정확도 99%의 놀라운 성능을 자랑해요. 그 권총으로 트럭 열 다섯대의 엔진을 뚫고 그 뒤에 있는 바이오 버그의 심장을 관통하는 모습을 보고 전 케빈 선배님이 만화 주인공인줄 알았다니까요? 호호홋‥." ‘그, 그냥 집에서 시에 식사나 차려줄걸 그랬나‥?’ 티베는 잔뜩 긴장을 한 상태로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나, 마키의 표정은 예나 지금 이나 시큰둥 했다. 케빈은 곧 뒤를 돌아보며 리진에게 말했다. "이봐 리진. 그렇게 바람넣지 말라구. 너무 그렇게 띄워주면 내가 정신이 사나워지 잖아." "헤헷, 죄∼송 선배님퓨" 케빈은 주의를 주듯 리진에게 말했으나 표정은 웃고 있었다. 리진은 가볍게 거수 경례를 붙이며 역시 미소를 지어 주었다. "그건 그렇고‥여긴 '제2 종합청사'부근인데 아직도 적들은 나타나지 않는군. 이 대로 나간다면 제일 만만한 지역이 '남태령'과 '사당'쪽인데‥? 흐음‥." 케빈은 손에 든 핸드북을 바라보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사실, 여기까지 걸어오는 데 보이는 것은 쥐 뿐이었고, 바이오 버그나 사이보그들은 전혀 눈에 띄지 않았 다. 삐이익­ 삐이익­ 순간, 리진이 들고 있던 생체 레이더에서 경보음이 들려오기 시작했고, 리진과 케빈, 마키의 얼굴은 곧 진지하게 변하며 전투 준비를 했다. 케빈은 담배의 필터 를 앞이빨로 살짝 깨물며 리진에게 물었다. "몇마리 같아? 급수는?" "예상으로‥30마리 이하 정도에요. 전부 E급 수준이고요." 그러자, 케빈은 싱겁다는듯 피식 웃으며 피우던 담배를 버린 후 새 담배를 꺼내어 성냥으로 불을 붙인 뒤 자신의 회색 코트 주머니에서 커다란 권총을 꺼내며 회심의 미소를 지어보였다. "30마리 이하라‥그럼 담배 한대 피울 시간이군‥!" 그러는 동안, 티베는 다리가 떨리는지 제대로 걷지도 못하면서 속으로 있는 욕, 없 는 욕을 다 하고 있었다. 물론 실전 경험이 없어서 이러는 것은 아니었다. 전투 직 전에 발생하는 그녀의 버릇이라고 할까. 키키키키키키키키‥ 앞 선로에서 어떤 존재의 웃음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점점 커 지는 발자국 소리와 그들의 꼬리가 바닥에 닿는 소리‥. 케빈의 눈은 크게 떠졌다. 그는 숙련된 손놀림으로 들고 있는 권총의 실린더를 옆으로 내 놓은 후 탄 하나를 뺀 뒤 끝이 회색인 탄을 갈아 끼웠고, 다시 실린더를 넣은 케빈은 왼손으로 실린더 를 강하게 회전시키며 중얼거렸다. "우선, 배경을 밝게‥!" 투웅­!! 굵직한 총성과 함께, 캐빈의 '하데스 웨폰'은 불을 뿜었다. 첫 탄은 섬광탄이었는 지 총탄이 튄 지하 터널 내부는 잠시동안 환하게 빛을 냈다. 빛이 비춰진 부분엔 수십마리의 바이오 버그들이 우글대며 달려오고 있었고, 그 모습을 본 케빈의 손 가락은 재빨리 움직이기 시작했다. 투웅­! 투웅­! 투웅­! 투웅­! 투웅­! 쏜 탄환은 모두 다섯발, 6연발 권총이라 맨 처음 쏜 섬광탄까지 합해서 실린더 안 의 탄이 모두 떨어진 것을 느낀 마키는 재빨리 새로 지급받은 틸·니켈 나이프 두 자루를 꺼내들며 앞으로 나서려 했다. 투웅­!! "­!?" 그 순간, 몇초도 안되어 케빈의 하데스 웨폰은 다시 불꽃을 뿜었고 마키는 그 순간 깜짝 놀라며 사격을 하고 있는 케빈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케빈이 입에 문 담배는 그가 필터를 씹고 있는지 움찔움찔 움직이며 빠르게 타들어갔고, 그의 눈과 팔은 마치 기계처럼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며 전방의 모든 각도로 사격을 하고 있었다. 탄 환 여섯발이 떨어진 순간, 마키는 더욱 대단한 장면을 보게 되었다. 팔을 옆으로 돌리고 실린더를 비스듬히 아래로 내린 순간 탄피들은 당연하게 밑으 로 떨어졌다. 그러나, 탄피들이 채 바닥에 떨어지기도 전에 케빈의 왼손은 코트 주 머니를 오갔고, 동체시력이 좋은 마키는 엄지와 검지 사이를 제외한 케빈의 손가락 사이에 각기 두개씩의 탄이 끼워져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 손가락 사이에 끼 워진 여섯발의 탄이 실린더에 장전되는 시간은 그야말로 찰나였다. 그리고 실린더 가 다시 끼워지는 순간, 탄피들은 비로소 바닥에 떨어졌다. 그리고 하데스 웨폰은 다시금 불꽃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차라락­ 동체시력등이 좋지 않은 티베의 귀엔 귀를 울리는 총성에 가려진 탄피의 낙음 외 엔 들리지 않았다. 곧, 1분도 지나지 않아 총성은 멈췄고, 바이오 버그의 수를 알 려주는 생체 레이더는 경보음을 멈추었다. 연기를 뿜고 있는 하데스 웨폰을 내린 케빈은 손바닥에 실린더 안의 탄들을 떨어트린 후 탄피 네개를 제외한 다른 탄들을 다시 넣고 네발의 탄환을 장전한 뒤 다시 실린더를 닫으며 꽁초가 되어 버린 담배 를 옆으로 뱉어내었다. "모두 스물 일곱마리‥. 후, 역시 기계는 속일 수 없군." 권총을 빙글빙글 돌리며 코트 안에 집어 넣은 케빈은 씨익 웃으며 모두에게 말했 다. 마키는 눈을 크게 뜬 채 다시 자신의 나이프를 집어 넣었고, 티베는 멍한 눈으 로 케빈을 바라볼 따름이었다. 리진은 그런 둘의 어깨를 동시에 치며 말했다. "후훗, 저게 바로 사격 능력 [S]클래스에 랭크된 유일한 BSP, 케빈·브라이언의 실 력이에요. 자, 어서 가요 모두." 티베와 마키는 건성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앞으로 전진하기 시작했다. 바이오 버그 들의 사체를 지나가며, 둘은 더욱 놀라운 것을 볼 수 있었다. 바이오 버그의 사체 두상엔 구멍 하나만이 남겨져 있었다. 그것도 모두 똑같이‥. "자, 잠깐만‥육연발 권총이라고 했지? 맨 처음 섬광탄 한발을 쏘고‥마지막에 남 은 총알이 두발이었으니까‥설마 한마리당 한발씩‥?!" 티베는 손가락을 꼽으며 혼이 빠진 사람처럼 중얼거렸고, 마키는 침을 꿀꺽삼키며 지크와 챠오만이 BSP의 강자라고 생각했던 자신의 생각을 고치느라 여념이 없었다. 바이오 버그들의 사체 더미를 지나친 티베는 완전히 긴장한 목소리로 마키에게 속 삭이기 시작했다. "‥우리 그냥 가정부나 할래‥?" "‥생각해 보고‥." 지하철 노선은 아직 멀고도 험난했다. ---------------------계속--- #6563 이승현 (janggunn) [이경영]Last Radiance~!! Vol. 8 01/03 11:19 286 line ------------------------------------------------------------------------- 인기 투표는 끝난답니당... 어떤 분께서 보내주시긴 하셨지만...엉엉... ------------------------------------------------------------------------- "헙­!!" 투욱­!!! 짧은 기합과 함께 낮은 자세에서 나온 챠오의 정권은 마지막 남은 바이오 버그의 복부에 꽂혔고, 바이오 버그는 그 자리에서 돌처럼 굳어버렸다. 챠오는 재빨리 뒤 로 물러섰고, 바이오 버그는 곧 등껍질과 입에서 체액을 뿜으며 그자리에 쓰러졌 다. 바이오 버그의 숨이 끊어진 것을 확인한 챠오는 슬슬 손을 털며 주위를 돌아보 았지만 그들을 습격한 바이오 버그는 이제 전멸 상태였다. 뒤에서 지원 사격을 하 던 전투 사이보그이자 얼마 남지 않은 BSP원년 맴버인 헤이그는 만족한듯 고개를 끄덕이며 챠오에게 말했다. "호오, 챠오가 예전보다 더 강해진 것같은데 그래? 내가 지원 사격만 해도 될 정도 니, 하하하핫‥." 챠오는 헤이그의 말에 감사를 표하려는지, 고개를 살짝 끄덕일 뿐이었다. 말수가 없는 챠오를 잘 알고 있는 헤이그는 곧 사이키를 바라보며 물었다. "위치를 알 수 있을까?" "예, '총신대 입구'를 지난지 꽤 되었으니까‥아마 '사당' 근처일 것입니다." 핸드북을 보며 대답한 사이키는 빙긋 웃으며 헤이그를 바라보았고, 헤이그는 고개 를 끄덕이며 모두에게 말했다. "음‥내기억으로 '사당'역은 예전에 전철을 갈아타는 곳으로 사용했기 때문에 구조 가 좀 복잡할거야. 아마 그곳에 탈주한 사이보그들과 바이오 버그들이 있을 것같 아. 자, 가도록 하지." "예!" ※※※ "마키! 위험해­!!" "­!!" 틸·니켈 나이프로 바이오 버그 다수를 없애던 마키의 뒤에서, 아직 살아있었던 한마리가 몸을 벌떡 일으키며 그녀를 등 뒤에서 공격하려고 했고, 리진은 이를 악 물며 블래스터로 바이오 버그를 쏘려 했다. 그러나, 아직 마키는 공격을 당하기 직전일 뿐이었다. "하앗­!" 순간, 마키의 몸이 공중으로 치솟았고 그와 동시에 바이오 버그의 날카로운 공격은 빗나가고 말았다. 마키는 공중에서 몸을 한바퀴 돌리며 발 끝으로 바이오 버그의 두상을 강하게 가격했고, 그 일격에 타격을 받은 바이오 버그의 머리는 몸과 떨어 져 축구공처럼 앞으로 튀어나갔고, 머리가 떨어진 바이오 버그의 몸은 앞으로 힘없 이 쓰러졌다. 마키는 곧 안전하게 땅에 착지했고, 그 광경을 본 케빈은 휘파람을 불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휘­익! 멋진 [리버스 섬머솔트]군!! 그 상황에서 그걸 쓰다니, 대단한 탄력이야! 역시 근접 전투력 A+가 아깝지 않은걸?" 리버스 섬머솔트란, 보통의 섬머솔트가 아래에서 위로 차 올리는 것과는 반대로 동작은 같지만 떨어지면서 적을 친다는 것이 다른 기술이었다. 상당히 고난이도의 기술이었고, 게다가 바이오 버그의 머리를 일격에 날린 것에 케빈이 감탄하는 것 은 당연한 것이었다. "음, 여태까지 그걸 하는건 지크랑 챠오 외엔 보지 못했는데‥이거 지크녀석 거물 을 잡아왔는걸?" 케빈의 칭찬은 멈출줄 몰랐다. 결국 뒤에서 아무 일도 하지 못한 리진은 인상을 쓰 며 케빈에게 말했다. "자, 선배님. 여기가 '남태령'이에요." "음‥? 아, 참 그렇지. 미안 리진. 이제 남은 것은 '사당'역 뿐일거야. 늦게 가기 는 우리가 더 늦게 갈테니까 헤이그 선배님의 조가 벌써 다 끝냈을 수도 있지. 음, 맘을 편하게 가지고 행동하자. 그럼 출발." 케빈의 뒤를 따라가려던 마키는 뒤에서 티베가 아직 오고 있지 않자 의아한 눈으로 그녀를 돌아보았다. 티베는 양 주먹을 불끈 쥔 채 몸을 파르르 떨고 있었다. 마법 으로 바이오 버그의 대부분을 통구이로 만들어 케빈에게 마키보다 먼저 칭찬을 받 았음에도 불구하고 티베는 움직이지 않았다. 마키는 불안한 생각에 티베에게 다가 가며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이봐, 티베‥." "‥호홋‥호호호호호호홋‥!!!" 순간, 마키는 티베가 갑자기 웃기 시작하자 깜짝 놀라며 뒤로 주춤했고, 먼저 천천 히 가던 케빈과 리진도 놀라며 뒤를 돌아보았다. 티베는 고개를 서서히 들며 마키 를 향해 중얼거렸다. 반 정신 나간듯이‥. "호호홋‥마키, 나‥호호호홋‥이 일이 재미있어지기 시작했어‥!! 오호호호호호호 호호호홋­!!!!!" "티, 티베‥?" 티베는 곧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가며 신들린듯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호호홋‥하하하하하하핫­!!!! 그 괴물 단지들 다 나오라고 그래!!! 대 마법사 티 베·프라밍님께서 고귀하고 무서운 마법으로 박살을 내 줄테니까!!! 날 상대하게 된 것을 뼈저리게 후회하게 해 주겠어!!! 호­호호호호호호호홋­!!!!!!" 케빈은 자신보다 앞서 걸어가기 시작하는 티베를 보며, 황당한 표정을 살짝 지은채 리진에게 말했다. "‥왠지 불안한데‥?" 리진은 동감한다는듯 고개를 끄덕이며 덧붙였다. "‥게다가‥저마저 능가하는 엄청나고 사악한 사이킥 파워가‥." 이상한 불안감 속에서, 티베를 비롯한 모두는 다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 19시. 헤이그의 조는 드디어 '사당'에 도착했다. 역 플랫폼에 올라선 헤이그는 자신의 오 른쪽 팔을 뻗은 뒤 [레이저 게틀링건]으로 팔을 변형시켰다. 팔을 변형시킨 헤이그 는 빔 탄의 에너지원인 플루토늄 전지를 전투를 대비해 새것으로 갈아 끼웠고, 챠 오 역시 전투를 대비해 블래스터의 탄창을 허리의 탄창대에 하나 하나 끼워 나갔다 . 마법을 사용하는 사이키는 자신과 일행의 몸 주위에 방어 마법인 [프로텍트]를 거는 것으로 전투준비 끝이었다. "자, 준비는 끝났지?" 헤이그의 물음에 챠오와 사이키는 고개를 끄덕였다. 오른쪽 눈에 장비된 생체 레이 더를 가동시킨 헤이그는 곧 앞으로 발걸음을 옮겼고, 다른 둘도 헤이그를 따라 앞 으로 전진했다. "‥플렛폼에 먼지가 쓸리지 않은 것을 보니 우리가 2조 보다 먼저 도착한 것같군. 자, 그러니 모두 주의하도록." 헤이그들은 계단을 하나씩 오르기 시작했다. 지하철 2호선으로 갈아타는 곳에 가까 이 향할때까지, 생체 레이더엔 아무것도 잡히지 않았고 탈주한 사이보그들도 보이 지가 않았다. 헤이그는 이상하다 생각하며 계속 이동을 할 뿐이었다. "‥선배님, 잠깐‥!" 그때, 맨 뒤를 맡은 챠오가 헤이그를 불렀고, 헤이그의 하체 모터는 곧바로 정지를 했다. "‥왜그러지?" 챠오는 곧 주위를 차근차근 살피며 헤이그 쪽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조금 후 헤 이그의 옆으로 간 챠오는 헤이그에게 아래를 보라는 손짓을 했고, 자신의 한발짝 앞을 본 헤이그는 움찔 하며 눈을 크게 떴다. 10cm거리도 안되는 전방에 가느다란 실이 발목 높이로 복도 좌우에 걸려 있었다. "‥부비트랩‥!? 어째서 이런 게릴라 전법이 폐쇄된 지하철 역에 존재하는거지?" 부비트랩에 대해서는 지크에게 배운 일이 있던 챠오는 눈을 가늘게 뜬채 걸쳐진 실 을 바라보았다. 강철로 된 얇은 실이었다. 게다가 표면이 손만 대도 상처가 생길 정도로 날카로왔기 때문에 챠오는 어떤 트랩인지 알 것 같다는듯 고개를 끄덕이며 헤이그에게 말했다. "‥이중 트랩입니다. 저 함정을 건드린 사람은 저 강철끈에 발목이 날아가게 되어 있고, 뒤에서 따라오는 사람들은 천정쪽으로 이어진 폭발물에 당하게 되어 있어요. 이 트랩은 제가 제거하긴 상당히 어려우니 그냥 가는 것이 좋겠습니다." 헤이그와 사이키는 천천히 그 강철끈을 넘어갔고, 챠오 역시 그 트랩을 넘어 일행 과 함께 다른 곳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과연 지크가 가르쳐준 것이 쓸모가 있군. 그런데 2조가 저 트랩에 당하는건 아 닌지 모르겠군." 헤이그의 말을 들은 챠오는 고개를 살짝 저으며 말했다. "괜찮습니다. 상당한 수준의 함정 전문가가 2조에 있으니까요." 챠오는 계속해서 감각을 집중한채 앞으로 천천히 전진했고, 헤이그와 사이키 역시 챠오를 따라 앞으로 전진했다. ※※※ "후우, 먼지가 쓸린 것을 보니 헤이그 선배의 조가 역시 먼저 도착했군. 자, 우리 도 어서 올라가지." 케빈은 플랫폼 위에 가볍게 올라서며 담배 하나를 물었고, 다른 일행 역시 플랫폼 에 올라서며 한숨을 돌렸다. 약 10분 가량 휴식을 취한 일행에게 마지막 남은 담배 를 문 케빈이 가볍게 말했다. "1조가 따라간 방향으로 가는게 좋겠어. 적어도 함정에 걸릴 염려는 없을테니까 말 이야. 자, 출발." 케빈 일행은 천천히 1조가 간 방향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케빈은 버릇인지 담배 필터를 앞니로 살짝살짝 깨물며 여유있게 계단을 올라갔고, 티베와 리진 역시 가벼 운 마음으로 계단을 올랐다. 하지만, 맨 뒤에서 따라오던 마키의 표정은 밝지 않 았다. 그녀의 동물적인 감각이 그녀의 대뇌에 경고 신호를 보내고 있었기 때문이었 다. 케빈은 먼지가 잔뜩 쌓인 안내판에 입김을 불어 먼지를 살짝 날린 두, 기침을 하며 안내문을 읽어 보았다. "음‥2호선 갈아타는 곳이라? 좋아, 계속 가 보자구." 케빈은 머리에 묻은 먼지를 털며 천천히 발길을 옮겼다. 순간, 마키가 케빈에게 재 빨리 몸을 날려 그의 목을 오른팔로 졸라 끌어 당겼고, 갑작스런 상황에 리진과 티베는 아무 행동도 취하지 못하고 멍하니 둘을 바라보았다. 순간 표정이 굳어버린 케빈은 자신의 목을 졸라 뒤로 끌어당긴 마키를 흘끔 보며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무슨 짓이지‥?" ---------------------계속--- #6636 이승현 (janggunn) [이경영]Last Radiance~!! Vol. 9 01/05 09:38 359 line ------------------------------------------------------------------------- 이번엔 좀 다른 설문을... 시리즈 중에 나오는 인물중 친구로 삼고 싶은 인물중 한명을 골라 메모나 편지 등으로 보내주십시오. 기간은 1월 17일까지.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추신...제발!!! ------------------------------------------------------------------------- "함정이에요." 마키의 짧은 말에, 케빈은 가만히 시선을 아래로 내려보았다. 과연, 마키의 말 그 대로 얇고 긴 강철제 실이 사람의 발목 높이로 복도 좌우에 걸쳐져 있었다. 케빈은 고개를 끄덕이며 뒤로 물러섰고, 마키의 심장을 향해 코트 안에서 정확히 겨누던 손을 뺐다. "음, 미안. 너무 방심했군." 마키는 아무 말없이 케빈의 앞으로 지나갔고, 주위에 떨어진 긴 나사못 하나를 잡 은 후 강철실의 끝으로 다가갔다. 마키는 곧 나이프를 꺼내 실이 장치된 끝을 살짝 밑으로 내린 후 못을 실이 들어가 있는 구멍에 재빨리 박아 넣었다. 곧, 마키는 동 료들을 실 건너편으로 가라 손짓을 하였고, 모두가 실을 건너가자마자 나이프를 던져 강철실을 끊었다. 피잉­!!! 나이프가 실에 닿은 순간, 강철실은 무시무시한 소리를 내며 나이프를 휘감았고 틸·니켈제의 나이프는 마키 두부가 잘려 나가듯 두조각으로 나뉘며 바닥에 떨어 졌다. 실이 끊어진 직후, 마키는 천장을 바라보았으나 천장에선 아무 일도 일어나 지 않았다. 마키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동료들에게 돌아갔고, 리진은 이상하다는 눈으로 마키를 바라보며 물었다. "잠깐, 저런 함정은 그냥 실만 끊으면 되는 간단한 것 아니에요? 왜 못까지 박아 넣고‥." "‥아아, 이중 부비트랩이군." 그때, 마키의 함정 제거를 유심히 지켜보던 케빈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고, 함정 에 대해선 거의 무지한 리진은 케빈을 바라보며 물었다. "음? 그럼 실만 끊었다고 끝나는게 아닌가요 선배?" "으음, 실이 끊어지면 우리가 있던 저 장소의 천정에 붙어 있는 폭발물이나 유산탄 등이 폭발하게 되어 있어. 원래 저 방식은 수십년전 베트남 전쟁에서 사용되던 게 릴라 전법으로서, 나무 사이에 실을 걸치고 폭발물은 나뭇가지등을 이용해 사방으 로 장치하지. 설마 전절역 지하에 응용할 줄은 몰랐는걸? 그건 그렇고 상당한 실력 인데 마키? 못을 잘못 박아넣으면 실을 끊었다 해도 폭발하는데 말이야." 마키는 별 것 아니라는듯 어깨를 으쓱이며 중얼거렸다. "제가 잘 쓰는 수법이거든요." "음? 그, 그렇군‥." 케빈은 약간 당황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일행들에게 다시 가자는 손짓을 했 다. 주위를 조심스럽게 살피며 앞으로 전진하던 케빈은 피우던 담배를 옆으로 뱉 으며 생각했다. ‘‥지크가 건져온 보석이라 과연 다르긴 하군. 게릴라 전법을 몸에 익힌 A+급 대 원이라‥. 이거 챠오 이상인데?’ 케빈은 주머니 안에 들어있는 담배곽에 더이상 담배가 들어있지 않은 것을 아쉬워 하며 계속 앞으로 나아갔다. ※※※ 함정들을 모두 돌파하고 2호선 플렛폼에 도착한 헤이그는 아직까지 아무런 일도 벌 어지지 않자 고개를 갸웃거리며 주위를 다시한번 둘러보았다. 그러나, 사이보그의 흔적은 커녕 바이오 버그의 신호도 생체 레이더에 잡히지 않았다. "‥선배님, 뭔가 이상해요." 그때, 레이더를 살펴보던 사이키가 불안이 가득한 얼굴로 헤이그를 불렀고, 헤이그 는 그녀를 돌아보며 물었다. "음? 뭐가?" "‥생체 레이더 말이에요. 레이더상의 혼란을 막기 위해 BSP들에겐 특별한 주파수 를 내는 소형 발신기가 지급되잖아요. 그런데 지금 레이더가 그 주파수도 잡아내지 못하고 있어요." 그녀의 말을 들은 헤이그는 순간 표정을 굳히고 말았다. 그리고, 그의 머리엔 몇일 전 지크가 형편없이 당한 날 BSP의 모든 통신망과 전산망이 마비 상태에 빠진 것이 스쳐 지나갔다. "‥설마 주파수 교란‥!? 하지만 바이오 버그들의 두뇌로 그런 기술이 가능하단 말 인가‥?" "당연히‥불가능하다, BSP제군들." 순간, 역 내에선 수수께끼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헤이그를 비롯한 모두는 등을 맞대며 급히 주위를 살피기 시작했고, 챠오는 곧 건너편 플랫폼 쪽에 일곱명 가량 의 사람 그림자가 나타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챠오는 블래스터로 곧 그 그림자 들을 조준하며 소리쳤다. "저기에요!" 챠오는 곧장 블래스터로 사격을 가하기 시작했고, 옆에 있던 헤이그도 오른팔을 변형시킨 레이저 게틀링건으로 사격을 개시했다. "쓸데없다!!" 피잉­!!! 그때, 그 그림자들의 앞에 회청색의 장막이 생겼고, 그 장막에 닿은 레이저탄과 블래스터의 총탄은 마치 그 장막에 녹아들듯 순식간에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그것 을 본 헤이그는 긴장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양성자 방어막‥!?" "‥하하하핫‥. 구형 사이보그 주제에 잘도 알아맞혔군. 자, 한번 소개나 해 볼까 친구들?" 그 말과 함께, 어두컴컴한 역 플렛폼엔 전기가 흐르는 소리와 함께 모든 실내등이 켜졌고, 갑자기 안이 밝아진 탓에 챠오와 사이키는 눈을 손으로 가린채 잠시 주춤 했다. 곧, 시력을 회복한 둘은 재빨리 그림자들이 있던 곳을 바라보았고, 둘은 그 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일곱 그림자는 모두 온 몸이 무기화가 된 전투 사이 보그였기 때문이었다. 사이키는 놀란 눈으로 그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와, 완전 전투형 사이보그‥!? 하지만 브리핑때는 일반 사이보그라 들었는데‥?" 그 말을 들었는지, 일곱명의 전투 사이보그중 온 몸에 붉은 장갑을 사용한 날카로 운 눈매의 사이보그는 미소를 띄우며 말했다. "오, 그런가‥? 후후‥너희들의 상부도 썩을대로 썩은 모양이군. 자신들의 잘못을 감추기 위해 사냥개들에게도 거짓말을 하다니, 쿠쿠쿡‥. 미안하지만 우리들은 대 한민국 정부에서 비밀리에 만든 사이보그 부대, [흑우(黑牛)]의 맴버중 일부이다. 뭐, 너희들도 들어보진 못했을거야, 만든 직후 조각이 나버린 부대니까 말이다." 그러자, 헤이그는 이를 악물며 조용히 그 붉은 사이보그에게 물었다. "‥그렇다면 12년전 해병대 군인들중 20명을 특출했다가 중간에 계획이 백지화 되 어 보안을 위해 모두 실종 처리를 했다는 바로 그‥?" "오, 꽤 나이가 있는 사이보그인 모양이군?" 헤이그의 말에, 그 붉은 사이보그는 의외라는 표정을 지으며 헤이그를 바라보았다. 쓰디쓴 표정을 짓고 있던 헤이그는 결국 챠오와 사이키에게 나지막히 속삭였다. "‥큰일이다. 우리 셋만으로 저들을 상대한다는 것은 무리야‥! 저들은 나와 같은 다목적 전투 사이보그가 아닌, 사이키의 말 그대로 완전 전투형 사이보그‥게다가 모든 군대식 전술을 터득한 녀석들이기 때문에 더욱 힘들어." 순간, 붉은색 장갑의 사이보그가 플랫폼 사이를 재빨리 건너 뛰어 일행의 앞에 섰 고, 고개를 저으며 다가와 음흉한 눈빛을 번뜩이며 중얼거렸다. "‥쿠쿡, 도망치시려고? 그건안될 말씀‥. 우리에게 더 강력한 힘을 준 'FATHER' 께서 너희들을 꼭 처리하라고 했거든." "뭐? FATHER? 그건 또 누구지?" 헤이그의 물음에, 그 사이보그는 어깨를 으쓱이며 가볍게 대답했다. "그건 나도 모른다. 우리도 목소리만 들었기 때문에 알 수 없어. 하지만 실력 하나 는 대단하더군. BSP가 가지고 다니는 모든 탐색 장비을 무용지물로 만드는 기계도 만들 정도로 말이야. 아마 너희들은 BSP전용 위성도 모두 파괴해야 할 것이다. 위 성들의 대부분은 FATHER의 손에 들어가 있기 때문이지. 쿠쿠쿠‥." "‥! 그런‥!!" 헤이그를 비롯한 셋에겐 믿기 힘든 말이었다. 수만의 수파수가 수시로 바뀌어 통신 교란과 위성 장악을 방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전 세계의 상공을 날고 있는 수백대의 위성들이 모두 그 수수께끼의 인물 손 안에 들어있다는 것은 충격이 아닐 수 없었 다. "자아, 어차피 말을 해 줘도 너희들의 입을 통해 밖으로 빠져나갈 가능성은 없다. 왜냐? 너희들은 이곳에서 죽기 때문이지‥! 자, 나오너라 친구들!!" 사이보그는 오른팔을 들어 올리며 손가락을 튕겼고, 그 신호와 동시에 천정에선 수 십마리의 바이오 버그들이 단번에 떨어져 내렸다. 상황 표현은 간단했다. 사면초가 였다. 붉은 사이보그는 다시 자신의 동료들이 있는 곳으로 돌아가며 말했다. "하하하하핫­!!! 자, 한번 그 친구들과 놀아보시지!! 우린 천천히 기다리며 너희 들이 죽어가는 모습을 감상해 줄테니까 말이다!!! 으하하하하하핫­!!!!" "시끄러워요 아저씨­!!!" 순간, 헤이그 일행의 뒤에서 날카로운 목소리와 함께 새파란 불덩이 셋이 사이보그 들을 향해 날아갔고, 그 불덩이들은 플렛폼 바닥에 직격을 하며 대 폭발을 일으켰 다. 콰아아아앙­!!!! "크아아아앗­!!!! 누구냐!!!" 갑작스런 일격에 그런대로 충격을 받은 붉은 사이보그는 불덩이가 날아온 방향으로 고래고래 소리를 쳤고, 곧 헤이그 일행의 뒤에서 양 손에 푸른 불꽃을 머금은 티베 가 천천히 모습을 나타냈다. 뿐만 아니라, 케빈을 비롯한 다른 일행들도 모습을 드 러내 붉은 사이보그는 움찔하며 중얼거렸다. "‥쳇, 그렇군. 패가 둘로 나뉘어 있었군." 제 2조가 도착한 것에, 헤이그는 안도의 한숨을 쉬며 옆에 선 케빈에게 미소를 지 은채 말했다. "후, 꽤 빨리 도착했군 그래." 케빈은 자신의 전용 권총인 하데스 웨폰을 들며 씨익 미소를 지었다. "당연하죠 선배님. 그건 그렇고 저 사이보그들은 전혀 일반 사이보그로 보이진 않 는데요? 정신적으로 불안해 보이는걸 제외하면 좀 틀린 것같은데‥." "내 생각도 그래. 어쨌든 그 얘긴 이곳을 빠져 나간 다음에 계속 하지. 저 친구들 말고 다른 녀석들도 있으니‥음!?" 그때, 헤이그는 자신의 앞으로 티베가 갑자기 나서자 움찔 하며 말을 끊었고, 온 몸에서 마력을 뿜어내는 상태의 티베는 사악하다면 사악하다고 할 수 있는 미소를 지은채 주위의 바이오 버그들과 앞의 사이보그들을 차례로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호호홋‥이정도로 우릴 어쩌시겠다고요 아저씨? 미안하지만 이 마법사 티베·프라 밍님을 쓰러뜨린 후에나 그런 말씀을 하시는게 좋아요!!!! 오호호호호홋­!!!!" 티베의 웃음소리가 높아지면 높아질 수록, 그녀의 몸에서 뿜어지던 마력의 기운은 점점 더 강력해졌고, 마법에 대해선 많은 것을 알지 못하는 붉은 사이보그는 우습 다는듯 자신의 왼팔에 장착된 짧은 화살을 티베의 가슴에 정확히 조준하며 소리쳤 다. "흥, 웃기는 여자애군!!! 이거나 먹고 피나 토해봐랏­!!!!" 파앙­!! 순간, 사이보그의 팔에선 끝에 화약이 장치된 화살이 빠르게 날았고, 화살은 정확 히 티베의 가슴쪽으로 날았다. 티잉­ "아, 아니!?" 그러나, 화살은 티베의 몸 주위에 둘러진 보이지 않는 마법의 장벽에 부딪혀 힘없 이 녹슨 레일 위에 떨어졌고, 티베는 더욱 웃음소리를 높이며 사이보그에게 소리쳤 다. "호­호호호호호호홋­!!!! 그런 장난감 따위로? 이 몸을? 호호호호홋­!!! 당신이 야 말로 참치캔으로 만들어 드리겠어요­!!!!!!! [딜·슈트]­!!!!!" 부우우우웅­ 티베의 눈이 푸른색 빛을 내는가 싶더니, 모아진 그녀의 양 손 앞엔 중형의 마법진 하나가 빠르게 그려졌고 마법진은 이내 뇌력을 머금은 광탄으로 변하며 붉은색 사 이보그를 향해 직선으로 날았다. "으, 으아아아아아악­!!!!!" 퍼어어엉­!!!!!! 사이보그는 급히 양성자 방어막을 사용했으나, 물리력이 아닌 정신력이 주축이 되 는 마법과 양성자 방어막은 그리 관계가 없는 탓에 그 사이보그는 비명을 지르며 광탄에 맞아 뇌력이 섞인 대 폭발에 휩싸여갔다. 모든 일행은 생각보다 훨씬 강하 티베의 공격 마법술에 정신을 빼았긴 모습이었다. 역시 마법을 사용하는 사이키는 상상 이상의 마력을 지닌 티베를 보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였다. 곧, 연기가 겉히 고 나타난 것은 하반신과 상반신 일부가 완전히 날아가버려 입에서 윤활액을 토해 대고 있는 처참한 몰골의 붉은 사이보그였고, 그 모습을 본 티베는 크게 웃으며 소 리쳤다. "호­호호호호호호홋­!!!!! 그딴 힘으로 우리들을 없애시겠다? 엄마한테 가서 윤 활유나 더 쳐달라고 하시지­!!! 이제 몸이 좀 풀리는 것같지 않니 마키? 너무 재 미있는 것같애 이 직업!!! 호호호호호홋­!!!" 티베의 물음에, 마키는 건성으로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계속--- #6657 이승현 (janggunn) [이경영]Last Radiance~!! Vol. 10 01/05 22:48 282 line ------------------------------------------------------------------------- 친구로 어울릴듯한 인물의 설문을 받고 있습니다. 음..참여율이 최대였던 설문이 예전에 바이칼에 대한 설문이었는데.. 역시 이번에도 그럭저럭..그땐 대단했죠... 그리고..제발 제가 통신상에 있다고 하더라도 memo명령을 사용해 주세욧!!! to 명령으로 보내주시면 당신의 한표가 날라갑니당..(집계에 어려움이..) -------------------------------------------------------------------------- 헤이그를 비롯한 BSP들은 지크가 참가한 첫날 이후로 이번 전투만큼 몸을 움직이지 않은 적이 없었다..라고 기억하게 될 것이다. 사이키의 경우 마법을 사용할땐 언제 나 동료들에게 보조 마법을 먼저 사용한 후 공격 마법을 지원 형식으로 사용하지만 , 이번에 참가한 티베의 경우 지하철 플랫폼이라는 밀폐된 공간에서 상급 마법을 보이는대로 난사하여 마법의 폭발 여파로 바이오 버그 수십마리가 철근 콘크리트 더미에 깔려 몰살을 당해 바이오 버그와는 한번도 직접 전투를 하지 못했고, 전투 사이보그들도 공격 마법 한방에 대장으로 보이는 붉은 사이보그를 비롯한 세명의 사이보그가 완전 전투불능 상태에 빠져 나머지 네명이 그들을 회수하여 도망쳤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다른 BSP들은 구경만 하는 것 외엔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그렇게 상황이 끝난 후, 헤이그가 한 말은 이것 뿐이었다. "‥임무 끝. 제발 귀환하도록 하지 티베." 티베는 바이오 버그 몇마리와 사이보그들이 모두 도망친 것에 안타까운듯 이를 갈 따름이었다. 거기에서 사이보그에 대한 탐색 임무는 일단 종결이었고, BSP들은 본 부로 돌아가 처크 부장에게 간단히 보고를 마친 뒤 각자 집으로 퇴근을 했다. 다음날. 조회시간. "‥음, 그러니까 어제 임무 브리핑에서 말한 것과는 달리 사이보그들이 모두 전투 사이보그로 이루어져 있었다 이건가‥. 흐음‥알겠네. 내가 오늘 정부 청사에 가서 한번 따져보도록 하지." 헤이그의 보조 메모리 카드에 기록된 사이보그들의 모습을 확인하던 처크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곧, 처크는 전자 스크린을 끈 후 대원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음, 오늘도 역시 별다른 사건은 없으니 비상시를 대비하여 경계 순찰을 하도록 한 다. 조를 다시 나누도록 하지. 1조는 헤이그와 사이키, 2조는 케빈과 리진, 3조는 사이키와 마키, 그리고 티베. 이렇게 세명이다. 지크는 내일이나 모레 정도 복귀한 다니 일단은 순찰조를 이렇게 나누도록 하겠다." ‘티베 하나만 있어도 조 하나가 될 것같은데‥.’ 어제의 전투 장면을 눈으로 생생히 봤던 리진은 씁쓸히 웃으며 속으로 생각할 따름 이었다. --------- 2화 끝-------- 3화 예고! 탈주한 전투 사이보그들까지 적으로 만든 BSP. 그리고 사이보그들의 입에서 나온 충격적인 실태. 결국 BSP 대한민국 수도 방위 지부 부장인 처크·켄트는 이런 상 황을 보고하고 사이보그들에 대한 일을 따지기 위해 정부 청사로 향하는데... 제 3화, [처크 부장의 위기]편을 기대해 주시길! (...까진 좋은데 페이지 사정으로 또 밑에 써야 하는군...)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제3화, [처크 부장의 위기] "부장님, 제가 모시고 가지 않아도 괜찮으시겠습니까?" 헤이그는 약간 걱정이 되는듯 마악 승용차에 오르고 있는 처크에게 물었고, 처크 는 선글라스를 벗은 후 씨익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닐세. 과천 제 2총합청사에 가는 가까운 길이니 자네와 같이 갈 필요는 없네. 설마 그 사이에 무슨 일이 있으려고. 자네는 다른 대원들이나 잘 통솔해 주게. 그 럼 다녀오겠네 헤이그." "‥예, 그럼 다녀오십시오." 헤이그는 막 떠나는 처크의 승용차에 거수 경례를 붙였고, 처크는 손을 흔들어주 며 자기 부상 승용차의 엑셀을 밟아 나갔다. 처크의 차가 커브를 도는 것까지 지켜 보던 헤이그는 한숨을 쉬며 사이키가 기다리고 있는 차고를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저어‥말씀좀 물어도 실례가 안되겠습니까." 그때, 처크의 뒤에서 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처크는 천천히 뒤로 돌아섰다. 그의 뒤엔 붉은 장발을 깔끔히 뒤로 넘긴 한 청년이 자신이 쓴 안경을 매만지며 미 소를 짓고 있었고, 헤이그는 꽤 키가 큰 청년이구나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러시오. 뭐든지 물어보시오." 청년은 고개를 끄덕이며 처크에게 다가와 천천히 물었다. "저어, 지크라는 대원을 찾고 싶습니다만, 어디에 가면 만날 수 있겠습니까?" "지크? 음‥미안하지만 지크는 현재 병원에 입원해 있소. 이틀 전에 사고를 당해 입원을 했는데, 내일이나 모레 정도면 퇴원한다니 급하지 않으면 그때 다시 오도록 하시오. 병원 위치는 보안상 알려줄 수 없으니 미안하오." 그 청년은 자신의 안경을 다시 만지며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고, 곧 머리를 긁적이 며 하는 수 없다는듯 고개를 끄덕였다. "음‥그렇군요. 그럼 그때 다시 오겠습니다." "그러시오. 아, 그런데 당신 지크와는 무슨 관계요?" 헤이그의 물음에, 막 돌아선 상태인 그 청년은 헤이그를 다시 돌아보며 미소를 띄 운채 짧게 중얼거렸다. "‥절친합니다. 아주‥. 그럼 수고하십시오." 그 청년은 곧 천천히 다른곳으로 걸어갔고, 헤이그는 그 청년의 뒷모습을 보며 이 상하다는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모르겠군, 요즘 사람들 답지 않게 몸의 균형이 잘 잡힌 청년인데? 근육도 잘 발달해 있고‥. 뭔가 수상한데‥.’ 그때, 기다리다 못한 사이키가 직접 순찰차를 몰고 밖으로 나왔고, 헤이그에게 타 라는 손짓을 하며 소리쳤다. "선배님, 어서 타시지 않으면 다음 조와 교대하는데 지장이 있어요." "아, 그래. 미안." 헤이그는 미안하다는듯 손을 살짝 흔들며 빠른 걸음으로 순찰차를 향해 다가갔다. ※ 몸의 대부분이 회복된 상태인 지크는 가만히 병원 침대에 누워 시에와 함께 TV를 보고 있었다. 아침이라 그런지, TV에선 어린이 프로그램이 한창 방영되고 있었고, 시에완 같이 먹는 것 외엔 할 일이 별로 없었기에 지크는 가만히 그 프로그램을 시 청했다. [어린이 여러분, 여러분은 나중에 뭐가 가장 되고 싶나요? 언니에게 한명씩 말해봐 요. 자, 승희 어린이 부터!] [어‥저는요, 나중에 과학자가 되서요, 멋진 로봇을 만들어요, 외계인으로 부터 지 구를 지킬거에요.] 가만히 아이의 말을 듣던 지크는 씁쓸히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푸, 요즘 애들은 너무 폭력적이라니까." [그래요? 너무 너무 멋있겠네요! 그럼, 상범 어린이는 뭐가 되고 싶나요?] [저는요, 커서 중국에 가끔 나타난다는 용을 찾으러 다니고 싶어요! 아버지도 그런 꿈을 가지고 계시구요, 저도 그게 꿈이에요.] 그 아이의 힘찬 말에, 지크는 당연하다는듯 막대가 달린 사탕을 입에서 빼며 고개 를 끄덕였다. "오오‥간만에 옳은 말을 하는 꼬마가 나왔는걸?" [어머, 상범 어린이 그러면 안돼요. 세상은 꿈만으로 살 수 없답니다. 이 세상은 돈, 명예, 권력이라는 현실이 중요해요♡] [….] "‥저 여자‥코메디언인가‥?" 지크는 황당한듯 입에 물고 있던 사탕마저 떨어뜨리며 중얼거렸고, 시에도 과자를 입에 문 채 가만히 TV를 바라볼 뿐이었다. 덜컥­ 그때, 문이 갑자기 열렸고 누군가가 병실 안에 들어왔다. 장막 때문에 그쪽이 보이 지 않는 지크는 사탕을 다시 입에 물며 속으로 투덜댔다. ‘뭐야‥간호사 치고는 예의가 없잖아?’ "‥흠, 지금까지 내가 본 네 모습 중에서 가장 보기 좋은 모습이군." "쳇, 아직도 입은 더럽군 미소년. ‥바, 바이칼!?" 순간, 지크는 자신의 앞에 바이칼이 가벼운 정장을 입고 나타나자 깜짝 놀라며 침 대에서 일어났고, 바이칼이 병실에 들어온 것을 본 시에는 활짝 웃으며 바이칼에게 몸을 날렸다. "우와­빠이다 빠이!!" 바이칼의 어깨에 살짝 매달린 시에는 바이칼의 머리에 자신의 턱을 부비며 반가워 했고, 바이칼은 위를 흘끔 바라보며 차갑게 중얼거렸다. "‥과자가루가 하나 보일때마다 널 한번씩 베겠다‥. 그건 그렇고, 리오 녀석을 보 지 못했나." 그러자, 지크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전혀 모른다는듯 고개를 저었다. "아니? 나도 찾고 있긴 한데‥네가 왠일로 리오를 찾아?" 지크의 질문을 들으며 자신에게 매달려 있던 시에를 침대 위에 내려놓던 바이칼은 팔짱을 끼며 중얼거렸다. "‥흥, 너에게 말할 이유가 나에게 있나." 바이칼의 말을 들은 지크는 결국 장난기어린 미소를 지으며 바이칼에게 말했다. "호오‥함부로 말 할 일이 아닌가본데‥설마 청혼하려고?" "……." ············· "사, 사과한다구!!! 무릎꿇고 사죄할테니 제발 진정하세요 바이칼님!!!!" 오른손에 푸른색 빛덩이를 응축한채 침대 뒤에 웅크리고 앉아 떨고 있는 지크와 시 에를 차가운 눈으로 정조준 하고 있던 바이칼은 씁쓸한 표정을 지은 후 눈을 감으 며 메가플레어를 거두었고, 한숨을 쉬며 다시 침대위에 올라가는 지크를 향해 나 지막히 중얼거렸다. "‥목숨이 백개라도 모자를 녀석‥." "헤, 헤헷‥미안하다구. 그런데, 무슨 일이라도 생긴거야? 지금까진 리오 녀석을 우연히 만난 것으로 교묘히 가장하고 다니던 녀석이 직접 나에게까지 와서 찾으러 다니는걸 보니 심상치 않은 일 같은데?" "‥!" 바이칼은 지크의 말에 핵심을 찔린듯 헛기침을 몇번 하며 말을 돌리려 했으나, 지 크의 능글맞은 눈으로 부터 피할 수는 없었다. 결국, 바이칼은 침대 옆에 마련된 의자에 앉으며 지크에게 말했다. "‥장로에게 얼핏 들은 성계신의 일 때문이다. 특히, 이 지구라는 혹성에 대해." ------------------계속--- #6675 이승현 (janggunn) [이경영]Last Radiance~!! Vol. 11 01/06 09:27 292 line -------------------------------------------------------------------------- 친구로 삼고 싶은 인물 설문을 받고 있는 중입니다...만 거의 인기투표에 가깝군 요..흑흑..하여튼 많은 참여 바랍니다. 기간은 다음주 수요일까지. 아아..번뇌가 너무 깊습니다..잠이 안옵니다... 2년간의 기다림이 이다지도 깊었단 말입니까... (무슨 소리지...) -------------------------------------------------------------------------- "성계신‥?" 지크는 눈썹을 움찔거리며 바이칼에게 되물었고, 바이칼은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다. 장로 말로는 한 혹성당 한명씩 반드시 신이 배치되어야 하는데, 그 전투 때 이오스가 신으로서의 자격을 박탈당한 후 이 혹성엔 성계신이 사라진 상태가 되 어 지층, 대류, 기후등 모든게 불안정해지는 [카오스] 현상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그 모든 것은 성계신이 조절을 하게 되어 있는데‥이상하게도 지금 이 혹성엔 그 카오스 현상이 일어나지 않고 있다." 바이칼의 말을 오래간만에 진지하게 듣고 있던 지크는 손으로 턱을 받치며 바이칼 에게 중얼대듯 물었다. "‥그렇다면‥지금 누군가가 이 지구의 모든 것을 조절하고 있다는 뜻이야‥?" "그렇다. 하지만 성계신이 있는 위치는 주신과 선신, 악신의 삼대 신 외엔 아무도 모르기 때문에 리오 녀석에게 한번 물어보기 위해 그녀석을 찾고 있는 것이다." 그러자, 지크는 바이칼의 말이 이해가 안간다는듯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에게 물었 다. "‥그건 그렇고, 네가 왜 이 지구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거지? 예전만 하더라도 이 혹성이 부숴지든 말든 풍풍 거리던 네가 말이야. 보물이라도 묻어둔거야?" "‥흥, 멍청한 녀석‥. 네녀석은 아직도 이 혹성의 중요성에 대해 모르고 있군." "‥하아?" 지크는 눈을 크게 뜬 채 고개를 계속 갸우뚱 거릴 뿐이었다. 바이칼은 오래 말을 한 탓에 목이 말라졌는지 침대 근처에 놓인 팩쥬스 하나를 뜯어 잠시 마신 후 계속 말 을 이었다. "‥이 혹성‥이 차원은 다른 어떤 차원보다 문명이 신계에 근접해 있는 곳이다. 물 질 문명은 제일 발달해 있지. 그 이유는 만물의 영장 교채 후 신들과 모습은 닮았 으나 속으로는 불안정한 인간이라는 존재가 처음 만들어진‥하르마게돈(최종전쟁) 이후 전멸해버린 우리들의 선조(공룡)들 다음에 만들어진 인간이라는 존재들이 처 음 시동한 장소이다. 처음엔 아담과 이브라는 거대 원숭이 두마리였지만, 예전에 우리들의 선조들이 너무나 거대해 악마나 천사들마저 그들을 통재하기 어려웠던 기 억이 있어 다시 크기를 줄여 작은 원숭이로 바꾸었다. 하지만 그들은 머리가 너무 나빴지. 하르마게돈 이후 표면에 나타난 주신은 다시 그보다 발전한 생명체를 만들 어 지상에 뿌렸고‥그 인류 개선 작업이 끝난 최종 형태가 바로 지금의 인간들이 다. 그리고 자체적인 문명들이 시작되었고, 만족할만한 결과를 얻은 신들은 다른 차원들에 인간들을 풀어 점차 선과 악의 세력비를 예전처럼 갖추기 시작했다. 문명 이 최고로 발달한 이 지구라는 혹성의 성계신은 위에서 거론한 것과 같이 상당한 중요성을 띄고 있기 때문에 그만큼 다른 성계신에 비해 상당한 권력을 가진다. 이 오스가 그런 사기극을 펼친 것도 이유가 있는 것이지. 게다가 이곳은 서룡족과 동 룡족의 비율이 똑같은 유일한 곳. 이곳의 균형이 무너지면 다른 차원의 균형도 단 번에 깨진다. 서룡족과 동룡족의 균형은 물론이고 선과 악의 균형까지. 이제 이 차 원의 중요성을 알겠나." 바이칼은 말을 끝낸 후 연거푸 쥬스를 들이켰고, 지크는 너무나 황당하고도 놀라운 바이칼의 얘기에 입이 벌어진채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하, 학교하고 교회에서 배운 것과는 좀 다른데‥?" "‥어차피 인간들의 머리에서 나온 것이니 다를 수밖에. 자, 어서 리오가 있는 곳 을 대라." 쥬스를 다 마신 바이칼은 냉담한 얼굴로 지크에게 물었고, 지크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에게 솔직히 털어놓았다. "몰라." ※※※ "음‥오늘은 정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군." 사이키와 함께 순찰을 하던 헤이그는 순찰보다는 시내 드라이브를 즐기는 것에 가 까운 지금 상황에 한숨을 쉬며 중얼거렸고, 챠랑 운전을 자동 항법장치에 맡긴 후 책을 읽고 있던 사이키는 빙긋 웃으며 헤이그에게 말했다. "정말 다행이네요 선배님. 아무도 다치지 않으니까요." "‥그렇긴 한데‥. 음, 3조는 오늘 인원이 세명이었지? 아무래도 처크 부장님의 일 이 좀 불안해. 이상하게‥." "예? 무슨 말씀이신가요‥?" 헤이그의 말을 들은 사이키는 걱정스런 얼굴로 그를 바라보며 물었고, 헤이그는 무전기를 들어 3조 차량에 주파수를 맞추며 말했다. "‥20년이 넘게 BSP 생활을 하며 몸에 익힌 '감각'이라는 것이 있어. 아무래도 챠 오를 종합청사로 보내는게 좋을 것같아. 그녀라면 왠만한 상황에선 별 걱정이 없으 니 약간이라도 안심이 돼겠지. 아, 3조 들리나?" 헤이그의 호출과 함께, 화상 통신기의 화면엔 열심히 화장을 고치고 있는 티베의 모습이 나왔고, 티베는 갑자기 헤이그의 목소리가 들리자 깜짝 놀라며 좌우를 두리 번거리기 시작했다. 「앗! 대머리‥아니 헤이그 선배님 목소리!! 마키, 빨리 햄버거랑 감자칩 숨겨!!」 "‥신났군‥됐으니 챠오좀 불러주겠나 티베?" 헤이그는 자신의 매끈한 머리를 매만지며 한숨을 내 쉬었고, 티베는 자신의 바로 앞에 화상 통신기가 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억지 웃음을 지으며 손을 흔들었고, 곧 카메라는 운전을 하고 있는 챠오에게 돌아갔다. 챠오도 무언가를 먹고 있었는지 입 주위가 번쩍였고, 챠오는 왼손으로 입가를 가리며 화면에 시선을 돌렸다. 「네, 챠오입니다.」 "음, 미안한데 자네만 급히 종합청사로 가주지 않겠나? 아무래도 처크 부장님께서 혼자 가신 것이 걱정되서 말이야. 부탁하네." 챠오는 고개를 가볍게 끄덕이며 답했다. 「알겠습니다.」 "그래, 고맙네. 그럼 부탁하네." 곧, 화상 통신기의 화면은 꺼졌고, 헤이그는 조금 안심이 되는듯 한숨을 내 쉬며 고개를 뒤로 젖혔다. 「어머, 빨리 햄버거좀 줘 마키. 한참 화장한 다음에 먹으려는데 그 대머리 아저씬 뭐니?」 순간, 헤이그와 사이키의 귀엔 채 꺼지지 않은 통신기로 부터 들려오는 티베의 목 소리가 들려왔고, 둘은 깜짝 놀라며 통신기쪽을 바라보았다. 「냠냠‥음, 맛있다. 프랑스에서 파는 햄버거보다 훨씬 맛있는데? 호호호홋‥. 그 런데 챠오, 그 아저씨 연세가 어떻게 되니? 얼굴 보니까 좀 삭은 것같던데‥.」 「5, 53세‥정도‥.」 「어머, 그래? 그러면 아이 하나는 장가 내지 시집 보냈겠다 얘. 그건 그렇고 챠오 , 넌 가슴 사이즈가 어떻게 되니? 나보다 큰 것 같은데.」 헤이그는 아무 말 없이 고개를 푹 숙인채 양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있었고, 옆에 앉은 사이키는 얼굴이 발그래진채 어찌할 방도를 찾지 못하고 헤이그와 통신기를 번갈아 바라볼 뿐이었다. 「얘, 얘, 부끄러워 할 것 없어, 누가 듣니? 마키도 저번에 B컵이라고 당당히 말했 다구. 내가 C컵이니까‥챠오는 D컵? E컵?」 「‥티베, 통신기 안꺼졌어‥.」 자신감이 팍 사라진 챠오의 목소리가 들린 후, 곧 통신기는 조용해졌고 사이키는 다행이라는듯 웃으며 한숨을 후우 내쉬었다. 「으, 으아아아아아아악­!!!! 선배님 죄송해요!!! 저희들은 아무것도 먹지 않고 있구요, 선배님 나이에 대해서도 말하지 않았구요, 다른 사람의 신체 사이즈에 대 해서도 말 하지 않고 있구요­」 툭­ 곧, 누가 끊었는지 통신기에서 들려오는 티베의 변명은 더이상 들리지 않았다. 헤 이그는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키며 힘겨운듯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지크 이상의 괴짜가 들어왔군‥." ※※※ "‥어쨌든. 누군가가 성계신의 역활을 대신 하고 있으니 나중에라도 리오를 보면 그렇게 전해주길 바란다. 그럼 난 이만." 바이칼은 그렇게 말을 맺으며 자리에서 일어났고, 지크는 바이칼이 그렇게 가려 하 자 고개를 저으며 그에게 말했다. "어허, 남문병을 왔으면 더 놀다 가셔야지. 이리와서 TV나 보자구. 좀 있으면 만 화 한단 말이야." 그 말에, 바이칼은 잠시 걸음을 멈추었으나 잠시 후 뭔가를 잊으려는듯 고개를 저 으며 말했다. "‥그런것으로 날 유혹하려 하는건가. 우습군." "에헤, 그러지 마시고‥!" 지크는 재미있다는듯 킥킥 웃으며 바이칼의 팔을 갑자기 잡아버렸고, 순간 중심을 잃어버린 바이칼은 생각보다 힘을 상당히 가한 지크쪽으로 힘없이 딸려가고 말았 다. 그러나‥. "‥읍." "‥!!!!!!" 그 상황을 본 시에는 좋다는듯 박수를 치며 즐겁게 소리치기 시작했다. "앗! 뽀뽀다 뽀뽀!!" 그때, 병실의 문을 두드렸던 배식 간호원이 안에 아무런 반응이 없자 고개를 갸웃 거리며 병실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고 침대 위에 벌어진 상황을 본 간호원은 순간 고개를 돌리며 얼굴을 붉힌채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저, 저어‥방해해서 죄송합니다! 시, 식사는 여기에 놓고 가겠습니다!!" 곧, 간호원은 식사를 두고 쏜살같이 밖으로 나갔고, 침대에서 몸을 벌컥 일으킨 바 이칼은 얼굴이 새빨개진채 지크를 노려보기 시작했다. 역시 얼굴이붉어진 지크는 자신의 입을 이불로 닦으며 겁에 질린 표정으로 말 없이 손을 내 저을 뿐이었다. "‥네녀석을‥!!!!" "바, 바이칼님!!! 전 고의로 그런게 아니에요!!! 전 그냥 같이 놀자는‥!!!!" 바이칼은 여전히 몸을 부르르 떨며 서 있을 따름이었다. 지크는 바이칼의 눈에 눈 물까지 맺히자 바닥에 무릎을 꿇고 절을 하며 소리치기 시작했다. "절대로 말하지 않을께요 용제님!!! 용제 마마!!! 전 아무것도 못봤고, 아무짓도 하지 않았고, 당신을 끌어 당기지도 않았고, 당신은 끌려오지도 않았어요!!!!" 그러나, 바이칼은 소매로 눈물을 훔치며 말없이 밖으로 나설 뿐이었다. 그가 나가 자, 지크는 곧바로 세면대로 향해 양치질을 하며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으윽, 이건 치욕이야 치욕!!! 아아아아악­!!!!!!" ----------------계속--- 어허..번뇌로다.. Last Radiance~!! Vol. 12 -------------------------------------------------------------------------- 친구로 두고 싶은 인물에 대한 설문조사 중입니다. 계속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 "‥정말 말씀해 주지 않으실 것입니까?" 처크는 자신과 마주앉은 BSP관련 정부 고위급 인사에게 다시금 물었다. 그러나, 그 의 얼굴은 더욱 구겨질 뿐이었다. "흠, 이 양반 안되겠군!! BSP가 한 나라의 군사기밀까지 알아야 한다는 법이라도 있나!! 아무리 이건 UN 직속 기관이라 하지만 너무한 처사 아닌가!!! 대한민국은 UN의 속국이 아니야!!!" 그 관리는 그렇게 소리치며 강하게 나왔고, 결국 처크는 자신의 선글라스를 벗으 며 살짝 인상을 쓴 채 그 관리에게 소리쳤다. "탈주한 전투 사이보그는 모두 20명이오!! 그 사이보그는 우리 BSP의 탐색망을 빠 져 나갈 수 있는 장비도 지니고 있다 하오!!! 대한민국의 기술력이라면 당연히 시 각 스텔스 기능도 그들에게 주었겠지요!! 그런 괴물들이 이 나라의 국민들을 100명 씩 죽인다 하면 2천명의 국민이 목숨을 잃는 것과 같은 소리요!! 그들에 대한 정확 한 정보를 줘야 우리가 처리할 것이 아니오!!!!" "그, 그렇지만‥!!" 콰앙!!! 순간, 처크는 그 관리의 책상을 내려치며 더욱 크게 소리쳤다. "뭐가 그렇지만이오!!! 우리가 이렇게 말싸움하는 동안에도 그 사이보그들은 어딘 가에서 선량한 시민들을 살해하고 있을지 모른단 말이오!! 일이 더욱 커지게되면 아무리 우리라도 더이상 언론의 입을 막을 수 없소!! 만약 그땐 어떻게 할거요? 당 신도 알다시피 기합이 쫙 빠져버린 전경대로 그들을 막을거요? 배나온 민방위로? 아니면 화끈하게 시내 곳곳에 세계 최강이라 불리는 K-타이거 대전차를 배치해서? 어서 말을 해 보시오!!" 결국, 그 관리는 할 말이 없어졌는지 한숨을 후우 내쉬며 담배를 꺼내 들었다. 그 는 처크에게도 담배를 권해주며 말했다. "‥알겠소. 한대 피우며 조용히 얘기해 봅시다. 나도 좀 흥분했던 것같소." 처크는 다시 선글라스를 쓴 후, 그 관리가 주는 담배를 받고 불을 붙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길게 연기를 내 뿜은 관리는 손으로 약간 벗겨진 이마를 매만지며 얘기 를 시작했다. "‥그 사이보그들은 당신이 아는 대로 국방부에서 바이오 버그 대응용 무기 개발 계획의 일환으로 개조된 해병대원들이오. ‥하지만 그들을 개조한 뒤에 좀 문제가 생기고 말았소. 신경계를 맡은 의사의 약품 투여 실수로 그 해병대원들의 판단력 등에 문제가 생기고 만 것이오. 결국 우리는 그들을 보통 사이보그로 재 개조한 뒤 에 모든 계획을 백지화한 후 용인에 있는 사이보그 재활원에 감금시켰소. ‥설마 그들이 탈출해서 그렇게 강력한 전투 사이보그로 다시 태어날줄은‥. 아, 덧붙이자 면 그 사이보그들이 탈출할때 재활원을 경비하던 군인들이 바이오 버그들에 의해서 대부분 전멸이 되었소. 바이오 버그와 관련이 있다는 당신의 말은 맞는 것이오." "‥그렇군요." 처크는 담배재를 털며 고개를 끄덕였다. 관리는 곧 자신의 책상에서 볼펜 하나를 건내주며 말했다. "‥여기에 그들에 대한 모든 정보가 들어있소. 그 해병대원들의 특기등, 모든 것 이‥헉­!!" 챙그랑­!!! 유리에 작은 구멍이 생기는 소리와 함께, 그 관리는 말을 멈추며 몸을 부르르 떨었 고, 처크는 순간 그 관리의 손에서 급히 그 볼펜을 뺀 뒤 자세를 숙였다. 파앙­!! 그리고, 한발의 총성과 함께 그 관리의 머리는 과일이 터지듯 산산조각이 나며 사 방으로 흩어졌고 머리가 사라진 관리의 몸은 제자리에 풀석 주저앉고 말았다. 곧, 사방에서 총성이 들려왔고 그 총성과 함께 이곳저곳에서 사람들의 비명소리가 들려 왔다. 처크는 그 관리에게 받은 볼펜을 자신의 제목 품 안에 넣은 후 블래스터 권 총을 뽑으며 이를 악물었다. "‥오늘은 정말 재수가 더럽군‥!" "‥오, 이런, 여기에 한명이 더 있었군." 그때, 처크의 귀엔 술에 취한듯한 남자의 목소리가들려왔고 육중한 발자국 소리가 처크쪽을 향해 들려오기 시작했다. "후, 이 아저씨는 머리가 날아갔으니 뇌파에 의한 진술도 못하겠지? 후후후‥. 자, 이제 이 아저씨와 함께 있던 사람을 처리해 볼까나?" 파앙­!! "흐악­!!" 순간, 책상을 뚫고 들어온 날카로운 창살에 어깨를 가볍게 찔린 처크는 비명을 지 르며 몸을 옆으로 굴렸고, 방 안에 난입한 사이보그는 씨익 웃으며 중얼거렸다. "호오‥책상이 생각보다 두꺼웠던 모양이군. 어깨만 살짝 긁히다니‥하지만 아저 씨 너무 엄살이 심한거 아닌가? 창살이 박힌 것도 아닌데‥." 퍼엉­!!! 그때, 몸을 웅크리고 있던 처크는 몸을 돌리며 블래스터로 사이보그의 머리를 쐈 고, 사이보그는 큰 충격을 받은듯 뒤로 멀찌감치 날아가 서재에 처박혔다. 처크는 피가 흐르는 어깨를 손으로 감싼채 몸을 일으키며 중얼거렸다. "‥이래뵈도 난 BSP원년 맴버라고‥!" 그러나, 처크의 생각은 아직 이른 것이었다. 왼쪽 눈을 맞은 사이보그는 순간 작살 발사기가 달린 오른팔을 올렸고, 처크는 급히 몸을 옆으로 피해 그 사이보그가 발 사한 창살을 피했다. 사이보그는 천천히 서재에서 나와 부숴진 자신의 왼쪽 눈에 끝이 날카로운 손가락을 넣으며 중얼거렸다. "‥쿠쿠, 역시나 그랬군‥. 5cm만 윗쪽으로 갔어도 사망일뻔 했어. 다행히‥왼쪽 눈에 맞았지만 말이야‥으윽‥!!" 치직!!! 사이보그는 부숴진 자신의 왼쪽 아이-카메라를 뽑아냈고, 70구경 탄환이 박힌 아이 카메라는 조금 움직이다가 완전히 움직임을 멈추었다. 아이-카메라를 옆으로 집어 던진 사이보그는 곧 오른쪽 눈을 번뜩이며 자신의 등에 장비하고 있던 대전차포를 들었고, 다시금 처크를 조준하며 소리쳤다. "크하하하핫!!! 당신, 분명히 이 아저씨와 무슨 말을 했을거야!! 그러니 더욱 살려 둘 수 없지!! 우리는 계속 죽은 사람이어야 한단 말이야!!!!" 퍼직­!! 순간, 그 사이보그의 뒤에서 누군가의 강렬한 킥이 날아왔고 갑작스런 일격을 받은 사이보그는 머리가 떨어져 나가며 바닥에 쓰러졌다. 처크는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자신을 구해준 사람을 바라보며 놀라움과 반가움을 금치 못했다. "챠, 챠오!! 자네가 어떻게!?" 챠오는 아무 말 없이 사이보그의 떨어진 머리로 다가간 후 그 위에 자신의 블래스 터를 난사하여 사이보그의 머리를 완전히 부숴버린 다음 처크를 바라보며 말했다. "‥헤이그 선배님께서 절 보내셨습니다. 상황을 보니 종합청사 건물은 사이보그들 에게 완전히 장악된듯 합니다. 빨리 탈출해야 합니다." "헤이그가‥! 후우, 다행이군. 그럼 어서 빠져나가세!!" 챠오는 고개를 끄덕인 후, 벽에 몸을 붙인 뒤 문을 살짝 열어보았다. 투투투투투투투­!!!!!!! 그러자, 기다렸다는듯 머신건 사격이 안쪽에 행해졌고 챠오는 손을 문쪽으로 살짝 내밀어 블래스터로 응전한 후 다시 문을 닫았다. 역시 벽에 붙어있던 처크는 귀찮 은듯 자신의 선글라스를 벗으며 중얼거렸다. "‥이거 원, 자네까지 위험하게 한 것 아닌지 모르겠군. 이제 어디로 빠져나가지?" 가만히 벽에 붙어 생각을 하던 챠오는 할 수 없다는 얼굴로 처크를 바라보며 말했 다. "‥창문을 통하는 수 외엔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럼 제가 먼저 상황을 볼테니‥." 콰아앙­!!!! 그 순간, 챠오가 기대고 있던 벽이 뚫리며 두개의 우악스런 기계팔이 튀어나왔고, 기계팔은 재빨리 챠오의 몸을 조르며 그녀를 꼼짝 못하게 만들었다. 챠오는 급히 기력을 실어 그 기계팔에서 탈출하려 했으나, 인간의 팔과는 달랐기 때문에 그것은 순전히 힘으로 푸는 수 외엔 없었다. "‥으윽‥아앗‥!!" 그러나, 아쉽게도 챠오의 힘으로는 그 기계팔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결국 챠오 는 눈을 겨우 뜬 후 처크를 바라보며 소리쳤다. "부, 부장님‥어서‥도망치세요‥!!" "챠, 챠오!!!" 처크는 급히 자신의 블래스터로 챠오를 감싼 기계팔을 부수려 했으나, 자칫 잘못하 면 챠오를 쏠 수도 있었기 때문에 그는 결국 총을 내릴 수 밖에 없었다. 곧, 그 기 계팔의 주인인 사이보그는 벽을 뚫고 방 안으로 들어왔고, 중형의 아머를 걸친 그 사이보그는 씨익 웃으며 처크에게 말했다. "후후, 미안하지만 창문으로의 탈출은 불가능하지. 우리 동료를 쓰러뜨린 직후 이 곳은 다른 동료들에 의해 완전 포위가 되었으니까‥!! 공중조차!! 자, 우선 이 여 자부터 죽여볼까‥? 후후후‥여자 비명소리는 언제 들어도 기분이 좋거든‥천천히 죽여주지‥!!!" 그 사이보그의 기계팔은 천천히 챠오의 몸을 조이기 시작했다. 고통을 참으려는듯 이를 악물고 있던 챠오는 결국 이빨 사이로 비명이 터져 나오는 것을 참을 수 없었 다. "아앗‥아아악‥!!!!"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던 처크는 자신의 손에 들린 블래스터가 저주스러웠다. 아 무 역활도 하지 못하는 것이었다. 결국, 처크는 블래스터로 챠오를 겨냥하며 쓸쓸 한 미소를 지은채 중얼거렸다. "‥이것으로 고통은 없을 걸세‥챠오. 이거 지크에겐 너무 미안하지만‥나도 곧 뒤 따라갈테니 너무 걱정하지 말게‥." --------------계속--- Last Radiance~!! Vol. 13 -------------------------------------------------------------------------- 아직 설문이 끝나지 않았습니다!! -------------------------------------------------------------------------- "네가 우리 유파의 '강권'을 익히고 싶다고?" 자신의 조부의 물음에, 그의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있던 챠오는 묵묵히 고개를 끄 덕였다. 챠오의 조부는 길게 한숨을 내 쉬며 눈을 감고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챠 오가 말이 적어지고 분위기가 가라앉은지 3일째가 되어 가고 있었다. 3일이라는 시 간은 그들의 집에서 지크가 떠난후 지난 시간과 동일했다. 지크가 떠난 후, 챠오는 학교에서 돌아오자 마자 자신의 방에 푹 박혀 있었고, 도통 나오지 않다가 마음속 으로 어떤 결심을 한 듯 비장한 눈으로 자신의 조부를 찾아왔고, 대뜸 던진 말이 여자로선 배우기 힘든 강권을 배우겠다는 말이었다. "‥흐음‥여자는 '유권'만 배워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데‥. 그래, 이유는 내 묻 지 않으마. 이미 유권에 대해선 너희 이모들을 훨씬 능가하고 있는 너라면 충분히 배울 수 있겠지. 그럼, 내일 아침에 본당으로 다시 오너라." "‥예." 챠오는 조부에게 인사를 한 후 본당에서 나갔고, 챠오의 조부는 담뱃대를 든 후 불 씨를 넣으며 중얼거렸다. "‥충분히 배우는건 물론이고 잘만 하면 네 큰아버지도 능가할 수 있겠지. 그렇지 않냐 아범아?" 그의 말과 함께, 챠오의 아버지는 조용히 본당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왔고, 그의 앞에 앉으며 동감한다는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저 아이의 재능은 우리 가문 여자중에서 400년에 한번 나온다는 '적호의 상'(赤虎의 相)이니 말입니다. 근력등도 가문의 남자들에게 지지 않을 정 도로 강하고, 신장도 크고, 탄력도 있고, 게다가 남자들에겐 부족한 유연성도 충분 히 갖추고 있어 타인의 재능을 볼줄 아는 사람으로선 두려울 정도이지요." 챠오의 아버지의 말에, 챠오의 조부는 담배 연기를 길게 뿜으며 덧붙였다. "그래, 내가 보기에도 챠오는 19세 정도가 되면 키가 육척에 가까울 것 같으니 후 에 가면 더하겠지. 3일 전에 떠난 그 외국인 청년은 도저히 사람이라 할 수 없는 입신(入神)의 재능을 가졌으니 제외한다 치지만‥. 하여튼 적호의 상을 처음 보는 나로서도 감탄을 하지않을 수는 없었지. 하지만‥지금까지 보통 아이로만 자라기 를 원하던 아이가 갑자기 강권을 배우겠다니‥. 흠‥설마 그 청년 때문에‥?" 그 순간, 몸을 움찔한 챠오의 아버지는 고개를 번쩍 들며 비장한 목소리로 자신의 아버지에게 말했다. "‥전 제 눈에 흙이 아니라 황산이 들어가더라도 챠오를 그 녀석에게 주진 못합니 다‥!!" 그러자, 챠오의 조부는 자신의 넷째 아들을 한심하다는 눈으로 바라보며 담뱃재를 천천히 털은 후 조용히 중얼거렸다. "‥우물에서 숭늉 찾는 버릇은 여전하구나‥쯔쯔쯔." . . . . . . . ...................... "‥!!! 헙­!!!!!!" 처크 부장의 손가락에 힘이 들어가려던 순간, 사이보그의 두꺼운 팔에 잡힌 챠오의 몸에선 황색의 빛이 잠깐이지만 강하게 뿜어져 나왔고, 챠오를 팔로 조르고 있던 사이보그는 자신의 어깨와 팔 연결 부위에 수치로 표현하기 힘든 압력이 갑자기 가 해지자 흠칫 놀라며 몸을 주춤거렸다. "뭐, 뭐야!?" 그리고, 사이보그의 팔에 무리가 간 틈을 탄 챠오는 다시금 자신의 팔에 힘을 넣었 고, 강한 충격을 받은 상태인 사이보그의 양 팔과 어깨는 산산히 부숴져 나갔다. 자유를 얻은 챠오의 몸은 땅에 착지하자 마자 스프링처럼 튕겨 올랐고, 챠오는 혼 신의 힘을 다해 멍한 상태에 빠진 사이보그의 두상에 혼신의 일격을 가했다. 퍼억­!!!! 곧, 사이보그의 몸체 뒤로 뇌수가 섞인 뇌 조각들이 산산조각난 머리와 함께 떨어 졌고, 중추를 잃은 사이보그의 몸체는 곧 힘없이 뒤로 쓰러졌다. 그 모습을 본 처 크는 한숨을 길게 쉬며 블래스터를 거두었고, 챠오는 아직도 숨이 막히는지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그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챠오는 처크를 바 라보며 그에게 힘겹게 물었다. "‥괜찮으세요‥부장님‥?" 그러자, 처크는 씁쓸히 웃으며 힘없이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난 괜찮네. 그것보다, 아까 전에 일‥사과해야 하겠군." "‥?" 숨을 진정시키던 챠오는 의아한 눈으로 처크를 올려다 보았고, 처크는 블래스터를 들고 재빨리 창 밖 상황을 살피며 챠오에게 말했다. "BSP중에서 2, 3위를 다투는 자네의 능력을 과소평가했네. 10위권 밖의 대원들도 '발경'정도의 기술을 쓸 줄 아는데‥하마터면 대원 하나를 천국으로 보낼뻔 했지 않은가." 그 말을 듣고 있던 챠오는 숨이 그럭저럭 진정되었는지 블래스터를 들고 처크와 함 께 주위 상황을 살피며 말했다. "‥아직 죽을 수 없습니다.." "음?" 챠오의 입에서 의외의 말이 나오자 처크는 그녀를 흘끔 바라보았고, 챠오는 복도쪽 에 시선을 돌리며 말을 이었다. "‥아직 소원을 이루지 못했어요. 저는‥." "…." 처크는 속으로 무슨 소원일까 궁금해 하면서도, 그녀가 자신의 휘하에 있는 이상 언젠가는 들을 수 있을거라 생각하며 더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 . . . . . . . ............ "뭐, 뭐냐!! 넌 도대체‥!? 너도 BSP인가?" 청사의 현관에 배치되었던 사이보그중 한명은 완전히 겁에 질린 표정으로 뒷걸음질 을 치며 자신의 앞에 있는 사나이에게 물었다. 그러나, 그 사나이는 고개를 살짝 저으며 말했다. "음‥글쎄. 그건 그렇고 동료들의 시체를 밟는건 좀 그렇군." 그 사나이의 말 그대로, 그 사이보그는 현관에 잔뜩 깔린 사이보그들의 사체를 밟 으며 뒷걸음질을 치고 있었다. 그러나 사이보그는 이미 자신의 생존 외엔 머리에 떠오르지 않는 상황이었다. 그때, 멀리서경찰의 사이렌 소리가 희미하게나마 들려오기 시작했고, 그 사나이는 자신의 무기를 거두며 짧게 한숨을 내 쉬었다. 그런 뒤, 자신의 앞에 있는 사이보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자네도 빨리 도망치는게 좋겠군. 경찰들이 오는 것같은데‥. 하여튼 난 먼저 갈 테니 알아서 하도록. 그럼, 난 이만." 그 말과 함께 그 사나이는 바람같이 사라졌고, 사이보그는 뇌수와 윤활유, 실린더 오일로 젖어버린 카펫 위에 주저 앉으며 힘없이 중얼거렸다. "괴, 괴물같은‥! 어떻게 순식간에 우리들 열 두명을‥?" 파앙­!! 순간, 사이보그의 어깨 장갑에 탄환이 날아와 튕겨졌고, 그 바람에 정신을 차린 사 이보그는 즉시 몸을 일으키며 밖으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현관 밖에 있던 경찰과 몇발의 탄환을 주고 받은 사이보그는 완전히 도망쳐 버렸고, 현관 근처의 기둥 뒤 에 몸을 보호하던 챠오와 처크는 그 사이보그가 도망친 후 경찰들이 밀려 들어오자 안도의 한숨을 내 쉬었다. 경찰들은 놀랄 따름이었다. 청사 수비를 맡은 공수부대 대원 3개 대대를 소리없이 쓸어버린 사이보그들의 대부분이 현관에 널린 기계 부품으로 변해 있던 것이었다. 이유를 모르는 경찰들은 현관에 있던 챠오와 처크에게 '역시 BSP'라는 칭찬을 할 따름이었고, 역시 이유를 모르는 둘은 졸지에 역경을 해치고 살아난 영웅이 되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을 뿐이었다. 청사 직원들의 40%가 사망한 그 끔찍한 사건은 그날로 그렇게 종결이 되었다. 하지 만 챠오와 처크의 뇌리엔 사이보그들의 대부분을 쓸어버린 미지의 존재에 대한 의 문이 남아 있었다. 그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은 현재 지크 한명 뿐이라 생각하는 그 들이기 때문에 의문은 더해갔다. 하지만, 처크와 함께 경찰차를 빌려 타고 본부로 돌아가는 챠오에겐 약간이나마 짐 작가는 부분이 있었다. 현관에서 살해된 사이보그들의 대부분이 형체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부숴진 것 때문이었다. "‥설마, 그들이‥." "음? 뭐가 말인가?" 운전을 하던 처크는 옆에 앉아있던 챠오가 나지막히 중얼거리자 궁금한 얼굴로 그 녀를 돌아보며 물었고, 챠오는 힘없이 고개를 저으며 짧막하게 대답했다. "‥아닙니다." 챠오는 묵묵히 창문에 머리를 기대고 잠에 빠져 들었고, 처크 역시 피곤이 밀려오 는 것을 느꼈는지 항법장치에 운전을 맡긴 후 시트를 뒤로 눕힌 후 잠을 청했다. ※※※ 처크의 신변에 일이 생겼다는 것을 모르는 지크는 레니, 시에와 함께 즐겁게 집에 돌아오는 중이었다. "아아, 병원에서 나오니 정말 좋다. 그렇지 않니 시에?" 지크는 자신의 등 뒤에 매달려 있는 시에에게 물었고, 사탕을 입에 물고 있는 시에 는 고개를 끄덕이며 지크의 머리를 손으로 쓰다듬어 주었다. 옆에서 걷고 있던 레 니 역시 기분이 좋은듯 미소를 지은채 지크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그래, 무사히 퇴원했으니 정말 다행이구나 지크. 아, 난 시장으로 갈테니, 넌 시 에랑 집으로 먼저 가려무나. 오늘은 진수성찬으로 대접할테니 기대하고 있어도 좋 단다." "오, 그래요? 하핫, 역시 최고세요!! 음‥그러면 좀 손이 필요하실테니‥시에도 어 머니와 함께 시장으로 가볼래? 함께 가면 저녁을 더 푸짐하게 먹을 수도 있을거라 구. 헤헷‥." "!!" 그러자, 시에는 신난다는듯 즉시 지크의 등에서 내려 레니의 손을 잡았고, 지크는 레니, 시에와 떨어져 혼자 집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음음‥오토바이는 차고에 있다고 그러셨으니 다행인데‥. 후, 정말 내일은 출근하 기가 싫군. 아니야, 처크 할아버지라면 분명히 하루쯤은 휴일을 주시겠지‥후후후 훗‥. 주실거야 주실거야‥." 그렇게 혼자 중얼거리며 길을 걷던 지크는 곧 자신의 집 앞에 가까이 가게 되었고, 간만에 소파에 누워 TV를 볼 꿈에 젖은 지크는 만면에 미소를 지은채 계속 걸음을 옮겼다. 그때, 지크는 옆집 현관에 여자 둘이 한참 얘기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고, 지크는 정색을 하며 말 없이 그 둘을 바라보았다. "언니, 오늘은 학원 가기 싫단 말이야!!" "그러면 안돼, 넌 중학교 3학년이잖니. 오늘 다녀오면 저녁이 특별히 맛있을걸?" "‥흥, 언니는 참‥. 알았어, 다녀올께 언니." "그래, 다녀오렴 라이아." 단발에, 안경을 낀 갈색 머리의 소녀는 어깨에 가방을 걸치며 지크의 앞을 타박타 박 지나갔고, 말 없이 그 소녀를 돌아보던 지크는 쓸쓸히 웃으며 집 현관쪽으로 향 했다. 제3화, 처크 부장의 위기편 끝. 4화 예고!! 처크와 챠오에게 사이보그에 대한 말을 전해들은 지크. 그는 이 일에 닥터와카루 가 연관되어 있다는 것을 확신하고 와카루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기 시작한다. 한편, 경찰청에선 최근 일어나는 여학생들의 실종이 바이오 버그들과 관련이 있다 는 정보를 BSP에게 건내주며 그들에게 사건을 의뢰하는데‥. 제4화, [잃어버린 친구]편을 기대해 주시길!! Last Radiance~!! Vol. 14 ------------------------------------------------------------------------- 아직 설문은 안끝났습니다....라고 말하지만 이 글이 올라가는 시간이 바로 마감 시간입니다. 결과는 차후 발표. 음..이번 글은 주인공들을 제외한 다른 인물들에게 상당한 퍼센트를 주려고 계획 하고 있습니다. 3년 가까이 주인공들 중심의 전투와 우상 중심의 스토리만을 전개 했다는 생각이 들어서 다른 인물들도 키워줄겸, 쓰기도 지루하지 않을 겸 해서 라스트...를 쓰기로 한 것입니다. (..라고 말해도 별로 달라진건 없는 것 같지만.) -------------------------------------------------------------------------- "와카루 박사? 이름을 보니 일본인 같은데‥글쎄, 난 생명공학쪽 사람들은 잘 모르 겠군. 그런데, 그 사람이 무슨 일이라도 꾸미고 있나?" 처크 부장은 자신의 선글라스를 닦으며 오래간만에 출근한 지크에게 물었고, 그에 게 와카루에 대한 정보를 얻으려던 지크는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흠‥아니에요. 이름이 별로 맘에 안들어서‥. 그럼 나가볼께요." 지크는 처크 부장에게 거수 경례를 올린 후 부장실을 빠져 나갔고, 선글라스를 다 닦은 처크는 다시 선글라스를 쓰며 무거운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지크가 와카루·시코토 박사를 알다니‥. 그에 대한 존재는 BSP일본 지부의 상 급 기밀인데‥. 음‥그렇다면 나도 토쿄 방위대 지부장에게 물어봐야 하겠군." 처크는 급히 전화 다이얼을 눌러 나갔다. 지크가 물어본 것과 관련된 일들은 거의 큰 사건으로 이어졌기 때문이었다. 제4장 [잃어버린 친구] "음, 날 찾았다고 루이체에게 들었는데, 도대체 무슨 일이야?" 마침 집에서 리오를 만난 지크는 자신의 앞에 안경을 쓰고 머리도 말끔히 빗어 뒤 로 묶어 내린 리오를 보며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헛기침을 하며 용건을 말했다. "흠‥와카루 할아범이 아직 살아있다구." 그러자, 안경 뒤의 리오의 눈은 순간 꿈틀 거렸으나 그의 입은 아직 닫힌 상태였 다. 지크는 이때쯤 돼면 리오가 무슨 말을 해야 하는데 생각하며 계속 말을 이었 다. "음, 그리고 요즘 바이오 버그쪽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구. 와카루의 머리가 가세 해서 그런지 좀 더 조직적으로 우리들을 공격하고 있지. 최근엔 사이보그들까지 같 이날뛰는 바람에 더 고생이고 말이야." 말을 거기까지 들은 리오는 팔짱을 낀채 눈을 감으며 말했다. "‥미안하지만 난 이 세계의 일엔 더이상 낄 수 없어." "으윽!? 왜! 믿을 녀석은 너 하나 뿐인데!!!" 지크는 순간 기대가 무너진듯 눈을 휘둥그래 뜨며 리오에게 따지기 시작했고, 리오 는 덤덤히 지크에게 말했다. "‥이 세계의 성격상 그래. 이 세계는 다른 어떤 세계보다 문명이 발달해 있고 인 구가 많지. 한마디로, 마법과 대형 검술을 사용하는 나의 경우엔 이 세계에 입히는 피해가 더 많을 수 있기 때문에 거의 배치가 되지 않아. 너의 경우엔 마법을 사용 하지 않고 거의 대부분의 경우를 대인 전투법에 의존하기 때문에 고작 잘라봐야 건 물 하나, 다리 하나니까 별로 상관은 없지. 그래서 이번 일은 너 스스로 처리하는 게 좋을거야." 결국, 와카루의 생존이란 카드가 무용지물이 된 것을 깨달은 지크는 결국 최후의 카드를 내게 되었다. "잠깐!! 너에게 보여줄 것이 있어!!" "음?" 지크는 리오의 팔을 잡고 그를 창가로 데려가기 시작했고, 리오는 영문을 모르겠다 는듯 안경을 접어 셔츠의 포켓에 넣으며 지크와 함께 창가로 갔다. 지크는 곧 창문 을 열고 똑똑히 보라는듯 옆집을 가리켰고, 리오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쪽을 바라 보았다. "자, 뭔가 보이는게 있지!!" "‥불이 꺼진 집하고‥이불 빨래가 보이는군. 저게 뭐?" "말고 말고!! 그래, 저기 오는 두사람 말이야!! 여자 두명!!!" 리오는 가볍게 한숨을 쉬며 그쪽을 바라보았다. 순간, 리오의 얼굴은 돌처럼 굳어 지고 말았고 지크는 이제 됐다는듯 킥킥 웃으며 주먹을 불끈 쥐어 보였다. "세이아와‥라이아?" 그렇게 중얼거리는 리오에게, 지크는 더욱 바람을 불어넣기 시작했다. "그래! 하지만 저 둘은 나를 포함해서 예전에 같이 생활했던 모두를 기억하지 못하 고 있지!! 자, 그러니 나에게 협력을 하란 말이다!! 와하하하하하하하하핫­!!!!" 집 문을 열쇠로 열고 들어가는 세이아와 라이아의 모습을 지켜보던 리오는 곧 씁쓸 히 웃으며 지크에게 중얼거렸다. "‥후, 왠지 협박조로 나오는군. 하지만‥아까와 마찬가지로 난 이 일에 끼어들 수 없어." "무, 무어라!?" 지크의 표정은 다시 울상으로 바뀌었고, 리오는 미안하다는듯 지크의 어깨를 두드 려 주며 말했다. "‥미안해. 그 대신 세이아와 라이아를 잘 보호해줘. 만에 하나 이곳에 대한 임무 가 떨어지면 반드시 돌아올테니 말이야. 그럼, 난 이만 가도록‥." "잠깐!!! 아직 하나 남아있단 말이야!!! 제발!! 제발!! 제발!!" 지크는 리오의 팔을 붙잡고 매달리다시피 하며 애원했고, 리오는 또 뭐냐는듯 고개 를 흔들며 지크를 바라보았다. "아니, 또 뭐야. 말이나 한번 들어보지." 지크는 속으로 기도를 올리며 리오에게 천천히 말했다. "바이칼 녀석이 널 찾고 있어. 덕분에 나와 그녀석 쌍방이 피해를 입긴 했지만 말 이야. 나중에 다시 온다고 했으니(사실은 아님) 여기서 잠깐만이라도 날 도와주면 서 바이칼 얘기나 들어보자구. 나도 그녀석이 왜 널 찾고 있는지 듣지는 못했으니 까(역시 아님)." 결국, 리오는 졌다는듯 한숨을 길게 내 쉬며 소파에 앉았고, 지크는 속으로 만세를 부르며 기뻐했다. 리모콘으로 TV의 전원을 켜던 리오는 잠시 무언가가 떠올랐는지 지크를 흘끔 돌아보며 그에게 물었다. "아, 아까 말했던 그 '쌍방의 피해'라는게 뭐야? 서로 싸우기라도 한건가?" "‥읍!" 순간, 지크의 얼굴은 파랗게 질려 버렸고 그는 밀려오는 구토감을 참기 위해 손으 로 입을 굳게 막았다. 그 모습을 본 리오는 흠칫 놀라며 알겠다는듯 손을 저었다. "아, 알았어. 나중에 바이칼을 만나면 물어보도록 하지. 서로 키스라도 한 것 처럼 행동하는군." "‥!!!" 지크의 얼굴은 더욱 파랗게 질려 버렸으나, 지크의 그 모습을 보지 못한 리오는 머 리를 푼 후 손으로 쓸어 넘기며 가볍게 중얼거렸다. "음‥내 기억으로는 바이칼 녀석 아직 아무하고도 키스해본 일이 없을텐데‥. 뭐, 설마 아니겠지. 술이라도 마셨다면 모를까. 후훗‥." 쿵! 그때, 리오는 뒤에서 갑자기 누군가 쓰러지는 소리를 듣고 움찔하며 뒤를 바라보 았고, 그는 지크가 정면으로 바닥에 쓰러진 것을 보고 더욱 놀라며 쓰러진 지크에 게 다가갔다. "이, 이봐!! 이녀석 갑자기 왜그래!!!" "……." 지크는 사실 기절한 것은 아니었으나, 마음속으로는 그 이상의 상태가 되고 싶은 심정이었다. 리오가 아무리 흔들어대도 지크는 일어나기를 거부했다.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 . . . . . . . . ................. "어머, 리오씨이∼!! 너무 오래간만이에요!!!" 레니와 함께 시장에 다녀온 티베는 리오가 집에 있는 것을 보고 그의 팔을 안으며 기뻐했고, 리오는 약간 쑥스러운 얼굴로 머리를 긁적이며 티베에게 인사를 했다. "예, 오래간만이군요 티베양. 그동안 더 예뻐지셨는데요." 리오는 티베의 손등에 가볍게 키스를 하며 답례를 했고, 그 모습을 본 마키는 흠칫 놀라며 손을 뒤로 돌린채 리오에게 인사를 했다. "아, 안녕하세요‥." "아, 마키양도 정말 오래간만이군요. 음‥예전엔 반말을 했지만 지금은 어엿한 직 업인이시니 예의를갖추죠. 후훗‥." 리오는 키가 작은 편인 마키와 시선을 맞추며 그렇게 말했고, 마키는 얼굴이 붉어 진채 고개를 살며시 끄덕였다. 곧, 뒤늦게 들어온 레니와 시에도 리오를 보고 상당히 반가워했다. 집에 남자라고 는 지크 하나 뿐이여서 더욱 그럴지도 모르는 것이었다. "어머, 리오씨 오셨군요." "예, 안녕하셨습니까 어머님. 그리고 시에도 안녕?" "와아­!! 리오!!!!" 레니의 손을 잡고 들어왔던 시에는 리오가 인사함과 동시에 그의 정면으로 뛰어 올 라 리오의 볼에 자신의 볼을 부비며 기뻐했고, 리오는 시에의 머리를 매만져주며 그녀를 귀여워해 주었다. "음, 그래 그래. 시에도 많이 컷구‥나, 하하하하‥." 리오가 왠지 어색한 미소를 띄우면서 얘기를 해도, 시에는 별로 상관하지 않는듯 여전히 즐겁게 자신의 볼을 부비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도, 지크는 여전히 시체에 가까운 몰골로 소파에 누워 있었다. 리오 에게 들은 말이 그에겐 너무도 충격적인 말인듯 했다. -------------------계속--- Last Radiance!! Vol. 15 -------------------------------------------------------------------------- --------------------------------------------------------------------------- 아침 조회시간. 그날 아침은 여느때 보다도 훨씬 심각한 분위기의 처크 부장의 얼굴이 있었다. 하 지만 올라온 사건은 20세기에서도 흔히 있었던 사건이었기에 지크가 티베등은 퉁퉁 거리며 딴청을 피울 뿐이었다. 처크는 둘을 보고 피가 끓어오르는지 안건에 대한 얘기를 빨리 끝낸 후 예전처럼 루이에게 브리핑을 맡겼다. 루이는 전자 스크린을 켜며 차분한 목소리로 브리핑을 시작했다. "오늘 올라온 사건은, 최근 잇달아 일어나고 있는 젊은 여성들의 실종에 대한 것입 니다. 사건은 약 한달 전부터 진행되었으나, 목격자가 없는 관계로 사건은 언론엔 최소 보도가 된 상태로 경찰측에서 지하 수사를 계속 했습니다. 하지만, 한달 가까 이 사건은 계속 미궁에 빠져들었고, 그 사이에도 적지 않은 여성들이 실종을 당했 습니다. 실종을 당한 여성들의 나이는 15세에서 20세 까지로, 그들의 공통점은 혼 혈이나 순수 혈통에 의한, 염색하지 않은 '갈색 머리'라는 것입니다." "풋­!!" 순간, 지크는 마시고 있던 모닝 커피를 다시 잔에 쏟아버렸고, 그 소리를 들은 다 른 대원들은 인상을 찡그리며 지크를 쏘아보았다. 지크는 미안하다는듯 손을 들며 동료들에게 미소를 지어 보였고, 잠시 중단되었던 브리핑은 계속되었다. "‥여러분들 중에선 이 사건이 신출귀몰한 변태나 도착증 환자의 소행이라 생각하 는 분이 계시기도 하겠지만‥." 루이는 그렇게 말하며 지크를 바라보았고, 지크는 묵묵히 어깨를 으쓱일 뿐이었다. "‥최근, 몇건의 사건에서 목격자가 나타남에 따라 이 사건은 BSP에 넘어오게 되었 습니다. 목격자들의 진술에는 바이오 버그와 비슷한 모습의 인간형 괴 생물이 여 성들을 납치해 갔다는 공통점이 들어있었습니다. 하지만, 바이오 버그들의 출몰 횟 수가 늘어난 현재 시점에서 전원을 그 사건에 투입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결국 상부 에선 우수한 대원 한명을 뽑아 그 대원에게 단독 수사를 맡기기로 결정을 내렸습니 다." 브리핑을 마친 루이는 전자 스크린을 끈 후 자기 자리로 돌아왔고, 처크는 대원들 을 돌아보며 말을 이었다. "들었다시피, 이번 일은 극비로 진행되어야 사회 혼란을 막을 수 있다. 그 때문에 상부에선 우리 대원들중 가장 날렵하고‥." "‥?" 지크는 그 순간 눈을 동그랗게 뜨며 처크를 바라보았고, 처크는 포커 페이스를 유 지한 상태로 말을 계속 했다. "잠입술, 은신술이 가장 뛰어나며‥." "‥??" "판단력은 부족하지만 단독 전투능력이 가장 뛰어난‥." "자, 잠깐!! 그 상부라는 사람들이 도대체 누구에요!!" 지크는 몸을 의자에서 벌떡 일으키며 처크에게 큰소리로 물었고, 처크는 자신의 선 글라스를 매만지며 근엄한 목소리로 대답해 주었다. "‥당연히 나지. 어쨌든 뽑힌 인물에 대해선 지크 자네가 더 잘 아는듯 하니 오늘 의 조회는 이것으로 마치겠다. 수고해도록 지크. 다른 사람들은 저번에 짠 조 그대 로 순찰 활동을 해 주도록. 오늘 24시간 순찰을 돌 사람은 헤이그, 케빈, 챠오다. 이상." ※※※ 평소에도 BSP제복을 입지 않은 지크는 뚱한 얼굴로 자신의 오토바이에 기댄채 근처 페스트 푸드점에서 산 햄버거를 씹고 있었다. 졸지에 비밀 요원이 되어버린 그는 학교와 학원가, 대학로등을 빙빙 돌며 순찰 활동을 했으나, 얻은 것은 아무것도 없 었다. "‥쳇, 당연하지. 갈색 머리가 한둘이야? 염색한 여자애들을 제외하고도 이 서울에 만 엄청난 숫자일텐데‥젠장맞을. 그건 그렇고 이상하네, 주위에 뭔가 있긴 한 것 같은데‥? 사람들이 하도 많아서 기로 위치를 느끼긴 어렵군. 크으‥." 현재 지크가 있는 지점은 노×진역 근처의 학원가였다. 저녁 시간이 되자, 그곳엔 학원을 떠나는 재수생들과 학원에 오는 중고등 학생들로 붐비기 시작했고, 지크는 지나가는 여성들의 머리카락을 유심히 관찰하며 '순수한'갈색 머리를 찾기 시작했 다. 염색과 순수는 머리결과 반사광이 달랐기 때문에 지크의 '동물적인'눈으로는 쉽게 구분할 수 있었다. 그러나, 보이는 것은 모두 염색한 갈색머리 뿐이어서 지크 의 눈도 점차 지치기 시작했다. "어머? 지크 아니야?" 그때, 지크의 옆에서 한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지크는 쓰고 있던 고글을 벗으 며 자신을 알아본 여성에게 시선을 돌렸다. "‥어엇? 엘렌?" 지크의 옆에서 미소를 짓고 있는 틀어올린 금발머리의 여성은 헤이그의 외동딸인 엘렌. 헤이그(헤이그의 본명은 그랜·헤이그)이었다. 일류 공대의 건축과를 수석으 로 졸업한 그녀의 나이는 지크의 겉나이와 동갑인 25세였다. 화장을 짙게 한 그녀 는 지크와 함께 오토바이에 기대 앉으며 반갑다는 얼굴로 지크와 대화를 나누기 시 작했다. "독일에서 본 이후로 정말 오래간만이네? 아빠께 말씀은 많이 들었는데‥. 그건 그 렇고 지나가는 여자애들한테 왜 그렇게 집중을 하고 있어? 설마 헌팅이라도?" 지크는 엘렌의 말을 들으며 다시 고글을 쓴 후 아까와 같이 지나가는 여성들의 머 리에 시선을 돌리며 대답했다. "으음‥그랬으면 좋겠지만, 이것도 임무중에 하나라서 말이야. 내일 헤이그 선배님 들어오시면 여쭤봐. 여기서 얘기하긴 좀 그러니까. 그런데, 여기서 뭐해? 넌 직장 이 여×도 아냐?" 엘렌은 왼쪽으로 살짝 늘어뜨린 자신의 머리를 옆으로 쓸어 넘기며 고개를 끄덕였 다. "응, 그렇지. 오늘은 설계 의뢰 때문에 잠깐 이곳에 온거야. 흐흠‥그런데 지크도 올해로 나이가 적당히 찬 것 같은데‥아직 생각 없어?" "생각? 무슨 생각?" "‥여자 나이 25세면 아마 사람들이 그러지? 결혼 정년기라고‥." 순간, 지크는 침을 꿀꺽 삼키며 긴장을 했다. 엘렌은 지크와 팔을 낀 후 그에게 더 욱 가까이 붙으며 야릇한 목소리로 속삭이기 시작했다. "후훗‥제작년 일 기억해? 내가 대학 다닐때 일‥. 그때 아빠께서 날 지크한테 맡 긴다고 하셨는데‥." 지크는 잔뜩 긴장한 목소리로 겨우겨우 대답을 했다. "그, 그렇긴 하지. 하지만 그땐 임무중이었고 선배님께선 부상이 심각하셔서‥." 그러나, 엘렌은 별로 상관하지 않는듯 지크의 얼굴에 자신의 얼굴을 가까이 하며 계속 소근거렸다. "아빠께선 언제나 진실만을 말씀하신다고 생각하는데‥지크는 그렇게 생각 안해?" "그, 그러니까 그건‥." "이봐!!! 저녁도 안됐는데 벌써부터 무슨 짓을 하는거야!!!" 그때, 그리 멀지 않은 도로변에서 귀에 익은 목소리가 크게 들려왔고, 지크에게 붙 어있던 엘렌은 그쪽에 시선을 돌린 후 빙긋 미소를 지으며 중얼거렸다. "어머? 저 꼬마 아가씨 또 나타났네?" 지크는 이게 왠일인가 속으로 중얼거리며 고개를 흔들었다. 곧, 지크와 엘렌의 앞 에 목소리의 주인공이 나타났고, 그녀는 지크의 자켓 옷깃을 강하게 잡아 올리며 계속 소리치기 시작했다. "임무중에 무슨 짓을 하는거야!! 아침에 부장님께서 그렇게 강조하신 일이라는 것 을 벌써 잊어버린거야!!" 지크는 속으로 차라리 다행이다 생각하며 변명하듯 말했다. "강조하신 것 까지는 모르겠는데‥사람들 다 쳐다보잖아 리진‥." "‥핫‥!" 지크의 옷깃을 움켜쥔채 눈을 부릅뜨고 있던 리진은 지크의 말을 듣자마자 주위를 돌아보았다. 지크의 말 대로, 지나가던 사람들은 걸음을 멈추고 리진과 지크, 엘렌 을 바라보고 있었고, 리진은 순간 얼굴이 붉게 변하며 지크의 자켓을 잡은 손을 풀 었다. 엘렌은 여전히 미소를 머금은채 자신보다 키가 작은 리진의 어깨를 팔로 두 르며 그녀의 귀에 대고 살며시 속삭였다. "후훗, 그러고보니 너도 질투할 나이가 됐네? 그럼 언니가 어른답게 될 수 있도록 일대 일로 코치해줄까‥?" "귀, 귀에 대고 속삭이지 말아욧!!! 집에 대려다 줄테니 빨리 떨어져 줘요!!!" 리진은 나중에 두고보자는듯 지크를 강하게 쏘아보았고, 엘렌은 지크에게 손으로 키스를 보내며 리진과 함께 순찰차로 향했다. 주위에 모여있던 사람들은 중얼대며 다시 갈길을 걸어가기 시작했고, 지크는 어색한 표정으로 다시 여성들에게 시선을 돌리며 중얼거렸다. "‥왠지 리오 녀석의 심정을 이해할 것 같군‥. 음?" 한숨을 푹푹 쉬며 중얼거리던 지크는 멀리 보이는 학원차에서 갈색 머리의 여성이 내리는 것을 볼 수 있었고, 그와 동시에 무언가가 빠르게 학원 벽을 태고 내부로 들어가는 것도 본 그는 오토바이에 시동을 걸며 그 학원쪽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D급..아니면 D+이상의 녀석인데‥. 아까부터 느껴지던 이상한 기운이 바로 저녀석 들이었나? 헤헷, 오래간만에 몸좀 풀어봐야 하겠군." 학원 주차장에 오토바이를 세워둔 지크는 오토바이의 보안장치를 켠 후 무명도를 허리에 맨 후 학원 안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도중에 학원의 젊은 수위가 그를 막 긴 했지만 지크는 그 수위의 모자를 푹 눌러 씌우는 것으로 간단히 통과를 했다. 지크는 눈을 가늘게 뜬채 학원 안에 들어온 바이오 버그의 기를 쫓기 시작했다. 느 낌상으로 바이오 버그들이 천정 위로 이동을 하는듯 했기 때문에 지크는 발걸음을 빨리 할 필요가 있었다. ※※※ "자, 교재 183페이지를 펴 주시기 바랍니다." 남자 학원 강사는 차가운 목소리로 교실 내의 학생들에게 말했고, 학생들은 분주히 교재를 넘기며 강사가 말한 페이지를 찾기 시작했다. 제일 뒤에 앉은 소녀는 머리 핀을 다시 꽂으며 옆에 앉은 갈색 머리의 소녀에게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라이아, 오늘은 이번 수학만 하고 그냥 땡땡이 칠래?" 그러자, 옆에 앉은 갈색머리 소녀는 케이스 안에 넣어 두었던 자신의 안경을 끼며 살짝 인상을 쓴 채 역시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오늘도 역시 같은 장소로?" "당연하지‥!" 두 소녀는 킥킥 웃으며 책상위의 교재에 시선을 돌렸다. 5분 정도 지났을까. 학생들이 갑자기 책상 위에 털썩 털썩 쓰러지기 시작했고, 앞 에서 열강을 하던 강사는 학생들을 돌아보며 무겁게 말했다. "조는 사람 깨워주세요." 재미 없기로 유명한 그 강사의 수업은 맨 뒷자리 학생들에겐 고역이었다. 이번 시 간이 지나면 땡땡이라는 기대감에 겨우 겨우 잠을 참고 있던 갈색머리 소녀는 결국 참을 수 없었던지 앞에 앉은 남학생의 거대한 몸집에 기대를 걸며 안경을 벗고 교 재 위에 쓰러졌다. "‥어?" 쓰러진지 얼마 안되어, 그 소녀는 갑자기 몸을 일으켜 강사의 머리 위 천정을 유심 히 바라보기 시작했다. 옆에 앉은 소녀는 자신의 친구가 눈을 부릅뜬채 천정을 바 라보고 있자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 소녀에게 살며시 물었다. "라이아, 왜 그러니? 쥐라도 있는거야?" 순간, 소녀는 의자에서 몸을 벌떡 일으키며 강사에게 급박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선생님!!! 옆으로 피하세요!!!!" 그러자, 교실 안은 잠시 침묵 상황으로 변했고 강사는 눈을 동그랗게 뜬 채 자신에 게 소리친 소녀에게 조용히 말했다. "‥학생, 나가주세요." 그러나, 그 소녀는 나름대로 절박했다. 그녀는 두 주먹을 불끈 쥔 채 다시 강사에 게 소리쳤다. "피하시지 않으면 큰일나요!! 어서 피하세요!!!" "‥알았으니 앉던지 나가던지 해 주세요." 강사는 눈살을 찌푸리며 다시 몸을 돌려 칠판에 문제 계산을 계속 하기 시작했다. 콰아앙­!!!!! 그때, 그 강사의 머리 위 천정이 갑자기 붕괴가 되었고 그와 함께 검은색의 몸을 가진 무언가가 천정에서 그대로 떨어지며 강사를 덥쳤다. "으, 으아아아아악­!!!!!" 강사를 덥친 바이오 버그는 비명을 지르는 학생들을 흘끔 바라본 뒤, 체액이 줄줄 흐르는 자신의 입을 벌리며 포효와 함께 자신의 앞에 넘어진 강사를 팔로 잡아 문 쪽으로 강하게 내 던졌다. 「키야아아아아아아아­!!!!!!!!!」 강사의 몸은 그야말로 장난감처럼 벽에 내 던져졌고, 나무판으로 만들어진 벽은 충 격을 이기지 못하고 강사의 몸에 부딪힘과 동시에 산산히 부숴졌다. 「크르르르르르르‥!!!!」 바이오 버그는 곧 눈을 부릅뜨고 학생들을 돌아보았다. 괴물의 시선은 곧 자신의 정면에 있는 갈색 머리 소녀에 고정되었고, 그는 천천히 그 소녀에게 다가가기 시 작했다. ----------------------계속--- Last Radiance~!! Vol. 16 -------------------------------------------------------------------------- ------------------------------------------------------------------------- "허이구, 아무리 수업이 재미 없어도 강사를 이렇게 집어던지는건 좀 너무한데 그 래? 요즘 학생들은 너무 폭력적이라니까‥헤헷." 그때, 부숴진 벽 밖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바이오 버그는 그곳에 재빨 리 시선을 돌렸다. 곧, 바이오 버그는 괴성을 지르며 부숴진 벽쪽으로 몸을 던졌 고, 바이오 버그의 무서움을 TV등을 통해 잘 알고 있는 학생들은 귀를 막으며 고 개를 숙였다. "호오, 쇼를 한번 해 볼까 친구?" 쿠드득­!! 벽 밖에선 곧 무언가 부러지는 소리가 들려왔고, 학생들은 더욱 두려움에 몸을 떨 어야만 했다. 「키오오오오오오­!!!!!!!」 순간, 양 팔이 몸 뒤로 뒤집혀져 꺾인 바이오 버그가 괴성을 지르며 교실 앞에 힘 없이 쓰러졌고, 이어서 붉은 자켓의 청년이 주먹을 풀며 안으로 여유있게 들어왔 다. 그는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자신의 앞에 쓰러진 바이오 버그의 긴 머리를 발 로 밟은 뒤 앞뒤로 왕복을시키며 중얼거렸다. "에이, 너무 무섭게 소리지르지 말라구. 교실에 있는 어린 양들이 겁먹잖아. 헤헤 헤헷‥." 바이오 버그는 그렇게 짓밟힌 상황에서 몸을 움직이려 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학생들이 보는 것과는 달리 바이오 버그의 머리에 가해진 청년의 다리 힘 은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었다. '공포'라 불리는 바이오 버그가 자신들의 앞에서 간 단히 유린당하는 모습을 학생들은 멍하니 지켜볼 뿐이었다. 청년, 지크는 빙긋 미소를 지은채 학생들을 돌아보며 물었다. "헤이, 여기 고등부에요중등부에요?" 지크의 질문에 맨 앞에 있던 남학생이 멍한 얼굴로 대답을 해 주었다. "주, 중등부 인데요‥." 그러자, 지크는 약간 아쉽다는 표정을 지으며 손가락을 턱에 가져간채 중얼거렸다. "어허, 이런‥난 좀 나이가 찬 소녀들이 좋은데. 흠, 뭐 괜찮아. 난 20세 미만은 눈에 들어오지 않으니까. 하하하핫‥." ‘뭐, 뭐지 저 여유는‥?’ 학생들의 대부분은 그렇게 속으로 중얼거리며 지크를 바라볼 뿐이었다. 그때, 강사에게 위험을 알려주었던 갈색머리 소녀가 지크를 향해 다시한번 소리를 쳤다. "아, 아저씨 위험해요!!!! 피하세요!!!" '아저씨'라는 말에, 지크는 상당히 자극을 받은 듯 인상을 구기며 그 갈색머리 소 녀를 바라보며 투덜대기 시작했다. "이봐, 난 아직 스물 다섯밖에 안먹었‥윽, 라이아?" 지크가 깜짝 놀라며 자신의 이름을 말하자, 그 소녀는 더욱 놀란 얼굴로 지크를 바 라보았다. 순간, 멍한 상태의 지크에게 천정에서 다른 바이오 버그 한마리가 덥쳐 내려왔고 바이오 버그는 날카로운 팔꿈치로 지크의 두상을 정확히 가격하려 했다. "허술하지!!" 그때, 지크의 몸은 잔상을 남기며 사라져 버렸고, 바이오 버그는 하마터면 자신의 동료를 찌를뻔 한 것을 겨우 멈출 수 있었다. 그 직후, 바이오 버그의 머리 위에서 지크가 빠르게 나타났고, 그는 발로 강하게 바이오 버그의 안면을 정확히 가격하였 다. "건너편은 장사 잘 되는지 한번 보고와요 학생!!!" 퍼억­!!! 「키앗­!!」 상당히 강하게 찬 덕분에 바이오 버그는 짧은 비명을 지르며 창문을 통해 밖으로 튕겨져 나갔고, 건너편 학원 건물의 벽에 충돌하여 몸의 절반이 움푹 파이고 말았 다. 결과는 즉사였다. 안전히 착지한 지크는 손을 털며 만족한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틈을 주지 않 고 지크의 발 밑에 깔려 있던 바이오 버그가 몸을 벌떡 일으켰으나, 지크는 팔꿈치 로 바이오 버그의 두상 정점을 강하게 가격했다. "누워!!" 퍼억­!!! 바이오 버그는 힘없이 바닥에 쓰러졌고, 학생들은 바이오 버그들도 기절하는구나 생각하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러나 사실은 기절한 것이 아니고 뇌가 파괴된 것이었다. 입에서 뇌수를 줄줄 흘리는 바이오 버그를 보던 지크는 청소하기 어렵겠 구나 생각하며 학생들에게 다가가기 시작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갈색머리 소녀에 게 다가가는 것이었다. 그 소녀의 앞에 선 지크는 무슨 말을 할까 고민하다가 우선 일부터 처리할 생각을 했는지 양 손을 허리에 대며 소녀에게 말했다. "‥흠, 좋아. 얘기는 천천히 하자구. 우선 넌 나하고 같이 좀 가는게 좋겠어. 바이 오 버그들이 원하는건 입시 공부가 아니고 바로 너니까. 음‥빨리 가는게 더욱 좋 겠는데?" 그러자, 그 소녀는 눈을 깜빡거리며 지크에게 물었다. "예? 왜, 왜요?" 지크는 한숨을 푸우 내쉰 후, 소녀를 기습적으로 안에 옆구리에 끼며 소리쳤다. "너도 지금쯤이면 느낄걸!!!" 콰아아아앙­!!!!! 순간, 교실 천정의 절반이 무너지며 각종 바이오 버그들이 물밀듯이 내려왔고, 지 크는 학생들의 비명을 들으며 열려진 창문을 통해 밖으로 날아 올랐다. "으, 으아아아악­!!!!!" 지크에게 안겨 있던 소녀는 자신의 발 밑에 보이는 지상 배경에 놀랐는지 비명을 지르며 양 손으로 안경을 가렸고, 지크는 건너편 건물에 닿기 직전 손가락을 벽에 박아 마치 곤충처럼 건물 벽에 달라 붙었다. 그러자, 바이오 버그들도 아우성을 치며 창문을 깨고 지크가 달라붙어 있는 건물을 향해 뛰어 오르기 시작했고, 지크 보다 점프력이 낮은 그들은 약간 아래의 위치에 매달리게 되었다. 양 손을 쓸 수 없는 상황인 지크는 짧게 기합을 내며 건물 외벽에 박은 손가락과 팔에 힘을 넣었 고, 곧 지크와 소녀의 몸은 공중으로 다시 튀어 올랐다. 두어번의 회전과 함께, 지 크와 소녀는 건물의 옥상까지 올라갈 수 있었고, 지크는 한숨을 쉬며 소녀를 내려 주었다. "뒤로 물러서. 너무 뒤로 물러서진 말고 나와 최대한 가까울 정도로. 안그러면 뒷 타를 맞게 되니까." 소녀와 함께 건물 옥상의 중앙 지점으로 가며 지크는 그렇게 말했고, 소녀는 교실 안에서와는 달리 진지해진 지크의 얼굴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지크는 곧 무명도 자루에 손을 가져간 자세를 취했고, 신경을 집중하여 주위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키요오오오오오오­!!!!」 곧, 바이오 버그들이 건물 옥상으로 하나, 둘씩 올라왔고 그들은 미친듯이 지크를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다. 바이오 버그들이 일직선상으로 달려오는 것을 본 지크는 씨익 웃으며 무명도를 뽑은 후 공중으로 치켜들며 소리쳤다. "자, 즐겨볼까 친구들!!! 리오 스나이퍼 특허, 흉내내기 사십식 지뢰참(地雷斬)­! !!!" 콰아앙­!!!!! 지크는 무명도의 끝을 옥상 지면에 강하게 내리 박았고, 그에 따라 생긴 날카로운 충격파는 지면을 달리며 정면의 바이오 버그들을 식빵 썰듯 조각내었다. 그 범위에 들어가지 않은 바이오 버그들은 공중으로 뛰어 오르며 지크와 소녀를 공격하려 했 고, 지크는 무명도를 뽑으며 몸을 회전시켜 연속으로 기술을 전개하기 시작했다. "콘크리트 조각은 맞으면 좀 아프지!!! 사백식 비사격추­!!!!" 파앙­!!!! 지크가 몸을 회전시키며­ 마치 골프를 하는 자세처럼­지면을 치자, 그 충격에 콘크리트 조각들이 공중으로 튕겨져 올랐고 총탄 이상의 스피드로 쳐 올려진 콘크 트 조각들에 의해 바이오 버그들은 엄청난 대공포화를 맞은 비행기처럼 산산히 부 숴지며 옥상에 떨어졌다. 전면에서 바이오 버그들의 기가 느껴지지 않은 것을 확인 한 지크는 다시 무명도를 넣고 소녀의 뒷쪽으로 돌아갔고, 그에 맞춰 건물 뒷편에 서 바이오 버그들이 뛰어 올랐다. 지크는 곧바로 그들을 향해 정면을 뛰어 오르며 무명도를 빠르게 뽑았다. "차앗­!!!" 지크가 뛰어 오르는 것을 본 소녀는 지크와 바이오 버그 사이에 푸른색의 날카로운 빛줄기들이 일순간 번쩍이는 것을 볼 수 있었고, 바이오 버그들의 몸은 공중에서 처참히 부숴지며 옥상 위에 흐트러졌다. 지면에 착지한 지크는 재빨리 소녀쪽으로 돌아왔고, 무명도를 다시 넣은 뒤 주위를 살피기 시작했다. 소녀는 지크의 실력에 감탄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보통 사람을 능가하는 몸놀림, 자신을 안고 있는 상 황에서 한팔로만 공중으로 날아오른 힘과 탄력, 그리고 놀라운 무술 실력‥. "와‥대단하시네요? 만화에서 보던 사람들보다 더 강한 것 같아요‥. 그런데, 지금 한가지 여쭤봐도 괜찮나요?" 지크는 주위에서 아직도 느껴지는 불길한 기운에 집중을 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지 크는 건성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음‥좀 간단한걸로." "저어‥아까 제 이름을 말씀하시던데, 어떻게 제 이름을 아셨나요?" "‥!" 순간, 지크는 대답 대신 소녀를 끌어 안고 뒤로 공중제비를 돌았고, 그와 함께 건 물의 양쪽에서 바이오 버그들이 다시금 튀어 올랐다. 무명도를 뽑아든 지크는 자세 를 취한 후 기를 집중하며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서비스!! 외식, 국일문자 즉종(菊一文子則宗)식 고류비검, 난설화월(亂雪花月)‥ !!" 슈욱­ 순간, 소녀의 시야에서 지크의 모습은 사라졌고 바이오 버그들도 지크의 모습이 완전히 사라지자 주위를 두리번 거리며 그를 찾기 시작했다. 그때, 소녀의 눈 앞 에 하얀 무언가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눈?" 눈의 착각일까. 그러나 소녀와 바이오 버그들의 눈 앞에선 분명히 하얀 눈들이 어 지러이 떨어지고 있었다. 그러나 그 눈들은 바닥에 떨어져도 쌓이지가 않았다. --------------------------계속--- Last Radiance~!! Vol. 17 -------------------------------------------------------------------------- ------------------------------------------------------------------------ "‥지크 녀석, 가정부가 필요했나‥?" 시에를 데리고 시장에 갔다오는 길인 리오는 한숨을 푹푹 쉬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그도 그럴 것이, 그렇게 도와달라며 애원을 하던 지크가 막상 도와준다며 OK를 하 자 특수 호출기만을 주고는 몇일째 그를 레니의 심부름꾼으로 쓰고 있었기 때문이 었다. "‥앞치마까지 두르게 하면 그냥 가야겠군‥." 리오는 쓰디쓴 표정을 지으며 계속 투덜거릴 뿐이었다. 하지만 그가 그렇게 투덜거 리는 동안에도 그의 어깨에 매달려 있는 시에는 여전히 즐거운 표정으로 과자를 우 물거리고 있었다. 리오는 결국 힘없이 웃으며 시에의 머리를 슬슬 쓰다듬어 주었 다. "제일 태평한건 너구나, 후‥. 그건 그렇고 세이아가 왜 예전 일을 기억하지 못하 는 것이지? 신으로서의 능력을 봉인 내지는 제거당하며 기억마저 같이 사라진 것인 가? 하지만 그런 일이 있을거라는 말씀을 주신께 들은 일이 없었는데‥?" "몰라." 시에는 별 생각없이 리오를 바라보며 별로 필요없는 대답을 했고, 가만히 시에를 바라보던 리오는 실소를 터뜨리고는 시에의 이마에 자신의 이마를 가져가 살짝 부 비며 중얼거렸다. "‥후훗, 그래. 그게 정답이겠지‥." 리오는 다시 한참을 걸어갔다. 그렇게 급한 심부름도 아니었기 때문에 여유있게 가 도 별 상관은 없었다. 물론 시에 덕분에 주위에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한몸에 받긴 했지만‥. "‥음!?" 그때, 리오의 어깨 위에 거의 걸쳐져 있다시피 한 시에가 갑자기 몸을 벌떡 일으키 며 그들의 왼쪽을 바라보았고, 그 자신은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던 리오는 눈을 깜 박거리며 시에에게 물었다. "시에‥? 왜 그러니?"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왼쪽을 바라보던 시에는 곧 인상을 살짝 찡그리며 리오의 어 깨에서 내린 후 그쪽을 향해 빠르게 달려가기 시작했고, 시에의 돌발적인 행동에 리오는 황당한듯 어깨를 으쓱인 후 오른손에 가진 봉투를 양손으로 꽉 감싼 뒤 시 에를 쫓기 시작했다. 차도를 넘고, 건물 사이 사이를 삼각 점프로 질주하며‥. "저 애도 지크를 닮아가나‥. 그건 그렇고 베히모스답게정말 엄청난 몸놀림이군. 밀가루, 오이, 고추장과 쇠고기 한근을 든 상태에선 앞지르는 것이 불가능할 것 같 은데‥?" 이윽고, 엄청난 질주를 하던 시에는 한 거리의 가로등 위에 멈춰섰고, 곧이어 뒤따 라온 리오는 그쪽 거리에서 피냄새가 나는 것을 느끼고 곧장 건물 옆에 몸을 숨긴 후 거리의 상황을 바라보았다. "‥설마, 시에가 그 거리의 피냄새를 맡았다는 소리인가‥? 그렇게 진한 냄새가 풍 길 정도는 아닌 것 같은데‥음!?" 순간, 거리 위에 피를 흘리고 쓰러진 누군가를 발견한 리오의 얼굴은 석화상태에 빠져 들었다. 세상에서 가장 말이 안돼는 일이 자신의 눈 앞에 벌어진 느낌에 그는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었다. 육교 밑에 쓰러진 군청색 머리의 존재‥. 그리고 앞이 엉망으로 찌그러진 차와 멀리서 달려오는 엠블런스‥. 리오는 결국 일이 심각하게 잘못되었다는 것을 느끼고는 가로등 뒤에 올라가 있는 시에를 내려오게 한 뒤 심부 름 물건을 맡기고서 자신의 복장을 즉시 바꾸었다. 그리고 입가를 회색 헝겁으로 가리는 것으로 준비를 끝낸 리오는 너무나 이상하다는 생각을 계속 하면서 사고가 일어난 방향으로 달려갔다. 사고 지점에선 아스팔트 위에 쓰러진 바이칼과, 어쩔줄 몰라하고 있는 젊은 운전자가 있었고, 엠블런스 역시 상당히 가까운 지점에 와 있 었다. 리오는 우선 엠블런스를 막아야 한다는 생각에서 빠르게 오른손을 휘둘렀고, 적당한 공격력을 머금은 진공의 충격파는 엠블런스의 엔진 부위에 정확히 꽂혔다. 콰아앙­!!! "으악!?" 충격이 일어남과 동시에 엠블런스의 자체 보호 시스템은 즉시 차를 멈춘 후 차내에 운전자와 승객을 보호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발포성 합성 수지를 세차게 뿜어 냈다. 갑작스런 상황에 엠블런스에 탄 병원 직원들은 발포성 합성 수지가 굳어감에 따라 잠시동안은 아무런 행동도 취할 수 없었다. 리오는 한숨을 쉬며 곧 사고를 낸 운전 자에게 다가갔고, 운전자는 리오가 온 것도, 엠블런스가 멈춘 것도 모른채 머리에 서 피를 흘리고 있는 바이칼을 계속 흔들어 댔다. "아, 아가씨!!! 제발 정신좀 차리세요 아가씨!!! 전 집에서 기다리는 아내와 두살 박이 딸이 있다고요!!! 그리고 오늘 신용카드 할부금을 못내면 카드도 영영 짤리고 ‥엉엉엉‥!!!" "아가씨라니 무슨소리요, 이녀석은 분명히 남자‥음?" 운전자의 말을 듣고 불쌍하다 생각하며 바이칼에게 다가간 리오는 순간 바이칼에게 서 풍기는 술냄새에 인상을 찡그렸다. 리오는 그의 상태를 보기 위해 가까이 간 후 머리와 그밖에 중요 부위를 손으로 진찰해 보았다. 뇌에 약간 충격이 클 뿐, 다른 부위엔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 머리에서 나는 피도 그렇게 걱정할 수준은 아니었 다. 리오는 바이칼을 옮기기 위해 그를 어깨에 걸쳤고, 갑자기 느껴지는 부드러운 느낌에 고개를 슬금슬금 저으며 속으로 생각했다. ‘‥이녀석 실연당한 것도 아니면서 술은 뭐하러 이렇게 많이 먹었지‥? 여자로 변 해도 화끈하게 변했군‥쯔쯔쯔‥.’ "저, 저어‥그 아가씨와 일행이신가요?" 자신보다 훨씬 큰 리오를 겁에 질린 얼굴로 바라보던 운전자는 용기를 내어 리오에 게 물었고, 리오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를 바라보았다. "그렇긴 합니다만‥상황 설명좀 해 주시겠습니까? 어지간 해서는 이꼴이 나지 않는 녀석이기 때문에‥. 아, 걱정 마시오. 이녀석은 보기보다 튼튼해서 당신 차나 걱정 해야 할거요. 그보다 설명부터‥." 리오의 말에 안도감을 얻은 운전자는 자신의 찌그러진 차 본체 위에 걸터 앉으며 넥타이를 푼 후 천천히 얘기를 시작했다. "아, 아가씨가 술을 많이 드셨나봐요. 천천히 운전하고 있어서 아가씨가 육교 위 에서 비틀거리며 가는 것을 볼 수 있었죠. 저러다가 떨어지면 어쩌나 하고 생각하 는 중이었는데 진짜로 떨어지더라고요! 겨, 결국엔 떨어진 다음 미처 정지하지 못 한 제 차에 다시 충돌을 하고 말았죠! 하지만‥무사하시다니 다행입니다. 전 집에 서 절 기다리는 아내와 두살먹은 딸이‥!!! 으흐흐흑‥!!!!!" "……." 리오는 한숨을 후우 쉬며 그 운전자의 어깨를 두드려준 후 곧바로 시에가 있는 쪽 으로 사라졌고, 운전자는 리오가 어깨를 두드렸음에도 간 것도 느끼지 못한듯 계속 흐느끼며 비극적 대사를 읊어 나갔다. "이 차는 36게월 할부로 산거고, 아파트는 방 한칸짜리 싸구려 월세를 얻어 근근히 살아가고 있고, 밀린 카드 할부금도 오늘 친구에게 겨우 꿔서 갚을 정도로‥흑흑흑 흑흑‥!!!" ※※※ 눈이 떨어지는 것을 느끼고 있던 소녀는 갑자기 바이오 버그들 사이에 붉은 자켓을 입은 청년의 모습이 엄청난 속도로 움직이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 청년이 다시 소녀 옆에 돌아오자 내리던 눈은 거짓말처럼 사라졌고, 바이오 버그들 사이엔 수십 개의 검광이 어지러이 떠오르며 바이오 버그들의 육체를 자르고 갈랐다. 그것으로 상황은 끝이었다. 바이오 버그들의 사체는 비릿한 김을 뿜으며 천천히 녹아 사라져 갔고, 지크는 무명도를 거두며 씨익 웃어보였다. "헤헷, 내리는 눈에 시선을 빼았기면 그대로 죽음이지. 모두 검광으로 만들어내는 시각적 착각이지만, 바이오 버그 녀석들도거기에 걸릴줄은 몰랐는걸? 헤헤헷‥." 지크의 옆에 서 있던 소녀는 감탄을 금치 않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와아‥정말 대단하시네요? 설마 그렇게 빠른 속도로 십여초간 움직이고 계실줄은 몰랐어요. 나중에 저 괴물들을 벨때 조금 보이긴 하셨지만‥." "하핫, 당연하지! 이몸은 BSP중 최강이라 불리‥뭐라고!? 내가 보였다고??" 자신있게 웃던 지크의 얼굴은 순간 일그러졌고, 지크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그 소녀를 바라보았다. 소녀는 빙긋 웃은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예, 잔상 정도였지만‥히힛.제 눈이 좀 안좋거든요. 죄송해요." 그러나, 보였다는 얘기 말고는 지크의 귀에 들리지 않고 있었다. 지크는 멍한 얼굴 을 한 채 속으로 계속 심각한 말을 내 뱉고 있었다. ‘서, 설마!! 이 꼬마가 챠오 정도의 동체시력을 가지고 있다는건 말도 안돼는 얘 기인데‥!!! 아, 아니야. 아까전에도 바이오 버그들의 위치를 느낌으로 알아냈으니 충분히 가능해. 게다가 '라이아'잖아!!’ 지크는 곧 팔짱을 끼고 가만히 생각하다가, 오른쪽 눈을 살짝 뜨고 소녀를 내려다 보며 다시 생각해 보았다. ‘‥가설을 세워볼까‥? 내가 와카루라면‥. 그 할아범은 예전부터 라이아를 실험 재료로 못써서 안달이었지. 표적이 된 소녀들의 나이도 라이아와 비슷한 나이들이 었고‥. 설마, 지금까지 희생된 소녀들이 라이아 하나를 찾기 위한‥? 그럼 아직 라이아와 세이아에게 '능력'이 남아있다는 소리잖아!! 이거 원‥점점 복잡해 지는 군‥!!!’ "으아아‥!!" 지크는 나지막히 비음을 내며 자신의 머리를 양손으로 감싼채 고통스러워 했다. 머 리가 복잡할때 나오는 그의 버릇이었다. 소녀는 어색한 미소를 지은채 지크의 재미 있다면 재미있을 수 있는 행동을 말 없이 구경하고 있었다. ‘좋아, 만약 내 가설이 맞다면 지금부터 바이오 버그들은 라이아를 향해 철저히 접근을 할거고, 아니라면 내일이나 모레 정도 또다른 희생자가 나오겠지!! 그 희생 자에겐 미안하지만 몇일간 라이아의 보디가드를 하는 수 밖에 없군!!!’ 생각을 정리한 지크는 고개를 끄덕이며 소녀에게 말했다. "좋아, 오늘은 학원 땡땡이 친다는 기분으로 날 따라와. 집에 데려다 줄테니까 말 이야." 그러자, 소녀의 얼굴엔 순간 화색이 돌았고 그녀는 손뼉까지 치면서 기뻐했다. "우와, 정말이에요!!! 나이스 나이스­!!!!" 주먹을 불끈 쥐며 기뻐하는 소녀의 모습을 보며, 지크는 살짝 인상을 쓴 채 다시 속으로 중얼거렸다. ‘‥설마 나 때문에 고등학교 입시 망쳤다고 세이아씨가 따지진 않겠지‥.’ 지크와 소녀는 곧 옥상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소녀와 집에 함께 간 것은 지 크가 아니었다. 지크가 한참 전투를 하는 동안 어느새 신고를 받고 소집된 동료 BS P들이 밑에 포진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리진, 케빈과 함께 순찰차에 타던 소녀는 문을 닫은 후 케빈에게 양해를 얻은 뒤 창문을 열고 밖에 있는 지크에게 소리쳐 물 었다. "잠깐만요!! 아저씨 성함이 어떻게 되나요? 전 '라이아·드리스'라고 하거든요?" "……." 소녀의 이름을 들은 지크는 멍하니 소녀를 바라보았고, 소녀와 다른 BSP동료들은 지크의 이상 반응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리진과 챠오는 설마 하는 표정을 짓고 있 었지만‥. "‥우오오오오오오오­!!!!!!!!" 순간, 지크는 머리를 감싸며 아스팔트 위에 꿇어 앉아 고통스런 비명을 지르기 시 작했고, 지면까지 주먹으로 펑펑 치며 알 수 없는 행동을 계속했다. 하지만 지크의 저런 모습을 한두번 본 것이 아닌 케빈은 차를 출발시키며 소녀에게 말했다. "후, 괜찮아. 저 녀석은 가끔 머리의 한계를 일으킬 정도의 생각이나 추억이 밀려 오면 저렇게 자아가 붕괴되니까. 뭐, 거의 '오버액션' 수준이지만‥하하핫." "네에‥." 소녀는 놀란 얼굴로 창문을 닫으며 고개를 끄덕였고, 뒷자리에 앉아 있던 리진은 쓰디쓴 표정을 지은채 덧붙여 말했다. "‥예전에 교황께서 방한하셨을때 공항에서 저랬다면 이해를 하겠니‥." "……." ------------------------계속--- Last Radiance~!! Vol. 18 -------------------------------------------------------------------------- 설문조사 결과. [친구로 삼고 싶은 인물 BEST..] 순위는 5위까지 두었습니다. 1위...지크(67표): 예상은 했었습니다만 다른 인물들에 비해 압도적이군요. 2위...휀(24표): 요즘 여러분들은 친구들하고 대화가 잘 없는 모양이군요... 3위...바이칼(21표): 음..저도 이런 친구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쿠쿠.. 4위...바이론(16표): ......술친구로는 좋을지도. 5위...리오(15표): 음..그럭저럭... 소수 득표자로는 득표순으로 챠오, 티베, 사바신, 와카루(?), 세이아 등.... 설문에 참여해주신 나우누리, 하이텔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 리오는 바이칼을 데리고 지크의 집으로 가는 도중에 약국에 들려 그의 머리에 붕대 를 감아 응급처치를 한 후 집에 돌아가 임시로 지크의 침대에 그를 눕혀 놓았다. 약을 바르지 못하기 때문에(용과 인간은 체질적으로 달라 천연 약품이 아니면 오 히려 독이 됨:필자 주) 머리의 상처는 곧바로 낳진 않겠지만 그래도 걱정할 정도 는 아니었기에 리오는 잠이나 재우자 생각하며 레니가 있는 1층으로 내려갔다. "리오씨, 바이칼씨의 상태는 어떤가요?" 레니는 걱정어린 얼굴로 리오에게 물었고, 리오는 안심시키려는듯 웃으며 대답해 주었다. "머리에 약간 상처를 입은 것 뿐입니다. 그건 그렇고, 바이칼에게 옷을 좀 갈아 입혀 주시면‥." 그러자, 레니는 얼굴을 붉힌채 당황하며 리오에게 말했다. "네에!? 하, 하지만 제가 어떻게‥." 리오는 순간 아차 하며 머리를 긁적였고, 결국 할 수 없다는듯 속으로 굳은 결심을 하며 레니에게 사과하듯 말했다. "아, 제가 말을 실수했군요. 바이칼은 몸이 호리호리해서 지크의 옷이 맞지 않기 때문에 갈아입을 옷을 좀 빌려주십사 말씀드리려고 했습니다." 레니는 안심한듯 한숨을 내쉬며 쾌히 승락을 해 주었다. "아, 그렇군요. 그럼 제 옷을 가져다 드릴께요. 약간 큰 옷이 있긴 할거에요. 여기 서 잠깐 기다려 주세요." "아, 예. 부탁드립니다." 레니는 곧 자신의 방으로 향했고, 리오는 팔짱을 낀 채 고개를 푹 숙이며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이런‥저녀석 또 깨어나면 누가 자기 옷을 갈아입혔느냐고 붕붕 뛸게 분명한데‥ 하는 수 없지. 펑크난 옷을 입혀 재우는 것 보다는 나을테니까.’ 곧, 레니는 자신의 간편한 옷을 들고 방에서 나왔고, 리오는 옷을 건내받은 후 바 이칼이 누워있는 지크의 방으로 향했다. 문을 열자 마자 리오가 느낀 것은 지독한 술 냄새였고, 리오는 눈을 질끈 감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위스키 같은 독한 술을 마셨나? 대단하군. 그럼 옷을‥." 리오는 문을 닫고 바이칼에게 다가간 후 상체를 일으킨 다음 상의를 벗기기 시작했 다. "‥런닝이 졸지에 탱크 탑이 되어 있군. 그래도 속옷을입고 있으니 다행이군." 상당히 찢어진 셔츠를 깨끗하고 폼이 넓어 편하게 생긴 레니의 스웨터로 갈아입힌 리오는 다시 바이칼을 돕힌 후 그의 벨트 버클을 풀었고, 아무 생각 없이 그의 바 지를 아래로 내렸다. 말 없이 바이칼을 내려보던 리오는 머리를 긁적이며 중얼거렸 다. "‥하긴, 이녀석은 정상적인 모습(남자)일때도 각선미가 좀 있었지." 츄리닝 하의로 갈아입힘으로서 작업을 끝낸 리오는 이불을 덮어준 후 한숨을 쉬며 의자를 끌어다 침대 옆에 앉았고, 지크의 방에 있는 TV를 켜며 말 없이 창문을살 짝 열었다. 술기운이 독한 탓에 자신도 취해버릴 것 같아서였다. ※※※ "다녀왔습니다." 지크는 자신의 자켓을 소파에 던지며 자신도 소파에 몸을 던졌고, 건너편 소파에 앉아 있던 시에는 물고 있던 과자를 삼킨 뒤 지크에게 오늘의 일을 말해 주었다. "지크, 지크, 오늘 큰일 났었어." 정신적으로 상당히 붕괴 상태인 지크는 건성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응‥그래‥?" "바이가 차에 치었다, 그래서 리오가 데리고 지크 방으로 올라갔어." "음‥큰일이구나‥." 지크는 잠시간 말 없이 TV화면 안에서 뛰고 있는 만화 인물들을 바라보았다. 그러 다가, 고개를 갸웃거린후 부엌으로 향했고 열심히 저녁을 만들고 있는 레니에게 물었다. "저기‥손님 하나 또 추가되었나요?" "음? 으음‥바이칼씨가 머리를 다쳐서, 리오씨가 데리고 오셨단다. 어디서 그렇게 다쳤는지 원‥." "‥!!!!!!!!" 지크는 비명이 터지는 자신의 입을 막으며 곧장 바람같이 자신의 방으로 뛰어 올라 갔고. 방 문을 열어 젖히며 안에 시선을 돌렸다. "리오! 도대체 어떻게 되‥우욱‥!" 순간, 코로 들어오는 술냄새에 지크는 구토감을 느꼈는지 몸을 굽혔고, 말없이 TV 를 보고 있던 리오는 조용히 하라는듯 손가락을 입에 댄 뒤 지크에게 말해 주었다. "쉿, 녀석이 무슨 일인지 술을 엄청 먹고 육교에서 떨어진 다음 추가로 차에 치었 어. 머리만 다친것 같은데 아직 의식은 안돌아 오고 있지. 술기운 때문인지도 모르 겠지만‥하여튼 오늘은 네가 소파에서 자는게 좋을 것 같다. 내일 아침쯤엔 일어 날테니 자초지종을 들어보자구. 음, 날 찾은 이유도 들어보고‥." ‘안돼­!!!’ 지크는 속으로그렇게 부르짖으며 고개를 끄덕였고, 다시 아래층으로 내려오며 힘없이 중얼거렸다. "‥산넘어 산이구나‥. 왜이리 일이 꼬이지?" . . . . . . . . . . . ........................... 다음날. 리오는 밤을 세면서 바이칼이 일어나길 기다렸으나 바이칼은 결국 일어나지 않았 다. 유선 방송까지 보는 바람에 눈이 피곤해진 리오는 눈을 좀 붙이려는듯 방바닥 에 내려 앉아 자신의 망토를 덮고 조용히 잠을 청했다. 그 사이, 지크와 티베, 마키는 본부로 출근을 했고 지크는 조회 처음부터 어제의 일에 대한 보고를 해야만 했다. 처크는 별로 기대를 안하는지 담배에 불을 붙이 고 있었고, 다른 대원들도 그리 집중을 하진 않고 전자 스크린 앞에 선 지크를 바 라보았다. 지크는 헛기침을 두어번 한 후 보고를 시작했다. "음‥어제 일은 제가 상당히 운이 좋았습니다. 바이오 버그들의 목표물을 정확히 찾아낼 수 있었기 때문이었죠." 그러자, 담배 연기를 즐기고 있던 처크는 깜짝 놀라며 지크를 바라보았고, 다른 동 료들도 집중을 하며 지크를 바라보았다. 지크는 이런 상황이 얼마만인가 속으로 생 각하며 얘기를 계속했다. "지금까지 납치를 당했던 여성들의 공통점은 갈색 머리에, 20세 이하의 젊은 여성 들이라는 점이었습니다. 하지만 그것 뿐이었죠. 그러나 어제 제가 보호했던 소녀는 좀 달랐습니다." ‘‥까지는 좋은데 라이아가 특별하다는걸 어떻게 꾸며대지? 반신반인이에요 라고 당당히 말할 수도 없고‥.’ 지크는 머리를 긁적이며 계속 얘기했다. "챠오나, 그밖에 다른 동료들은 알겠지만 제가 가뭄에 콩나듯 쓰는 기술인 난설화 월 전개시에 제가 공격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사람은 동체시력이 뛰어난 챠오나 케빈 뿐이었습니다. 보통 사람이나 D급 이하의 바이오 버그들은 전혀 눈치를 채지 못하죠. 하지만 그 소녀는 제가 공격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합니다." "제대로 못해서 그렇겠지." 리진은 킥킥 웃으며 그렇게 중얼거렸고, 다른 동료들도 동감한다는듯 고개를 끄덕 였다. 지크는 헛기침을 한번 한 후 계속 말을 이었다. "제 생각엔, 바이오 버그들이 그 소녀를 찾기 위해 지금까지의 납치극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그 소녀는 저와 거의 비슷한 시간 안에 바이오 버그들의 위치도 알아 내었으니까요. 이건 그당시 목격자들의 증언도 있으니 확실합니다." 처크는 오래간만에 지크가 옳은 소리를 한다 생각하며 담배를 끈 후 지크에게 물 었다. "좋아. 그럼 결론은 무엇인가?" "예. 그 라이라라는 소녀의 옆에 누군가를 붙여서 그 소녀가 어떠한 점이 더 특별 한가 조사를 하고, 경호도 겸하는 것입니다. 조사중에 다른 소녀들이 납치를 당하 면 제 생각은 틀린 것이고, 그렇지 않고 그 소녀를 계속 습격한다면 제 생각이 맞는 것이겠죠." 처크는 고개를 끄덕였고, 다른 동료들도 좋은 생각이라 생각했는지 고개를 끄덕였 다. 지크는 곧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고, 처크는 대원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음‥지크의 생각은 상당히 좋은 방법이라 나는 생각한다. 다른 대원들중 이의가 있는 사람들은 손을 들어 보도록. ‥없다면 루이가 조사한 소녀의 신상 파일을 들 어 보도록 하겠다." 곧, 루이는 자신의 앞에 있는 마우스를 조작하여 전자 스크린 위에 아이콘 상으로 만들어진 화일을 열었고, 스크린엔 라이아라는 소녀의 신상 명세서가 떠올랐다. 루 이는 자리에서 일어나 스크린 옆으로 간 뒤 설명을 시작했다. "라이아·드리스, 16세. ××여자 중고등학교에 재학중인 소녀입니다. 학점은 상당 한 수준이며, 스포츠에도 발군의 실력을 가지고 있다 합니다. 부모는 계시지 않고, 언니와 단 둘이 생활을 하고 있다 합니다. 주거지는 ××구 ××동 817번지, 바로 지크 대원의 옆집입니다." "‥에휴‥." 지크는 그 말이 나올 줄 알았다는듯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그리고 처크가 다음 에 할 말도 뻔히 얘상을 하고 있었다. 처크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아, 그런가. 그럼 지크가 이번 일을 책임지고 맡으면 좋겠군. 오늘부터 지크대원 은 그 라이아라는 소녀를 경호하며 소녀에 대한 조사를 겸하도록 한다. 조사중에 지원을 요청하면 가능한한 받아들여질 것이며, 최종적인 결과는 빠른 시일 내에 제 출할 수 있도록 하기 바란다." "‥녜녜녜녜녜‥." 힘없이 대답한 지크는 자기가 자신의 무덤을 팠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으 나, 한편으로는 자신 역시 라이아와 세이아에 대한 조사를 하고 싶었으므로 차라리 잘 됐다는 생각도 했다. ※※※ 한참 편하게 잠을 자던 리오는 누군가가 자신의 팔을 콕콕 건들자 정신을 차린 후 눈을 떠 보았다. ‘바이칼 녀석이 일어난건가‥. 잘됐군.’ 눈을 뜬 리오는 잠시 머리가 굳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머리에 붕대를 감은 .... 군청색 머리의 아름다운 소녀가 눈을 반짝이며 자신을 정면으로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소녀는 얼굴을 붉힌채 리오에게 자그마한 목소리로 물어왔다. "저어‥여기는 어디인가요? 당신은 누구시고요‥?" 리오는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가 소녀가 뒤로 흠칫 물러서자 다시 표정을 풀며 그녀 에게물었다.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바이칼. 머리가 아직도 아파‥?" 그러자, 그 소녀는 자신의 큰 눈을 반짝이며 리오에게 다시 물었다. "‥제 이름이 바이칼인가요‥?" 제4화 [잃어버린 친구]편 끝. 5화 예고!! 라이아의 밀착 경호와 조사를 맡게 된 지크, 그는 결국 라이아가 다니는 학교에 까지 들어가며 그녀의 경호와 조사를 하게 되는데‥. 한편, BSP본부에는 타국의 BSP대원들이 방문해 여러가지 일을 하게 되고 그들의 행동이 약간 이상함을 느낀 티베와챠오는 그들에 대해 경계심을 품게 된다. 제5화. [이국의 BSP]편을 기대하세요. Last Radiance~!! Vol. 19 -------------------------------------------------------------------------- ------------------------------------------------------------------------- "…." 바이칼을 데리고 공원으로 나온 리오는 굳은 표정으로 말 없이 바이칼을 바라보고 있었다. 바이칼은 정말로 기억을 완전히 잊어버린 것인지, 리오의 시선도 느끼지 못하는듯 눈이 내려 하얗게 변한 잔디밭을 신기하다는듯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와아‥신기해요. 눈이라는 것이 이렇게 아름다울줄은 몰랐어요 리오씨." 우지직­! 순간, 리오가 기대고 있던 벤치에서 무언가 부러지는 소리가 들려왔고 바이칼은 깜 짝 놀라며 리오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리오는 태연히 다른곳에 시선을 돌리고 있 을 뿐이었다. 바이칼은 걱정스런 표정을 지으며 손으로 입을 가린채 리오에게 물었 다. "‥무슨 일 있으신가요?" "‥아, 아니." 리오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속으로는 고민이 이만 저만이 아니었다. ‘‥기억을 잃어버린 것까지는 좋은데‥왜 원래 모습으로 돌아가지 않는거지? 술은 다 깼을텐데‥.’ 리오는 눈을 감으며 계속 생각을 해 보았다. 그러나 그의 지식 안에선 방도가 없었 다. 그때, 리오는 주위가 갑자기 따뜻해짐을 느꼈다. 리오는 눈을 살짝 뜨며 하늘 을 올려다 보았다. ‘구름이 걷혔군. 겨울 햇볕 치고는 따뜻한데‥.’ "음‥햇볕이 따뜻해요. 기분이 좋네요." "……." 리오는 더이상 여기에 있다가는 자신의 머리가 어떻게 될 것 같은 느낌에 바이칼을 데리고 집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어머, 벌써 돌아가시게요? 더 구경하고 싶었는데‥." 바이칼은 아쉽다는 표정을 지으며 주위를 한번 더 돌아보았고, 리오는 손으로안면 을 덮으며 생각했다. ‘‥태연해지자‥.’ 제5화 [이국의 BSP] "‥괜한 짓을 하고 있는게 아닐까‥." 라이아가 다니고 있는 학교의 분식점에서 라면을 한참 먹고 있던 지크는 고개를 저 으며 중얼거렸고, 옆에서 만두를 한참 빚고 있던 분식점의 주인은 지크를 흘끔 바 라보며 그에게 물었다. "왜 그러슈 총각? 설마 돈이 없는건 아니것지?" "‥내일 이 가게 사드릴까요?" "‥농담 한번 한 것 가지고‥하여간 요즘 젊은이들은‥." 분식점 주인은 투덜대며 계속 만두를 빚었고, 지크는 분식점 안에 있는 시계를 바 라보며 주인에게 물었다. "아주머니, 저 학교 보충수업은 언제 끝나나요?" "보충? 음‥아마 한시간 후면 끝날거유. 물론 더 일찍 나오는 애들도 있긴 하지만. 흠, 그런 애들은 나중에 커서 뭐가 될려고 그러는지‥." 그때, 분식점 문이 열리며 고등학교 교복을 입은 여학생 둘이 재빨리 들어왔고 불 만이 가득했던 주인의 얼굴은 곧바로 활짝 펴졌다. "에구, 학생들 벌써 왔어? 호호호호‥잘왔네 잘왔어. 그래, 오늘은 뭐줄까?" "만두 2인분 하고요, 떡볶이 1인분이요!" 지크는 신나게 주방으로 들어가는 주인을 보며 할말이 없어졌는지 다시 라면을 먹 는데 열중했다. "‥저 아줌마도 눈앞의 이익을 쫓는군‥." 라면을 다 먹은 지크는 계산을 한 후 밖으로 나왔고, 분식점 옆에 세워둔 자신의 오토바이에 걸터 앉으며 학교쪽을 바라보았다. 아직 수업중인지 학교는 조용했고, 지크는 점점 따분함을 느끼기 시작했는지 한숨을 길게 쉬며 고개를 숙였다. "‥음?" 순간, 지크는 학교의 벽 쪽에서 이상한 느낌을 감지할 수 있었고, 그쪽으로 시선을 살짝 돌리며신경을 집중해 보았다. ‘‥은신술을 쓰고 있는 닌자잖아. 서울 시내에 왜 닌자가 돌아다니는거지?’ 사실, 일본쪽에선 시내에 은신술을 쓴 상태로 정찰과 순찰을 같이 하는 BSP소속의 닌자들이 상당수 있었다. 하지만 대한민국 BSP 소속엔 닌자의 직업을 가진 BSP는 없었기에 지크로서는 충분히 의심을 하고도 남을만한 일이었다. 지크는 곧 심심한 데 잘 됐다는듯 웃으며 그쪽으로 다가가기 시작했다. 학교로 다가간 지크는 손으로 턱을 매만지며 학교 담장을 바라보았고, 곧 피식 웃 으며 담장에 손을 뻗었다. "헤이 친구. 우리 심심한데 오붓하게 얘기나 나눠볼까?" 팍­! 순간, 지크가 손을 뻗은 담장에서 누군가가 하얀 장막을 걷으며 재빨리 도망치려 했고, 지크는 우습다는듯 그의 옷자락을 잡아 바닥에 내동댕이쳤다. "크악­!!" 지크는 자신의 앞에 쓰러진 흰 복장의 닌자를 발로 밟은 후, 음흉한 웃음을 띄우며 물었다. "이봐 이봐. 본국에서 활동할 일이지 왜 여기까지 날라온거지? 여긴 여학생들 외엔 없다구." "¢££Å∇⌒⊥∴­!!!!(일본어로 얘기하고 있음)" "‥제대로 얘기 안하면 맞을지도몰라 친구." 지크는 닌자를 밟은 다리에 힘을 가했고, 닌자는 짧은 신음소리를 한번 냈다가 고 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아, 알았으니 다리좀 치워주세요!! 커어억‥!!!" 지크는 곧바로 다리를 치운 후 닌자의 덜미를 잡고 벽에 그를 바짝 붙이며 다시 질 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자아, 너도 '갈색머리' 소녀를 찾기 위해 이곳에 왔나?" 그러자, 닌자는 눈하나 꿈쩍하지 않고 지크를 바라보았고, 지크는 피식 웃으며 목 덜미를 잡은 손에 힘을 가했다. 우두둑‥! "커어억‥!!!" "자아, 같은 BSP끼리 이러지 말자고. 하지만 조금만 더 날 재미없게 하면 자넨 실 종자 명단에 올라가게 될테니‥잘 생각해 보시지. 물론 너희 보스에겐 말 안할테 니까 걱정마. 비밀보장!" 그러자, 그 닌자는 하는 수 없다는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저, 전 그저 갈색머리 소녀의 현재 상황을 파악하라는 명령을 받았을 뿐입니다. 납치나 암살등의 지령은 받은 일이 없습니다." "진짜?" "예!" 그의 목덜미를 잡은 상태인 지크는 닌자의 심장 박동등에 전혀 이상이 없고 눈동자 도 미미한 움직임이 없었기에 고개를 끄덕이며 그를 놔주었고, 닌자는 크게 기침을 하며 목을 매만졌다. 지크는 곧 그 닌자와 어깨동무를 하며 나지막히 말했다. "‥그 소녀에게 접근하는 너희 동료들은 이시간부터 하나씩 실종자 처리가 될테니 잘 알려줘. 혹시나 늦게 알려줘서 일본 전국의 BSP들이 몰살하는 일 없게 하고. 알 았지? 난 열받으면 쳐들어가는 성격이라‥헤헤헷." 닌자는 잔뜩 긴장한 상태로 즉시 다른곳으로 사라졌고, 지크는 손을 툭툭 털며 진 지한 표정을 지은채 속으로 생각해 보았다. ‘‥일본 BSP들이 무슨 일이지? 설마 어느새 그 녀석들도 라이아의 일에 대해 알고 있다는 것인가? ‥그렇다면 세이아씨의 신변도 보장을 못한다는 소리인데‥. 그렇 다면 큰일인데‥.’ 지크는 자신의 오토바이에 다시 걸터앉으며 중얼거렸다. "‥리오 녀석이 반드시 붙어 있을텐데‥일본 BSP들이 위험해." 뎅­ 뎅­ 이윽고, 한시간이 지났고 마치는 종소리를 들은 지크는 하품을 하며 몸을 펴 보았 다. 조금 후, 학교에선 여학생들이 몰려 나오기 시작했고 지크는 그들을 바라보며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으음‥좋을때야." "뭐가요 아저씨?" 지크는 순간 움찔 하며 자신의 옆을 바라보았고, 그의 옆엔 어느새 라이아가 싱굿 미소를 지은채 서 있었다. 지크는 손날로 라이아의 머리를 콕 치며 불쾌한듯 말했 다. "이녀석, 내가 스물 다섯이라고 몇번이나 말해야 이해를 하겠니? 오빠라고 불러 오 빠!!" 그러자, 지크에게 맞은 부위를 손으로 감싸고 있던 라이아는 인상을 살짝 쓰며 기 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도 애 하나쯤은 있어야 할 나이라는건 부정할 수 없잖아요." 할 말을 잃은 지크는 결국 자신의 뒤에 타라는 손짓을 할 뿐이었다. "좋아, 아저씨라고 부르든, 할아버지라고 부르든 편한대로 하려무나. 자, 다음 갈 장소는 어디니?" 어제 지크에게 경호를 하겠다는 말을 미리 들어둔 상태인 라이아는 지크의 오토바 이에 올라탄 후 헬멧을 쓰며 말했다. "보충 교재를 사야 하거든요? 그러니 서점부터 먼저 가 주세요. 언니에게 돈을 미 . . 리 받았으니 돈 걱정은 마세요. 지크 오 빠. 호호홋‥." 결국, 지크는 졌다는듯 씁쓸히 웃으며 오토바이에 시동을 걸었다. 가솔린 엔진이 아닌 수소 엔진으로 움직이는 오토바이였기에 시동시의 소리는 흔하디 흔한 자기부 상 승용차와 비슷했다. 그래도 이륜으로 가는 교통수단이었기에 라이아는 재미있을 것 같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와아, 버스나 택시하고는 느낌이 다르네요? 바퀴로 가는 오토바이는 한번도 못타 봤거든요." 그러자, 고글을 쓴 지크는 라이아를 돌아본 뒤 엄지손가락을 내밀며 씨익 미소를 지어 보였다. "헤헷, 그럼 오늘 이 상쾌한 기분을 마음껏 느껴 보라구! 자, 가 보실까?" "좋아요!" 지크와 라이아를 실은 배기량 5900cc의 슈퍼 바이크, '타이푼 블링거 커스텀'은 조심스럽게, 하지만 힘있게 출발을 하기 시작했다. ※※※ "처음 뵙겠습니다. 이번애 한국을 방문한 일본 큐슈 방위 BSP의 대표인 '유키타· 사이조(雪他 祭場)'라 합니다. 방문 시일동안 잘 부탁드립니다." 붉은 스포츠 머리의 청년은 자신의 앞에 선 리진과 티베, 챠오, 케빈에게 정중히 인사를 했고, 다른 일본 BSP들도 그들에게 인사를 했다. 처크 부장과 헤이그가 잠 시 외출을 한 지금 뭘로 보나 상급자인 케빈은 악수를 위해 손을 내밀며 고개를 끄 덕였다. "대한민국 수도 방위 BSP의 케빈·브라이언이오. 잘 오셨소." 사이조는 쾌히 케빈과 악수를 나누었다. 곧, 케빈은 방문한 일본 BSP들에게 본부를 안내해 주기 위해 그들과 함께 회의실을 나섰고, 회의실에 남은 티베는 맘에 안든 다는 얼굴로 자리에 앉아 다리를 꼬며 리진에게 말했다. "‥저 애들, 뭔가 맘에 안들어‥." 리진도 그 말엔 동감을 한다는듯 고개를 끄덕이며 회의실 탁자에 걸터 앉았다. "‥나도 그래. 우리하고 인사할때 그 사이조라는 남자 말고는 눈도 마주치지 않았 다구. 게다가 그 사이조라는 남자, 도대체 무엇이 특기인지 모르겠어." 챠오 역시 표정은 덤덤했지만 공감을 하고 있는지 나지막히 말했다. "‥기를 감췄어. 선의도, 적의도 느끼지 못할 정도로. 세달에 한번씩은 상호 방문 이 있긴 하지만‥이번처럼 모두가 닌자로 구성된 일은 처음이야." "…." 회의실 안의 셋은 모두가 석연치 않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챠오의 말 그 대로 대한민국과 일본의 BSP들은 지방을 옮겨가며 세달의 한번씩 상호 방문을 하기 때문에 갑작스러운 것도 아니어서 뒷조사를 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그녀들이 의심을 하는 동안에도, 시간은 계속 흘러가고 있었다. -------------------계속--- Last Radiance~!! Vol. 20 -------------------------------------------------------------------------- -------------------------------------------------------------------------- "저어‥. 바이칼이 한가지 여쭈어봐도 될까요 리오씨‥?" 리오를 한참 따라가던 바이칼은 자신과 적당한 거리를 유지한채 앞에서 걷고 있는 그에게 물었고, 눈을 가늘게 뜬 채 한참 고민을 하고 있던 리오는 움찔하며 멈춰섰 고, 결국엔 시선도 돌리지 않고 바이칼에게 말했다. "‥얼마든지." "예, 고맙습니다. ‥리오씨는 절 잘 아시는 것 같은데, 전 나이가 몇살인가요?" 800살 넘었지 아마‥. 라고 리오는 대답하고 싶었지만, 리오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바이칼은 리오가 아무 말 없이 서있기만 하자 마음이 불안해진듯 그의 앞 으로 살그머니 돌아가 보았고, 팔짱을 낀 채 먼 하늘을 보고 있던 리오는 살며시 자신의 앞에 서 있는 바이칼을 내려다 보았다. 마치 세상 물정을 모르는 공주(!)처 럼, 바이칼은 불안한 마음에서 리오를 바라보고 있었다. 결국, 리오는 실소를 터뜨리고 말았고, 한숨을 길게 내쉬며 성별이 바뀐 바이칼의 작은 어깨를 손으로 잡으며 미소를 지은채 물었다. "‥넌 자신의 나이가 몇살 정도라고 생각되는데?" 리오의 의외의 행동에 얼굴이 붉어진 바이칼은 부끄러운듯 고개를 숙인채 자신없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저, 저어‥그러니까‥한‥80살 정도‥." "‥훗, 내가 스물 다섯(지크가 스물 다섯이라 하니 자신도 한살을 높였다)인데 네 가 여든의 할머니면 좀 이상하잖아. 한‥열 여덟 정도로 하면 될 것 같지 않아?" 계속 인상만 쓰고 있던 리오가 편안한 미소를 지은채 자신에게 말해주자, 바이칼은 안심이 되는지 다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렇겠네요. 고마워요 리오씨." 리오는 다시 바이칼과 함께 집으로 돌아가며 속으로 생각을 해 보았다. ‘‥그래, 날 따라다니면서 넌 기구한 팔자였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이, 넌 자기 자신을 찾을 수 있겠지. 운명이라는 것이 다 그렇듯이‥.’ 지크의 집 현관에 도착한 리오는 머리를 흔들며 열쇠로 잠궈둔 문을 열었고, 바이 칼과 함께 집 안으로 들어갔다. 특별히 할 일이 없는 리오는 소파에 앉은 후 TV를 켰고, 마침 틀어진 채널에선 만화가 한창 진행중이었다. 리오는 뉴스나 보자 생각 하며 채널을 돌리려 했으나, 앞에 앉은 바이칼이 TV화면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자 아차 하며 채널을 바꾸려는 것을 그만두었다. ‘‥그러고보니 바이칼은 기억을 잃기 전에도 만화를 좋아했지. 도움이 될지도.’ 만화엔 그리 관심이 없는 리오는 소파에 푸욱 눌러 앉으며 천장을 바라보았다. 만 화에서 나오는 효과음과 음악 외엔 너무나 조용한 오후였다. ‘‥지크 녀석은 모르게 이번 일을 처리하려고 했는데 덤까지 붙어버렸으니 고민이 군. 그건 그렇고‥프시케님은 예전의 기억을 가진채 인간화가 되셨는데, 왜 세이아 는 예전 기억이 없는거지? 예전의 능력은 이오스가 신의 자격을 잃은 후 역시 잃어 버렸을텐데‥. 설마 신의 힘을 잃어버린 영향 때문인가. 모르겠군‥.’ 리오는 살며시 눈을 감아 보았다. 겨울 치고는 나른한 오후라는 생각이 들었다. 「도와주세요­!!!」 "‥?" 리오는 갑자기 자신의 머리속에 울려 퍼진 목소리에 눈을 뜨며 주위를 둘러 보았 다. 하지만 바이칼은 여전히 TV에 집중을 하고 있었고, 방영중인 만화도 도와줄 내용이 아니었다. ‘텔레파시‥아니면 전음? 도대체 누구‥아차!!’ 리오는 순간 눈을 부릅뜨며 정신을 집중해 보았다. 리오의 시선은 재빨리 창문쪽으 로 향했고, 그는 곧 피식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가 일어나자, 바이칼은 리 오를 올려다 보며 물었다. "리오씨, 어디 가시려고요?" "음, 잠깐‥. 빨리 돌아올테니 걱정말고 기다리고 있어. 알았지?" "네. ‥꼭 돌아오셔야 해요, 혼자는 무서울 것 같아요‥." 리오는 반 억지 웃음을 지은채 바이칼의 머리카락을 살짝 부벼준 후 재빨리 지크의 집에서 나왔다. . . . . . . . . . . ................. "설마 이 근처에 BSP들이 순찰을 하고 있진 않겠지." "후, 그럴리가. 내가 알아본 바에 의하면 오늘은 순찰이 없어. 그리고 이 한국의 경찰중 우리 기를 읽을 수 있을 만큼 뛰어난 녀석들은 없으니 마음 푹 놓으라고." "그렇군. 그런데 동경지부 부장은 왜 이 여자를 데려오라고 그러셨을까?" 흰색 복장을 한 두명의 닌자중, 입에 제갈을 물린 은발의 여성에게 신경 마비제를 놓으려 하고 있던 닌자는 동료 닌자에게 물었고, 그의 동료 역시 이유는 모르겠다 는듯 어깨를 으쓱였다. "모르면그냥 놓고 가지 그러나." "아, 안돼. 그러면 우린 야단을 맞는 정도가 아닐 거라구." "그럼 그럼." "‥누가 말했지? ‥윽!? 누, 누구냐!!!" 두 닌자들은 순간 몸을 은신하며 주위를 살펴 보았으나 집 안엔 자신들이 잡은 여 자 말고는 아무도 있지 않았다. 두 닌자는 다시 은신을 풀고 주위를 둘러 보았으나 역시 아무런 느낌도 잡지 못하였다. 둘은 이상하다 생각하며 다시 작업을 진행하기 위해 신경 마비제가 들어있는 주사기를 올렸다. "자, 이걸 맞으면 본국까지 가는데 편할꺼야. 그 사이 무슨 일을 당해도 모를거고, 헤헤헷‥." "아, 그런가?" 순간, 마비제를 놓으려던 닌자의 머리를 정체불명의 누군가가 뒤에서 잡았고, 닌자 의 몸은 허공으로 그대로 들어 올려졌다. 그것을 본 다른 닌자는 동료를 구하기 위 해 등에 장비한 소태도(小太刀:장도와 단도의 중간 길이를 가진 도검. 공격 범위 는 짧지만 사용의 용이함 때문에 방패와도 같은 역활을 할 수 있다)를 빼 들었으나 그의 이마에 곧 차가운 감촉이 서려왔다. "으, 으윽‥!?" 소태도를 빼 들은 닌자는 자신의 이마에 닿은 보라색 대검에 시선을 둔채 도검을 바닥에 떨어뜨린 후 손을 위로 올렸고, 다른 닌자의 머리를 잡고 들어올린 상태인 리오는 빙긋 웃으며 그들이 떨어뜨린 주사기에 시선을 돌렸다. "자, 주사기 안에 든 약물을 반씩 투여해. 자네 반, 이친구 반. 이러면 자네들 갔 다 버릴때 편할테니까." "으, 으으윽‥!!" 닌자는 분하다는 표정을 지은채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았다. 그러자, 리오는 고 개를 저으며 검을 잡은 오른팔에 힘을 가했다. 피이잉­!! 순간, 닌자가 떨어뜨린 소태도가 공중으로 튕겨져 올랐고, 그 칼의 주인은 자신의 칼에 보라색 검광 두줄기가 보이지 않을 정도의 스피드로 빠르게 스쳐 지나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곧, 소태도는 다시 바닥에 떨어졌고, 바닥에 떨어진 소태도는 네조각으로 나뉘며 사방으로 흩어졌다. "‥!!!!!!" "자, 괜찮았나? 다음 묘기는 인체 해부니까 좋은 쪽으로 한번 더 생각해 보시지." 닌자는 즉시 주사기를 들어 자신의 동료와 자신에게 반씩 약품을 투여했고, 약의 효과는 빠르게 나타나 두 닌자는 금새 축 늘어졌다. 리오는 자신의 검을 마법으로 사라지게 한 후(보이지 않게 한다는 것이 더 옳을 것이다) 입에 제갈이 물린채 바 닥에 묶여 쓰러져 있는 은발의 여성을 자유롭게 해 주었다. "자, 이제 괜찮습니다. 무섭지 않으셨어요?" "…." 리오는 웃으며 그 여성을 안심시켜 주었으나, 그 여성은 아직도 약간 경계하는 눈 초리로 리오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리오는 그리 걱정되진 않았다. 그 여성의 성격 이 어떻다는 것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리오는 곧 아무 말 없이 닌자 둘을 어깨에 들쳐 매고 밖으로 나가려 했고, 아무 말 없이 리오를 바라보던 여성은 침을 꿀꺽 삼킨 후 약간 긴장된 목소리로 리오에게 말했다. "저, 저어‥! 가, 감사합니다, 어떤 분이신지는 모르겠지만 구해주셔서 감사합니 다. ‥성함이라도‥제 이름은 세이아·드리스라고 합니다만‥." 그녀의 이름을 들은 리오는 곧 그녀를 돌아본 후 씨익 웃으며 대답해 주었다. "‥리오, 리오·스나이퍼입니다. 옆집에 머물고 있죠. 그럼 이만‥." 리오는 조용히 밖으로 나갔고, 그가 나간 후 세이아라는 여성은 바닥에 떨어진 소 태도 조각을 주워 쓰레기통에 버리는 등 주위를 정돈한 후에 의자에 앉으며 쓸쓸 한 표정을지은채 창 밖으로 보이는 옆집에 시선을 돌렸다. 납치를 당할 뻔 했음 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마음은 그리 혼란스럽지 않았다. 마치 예견했다는 듯이‥. 집 밖으로 나온 리오는 길바닥에 두명의 닌자를 던져놓은 뒤, 의미심장한 미소를 띄우며 세이아의 집 방향을 향해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두 바보를 데리고 조용히 가는게 좋을거야. 너희들이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한번 더 그녀를 건드릴 생각을 하면 그땐 더욱 신나고 재미있을테니까. 나에게 도전한다 면 물론 사양하지는 않지. 후훗‥." 리오는 곧 유유히 지크의 집으로 들어갔고, 곧 리오가 버린 두 닌자의 근처에 복면 을 한 누군가가 빠른 스피드로 나타나 리오가 들어간 지크의 집을 바라보며 씁쓸히 중얼거렸다. "‥은신술을 모두 파악할 줄이야‥. 상당히 귀찮은 녀석이 나타났군." 그는 곧 신경이 마비된 두 닌자를 데리고 조용히 사라져갔다. ※※※ "아, 당신이 바로 BSP중 근접 전투의 2, 3위를 다툰다는 린 챠오 대원이시군요. 만 나뵙게 되어서 정말 영광입니다. 전 금년에 소집된 신인 대원이라, 하핫‥." 사이조는 악수를 하자는듯 챠오에게 손을 내밀었고, 평소와 같이 약간 인상을 쓴 표정으로 사이조의 손을 바라보던 챠오는 말 없이 손을 내밀어 사이조와 악수를 나 누었다. 그때, 사이조와 챠오의 손이 미세한 진동을 내기 시작했고, 옆에서 지켜보 던 리진은 또 시작했구나 하며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꽤 오랫동안 챠오와 악수를 하던 사이조는 우습다는듯 피식 미소를 지으며 챠오에 게 가볍게 말했다. "흠‥실망이군요. 그 정도의 힘으로 BSP의 2위를 다투시다니‥. 설마 한국 내의 2위를 말씀하시는 것인가요? 후훗‥." "…." 그러나, 챠오는 사이조의 말을 듣고도 별 내색을 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눈을 지 그시 감으며 중얼거렸다. "‥악수를 하자는게 아니었나요." 우두둑‥!! "‥흡‥!?" 순간, 사이조의 손과 이마엔 푸른 힘줄이 솟았고, 악수를 하고 있는 사이조의 손에 서도 불길한 소리가 들려왔다. 챠오는 곧 손을 풀었고, 사이조 역시 손을 즉시 풀 며 자신의 손을 부여잡았다. 챠오는 리진에게 받은 손수건으로 사이조와 악수한 손 을 매만지며 그에게 충고하듯 말했다. "BSP의 제2격투가라는 말이 장난으로 들렸다면 정식으로 도전하셔도 좋아요. 방문 중에 대련은 흔한 일이니까요." 챠오는 곧 리진에게 손수건을 돌려주었고, 리진은 그 손수건을 사이조에게 건내주 며 살짝 윙크를 해 주었다. "손수건은 가지세요♡ 난 싫은건 질색이라서요, 호홋‥. 그럼 안녕." 리진과 챠오, 티베는 유유히 다른곳으로 갔고, 손을 잡고 있던 사이조는 씁쓸히 웃 으며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린 챠오‥기억해 두지." ------------------계속--- Last Radiance~!! Vol. 21 -------------------------------------------------------------------------- ------------------------------------------------------------------------- "잠깐 잠깐!! 경호하는 것도 아쉬운 내가 왜 너에게 점심하고 저녁까지 대접해야 하는거지‥!!" 패스트 푸드 점에서 라이아와 함께 식사를 하고 있던 지크는 잠시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라이아에게 따져 보았고, 한참 햄버거를 맛있게 먹고 있던 라이 아는 째째하다는 눈으로 지크를 바라보며 말했다. "BSP봉급은 상당히 많다고 아는데‥." "그, 그거하고는 상관이 없잖아. 게다가 네가 먹은 햄버거와 감자의 양을 계산하지 못하는거니? 혹시 언니가 밥을 안주는건‥?" "아, 아니에요! 햄버거는 우리 언니가 훨씬 잘 만든다고요!!" "흐음‥하긴 그래. 이 음식점 햄버거는 더럽게 맛이 없으니까." "맞아요, 후라이드 포테이토라는게 물먹은 오징어처럼 축 늘어지고‥." 한편, 라이아와 지크는 잠깐 생각을 하지 못하고 있는 점이 있었다. 자신들의 자리 가 카운터와 제일 가까운 자리라는 것을‥. 점원들은 씁쓸한 얼굴로 지크와 라이아 를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점원들의 따가운 시선을 아는지 모르는지, 지크와 라이아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음 식점을 나섰고 지크는 휴지로 입을 닦으며 라이아에게 다음 목적지를 물었다. "자, 다음 스케줄은 어딥니까 공주님?" "네, 이제 끝이에요. 집으로 가면 된답니다 지크 기사님. 호호호홋‥." 그 순간, 지크는 자신의 몸에 오한이 서린 것과 같은 느낌을 받았다. 라이아의 웃 음소리 때문이었다. 예전에, 신의 힘을 휘두르며 악귀처럼 자신들에게 도전해왔던 그때의 라이아가 잠시 떠오르는 것이었다. 라이아는 굳어버린 지크의 얼굴을 보고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지, 지크 오빠‥?" "으, 으응? 아니야 아무것도, 하하하핫‥." 지크는 머리를 긁적이며 미소를 지었고, 라이아는 다행이라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 였다. 지크는 라이아를 오토바이에 태우고 곧바로 집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 라이아를 데려다준 후 집에 도착한 지크는 티베와 마키가 돌아와 있는 것을 볼 수 있었고, 손을 흔들며 그들에게 인사를 했다. "요오, 오늘은 다들 괜찮았어? 요즘 하도 순찰 근무를 안하니까 본부에 일이 어떻 게 돌아가는지 알 수가 있어야지, 헤헷‥." 그러자, 티베는 갑자기 인상을 구기며 지크의 앞에 섰고, 지크는 움찔 하며 티베에 게 상황을 물어 보았다. "음? 인상이 왜그래, 본부에 무슨 일이라도 있는거야?" "그 일본 BSP들 원래 올때마다 그런 식이었어?" "일본 BSP? ‥아, 그러고 보니 정기 방문 시즌이었구나. 헤헷, 역시 그랬었군. 그 런데 그 애들이 왜, 추근거리기라도 해?" 티베는 다시 소파에 앉았고, 마키와 함께 불평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추근거리기만 하면 괜찮지! 챠오에게 시비를 걸지 않나, 나에겐 무슨 빽으로 BSP 가 되었냐고 하질 않나, 마키에겐 어디서 선텐했냐고 물어보질 않나, 장난이 아니 었다구! 게다가 그 녀석들 모조리 닌자인가 시노비인가 하는 녀석들로 구성되어서 남자고 여자고 하나같이 똥씹은 표정으로 본부 안을 돌아다니는데‥정말 한대 갈겨 주고 싶었다니까!!" "‥게다가 모두 1월달에 들어온 신인BSP라고 하더군. 그래서 더 한가봐." 마키의 묵직한 말까지 들은 지크는 너희들도 신인이잖아 라고 속으로 중얼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음‥내일은 일요일이지? 좋아, 라이아의 경호는 리오 녀석에게 부탁을 해 놓고 녀석들을 한번 묵사발로 만들어 주지! 헤헤헤헷‥. 아, 그런데 바이칼하고 리 오 녀석은 어디 있어?" 지크의 입에서 '바이칼'이라는 이름이 나오자, 티베와 마키의 얼굴은 순간 굳어버 렸고 지크는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둘을 바라보았다. 그 순간, 티베와 마키는 참았 던 웃음을 터뜨리며 괴로워하기 시작했다. "쿡, 쿠쿠쿠쿡‥!!!" "핫, 하하하하핫‥!!!" "?????" 지크는 더욱 이해가 안간다는 얼굴로 둘을 번갈아 바라볼 뿐이었다. 몸을 숙인채 최대한 웃음을 참고 있는 마키는 팔을 부엌쪽으로 돌리며 힘겹게 지크에게 말했다. "부, 부엌으로 가 봐‥쿠쿠쿡‥." 지크는 뭔가 이상하다 생각하며 슬그머니 부엌으로 가 보았다. 부엌에선 오늘 남은 음식을 처리하고 있는 레니와 그녀를 도와주고 있는 시에, 그리고 식사를 하고 있 는 리오와 바이칼이 있었다. 레니는 지크가 부엌 안으로 들어오자 깜짝 놀라며 그 에게 물었다. "어머, 지크. 저녁 식사 안하고 들어온거니?" "아, 아뇨. 그건 아니지만‥음?" 바이칼쪽을 돌아본 지크는 자신에게서 돌아서 있는 바이칼의 체형이 뭔가 이상해진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어깨도 좁아졌고, 몸의 굴곡도 말로 형용할 수 없을 정도였 다. 게다가 키도 좀 줄어든 것처럼 보였다. "아, 왔구나 지크." 리오는 덤덤한 얼굴로 지크를 보며 손을 올렸고, 리오의 행동을 본 바이칼은 뒤를 돌아보며 의자에서 일어나 지크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다. "아, 안녕하세요. 처음뵙겠습니다, 전 바이칼이라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 지크의 얼굴은 그 순간 조각처럼 굳어지고 말았다. 리오는 손으로 자신의 이마를 감쌀 뿐이었고, 레니는 입을 막으며 시에를 데리고 빠르게 거실로 나갔다. 멀찌감 치 들려오는 자기 어머니의 웃음소리를 듣고 있던 지크는 고개를 살짝 갸웃거리며 달력을 바라보았다. "‥만우절 치고는 숫자가 좀 다른 것 같은데‥? 이, 이봐 바이칼, 웃기려고 노력하 지 말라고, 설마 지금 시간에 술이라도 마신거야?" 그러자, 바이칼은 흠칫 놀라며 지크에게 조용히 말했다. "수, 술이요? 전 그런 것 마실줄 모르는데요‥? 그리고 전 진심으로 인사를 드리고 있는건데‥." 바이칼은 어깨를 움찔거리며 훌쩍거리기 시작했고, 리오는 이젠 적응이 되었는지 바이칼의 어깨를 만져주며 대신 지크를 소개시켜 주었다. "울지마, 저녀석 퇴근한지 얼마 안되서 피곤해 그런 것 뿐이니까. 악의는 없어." "훌쩍‥예‥. 죄송해요‥." "저녀석은 지크·스나이퍼라고, 내 형제야. 누가 형인지는 가리지 않고 살지. 어차 피 의형제니까." 지크는 자신의 몸이 갑자기 공중에 붕 뜬 느낌을 받고 말았다. 전신의 모든 감각이 마비되는 것 같았고, 또한 자신의 눈을 더더욱 믿을 수가 없었다. "안녕, 아깐 미안했어, 난 지크라고 해. 자기집처럼 생각하고 편안히 생활해줘." "에? 아, 예, 감사합니다." 반 정신이 나간 상태인 지크는 옛날 일명 로봇 목소리라고 불리던 어감이 없는 딱 딱한 목소리로 바이칼에게 인사를 했고, 바이칼은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도 고맙다는 표정을 지어 주었다. "‥바이칼, 잠깐 거실로 가서 다른 분들과 얘기좀 하고 있어주겠어? 둘이서 할 말 이 있어서 말이야." "예, 그러세요 리오씨." 바이칼은 곧바로 거실로 향했고, 리오는 다시 자리에 앉으며 지크에게 말했다. "자, 천천히 얘기해 줄테니 앉아봐." "안녕, 아깐 미안했어, 난 지크라고 해. 자기집처럼 생각하고 편안히 생활해줘." "‥정신이 나갔군." "안녕, 아깐 미안했어, 난‥흐흑‥." 지크는 힘없이 자리에 앉으며 말을 끊었고, 식탁 위에 상반신을 엎드린채 리오에게 말하라는 손짓을 했다. 리오는 후추병으로 지크의 머리를 톡톡 치며 얘기를 시작했 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저녀석 술을 엄청 마신 상태로 육교를 건너다가‥물론 왜 건 너려고 했는지 조차 모르겠지만 중간에 떨어져 버렸지. 머리를 아스팔트에 부딪힌 모양인데, 불행스럽게도 달리는 차에 의해 추가타를 머리에 다시 맞고 말았지. 결 국 그래서 저녀석은 기억을 잃었고, 그때 변해 있었던 여성의 모습으로 완전히 변 해 버렸어. 내 생각엔 중성적 존재이지만 성년이 되었을때 자기 자신이 성별을 결 정하는 '의지'가 기억 상실과 저녀석의 특별한 유전자적 힘에 의해 잠깐동안 무너 진 것 같아. 다시 기억이 돌아오면 원래대로 될 듯 하지만, 저 문제는 현재 상당한 큰일이야. ‥이봐, 듣고 있는거야?" 지크는 고개를 끄덕였다. 건성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었지만, 리오는 어쨌든 말은 했다는 생각에 지크에게 당부를 해 주었다. "‥다른 사람들에게도 적당히 얘기를 해 두었어. 내가 기억을 되살리는 방법을 찾 는 동안은 저녀석을 마음이 허락치는 않지만 '여자'라고 생각하는게 좋을거야. 옷 에 대한 문제는 너희 어머니께서 알아서 처리해 주신다고 하셨으니 거의 끝난 것 같아. 물론 나에게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한다는 점이 아직 악제로 남아있지만‥. 하여튼 장난이라도 목욕을 같이 하자던가 하는 말은 하지 말아줘. 지금 저녀석은 자신의 성별에 대해 완전히 인식을 하지 못하고 있으니까 당연히 OK를 할꺼야." 그러자, 지크는 고개를 슬쩍 들어 리오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야말로 나쁜 아저씨가 사탕줄께 잠시 골목으로 오라면 따라가는 상태라 이건 가?" "‥말하자면." 지크는 다시 고개를 떨구었고, 리오 역시 이젠 말하기도 지친다는듯 고개를 뒤로 젖히며 한숨을 길게 쉬어 보았다. "‥아, 그리고 오후에 네가 자주 말하던 '닌자'라는 녀석들이 세이아를 습격했던데 , 거기에 대해서 아는 점 있어?" 그러자, 지크는 순간 기력을 회복한듯 몸을 쳐들고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아까 아침에도 라이아가 다니는 학교에 어떤 얼간이 닌자가 잠입하려 했 던 일이 있었어. 여기까지 말하면 초등학교 꼬마라도 연관이 있다는건 알겠지." ‘‥이 녀석은 개그맨으로 나서도 성공할지도‥.’ 그렇게 생각을 하던 리오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랬었군. 하지만 그들이 라이아와 세이아에 대한 일을 알 이유가 없잖아?" "헤헷, 그 닌자 녀석들과 공포의 할아범(와카루)와는 무서운 연관성이 있다구." 그러자, 리오는 눈을 반짝이며 지크를 향해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국적이‥같다는 것‥?" ---------------------계속--- Last Radiance~!! Vol. 22 ------------------------------------------------------------------------- --------------------------------------------------------------------------- 일요일의 이른 아침. "어? 지크, 오늘은 경호 안하고 출근해 버릴거야?" 마키와 함께 순찰차를 타려던 티베는 지크가 차고에서 오토바이를 꺼내 오는 것을 보고 약간 놀란 말투로 물었고, 그는 씨익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헤헷, 어제 그 녀석들이 심하게 시비를 걸었다며. 가서 혼내줘야지. 헤헤헤헷‥. 게다가 오늘은 나보다 더 믿음직한 녀석이 대신 경호를 해 주기로 했으니 괜찮아." "더 뛰어난‥? 설마 리오씨가? 하지만 리오씬 바이칼 한명도 벅차 하시던데?" 그러자, 지크는 손가락을 저으며 자신있는 얼굴로 티베에게 말했다. "오, NO∼NO. 오늘의 경호는 리오 녀석이 먼저 하겠다고 했다구. 자, 먼저 천천히 가고 있어. 내가 뒤따라갈께." "응, 알았어. ‥마키야 운전좀 배워라, 운전도 생각보다 힘든거라구!" "힘드니까 안하지." "‥얘가 점점 누구 닮아가네‥." 티베와 마키는 서로 중얼거리며 본부를 향해 출발했고, 오토바이를 도로에 꺼낸 지 크는 한숨을 후우 쉬며 몸을 이리저리 풀어 보았다. "음음‥어제 잠을 잘못잤나? 왜이리 몸이 뻐근하지?" 곧, 지크는 오토바이에 시동을 걸었고, 엑셀을 조금씩 돌려보며 엔진 상태를 시험 해 보았다. "어, 지크 오빠! 오늘은 경호 안해주실거에요?" 그때, 지크의 뒤에서 라이아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지크는 뒤를 돌아보며 라이아에 게 손을 흔들어 아침 인사를 한 후 대강 일을 말해 주었다. "응, 본부에 무슨 일이 생겨서 오늘은 다른 녀석에게 경호를 부탁했어. 있다가 아 침 먹은 다음에 너희집에 직접 간다고 했으니 언니하고 기다리고 있어. 그럼, 하루 잘 보내라 라이아." 지크는 손을 모아 거수 경례를 붙인 후 본부를 향해 출발했고, 라이아는 그를 향해 팔을 흔들며 소리쳤다. "그럼 잘 다녀오세요­!!" . . . . . . . . . . . . . ................. "어머, 리오씨 오늘은 옆집 분들이랑 유원지에 가신다고요?" 스프를 데워 리오에게 건내주던 레니는 의외라는 표정을 지으며 리오에게 물었고, 머리를 감은지 얼마 안된 탓에 산발인 상태인 리오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예.지크에게 경호를 부탁받았거든요. 그리고 바이칼하고 둘이서만 집 지키기도 그렇고 해서 옆집 분들과 함께 가기로 했죠. 아, 어머님도 함께 가시겠습니까?" 그러자, 레니는 살짝 손을 저으며 미안하다는듯 말했다. "아, 아니에요. 오늘은 계 모임이 있거든요. 호호호홋‥. 그런데, 바이칼씨는 잠을 오래도 주무시네요? 소파라 불편하실텐데‥?" 그 말을 들은 리오는 살짝 미소를 지으며 이유를 말해 주었다. "음‥바이칼은 원래 잠이 많았거든요. 원래 모습일때 역시 식사는 걸러도 잠은 꼭 챙겨서 잤죠." "어머, 그랬군요." 이윽고, 식사를 다 마친 리오는 자신이 사용한 식기를 직접 설겆이 한 후 밖으로 나갈 준비를 했다. 물론 준비라고 해 봤자 머리를 묶는 일 뿐이었지만‥. 아직도 잠에 빠져 있는 바이칼을 흘끔 본 리오는 그에게(그녀에게‥라고 하기엔 좀) 이불 을 다시 제대로 덮어준 후 집을 나섰다. 세이아를 만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 다. 그녀는 일요일 아침마다 운동삼아 동생과 집 마당에서 배드민턴을 치기 때문 이었다. 리오는 세이아의 집 낮은 울타리에 팔을 기댄 후 그녀와 라이아가 베드민 턴을 치는 모습을 잠시 바라보았다. 둘은 생각보다 오랫동안 셔틀을 떨어뜨리지 않고 잘 치고 있었고, 리오는 자신이 온 것도 모른채 치는데 열중인 둘을 보며 조 용히 생각했다. ‘‥음‥생각보다‥.’ "어멋!! 위험해요!!!!" 파악­!! ‘‥못치는군‥.’ 안면에 정면으로 날아온 배드민턴 라켓을 손으로 잡은 리오는 라켓을 손가락으로 빙글빙글 돌리며 자신에게 라켓을 날린 세이아를 바라보았고, 세이아는 미안해서 어쩔 줄을 모르는듯 손을 모은채 고개만 숙이고 있었다. 리오는 빙긋 웃으며 세이 아에게 물었다. "‥들어가도 되나요? 후훗‥." 그녀들과 함께 집에 들어온 리오는 세이아가 권해준 차를 마시며 천천히 얘기를 나 누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잘 치시던데요? 라켓을 날리시는 것 외엔‥." 라켓 얘기가 나오자, 세이아는 고개를 푹 숙인채 아무말도 하지 못했고 리오는 성 격상으론 변한게 아무것도 없구나 생각하며 괜찮다는듯 말했다. "아, 괜한 말을 해서 점수가 깎이는건 아닌지 모르겠군요." "아, 아니에요. 이번이 처음은 아닌걸요‥." 그 말을 들은 리오는 움찔 하며 눈을 휘둥그레 떴고, 라이아는 킥킥 웃으며 상황을 설명해 주었다. "헤헷, 이사온 다음부터 언니를 보러온 동네 오빠들이 꼭 한번쯤은 얼굴에 라켓을 맞았거든요. 이사온지 한달은 지났으니까‥아저씨를 빼면 지금까지 열명 넘을걸요? 호호홋‥. 그런데 참 대단하시네요? 언니의 '라켓 슛'을 피한 남자는 아저씨가 처 음이에요." 라이아의 라켓 슛이란 말에 리오는 빙긋 웃으며 말했다. "으음‥운동좀 했거든, 하하핫‥. 그건 그렇고, 오늘은 특별한 일 없으시죠? 계 모 임이라던가‥." 라이아와 리오의 협공에 얼굴이 완전히 붉어진채 아무말도 하지 못하던 세이아는 리오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예, 그렇습니다만‥?" "음‥사실은 라이아의 경호를 오늘만 제가 대신 맡았거든요. 집에 또 같이 두기가 곤란한 사람이 있어서 근처의 유원지에 함께 가시면 어떨까‥해서요." 그러자, 세이아와 라이아는 눈을 크게 뜨며 서로를 바라보았고, 리오는 둘에게서 의외의 반응이 나오자 약간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 아니, 곤란하시다면 그냥‥." 순간, 둘은 감격에 눈을 반짝이며 리오에게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지, 지금 유원지라고 하셨나요? 놀이동산이라고 말씀하셨나요‥?" "예? 예, 그렇습니다만‥?" 그러자, 둘은 서로의 손을 감싼 후 눈물까지 글썽이며 리오에게 고맙다는 말을 정 성껏 하기 시작했다. "저, 정말 기뻐요‥. 저희도 드디어 놀이동산에 갈 수 있다니‥." "흐윽‥지금까지 나가 봤자 동네 공원이었는데‥이럴수가‥." "아, 그, 그렇군요‥." 둘의 반응을 지켜보던 리오는 침을 꿀꺽 삼키며 속으로 잠시 생각을 해 보았다. ‘‥그렇게 대단한 곳이었나‥? 예전에 지크랑 같이 가 보긴 했지만 눈물을 흘릴 정도로 대단한 곳은 아니던데‥?’ 어떻게 됐든 리오는 시간 약속을 한 후 집으로 돌아왔고, 마악 일어나 주위를 두 리번 거리던 바이칼에게 아침 식사를 차려주었다. ※※※ "얼라? 경호인가 뭔가는 때려 치운거야?" 아침을 먹고 오지 못했는지 야채 샌드위치를 우유와 곁들여 아침 대신 먹고 있던 리진은 지크가 티베, 마키와 함께 회의실에 비적거리며 들어오자 깜짝 놀라며 그 에게 물었고, 지크는 리진의 머리를 약간 거칠게 쓰다듬으며 대답했다. "이런, 다 큰 여자애가 '얼라'가 뭐니. 오늘 경호는 다른 사람에게 맡겼거든." "으윽! 오늘 머리에 젤 바르고 왔단 말이야!! 머리가 이게 뭐야!!" 리진은 급히 거울 앞에 가 빗으로 자신의 머리를 매만지기 시작했고, 지크는 자신 의 손에 묻은 젤을 닦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그거 바를 시간 있으면 아침이나 먹고 오던지‥." "흥, 남의 사. 그건 그렇고 그 대타는 누구야? 설마 레니 아줌마?" 지크는 책상에 천천히 앉으며 한심하다는 얼굴로 리진에게 말했다. "이런 이런, 어머니는 오늘 계 모임이 있으셔서 하시고 싶으셔도 못하신다구. 붉은 장발의 내 형제에게 맡겼지." 그 순간, 리진의 팔은 멈춰 버렸고 그녀는 놀란 얼굴로 지크를 바라보며 물었다. "부, 붉은 장발? 설마 리오씨!?" "음, 요즘 우리집에 눌러 살거든. 그 녀석 말고도 혹이 하나 더 붙어서 문제지만‥ 인사 하려면 내가 나중에 데려올께." 그때, 회의실 안에 다른때 보다는 늦게 출근한 챠오가 덤덤한 얼굴로 불쑥 들어왔 고, 순간 리진은 그녀를 돌아보며 소리쳤다. "챠오! 리오씨가 돌아오셨데!!!" "‥!" 그러자, 챠오의 얼굴로 보통때보단 굳어졌고 둘의 반응을 보던 지크는 눈살을 찌푸 리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리오 녀석이 언제 저 둘에게 마수를 뻗었지‥? 마키도 그렇고‥.’ "‥쳇. 어이 챠오양, 오늘 그 일본 BSP들은 언제 온데? 그 녀석들 혼내주려고 오늘 여기 온건데‥." 그러자, 회의실 안에 리진보다 먼저 와 있던 루이가 그 일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오늘 본부에서의 스케줄은 없어. 관광차 유원지에 갈거야." "아, 그래. 그 자식들 오늘 운이 좋‥군‥?" 순간, 지크의 머리에 리오가 오늘 유원지에 간다는 말이 스쳐 지나갔고 지크는 의 자에서 벌떡 일어서며 소리쳤다. "으악!! 큰일이 나 버렸어!!!!" 지크는 급히 회의실 전화기로 집에 전화를 했으나, 전화를 받는 사람은 아무도 없 었다. 지크는 곧 머리를 감싸며 괴로워하기 시작했고, 그 모습을 보던 루이는 한숨 을 포옥 쉬며 지크에게 말했다. "‥유원지라면 걱정마. 오늘 안건도 그거니까." "‥뭐라고 사촌?" 십여분 후, 처크 부장이 도착하는 것으로 조회는 시작되었고 지크는 안절부절하며 제발 다른 곳으로 리오가 가기를 바랬다. ‘아, 안돼, 최악의 상황이다‥!! 리오가 일본 BSP를 죽이면 이건 국제 문제로 대 두가 된다고‥!!!’ 루이가 안건 설명을 하기 위해 스크린으로 나가는 동안, 지크는 식은땀을 흘리며 계속 고민하고 있었고 처크는 한심하다는 얼굴로 지크를 바라보며 말했다. "‥속이 않좋으면 바로 나가지 왜 식은땀까지 흘리며 참고 있나. 보통땐 집중도 안 하던 자네가 왠일로‥." "그게 아니에요!! 루이는 빨리 말해!!!" 처크는 흠칫 놀라며 고개를 갸웃거렸고, 루이는 쓰고 있는 안경을 매만지며 한숨을 피식 쉬고는 안건에 대해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계속--- Last Radiance~!! Vol. 23 ------------------------------------------------------------------------- ------------------------------------------------------------------------- "어제 저녁, 부장님 댁으로 긴급한 연락이 도착했습니다. 큐슈 지역 BSP들이 공항 하수도에서 시체로 발견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러자, 모든 BSP대원들의 얼굴은 굳어져 버렸고, 지크는 초초한 나머지 다른 동 료들의 얼굴을 보지 못하고 손가락으로 책상을 두드리며 루이에게 질문을 던졌다. "잠깐, 큐슈 지역 BSP들이 죽은거랑 우리랑 무슨 상관인데? 우린 지금 국제 분쟁 직전에 휘말려 있다구." 그러자, 루이는 잠깐 정신이 아뜩해 왔는지 이마를 손으로 짚으며 머리를 흔들었 고, 이상한 분위기를 느낀 지크는 움찔하며 다른 동료들을 돌아 보았다. 동료들은 지크를 한심하다는 얼굴로 바라보고 있었고, 루이는 곧 지크에게 설명을 해 주었 다. "‥어제 우리를 방문했던 일본 BSP대원들이 바로 큐슈 방위 BSP입니다. 하지만 원 래 이곳을 방문할 사람들은 아닙니다. 그리고, BSP도 아닙니다." "잉?" 지크는 순간 눈을 크게 뜨며 루이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고, 루이는 이 제야 설명이 되었다는 안도감에 한숨을 내 쉬며 계속 얘기를 했다. "그런 연유로, 저희들은 그들의 이번 방문지인 서울랜×에서 그들을 체포한다는 전 격작전을 수립했습니다. 본부에 방문한 사람들은 모두 네명이지만 입국이 확인된 총 명수는 여덟명입니다. 게다가 직업이 모두 닌자이기 때문에 수는 더 많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 연유로, 수도방위 BSP 전 대원들은 그곳으로 출동을 하게 됩니다. 작전 시간은 도착한 직후부터 20시까지. 그럼 수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곧, 루이는 다시 자리로 돌아왔고, 처크 부장은 선글라스를 매만지며 모든 대원들 에게 말했다. "자, BSP를 사칭한 테러 집단 사건이 한두번은 아니니 모두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이봐." 처크 부장은 순간 말을 멈추며 대원들을 바라보았다. 리진과 티베는 믿을 수 없다 는 표정을 지은채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고, 케빈과 헤이그는 눈을 감은채 팔짱을 끼고 있었다. 마키와 챠오는 사람 많은 곳이 귀찮아서인지 왠지 싫은 표정을 지은 채 다른 생각을 하는 중이었고, 지크는 환희의 표정을 지은채 주먹을 부르르 떨고 있었다. 모두의 정신이 다른곳에 가 있는 것을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던 처크 부장 은 한숨을 내 쉬며 말했다. "‥자, 작전 개시. 해산." "와아­!!" 순간, 지크는 기쁜 나머지 소리를 치며 회의실 밖으로 나갔고, 다른 대원들도 재빨 리 밖으로 나갔다. 회의실 안에 있는 사람은 루이와 헤이그, 처크 뿐이었다. 처크 는 역시 헤이그는 다르다는 생각을 하며 전화를 들고 있는 헤이그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헤이그의 대사는 처크를 실망시키기에 충분했다. "음, 엘렌이니? 지금 엄마 모시고 서울랜×로 나오너라. 지금이 여덟시 30분이니 까 열시쯤에 정문에서 만나자꾸나. 음음‥왠일은, 오늘 일을 거기서 하니까. 그래 나중에‥." "후우­." 처크는 의자를 돌린채 아무 말 없이 담배에 불을 붙일 뿐이었다. ※※※ 아홉시 50분. 그랜·헤이그의 딸인 엘렌·헤이그는 자신의 어머니인 사라·헤이그와 함께 아버지 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엘렌, 우리가 너무 일찍 온건 아니니? 그러니까 사람 없는 버스를 타자고 했잖니. 괜히 서서 와가지고‥." "아니에요 엄마. 오늘은 어차피 일요일이니까 이쪽으로 오는 사람들이 꽤 많을거라 고요. 아까 그 버스 탄 다음에 아빠 못만났으면 어떡해요?" "‥그건 그렇구나. 그런데 그이는 왜이리 안오니? 10시 정각에 도착하려고 그러나 ‥쯧." 엘렌은 불평을 늘어놓는 자신의 어머니에게서 잠시 시선을 다른곳으로 돌려 보았 다. 마침, 눈에 띄게 붉은 장발을 가진 한 남자가 세명의 여성을 데리고 이쪽으로 오는 모습이 보였다. 엘렌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생각을 해 보았다. ‘흠‥꽤 생겼는데? 키도 지크쯤 되고‥게다가 같이 오는 여자들도 만만치 않게 미인인걸? 한명은 어리니까 제외한다 치지만 은발의 여자하고 숏트 컷의 여자는 연예인 저리 가라인데?’ 그때, 군청색 숏트 컷의 여성이 갑자기 바닥에 넘어져 버렸고, 그녀는 바닥에 주저 앉은채 눈물을 글썽이기 시작했다. 그러자, 붉은 장발의 남자가 어색한 미소를 지 은채 그녀를 일으켜준 후 손으로 옷을 털어주었고, 엘렌은 순간 부러움을 느끼며 몸서리를 쳤다. ‘‥지크가 저 남자 반이라도 따라가면 얼마나 좋을까‥.’ "얘, 너 왜그러니?" 엘렌의 곁에 있던 그녀의 어머니는 딸이 갑자기 몸서리를 치자 깜짝 놀라며 물었 고, 엘렌은 고개를 저으며 애써 시선을 다른곳으로 돌렸다. "아, 아니에요. 그건 그렇고 아빠는 왜 이렇게 안오시는거야!!" 그녀의 어머니 사라는 엘렌이 갑자기 과잉반응을 보이자 이유를 모르겠다는듯 고개 를 갸웃거릴 뿐이었다. 11시 15분. "‥예상보다 일이 빨리 진행될 것으로 보입니다." "무슨소리인가." "목표 대상 두명이 동시에 이곳으로 왔습니다." "이곳에 와 있다는 소리인가." "그렇습니다." "‥그래? 후, 이렇게 따분한 곳에서 오늘 하루를 어떻게 보낼까 고민했는데 잘 됐 군. 그럼 현재 인원으로 간단히 처리하면 되겠지?" "‥그게 그렇지 않습니다. 수도 방위 BSP도 모두 들어온 상태고, 게다가 그 목표와 함께 있는 붉은 머리도 만만치 않은 강자입니다. 카타키와 우세루 두명을 간단히 처리할 정도였습니다. 게다가 저의 은신술도 단번에 알아차렸습니다." "‥그래? 그렇다면 하는 수 없지. 전원 집결 신호를 보내라. 한시간 내로 집합하 도록 해. 아무리 귀신같은 녀석이라도 30명 정도를 당해내진 못하겠지. 게다가 모 두 정예 맴버니까." "예!" 13시 28분. 세이아가 싸들고 온 점심 도시락을 한참 먹던 리오는 그녀의 솜씨가 여전히 좋다는 것을 느낄수 있었다. 변한 것이라고는 끔찍하다면 끔찍하다 할 수 있는, 추억이라 면 추억일 수 있는 예전의 기억 뿐‥. "음‥솜씨가 역시 좋으시네요." "네? 역시‥라뇨?" 세이아가 의아한 얼굴로 묻자, 리오는 옆에 앉은 라이아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대 답해 주었다. "이런 맛있는 음식을 해 주시니 동생도 예쁘게 잘 크는 것 아닌가요? 후훗‥." 털퍽­!! 그때, 근처에서 누군가가 넘어지는 소리가 들려왔고 그 소리를 들은 모두는 리오를 제외하고는 눈을 휘둥그레 뜨며 주위를 돌아보기 시작했다. 그러자, 리오는 왜그러 냐는 얼굴로 모두에게 물었다. "음? 무슨 일 있나요?" "아, 아뇨‥지금 누가 꽤 세게 넘어진 소리가 들려서‥." "아, 그런가요?" 리오는 겉으로는 웃으면서도 속으로는 투덜대며 이 근처에서 멀찌감치 사라져가는 기를 확인하고 있었다. ‘‥저 녀석은 여기 뭐하러 온거지‥.’ 그 순간, 리오는 주위에 갑자기 이상한 느낌들이 모여들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수 있었고 그 상황에서 빵 하나를 집은 후 입에 물며 조용히 그 '느낌'들의 수를 세 어보기 시작했다. ‘하나, 둘‥일곱‥기를 숨기려고 노력하는 녀석까지 합하면 여덟인가‥.’ 리오는 씨익 웃으며 계속 그 '느낌'들의 움직임을 주시했다. 그때, 리오의 옆에 앉 아 있던 바이칼이 그의 팔을 손으로 잡았고 리오는 움찔 하며 바이칼을 바라보았 다. 바이칼은 상당히 불안한듯 인상을 흐린채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기억을 잃었어도 본능적으로 살기를 느끼는건가? 흠, 그럼 잘됐지만‥.’ "저어‥여긴화장실이 어디인가요‥?" 바이칼의 입에서 나온 말에 리오의 기대는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었고, 리오는 지금 바이칼을 화장실에 데려다주면 이곳이 완전히 무방비 상태가 된다는 것도 알고 있 었기에 상당히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이런, 어쩌지‥? 음!?’ 순간, 리오는 근처에 있던 살기들이 빠른 속도로 하나씩 사라지는 것을 느낄 수 있 었고 기를 감추고 있던 존재도 어디론가 도주한 것도 느낄 수 있었다. 리오는 무슨 일이지 생각하며 재빨리 바이칼을 화장실에 데려다 주기 위해 일어섰다. 우두둑­ 마키는 손을 풀며 자신의 앞에 쓰러진 닌자 셋을 내려다 보았고, 의식을 잃은 닌자 들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때, 쓰러진 닌자 위에 다른 닌자 네명이 겹쳐 쓰러졌 고 마키는 깜짝 놀라며 자신의 옆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옆엔 어느새 네명을 쓸어 버린 챠오가 손을 털며 서 있었고, 챠오에 대해 이상한 라이벌 의식을 느끼고 있던 마키는 눈을 가늘게 뜨며 챠오에게 말했다. "‥운이 좋았군." 그러자, 챠오 역시 눈썹을 꿈틀대며 마키에게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실력차일 뿐이야." "‥!!!" 갑자기 대결 무드가 이어졌고, 둘은 서로 눈을 마주한채 잠시간 그 자리에 서 있었 다. 그러다가 둘은 동시에 돌아섰고, 마키는 챠오에게 조용히 중얼거리며 그 자리 를 떠났다. "‥아직 승부 안났어." 마키가 사라진 방향을 가만히 보고 있던 챠오는 쓰러진 닌자들에게 전자 수갑을 묵묵히 채우며 그들을 끌고 어디론가 걸어가기 시작했다. 화장실 앞에서 바이칼이 나오길 기다리던 리오는 상당히 의외의 일을 당하고 있었 다. 지금까지 숨어 있던 닌자 20여명이 자신의 앞 광장에 나타나 자신을 바라보 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리오는 머리를 긁적이며 제일 앞에 있는 검은색 도복의 닌자에게 물었다. "‥이봐, 너희들 복장을 보니 숨어서 암살하는 것이 주된 스타일인 것 같은데 갑 자기 대중 앞에 단체로 나타나는건 무슨 경우지?" "‥임무일 뿐이다." 리오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주위의 기척을 살펴보았다. 느낌 대로, 네개의 기가 세 이아와 라이아가 있는 쪽으로 급히 접근하고 있었다. "‥후, 그런건가? 좋아, 그렇다면 쇼에 동참해 줘야 하겠지. 복장부터." 리오는 곧 자신의 오른손 주먹을 왼쪽 어깨 부근에 올린후 무언가를 끌어 내리듯 팔을 옆으로 돌렸고, 그의 복장은 거짓말처럼 순간적으로 바뀌어 졌다. 회색의 망 토, 갈색의 아대, 그리고 망토 사이로 보이는 두개의 검‥. 리오는 두개의 검 중 보라색의 검을 뽑아 들며 자세를 취했고, 검 끝을 까딱이며 닌자들에게 말했다. "멋진 환타지 쇼를 즐겨 보자구‥후훗." -------------------------계속--- Last Radiance~!! Vol. 24 -------------------------------------------------------------------------- ------------------------------------------------------------------------ "아아, 죄송해요 리오씨, 집 화장실하고 구조가 틀려서‥아?" 퍼버버벅­!!!! 재빨리 화장실에서 볼일을 마치고 나오던 바이칼이 나오자 마자 본 광경은 공중에 동시에 뜬 리오와 흰색 복장의 남자들 세명이 공중에서 격돌을 하는 것이었고, 보 라색 검광이 리오의 몸 주위를 휘감는다 싶더니 점프했던 세명이 순식간에 피를 흩날리며 사방으로 날아가는 것이었다. ‘머, 멋지다‥!’ 바이칼이 자신의 뒤에서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다시 지면에 착지한 리오는 자신의 검을 한손으로 빙글빙글 돌리며 간격을 두고 자신을 포위한 닌자들에게 말했다. "자아, 단역 A, B, C는 이제 대본에서 사라졌으니 다음 차례는 누구지?" "으, 으윽‥!!" 닌자들은 현재 '뭔가 잘못된 듯 한' 느낌을 받고 있었다. 단지 세명이 쓰러진 것 뿐이었지만 그들이 왜 쓰러져야 했는지 보질 못한 탓도 있었다. 주위엔 사람들이 하나, 둘씩 모여들기 시작했고, 초가집 모양의 건물이 상당히 많이 배치된 놀이동 산 지역 광장엔 짧은 시간동안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둘러 앉게 되었다. 마치 진짜 쇼가 벌어지기라도 한 듯. 그 군중들 안엔 수도 방위 BSP대원도 몇 끼어 있었다. 게다가, 방금 전 세명이 날 아가는 것을 볼 수 있었던 헤이그는 잠시 정신이 멍해진 느낌마저 받고 있었다. "저 청년은 저번에 지크를 찾아왔다가 돌아갔던‥? 왠만큼 단련된 분위기는 있었지 만 설마 저 정도일줄은 몰랐는데?" 그때, 그의 옆에 있던 부인인 사라가 분홍색 도시락통을 그에게 건내주며 말했다. "그랜, 점심좀 먹으면서 봐요. 쇼가 아무리 재미있어도 그렇지 점심도 안먹으면 어 떡해요?" "아, 미안." 헤이그는 도시락을 연 뒤 안에 들어있는 햄 샌드위치를 하나 들며 계속 쇼(?)에 집 중을 했다. 보스 내지는 바로 이하로 보이는 검은 옷의 닌자는 한숨을 후우 쉬며 손가락 네개 를 들고 가라는 신호를 보냈고, 곧 그의 뒤에 있던 닌자 넷이 한꺼번에 앞으로 나 온 후 리오의 앞에서 약간 독특한 전투 자세를 취했다. 맨 앞에 선 한사람 뒤에 바 로 한사람이 서서 리오와일직선 상태가 되게 만들었고, 나머지 둘은 리오의 양 옆 에서 동시 공격을 하려는지 준비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곧, 신호와 함께 넷은 동 시에 리오를 향해 달렸고, 리오는 피식 웃으며 검을 아래로 약간 내렸다. 마침, 그 모습을 보던 챠오는 눈을 살짝 찡그리며 중얼거렸다. "‥양 옆의 두명이 목표물을 포위하고, 앞에 있는 일직선상의 두명은 같은 호흡으 로 시간차 공격을 감행해 목표물이 빠져 나가려고 해도 할 수 없는 사진(死陣)‥. 하지만‥상대가 틀렸어." 챠오의 말 대로, 리오와 일직선상의 두명은 마치 기계처럼 같은 동작으로 그에게 달려들고 있었고 양 옆의 두명은 소태도 두자루를 양 옆으로 넓게 잡은채 포위 공 격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리오의 얼굴은 여느때와 다름없이 여유가 있었다. "정면이 의외로 약하지!!" 쿠웅­!! "헉!!" "흐앗­!!!" 순간, 리오는 검을 내린채 달려가며 오른쪽 어깨로 정면의 닌자를 강하게 들이 받 았고 리오와 직접 충돌한 닌자는 같이 오던 닌자와 같이 충격에 휘말리며 뒤로 멀 찌감치 날아가고 말았다. 그때, 리오의 양 옆에서 오던 닌자 두명이 방향을 바꿔 리오의 뒤를 노리고 달려들었다. "뒤를 치는건 비겁해 친구들." 재빨리 돌아선 리오는 닌자들이 공격을 하기도 전에 자세를 취한 상태였고, 곧 두 개의 보라색 섬광과 함께 두명의 닌자는 피를 흩뿌리며 양 옆으로 날려졌다. 사이키와 함께 그 광경을 보던 케빈은 심각한 얼굴로 담배에 불을 붙이며 사이키에 게 들으라는듯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전력을 다해 숄더 태클을 한 후에 딜레이 없이 후방 공격을 한다‥라. 자동차로 보자면 전속력으로 달리다가 급 브레이크를 잡은 후 방향을 바꿔 다시 뒤로 가는 것과 마찬가지인데 너무 쉽게 저런 행동을 하는군. 저런 운동력을 지닌 괴물은 지 크 뿐이라고 생각했는데 또 있었다니‥." 그러자, 사이키는 살짝 미소를 지은채 가볍게 말했다. "아직 다섯분 더 계신걸요." "음?" 그녀의 말을 들은 순간, 케빈은 입에 물고 있던 담배를 떨어뜨리며 멍한 얼굴로 사 이키를 바라보았고, 사이키는 그런 엄청난 말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미소를 지은채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일곱명이 순식간에 당해버린 상황에, 닌자 부대의 현재 두목은 분노를 금치 못하고 있었다. 결국, 그는 앞으로 나서며 몸을 최대한 숙인채 리오에게 말했다. "‥부하들이 추한 꼴을 보여서 미안하군. 하지만, 이번엔 좀 다를거다." 순간, 그 닌자의 몸이 빙글빙글 돈다 싶더니 지면을 파고 들며 그곳에서 사라졌다. 그러자, 아직도 지금의 상황을 쇼라 생각하는 주위의 군중은 탄성을 터뜨렸고 리오 는 피식 웃으며 몸을 재빨리 움직였다. 후웅­ 바람소리, 그와 동시에 리오의 몸은 먼지와 함께 사라졌고 한참 싸움이 벌어지던 그 장소에선 잠시간의 적막이 흘렀다. 조금 후군중들은 술렁이기 시작했다. "끄, 끝난건가?" "하지만 분위기가 아닌데‥?" 퍼억­!!! 순간, 공중에서 둔탁한 타격음이 들려왔고 검은 물체 하나가 빠른 속도로 지면에 추락해 뒤로 주욱 밀려나고 말았다. 검은 복장의 닌자는 충격을 심하게 받았는지 지면에 쓰러진채 몸을 꿈틀대고 있었고, 곧이어 그를 쳐 떨어뜨린 리오가 가볍게 지면에 착지했다. 리오는 너무 싱겁다는듯 턱에 손을 댄 채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쉬었고, 쓰러진 자신의 두목 주위에 몰려 있던 닌자들은 잔뜩 긴장한채 리오를 바 라보았다. 자신들의 동료부터 부대장까지 두대 이상을 맞고 쓰러진 사람이 없었기 에 그들은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리오는 검으로 자신의 어깨를 툭툭 두드리며 닌자들에게 말했다. "자, 왠만큼 검은 사용하지 않았으니 그냥 돌아가시지. 만약 너희들이 한꺼번에 덤 빈다면 그중의 한두명 목숨은 보장할 수 없어. 나도 만에 하나 '실수'라는걸 할 수 있거든. 대중들 앞에서 망신을 준 것은 사과할테니 상황을 끝내는게 어때? 음‥싫 다면 할 수 없고." 그 말을 들은 닌자들은 곧 눈을 번뜩이며 품에서 둥글게 뭉쳐진 작은 폭약 하나를 꺼냈고, 리오는 혀를 차며 다시 자세를 취했다. 그러나 닌자들은 전의를 완전히 상 실한 상태였다. 그들은 곧바로 바닥에 폭약을 던졌고, 생각보다 많은 연기가 그들 이 있던 장소에서 뭉게뭉게 피어 올랐다. 리오는 씨익 웃으며 검을 거두었고, 연기 가 걷힌 후 남은 것은 핏자국과 연막탄이 터진 흔적 뿐이었다. 상황은 그것으로 끝 이었다. 멍하니 그 장면을 지켜보던 군중들은 곧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쇼가 끝난 후엔 언 제나 따르는 법이었다. 리오는 아직도 화장실 앞에 서 있는 바이칼을 데려가기 위 해 그곳으로 가다가 아차 하며 재빨리 바이칼에게 달려갔다. ‘얼굴 가리는 것을 잊었군, 큰일이다‥.’ "와아, 리오씨 멋있어요. 하지만 맞은 사람들 꽤 아플 것 같은데‥앗?" 리오는 바이칼의 말을 들을 사이가 없다는듯 급히 안아 망토로 감싼 후 그곳에서 사라졌고, 멋진 엔딩이다 생각하는 사람들의 박수소리는 더욱 커졌다. 물론 실제 상황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또 리오의 존재를 모르고 있던 BSP의 얼굴은 그리 밝 지가 않았다. 지금 현재는 자신들의 일을 거들었지만, 언제 적으로 나타날지 모르 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물론 챠오나 리진, 사이키등은 오히려 안심을 하고 있었지 만. 어느새 복장을 바꾸고 바이칼과 함께 세이아, 라이아가 있는 곳으로 돌아가던 리오 는 머리를 긁적이며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얼굴에 복면을 하지 않고 그런대로 긴 시간 동안 사람들 앞에서 '쇼'를 했기 때문이었다. 그가 제발 바라고 있는 것은 자 신의 모습이 TV에 만큼은 나오지 않는 것이었다. "리오씨, 아까 참 멋있으셨어요. 그 정도로 강하실줄은 정말 몰랐어요." "‥아, 그래. 고맙군." "음‥그리고 전 참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 말을 들은 리오는 속으로 기껏해야 사람들이 다치지 않은 것이겠지 생각하며 별 생각 없이 바이칼에게 물었다. "그래? 왜 그렇지?" 그러자, 바이칼은 얼굴을 빨갛게 붉히며 대답했다. "그렇게 강한 분이 절 지켜주신다고 생각하니‥다행이라고‥." 순간, 리오는 비틀거리고 말았고 그는 자신의 상태를 물어오는 바이칼에게 창백한 얼굴로 빨리 가자는 손짓을 했다. "어머, 지금 돌아오세요? 그, 그런데 안색이 좀 안좋으신 것 같은‥." 도시락등을 정리하고 리오를 한참 기다리고 있던 세이아는 리오가 약간 씁쓸한 표 정으로 돌아오자 깜짝 놀라며 그에게 물었고, 리오는 억지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 아닙니다. 자, 점심 식사도 끝났으니 이제 다른 곳으로 가볼까요? 아직 타지 않은게 많으니까요." "아, 예. 그럼‥." 그들은 곧 자리를 완전히 정리한 후 다른 곳으로 향했다. 하지만, 리오도 까맣게 잊어버린 것이 있었다. 세이아와 라이아 쪽을 향해 가던 네개의 살기를‥. 물론 근처 나무에 의식을 잃고 걸려 있는 네명의 닌자도 보지 못했지만. ※※※ 저녁이 되어서야 유원지에서 돌아온 리오와 바이칼은 세이아, 라이아를 집까지 바 래다 준 후 집으로 돌아갔고, 바이칼은 피곤한지 소파에 털썩 쓰러지며 그대로 잠 에 빠져 버리고 말았다. 집엔 레니와 시에가 미리 돌아와 있었고, 그들과 간단히 얘기를 나눈 리오는 소파 위에 푹 눌러 앉으며 한숨을 쉬었다. 조금 후, 지크와 티베, 마키도 돌아왔고 그들은 돌아오자 마자 리오 주위를 휭 둘 러 싸며 얘기를 하기 시작했다. "리오 녀석! 아니, 어쩌자고 그런 짓을 한거야! 우리조차 방송에선 잘 나오질 못하 는데, 넌 오늘 진짜 큰일난거라고!!" "뭐?" "정말이라니까요 리오씨!! 아까 여덟시, 아홉시 뉴스에 토픽으로 나갔다니까요!!" "‥!!!!!!!" ※※※ "‥쿠토는 아직 의식 불명인가." "예, 그렇습니다. 어깨에 강한 충격을 받으신 것 같은데, 아무래도 실전 활동을 하 시는건 불가능 한 듯‥어깨뼈가 완전히 으스러진 탓입니다." "‥쿠토 정도의 실력자가 한방에 나가 떨어지다니‥. 나라도 솔직히 자신이 없군. 할 수 없다. 남은부하들에게 본국으로 돌아간다고 전해라. 이정도의 전력으론 BSP 조차 물리치기 힘든 것 같으니까. 그 붉은 머리는 말할 것도 없고. 다음을 기약하 자." "예!" 제5화 [이국의 BSP]편 끝 제6화 예고!! 방송에 거의 공개가 되어 버린 리오. 그의 활동은 당분간 제약을 받지 않을 수 없게 되어 버린다. 한편, 지크의 라이아에 대한 지크의 경호는 계속 되고 BSP들 은 지크가 정규 멤버에서 빠진 상태로 임무를 계속 수행하게 된다. 그때, BSP가 아닌 수수께끼의 부대가 서울도심에 나타나게 되는데‥. 제6화, [엔젤 더스트(Angel dust)] 편을 기대해 주시길!!! Last Radiance~!! Vol. 25 ------------------------------------------------------------------------- ------------------------------------------------------------------------ "엔젤 더스트? 그건 [줄리엣]이 나오기 전에 유행하던 합성 마약의 이름 아니야?" 케빈은 피우던 담배를 재털이에 부벼 끄며 자신에게 질문을 한 루이에게 되물었 고, 루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예. 하지만 제가 말쓴드린 '엔젤 더스트'는 마약이 아닌, 작년 말부터 사람들의 입에서 전해지고 있는 수수께끼의 전투 집단 이름입니다. 수도권 근처에서 출몰하 기 때문에 저희들과는 만날 이유가 없었죠. 그리고 수도권에서 나타나는 바이오 버 그의 대다수는 그들이 처리한다고 합니다." 루이의 말을 들으며 다른 담배에 불을 붙이던 케빈은 연기를 살며시 내 뿜으며 고 개를 끄덕였다. "음, 그랬군. 그런데 그들은 무슨 초인 집단이길래 바이오 버그들을 그렇게 소탕하 고 다니는거지?" "잘은 모르겠습니다만, 목격자들의 말을 빌리자면 몸에 기계장치들을 부착하고 있 다 합니다." "그래? 음‥그렇다면 사이보그인가? ‥뭐, 나중에 만나보면 알겠지. 아, 그건 그렇 고 오늘의 안건은 뭐지?" "별다른 것은 없습니다." "음, 잘됐군. 아, 그런데 3일 전 서울랜×에 나타났던 그 붉은 머리의 영웅은 어떻 게 된거지? 별다른 정보는 없어?" 루이는 자신의 자리에 앉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예. ‥아마 저 보다는 리진이 더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그녀는 예전에 한번 그 를 만나본 일이 있으니까요." "으음?" 제6화 [엔젤 더스트] "정말이라니까요 선배님! 전 모르는 사람이에요!!" 순찰차를 항법장치에 맡긴채 리진에게 그 붉은 머리 남자에 대해 묻던 케빈은 리진 이 강하게 거부를 하고 나오자 결국은 포기한듯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후우, 알았어. 그런데 그 남자 얼굴을 보니 여자가 상당히 많을 것 같더군. 얼핏 보긴 했는데‥." 그러자, 리진은 활짝 웃으며 동감한다는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요∼♡ 리오씨가 얼마나 잘생겼는데요." "‥그 남자 이름이 리오였군." "‥!!" 리진은 곧 자신이 케빈의 유도 질문에 넘어간 것을 깨달았고, 케빈은 리진의 굳은 얼굴을 보며 실실 미소를 지었다. 리진은 손가락으로 자신의 긴 머리카락을 빙빙 꼬며 얘기를 하기 시작했다. "‥저도 사실은 리오씨에 대해서 아는 것이 많진 않아요. 지크하고 형제면서, 지크 이상으로 강하다는 것 외엔‥. 이름은 리오·스나이퍼. 직업은 불명이에요. 하지만 BSP들에게 피해를 주기 위해 돌아다니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은 확실해요. 아주 좋 은 사람이거든요." 리진에게서 그 남자에 대한 정보를 들은 케빈은 의외라는듯 눈을 크게 뜬 채 그녀 에게 말했다. "지크와 형제? 호, 그 집안 사람들은 다 그렇게 강한가 보군. 부모님이 누구신지 더 궁금할 정도인데." "음‥챠오도 리오씨에 대해서 알고 있는 듯 했어요. 저보다 훨씬 더 많이 말이죠." "음‥생각보다 발이 넓은 사람이군. 좋아, 챠오에겐 나중에 물어보도록 하지. 아, 그런데 오늘은 정말 조용하군. 커피숍에나 들를까나?" 케빈은 운전을 수동으로 돌린 후 카 오디오를 틀며 순찰 활동을 계속 했다. . . . . . . . . . .............. "후우, 벌써 몇일째 집 밖으로 못 나간거지? 이거 원 몸이 굳어지겠군." 소파에 누워 TV를 보던 리오는 그렇게 투덜대며 리모콘으로 채널을 계속 돌려 보았 다. 하지만 정작 그의 마음에 드는 방송은 거의 없었기 때문에 그의 나른함과 지루 함은 더해갔다. 전국의 TV에 그에 대한 뉴스가 나간 뒤, 리오는 집에서 한발자국도 나간 일이 없었다. 각 방송사에 그에 대한 질문이 전화통에 불이 날 만큼 쇄도를 했다는 후문도 있었기 때문에 그는 현재 모든 활동을 중단한채 집안에만 틀어박혀 있었다. 물론 세이아의 집에 지금까지 아무런 일도 발생하지 않은 탓도 있었지만. 그때, 그의 머리 위에 따뜻한 무언가가 올라갔고, 리오는 피식 웃으며 팔을 뻗어 머리 위에 올라간 시에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어 주었다. "음‥시에 배고파? 바이칼에게 달라고 하지 왜." "시에 배 안고파, 그리고 바이칼은 지금 샤워하고 있어." "음, 그렇구나." 시에는 곧 리오의 몸 위에 올라가 고양이처럼 엎드려 눈을 감았고, 리오는 시에의 등을 토닥거리며 잠시 생각을 해 보았다. ‘‥말도 많이 늘었고, 몸도 처음 만났을때 보다 많이 성장했는걸. ‥물론 우리와 함께 있는 시간도 많고 예전의 베히모스들 처럼 강하게 세뇌를 받은 것도 아니니 성장해도 별 위험은 없겠지만‥. 어쨌거나 빠른 성장이군.’ "리오씨, 점심 드시지 않겠어요?" 그때, 욕실 쪽에서 바이칼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리오는 언제나 들어도 정신이 아뜩 해지는 그 목소리에 반응이라도 하듯 시에를 안은채 몸을 일으키며 대답했다. "음, 조금 있다가. ‥그리고 제발 타월로 몸좀 가려줘. 오해받겠어." 리오는 눈을 감은채 다시 소파에 누웠고, 바이칼은 옷을 입기 위해 윗층으로 뛰어 올라갔다. 리오는 고민어린 한숨을 후우 쉬며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정상일때 나나 지크와 함께 샤워를 하던 기억이 있어서 그런가? 누구 있을때 또 저러면 정말 곤란한데‥. 한두번이어야 말이지." 리오가 그렇게 고민에 휩싸여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에는 잠을 자느라 정신이 없었 다. 리오는 잠이 든 시에를 팔로 가만히 안으며 TV의 볼륨을 낮추었다. . . . . . . . . . . ............... "케빈 선배님, 진짜로 커피숍에 오시는건 또 뭐에요!" "무슨, 난 점심 식사를 하러 여기에 온 거니 오해하지 말아. 그런데, 들어오면서 뭐 이상한 점 느낀 거 없어?" 케빈이 담배에 불을 붙이며 물어오자, 리진은 눈을 깜빡이며 주위를 한번 둘러 보 았다. 말을 듣고 보니, 커피숍 안의 여자들 시선이 모조리 한군데에 집중해 있는 것이었다. 리진은 깜짝 놀란채 시선이 집중된 곳에 자신의 눈을 돌려 보았고, 케빈 역시 그곳에 시선을 돌려 보았다. 구석에 있는 작은 테이블에 흰 코트를 입은 금발 의 미남자가 입에 슬립형 담배를 물고 엄청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고, 잠깐이나 마 시선을 그 남자에게 빼앗겨 버린 리진은 머리를 흔들고 시선을 다른곳에 돌리며 중얼거렸다. "저, 저런 남자가 이 세상에 있었나? 선배, 어떻게 생각‥읍‥." 케빈에게 시선을 돌린 순간, 리진은 입을 막으며 창백한 얼굴로 케빈을 쏘아보았고 , 케빈은 입에 담배를 문 채 눈을 휘둥그래 뜨며 리진에게 물었다. "음? 왜 그래 리진? 속이 이상한가?" 리진은 곧 창 밖으로 시선을 돌리며 한심하다는 말투로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똑같이 남자가 담배를 문 장면이라도 어떻게 이렇게 다를 수 있을까‥. 어머, 눈 버린 것 같아‥." "……." 케빈은 고개를 푹 숙이며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이윽고 그들에게 간단한 식사가 나왔고, 둘은 나이프와 포크를 들며 식사를 시작하려 했다. 그때, 검은색 가방을 든 두명의 험악한 남자가 거피숍 안으로 들어왔고, 식사를 하던 케빈과 리진은 동 시에 손으로 이마를 감싸며 들릴듯 말듯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운도 지지리 없는 녀석들이군‥.’ ‘맞아요 선배. 왜 하필 우리 있을때‥.’ 그들의 예측은 정확했다. 그 두명의 남자는 들고 있던 가방에서 산탄총과 라이플등 을 꺼낸 후 산탄 한발을 쐈고, 어디서나 나올듯한 대사를 외치기 시작했다. "자, 가지고 있는 모든걸 다 내놔라!!!" "가, 강도다­!!!!" "아니야! 갱(Gang)이야!! 두명밖에 안들어와서 그렇지 밖에 많이 있다구!!!" "…." 식사를 멈추고 손을 머리 위로 올리고 있던 케빈은 조용히 밖을 바라보았다. 그 남 자의 말 그대로, 커피숍 밖엔 십여명의 무장 건달들이 주위 사람들을 위협하고 강 도 행위를 하고 있었다. ‘이 커피숍이 맛있게 하긴 하지. 손님도 많고‥.’ 강도들의 배치를 눈으로 모두 확인한 케빈은 앞에 있는 리진에게 살짝 윙크를 했 고, 리진 역시 준비가 됐다는듯 씨익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그들의 예상 밖의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이, 이봐!!넌 뭐야!!!" 강도의 목소리에 리진과 케빈은 깜짝 놀라며 그쪽을 바라보았다. 구석에서 분위기 를 잡고 있던 금발의 남자가 무슨 배짱인지 밖으로 나가려 했고, 총을 들고 있던 강도는 황당함에 잠시 멈추고 있다가 그의 앞을 가로막으며 소리치기 시작했다. "이봐!! 넌 도대체 무슨 깡으로 나가려는거야! 네가 무슨 BSP라도 되는줄 알아!!" 그러나, 그 강도의 외침에도 불구하고 그 남자는 슬쩍 강도의 옆을 돌아 문쪽으로 향했고 문을 지키던 강도는 순간 당황하며 영화에서 자주 나오던 장면을 다시금 연 출하였다. "이, 이 자식 멈추지 못해!!!" 그 강도는 남자의 이마에 권총을 들이댔고, 금발의 남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싸늘 한 얼굴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와 눈을 마주친 강도는 이상한 느낌에 진땀을 흘리 면서도 킥킥 웃으며 그 남자를 향해 말하기 시작했다. "헤헤, 이 총이 뭔줄 알아? 44구경 매그넘이야. 네놈의 잘난 얼굴 따윈 한순간에 산산조각 내어 버리지‥! 약간 구식 총이긴 해도 사람을 죽이는덴 충분해!! 자, 어 서 너도 가진걸 다 내놔!!" 그러나, 그 남자의 얼굴은 변함이 없었다. 그는 자신의이마에 총구를 들이대고 있 는 강도와 눈을 마주친채 차가운 목소리로 말하기 시작했다. "살인을 한 경험이 없군." 순간, 강도는 움찔 했으나 다시 미소를 지으며 소리쳤다. "우, 웃기지 마!! 난 지금까지 날 귀찮게 하는 녀석들은 다 이 총으로 처리해 왔 다구!!!" 파악­!! 순간, 그 남자의 오른손이 강도의 얼굴을 덥쳐왔고, 남자는 계속 차가운 목소리로 계속 말했다. "그럼 쏴 봐. 이러면 귀찮을테니." "읍‥읍‥!!!" 강도는 뭐라고 소리를 치려 했으나 아무도 뭐라 말하려 하는지는 알지 못했다. 하 지만, 그 목소리엔 분노와는 상관이 없는 감정이 실려 있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그 광경을 보고 있던 리진은 자신 역시 무슨 행동을 취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으 면서도 그러지 못했다. 마치 등골이 얼어버린 것 같은 느낌 때문이었다. 케빈 역시 다를 바는 없었다. "이, 이봐!! 그 손 놓지 못해!!!" 그때, 뒤에 있던 강도가 라이플을 들며 소리쳤고, 그 남자는 뒤를 돌아보지도 않고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그 정도 라이플이라면 내 몸을 뚫고 내 앞에 있는 녀석의 몸도 뚫겠지." "‥!!" 그순간, 멀리서 경찰의 사이렌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고 커피숍 안에 있던 강도 들은 살았다는듯 총을 거두고 밖에 있는 동료들과 함께 재빨리 그곳을 벗어나기 시 작했다. 백색 코트의 남자는 강도의 얼굴을 잡고 있던 자신의 오른손을 손수건으로 닦은 후 주머니에 손을 넣고 묵묵히 밖으로 나가버렸고, 그가 나감과 동시에 커피 숍 안에 있던 사람들은 약속이나 한 듯 일순간 한숨을 내 쉬었다. 케빈조차 잔뜩 긴장한 얼굴로 리진에게 묻듯 중얼거렸다. "‥도, 도대체 뭐하는 사람인데 저런 살기를 뿜어내는거지?살인 청부업자인가?" " 그, 그러게나요. 지크가 무지 화났을때도 이 정도의 살기는 뿜어내지 못했는데, 어떻게‥?" --------------------계속--- Last Radiance~!! Vol. 26 ------------------------------------------------------------------------- ------------------------------------------------------------------------ "아∼아, 심심해. 리오씨도 심심하지 않으세요?" 순찰중 집에 잠시 들러 점심을 먹던 티베는 TV에만 붙어 있는 리오에게 물었고, 리 오는 머리를 슬쩍 들며 어색한 미소를 지은채 대답했다. "심심하더라도 지금 밖에 나갈 상황은 아니잖아요. 다시 TV에 나오면 전 무슨 벌을 받게될지 모른다고요. 그런데 순찰중에 집에 들러서 점심 식사를 해도 괜찮나요?" "근처 순찰이라 괜찮아요. 저희 팀 중에 제일 연로하신 선배님도 근처 순찰이시면 집에서 식사하시거든요." "음‥그렇군요." 리오는 그렇게 말하며 다시 소파에 누웠다. 시에와 바이칼은 이미 침대에 재운 상 태였기에 그도 그럭저럭 홀가분했다. 하지만 티베의 말 대로 그도 심심하긴 마찬가 지였다. 띵동­ 그때, 현관에서 초인종 소리가 들려왔고 리오는 손으로 입가를 슬쩍 가린채 소파에 서 일어서서 현관으로 나갔다. "예, 누구시죠?" 리오는 곧 문을 열었고, 순간 그는 돌처럼굳어지며 문 밖에 있는 사람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백색 코트를 입은 금발의 남자가 차가운 시선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 었다. 그는 리오가 아무 말 없이 자신을 바라보기만 하자 한숨을 짧게 쉬며 말했 다. "‥인사는 필요 없겠지. 나와라." "음? 으음‥." 리오는 곧 문 밖으로 나갔고, 식사를 마친 티베는 마키와 함께 잠깐 휴식을 취하 러 거실로 나왔다. 그녀들은 리오가 거실에 없자, 그럴리 없다는듯 고개를 갸웃거 리며 창쪽으로 다가가기 시작했다. "어? 그렇게 밖에 나가기 싫어하던 사람이 왜 나갔지? 세이아라도 왔나? 음‥힉!!" 커튼을 슬쩍 들춰본 티베는 순간 짧막한 비명을 지르며 뒤로 물러섰고, 리모콘으로 채널을 돌리던 마키는 깜짝 놀라며 티베에게 물었다. "어? 왜그래 티베?" 티베는 겁에 질린 표정으로(지겹다는 표정이 더 맞을 것이다) 마키를 돌아보며 손 으로 창을 가리킨채 마키에게 말했다. "그, 그 남자야!! 그 남자라고!!!" "? 그 남자‥라니?" "냉혹무비의 잔혹한 킬러 말이야!! 그 백색의 공포 덩어리!!! 나쁜놈!!" 티베의 말이 얼른 이해가 가지 않은 마키는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티베에게 다 가갔고, 티베와 마찬가지로 커튼을 슬쩍 들춰 창 밖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마키도 예외없이 겁에 질리며 뒤로 주춤거리고 말았다. "헛!? 훼, 휀·라디언트!?" 둘은 가만히 서로를 바라보다가, 다시 커튼 사이로 시선을 돌려 밖에서 뭐라 얘기 를 나누고 있는 리오와 휀을 바라보았다. 마키의 경우 입술 모양을 보고 대충의 대화는 다 알아들을 수 있었으나 휀과 리오 둘 다 입을 가린채 모기 소리보다 더 작은 목소리로 대화를 하고 있어서 둘은 대화 내용을 전혀 알아듣지 못하고 있었 다. 그저 리오가 고개를 살짝 살짝 끄덕이는 것을 볼 수 있을 뿐이었다. 곧, 휀은 다른 곳으로 가버렸고, 리오는 머리를 흔들며 현관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 왔다. 티베와 마키는 어느새 소파에 앉아 TV를 보는 '척' 하고 있었다. 티베는 자 신의 앞에 천천히 앉는 리오에게 포커 패이스를 유지한채 물었다. "누구에요? 신문 배달원?" 그러자, 리오는 힘없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뇨, 그냥 좀 아는 잔소리꾼 이었어요. 별 일은 아니에요." "그래요? 무슨 얘기들 하셨는데요?" "그냥‥예쁜 여자분들이 어울리지 않게 창문에서 엿보고 있는 것에 대해서 얘기좀 했죠." "……." 티베와 마키는 고개만 푹 숙인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 퇴근 시간. "헤이그 선배님, 오늘 야근 순찰은 누구에요?" 리진은 추위에 빨갛게 변한 볼을 매만지며 헤이그에게 물었고, 팔의 유압 실린더를 점검하고 있던 헤이그는 드라이버의 끝에 시선을 집중한채 대답해 주었다. "으음‥아마 지크랑 챠오일걸? 인원도 늘었으니 인원을 셋으로 늘리는 것도 괜찮을 텐데‥. 아, 리진은 바로 퇴근할건가?" 점검을 끝낸 헤이그는 팔의 다중 장갑판을 닫으며 물었고, 리진은 씨익 웃으며 고 개를 끄덕였다. "네에, 가다가 옷가게에 들러서 봄 옷도 좀 사고 하게요. 선배님은요?" "음, 난 오늘 가족들하고 외식 하기로 해서. 아 참, 그런데 리진은 저번에 놀이동 산에서 본 그 붉은 머리 남자를‥." "전 몰라요." 그렇게 대답하려 했던 리진은 순간 다른 곳에서 그런 대답이 나오자 깜짝 놀라며 옆을 바라보았고, 그녀의 눈엔 마악 들어오고 있는 챠오와 케빈의 모습이 보였다. 챠오와 키가 비슷한 케빈은 미안하다는 얼굴로 계속 챠오에게 '수수께끼의' 붉은 머리 남자에 대해 물었고, 챠오는 덤덤한 얼굴로 모른다는 대답을 할 뿐이었다. 리진은 또 시작했구나 하며 고개를 돌려 버렸고, 케빈은 결국 리진에게 받은 마지 막 카드를 챠오에게 제시했다. "그 남자의 이름이 리오·스나이퍼라고 하던데‥이래도 모른다고 할지‥?" "…." 챠오는 말 없이 케빈을 바라보았고, 케빈은 속으로 70%정도 됐다고 생각하며 흐뭇 한 표정을 지었다. "‥모릅니다." "‥윽." 챠오는 그렇게 잘라 말한 후 그길로 제복코트를 입으며 야근을 위해 차고로 향했 고, 케빈은 머리를 긁적이며 한숨을 내 쉬었다. "후우, 너무 어렵군. 난 그저 강자를 찾으려는 탐험의 의지만이 있을 뿐인데." 그러자, 퇴근을 위해 대기실을 나서던 리진이 케빈을 쏘아보며 중얼거렸다. "‥여자의 비밀을 케 묻다니‥저질‥." 그렇게 여자들이 모두 나가버리자, 케빈은 탁자 위에 팔을 기대며 헤이그에게 힘없 이 물었다. "‥제가 잘못하고 있는 건가요 선배님?" "‥엄밀히 말하자면 비밀은 비밀이지." 헤이그 역시 씁쓸한 웃음을 지을 뿐이었다. ※※※ "오∼오, 챠오씨, 왜이리 오래간만으로 보이시나이까?" 챠오의 옆자리에 탄 지크는 싱글싱글 웃으며 말했고, 챠오는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덤덤한 얼굴을 유지한채 지크의 처음 말을 무시하고 자신의 질문을 던졌다. "리오씨는 왜 돌아오신거지?" 햄버거를 먹기 위해 겉봉을 뜯던 지크는 순간 깜짝 놀라며 챠오를 바라보았고, 챠 오는 약간 인상을 찡그리며 지크를 흘끔흘끔 바라보았다. 지크는 손으로 자신의 입 을 가리며 챠오에게 말했다. "‥남자에 대해선 모든 것을 포기했다던 네가 리오 녀석에게만은 넘어갔구나‥. 역 시 그 녀석의 사탕발림은 무적이야‥어흑‥." . . . . ....... "그렇다고 때릴 것 까지는 없잖아‥." 지크는 약간 붉어진 턱을 매만지며 햄버거를 씹었고, 챠오는 얼굴이 붉어진채 운전 을 계속 할 뿐이었다. 세개째의 햄버거를 먹은 후 콜라로 입가심을 한 지크는 자신 의 주먹으로 챠오에게 맞은 부위를 툭툭 건드려 보며 천천히 얘기를 시작했다. "‥너도 얘기는 들었을거야. 세이아와 라이아가 우리 옆집에 기억을 잃은채 돌아와 있다는 사실을 말이야." "‥?" 챠오는 정색을 하며 지크의 얘기에 귀를 기울였고, 지크는 콜라 컵을 흔들며 계속 얘기를 했다. "‥리오는 그녀들의 기억을 되살리기 위해 이곳에 돌아왔지(거짓말). 훗, 정말 한 편의 영화 같더군. 우리와 그렇게 싸우려 들던 라이아는 보통의 중학생으로 변해 있고, 세이아씨는 기억만을 잃은채 리오의 앞에서 의미 없는 미소를 짓고 있으니‥ 그렇게 슬픈 이야기가 있을까‥." 지크는 과연 챠오가 넘어갈까 생각을 하며 쓸쓸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챠오의 표정엔 아무런 변화가없었다. 지크는 괜한 소리를 했구나 하며 고개를 푹 숙이고 말았다. 훌쩍 "‥?" 지크는 어디선가 갑자기 들려온 흐느낌 소리에 깜짝 놀라며 고개를 슬그머니 들었 다. 그러자, 챠오는 급히 고개를 돌리며 왼손으로 눈가를 부볐고, 지크는 속으로 쾌재를 외치며 기뻐했다. ‘오오!! 나도 드디어 사탕발림의 길에 들어서는구나!!! ‥근데 저 녀석 진짜로 리 오에게 관심이 있었나? 그 얘기 듣고 왜 울지? 안어울리게 시리‥.’ 지크는 이해가 안간다는듯 머리를 흔들며 손에 든 콜라를 마무리 지었다. 삐익­ 삐익­ 그때, 순찰차의 경보기에서 경보음이 들리기 시작했고, 지크와 챠오는 정색을 하며 통신기의 버튼을 눌렀다. 「4급 경보입니다, 순찰중이신 BSP는 즉시 ×××구역으로 와 주시기 바랍니다. 반복합니다, 순찰중이신 BSP는 즉시‥.」 "헤헷, 좋아! 분위기 반전이다!! 가자 챠‥." 부우웅­!!!!! 챠오는 곧바로 핸들을 급히 꺾은 후 엑셀을 힘껏 밟았고, 지크는 뒤로 밀려나며 말 을 차마 다 하지 못했다. ---------------------계속--- Last Radiance~!! Vol. 27 -------------------------------------------------------------------------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 "헤헷, 자아‥오래간만에 바이오 버그들하고 한판 놀아볼까?" 순찰차에서 내린 지크는 주먹을 풀며 씨익 미소를 지었고, 챠오는 블래스터에 탄 창을 새것으로 갈아 끼우며 신호음이 들리는 곳을 향해 천천히 전진하기 시작했다. "하아, 근데 이걸 어쩌나, 바이오 버그 녀석들하고 오래간만에 싸울 생각을 하니 긴장이갑자기 풀리는군. 챠오씨야 뭐 바이오 버그들을 언제나 옆에 끼고 사니 걱 정은 없으시겠지만. 헤헤헤헷‥." "…." 지크의 그런 농담을 들으면 들을수록 힘이 빠지는 챠오였다. 둘은 곧 한참 소란스 러운 거리에 들어섰고, 도로 위에 어지러이 널린 건물 파편들을 지나며 주위에 신 경을 집중하였다. 지크는 청바지 주머니에 양 손을 꽂은채 감탄을 하며 중얼거렸 다. "야아, 누군지는 몰라도 이거 참 신나게도 놀았군. 바이오 버그 시체들도 근근히 보이는 것을 보니 우리 말고 또 누군가가 있는 것 같은데?" 피잉­!! 순간, 푸른색의 빛덩이가 가로등이 모두 나간 탓에 보이지 않는 거리 저편에서 급 속으로 날아왔고, 챠오는 급히 몸을 옆으로 젖히며 그 빛덩이를 피하려 하였다. "­!?" 순간, 그 빛덩이는 챠오가 피한 방향으로 각도를 바꾸어 그녀에게 직격을 했고, 챠 오는 왼쪽 팔에 장비한 소형 장갑판으로 그 빛덩이를 막아낼 준비를 했다. 파악! 그때, 지크가 급히 손을 뻗어 빛덩이를 잡았고, 지크는 시큰둥한 표정을 지으며 손에 잡힌 빛덩이를 바라보았다. 그 빛덩이는 그리 놀라운 물체가 아니었다.야구 공과 비슷한 크기의 콘크리트 파편이 푸르스름한 빛을 내고 있을 뿐이었다. 곧 빛 은 사라졌고, 지크는 손에 잡힌 파편을 악력으로 으깨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상하네, 이 정도의 염동능력이라면 리진하고 비슷한 수준인데‥? 하지만 리진 이라면 지금 침대 속에 들어가 있을텐데 이상하군. BSP는 아닐테고. 어­이!! 거기 누구야!!!" 지크는 염력이 실린 곤크리트 파편이 날아온 방향을 향해 크게 소리를 질렀으나 역시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생체 레이더를 바라보던 챠오는 인상을 살짝 찡그리며 지크에게 말했다. "‥바이오 버그의 반응은 몇초 전에 모두 사라졌어. 우리 말고 또 다른 전투 가능 집단이 저쪽에 있어." 그 말을 들은 지크는 눈을 살짝 감았다가 다시 떴고, 그의 눈은 적외선 시각 능력 을 발휘하는지 붉은색의 빛을 띄었다. 챠오는 여러번 본 광경이라 놀랍진 않은듯 지크에게 나지막히 물었다. "‥보여?" "‥하나, 둘‥다섯이야. 좋아, 누군지 한번 인사나 하고 올래?" 다시 시각을 정상으로 돌린 지크는 엄지 손가락으로 거리 저편을 가리키며 챠오에 게 물었고, 챠오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지크와 함께 그쪽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얼마나 걸었을까. 이윽고, 둘의 주위에 꺼져 있던 가로등들이 일제히 들어왔고, 갑 자기 주위가 밝아진 탓에 챠오는 눈을 살짝 찡그리며 시야를 잃지 않기 위해 노력 했다. 이런 것엔 시야가 별로 제약을 받지 않는 지크는 손을 흔들며 자신들의 앞에 있는 다섯명에서 인사를 하듯 말했다. "헤이­안녕? 아까전에 우리에게 인사한게 너희들이야?" 지크와 챠오에게서 그럭저럭 떨어진 거리 앞에 선 다섯중 키가 작은 남자 아이는 지크가 그렇게 물어오자 자신의 주위에 있는 크고 작은 콘크리트 파편들을 염력으 로 들어 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당신들은 BSP중에서도 가장 강한 팀이라는 수도 방위대의 멤버들이죠?" 지크는 눈으로 그 아이의 주위를 돌고 있는 콘크리트 조각들의 숫자를 세며 속으 로 의외라는 생각을 해 보았다. ‘‥리진 이상인걸? 리진도 저 정도 숫자의 물체들을 동시에 움직이지는 못하는데 ‥. 하긴, 뛰는 여자 위에 나는 아이도 있어야 하겠지. 헤헷‥.’ 지크는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오옷, 맞았어. 그런데‥너희들은 뉘신데 우리 일거리를 방해하는거지? BH(바이오 버그 헌터)? 아니면 명예 퇴직자들?" 지크와 챠오 앞에 선 다섯명은 엄청난 사이킥 파워를 사용하면서도 여유있는 표정 을 짓고 있는 아이를 제외하고는 모두 몸에 강화복을 입고 있었다. 색도 네명 모두 각각이어서 구분하기는 매우 쉬웠다. 지크의 물음에, 붉은색 강화복을 입고 있는 청년이 앞으로 나서며 당당히 대답을 해 주었다. "‥우리들은 '엔젤 더스트'라고 하는 개인조직 특수부대입니다. 지나가는 길에 바 이오 버그들이 난동을 부리길래 처치하고 바로 가려 했으나 당신들이 온 것을 보고 생각이 바뀌었죠. 전 세계 BSP중 인원대 전력의 비율로 보아 가장 강한 대한민국 수도 방위 BSP의 힘이 어떤건지 한번 시험해 보기 위해서 입니다." "‥시이험(시험)? 푸훗‥하하하하하하하하핫­!!!" 그 청년의 말이 끝난 순간, 지크는 갑자기 크게 웃기 시작했고 옆에 있던 챠오는 덤덩하지만 약간 기분이 상한 얼굴로 '엔젤 더스트'들을 바라보았다. 지크가 웃자 붉은 강화복의 청년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지크에게 물었다. "아, 아니 왜 웃으시는 거죠? 저희는 정중히 말씀을 드린 것 뿐인데‥." "하하핫‥정중? 너무 뛰어난 유머군 그래." 지크의 얼굴에선 곧 미소가 사라졌고, 옆에 있던 챠오는 지크의 그 반응을 본 순간 고개를 숙이며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구급차가 필요해." 지크는 천천히 앞으로 걸어 나가며 약간 화가 난 표정을 지은채 '엔젤 더스트'들에 게 거칠게 말하기 시작했다. "엔젤 더스트? 어디서 굴러 들어온 떨거지 집단인지는 몰라도 감히 우리들을 시험 하시겠다? 나도 너희들 얘기는 좀 들었지. 수도권 근처에서 날리고 있다는 것 같 은데‥수도권하고이 서울하고 똑같다고 생각하나? 미안하지만 이곳 BSP가 최강인 이유가 있다구. 전 세계의 어떤 지역보다 고급 바이오 버그들이 자주 출몰하고, 그 수도 많기 때문에 여기 BSP는 베스트 멤버로 구성된다 이거야. 수도권에서 E급이 될까 말까 한 바이오 버그들과 싸우던 병아리들과는 상대할 시간 없어. 날 열받게 한 댓가는 오늘 만큼은 그냥 넘어가 줄테니 그냥 돌아가서 심야 프로나 보시지?" "그, 그딴 식으로 우릴 말하지 마!!" 그때, 지크의 그런 말에 흥분한 남자 아이는 자신의 주위를 맴돌고 있는 콘크리트 파편들을 지크에게 빠르게 날렸고, 지크는 순간 허리에 차고 있던 무명도를 휘둘 러 파편들을 모조리 조각내어 버렸다. 자신이 날린 콘크리트 조각들이 단숨에 바 닥을 구르는 것을 본 남자 아이는 움찔하며 뒤로 주춤했고, 지크는 무명도를 다시 집어 넣으며 다섯명에게 말했다. "좋아, 그럼 나에게 먼저 시험 문제를 출제해 보시지. 여기 있는 이 지크라는 인간 은 BSP 최강이라 불리니까, 너희들의 시험 문제를 풀기엔 충분할거야. 단, 다섯을 셀 동안 날 한대라도 맞추지 못하면 내가 문제를 낼테니 알아서 하라구." 그러자, 붉은 강화복의 청년은 한숨을 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할 수 없군요. 하지만 상처 입으셔도 저희가 치료해 드릴테니 안심하시고‥." "하나." 지크는 청년의 말을 무시하고 바로 셈에 들어갔고, 결국 엔젤 더스트 다섯명은 곧 바로 지크에게 공격을 가하기 시작했다. 강화복을 입어서 그런지 그들의 공격은 상당히 재빨랐고, 그들이 강화복 위에 장비한 공격용 장비들은 BSP의 장비 이상으 로 우수한 것이어서 공격 역시 상당히 날카로왔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다섯명의 총 공격이 지크 한명을 전혀 맞추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둘." 사이킥 파워를 쓰는 소년은 자신의 눈과 능력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현재 그 소년은 콘크리트 파편 열 다섯개를 공중에 띄워 동료들과 함께 공격을 가하고 있 었으나 목표가 된 남자는 그 공격들을 너무나도 간단히 피하고 있는 것이었다. 자 신들이 상대하던 바이오 버그들과는 정말 차원이 틀린 움직임이었다. "셋." "이런­!!" 직접 공격을 가하고 있던 네명중, 녹색옷을 입은 또다른 청년은 조급한 마음에 팔 에 장치한 소형 유도 미사일을 지크에게 발사했고, 미사일은 아스팔트 위로 깔리며 지크에게 빠른 속도로 날았다. 콰아앙­!!!!! 순간, 지크의 말 밑에서 큰 폭음이 들려왔고 녹색 강화복의 청년과 다른 엔젤 더 스트들은 맞췄다 생각하며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넷." "아, 아니!?" 그러나, 연기가 채 걷히기도 전에 지크의 셈은 계속 되었고, 연기가 걷힌 후 엔젤 더스트들은 믿기 힘든 장면을 다시 보고 말았다. 지크가 자신에게 날아온 미사일을 발로 밟아 지면에서 폭발시킨 것이었다. "다섯." 지크의 셈은 끝났고, 엔젤 더스트 다섯명은 그 순간 초 긴장 상태에 들어가고 말았 다. "BSP문제!! 병원 침대의 품질은 어떨까요­!!!!" 지크는 그렇게 외치며 곧장 자신과 제일 가까이 있는 파란색 옷의 여성에게 달려들 었고, 그녀가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지크는 그녀의 안면을 손으로 잡고 그대로 건 물 벽에 내동댕이 쳤다. 파란색 강화복의 여성은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건물 셧터 와 함께 건물 안으로 밀려 들어가 버렸고, 그것을 본 회색옷의 청년은 등에 붙은 부스터를 이용해 공중으로 급히 날아 올랐다. "답을 말해야지 친구!!!" 타악­! "허억!?" 회색 강화복의 청년은 자신의 뒤에서 지크의 목소리가 들리자 갑자기 정신이 멍해 짐을 느꼈다. 현재 자신이 올라간 높이는 건물 7층 높이였기 때문이었다. 그 청년 의 뒤를 잡은 지크는 곧장 팔꿈치로 청년의 부스터를 부순 후 양 손을 모아 청년 을 지면에 쳐 내렸고, 청년은 아스팔트 위에 거꾸로 충돌하며 곧바로 의식을 잃고 말았다. 그것을 본 붉은 강화복의 청년은 혼이 빠진 목소리로 회색 강화복 청년의 이름을 외쳤다. "저, 정혁!!" 쉬익­!!! 순간, 청년의 얼굴에 차가운 감촉이 느껴졌고 그의 시야엔 미소를 띈 지크의 얼굴 이 들어왔다. 지크는 무명도의 날 옆으로 그 청년의 볼을 톡톡 치며 말했다. "자아‥아직도 학교 놀이를 할 생각이 있나?" -----------------------계속--- Last Radiance~!! Vol. 28 --------------------------------------------------------------------------- --------------------------------------------------------------------------- "어, 어딜 감히!!!" 그때, 지크의 뒤에서 사이킥 유저 소년이 '힘'을 높이며 소리쳤고, 지크는 답답하 다는듯 고개를 흔든 후 그 소년을 쏘아보며 중얼거렸다. "‥맞는다." "!" 소년은 순간 흠칫 놀라며 뒤로 주춤했고, 그 소년의 몸에서 뿜어지던 힘도 갑자기 사라지고 말았다. 아니, 억눌렸다고 하는 것이 더 옳았다. 지크는 곧 붉은색 강화 복의 청년을 바라보며 충고하듯 어깨를 툭툭 쳐 주었다. "‥너희들 실력으로는 저기 있는 무서운 얼굴의 아가씨조차 이기지 못한다구. 저 아기씨를 화나게 하면 나도 못말리거든. 후우‥생각만 해도 끔찍해. 나 떨고 있지? 게다가 내 주위엔 저런 난폭한 여자들만 잔뜩 있어서‥윽!" 순간, 지크는 저편에서 밀려오는 강한 살기에 흠칫 놀라며 그쪽을 바라보았다. 하 지만 그쪽엔 챠오 말고는 아무도 있지 않았다. 지크는 손으로 얼굴을 덮은 후, 그 청년을 왼팔로 떠밀며 조용히 말했다. "‥큰일났군. 자, 넌 빨리 동료들 데리고 사라져. 한번만 더 우리에게 도전한다느 니, 시험한다느니 하면 진짜 천사로 만들어 버릴테니 알아서 하라구. 그럼 안녕." 지크는 손을 흔들며 챠오가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향했고, 단 몇 초 사이에 풍지 박산이 나 버린 엔젤 더스트들은 동료들을 추스리며 자신들의 전용 차량이 있는 곳 으로 향했다. 엔젤 더스트의 전용 차량. 다름아닌 거대한 컨테이너 트럭이었다. 기절한 동료들의 무기들을 벗긴 후 회복용 침대에 눕힌 다른 멤버들은 피곤함이 갑자기 밀려 오는지 한숨을 길게 쉬며 의자에 푹 눌러 앉았다. 갑작스레 당한 탓도 있었지만, 너무나도 무력하게 지고 만 충격이 더한 듯 했다. "‥시험은 어땠나." 얼굴에 주름이 깊게 잡힌 큰 키의 노인이 지팡이를 집고 천천히 멤버들이 있는 방 으로 들어왔고, 의자에 앉아 있던 멤버들은 그 노인이 들어옴과 동시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노인은 됐다는 손짓을 한 후 자신의 의자에 앉으며 붉은 강화복의 청년 에게 물었다. "‥유천, 세계 최강급의 남자와 겨루어본 감상이 어떤가?" 그러자, 그 청년은 고개를 푹 숙이며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 모습을 본 노인은 껄껄 웃으며 모든 멤버들에게 말했다. "그래, 아직 초기 상태인 '어드벤스 슈츠'로 그를 한번 상대해 보라는 것은 너무 큰 과제였을거야. 자연 상태의 펀치 파괴력이 8톤을 상회하는 괴물인데 당연하고도 남지. 아마 바이오 버그의 등급으로 본다면 A++이상? ‥그러니 너무 낙담하지 말 아. 우리는 더 강해질 수 있으니까. 그리고, 더 강해지지 않으면 '삼천당 여사'가 예언한 그 '파괴신'의 도래를 막을 수 없으니까. 그럼 오늘은 푹 쉬도록." 그 노인의 말을 들은 붉은 강화복의청년과 다른 멤버들은 축 늘어진 표정으로 고 개를 끄덕였고, 노인은 다시 지팡이를 짚고 의자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자, 난 '타롤 레이저'의 렌즈 조정을 해야 하니, 자네들은 이만 좀 쉬게나. 몸은 몰라도 마음은 상당히 피곤해 보이니. 그럼." 노인은 곧 문을 열고 다른 방으로 향했고, 붉은 강화복의 청년은 침대에 누우며 한 숨을 길게 뿜어 보았다. 그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던 사이킥 유저 소년은 침대쪽으 로 걸어가며 청년에게 물었다. "‥형, 정말 그 아저씨 강하긴 했어‥. 너무 낙담하진 마." 그러자, 청년은 힘없이 웃으며 눈을 감고 중얼거렸다. "‥낙담하는게 아니야. 정말, 우린 그 남자의 말 대로 병아리에 불과할지도 몰라. 우리는 사실 생긴지 몇개월은 됐어도 작년의 혼란기 때문에 무기도 제대로 사용하 지 못했고, 트레이닝만 했을 뿐이었잖아. 우라늄등의 핵 연료가 다시 돌아온 이후 에나 무기를 사용했고, 바이오 버그와도 그때부터 싸워왔으니‥몇년이나 몇십년간 바이오 버그들과 싸워온 BSP들과는 경험에서 밀리지. 아까 그 지크라는 남자에겐 다섯명이 동시에 덤벼들었는데도 이기질 못했고‥. 이래가지고는 '파괴신'조차 물 리치지 못할거야." "‥그래." 그 청년의 힘없는 소리를 들은 소년은 수긍이 간다는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다시 미소를 지으며 그 청년에게 주먹을 뻗어 보였다. "하지만, 그들 보다 몇배 더 노력하면 돼잖아. 유천 형이 매일같이 동료들에게 말 하는 것도 그거고." 그러자, 청년은 다시 미소를 지은 후 소년과 주먹을 몇번 부딪히며 화이팅을 해 보 았다. ※※※ 휀이 다녀간 이후, 그때 부터 리오의 표정은 상당히 굳어져 있었다. 시에나 바이칼 이 말을 걸어도 그냥 고개를 건성으로 끄덕일 뿐이었다. 띵동­ 띵동­ 그때, 현관에서 초인종 소리가 들려왔고 가만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리오 대신 퇴근하고 집에 들어와 있던 티베가 현관으로 나갔다. "네에, 누구세요?" "예, 옆집에서 온 세이아 인데요." 그러자, 티베의 얼굴은 잠깐 굳었다가 다시 미소를 띄우며 문을 열어 주었다. "어머, 오셨어요? 그런데 왠일이세요 이런 밤중에?" 티베의 질문에, 세이아는 대답 대신 광주리 하나를 건내 주었고 티베는 고개를 갸 웃거리며 광주리를 덮은 보자기를 살짝 들어 보았다. "‥응? 이건 빵 아니에요? 와아, 맛있는 냄새!!" "예, 집에서 조금 구웠거든요. 같이 드시라고 몇개 가져왔답니다. 그런데‥리오씨 는‥." ‘‥기억을 잃었다 해도 리오씨를 찾는건 여전하군‥.’ 티베는 속으로 그렇게 꿍얼대며 안으로 들어오라는 손짓을 했다. "리오씨요? 음‥아까부터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시는 것 같던데‥. 그럼 들어와 보세 요, 마침 거실에 계시니까요." "아, 감사합니다." 티베와 함께 집 안으로 들어온 세이아는 소파에 앉아 상념에 잠긴 리오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고, 세이아는 리오의 건너편 소파에 살짝 앉으며 그에게 물었다. "저어‥무슨 일 있으신가요? 안색이 좋지 않으시군요‥." "‥아니요. 그건 그렇고 밤중에 왠일이세요?" 리오는 희미한 미소를 띄우며 세이아에게 물었고, 세이아는 시선을 내리며 고개를 살며시 저었다. "아, 아뇨. 빵을 구워서 갔다 드리려고‥. 아, 그게 아니라 빵을 많이 구웠거든요. 그, 그래서‥." 세이아는 말이 잘 나오지 않는지 약간 횡설수설을 했고, 리오는 웃으며 고개를 끄 덕였다. "그러시군요, 정말 고맙습니다." "고, 고마우실 것 까지는‥." 그러는 동안, 1층 계단 뒤에서 가만히 리오와 세이아의 모습을 보고 있던 바이칼은 곧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고, 결국 눈을 질끈 감으며 몸을 돌려 2층으로 뛰어 올라 갔다. "음‥몇일에 한번씩 계속 가져다 주시니 고맙지 않을 수‥." 쿠웅­!!! 리오가 말을 하던 순간, 갑자기 계단 쪽에서 상당히 큰 소리가 들려왔고 리오는 깜 짝 놀라며 일어서서 계단쪽으로 향해 보았다. "엇? 바이칼, 괜찮아?" "아야얏‥." 발을 헛디뎌 계단에서 굴러 떨어진 바이칼은 약간 긁혀 피가 나는 정강이를 손으로 감싸며 뽄막한 신음소리를 냈고, 리오는 머리를 흔들며 몸을 숙여 바이칼에게 말했 다. "이런 이런, 나무 계단은 미끄러우니 조심하라고 했잖아. 상처 보여줘 봐. ‥이런, 생각보다 크게 까졌잖아. 다른덴 아프지 않아?" "‥히이잉‥." 바이칼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갑자기 울기 시작했고, 리오는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바이칼을 안아 일으킨 후 소리를 듣고 내려온 마키에게 넘겨주며 말했다. "미안하지만 상처좀 보살펴 주실래요? 다른 곳의 상처는 제가 보기 힘드니까요." "아‥예." 마키는 바이칼을 데리고 윗층으로 올라갔고, 리오는 팔짱을 낀 채 한숨을 쉬며 중 얼거렸다. "후우‥하여튼 걱정을 적당히 시키게 하는 녀석이 아니라니까. 아, 죄송해요 세이 아씨. 갑자기 상황이 이렇게 돼서‥." "아, 아니에요 리오씨. ‥저, 그만 가보겠습니다." 세이아는 왠지 어색한 얼굴로 리오에게 인사를 했고, 리오는 의외라는 표정을 지으 며 세이아에게 말했다. "예? 벌써 가시려고요? 흠‥예. 그럼 제가 집까지 같이 가 드리지요." "바, 바로 옆 집인걸요. 동생도 들어올 때가 됐으니 전 이만‥." 세이아는 왠지 피하려는 모습으로 급히 집을 나섰고, 리오는 현관 문을 닫으며 고 개를 저었다. "흠‥. 지금은 위험한데‥." 리오는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며 바이칼의 상태를 보기 위해 윗층으로 천천히 올라갔다. 제7화 예고!! 어려서의 일 때문에 영적인 존재해 대한 공포증이 있는 리진. 그 공포증을 숨기고 있는 그녀에게 처크 부장은 색다른 임무를 하나 주게 된다. 마키, 티베와 함께 임무를 맡은 티베는 순찰차에 타서도 얼굴이 새파랗게 질리고 마는데‥. 제7화 [유령 공포증]편을 기대해 주시길!! Last Radiance~!! Vol. 29 ------------------------------------------------------------------------- ----------------------------------------------------------------------- "‥후우우‥." 땀에 흠뻑 젖어 버린 리진은 손으로 이마를 짚은채 길게 한숨을 내 쉬었다. 2월이 되면 고질적으로 꾸는 악몽‥그 악몽을 다시 꿔 버린 것이었다. 땀에 젖은 이불과 옷들을 침대 아래에 내려 놓은 리진은 옷을 새로 갈아입은 후 비틀비틀 방에서 빠 져 나와 화장실로 향했다. 그녀가 방에서 나오자, 신문을 보고 있던 그녀의 아버 지가 신문의 다음장을 넘기며 그녀에게 말했다. "잘 잤니 리진?" "아뇨 아빠." 리진은 그렇게 말 하며 화장실에 들어갔고, 리진의 아버지는 달력을 흘끔 보며 고 개를 저었다. "‥그러고 보니 2월 1일이군. 하긴, 저 애가 악몽을 꿀 때가 오긴 왔지." 리진은 곧 화장실에서 나왔고, 부엌에서 물 한잔을 따라 마시며 아직도 두근거리는 속을 진정시켰다. "아, 리진아. 오늘은 할머니 오시는 날인데 일찍 올 수 있겠니?" "할머니께서요? 왠일로 오신데요?" 리진은 의외라는 얼굴로 물컵을 들고 거실로 나오며 물었고, 그녀의 아버지는 피식 웃으며 답해 주었다. "왠일은, 할머니께서 손자 보시러 올라오시는게 이상한 일은 아니잖니. 자자, 여섯 시 반이니까 어서 출근준비 하거라." "네∼에." 제7화 [유령 공포증] "헤이, 잘들 가라구." 오늘은 비번인 지크는 순찰차에 오르는 티베와 마키에게 손을 흔들어 주었고, 둘은 이상하게 놀림을 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는지 인사도 안하고 즉시 차를 출발시켰 다. 지크는 다시 집 안으로 들어왔고, 그는 소파에 누워 있는 바이칼의 무릎에 붕 대를 살짝 감아주고 있는 리오의 등을 톡톡 두드리며 물었다. "어이, 너 오늘은 뭐할거야?" "오늘? 으음‥글쎄. 밖에 나갈 수 있는 처지는 아니니까 집에 계속 있어야 하겠지 뭐. 그런데, 넌 오늘 라이아의 경호는 하지 않을거야?" 그러자, 지크는 움찔 하며 눈을 크게 떴다가, 다시 손을 저으며 기분 좋게 얘기를 했다. "오, 오늘 하루는 괜찮겠지 뭐. 설마 오늘 습격하라는 법이 있겠어?" 바이칼의 무릎에 붕대를 다 감아준 리오는 지크의 말을 듣자 웃으며 말했다. "자, 됐어 바이칼. 음‥그리고 지크, 네가 그런 말 해서 뒷통수를 맞은게 몇번인 지 알아? 괜히 사건만 눈덩이처럼 불리고 그런 적이 한두번은 아니잖아. 게다가 라 이아의 경우는 특별하단 말이야." 그러자, 지크는 멋적은 웃음을 지으며 머리를 긁적거릴 뿐이었다. "헤헷, 그, 그렇긴 하지만‥. 근데 라이아가 아직도 특별해? 그 애는 지금 그런 것 에선 완전히 해방된게 아니야?" 순간, 리오는 움직임이 멎어 버렸고, 곧 얼버무리려는듯 웃으며 말했다. "아, 그, 그런가? 하하하핫‥." 지크는 뭔가 수상하다는 느낌을 받은 듯 팔짱을 끼며 리오를 바라보았고, 리오는 피하려는듯 얼른 바이칼을 데리고 부엌으로 향했다. 지크는 결국 뭐할까 생각하며 소파에 털썩 주저 앉았다. 띵동­ 띵동­ 그때, 현관에서 초인종 소리가 들려왔고 지크는 투덜대며 소파에서 몸을 뒹굴거렸 다. "젠장, 눕자 마자 띵동은 또 뭐야. 끽해야 신문 배달원 내지는 우유 아줌마겠지 뭐. 지겨워‥." 띵동­ 띵동­ 띵동­ 띵동­ 띵동­ 띵동­ 띵동­ 띵동­ 띵동­ "‥내 말을 들었나‥?" 지크는 약간 인상을 쓴 채 약간 구겨진 자신의 머리카락을 손으로 매만지며 현관 으로 나섰다. "예, 누구세요?" "하아잇­!! 지크 선배, 안녕하세요!!!" 타앙­!! 현관 문 밖의 소녀가 생기있게 인사를 하자 마자, 지크는 문을 강하게 닫아 버렸고 어느새 식은땀을 줄줄 흘리며 나지막히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더이상 식객을 늘린다면 난 어머니께 죽음을 면치 못해‥!!!" "아앙­!!! 아파­!!!!" 그때, 문 밖에서 울음소리가 들려 왔고, 지크는 깜짝 놀라며 문 밖을 흘끔 바라보 았다. 자신을 찾아온 소녀가 양 손으로 코를 감싼채 바닥에 주저 앉아 있는 것이었 다. 지크는 결국 문을 열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오‥신이시여. 언젠간 복수할거야‥.’ . . . . . . . . . . . . . ............................... "자, 잠깐만요 부장님!!" 임무 설명과 함께, 마키, 티베와 같이 임무를 수행하라는 말을 들은 리진은 의자 에서 벌떡 일어나며 소리쳤고, 리진의 이상 반응에 처크 부장을 비롯한 다른 BSP 대원들은 눈을 휘둥그래 뜨며 리진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리진의 눈엔 그런 시선 이 보이지가 않았다. "부장님! 저희는 BSP지 '고스트 버스터'가 아니란 말이에요!! 왜 그런 임무를 저희 가 처리해야 하나요!!!" "그, 그거야 UN 한국 지부에서 떨어진 명령이니 나도 어쩔 수 없지.(BSP는 UN산하 특수 무력 기관이기 때문에 UN 지부장의 권한이 BSP지부장의 권한보다 더 큼: 필자 주) 그런데 자네가 왠일인가? 다른 왠만한 임무는 자신이 처리하지 못해 아쉬워 하 더니‥? 무슨 이유라도 있나?" 처크가 그렇게 물어오자, 리진은 움찔 하며 입을 다물었고 다른 부원들도 '그러고 보니?'라는 눈으로 리진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결국 더이상의 이견 없이 자리에 다 시 앉았고, 그것으로 그날의 조회는 끝이었다. 티베와 마키는 리진과 함께 주차장으로 향하면서 리진에게 계속 이상한 기운이 뿜 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 느낌은 다름 아닌 '공포감'이었다. 얼굴이 새파랗 게 질린채 복도를 걷던 리진은 앞에 가는 티베와 마키에게 신음하듯 말했다. "얘, 얘들아, 좀 천천히 가면 안돼니?" "음? 그, 그래. 서두를건 없지. 그런데 리진, 너 오늘 왜 그러니? 아픈 곳이라도 있는거야?" 티베가 그렇게 묻자, 리진은 흠칫 놀라며 걸음을 멈추고 말았다. "그, 그렇게 보이니? 아, 아니야‥하하핫‥. 난 아무렇지도 않아." 리진은 그렇게 말 했으나, 티베와 마키의 생각은 좀 달랐다. ‘중환자 같은걸‥?’ 이윽고, 주차장에 도착한 티베는 리진을 먼저 차에 보낸 뒤, 마키와 함께 고개를 저으며 현재 상황에 대해 얘기를 하기 시작했다. "리진이‥아무래도 오늘 무슨 일 있는 것 같지 않아?" "‥얼굴만을 보면 아픈 것 같지만‥. 그 '유령'얘기가 나오기 전엔 괜찮았거든." 마키의 말을 들은 티베는 자신도 그것을 느꼈기 때문에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 그렇구나. 어쨌든, 저 애 저런 상태로는 임무고 뭐고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은데‥어쩌지? 우리 둘 가지고 그 긴 건물을 탐색하는건 어려울 것 같아 보 이는데." 그러자, 마키는 동감한다는듯 팔짱을 끼며 눈을 감았다. 결국, 그들은 입을 모아 지금의 사태를 처리할 방법을 말했다. "무적의 지원군을 부르자." 그렇게 결정한 둘은 곧 핸드폰으로 어딘가에 전화를 걸었고, 티베는 아양이 섞인 목소리로 전화에 대고 말하기 시작했다. "여보세요∼? 호호홋‥그게 말이죠, 오늘만 저희를 좀 도와주실 수 있으신가 해서 요. 네?아잉∼♡ 너무 그러지 마세요. 하루만 제발‥. 이건 저희들 때문이 아니고 저희들 동료 때문이거든요. 누구요? 리진 아시죠? 어머, 아시니까 더 잘됐네. 그럼 있다가 열시 반 정도에 남산 타워 앞에서 뵈요. 어딘지는 물어보시면 되고요, 호호 호호홋‥. 거기서 뵈요? 쪽­♡" 핸드폰에 키스까지 한 티베는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핸드폰 덮개를 닫았고, 마키는 씨익 웃으며 엄지 손가락을 내밀어 보였다. 둘은 곧 순찰차로 향했고, 차 안에서 혼자 부들부들 떨고 있는 리진과 함께 조사 목표지인 '남산 타워'로 향하기 시작 했다. ※※※ "오옷, 넬 아니야? 아니, 짐까지 포함해서 왠일이지?" 리오는 상당히 반갑다는 표정으로 자신의 앞에 앉아 있는 넬에게 물었고, 넬은 코 에 붙인 밴드를 손가락으로 매만지며 씨익 웃어보였다. "히힛, BSP사관 생도는 정식 대원이 되기 전에 4년간 실전 견학을 하게 되어 있거 든요. 실전 경험이 충분해야 한다나? 그래서 전 이왕에 실전 견학을 하게 될 겸 아는 사람이 많은 대한민국에 실전 견학 지원을 한거죠. 다행히 지원자가 저 혼자 뿐이라서 시험도 안보고 이곳으로 올 수 있었어요. 이렇게 좋으신 분들이 많이 계 신데 왜 지원자가 없는지는 모르겠지만요." ‘목숨이 담보인 실전 견학지니 그럴 수 밖에.’ 양 손으로 얼굴을 감싼채 고개를 푹 숙이고 있던 지크는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며 혼자서 계속 비관적인 분위기를 연출해 나갔다. 넬은 계속해서 리오와 담화를 나 누었다. "그런데, 리오 형을 다시 뵐 줄은 정말 몰랐어요! 다시 뵐 수 있으면 정말 좋겠다 고 생각했는데, 헤헷, 정말 반가워요!!" "음, 그래 그래. 나도 반갑구나." 띠리리리리­ 띠리리리리­ 그때, 갑자기 전화벨이 울리기 시작했고 리오는 지크가 도저히 전화를 받을 분위기 가 아닌 관계로 직접 자신이 전화를 받았다. "누구지? 음‥예, 스나이퍼씨 집입니다. 예? 아니, 갑자기 왠‥. 아, 하지만 전 밖 에 마음대로 나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닌걸요. 예? 아, 알고는 있습니다만‥. ‥예, 예. 그럼 그 때 그곳에서 뵙죠." 리오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전화를 끊었고, 곧 나갈 준비를 하며 한숨을 푸욱 쉬었 다. 그때, 마침 윗층에서 바이칼이 내려오다가 리오가 나갈 준비를 하는 모습을 보 았고 바이칼은 급히 아랫층으로 내려와 리오에게 물었다. "어, 어디 나가시게요?" "음? 음‥일이 생긴 것 같아서. 무슨 일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걱정하지 말고 집에 있어." 둘의 대화 장면을 지켜보던 넬은 어디서 본 여자라 생각하며 옆에 앉은 지크에게 넌지시 물었다. "저어‥저 예쁜 여자분 누구세요? 어디서 본 것 같은데‥." "‥내 악몽을 더이상 부풀리지 말거라." 넬은 지크의 말이 이해가 안돼는지 고개를 갸웃거릴 뿐이었다. "저어‥혼자 나가시나요‥?" 바이칼은 조심스럽게 리오에게 물었고, 리오는 현관으로 향하며 피식 웃어보였다. "흠? 당연히 혼자 나가지. 그럼 다녀올께. 아, 지크, 잠시간만 내 역활을 네가 좀 맡아줘, 알았지? 넬도 있다가 보자." "네! 다녀오시길!" 넬의 힘찬 인사를 들으며 리오는 곧 밖으로 나섰고, 리오가 나가는 모습을 보던 바이칼은 선반 위에 리오가 꼭 쓰고 나가던 넓은 선글라스가 놓여진 것을 보고 깜 짝 놀라며 그것을 들고 리오를 쫓아 나갔다. "리, 리오씨! 이것 잊고 가시면‥아앗­!!" 순간, 바이칼은 그만 현관에서 발을 헛디디며 중심을 잃어 버렸고, 리오는 재빨리 바이칼을 안아 넘어지는 것을 겨우 막아 주었다. 공중으로 튕겨진 선글라스는 안전 히 리오의 손에 들어왔고, 리오는 고개를 저으며 바이칼을 일으켜 세워 주었다. "이런, 계속 조심하라고 그랬잖아. 왜 이렇게 자주 넘어지는거지?" 리오에 의해 일으켜 세워진 바이칼은 울먹이기 시작했고, 리오의 가슴에 얼굴을 파 묻으며 결국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리오는 솔직히 속이 뒤집어 지는 것 같았으 나 꾹 참으며 바이칼의 등을 토닥거려 주었다. "리, 리오씨‥?" 그때, 누군가의 희미한 목소리가 리오의 옆쪽에서 들려왔고, 리오는 흘끔 목소리가 들려온 방향을 바라보았다. 그곳엔 세이아가 눈을 크게 뜬 채 리오와 그에게 안겨 있다시피 한 바이칼의 모습을 멍하니 보고만 있었다. 리오는 자신이 생각해도 현재 의 상황이 상당히 오해를 살거라는 느낌에 멋적은 미소를 지으며 세이아를 불렀다. "아, 세이아씨. 지금은‥." "죄, 죄송해요!!" 세이아는 그렇게 말을 하며 곧장 자신의 집으로 달려가 버렸고, 리오는 손으로 얼 굴을 매만지며 힘없이 중얼거렸다. "‥후, 운명의 장난 같군. 어쩔 수 없지 뭐." ------------------계속--- Last Radiance~!! Vol. 30 ------------------------------------------------------------------------- 전작들과는 이번 글이 상당히 분위기가 다를 것입니다. 왜냐, 글의 주가 되는 인물은 지크이기 때문입니다. 리오는 이번 편에선 동료일 뿐이지요.(근데 더 많이 나온 것 같은 느낌이...) 그래서 글 분위기도 좀 바꿔보려고 했던 것입니다. 뭐, 물론 제가 생각해도 심했다 싶은 부분이 있지만... 너무 갑자기 환경이 바뀌었단 생각도 드니 차차 바꿔 나가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얼굴이 세상에 만만치 않게 드러난 리오는 밖에 나갈때 집에 있을때완 전혀 다른 차림을 한다. 머리도 내리고, 내린 머리 위에 코트를 껴 입은 후 눈엔 커다란 선 글라스를 쓴다. 모자까지 쓰는게 정석이라면 정석이겠지만 아직까지 이런 차림을 해서 발각된 일은 없었기 때문에 리오는 나름대로 걸릴때 까지 모자는 쓰지 말자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래도 사람들은 선글라스를 낀 큰 키의 남자자 곁을 지나갈땐 한번쯤 그를 돌아 보게 되었다. 그래도, 그가 TV에서 나온 바로 그 사람인지 알아내는 사람은 없었 다. 묻고 물어 2037년 현재 폐쇄가 된 '남산 타워' 앞에 도착한 리오는 부슬부슬 떨어 지는 비를 소나무 아래에서 피해보며 자신을 부른 사람들이 오기를 기다렸다. "흠‥이런 날씨에 비라‥. 왠만한 사람 같으면 그리 썩 좋지 않은 분위기라 생각하 겠군. 그건 그렇고 저곳에서 뿜어지는 요기는 뭐지? 하긴‥도로 자체가 '바벨탑'처 럼 구성되어 있으니 악마등이 살기엔 꽤나 좋게 보이지만‥." 그렇게 중얼거리며, 리오는 자신의 앞에 세워져 있는 낡은 고층 건축물을 주욱 올 려다 보았다. 이 근처에 오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말을 몇번씩 들은 리오였기에 그는 선글라스와 코트를 벗은 후 평상시처럼 머리를 다듬고 다시 코트를 입고 계속 고독을 씹어 나갔다. 조금 후, 멀리서 차 한대가 올라오는 것을 리오는 볼 수 있었고 그는 천천 히 앞으로 나서며 그들을 마중했다. 차는 곧 리오의 앞에서 멈추었고, 안에선 티베 와 마키, 그리고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 있는 리진이 차례로 나왔다. 리오는 곧바로 자신을 부른 티베에게 이유를 물었다. "아니, 오늘 임무가 도대체 뭐길래 저까지 부르셨나요? 물론 심각해 보이긴 하지만 ‥." "아, 별거 아니고요. 여기 계시는 리진양의 상태가 아주 좋지 않으셔서 얘를 대신 할 분을 좀 찾은거죠. ‥그런데 심각해 보이다니요?" 리오가 이런 일엔 베테랑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티베와 마키는 그가 심각해 보인다 는 말을 듣자 마자 리진과 함께 얼굴이 새파래졌고, 리오는 웃음이 사라진 얼굴로 다시 타워를 바라보며 말했다. "‥이 산은 영적으로 상당히 좋은 지형이죠. 이 도시 자체의 지형 역시 그렇게 보 이는군요. 여기선 잘 모르겠지만 어떤 한곳의 지형이 네개의 방위를 지키는 신들에 의해 보호를 받고 있는 지형‥같습니다. 그런데, 이런 산 위에 도로와 건축물의 배 치가 좀 좋지가 않아요." 그러자, 티베의 머리에 예전에 배운 무언가가 번쩍 하며 스쳐 지나갔다. 그녀는 더 욱 불안한 표정을 지으며 중얼거렸다. "나선형 도로‥그리고 타워!!" "그래요. 일명 '바벨탑' 지형이라 불리죠. 선신계 쪽에선 상당히 좋지 않은 지형으 로 꼽고 있고, 그와는 반대로 악신계 쪽에선 신에게 인간이 도전을 하려고 했던 지 형이라 해서 좋은 지형이라 꼽고 있죠. 음‥아무래도 여러분께 내려진 임무를 한번 들어보는게 좋을 것 같은데요?" 1개월 전부터, 3월에 철거 예정이 되어 있는 남산 타워에 이상한 소리가 들리기 시 작했다. 붉은색의 박쥐들이 밤에 그 주위를 돌기도 하고, 예전에 사람들이 풀어 놓 은 조류들이 내장이 파해쳐진채 산 문턱에서 발견되기도 하였다. 지금은 모든 동물 들이 단 몇주만에 멸종한 상태라 그런 일은 더이상 있을래야 있을 수 없지만 조사 차 올라갔던 경찰들이 모두 불귀의 객이 되어 버리자 대한민국 정부와 UN에선 결국 BSP에게 조사를 맡긴 것이었다. 하지만 처크 부장은 UN측과 정부에선 일을 더 크게 보고 있는 것 같다는 씁쓸한 뒷말을 남겼다. "‥그렇군요. 좋아요, 아무래도 이번 일은 진지하게 처리해야 할 것 같군요. 그럼 모두 올라갈 준비를 해 주세요. ‥리진양?" "…." 리진은 차에서 내린 뒤부터 마치 청각 장애자가 된 것 같은 모습으로 멍하니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것도 팔로 몸을 감싼채 부들부들 떨며‥. "이봐요, 하리진!" "‥!? 아앗, 리, 리오씨?" 리오가 리진의 팔을 잡고 살짝 흔들며 큰 소리로 이름을 부르자, 그녀는 겨우 정신 을 차리며 리오를 그제서야 알아보았다. 리오는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리진에게 물 었다. "‥지금 무슨 소리가 들리나요? 아니면 느낌이라도‥! 솔직히 말씀해 주세요." "아, 아니요‥그냥, 그냥 무서울 뿐이에요. 공포감 외엔‥." 리오는 리진의 팔을 놓은 후 턱을 매만지며 속으로 생각하기 시작했다. ‘‥하긴, 초능력자니 영적 능력도 가지고 있겠지. 나 역시 느끼는건 마찬가지지만 이런 사악한 기운을 처음 맞아보는 사람이라면 다분히 저러고도 남지. 보통 사람은 중급 이상의 악마가 앞에만 있어도 공포감에 자아가 붕괴되니까. 그건 그렇고 정말 어쩐다? 저런 상태로는 올라가지도 못할텐데‥.’ 리오는 한숨을 후우 내쉬며 그 자리에서 복장을 바꾸었고, 티베와 마키는 이런저런 준비를 한 후 리오와 리진을 기다렸다. 리오 역시 원래 복장으로 바꾸는 것 만으로 준비는 끝이었지만, 리진은 모든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였다. 오히려 아까와 같이 정신이 분산되어버린 상태였다. "‥하는 수 없지‥." 리오는 어깨를 으쓱인 후 멍허니 서 있는 리진에게 다가갔고, 티베와 마키는 리오 가 뭘 할까 궁금한 눈초리로 그쪽을 바라보았다. "‥어머? 두명 간격이 너무 좁아지는 것 아니니?" "서, 설마‥." . . . . . . . . . . . . . . . ....................... "어떻게 그러실 수가 있어요!! 아무리 제가 정신이 나간 생태였다고는 하지만 이건 너무 심하신거 아니에요!!!!" 정상적인 상태로 돌아온 리진은 얼굴이 붉히며 리오에게 계속 따지고 들었고, 리오 는 미안하다는듯 빙긋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 정신을 어떤 한군데로 집중시킬 수 있는 방법은 그 방법 뿐 이었어요. 그렇게라도 하지 않았다면 리진양은 이곳에 들어올 수도 없었을걸요." "그렇지만!!! 그래도!!! 어쨌거나!!! 하여튼!!! BUT!!!" 리진은 아직도 펄쩍펄쩍 뛰고 있는 상황이었다. 둘 사이에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두 눈으로 똑똑히 본 티베와 마키는 약간 얼굴을 붉힌채 서로에게 말했다. "‥아무래도 리오씨‥바람기가 농후한 것 같지 않니?" "‥그런 부끄러운 일을 수치심 없이 하는 것을 보니‥." "‥우리도 위험할지 몰라. 정신을 차리자." 그러는 동안에도, 리진은 리오의 앞에 서서 계속 손가락을 휘두르며 아까의 일을 따지고 있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제 'First'를 어떻게 그리 쉽게 빼앗으실 수가 있어요!!" ‘이럴때 휀이라면 죽는 것 보다는 낮지 않냐고 간단히 답할텐데‥음? 왔군‥.’ 순간, 리오의 얼굴은 진지하게 굳어졌고 리진은 깜짝 놀라며 뒤로 주춤했다. "자, 잠깐만요‥! 그렇게 무서운 얼굴을 한다고 해도 따질건 따져야‥." 「쿠워어어어어어어어­!!!!!!!!!」 그때, 리진의 머리 위에서 소름이 끼칠 법 한 괴성이 갑자기 들려왔고 리진은 재 빨리 블래스터를 뽑으며 자신의 머리 위를 바라보았다. "으, 으악!?" 리진의 시야에 들어온 것은, 천정에서 떨어지고 있는 무수한 괴물들이었고 리진은 블래스터로 응전을 하며 리오의 뒷쪽으로 재빨리 피하였다. 블래스터의 탄을 맞은 괴물 몇마리는 회색 체액을 뿜으며 힘없이 바닥에 떨어졌고, 나머지 괴물들은 가 볍게 착지를 하며 리오와 다른 사람들을 눈동자가 없는 이상한 구조의 눈으로 쏘아 보았다. 그들의 모습을 본 리진은 사격 자세를 취하며 리오에게 물었다. "‥뭐죠? 바이오 버그라면 생체 레이더가 반응했을텐데‥?" 리오는 망토 안에서 자신의 검, '디바이너'를 꺼내며 천천히 대답해 주었다. "‥생명체이긴 한데, 고등 생물도, 저등 생물도 아닌 '악마'죠. 상당히 저급 악마 들이라 바이오 버그라 불리는 인공 생명체들과는 별 다를 바 없어요." "악마‥? 설마, 만화에서 자주 나오는!!!" '만화'라는 말에, 리오는 순간 긴장감을 잃으며 고개를 푹 숙이고 말았지만 다시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들며 대답했다. "‥만화에서 나오는 녀석들 보다는 좀 더 흉폭할겁니다. 저급 악마들이라 말이 통 하진 않을거고‥. 자, 그 다음 얘기는 저 녀석들을 편하게 해준 후 계속 하죠." 말을 맺은 리오는 곧바로 앞쪽으로 향해 튀어 나갔고, 마키 역시 두 주먹을 불끈 쥐며 앞으로 나갔다. 리진과 티베는 지원 공격을 위해 각각 블래스터와 마법 주문 을 준비한 후 마키의 사각지대로 몰려드는 악마들을 처치하기 시작했다. "리오씨에겐 지원 사격을 안해도 괜찮은거야!" 리진은 예비 탄창을 왼손에 든 채 사격을 하며 티베에게 물었고, 주문탄을 쏘고 있 는 티베는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저 바람둥이 오빠에게 기술의 사각지대라는 개념이 있을 것 같아?" "?" 그 말을 들은 리진은 리오쪽을흘끔 바라보았다. 티베의 말 대로, 리오의 보라색 검은 360°전 방향에서 물려드는 악마들을 순식간에 조각조각 갈아 사방으로 흩어 놓고 있었다. 게다가 리오의 주위에 흩어진 악마들의 시체 수는 지금까지 자신과 티베, 마키가 없앤 수를 합친 것 보다 더 많아 보였다. "‥우린 오히려 방해로구나. 하긴, 저번에도 봤으니 별로 놀랍지도 않지만." 리오의 '즉효약'이 상당한 효과가 있었던듯, 리진은 아까 전까지 이상한 공포감에 정신이 분산된 것도 다 잊고 전투에만 계속 전념을 하고 있었다. 물론 지금까지는‥. ※※※ "안된다니까, 미안하지만." 지크는 레니와 시에가 함께한 자리에서 넬의 하숙 신청을 단호히 거절하고 말았다. 레니는 지크가 누구의 부탁을, 그것도 여자의 부탁을 거절하는 모습을 처음 봤기 때문에 놀란 눈으로 지크를 보고 있었고, 넬은 실망스런 표정으로 고개를 떨구고 말았다. 지크도 속으로는 미안하다 느끼며 넬에게 지금 상황을 설명해 주었다. "물론 나도 너에게 가르쳐주고 싶은 것이 많고, 너 역시 나에게 배우고 싶은 것이 많다는 것은 알아. 하지만 지금 이 집엔 정신이 나가버린(?)바이칼 녀석에, 티베 에, 마키에, 게다가 리오 녀석까지 식객이 너무 많다구. 물론 시에도 포함되긴 하 지만 시에는 먹는 것만 많이 먹지 공간은 적게 차지하니까 제한다 치지만‥. 너도 이 집에서 머물려먼 리오랑 같이 소파에서 자야 해. 하지만, 리오 녀석이야 원래 집에서 자는 것 보다 노숙을 많이 한 녀석이라 괜찮지만 넌 그렇지 않잖아. 그리고 마지막으로 내가 어머니께 면목이 없어." "난 괜찮은데‥." 레니는 미소를 지으며 지크에게 말했고, 지크는 머리를 긁적이며 계속 넬에게 말했 다. "‥널 위해서 내가 거절을 하는거야. 이 집에 잘 수 있는 공간이 더 있다면 내가 허락을 했을테지만, 더이상 공간이‥." 그 순간, 넬은 모자를 벗고 비장한 눈으로 지크를 올려다 보며 말했다. "‥그럼 선배하고 같은 방에서 잘래요!!" "아, 그러면 되겠구‥뭐?" -----------------------계속--- Last Radiance~!! Vol. 31 -------------------------------------------------------------------- -------------------------------------------------------------------- "안돼!!! 안돼 안돼 안돼 안돼 안돼 안돼 안돼 안돼!!!!!!" "돼요!!! 돼요 돼요 돼요 돼요 돼요 돼요 돼요 돼요!!!!!!" 넬의 문제는 결국 그녀와 지크의 말 싸움으로 까지 번졌고, 그 얘기를 듣고 있던 다른 사람들은 둘이 똑같다고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넬의 거처를 어디로 할 까 나름대로 고민을 해 보았다. 하지만 답은 그리 간단하게 나오지 않았다. 딩동­ 딩동­ 그때, 초인종 소리가 들려왔고 말싸움을 하고 있는 지크 대신 레니가 급히 현관으 로 나가 보았다. 현관 밖엔 세이아가 언제나 처럼 미소를 짓고 서 있었고, 레니는 바로 현관문을 열어 주었다. "어머, 세이아양 아니에요? 오늘은 무슨 일로‥?" 레니의 인사와 질문을 받으며 집 안쪽을 흘끔 바라본 세이아는 멋적은 웃음을 지 으며 대답했다. "예, 오늘 아침에 리오씨께 실례되는 행동을 해서 그걸 사과드리려고 온건데‥리오 씬 지금 계시지 않나요?" "음? 그래요? 하지만 어쩌나‥리오씨는 지금 집에 안계신데요. 그럼, 잠깐 들어오 기나 해요. 혼자 집에 있기도 쓸쓸할텐데‥." 레니의 제안을 받은 세이아는 잠깐 머뭇거리다가 거실에 또 다른 누군가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고개를 끄덕이며 레니와 함께 집에 들어갔다. "왜 우리집이 아니면 안돼는지 이유먼저 말을 해 봐!!! 합당한 이유가 돼면 내가 텐트라도 사 주지!!!" "좋아요!!! 첫째, 이 집엔 현역 BSP대원이 세명이나 있고!! 둘째, BSP본부와 상당 히 가까운 편이고!! 셋째, BSP대원은 아니지만 그보다 더한 강자가 있고!! 넷째, 이 넬·에렉트가 제일 존경하는 선배가 살고 있다는 것이죠!!!" 넬이 자신의 질문에 흐르는 강물처럼 거침없이 대답하자, 지크는 움찔 하며 말문을 잠시 닫았다. 승기를 잡았다 생각한 넬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고, 할 말이 없어진 지크는 머리를 감싸며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진짜 내 방에서 재워야 한단 말인가? 아니야, 아니야!!! 오오오, 신중의 신이시 여, 보고 있으면 좀 도와줘요!!! 천사들하고 노닥거리지 말고!!!’ "저어‥저희 집에서 하숙하면 곤란한가요? 바로 옆집인데‥." "!!!!!" 그 순간, 지크는 하숙을 제의한 세이아를 돌아 보았고, 그는 감동어린 시선으로 세 이아를 바라보며 경건히 중얼거렸다. "오오‥그대의 찬란한 빛의 날개에서 뿜어지는 후광이 먹구름으로 어두웠던 나의 미래를 희망차게 밝히고 있습니다‥!!!! ‥근데 언제 왔어요?" "…." 세이아는 힘없이 웃으며 지크에게 말해 주었다. "예, 방금 전에요. 옆에서 말씀들을 들어보니 이 집에서 저 아가씨가 자기엔 공간 이 너무 부족한 것 같군요. 그럼, 저희 집은 어떤까요? 아가씨가 말한 네가지 조 건을 완전히 만족시키진 못하지만 아주 늦은 밤이 아니라면 거의 모든 조건이 가능 하다고 생각하는데요. 어떤가요?" "‥!!" 넬은 놀라고 있었다. 그러나 갑작스런 제의가 들어온 것에 놀란 것이 아니라, 세이 아가 자신을 완전히 낮선 시선으로 보며 말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넬은 혹시 나 하며 세이아에게 물어 보았다. "저, 저어‥정말 혼자 사시나요?" "아니요, 아가씨 또래의 여동생이 하나 있어요. 지금은 학교에 있지만요." "‥!!!!" 넬은 더더욱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넬의 그런 모습을 본 지크는 곧 진지한 표정 으로 넬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잠깐 나와 볼래?" "예? 예‥." ※※※ "할머님께서 무당이셨다‥. 하긴, 피를 무시할 수는 없죠. 아마 리진양은 할머님과 같이 영 능력이 높은 탓에 이 탑에서 발산되는 사악한 기운을 느끼실 수 있었을 겁 니다. 그래서 이유를 알 수 없는 공포감과 악몽에 시달린 것이죠. 음‥아마 어렸 을때에도 보통 사람 눈에는 보이지 않는 유령 따위를 많이 보셨을 것 같군요." 리오는 바닥에 널린 악마들의 사체를 조사하며 리진에게 말했고, 리진은 고개를 살며시 끄덕였다. "‥어렸을 적‥할머니 댁에 찾아갔을때 할머니 방에 있는 신장들의 그림이 불쑥 튀어 나와 저에게 뭐라 말을 하려 했던 것을 본 일이 있어요. 그땐 정말 무서웠죠. 크고 동그란 눈을 가진‥수염도 무섭게 나 있는 큰 덩치의 신장과, 붉은 얼굴에 긴 수염을 가진‥역시 덩치가 큰 신장 둘이서요. 무슨 말인지는 그때도 몰랐고 지 금도 모르겠지만, 그 일을 할머니께 말씀드렸더니 할머니께서 놀라시더라고요." ‘‥당연하겠지, 자신보다 수십배는 강한 영 능력을 뜻하는 것이니까‥.’ 리오는 희미한 웃음을 지으며 리진의 말을 계속 들었다. "그 후로‥전 BSP사관 학교에 들어가기 전까지 묘지나 그 밖에 사고가 난 지점 근 처를 가면 끔찍한 모습의 유령들이 그 근처를 지나다니는 것을 볼 수 있었어요. 하 지만, 사이킥 파워가 점점 높아지면서 그 유령들도 점차 보이지 않게 되었죠. 그 래도 유령의 '유'자만 들어도 몸이 떨려와요. 마치 공포증과 같이‥." "‥그럴겁니다. 처음 영 능력에 눈을 뜬 무당들은 꽤 오랜 시간동안 그 공포증에 시달려야 하죠. 도중에 그걸 이기지 못하고 미쳐버리는 무당도 상당수 입니다. 자, 그건 그렇고‥." 말을 중간에 끊은 리오는 악마들의 사체 더미중 한곳에 손을 민 후 아직도 숨을 쉬 고 있는 악마를 잡아 들어 올렸다. 왼쪽 가슴 한복판에 난 총상 외엔 상처가 없어 악마는 눈을 붉게 빛내며 리오를 쏘아보았다. 악마의 목을 잡고 들어올린 리오는 씨익 웃으며 악마에게 물었다. 저급 악마여서 인간의 언어를 할 수 없는 까닭에 리오는 다른 언어를 사용해야만 했다. "Ηεψ? Απε ψου οκ? 후훗‥." (이봐 괜찮나?) 「‥!! Υου ασε νοτηυμαν‥!!! ΚΥυ‥φελλ‥. Ζοδ'σ (‥!! 넌 인간이 아니군‥!! 쿠‥그래‥) κνιζηλ? Κυυ‥δαμε‥δισξοπτυφ. φελλ! κθλλ με!! (가즈 나이트지? 쿠훗, 빌어먹을‥운이 없군. 좋아, 죽여라!!) γομε ον!!! κθλλ με!!!!!」 (뭘하나, 날 죽여보란 말이다!!!) 퍼억­!!!! 리오는 곧바로 반대편 주먹으로 악마의 얼굴을 후려쳤고, 흥분하며 소리치던 악마 는 곧 잠잠해 졌다. 리오는 다시 악마와 대화를 하기 시작했고, 그들의 대화를 듣 던 티베는 인상을 가득쓴 채 중얼거렸다. "‥리오씨가 어떻게 저 언어를 알고 있는거지? 나도 예전에 고대 마법서에서 잠깐 봤을 뿐이라 완전히는 모르겠지만‥." 그러자, 마키는 별 것 아니라는 표정을 지은채 손에 착용한 너클을 매만지며 티베 에게 말했다. "저 바람둥이 오빠가 이상하지 않은것도 없었잖아. 우리가 저 사람에 대해 확실 하게 알고 있는것은 저 사람이 남자라는 것 뿐이라구." "그, 그렇군." 한편, 악마의 말을 한참 듣던 리오는 안심한듯 고개를 끄덕이며 중얼거렸다. "Ψελλ, ψελλ‥. 'Τυπανακ'‥στυρθδ δεμον. οκ, ζ (그래, 그래‥. '투라바크'였군. 불쌍한 녀석인데? 좋아) ετ ουτ ηεπε." (여기서 꺼지라구) 리오는 곧 들고 있던 악마를 옆에 내 던졌고, 악마는 가슴에 입은 상처를 손으로 감싼채 어둠 속으로 사라져갔다. 리오는 손을 털며 일행에게 돌아왔고, 티베는 팔 을 낀 채 리오에게 물었다. "리오씨, 도대체 무슨 얘기를 하신 거에요?" "아, 별 것 아니에요. 이 탑을 이용하고 있는 녀석이 누군지 좀 물어본 것 뿐입니 다. 음‥저 녀석 사라지긴 했지만 분명히 위로올라갔을테니 이제부턴 주의를 하 는게 좋을 것 같군요. 자, 엘리베이터를 사용할 정도로 급한 일은 아닌 듯 하니 천천히 계단으로 가죠." 리오는 여유있게 검을 거두며 모두에게 말했고, 일행은 리오를 따라 비상 계단 쪽 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계단 하나 하나를 오를때 마다, 동물적 감각이 좋은 마키는 무언가 자신의 몸을 억누르는 듯 한 느낌을 점점 강하게 받았다. 하지만, 그럼에 도 불구하고 그녀보다 더욱 감각이 좋은 리오는 검도 뽑지 않고 최근 유행하는 노 래를 나지막히 흥얼거리며 맨 앞에서 계단을 오르고 있었다. 결국, 궁금함을 참지 못한 마키는 리오의 바로 뒤에서 걷고 있는 리진을 앞질러 그에게 다가가 물었다. "잠깐, 리오. 지금 주위엔 엄청나게 사악한 기운들이 느껴지고 있는데, 왜 전투 준 비조차 하지 않는거죠? 제가 느끼는데, 하물며 리오라고 해서 느끼지 못할 이유는 없잖아요." 그러자, 리오는 빙긋 웃으며 디바이너를 뽑았고, 대답을 하듯 검의 끝으로 비상 계 단의 오른쪽 벽을 쿡 찔렀다. 「키아아아아악­!!!!!」 순간, 비명소리와 함께 푸른색의 피가 검이 박힌 벽에서 분출되었고, 리오는 검을 다시 뽑아 끝에 묻은 피를 바닥에 털어내며 말했다. "‥아마 티베씨나 리진씨도 느끼고 있을 겁니다. 당연하죠. 이 벽 사방이 악마들로 뒤덥혀 있으니까요." "­!!!!" 순간, 리오를 제외한 모두는 무기를 꺼내며 사방에 시선을 돌렸고, 리오는 그럴 필 요 없다는 듯 손을 내리며 말했다. "이런 이런. 그렇다고 해서 꼭 전투 준비를 할 필요는 없어요. 저들도 생명이라는 것이 있으니 함부로 덤비진 못하거든요." 그 말에, 모두는 미심쩍은 눈으로 리오를 보며 천천히 무기를 거두었고, 티베는 팔 짱을 끼며 아무래도 모르겠다는듯 다시 리오에게 물었다. "‥그럼, 아까 이곳에 들어왔을때의 그 환영 인파는 뭐죠?" 리오는 어깨를 으쓱이며 간단히 대답해 주었다. "그 환영객들은 손님을 잘못 알았죠. 좀 운이 없었다고 해야 하나요?" 리오는 다시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고, 다른 셋은 리오와 떨어지지 않게 걸음을 재 촉하였다. 얼마나 올랐을까. 보는 것 말고는 운동을 좋아하지 않는 티베의 다리가 뻐근해질 무렵, 이상하게 변해 버린 커다란 문이 리오와 일행의 앞을 가로막았고, 리오는 턱 을 쓰다듬으며 그 문을 천천히 위아래로 훑어 보았다. "흠‥인테리어 감각이 영 아니군. 어쨌거나 들어가죠. 우릴 기다리고 있을 녀석이 하나 있을테니까요." 리오는 곧 손으로 문을 밀었고, 문은 비릿한 점액질을 흘리며 안쪽으로 스르르 열리기 시작했다. ---------------------------계속--- Last Radiance~!! Vol. 32 ------------------------------------------------------------------------ ------------------------------------------------------------------------ "세이아씨는 지금 우리에 대한 기억만이 모두 지워진 상태야. 왜인지는 나도 모르 겠지만 하여튼 그래. 무슨 운명의 장난인지는 모르겠지만 좀 피곤하게 됐지. 리오 녀석도 그것 때문에 우리 집에서 놀고 있는 것이고(거짓말)‥. 아, 그래. 아까 세 이아씨가 한 제안 너도 들었지? 마침 잘 됐으니 나와 리오를 좀 도와주지 않을래?" 지크가 계속 진지한 얼굴로 얘기하자, 결국 속아넘어간 넬은 고개를 끄덕이며 지크 의 말이 무슨 뜻인지 알았다는듯 말했다. "‥알았어요! 제가 반드시 세이아언니와 라이아의 기억을 되돌려 놓겠어요!!" "‥그래 고맙다! 넌 정말 진정한 후배야! 우리 함께 어둠으로 물든 이 세상을 밝혀 보자꾸나!!" "예, 선배님!" 지크와 넬은 손을 잡으며 굳은 다짐을 했다. 굳이 문제가 있다면‥. 넬과는 달리 지크는 그리 진실하지 못하다는 것이었다. ‘내가 이런 느끼한 대사를 읊어야 한다니‥그건 그렇고 넬 녀석 잘도 속는군. 설 마 속을까 하고 말한건데.’ 지크는 넬을 데리고 다시 집 안에 들어갔다. 하숙에 대한 일 처리는 상당히 빠르게 되었고, 잠시 후 넬은 짐을 들고 세이아의 집으로 향했다. ※※※ "허어, 이건 '투라바크'님 아니신가. 정말 오래간만이지?" 리오와 일행이 문을 열고 들어가자 마자 눈에 뜬 것은 의자에 앉아 있는 엄청난 덩 치의 악마였다. 상당히 고급 악마였는지 그 악마 주의에 있는 왠만한 악마들은 모 두 무릎을 꿇고 앉아 있었고, 그 악마가 풍기는 사악한 기운도 만만치 않은 것이어 서 티베와 마키, 리진은 이상한 압박감에 몸이 눌리는 듯한 느낌을 받고 있었다. 그러나 리오의 얼굴이나 행동엔 여전히 여유가 넘쳤다. 의자에 앉아 있는 악마는 씁쓸히 웃으며 리오에게 말했다. 「600년 만인가, 리오·스나이퍼. 쿠쿠쿠‥설마 여기서 너를 만날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다.」 "자, 잠깐!! 600년이라니!!!!" 악마, '투라바크'는 인간의 말을 사용하고 있었다. 그런 이유로 리진등은 깜짝 놀 라며 리오를 바라보았고, 리오는 어깨를 으쓱인 후 계속 투라바크에게 말했다. "음음, 나도 몰랐어. 난 다른 악마족인가 했는데 말이야. 자, 여기 온 목적이나 말 씀 하실까?" 「‥좋아, 그러나 그 전에!! 400년 전 너와 다른 인간들에 의해 차원의 틈에 봉인 당했던 치욕을 갚아주마!!! 그땐, 동료들이 많았지만, 지금은 여자 셋 뿐이군!!! 자, 어서 덤벼 봐라! 이번엔 내가 널 차원의 틈에 밀어 넣어 주겠다!!!!」 쿠우우우우우우­ 순간, 투라바크의 몸에선 엄청난 마기가 뿜어졌고, 리진을 비롯한 셋은 그것을 견 디지 못하고 뒤로 주욱 밀려나고 말았다. 아무렇지 않게 가만히 서 있던 리오는 고개를 저은 후, 피식 웃으며 투라바크에게 말했다. "‥여기선 곤란할 것 같군. 자, 나가지. 여기 계신 여자분들이 좀 다칠 것 같으니 까." 「흥! 그딴 잘 날지도 못했던 녀석이 잘도 지껄이는군!! 좋아, 소원대로 공중에서 산산조각을 내 주마!!」 곧, 투라바크는 날개를 한껏 펼쳤고 그 압력에 의해 뒤에 있던 유리창들이 산산히 부숴졌다. 투라바크는 외부로 날아 올랐고, 리오 역시 몸을 살짝 띄우며 그쪽으로 가기 시작했다. 나기기 전, 리오는 주위에 널린 악마들에게 나지막히 말했다. "‥너희들은 나에 대해 저 녀석보다 잘 알고 있는 것 같으니 이제 사라져. 그렇지 않으면 내가 좀 화를 낼테니까." 리오는 곧 밖으로 날았고, 악마들은 급히 마법진을 만들며 그곳에서 탈출하기 시 작했다. 투라바크의 양 옆에 서 있던 악마들 역시 탈출하려 했으나, 그때 티베의 봉마 주문이 날아와 그들의 움직임을 막았다. 악마들은 움찔 하며 티베를 바라보았 고, 티베는 인상을 잔뜩 쓴 채 악마들에게 물었다. "이봐요 아저씨들. 잠깐 얘기나 좀 해줄래요? 묻는 것에 대답만 해 주면 그냥 보내 줄께요." 그러자, 두 악마중 한명이 팔짱을 끼며 티베에게 역으로 물었다. 「‥저 가즈 나이트에 대해서 물으려는 것인가? 하긴, 600년이라는 말을 듣자 마자 얼굴이 새파랗게 질리더군. 후후후‥좋아, 물어봐. 나도 그냥 가기는 좀 그랬으니 까.」 그 말에, 리진은 앞으로 나서며 악마에게 먼저 질문을 던졌다. "가즈 나이트라고 했는데‥그 가즈 나이트라는 것이 뭐죠?" 「‥풀이 대로 '신의 기사'다. 그들은 신중의 신, '주신'에게 힘을 받아 모든 차원 계에서 벌어지는 선과 악의 세력 다툼등을 조절하는 역활을 하지. 맨 처음 가즈 나 이트가 된 녀석이 800여년 전에 나타났고, 저 녀석의 경우 700여년 전에 나타났다. 악마에게나 천사에게나 귀찮은 녀석들이야. 함부로 건들지도 못하고. 300년 전 우 리 악마들이 서룡족을 건드렸다가 저 녀석에게 발각되어 악마계 10분의 1이 초토화 가 된 사건도 있었다. 물론 서룡족의 '용제'가 같이 있었다고는 하지만 그 수치는 눈으로 봐야만 느낄 수 있지. 쿠쿠쿠‥.」 리진은 침을 꿀꺽 삼키며 입을 닫았고, 곧이어 마키가 앞으로 나서며 물었다. "그럼‥저 사람의 진짜 힘은 어느정도로 강한거야?" 그러자, 악마는 실소를 터뜨리며 대답했다. 「‥'사람'? 쿠쿠쿠쿠쿠‥사람이라고, 그건 저 녀석을 너무 깎아 내린 표현이 아닐 까 생각한다. 중급 신 정도 되는 정령계 최고 신들과 감정계 신들은 최고 상태의 저 녀석들과 1대 1 대결을 하지 못해. 특히, 빛의 가즈 나이트, 어둠의 가즈 나이 트, 그리고 바로 저 녀석 무(無)의 가즈 나이트 세명은 더하지. 자, 내가 아는 것 은 이것 뿐이야. 어서 풀어줘.」 티베는 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봉마 주문을 풀어주었고, 중급 정도로 보이는 악마들은 곧장 다른 곳으로 사라졌다. 악마들이 모두 사라진 후, 셋은 이상한 허탈 감에 빠졌다. '가즈 나이트'라는 말은 리오나 다른 사람들과 생활하며 가끔 들어 봤기 때문에 그냥 대단한 사람들이라고만 알던 마키나 티베는 그들이 설마 7, 800 살이나 먹은 '노인'들일 줄은 생각치 못했기 때문이었고, 리진은 '신'과 관련된 사람들이 직접 이 세계에서 돌아다니고 있는 것에 묘한 느낌이 들어서였다. "‥그 남자, 어쩐지 왠만한 상황에선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다 했더니 700살 이상 먹은 늙은이였잖아. 그럼‥지금까지 여자를 몇 만명이나 사귀었다는 소리야?" 티베는 피식 웃으며 팔짱을 끼었고, 그 말을 들은 마키 역시 웃으며 중얼거렸다. "그 무지막지한 강함의 이유가 있었군. 난 또 내 수련이 부족해서 내가 뒤떨어지나 생각했어." 리진은 천천히 벽에 몸을 기댄 후 눈을 감아 보았다. 어째서 저런 남자가 이 세계 에 나타나 있는지 자신도 궁금했지만, 어째서 그가 어떤 상황에서도 태연할 수 있 는지 어렴풋이 알 수 있을 것만 같아서였다. "‥괴로웠을거야." "‥?" 리진의 조용한 말에, 티베와 마키는 그녀를 살짝 돌아보았다. 리진은 눈을 뜬 후, 아직도 '투라바크'라는 악마와 공중에서 대치중인 리오를 바라보며 계속 중얼거렸 다. "‥난 20년을 살아오면서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울고 무서워 했는데, 리오씨는 700년 이상이나 살아오면서 우리보다 몇배는 더한 고통을 받았을 것‥같아. 별 것 도 아닌 일 가지고 징징대는 우리들이 리오씨의 눈엔 어떻게 보였을까 궁금해." 파악­! 그때, 티베가 리진의 어깨를 그런대로 강하게 쳤고, 리진은 깜짝 놀라며 티베를 바 라보았다. 티베는 정신 차리라는듯 양 손으로리진의 볼을 부벼주며 그녀에게 말했 다. "‥어떻게 보이긴 어떻게 보여, 귀여운 20대의 여자들로 밖에 더 보여? 아마 700년 이상 살았다면 우리와 비슷한 상황의 사람들도 많이 만나 봤을 것 아냐. 다 이해할 거야. 그렇지 않고선 자신의 신변이 현재 위험한 상황인데 전화 한통에 우릴 도와 주려고 나왔겠어? 저 남자는 700살 이상 먹었어도 아직 할아버지가 아니야. 우리가 방금 전 까지 알고 있던 '리오·스나이퍼'씨와 전혀 다를 바가 없단 말이야. 우리 가 그에 대해 조금이라도 안 지금 그에게 해 줘야 할 것은 그냥 평상시 그대로 대 해주는 것 뿐이야. 리오씨도 그걸 바라고 있을거고." "‥리오씨가?" 리진은 티베가 하도 부벼주는 바람에 붉게 변한 자신의 볼을 매만지며 물었고, 티 베는 당당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저 남자 다 듣고 있을텐데 뭐." 순간, 공중에 떠 있던 리오는 움찔 하며 고개를 숙였고, 마키와 리진은 아무 말 없이 리오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후훗, 그럼 고맙지. 자, 기다리게 해서 미안했다." 리오는 다시 고개를 들며 자신의 앞에 있는 투라바크에게 말했고, 투라바크는 오른 손에 미리 응축하고 있던 기탄을 날렸고,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소리쳤다. 「너무 기다려서 나의 엄청난 힘이 괴로워 하고 있다!!!!」 피식­ 그러나, 그 기탄은 리오의 손에 가볍게 잡혀 버렸고, 리오는 그 기탄을 손으로 부 드럽게 감싸며 투라바크에게 말했다. "‥지금 이상하게 기분이 좋거든. 왠만해선 피를 보고 싶지가 않아." 투라바크는 눈을 휘둥그래 뜨며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400년 전 자신과 처음 싸 울때 분명 상대방은 그 기탄을 겨우 겨우 막아낼 뿐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너무 쉽게잡아 내는 것이었다. 「‥쿠쿠, 조금 강해졌나 보군. 하긴, 400년 동안 조금이라도 강해지지 않는다면 말이 안돼겠지. 좋아, 나의 최고 힘으로 널 여기서 없애주­!!!」 터억­ 그때, 리오의 손이 투라바크의 안면을 덥쳐왔고, 리오는 조용히 눈을 감으며 충고 하듯 말했다. "‥피를 보고 싶지 않다고 했다." 콰아아앙­!!!!! 순간, 투라바크의 안면과 리오의 손 사이에서 엄청난 폭발이 일어났고 아직도 리오 의 손에 얼굴이 잡혀 있는 투라바크는 아까의 위세와는 달리 몸을 살짝 꿈틀댈 뿐 이었다. 「이, 이 녀석이‥!!」 콰아아앙­!!!!! 리오는 다시한번 손에서 기를 폭발시켰고, 투라바크의 몸은 이내 축 늘어지고 말았 다. 리오는 자신의 손가락 사이로 보이는 투라바크의 힘없는 눈과 자신의 눈을 마 주치며 말했다. "‥400년간 강해진건 나만이 아니다. 아마 지금 악마계에 돌아가도 넌 중급 악마 보다 조금 강한 상급 악마일 뿐이야. 400년간 꾸준히 벌어진 전투는 모두를 강하 게 만들었지. 물론 아무것도 모르고 있는 보통 사람들이나 보통 악마들, 그리고 보 통 천사들은 제외하고 말이야. 눈도 내리는데 이제 그만 쉬지. 난 지금 네 원한을 받아줄 만큼 시간이 많지는 않으니까." 리오는 곧 손을 풀었고, 투라바크의 몸은 힘없이 지상으로 떨어져 내렸다. 리오는 손을 털며 다시 일행이 있는 곳으로 들어갔고, 타워 안에서 리오를 보던 셋은 약간 어색한 표정으로 리오를 반겨주었다. "고마워요, 우리 일인데 혼자 다 처리해 주시고. 정말 고마워요." 리진은 머리를 긁적이며 리오에게 감사를 표했다. 그러자, 리오는 한숨을 후우 쉬 며 씁쓸히 웃어 보였다. "음‥아니에요. 아직 아니에요." "‥예?" 리오의 말에 모두는 깜짝 놀랐고, 리오는 팔짱을 끼며 모두에게 말했다. "훨씬 밝은 분위기여야 어색하지 않아요. 아직 연기력이 부족하시군요. 후훗‥." "…." 순간, 모두는 인상을 구기며 리오를 쏘아보았고 리오는 움찔하며 모두에게 물었다. "아, 아니 왜 그러시죠?" "아니! 우리는 우리대로 생각해 준다고 그랬더니 어색하다고 하는건 또 뭐에요!!" "700살이나 먹은 할아버지 티를 꼭 내야 속이 후련하겠어욧!!!!" "고맙다고 말 하는게 얼마나 얼굴이 팔리는줄 알기나 하는거에요!!!!" 모두는 리오의 몸을 주먹으로 살짝살짝 때리며 소리쳤고, 리오는 웃으며 고개를 끄 덕이기 시작했다. "‥예, 예. 아앗, 미안해요 정말." ---------------7화 끝--- 8화 예고!! ..라고는 좀 하기 그렇고, 하여튼 옛날 이야기로 엮여볼 계획입니다. 물론 사람별로....처음엔 지크의 이야기 입니다. 이번 편의 주인공이니 대우를 해 줘야... 제8화, [Nice Guy]편을 기대해 주시길!! Last Radiance~!! Vol. 33 ------------------------------------------------------------------------- ----------------------------------------------------------------------- "저어‥지크는 나 좋아해?" 챠오는 고개를 푹 숙인채 공항에서 마악 비행기 탑승구로 가려던 지크에게 물었고, 지크는 뒤를 바라보며 싱거운 소리를 한다는듯 미소를 지은채 대답했다. "음? 당연히 좋아하지." "그럼‥사랑해?" "사랑? 참 나, 난 19세 이하의 여자에겐 관심 없다구." "‥!!!!!!!!!!!!!!!!!!!!!!!" 순간, 챠오는 충격을 심하게 받았는지 얼굴이 새파랗게 질리며 지크를 바라보았고, 지크는 고개를 갸웃 거리며 자신의 앞에서 몸을 파르르 떨고 있는 챠오에게 물었 다. "어? 왜 그래 챠오? 갑자기 어디 이상해?" 콰직!!! 순간, 챠오는 주먹으로 옆에 있는 금속 탐지기를 부숴버렸고, 공항 밖을 향해 뛰 어 나가며 지크에게 울먹이는 목소리로 소리쳤다. "바보 자식!!! 나가서 죽어버렸!!!!!!" 갑자기 상황이 돌변한 이유를 모르는 지크는 머리를 긁적이며 힘없이 중얼거렸다. "‥이상하다? 저 애가 갑자기 왜 저러지?" 지크는 하는 수 없이 터벅 터벅 탑승구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지크·스나이퍼. 당시 나이 20세. 제8화 [Nice Guy!] 서기 2035년 초겨울. 사관학교를 졸업한지 얼마 안된 BSP하리진은 그날 BSP초대 멤버인 그랜·헤이그와 함께 순찰을 돌고 있었다. 대 선배와 함께이긴 했지만 '실전 견학'등으로 몇달간 친분을 쌓았기 때문에 그리 어색할 것은 없었다. "아아∼오늘도 조용하네요 선배님." 순찰차의 운전을 항법장치에 맡겨둔 리진은 팔을 쭈욱 펴며 헤이그에게 말했고, 헤 이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좋은거지. 하지만 바이오 버그 녀석들은 언제 나타날지 모르니 리진도 주의해 줘. 아, 그건 그렇고 오늘 새 멤버가 한명 들어온다는데‥." "어머, 그래요? 잘됐네요! 여태까지 멤버가 헤이그 선배님이랑, 케빈 선배님이랑, 챠오랑 저 뿐이었는데 한숨 돌릴 수 있겠군요!" 그러나, 기뻐하는 리진의 얼굴과는 달리 헤이그의 얼굴은 그리 밝지가 않았다. 헤 이그는 자신의 기계손으로 이마를 감싸며 말했다. "‥부장님 말씀이, 실력은 정말 대단하지만 너무 엉뚱한 사람이라고하시더군. 실 력과 판단력이 반비례 한다는 소문도 있고‥어쨌든 만나보면 알겠지." ............... . . . . . . . . . "휘이, 첫 출근 아침부터 햄버거구만." 지크는 자신의 오토바이에 걸터 앉아 근처 편의점에서 산 햄버거를 씹으며 중얼거 렸다. 중국, 일본, 대한민국에서 차례로 수련을 한 뒤 오늘 정식 BSP가 되는 지크 는 늦잠을 자는 바람에 천천히 아침 식사를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꼭 오늘 이렇게 늦게 등장해야 할까 고민도 되었지만, 그래도 첫 출근이었기 때문에 도시 구경이나 한 다음퇴근 시간때 자신의 외할아버지가 되는 처크 부장에게 인사나 하자는 계획이 그의 머릿속을 지배했다. 햄버거를 다 먹은 지크는 쓰레기를 도로변 쓰레기통에 버린 후 천천히 오토바이에 시동을 걸었다. 그의 오토바이는 현재 사람들이 널리 사용하는 자기 부상식이 아닌, 고전적인 이륜 식 오토바이였다. 현재 바퀴를 사용하는 차량은 8인승 이상의 승합차나 버스, 화물 트럭등의 대형 차량 뿐이어서 지크의 오토바이는 다른 사람들에겐 신기하게 보일 따름이었다. 하지만 결코 고전적인 것은 아니었다. 사용하는 엔진이 '하이드로즌 부스터 엔진'(간단히 말해 수소 엔진)이었기에 출력이나 속도면에선 보통의 자기 부상식 오토바이들이 따라올 수 없었다. 오토바이 전문 회사인 타이푼 블링거에서 지크에게 특별히 커스텀식으로 만들어준 것이어서 더욱 그러했다. 지크와 그의 오 토바이는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의 도심을 지나 강에 놓여진 대교를 빠른 속도로 달려 나갔다. 위이이이이이이이이잉­ 그때, 긴 경보음이 공중에서 들려왔고 지크는 갓길에 오토바이를 잠시 세운 뒤 공 중에 떠 있는 뉴스벌룬을 바라보았다. 뉴스벌룬에 장치된 거대 전광판엔 경고 문구 가 떴고, 지크는 고글형 선글라스를 벗으며 그 경고문을 읽어 보았다. "어디 보자‥오호라, C급 바이오 버그 경보라 이거지? 좋아, 저거 한마리 잡으면 할아버지께서도 용서해 주시겠지!! 헤헤헷‥기다려랏!!!" 지크는 곧장 경보가 발령되어 있는 장소를 오토바이에 장치된 위성 지도를 통해 확인한 뒤, 그곳으로 오토바이를 몰고 가기 시작했다. ........................ . . . . . . . . . 경보가 발령되어 시민의 대부분이 대피한 상가 지역으로 들어선 헤이그와 리진은 무기를 점검하며 천천히 앞으로 나갔다. 다목적 전투용 사이보그인 헤이그는 왠만 한 상황이 아니면 추가 무기가 필요하지 않았다. 몸 전체에 모든 상황에 대비한 특 수 무기들이 장치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리진은 70구경 블래스터의 안전장치를 푼 후 바이오 버그 탐색용 생체 레이더를 켜고 신경을 곤두세운채 한발 한발 걸음 을 옮겼다. "‥저 모퉁이에 네마리, 그리고 저 상점 안에 세마리에요 선배님." "좋아, 상가쪽은 리진이 맡아줘." 헤이그는 자신의 오른팔을 레이저 게틀링건으로 변형한 다음 다리에 준비되어 있는 에너지 팩을 기관부에 꽂았다. 붉게 빛나던 게틀링건의 에너지 게이지는 곧 녹색을 가리켰고, 준비가 끝난 헤이그는 리진에게 신호를 보내었다. "시작!" 곧, 둘은 양쪽으로 갈려 뛰기 시작했다. 헤이그의 안구에 장치된 조준 사이트엔 네 개의 조준점이 건물 벽에 박혔고, 헤이그의 게틀링건은 즉시 레이저탄을 조준점에 퍼붇기 시작했다. 붉은색의 레이저탄은 일직선으로 날아가며 벽을 일순간에 초토화 시켰고 곧 건물 잔해와 함께 황색의 체액이 사방으로 튀기 시작했다. 그때, 조준 점 하나가 붉은색을 가리키며 헤이그쪽으로 접근했고 헤이그는 왼팔에 장치된 실드 를 펴며 방어 자세를 취했다. 「키아아아아아아악­!!!!!」 순간, 검은색의 몸을 가진 바이오 버그 한마리가 무너지는 잔해 속에서 괴성을 지 르며 튀어 나왔고 헤이그의 실드를 자신의 날카로운 이빨로 강하게 가격했다. 파앙!!! 특수 합금으로 만들어진 실드는 어지간한 바이오 버그의 공격을 모두 막아낼 수 있었다. 헤이그는 실드에 머리를 부딪혀 뒤로 튕겨 나간 바이오 버그에게 게틀링건 으로 일격을 가했고, 바이오 버그는 황색 체액을 뿜으며 그대로 아스팔트 위에 누 웠다. "맞아랏!!!" 한편, 리진은 상점 안에서 바이오 버그와 격전을 벌이고 있었다. 리진의 탄환을 피 한 바이오 버그는 꼬리에서 산성 체액을 뿜으며 반격을 했고, 초능력자인 리진은 자신의 몸 주위에 '사이킥 필드'를 펼쳐 그 공격을 막아내었다. 「쿠웩!!!」 그때, 리진 가까이에 접근한 바이오 버그 한마리가 손톱으로 그녀에게 직접 공격을 가했고 그 공격을 가까스로 피한 리진은 바이오 버그의 팔을 잡고 쭉 펴며 팔꿈치 를 무릎으로 강하게 올려 쳤다. 우둑!! 「쿠오옷­!!!!」 뼈가 부러지는 소리와 함께 바이오 버그의 팔뚝은 아래로 축 늘어졌고 리진은 틈이 생긴 바이오 버그의 머리에 블래스터를 난사했다. "이거나 먹엇!!" 머리를 난사당한 바이오 버그는 힘없이 바닥에 쓰러졌고 목표치를 달성한 리진은 즉시 밖으로 나와 헤이그와 다시 합류를 했다. "괜찮으세요 선배님?" "음, 실드가 좀 긁혔을 뿐이야. 자, C급 녀석과 다른 녀석들은 어디 있는거지?" 헤이그의 물음에 리진은 생체 레이더의 범위를 크게 넓혀 보았다. 그러자 서쪽방 향에 수십여개의 작은 점과 커다란 점 하나가 밀집되어 있는 것이 들어왔고 리진은 휘파람을 불며 말했다. "와아, 이거 지원을 요청해야 하겠는데요? 이거 너무 많아요 선배님." "흠‥그렇군. 하지만 C급 녀석만 없애면 다른 녀석들은 대부분 도망가 버리니 주의 해서만 처리하면 돼. 음? 잠깐!" "‥앗?" 생체 레이더에 시선을 두고 있던 헤이그는 순간 깜짝 놀랐고, 레이더를 흘끔 본 리 진 역시 놀라고 말았다. 레이더에 표시된 작은 점들이 마치 전등이 꺼지듯 차례로 , 그것도 빠른 속도로 꺼져 나가는 것이었다. "아, 아니 이럴수가? 모두 도망가는 것은 아닐텐데‥설마 챠오와 케빈도 이곳에 와 있는 것인가? 좋아, 가보면 알겠지!" "예!" 둘은 그곳을 향해 재빨리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들이 접근하는 동안에도 E급을 가리키는 불빛들은 계속 꺼져 나갔고, 그들이 현장에 도착했을때엔 C급을 나타내 는 불빛 하나 외엔 남은 것이 없었다. 현장에 도착한 리진과 헤이그는 입을 다물 수 없었다. 바이오 버그들의 사체들이 상가 여기 저기에 널려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건‥?! 이 정도의 숫자가 1분도 지나지 않아 모조리 죽어버리다니, 설마 BH라도 있는 건가?" "‥인간이 아닐거에요! 이런 경우는 처음 들어봤다구요!" 그렇게 말 하며, 둘은 계속 C급 바이오 버그가 있는 장소로 다가갔다. 가는 도중에 널려 있는 바이오 버그들은 모두 몸이 두, 세조각 이상 나눠져 있거나 산산조각이 나 있었다. 바이오 버그들에 의해 사람들이 이렇게 학살당한 광경은 옛날에 본 일 이 있는 헤이그였지만, 리진의 말 대로 이런 경우는 그 역시 처음이었다. "아! 선배님, 저기!!" "음!?" 건물 모퉁이를 돌자 마자 헤이그와 리진이 본 광경은 다관절을 지닌 거대한 바이오 버그 한마리와, 그 앞에 대치하고 있는 붉은 자켓의 금발 청년이었다. 청년의 손엔 푸른색 반사광을 음산히 뿜어내고 있는 태도(太刀)가 들려 있었고, 그것을 본 헤이 그는 눈을 꿈틀대며 중얼거렸다. "‥설마, 저 청년 혼자서 이 정도의 숫자를 모조리 처리한 것인가?" "서, 설마요!" 그들이 말 하는 동안, 청년은 엄청난 스피드로 C급 바이오 버그에게 돌진했고 바이 오 버그는 입에서 화염을 토하며 청년을 공격했다. 그러나 청년은 아랑곳하지 않고 그 불기둥에 뛰어 들었고, 조금 후 청년은 불꽃을 뚫고 바이오 버그의 머리 위까지 치솟아 오르며 일도양단의 자세를 취했다. "호앗­!!!" 퍼억­!!!!!!!! 순간, 푸르고 거대한 반사광이 바이오 버그의 머리에서 부터 지면에 닿은 배 부분 까지 내리 그어졌고, 거대한 바이오 버그의 동작은 일순간 굳어지고 말았다. 어느 새 지면에 착지한 청년은 손에 든 태도를 빙글빙글 돌리며 허리 뒤에 돌려서 찬 칼집에 넣었고, 바이오 버그의 거대한 몸은 좌우로 나뉘어지며 휘발성이 강한 체액 의 영향으로 이내 불타 오르기시작했다. 청년은 손으로 코를 막은채 천천히 헤이 그와 리진쪽으로 걸어 왔다. -------------------------계속--- Last Radiance~!! Vol. 34 ------------------------------------------------------------------------ ------------------------------------------------------------------------ "후에∼냄새. 역시 단백질 타는 냄새는 가짜 장애인 구걸꾼 만큼 구리군. 음? 엇, 당신들 누구에요?" 청년은 헤이그와 리진의 바로 앞에 와서 그런 소리를 했고, 헤이그와 리진은 일단 경계를 하며 청년에게 물었다. "자네는 누군가? BH인가? 아니면‥." "BH? 어허, 뒤의 한글자 빼고 두글자만 덧붙여 주세요. 헤헷, 사실 BSP에요. 원래 오늘 이 도시의 방위를 맡은 BSP에 들어갈 사람인데, 그러기엔 시간이 너무 늦어 서 꾸중도 면할 겸 얘들하고 운동좀 했죠. 그런데, 아까도 물었지만 당신들은 또 누구에요? 이렇게 위험한 곳에 둘만 오는 것은 좀 이상한데‥설마 BH?" 그 청년이 당당하게 BSP라는 것을 밝히자 헤이그는 내심 안심을 했다. 청부업자도 겸하는 BH였다면 적으로 돌리기엔 너무 위험할 것 같은 남자란 생각이 들어서였다. 하지만 리진은 달랐다. "‥당신, BSP라는 직업이 호구로 보이나요? 그렇게 간단히 밝힐 직업은 아니라 생 각하는데‥?" 그러자, 그 청년은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리진에게 가까이 다가왔고, 곧 귓속말로 그녀에게 살그머니 말했다. "‥사실은 BSP에요. 이제 됐수?" 결국, 할 말을 잃은 리진은 자신의 황색 자켓 팔에 붙은 BSP벳지를 보여주며 말했 다. "알았어요 알았어. 자, 우리도 당신과 같은 처지니까 어서 따라와요. 본부로 데려 다 줄께요. 타고 온 것 있죠?" 그러자, 청년은 활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호오, 역시! 괜히 구경하려고 서 있던 사람들은 아니군요! 잠깐 기다려요, 오토바 이를 가지고 올테니까." 그 청년은 곧 다른 방향으로 뛰어갔고, 헤이그는 힘없이 웃으며 리진에게 말했다. "‥뭔가, 굉장하고도 이상한 녀석이 한명 들어온 것 같은데? 부장님 말씀 대로 말 이야." "‥흥, 모르죠." 리진은 여전히 뭔가 맘에 안든다는 얼굴로 청년이 뛰어간 방향을 쏘아보고 있었다. ※※※ "지크·스나이퍼! 23세! 오늘부터 대한민국 수도 방위 BSP에 참가합니다!! ‥헤헷, 잘∼부탁해요." 지크는 씨익 웃으며 회의실에 모인 네명에게 인사를 했다. 회의실 탁자 뒷쪽에 앉 은 수도 방위 지부 부장인 처크·켄트는 이마를 감싸며 고개를 숙였고, 대원중 한 명인 케빈은 재미있다는듯 미소를 지은채 맨 처음 지크에게 인사를 했다. "옷, 난 케빈·브라이언. 동갑인 23세요. 함께 잘 해 봅시다." 케빈이 악수를 청하기 위해 손을 내밀자, 지크는 오른손으로 케빈의 손을 잡은 뒤 주먹을 쥐어 준 후 그 위에 자신의 주먹을 살짝 쳤고, 케빈은 무슨 뜻인지 알겠다 는듯 웃으며 자신의 주먹으로 지크의 주먹을 살짝 내리쳤다. 곧, 펴진 둘의 검지 손가락은 약속을 한 듯 동시에 서로를가리켰고, 둘은 뭔가 통한다는듯 크게 웃었 다. 미리 차 안에서 인사를 나눈 헤이그와 리진은 서로 상반된 표정으로 둘을 바라 볼 뿐이었다. 인사를 마친 지크는 주위를 둘러보며 처크에게 물었다. "할아버지, 인원이 이것 뿐이에요? 이건 좀 심하잖아요." "‥이젠 정식 대원이니 할아버지라고 부르지 말아. 루이랑 또 한명이 아직 안왔어. 볼일이 있던 모양인데‥." 처크의 입에서 '루이'라는 이름이 나오자, 지크는 흠칫 놀라며 처크에게 물었다. "루이? 루우이? 설마, BSP 오퍼레이터중 최고의 아이큐와 해킹실력을 가진 사촌 동생님 루이 말씀하시는 것?" 그때, 회의실의 문이 열렸고 약간 두꺼운 노트북을 가슴에 안고 있는 단발의 여성 이 안으로 들어왔다. 그 여성은 쓰고 있는 안경을 매만지며 지크를 가만히 쏘아보 았다. 물론 기분이 나빠서는 아니었고, 설마 하는 심정으로 그러는 것이었다. "‥지크? 여기 왜 있는거지?" "허허, 이런 이런. 이래뵈도 정식 발령 받고 왔다구. 너무 구박하지 마." "‥흠, 어쨌든." 루이는 지크가 별로 달갑진 않았는지 그대로 처크의 옆자리에 앉았고, 이미 숙달이 되어 있는 지크는 어깨를 으쓱일 뿐이었다. 그때, 또 한사람이 회의실 안에 들어 왔고 지크는 이번엔 또 누군가 하며 문쪽을 바라보았다. 회의실의 문 앞엔 검붉은 색의 머리를 두꺼운 밴드로 두어번 묶어 내린 키 180가량의 여성이 서 있었다. 그 여성의 눈은 지크를 보자 마자 조금씩 일그러지기 시작했고, 그 여성의 얼굴을 본 지크는 가만히 그녀를 바라보다가 손가락을 튕기며 반갑다는듯 소리쳤다. "우와앗! 이게 누구야! 린 챠오양 아니야!!!" 슝­! 순간, 그 여성의 날카로운 발차기가 지크의 안면에 날아들었고 지크는 간단히 몸 을 숙여 피한 후 아쉽다는 얼굴로 그녀에게 말했다. "허어‥너무 반갑다고 해서 발길질을 하는 것은 좀 그렇지. 헤헷, 어쨌든 반가워 챠오. 3년 전 헤어진 후 오래간만이지?" 아직도 발차기 자세를 유지하고 있던 그 여성은 자세를 바로 하며 무뚝뚝한 얼굴로 지크에게 말했다. "죽지 않고 잘도 살았군 바보." "‥으응?" 그녀의 말투에, 지크는 눈을 휘둥그래 뜨지 않을 수 없었다. 3년 전 자신이 알고 있던 챠오와는 너무나도 달라져 있는 것이었다. 머리 스타일이나, 단련된 근육, 말 투 등 그녀는 많은 것이 달려져 있었다. 이유를 모르는 지크는 어깨를 으쓱이며 중얼거렸다. "‥뭐, 차차 알게 되겠지. 자, 할아버지, 전 이제 뭘 하면 되나요?" "집에 가." "?" 자신의 대답에 처크가 너무나도 간단히 대답해 주자 지크는 깜짝 놀랐고, 처크는 회의실 안의 시계를 가리키며 말했다. "정식 퇴근 시간이 여섯시 반인데 지금 시간에 다섯시잖아. 그리고 넌 예비 인원에 서 발령을 받은 것이기 때문에 정식 절차를 밟기 위해 할 일이 많이 남아 있어. 그 건 그렇고, 레니도 와 있지?" "예에‥오시긴 하셨는데 호텔에 계세요. 저흰 아직 집을 못구했거든요." "그래, 그럼 오늘부터 집이 마련될 때까지 우리 집에서 머물거라. 그럼 넌 미리 주 차장에 가서 기다리고 있어. 난 대원들과 할 일이 남아있으니까." "헤이∼옛설!" 지크는 왠 떡이냐는듯 실실 웃으며 회의실 밖으로 나갔고, 처크는 대원들에게 각자 자리에 앉으라는 손짓을 한 뒤 시가 하나를 꺼내 태우며 지크에 대한 얘기를 해 주기 시작했다. "후우­‥챠오는 지크가 어떤 녀석인지는 예전에 같이 지내 봐서 잘 알테고‥, 모 르는 사람들을 위해 저 녀석이 누군지, 어떤 괴물 녀석인지 말을 해 주겠네. 지크, 저 녀석은 인간이 아니야." 순간, 챠오와 리진을 제외한 셋은 깜짝 놀랐고, 루이는 처크로 부터 카트릿지를 받 은 후 전자 스크린 플레이어에 끼워 내용을 진행 시키기 시작했다. 맨 처음 나온 사진은 지크의 고등학교 시절 농구부 우승을 했을때의 사진이었다. 그 사진 배경을 뒤로, 처크는 천천히 얘기를 시작했다. "‥인간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뛰어난 운동 능력을 가진 녀석이지. 힘과 스피드는 왠만한 고속 기동형 사이보그들을 능가하며, 생체적 재생 능력 역시 바이오 버그들 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강력하다." 그 말을 들은 리진은 손가락으로 V자를 그린채 실실 웃고 있는 지크의 영상을 보며 속으로 가만히 생각해 보았다. ‘‥저 배경으로는 설득력이 좀 부족한데‥?’ "그러나, 나쁜 일을 계획할 정도로 머리가 뛰어나진 않으니 모두 안심해도 좋아. 그건 그렇고, 챠오는 지크에게 무슨 감정이라도 있나? 아깐 왜‥." "아닙니다 부장님." 챠오는 간단히 대답하며 그 질문을 끝냈고, 처크는 무슨 사정이 있겠지 하며 고개 를 끄덕였다. "좋아, 알았네. 자, 오늘 야간 근무는 헤이그와 케빈일세. 수고했고, 모두 퇴근하 도록." ※※※ 다음날. 2주일에 한번 있는 휴일을 맞은 리진은 그날따라 할 일이 없었는지 사복 차림으로 천천히 BSP본부에 들어섰다. 그녀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상황실로 향했고, 그녀는 그곳에서 다른 2급 오퍼레이터들을 교육시키고 있는 루이를 만날 수 있었다. "야­호. 오늘은 괜찮아 루이?" "흠, 그럭저럭. 그런데, 리진은 오늘 비번일텐데 왠일이지?" "으응, 약속도 없고 해서 그냥 나온거야. 아 참, 오늘 본부에서 특별한 일 있어? 아래에 보니까 사람들이 꽤 있던데." 그 말을 들은 루이는 곧바로 손에 들고 있던 핸드북을 켰고, 오늘의 전체 스케줄을 살펴본 뒤 리진에게 말해 주었다. "음, 오늘부터 예비 BSP들의 평가 일정이 시작돼. 정 심심하면 가서 구경하는 것도 좋아." "오, 그래? 알았어, 고마워!" 리진은 손을 흔들며 상황실을 빠져 나갔고, 루이는 핸드북의 스위치를 끈 후 다시 오퍼레이터들에게 강습을 시작했다. 본부 지하에 있는 시험장에 들어선 리진은 시험관과 잠시 얘기를 나눈 후 참관인 자격으로 의자에 앉았고, 첫 시험인 100m 달리기를 구경하기 시작했다. "‥9초4. 저 사람은 육상 선수나 해야 하겠네." 트랙 중간 지점 근처에 앉은 리진은 전광판에 게시되는 기록을 보며 한탄을 했다. 참고로, 그녀의 기록은 7초 23. 초능력을 사용했을때의 기록은 5초 1이었다. BSP 대원들의 기록은 대부분이 인간의 한계를 왠만큼 뛰어 넘은 사람들의 기록이므로 운동경기의 기록과는 별개로 처리된다. 덕분에 올림픽과 같은 경기들의 재미가 없 어지진 않고 있었다. "오옷! 헤이, 리진양! 여길 좀 보세요오∼!!" 그때, 리진의 귀에 낮익은 목소리가 들려왔고 리진은 설마 하며 트랙의 출발 지점 을 바라보았다. 그곳엔 싱글싱글 웃고 있는 지크가 자신을 향해 팔을 흔들고 있 었고, 리진은 애써 외면을 하며 고개를 저었다. "‥저 인간은 왠지 짜증이 나는군." 타앙­! 순간, 출발 신호가 들렸고 지크를 제외한 다른 예비 대원들은 전력으로 트랙을 질 주하기 시작했다. "으억! 이런!!!" 스타트가 늦어 버린 지크는 곧바로 출발 자세를 취한 뒤 다리를 움직였다. 놀라운 일이 벌어진 것은 바로 그때였다. 슝­ "으앗?!" 리진은 자신의 앞으로 무언가가 갑자기 지나가자 깜짝 놀라며 뒤로 몸을 움직였고, 그녀는 멍한 눈으로 트랙의 끝 쪽을 바라보았다. 리진이 고개를 돌리는 동안 지크 는 기록 측정용 카메라를 통과했고, 전광판엔 '신기록'이라는 글자와 함께 2초 98 이라는 숫자가 떠올랐다. 리진은 혼이 나간 사람처럼 계속 지크를 바라보았고, 다 른 예비 BSP들 역시 말을 잊은채 전광판을 바라볼 뿐이었다. "‥스타트가 1초 이상 늦었는데 2초 98‥? 게다가 저 반응은 또 뭐지?" 리진은 힘없이 중얼거리며 지크를 바라보았다. 지크는 현재 숨을 헐떡거리는 커녕 자신의 머리를 쥐어 뜯으며 괴로워 하고 있었다. "이런, shit!!! 스타트가 늦었다구요, 저 다시 할거에요!!!" 지크의 건의를 듣고 있는 시험관도 멍한 표정을 지을 뿐이었다. -------------------계속--- Last Radiance~!! Vol. 35 ----------------------------------------------------------------------- 오늘이 정녕 [St. 발렌타인 데이]란 말인가? 결국, 사나이는 고독할 수 밖에 없군...후후후. 광고 메일 제목에 속아버린 한 남자가... ----------------------------------------------------------------------- "이건 주최측의 농간이라구!!! 난 분명히 말하지만 Number 37이야!!! 왜 날 끝으 로 몰아 넣는 거냐구!!!! 아까 달리기 다시 안할때 알아 봤어야 했어!!!!" 지크는 소리 소리를 지르며 줄의 맨 끝으로 향했다. 리진은 상당히 시끄러운 녀석 이구나 속으로 중얼거린 후 가만히 생각을 해 보았다. ‘‥끝으로 몰아 버리는 것이 나을지도. 저 정도 스피드라면 시험관들도 확실히 합격이라는 것을 알테니까. 하긴, 어제 바이오 버그들을 쓸어버릴때 이미 합격 이 상이었지만.’ 두번째, 시력 테스트. "이봐요, 검사판 아래에 붙어 있는 머리카락좀 떼고 합시다." 20m밖에서 한쪽 눈을 가린채 검사를 하려던 지크는 한숨을 쉬며 시험관에게 말했 고, 시험관은 가만히 지크를 바라보다가 곧 마이크로 예비 BSP대원들에게 말했다. "다음 테스트 구역으로 전부 이동해 주십시오." 결국, 지크는 눈 가리개를 바닥에 내 던지며 또다시 소리치기 시작했다. "이봐!! 진짜로 이러기야!!!" 세번째, 근력 테스트. "이봐요 이봐, 2000kg 넘는건 없는거에요?" 2000kg의 하중이 실린 근력 테스트용 강철선을 덤벨을 들 듯 당겼다, 놨다 하는 지 크의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던 검사관은 다시 마이크를 잡으며 말했다. "다음 테스트 구역으로 전부 이동해 주십시오." 지크는 다시 인상을 구기며 소리쳤다. "이건 고소 감이라구!!!" 네번째, 사격 테스트. 타앙­! 타앙­! 타앙­! 타앙­! 타앙­! 타앙­! 테스트용 전자 6연발 권총으로 전자 타겟을 쏜 지크는 씨익 웃으며 권총을 손가락 으로 빙글빙글 돌렸고, 전자 타겟의 중앙에 명중을 나타내는 붉은 점이 하나만 찍 힌 것을 본 리진은 역시나 하며 피식 웃었다. "역시, 사격까지 잘 하진 못하는군요 지크씨?" "Oh? No No No∼. 헤헷‥." 리진은 지크의 여유있는 반응을 보고 인상을 찡그리며 타겟 위의 전광판을 바라보 았다. 순간, 리진은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여, 여섯발 전부 명중!? 하지만 점은 하나 뿐인데‥설마‥?" 리진은 시험관을 바라보았고, 시험관은 핸드북에 기록을 넣으며 담담히 대답해 주 었다. "전부 한군데 명중이에요." "‥에엣­!!!!" 리진은 소리를 지르며 지크를 바라보았고, 지크는 다음 테스트 구역으로 향하며 리 진에게 말했다. "헤헷, 30m거리니까." 그렇게 말 하며 다른 곳으로 가는 지크를 보던 리진은 자존심이 상한 듯 인상을 구 기며 성큼성큼 다음 테스트 구역으로 향했다. 다섯번째, 공격력 테스트. 모든 예비 BSP대원들이 테스트를 끝낸 후, 지크는 씨익 웃으며 손에 글러브를 끼 웠다. 그가 최고라는 것은 이미 시험장 안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다 알고 있었기에 사람들은 그가 이번엔 얼마의 기록을 낼 것인가 주목을 했다. "‥설마, 챠오의 기록은 넘지 못‥아냐, 넘을 것 같기도‥하지만 넘는 꼴을 보는건 이상하게 싫어." 리진은 그렇게 지크의 옆에서 계속 투덜댔고, 지크는 권투 글러브를 낀 손으로 리 진의 윗머리를 매만지며 말했다. "넘으면 어떻게 할거에요?" "손 치워요. 어떡하긴 어떡해요. ‥좋아요, 점심 사줄께요." 리진의 말에, 지크는 곧 팔뚝으로 코 밑을 부비며 씨익 웃어 보였다. "헤헷, Ok! 점심 한번 푸짐하게 먹어 볼까나!! 후앗­!!!!!" 퍼엉­!!!!!! 지크가 측정기에 펀치를 날린 순간, 측정기를 바닥에 고정시킨 지름 5cm의 나사 아 홉개가 일시에 부러져 나갔고 측정기 역시 심하게 부숴지며 뒷쪽으로 멀찌감치 날 아가 버렸다. 지크를 비롯한 모든 사람들은 눈을 휘둥그래 떴고, 지크는 곧 손으 로 머리를 긁적거리며 시험관에게 정중히 물었다. "헤‥헤헷, 설마 탈락은 아니겠죠?" 부숴진 측정기를 가만히 바라보던 시험관은 핸드북에 기계의 한계수치인 4.7톤을 기록으로 인정해 적은 뒤 지크에게 말했다. "출근할 날짜는 근일 내 통보해 드리겠소." ※※※ 리진과 함께 본부 근처 피자점에 들어간 지크는 자신의 성적표를 들고 싱글싱글 웃 으며 말했다. "헤헤헷‥근접 격투 A+, 운동력 A+, 시력 A+, 사격 A+‥. 난생 처음 'A'라는 문자 를 받아보는데? 어머니께서 보시면 기뻐하시겠네." 피자 한조각을 포크와 나이프로 썰어 먹던 리진은 뭔가 또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살짝 인상을 구기며 지크에게 말했다. "‥이봐요, 슬금슬금 반말 쓰지 말라구요." "음? 아아, 미안해요. 하지만 이상하게도 리진양이 너무 친근하게 생각돼서, 헤헤 헤헤헷‥." "‥흥." 리진은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린 후 계속 피자를 먹기 시작했다. 지크는 피자들을 조각 단위로 성큼성큼 먹어 댔고, 두조각 정도 남았을때 리진쪽의 테이블을 톡톡 두드리며 그녀에게 물었다. "Hey, 먹지 않을거에요?" "다이어트 중이에요." "으음? 다이어트는 안해도 될 것 같은데요. 36-24-37 정도면 뭐 괜찮은 수준인데 ‥모르겠군." 순간, 리진은 얼굴이 벌겋게 달아 올랐고 지크의 붉은 자켓 자락을 잡아 올리며 소리치기 시작했다. "누, 누구한테 들었어요!! 우리 아빠도 모르는 쓰리 사이즈인데!!!" 그러자, 지크는 손가락으로 자신의 눈 앞에 일직선을 그으며 말했다. "육감으로. 하하하핫‥." "‥쳇." 리진은 지크의 옷자락을 놓은 뒤 멋적은 얼굴로 피자를 조각채 들어 먹기 시작했 고, 지크는 손으로 턱을 괸 채 실실 웃어댔다. "‥옷, 39-25-38의 8등신 미녀 등장!" 순간, 지크는 눈을 휘둥그래 뜨며 피자점의 출입구를 바라보았고, 리진은 무슨 소 리인가 하며 그쪽을 돌아 보았다. 그녀는 마침 순찰을 돌다 점심을 먹으러 온 챠오 가 자리를 찾기 위해 출입구 근처에서 두리번 거리고 있는 모습을 보았고, 리진은 챠오를 향해 손을 흔들기 시작했다. 리진을 본 챠오는 한숨을 후우 쉬며 그쪽으로 가려 했으나, 순간 리진의 앞에 지크가 앉아 있는 모습을 보고 그 자리에 멈춰 섰 다. 그것을 본 지크는 씨익 웃으며 일어났고, 의자 하나를 당겨 그 위에 넵킨을 깔며 챠오에게 앉으라는 손짓을 해 보였다. "기억은 할테지, 챠오씨." 가만히 지크를 바라보던 챠오는 곧 리진과 지크가 있는 테이블로 갔으나, 지크가 끌어 당겨준 의자엔 앉지 않았다. 다른 의자를 당겨 앉은 챠오는 묵묵히 리진이 마시던 콜라를 살짝살짝 들이켰고, 지크는 어깨를 으쓱인 뒤 그대로 자리에 앉았 다. 그가 자리에 앉자, 챠오는 지크에게 나지막히 물었다. "리진은 아직 열 여덟이야." 그러자, 지크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린 챠오씨는 올해로 스물이시던가? 하긴, 4월 17일이 아직 안지났으니 스물이겠 지." '4월 17'일이라는 말에, 챠오는 움찔 했고 리진은 둘이서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지 모르겠다는듯 피자만을 오물오물 먹을 따름이었다. "‥그게 어쨌다는거지?" "아니, 별로. 하지만 같은 집에 산 사이에 이러지 말자구. 괜히 분위기만 이상하게 말이야." "가, 같은 집!?" 리진은 깜짝 놀라며 말했고, 챠오는 별로 놀랍지 않은듯 덤덤히 중얼거렸다. "‥지금 와서 옛날 일을 떠벌리는건 무슨 속셈이지? 내가 열 아홉이 넘었으니까?" "‥그렇다고 할 수도‥있지. 뭐, 좋아. 네가 나에게 화를 내는 이유는 차차 알겠 지 뭐. 지금은 점심 시간이니 먹기나 하자구. 주문은 내가 하지." 지크는 곧바로 일어서서 카운터로 향했고, 가만히 콜라를 먹던 챠오는 콜라 컵을 내려 놓으며 길게 한숨을 쉬었다. 그녀의 그런 반응을 처음 보는 리진은 궁금한 얼 굴로 챠오에게 물었다. "챠오, 무슨 일 있는거야? 오늘 좀 이상한 것 같아." "‥아니야." "‥하긴, 저 지크라는 남자 이상하긴 이상하지. 괜히 나한테도 꼬리를 치고 다니는 것도 맘에 안들고, 성격도 이상한 것 같고‥. 저런 남자는 전투용 말고는 소용이 없을거야 아마." "아니라니까!" 순간, 챠오는 리진에게큰 목소리로 소리쳤고, 리진은 놀란 눈으로 챠오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챠오는 긴장한 얼굴로 침을 꿀꺽 삼킨 뒤 고개를 저으며 리진에게 사 과를 했다. "‥미안해." "아, 아니야. 나야말로‥. 그런데, 챠오는 저 남자 언제부터 알고 있었어?" 리진은 카운터에 팔을 걸친채 주문을 하고 있는 지크를 바라보며 챠오에게 물었고, 챠오는 창 밖을 바라보며 짧막히 대답했다. "‥열 일곱‥고등학교 1학년 때." "그래? 그럼 저 사람 그때도 저랬어?" 챠오는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리진은 챠오의 표정이 이때까지 한번도 본 일이 없 는 쓸쓸한 표정이어서 지크에 대한 것은 더이상 묻지 않기로 했다. "자아, 피자 나왔습니다." 지크는 피자를 손수 들고 와 다 먹은 피자판을 갈은 후 그 자리에 자신이 가져온 피자를 내려 놓았고, 자리에 앉으며 리진에게 말했다. "이 피자는 내가 특별히 내는 것이니까 안심하고 드시도록. 헤헷." 리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지크가 가져온 피자를 바라보았다. 그가 가져온 피자는 상 당히 고가의 치킨 피자였다. 자신이 지크에게 점심이라며 사준 오리지날 피자보다 두배에 가까운 가격이 매겨지는 피자여서 리진은 약간 미안하다는 생각도 해 보았 다. 그러나, 챠오의 생각은 리진보다 더한 듯 했다. "‥!!" 챠오는 가만히 지크가 가져온 치킨 피자를 바라볼 뿐이었다. 지크는 씨익 미소를 지은채 챠오의 앞머리를 살짝 부벼 주며 말했다. "뭐 해, 예전엔 안사준다고 뭐라 그러더니 이젠 사준다고 뭐라 그러기야? 어이, Come on! 식는다구!" "‥흥." 챠오는 지크의 손을 툭 쳐낸 후 말 없이 피자를 먹기 시작했다. 리진도 역시 피자 한조각을 든 후 천천히 씹으며 속으로 생각해 보았다. ‘무슨 역사적인 사연이라도 있나?’ 하지만 그녀로선 알 길이 없었다. 아직까진. 8화 [Nice Guy] 끝 9화 예고!! 방송국으로 부터 이상한 제의를 받게 되는 수도 방위 BSP부장 처크 켄트. 그는 극 구 사절했지만 방송국에서 이상한 약점을 들추는 바람에 결국 그 제의를 승낙하게 된다. 한편, 리오 역시 커다란 사건에 부딪히게 되는데‥. 제 9화, [또 다른 용족]편을 기대해 주시길! Last Radiance~!! Vol. 36 ------------------------------------------------------------------------ ----------------------------------------------------------------------- "내일은 출근할때 모두 용모를 단정히 하고 오도록." "‥?" 조회의 마지막때 처크가 그렇게 지시를 하자, BSP대원들은 의아한 눈으로 그를 바 라보았고 처크는 애써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린채 담배를 피웠다. 결국, 무슨 사정 이 있겠지 생각하며 모두 밖으로 나갔고 회의실에 혼자 남게 된 처크는 담배 연기 를 길게 뿜으며 중얼거렸다. "‥사표를 써야 할지도‥." 처크는 언제나 쓰고 있는 선글라스까지 벗으며 또다시 한숨을 쉬었다. 9화 [또다른 용족] "오, 아가씨 왔군. 마침 주문한 초콜렛이 방금 들어 왔지." 제과점 주인은 가게 안에 들어온 바이칼에게 하트 모양의 조그만 상자에 담긴 초콜 렛을 내 주었고, 바이칼은 즉시 대금을 지불한 뒤 바람처럼 제과점을 빠져 나갔다. 그 모습을 본 제과점 주인은 추억에 잠긴 듯 한 미소를 지으며 조용히 중얼거렸다. "‥하긴, 나도 젊었을적 화이트 데이때 저랬지. 좋은 때야‥." .................... . . . . . . . . . 밖에 나갈 처지가 아닌 리오는 소파에 누워 TV를 보며 집을 지킬 뿐이었다. 리오 자신도 이게 무슨 꼴인가 하며 한탄했지만 다른 세계로 가서 처리할 별다른 사건도 요즘은 거의 없었기에 다른 수도 없었다. "다, 다녀왔습니다." 그때, 잠깐 나갔다 온다는 바이칼이 돌아왔고 리오는 상체를 일으키며 바이칼에게 물었다. "음, 그런데 어딜 갔다 온‥." 그러나, 바이칼은 리오에게 말 할 틈도 주지 않고 윗층으로 올라갔고, 리오는 인상 을 살짝 쓴 채 다시 소파에 누우며 중얼거렸다. "‥뭐지? 저 하트 모양의 상자는. ‥뭐, 나름대로 이유가 있겠지." 리오는 다시 TV에 시선을 돌렸고, TV뉴스에선 한참 바쁜 백화점과 유명 제과점의 모습을 비추며 한참 기사를 보도하고 있었다. 「내일은 성·발렌타인 데이. 덕분에 최근 백화점과 유명 제과점에선 초콜렛이나 사탕들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합니다. 40년 전 있었던 경제 불황에도 불구하고 계속 이어져 내려온 이 날은 원래의 취지와는 상당히 달라져 있지만 그래도 연인 들의 마음을 포근하게 해 주는 계기가 되기 때문에 하루 앞둔 오늘 여성들의 얼굴 은 밝기만 합니다. 다음 소식입니다‥.」 가만히 TV를 보던 리오는 머리를 긁적이며 힘없이 중얼거렸다. "‥발렌타인 데이가 초콜렛 주는 날이었나? 아닌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날 저녁, 리오는 티베와 마키마저 퇴근 하자 마자 윗층으로 후다닥 올라가는 것 을 볼 수 있었고 이상하게 생각한 리오는 옆에 앉은 시에에게 넌지시 물어 보았다. "오늘은 셋 다 이상하구나. 전부 집에 들어오자 마자 윗층으로 뛰어 올라가니‥. 시에는 이상한거 느끼지 못했니?" "초콜렛 냄새가 나는 것 말고는 몰라." 시에의 후각 성능이 상당히 좋다는 것을 알고 있는 리오는 결국 실소를 터뜨렸고 시에의 머리를 손으로 부비며 말했다. "‥후, 그랬군. 하지만 티베나 마키는 이해를 하겠는데 바이칼 녀석은 누구에게 주 려고‥음?" 순간, 리오는 뭔가 불길한 느낌에 인상을 찡그렸고 시에는 깜짝 놀라며 리오에게 물었다. "앗, 리오 왜 그래?" "‥아, 아니야. 설마 나는 아니겠지. 아닐거야‥." 리오는 그렇게 부정을 하면서도 불길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사실, 바이칼이 알 고 지내는 남자는(현 상태에서) 자신과 지크 뿐이기 때문이었다. ................... . . . . . . . . . "음? 나?" 라이아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자신을 부른 남학생을 바라보았다. 근처 남자 고등학 교 학생으로 보이는 그 학생은 손에 꽃을 든 채 나름대로 멋지게 머리를 손으로 쓸 어 넘겼고, 라이아는 가만히 그 학생을 바라보았다. 학생은 천천히 그녀에게 다가 와 꽃을 건내 주며 말했다. "훗, 소문은 익히 들었지만 정말 예쁘구나. XX여자 중학교 라이아·드리스." "‥나한테 무슨 볼일이세요?" 라이아가 눈을 말똥말똥 뜬 채 물어오자, 남학생은 약간 당황한 기색을 보이다가 다시 미소를 띄우며 말했다. "후훗, 현재 모델 출신인 나의 유혹을 이해하지 못하다니. 하지만 괜찮아, 너의 아름다움은 그 모든 것을 이해시킬 수 있어." ‘느끼하군.’ 라이아는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며 그 학생을 위아래로 훑어 보았다. 키는 꽤 큰 편 이었고, 얼굴도, 몸매도 상당히 준수한 편이었다. 하지만 라이아의 눈엔 찰 이유가 없었다. "미안하지만, 전 당신보다 키도 더 크고 얼굴도 더 잘 생기고 몸도 더 좋은 사람을 알고 있는데요? 죄송하지만 사양할래요." 그러자, 그 학생의 얼굴은 일그러졌고 약간 화가 난 말투로 라이아에게 말했다. "어떤 녀석이길래 그러는거지! 학생 모델 중에서 나같은 녀석은 없다구! 난 다음달 이면 음반도 나온단 말이야!!!" 턱­ 그때, 남학생의 뒷덜미를 누군가가 잡았고, 학생의 발은 지면에서 살짝 들어 올려 졌다. 학생은 공중에 붕 뜬 채 뒤로 반바퀴 돌려졌고 그를 잡아 올린 남자는 떫떠 름한 얼굴로 그에게 말했다. "‥이런 이런, 연기도 잘 하고 좋은 녀석인줄 알았더니 인간성은 꽝이군. 자, 연애 작전을 계속 실행할 생각 있니?" 공중에 대롱대롱 매달린 그 학생은 긴장이 잔뜩 실린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 고, 그를 들어 올린 남자는 씨익 웃으며 그 학생을 내려 주었다. "헤헷, 음반 기대할께. Get out!" 학생은 재빨리 사라져갔고, 그 모습을 통쾌하게 바라보던 라이아는 빙긋 웃으며 남 학생을 쫓아준 청년의 어깨를 두어번 두드려 주었다. "역시이, 보디가드 하나는 확실하네요." "쳇, 돈도 안주면서 원. 그건 그렇고 꼬마한테 잘도 달라 붙네. 어째 바이오 버그 나 다른 녀석들은 달라붙지 않고 저런 얼간이들만 둥둥 나오지?" "꼬, 꼬마라니요!" "넌 나랑 팔짱도 못끼잖아. 40cm 가까이 키 차이가 나는데‥쯧." "흥!" 라이아는 화가 난 얼굴로 고개를 픽 돌렸고, 지크는 옆에 세워둔 오토바이에 시동 을 걸며 말했다. "자자, 어서 타시죠 슈퍼모델양." 그러자, 라이아는 곧 씨익 웃으며 지크의 뒷자리에 탔고, 그의 자켓 주머니에 무언 가를 넣어 주며 말했다. "자, 돈은 아니지만 더 좋은거 드릴께요." "잉?" 지크는 자신의 자켓 주머니를 뒤져 보았고, 그의손엔 작은 초콜렛 상자가 들려 나 왔다. 지크는 결국 크게 웃으며 오른팔로 라이아의 목을 둘러 감고는 즐거워 하기 시작했다. "오오! 헤헤헷, 정말 돈보다 더 좋은 건데!!" "아, 아야얏! 그만 해요!!" 둘의 그런 모습은 지나가는 여학생들을 도발하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하지만 두 사 람은 그들의 따가운 눈총을 아랑곳 하지 않고 유유히 학교를 빠져 나갈 수 있었다. ※※※ 다음날 아침, 라이아를 학교에 데려다 주고 본부에 출근을 한 지크는 놀랄만한 이 벤트를 몸으로 접할 수 있었다. 대원들이 회의실로 가려면 상황실을 지나야 하는 데, 상황실에 방송 장비들이 잔뜩 포진해 있는 것이었다. 게다가 방송 관계자들도 여럿 모여 그들만의 작은 회의를 하고 있었다. "‥할아버지께서 공금이라도 횡령하셨나? 이건 또 무슨 난리지?" 지크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방송 장비들을 이리저리 피해 회의실 안으로 들어갔고, 그는 그곳에서 더더욱 놀라운 이벤트를 접할 수 있었다. "‥선배님, 그 나비 넥타이는 뭐죠? 케빈은 머리에 왠 동백 기름을 바르고 왔고‥ 루이는 왠일로 또 머리를 풀고 왔니?" 그 뿐이 아니었다. 자신과 마키, 챠오를 제외한 전 대원이 잔뜩 모양을 내고 출근 을 해 있는 것이었다. 헤이그와 케빈은 헛기침을 할 뿐이었고, 루이 역시 자신의 노트북만을 바라볼 뿐이었다. 지크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리진의 옆자리에 앉았고, 어깨로 그녀를 툭 건들며 물었다. "‥오늘 누가 결혼이라도 한데? 전부 다 번쩍번쩍 차려 입고 나오‥." "음? 뭐라고?" 다른 방향에 고개를 돌리고 있던 리진은 지크가 물어오자 그가 있는 쪽으로 얼굴을 돌렸고, 지크의 얼굴은 순간 돌처럼 굳어지고 말았다. 말 문이 잠시 막혀 있던 그 는 웃음조차 나오지 않는지 인상을 가볍게 쓴 채 그녀에게 다시 물었다. "‥오늘 아침 반찬이 육회였니?" "‥무슨 헛소리야. 아, 입술? 호호홋, 신경좀 썼지. 아, 잊을 뻔 했다! 잠깐만 기 다려 봐." 리진은 곧바로 자신의 갈색 자켓 주머니를 뒤적거렸고, 그녀는 곧 지크에게 작은 초콜렛 상자 하나를 건내 주었다. 그러자, 지크는 만면에 미소를 띄우며 고개를 끄 덕이기 시작했다. "오오오! 역시 역시! 오늘이 무슨 날인지는 잊지 않고 있었구나!" "그러엄, 당연하지. 가지고 있다가 집에 가서 리오씨한테 건네줘. 알았지?" "아, 물론이‥지. 하하하‥." 지크는 힘없이 웃으며 고개를 떨구고 말았다. 그에게 초콜렛을 건내준 후, 리진은 냉정히 거울을 보며 입술에 립스틱을 다시 바르기 시작했다. ‘‥리오 녀석이 언제 리진에게 까지 마수를 뻗은거지? ‥아무래도 휀이나 바이론 녀석으로 바꿔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드는군‥. 인기 관리가 위험해 졌어!’ 지크는 고개를 푹 숙인채 그렇게 생각할 따름이었다. "자, 다들 모였나? 음? 사이키가 아직 오지 않았군." 그때, 처크의 근엄한 목소리가 들려왔고 지크는 힘없이 고개를 들며 자리에 앉는 처크를 바라보았다. 그 순간, 지크의 얼굴은 다시금 굳어지고 말았다. "‥할아버지, 오늘 주례라도 보시나요?" "‥무슨 소리야." 처크는 오히려 지크가 이상하다는 얼굴로 그렇게 되물었다. 처크의 모습은 그야말 로 중년의 신사였다. 지금까지 입고 있던 갈색 제복 대신 '높은 자리'에 갈 때만 입던 흰색의 제복에 머리까지 멋지게 모양을 내고 있던 것이었다. 지크는 아무래 도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은채 옆에 앉은 챠오에게 넌지시 물어보았다. "‥오늘 회의 안건이 설마 '이상한 나라의 지크'는 아니겠지?" "…." 챠오는 묵묵히 앞만 바라볼 뿐이었다. ----------------------계속--- [이경영]Last Radiance~!! Vol. 37 ------------------------------------------------------------------------- ------------------------------------------------------------------------ 리오는 자신의 앞에 놓인 두개의 초콜렛 상자를 보며 한참동안 고민을 하고 있었 다. 리오는 그 두개의 빨갛고 파란 상자를 손으로 매만지며 힘없이 중얼거렸다. "‥티베와 마키가 번개같이 놓고 가긴 했는데‥원래 그녀들도 나 말고 지크에게 이것을 줘야 하는 것 아니었나‥. 뭐, 지크도 챠오나 프시케님에게 받겠지. 어제도 라이아에게 받았다고 좋아하던데‥." 그때, 늦잠을 잔 바이칼은 레니의 방에서 눈을 부비며 나왔고, 리오는 손을 흔들어 주며 바이칼을 불렀다. "잠은 잘 잤어?" "예? 예‥. 아 참, 점심 식사 하셨나요?" 그렇게 많이 먹지 않아도 괜찮은 리오는 어깨를 으쓱일 뿐이었다. "음, 아직. 난 별로 생각이 없으니까 괜찮아. 음, 바이칼은 먹지 못했지? 기다리고 있어, 내가 해 줄께." 리오가 소파에서 일어나며 그렇게 말 하자, 바이칼은 순간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저었다. "아, 아니에요! 식사는 여자인 저도 할 수 있어요!" 바이칼은 그렇게 말 하며 부엌으로 향했고, 리오는 뭔가 못들을 말을 들은 표정을 지으며 소파에 다시 앉았다. "‥뭐가 '여자인 저도 할 수 있어요'일까. 후, 정말 모르겠군. 나도 기억을 잃으면 저렇게 될까?" 리오는 씁쓸히 웃을 뿐이었다. 쨍그랑­!! "까아앗!!!" 그때, 부엌쪽에서 무언가가 깨지는 소리와 바이칼의 비명 소리가 들려왔고 리오는 손으로 얼굴을 덮으며 힘없이 일어났다. "‥넌 역시 남자라구." 리오는 곧 부엌으로 향했고, 그는 바닥에 떨어져 깨진 접시를 눈물을 글썽이며 바 라보고 있는 바이칼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바이칼은 부엌에 들어온 리오를 슬그 머니 바라보며 힘없이 말했다. "죄, 죄송해요‥." "후우, 그러니까 내가 한다고 했잖아. 자, 넌 의자에 앉아서 기다리고 있어. 정리 는 내가 할께." "‥죄송해요." 바이칼은 식탁쪽에 있는 나무 의자에 앉았고, 리오는 한숨을 내 쉬며 깨어진 접시 조각들을 천천히 정리해 처리하기 시작했다. 띵동­ 띵동­ 그때, 초인종 소리가 들려왔고 접시 조각들을 다 처리한 리오는 뭘까 생각하며 현 관쪽으로 향했다. 그 사이, 바이칼은 조용히 거실로 향했고 우연치 않게 탁자 위에 놓여진 두개의 초콜렛 상자를 발견할 수 있었다. 「리오씨에게♡」 「맛있게 드시길」 상자엔 손수 쓴 것으로 보이는 짧막한 글이 쓰여져 있었고, 바이칼은 그 글씨가 티베와 마키의 글씨임을 알아 볼 수 있었다. 그것을 본 바이칼은 빙긋 웃으며 살짝 중얼거렸다. "후훗, 역시 내 것 보다는 작구나." "아, 바이칼. 세이아씨가 오셨어." 그때, 바이칼의 귀엔 그리 반갑지 않은 말이 들려왔고 바이칼은 정색을 하며 리오 와 세이아를 바라보았다. 세이아는 평소와 같이 미소를 지은채 고개를 숙여 바이칼 에게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바이칼씨?" "아, 안녕하세요." 바이칼은 그리 달갑지 않은 얼굴로 인사를 했고, 세이아는 곧 리오쪽으로 돌아선 뒤 손에 들고 온 중형 사이즈의 상자를 그에게 내밀었다. "자아, 리오씨 받으세요." "예? 하지만 전 오늘 선물 받을 이유가 별로‥." "아이 참, 오늘은 '발렌타인 데이'잖아요. 그래서, 제가 특별히 만든 것이에요." 리오는 의아한 표정을 지은채 얼굴을 붉히고 있는 세이아에게서 상자를 받아 들었 고, 그는 곧바로 상자의 윗쪽을 열어 보았다. 상자의 안엔 마악 만든 것으로 보이 는 초콜렛 케 씐이 들어 있었고, 리오는 멋적은 웃음을 지으며 세이아에게 감사를 표했다. "하아, 이런‥. 이거 너무 과분한데요. 게다가 직접 만드셨다니 정말 영광입니다." "어, 어머. 부끄럽게‥." "…." 그렇게 덕담(?)을 나누고 있는 둘을 바라보던 바이칼의 표정은 곧 시무룩해졌고, 바이칼은 곧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집 밖으로 나가버리고 말았다. 한편, 정신이 다른 곳에 팔려 있는 리오는 계속 세이아와 얘기를 나눌 뿐이었다. ※※※ "‥'스타의 아르바이트'‥? 설마 방송국에서 그런 미친 생각을 하고 있다는 말이에 요?" 처크로 부터 얘기를 들은 지크는 인상을 찡그리며 물었고, 처크는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으음‥나도 좋지 않은 일이라고는 생각 하지만, 방송국 측에서 UN의 허가증도 받 아온 상태라 하는 수 없었어." 콰앙!! 순간, 지크는 책상을 내려 쳤고 처크를 포함한 모든 대원들은 깜짝 놀라며 지크쪽 을 바라보았다. 지크는 여태까지 보인일이 없는 진지한 표정을 지은채 언성을 높 여 말을 하기 시작했다. "아니, UN에선 BSP가 하는 일이 보통 경찰과 똑같다고 생각하는 것입니까!! 저희가 이렇게 놀고 있을때 바이오 버그들이 언제 어디서 출몰해 트위스트를 출지, 탱고 를 출지 어떻게 압니까!! 게다가 이 직업은 보통사람인 경우 책상 작업 외엔 할 수 없지 않습니까!!!" 처크를 비롯한 대원들은 지크가 이런 반응을 보일 줄은 생각도 못하고 있었다. 그 냥 좋아하겠지 라고 생각했지만 현재 지크의 반응은 좋아하는 것과는 차원이 틀렸 다. 지잉­ "아, 늦어서 죄송합니다 부장님. 죄송합니다 여러분." 그때, 회의실 문이 열리며 사이키가 안으로 들어왔고, 그녀는 사과와 함께 급히 자 리에 앉았다. 처크는 뛰어오느라 숨을 몰아쉬고 있는 그녀에게 늦은 이유를 물어 보았다. "아니, 아침에 조금 늦을지도 모른다고 했더니 이건 너무 늦었는데? 사정이 있나?" 그러자, 프시케는 멋적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아, 예‥. 들어오는데 방송국 사람들이 절 잡더니 탤런트나 모델을 해 볼 생각 없냐며‥. 그래서 좀 늦었습니다." 순간, 챠오와 마키를 제외한 여자 세명은 꿈틀하며 인상을 구겼다. 어쨌든, 얘기가 이렇게 흐르자 지크는 자리에 다시 앉으며 처크에게 물었다. "‥그건 그렇고, 오늘 우리 본부에서 일일 대원을 할 그 스타는 누구죠?" "아아, 그걸 말해주지 않았군. '노아'라고, 요즘 다방면에서 활약을 하고 있는 스 타인데‥." "뭐라고요!!" 그 스타의 이름을 들은 순간, 지크는 자켓을 벗어 던지며 소리쳤고 리진은 깜짝 놀 라며 지크를 말리기 시작했다. "이, 이봐!! 그렇다고 이렇게 흥분할건 없잖아! 여기서 폭력을 휘두르면 돈이 어마 어마하게 깨진다구!!!" 그러나, 지크는 리진의 팔을 뿌리치며 일어나 소리쳤다. "‥이건 기회라구!!! 면T에 사인해 달라고 해야지!!!!" ................... . . . . . . . . . "죄송해요." 지크는 고개를 푹 숙인채 중얼거렸고, 처크는 못마땅한 눈초리로 그를 바라보며 그의 행동에 잠시나마 감격을 한 자신을 책망했다. 얼마 후, 한 남자가 회의실 안 에 들어왔고 그는 담담한 목소리로 처크에게 말했다. "처크 부장님, 노아양이 왔습니다. 이제 시작하지요." "아, 그렇습니까. 자, 모두 나가지." 처크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대원들에게 말했고 다른 대원들 역시 자리에서 일어나 회의실을 나서기 시작했다. 지크는 한숨을 쉬며 힘없이 일어나 제일 늦게 회의실을 나서기 시작했다. "아, 지크씨. 잠깐만‥." "음? 사이키?" 문 옆에 서서 지크를 기다리던 사이키는 지크를 불러 세웠고 지크는 곧 그녀쪽으로 돌아섰다. 사이키는 자신의 핸드백 안에서 초콜렛 상자를 꺼내 지크에게 건내주며 싱긋 웃여 보였다. "자아, 앞으로도 잘 부탁드려요 지크씨. 손수 만든거에요." "‥!!! 흐윽‥." 지크는 감격어린 눈으로 그 초코렛을 받아 들었고, 사이키는 상자를 받아 들고 멍 하니 서 있는 지크에게 조그만 목소리로 말했다. "자아, 어서 가요 지크씨. 모두가 기다리고 계실거에요." "으, 으응‥." ※※※ "흑흑‥." 혼자서 공원에 와버린 바이칼은 벤치에 앉아 훌쩍훌쩍 울고 있었다. 바이칼의 옆 엔 리오에게 건내주지 못한 초콜렛 상자가 있었다. 꽤 오랜 시간동안 혼자 있었지 만 바이칼에겐 아무도 와 주지 않았다. "‥그래, 난 언제나 바보같고, 매일 일만 저지르기나 하고‥. 리오씨가 날 싫어하 는 것도 당연할거야. ‥흐윽‥." 그렇게 혼자 한탄하며 울고 있는 바이칼의 앞에, 갑자기 세개의 그림자가 나타났고 바이칼은 깜짝 놀라며 앞에 서 있는 세사람을 바라보았다. 그들은 중국식 복장을 하고 있는 남자들이었고, 특이하게도 하나같이 눈에 선글라스를 끼고 있었다. "‥누구시죠?" 바이칼의 질문을 무시하고 바라보기만 하던 셋은 곧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선글라 스를 벗었고, 그들의 눈을 본 바이칼은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세명의 눈 동자가 모두 짙은 붉은색을 띄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바이칼 자신처럼. "저, 저어‥누구‥시죠? 무슨‥볼일‥이라도‥?" 그러나, 그들은 침묵을 지킬 뿐이었다. 이윽고, 좌측의 남자가 조용히 입을 열었 다. "‥'패왕' 녀석이 계속 붙어있어 접근조차 할 수 없었는데 잘 됐군." "그래‥. 그건 그렇고 용제라는 이름의 서룡족 최강자가 이런 꼴로 변해 있다니 정 말 의외인걸? 눈동자까지 붉게 변해 있고‥. 원래는 파란색이라고 들었는데." "‥하여튼 힘이 느껴지지 않는 지금 곧바로 없애 버리자. 괜히 시간을 끌었다가 패 왕 녀석이 나타나면 우리들은 목숨도 부지하기 힘들어." 곧, 가운데에 선 붉은 옷의 남자는 바이칼을 향해 손을 뻗었고, 그의 손엔 붉은색 의 광체가 돌기 시작했다. 겁에 질려 있는 바이칼은 눈을 질끈 감으며 옆에 둔 초 콜렛 상자를 가슴에 안았고, 붉은 옷의 남자는 차디찬 한마디를 던졌다. "‥죽어라, 용제 바이칼. ‥음!?" 순간, 셋은 자신들의 뒤에서 갑자기 느껴지기 시작한 무시무시한 살기에 움찔하며 돌아섰고, 그들은 공원 저편에서 천천히 걸어오고 있는 검은 코트, 검은 모자의 남자를 볼 수 있었다. 모자의 그늘에 가려 보이지 않는 그 남자의 눈은 곧 붉은색 을 띄기 시작했고, 남자는 하얀 이를 드러내며 웃기 시작했다. "‥크크크크‥용의 피도 가끔 마셔야 피부가 고와지지‥크크크크‥크하하하하하핫 ‥!!!!!" ----------------------------계속--- Last Radiance~!! Vol. 38 ------------------------------------------------------------------------ ------------------------------------------------------------------------ "아, 암왕(暗王)!! 네가 어째서!!!" 퍼억!!! 붉은 옷의 남자가 말을 끝맺은 순간, 보이지 않을 정도의 스피드로 접근해온 검은 옷의 남자는 손으로 그 남자의 머리를 후려 쳤고 남자의 머리는 거짓말처럼 피를 사방으로 뿌리며 흩어져 날아가 버렸다. 그 피는 바이칼의 얼굴과 옷에도 튀어 버 렸고, 그 끔찍한 광경을 눈으로 직접 본 바이칼은 의식을 잃으며 힘없이 옆으로 쓰 러지고 말았다. 검은 옷의 남자는 자신의 손에 묻은 피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손바 닥의 피를 혀로 핥으며 미친듯이 웃기 시작했다. "크크‥크크크크‥맛있군‥. 크하하하하하하하하하핫­!!!!!!!!!! 죽는거다!!!!" 퍼억­!!!!! 그 남자의 손은 다시금 옆에 있는 황색 옷 남자의 머리를 노렸고, 그 남자는 팔로 방어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팔과 머리가 동시에 날려가며 그 자리에서 즉사를 하고 말았다. 양 손에 피를 묻힌 그 남자는 흥분이 되는지 숨을 거칠게 몰아 쉬며 마지 막 한사람을 돌아 보았고, 그는 재빨리 공중으로 몸을 날리며 도망치기 시작했다. 검은 옷의 남자는 붉은 광체를 내는 눈으로 그 남자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씨익 웃 으며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오오‥이런. 난 아직 너희들이 고통스러워 하는 모습도 보지 못했단 말이다‥크크 크크크‥. 기분 좋은 장면을 놓치면 곤란하지‥." 구우우우우우웅­!!!!! 순간, 공중으로 도망친 남자의 몸 주위에 검은색의 빛이 모이기 시작했고, 그 남자 는 힘없이 지상으로 딸려 내려오기 시작했다. 게다가, 검은 옷의 남자를 향해‥. "아, 안돼!! 안돼!!!!" "아아‥안돼고 말고‥. 도망치면 안돼지‥크크크크크크‥크하하하하하핫­!!!!!!" ..................... . . . . . . . . . . . 바이칼을 찾아 이곳 저곳을 돌아다닌 리오는 인상을 쓰며 공원에 들어섰다. 그는 한숨을 길게 내 쉬며 한탄하듯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후우, 이런. 도대체 뭐가 맘에 안들어서 말도 없이 집을 나간거지? 함부로 나가면 위험한데‥음!?" 순간, 리오는 공원 안쪽에서 두개의 기가 빠르게 사라진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게 다가, 무시무시한 살기까지 사방으로 퍼지는 것도 느낄 수 있었다. 가만히 그쪽을 바라보던 리오는 곧바로 그쪽을 향해 뛰기 시작했다. ‘바이론‥? 그가 아직도 이 세계에 남아 있었단 말인가?’ 리오는 이상한 불안감을 느끼면서도 재빨리 그쪽에 도달했고, 곧 이루 말 할 수 없 는 끔찍한 광경을 접하게 되었다. 머리가 날아간 시체와, 팔도 덤으로 날아간 시 체, 그리고 자신의 내장으로 몸이 묶여 있는 시체의 모습이었다. 그리고, 가만히 서서 손을 닦고 있는 검은 옷의 남자도 볼 수 있었다. "바이론! 이게 도대체 무슨 짓이야!!!" 리오는 그 남자의 뒤에서 그 남자의 이름을 부르며 소리쳤고, 그 남자는 뒤를 흘끔 돌아보며 킥킥 웃기 시작했다. "호오‥크크크‥. 멋진 장면을 놓쳤군 리오·스나이퍼. 아아, 너무 흥분할 것은 없 어. 네가 그렇게 좋아하는 인간과는 거리가 먼 녀석들이니까. 임무를 수행하다가 심심함을 달래기 위해 이랬으니 이해하길‥크크크크." "‥임무? 무슨 소리지?" "‥꼬마는 알 것 없다. 크크크‥. 자아, 난 그럼 이만. 청소나 좀 해 주시지. 난 가정 일은 좀 싫어하는 편이라‥크크크크크‥." 바이론은 천천히 다른곳으로 걸어가기 시작했고, 인상을 가득 쓰고 있던 리오는 사 방에 퍼진 피 냄새를 맡아본 후 고개를 갸웃거리며 중얼거렸다. "‥동룡족? 어째서 이들이 여기에 나타난거지? ‥음?" 주위를 둘러보던 리오는 옆의 벤치에 바이칼이 쓰러져 있는 것을 볼 수 있었고, 리 오는 눈을 가늘게 뜬 후 주머니에 있는 손수건으로 바이칼의 얼굴에 묻은 피를 닦 으며 나지막히 말했다. "‥설마, 바이칼이 이렇게 된 것을 동룡족이 알아버렸단 말인가? 만약 그렇다면 일이 커지는데‥. ‥후, 바이론 녀석, 일 하나는 확실하게 처리하는군. 나라도 이 런 상황이라면 이들을 모두 없앴겠지. 정보가 새는 것 보다는 나을테니까." 리오는 바이칼을 데려가기 위해 그를 어깨에 들처 맸다. 그때, 바이칼의 몸에서 무 언가가 떨어지는 것을 볼 수 있었고 그것을 주워 올린 리오는 실소를 터뜨리며 중 얼거렸다. "‥풋, 정말 미치겠군. 아무래도 내가 세이아에게 초코렛 케 씐을 받고 수다를 떤 것 때문에 이런 것 같은데? 하는 수 없지‥." 리오는 그 초콜렛 상자를 주머니에 넣은 후, 마법으로 주위에 널린 시체들을 깨끗 이 소거한 뒤에 집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 "참 나, 이런 얼굴 팔리는 일을 내가 도맡아서 해야 한단 말이야!!!!" 처음 인터뷰 장면을 찍은 후, 지크는 길길이 뛰며 동료들에게 소리쳤다. 그러자, 리진은 우습다는 듯 실소를 터뜨리며 지크에게 비아냥 거리기 시작했다. "호오‥난 지크에게 팔릴 얼굴이나 있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겠는걸? 비행 기 안에서 혼자 경치 구경하며 애들처럼 소리 지르는 것은 아름다운 모습이었나? 작년 초엔 F-1 레이싱 경기장에 오토바이를 몰고 들어갔지 아마? 그리고 또 기타등 등 기타등등‥! 그래놓고 뭐?" 지크의 얼굴에선 곧 자신감이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결국, 지크는 한숨을 쉬며 고 개를 끄덕였다. "쳇, 알았다구. 내가 하면 될 거 아니야. 어이, 다음 스케줄은 뭐요 PD." 지크는 귀를 후비며 PD에게 물었고, PD는 스케줄표를 뒤적거리며 대답해 주었다. "사격 훈련장에서 노아양에게 사격을 가르쳐 주는 장면입니다. 저희들이 먼저 사격 장으로 갈테니 늦지 않게 와 주십시오." PD는 곧 직원들과 함께 방송 장비를 챙겨 엘리베이터 쪽으로 향했고, 지크는 인상 을 잔뜩 찡그린채 케빈을 바라보며 물었다. "‥설마 블래스터로 사격 연습을 하진 않겠지? 그건 보통 사람이 사용하기 힘들텐 데‥?" "‥게다가 보통 여자라면. 구형 '콜트 파이슨357'도 다루는 여자가 드문데 70구경 블래스터라면 뒤로 날아가고 남겠지." "‥그래, 장난감 총일거야. 헤헤헷‥." 지크는 웃으며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하지만, 마음 속에서 밀려오는 불안감 만큼은 그도 어쩔 방도가 없었다. 이윽고, 지크는 대한민국에서 최근 탤런트겸 아이돌 가수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노아'와 함께 사격장 훈련 장면을 촬영하기 시작했다. 카메라에 한두번 나온게 아 닌 지크는 어색함 없이 방송을 할 수 있었다. 지크는 자신의 블래스터를 뽑은 뒤 노아에게 설명을 해 주기 시작했다. "BSP에서 사용하는 블래스터는 민간인에겐 절대 공급되지 않는 권총이죠. 관통력이 400미리이기 때문에 전차와도 싸울 수 있을 정도의 특수 권총입니다. 하지만 그만 큼 반동력이 대단하기 때문에 보통 사람들은 쓰려고 해도 쓰지 못하죠." "아아, 그렇군요. 그럼, 시범을 좀 보여 주시겠나요?" 노아는 웃으며 지크에게 말했고, 노아의 그런 얼굴을 보던 지크는 약간 씁쓸한 미 소를 지은채 고개를 끄덕이며 타겟을 올리고 사격 자세를 취했다. ‘‥인형 같군. 억지 웃음이야.’ 파앙! 파앙! 파앙! 파앙! 지크는 시범으로 네발을 쏴 보였고, 타겟에 구멍이 하나 뿐인 것을 본 PD는 팔을 휘두르며 일갈을 질렀다. "컷!!! 이봐요 이봐!! BSP면서 네발중에 한발 밖에 명중을 못한다니 말이 되는 소 립니까!!!" 지크는 말 없이 점수 계산 버튼을 눌렀고, 곧 점수판엔 한발당 최고 점수인 100점 이 네번더해진 400이란 점수가 나왔다. 지크는 탄창을 새로 끼우며 PD에게 말했 다. "더이상 떠벌리면 당신 머리를 타겟으로 쓸거야." 그 순간, 노아를 비롯한 방송국 직원들은 찬 바람을 맞은 사람처럼 굳어지고 말았 다. PD는 다시 큐 사인을 하는 수 밖에 없었다. 앞의 장면을 다시 한 지크는 곧 각본 대로 노아에게 해 보라는 신호를 보냈고, 노아는 미리 받아 둔 블래스터를 들 고 사격을 하기 시작했다. 놀랍게도, 그녀는 분명 블래스터를 쓰고 있음에도 불구 하고 반동에 날아가기는 커녕 약간 움찔거릴 뿐이었다. "아아, 정말 사격은 어렵군요. BSP라는 직업은 초반부터 힘들군요." "예, 그렇긴 하죠. 그런데 정말 초보 답지 않게 사격을 잘 하시는군요." 그 후, 이런 저런 얘기가 지난 뒤 사격장 촬영은 끝났고 방송국 직원들이 장비를 가지고 나가는 동안 지크는 사격장에 잠시 남아 생각을 해 보았다. "‥분명 권총은 블래스터였는데 왜 뒤로 밀려나지 않은 거지? 사격 솜씨는 형편 었지만‥어라?" 지크의 시선은 우연치 않게 바닥에 떨어진 탄피로 향하게 되었고, 지크는 그 탄피 를 주워 올린 뒤 피식 웃으며 중얼거렸다. "‥38구경 탄피잖아? 쳇, 권총 껍데기만 블래스터였군. 그러면 그렇지‥." 지크는 손가락으로 탄피를 납작하게 눌러 뒤로 던진 후 엘리베이터쪽으로 향했다. 그는 이상하게도 뭔가 사기를 당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밖으로 나온 지크는 노아와 함께 순찰차를 타고 PD가 정해준 구역쪽을 달리기 시작 했다. 각본을 봤기에 지크는 어디에서 무엇이 나올지 알고 있었다. BSP에서 실험용 으로 쓰기 위해 살상 능력을 저하시킨 E급 바이오 버그가 어느 순간 나타난다는 것이었다. 노아도 물론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바이오 버그가 어떻게 생겼는 지 실제로 본 일이 한번도 없었기에 지크는 이번 일이 상당히 불안했다. 자칫 잘 못하다간 근처에 숨어있는 바이오 버그들이 생물적 '집단성'을 발휘해, 죽기 위해 풀어진 바이오 버그들에게 몰려들지도 모르기 때문이었다. 앞에서 지크와 노아가 대본에 나온 얘기를 마치자 뒷자석에 앉아 있던 카메라맨은 카메라를 껐고, 지크는 미소를 지운 후 옆에 앉은 노아에게 충고하듯 말했다. "‥스타들이 아르바이트를 해서 받은 돈을 자선기금으로 쓰고, 또 그것이 좋은 일 이라는 것은 알겠는데, 이 일은 오징어 잡이나 80층 건물 위에서 용접하기 보다 훨씬 위험하다는거 알고는 있어요?" 그러자, 노아는 피식 웃으며 지크에게 있어선 황당무게한 대답을 하기 시작했다. "호홋, 설마 그 실험체라는 애들이 위험하기나 하겠어요? 게다가 당신은 BSP중 최 강이라면서요. 잘만 하면 당신도 스타가 될 수 있다구요. 스타를 구해주는 백마탄 기사, 얼마나 멋져요?" "‥백마탄 기사는 바라지도 않지만, 하여튼 당신들 실수하는거에요. 차라리 본부 내에 '버츄어 파크'를 만든 뒤 거기에서 실험체와 싸우는게 훨씬 날걸요? 이런 길 가엔 진짜 바이오 버그들이 숨어 있을 수 있으니까 말이에요. 미안하지만 목숨은 각오 하는게 좋을거에요." 그러자, 속으로 약간 겁을 먹은 노아는 인상을 버럭 쓰며 지크에게 소리치기 시작 했다. "이보세요! 당신 아무리 실전 경험자라지만 이건 너무 심한거 아니에요? 이 프로그 램은 시청률이 상당히 높다고요! 일에 협조해줄 생각은 않고 저에게 겁만 줄 생각 이세요?" "방송에 방해가 되긴 하겠죠. 하지만 난 당신 목숨에 협조가 되는 말을 하고 있어 요.하여간, 일은 이미 벌어졌으니 방송에도 협조는 잘 해 드리죠. 그리고, 진짜 바이오 버그가 나타나면 그 38구경 권총은 버려요. 그 녀석들 앞에선 장난감에 불 과하니까." 지크가 38구경 권총에 대한 말을 하자 뒤의 카메라맨과 노아는 움찔 하며 말문을 닫았다. 어쨌거나, 지크와 노아측 사이의 트러블이 점점 커져가는 것은 확실한 사 실이었다. ---------------------계속--- Last Radiance~!! Vol. 39 -------------------------------------------------------------------------- ------------------------------------------------------------------------- ‘‥액션 연기는 어색하군.’ 카메라 뒤에서 팔짱을 낀 채 노아의 전투 장면을 지켜보던 지크는 덤덤한 얼굴로 그렇게 생각했고, 다른 방송국 직원들은 숨을 죽이고 조용히 그녀의 전투 장면을 지켜보고 있었다. 현재 노아는 보통 총탄은 통하지도 않고 섭씨 150도의 열도 견 딜 수 있는 피부를 화학물질로 형편없이 약화시킨 바이오 버그와 '쇼'를 하고 있 었다. 물론 그렇다 해도 그 바이오 버그들이 위험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었지만,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방송국에서 고용한 저격수들이 곳곳에 숨어서 비상사태에 대비하고 있었기 때문에 지크가 나설 일은 '현재' 없었다. 38구경 권총에 픽픽 쓰 러져가는 바이오 버그들을 바라보며, 지크는 이상하게도 그들이 불쌍하다는 생각 까지 해 보았다. 죽지 못해 실험체가 된 것도 억울한데 스타 하나를 위해 생명을 바치고 있다는 느낌 때문이었다. 결말이 뻔한 쇼를 가만히 쇼를 보고만 있으려니 지크는 점점 잠이 오는 것을 느끼기 시작했다. "‥어라?" 순간, 지크는 눈을 번쩍 뜨며 주위를 두리번 거리기 시작했다. 무엇을 느낀 것일 까. 진지한 얼굴로 주위를 돌아보던 지크는 옆에 있는 PD에게 넌지시 물어보았다. "고용된 나부랭이들이 몇명이죠?" "‥? 모두 다섯명이오만‥?" 대답을 들은 지크는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옆에 세워둔 자신의 오토바이에서 무명 도를 꺼내 허리에 찼고, 갑자기 카메라 앞으로 불쑥 나서며 앞에 있는 노아에게 소 리쳤다. "헤이, 어서 아저씨들하고 피신하시죠. 쇼 타임은 끝났으니까." 그 순간, 방송 관계자들의 얼굴과 노아의 얼굴은 동시에 돌처럼 굳어지고 말았다. 잘 나가고 있는 녹화 장면에서 생각치 못한 NG가 나왔기 때문이었다. 노아는 너무 나 화가 났는지 말도 제대로 하지 못했고, 흥분한 PD는 팔을 걷어 붙이며 지크에 게 성큼성큼 다가가며 소리치기 시작했다. "이봐!! 당신 뭐하는 사람이야!!! 지금 이 녹화에 들은 돈이 얼만지나 알아!!! 이 건 다음 다음주 일요일에 내보낼 것이기 때문에 우린 시간이 촉박하단 말이야!! 알아듣기나 하‥는거요?" 지크는 말 없이 허리에 찬 블래스터의 끝을 PD의 이마에 갖다 댔고, 씨익 웃으며 말했다. "공무집행 방해‥되겠습니다. 지금부터 당신이 말 하는 모든 내용은 법정에서 증거 물로 사용될 수 있으며, 선택에 따라 변호사도 선임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닥치고 있어. 지금 네명째 죽었단 말이야." "‥?" PD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지크와 자신의 이마에 닿아 있는 블래스터만을 바라볼 뿐이었다. "으아아아아악­!!!!!" 순간, 멀리 보이는 건물 옥상에서 비명 소리가 들려왔고, 곧 누군가가 피를 흩뿌리 며 길바닥에 추락을 했다. 노아를 비롯한 모든 방송 관계자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 고, 지크는 블래스터를 PD이마에서 치운 후 노아의 옆으로 다가서며 모두에게 소리 쳤다. "저격수 다섯명 다 당했으니 당신들 어서 도망쳐!! 아무리 나라도 수십명은 못지키 니까! Come on, Move!!!!" 결국 그들은 장비를 챙길 생각도 하지 않고 차량에 탄 뒤 그곳에서 달아나기 시작 했다. 자신은 거들떠 보지도 않고 사람들이 도망치는 모습을 본 노아는 멍한 눈으 로 멀찌감치 가는 차들을 바라볼 뿐이었다. 그때, 차 한대가 이리저리 비틀거리기 시작하더니 이내 건물에 충돌했고, 지크는 곧바로 노아의 눈을 손으로 가리며 중얼 거렸다. "‥차 안에도 한마리가 있었군. 빌어먹을‥." "예? 예?" 노아는 자신의 눈을 덮은 지크의 큰 손을 떼고 무슨 소린지 알아보려 했으나, 지크 는 결코 그 손을 놓아주지 않았다. 건물에 충돌한 자동차에서 곧 끔찍한 모습으로 변한 사람 몇명이 고통에 괴로워하며 길거리로 나왔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들 도 곧 차에서 튀어나온 바이오 버그에 의해 목숨을 잃었고, 지크는 그 장면이 있기 전에 노아의 귀까지 막아 그녀가 아무것도 보고 듣지 못하도록 했다. 그 상황이 끝 난 후, 지크는 노아의 한쪽 귀를 살짝 열어주며 그녀에게 물었다. "‥오토바이 운전할 줄 알아?" "아, 아뇨‥." "‥젠장, 하는 수 없군. 잘 들어, 이건 절대 쇼가 아니야. 지금부터 서바이벌이라 구. 자존심이 상하겠지만, 영화 말고는 사람이 죽는 모습을 본 것 같지 않길래 아까 눈과 귀를 막은거야. 봐도 그리 나쁠 것은 없지만 여자라면 정신 건강상 좀 해롭거든. 연예인들이 사람들 앞에 나서는 담력과는 차원이 틀려, 지금은 사신과 키스할 수 있을 정도로 죽음이 가까운 상태니까. 내 옆에 가만히 있어. 한발자국 이라도 움직이면 당신과 나, 둘 다 목숨을 부지하기 어려워.(거짓말) 알았지?" "예, 알았어요! 시키는대로 하겠어요!!" "좋아, 그럼 심의 삭제로 생각하고 이거나 좀 쓰고 있어." 지크는 자신의 고글형 선글라스를 노아에게 건내주었고, 그녀는 그 선글라스를 쓴 뒤 지크가 말 한 대로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다. 지크는 곧 무명도에 손을 가져 간 후 사방에 대고 소리치기 시작했다. "Come on, Man!! 나와 봐라 얼간이들아­!!!!" 이윽고, 미리 통행을 금지시킨 거리는 이곳 저곳에서 나타나기 시작한 바이오 버그 들에 의해 가득 차게 되었다. 맨홀 밑에도, 문을 닫은 상점 안에서도 바이오 버그 들은 존재했다. 상당히 숫자가 많은 것을 느낀 지크는 심호흡을 한 후 주먹을 쥐며 말했다. "‥돈 내고도 볼 수 없는 멋진 광경을 보여주지‥헤헷. 자자, 더 가까이 와 봐 형 씨들!! 단숨에 구워주마!!!" 순간, 노아는 선글라스를 통해 지크의 양 주먹에서 스파크가 일기 시작한 것을 볼 수 있었다. 초능력으로 물체를 움직이는 것은 한두번 본 일이 있는 그녀였지만 사 람의 몸에서 스파크가 일어나는 것은 처음 봤기 때문에 그녀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 다. 지크의 팔에서 일기 시작한 스파크는 곧 그의 팔 전체로 퍼졌고, 바이오 버그 들 역시 그 순간 노아와 지크에게 달려들기 시작했다. 「키아아아아아아앗­!!!」 "어라‥안돼지!" 한마리가 노아에게 달려든 순간, 지크는 팔꿈치로 바이오 버그의 머리를 찍어 내렸 고 바이오 버그는 기형의 입에서 체액을 잔뜩 토한 뒤 감전된 듯 몸을 쭉 펴고 바 닥에 쓰러졌다. 다른 바이오 버그들도 마찬가지였다. 바이오 버그들의 시체는 노아 와 지크를 중심으로 점점 쌓여 갔고, 노아는 바이오 버그들을 무더기로 쓰러뜨리고 있는 지크를 보며 잠시 패닉(Panic) 상태에 빠지고 말았다. 자신들의 동료 반 이 상이 지크 한사람이 만든 벽을 넘어서지 못하고 쓰러져만 가자, 그들은 점차 뒤로 물러서기 시작했고 지크는 무명도를 뽑은 뒤 방어 자세를 취하며 주위의 바이오 버그들을 쏘아 보았다. "저어‥저들이 왜 물러서고 있나요?" "진형 정비, 별 것 아니야. 보기엔 원거리 공격을 하려는 것 처럼 보이지만‥그래 도 당신은 다치지 않으니 걱정 말아. 조금 있으면 올테니까." "‥오다니요?" 퍼억­! 순간, 맨 후열에 있던 바이오 버그 두마리의 머리가 일렬로 관통을 당했고 바이오 버그들은 시선을 도로쪽으로 돌렸다. 두대의 순찰차가 급속으로 이쪽을 향해 달려 오는 것을 본 지크는 씨익 미소를 지었고, 안심하라는 듯 노아의 어깨를 두드려주 며 말했다. "자아, 왔습니다. 예상보다 좀 늦게 도착하긴 했지만 충분해." "예? 그럼 설마‥." "아까 그 직원들이 도망치면서 본부에 연락을 했겠지. 우리들의 인기 스타께서 위 험에 처해 있으니 도와달라고 말이야. 자아, 순찰차에만 타면 좀 괜찮겠군. 휘유, 오늘도 이걸 뒤집어 썼으니 혼나게 생겼구만‥." 그때, 다른 곳에 정신이 팔려 있던 노아는 지크의 몸에서 이상한 냄새가 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녀는 코를 막으며 지크를 바라보았고, 지크의 몸이 바이오 버그 의 체액으로 뒤덥혀 있는 것을 보고 흠칫 놀라고 말았다. 그녀 자신의 몸엔 체액이 한방울도 묻어 있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설마‥나 대신 저 체액을‥?’ 한편, 바이오 버그들은 지크와 노아에게 신경을 끄고 자신들에게 오는 순찰차를 향 해 달려들기 시작했고, 순찰차가 멈추자 마자 한명의 사이보그와 한명의 남자가 각각 내리며 사격을 가하기 시작했다. 사이보그는 팔의 레이저 게틀링건으로, 다른 한 사람은 대형 머신건으로. 곧 차에선 다른 사람들도 나왔고, 그들 역시 권총으로 사격을 펼쳐 나갔다. 그리 오래 지나지 않아 수가 급격히 감소한 바이오 버그들은 흩어져 사라졌고, 몸 에 묻은 체액을 대충 털어낸 지크는 지원을 나온 자신의 동료들에게 손을 흔들며 소리치기 시작했다. "오오, 헤이그 선배님! 역시 와 주셨군요!!" 팔의 게틀링건을 다시 원래대로 변형시킨 헤이그는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저을 뿐이 었다. 그러다가, 그는 지크와 노아의 주위에 쌓인 바이오 버그들의 사체를 보며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지크에게 물었다. "‥음? 이봐 뻠(헤이그는 지크를 가끔씩 줄여 부른다). 우리가 올 동안이라면 혼 자 이정도 숫자는 다 처리할 수 있지 않았나? 게다가 전부 E급 뿐이었는데 말이야. 오늘 컨디션이라도 좋지 않은거야?" 그러자, 지크는 자신의 뒤에 서 있는 노아를 엄지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대답했다. "해헷, 홀몸이 아니었잖아요. 자자, 전 먼저 본부에 돌아갈테니 저 아가씨나 잘 처리해 주세요 선배님." 뒷일을 헤이그에게 맡기고 오토바이로 향하던 지크는 그 상황에서도 자신의 오토바 이 옆에 있는 카메라가 돌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가만히 그 카메라를 보던 지 크는 피식 웃으며 스위치를 껐고, 카메라에 있는 동화상 램 카트릿지를 뽑아 들고 조용히 그곳에서 사라져 갔다. ※※※ 침대에 바이칼을 눕혀준 뒤 거실 소파에 앉아 조용히 생각을 하던 리오는 어떻게 해서 동룡족이 바이칼에 대한 정보를 얻은 루트를 도저히 짜 맞출 수가 없었기에 결국 머리를 흔들며 생각을 지워 보았다. "‥우연히 알게 된 것일까? 흠‥바이론이 그들의 뇌를 모조리 날려 버려서 '브레인 스토커' 조차 못쓰니 알 수가 있나. 하여간 걱정이군. 만약 바이칼 녀석이 저 상태 로 동룡족에게 납치라도 당하는 날엔 서룡족은 끝장인데‥." 띵동­ 띵동­ "‥누구지?" 갑자기 들려온 초인종 소리에 리오는 언제나 변함 없이 현관으로 향했고, 그는 상 당히 의외의 인물과마주치게 되었다. 가만히 그녀를 바라보고 있던 리오는 반가움 반, 놀라움 반의 표정을 지으며 인사를 했다. "아, 아아‥. 이거 챠오씨 아니세요. 그때 이후 정말 오래간만인데요?" 챠오는 고개를 약간 숙인채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리오는 문을 닫고 현관에 기 대어 서며 챠오에게 용건을 물었다. "음‥지크는 이곳에 도망오지 않았는데‥하여간 왠일이시죠?" 리오는 그렇게 물으며 챠오의 뒷쪽을 바라보았다. 길가엔 BSP순찰 차량이 주차되어 있었고, 그 안엔 마키와 티베가 못마땅한 얼굴로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리오는 저 둘이 왜 표정이 저런가 생각하며 다시 챠오를 바라보았다. 챠오는 계속 말 없이 우물쭈물 하다가, 뒤에 감추고 있던 하트 모양의 작은 상자를 리오에게 건내준 후 역시 아무 말 없이 돌아서서 빠른 걸음으로 순찰차에 돌아갔다. 곧 순찰차는 바람 같이 출발했고, 리오는 멍하니 순찰차쪽을 바라보다가 쓴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후우‥이런 이런. 지크 녀석이 알면 난리 정도가 아니겠군." -------------------------계속--- Last Radiance~!! Vol. 40 ------------------------------------------------------------------------- ------------------------------------------------------------------------- "음음‥오늘은 본부에서 샤워도 했으니 구박받진 않겠네." 지크는 오토바이를 몰고 집쪽으로 향하는 중이었다. 원래의 퇴근 시간보다 상당히 늦어진 상태였는데, 그 이유는 오늘 벌어진 촬영 사건 때문이었다. 방송국 직원 두명과 저격수 다섯명을 포함해 모두 일곱명의 사망자가 발생했기 때문에 이번 일 은 은폐가 될 수 없었다. 그 뒷처리 문제 때문에 BSP는 BSP대로 비상이 걸렸고, 방 송국과 노아측은 그쪽 대로 비상이 걸려 지크는 설전 사이에 끼어 들어 괴로운 시 간을 보내야만 했다. 하지만, 지크 나름대로 이 일은 시작부터 결과가 보인 일이라 생각을 하고 있었다. 다른 목숨을 정말로 해하는 일이 결코 '쇼'가 되서는 안된다 는 사상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BSP정도의 초인들도 바이오 버그들을 상대 할때 목숨을 걸어야 하는데, 육체적으로 보통 사람일 뿐인 연예인이 총 한자루로 BSP라는 직업을 아르바이트 정도로 삼을 수는 없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번 일은 불 행중 다행으로 예고가 나간 일이 없었고 이번 촬영에 대해 아는 사람이 그들의 측 근들 뿐이었기에 촬영중 사고로 꾸며 노아에 대한 것은 쏙 뺄 수 있었다. ‘‥그래도 그 여자 충격이 좀 있을텐데‥.’ 지크는 속으로 그렇게 걱정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계속 밤거리를 달리던 지크는 건널목의 정지 신호 때문에 오토바이를 멈춰야만 했 다. 늘상 있는 일이고, 이상할 것이 없었다. 당연한 일이었다. "‥발렌타인 데이라고 받은 초코렛은 둘 뿐이구나. ‥정확히 말 해 세개지만 리오 녀석에게 전해주라고 리진이 부탁한거니 빼야 하겠지. 그렇지만 왠지 억울하군. 빌 어먹을‥음?" 그때, 지크는 멀리 보이는 가로등 밑을 누군가가 걸어가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 다. 낮익은 뒷 모습이어서 지크는 신호가 바뀔 때까지 뚫어지게 바라보았고, 곧 씨 익 웃으며 중얼거렸다. "하아, 이런. 바이칼 녀석 저기서 뭘 하는거야. ‥잠깐, 바이칼?" 지크는 신호가 바뀌자 마자 그쪽을 향해 오토바이를 몰고 가기 시작했고, 남색 머 리의 청년과 비슷한 위치가 된 지크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으, 으아아악!? 바, 바이칼!!!!!" 지크가 깜짝 놀라며 노상에 까지 오토바이를 몰고 들어가자, 남색 머리의 청년은 인상을 가볍게 쓰며 중얼거렸다. "‥법과 질서를 무시하는 성격은 여전하군." 노상에 오토바이를 세운 지크는 오토바이에서 내리자 마자 바이칼에게 뛰어갔고,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그를 바라보며 묻기 시작했다. 떨리는 목소리로. "너, 너너너너너‥어, 언제 남자로 돌아온거지?" "‥머리에 총이라도 맞았나 보군. 무슨 헛소리지." 바이칼은 싸늘한 눈빛으로 지크를 바라보며 말했다. 아무 말 없이 멍하니 서 있던 지크는 결국 손을 뻗어 바이칼의 앞가슴을 짚었고, 바이칼은 깜짝 놀라며 지크의 복부에 일격을 가했다. "무, 무슨 짓이야!" 지크는 바이칼에게 얻어 맞은 자리가 아프지 않은지 계속 멍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 았고, 결국 그를 끌고 자신의 오토바이로 향하며 말했다. "이리 와! 네가 꼭 봐야 할 것이 있다구!!!" "‥넌 오늘이 제삿날이다." 바이칼은 지크에게 끌려가다시피 하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 시에와 함께 소파에 앉아 TV를 보던 리오는 아무리 생각해도 바이칼과 동룡족에 대 한 일이 기억나지 않는지 손으로 얼굴을 부비며 고개를 숙였고, 그런 리오의 고뇌 에 찬 모습을 본 시에는 손으로 리오의 이마를 짚으며 물었다. "어디 아픈데 있어 리오?" "‥아냐, 아무것도. 그건 그렇고 시에는 말이 정말 많이 늘었구나." 그러자, 시에는 씨익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우웅, TV를 많이 보다 보니까. 하지만 아직 몸은 커지지 않고 있어. 그게 참 맘에 안들어." "‥마음에 안들다니?" 리오의 질문에, 시에는 불만스러운 얼굴로 팔짱을끼며 대답해 주었다. "레니 아줌마랑 같이 문방구에서 일을 하다 보면 근처 여학교 애들이 날 무슨 동물 바라보듯 한단 말이야. 그래서 손님이 올 때 마다 레니 아줌마는 방 안에 숨기듯 하셔. 왜 다른 사람들은 날 볼때 이상한 물건을 보는 것 같은 눈을 할까 생각해 봤는데, 역시 내 몸이 작아서 그런 것 같아. 마치 원숭이 같잖아." "‥그럴지도." 리오는 빙긋 웃으며 시에의 머리를 부벼주었고, 이해가 안된다는 눈으로 시에가 자 신을 바라보자 리오는 거기에 맞춰 말을 해 주기 시작했다. "‥분명 시에를 처음 보는 사람들의 눈엔 시에가 그렇게 보일지 몰라. 하지만, 널 알고 있는 사람들 중에서 널 동물처럼 취급하는 사람이 있진 않잖아. 모든 생물들 은 처음 접하는 모든 것에 경계를 하게 되어 있어. 처음부터 무턱대고 반기는 존재 는 그리 많진 않아. 상대방이 자신에게 해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 그때부터 그 존재에 대해 이해를 하려고 노력하지. 그리고 몸에 대해 너무 걱정하지 마. 넌 나 와 처음 만났을때 보다 훨씬 컸으니까." 그러자, 시에는 곧 만면에 미소를 띄우며 리오에게 물었다. "정말?" "그럼, 정말이고 말고." 그렇게 화목한 분위기가 이어지는 도중, 누군가가 현관문을 박차고 안에 들어왔고 리오는 깜짝 놀라며 현관 쪽을 바라보았다. 현관엔 지크가 숨을 거칠게 몰아쉬며 서 있었고, 리오는 곧 피식 웃으며 지크에게 물었다. "이런, 무슨 일 있는거야? 무슨 유령이라도 본 녀석 같이‥." "유령보다 더 대단한 녀석을 데리고 오는 길이야!!" "‥뭐?" 지크가 진지한 얼굴로 자신에게 소리치자, 리오는 깜짝 놀라며 미소를 지웠고 다시 밖에 나간 지크는 곧 누군가를 데리고 들어오는지 시끄러운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이리 와 이녀석!!" "너야말로 놓지 않으면 죽음이다." "시끄러! 너 때문에 입은 정신적 피해가 얼마나 큰지 알아!!!" "난 널 안 다음부터 계속 피해를 입고 있었다." 곧, 지크는 바이칼을 데리고 집 안으로 들어왔고, 리오는 싱겁다는듯 미소를 지으 며 다시 TV에 눈을 돌렸다. "후, 난 또 누구라고. 부엌에 지크 어머님 계시니 인사나 해 바이‥칼. ‥뭐!?" 리오는 깜짝 놀라며 바이칼을 바라보았고, 바이칼은 리오와 지크 둘의 행동이 이해 가 안간다는 듯 인상을 쓴 채 둘을 바라보았다. "‥만우절 치고는 이르다 생각하지 않나. 너희들." "‥분명 이르긴 한데‥너 언제 기억이 돌아온거지?" "정신이 나간 것은 너같군." 바이칼은 투덜대며 시에의 맞은편 소파에 걸터 앉았다. 시에는 약간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바이칼에게 인사를 했다. "오, 오래간만이에요 바이칼." "‥지능이 없는 동물은 아니었군." 시에는 풀이 죽은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숙였고, 바이칼은 TV쪽에 눈을 돌리며 말 문을 닫았다. "저어‥리오씨‥." 그때, 계단 쪽에서 리오를 부르는 낮익은 목소리가 들려왔고 리오는 정신을 집중 하며 계단에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인물과 소파에 앉아 TV를 보고 있는 인물을 바라보았다. "‥누가 진짜지?" 9화 [또다른 용족] 끝 10화 예고!! 일순간 변해버린 상황에 리오와 지크의 정신은 혼란을 거듭할 뿐이었다. 한편, 지크가 데려온 바이칼은 곱지 않은 시선으로 리오들이 데리고 있는 바이칼을 바라보는데‥. 제 11화 [두명의 용제]편을 기대해 주시길!! Last Radiance~!! Vol. 41 ------------------------------------------------------------------------- ------------------------------------------------------------------------- "‥서룡족이 아니라고?" 리오는 눈살을 찌푸리며 바이칼에게 물었다. 바이칼은 팔짱을 낀 채 리오와 지크를 바라보며 대답해 주었다. "서룡족은 눈동자가 붉은 색일 수 없다. 붉은색 눈동자는 동룡족이라는 증거. ‥가 즈 나이트 주제에 그것도 구별하지 못하나." 바이칼의 말을 들은 리오는 아차 하며 머리를 긁적였다. 동룡족과 서룡족은 인간으로 변했을땐 눈동자를 제외하고는 거의 비슷하지만, 본래 의 모습으로 변했을땐 상당히 다르다. 서룡족의 경우 육체적인 강함에 있어선 동 룡족을 능가하지만, 동룡족에 비해 술법은 약한 편이었다. 게다가 동룡족은 '소울 스톤(여의주)'라 불리는 정신 결정체를 하나씩 들고 다니기 때문에 두 종족의 차이 는 확연했다. "‥잠깐, 만약에 그녀가 동룡족이라면 소울 스톤을 들고 있어야 하지 않나? 게다가 같은 동룡족이 공격을 할 이유도 없잖아. 게다가 너랑 비슷하게 생겼고." "‥하여튼 그 여자는내가 아니야. 서룡족도 확실히 아니다." "‥그럼 이런게 아닐까? 너랑 비슷하게도 생겼겠다, 동룡족도 아니겠다‥." 리오와 바이칼의 대화를 가만히 듣고 있던 지크는 진지한 표정으로 둘의 대화에 끼 어들었고, 리오와 바이칼은 지크를 바라보았다. 지크는 포커 패이스를 유지한채 바 이칼의 어깨를 손으로 두드리며 말했다. "숨겨진 네 딸." "…." "…." 리오와 바이칼의 얼굴은 곧 굳어지고 말았고, 지크는 태연히 몸을 일으키며 계속 말을 이었다. "넌 사실 인간의 여성을 좋아하잖아. 결국 실수로너와 어떤 여자 사이엔 딸이 태 어났고, 그 딸은 널 찾아 방황하다가 사고를 당해 기억을 잃은 것이다. 아아, 이 얼마나 슬픈 이야기인가. 아버지를 찾아 방황하다 기억을 잃은 딸, 그러나 아버지 는 그녀를 동룡족이라 몰아 세우며 거부하려 하고‥." .................... . . . . . . . . . . "참아, 참으라고." "시끄러워!! 저 녀석은 서룡족의 제왕인 날 유린했단 말이다!!! 리오는 어색한 미소를 지은채 바이칼을 말리며 밖으로 나갔고, 바이칼은 몹시 화가 난 듯 얼굴을 붉힌채 숨을 거칠게 쉬어 대며지크를 계속 쏘아보았다. 리오가 바이 칼을 밖으로 데리고 나가자, 소파 뒤에 숨어있던 지크는 몸을 일으키며 떫은 표정 을 지은채 중얼거렸다. "‥성격 참 나쁘네. 저러니 누가 데려가." 11화 [두명의 용제] 몇일 후. 그날 아침도 지크는 라이아를 학교에 데려다 준 후 BSP본부로 출근을 했다. 회의실 안으로 들어간 지크는 자신이 제일 먼저 출근한 것에 기쁨을 누리며 자신의 의자에 앉았다. 그러던 도중, 그는 처크의 책상 위에 연예 잡지가 놓여 있는 것을 볼 수 있었고, 그는 피식 웃으면서 그 잡지를 들고 읽기 시작했다. "헤헷, 할아버지께서도 나이를 생각하시지, 젊은 애들이나 보는 잡지를 뭐하러‥. 어디 보자‥톱 기사‥인기 아이돌 스타 '노아' 돌연 모든 연예활동‥중단‥?" 그 잡지의 톱 기사를 본 지크의 얼굴은 굳어지고 말았다. 그 역시 그녀의 충격을 예상 하고는 있었지만, 이렇게 연예활동까지 중단할 줄은 상상도 못한 것이었다. "허어, 빨리도 왔군. ‥음?" 마악 출근하는 길인 처크는 지크가 자신의 책상 위에 놓인 연예 잡지에 시선을 둔 채 굳은 얼굴을 하고 있자 그 역시 표정을 굳히며 지크의 옆자리에 다가가 앉았다. 처크는 지크의 어깨에 팔을 둘렀고, 그제서야 처크가 온 것을 안 지크는 잡지를 덮으며 고개를 푹 숙이고 말았다. "‥그녀가 충격이 클 줄은 알았지만‥설마 이렇게 될 줄은‥." "아아, 나도 어제 저녁 퇴근하기 전에 헤이그가 가지고 온 것을 보고 놀랐단다. 하 긴, 별 것 아닐 줄 알았던 일 도중에 사람이 일곱이나 자신의 눈 앞에서 죽었으니 그럴 수 밖에 없겠지. 게다가 아직 스무살도 안된 소녀니까." "…." 지크는 아무 말이 없었다. 처크는 자신의 호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낸 후, 불을 붙 이며 지크의 어깨를 덤덤히 두드려 주었다. 평상시에 지크를 그렇게 혼내고 나무라 던 처크라도 10년 이상 지크를 보아온 '가족'이었기에 지크의 마음이 보기보다 여 리다는 것을 그 역시 알고 있었다. "‥나 역시 그녀가 걱정이 돼서 그 잡지를 본 즉시 그녀의 집에 전화를 해 보았단 다. 그녀의 어머니도 굉장히 걱정을 하시더구나. 식사도 잘 않고, 방안에 틀어 박 혀 꼼짝도 하지 않는다는구나. UN에서 허가증을 떼어 왔다고 방송사의 제의에 덥석 허락한 나도 잘못이지." 처크의 말을 들으며, 지크는 시선을 살짝 잡지에 돌려 보았다. 잡지의 표지 내용은 이러했다. [아이돌 톱스타 노아, 돌연 연예활동 중단! 예전부터 돌던 스켄들의 진실인가?] "‥저어, 오늘 하루만 빠져도 될까요." 지크는 고개를 숙인채 갑자기 처크에게 그렇게 물어왔고, 지크의 말 뜻을 알고 있 는 처크는 앞에 놓인 재털이에 담배를 부벼 끄며 고개를 끄덕였다. "‥호출하면 바로 와야 한다." ..................... . . . . . . . . . . 오토바이를 몰고 즉시 노아의 집으로 향한 지크가 가장 처음 본 것은 그녀의 집 앞 에 진을 치고 있는 기자들의 모습이었다. 잡지 표지를 보고 상당히 화가 나 있는 상태인 지크는 분을 꾹꾹 누르며 그녀의 집 대문 앞으로 다가갔고, 그가 그쪽에 접 근하자 마자 기자들은 벌떼같이 지크에게 몰려 들었고, 어김없이 카메라와 녹음기 를 들이 대며 그에게 이것 저것 물어오기 시작했다. "노아양과는 무슨 관계십니까!" "BSP같으신데, 그녀가 특정한 범죄라도 저지른 것입니까!" "혹시그녀 주위에 돌고 있는 스켄들에 대해 아시는 바 있음니‥." 순간, 기자들 사이엔 침묵이 흘렀다. 자신과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는 기자의 안 경에 블래스터의 총구를 들이 댄 지크는 분노에 찬 얼굴로 중얼거렸다. "‥내가 나올때 까지 남아 있다면 바이오 버그들이 왜 이 총에 쓰러지는지 감각적 으로 알게 해 주겠어." "이, 이건‥!! 히익!?" 철컥­ 그 기자가 무슨 말을 하려고 하자, 지크는 블래스터의 안전 장치를 풀었고 기자들 은 뒤로 물러설 수 밖에 없었다. 지크는 총을 내리며 다시 말했다. "언론 탄압이라고 지껄이면 알아서 하시지. 지금 시대에도 사실 은폐가 쉽다는건 당신들이 더 잘 알테니까‥말이야." "‥쳇, 당신 상부에 똑똑히 보고할거야!" "‥난 지옥 끝까지 쫓아가 주지." 강압적이라면 강압적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의 방법으로 기자들을 쫓아낸 지크는 조용히 노아의 집 초인종을 눌렀고, 그는 얼마 있지 않아 집 안으로 들어갈 수 있 었다. 노아의 어머니는 상당히 근심어린 표정을 지은채 지크를 들여보내 주었고, 지크는 그녀에게 인사를 한 후 노아에 대해 물어보았다. "‥노아양은지금 어디 있습니까." "‥그 애는 아직도 자기 방에 틀어 박혀 나오지 않고 있어요. ‥흑, 식사만 하면 견디지 못하고 토해버리고, 도대체 무엇을 봤는지 고기만 봐도 구토를 하니‥어쩌 면 좋죠? 도대체 딸 아이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요!" 노아의 어머니는 결국 참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고, 지크는 눈을 감으며 그녀에게 물었다. "‥제가 만나서 얘기를 해 보겠습니다. 방으로 안내해 주시겠습니까?" "‥BSP시라고 했죠? 그러시다면‥지크라는 분을 아시나요?" "예? 바로 접니다만‥?" 지크는 노아의 어머니가 자신의 이름을 말하자 깜짝 놀랐고, 그녀의 얼굴엔 곧 화 색이 돌았다. 그녀는 지크의 옷자락을 살짝 잡고 그를 노아의 방으로 안내하며 말하기 시작했다. "아아, 다행이군요! 아이가 계속 '지크'라는 사람을 만나고 싶다 여러차례 얘기를 해서 마침 오늘 찾아뵈려 했는데‥." "‥?" 지크는 의아한 표정을 지은채 노아의 어머니에게 이끌려 그녀의 방 앞에 섰고, 노아의 어머니는 허리를 굽히면서까지 지크에게 간곡한 부탁을 했다. "제발, 그 아이를 어떻게 해 주세요. 다른 사람들과는 말도 하지않으니‥제발 부 탁입니다." "아, 예‥." 노아의 어머니는 눈물을 닦으며 거실로 향했고, 소파에 앉아 지크쪽을 계속 바라보 기 시작했다. 지크는 마음가짐을 단단히 하며 문을 두드렸다. "‥노아양 있어요?" "…." 안에선 아무런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지크는 가만히 문의 손잡이를 바라보았고, 전자식 자물쇠라는 것을 확인한 지크는 손잡이를 잡고 일정한 전류를 안으로 잠긴 자물쇠에 흘려 보내기 시작했다. 철컥­ 곧,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고, 지크는 슬그머니 노아의 방 안으로 들어가 보았 다. 순간, 지크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노, 노아‥?" "‥우, 우우욱‥!" 지크가 방에 들어오자 마자 본 것은 방바닥과 침대 위에 어지러히 벌려진 구톳물과 자신이 토한 것을 얼굴에 잔뜩 묻힌채 괴로워 하고 있는 노아의 모습이었다. 몇일 전, 자신이 본 아이돌 스타의 모습과는 상당히 거리가 멀었다. 지금 지크의 눈에 노아는 그저 상처를 입은 작은 동물과도 같았다. 지크는 눈을 질끈 감으며 고개를 돌리고 말았다. ‘‥빌어먹을‥빌어먹을‥!!’ 사람과 바이오 버그들이 피를 분출하며산산조각이 나는 모습을 직접 눈으로 본 17 세의 소녀에겐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게다가 마음이 여리고 지난 일이 머리에서 잊혀지지 않는 성격을 가진 사람이라면 충격은 더한 것이었다. "지, 지크씨‥?" 노아는 공포로 일그러진 얼굴로 지크를 바라보았다. 지크는 시선을 그녀에게로 돌 렸고, 둘은 그 상태로 서로를 가만히 바라보기만 했다. 결국, 지크는 손을 자켓의 안주머니에 넣어 손수건을 꺼낸 뒤, 노아에게 다가와 더러워진 그녀의 얼굴을 닦아 주며 겨우겨우 미소를 지은채 말했다. "‥어젯밤에상한 우유라도 마신거야? 헤헷‥." "‥흐윽‥! 으아아아아앙­!!!!!" 결국, 노아는 아이처럼 울음을 터뜨리며 지크에게 안겨왔고, 지크는 이를 악문채 그녀를 다독거리며 생각했다. 도대체 누구에게 잘못이 있는 것인가. 이 일을 추진 한 방송국일까, 아니면 경고를 하면서도 상황을 진행시킨 자신에게 있는 것일까. --------------------------계속--- Last Radiance~!! Vol. 42 -------------------------------------------------------------------------- 경희대 수원 캠퍼스에 입학하신 새내기 여러분들은 동아리 찾으실때 주저하지 마시고 학생회관 7층에 있는 '만화통신'을 찾아 주세요!! 제 이름 대시면 거기서 끝입니다! 접수 수속 끝! --------------------------------------------------------------------------- "‥못먹겠니?" "…." 노아를 데리고 패스트 푸드 점으로 간 지크는 몇일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한 그녀에 게 햄버거라도 먹게 하려 했으나, 노아는 결국 먹지못했다. 지크의 물음에 녹색 모자를 깊게 눌러 쓰고 있는 노아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을 뿐이었다. 결국, 지크는 자기의 것을 포함한 함버거 다섯개를 모두 먹어 처리한 후, 그녀를 데리고 밖으로 나왔다. 지크는 어떻게 할까 생각을 하다가, 결국 마지막 방법을 쓰기로 하고 노 아에게 말했다. "자, 그럼 우리집으로 가 볼래? 이런 음식점에서 요리하는 사람보다 음식을 훨씬 잘하는 사람이 옆집에 살거든. 정말 음식을 잘 한다구." "‥하지만‥전‥." 노아는 역시 사양을 했으나, 몇일 전보다 핼쓱해진 그녀의 얼굴을 보고 있는 지크 에겐 그 말이 통하지 않았다. 결국, 지크는 그녀와 함께 자신의 오토바이를 타고 집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 "내가 왜 여기 있어야 하지." 바이칼은 냉랭한 눈으로 리오를 바라보며 물었고, 리오는 미안하다는 얼굴을 하며 그에게 설명을 해 주었다. "지금 동룡족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은데 너 혼자 보냈다가 무슨 봉변이라도 당하면 어떡해. 게다가 저 바이칼과 너의 관계가 어떻게 되는지 아직 밝혀지지도 않았잖 아. 안그래?" 순간, 바이칼은 자존심이 상했는지 리오를 쏘아보며 언성을 약간 높여 말하기 시 작했다. "내가 그런 지렁이 몇마리 따위에게 당할거라 생각하나? 그리고 분명히 말하지만 저 돌연변이 용족과 난 아무런 상관이 없어. 저 녀석과 같이 있는 것 조차 싫어." 그가 그렇게 나오자, 리오는 계속 미안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설득 작업에 들어가 기 시작했다. "아아, 그러지 말고 좀 참고 있어봐. 그리고 동생 하나 생겼다고 치고 잘 좀 대해 주라고. 수백억 서룡족의 제왕이라면 이런 정도의 일은 참아줄 수 있잖아. 게다가 동룡족에 관련된 일인데‥." "그래도 난 싫어. 난 분명히 말했다." 그가 계속 그렇게 반응을 보이자, 리오는 한숨을 후우 쉬며 자기가 바이칼이라 이 름을 붙여주었고 지금도 계속 그렇게 부르고 있는 용족 소녀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고개를 푹 숙인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었다. 성격이 여린 편의 그녀가 그렇게 있는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결국, 리오는 표정을 굳히며 바이칼에게 말했다. "그래? 그럼 돌아가." "‥?" 바이칼의 표정은 변하지 않았으나, 그가 의외의 일을 당하면 어깨가 움찔거리는 버 릇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리오는 바이칼의 어깨가 약간 크게 움찔거리는 것을 보고 속으로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계속 말했다. "난 저쪽 바이칼을 돌봐줘야 할 책임이 있다. 네가 그렇게 나온다면 할 수 없지. 드래고니스의 일이 그렇게 바쁘다면 돌아가. 이 이상 싫다는 얘기 듣기도 싫으니 까." 리오와 바이칼 사이엔 잠시간의 침묵이 흐르기 시작했다. 리오는 바이칼을 보려고 하지도 않았고, 바이칼 역시 리오를 보려고 하지도 않았다. 그런 냉전 상태가 계속 되자, 갑자기 리오의 옆에 앉아 있던 여자 바이칼쪽에서 우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 작했고 둘의 시선은 그쪽으로 돌려졌다. "죄, 죄송해요‥. 저 때문에 두분이‥모두 저 때문이에요‥. 제가 나갈께요 리오씨 . 그러니 두분 싸우지 마세요‥흐흑‥." 그런 상황에서도, 리오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바이칼의 성격을 충분히 알고 있 는 리오로서는 더 없이 좋은 반응이기 때문이었다. 결국, 바이칼은 눈을 딱 감고 쓰디쓴 표정을 지으며 리오에게 말했다. "‥너라는 녀석을 알게 된 그날 부터 내 운명은 나락으로 떨어진 것이었다‥. 네 맘대로 해.굽든 삶든." 결국, 작전에 성공한 리오는 빙긋 웃으며 바이칼에게 말했다. "후훗, 역시 마음 넓은 용제님이라니까. 자, 그럼 둘이 얘기나 나누고 있어. 난 샤 워나 하고 오지." 리오는 곧바로 샤워실로 향했고, 그에게 뭔가 속은 듯 한 느낌을 받은 바이칼은 쓰 디쓴 표정을 유지한채 한숨을 길게 쉬었다. 그를 말없이 바라보고 있던 여자 바이 칼은 그를 흘끔흘끔 바라보며 자신 없는 목소리로 슬그머니 바이칼에게 말을 걸어 보았다. "저, 저어‥두분 화해하셨나요‥?" "시끄러워." "‥네." 그렇게 침묵이 흐르고 있는 중, 갑자기 현관문이 열리며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고, 바이칼은 현관쪽에 시선을 돌려 보았다. "자자, 어서 들어와. 친구들도 많이 있으니 심심하진 않을거야." "예? 예‥. 저어, 실례합니다‥." 바이칼은 지크가 녹색 모자를 눌러쓴 소녀를 데리고 집 안으로 들어오자 눈을 감으 며 시선을 돌려 보았고, 여자 바이칼은 지크를 맞이하기 위해 소파에서 일어나 현 관으로 향했다. "어서오세요 지크씨. 어머, 손님하고 같이 오셨네요?" "음, 그래. 자, 인사해. 노‥." "노윤아라고 해요. 만나서 반갑습니다." 노아 스스로 자신을 '윤아'라는 이름으로 소개하자, 지크는 눈을 휘둥그래 뜨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여자 바이칼과 인사를 나눈 노아는 오래간만에 미소를 띄우며 지크에게 말했다. "‥제 본명이에요." "아‥그래? 자, 그럼 저 둘하고 얘기좀 나누고 있어. 아 참, 바이칼. 리오 녀석은 어디 갔니?" "샤워실." "샤워하신다고‥." 두명의 바이칼이 동시에 대답을 하자, 잠시 머리가 공백상태가 되었던 지크는 곧 킥킥 웃기 시작했고, 노아 역시 영문도 모른채 웃기 시작했다. 여자 바이칼은 우물 쭈물할 뿐이었고, 바이칼은 얼굴이 약간 붉어진채 고개를 다른쪽으로 돌리고 말았 다. "자자, 그럼 잠깐만 기다리고 있어. 요리사를 초빙해 올테니까. 알았지?" "네, 그럼 다녀오세요." 노아는 곧 여자 바이칼과 함께 소파에 앉았다. 얘기를 하고 있으라고는 했지만 적 당히 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던 노아는 자신의 앞에 앉은 두명의 바이칼을 번갈아 바라보기 시작했다. ‘이 사람들‥도대체 뭐지? 왠만큼 얘쁘다고 소문난 탤런트들도 무색할 정도잖아 ‥? 둘 다 기본적으로는 비슷하게 생겼지만‥남자쪽도 남자라고 생각되지 않을 만 큼 아름답고, 여자쪽도 저렇게 얘쁜 얼굴을 한 사람이 본 일이 없을 정도야‥!’ 노아는 정신을 잃을 정도로 둘의 아름다움에 심취해 있었다. 결국, 노아는 두 바이 칼에게 넌지시 물어보았다. "저어‥두분 혹시 일란성 쌍둥이‥아니신가요?" 그러자, 바이칼은 손으로 얼굴을 덮고 최대한 분노를 가라앉히며 중얼거렸다. "‥맘대로 생각해." 여자 바이칼은 그냥 웃을 뿐이었다. "아아, 시원하군. 그런데 아까 들어보니 지크가 손님을 모셔온 것 같은데‥." 멀리서 다른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노아는 그쪽을 흘끔 바라보았고 또다시 입 을 다물 수 없었다. 런닝셔츠를 입었기 때문에 대부분이 보이는 숨이 막힐듯 한 적 동색 피부, 타오르는 듯 한 붉은색의 장발에 눈에 띌 정도의 얼굴, 머리를 수건으 로 말리기 위해 움직일 때 마다 크게 꿈틀거리는 팔의 단단한 근육질. 그녀는 그런 리오의 모습에서 시선을 뗄 수 없었다. 그녀에게 다가온 리오는 빙긋 웃으며 인사 를 해 왔다. "리오·스나이퍼라고 합니다. 편히 계세요." "아, 안녕하세요. 노윤아라고합니다." 인사를 마친 리오는 거실에 있는 드라이어로 머리를 말리기 시작했고 노아는 넋이 나간 사람처럼 계속 리오만을 바라보았다. 노아의 그런 모습을 본 여자 바이칼은 약간 인상을 찡그렸고, 그걸 흘끔 목격한 바이칼은 한숨을 푸욱 쉬며 고개를 저었 다. "자자, 들어오세요 세이아씨. 오늘 일은 세이아씨의 솜씨에 달렸다니까요." "예예. 호홋‥. 아, 리오씨도 계시네요?" 세이아는 지크와 함께 현관으로 들어오며 맨 처음 리오에게 인사를 했고, 드라이어 로 머리를 말리느라 완전히 산발이 되어 버린 리오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저야 계속 집에 있는 신세죠. 후훗‥." 세이아가 집에 들어오자, 약간 찡그러져 있던 여자 바이칼의 얼굴은 완전히 퉁명스 럽게 변했고, 세이아 역시 그리 달갑진 않은 얼굴로 인사를 할 뿐이었다. "아, 안녕하셨어요 바이칼씨." "네." "네." "‥?" 두명의 바이칼이 동시에 대답을 하자, 이번엔 리오가 그 둘을 바라보았고 지크는 재미있다는듯 계속 웃을 따름이었다. 세이아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고 있다가 지 크의 안내로 부엌에 향했고, 그녀를 부엌에 밀어 넣은 지크는 다시 거실로 나와 노아의 옆에 앉으며 그녀에게 말했다. "자자, 이제 조금만 기다리면 고급 호텔에서나 먹을 수 있는 멋진 요리가 나온다 구. 헤헷‥기대하시라!" 그러나, 노아의 신경은 이미 '멋진 요리'와는 동떨어져 있었다. 그녀는 지크를 바 라보며 미안한 표정을 지은채 말했다. "저어‥저는 지크씨도 상당히 잘생긴 분이시라고 생각했거든요‥?" "‥무슨 의미지?" ※※※ "아아, 그러셨군요 리오씨. 호홋, 정말 멋진 분이시네요." "아, 그렇진 않아요. 하하핫‥." 지크는 리오와 즐겁게 담소를 나누고 있는 노아를 그리 즐겁진 않은 얼굴로 바라보 고 있었다. 이상하게도 또 한명의 여자를 마귀의 손에 쥐어주게 했다는 느낌을 지 울 수가 없었다. 음식의 마무리를 하고 있던 세이아 역시 그리 탐탁치 않은 얼굴로 리오를 바라보고 있었고, 여자 바이칼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런 광경을 제 3자의 시각으로 바라보던 바이칼은 한숨을 쉬며 생각했다. ‘‥우리 용족이나 동룡족에 관한 진지한 얘기를 나누자는 녀석이 누구였더라‥.’ --------------------계속--- Last Radiance~!! Vol. 43 -------------------------------------------------------------------------- ------------------------------------------------------------------------- "자아, 맛있게들 드세요. 실력을 발휘할 수 있을 만큼 발휘했으니 기대해 주시고 요." 세이아는 만들어둔 음식을 내왔고, 두명의 바이칼을 제외한 다수는 전부터 풍겨오 던 맛있는 냄새 덕분에 기대에 찬 표정을 지어 보였다. 지크와 리오 사이에 앉아 둘과 한참 신나게 대화를 한 탓에 예전의 기억을 잠시 잊은 노아는 세이아가 가져다놓은 멋진 요리를 보고 예전과 같이 구토감을 느끼 진 않았다. 아니, 오히려 자신이 이상하다 생각될 정도로 세이아의 요리가 맛있게 느껴지는 것이었다. "‥이상해요,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음식을 거의 먹지 못했는데‥? 분명히 고기 요 리인데도 불구하고 속이 울렁거리지가 않아요." 그러자, 세이아는 싱긋 웃으며 노아에게 말했다. "포도주에다 양파하고 마늘을 잘 배합한 소스를 사용했거든요. 호홋‥." "‥?" 노아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말 없이 세이아를 바라볼 뿐이었다. 지크가 노아를 데리고 한참 식사를 하는 동안, 일찍 식사를 끝낸 리오는 바이칼과 함께 집 밖으로 나왔고, 둘은 진지한 얼굴로 본론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원래, 바이칼은 바이칼 나름대로 리오에게 애기할 것이 있었고 리오는 리오 나름대로 현 상황에 대해서 얘기할 것이 있었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의 정신이 음식쪽에 쏠려 있는 동안은 진지한 대화를 나눌 절호의 기회였다. 바이칼은 팔짱을 끼며 입을 열 었다. "‥이 행성의 성계신에 대한 일‥알고 있나." "‥음. 그런데 그 전에‥." 그러자, 리오는 고개를 끄덕인 후 바지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냈고 바이칼의 입 주위에 묻어 있는 음식물을 닦아 주었고, 리오는 빙긋 웃으며 말했다. "자아, 계속 하시죠." "‥쳇. 어쨌든, 아까의 질문에 대답을 해." 바이칼은 리오로 부터 약간 거리를 두며 말했고, 리오는 현관 앞 계단에 걸터 앉 은 후 얘기를 시작했다. "주신께서도 이 세계의 성계신에 대해선 말씀해 주시지 않았어.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지만 나 스스로 성계신을 찾아 보호하라는 임무도 내리셨지. 이 행성의 성계신 이란 존재가 얼마나 중요한지는 나도 알고 있어. 그래서 나름대로 찾고 있기는 하 지. 하지만 맘에 걸리는 것이‥세이아와 라이아가 예전의 기억을 가지고 있지 않다 는 것이야. 하지만 능력은 남아 있어. 아무래도 둘중에 한명이 이 행성의 성계신일 가능성이 높은 것 같아. 이 세계의 사람들이 세이아와 라이아를 노리고 온 일도 있 었고, 동룡족도 이 근처에 나타났던 일이 있었으니‥내 생각이 맞다면 잘 된 것이 겠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거나. 그건 그렇고‥넌 동룡족 때문에 이곳에 온 것 같은데‥?" "잘도 아는군. 드래고니스의 첩보부와 다른 용왕들 산하의 정보부에서 동룡족들이 이 세계에서 심상치 않게 움직이고 있다는 말을 몇달 전부터 했다. 게다가 성계신 의 존재가 확실히 정해지지 않은 이곳에서의 일이기 때문에 탐탁치 않지만 너에게 이 일에 대해 물어보려고 했었다." "‥흐음, 그랬었군. 아 참‥그런데, 너와 여자 바이칼 말인데‥인간적으로 너무 닮 았다고 생각하지 않아? 그녀의 겉모습은 네가 술에 만취해서 변했을때의 모습과 똑같단 말이야. 음‥뭐, 물론 넌 네가 변한 모습을 본 일이 없어서 느끼지 못하겠 지만, 그 모습을 본 지크나 나는 닮아도 너무 닮았다고 느끼고 있어. 넌 좀 불쾌 하게 생각되겠지만 한번 알아보는게 어떨까‥하는데." 그러자, 바이칼의 얼굴은 심하게 일그러졌고, 그는 화가 난 나머지 리오의 옷자락 을 움켜 쥐며 흥분된 목소리로 말하기 시작했다. "어떻게 알아보라는 소리야! 어마마마께? 아니면 돌아가신 아바마마께!! 네녀석 도 대체 무슨 뜻으로 지껄인건지 말을 해!!!" "‥아, 미안‥. 내가 말을 실수했구나. 사과할테니 진정해." 바이칼이 그렇게 흥분하는 것을 자주 본 일이 없는 리오는 자신 역시 그에게 심한 말을 했다 생각을 했는지 즉시 사과를 했고, 가만히 리오의 눈을 쏘아보던 바이칼 은 조금 후 옷자락을 놓으며 나지막히 말했다. "‥네가 생각하고 있는 그런 더러운 일의 가능성은 없다‥절대로! 한번만 더 그런 말을 하면 가만두지 않겠어!!" "알았어, 다시 사과하지. 정말 미안하다." "‥흥." 바이칼은 곧 돌아서서 집 안으로 들어갔고, 리오는 구겨진 자신의 옷자락을 손으 로 툭툭 털어 풀은 후 턱에 손을 대며 가만히 생각을 해 보았다. 바이칼이 어지간 한 일엔 저렇게 흥분하지 않는 것을 알고 있는 그로서는 방금 전 그의 행동이 이 상하게 생각되지 않을 수 없었다. ‘‥뭔가 숨기고 있는 것이 있나‥? 하지만 전대 용제에 대한 일은 내가 가즈 나이 트가 되기 전의 일이라 나는 모르는데‥. 저 녀석이 저렇게 흥분하는걸 보면 예전 에 무슨 일이 있던게 분명할지도‥아니면 기분탓이던가.’ 결국, 지금 상황에선 결론을 도출할 수 없었던 리오는 머리를 긁적이며 중얼거렸 다. "‥흐음, 괜히 친구 관계만 벌어졌군. 잊어 버리길 바래야 하겠지‥." 리오는 터벅터벅 집 안으로 들어갔다. ※※※ "‥정말 고마워요 지크씨. 지크씨 덕분에 오늘 하루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었어요." 노아를 집 앞까지 바래다준 지크는 그녀가 오토바이에서 내리며 자신에게 그렇게 말 하자, 이해가 안가는듯 눈을 동그랗게 뜨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노아는 빙긋 웃 으며 계속 말했다. "지크씨와 같은 BSP분들은 정말 생사를 걸고 바이오 버그들로 부터 사람들을 지키 기 위해 애를 쓰시잖아요. 그리고 일하는 도중에도 몇일 전에 벌어졌던 광경을 한 두번 보시는게 아니실테고‥. 그런데 전 '재미'로만 그 일을 하겠다고 했고, 그런 광경이 눈 앞에 벌어졌을때의 각오를 하지도 않은채 각본대로 될 것이다 라고만 생 각했었죠. ‥하지만 제가 생각치 못한 NG가 나버렸죠. 그리고 전 BSP여러분들이 매일같이 보시는 광경을 한번 보고 몇일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할 정도로 심한 충격 에 빠져 버렸어요. 전 이제 더이상 아무런 일도 할 수 없다고 생각이 들었답니다. 너무 무서웠거든요. ‥하지만 그런 일을 실제 상황으로 매일 접하시는 지크씨는 저 처럼 집에 와서 덜덜 떨기 보다는, 오히려 보통 사람들보다 재미있게 지내시고 계 셨죠. 그걸 보고, 전 한참 어리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직 세상에 경험해 보지 못 한 일이 많은데, 그런 일을 한번 당했다고 해서 공포감에 아무것도 못했다는 것이 너무 부끄러웠어요. ‥정말 죄송해요 지크씨. 괜히 걱정만 시켜드리고‥." 그녀의 말을 조용히 듣고 있던 지크는 곧 씨익 웃었고, 양 손으로 그녀의 볼을 살 짝 매만지며 말했다. "헤헷, 나 역시 경험 안해본게 많은건 마찬가지라구. 난 너처럼 여러 사람들 앞에 서 노래를 부른 일도 없고, 드라마 대본등을 외울 머리도 안돼. 사람들은 각자 잘 하는 것이 따로 있기 마련이야. 넌 잠깐 네가 할 수 없는 일을 경험한 것 뿐이지. 아마, 내가 가수가 된다고 했다면 너랑 똑같은 상황에 빠졌을지도 몰라. 사람은 각자의 본분만 지킨다면 문제될 것이 없다‥라고 난 생각해. 헤헷‥이거 원, 선생 님 같은 얘기만 하는데?" "‥괜찮아요. 저도 그렇게 느꼈는걸요. 아, 엄마가 걱정하시겠어요. 저 이만 들어 가 볼께요." 그녀의 말을 들은 지크는 곧 그녀를 놓아 주었고, 노아는 손을 흔들며 천천히 자신 의 집 현관으로 향했다. 지크는 오토바이에 시동을 건 후, 노아를 향해 엄지 손가 락을 펴 보이며 말했다. "다음 음반이 나오면 보내줘야해. 알았지?" "‥걱정 마세요 지크씨. 그럼, 시간이 나면 또 찾아뵐께요." "헤헷, 언제든지 환영이지! 자아, 그럼 식사 잘 하라구!" 지크와 그의 오토바이는 천천히 노아의 집으로 부터 멀어져 갔다. 노아는 점점 작 아지는 지크의 뒷모습을 보며 눈을 감고 조용히 중얼거렸다. "‥바람‥같아요. 아주 상쾌한‥. 지크씨는 정말 바람 같아요." 노아는 그런 느낌이 들었다. 오랫동안 생각한 지크에 대한 느낌이 아닌, 지금방금 자신의 주위에 시원한 바람이 부는 것과 같은 느낌이었다. 몸 뿐만 아니라, 마음 속에도 이상스럽게 시원한 바람이 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 . . . . . . 다음날 조회시간. 처크는 이상하다는 눈으로 지크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노아의 부모 와 그녀의 측근으로 부터 그녀가 하루만에 달라졌다는 말과 함께 몇시간동안 감사 의 말을 들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그들은 지크에 대한 칭찬도 겸하고 있어서 더더욱 그러했다. 처크의 그런 시선을 느낀지크는 흘끔 처크를 바라보았고, 깜짝 놀라며 그에게 물었다. "‥왜 그러세요? 오늘은 아무짓도 안했는데요‥?" 계속 지크를 바라보던 처크는, 곧 실소를 터뜨렸고 지크를 비롯한 모든 대원들은 멍하니 처크의 그런 모습을 바라보았다. 처크는 약간 흘러내린 자신의 선글라스를 고쳐 쓴 후, 여전히 입가에 미소를 머금은채 말했다. "‥많이 성장했군 지크. 처음 만났을땐 저런 망나니가 또 있을까 했는데‥하하핫. 자아, 잡담은 이만 하고, 오늘의 본론으로 들어가도록 하지." 처크의 그런 모습을 본 리진은 불가사의한 일을 접한 사람처럼 얼굴이 변했고, 검 지의 관절을 손가락으로 살짝 깨물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왠일로 지크 칭찬을 다 하시지? 오늘 어디 편찮으신가?’ ※※※ "미안하다니까. 오늘은 슈렌을 만나기로 했으니 제발 몇시간만 집을 부탁할께. 음? 알았지 바이칼." 리오는 손을 모은채 바이칼에게 굽신거리며 부탁을 했고, 계속 뚱한 표정을 짓고 있던 바이칼은 시끄럽다는듯 귀를 막으며 말했다. "알았으니 사라져. 귀찮은 녀석." "훗, 고마워. 그럼 갔다오지." 리오는 바이칼의 머리를 매만져준 후 곧바로 밖으로 나갔고, 바이칼은 팔짱을 낀 채 한숨을 푸우 쉬며 TV를 켰다. 리오가 없는 동안엔 자신만의 방송을 보는 그는 채널을 만화, 어린이 채널로 바꾸었고, 마침 그곳에선 바이칼이 즐겨 보는 만화가 한참 방영중이었다. 바이칼은 묵묵히 그 방송을 지켜보기 시작했다. "아‥바이칼씨도 그 만화 좋아하시네요? 저도 좋아하는데‥." "‥'씨'가 아니라 '님'이다." "‥죄송해요." 여자 바이칼은 시무룩한 표정을 지은채 바이칼의 건너편 소파에 앉았다. 그러나 그 녀의 그런 표정도 그리 오래 가진 않았다. 둘은 곧 약속이나 한 듯 방송에 집중을 하기 시작했다. 제 10화 (11화라고 잘못 나갔음..(그런 것 같아요)) 끝 11화 예고!! 갑작스레 리오와 지크가 있는 세계를 방문한 슈렌. 그는 특별한 임무를 띄고 이 세계를 방문하고 있었다. 한편, 냉정, 침착하기로 소문난 BSP의 오퍼레이터 이자 지크의 사촌인 루이는 뜻하지 않게 슈렌의 일에 휘말리고 마는데‥. 제 11화 [화염의 귀공자]편을 기대해 주시길!! Last Radiance~!! Vol. 44 -------------------------------------------------------------------------- -------------------------------------------------------------------------- "왠만하면 이 프로젝트는 중단하시오. 이건 사이보그도 아니고‥!" 처크는 흥분한 목소리로 자신의 앞에 서 있는 '존·루이션' 박사에게 말했다. 그러 나, 존 박사는 미소를 띄우며 처크에게 말했다. "‥지부장님. 이 프로젝트가 실용화 된다면 바이오 버그에 의한 BSP대원들의 사망 이나 부상등에 따른 비용을 상당히 절감할 수 있습니다. 이 계획은 대원들을 아끼 기로 소문난 당신이시라면 협조해 주시리라 생각하고 있는데‥. 아닙니까?" 그의 말을 듣고 있던 처크는 한숨을 길게 쉰 뒤, 애용하는 시가를 입에 물고 불을 붙이며 존 박사에게 말했다. "‥분명히 비용은 절감되겠죠. 나 역시 대원들의 부상이나 사망에 들어가는 비용이 엄청나다는 것을 알고 있소. 하지만, 로봇이라면 모를까 사람의 손으로 만든 인공 생명체를 바이오 버그와 싸우게 한다는 것은 난 허락할 수 없소. 그건 바이오 버그 를 바이오 버그로 상대한다는 것과 똑같은 것이 아니오." 그러자, 존 박사는 어깨를 으쓱이며 처크에게 말했다. "하핫, 잘못 이해하고 계시군요. '조안'과 '마린'은 바이오 버그와는 다릅니다. 이 들의 통제는 최근 NEC에서 개발한 생체 AI칩 'B.R.O.X'를 사용해서 지금은 완전 부 도 처리된 제네럴 블릭의 BX시리즈 전투 로봇보다 안전하고‥." "듣기 싫소." 처크의 단호한 한마디에 존 박사는 말을 맘추었다. 처크는 의자를 돌려 창 밖에 시 선을 둔 후, 담배 연기를 길게 뿜으며 조용히 말했다. "현재 바이오 버그들은 인류 최대의 적‥그러나 그들 역시 인류가 만들어낸, 신에 게 인류가 도전한 것에 대한 죄값이오. 당신이 만들어낸 두 생채 병기의 스펙이 엄청나다는 것은 인정하오. 그러나, 그것 역시 잘못 이용이 된다면 또다른 바이오 버그가 될 뿐이오. 난 더이상 인류가 생명 창조에 대한 일에 관여하는 것을 보고 싶지 않소. 또 한가지. 그 계획이 실용화 된다면 BSP대원들의 뒷처리 비용은 전부 당신의 은행 구좌에 입금이 되겠지." "‥!!" 순간, 존 박사의 얼굴은 굳어졌고 처크는 재를 털며 말을 이었다. "그런 루트는 당연한 것이니 화내지 마시오. 댓가는 지불해야 하니까. ‥분명히 말 하지만, 존 박사 당신이 만든 그 생체 병기를 당신 자신이 없애지 않는 한 천벌을 받게 될 것이오. 예전의 '그들' 처럼‥. 더이상 말 하고 싶지 않으니 돌아가시오." 존 박사는 쓴 웃음을 지었다. 그는 처크의 책상 위에 펴 놓았던 자신의 서류들을 다시 가방속에 넣은 뒤, 말 없이 처크의 방을 나섰다. 그가 나간 것을 확인한 처크 는 담배를 끄고 선글라스를 벗은 후, 창문으로 보이는 파란 봄 하늘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불안하군." 11화 [화염의 귀공자] "정말 오래간만이군요 슈렌님. 몇년만에 주인님을 뵙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음." 벌써 중년의 모습이 되어 버린 카루펠은 숨을 깊게 들이 마시며 기분 좋은 표정을 지었다. 그의 옆에 앉아 있는 슈렌은 묵묵히 눈을 감고 있을 뿐이었다. "아빠∼여기좀 보세요!" "그래요 아빠! 신기한게 많다고요!" 그때, 두명의 아이들이 카루펠에게 달려왔고, 카루펠은 둘의 머리를 만져주며 고개 를 끄덕였다. "오오, 그래. 그런데 엄마는 어디 계시니?" "백화점 앞에서 기다리고 계세요. 아빠, 빨리 가요!" "아아‥알았다. 그럼, 잠깐 다녀오겠습니다 슈렌님." "‥음." 카루펠은 아이들과 함께 멀리 보이는 백화점으로 달려갔고, 슈렌은 변함없이 눈을 살짝 감은채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슈렌, 기다렸어?" "‥아니." 슈렌은 살짝 눈을 뜨며 자신에게 다가온 남자를 바라보았다. 모자를 쓴 붉은 장발 의 남자, 리오였다. "후우, 변장하느라고 고생했다구. 아직도 날 알아보는 사람들이 많아서‥. 그런데, 카루펠은 어디갔지?" "백화점. 아이들과 함께." "아아, 그래?‥누구하고 함께!?" 리오는 놀란 표정을 지으며 슈렌을 바라보았고, 슈렌은 자초지종을 리오에게 간단 히 얘기해 주었다. 이오스에 대한 일이 끝난 후, 슈렌은 카루펠과 함께 다른 세계 를 돌아다니며 그의 시간으로 10여년이 넘게 일을 했고, 도중에 카루펠은 다른 켄 타로스족의 여성을 만나 두명의 아이를 낳고 있었다‥라는 스토리였다. 시간차에 대한 개념을 잘 알고 있는 리오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흐음‥그렇군. 하긴, 켄타로스족이라고 해서 영원히 총각으로 살 수는 없겠지. 그 런데, 그 가족은집이 어디야? 그런 상황이라면 계속 너와 같이 다닐 이유는 없을 텐데‥?" "‥이번만 특별히 가족과 함께 왔지. 지크를 보기 위해." "음‥그렇군. 아, 저기 돌아오는데?" 리오는 멀리서 가족과 함께 돌아오는 카루펠을 보고 자리에서 일어났고, 자신에게 손을 흔들고 있는 리오를 본 카루펠은 깜짝 놀라며 빠른 걸음으로 리오에게 다가와 인사를 했다. "아, 리오님! 건강히 잘 계셨군요!" "음, 그래. 오래간만이군. 시간으로 따진다면 자네는 날 본지 10년이 넘었겠는데? 후훗‥자, 가족이나 소개시켜주게나." "아, 예. 이쪽은 제 부인인‥." ※※※ "‥야간 근무는 지크와 케빈이다. 오늘 하루 수고 많았다. 해산." 처크는 여느때와 다름 없이 종회를 끝냈고, 야간 근무가 된 지크는 한숨을 쉬며 자 리에서 일어났다. 헤이그를 비롯한 모두가 나갈 무렵, 지크가 탁자에 앉아 한숨을 쉬고 있는 모습을 본 사이키는 걱정스런 표정을 지으며 지크에게 다가와 물었다. "저어, 피곤하신가봐요 지크씨?" "음? 아, 아니야. 그냥 걸리는 것이 있어서." "걸리는‥것이라니요?" 사이키가 계속 물어오자, 지크는 할 수 없다는 듯 머리를 긁적이며 그녀에게 말을 해 주었다. "‥사이키도 리진이나 챠오에게 들었을지도 몰라. 닥터 와카루라는 대머리 늙은이 에 대해서 말이야. 예전 전투 사이보그에 대한 일 이후 그와 관련된 것 같은 일이 한번도 발생하지 않았거든. 닌자들에 대한 사건은 관련이 없다고 쳐도‥. 상당히 위험한 과학자 할아버지라서 이렇게 조용히 있으면 더 불안하거든. 차라리 일이라 도 한번 터졌으면 좋겠는데‥." "‥그렇군요. 하지만 너무 불안해 하지 마세요 지크씨. BSP는 지크씨 혼자 뛰고 계 시는게 아니니까요." "‥헤헷, 하긴 그래. 아, 퇴근할 사람을 이렇게 잡아뒀네. 먼저 가라구. 난 야근이 니까." "네, 그럼 수고해 주세요." 사이키는 곧바로 회의실을 빠져 나갔고, 지크는 탁자에서 내려와 야간 근무를 하기 위해 자신도 회의실을 나서려 했다. 그때, 문이 열리며 루이가 들어왔고, 그녀는 안경을 매만지며 지크에게 말했다. "아버지께서 오늘 이모집에 가보라고 하셨어." "응, 그래? 잘가‥잠깐, 우리집!?" 지크는 순간 기겁을 하며 루이에게 되물었고, 루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요즘 레니 이모께서 어떻게 지내시는지 한번 가보라고 하셨어." "자, 자, 자, 잠깐‥지금 우리집엔 군식구가 많거든? 하하하‥그, 그러니까 오늘은 좀 피해줬으면‥." "티베나 마키가 살고 있다는건 나도 알아. 그럼 오늘 야근 수고해." 루이는 곧바로 회의실을 빠져 나갔고, 지크는 회의실 안에 있는 전화기를 들며 급 히 다이얼을 눌러 나갔다. 만약 지금 집에 리오나 두명의 바이칼, 그리고 시에가 있다는 것을 그녀가 알게 되면 문제가 복잡해지기 때문이었다. "자, 받아라 제발!! ‥통화중이잖아!!! 빌어먹을!!!!!" ........................... . . . . . . . . . "네, 알았어요 리오씨. 바이칼‥님, 전화받으세요." 여자 바이칼은 TV를 보고 있는 바이칼에게 전화를 건내 주었고, 바이칼은 무뚝뚝한 표정으로 전화를 건내 받은 뒤 리오와 통화를 시작했다. "나다." 「아아, 그래. 지금 슈렌하고 같이 있는데, 난 오늘 라이아를 지크 대신 학교에서 데리고 와야 하기 때문에 슈렌하고 같이 못올것 같아. 그러니 슈렌이 도착하면 좀 부탁해.」 그러자, 바이칼은 불쾌한 표정을지으며 리오에게 말했다. "‥날 가정부로 착각하고 있는건가." 「너 말고 다른 바이칼은 슈렌을 본 일이 한번도 없잖아. 그러니 좀 부탁해. 그럼 있다가 보자.」 철컥­ 전화는 곧 끊어졌고, 바이칼은 전화기를 소파에 내 던지며 이를 갈기 시작했다. 전 화가 제대로 끊어지지 않은 것을 본 여자 바이칼은 미안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바이 칼에게 말했다. "저어‥바이칼님, 전화를 제대로 놔야‥." "시끄러워." "네." ------------------------계속--- Last Radiance~!! Vol. 45 -------------------------------------------------------------------------- ------------------------------------------------------------------------- "오랜만이군." 슈렌은 지크의 집 안으로 들어오며 문을 열어준 바이칼에게 그렇게 인삿말을 맺었 다. 바이칼은 말 없이 소파에 다시 앉았고, 집 안을 가만히 둘러보던 휀은 바이칼 의 앞에 바이칼과 비슷하게 생긴 소녀가 서 있자 눈을 살짝 뜨며 중얼거렸다. "‥닮았군." "닥쳐." 순간, 바이칼은 슈렌을 쏘아보며 그렇게 말했고, 슈렌은 묵묵히 여자 바이칼쪽을 바라보며 말했다. "슈렌이라 합니다." "아, 죄송해요. 제가 먼저 인사를 드려야 하는데‥. 바이칼이라 합니다." 그녀는 고개를 숙여 슈렌에게 인사를 했고, 그녀의 이름을 들은 슈렌은 가만히 바 이칼쪽을 바라보았다. 슈렌의 시선을 의식한 바이칼은 고개도 돌리지 않았고, 슈렌 은 소파에 앉으며 바이칼에게 조용히 말했다. "뉴스를 보는게 어떤가." "…." 곧 채널은 뉴스 전문 채널로 돌려졌고, 곧 집 안에 있는 셋 사이엔 오랜동안 침묵 이 흘렀다. 이렇게 조용히 있는것이 둘에게 미안해진 여자 바이칼은 일어서서 부 엌으로 가며 바이칼과 슈렌에게 말했다. "저어, 제가 차를 내올께요." "넌 가져오다가 엎지르잖아." "‥죄송해요." 다시 셋 사이엔 침묵이 흘렀고, 조금 후 퇴근을 한 티베와 마키가 집으로 돌아와 상황은 약간 변하는듯 했다. "다녀왔습니다! 어머? 이게 누구셔∼슈렌씨 아니세요!" "슈렌씨? 아아‥그 분." 둘이 들어오자, 슈렌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둘에게 인사를 했다. "오래간만입니다." "‥끝이에요?" 티베는 슈렌의 인사가 짧디 짧자 이상하다는 눈으로 그를 바라보며 물었고, 마키는 티베의 허리를 손가락으로 콕 찌르며 귓속말로 그녀에게 말했다. "‥저 남자 원래 말수가 적잖아." "아 참, 그랬지. 호호호호호홋‥죄송해요. 그건 그렇고, 저녁 식사 하셨나요?" "아뇨." "그러세요? 다행이네요, 저희들이 곧 준비할께요. 호홋‥." 티베가 그렇게 말하며 부엌으로 향하자, 그녀를 보던 마키는 인상을 약간 찡그리며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제 정신인가‥? 왠일로 저녁 식사 준비를‥." 그러나, 조금 후 티베는 부엌에서 나왔고, 그녀는 머리를 긁적이며 슈렌에게 미안 하다는 얼굴로 말했다. "헤헷‥죄송해요. 라면이 다 떨어졌네요." "…." ※※※ "담배좀 그만 피우라구 케빈. 몸에 뭐 좋다고 쉴새 없이 피워대." 케빈과 함께 순찰차를 타고 야간 순찰을 돌던 지크는 운전을 하고 있는 케빈이 계 속 담배를 태우자 짜증을 내며 그에게 말했고, 케빈은 피식 웃으며 지크에게 말했 다. "푸, 시어머니 났군. 이건 기호 식품이라구. 너도 못피우는건 아니잖아." "쳇, 누가 굴뚝 아니랄까봐. 음‥하여튼 오늘은 조용∼하구만." "남자끼리 드라이브를 하긴 딱 좋지. 하하하핫‥." "징그러운 녀석‥." 지크는 쓴 웃음을 지으며 시트에 푸욱 눌러 앉았다. 한참동안 순찰을 계속 하던 둘 은 운전을 교대하기 위해 차를 세웠고, 운전대를 잡은 지크는 귀찮았는지 자동 항 법장치에 운전을 맡긴 후 편안히 뒤로 몸을 젖혔다. 그러나, 그의 그런 편한 순찰 도 그리 오래 가진 못했다. 삐익­ 삐익­ "얼래? 본부 호출이네? 네, 순찰중인 지크입니다." 「비상사태입니다! A급 바이오 버그 둘이 본부에 침입했습니다! 현재 지하 3층까지 의 방어선이 돌파당했고, 4층 입구를 막은 방어선도 그리 오래 버티진 못할 것 같 습니다!!」 지크와 케빈은 순간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BSP본부 주위엔 바이오 버그들에게만 통하는 특별한 고주파 사이클의 전자 방어막이 두텁게 쳐져 있어서 본부의 핵심부 로 들어가기 위해선 전자 방어막을 돌파하거나 수십겹의 장갑판으로 보호가 되어 있는 지하를 공략하는 수 밖에 없었다. 간단히 말해 그리 간단히 본부 건물이 바이 오 버그들에게 침입을 당할 이유는 없었다. 지금의 상황이 이해가 가지 않고 있는 지크는 인상을 쓰며 무전기에 대고 소리쳤다. "잠깐! 전자 방어막은 반응도 하지 않았단 말이오!" 「그게‥잘 모르겠습니다! 건물 외부의 고주파 방어막엔 아무런 손상도 없었습니다 만‥경보는 본부 현관에서 울리기 시작했습니다. 어떤 특별한 경로로 둘이 들어온 것 같습니다!」 "‥쳇, 알았소! 우리도 즉시 갈테니 다른 대원들에게도 연락을 해 주시오! 이만!" 지크는 통신을 끊자 마자 운전을 수동으로 돌린 후 즉시 본부를 향해 도로를 질주 하기 시작했다. 케빈은 안전벨트를 맨 후 자신의권총 '하데스 웨폰'안에 든 탄환 을 점검하며 지크에게 말했다. "‥A급은 오래간만이지? 오늘은 야간 축제가 화려하겠군." "그러게나 말이야. 그건 그렇고 어떻게 본부 현관에 침투를 한거지? 본부 주위에 둘러진 전자 방어막은 두께가 1Km에 가까운데‥? 우비라도 입은건가?" "‥아니면 바이오 버그가 아니던가." "‥?" 케빈은 그냥 빈 말로 바이오 버그가 아니라는 말을 했지만, 지크는 문득 그것도 일리가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바이오 버그 경보기는 바이오 버그를 제 외한, 지구상에 등록된 모든 생물들의 몸에서 뿜어지는 주파수를 감지하여 바이오 버그의 유무를 확인한다. 바꿔 말하자면, 보통 사람들은 없다고 생각하는 생물인 용족도 그 감지기엔 바이오 버그로서 감지가 되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누구지? 바이오 버그가 아니라고 해도 침입을 할 정도의 생물은 잘 모 르는데‥?" "음? 무슨 소리야?" "아, 아니야. 하하하‥." ※※※ "후우‥그렇게나 인정받고 싶은가요?" 여성 치고는 상당히 큰 키에, 타이트한 가죽 스커트와 자켓을 입고 있는 붉은 장발 의 미녀는 자신의 앞에 서서 노트북의 모니터 화면을 지켜보고 있는 존·루이션 박 사의 어깨에 팔을 기대며 물었고, 존 박사는 미소를 띄우며 고개를 끄덕였다. "‥최고의 팀웍과 능률성을 자랑하는 이 나라 BSP본부의 핵심부를 이들이 장악한다 면 다른 BSP지부장들과 BSP간부들이 내 아이들과 제 능력을 충분히 인정할 것입니 다. 후후‥대한민국 지부장님은 너무 완고하셔서요‥. 이렇게라도 양해를 구해야 하겠죠." 존 박사의 말을 들은 그녀는 자신의 갸름한 턱을 손가락으로 쓰다듬으며 요염한 미 소를 지었다. "‥좋군요. 4층의 방어선까지 아이들이 돌파했습니다. 후후후‥이 정도가 되면 정 식 맴버 분들이 오실때가 되었는데요‥. 그건 그렇고, 당신은 절 오늘 아침에 만났 으면서 이런 일에 협조를 해 주시는 이유가 무엇이죠?" 존 박사는 자신의 얇은 눈으로 옆에 서 있는 그 큰 키의 여성을 바라보며 물었다. 그러자, 그녀는 존 박사의 턱을 손가락으로 매만지며 말했다. "‥후훗‥재미있어 보여서요." "‥그렇습니까. 좋군요‥." 겉으로는 그렇게 말했지만, 존 박사의 느낌은 절대 좋지가 않았다. 오늘 아침 자신 을 '아란·슈왈츠'라 밝히고 자신을 계속 도와주고 있는 그녀로 부터 풍기는 느낌 이 그리 썩 좋지는 않았다. 게다가, 이번 일은 자신이 혼자 해도 그리 어려울 것이 없었기에 존 박사는 그녀를 그다지 신용하고 있지는 않았다. "BSP본부는 저녁 아홉시 이후로 민간인의 출입을 허가하지 않습니다." 그때, 존 박사의 뒤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그는 흠칫 놀라며 자신의 뒤 를 바라보았다. 큰 키에 적갈색 머리를 묶어 내린 여성­린챠오가 블래스터를 들고 자신과 옆에 있는 아란을 주시하고 있는 모습이 있었다. "‥이런, 큰일이군요. 설마 BSP여러분들이 이렇게 빨리 오실 줄은 미처 생각을 하 지 못했습니다 게다가 지하 주차장이라면 발견되지 않을거라 생각했는데‥. 아무래 도 이번 일은 여기까지‥." "호오‥그 유명한 BSP? 후훗‥지크·스나이퍼라는 사람이 당신 동료인가요?" 그때, 아란은 존 박사의 말을 무시하고 챠오의 앞으로 다가갔고, 챠오는 그 여성에 게서 풍겨오는 이상한 느낌에 정신을 바짝 차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만, 당신은 누구시죠?" 챠오의 물음에, 아란은 자신의 붉은 머리카락을 입으로 살짝 깨문 후 차갑게 대답 했다. "‥알 것 없어." 퍼억­!!! 순간, 챠오조차 희미하게 볼 정도의 스피드를 가진 킥이 챠오의 가슴팍에 날아들었 고, 챠오는 반사적으로 방어자세를 취해 팔로 그녀의 킥을 막을 수 있었다. "­!!" 그러나, 막았음에도 불구하고 챠오는 뒤로 주욱 밀려 나갔고, 겨우 중심을 잡은 챠 오는 입고 있던 코트를 벗은 뒤 전투 자세를 취했다. 파직­ 순간, 그녀가 팔에 대고 있던 세라믹제의 방어구가 소리를 내며 산산조각이 났고, 블래스터의 탄환도 튕겨낼 수 있는 팔 방어구가 그렇게 깨진 것을 본 챠오는 긴장 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지금까지 맨주먹이나 발로 이 방어구를 깬 사람은 자신 과 지크 외엔 본 일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 "어머? 막았군요‥세상에나. 후훗‥괜찮아요. 지크라는 사람을 기다릴때 까지 지루 하진 않을 것 같군요. 당신은 생각보다 좋은 장난감이 될 것 같으니까‥후후후훗." ※※※ "예? 예‥예‥알았어요! 지금 출발할께요!" 본부로 부터의 긴급 호출을 받은 티베는 옆에 앉은 마키의 어깨를 툭 쳤고, 마키와 티베는 저녁을 만들고 있는 레니에게 인사를 한 뒤 급히 집을 빠져 나갔다. 그 둘 의 모습을 보던 바이칼은 다시 TV에 눈을 돌리며 중얼거렸다. "‥칠칠치 못하군. 단 두마리에게 속수무책으로 침입당하다니. 역시 인간이란‥." "그 두마리완 상관 없어." "‥?" 갑작스런 슈렌의 말에 바이칼은 움찔하며 그를 바라보았다. 슈렌은 어딜 가려는지 소파에서 일어나 현관쪽으로 향하며 방금 전 집에 돌아온 리오에게 말했다. "같이 가지. 지크로도 모르니까." "‥지크 이상의 적이라고? 바이오 버그가 아니라는 말인가?" 리오는 안색을 바꾸며 슈렌에게 물었고, 슈렌은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들은 미끼에 불과해. ‥가면서 설명해 주지." ----------------------------계속--- Last Radiance~!! Vol. 46 ------------------------------------------------------------------------ ------------------------------------------------------------------------- "음‥알았어. 거절할 이유도 없지." 리오는 어깨를 으쓱이며 그렇게 말했고, 슈렌은 나가기 위해 현관의 문을 열었다. 탕! "아얏!" 순간, 바깥쪽으로 열린 현관문에 무엇인가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고, 그와 함께 여 자의 비명소리도 들려왔다. 슈렌은 눈을 살짝 뜨며 아래쪽을 바라보았고, 현관문 앞엔 케익 상자를 안은채 바닥에 넘어진 한 여성이 있었다. 슈렌은 묵묵히 그녀에 게 손을 뻗었고, 벌써 빨갛게 부어오른 이마 한쪽을 쓰다듬던 그녀는 움찔하며 슈 렌을 올려다 보았다. 슈렌은 조용히 그녀에게 말했다. "미안하오." "‥?" 그때, 저녁 식사를 만들던 레니가 현관쪽으로 나와 보았고, 그녀는 현관문 앞에 쓰 러진 여성을 알고 있는지 리오에게 양해를 구하고 그녀에게 다가갔다. "루이, 괜찮니?" "‥이모? 제가 집을 잘못 찾아온 것이 아니었나요?" 슈렌은 가만히 둘을 바라보았고, 보다 못한 리오가 결국 그의 팔을 잡아 당기며 말했다. "사과는 나중에 하자고. 지금 상황이 안좋잖아." "‥그렇군." 슈렌과 리오는 곧바로 밤길을 달리기 시작했고, 어디론가 달려가는 둘을 바라보던 루이는 갑자기 무언가 떠올랐는지 흠칫 놀라며 소리쳤다. "자, 잠깐! 그 붉은 머리의 남자‥설마?" "음? 리오씨? 너도 알고 있었니?" 레니는 루이를 일으켜 세우며 물었고, 제대로 선 루이는 레니를 바라보며 급박한 목소리로 되물었다. "저 두사람 지금 어디로 가는거죠?" "두분? 아아‥BSP본부에 무슨 일이 생겼다면서‥가시는 것 같던데?" 그 순간, 루이는 들고 있던 케 씐 상자를 레니에게 맡긴 후, 자신도 어디론가 뛰어 가며 레니에게 소리쳤다. "죄송해요! 나중에 다시 찾아뵐께요!" 현관 앞에서 상자를 든 채 멍하니 서있던 레니는 멋적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 었다. 천천히 케익 상자를 열어본 그녀는 아쉽다는듯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어머‥생크림 케익인데‥다 뭉그러졌네." ※※※ "아앗­!!" 퍼억­!!! 아란의 일격을 방어밖엔 할 수 없었던 챠오는 결국 벽에 등을 강하게 부딪히고 말 았다. 계속 방어만 하느라 팔도 심하게 저려왔고, 아란의 일격 한방 한방에 너무나 강했기에 직접 공격을 받지 않았어도 챠오의 몸은 상당한 충격을 받은 상태였다. 그녀를 벽까지 몰아친 아란은 천천히 챠오에게 접근을 했고, 챠오와 완전히 밀착상 태가 된 아란은 챠오의 귓볼을 치아로 살짝 깨물며 그녀의 귀에 소근거렸다. "후훗‥맘에 드는 타입이야 넌. 그런데 이걸 어쩌나‥너하고 즐길 장소가 마땅치 않네? 후후후훗‥. 미안해, 더 재미있는 상대가 나타났거든?" "‥으윽‥!" 아란은 챠오의 목을 매만지며 옆을 살짝 돌아보았다. 그곳엔 어느새 이곳에 도착한 지크와 케빈이 버티고 서 있었다. 지크는 씁쓸히 웃으며 아란에게 말했다. "이런‥조금 늦게 올걸 잘못했나? 한참 즐기기 전인 모양인데‥헤헷. 하여튼 꽤 괄괄한 여자분 같은데 어디 나랑 한번 실력 대결을 해 보실까?" "후훗‥좋아요. 원하던 바였어요." 아란은 챠오에게서 떨어진 뒤, 양 손에 힘을 넣으며 지크에게 다가왔고, 지크는 움찔 하며 표정을 굳혔다. 엄청난 느낌이었다. 챠오가 살아있다는 것이 기적과 같 을 정도로‥. ‘뭐야‥여자 바이칼에 이어서 나타난 여자 리오인가? 무슨 여자가 이렇게 강한 기 를 가지고 있지?’ "‥케빈, 챠오를 데리고 의무실에 들러줘. 아무래도 좀 레벨이 높은 아가씨 같으니 까 말이야." "호오, 그래? 아쉽군, 정말 미녀인데‥." 케빈은 곧 챠오를 부축한 뒤 엘리베이터 쪽으로 향했다. 도중에, 그는 존 박사와 눈을 마주쳤고, 씨익 웃으며 그에게 말했다. "아, 미안하오. 지금은 동료가 먼저라서‥나중에 선배나 후배들이 몰려올테니 걱정 말고 놀고 계시오. 이제 얼마 놀지도 못할테니까." "…." 케빈과 챠오가 엘리베이터 안으로 사라지자, 지크는 자신의 주먹을 풀며 준비를 했 고, 아란은 자신의 붉은 머리카락을 한번 묶은 뒤 나름대로의 자세를 취했다. 그 것을 본 지크는 속으로 그녀가 더더욱 리오와 닮았다고 생각을 했다. ‘‥피부가 흰 것 빼고는 리오랑 비슷하네. 머리를 묶으니 더해. 이런, 잡념은 버 려야지‥.’ "자아‥예의상 레이디 퍼스트. 맞는것도 레이디 퍼스트­!!" 타악­ "‥어라?" 지크는 순간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말았다. 힘이 꽤 실린 정권이 아란의 손바닥에 가 볍게 막혀 버린 것이었다. 지크가 재빨리 주먹을 빼자 아란은 자신의 손바닥을 입 김으로 후우 분 뒤 고개를 저으며 중얼거렸다. "후우‥안타깝군요. 접근전 기술은 최고라는 바람의 가즈 나이트의 정권지르기가 겨우 이런 정도인가요?" "‥뭐? 당신‥도대체 누구지?" 슈웅­!!! 순간, 엄청난 스피드의 돌려차기가 지크의 안면에 날아 들었고, 지크는 간발의 차 이로 그녀의 공격을 피한 뒤 뒤로 약간 물러서며 정신을 가다듬었다. 아란은 빙긋 웃으며 지크에게 말했다. "제 이름은 '아란·슈왈츠'. '데스 발키리'중 한명이죠. 제 임무는 당신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실력 평가에요. 당신들이 신계 최강의 사자라는 헛소문을 무마시킬 겸‥호호호호홋‥." "‥데스 발키리? 호오‥재미있는데? 난 또 괜히 힘을 뺐잖아. 헤헤헤헷‥. 난 또 챠오랑 비슷한 수준이라구‥. 좋아, 진짜로 상대해 줄께 아가씨. ‥덤벼 봐!!!" 그와 동시에, 둘은 지금까진 비교할 수 없는 엄청난 스피드로 격돌하기 시작했고 눈에 희미하게 보이는 둘의 움직임에 존 박사는 넋을 잃고 말았다. "미안!" 퍼억­! 그때, 낮은 자세에서 나온 지크의 라이트 어퍼컷이 아란의 복부에 작렬했고, 지크 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왼팔의 팔꿈치로 숙여진 아란의 턱을 가격했다. 아란의 자 세가 뒤로 젖혀지자 지크는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오른손 정권 지르기를 마지막 일 격으로 선사했다. "치료비는 대 주지!" 콰앙­!!!! "‥?" 지크는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꼈다. 분명 챠오의 가문에서 배운 '석충권(石衝拳) 이 들어갔음에도 불구하고 아란은 멀쩡히 서 있는 것이었다. 아란은 자신에게 주먹 을 뻗은채 가만히 멈춰있는 지크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중얼거렸다. "호홋‥석충권이군요. 역시 정보 대로 왠만한 전투 기술은 다 익히신 것 같은데요? 그럼‥답례로 비슷한걸 선사해 드리죠." "‥!!!!!" 콰아앙­!!!!! 폭음과도 같은 소리가 BSP본부의 지하 주차장을 울렸고, 조금 후 지크는 의식을 회 복할 수 있었다. 자신의 입에서 피가 흐른다는 것을 느낀 지크는 팔뚝으로 피를 닦 은 후 다시 몸을 일으켜 보았다. ‘'붕권(崩拳)‥? 그런데 무슨 붕권이 이따위로 세지?’ 지크는 내장파열이 되지 않은게 다행이라 생각했다. 아주 잠깐이지만 자신이 의식 을 잃은 정도였다면 보통사람의 경우 내장파열 뿐만 아니라 폭발력이 없는 대전차 포탄을 직격으로 맞은 것과 같은 꼴이 되었을게 분명했다. 지크는 입 안에 고인 피 를 옆으로 뱉은 뒤 힘없이 미소를 지었다. "‥헤헷, 굉장한 아가씨군. 정말 몇개월 만에 상대를 만나는지 모르겠어. 그런데 하필 여자라니 원‥." 지크는 그렇게 말 하며 자신의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러자, 그의 손에선 푸른색의 스파크가 튀었고, 곧 그 스파크는 지크의 상체 전부를 타기 시작했다. 지크는 다시 자세를 취하며 아란에게 말했다. "좋아, 가즈 나이트로서 상대해 주지 언니. 헤헤헷‥Come on baby." 지크의 그런 모습을 본 아란은 씨익 웃으며 자세를 잡은 뒤 지크에게 말했다. "후훗, 정신을 차리셨나요? 자아, 다시 즐겨봐요 허니." 탁­ 그때, 아란의 머리 양쪽이 어느 순간 지크의 손에 잡혔고 그녀의 복부엔 지크의 무 릎 차기가 강렬히 터졌다. 퍼억­!!! 그녀의 자세가 흐트러진 것을 놓치지 않은 지크는 팔꿈치로 그녀의 후두부를 가격 했고, 아란은 얼굴부터 잘 닦여진 콘크리트 바닥에 충돌하고 말았다. 그녀와 충돌 한 콘크리트 바닥은 움푹 꺼져 들어갔고, 지크는 마치 축구공을 차듯 그녀의 복부 를 발로 가격했다. 파악­!! 아란의 몸은 공중으로 간단히 날려졌으나, 그녀는 공중에서 몸을 비틀어 중심을 다 시 잡은 뒤 안전하게 착지한 후 콘크리트 조각이 묻은 얼굴을 손으로 턴 후 씨익 미소를 지었다. "‥정말, 소문대로 보이지 않을 정도의 스피드군요. 이것이 가즈 나이트로서의 지 크씨인가요?" 그러자, 지크는 손가락을 까딱이며 대답했다. "노노∼아직도 놀이라 착각하고 있는 말괄량이 아가씨에게 버릇을 고쳐주려고 한 것 뿐이지. 헤헤헷‥." "‥후훗, 스코어는 1대 1이란 소리군요. 그럼 재 역전을 해 볼까요?" 아란은 그렇게 말 하며 자신의 스커트 벨트를 풀었고, 지크는 순간 깜짝 놀라며 아 란에게 소리쳤다. "자, 잠깐!! 미인계는 통하지 않아!!!" 그러자, 아란은 빙긋 웃으며 풀어낸 자신의 벨트를 오른손에 거머쥐었고, 그 벨트 는 붉은색의 연기를 뿜어내며 점점 형태를 바꾸기 시작했다. 붉은 연기가 걷히고 나타난 것은 날의 색이 새빨간 한자루의 긴 도검이었고, 그 도검을 본 지크는 눈을 찌푸리며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오니마루(鬼丸:おにまる)‥? 호오, 별걸 다 가지고 다니시는군 Sister? 그거 꽤 귀한 칼인데‥?" "후훗‥당신이 가진 무명도에 비하면 별 것 아닐지도‥. 하지만 제 전용 무기를 사 용하면 제가 오히려 불리할지 모르니 하는 수 없죠. 아, 그리고 부탁이 있어요." 그녀가 갑자기 '부탁'이라는 말을 꺼내자, 지크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머리를 긁적 였다. "부, 부탁?" 그러자, 아란은 살짝 윙크를 하며 지크에게 말했다. "제발 부탁이니 제 호칭좀 통일해 주시겠어요? 후후훗‥." "…." --------------------------계속--- Last Radiance~!! Vol. 47 ----------------------------------------------------------------------- ------------------------------------------------------------------------- "최고위 악신 '아롤'이 개조한 다섯명의 여성, 그들이 바로 '데스 발키리'다." "아롤이? ‥3대 고위신중 한명이 개조한 것이라면 상당히 강하겠군. 그들의 능력 은 어느 정도지?" BSP건물 쪽으로 가며 슈렌의 설명을 듣던 리오는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그에게 물 었고, 슈렌은 고개를 살짝 저으며 대답해 주었다. "‥확실히는 몰라. 하지만우리와 비슷한 수준이라 생각하면 돼. 하지만 개조된 시 기가 상당히 짧기 때문에 경험상으로 따지만 휀과 바이론, 너 세명에겐 미치지 못 할거야." "가즈 나이트와 비슷한 수준이라‥그럼, 아롤이 힘좀 썼을 것 같은데?" "신계의 시간으로 5000년간 수면을 해야 한다는군. 악신쪽의 세력이 약간 위축되었 다고 해도 틀리진 않지만 데스 발키리의 영향으로 그렇지도 않을 전망이야. 아롤이 없는 동안 그 뒤를 맡을 악신계 2위의 '하데스'는 고신이었을때 부터 그리 호전적 이진 않았기에 우리쪽과는 마찰이 크게없을 것 같아." "‥그렇다면 다행이지만, 데스 발키리들이 왜 지크를 시험하려 하는거지?" "지크는 경험에 비례한 힘의 성장 속도가 가즈 나이트 일곱명중 최고야. 역시 경험 이 적은 데스 발키리 쪽에선 지크를 실험 대상으로 노리는게 당연하겠지. 하여간 난 그것을 막기 위해 여기 왔어." 리오는 고개를 끄덕이며 중얼거렸다. "‥그랬군. 하긴, 네가 괜히 이곳에 올 이유는 없을테니까. 그건 그렇고‥우리와 같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 차가 한대 있는데‥." 리오의 말에, 슈렌은 아래쪽을 흘끔 바라보았다.하지만 도로를 통과하는 차들이 상당히 많았기에 어떤 차가 BSP본부로 향하는 차인지 알기는 힘들었다. 슈렌은 다 시 시선을 멀리 보이는 BSP본부쪽으로 돌려 보았다. ※※※ "호오‥!! 꽤 강한데‥!!!" 지크는 자신과 칼을 맞대고 있는 아란에게 힘겹게 말했고, 아란 역시 상당히 힘든 듯 이마에서 땀을 흘리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역시‥우리들보다 훨씬 전에 만들어진 남자답군요‥! '디아블로'님께서 선신계 엔 저희를 상대할 자가 대 천사장 벨제뷰트 외엔 없다고 했는데‥가즈 나이트를 상 대로‥괜히‥자만한 것 같군요!!" 파앙­!! 둘은 서로 상대를 밀친 후 재차 격돌을 하기 시작했다. 지하 주차장 사방으로 튀는 불꽃과 마찰음을 보고 듣던 존 박사는 갑자기 밀려오는 허무감에 자신이 가져다둔 간의 의자에 털썩 주저 앉았다. "하, 하핫‥괜히 바보가 된 느낌이군‥. 보통 사람의 눈에 보이지도 않는 스피드를 5분 동안 낼 수 있는 괴물같은 지구력이 인간의 몸에서 나오다니‥하하하핫‥. 내 아이들은 장난감이란 말인가‥? 하하하하핫‥." 5분여에 걸친 지크와 아란의 대 격돌에 의해 지하 주차장의 곤크리트 기둥들은 거 의 남아난 것이 없었다. 무우처럼 잘려 나가 바닥을 뒹굴고 있는 것은 기본이었고, 둘의 직접 공격에 의해 가루가 된 기둥들도 상당수였다. "이런, 기전력(氣電力)이‥!!" 지크는 자신의 몸에 흐르던 스파크에 힘이 떨어지자 아란과 거리를 벌린 후 다시 몸에서 스파크를 뿜어 내었고, 아란 역시 숨을 돌리며 떨어진 기와 힘을 보충해 보았다. "어머∼아란, 고생하는구나?" 둘의 격전이 잠시 소강상태에 있던 그때, 갑자기 주차장 입구에서 다른 여성의 목 소리가 들려왔고 지크와 아란의 시선은 그쪽으로 돌려졌다. 주차장 입구엔 두명의 여성이 서 있었다. 한쪽은 눈가에 붉은 화장을 한 동양계 여성이었고, 한쪽은 스포 츠 머리의 백인 여성이었다. 둘 다 키는 아란과 비슷한 정도였고, 지크의 눈엔 둘 다 아란과 같은 데스 발키리로 보였다. 그의 예상은 적중한듯, 아란은 씁쓸히 웃 으며 말했다. "츄우, 레베카‥? 후훗, 너희들이 어쩐 일이지?" 그러자, 단정한 검은 머리의 동양계 여성 '츄우·란'은 자신의 머리카락을 부드럽 게 쓸어 내리며 아쉽다는듯 말했다. "호홋, 어쩐 일이긴. 동료를 도와주러 온 착한 소녀들이지. 안 그래 레베카?" 짧은 사각 스포츠 머리의 백인 여성 '레베카·프람베르그'는 허리 양쪽에 손을 대 며 당당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그럼. 네가 가즈 나이트에게 당하기라도 한다면 아롤님이 깨어나신 뒤에 할 말이 없어진다구. 그리고, 가즈 나이트라는 남자가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하기도 했 고 말이야. 하하하하하핫!!" 둘의 말을 들은 아란은 들고 있는 칼 오니마루를 어깨에 기대어 든 후 피식 웃었 다. 그것을 본 지크는 이제 전투가 끝났나 싶은 생각에 무명도 끝을 내렸고, 그 모 습을 본 츄우는 실망스런 표정을 지으며 지크에게 말했다. "어머, 오빠 너무해잉∼. 우린 아직 가즈 나이트하고 싸워보지도 못한 소녀들이라 고요! 자자, 아란은 좀 쉬게 할테니 이제 우리랑 싸워요!" "뭐, 뭐라고!?" 지크는 순간 정신이 멍해짐을 느꼈다. 지금 아란이라는 여자와 싸우는 것도 힘겨운 데 아무것도 하지 않아 펄펄 날을게 분명한 그녀들과 또 싸운다는 것은 고문에 가 까웠다. 하지만 그런 생각은 잠시 뿐이었다. 지크는 어디서 용기를 얻었는지 무명 도를 잡은 손에 힘을 넣으며 씨익 웃었다. "‥헤헷, 좋아 맛을 보여주‥." "거기까지다. ‥뭐하는거야 지크." 그때, 츄우와 레베카의 뒤에서 지크의 귀에 친근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크는 곧 안도의 한숨을 쉬며 다시 무명도의 끝을 내렸다. "휘유­정의의 사자 등장이군. 어라? 이게 누구야, 슈렌 오빠 아니야? 헤헤헷‥언 제 온거야 넌?" 츄우와 레베카는 곧 자신들의 뒤를 돌아보았다. 그들의 뒤엔 원래 복장을 갖춘 리 오와 슈렌이 서 있었고, 리오는 머리를 긁적이며 옆에 있는 슈렌에게 나지막히 물 었다. "‥저 여자들이 그 '데스 발키리'‥?" "으음." 슈렌은 헝겁을 둘러 둔 자신의 창, 그룬가르드를 엄지손가락으로 매만지며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그때, 슈렌의 앞에 츄우가 바짝 접근해 왔고 그녀는 눈을 반짝이며 어린 소녀처럼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 "어머머머머머∼말로만 듣던 신계 최고의 로맨티스트 슈렌님이시군요. 호호호홋, 영상으로만 보다가 실제 모습을 보니 더 가슴이 뛰네요. 난 몰라잉∼. 전 츄우·란 이라 해요. 잘 부탁해요 슈렌님♡" "…." 슈렌은 묵묵히 츄우를 바라보았고, 잠시 분위기가 소강된 것을 느낀 츄우는 넓은 소매로 자신의 얼굴을 반쯤 가린채 웃으며 뒤로 물러섰다. 그녀들의 모습을 보던 리오는 속으로 가만히 생각해 보았다. ‘악신 계열의 특수부대라 그런지 인격파탄자가 좀 있군‥.’ 그렇게 생각하던 리오의 눈에, 지하 주차장에서 천천히 걸어 나오고 있는 아란의 모습이 들어왔다. 아란 역시 리오와 시선을 마주쳤고, 둘은 아무 말 없이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때, 리오는 무언가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마치 어디선가 그녀를 만 난 것 같은‥그것도 이상할 정도로 반가운. "‥후훗, 당신이 바로 소문난 바람꾼인 리오·스나이퍼씨군요. 과연 바람꾼이란 말 이 어울릴 정도인데요? 딱 내 타입이야‥후후훗‥." "‥음? 아아‥그런가? 이상하게 소문이 났군." 리오는 머리를 흔들어 정신을 가다듬은 후 빙긋 웃으며 답했고, 아란은 묶은 머리 를 푼 뒤 츄우와 레베카를 돌아보며 말했다. "자, 이 두사람의 시험은 너희들에게 맡기겠어. 바람의 가즈 나이트에 대한 시험은 끝났으니까. 자, 난 호텔에 가서 샤워나 할께. ‥리오씨도 함께 가시겠어요? 후후 후훗‥." 리오는 어깨를 으쓱이며 고개를 설래설래 저었다.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지금은 이 아가씨들과 일을 처리해야 할 것 같으니까." "그래요? 아쉽군요. 후훗‥. 자, 그럼 다음에 또." 아란의 모습은 곧 사라져 갔고, 그녀가 있던 방향을 가만히 바라보던 리오는 곧 디 바이너를 뽑으며 슈렌에게 말했다. "‥둘은 내가 맡을테니 넌 지크를 좀 도와줘. 지크 녀석 지금 기진맥진한 것 같으 니까. 그리고 BSP본부가 당하면 좀 귀찮아지거든." "‥음." 슈렌은 살짝 고개를 끄덕인 뒤 지하 주차장의 입구로 향했다. 그때, 아무도 뜻하지 않은 일이 발생했다. 리오와 슈렌도 까맣게 있고 있던‥. "잠깐! 이곳은 저녁 아홉시 이후엔 민간인의 출입을 금하며, 현재는 비상중이기 때 문에 더더욱 접근할 수 없습니다! 당신들을 공무집행 방해죄 및 국제연합 시설물 무단 침입죄로 모두 체포하겠습니다!" 리오를 비롯한 모두는 목소리가 들려온 쪽을 바라보았다. 그곳엔 차에서 마악 내 린 루이가 권총을 든 채 서 있었다. 결국, 그중에서 제일 놀란 사람은 지크였다. 지크는 허겁지겁 주차장 밖으로 뛰어 나오며 루이에게 소리치기 시작했다. "이런 바보!! 루이, 어서 돌아가!! 이곳은 위험하다구!!!" "지크‥?" 약간 지저분해진 지크의 모습을 본 루이는 들고 있던 권총을 아래로 슬그머니 내렸 다. 그때, 루이의 말이 귀에 거슬리게 들렸던 레베카가 손에 기를 집중한 뒤 루이 쪽으로 조준하며 소리쳤다. "에이­귀찮단 말이야!! 법이고 뭐고 닥치고 이거나 먹었!!!!" 레베카의 손에선 곧 커다란 기탄이 루이를 향해 튀어 나갔고, 리오는 곧장 그 기탄 을 없애기 위해 몸을 움직였다. 그러나 날아가는 속도를 잡기엔 그리 빠르지 못했 다. 파앙­!!! 순간, 슈렌의 그룬가르드가 리오의 어깨 위를 빠르게 지나갔고, 기탄은 그룬가르드 와 충돌하며 커다란 폭발을 일으켰다. "으아앗­!!!" "큭!" 리오에게 있어선 그리 강한 폭발이 아니었기에 리오는 그저 팔로만 막아도 피해가 없었지만, 루이는 달랐다. 정면으로 맞지 않아 죽음의 위협에선 벗어났지만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는 지점에서 폭발이 일어났기에 그녀는 온 몸에 큰 충격을 받으며 뒤로 멀찌감치 날아갔다. 그 모습을 본 리오와 슈렌은 즉시 루이쪽으로 달려갔고, 지크 역시 그쪽으로 허겁지겁 달려왔다. 그녀는 다행히 목숨은 건졌지만 몸에 받은 충격이 컷기에 리오는 한숨을 푸우 쉬며 지크와 슈렌에게 말했다. "‥할 수 없지. 슈렌, 이 아가씨를 의무실로 좀 데려가줘. 지크는 슈렌의 안내와 함께 지금 본부 내에 침입했다는 녀석들을 좀 처리해 주고. 저 둘은 내가 맡겠다." "‥괜찮겠어? 꽤 세다구." "너희 본부 걱정이나 해." 셋은 곧 다시 일어섰고, 슈렌과 지크는 루이를 데리고 지하 주차장 안으로 들어갔 다. 남은 사람이 리오 혼자 뿐이자, 츄우와 레베카는 상당히 화가 난 표정으로 리 오에게 소리치기 시작했다. "으앙? 이봐요 이봐!! 우린 더 많은 가즈 나이트들을 시험해 봐야 한단 말이에요! 당신 혼자 가지고 놀아 봤자 재미도 없구요!!" "당신이 아무리 공격력 최고의 가즈 나이트라지만 이건 우리 자존심을 건드린 것이 라구! 진짜로 할 생각이면 각오해!!!" 둘의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던 리오는 곧 피식 웃으며 고개를 숙였고, 츄우와 레베 카는 순간 말 문을 닫았다. 리오는 디바이너로 자신의 어깨를 툭툭 치며 둘에게 말 하기 시작했다. "나와 슈렌이 뒤로 접근하는 것 조차 느끼지 못한 주제에 날 이기겠다‥훗, 괜찮은 개그군. 자아‥말하기도 귀찮으니 이제 천천히 즐겨 보지." "‥!!" ---------------------------------계속--- Last Radiance~!! Vol. 48 ------------------------------------------------------------------------ --------------------------------------------------------------------------- "흥, 우릴 너무 우습게 보는 것 같군 리오·스나이퍼!!!" 리오의 방금 전 말에 상당히 흥분한 레베카는 자신의 주먹을 불끈 쥔 뒤 엄청난 스 피드로 리오에게 돌진했고, 리오가 사정거리 내에 들자 그녀의 오른손 주먹은 탄환 이 쏘아지듯 리오의 얼굴에 직격으로 날아들었다. 파악­! 그러나, 레베카의 주먹은 리오의 오른손에 간단히 잡혀 버렸고, 리오는 빙긋 웃으 며 그녀에게 말했다. "우습게 보이는걸 어떻게 하지? 후훗‥." "‥으, 으윽‥!?" 레베카는 긴장을 하며 다시 뒤로 물러섰고, 리오는 오른손을 내린 후 손바닥을 바지 위에 털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상당한 힘인데? 1년 전의 나였다면 분명 손이 산산조각 났을거야. 지크 말 대 로 주의하는게 좋겠군.’ 디바이너를 다시 오른손에 바꿔 든 리오는 츄우와 레베카에게 오라는 손짓을 했고, 미소를 지운 둘은 각자의 무기를 꺼내며 전투 준비를 했다. "‥상당하군요." 츄우는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손을 앞으로 뻗었고, 그녀의 발 앞에선 작은 빛의 원 형이 생겨났다. 그 원형에선 곧 날이 길고 넓은 창이 서서히 튀어 나왔고, 츄우는 그 창을 양 손으로 들며 리오에게 말했다. "'바로크'‥입니다. 명계에서도 이름난 창이니 당신도 잘 알거에요." 그녀의 옆에 있는 레베카는 자신의 양 손으로 앞으로 뻗었고, 그녀의 손 사이에선 엄청난 스파크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 스파크 덩어리는 점점 형체를 이루기 시작 했고, 곧 자루가 긴 해머로 완전한 형체를 갖추었다. 레베카는 그 해머를 한손으로 휭휭 돌리며 말했다. "'토울 해머'! 당신은 이제 다 살은거야!" 흉창(凶愴), 바로크까지 나왔을땐 리오도 별로 놀라지 않았으나, 레베카가 토울 해 머를 꺼냈을때 리오는 내심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 해머 자체가 가진 무게도 무게지만 뇌력의 힘을 신계의 어떤 무기보다 많이 머금고 있어서 한방 한방의 파괴 력이 상상을 초월하는 무기였다. 고대 뇌신 '토울'이 썼던 무기인 만큼 위력은 보 장되어 있기도 했다. ‘바로크는 어떻게 한다 쳐도 토울 해머는 막을 엄두가 안나는군‥. 신검 치고는 강도가 낮은 편인 디바이너로 직접 방어는 무리일거야. '엑스칼리버'를 너무 빨리 돌려드렸나‥. 하는 수 없지.’ 리오는 곧 파라그레이드를 꺼냈고, 리오가 기를 주입하자 파라그레이드의 얇고 긴 오리하르콘의 날에선 우윳빛의 넓은 날이 양쪽으로 퍼져 나왔다. 파라그레이드를 본 츄우는 눈썹을 찡그리며 레베카에게 물었다. "‥너 저 무기 알고 있니? 난 첨봐." "나도 처음봐. 하지만 그래 봤자 이 토울 해머의 일격은 받아내지 못해! 하하하하 핫­!!!" 두개의 무기를 양쪽에 든 리오는 심호흡을 하며 기를 끌어 올렸고, 그의 몸에선 푸 른색의 기가 폭발적으로 분출되기 시작했다. 기를 왠만큼 끌어 올린 리오는 두개의 검을 머리 위에서 교차시켰고, 그의 양 손등엔 곧 붉은색의 작은 마법진이 떠올랐 다. "마법검, '화이어 크레이브'‥!!" 리오의 손등에 그려진 마법진에선 순간 화염이 치솟았고, 그 화염은 각각의 검을 휘감고 그 표면에서 맹렬히 타오르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본 레베카는 움찔하며 약간 긴장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개인 마법검? 고대 주신 오딘이 즐겨 썼다는 가속성(加屬性) 물리 공격술‥! 쓴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두개의 검에 동시적으로 쓸 수 있을줄은 몰랐는걸? 하하, 정말 끓어 오르는데!! 좋아, 그럼 내가 먼저 공격하겠어!!!" 레베카는 씨익 웃으며 해머를 양손에 쥐고 리오에게 돌진하기 시작했다. 리오의 현재 생각은 이러했다. 마법검을 덧붙인 자신의 기술로 한명만을 공격하며 치명상을 입힌 뒤 다른 한명을 공격한다‥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 계획은 의외로 빨리 실행되었다. 레베카의 물불을 안가리는 성격이 그의 계획을 앞당겨준 것이었 다. 리오는 자신에게 돌진해 오는 레베카에게 빠르게 접근하기 시작했고, 레베카는 리오가 자신의 간격 안쪽으로 들어오자 해머를 위로 치켜 들며 일갈을 터뜨렸다. "죽엇!! 우아아아아아앗­!!!!!!" 콰아아앙­!!!!!! 토울 해머의 위력은 역시나 대단했다. 단 한번의 일격으로 사방 수십미터의 지면이 원형으로 붕괴가 되어 버린 것이었다. 그 충격의 여파도 만만치 않은 것이어서 멀 리서 지켜보고 있는 츄우까지 중심을 잃고 흔들거릴 정도였다. "틀렸어." 그러나, 그녀의 공격은 정작 리오를 맞추지 못하였고, 레베카는 흠칫 놀라며 자신 의 옆으로 돌아간 리오를 공격하기 위해 해머를 제자리로 돌리기 위해 애를 썼다. 그러나, 그보다 리오의 공격 속도가 더 빠른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하앗!" 팍! 리오는 먼저 디바이너의 날 등으로 레베카의 다리를 후려쳤고, 레베카의 몸은 공중 으로 높이 떠올랐다. 리오의 공격은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간다, 극상! '플래임 랩소디'­!!!!" 리오의 일갈과 동시에, 레베카의 몸은 화염으로 이루어진 수십개의 부채꼴에 휘감 겼고, 그녀의 몸은 화염에 휩싸인채 점점 공중으로 쳐 올려졌다. 그런 엄청난 광경 은 이제까지 본 일이 없던 츄우는 잔뜩 긴장한채 아랫입술을 깨물 따름이었다. 콰아앙­!!!!! 이윽고, 레베카의 몸은 수십여 미터 위의 상공에서 일어난 대 폭발에 의해 다시 지 상으로 추락했고, 리오는 지상에 가뿐히 착지를 했다. 화염에 의한 충격이 공격의 주가 되는 플래임 랩소디에 완전히 휘말린 레베카는 아스팔트 위에 쓰러진채 움직 이지 못했고, 리오는 호흡을 조절하며 츄우쪽을 바라보았다. "자아, 다음은 아가씨 차례인가?" "예, 예? 아‥호호호호홋, 저, 저는 그러니까‥아직 마음의 준비가‥호호호호홋." 츄우는 사실 생각치도 못한 사태였다. 자신들 데스 발키리 다섯명중 최고의 물리력 을 가진 레베카가 리오의 단 한번의 공격을 받아내지 못하고 쓰러졌다는 것은 확실 히 예상 밖의 일이었다. 리오는 마법검 효과가 사라진 디바이너로 자신의 어깨를 툭툭 치며 씁쓸히 미소를 지었다. "이런 이런‥. 하지만 뭐, 여기서 끝낸다면 나도 바랄건 없지. 그렴 헤어질‥." "아직이야!!!" 그때, 아스팔트에 쓰러져 의식을 잃고 있던 레베카가 크게 소리쳤고, 츄우와 리오 는 그녀가 쓰러져 있는 곳을 바라보았다. 레베카는 눈을 부릅뜬채 자리에서 서서히 일어나기 시작했고, 리오는 내심 놀라며 뒤로 몇발자국 물러섰다. ‘플래임 랩소디를 직격으로 맞고도 멀쩡하다니‥후, 대단한걸? 물론 충격이 남아 있긴 하겠지만‥. 마치 사바신을 보는 것 같군.’ 리오는 표정을 굳히며 레베카를 바라보았고, 레베카는 한쪽 무릎을 굽힌채 숨을 헐 떡이며 리오를 쏘아보았다. "‥대단한데? 하아, 하아‥이정도 공격은‥하아, 데스 발키리가 된 이후‥하아, 처 음이야‥하아, 하아‥. 재미있어‥하아, 몸이 떨릴 정도로‥하아‥하하하핫!!!!" 그런 레베카의 모습을 본 리오는 인상을 살짝 찡그린 후, 다시 자세를 취하며 속으 로 중얼거렸다. ‘‥설마 저 여자‥맞으면 맞을수록 쾌감을‥아, 이런. 나도 너무 오염됐군‥.’ "무슨 생각을 하는거지!! 하아, 하아‥." "아, 아냐. 별로‥." .......................... . . . . . . . . "이봐 챠오! 괜찮은거야?" 루이를 데리고 의무실에 들어온 지크는 문이 열리기가 무섭게 안쪽에 대고 소리쳤 고, 의무실 안에 가득 누워있던 본부 경비대 대원들은 인상을 찡그리며지크를 바 라보았다. 지크는 순간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머리를 긁적였고, 곧 의무실 담당 의 사가 지크쪽으로 다가오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제 1 의무실은 만원이니 다른 의무실로 가 주십시오. 부상자가 속출 해 있는 상태라 아마 왠만한 의무실도 가득 차 있을 것입니다." "그래요? 젠장, 도대체 어떤 괴물들이길래 이렇게 당해버린거지? 자, 루이! 조금만 참아!! 자, 가자 슈렌!!!" "‥음." 루이를 안고 있는 슈렌은 지크를 따라 다른 의무실로 뛰기 시작했다. 그들이 나가 는 모습을 본 제 1 의무실 담당의는 밖으로 나가는 슈렌의 뒷모습을 보며 잠시 고 개를 갸웃거려 보았다. 자신의 기억상으로 파란 장발의 BSP는 대한민국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몇개의 의무실을 거친 지크는 제 8 의무실에서 빈 자리를 찾을 수 있었고, 그곳에 서 그는 침대에 누워 있는 챠오도 볼 수 있었다. 슈렌이 빈 침대에 루이를 데려다 주는 동안, 지크는 챠오쪽으로 가서 그녀의 안부를 물었다. "어이, 괜찮은거야?" "지크 얼굴만 안보면." 이마에 붕대를 감은채 링겔 액을 맞고 있는 챠오는 변함없이 쌀쌀하게 지크를 대 했고, 지크는 어깨를 으쓱이며 다시 챠오에게 물었다. "케빈은? 그 녀석은 어디갔어?" "아까 도착한 헤이그 선배님과 마키, 티베와 함께 본부 12구역까지 침범한 바이오 버그를 막으러 갔어. ‥잠깐, 저 사람 혹시 슈렌씨?" 멀리서 담당의와 함께 루이의 응급처치를 하고 있는 슈렌의 모습을 본 챠오는 깜짝 놀라며 지크에게 물었고, 지크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맞아. 주차장 앞에서 루이에게 생각치 못한 일이 일어나 슈렌하고 함께 루이를 옮 겨왔어." "‥그럼, 리오씨도 함께 온거야?" "…." 챠오의 입에서 '리오'라는 단어가 조심스레 튀어 나오자 지크는 허무한 표정을 지 었고, 챠오는 인상을 찡그리며 지크에게 되물었다. "리오씨도 온거냐고!" "밖에서 신나게 싸우고 있답니다. 자자, 넌 몸조리나 잘 하고 있어. 난 헤이그 선 배님들을 따라가 볼테니까. ‥우욱‥!!" 순간, 지크는 몸을 크게 숙이며 입에서 선혈을 뿜었고, 그것을 본 챠오의 눈은 경 악에 휩싸였다. 곧 간호원들이 지크에게 달려왔으나 지크는 그녀들에게 괜찮다는 손짓을 한 뒤 팔뚝으로 입가의 피를 닦았다. ‘‥아까 붕권을 맞은 충격이 지금 나오는건가? 빌어먹을‥아무래도 폐가 뒤틀린 것 같은데. 어쩐지 기전력이 빨리 사라진다 했지‥.’ 지크는 왼손으로 자신의 가슴을 툭툭 치며 다시 몸을 일으켰고, 다시 의무실을 나 서기 위해 다리를 움직였다. "기다려." 그때, 슈렌이 그룬가르드로 지크를 막았고, 지크는 슈렌쪽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슈렌은 의무실의 출입구 쪽으로 걸어가며 지크에게 나지막히 말했다. "‥쉬고 있어. 폐만 망가진게 아니라 내장도 손상을 입었으니까." "‥쳇, 알았다구. 내 동료들이랑 싸우지나 말어." 슈렌은 아무 말 없이 의무실을 나섰다. 지크는 천천히 챠오의 옆 침대로 걸어가 그 곳에 누웠고, 챠오는 팔베게를 하고 눈을 감고 있는 지크의 모습을 걱정스런 눈으 로 흘끔흘끔 바라보았다. "아가씨 보다는 상태 괜찮으니 걱정하지 마세요∼. 헤헤헷‥." 지크가 씨익 웃으며 그렇게 말 하자, 챠오는 순간 얼굴을 붉히며 옆으로 돌아 누 웠다. 지크는 곧 눈을 뜨며 가만히 생각해 보았다. ‘리오 녀석, 진짜 잘 되어 가는거야? 느낌상으론 셋 다 그 아란이라는 여자하고 맞먹던데‥.’ ------------------계속--- Last Radiance~!! Vol. 49 ------------------------------------------------------------------------- ------------------------------------------------------------------------- 레베카는 다리를 후들거리면서도 결국엔 몸을 일으켰고, 리오는 한숨을 쉬면서 고 개를 저었다. 플래임 랩소디의 직격타는 레베카에게 확실히 먹혀 들어간 상황이었 고, 레베카는 지금 리오가 두명으로 보이는 상태였다. 그녀를 지켜보고 있는 츄우 역시 레베카의 현재 상태가 위험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러나 함부로 나서진 못했다. 힘의 차이가 꽤 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아앙∼아란을 그냥 보내지 말걸‥흑흑흑.’ 츄우는 그렇게 생각하며 울상을 짓고 말았다. 둘의 상황을 한참 보던 리오는 레베카가 비틀비틀 거리며 자신이 있는 곳까지 언제 올지 예측 불가능이어서 지루함도 달랠 겸 디바이너와 파라그레이드를 거두며 둘에 게 말했다. "좋아, 오늘은 내가 진 것으로 해 두지." 그러자, 레베카와 츄우의 눈은 번쩍 떠졌고 특히 레베카는 주먹까지 불끈 쥐며 리 오에게 소리치기 시작했다. "무, 무슨 소리야! 우리가 무서운건 아니겠지!!!" 리오는 손바닥을 펴 보인채 빙긋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 그렇진 않아. 하지만 이런 시범 경기에 무리하고 있는 너도 좀 그렇게 보이 고, 시범경기에서 진다 해서 손해볼건 없잖아. 게다가 진짜 진게 아니라는건 너희 들이 더 잘 알테고." "‥!!" 리오의 정곡을 찌르는 말에 츄우와 레베카는 움찔 했고, 리오는 곧 둘의 옆을 스쳐 지나가며 말했다. "자, 난 내 형제들을 도와주러 가볼테니 나중에 보지. 물론 불미스러운 일로는 안 만나길 바래. 후훗‥." 손을 흔들며 지하 주차장 안으로 들어가는 리오를 보며, 츄우는 자신의 창 바로크 를 거두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시험 결과는 자신들의 참패였기 때문이었다. "‥칫, 원래 리오·스나이퍼 정도의 강자는 건들지 않는 것으로 계획되어 있었는데 ‥. 레디나 사바신들은 지크를 보니 그리 강하진 않은 것 같지만 휀이나 바이론 정 도의 녀석들은 아란이나 '알테미스'가 아니면 살아남기 힘들겠어. 흑흑‥레베카, 넌 어떻게 생각하‥." 츄우의 질문은 거기서 끝이었다. 상대방은 이미 기절해 바닥에 쓰러져 있었기 때문 었다. 츄우는 자신보다 덩치가 큰 레베카를 어깨에 부축한 뒤 징징대며 어디론가를 향해 날아가기 시작했다. ※※※ "‥자살했군. 약을 먹은건가." 리오는 지하 주차장에 만들어둔 간이 데스크 위에 쓰러져 눈을 뒤집고 있는 존 박 사를 바라보며 고개를 저었다. 리오는 곧 바닥에 떨어져 파손되어 있는 노트북에 시선을 돌렸고, 반으로 나누어져 있는 노트북을 들어 올린 후 왼쪽에 장치된 레이 저 디스크 장치를 뽑아 보았다. 다행스럽게도 기억장치엔 별 이상이 없었고, 리오 는 또 다른 기억장치가 있는지 다시금 살펴보았다. 파손된 노트북 오른쪽엔 또 하 나의 기억장치인 젤·디스크가 장치되어 있었다. "‥인간의 기억세포를 응용해 만들었다는 '젤·디스크'가 이것이군. ‥어쨌거나 둘 중 하나에서 쓸만한걸 구할 수 있겠지." 두개의 장치를 챙긴 리오는 곧바로 본부 안쪽을 향해 뛰기 시작했다. ..................... . . . . . . . . . 헤이그와 마키, 티베등은 정체불명의 생체병기와 한참 사투를 벌이고 있는 상황이 었다. 본부 내 복도라는 밀폐된 공간에서 고급 마법을 썼다가는 무슨 일이 벌어질 지 모르기 때문에 티베는 거의 활약을 못하고 있었고, 헤이그 역시 중화기는 사용 하지 못하고 있어서 제대로 싸울 수 있는 사람은 마키 뿐이었다. "하앗­!!" 마키의 날카로운 돌려차기가 전신 타이트를 입고 있는 인간형의 생체병기에게 날아 들었으나, 그 병기는 간단히 마키의 공격을 피해 그녀에게 반격을 가했다. 물론 마 키도 그 공격을 피했으나 처음부터 현재까지 그런 상황의 반복이어서 마키도 지쳐 가기 시작했다. 팔에 장치된 이온 쇼크건으로 마키를 엄호하던 헤이그의 걱정은 점 점 커져 갔다. 지금 세사람으로도 생체 병기 하나를 못잡고 있는데 리진과 케빈, 사이키가 가 있는 다른쪽도 상황이 비슷할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실례하겠소." 그때, 헤이그의 뒤에서 낮선 목소리가 들려왔고 헤이그는 무심결에 몸을 벽에 붙였 다. 그러자, 그의 앞을 푸른 장발의 남자가 빠른 속도로 스쳐 지나갔고 그가 온 것 을 본 마키와 티베는 한숨을 돌리며 그에게 길을 비켜 주었다. 헤이그는 그 남자의 오른손에 들린 긴 창을 바라보았다. 짙은 적색의 창‥주인의 푸른 장발과는 상반되 는 색을 지닌 창이었다. 그 창의 주인은 창을 들고 자세를 취하며 헤이그에게 말했 다. "다른 쪽 사람들을 도와주십시오." 그의 나지막한 목소리를 들은 헤이그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에게 다가가려 했으나 , 티베와 마키가 그의 가슴을 손으로 밀며 미소를 지은채 말했다. "어머머머머머, 걱정 마세요 선배님, 이쪽은 이제 상황 끝이니까요. 호호홋." "마, 맞아요 선배님. 저희는 걱정 마시고 케빈 선배들을 도와주세요." "뭐? 하지만‥흠, 좋아. 얘기는 나중에 듣도록 하지. 그럼 부탁해." 헤이그는곧 케빈등이 있을 다른 구역으로 향했고, 그가 멀리 사라지자 티베는 장 갑을 벗고 손으로 부채질을 하며 중얼거렸다. "으에∼더워. 오래간만에 뛰니 왜이리 덥니." "티베, 엎드려!!" 순간, 마키가 티베의 머리를 손으로 누르며 그녀를 덥쳤고, 둘이 바닥에 쓰러지자 마지 거대한 화염덩어리가 그들의 위를 스치고 지나갔다. 티베는 눈을 동그랗게 뜬 채 화염이 날아온 방향을 바라보며 소리쳤다. "슈렌씨, 위험하잖아요!!!" "‥이쪽으로 피하시오." 슈렌의 그 말을 들은 티베는 반대편으로 고개를 돌려 보았다. 아까 그들의 위를 지 나간 화염탄 안엔 자신들과 싸우던 생체병기가 들어 있었고, 슈렌이 가한 화염 공 격에 의해 겉을 둘러싼 타이트복이 검게 그을려버린 그 병기는 다시 몸을 일으키며 티베와 마키, 정확히 말하자면 슈렌이 있는 쪽으로 달려오기 시작했다. 티베는 결 사적으로 피하려 했으나 자신의 위에 있는 마키가 잘못 쓰러졌는지 의식을 잃고 있 었기 때문에 몸을 재빨리 움직일 수가 없었다. 결국, 슈렌은 달려오는 생체병기를 자신의 어깨로 다시 밀쳐 내었고, 티베는 마키를 부축해 겨우 일어나 슈렌의 뒤로 갈 수 있었다. 슈렌은 그 생체 병기를 묵묵히 바라보며 티베에게 말했다. "‥나중에 선배라는 분을 뵈면 적당히 이야기를 돌려주시길 바랍니다." "예? 하지만 어떻게‥." 그러나, 슈렌은 티베의 말이 시작되기도 전에 몸에서 기염력을 뿜으며 적에게 돌진 했고, 상대방 역시 슈렌에게 맹렬히 달려들기 시작했다. 탁­! 자세를 낮춘 슈렌은 무턱대로 달려드는 상대방의 목을 왼손으로 잡았고, 뒤에서 지 켜보던 티베는 그때 놀라운 광경을 볼 수 있었다. 슈렌의 몸에서 뿜어지던 화염이 진공청소기에 빨려 들어가는 먼지처럼 슈렌의 왼손에 모조리 빨려 들어가는 것이었 다. 티베는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에 귀를 막고 몸을 숙였고, 그와 동시에 슈렌의 왼손에 응축된 기염력이 대 폭발을 일으켰다. "케엑­!!!!" 목 부위에 엄청난 충격을 받은 생체병기는 풀려난 슈렌의 손으로 부터 멀찌감치 날아갔고, 반대편 복도의 벽에 충돌하며 바닥에 힘없이 흘러내렸다. 자세를 바로 한 슈렌은 왼손가락을 조금 움직여본 후 바지 주머니에 넣었고, 티베쪽으로 스륵 돌아서며 말했다. "‥저희들의 이름은 밝혀도 괜찮습니다. 그러나, 저희가 이 세계 출신이 아니라는 것만 말씀하지 말아주십시오." "예? ‥예예예예예. 호호호호홋, 걱정하지 마세요. 가즈 나이트라는 것도 밝히지 않을테니까요." 티베의 입에서 가즈 나이트라는 말이 나오자, 슈렌의 눈이 잠깐 꿈틀거렸으나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돌아섰다. "감사합니다. 그럼 전 집으로 돌아가겠습니다." "음? 그럼 헤이그 선배님쪽은 어떻게 해요?" 그러나, 슈렌은 대답 없이 사라져갔고, 티베는 뚱한 표정을 지으며 투덜대기 시작 했다. "쳇, 매너 빵점이군. 그건 그렇고 이 아가씨를 어떻게 옮긴다‥." 티베는 자신의 옆에 쓰러져 있는 마키를 조용히 내려다 보았다. 그러나 마키는 일 어날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다. ............................ . . . . . . . . . "으앗!! 케빈! 어떻게좀 해 봐!!" 리진은 지크 이상의 몸놀림으로 자신의 육탄 공격은 물론 케빈의 총탄까지 피하고 있는 여성형 생체병기에게 결국 블래스터를 쏘기 시작했다. 하지만 케빈이 맞출 수 없는 상대방을 리진이 맞춘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게다가 리진은 사격면에선 그리 출중한 실력이 아니었다. 케빈 역시 긴장하긴 마찬가지였다. 자신이 권총 두 개로 집중 사격을 펼쳐 얻은 결과라고는 그 생체병기가 자신과 리진에게 접근하지 못하게 하고 있는 것 뿐이었다. "쿠웍­!!!" 순간, 생체병기의 입을 막고 있는 마스크가 떨어져 나간다 싶더니, 곧 입에서 체액 을 발사하기 시작했다. 리진은 간발의 차이로 그 체액을 피할 수 있었고, 곧 복도 벽에 명중한 체액이 아연 합금판으로 만들어진 복도 벽을 융해시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바이오 버그 중에서도 이런 체액 공격을 하는 개체들이 있기 때문에, 리진 과 케빈은 즉시 경험에 따른 산성 체액 공격에 대한 대응을 하기 시작했다. "도망치자!!" 사실, 특별한 방법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고체 물질은 부수거나 해서 맞대응을 할 수 있지만, 엑체는 그럴 수가 없었다. 방어 외엔 방법이 없었고, 자신들에게 공격 을 하고 있는 생체병기의 움직임이 뛰어나다는 것을 알고 있는 케빈과 리진은 대 산성액 방어 장비가 없는 지금 후퇴 뿐이었다. 그들이 후퇴하는 모습을 본 생체병기는 엄청난 스피드로 그들을 따라가기 시작했 고, 결국 리진은 다시 멈춰서며 정신을 집중하기 시작했다. "정말 짜증나는 녀석이군!!!" 순간, 리진의 몸에선 분홍색의 빛이 퍼져 나가기 시작했고 그 빛덩이는 곧 복도에 작은 장벽을 만들어 내었다. 그 장벽에 충돌한 생체병기는 주먹으로 그 장벽을 세 차게 쳐 댔으나 리진의 초능력은 BSP사이에서도 수준급이었기에 쉽게 뚫고 들어올 수는 없었다. 리진은 계속 정신을 집중한채 생체병기를 향해 소리치기 시작했다. "흥, 우리가 괜히 도망치는줄 알아! 만약에 본부 밖이었다면 넌 오늘 입관이었어! 감히 그것도 모르고 반항을‥앗?" 그때, 리진이 만든 장벽을 쳐 대던 생체병기가 이상 반응을 일으키기 시작했고 거 기에 놀란 리진은 말을 잊고 말았다. 케빈 역시 마찬가지였다. "쿠우‥크으으으으으으으‥!!!!" 병기의 몸을 감싸고 있던 특수 타이트가 갑자기 터져나간다 싶더니 드러난 손가락 에선 야수 이상의 날카로운 손톱이 자라났고, 이빨도 날카롭게 돋기 시작했다. 게 다가 몸도 거대해 져서 리진은 과연 자신의 방어벽으로 저 괴물의 공격을 받아낼 수 있을지 궁금했다. "크아아아아아아악­!!!!!!" 파지직­!!!! 리진의 예상과는 달리, 그녀가 초능력으로 만든 방어벽은 그녀의 정신이 혼란한 탓이었는지 한번에 깨어져 나갔고, 그 생체병기는 곧 거대해진 입을 벌리며 입안에 흰 연기가 나는 산성 체액을 모으기 시작했다. 케빈은 재빨리 권총으로 사격을 했 으나 아무리 하데스 웨폰의 757구경 탄환이라 해도 스폰지와 같이 부풀어 버린 생체병기의 몸엔 통하지가 않았다. "‥이런 빌어먹을‥!!! 리진, 빨리 일어나!!!! 리진!!!" 그러나, 리진은 일어날 수가 없었다. 초능력으로 만든 방어벽에 깨진 후 그녀의 초 능력이 뇌에 역류하는 바람에 리진의 몸은 현재 마비 상태가 되어버렸기 때문이었 다. "아, 아아앗‥!!" --------------------------계속--- Last Radiance~!! Vol. 50 ------------------------------------------------------------------------ 외전은 내일쯤... ------------------------------------------------------------------------ "‥!" 리진은 갑자기 자신의 시야가 검게 변하자 곧바로 마음을 비웠다. ‘아, 이게 죽은 것이구나.’ 라는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이었지만, 그녀는 곧 자신의 손과 발에 감각이 다시 돌 아오기 시작하자 움찔 하며 입을 열어 보았다. "누, 누구야!" "음? 아, 이런 이런‥. 잘못 감쌌나 보군요." 낮익은 목소리와 함께 리진의 시야는 다시 밝아졌고, 그녀의 시야엔 이상하게 변한 생체병기의 모습이 다시 들어왔다. 리진은 으악 소리를 지르며 블래스터를 다시 빼 들었으나, 그녀의 눈 앞에 보라색 검이 왔다갔다 거리자 다시금 놀라며 옆을 돌아 보았다. "‥리, 리오씨!?" 리진의 외침에, 리오는 빙긋 웃으며 왼손가락을 움직여 인사를 했고 다시 정색을 한 후 생체병기에게 천천히 다가서며 뒤에 멍하니 서 있는 케빈을 향해 말했다. "죄송하지만 리진양을 잠시 부탁합니다." "음? 아, 알았소." 케빈은 약간 당황한 기색을 비추며 아직도 흔들거리는 리진을 데리고 뒤로 멀찌감 치 떨어졌고, 기의 반탄력으로 생체병기의 물리공격과 체액 공격을 막아내고 있던 리오는 상황이 좋아지자 디바이너를 바로 잡으며 생체병기를 바라보았다. ‘‥노트북의 제어가 풀려 폭주현상을 일으킨 모양이군. 몸의 수분이 증가해서 총 탄들은 어림도 없었겠어. 박혀도 부풀어버린 피부의 중간 정도에서 정지하겠지. 지 크라면 쉽게 처리할 수 있을텐데‥하는 수 없군.’ 리오는 디바이너를 수평으로 든 뒤, 자신의 손에 마력을 집중했고 그의 손등엔 작 은 마법진이 생성되었다. "마법검, '화이어'‥!" 곧, 마법진에선 그리 크지 않은 화염이 솟아 올랐고 솟아오른 화염은 재빨리 디바 이너를 감쌌다. 그 광경을 처음부터 지켜보던 케빈의 입에선 불도 붙이지 않은 담 배가 툭 떨어졌고, 리진 역시 리오가 마법검을 사용하는 모습을 처음 보기 때문에 멍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리오는 검을 거꾸로 잡은 뒤 자신의 기를 풀었고, 리오의 기에 막혀 공격을 하지 못하던 생체병기는 괴성을 지르며 리오를 덥치려 했다. 그러나, 리오는 차분히 자 신의 검을 복도 바닥에 강하게 꽂으며 중얼거렸다. "잘 가라. 지뢰자르기‥!" 순간, 리오의 검으로 부터 전해진 날카로운 충격파는 화염을 머금은채 생체병기를 향해 뻗어 나갔고, 바닥에 다리를 붙이고 있던 생체병기는 그 충격파에 의해 몸이 몇조각으로 잘린 뒤 불덩이로 변하며 바닥에 쓰러졌다. 매우 간단하게 생체병기를 처리한 리오는 한숨을 가볍게 내 쉬며 디바이너를 거두었고, 케빈과 리진이 있는 쪽으로 돌아섰다. "자아, 침입한 괴 생물체는 둘이라고 했죠? 반대편은 슈렌이나 지크가 처리했을테 니‥음?" 리오는 순간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왠지 모르게 케빈이 의식을 잃고 바닥에 쓰러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직 몸이 완전히 풀리지 않은 리진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리오에게 말했다. "저어‥저도 좀 움직이기 힘들거든요? 하핫‥." "‥예, 예." 리오는 어깨를 으쓱인 뒤 케빈을 왼쪽 어깨에 짊어 졌고, 리진을 오른쪽에 부축한 뒤 리진의 부탁에 따라 의무실로 향하기 시작했다. "리진! 케빈! 사이키! 모두 무사한‥건가?" 마침 리진과 케빈이 있는 쪽으로 달려오던 헤이그는 리오가 케빈과 리진을 데리고 오는 모습을 본 직후 그자리에 멈추었고, 리진은 힘없이 웃으며 헤이그에게 말했 다. "헤헤‥사이키는 중간에 있던 부상자들을 데리고 의무실로 갔어요 선배님. 그리고 저희들이 맡았던 침입자도 제거했고요. 물론 저희가 한건 아니지만요. 에구‥." "‥그, 그래? 그렇다면 다행이지만‥당신은 누구시오?" 헤이그는 정색을 하며 리오에게 정체를 물었고, 상황이 곤란하게 되어 버린 리오는 결국 씁쓸히 웃으며 헤이그에게 말했다. "‥우선 이 두분을 의무실에 데려다 드린 뒤 말씀드리겠습니다. 안내를 좀 부탁해 도 괜찮겠습니까." "‥알았소. 날 따라오시오." ※※※ "아, 헤이그 선배님! 리진! ‥리오씨? 아니, 케빈 선배는 어떻게 되신거죠?" 헤이그를 따라 제 8 의무실로 들어선 리오는 환자들을 돌보던 사이키가 그렇게 말 하자 웃으며 대답해 주었다. "이분은 잠시 의식을 잃으신 모양입니다. 몸엔 이상이 없으시죠. 프시‥아니, 사이 키님, 리진양을 좀 부탁드립니다." "아, 예. 리진, 이쪽으로 올 수 있어?" "으, 으응‥." 사이키는 리진을 부축한 뒤 빈 침대에 데려다 주었고, 그 사이 리오는 케빈을 마지 막 침대에 눕혀 주었다. 그 병동엔 마침 지크와 챠오도 있어서 리오는 그리 부담감 을 느낄 필요가 없었다. 지크는 리오가 케빈을 침대에 눕히자 마자 손을 흔들어 주 었고, 지크의 침대쪽으로 간 리오는 그의 이마를 손가락으로 톡 치며 물었다. "어째서 여기에 있는거야? 설마 슈렌 혼자 처리하러 간 것은 아니겠지?" "몰라, 슈렌 녀석이 날 여기다 눕힌 다음 자기가 간다고 했으니까. 그건 그렇고 너 괜찮은거야? 우리 본부 내에서 함부로 나다닐 신분은아닌 것 같은데‥?" 리오는 그저 웃을 따름이었다. 그는 곧 옆 침대에 누워있는 챠오쪽으로 시선을 돌 렸고, 챠오는 얼굴을 살짝 붉히며 리오에게 인사를 하려 했다. "아, 안녕하세요 리오씨‥아앗‥!!" 전신에 가깝게 충격을 입은 상태인 챠오는 갑자기 밀려오는 고통에 눈을 질끈 감았 고, 리오는 걱정스런 얼굴로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가며 나지막히 말했다. "이런, 인사는 대충 하셔도 상관 없어요. 그건 그렇고 괜찮아요? 상당히 아프신 것 같은데‥." "아, 아니에요‥." 그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지크는 쓰디쓴 웃음을 지으며 속으로 투덜대기 시 작했다. ‘얼씨구, 아깐 침대 위에서도 표정하나 안바꾸더니 '님'이 오시니 확 달라지네? 하여튼 여자의 마음은 갈대라니까. 젠장‥.’ 그러는 동안, 리오는 챠오가 침대에 누웠는데도 머리를 묶고 있자 그녀의 상체를 팔로 안아 일으켰고, 챠오는 흠칫 놀라며 리오를 바라보았다. 리오는 그녀의 머리 카락을 고정시킨 밴드를 손수 풀어주었고, 챠오가 머리를 푼 모습을 거의 볼 수 없 었던 그녀의 동료들은 눈을 휘둥그래 뜨며 리오와 챠오를 바라보았다. 리오는 다시 챠오를 눕혀준 뒤 모포를 덮어주며 말했다. "최대한 편하게 계세요. BSP라 하더라도 지금은 환자니까요." "아, 예‥." ‘‥왠지 부러운 이유는 뭐지‥.’ 고개만 겨우 돌려 그 광경을 보던 리진은 그렇게 생각하며 자신쪽으로 다가오는 리 오를 뚱한 표정으로 쏘아 보았고, 이유를 모르는 리오는 어색한 웃음을 지을 뿐이 었다. 리오는 곧 헤이그와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고, 그의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지크는 뭔가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은채 속으로 중얼거렸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몰라도 완전 바람둥이처럼 보이네? 여자들한테 이정도로 신 경쓰는 녀석은 아니었는데‥. 거 참‥. 현대 세계라서 반응이 다른건가?’ "‥당신은 도대체 어디 소속이며, 직업이 무엇이오? 예전에 놀이동산에서 닌자들 수십명을 눕힌 것이나 오늘 A급 생체병기를 잡을 정도로 강한 것을 보면 BSP는 아 닌 것 같은데‥? 게다가 리진이나 챠오, 지크도 알고 있으니‥. 하여튼 확실히 대 답해 주시길 바라오." 리오는 묵묵히 헤이그의 질문을 듣고 있었다. 사실 어떻게 대답할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신'이라고 해 봤자 극소수의 신을, 그것도 신들이 존재한다는 확신을 거 의 가지고 살지 않는 이 세계의 사람에게 자신이 주신 휘하의 가즈 나이트라는 것 을 설명하자면 상당히 오랜 시간이 필요했고, 또 그들에게 확신을 가지게 하기도 어려웠다. 리오는 결국 눈을 지그시 감으며 헤이그에게 물었다. "‥당신은 '기적'이라는 단어를 믿고 있습니까." "‥?" 헤이그는 무슨 소리인지 얼른 이해가 안갔다. 하지만, 리진이나 챠오, 사이키, 그 리고 지크는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알고 있었다. 리오는 다시 눈을 떴고, 헤이그는 리오의 표정이 진지하기만 하자 고개를 살며시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렇긴 하오. 2년전 까지만 해도 믿지 않았지만, 지크의 말도 안되는 강함이나 사이키, 티베의 마법, 그리고 작년에 있었던 '드래군'의 경우를 접하며 믿기 시작 했소. 우리가 상대할 수 없는 강한 적이 나타나면 어김없이 그 이상의 아군이 들어 오는 것을 보고 말이오. 그런데‥당신의 말에 담긴 의미는 도대체 무엇이오?" 헤이그의 그런 반응을 본 리오는 그런대로 다행이다 생각을 하며 결국 그에게 솔직 히 털어놓기 시작했다. "‥좋습니다. 전 이 세계에 알려진 신들의 신‥최 상위 신이신 주신의 명을 받고 이 세계에 온 가즈 나이트, 리오·스나이퍼라 합니다. 천사나 악마와 비슷한 개념 이긴 해도 그들과는 다른 임무를 받고 활동을 하고 있지요. 말씀하셨던 '드래군'도 바로 저입니다. 그리고 보셨을지 모르지만 붉은 창을 든 푸른 장발의 남자도 저와 같은 가즈 나이트입니다." 헤이그의 눈은 커질대로 커졌다. 반신반의 하고 있던 '신'이라는 존재가 있다는 것 을 알게 된 것도 그 이유지만, 그 신으로 부터 임무를 받고 활동하는 남자가 자신 의 앞에 있다는 사실이 더욱 놀라운 것이었다. "‥그렇다면 신의 사자‥? 하지만 어째서 당신들이 이 세계에‥?" "‥이유는 확실히 말씀을 못드립니다. 하지만 그렇게만 알아 주십시오. 물론 다른 사람들에겐 말씀하지 말아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헤이그는 가만히 리오를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결국 힘없이 미소를 지었고 리오 에게 자신의 기계손을 내밀며 조용히 말했다. "알겠소. 그럼, 어디 악수나 해 봅시다. 이것도 영광인 것 같으니. 하하핫‥." "‥감사합니다." 리오는 고개를 끄덕인 후, 헤이그와 악수를 나누었고 헤이그가 리오에 대한 일을 잘 이해해 준 것을 본 리진과 챠오, 프시케는 옅은 미소를 띄웠다. 지크는 씁쓸히 웃으며 머리를 긁적일 따름이었다. ‘‥정신은 아직 제대로 박혀 있네. 괜히 걱정했군, 헤헤헷‥.’ ---------------------계속--- Last Radiance~!! Vol. 51 ------------------------------------------------------------------------- ------------------------------------------------------------------------ "아, 그리고 이것을‥." 리오는 품 안에서 두개의 작은 상자형 물건을 꺼내어 헤이그에게 건내 주었다. 바 로 존 박사의 노트북에서 꺼낸 레이저 디스크와 젤·디스크였다. 리오로 부터 그 두가지를 받은 헤이그는 약간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리오에게 물었다. "이건 왠‥." "지하 주차장에 있는 누군가의 시체가 가지고 있던 노트북에서 뽑은 것입니다. 아 무래도 이번 침입사건과 생체병기에 대한 자료가 있을 것 같아 뽑아 보았습니다. ‥전 이런 것을 잘 다룰줄 모르니 대신 부탁드립니다." "아, 알겠소." 그때, 의무실 밖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왔고, 곧 문이 열리며 잔뜩 화가 난 표 정의 처크가 현재 리오가 있는 의무실 안으로 들어왔다. 처크는 대원의 대다수가 침대 위에 쓰러져 있는 것을 보고 크게 소리를 지르려 했으나, 낮선 인물 하나가 헤이그의 앞에 서 있자 정색을 하며 헤이그에게 약간 큰 목소리로 묻기 시작했다. "헤이그,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가! 그리고 자네 앞에 있는 히어로쇼 배우는 또 누구고!" 지크로 부터 처크에 대한 얘기를 많이 들어온 리오는 한숨을 후우 쉬며 머리를 감 쌌다. 아무래도 오늘 집에 일찍 들어가기는 틀린 것 같다는 생각과 함께‥. ‘아까 슈렌이랑 같이 나갈걸‥.’ ※※※ "‥후우‥." 아란은 샤워기에서 떨어지는 따뜻한 물이 자신의 몸을 타고 흘러내리자 길게 한숨 을 쉬어 보았다. 그리 피곤하지 않았지만 그녀의 마음은 상당히 지친 상태였다. "‥리오‥그래, 진짜 리오·스나이퍼야‥후후훗." 아란은 그렇게 중얼거리며 천천히 샤워를 시작했다. "리오! 그 녀석을 박살내 버리겠어!! 이거 놔 츄우!!!" "아앙∼레베카 제발 진정해줘∼." 그때, 샤워실 밖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왔고 아란은 눈을 뒷쪽으로 살며시 돌리 며 미소를 지었다. "‥레베카. 후훗, 신나게 당한 모양이군‥." 아란은 곧 거품이 가득 떠오른 욕조에 자신의 몸을 담그며 다시금 중얼거렸다. "‥그 남자는 내거야‥오래 전 부터‥." 이윽고, 츄우가 레베카를 데리고 샤워실 안으로 들어왔고, 츄우는 손수 레베카의 얼굴에 묻은 핏자국을 따뜻한 물로 닦아주며 그녀를 타이르듯 말하기 시작했다. "거 봐 레베카. '디아블로'님께서 가즈 나이트중 리오, 휀, 바이론 세명은 절대 건 들지 말라고 했잖아. 그분께서 괜히 그런 말을 하셨겠어? 그 리오라는 남자가 그냥 가지 않았으면 너 뿐만이 아니고 나까지 끝장났다구." "시끄러워! 다음엔 꼭 내가‥." "‥그 남자는 내가 맡겠다고 했을텐데‥레베카." 순간, 욕조에 들어가 있던 아란에 레베카의 말을 끊었고, 레베카는 움찔 하며 입을 다물었다. 분위기가 위축된 것을 느낀 츄우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다시 레베카를 닦아주기 시작했다. "자자, 레베카 진정하고 코 풀어. 흥∼." 츄우는 아직도 몸이 흔들리고 있는 레베카에게 손수 비누칠까지 해 주었다. 사실 레베카는 현재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상태였다. 그녀 자신도 설마 리오의 공격이 그렇게 강할 줄은 몰랐고, 게다가 방어도 제대로 하지 않은 상태에서 리오의 공격 을 맞았기 때문에 그녀의 충격은 더욱 심했다. 하지만 그녀가 더 충격을 받은 것은 마음이었다. 지금까지 데스 발키리로서 연수를 하는 중 그녀의 힘을 제대로 상대한 적은 아무도 없었다. 그러나 오늘은 단 한순간에 완전히 전투 불능에 빠져 버렸기 때문에 그녀의 자존심은 상당히 상처를 받은 상태였다. "‥그 리오라는 남자는 적이 여자라 해도 냉정히 살해하는 사람이야. 설사 그 여자 가 자신의 애인이라고 해도‥. 그것 말고도 700년 이상 별 경험을 다 해 본 사람이 니 태어난지 20여년 밖에 안된 우리들로선 이기기 어려워. 괜히 우리의 목표가 지크라는 얼간이에게 잡힌건 아니야." 아란은 자신의 붉은 머리카락을 위로 틀어 올리며 충고하듯 레베카에게 말했다. 레 베카는 수긍하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고, 잠시 후 아란에게 물었다. "‥알았어. 그런데 아란, 넌 리오라는 남자에 대해 어떻게 그렇게 잘 알지?" "‥글쎄, 후훗‥." 아란은 레베카의 질문에 뜻 없는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 다음날 아침. 의식을 되찾은 루이는 의식을 잃기 전 기억나는 장면이 딱 하나 있었다. 자신을 향 해 날아오는 섬광, 그리고 그보다 더 빨리 섬광을 향해 창을 던진 푸른 장발의 남 자‥. 그리 기억하기 좋은 장면은 아니었지만 이상하게도 그 남자의 모습에 대한 기억은 자꾸만 떠올랐다. "‥오늘도 여기서 쉬어야 하나요 아버지?" "음, 골절같은 큰 부상은 없지만 몸에 충격이 상당하기 때문에 여기서 좀 지내야 한단다. 그건 그렇고 넌 비 전투 요원이면서 왜 이런 부상을 당한거니?" 챠오를 제외한 다른 대원들이 순찰을 나간 동안 잠시 루이의 문병을 온 처크는 자 신의 선글라스를 닦으며 물었고, 루이는 뭐라고 말 할까 하다가 정색을 한 채 눈 을 감으며 말했다. "‥잘 기억이 안나요 아버지. 호출을 받고 차에서 내린 뒤에 갑자기 공격을 당했 다는 것 외엔‥." "‥그러니." 처크는 선글라스를 다시 쓰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옆 침대에 있던 챠오가 조심 스레 처크에게 물었다. "저어‥부장님. 오늘 순찰은 어떻게‥." "아, 자네는 몇일간 맘 놓고 푹 쉬어도 될거야. 그 리오라는 헌터 청년이 자네 대 신 리진과 함께 순찰을 돌기로 했으니까. 물론 임시지만." "‥리오씨가‥예, 알겠습니다." 리오는 사실 어제 밤 처크에게 자신은 BH라고 거짓말이 섞인 자기 소개를 했다. 헤 이그에대해선 지크에게 믿을만한 선배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기에 정직하게 말을 했지만, 처크에 대해선 그의 직위 문제도 있었고 '신'이라는 초차원의 개념이 섞인 사람까지 여기서 활동하고 있다는 말을 들으면 처크가 더욱 걱정을 할 것 같아 정 직하게 얘기를 하지 못했다. 처크는 의외로 리오의 말을 아무 말 없이 받아들였고, 리오에 대해 챠오 대신 잠시간의 활동까지 부탁을 했다. 리오 자신으로선 사실 의 외의 부탁이었지만 현재 상당수의 사건들이 BSP와 관련되어 일어나고 있었고, 게다 가 집에 대한 경비도 바이칼에게 거의 넘겨진 상태이기 때문에 잠시간이긴 했지만 기꺼이 받아들였다. 똑 똑­ 그때, 노크 소리가 들려왔고 처크는 의무실 문으로 걸어가 밖에 있는 사람을 확인 해 보았다. 베이지색 양복에 검은색 목T를 입은 파란 머리의 청년이 서 있었다. 그 를 처음 보는 처크는 인상을 살짝 찡그리며 마이크를 통해 그 청년에게 물었다. "‥누굴 찾아 오셨습니까?" "‥루이양을 찾아왔습니다." 순간, 처크는 깜짝 놀라며 루이를 바라보았고 루이는 약간 놀란 얼굴로 가만히 상 체를 일으키고 있을 뿐이었다. 그때, 챠오가 몸을 일으키며 처크에게 말했다. "지크와 리오씨의 형제 되시는 슈렌씨입니다. 안심하세요 부장님." "‥아, 그렇군. 난 또 루이가 언제 남자친구를 사귀고 있었나 해서‥하하핫. ‥그 런데 왜 찾아왔지? 하여튼‥들어오시오." 곧 의무실의 문이 열렸고, 슈렌은 꽃다발을 들고 의무실 안으로 들어왔다. 처크에 게 간단히 인사를 한 슈렌은 루이에게 꽃을 주며 문안 인사를 했다. "어제는 죄송했습니다. 쾌유하시길 빕니다." 난생 처음 남자에게 꽃을 받아보는 입장인 루이는 멍하니 슈렌을 바라보았고, 뒷전 으로 밀려난 처크는 인상을 가볍게 쓴 채 슈렌을 바라보았다. 슈렌은 그런 시선을 느꼈는지 의자에 앉지도 않고 뒤로 물러나며 말했다. "그럼 전 가보겠습니다. 그럼 안녕히 계십시오." 처크 부장은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고, 루이는 가만히 슈렌이 나가는 모습을 보고 있다가 고개를 돌리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슈렌이 완전히 나가자 처크 부장은 자신의 턱수염을 매만지며 불만어린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이런, '문병'이라는 말 한마디에 민간인을 그냥 통과시키다니‥이게 어제 침입을 당한본부의 꼴인가? 흐음‥그건 그렇고 그 청년이 들고 온 꽃 말이다, 향기가 나 지 않는걸 보니 꽤 생각이 깊은 청년인 것 같더구나." 처크는 자신의 딸이 시무룩한 표정을 짓고 있자 그렇게 슈렌을 띄워 주었고, 이유 를 모르는 루이는 슈렌이 가져온 꽃에 코를 가까이 가져가 보았다. 과연 향기가 거 의 나지 않는 꽃이었다. "진짜네‥? 그런데 향기가 무슨 상관이 있나요 아버지?" "으음, 꽃의 향기가 강한 꽃은 행동을 별로 하지 않고 가만히 누워만 있는 사람들 을 향기에 취하게 만들지. 뭐, 천연 물질이긴 하지만 인간의 몸이 그렇게 강하진 않거든. 그래서 문병땐 가급적이면 향기가 없는 꽃을 권하고 있단다." "아아‥." 루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한번 그 꽃을 바라보았다. ※※※ "리오씨, 점심 먹어요 점심!" "맞아요 맞아! 배고프다고요!" 조수석에 앉은 리오는 운전석에선 리진이, 뒷좌석에선 실전 견습을 나온 넬이 계속 재잘거리자 씁쓸히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고, 리진은 즉시 항법장치를 꺼내며 근처 의 음식점을 찾기 시작했다. 리오는 지크도 꽤나 힘들었겠구나 생각을 하며 차창 밖을 조용히 바라보았다. 그러나, 그에겐 그럴 틈 조자 없었다. "리오씨! 저 햄버거집이 엄∼청나게 잘하거든요? 빨리 내려요!!" "하아‥." 리오는 오래간만에 뒤로 깔끔히 넘긴 자신의 머리를 다시금 매만지며 리진과 넬을 따라 음식점 안으로 들어섰다. 리진은 리오에게 먼저 자리를 맡으라고 한 뒤 카운 터로 가며 리오에게 무엇을 먹을건지 물어왔다. "저요? 음‥그냥 햄버거 하나에 우유‥아니, 쥬스 하나면 돼요." "헤에? 아니 그렇게 적게 드시면 어떡해요? 음‥알았어요. 자자, 넬 빨리 가자." "좋아요! 언니는 뭐 드실거에요?" "디럭스 햄버거 세개! 이집은 디럭스 햄버거가 CAP이거든! 호호호호홋‥." 리오는 신나게 카운터로 가는 둘을 보며 힘없이 고개를 저었다. 세명이 앉을만 한 자리를 찾던 리오는 1층에 자리가 거의 꽉 차 있자 2층으로 올라가 보았다. 2층으 로 올라간 리오는 뭔가 이상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바로 2층 남자 손님들의 시선이 한군데에 쏠려 있었기 때문이었다. 마침 한 테이블이 빈 것을 본 리오는 그곳으로 가서 앉았고, 앉자 마자 머리를 풀며 스타일을 평소대로 바꾸었다. 뒤로 모두 넘기면 깔끔하긴 했지만 머리카락의 양이 많은 리오로선 그리 편하지가 않았 다. "음‥누가 앉았길래 시선 집중이지‥?" 리오는 곧발 남자들의 시선이 쏠린 쪽으로 자신의 시선을 돌려 보았다. "‥윽." 2층 구석 테이블에 앉은 여자 세명을 본 리오는 순간 움찔 하며 자세를 낮추었다. 그러나, 전투중이 아닌 탓에 그의 행동은 그리 빠르지 못했고, 테이블에 앉은 셋 중 한명이 자리에서 일어나 리오가 있는 쪽으로 천천히 다가오기 시작했다. 그녀는 곧 리오의 앞자리에 앉았고, 리오는 결국 한숨을 후우 쉬며 고개를 들고 말했다. "‥아란‥이라고 했었나?" "후훗, 이 나라는 정말 좁기도 하군요. 이런 가게에서 설마 당신을 만날줄은 몰랐 어요 리오씨." 아란은 입에 담배를 물며 빙긋 웃어보였고, 리오는 곤란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아란 에게 말했다. "흠‥미안하지만 이 음식점은 금연인데 아가씨?" "어머, 미안해요. 후훗‥." 그러자, 아란은 다시 담배를 집어 넣으며 리오에게 살짝 윙크를 해 보였다. 그 순 간 주위의 남자들은 이상한 소리를 내며 흥분을 하기 시작했고, 리오는 자신의 입 장이 점점 난처해지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다. --------------------------계속--- Last Radiance~!! Vol. 52 -------------------------------------------------------------------------- ----------------------------------------------------------------------- "오늘은 별 일이 없는건가? 여기서 여유있게 식사 하는걸 보니‥." 리오는 손으로 자신의 턱을 받치며 아란에게 물었고, 아란은 자신의 얼굴을 리오 의 얼굴 가까이 들이대며 빙긋 웃어보였다. "몸이 근질거리시는 모양이죠? 하긴, 욕구불만으로 얼굴색이 않좋긴 하군요, 후후 훗‥. 그건 그렇고‥당신 목에 건 목걸이는 또 뭐죠? 십자가 같은데‥흡혈귀라도 두려워 하시나요?" 아란은 리오가 목에 걸고 있는 은제 십자가를 손가락으로 부드럽게 매만지며 물어 었고, 리오는 피식 웃은 뒤 그녀에게서 십자가를 돌려 받으며 대답했다. "‥나에게 남은 세가지의 소중한 것 중 하나지." "호오‥그래요? 누가 준 것인데요?" 리오는 아란이 계속 물어오자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말 하기 싫기 보다는 떠 올리기 싫었기 때문이었다. 그의 그런 모습을 본 아란은 눈을 가늘게 뜬 채 웃으 며 말했다. "‥사랑하는 그녀가 죽으면서 남겨준 것인가요? 후훗‥가즈 나이트중 최고의 공격 력을 가진 리오라는 남자가 겨우 그런 것 따위에 풀이 죽을줄은 몰랐는걸요?" "‥아, 그런가‥?" 그 순간, 리오를 쏘아보던 음식점 안의 남자 손님들은 흠칫 놀라며 침을 꿀꺽 삼켰 다. 형용할 수 없는 엄청난 느낌이 그들 자신의 몸을 위축시킨 것이었다. 멀리서 아란을 지켜보던 츄우는 희미한 미소를 띄우고 있는 리오를 바라보며 말했다. "‥엄청난 살기인데‥? 난 지금 심장이 얼어 붙는줄 알았어." 그녀의 말에 동감한다는듯, 레베카는 긴장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어제의‥아니, 방금 전의 바람둥이라고는 생각이 안들어‥. 아마 아란도 긴장하 고 있을거야. 자존심 상하지만 정말 저 남자 화나게 해서 좋을게 없겠는걸‥?" 한편, 리오는 쓸쓸한 눈으로 아란의 눈동자를 바라보고 있었다. 리오의 얼굴은 분 명 분노한 표정이 아니었다. 그러나, 아란은 자신의 이마에서 볼까지 땀 한줄기가 흐르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 만큼 리오의 몸에서 뿜어지는 살기는 엄청 난 것이었다. 계속 아란을 바라보고 있던 리오는 한숨을 길게 쉬며 아란에게 나지 막히 말했다. "‥다음에 적으로 만난다면 사는걸 포기해야 할거야‥. 일행으로 데리고 다니는 아가씨들이 올라올 때가 되었으니 지금은 보내주지. 자, 식사나 마저 하시지." "‥좋아요." 아란은 곧장 일어나 츄우와 레베카가 있는 곳으로 돌아왔고, 그와 함께 리오의 몸 에서 뿜어지던 살기는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이윽고, 리진과 넬이 대량의 햄버거를 들고 윗층으로 올라왔고, 리오는 빙긋 웃으며 그녀들에게 손을 흔들어 주었다. "자아, 여기에요." "어머머, 많이 기다리셨나봐. 그런 사람이 햄버거 하나만 먹겠다고 했나요?" 그 전의 상황을 모르는 리진은 피식 웃으며 리오에게 햄버거와 음료수를 건내 주었 고, 리오는 미안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그것을 받아들었다. 자신의 먹거리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던 넬은 뭔가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리오에게 말했다. "리오 형, 아까 이상한 분위기 못느끼셨어요? 잠시동안 소름이 돋을 정도로 싸늘한 기운이 느껴졌는데‥. 그것도 여기에서요." "후훗, 글쎄‥?" 리오는 햄버거의 포장지를 열며 어깨를 으쓱일 뿐이었다. 한편, 식사를 다 마친 아란들은 조용히 음식점 밖으로 나갔고, 레베카와 츄우는 자 동차를 꺼내오기 위해 먼저 주차장으로 향했다. 음식점 앞에서 그녀들을 기다리던 아란은 음식점쪽을 슬쩍 돌아보며 들리지 않을 정도의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고마워요‥리오." ※※※ "예? 제 이름이요? 하지만 바이칼이라는 이름은 리오씨께서 지어주신 이름인데‥." 그녀가 자신없는 목소리로 그렇게 말 하자, 바이칼은 살짝 인상을 쓰며 강요하듯 말하기 시작했다. "흥, 어떤 소속의 용족인지도 모르는 주제에 나의 거룩한 이름을 계속 사용하겠다 고? 헛소리 그만 해. 이제부터 네 이름은 '리디아'야. 알았나." "예? 하지만‥." "잠자코 내 말대로 해." "싫어요." 순간, 바이칼은 놀란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자신의 왠만한 말에도 거부를 안 하던 그녀가 눈을 부릅뜬채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바이칼은 뭐라 말 을 하려다가, 왜 그런지 눈을 질끈 감으며 고개를 돌렸다. "‥나중에 리오가 돌아오면 그때 결정하도록 하지. 너도 '여자 바이칼'이라 불리는 건 싫을테니까. 둘 중 하나가 없어지거나 네가 이름을 바꾸는 것 외엔 방법이없다 는 것만 알아둬." "‥예." 바이칼은 한숨을 후우 쉬며 다시 TV에 시선을 돌렸다. 어린이 채널에서도 그리 볼 만한 프로를 방영하지 않는 시간이어서 그는 할 수 없이 리모콘으로 채널을 천천히 돌리기 시작했다. 바이칼은 모르고 있었다. 몇초 후, 자신이 볼 화면과 몇분 후 전 세계에 걸쳐 일어 날 일에 대해서. 물론 현재 집으로 돌아오고 있는 슈렌도, 리진, 넬과 함께 임시 순찰을 돌고 있는 리오도, 그리고 사이키와 함께 피자를 먹고 있는 지크도 모르고 있었다. 지금까지 자신들의 주위에 일어났던 일은 몇분 이후 일어날 일들의 전초전에 불과 하다는 것을. 11화 끝. 프롤로그 종료.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1장 [암흑기] "자아‥제군들. 이제 몇초 후면 전 세계의 컴퓨터 전산망은 모두 우리들의 것이 됩니다. BSP의 전산망도, 국제연합의 전산망도, 미 합중국의 FBI, CIA의 전산망도 말입니다. 이미 전 세계의 주요 도시들엔 제군들의 형제들이 잔뜩 배치되어 있습 니다. 지금까지 더러운 하수도 안에서 살아왔던 제군들과 형제들에게, 밤에만 활동 해야 했던 우리들에게 빛이 내려집니다. 짧은 시간 동안 나를 도와 이 모든 것을 이룩한 제군들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허허허허헛‥." 흰 연구복을 입고 거대한 모니터가 있는 단상 위에 서 있던 키 작은 노인은 혼자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단상 아래에 모여 있던 수십명의 바이오 버그, 사이보그들 은 묵묵히 그를 바라볼 뿐이었다. 그때, 맨 앞에 서 있던 푸른색 피부의 남자가 손 을 들며 노인에게 말했다. "와카루 FATHER, 이제 기다리는 것은 싫습니다. 어서 실행을 시켜 주십시오." "오? 오오, 넬슨‥. 미안하네. 나도 너무 기쁜 나머지‥허허허헛‥." 후지바라·와카루 박사는 빙긋 웃으며 자신의 앞에 놓인 붉은색 버튼의 안전 장치 를 풀었다. 그는 곧 안경을 벗었고, 주름진 눈살을 왼손으로 매만지며 중얼거렸다. "어이구‥늙긴 했나 보구먼. 눈이 침침허이‥." 쿡­ 그는 오른손으로 여유있게 버튼을 눌렀고, 곧 그의 뒤에 있던 모니터엔 수천개의 막대 그래프가 떠오르며 숨가쁘게 퍼센트를 올려가기 시작했다. 다시 안경을 쓴 와 카루는 뒤로 돌아서며 중얼거렸다. "자아, 위성부터 떨어뜨려 보세나. 요즘은 위성을 때문에 별이 잘 안보이거든‥헛 헛헛헛‥. 우선 800개만 떨어뜨려 볼까?" 와카루의 손은 재빨리 키보드의 자판 위를 달리기 시작했다. 곧 모니터엔 북미대륙 의 모습이 나타났고, 곧 그 대륙의 위엔 붉은색의 점이 어지럽게 찍혀 나갔다. 그 것을 본 금발의 사이보그가 씁쓸히 웃음을 지으며 중얼거렸다. "‥NASA와 미 국방성에서 비밀리에 쏘아 올린 리플렉팅 레이저 위성병기까지 다 걸 려 들었군. 저런 괴물같은 박사가 이 세계에 있었다니‥." 와카루는 웃으며 곧바로 프로그램을 실행시켰다. 한참 프로그램이 실행되는 도중, 그는 흠칫 놀라며 소리치기 시작했다. "아, 아니 이런 일이‥!!" 그가 갑자기 그런 반응을 보이자, 모여있던 인원들은 깜짝 놀라며 그를 바라보았 고 와카루는 한숨을 길게 쉬며 중얼거렸다. "허어‥이런. 실수로 798개 밖에 못떨어지지 않나‥. 이런 이런‥." 와카루의 그런 모습을 본 사이보그들은 잠시 숨을 죽였다. 그리고 그들은 생각했 다. 정말 악마보다 더한 사람이라고‥. ※※※ "음음‥바이오 버그의 신체 구조를 지닌 병기였었군. 그래, 분석하느라 수고했네." 처크는 어제 리오에게 받은 기억장치들을 분석한 오퍼레이터의 어깨를 두드려준 후 담배에 불을 붙였다. 그때, 그가 지닌 핸드폰에서 소리가 들려왔고 처크는 핸드폰 을 들고 번호를 확인해 보았다. BSP 고위직 전용 상호 연락망이어서 처크는 비밀번 호를 누른 후 통화 버튼을 눌렀다. "처크·켄트요. ‥아, 일본 지부 부장인가? 그래, 무슨 일인가?" 「아, 자네가 예전에 물어봤던 와카루·시코토 박사에 대한 정보를 알아냈네. 그 사람 북해도에 있는 BSP장비 연구소에서 일하고 있더군. 아무래도 자네 대원이 물 어본 '와카루'라는 사람은 '후지바라 와카루'박사를 말 하는 것 같네.」 "‥후지바라 와카루? 그 미친 생물공학 박사 말인가? 그 사람 작년에 행방불명 되 었다고 하지 않았나?" 「물론 그렇지. 하지만 와카루라는 이름을 가진 박사 중에서 BSP가 우려할 정도의 사람은 그 사람 밖에 없네. 하여튼 행방불명 후에 소식‥치이이이익­!!」 순간, 엄청난 노이즈음이 전화에서 들려왔고 처크는 인상을 찡그리며 핸드폰을 껐 다. 왠만해선 혼선이나 잡음이 끼지 않는 상호 연락망이라 처크는 이상하다 생각하 며 담배를 입에 가져갔다. "별 일 다있군. 이런 시간에 연락망 장애가 생기다니 원‥." 그때, 컴퓨터 앞에 앉아 계속 정보를 분석하던 오퍼레이터가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 며 처크를 부르기 시작했다. "부, 부장님!! 큰일입니다, 전산망이‥전산망이!!" 처크는 인상을 찡그리며 오퍼레이터쪽을 바라보았다. 순간, 그의 선글라스 표면과 모니터 화면엔 'ERROR'라는 메세지가 가득 뜨기 시작했다. 처크는 급히 담배를 바 닥에 부벼 끄며 소리쳤다. "젠장할!! 어서 외부 통신장치와 프로그램을 모두 종료시켜!! 어서!!!!" 곧, 오퍼레이터는 오퍼레이터 대로 손가락을 바삐 움직이기 시작했고 처크는 유선 통화장치를 통해 각 부 전원실에 연락을 취하기 시작했다. "컴퓨터실에 통하는 모든 전원을 차단해, 즉시!!! 어서 해 이 바보들아!!! 그리고 통신 케이블도 모두 끊어!!" 「예!? 하, 하지만 지금 전원장치가 제멋대로‥수동 장치도 말을 듣지 않습니다 부 장님!!! 비상입니다!!!」 "비상인건 아니까 수류탄이라도 동원해서 끊어버려 멍청이들아!!!! 무슨 수를 동원 해서라도 20초 안에 통신 케이블을 끊어 놔!!!" 곧, 처크가 있는 컴퓨터실의 전원은 모조리 꺼졌고 곧 붉은색의 비상등이 켜졌다. 처크는 오퍼레이터를 끌고 밖으로 나왔고, 자신의 사무실로 젊었을적의 스피드로 달려가며 중얼거렸다. "‥레드 얼럿이군‥!!" ----------------------계속--- Last Radiance~!! Vol. 53 ------------------------------------------------------------------------ ------------------------------------------------------------------------ "‥?" 리진, 넬과 함께 순찰을 계속 돌던 리오는 갑자기 이상한 느낌을 받았는지 고개를 번쩍 들며 주위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리진은 리오가 도대체 왜 저러나 하고 그를 흘끔 바라보았으나, 넬 역시 기분나쁜 느낌을 받았는지 얼굴을 찡그리며 주위를 둘 러보았다. "‥리, 리오 형‥지금‥." "‥음, 그래. 리진, 차를 멈춰줘요." 리진은 깜짝 놀라며 즉시 순찰차의 에어 브레이크를 작동시켰고, 리오는 순찰차의 문을 열고 밖으로 나서며 가만히 눈을 감아 보았다. 이윽고, 눈을 뜬 리오는 복장 을 원래대로 바꾼 후 리진에게 말했다. "본부에 어서 연락을 하시길, 지금 바이오 버그들이 이곳을 향해 몰려 나오고 있으 니까요." "예에!? 서, 설마‥!! 알았어요!!" 리진은 즉시 순찰차의 무전기를 들어 보았다. 그러나, 무슨 이유에서인지 잡음만 들릴 뿐 본부와의 무전은 전혀 통하지가 않았다. "리오씨!! 무전이 통하지 않아요, 완전 불통이에요!" "‥!!" 리오는 쓰디쓴 표정을 지으며 팔짱을 낀 채 앞을 바라보았다. 그때 부터는 리진도 자신들이 있는 방향을 향해 무언가 몰려오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물론 주위 에 있던 시민들 까지도. 곧, 지축을 울리는 소리와 사람들의 비명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오기 시작했고, 리진은 창을 통해 새카맣게 몰려오는 바이오 버그들의 무리를 볼 수 있었다. 넬은 완전히 말을 잊고 말았고, 리오는 곧 리진을 바라보며 물었다. "‥무선 전화는 됩니까?" "예? 잠시만요‥예, 통화가 가능해요!" "‥그럼 잠시만‥." 리진에게 전화를 받아 든 리오는 곧바로 집을 향해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곧, 전 화에선 약간 힘이 빠진 듯 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에, 지크·스나이퍼씨 댁입니다.」 "아, 나 리오인데, 바이칼을 좀 바꿔줘. 급한 일이니까 빨리." 「‥나다.」 "지금 심각한 일이 벌어지려 하고 있으니 주위를 집중해줘.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 르니 말이야. 지금 이 전화 이후로 언제 전화를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하여튼 무슨 일이 있어도 그곳으로 갈테니 그렇게 알아둬, 알았지. 널 믿겠다." 「‥좋아.」 리오가 전화를 하는 동안에도 바이오 버그들은 상당히 밀려오고 있었다. 그들의 틈 에서 미처 피하지 못한 사람들이 어떻게 되었는지는 리오로서도 알 수 없었다. 어 쨌거나, 리오는 차 안에 있는 리진에게 가까이 오라는 손짓을 했고, 리진은 불안감 에 휩싸인 얼굴을 한 채 리오에게 다가갔다. 리오는 곧 그녀의 얼굴을 두 손으로 따뜻히 감싸준 후 빙긋 웃으며 말했다. "꼭 여기 있어요. 무슨 일이 있더라도 지켜드릴께요. 그리고 넬도." 리오는 곧 순찰차의 문을 닫았고, 리진은 순찰차 앞으로 천천히 걸어 나가는 리오 를 얼굴이 발개진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순간, 넬이 리진의 어깨를 두드리며 소리치기 시작했다. "선배, 선배!! 어서 순찰차의 장갑판을 올려요!! 지금 피하긴 너무 늦었다고요!!!" "‥아, 아아!!" 리진은 곧바로 순찰차에 설치된 장갑판을 올리기 시작했다. BSP순찰차는 대원의 보 호를 위해 차의 차창을 다단계 장갑판으로 감쌀 수 있었다. 물론 어느정도까지 버 틸지는 미지수였지만. 장갑판이 모두 올라가자 차 안은 컴컴해졌고, 리진은 곧 외부에 설치된 카메라의 스위치를 눌렀다. 그러자, 차창에 설치된 스크린엔 밖의 전경이 장갑판을 내린 평 상시와 같이 보여졌고, 리진과 넬은 순간 말을 잊고 말았다. 순찰차의 앞에 서 있 는 리오의 망토와 머리카락이 강한 바람에 흩날리듯 위로 솟구치고 있었기 때문이 었다. "‥없애버리겠다‥!!!" 어느새 검 두개를 양손에 잡은 리오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몸을 지상에서 약간 띄웠 고, 바이오 버그들을 향해 빠른 스피드로 미끄러지기 시작했다. "하아아아아아아아아아앗­!!!!!!!" 리오의 기합이 들린 이후, 몸이 제대로된 상태로 리오의 뒤를 빠져나간 바이오 버 그는 존재하지 않았다. 순찰차 안에서 리오의 모습을 바라보던 리진과 넬은 아무런 생각도 할 수 없었다. 오직 공중으로, 사방으로 솟구치는 바이오 버그들의 조각들 을 볼 뿐이었다. 넬은 자신의 모자를 벗으며 힘없이 중얼거렸다. "‥강하다는건 알고 있지만 보면 볼 수록 무서워요." "‥나도 그래." 리진 역시 동조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 "제엔장, 이자식들이 몇달을 굶은건가, 갑자기 뭉치로 뛰쳐 나오다니." 지크는 자신의 얼굴에 묻은 체액을 장갑 등쪽으로 닦으며 중얼거렸다. 아직도 수많 은 바이오 버그들이 지크와 사이키의 주위를 포위하고 있었다. 마법을 상당히 사용 한 탓에 상당히 피곤한듯 보이는 사이키는 이마의 땀을 닦으며 지크에게 소리쳤다. "지크씨, 적들의 숫자가 너무 많아요!!" "‥쳇, 무선도 끊겼고‥하는 수 없지, 본부로 돌아가자구! 사이키는 차를 운전해! 난 길을 열어줄테니까!!" "예, 알았어요!!" 사이키는 곧바로 차에 올라탄 후 시동을 걸었고, 그와 동시에 틈을 노리고 있던 바 이오 버그들이 그녀가 탄 차에 돌진을 하기 시작했다. "어딜 넘봐!!!!" 순간, 무명도의 푸른 검광이 순찰차의 주위에서 반뜩였고, 차를 향해 달려들던 바 이오 버그들은 부위대로 잘려 나가며 더이상 접근을 하지 못했다. 곧, 순찰차가 움 직이기 시작했고 지크는 순찰차와 함께 달리며 차가 갈 길을 확보하기 위해 안간힘 을 썼다. ※※※ "자아, 전 세계 주요 관공서의 전산망과 통신망은 완전히 무용지물이 되었소. 이제 아무도 세계 각지에 위성들의 비가 내리는 것을 막을 수는 없을게요. 허허허허헛‥ 레이더 기지는 알 수 있겠지만 전산망과 무선 통신망이 완전 무력화된 이상 대공 방어는 할 수 없을테니까 말이오." 와카루가 그렇게 말 하자, 대부분이 군인 출신인 사이보그들이 그를 비웃기 시작했 다. 그중에 붉은 몸을 가진 사이보그가 손가락을 들어 빙빙 돌리며 와카루에게 말 했다. "하하핫, 이봐요 노인장. 군대에서 바보같이 무선 통신망을 사용할 것 같소? 비밀 누출시킬 일이라도 있남? 열이면 열이 긴급 유선 통신망을 가지고 있어서 충분히 상호 연락을 취할 수 있단 말이요." 그러나, 와카루의 얼굴엔 미소가 지워지지 않았다. 그는 뒷쪽으로 손을 뻗어 키보 드의 펑션키를 두드렸고, 곧 거대 모니터엔 러시아의 지도와 함께 붉은색의 선들이 수도인 모스크바로 부터 러시아 전역으로 뻗어 나가는 모습이 비춰졌다. 그 순간, 큰 몸집을 가진 사이보그가 놀라움이 섞인 미소를 지으며 중얼거렸다. "‥호오, 러시아의 군용 유선 통신망‥. 저 노인네 보통이 아닌데 그래?" 와카루는 손가락으로 모니터를 두드리며 자신의 앞에 모인 모두에게 말했다. "전 세계의 유선 통신망은 우리들의 신 인류(바이오 버그)제군들이 무선 통신의 무 력화 시간에 맞춰 무력화를 시켜 두었소. 난 바보가 아니외다. 허허허허헛‥. 자 아, 재미없는 지도 여행은 그만 두고 비내리는 모습이나 구경합시다. 이제 곧‥798 개의 위성들이 세계 전역을 향해 떨어져 내릴 것이오. 자아‥지구의 지배자가 바뀌 는 첫 축포외다. 허허허허허허헛‥." 그때, 사이보그 한명이 손을 들어 와카루의 웃음을 멈추게 했고, 와카루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에게 말을 할 기회를 주었다. "무슨 질문이라도 있소, 데이비스?" "‥뭐, 별 것 아니오. 당신의 최종 목적이 뭔지나 좀 알고 싶어서. 괜히 이용당하 는 것 같아 불안해서 말씀이야." 그 사이보그는 껌을 거칠게 씹으며 와카루에게 물었고, 와카루는 손가락으로 안경 을 매만지며 나지막히 대답해 주었다. "‥허허헛‥신을 죽이는 일이오‥. 예전에 만났던 이오스라는 신에게 재미있는 것 을 들었거든. 허허허허허허헛‥신이 되는 것이오. 나, 후지바라 와카루가‥. 목적 은 별 것 아니오. 그냥, 오래 살고 싶어서‥." 사이보그는 재미있다는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하핫‥정말 재밌군. 당신은 미쳐도 확실히 미친 것 같아. 그래서 더 맘에 들어‥. 하하하하하핫‥!!" "허허허허허헛‥." ※※※ "‥집에 갈까‥아니면‥." 퍼억­!!! 슈렌은 마지막 남은 바이오 버그를 간단히 태워버린 후, 더러워진 양복 상의를 벗 으며 마저 중얼거렸다. "‥BSP본부로 갈까." 그는 현재 두 지점의 중간에서 갈피를 못잡고 있었다. 자신이 있는 거리도 바이오 버그들의 공격을 받아 거의 황폐화 되었기 때문에 그가 말한 두곳에 대해 걱정을 안 할래야 안 할 수가 없었다. 슈렌은 턱에 손을 가져간채 조용히 생각을 하다가, 자신의 원래 복장으로 옷을 바꾼 후 공중으로 날아 오르며 중얼거렸다. "‥BSP본부가 나을지도. 바이칼이 있으니‥." 곧, 슈렌의 몸은 화염에 휩싸였고 그는 사람들의 시선을 한몸에 받으며 BSP본부 쪽 으로 급속히 날아가기 시작했다. ............................... . . . . . "리디아, 지크 어머니의 가게가 어디인지 알고 있어?" "‥전 리디아란 이름이 싫다구요." "잠자고 대답이나 해." 바이칼은 원래 복장을 입은 후 드래곤 슬레이어를 등에 장비하며 자신의 옆에 서 있는 바이칼에게 다시 말했다. 결국, 그녀는 고개를 푹 숙이며 대답했다. "‥예전에 간 일이 있어서 어디인진 알고 있어요." "‥가자. 넌 핸드폰만 들고 나와." 바이칼은 현관으로 향하며 그렇게 말했다. 그때, 핸드폰을 챙기고 나오던 여자 바 이칼이 그에게 넌지시 물어왔다. "저어‥그런데 왜 하필 '리디아'에요? 다른 예쁜 이름도 많이 있는데‥." "…." 바이칼은 등을 돌린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뒤를 흘끔 바라보며 그녀 에게 말했다. "‥네 본명이니까." ----------------------계속--- Last Radiance~!! Vol. 54 ------------------------------------------------------------------------- -------------------------------------------------------------------------- "네, 네‥?!" "‥하여튼 네 이름은 '리디아'야!! 더이상 이름가지고 대들지 말아!!" 바이칼은 그렇게 소리치며 곧장 밖으로 나가 버렸다. 여자 바이칼은 핸드폰을 손에 든채 멍하니 현관쪽을 바라볼 뿐이었다. ................................. . . . . . . "시스템의 점령 정도는 얼마나 되는가!" 처크는 상황실에 들어가자 마나 식은땀을 흘리며 중앙 컴퓨터를 보호하고 있는 오 퍼레이터들에게 물었고, 오퍼레이터중 한명이 울상을 지은채 처크를 바라보며 대답 했다. "통신 케이블이 아웃되었을때 시스템 손상율은 75.4%였습니다만, 복구를 하고 있는 현재 40%정도의 손상률을 보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다시 통신 케이블을 연결한다 면 완전히 파괴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현재 시스템은 완전 고립상태이며‥." "알았네 알았어! 빌어먹을!!" 큰 소리로 오퍼레이터의 말을 막은 처크는 금연 구역인 상황실에서 결국 담배에 불 을 붙였고, 거칠게 필터를 씹으며 오퍼레이터들에게 물었다. "레이더망은 어떻게 되었나! 순찰을 하다가 돌아온 헤이그의 정보에 의하면 시내가 바이오 버그들로 가득찼다고 하던데!" "‥본부에 설치된 레이더로 서울 시내의 바이오 버그 숫자를 측정해본 결과, 약 3 만의 개체가 서울 시내에 나타난 것으로 보입니다. 몇몇 부분에선 수가 급격히 줄 어들기도 했지만, 현재는 숫자가 계속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전국적인 통계는 위성 망이 완전히 마비되는 바람에 측정이 불가능 했습니다. ‥아, 잠깐! 부장님, 긴급 사태입니다!!!" 대답을 하던 오퍼레이터가 갑자기 긴급을 알리자, 일그러졌던 처크의 얼굴은 더욱 일그러졌고 그는 레이더 화면쪽으로 달려가며 소리쳤다. "또 뭔가!!" "서울시내 상공에 있어야 할 정지궤도 위성이‥궤도 이탈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처크는 곧바로 레이더 화면에 집중을 했다. 오퍼레이터의 말 대로 위성을 가리키는 파란 점이 붉은색으로 바뀐 후 궤도를 이탈하고 있었다. 그것도 아래쪽으로. "문제가 큽니다 부장님!! 위성이 대기권에서 역추진을 하여 낙하 스피드를 조절하 고 있습니다!!!이대로라면‥대기권 내에서 폭발하지 않고 24분 후 본부에 직격하 고 맙니다!!" "무인위성이 대기권에서 역추진을 한다고­?!" 처크는 하늘이 노랗게 변하는듯 했다. 현재 BSP본부 상공에 떠 있는 위성은 제우스 급의 중형 다목적 위성이었다. 제우스급의 위성은 우주왕복선의 1.5배에 가까운 크 기를 지니고 있었고 대형 고체 수소 연료를 싣고 있어서 만약 지상에 직격을 한다 면 1메가톤급 수소폭탄에 가까운 파괴력을 낼 수 있었다. "위성 기지부는 뭘 하는가!! 어서 수동 조정 장치를 작동시켜!!" "부장님! 그렇게 하려면 무선 통신을 접속해야 하고, 접속이 됨과 동시에 중앙 시 스템이 다시 미지의 프로그램에 의해 파괴를 당하고 맙니다!!" "‥크윽‥!! 하필 이런때 기지에 있는 무기가 대공 미사일 밖에 없다니!!!" 처크는 벽을 치며 한탄을 했다. 만약 사정거리가 짧은 대공 미사일로 사정거리 내 에서 위성을 격추시킨다면 그 폭발의 여파가 지상에 미칠 것이 뻔했기 때문에 함부 로 미사일을 사용할 수가 없었다. "저에게 방법이 있습니다." 그때, 처크의 귀에 희망적인 말이 들려왔고 처크는 오래간만에 표정을 풀며 자신에 게 말한 사람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이내 그의 얼굴은 굳어지고 말았다. "루, 루이!? 넌 아직 무리하면 안돼!!" 그러나, 루이는 막무가내로 자신의 자리에 앉으며 처크에게 말하기 시작했다. "침대에 누워서 죽는 것 보다는 머리를 쓰다가 죽는게 나아요 아버지. 다른 오퍼레 이터들은 들으세요. 현재 시스템 복구는 제가 맡을테니 다른 분들은 본부 근처의 플라스틱 모델용 무선 조종기와 CH-14형 증폭기, IBM제 Z-915형 노트북, 그리고 무 기부에 있는 SAM미사일의 제어기를 상황실에 가져와주세요. 어서!! 20분 밖에 남 지 않았어요!!" "아, ‥예!!" 오퍼레이터들은 즉시 자리에서 일어나 상황실 밖으로 달려 나갔고, 루이는 자신의 손과 머리에 고급 오퍼레이터 전용 버추어 프로그래밍 장비를 착용한 뒤 시스템 복구를 하기 시작했다. 딸의 적극적인 모습을 바라보던 처크는 담담한 미소를 지으 며 고개를 끄덕였고, 다시 담배를 물며 잠시만이라도 머리를 쉬어보려 했다. "여긴 금연 구역이에요 아버지." "‥오늘만 봐 주거라." ※※※ 세이아까지 불러낸 바이칼은 곧 자신의 몸을 드래곤의 형태로 바꾸었고, 멍하니 자 신을 바라보고 있는 여자 바이칼과 묵묵히 눈을 감고 있는 세이아에게 타라는 고개 짓을 했다. 「자, 어서 등에 타도록. 여기 있으면 위험할 것 같으니까.」 "예? 예에‥." 바이칼은 여자 바이칼이 타기 쉽게 날개를 계단처럼 내려 주었다. 그러나, 세이아 가 올라타지 않자 바이칼은 고개를 그녀쪽으로 돌리며 물었다. 「왜 그러지. 뭐 놓고 온 것이라도 있나.」 세이아는 잠시간 말이 없었다. 이윽고, 그녀는 눈을 살며시 뜨고 바이칼을 바라보 며 말했다. "‥바이칼님. 오늘 저녁‥피의 만월이 뜬답니다." 「‥?!」 바이칼은 움찔 하며 눈을 크게 떴고, 세이아는 지금껏 보이지 않은 굳은 표정을 지 은채 하늘을 올려다 보며 다시 말했다. "하늘에서 불이 떨어진답니다. 798개의‥. 가즈 나이트들이 있는 이 도시엔 떨어지 는 것이 막힐 수도 있겠지만, 다른 나라는 피로 물들고 맙니다. 이건 다른 가즈 나 이트 분들이 힘을 쓰셔도 절반도 막을 수 없답니다. 너무 늦었으니까요." 「‥그걸 어떻게 알고 있는거지?」 "‥이 지구의 대기가 말해주고 있습니다. 대지는 고통을 받기 싫다며 울부짖고 있 습니다. 결국, 그가 신에게 도전을 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바이칼은 가만히 세이아를 바라보았다. 결국, 그는 자신의 등에 올라타 있는 바이 칼을 내리게 한 후 공중으로 천천히 날아 오르며 세이아에게 말했다. 「진작에 말했다면 희생은 막을 수 있었을 것 아닌가. 지금까지 왜 숨겨왔지.」 "‥기계의 감정은 읽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그 기계를 조종하는 와카루는 최근 저의 힘을 뛰어 넘었기 때문에 더이상 제가 그의 생각을 읽고 그의 계획을 막 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딴건 필요 없어. 왜 리오나 지크에게 네가 성계신이라는 것을 밝히지 않았나 하는 것이다.」 그러자, 세이아는 다시 눈을 감으며 말했다. "‥리오씨는 저와 관련된 일에 너무 깊이 얽매여 계십니다. 그분은 가즈 나이트가 될 시점부터 엉켜버린 '전생의 인연' 때문에 현재도 고통스러워 하고 계십니다. 그 런 분께 차마 알릴 수는 없었습니다." 「‥풋, 멍청한‥.」 세이아의 얘기가 끝나자, 바이칼은 비웃듯 고개를 저었고 세이아는 깜짝 놀라며 그 를 바라보았다. 바이칼은 다시 세이아를 내려다 보며 말했다. 「‥살아온지 30년도 채 안된 신 따위가 700년 이상 살아온 바람둥이의 속을 어떻 게 알겠나. 리오라는 녀석은 네가 없었을 때에도 잘 살아온 녀석이다. 네가 걱정한 다 해서 날아갈 듯이 기뻐할 녀석은 아니야. '후훗'이라고 웃으면 그만이지. 이런 견습생에게 성계신의 중책을 맡긴 주신도 노망이 들대로 들었군. 어쨌거나 너도 신 이니 이제 더이상 보호해줄 필요는 없겠지. 하늘에서 떨어진다는 불덩이를 막을 궁 리나 하시지. 그럼.」 바이칼은 다시 여자 바이칼을 등에 태운 뒤 어디론가 날아가 버렸고, 세이아는 어 두운 표정을 지은채 고개를 숙이고 아무 행동도 취하지 않았다. "‥역시 당신이 성계신이셨군요." 그때, 세이아의 뒤에서 어떤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세이아는 고개를 들며 중 얼거렸다. "‥데스 발키리입니까. 성함이 어떻게 되시나요." 세이아의 집 현관에 기대어 서 있던 붉은 머리의 여성은 미소를 지은채 그녀에게 천천히 다가오며 자신의 소개를 하기 시작했다. "당신이 말씀하신 대로, 데스 발키리입니다. 이름은 아란·슈왈츠. '절망'의 힘을 가지고 있죠." ※※※ "좋아요, 모두들 다시 복구 작업에 참여해 주세요! 아버지께선 절 좀 도와주세요!" 루이는 곧바로 버추어 프로그래밍 장비를 벗은 뒤 오퍼레이터들이 구해온 장비를 향해 뛰어갔다. 처크도 곧 그곳으로 향했고, 루이는 처크에게 무선 조종기를 내밀 며 말했다. "안에 있는 회로는 그대로 두시고 케이스만 제거해 주세요 아버지! 빨리요! 10분 밖에 남지 않았어요!" "아, 알았다!" 처크는 다른 오퍼레이터에게 드라이버를 건내 받은 후 조종기의 케이스를 제거하기 시작했고, 루이는 SAM미사일 제어기를 노트북에 연결한 후 프로그램을 한참 바꾸어 갔다. 루이의 번개같은 손놀림을 보던 한 오퍼레이터는 놀란 눈으로 동료에게 말했 다. "와아‥루이 선배 대단하다. 저렇게 간단히 SAM미사일의 제어기 보호 프로그램을 제거할 줄이야‥." "그것 뿐이 아니야. 10분만에 시스템 손상률을 7%로 낮추었다구. 역시 '천재'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아." 그들이 그렇게 구경을 하는 동안, 처크는 플라스틱 케이스를 제거했고 그에게 조종 기의 내부 부품을 건내받은 루이는 곧바로 납땜기와 회로선을 이용해 증폭기를 연 결한 다음 그렇게 만들어진 간이 조종기를 SAM미사일 제어기에 연결했다. 루이는 곧 심호흡을 한 뒤 제어기에 전원을 연결했고, 무언가 타는 냄새와 함께 노트북엔 위성 연결 프로그램이 떠올랐다. "‥모형 비행기의 간단한 신호기로는 위성을 완전히 제어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 도 움직이는 것은 제어할 수 있을거에요. SAM미사일 제어기와 증폭기로 전파의 성 향과 강도를 바꾸었기 때문에 현재 중간권에 있는 위성이라 해도 가능해요. 이제 위성을 떨어트리려는 사람에게 발각되지만 않으면‥!!" 루이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노트북의 키보드를 계속 두드려 나갔다. 처크는 팔짱을 낀 채 묵묵히 루이를 바라볼 따름이었다. ........................ . . . . . . . . "‥으음?" 와카루는 한국을 향해 떨어지고 있는 BSP위성에 붉은 신호가 들어오자 눈썹을 꿈틀 거리며 키보드를 두드려 보았다. "‥호오‥? 위성의 이동 제어기가 원격 조종이 되고 있잖아? 으음‥하지만 통신을 연결하면 분명히 내 프로그램에 탐색이 될 터인데‥아하, 그렇군. 이런 이런‥단순 한 것을 생각하지 못했구먼. 하지만 뭐‥어차피 중간권에 있으니 전파 차단을 하면 좀 빨리 떨어질 뿐이겠지. 대기의 마찰 때문에 도중에 터지긴 하겠지만‥. 하여튼 막을 방법을 떠올렸다니 대단한 천재가 있군. 하지만‥헛헛헛, 내가 더 천재거든‥ 허허허허허헛‥." 와카루는 여유있는 미소를 지은채 고개를 끄덕이며 손가락을 움직였다. ...................... . . . . . . . . . 루이는 조종기의 스틱을 위로 올리고 있었다. 전파를 잘 맞춘 탓에 위성은 천천히 상승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처크는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었고, 다른 오퍼레이터 들 역시 안심을 했다. "‥!!" 순간, 노트북의 모니터에 수신 불가능 메세지가 떠올랐고, 루이는 침을 꿀꺽 삼키 며 처크를 바라보았다. 처크는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루이의 눈에서 읽을 수 있었다. "‥왜, 왜 그러니 루이?" "‥위성 자체가 제어 전파를 모두 차단해 버렸어요. 지금부터는 아무도 위성의 제 어를 할 수 없어요." "그, 그렇다면‥?" 루이는 눈을 감은 후 자신의 머리카락을 움켜 쥐며 힘없이 대답했다. "‥더 빠른 속도로 지면에 충돌할거에요. 아니면 마찰시의 열 때문에 공중에서 폭 발하거나‥. 설마 이렇게 빨리 발각될줄은 몰랐는데‥!!" 루이의 목소리엔 분함이 섞여 있었다. 결국, 처크는 한숨을 길게 쉬며 오퍼레이터 들에게 말했다. "‥지금부터 수도 방위 BSP는 본부를 포기한다. 하는 수 없겠지‥." ------------------계속-- Last Radiance~!! Vol. 55 -------------------------------------------------------------------------- 54편 버그... 인공위성에 장치된 로켓으로는 지구 중력을 이기고 상승을 할 수 없습니다. 학교와서 곰곰히 생각해 보니 그렇더군요. ------------------------------------------------------------------------ "‥자, 잠깐만요 부장님! 고열의 물체가 본부쪽을 향해 급속도로 접근하고 있습니 다!!" "‥뭐?" 기지의 레이더를 보고 있던 한 오퍼레이터가 그렇게 소리치자, 마악 상황실을 빠져 나가려던 처크와 다른 오퍼레이터들은 깜짝 놀라며 그녀를 바라보았고, 처크는 즉 시 외부 카메라를 맡은 오퍼레이터에게 소리쳤다. "그 물체 쪽으로 카메라를 돌리도록!! 새로운 바이오 버그인지 아닌지 확인해 볼 수 있겠나!" "자, 잠깐만 기다려 주십시오!!" 오퍼레이터는 본부 건물 외부에 설치된 카메라의 각도를 레이더가 가리키고 있는 물체 방향으로 급히 바꾸어 보았고, 상황실의 스크린엔 모두가 말을 잊을 정도의 광경이 떠올랐다. 온 몸이 화염에 휩싸인 한 사나이가 본부쪽으로 날아오고 있는 모습이 떠오른 탓이었다. "뭐, 뭐야‥?" 처크는 아연실색을 하며 선글라스를 벗었고, 다른 오퍼레이터들 역시 그와 마찬가 지로 멍한 표정을 지은채 모니터에 집중을 했다. 그때, 모니터를 뚫어지게 바라보 고 있던 루이가 벌떡 일어서며 소리쳤다. "그 남자에요! 슈렌이라는 남자에요!!" ............................. . . . . . . BSP본부 건물을 향해 급속으로 날아가던 슈렌은 본부의 분위기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주위는 아주 조용했지만, 너무나 짙은 침묵이 깔려 있었기에 그는 긴장을 하며 건물 주위를 빙빙 돌기 시작했다. 「슈렌씨, 슈렌씨 들리십니까?」 그때, 건물 외부의 스피커에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슈렌은 기지 건물에 다 시 눈을 돌려 보았다. ‘‥외부 카메라군.’ 슈렌은 그 카메라에 시선을 돌린채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이곳을 향해 중형 인공위성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죄송하지만 슈렌씨에게 적당한 방법이 있으신가요?」 ‘‥인공위성‥?’ 슈렌은 그렇게 속으로 중얼거리며 건물 윗쪽을 바라보았다. 위성이 보이진 않았지 만 상공쪽의 대기가 무언가에 통과당하며 불안정해진 것을 보고 위성이 떨어진다는 것을 그는 느낄 수 있었다. 슈렌은 오른손을 입가에 가져간채 조용히 생각해 보았 다. ‘‥내가 그룬가르드를 던진다 해도 지금 상황에선 닿지 않을 것이고‥마법으로 밀 어내는 방법 외엔 없나‥.’ 슈렌은 곧바로 본부 옥상을 향해 올라갔고, 그의 모습은 옥상에 설치된 카메라가 이어 받았다. 주위를 둘러보던 슈렌은 가만히 카메라를 바라보다가 시험삼아 간단 히 말을 해 보았다. "‥제 목소리가 들립니까." 「예, 바람소리 때문에 감도가 좋진 않지만 들리긴 합니다.」 "그럼, 지금 떨어지는 위성에 대해 알 수 있습니까. 만약 폭발한다면 어떤 일이 벌 어지는지‥." 「지금 본부를 향해 떨어지고 있는 위성은 대형 고체 수소 연료와 그리 안정적이지 못한 융합로를 가지고 있습니다. 현재 남은 연료의 양을 고려해 볼때, 폭발을 한다 면 1메가톤급 수소폭탄의 위력을 발휘하게 됩니다.」 스피커로 부터 위성에 대한 말을 들은 슈렌은 고개를 끄덕였다. 슈렌은 다시 상공 을 바라보았다. 깨알만한 위성의 모습이 드디어 그의 시야에 들어왔다. 팔짱을 끼 고 잠시간 생각을 해 보던 슈렌은 곧 눈을 뜨며 그룬가르드의 끝을 잡고 윗쪽을 향해 치켜 올렸다. "‥'멜튼'으로 밀어내는 수 밖에‥." 그렇게 중얼거린 슈렌의 몸에선 다시금 찬란한 불꽃이 일어 오르기 시작했고, BSP 건물의 옥상은 순식간에 불바다로 변했다. 그에 따라 슈렌을 잡고 있던 카메라도 녹아버려 쓸 수 없게 되고 말았다. ............................. . . . . . . . "본부 옥상의 온도 급 상승! 현재 섭씨 130‥250도! 계속 상승중입니다!!" "옥상에 설치된 레이더 사용 불가능! 외부 레이더로 돌리겠습니다!" "상층부 유리창이 녹아 건물 외벽을 따라 흘러내리고 있습니다!!" 계속되는 오퍼레이터들의 보고를 처크는 잔뜩 긴장된 표정으로 들을 수 밖에 없었 다. 듣지도, 보지도 못한 초 현실적인 일이 현재 BSP본부 옥상에서 일어나고 있었 기 때문이었다. "‥인간이 400도에 가까운 열을 발생시키다니‥?! 하긴, 지크도 몸에서 전기를 뿜 어내니 있을 수 있겠지만‥. 그건 그렇고 루이, 넌 그 슈렌이란 남자가 우리를 도 와줄 것이라고 어떻게 확신할 수 있었지?" 모니터를 통해 건물 외부의 온도가 올라가고 있는 모습을 조용히 지켜보던 루이는 안경을 벗으며 질문에 대답했다. "‥이상하게도, 우리가 할 수 없는 일을 그가 할 수 있을 것만 같았어요. 어제 본 부에 침투했던 생체병기를 우리 대신 처리해 주었으니 도와줄 것 같기도 했고요." 루이의 말을 들은 처크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며 중얼거렸다. "‥하긴, 몸에 불 달고 날아다니는데 나라도 부탁을 했겠지‥." ※※※ "‥슈렌‥인가?" 바이오 버그에 둘러싸여 한참 전투를 벌이던 리오는 동작을 멈추며 BSP본부쪽을 바 라보았다.물론 주위의 고층 빌딩들 때문에 완전히 보이진 않았지만 리오는 그쪽에 서 강한 불의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멜튼을 쓸 수 있을 정도의 기력이군. 근데 도대체 무슨 문제이길래 기를 저런 정 도로 모으는거지‥? 설마, 데스 발키리가 본부를‥?’ 리오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다시 바이오 버그들과 싸우기 위해 자신의 몸 주위에 쳐 두었던 기의 장막을 거두었다. 그러나, 그 이상의 수고는 없었다. 그가 BSP본부쪽 을 바라보는 동안 바이오 버그들은 모조리 후퇴를 하는 중이었다. 리오는 이해가 안간다는 표정을 지은채 멀리 사라져가는 바이오 버그들을 바라볼 뿐이었다. "‥설마, 그 와카루라는 노인이 무슨 흉계라도 꾸미고 있는 것인가? 아무래도 안되 겠군. 집쪽으로 돌아가 봐야 하겠어." 리오는 급히 리진과 넬이 기다리고 있는 장소를 향해 뛰기 시작했다. 그들을 데리 고 가기는 좀 그랬지만 상황이 급한 것 같은 느낌에 어쩔 수 없었다. 물론 버리고 가는 것 보다는 나았지만‥. 순찰차 안에 틀어박혀 있던 리진과 넬은 리오가 멀쩡히 돌아오자 안도의 한숨을 쉬 며 차창을 감싼 장갑판을 제거한 후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려 했다. 그러나, 리오 는 망토를 펄럭이며 차 안으로 들어왔고 리진과 넬은 인상을 쓰며 다시 차 안으로 들어갔다. 리오는 굳은 표정을 지은채 리진을 돌아보며 급히 말했다. "지크의 집 아시죠? 그 쪽으로 좀 부탁드립니다." "예? 어, 어째서‥." "‥뭔가 일이 잘못 되어가고 있는 느낌이에요. 본부쪽도 심각하지만 아무래도 집에 있는 사람들이 걱정되요. ‥아차! 라이아!!" 순간, 리오는 자신의 이마를 오른손 바닥으로 치며 인상을 구겼고, 리오는 고개를 저으며 리진에게 다시 말했다. "죄송하지만 XX여중 쪽을 먼저 부탁드립니다! 완전히 잊어먹고 있었다니‥젠장할!" "아‥예." 리진은 차에 시동을 건 후 리오가 말 한 중학교의 위치를 찾기 위해 항법장치를 켜 보았다. 그러나, 항법장치의 디스플레이엔 '수신 불가능'이란 에러 메세지만이 떠 오를 뿐이었고 리진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항법장치를 손으로 두드려보기 시작했다. "어라? 이게 왜 이러지? 아침에 나오면서 분명히 점검을 받았는데?" "‥하는 수 없군요. 제가 그 쪽으로 가는 길을 알고 있으니 제가 길 안내를 해 드 리죠." 리진은 리오의 안내를 받으며 속도를 내어 XX중학교를 향해 가기 시작했다. 그 방 향으로 가는 동안, 리오와 리진, 넬은 처참한 광경을 목격할 수 있었다. 거리에 풀 어진 바이오 버그들에 의해 행인들의 대부분이 죽어 있었고 시설물 역시 처참히 파 괴되어 있었다. 넬은 보지 않기 위해 손으로 눈을 가렸고, 리진은 속에서 올라오는 것을 간신히 참으며 괴롭게 중얼거렸다. "‥이럴수가‥! 이렇게 많이 나왔을 줄은‥!! 이건 너무 심하잖아!!!" 고통이 섞여 있는 리진의 목소리를 듣고 있는 리오의 마음도 그리 좋진 않았다. 리 오는 불길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이렇게 살육을 저지르던 바이오 버그들이 현 재는 거짓말과 같이 사라졌기 때문이었다. 리진은 인상을 잔뜩 구긴채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이아, 집에 있던 부모님들은 어떻게 되셨을까요. 지금 학교에 있을 제 동생은‥ 그리고 친구들은‥!! 이건 마치 융단 폭격을 당한 거리 같잖아요!!" "‥?" '융단폭격'이라는 말을 들은 순간, 리오는 잠시 머리가 멍해짐을 느꼈다. 리오는 리진을 흘끔 바라보며 그녀에게 넌지시 물어보았다. "‥전쟁시에‥폭격을 가하는 쪽은 아군의 희생을 최대한 감소시켜야 하겠죠?" "‥예? 리오씨! 이런 상황에서 지금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거에요!!" 리진은 리오의 말이 마치 헛소리와 같이 들렸는지 버럭 화를 내며 소리쳤고, 리오 는 시선을 앞쪽으로 돌린채 곰곰히 생각을 해 보았다. 그러다가, 다시금 리진을 바 라보며 물었다. "BSP용 항법장치는‥인공위성을 사용한다고 했죠? 그리고 지금은 수신이 불가능하 고‥." "‥?" 리진은 리오의 질문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때, 리오의 말을 듣고 있던 넬이 자 신의 호주머니 안에 들어있는 핸드폰으로 미국에 있는 자신의 집에 전화를 걸어 보 았고, 조금 후 '수신 불가능'이란 메세지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리, 리오 형‥. 전화용 위성도 이상해요!" 넬의 말을 들은 순간, 리오는 인상을 구기고 말았다. 불끈 쥐어진 그의 주먹에선 우두둑 소리가 크게 들려왔고, 그는 이를 갈며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메테오'‥!! 인공위성을 이용한 메테오였군!!!" ※※※ "‥사이키, 뭐 이상한 소리 못들었어?" 순찰차를 타고 급히 본부쪽으로 가던 지크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옆에서 운전을 하 고 있는 사이키에게 물었고, 사이키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지크를 바라보며 대답 했다. "‥예? 전 아무 소리도 듣지 못했는데요? 지크씨는 뭔가 들으셨나요?" "‥이상해. 뭔가‥떨어지고 있는 소리가 들렸어. 대기가 관통당하는 듯 한‥." 지크는 그렇게 말하며 차창을 통해 하늘 위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그의 눈엔 아 직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계속--- Last Radiance~!! Vol. 56 ------------------------------------------------------------------------- ---------------------------------------------------------------------------- 「아직인가!」 급속으로 날고 있는 상태인 바이칼은 자신의 등에 타고 있는 바이칼에게(…) 소리 치듯 물었고,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예! 저기 학교 앞에 보이는 노란 간판의 가게에요!" 바이칼은 힘껏 날개를 펄럭이며 최대한 빨리 그곳으로 향했다. 그가 이렇게 서두르 는 이유가 있었다. 주위의 하늘마다 하얀 연기를 달고 떨어져 내리는 무언가가 보 였기 때문이었다. 「‥음!?」 순간, 바이칼은 아래쪽에서 솟아 오르는 이상한 느낌에 역동작을 취했고, 갑자기 그가 멈추자 등에 있던 바이칼은 깜짝 놀라며 자세를 낮추었다. 두 바이칼의 앞엔 고풍스런 옷에, 윤기가 흐르는 검은 머리에 비녀를 꽂은 한 남자가 섰고, 그는 용 의 모습으로 변해 있는 바이칼을 바라보며 나지막히 말했다. "‥오랜만이군요 용제. 300년 전 용족전쟁 이후 처음이지요?" 바이칼은 자신 이상의 묘한, 날카로운 아름다움을 풍기고 있는 그 남자를 그리 좋 지 않은 표정으로 물었다. 「‥동룡족의 우두머리가 여긴 왠일이지. 무슨 볼일이라도 있나.」 바이칼의 물음에, 그 남자는 자신의 머리카락을 손으로 매만지며 천천히 고개를 끄 덕였다. "‥내 여동생을 찾으러 왔습니다. 당신에게 납치되어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요‥." 「누가 네 동생이야! 갑자기 나타나서는‥!! 쓸데없는 소리 접고 어서 꺼져!!」 바이칼은 노기를 뿜으며 그 남자에게 소리쳤고, 그는 고개를 설래설래 저으며 바이 칼에게 다가갔다. 엄밀히 말하자면 바이칼의 등에 탄 바이칼에게 가는 것이었다. "‥자, 그 동안 무서웠지 리디아? 어서 오라버니와 함께 돌아가자꾸나. 예전에 화 를 낸 것은 용서해 주려무나." 순간, 바이칼의 눈엔 더이상 지상을 향해 떨어져 내리고 있는 물체가 보이지 않게 되었고, 바이칼은 그 남자를 향해 입에서 푸른 불꽃을 뿜기 시작했다. 「꺼지라고 말했다 '주룡'!! 더이상 내 동생에게 손을 대면 용서하지 않겠다!!」 바이칼의 브레스를 가벼운 몸짓으로 피한 그 남자­동룡족의 주룡(主龍) '쥬빌란' 은 이윽고 바이칼과 시선을 맞대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리디아는 어마마마께서 낳으신 이 몸의 동생입니다. 저 아이의 몸에 흐르는 피와 내 몸에 흐르는 피는 같습니다. 당신이 어째서 내 동생을 당신의 동생이라고 억지 를 쓰시는진 모르겠지만, 이제 그런 추태는 그만 하시지요. 지금 이 근처의 상황 도 그리 좋진 않으니 협조를 해 주시겠습니까." 「시끄럽다!!」 결국, 바이칼은 분노를 터트리며 몸의 크기를 원래대로 거대화 시켰고, 그의 분위 기가 농담이 아니라는 것을 느낀 쥬빌란 역시 자신의 몸을 용의 모습으로 바꾸었 다. 적색의 비늘로 뒤덥힌 긴 몸, 머리에 난 여섯개의 뿔, 흰색의 수염들, 그리고 손에 쥔­일명 '여의주'라 불리는­거대한 소울 스톤‥. 규모로 따져선 결코 지지 않은 둘의 거대한 모습은 상공을 뒤덮었고, 아직도 바이칼의 등에 매달린 상태인 바이칼은 울며불며 둘에게 소리치기 시작했다. "그, 그만하세요 두분 다! 더 급한 일이 있잖아요!!" 그러나, 그녀의 목소리는 지면과 충돌하여 대 폭발을 일으키고 있는 위성들의 소리 에 가려져 더이상 들리지 않았다. 바이칼과 쥬빌란은 밀려오는 폭발의 섬광으로 부 터 몸을 보호하기 위해 각자 결계를 쳤고, 주위의 가옥과 학교, 그리고 지크의 어 머니 레니가 운영하고 있는 노란색 간판의 문방구는 힘 없이 빛에 휘말려 사라지기 시작했다. ※※※ 그 시각, 전 세계의 일부는 하늘에서 떨어진 위성들의 핵융합 폭발에 휘말려 잿더 미로 변해갔다. 단 하나 다른 곳이 있었다면,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의 한 부분에 서 붉은색의 거대한 빛줄기가 위성 하나를 휘감은채 대기권을 뚫고 솟구치는 것이 었다. 전 세계의 일부라고는 했지만, 폭발의 부위가 사람들이 많이 모여살고 있는 주요 도시나 수도여서 사상자의 수는 알 수 없을 정도었다. 살아남은 사람들은 더이상 신문과 방송을 통해 정보를 입수할 수 없었다. 30여년간 의 노력에 의해 겨우 깨끗해진 지구의 공기는 솟구친 재에 의해 더러워졌고, 바다 역시 짙게 깔린 구름에 의해 검게 변해갔다. 복구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사람들은 복구할 생각을 가지지 못했다. 집 밖을 유유히 돌아다니는 바이오 버그들과 검고 붉은 장갑을 가진 두 종류의 로 봇들에 의해 거리는 계속 파괴되었고 사람들이 계속 죽어갔기 때문이었다. 2037년 3월 31일. 사람들은 그날을 암흑의 날이라 불렀다. ※※※ 폭발의 여파가 사라진 후, 바이칼과 쥬빌란은 자신들의 몸에 치고 있던 결계를 걷 은 후 서로를 쏘아 보았다. 그러다가, 쥬빌란은 폐허가 되어 버린 근처의 지형을 둘러보며 바이칼에게 말했다. 「‥주위가 대충 정리되었으니 실력행사를 해 볼까요. 그리 내키진 않지만‥.」 「원하던 바다 주룡. 네 녀석의 입을 완전히 봉해주지‥!」 그때였다. 둘의 귀를 가르는 누군가의 절규가 들린 것이. "아줌마!! 레니 아줌마­!!!! 시에­!!!!" 등에 있던 바이칼은 재로 변해버린 노란 간판의 문방구를 바라보며 절규했고, 그녀 의 목소리를 들은 바이칼은 아차 하며 그쪽을 바라보았지만 이미 늦은 일이었다. 바이칼의 등에 얼굴을 대고 울던 그녀는 잠시 후 분노에 찬 얼굴로 바이칼과 쥬빌 란을 향해 울음이 섞인 목소리로 소리치기 시작했다. "당신들‥당신들이 서로 싸우려고 하지만 않았어도 사람을 조금이나마 구할 수 있 었을 것 아니에요!! 제가 리디아든 바이칼이든 그게 중요한가요, 아니면 사람들의 목숨이 중요한가요!!!" 그러자, 쥬빌란은 굳은 표정으로 대답했다. 「하등 생물이 죽는 것은 우리가 상관할 일이 아니다. 인간들은 어차피 더하지 않 니? 자신보다 하등의 생물들을 음식 이외의 용도로 죽이며 즐거워하지. '사냥'이라 는 명목으로 말이야. 우린 인간들보다 훨씬 나은거다.」 "그, 그런‥!!!" 그 사이에 끼어 있는 바이칼은 묵묵부답이었다. 그리고 기분도 그리 좋진 않았다. 다른 사람들은 모르지만 레니, 그리고 시에까지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우르륵­ 순간, 문방구가 있던지점이 크게 꿈틀거렸고, 셋의 시선은 한꺼번에 그곳으로 향 했다. 이윽고, 검게 변해버린 지면을 뚫고 붉은색 털을 가진 거대한 사자가 튀어 올랐고, 몸에 희미한 결계를 치고 있는 그 존재는 가만히 바이칼을 바라보다가 곧 바로 결계를 걷은 후 반가운듯 꼬리를 살랑거렸다. 그 사자는 등에 달린 날개를 퍼 득여 바이칼에게 접근해 왔고 그의 목에 매달린 후 혀로 안면을 핥기 시작했다. 바이칼은 지금 자신에게 매달려 기뻐하고 있는 사자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 「‥베히모스‥! 설마 시에‥?」 '시에'라는말이 바이칼의 입에서 들려오자, 그 베히모스는 더욱 기뻐하며 바이칼 에게 몸을 부벼댔다. 그런 뒤, 앞발을 자신의 텁수룩한 갈기 속에 넣은 후 무언가 를 바이칼의 눈 앞에 꺼내 보였고, 바이칼은 순간 다행이라 생각하며 길게 한숨을 쉬었다. 「레니‥! ‥너도 그럭저럭 쓸 때가 있군.」 바이칼은 베히모스의 모습으로 변한 시에에게 레니를 받아 든 후 쥬빌란을 바라보 았다. 시에 역시 쥬빌란에게 시선을 돌린 뒤 으르렁대기 시작했고, 갑자기 커다란 상대가 둘이 되어버린 쥬빌란은 순식간에 인간의 모습으로 변한 후 씁쓸한 표정으 로 중얼거렸다. "‥하는 수 없군요. 잠시동안 리디아를 당신에게 맡기겠습니다. 그럼 오늘은 이만 ‥." 쥬빌란은 차원의 문을 연 후 곧바로 사라져갔고, 바이칼은 지상으로 내려온 뒤 레 니와 바이칼을 지상에 내려준 후 인간의 모습으로 변하였다. 그러나, 시에는 인간 형으로 변하는 것을 모르는지 하늘에 멍하니 떠 있었고, 바이칼은 한심하다는듯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계속 떠 있어. 넌 내려오면 위험해." 「크응.」 시에는 고개를 끄덕였고, 바이칼은 곧 레니의 몸 상태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괜찮군. 운 하나는 좋은 인간이야. 자, 리디아. 돌아가자." 짜악­!! 순간, 바이칼의 얼굴에 여자 바이칼의 손이 날아들었고, 의외의 공격에 당한 바이 칼은 멍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눈물을 계속 흘리며 바이칼에게 소리 쳤다. "그만 해요!! 이젠 싫어요‥그 이름, 이젠 그 이름으로 불리기조차 싫다고요!!! 그 이름 때문에 레니 아줌마와 시에가 위험할뻔 했다고요!!! 제가 당신과 같은 이름으 로 불리는 것이 그렇게 싫으시면 당신이 이름을 바꾸세요!!!" "뭐라고‥?" 순간, 바이칼의 얼굴은 분노로 일그러졌고, 결국 그는 그녀의 뺨을 강하게 치고 말 았다. 파악­!! "아앗!!!" 그녀는 힘없이 땅 위에 쓰러졌고, 그 모습을 공중에서 내려다보던 시에는 움찔 하 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 바이칼은 곧 그녀의 옷자락을 잡고 들어 올리며 소리치기 시작했다. "내 이름, 바이칼이라는 이름은 아버지께서 지어주신 이름이고, 리디아라는 네 이 름 역시 아버지께서 지으신 이름이다!! 이름 가지고 함부로 입을 놀리지 마!!!" "‥흐윽‥!! 당신이 뭔데 그러세요!!! 당신이 저에게 뭐가 된다고 이러시냐고요!!" "네 오빠지 누구긴 누구야!!! 아까도 들었잖아!!!!" "‥!?" 순간, 그녀는 울음을 잊고 바이칼을 바라보았고, 바이칼은 그녀의 옷자락을 잡은 손을 푼 뒤 그녀를 껴안으며 소리쳤다. "‥동생이라고‥내 동생‥여동생‥!! ‥빌어먹을‥!!!" 바이칼은 입에서 거친 소리를 하면서도 그녀를 안은 팔에 힘을 빼지 않았다. 상황 파악이 안되고 있는 시에는 지상에 있는 둘을 쓸쓸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을 뿐이 었다. ........................... . . . . . . . 리오는 창문들을 제외하곤 거의 무사한 자신의 집 앞에서 안도의 한숨을 짓고 있는 리진을 뒤로 한 채 말 없이 뿌연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공기는 아직도 폭발의 여파 때문에 후끈거렸지만, 리오에겐 그런 것이 느껴지지 않았다. ‘와카루‥당신인가. 하긴, 이런 장난 아닌 장난을 할 인간은 당신 뿐이겠지‥.’ 리오는 눈을 감으며 한숨을 길게 쉬었다. 조금 후, 리오는 바닥에 떨어진 거대한 전광판 위에 힘없이 앉아 있는 넬을 바라보았다. 넬은 마치 정신이 나간 사람처럼 멍하니 동쪽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리진이 자신의 집 안으로 들어간 사이, 리오 는 천천히 리진에게 다가갔고, 그녀를 뒤에서 안아주며 물었다. "‥괜찮니‥?" "‥괘, 괜찮‥아요‥." 리오는 넬의 뚝뚝 끊기는 말을 들으며 안타까움에 눈을 감았다. 그는 넬의 좁은 어 깨에 자신의 턱을 가져가며 나지막히 말했다. "‥울어도 괜찮아‥. 넌 아직 어리니까‥." "아, 아니‥에요. 저, 전‥BSP‥인걸요‥." 눈물을 최대한 참고 있는 넬의 말을 들은 리오는 곧 쓸쓸히 웃으며 말했다. "‥내 눈엔 마음속으로 펑펑 울고 있는 보통 소녀로 밖엔 보이지않은걸." "‥그, 그만 하세요‥!! 우, 울어버릴‥거란 말이에요‥흐윽‥!!!!" 넬은 결국 자신을 안고 있는 리오의 아대에 얼굴을 묻으며 흐느껴 울기 시작했고, 리오는 자신의 아대에 넬의 눈물이 스며드는 것을 느끼며 이를 악물었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나 와카루‥. 언제까지 이 착한 사람들을 괴롭힐 생각인 가‥!!’ -----------------------계속--- Last Radiance~!! Vol. 57 ------------------------------------------------------------------------- -------------------------------------------------------------------------- "‥안타깝군." BSP건물 옥상에서 내려다 보이는, 군데군데 구멍이 뚫어져 버린 서울의 모습에 슈 렌은 한숨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BSP본부에 떨어지는 것은 자신이 어떻게 막아 내었으나, 다른 곳에 떨어지는 것은 보기만 할 뿐 속수무책이었다. "슈렌! 슈렌!!" 그때, 옥상으로 통하는 계단에서 지크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슈렌은 조용히 뒤를 돌 아 보았다. "무사했군." "아아, 가까스로 폭발 범위에서 벗어날 수 있었어. 대신 차가 망가지긴 했지만. 그 런데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위성들이 갑자기 후두둑 떨어지다니!" "‥누군가 위성을 조작했거나, 이 행성의 중력에 이상이 생기거나 둘 중 하나야. 하지만 후자는 가능성이 적지. 중력에 이상이 생겼다고 해서 위성이 이 본부를 향 해 정확히 떨어질 이유는 없을테니까." 슈렌은 그렇게 말 하며 자신과 그룬가르드가 내 뿜은 열기 때문에 그을려 버린 옥 상의 난간에 기대어 섰고, 지크는 잔뜩 인상을 찡그린채 자신의 두 주먹을 서로 부 딪히며 화를 가라앉히기 위해 노력했다. "‥사상자가 몇명일까? 아무래도 이곳만 떨어진게 아닌 것 같은데‥. 슈렌, 넌 여 기 계속 있을거야? 난 좀 있어야 할 것 같은데‥." 지크의 질문에, 슈렌은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조금 쉰 후 집쪽으로 돌아갈 생각이야." "‥알았어. 그럼 난 먼저 내려가 볼께." 지크는 그렇게 말하고 나서 다시 본부로 들어갔다. 엘리베이터가 고장난 탓에 계단 을 이용해 아래로 내려가던 지크는 스스로 위성들이떨어진 이유를 생각해 보기 시 작했다. 물론 지크의 머릿속에는 단 한사람의 이름이 떠오를 뿐이었다. "쳇, 그 빌어먹을 대머리 할아범‥!!" 상황실까지 내려간 지크는 발전기가 수리될 때 까지 수동 개폐로 전환되어 있는 상황실 정문을 직접 손으로 연 뒤 안으로 들어갔고, 다른 동료들과 함께 한참 토론 을 하고 있던 처크에게 다가가 현재의 상황을 물어 보았다. "할아버지, 사상자 확인이 가능한가요?" 선글라스를 벗고 있는 처크는 가라앉은 분위기로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유선 전화까지 모두 불통이야. 경찰과도 연락을 할 수 없기 때문에 피해상황을 알 긴 힘들 것 같아. 그건 그렇고‥리진과 리오군은 어디 있는거지? 다른 사람들은 모 두 다 귀환했는데‥." "‥별 문제는 없을거에요. 걱정하지 마세요." 지크의 자신있는 대답을 들은 처크는 의외라는 생각을 해 보았으나 리오가 지크의 형제라는 말을 아침에 들은 탓에 고개를 끄덕였다. 처크는 곧 집합한 모든 대원들 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럼, 우선 이 근처의 피해상황부터 알아보도록 하지. 헤이그와 마키, 티베는 우 선 본부에 남아있도록 하고, 나머지 사람들은 위성이 떨어진 지점을 중점으로 확인 해 주길 바라네. ‥폭발 중심으로 부터 5km 까지의 상황은 조사해 보지 않아도 될 듯 하지만, 지하도나 지하철 안쪽에 생존자가 있을 수도 있으니 가급적이면 그쪽도 부탁하네. 그럼 이만." "예!" 지크와 사이키, 케빈이 나간 뒤 처크는 조금 쉬려는듯 의자에 앉아 보았고, 헤이그 는 침통한 얼굴로 처크를 바라보며 넌지시 말했다. "‥우연적인 사고는 아닌 것 같군요." "음, 나도 그렇게 생각하네. 그것도 확실히." "‥예?" 처크가 그렇게 단언하자 헤이그는 고개를 갸웃거렸고, 처크는 입에 담배를 물며 아 까의 상황을 얘기해 주었다. "‥루이가 머리를 써서 위성의 각도를 변환시키려고 했는데, 누군가가 위성을 다시 조작해서 위성을 완전 조작 불가능의 상태로 만들었다네. 그것도 우리 눈 앞에서. AI가 그리 뛰어나지 않은 위성이 스스로 조작을 불가능하게 만들었을 이유는 없겠 지. ‥작년에 일어난 블랙프라임 전쟁이 이상할 정도로 떠오르는군‥." "‥그러게나 말입니다." 헤이그는 팔짱을 끼며 고개를 끄덕였다. 폭발에 대한 이런 저런 얘기가 돌던 중, 처크는 헤이그의 가족들이 생각났고 그는 집에 대한 일을 조심스럽게 물었다. "자네‥가족들은 괜찮나? 확인하지 않아도 되겠어?" "아, 저희 집은 본부 카메라로 보이는 거리에 있기 때문에 괜찮습니다. 제 딸도 오 늘은 쉬는 날이어서‥무사할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그런데, 부장님 사모님께 선‥." "음? 으음‥우리집은 본부 옆 건물이잖나." "아아, 그렇군요. 제가 너무 긴장한 모양입니다. 하핫‥." 약간이나마 긴장이 풀리는 대화가 도는 동안, 전원부 직원이 처크에게 다가왔고 그는 거수 경례를 붙이며 발전기 수리에 대한 보고를 하기 시작했다. "발전기 수리가 완료되었습니다 부장님. 지시를 내려 주십시오." "귀찮게 왠 보고를‥그냥 올려." "예, 알겠습니다." 그는 곧 허리에 타고 있던 무전기로 전원부에 연락을 취했고, 곧 비상등이 켜 있 던 상황실과 본부 전체에 전원이 다시 들어갔다. 집에 있는 가족들에 대해 한참 걱 정을 하며 쉬고 있던 오퍼레이터들과 다른 직원들은 다시 비상시에 맞게 업무를 시 작했다. "‥부장님! 긴급 상황입니다!!" 안타깝게도, 전원이 들어온지 1분도 지나지 않아 레이더를 맡은 오퍼레이터의 목소 리가 상황실에 울렸고, 처크는 거칠게 담배를 부벼 끄며 소리쳤다. "모니터에 돌려봐! 어서!" "예!" 상황실의 대형 모니터엔 곧 서울을 향해 빠른 속도로 접근하는 네개의 비행 물체가 나타났고, 처크는 인상을 구기며 오퍼레이터에게 물었다. "저 비행물체의 기종을 확인할 수 있겠나!" "그, 그것이‥신호음 자체가 처음 들어보는 종류여서‥." 레이더를 맡은 오퍼레이터는 자신 없는 목소리로 처크에게 말했다. 그때, 루이가 신호음 확인용 해드폰을 직접 쓴후 신호음을 듣기 시작했고, 곧 모니터 앞으로 달 려가 처크에게 말했다. "신호음으로 보아, 지금 접근하는 물체는 전장이나 전폭이 200미터에 가까운 대형 비행물체입니다. 미 국방부에서 대전차 수송용으로 만든 프로메테우스급 D-21기의 크기 신호와 비슷합니다만, 다른 신호는 모두 다르기에 확실히 어떤 기종인지는 확 인이 불가능합니다." 다른 오퍼레이터들의 감탄 속에서, 처크는 불안감을 감출 수 없었다. 뭔가 생각나 는 것이 하나 있었기 때문이었다. "‥루이, 예전에 전 세계에서 출몰했던 괴 로봇의 크기, 기억할 수 있나?" 처크의 질문에, 루이는 눈을 감고 가만히 기억을 더듬어 보다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예. 검은색의 로봇에 경우 무기 장비시 전고가 3.21미터, 무게가 1.8톤이었고 붉은색의 로봇에 경우 무기 장비시 전고가 2.89미터, 무게가 2.9톤이었습니다. 검 은색의 로봇에 경우 고 기동성을 지닌, 장갑 안에 생체 구조가 들어있는 특이한 형태였고, 붉은색의 로봇에 경우 중장갑을 지닌‥역시 같은 생체 구조를 지닌 로 봇이었습니다. 생체구조에 의해, 동일한 크기를 지닌 기계형 2족보행형 로봇보다 훨씬 더 경량이었고‥." "아아, 알겠어. ‥만약 D-21기에 그 로봇을 탑재한다면 한 기체당 몇기의 로봇을 탑재할 수 있을 것 같나?" "‥D-21기의 경우, A-98 '클린턴' 대전차를 12기 정도 탑재할 수 있습니다. 그것을 감안할때, 검은색의 로봇만을 탑재한다면‥약 100기 정도 탑재할 수 있습니다." 그 말을 들은 처크는 마악 서울 상공에 진입하고 있는 네개의 신호를 바라보며 씁 쓸히 중얼거렸다. 물론 담배도 곁들여서. "‥운이 좋으면 48기의 대전차고, 운이 나쁘면 400기의 생체로봇이군. 후우‥." 그때, 레이더를 맡은 오퍼레이터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괴 비행물체, 지금 막 정지했습니다!" ※※※ ‘리오씨, 네개의 위협이 다가왔답니다.’ "‥?" 넬을 위로해주던 리오는 자신의 귓가에 낮익은 목소리가 들려오자 흠칫 놀라며 공 중을 올려다 보았다. 물론 아무것도 있지 않았다. 그러나 목소리는 계속 들려왔다. ‘사람들이 위험합니다. 강 하류 부근에 두개, 상류 부근에 두개가 나타났습니다. 상류 부근은 걱정하지 마시고 하류 부근에 나타난 두개의 위협을 처리해 주세요.’ "‥잠깐, 세이아!?" ‘급합니다, 시간이 없어요. 부탁드립니다 리오씨. 지금 바이칼님이 그쪽으로 가고 계실겁니다.’ "자, 잠깐만!! 설마 당신이!!!" 그러나, 그 목소리는 더이상 들려오지 않았다. 리오는 몸을 일으킨채 하늘만을 바 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리오의 이상 반응에 놀란 넬은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으며 그를 올려다 보았고, 가만히 하늘만을 바라보던 리오는 곧 표정을 굳히며 넬에게 말했다. "‥리진의 집에 먼저 들어가 있어주겠니. 아무래도 할 일이 생긴 것 같아서‥." 현재 상황을 이해하지도, 이해할수도 없는 넬은 멍한 눈으로 고개를 끄덕였고, 리 오는 고맙다는듯 넬의 뺨을 두어번 살짝 두드려준 후 공중으로 재빨리 날아 올랐 다. 그에 맞춰서, 하늘 저편에선 드래곤 한마리가 급속으로 날아왔고 리오는 그 드 래곤의 등에 오른 후 서쪽을 향해 날아가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넬은 씁쓸히 웃으며 중얼거렸다. "‥'드래군'‥. 오래간만에 보는구나. 그런데, 리진 언니의 아파트 호수가 어떻게 되지?" ......................... . . . . . . "너도 들었지 바이칼!" 「들었으니 여기로 왔지.」 "‥세이야가 정말 이 행성의 성계신이었단 말인가. 도대체 주신께서 무슨 생각으로 그러셨는지 이해가 안가는군." 「그 할아범 노망기가 있다고 몇번이나 말했잖아.」 리오는 바이칼의 말을 들으며 파라그레이드를 천천히 뽑아 들었다. 그의 시야에 거 대한 비행 물체가 들어온 탓이었다. 그리고, 그 비행물체에서 낙하하는 수십대의 검은색 물체들도‥. "‥내 눈이 틀리지 않다면 나찰과‥수라라는 깡통들이겠지?" 「내눈에도 그렇게 보였으니 맞는 것 같군.」 리오는 고개를 끄덕이며 파라그레이드에 기를 주입했고, 곧 짙푸른 오리하르콘의 날로 부터 절삭성이 높은 반투명의 날이 형성되었다. 리오는 그 검을 잡은 손에 힘 을 넣으며 소리쳤다. "좋아, 가자 바이칼!!" "잠깐 리오씨." 그때, 리오의 옆에 붉은 섬광이 스쳐 지나갔고, 리오는 움찔하며 옆을 바라보았다. 여전히 검붉은 가죽 자켓에 가죽 스커트를 타이트하게 입고 있는 데스 발키리, 아 란이 빙긋 미소를 지은채 바이칼의 옆에서 날고 있었다. 리오는 씁쓸히 웃으며 그 녀에게 물었다. "호오, 뭔가 또. 설마 방해하려고 온 것은 아니겠지." "아아, 설마요. 이번엔 당신에게 잃은 점수를 만회하려고 왔죠. 후훗‥." 리오는 아란의 행동이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하여튼 아군이 되겠다는 말이었기에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후, 좋아. 당신이 언제 또 적군으로 변할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수고해줘. 자아, 온다!!!" 리오의 입에서 말이 나온 순간, 아란이 급가속을 하며 몰려오는 나찰과 수라들에게 돌진하기 시작했고 리오는 깜짝 놀라며 그녀를 말리려고 했다. 그러나, 리오는 그 때 그녀가 데스 발키리라는 것을 잊고 있었다. 게다가 그녀가 데스 발키리중 두번 째의 공격력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도 모르고 있었다. 어느 순간 나찰과 수라들의 대열 중앙에 들어선 아란은 몸에서 붉은 오오라를 뿜으 며 양 손을 모았고, 그녀의 앞엔 날까지 붉은색을 띈 한자루의 검이 생성되었다. 그 검을 본 리오는 의외라는듯 놀라며 중얼거렸다. "음? 저 검은‥악마왕 아스타로트가 가지고 있다는 '절망의 검', '디스파이어'‥. 그런데 지크랑 싸울땐 왜 저 검을 쓰지 않은거지?" 한편, 아란은 자신을 향해 방향을 바꾸고 있는 나찰과 수라들을 바라보며 살며시 미소를 띄운채 중얼거렸다. "후훗‥드릴께요, '절망'이라는 것을‥." ---------------------------계속--- Last Radiance~!! Vol. 58 ------------------------------------------------------------------------ ------------------------------------------------------------------------ 곧 이어, 수라와 나찰들의 안쪽에선 수십여개의 붉은 섬광이 번뜩였고, 곧 그들은 몸에서 세포질을 뿜어대며 집단으로 추락하고 말았다. 리오는 디스파이어를 손에 든 채 혀를 살짝 내밀고 있는 아란을 말 없이 바라보았다. 자신이 생각한 것 이상 의 검술 실력이었고, 그들이 데스 발키리가 된지 얼마 안된 것을 감안했을때 시간 적으로 계산하면 자신을 충분히 능가하고도 남을 정도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아란이 리오를 향해 윙크를 하며 말했다. "훗, 연약한 여자 혼자 싸우는 것을 보고만 계실건가요? 너무하군요." "아, 아아‥미안." 리오는 바이칼과 독립적으로 싸우기 위해 그의 등에서 날아 올랐고, 바이칼 역시 몸의 크기를 정상적으로 키운 후 브레스를 뿜으며 다시 몰려드는 나찰과 수라들을 흔적없이 태우기 시작했다. ‘‥이상한데, 어디서 들었던 적이 있던 말 같은데‥.’ 리오는 열심히 파라그레이드를 휘두르며 그렇게 생각했다. 지금 그가 신경쓰는 것 은 방금 전 아란이 자신에게 한 말이었다. 그녀의 그 대사가 이상하게도 머리에 남 는 것이었다. 그렇게 다른 생각을 하는 동안, 리오의 등쪽은 완전히 노출되고 말았고 그 틈을 놓치지 않은 나찰 한대가 엄청난 스피드로 그의 등을 노리고 접근하기 시작했다. 그것을 본 아란은 흠칫 놀라며 리오에게 소리쳤다. "리오씨! 위험해요!" 순간, 리오의 머리 위로 파라그레이드가 튀어 올랐고, 그의 양손에선 출력을 낮춘 마법 '코메트'의 가느다란 빛이 각각 분출되었다. 왼손에서 분출된빛은 아란의 머 리를 아슬아슬하게 비껴 나갔고, 오른손에서 분출된 빛은 그의 뒤로 접근하던 나찰 의 두부를 일순간에 날려 버리고 말았다. 아란은 급히 자신의 뒤를 바라보았고, 그 녀는 자신의 뒤로 접근하던 나찰과 수라 두대가 리오의 마법에 의해 관통당한 것 을 볼 수 있었다. 리오에게 잠시 신경을 쓰는 바람에 그 두대가 접근하는 것을 알 아채지 못한 아란은 쓴 웃음을 지었고, 리오는 다시 떨어지는 파라그레이드를 오 른손으로 잡으며 씨익 웃어보였다. "훗, 그쪽이야말로." "‥그렇군요, 후훗‥." 둘은 다시 정신을 집중한 뒤 전투에 전념했고, 나찰과 수라의 숫자는 급격히 줄어 들기 시작했다. 거대 수송기 두대는 바이칼에 의해 일찌감치 파괴된 상태였고, 10 여분 후엔 작동을 하는 수라와 나찰의 모습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상황 이 정리된 것을 느낀 리오는 한숨을 후우 쉬며 파라그레이드를 거두었고, 아란 역 시 디스파이어를 귀환시킨 뒤 숨을 돌렸다. 둘은 다시 지상으로 내려왔고, 바이칼 은 몸의 크기를 줄인 뒤 한 건물의 옥상에 내려 앉은 뒤 둘의 대화를 말 없이 지 켜보았다. "‥악신측에서 인간을 도울줄은 생각도 못했는걸? 설마 당신 자신의 의지로 날 도 와준 것인가?" 리오의 물음에, 아란은 소화전 위에 앉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럴리가요. 어제 밤에 긴급 임무를 받았죠. 악마계를 우습게 본 버릇없는 인간 을 처리하라는 임무에요. 잠을 자고 있는데 깨우더니 그렇게 말씀하시더라고요." "‥버릇없는‥인간? 무슨 소리지?" 리오는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다시 물었고, 아란은 빙긋 웃으며 대답해 주었다. "지금 처리한 로봇들의 생체 구조가 인간과 악마의 세포질이 융합되어 만들어졌다 는 사실은 당신도 알고 있을거라 생각해요. 지금처럼 대량의 로봇들을 만들려면 인 간도 인간이겠지만 악마들의 희생도 만만치 않았겠죠? 전령의 말을 들어보니 인간 한명이 이상한 괴물들과 함께 악마계에 침입해서는 고급, 저급 가릴 것 없이 악마 들을 쓸어갔다고 하더군요. 그런대로 예전의 일이었는데, 긴급 회의를 하신 악마왕 일곱분들은 결국 연수중인 저희들에게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 인간을 잡아오라는 임무를 주신거죠. 정식 임무는 이번이 처음이어서, 결국 명령대로 당신들과 협력하 에 일을 처리하기로 했어요. 불만 있으신가요? 후훗‥." 아란의 말을 들은 리오는 눈을 감으며 생각을 해 보았다. 그리 손해보는 일은 없을 거란 생각도 들었지만, 악신측과 협력해서 움직인다는 것은 리오 역시 처음이었기 에 뭔가 찜찜함을 없앨 수는 없었다. 결국, 그는 데스 발키리에 대해 탐색을 한다 는 샘 치고 그들과 협력할 것을 결정했다. "‥좋아, 강한 동료가 많으면 많을 수록 좋겠지. 그럼, 지금 이 세계에 와 있는 데스 발키리는 모두 몇명이지?" "흐음? 음‥지금은 현재 세명이에요. 어제 본 츄우와 레베카, 그리고 저까지 셋이 죠. 다른 두명은 올지 안올지 잘 모르겠어요." "‥그렇군. 자아, 그럼 이제부터 뭘 할건가? 난 돌아다닐 곳이 많아서 확실히 정하 질 못하겠는데?" 리오는 어깨를 으쓱이며 그렇게 말했고, 아란은 소화전에서 몸을 일으키며 리오의 옆에 몸을 붙이고는 나지막히 속삭였다. "그럼‥당신 가는 곳 어디라도. 후훗‥." "흐음‥만난지 얼마 안되었는데도 상당히 진하게 행동하는군. 이봐, 바이칼! 넌 어 떻게 할거지?" 옥상에 앉아 가만히 둘을 바라보던 바이칼은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며 대답했다. 「‥나도 가볼 곳이 있다. 볼 일이 끝나면 지크의 집쪽으로 만나도록 하지. 난 그 럼 이만.」 말을 마친 바이칼은 재빨리 날아 올랐고, 멀리 사라져가는 바이칼을 보며 리오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뭐가 저렇게 급한거지? 자, 어쨌든 출발하지 아란." "훗‥이름을 불러주시니 기쁜데요?" ....................... . . . . . . . "이봐 츄우. 우리가 왜 이 행성의 성계신에게 협조를 해야 하는거지?" 자신들이 맡은 수라와 나찰들이 더 남아 있는지 확인하던 레베카는 인상을 찡그리 며 츄우에게 물었고, 츄우는 어깨를 으쓱이며 고개를 저었다. "모올라. 하지만 악마왕님들의 임무를 보다 쉽게 처리할 수 있을거라는 아란의 말 이 있었으니 믿고 하는 수 밖에. 흐흥∼그건 그렇고 이 애들 약해도 너무 약하다. 어떻게 한대당 한방씩에 날아가 버릴 수 있니?" "200대 가까이나 되는 녀석들이었으니 이보다 조금 더 강했으면 피로만 가중되는거 지 뭐. 그건 그렇고, 이제 우리 어디로 가면 되는거야?" 레베카의 물음에, 츄우는 춤을 추듯 크게 손짓을 하며 대답해 주었다. "아아∼글쎄올시다. 한참 몰려오는 적들을 처리한 우리의 주인공 츄우와 레베카! 그들은 과연 어디로 갈 것인가! 그들의 앞엔 과연 어떤 적들이 버티고 있을 것인 가!! 여러분, 다음을 기대해 주세요!! 호호호홋‥." 레베카는 그렇게 자아도취에 빠져 있는 츄우를 보며 손으로 이마를 짚을 뿐이었다. "‥머리아파." ※※※ 모니터를 지켜보던 사이보그는 이상하다는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리고는 의자에 앉아 담배를 피우고 있는 와카루에게 다가가 씁쓸히 상황보고를 시작했다. "와카루 박사, 대한민국 수도에 보낸 나찰과 수라가 10여분만에 전멸되었소." 그러자, 와카루는 예상했다는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당연하겠지. 거기엔 당신들보다 훨씬 강한 괴물들이 버티고 있는 곳인데 하나라도 살아남았다면 이상한 것이오. 흠‥그런데 거 참 이상하군. 그 도시의 끝에서 끝으 로 분산시켜 보냈는데 시간차 없이 한꺼번에 전멸하다니‥. 설마 예전처럼 일곱명 이 다 와 있는 것인가? 험험‥." "‥일곱명? 무슨 소리요 그게?" 사이보그의 질문에, 와카루는 듬성듬성 난 자신의 수염을 매만지며 키보드를 두드 렸고, 모니터엔 곧 와카루가 말한 '일곱명'의 사진이 떠올랐다. 와카루는 옆에 놓 인 커피를 들이킨 후 천천히 설명을 해 주었다. "저기 꼭대기에 보이는 붉은 장발의 남자는 저번에 대한민국 종합청사인가 뭔가에 서 만나 봤으니 알 것이고‥. 다른 여섯명은 그와 비슷하거나 이상의 힘을 가진 남 자들이오. 작년에 내 계획이 실패한 것도 다 저 청년들 때문이라오. '가즈 나이트' 라 불리는 청년들인데, 최상위 신이 개조한 고급 전사들이지." 와카루의 설명을 들은 사이보그는 입을 비죽 내민채 고개를 끄덕였다. 자존심이 상 하긴 했지만 '신'이라는 개념이 얼마나 엄청나다는 것을 와카루로 부터 익히 들었 던 그는 결국 입속에 껌을 넣고 질겅질겅 씹으며 다시 와카루에게 물었다. "‥뭐, 좋소. 그럼 다음 계획은 뭐요?" "없소." "…." 와카루의 간단한 대답에, 그 사이보그는 순간 인상을 찡그렸고 와카루는 껄껄 웃으 며 손을 내 저었다. "헛헛헛‥그냥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오. 이제 곧 멋진 손님이 한분 오시기 때문이 외다." "‥멋진 손님? 박사는 참 손님도 많군요. 그래, 이번엔 또 무슨괴물들이오?" "‥힘으로 그 '가즈 나이트'들을 제압할 수 있는 존재들이지‥! 허허허허헛‥만나 서 이쪽으로 끌어 들이기 참 힘들었다오." "‥?" 사이보그는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입으로 풍선을 푸우 불며 가만히 와카 루를 바라보았고, 와카루는 그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여유있게 커피를 마시며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와카루 FATHER, 위성으로 부터 대한민국 수도에서의 전투 장면이 전송되었습니다. 모니터로 돌릴까요." 그때, 넬슨이라 불리는 푸른 피부의 바이오 버그가 와카루에게 다가와 말했고, 와 카루는 고개를 끄덕이며 모니터를 향해 손을 뻗었다. 곧, 화면엔 한참 부숴지고 있 는 나찰과 수라들의 모습이 들어왔고, 곧 이어 붉은 머리의 남자와 여자, 그리고 드래곤 한마리의 모습이 비춰졌다. 와카루는 예상했었다는듯 고개를 끄덕이다가, 붉은 머리의 여성을 보고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도 처음 보기 때문이었다. "‥허어‥리오라는 청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나찰과 수라를 부술 수 있는 아가씨가 있었단 말인가? 이거 의외인걸‥? 가즈 나이트는 남자로만 구성되었다고 들었는데 ‥혹시 저 청년의 따님이라도 되나?" "‥저런 딸을 둘 나이는 아닌 것으로 보이는데‥." 사이보그는 껌으로 만든 풍선을 다시 입 안으로 집어 넣으며 중얼거렸고, 와카루 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다른 지역의 전투 장면을 돌려 보았다. 역시 처음엔 나찰과 수라가 신나게 부숴지는 모습이 나왔고, 곧 이어 스파크가 흐르는 거대한 망치를 든 스포츠 머리의 여성과 창을 든 검은 머리의 여성이 모습을 나타났다. 와카루는 더더욱 의외라는 표정을 지으며 중얼거렸다. "‥이건 또 무엇인고? 지크나 휀이라는 청년을 기대했건만 아가씨들만 주루룩 나오 다니, 허어, 참‥. 의외의 일이로다‥." 와카루는 자신의 계산이 한참 틀어진 것을 느꼈는지 다시 담배를 물며 한숨을 쉬었 고, 사이보그는 모니터에 비춰진 세명의 여성을 보며 나지막히 한마디를 남겼다. "‥거 참, 무슨 모델 대회를 보는 것 같군‥. 나도 저기에나 끼어볼까‥?" "예끼 이사람, 농담도‥." 와카루는 약간 화가 난 말투로 중얼거렸고, 사이보그는 코웃음을 치며 고개를 저었 다. "와카루 FATHER, 기다리시던 손님이 오셨습니다." 그때, 넬슨이 다시 다가와와카루에게 말했고, 와카루는 눈을 빛내며 자리에서 몸 을 일으켰다. "오오, 그래! 자자, 손님을 맞이하러 가세나. 허허헛‥." 와카루는 넬슨과 함께 가벼운 발걸음으로 어디론가 향했고, 그의 모습을 바라보던 사이보그는 껌으로 다시 풍선을 불며 중얼거렸다. "‥어떤 녀석이길래 저 할아범이 저렇게 좋아하지‥?" ---------------------계속--- Last Radiance~!! Vol. 59 ------------------------------------------------------------------------- ------------------------------------------------------------------------- "아아, 어서 오십시오, 동룡족의 제왕 '주룡'이시여! 오시는데 정말 수고 많았습 니다." 와카루는 접대실에 앉아 있는 주룡, '쥬빌란'에게 허리를 굽히며 인사를 했고, 쥬 빌란은 입에 물고 있던 긴 담뱃대를 내려 놓으며 와카루에게 말했다. "아닙니다. 시간에 맞춰오지 못해서 미안할 따름입니다. 지금 제 심기가 그리 좋진 않으니 중요한 사항만 말해 주십시오." "예? 흠‥알겠습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려서, 제가 여러분께 부탁드리고 싶은 것은 바로 '가즈 나이트'와 '용제'라고 불리는 드래곤에 대한 것입니다." 와카루의 말에, 쥬빌란은 가만히 와카루를 바라보다가 불쌍하다는듯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훗, 그런 대단한 부탁을 하는데 쓴 뇌물이 고작 인간의 여성 5000명이란 말입 니까. 용제는 몰라도, 가즈 나이트를 우리들이 건드는 것은 위험하다 못해 거의 자 살행위입니다. 게다가, 제가 들은 정보에 의하면 이 세계에 온 가즈 나이트중에 '리오·스나이퍼'라는 남자가 있는 것으로 압니다. 최근‥이라고 해도 300년 전의 용족 전쟁에서, 그 리오라는 남자의 최종기, '오메가 선샤인' 한발에 잃은 우리 용 족의 숫자가 몇이나 되는줄 아십니까." 쥬빌란은 웃음을 띄운채, 수정과 같이 투명한 자신의 소울스톤을 왼손으로 매만지 며 와카루에게 물었다. 와카루는 대략 생각을 해 보았지만 한 용족의 우두머리가 던진 질문이어서 숫자를 정확히 가늠할 수는 없었다. "음‥한, 만명 정도‥?" 그러자, 쥬빌란은 그럴줄 알았다는듯 고개를 저으며 대답해 주었다. "대략 추정하여 6만 정도입니다. 당신이 우리에게 바친 여성들의 열 두배에 달하 는 숫자지요. 그때 리오·스나이퍼가 안전주문이라는 힘의 제약이 3단계까지 풀린 상황이었다지만, 두렵지 않을 수 없겠지요. 다른 가즈 나이트들도 같진 않겠지만 그들에 대해 알고 있는 우리 용족의 장로들이나 신하들이 고작 인간 하나 때문에 군대를 파견할 이유가 없다며 반대를 하겠지요." 그때, 와카루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고 자신의 호주머니에서 작은 수첩과 기계장치 하나를 꺼내었고, 그는 곧바로 수첩을 공중에 던진 후 기계장치의 스위치를 눌렀 다. 그 순간, 수첩엔 녹색의 장막이 생겼고 그것을 본 쥬빌란은 미소를 지으며 와 카루를 바라보았다. "‥차원 결계‥?" "‥그렇습니다. 작년, 이 세계에 작은 사건이 있었죠. 그 당시 이 세계에는 이것과 같은 종류의 차원 결계가 여신 세명에 의해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그때, 가즈 나이 트들은 마음대로 다른 세계에 오가지 못했죠. 그 여신들의 말에 의하면 신계로 통 하는 모든 것이 차단된다고도 합니다. 하지만‥아직 이 세계의 기술력으로는 이런 작은 것 밖엔 만들지 못한답니다. 전투는 몰라도 이것을 확대하는데 필요한‥기술 만이라도 도와주신다면‥." 와카루의 미소는 점점 더해만 갔다. 쥬빌란이 확실히 흥미있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 기 때문이었다. "‥잠깐 생각을 다시 해 보겠소." ※※※ 그날 저녁, 리오는 전기가 끊어진 지크의 집 밖에서 모닥불을 피워놓고 얘기를 나 누고 있었다. 그곳엔 다행히 모두가 있었다. 게다가 추가로 그 대화에 참가해 있는 것은 아란을 비롯한 데스 발키리였다. 사람들이 다 모였을때, 침묵을 깨고 맨 처음 말한 사람은 다름아닌 세이아였다. 그 녀는 평소와는 다른 분위기로 리오를 비롯한 모두를 바라보며 말했다. "‥먼저 리오씨와, 절 알고 계셨던 모든 분들께 사죄를 드립니다. 전 사실 기억을 잃은 것도 아니었고, 이런 일을 예견하지 못했던 것도 아니었습니다." "‥?!" 지크를 필두로, 티베와 마키, 시에, 그리고 넬은 그 말을 들은 순간 깜짝 놀라고 말았다. 그러나 리오와 바이칼은 팔짱을 낀 채 묵묵히 세이아를 바라볼 뿐이었다. 리오는 곧 한숨을 내 쉬며 세이아에게 물었다. "‥바이칼에게 들었습니다. 당신이 이 행성의 성계신이 되어 계시다고요. 어째서 그렇게 되셨는지 대답을 들을 수 있겠습니까. 물론 주신께서 결정하신 일이기 때문 에 제가 뭐라 할 말은 아니겠습니다만‥." 리오를 가만히 바라보던 세이아는 조금 후 담담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 해 주었다. "‥어머니를 구하기 위해서 였습니다. 이미 신의 힘을 잃으시고, 빛의 정령으로 강등을 당하신 어머니를 편하게 계실 수 있게 하기 위해 저와 제 동생 라이아는 주 신께 부탁을 드렸습니다. 어머니 대신 저희들이 성계신을 맡을테니 제발 어머니를 편히 계시게 해 달라고‥부탁을 드렸습니다. 주신께선 선뜻 저희 자매의 부탁을 들 어 주셨고, 저와 라이아는 저희들이 가진 힘에 대한 일깨움을 주신께 받은 뒤 이 세계에 내려왔습니다. 처음엔‥지크씨를 비롯한 모두와 함께 성계신으로서의 일을 하고 싶었으나, 여러분들의 부담이 더 커지실까봐 그럴순 없었습니다. 결국, 모든 것을 속이고 기억을 잃은 사람처럼 행동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세이아는 허리를 굽히며 그 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다시한번 사과를 하였다. 그러나 그때, 지크가 재빨리 일어서며 세이아에게 말했다. "‥잠깐만요. 저희들을 위해 그러셨는데 꼭 사과하실 필요는 없다구요. 조∼금 섭 섭하긴 해도, 제가 세이아양의 처지가 되었다면 그랬을지도 몰라요. 헤헤헷‥." "‥그럴리가‥." 바이칼이 다른곳에 시선을 돌리며 그렇게 중얼거리자, 지크는 그를 쏘아보며 다시 잔디위에 앉았다. 그 사이, 리오는 가만히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하늘에 뜬 달이 피에 젖은 것처럼 붉게 보일 정도로 공기가 탁해져 있었다. ‘‥폭발에 의해 대기중에 먼지들이 올라가 있군‥. 어쩐지 숨쉬기 좀 곤란하다 생 각했는데‥.’ 리오는 다시 시선을 세이아에게 돌렸고, 진지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며 물었다. "‥이 행성의 중요성을 당신도 알고 계시겠지요." "‥예." 세이아는 자신이 없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곧, 리오는 빙긋 웃으며 그녀에게 말했 다. "그럼 됐습니다. 이 일의 주범으로 보이는 와카루에 대한 것은 저희들이 처리해 볼 테니‥." 그때, 세이아는 고개를 저었고 리오는 순간 말문을 닫았다. 세이아는 걱정어린 얼 굴로 바이칼쪽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 일은 자칫 잘못하면 용족 전쟁으로 번질 수 있습니다. 바이칼님도 알고 계시 겠지만 현재 이 세계엔 서룡족의 최고 책임자이신 바이칼님과 동룡족의 최고 책임 자이신 주룡, 쥬빌란님이 함께 계십니다. 만약, 와카루 박사가 자신의 일에 동룡족 을 끌어 들인다면 또 한번의 용족 전쟁은 피할 수 없게 되어버립니다." 그러자, 지크는 이해가 안간다는 얼굴로 세이아에게 말했다. "자, 잠깐. 동룡족 녀석들도 생각이 없지는 않을텐데 왜 하필 와카루같은 노인네에 게 들러 붙는단 말이죠? 그들도 잘못했다간 생체실험용 도구가 될텐데‥." 지크의 물음에, 세이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서룡족이든 동룡족이든, 두 종족은 신을 제외한 모든 생명체중 가장 신에 근접한, 그리고 신을 능가하는 생명체입니다. 와카루 박사가 그들을 끌어들인다는 가정은 여러분들, 가즈 나이트들 께서 이곳에 계시다는 사실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그 말을 들은 슈렌은 일리가 있다는듯 눈을 뜨며 말했다. "‥만약 우리들의 힘을 제어하고 있는 안전주문이 풀리지 않은 상황이라면 동룡족 의 힘으로 우리를누르는 것은 어렵지 않아. 현재 이 자리에서 바이칼을 정상적으 로 상대할 수 있는 사람은 리오 한명 뿐‥리오는 스스로 안전주문을 두단계까지 풀 수 있으니까. 만약 와카루가 이런 사실까지 알고 있다면 동룡족을 부르고도 남겠 지. 물론 그들을 부를만한 엄청난 조건이나 뇌물이 있어야 하겠지만." "…." 가만히 슈렌의 말을 듣고 있던 바이칼은 말 없이 자리를 떴고, 바이칼의 그런 모습 을 본 리오는 옆에 있는 지크의 어깨를 툭 친 후 슬그머니 자리를 비웠다. 그러나. "어이 리오­!! 어디가?" 지크는 슬그머니 바이칼을 따라가려 했던 리오를 별 생각 없이 큰 소리로 불렀고, 모두의 시선은 리오에게로 집중이 되었다. 리오는 앞에 시선을 둔채 인상을 찡그리 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저런 눈치없는 녀석‥!!!’ 리오는 미안하다는듯 손을 흔들며 바이칼을 따라 지크의 집 안으로 들어갔고, 아란 은 빙긋 웃으며 건너편에 있는 지크에게 넌지시 물어보았다. "흐음‥리오씨가 왜 저렇게 용제님에게 신경을 쓰시는거죠? 그렇게 친하신가요?" 그러자, 지크는 킥킥 웃으며 농담조로 대답해 주었다. "헤헷, 둘이 사귀거든." "…!!" ............................... . . . . . . . . 바이칼은 지크의 방에 잠들어 있는 리디아를(이제부터 이 이름으로 표기함) 말 없 이 바라보며 서 있었다. 잠시 후, 그는 긴 한숨을 쉬며 벽에 기대어 앉았고 고개를 푹 숙이며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600년 동안 떨어져 있었는데‥다시 그 녀석에게 널 빼았긴다는 것은 말도 안돼 ‥. 안된다고‥." "‥확실히‥비밀이 있었군." 바이칼은 문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움찔 하며 고개를 들었다. 그러다가, 다시 고 개를 숙이며 말했다. "‥들어와라. 다 말을 해 주지. 너라면‥." 곧, 문을 열고 리오가 들어왔고 그는 빙긋 웃으며 바이칼의 앞에 앉았다. 그러나 바이칼은 눈짓으로 리디아가 깨어 있는지 확인하라 했고, 리오는 고개를 슬며시 끄 덕이며 리디아의 상태를 보았다. "‥좋아, 안심해. 자아‥그럼 어째서 이산가족이 되었는지 한번 설명해 보실까." 리오는 망토를 벗으며 다시 바이칼의 앞에 앉았고, 바이칼은 손으로 입을 가린채 천천히 얘기를 시작했다. "‥이건 너만 알고 있도록 해. ‥부탁한다." "‥네가 나에게 부탁한다는 말은 거의 안했던 기억으로 보아 상당히 중요한 일 같 은데‥좋아, 약속하지." 리오는 바이칼의 어깨를 두어번 두드려준 후 진지한 표정으로 얘기를 들으려 했고, 바이칼 역시 차가움이 사라진 목소리로 리오에게 말했다. "‥나의 아버지‥전대 용제께선 사랑하는 여성 두분이 있었다. 이 사실은 신룡 '브리간트'님과 주신만이 알고 있지. 두분의 여성중 한분은 주신계에선 꽤 상류에 속하는‥별을 주관하는 여신 '빌라이저'고, 다른 한분은 동룡족중 세번째의 권력을 가지고 있는 대장군 '구르칸'의 딸 '이베린'이다." 그 말에, 리오는 약간 놀란 얼굴로 중얼거렸다. "‥서룡족의 용제가 동룡족의 여성을‥?" "‥그래. 하지만, 그런 금단의 사랑은 잘 이뤄지지 않는 법‥. 이베린은 사실 아버 지를 사랑하고 있었으나, 구르칸의 권력욕에 의해 그 당시 동룡족의 우두머리와 반 강제로 결혼 했고, 이베린이 아버지를 배신했다는 헛소문을 퍼트렸다. 아버지께선 믿고 계시지 않았지만 결국 현재 나의 어머님이신 빌라이저와 결혼했고, 두 용족은 1년의 차이를 두고 태자를 얻게 되었다. 먼저 태어난 자가 현재 동룡족 우두머리인 쥬빌란이고, 이후에 태어난게 바로 나지. 얼마 후, 이상한 사건으로 인해 용족전쟁 이 다시 터졌고 그때의 전쟁은 우리의 승리로 끝났다. 아버지께서 대장군 구르칸과 그때의 주룡을 직접 없애신 덕분이었다. 그때 내 나이는 50세‥인간의 아이로 치자 면 두살 정도 되었을 나이였지. 어쨌거나, 전쟁에서 승리하신 아버지께선 동룡족 의 대비였던 '이베린'을 우리쪽으로 데려오셨다. 모든 포로를 풀어주시고, 모든 전 리품을 포기하신채‥. 결국 이베린은 아버지의 후처로 되었고 몇년 후 이베린은 아이를 가지게 되었다. 그 아이가 바로‥지금 침대에서 자고 있는 리디아다." 바이칼은 거기까지 얘기한 뒤 잠시 말을 끊었다. 눈을 가늘게 뜬채 바이칼의 말을 듣고 있던 리오는 한가지 의문점을 가지게 되었다. 물론 바이칼이 마악 얘기하려고 했던 것이었지만. "‥그런데, 왜 네 동생이 다시 동룡족 쪽으로 가게 되었지? 게다가 그 이베린이란 동룡족 여성도 드래고니스에선 본 일이 없는데‥? 빌라이저님께도 들은 일이 없었 고‥." 리오의 질문을 들은 바이칼은 순간 주먹을 불끈 쥐고 말았다. 곧, 그는 쓰디쓴 표 정으로 말하기 시작했다. "‥그 쥬빌란이란 녀석 때문이었다‥." ------------------------------계속--- Last Radiance~!! Vol. 60 -------------------------------------------------------------------------- 현재 이사할 준비를 하고 있기 때문에 모든 연재가 늦어지고 있습니다. 죄송하지만 몇일간 더 기다려 주시길. ------------------------------------------------------------------------ "‥리디아가 2살이 될 무렵(인간의 나이로는 거의 갓난아이), 갑자기 동룡족의 사 신이 드래고니스를 찾아왔고, 그 사신은 나이어린 쥬빌란이 병에 걸려 있다는 말을 전해왔다. 그것도 난치의 병에‥. 그 말을 듣고 넘어가지 않을 부모가어디 있겠 어. 결국, 아버지께선 아직 이름뿐인 동룡족의 최고 권력자가 죽었을때 동룡족의 균형이 틀어질 것을 염려해 이베린을 보내셨다. 젓을 떼지 않은 리디아와 함께." "‥그리고선, 연락이 끊어졌다 이건가." "‥그래. 아마 너도 기억날거다. 네가 참가한 용족전쟁때의 일을 말이다. 마지막, 쥬빌란과 내가 승부를 짓기 위해 갔을 무렵‥." 바이칼의 말을 들은 리오는 기억이 난다는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넌 나에게 밖을 맡으라고 한 다음 혼자 용궁 안으로 들어갔지." 바이칼은 고개를 끄덕인 뒤 얘기를 계속 했다. "‥그때, 난 성장한 리디아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나와 같은 아버지를 둔 존재라는 것을 알지 못하는지 저 아이는 날 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이베린이 리디아를 비롯한 모든 동룡족에게 아이의 아버지가 누구인지 말을 하지 않은 것이 었다. 말을 하게 된다면 리디아는 물론이고 서룡족도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 교활한 쥬빌란은 알고 있었다. 물론 그 녀석도 리디아에게 모조품 소울스톤을 주어 다른 동룡족들을 속이긴 했지만 그건 나중을 위한 비장의 카드로서 그렇게 한 것일 뿐이겠지. ‥어쨌든, 너에 의해 그때의 용족 전쟁이 아버 지에게 추방당한 마룡들의 책략이었다는 것으로 판명된 후 서룡족과 동룡족은 다시 금 냉전에 들어갔다. 그 이후는 그럭저럭이었고‥." 바이칼은 말을 맺으며 길게 한숨을 쉬었다. 리오는 슬그머니 리디아를 향해 시선을 돌려 보았다. 그녀는 아직도 곤히 잠들어 있었다. 그는 다시 바이칼을 바라보며 물 었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할거지? 아까 쥬빌란을 근처에서 만났다고 했잖아. 거기에 대 해선 생각해 봤어?" "리디아는 지금 예전의 기억을 잃은 상태다. ‥차라리 잘 된 것일지도 모르지. 기 억을 되찾게 된다면 동룡족에게로 돌아간다고 앙탈을 부릴테니까. 우선은 리디아를 데리고 드래고니스로 돌아갈 생각이다." "‥그래, 그것도 좋겠군." 리오는 빙긋 웃으며 바이칼의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 바이칼은 흘끔 리오쪽을 올려 다 보았고, 리오는 그의 머리를 부벼주며 말했다. "동생이 생겨서 좋겠군 용제님. 하하하핫‥." "‥네 여동생을 보면 그렇지도 않을 것 같은데‥." "음? 루이체는 지크 녀석이 다 버려논거야. 내가 아니라고." ............................. . . . . 슈렌과 지크는­엄밀하게 말하자면 지금 얘기를 하는 중인 리오와 바이칼까지 포함 하여­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집 밖에서 텐트를 치고 노숙을 하기로 결정을 했다. 대충 이야기가 끝나자 여자들은 몸을 쉬기 위해 지크의 집과 세이아의 집에 나뉘어 서 들어갔고, 지크는 텐트를 가지고 나오기 위해 집 안으로, 슈렌은 잠시 산책을 하겠다며 어디론가 걸어갔기 때문에 마지막에 남은 사람은 세이아와 아란 뿐이었다. 아란은 여전히 미소를 지은채 세이아를바라보았고, 세이아 역시 그녀를 바라보다 가 나지막히 그녀에게 물었다. "‥들어가서 쉬시지요. 오후의 전투 때문에 피곤하실텐데‥." "‥후훗, 그렇지도 않아요. 운동감도 안되는 녀석들이었으니까요. 그건 그렇고‥아 까 하던 얘기를 계속 해 볼까요? 당신은 리오씨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죠?" "‥전, 리오씨와 단 몇개월도 같이 있어보지 못했답니다. 그분에 대해 많은 것을 알지는 못하지요. 당신과 비교할 수 조차 없을겁니다." 세이아의 그 말을 들은 아란의 표정은 순간 차갑게 굳어버렸고, 그녀는 눈을 가늘 게 뜨며 세이아에게 물었다. "‥내가 누군지 알고 있는건가요‥?" 세이아는 살며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말하려는 순간. "이봐 지크, 왜 집을 놔두고 밖에서 자야 하냐고." "시끄러, 어차피 넌 노숙한 시간이 침대에서 잔 시간보다 더 많은 녀석이잖아. 잔 말 말고 그거나 빨리 옮겨줘." 세이아와 아란은 리오와 지크가 텐트를 들고 나오는 것을 보고 말을 끊었다. 아란 은 씁쓸히 웃으며 세이아에게 말했다. "‥나중에 다시 얘기하죠. 아무래도 당신은 나에 대해서 너무 많은 것을 알고 있는 것 같군요. 후후훗‥." 아란은 세이아를 지나친 후 동료들이 들어간 세이아의 집에 들어갔고, 세이아는 한 숨을 지으며 고개를 숙였다. "음? 왜 그러시죠? 저 아가씨가 뭐라고 했나요?" "‥아, 아니에요 리오씨. 이제 쉬세요. 피곤하실텐데‥." 세이아가 고개를 저으며 그렇게 말하자, 리오는 텐트 조립을 지크에게 맡긴 뒤 그 녀에게 다가갔고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성계신의 일이 결코 쉽지는 않을겁니다. 하지만 정말 다행이군요. 당신과 같이 상냥하신 분이 이 세계의 성계신을 맡아 주셨으니 말이죠. 지크가 한결 편할거에 요." "아, 아니에요. 전 아직 부족한걸요. 게다가, 저는 가즈 나이트와 같은 분들의 일 을 도와드릴 정도의 힘은 없답니다. 라이아라면 모를까‥." 세이아가 자신없는 목소리로 그렇게 말 하자, 리오는 고개를 저은 뒤 그녀의 눈을 바라보며 다시 말했다. "당신께서 맛있는 요리를 해 주시기만 해도 힘이 난답니다. 예전에도 그랬고요. 너 무 어렵게 생각하지 마세요." "‥예, 고마워요 리오씨." 세이아는 빙긋 웃으며 고개를 살짝 끄덕였고, 리오 역시 고개를 살짝 끄덕여 주었 다. 한편,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지크는 이를 갈며 쓰디쓴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빌어먹을 녀석." ※※※ "장로님! 장로님!! 긴급 보고 입니다!!" 바이칼이 없는 드래고니스를 대신 맡고 있는 서룡족의 최고 장로는 한참 몰입중이 던 독서가 방해되자 한숨을 길게 쉬며 책을 덮었다. 그는 긴 수염을 매만지며 자신 에게 보고를 하러 온 전룡단 단원을 바라보았다. "그래‥. 하필 마마께서 없는 지금 긴급 상황이라니‥원 참. 어쨌거나 무슨 일인 가?" "예. 동룡족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습니다. 상당한 숫자의 동룡족 함대들이 특정 행 성으로 차원이동을 하여 모이고 있는 것이 레이더망에 포착되었습니다." 장로는 자신의 눈을 덮을 정도로 길게 자라 있는 눈썹을 꿈틀대며 고개를 끄덕였 다. 가만히 생각을 하던 장로는 곧 그 단원에게 지시를 내렸다. "‥정찰 부대를 보내서 그들이 집결한 차원의 상황을 한번 알아보라고 하게나. 음 ‥그리고 마마도 뫼셔 오도록‥." "저어‥말씀중에 죄송하지만 마마께서 계신 차원과 동룡족이 집결한 차원은 같은 곳입니다. 그래서 제가 심상치 않다고‥." "무어라!!!!" 순간, 장로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고 곧 단원을 끌고 도서실의 밖으로 뛰어 나가 며 크게 소리치기 시작했다. "어서 전룡단 단장들을 사령실로 집결시키게나!!! 용왕님들이 계신 쪽에도 비상 연 락을 취하고!!! 이건 더 없는 비상사태야!!!!" "아, 예!!" 단원과 장로는 곧 다른 방향으로 각자 뛰어가기 시작했다. 장로는 드래고니스의 사령실로 나이를 잊은채 뛰며 속으로 신룡 브리간트에게 기도를 올리고 있었다. 다 른 일에 바이칼이 관련되었다면 그가 이렇게 간절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그는 동 룡족과의 일에 바이칼이 관련될때면 몇십년을 감수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전대 용제‥바이칼의 아버지 까지만 해도 이런 불안함은 가지지 않았다. ‘‥선왕께서 바라신 행복이 지금은 이런 걱정으로 바뀔 줄은‥. 아아, 왜 그때 이 늙은 것이 동룡족의 간단한 계략에 말려 들었을고‥. 왜 그때 리디아 공주를 되찾아 오지 못했을고‥!!!’ 이윽고, 사령실 안으로 들어선 장로는 숨을 헐떡이며 사령실 안에 있는 모든 대원 들에게 큰 소리로 명령을 내렸다. "긴급 상황이오! 드래고니스의 이동을 준비하시오!" 장로의 말에 대원들은 어리둥절해 하였지만 바이칼이 없을때 장로의 말은 하늘과 같은 것이어서 그들은 바삐 움직이기 시작했다. 곧, 긴급 호출을 받은 드래고니스 의 함장이 사령실로 들어왔고 그는 입에 물고 있던 담배를 빼며 장로에게 물었다. "아니 장로님, 비상사태라니, 도대체 무슨 말씀이십니까?" "‥함장에겐 미안하지만, 잘못하면 또다시 용족 전쟁이 일어날 수도 있소. 자세한 상황은 나중에 말을 해 줄테니, 내가 말한 차원 좌표로 드래고니스를 이동시켜 주 시오. 아, 그리고 우리가 위치한 이차원계에 가까이 있는 기동 함대가 드래고니스 를 호위할 수 있게 해 주시오." 함장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고 있다가, 장로의 진지한 눈빛을 본 즉시 거수 경례 를 붙이며 대답했다. "예! 알겠습니다!" ※※※ "‥!" 모닥불 옆에서 지크와 함께 마쉬멜로우를 구워먹고 있던 슈렌은 갑자기 느껴진 이 상한 기분에 움찔하며 고개를 들고 밤 하늘을 바라보았다. 쫄깃해진 마쉬멜로우를 한참 씹고 있던 지크는 의아한 눈으로 슈렌을 바라보며 말했다. "‥참 나, 그러니까 불 속에 깊게 넣지 말라고 했잖아. 마쉬멜로우가 아예 녹아버 린다구. 냄새나게시리‥." "‥그게 아니야." 그때, 텐트 안에서 쉬고 있던 리오가 밖으로 나오며 손으로 지크의 머리를 문질렀 고, 지크는 눈을 멀뚱거리며 리오를 바라보았다. 리오는 팔짱을 끼며 조용히 중얼 거렸다. "‥하늘에서 불덩어리가 떨어지고, 피에 젖은 달이 뜨며, 머리가 일곱개 달린 괴물 과 날개달린 거대한 사자가 나타난다‥. 이 세계에 전해지는 '멸망의 예언'중 일부 분이지." "‥근데?" 지크의 물음에, 슈렌은 그룬가르드를 싼 헝겁을 풀며 대답해 주었다. "불덩이와 피에 젖은 달, 날개달린 사자는 이미 나타났지. 리오가 말을 안한 것이 몇개 더 있지만, 머리가 일곱 달린 괴물은 충분히 연상할수 있을거야. 바이칼을 생 각하면 말이야." "‥!!!" 순간, 지크는 깜짝 놀라며 손에 들고 있던 마쉬멜로우를 바닥에 떨어트렸고, 자리 에서 일어난 지크는 주먹을 불끈 쥐며 중얼거렸다. "‥설마‥그런‥!!" 그때, 집에서 바이칼이 마악 나왔고 그 역시 하늘을 바라보며 굳은 표정을 지었다. 그가 나온 것을 본 지크는 곧바로 바이칼에게 달려가 그의 어깨를 양 손으로 잡으 며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네 머리가 일곱개였단 말이냐‥!!" "……." 슈렌과 리오는 멍하니 지크를 바라볼 뿐이었다. -------------------계속--- Last Radiance~!! Vol. 61 ------------------------------------------------------------------------- ------------------------------------------------------------------------ "동룡족의 함대 중에서 대형 마스트가 일곱개인 주룡 전용의 거대 전함이 있지. 전 함이라고 하기도 그럴 정도로 큰 함선인데‥하여간 그 전함의 별명이 칠두지룡 (七頭之龍)이야. 그림자에 비친 전함의 옆 모습을 보면 일곱개의 머리를 가진 괴 물처럼 보이거든. 예전에 바이칼과 함께 용족전쟁에 참여했을때 본 일이 있었어." 리오의 설명이 끝나자, 슈렌에게 창으로 머리를 얻어 맞은 지크는 인상을 찡그린 채 리오에게 소리쳤다. "으윽‥난 그 용족전쟁인가 뭔가 할때 바이오 버그들하고 싸우고 있었다구!! 바이 칼 녀석의 머리가 일곱개인지 칠두지룡인지 내가 어떻게 알아!!" "‥무식이‥죄겠지." 슈렌은 그룬가르드를 헝겁으로 닦으며 중얼거렸고, 지크는 구겨질대로 구겨진 얼 굴로 슈렌을 쏘아보았다. 리오는 웃으며 지크의 등을 두드려준 후 말하기 시작했 다. "자자, 그만 그만. 어쨌든 차원의 붕괴점이 북쪽 어딘가에서 느껴지고 있으니 한번 가보도록 하지. 그리 멀지 않은 곳 같으니까‥음‥그런데 누구 한사람이 남아야 할 것 같은데‥." "아, 괜찮아요 여러분." 그때, 세이아의 집 쪽에서 라이아가 뛰어 나오며 리오들에게 말했고, 리오를 비롯 한 넷은 의아한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라이아는 씨익 웃으며 모두에게 말하기 시작했다. "신의 힘을 각성한건 언니 뿐이 아니거든요. 저 역시 성계신이라고요." "‥? 그렇긴 하겠지만‥." 리오는 그리 미덥지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였고, 지크 역시 인상을 찡그 린채 라이아에게 다가가 그녀의 머리 위에 손을 얹으며 말했다. "이봐요 꼬마 중학생씨. 네가 세살이나 네살 더 먹었으면 모르겠지만 아직 안된다 구. 신장이나 힘이나 그 데스 발키리인가 하는 히스테리 집단들보다 못하잖아." 그러자, 라이아는 자존심이 상했는지 머리 위에 있는 지크의 손을 살짝 쳐 낸 후 양 손을 모았고, 곧 그녀의 몸에선 인간의 시각적 한계를 넘어선 빛이 방출되었다. 조금 후, 지크의 씁쓸한 표정은 경악으로 바뀌어 갔고 리오나 슈렌, 바이칼등도 약 간 놀란 표정을 지었다. 순간적으로 성장을 한 라이아의 모습에, 리오는 예전의 쓰 디쓴 기억이 되살아 났는지 손으로 얼굴을 덮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우리가 잘못 생각했구나. 넌 예전에도 우리들이 안전주문을 풀었을때 정 도의 힘을 가졌었으니까. 후훗‥." 신장도 세이아만큼 커지고, 복장도 바뀌어 있는 상태의 라이아는 자랑스럽게 고개 를 끄덕였고, 지크는 졌다는듯 시선을 아래로 떨군채 리오에게 다가가며 말했다. "‥난 오토바이를 타고 뒤쫓아 갈께. 어서 가자." "‥음, 그래. 그럼 이곳을 부탁해 라이아." 리오는 손을 흔들며 다른 셋과 함께 차원 붕괴가 느껴진 지역을 향해 가기 시작했 다. 그들이 멀리 사라져 가자, 라이아는 다시 몸을 원래대로 되돌렸고 힘겹게 한숨 을 쉬며 중얼거렸다. "‥후우, 힘들어. 이렇게 변하는 것도 좀 무리가 있네. 예전엔 이렇지 않았는데‥. 그건 그렇고, 훔쳐보고 있는 언니들은 뭐죠?" 라이아는 뒤로 빙글 돌아서며 현관쪽에 대고 말했고, 곧 현관의 나무 기둥 뒤에 몸 을 숨기고 있던 아란이 미소를 지은채 모습을 드러냈다. 라이아는 그녀에게 다가간 뒤, 현관문에 손을 대며 아란에게 말했다. "‥지금 제 힘은 보통 상태의 리오 오빠도 어쩌지 못할 정도에요. 당신들이 무슨 속셈을 품고 협조를 하겠다고 했는지는 몰라도‥헤헷, 관두죠. 여하튼 지금은 아 군이니까요." "‥! ‥그래, 후훗‥. 지금은 ‘아군’이니까. 후후훗‥." "자아, 어서 들어가서 쉬자고요. 내일부턴 바빠질지도 모르니까요." 라이아는 곧 현관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고, 아란은 그녀가 들어가자 마자 미소를 지우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어른으로 변한 순간부터 기를 느끼지 못했어‥. '네그'와 '크라주'가 경고했던 저 꼬마의 힘인가‥. 나중에라도 방심하면 안될 것 같아‥.’ 아란은 묶었던 자신의 머리를 풀며 조용히 집 안으로 들어갔다. 2장 [바람의 각성] "이런‥빌어먹을‥!!" 오토바이를 타고 리오들을 따라가던 지크가 집을 떠난지 30분만에 처음 내뱉은 말 이었다. 현재 그의 눈엔 BSP본부 뒷쪽 상공에 하염없이 깔려 있는 고풍스런 목조 범선들이 들어와 있었다. 그의 동생 루이체에게, 리오에게, 그리고 슈렌에게 한참 얘기를 들었던 동룡족들의 초차원 함대들이었다. 지크는 불안해졌다. 지금 본부 안엔 처크 부장과 린챠오를 비롯한 동료들이 아직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리오, 저 지렁이들을 잠시만 부탁해. 내 몫까지만.」 지크는 전음으로 리오에게 말했고, 공중에 떠서 동룡족들의 상황을 지켜보던 리오 는 곤란한 말투로 지크에게 말했다. 「‥미안하지만 벌써 상당수의 동룡족들이 너희 본부 안으로 진입해 들어가고 있 어. 나도 지금 와서 알아낸거야.」 「‥뭐라고!? 다시 말해봐!!!」 고글형 선그라스에 가려져 있는 지크의 눈썹은 일그러질대로 일그러졌고, 리오는 조금 후 지크에게 다시 말해 주었다. 「‥동룡족의 상당수가 BSP본부 안에 침입하고 있어. 뭘 노리는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들은 지금 본부 안으로 들어갈 상황이 아니니 지금은 네가 좋을대로 해. 여기 서 줄이자. 저 녀석들이 공격해 오고 있으니까‥!」 곧이어, 리오와 슈렌등이 있던 하늘에선 수십개의 섬광들이 교차하기 시작했고 그 광경을 지켜보던 지크는 이를 악물며 오토바이를 도로변에 세운 후 BSP본부를 향해 뛰기 시작했다. 그리 먼 거리는 아니었기에 지크에겐 차라리 뛰는 것이 더 빨랐다.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아, 지크는 엉망이 되어버린 BSP본부 앞에 도착할 수 있었고 시체로 변한채 쓰러져 있는 경비원들의 모습을 본 그의 몸에선 무시무시한 살기가 뿜어져 오르기 시작했다. "‥뭐가 필요해서 여길 친거지‥더러운 녀석들‥!!!" 지크는 자신쪽으로 흘러오는 경비원들의 피를 박차고 본부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BSP본부 안쪽의 상황은 더욱 처참했다. 현관에 있는 동룡족 전사들은 단 네명. 그 러나 살해된 경비원들의 수는 다섯배에 달했다. 동룡족 전사중 한명은 자신들을 향해 굴러오는 경비원의 머리를 마치 공처럼 바깥쪽으로 차 버렸고, 운이 없게도 그들은 그 장면을 마악 들어오는 지크에게 공개를 하고 말았다. 경비원의 머리는 지크의 발 앞에 멈추었고, 지크는 살기로 빛을 내는 눈으로 동룡족 전사들을 바라 보며 말했다. "‥상당히 스트레스가 받는데‥이건 포토제닉 감이야 친구들‥." 지크의 목소리를 들은 동룡족들은 곧 그가 있는 쪽을 바라보았고, 그들은 지크의 몸에서 뿜어지는 살기를 느끼지 못하는지 인상을 찡그리며 중얼거렸다. "뭐야, 아직 살아있는 인간이 있었나? 재수 더럽군." "이봐, 죽으려고 왔나!!그냥 죽고싶나 아니면 아프게 죽고싶나!!" 퍼억­!!!!! 순간, 지크와 가장 가까이 있던 동룡족의 가슴이 지크의 주먹에 관통당했고, 그 광경을 본 동룡족들은 말을 멈추었다. 지크는 오른손에 묻은 동룡족의 피를 바닥에 흩뿌린 뒤, 주먹을 풀며 그들에게 말했다. "‥포토제닉엔 상이 붙지‥. 내가 줄 상은 특급호텔 무한 숙식권이다. 물론 지옥에 있는‥!!" ................................ . . . . 퍼엉­!!!! "커헉­!!!!!" 갑옷을 입은 동룡족의 장성에게 목을 잡힌채 벽에 내 쳐진 처크는 고통에 신음하며 피를 토했고, 기골이 장대한 동룡족의 장군은 잔악한 미소를 지은채 다시금 처크에 게 물었다. "헤헷, 인간 치곤 꽤 몸이 좋은데 그래? 벌써 세번이나 내 쳐졌는데 말을 안하다니 말이야. 뭐, 좋아. 한번만 더 물어보지. 'J계획'의 설계도, 어디 있나. 응‥?" "‥크윽‥대답할성 싶은가!!" 처크가 소리칠 때마다, 그의 입에선 선혈이 튀었다. 그의 입에서 튄 피가 얼굴에 묻은 것을 느낀 동룡족 장군은 결국 참지 못하겠다는듯 뒤에 있는 동룡족 병사들에 게 소리쳤다. "이봐!!! 캔트의 성을 가진 사람을 찾아라!!!! 여기에 있다고 그 대머리 박사가 말 했다!!" "예!!!" 순간, 처크의 얼굴은 굳어졌고 그 모습을 본 동룡족 장군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병사의 거친 손에 루이가 이끌려 나왔고, 동룡족 장군은 처크에 게서 손을 뗀 뒤 천천히 루이에게 다가가며 처크에게 들으라는듯 말하기 시작했다. "‥난 동룡족 장성들 중에서도 여자를 좋아하기는 둘째가라면 서러운 사람이지‥. 물론 그만큼 여자들을 보는 눈도 있어. 후훗‥네 녀석의 딸은 상당한 수준급인데 그래‥? 눈에 있는 안경이 거슬리긴 하지만‥." 동룡족 장군은 두꺼운 손가락으로 루이의 안경을 천천히 벗겼고, 루이는 눈을 질끈 감으며 얼굴을 돌렸다. "무, 무슨 짓을 하려는 것인가!!!" "‥호오, 당신은 영화나 소설도 읽어보지 못했나? 이런 상황이 되면 본능적인 행동 이 나오는게 당연한거 아닌가‥후후후훗‥. 다음 상황을 보기 싫으면 어서 말을 하 시지. 응?" 처크의 눈은 떨리고 있었다. 루이도 마찬가지로 몸을 떨고 있었다. 잠시간 처크가 아무 말이 없자, 결국 동룡족 장군은 어깨를 으쓱이며 중얼거렸다. "‥하는 수 없군. 이봐라! 모두 고개를 돌려!! 지금부터 엄숙한 의식에 들어갈테니 ‥후후후후‥." "‥예!" 병사들은 곧 벽에 붙은 뒤 고개를 돌렸고, 동룡족 장군의 거친 손은 루이에게 점점 다가가기 시작했다. 순간, 처크는 피범벅이 된 몸을 날리며 동룡족 장군에게 소리 쳤다. "그만두지 못하겠나!!! 내 딸에게 손을‥커헉­!!!!!" 처크는 더이상 그 장군에게 접근하지 못했다. 동룡족 장군의 넓은 발이 그의 복부 에 꽂혔기 때문이었다. 처크는 몸을 웅크린채 바닥에 쓰러졌다. 입과 코에서 피가 하염없이 흘러 나왔다. "커헉!! 쿨럭­!!!" "아버지!!!!!" 피가 기도를 막았는지, 처크는 괴로워하며 몸을 뒤틀었고 동룡족 장군은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이런 이런‥힘이 과했나? 저런 상태면 얼마 안있어 죽겠군. 그전까진 내장파열만 은 면할 정도로 내쳤는데‥. 할 수 없지. 딸로 스트레스를 푸는 수 밖에‥후후후." "아, 아버지!!! 아버지!!!!!" 루이는 계속해서 처크를 불렀으나, 처크는 더이상 대답을 하지 못했다. 불규칙적 으로 몸을 꿈틀댈 뿐이었다. 치익­ 그때, 상황실의 문이 열렸고 갑옷을 벗으며 '준비'를 하던 동룡족 장군은 움찔하며 문쪽을 바라보았다. "‥뭐냐, 말라 비틀어진 인간 녀석이 여긴 무슨 볼일이지?" "지, 지크!!! 아버지가, 아버지가‥!!!!!" "…." 지크는 동룡족 장군 근처에 엎드려 있는 처크를 조용히 바라보았다. 그런 뒤, 루이 를 바라보았다. 잠시간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고 있던 지크는 곧 양 손바닥으로 자신의 볼을 살짝 치기 시작했다. 그런 뒤, 오른손으로 목을 쓰다듬으며 중얼거렸 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완전히 미칠 것 같군‥. 가끔씩 미치는 리오 녀석의 심 정을 이해하겠어‥." 툭­! 순간, 지크가 쓰고 있던 고글형 선글라스의 미간이 지크의 몸으로 부터 갑자기 뿜 어지는 기압에 견디지 못하고 부러져 버렸고, 선글라스에 가려져 있던 지크의 눈을 본 루이는 말을 잊고 말았다. 지크의 눈이 핏빛처럼 붉은 빛을 뿜어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죽여버리겠다‥!" ----------------------------계속--- Last Radiance~!! Vol. 62 ------------------------------------------------------------------------ ------------------------------------------------------------------------- "뭐라고‥? 하핫, 하찮은 인간 주제에 날 죽이겠다고? 으하하하하하핫­!!!!!!" 쿠우우우우웅­!!!!! 동룡족 장군의 웃음이 터짐과 동시에, 지크의 몸에서도 엄청난 압력의 바람이 뿜어 지기 시작했다. 마치 폭풍과도 같은‥튼튼하지 못한 옷은 그냥 찢겨져 나갈 것만 같은 매서운 바람이었다. 포로가 되어 있는 오퍼레이터들과 루이는 지금껏 본 적이 없는 지크의 무시무시한 모습에 경악을 금치 못했고, 동룡족 장군을 비롯한 다른 병사들 역시 갑자기 밀려오는 섬뜩한 살기에 입을 다물지 못하였다. "크으‥!!!! 크오오오오오오오오옷­!!!!!!!!" 지크의 괴성과 함께, 루이와 가까이 있던 동룡족 장군의 발은 지면에서 떨어졌다. 그는 지크의 손에 이끌린채 몇미터 정도 끌려 가다가, 퍼부어지는 지크의 공격을 몸으로 받으며 순식간에 의식 불명 상태에 빠져 들어갔다. "크흣, 하하하하하하핫, 크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핫­!!!!!!!" 동룡족 장군의 살점을 손으로 뜯어내며, 지크는 웃기 시작했다. 루이는 사방으로 튀는 피와 살점을 보며 이상한 공포감에 말을 잊지 못했고, 몇몇 오퍼레이터들은 실신을 했으며 동룡족 병사들은 도와줘야 한다는 생각은 하면서도 몸을 움직이지 않았다. 아니, 하지 못했다. "크하하하하하핫­!!!!! 죽어버렷!!!!!!!!" 지크는 튿어진 피부 사이로 뼈가 보이는 동룡족 장군의 얼굴을 잡고 들어 올린뒤, 그의 몸에서 뿜어지는 바람을 손에 집중하였다. 그러자, 그의 손에선 작은 진공의 회오리가 생겨났고 그 안에 들어있는 동룡족 장군의 몸은 완전히 분해되며 춤을 추 기 시작했다. 마치 믹서기에 갈리는 생물과 같이‥. 결국 마지막에 남은 것은 인간 의 것과는 크기는 비슷해도 약간 다른 모양의 두개골 뿐이었다. 진공 회오리에 의 해 내용물까지 완전히 분해된 상태여서, 거기에서 흘러내리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 다. 지크는 그것마저 손으로 으스러트렸고, 곧 동룡족 병사들을 향해 시선을 돌리 며 말했다. "자아‥아주 재미있다구‥모두 함께 놀아보는거다!! 하하하하하하핫­!!!!!!!" "으, 으윽‥!? 저, 저 녀석 미쳤잖아!!!" "도망치자!! 살아남을 수 없을 것 같아!!!" 동룡족 병사들은 황급히 문쪽을 향해 뛰기 시작했다. 확실히 인간 이상의 존재여 서 그런지 뛰는 것은 상당히 빨랐다. 의외로, 지크는 그들의 도망치는 모습을 그 냥 보기만 하였다. 잠시 후 그는 마치 술에 취한 사람처럼 피가 흩뿌려진 바닥에 주저 앉았고, 루이는 피가 묻은 안경을 벗으며 바닥에 쓰러져 있는 처크와 자신의 옆에 앉은 지크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그녀는 속으로 냉정을 유지하기 위해 애를 썼으나 상황으로 보아 그럴 수가 없었다. 아마, 누구라도 이런 상황에서는 냉정을 유지하지 못했을 것이다. 루이는 자리에서 일어난 뒤, 외부로 통하는 마이크가 있 는 곳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지금 상황실의 모니터엔 밖에서 한참 싸우고 있는 낮 익은 모습들이 떠올라 있었기 때문이었다. ........................ . . . . . 리오와 슈렌, 그리고 바이칼은 한숨을 돌렸다. 동룡족들이 다시 함선으로 귀환한 후 후퇴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리오들 역시 더 이상 공격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는지 그들이 후퇴하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기만 하였다. "‥아, 슈렌.BSP본부쪽으로 가보는게 어떨까. 그쪽에 있던 동룡족들이 후퇴하는 것을 보니 그쪽 상황도 왠만큼은 끝난 것 같은데‥." "‥음." 슈렌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바이칼은 멀어져가는 동룡족 함대들을 말없이 지 켜볼 뿐이었다. 「도와주세요! 밖에 계신 분들, 아무나 좀 도와주세요!!」 그때, 노이즈가 섞인 스피커음이 BSP본부쪽에서 들려오기 시작했고, 스피커의 목소 리가 상당히 다급한 것을 느낀 리오는 슈렌과 함께 급히 본부쪽으로 내려갔다. ......................... . . . . . "‥지크가‥. 그렇군요." 리오는 처크를 부축한채 루이에게서 자초지종을 들은 후 고개를 끄덕였다. 상황실 에 널려져 있던 동룡족 장군의 시체를 정리한 슈렌은 팔짱을 낀 채 벽에 기대어 있 을 뿐이었다. "저어‥아버지는 어떠신가요? 괜찮으신가요?" "‥!" 리오는 루이가 그렇게 물어오자, 순간 할 말을 잃고 말았다. 현재 처크는 숨이 붙 어있긴 했으나 살 수 없을 정도의 내부 충격을 입은 상태였다. 리오의 경험으로 비 춰보아, 길게 살아야 하루였다. 리오는 자신의 대답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루이 를 살며시 올려다 보았다. 이윽고, 그는 입을 열었다. "‥처크 부장님은 현재‥." "‥앗?" 그때, 슈렌이 루이의 귀를 손으로 막았고 리오를 바라보며 고개를 저었다. 리오는 슈렌의 뜻을 알아들었는지 고개를 돌렸고, 슈렌은 곧 루이의 귀를 막은 손을 떼었 다. 그녀는 불안한 느낌에 슈렌을 돌아보았고, 슈렌은 묵묵히 품에서 손수건을 꺼 내 주었다. "‥!!!!!" 루이는 그 순간 정신이 나간 사람처럼 비틀거렸고, 슈렌은 쓰러지려던 그녀를 부축 한 뒤 조용히 말했다. "‥죄송합니다." 루이는 결국 몸을 숙이며 오열을 터트렸다. 그녀의 울음소리를 들으며, 리오는 지 크를 바라보았다. 그는 예상을 할 수 있었다. 지크가 의식을 되찾은 뒤, 루이에게 들을 원망을‥. ※※※ "하, 할아버지‥!!!!!!" 루이와 처크의 부인, 그리고 레니를 비롯해, BSP대원들과 각 부서 책임자들이 모인 병실에서 지크는 처크의 손을 잡은채 눈물을 흘리며 그를 불렀다. 그러나, 처크는 그저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왜 그렇게 울고 있니 지크‥. 누가 죽기라도 한거냐‥. 하하핫‥." "으, 으으윽‥할아버지‥!!!!!" 지크는 처크의 손을 잡은 순간부터 느끼고 있었다. 마치 납처럼 무거운 처크의 손 ‥. 이미 살아있는 사람의 손이 아니었다. 지크는 몇번이고 자신의 기를 불어넣어 보았으나 기가 들어온다고 해서 살아날 처크가 아니었다. 마법을 사용해 달라며 사이키에게 부탁을 했지만, 명이 다 한 사람에겐 회복 마법이 듣지 않는다며 사이 키 역시 눈물로 대답을 하였다. 그것은 세이아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다른 것은, 살릴 순 없지만, 편안히 생을 마칠 수 있게 할 방법은 있다는 것이었다. 현재 처크 는 세이아의 힘이 닿은 상태였다. 처크는 힘겹게 한숨을 쉰 뒤, 지크의 손을 남은 힘을 다해 잡으며 말을 하기 시작 했다. "‥한가지 약속을 해 주겠니." "‥예." "이후에, 누가 너에게 어떤 말을 한다 해도 넌 우리의 가족이라는 사실을 부인하지 말라는 것이다. 넌 레니에게서 태어나진 않았지만 레니의 아들이고, 루이와 피가 이어져 있지 않지만 루이의 사촌이라는 것, ‥그리고 나의 조카 손자라는 것도 말 이다. 마음을 굳게 가지거라 지크야. 어떤 상황이 닥치더라도 말이다‥." "‥으흑‥!! 예‥!!!" 지크는 얼굴을 침대에 묻은채 고개를 끄덕였다. 처크는 곧 다른 대원들을 바라보았 다. "‥헤이그. 그동안 나이를 잊고 수고 많이 했네. 자네는 정말 좋은 후배였고, 좋은 술친구였어. 정말 고마웠네." "‥예." 헤이그는 눈을 감은채 무거운 목소리로 대답을 하였다. "케빈, 자네의 총 솜씨를 더 보지 못해서 정말 섭섭하군 그래. 앞으로도 계속 수고 해 주게나." "‥예‥!" 케빈은 선글라스를 이용해 최대한 표정을 가리고 있었으나, 결국 그의 볼에도 눈 물이 흘러 내렸다. 그는 더이상 있지 못하겠는지 병실 밖으로 나가버리고 말았다. "‥챠오. 누구 때문에 BSP가 되서 고생이 많았어. ‥챠오의 아이쯤은 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정말 아쉽군‥. 후훗‥." "…." 차오는 아무 말이 없었다. 하지만, 그녀의 어깨는 떨리고 있었다. "‥리진. 어린 나이에 BSP가 되었지만, 리진의 활동은 정말 좋았어. 사실은 걱정했 는데‥이젠 걱정할 수도 없을 것 같군‥." "으흑‥!! 부장님!!!!!!" 리진은 다른 대원들처럼 참지 못했다. 그녀는 지크와 같이 처크의 손을 잡으며 울 기 시작했다. 다른 각 부 책임자들 역시 눈물을 감출 수 없었다. 처크는 곧 구석에 있는 신입 대원, 마키와 티베를 바라보았다. 그는 애써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역시 누구 때문에 BSP가 되었지. 앞으로 더욱 열심히 해 주게. 같이 있었던 몇 개월, 정말 즐거웠네." "예‥!!" 마키는 고개를 떨군채 흐느꼈고, 티베는 아무 대답 없이 마키의 작은 어깨에 얼굴 을 묻고 눈물을 흘렸다. ........................... . . . . 리오와 슈렌은 넬을 옆에 둔 채 아무 말 없이 병실 앞에 앉아 있었다. 넬은 얼굴 을 무릎에 댄 채 어깨를가끔 움찔거릴 뿐이었다. 리오는 그런 넬의 등을 토닥거 리며 슈렌에게 조용히 말했다. "‥누가 죽는 것은 우리로선 흔히 접하는 일인데‥. 언제 접해도 기분은 그렇군." "‥음." 슈렌은 조용히 다리를 겹치며 병실앞에 있는 수많은 사람들을 보았다. 그들 모두 처크 부장의 밑에서 몇년동안 일을 하던 사람들이었다. 그들이 모두 슬퍼하고 있는 모습을 보며, 슈렌은 조용히 말했다. "‥얼마 만나보진 못했지만 상당히 좋은 사람이었던 것같군‥. 명을 다할때 슬퍼 할 사람이 이렇게 많다는 것도 힘든 것이니까." "‥그래. 정말 좋은 사람이었지. 지크가 투덜거리는 것만 들었는데도 상당히 좋은 사람이라는 것을 느끼고 있었으니까. ‥넬은 누가 돌아가시는 것이 처음이니." "‥예." 리오는 넬의 엣된 목소리를 들으며 눈을 감았다. 이럴줄 알았으면 지크와 함께 본 부 안으로 들어갈걸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이미 늦은 상황이었다. 리오는 넬의 어 깨를 어루만져주며 조용히 말했다. "‥알고 있니. 사람을 비롯해, 영혼이 있는 모든 것들은 죽은 후 자신에게 소중했 던 친구들의 곁에 다른 무엇으로 변하여 언제나 머무른다는 것을 말이야." "…." "처크 부장님은 언제나 이 사람들 곁에 계실 거란다. 이 사람들이 아쉬워 하는 만 큼, 오랫동안‥." "‥네." 넬은 곧 몸을 일으켰고, 리오는 넬을 가만히 안아주며 얼굴을 넬의 어깨에 기대었 다. 그 아이가 조금 후 다시 울어버릴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슈렌은 잠시 후 병실 안에서 크게 울려 퍼지는 오열을 들으며 다시 눈을 감았다. ---------------------계속--- Last Radiance~!! Vol. 63 ----------------------------------------------------------------------- ----------------------------------------------------------------------- "윽‥으으으윽‥!!!" 처크의 장례식이 끝난 뒤, 집으로 돌아온 지크는 혼자 방안에 틀어박혔고, 침대 위 에 몸을 웅크린채 흐느끼기만 할 뿐,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 지크의 방문을 노크 하려던 리오는 안쪽의 상황이 들렸는지 손을 거두고 아무 말 없이 아래로 내려갔 다. 1층 거실엔 티베와 마키에게 위로를 받고 있는 레니의 모습이 있었고,리오는 한숨을 쉬며 그녀들의 앞에 앉았다. 잠시 후, 리오는 레니에게 조심스레 지크에 대 해 묻기 시작했다. "‥지크가 지금까지 살면서, 이런 일이 처음이었습니까? 지크가 우는 것은 그리 흔 한 일이 아니라서요." 리오의 물음에, 레니는 잠시동안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은 후 고개를 숙인채 대답해 주기 시작했다. "‥지크가 어렸을때‥아마 열 두살 정도 되었을 때의 일이었을 겁니다. 그때, 대학 생이던 저는 혼자인 지크가 집에서 심심하지 않게 애완견을 한마리 기르게 되었죠. 지크는 그 개를 정말 좋아했답니다. 잘때도 끌어안고 잘 정도였죠. 그런데‥1년이 되어갈 무렵, 지크와 함께 산보를 하던 개가 차에 치어 목숨을 잃고 말았답니다. 사실 지크의 실수가 더 컸지요. 반드시 공원 안에서 개와 놀아야 한다는 말을 잊고 그 당시 길가에서 원반 던지기를 했었답니다. 결국, 지크가 던진 원반이 도로변으 로 날아갔고, 개는 달려오는 차에 치어 그대로‥. 그 광경을 눈 앞에서 직접 본 지크는 몇일동안 하염없이 울었답니다. 그 이후로, 지크는 애완동물을 집에서 기르 지 않게 되었지요." "‥그런 일이 있었군요." 지크에게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을 처음 알게된 리오는 무거운 목소리로 중얼거렸 다. 그날 밤, 리오는 슈렌과 함께 모닥불 옆에 앉아 말 없이 지크에 대해 생각을 해 보 았다. 약하다면 약하다고 할 수 있는 지크의 마음에 생긴 상처에 대한 것이 주였지 만, 이런 상태로는 지크가 아무런 일도 할 수 없을거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슈렌, 너라면 어떻게 할 것 같아?" 리오는 장작 하나를 불에 던져 넣으며 슈렌에게 물었고, 정좌를 한 채 앉아있는 슈 렌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다가 조금 후 나지막히 대답해 주었다. "‥스스로 깨우치는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해. 상처입은건 지크의 마음이고, 약할대 로 약한 것 역시 지크의 마음이니 지크 자신 외엔 일깨울 사람이 없겠지." "‥그렇군." 그때, 세이아의 집 쪽에서 인기척이 들려왔고 리오는 흘끔 그쪽을 바라보았다. "무슨 재미난 얘기를 하고 계시는거죠? 후훗‥같이 들어볼 수 있나요?" 리오는 간편한 복장을 입고 있는 아란이 자신을 바라보며 물어오자,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말했다. "‥재미는 보장 못해." 아란은 리오와 맞은편에 앉았고, 리오는 다시금 슈렌에게 묻기 시작했다. "그건 그렇고, 지크의 '그때' 상태‥. 결코 좋다고 볼 수는 없을 것 같은데‥." "‥아직 자신의 힘을 완전히 알지 못해서 그렇겠지." "그런가‥." 그때, 얘기를 듣고 있던 아란이 손으로 턱을 괴며 리오에게 물었다. "‥얘기는 다른 사람들에게 대충 들어서 저도 알고 있어요. 후훗‥리오씨, 당신도 몇번은 그렇게 힘의 제어에 실패한 적이 있지 않나요?" "‥?" 리오는 아란을 흘끔 바라보았고, 그녀는 계속해서 말을 이어 나갔다. "어디 보자‥가즈 나이트가 되었을 당시, 당신은 무슨 이유로 인해 광분하여 한 나 라를 멸망시켰죠. 그 나라의 어린 왕자와 공주까지 처참히 살해했고‥." "‥그걸 어떻게 알고 있는거지‥." 리오는 눈을 부릅뜨며 아란에게 물었다. 그러나, 아란은 재미있다는듯 멈추지 않고 계속 말했다. "또 하나 들어볼까요? 이건 최근의 일인데‥. 당신은 마법에 걸린 여자친구가 잠재 된 마력을 이용해 도시 하나를 날리자, 역시 광분하여 그 여자의 머리를 그 보라색 칼로 잘랐죠. 그때 그녀는 분명히 정신을 차릴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 말이에요. 아 마 그 이후로 당신의 머리 스타일이 좀 달라졌죠? 후후훗‥." "‥상당히‥자세히 알고 있군. 기분이 나쁠 정도로‥!" 리오는 상당히 분노한 상태였다. 그것을 알고 있는 슈렌은 아란의 말을 막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는지 그녀를 돌아보았으나, 아란의 얘기는 아직 끝난 것이 아니었다. "그래요? 기분이 나쁘단 말이죠‥훗. 그럼 당신 역시 그 지크라는 남자와 다를 것 이 하나도 없어요." "‥뭐?" "당신은 자제력을 잃을 정도의 일을 당했을때, 그 주위에 있는 것을 닥치는대로 날 려 버리는 습관이 있죠. 지크라는 남자 역시, 그 처크라는 남자가 심한 부상을 입 고 있는 것을 목격하자 당신과 똑같이 광분하며 자제력을 잃어버렸죠. 당신이라는 남자는 정신을 차린 뒤 마음속 깊이 후회를 하며 돌아다니죠. 지크라는 남자 역시 지금 후회를 하고 있기 때문에 어린애처럼 울고 있는 것이에요. 다를 것이 있나요? 있으면 확실히 얘기해 보세요." "…." 리오는 대답할 말이 없었다. 슈렌은 아란이 보기보다 생각이 깊은 여자구나 생각하 며 둘의 대화엔 끼지 않기로 생각했다. 한편, 아란이 리오에 대한 왠만한 사실을 알고분석까지 하는 것에 경계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만일 적이 된다면 그야말로 엄청난 상대가 될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한편, 아란은 다시 미소를 지으며 리오에게 말했다. "‥당신이나 지크씨나, 소중한 사람을 잃은 것은 같아요. 물론 시기는 다르지만. 당신들은 인간의 감정을 그대로‥뭐, 그대로라고 하긴 좀 그렇지만 하여튼 감정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정신적인 면에선 성장을 할 수 있을 거에요. 당신이 그랬던 것 처럼 말이죠." 그 말을 들은 리오는 졌다는듯 씁쓸히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가, 리오는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아란을 바라보며 물었다. "‥아란, 당신은 그 '소중한 것'을 떠나보낸 경험이 있나? 나이는 그리 많지 않은 것 같은데‥상당히 잘 아는 사람처럼 얘기를 하는군." 그러자, 아란은 리오를 바라보며 빙긋 웃어 보였다. 리오는 그때 내심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지금 그녀의 미소는 지금까지 자신이 본 아란의 요염한 미소와는 다른 순수한 미소였기 때문이었다. 마치 어디선가 본 것같은‥. "‥소중한 사람을 떠나보낸 일은 없지만, 절 소중하게 생각하던 사람으로 부터 떠 난 일은 많아요. 후훗‥." "…." 리오는 더이상 묻지 않았다. 아란 역시 지금의 상황에 대한 일은 더이상 말하지 않 았다. 슈렌은 두 붉은 머리의 남녀를 보며 잠시 생각해 보았다. 그 역시 리오와 아 란이 한두번 같이 있어본 사이가 아니라는 기분이 든 탓이었다. 게다가, 지금까지 아란의 말이 리오에 대해 뒷조사를 한 사람의 말이 아니라, 리오에 대해 예전부터 알고 있던 사람의 말처럼 들리기까지 하는 것이었다. ‘‥데스 발키리, 아란·슈왈츠‥. 도대체 무슨 비밀을 가진 것이지‥?’ 슈렌은 눈을 가늘게 뜬 채 속으로 중얼거렸다. ※※※ 다음날 아침, 지크는 일찌감치 일어난 뒤 리오가 있는 집 앞으로 나갔다. 나무에 기대어 자고 있는 리오를 본 지크는 곧 그에게 다가갔고, 그의 어깨를 툭툭 치며 잠을 깨우기 시작했다. "음‥음? 지크? 아침부터 왠일이지?" 리오는 눈을 부비며 자리에서 일어났고, 지크는 평상시완 다른 진지한 얼굴로 리오 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나와 일대 일을 해 보자. 리오." 그 순간, 리오는 잠이 확 깨는지 눈을 휘둥그래 떴고, 지크를 바라보며 말도 안된 다는듯 말했다. "음? 무슨 소리야 지크? 갑자기 나와 일대 일을 하자니, 정신이 있는 거야?" "지는게 뻔하다는건 나도 알아!! 내 몸이 부숴져도 좋으니 상대를 해 달라고!!" 지크가 큰 소리로 외치자, 리오는 그가 농담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는 한숨을 길게 내 쉬며 말했다. "‥단시간 내에 강해지는 것은 이 방법이 좋을진 몰라도, 결코 좋은 방법이라고 할 수는 없어. 게다가 우리가 대련을 할때 동룡족이나 바이오 버그들이 쳐들어 온다 면 어쩌려고." "바이칼이나 슈렌이 있잖아! 그 여자들도 있고!" 리오는 지크의 마음을 이미 말로는 바꾸기 힘들다는 것을 깨달았다. 결국, 그는 고 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좋아, 그럼 장소는 네가 정해." "‥BSP 본부 앞. 지금 가자." .............................. . . . . . 리오와 지크는 정식으로 붙어본 일이 단 한번 밖에 없었다. 그땐 물론 지크의 완패 였지만, 지금 리오는 약간 긴장을 하고 있었다. 사실 지크는 그때부터 상당히 빠른 속도로 성장을 해 왔고, 스피드 만큼은 리오 이상으로 빠른 상태였다.리오는 심호 흡을 하며 가슴의 긴장감을 덜어 보았다. "말려야 하는거 아니야‥?" 넬이 직접 돌아다닌 결과 참관을 온 리진은 같이 온 챠오에게 말했으나, 챠오는 묵 묵히 지크와 리오를 바라볼 뿐이었다. 한편, 역시 구경을 온 넬은 같이 온 라이아 에게 넌지시 물어 보았다. "‥넌 누가 이길 것 같니? 선배, 아니면 리오형." "지크 오빠가‥100% 패배해." 라이아는 진지한 얼굴로 대답했다. 사실 지크도 알고는 있었다. 지금의 실력으로는 리오를 이길 수 없다는 것을. 그러 나 알면서도 그가 리오에게 도전하는 이유는 자신이 가진 힘을 일깨우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예전에 라이아와 싸울때, 그는 기전력 대신 바람을 몸에서 뿜어냈고, 공기의 기류를 읽어 기가 느껴지지 않는 라이아의 위치를 알아낼 수 있었으며 기분 마저도 상쾌했었다. 그러나 그때 한번 뿐이었다. 그 이후로는 그 능력을 발휘한 역 사가 없었다. 그 능력을 깨닫고 더욱 강해지고 싶은 이유는 단 하나였다. 더이상 자신의 곁에 있는 사람들을 떠나보내기 싫은 어린아이 같은 소망 때문이었다. 지크는 자신의 장갑을 조이며 리오에게 말했다. "‥자아, 시작하자 리오. 관중도 꽤 모였으니까." "‥그래. 자아, 봐주는건 없다 지크." 리오는 디바이너를 뽑아 든 후 한손을 뒤로 가렸다. 무명도에 손을 가져가던 지크 는 리오가 그 자세를 취하자 흠칫 놀라며 권격 자세를 취하였다. 리오의 자세를 많이 보아왔던 그였지만, 지금의 자세는 처음이기 때문이었다. ‘‥젠장, 동작을 읽을 수 없어. 왜 갑자기 자세를 바꾼거지?’ 그렇게 대치하고 있는 둘을 보던 챠오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숙였고, 그녀의 반응 에 리진은 깜짝 놀라며 챠오에게 물었다. "왜? 왜 그러는거야 챠오? 무슨 문제라도 있는 거야?" "‥리오씨, 지크의 약점을 너무 잘 알고 있어.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야. 저 상태로 는 이길 수 없어." "‥뭐?" 리진은 이해가 안간다는 표정으로 반문을 던졌고, 챠오는 팔짱을 끼며 대답을 해 주었다. "‥지크가 지금까지 몇미터 떨어진 상대를 간접 공격으로 쓰러트린 것을 몇번이나 봤지? 내 기억으론 거의 없어. 리오씨의 자세는, 다른 한쪽 팔을 가리고 있기 때문 에 어떤 행동이 나올지 알 수 없어. 특히 리오씨 정도의 고수는 말이야. 접근을 해 서 직접 공격을 해야만 하는 지크로선 반격 당하러 가는 것과 같아." "‥그런‥!!!" 리오는 굳은 표정을 지은채 지크를 주시하고 있었다. 한편, 구경을 온 데스 발키리 들은 자기 일이 아니라는듯 과자를 먹으며 재미있게 관람을 하고 있었다. 그런 대 조적인 상황 안에서, 지크는 리오의 지금 자세를 어떻게 깰 것인가를 등에 땀이 맺 히도록 생각을 하고 있었다. ---------------------------계속--- Last Radiance~!! Vol. 64 ------------------------------------------------------------------------ ------------------------------------------------------------------------ "이봐, 이봐!! 과자가 다 떨어지겠다구, 얼른 싸워!!!" 한참 구경을 하고 있던 레베카는 지크와 리오가 아무런 미동도 하지 않자 과자 봉 지를 치켜 올리며 소리쳤고, 음료수를 마시고 있는 츄우와 아란은 말 없이 둘을 주 시할 뿐이었다. 그때, 지크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고, 그는 뒤로 재빨리 물러서며 리오와의 거 리를 더욱 벌렸다. 그러나 리오는 아무 행동도 하지 않았다. 오직 지크의 움직임 을 볼 뿐이었다. 리오에게 일순간 반격받지 않을 정도로 거리를 만든 지크는 곧 무 명도를 뽑았고, 허리를 크게 돌리며 칼로 바닥을 내리쳤다. "사백식, 비사격추­!!!" 폭음과 함께, 지크가 내려친 땅으로 부터 수십개의 바닥 파편들이 리오를 향해 날 았다. 그러나 리오는 피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는 왼손에 기를 넣은 뒤 앞쪽으 로 강하게 휘둘렀고, 곧 그의 앞엔 부채꼴의 폭발이 일어나 날아오는 파편들을 막 아 주었다. 그 즉시, 리오는 아무것도 없는 오른쪽을 향해 크게 돌려차기를 가했고 , 갑자기 그의 발 끝에 무언가가 부딪히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 이런­!!" 보이지 않을 정도의 스피드로 리오의 오른쪽을 노리려던 지크는 리오의 차기를 양 손으로 막은채 나타났고, 리오는 곧바로 뒤로 물러서며 지크에게 말했다. "넌 백스탭을 할때 언제나 상대방의 오른쪽을 돌지. 패턴을 좀 바꿔봐." "‥쳇‥!" 지크는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무명도를 빼 들고 리오에게 돌진해 들어갔고, 곧 둘 은 엄청난 난타전을 벌이기 시작했다. 무명도의 푸른색 잔광과 디바이너의 보라색 잔광은 보통 사람의 눈엔 수십개로 보일 정도로 어지러이 춤췄고, 둘의 하반신 역 시 상대방에게 하단을 허용하지 않도록 먼지를 일으키며 재빨리 움직여 갔다. "타아앗­!!!!!" "하앗­!!!" 파앙­!!!!! 순간, 둘의 회심의 일격이 중간에서 충돌했고 그 충돌 장면을 눈으로 본 아란은 피 식 웃으며 말했다. "지크라는 남자‥졌어." 아란의 말이 무슨 뜻일까. 일격이 충돌한 순간, 지크의 몸은 크게 흔들렸으나 리오 의 몸은 흔들리지 않았다. 휘두르는 속도가 같은 상황에서 힘이 밀린다는 말은 상 당히 불리하다는 소리와 같았다. 지크는 재빨리 뒤로 물러섰고, 리오 역시 적당한 거리를 두기 위해 뒤로 물러섰다. 자세를 취한채 가만히 지크를 바라보던 리오는 곧 양손으로 디바이너를 잡은 뒤 자 세를 낮추었고, 몸에서 기를 뿜어내며 지크에게 말했다. "이번엔 내가 간다. 각오해라 지크!!!"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리오는 엄청난 속도로 지크에게 돌진하기 시작했고, 지크는 무명도를 든 손에 힘을 넣으며 잔뜩 긴장을 했다. ‘‥온다‥! 헬즈타임‥!!’ 둘의 간격이 밀착되었다고 보인 순간, 둘의 모습은 돌풍과 함께 사라졌고 보이는 것은 붉게 변한 디바이너의 검광 뿐이었다. ‘1‥2‥3‥4‥!’ 아란은 둘의 모습을 보며 속으로 초를 세어 보았다. 헬즈타임은 4초동안 상대방에 게 모든 각도로 공격을 퍼붓는 난타성 기술이었다. 정확히 4초 후, 리오는 왼손에 검을 든 채 다시 모습을 드러냈으나, 지크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둘의 모습을 볼 수 없었던 리진과 챠오, 그리고 넬은 깜짝 놀라며 지크를 찾기 위해 사방을 둘 러 보았으나, 지크의 모습은 얼마 있지 않아 나타났다. 털석­!! 리오의 마지막 일격에 공중으로 튕겨져 날아간 지크는 리오의 뒷쪽에 힘없이 떨어 졌고, 리오는 자세를 푼 후 지크를 돌아보며 말했다. "무리하지마 지크. 갑자기 강해진다는 것은 욕심이야." "…." 지크는 대답이 없었다. 바닥에 엎드린채 미동도 하지 않았다. 리오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으나, 지크에게 다가가진 않았다. 만일의 일격을 얻어 맞을 수도 있었 기 때문이었다. "‥봐주기 없기로 했잖아 이 녀석‥!!" 곧, 지크는 엎드린채 그렇게 말했고, 리오는 힘겹게 일어나는 지크를 보며 빙긋 미 소를 지었다. 사실 리오는 봐준 것이 아니었다. 헬즈타임은 발동시 역학적 운동 법 칙을 완전히 무시해야만 하기 때문에 중간에 힘을 빼거나 하면 사용자 자신이 위험 할 수도 있었다. 리오는 뒤로 물러난 뒤, 다시 자세를 취하며 말했다. "미안, 어쨌든 다시 시작하자." 몸을 일으킨 지크는 먼지가 묻은 머리를 털며 가까스로 디바이너의 등에 맞은 복부 를 쓰다듬어 보았다. 상당한 충격이 있었기에 처음엔 호흡이 곤란했지만 지금은 그 런대로 괜찮았다. 지크는 자세를 바로 잡으며 리오에게 시선을 돌렸다. ‘‥잠깐이지만, 느껴졌어‥! 다시한번‥!!’ "‥하앗‥하아아아아앗‥!!!!!" 지크는 자세를 잔뜩 낮춘채 기를 집중하기 시작했다. 기가 왠만큼 모아진 순간, 지 크는 무명도를 뒤로 돌린 후 짧게 중얼거렸다. "‥받아 봐라, 뇌천살‥!!!" 그때, 리오의 앞으로 엄청난 살기가 밀려왔고 리오는 이를 악물며 디바이너를 거머 쥐었다. 곧, 지크의 강렬한 공격이 리오의 머리 위에 날아들었고 리오는 약간 단순 한 그 공격을 방어한 뒤 반격할 준비를 했다. "‥?" 지크의 공격을 받은 찰나, 리오는 자신의 머리카락들이 갑자기 살랑거림을 느꼈다. 피부도 그랬고, 일순간 그의 전신에 시원한 무언가가 느껴졌다. ‘‥바람‥?’ 순간, 지크의 공격이 개시되었고 리오는 황급히 그 공격을 피하기 위해 애를 썼다. 지금껏 느껴보지 못했던 엄청난 스피드의 공격이었다. 칼이 닿지 않았어도 범위 안 의 옷자락등이 찢겨질 정도였다. 사실 리오는 지크의 뇌천살을 이전까진 본 일이 없었다. 지크도 실전에서 뇌천살을 써 본 일은 단 두번 뿐이었다. 이름 그대로 천 번의 베기를 하는 기술이었기에 리오로선 모두막아내기가 힘겨웠다. "쳇!!" 콰앙­!!! 수백번의 공격을 받던 도중, 리오는 디바이너로 공격을 막아내었다는 느낌이 들자 마자 어깨로 지크의 몸을 강하게 들이 받았고 한참 공격을 하던 지크는 생각치 못 했던 반격에 큰 충격을 입으며 뒤로 날아가 버렸다. "크앗­!!!" 지크는 등으로 바닥을 주욱 긁으며 밀려나 버렸고, 겨우 지크를 떨궈낸 리오는 한 숨을 내 쉬며 지크를 바라보았다. "‥이 녀석‥!!" 리오의 팔을 타고 붉은 선혈이 흘러 내렸다. 지크의 몸을 어깨로 받는 순간 그 역 시 일격을 당한 것이었다. 말하자면 크로스 카운터였다. "‥헤헷‥." 지크는 누운채 흐린 하늘을 바라보았다. 대규모 위성 공격에 의해 날려진 먼지 때 문에 회색빛으로 변해 버린 하늘‥. 그러나 그 하늘도 움직이고 있었다. 바람에 의해. 그가 각성해야 할 힘에 의해. "‥헤헤헷‥하하하하하하하핫­!!!!!!" 지크는 크게 웃으며 핸드 스프링으로 몸을 일으켰다. 입에선 피가 흐르고 있었지만 그는 개의치 않았다. 왼팔로 입가를 문지른 그는 씨익 웃으며 리오를 바라보았다. "‥그런대로 괜찮았지? 헤헷‥바이론 녀석에게도 한방인가 맞췄던 기술이었는데, 너 역시 별 수 없구나. 헤헤헷‥." 리오는 지크가 예전과 같은 반응을 보이며 웃자, 쓴 웃음을 지으며 팔에서 흐르는 피를 떨궈 내었다. "‥짜릿했지. 어쨌거나 기분이 괜찮아진 것 같구나 지크." "물론! 자, 계속 해 볼까!!!" 지크는 무명도를 양손으로 잡은 뒤, 자세를 취했다. 그리고 곧이어 놀라운 일이 벌 어졌다. 지크의 몸 주위에 기류가 강하게 흐르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와 함께, 리 오는 지크의 몸에서 엄청난 기가 느껴지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반쯤각성했군. 좋아‥!!" 리오는 씨익 웃으며 왼손에 파라그레이드를 거머 쥐었다. 기를 주입해 날을 생성 한 그는 자신의 기를 끌어 올리기 시작했고, 그의 몸에선 푸른색의 기가 매섭게 분 출되기 시작했다. 그의 기가 한껏 끌어 올려지자, 주위의 지면이 진동을 하였고 그 진동을 몸으로 느끼며 아란은 부숴진 자동 판매기에서 미리 빼 두었던 캔커피를 그제서야 따며 옆에 앉아 있는 레베카와 츄우에게 말했다. "본 스토리는 지금부터야. 후훗‥." 그러나 레베카와 츄우의 귀엔 아란의 말이 들리지 않았다. 자신들이 그때 처음 상 대 했을때의 리오와 지금의 리오가 뿜어내는 기의 차원이 달랐기 때문이었다. "하아아아아앗­!!!!!!" 콰아아아앙­!!!!! 이윽고, 리오의 일격이 지크의 무명도에 꽂혔고 그와 동시에 주위는 기와 기의 충 돌에 의한 폭발이 일어나 사방으로 아스팔트와 건물 파편을 날랐다. 이전까지 둘이 충돌한 것은 장난으로 보일 정도의 엄청난 일격이었다. 리오의 오른손 일격을 받아 낸 지크는 자신의 주위가 상당히 함몰된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아까와는 달랐 다. 밀리지 않았다. "아직이다‥. 아직이다 리오­!!!!" 뒷쪽으로 빠르게 물러선 지크는 자세를 정비한 직후 리오에게 파고들었고, 지크는 기류가 한껏 휘감긴 무명도의 일격을 리오에게 선사했다. "이거나 먹어랏­!!!!" 퍼어엉­!!!!! 지크의 공격을 받아낸 순간, 리오의 뒷쪽에 있는 아스팔트들이 조개껍질 날아가듯 부숴지며 일직선으로 날려가 버렸고 리오는 자신의 팔에 예상한 것 이상의 압력이 밀려오자 인상을 구겼다. "제법 하는구나 지크!!! 그러나 여기까지다!!!" 리오는 일갈을 터트리며 지크의 턱을 발로 올려찼고, 자세가 경직되어 있던 지크는 멀찌감치 날아가 건너편 건물의 벽에 처박히고 말았다. "크앗!!!" 지크는 건물 벽을 뚫고 내부까지 밀려 들어갔고, 리오는 그 틈을 이용해 두 검을 교차하고 손에 마법진을 생성시켰다. 마법검이었다. "마법검, 화이어 크레이브­!!!" 디바이너와 파라그레이드, 두개의 검엔 곧 폭염이 솟아 올랐고 리오는 즉시 지크가 쓰러져 있는 건물을 향해 솟아 오르며 두개의 검을 강하게 휘둘렀다. "끝장을 내 주겠다!!! '크림존 슬래쉬'­!!!!!!!" 건물의 벽에 검 두개를 꽂아 넣은 리오는곧바로 건물을 일직선으로 내려 그었고, 그와 동시에 지크가 처박혀 있는 건물은 주위의 건물을 휘감으며 대 폭발을 일으켰 다. "세, 세상에!!! 지크 선배­!!!" 넬은 사방으로 흩어지는 건물 잔해들을 바라보며 건물이 있던 자리를 향해 소리쳤 다. 리진은 겁에 질린 얼굴로 챠오를 바라보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자, 장난이 아닌가봐‥!!" 리오는 공중으로 몸을 띄운 후 화염에 휩싸인 건물 잔해들을 내려보았다. 그가 들 고 있는 검은 아직도 마법검의 영향 때문에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리오는 검 끝 을 아래로 향하며 크게 소리쳤다. "어서 튀어 나와 지크!! 아직 가르쳐줄게 많단 말이다!!!" 그에 대답하듯, 건물 잔해를 뚫고 불길에 휘감긴 무언가가 하늘로 솟아 올랐다. 불 길은 빠른 속도로 사라졌고, 그 안에 있던 지크는 약간 그을린 얼굴을 장갑 등으 로 닦으며 리오에게 소리쳤다. "웃기지 마라!! 누가 누굴 가르쳐!!!!" "흥, 몸으로 느끼게 해 주겠다!!!" 리오와 지크는 곧바로 공중에서 격돌하기 시작했고, 그 광경을 보던 츄우는 기분좋 게 캔커피를 마시고 있는 아란의 팔을 손가락으로 콕콕 찌르며 나지막히 말했다. "저 사람들 말려야 하는거 아니니‥?" "후훗, 설마 서로 죽이기야 하려고. 구경이나 계속 하자. 재미있는데?" 아란은 캔을 손으로 살짝 흔들며 말했고, 츄우는 계속 격돌중인 리오와 지크를 다 시 바라보며 힘없이 중얼거렸다. "재미있기 보다는 무서운데‥?" --------------------계속--- Last Radiance~!! Vol. 65 ------------------------------------------------------------------------- ------------------------------------------------------------------------- "여기에 있었군 아란‥." 한참 커피를 마시며 구경을 하던 아란은 자신의 뒤에서 감정이 실리지 않은 차가 운 목소리가 들려오자 씁쓸히 웃으며 말했다. "‥늦었네, '알테미스'. 유감이지만 재미있는 장면을 놓친 것 같은데?" "아, 알테미스?" 츄우와 레베카는 흠칫 놀라며 뒤에 서 있는 여성을 바라보았다. 짙은 퍼플(purple)색의 웨이브진 컷트 머리에, 머리색과 비슷한 보래색의 립스틱을 입에 칠한 차가운 얼굴의 여성‥그녀가 바로 데스 발키리중 최강의 여전사인 '알테 미스·슈크라드'였다. 알테미스는 츄우와 레베카를 흘끔 본 뒤 공중에서 격돌하고 있는 리오와 지크를 바라보았다. "‥가즈 나이트‥. 피를 볼 수 있는 좋은 기회‥." '좋은 기회'라는 말을 들은 아란은 피식 웃으며 캔 안에 든 커피를 모두 마셔 버렸 고, 자리에서 일어나 알테미스의 뒤에 서서 그녀를 감싸 안으며 말했다. "‥아직 아니야. 그들에 대한 임무는 지금 우리의 수준으로는 너무 힘들어. 그건 그렇고‥. 후훗‥알테미스가 없는 동안 내가 얼마나 외로왔는줄 알아‥?" 아란이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목에 입을 가져가자, 알테미스는 자신의 목을 살짝 감싸고 있는 아란의 팔에 키스를 하며 중얼거렸다. "‥미안." 한편, 리오와 지크는 한순간 서로에게 일격을 가한 뒤 서로로 부터 멀찌감치 떨어 졌다. 잠시 쉬기 위한 이유도 있었지만, 다른 중요한 이유도 있었다. "‥헤헷, 예전보다 훨씬 강해졌는데 리오? 헤헤헤헷‥." "‥훗, 나에게 처음 당했을 그 때와는 차원이 틀리구나 지크. 하지만, 아직 공중에 서 전투하는건 무리인 것 같은데?" 리오의 말 대로, 지크는 리오와 격돌을 했다고는 해도 상당히 많은 부분에 상처를 입고 있었다. 물론 리오 역시 망토등에 흠이 나긴 했지만 몸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지는 않고 있었다. 지크는 곧 무명도를 거두며 리오에게 말했다. "‥푸, 무슨 소리. 어드벤티지를 준 상태로 날 상대해준 녀석 주제에‥. 넌 수십번 이나 내 목을 벨 수 있었잖아. 마법도 쓰지 않았고. 좋아, 이제 그만 하자. 나도 이제 기분이 좀 풀어졌으니까." 지크의 말을 들은 리오는 빙긋 웃으며 자신의 검들을 거두었다. 그는 곧 지크와 악 수나 하자는 생각으로 그에게 접근하기 시작했다. "그래, 수고했다. 지‥크!?" 그러나, 지크는 악수를 할 수 있을 정도의 체력이 남아있지 않았다. 무명도를 거두 고 말을 마친 즉시 밀려오는 피로에 탈진해버린 지크는 지면을 향해 추락하고 있 었다. "으악!! 지크 선배!!!" "지크!!!" 넬과 리진은 기겁을 하며 지크의 이름을 불렀고, 챠오 역시 눈을 크게 뜨며 떨어지 는 지크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물론, 다행스럽게도 리오가 추락하기 직전에 부축을 했기 때문에 큰 부상은 없었지만 지크는 이미 리오에 의해 상당한 충격을 입은 상 태였다. 리오는 지크의 체온이 떨어지기 시작하자 한숨을 내 쉬며 그의 몸을 자신 의 망토로 감쌌고, 자신에게 달려온 리진을 바라보며 물었다. "차를 가져오셨나요?" "아, 예!! 그런데‥지크는 괜찮나요?" "아, 그렇게 심각한 상태는 아닙니다. 오래 자고 일어나면 괜찮을거에요." "…." 리오의 그 위로는 리진등에게 그리 설득력을 가질 수 없었다. 그렇게 말 하는 동안 에도 지크의 머리에서 피가 뚝뚝 떨어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리오의 말은 사실이었지만‥. 리오와 지크의 대련은 거기서 끝이었다. 넬과 리진, 챠오는 지크를 데리고 번개같 이 지크의 집으로 향했지만, 데스 발키리들은 그렇지 않았다. 엄청난 스피드의 지 크는 그렇다 쳐도 그런 스피드의 남자와 대결한 뒤에도 그리 지친 기색을 표하지 않는 리오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그녀들은 모두가 떠나간 후에도 얼마간 그곳에 남 아 있었다. 아란은 자신과 키가 비슷한 알테미스의 곁에 기댄채 미소를 지으며 츄 우와 레베카에게 물었다. "예전과 비교해서 어때? 최강급 가즈 나이트의 느낌이?" 츄우는 자신의 옷자락을 입으로 살짝 깨문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레베카는 인 상을 찌푸린채 부숴진 건물들과 아스팔트만을 바라볼 뿐이었다. 조금 후, 츄우가 진지한 얼굴로 아란에게 물었다. "‥넌 저 남자를 이길 수 있을 것 같아? 물론 실제 상황에서 말이야." 그러자, 아란은 힘없이 웃은 뒤 알테미스를 바라보며 말했다. "글쎄‥? 나보다 알테미스에게 물어보는 것이 더 빠르지 않을까?" 츄우와 레베카의 시선은 곧 알테미스에게 옮겨졌고, 알테미스는 무표정한 얼굴로 일관한채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아직은‥." ※※※ "알테미스‥? 같은 데스 발키리인가?" 샤워를 마치고 집 밖으로 나온 리오는 한참 아란에게 알테미스에 대한 소개를 받고 있었다. 아란은 고개를 끄덕이며 알테미스에게 말했다. "그래요. 알테미스라고 하죠. 자, 알테미스? 이분이 바로 리오라는 가즈 나이트셔. 인사해." "…." 알테미스는 말 없이 리오의 눈을 직시할 뿐이었다. 리오는 그런 알테미스의 차가운 눈을 바라보며 속으로 생각했다. ‘‥차가운 느낌이군. 휀의 냉정함이나, 바이칼의 내숭과는 다른‥. 마치 피에 굶 주린 사람 같은데‥.’ 그렇게 생각하던 리오는 문득 서로가 아무 말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고, 하는 수 없 이 먼저 인사를 하기 시작했다. "가즈 나이트, 리오·스나이퍼입니다. 잘 부탁드리길." "‥알테미스·슈크라드‥입니다." 가볍게 목례를 하며 소개를 한 리오에 비해, 알테미스는 마치 인형처럼 감정없는 말투로 인사아닌 인사를 했고, 리오는 개인취향이겠거니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 란은 곧 알테미스와 팔짱을 낀 뒤 리오에게 윙크를 하며 말했다. "후훗‥미안해요. 수줍음을 잘 타는 아이라서요. 그럼 나중에 또." 세이아의 집으로 향하는 둘을 보며, 리오는 한숨을 길게 쉬어 보았다. 데스 발키리 까지 네명이 가세하고, 지크까지 자신의 힘에 반쯤 각성이 성공한 이 상태라면, 예 전에 휀과 바이론이 있던 때에 못미치지만 그런대로 강한 전력이 구성되었다고 볼 수 있었기 때문이라는 생각에 의해서였다. "‥이제 팀을 나눠야 하나? 하지만 동룡족까지 완전히 적이 된 상황이라면 팀을 나 눌 필요가 없는데‥. 만약 예전처럼 차원 결계라도 쳐지는 날이면 주룡 쥬빌란을 상대할 수 있는 사람이 나 뿐일테니까." "와카루 하루방(할아버지의 사투리)도 있잖아." 그때, 지크의 집 쪽에서 약간 힘이 빠진 목소리가 들려왔고 리오는 피식 웃으며 그 쪽을 바라보았다. 간편한 복장의 지크가 현관 기둥에 기댄채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 다. "‥아아, 그렇군. 몸은 괜찮아 지크?" "음∼그런대로. 하지만 기분은 상쾌하다구." 지크는 터벅터벅 리오의 옆으로 다가왔고, 리오는 텐트 옆에 놓인 간의 의자에 앉 으며 지크에게 물었다. "‥아까 나와 대련하자고 한 이유‥. 그냥 강해지고 싶다는 의지만은 아니었던 것 으로 생각되는데, 안그래?" 그러자, 지크는 핵심을 찔렸다는듯 한쪽 눈을 감은채 씨익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 다. "‥헤헷, 그건 그래. 그냥 한번 신나게 얻어맞고 싶었지." "‥?" 리오는 팔짱을 끼며 의아한 눈으로 지크를 바라보았고, 지크 역시 옆에 놓은 간의 의자에 걸터 앉은 후 희끄므리한 하늘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매일같이 처크 할아버지에게 야단을 맞아온 기억이 지워지지 않아서‥.이렇게 말 하는 내가 바보같아 보이겠지만, 난 그분께 야단을 맞을때 정말 기분은 좋았다구. 그럴 때마다 그분이 날 정말 생각해 주시는구나‥하고 다시한번 느꼈으니까." "…." 리오는 말 없이 지크를 주시할 뿐이었다. 지크는 멋적은듯 머리를 긁적이며 계속 말했다. "‥그분이 돌아가시는 순간, 난 정말 가슴에 구멍이라도 뻥 뚫린 기분이었어. 아 무것도 할 수가 없었지. 울기도 했고‥. 그런데 그때, 옷걸이에 던져놓은 내 자켓 이 내 머리 위에 툭 떨어지는거야. 이상하게도 아프더라고. 알고 보니 내 자켓 어 깨에 붙여놓은 철쪼가리(메탈 플레이트, Last Radiance라 쓰여진 것. 전작에서 챠 오가 지크에게 전해주었다)가 내 이마를 정확히 친 것이었어." "아, 그 장식? 그건 처크씨가 네게 준 것이라고 들었는데‥." 리오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지크에게 확인하듯 말했고, 지크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 답했다. "그래. ‥유품이라면 유품이라고 할 수도 있는 것이지. 헷, 보통땐 돌팔매를 맞아 도 아프지 않은데 이상하게 아픈거야. 그리 무게도 나가지 않는 것인데. 그때 느꼈 지. 처크 할아버지가 또 야단을 치시는구나 하고 말이야. 그래서 그 직후 너에게 부탁을 한거야. 정신을 차릴 겸, 한번 신나게 맞아보려고 말이야. 너에게 한방 크 게 맞은 다음, 하늘을 보고 깨달았어. 아직 처크 할아버지의 흔적이 남아있다고 말이야. 할머니(처크 부인), 그리고 사촌이라고 우기긴 하지만 엄밀히 보자면 이모 인 루이‥그리고 처크 할아버지가 직접 소집한 BSP동료들‥. 아직 지킬 것이 남아 있다고 생각하니 정말 기분이 좋더라고. 그리고 그 즉시 일어나면서 처크 할아버 지에게 약속했어. 그 모두를 꼭 지켜주겠다고." 지크는 말을 맺으며 자신의 오른손에 기를 집중해 보았다. 그러자, 그의 손 주위를 작은 기류가 휘감았고 리오는 놀란 눈으로 지크를 바라보며 말했다. "엇, 설마 '힘'을 완전히 익힌거야?" "‥모르겠어. 하지만 예전까지 쓰던 기전력과는 상당히 틀린 것 같아. 어쨌든‥고 맙다 리오. 너와 의형제 맺은건 정말 잘한 것 같아. 헤헤헷‥." "‥훗, 녀석‥." 리오와 지크는 웃으며 서로의 손을 강하게 마주쳤다. 멀리서 식료품을 들고 돌아오 던 슈렌은 그런 둘을 바라보며 희미한 미소를 지어 보일 뿐이었다. -------------------계속--- Last Radiance~!! Vol. 66 ------------------------------------------------------------------------- 군 입대를 연기하기로 했습니다. 외전은 후에 몰아서 올릴 예정입니다. 아시다시피 연재가 너무 늦어졌기 때문에.. ------------------------------------------------------------------------- "나가줘." "루, 루이‥. 하지만 나는‥." "나가달라고 했잖아!! 난 더이상 널 보고싶지도 않아!!" 루이는 그렇게 소리치며 집의 현관문을 강하게 닫으려 했으나, 지크의 팔은 현관문 이 닫히는 속도보다 더욱 빨랐다. 지크는 반 강제로 문을 다시 열어 젖히며 루이에 게 물었다. "도대체 왜그래!! 난 너와 할머니가 걱정되서 온 것일 뿐이란 말이야!" "나? 엄마?" 지크의 말을 들은 루이는 황당하다는듯 웃음을 지으며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렸고, 지크는 인상을 살짝 구기며 루이를 바라보았다. 루이는 다시 지크를 바라본 뒤 평 상시의 그녀라고는 생각되지 않을 정도의 말투로 지크에게 소리치기 시작했다. "웃기는 소리 하지도 마! 넌 어차피 우리완 피도 섞여있지 않잖아!! 넌 싸움만 알 고 있는 괴물일 뿐이야!!!" "‥!! 젠장, 그래! 처크 할아버지는 나 때문에 돌아가셨어!! 하지만 난 그때의 기 억이 나지도 않는단 말이야!! 그리고 너보다는 못하겠지만 나 역시 슬프다구!! 내 마음은 알아주지도 않는거야? 그리고 가족으로서 10년이 넘게 같이 지낸 사이에 그 렇게 심한 말을 할 수가 있어?" "너 따위가 무슨 가족이야!!!" 짜악­!!! 순간, 루이의 왼쪽 뺨엔 불꽃이 튀었고 그녀는 중심을 잃으며 옆으로 쓰러지고 말 았다. 지크는 놀란 눈으로 자신의 앞에 쓰러진 루이와 루이의 어머니를 번갈아 바 라 볼 뿐이었다. "하, 할머니‥?" 처크의 부인­루이의 어머니는 한숨을 쉬며 옆에 쓰러진 자신의 딸을 바라보았다. 루이는 뺨을 손으로 어루만지며 자신의 어머니를 바라보았고, 처크의 부인은 무서 운 눈으로 루이를 바라보며 말했다. "너보다 나이가 많은 조카에게 그게 무슨 말버릇이니. 넌 먼저 거실로 가 있거라." "‥!!" 루이는 입술을 깨물며 거실로 말없이 가버렸고, 지크는 가만히 그녀를 바라보다가 곧 처크 부인에게 인사를 했다. "아, 안녕하세요 할머니‥." "‥이런, 천하의 지크·스나이퍼가 오늘은 왜이리 힘이 없지? 음?" 지크의 목소리에 힘이 없자, 처크 부인은 빙긋 웃으며 평소처럼 지크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어 주었다. 그러자, 지크는 그녀의 의외의 반응에 놀란 표정을 지었다. "‥네?" "‥거실로 가자 지크. 할 얘기가 많단다." "‥네." ............................... . . . . . . 루이는 처크 부인의 옆에 앉은채 애써 지크로 부터 시선을 떼려고 했다. 지크는 그 런 그녀를 보며 속으로 한탄을 했지만, 지금은 처크 부인에게 말을 듣는 것이 우선 이었다. 처크 부인은 직접 끓인 홍차를 한잔 마신 뒤 지크를바라보며 말 하기 시 작했다. "‥지크는 기억 나니? 우리들이 미국에서 처음 만났던 날을 말이야." "무, 물론이죠. 평생 잊지 못할 일이에요. 저에겐‥" "그래, 나도 그렇단다. 그때 난 솔직히 놀랐단다. 그이가 어느날 갑자기 얼굴이 바 짝 마른 꼬마를 데리고 집에 들어오는데, 난 그이가 다른 부인이 있는 줄 알았다니 까? 호홋‥. 넌 그때 등에 너와 키가 비슷할 정도의 칼을 지고 있었지. 이상하게도 너 외엔 들 수 없는 칼을 말이야. 하지만 더욱 날 당황하게 했던 것은 10살짜리 꼬 마 치고는 당돌하지 않을 수 없는 말투였단다. 그때 아직 30대였던 날 용감하게 할 머니라고 불렀으니까." "‥그, 그거야 뭐‥." 지크는 멋적은듯 머리를 긁적이며 힘없이 웃어 보였다. 처크 부인은 자신의 옆에 앉은 루이의 뒷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다시 말하기 시작했다. "레니에게 널 맡기기 전까지, 넌 루이에게 운동을 가르쳐 줬고, 루이는 너에게 공 부를 가르쳐 줬었지. 물론 둘 다 서로의 수업을 거부하긴 했지만. 후훗‥루이는 그 때 네가 지크에게 했던 말 기억하니?" "…." 루이는 아무런 말이 없었다. 하지만 처크 부인은 내색하지 않고 계속 말했다. "이런 근육머리 조카에게 수학을 가르치느니 차라리 우리집 애완견에게 알파벳을 가르치는게 났다고 했었지. 호호호홋‥. 물론 그때 지크도 만만하진 않았지만." "‥안경잡이 이모에게 운동을 가르쳐 주느니 애완견에게 덩크를 강요하는게 낮다고 했었죠. 헤헤헷‥." 지크는 고개를 숙이며 킥킥 웃기 시작했고, 처크 부인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웃음 을 지었다. 그러나, 루이는 여전히 차가운 표정을 지은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런 그녀를 바라보던 지크는 마음을 가라앉히기 위해 앞에 놓인 차가운 음료를 한 모금 마신 후 처크 부인과 루이를 바라보며 천천히 말하기 시작했다. 무언가를 회 상하듯, 희미한 웃음을 띄운채‥. "처크 할아버지도, 할머니도, 어머니도, 그리고 루이도‥. 가족이 없던 저에게 가 족의 소중함을 알게 해 준 사람들이죠. 하지만 얼마 전까진 '소중함'만을 알고 있 었어요. 그저 막연히 지켜줘야 한다는 생각만 하고 있었죠. 하지만 처크 할아버지 께서 돌아가신 뒤, 전 깨달았습니다. 왜 제가 여러분을 지켜줘야 하는지를 말이 에요." "‥그래? 그럼‥이유를 들어볼 수 있겠니?" 처크 부인은 미소를 지은채 지크에게 물었고, 지크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가족으로서, 사랑하고 있으니까요." "…." 그때, 루이는 흘끔 지크를 바라보았고, 고개를 숙인 상태라 그것을 보지 못한 지크 는 계속해서 말을 이어 나갔다. "루이가 지금 저에게 화를 내는 것도 이해할수 있어요. 제가 처크 할아버지의 복수 를 한다는 생각에 정신이 나갔을때‥아니, 그 전에 루이는 저에게 애타게 도움을 청하고 있었어요. 하지만 전 그것을 무시하고 말았죠. 루이는 아마 그것 때문에 화 가 났을 거에요. 모두 제가 제 자신을 절제하지 못한 탓이죠. ‥하지만 루이가 저 에게 화를 냈을때 전 속으로 안심했답니다. 절 가족으로 생각하지 않고, 진짜로 절 싸움만 아는 괴물로 여기고 있었다면 제가 들어오던 말던 상관하지 않았겠죠. 아니 면 총으로 절 쏘던가‥." "‥그렇지 않아 이 바보야!!!" 순간, 루이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며 지크에게 소리쳤고, 지크와 처크의 부인은 깜짝 놀라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루이는 안경을 벗은 뒤 지크를 쏘아보며 소리쳤 다. "네가 그 침입자를 없앤 뒤에‥아버지와 너 둘 다 일어나지 않는걸 보고 있던 내 마음은 어땠을 것 같아!! 둘 다 영원히 일어나지 않는다면‥!!!!" 루이는 말을 끝맺지 못했다. 처크 부인은 한숨을 내 쉬며 루이를 감싸주려 했으나, 그때 지크가 손으로 그녀를 제지한 뒤 자리에서 일어나 양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있는 루이의 머리를 주먹으로 살짝 때렸다. "!?" 순간, 루이는 깜짝 놀라며 지크를 바라보았고 지크는 예전과 같이 장난기 어린 인 상을 쓴 채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젠장, 역시 넌 변한게 없구나. 스무살 넘었으니 이젠 예전같이 자기 방에 콕 틀어 박혀 울진 않겠구나 했는데‥쯧." "…." 루이는 아무 말 없이 고개를 숙였고, 지크는 미소를 지은채 루이의 이마에 자신의 이마를 갖다 대며 말했다. "이젠 처크 할아버지 대신 내가 널 지켜줄 차례야. 네가 그렇게 징징 울어대기만 하면 난 어떻게 할 수 없다구. 언제, 무슨 일이 있더라도 너와 할머니가 위험해지 면 언제든지 달려올거야. 처크 할아버지가 남겨준 몫까지 말이야." "…." 루이는 역시 말이 없었다. 지크는 곧 루이의 어깨를 몇번 두드려준 후 거실을 천천 히 나서며 처크 부인에게 말했다. "‥이제 가볼께요 할머니. 아, 그리고 무슨 일이 있으실땐 이걸 쓰세요." 지크는 자신의 호주머니를 뒤져 길다란 통에 담긴 무언가를 처크 부인에게 건내 주 었다. 처크 부인은 그것을 받아 들며 지크에게 물었다. "‥이건, 신호탄이니?" "아, 단순한 신호탄은 아니에요. 마법으로 만들어진 신호탄인데요, 전파 방해 따윈 상관하지 않고 신호를 보낼 수 있어요. 물론 특별한 사람들만 알아들을 수 있지만 요. 자, 그럼 안녕히 계세요. 루이도 잘 있어." 루이는 살짝 고개를 끄덕였고, 처크 부인은 손을 흔들며 지크를 배웅해 주었다. 처 크의 집 밖으로 나온 지크는 아직도 뿌연 하늘을 바라보며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하늘이 흐려서 할아버지도 보기 힘드시겠네요. 헤헷‥. 하여간, 억지로라도 절 지켜봐 주세요. 멋지게 해 보일테니까요." 지크는 먼지만이 떠 있는 하늘을 향해 손을 한번 흔들어 보인 후 집 근처에 세워둔 자신의 오토바이를 향해 걸어갔다. 그가 떠난 집 앞 공터엔 바람만이 가볍게 흔들 거릴 뿐이었다. ※※※ 그날 밤. 지크는 바이칼과 함께 마쉬멜로우를 구워 먹으며 한참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물론 지크가 일방적으로 말하는 것을 뿐이지만, 바이칼은 그런대로 경청을 하고 있었다. 얘기를 꽤 오랫동안 한 지크는 지쳤는지 옆에 놓인 물을 마시며 바이칼에게 넌지시 물어보았다. "그래, 리디아인가 하는 네 동생하고는 잘 되어 가냐?" "남매 사이에게 그런 저속한 질문을 하는 저의를 먼저 알고 싶군." 바이칼은 적당히 구워진 마쉬멜로우를 입에 물며 지크에게 되물었고, 지크는 아차 하며 머리를 긁적인 후 바이칼에게 다시 물었다. "아아, 미안 미안. 그럼 얘기는 좀 해 봤어? 네가 서로의 관계에 대해 밝힌 뒤로 그 애 아무 말이 없던데‥." "별로. ‥그리고 할 필요도 없어." "‥음?" 지크는 의아한 눈으로 바이칼을 바라보았고, 바이칼은 나뭇가지에 다른 마쉬멜로우 를 끼우며 추가로 말했다. "말을 안한다 해도 나와 리디아가 남매라는 것은 변하지 않으니까." "호오∼. 하지만 그렇게 하면 리디아가 도망갈지도 모르는데? 사이가 벌어져서 말 이야." "‥!" 순간, 불 위에 마쉬멜로우를 놓으려던 바이칼의 손은 굳어버렸고, 지크는 바이칼이 진지한 표정을 지은채 가만히 있기만 하자 당황하며 바이칼에게 말했다. "하, 하하핫!! 그래 그래!! 도망치면 다시 잡아오면 되는 거지 뭐!! 그리 신경쓰지 말라구! 하하하하핫!!" "…." 그러나 바이칼의 귀엔 지크의 말이 들리지 않았다. 지크는 아무래도 혹을 하나 더 붙였다는 생각에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게, 그날 밤도 무사히 지나가고 있었다. 3장 [서룡족의 성전] "으음‥노는 것도 피곤하군. 몸이라도 좀 풀었으면 좋겠는데‥." 몇일동안 밤을 새 가며 보초를 선 리오는 잠을 짧게 잔 탓인지 그리 상쾌하지 않은 얼굴로 텐트를 나섰다. 가벼운 맨손체조로 몸을 풀던 리오는 우연하게도 지크의 집 과 세이아의 집 사이에 있는 잔디밭에 리디아가 웅크리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고, 리오는 헝클어진 머리를 매만지며 천천히 그녀에게 다가갔다. "리디아, 무슨 일 있는거야?" "아, 안녕히 주무셨나요 리오씨." 리오는 리디아의 작은 어깨를 손으로 짚으며 넌지시 물었고, 그녀는 리오를 본 뒤 가볍게 인사를 하고 나서 시선을 다시 아래에 고정을 시켰다. 리오는 그녀가 뭘 보 나 궁금해졌는지 그녀의 어깨 너머로 잔디밭을 바라보았고, 그는 잔디밭 위에 나비 몇마리가 죽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나비? ‥하긴, 햇빛도 잘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대기가 먼지에 휩싸여 있으니 그 런대로 민감한 곤충인 나비가 죽는 것은 이상하지 않겠지.’ "‥어째서 이 아이들이 죽어야만 할까요‥. 전 모르겠어요." 리오는 적당한 대답을 찾지 못했다. 공기가 오염되서 일조량이 줄어들고‥라는 차 가운 얘기는 그녀에게 해주기가 약간 그런 탓이었다. "자연의 섭리다. 약한 생물이 죽는 것은 당연해." 그때, 지크의 집에서 나오던 바이칼이 리디아에게 다가가며 그렇게 말했고, 리디아 는 살짝 인상을 쓴 채 바이칼을 돌아보며 말했다. "어, 어떻게 그런 말을 하실 수 있어요. 이 나비들도 이렇게 되고 싶은 마음은 없 었을거 아니에요." "하등 동물에게 신경쓸 틈은 없어. 이제 집으로 돌아가자 리디아. 따라와." "시, 싫어요!" 리디아는 순간 발끈하며 바이칼에게 소리쳤고, 바이칼은 팔짱을 낀 채 덤덤한 얼굴 로 리디아를 바라볼 뿐이었다. 그런 대치 상황을 지켜보던 리오는 자신의 앞머리를 긁적거리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하긴, 여자랑 말을 해 본 역사가 지크의 산수 실력보다 짧은 녀석이니까‥.’ -------------------계속--- Last Radiance~!! Vol. 67 -------------------------------------------------------------------------- ------------------------------------------------------------------------ "그래? 싫으면 네가 어쩔건데." 바이칼은 가만히 리디아를 바라보다가 이윽고 그렇게 물었고, 잠시 주저하던 리디 아는 갑작스레 리오의 팔을 붙잡으며 바이칼에게 말했다. "전 리오씨와 함께 있을 거에요!" 리오는 순간 황당한 표정을 지었으나, 바이칼은 이미 예상했던 일이라는듯 편하게 리디아에게 말했다. "맘대로 하도록. 하지만 네가 여기에 남아있으면 피곤해지는 것은 리오 녀석 뿐이 야. 널 데리고 가려는 동룡족들의 공격을 혼자 다 받아내야 하겠지. 넌 저 녀석이 그 꼴이 되는게 좋아?" "하, 하지만‥!!!!" "하지만은 뭐가 하지만이야. 그리고 리오 녀석은 너 말고도 지킬 여자가 수두룩해. 괜히 방해하지 말고 어서 날 따라와." "그, 그래도 싫어요! 이건 납치라고요!!" 둘이 티격대는 사이에 끼어버린 리오는 지금의 바이칼의 행동이 평소와는 조금 다 르다는 것을 속으로 느끼고 있었다. 물론 말투는 같았지만. ‘‥뭐가 저렇게 급한거지 저녀석‥? 거의 협박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는 행동인데 ‥. 무슨 이유라도 있는 것인가?’ 그렇게 생각하던 리오는 결국 상황을 좋게 끝내야 겠다는 느낌이 들었는지 얼른 바 이칼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자자, 둘 다 말하는게 오빠와 동생간의 대화가 아닌 것 같으니 머리좀 식힌 다음 다시 대화를 하는게 좋을 것 같아. 특히 바이칼 너." "‥쳇." 바이칼은 결국 뒤로 돌아서며 입을 닫았고, 리오는 리디아에게 미안하다는 윙크를 보낸 뒤 바이칼을 데리고 어디론가 향하기 시작했다.결국, 리디아는 잔디밭 위에 혼자 있게 되었고, 그녀는 다시 웅크리고 앉아 죽어있는 나비들과 죽어가는 곤충들 을 측은한 표정으로 내려다보기 시작했다. 한편, 바이칼과 함께 집으로 부터 멀리 떨어진 놀이터에 도착한 리오는 팔짱을 끼며 그에게 말하기 시작했다. "리디아를 데리고 빨리 돌아가는건 좋지만 너무 심했잖아. 그냥 막연히 동생이라는 이유만 대고 그 애를 설득시킨다는 것은 무리라고 보는데." "…." 바이칼은 아무 말 없이 그네에 앉은 후 자신의 다리로 땅을 박차며 그네를 움직이 기 시작했다. 바이칼의 그런 모습을 본 리오는 살짝 코웃음을 치며 바이칼의 그네 를 손으로 잡은 뒤 움직여주며 다시 말했다. "‥아마 루이체가 지금 리디아의 상황과 같았다면 나도 너와 같은 반응을 보였을지 몰라. 하지만 좀 그 애에게 상냥하게 대하는건 어때. 리디아는 아직 어리기 때문에 너의 성격을 이해하려고 하기 보다는 상냥한 편을 더 좋아할거야." "‥네 말이 무슨 뜻인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리디아는 지금 이 세계에서 빨리 사 라져야 해. 여기 있다는 것 자체가 서룡족과 동룡족의 정면 대결을 뜻하는 것과 같 기 때문이다. 너희들에게도 피해가 갈 것은 당연하겠지. 어쨌든, 동룡족과 그 녀석 들의 우두머리가 이 세계에 있으니 리디아만 드래고니스에 두고서 바로 돌아올 생 각이야." "‥호오? 왠일로 네가 우리들 생각까지 해 주는거야? 이거 대 사건인걸?" 리오는 의외라는듯 웃음을 지으며 바이칼에게 물었다. 하지만 바이칼은 얼굴만 살 짝 붉힌채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리오는 곧 바이칼의 어깨를 두드려주며 말했 다. "‥그까짓 동룡족들에게 쉽게 당할 우리가 아니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 대신 네동 생 걱정이나 좀 해줘. 오래간만에 다시 찾은 혈육이니까 말이야. 알았지?" "‥흠." 언제나 그랬다. 웃으며 친절하게 말해주는 리오. 그리고 변함없이 무표정으로 일관 하는 바이칼. 하지만 수백년 이상 친구로 지내온 그들에게 그 이상의 말은 필요하 지 않은 무의미한 것이었다. ................................. . . . . . . . "다른 세계의 정보를 어떻게 알 방법이 없을까? 이 도시 하나가 초토화된 것으로 보아 다른 세계의 주요 도시들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이는데‥." 집에서 멀리 떨어진 지점에서 슈렌과 함께 보초를 서던 지크는 머리를 긁적이며 슈 렌에게 물었다. 가만히 주위를 둘러보고 있던 슈렌은 자신의 장발을 손으로 쓸어 넘기며 조용히 대답했다. "‥이 도시가 제일 나을지도." "음? 그건 또 왜?" 지크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슈렌에게 다시 물었고, 슈렌은 폐허 위에 앉은 지크의 옆에 편히 앉으며 대답해 주었다. "‥와카루나 동룡족도 우리가 여기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겠지. 괜히 이곳을 노 리고 전력을 투입하는 것보다 우리가 없는 다른 지역을 공략하는게 시간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더 괜찮겠지‥라는 생각이 들어서." "‥흐음‥." 지크는 슈렌의 말이 일리가 있다는듯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그들이 있는 이 도시 를 공략한다는 것은 공략하는 쪽으로선 상당한 모험과도 같았다. 가즈 나이트 셋 뿐만 아니라 데스 발키리 넷, 여차하면 전투에 가담할 수 있는 투신급 힘을 지닌 라이아, 그리고 용제 바이칼까지 계산에 넣었을때 전력은 오히려 습격한 쪽을 역습 해 전멸시킬 정도로 엄청난 것이었다. 그걸 뻔히 알고 있는 와카루측에서 바보같 이 전력을 낭비하며 이쪽을 습격할 이유는 없었다. "‥이번만큼은 예외인 것 같군‥." 그때, 슈렌이 벌떡 일어나며 그렇게 중얼거렸고 슈렌과 거의 동시에 이상한 '느낌' 을 받은 지크는 자신의 장갑을 죄며 고개를 끄덕였다. "‥헤헷, 안그러면 재미가 없잖아." 둘의 시선은 곧 동쪽으로 돌려졌다. 보통 사람들의 눈엔 보이지 않겠지만, 그들의 눈엔 확실히 보이는 것이 있었다. 몇척의 동룡족 전함들과 거대한 수송기들이 이 쪽을 향해 다가오고 있는 것을. "‥네가 다른 사람들에게 얘기를 해 줘." 슈렌은 그룬가르드를 싼 헝겁을 풀며 그렇게 말했고, 지크는 성격상 당연하다는 듯이 반박을 하고 나섰다. "뭐!? 너 혼자 재미를 보게 하란 말이야!!" "‥네가 나보다 더 다리가 빠르잖아. 잔소리 말고 갔다와." "‥! 쳇, 그럼 남겨놔, 알았지?" 지크는 알고 있었다. 슈렌의 말투가 거칠어질때면 그의 몸이 한참 '근질'거릴 때라 는 것이었다. 슈렌의 전투 능력은 리오, 휀, 바이론등 순위를 어찌 매길 수 없는 셋 바로 다음이었다. 평상시의 능력은 그렇지 않지만 그의 능력이 가끔씩 최고로 올라갈 때가 있었다. 마치 바이오 리듬처럼. 그리고 그때가 바로 지금이었다. 지크는 군말 없이 집쪽으로 향했고, 슈렌은 천천히 몸을 띄우며 눈을 부릅떴다. 슈렌 자신도 오늘 자신이 왜 불타오르는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한가지 확실한 것 은, 이쪽을 향해 다가오는 동룡족의 전함 안에 자신을 불타오르게 하는 무언가가 있다는 것이었다. ※※※ "전방 4000m 앞에 강한 화염 속성의 에너지 반응! 안전주문이 풀리지 않은 가즈 나 이트 급입니다!" 한 병사의 보고가 들린 순간, 의자에 앉아 있던 동룡족 장군의 눈썹은 살짝 꿈틀거 렸다. 얼굴 중심에 대각선의 긴 흉터가 있는 동룡족 여장군 '플루소'는 자신의 흉 터를 손가락으로 매만지며 빙긋 웃어 보였다. "‥어쩐지 아침부터 흉터가 쑤신다고 생각했는데‥그랬군. 후후훗‥가즈 나이트 슈렌·스나이퍼‥. 그래, 와카루인가 뭔가가 붙여준 그 장난감들은 출격시키지 말 도록. 그리고 너희들도 마찬가지다. 괜히 출격해서 개죽음 당할 생각하지 말아." 그러자, 그녀의 옆에 앉아있던 부관이 깜짝 놀라며 그녀에게 물었다. "예!? 하, 하지만 루소 장군님, 그렇게 되면 명령에 차질이‥!!" "시끄러워!!! 이중에서 저 가즈 나이트를 이길 자신이 있는 전사가 나 외에 있을거 라 생각하나!! '심쿠버'장군의 몸을 진공회오리 만으로 흔적없이 갈아버릴 정도의 녀석들인데!! 심쿠버 장군이 아무리 약하다 했더라도 너희들 몇백명 보다는 강했으 니 이제 아무 말 하지 마! 자, 내 무기를 가져와라!!" "아‥예!!" 플루소가 사용하는 무기는 보통의 것보다 약간 더 긴 '삼절곤'이었다. 물론 특별한 장치가 되어 있어 봉으로도 사용할 수 있었다. 그녀의 삼절곤 실력은 같은 동룡족 장성들 보다 서룡족의 전룡단 단장들에게 더 잘 알려져 있었다. 가장 최근에 있었 던 용족 전쟁에선 그녀와 일기토중 사망한 전룡단 단장이 모두 여섯이었을 정도로 그녀의 실력은 대단했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그녀의 실력이 아니라 '악명' 이었다. 서룡족 사이엔 '해부자' 플루소라 불릴 정도로 그녀의 성격은 잔악무도 했다. 어쨌거나, 그녀는 지금 자신의 삼절곤을 들고 재빨리 기함으로 부터 벗어나 고 있었다. "슈렌·스나이퍼‥!! 120년 전의 빚을 오늘 갚아주겠다‥!!!!" 멀리서 그녀가 오고 있는 모습을 보던 슈렌은더욱 눈을 부릅뜨며 정신을 가다듬었 다. 근 200년간 신을 제외한 상대로는 가장 어려웠던 상대가 다가오고 있었기 때문 이었다. 슈렌은 그룬가르드를 천천히 돌리며 중얼거렸다. "‥오늘은 운이 없군‥." ---------------------계속--- Last Radiance~!! Vol. 68 ------------------------------------------------------------------------ ------------------------------------------------------------------------- "플루소‥. 오래간만이긴 하지만 생각보다 갑작스럽게 만난 것 같군‥." 슈렌은 평소와는 다른 무서운 눈으로 동룡족 장군 플루소를 바라보며 인사 아닌 인 사를 했고, 플루소는 무엇이 그리 기쁜지 미소를 가득 머금은채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사악하다면 사악하다고 할 수 있는 웃음이었지만‥. "호오‥그러신가? 난 이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는데‥. 후훗, 좋아‥. 말은 필 요 없어!! 오늘로서 너에게 진 빚을 갚겠다!! 각오해라, 가즈 나이트!!!!" 그녀의 일갈과 동시에 그녀의 팔에선 삼절곤이 뱀처럼 몸체를 꿈틀대며 슈렌을 향 해 빠르게 뻗어 나갔고, 슈렌은 삼절곤의 사정거리 밖으로 몸을 비키며 플루소의 기습 공격을 피해냈다. 퍼억­!!!! 순간, 슈렌의 가슴팍에서 충격음이 들려왔고, 생각보다 큰 타격을 입은 슈렌은 중 심을 잃으며 뒤로 비틀거렸다. "‥!!!" 그룬가르드로 간신히 무너지던 중심을 회복한 슈렌은 재빨리 뒤로 물러났고, 그에 게 첫 일격을 가한 플루소는 씨익 웃으며 슈렌에게 소리쳤다. "후훗‥하하하핫!!! 어떠냐!! 죽는 것은 간신히 면했다만 다음 공격은 피할 수 없 을 것이다!! 나의 분노의 일격을 받아랏!!!!" 곧바로, 플루소의 손에선 다시금 삼절곤이 뻗어 나갔고, 슈렌은 이번엔 기로 몸 주 위를 보호한채 플루소의 공격을 피해 나갔다. 파앙!! "‥!" 분명 슈렌의 시각으로도, 느낌으로도 삼절곤 자체의 물리적인 공격은 확실히 피한 상태였다. 그러나 플루소의 공격은 그것 뿐이 아니었다. 무언가 보이지 않는 이단 (二段)의 공격이 슈렌을 덥쳐오고 있었다. 슈렌이 계속 방어만 하고 있자, 플루소 는 더욱 기세를 올려 공격을 하기 시작했다. "하하하하핫­!!!! 어서 반격을 해 보시지!!! 내 얼굴에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긴 그 잘난 수라도(修羅刀)를 꺼내 보란 말이다!!!" "…." 슈렌은 아무 말 없이 방어만을 계속 할 뿐이었다. ※※※ 주룡, 쥬빌란은 동룡족 최고 기함인 칠두지룡의 모니터실에서 말 없이 와카루가 제 공하는 전 세계의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쥬빌란은 즐겨 마시는 황도주(복숭아로 담근 술)에 입을 살짝 대며 옆에 서 있는 부관에게 물었다. "‥유럽이라는 곳과 아프리카라는 곳은 이미 점령이 끝난 상태고‥아직 저항이 강 한 곳은 북미 대륙과 러시아, 그리고 극동 아시아란 말입니까." "예, 그렇사옵니다 마마. 그리고 오세아니아 대륙은 3일 내로 점령이 가능할 것 같 사옵니다. 가장 문제가 되는 곳은 극동 지역‥특히 한국과 일본이라는 곳은 북미 대륙의 인간들 이상의 저항을 보이고 있사옵니다." 대강의 답변을 들은 쥬빌란은 술잔을 옆에 내려 놓으며 부관을 흘끔 바라보았다. "그렇게 작은 나라가 왜 그 정도의 저항을 보이고 있습니까. 궁금하군요." "예. 한국이라는 나라는 정보에 없는 강력한 기동병기들이 다수 배치가 되어 있었 고, 일본이라는 나라는 일명 '에스퍼'라고 불리는 강력한 염능력의 소유자들이 다 수 있어‥." 순간, 쥬빌란의 차가운, 그렇지만 누구 못지 않게 아름다운 얼굴이 굳어졌고, 그의 부관은 말문을 닫고 말았다. 쥬빌란은 다시 술잔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정신력으로 볼때 어떤 생명체보다 강할 수밖에 없는 동룡족의 군대가 인간과 같 은 하등 동물의 정신력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말이군요." "며, 면목 없사옵니다 마마!! 하지만, 인간의 정신력이 예전과는 달리 상당히 진화 가 된 상태라‥." 부관의 변명을 들은 쥬빌란은 조금 후 피식 미소를 지었고, 다시 술잔에 입을 가져 가며 낮은 목소리로 부관에게 말했다. "‥그렇게 어렵다면 그곳엔 우리 군대를 배치하지 말길 바랍니다. 괜히 오래된 인 간의 일에 우리 종족의 소중한 피를 흩뿌릴 필요는 없겠지요." 부관은 그제서야 살았다는듯 안도의 한숨을 내 쉬었다. 다시 한참 모니터를 바라보 던 쥬빌란은 다시 부관을 바라보며 물었다. "아, 'J계획' 탐색을 위해 파견된 플루소 장군으로 부터 연락은 왔습니까." "예, 즉시 알아보도록 하겠사옵니다 마마." 부관은 곧 자신의 소울스톤을 꺼낸 뒤 양 손으로 감싼 후 정신력을 집중했고, 잠시 후 소울스톤을 다시 집어 넣으며 쥬빌란에게 말했다. "약간 좋지 않은 일이 생겼사옵니다 마마. 플루소 장군께서 현재 일대 일로 가즈 나이트 한명과 대치중이라는 보고가 들어왔사옵니다." 그러자, 쥬빌란은 고민스럽다는듯 눈을 살짝감은 후 오른손 검지를 이마에 가져갔 고, 조금 후 다시 눈을 뜨며 말했다. "‥플루소 장군 정도의 실력자라면 왠만한 가즈 나이트에겐 당하지 않겠지만‥. 상 대가 리오·스나이퍼가 아니길 바랄 뿐입니다. 그리고 플루소 장군의 부관에게 상 황이 나빠지면 내 이름으로 후퇴 명령을 내리도록 해 주십시오. 물론 플루소 장군 에게 말입니다." "예, 삼가 받들겠사옵니다 마마." ※※※ 한편, 왠지 모르게 슈렌쪽의 상황을 모르고 있는 리오는 계속 넬과 대화를 하며 자 신의 검을 닦고 있었다. "형, 형. 슈렌 형의 능력은 그럼 어느 정도에요? 상당히 강할 것 같은데‥." "슈렌? 음‥슈렌이라‥. 그룬가르드를 쓸 때의 슈렌은 '그런대로' 강하지만, '수라 도'를 쓸 때의 슈렌은 정말 강하지. 나도 함부로 건들지 못할 정도니까. 아마 바이 론이나 휀도 수라도를 쓰는 슈렌은 인정해 줄거야." 그러자, 넬의 큰 눈은 더욱 크게 빛나기 시작했고, 리오의 팔에 찰싹 달라 붙으며 계속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그래요? 그럼, 그 '수라도' 라는 것이 어떤 것인가요?" ‘‥나도 입이무거운 편은 아니군‥.’ 리오는 씁쓸한 웃음을 지으며 천천히 대답해 주었다. "‥수라도는 그룬가르드의 또 다른 모습이지. 일명 '명계의 불꽃'이라 불리는 무기 인데‥아, 이 이상은 답변을 못해주겠구나. 미안 미안." "으악!! 그런게 어디있어요!!!" 넬은 결국 그렇게 소리치며 리오의 목을 팔로 조르기 시작했고, 리오는 웃으며 그 만하라는 말을 연거푸 되풀이했다. 그러나, 사실 리오는 넬에게 지금처럼 대답을 안할 생각은 없었다. 갑자기 그의 생각이 바뀐 이유는 간단했다. 세이아의 집 쪽에 서 자신과 넬을 바라보고 있는 누군가의 시선을 느낀 탓이었다. ‘‥당신들에게 쉽게 이런 정보를 줄 수는 없지. 알고 싶으면 직접 몸으로 느껴보 는게 좋아.’ 리오는 세이아의 집 쪽을 향해 살짝 윙크를 했고, 집 안에서 커피를 마시며 리오를 지켜보던 아란은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후훗, 재미 없는 남자‥." 그때, 아란의 눈에 멀리서 누군가가 전력으로 뛰어오는 모습이 들어왔고, 아란은 정색을 하며 그곳에 정신을 집중해 보았다. "리오!! 리오!! 동룡족의 부대가 쳐들어왔다구!!!" "‥!" 리오는 곧 넬을 떼어놓은 후 지크에게 다가갔고, 지크는 발을 멈춘 후 숨을 진정시 키며 리오에게 자신이 보았던 상황 까지를 얘기해 주었다. 리오는 고개를 끄덕이며 지크에게 묻듯이 말하기 시작했다. "‥그리 대규모 전력은 아니지만 슈렌이 정색을 하며 널 여기로 보냈다 이거지? 좋아, 약간은 문제가 있는 것 같아 보이니 한번 가 보자. 지크는 여길 맡아줘. 넬은 바이칼을 불러주고. 어서!" "이봐!! 나도 좀 싸우게 해 달라고!!!" 지크는 슈렌과 리오가 자신을 연락병과 수비병으로 전락시키는 것에 결국 스트레스 를 받았는지 리오에게 따지고 들기 시작했지만, 리오는 미안하다는 표정으로 일관 하며 잠에서 들 깬 바이칼이 어기적거리며 나오고 있는 텐트로 달려갈 따름이었다. "이번 한번 더 한다고 해서 손해볼건 없잖아. 그럼 부탁해." "싫어 임마!!!" 한편, 바이칼은 텐트 안에서 자신의 망토를 챙겨 나오고 있는 리오를 졸린 눈으로 바라보며 조용히 물었다. "‥이번엔 내가 여길 맡으면 안될까‥." "음? 왜?" 리오가 의아한 눈으로 자신에게 되물어오자, 바이칼은 주먹으로 양 눈을 부비며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해 주었다. "‥나 졸려‥." "…." 리오는 바이칼의 얇은 허리를 안아 텐트로 부터 멀리 떨어지는 것으로 대답을 대 신했다. -------------------------계속--- Last Radiance~!! Vol. 69 ------------------------------------------------------------------------ ------------------------------------------------------------------------ 한번도 공격한 일이 없던 슈렌은 힘이 그리 빠지지 않았는지 호흡도 정상이었고 심박수도 정상에 가까웠다. 그러나, 플루소는 그렇지 않았다. 상당한 공격을 했음 에도 불구하고 슈렌이 깨끗히 피하기만 할 뿐, 반격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녀는 정 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상당히 지쳐가고 있었다. 플루소는 슈렌을 쏘아보며 톤 이 높은 목소리로 그에게 소리쳤다. "‥어째서 반격하지 않는 것이지!! 120년 전 날 바보로 만들어 놓고 또 바보로 만 들 생각인가!!!" "…." 슈렌은 말 없이 고개를 저었다. 결국, 플루소는 체력의 저하를 약간이라도 줄이기 위해 삼절곤을 봉의 형태로 바꾸었고, 봉의 끝을 슈렌에게로 향하며 말했다. "너에게 복수하기 위해 이날만을 기다려 왔어! 더이상 다음이란 없지‥내 미래를 망쳐논 댓가를 오늘 꼭 지불하게 하고 말테다!!!" "…." 슈렌은 다시 방어 자세를 취하였다. 그의 표정은 진지하기만 했지만, 그는 플루소 와 싸울 생각도 없었고, 기분도 그리 좋지 않은 상태였다. 다시 둘은 격전을 벌였 고, 슈렌은 플루소의 공격을 철저히 막아내며 자신과 가까이 붙은 그녀에게 나지막 히 말했다. "‥그때와는 많이 변했군‥." "‥! 흥, 무슨 소리를 하려고 하는건가!!!" 플루소의 일격이 다시 들어오자, 슈렌은 그녀의 공격을 튕겨낸 후 고개를 가볍게 저으며 중얼거렸다. "‥아니, 아무것도‥." 그런 얘기가 흐른 뒤, 다시 한참동안 둘은 공방전을 펼쳐 나갔다. 그러던 동안, 플 루소가 귓속에 넣어 둔 통신 장치에서 호출음이 들려왔고 그녀는 슈렌에게서 멀리 떨어져 방어자세를 취한 뒤 자신의 왼쪽 귀를 손가락으로 누르며 소리쳤다. "뭔가!! 방해하지 말라고 했을텐데!!!" 「죄송합니다 장군님! 하지만, 장군님이 계신 곳을 향해 엄청난 스피드로 날아오는 무속성의 기 하나와 용족의 기 하나가 있습니다! 특히, 무속성의 기를 가진 자는 기의 수준을 보아 아무래도 '패왕(覇王)' 리오·스나이퍼인 것 같습니다!!」 "‥이녀석들!! 리오·스나이퍼가 온다 해서 내가 물러설 것 같나!!! 가즈 나이트 따윈 내 상대가 될 수 없어!!! 아무 말 말고, 와카루 박사가 준 특수 전차나 모두 떨어트려!! 그것으로 그녀석을 막아라!!!" 「‥아, 하지만, 쥬빌란 마마께서 만약 리오·스나이퍼가 나타난다면 마마의 명으 로 후퇴 지시를 내리라고‥.」 "‥크윽‥!! 좋아, 알겠다!! 그럼 후퇴를 위해 특수 전차를 강하시키도록! 곧 돌아 가겠다!!" 「예!!」 플루소는 쓰디쓴 표정을 지으며 슈렌을 다시 바라보았다. 슈렌은 묵묵히 그녀를 지켜보고 있을 뿐이었다. "‥오늘은 운이 좋군, 슈렌‥." 플루소는 아무 말 없이 돌아서서 기함이 있는 쪽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그때, 슈 렌이 약간 큰 목소리로 플루소에게 말하기 시작했다. "그땐 실수였어." 순간, 플루소는 움찔하며 그자리에 멈춰 섰고, 그녀는 그 즉시 슈렌쪽으로 돌아서 며 손에서 기합파를 날렸다. 슈렌을 슬쩍 그 공격을 피했고, 플루소가 날린 기합파 는 건물 몇개를 밀어버린 뒤 사라져갔다. 그녀는 분노에 휩싸인 표정으로 슈렌을 쏘아보며 소리치기 시작했다. "시끄러워‥시끄러워!!! 난 분명 너에게 복수하겠다고 했어!!! 오늘은 마마의 명 으로 물러가지만, 다음에 만나면 절대 이렇지 않을 것이다!!!" 플루소는 곧 급속으로 기함을 향해 날아가기 시작했고, 슈렌은 무거운 한숨을 지으 며 눈을 지그시 감았다. 조금 후, 그의 옆으로 용의 모습으로 변한 바이칼과 그의 등을 빌리고 있는 리오가 다가왔고, 리오는 급히 슈렌에게 다가와 그의 상태를 물 었다. "슈렌, 괜찮아!" "‥음, 그런대로." 슈렌은 살짝 고개를 끄덕인 후 시선을 멀리 있는 동룡족 함대에 돌렸다. 마침, 그 쪽 대형 수송선에서 몇대의 초 대형 전차들이 지상을 향해 낙하하기 시작했고, 그 것을 본 리오는 머리를 긁적이며 중얼거렸다. "‥흐음, 그려면 그냥 갈 것이지 저건 또 뭐야?" 「‥그 전에, 아까 도망쳤던 동룡족 장군‥. 해부자 플루소 아닌가.」 바이칼은 슈렌을 바라보며 그녀에 대해 물었고, 슈렌은 고개를 끄덕였다. 바이칼은 모습을 인간의 형태로 바꾼 뒤 팔짱을 끼며 회상하듯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해부자 플루소‥. 동룡족 장군중 특출난 삼절곤 실력을 가진 여장군이지. 예전 용 족 전쟁때도 한번 본 일이 있었는데‥. 그땐 얼굴에 상처가 없었는데 지금은 흠집 이 좀 있군." "‥호오, 저 여자가바로 그 유명한 플루소? 그런데, 슈렌은 저 여자랑 무슨 관계 라도 있는 건가? 안색이 좋지 않은데‥?" 리오는 턱을 매만지며 슈렌에게 물었으나, 슈렌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할 뿐이었다. 리오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시선을 아까 강하했던 대형 전차들에게 돌려 보았다. 그 전차들은 그야말로 괴물같은 힘으로 건물들을 부수며 앞으로 전진해 오고 있었고, 리오는 바이칼의 어깨를 두드리며 준비하자는 신호를 보냈다. "자아, 모두 네대 정도 되니까 빨리 처리하고 집에 가서 쉬자고. 슈렌은 좀 쉬라 고 해 두고." "‥흠." 바이칼은 다시 드래곤의 형태로 모습을 바꾼 후 리오를 등에 태우고 대형 전차들이 있는 쪽으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수송선이 떨어트린 전차들은 전폭이 수십미터는 되어 보이는 초 대형 전차였다. 대형 포탑 주위에 작은 포탑과 미사일 랜처들이 포진을 하고 있었고, 내개의 독립 기동형 캐터필러들이 그 육중한 요새를 움직이고 있었다. 리오는 상대방의 크기가 크기인 만큼 이번엔 검 대신 마법으로 승부를 내 는 것이 좋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즉시 양 손을 모으고 마법진을 전개하기 시작했 다. 리오가 마법진을 전개하는 사이, 바이칼은 입에서 브레스를 뿜으며 엄호 공격 을 했고, 전차들은 특수한 바리어로 바이칼의 공격을 방어하며 미사일 랜처의 포구 를 바이칼에게 돌리기 시작했다. 이윽고, 리오의 양 손 앞에 거대한 광 속성 마법진이 생성되었고, 리오는 양 손을 앞으로 내밀며 외쳤다. "'라이트 스플랏슈'­!!!" 곧, 리오와 바이칼의 주위엔 수백개의 광탄들이 생성되었고, 광탄들은 곧 지상에 있는 전차들을 향해 무섭게 날아가기 시작했다. 때마침 전차들은 대공 미사일을 이용해 리오들을 공격하고 있었기에 양측의 중간에선 마법 광탄과 미사일의 충돌 에 의한 대 폭발이 일어났다. 리오는 생각보다 전차들의 공격이 좋자 다시 양손 에 마법진을 전개한 뒤 소리쳤다. "전차라면 깨끗이 뒤집어 주마!! '퀘이크'­!!!" 리오가 만든 마법진은 한순간에 빛으로 변한 뒤 전차들이 있는 지면에 내리 꽂혔 고, 이윽고 전차들이 있는 지면은 대 진동을 동반한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전 차들을 받치고 있는 네개의 캐터필러들은 연기를 뿜으며 뒤집히지 않기 위해 애를 썼으나, 퀘이크 마법 자체의 힘은 상당한 것이었기에 전차들은 결국 힘없이 뒤집 어지고 말았다. 그것을 본 바이칼은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중얼거렸다. 「‥흥, 거북이군.」 "좋아, 끝내볼까!! ‥음?" 뒤집어져 전혀 움직이지 못하는 전차들을 여유있게 처리하려던 리오의 표정은 일순 간 굳어지고 말았다. 전차의 각 부분 장갑들이 열리는가 싶더니, 시끄러운 기계음 을 내며 접혀지기 시작한 것이었다. 곧, 전차들은 중장갑을 착용한 인간형으로 모 습을 바꾸었고, 짧다면 짧다면 짧은 다리와 포탑이 붙은 팔을 이용해 지상에서 일 어나기 시작했다. "‥이런 바보같은‥!!! 저게 어떻게 된‥!!" 한편, 모습을 변형시킨 전차들의 양쪽 어깨가 크게 열리기 시작했고, 그 장갑판 안에 설치되어 있던 원반형의 비행 물체 수십개가 공중으로, 정확히 말하자면 리오 와 바이칼이 있는 쪽을 향해 날아오르기 시작했다. 리오는 곧바로 바이칼의 등에 서 떨어졌고, 바이칼은 인간의 모습으로 변한 뒤 손에서 드래곤 슬레이어를 뽑아 들고 자신들을 향해 급속으로 날아오는 비행물체들을 노려보았다. 둘은 몸을 재 빨리 움직이며 그 비행물체들을 피하기 시작했으나, 그 비행물체들은 상당한 기동 력으로 그들을 따라 붙었고, 리오와 바이칼은 결국 검으로 그 비행물체들을 자르 기 시작했다. 그 사이, 지상에 있던 전차들은 공중을 향해 포를 쏘아 대며 자신들 이 퍼트린 비행물체들과 함께 리오와 바이칼을 협공해 나갔다. "‥생물 반응형 공뢰(空雷)‥같군." 슈렌은 그룬가르드를 잡은 손에 힘을 넣으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그는 리오와 바이 칼을 돕기 위해 그쪽으로 몸을 움직였으나, 아직 둘은 슈렌에게 도움을 받을 정도 로 밀리는 것은 아니었다. "바이칼, 엄호를 부탁해!!" "음." 바이칼은 곧 양 손에 자신의 에너지를 응축한 뒤 지상에 있는 전차들을 향해 연속 으로 에너지탄을 쏘기 시작했고, 전차들은 곧바로 바리어를 동원해 바이칼의 공격 을 막아냈다. 지상으로 부터의 공격이 끊어진 사이, 리오는 다시 마법진을 생성시 킨 뒤 마법진이 있는 팔을 공중으로 뻗으며 외쳤다. "귀찮군!! '인페르노'!!!" 마법진은 곧 사방으로 분해되며 붉은 광선을 하늘에 흩뿌렸고, 그 마법의 광선은 먹이를 노리는 뱀과 같이 하늘에 떠 있는 공뢰들을 향해 매섭게 날아갔다. 엄청난 폭발광이 지나간 후, 한결 편해진 리오와 바이칼은 지상에 있는 전차들을 없애기 위해 시선을 지상으로 돌렸다. "‥?" 한편, 리오와 바이칼을 돕기 위해 몸을 움직이려던 슈렌은 자신의 머리 위에서 느 껴지는 이상한 느낌에 시선을 위로 돌려 보았다. 리오와 바이칼도 그 이상한 느낌 에 역시 시선을 위로 올려 보았고, 셋은 하늘이 볼록렌즈에 비친 영상처럼 입체적 으로 부풀기 시작한 것을 볼 수 있었다. 리오는 자신의 가죽 아대로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으며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뭔가 거대한 것이 차원 이동을 하는데‥? 오늘은 운이 없는 건가‥." ----------------------계속--- Last Radiance~!! Vol. 70 ---------------------------------------------------------------------- ------------------------------------------------------------------------ "‥그 노인네가‥무슨 생각으로‥!!!" 바이칼은 순간 짜증을 내며 고개를 푹 숙여 버렸고, 리오는 깜짝 놀라며 그를 바 라보았다. "음? 왜그래 바이칼?" "‥하도 오래간만에 보니 기억도 안나는건가. 저건 드래고니스잖아." "‥?!" 리오는 황당하다는 눈으로 점차 모습을 갖춰가는 초차원 거대 요새, 드래고니스의 모습을 다시금 바라보았다. 한편, 그들 가까이 다가온 슈렌은 바이칼의 어깨를 쿡 찌르며 물었다. "드래고니스가 왜 온거지." "나도 장로에게 물어보고 싶은 말이다. 어쨌거나 여기에서 멀리 떨어지자. 장로의 성격으로 보아 저 밑에 있는 변신 전차들에게 드래고니스로 포격을 가할게 분명하 니까." "으음‥." 리오와 슈렌은 고개를 끄덕인 뒤, 바이칼과 함께 그곳으로 부터 빠르게 벗어나기 시작했다. ........................ . . . . . . . . "장로님! 마마께서 포격 범위로 부터 벗어나고 계십니다!!" "좋아!! 역시 바이칼 마마! 자아, 제 8 하단 블럭의 메기드 캐논에 에너지를 주입 하도록!! 목표는 지상의 대형 병기다!!!" 장로는 팔을 앞으로 뻗으며 소리쳤고, 사령실의 대원들은 바삐 손을 움직이며 지상에 있는 가변형 전차들을 조준하기 시작했다. "좌표, E80에서 E136!! 차원굴곡 현상에 의한 오차 계산 실시!!" "중력 변화 초당 9G! 포탄의 명중 예상 시간 3초! 명중률 28%!!" 곧, 장로는 손을 힘껏 내리며 메인 브릿지 안에 있는 모든 대원들에게 명령을 내 렸다. "사격 개시!!! 마마를 우롱한 죄값을 치루게 하는거다!!!" 이윽고, 드래고니스의 하단부에선 수천발의 메기드 에너지탄이 지상에 있는 가변형 전차들을 향해 무서운 속도로 내리꽂혔고, 전차들은 바리어 필드를 작동시켜 그 포 화를 막아내려 했으나 신계에서도 화력 만큼은 일급으로 쳐주는 메기드 캐논의 앞 에선 무의미한 저항일 뿐이었다. 결국, 전차들은 1분여 가까이 계속 된 포화를 견 디지 못하고 파괴되었고, 그것을 멀리서 지켜보던 리오는 한숨을 후우 내쉬며 중얼 거렸다. "후우, 장로님도 인정사정 없으시군. 자아, 바이칼. 네가 직접 갈 필요는 없어진 것 같은데?" "‥흠‥." 바이칼은 고뇌섞인 한숨을 내 쉬며 고개를 살며시 끄덕였다. ※※※ 지크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자신의 집 앞에 내려선 서룡족의 공중 전함을 바 라보고 있었다. 데스 발키리들 역시 생전 처음 보는 광경이었기에 네명이 한데 모 여 동룡족 전함과 공중에 더 있는 드래고니스를 각자 관심있는 얼굴로 바라보았다. 그때, 지크의 집쪽에서 리오가 나오며 지크에게 소리쳤다. "어이 지크! 들어오지 않고 뭐하는거야!" "아? 아아, 미안 미안‥." 지크는 머리를 긁적이며 자신의 집 쪽으로 향했고, 그 모습을 바라보던 데스 발키 리, 알테미스는 옆에 서 있는 아란의 귀에 입을 가까이 가져가며 말했다. "‥계획이 약간 틀어지겠군‥." 그러자, 아란은 고개를 저으며 알테미스에게 말했다. "후훗‥그래도 어렵진 않을거야‥후후훗. 우린 그때까지 보고 즐기면 끝이니까." 아란의 말을 들은 알테미스는 잠시 심호흡을 한 뒤 자신의 오른손 검지를 혀로 살 짝 핥으며 나지막히 말했다. "‥난 그때까지 못참아‥. 피가 보고 싶어‥." 그 말을 들은 레베카와 츄우는 아무 말 없이 서로를 바라볼 뿐이었다. ........................ . . . . . . . "오오, 리디아 마마!!! 이 늙은 것이 살아생전에 리디아 마마를 만나게 될줄은‥!" 장로는 눈물을 글썽이며 리디아의 손을 잡고 진지하게 말했고, 그 모습을 보고 있 던 전룡단 단장들 역시 눈시울을 붉히며 고개를 떨구었다. 그 모습을 본 지크는 옆 에 있는 리오에게 귓속말로 말했다. "‥서룡족들은 드라마도 안보나 보군. 저런 흔한 상황에 눈물을 흘리고 있다니‥." "‥뭐, 나름대로 감동적인 상황인가보지 뭐." 리오는 씁쓸히 웃으며 그렇게 말할 따름이었다. 한편, 바이칼은 레니가 가져다준 차가운 홍차를 마시며 장로에게 물었다. "장로, 끌고 온 군대는 어느정도나 되지." "아, 예 마마. 우선 드래고니스를 호위하는 주력 함대는 지금 이곳 상공에 주둔하 고 있으며, 다른 4대 용왕들께서 보내실 추가 함대와 독립 기동 함대는 하루나 이 틀 내에 도착할 예정입니다." "이곳 상공? 지금 상공엔 드래고니스 하나 밖에 없잖아요 할아버지?" 지크의 물음에, 장로는 빙긋 웃으며 대답해 주었다. "예, 지금 현재는 대기권 밖에 있답니다. 초차원 전함들이니 그곳에 있는다 해서 무리는 없죠." 지크는 혀를 내두르며 대화에서 빠졌고, 그 사이 바이칼은 턱을 괴며 장로에게 말 했다. "선전포고 없는 용족 전쟁이라‥. 각오는 하고 온건가 장로." 바이칼의 날카로운 질문에, 장로는 역시 미소를 지은채 대답해 주었다. "아, 심려치 말아 주십시오 마마. 아직 서룡족에서 동룡족과 표면적인 마찰을 일으 킨 사람은 마마 한분 뿐이니까요. 헛헛헛‥." "‥흐음‥." 바이칼은 핵심을 찔린듯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돌렸고, 그 상태로 다시 장 로에게 말했다. "‥어쨌든, 리디아를 드래고니스로 돌려보낼 준비를 하도록. 지금 즉시." "예, 분부대로 하겠사옵니다 마마." "자, 잠깐만요!! 전 싫다고요!!! 전 이 집에서, 그리고 제가 아는 사람들 곁에서 떠나기 싫어요!!!" 그러자, 장로는 여전히 여유있게 웃으며 리디아에게 친절히 말했다. "아, 그건 걱정하지 마십시오. 이 집을 통째로 옮기면 되니까요 마마." "‥?!" 리디아는 순간 말을 잊고 말았고, 바이칼은 퉁명스레 찻잔을 들며 중얼거렸다. "‥하긴, 저 드넓은 드래고니스에 이런 작은 집 두채쯤은 우습지." 그런 모습을 보던 지크는 이상해진 상황에 머리를 긁적이며 슈렌과 리오를 바라보 고 말했다. "왠지 '가즈 나이트'에서 '용족 전쟁'으로 바뀌는 것 같은데‥?" "‥기억을 잃어버린 동생을 지키기 위해 노심초사하는 주인공의 모습을 훌륭히 그 려낸‥. 후훗‥." 리오는 손으로 얼굴을 부비며 중얼거렸고, 곧 슈렌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가즈 나이트라는 멋진 조역으로 더욱 흥미진진 하겠지‥." "‥맞아 맞아." 셋은 동감한다는듯 동시에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때, 적막을 깨는 레니의 질문이 장로에게 던져졌다. "저어, 그 드래고니스란 곳엔 전기랑 가스는 들어오나요? 요즘 음식 하기가 여간 불편한게 아니라서‥." "…." ※※※ 지크의 집, 그리고 세이아의 집 둘을 한꺼번에 드래고니스로 옮기는 동안, 리오는 세이아와 함께 이런 저런 얘기를 나고 있었다. 그녀와 함께 근처의 놀이터로 간 리오는 미끄럼틀 위에 앉아서 드래고니스를 바라보고 있는 세이아에게 조용히 말 을 걸어 보았다. "‥무슨 생각을 하시죠?" "‥설마 서룡족 분들까지 이 일에 이렇게까지 관여가 되실줄은 정말 몰랐답니다. ‥아아, 정말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분명 더 큰 희생이 벌어질텐데‥." 세이아는 무릎 위에 얼굴을 댄 후 고민스래 부비며 말했고, 리오는 트랙터에 이끌 려 조심스레 드래고니스로 올라가고 있는 지크의 집을 보며 한숨을 내쉰 뒤 말했 다. "‥분명 희생은 있을 것입니다. 저도 드래고니스가 이곳에 올 줄은 생각치 못했죠. 이제 저희들‥가즈 나이트들이 할 일은 저들의 희생을 가급적이면 줄이는 것입니 다. 물론 동룡족들은 죄가 없지만‥대 격전이 벌어지기 전에 이 일의 발단을 없애 는 것이 세이아양과 라이아를 돕는 일이겠죠." 리오는 그렇게 말 하며 팔짱을 꼈고, 그 말을 들은 세이아는 리오를 내려다보며 나지막히 물었다. 자신 없는 목소리로‥. "‥이 일의 발단이 저라면‥예전에 저희 어머니와 같이 저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면 리오씨는 어떻게 하실건가요?" 그러자, 리오는 약간 놀란 얼굴로 세이아를 바라보았고, 세이아의 눈이 진지한 것 을 본 리오는 쓸쓸히 웃으며 대답했다. "‥글쎄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하지만‥힘드시겠지만 당신을 지키기 위해 작 은 노력을 하고 있는 저희들을 생각해 주십시오. 전 세이아양이 성계신으로서 반드 시 이 위기를 해결하실 수 있으리라 믿고 있습니다." "‥예, 고마워요 리오씨. 한결 기분이 나아졌네요." 세이아는 빙긋 웃으며 조심스레 미끄럼틀에서 내려왔고, 곧 리오와 함께 드래고니 스로 향하기 위해 모두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러나, 둘 다 모르고 있는 사실이 있었다. 그 놀이터에 그들 외에 다른 사람이 있 었다는 사실을‥. "‥후훗‥. 그래, 당신은 모든 여자들에게 친절했죠‥. 아직까지도 쓰디쓴 기억으 로 남아있답니다 리오씨‥. 당신이 내 목을 자를 때의 느낌 까지도‥. 후훗‥후후 후훗‥." 커다란 고목나무 뒤에 몸을 숨기고 있던 아란은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으며 천천히 일행이 있는 쪽으로 향해갔다. --------------------계속--- Last Radiance~!! Vol. 71 ----------------------------------------------------------------------- ----------------------------------------------------------------------- "‥그렇습니까. 결국 드래고니스까지 등장했군요." 주룡, 쥬빌란은 황도주를 조금 들이키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앞에 소집된 동룡 족 장군들 중, 가장 연륜이 높고 강한 '쿠르퍼'는 커다랗게 흉터가 난 자신의 팔을 매만지며 빙긋 미소를 지었다. "‥어차피 잘된 일 아닙니까 마마. 서룡족과도 결판을 내야 하고, 또 그 가즈 나이 트와도 승부를 내야 하니 말입니다. 게다가 지금 이 세계에 소집된 군대도 예전 용족전쟁때 소집되었던 인원에 뒤지지 않으니, 상당히 좋은 기회라 할 수 있지요." 그러자, 다른 장군들도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쥬빌란은 달랐다. 그는 마치 장군들을 비웃기라도 하듯 잔에 술을 따르며 말했다. "‥귀공은 벌써 자신의 팔에 난 상처와, 자신의 눈 앞에서 일격에 사라져가는 6만 군사의 모습이 잊혀진 모양이군요." "‥아‥." 순간, 쿠르퍼 장군의 얼굴에선 미소가 사라지고 말았다. 다른 장군들도 마찬가지였 다. 예전 용족전쟁에 참가했던 장군 120명 중에서 29명이 단 한사람에게 당했다는 사실이 그제서야 떠오른 탓이었다. 쥬빌란은 술잔을 입에 가져가며 장군들에게 조 용히 말했다. "전쟁을 일으키는 것은 저의 판단에 달렸습니다. 쓸데없는 희생은 치루지 말아 주 시길 바랍니다. 특히‥플루소 장군님 께서는 말입니다." "‥예. 명심하겠사옵니다 마마." 칠두지룡에 돌아온지 얼마 안된 플루소는 어두운 표정을 지은채 쥬빌란에게 머리를 조아렸다. 이윽고, 쥬빌란은 술잔을 놓은 뒤 자세를 바로하며 장군들에게 말하기 시작했다. "이제 회의를 시작하겠습니다. 정보대 '사루'장군, 이 세계에 나타난 서룡족의 군 대는 어디에 있으며, 또 얼마나 있습니까." 그의 질문에, 장군들 중에서 맨 끝자리에 앉아 있던 사루가 고개를 약간 들며 보고 를 시작했다. "예. 네시간 전에 차원 이동을 하여 나타난 서룡족의 군대는 주력인 드래고니스와 드래고니스 호위 함대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함선 숫자는 약 12만이며, 드래고니스 는 현재 한국의 수도 상공에, 그리고 호위 함대는 대기권 밖에 정박하고 있습니다. 원 차원계에 있는 정보 함대의 보고에 의하면, 서룡족의 기동 함대와 다른 4대 용 왕들의 함대가 한곳에 집결하여 추가로 도착을 할 것 같습니다. 예상되는 총 함선 수는 대략 30만 정도입니다." "‥30만이라‥. 부관, 이 세계에 있는 우리 함대의 수는 얼마나 됩니까." "예, 현재 이 세계 곳곳에 흩어져 있는 함선의 총 숫자는 25만 정도입니다. 다른 세계에 흩어져 있는 기동 함대와 군주들의 함대를 소집한다면 3일 내로 40만 이상 으로 끌어 올릴 수 있습니다." 보고를 들은 쥬빌란은 곧 검지 손가락을 이마에 대며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함선의 성능 차이를 감안할때 거의 비슷한 전력이군요. 알겠습니다. 다른 장군 들께선 경청하시길 바랍니다. 아직 우리 동룡족과 서룡족은 서로 선전포고를 하지 않은 상황입니다. 쓸데없는 도발 행위는 삼가해 주십시오. 그리고 드래고니스엔 현 재 리디아 공주가 포로로 잡혀 있는 상황입니다. 게다가 그쪽엔 가즈 나이트들이 세명이나 있습니다. 이런 저런 상황을 비교해 볼때 우리쪽이 현재는 상당히 불리합 니다. 잘 생각하고 행동해 주시길 바랍니다. 자, 이제 귀공들의 의견을 들어보도 록 하겠습니다." 그러자, 장군들중 서열 15위의 젊은 장군, 란바랄이 몸을 일으키며 쥬빌란에게 말 하기 시작했다. 란바랄, 그는 쥬빌란과 동갑이면서 또한 서룡족과 동룡족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아이기도 했다. 사람들은 쥬빌란이 그를 장군까지 임명한 것에 상당한 반발을 했지만, 쥬빌란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할 뿐이었다. 그는 플루소와 함께 서룡 족 사이에서도 상당히 유명한 축에 드는 장군이었다. 그가 참가한 국지전에선 거의 패배가 없었고, 전룡단 단장중 최강이라 불리는 '릭·발레트'와도 무승부를 기록할 정도의 실력을 갖추고 있었다. 물론 릭·발레트의 상황이 최악이었다고는 했지만 검을 사용하는 전투에선 약한 동룡족으로선 최고의 성과였다. 이런 실력과 강한 책 임감으로 인해 쥬빌란은 그를 상당히 신임하고 있었다. "극동 아시아 문제입니다. 아직 한국과 일본이 끈질긴 저항을 계속 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서룡족이 주둔하고 있기 때문에 제외한다 치지만, 일본은 그렇지가 않습니 다. 인간들 사이에선 '사이킥 유저'라 불리는 그 염동능력 사용자들 때문에 우리 동룡족이 어려움을 격고 있다는 사실은 치욕에 가깝습니다. 부디 저에게 일본 수도 의 토벌을 허락해 주십시오." 쥬빌란은 란바랄을 바라보며 빙긋 미소를 지었다. '과연 할 수 있을까'라는 뜻이 담긴 미소가 아니었다. '너라면 충분하고도 남지'라는 미소에 가까왔다. "좋습니다. 병사와 물자는 알아서 준비하도록 하십시오. 그리고 서룡족이나 가즈 나이트들이 방해를 할 경우 그냥 퇴각해 주십시오. 그것에 대해선 책임 추궁을 하 지 않겠습니다." "예!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마마!!!" 그 이후로 의견은 없었다. 쥬빌란은 곧 고개를 끄덕인 후 장군들을 바라보며 말했 다. "북아메리카와 러시아에 관한 일은 여러분들이 잘 알아서 해 주십시오. 그럼, 오늘 의 회의를 마치겠습니다. 푹 쉬시도록." 쥬빌란은 그렇게 말을 맺은 뒤 회의장을 빠져 나갔고, 장군들 역시 일어난 후 서로 얘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쿠루퍼는 성격탓에 젊은 사람들을 좋아한다. 그래서인지 젊은 장군들일수록 그를 존경하고 굳게 신뢰를 하였다. 물론 그와 비슷한 나이의 장군들이 그를 신뢰하지 않는다는 말은 아니었다. 서열 1위의 장군이라는 호칭은 그냥 붙는 것이 아니었 다. 쿠르퍼는 란바랄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려주며 말했다. "그래, 이번 일본 토벌은 한번 멋지게 해 보게나. 인간과 같은 하등 동물의 염동능 력에 우리 동룡족들이 쩔쩔맨다는 것은 다른 종족들에게도 망신이지." "아, 감사합니다 쿠르퍼 장군님. 확실히 해 보이겠습니다." "으음, 믿고 있겠네. 주룡께서도 자네를 깊게 신뢰하고 계시니 그분을 실망시켜드 리지 않도록 하게나." 쿠르퍼의 응원을 들은 란바랄은 더욱 힘이 나는 것 같았다. 한편, 그는 한가지 의 문이 나는 점이 있었다. "저어, 여쭤보기 죄송하지만, 예전에 동롱족 군대 사이에서 그렇게 악명이 높았던 그 패왕, 리오·스나이퍼라는 자가 도대체 어떤 자입니까? 상당히 강하다는 것은 익히 들어 알겠지만‥." 그러자, 쿠르퍼의 안색은 약간 흐려지고 말았다. 그는 쓰디쓴 미소를 지은채 자신 의 팔을 덮은 장갑을 벗고 란바랄에게 장갑 안에 숨겨진 팔의 상처를 보여주었다. 상당히 깊은 상처‥. 란바랄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이것은‥!!" "‥하핫, 목숨을 잃은 내 전우들에 비해선 그 녀석과 대결한 댓가가 싼 편이지. 일대 일의 대결을 할 때도 그 녀석은 날 가지고 놀았다네. 여유있게, 마치 어린아 이를 유린하듯이‥. 그리고선 하늘 높이 솟아오른 후 그 지옥의 기술, '오메가 선 샤인'으로 나에게 딸린 6만의 군사를 일격에 저승으로 보내 버렸지. 제대로 싸워 보지도 못하고 죽은 병사가 6만이라네. 내가 알기로 우리 동룡족에서 그자와 검으 로서 상대할 수 있는 사람은 단 두명 뿐이라네. 주룡님과, 도성(刀聖)이라 불리는 군주, '올파드'님‥. 주룡님께서 그들을 만나면 피하라는 말씀을 하시는 것이 괜한 말은 아니라네. 그리고,용족 전쟁이 끝난 후 그 녀석 역시 강해졌을거야. 가즈 나 이트들은 쉴새 없이 강해지는 녀석들이니까. 그때와 지금은 또 수준이 다르겠지. 어쨌거나 자네도 일찍 죽고 싶지 않다면 그 녀석과의 대결은 피하게나. 자, 그럼 수고하게." "‥예, 말씀 감사합니다 장군님." ※※※ 드래고니스는 현재 성계신인 세이아와 라이아의 거처 때문에 상당히 곤란을 격고 있었다. 세이아는 드래고니스의 주거지역에 옮겨 놓은 자신의 집에서 생활하겠다고 했으나, 장로와 몇몇 전룡단 단장들이 그렇게 되면 주민들이 인간과 신을 너무 우 습게 볼 가능성이 있다며 반드시 제룡전으로 거처를 옮겨야 한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는 탓이었다. "하지만 장로님, 저희들은 아직 신으로서도 초보이고‥." "아니되옵니다 세이아님!! 성계신이라는 자리는 그 명예 하나 만으로도 최고의 대 우를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런 분들이 저런 허름한 판자집에서 사신다는 것은 우리 서룡족으로서도 있을 수 없음입니다!!!" "하아‥." 그렇게 고민하는 세이아를 보는 지크는 그리 표정이 밝지 않았다. 뭔가 불만이 가 득한 표정이었다. 그는 머리를 강하게 긁어대며 씁쓸히 중얼거렸다. "‥쳇, 이건 진짜 '용족전쟁'이라니까. 하긴, 리오 녀석은 한번도 나오지 못했으니 까 난 행복한 편이구만‥." 알 수 없는 말이었다. ------------------------계속--- Last Radiance~!! Vol. 72 ----------------------------------------------------------------------- ------------------------------------------------------------------------ 리오는 드래고니스에 머무를 때면 사용하는 자신의 지정 침실 안에서 혼자 길게 한숨을 쉬어 보았다. 그의 방은 드래고니스의 크기 만큼이나 컸기 때문에 한숨 소 리 마저도 공명이 되어 들릴 정도였다. 게다가 침대는 더블 배드라고 하지 못할 정도로 넓은 침대였다. 하지만 드래고니스에 머물 때마다 리오는 그 드넓은 침대 에서 혼자 잠을 잔 일이 없었다. 클래식한 장식으로 뒤덥힌 천장을 침대에 누운채 바라보며 시간을 보내던 리오는 어느덧 자신의 손가락을 바라본 뒤 하나 하나 꼽아 보기 시작했다. 마치 무언가를 기다리는 사람 처럼. 그의 마지막 손가락이 마침내 구부려지자, 곧 그의 침실 문이 열렸고 리오는 쓴 웃음을 지으며 상반신을 살짝 일으킨 뒤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을 바라보았다. "‥왜, 또 잠이 안오는거야?" "…." 자신의 가슴과 복부를 충분히 뒤덮을 정도로 커다란 베개를 안은채 들어오던 바이 칼은 묵묵히 리오의 옆에 쓰러지듯 누웠고, 리오는 금방 잠이 들어버린 바이칼의 머리를 약간 강하게 매만져준 후 자신도 잠을 자기 위해 침대에 누웠다. 똑­똑­ "‥음?" 그때, 갑자기 그의 방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고, 리오는 의아한 얼굴로 몸을 일으키며 고개를 갸웃거려 보았다. 비상시 외에 이 시간에 자신의 방을 찾을 사람 은 바이칼 외엔 없었기 때문에 리오는 머리를 긁적이며 방문쪽으로 향해 보았다. 그는 방문에서 두발자국 떨어진 지점에 선 뒤­만약의 경우를 대비해­밖에 있는 누군가에게 정체를 물었다. "이 시간에 누구시죠?" "‥후훗, 역시나 무드 없는 사람이군요. 당신을 해칠 생각은 지금 없으니 문이나 열어 주실래요?" 아란이다. 리오는 쓴 웃음을 지으며 방 문을 열어 주었다. "흐음‥이런 시간에 또 무슨 볼 일‥음?" 방문 밖에 있는 아란의 모습을 본 리오는 순간 숨을 멈추고 말았다. 그녀의 차림이 너무나도 간편했던 탓이었다. 리오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아란에게 말했다. "‥그런 차림으로 여기까지 잘도 왔군. 하긴, 당신 정도의 능력이라면 경비병의 눈 을 피하는건 쉬울테니까. 다시 묻지만‥무슨 볼일이지?" 그러자, 아란은 살며시 방 안에 들어온 뒤 리오의 두꺼운 어깨에 자신의 손을 가져 가며 특유의 요염한 미소를 띄운채 살며시 속삭였다. .... "‥훗, 어린아이 같은 말을 하는군요. 지금부턴 어른들의 시간이라고요. 후훗‥." 그러나, 리오는 별로 생각이 없는듯 머리를 긁적이며 아란에게 말했다. "흠, 미안하지만 아직 어른들의 시간엔 익숙하지 못해. 게다가 지금은 먼저 온 손 님이 있지." 리오는 그렇게 말 하며 자신의 침대에 누워 잠을 자고 있는 바이칼을 시선으로 가 리켰고, 그것을 본 아란은 약간 실망스런 눈으로 리오를 바라보며 말했다. "‥후훗, 그렇군요. 당신에게 그런 취미가 있을 줄은 몰랐어요. 후후훗‥. 자아, 그럼 하는 수 없군요. 나중에 기회가 나면 또 오지요. 안녕히‥." 아란은 살짝 윙크를 하며 리오의 방을 나섰고, 리오는 방 문을 닫으며 살며시 고개 를 저었다. 다시 바이칼의 옆에 누운 리오는 바이칼에게서 등을 돌리며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그런 취미도 없다고‥." ※※※ 다음날, 드래고니스의 매인 브릿지에선 아침부터 비상 경계령이 내려져 있었다. 이유인 즉, 소수의 동룡족 함대가 일본으로 향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봐요 할아범, 저 녀석들이 갑자기 방향을 바꿔 이쪽으로 향하면 어떻게 해요?" 지크는 상황판을 바라보며 장로에게 물었고, 장로는 수염을 쓰다듬으며 지크에게 말했다. "저정도 숫자의 함대로 드래고니스를 노린다면 동룡족으로선 자살행위에 가깝답니 다. 드래고니스의 사정권 내에 들어와 무력 도발을 한다 해도 문제가 없고, 드래고 니스의 사정권 밖에서 도발행위를 한다 해도 대기권 밖에 있는 장거리 공격용 구축 함 함대에 의해 원거리 공격을 받기 때문입니다." "‥흐음‥." 지크는 고개를 끄덕이며 뒤로 물러섰고, 곧이어 리오가 장로에게 다른 질문을 던 졌다. "‥그럼, 만약 동룡족이 일본을 공격한다 해도 서룡족으로선 도와주실수 없다는 말씀과 같군요." "‥예, 그렇습니다만‥." 결국, 리오는 하는 수 없다는듯 브릿지를 나서며 지크에게 말했다. "자아, 여길 부탁해 지크. 상황을 아는 이상 저 나라 사람들이 그대로 동룡족에게 당하게 할 수는 없지." 순간, 지크는 인상을 구기며 리오에게 말했다. "자, 잠깐!! 저 나라 사람들은 도와줄 가치도 없다구!!!" 리오는 지크의 말이 믿겨지지 않는다는듯 깜짝 놀라며 그를 바라보았다. 지크가 도와줄 가치가 없다는 말은, 그것도 아무 죄 없는 사람들에게 그런 말을 하는 것 은 처음이기 때문이었다. 리오는 곧바로 돌아선 후, 지크에게 이유를 물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들어볼 수 있을까?" "‥쳇." 리오의 물음에, 지크는 아무 대답 없이 돌아설 뿐이었고, 그런 지크의 행동을 본 리오는 결국 인상을 찡그리며 그에게 말했다. "‥좋아, 그럼 이번 일은 지크, 네가 나서도록 해. 너도 지금은 하늘을 날 수 있 으니 일본까지 가는 것은 가능하겠지." "‥무, 무슨 소리야!! 내가 왜 네 명령을 들어야 해!!!" 순간, 지크는 크게 반발하며 리오에게 소리쳤고, 리오는 묵묵히 지크를 바라보기만 하였다. 결국, 지크는 어깨를 으쓱이며 알겠다는듯 고개를 끄덕였다. "‥빌어먹을‥알았어, 내가 가도록 할께. 그 나라 사람들에겐 빚이 하두 많아서 그런거니까 악의가 있다고는 생각하지 마. ‥근데, 진짜 나 혼자 보낼 생각이야?" 평소와 같은 지크의 물음에, 리오는 머리를 긁적이며 자신도 같이 간다는 말을 하 려 했다. 그러나, 그보다 빨리 지크를 도와주는 이가 있었다. "후훗, 그럼 우리가 같이 가 드리죠." 그때, 메인 브릿지 밖에 있던 아란과 알테미스가 안에 들어왔고, 아란은 얘기를 다 들었다는듯 빙긋 웃으며 말했다. 그러자, 지크도 잘 됐다는듯 씨익 웃으며 말했다. "호오, 언니들이 같이 가 주려고? 헤헷, 이거 재미있겠는데? 그건 그렇고 무슨 바 람이 불어서 같이 간다고 그러는거야?" "‥피가 보고 싶어서‥." 알테미스의 조용한 대답을 들은 지크의 안색은 순간 바뀌어 버리고 말았다. 그녀의 차가운 외모 이상의 냉랭한 말투에 지크도 약간은 질리고 말았던 것이었다. 하지 만 지크는 바이론의 경우를 생각하면서 다시 안색을 바꾸었다. "‥뭐, 맘대로 해. 자자, 그럼 우린 가 볼테니까 여길 자알 부탁해 리오씨." "아아, 걱정 말아. 그럼 수고해줘 지크." 리오는 데스 발키리 두명과 함께 브릿지 밖으로 나가는 지크에게 손을 흔들어 주었 고, 그는 다시 착석을 한 뒤 다른 세계의 상황을 보기 시작했다. 그때, 옆에 말 없 이 있던 슈렌이 진지한 표정으로 리오를 바라보며 물었다. "‥괜찮겠어? 저 데스 발키리들을 너무 신용하지 않는게 좋을 듯 싶은데‥." 그러자, 리오는 빙긋 미소를 지은채 슈렌을 바라보며 말했다. "물론‥나도 믿고 있진 않아. 안전주문이 풀리지 않은 상황의 우리와 맞먹을 정도 의 전투력을 가진 악신계의 전사들이 괜히 우리를 도와줄 이유가 없겠지. 물론 그 게 아니라 우리의 오해라면 사과나 해 주지 뭐." "‥흠‥." 슈렌은 다시 눈을 살짝 감으며 고개를 숙였다. 고정된 그의 자세였기때문에 뭐라 할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 란바랄은 자신의 거대한 대검을 옆으로 휘둘렀다. 그러자, 부숴진 건물의 잔해엔 그의 검에 묻어있던 누군가의 피가 흩뿌려졌다. 그는 입술을 치켜 올린채 웃으며 자신의 앞에 있는 몇명의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그들은 공포에 떨고 있었다. 지금 까지 자신들의 염동능력으로 상대해온 보통의 용족과는 차원이 틀렸다. 란바랄은 천천히 앞으로 걸음을 옮기며 그들에게 말했다. "‥인간 주제에 여기까지 잘도 버텨왔다. 그것만은 칭찬해 주지. 그러나‥이것으로 끝이다." 란바랄은 자신의 검을 높이 치켜 들었다. 곧, 그의 검 끝엔 용 모양의 투기가 모이 기 시작했고, 그의 앞에 있던 일본 초능력자들은 이를 악물며 방어 결계를 쳤다. "쓸데 없다!! 죽어라 하등 동물들!!!!" 란바를은 곧 투기가 실린 검을 강하게 휘둘렀고, 그와 동시에 그의 검에 모여있던 용 모양의 투기들이 살아 숨쉬는듯 꿈틀거리며 초능력자들을 향해 빠르게 날아갔 다. 콰아아아앙­!!!!!!! "으아아앗­!!!!!" 란바랄의 일격에, 초능력자들이 만든 결계는 힘없이 찢어졌고 전열에 있던 초능력 자들은 직접적으로 부상은 입지 않았지만 그들의 염력이 역류하는 바람에 귀와 코 , 그리고 눈에서 피를 뿜으며 처참히 바닥에 쓰러져갔다. 남은 사람은 단 세사람 뿐. 란바랄은 여전히 미소를 지은채 그들에게 다가가기 시작했다. "‥후훗, 여자 하나에 남자 둘이라‥. 너희들, 생각보다는 수준이 높은 염동능력 사용자인 모양이군. 앞에 있던 얼간이들과는 좀 다른 것 같아. 그래도‥봐줄 생 각은 없으니 각오해라!!!" 란바랄은 곧 검을 부여잡고 빠르게 내달리기 시작했다. 엄청난 스피드‥그리고 가공할만한 힘 앞에 남자 두명은 힘없이 쓰러져 버렸고, 결국 남은 것은 여자 한 명 뿐이었다. 그녀 역시 저항한번 하지 못하고 란바랄에게 잡혀 버렸고, 그는 그 녀의 얼굴을 잡은채 위로 들어 올리며 중얼거렸다. "후훗‥색을 밝히는 '도돔브'장군에게 선물로 드릴까? 뭐, 그러기엔 약간 아깝긴 하지만‥후후후훗‥." "읍‥!! 으으읍‥!!!!" "‥호오, 혀를 깨물고 자살할 생각인가? 그것도 안돼지, 어차피 네 턱은 내 손의 힘을 이길 수 없으니까 쓸데없는 생각은 하지 말아. 좋아, 결정했다. 넌 내 시녀 로 쓰도록 하지. 하하하하하핫­!!!!" 순간, 란바랄의 머리 위로 무언가가 빠르게 스쳐 지나갔고, 그 물체는 땅바닥에 힘없이 널부러졌다. 그는 깜짝 놀라며 자신의 앞에 떨어진 그 물체를 바라보았고, 그는 오래 지나지 않아 그것이 자신의 부하들중 한명이라는 것을 알 수 있게 되 었다. 란바랄은 피떡으로 변한 자신의 부하를 보며 이를 갈았고, 곧 잡고 있던 여 자를 내려 놓은 뒤 자신의 뒷쪽을 바라보았다. "어떤 녀석이냐!! 감히 누군데 비겁하게‥허억!?" 란바랄은 뒤를 돌아본 순간 전율을 감추지 못했다. 자신의 앞에 떨어졌던 부하가 다른 부하들에 비해 가장 정상적인 모습으로 죽은 것이기 때문이었다. 란바랄은 침을 꿀꺽 삼켰다. 공포감이었다. 그는 자신의 앞에 벌려진 참혹한 상황과, 그리 고 부하들의 시체더미 중앙에 서 있는 엄청난 몸집의 회색 거인에게 그는 생전 처 음 무시무시한 공포감을 느끼고 있었다. "크크‥크크크크‥몰래 하던 놀이가 들켜버렸군‥크크크크크‥." 소름이 돗을 정도로 낮게 깔리는 목소리, 그리고 시뻘건 빛을 내는 눈, 그리고 몸 에서 뿜어내는 검은색의 투기‥. 란바랄은 자신도 모르게 무릎을 꿇고 말았다. "‥아앗?" 란바랄은 깜짝 놀라며 다시 몸을 일으켰다. 그 순간, 그의 몸에선 대량의 땀이 흘 러 나왔고, 그는 손으로 땀을 닦으며 생각했다. ‘‥저 괴물은 뭐지? 게다가 이 느낌은‥!!’ 그 회색 거인은 천천히 란바랄을 향해 걸어오기 시작했다. 한발자국 움직일때 마다 꿈틀거리는 회색의 거대한 근육질은 란바랄에게 잡혀 있던 여자에게도 공포감을 한껏 심어주고 있었다. "‥크크큭‥죽는거다‥." -------------------------계속--- Last Radiance~!! Vol. 73 ------------------------------------------------------------------------- ------------------------------------------------------------------------- 란바랄은 너무도 쉽게 그 회색의 거인에게 붙잡히고 말았다. 회색의 거인은 사악 한, 그것도 광기가 서린 미소를 지은채 자신의 두꺼운 오른손으로 란바랄의 입을 틀어 막은 후 그에게 조용히 물었다. "‥동룡족‥장군같군. 크크크크큭‥. 이름이 뭔가." "‥으, 으으으읍‥!!!" "‥오, 이런 이런‥입을 내가 막고 있었군. 크크크크‥어쨌거나, 제대로 대답하면 살려주겠다. 크크크크‥대답할 수 있다면‥크하하하하하하하핫­!!!!!!" "으으으으으읍!!!!!!" 제대로 대답할 수가 없었다. 입을 막은 그 회색 거인의 손 힘이 상상 이상으로 엄 청난 탓이었다. 결국 란바랄은 정확한 발음으로 대답하지 못했고, 회색의 거인은 씨익 웃으며 란바랄의 얼굴을 잡은 엄지와 중지에 힘을 약간 가하였다. 뚜둑­!! "으읍!?" 란바랄은 움찔하며 자신의 앞에 있는 회색 거인을 쏘아 보았고, 회색 거인은 광기 어린 미소를 지으며 란바랄에게 말했다. "‥크큭, 자아‥넌 이제 코로 호흡을 들이쉴 수는 있지만, 내 쉴 수는 없다. 호흡 을 내 쉬려면 입을 벌리는 수 밖에 없지‥. 크크크큭‥아주 재미있는 게임 아닌가? 크크크크크크‥괴로워해라‥울부짓지도 못할 정도로‥더욱 괴로워하다 죽는거다!!! 이 바이론을 즐겁게 해 주는거다!!!!!" "흐, 흐으으읍­!!!!" ‘바, 바이론‥!? 설마, 암왕(暗王) 바이론·필브라이드!!!!’ 란바랄은 호흡이 곤란한 상태에서도 공포감에 젖어 예전에 주룡 쥬빌란과 다른 상 급 장군들에게 들었던 이야기를 떠올릴 수 있었다. 살기위해선 절대 접촉하지 말 아야 할 존재, 선신계와 악신계, 그리고 주신계를 통털어 최강의 전사라 불리우는 광황 휀·라디언트와 악마계의 5분의 1을 단신으로 부숴버린 공포의 존재이며 휀 과 동급이라 지칭되는 삼인중 한명, 암왕 바이론·필브라이드. 그리고 동룡족 사 이에선 사신(사신)이라 지칭되는 패왕 리오·스나이퍼. 그들중 한명이 바로 자신 의 앞에 있는 것이었다. 그것도 가장 극악무도 하다 전해지는 공포의 존재, 바이 론이. 란바랄은 의식이 점점 멀어져감을 느꼈다. 숨을 내 쉬지 못하고 죽는경우는 처음 들어 봤지만, 결코 즐겁지 못한 경험이라는 것도 느끼면서‥. 그 순간, 바이론이 미처 부수지 않은 동룡족의 전함이 바이론과 란바랄을 향해 일 제 포화를 날렸고, 전함에게 등을 보이고 있던 바이론은 쓴 웃음을 지으며 란바랄 을 내 던진 뒤 자신의 암흑 투기를 포화가 날아오는 방향으로 집중시켰다. 곧, 대 폭발과 함께 바이론의 모습은 보이지 않게 되었고, 란바랄은 폭발의 영향 때문에 힘없이 날아가면서도 한껏 숨을 내 쉬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의 등과 어깨에 심 한 충격이 왔지만, 그래도 죽지는 않았기에 란바랄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는 곧 의식을 회복한 뒤 바이론이 있는 곳과 전함이 있는 곳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전함은 그가 의식을 회복하는 사이 격침되어 지상을 향해 추락하고 있었고, 바이 론은 미친듯이 얼굴을 가린채 광소를 터트리고 있었다. 란바랄은 그때 심한 갈등을 겪어야만 했다. 도망칠 것인가, 아니면 현재의 자신으로선 절대 상대할 수 없는 존재인 바이론과 명예를 두고 싸울 것인가. 결국, 란바랄은 분루를 삼키며 슬그머 니 사라졌고, 바이론은 도망치는 란바랄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우지 않았다. ※※※ "뭐야아∼. 기껏 날라오니 폐허하고 시쳇더미 뿐이잖아! 게다가 회색분자!! 넌 또 뭐야!!!" 지크는 헛수고를 한 것에 상당히 화가 난 듯 바이론에게 소리쳤고, 위스키를 오크 통째로 마시며 전투의 피로를 풀던 바이론은 지크를 흘끔 본 뒤 싱겁다는듯 미소를 지었다. "‥크큭‥어쨌거나 날 수 있게 된 모양이군 바람꼬마. 그런 의미에서 한잔 어떤 가? 크크크크크‥." 바이론이 옆에 있는 또 하나의 술통을 들며 자신에게 술을권하자, 지크는 쓰디쓴 표정을 지은채 손을 흔들며 그의 제의를 거절했다. "쳇, 됐어. 그건 그렇고‥이거 미안해서 어쩌지 아가씨들? 일이 이렇게 됐으니‥ 허억‥?" 같이 온 데스 발키리쪽을 바라보던 지크는 순간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데스 발키 리중 가장 최근에 합류한 알테미스가 동룡족의 시체에서 흘러 나오는 피에 손을 적시고 있었기 때문이었디. 그녀는 피에 흠뻑 젖은 자신의 손을 바라보며 야릇한 미소를 지었고, 옆에 있던 아란은 못본척 주위의 폐허를 불러보고 있었다. 알테미 스의 모습을본 바이론은 광기어린 미소를 지으며 지크를 향해 중얼거렸다. "‥호오‥꽤 멋진 취미를 가진 여자군‥. 데스 발키리인가‥? 크크크큭‥." "‥지금은 모른 척 하고 싶어. 그건 그렇고 넌 이제 어떻게 할거야? 우리랑 합류 할거야?" 지크는 바이론의 앞 폐허에 걸터 앉으며 그에게 물었고, 술 한통을 다 비운 바이론 은 다른 술통을 손에 잡고 마개를 뜯어내며 대답해 주었다. "‥큭, 너희들과 같이 일하면 잠이 와서 견딜 수 없지‥. 그리고 나만의 임무가 있 기 때문에 너희들과 합류는 할 수 없다. 그건 그렇고, 저기 있는 저 정신 나간 여 자나 책임져 주시지. 크크크큭‥멋진 표정을 짓고 있군‥." 지크는 바이론이 가리킨 방향을 바라보았다. 그곳엔, 동룡족에게 저항하던 일본의 초능력자중 한명으로 보이는 여성이 앉아 있었고, 그녀는 완전히 자아붕괴가 된 얼굴로 몸을 굳게 웅크린채 앉아 있었다. "‥네가 키스라도 한거야? 왜 저래?" 지크는 인상을 찡그린채 바이론을 바라보며 물었고, 바이론은 말 없이 술을 마심 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결국, 지크는 한숨을 푸우 쉬며 바이론에게 말했다. "‥뭐, 좋아. 이쪽에 있는 BSP에게 보호를 부탁하면 되겠지. 물론 찾을 수만 있다 면 말이야. 그럼, 우린 떠날테니까 나중에 또 보자구 회색분자." "‥글쎄, 그럴까?" 바이론의 말이 나온 순간, 지크는 주위를 휩싸기 시작한 기분나쁜 느낌에 정신을 집중하며 데스 발키리들을 바라보았다. 그녀들 역시 지크와 같은 느낌을 받았는지 각자 무기를 꺼내들며 주위를 살폈고, 지크는 오래간만에 전투라는듯 주먹을 풀며 느낌이 가장 강한 부분을 바라보았다. "‥바이오 버그‥녀석들인가? 헤헷, 기다렸다 귀염둥이들. 이 지크님께서 한참 몸 이 근질거릴 때라서 말이야‥!!" 그의 말과 동시에, 폐허 사방에서 백여마리에 가까운 바이오 버그들이 튀어 나왔 고, 그들은 각기 알테미스, 아란과 지크를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다. 그러나 바이 론은 몸 주위에 결계를 친 채 그대로 술을 마실 뿐이었다. 반면, 시선은 막 전투 를 시작한 지크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하아아아아아아앗­!!!!!!" 지크는 바이오 버그들이 달려드는 동안 몸의 기를 한껏 끌어 올렸고, 이윽고 그의 몸을 부드러운 기류가 휘감았다. 전투 준비가 끝난 순간, 정면에서 달려오던 바이 오 버그의 날카로운 팔이 지크의 안면에 날아들었고 지크는 여유있게 몸을 숙여 공격을 피한 뒤 몸을 일으키며 팔꿈치로 바이오 버그의 기나긴 턱을 가격했다. 퍼엉­!!! 지크의 팔꿈치에 가격당한 턱은, 아니 바이오 버그의 머리는 순간 윗쪽 방향을 향 해 터져 버렸고, 지크는 자신이 생각한 것 이상의 파괴력에 자신이 놀란듯 눈을 동 그랗게 뜬 채 자신의 팔꿈치를 바라보았다. "‥오늘 내가 뭘 잘못 먹고 왔나? 아닌데‥?" 한편, 바이오 버그들은 자신의 동료가 처참히 당하는 모습에 아랑곳하지 않고 지 크에게 무차별로 덤벼들었고, 지크는 한번 시험해 보자는 생각에서 또한번 정면을 향해 권의 일격을 날렸다. "간다!! 외식(外式), 석충권(石衝拳)­!!!!!" 퍼어억­!!!! "으잉?" 챠오의 가문에서 배운 권격 기술중 하나인 지크의 석충권을 복부에 맞은 바이오 버 그는 충격에 이기지 못하고 동료들에 휩싸여 뒤로 멀찌감치 날려졌고, 벽에 충돌한 바이오 버그의 더미들은 지크에게 얻어 맞은 바이오 버그를 중심으로 완전히 벽에 달라 붙어 체액을 뿜어댔다. 그것을 본 지크는 자신의 공격 위력이 예전에 비해 훨씬 향상된 것을 느꼈는지 크게 웃으며 사방에서 몰려드는 바이오 버그들을 향해 일격을 날리기 시작했다. "헤헷‥으하하하하하하핫­!!!!! 버전업이 된 바람의 지크님을 방해하지 말아랏! !!!! 음우하하하하하하하하핫­!!!!!!!!" 마치 탈곡을 당하는 볍씨들과 같이, 바이오 버그들은 정확히 한마리당 한대씩 사 방으로 튕겨져 날아갔고, 술을 마시며 그런 지크의 모습을 바라보던 바이론은 씨 익 웃으며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또 한번 성장했구나 지크·스나이퍼‥크크크큭‥. 멋지군‥." 바이론의 시선은 곧 다른 곳으로 향했다. 다름아닌 데스 발키리, 아란이 싸우고 있는 현장이었다. 그녀의 붉은색 검, '디스파이어'는 검의 표면보다 약간 옅은 붉은 잔광을 어지러히 남기며 주위의 바이오 버그들을 깨끗이 잘랐고, 바이론은 그녀의 시간이 정지된듯 한 검술을 보며 속으로 생각했다. ‘‥저 여자가 데스 발키리 아란인가‥. 시간이 지나면 지날 수록 골치아픈 상대 가 되겠군‥. 소름이 돋을 정도로 깨끗한 자세야‥.’ 바이론은 시선을 이번엔 짙은 보라색 머리카락의 여성, 알테미스에게 돌려 보았다. 그녀는 유리와 같이 투명한 정체불명의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그 검의 표면은 깨 끗했지만, 검의 날은 마치 톱과 같이 날카로왔기 때문에 그녀의 일격을 받은 바이 오 버그들은 체액과 내장을 공중에 흩뿌리며 쓰러져 갔다. 알테미스는 틈이 날때 마다 검의 날에 낀 바이오 버그의 내장과 피를 털어 내었고, 그 모습을 보던 바이 론은 피식 웃으며 생각했다. ‘침묵의 광기인가‥. 저런 디자인의 검을 여자가 사용한다는 것 자체가 의외군. 어쨌거나 긴장감이나 흔들림 없이 잘도 싸우는군. 마치 휀을 보는 것 같아‥크크 큭, 그 녀석이 약간 더 착한가?’ 이윽고, 전투는 끝났고 지크는 약간 피곤한듯 이마의 땀을 닦으며 바이론이 있는 쪽으로 다가왔다. 신기하게도, 바이오 버그들은 자아 붕괴 상태의 여자는 건들지 않았고 바이론 역시 결계에 충격을 받은 일이 한번도 없었다. 주위에 있는 모든 것들을 무차별로 파괴하는 바이오 버그들의 평상시 행동 치고는 약간 이상하다 생 각하며, 지크는 처참히 파괴된 일본의 동경시를 가볍게 둘러 보았다. 서울과 다른 점이 있다면 거리에 시체가 있고 없고의 차이뿐이었다. 지크는 일본 동경지부 BSP들을 과연 찾을 수 있을까 고민하며 바이론이 자신에게 책임지라 말 한 그 여 성에게 터벅터벅 다가가기 시작했다. --------------------계속--- Last Radiance~!! Vol. The End ------------------------------------------------------------------------- 아아, 혼란스러웠던 1부가 끝났습니다. 랄라랄라라.... 몇일 후 시작될 2부를 기대해 주시고, 여러분들의 많은 의견을 보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 데스 발키리들과 함께 드래고니스로 돌아온 지크는 바이칼, 슈렌과 함께 메인 브 릿지 안에 있는 리오에게 찾아갔고, 일본에서 있었던 자초지종을 지크에게 들은 리오는 팔짱을 낀 채 한숨을 쉬며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바이론‥이라. 뭐, 이유는 나중에 차차 알게 되겠지. 그건 그렇고, 네가 돌아 오기 전에 동룡족에서 이쪽에게 선전포고를 했어. 이제 마음놓고 싸울 수 있지. 기동 함대와 다른 용왕들의 지원 함대가 오기 전까진 우선 방어에만 치중하기로 했지만, 그들이 오면 본격적으로 반격 작전을 감행할거야. 아, 그리고 지크, 네 BSP동료들을 이곳으로 불러올 수 있어? 동룡족과 서룡족 양측이 총 전력을 집결 한다면 숫적으로 이쪽이 약간 불리하기 때문에 BSP를 이용한 특수 부대를 또 하 나 만들고싶다고 장로님께서 말씀하시더군." 그러자, 리오의 말을 오해한 지크는 순간 발끈하며 그에게 소리치기 시작했다. "뭐라!? 감히 내 동료들을 총알받이로 쓰겠다는 소리야!!! 아무리 BSP라고 해도 보통 인간인데 어떻게 용들하고 싸움을 붙이겠다는거야!!!!" "‥맨몸으로 덤비게 한다면 내가 먼저 거절했을거야. 잘 들어. 지금 한국이 동 룡족과 바이오 버그, 그리고 기계 병기들에게 어떻게 대항하는지 알고 있어?" "난 신문 안 봐." 지크는 팔짱을 끼며 단호히 대답했고, 리오는 한심하다는듯 손으로 얼굴을 덮은 뒤 지크에게 얘기를 해 주었다. "‥인간형의 대형 기동 병기를 사용하고 있어. 자아, 모니터를 봐." 지크와 슈렌은 약간 궁금한 표정을 지으며 리오의 말에 따라 모니터를 주시했다. 조금 후, 모니터엔 인간형의 2족 보행 기동병기의 모습이 떠올랐고 리오는 다시 금 설명을 시작했다. "슈렌도 알긴 할거야. 드래고니스가 나타날때 우리가 상대했던 가변형 전차에 대 해 말이야. 화면에 비춰진 기동병기들은 그것들에 비해 크기는 비교할 수 없을 만 큼 작지만 우리가 작년에 상대했던 제네럴 블릭의 BX시리즈 병기들보다 성능이 훨 씬 뛰어나다고 해. 물론 인간이 조종하는 것이기 때문에 파일럿의 능력에 따라 성능이 좌우되긴 하겠지만 말이야. 모델번호 KM-38, 정식 명칭은 '태미루'다." "‥그, 그런‥!!!!" 리오의 말이 끝난 순간, 지크는 잔뜩 인상을 찡그린채 주먹을 부르르 떨었고, 그의 그런 과잉반응에 리오는 약간 놀라며 그에게 물었다. "‥음? 왜 그래 지크?" "‥타고 싶어‥!!" 지크의 짧은 대답을 들은 바이칼은 한숨을 폭 쉬며 드래고니스 내부의 방송국에서 방영중인 드라마에 시선을 돌렸다. 지크에게 시선을 둔 채 잠시 굳어져 있던 리오 는 힘없이 미소를 지으며 지크에게 계속 말했다. "‥후우, 우린 탈 필요가 없잖아. ‥그건 그렇고 저 기동병기에도 문제가 있어. 용의 모습으로 변한 동룡족에겐 상대가 안된다는 것이지. 출력이나 장갑, 무장, 그 모든 것이 밀려. 그리고 인간형의 장군들에게도 밀릴게 뻔해. 그래서‥." 그때, 문이 열리며 약간 피곤한 표정의 장로가 들어왔고, 장로는 지크가 있는 것 을 보고 상당히 반가워하며 그에게 다가가 말하기 시작했다. "오오, 지크님. 말씀드릴 것이 있습니다. BSP 동료분들을 드래고니스에 초청‥." "아아, 장로님. 얘기하던 중이었습니다. 'WDM'계획에 대해 설명을 하시기만 하면 됩니다." 리오는 웃으며 장로에게 말했고, 장로는 리오에게 고맙다는 미소를 지은 뒤 지크 와 다른 모두에게 계획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현재 이 나라에서 사용하고 있는 인간형 기동 병기를 바탕으로, 서룡족의 과학 기 술력을 동원해 WDM시리즈의 기동병기를 제작할 계획을 하고 있습니다. 물론 BSP 전용의 기체들이죠. 만약 성공하기만 한다면 BSP분들도 구경만 하실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호오‥?" 지크는 관심있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장로는 계속 설명을 이어 나갔다. "BSP분들은 보통 인간들과는 다른, 즉 초인적인 능력을 가지고 계시다 들었습니다. 염동능력‥사이코키네시스라 불리는 능력과 보통 인간의 한계를 초월한 운동능력, 그리고 엄청난 동체시력‥. 표준형으로 만들어져 있는 '태미루'를 BSP분들의 그런 능력에 걸맞게, 그리고 동룡족들이 용의 형태로 변했을때에도 문제없이 전투를 할 수 있을 정도로 강화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선 지크님의 동료분들에게 맞는 기 체들을 실험적으로 만들어본 뒤, 모든 BSP분들이 사용할수 있는 기체를 생산한다 는 계획을 짜 보았습니다. 우선 지크님께 허락을 받고 싶습니다만‥." 순간, 지크는 눈물을 글썽이며 장로의 주름진 손을 덥썩 잡았고, 목이 매여 차마 말을 하지 못하고 있는 지크를 대신해 리오가 대답을 해 주었다. "‥왜 이제야 말씀하시냐고 하는군요‥." "아, 아아‥. 감사합니다 지크님. 그럼, 곧바로 그분들을 모시러 가겠습니다." ※※※ 드래고니스의 WDM팀이 계획하고 있는 기체의 종류는 모두 여섯가지였다. 우선 표준 형. 기동성과 장갑등이 적절히 조정된 기체이자 다른 특수 기체들의 표본이다. 두 번째로 사격 중시형. 이것은 지크의 동료인 케빈의 자문을 구하고 그의 능력을 100% 살릴 수 있도록 만들어진 원거리 사격 능력 중시형의 기체였다. 세번째로 격투 중시형. 무기의 화력은 표준형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지만 기동성의 포인트가 다른 어떤 형태보다 높은 기체였다. 물론 장갑도 표준형에 비해 월등히 높았다. 이 기체는 당연히 챠오와 마키에 맞춰진 것이었다. 네번째로 화력 중시형. 무기 화력, 적재 능력과 장갑이 다른 어떠한 기체보다 월등한 기체로서, 헤이그의 능력 에 맞춰져 있었다. 다섯번째로 사이킥커 전용 기체. 다른 모든 것은 표준형에 가까 웠으나 하리진의 능력인 사이코키네시스 파워의 특별한 제어기와 변환기가 탑제되 어 있는 기체였다. 마지막으로 매직 유저 전용 기체. 이것은 단 두대만 생산하면 되는 기체였다. BSP에서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대원은 사이키와 티베, 두명 뿐이 기 때문이었다. 이 기체는 역시 표준형에 가까운 기체에 마법력 증폭기를탑제한 기체였다. 가즈 나이트 전용 기체도 만들자는 의견이 있었으나, 드래고니스의 기술력으로 만 들 수 있는 파워 제네레이터로는 가즈 나이트들의 정신능력과 운동능력을 따라갈 수 없었기에 그 의견은 가볍게 취소가 되었다. 각 특수 기체들은 서로의 개발형태가 약간씩 달랐다. 사격 중시형은 표준형과 같이 핸들 두개와 엑셀레이터 두개만으로 운전이 가능했으나, 격투형은 전혀 그렇지가 않았다. 네개의 운전장치로는 절대 '무술'의 운동방식을 따라할 수 없었기 때문이 었다. 결국 격투형에 채택된 것은 MDS, 즉 모션 드라이브 시스템(Motion Drive Sy stem)이라 불리는 새로운 운전방식이었다. 사격 중시형이라 해서 문제가 없는 것 은 아니었다. 케빈의 사격 능력을 100% 소화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선 사용자의 시각 과 기체의 외부 카메라가 완벽한 매치업을 이루게 해야만 했다. 결국 카메라를 케 빈의 안구 구조와 비슷하게 만드는 수 밖엔 없었기 때문에 케빈은 개발 기간동안 하루에도 몇시간동안 드래고니스의 개발실에 특별히 마련된 안과에서 살아야만 했 다는 일설도 있었다. 그리고 사이킥커 전용 기체에 경우 '전용 기체'라는 이름이 붙은 만큼 특별한 무기와 장비를 탑제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어서 개발진들은 짜증 을 잘 내기로 유명한 리진과 여러차례 입씨름을 해야 했다는 일설이 있었다. 화력 중시형의 경우, 탑제한 무기와 두꺼운 장갑판의 무게 때문에 처음 만들어진 시험기가 걷지도 못하고 주저 앉아버려 그 기체의 개발진은 계획이 끝날때 까지 다 른 개발진들에게 놀림을 받아야만 했다. 가장 개발하기 쉽고 개발 기간이 짧았던 기체는 바로 매직 유저 전용 기체였다. 마력 증폭기의 경우 드래고니스에서 옛날 부터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에 문제가 없었고 다른 기타 장비들도 표준형과 다를 바가 없었기 때문에 BSP들의 자문도 필요가 없었다. 그러나, 개발 기간이 의외로 길어진 것은 기체의 도장, 즉 컬러링 때문이었다. 개발진들이 '산뜻하게 파란색으 로 하자'라고 말했을때 사이키는 별 이의가 없었지만 티베는 그렇지가 않았다. '붉은색이 아니면 타지 않겠다. 단색도 물론 마찬가지'라는 확고한 의지를 보였기 때문에 결국 만들어진 단 두대의 기체는 겉모습은 같았으나 컬러링이 판이하게 달 라야만 했다. 한참 개발 계획이 끝날 무렵, 지크에 의해 가즈 나이트 전용 기체의 의견이 들고 일어나기 시작했다. 대다수의, 아니 거의 전 개발진들이 가즈 나이트 전용 기체는 무리라고 했지만 지크가 우격다짐으로 나오는 바람에 시도는 해 보기로 계획이 되 었다. 하지만 역시나 무리였다. 새로운 운동장치와 파워 제네레이터가 나오지 않 는 한 가즈 나이트 전용 기체는 오히려 탑승한 가즈 나이트들에게 방해가 될 뿐이 었다. 게다가 다시금 계획이 취소된 결정적 이유는 지크의 주문중 '변신 로봇'이 라는 항목이 들어있었던 탓이었다. 어쨌거나 개발 계획은 순조롭게 진행이 되었다. ※※※ 드래고니스 안에서 WDM 계획이 한창 진행중일때, 가즈 나이트들을 비롯한 수뇌부에 선 국지전으로 벌어지기 시작한 서룡족과 동룡족의 전쟁 계획을 한창 짜고 있었다. 제일 문제시 되는 부분은 바로 바이오 버그와 기동병기들에 의한 지상전이었다. 상대방의 지상 전력이 상상외로 강했기 때문에 결국 난 결론은 WDM계획이 마무리될 시기까지 가즈 나이트들을 주축으로 한 전룡단 일부가 지상을 맡는 것이었다. 그렇게, 인간과 서룡족, 그리고 바이오 버그와 동룡족의 전쟁은 서서히 본격화 되 기 시작했다. God's knight, 'Last Radiance' - 1부 끝 - 새로운 구성으로 시작될 2부, ‘For Goddess’를 기대해 주시길!! For Goddess...!!! Vol. 1 ------------------------------------------------------------------------- 라스트 라디언스 2부입니다. 아직 설정이 완전히 잡히진 않았지만 뒷부분 설정이니 쓰면서 잡아나가면 되겠지요 뭐. 아니면 망하는거고...흑.. 어쨌거나, 재미있게 봐 주시길... -------------------------------------------------------------------------- For Goddess... 우리들의 여신을 위해. -------------------------------------------------------------------------- [프롤로그] 라이벌 "아니, 파이터형 '웨드'(여기서 '웨드'라 함은, '웨스트 드래군(West Dragoon)의 줄임말임: 필자 주)엔 MDS를 쓰기로 했으면서 또 다른 운전장치를 가지고 오는 것 은 또 무슨 생각이란 말이오!!!" "이런 답답한 사람 보게나! 전투 병기는 이기기 쉬우라고 만드는 것이지 시스템 자랑하라고 만드는게 아니란 말이오!! '우펙'박사, 당신이 개발한 모션 드라이브 시스템(MDS)은 분명 인간의 움직임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지만, 10m를 겨우 넘 는 작은 기체 안에서 인간이 그 모든 동작을 표현한다는 것은 방 구석을 차는 애 들 장난이나 똑같단 말이오!!!" "무, 무어라!? 그럼, '카만'박사, 당신이 들고 온 트랜스 드라이브 시스템(TDS) 에 대해 말해 봅시다!! 이곳 사람들이 쓰는 사이보그에서 힌트를 따와 인간 자신 을 기체와 일체화 시킨다는것 까진 좋지만, 만약 사고가 발생해 정신파가 역류해 서 파일럿이 정신 이상이라도 일으킨다면 어쩔거요!! 그건 살인행위나 다름 없지 않소! 살인보다는 장난이 더 나은 것 아니오?" "무, 무어라!!!" 챠오와 마키, 지크, 그리고 리오는 회의실 안에서 결국 옷자락을잡고 몸싸움을 벌이기 시작한 두 과학자를 말리기 시작했고, 그들이 겨우 진정을 하자 뒤늦게 들 어와 리오로 부터 사정을 들은 서룡족의 장로는 두 박사의 어깨를 두드려주며 한가 지 제안을 했다. "흠‥그럼, 이렇게 하면 어떻겠소? 저기 계시는 챠오양과 마키양은 격투 센스로 보나, 능력으로 보나 거의 비슷한 수준이라오. 그렇죠?" 장로는 길고 하얀 수염을 매만지며 둘을 바라보았고, 가만히 장로를 바라보던 둘 은 자신있게 대답을 했다. "내가 더 강해요." "내가 더 세요." 둘의 입에서 동시적으로 나온 말을 들은 장로는 순간 당황했으나, 어색한 미소를 지은 뒤 다시 두 박사에게 말했다. "‥여하튼, 여러분은 서로의 시스템에 맞춰 기체를 만든 다음, 저 두 아가씨를 테 스트 파일럿으로 해서 어떤 운전장치가 더 좋은지 평가를 해 보는 것이오. 기간은 모두 해서 한달 반 정도를 주겠소. 아, 그리고 후원자가 필요한데‥." 장로는 리오와 지크를 바라보며 뒷말을 흐렸고, 장로의 말을 알아들은 둘은 곧 고 개를 끄덕이며 각자 대답했다. "헤헷, 좋아! 난 마키를 지원해 주지!!" "흠‥그럼 난 당연히 챠오양인가? 후훗‥." 그러나, 마키와 챠오는 리오와 지크에게 시선이 가 있지 않았다. 이미 두 여성 사 이엔 옛날부터 타오르고 있던 라이벌 의식이 폭발한 상태였다. "‥증명 하나마나, 내가 더 강해." "키만 크다고 강한게 아니야." 둘의 뒤에서 그 광경을 바라보고 있던 지크는 자신의 귀에 스파크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 머리를 긁적거리며 둘을 데리고 드래고니스 주거지역에 있는 음식점으로 가기 시작했다. 셋이 나간 뒤, 리오는 장로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은채 말했다. "‥생각은 정말 좋으셨는데, 파이터형 웨드만 비약적으로 강해질지 모르는 것 아닙 니까?" 장로는 눈짓으로 두 박사를 내보낸 뒤, 고개를 저으며 리오에게 말했다. "파이터형 웨드는 스탠다드형 웨드보다 더 기본이 되는 기체입니다. 인간의 행동 을 100% 소화할 수 있는 기체가 나올 수 있다면, 다른 기체들 역시 강해질 수 있 겠지요. 전 다른 생물에겐 없는 인간의 잠재능력을 믿거든요. 헛헛헛‥." "‥그렇군요." 리오는 장로의 뜻을 이해하겠다는듯, 빙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 첫번째 테스트날. "이봐, 알았지!!! 모­조리 부숴버리는거야!!!!! 으하하하하하하핫­!!!!!!" "…." 마키는 자신의 어깨를 안마하고 있는 지크의 시끄러운 응원을 들으며 정신을 가다 듬어 보았다. 그 옆 좌석에선, 리오가 챠오의 몸을 안마로 풀어주며 조용히 조언을 해 주고 있었다. "그냥 테스트니 무리하진 말아요. 효율적으로 해 주시는게 가장 좋을겁니다. 기체 를 위해서라도, 챠오양을 위해서라도." "…." 챠오는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리오는 그녀나 마키가 상당히 긴장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시뮬레이션 기계가 아닌, 진짜 기체를 처음으로 타보는 날이 기 때문이었다. 이윽고, 파일럿 탑승 신호가 들어왔고 둘은 기체를 향해 천천히 걸어나갔다. 마키의 기체는 전체적으로 흑색이었다. 열을 많이 받을지도 모른다는 소수 의견이 있었지만 파일럿의 이미지상 흑색이 괜찮다는 다수의 의견 때문에 도장은 흑색으로 되었다. 운전장치는 MDS. 그것 말고는 챠오의 TDS 탑재형 웨드와 장갑, 기동성등 에서 다른 점은 없었다. 챠오의 기체는 적색이었다. 눈에 잘 띈다는 소수 의견이 있었지만 적갈색에 가까 웠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고, 이미지상 적색이 괜찮다는 다수의 의견 때문에 도 장은 짙은 적색으로 되었다. 운전장치는 TDS. 역시 그것 말고 별다른 점은 없었다. 마키는 구체로 된 약간 좁은 콕핏트 내부에 들어간 다음 그 안에 설치된 원반에 올 라섰다. 그러자, 구체의 안쪽이 밝아지며 곧바로 외부 전경이 드러났다. 시뮬레이 션 기계로 많이 해 보았던 것이라, 그녀에겐 그리 낮설지 않았지만 그래도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마키는 천천히 몸을 풀어보기 시작했다. 마키의 기체가 자연스레 움직이는 것을 본 챠오는 아랫입술을 깨물며 콕핏트 내부 로 들어갔다. MDS와는 달리, TDS형 기체의 콕핏트는 의자 하나만이 있을 뿐이었다. 역시 시뮬레이션 기계로 해 본 탓에, 챠오는 어색함 없이 의자에 앉아 해치를 닫은 뒤 자신의 머리를 풀었다. 머리를 편하게 정돈한 그녀는 곧 핼맷을 썼고, 조용히 눈을 감아 보았다. 이윽고, 환한 빛이 그녀의 시야를 밝혔고, 그녀는 천천히 자신 의 팔을 바라보았다. 단백질로 이루어진 인간의 팔이 아닌, 장갑질로 이루어진 기 계의 팔이었다. 트랜스 드라이브 시스템은, 인간 자신이 웨드가 되어 움직이는 것 으로 MDS의 개념과는 겉으로 보기엔 비슷했지만 상당히 다른 것이었다. 챠오는 몸을 움직여 보았다. 자신의 몸을 움직이는 것 보다 약간 불편했지만 그래 도 할만할 정도였다. 그때, 왼쪽 시야에 반투명의 화면이 뜨며 리오의 얼굴이 나 왔고, 리오는 진지한 얼굴로 그녀의 상태를 물었다. "괜찮아요? 테스트 기간이니 너무 불편하거나 하는 점이 있다면 곧바로 말해 주세 요. 조정할 것이 있다면 바로 조정에 들어갈테니까요." "‥괜찮습니다." 조금 후, 테스트가 시작되었다. 테스트 장소는 드래고니스의 한 지역이었고, 테스 트 목표는 테스트 전용으로 쓰기 위해 수거하고 조정된 BX-F를 테스트 장소 안에 설치된 강물과 숲, 평지, 그리고 사막지형에서 격파하는 것이었다. 테스트 상황실 에선 리오와 지크, 바이칼이 음식과 함께 담소를 나누며 화면을 지켜보고 있었고, 장로는 화면을 예의주시한채 신중히 결과기록을 할 준비를 했다. "자아, 두 테스트 파일럿은 잘 들어주시길 바랍니다. 1차 지형인 강에선 일곱대의 목표물이 나오고, 평지에선 아홉대, 사막에선 다섯대, 그리고 숲에선 세대의 목표 물이 각각 나오게 됩니다. 그리고 숲 지형에선 난이도를 높이기 위해 목표물에 스 텔스 기능을 가동시켜 놓았습니다. 이 점, 잘 유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장로는 마이크를 통해 챠오와 마키에게 얘기를 한 뒤 테스트 시작 신호음을 보냈 고, 곧바로 두대의 웨드는 목표인 강을 향해 질주하기 시작했다. 챠오는 자신을, 아니 자신의 웨드를 향해 잉크탄을 발사하는 제일 앞열의 BX-F를 향해 손쉽게 탄막을 뚫고 주먹을 휘두르려 했다. 그 순간, 챠오의 머리 위로 그림 자 하나가 빠르게 지나갔고 곧 챠오가 목표로 삼았던 BX-F를 공중 발차기로 정확히 뚫어 폭파시킨 뒤 챠오쪽을 슬쩍 바라보았다. 적색의 웨드‥마키였다. "‥재미있군‥!" 한대를 먼저 빼았긴 챠오는 씨익 웃으며 그렇게 중얼거린 뒤 다른 목표물을 향해 돌진하기 시작했다. 다음 목표가 된 BX-F의 전면 기총을 돌려차기로 부순 챠오는 곧바로 자연스레 무술자세를 취했고, 무방비 상태가 된 BX-F의 중앙에 그녀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기술인 '석충권'을 찔러 넣었다. 파앙­!!!!!! 석충권이 들어간 순간, BX-F의기체 전체에서 환한 빛이 뿜어졌고 이내 폭발하며 사방으로 흩어졌다. 챠오는 자신의 예상보다 엄청난 파괴력에 상당히 놀라워 했고, 그보더 더욱 놀라고 있던 사람은 마키와 MDS쪽의 스텝들이었다. "무, 무슨!!! 저건 분명히 제네레이터를 바꾼 것일거야!!!" 우펙박사는 그렇게 소리쳤으나, 그것도 아니었다. 장로가 직접 두 테스트 기체의 스펙을 면밀히 검정한 이유에서였다. 한편, TDS쪽의 스텝들은 희희낙낙이었고 그쪽 의 책임자인 카만 박사는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MDS스텝들을 향해 들으라는듯 중 얼거렸다. "저건 챠오양에게 들은 것을 토대로 만들어 기체의 운동장치에 추가한 '오버드라이 브 시스템'이오. 파일럿의 '기'를 이용해, 그것을 물리적인 파괴력으로 바꾸는 것 이지요. 저 시스템을 응용해서 새로운 격투기술 등도 많이 만들 수 있을 것이라 생 각되는데‥헛헛헛헛‥." 카만 박사의 웃음 앞에, 전 MDS스텝들은 분함을 감추지 못하였다. 그러나, 곧 우펙 박사의 얼굴엔 미소가 흘렀다. "‥후, 후훗‥. 무식하게 부수고 다니기만 해서는 이길 수 없지 않겠소? 맞지 않는 것도 중요하겠지‥. 후후후훗‥." "‥?" 카만 박사는 우펙 박사가 어째서 그런 웃음을 지었는지 이해를 할 수 없었다. "강물 지형의 테스트 종료! 1차 테스트에선 3대 4로 TDS가 앞섰습니다!" "우오오오오오오오오­!!!!!" 오퍼레이터의 목소리가 들려온 순간, TDS스텝들은 만세를 부르며 환호했고 그 광 경을 보던 리오는 머리를 긁적이며 중얼거렸다. "‥용족이나 인간이나 별 다른건 없다니까‥." "‥그럴지도." 바이칼은 조용히 레몬티를 마시며 고개를 끄덕였다. "제 2차 지형으로 넘어가겠습니다! 2차, 평지형 테스트 개시!" 오퍼레이터의 목소리와 동시에, 환호하던 TDS스텝들과 인상을 구기고 있던 MDS스텝 들은 일순간 다시 긴장을 하며 스크린에 시선을 집중했다. 평지형 테스트에선 아홉대의 BX-F가 머신건을 난사해 뚫기 힘든 포화를 날리기로 되어 있었다. 아직 기체의 운전에 익숙치 못한 마키와 챠오는 쉽게 움직이지 못하 고 기회만 노리고 있었다. "‥쳇." 그때, 마키가 무슨 생각에서였는지 엄폐물 위로 몸을 날렸고, 그보다 앞쪽의 엄폐 물에 있던 챠오는 움찔하며 마키의 웨드를 바라보았다. "빨리 움직이면 될 것 아니야!" 사실 스피드는 인체적인 상황으로도 마키가 더 빨랐다. 게다가, 마키의 기체엔 우 펙 박사가 특별히 고안한 특별 시스템이 포함되어 있었다. "오, 오옷!?" 화면을 지켜보던 TDS스텝들은 순간 경악을 금치 못했다. 지면을 미끄러지듯이, 마 키의 검은색 웨드가 잔상을 일으키며 엄청난 스피드로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었다. 잉크탄을 한발도 맞지 않고 탄막을 뚫은 마키는 세대의 BX-F를 순식간에 날려 버렸 고, 우펙 박사는 회심의 미소를 지은채 경악의 표정을 짓고 있는 카만 박사를 향해 말하기 시작했다. "하하하하하핫­!!! 오버드라이브 시스템? 이쪽에선 '하이스피드 컨버터'라는 새 로운 장치를 운동장치에 장착했소이다. 파일럿의 능력에 비례해 순간 스피드를 음속 이상으로 끌어올릴 수 있지! 저 장치를 응용해서 새로운 격투기술도 만들어 낼 수 있다 생각되는데‥핫핫핫!!!!" 카만 박사를 비롯한 TDS스텝들은 분함을 감추지 못하였다. 전혀 생각치 못한 장치 였기 때문이었고, 받아침을 당한 것 때문에 밀려오는 이상한 느낌 때문이었다. "‥으, 으음‥!! 뭐, 1대 1이구려‥!" 이윽고, 오퍼레이터의 결과 보고가 들려왔다. "평지형 테스트 종료! 2차 테스트에선 6대 3으로 MDS가 앞섰습니다!" "우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MDS스텝들은 마치 복수라도 하듯, 더욱 큰 소리로 환호하며 기뻐했고, 그 광경을 보던 지크는 콜라와 얼음이 든 컵을 손으로 빙빙 돌리며 바이칼을 향해 중얼거렸 다. "‥진정좀 시키는게 어때." "‥으음." 바이칼은 조용히 레몬티를 마시며 고개를 끄덕였다. "3차 테스트에 들어가기 앞서, 30분 가량 휴식 시간이 있겠습니다. 양측 스텝분들 은 각 기체를 점검해 주시기 바랍니다." 오퍼레이터의 말과 함께, 스텝들은 우르르 밖으로 빠져 나가기 시작했다. 물론 다 른 문으로. ---------------------------------계속--- For Goddess...! (2부) Vol. 2 ------------------------------------------------------------------------- 마키의 것은 흑색, 챠오의 것은 적색입니다. 버그버그버그버그버그버그버그버그버그버그버그버그버그버그버그버그버그버그버그 -------------------------------------------------------------------------- "3차, 사막지형 테스트 개시!" 테스트용 웨드의 정비를 끝내고 상황실 안에 들어가 있던 각 스텝들은 다시 모니터 에 시선을 집중하며 아까와 다름없이 긴장을 했다. 한편, 세개째 햄버거를 먹어치 운 지크는 네개째 햄버거를 뜯기 시작했고, 리오는 세통째 우유를 비우기 시작했으 며, 바이칼은 일곱잔째의 레몬티를 마시고 있었다. 그것은 그들도 즐기긴 하고 있 지만 내심 긴장하고 있다는 소리였다. "어이 리오. 내가 나가서 팝콘이라도 사올까?" 자신의 햄버거가 마지막 햄버거라는 것을 알고 있는 지크는 리오의 어깨를 쿡 찌 르며 물었고, 리오는 슬슬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버터로 튀긴 것으로." "알았어. 바이칼은?" "‥적당히." 주문을 받은 지크는 후에 나올 아까운 장면을 놓치지 않기 위해 재빨리 상황실을 빠져 나갔고, 그 사이 리오는 자신이 옆에 앉아 화면을 주시하고 있는 장로에게 넌 지시 물어보았다. "기체들은 어떻다고 보십니까? 생각보다는 잘 만들어진 것 같은데요." 리오의 질문을 들은 장로는 고개를 살짝 끄덕였고, 시선을 여전히 모니터에 고정시 킨채 조용히 대답했다. "‥예, 확실히 예상보다는 잘 만들어졌지만, 파괴력과 기동력면에선 확실히 초기 기체들이라 합격 점수엔 미달입니다. 하지만 저 두 박사가 탑재시킨 오버드라이브 시스템이나, 하이스피드 컨버터같은 추가 장비는 조금 보완만 한다면 합격점을 충 분히 줄 수 있을 듯 합니다. 아, 그리고 파일럿의 미숙 문제도 있겠지요. 하지만, 이 모든 문제점은 시간이 해결해 주리라 생각됩니다." "‥그렇군요." 한편, 테스트를 위해 사막지형으로 앞다투어 간 챠오와 마키는 그곳에 도착하자 마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있을 것이라는 BX-F는 한대도 보이지 않았고, 오직 모래만이 바람에 휘날릴 뿐이었다. "‥다섯대가 있다고 하지 않았나?" "‥그러게나. 도대체 왜 한대도 없지?" 둘은 계속 주위를 살펴 보았다. 현재 그녀들이 타고 있는 웨드로는 시각장치에 의 해 제공되는 영상 말고는 적을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물론 테스트 버전이 라는 것 때문이기도 했지만, 레이더가 고장났을때 사용자가 시각장치만으로 얼마나 적을 잘 찾아낼 수 있는가를 시험해 보는 것이기도 했다. 한참 주위를 두리번거릴 무렵, 갑자기 모래를 뚫고 BX-F 한대가 공중으로 점프했 고, 챠오의 등 뒤에 달라붙으며 잉크탄을 쏘려 했다. 분명 실제 상황이라면 챠오 의 웨드는 머리가 날아갔을 것이다. 그러나 테스트용 BX-F는 기동성 말고는 모든 성능이 하향 조정되었기 때문에 그만큼 사격을 하는 시간도 느렸다. 등에 붙은 BX-F를 가볍게 던져버린 챠오는 뒤집어진 BX-F를 향해 돌진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웨드의 무게만큼 모래바닥이 함몰되는 바람에 챠오는 제대로 뛸 수 없었고 그 사 이 BX-F는 다시 몸을 일으켜 챠오의 웨드를 향해 사격을 하기 시작했다. 그와 동 시에, 모래속에 숨어있던 BX-F들이 한꺼번에 튀어나와 이동을 하며 챠오와 마키에 게 사격을 했고, 결국 모래 위에서 웨드를 움직이는 것에 익숙치 못한 둘은 잉크탄 의 잉크를 기체 전체에 뒤집어 쓰고 말았다. "테스트 중단!" 결국, 오퍼레이터의 신호와 함께 테스트는 중단이 되었고 둘은 힘없이 모래 위에 주저앉고 말았다. 오퍼레이터의 마이크를 대신 잡은 장로는 몇번 헛기침을 한 뒤 둘에게 말하기 시작했다. "챠오양. 그리고 마키양. 여러분들은 지금 인간의 움직임을 그대로 따라할 수 있 는 파이터형 웨드에 타고 있습니다. 분명 여러분이라면 웨드를 타지 않은 상황에 서 사막은 물론이고 인간이 행동할 수 있는 모든 지형에서 전투를 할 수 있을 것입 니다. 하지만 지금은 다시 말하지만 웨드에 타고 있습니다. 제가 이 테스트에서 지켜보고자 하는 것은, 웨드의 성능 뿐만 아니라 여러분의 웨드 조종 능력이 얼마 만큼 되는가 입니다." "…." "오늘의 테스트 결과는, 기계쪽이나 파일럿쪽이나 모두 불합격입니다. 다음 숲 지 형 테스트는 취소가 되었으니 각 스텝과 파일럿들은 편히 쉬고 일주일 후 있을 테 스트를 준비해 주기 바랍니다. 그럼 이상." 장로는 마이크를 놓았고, TDS와 MDS스텝들은 한숨을 길게 쉬며 고개를 내 저었다. 카만 박사와 우펙 박사 역시 씁쓸한 얼굴로 모니터에서 시선을 돌렸고, 한참 팝콘 을 먹으며 관람을 하던 지크와 리오 역시 약속이나 한 듯 동시에 머리를 긁적였다. ※※※ "마키, 마키‥. 로봇이 나오는 SF물을 한번도 안봤니? 사막 지형에서 그렇게 싸우 는 로봇이 어디있어. BX-F는 네개의 다리로 보행을 하기 때문에 사막이나 어디나 자유자제로 빠르게 이동을 할 수 있다구. 심지어는 건물 벽까지 타고 다닐 수 있 단 말이야. 다른 곳은 몰라도 사막에서 그런 적을 뛰어서 잡겠다는 것은 무리라 구." 지크는 머리에 수건을 덮은채 묵묵히 고개를 숙이고 있는 마키의 옆을 빙빙 돌며 조언을 하듯 말했다. 마키는 아무 말이 없었고, 지크는 계속해서 그녀에게 말했다. "하이스피드 컨버터를 보고 사실 놀라긴 했지만 그것은 아직 시험단계의 운동장치 야. 평지 외엔 쓸 수 없어. 공중이나 수상, 그리고 사막지형에선 아직은 무리란 말 이야. 그러니까‥." "알았어!!! 알았다구!!!! 제발 날 좀 가만히 내버려 둬!!!!" 순간, 마키는 자신의 머리 위를 덮고 있던 수건을 내 던지며 지크에게 소리쳤고, 말을 끊은 지크는 한숨을 후우 쉬며 마키에게 말했다. "네가 겉보기보다 자존심이 높다는 것은 이해해. 하지만 지금의 테스트 결과는 지금 이 지구상에서 놀고 있는 바이오 버그등을 얼마나 빨리 없앨 수 있느냐 없느 냐를 말하는 것이야. 자자, 오늘은 쉬고 내일부터 다시 하자. 아무래도 내가 돌봐 주지 못한 책임도 있는 것 같으니‥내일부터 나와 함께 특훈이라구!!!" "‥알았어." 기분이 누그러진 마키는 다시 고개를 숙이며 말했고, 지크는 씨익 웃으며 마키의 머리를 쓰다듬어준 뒤 그녀의 방에서 조용히 나갔다. 다음날. 새벽부터 챠오는 어제 있었던 테스트 기록 파일을 모니터로 지켜보며 빵으로 배를 채워 나갔다. 수상 지형에선 어찌어찌해서 자신이 앞섰지만, 평지형에선 자신이 마키에게 압도를 당한 것이었다. 물론 사막 지형에선 둘 다 제대로 운전하지 못하 고 잉크를 뒤집어 썼지만, 챠오의 결론은 그녀 자신의 패배였다. "‥후우‥." 챠오는 한숨을 쉬며 기판위에 머리를 대고 엎드린 뒤, 다시 기록을 앞으로 돌리기 시작했다. "‥벌써 스무번째 다시 보고 있군요." 그때, 낮익은 목소리가 그녀의 뒤에서 들려왔고 챠오는 곧바로 뒤를 돌아 보았다. 드래고니스의 주거지역에서 판매하는 치킨 세트를 오른손에 들고 있는 리오였다. 그는 챠오의 앞에 자신이 사온 치킨 세트를 놓은 뒤, 옆 의자에 앉으며 말했다. "챠오양은 치킨을 좋아한다고 지크가 그러더군요. 맘에 드실진 모르지만 좀 먹어두 세요. 빵만 가지고는 오늘 있을 일과를 넘기기 힘들거에요." "…." 챠오는 살짝 고개를 끄덕인 뒤, 다시 어제의 기록을 보기 시작했다. 한참 그녀가 먹는 것도 잊은채 기록을 다시 보고 있자, 결국 리오는 모니터를 꺼버렸고 챠오는 깜짝 놀라며 리오를 바라보았다. 리오는 진지한 얼굴로 팔짱을 끼며 챠오에게 말 했다. "어제의 기록은 두세번 정도 보면 충분합니다. 어제 챠오양이 탄 웨드는 챠오양의 몸에 맞지 않게 잘못 조정이 되어 있었죠. 평상시의 80% 능력 밖엔 발휘하지 못하 게 되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사막 지형의 테스트는 완전히 잊어버리시길. 사막 지형에서 웨드를 운전하는 방식은 보통의 방식과는 다르기 때문이죠." "…." 챠오는 아무 말 없이 고개를 숙일 뿐이었다. 그러다가, 그녀는 다시 리오를 바라 보며 짧게 물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죠." 그녀의 질문에, 리오는 빙긋 미소를 지은 뒤 자신이 사온 치킨 세트의 박스를 열며 말했다. "다 드시면 가르쳐 드리죠. 후훗‥." "…." 챠오는 말 없이 고개를 돌린 뒤 조용히 치킨을 먹기 시작했다. 그녀가 먹기 시작 하자, 리오는 옆에 있는 빈 우유팩을 손에 들며 천천히 설명을 시작했다. "웨드엔 '터보­팬'형 주 부스터가 있죠. 공중에서도 자세 제어가 어렵지 않도록 몸 각부분에도 작은 서브 부스터들이 존재합니다. 하지만 어제 챠오양은 그것을 한번도 사용한 일이 없어요. 오로지 지상전이었죠. 뛰고, 달리고‥." "‥!" "웨드는 아무리 경량화를 한다 해도 사람의 몸 보다는 무겁습니다. 사람의 몸도 사막에선 움직이기 힘든데, 웨드는 더하겠죠. ‥챠오양도 아시죠? 호버 크래프트라 는 것‥. 그것은 본체를 바람의 힘으로 띄워 이동하기 때문에 수면에서도, 지면에 서도, 그리고 모래 위에서도 자유로운 이동이 가능합니다." "…." "웨드는‥TDS형 웨드는 챠오양 자신이 되는 기체입니다. 그리고, 덧붙여서 챠오양 이 할 수 없던 것을 가능케 해 주는 기체이기도 하죠. 좀 더 넓어진 자신의 행동 반경을 잘 익혀 보시길. ‥어, 치킨 벌써 다 드셨어요? 열 한조각을?" "…." 챠오는 얼굴을 붉힌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리오는 그저 웃을 수 있을 뿐이었 다. ※※※ 두번째 테스트날. "자자, 한번 해 보는거야!! 우리의 특훈 성과를 보여주자구!!!" "‥알았으니 조용히좀 말해." 마키는 고개를 저으며 지크를 뒤로 한채 자신의 웨드에 탑승했다. 웨드 안에서, 그녀는 자신의 뺨을 양 손으로 살짝 치며 정신을 집중해 보았다. "‥속전속결‥속전속결‥!" 한편, 챠오 역시 웨드에 탑승하고 있었다. 그녀의 뒤에서, 리오는 걱정하지 말라는 듯 손을 흔들어 주며 말했다. "웨드에 탄 순간부터, 웨드는 챠오양이 되는겁니다. 자유로워진 자신을 확실히 느 끼며 테스트를 해 주시길." "‥예." 웨드에 탑승한 둘은 호흡을 조절하며 기체에 시동을 걸었다. 곧, 둘의 웨드는 엔진 소리를 내며 기동하기 시작했고, 이윽고 테스트는 시작되었다. "테스트 시작 20초 전! 1차 지형은 전과 같이 강물 지형으로 부터 시작됩니다!" 오퍼레이터의 신호를 들으며, 장로는 조용히 두대의 웨드를 바라보았다. 그는 확실 히 느끼고 있었다. 일주일 전과는 다른 두 웨드의 분위기를. "자, 기대하겠소." ------------------------계속--- For Goddess...! (2부) Vol. 3 ------------------------------------------------------------------------ -------------------------------------------------------------------------- "1차, 강 지형 테스트 개시!" 개시 신호가 떨어진 순간, 두 웨드는 등과 다리에 장착된 부스터를 최대로 가동하 며 예전과 같이 달리지 않고 지면 위에 몸을 살짝 띄운채 고속으로 테스트 지역을 향해 가기 시작했다. 그것을 본 지크는 인상을 살짝 쓴 채 옆에 앉은 리오를 바라 보며 중얼거렸다. "‥하여튼 생각이 똑같다니까. 좀 다른걸 가르쳐보지." "그 상황에선 저것 말고는 가르쳐 줄것이 없었잖아. 너나, 나나." 리오는 웃으며 화면을 계속 지켜볼 따름이었다. 지크는 할 말을 잃은듯 어깨를 으 쓱인 뒤 역시 화면쪽으로 시선을 돌리려다가 바이칼이 책자 하나를 들고 고심하고 있는 모습에 궁금함이 들어 바이칼이 들고 있는 책의 제목을 살짝 훔쳐 보았다. 「별점으로 사람을 찾아보세요♡」 "‥헉." 지크는 놀란 나머지 자신도 모르게 짧은 소리를 내고 말았고, 그것을 들은 바이칼 은 살짝 인상을 쓴 채 지크를 바라보며 물었다. "‥또 무슨 시비인가." 가만히 바이칼을 바라보고 있던 지크는 결국 장난기가 발동하고 말았고, 진지한 얼 굴로 그의 앞에 다가가 손으로 그의 어깨를 잡으며 눈을 감은채 말했다. "‥미안하지만 난 너의 마음을 받아들일 수 없어. 세상이 우릴 용서치 않을거야." "‥!!!!!!" 순간, 바이칼은 울컥하며 들고 있던 책을 지크에게 집어 던지려 했으나, 때맞춰 리 오가 바이칼의 머리를 손으로 부비며 타이르듯 말했다. "나중에 하고 화면이나 좀 봐. 제왕으로서 참을건 참아야지." "‥으윽‥!" 바이칼은 결국 감정을 꾹 누르며 화면을 주시했고, 지크는 킥킥 웃으며 자신의 자 리로 돌아가 앉았다. 한편, 일주일 전과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의 엄청난 속도로 BX-F를 격파한 둘은 마지막 한대를 두고 서로 신경전을 펼치기까지 했다. 결국, 마지막 남은 BX-F는 간발의 차이로 챠오가 격파했고, 마키는 아쉽다는듯 어금니를 깨물며 다음 테스트 장소로 방향을 돌렸다. "강물 지형 테스트 종료! 1차 테스트에선 TDS가 3대 4로 앞섰습니다!" "우오오오오오오오오­!!!!!!" 오퍼레이터의 종료 메시지가 들려온 순간, TDS스텝들은 일주일 전과 같이 환호성을 지르며 기뻐했고, 덤블링까지 하며 좋아하는 그들을 보고 지크는 힘없이 바이칼에 게 말했다. "‥저 사람들은 일주일동안 저것만 연습했나봐. ‥그 책 제발좀 덮어줘!" "‥흥." 바이칼은 조용히 지크의 말을 무시할 뿐이었다. 두번째, 평지형 테스트도 일주일 전과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빨리 끝나버리 고 말았다. 그 테스트는 역시 간발의 차이로 마키가 마지막 BX-F를 처리해 2차 지 형의 승리는 MDS스텝이 거머쥐게 되었다. 그들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며, 리오는 인상을 살짝 쓴 채 중얼거렸다. "‥저 탬버린은 어디서 들고 왔지‥?" "점점 감정적으로 변하는 것 같은데‥. 저 두 팀." 지크는 왠지 불안해진듯 손으로 턱을 괴며 그렇게 말했다. 휴식시간 후, 드디어 문제가 되었던 사막지형 테스트가 시작되었다. 챠오와 마키의 웨드가 도착했을땐 예전과 마찬가지로 BX-F들은 모래 안에 숨어있었고, 그녀들은 모래 안의 BX-F들을 어떻게 찾을까 고심하기 시작했다. 결국 모래 위에 웨드의 발 을 대고 걷기 시작했고, 그걸 노렸다는듯 BX-F들은 한꺼번에 모래를 뚫고 솟아 올 라 두대의 웨드를 덥치기 시작했다. 순간, 그 두대의 웨드는 공중으로 솟아 오르며 두대의 BX-F를 격추시켰고, 목표물이 갑자기 고속이동을 하기 시작하자 BX-F들은 지면에 착자하자 마자 다시 모래속으로 숨어들기 시작했다. 그러나, 두대의 웨드는 때를 놓치지 않고 숨어들기 직전의 BX-F두대를 격파했고, 마지막 남은 BX-F가 숨어 든 곳을 향해 엔진을 풀 가동시켜 돌진하기 시작했다. 그때, 약간 앞서가던 챠오의 웨드가 뒷쪽에 있는 마키를 향해 손으로 신호를 보냈 고, 그것을 본 마키의 웨드는 뭔가를 알았다는듯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지면 위에 서 약간 떠서 호버 이동을 하던 챠오의 웨드는 다시 다리를 모래 위에 붙였다. 챠 오의 웨드에 장치된 감각 센서가 가동되기 시작했다. 모래 밑에서 BX-F가 움직이 는 것이 다리를 통해 느껴졌다. 지면의 진동을 통해 BX-F의 이동을 완전히 포착한 챠오의 웨드는 일순간 고속으로 몸을 움직였고, 모래 바닥을 향해 주먹을 찔러 넣 었다. 그러자, 그 일대에 일시적인 대 폭발이 일어났고 모래속을 이동하던 BX-F는 폭발의 충격 때문에 공중으로 튕겨져 올라가고 말았다. 공중으로 약간 솟아 올라 다시 떨어지는 BX-F를 향해 대시한 챠오는 BX-F를 높이 차 올렸다. "이겼다!!!!" 그 장면을 본 TDS스텝들은 주먹을 불끈 뒤며 흥분했으나, 유감스럽게도 아직 상황 은 끝난 것이 아니었다. 챠오가 BX-F를 차 올리는 것과 동시에 공중으로 솟아 오 른 마키가 양 주먹을 모아 올라오는 BX-F를 재차 지면으로 강하게 쳐 내렸고, 마 치 공을 받듯 지면에 있던 챠오가 돌려차기로 다시 떨어져 내리는 BX-F에게 결정 타를 날리는 장면이 연출된 것이었다. "‥!" 화면을 보며 한참 평가를 하던 장로는 그 순간 몸을 움찔하며 미소를 지었고, TDS 와 MDS스텝들은 말을 잊은채 폭발해서 사라지는 BX-F와 모래 위에 서 있는 검은색, 적색 두대의 웨드를 번갈아 바라볼 뿐이었다. "아, 아니‥우린 저런 훈련을 한 일이 없는데‥?"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에도 저런건‥." 결국, 결과는 무승부로 처리되었고 두 스텝들도 결과에 어느정도 수긍을 하는지 이 번엔 아무런 세레모니도 연출하지 않았다. 한편, 아까의 상황을 보았던 지크는 약 간 의아한 눈으로 계속 화면을 지켜보며 리오에게 물었다. "‥둘이 저렇게 죽이 잘 맞았나? 맨날 흥흥 거리며 식사도 같이 안하던 녀석들이 갑자기 쇼를 하네‥?" "‥'라이벌'이니까, 언제나 서로의 모든것에 대해서 파악을 하고 있을거야. 연습도 안한 상태에서 저렇게 할 수 있을 정도로‥서로의 모든 것을 알고 있지. 저 두 콤 비는 실전에 들어간다면 우리 가즈 나이트 이상의 악명을 떨치게 될 것 같은 느낌 이 드는군." 이윽고, 그날의 마지막 테스트가 시작되었다. 숲 지형에, 그 안에 있는 목표물은 스텔스 기능을 가동시키고 있는 정상 상태의 BX-F였다. 지금까지 테스트에 투입된 기능 저하형 BX-F가 아닌 실전형이었다. 잉크탄을 쓴다는걸 제외하면 안심할 수 없는 상대였기에 챠오와 마키는 내심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테스트에 들어가기 직전, 챠오의 시야에 통신 화면이 떴고 거기서 얼굴을 내민 리 오는 빙긋 웃으며 차오에게 말하기 시작했다. "제가 한 말 기억하시죠. 웨드를 기계가 아닌 몸의 일부분으로 생각하십시오. 웨드 로서 느끼고, 웨드로서 행동하시길. 그러면 스텔스 기능을 가동시킨 BX-F라 해도 문제없이 처리하실 수 있을겁니다." "‥예." 한편, 마키 역시 지크에게 조언을 듣고 있는 중이었다. 떫은 얼굴로 화면에 나타 난 지크는 한숨을 길게 쉬며 마키에게 말하기 시작했다. "감각 기관과 기체의 싱크로가 얼마나 잘 될지 모르겠지만, 하여튼 잘 해봐. 우리 들의 일주일을 헛되게 하지 말고 말이야. 뭐, 그렇다고 해서 부담가질건 없어. 어 차피 테스트 횟수는 몇번 더 남아있으니까. 알았지? 무리하지 마." "‥음." 잠시 후, 둘은 마지막 테스트 지형인 인조 숲으로 들어갔다. 인조 숲이라고는 했 지만 나무를 그대로 옮겨 심고 이끼까지도 재현을 해 놨기 때문에 거의 숲이나 다 름이 없었다. 물론 파괴될 숲에 그런 정성까지 들일 필요까지 있느냐는 의견이 있 었지만 정확한 테스트를 위해선 어쩔 수 없다는 의견 때문에 테스트용 숲은 거의 완벽했다. 사방 1Km의 숲. 안은 고요했다. 생물체라고는 식물 뿐이었다. 마키와 챠오는 서로 의 거리를 약간 좁힌채 숲 안을 이동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완 다른 묘한 적막감 이 느껴졌다. 상대가 생물이라면 모를까, 기계이기 때문에 기척도 느낄 수 없었다. 레이더 장치가 없는 상황에선 정상 상태의 BX-F는 둘에겐 최대의 적일 수 있었다. 그때, 통신 화면이 갑자기 둘의 눈 앞에 떠올랐고 장로는 언제나처럼 미소를 머금 은채 둘에게 부드러운 노년의 목소리로 말했다. "아, 지금 전달하는 것이지만, 여러분이 숲 지형 테스트에서 만날 BX-F엔 잉크탄이 아닌, 실탄이 장전되어 있습니다." "‥!!!!!!" 마키와 챠오의 긴장한 얼굴과는 달리, 장로의 얼굴은 변하지 않았다. 장로는 자신 의 수염을 쓰다듬으며 계속 말했다. "실전이라 생각하시고, 주의를 기울여 테스트에 임해 주십‥." 순간, 화면엔 장로에게 지크가 번개같이 몸을 날리는 모습이 비춰졌고, 지크는 흥 분한 얼굴로 장로의 옷자락을 잡은채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이 할아버지 노망이 든게 분명해!!! 그러다가 동력부에 맞아서 웨드가 터지기라 도 하면 어쩌겠다는거에요!!!!!!" "아, 지크님‥. 그, 그건‥." "잠깐 지크." 그때, 화면이 또 하나 열리며 리오의 얼굴이 나타났고, 화면 안의 리오는 지크에 게 시선을 둔 채 모두에게 말하기 시작했다. "장로께서 이런 실전 난이도를 챠오양과 마키양에게 주시는 이유는, 이미 두분께 합격 점수가 내려졌다는 증거입니다. 장로께선 여러분의 최대 능력을 알아보고 싶 어 하시는 것이죠. 과연, 이런 실전 상황에서 여러분은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말 입니다. 개인적으로 이 테스트를 넘기셔도 좋고, 협력을 한다 해도 무방합니다. 각자의 기체 성능과 조종 능력을 최대로 발휘하시길 바랍니다. 만약, 사고가 난다 해도 걱정하지 마시길. 저와 지크가 괜히 여기 있는게 아니니까요." "‥예." 마키와 챠오는 동시에 대답했고, 곧 지크는 리오의 목에 자신의 팔을 감은 후 밖으 로 끌고 나가며 통신이 끝날 때까지 말하기 시작했다. "그럼 어서 나가자구!! 저 애들 다치기라도 하면 어떡해!!" "아, 알았다고‥." 곧 통신은 꺼졌고, 묵묵히 있던 챠오와 마키는 이윽고 서로의 웨드를 바라보았다. 곧, 둘은 거의 동시에 통신을 켰고 챠오가 먼저 마키에게 말을 하기 시작했다. "‥그 때처럼 하는거야." "좋아." 둘의 웨드는 서로의 손바닥을 마주쳤고, 기계의 마찰음과 동시에 둘의 웨드는 빠른 속도로 숲을 달리기 시작했다. ----------------------------계속--- For Goddess...! (2부) Vol. 4 ------------------------------------------------------------------------- ------------------------------------------------------------------------ 챠오의 웨드 '바티스'는 전장 17.4m, 비무장시 중량 19.9t이었고, 마키의 웨드 '메디치'는 전장 17.4m, 비 무장시 중량 18.2t이었다. 외관상의 차이는 없지만 무게에서 나오는 내부적인 차이는 있었다. '바티스'의 경우, '메디치'와 비교해 테스트 파일럿인 챠오의 이미지에 맞게 파괴력과 장갑을 중시했고 '메디치'는 파일 럿인 마키의 이미지에 맞게 기동성을 중시했는데 보통 상태의 두 기체는 장갑 말 고는 다른 점이 없었다. 두 기체의 차이가 확연히 들어나는 때는 바로 양 파일럿 의 능력이 발휘될 때였다. 챠오는 마키보다 '기'라는 개념을 더욱 잘 이해하고 있 어서, 기체 개발자인 TDS팀은 그녀의 '기'를 더욱 파괴적인 에너지로 바꾸기 위해 '기'의 증폭, 변환 장치인 '오버드라이브 시스템'을 기체의 양 팔과 다리 부분에 설치하여 파괴력을 더욱 증가시킬 수 있었다. 메디치는 파일럿인 마키의 선천적 으로 빠른 다리와 유연한 몸의 특징을 살리기 위해 장갑을 약간 얇게 하고, 대신 메인 부스터를 포함한 기체의 모든 운동장치에 '하이스피드 컨버터'라는 새로운 증폭기를 장치해 파일럿인 마키의 능력에 따라 기체의 스피드를 가공할 정도로 증 가시킬 수 있었다. 이렇게, 양 파일럿의 능력을 최대한으로 끌어 올릴 수 있게 설계된 두 파이터형 웨드는 지금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숲 속에서 스텔스 기능을 갖춘 고성능의 대인 살상용 병기를 상대로 실전과 다름없는 테스트를 하고 있었다. 한편, 리오와 함께 테스트가 한참 벌어지고 있는 숲으로 향하던지크는 갑자기 움 찔하며 멈춰섰고, 그가 멈춰서자 리오 역시 멈춘 뒤 의아한 눈으로 지크를 바라보 며 물었다. "왜그래? 뭐 이상한 점이라도 생각났어?" "‥BX-F가 사용하는 머신건 말이야. 그게 현재 웨드에 사용된 하이퍼 렉타이트 장 갑을 뚫을 수 있나?" 지크의 그 말을 들은 순간, 리오는 머리를 긁적거리며 생각에 잠겼다가 지크를 바 라보며 힘없이 말했다. "‥혹시 모르잖아. 여기까지 왔으니 가보기나 하자." "쳇, 괜히 열을 냈잖아‥." 둘은 다시 테스트 지역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 테스트를 위해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숲을 이루고 있는 나무는 웨드보다 큰 거대 수목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은폐물로도 사용할 수 있었고, 움직임 역시 상당히 제약을 받았다. 그런 곳에서, 챠오와 마키는 힘든 테스트를 계속 하 고 있었다. "윽‥!" 또 한번의 저격이 챠오의 어깨를 스치고 지나갔다. 가까스로 피한 것이 몇번째인 가. 지금까지 자신들이 상대하던 BX-F와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 분명 세대가 있 다고 들었지만 그렇게 느껴지지도 않았다. 엄청난 스피드로 이곳 저곳을 옮겨 다니 며 저격을 했기 때문에 그녀들은 마치 십여대의 BX-F에 둘러싸인 것 같은 느낌을 받고 있었다. ‘어떻게 하지‥! 어떻게 하면 되는거지‥!!’ 마키는 그렇게 속으로 중얼거리면서 계속 몸을 움직여 나갔다. 움직이지 않으면 집 중 공격을 받을것이 뻔했다. 챠오 역시 몸을 움직이면서 BX-F를 맨몸으로 잡는 지 크나 리오등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들인지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다. 결국, 둘은 레이더가 장비되지 않은 지금의 상황으로선 단독으로 BX-F를 부수기엔 무리라는 결론을 내렸고, 둘은 각자의 통신 화면을 켜며 작전을 짜기 시작했다. "마키, 여기서 서쪽으로 50m정도 지점에 약간 큰 공터가 있어. 내가 그곳으로 이 녀석들을 유인할께." "‥무슨 소리지?" "기척도 느껴지지 않는 녀석들의 위치를 잡을 수 있는 방법은 녀석들이 공격하는 순간을 노리는 수 외엔 없어. 내 웨드가 장갑이 더 두터우니 내가 미끼가 될께." "‥좋아. 나도 확실히 할께." 곧, 챠오는 마키보다 한걸음 더 빨리 약속된 장소로 이동하기 시작했고 그녀가 가 는 길을 따라 BX-F의 머신건 탄이 또 다른 길을 만들었다. 그 순간, 나무 윗쪽에 서 머신건의 불꽃을 목격한 마키는 약간 느린 속도로 챠오를 따라 이동을 하며 희미하게나마 보이는 화약 연기에 시선을 집중하였다. 잠시 후, 챠오는 약속된 대 로 숲 안에 마련된 공터에 섰고 그녀가 웨드를 멈추자 마자 사방에서 또다시 사격 이 시작되었다. 챠오는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탄을 피하며 위치를 크게 벗어나지 않 도록 노력했고, BX-F들의 사격이 챠오의 웨드에게 집중된 사이 마키는 웨드의 스 피드를 하이스피드 컨버터가 동작할 정도로 크게 올려 나무에 거꾸로 매달려 있는 BX-F한대를 드디어 잡을 수 있게 되었다. 네개의 다리로 나무에 매달린채 사격을 하던 BX-F는 마키의 웨드에 의해 억지로 나무에서 떨어지게 되었고, 떨어진 뒤 마 키의 추격타까지 맞은 BX-F는 스텔스 기능을 잃어버리며 모습을 드러내게 되었다. 물론 전투도 불가능할 정도로 일격을 맞은 탓에 더이상 그 BX-F는 목표물로서의 가치를 잃어버리고 말았다. 다른 한대 역시 마키에게 미리 위치를 포착당한 탓에 상당히 빠른 움직임으로 다른 나무에 이동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움직임을 읽은 마키에 의해 역시 바닥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두번째로 떨어진 BX-F는 순간적으로 자세제어를 하며 네 다리로 안전히 땅바닥에 착지를 했으나, 착지하는 것을 놓치지 않은 챠오에 의해 그대로 파괴를 당했다. 그때, 마지막 남은 BX-F가 공중에 떠 있는 마키에게 몸체를 날렸고, BX-F의 네 다 리에 움직임을 봉쇄당한 마키는 BX-F를 떨쳐내기 위해 기체의 전 부스터를 작동시 키며 몸부림을 쳤으나, 거기서 생각치도 못한 기체의 결함이 나타나고 말았다. ‘‥아, 아니‥!!!!" 화면을 통해 테스트 장면을 지켜보던 MDS스텝들 역시 자신들이 상상도 못한 시스 템의 결함을 보며 경악을 금치 못했다. 마키는 BX-F에게 공중에서 움직임을 봉쇄 당했을때 아무런 저항도 할 수가 없었다. 기체의 모든 부스터를 가동시켰다 하더 라도 마찬가지였다. 뻗어 나가는 펀치는 힘이 없었고, 매치기 동작을 한다 해도 BX-F를 매단채 공중에서 빙글빙글 돌 뿐이었다. 모션 드라이브 시스템은 파일럿이 특별히 만들어진 콕핏트 내부에서 자신이 하고 자 하는 웨드의 움직임을 그대로 하는 것이었다. 물론, 점프 동작이나 공중동작등 은 콕핏트 내부에 있는 마키를 고정시켜주는 반중력 고정장치에 의해 어려움 없이 할 수 있었다. 그러나, 공중에서 정지한 상태로 상대방과 밀착한 상황이 벌어졌을 때 그 시스템의 문제점은 여실히 드러나고 마는 것이었다. 웨드가 공중에 뜨게 되 면 마키의 몸 역시 반중력 고정장치에 의해 콕핏트 바닥으로 부터 약간 떠오르게 된다. 그야말로 중력의 구애 없이 붕 뜨게 되는 것이었다. 챠오의 웨드에 사용되는 TDS는 인간의 의식을 이용해 웨드를 조종하기 때문에 공중에 떠 있는 상태라도 파 일럿이 웨드의 부스터를 이용해 발을 지면에 댄 것 같은 상황을 만들어 웨드를 움 직일 수 있지만, MDS를 사용하는 마키의 웨드에 경우 발을 지면에 댄 것과 같은 상 황을 만들려면 사용자가 콕핏트 바닥에 반드시 발을 붙여야 했기 때문에 현재의 상 황이 벌어지게 되면 속수무책이 되고 마는 것이었다. 결국, 테스트는 챠오가 마키의 등에 달라붙은 BX-F를 떼어내 파괴시키는 것으로 끝 났지만, MDS 스텝들의 얼굴엔 그림자가 가득했다. 특히, 팀장인 우펙 박사는 안경 마저 벗으며 고뇌에 찬 한숨을 내 쉬었다. TDS 스텝들 역시 생각치 못했던 상황에 서의 시스템 우위가 나타났기 때문에 약간 어리둥절한 표정들을 짓고 있었고, 팀 장인 카만 박사는 아무 말 없이 우펙 박사를 바라볼 뿐이었다. "마지막 숲 지형 테스트 종료! 1대 2로 TDS가 앞섰습니다! 전체적으로는 2승 1무 1패의 TDS가 앞선 것으로 나왔습니다!" 오퍼레이터의 보고가 끝난 후, 장로는 의자에서 몸을 일으켰고 인자한 웃음을 지은 채 양 스텝들을 향해 박수를 보내기 시작했다. 상황실 안의 모든 사람들은 장로를 바라보았고, 장로는 곧 박수를 멈춘 뒤 고개를 끄덕이며 말하기 시작했다. "잘 해 주었소, 양 팀 다. 그럼, 양 시스템에 대한 전체적인 평가를 내리기로 하 겠소. 잘 들으시오." 양 스텝들은 긴장을 한 채 장로의 말을 기다렸다. 이윽고, 장로는 수염을 쓰다듬으 며 평과 결과를 말했다. "MDS의 경우, 별다른 기계적 조작 없이 누구나 웨드를 간편히 조종할 수 있게 만들 어졌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소. 반면에 TDS는 웨드와 파일럿의 파장이 일치해야만 파일럿의 능력을 100% 발휘할 수 있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소. 하지만 TDS는 테스트 를 보았다시피 파일럿의 동작을 웨드가 어떤 상황에서도 완벽히 소화할 수 있다는 절대적인 장점을 보여주었지만 MDS는 그렇지 않았소. 마지막 숲 지형 테스트에서 나타난 단점이 전부가 아니었다오. 모든 테스트 상황중에도 그랬고, 테스트 후의 설문에도 파일럿인 마키양이 그랬지만 MDS는 조종의 쾌적함을 제공하는데 TDS에 비 해 약간 뒤떨어지고 말았소. 어쨌거나, 이런것들 외엔 두 장치 모두 결점을 찾아보 기 힘들었소. 앞으로, MDS는 공중에서의 자세 제어에 대한 개량을 거친 뒤 양산형 웨드에 사용될 것이며 TDS는 파장의 조정 문제를 고려햐특별히 우수한 파일럿들을 위한 전용 기체에 사용될 것이오. 그 외의 장치‥오버드라이브 시스템이나 하이스 피드 컨버터와 같은 장치들은 자원과 가격 문제를 고려해 역시 전용 기체에 사용 될 것이오. 마지막으로, 두 팀 모두 수고하셨소. 앞으로도 더욱 수고해 주시길 바 라며 TDS와 MDS의 테스트를 마치겠소." 장로는 그렇게 말을 한 뒤 바이칼과 함께 자리를 떠났고, 절대 승자가 없게 되어 버린 결과 때문에 잠시 말을 잊고 있던 두 팀들은 이윽고 우펙 박사와 카만 박사 의 악수를 시작으로 서로들에게 수고했다는 말을 하며 얼굴에 미소를 띄웠다. 그날 저녁, 마키는 격납고 안의 의자에 홀로 앉아 자신의 검은색 웨드, '메디치' 를 바라보고 있었다. 원래는 테스트가 끝난 후 해체가 될 것으로 결정된 기체였 지만, 마키와 지크의 부탁에 따라 후에 완전형 기체로의 개조로 결정이 바뀌어 모 든 장치의 표준이 완전히 정립될 때까지 챠오의 웨드와 함께 격납고 안에 두기로 되었다. "어이, 여기서 뭐해?" 누군가가 마키의 어깨에 손을 대며 그녀를 불렀다. 마키는 덤덤한 얼굴로 자신의 뒤에 있는 인물을 바라보았다. 지크였다. 그는 씨익 웃으며 마키에게 햄버거를 건 내주었고, 그녀는 햄버거를 들고 다시 자신의 웨드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진짜 전투가 시작되면, 잘 할 수 있을까." "글쎄올시다. 동룡족들과 싸운다는 것이 결코 쉽지는 않겠지만, 설마 너 하나만 저 거 태워서 싸우라고 하겠어? 헤헤헷‥." "‥변함없는 헛소리꾼‥." 마키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지크의 복부를 건내받은 햄버거로 밀었고, 지크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약간 눌려버린 햄버거를 잡고 마키에게 물었다. "‥음? 화난거야?" 그러자, 마키는 미소를 지으며 지크를 돌아본 뒤,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그거 말고 피자나 사줘. 양이 안찬단 말이야." "‥헤헷, 좋지! 가자구!" 지크는 곧 자신보다 훨씬 작은 마키의 어깨에 팔을 걸치며 격납고를 나서기 시작 했다. 한편, 챠오는 깊은 밤이 되었는데도 불구하고 스트 내용을 담은 동화상을 모니터룸 에서 계속 돌려 보고 있었다. 그때, 모니터룸의 문을 열며 리오가 들어왔고, 그는 챠오의 옆에 변함없이 치킨 셋트를 가져다 놓으며 그녀에게 물었다. "이제 좀 쉬시죠. 오늘로서 테스트도 다 끝났는데‥." "‥실전이 남았잖아요." 챠오는 시선을 화면에 고정시킨채 리오에게 말했고, 리오는 결국 어깨를 으쓱이며 미소를 지은채 고개를 저었다. "‥그렇군요. 그럼 뭐 어려운 점은 없나요?" "아직은요." 여전히 화면에 시선을 고정시키고 있는 챠오. 리오는 그녀의 그런 모습을 보며 이런게 학생을 가르치는 선생의 기분이구나 생각을 해 보았다. 그때, 챠오가 자 신의 옆에 놓인 치킨 셋트에 손을 가져가며 리오에게 나지막히, 자신없는 목소리 로 말했다. "‥고마왔어요 리오씨. 앞으로도 계속 부탁드려요." "…." "‥?" 리오가 아무 말이 없자, 챠오는 약간 이상한 기분이 들어 뒤를 돌아보려 했으나 그 순간 리오가 챠오의 귀에 살짝 입술을 댔고 그녀는 순간 화들짝 놀라며 귀에 손을 댄채 리오를 황급히 돌아보았다. 그러나 리오는 별 일 아니라는듯 빙긋 미소 를 지은채 모니터룸을 나서며 챠오에게 말했다. "후훗‥그럼 수고하시길." 모니터룸의 문이 닫힌 뒤에도, 챠오는 상당히 오랜 시간동안 문쪽에 시선을 둔 채 멍하니 앉아있었다. 그러는 동안 그녀의 머릿속을 맴도는 단어가 하나 있었다. ‘바람둥이!’ 그 이후, 챠오가 정신을 차리고 치킨을 먹기 시작한 시간은 치킨이 모두 식어버린 다음날 아침이라고 전해진다. ------------프롤로그 끝--- For Goddess...!! Vol. 5 ------------------------------------------------------------------------ -------------------------------------------------------------------------- 1장 [우리들의 여신을 위해] "오늘부터 리오·스나이퍼님을 보좌할 릭·발레트 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동룡족, 바이오 버그 연합군과 처음으로 전투를 벌이게 될 '시베리아'로 향하기 전, 리오는 한명의 보좌관을 얻을 수 있었다. 바로 전룡단 제 1 단장이며, 전룡단 단장중 최강이라 불리는 남자 '릭·발레트'였다. 리오는 속으로 보좌관은 그리 필 요 없다 생각을 했지만, 사실 단독전투가 특기인 가즈 나이트들에겐 보좌관이 반 드시 필요했다. 가즈 나이트들이 단독으로 전투를 할때 보좌관들이 휘하의 군대를 이끌어야만 했다. 리오는 릭과 악수를 하며 빙긋 미소를 지었다. "몇백년 전엔 검을 좋아하는 어린 아이였던 자네가 이렇게 잘 성장할줄은 몰랐군. 나에게 검술을 가르쳐 달라고 망토 자락을 붙잡던게 어제 같은데‥어쨌든, 나도 잘 부탁하네 릭." "예! 감사합니다 리오님!" 사실, 릭에게 리오라는 인물은 어렸을 때부터의 우상이었다. 검을 좋아하고, 검술 을 익히기 위해 전룡단 단장이었던 자신의 아버지와 이곳저곳을 돌아다니기도 했 던 그는 어느날 자신의 아버지와 함께 용족전쟁이란 말이 붙지 못할 정도의 국지 전 전쟁터로 가게 되었고, 최 후방에서 아버지와 함께 망원경으로 전방의 모습을 보게 되었다. 그때, 그는 동룡족 진형의 어떤 부분에서 피가 분수같이 뿜어져 오 르기 시작한 것을 보게 되었고 어린 릭은 깜짝 놀라며 그 상황에 대해 아버지에게 물었다. 그의 아버지는 릭의 어깨를 두드리며 대답해 주었다. "‥위대하신 우리 용제님의 친구분인 가즈 나이트, 리오·스나이퍼님이시란다. 우 리완 차원이 다른 분이라 저렇게 강하시지." 잠시 후, 몸에 피를 잔뜩 뒤집어쓴 남자가 얼굴의 피를 닦으며 릭과 그의 아버지 가 있는 막사로 들어왔고 그것이 바로 릭과 리오의 첫 만남이었다. 어린 릭에게 비 친 리오의 첫 인상은 정말 무서운 것이었지만, 그 이후 리오의 그 모습은 릭의 우 상이 되었다. 옛날 일을 회상하며 작전회의실을 빠져 나가던 릭은, 막 들어오던 지크와 그만 부딪히고 말았고 릭은 크게 흔들리며 뒤로 넘어지고 말았다. 그때, 그의 품에서 무엇인가가 살랑거리며 바닥에 떨어졌고, 지크는 미안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릭을 일으켜준 뒤 릭에게서 떨어진 그것을 집으며 릭에게 건내주었다. "에구, 미안해 친구. 어제 잠을 좀 늦게 자는 바람에‥. 근데 이게 뭐야?" "예‥앗!!! 그것은!!!!" 릭은 지크가 그것을 뒤로 돌려보려 하자 깜짝 놀라며 손을 뻗었으나, 지크는 재빨 리 그것을 가로챈 다음 장난기어린 미소를 지으며 그것을 돌려 보았다. "헤에∼애인 사진이라도 되는 모양이지? 어디 얼마나 예쁜가 한번 볼‥허억‥!!" 순간, 지크는 눈을 휘둥그래 뜨며 말을 멈추고 말았고 릭의 얼굴은 순간 홍당무처 럼 붉어지고 말았다. 지크의 반응에 궁금증을 느낀 리오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지 크가 들고 있는 사진을 보았고, 그 역시 약간 놀라는 표정을 지으며 릭을 바라보았 다. "‥이건 또 어디서 구했나?" "그, 그건‥그러니까‥." 릭이 가진 사진 안엔 자신의 집에서 빨래를 널고 있는 세이아의 모습이 있었다. 리오는 명암도 좋고, 각도도 좋고, 상당히 자연스러운 사진이어서 소장할만 하다 생각하며 다른 전룡단 단장들을 돌아보았다. 그들 역시 약간 질린 표정을 짓고 있 었기 때문이었다. 지크는 인상을 찡그리며 그들에게 엄숙히 말했다. "‥자네들도 가진거 보여봐." 그들이 가진 사진은 각양각색이었다. 대부분이 세이아의 사진을 가지고 있었지만, 몇몇 단장들은 챠오와 마키, 티베, 심지어는 시에의 사진을 가지고 있기도 했다. 전룡단 단장들은 각자의 자신을 지크에게 돌려받은 뒤 멀쓱한 얼굴로 회의실을 나 갔고, 회의실에 남은 지크는 리오, 바이칼을 바라보며 심각한 얼굴로 말했다. "저런 언니 부대를 데리고 전투를 하자는건 좀‥. 웨드가 실용화 되기 전까지 정신 교육좀 시키라구 바이칼." "‥흥." 사실, 지크등은 모르고 있었지만 지상에서 올라온 여성 손님들의 사진은 꽤 잘 나 가는 품목중 하나였다. 그중에서 제일 잘 나가는 것이 세이아의 사진이었는데, 그 만큼 세이아도 우상중 하나였다. "‥흠‥. 모르겠군‥." 리오는 씁쓸히 웃으며 선착장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 "아아, 좋아. 그럼 내가 이쪽에서 선제 공격을 가하도록 하지. 좀 추운 지형이긴 하지만 자네들이라면 전투하는데 어렵진 않을거야. 그럼, 모두 열심히 해 주게나." 함선 안에서의 전투회의가 끝난 후, 리오는 곧 일어서기 위해 몸에 힘을 넣었으나 그가 미처 알지 못했던 서룡족들의 구호가 있었다. "자, 우리들의 여신을 위하여!!!" "위하여!!!! 우오오오오오오­!!!!!!" "…." 그렇게 구호를 한 뒤 힘차게 뛰어 나가는 전룡단 단장 릭과 휘하 부대장들의 모습 을 지켜보던 리오의 눈은 걱정으로 가득 차 있었다. 리오는 머리를 긁적이며 일어 나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지크 말 그대로군. 저 언니 부대들을 어떻게 이끌지‥?" 한편, 지상에서 동룡족과 싸우던 러시아 정규군은 거의 괴멸 직전이었다. 그들이 사용하는 이상한 방어막 때문에 대공포의 포탄은 솜방망이에 불과했고, 지상 이곳 저곳에서 튀어 나오는 바이오 버그들에 의해 보병들은 물론 전차들까지 전멸이 되 고 말았다. 동룡족들은 전함의 포격을 이용해 러시아군을 계속 공격했고, 바이오 버그들은 힘을 잃어버린 러시아 군대엔 미련을 버리고 뒤로 보이는 도시를 향해 진격을 하 기 시작했다. 도시 외곽을 방어하던 전차들을 운전하던 병사들은 손이 떨림을 느 낄 수 있었다. 바이오 버그들 수천마리가 시베리아의 차가운 눈을 해치며 달려오 는 모습은 그야말로 압권이었다. 그 순간, 바이오 버그들의 무리 위에 시뻘건 불길이 스쳐 지나갔고, 곧 그 화염의 범위에 들어있던 바이오 버그들은 대 폭발에 휩싸이며 흔적도 없이 사라져갔다. "아, 아니‥?" 병사들을 비롯해, 총을 매고 담 뒤에 앉아 싸우기를 기다리던 사람들과 방공호 안 의 부녀자, 그리고 아이들은 갑자기 일어난 상황에 깜짝 놀라며 공중을 바라보았 다. 거대한‥날개가 달린 거대한 생물이 등에 사람을 태운채 공중에서 지상의 바 이오 버그를 향해 화염을 토하고 있었다. "‥드래군!!! 드래군이다­!!!!!" 한 소년이 소리쳤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은 하늘에서 떨어져 내리는 수십마리의 드래곤들을 볼 수 있었다. 붉은 색 드래곤을 탄 남자가 오른손에 든 보라색의 검으 로 그들에게 지시를 내리는 것도 볼 수 있었다. 도시를 향해 진격하던 바이오 버그들은 일순간에 괴멸이 되었고, 곧 드래곤의 무리 는 전투가 벌어졌던 곳을 향해 급속도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전혀 생각치도 못했던 존재들에게 구원들 받은 도시 사람들은 멍하니 그들이 사라진 하늘을 바라볼 뿐이 었다. ........................... . . . . . . . . "서룡족의 기동부대입니다! 바이오 버그들의 부대는 전멸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뭐라고!!! 이런, 이렇게 빨리 오다니!!!" 동룡족들은 술렁이기 시작했다. 선전포고를 했다는 것이 어제 같았는데 벌써부터 자신들이 제일 상대하기 껄끄러운 존재인 서룡족과 벌써부터 붙는다는 것 때문이었 다. "‥!! 열두시 방향에서 대형 에너지탄 급속 접근!!!" 병사의 보고가 전해지기 무섭게, 동룡족 기동함대의 기함은 크게 흔들렸고 갑작스 런 충격에 의자에서 떨어지고 만 함대장은 의자에 의지해 급히 일어나며 병사들에 게 소리쳤다. "피해상황을 어서 보고해!!!" "전방에 위치한 구축함 세대가 직격으로 피탄하여 추락중이며, 기함은 1번, 2번 마스트가 대파되었습니다!!! 출력도 80%로 줄었습니다!!!" "‥이런!!! 어서 반격 준비를 해라!!! 이대로 당할 셈인가!!!! 후방에 포진한 공격 함을 전방으로 올려라!!! 갑절로 돌려주면 될 것 아닌가!!!!" 함대장은 이를 악물며 반격 지시를 내렸고, 병사들은 그의 지시를 다른 부대에게 재빨리 전달했다. 그러나 그런 것도 잠시, 한 병사의 외침이 함대장의 귀를 울렸 다. "‥전방에 1급 정도로 보이는 마력 감지!!!! 이건‥전룡단 단장들의 수준을 초월한 수치입니다!!!!" "뭐라!? 어서 화면을 돌려 봐!!!!" 곧, 화면엔 붉은색 드래곤을 옆에 두고 있는 한 남자의 모습이 비춰졌고, 그 순간 왠만큼 나이를 먹은 병사들과 함대장의 얼굴은 새파랗게 변하고 말았다. "‥가, 가즈 나이트‥!!! 패왕 리오·스나이퍼!!!!!! 후퇴다!!!! 어서 후퇴해라!!! !! 지금의 소규모 부대로는 저 괴물을 상대할 수가‥아아아아아악­!!!!!!!!" 함대장의 비명은, 곧 이어 전 함대를 덥친 플레어의 붉은색 빛에 지워지고 말았고 동룡족의 소규모 기동 함대는 극소수의 생존자를 남긴채 모조리 전멸을 하고 말았 다. ※※※ "흠‥생각보단 함대가 소규모여서 다행이군. 동룡족측의 생존자는 얼마나 되나?" "예, 두명 정도입니다. 추락한 보급함에서 여자 한명, 남자 한명을 발견할 수 있 었습니다." 도시 근처에캠프를 차리고 한참 상황을 점검하던 리오는 그 보고를 들은 후 의자 에서 일어나며 릭에게 다시 물었다. "‥생존자들은 어디 있지?" "저희가 임시로 빌린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가보시겠습니까?" 리오는 곧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고, 리오는 릭과 함께 캠프를 벗어나 도시쪽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가 도시에 들어서자마자, 도시의 사람들은 약간 거리를 둔 채 리오와 릭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계속 그런 시선으로만 바라보자, 릭 은 맘에 안든다는듯 인상을 가볍게 쓰며 리오에게 나지막히 말했다. "‥마치 동물원 원숭이 보듯 하는군요. 이게 자신들을 지켜준 존재에 대한 인간의 대우입니까?" 그러자, 리오는 빙긋 웃고 말았고 릭은 의아하다는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리오 는 자신보다 키가 작은 릭의 어깨를 손으로 두드려주며 말했다. "어떤 생물이라도 낮선 존재에 대해선 거리감을 두게 되어 있지. 우리가 저들을 얼 마나 많이 만나봤으며, 저들 역시 우리를 얼마나 봤겠나. 자네들이 그토록 좋아하 는 세이아님도 한때는 인간이셨으니 자네들이 이해해 주게나. 아, 이 병원인가?" "예,그렇습니다." "‥그래, 그럼 자네는 잠깐 여기 있어주게나. 사람들이 자넬 총으로 쏘진 않을테 니 걱정말고 있도록 해. 금방 돌아올테니까." "예." 리오는 곧 병원 안으로 들어갔고, 릭은 팔짱을 끼며 병원 벽에 등을 기대어 선 뒤 근처를 지나가는 사람들과 한적해진 도시를 돌아보았다. 사람들은 여전히 그를 거 리감 있는 눈으로 흘끔흘끔 바라보았고, 릭은 그럴때마다 이해를 하자 생각하며 자신을 달래었다. "‥!!" 순간, 릭의 머리를 향해 작은 무언가가 날아왔고 릭은 손으로 그 물체를 가볍게 받아내었다. "‥음?" 그에게 날아온 것은 다름아닌 눈덩이였다. 릭은 불쾌함이 가득 담긴 눈으로 주위 를 둘러보다가, 자신의 근처에서 놀던 아이들이 미안하다는 얼굴로 달려오자 그제 서야 표정을 풀며 아이들을 바라보았다. "죄, 죄송해요!!!! 일부러 그런건 아니니 용서해 주세요!!!!" "눈싸움을 하다가 잘못 날아갔어요, 제발 저희들을 태우지 말아 주세요!!!" 아이들은 연거푸 고개를 숙이며 릭에게 사과를 했고, 릭은 아이들이 자신에게 상당 히 두려움을 가지고 있는 것에 약간 후회를 하며 아이들에게 말했다. "아니야, 괜찮아. 그런데, 태우지 말아달라는건 또 무슨 소리니?" 릭이 그렇게 물어오자, 아이들은 잠시 머뭇거렸고 이윽고 한 아이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릭에게 대답해 주었다. "우, 우리 아빠가 당신들은 바이오 버그도 한번에 태워버릴 정도로 무시무시한 사 람들이라고 말해서‥. 근데, 우리를 태우지 않으실건가요?" 아이의 그런 대답을 들은 릭은 사람들이 자신들을 너무도 오해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이해도 할 수 없었다. 사람들을 구해준 자신들의 힘이 인간 들에겐 왜 그렇게도 두려움의 대상이 되어야 하는지를‥. 리오가 자신에게 말을 한 것 처럼, 인간을 이해하는데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 릭은 생각해 보았다. -----------------계속--- For Goddess...! (2부) Vol. 6 ------------------------------------------------------------------------ -------------------------------------------------------------------------- "보급함에 타고 있었으니 시베리아에 있을 주둔 기지의 위치는 모르겠군." 리오는 몸 이곳 저곳에 붕대를 칭칭 감은채 누워있는 동룡족에게 그렇게 물었고, 자신이 포로가 되었다는 것을 알고 있는 동룡족 여성은 눈을 감으며 리오에게 말 했다. "‥우리가 돌아오지 않으면 더 많은 병력이 이쪽으로 올테니, 시원하게 우릴 죽이 고 떠나시지. 어차피 기지의 위치를 알면 우리를 죽일 것 아닌가?" 그녀의 말에, 리오는 말 없이 미소를 지었고 건너편 의자에 앉으며 조용히 말했다. "‥그럴지도. 하지만 확실히 알아둘 점이 있지. 지금의 내 상태라면 아까 전멸당 한 부대의 열배 숫자가 온다 해도 충분히 커버할 수 있어. 우리가 너희들을 두고 도망칠 기대는 안하는게 좋아." 그러자, 동룡족 여성은 황당하다는듯 실소를 터트렸고, 리오는 반 의아한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이번에 리오가 없앤 부대의 규모는 병력으로 친다 해도 몇백 이었다. 몇만을 상대하는 리오에겐 가볍게 보일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리오에 대해서 모르는 그 여성에겐 황당한 망언으로 밖엔 들리지 않는 것이었다. "‥후훗, 하하하핫‥!! 너무 허풍이 심하군 붉은 머리씨. 자신이 무슨 가즈 나이트 라도 된다 착각하고 있나?" "‥자신의 부대가 어떻게 전멸되었는지도 모르는가보군. 알고 있나? 아니면 모르고 있나?" "…." 그녀는 사실 모르고 있었다. 창고에서 작업을 하던 도중 머리에 함선을 덥쳐온 큰 충격에 의해 머리를 부딪힌 뒤 깨어나보니 병원인 탓이었다. 자신을 치료하던 서룡 족 의무병에게 자신의 부대가 전멸되었다는 것 말고는 들은 것도 없었다. 그때, 한 서룡족 병사가 급히 병실 안에 들어왔고 그 병사는 리오에게 경례를 붙 인 뒤 약간 큰 목소리로 상황 보고를 하기 시작했다. "보고드립니다 리오님! 백여척 정도 되는 동룡족의 함대가 이곳으로 오고 있습니 다! 도착 시간은 한시간 뒤로 추정됩니다!" "‥아, 그래? 훗, 아까와 비교해 딱 열배군. 좋아, 그럼 나가도록 하지. 의무병 여 러분은 부상자와 포로의 치료에만 전념해 주도록. 자, 수고하라고 아가씨들." "네에∼." 의무병들이 환히 웃으며 손까지 흔드는 모습을 보고, 동룡족 여성은 이들이 집단으 로 정신이상을 일으킨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백여척 정도의 함선들이 몰려 온다는데, 그 붉은 머리의 남자는 아무것도 아니라는듯 여유있게 밖으로 나갔고, 의무병들 역시 아무 걱정없는 표정으로 손을 흔들어 대고 있는 것이었다. 결국, 리오에 대해 궁금증을 가지게 된 동룡족 여성은 옆에서 빵과 스프를 먹고 있는 의 무병에서 넌지시 물었다. "‥포로로서 할 말은 아니지만, 저 리오라는 남자 도대체 정체가 뭐죠?" 그러자, 의무병은 빵을 스프에 듬뿍 담근 뒤 입 안에 넣으며 별 것 아니라는듯 대 답해 주었다. "움∼저 분이요? 가즈 나이트죠. 저 분 처음보세요?" "…." ※※※ 릭과 함께 캠프로 돌아온 리오는 급히 레이더를 보며 상황을 파악하기 시작했다. 분명 백여개의 점들이 이쪽으로 몰려 오고는 있었지만, 상당히 느린 속도로 오고 있었고 게다가 진행 좌표가 일직선이었기 때문에 리오는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저쪽에서 경계를 하고 일부러 저렇게 느린 진행을 하는 것 같나, 아니면 무슨 사정이 있기 때문에 저렇게 진행을 하는 것 같나?" 리오의 물음에, 확실히 이상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던 릭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대답해 보았다. "‥그들이 진행을 저렇게 하는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뭔가 석연치 않습니 다. 백여척 정도의 함대를 전투가 끝난지 한시간도 안되어 저렇게 준비한다는 것도 이상하고‥물론 저들의 정신 상태가 좋다면 가능하겠지만 말이죠." 머리카락에 손을 댄 채 가만히 고심을 하던 리오는 곧 텐트 밖으로 나갔고, 릭역 시 리오를 따라 밖으로 나섰다. 리오는 텐트 밖 아름드리 나무에 손을 댄 채 눈을 감고 있다가, 곧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릭을 돌아보았다. "‥이번에 상대할 동룡족 함대엔 잔머리를 쓰는 녀석이 있는 것 같군. 좋아, 자네 들은 캠프를 철수하고, 좀 불편하겠지만 원래 모습으로 돌아간 상태로 이곳에서 기다리고 있게. 단, 주의할 점은 병력이 모두 사방을 관찰하고 있어야 하고, 땅에 발을 붙이고 있으면 안된다는 것이네." "‥예? 그럼 리오님은‥." "난 원래 단독전투 전문 아닌가. 적들 함대쪽으로 한번 가 볼테니 내 지시에 따라 기다리고 있어. 만약의 사태가 벌어지면 자네가 지휘권을 넘겨받는건 같아. 그럼, 수고하도록." 리오는 곧 캠프를 떠나 동룡족의 함대가 오는 쪽으로 급속히 날아가기 시작했고, 릭은 리오의 가는 모습을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혼자 처리하시려고 그러시나‥?" ※※※ 십분도 안되어 동룡족의 함대 근처에 도착한 리오는 가까운 침엽수림 안에 몸을 숨 긴 뒤 느릿느릿 오고 있는 동룡족의 함선들을 관찰해 보았다. 이곳을 향해 출발하 기 전, 리오는 이런 생각을 해 보았다. 지금 오는 함선들은 가짜이고, 진짜 적들은 는 지하나 고공을 통해 자신들을 습격할 가능성이 높다는 생각이었다. 그의 생각 이 맞아 떨어졌는지, 현재 오고 있는 동룡족 함선의 대부분은 이동이 가능하게 특 수 제작된 풍선에 불과했다. ‘‥이쪽에서 먼저 움직이길 바라는 모양이군. 그렇게 한 다음 뒤를 치겠다는 말이 겠지. ‥그럼 함장부터 만나 봐야 하겠군.’ 리오는 곧 침엽수림에서 벗어난 뒤, 기척을 없애고 후방에 배치된 진짜 전함들을 향해 조용히 이동하기 시작했다. 그 함대의 진짜 함선 숫자는 고작 십여대에 불과 했다. 그 정도 숫자라면 리오에겐 정면으로 붙어도 가벼운 정도였으나, 리오는 조 용히 기함을 향해 접근해 갔다. ........................... . . . . . . . . . ‘‥서룡족 녀석들, 무슨 재주로 기동 함대를 전멸시켰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번엔 너희들의 뒷통수를 부숴주마‥! 감히 나 워스프님의 자존심을 건드리다니‥!!’ 동룡족의 장군, '워스프·그라돌'은 상당히 자존심이 상해 있는 상태였다. 그가 자신의 휘하 기동 함대가 전멸한 것을 알게 된 것은 자신들과 연합해 있는 바이오 버그측에서 위성으로 전멸 후 상황을 찍어 그에게 건내준 탓이었다. 전멸시의 상 황을 찍어 보내주지 않은 것이 좀 의심스러웠지만, 다혈질 성격인 워스프는 자신 의 부관과 급히 작전을 짜 바이오 버그측이 미리 준비한 작전용 풍선을 이용하여 바이오 버그들과 함께 양동 작전을 급히 개시하였다. 바이오 버그쪽에서 보내준 사진중엔 서룡족의 함대 규모도 대략적으로 나와 있었기에, 워스프는 현재 양동 작 전이 성공한다면 서룡족의 함대도 충분히 부술 수 있을 것이다 라는 자신감에 차 있었다. "바이오 버그들은 어디까지 진격해 있나!!" "10분 후면 목표 지점에 도착합니다!" "서룡족 함대는!" "움직임 없습니다! ‥아, 장군님! 아주 미세한 생명반응 하나가 기함을 향해 접근 해 오고 있습니다!!" "‥미세한 생명 반응? 그런 것에 신경쓸 겨를 없다!! 가까운 대공포대에 연락해서 없앨 수 있으면 없애버려!!!" 콰아아아앙­!!!!!!!!!!! 순간, 워스프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함장실이 크게 흔들렸고 곧이어 사람의 형 상을 한 그림자 하나가 함장실의 천장을 뚫고 워스프의 앞에 내려섰다. 일직선으 로 뚫려 버린 천장에선 시베리아의 차가운 공기가 밀려 들어오기 시작했고, 워스프 는 놀람의 극에 달한 상태로 자신의 앞에 선 붉은 머리의 남자를 바라보았다. "네, 네 녀석은 누구냐!!! 여봐라, 뭘하는거냐!!!!!" "‥이렇게 인사를 드리게 되서 미안하군. ‥오, 동룡족 장군 워스프님 아닌가. 지 난번 용족전쟁 이후 오래간만인걸, 후훗‥." 그 붉은 머리의 남자가 얼굴을 들며 자신에게 아는 체를 하자, 워스프의 얼굴은 순간 얼음처럼 창백해졌고 기함의 장갑판으로 부터 함장실까지 일직선으로 뚫고 들 어온 그 남자에게 용감히 달려들던 병사들은 워스프의 이상 반응과 동시에 발을 멈 췄다. "‥가, 가즈 나이트‥!! 설마 네 녀석이 내 부대를 전멸시킨 장본인‥?" "당신 부대였군. 또 미안하게 됐는데? 어쨌거나, 지금 이 함대는 전투를 하러 가는 건가, 아니면 풍선 퍼레이드를 하러 가는건가? 좀 물어보고 싶어서 직접 왔는데." 리오는 미안하다는듯 미소를 지은채 머리를 긁적이며 워스프에게 물었고, 이미 질 릴대로 질린 워스프는 입술을 떨며 리오에게 말했다. "그, 그건‥그러니까‥." "‥양동 작전이라면 이미 준비는 되어 있으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 바이오 버그중 엔 콘크리트 벽도 체액을 뚫을 수 있는 별종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으니까. 그 녀 석들이라면 지중을 통해 우리의 뒤를 치는건 간단하겠지. ‥내 말이 맞나?" "‥으윽‥." 워스프는 신음소리를 내며 고개를 숙여버렸고, 리오는 씁쓸히 웃으며 고개를 저었 다. 리오는 곧 의자에 앉아 있는 워스프의 어깨를 두어번 쳐주며 말했다. "전투 상황이 아닌 지금 동룡족들을 죽이긴 싫으니까, 당신과 당신 부하들은 이제 여기서 철수했으면 좋겠어. 아, 한가지 물어볼게 또 있는데, 당신이 끌고 온 이 부대가 시베리아 지방에 파견된 동룡족 부대의 전부인가?" "‥그렇다. 인간들을 없애는덴 우리로선 이정도 전력이면 충분한 것 아닌가." 워스프는 현재 리오에 대한 공포감 대신 밀려오는 치욕감 때문에 견딜 수가 없었 다. 그때문에 자신도 모르게 말이 정직하게 나와 버렸고, 리오는 곧 고개를 끄덕 이며 워스프에게 작별 인사를 고했다. "좋아, 난 이만 가보지. 그리고 한번 더 말하겠지만 건강을 위해서라도 더이상 진 격해 오지 않는게 좋아. 그럼 살펴가길." 리오는 곧 자신이 뚫어놓은 구멍을 통해 다시 밖으로 나갔고, 워스프는 그가 나가 자 마자 의자의 팔걸이를 주먹으로 내려 치며 탄식을 했다. 수백년 전 용족전쟁때 도 그랬지만, 동룡족에게 있어서 가즈 나이트라는 존재는 공포라는 단어의 집합체 임과 동시에 가장 저주를 받는 존재였다. 그리고, 동룡족의 주룡 쥬빌란에게 임무 실패시 용서를 받을 수 있는 유일한 핑계거리였다. 계속 탄식을 하며 고통스러워하던 워스프는, 하는 수 없이 고개를 들며 나지막히 말했다. "‥철수한다." ※※※ 리오의 명령에 의해 드래곤의 모습으로 변한채 공중에 떠있던 릭은, 어느 순간 지 면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리 강하진 않았지만 경계해야 할 정도의 생물체들이 땅 속으로 이동하는 것이 느껴졌다. 다른 전룡단 단원들도 그것을 느꼈는지 릭에 게 시선을 보냈고, 릭은 쓴 웃음을 지은 뒤 브레스를 뿜기 위해 숨을 길게 들이 마시며 속으로 감탄을 금하지 못했다. ‘‥알고 나에게 이런 지시를 내리신건가? 리오님‥. 정말 적으로 두기엔 너무위 험한 남자야.’ 이윽고, 레드 드래곤인 릭의 입에선 거대한 화염의 기둥이 눈 덮인 지면을 향해 뿜어져 내렸고, 곧 거대한 폭발과 함께 땅 밑으로 침투하던 바이오 버그들은 시커 멓게 구워진체 지면 밖으로 밀려져 나왔다. 무사한 바이오 버그들 역시 땅을 뚫고 지면 위로 기어 올라왔고, 그것들이 지금까지 상대하던 바이오 버그보다 상당히 거 대한 종이었기에 릭은 다른 전룡단 단원들을 바라보며 크게 소리쳤다. 「자!! 한번에 날려버리자!!! 우리들의 여신을 위하여­!!!!」 「오옷­!!!」 --------------------------계속--- For Goddess...! (2부) Vol. 7 ----------------------------------------------------------------------------- ----------------------------------------------------------------------------- "‥음‥리오 녀석은 잘 하고 있을까 바이칼?" "‥나완 상관 없어." 바이칼과 함께 소파에 앉아 그의 방에 설치된 대형 입체 TV로 세상좋게 쇼프로를 보고 있던 지크는 자신의 질문에 바이칼이 그렇게 대답하자 속으로 비웃으며 이렇 게 생각했다. ‘‥내숭은‥.’ 그러던 도중, 지크의 눈엔 바이칼의 방 구석에 있는 검은색의허름한 거울 하나가 들어왔고 그는 TV에 광고가 나가는 동안 그 거울을 집어 와 바이칼에게 보이며 그 거울의 정체에 대해 물었다. "이건 또 뭐야?" "‥아아, 120년 전 어머니께서 내 생일때 나에게 가져다 주신 선물이다. 그곳에 얼 굴을 비춰보면 자신의 모습 대신 자신이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사람의 모습이 비 춰진다 하시더군. 난 한번도 본 일은 없어." "‥오호라. 그럼, 이번 기회에 한번 보는건 어때? 궁금하지 않아?" "‥쓸데없는 짓. 네 지문이 묻는게 더 두려워." 지크는 바이칼의 퉁명스런대답에 입을 삐죽 내밀며 고개를 슬그머니 끄덕인 뒤 거 울을 소파 옆에 내려놓았다. 그러나, 거기에서 포기할 지크는 아니었다. 다시 쇼 프로가 시작된 뒤 바이칼이 그곳에 열중하는 동안, 지크는 다시 거울을 집어 든 뒤 바이칼쪽으로 거울을 맞춘 다음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은채 바이칼의 볼을 손가락으 로 콕 찔렀다. "‥?" 바이칼은 순진하게도 지크가 찌른 방향을 돌아 보았고, 그 순간 바이칼의 눈은 거 울에 비춰진 자신의 눈과 일치하게 되었다. 곧 이어 거울에선 오색찬란한 빛이 뿜 어졌고, 이윽고 거울의 표면엔 바이칼의 모습 대신 다른 사람의 모습이 나타나게 되었다. "‥허억‥." 그 순간, 지크는 손에 힘을 잃어버리고 말았고 거울은 안전히 소파의 시트 위에 떨어져 내렸다. 지크는 반쯤 의식을 잃은 상태로 바이칼을 다시 돌아보았고, 바이 칼은 얼굴이 붉어진 상태로 지크의 목에 드래곤 슬레이어를 갖다대며 무겁게 말했 다. "‥이 일을 다른 누구에게라도 퍼트린다면 죽음을 면치 못할거다‥! 주신 할아범에 게 말을 해서라도 반드시 널 죽이겠어‥!!!" "‥무, 물론입죠! 여부가 있겠습니까!" 조금 후, 둘은 모든 일을 잊은듯 다시 TV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지크의 속 은 조금 달랐다. 그는 웃음을 참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 하고 있었다. 그러나 상황 을 모르는 바이칼은 여전히 TV에 시선을 둘 뿐이었다. ※※※ 「더욱 더 밀어 붙여!! 밀리지 말아라!!!」 예상보다 많은 숫자의 바이오 버그가 땅 속에서 튀어나온 탓에, 전룡단들은 약간 당황하긴 했지만 릭의 패기있는 지휘에 따라 전황은 빠르게 호전되어갔다. C급 정도의 거대 바이오 버그라 해도전룡단을 이기기엔 무리였다. 기습을 했다 하 더라도 전룡단을 위기에까지 몰 수 있을 정도는 아니었다. 아마 리오가 미리 지시 하지 않았더라도 전룡단은 거의 희생자 없이 일을 끝낼 수도 있었을 것이다. 결국, 오래 걸리지 않아 바이오 버그는 최후의 한마리도 남기지 않고 전멸되었고 전룡단들은 일단 한숨을 돌리며 상황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 즈음, 리오는 천천 히 본대가 있는 곳으로 돌아왔고 바이오 버그들의 사체들이 주위에 널려 있는 것 을 보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그럭저럭 잘 해 주었군. 수고했네 릭. 흠‥날도 저물어가니 오늘은 이만 전룡단 을 쉬게 하고, 내일 아침 일찍 이곳을 떠나세." "예? 하지만, 동룡족의 시베리아 공략 기지가 어디 있는지도 파악하지 못했는데 어 떻게‥. 그리고 습격이라도 온다면 어떡합니까." 그러자, 리오는 걱정 말라는듯 릭의 어깨를 두드려주며 말했다. "훗, 내가 누군가. 너무 걱정하지 말게나. 그리고 우리가 여기 있다는 사실을 그 들 역시 알기 때문에 그들도 함부로 이곳을 습격하진 못해. 아, 그리고 난 기함에 잠깐 볼일을 보러 갈테니 없는 동안 부탁하네." 리오는 곧바로 상공에 떠있는 기함을 향해 날아 올랐고, 릭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리오에게 대해 생각을 해 보았다. ‘‥오랜 경험에서 나오는 여유로움인가? 아니면 동룡족의 전력이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약하다는 것인가‥. 저 분의 속을 도저히 모르겠군.’ 어쨌거나, 그날 하루도 그렇게 천천히 저물어갔다. .......................... . . . . . . . 밤샘 보초 덕분에 피곤해진 눈을 부비며, 릭은 멀리 눈 덮인 산을 배경으로 떠오르 는 태양을 바라보았다. "‥아침인가. 하아아아암‥!" 릭은 한껏 기지개를 켜며 몸을 풀어본 뒤 미리 준비해둔 빵을 먹으며 약간 고파진 배를 채우기 시작했다. "‥엇?" 그때, 릭은 주위의 공기가 갑자기 흔들리는 것을 알게 되었고 곧바로 시선을 공중 으로 돌려 보았다. 이리저리 돌아보던 릭은 남쪽 상공에서 작은 함선 한대가 오는 것을 볼 수 있었고, 그는 시력을 집중하며 그 함선을 확인해 보았다. 다행스럽게도 같은 서룡족의 수송함이었다. "아, 도착했나?" 리오의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오자, 릭은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곧 뒤를 바라보며 그에게 물었다. "저어, 지원군입니까? 아직 전력상의 손실은 없는데‥." "아아, 지원군이긴 하지. 한명밖에 없긴 하지만. 놀려두기 싫은 녀석이 하나 있어 서 어제 저녁에 바로 이곳으로 오라고 했어. 그리고, 대 함 장착용 초 장거리 메기 드 랜쳐가 필요하기도 했고. 우주에 귀찮은 녀석이 하나 떠서 우릴 감시하고 있다 는 것을 잊어버렸어. 그것 덕분에 어제 우리의 존재가 생각보다 빨리 적들에게 포 착이 된거지. 물론 기함을 우주로 올리는 것도 괜찮지만 기동 함대에겐 연료가 최 고의 물자이지 않나. 차라리 반나절 걸릴 거리라면 저렇게 추가 병기를 주문하는게 더 좋겠지. 아, 착륙 신호를 보내주도록 지시하게." "아‥예." 곧, 수송함은 오래 지나지 않아 지면에 착륙을 했고, 이윽고 수송함의 문을 열고 한 남자가 천천히 모습을 드러냈다. "‥우씨, 추워. 빌어먹을 리오 녀석‥." 지크는 양 손으로 몸을 감싼채 인상을 쓰며 리오에게 다가왔고, 지크를 내려준 수 송함은 기함에 장거리 매기드 랜쳐를 장착하기 위해 다시 공중으로 올라가기 시작 했다. "잘 왔어 지크. 뭐 마실거나 줄까?" "‥커피나 줘. 추워 죽겠다." 지크는 몸을 부르르 떨며 텐트 안으로 들어갔고, 리오는 어깨를 으쓱이며 지크를 따라 텐트 안으로 들어갔다. 리오에게 불려온 남자가 지크라는 것을 안 릭은 어색 한 미소를 지으며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너무 전력이 급상승한건 아닌지‥." .......................... . . . . . "좋아, 이 추운 곳에 날 대령시킨 빌어먹을 용건이나 한번 들어보자구." 지크는 컵에 담긴 커피를 훌쩍훌쩍 마시며 리오에게 물었고, 리오는 자신의 앞에 놓인 따뜻한 우유가 담긴 컵을 손으로 매만지며 대답해 주었다. "아아, 별건 아니야. 그냥 파괴 공작을 같이 하자는 것 뿐이지." "‥오오, 그래? 너무 가벼운 일이라 커피맛이 절로 나는군." 지크는 떱떠름한 표정을 지으며 다 마신 커피잔을 내려 놓았고, 리오는 빙긋 웃으 며 그에게 계속 말했다. "바이오 버그는 네 전담이잖아. 웨드들은 아직 개발중이니 첫번째 목표지인 이 시 베리아를 완전히 탈환하기 위해선 너도 필요해." "‥쳇, 알았다구. 어차피 할 생각 없었으면 오지도 않았을텐데 뭐. 헤헷‥. 그건 그렇고, 언제부터 시작이야?" 지크의 물음에, 리오는 검지 손가락을 위로 올리며 대답했다. "축포가 울리면." "‥?" ........................... . . . . . . 몇시간 후, 출동 준비가 끝난 지크, 릭, 그리고 전룡단들은 리오의 신호가 떨어지 길 기다렸다. 무명도를 등에 맨 체 몸을 풀던 지크는 귀에 낀 마이크 폰으로 기함 에 있는 리오에게 연락을 취해 보았다. "어이, 아직이야?" 「아, 다 끝났어. 조금만 기다려.」 이윽고, 기함의 포대중 하나를 개조하여 만들어진 초 장거리 메기드 랜쳐로 부터 극도로 증폭, 압축된 에너지탄 한발이 드높은 공중을 향해 뻗어 나가기 시작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에너지탄은 보이지 않게 되었다. 잠시 후, 리오로 부터 지크 에게 연락이 떨어졌다. 「좋아, 위성 파괴 성공. 아까 내가 말해준 그 좌표쪽을 향해 이제부터 신나게 날 아가 봐. 난 조금 있다가 뒤쫓아 갈테니.」 "OK! 자자, 출발이다 언니 부대들!!! GO, GO!!" 지크의 몸은 곧바로 강력한 기류에 휘감겼고, 그는 곧 엄청난 스피드로 서쪽을 향 해 날아가기 시작했다. 드래곤의 모습으로 변해 있는 릭은 리오와 지크의 출발 신 호에 맞추어 역시 서쪽을 향해 날아가기 시작했다. ※※※ "뭐라고!? 감시 위성이 파괴를 당해 서룡족 기동함대의 감시가 불가능하다고!!!" 워스프는 잔뜩 인상을 찡그린채 부관에게 되물었고, 부관은 고개를 숙이며 다시한 번 보고를 하기 시작했다. "‥예. 아무래도 서룡족 함대와 접촉한 한대의 수송함에 장거리 공격용 메기드 랜 쳐의 부속품이 들어있었던 모양입니다. 위성이 위치 전환을 하기도 전에 파괴당한 것으로 보아 거의 확실합니다." "음음음음‥!!! 그럼 어서 방어 태세를 갖춰라!!" 워스프가 무장을 하며 그렇게 지시를 내리자, 그의 부관은 의아하다는 얼굴로 그 를 바라보며 물었다. "예‥? 하지만, 서룡족 측에선 이 기지의 위치를 알지 못하지 않습니까?" "‥예전 용족전쟁때 내 부관이었던 얼간이도 나에게 그렇게 말을 했던 일이 있었 지. 내가 아는 리오·스나이퍼 녀석이라면 어제 우리 함대를 습격했을때 이미 무슨 조치를 취해 놨을거야. 분명히 습격해온다. 그 와카루인가 하는 인간이 어제 공수 해준 가변형 전차 '귀골(鬼骨)'을 모두 꺼내도록. 우리는 기함 대신 '독룡(毒龍)' 을 탄다! 자존심이 상하긴 하지만 그 거대 전차의 성능은 뛰어나니까. 이번엔 실수 없도록!!" "예! 알겠습니다!" ---------------------계속--- For Goddess...! (2부) Vol. 8 ---------------------------------------------------------------------- -------------------------------------------------------------------------- "자, 잘 들어라 전룡단!!! 전투는 확실히, 그러나 이 지크님의 방해는 금물! 알겠 나!!" 「치이이­!!!!!」 그러나, 마이크 폰 안에선 노이즈음이 들려올 뿐이었고, 지크는 떫은 표정을 지으 며 다시 앞을 바라보았다. 이윽고, 그의 시야엔 다수의 공중 비행형 바이오 버그들 이 보이기 시작했고, 즉시 스피드를 줄인 지크는 등에 장비한 무명도에 손을 가져 가며 전룡단에게 지시를 내렸다. "자, 온다!!! 단숨에 돌파하는거다!!!" 「치이이­!!!!!」 "으윽!! 이 빌어먹을 녀석들아!!!! 이건 진짜라니까!!!!!" 「앗, 죄송합니다!!!」 곧 이어, 지크의 뒷쪽에선 드래곤들의 제각기 다른 브레스들이 빠른 속도로 날아오 고 있는 바이오 버그들을 향해 강렬히 날아갔고, 폭발광과 함께 바이오 버그들의 진로는 잠시간 막히게 되었다. 그때, 폭발광과 연기를 뚫고 바이오 버그들의 안쪽 을 향해 급속으로 파고드는 작은 그림자가 하나 있었다. "도망가면 죽는다!! 하아아아아아앗­!!!!!!" 지크는 자신의 품에서 노란색의 부적들을 잔뜩 꺼낸 뒤, 자신의 몸에서 부터 퍼지 는 기류를 이용해 바이오 버그이 있는 곳곳에 뿌린 다음 양 손을 모으고 진언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이윽고, 지크의 양 손엔 은회색의 이상한 문장이 떠올랐고, 지크는 자신의 양손을 불끈 쥐며 소리쳤다. "없어져버렸!!! 지크식 개량 부적술, 슈퍼 폭살진(Super 爆殺陣)이닷­!!!!!!" 순간, 바이오 버그들 사이 사이에 뿌려져 있던 부적들은 염력에 의한 대 폭발을 일으켰고, 그 위력은 지크와 전룡단을 상대하기 위해 날아왔던 바이오 버그들의 과반수를 구워버릴 정도의 것이었다. 지크의 그 기술을 본 릭은 그 엄청난 위력에 내심 '감탄한듯' 멍한 얼굴로 옆에 있는 단원을 흘끔 바라보며 물었다. 「‥슈퍼 무슨진?」 「….」 바이오 버그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모조리 전멸해 버렸고, 지크측은 별다른 피해 없이 다시 동룡족의 기지를 향해 날아가기 시작했다. 지크의 옆에서 그를 호위하듯 하며 말던 릭은 지크의 얼굴이 약간 까맣게 그을려 있자, 깜짝 놀라며 지크에게 그 경위를 물었다. 「아, 아니 지크님! 얼굴이 왜‥?」 "음? 아아‥부적 한장이 근처에 있었던걸 몰랐어. 헤헷‥." 「….」 "‥? 그런 눈으로 쳐다보는 저의가 뭐지?" 「아, 아닙니다!」 1차적으로 덤벼온 바이오 버그들을 처리한 지크와 전룡단들은 다시 전진을 시작했 고, 얼마 가지 않아 2차 방어진과 격돌하기에 이르렀다. 2차 방어진은 용의 모습으 로 변한 동룡족의 소규모 부대였고, 그들은 양 손으로 각자의 소울스톤을 감싼 뒤 그것을 이용해 엄청난 마력을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에 질세라 전룡단은 입에서 브레스를 내 뿜으며 그들을 공격했고, 지크를 사이에 두고 두 용족은 일대 격돌을 하기 시작했다. "으아아아악!!! 이 망할 녀석들아­!!!!!!" 전룡단의 두꺼운 브레스와 동룡족의 현란한 마법 사이에 끼어버린 지크는 비명을 지르며 이리저리 피해다니기에 바빴다. 리오라면 대규모 마법을 사용해 용의 모습 으로 변한 동룡족과 맞대결을 펼칠 수 있었지만, 그런 대규모 마법을 모르는데다 지상전이 전문인 지크로선 이럴 수 밖에 없었다. "‥음?" 한참 몸을 피해다니던 지크는 갑자기 주위의 색이 이상해진 것을 느꼈다. 약간 어 두워 졌다고 하는 것이 옳을까. 그는 시선을 위로 올려 보았고, 곧이어 눈을 크게 뜨며 전룡단에게 소리치기 시작했다. "후퇴!!!!! 뒤로 물러서!!!!!" 「예!? 무, 무슨‥?」 "궁금하면 위를 봐!" 「‥? 허억!!」 릭의 눈에 비친 것은 상공에 떠서 몸에 태양빛을 흡수하고 있는 리오의 모습이었 다. 릭은 리오의 그 기술을 기록 화면으로 본 일이 있었기 때문에 정확히 알고 있 었다. 「전원 뒤로 후퇴!!! '오메가 선샤인'의 영향권 내에 들어가면 큰일이다!!!」 전룡단은 곧 브레스를 약하게, 연속으로 쏘아대며 천천히 뒤로 물러났고, 동룡족 들은 전룡단의 그런 움직임을 모르고 있는지 계속해서 마력을 집중한 뒤 쏘아대는 것을 반복했다. "‥하아아아앗‥!!!!" 태양에너지를 적당히 흡수한 리오는 모은 에너지를 곧바로 무속성의 에너지로 바 꾸기 시작했고, 그의 몸에선 곧 회색의 빛이 구형을 띄며 퍼지기 시작했다. 이윽 고, 자신의 몸보다 약 두배 가량의 지름을 가진 작은­동룡족의 몸에 비해­회색빛 구체를 만든 리오는 곧 그 구체를 몸에 단 체 지상을 향해 급강하 하기 시작했고, 동룡족들은 자신들을 향해 엄청난 에너지 덩어리가 내려오는 것을 그제서야 느꼈는 지 즉시 몸을 피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미 때는 늦은 것이었다. 구체로 부터 몸 을 떨어트린 리오는 다시 상승하기 시작했고, 구체는 관성에 의해 계속 지면으로 낙하를 했다. 그리고 구체가 땅에 닿은 순간, 지면으로 부터 수백미터 전방 일대는 대 폭발에 휩싸여 버렸고 그 범위 내에 들어있던 동룡족들은 일순간 잿더미로 변하 며 사라져갔다. 그것으로 2차 방어진은 끝이었다. "이녀석!! 그걸 쓸 생각이었으면 진작 말했어야 할 거 아니야!! 무전기는 폼이냐!" "아아, 미안. 내가 무전기를 안 가져왔거든. 잠깐 마이크 폰좀 빌려줘 지크." "‥옛다." "아아, 기함, 들리는가? 동룡족 기지까지 더 이상의 방어 부대가 있는지 레이더로 확인할 수 있나? ‥없다고? 좋아, 그럼 이곳으로 와서 보급 준비를 하도록. 이상." 무전을 끊은 리오는 곧 릭에게 한시간 정도의 휴식 시간을 주도록 명했고, 릭은 즉시 그 명령을 전룡단에 하달했다. 한시간이라는 휴식 시간에, 전룡단의 대부분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눈 앞에 적 의 기지가보이는 곳에서 한시간동안 편히 쉬라는 것은 너무 사치스럽다 생각한 탓이었다. 하지만 가즈 나이트 둘이 즉석 식품을 먹으며 눈덮힌 시베리아의 경치 를 여유있게 즐기는 모습에 그들의 걱정은 곧 사그러 들었다. 반면, 동룡족은 전혀 그렇지가 않았다. 전력의 손실이 극히 미미한 서룡족과 가즈 나이트들이 기지 근처에서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자 그들은 극도로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1차 방어진과 2차 방어진이 순식간에 전멸당한 것도 그들이 긴장 하는 것에 보템이 되었고, 가즈 나이트들이 둘이나 포진하고 있다는 소문이 동룡족 병사들 사이에 빠르게 퍼져 기지를 향해 언제 무엇이 날아올지 모른다는 생각 때문 에 그들의 사기는 시간이 가면 갈수록 악화가 되었다. 한시간이 다 되어갈 무렵, 기지 중앙에 위치한 초 거대 전차 '독룡'에 타고 있는 동룡족 장군 워스프는 긴장감 때문에 화가 머리 끝까지 나버렸고, 결국 이성을 잃 어버렸는지 의자의 팔걸이를 강하게 내려치며 부관을 향해 소리쳤다. "빌어먹을, 빌어먹을!!! 저 간악한 가즈 나이트들과 서룡족 녀석들을 박살내 버려 야 내 직성이 풀리겠다!!! '귀골'부대를 전방에 위치시킨 뒤, 전군 출격한다!!!" 그러자, 부관은 깜짝 놀라며 워스프의 부들부들 떨리는 팔을 잡은 뒤 진정하라는 듯 그에게 말하기 시작했다. "자, 장군님!! 제발 진정하십시오!!! 저들이 공격해 오지 않는 것은 우리들의 전력 을 알지 못해서임이 분명합니다!! 제발 명령을 취소하시고 주룡께 지원부대를 부탁 하심이‥!" "에에이, 시끄럽다!!!! 더이상 이러고 있다간 공격 당해서 죽기 전에 화가 나서 죽을 것 같다!!! 뭘 하는거냐!! 어서 지시를 따라라!!!" 워스프의 강경하고도 정신나간 명령에, 결국 부관은 고개를 떨구었고 전 동룡족 부 대에겐 전군 출격 명령이 떨어졌다. 그렇게 명령이 떨어지자, 동룡족 부대원들은 긴장감 때문에 미친듯이 기지 밖으로 뛰쳐 나가기 시작했고, 그 덕분에 워스프가 지시한 진형은 출격 지시가 떨어진지 5분도 안되어 완전히 깨어지고 말았다. ※※※ "오, 이 통조림 참치 맛있는데?" 리오는 종이분말로 특수하게 만들어진 포크를 이용해 통조림에 든 참치를 먹으며 만족한듯 고개를 끄덕였고, 지크는 진지한 얼굴로 리오를 바라보며 말해주었다. "양념장이 들어있잖아." "아아, 그렇군." 역시 식사를 하며 그들의 뒤에서 대화를 듣고 있던 릭은 가즈 나이트들이 이렇게 여유있게 사는 사람들인가 생각하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때, 지크가 갑자기 고개를 들었고, 리오 역시 먹던 통조림을 아래에 내려 놓으며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들의 반응에, 릭은 움찔하며 리오에게 물었다. "‥동룡족이 움직이기 시작했습니까?" "‥그렇다고 볼 수 있지. 작전은 성공이야. 자, 휴식시간은 이것으로 끝이니 전룡 단에게 전열을 정비하도록 지시해주게 릭. 그리고 정신을 바짝 차리도록 추가로 지시해 주고. 동룡족이 아닌 거대한 무언가가 여럿 느껴지니까." "‥네? 아, 알겠습니다!!" 릭은 곧바로 휴식을 취하고 있는 전룡단을 향해 달려갔고, 그 사이 리오는 어깨를 움직여 몸을 풀며 지크에게 말했다. "‥오메가 선샤인을 쓴 탓에 심한 움직임은 할 수 없을 것 같아. 지면의 진동으로 보아 예전에 말했던 그 가변형 대전차와 또 다른 무언가가 있는 것 같으니 그것들 은 네가 좀 처리해 줘." 그러자, 지크는 기다렸다는듯 씨익 웃으며걱정하지 말라는듯 리오의 어깨를 두드 렸다. "헤헷, 그 덩어리들은 내가 확실히 맡을테니 걱정하지 말라구. 오늘에야 말로 이 지크님의 신기술을 보여줄테니 말이야. 우헤헤헤헷‥!" "좋아. 자, 가볼까‥!" 리오와 지크는 전룡단으로 부터 출발준비가 다 되었다는 신호를 기다리다가, 신호 가 떨어지자 마자 지크가 약간 앞선 상태로 동룡족의 기지를 향해 출발을 하였다. "전룡단은 잘 듣도록. 현재 동룡족들은 정신상태와 진형이 상당히 흐트러진 상태 다. 그러니 이쪽에서 냉정함을 가지고 방어 위주의 공격을 펼친다면 동룡족 병사 들은 쉽게 물리칠 수 있을 것이다. 주의할 점은, 동룡족의 것이 아니라 생각되는 지상병기가 포착되면 덤비지 말고 우리들에게 전하라는 것이다. 자, 그럼 건투를 빈다. 아, 이 말을 잊었군. '우리들의 여신을 위하여'‥." 「오오오옷­!!!」 그렇게, 동룡족과 바이오 버그 연합군에 대한 제 1 반격작전인 시베리아 탈환은 마무리로 치닫고 있었다. ----------------------계속--- For Goddess...! (2부) Vol. 9 ------------------------------------------------------------------------- -------------------------------------------------------------------------- 「온다!! 브레스로 선제공격!! 대신 전열이 무너지지 않도록 주의해라!!!」 릭은 동룡족과의 거리가 적당히 좁혀지자, 큰 소리로 전룡단에게 지시를 내렸고, 전룡단들은 지시에 따라 파상적인 브레스 공격을 펼치며 동룡족들을 차례차례 처 단해 갔다. 물론 동룡족 측에서 반격을 하지 않은건 아니었지만 피해 정도는 비교 조차 할 수 없는것이었다. 전황은 간단했다. 불속에 뛰어드는 나방들의 무리를 그대로 나타낸다고 할까. 동 룡족들의 부대는 너무나도 허무하게 죽어 나갔고, 결국 몇십분도 안되어 후열에 있던 가변형 대전차 '귀골'과 동룡족 장군 워스프가 타고 있는 '독룡'만이 남게 되었다. 독룡의 앞에 포진해 있는 20대의 가변형 전차는 대구경 주포를 쏘며 인간 형의 모습으로 변하기 시작했고, 완전히 모습을 바꾼 전차들은 양 어깨에 설치된 초대형 머신건을 쏘며 전룡단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온다!! 받아쳐라!!! 각자 '프로텍트' 마법을 이용해 몸을 보호하라!!!」 전룡단은 릭의 지시에 따라 프로텍트 마법을 사용한 뒤 브레스로 머신건의 탄을 밀 어내기 시작했다. 그때, 후열에 있던 귀골들이 등에 부착된 대구경 주포를 공중으 로 쏘아대기 시작했고, 쏘아진 탄은 긴 곡선을 그리며 전룡단의 머리 위를 향해 떨어지기 시작했다. 파앙­!!! 순간, 포탄은 공중에서 폭발했고, 그 안에 있던 액체들이 지상에 있는 전룡단을 향 해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것을 본 지크는 움찔하며 전룡단에게 소리쳤다. "빌어먹을!! '네이팜'탄이다!!! 모두피해 바보들아!!!!" 지크의 지시를 들은 전룡단은 몸을 피하기 시작했으나, 미처 피하지 못하고 범위내 에 들어가버린 전룡단은 하늘에서 떨어진 액체를 뒤집어 썼고, 액체들은 엄청난 속 도로 불이 붙으며 드래곤의 두꺼운 피부를 태우기 시작했다. 「우, 우워어어어어어­!!!!!!」 지크는 비명을 질러가며 화장되어가는 전룡단원의 모습을 보며 이를 악물었다. 자 신이 알던 네이팜탄과는 차원이 다른 위력이었다. 순간 온도가 수천도까지 올라가 는 대인용 네이팜탄이 아닌, 대 드래곤용 네이팜탄이 분명했다. 멀리서 느껴지는 온도만 해도 수십만도에 가까웠기 때문이었다. "‥빌어먹을, 어떻게 저런‥!!! 이봐 릭!! 전룡단은 후퇴시켜!!! 저 덩어리들은 나 와 리오가 맡겠다!!!" 「예!? 하지만, 저 전차들은 20대 정도나 되는데‥!」 "우린 저 녀석들보다 훨씬 더한 괴물들도 상대해본 사람들이야!! 말꼬리 달지 말 고 어서 사라져!!!" 「아, 예!!」 전룡단들은 곧 릭의 지휘에 따라 리오와 지크를 엄호하며 뒤로 물러서기 시작했고, 전장에 단 둘이 남게 된 리오와 지크는 전차들을 없애기 위한 방법을 짜 내기시작 했다. 그러나, 그 사이에도 귀골들은 둘에게 포화를 퍼부었고 둘은 사방으로 몸을 움직이며 생각을 해야만 했다. "젠장!! 어떻게 할거야 리오!! 방법이라도 있어!!!" "오늘에야 말로 신기술을 보여준다 떠든 녀석은 누구지!!" "‥쳇, 알았다구!!! 엄호나 좀 해줘!!!" 지크의 몸은 곧바로 강한 기류에 휘감겼고, 리오는 귀골들을 향해 달려가는 지크 를 엄호하기 위해 양 손에 마법진을 떠올리기 시작했다. 설원에 쌓인 눈을 해치며 지크는 귀골들을 향해 고속으로 달렸고, 전차들은 지크의 접근을 포착했는지 어깨 에 장비된 대인살상용 공뢰를 퍼트리며 지크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멋지게 보여줘 봐 지크!! '인페르노'­!!!" 귀골들의 어깨에서 공뢰들이 벌떼처럼 튀어나와 지크에게 따라 붙자, 리오는 미리 준비한 '인페르노' 마법을 기동시켰고, 양 손에 준비된 마법진에선 붉은색의 광선 들이 제각기 목표를 찾아 잔광을 흩날리며 날아가기 시작했다. '인페르노'의 빛줄기와 공뢰들이 부딪혀 일어난 폭발을 뚫고 귀골들에게 가까이 접근한 지크는 허리에 맨 무명도를 양 손에 든 뒤, 몸의 기를 극한까지 끌어 올리 며 자신에게 시선을 돌리는 귀골들을 쏘아보았다. "명도(冥刀) 무명(无冥), 구백구십구식(九百九十九式) 뇌천살(雷千殺) 개(改)!!! 음(陰) 구백구십구식 지옥도(地獄圖)­!!!!! 목을 내밀어라­!!!!!" 그러자, 지크의 몸에서 퍼지던 기류는 폭풍처럼 거세어지기 시작했고 어느 순간 지크의 몸은 보이지 않게 되었다. 멀리서 그것을 보던 리오의 눈은 지크가 사라짐 과 동시에 크게 떠졌고, 재미있다는 표정으로 팔짱을 끼며 중얼거렸다. "호오, '지옥도'라‥. 이거 320번째 베기 이후론 보이지도 않는걸‥?" 이윽고, 지크의 모습은 전차들의 뒷쪽에서 회오리 바람을 동반하며 나타났고, 지크 는 굳은 표정으로 무명도를 칼집에 넣으며 뒤로 돌아섰다. 그러자, 20대의 귀골중 열 아홉대가 일순간 수십조각으로 몸이 잘리며 폭발했고 마지막 남은 한대 마저도 왼팔과 머리의 반이 잘려 나가며 상태 이상을 일으켰다. 한 순간에 전차 20여대가 부숴지는 모습을 본 릭과 전룡단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은체 지크를 바라보 았고, 리오 역시 놀란 표정으로 지크에게 다가와 기특하다는듯 그의 등을 두드리며 소리치기 시작했다. "대단한데! 바람의 힘에 대해 각성한 뒤 이정도로 강해질줄은 몰랐어!!" "‥등좀 그만 두드려‥우우웩‥!" 순간, 지크는 몸을 크게 웅크리며 위장 안에 있던 내용물을 토하기 시작했고, 리오 는 손으로 입가를 가린체 뒤로 돌아서며 지크에게 물었다. "으읍‥. 이건 또 무슨 반응이지?" "‥네가 나 정도의 스피드로 칼을 천번 휘둘러봐‥! 우우욱‥!!! 중력을 무시하는 운동 때문에‥우욱‥!! 위장이 뒤집어진다구‥우우욱‥!!!!!" "‥부작용이 있는 기술이구나." 리오는 계속 괴로워하고 있는 지크를 측은하다는 미소를 지은체 바라볼 뿐이었다. 쿠웅!!! 그때, 머리 일부와 왼쪽 팔이 잘린 귀골이 몸을 리오와 지크가 있는 방향으로 돌 렸고, 오른팔에 장착된 대형 머신건으로 그들을 조준하며 탄을 퍼부을 자세를 취 했다. 그러나, 아쉽게도 그 귀골은 뒷쪽에서 날아온 전룡단의 브레스에 무차별로 당했고 결국 폭발하며 땅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 「괜찮으십니까 두분 다!!」 릭은 둘에게 급히 날아오며 상황을 물었고, 리오는 엄지손가락을 펴보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아직도 몸을 숙이고 있는지크는 엄지 손가락을 아래로 향한체 계속 구토증세를 나타낼 뿐이었다. "‥이봐, 지금은 약도 없어." "‥우우욱‥!!! 물이나 줘‥입안에 써‥우우욱‥!!!" 아직도 회복 기미가 안보이는 지크를 보던 리오는 한숨을 지으며 시선을 마지막 남 은 초대형 전차에 돌려 보았다. 그 전차는 다행스럽게도 움직일 기미를 보이지 않 았으나, 그 전차로 부터 풍기는 알 수 없는 분위기는 지크가 없앴던 귀골 20대보다 훨씬 강해보였다. ‘‥왠만한 전함보다도 강할 것 같군. 포탑 양쪽에 장치된 저 동굴같은 포대는 또 뭘까. ‥하긴, 상대해 보면 알겠지.’ "‥좋아, 여기서 휴식. 나와 지크가 여기서 상황을 보는 동안 자네들은 부상자의 후송과 전사자들의 처리를 하도록. 저 거대 전차는 우리들이 맡는게 희생이 적을 것 같으니까." 「예, 알겠습니다.」 리오의 지시를 받은 릭은 곧바로 전룡단을 이끌고 후방으로 향하기 시작했고, 리오 는 지크의 등을 두드리며 가자는듯 말했다. "자자, 완전히 끝내버리자고 지크." "등 두드리지 말랬지!! 우우우욱‥!!!!!" "‥이런 이런‥. 어쨌거나 먹은 것도 많군." ※※※ "‥이렇게 전멸을 당하다니‥. 설마 이렇게 될 줄은‥!!!" 동룡족 장군 워스프는 자신의 머리를 양 손으로 감싼체 괴로워하며 중얼거릴 뿐이 었다. 한번의 출격 명령에 의해 완전히 부숴진 시베리아 기지의 병사들, 그리고 가즈 나이트 한명에 의해 조각나버린 귀골 20대‥. 이것은 워스프 자신이 생각해도 주룡 쥬빌란에게 도저히 용서를 받을 수 없는 결과였다. "‥장군님‥." 워스프의 부관은 걱정스런 얼굴로 자신의 상관을 바라보았다. 독룡의 상황실 안은 워스프의 무거운 분위기에 맞춰 어두울대로 어두워져 있었다. 이윽고, 워스프는 고개를 들며 상황실 안에 있는 모든 병사들에게 말했다. "‥전원 탈출하도록." "예에!?" 워스프의 갑작스런 지시에, 전 병사들은 깜짝 놀라며 그를 바라보았다. 워스프는 덤덤히 미소를 지은체 자신의 부관과 병사들에게 말했다. "이 독룡은 나 혼자서도 조종할 수 있게 만들어져 있다. 그리고, 너희들의 임무는 주룡께 이 시베리아 기지가 함락되었다는 것을 전하는 것이다. 부관은 이것을 받 도록." 워스프는 자신의 품에서 커다란 매달을 꺼냈고, 그 매달을 옆에 있는 자신의 부관 에게 건내주었다. 부관은 그것을 본 순간 완전히 고개를 숙이고 말았고, 일부 병사 들은 눈물까지도 떨구고 말았다. 그 매달은 장군들에게 하나씩 전해지는 일종의 '면죄부'로서, 장군을 놔두고 도망쳐온 병사들이 쥬빌란에게 처벌을 받지 않게 하 는 표시였다. "마마께 죄송하다 전해라." "‥예!" 조금 후, 병사들은 워스프와 일일이 악수를 나눈 뒤 독룡으로 부터 탈출을 시작했 고, 워스프는 병사들이 모두 나간 것을 확인한 뒤 직접 조종석에 앉았다. "‥이걸 누르면 한명이 조종하게 되는건가‥. 하하하핫‥." 워스프는 허탈한 웃음을 지으며 스위치 위에 설치된 커버를 젖힌 뒤 말 없이 스위 치를 눌렀다. ※※※ "‥온다." 리오는 몸을 숙이고 있는 지크의 머리를 두드렸고, 속이 그런대로 풀린 지크는 리 오가 준 물통의 마개를 닫으며 몸을 일으켰다. "얼라? 저 녀석들 다 도망가잖아? 이렇게 되면 게임 오버 아니야?" 지크는 독룡의 뒷쪽에서 동룡족의 병사들이 용의 모습으로 변해 어딘가로 향하는 모습을 보며 머리를 긁적였다. "아아, 그렇진 않을거야. 우리가 해치운 저 대 전차들도 인공지능 회로 하나만으로 움직이니, 저 거대한 녀석도 파일럿 한명으로도 다 때울 수 있을거야. 게다가 저기 도망치는 녀석들 가운데 동룡족 장군 워스프가 보이지 않았어. 아, 움직인다!" 리오와 지크는 두개의 거대한 포를 꿈틀거리며 움직이기 시작한 시베리아 기지의 마지막 보루, 독룡을 향해 천천히 시선을 돌렸다. ---------------------계속--- For Goddess...! (2부) Vol. 10 ------------------------------------------------------------------------- ------------------------------------------------------------------------- 지크와 리오가 현재 가장 궁금해 하는 것 중 하나는 바로 독룡의 대형 포탑 양 옆 에 장치된 두개의 거대한 포였다. 독룡이 천천히 움직이기를 시작함과 동시에 용의 머리와도 비슷하게 생긴 그 두개의 포 역시 마치 살아있는 생물처럼 자유자제로 움 직이기 시작했고, 곧 리오와 지크가 있는 곳을 향해 포구가 돌려졌다. 쿠우우우우우우‥ 그 거대한 포구에서 자신들이 위치한 곳 가까이까지 알 수 없는 액체들이 강하게 분무되기 시작하자, 리오는 무언가를 물어보듯 고개를 갸웃거리며 지크를 바라보았 고, 지크는 피식 미소를 지은 후 뒤로 돌아서며 리오에게 말했다. "헤헷‥. 도망가자!!!!!" "뭐!?" 둘은 곧바로 몸을 날리며 독룡으로 부터 물러났고, 그 직후 독룡의 포구에서 뿜어 지는 액체는 곧바로 새파란 화염으로 변하며 마치 광선처럼 리오와 지크를 향해 일 직선으로 날아오기 시작했다. 그 화염의 범위로 부터 겨우 벗어난 리오는 약간 놀 란 눈으로 옆에 있는 지크를 바라보며 그 화염의 정체에 대해 물어보기 시작했다. "뭐지? 화염 방사기의 일종인가?" "쳇, 너희 동네 화염 방사기는 불꽃이 시퍼렇냐? 게다가 보통의 화염 방사기라면 여기까지 일직선으로 올 수도 없다구. 저건 스페이스 셔틀이나 우주용 대형 로켓에 쓰이는 부스터를 무기에 응용한, 개발 코드네임이 '이플리트'라는 병기야. 휘말리 면 장난이 아니라구. 하지만 이플리트는 개발된지 한달만에 너무 위험한데다 연료 소모가 지극히 높다는 이유로 UN에서 사용금지는 물론 설계도 및 계획서 폐기 명령 까지 내린건데‥? 그것도 10년 전에!" 지크의 설명을 들은 리오는 자신들을 향해 천천히 다가오기 시작하는 독룡을 바라 보며 고개를 살며시 저어 보았다. "‥지금 그것이 우리 눈 앞에 있으니 사용금지나 폐기 명령은 중요한 문제가 아니 겠지. 그런데, 그 반동을 어떻게 이겨내는거지? 저런 정도의 위력이라면 뒤로 쭉 밀려나가는게 정상 아닌가?" "중력 바리어도 만들어내는 녀석들인데 뭐가 이상하겠어. 어쨌거나, 온다!" 독룡은 곧 포탑 주위에 설치된 미사일 포트의 문을 연 뒤 리오와 지크를 향해 무차 별로 사격을 하기 시작했다. 둘은 다시 공중으로 날아 올라 미사일들을 피하기 시 작했고, 지크는 다가오는 미사일들의 숫자가 점점 많아지자 귀찮다는듯 큰 소리로 투덜댔다. "빌어먹을!!! 기관총이라도 하나 들고 나올걸 잘못했군!!!" "‥쳇!" 리오 역시 귀찮음을 느꼈는지 왼손에 마법진을 떠올린 뒤, 곧바로 지면을 향해 손 을 뻗었고 그가 만든 마법진에선 커다란 화염구 하나가 튀어나와 지면과 격돌을 했 다. 그러자, 눈 덮인 설원의 한 곳에 일순간 강한 화염이 치솟아 올랐고, 대부분이 열추적식인 미사일들은 그 화염쪽으로 머리를 돌렸다. 미사일을 처리한 리오는 하 는 수 없다는듯 몸의 기를 높인 뒤 독룡을 향해 돌진하기 시작했고, 지크는 깜짝 놀라며 리오를 향해 소리쳤다. "자, 잠깐!!! 지쳤으니 나에게 부탁한다고 한 녀석은 누구야!!!" "할 수 없잖아!!" 결국, 리오는 독룡과 거리를 점점 좁혀 나갔고, 독룡은 기다렸다는듯 이플리트의 포구를 리오에게로 돌린 뒤 강하게 폭염을 분출했고, 한발의 폭염을 여유있게 피 한 리오는 디바이너에 기를 불어 놓으며 독룡의 포탑을 노렸다. "리오!! 위험해!!!" "­!?" 지크의 신호와 함께 시선을 위로 올린 리오는 자신의 바로 위에 이플리트의 포구가 입을 벌리고 있자 움찔하며 몸을 움직이려 했으나, 이플리트가 뿜어내는 폭염의 속도는 짧은 시간동안 플레어부터 오메가 선샤인에 이르는 대형 기술을 연속으로 쓴 리오에겐 감당하기 힘든 정도의 것이었다. 결국, 리오는 이플리트의 폭염을 온 몸에 뒤집어 쓰고 말았고, 리오를 명중시켰다는 것을 느낀 이플리트의 포구는 자신 의 동체로 부터 폭염을 떨어트린 뒤 지면을 향해 계속폭염을 뿜어대기 시작했다. 포구로 부터 뿜어지는 엄청난 열과 압력에 의해 포구가 떨어지는 지면은 부숴지기 보다는 녹아서 사방으로 '튀었고', 그 광경을 안타깝게 지켜보던 지크는 이를 악 물며 독룡을 향해 돌진하기 시작했다. "이 바보같은 녀석!!! 부탁한다면서 개죽음을 당하면 무슨 망신이야!!!!" 한편, 독룡을 홀로 조종하고 있는 워스프는 리오를 잡았다는 생각에 이플리트의 출력을 더더욱 올리고 있었다. "하핫!! 하하하핫!!!! 이것으로 가즈 나이트, 패왕 리오·스나이퍼의 전설도 끝이 다!!! 수천만도의 폭염 속에서 영원히 잠들어 버려라, 리오·스나이퍼!!!!! 으하하 하하하하핫­!!!" 삐익­! 삐익­! 그때, 한참 신이 나 있는 워스프의 귀에 경보음이 들어왔고, 워스프는 순간 불길한 마음에 독룡의 상태 화면을 돌아보았다. 독룡의 양쪽에 장착된 두개의 이플리트중 한개의 터빈에 이물질이 붙었다는 경보였다. "이, 이것은‥!?" 그와 동시에, 리오를 향해 폭염을 뿜어내던 이플리트의 뒷쪽에서 강한 폭발이 발생 했고, 순간 폭염이 복발 부분을 향해 역류하며 양쪽으로 화염을 뿜어내기 시작했 다. 그것도 오래 가지 않아, 이플리트는 결국 대 폭발을 일으키며 독룡의 육중한 차체를 뒤흔들었고 독룡을 향해 돌진하다가 그 폭발 때문에 몸을 멈춘 지크는 독 룡으로 부터 화염 덩어리 하나가 공중으로 치솟는 것을 잠시동안 멍하니 바라보다 가, 순간 주먹을 불끈 쥐며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은체 희열에 찬 목소리로 중얼거 렸다. "‥저 괴물 녀석‥! 하여튼 넌 괴물이야!!" 독룡으로 부터 치솟아 오르던 물체의 겉을 감싸고 있던 화염은 이내 사라졌고, 그 화염 안에 있던 리오는 상당히 지친 모습으로 지크의 가까이까지 날아왔다. 비실 거리며 날아온 리오를 부축한 지크는 리오의 몸이 엄청나게 뜨거운 것에 놀라지 않 을 수 없었고, 리오는 입에서 뜨거운 열기를 뿜어내며 지크에게 힘없이 중얼거렸 다. "‥쿨럭‥! 폐가‥타버린 느낌이야‥쿨럭‥! 이제 진짜로 너에게 맡겨야 하겠다 지크‥. 허억‥!" "‥쳇, 넌 어쩔땐 나보다도 더 바보같단 말이야. 자, 몸이나 한참 식히라구!" 지크는 곧바로 후퇴해 있는 전룡단에게 연락을 취한 뒤 리오를 밑의 눈밭에 눕혀 주었고, 리오가 눕자 마자 지면에 쌓인 눈들은 연기를 내며 증발하기 시작했다. 그 가 아무리 기로 몸을 보호했다 하더라도 수천만도에 이르는 열은 따질 수 없을 정 도로 강렬한 것이었다. 다시 공중으로 떠오른 지크는 독룡의 움직임이 잠시 정지한 것에 이때가 기회라고 생각하고 공격을 하려 했으나, 그에겐 아직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있었다. 대인 격 투가 전투방식의 주를 이루는 지크에게 저런 대형 물체를 격파하라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부탁이었다. ‘우욱‥! 우찌하란 말이냐!! 지금 당장 신 기술을 개발할 수도 없는 일이잖아!!’ 지크는 죄없는 자신의 머리카락을 쥐어 뜯으며 괴로워했으나 방도는 나오지 않았 다. 그렇게 그가 고민하는 동안 독룡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고, 지크의 마음은 점 점 조급해져만 갔다. "지크, 이 멍청한 녀석!!! 구백구십사식, 단공(斷空)을 써라!!! 네 스스로 봉인시 킨 그 기술을 쓰란 말이다!!!" 그때, 지크가 귀에 끼고 있던 마이크 폰에서 리오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그 말을 들은 지크는 침을 꿀꺽 삼키며 리오가 누워있는 쪽을 바라보았다. 리오는 현재 릭 의 부축을 받은체 전룡단중 한명이 대신 들어주고 있는무전기를 통해 지크에게 소 리치고 있었다. 그러나, 지크는 리오의 그런 말을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심하게 머 뭇거리고 있었다. "하, 하지만 단공은 내 수준으론 쓸 수 없는‥!!" "지금 넌 옛날의 네가 아니야!! 진정한 바람의 힘을 깨우친 바람의 가즈 나이트란 말이다!! 그런 기술을 쓰고 지쳐 쓰러질 정도의 네가 아니야!!! 저들과의 첫 전투 를 실패로 돌릴 생각인가!!!" 사실, 리오가 전투불능에 빠진 지금 상황은 역전된 것이나 다름 없었다. 리오가 없 었다면 전룡단의 전투는 상당히 어려웠을 것이고, 사상자도 수십배 이상 늘어났을 것이 뻔했다. 자신이 이런 상황에 처할 것을 염려한 리오는 그런 이유로 지크를 부 른 것이었고, 결국 리오가 생각해둔 나쁜 상황대로 지크는 마지막 카드가 되어 있 었다. "‥빌어먹을 녀석!! 저 고철 덩어리를 부수면 널 바베큐로 만들어 버리겠어!! 좋 아, 간다!!!" 지크는 곧바로 무명도를 뽑아 양 손에 거머쥐었고, 무명도의 날과 자신의 몸을 일 직선이 되게 만든 뒤 눈을 감고 정신을 집중하기 시작했다. 금(禁), 구백구십사식 단공. 이것은 지크가 자기 스스로 수련을 하며 터득한 기술 중 가장 절단력이 높은 기술로서 자신과 무명도, 그리고 대기가 하나됨으로서 사 용할 수 있는 초 고성능의 초식이었다. 그러나, 보통 상태에서 지크가 이 기술을 성공시킨 일은 기술개발 당시 한번 뿐, 그 이후로는 그가 이성을 잃고 무제한의 바람을 사용할때 말고는 한번도 사용한 역사가 없는 기술이었다. "‥아, 아니‥?" 리오를 한참 부축하고 있던 릭은 갑자기 자신의 주위를 감싼 모든 것이 정지된 느 낌을 받고 말았다. 릭을 비롯한 다른 전룡단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리오만은 알고 있었다. 그는 희미하게 미소를 지으며 중얼거렸다. "‥드디어 바람의 가즈 나이트가 시동이 걸렸군. 지금까진 뇌력만을 사용해서 자신 의 주위를 감싸고 있는 대기와 친해지지 않았던 녀석이, 드디어 진짜 가즈 나이트 가 되는거야‥. 단 400년 만에 저 녀석은 슈렌과 가까울 정도의 힘을 가지게 됐어. 대기를 알게 된 것은 나와 잠깐 대결했던 단 30분 만이고‥후훗‥." "‥!!" 릭은 리오의 그 말을 듣고서야 주위의 대기가 정지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 고, 그저 재미있는 사람의 것이라고만 느껴지던 지크의 뒷모습이 지금 한순간 그가 어렸을때 보았던, 얼굴의 피를 닦으며 자신을 바라보던 리오의 모습과 비슷하게 느껴졌다. "‥!!!!" 지크는 눈을 떴다. 그의 눈 앞에 있는 것은 자신을 향해 이플리트의 포구를 들어올 리고 있는 거대 전차, 독룡의 모습이었다. 이플리트의 포구로 부터 화학물질의 냄 새가 나기 시작했다. 폭염을 분출하기 직전이었다. 분명 자신은 그 범위 내에 있었 고, 단공을 쓰기 전엔 완전 무방비 상태가 되는 자신에게 있어서 크나큰 위기의 순 간이었다. 그러나, 지크의 지금 정신상태는 맑디 맑았다.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과 같이. "‥금, 구백구십구식‥!" 지크의 중얼거림과 함께, 무명도는 그의 손에 이끌려 하늘 높이 치켜 올려졌고 그 모습을 독룡 내의 모니터로 지켜보고 있던 워스프는 그 역시 좋지 않은 느낌을 받 았는지 곧바로 이플리트와 이어진 스위치를 눌렀다. 쿠오오오오오오오오오­ 이플리트 내의 터빈이 돌아가는 소리, 포구의 중앙으로 부터 밀려나오는 폭염. 그 리고 물이 흐르듯 깨끗이 그어 내려지는 무명도의 칼날. "‥단공‥!!" -----------------------계속--- For Goddess...! (2부) Vol. 11 ------------------------------------------------------------------------- --------------------------------------------------------------------------- "이∼히!!! 또 한곡 뽑아 볼까!!!!" "오오오오옷­!!!!" 전룡단 기함 안에선 한참 승리의 자축 행사가 벌어지고 있었다. 독룡을 깨끗이 이 등분시켜 승리를 결정지은 지크는 상의까지 벗은체 술에 취해 노래를 부르고 있었 고, 다른 전룡단들 역시 운이 없게 경비를 맡게 된 단원들 말고는 전부 잔치에 참 가해 승리감을 만끽했다. 전룡단 단장인 릭 역시 처음엔 이게 무슨 짓이냐며 지크 에게 따졌지만 그 역시 술이 한두잔 들어가면서 결국 함께 어깨동무를 하고 노래를 부르는 처지가 되고 말았다. 다음날, 전룡단 기동 함대는 새벽같이 드래고니스로 귀환했고, 1차 탈환 작전을 성공으로 이끈 그들은 동료들과 드래고니스의 거주 주민들로 부터 대대적인 환영을 받게 되었다. 바이칼은 그저 덤덤히 잘했다는 한마디를 던졌으나, 바이칼로 부터 잘했다는 소리가 나왔다는 것 자체가 전룡단으로선 상당히 영광이었다. 짧긴 했지만 상당히 성공적으로 끝난 시베리아 탈환작전이 끝난 후, 리오는 오래간 만에 드래고니스로 옮겨진 지크의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바이칼의 궁전에서 쉴 수도 있었지만 그곳은 알 수 없는 압박감이 있었기에 리오는 몸도 마음도 편히 쉬 기 위해서 그곳으로 가는 것이었다. 지크의 집에 도착한 리오는 곧바로 집의 현관문을 열었고, 그 순간 리오는 잠시동 안 의아한 표정을 짓고 말았다. 지크의 집 거실에서 레니를 주축으로 옆집에 사는 세이아까지 카드놀이를 한참 즐기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리오가 문을 열고 들어오 자,웨드 개발 전까진 백수 노릇을 할 수 밖에 없는 리진이 입에 오징어 다리를 문 체 리오를 향해 손짓을 하며 그를 반겨 주었다. "와아, 어서와요 리오씨! 식사는 주방에 남은 것이 있으니 알아서 챙겨 드세요." "예? 아, 예‥." 리오는 알 수 없다는 미소를 지은체 천천히 주방으로 향했다. 그때, 세이아가 뒤에 서 그를 불러 세우며 추가로 말을 해 주었다. "어머, 리오씨. 오븐에 피자 남은것도 있거든요? 데워서 드시면 괜찮답니다." "‥예." 리오는 힘없이 망토를 벗어 옷걸이에 걸은 뒤 오븐으로 다가가 안에 들어있는 피 자를 확인한 뒤 '데우기'라고 쓰여진 버튼을 눌렀다. 의자에 앉아 차가운 우유를 마시며 한참 휴식을 취하던 리오는 순간 아차하며 다시 오븐에 다가갔다. "‥아, 가스 벨브를 열지 않았군." 가스 벨브를 열고 다시 데우기 버튼을 누른 리오는 쓰디쓴 미소를 지으며 의자에 앉아 잠시 생각에 잠겨 보았다. 만약, 자신이 가즈 나이트가 아니고 보통 남자로서 가정을 가지게 되었다면 계속 이런 상황의 반복이 될지 모른다고‥. 그때, 부엌 안으로 갑자기 세이아가 들어왔고, 그녀는 앞치마를 급히 두르며 리오 에게 미안하다는 표정을 지어 주었다. "어머, 죄송해요 리오씨. 카드 놀이에 정신이 팔려서‥. 지금 식사 만들어 드릴께 요. 조금만 기다려 주시겠나요?" "아, 아닙니다. 계속 즐기시지요." "어머, 그럴수는 없어요. 일 끝나고 들어오셔서 피곤하실텐데 식사는 드려야요." 세이아는 그렇게 말한 뒤 냉장고에서 재료를 꺼내 급히 다듬기 시작했고, 리오는 오븐 안에 있는 피자를 슬그머니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아니, 재미있었을지도‥. 후훗‥.’ 2장 [WED 시동] 1차 탈환작전이 성공적으로 끝난 이후에도 전룡단들은 아시아 각지에서 밀고 당기 는 전투를 계속 했고 그로부터 한달이 지난 후 아시아의 대부분은 전룡단과 가즈 나이트들에 의해 탈환되어 각 나라의 임시정부에게 양도가 되었다. 한편, 그 한달 이라는 시간 동안 'WED'계획은 마무리가 되었고 각 원형 기체들은 이제 실전 테스 트만을 남겨두게 되었다. 수시간에 걸친 회의 끝에 난 결론은 러시아의 수도인 모스크바 탈환 작전에 웨드를 첫 투입한다는 것이었다. 물론 반대론도 만만치가 않았다. 모스크바 탈환 작전과 같은 큰 작전에 아직 실전도 거치지 않은 웨드를 투입한다는 것은 계획을 수포로 되돌리려는 것과 같다는 의견이 반대론의 주를 이루었다. 하지만 전룡단들이 시가 전을 할때 바이오 버그에게도 상당히 문제를 겪어 가즈 나이트들이 거의 다 일을 처리한 예와, BSP들의 주 전투 무대가 건물이 많은 거리였음의 예를 들며 장로가 반대론의 전룡단 단장들을 설득한 끝에 결국 결론은 나고야 말았다. 가장 표준형 웨드에 가까운 스펙과 무장을 지닌 리진의 웨드의 경우, 기본 무장이 그레네이드 랜쳐 내장식 200미리 라이플과 라이플용 탄창, 고폭 수류탄 여섯발, 웨 드용의 틸·니켈 나이프 등이었고, 사이킥커 전용 추가 병기는 BSP 전용 무기인 사이킥 소드를 웨드용으로 확대시킨 것과, 사용자의 초능력 반응에 연계되어 따로 공중을 떠다니며 지원 사격을 할 수 있는 두개의 '옵션'이었다. 화력 중시형 웨드 의 원형인 헤이그의 웨드는 왼쪽 어깨에 게틀링식 250미리 중형 빔 머신건과 오른 쪽 어깨에 전함의 메기드 케논을 소형화시킨 메기드 바주카가 추가 장갑판과 함께 장비되어 있었다. 사격 중시형 웨드의 원형인 케빈의 웨드에 경우 추가된 장비는 단 하나 뿐이었다. 출력 1.5 기가 와트급의 프로톤 라이플로서, 최대 명중거리 80km의 초절무비한 병기였다. 위력과 사정거리에 비례해 연속 사격은 불가능했지만 위력과 정확도 만큼은 가공할만 했다. 하지만 이 병기는 케빈 한명에게만 지급이 가능했고, 예비분의 프로톤 라이플도 존재하지 않았다. 사실 케빈의 프로톤 라이플 은 '실수'로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같은 것을 다시 만들어보려고 해 도 불가능했고, 만들어진 프로톤 라이플을 뜯자니 하나 완성된 것도 못쓰게 될 것 같았기 때문에 결국 그 행운은 케빈에게 돌아가게 되었다. 나머지, 매직 유저용 기체엔 마법 증폭장치 외엔 별다른 추가 장비가 없었다. 웨드를 실은 수송선에 탑승하기 전, 챠오는 리오와 함께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아니, 일방적으로 리오가 얘기를 한다는게 더 옳았다. 물론 그를 부르긴 챠오가 불렀지만. "‥음, 이번 모스크바 탈환 작전엔 제가 참여하지 않습니다. 나름대로 할 일이 있 기 때문이죠." "‥!" 그러자, 챠오는 순간 인상을 약간 찡그렸고 그녀의 그런 모습을 본 리오는 약간 당 황해 하며 계속 얘기를 이어 나갔다. "아아, 물론 슈렌과 지크, 그리고 데스 발키리들이 지원을 합니다. 그러니 너무 긴 장하진 말아요. 이번 작전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성공하느냐, 실패하느 냐에 따라 유럽쪽을 탈환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크게는 두달까지 차이가 날 수도 있죠. 이번에 여러분들을 투입하는 이유는 시가전에 대해선 여러분들이 전룡단보다 훨씬 경험이 많으신 탓입니다. 그렇듯 여러분들의 역활이 상당히 중요하죠." "…." 아무런 말도 없는 챠오. 그리고 말을 마친 뒤 시선을 함대쪽으로 돌려보는 리오. 둘 사이엔 더이상 아무런 말도 없었다. "와우!! 휘­익!! 그림 좋은데!!! 휙­휙­!!!" 그때, 자신이 탈 기함을 향해 날아가던 지크가 우연히 그 장면을 목격하게 되었고, 그는 큰 소리로 휘파람을 불며 둘을 놀려대기 시작했다. 리오는 저 멀리 사라지는 지크를 보다가 다시 챠오를 바라보며 힘없이 웃어 보였다. "지크 녀석‥. 자, 이제 출발하세요. 돌아오시는 날에 치킨이나 듬뿍 사드릴께요." "‥예. 아, 잠깐만요." 그때, 챠오는 막 돌아서려던 리오를 다시 불렀고, 리오는 궁금한 표정을 지으며 다시 챠오쪽을 돌아보았다. 그녀는 약간 머뭇거리다가, 침을 꿀꺽 삼킨 뒤 리오에 게 넌지시 물어보았다. "‥저어‥. 제가 리오씨를 뵙자고 한 이유‥아시나요." "…." 리오는 말 없이 챠오를 바라보았다. 평소와는 달리 고개를 숙인체 한참 긴장하고 있는 그녀를 바라보던 리오는 곧 그녀에게 다가가 그녀의 이마에 살짝 키스를 해 준 뒤 빙긋 웃으며 말했다. "‥후훗, 챠오씨는 키가 크셔서 키스하기가 편하네요." "‥그, 그런‥." "으아아아악­!!!! 내 귀에 그런 간지러운 말이 들리게 하다니­!!!!!!" 그때, 둘의 머리 위에서 지크의 비명소리가 들려왔고, 리오는 머리를 감싼체 공중 에서 괴로워하고 있는 지크를 올려다보며 크게 말했다. "이봐, 안가고 거기서 뭐하는거야." "우오오오오오­!!! 다른 여자들의 원성이 들리지 않느뇨, 바람둥이 스나이퍼!!!" 지크는 계속 그렇게 소리치며 머리를 감싸쥔체 하늘을 둥둥 떠다녔고, 리오는 결국 미안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챠오쪽을 바라보았다. "아아, 저 녀석의 말은 신경쓰지 마세‥아, 챠오씨?" 그러나, 챠오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웨드 수송함에 도망치듯 탑승하고 말았고, 리 오는 어깨를 으쓱이며 역시 뒤로 돌아섰다. 하지만 지크의 말은 아직 끝난 것이 아 니었다. "이 바람둥이야!!! 바이칼에게 일러바칠꺼다!! 각오하라구!!!" "…." "으윽!!! 그렇다고 머리에 스패너를 집어던지는 녀석이 어디있어!!!!" "‥바보 녀석‥." 리오는 머리를 흔들며 천천히 드래고니스의 메인 브릿지로 향했다. ※※※ 리오는 바이칼, 장로와 함께 브릿지의 화면을 통해 모스크바로 출발하는 함대의 모습을 지켜보았다. 리오는 걱정이 되는듯 한숨을 쉬며 장로에게 물었다. "‥후우, 괜찮을까요. 아무래도 동룡족 역시 모스크바 만큼은 빼았기지 않으려고 결사를 다짐할텐데요. 제가 참여하지 않는게 좀 걸리는군요." 리오의 물음에, 장로는 진지한 표정을 지은체 자신의 긴 수염을 쓰다듬으며 천천 히 대답했다. "‥지금까지 리오님은 왠만큼 중요하다는 지역의 탈환 전투엔 모두 참여하셨습니 다. 그리고 모두 승리를 거두셨지요. 하지만, 리오님 한분으로 이 세계의 탈환을 이룰 수 있는 것은아닙니다. 이번에 리오님이 참가하지 않고 모스크바전의 승리 를 거둔다면, 전룡단 단원들이 가진 리오님의 의존도는 상당히 떨어질 것이고 리 오님의 일은 그만큼 편해집니다. 그리고 전룡단의 정신력도 당신에 대한 의존도가 낮아진 만큼 강해지겠죠. 리오님, 당신은 전략적으로 최대의 무기이며 최후의 방 어선입니다. 당신께서 언제나 최고의 상태를 유지하셔야만 우리는 이번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습니다. 알아주시길." "예, 알겠습니다." 리오는 장로의 진지한 태도와 깊은 생각에 존경심을 느끼며 엄숙히 대답을 했다. 예전에 용족 전쟁때에도 느낀 것이지만, 장로가 서룡족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상 당히 컸다. 거의 외출중인 바이칼 대신 서룡족을 아무런 문제 없이 이끄는 그의 능 력은 신계에서도 최고라 할 수 있을 정도로 대단한 것이었다. 리오로선 존경하지 않을 수 없는 인물이기도 했다. 한편, 계속 떫떠름한 표정을 짓고 있던 바이칼은 리오를 흘끔 바라보며 낮은 목소리로 그에게 물어왔다. "‥아까 바보 너구리(지크) 녀석이 나에게 통신으로 너에 대해 이상한 말을 하던 데‥." 그 순간, 리오는 표정을 굳히며 바이칼에게 되물었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거지." 그렇게, 아시아와 유럽의 완전한 탈환이 걸린 모스크바 작전도 조용히 시작되어져 갔다. ---------------------계속--- For Goddess...! (2부) Vol. 12 ------------------------------------------------------------------------ ------------------------------------------------------------------------ 붉은 장발의 청년이 그녀의 눈 앞에서 맨티스 크루저들에게 힘차게 돌진을 했다. 하지만 그 청년은 상대가 되질 않았다. 헌터일때도 제일 상대하기 귀찮은 존재중 하나인 맨티스 크루저‥. 보통 인간으로선 절대 1대 1로 상대해선 안되는 존재였 다. 결국, 맨티스 크루저들에게 덤비던 그 청년은 자신의 검을 봉쇄당했고, 다른 맨티스 크루저에게 등을 보이고 말았다. 그녀는 그 청년을 구하기 위해 있는 힘을 다해 몸을 날렸다. 운이 좋으면 그 청년도 살고, 자신도 사는 것이었다. 푸욱­!!! 그러나, 그녀는 운이 나빴다. 그 청년을 살리는데엔 성공했지만 자신의 목숨을 부 지하는데엔 실패하고 만 것이었다. 그녀가 자신의 품 속에 쓰러진 것을 본 그 붉은 머리의 청년은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소리치기 시작했다. "누, 누나‥?! 베니카 누나!!!!" 그녀는 자신의 몸에서 힘이 빠져 나가는 것을 느꼈다. 의식도 점점 흐려져갔고, 등 에 당한 상처에서 전해지는 통증도 이젠 느껴지지 않았다. 그녀는 결국 자신의 운 명을 깨달았는지, 사력을 다해 그 청년의 얼굴을 손으로 쓰다듬어주며 희미하게 말 했다. "너, 넌 살아야해 리오‥. 기사가‥되었잖아‥." 그 말을 끝으로, 그녀의 눈 앞은 어둠으로 가득차게 되었다.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그 청년의 목소리도 점점 멀어져만 갔다. 얼마나 오랜 시간이 지났을까. 그녀가 다시 눈을 떴을때, 그녀의 눈 앞엔 어딘가 낮이 익은 듯 한 붉은 장발의 남 자가 서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주위엔 십여마리의 흉악한 마물들이 거친 숨소리를 내며 도사리고 있었다. 그녀는 아무래도 상황이 너무 않좋다는 것을 깨달았는지, 그 붉은 장발의 남자를 바라보며 말했다. "연약한 여자 혼자서 싸우는 것을 보고만 계실건가요? 너무하잖아요." "아아, 미안‥." 그 붉은 장발의 남자는 자신의 보라색 검을 뽑으며 주위의 마물들을 쏘아보기 시 작했다. 순간, 갑자기 눈 앞에 캄캄해지는가 싶더니 그녀의 눈 앞엔 아까 보았던 붉은 장발 의 남자가 이성을 잃은체 자신의 앞에서 무시무시한 살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그녀 는 그 남자에게 그만하라 소리치려 했으나, 이상하게도 말은 나오지 않았다. 이윽 고, 그녀의 목엔 그 남자가 가지고 있던 보라색의 검이 닿았고, 그녀의 눈 앞은 다 시 어둠에 휩싸이고 말았다. 그때,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소리쳤다. 영혼의 목소리 로‥. ‘‥미안해요, 리오‥.’ 그리고 오랜 시간이 지나 그녀가 다시 눈을 떴을때, 그녀의 눈 앞엔 붉은색의 거대 한 마법탄이 들어왔고 그녀는 주위를 살펴보기 시작했다. 위험했다. 이대로 가다간 성 안에 있는 사람들 모두가 저 마법의 영향권 안에 들어가 몰살을 당할 것이 뻔했 다. 그러나, 그녀는 더이상 저런 마법을 튕겨낼 힘이 없었다. 그녀는 급히 자신의 작은 은제 십자가를 손으로 포갠 뒤, 혼신의 힘을 다해 공간이동의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그 거대 마법탄이 성에 닿은 순간, 그녀의 십자가와 성 안의 모든 사람 들은 다른 곳으로 이동을 하게 되었다. 그러나, 그녀 자신은 그럴 수 없었다. 자신 의 온 몸을 덮어오는 초 고열의 느낌, 그리고 다시 닥쳐오는 어둠‥. 그녀는 다시금 영혼의 목소리로 소리쳤다. 자신의 마음 속 깊은 곳에 오래전부터 있던 한 남자를 향해‥. ‘미안해요‥리오‥.’ ..................... . . . . . . . . . . "‥으음‥!" 새벽녘, 아란은 머리를 감싸쥐며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녀의 몸은 땀에 완전 히 젖어 있었고, 그녀의 안색 역시 그리 좋은 편은 아니었다. 아란은 침대 옆에 놓 아둔 물주전자의 물을 컵도 이용하지 않고 그대로 벌컥벌컥 들이키기 시작했다. 마 치 무언가를 잊으려는 것 처럼‥. 물을 충분히 마신 아란은 주전자를 내려 놓으며 쓰디쓴 미소를 지어 보였다. 입가에 묻어난 물을 손등으로 닦으며,아란은 나지막 히 중얼거렸다. "‥훗‥쓸데없는 기억이 또‥. 이젠 정말 싫군‥후후후훗‥하하하핫‥." 아란은 자신의 머리를 감싸쥐며 히스테리 말기 증상의 환자처럼 웃기 시작했다. 한달에 한번 꼴로, 자신의 옛 기억 때문에 죽음에 대한 간접 경험을 몇번씩 하는 그녀였다. 게다가, 리오라는 가즈 나이트를 직접 만난 후 그 꿈을 더욱 더 자주 꾸 는 것이었다. 물론 그녀는 자신이 왜 그런 꿈을 꾸는지, 그리고 리오라는 남자를 만난 뒤 왜 자주 그 꿈을 꾸게 됐는지에 대한 이유를 알고 있었다. 인연은 우정으로, 우정은 믿음으로, 믿음은 사랑으로, 사랑은 배신감으로, 배신감 은 '절망'으로‥. ※※※ "‥음? 오늘은 안색이 좋지 않군, 아란." 제궁 밖에서 한가로이 산책을 하던 리오는 우연스럽게도 아란과 마주치게 되었으나 그녀의 얼굴에 혈색이 없자 약간 의외라 생각하며 그녀에게 물었다. 그러나, 아란 은 피식 웃으며 재미없는 대답을 할 뿐이었다. "‥후, 쥐가 고양이 걱정을 하는 것 같군요. 그런데, 당신은 모스크바에 가지 않 았나요? 알테미스와 츄우, 그리고 레베카가 당신이 보이지 않는다며 연락을 해 왔 는데‥. 후훗, 설마 겁이라도 나는건 아니겠죠?" "‥아아, 이번 작전엔 이래저래 빠지게 됐지. 하지만 보통때완 달리 당신들과 WED 들이 추가 지원을 하니 별 문제는 없을거라고 봐. ‥아, 여기서 헤어져야겠군. 바이칼이 아침부터 보자고 해서‥. 그럼 다음에 점심이라도 같이 하지. 후훗‥." 리오는 곧 손을 흔들며 아란과 헤어졌고, 리오의 뒷모습을 말 없이 바라보던 아란 은 다시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중얼거렸다. "‥어쨌거나 당신은 여러모로 성장했군요‥. 700년 전과는 아예 다른 사람처럼 보 이니까‥. 후후후훗‥." 아란은 자신이 머물고 있는 세이아의 집이 있는 구역을 향해 터벅터벅 걷기 시작 했다. ※※※ 모스크바의 외곽 지역은 현재 피를 말리는 접전이 한창 진행중이었다. 도시 안쪽엔 들여보내지 않겠다는 동룡족, 바이오 버그들과 방어선을 뚫겠다는 서룡족과의 전투 는 현재 어느쪽도 밀리지 않고 사상자만이 나오는 상황이었다. 전룡단 단장들 역시 입술을 태울 정도로 긴장한체 전황을 지켜보았고, 그들과 반대편에 있는 동룡족의 장성들 역시 긴장할대로 긴장해 있었다. 양측 다 밀리는 쪽이 이번 싸움에서 지거 나 큰 피해를 입는다는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슈렌님, 무슨 방법이 없겠습니까. 이대로 가다간 양 측이 큰 피해만 입고 끝날 것 같습니다." 제 8 전룡단 단장 '레소드'는 자신의 상관이자 이번 작전의 총 책임자인 슈렌에게 지시를 부탁했고, 아무 말 없이 의자에 앉은체 전투 상황을 모니터로 지켜보던 슈 렌은 화면을 전체지도 화면으로 바꾼 뒤 레소드에게 보라는듯 턱을 움직였다. "‥여기서 부터, 여기까지‥." 슈렌은 광학식 사인펜으로 모니터에 일직선을 그어 보였다. 모니터에 긋긴 했지만 거리상으론 70km가 넘는 거리였다. 슈렌이 동룡족의 본진으로 부터 이쪽 기함까지 선을 그어 보이자, 레소드는 이해가 안간다는 표정을 지으며 슈렌에게 물었다. "슈, 슈렌님. 말씀하신 뜻을 잘 모르겠습니다만‥." 그러자, 슈렌은 조용히 펜으로 의자의 팔걸이를 두드리며 레소드에게 설명을 해 주었다. "‥전방을 맡고 있는 바이오 버그들은 B+에서 A-급 정도의 대형 종들이오. 가죽도 두껍고, 힘도상상외로 강하기 때문에 전룡단이라 하더라도 어려움을 격고 있는 것 은 사실이오. 지금까지의 BSP기록과 전룡단의 작전 기록들을 살펴본 결과, 대형 바 이오 버그들은 본진 어딘가에 있는 슈퍼 컴퓨터의 명령을 받아 일괄적인 행동을 하 고 있다는 것이 최근 밝혀졌소. 바꿔 말하자면, 그 슈퍼 컴퓨터를 부순다면 일시적 이나마 바이오 버그들의 행동을 멈출 수 있을 것이고, 그 사이 전룡단이 총 공격을 한다면 지금의 균형을 깰 수 있을 것이오." 그러자, 레소드는 순간 허망한 표정을 짓고 말았다. 70Km의 거리안에, 그것도 적 의 본진 속에 있어서 몇겹의 외부 방어선을 뚫어야만 파괴가 가능한 슈퍼 컴퓨터를 슈렌은 쉽게 '파괴하면 된다'라고 얘기하는 것이었다. "슈, 슈렌님! 그것은 불가능합니다!! 적의 외부 방어선을 뚫지 않는 한 저 슈퍼 컴 퓨터는 건들지도 못한단 말입니다!!" "‥정공법으로 한다면 그렇지." 슈렌은 인정한다는듯 고개를 끄덕였고, 그 순간 레소드는 말을 잊고 말았다. 곧, 슈렌은 다시 모니터의 스위치를 누르며 설명하기 시작했다. "아군 본진에서 적 본진까지‥정확히 이 기함에서 적의 통제용 슈퍼 컴퓨터까지의 거리는 71.028㎞‥. 반올림 해서 나온 수치요." "…." "‥이 거리는 내가 아무리 투창 실력이 좋다 해도 목표물을 100% 맞출 가능성이 희 박한 거리가 되오. 그리고 분명 일주일 전 있었던 '울란바토르'작전까진 불가능했 을 것이오. 그러나, 이번 작전엔 시도도 할 수 있고, 성공할 확률은 매우 높소." "‥예에!?" ......................... . . . . . "이보세요 케빈·브라이언씨!!! 웨드 안에선 흡연을 하지 말아달라고 말씀드렸지 않습니까!!!" 웨드 격납고 안에선 웨드 책임자인 전직 BSP대위 나타샤·벨로비치와 케빈의 말싸 움이 또다시 진행되고 있었다. 자신의 웨드 '코알라'(참고로, 케빈은 호주가 고향) 의 콕핏트를 열고 담배를 즐기고 있던 케빈은 살짝 인상을 쓴 체 나타샤를 바라보 며 말했다. "어허, 난 담배연기 없으면 정신 집중이 안되는 사람이라구요." "그건 니코틴 중독 초기 증상입니다! 게다가, 안에서 담배를 피우시면 웨드의 트랜 스율이 낮아질지도 모른다는 말이 있으니 담배는 밖에서 피워 주세요!" 그러자, 케빈은 피식 미소를 지은 뒤 어깨를 으쓱이며 비아냥대듯 말했다. "‥노처녀 언니, 밖은 당신 나이와 똑같은 영하 29도란 말이오. 폐가 얼어 붙을 정 도인데 밖에서 담배를 피라고요?" "‥지, 지금은 전투중입니다! 사생활에 관련된 얘기는 하지 말아주세요!" 나타샤는 얼굴을 붉히며 다시 케빈에게 소리쳤고, 케빈은 알았다는듯 담배를 콕핏 트 외부 장갑에 부벼 끈 후 웨드에서 내렸다. 그러나, 그가 내리기가 무섭게 전룡 단 단원 두명이 격납고 안으로 들어왔고, 그들은 케빈에게 경례를 붙인 뒤 자신들 이 받은 명령을 전달하기 시작했다. "케빈 소위님! 슈렌님께서 지금 즉시 웨드의 준비를 끝내고 나오시라는 명령을 내 리셨습니다!" "음? 아아‥맞아. 그것 때문에 내가 여기 있었지. 알았으니 2분만 기다려 달라고 말씀드리시오. 아, 그리고 나타샤 대위님, 프로톤 라이플의 탄환좀 꺼내 주십시오. 한개만 있으면 됩니다." "‥예, 알겠습니다." 케빈은 웨드용 고글을 쓰며 웨드 안으로 들어가 콕핏트 문을 닫았고, 나타샤는 곧 장 들고 다니던 노트북의 스위치를 켠 뒤 원격으로 창고에서 프로톤 라이플용 탄환 을 꺼내는 작업을 개시했다. 1분도 지나지 않아, 프로톤 라이플의 탄환은 '코알라' 에게 지급되었고, 케빈은 웨드의 시동을 걸며 씨익 웃어 보였다. "자아, 나가볼까 귀염둥이. 아아, 이게 빠지면 안돼지 안돼지‥." '코알라'의 출격 모습을 지켜보던 나타샤는 케빈의 웨드가 갑자기 이상한 행동을 하기 시작하자 눈을 휘둥그래 떴고, 조금 후 통신기를 켜며 고성을 지르기 시작했 다. "케빈 중위!!! 웨드의 외부 공기 흡입구에 도대체 뭘 꽂은겁니까!!!!" 케빈은 들은둥 마는둥 하며 웨드를 이끌고 격납고 밖으로 나갔고, 나타샤는 밖에서 밀려오는 차가운 공기에 몸을 움츠리며 눈을 질끈 감았다. "으윽‥! 저 니코틴 중독자‥!!" 한편, 슈렌을 비롯한 전룡단 단장들은 케빈의 웨드가 어서 빨리 나오기를 기다렸 다. 이윽고, 케빈의 웨드가 나왔을때 전룡단 단장들의 얼굴은 일순간 굳어버렸고, 슈렌의 부관은 레소드는 당황한 말투로 슈렌에게 물었다. "‥슈, 슈렌님‥. 웨드의 외부공기 흡입구에 뭔가 꽂혀있습니다만‥." 각 웨드들은 마스크 부분에 외부공기 흡입구가 있었다. 마치 마스크에 구멍이 두게 뚫린 것 처럼 보일 정도로 구조가 간단했기 때문에 그것에서 힌트를 얻은 케빈은 한국의 담배회사에 특별 주문을 하여 자신의 기호식품에 대한 욕구를 충분히 충족 시킬 수 있었다. 그것을 보던 슈렌은 고개를 끄덕이며 레소드에게 말했다. "‥담배군." ------------------계속--- For Goddess...! (2부) Vol. 13 -------------------------------------------------------------------------- -------------------------------------------------------------------------- 향긋하게 밀려오는 담배의 연기. 케빈은 이 냄새를 맡아야만 정신이 집중되는 것 같았다. 케빈 자신은 나타샤가 말한 그대로 자신이 니코틴 중독 증상이 아닌가 생 각해 보았지만 그가 담배를 처음 물게 된 10대 후반에도 사격하기 전에 담배를 피 우면 그의 실력은 기가막히게 향상이 되었다. 케빈은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자신의 정신과 '코알라'의 TDS CPU를 트랜스 시켰고, 그 자신은 곧 웨드가 되었다. 그는 코알라의 백팩에 장비된 프로톤 라이플을 꺼낸 뒤 길게 펼쳐 사격 준비를 했고, 탄환을 장전한 뒤 조준을 하기 시작했다. "흠흠∼중력오차 계산‥0.0000001‥Ok, 장애물 계산‥좋아. 타겟 록 온‥으음?" 순간, 코알라가 갑자기 프로톤 라이플의 조준장치에서 시선을 떼자, 슈렌은 약간 움찔하며 통신기를 통해 케빈에게 상태를 물었다. "‥이상이라도 있습니까." 「음‥이상이라면 이상입니다. 록 온 사이트의 각도가 0.6도 정도 빗나가있군요. 아아, 뭐 걱정하지 마시오. 록 온 사이트를 끄고 하면 되니까.」 통신기에서 들려온 그 청천벽력과 같은 소리에 전룡단들은 다시금 긴장을 했고, 역시 그 말을 들은 슈렌의 부관 레소드는 슈렌의 앞에 무릎을 꿇으며 명령의 철회 를 요구하기 시작했다. "이, 이건 안됩니다 슈렌님! 록 온 사이트를 사용하지 않고 70km 밖의 목표를 맞 춘다는 것은 인간으로선 불가능한 것입니다!! 제발 명령을 철회해 주십시오!!" 그러나, 슈렌의 의지는 확고부동한 것이었다. "케빈 중위는 당신들보다 총기류를 더 오래 다뤄본 사람이오. 그리고, 만약 그가 실패한다면 나 혼자 가서라도 그 슈퍼 컴퓨터를 부술테니 걱정하지 마시오." 결국, 레소드는 더이상 말을 하지 못했고, 그로부터 조금 후 케빈에게서 다시 통신 이 들어왔다. 「Ok! 전방에 있는 지크에게 명령을 내리시오!」 "알겠소." ..................... . . . . . . 전룡단 제 1, 9, 30대대를 맡고 있는 지크는 참호 안에서 몸을 풀며 슈렌에게 연락 이 들어오길 기다리고 있었다. 그의 임무는 '작전'이 성공하여 적의 전방에 포진해 있는 바이오 버그들의 움직임이 잠시 정지하면 그 틈을 타 돌격을 하는 것으로 솔 직히 상당히 초초한 임무이기도 했다. "젠장, 케빈 녀석은 왜이리 늦는거야. 담배 연기에 질식이라도 한건가‥." 지크는 자신의 귀에 꽂고 있는 마이크폰을 매만지며 투덜거렸고, 지크의 뒤에 서있 는 릭 역시 상당히 초초한듯 자신의 검 자루를 손가락으로 끝없이 매만졌다. 「지크, 지크 들리나.」 그때, 슈렌의 낮은 목소리가 지크의 귀에 들려왔고 지크는 그제서야 한숨을 돌리 며 릭에게 손짓을 했고, 릭은 고개를 끄덕이며 모든 전룡단과 다른 단장들에게 바 쁘게 연락을 취하기 시작했다. "좋아, 들린다 슈렌! 신호나 보내줘!!" 「으음‥지금이다.」 지크는 너무 빠른게 아닌가 생각하면서 릭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펴 보였고, 릭 역 시 전룡단 전체에게 신호를 보내었다. 그러자, 열을 지어 서 있는 전룡단의 중앙 부분이 양 옆으로 갈라지기 시작했고 양쪽으로 분단된 전룡단의 사이 거리는 약 30m 정도가 되었다. 그렇게 길을 만든 전룡단들은 곧바로 절연물체가 코팅된 특수 방패를 옆에 들어 자신들의 몸을 보호했고, 준비가 완벽히 끝나자 지크는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슈렌에게 말했다. "준비 끝이다!" ......................... . . . . . "음‥시작하시오." 지크에게서 신호를 받은 슈렌은 곧바로 케빈에게 발사 신호를 보냈고, 코알라 안에 서 신호가 떨어지기만을 기다리고 있던 케빈은 즉시 프로톤 라이플의 방아쇠를 당 겼다. "좋아, 날아랏­!!" 콰아아앙­!!!! 엄청난 굉음과 함께, 프로톤 라이플의 총구에선 적황색의 광선이 무서운 스피드로 동룡족의 본진을 향해 날아가기 시작했다. 전룡단이 미리 준비한 길을 무사히 통과 한 광선은 폐허가 되어버린 전장을 빠르게 통과했고, 이윽고 동룡족의 진형을 급습 하기에 이르렀다. "쿠에에에에에에에엑­!!!!!!" 전방에, 정확히 말해 프로톤 라이플의 광선이 통과하는 길에 위치해 있던 대형 바 이오 버그들은 일시에 몸을 관통당하며 즉사를 했고, 뒤에 있던 동룡족 병사 몇명 도 관통한 광선은 동룡족이 설치해둔 두께 80cm의 강철 바리케이트에 직격을 했다. 그러나, 그 바리케이트 마저도 손쉽게 관통한 광선은 동룡족의 본진까지 들어갔고 본진 중앙에 설치되어 있던 바이오 버그 통제용 슈퍼 컴퓨터의 중앙을 꿰뚫는데에 성공하고 말았다. 한편, 서룡족의 본진에선 임시로 띄워둔 위성에서 연락이 들어오길 기다리고 있었 다. 그러는 동안, 케빈의 웨드는 프로톤 라이플을 놓고 편히 앉아 공기 흡입구에 끼워진 담배의 연기를 콕핏트 내부에 공급하고 있었다. 전룡단 단장들은 그리 미덥 지 못하다는 눈으로 '코알라'를 바라보았으나, 조금 후 들려온 오퍼레이터의 목소 리는 그들의 눈을 둥글게 만들고 말았다. 「전해드리겠습니다!! 적의 바이오 버그 통제 컴퓨터 소멸! 현재 적의 전방에 위치 하고 있는 바이오 버그들은 미동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아, 아니‥!?" 레소드를 비롯한 전룡단 단장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아무리 자신들이 만든 웨드 에 타고 있다지만 인간이, 그것도 70킬로미터 밖에 있는 목표물을 록 온 사이트도 사용하지 않고 맞추었다는 것은 믿지 못할 일이었다. 레소드는 자신들을 비웃듯이 연기를 내 뿜고 있는 케빈의 웨드를 바라보며 예전의 일을 떠올려 보았다. ‘‥이것이 장로께서 말씀하신 '인간의 잠재능력'이란 말인가‥! 설마 인간이 이 정도의 능력을 가질 정도로 진화했을줄은‥!!’ 그때, 슈렌이 레소드의 어깨를 손으로 두드렸고 기함을 가리키며 모든 전룡단 단장 들에게 말했다. "‥이제부터 시가전에 대비한 작전을 짜도록 하겠소. 모두 기함에 들어와 주시길." 곧, 슈렌은 다른 전룡단 단장들과 함께 기함 안으로 들어갔고, 레소드는 자신의 상관 슈렌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씁쓸한 웃음을 남겼다. ‘‥그래, 저분들도 한때는 보통의 인간들이셨지. 그걸 잊었군‥.’ ※※※ "자자자!!! Let's do it!!! 지금 저 녀석들을 박살내지 못하면 언제 박살내겠나!! 돌격이다!!!!" 오퍼레이터로 부터 확인 신호를 받은 지크는 무명도를 높이 들어 올리며 전룡단에 게 돌격 명령을 내렸고, 작전이 성공했다는 것에 상당히 사기가 오른 전룡단들은 각자 고함을 지르며 전투불능 상태가 되어버린 바이오 버그들을 향해 돌진하기 시 작했다. 돌격을 하는 도중, 릭은 각 부대에 포함되어 있는 대공 방어 부대에게 무전기로 급히 명령을 내렸다. "원거리 사격을 주의해라!! 각 부대의 방어병들은 날아오는거 확실히 떨어트려!!!" 「예!!」 바이오 버그들의 처리를 맡은 전룡단들은 모두 드래곤의 모습으로 변한 뒤 지크를 따라 급속으로 적진을 향해 돌격해 들어갔고, 컴퓨터에 의해 통제를 받지 못한 바 이오 버그들은 전룡단의 브레스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쓰러져 나갔다. 후방에서 보 다 못한 동룡족의 전함들이 사격을 하긴 했으나, 방어병들의 확실한 처리능력에 막혀 원거리 사격도 빛을 보지 못했다. 수천의 바이오 버그들이 거의 다 학살을 당했을 무렵, 후방에서 동룡족들의 부대가 밀려오기 시작했고 지크는 급히 전룡단 에게 대열 정비를 지시했다. "지렁이들이 몰려온다!! 전 부대는 '포지션 8'을 유지하고 박살낼 준비를 해!!" 지크의 지시에 따라, 모든 전룡단은 지크의 뒷쪽으로 물러선 뒤 세개의 화살촉 모 양으로 대열을 정비했고, 지크는 곧바로 자신의 기를 끌어 올리며 동룡족들의 부대 가 근접하기를 기다렸다. 그때, 지크의 뒤에 있던 릭이 다급한 목소리로 그에게 소리쳤다. 「지크님! 적진 중앙의 이동 속도가 느려지고 양쪽의 이동 속도가 빨라졌습니다!! 지시를 내려 주십시오!!!」 "헷, 쓸데없어!!! 정면 돌파한다!!! 1 대대는 날 따르고 9, 30대대는 후방에 전력 을 집중시키고 있어!!! 세 부대간의 거리는 일정하게 유지해라!!!" 「알겠습니다!!」 지크의 지시에 따라, 세개의 화살촉 진형중 두개는 방향을 바꾼 뒤 위치를 후방으 로 돌렸고, 나머지 하나는 위치를 바꾸지 않고 지크를 따랐다. 그렇게 진형을 바꾼 전룡단은 지크와 함께 계속 전진해 들어갔고, 곧 지크는 옆으로 넓게 퍼진 동룡족 의 부대와 맞부딪혔다. "좋아, 첫 테잎은 내가 끊는다!! 음(陰), 구백구십구식 지옥도(地獄圖)!!! 지옥의 그림을 멋지게 그려주마!!!!" 말이 끝나기 무섭게 지크의 몸은 전룡단의 맨 앞에서 사라졌고, 그 기술이 무엇인 지 알고 있는 릭은 전진 속도를 늦춘 뒤 다시 지크가 나타나길 기다려 보았다. 이윽고, 서룡족의 전방 300m 안에 들어있던 동룡족들은 일순간 고깃덩어리로 변하 며 지상으로 떨어져 내렸고, 그와 함께 지크는 모습을 나타냈었다. 그러나, 운이 없게도 지크가 나타난 곳은 동룡족 장군의 코 앞이었고, 지크가 느끼지도 못할 정 도의 스피드로 자신의 눈 앞에 나타난 것에 놀란 동룡족 장군은 움찔하며 뒤로 물 러섰다. 지크는 인상을 굳힌체 동룡족 장군을 쏘아보았고, 지크의 살기어린 눈을 바라보던 동룡족 장군은 자신의 검을 뽑아들며 잔뜩 긴장을 했다. ‘어, 어떻게 우리 병사들을 범위 단위로 몰살시킬 수 있는거지? 게다가 이 살기 등등한 녀석의 모습은‥!! 틀림없다, 가즈 나이트다!!’ "자, 잘 만났다 가즈 나이트!! 내 이름은 '란바랄'!! 동룡족 장군 서열 제 15위의 남자다!!!" "‥우우웩‥!!!!" 그러나, 지크는 란바랄의 말을 들을 사이도 없이 몸을 숙이고 구토를 하기 시작했 고, 지크의 그런 모습에 순간 당황한 란바랄은 아무것도 하지 못한체 멍하니 지크 를 바라보았다. "지, 지크님!! 무사하십니까!!!" 그때, 지크의 뒤에서 릭이 급속으로 다가왔고 지크는 손을 까딱이며 괜찮다는 신 호를 보냈다. 릭은 지크를 부축한 뒤 검을 꺼낸 후 자신의 앞에 있는 란바랄을 바 라보았고, 쓴 웃음을 지으며 그에게 말했다. "‥후, 또 만났군요 란바랄 장군. 용족 전쟁 이후 처음이죠?" 릭의 목소리와 얼굴을 본 란바랄은 움찔하며 정신을 차렸고, 곧 그 역시 미소를 지 으며 릭에게 말했다. "‥이건 릭·발레트님 아니신가. 후훗‥. 이렇게 다시 만날줄은 생각도 못했는데?" 릭은 곧 자신을 따라온 전룡단원 두명에게 지크를 맡긴 뒤 검술 자세를 취하며 란바랄에게 말했다. "그때 난 당신 때문에 명예 실추를 하고 말았죠. 전룡단 최강의 검술 실력자인 내 가 동룡족 서열 15위인 당신과 실력이 비슷하다는 결론이 전 용족전쟁때 나고 말았 으니까요. 당신으로선 행운일지 모르겠지만‥!" "‥아직도 어린 것 같군 릭·발레트. 그럼 여기서 완전히 눌러주겠다!!" 릭과 란바랄은 다시 서로의 검을 부딪히며 실력대결을 시작했다. 한편, 전룡단원 에게 이끌려 컨디션이 회복될 때까지 후방에 있기로 한 지크는 힘없이 중얼거릴 뿐 이었다. "‥주인공을 나란 말이야‥우우웩‥!!!" -----------------------계속--- For Goddess...! (2부) Vol. 14 -------------------------------------------------------------------------- 즐거운(...) 방학을 맞은 인기투표 이벤트 입니다. 맘에 드시는 인물을 여자 따로, 남자 따로 '한명씩'보내주십시오. 메모를 남겨주시는 것이 개표가 빠릅니다. 기간...다음주 화요일(21일)까지. (하이텔은 메모나 메일 다 주셔도 됩니다.) -------------------------------------------------------------------------- "예!? 웨드의 부품들이 도난을 당했다고요!!" 장로에게서 그런 말을 전해들은 리오는 깜짝 놀라며 장로에게 되물었다. 장로는 그늘진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상황을 말해주기 시작했다. "‥웨드 한대 정도는 만들 수 있는 양의 부품들이 도난을 당했습니다. 신기하게 도 운동 장치들과 파워 제네레이터를 제외하고 말이지요. 몸체와 팔, 다리, 머리 의 파츠와 프레임 부분 등등‥. 양산형 기체를 만들기 위해 제작해둔 부품들중 한 개씩만 사라졌답니다. 아, 그리고 에너지용으로 정제된 오리하르콘 결정도 일곱개 나 사라졌습니다." "‥오리하르콘 결정까지‥?" 웨드용 부품이 도난당했다는 말까진 그냥 '놀란' 리오였지만, 오리하르콘 결정까 지 도난당했다는 말을 들은 리오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전 차원계에서 가장 신비 한 물질이라 불리우는 오리하르콘. 그 금속의 정체에 대해선 주신도 답변을 거부할 정도로 신비에 싸인 물질이었다. 용도도 다양해서, 상당히 오래 전까진 검이나 부 적, 갑옷등을 만드는데 사용했지만, 서룡족의 과학자들이 이 금속을 절대 영도 상 태에서 1000시간 정도 방치를 해 두면 금속 자체가 압축이 되며 파랗고 투명한색의 결정이 생성된다는 것을 발견하면서 부터 오리하르콘은 서룡족의 초 대형 전함이나 드래고니스를 움직이는데 쓰는 거대 에너지원으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정제된 오리 하르콘 결정의 크기는 성인 남자의 주먹만했고, 강도로 따진다면 금속일때의 오리 하르콘은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강했다. 게다가 그 결정에서 낼 수 있는 에너지 는 막강한 것으로, 두개를 직렬로 연결했을때 주거지역과 전투지역을 결합한 상태 의 드래고니스(이때 크기는 제주도보다 큼)를 일곱번 이상 차원이동 시킬 수 있을 정도였다. 리오가 그렇게 놀라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 "‥일곱개라면, 이 행성은 물론 이 태양계의 왠만한 행성은 모두 분해시킬 수 있는 막대한 양인데‥!! 그런데, 범인이 누구인지 아십니까?" 리오의 다급한 질문에, 장로는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그것도 잘 모르겠습니다. 들어온 흔적도 없고, 그런 커다란 부품들을 가지고 이동한 흔적도 없습니다. 게다가, 오리하르콘 마저도 분명 제가 직접 새로 정제된 것을 옮겨 저장 캡슐에 넣어 두었는데‥." 리오는 큰 고민에 빠지고 말았다. 정제된 오리파르콘과 같이 도난당한 웨드의 부품 들‥. 그리고 그것들을 너무도 간단히 훔쳐낸 수수께끼의 존재. 하지만 지금같은 짧은 시간엔 아무리 그라고 해도 결론에 도달할 수는 없었다. "‥이번 일은 아무에게도 말씀하지 말아 주십시오. 바이칼에겐 어쩔 수 없지만 말 입니다. 그날 부품 창고를 지켰던 병사들의 입도 잘 막아 주시길." "‥예." ※※※ 나이로 볼때, 릭은 전룡단 단장 중에서도 상당히 젊은 축에 드는 편이었다. 그런데 도 검술은 단장들중엔 최고였고, 판단력과 지휘력도 최상급이어서 상당히 빠르게 제 1 단장이라는 명예를 가지게 되었다. 가끔씩 일어나는 국지전에서도 상당한 용 명을 떨친 탓에 동룡족 장군들도 상당히 염두해두는 인물이었다. 특히, 예전에 그 와 명승부를 펼쳤던 란바랄에 경우엔 더했다. "아직 힘이 남으셨습니까!!" 파앙­!! "꼬마를 상대하긴 이정도면 충분하지 않나!!" 파앙­!! 일진일퇴, 둘의 검술 실력은 거의 막상막하였다. 릭은 릭 대로 란바랄의 실력이 상 당히 좋아진 것에 놀라고 있었고, 란바랄은 란바랄 대로 릭의 실력에 감탄하고 있 었다. 둘의 격돌을 중심으로, 서룡족 전룡단과 란바랄이 이끄는 동룡족부대들의 전투는 열기를 더해갔다. 그러나 전황은 차츰 근접 전투에 강한 전룡단에게로 기울었고, 결국 란바랄은 후방에서 전해진 후퇴 명령을 받고 릭과의 대결을 다음으로 미뤄야 만했다. 란바랄은 불만을 표출하며 인상을 잔뜩 쓴체 중얼거렸다. "‥흥, 노인들 같으니라고‥! 좋아, 오늘은 내가 먼저 물러가마 릭·발레트!! 하지 만 승부는 아직 나지 않았다!! 철수!! 철수하라!!!" 결국, 동룡족의 방어부대는 급히 전장을 빠져 나갔고, 전룡단들은 승리의 포효를 지르며 승리의 기쁨을 만끽했다. 한편, 기술을 단 한번밖에 전개하지 못하고 후방 으로 물러나야 했던 지크는 불만어린 얼굴로 멀리 후퇴하고 있는 동룡족들을 쏘아 보고 있었다. "‥흥, 버릇없는 것들‥! 감히 이 지크님과의 승부를 뒤로 미루다니‥!!" 그러나 지크의 속은 아직도 울렁거리고 있었다. ............................... . . . . . . . 작전이 끝난 뒤, 슈렌은 지크와 전룡단 단장들, 그리고 BSP 대원을 대표한 헤이그 를 기함에 불렀고 즉시 작전 회의를 하기 시작했다. 이전 작전의 결과는 상당히 성 공적이었고, 특히 전룡단의 상상을초월한 사격 실력을 보여 작전을 성공으로 이끌 었던 케빈은 지금까지 웨드들에 대해 별다른 신뢰감을 가지지 못했던 전룡단 단장 들의 생각을 바꾸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지옥도를 사용해서 전장을 릭에게 맞겼 던 지크는 그리 좋은 점수를 받지 못했다. "좋소. 적들은 이제 모스크바 시내 안쪽과 시 외곽까지 물러났소. 수고해준 전룡단 제 1, 9, 30대대 장병들과 단장들에게 경의를 표하오. 그럼, 이제 다음 작전으로 넘어가겠소. 먼저 단장 여러분들께 의견을 듣겠소." 단장들의 의견은 대충 두가지로 갈렸다. 모스크바시를 네곳에서 동시에 포위해 적 을 섬멸하자는 의견과, 적이 집중해 있는 모스크바시의 동쪽에 전력을 집중시켜 힘 의 대결을 하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두 작전 모두 슈렌에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모스크바 시민들의 안전이 우선되지 않은 작전인 탓이었다. "‥여러분들의 의견 모두 적을 섬멸하는데엔 좋은 작전입니다. 그러나, 우리의 주 임무는 동룡족의 전멸이 아니라 모스크바시 탈환이오. 두 작전중 하나를 실행하게 된다면 분명 우리들의 손이나 흥분한 동룡족의 손에 시민들이 다칠 우려가 있소. 다른 작전을 말씀해 주시기 바라오." 결국, 회의실엔 정적이 감돌기 시작했고 시간이 상당히 지나자 지크는 탁자 위에 팔을 펴고 엎드리며 지루함을 나타냈다. 그때, 정적을 깨며 헤이그가 슈렌에게 말 했다. "‥게릴라 전법을 응용한 작전은 어떻소?" 그러자, 슈렌을 비롯한 모두는 헤이그에게 시선을 돌렸고, 슈렌은 고개를 끄덕이며 헤이그에게 말했다. "좋습니다. 좀 더 자세히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헤이그는 헛기침을 몇번 한 뒤, 자신이 생각한 작전을 말하기 시작했다. "저의 작전은 이렇습니다. 적의 후방에 우선 소수정예의 대원들을 파견합니다. 그 리고 그 정예대원들은 적을 후방부터 철저히 교란하고, 적이 혼란스러워진 틈을 타 서 전군이 공격을 퍼붓는 것입니다. 적이 혼란스러워지면 그만큼 시민들이 대피하 는건 쉬워질테고, 아군의 피해도 줄일 수 있을 것입니다." 헤이그의 의견에, 슈렌과 다른 전룡단 단장들은 생각보다 좋은 작전이라 판단한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가, 슈렌이 다시 헤이그에게 물었다. "‥그러나, 헤이그 대위님이 말씀하신 작전은 그 '소수정예'부대에게 모든 것이 달 려있습니다. 그 정예부대는 어떻게 뽑으실 생각이십니까." 그 질문에, 헤이그는 자신감있는 미소를 지으며 슈렌에게 말했다. "지금 이 작전을 위해 파견된 웨드의 파일럿들은 BSP사이에서도 정예중에 정예입니 다. 그리고 팀 플레이 역시 거의 2년동안 생사고락을 같이 하며 호흡을 맞춰온 이 상 거의 완벽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웨드 역시 모두 전용기체 아닙니까. 한번 저희들에게 맡겨 주십시오." 그러자, 전룡단 단장들은 술렁이기 시작했다. 아무리 그래도 웨드들의 첫 출격이니 만큼 위험하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때 제 1 전룡단 단장 릭이 손을 들며 말했 다. "전 찬성입니다. 아까 케빈이란 분의 가공할만큼 정교한 사격솜씨‥. 그것은 우리 전룡단 단장 사이에서도 완벽하게 조정된 록 온 사이트가 없으면 거의 불가능한 것이었습니다. 다른 분들의 실력 또한 리오님을 비롯한 가즈 나이트 분들이 인정 하실 정도입니다. 물론 아무것도 착용하지 않은 맨몸으론 전룡단 단원들도 이길 수 없는 분들이시지만, 인간이란 종족은 원래 이 세상의 어떤 종족보다 더 도구를 잘 사용하는 종족입니다 도구를사용할때의 인간은 저희들도 무시하지 못할 정도지 요. 능력이 높은 인간의 경우 철로 만든 검 하나만으로 마룡들과 싸울 수 있을 정 도니까요. 전 이런 생각으로 찬성을 하는 것입니다." "‥예, 저도 찬성입니다." 그 다음으로 헤이그의 의견을 지지한 사람은 다름아닌 슈렌의 부관 레소드였다. "자존심이 상하긴 하지만, 예전에 장로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인간이란 종족은 우리 용족을 제외한 모든 종족중 가장 발전 속도가 빠른 종족입니다. 인정하지 않을 수 없지요. 그리고 저분들이 탑승하고 사용하실 웨드는 우리가 만든 것입니다. 인간의 능력과, 우리의 능력을 믿어보는 것입니다." 전룡단 사이에서도 상당한 파워를 지닌 둘의 찬성에, 전룡단 단장들은 결국 군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고, 슈렌은 곧 모두를 바라보며 물었다. "‥반대의견 있으십니까. ‥없으신 것으로 알겠습니다. 그럼, 작전은 내일 새벽에 개시하도록 하겠습니다. 헤이그 대위, 정확한 웨드 부대의 투입 시기를 정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 "예, 물론입니다." ※※※ "여보세요? 엄마? 아아, 저 잘 있어요. 날씨요? 엄청 춥죠. 먹고싶은거요? 떡볶이 요. 아유, 괜찮아요 엄마. 여기가 어딘데‥. 아하하핫‥." 티베, 사이키와 함께 방을 쓰고 있는 리진은 현재 유일한 개인 통신 수단인 이리듐 위성 전화를 통해 집과 연락을 하고 있었다. 어차피 가격은 무료였다. 와카루 박사 의 '오퍼레이션 메테오'에 원래 전화회사에서 띄웠던 이리듐 위성도 포함되어 있 었기 때문에 현재 위성은 서룡족들이 개인 연락용으로 띄운 것이었다. 전룡단 단장 들과 단원들 역시 대부분 드래고니스에 가족이 있는 탓에 띄운 것이지만 BSP대원들 역시 그 덕을 보고 있었다. "예예, 알았어요 엄마. 아빠 들어오시면 저 잘 있다고 전해주세요. 예, 끊어요 엄 마." 전화를 끊은 리진은 한숨을 쉬며 자신의 전화기를 배낭에 집어 넣었고, 침대 위에 누워 티베와 사이키를 바라보았다. 책을 읽고 있는 사이키와는 달리, 티베는 그리 좋은 표정을 짓고 있지 않았다. "어, 왜그래 티베?" "‥아냐. 넌 전화할 가족이라도 있어서 좋겠다." "‥?" "‥난 가족이 없잖아. 만약에 죽는다 해도‥울어줄 가족이 없어." 티베의 갑작스러운 말에, 사이키는책으로 부터 시선을 떼었고 리진 역시 말문을 닫고 말았다. 티베는 아무 말 없이 간이 침대 위에 누워 이불을 덮었다. "‥그럴지도 몰라 티베. 널 위해 울어줄 가족은 분명 없으니까." "…." "‥하지만 네가 죽었을때 눈물을 흘릴 동료들은 있어. 더이상 죽는다는 바보같은 말은 하지 마." 리진의 그 말에, 티베는 슬그머니 고개를 들었고 리진은 티베의 얼굴을 자신의 가 슴에 묻으며 그녀의 머리를 살며시 부벼주었다. "‥아무 걱정하지 마. 우리는 한 팀이잖아." "‥으응." "‥으악!! 내 티에 이 입술 자국은 뭐야!!! 당장 빨아와 티베!!!" "뭐, 뭐라!? 맘대로 날 안아놓고 뭐가 어째!!!" 아까의 일을 잊고 다시 티격태격 싸우기 시작하는 둘을 보며, 사이키는 안심한듯 미소를 지으며 다시 읽던 책에 시선을 돌렸다. ---------------------계속--- For Goddess....! (2부) Vol. 15 ------------------------------------------------------------------------ 인기투표, 지금 실시중! ------------------------------------------------------------------------- 「연전연패‥어떻게 된 것입니까, 자랑스러운 나의 장군들이여.」 모스크바시의 크레믈린 궁전. 그 안에 위치한 거대 회의실엔 모스크바를 전진기지 로 바꾸기 위해 배치되어 있던 동룡족 장군 여럿이 있었고, 그들은 스크린에 비춰 진 쥬빌란의 웃는 얼굴 앞에 몸을 사리고 있었다. 쥬빌란은 아무 말 없이 그들을 바라보고 있다가, 인상을 굳히며 회의실 안에 있는 십여명의 장군들에게 무거운 목 소리로 말했다. 「모스크바를 빼았긴다면 다음은 유럽, 그리고 그 다음은 본거지가 있는 아메리카 대륙입니다. 그걸 아는데도 유럽에서 결사의 항쟁을 나에게 부르짖을 생각을 하고 있는 장군들은 여기서 즉시 돌아오시기 바랍니다. 물론 돌아오는 장군들은 어제 막 도착하신 군주분들과 개인 면담을 하셔야 합니다. 결사 항쟁은 지금부터 하도록 하십시오. 그럼 수고하시길.」 쥬빌란으로 부터의 통신이 끊어진 뒤, 동룡족 장군들은 고뇌에 찬 한숨을 쉬어야 했다. 쥬빌란의 지금 말은 자신의 화가 끝까지 났다는 말과 같았고, 임무 실패는 무조건 죽음 뿐이라는 것과 같았다. 잠시 후, 모스크바에 주둔한 동룡족 군대의 총 사령관인 '솔런' 장군은 자리에서 일어난 뒤 단상으로 나서며 다른 장군들에게 말 하기 시작했다. "‥이번 작전이 실패하면 마마의 말씀 대로 서룡족은 유럽까지 쳐들어올 것이 뻔 하오. 그리고 유럽까지 당한다면 마마께선 총 퇴각 명령을 내리실 것이오. 그렇게 되면 두 용족간의 균형은 무너질 것이고, 동룡족의 위상은 땅에 떨어지고 말것이 오. ‥우리는 그것을 막아야 하오. 상대방중에 비록 가즈 나이트가 끼어 있다고 하더라도, 우리가 죽을 각오로 전투에 임한다면 그들을 물리칠 수도 있을 것이오. 우리에게 기적이 일어나길 바랍시다. 기필코 이길 수 있다는 신념을 가지고!! 우리 동룡족의 미래를 위해!!" "‥알겠습니다!" 그런 뒤, 동룡족 장군들은 방어작전 회의에 들어갔고 한시간 후 회의는 겨우 끝나 게 되었다. 장군들은 피곤에 지친 표정으로 회의실을 나서기 시작했다. 그들 중엔, 서룡족 사이에서 '해부자'라고 불리우는 플루소와 란바랄이 끼어 있었 다. 시무룩한 표정으로 회의실을 빠져 나가는 플루소를 본 란바랄은 그녀의 어깨 를 가볍게 쳐주며 힘내라는듯 말하기 시작했다. "‥너무 그렇게 힘겨워하지 마시오 플루소 장군. 서룡족 사이에선 나보다 그대가 더 유명하지 않소. 그 녀석들이 언제 쳐들어올지 모르지만 아직은 그런 표정을 짓 지 마시오. 끝난건 아니지않소." "‥그렇군요 란바랄 장군. 그런데, 오늘 전룡단 제 1 단장 릭·발레트와 또다시 부딪히셨다고 들었는데‥." "음? 아아, 그렇긴 하오. 그 릭이란 녀석은 여전히 강했소. 예전보다 나도 많이 강 해졌다 느끼고 있었는데, 그 녀석은 결코 밀리지 않았소. 후, 만약 아군이었다면 멋진 친구였을게요. 아, 그럼 난 모스크바 서쪽으로 가겠소. 정문을 잘 부탁하오 플루소 장군." "‥수고하십시오 란바랄 장군." 대화를 마친 란바랄과 플루소는 각각 자신이 맡은 구역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쥬빌란의 말을 경고성 말을 들은 것도 있지만, 그들은 동룡족의 장군이라는 자존심 을 걸고 오늘은 기필코 서룡족에게 지지 않겠다는 다짐을 하고 있었다. 그것도 필 사적으로‥. ※※※ 다음날 새벽 5시 40분. 모스크바강에 근접한 킬리닌로(路)엔 스텔스 기능을 사용한 일곱대의 웨드가 소리 없이 도로에 착지하고 있었다. 웨드의 발바닥 부분은 두꺼운 특수 고무로 되어 있 어서 파일럿이 착지를 잘 하기만 하면 소음을 거의 내지 않을 수 있었다. 또한, 백팩에 장비된 주 부스터엔 강력한 적외선 흡수 장치가 장비되어 있어서 적의 적 외선 레이더로 부터도 웨드를 문제없이 보호할 수 있었다. 웨드 겉으로 흐르는 침묵과는달리, 자신의 전용 기체, '아브라함'에 타고 있는 헤 이그는 다른 대원과의 통신 화면을 켜며 각자에게 상태를 물었다. "‥매복한 적은 없나, 케빈." 「예, 걱정 마십시오 선배님.」 "리진, 위성 지도는?" 「말을 듣지 않아요 선배님. 지금까지완 달리 '쉐이드 필드'(특별한 방사선으로 위 성의 대기권 외 촬영을 막는 장치: 필자 주)가 모스크바 시내를 뒤덮고 있어요. 웨 드에 내장된 레이더를 사용하는 수 밖에 없을 것 같아요.」 "‥그렇군. 하지만 레이더를 켜면 우리가 역추적에 걸릴텐데‥. 초반부터 문제가 생기는군.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세시간 밖에 없는데‥." 그때, 좌측 아래 화면에 떠올라 있던 사이키의 얼굴이 미소를 지었고, 그녀는 걱정 말라는듯 헤이그에게 말했다. 「아, 염려마세요 선배님. 마법을 이용해서 '코넬'(사이키의 웨드)의 반경 80m 안 에 있는 적들의 좌표를 알아낼 수 있으니까요. 코넬의 컴퓨터가 전송해 드리는 X, Y, Z의 좌표는 각 웨드에 장치된 '버추어 디스플레이'에 시각적으로 표현되니 안 심해 주세요.」 "‥음, 그러면 다행이군. 하지만 80m밖에 안된다는게 좀 마음에 걸리는데‥." 「아, 80m밖의 녀석들은 저에게 맡겨 주십시오. 완벽히 엄호하겠습니다.」 케빈은 입에 담배를 물며 헤이그에게 윙크를 해 보였고, 그의 실력을 그 누구보다 도 잘 알고 있는 헤이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부탁하네. 자, 그럼 1차 행동 개시!" ............................... . . . . . . . 동룡족 병사들은 장군들의 특별 경계 명령을 받은 뒤부터 용의 모습으로 변한체 각 구역에서 경비를 철저히 하고 있었다. 천천히 밝아오는 동쪽의 하늘을 바라보 며 경비를 계속 서던 병사들은지금까지의 지루함을 달래려는듯 천천히 잡담을 나 누기 시작했다. 「음‥장군님들 모두 결사의 각오를 다지고 계시던데. 그런 장군님들의 모습을 보 는건 정말 처음이야. 예전엔 어딘가 나사가 풀린 듯 한 분들이셨는데‥」 「음, 그래. 그건 그렇고, 어제 소문 들었나? 70km정도 떨어진 거리에서 서룡족 녀 석들이 저격을 했다는거 말이야. 그것도 성공했다는데?」 「아, 나도 들었어. 정말 기술력 하나는 괴물같은 녀석들이잖아. 어떻게 그 거리에 서 저격이 가능한거지? 가즈 나이트도 그렇게 정교하진 못할거야 아마.」 「‥후우, 그런데, 서룡족 녀석들에게 가즈 나이트가 또 붙었는데, 정말 이번 전쟁 이길 수 있을까? 왠지 무서워져‥.」 피융­!! 「‥커헉‥!」 그 순간, 병사 한명이 입에서 피를 뿌리며 눈 덮인 거리에 길게 쓰러졌고, 그것을 본 다른 병사들은 혼비백산을 하며 주위를 둘러 보았다. 그러나, 그들의 시각이나 육감으론 동료 병사를 쓰러트린 존재를 도저히 할 수 없었다. 피융­!! 피융­!! 무언가가 바람을 가르는 소리. 그리고 그 소리가 들릴 때마다 머리에 구멍이 나며 쓰러지는 병사들. 결국, 목격자들마저 모두 죽어버린 탓에 그 지역에선 비상 신호 가 울려퍼지지 않았다. 잠시 후, 스텔스 기능 때문에 투명하게 변한 웨드들이 그 거리에 나타났고 그들은 동룡족 병사들의 시체를 한군데 몰아놓은 다음 사람이 있 는 것으로 추정되는 건물의 창문을 손가락으로 두드렸다. 통통통­ 잠시 후, 잠에 덜 깬 눈의 한 아주머니가 창문을 열며 머리를 내밀었고, 그녀는 짜 증난다는 얼굴로 유창한 러시아어를 중얼대기 시작했다. "뭐에요, 카스테라는 다 떨어졌다구요. 아침부터 사람을‥으잉?" 그러나, 아주머니는 자신의 시야에 아무것도 들어와 있지 않자 고개를 갸웃거리며 다시 창문을 닫으려 했다. 그때, 그녀의 앞에서 무언가가 위아래로 열렸고 거기에 선 갈색 머리의 여성이 미소를 지으며 튀어나왔다. 세계 각국 언어에 능통한 사이 키였다. "아, 실례했습니다 아주머니. 한가지 말씀드릴 것이‥." 털썩­! 그러나, 아쉽게도 그 중년의 부인은 뒤로 쓰러져 기절을 하고 말았고, 사이키는 미안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열린 창문을 통해 건물 안으로 재빨리 들어갔다. ............................... . . . . . "오오, 그러셨군요!! 난 갑자기 공기가 열리며 아가씨 한명이 튀어 나와서 깜짝 놀랬지 뭐에요. 그런데, 그 동룡족 병사들 정말 불쌍하네요. 카스테라를 자주 달 라는 것 빼고는 나쁘진 않은 청년들이었는데‥." 헤이그와 그 동룡족 병사들을 저격해 쓰러트린 케빈을 비롯한 다른 멤버들을 아주 머니의 말에 동감한다는듯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지금이 전쟁중이라는 것을 직시 하고 있는 헤이그는 다시 중년의 여성을 바라보며 물었다. "다른 사람들은 괜찮습니까? 죽은 사람이라거나, 아니면 강제로 노동을 당하고 있 는 사람이라거나‥." 그러자, 그녀는 곧바로 한숨을 내 쉬었고 침대 위에 묵묵히 앉으며 대답하기 시작 했다. "‥죽은 사람은 많았죠. 처음 이 모스크바가 함락될때 바이오 버그에게 죽은 사람 이 엄청났답니다. 그 바이오 버그들이 시체의 조각까지 남김없이 먹어버려서 시체 치우는 고생은 안했지만요. 그리고, 사람들이 노동에 끌려가진 않았지만 몸 건강한 젊은이들이 어디론가로 끌려간건 확실해요. 제 아들은 함락되기 직전 교통사고로 다리와 팔을 다치는 바람에 끌려가진 않았지만요. 하여튼 다른 젊은이들은 끌려간 뒤론 소식이 없죠." 그렇게 그 중년의 부인으로 부터 많은 정보를 입수한 BSP팀은 다시 웨드에 탑승한 뒤 다음 구역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동이 트기 전까지, 케빈에 의한 라이플 저 격에 의해 각 구역을 감시하던 동룡족 병사들은 소리없이 세상을 떴고, 사이키와 교대하며 각 웨드들에게 마법으로 적들의 위치를 알려주던 티베는 감탄을 하며 케빈에게 그 비결을 물었다. "어머머, 케빈 선배님. 200m거리 앞에 있는 적들을 어떻게 저격하시는거에요? 레 이더도 켜지 않으셨을텐데‥?" 「음? 아아, 입김으로 구별하지. 용의 모습으로 변한 동룡족 병사들은 입김의 온도 가 사람보다 높거든. 그래서 사람보다 입김이 많이 나오는데, 그걸 이용해서 위치 를 파악해 저격하는거야. 이건 내가 옛날 용병 시절에 배운것이지. 아마 이 세상 에 있는 왠만한 프로 저격수들은 상황이 이럴땐 모두 이 방법을 사용할거야.」 "우왕‥놀랍네요. 아! 적의 본진, 앞으로 400m!" 티베의 긴장감어린 목소리와 함께, 일곱대의 웨드는 모두 움직임을 멈췄고 헤이그 는 씨익 웃으며 모두에게 명령을 전달했다. "‥좋아, 이제 본 작전인 '모스크바의 폭설'을 지금부터 정확히 20분 후 개시한다. 정신 바짝 차리고 작전 준비를 하도록." 「예!」 지시를 내린 헤이그는 잠시 웨드와의 트랜스를 끈 뒤 긴장을 풀려는듯 한숨을 내 쉬며 자신의 호주머니를 열었다. 그는 묵묵히 그 안에 들어있는 부인과 딸의 사진 을 꺼내 들었고, 조금 후 사진을 이마에 대며 반드시 성공해서 돌아가겠다는 다짐 을 하기 시작했다. 「근데 리진. '모스크바의 폭설'이 뭐니 그게. 이름이 너무 유치하지 않니?」 그때, 통신기로 부터 티베의 비아냥대는 목소리가 들려왔고 헤이그는 깜짝 놀라며 눈을 떴다. 「얘, 그래도 선배님이 지으신 작전명인데‥. 그래도 유치하긴 유치하다 얘. 호호 호호홋‥. 챠오는 어떻게 생각하니?」 「음? 그, 글쎄‥.」 "…." 헤이그는 그들의 대화를 들으며 과묵히 인상을 찡그릴 뿐이었다. ---------------------계속--- For Goddess...! (2부) Vol. 16 ------------------------------------------------------------------------ ------------------------------------------------------------------------ "오래간만에 보는군‥. 대천사장 '미카엘'이 사용한 초절성검 '에릭튜드'‥." 바티칸 교황청 내부. 그곳에서 휀은 현재 교황 바오로 3세에게 받은 회색의 긴 원 통형 물체를 바라보며 낮게 중얼거렸다. 바오로 3세는 이마에 흐르는 땀을 손수건 으로 닦으며 휀에게 말했다. "그, 그것은 미카엘님이 이 교회에 남겨주신 우리 종교 최대의 비보입니다. ‥원래 는 저조차 몇년에 한번 만질까 말까 한 물건이지만, 미카엘님이 가시면서 자신을 '휀·라디언트'라 밝히는 남자가 나타난다면 그것을 넘겨주라 하셨지요." 얘기를 들으며 에릭튜드를 자신의 벨트 옆에 장비한 휀은 조용히 바오로 3세를 바 라보았다. 그런 뒤, 눈을 감으며 그에게 말했다. "‥잘만 하면 현 대천사장 '벨제뷰트'도 볼 수 있을것이오. 기대하길." "‥예에? 자, 잠깐만!! 당신은 도대체 누구십니까!!!" 바오로 3세는 방에서 막 나서고 있는 휀에게 다급히 정체를 물었고, 휀은 그 자리 에 멈춘 뒤 뒤도 돌아보지 않고 허무감이 섞인 특유의 어투로 대답했다. "‥미카엘보다 강한 자." ※※※ 플루소는 현재 모스크바의 동쪽에서 서룡족의 공격에 대비하고 있었다. 용의 모습 으로 돌아와 거대해진 병사들 앞에 여전히 인간의 형상으로 서 있는 그녀의 모습은 약간 그림이 맞지 않았으나 그렇다 해도 플루소의 나이에 맞지 않는 위압감은 사그 러들지 않았다. "‥으음‥!" 플루소는 짧게 신음하며 자신의 얼굴 중앙에 대각선으로 나버린 흉터를 손으로 매 만졌다. 왠지 모르게 쓰려오는 흉터‥. 의학적으론 다 나은 상처위에 남은 흉터일 뿐이었지만, 플루소는 이상하게도 어떤 때만 되면 쓰려오는 것이었다. 인간의 시간 으로 120년 전 생긴 상처였는데, 완만한 상처는 흉터 없이 회복되는 용족임에도 불 구하고 그 상처는 결국 깊은 흉터로 남고 말았다. 그 흉터의 출처에 대해 그녀 자 신은 쥬빌란에게도 답변을 하지 않았고, 부하의 사생활엔 그리 간섭을 하지 않는 쥬빌란은 아무 말 없이 넘겨주었다는 일화가 있을 정도로 그녀의 흉터는 동룡족 사이에서도 유명했다. 오른쪽 이마에서 부터 왼쪽 뺨까지 깊숙히 나버린 그 흉터가 생긴 이후, 그녀는 여성답지 않은 과묵함과 위압감을 가지게 되었고 그 이후 그녀의 이름 앞엔 '해부 자'라는 별명이 따라다니게 되었다. 흉터의 쓰라림이 약간 가시자, 플루소는 알 수 없는 미소를 띄우며 어제의 전투 이후 상당히 가깝게 접근해온 서룡족의 본진을 바라보았다. "‥쿠쿡‥너도 온건가 슈렌‥. 오늘은 일진이 너무나도 좋군, 후후후훗‥." 동룡족 병사들은 그런 플루소의 모습을 보며 가끔씩은 전율도 느낄때가 있었다. ............................. . . . . . . . . "2분 전! 모두 작전 준비!" 초초하게, 또 한편으론 여유있게 시간을 보내던 헤이그는 즉시 자신의 웨드와 트랜 스하며 대원들에게 지시를 내렸고, 그의 지시에 맞춰 다른 대원들도 각자의 기체 와 트랜스하기 시작했다. 웨드의 운동장치가 특히 중요시되는 챠오와 마키는 시간 을 기다릴때도 몇번이고 했던 자기검진 프로그램을 다시 실행해 보았다. 리진은 그 레네이드 랜쳐의 내장식 탄창에 그레네이트 탄을 채워 나갔다. 티베와 사이키 역시 웨드에 내장된 마법 증폭장치를 다시한번 점검해 보았고, 케빈은 다섯번째의 담배 를 입에 물고 불을 붙인 후 백팩에 장비된 프로톤 라이플에 탄 한발을 장전했다. 그리고 2분의 시간이 흘러갔다. 리진은 웨드의 콕핏트 내부를 적정 온도로 유지해 주는 에어컨디셔너가 이상이 생긴게 아닌가 생각해 보았다. 예전에 바이오 버그와 실전에서 처음 마주했을때 이상의 긴장감으로 그녀의 이마엔 땀이 송글송글 맺히기 시작했다. 조금만 더 긴장했더라면 아마 그녀의 웨드는 오른손에 잡고 있는 라이플 의 방아쇠를 당겼을지도 모른다. 리진은 참으로 기나긴 2분이라 다시금 생각해 보 았다. 「‥Time over! 작전 개시!!」 헤이그의 지시와 동시에, 웨드들은 스텔스 기능을 모두 오프시키며 전방에 위치한 동룡족들에게 무차별 사격을 개시하기 시작했고, 뒤에서 갑자기 급습을 당한 동룡 족 병사들은 등쪽에 처참한 일격을 맞으며 힘없이 쓰러져갔다. 「습격이다!!! 적의 습격이다!!!!」 한 병사의 처절한 외침과 함께, 동룡족 병사들은 급히 뒤로 돌아서기 시작했으나 그들의 머리 위로 검은색과 붉은색의 웨드가 스쳐지나감과 동시에 상황은 더욱 혼 한으로 빠져들었다. 「으, 으아아악­!!!」 챠오와 마키의 웨드는 동룡족 병사들의 안쪽을 파고들며 웨드용 수류탄을 각각 두 개씩 폭격하듯 떨어트렸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들의 뒷쪽에 있던 동룡족 병사들 은 수류탄의 폭발에 의한 화염과 진공효과에 휩싸이며 쓰러져갔고, 그 폭발의 화염 을 뚫고 동룡족 병사들 앞에 선 챠오의 웨드 '바티스'와 마키의 웨드 '메디치'는 요염하다고 할 수 있을 정도의 이상한 살기를 내 뿜으며 혼란에 빠진 동룡족 병사 들을 노려보았다. 같은 시각, 가장 많은 사살횟수를 기록하고 있는 케빈의 웨드 '코알라'는 이름에 맞지 않는 엄청난 살상능력을 자랑하고 있었다. 케빈은 자신의 백팩 빈 공간에 한 정의 200미리 라이플을 더 장비해 가져온 상태였다. 케빈의 웨드는 결국 두개의 라 이플을 사용하게 되었고, 케빈의 웨드는 마치 쇼를 하듯, 사방에서 공격해오는 동 룡족 병사들을 순식간에 떨어트리고 있었다. 머리 위든, 발 아래든, 뒷쪽이든‥. 탄창의 탄이 떨어지면 케빈의 두 라이플은 200미리 두랄루민 합금탄이 아닌 그레 네이드탄을 뿜어 내었고, 그레네이드탄의 폭발 때문에 동룡족 병사들이 물러나면 케빈은 그 즉시 양 팔에 장치된 탄창 교체장치를 이용해 라이플에 탄을 채워 나갔 다. 삐익­! 삐익­! 한참 사격을 즐기고 있던 케빈의 웨드는 멀리서 강한 생체반응이 접근해온다는 것 을 경고하기 시작했고, 케빈은 그 경고를 듣자 마자 오른손에 든 라이플을 백팩에 꽂은 뒤 즉시 프로톤 라이플을 바꿔 들었다. 그가 무기를 바꾸는 동안 동룡족 장군 서열 107위의 '도돈프'가 자신의 몸을 용의 모습으로 바꾸고 케빈에게 가까이 접근 해 왔다. 「들어라!! 난 동룡족장군 '도돈프', 나와 정정당당히 승부를 겨루자!!!」 그러나, 케빈의 대답은 간단했다. "Good Bye." 퍼엉­!!!!!!! 순간, 구경 조정을 통해 발사범위가 조정된 프로톤 라이플은 어제와는 다른 두꺼운 빛을 뿜어냈고, 발사범위와 사정거리 안에 포함된 동룡족 병사들과 동룡족 장군 도 돈프의 모습은 출력 1.5 기가와트의 에너지 속에서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흔적없이 사라져갔다. 그렇게 무차별 살상을 하는 케빈의 모습을 보던 티베는 대단하다 생각하며 앞을 바 라보았다. 사실, 티베는 우연스럽게 케빈의 뒷쪽에 있었기 때문에 동룡족 병사들과 마주칠 일이 없었다. 그러나, 케빈도 보지 못하는 적이 있기는 마련이었다. 티베의 웨드가 앞을 바라본 순간, 동룡족 병사의 꼬리가 티베의 웨드 '케톤'의 다리를 후 려쳤고, 티베는 꼼짝없이 뒤로 넘어지고 말았다. 동룡족 병사는 그 즉시 웨드 위에 올라탄 뒤 가지고 있던 창을 위로 치켜 들었고, 갑작스런 상황에 놀라버린 티베는 비명을 지르며 손을 앞으로 내 뻗었다. "으아아악!! 오지마!!! '파이어 볼'­!!!!" 순간, 앞으로 뻗어진 티베의 웨드에선 거대한 화염탄이 생성되었고, 동룡족 병사는 급한 나머지 그 화염탄을 창으로 찔렀다. 쿠우우우우우웅­!!!!!!!! 순간, 화염탄은 보통의 파이어 볼 주문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마력을 뿜어내 며 그자리에서 폭발했고, 웨드의 마력 증폭기에 의해 증폭된 화염탄을 찌른 동룡족 병사는 전신이 폭발의 영향에 의해 분해되며 그 자리에서 생을 마감했다. "으아, 으아‥? 어, 어떻게 된 일이지?" 티베의 웨드는 시커멓게 그을린체 자신의 손을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거렸고, 후방 에서 그것을 보던 리진은 즉시 티베에게 다가가 그녀의 웨드를 일으켜주며 통신을 이용해 소리쳤다. "이 바보야!! 아무리 케빈 선배가 잘하고 있다 해도 그렇게 방심하면 안돼잖아!!" 「뭐라? 너 말 다했니!!! 난 죽을뻔 했단 말이야!!!!」 그때, 두명의 동룡족 병사가 창을 앞으로 내민체 리진의 웨드 '태미루'와 '케톤'에 게 괴성을 지르며 돌진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티베와 리진은 통신을 이용해 서로 싸우느라 정신이 없었고, 둘은 말 그대로 위기에 빠지고 말았다. 그때, 티베의 백 팩 뒤에 장치되어 있던 '옵션' 둘이 사용자의 의지와는 관계 없이 튀어나가 동룡족 병사에게 사격을 가했고, 옵션의 레이저탄에 두부를 관통당한 동룡족 병사는 그자 리에서 쓰러졌다. "자, 잠깐 리진‥. 지금‥." 「‥아, 알고 있어. 자, 임무에 집중하자 우리!!」 "그, 그래!" 둘은 다시 정신을 가다듬으며 전장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한편, 헤이그는 사이키와 한조가 되어 동룡족 병사들과 싸우는 중이었다. 사이키의 '코넬'이 마력 증폭장치를 이용한 냉동 마법으로 대기를 동결시켜 동룡족 병사들의 움직임을 막으면, 헤이그의 '아브라함'이 명중률 낮은 메기드 바주카로 그들을 날 리는 전법을 즐겨 사용했는데, 이 방식은 그들이 예전에 바이오 버그들과 싸울때 사용하던 전법과 같은 것이었다. 한참을 그렇게 싸우던 도중, '코넬'이 갑자기 주 저 앉으며 전투불능에 빠져 버렸고 이유를 알지 못한 헤이그는 이를 악물며 어깨에 장비된 게틀링 머신건으로 동룡족 병사들을 몰아친 뒤 사이키에게 다가갔다. "사이키, 괜찮나!! 무슨 일이야!!!" 「죄, 죄송해요‥. 마력 증폭기를 잘못 사용해서 잠깐‥탈진한 것 같아요. 이제 괜 찮아요 선배님.」 그러나, 헤이그의 생각은 달랐다. 더이상 사이키에 의한 마법 지원은 이번 전투에 서 어렵다는 것이었다. '아브라함'은 곧바로 '코넬'의 앞쪽으로 이동했고, 헤이그 는 양 어깨에 장비된 메기드 바주카와 게틀링 머신건, 그리고 라이플을 총 동원해 포화를 날리며 사이키가 회복될 때까지 기다렸다. "자! 버텨볼테니 충분히 쉬고 있어! 내가 다른 대원들에게 연락을 취할테니까!!" 「‥예!」 3장 [수라도] "‥2분 전." 슈렌은 그렇게 중얼거리며 그룬가르드를 감싸고 있던 헝겁을 풀었다. 그것을 신호 로, 전방을 맡은 전룡단 단장들은 즉시 휘하 전룡단들에게 지시를 내리기 시작했 고 그와 같이 있던 지크, 그리고 데스 발키리 알테미스와 레베카, 츄우 역시 전투 준비를 하였다. 알테미스는 자신의 검지 손가락을 혀로 핥으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고, 레베카와 츄우는 각자의 무기인 토울 해머와 흉창 바로크를 꺼내며 일전 을 다짐했다. 지크는 그런 그녀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어깨를 으쓱일 뿐이었다. "쳇, 나도 무명도를 헝겁에 싸고 다닐까. 맨날 장갑만 죄고 있으니 원‥. 다른 사 람들 준비하는거 보기가 민망하네." 그러자, 그 말을 들은 레베카와 츄우는 지크를 쏘아보며 비아냥대기 시작했다. "허이구, 가즈 나이트 주제에 전투를 장난으로 알고 있잖아? 재수 없게‥." "호호홍∼맞아 맞아. 얼굴은 꼭 뭐처럼 빼짝 말라가지고‥리오나 슈렌이란 남자는 멋있기나 하지. 주제에 썰렁한 개그나 하고∼호호호홍." "…." "앗! 지크님, 참으십시오!!!" 릭은 마악 무명도를 빼어들려던 지크를 뒤에서 잡아 말리기 시작했고, 지크는 두 눈을 부릅뜬체 츄우와 레베카에게 소리치기 시작했다. "이거 놔!!!! 저 여자들이 나에게 언어 폭력을 가했단 말이다!!!!!" "메롱∼." 츄우는 손가락으로 한쪽 눈을 내린 뒤 혀를 내밀며 지크를 더욱 도발했고, 지크는 씩씩대며 더더욱 화를 냈다. 그를 말리던 릭은 이번 작전의 총 책임자가 슈렌인 것을 상당히 다행으로 생각해 보았다. ----------------------계속--- For Goddess...! (2부) Vol. 17 -------------------------------------------------------------------------- ※어제부터 워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어서 연재가 안되는 날이 많을 듯 합니다. 매형 회사라 밤샘 작업도 해야 하는데...그렇게 종일 키보드만 만진 뒤 집에 와서 또 키보드 만질 엄두가 안나는군요. 워드 아르바이트 다신 하나 봐라.. -------------------------------------------------------------------------- 이윽고, 슈렌이 말한 2분이란 시간이 흐른 뒤 전룡단은 제 1대대를 시작으로 모스 크바 동쪽을 향해 진격을 개시했다. 특히, 슈렌은 다른 작전때완 달리 드래곤의 모 습으로 변한 레소드의 등에 올라타 최전방에서 군대를 지휘하고 있었다. 한편, 웨드들에 의한 후방 기습에 휘말려버린 동룡족의 부대는 혼란에 빠져 있었 다. 동룡족 장군들이 최선을 다해 병사들의 대열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노력했으나 웨드들의 갑작스럽고 폭발적인 화력 앞에 장군들마저 목숨을 잃어갔다. 결국, 총 사령관인 '솔런'은 전방에 내보내려 했던 가변형 전차 '귀골'들을 전격적으로 투입 하기 이르렀다. "‥이대로 후퇴해 죽는거나 싸우다 전사하는거나 결과는 같다!!! 모두 목숨을 걸 어라!!!" 솔런은 후방에 있는 모든 동룡족 병사들과 장군들을 전방으로 돌린 후, 모든 연락 망을 동원해 바이오 버그들과 귀골들의 ⅔를 웨드들이 있는 후방에 집중시켰다. 솔 런의 필사적인 노력 덕분인지, 동룡족 병사들과 장군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무사히 전방으로 이동을 개시했고 그와 동시에 웨드들은 커다란 위기를 눈앞에 두게 되었 다. ........................ . . . . . . . 「알겠나!! 최대한 시간을 끌어야한다 플루소 장군!!! 귀공의 능력에게 이번 작전의 성패가 달려있다!!!」 "‥존명." 최전방에서 적들과 격돌하기만을 기다리던 플루소에겐 솔런으로부터의 특명이 떨어 졌다. 바로 전방에서 공격해오는 적들을 최대한 차단하라는 것이었다. 플루소는 즉 시 진형을 방어형으로 바꾸었고, 언제나 공격적인 진형만을 고집하던 플루소가 방 어형 진형을 사용하자 휘하 병사들은 어리둥절해 했지만 그녀의 명령은 절대적인 탓에 병사들은 재빨리 진형을 바꾸어갔다. 진형이 거의 완성되어갈 무렵, 전방을 감시하던 한 병사의 보고가 들어왔다. 「장군님!! 적과의 거리 3분입니다!! 명령을 내려 주십시오!!!」 그러자, 그 보고를 기다렸다는듯 플루소는 자신의 삼절곤을 봉의 형태로 바꾼 뒤 맨 앞으로 나섰고, 뒤를 돌아 전 군단을 바라보며 기합이 실린 목소리로 그들에게 외쳤다. "때가 왔다, 동룡족의 전사들이여!!! 우리 동룡족의 명예를 위해, 그리고 각자의 목숨을 위해 싸울 때가 왔다!!!! 여기서 후퇴하는 자는 주룡께 죽음을 당할 것이 고, 여기서 싸우다 죽는 자는 동룡족 전사의 전당에 이름을 올리게 될 것이다!!! 자, 일어서라­!!!!" 「오오오오오오오오오옷­!!!!!!!!」 그녀를 선두로, 동룡족 병사들은 각자의 소울스톤을 꺼내든 뒤, 다가오는 전룡단 을 향해 필사적으로 마법탄들을 날리기 시작했다. 그들의 머릿속엔 이기겠다는 생 각 뿐이었다. 패배한 뒤엔 죽음, 만약 살아서 돌아가도 죽음‥. 살 수 있는 길은 단 하나, 승리 뿐이었다. 그런 각오로 정신무장이 된 동룡족 병사들은 현재 어느 특수부대 이상의 전투능력도 발휘할 수 있는 상태였다. ..................... . . . . . . . "‥레소드, 후방으로 물러나길 바라오." 레소드의 등에서 멀리 다가오고 있는 동룡족 군대를 바라보고 있던 슈렌은 레소드 의 등을 벗어나며 그렇게 지시했고, 레소드는 깜짝놀라며 슈렌을 바라보았다. 「예? 하지만 전 슈렌님의 부관‥.」 "군대는 명령에 살고 명령에 죽는 곳이오‥. 따라주시길." 슈렌의 목소리에 깔린 엄숙함. 레소드는 슈렌이 평소와는 다르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평소엔 묵묵히 명령을 내리고 앞으론 잘 나서지 않던 슈렌이었지만, 지금 은 마치 피가 끓어 오르는 사람처럼 살기를 뿜어대고 있었다. 마치, 다른 가즈 나 이트들과 마찬가지로‥. 「‥예, 지시를 기다리겠습니다.」 레소드가 고도를 높여 후방으로 빠짐과 동시에, 슈렌은 그룬가르드를 평소와는 달 리 역방향으로 잡았고, 심호흡을 하며 기염력을 끌어 올렸다. 그의 그 모습은 가까 이 접근하고 있던 플루소의 눈에도 띄었고, 슈렌의 몸으로 부터 발산되는 엄청난 살기에 플루소는 흠칫 놀라고 말았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그녀의 얼굴에 난 상처 도 심하게 쓰려오기 시작했다. "‥설마, 저 녀석‥?!" 그러는 동안, 동룡족 병사들이 쏜 마법탄들은 전룡단과 슈렌을 향해 퍼부어지기시 작했고, 그것을 본 전열의 전룡단들은 방패를 이용해 자신들의 몸을 보호했다. 그 러나, 슈렌에게 날아가던 몇발의 마법탄들은 마치 고무공이 튀기듯 슈렌의 몸 근처 에 가자 마자 사방으로 튕겨졌고, 그것을 본 플루소는 자신의 예상이 맞아 떨어진 것에 분노를 토하며 병사들에게 소리치기 시작했다. "모두 진격을 멈춰라!!! 살고 싶으면 방어 마법을 사용해!!!!!" 그때, 감겨있던 슈렌의 눈이 번쩍 떠졌고 그의 오른손은 왼손에 역방향으로 들려 있던 그룬가르드의 끝을 향해 보이지 않을 정도의 속도로 움직여졌다. "‥비살검(秘殺劍), 수라도(修羅刀)‥!" 슈렌은 그룬가르드의 끝을 오른손으로 잡은 뒤 시계방향으로 끝부분을 살짝 틀었 고, 그 순간 생긴 그룬가르드의 균열 부위에선 거대한 화염이 갇혀있던 공기가 진 공의 세계로 빠져 나가듯 분출하기 시작했고, 창의 끝을 잡은 슈렌의 오른손은 계 속해서 바깥쪽으로 부드럽게 밀려 나갔다. 그 모습은, 일자형으로 생긴 긴 자루에 서 태도(太刀)를 뽑는 모습과 흡사했다. 수초도 지나지 않아, 왼손에 들린 그룬가 르드는 칼집으로, 오른손에 들린 그룬가르드의끝은 거대한 화염을 머금은 긴 태도 의 모습으로 바뀌어져 있었다. 물론 외형이 달라진건 아니었다. 말 그대로, 그룬가 르드 안에 숨겨진 또 하나의 무기가 세상에 드러난 것 뿐이었다. 진격하던 동룡족 병사들은 슈렌의 수라도가 세상 밖으로 나온 순간 마법을 이용한 방어 자세를 취했다. 하지만 플루소의 명령을 듣고 방어를 할 생각을 가진건 아니 었다. 수백미터 떨어진 지점 위에 떠있는 슈렌의 몸에서 뿜어지는 화염의 살기가 그들의 몸을 반응시킨 것이었다. 이윽고, 슈렌은 오른손에 든 칼집을 공중으로 높게 띄웠고, 그 즉시 수라도를 양 손에 잡은 뒤 광범위하게 휘두르기 시작했다. 그것과 함께 슈렌이 있는 지점으로 부터 거대한 화염의 해일이 동룡족을 향해 급속도로 뻗어 나갔고, 처음의 한방은 동룡족 병사들도 무사히 막을 수 있었다. 그러나, 보통의 해일도 한방이 끝은 아니 었다. 점점 파워를 더해 밀려오는 화염의 파도에 동룡족 병사들은 한명, 두명씩 힘을 잃어 재로 변하기 시작했고, 예전에 이 기술을 당한 적이 있던 플루소는 온 힘을 다해 공중으로 날아 올랐다. 물론 병사들에 대한 지시도 잊진 않고 있었다. "뭐하는거냐!!! 어서 위로 올라와!!!!! 계속 막고만 있다간 재도 남기지 못한단 말이다!!!!" 그러나, 플루소의 생각과는 달리 동룡족 병사들은 함부로 움직일 수가 없었다. 일 순간이라도 방어를 푸는 날엔 그녀의 말 대로 재도 남기지 못하는 상황과 접하게 되는 탓이었다. 약간 떨어져서 그 광경을 바라보던 데스 발키리 레베카와 츄우는 자신들의 눈 앞에 서 펼쳐지고 있는 거대한 살극에 숨을 죽이고 말았다. 그녀들로서도 저런 광경은 처음 보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같이 그 광경을 보던 지크 역시 씁쓸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자신이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슈렌이 강한 탓이었다. "‥저것이 그룬가르드 안에 숨겨진 또다른 칼날‥수라도인가. 그룬가르드가 응축하 고 있던 화염의 에너지를 몽땅 소모하는 것 같은데?" 지크가 그렇게 중얼거리자, 옆에 있던 레베카가 인상을 찡그리며 그에게 물었다. "‥이봐, 바람의 가즈. 리오라는 남자와 저 남자, 그리고 너까지 셋은 서로 형제라 며 저걸 처음보는거야?" "쳇, 첨보면 어쩔껀데. 난 슈렌이 오늘 입고 나온 속옷 색깔도 모른다구." "……." "‥내가 어째서 가즈 나이트가 된건지 물어보고 싶은 얼굴이군." 레베카는 그대로 고개를 돌려 버렸고, 츄우 역시 한심하다는듯 혀를 차며 슈렌쪽으 로 시선을 돌려버렸다. 한편, 같은 데스 발키리인 알테미스는 그리 만족스럽지 못 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녀는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며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다 태워버리면 피를 못보잖아‥! 난 피가 보고 싶어‥!! 피가‥!!!" 그런 그녀의 말을 멀찌감치 들은 지크는 침을 꿀꺽 삼키며 속으로 생각했다. ‘‥약간이라도 정상적인 사람이 나오면 안되는건가‥이곳은‥.’ 수라도에 의한 슈렌의 화염 난사가 끝날 무렵, 동룡족 병사들의 수는 화염의 해일 이 휩쓸고 지나간 모스크바 동쪽 일부에 대기하고 있던 병사들까지 합해서 상당수 감소되어 있었다. 슈렌은 곧바로 마이크폰을 이용해 전룡단에게 전진 지시를 내렸 고, 전룡단들은 이때를 기다렸다는듯 고함을 지르며 시커멓게 그을려버린 대지 위 를 날아가기 시작했다. 한편, 슈렌은 지크와 데스 발키리들에게 따로 작전 지시를 내리고 있었다. 「안에서 작전을 계속하고 있을 웨드들이 시간적으로 위험하니 네가 데스 발키리들 을 데리고 그쪽으로 먼저 가보도록 해. 그리고‥피직!!」 "얼라! 슈렌!! 슈우렌!!!!" 갑자기 잡음과 함께 통신이 끊기자, 지크는 약간 걱정스런 얼굴로 슈렌이 있는 쪽 을 바라보았다. 다행스럽게도 슈렌의 기는 아직 정상적으로 느껴지고 있었다. 지 크는 일시적인 전파방해인가 생각하며 데스 발키리들에게 소리쳤다. "자, 드디어 우리차례야 언니들!!! 가서 휩쓸어버리고 오자구!!!!" "오옷!!!!" "호홍∼좋아요∼." 몸에 힘을 불끈 넣으며 전의를 다지는 두사람과는 달리, 알테미스는 희열에 찬 미 소를 지은체 자신의 검지손가락을 이빨로 살짝 깨물고 있었다. 마치 오랫동안 기 다려온 즐거운 이벤트를 앞둔 어린아이와 같이 흥분한체‥. ....................... . . . . . . 슈렌은 자신의 머리 대신 가까스로 마이크폰을 부순 플루소의 삼절곤을 수라도로 방어한체 묵묵히 플루소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었다. 플루소는 인상을 잔뜩 찡그린 체 삼절곤에 힘을 더더욱 밀어 넣으며 슈렌에게 말했다. "‥드디어 꺼냈군, 내 미래와, 내 얼굴을 망쳐논 그 수라도를‥!! 내 휘하 부대까 지 전멸한 이상, 너완 여기서 반드시 결판을 내고 말겠다!! 가즈 나이트 슈렌!!!" 그런 그녀의 모습과는 달리, 슈렌은 안타까움이 섞인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는 조용히 뒤로 물러선 뒤, 수라도를 양손에 다시 쥐고 자세를 취하며 나지막히 그녀 의 이름을 불렀다. "‥플루소‥." -----------------계속--- For Goddess...! (2부) Vol. 18 --------------------------------------------------------------------------- 아..지금 나 살아있나..어쨌거나 투표 결과... 남자 여자 1위 바이칼(16표) 린챠오(13표) 2위 휀 (10표) 세이아(11표) 3위 지크 ( 9표) 리진 ( 4표) ※ 남, 녀 득표 차이는 여성쪽에 투표를 안하신 분이 계시기 때문. ※ 소수 의견으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김희선'등이 있었음. ...이런걸 두고 실망했다고 하는건가. ---------------------------------------------------------------------------- "어째서죠! 왜 저에게 창술을 가르쳐주지 않으시겠다는 겁니까!! 제가 동룡족이란 이유 때문입니까!!" 인간의 나이로는 14세 정도로 보이는 한 소녀가 나무에 기대어 앉아 있는 슈렌에게 자신에게 슈렌이 창술을 가르쳐주지 않는 이유를 따지려듯 물었고, 슈렌은 옅은 미 소를 지은체 그 소녀에게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나의 창술은 살생의 기술. 생명을 창조시킬 수 있는 여성에겐 가르치고 싶지 않 군. ‥그러나, 호신을 위한 봉술은 가르쳐줄 수 있지." "‥알았습니다. 그럼, 저에게 봉술을 가르쳐 주세요! 더이상 몸이 허약한 동룡족이 란 말은 듣기 싫어요!!" 동룡족의 마을 근처에서 슈렌과 우연히 만난 동룡족의 소녀. 그녀는 마을 근처에서 돌아다니던 마물들을 잔잔하지만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파괴적인 창술을 펼쳐 없 애는 슈렌의 모습에 깊은 감명을 받게 되었고, 정식으로 자신의 집에 슈렌을 초대 하여 그에게 창술을 가르쳐달라는 부탁을 하게 되었다. 그러나, 슈렌은 그녀에게 호신을 위한 봉술을 가르쳐 주었고, 그 소녀는 빠른속도로 봉술을 마스터하기 시 작했다. 선천적인 유연함과 동룡족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을 정도의 힘‥. 그런 재능 에 힘입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아 그녀는 슈렌이 가르쳐준 봉술의 한계를 뛰어 넘 을 정도가 되었고, 그 봉술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독특한 창술을 개발하기에 이르렀 다. 슈렌이 그 소녀를 가르친 기간은 200년. 그리고 그녀의 이름은 플루소. 200년간, 슈렌은 매번 임무가 끝나고 주어지는 휴가 기간동안엔 플루소를 가르쳐 주었고, 그러는 동안 플루소의 나이는 400살(인간의 나이론 18세)이 되었다. 그리 고, 400살이 되던 해 플루소는 그 해에도 자신을 찾아온 슈렌에게 평상시완 다른 얼굴로 다가왔고, 슈렌은 여느때와 같이 옅은 미소를 띄운체 그녀에게 물었다. "‥무슨 일이지 플루소. 오늘은 얼굴색이 좋지 않군‥." "…." 플루소는 아무 말이 없었다. 슈렌은 그녀에게 무슨 사정이 있겠거니 하며 가만히 그녀가 얘기하길 기다렸고, 이윽고 플루소는 고개를 들며 슈렌에게 말했다. "‥이제 스승님께 더이상 배울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저의 일 때문에 집이 성도 (동룡족에겐 드래고니스와 비슷한 위치를 가지는 지역. 동룡족만의 세계)로 이사를 가게 되었습니다. 인간이신 스승님은 성도에 들어오실 수 없으니‥." 슈렌의 얼굴엔 잠시동안 그늘이 스쳐 지나갔다. 표정의 변화가 거의 없는 그에게도 섭섭함이 여실히 보일 정도였다. 미안해하는 플루소에게, 슈렌은 다시금 옅은 미소 를 띄워 주었고, 연습용으로 사용하는 봉을 손에 잡으며 플루소에게 말했다. "‥마지막으로 대련을 했으면 하는군‥." "‥예. 아, 그런데 마지막으로 여쭙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스승님." "‥?" "스승님께선 분명 인간이신데, 그렇게 강하신 이유를 감히 알고 싶습니다." 슈렌은 그런 플루소의 질문에, 잠시동안 생각을 하다가 플루소에게 봉을 건내주며 나지막히 대답해 주었다. "‥나와 같은 인간이 한두명 있는 것도 이상하진 않겠지." "‥그렇군요. 감사합니다 스승님." 그 날의 대련을 끝으로, 둘은 이후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다. 그런 둘이 다시 만나 게 된 것은 100년이 지난 어느 날이었다. 슈렌은 그 때 주신에게 서룡족의 마을을 공격하는 동룡족의 기동 함대를 처리하라 는 긴급 명령을 받은 상태였다. 슈렌은 거의 사용하지 않던 수라도를 꺼내 동룡족 들과 싸웠고, 결국 동룡족의 기동 함대는 전멸 직전의 피해를 입고 퇴각을 하게 되 었다. 뒤를 쫓으려는 슈렌은 병사들을 무사히 후퇴시키려는 두명의 동룡족 장군과 마주치게 되었고, 그 순간 슈렌은 자신의 모든 것이 얼어붙는 것 같은 느낌을 받게 되었다. 처음 자신을 상대하던 장군에게 죽지 않을 정도의 상처를 입힌 슈렌은 그가 어서 퇴각하기를 바랬으나, 그 동룡족 장군은 결코 물러서지 않고 슈렌과 대결을 계속 했다. "하아, 하아‥!! 아직이다!!! 아직이다 가즈 나이트!!!! 이대로 돌아간다면 마마와 죽은 부하들에게 할 말이 없어지고 만다!!! 날 봐줄 생각은 추어도 하지 마라!!!" "…." 슈렌은 말 없이 자세를 방어형으로 바꾸었고, 그 장군이 지치기만을 기다렸다. 그 장군이 탈진했을때 후퇴하는 동룡족에게 그를 돌려주겠다는 생각에서였다. 그 때, 다른 한사람의 동룡족 장군에 그들에게 급속으로 접근해 왔고 그 장군은 슈렌에겐 신경도 쓰지 않고 부상당한 다른 장군을 부축했다. "'타일런'!! 그만 하세요 타일런!!!" "프, 플루소‥!! 기함에 남아있으라고 하지 않았소!!! 꼭 살아서 돌아갈테니 어서 물러가시오!!! 가즈 나이트는 내가 상대할테니‥걱정 말고 이걸 받으시오." '플루소'라는 이름을 들은 순간부터, 동룡족 장군을 부축하던 다른 여장군을 본 순 간 부터 얼어붙어 있던 슈렌의 이성은 그 동룡족 장군이 여장군에게 건내주는 반지 를 본 순간 일시에 깨져버리고 말았다. 그가 아는 한, 그 반지는 분명 동룡족 사이 에서 약혼을 의미하는 반지였기 때문이었다. "‥배신인가‥플루소‥." 슈렌의 그 말에, 플루소는 순간 경악을 금치 못했다. 자신들의 함대를 전멸 직전까 지 몰아 붙인 가즈 나이트가 바로 자신에게 봉술을 가르쳐준 스승인 탓이었다. "스, 스승님‥!? 설마, 당신이 가즈 나이트‥염장(炎將) 슈렌·스나이퍼‥!!! 어째 서 그런‥!!!" "어서 도망치시오 플루소!!! 저 가즈 나이트는 내가‥우욱­!!!" 플루소의 약혼자인 동룡족 장군 타일런은 더이상 말을 할 수 없었다. 이성을 잃어 버린 슈렌에게 복부에 강한 일격을 당한 탓이었다. 슈렌은 지금까지, 정확히 말해 600여년간 한번도 보이지 않았던 차가운 눈으로 그 동룡족 장군의 복부에 주먹을 찔러넣고 있었다. "프, 플루소‥!!! 사랑‥하오‥!!! 우아아아아아아아악­!!!!!!!!" 그 말을 마지막으로, 동룡족 장군 타일런은 슈렌의 수라도에 의해 조각이 나 버렸 고, 약혼자의 처참한 최후를 눈으로 지켜본 플루소는 아무 말 없이 슈렌을 바라보 았다. 슈렌은 자신의 얼굴에 묻은 타일런의 피를 손으로 닦으며 플루소에게 시선을 돌렸고, 천천히 플루소에게 다가가 그녀의 손에 쥐어진 타일런의 반지와 그녀의 손 가락에 끼워져 있던 반지를 강탈했고, 다시금 그녀의 눈 앞에서 반지들을 기염으로 증발시키며 말했다. "‥멋지게 장군이 되었군. 잘 생긴 약혼자도 만들었고‥. 나에게 창술을 가르쳐 달 라고 한 목적이 바로 이것인가‥." "아, 아아아‥!!!" 붉은 섬광을 폭사하는 슈렌의 차가운 눈은 아직 최하 서열의 장군인 플루소를 얼어 붙게 만들기 충분했고, 플루소는 갑자기 닥친 엄청난 사태에 반 넋을 잃고 뒤로 슬 금슬금 물러서기 시작했다. 그녀의 그런 모습을 보던 슈렌은 오른손에 들린 수라도 를 치켜 올리며 중얼거렸다. "‥내가 뿌린 씨앗은 내가 거두겠다. 넌 나의 처음이자 마지막‥." 갑자기 말을 끊은 슈렌은 잠시동안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플루소의 후 퇴 속도가 빨라지려고 하자 말을 맺었다. "‥마지막 제자다. 이젠 죽은 제자겠지‥." "아, 안돼­!!!!" 파앗­!!! "아아아아아아악­!!!!!" 플루소의 처참한 비명과 함께, 그녀의 얼굴에선 피가 흩뿌려졌고 플루소는 자신의 얼굴을 손으로 잡으며 괴로워하기 시작했다. 슈렌은 그런 그녀에게 최후의 일격을 가하기 위해 다시금 수라도를 치켜 들었으나, 슈렌의 모든 동작은 그 순간 정지하 고 말았다. 슈렌의 붉은 눈은 일순간 정상으로 돌아왔고, 정상으로 돌아온 슈렌의 눈엔 얼굴에서 피를 흘리며 괴로워하고 있는 플루소의 모습이 비춰졌다. 언제나 묵묵함을 유지했던 슈렌의 얼굴은 그 순간 경악을 휩싸여 버렸고, 그는 수라도까지 놓친체 자신의 양 손을 바라보며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내, 내가 지금 무슨 짓을‥무슨 일을‥!?" 슈렌은 자신이 한 일을 믿지 못하겠다는듯 계속해서 같은 말을 반복했고, 그 사이 용감히 몸을 던진 동룡족 병사와 부관에 의해 구출된 플루소는 그들에게 부축을 받으며 기함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그런 비극적인 사건이 있은지 120년 뒤, 둘은 다시금 전장에서 만나게 되었고 슈렌 은 그녀의 얼굴에 대각선의 긴 흉터가 만들어져 있는 것에 가슴이 조여지는 것 같 은 느낌을 받게 되었다. 이것이 후회인가. 슈렌은 그렇게 생각했고, 또 운명의 장 난을 저주했다. ※※※ "뭘 하는건가!!! 정신차리고 똑바로 공격하지 못하겠나!!!!" 플루소의 연속적인 공격에, 슈렌은 아무런 행동도 하지 못하고 방어만을 거듭할 뿐이었다. 아니, 행동을 안했다는 것이 옳을 것이다. "…." 결국, 슈렌은 뒤로 몸을 날려 플루소와 거리를 길게 두었고, 수라도를 그룬가르드 의 몸체 안으로 집어 넣었다. 이제부턴 그룬가르드를 사용하겠다는 말과 같은 행동 이었다. 그것을 본 플루소는 모욕을 당했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치를 떨며 슈렌에게 소리쳤다. "날 무시하는건가!!!! 아직도 날 가지고 놀고 싶은건가 슈렌!!!!!" "‥그렇지 않다." "뭐라고?" "‥수라도를 사용하게 되면 난 힘을 제어하지 못할 때가 생기고 만다. 이 칼이 '수 라도'라고 불리는 이유도 그것‥. 정신력이 약해진 사용자를 '수라'로 바꾸기 때문 이다. ‥그룬가르드가 만들어진 이유는 그 수라도를 봉하기 위한 것‥. 아무리 나 라 해도 수라도를 계속 사용하게 되면 정신이 흐트러지게 되는 탓에 그룬가르드를 사용하겠다는 것 뿐이다. 정신이 흐트러지면 너에게 질테니까." 가만히 슈렌의 말을 듣던 플루소는 재미있다는듯 미소를 지었고, 자세를 취하며 슈 렌에게 소리쳤다. "후훗, 그 말은 나와 정식으로 대결하겠다는 말!! 좋아, 목을 바쳐라 염장 슈렌!!" 순간, 플루소는 말을 끝내기가 무섭게 복부와 등, 그리고 다리에 거의 동시적으로 3연타를 맞으며 바닥에 쓰러졌고, 슈렌의 '트리플 하켄'을 맞은 플루소는 자신이 왜 당했는지도 모르는듯 허망하다는 눈으로 자신이 누워 있는 지면을 바라보았다. 슈렌은 다시 자세를 취하며 자신의 앞에 누워있는 플루소에게 나지막히 말했다. "‥청출어람(靑出於藍)이라는 말을 확인해 보고 싶군." "‥이, 이 녀석‥!!!!!" 슈렌의 말에 분노한 플루소는 그 즉시 몸을 일으키며 자세를 가다듬었다. -----------------------계속--- For Goddess...! (2부) Vol. 19 -------------------------------------------------------------------------- --------------------------------------------------------------------------- "젠장, 탄환이 다 떨어져 가는군! 선배님은 얼마나 남으셨습니까!!!" 밀려오는 바이오 버그들과 멀리서 원거리 공격을 감행해 오는 가변형 전차 '귀골' 들을 힘겹게 상대하던 케빈은 다급한 목소리로 헤이그에게 물었고, 이미 백병전용 '쇼트 너클'을 웨드의 양 손에 장착한 상태인 헤이그는 소리치듯 케빈에게 말했다. "레이저 게틀링의 에너지는 1분 정도 쏠 수 있고, 메기드 바주카는 한발 남았어! 자네는 어떤가!" "탄창 하나 정도 남았습니다! 프로톤 라이플은 여분이 없습니다!" 다른 BSP들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사이키와 티베는 연속되는 마법에 상당히 지친 상태였다. 지금 마법을 쓰는 것도 거의 기적이나 다름 없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리진과 챠오, 마키등 근접 전투가 능한 사람들이 아직은 건재하다는 것이었지 만, 그 들 역시 웨드 자체의 에너지가 거의 다 떨어진 상태여서 상황은 점점 악화 되고 있었다. 헤이그는 설마 자신들에게 이 정도의 병력이 올 줄은 생각도 못했었다. 원래의 계 획은 동룡족의 후방을 '적당히' 공략한 뒤 뒤로 빠지는 것이었지만, 지금은 현재 모스크바에 배치된 바이오 버그들과 귀골들을 전부 상대하고 있는 것이었다. 상대 하고 있는 바이오 버그와 귀골들이 전체의 ⅔라는 사실을 BSP들이 모르는 것은 그 들에게 오히려 행운일지도 모른다. "도대체 이 녀석들 얼마나 되는거야!! 끝이 없잖아!!" 리진은 자신에게 덤벼들던 대형 바이오 버그 하나를 적진에 내 던지며 크게 투덜거 거렸다. 그러나, 그녀의투덜거림을 받아줄 여유가 있는 동료는 현재 없었다. 다른 한편에서, 마키는 지금까지 자신들이 모니터로 구경해왔던 전투가 얼마나 쉬운 것 이었나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다. 아무리 많은 숫자의 병력이 몰려와도 가공할 정도 의 파괴력으로 적을 일소하는 리오가 참전한 지금까지의 전투와, 그가 빠진 현재의 전투는 시간적 손실이나, 물자적 손실에서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었다. 마키는 다시금 자신의 무력함을 뼈저리게 느껴야만 했다. "정신차려, 무슨 생각을 하는거지." 한참 생각을 하고 있던 마키의 귀에, 챠오의 안정된 목소리가 들려왔고 그녀의 목 소리에 정신을 차린 마키는 다시 전의를 다진 뒤 바이오 버그들을 이리저리 쳐 내 며 챠오에게 말했다. "리오씨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가를 느끼고 있을 뿐이야. 물론 챠오도 동감하고 있겠지만." "‥그렇군." 챠오와 마키의 웨드는 앞에 있는 적들을 적당히 처리한 뒤 동시에 뒷쪽을 돌아 보 았다. 뒷쪽에 밀려 있던 적들이 자신들에게 몰려와 있을 것이 뻔했기 때문이었다. "‥아‥?" 순간, 그녀들의 눈 앞엔 황색의 거대한 빛 두줄기가 앞쪽을 향해 뻗어 나가는 것이 보였고 그 범위 안에 들어 있던 바이오 버그와 귀골들은 흔적도 없이 뒤로 밀려 사 라지고 말았다. 자신들의 앞에 갑자기 펼쳐진 엄청난 광경에 넋을 잃고 있던 둘은 머리를 흔들며 아랫쪽을 바라보았고, 그 순간 챠오와 마키는 숨을 죽이고 말았다. 어깨까지 살짝 내려오는 빛나는 금발. 흰색과 흑색, 적색이 적절히 조화된 배틀 코트. 설령 신이라 할지라도 속을 들여다 볼 수 없는 차가운 표정. 그리고 몸에서 풍기는 거대한 위압감‥. "휀‥, 휀·라디언트‥!?" 마키는 휀이 분명 아군에 가까운 사람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두려움 섞인 목소리로 그의 이름을 똘조렸다. 하지만 그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신계에서 조차 '휀'이란 이름은 신성 불가침 정도의 단어로 지칭되는 탓이었다. 휀은 서서히 공중으로 떠올랐고, 챠오와 마키의 웨드를 눈으로 번갈아 바라보았다. 그러나, 그리 재미있진 않았는지 곧바로 뒤로 돌아섰고 품 안에서 한 손에 잡힐 정 도의 지름을 가진 원통형 물체를 꺼내었다. 그 원통의 앞쪽에 위치한 삼각뿔 모양 의 물체가 반으로 갈라져 옆으로 펴지는가 싶더니, 곧 그 표면에선 흰색의 빛이 검 의 날 모양을 갖추며 뻗어 나왔다. 휀은 그것을 내려다보며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이것이 초절성검 에릭튜드‥인가." 그 말이 끝남과 동시에, 휀의 모습은 챠오와 마키의 시야에서 사라졌고 바이오 버 그와 귀골들의 숫자가 급격히 줄어들기 시작한 것도 바로 그 이후였다. 뜻하지 않 은 강력한 지원병에 휀을 모르는 다른 BSP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고, 단 10여분 만에 바이오 버그들과 귀골들을 전멸시킨 휀은 다시 웨드들에게 접근한 뒤 조용히 말했다. "‥마지막인가." 그의 목소리를 스피커를 통해 겨우 들은 챠오와 마키는 급히 웨드와의 트랜스를 푼 뒤 콕핏트를 열고 휀에게 자신들의 존재를 알렸고, 그녀들의 모습을 본 휀은 에릭 튜드를 거두며 짧게 한숨을 내 쉬었다. "‥아쉽군." ............................ . . . . . . "뭐라고!!! 바이오 버그들과 귀골들이 전멸당했다고!!! 그것도 단 10여분만에!!!" 총 사령관 솔런은 부관의 보고를 접한 즉시 하늘이 노래지는 것을 느꼈다. 전투가 개시된 이후 내내 서서 안절부절 하고 있던 그는 힘없이 의자에 주저 앉았고, 그 는 힘없이 부관에게 물었다. "‥어째서인가. 확인된 바로는 패왕 리오 녀석도 전투에 참전하지 않았다는데‥. 어째서인가!!!!" 솔런의 물음에, 전멸되었다는 사실만 알고 있는 부관은 침통한 표정으로 고개만을 떨구고 있을 뿐이었다. 그 때, 한 병사가 막사 안으로 뛰어 들어왔고 그 병사는 경 례도 붙이지 않고 다급한 목소리로 솔런에게 보고를 하기 시작했다. "큰일입니다 장군님!!! 과, 광황‥!! 광황입니다!!!!" 그 순간, 막사 안에 있던 솔런과 부관의 표정은 일순간 얼어 붙었고, 솔런은 눈을 휘둥그래 뜬 체 병사에게 물었다. "‥뭐라? 광황‥?" "예!! 광황, 휀·라디언트입니다!!! 현재 본진 안쪽까지 침입한 상황이며‥." 퍽­! 그러나, 그 병사는 말을 제대로 마치지 못하고 머리와 몸이 따로 떨어지며 막사 안 에 쓰러졌고, 뒤 이어 막사 안으로 들어온 한 남자를 본 솔런과 부관은 사색이 되 며 막사 밖으로 탈출하려 했다. 그러나, 그 남자의 몸에서 알 수 없는 기운이 퍼진 순간 둘은 꼼짝도 할 수 없게 되었고, 둘은 공포로 가득찬 눈으로 막사 안까지 들 어온 그 남자를 바라보기만 할 수 밖에 없었다. 그 남자,휀은 자신의 앞에 놓여진 병사의 머리가 방해되는듯 옆으로 쳐 굴려버린뒤 둘에게 다가가며 말했다. "‥죽어." 막사의 바깥쪽을 향해 뿜어져 나간 한줄기의 빛은, 어떻게 해서든지 모스크바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 노력한 동룡족 모스크바 주둔군 사령관 솔런의 허무한 최후를 일시적이나마 전 군에게 알리고 있었다. 본진까지 순식간에 당해버렸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란바랄은 또다시 고민에 빠지고 말았다. 이대로 혼자 도망친다면 분명 쥬빌란에게 큰 신임을 얻고 있는 자신이라 하더라도 죽음을 면치 못하겠지만, 상대 가 휀인 이상 싸워 봤자 허무한 죽음 뿐인 탓이었다. 결국, 란바랄은 자신이 충성 을 바친 남자의 칼에 죽겠다는 마음으로 후퇴 명령을 내렸고, 서쪽에 있었던 탓에 피해를 받지 않았던 그의 부대는 여유있게 후퇴를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전방을 맡았던 부대들은 후퇴할 가망성 조차 보이지 않았다. 전방, 후방 모두 가즈 나이트 들에게 저지당한 상태였고, 상당수의 장군들이 지크와 데스 발키리들에 의해 핏방 울로 변해버린 탓에 병사들이 의지할 지휘자는 오직 플루소 한명 뿐이었다. 하지 만, 플루소 조차 슈렌과의 일기토에 정신을 집중한 상태여서 병사들에게 남은 길은 투항 아니면 자결 뿐이었다. 상황이 그렇게 되었다는 것을 모르는 플루소는 여전히 슈렌과 무기를 맞대고 있을 따름이었다. 슈렌에게 전수받은 기술을 자신이 직접 발전시킨 플루소의 실력은 슈 렌과 거의 대등할 정도였고, 그것을 증명하듯 슈렌 역시 그녀와의 대결 만큼은 여 유 없이 치루고 있었다. 한때는 봉을, 한때는 삼절곤을 이용한 변화무쌍한 플루소 의 공격은 슈렌을 몰아 붙이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나의 약혼자를‥내 사랑을, 내 미래를!!! 난 널 도저히 용서할 수 없다, 슈렌·스 나이퍼!!! 여기서 네 목을 가져가지 않는다면 난 저승에게 그에게 할 말이 없어지 고 만다!!!!" "…." 그녀의 목소리는 거의 절규에 가까웠다. 그런 그녀의 목소리는 슈렌의 가슴을 아프 게 하고 있기도 했다. 수라도를 사용한 탓인가, 아니면 또 다른 무엇인가. 일순간 이성을 잃은 댓가가 이정도로 참혹한 것인지 슈렌은 자신에게 묻고 있었다. 그때, 한참 대결을 벌이고 있는 둘에게 레소드와 릭이 접근해 왔고, 레소드는 큰 목소리로 슈렌과 플루소에게 소리쳤다. "슈렌님! 전투가 끝났습니다!! 동룡족 장군들은 플루소를 제외한 모두가 사망했고, 동룡족 병사들의 상당수는 투항하여 포로가 되었습니다!! 우리의 승리입니다!!!" "멈춰라 플루소!! 귀공의 부대 역시 모두 투항한 상태다!! 쓸데없는 전투를 멈추고 투항하라!!! 반복한다, 투항하라!!!" 릭의 외침에도 불구하고, 플루소는 계속 슈렌에게 공격을 가하고 있었다. 이미 그 녀에겐 자신의 종족을 위한 것이 아닌, 자기 자신의 전투였기 때문에 릭의 말이 그 녀에게 통할 이유는 없었다. 결국, 플루소를 멈추게 하는 것은 슈렌에게 달린 일이 었다. "‥플루소. 넌 아직 죽을 때가 아니야." "‥?! 갑자기 무슨 헛소리냐 슈렌!!! 날 이긴 다음에나 그런 말을 하는게 정상 아 닌가!!!!" 슈렌의 말에 더욱 흥분한 플루소는 무기를 봉의 형태로 바꾼 뒤 슈렌에게 돌진하기 시작했고, 슈렌은 그룬가르드의 끝으로 플루소의 봉 끝을 정확히 맞받아 쳐 그녀를 멀리 밀쳐낸 뒤 자신의 기염력을 극한까지 끌어 올리며 그녀에게 말했다. "결과가 확실한 일의 순서는 틀릴 수도 있는 법‥." "‥쳇!!" 멀리 나가떨어진 플루소는 재차 슈렌에게 공격을 가하기 위해 돌진하기 시작했고, 그 때를 기다린 슈렌은 곧 준비했던 기술을 전개해 나갔다. "헬·그랜드 노바‥!" 온 몸에서 기염을 뿜어내고 있는 슈렌은 자신을 향해 돌진하는 플루소를 향해 손 을 휘둘렀고, 플루소의 밑쪽 지면에선 일순간 강력한 화염이 치솟아 올랐다. 그 화 염과 정면으로 충돌한 플루소는 예상치 못했던 방향에서의 공격에 크게 흔들리며 몸을 주춤했고, 기회를 잡은 슈렌은 플루소의 몸이 가는 방향에 맞춰 연속으로 화 염의 기둥을 지면에서 뿜어 올렸고, 수차례에 걸친 그 공격에 플루소도 어쩔 수 없 이 의식을 잃고 말았다. 원래, 핼·그랜드 노바는 마지막 일격을 그룬가르드 응용 기, 그랜드 노바로 끝내야 하지만, 슈렌은 플루소가 의식을 잃자 마자 기술을 중단 시켰다. 그녀를 죽일 생각도 없었고, 또한 그랜드 노바를 쓸 정도의 체력이 슈렌에 겐 남아있지 않은 탓이었다. 플루소가 힘없이 지면에 떨어지자 마자, 슈렌은 지친 듯 머리를 감싸며 레소드에게 말했다. "‥플루소는 동룡족 장군들 중에서도 꽤 서열이 높으니 잘 대해 주도록." "걱정하지 마십시오 슈렌님. 양 종족간의 포로 협정엔 장성급의 예우에 대한 항목 도 있으니 저에게 맡겨 주십시오. 지금은 우선 슈렌님께서 쉬시는게 좋을 듯 합니 다만‥." "‥그렇겠군." 슈렌은 고개를 끄덕이며 힘없이 뒤로 돌아섰고, 릭이 곧 그를 부축해 이쪽을 향해 다가오고 있는 기함으로 향했다. 그렇게, 모스크바 탈환 작전도 서룡족의 승리로 마무리 지어졌다. 전투 이후, 뛰 어난 성능과 파괴력을 보인 웨드의 양산기 보급은 문제없이 가속화 되었고 서룡족 은 러시아 전체를 탈환하여 이후 유럽을 점령하고 있는 동룡족들을 충분히 위협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거기에서 더이상 탈환 작전을 실행할 수는 없었 다. 최초로 온 드래고니스 호위 함대와 기동 함대로는 숫적으로 더이상 세력 확장 을 할 수 없는 탓이었다. 결국, 그 이후의 대형 탈환 작전은 4대 용왕의 함대가 올 때 까지 잠정 지연이 되었다. -----------------------계속--- For Goddess...! (2부) Vol. 20 -------------------------------------------------------------------------- --------------------------------------------------------------------------- "휀‥라디언트‥." 바이칼은 자신의 앞에 선 차가운 얼굴의 남자, 휀을 바라보며 마음에 안든다는 듯 인상을 찡그린 체 그의 이름을 중얼거렸고, 휀은 고개를 살짝 저으며 바이칼에게 허무감이 깃든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온지 일주일이나 지났는데 반응이 계속 똑같군. 하긴, 아직 어리니까‥." "‥흥." 바이칼은 주먹을 불끈 쥐며 고개를 옆으로 돌려 버렸고, 휀은 다시 바이칼을 바라 보며 그에게 말했다. "가겠다." "흥, 일주일 동안 그 말을 기다렸다." 바이칼은 어서 가라는듯 바깥쪽으로 손을 내 저었고, 휀은 즉시 돌아서며 알현실 을 빠져 나가기 시작했다. 그때, 바이칼의 옆에 서 있던 리오가 휀을 불러 세웠다. "아, 잠깐 휀. 참전하려고 온게 아닌가?" "저번에도 말을 한 것과 마찬가지로 아직 임무 수행중이다. 이쪽에 잠깐 볼 일이 있어 모스크바쪽을 지나가다가 시끄러운 소리가 맘에 들지 않아 잠깐 참전한 것 뿐 이다. 좋아하긴 일러." "‥흠, 그렇군." 리오는 아쉽다는듯 머리를 긁적였고, 휀은 거기서 곧바로 어딘가를 향해 떠났다. 사실, 휀이 가담을 해 준다면 리오로서나 서룡족으로서나 편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전 가즈 나이트중 최고의 대량 살상병기인 그의 가치는 전룡단 수십만에 비할 수 있는 탓이었다. 어쨌거나, 휀은 떠났고 리오는 팔짱을 낀 체 휀이 나간 알현실의 문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웨드의 블랙 박스에 영상으로 저장되어 있던 휀의 신 무기‥뭔지 알고 있어 바 이칼?" "몰라." 바이칼의 간단한 대답에, 리오는 손으로 자신의 적동색 얼굴을 쓰다듬으며 그 무기 에 대한 설명을 해 주기 시작했다. "‥초절성검 '에릭튜드'‥지. 800여년 전, 대 천사장 미카엘이 사라지기 직전까지 사용했던 궁극의 성검이야. 선신 계열 최강의 무기이기도 한데, 이상한건 미카엘이 행방불명 되면서 같이 사라져버린 에릭튜드가 왜 지금에 와서 휀의 손에 들려있느 냐는 것이지. 플랙시온 하나만으로도 강하기 이를데 없는 녀석에게‥말 그대로 호 랑이에게 제트 엔진을 달아주는 것과 마찬가지일텐데 말이야." 리오의 심각한 말을 듣던 바이칼은 손가락으로 팔걸이를 톡톡 두드리며 생각하다가 , 리오를 바라보며 나지막히 말했다. "‥어디서 주웠나보지." 그 말이 나온 순간, 알현실 안에 있던 리오와 장로의 얼굴은 굳어져 버렸고 리오는 손을 바이칼의 이마에 대며 조심스레 물었다. "‥어디 편찮은거야? 열은 없는데‥." "손을 떼지 않으면 죽이겠다. ‥어쨌거나, 포로인 동룡족 장군 플루소를 데리고 와 주시오, 장로." "예, 마마." 장로는 곧 알현실 밖으로 빠져 나갔고, 그와 동시에 리오는 좀 피곤하다는 얼굴로 플루소에 대한 일을 중얼거렸다. "‥포로가 된 일주일 전부터 지금까지, 탈출 시도 네번에 자살 미수 여섯번‥. 매 일 자살하려고 했다 하더라도 틀리진 않을 정도로 골치아픈 포로인데‥. 슈렌은 그 런 사나운 여자를 잘도 잡아왔군. 얼굴을 봐선 그렇게 안보이는데‥." "‥또 바람기가 발동했나." "‥왜 내가 그 말을 너에게 들어야 하지." 둘의 말 싸움이 끝날 무렵, 플루소는 입과 손에 결박을 당한 체 릭의 손에 이끌려 알현실 안으로 들어왔고, 리오는 미소를 띄우며 릭에게 나가 보라는 손짓을 했다. "나 하나만 있어도 괜찮으니 나가서 쉬게. 아 참, 세이아님께 오늘은 일이 있어서 집에 들어가지 못한다고 직접 전해 드리겠나?" "‥살림을 아예 차리시지." "‥시끄럽다니까. 어쨌든 전해드릴 수 있겠나? 미안하네." "제, 제가 직접 세이아님께‥?! 그, 그런‥!!" 그때, 릭은 평소와는 다른 분위기로 잔뜩 긴장한 체 주춤거렸고, 리오는 릭이 세이 아 친위대중 심각한 증상을 보이는 군집이라는 사실을 그제서야 떠올리며 릭에게 부탁을 취소하려 했으나, 의외로 릭은 곧바로 경례를 붙이며 대답했다. "예! 이 영광을 저에게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그럼 즉시!!!" 릭은 곧바로 알현실을 빠져 나갔고, 리오는 뭔가 불안하다는 생각을 하며 플루소에 게 다가갔다. 리오는 곧 그녀의 입을 묶은 근육 결박 장치를 해제했고, 플루소는 곧 피식 웃으며 리오에게 말했다. "‥후, 내가 지금까지 여섯번이나 자결을 시도했다는 것을 잊었나?" "아, 당연히 알지. 골치도 아플 정도니까." "그런데도 내 결박을 풀어주다니‥대단히 멍청하군, 패왕 리오·스나이퍼. 후후후 후훗‥." "음음, 그건 너무 걱정하지 마. 지금 이 시간부터 귀공이 자결을 시도할 때마다 50명의 동룡족 포로들이 나에게 처형당하니까. 귀공은 중요한 포로지만 그 동룡족 병사들은 우리에게 있어서 밥벌레일 뿐이거든." "뭐, 뭐라고!! 네가 그러고도 차원의 균형을 맞춘다는 가즈 나이트인가!!!! 이런 비겁한 녀석!!!! 넌 내가 죽여주겠다!!!!!" "‥후, 귀공에게 쉽게 죽음을 당할 정도면 가즈 나이트란 직업에서도 벌써 정리 해 고 당했겠지. 자, 그림 이제부터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눠보도록 하지. 아, 그리 고 지금 귀공은 서룡족의 어전에 있다는 것을 잊지 말도록. 무례한 행동은 용서 없 어." 리오는 다시 바이칼의 옆에 돌아와 섰고, 바이칼은 전음으로 넌지시 리오에게 물어 보았다. 「너 아까 그 말 진심으로 한 소린가?」 「‥당연히 아니지. 자, 어서 취조나 하시지.」 바이칼은 곧 헛기침을 몇번 한 뒤, 플루소를 바라보며 취조를 시작했다. 취조라고 는 했지만 그냥 단순한 대화일 뿐이었다. 바이칼과 리오의 머릿속에서 정리된 결론 은 '그녀에게서 정보를 얻어 봤자 별 쓸모 없을 것이다'인 탓이었다. "묻겠다. ‥음‥." "‥?" "‥나이가 몇이지." 순간, 리오와 플루소는 허망하다는 표정으로 바이칼을 바라보았고, 리오는 팔꿈치 로 바이칼의 어깨를 툭 치며 불안한 목소리로 살짝 물었다. "이봐, 너 취조 처음해봐?" "지금까지 취조는 장로가 도맡아서 했다. 내가 못하는건 당연한 일이지." "‥아주 당당히 말하는군. 내가 하는게 속 편하겠어." 리오는 곧 미안하다는 얼굴로 다시 플루소를 바라보았고, 플루소는 이해가 안가는 집단이라는 눈으로 둘을 바라본 체 인상을 구기고 있었다. "험, 현재 이 세계에 있는 동룡족 함대의 숫자는 어느 정도인가?" "‥후, 좀 많지." 플루소의 대답은 분명 성의가 없었으나, 위에 설명되었듯 리오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아아, 그렇군. 처음 이곳에 온 함대의 수는 대략 40만, 추가 함대는 대략 20만, 그리고 격파당한 함대 약 10만‥더하고 빼면 약 50만 정도 되는군." 그 순간, 플루소의 눈은 크게 떠졌고 그녀는 몸을 크게 움직이며 리오에게 외쳤다. "어, 어떻게 그런 것을!!!" "뭐, 간단하지. 동룡족 측에서도 우리 함대의 숫자가 어느 정도일지는 알테니까. 자자, 흥분을 가라앉히고 다음 질문을 해 보지. 와카루 박사를 알고 있나?" "와카루? 흥, 그런 인간은 알지 못한다. 난 그저 주룡 마마의 명을 따를 뿐이다." "바이오 버그와 그 귀골이라는 가변형 전차를 지원해주는 사람을 말하는 것이다. 그들이 어디서 만들어지는지, 어디서 부터 옮겨지는지는 알 것 아닌가." "‥모른다고 하지 않았나. 우리들은 본부로 부터 공수되는 것을 받아 사용할 뿐이 다. 그리고, 바이오 버그라는 생체 병기들은 그 지역에 미리 배치되어 있었기 때 문에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도 모른다." 리오는 플루소가 생각보다 솔직하다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겠군. 그럼 다음 질문. 이건 좀 사적인 질문이 될 지 모르겠는데‥. 왜 그 렇게 자살하려 했는지 이유를 말해줄 수 있나?" "‥쿠쿡, 하하하하하하핫‥!" 리오가 질문에, 플루소는 갑자기 대소를 터트렸고 리오는 또 뭐가 불만일까 속으로 중얼거리며 플루소가 대답하기를 기다렸다. "‥상당히 멍청한 질문을 하는군, 리오·스나이퍼. 당신 같으면 천하의 원수에게 사로잡혀놓고 살 기분이 날 거라 생각하나? 약혼자를 죽이고 내 얼굴을 이렇게 만 들어 놓은 자에게 잡혔는데 살 기분이 날거라 생각하나!!!" 그녀의 그 말을 들은 순간, 리오는 슈렌이 그런 행동을 했었나 생각해 보았으나 자 신이 처음 만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슈렌이 생각 없이 행동한 일은 없었던 탓에 그 이유를 묻는 것은 다음으로 미루기로 했다. "그 내용을 몰랐으니 질문한 것 아닌가. 하여간 그건 들었으니 넘어가기로 하고, 만약 그 이유 때문에 그랬다면 귀공은 장군으로서의 자격이 없군." "뭐, 뭐라고!!!" 플루소가 심하게 흥분하며 소리치자, 리오는 굳은 표정을 지은 체 플루소의 눈을 쏘아보며말했다. "장군이라는 직책은 전투 상황시 언제나 공, 사를 명확히 구분해 냉철한 판단을 내 려야 한다. 귀공이 만약 병사들과 함께 우리의 포로가 된 것이 수치스럽고 주룡 쥬 빌란에게 미안해서 자살을 하려 했다면 이해하겠지만, 그런 철저히 사적인 이유로 자살하려 했다면 그건 분명 장군으로서의 자격이 없다는 뜻이다." "‥으윽‥!!" 플루소는 분하다는듯 이를 악물며 고개를 떨구었다. 그것은 그녀 자신이 생각해도 예전의 전투와는 너무 상관이 없는 사적인 이유였기 때문이었다. "‥속칭 '광황'이라불리는 휀은 너무 공적인 면을 강조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 에겐 철면피라고 인식되지만, 그를 알고 있는 사람들에겐 그의 존재에 대한 절대적 인 신뢰를 준다. 그러나 귀공의 예전 발언은 그와는 정 반대라는 것을 나타내주는 것이다. 사적인 원한에 휩싸인 체 군대를 지휘하는 장군에게 어떤 병사가 신뢰감 을 가지고 그의 지휘에 따르겠나. 또 말하지만, 지금 포로가 된 귀공의 휘하 부대 병사들은 귀공의 생각은 하지도 않고 즉시 투항을 했다. 과연 좋은 현상이라고 생 각되는가?" "……." 플루소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그녀의 몸에서 풍기던 이상한 분위기가 사라진 것을 느낀 리오는 이 정도면 자살은 안하겠지 생각했는듯 한숨을 내 쉬며 플루소에 게 말했다. "흠‥. 내일 정오에 포로에 대한 협상안이 동룡족 측에서 오기로 되어 있으니 그 때까지 편히 쉬게 해 주지. 자, 관광이나 하러 나가볼까." "‥뭐, 뭐라고!?" 플루소는 깜짝 놀라며 리오를 바라보았고, 리오는 미소를 지은체 플루소의 결박을 완전히 풀어준 뒤, 바이칼을 바라보며 말했다. "‥자, 그럼 난 플루소 장군을 감시할 겸 직접 드래고니스의 주거 지역을 안내할테 니 너도 쉬고 있어." 턱을 괸 체 리오를 바라보던 바이칼은 맘대로 하라는듯 눈을 감은 체 고개를 끄덕 이며 말했다. "맘대로. ‥흥, 이젠 얼굴에 흠집난 여자도 꼬시는군." "‥후훗, 미안. 자, 나가보도록 하지. 아아, 이런 복장으론 관광하기가 좀 힘들 것 같은데‥그래, 관광 기념으로 옷이나 한벌 사 주지." "이, 이봐 잠깐!!" 플루소는 결국 리오의 손에 이끌려 알현실을 빠져 나갔고, 혼자 알현실에 앉아 멍 하니 있던 바이칼은 결국 자리에서 일어나며 가볍게 중얼거렸다. "‥오래간만에 리디아나 만나러 가야 겠군." ----------------------계속--- For Goddess...! (2부) Vol. 21 ------------------------------------------------------------------------ -------------------------------------------------------------------------- 릭은 지금 그 어느 때 보다도 멋을 잔뜩 낸 상태였다. 지금까지 단 한번 밖에 보 지 못했던 세이아를 직접 만나게 되고, 게다가 말까지 해야 한다는 생각에 그는 동료의 정장을 빌려 입었다. 게다가 생전 가지 않던 미용실까지 출입을 하여 머리 에도 모양을 내었다. 거리를 걷는 도중에도 몇번이고 남의 집 창문 앞에 서서 자 신의 모습을 살펴보기도 하였다. 그 만큼, 세이아라는 존재는 릭에게 있어서 여신 이상의 존재였다. 얼마나 걸었을까. 이윽고 릭은 리오가 가르쳐준 주소에 위치한 집 앞에 서게 되었 고, 드래고니스 주거 지역에 널리 분포한 주택과는 상당히 다른 모습의 그 집 앞에 서 릭은 다시 한번 자신의 옷과 머리를 가다듬어 보았다. ‘‥뭐지 이 긴장감은? 그 란바랄의 앞에 섰을 때도 이런 정도의 긴장감은 없었는 데‥! 아아, 분명 난 뭔가 잘못된 거야. 세이아님을 뵐 면목이 없어‥.’ 릭은 결국 뒤로 돌아서고 말았지만, 리오의 부탁이 그의 머릿속에 다시 떠올랐고 릭은 또다시 문 앞에 섰다. 그러다가 다시 뒤돌기를 몇번‥횟수가 반복될 때마다 릭의 머릿속은 더욱 더 뒤엉켜갔다. "‥저어, 저희 집에 용건이 있으신가요?" "아, 아앗!! 죄송합니다!!! 전 수상한 사람이 아닙니다!!! 전 그저, 그저‥아앗!?" 갑자기 자신의 뒤에서 들려온 맑은 목소리에 깜짝 놀란 릭은 움찔하며 뒤로 돌아서 서 쓸데없는 변명을 늘어 놓았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릭의 모든 생체 기능은 그 순간 정지하고 말았다. 허리까지 내려오는 긴 은발, 청색도,녹색도 아닌 불가사의 한, 하지만 따뜻한 눈동자와 그에 걸맞는 단아한 얼굴. 가슴에 안고 있는 시장용 종이 봉투. 그리고 그 멋진 조화가 뿜어내는 신비의 아름다움‥. "허, 허억‥! 세, 세이아님‥!!" 릭은 완전히 긴장한 체 그 자리에서 주저 앉아 버렸고, 그것을 본 세이아는 깜짝 놀라며 릭에게 가까이 다가가 그를 부축해 주며 걱정스런 얼굴로 그에게 물었다. "어머, 왜 그러세요! 괜찮으신가요?" 세이아의 향기가, 세이아의 손이 자신의 몸에 와 닿자, 릭은 결국 정신적으로 견디 지 못하고 혼절해 버렸고 갑자기 자신의 집 앞에서 벌어진 상황에 세이아는 당황 하며 지크가 있을 옆집으로 급히 달려갔다. ........................... . . . . . . "이봐, 정신 차리라구 친구. 천하의 제 1 전룡단 단장이 겨우 그런 정도에 기절하 는거야?" 지크는 손으로 릭의 머리를 툭툭 건들며 그를 깨웠고, 잠시 후 릭은 환상에서 깨어 나는 사람처럼 부시시 눈을 떴다. 그러나, 정신을 차린 이후에도 릭의 입에서 나온 단어는 단 하나였다. "세이아님‥." "‥이 친구 맛이 갔군. 바이칼이 전룡단 단장들에게 여자 만나지 말라고 한 건 아 닐텐데 왜 이러나? 이봐, 정신차려!!" 퍼억­!! 결국, 지크는 릭의 턱에 강한 일격을 선사했고, 정신을 차릴 정도의 충격을 받은 릭은 순간 정신을 번쩍 차리며 주위를 둘러 보았다. "지, 지크님? 여긴 도대체 어디입니까?" "어디긴 어디야. 세이아씨 집이지. 여긴 여자들만 사는 집이니까 빨리 일어나. 용 건 있으면 빨리 말하구." 지크는 한심하다는 얼굴로 고개를 저으며 릭에게 말했고, 릭은 그랬던가 생각해며 자신이 누운 곳을 살펴보았다. 평범한 소파 위였지만 생각보다는 편안했다. "호오, 그 친구 일어난거야? 세이아 한번 보고 뻗었다며? 바보같이." 그때, 2층에서 데스 발키리 레베카가 여자 치고는 두꺼운 근육질의 목에 수건을 두른 체 내려오며 지크에게 물었고, 지크는 입을 내밀며 어깨를 으쓱일 뿐이었다. 뒤이어, 레베카가 가는 길엔 빠질 수 없는 손님인 츄우가 내려오며 릭에게 활짝 미 소를 지어 보였다. "어머머, 일어났어요 숫총각씨? 당신 기절해서 누워있는게 얼마나 귀여웠는지 알아 요? 호호호홍~. 그런데 너무했다아. 얘기 한번 했다고 기절하다니‥. 그 리오라는 바람둥이 오빠하곤 정 반대네?" 릭은 데스 발키리라는 이름 치고는 꽤 활달한 그녀들을 보고 사람은 역시 만나보지 않고는 모르겠구나 생각을 해 보았다. 예전 모스크바 탈환 작전때 토울 해머와 바 로크를 휘두르며 악귀처럼 동룡족 병사들을 살해하던 그 둘의 모습과는 너무나 딴 판이었다. 옷이라고는 런닝셔츠와 반바지 밖에 입지 않아 상당히 노출도가 심한 상태인 레베 카는 릭의 앞쪽 소파에 앉은 뒤 탁자 위에 놓인 담배를 하나 꺼내 물었고, 마치 죄수를 심문하는 형사처럼 릭을 내려다보며 물었다. "릭이라고 했나? 당신 서룡족 전룡단 단장 중에선 최강이라며? 나랑 팔씨름 한번 해볼까?" "아, 아뇨. 사양하겠습니다." "허이구, 싱겁기는. 그럼 담배는 어때? 필 줄 알지?" "다, 담배는 전혀‥." 레베카가 계속 릭에게 이상한 것만 권유하자, 지크는 피곤하다는듯 레베카에게 손 짓을 하며 투덜대기 시작했다. 물론 릭을 위한 것이었지만. "이봐 헐크 레이디. 이상한 것좀 권하지 말라구. 팔씨름 상대는 나중에 사바신이라 는 녀석 소개시켜 준다고 몇번이나 말했어. 자, 이 여자들의 언어 폭력은 무시하고 어서 용건이나 말해. 나도 빨리 이 집에서 나가고 싶다구." "아, 예. 그러니까‥앗!" 그때, 막 말을 하려던 릭의 뒤에서 츄우의 흰 손이 부드럽게 다가왔고, 그녀는 릭 의 얼굴과 목을 자신의 손으로 매만지며 귀에 대고 속삭이기 시작했다. "어머머~그냥 가시면 너무 섭하죠옹. 놀다 가라니깐‥당신같은 총각에게 가르쳐줄 것이 있단 말이에요. 호홍~." "네, 네에?!" 릭은 잔뜩 긴장한 체 츄우에게서 도망치려 했으나, 이상하게도 그녀의 손길에서 빠져 나올 수 없었다. 릭은 순간 기를 높이며 정신을차리려 했고, 릭의 몸에서 기 가 강하게 뿜어지자 츄우는 싱겁다는듯 웃으며 그의 몸에서 손을 떼었다. "‥후훗, 난 또 넘어가나 보다 하고 좋아했는데, 역시 장난은 그만 해야겠네엥‥." ‘‥장난이었다고‥?!’ 릭은 츄우의 말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자신이 순간적으로 몸을 움직이지 못한 것은 츄우의 기에 자신의 생체 기능이 눌린 탓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그로선 츄 우의 말은 충격에 가까웠다. ‘‥그래, 이 여자들은 데스 발키리‥. 가즈 나이트 분들 보다 약간 뒤떨어지는 존재다. 방심하면 큰일이야. 정신차리자.’ "어머, 너무 그렇게 화내지 말아요 릭 씨. 장난이었다니깐." "아, 아닙니다. 죄송한건 오히려 접니다." 그때, 부엌에서 세이아가 홍차를 들고 릭이 있는 거실로 나왔고, 릭은 그 순간 다 시금 모든 생체 기능이 정지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고 말았다. "자아, 홍차 드시면서 계속 말씀들 나누세요. 아, 지금은 괜찮으신가요 릭 씨?" 세이아가 자신의 이름을 부르며 빙긋 미소를 지어주자, 릭은 갑자기 호흡 곤란에 빠져 버리는 것 같았다. 그의 평생, 이런 느낌은 정말 처음인 탓이었다. "세, 세이아님! 리오님께서 오늘은 일이 있으셔서 집에 늦게 들어오신다고 전해드 리라 말씀하셨습니다!" "‥네? 아, 그렇군요. 그래서 직접 오셨군요. 후훗‥감사합니다." ‘세, 세이아님께서 나에게 감사를‥!! 아아아‥!!!’ "‥얼라? 이봐 릭! 정신차려!!!" 지크는 다시 기절해버린 릭을 깨우기 위해 다시금 골머리를 썩혀야만 했고, 세이아 는 릭이 도대체 왜 그럴까 생각하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지만 데스 발키리 두명 은 재미있다는듯 웃을 뿐이었다. ※※※ "자아, 새 옷은 어떤가? 맘에 드나?" 리오는 쇼윈도우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플루소에게 미소를 지으며 물었고, 플루소는 약간 멍한 얼굴을 한 체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 때, 리오 가 그녀의 앞머리를 손으로 살짝 들어 올렸고, 플루소는 자신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는 리오를 놀란 눈으로 바라보았다. 리오는 곧 고개를 끄덕이며 플루소에게 말 했다. "아, 좋아. 요즘은 화장 기술이 발달해서 꽤 심한 흉터도 가려주는군. 뭐, 미용사 아가씨들이 고생좀 했지만 말이야. 후훗‥. 자, 이제 돌아다녀볼까?" "…." 플루소는 아무 말 없이 리오를 따라 나섰고, 리오는 드래고니스 주거 지역의 이곳 저곳을 플루소와 함께 돌아다니며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식사를 할 때나, 드래고 니스에서 가장 멋진 볼거리라 할 수 있는 오리하르콘 공예의 걸작인 신룡 브리간 트상 앞에서도 플루소는 미소를 짓지 않았다. 하지만 리오는 그녀와 함께 밤 늦도 록 드래고니스의 주거 지역을 관광했다. 거의 자정이 되어, 리오와 플루소는 한 레스토랑 앞을 지나게 되었고, 리오는 그녀 와 함께 그 레스토랑 앞에 마련된 의자에 앉으며 한숨을 돌렸다. "하아, 이렇게 돌아다녀본 것도 정말 오래간만이군. 어쨌거나 다행인건 내가 아는 여자분들과 마주치지 않았다는 것이지. 후훗‥. 그런데 배고프지 않아? 점심 식사 이후로 음료수 말고는 아무것도 먹지 못했잖아." "‥먹고 싶으면 마음대로 해. 난 어차피 포로니까." "…." 리오는 아무 말 없이 밤하늘을 바라보았다. 때마침, 그들의 앞에 있는 레스토랑에 서 가녀린 피아노 음색이 들려왔고, 그 피아노 연주곡을 들은 플루소의 눈은 순간 반짝 빛을 냈다. "‥이 음악은‥." "‥아, 이 레스토랑이 맘에 든다고? 좋아, 한번 가보도록 하지." "자, 잠깐! 난 음악을‥." 리오는 다짜고짜 레스토랑 안으로 플루소를 끌고 들어갔고, 플루소는 결국 리오가 가는 대로 레스토랑 안에 들어가게 되었다. 한가지 이상한 점은, 레스토랑 안의 전 등이 한 테이블과 피아노쪽을 남기고 모두 꺼져 있다는 것이었다. 리오는 불이 켜 져 있는 테이블로 가서 플루소와 함께 앉았고, 플루소에게 피아노쪽을 보라는듯 자 리를 살짝 비켜 주었다. 그 순간, 플루소의 얼굴은 험악하게 일그러졌고 그녀는 흥분을 한 나머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네, 네 녀석!!!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날 이곳에 데려온거지!!! 어째서 나에게 잘 대해주나 했더니 이런 모습을 보고 싶어서였나!!!" "‥잠자코 앉아." 그때, 리오의 무거운 목소리가 플루소의 감각을 곤두세웠고 플루소는 침을 꿀꺽 삼 키며 다시 자리에 앉았다. 리오는 다시 미소를 지은 뒤 플루소에게 말했다. "‥오늘의 주인공은 나와 당신이 아니라, 저 피아니스트와 당신이야. 포로 교환이 되어 다시 적으로 변해도, 아까 아침에 말을 한 것과 같이 당신이 진정한 장군이 되게 하려면 이렇게 오해를 풀어 주어야 할 것 같아서 말이야. 마음이 풀려야 냉 철한 지휘도 할 수 있을 것 아닌가. 후훗‥." "…." 플루소는 아무 말 없이 수정으로 만든 피아노를 치고 있는 남자를 바라보았다. 언제나 감긴 듯 한 눈. 묵묵히 다물어진, 하지만 가끔식 희미한 미소를 지어주는 입술을 가진 푸른 장발의 남자. 슈렌은 어딘가 모르게 슬픈 선율로 레스토랑에 마 련된 수정 피아노를 연주하고 있었다. 그런 그의 모습을 묵묵히 바라보던 플루소 는, 눈을 질끈 감으며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이 곡은 스승과 제자로서 헤어질 때 저 자가 들려준 곡이지. 그 때 까지만 해도 난 저 자를 스승으로서 존경해 왔어. 그 때 까지만 해도‥헤어지기 싫었지. 정말 이야. 헤어지기 싫었어‥." "…." 리오는 묵묵히 플루소의 얘기를 들어줄 뿐이었다. --------------------계속--- For Goddess...! (2부) Vol. 22 ------------------------------------------------------------------------- -------------------------------------------------------------------------- "그런데‥그런데 어째서 나에게 그런 짓을 할 수 있는거지!! 가즈 나이트라는 자신 의 신분을 숨긴건 이해하겠지만 임무 완수를 위해 자신의 제자가 사랑했던 사람과 제자를 극악무도하게 베어버릴 수 있는거야! 내 얼굴을 봐, 아무리 화장을 해서 흉 터가 지워지긴 했어도 내 얼굴에 흉터가 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아!!" "…." 리오는묵묵부답으로 일관했고, 곧 피아노 연주를 멈춘 슈렌이 테이블로 다가왔다. 리오는 슬쩍 자리를 비켜준 뒤 레스토랑 밖으로 나갔고, 슈렌은 플루소의 앞에 앉 으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 때의 모든 일은 나의 실수였다. 물론 이 말을 한다 해서 네 얼굴의 상처는 물론 마음의 상처까지 없앨 수는 없겠지. 지금 와서 내가 말을 한다 해도 결과는 같을테고‥." 그러자, 플루소는 잘 됐다는 듯 살기어린 미소를 지었고, 자신의 앞에 놓여 있던 와인 병의 끝을 깬 뒤 그것을 슈렌의 목에 갖다대며 무거운 목소리로 물었다. "‥호오, 그럼 죽는다 해도 할 말이 없겠군." "‥어차피 여기서 죽는다 해도 난 죽은 장소의 시간으로 3개월 후면 다시 살아난 다. 나에 대한 너의 복수는 네 스스로가 포기하거나 죽을 때까지 멈추지 못해. 지 금의 상황으로는‥." "‥흥‥." 김이 샜다는 듯 플루소는 깨진 병을 탁자 위에 던져 버렸고, 슈렌을 다시 바라보며 물었다. "‥김 새는 말만 하는군. 좋아, 그럼 내가 어떻게 하면 되는거지? 한번 이것도 가 르쳐 보시지." 그녀가 그렇게 물어오자, 슈렌은 눈을 뜨고 플루소를 정면으로 바라보았다. 그 순 간, 플루소는 내심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수백년 전 슈렌을 처음 만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슈렌이 자신에게 무엇을 애원하는 듯 한 눈을 한 적은 이번이 처음인 탓 이었다. 슈렌은 그 상태로, 플루소에게 말했다. "‥내 얘길 들어줘. 잠시만이라도." ※※※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레스토랑 앞 벤치에 앉아 예전보다는 많이 맑아진 하늘 과 묵묵히 하늘을 오고 가는 서룡족의 레이더 관제기를 바라보던 리오는 지금의 슈 렌이 예전과는 많이 달랐다는 것을 떠올리며 고개를 갸웃거려 보았다. "‥그 녀석, 오늘은 왜 그렇게 슬픈 얼굴로 피아노를 연주한거지. 보통땐 무슨 생 각을 하는지도 모를 정도로 묵묵히 피아노를 쳤는데‥. 이상하군. 도대체 그 플루 소라는 동룡족 여장군과 무슨 관계인거야?" 한참 그렇게 중얼거릴 무렵, 갑자기 레스토랑 문이 열렸고 오른손으로 얼굴을 가린 플루소가 안에서 뛰쳐 나왔다. 깜짝 놀란 리오는 무슨 일이냐며 플루소에게 물으려 했지만, 플루소는 몸을 돌린체 리오에게 담담한 목소리로 먼저 말했다. "‥당신들 본부엔 나 혼자 돌아가겠어. 도망칠 걱정은 하지 마. 그럴 정도로 비굴 하진 않으니까. 그럼 이만‥. 오늘 고마웠어." "아‥잠깐!" 그러나, 플루소는 더이상 말하지 않고 어디론가 뛰어가 버렸고, 리오는 무슨 일인 가 하며 레스토랑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하지만 리오의 불안과는 달리 슈렌에겐 아무 일이 없었고, 슈렌은 플루소가 깨 버린 와인 병의 뒷정리를 손수 하고 있었 다. 리오는 그래도 불안했는지 슈렌을 불러 보았다. "‥슈렌, 도대체‥." "‥음. 아무 일도 아니야. 걱정할 필요는 없어." 슈렌은 희미한 미소를 지은체 리오에게 대답을 했고, 플루소와 슈렌의 상반된 반응 에 머리가 혼란해진 리오는 결국 피식 웃어 넘기며 슈렌에게 다시 물었다. "‥그 깨진 와인, 네 아르바이트 비용에서 제하는거지?" "‥그럴걸." 슈렌은 여전히 미소를 짓고 있었다. 마치 모든 번뇌에서 해방된 사람처럼‥. ※※※ 오후 늦게 본부로 출근한 릭은 다른 전룡단 단장들로 부터 충격적인 사실을 들을 수 있었다. 지금까지 비어 있었던 제 2 전룡단 단장의 자리가 정해졌다는 것과, 그 새로운 전룡단 단장이 상상도 못한 인물이라는 것 때문이었다. "아, 아니 도대체 마마께선 무슨 생각을 하시고‥!! 레소드, 어떻게 된건가!!" "‥모르겠어. 오늘 정오에 행해진 포로 협상 직후 전격적으로 행해진 인사라서 나 도 마마의 뜻을 이해할 수 없군. 아, 어디 가나 릭!" 레소드는 자신의 대답을 듣자 마자 멀찌감치 뛰어가는 릭을 불렀고, 릭은 계속 달 리며 레소드에게 말했다. "마마를 뵙겠어!! 이유를 들어 봐야 할 것 같아!!!" 얼마 지나지 않아 제궁에 도착한 릭은 궁인들에게 물어 물어 바이칼전용의 식당으 로 들어갔고, 장로, 그리고 리디아와 함께 식사를 하고 있던 바이칼에게 실례를 무 릅쓰고 큰 소리로 인사를 올렸다. 그 만큼, 릭이 들은 소식은 충격적인 것이었다. "마마! 제 1 전룡단 단장 릭·발레트!! 실례를 무릅쓰고 마마를 뵙습니다!!!" 릭이 궁인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문을 거칠게 열고 들어와 인사를 하자, 스테이크 조각을 씹고 있던 바이칼은 떫은 표정을 지으며 물을 마신 뒤 릭에게 가까이 오라 는 손짓을 했다. "‥와 봐." "예! 감사합니다 마마!!" 릭은 곧 바이칼의 옆에 다가와 무릎을 꿇었고, 다시 큰 소리로 바이칼에게 물었다. "지금까지 비어 있던 제 2 전룡단 단장의 자리를 분명 어제까지 포로였던 동룡족 장군 플루소에게 맡기셨는지, 이 릭은 감히 듣고 싶습니다!!" "‥쳇." 그러자, 바이칼은 약간 거칠게 식기를 탁자 위에 내려 놓았고 릭은 움찔 하며 고개 를 더더욱 숙였다. 릭을 불만스런 표정으로 잠시동안 내려다 보던 바이칼은 한숨을 후우 쉬며 릭에게 말했다. "‥아까 지크 녀석이 발광한게 끝일 줄 알았는데 설마 너까지 이럴 줄은 몰랐군. 뭐, 좋아. 어차피 식사도 맛이 없던 참인데 대답해 주지. 그 전에 한가지 묻겠다. 넌 동룡족을 증오하나?" "‥예?" 바이칼의 갑작스런 질문에, 릭은 당황하며 바이칼을 올려다 보았다. 바이칼은 여느 때와 같이 냉랭한 얼굴로 그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 결국, 릭은 침을 꿀꺽 삼키며 대답했다. "‥도, 동룡족 자체를 증오하진 않습니다. 선왕께서 말씀하신 바와 같이, 그들 역 시 같은 용족이기 때문입니다." "‥알면서도 식당까지 쳐들어와 식사를 방해한거군. 그래도 지크 녀석보단 똑똑한 대답을 했으니 처벌하진 않겠다. 사라져." "네?" 릭은 다시금 멍하니 바이칼을 바라보았고, 바이칼은 식사를 그만 하려는 듯 물을 천천히 들이키고 있었다. 그 때, 리디아가 걱정스런 얼굴로 바이칼에게 말했다. "‥저어, 바이칼님. 식사를 남기시면 안돼요." "‥'오라버니'. 그리고, 식사를 남기든 버리든 내 맘이야." "‥예, 오라버니." 리디아는 고개를 푹 숙이며 다시 식사를 했고, 둘의 그런 모습을 보던 장로는 한숨 을 내 쉬며 걱정스런 표정을 지을 뿐이었다. "‥아, 그리고 제 2 전룡단 단장이라고는 했지만 그녀는 당분간 내 지시가 있을 때까지 슈렌의 보좌를 하게 된다. 슈렌이 나가지 않으면 그녀 역시 출격하지 않으 니 뒷통수를 맞을 염려는 안해도 좋아. ‥더이상 할 말도 없으니 어서 사라져." "예‥예!" 릭은 곧바로 경례를 붙인 뒤 식당을 빠져 나갔고, 한숨을 쉬며 제궁을 빠져 나가 자신의 집무실을 향해 천천히 걸어 나갔다. 오후 아홉시. 장로 입회 하에 전룡단 단장들의 임시 회의가 열렸고 그 회의때 제 2 전룡단 단장으로 임명된 플루소가 장로를 통해 모든 전룡단 단장들에게 소개되었 다. 물론, 전룡단 단장의 대부분은그녀를 그리 환영하지 않는 분위기였다. 종종 일어나는 용족 끼리의 국지전때 그녀와의 일기토에서 사망한 전룡단 단장들이 한 둘이 아닌 탓이었다. 그 사망자 명단엔 그들의 형제도, 친구도 끼어 있었기에 전 룡단 단장들이 그녀를 환영하지 않는 것은 당연했다. 게다가, 아이러니하게도 자리 를 비운 전 제 2 전룡단 단장은 그녀와의 일기토에서 사망한 사람들의 명단에 끼어 있었다. 어쨌거나, 플루소는 다른 전룡단 단장들에게 거수 경례를 하며 자신의 소 개를 했다. "신임 제 2 전룡단 단장. '플루소·스나이퍼' 입니다. 이번 용족 전쟁이 끝날때 까 지 임시로 제 2 전룡단 단장을 맡게 되었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스, 스나이퍼!?" 전룡단 단장들은 새로 붙여진 그녀의 성을 듣고 경악을 금치 못했고, 특히 릭은 얼굴이 하얗게 된 체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마, 말도 안 돼‥. 거짓말이야‥." ............................. . . . . . . "‥조카라‥하아하하하하하하‥." 그날 정오부터 저녁 늦게까지, 지크는 자신의 집 지붕에 올라 앉아 하염없이 슬픈 웃음소리를 냈고 그 이유를 알고 있는 리오 역시 잘 마시지 않는 술을 들며 고개를 내 저었다. 그러나, 슈렌만은 달랐다. 그는 보통 때완 달리 만면에 미소를 지은체 조용히 그룬가르드를 닦고 있었다. 4장 [White Night, 白夜] 그로부터 한달 반 정도의 시간이 흘렀다. 전선은 여전히 아시아와 유럽의 경계를 한계로 변하지 않았고, 경계 근처에서 작은 국지전만이 벌어질 뿐이었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그 국지전에서 활약하고 있는 것이 바로 보급형 웨드들이라는 것이었 다. 그 만큼, 웨드들은 각 나라에서 활약했던 BSP들의 시가전, 게릴라전 경험을 바 탕으로 놀랄 만큼의 성능을 보여주었고, 또한 BSP파일럿 중에선 전룡단 단장들도 놀랄 정도의 초인적인 조종 실력을 보여주는 명 파일럿들도 등장했다. 웨드의 시험 투입으로 부터 한달 반 이후, 웨드들은 서룡족 전력에선 빠질래야 빠질 수 없는 것이 되어 있었다. 한편, 한달 반이라는 시간 동안 불가사의한 일 한가지가 있었다. 바로 파일럿들 사 이에서 백야, 하얀 밤의 정령 또는 화이트 나이트(White night)라 불리우는 정체불 명의 괴 웨드에 관한 것이었다. 어느 날, 우연히 그 화이트 나이트에 대한 영상 자료를 구한 서룡족 장로는 5분에 걸친 그 영상을 보며 경악을 금치 못했고 결국 리오를 비롯한 가즈 나이트들까지 불러 다시금 그 영상을 그들에게 보여주었다. "아니, 장로님. 도대체 어느 정도로 대단한 녀석이길래 우리까지 부르셨나요?" 자료가 준비되는 동안 의자에 앉아 시간을 보내고 있던 지크는 약간 따분하다는 얼 굴로 장로에게 물었고, 장로는 보통때완 다른 굳은 표정으로 시작 버튼을 누르며 지크와 리오, 그리고 슈렌에게 말했다. "‥보시면 이해하실 수 있습니다. 게다가, 리오님은 특히 말이지요." "‥예? 저 말입니까‥?" 리오는 의아한 얼굴로 장로를 바라보았고, 장로는 아무 대답 없이 의자에 몸을 맡 겼다. 그런대로 좋은 화질의 영상이 시작되었고, 처음 몇분간은 웨드와 바이오 버 그간의 시가전 모습이 보여졌다. 조금 후 바이오 버그 쪽에 귀골 수십여대가 지원 으로 등장했고 그 직후 웨드들은 급격히 뒤로 밀리기 시작했다. 중동 지역의 시가 전인 탓인지 갑자기 강한 모래 바람이 불어왔고, 웨드들은 급히 '아이 카메라 프로 텍터'(웨드의 아이 카메라는 인간의 안구와 연동하여 움직이는 탓에 파일럿의 전투 시야가 이물질에 의해 방해되는 것을 막기 위해 아이 카메라 위를 덮어주는 투명한 보호장치가 웨드의 눈가에 내장되어 있다)를 내린 뒤 계속 전투에 임했다. "‥시작됩니다." 장로의 목소리와 함께, 갑자기 그 지역의 모래바람이 멈춰 버렸고 웨드들은 순간 적으로 변한 기상에 의아한듯 사격을 하면서도 주위를 두리면 거렸다. 그 때, 웨드 들의 앞에 흰색의 그림자가 초고속으로 등장했고 그와 동시에 웨드들은 사격을 멈 추고 공중에 붕 떠있는 그 흰색의 그림자를 바라보았다. "‥백색‥백색의 웨드? 그런데 저 모습은‥!?" 리오는 영상에 비춰진 순백색의 웨드와 장로를 번갈아 바라보았고, 장로는 영상을 정지시킨 뒤 리오들에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보신 바와 같이, 영상 안에 나타날 때의 순간 속도는 음속의 열 두배‥. 전용 기체라 해도 낼 수 없는 엄청난 속도입니다. 그 비밀은 저 정체불명의 웨드 종아 리 부분과 백팩에 달린 부스터들에 있는 것 같지만 아직 우리 서룡족의 기술로는 저 정도의 소형이면서 저런 가공할 만한 출력을 낼 수 있는 부스터를 개발할 수 없 습니다. 그리고 어깨 부위의 거대한 제네레이터‥. 보통 웨드의 세배 정도는 되어 보이는 거대한 제네레이터입니다. 계속 보시죠." 다시 영상은 시작되었고, 갑자기 나타난 순백색의 웨드는 양 손에 리오의 파라그레 이드와 비슷한 모습, 비슷한 성능을 가진 대검을 거머진 뒤 무시무시한 속도와 파 괴력으로 바이오 버그와 귀골들을 파괴하기 시작했다. 그 웨드의 동작들을 지켜보 던 리오는 인상을 찡그린 체 침을 꿀꺽 삼켰고, 슈렌 역시 눈을 크게 뜬 체 나지막 히 중얼거렸다. "‥저 기체의 동작‥리오의 검술 동작과 같아‥!" "‥게다가 버릇까지‥!!" 지크의 추가사항 대로, 리오가 검을 휘두를 때 자주 오른쪽 다리를 지면에 부비는 버릇을 그 웨드는 그대로 따라 하고 있었고 결정타 시 온 몸의 체중과 탄력을 싣는 리오의 독특한 동작 마저도 그대로 따라하고 있었다. 그때, 영상의 저편에서 동룡족의 함대가 나타나 그 웨드를 향해 포화를 날리기 시 작했고 귀골과 바이오 버그들을 거의 다 처리한 웨드는 백팩에 마치 날개처럼 달려 있는 부스터에서 푸른 불꽃을 한껏 뿜어내며 그 동룡족함대를 향해 돌진하기 시작 했다. 그 함대의 앞에 선 웨드는 몸에 바리어를 친 후 양 손에 든 검을 이용해 자 세를 잡았고, 그 자세를 본 순간 리오는 믿을 수 없다는 듯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며 소리쳤다. "저, 저건 '지하드'의 자세!?" --------------------계속--- For Goddess...! (2부) Vol. 23 ------------------------------------------------------------------------- --------------------------------------------------------------------------- "‥인간적으로 그런 괴물은 처음이야. 도대체 기계 주제에 어떻게 그런 기동성과 파괴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지? 게다가 지하드까지 구사하다니‥!" 장로의 방을 나서서 리오, 슈렌과 함께 복도를 거닐던 지크는 아직도 못믿겠다는 듯 그렇게 말했다. 그러나, 리오의 생각은 달랐다. 예전의 경우에 비춰보면 그럴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예전에 우리가 상대했던 베히모스의 경우를 생각하면 이상할 것도 없어. 그 녀 석들은 인공 생물체임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전투 능력을 발휘했으니까." "하지만‥네 기술인 '지하드'를 그 웨드가 사용한건 어떻게 설명해야 하지." 슈렌의 물음에, 그 항목이 최대 고민거리였던 리오는 고개를 숙이며 한숨을 지을 뿐이었다. "‥그걸 모르겠어. 지하드는 내가 쓰는 것을 본 사람도 거의 없고 따라해 보라고 난사한 일도 없어. 그리고 따라하라고 해서 따라할 수 있는 기술도 아니고. 게다가 웨드는 더더욱‥!" 그렇게 고민한다 해서 결론이 날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는 셋은 그 수수께끼 의 웨드에 대한 일을 뒤로 미루기로 한 뒤 기분전환 겸 식사를 하러 가기로 했다. 제궁의 사관용 식당으로 향하던 셋은 우연히도 플루소와 마주쳤고, 그녀는 한달 반 전의 플루소라고는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밝은 미소를 지으며 그들에게 인사를 했 다. "아, 아버님. 당숙님들과 함께 식사를 하러 가십니까?" 플루소의 그 인사를 들은 지크는 못참겠다는듯 머리를 거세게 긁적였고, 리오 역시 그리 듣기 좋지 않다는 듯 얼굴을 찡그렸다. "‥으윽‥!!! 또 당숙이래‥!!!" "‥언제 들어도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러나, 슈렌은 그들의 불평을 한쪽 귀로 흘려버렸는지 플루소의 어깨를 손으로 살 며시 잡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음, 그렇단다. 같이 식사하겠니." "예, 아버님." 슈렌과 플루소는 여유있게 사관 식당 안으로 들어갔고, 지크는 불만의 극에 달한 얼굴로 둘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리오에게 말했다. "‥무슨 놈의 부녀 지간이 저렇게 정다워. 쳇, 리오. 우린 집에 가서 먹자." "‥좋은 생각이야." 두 남자는 터벅터벅 제궁 밖으로 발길을 돌릴 따름이었다. ................................ . . . . . "어머, 리오씨. 조카분하고 슈렌씨는 같이 안오셨나요?" 집에 들어오자 마자 들려온 세이아의 말에, 리오와 지크는 속으로 짜증까지 났으나 겉으로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 예. 회의를 할 것이 있다고 해서 우리가 먼저 왔습니다." "그렇군요. 자, 여기서 잠깐만 기다리세요. 제가 점심을 차려 드릴께요." 세이아는 곧바로 부엌으로 향했고, 리오와 지크는 약속이나 한 듯 동시에 손으로 얼굴을 덮으며힘없이 중얼거렸다. "‥빌어먹을." "어, 두 사람 다 왜 그래요? 무슨 일 있어요?" 그 때, 2층에서 내려오던 라이아가 리오와 지크의 상태가 그리 썩 좋아 보이지 않 자 그렇게 물어왔고, 지크는 손을 저으며 대답해 주었다. "음음‥별 거 아니야. 그냥 피곤해서. 그건 그렇고 라이아, 넌 요즘 뭐하니?" "예? 뭐하긴요. 학교 갈 일도 없고, 특별히 임무가 주어지는 것도 아니라서 시에랑 다른 언니들하고 같이 놀며 시간 보내는거죠 뭐." 라이아는 씨익 웃으며 대답했고, 지크는 고개를 끄덕이며 TV를 슬며시 켜 보았다. "아 참. 넬의 소식 들으셨어요? 요즘 웨드 운전에 재미들렸다고 하던데‥." "넬? 그 애 언제부터 웨드를 조종하고 있었니?" 라이아의 말을 들은 지크는 몸을 일으키며 라이아에게 물었고, 라이아는 소파에 앉 은 뒤 TV에 시선을 돌리며 대답했다. "3일 전인가 그래요. 그런데, 챠오 언니하고 마키 언니를 시뮬레이션 기계로 이겼 다지 뭐에요. 그것도 TDS가 적용된 시뮬레이터로 말이죠." "‥뭐라?" 지크는 움찔하며 눈을 크게 떴고, 옆에서 얘기를 듣고 있던 리오 역시 깜짝 놀라며 라이아를 바라보았다. 라이아는 여전히 TV에 시선을 둔 체 계속 말했다. "챠오 언니랑 마키 언니가 그러더라고요. 넬은 뒷통수에도 눈이 달린 애라고 말이 죠. 웨드를 타지 않은 상태에서 두 언니를 이기지 못하는건 변함이 없지만, 웨드만 탔다 하면 마치 신들린 듯 조종한다는거에요. 그 애 정말 대단하지 않아요?" "‥옹야‥그 애가 그런 재주가 있었단 말이야?" 지크는 감탄을 연발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리오는 자못 진지한 얼굴로 생 각에 잠겼다. 예전에 TDS개발 팀장인 카만 박사에게 TDS시스템의 구동 원리에대해 들은 것이 있는 까닭이었다. ‘‥설마, 넬이 카만 박사가 말했던 '이상 신경계'를 가진 아이란 말인가. 만약 그렇다면 카만 박사를 만나보는게 좋을 것 같군.’ "여러분, 식사 다 됐어요." 부엌에서 들려온 세이아의 목소리에, 리오는 식사가 끝난 후 바로 카만 박사를 만 나러 가겠다는 생각을 하며 지크와 함께 부엌으로 향했다. ※※※ 한참동안 카만 박사와 넬에 관한 얘기를 나누던 리오는 카만 박사의 안색이 그리 좋지 않자 눈을 가늘게 뜨며 걱정스런 표정을 지었다. 카만 박사는 한숨을 길게 쉰 뒤 모니터를 켜며 말했다. "‥설마 했지만 그 아이가 인간에게 있어서 백만에 하나 꼴로 나오는 신경계 돌연 변이일 줄은‥. 이 돌연변이는 인간의 일상 생활에 있어선 아무런 장애가 되지 않 지만 TDS형의 웨드를 탄다면 일은 심각해 지지요. 자, 여길 보십시오 리오님." 카만 박사는 모니터에 떠오른 두개의 측정 그래프를 보여주었고, 리오는 두 그래프 의 차이가 현저하다는 것을 눈으로 느끼며 카만 박사를 다시 보았다. 그는 포인터 를 이용해 짧막한 그래프를 가리키며 리오에게 말했다. "‥이 그래프는 챠오양이나 마키양와 같은 정상인의 트랜스율을 나타낸 것입니다. 그 상태는 웨드의 운동 장치들이 거의 100%에 가까운 성능을 발휘할 수 있죠. 그리 고 이쪽은 저희들이 모형을 이용해 실험해본 이상 신경계의 트랜스율입니다. 정상 인의 트랜스율이 100%라 한다면 이상 신경계를 가진 인간의 트랜스율은 500%에 육 박합니다. 이 정도라면 웨드의 모든 기기들이 한계를 뛰어 넘어버리지요. 챠오양이 나 마키양이 넬 양을 이기지 못하는 이유가 그것입니다. 다섯배의 성능 차이가 나 는데 이길 가능성이 만무하죠. 하지만 이것이 결코 좋은건 아닙니다. TDS의 CPU에 인간의 정신이 갇혀 영원히 나올 수 없게 되고 마는 상황이 올 지도 모르기 때문입 니다." "‥그런‥!?" 리오는 그 말을 들은 순간 연구실 문을 열고 곧장 밖으로 나가려 했지만, 아직 카 만 박사의 말은 끝난 것이 아니었다. 카만 박사는 급히 자리에서 일어서서 리오를 말리며 그에게 말했다. "아아, 기다려주십시오 리오님! 방법은 있습니다, 아주 간단합니다." "‥예?" 리오는 다시 돌아섰고, 카만 박사는 한숨을 돌리며 리오에게 다시 말했다. "지금 사용하고 있는 TDS는 보통 인간에 맞춰서 조정되어 있는 것입니다. TDS를 이상 신경계를 가진 인간에 맞춰 재 조정을 한다면 그런 참사는 막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500%에 육박하는 높은 트랜스율을 이용해 지금보다 훨씬 성능이 뛰어나고 강력한 웨드도 만들 수 있지요. 물론, 지금 서룡족의 과학 기술로는 지금의 웨드와 같이 소형이 아닌 대형이 되겠지만 말입니다." "‥흠‥." 리오는 카만 박사의 말을 듣고 한편으론 다행이라 생각을 했지만, 그래도 마음이 석연친 않았기에 카만 박사를 바라보며 말했다. "‥당분간 넬을 TDS 시뮬레이터에 탑승시키지 않겠습니다. 이상 신경계를 가진 사 람들을 위한 전용 웨드 계획은 장로님과 상의해 주십시오. 오늘 말씀 감사했습니 다." "아, 예‥." 카만 박사의 연구실을 나선 리오는 곧바로 시뮬레이터실로 향했다. 시뮬레이터이긴 하지만 혹시라도 넬이 잘못되기라도 할 것 같은 불안감 때문이었다. 다른 분야라면 모를까, 기계쪽이 나오는 부분이라면 리오라 하더라도 불안할 수 밖에 없었다.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아 시뮬레이터실에 도착한 리오는 시뮬레이터실이 BSP신인들로 북적거리는 것을 보고 이후에 개시될 탈환 작전엔 문제가 없겠구나 하고 잠시 생각 했으나 그 신인들의 얼굴이 그리 좋지않은 것을 보고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리오 는 그 신인들을 관리하는 챠오역시 안색이 좋지 않자 그녀에게 다가가 이유를 묻기 로 했다. "아, 챠오양. 이 사람들 표정이 모두 왜 이럽니까? 챠오양도 그렇고‥." "‥넬 때문이죠. 지금 현재 89연승 째에요. 아, 방금 90연승이군요." "‥?" 리오는 깜짝 놀라며 한참 흔들리고 있는 웨드 시뮬레이터를 바라보았다. 한 시뮬레 이터엔 신인들이 줄을 길게 늘어서 있었지만 다른 한 쪽 시뮬레이터엔 아무도 차례 를 기다리지 않고 있었다. "넬은 정말 대단해요. 웨드 조종 만큼은 지금까지 제가 봐 왔던 BSP파일럿중 최고 죠. 저와 마키, 그리고 케빈 선배님 조차 상대가 되지 않아요. 매직 유저용 항목 까지 포함해 모든 항목을 켜 놓고도 무리가 없고, 어떠한 상황에서도 최고의 전투 능력을 발휘하죠. 심지어는 사이킥 유저용 옵션까지 사용하면서 말이죠." "‥대단하군요. 그런데, 왜 내리지 않고있는거죠?" 리오의 질문에, 챠오는 한숨을 길게 내 쉬며 대답했다. "‥자신을 이기는 사람이 나타날 때까지 내리지 않겠다고 해요. 억지로 끌어 낼 수도 없는 상황이라‥." "‥그렇군요." 리오는 아흔 한명째의 패배자가 시뮬레이터에서 내려오는 것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 다. 어떻게 할까 생각하던 리오는 결국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챠오에게 말했다. "‥좋아요, 제가 처리해 보죠." "예!? 하, 하지만 리오씬 웨드를 한번도 조종해본 일이 없으신데‥?" 챠오는 깜짝 놀라며 리오를 말리려 했으나, 리오는 걱정 말라는 듯 챠오의 어깨를 두드려주며 말했다. "아아, 물론 제가 하진 않을겁니다. 하지만, 웨드 조종이라면 눈에 불을 켜고 기다 리고 있는 녀석이 있잖아요? 부르면 즉시 달려올겁니다." 그 말에, 챠오는 혹시나 하는 표정을 지으며 불안해 했지만 그녀의 걱정은 곧 사실 이 되어 버리고 말았다. 5분 정도 지난 뒤, 한 사나이가 마치 날아오듯 시뮬레이터 실로 들어섰고, 그 남자는 크게 웃으며 리오와 악수를 하기 시작했다. "우하하하핫!!! 넌 역시 내 형제야 리오!! 자, 기다려라 넬!!! 이 지크님이 널 구 해주마!!! 목을 내밀어랏­!!!" 지크는 아흔 아홉명째의 패배자가 시뮬레이터에서 내리자 마자 시뮬레이터 안으로 들어갔고, 그가 기계 안에 들어가자 마자 BSP신인들 사이에선 환호가 터져 나왔다. "와아!!! 지크 선배다!!! 우리가 드디어 2P쪽의 기계를 만져보게 됐어!!!!" "오오오오오옷­!!!" "음우하하하핫!!!!! 자아, 더욱 더 환호해라 귀여운 신인들이여!! 와하하핫!!" 챠오는 시물레이터 위에 올라가 두 손을 모은 체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는 지크 를 보며 씁쓸한 표정을 지을 뿐이었다. "‥신났군‥바보 녀석." ----------------------계속--- For Goddess...! (2부) Vol. 24 ------------------------------------------------------------------------- --------------------------------------------------------------------------- "자! 지크님이 들어오셨다!! 각오하는게 좋아 넬!!" "…." 지크의 통신 시도에도 불구하고 넬은 아무런 대답이 없었고, 지크는 이상하다 생각 하며 시뮬레이터와 트랜스했다. 넬은 이미 트랜스한 상태였고, 조금 후 시뮬레이터 를 통한 지크와 넬의 대결이 펼쳐졌다. "‥음, 지크는 하이스피드 컨버터와 오버 드라이브 시스템의 항목만선택했군요. 하긴, 녀석에겐 그 이상의 항목도 필요 없지만‥. 음!?" 화면을 통해 가상으로 꾸며진 웨드 두대의 전투를 지켜보던 리오는 순간 움찔하며 말을 멈췄고, 챠오를 비롯한 다른 BSP들도 경악을 금치 못했다. 시작한지 1분도 지나지 않아 지크가 넬의 '옵션'공격에 쩔쩔매는 광경이 펼쳐졌기 때문이었다. 「우아아악!!! 넬 녀석, 이제 아이스크림은 없다!!!!」 지크는 그렇게 소리치며 자신을 사방에서 공격하고 있는 옵션을 모두 터트린 뒤 넬 의 웨드를 향해 초고속으로 돌진하기 시작했다. 지크가 넬의 레이저 게틀링건의 사 격을 웨드의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을 정도의 움직임으로 피하면서 계속 접근하자 신인 BSP들 사이에선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사실, 넬의 옵션 공격조차 피하지 못 하고 패배한 사람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지크가 그렇게 접근하는 것 자체가 그들 에겐 놀라움이었다. "와아!!! 역시 지크 선배!!!" 결국 넬의 웨드와 밀착하게 된 지크는 일격에 넬의 웨드 어깨에 장착된 레이저 게 틀링을 날려 버렸고, 적당히 거리를 벌리며 넬에게 소리쳤다. "자아! 이제 각오해랏!!! 시뮬레이터에서 내리게 한 다음 볼기를 쳐줄테다!!!" 「지크! 사정 봐 주지 말고 부숴버려! 상황이 심각하다!!!」 "잉? 뭐라고 리오?" 순간, 지크의 웨드 두부를 향해 넬의 강렬한 일격이 날아들었고, 지크는 급히 웨드 의 왼팔에 장착된 강판 실드로 넬의 차기 공격을 막아 내었다. "우악!?" 순간, 왼팔의 강판 실드가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날아가 버렸고, 지크는 움찔하며 뒤로 멀찌감치 물러났다. 지크는 떨어져 나간 웨드의 강판 실드를 바라보며 침을 꿀꺽 삼켰고, 긴장된 목소리로 리오에게 물었다. "‥리오, 넬 녀석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말 하려면 복잡해. 간단하게 알려줄 수 있는 것은 지금 넬과 시뮬레이터의 트랜 율이 483%라는거야. 말 하자면 지금 넬의 웨드는 네 웨드보다 다섯배의 성능 차를 나타내고 있다는 것이지. 네가 웨드에 탔을 때 100%의 실력 발휘를 못하는 것을 생 각하면 지금 넬은 봐 줄 상대가 아니야.」 "다, 다섯배?! 트랜스율이 483%라고?!" 그 말을 들은 지크는 잠시동안 허망한 표정을 지었다가, 곧바로 재미있다는 듯 씨 익 웃으며 소리쳤다. "좋아!! 다섯배면 어떻고 열배면 어떠냐!!! 이 지크님께서 이긴다는건 이미 정해진 사실!! 하지만, 시뮬레이터 수리비는 책임 못진닷­!!!" 지크는 어디에서 힘을 얻었는지 무대포로 넬의 웨드에 돌진하기 시작했고 넬의 웨 드는 웨드라고는 할 수 없을 정도의 빠른 스피드로 지크의 웨드에게 정권타를 먹였 다. "아직 어리다!!!" 순간, 지크의 웨드가 빠르게 몸을 돌렸고 그와 함께 넬의 공격은 무위로 돌아갔다. 지크는 틈을 봐 주지 않고 곧장 자신의 웨드 다리에 넬의 웨드 팔을 걸쳤고, 그대 로 힘을 넣어 웨드의 팔을 동각냈다. "좋아! 어서 나와!! 잘못했다고 빌어!!!" 순간, 넬의 웨드의 메인 부스터가 믿을 수 없을 정도의 출력을 내기 시작했고 지크 의 웨드는 힘없이 공중으로 딸려 올라가기 시작했다. 뭔가 위험하다는 것을 느낀 지크는 본능적으로 몸을 틀며 웨드의 손바닥을 넬(웨드)의 옆구리에 가져갔고 즉시 자신의 기를 폭발시켰다. 오버드라이브 시스템에 의해 증폭되어 분출된 기는 넬을 멀찌감치 밀어내었고, 지크는 가볍게 지면에 착지하며 웨드의 성능 차이에 대한 생 각을 해 보기 시작했다. ‘부스터 출력이 거의 다섯배‥파워나 스피드도 마찬가지‥. 하지만‥!’ 지크의 웨드는 공중에서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넬의 웨드를 바라보며 한방에 날 려주겠다는 듯 주먹을 불끈 쥐어 보였다. 그 웨드를 조종하는 지크 역시 자신감에 찬 얼굴로 넬에게 소리쳤다. "기체의 장갑은 아무리 트랜스율이 1000%에 육박한다고 해도 변하지 않아! 자, 와 봐라 넬!!!" 그 순간, 지크의 웨드 주위에 커다란 기류가 생성되기 시작했고 기체의 장갑은 붉은 색으로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그것을 화면으로 지켜보고 있는 신인 BSP들과 챠오는 흠칫 놀랐고, 리오는 재미있다는 듯 눈을 크게 뜨며 중얼거렸다. "‥웨드로 증폭력을‥! 하지만, 오버드라이브 시스템이 견뎌낼까?" 리오의 말 대로, 지크의 웨드 각 부분은 한계를 경고하며 붉은색의 빛을 번뜩였고 장갑판 역시 붉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지크는 상관하지 않는지, 아니면 모르는지 그대로 자신의 웨드를 넬의 웨드에 돌진시키기 시작했다. "먹어랏!! 하아아아아아아앗­!!!!!!!!!" 지크의 권이 폭풍과도 같은 강한 기류와 함께 뻗어 나가는 순간, 넬의 웨드 역시 주먹을 뻗었고 두 권이 충돌하는 순간 넬이 타고 있는 시뮬레이터는 강한 스파크를 일으키며 동작을 멈추었다. 지크가 타고 있는 시뮬레이터 역시 약간의 스파크를 일 으켰으나 부숴질 정도는 아니었다. 리오는 즉시 넬이 탄 시뮬레이터로 달려갔고, 강제로 뚜껑을 뜯어 낸 뒤 넬을 꺼내어 그녀의 상태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넬! 넬, 정신차려!!" 리오가 상태를 확인하는 동안 지크 역시 시뮬레이터에서 나와 넬에게 달려갔고, 다 행스럽게도 얼마 있지 않아 넬은 의식을 회복할 수 있었다. "우욱‥머리아파‥!" 넬이 자신의 머리를 매만지며 눈을 뜨자, 리오와 지크, 챠오는 안도의 한숨을 내 쉬었다. 약간 허무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는 지크는 넬의 머리를 매만져주며 그녀에 게 상태를 물어보았다. "이봐 아가씨, 아픈덴 없어?" "‥모르겠어요. 응? 근데 제가 왜 시뮬레이터 밖에 있죠? 탄지 얼마 되지도 않은 것 같은데‥?" "‥뭐라?" 리오와 지크는 넬의 대답을 들은 순간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넬의 말로는 자신은 시뮬레이터에 탄 뒤부터 기억이 없다는 것이었다. 둘은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도 넬에겐 슬쩍 일을 덮어 두었고 리오는 지크에게 넬을 맡긴 뒤 시뮬레이터실의 뒷정리를 하기 시작했다. ............................. . . . . . . "‥한쪽 시뮬레이터는 수치계산의 한계를 뛰어 넘은 충격과 기타 여러 사항에 의해 부숴졌고, 다른 한쪽은 시뮬레이터의 한계를 넘은 파워가 인식된 탓에 부숴졌고‥. 뭐, 그래도 넬 양이 무사하다니 다행이군요. 허허헛‥." 리오로 부터 넬의 얘기를 전해들은 장로는 괜찮다는듯 웃으며 리오를 안심시켜 주 었고, 리오 역시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감사합니다 장로님." "‥음, 그런데 리오님. 이번에 지크님께서 웨드 시뮬레이터에 탑승한 결과와‥화이 트 나이트의 일을 잘 생각해 보니 분명 화이트 나이트는 우리의 기술로 만들어진 물건이 아닌 것 같습니다. 지크님이 탑승하신 시뮬레이터의 경우가 그렇지요. 웨드 가 파일럿의 힘을 받쳐주지 못해서 시뮬레이터가 고장을 일으킨 것이니 말입니다. 가즈 나이트분들의 힘을 소화할 수 있는 괴물 병기의 제작은 아직 우리 기술력으론 부족합니다." "‥하지만, 서룡족의 기술력도 전 차원계를 포함한다 해도 거의 극상의 수준 아닙 니까?" 리오의 반문에, 장로는 슬며시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살아있는 생물 중에선 그렇지요. 하지만, '신계'라는 단어가 들어가면 또 얘기 는 틀려진답니다." "‥!" "‥자자, 화이트 나이트에 대한 얘기는 이쯤에서 접어두도록 하지요. 그가 완전한 아군인지 아닌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지만 그래도 도움은 주고 있지 않습니까. 나 중에 가면 다 밝혀지겠지요. 아, 조카분의 활약이 요즘 상당하더군요?" 장로의 입에서 '조카'란 말이 나오자, 리오는 고개를 푹 숙이며 장로에게 한탄하듯 말했다. "자, 장로님‥당신마저‥." "‥예?" ........................ . . . . . . . "돌어오셨군요 숙부님." "‥아, 별 일 없었어 플루소?" 리오는 어느 때인가 부터 집에 들어오기가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나면 적 응이 되겠지 생각한 상황이었지만 그렇지도 않았다. 리오는 힘없이 플루소에게 대 답하듯 물었고, 리오의 그런 반응을 본 플루소는 흑적색의 눈동자를 반짝이며 리오 에게 물었다. "예, 그렇긴 합니다만‥리오 숙부님 안색이 좀 좋지 않으시군요?" "‥아, 아냐. 안좋긴. 그런데, 지크와 넬은 들어왔어?" "예. 지크 숙부님은 지금 2층에 계시고, 넬은 라이아님과 함께 있습니다." "다행이군. 그럼 플루소도 좀 쉬도록 해." "예. 감사합니다 숙부님." 플루소는 곧 2층에 있는 자신의 방으로 향했고, 리오는 소파에 누우며 오늘의 일을 생각해 보았다. 화이트 나이트라 불리우는 순백색의 괴물 웨드‥. 어째서 웨드가 자신의 기술을 거의 완벽히 소화할 수 있는지 그도 알 수 없었다. 그리고 이상 신 경계의 넬. 오늘은 금전적인 피해 말고는 무사히 끝난 탓에 괜찮았지만 만약 잘못 했다가는 지크와 넬의 실제 전투가 언제 일어날지는 모르는 상황이었다. 리오는 당 분간 넬에게 웨드의 시뮬레이션을 하지 않도록 말해두자 생각하며 천천히 잠에 빠 져 들었다. ※※※ 5일 후. 호주 시드니. "후퇴!! 후퇴하랏!!! 저 괴물 녀석은 상대할 수가 없다!!!" 이미 화이트 나이트에 의해 절반의 병력을 잃어버린 시드니 주둔 동룡족 함대는 모든걸 포기한 체 급히 후퇴하기 시작했고, 팔짱을 낀 체 가만히 그 모습을 지켜 보던 화이트 나이트는 이윽고 양 손을 늘어트렸다. 곧, 화이트 나이트의 백팩에 하 나로 뭉쳐진 상태로 장비되어 있던 두정의 거대한 라이플이 차가운 기계음과 함께 두개로 분리되며 화이트 나이트의 손 안에 떨어졌고 화이트 나이트는 두개의 거대 한 라이플을 양 팔에 낀 후 후퇴하는 동룡족 함대를 정 조준해 나갔다. "‥!! 사령관님!!! 후방에 2억 메가와트를 상회하는 에너지 반응 두개가 잡히고 있 습니다!! 에너지 속성은 서룡족 드래고니스의 주포인 듀얼-하이드로 레이저와 같습 니다!!!" "뭐라고?! 드래고니스까지 왔단 말인가!!!" "아, 아닙니다!! 화이트 나이트입니다!!!" "뭐라?!" 순간, 화이트 나이트가 가지고 있던 두정의 라이플은 거대한 에너지의 기둥을 방출 했고 직경을 상상할 수 없는 두개의 두꺼운 광선은 일순간 동룡족 함대의 대부분을 집어 삼켰다. 그 빛이 멈춘 뒤, 동룡족의 함대는 거의 전투불능 상태에 빠지고 말 았고 원래 함대가 있던 자리에서 지상에 떨어지는 것은 희끄므리한 함선의 잿가루 뿐이었다. "…." 묵묵히 전장을 지켜보던 화이트 나이트는 가지고 있던 라이플을 다시 제자리에 돌 린 뒤 급속도로 사라지기 시작했다. 서룡족은 화이트 나이트를 '정령'이나 '수수께끼의 웨드'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지 만, 동룡족은 그렇지 않았다. 그들에게 있어서 화이트 나이트는 백야(白夜)의 사신 일 뿐이었다. ---------------------계속--- For Goddess...! (2부) Vol. 25 -------------------------------------------------------------------------- --------------------------------------------------------------------------- 릭은 자신의 앞자리에서 열심히 사무 처리를 하고 있는 플루소의 모습을 몇 번씩 흘끔 흘끔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가 전룡단 제 2단장이 된 후 한달 반 정도가 흐 른 지금, 플루소의 얼굴에 난 흉터는 예전에 비해 상당히 가라앉아 있었다. 플루 소가 화장을 하고 다닌 탓도 있지만, 그런 것을 떠나 플루소의 흉터는 상당히 좋아 진 상태였다. "‥? 용건이 있으십니까?" 릭의 시선을 느꼈는지, 플루소는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릭과 눈을 마주치며 그에게 물었고, 릭은 움찔하며 아니라는 듯 고개를 저었다. "아, 아닙니다 플루소. 그냥, 오늘은 너무 아름다우셔서‥." 순간, 릭은 자신의 입을 손으로 막으며 얼굴을 붉혔고, 잠시 멍한 표정을 짓고 있 던 플루소는 곧 빙긋 미소를 지으며 고맙다는 듯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고맙습니다 릭 단장님." 플루소는 다시 사무를 보기 시작했고, 릭 역시 자신의 서류에 눈을 돌리며 자신이 플루소에게 왜 그렇게 말을 했는지 심각한 고민에 빠지고 말았다. ‘내, 내가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런 말을‥!! 아아, 난 여자에게 너무 약해!!’ 그도 그럴 것이, 릭은 가족 중에서도 여자는 어머니 한명 뿐이었고 학교 역시 남자 사관학교를 다닌 탓에 여자와는 그리 많이 대면해보진 못한 상태였다. 게다가, 전 룡단 단장 중에서 여자는 플루소를 제외하곤 지금까지 단 두명 뿐이었기에 일자리 에서도 여자와는 많이 만나보지 못했었다. 그런 그에게 요즘 드디어 고민이 생기고 만 것이었다. 자신의 마음 한 구석은 이미 세이아에게 빼았겨 틈만 나면 고뇌에 빠 져야만 했고, 제 2 전룡단 단장으로 플루소가 부임된 후 사무직을 할 때면 그녀와 언제나 얼굴을 마주해야 하는 요즘 그는 마음이 더더욱 싱숭생숭했다. 게다가, 예 전까지만 해도 얼굴에 난 흉터 때문에 그리 예뻐보이지 않던 플루소가 요즘 들어 시간이 지나면 지날 수록 점점 예뻐보이는 것이었다. 물론 릭의 눈에. "릭 단장님, 식사 안하십니까." "네에!?" 한참 고민을 하던 자신에게 플루소가 그렇게 물어오자, 릭은 자신도 모르게 깜짝 놀라며 플루소를 바라보았고, 플루소는 오늘 따라 릭의 행동이 이상하게 보였는지 약간 인상을 찡그리며 릭에게 다시 물었다. "‥오늘 무슨 일이라도 있으십니까? 왜 그러시죠?" "‥아, 아닙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식사하러 가실겁니까?" "예. 지금은 점심시간이니 시간 엄수는 해야겠죠. 같이 가시겠습니까?" 순간, 릭의 머리는 멈춰버렸고 플루소는 릭이 아무 대답 없이 자신을 심각한 표정 으로 바라보고만 있지 결국 쓸쓸히 웃으며 뒤로 돌아섰다. "‥릭 단장님께선 아직 절 믿고 있지 못하신 듯 하군요. 그럼, 저 혼자 가겠습니 다. 수고하십시오." ‘자, 잠깐!!!’ 그러나, 속으로만 그렇게 외칠 뿐인 릭이었다. 결국, 플루소는 사무실에서 나가버 렸고 조금 후 겨우 의식이 회복된 릭은 자신의 책상을 손으로 후려치며 분노를 금 치 못했다. "어, 어째서 난‥!!! 왜 아무 말도 못한거야!! 그저 식사를 같이 하자고 했을 뿐인 데­!!!!" 하지만, 릭은 아직 사무실 안에 전룡단 단장들과 그들의 부관들이 많이 있다는 것 을 간과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들은 모두 릭에게 시선을 집중하고 있었고, 그것을 모르고 있는 릭은 책상 위에 엎드린 체 계속 울분을 토하고 있을 뿐이었다. 이런 이유로 저런 이유로, 릭의 일진은 그날 최악이었다. 다음 날. "지, 지크님!!" 릭은 식당에서 한참 햄버거를 씹고 있는 지크에게 다가가 그에게 허리를 굽히며 인 사를 했고, 릭의 이상 반응에 지크는 인상을 살짝 찡그리며 릭에게 물었다. "‥왜 그래 릭? 오늘 식권이 안나온거야?" "‥그, 그게 아닙니다! 제 말을 들어주십시오 지크님!" "‥?" 지크는 곧 릭에게 식당에서 끌려나오다시피 했고, 그는 햄버거를 씹으며 릭의 고민 을 듣기 시작했다.가족부터 여자가 없었고, 또 지금까지 이성과의 대화가 턱없이 부족했다는 릭의 역사를‥. 릭의 눈물겨운 사연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이던 지크는 조용히 속으로 중얼거릴 뿐이었다. ‘‥바아보‥.’ "‥어제도 플루소씨에게 너무 실례를 해 버리고 말았습니다. 아아, 도대체 이 일을 어떻게 해야 할 지‥. 제발 가르쳐 주십시오 지크님‥!" 그러나, 지크와 그렇게 오랜 시간동안 있어보지 못했던 릭은 한가지 모르는 점이 있었다. 보통때의 지크는 그런대로 도움이 될 지 모르겠지만, '장난기'가 발동한 지크는 도움은 커녕 위험하다는 것을‥. "‥헤헷, 좋아. 가르쳐 주지. 그럼 내가 시키는 대로 해!" "아, 예! 감사합니다!" ............................ . . . . . 다음 날. 사무실 안의 전룡단 단장들은 모두 릭에게 시선이 집중되어 있었다. 평상시엔 제복 외엔 입고 다니지 않던 릭이 그 날 따라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정장을 빼 입고 온 것이었다. 그렇게 입고 온 릭 역시 상당히 부끄럽고 어색해 하고 있었으나, 각오 만큼은 단단했다. 이윽고, 플루소가 출근을 했고 그녀가 자신의 앞자리에 앉자 마자 릭은 자리에서 일어나 플루소 앞에 서서 심호흡을 한 뒤 당당히 그녀에게 말했다. "‥플루소 단장. 오늘 저녁에 시간을 내 주실 수 있습니까?" "‥네?" 릭의 입에서 그 말이 나온 순간, 릭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모조리 경악을 했고, 플 루소는 약간 당황한 눈으로 릭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러나, 릭은 진지한 얼굴로 플로소에게 말을 계속 해 나갔다. "‥몇일 전의 일도 사과드릴 겸, 오늘은 제가 저녁을 내고 싶습니다. 부탁드립니 다 플루소 단장." 플루소는 아무 말 없이 릭을 바라보다가, 곧 미안하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릭에게 말했다. "‥죄송합니다. 전 릭 단장님께 그럴 제의를 받을 수 있는 자격이 아직 없다고 생 각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아‥." 플루소로 부터 자신의 제의를 거절당한 릭은 순간 침울한 표정을 지었으나, 곧 고 개를 끄덕이며 그녀에게 말했다. "‥알겠습니다. 하지만, 전 포기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게 말 한 릭은 다시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 앉았고, 그와 동시에 릭을 알고 있 는 모든 전룡단 단장들은 사무실 밖으로 약속이나 한 듯 나가버리고 말았다. 릭은 그 사람들이 왜 그러나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사실, 릭은 지크가 '하라는 대로' 했을 뿐이었다. 만약 제의를 거절당했을 때에도 '지크가 말 한 대로' 했을 뿐이었다. 자신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무엇을 말 하는지 모르는 릭은 곧바로 지크를 찾아가 이유를 물었고, 지크의 안색은 그 순간 하얗게 변하고 말았다. "‥너, 너 진짜로 한거야!? 그것도 사람들 앞에서?" "‥예? 그렇습니다만‥." 지크는 잘 알고 있었다. 이후 릭에게 어떤 소문이 쫓아다닐 것인지를‥. 지크는 한 편으론 후회하면서도, 릭의 아무것도모르는 천진난만한 표정을 본 이상 자신이 벌 린 일을 풀기 위해 결국 리오에게 상담을 의뢰했다. 이야기의 전모를 들은 리오 역 시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고, 한숨을 길게 내 쉬며 지크를 타이르듯 말했다. "‥이봐, 어쩌자고 그런 말을 한거야‥. 게다가 릭은 자신의 말이 뭘 뜻하는지도 모른다면서." "‥실제로 그렇게 할 줄은 몰랐다구. 그건 그렇고, 그 순정남을 구해줄 방법은 없 을까? 이제 소문이 퍼지면 그 녀석 날 죽이려고 할지 모른다구!" 리오는 상당히 불안에 떨고 있는 지크의 어깨를 두드려주며 슬쩍 고개를 저어 보 였다. "설마 릭 성격으로 널 죽이기야 하겠어. 하지만, 널 원망까진 할 것 같군. 그런데 이런 일로 나에게 상담을 요청한 이유는 뭐지?" 그러자, 지크는 당연하다는 듯 리오를 바라보며 말했다. "넌 바람둥이잖아." "‥빌어먹을 녀석‥. ........................... . . . . . . 다음 날. 정오 정도에 전룡단의 사무실을 찾은 지크는 창문을 통해 열심히 사무를 보고 있는 플루소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때마침, 릭은 전선 방어를 위해 주둔하 고 있는 전룡단의 문제로 장로를 만나기 위해 자리에 없었고, 지크는 절호의 찬스 라 생각하며 전룡단 사무실 안으로 들어갔다. "아, 지크님!" 그가 들어오자 마자 사무실 안에 있던 전룡단 단장들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며 그에게 경례를 붙였고, 지크는 앉으라는 손짓을 한 뒤 플루소에게 다가갔다. "이봐, 플루소. 잠깐 시간좀 내 주겠어?" "‥? 무슨 일이십니까 지크 숙부님?" "쳇, 잔말 말고 나왓!" 지크는 곧바로 플루소의 목을 자신의 팔로 휘어 감은 뒤 그녀를 납치하듯 밖으로 끌고 나갔고, 그 모습을 보던 전룡단 단장 레소드는고개를 저으며 나지막히 중얼 거렸다. "‥인기가 많군. 심지어는 숙부에게 까지도‥." 한편, 플루소를 끌고 식당으로 간 지크는 플루소에게 햄버거와 음료수를 듬뿍 사준 뒤 그녀의 앞에 앉아 양 손을 모은 체 부탁을 하고 있었다. 플루소는 이유부터 듣 기를 원했고, 지크는 다시 정색을 하며 플루소에게 자초지종을 얘기하기 시작했다. "‥(생략)‥이렇게 말 했다 시피, 릭 녀석은 비 전투상황 시 여자 앞에선 손가락 하나도 움직일 수 없을 정도의 바보가 된다구. 우리집에선 세이아를 보고 기절한 적도 있었다니까. 그러니까, 오늘 한번만 릭하고 저녁 식사를 하면서 그 녀석 얘기 를 좀 들어줘. 제발‥흑흑‥." 지크로 부터 한참 얘기를 듣던 플루소는 곧 빙긋 미소를 지었고, 그녀가 갑자기 웃자 지크는 인상을 찡그리며 그녀에게 이유를 물었다. "‥음? 갑자기 웃은 이유는 뭐지?" 그러자, 플루소는 손으로 자신의 입가를 가리며 지크에게 말했다. "‥실례라면 용서해 주십시오. 하지만, 숙부님들과 한 가족이 된 지 한달 반 동안 전 정말 놀라운 것을 느꼈습니다. 지금도 그렇습니다." 그러자, 지크는 이해가안간다는 표정을 지었고, 플루소는 앞에 산더미처럼 놓여진 햄버거중 하나를 집어 봉투를 뜯으며 지크에게 천천히 말하기 시작했다. "‥동룡족 장군이었던 시절‥아버님(슈렌)께서 가즈 나이트셨다는 것을 모르던 시 절부터 전 가즈 나이트라는 존재가 피도 눈물도 없는, 그저 주신의 명령만을 이행 하는 기계같은 존재인줄만 알고 있었습니다. 아버님께서 가즈 나이트라는 사실을 안 직후, 전 그 생각을 확신하게 되었답니다. 하지만, 숙부님을 포함해 그 주변 사 람들과 한달 반 동안 생활을 하며 전 그 생각을 지울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또 이렇게 재미있으신 분들이실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지크는 턱을 괸 체 진지한 미소를 짓고 플루소의 얘기를 듣고 있었다. 플루소는 봉 투를 연 햄버거를 지크의 앞에 놓으며 말을 이어나갔다. "‥전 최근 들어 이 상처에 대해 고마움을 느끼고 있답니다. 이 상처가 있기 전엔 소중한 사람이 한명이었지만, 이 상처가 난 뒤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 들을 만날 수 있게 된 탓입니다. 그리고 행복이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느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런 탓인지, 예전까진 상당히 흉했던 이 상처가 시간이 지날 수 록 점점 나아지더군요. 마치 아물듯이 말입니다." 햄버거를 뒤로 하고 플루소의 얘기를 듣고 있던 지크는 정말로 조카를 쓰다듬듯 플루소의 머리를 손으로 쓰다듬어주며 고개를 끄덕였다. "‥슈렌에게도 들었고, 또 너에게도 들었지만 네 얼굴에 난 상처는 슈렌이 만든 상처와 동시에 나버린 마음의 상처인 것‥같아. 그러니 무슨 수를 써도 그 상처가 나을 리 없겠지. 상처가 나아지기 시작했다는 말은 네 마음의 상처가 아물기 시작 했다는 말일테고‥헤헷. 이제서야 조카로 보이는군. 루이체도 설득할 수 있겠어. 자, 그럼 식사나 해 볼까!" "‥저어, 그런데 숙부님들께서 자주 올리시는 '루이체'라는 분이 누구십니까?" 플루소는 햄버거를 집어 들며 지크에게 물었고, 순식간에 햄버거 하나를 없앤 지 크는 음료수를 마신 뒤 가볍게 대답해 주었다. "우리들 동생이자 네 이모. 언젠간 만나게 해 줄께." "‥그렇군요. 그럼, 잘 먹겠습니다 숙부님." "‥나만이라도 제발 삼촌이라고 불러줘. 괜히 나이들어 보이잖아." "후훗‥네." ---------------------------계속--- For Goddess...! (2부) Vol. 26 ------------------------------------------------------------------------ 연재가 3일 이상 지연되거나 장기 중단되면 반드시 게시판에 사유가 올라옵니다(제 아이디로). 친구들이 제 아이디로 대신 올려주기도 하니 걱정하지 마시고.. 메일을 보내시기 전 게시판을 한번더 봐 주시길...(제발!) --------------------------------------------------------------------------- "리오 숙부님. 대련을 부탁드립니다." "‥뭐." 플루소의 갑작스런 부탁에, 한참 TV로 화이트 나이트의 영상자료를 감상하고 있던 리오는 흠칫 놀라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플루소의 눈은 진지하기만 했다. "‥왜 이 사람이나 저 사람이나 나만 보면 1 ON 1을 하자니, 대련을 하자니 이러는 거지‥. 뭐, 좋아. 이유나 들어보지." "예. 아버님께서 지금보다 더 강해지고 싶다면 리오 숙부님께 한수 가르침을 받으 라는 말씀을 하셨기 때문입니다." "‥나 말고 지크는 안될까." 리오는 힘겹다는 표정을 지으며 플루소에게 부탁하듯 말했으나, 플루소의 결심은 아주 단단했다. 플루소는 단호히 고개를 저으며 리오에게 말했다. "‥부탁드립니다 숙부님. 그리고, 숙부님께서 어느정도 강한 분이신지 제 눈으로 확인하고 싶습니다. 제발 부탁드립니다." 플루소의 간절한 요청에, 한참 망설이던 리오는 잠시 시계를 바라본 뒤 할 수 없다 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TV를 끄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좋아. 단, 지금 시간이 오후 한시 반‥미안하지만 내가 오후 세시 반 까지는 바이칼에게 가 봐야 하니 세시 까지만 하도록 하지. 괜찮겠어?" "예! 영광입니다!" 플루소는 허리를 굽혀 인사를 하며 감사를 표했고, 리오는 망토와 검을 챙겨 플루 소와 함께 집 밖으로 나섰다. 마침, 옆집(세이아의 집)에 잠시 머물고 있는 리진 역시 집 밖으로 나왔고 플루소와 함께 나오는 리오의 모습을 본 리진은 리오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를 했다. "어머, 리오씨! 조카분하고 어딜 가세요?" "아, 리진양. 오래간만이군요. 조카가 부탁한 일이 있어서 제궁 안 훈련장으로 가 는 중입니다. 리진양은 어딜 가시죠?" "우웅‥중동 지방의 수비 부대들에게 물자를 보급하라는 지시가 있어서 지금 부두 로 가는 중이에요." "‥그렇군요. 그런데, 설마 혼자 보급부대의 호위를 맡으신건‥." 리오의 말을 들은 리진은 곧 곤란하다는 미소를 지으며 머리를 긁적였다." "‥헤헤‥. 사실 좀 늦었거든요. 늦잠을 자느라‥. 마키랑 티베가 전화로 절 깨워 줘서 지금 부랴부랴 가는 중이에요." "저런‥. 아, 부두까진 저희들과 방향이 같으니 얘기도 나눌 겸 같이 가시겠습니 까? 요즘 통 리진양을 뵙질 못해서 심심하던 참이었거든요." "어머, 정말요? 저야 당연히 거절할 이유가 없죠, 호호호홋‥." ....................... . . . . . "저어‥숙부님께선 왜 모든 여자분들께 그렇게 잘 해주십니까?" 리진을 부두까지 바래다주고 제궁으로 향하는 길에, 플루소는 넌지시 리오에게 그 런 질문을 던졌고, 리오는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플루소를 바라보았다. "음? 무슨 뜻이지?" "아, 아뇨. 예전에 포로 신분이었던 저에게도 정말 잘 해주셨고‥지금도 그러시지 만 말입니다. 그리고 챠오, 사이키 중위님께도 잘 해 주시고, 티베, 마키 소위님께 도 잘 해 주시고, 리디아 공주님께도 잘 해 주시고, 세이아, 라이아님께도 잘 해 주시고, 심지어는 넬과 데스 발키리들에게도 잘 해 주시고‥. 이유를 듣고 싶습니 다 숙부님." 플루소가 나열한 여자들의 이름을 한참 듣고 있던 리오는 자신이 그 정도였나 생각 하며 피식 미소를 지었다. 그러다가, 다시 플루소를 바라보며 말하기 시작했다. "‥플루소는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플루소가 나열한 사람들에겐 공통점이 있 지. 물론 여자라는 것도 포함되지만, 그 사람들은 모두 나와 친한 사람들이야. 친 한 사람들에게 잘 해주는 것은 이상한 것이 아니지. 남녀관계이긴 하지만 잘해준다 해서 이상하게 생각되어질 이유는 없다고 생각해. 그리고 난 그 이상의 일(?)을 하 진 않았으니까. 이해해 줄 수 있겠지?" "‥예." 리오의 대답을 들은 플루소는 가만히 생각해 보았다. 아는 사이라 해도 부부가 아 니면 남녀칠세부동석의 철칙이 지켜져야만 하는 동룡족의 사상과, 아는 사이라면 문제 없이 대화를 나누고 친하게 지내는 서룡족 측의 사상은 동룡족인 자신이 이해 하기엔 너무도 심오한 것이었다. 그렇게 고민하면서 걷는 플루소의 모습을 본 리오 는 플루소의 어깨를 두드리며 그녀에게 말했다. "‥무엇이든지 과하거나 적으면 좋지 않지. 이것은 예절이나 사상도 마찬가지야. 남녀관계라 해서 부부가 아니면 같이 앉지도 못하게 하는 것이나, 남녀가 친하게 지내는 것이 너무 과해 만난지 하루도 안돼서 같은 방을 쓰는 것은 좋지 않지. 양 쪽의 사상 자체는 나쁘지 않지만‥과하지 않으면 더 좋겠지. 그리고 그것을 조절 하는 것은 양 사상권에 든 사람들이 해야 할 일이야. 플루소는 '사상권'을 옮긴 사 람이니 이젠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 "‥그렇군요." 리오의 얘기를 들은 플루소는 말 없이 리오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한참을 그렇게 바라보던 그녀는 빙긋 웃으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어째서 다른 여자들이 숙부님을 따르는지 이유를 조금이나마 알 수 있을 것 같 군. 조금이나마‥.’ 조금 후, 둘은 제궁 안에 마련된 훈련장에 도착했고 그곳에서 마침 한참 수련을 하 고 있는 슈렌을 만날 수 있었다. 플루소에게서 리오와 그녀가 대련한다는 말을 들 은 슈렌은 그룬가르드를 플루소에게 넘겨주며 말했다. "‥네 원래 무기인 삼절곤으로는 리오와 대련하기 힘들테니 잠시 이것을 쓰도록." "예? 하지만 아버님. 전 삼절곤만을 써도 충분하다 생각하는데‥." "‥리오가 나와 같은 수준이라 생각하진 말아라. 그룬가르드를 쓰라는 이유는 보통 의 무기로는 리오의 공격을 받아내지 못하기 때문. 그럼 지켜보겠다." 그룬가르드를 넘겨준 슈렌은 잠시 쉬려는 듯 다른 사람들과 함께 의자에 앉아 대련 장 위에 있는 리오와 플루소를 바라보았다. 플루소는 하는 수 없이 그룬가르드를 싼 헝겁을 풀었고, 리오는 미리 꺼낸 디바이너로 자신의 어깨를 툭툭 치며 플루소 에게 물었다. "좋아, 준비는 됐나 플루소." "‥예. 그럼, 부탁드립니다 리오 숙부님!" 시작 신호가 떨어지기 무섭게, 플루소는 그룬가르드를 앞세우며 리오에게 돌진하기 시작했다. 선제공격은 그녀의 특기이자 강점이어서 슈렌조차 보통 상태로는 그녀 의 선제공격을 막거나 피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그녀의 공격은 강하고 빨랐다. 리오 와의 거리를 순식간에 좁힌 플루소는 리오의 가슴팍을 향해 찌르기 공격을 날리기 로 마음먹었다. 그러나, 그 순간 플루소는 그룬가르드를 뒤로 뺐고 다시 리오와의 거리를 벌린 뒤 정신을 가다듬었다. 하지만, 리오는 그 자리에 서서 아무런 행동 도 취하지 않고 있었다. 그저 디바이너를 어깨에 걸친 체 자신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뭐지? 마치 벽에 부딪힌 것 같은 이 느낌은‥? 틈이 보이지 않아‥!!’ 플루소가 잔뜩 긴장한 체 자신을 바라보고 있자, 리오는 곧바로 미안하다는 듯 머 리를 긁적이며 플루소에게 말했다. "음? 아아, 미안. 실제 상황으로 착각해 버렸어. 다시 하지." 리오는 빙긋 웃으며 자세를 바꾸었으나, 플루소는 여전히 긴장하고 있었다. 그녀는 지금에야 쥬빌란이 왜 리오만 보면 피하라는 지시를 각 동룡족 장군들에게 내렸는 지 알 수 있었다. ‘무기도 맞댄 일이 없는데‥이런 경험은 처음이야. 리오 숙부님께서 한달 반 전만 해도 나의 적이었다니‥!’ "뭐하나 플루소. 조금 있다가 바이칼을 만나러 가야 하니 신경좀 써 줘." "아, 죄송합니다 숙부님." 리오의 재촉을 들은 플루소는 다시금 리오에게 달려들기 시작했고, 리오 역시 이번 엔 앞으로 전진하기 시작했다. "하앗­!" 리오의 일격이 전광석화처럼 플루소의 옆을 노리고 들어왔고, 생각보다 느린 공격 이다 생각하며 플루소는 여유있게 그 공격을 받아내었다. 파아앙­!!!! "으윽!?" 공격을 받아낸 순간, 플루소는 옆으로 주욱 밀려나 버렸고 대련장 밖으로 튕겨져 나가는 것을 겨우 멈춘 플루소는 부들부들 떨리는 자신의 손을 바라보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자신의 눈에 보일 정도로 상당히 느린 공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공격 한방에 실린 파워는 그녀가 지금껏 느껴보지 못했던 강렬한 것이었다. 그러나, 플루소는 모르고 있는 사실이 있었다. 공격자세는 물론 플루소가 볼 수 있 을 정도로 느린 것이었지만, 리오가 타점과 거의 밀착하기 직전에 공격 속도를 급 가속했다는 사실은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 중 슈렌 말고는 아무도 알지 못했다. "아, 이런‥. 손이 저릴 정도로 했다니, 나도 참‥. 괜찮아 플루소? 더 할 수 있 겠어?" "‥아, 아닙니다. 감사합니다 리오 숙부님. 다음에 다시 부탁드리겠습니다." 리오가 걱정스런 얼굴로 상태를 물어오자, 플루소는 허리를 굽혀 리오에게 감사를 표한 뒤 더이상의 대련을 사양했고, 리오는 고개를 끄덕이며 디바이너를 거두었 다. "좋아, 그럼에 다시‥." "리오님! 큰일입니다!!" 그 때, 제 1 전룡단 단장 릭이 훈련장 안으로 급히 들어와 리오를 찾았고, 리오는 순간 표정을 굳히며 릭에게 물었다. "무슨 일인가 릭?" 리오의 물음에, 릭은 이마에 흐르는 땀이 코 끝에 맺히는 것도 무시한 체 리오에게 보고를 하기 시작했다. "화이트 나이트입니다!! 화이트 나이트가 중동 지역에 보급할 물자를 싣고 가던 보급부대에 접근해서‥!!" "뭐라고!? 그럼 보급부대를 습격했단 말인가!!!" "아, 습격당한 것은 맞지만 습격한건 화이트 나이트가 아닙니다. 동룡족 기동부대 의 습격으로 교전을 벌이는 중에, 화이트 나이트가 나타나서‥!!" "‥!?" ※※※ 한참 불꽃을 튀기던 전장은 갑자기 나타난 한 존재에 의해 침묵의 도가니로 변했 다. 격전을 벌이던 마키, 티베, 그리고 리진은 자신들의 앞에 나타난 순백색의 웨드, 화이트 나이트의 위용에 숨이 멎을 것만 같았다. "‥티, 티베‥저게 바로 그 괴물 웨드, '백야'야?" "그런 것 같은데‥왜 아무런 반응도 나타나지 않지? 생명 반응이 없어. 내 웨드가 잘못된건가? 마키는 어때?" "‥기도 느껴지지 않아. 그냥 기계덩어리 같아보여. 하지만‥뭔가 강력해." 웨드 부대를 지휘하던 셋은 아직도 팔짱을 낀 체 공중에 두둥실 떠 있는 화이트 나이트가 움직이기만을 기다렸다. 화이트 나이트가 움직이기 시작한 것은, 동룡족 기동부대가 구축함에서 중형 기동병기 '촌정'을 꺼냄과 거의 동시였다. "…." 하반신이 잘려 나간 신상처럼 생긴 촌정은 곧 어깨와 가슴 부위에서 대량의 미사일 을 쏟아내기 시작했고 그 미사일들이 자신들을 향해 날아오자 리진 등은 급히 라이 플을 잡으며 반격할 자세를 취했으나 그것 보다는 화이트 나이트의 등에 장비된 대형 라이플이 더 빨랐다. 라이플 중 하나를 옆구리에 낀 화이트 나이트는 즉시 라이플의 방아쇠를 당겼고, 광선이 발사됨과 함께 리진들은 광선의 위력에 상응하 는 엄청난 반동을 몸으로 받아야만 했다. "우, 우아악­!!!" 힘없이 뒤로 밀려 나간 리진 등과는 달리 대형 라이플을 이용해 미사일들을 소거한 화이트 나이트는 라이플을 거둔 뒤 검을 뽑고 동룡족 기동부대를 향해 빠른 속도로 돌진하기 시작했다. 그런 화이트 나이트의 모습을 보던 리진, 마키, 티베 셋은 마 치 환상을 보듯, 믿을 수 없다는 얼굴을 한 체 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리오씨‥?" ------------------------계속--- For Goddess...! (2부) Vol. 27 ------------------------------------------------------------------------ -------------------------------------------------------------------------- "이봐 플루소! 리오 녀석이 갑자기 드래고니스 밖으로 나가던데, 무슨 일 있는거 야?" 리오가 드래고니스 밖으로 번개같이 나가는 모습을 바이칼의 방에서 목격한 지크는 무슨 상황이 있는건가 알아보기 위해 제궁을 빠져 나가려다가 우연히 플루소와 마 주쳤고, 지크의 물음에 플루소는 걱정스런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해 주었 다. "예. 중동 지방으로 향하는 보급부대가 동룡족 기동부대의 습격을 받았는데, 리오 숙부님께서 그 자리에 화이트 나이트까지 나타났다는 말을 들으시자 마자 마마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전하라 하신 뒤 곧바로 그곳을 향해 가셨습니다. 큰일이 나지 않으면 좋겠습니다만‥그래도 동룡족들은 숙부님의 별칭만 들어도 일단 사기가 저 하되니‥." "‥흠, 그래. 아, 그런데 말이야. 동룡족들이 리오나 휀을 보면 '패왕'이니, '광 황'이니 하는데, 언제부터 그런 별명이 생겨난거야?" 지크는 예전부터 그 사실을 알고 싶었는지 머리를 긁적이며 플루소에게 물었고, 플 루소는 가볍게 한숨을 내 쉬며 대답했다. "예. 아시다시피, 가즈 나이트 휀·라디언트님의 경우 신계에서 부터 '광황'이라는 별칭을 가지고 계셨습니다. 거기서 부터 비롯되어 다른 분들의 별칭도 만들어진 것 입니다. 바이론·필브라이드님은 그 분께서 보여주시는 강대한 어둠의 힘과 압도적 인 광기로 인해 '암왕'이라는 별칭이 쓰여지기 시작했고, 리오 숙부님은 예전 용족 전쟁 당시 동룡족을 공포에 떨게 한 파괴적인 마법과 검술 때문에 동룡족의 군주분 중 한 분이 '패왕'이라는 별칭을 쓰시면서 부터 계속 '패왕'이라는 이름으로 불리 셨습니다. 그리고, 아버님께선 동룡족 사이에선 그리 유명하진 않으셔도 신계에서 나 각 차원계에서나 '염장(炎將)'이라는 별칭으로 널리 유명하시기 때문에 동룡족 에서도 그 별칭을 사용합니다. ‥하지만 그 외에 다른 가즈 나이트분들은 별칭이 있지 않습니다." 플루소는 미안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을 맺었고, 지크는 약간 자존심이 상했는지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중얼거렸다. "‥쳇, 괜히 여기서만 놀았나 보군. 하긴, 위에 나열한 넷은 유명인들이니까 나도 어쩔 수 없지. 아 참. 플루소는 이제부터 뭐할거야?" "예? 마마께 리오 숙부님의 말씀을 전해드려야‥." 플루소가 의아한 얼굴로 대답하자, 지크는 잘 됐다는 듯 플루소를 끌고 제궁 안으 로 다시 들어가며 말했다. "아, 그거 잘 됐군! 지금 안에서 트럼프를 하고 있는데 사람이 적어서 재미가 없거 든? 바이칼에게 보고할 겸 같이 하자구!" "예에!? 하, 하지만 전‥. 그리고 리오 숙부님께서‥." "괜찮아 괜찮아! 설마 리오가 죽어서 돌아오겠어? 헤헤헤헷‥자, 어서 가자!" 플루소는 지크가 과연 현실 감각이 있는 사람인가 의심을 하며 그와 함께 제궁 안 으로 들어가고 말았다. 하지만, 자신의 방 안에서 리디아와 함께 TV를 보며 여유를 보이고 있는 바이칼을 보며 그녀의 불만은 사라지고 말았다. "‥리오가 그곳으로 갔다고. 흥‥그 녀석은 원래 그런 놈이니 신경 꺼. 난 또 무슨 대단한 보고인가 했군." "‥외람된 말씀이오나, 마마께선 리오 숙부님이 걱정되지 않으십니까?" 플루소의 질문에, 바이칼은 짜증난다는듯 인상을 구기며 플루소에게 말했다. "‥내가 걱정할 정도로 위험한 일이면 그 녀석은 항상 날 귀찮게 끌고 다니지. 몇 백년간 항상 그래왔으니까 그 일은 접도록. 귀관이 하는 질문은 내 앞에선 처벌대 상 1호니까." 바이칼의 대답을 들은 플루소는 움찔하며 고개를 숙였고, 카드를 한참 섞고 있던 지크는 피식 웃으며 바이칼에게 말했다. "이봐, 아무리 수백년간 들은 질문이라지만 처벌대상 1호는 또 뭐야. 자자, 얼굴 펴고 다시 하자구. 근데 바이칼 너 괜찮아? 오늘 계속 맞기만 했잖아." "‥신경 꺼." 바이칼은 붉게 변한 자신의 손목을 매만지며 카드에 시선을 집중했고, 지크는 카드 를 돌리면서 리디아에게도 물었다. "근데 리디아 생각보다 잘하네? 오늘 무패 행진을 계속 하고 있잖아?" "아, 아니에요. 오라버니께 죄송할 뿐이죠." "‥그러면서 몸무게를 실어 치는 저의를 알고 싶군." "죄, 죄송해요!" 플루소는 카드를 받으면서도, 이 사람들이 과연 서룡족의 최고 권력자와 그의 동생 , 그리고 주신의 명을 받아 일하고 있는 가즈 나이트중 한명인가 의심을 해 보았 다. 하지만, '어차피 나중 일은 고민해 봤자 머리만 빠진다'는 지크의 사상을 몸에 익혀가고 있는 그녀였기에 예전과 같은 큰 불만은 없었다. "자자! 바이칼, 승부다! 이번에도 리디아에게 맞지 않길 빌어주지, 키키킥‥." "‥너나 먼저 깔어." "쳇, 난 쓰리카드! 리디아는?" "‥풀하우스‥인데요?" 그 말을 들은 순간, 바이칼은 장엄한 몸짓으로 자신의 히든카드 두장을 펴며 나지 막히 중얼거렸다. "‥스트레이트 플러쉬." "‥헉!" 자신의 패가 제일 낮은 것을 안 지크는 말 없이 손을 바이칼에게 내밀었다. 그러나 , 아직 게임은 끝난 것이 아니었다. "‥저어, 숙부님. 이 패가 뭐죠?" "잉? ‥허억!" 지크는 순간 말을 잃고 말았다. 스페이드 에이스를 정점으로 하는 같은 마크의 킹, 퀸, 잭, 10번의 절묘한 조화‥. 그것을 본 바이칼은 씁쓸한 표정으로 자신의 패를 덮으며 플루소에게 팔을 묵묵히 내밀었다. "‥쳐라." ※※※ 리진, 마키, 티베는 자신들의 눈 앞에서 벌어진 살극에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었 다. 무사한 것은 서룡족의 부대 뿐. 화이트 나이트는 동룡족의 단 한사람 까지도 놓치지 않고 저승으로 보낸 상태였다. "무, 무서운데? 리오씨완 달라‥! 전투 방식만이 리오씨와 같을 뿐이야!" 리진의 말에 공감한다는 듯, 마키와 티베는 언제 닥칠지 모르는 상황에 대비해 웨 드의 무기를 점검하며 말했다. "‥그런데 가지 않고 뭐하는거지? 내가 듣기론 일을 마치면 홀연히 사라진다고 하 던데‥." "누군가를 기다리는걸까? 봐, 또 팔짱끼고 폼을 잡잖아." 티베의 예상이 들어맞은건지, 얼마 안되어 동쪽으로 부터 강력한 기 하나가 빠른 속도로 접근해 왔고 리진 등의 앞을 가로막으며 소리쳤다. "모두 괜찮습니까! 다친 곳은 없나요!" 숨을 헐떡이며 날아온 리오의 모습을 본 리진 등은 안도의 한숨을 내 쉬었고, 리진 은 괜찮다는 듯 리오에게 손을 흔들어 보이며 그에게 무전으로 말했다. "아, 괜찮아요 리오씨. 그건 그렇고‥." "‥!" 리진의 말을 들으며 뒤를 돌아본 리오는 화이트 나이트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뭔가 이상한 느낌이 리오의 몸을 엄습해왔다. 강력하긴 하지 만 차가운‥비유하자면 무장된 무인 카메라에 촬영을 당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 다. 리오는 빠르게 화이트 나이트에게로 접근했지만 화이트 나이트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리오는 화이트 나이트 안에서 아무런 기척도, 생명반응도 느껴지지 않자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귀에 낀 마이크폰을 떼며 디바이너를 꺼내 들었다. "‥어째서지? 이런 기분은 처음인데‥?"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그 이상의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리오가 검을 꺼내듬과 동 시에 화이트 나이트는 등의 부스터를 가동시켜 빠르게 그곳을 빠져 나갔고, 추격할 마음이 없던 리오는 디바이너를 거두며 버릇대로 팔짱을 낀 체 화이트 나이트가 사 라져간 방향을 바라보았다. "‥단순한 기계인가? 아니면‥." 처음으로 직접 대면한 화이트 나이트의 느낌은 리오로선 지울 수 없는 것이었다. 보통의 기계와 같지만 또 어떤 면에선 그렇지 않은, 그러면서도 자신의 모든 것을 따라하는 화이트 나이트의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는 여러면에서 리오를 불편하게 만들어갔다. 하지만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한숨을 쉬며 리오는 중얼거렸다. "‥언젠간 밝혀지겠지‥. 계속 그래왔듯이‥." 5장 [손님] 띠띠띠띠띠‥ "‥으음‥." 바이칼은 리오가 예전에 선물로 사준 자명종 시계의 버튼을 누르며 자리에서 일어 났다. 부시시한 얼굴로 주위를 둘러보던 바이칼의 시선은 버릇처럼 용력(달력)으로 갔고, 잠시 용력을 바라보던 바이칼은 다시 자리에 누워 머리까지 이불을 덮으며 투덜대듯 중얼거렸다. "‥귀찮은 날이 왔군‥." ......................... . . . . . . 아침 식사시간. 바이칼은 아침 식사로 나온 샐러드를 힘없이 씹으며 계속 무언가를 생각하고 있었 고, 바이칼의 그런 모습을 처음 보는 리디아는 미안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그에게 물었다. "‥저어, 오라버니. 오늘 무슨 불편하신 일이라도 있으신가요?" "‥별로. 그건 그렇고 장로. 용왕들은 왜 오지 않는거요." 바이칼이 곧바로 말을 돌리자, 리디아는 쓸쓸한 얼굴로 고개를 숙였고 장로는 바 이칼을 바라보며 대답했다. "아, 예. 용왕들께선 내일 일정에 맞춰 오시기로 되었습니다만, 중립공간이 요즘 불균형을 이루는 시기라서 더 늦어질 것 같사옵니다." "‥그런가. 시기 한번 멋지게 맞추는군. ‥하여튼 내일 일정을 치룰 준비는 잘 되 어가나." "예. 전룡단과 웨드 부대의 예행 연습 결과도 거의 완벽합니다. 마마께선 아무 부 담도 가지실 필요가 없사옵니다." "‥함대 소집은?" "예, 80%가량 소집되었습니다. 오늘 정오 정도에 모두 소집될 예정이옵니다." "‥좋군." 바이칼은 다시 샐러드를 입에 넣었고, 한참 얘기를 듣고 있던 리디아는 궁금하다는 얼굴로 바이칼을 바라보며 다시 그에게 물었다. "저어, 오라버니. '내일 일정'이라는 것이 도대체 무엇인가요?" 그러자, 바이칼과 장로는 움찔하며 리디아를 바라보았고, 바이칼은 인상을 살짝 찡그린 체 이해가 안간다는 듯 그녀에게 되물었다. "‥너 정말 내일이 무슨 날인지 모르고 있나? 용족이면서 '용신제'를 모른단 말이 야?" "‥네?" .................... . . . . . "용신제? 그건 또 뭐하는 축제야?" 지크가 눈을 동그랗게 뜬 체 물어오자, 리오는 한심하다는 듯 손을 내 저으며 설 명을 해 주었다. "이런 이런‥. 서룡족과 동룡족이 모든건 달라도 신룡 '브리칸트'만은 공통적으로 모신다는건 알고 있지?" "몰라." "‥뭐, 하여튼 용신제는 이틀정도 날을 잡고 신룡 브리간트님에게 제사를 지내는 일정이 주를 이루는데, 그 용신제 기간 일주일 중엔 서룡족이나 동룡족이나 모든 전투를 금하게 되어있어. 만약 칼이라도 잡는다면 브리간트님에게 노여움을 사지. 주신 할아버지와 대등할 정도의 위치를 가진 브리칸트님이 화를 내신다는 것은 그 야말로 끝장이라는 소리니까 두 종족은 이 날 만큼은 정말 조용해." 리오의 설명을 들은 지크는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리오에게 다시 물었다. "오호라‥그렇구나. 근데, 그런 좋은 기간에 바이칼 녀석의 표정이 왜 그런거야?" 그러자, 리오는 머리를 긁적이며 당연하지 않겠다는 듯 대답했다. "양 종족이 전쟁중인 상태에선 드래고니스에서 용신제가 거행되거든. 그리고 용신 제가 거행되는 이틀 동안 드래고니스에 동룡족의 우두머리인 주룡 '쥬빌란'이 머 물게 되니 바이칼이 얼씨구나 좋아할 이유는 없겠지." "‥그려?" ------------------------계속--- For Goddess...! (2부) Vol. 28 -------------------------------------------------------------------------- 에스카플로네를 한다 이건가... 주제가 듣고 울었던 명작 만화인데... ...좋군... --------------------------------------------------------------------------- 시간은 흘러, 결국 용신제의 날이 되었고 바이칼은 새벽부터 고르고 고른 옷을 단 정히 정돈해 입은 상태로 오리하르콘으로 만들어진 브리간트 신상의 앞에 섰다. 그 의 앞쪽으로는 지금 현재 이 차원 안에 있는 모든 전룡단 단원들이 단장들을 앞세 워 대열을 맞추었고, 그의 옆쪽으로는 장로와 리오, 지크, 슈렌, 그리고 오래간만 에 화려한 드레스를 입은 세이아와 라이아가 있었다. 드래고니스는 현재 원래 정박해 있던 높이보다 2km정도 더 위로 올라가 있었다. 그 이유는 드래고니스를 중심으로 서룡족의 총 함대가 정렬을 하기 위한 것이었다. 지 상 시설물을 복구하던 사람들도 일을 멈춘 체 서룡족의 함대가 마치 공상과학영화 에 나오는 우주 함대들처럼 멋지게 정렬한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이윽고, 정오가 다 됐을 무렵 동쪽으로 부터 서룡족의 함대와 대등할 정도의 숫자 를 갖춘 동룡족의 함대가 천천히 모습을 드러냈고, 바이칼은 그 함대 대열의 앞에 있는 거대 전함, 칠두지룡(七頭之龍)의 모습을 보며 가볍게 한숨을 내 쉬었다. "‥올 것이 왔군. 지겨운 녀석‥." 곧, 두 거대 함대는 정면으로 마주하게 됐고, 드래고니스와이 고도차를 단 1mm도 어기지 않은 칠두지룡으로 부터 동룡족 군주들과 장군들을 위시한 주룡, '쥬빌란' 이 항구에 내려 바이칼이 있는 곳까지 직접 도보로 향하기 시작했다. 구경을 나온 서룡족 주민들은 그들의 시간으로 5년에 한번 직접 볼 수 있는 쥬빌란의 아름다운 자태에 감탄을 금치 않았고, 쥬빌란은 옅은 미소를 띄운 체 여유롭게 드래고니스 의 시내를 감상하며 계속 길을 걸었다. 얼마 있지 않아, 바이칼과 쥬빌란은 얼굴을 마주하게 되었고, 두 최고 권력자의 대면을 동룡족 장군과 서룡족 전룡단 단장의 신분으로 보아온 플루소는 미모로 보 나, 실력으로 보나 서로에게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 둘의 모습을 보며 이상한 기분 이 드는 것을 느꼈다. 어째서 그들이 싸워야 하는지, 무엇을 위해 싸우고 있는지 누군가에게 묻고 싶은 심정이었다. 쥬빌란은 키마저도 비슷한 바이칼의 눈과 자신의 눈을 마주한 체 먼저 인사를 하기 시작했다. "‥오래간만입니다, 용제 바이칼님. 드래고니스는 언제 보아도 당신과 같이 멋진 모습을 하고 있군요. 그럼, 이틀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그에게 인사를 먼저 받은 바이칼은 약간 인상을 찡그린 체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역시 인사를 했다. "다른 때완 달리 혈색이 좋은 것 같소, 주룡 쥬빌란님. 이쪽이야 말로 이틀간 잘 부탁드리오." 이후, 양측의 우두머리는 그 이하의 인물들과 인사를 나누기 시작했다. 리오는 망 토를 단정히 한 뒤 쥬빌란에게 허리를 숙여 예를 갖추었다. "가즈 나이트 리오·스나이퍼. 감히 주룡께 인사를 올립니다." "‥패왕‥리오님. 수하 장군들께서 당신이 예전보다 훨씬 강해지셨다는 말씀을 자 주 하시더군요. 앞으로도 멋진 승부를 기대하겠습니다." "예. 이틀간 편히 쉬십시오." 그런대로 편한 자세로 자리에 서 있던 지크는 쥬빌란이 자신의 앞으로 다가오자, 곧 그답게 씨익 미소를 지으며 가벼운 인사를 했다. "가즈 나이트, 지크·스나이퍼요. 헤헷, 바이칼 녀석보다는 혈색이 좋으시구려." "‥아아, 소문의 지크님이시군요. 과찬의 말씀이십니다. 역시, 멋진 승부를 기대 하겠습니다." "헤헷, 고맙수. 나중에 놀러갈께요." 지크는 슈렌쪽으로 이동하는 쥬빌란에게 손을 흔들어 보였고, 그의 그런 모습을 바 라보던 바이칼은 자신의 앞에 서 있는 동룡족 장군에겐 시선조차 돌리지 않은 체 속으로 꿍얼댔다. ‘‥역시 저 녀석을 데리고 나온건 자멸이었어‥.’ "저, 저어‥용제시여." 그 때, 곤란한 표정을 짓고 있던 동룡족 제 1 장군 '쿠르퍼'의 낮은 목소리가 들려 왔고 바이칼은 헛기침을 하며 다시 쿠르퍼를 바라보았다. "험, 실례. 여전히 얼굴은 좋아 보이오 쿠르퍼 장군." "…." "‥얘기 끝 났소." "아, 죄, 죄송하옵니다." 쿠르퍼는 멋적은 표정을 지으며 옆으로 비켜날 따름이었다. 플루소의 앞에 선 쥬빌란의 표정은 다른 길을 택한 자신의 옛 부하를 바라보는 최 고 권력자의 것이 아니었다. 그는 얼굴의 상처가 많이 나아져 이젠 잘 보이지도 않 는 플루소를 바라보며 다행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젠 좀 마음이 편한 모양입니다 플루소 단장. 어딘가 사념이 서려있던 예전의 모습보다 지금의 모습이 훨씬 보기 좋습니다. 용제께서도 당신의 실력을 믿고 좋 은 벼슬을 주셨으니 더욱 수고해 주십시오." "‥서,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마마‥!" 플루소는 왠지 모를 감격에 눈물을 지으며 고개를 숙였고, 쥬빌란은 그런 그녀의 어깨를 살며시 두드려 준 뒤 천천히 옆으로 지나갔다. 지크는 리오의 앞에 서 있는 외팔의 군주를 흘끔흘끔 바라보고 있었다. 중년의 위 엄이 풍기는 그의 단련된 모습에 약간이나마 질린 지크는 전음으로 그 동룡족 군주 의 정체를 슈렌에게 물었다. 「이봐, 저 아저씬 정체가 뭐야? 리오 녀석도 진지한 얼굴로 바라보고 있는데?」 「‥저 남자가 바로 동룡족 최고의 도검술 실력을 가진 군주 '올파드'야. 리오에게 들은 얘기이지만, 그 당시 리오가 제 2 안전주문을 풀은 상태였는데도 어렵게 싸웠 다 하더군. 또 다른 별명이 도성(刀聖)일 정도로 무서운 실력을 가진 남자야.」 리오는 진지한 눈으로 올파드를 바라보고 있었다. 올파드 역시 눈에서 강렬한 기를 뿜어내며 리오를 바라보고 있었으나, 곧 그는 눈을 감고 미소를 띄우며 리오에게 말했다. "‥예전보다 훨씬 멋지게 성장했군 리오·스나이퍼. 언젠간 자네와 대결할지 모르 겠네만, 그때도 잘 부탁하겠네." "‥여전히 무서운 말씀을 하시는군요 올파드님. 당신의 이도류(二刀流), 녹슬지 않 길 바라겠습니다." "‥후, 부탁만 하게나." 리오와 올파드의 대화를 들은 지크는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자신이 알기로, 이도류라는 것은 두개의 도검을 들고 싸우는 것을 말하는데 올파드는 분명 한 팔이 없는 탓이었다. 올파드가 자신의 앞에 오자, 지크는 인사는 접어두고 서슴 없이 그에게 질문을 던지고 말았다. "아저씨, 당신 분명 이도류를 쓴다고 했는데, 신체적 상황을 어떻게 극복하고 이 도류를 쓰시나요?" "음? ‥허, 가즈 나이트 치곤 꽤 당돌한 젊은이로군." 올파드는 씨익 웃으며 오른팔로 지크의 어깨를 두드렸고, 여전히 미소를 지은 체 그에게 간단히 설명을 해 주었다. "‥양 손에 칼을 나눠든다 해서 꼭 이도류가 아닐세. 한 팔로도 충분히 두개의 칼 을 사용할 수 있지. 알고 싶다면 나중에 전장에서 보세. 후후훗‥. 이름이 뭔가?" "‥지크, 지크·스나이퍼죠. 헤헷, 만나길 빌께요 아저씨." "‥지크라. 기억해 두지. 하하하핫‥." 쥬빌란은 세이아와 라이아의 앞에 서 있었다. 그를 보좌하던 궁인들은 쥬빌란이 여 성 앞에서 그런 표정을 지은 것을 처음 보는 탓에 속으로 경악을 하고 있었다. 쥬 빌란은 지금 세이아의 얼굴이 아닌, 그녀의 몸에서 풍기는 분위기에 압도를 당하고 있었다. 잠시 세이아를 바라보던 쥬빌란은 곧 눈을 감으며 그녀에게 말했다. "‥감동적입니다. 빛의 최고위 신, '라' 이후 이 정도의 빛을 보이신 신은 제 기억 속에 계시지 않았습니다. ‥최근에 제가 잃어버린 빛까지도 가지고 계시는듯 합니 다. 그럼‥." 그런 쥬빌란의 말을 가만히 듣고 있던 세이아는 곧 부드러운 미소를 지은 뒤, 마악 가려던 쥬빌란의 양 손을 자신의 손으로 잡으며 조용히 말했다. "‥너무 슬퍼하지 마세요. 그분은 언제까지나 당신의 마음 속에 계실겁니다. 쥬빌 란님은 결코 혼자가 아니시니 아랫분들을 위해서라도 흔들리지 마세요." "‥!!" 순간, 쥬빌란은 눈을 번쩍 뜨며 세이아를 바라보았고, 세이아는 여전히 미소를 지 은 체 쥬빌란에게 말했다. "‥어서 가보세요. 다른 분들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실례를 범했습니다. 사죄드립니다." 세이아를 뒤로 한 쥬빌란은 곧 리디아의 앞에 섰고, 다시 애써 미소를 지으며 그 녀에게 물었다. "‥잘 지냈느냐 리디아. 얼굴이 좋아 보이니 이 오라버니의 마음도 편하구나." "예? 예에‥." "‥더이상 안부를 물으면 네 또다른 오라버니께서 화를 내실 것 같으니 이만 하자 꾸나. 나중에 더 얘기를 나누도록 하자." "‥예." 거의 모든 중요 인물들과 인사를 나누느 쥬빌린은 곧바로 자신의 위치로 갔고, 리 디아의 옆에서 인상을 찡그리고 있던 바이칼은 쥬빌란에게 시선을 둔 체 팔짱을 끼 며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여전히 맘에 안드는 녀석‥." ※※※ 두 용족의 우두머리들이 한참 의식을 치르는 동안, 의식과는 관계가 없는 리오 등 은 집으로 돌아가 다른 행사가 있을 때까지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집에 돌아오자 마자, 궁금증이 있으면 떨치지 못하는 성격의 지크는 리오의 앞에 서며 올파드에 대해 묻기 시작했다. "이봐 리오. 그 올파드인가 하는 아저씨가 이도류를 쓴다는데, 도대체 어떻게 외팔 로 이도류를 쓴다는 소리야? 난 도무지 이해가 안가던데‥?" "음? 아아, 그거 말이야? 오늘은 올파드가 무기를 가지고 나오지 않았지만, 그는 말했듯이 두개의 도검을 한꺼번에 사용하지. 둘 다 네 무명도에 비할 수 있을 정도 의 좋은 칼인데, 하나는 특이하게도 역도검이야." "‥역도검? 날이 뒤집어진 칼이란 말이야?" "음, 그래. 하지만 거꾸로 들고 휘두르니 그리 좋아할건 아니야. 하지만 정도검보 다 더 무서운게 그 역도검이야. 날이 거꾸로 된 탓에 보통 도검술과는 휘두르는 자 세 자체가 달라서 방어 타이밍을 맞추기가 어려워. 게다가 정도검과 병용해서 공격 을 가하기 때문에 더하지. 그가 이도류를 사용한다 불리는 까닭은 한팔로 두개의 칼을 전광석화처럼 교차해서 사용하기 때문인데, 초반엔 나도 정말 고생했어. 내가 검술이 아닌 힘으로 밀어붙인 적은 그와 대결할때가 처음이었지. 물론 당시에는." "‥한 팔로‥두개의 칼을 교차해서? 게다가 네가 기술을 사용하지 못할 정도로 빠 르게?" 지크는 믿을 수 없었다. 아무리 예전 용족전쟁때의 리오가 지금보다 약했다고는 하 지만 제 2 안전주문을 푼 상태의 리오를 기술만으로 제압했다는 것은 지크로선 경 악을 금치 못할 일이었다. "뭐, 지금은 나도 두개의 검을 사용할 수 있게 됐으니 예전보단 훨씬 상대하기 쉽 겠지만, 그래도 무시하지 못할 인물이야. 모든 차원계를 통털어 도검술 만큼은 올 파드가 최고라고 주신 할아버지도 그러셨으니까. 자자, 나중 일은 나중에 생각하고 지금은 좀 쉬어둬." "‥쳇, 내가 최고야!!" 지크는 순간 그렇게 소리치며 밖으로 뛰어 나갔고, 리오는 눈을 크게 뜬 체 슈렌을 바라보며 나지막히 물었다. "‥저 녀석, 왠지 모르게 불타오르고 있는데?" "‥음." ---------------------------계속--- For Goddess...! (2부) Vol. 29 -------------------------------------------------------------------------- -------------------------------------------------------------------------- "아, 오늘은 안돼겠어. 나중에 승부를 내야지." 지크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집 안으로 다시 들어왔고, 리오와 슈렌은 그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머리를 흔들며 자리에서 일어나 지크를 데리고 집 밖으로 나가기 시작 했다. "자자, 휴식 시간은 끝이니까 어서 가자. 그건 그렇고 바이칼녀석 고역이겠군." 리오가 밖으로 나서며 그렇게 중얼거리자, 지크는 동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음, 그렇겠군. 자신보다 잘난 사람과 같이 있다는건 그 녀석의 자존심이 허락 안할테니까. 녀석은 자존심이 쎄잖아." 지크의 진지한 말을 들은 리오는 머리를 긁적일 따름이었다. "‥그런 이유도 있겠지만‥." ※※※ 바이칼과 쥬빌란은 석상에 나란히 앉아 자신들의 앞에서 펼쳐지고 있는 축하 행사 를 지켜보고 있었다. 사실, 둘 다 축하 행사엔 그리 관심이 없는 눈치였기에 서룡 족과 동룡족의 행사 관계자들은 곤란함을 나타내고 있었다. 가까스로 졸음을 참아가며 의자에 앉아있는 바이칼이 정신을 번쩍 차린 것은 쥬빌 란의 목소리가 귀에 들린 직후였다. "‥어머니께서 몇개월 전 돌아가셨습니다." "‥? '이베린'‥말인가." 바이칼은 그렇게 물으며 쥬빌란이 있는 쪽을 흘끔 바라보았다. 한편, 바이칼의 뒤 에 앉아있던 장로는 경악에 휩싸인 표정을 지었고, 쥬빌란의 뒤에 앉아있던 올파드 는 묵묵히 눈을 감았다. 쥬빌란은 행사장 윗쪽으로 보이는 하늘을 쓸쓸한 눈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예, 그렇습니다. 그 직후 리디아가 실종되었습니다. 물론 저에게 싫은 소리를 들은 이유도 있습니다. ‥그땐 저 역시 모친의 일 때문에 힘겨웠던 상태인 탓이었 지요. 그런데 설마 리디아가 당신에게 보호를 받고 있을줄은‥후훗‥." 쥬빌란이 자신에게 그런 말을 하는 것에, 바이칼은 속으로 왠일인가 생각하면서도 퉁명스럽게 그의 말을 쏘아 붙였다. "‥그런 말을 한다 해서 내가 리디아를 돌려줄거라 생각하나." 그러자, 쥬빌란은 피식 웃으며 눈을 감았고, 잠시 후 무겁게 입을 열었다. "‥용제님. 당신은 자신이 얼마나 행복한지를 모르고 있습니다." "‥!" "‥전 당신께 단 하나 빼고는 부러울 것이 없습니다. 당신께서 리디아를 데리고 있 다는 사실은, 저의 모든 것을 빼았아 버렸다는 사실과 일맥상통 한답니다." 바이칼의 눈은 가늘게 변했고, 쥬빌란은 그런 바이칼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이어 서 말했다. "‥당신은 좋은 친구분들을 두고 계십니다. 가즈 나이트 분들을 비롯해, 그 밖에 많은 분들이 당신의 곁에 계시지요. 반면, 어머님께서 돌아가시기 전 제 곁엔 어머 님과 리디아 단 둘만이 절 지켜주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어머님은 돌아가셨 고, 리디아는 당신께 보호를 받고 있습니다. 당신은 대신 또 한사람을 곁에 두게 되었습니다. 너무 불공평하다 생각하지 않으십니까." "‥풋." 쥬빌란의 말을 들은 바이칼은 곧 비웃듯 미소를 지었고, 이번엔 쥬빌란이 말 없이 바이칼을 바라보게 되었다. 바이칼은 낮은 목소리로 쥬빌란에게 말하기 시작했다. "‥그것이 나와 귀하의 차이점이다. 심복이라면 모를까, 그런 친구 한명조차 가지 지 못하는 자가 어떻게 최고 권력자의 이름을 가질 수 있겠나." "‥!!" "그리고, 한가지 말 해두겠지만 가즈 나이트 녀석들은 주신이 맘대로 날 협박해 붙 여놓은 녀석들이다. 난 귀찮은데 그 녀석들이 나에게 추근대는 것 뿐이지. 징그럽 게 말이다. 그리고 또 한가지. 동룡족은 600년 전 서룡족을 가지고 놀 듯 리디아 를 빼앗아갔다. 하지만 지금 난 제발로 나에게 온 리디아를 보호하고 있을 뿐이다. 더이상 리디아의 일로 날 귀찮게 하지 말아주길 부탁한다. 정 모셔두고 싶으면 실 력으로 빼앗아 보도록." 바이칼의 말을 가만히 듣고 있던 쥬빌란은 곧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흔들었고, 다시 눈을 뜨고 행사장을 바라보며 나지막히 말했다. "‥충고, 감사합니다. 그리고 당신의 뜻은 잘 알아들었습니다." 두 권력자의 대화를 듣고 있던 장로는 이젠 정말 큰일이구나 생각하며 고개를 저 었다. 바이칼의 말은 선전포고나 다름 없었고, 쥬빌란의 대답 역시 선전포고를 받 아들이겠다는 말과 같은 것이었다. 그렇게 고민에 휩싸여 있는 장로의 귀에, 올파 드의 위엄있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장로님. 저도 왔는데 오늘은 즐겁게 보내시지요. 그렇게 고민만 하시면 몸에 좋 지 않습니다. 하하하핫‥." "‥아, 죄송합니다 올파드님." 올파드는 미소를 지은 체 행사를 지켜보았고, 올파드의 말을 심각하게 받아들인 장로는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생각했다. ‘‥그래, 올파드를 비롯해 동룡족의 실질적인 주 전력들인 군주들이 등장한 이상, 이제 간단한 전투는 더이상 없다. 그건 그렇고 올파드‥여전히 두려운 남자군. 선 왕 때부터 지금까지‥." 바이칼의 아버지 대에서 부터 지금까지 동룡족 사이에선 서룡족에서 리오가 차지하 는 위치와 같은 위치에 있는 유일한 남자 올파드. 그에 의해 드래고니스마저 여러 차례 위협을 받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 장로는 지금부터가 진짜 전투라 생각 하며 각오를 다질 수 밖에 없었다. 어쨌든 그렇게, 용신제의 첫날도 무사히 지나갔다. ※※※ 정오에 있을 마지막 행사를 앞두고, 바이칼은 리오를 불러 어제 쥬빌란과 나누었던 내용을 얘기했고 그 얘기를 들은 리오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서 리디아가 그때 만취한 상태로 도시를 거닐고 있었던 것이군. 근데 왜 하필 이 차원의, 이 나라의 이 도시였을까?" "‥그건 '왜 하필이면 네가 가즈 나이트가 됐을까'라는 질문과 같아. 우연성 치고 는 이상하지만 지금은 그렇게 생각하는 수밖에 없겠지." "‥흐음‥." 리오는 한숨과 함께 팔짱을 꼈다. 그러다가, 다시 바이칼을 바라보며 씁쓸한 미소 와 함께 말했다. "‥너나 쥬빌란이나, 최고 권력자라는 것은 참 힘들겠구나. 너야 뭐 자주 놀러 나 간다고는 치지만 쥬빌란은 그렇지도 않은 것 같으니‥. 나라도 내 동생 돌려달라고 체면 무릅쓰고 얘기 할 수도 있겠어. 물론 너도 600여년 만에 동생을 다시 만나긴 했지만 말이야." "…." 바이칼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한참동안 생각을 하던 그는 곧바로 리오에게 질 문을 던졌다. "‥나와 쥬빌란, 둘 중 누가 더 불행한 것 같나." "‥뭐?" 바이칼의 의외의 질문을 들은 리오는 멍하니 그를 바라보았고, 곧이어 웃음과 함 께 바이칼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말했다. "하핫‥. 좋아, 그럼 대답하기 전에 한가지만 물어보자. 너, 날 친구로 생각하고 있어?" "…." 한참동안 고민하던 바이칼은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살짝 끄덕였고, 리오는 한숨을 후우 쉬며 곧바로 바이칼에게 말했다. "이런 고민사항이나 중요한 얘기거리를 털어놓을 친구가 한명이라도 있을 네가 당 연히 더 행복하지. 쥬빌란은 성격이 그래서 그런지 친구를 못사귄 듯 하지만, 넌 나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많이 사귀고 있잖아. 넌 훨씬 나은거지." "…." "음‥근데, 갑자기 그런 질문을 하는 이유가 뭐야? 갑자기 자신이 불행하다고 생각 되어졌어?" "…." 바이칼은 아무 대답도 없었다. 리오는 그의 어깨에 자신의 두꺼운 팔을 걸치며 말 했다. "자신이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난 죽으면 한송이 백합이 될거에요'라고 헛 소리를 하는 철없는 애들로 족해. 물론 그 애들이 죽으면 백합이 되긴 하겠지. 하 지만, 자신의 관 위에 백합을 올려놓을 사람이 흘릴 눈물은 생각하지 않는 바보일 뿐이야. 뭐, 너야 '백합사상' 따윈 가지고 있지 않겠지만 한순간이라도 그런 생각 은 하지 말아. 그걸 듣는 내 마음은 어떻겠어." "…." 바이칼은 역시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고, 리오는 곧 손으로 바이칼의 볼을 살짝 토 닥거리며 말했다. "자자, 이제 곧 행사가 시작될테니 또 얘기할 것이 있으면 나중에 하자. 지금부터 는 사춘기 청년이 아닌 용제 바이칼님이 되셔야 하니까. 후훗‥." "‥흠." 바이칼은 곧바로 휙 돌아서서 행사장으로 발걸음을 옮겼고, 리오는 머리를 긁적이 며 뒤로 돌아섰다. 그 때, 우연치 않게도 가로등에 기대어 서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던 아란과 눈이 마주쳤고 리오는 그리 달갑지 않다는 얼굴로 그녀에게 말했다. "‥흠, 그렇게 관람하는게 취미인가." "‥후훗, 당신 덕분에 취미가 한 두개씩 늘어가는군요. 그건 그렇고, 용제님과 상 당히 친하신데요? 너무 친해서 '연인'처럼 보일 정도로‥후후훗‥." 그러자, 리오는 어깨를 으쓱이며 씁쓸히 웃어보였다. "‥뭐, 연인이란 말은 용서해 주지. 그 정도로 친하게 보인다는 말일테니까. 그런 데, 오늘은 또 용건이 뭐지? 용건 없으면 잘 나타나지도 않는 아가씨가 오늘은 왠 일인가." 리오가 말 하는 동안 천천히 그에게 접근한 아란은 리오의 말이 끝나자 마자 그와 팔짱을 꼈고, 리오의 어깨에 자신의 머리를 기대며 말했다. "‥그냥, 차 한잔 얻어 마시고 싶어서죠. 후훗‥. 추가로 정보도 있어요." 곤란한 표정을 짓고 있던 리오는 '정보'라는 말에 곧 승락하듯 고개를 끄덕이며 아 란에게 말했다. "‥좋아. 대신, 정보는 확실해야해." "마음대로‥." 리오와 아란은 천천히 근처의 커피숍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계속-- For Goddess...! (2부) Vol. 30 -------------------------------------------------------------------------- "경영님, 오늘은 또 왜 안올라오나요! 흑흑흑‥!" 이런 내용의 쪽지가 또 한통 눈에 들어온다. 하지만 요즘 난 통 글을 쓸 틈이 없었 다. 친구가 많은 편이라면 많은 편인 난 그만큼 내 곁을 떠나는 친구도 다른 사람 에 비해 많은 탓이다. 군대다, 유학이다, 또는 사고로 영원히 떠나는 친구도. 요 몇일 동안 나와 국민학교 때부터 특별나게 친하게 지냈던 친구 두명이 하루 걸 러 하루로 군복무를 위해 나와 친구들의 곁을 떠났다. 한 친구와는 술에 취한 상태 로 같이 울기도 했고, 또 한 친구와는 서로 등을 토닥거리며 아쉬움을 달래기도 했다. 앞으로 더 많은 친구들과 내가 군대나 또 다른 곳으로 떠나겠지만, 난 그 친 구들과의 시간을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아무리 그들과 내가 유치한 짓을 했다고 해 도 우리들의 기억은 추억이기 때문에‥. ----------------------------------------------------------------------------- "‥차원결계?! 그게 무슨 소리야!" 리오는 커피숍 안에 있는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을 정도로 작게, 하지만 강하게 아란에게 물었고, 아란은 커피를 살짝 마신 뒤 품에서 사진 몇장을 꺼내어 리오에게 내밀었다. 리오는 아란의 향수 냄새가 강하게 배어 있는 사진을 진지한 얼굴로 들여다 보았고, 다시 아란을 바라보며 물었다. "‥이곳이 도대체 어디지?" "‥독일이죠. 예전에 보급부대 호위도 하고 정보도 얻기 위해 아직 동룡족의 세력 권 안에 있는 독일로 잠입한 일이 있었죠. 그런데, 우연히도 거기서 재미있는 연구 광경을 볼 수 있었어요. 여기 보시다시피‥." 아란은 사진중 하나를 손가락을 짚어보였다. 그곳엔, 눈에 띌 정도의 강력한 결계 에 보호되고 있는 사람 크기의 구조물이 있었고, 아란은 계속 말을 이었다. "‥아직은 사람 한명이 들어갈까 말까 한 정도의 크기지만, 제 눈으로 봤을때 이건 분명 차원 결계에요." "‥인간의 힘으로 차원 결계를‥? 하지만 무엇때문에?"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얼굴로 리오가 질문을 하자, 아란은 고개를 저으며 이유를 간단히 설명해 주기 시작했다. "후훗, 당신들은 보통때 주신에 의해 안전주문이 걸려 있어서, 당신을 제외한 다 른 가즈 나이트들은 주신의 허가 없이는 제 1 안전주문도 풀 수가 없죠. 당신은 2 단계까지 자유롭게 풀 수 있다고는 하지만, 당신 혼자서 제 2 안전주문까지 풀면 체력소모가 엄청나죠. 이 사람들이 차원 결계를 만들려는 이유는, 예전에 이 세계 에 차원 결계가 쳐졌을 당시 당신들이 제 힘을 발휘하지 못해 상당히 고전을 했다 는 경우 때문이겠죠." "‥흐음‥." 리오는 한숨을 쉬며 이런 일을 할 사람을 머리에 떠올려보기 시작했다. 물론 몇 사 람 떠올릴 것도 없었다. "‥그 와카루라는 할아범은 언제까지 날 괴롭힐 생각인지‥후훗. 어쨌든, 이런 귀 중한 정보를 줘서 몸둘바를 모르겠군. 고마워 아란." 리오는 자신의 앞에 놓인 밀크커피를 살짝 들어 올리며 아란에게 윙크를 해 주었 고, 아란은 고개를 살며시 저으며 옅은 미소를 띄운 체 리오에게 물었다. "‥후, 당신이란 사람은 정말 알다가도 모르겠군요. 몇분 전까지만 해도 확실한 정보냐느니 하며 저하고 차마시는 것조차 꺼려하더니, 지금은 윙크까지 하며 고맙 다고 하고‥. 당신은 정말 바람꾼 기질이 있는 것 같군요." 아란이 갑자기 그런 의외의 말을 해오자, 리오는 약간 당황해하며 찻잔을 놓고 그 녀에게 따지듯 묻기 시작했다. "자, 잠깐, 무슨 소리야? 난 그저‥." "‥음? 후훗‥그럼 저 밖에 있는 소녀의 표정은 어떻게 된 것이죠?" 리오가 마악 변명을 늘어놓으려 하자, 쇼 윈도우에 시선을 두고 있던 아란은 리오 에게 밖을 잠깐 보라며 손짓을 했고 리오는 움찔하며 쇼 윈도우 밖을 바라보았다. "‥챠, 챠오양?!" 리오는 창 밖에 멍하니 서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챠오를 보고 놀라며 자리에서 일어서려 했으나, 챠오는 곧 실망했다는 듯 몸을 휙 돌려 어디론가 걸어가기 시작 했다. 리오는 결국 한숨을 길게 쉬며 자리에 깊숙히 주저 앉고 말았다. "‥후우, 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군. 이래서 한 차원엔 오래 있으면 안된다 니까‥." "‥전 괜찮으니 어서 나가보시죠. 저 아가씬 연애 경험이 전무한 순진이라 당신의 행동 하나 하나가 저 아가씨에겐 심한 충격이 될 수도 있으니 나중에 사과할 생각 말고 빨리 따라가 보세요." "‥음? 아, 그렇겠군‥. 오늘은 여러모로 신세를 지는데. 그럼, 차 값은 지불하고 갈테니 다음에 또 보도록 하지. 미안." 리오는 급히 자리에서 일어선 뒤 카운터를 거쳐 밖으로 뛰어 나갔고, 그의 그런 모 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아란은 자신의 붉은색 머리를 손가락으로 살짝 누르며 힘없 이 중얼거렸다. "‥여자에 대한 것은 정말 많이 변했군요 리오. 증오스러울 정도로‥후후후훗‥." ...................... . . . . . . "아아, 그 할아범 요즘들어 통 조용하다 했더니 그거 만드느라 정신 없어서 조용했 던거구만. 그럼, 그거 개발상황은 어느 정도래?" 지크는 리오와 함께 치킨 전문점을 빠져 나오며 차원 결계에 대한 일을 물어보았고 , 리오는 어깨를 으쓱이며 힘없이 대답했다. "‥나도 사진으로만 봤기 때문에 그것까진 잘 모르겠어. 하지만 차원 결계가 인간 의 손에서 만들어졌다는 것 하나만으로 우리가 경계할 필요는 있어. 지금까지 차원 결계를 쓸 수 있는 신이 아닌 존재는 서룡족 뿐이었지. 이 드래고니스를 보호하고 있는 초차원 결계가 그것인데‥. 뭐, 나중 일은 닥쳐보면 더 확실히 알겠지." "‥흠. 그건 그렇고 너 무슨 바람이 불어서 오늘 챠오한테 닭튀김을 사준다는거야? 이젠 마음 잡고 한명만 파기로 한거야?" "으음, 그건 아니고‥. 오늘 좀 실례되는 행동을 해서 화도 풀어줄 겸, 오래간만에 얘기도 할 겸‥." "‥에휴, 됐다 됐어. 자기 일은 알아서 잘 하는 녀석이니까 난 신경 끌란다." 치킨을 들고 대답하며 걸어가는 리오의 모습을 측은한 표정을 바라보던 지크는 결 국 할 말을 잃었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리오의 어깨를 두드렸고, 리오는 피식 웃으 며 계속 길을 걸어갔다. ※※※ 칠두지룡 내 자신의 방에서 통신화면을 바라보는 쥬빌란의 표정은 굳을대로 굳어 있었다. 하지만, 화면 안에 비춰진 노인­와카루의 얼굴은 예전과 다를 바 없이 밝기만 했다. 가만히 와카루를 바라보던 쥬빌란은 우습다는 듯 미소를 지은 체 와 카루에게 말했다. "‥나에게 그런 비겁한 행동을 하라 이 말씀입니까. 아무래도 귀하는 날 당신의 하 수인 쯤으로 생각하는 것 같군요. 난 지금이라도 당장 이 전쟁을 그만두고 성도로 돌아갈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당신은 그 쓰레기같은 인조 생물들과 기계에 의존해 서룡족과 가즈 나이트들을 상대해야 하겠지요. 그렇게 되시 싫으시다면 당 장이라도 그 부탁을 철회해 주시기 바랍니다." 「‥뭐, 실례되는 행동이었다면 용서해 주십시오 마마. 하지만, 당신께서 내일 협 조만 해 주신다면 지금의 전황은 확실히 바꿔놓을 수 있소이다. 잘만 하면 그 드래 고니스인가 하는 거대 요새도 부술 수 있을 것이외다. 게다가 가즈 나이트라는 젊 은이들 마저‥.」 "됐습니다. 이 일은 못들은 것으로 하겠습니다. 지금은 기분이 별로 좋지 않으니 이만 통신을 끝냈으면 합니다." 「‥알겠소. 그럼 나중에라도 생각이 바뀌면 다시 연락 주시오. 허허헛‥.」 곧 화면은 꺼졌고, 쥬빌란은 자리에서 일어나 창 밖으로 보이는 드래고니스의 일부 를 주시하며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리디아를 되찾은 뒤엔 당신의 제거입니다‥. 와카루, 당신은 너무 위험해‥." 그런 뒤, 쥬빌란은 기분을 풀 겸 자신의 침상에 누워 잠을 청해보려 했다. 그러나, 그 때 누군가가 방문을 두드렸다. "‥쉬고 계시는데 감히 실례하겠습니다 마마. 올파드이옵니다." "‥아니오 올파드. 들어오시오." 곧, 왼팔 대신 왼쪽 도포자락을 펄렁거리며 올파드가 쥬빌란의 방 안에 들어왔고, 올파드는 쥬빌란에게 절을 올린 뒤 앞에 무릎을 꿇으며 얘기를 하기 시작했다. "드래고니스 안에 있는 가즈 나이트들과 일명 '웨드'라 불리우는 기계들에 대해 제 가 탐색을 한 결과를 보고드리겠습니다. 먼저, 웨드들은 이 세계에 있는 초인적인 힘을 가진 인간들에게 우리 동룡족 병사와 대적할 정도의 힘을 부여하기 위해 만들 어진 기계이기 때문에, 웨드를 조종하는 인간들의 능력에 따라 지금보다 더 두려워 질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웨드들을 조종한다는 인간 들의 눈빛은 강렬했습니다. 무조건적으로 싸우려는 자의 눈이 아닌, 되찾아야 할 것을 되찾겠다는 강한 의지가 보였습니다. 충분히 경계할 만한 대상입니다." "‥가즈 나이트들은 어떻습니까. 예전과 비교해서‥." "‥패왕, 리오·스나이퍼는 예전에 저와 대적할때 이상으로 더 강해진 것 같았습니 다. 그때는 제가 간발의 차이로 역전을 당했지만, 지금은 역전이라는 말을 쓰기조 차 어려운 수준일 듯 합니다. 그의 위치는 현재 서룡족의 전력 2할과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염장 슈렌‥. 그 역시 예전보다 강해진 것 같았지만 그래도 그 리오라는 자 보다는 힘으로만 따졌을 때 두렵진 않은 존재입니다. 하지만, 그의 묵 묵함 속에 숨겨진 총명함과 냉철함은 리오의 힘 이상으로 두려움을 주었습니다. 마 지막으로 바람의 가즈 나이트, 지크라는 자는 머리도 총명하지 않고, 힘도 겨우 가 즈 나이트라고 인정해 줄 정도였지만 리오나 슈렌이라는 자와 다른 점이 한가지 있 었습니다. 뭔가‥사람을 빨아들이는 듯 한 매력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의 눈에선 무한에 가까운 발전 가능성이 보였습니다. 그 이유는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어쨌거나, 가즈 나이트라는 존재는 저나 마마, 그리고 다른 군주 몇명을 제외하곤 동룡족 안에서 제대로 상대할 수 없는 존재이고 게다가 셋이나 되기 때문에 예전 보단 상당히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렇구려." 쥬빌란은 고뇌에 찬 한숨을 내 쉬었다. 그러나, 그런 그의 모습을 바라보던 올파드 는 걱정하지 말라는 듯 힘이 담긴 눈빛으로 쥬빌란에게 말했다. "‥그래도, 동룡족엔 아직 이 올파드가 살아있습니다. 마마께선 아무 걱정 마시고 편안히 지켜봐 주십시오." 그러자, 쥬빌란은 믿고 있다는 듯 미소를 지은 체 고개를 끄덕이며 올파드에게 말 했다. "당연히 믿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전 차원계를 통털어 광황, 암왕, 패왕 세명과 대 결해 무사히 살아있는 유일한 남자가 내 눈 앞에 있지 않습니까." "‥하핫, 감사합니다 마마." 여기 있는 올파드는 그런 남자였다. 휀과 바이론, 그리고 리오와 차례대로 대결해 살아남은 거의 유일하다 할 수 있는 남자이며 도검술에 관해선 초신(超神), 즉 신 을 초월할 정도의 실력을 가진 남자이기도 했다. 게다가, 더욱 두려운 것은 위에 거론한 셋이 올파드와 대결할 때 안전주문을 1단계에서 2단계까지 풀고 그와 대결 했다는 점이었다. 올파드는 그들을 이긴 일이 없지만, 셋의 경우로 본다면 올파드 를 확실히 이겨본 일은 없다는 말로 바뀌게 된다. 후에, 올파드는 옛 일을 회상하며 이렇게 말을 남겼다 한다. 『휀·라디언트는 기로서 날 제압한 유일한 인물이었고, 바이론·필브라이드는 나 에게 공포감을 준 유일한 인물이었으며, 리오·스나이퍼는 나를 파괴력으로 제압한 유일한 인물이었다‥.』 이제 서룡족과 가즈 나이트, 그리고 웨드들은 전 차원계 최고의 명장 올파드와 대 결을 하게 되는 것이었다. -------------------계속--- For Goddess..! (2부) Vol. 31 ------------------------------------------------------------------------ 9월 6일은 가즈 나이트 3주년(4주년?) 기념일.. 이벤트는 없음..- -; 만약에 있다 해도 요즘 게시판에 이벤트가 하도 많아서.. ----------------------------------------------------------------------- 6장 [사별. 그리고 새로운 힘] 용신제가 펼쳐진지 한달 뒤, 아무도 드래고니스를 대한민국의 상공에서 볼 수는 없 었다. 호주로 정박 위치를 바꾼 드래고니스의 주변은 각종 수리함들이 분주히 움직 이며 드래고니스의 파괴된 부분을 수리하고 있었고, 드래고니스의 주거지역 주민들 역시 자신들의 집과 도시를 수리하는데 여념이 없었다. 다행스럽게도 부숴지지 않은 지크의 집과 세이아의 집에선 예전과 달리 보이지 않 는 사람이 두명 있었다. 하지만 두 집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예전부터 그들이 없었 던 것처럼 행동하고 있었다. 아니, 자신들의 마음을 숨기기 위해 일부러 그러는 것 일 수도 있었다. 제궁 안에 있는 바이칼은 보통 때완 다른 침통한 얼굴로 옥좌에 앉아 장로의 보고 를 듣고 있었다. 보고를 하는 장로 역시 그리 좋은 표정은 아니었다. "‥그렇게 해서, 중동 일부 지역과 러시아, 동남아시아 일부 지역을 제외한 모든 지역은 다시 동룡족의 수중에 들어갔사옵니다." 말을 맺은 장로는 한숨을 길게 쉬며 고개를 푹 숙였고, 보고를 다 들은 바이칼은 눈을 감으며 장로에게 물었다. "‥아버지께서 계실 때도 서룡족이 이렇게 전패한 예가 있었소? 아니면 그 이전에 라도‥." "‥!" 장로는 바이칼의 그 질문이 무엇을 뜻하는 것인지 알고 있었다. 장로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이렇게 수세에 몰린 적이 한두번은 아니었지만 지금의 바이칼에겐 아무런 대답도 할 수 없었다. 괜히 예를 들어 설명했다간 자신은 어리석은 자가 되 고 바이칼은 지금의 상황에서 헤어나오지 못할 것 같아서였다. 그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자, 바이칼은 고개를 끄덕이며 가보라는 손짓을 했다. "‥됐소. 가보시오." "‥예. 그럼, 조금이라도 쉬시길‥." 장로가 무거운 발걸음으로 알현실을 나간 직후, 바이칼은 옥좌의 팔걸이를 강하게 내려 쳤고 팔걸이는 간단히 부숴져 바닥으로 흩어졌다. 바이칼은 곧 양 손으로 자 신의 얼굴을 가린 체 흐느끼기 시작했다. 지금 알현실엔 누구도 들어오지 못한다. 그런 사실이 바이칼의 마음을 흔든 것일지도 모른다. 바이칼은 나머지 하나 남은 팔걸이에 손을 내려놓으며 비통히 중얼거렸다. "‥누가 네 녀석보고 그런 영웅이 되라고 했어‥!! 그런 것도 아닌데 왜‥! 왜 우 릴 버리고 떠난거야 멍청한 녀석아‥!!!" 파앙­!! 순간, 보통땐 마법으로 봉쇄되어 있는 알현실의 문이 무언가에 튕겨지듯 열려 버렸 고, 바이칼은 움찔하며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그런 바이칼의 모습을 싸늘한 눈으 로 바라보던 금발의 남자­휀은 눈을 감으며 손을 뒤로 뻗어 알현실의 문을 다시 닫았다. 문은 다시 마법으로 봉쇄되었고, 휀은 천천히 바이칼에게 다가가기 시작했 다. 갑작스레 등장한 휀에 의해 당황한 바이칼은 최대한 휀으로 부터 얼굴을 돌리 며 그에게 물었다. "‥무, 무슨 일로‥또‥온건가‥." 바이칼이 계속 흐느끼며 자신에게 물어오자 휀의 눈은 한층 더 가늘어졌다. 이윽 고, 바이칼의 바로 앞에 선 휀은 조용히 그에게 물었다. "‥리오가 죽은 것은 확실하다. 하지만, 어디에도 그의 영혼은 찾을 수 없었다. 3 개월 후에 부활을 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차원의 틈새로 영혼이 튕겨져 날아가 버렸다면 주신께서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 바이칼은 고개를 숙인 체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를 가만히 내려다보던 휀은 한숨을 짧게 쉬며 계속 말했다. "걱정하지 말도록. 비어버린 무속성 가즈 나이트의 자리는 얼마든지 신인으로 매꿀 수 있으니까 곧 다른 인물로 대치해 주지." "‥!!!! 이자식­!!!!!" 순간, 바이칼의 주먹이 휀에게 날아들었다. 그러나, 휀은 피하지 않고 바이칼의 주 먹을 맞아주었다. 하지만, 그의 몸은 잠깐 움찔 할 뿐이었다. 휀이 자신의 주먹을 맞은 것에 바이칼은 약간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고, 휀은 곧 자신의 왼 뺨에 꽂혀 있는 바이칼의 주먹을 아래로 내리며 바이칼에게 물었다. "‥리오란 녀석이 그렇게 소중했나." "…." "솔직히 말하도록." 바이칼은 묵묵히 서있다가, 곧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그를 여전히 싸늘한 눈으로 바라보던 휀은 손수건을 꺼내 바이칼에게 건내준 뒤 돌아서서 알현실을 빠져나가 기 시작했다. "‥네 눈물은 하늘까진 움직이지 못했지만 빛을 움직이기엔 충분했다. 얼굴이나 잘 닦도록." "‥!" 휀이 알현실 문을 연 순간, 문 밖에서 조마조마한 얼굴로 걱정하고 있던 리디아가 안으로 뛰어 들어왔다. 다른 전룡단 단장들도 안으로 들어오려 했으나 휀이 통과시 킨 사람은 리디아 한명 뿐이었다. 릭, 레소드를 비롯한 전룡단 단장들은 침울한 표 정으로 고개를 떨굴 뿐이었다. 어떤 단장은 눈물까지 떨구었다. 그런 모습을 본 휀 은 전룡단 단장들을 훑어보며 짧게 말했다. "일렬 횡대로 집합." "‥예?" "…." "‥아, 예!" 곧, 알현실 앞에 서 있던 전룡단 단장들은 휀의 앞에 일렬로 정렬했고, 그들이 차 렷 자세를 취하자 마자 휀의 주먹이 전룡단 단장들의 얼굴에 꽂히기 시작했다. 단 장들은 누구 할 것 없이 바닥에 쓰러졌고, 휀은 그들을 내려다보며 다시금 말했다. "지금 시각은 오후 열 두시 20분. 정각 한시까지 드래고니스의 모든 전룡단 단장 들은 작전 회의실로 집합한다. 1초라도 시간을 어기는 전룡단 단장들은 명령 불복 종으로 취급해 사형을 내리겠다. 내가 직접. 그럼 해산." 휀이 그렇게 말 하고 다른 곳으로 걸어가려 하자, 순간 릭이 몸을 일으키며 휀에 게 소리쳤다. "휀 님!! 그 명령은 이행할 수 없습니다!! 동남아시아를 비롯한 일부 지역의 보급 이 끊겨 그쪽 역시 언제 점령당할지 몰라 혼란스러운 상황에 다시 회의를 한다 해 서 무슨 효과가 있겠습니까!!! 철회해 주십시오!!!!" 릭의 말을 들은 휀은 복도에 가만히 멈춰섰다. 그러나 그의 시선은 돌려지지 않았 다. 릭을 뒤로 한 체 휀은 조용히 그에게 물었다. "‥레인매이커(Rainmaker)가 무슨 뜻인지 알고 있나." "예?" "‥비를 만드는 사람‥다른 뜻으로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드는 사람을 뜻한다. 하지 만 난 그렇지 못해. 가능성이 없는 일은 시도하려고 하지 않는다. 리오완 달라." "‥그렇다면 현재 가능성이 몇 %라고 보십니까." "알현실 앞에서 자신들의 왕을 걱정하며 징징대는 전룡단 단장들을 데리고 작전을 수행한다면 0.01% 정도‥. 하지만, 이 휀·라디언트에게 대들 용기를 지닌 전룡단 단장들을 데리고 한다면 99.9% 이상이다." 휀은 그 말을 남기고 복도 저편으로 사라져갔고, 휀에게 맞은 뺨에 손을 댄 체 그 의 뒷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던 전룡단 단장들은 하나같이 허탈한 웃음을 지으며 고 개를 저었다. 릭은 고개를 들며 가만히 중얼댔다. "‥후, 과연 휀·라디언트님‥. 반박할 여지가 없군. 자, 모두 다른 전룡단 단장들 에게 연락하도록. 사형당하는 동료는 보고싶지 않으니까." "‥음!" ............................ . . . . . . . "이런, 뭐야∼바람의 가즈 나이트씨가 이렇게 빌빌대면 재미 없지. 하하핫‥." "‥제가 보기에도 안스럽습니다 지크씨." 지크는 한창 TV를 보고 있던 자신의 앞에서 중얼대는 두명의 남자, 사바신과 레디 를 짜증스러운 얼굴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지크는 곧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며 그들에게 물었다. "이봐, 그 회색분자는 왜 안와? 아까전에 우주 황태자(휀)까지 등장했으니 남은건 그 인간 하나 아니야?" 그 질문에, 집 구석에 있던 중력 역기를 집어 올리던 사바신이 눈을 동그랗게 뜨 며 대답해 주었다. "아아, 바이론? 그 아저씨 지금 나도 어디 있는지 몰라. 아직 임무가 끝나지 않았 나보지 뭐. 그건 그렇고 이 역기 8톤 밖에 안돼잖아? 어허, 남자가 이런걸 쓰면 안 돼지!!" 사바신은 역기의 중력 하중을 20톤으로 올린 뒤 마치 아령처럼 들고 힘을 쓰기 시 작했고, 그런 모습을 보던 레디는 머리를 긁적이며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음, 난 1톤도 겨우 들어올리는데‥. 아, 지크씨. 그런데 말이죠‥." "말 놔 임마. 소름끼쳐." "아, 미안‥. 세이아님은 괜찮으신거‥야?" 레디가 세이아의 일을 물어오자, 지크는 눈을 감으며 한숨을 길게 내 쉬었다. 리오 가 드래고니스를 습격한 동룡족과 바이오 버그들을 홀로 물리치며 드래고니스를 탈 출시킨 뒤 실종된 이후, 세이아는 리오의 기가 이 세상 어디에도 느껴지지 않는다 며 실의에 빠진 체 한달을 보내고 있는 상태였다. "‥모르겠어. 아란이라는 데스 발키리가 리오의 사망 소식을 직접 우리에게 전해준 뒤 세이아님의 상황이 더 심각해졌지. 근데 이해가 안가. 어째서 우리보다 일찍 아란이 리오의 사망을 알게 된건지‥. 그 여자 말로는 리오가 죽는 모습을 직접 봐서 녀석의 망토와 디바이너, 파라그레이드를 회수해 왔다고 하는데, 도저히 믿 음이 안가. 같은 가즈 나이트인 우리가 훨씬 더 빨리 알 수 있는데 말이야." 한참 역기로 땀을 빼던 사바신은 지크의 그 말을 들으며 역기를 다시 내려놓았고, 레디가 던져준 수건으로 땀을 닦으며 말했다. "‥게다가, 리오의 영혼을 명계에서 찾아볼 수 없다고 휀이 그랬잖아. 분명 죽었 다면 명계에 영혼이 갈텐데‥. 그래서 실종이라고 그러는거야?" 지크는 어깨를 으쓱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뭐, 말하자면. 그리고 또 한명이 실종됐어. 넬이라는 여자아이 말이야. 혼자 싸우 는 리오를 두고 볼 수 없다며 웨드를 타고 밖으로 뛰쳐 나갔다는데, 그 이후 소식 이 없어. 동룡족에게 잡혀간건지, 아니면 대한민국 어디에 있는건지‥제기랄‥!" 지크는 눈을 질끈 감으며 진정하려는 듯 한숨을 길게 쉬었다. 그런 그를 묵묵히 바라보던 사바신과 레디는 곧다른 사람의 일을 물었다. "‥슈렌은?" "‥음, 좀 있으면 올거야. 따님하고." 순간, 사바신과 레디의 얼굴은 굳어져 버렸고 사바신은 이해가 안간다는 표정을 지은 체 지크에게 다시 물었다. "‥무슨 님?" "따님. 이해가 안가냐? 딸+님의 합성어로서, ㄹ이 탈락되어 '따님'이라 하지." "…." 그 이후 사바신과 레디의 소동은 슈렌이 돌아올 때까지 멈추지 않았다. -------------------------계속--- For Goddess...! (2부) Vol. 32 ------------------------------------------------------------------------ ------------------------------------------------------------------------- "‥많이 지쳐보이는군요, 리오." 아란은 자신의 앞에 거의 쓰러져있다시피 한 리오를 바라보며 그렇게 물었고, 온 몸이 피투성이가 된 리오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피식 웃어보였다. "후웃‥표현이 너무 가볍군‥. 지금 죽는다 해도 이상할건 없어. 그건 그렇고‥드 래고니스는 탈출에 성공한건가. 진짜로." "‥물론이죠. 지금은 대기권 밖에 있을테니 안심하세요." 아란의 대답을 들은 리오는 다행이라는 듯 고개를 숙였다. 리오의 그런 처참한 모 습을 내려다보던 아란은 곧 자신의 검, 디스파이어를 꺼내 들었다. 붉은색의 광체 가 요사스럽게 흐르는 검‥. 그러나, 현재 리오는 아란이 검을 꺼내들었다는 사실 을 모르고 있었다. 그정도로 리오는 현재 지쳐 있었다. 수만의 동룡족 병사들과 장군들, 대형 바이오 버그, 전함, 그리고 군주 올파드‥. 그 모든 것을 홀로 막아 내고 대한민국 전체를 뒤덮은 차원결계를 지하드까지 써서 깨버린 리오는 드래고 니스가 워프하여 동룡족이 혼란스런 틈을 타 전장에서 겨우 탈출한 상태였다. 지금 이곳은 숲 속, 리오는 나무에 기대어 고개를 숙이고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마치 리오를 모르는 사람이 그의 그런 모습을 보았다면 죽기 직전의 사람과 다를 바가 없다고 생각할 것이다. 아란이 디스파이어를 꺼내 든지 얼마 후, 리오는 여전 히 고개를 숙인 체 아란에게 물었다. "‥그런데, 어째서 당신이 여기 있는거지. 당신은 중동 지역으로 동료들과 함께 가고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음?!" 천천히 고개를 들던 리오는 아란이 디스파이어를 든 체 살기를 뿜어내고 있는 모습 을 볼 수 있었다. 아란은 눈을 가늘게 뜬 체 디스파이어를 위로 올리며 리오에게 말했다. "이것이 우리들의 진정한 목적‥. 가즈 나이트들을 하나씩 제거해 나가는 것이죠. 이번엔 정말 거물이 걸려들었군요. 가장 강하다는 세명의 가즈 나이트중 한명인 당신‥말이죠." "‥지금 날 죽여 봤자 3개월 후에 다시 나타날텐데?" "‥후, 그런 것까지 미리 계산해 두었죠. 이 검으로 당신의 목을 치는 순간, 당신 의 영혼은 명계에 가지 못하고 이 검에 흡수되어 버린답니다. ‥자, 각오하세요." 리오는 힘겹게 팔을 들어 자신의 눈가에 묻은 피를 닦아내었다. 그런 뒤,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아란에게 말했다. "‥이상한 취미가 또 있군‥. 사람 목을 치기 전에 우는건 또 뭐지‥." "…." 아른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의 눈에서 흐르는 눈물은 뺨을 타고 갸름한 턱 아래로 떨어지고 있었다. 그런 그녀의 모습을 바라보던 리오는 다시 빙 긋 웃어주며 말했다. "‥100년 전, 내가 네 목을 친 것은 씻을 수 없는 일이었어." "‥!!" 리오의 입에서 순간 그런 말이 나오자, 아란은 움찔하며 뒤로 주춤거렸다. 하지만 리오는 도망치지도, 숨지도 않았다. 그저 반가운 사람을 만난 사람처럼 미소를 짓 고 있었다. "내가 가즈 나이트가 됐을 때‥네가 내 첫사랑이었을 때부터 이런 기가 막힌 운명 은 시작됐지. 난 기다렸어‥언제건, 어떤 모습이건 간에 다시 환생했을 널 찾으러 다녔어. 하지만 겨우 만났다 생각했을 땐 이미 할머니가 되어 있었고, 또 겨우 만 났다 생각했을땐 갓난 아이였고, 또 겨우 만났다 했을땐 내가 네 생명을 끊어버렸 지. 신께서 어떤 이유로 나에게 이런 시련을 주시는지 알지 못하겠지만, 그래도 수백년간 수십번 널 만났어도 변하지 않는게 있어. 지금도 그렇고‥." 리오는 곧 자신의 머리를 묶은 끈을 풀어낸 뒤 아란에게 내밀었고, 아란은 검을 들 지 않은 손으로 그 머리끈을 받았다. 그리고 리오의 얘기는 계속 되었다. "‥언제, 무슨 모습으로 만났어도 넌 아름다웠어‥. 후훗, 어쨌거나 다행이군. 이 제 너와 내가 언제나 함께 있을 수 있게 됐으니까‥. 100년 전 내 머리를 처음 묶 어준 끈이야. 다시 돌려주기엔 너무 더러워졌지만‥." 리오의 머리끈을 손이 불끈 쥔 아란은 손등으로 눈물을 훔치며 다시 검을 거머쥐었 다. 그리고, 흐느낌이 섞인 목소리로 리오에게 물었다. "‥마지막으로‥할 말은 없나요." "…." 리오는 그 말을 들은 즉시 몸을 힘겹게 일으키기 시작했다. 그의 다리는 후들거렸 고 뒤틀린 내장에 의해 입에선 선혈이 다시금 흘러 내렸다. 팔에 난 상처 역시 아 물고 있긴 했지만 피가 멈추진 않았다. 리오는 그런 만신창이의 몸으로 겨우 일어 나 아란에게 다가갔고, 피묻은 손으로 아란의 양 볼을 감싼 뒤 조용히 입을 맞추 었다. "…." 아란은 아무런 말이 없었다. 모든 힘을 쏟은 리오는 다시 뒤로 주저 앉았고, 고개 를 숙이며 말했다. "‥사랑하고 있어‥. 부끄러워서 지금까진 제대로 말 못했지만‥." 그 직후, 아란의 디스파이어는 붉은 잔광을 남기며 리오의 목으로 향했다. .......................... . . . . . "왜 그래 아란? 정신차려." 멍하니 생각을 하고 있던 아란은 레베카가 자신을 흔들며 부르는 소리에 움찔하며 정신을 차렸다. 아란은 곧 한숨을 길게 쉬며 레베카에게 말했다. "‥후훗, 미안. 디스파이어에 갇혀 있는 리오·스나이퍼의 영혼 때문에 그랬어. 여 기에 집어 넣을때 너무 고생했거든." "음‥이해해. 그 남자 강해도 지나치게 강했으니까. 어쨌든 한달 전의 일인데도 참 신기하다. 어떻게 그 남자를 이기고 영혼을 흡수한거야?" "‥후, 글쎄." 아란은 고개를 저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집 밖으로 나가버렸고, 레베카는 입을 비죽 내밀며 가볍게 중얼거렸다. "‥말도 못할 만큼 어려웠나보네‥?" ※※※ 쥬빌란과 올파드를 비롯한 동룡족 장성들은 드래고니스 격퇴 한달을 기념하여 한 참 연회를 열고 있었다. 드래고니스는 모든 용족에게 있는 군사시설중 난공불락이 라는 단어의 화신이라 불렸던 것으로서, 지금까지 번번히 드래고니스를 노리다가 격파당했던 동룡족으로선 기념하여 연회를 열어도 이상할 것이 없었다. 하지만 그 렇게 연회가 열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쥬빌란의 얼굴은 밝지 않았다. '정정당당' 을 좋아하는 그로선 와카루가 제공해준 스텔스 장치와 차원 결계를 이용해 드래고 니스와 제일 귀찮은 존재인 리오를, 그것도 용신제가 끝난 다음날 전 군을 돌려 급습해 승리했다는 것은 그의 기분을 상당히 가라앉게 하는 것이었다. 와카루의 그 런 제의를 처음엔 거절했던 그였지만, 올파드의 강력한 찬성과 설득에 의해 그 작 전을 지시한 쥬빌란은 씁쓸한 얼굴로 올파드의 술을 받고 있었다. "‥마마, 아직도 기분이 편하지 않으시옵니까." 올파드의 물음에, 쥬빌란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솔직히 그렇습니다. 한달 전 그 급습 작전은 아무리 생각해도 정당하지 못했다 고 생각합니다. 그것도, 용신제가 끝난 뒤 브리간트님께서 정하신 정전 시간이 끝 난 1초 뒤 포격을 개시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도 비겁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묵묵히 쥬빌란의 말을 듣고 있던 올파드는 다시 쥬빌란의 잔에 술을 따르며 말하기 시작했다. "마마, 저도 솔직히 그 작전이 정정당당하지 못한 작전이었다고 생각을 하옵니다. 하지만, 이번 작전으로 인해 얻은 것은 더 많사옵니다. 연전연승으로 하늘을 찌를 것 같던 서룡족의 사기도 완전히 꺾어 놓었고, 드래고니스에도 상당한 피해를 입 혔으며 제일 귀찮은 존재인 리오·스나이퍼도 제거하는데 성공했사옵니다. 비록 인 간 과학자 와카루의 제공을 받아 작전을 성공시켰지만 어쨌거나 승리한 것은 우리 동룡족이옵니다. 너무 마음에 두지 마시길 바라옵니다." "…." 올파드의 말을 들으며 술을 넘기던 쥬빌란은 곧 한숨을 길게 쉬며 올파드에게 말 했다. "‥아무래도 이번 연회가 끝난 뒤 용제에게 사신을 보내어 저번 일의 사과를 해야 하겠습니다. 사과가 받아들여질지 의문이지만‥" "‥마마!!" 순간, 올파드는 크게 쥬빌란을 부르며 의자에서 일어나 바닥에 무릎을 꿇었고, 올 파드의 목소리가 터짐과 동시에 연회장은 순간 침묵의 도가니로 변했다. 모든 사람 들의 시선은 쥬빌란과 올파드에게 집중되었고, 올파드는 비장한 목소리로 쥬빌란에 게 말하기 시작했다. "마마! 한 나라의 왕은 물론 한 종족의 왕이라 함은 덕과 의를 바탕으로 백성을 다스려야 하지만, 때에 따라선 악마와 같은 비정함으로 일을 처리해야 할 때도 있 는 것이옵니다!! 그리고 지금은 전쟁중이옵니다!!! 어떻게 졌건 전투에서 패배한 적의 우두머리에게 마마께서 머리숙여 사과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음이옵니다!!! 조금 더 비정해 지시옵소서 마마!! 소신은 패배해도 좋지만, 마마만은 패배를 모르 셔야 하옵니다!!! 고개를 숙이시면 아니되옵니다!!!" 결국, 쥬빌란은 고개를 끄덕이며 올파드에게 앉으라는 손짓을 했고, 올파드는 감사 를 표하며 자리에 앉았다. 연회는 곧 다시 시작되었고, 쥬빌란은 미소를 띄운 체 올파드에게 술을 권하며 말했다. "‥당신과 같은 신하가 만약 서룡족에 있었다면, 우리 동룡족은 몇번의 패배를 더 했을지 모르겠습니다. 역시, 신은 공평한 모양입니다." "‥과찬의 말씀이시옵니다. 그런데 마마. 리오·스나이퍼 말씀이온데‥." "‥아. 정말 두려웠습니다. 그 가즈 나이트가 동룡족 병사들을 그렇게 휩쓰는 모 습은 과인이 세상에 눈을 뜬지 처음이었고, 와카루 박사가 제공한 기계병들이 그 렇게 부숴지는 것은 또 처음이었고, 올파드 당신까지 그렇게 밀리는 모습은 처음 이었습니다. 결국 혼자서 우리 대군을 모조리 막아내고 드래고니스까지 탈출시킨 것 아닙니까." "‥그렇사옵니다. 아무리 적이라지만, 지키겠다는 강한 의지가 담긴 눈으로 그 거 대한 드래고니스를 홀로 지키며 우리와 맞서 싸운 그 가즈 나이트의 모습은 절 뒤 흔들기에 충분했사옵니다. 팔이 부러지면 다시 맞추고, 피가 흐르면 불로 지져서라 도 출혈을 막으며 싸우는 그 모습은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힘도, 기도 모두 떨어 졌을거라 생각된 시점에서 그 살신기, 지하드까지 발동시켜 차원 결계를 깨고 드래 고니스를 탈출시킬줄은 정말 몰랐사옵니다." "‥자, 그를 추모할 겸 한잔 더 합시다." 쥬빌란과 올파드는 다시 술잔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 "드, 드래고니스를 동원한 전격 작전이라니요, 그건 말도 안됩니다!!" 휀의 지시에 따라 작전 회의실에 모인 전룡단 단장들은 휀이 설명한 작전을 듣고 크게 동요하고 있었다. 레소드가 몸을 일으키며 자신에게 그렇게 소리치자, 휀은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 "아시아 각지에 널리 퍼져 보급도 끊기고 연락도 안되고 모을수도 없는 함대를 기다리는 것 보다, 현재 서룡족 최고 전력인 드래고니스를 동원해 인도를 따라 일 직선으로 보급로를 다시 뚫어버리는게 더 빠르다. 그리고, 동룡족이 드래고니스 하나를 상대할 만한 전력을 지역적으로 배치했을거라 생각하나. 소형 함대라면 모 를까, 드래고니스를 상대할 정도의 전력은 주 전력이 있는 미국과 영국 외엔 존재 하지 않는다. 이 작전이 성공하면 한달 전 빼았긴 땅들을 거의 다 되찾을 수 있고 보급로 역시 뚫리게 된다. 그리고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전력을 보유할 수 있게 된다." "‥?!" 휀의 말을 듣던 릭은 휀의 마지막 말, '더 많은 전력을 보유할 수 있게 된다'라는 것을 들은 순간 이해가 안간다는 표정을 지으며 손을 들고 휀에게 질문을 전뎠다. "휀 님, 왜 지금 작전이 성공하면 더 많은 전력을 보유할 수 있게 된다는 말씀이십 니까? 설명해 주십시오." 휀은 곧바로 뒷쪽 스크린에 펼쳐진 인도 지도중 한 부분을 포인터로 가리킨 뒤 그 이유를 설명해 주기 시작했다. "설명하기 전에 묻겠다. 지금 4대 용왕이 보유한 군대가 왜 이 차원으로 들어오지 못하나 이유를 알고 있는 단장은 손을 들어 설명해 보도록. ‥없는게 당연하다. 한 달 전 드래고니스가 급습당하는 것과 동시에 인도 상공 위에 존재하는 '차원 회랑' , 즉 군대가 통과할 수 있을 정도의 길이 두꺼운 차원 결계에 의해 막히고 말았다. 4대 용왕들과 연락이 끊긴 것도 그 때부터일 것이다. 내가 인도를 작전 루트에 포 함시킨 이유는 그 차원 회랑을 막고 있는 결계의 생성 장치가 인도의 수도 '뉴델리 '에 있기 때문이다." "…." 릭은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오늘 갑자기 드래고니스에 찾아와 자신들도 상상하지 못한 정보를 이용해 드래고니스를 이용한 거국적인 작전을 설명하는 휀이라는 남 자‥. 지금껏 리오와 슈렌, 그리고 장로에게 작전 설명을 듣던 것과는 차원이 틀 리다는 생각을 릭을 포함한 모든 전룡단 단장들은 느끼고 있었다. 그 안에 포함된 플루소 역시 슈렌에게 듣던 것과 실제가 틀리다는 것을 몸으로 느끼며 감탄을 마다 하지 않았다. "‥저 남자가 진짜 휀·라디언트‥. 아버님께 듣던 것과는 차원이 틀려‥!" -------------------------계속--- For Goddess...! (2부) Vol. 33 ------------------------------------------------------------------------- -------------------------------------------------------------------------- "무슨 소리야! 너 혼자서 저 대군을 어떻게 막는단 말이야!! 가지 말아!!" 바이칼은 제궁 앞에서 크게 심호흡을 하고 있는 리오를 막아서며 소리쳤다. 하지 만 리오의 눈은 이상하리만치 불타오르고 있었다. 리오는 마지막으로 손목을 풀 며 바이칼에게 말했다. "‥지금 난 너에게 아이스크림을 사줄 수도 없고, TV도 같이 봐줄 수가 없어. 해 줄 수 있는건 단 하나, 너와 드래고니스를 이 차원 결계 안에서 탈출시키는 것 뿐 이야." "그, 그딴건 필요 없어!! 너 이런다고 내가 널 영웅이라 불러줄 것 같아!! 죽으면 다 끝이라고! 가즈 나이트라서 죽는게 우습나!!" 순간, 리오는 왼팔로 바이칼의 목을 휘어감은 뒤 오른손으로 그의 머리를 약간 거 칠게 쓰다듬으며 나지막히 말했다. "‥드래고니스가 언제든지 출발할 수 있도록 준비해둬. 그리고 내가 나간 뒤 절대 로 드래고니스의 초차원 바리어를 열지 마." "이자식, 그러다가 네가 중간에 죽어버리면 어떻게 하라고!!" 자신의 팔에 목이 둘러진 체 바이칼이 울음섞인 목소리로 소리치자, 리오는 희미한 미소를 띄우며 말했다. "‥피망도 혼자선 못먹는 널 남겨두고 내가 죽을 것 같나. 죽는다 해도 널 탈출시 키고 죽을테니 안심해. ‥자, 들어가 봐. 그리고 날 지켜봐라‥!!" 리오는 바이칼의 목을 푼 즉시 공중으로 솟구치기 시작했다. 그런 와중에도 드래고 니스는 와카루가 만든 대공병기들과 동룡족의 함대들에게 쉴새없이 포격을 당하고 있었다. 드래고니스를 겨우 보호하고 있는 초차원 바리어에 리오가 접근한 순간, 바리어엔 리오가 나갈 수 있을 정도의 구멍이 뚫렸고 그 구멍을 이용해 나간 리오 는 미리 모아두었던 자신의 기를 최대로 끌어 올리며 자신들의 앞에 있는 동룡족 과 대형 바이오 버그, 그리고 대공병기들에게 포효하기 시작했다. "자아, 오너라 비겁한 녀석들!!! 이 가즈 나이트 리오·스나이퍼! 결코 물러서지 않는다!!! 하아아아아아아앗­!!!!!" 순간, 리오의 몸은 푸른 섬광이 되었고 드래고니스 주위를 포격하던 동룡족 함대 와 대공병기들이 있던 곳은 삽시간에 화염의 구름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아직도 제궁 앞에 서서 리오가 홀로 싸우는 모습을 지켜보던 바이칼은 결국 눈물을 터트리며 하늘을 향해 소리치기 시작했다. "흐윽‥!!! 이 바보같은 녀석아!!!! 돌아와­!!!!" ................................ . . . . . . . "허억!!" 순간 심한 경련을 일으키며 침대에서 몸을 일으킨 바이칼은 숨을 몰아쉬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창 밖은 아직 밤이었고, 식은땀에 젖은 그의 몸은 창문을 통해 쏟아 지는 달빛을 받아 반짝이고 있었다. 멍하니 침대의 끝을 바라보던 그는 갑자기 흐 느끼기 시작했고, 이불에 자신의 얼굴을 파묻으며 힘없이 중얼거렸다. "‥머저리 같은 녀석‥으으윽‥!!!" ※※※ 급습 사건이 벌어진 뒤 한달동안, 지크의 얼굴은 펴질 날이 없었다. 드래고니스의 뒷처리 보다 그 동안 리오가 저지르고(?) 다닌 일이 너무나 많아 그 후유증이 너 무나 심각하게 나타난 탓이었다. 세이아의 집에 살고 있는 여성들의 대부분이 완전 초상집 분위기인 탓이었다. 챠오의 경우엔 일주일간 물 말고는 식음을 전폐할 정 도였고, 세이아와 라이아, 리진 등은 리오의 이름만 들어도 휴지 한통을 쓸 정도로 눈물을 펑펑 쏟아 내었으며, 티베와 마키는 거의 마시지 않던 술을 지크에게 하루 걸러 하루로 사달라며 부탁을 할 정도였고 리디아 역시 죽을 상이어서 지크는 그 여성들을 달래고 설득하느라 보름동안 땀을 흘려야만 했다. "후우‥돌아버리겠군." 점심 식사를 마치고 세이아의 집 소파에 누워 천장만 바라보던 지크는 눈을 감으 며 한숨을 길게 쉬었다. 지금의 현실도 그렇고, 드래고니스와 리오라는 두 철벽이 일순간 무너진 것에 이 곳의 분위기 역시 무너져 버린 현실이 안타까워서였다. "‥호오, 왠일로 스마일 맨이 인상을 다 쓰고 있는거죠? 그런다고 당신이 리오씨가 될 것 같나요?" 그 때, 어느새 거실로 나온 아란이 지크에게 도발성 질문을 던졌고 그 말을 들은 지크는 자리에서 몸을 일으키며 아란에게 말했다. "‥당신이 어째서 리오의 물건들을 가지고 이곳에 돌아왔는지 이유를 들으면 내 얼 굴이 펴질 것 같은데‥?" "‥저도 싸움이라면 언제든지 받아들일 수 있죠. 특히 당신 같은 약한 가즈 나이트 라면‥후훗." "‥!!" 지크와 아란 사이엔 살기가 흐르기 시작했다. 그것을 느낀 세이아는 곧바로 자신 의 방에서 뛰쳐나왔고 둘에게 다가가 서로를 말리며 말했다. "그만 하세요, 지금같은 때에 서로 싸우면 어떡해요! 두분 다 진정하세요!!" 그러나, 세이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둘의 살기는 가라앉지 않았다. 하지만 그 분 위기는 아란이 사과하는 것으로 다행히 끝나게 되었다. "‥좋아요, 미안해요. 제가 말을 실수했다는 것 인정하죠." "‥쳇." 지크는 다시 소파에 앉았고, 아란은 묵묵히 집 밖으로 나갔다. 세이아는 곧 지크 의 옆에 조용히 앉으며 그에게 말했다. "‥너무 신경쓰지 마세요 지크씨. 지크씨는 지금 다른 누구보다도 최선을 다 하고 계시니까요. 그건 지크씨를 알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 다 알고 있답니다." "‥세이아씨나 좀 쉬세요. 다른 애들 뒷바라지 하시느라 힘드실테니까요." 지크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며 현관으로 향했고, 세이아 역시 현관쪽으로 따라 나 섰다. 집을 나선 지크는 현관문을 닫는 세이아를 바라보며 나지막히 말했다. "‥세이아씨 눈이 토끼눈 같잖아요. 다른 사람들이 흉볼지도 모른다구요. 헤헷‥." "‥예, 감사합니다 지크씨." 그러면서도 세이아는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고 있었다. 지크는 그 눈물이 그녀의 마지막 눈물이길 바라며 제궁쪽으로 향했다. ※※※ "덤비시오 올파드!!! 너무 빠른 감이 있지만 이번엔 결판을 내겠소!!!" "‥흐음‥!" 올파드는 자신의 앞에 있는 리오가 도대체 무슨 힘으로 여기까지 왔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온 몸은 피투성이가 되어 있었고, 몸의 기력도 상당히 빠진 상태였다. 그 러나, 눈에서 뿜어지는 기백만은 아직 살아있었다. 게다가 그 기백은 올파드 자신 에게 엄청난 압력을 가하고 있었다. ‘‥눌리고 있단 말인가? 이 올파드가 기의 싸움에서 눌리고 있단 말인가‥!’ 올파드는 속으로 중얼거리며 오른손을 자신의 허리 왼쪽에 있는 역도검 '낭아'에 가져갔다. 기의 싸움에서 약간 말리긴 했지만 올파드는 피할 수 없었다. 만약 피하 게 된다면 자신의 뒤에 있는 기함 칠두지룡이 리오의 손에 날아가 버릴 것이 뻔했 기 때문이었다. "갑니다, 하아아아아앗­!!!!!!" 리오가 엄청난 스피드로 자신에게 돌진하기 시작하자, 올파드는 이를 악물며 자신 의 팔을 더욱 빠른 속도로 휘두르기 시작했다. 파아앙­!!! 리오의 일격이 막혔다고 생각한 순간, 근처에서 리오와 올파드의 대결을 바라보던 병사들과 주룡 쥬빌란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분명 올파드가 꺼낸 칼은 역도검 '낭아'였지만, 지금 올파드가 리오의 디바이너를 막고 있는 칼은 '호아'인 탓이 었다. 한편, 당사자인 올파드는 자신이 방금 전 저승의 문턱을 왔다 갔다 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디바이너와 파라그레이드, 두개의 검이 올파드도 이해하지 못 할 정도의 각도에서 시간차를 두고 교묘히 내리 꽂힌 탓이었다. 만일 자신의 칼이 하나였다면, 아니면 자신의 팔이 조금이라도 늦었다면 일격에 즉사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올파드의 등에 식은 땀을 흐르게 했다. "‥무엇이 이토록 자네를 강하게 만들고 있는건가‥!" 올파드의 질문에, 리오는 피범벅이 된 얼굴로 쓴 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후, 당신이 지금 칠두지룡을 방어하는 이유와 같을텐데‥! 다만 지금 난 혼자라 는게 다를 따름이지‥!" 올파드는 아무런 할 말이 없었다. ........................... . . . . . . . . "‥헙!" 짧은 기합과 함께, 올파드의 앞에 내려오던 한장의 종이는 순간 넓이가 같고 두께 가 다른 네장의 종이가 되었고, 올파드는 손에 든 '호아'를 거두며 한숨을 조용히 내 쉬었다. "‥스승님, 요즘들어 계속 심기가 불편하신 듯 하옵니다만‥." 한 제자가 그의 등 뒤에서 그렇게 물어오자, 올파드는 곧 그 제자를 바라보았고 그 는 잠시동안 실전과 같은 정도의 살기를 뿜어 보았다. 그러자, 앉아 있던 그의 제 자는 움찔했고 그는 뒷쪽에 손을 짚어 겨우 뒤로 넘어지는 것을 막을 수 있게 되 었다. 올파드는 곧 웃으며 자신의 제자를 손수 일으켜 주었고, 그의 앞에 앉으며 조용히 아까의 질문에 답을 했다. "‥한달 전, 난 지금 네가 느낀 것보다 훨씬 더한 공포함을 느껴야만 했다." "예에!?" 제자는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올파드를 바라보았고, 올파드는 미소를 지은 체 계 속 말했다. "‥그냥 보통의 살기가 아니었단다. 상대방을 누르기 위해, 살기 위해 뿜어내는 살 기가 아닌, 자신의 소중한 것을 지키겠다는 강한 일념이 만들어낸 기운이었지. 너 도 들었을 것이다. 혼자서 우리 군세를 모조리 막아내고 서룡족의 드래고니스를 탈출시킨 그 패왕, 리오·스나이퍼의 이야기를‥. 내 이후의 세대 역시 그와 함께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이 난 즐거울 따름이다. 물론, 어떤 면에선 두렵기도 하지만‥ 하하핫‥." "‥그렇군요." 그의 제자는 올파드가 이정도로 한 사람을 칭송하는 경우를 본 일이 없었다. 그는 한번만이라도 그 리오라는 남자와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올파드와 함께 무 도관을 나섰다. ※※※ 휀은 현재 장로와 함께 드래고니스의 수리 현황을 알아보는 중이었다. 한달 전 습 격 당시 드래고니스의 주포가 심한 타격을 받아 아직 일주일간은 더 수리를 해야 한다는 사실이 휀의 마음을 억누르고 있었다. "더 빠른 시일 안에 수리를 마칠 수는 없겠습니까." "‥주포의 수리를 앞당긴다면 주 워프 엔진의 수리 일정이 늦어지게 됩니다. 휀 님 의 작전을 성공시키려면 워프 엔진이 제대로 작동해야 하기 때문에 일정을 앞당긴 다는 것은 무리가 있습니다." 장로의 말을 들은 휀은 눈을 지그시 감으며 짧게 한숨을 지었다. 휀은 조금 후 다 시 눈을 뜨며 장로에게 말했다. "그럼 일정대로 해 주십시오. 웨드를 비롯한 무기들의 정비는 어떻습니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웨드에 관한 것은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다만 드 래고니스를 전투에 직접 사용할 때 웨드전용 사출트랙(항공모함에서 전투기를 이 륙시킬 때 쓰는 것)이 없다는게 약점이 될 수도 있겠습니다. 웨드는 공중에 떠오 르는 시간이 아직 느리기 때문입니다." "큰 문제는 아니군요. 다음에 처리할 일은 무엇입니까." "예, 드래고니스 하단부의 함포 중에서 장갑판이 파손되어 가동되지 않는 함포가 상당수 있습니다. 장갑판이 워낙 크고 단단하게 설계되어 있어서 일일이 분해해야 하기 때문에 어려움이 있습니다만‥." "그 문제는 사바신에게 고장난 장갑판을 직접 뜯어내라고 지시하겠습니다. 어차피 함포는 이제 매일같이 사용해야 할테니 장갑판을 꼭 열고 닫을 필요는 없겠지요. 다음 사항은 무엇입니까." "예, 다음은‥." 장로는 휀의 질문과 처리 방법을 들으며 내심 감탄하고 있었다. 휀이 이런 상황에 서 이 정도로 일을 빠르고 냉철히 처리하는 능력을 가졌을 줄은 생각도 못한 탓이 었다. 장로는 이 사람이라도 도와주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생각하며 계속 휀 에게 처리할 문제를 대답해 주었다. -----------------------계속--- For Goddess...! (2부) Vol. 34 ----------------------------------------------------------------------- --------------------------------------------------------------------------- "저, 저어‥리오씨께선 절 어떻게 생각하시죠?" 리오는 테이블에 마주앉아 치킨을 사이에 두고 앉아있던 챠오가 갑자기 그런 질문 을 하자 약간 놀란 표정을 지었다. 챠오는 아무런 말도 없었고, 역시 말이 없던 리오는 곧 빙긋 웃으며 그녀에게 대답했다. "‥좋아해요. 챠오씨 같은 분이라면‥." "‥!!" 그 순간, 챠오의 얼굴은 더더욱 붉어졌다. 그런 그녀의 모습을 바라보던 리오는 곧 조용히 챠오에게 질문을 던졌다. "‥죄송하지만, 챠오씨께서 저에게 그런 질문을 어째서 하셨는지 알고 싶은데요? 아, 곤란하시거나 기분이 나쁜 질문이었다면 말씀하지 않으셔도 괜찮아요." 리오의 물음에 챠오는 잠시동안 테이블만 바라볼 뿐,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가 만히 챠오를 바라보던 리오는 한숨을 쉬며 챠오에게 넵킨을 건내주려 했으나, 챠오 의 대답이 시작된 것은 바로 그 때였다. "‥사실 전 지크를 좋아해요." "‥?" 챠오의 그런 대답을 들은 리오는 순간 챠오의 생각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리오는 그녀가 이런 얘기를 할 정도로 자신을 편하게 생각하고 있었나 생각하며 계속 챠오 의 말을 들었다. "‥어렸을 때, 전 남자 형제들 말고 외간 남자를 거의 만나보지 못했어요. 그러다 가 지크를 처음 만났고, 좀 좋지 않은 일을 계기로 집에서 나와 BSP로서 한국에서 살게 되었죠. BSP가 된 이유도 지크 때문이에요. BSP가 되면 지크하고 더 오래 같 이 있을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죠. ‥하지만 지크는 절 생각해 주지 않았어요. 친구 외엔 알지 못해요. 여자 친구도 친구에서 끝날 뿐이죠. 그 이상의 관계로는 더이상 진전시킬 노력도 하지 않아요. 물론, 제가 노력하지 않은 탓도 있겠지만요." "‥그렇군요." 리오는 그녀가 상당히 고심하고 자신에게 그런 얘기를 하고 있다는 것을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 챠오는 한숨을 길게 쉰 뒤, 다시 말을 이었다. "‥하지만 리오씨는 달랐어요. 저 말고 다른 여자들에게도 잘 해주시지만, 지크보 다 절 잘 이해해준 남자는 리오씨 뿐이셨어요. 그리고‥그리고 죄송하지만 전 리오 씨를 좋아하지 않아요." "‥?" 챠오는 잔뜩 긴장한 얼굴로 리오를 올려다 보았고, 리오는 옅은 미소를 띄운 체 챠 오의 다음 말을 조용히 기다렸다. ........................ . . . . . . . . . "…." 침대에 누워 바로 한달 전 일을 회상하던 챠오는 눈을 감으며 몸을 옆으로 돌렸다. 그녀는 침대의 시트를 손으로 움켜 쥐었고, 굳게 닫힌 그녀의 눈에선 눈물이 주루 륵 흘러 내렸다. 벌써 한달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챠오의 아침이 그렇게 시작되 는 것은 이제 예사가 된지 오래였다. "챠오, 출근해야지." 그 때, 리진이 챠오의 방 문을 열고 안에 들어왔으나 챠오가 몸을 돌린 체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자 리진은 한숨을 쉬며 챠오의 곁으로 걸어갔다. 그녀는 챠오의 몸 을 토닥거리며 조용히 말했다. "‥리오씨는 죽지 않았어." "‥!!" 순간, 챠오는 움찔하며 몸을 일으켜 리진을 바라보았다. 리진은 어느새 눈물로 범 벅이 된 챠오의 얼굴을 손으로 매만지며 챠오에게 말했다. "‥그 무적의 아저씨가 우리를 놔두고 쉽게 죽을 것 같아‥? 절대 아니야. 리오씬 죽지 않았을거야. 분명 어디선가 우릴 지켜보며 도사리고 있을게 분명해." "‥지크가 그랬어‥. 리오씬 이제 살아날 수 없다고‥. 네 말 뜻은 알겠지만‥." 일말의 희망을 가졌다가 실망한 사람처럼, 챠오는 말 끝을 흐리며 고개를 숙였다. 그런 그녀의 모습에 리진은 순간 화가 치밀었는 듯 손으로 챠오의 어깨를 잡고 크 게 소리치기 시작했다. "그럼 어떡하란 말이야! 이렇게라도 생각하지 않으면 네가 미칠 것 같아 보이니까 내가 이러는거 아니야!! 언제부터 린 챠오가 이런 가련한 아낙네였지? 언제부터 침대 시트를 눈물로 적시며 세월을 보내는 사람이었냐고!" "…." 챠오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리진이 팔을 살짝 흔들 때마다 힘없이 몸을 움직일 뿐이었다. 결국, 리진마저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고 리진은 챠오의 가슴에 얼굴을 묻으며 울먹이듯 말했다. "‥누군 리오씨를 싫어했는줄 알아‥! 너 혼자만 리오씨를 보며 하루 하루를 보낸 게 아니잖아‥!! 수백년동안 친구라는 바이칼씨도, 형제라는 지크도, 슈렌씨도 너 이상으로 슬플거 아니야!! 왜 다른 사람을 더 슬프게 만드는거야‥!" "‥리진‥." 그때였다. 거친 발자국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고 그것으로 2층에 누군가가 올라오 고 있다는 사실을 안 둘은 문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곧, 문은 노크도 없이 열렸고 발자국 소리의 주인공인 지크는 잔뜩 흥분한 얼굴로 둘에게 소리쳤다. "이봐, 동룡족 녀석들이 쳐들어왔다! 긴급 출동이니 어서 나와!! 조금이라도 늦으 면 출격도 할 수 없어!!" "‥동룡족이‥!" ※※※ "거리 1000! 적 함대의 기종은 처음보는 신형입니다! 전력 분석 불가능! 위성 촬영 방어용 방사능 필드가 탐색된 지역을 뒤덮고 있습니다!" "초음파 레이더가 역추적을 당하고 있습니다! 적 함대 이동 개시중!" 계속 들려오는 오퍼레이터들의 보고에 장로는 고뇌의 한숨을 길게 내 쉬었다. 상대 방의 전력이 어느 정도이든, 현재의 드래고니스 상태로는 적 함대를 상대하기가 매 우 힘든 탓이었다. "‥워프 엔진의 수리 때문에 주 동력로를 사용하지 못하는 이때‥! 왜 하필이면 지금이란 말인가‥!! 휀 님,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장로는 옆에 서 있는 휀을 돌아보며 물었고, 모니터에 찍혀진 무수한 점들을 바라 보던 휀은 곧바로 뒤로 돌아서며 장로에게 말했다. "제가 나가겠습니다. '만약의 상황'이 아니면 위치변동은 하지 말아주십시오. 웨드 부대와 현재 드래고니스 호위 함대는 대기 상태로 두십시오." "예, 그럼 몸조심 하시길‥." 장로는 허리를 굽혀 휀에게 인사를 했고, 휀은 곧바로 드래고니스의 상황실을 나서 기 위해 몸을 움직였다. 순간, 오퍼레이터의 비명과도 같은 목소리가 크게 울려퍼 졌다. "미 확인물체 고속 접근중!! 현재 북서쪽으로 부터 드래고니스를 향해 초 고속으로 접근하는 물체가 있습니다! 숫자는 하나! 10초 후 드래고니스의 상공에 다다릅니 다!!" "‥?!" 그 보고를 들은 휀은 급히 몸을 움직여 상황실을 빠져 나갔고, 장로는 갑자기 반전 된 상황에 멍한 표정을 지으며 모니터를 바라보다가, 곧바로 눈을 부릅뜨며 큰 목 소리로 지시를 내렸다. "카메라를! 외부 카메라를 이용해 접근하는 물체를 잡도록!!" 곧, 드래고니스의 모니터엔 파란색의 하늘이 떠올랐고, 거기에 비춰진 미 확인물체 를 본 눈으로 확인한 장로는 침을 꿀꺽 삼키며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백야‥?!" ............................. . . . . . . . . . "‥크앗‥!!" 챠오, 리진과 함께 집을 나서던 지크는 순간 귀에 손을 대며 바닥에 무릎을 꿇었 고, 지크의 이상 반응을 본 리진과 챠오는 걱정스런 눈으로 지크에게 상태를 물었 다. "지, 지크! 왜그래!!" "‥뭔가 온다!" 한참동안 귀에 손을 대고 있던 지크는 곧바로 몸을 일으킨 뒤 하늘을 두리번거리기 시작했고, 챠오와 리진 역시 지크를 따라 하늘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셋의 눈엔 엄청난 스피드로 드래고니스의 상공에 나타난 백색의 물체가 들어 왔고 그것을 본 지크와 리진, 챠오는 눈을 크게 뜨며 동시에 중얼거렸다. "‥백야?! 어째서 저 녀석이 여기에 나타난거지!!" "지크씨, 무슨 일이죠!" 그때, 집안에 있던 세이아가 라이아와 함께 밖으로 뛰어 나왔고 지크들의 시선이 공중으로 향해있는 것을 본 둘은 곧바로 하늘쪽으로 눈을 돌렸다. 하늘에 떠서 드래고니스를 내려다보고 있는 순백색의 웨드‥. 리오를 비롯한 가즈 나이트들도 그 성능에 경악을 금치 못했던 수수께끼의 존재를 직접 본 모두는 그저 그 웨드를 지켜볼 뿐이었다. 할 수 있는 말은 아무것도 없었기에. "‥저 녀석, 도대체 오늘은 왜 저러지? 다른때엔 누가 볼까 무서운 듯이 사라지더 니 말이야. 아후‥도대체 음속의 몇배로 달려왔길래 내 귀가 다 멍멍해." 지크는 손가락으로 귀를 후비며 인상을 찡그렸다. 곧, 화이트 나이트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곧바로 북동쪽을 향해 날아가기 시작했고 한참 화이트 나이트가 있던 곳을 지켜보던 세이아는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기계면서도‥기계가 아닌 존재‥아무것도 느껴지지 않고, 다만 느낄 수 있는 것 은 감정이 있다는 것‥? 도대체 어떻게 된‥!" "‥쳇! 멍하니 있을 여유가 없어! 가자!" 세이아의 말을 묵묵히 듣고 있던 지크는 곧바로 제궁이 있는 방향으로 뛰기 시작 했고, 챠오와 리진 역시 지크를 따라 제궁쪽으로 향했다. 한편, 제궁쪽에선 황색의 빛줄기 하나가 북동쪽으로 날아 올랐다. 빛에 휩싸인 체 화이트 나이트가 간 쪽으로 향하고 있는 휀은 보통 때보다 더 굳은 표정을 짓고 있 었다. 얼마나 날았을까. 휀이 도착했을 무렵, 지금까지완 전혀 색다른 모습으로 디자인된 동룡족 전함의 절 반은 검은 연기를 뿜으며 바다에 침몰한 상태였고, 나머지 반은 함대 안을 휘젓고 다니는 화이트 나이트에 의해 처참히 부숴지고 있었다. 휀은 자신이 지금까지 보았 던 어떠한 기계보다 빠르고 경쾌하게 움직이며 전함들을 두개의 검으로 가르고 다 니는 화이트 나이트를 보며, 어디선가 본 듯 하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검을 휘두 르는 자세, 세세한 버릇‥그리고 휘두른 후 다음 목표를 찾기 위해 시선을 돌리는 모습마저 그 누군가와 똑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리오?" 휀 자신도 모르게 그런 말을 했지만, 화이트 나이트로 부터는 아무런 생명 반응도, 기도, 마력도 느껴지지 않았다. 휀은 그가 보기에도 상당히 잘 싸우고 있는 화이트 나이트를 여유있게 지켜보기로 했다. 현재 동룡족 함대는 화이트 나이트에게 온 신 경이 집중된 탓에 휀에게 신경쓸 틈이 없어 휀은 여유롭게 화이트 나이트를 관찰할 수 있었다. "‥?!" 한참을 관람하던 휀의 눈을 부릅뜨게 하는 일이 생기고 말았다. 바로 검을 한참 휘 두르던 화이트 나이트가 오른손에 든 검을 위로 치켜올린 뒤 강한 마력을 뿜어내기 시작한 것이었다. 화이트 나이트의 오른쪽 손등에선 곧 붉은색의 마법진이 떠올랐 고, 그 마법진에선 진홍색의 빛이 찬란히 뿜어지기 시작했다. 그 빛은 일순간 검에 흡수되었고, 화이트 나이트의 검에선 진홍색의 빛이 맹렬히 타오르기 시작했다. "‥마법검 '플레어'‥인가." 겉으로는 덤덤했지만 휀은 상당히 놀라고 있었다. 기계가, 그것도 파일럿이 느껴지 지 않는 존재가 리오의 대표 기술인 개인 마법검을 자유롭게 사용한다는 사실은 휀 을 충분히 놀라게 할 가치가 있는 것이었다. -----------------------계속--- For Goddess...! (2부) Vol. 35 --------------------------------------------------------------------------- 4년‥그래, 4년인가.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난 광고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오늘 내가 내 인생을 좌우할지 모르는 소설을 쓰기 시작한 날이라는 사실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 오늘은 외가댁 형의 결혼식‥. 2년만에 찾아보는 외가여서 감회가 새로운 날이었고, 그만큼 바쁜 날이기도 했다. 거의 2년만에 찾아뵙는, 올해로 여든 아홉 이신 할머니의 모습은 눈물이 나기까지 했다. 다리가 아프셔서 화장실까지 엉금엉 금 기어서 가시는 할머니의 모습을 본 나는 오래간만에 맨정신으로 눈물이라는 것 을 흘려 보았다. 다행이었다. 나에게도 눈물이라는 것이 남아있었으니까. 그렇게 복잡한 심정에서 마음이나 풀어볼까 비디오 프로 몇개를 사서 집에 돌아온 나는 통신에 들어가자 마자 십여통의 편지를 볼 수 있었다. 스펨 메일인가‥. 난 또 무슨 제목으로 광고를 떴을까 하며 편지함에 들어가 보았다. "가즈 나이트 4주년, 축하드립니다." ‥아, 오늘이구나. 오늘이었다. ZIP로 압축해서 약 3메가 분량의 글이 시작된 날 이‥. 게시판의 글을 보며, 편지를 보며, 웃으며 난 담배 연기를 한모금 들이마셔 본다. 오래간만에 기분 좋게‥. -4년 하고도 하루 전엔 쓴다는 것을 모르던 청년이. ---------------------------------------------------------------------------- 마법검 플레어가 가진 경천지동(驚天地動)의 위력은 동룡족 함대의 나머지를 순식 간에 스모그 덩어리로 만들어 버리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플레어의 잔광이 걷히는 것과 함께 화이트 나이트는 조용히 자신의 검을 거둔 뒤 북서쪽을 향해 날아가기 시작했다. 휀은 자신의 옆을 스쳐 지나가는 화이트 나이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옅은 미소를 띄웠고, 천천히 드래고니스쪽으로 향하며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그랬나. 나도 잊고 있었군." ....................... . . . . . . . . . "적 함대 괴멸! 소수의 잔여 부대만이 후퇴를 개시하고 있습니다!" "화이트 나이트로 보이는 물체는 10초 후 레이더 반경에서 사라질 것으로 보입니 다!" 보고를 듣던 장로는 다행이라는 듯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후우‥. 좋아, 수고했네. 경보 발령은 청색 1호로 낮추고 두시간동안 아무런 이상 반응이 없으면 모든 경보를 해제하도록." 장로는 상황실 밖에서 희미하게 울리는 청색 1호 발령을 들으며 조용히 자리에 앉 았다. 더이상의 일이 오늘만은 없길 바라며‥. ※※※ 모든 비상이 해제된 후, 회의실에선 바이칼과 장로, 그리고 가즈 나이트들이 모여 한참 회의를 하고 있었다. 사바신은 입에 담배를 문 체 장로의 얘기를 듣고 있었 고, 휀은 말 없이 위스키를 들고 있었다. 지크와 레디, 슈렌은 평범하게 앉아있을 뿐이었다. "‥결과를 보아, 동룡족들이 아무래도 우리보다 워프 엔진의 보급화에 일찍 다다른 것 같습니다." 장로의 말을 들은 지크와 사바신, 레디는 무슨 소리냐는 듯 눈을 휘둥그래 떴고, 휀은 위스키를 입에 대며 장로를 바라보았다. 장로의 설명은 계속 되었다. "우리가 가진 함선중에서 워프 드라이브가 가능한 함선은 단 하나, 드래고니스 뿐 입니다. 다른 함성들은 아직 차원간 통과만이 가능할 뿐이지요. 예전에 리오님께서 혼자 싸우신 이유도 그것 때문입니다. 드래고니스 밖으로 나간 함선들은 드래고니 스 워프 후 고스란히 전장에 남게 되는 탓이지요. 동룡족이 개발한 신형 전함들은 순식간에 우리의 레이더망 안에 나타났습니다. 초 고속 이동을 하는 화이트 나이트 도 갑자기 레이다망 안쪽에 나타나진 못합니다." "‥그럼, 언제 녀석들이 그 워프 엔진을 개발한 것이죠? 갑자기 떡 하고 개발하진 못했을 것 아니에요?" 지크는 당혹스런 표정으로 장로에게 물었고, 장로는 곧바로 대답해 주었다. "‥언제 어느때 개발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한달 전 동룡족의 전 함대가 대한민 국 상공에 갑자기 나타난 일이 있었습니다. 전 그때 단순히 레이더 방해 때문에 그 렇게 보인 것으로 생각했습니다만, 오늘의 경우를 보니 그때부터 동룡족들이 워프 엔진을 사용한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 그럼 우리보고 어떻게 싸우라는 소리야! 그렇게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하는 녀석들을 어떻게 상대하라고! 올 때까지 기다리는 수 밖에 없잖아 할아범!" 사바신은 이마에 핏대를 세우며 장로에게 소리쳤고, 장로는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내 쉴 뿐이었다. 그 때, 휀이 위스키 잔을 내려놓으며 사바신에게 말했다. "그렇게 신출귀몰한다 해도 약점은 있다." "뭐?" 사바신의 시선은 휀에게 돌려졌고, 휀은 귀찮은 듯 슈렌에게 눈짓을 보내 곧 슈렌 이 그 이유를 대신 설명하기 시작했다. "‥워프 드라이브라는 것은 마법의 텔레포트와 같이 엄청난 에너지를 소비하는 이 동방식이야. 동룡족이 왜 간편히 드래고니스 상공에 바로 나타나지 않고 수백km밖 에서 나타날까." "모르지." 사바신은 입에 문 담배를 재털이에 거칠게 부비며 중얼거렸고, 슈렌의 말은 계속 되었다. "워프를 할 땐 함선의 모든 동력을 워프 엔진에 집중시켜야 한다. 물론 드래고니스 급의 초 대형 요새는 워프 전용의 동력이 따로 있으니 곧바로 워프 드라이브를 할 수 있지만, 전함급의 소형 물체는 워프 전용의 동력을 따로 준비할 수 없기 때문에 그럴 수 없어. 결국, 워프한 이후 함선은 각 부분에 동력을 배분할 동안 딜레이 상 태에 들어가 버리기 때문에 드래고니스 상공에 곧바로 워프한다는 것은 동룡족으로 선 자살행위나 마찬가지야. 그런 이유로, 동룡족에 드래고니스급의 거대 요새가 없 는 이상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하며 드래고니스를 공략할 수는 없는거지. 오늘은 동룡족도 시범적으로 몇몇 부대를 이동시킨게 틀림없어." "잉? 전함 같은 비싼 것들을 시범적으로 보냈다고? 게다가 타고 있는 사람들은?" "마, 맞어!" 지크와 사바신이 한목소리로 따지자, 휀은 둘을 싸늘한 눈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지금과 같은 대단위 전투에서 병사와 물자라는 것은 효율적으로 사용해야 하는 것 이다. 이건 기본이야. 병사 몇명을 구하려고 부대 하나가 이동하는 것은 영화에서 나 나오는 바보같은 행위다. 전쟁시에, 병사 한명이라는 것은 사바신 네가 피우고 있는 담배 한개피에 불과하다. 오늘 동룡족의 습격은 워프 엔진이라는 병기의 시험 을 위한 그들의 병사와 물자의 효율적인 소비다. 이제부턴 그렇게 생각하는게 좋 아." 휀이 그렇게 말하자, 지크는 찜찜하다는 듯 인상을 찡그리며 중얼거렸다. "‥맞는 말이긴 하지만, 내 성격상 재미없군. 젠장‥." "‥오래간만에 심금을 울리는 소릴 하는군, 바람의 얼간이." 레디는 똑같이 팔짱을 끼고 인상을 구긴 지크와 사바신을 바라보며 고뇌에 찬 한숨 을 내 쉬었다. "‥형제같아‥." "‥바보가 하나 더 늘었군‥." 바이칼 역시 지크와 사바신의 모습을 보며 그렇게 중얼댈 따름이었다. .................. . . . . . . . . 회의가 끝난 후, 휀과 장로는 개인적으로 만나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물론, 바이 칼을 포함한 모두에겐 비밀이었다. 휀의 얘기를 듣고 있는 장로의 얼굴은 하얗게 변해 있었고, 그의 얘기가 끝나자 마자 장로는 손수건으로 이마의 땀을 닦으며 말했다. "설마, 진짜로 존재했다니‥!! 하지만, 어째서 우리의 기술을 바탕으로‥?" "그건 모르겠지만, 아무튼 적으로 돌릴 이유는 없어졌으니 한가지 수수께끼는 풀린 셈입니다. 남은건, 화이트 나이트에 사용되고 있는 드래고니스의 기술력 일부와 '듀얼 하이드로 레이저'의 설계도, 그리고 에너지원으로 사용되고 있는 오리하르콘 결정이 어떤 방식으로 드래고니스 밖으로 나간 것인가‥입니다. 경비는 철저했을거 라 생각합니다만‥." "‥저도 그게 의문입니다. 아무리 '그분'의 힘이 뛰어나다고 하지만‥." "나중에 밝혀지겠지요. 그럼, 오늘은 이만‥." 휀과 장로는 곧 각기 다른 방향으로 헤어졌다. 휀이든 장로든, 휀이 알아낸 정보 는 둘 모두에게 상당한 비중을 실어주는 것이었다. 밀담을 마치고 제궁 밖으로 나온 휀은 제궁 앞에 처음 보는 네명의 여자가 서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그의 성격상 휀은 그 여자들 사이를 그냥 지나쳐 버렸 고, 그러자 네명중 한명이 휀에게 소리쳤다. "이봐! 당신이 바로 빛의 가즈 나이트, 휀·라디언트인가!" 여자 치고는 거친 말투‥. 휀은 뒤를 흘끔 돌아보았다. 그 네명의 여성은 그에게 천천히 다가왔고, 그중에서 붉은색­정확히 진홍색의 머리를 뒤로 묶은 여성이 야 릇한 미소를 띄운 체 휀에게 말했다. "‥이런 식으로 당신을 찾아와서 미안해요, 후훗‥. 우린 당신에 대해서 아주 관심 이 많거든요? 제 이름은 아란, 데스 발키리죠. 뒤에 있는 다른 애들도 저와 같은 데스 발키리에요. 어때요, 조용한 곳에서 따로 얘기하는건‥?" 아란의 말을 가만히 듣던 휀은 잠시 하늘을 바라보았다. 별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 하는 초저녁, 휀은 다시 아란을 바라보며 말했다. "‥어른들의 시간이긴 하지만 네명을 상대하긴 싫군. 그럼 이만." 휀이 막 가려고 하자, 아란은 피식 웃으며 자신의 검, 디스 파이어를 꺼내 들었고 다른 데스 발키리들 역시 각자의 무기를 꺼내 들었다. 그 순간, 제궁 호위를 맡은 전룡단들이 그 광경을 목격했고 귀에 낀 마이크 폰으로 다른 전룡단들에게 연락을 하며 데스 발키리들을 포위하기 시작했다. 그때, 휀이 전룡단에게 손을 들며 약간 큰 목소리로 말했다. "멈춰라. 너희들이 나설 일은 아니다." 그러자, 전룡단들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고개를 끄덕이며 뒤로 물러섰고 휀은 데스 발키리들을 바라보며 물었다. "휀·라디언트 앞에서 무기를 꺼내들면 죽는다는 것을 모르나." 그러자, 아란은 미안하다는 듯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아∼아, 당연히 알고 있죠. 신계에서 조차 철칙인데 설마 저희들이 모르겠어요? 그저, 당신의 실력을 시험해 보고 싶을 뿐이죠. 뭐, 실수로 당신이 죽게 되면 더 좋긴 하지만‥후후후훗." "…." 휀은 말 없이 데스 발키리 넷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에 띄는 여성은 넷중에 두명, 아란과 짙은 퍼플색의 웨이브진 컷트 머리, 그리고 요기가 느껴질 정도로 어울리는 보라색의 립스틱과 차가운 표정‥. 데스 발키리중 최강이라 불리우는 '알테미스· 슈크라드였다. 그렇게 바라보기만 하던 휀은 곧 자신의 검, 플렉시온을 꺼내 들었 고, 전룡단에게 물러서라는 신호를 보냈다. 신호에 맞춰 전룡단들은 뒤로 물러섰 고, 휀은 앞으로 한발자국 나서며 데스 발키리들에게 말했다. "조금은 봐주겠다." "‥뭐라고!!! 역시 소문대로 입이 더러운 녀석이구나!!!!" 그 말에 자존심이 상했는지, 토울 해머를 든 체 준비하던 레베카가 눈을 부릅뜨며 휀에게 달려들기 시작했고, 휀은 차가운 눈으로 레베카를 바라보며 플랙시온을 아 래로 내렸다. 그것을 본 레베카는 회심의 미소를 띄우며 휀에게 소리쳤다. "흥, 갑자기 죽고 싶어진거냐 휀·라디언트­!!! 그럼 소원대로!!!" 퍼엉­!!!!! 폭음과 함께, 토울 해머의 충격지점에선 강한 뇌력이 일순간 발동되었고 주위에 있 던 전룡단은 그 압력에 의해 움찔하며 뒤로 비틀거렸다. 레베카는 지면에 깊숙히 박힌 토울 헤머를 바라보며 다시금 미소를 지었다. "헤헷, 리오라는 녀석보다 강한 가즈 나이트라고 해서 긴장했는데, 별거 아니잖아? 한방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떡이 되다니‥헤헤헤헷‥!" "즐거운가." "‥!?" 레베카는 순간 움찔하며 위를 올려다 보았다. 휀은 왼손을 주머니에 꽂은 체 지면 에 박혀 있는 토울 해머의 위에 사뿐히 섰고, 레베카는 잔뜩 긴장한 얼굴로 토울 해머를 다시 뽑기 위해 안간힘을 쓰기 시작했다. 그 사이, 휀은 플랙시온을 위로 치켜 올렸고, 눈을 감으며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마그나 소드, 열(熱). ‥죽어라." "‥으윽!!!" -----------------------계속--- For Goddess...! (2부) Vol. 36 ------------------------------------------------------------------------- ------------------------------------------------------------------------- 엄청난 폭음과 함께 레베카가 있던 곳은 작은 연옥으로 변해버렸고, 세명의 데스 발키리는 움찔하며 잠깐 타오르다가 사그러드는 불꽃에 시선을 집중했다. 조금 후, 맨손의 레베카가 연기를 뚫고 뒤로 굴러 나왔고 그녀는 아무 충격도 받지 않았는 지 벌떡 일어서며 소리치기 시작했다. "으윽! 정말 봐주지 않겠다는 말이군!!" 그녀의 말에 대답이라도 하듯, 휀 역시 연기를 뚫고 천천히 걸어 나왔고 레베카를 지나쳐 걸어가며 나지막히 말했다. "조금은 봐준다고 했다." 퍼억­!!! 순간, 주위에 있던 전룡단들은 눈을 질끈 감아버렸고 데스 발키리들 역시 알테미스 를 제외한 아란과 츄우는 움찔하며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고 말았다. "아, 아아악­!!!!" 팔 다리 모두가 풍선처럼 터져 나가고 몸만이 남은 레베카는 바닥에 쓰러진 체 고 통에 찬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고, 휀은 코트에 묻은 살점들을 털어내며 다시 데스 발키리들에게 다가가기 시작했다. "너, 너무하잖아요! 어떻게 여자를 저지경으로 만들 수 있는거에요!!" 츄우는 인상을 찡그린 체 휀에게 소리쳤고, 휀은 곧 츄우를 바라보며 말했다. "‥하긴, 깨끗이 재로 만드는게 미관상 더 나았겠군. 이제부턴 염두해 두지." "아, 아니에요! 염두 안하셔도 돼요!!" 츄우가 손을 흔들며 말하는 것과는 달리, 아란과 알테미스는 속으로 상당히 긴장하 고 있었다. 사실 레베카가 단 일격에 저런 모습이 될 줄은 그들 역시 생각치 못한 것이었다. 결국, 아란은 디스파이어를 내리며 휀에게 말했다. "아, 사과하죠 휀. 저희가 아무래도 실수를‥." "나와라. 계단은 평지보다 살점들을 청소하기 힘드니까." "‥!!" 아란은 움찔하며 다시 디스파이어를 올렸고, 휀의 몸에선 곧 알 수 없는 기운이 풍 기기 시작했다. 위압감‥. 주위에 있던 전룡단을 비롯해, 휀에게 당한 레베카도, 츄우도, 아란도 자신들의 몸 이 엄청난 압력을 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기 시작했다, 아란은 휀의 실력만을 보기 위한 일이 이렇게까지 번질줄은 몰랐기에 침을 꿀꺽 삼키며 알테미스를 바라보았 다. 그러나, 알테미스도 마찬가지였다. 알테미스의 이마에 식은땀이 흐르는 것을 본 아란은 이젠 끝이구나 생각하며 휀을 다시 돌아보았다. 휀은 여유있게 머리카락 을 쓸어 올리며 아란에게 말했다. "날 시험하겠다는 생각은 버려라. ‥아무래도 더 피를 뿌리면 이 왕궁의 주인이 또 징징대며 따질 것 같으니 이번만은 여기서 그만하겠다. 물론 더이상 진행할 가치를 못느끼긴 했지만." 휀은 곧바로 뒤로 돌아섰고, 일순간 주위를 뒤덮고 있던 기운은 거짓말처럼 사라졌 다. 아직도 사지가 회복되지 않아 바닥에서 몸을 꿈틀대고 있는 레베카를 지나친 휀은 왕궁 호위를 맡은 전룡단 단장쪽으로 가며 마지막으로 말을 남겼다. "전룡단은 다시 각자 위치로. 난 다섯시간 후 다시 오겠다." "예!" 휀은 플렉시온을 거두며 어디론가 걸어갔고, 그의 모습이 희미해지자 마자 데스 발 키리들은 무기를 거둔 뒤 쓰러져 있는 레베카에게 다가갔다. "으앙! 레베카, 괜찮아!" 그러나, 츄우의 질문에 레베카는 대답할 수 없었다. 출혈로 인한 쇼크로 의식을 잃 은 상태였기 때문이었다. 츄우가 레베카에게 회복 주문을 사용하는 동안, 아란은 알테미스에게 아까의 상황을 묻기 시작했다. "‥너조차 식은 땀을 흘리던데, 이길 수 있을 것 같아? 휀이란 남자." 바닥에 흩뿌려진 레베카의 피를 손에 묻혀 바라보던 알테미스는 아란의 질문이 나 오자 마자 피를 바닥에 다시 털며 굳은 표정으로 대답했다. "리오라는 남자는 평소땐 진짜 실력을 나타내지 않았어. 10%의 힘으로 이길 수 있 는 상대라면 10%의 힘만 내지. 일말의 방심을 노릴 수도 있지만 휀이란 남자는 달 라. 언제나 100%의 힘을 발휘해. 방심도 없고, 약점도 없어. 현재 우리로선 상대가 안되지만 그래도 오늘 일은 좋은 경험이 될거야. 이 정도의 위압감과 두려움을 느 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말이지." "‥그래." 아란은 한숨을 쉬며 팔짱을 끼었다. 그 사이, 츄우의 강력한 회복 마법과 레베카 자신의 재생 능력에 의해 레베카의 사지는 정상으로 돌아왔고, 의식을 되찾은 레베 카는 츄우의 도움으로 몸을 일으키며 쓰디쓴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뭐 저런 괴물이 다 있지? 당하는 것도 느끼지 못했는데‥!" "‥정신 차렸으면 토울 해머나 가지고 돌아가자 레베카. 아무래도 전룡단 아저씨들 의 눈초리가 안좋으니까." 아란은 레베카의 머리를 매만져주며 그렇게 말했고, 레베카와 츄우는 곧바로 깨끗 이 뒷정리를 한 뒤에 다른 둘과 함께 집쪽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남은 것은 토울 해머의 일격이 떨어진 흔적 뿐이었다. 제궁 호위단은 문 앞에 크게 파여진 구멍을 어떻게 매울까 고심하며 길게 한숨을 지었다. ※※※ "이봐, 좋은 제궁 놔두고 여긴 또 왜 온거야?" 지크는 자신의 앞에서 코트를 벗고 소파에 눕는 휀에게 따지듯 물었고, 휀은 손으 로 눈가를 가리며 나지막히 대답했다. "제궁이란 곳은 사적인 곳. 그곳에 있으면 난 한시라도 쉬지 못해. 정확히 네시간 반 있다가 날 깨우도록." 휀이 그렇게 말하자, 지크는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2층으로 올라갔고, 휀은 한숨을 길게 쉬며 잠을 자기 위해 애를 썼다. 오늘은 그에게 있어서 어느 때보다 힘든 하 루였다. 호주에 있는 드래고니스를 찾기 위해 온종일 지구를 날아다녀야만 했고, 또 오자마자 바이칼의 위치를 대신해 드래고니스의 일과 이후의 일을 처리하고 결 정해야 했기 때문에 휀은 몸도 마음도 상당히 피로한 상태였다. 하지만, 휀은 절대 내색하지 않았다. 현재 상황에서 자신이 쓰러진다면 드래고니스도, 그리고 이 세계 도 쓰러지는 것이나 마찬가지라 생각한 탓이었다. "자, 이거나 덮으시지." "‥?" 휀은 갑자기 자신의 가슴에 푹신한 무언가가 던져지는 것을 느꼈고, 눈을 살짝 떠 서 자신의 가슴을 덮은 것을 바라보았다. 분홍색 바탕에 귀여운 그림이 그려진 작 은 이불이었다. 휀에게 이불을 던져준 지크는 자신을 흘끔 바라보는 휀에게 엄지 손가락을 내밀며 약간 멋적은 듯이 윙크를 한 체 말했다. "제궁엔 여섯시간 후에 도착한다고 말할테니 편히 쉬라구 '대장'. 헤헷‥." "…." 휀은 아무 말 없이 이불을 덮고 눈을 감았고, 지크는 거실의 불을 미등으로 바꾼 뒤 TV를 틀어 보았다. 물론 야밤이어서 나오는 것은 변변치 않은 재방송 뿐이었지 만, 한달간 재방송 조차 보지 못한 지크에겐 재미있을 수 밖에 없었다. "‥지크." "음? 왠일로 말을 거시나?" 한참 TV를 보던 지크는 휀이 갑자기 자신을 부르자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휀 이 누워있는 쪽을 바라보았다. 휀은 누운 상태로 조용히 지크에게 물었다. "얼마만큼 바람이 되어 있나." "‥잉?" 지크는 이해가 안간다는 듯 머리를 긁적이다가, 조금 뒤 한숨을 쉬며 대답했다. "‥모르겠어. 지금 이 상황에 도움이 될 정도로 강해진건지, 아니면 그냥 밥벌레 정도일 뿐인지 잘 모르겠어. 진정한 바람의 힘을 깨우치긴 했지만‥." "웃기는군." 휀의 말이 나온 순간 지크는 말을 맘추었다. 휀은 그 상태로 계속 말을 이었다. "진정한 바람의 힘? 몸에 회오리 감고 날아다니는 것이 진정한 바람의 힘이라고 생 각되나. 진정한 바람의 가즈 나이트는, 천공을 뒤흔들고 대기를 찢을 수 있어야 한 다. 넌 바람의 힘을 깨우친게 아니라 바람에 속해 있을 뿐이다. 네가 처음 가지고 있는 '뇌력'은 가즈 나이트의 힘이 아닌 네 스스로의 힘이었다. 지금 깨우친 바람 의 힘은 아기가 '엄마'라는, '마마'라는 원초적인 단어를 깨우친 것에 불과하다." "‥젠장, 그럼 어떻게 하라구. 어떻게 하면 속이 시원하겠어?" 지크가 양 팔을 벌리며 투덜대자, 휀은 몸을 뒤척이며 대답하기 시작했다. "‥어쨌거나 넌 잘 하고 있다. 내가 놀랄 정도로. 이제 너에게 남은 것은 네가 바 람이 되는게 아니라, 바람이 네가 되는 것이다." "‥!" 지크는 멍하니 휀이 있는 곳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휀은 더이상 아무런 말도 없었 다. 잠시 후, 더이상 휀이 입을 열지 않을 것이라 느낀 지크는 머리를 긁적이며 다 시 TV에 시선을 돌렸다. "제기랄, 맨날 나만 보면 넌 모른다 모른다 모른다‥. 얼굴은 똥씹은 사람처럼 해 가지고‥. 칭찬해주면 어디 덧나나? 바이론 녀석하고 둘이서 똑같이 나한테 수수께 끼를 내니 원‥." "‥이불 고맙다." "‥음?" 휀의 갑작스런 감사를 받은 지크는 다시금 멍한 표정을 지었고, 곧바로 TV에 시선 을 돌리며 자신의 볼을 양손으로 치기 시작했다. "이젠 환청이 들리는구나‥! 우우우우욱‥!!" "…." 휀은 그 후로 다섯시간 동안 아무 말도 없었다. ※※※ "이봐, 지크!! 바람의 얼간이, 빨리 나와봐!!!" "‥음?! 뭐야 땅강아지‥. 에구, TV를 켜놨네‥." 다음날 이른 아침, TV를 보다가 깜박 잠이 든 지크는 사바신이 깨우는 소리에 단잠 을 깼다. 헝클어진 머리를 손가락으로 대충 매만지며 사바신과 함께 제궁 앞 광장 으로 간 지크는 광장에 전룡단들이 수두룩히 모여 있는 것을 보고 움찔하며 정신을 차렸고, 전룡단 사이를 뚫고 안쪽으로 들어간 지크는 순간 자신의 숨이 멈추는 것 같은 느낌을 받고 말았다. "‥저녀석, 백야 녀석하고 비슷하게 생긴 것 같은데‥? 근데 왜 저렇게 작아졌지?" 지크의 눈에 비친 것은, 인간과 거의 비슷한 크기로 줄어 있는 화이트 나이트, 백 야의 모습이었다. 화이트 나이트는 주위를 천천히 돌아보며 기계음이 섞인 목소리 로 말했다. 「‥용제를 뵙고 싶다.」 ----------------------------계속--- For Goddess...! (2부) Vol. 37 ------------------------------------------------------------------------ ------------------------------------------------------------------------ 화이트 나이트는 릭의 안내를 받아 바이칼이 있을 알현실로 가는 중이었다. 그를 안내하면서도 릭은 얘기를 걸어볼까 말까 망설여야만 했다. 인간의 마음을 지닌 기계‥. 사실 드래고니스의 과학자들도 인간에 가까운 인공지능을 만들기 위해 노 력했으나 지금까지 아무도 완성에 성공하지 못했고 수백년 전부터 개발을 포기했었 다. ‘‥그래, 시에라는 꼬마도 인조 생물체니 이상할건 없겠지.’ 그렇게 생각하는 동안, 릭과 화이트 나이트는 알현실 앞에 섰고 알현실의 문에 마 법이 걸려있지 않은 것을 확인한 그는 문을 열고 들어서서 옥좌에 앉아 있는 바이 칼에게 허리를 굽히며 말했다. "마마, 화이트 나이트를 모셔왔습니다." "‥들라 이르라." 바이칼은 힘 없는 목소리로 릭에게 말했고, 릭은 곧바로 화이트 나이트를 알현실 안쪽에 들여보냈다. "드십시오. 마마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고맙소.」 화이트 나이트는 키 186cm의 릭보다 머리 둘은 더 커보이는 육중한 몸체를 움직이 며 알현실 안으로 들어갔고, 알현실의 문을 닫은 릭은 말 없이 화이트 나이트의 뒷 모습을 바라보았다. "‥?!" 한편, 바이칼은 화이트 나이트가 걸어서 자신에게 다가오는 모습을 경악에 찬 얼굴 로 바라보고 있었다. 걸음걸이, 자세, 그 모든 것이 자신이 알고 있는 누군가와 똑 같았기 때문이었다. 바이칼의 가까이에 선 화이트 나이트는 곧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아 그에게 예를 올렸다. 「화이트 나이트, 정식 명칭 'WN-ΩType White Night', 서룡족의 용제께 인사를 올 립니다.」 "……." 바이칼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알현실의 끝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릭은 바 이칼이, 자신들의 제왕이 울기 직전의 사춘기 소녀와 같은 얼굴로 화이트 나이트를 바라보고 있음에 대경실색한 듯 입을 벌리고 역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리오­!!" 순간, 바이칼은 옥좌에서 일어나 자신의 앞에 무릎을 꿇고 있는 화이트 나이트를 양 팔로 안았고, 차갑디 차가운 장갑판에 이마를 댄 체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이 바보같은 녀석아, 네가 이렇게 변장하고 왔다 해서 내가 못알아볼 것 같아!! 어서 광대같은 차림은 벗어버려!!!!" 그러나, 화이트 나이트는 말 대신 바이칼을 다시 옥좌에 앉혀 놓았고, 그의 앞에 똑바로 선 체 나지막히 말했다. 「‥죄송하오나, 이것을 보십시오 마마.」 "‥?!" 순간, 화이트 나이트의 얼굴 장갑이 부위별로 열리기 시작했고, 기계적인 내부 구 조가 드러난 머리 부위도 곧바로 분해되며 그 안에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바이칼에 게 증명해 주었다. 바이칼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고, 화이트 나이트는 다시 두부 를 원래 모습으로 되돌린 뒤 바이칼의 앞에 다시 무릎을 꿇으며 말했다. 「‥가즈 나이트, 리오·스나이퍼님을 상당히 소중하게 생각하신 듯 하군요. 하지 만 전 리오님이 아닙니다. 그저 인간의 마음에 가까운 인공지능을 가진 기계일 뿐 입니다. 죄송합니다 마마.」 "‥쳇." 바이칼은 손으로 눈가를 가린 체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화이트 나이트와 릭은 볼 수 있었다. 바이칼의 손 밑으로 흘러내리는 그의 눈물을‥. "‥그럼 용건이나 말하고 빨리 사라져. 얘기 오래 들어줄 기분이 아니니까." 「‥예. 알겠습니다.」 7장 [우리들에게 남겨준 유산] 『다시 살아나고 싶지 않나.』 "‥더이상 '그'를 슬프게 하고 싶지 않습니다. 저 때문에 그는 수백년간 슬픔속에 서 살아야만 했습니다. 제가 다시 살아난다면 그는 절 찾아낼테고, 그는 또다시 슬퍼할테지요." 『‥쿠쿠쿡, 자신의 감정에 솔직해지거라. 신 앞에서 위선의 가면을 쓴다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지‥.』 "‥?!" 『‥'그'가 아직도 널 사랑하고 있다 생각하나. 천만에, 그 녀석도 인간‥. 수백년 간 너 하나를 위해 산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 녀석도 지겨울대로 지겹겠지. 만났 다 생각하면 곧바로 죽어버리는 그런 여자를 계속 사랑할 이유는 아무에게도 없다. 자, 이걸 보라. 그 녀석의 행복한 모습을‥. 녀석의 곁엔 이제 자신과 비슷한 처지 의 새 여자가 생겨 있다. 신이지. 아름답고 상냥한 여신이지‥. 그 여신이라면 영 원히 그 녀석의 곁에 있을 수 있다. 녀석도 그걸 알고 있지‥.』 "‥다행이군요. 그가 행복할 수 있다면 전‥." 『또 위선!! ‥쿠쿠쿡‥억울하지 않나? 마음 속 깊이 뜨거운 무언가가 샘솟고 있지 않나? 너도 솔직히 녀석을 만날 때마다 죽고 싶어서 죽는건 아니잖나. 다 녀석의 쓸데없는 일에 휘말려서 죽는 것 뿐이잖나! 난 널 이해한다‥. 그 녀석이 만난 여 자 중에서 너만큼 녀석을 생각해 주는 여자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녀석은 이제 너라는 존재를 지우려고 한다. 억울하지 않나! 수백년간 수십번씩 죽음의 고통을 당했는데도, 심지어는 목을 베이기도 했는데도 녀석은 널 잊으려 하고 있다‥.』 "…." 『‥쿠쿡, 이제야 위선을 버리려는가. 그래, 그거다‥. 넌 지금 실망하고 있어‥. 그리고 녀석은 널 배신했다‥. 넌 이대로 '절망'의 나락에 빠져 추악한 미물로 다 시 태어날 수 밖에 없다‥. 하하하하하하하핫‥!!!』 "‥아, 아니에요! 리오씬, 리오씬 절 잊지 않으셨을거에요! 당신의 말을 믿지 않 습니다!!" 『호오‥그래? 신이 말하는 건데 믿지 않겠다‥.』 "‥!" 『‥난 네가 너무나 가엽다. 오직 녀석 하나를 믿고 전생과 죽음의 고통을 반복해 온 네가 가련하도다‥. 자아, 어떠냐. 녀석을 '영원히' 너의 곁에 두고 싶지 않은 가?』 "‥여, 영원히‥?" 『그래, 영원히! 마치 애완동물처럼 네 곁에만 녀석을 두는 것이다!! 네가 지금 가 진 힘으로, '절망'의 힘으로 말이다!! 쿠쿡‥보고 싶지 않느냐? 너의 녀석을 영원 히 곁에 두려 했던 그 추악한 여신의 표정을! 녀석이 네 곁에만 있게 됐을 때의 표 정을 말이다‥. 자아, 내 손을 잡아라. 너에게 힘을 주겠다‥.』 "‥당신은‥누구십니까?" 『‥'아롤', 인간의 본성인 '악'의 최고위 신‥! 으하하하하하하하핫‥!!!!』 ......................... . . . . . . . . . 아란은 조용히 눈을 떴다. 그리고, 소파 옆에 세워둔 자신의 검, 디스파이어를 뽑 아 들고 미소를 띄운 체 가만히 그 핏빛의 날을 바라보았다. 아란은 곧 혀 끝으로 디스파이어의 날을 핥았고, 검의 자루에 얼굴을 부비며 나지막히 웃기 시작했다. "‥후훗‥하하하핫‥." 아란은 다시금 자신의 손으로 앞머리를 약간 거칠게 누르며 히스테릭하게 머리를 흔들기 시작했다. 마치 무언가를 잊고 싶은 사람처럼‥. ※※※ 바이칼과 장로, 가즈 나이트들과 전룡단 단장들이 모인 자리에서, 화이트 나이트는 대 회의실 앞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에 자신의 코드를 연결시킨 뒤 자료를 전송하기 시작했다. 자료 전송이 끝난 뒤, 모니터엔 거대한 컴퓨터의 설계도가 떠올랐고 화 이트 나이트는 기계음이 섞인, 하지만 차갑진 않은 목소리로 모두에게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이것이 불과 몇개월 전 까지 인류 최대의 적이라 불리우던, 'MOTHER'의 본 모습 입니다.」 "무어라?! 거짓말 하지 마 깡통!!! 인류가 20년 가까이 싸워온 최대의 적이 그딴 대형 컴퓨터란 말이야!!! 어디서 주워온 공상과학 소설 읽지 말고 똑바로 말해!!" 순간, 지크가 몸을 벌떡 일으키며 화이트 나이트를 향해 소리치기 시작했고, 상당 히 흥분한 상태의 지크를 사바신과 레디가 말리는 동안 화이트 나이트는 계속 설 명을 이어 나갔다. 「20세기 말에서 21세기 초, 이 세계의 인류 최대의 문제는 환경오염이었습니다. 물론 전쟁이나 기아가 없는 잘 사는 나라만의 고민이기도 했지만 말입니다. 그 잘 사는 나라들의 수뇌들은 수십년 전 한 자리에 모였고, 전 세계의 환경오염을 총괄 적으로 통제하고 환경을 되살릴 수 있는 초 대형 컴퓨터를 몇년간 설계, 제작하여 사람들의 축하 속에서 그 컴퓨터를 완성시켰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그때부터가 시 작이었습니다.」 스크린의 화면은 곧바로 바뀌었고, 수천개의 자료가 나열되는 모습을 보며 화이트 나이트는 설명을 계속 했다. 「이 대형 인공지능 컴퓨터의 궁극적인 목적은 환경오염의 원인을 분석, 색출하여 그것을 제거하는 것이었습니다. 이 컴퓨터는 수일간에 걸쳐 환경오염의 원인을 분 석했고, 자신을 창조한 과학자들 마저 깜짝 놀랄 정도의 결과를 찾아내는데 성공했 습니다. 최종적인, 최고의 환경파괴 주범‥. 그것은 바로 이 세계에 살고 있는 사 람들, 즉 인류였습니다.」 "‥!!" 회의실 안에 있는 모든 사람들은 경악에 휩싸여갔다. 제일 충격을 받은 사람은 누 구도 아닌 지크였고, 바이칼은 손으로 입가를 가린 체 눈을 감으며 희미하게 중얼 거렸다. "‥역시, 인간들이란‥." 「그 대형 컴퓨터는 곧 자신을 멈추려고 하는 주위의 인간을 먼저 제거했고, 단 몇 명만이 겨우 목숨을 건져 도망친 상태에서 컴퓨터는 곧 자신이 찾아낸 원인을 제거 하는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환경을 파괴하지 않는, 단지 환경파괴의 주범을 제거하 도록 만들어진 새로운 생명체를 탄생시키기 시작했고 그 생명체들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생식능력까지 갖추며 점점 강해져만 갔습니다. 십년만에 전 세계의 지하로 퍼 져 나간 그 인공 생명체들은 어느 순간 내려진 그 컴퓨터의 지령에 따라 세상 밖 으로 나와 환경파괴의 주범을 제거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생명체의 발생 원인을 모 르는 사람들은 그들을 '바이오 버그'라 부르기 시작했고, 바이오 버그들의 탄생 배 경을 알고 있는 이 세계 최고 권력자들은 UN이라는 연합의 산하에 인간의 능력을 최고 수준으로 끌어 올린 사람들을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바이오 버그를 없앨 수 있는 사람들의 부대, 그것이 바로 BSP‥입니다. 인류와, 인류가 남긴 유산의 전쟁 은 지금까지 계속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는 것입니다.」 "‥말도‥안돼‥!" 회의실의 구석에서 화이트 나이트의 얘기를 듣고 있던 리진은 얼굴이 새파랗게 질 린 체 손으로 입을 가리며 그렇게 중얼거렸고, 다른 BSP멤버들 역시 이해할 수 없 다는 얼굴로 감정을 억제하기 위해 노력했다. 화이트 나이트의 얘기는 계속 진행되 었다. 「1년 전, 이 세계는 단 몇명 만이 알고 있는 이상한 사건에 빠져들었습니다. 차원 근접에 의한 우라늄의 강제 산화현상, 블랙 프라임의 등장‥. 그러나 그 사건이 일 어나는 동안 바이오 버그는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차원 근접 현상이 사라진 직후 다시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일명 MOTHER라 불리우는 그 컴퓨 터의 동력원인 원자로가 원자 에너지 강제 산화현상에 의해 동작을 정지했고, MOTH ER역시 동작을 멈추어 버린 것이었습니다. 그런 연유로, MOTHER에게 행동 지시를 받지 못한 바이오 버그들은 지하 속에서 아무런 행동 없이 수면만을 취했습니다.」 아무 말 없이 굳은 표정을 지은 체 팔짱을 끼고 있던 지크는 팔걸이를 손바닥으로 툭 치며 한숨과 함께 중얼거렸다. "‥빌어먹을, 그랬었군‥!!" 「생물적인 에너지 보급, 즉 먹이를 먹지 못한 바이오 버그들의 상당수는 지하에서 그대로 굶어 죽었고, 남아있는 일부만이 원자력 에너지원의 재생과 함께 기적적으 로 목숨을 건졌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의문점이 있습니다. 전원이 오랫동안 꺼져 있어 바이오 버그에 대한 모든 데이터가 지워져버린 MOTHER를 누가 다시 재생시켰 느냐 입니다.」 화이트 나이트의 말이 끝나자 마자, 지크는 모든 수수께끼를 푼 사람처럼 씨익 미 소를 지으며 다시금 중얼거렸다. "‥FATHER, 닥터 와카루‥!" --------------------------계속--- For Goddess...! (2부) Vol. 38 ----------------------------------------------------------------------- 잘사는 나라: 환경이 파괴되지 않게 고민한다. 못사는 나라: 어떻게 하면 공장을 많이 세울수 있을까 고민한다. 불과 30년 전, 우리나라는 못사는 나라였습니다. 그리고 우리의 부모님들은 못사는 나라에 사셨습니다. 그 분들의 공통적인 고민은 먹는 것과 입는 것, 그리고 자식들 의 공부였습니다. 그러나, 젊은 네티즌들의 고민은 통신장애와 전송률 입니다. 우리는 '상당히' 잘사는 나라, 대한민국에 살고 있습니다. --------------------------------------------------------------------------- "이봐, 그런데 넌 어떻게 그런걸 알아낸거지? 그것부터 설명하면 네 일에 대해선 다른걸 묻지 않겠어." 지크의 질문은 진지했다. 바이오 버그와 BSP에 관한 일이라면 누구보다도 진지해지 는 그로선 당연한 반응이었다. 화이트 나이트는 자료 전송용 코드를 모니터에서 뽑은 뒤, 지크쪽에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날 만든 분께서 MOTHER의 인공지능 부분을 담당하셨기 때문입니다. 그 분 께서는 지크님도 잘 알고 계십니다. 그리고, 추가로 지크님이 시에를 지금까지 잘 길러주 시는 것에 감사를 하고 계십니다.」 "‥!!" 지크는 순간 움찔하며 입을 굳게 다물었고, 그 부분에 대해선 대충 예상을 하고 있 던 휀과 장로는 살며시 고개를 끄덕였다. 회의실은 잠시동안 술렁거렸고, 조금 후 화이트 나이트는 모두를 바라보며 마지막으로 말했다. 「MOTHER가 위치한 장소 역시 알려드릴 수 있지만, 지금 여러분께 제일 시급한 문 제는 MOTHER와 닥터 와카루를 직접적으로 공격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것입니다. 지금부터 전 여러분들과 함께 행동하며 탈환작전을 도와드릴 것입니다. 또한, 극동 아시아와 유럽 서쪽까지의 지역, 그리고 남아메리카 지역까지 완전히 탈환했을 때 여러분께 MOTHER와 닥터 와카루가 있는 위치를 가르쳐 드리겠습니다.」 회의실은 다시 침묵에 휩싸였다. 그러다가 잠시 뒤 바이칼이 몸을 일으키며 화이트 나이트에게 말했다. "좋아, 네 힘을 빌리도록 하겠다. 단, 조건이 있다." 「‥말씀하십시오 용제시여.」 힘을 빌리겠다면서 조건을 말한다는 것은 사실 우스운 발언이었으나, 바이칼의 말 속에 담긴 무언가는 다른 이들의 사고를 정지시키는데 충분했다. 그런 분위기 속에 서, 바이칼은 말을 맺었다. "‥전투시를 제외한 다른 때엔 지금과 같이 리오의 흉내를 내지 말길 바란다. 이건 부탁이기도 하다." 「‥명심하겠습니다.」 "‥좋다, 더이상 너에 대해선 지크가 한 말과 같이 아무 것도 물어보지 않겠다. 다 른 할 말이 있는 사람이 있으면 계속하고, 없다면 이상으로 긴급 회의를 마친다." 바이칼은 자신의 남색 망토를 펄럭이며 회의실을 빠져 나갔고, 곧 전룡단 단장들이 그의 뒤를 따라 회의실을 빠져 나가기 시작했다. 잠시 화이트 나이트를 바라보던 휀 역시 자리에서 일어났고, 가즈 나이트들과 BSP 멤버들 역시 회의실을 빠져 나갔 다. 마지막까지 남은 것은 지크와 화이트 나이트, 둘 뿐이었다. 잠시동안 지크를 바라보던 화이트 나이트는 조금 뒤 지크의 시선에 신경쓰지 않고 회의실을 나서려 했으나, 순간 지크가 화이트 나이트의 어깨를 손으로 잡으며 말했다. "‥이제부턴 어디서 지낼거지?" 「드래고니스 주위를 돌면서 임무가 있을 때까지 순찰을 할 생각입니다.」 "‥계속 그 기계 안에 있으면 피곤할텐데‥리오." 지크는 눈을 부릅뜨며 말했으나, 화이트 나이트는 거침없이 지크의 말을 부정했다. 「‥제 인공지능은 지금까지 관찰된 리오·스나이퍼님의 행동을 바탕으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저와 리오님을 착각하시는 것도 무리가 아니지요. 죄송하지 만 전 화이트 나이트, 기계일 뿐입니다. 그럼 이만.」 화이트 나이트는 곧바로 지크의 손에서 벗어나 회의실 문쪽으로 향했다. 가만히 서 서 화이트 나이트의 뒤를 노려보던 지크는 곧 큰 목소리로 그에게 소리치기 시작했 다. "이 비겁한 녀석!! 지금 너 때문에 한달동안 슬퍼한 사람들의 눈을 그런 철쪼가리 로 가린다 해서 마음이 편할 것 같아!!! 요즘 비가 많이 내리지? 다 세이아 때문이 야!! 비가 거의 내리지 않은 이 호주의 사막 지대에 삼일 걸러 하루로 비가 내린단 말이야!! 평소땐 다른 사람의 마음에 상처를 주지 않기 위해 별 짓을 다 하던 네가 이게 무슨 짓이야!!" 「‥전 잘 모르겠군요.」 화이트 나이트는 짧게 말한 뒤 회의실 밖으로 나갔고, 지크는 결국 회의실의 벽을 주먹으로 후려치며 분노를 토했다. ..................... . . . . . . . . 회의실 밖으로 나온 화이트 나이트는 밖에서 한참 얘기중인 전룡단 단장들의 시선 을 한 몸에 받으며 다른 곳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그에게 박혀 있던 시선들은 하나 , 둘 씩 사라졌고, 아무도 없는 곳에 도착한 화이트 나이트는 팔짱을 끼며 무언가 를 기다리기 시작했다. 조금 뒤, 꼬리가 달린 작은 몸의 소녀가 어디선가 나타나 화이트 나이트의 어깨에 올라탔고, 화이트 나이트의 차가운 마스크에 얼굴을 부비 기 시작했다. 화이트 나이트 역시 그 소녀의 약간 산발인 머리카락을 손으로 부벼 주었고, 둘은 곧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의 목소리로 속삭이기 시작했다. 「‥그래, 알았다. 다른 일은 없지 시에?」 "응! 근데, 할배는 잘 계셔?" 소녀, 시에의 활기찬 질문에, 화이트 나이트는 시에의 볼을 손으로 토닥거리며 대 답해 주었다. 「아마 빠른 시일 내로 만날 수 있을거야. 걱정하지마 시에. 자, 다른 사람이 보기 전에 어서 떠나.」 "응! 그럼 수고해!" 시에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의 속도로 빠르게 그 장소에서 사라졌고, 화이트 나이트 역시 곧바로 다른 장소로 몸을 움직였다. ......................... . . . . . . . "‥알 수가 없습니다. X-Ray 투시기는 물론이고 초음파, 적외선 투시기까지 동원해 화이트 나이트의 내부를 살펴보았지만 기계적 구조 말고는 생체적인 구조는 단 한 군데도 발견할 수 없었습니다." 장로는 시름어린 한숨을 쉬며 바이칼에게 대답했고, 휀 역시 바이칼을 바라보며 말했다. "‥영혼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정말 기계에 불과할 수도 있으니 너무 기대하지 않 는게 좋아. 게다가, '멀린'경의 인공지능 기술은 신계에서도 알아줄 정도다." 그러나, 바이칼의 생각은 달랐다. "‥하지만, 지울 수 없는 그 '느낌'은 뭐지. 아무리 모션캡쳐를 이용해 리오와 똑 같은 인조인간을 만든다 해도 리오의 '느낌'만은 같을 수 없는 거잖아! 하지만 화 이트 나이트 녀석은 달라. 느낌까지 같다고! 이건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거야!!" 그 말에, 장로도 휀도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그들 역시 '느낌'만은 지울 수 없었 기 때문이었다. 결국, 장로는 일단 바이칼을 설득하기로 했고 바이칼을 장로에게 맡긴 휀은 슬그머니 방을 나섰다. 제궁 밖으로 나가 지크의 집으로 향해던 휀은 품에서 담배 하나를 꺼내 조용히 입 에 물었다. 하얀 담배 연기를 들이마시며, 휀은 자신의 마음을 가다듬어 보았다. 잠시 동안이라도 자신이 리오의 생사라는 행복한 고민에 빠져 있던 것이 아닌가. 휀은 다시금 냉정해지기 위해 애를 썼다. 자신마저 사적인 일에 빠지게 되면 일은 위험해 지기 때문이라는 생각에서였다. 집에 도착한 휀은 소파에 앉아 씩씩거리고 있는 지크와 그의 옆에서 심각한 얼굴로 얘기를 나누고 있는 BSP 맴버들을 볼 수 있었다. 그들을 살짝 지나쳐 부엌 안으로 들어간 휀은 의자에 앉아 조용히 물을 마시며 그들의 얘기를 듣기 시작했다. "뭐가 화이트 나이트야! 그건 양철쪼가리 뒤집어 쓴 리오 녀석이라구!! 그 녀석 도 대체 무슨 이유로 그러는지 알 수 없지만 이번 일은 정말 날 열받게 하는거야!!!" "‥하지만, 화이트 나이트는 리오씨가 그렇게 되시기 전에도 나타났었잖아. 직접 본 나와 마키도 화이트 나이트의 전투 광경을 보고 리오씨가 아닌가 착각했었단 말 이야. 너무 흥분하지마 지크, 냉정을 찾으라고." "그래. 게다가, 몸에서 아무런 기도, 생명반응도 느껴지지 않는데 리오씨가 안에 있다는 생각을 하는 것도 무리야." 리진과 마키의 설득조의 말에, 지크는 결국 한숨을 길게 쉬며 눈을 감아버렸다. 그 가 더이상 말을 하지 않을 것을 안 BSP멤버들은 얘기를 오늘 나온 MOTHER의 실체로 돌렸고 얘기는 그 이후로 한참 더 진행되어 갔다. 그렇게 얘기가 진행되는 사이에 시에가 문을 열고 집 안으로 들어왔고, 지크의 심각한 얼굴을 슬쩍 본 시에는 얘기 가 통하지 않을 것을 느꼈는지 즉시 부엌으로 들어갔다. "아, 휀! 휀이다!" 부엌에 들어서자 마자 휀을 본 시에는 반가운 얼굴로 휀에게 달려들었고, 휀의 어 깨에 찰싹 달라 붙은 시에는 휀의 얼굴에 자신의 볼을 부비며 반가움을 표시했다. 휀은 물컵을 식탁위에 내려 놓으며 시에에게 물었다. "애완동물에선 탈피한 것 같군." "웅? 뭐야아∼오래간만에 만났는데 그런 말 하면 재미 없다 휀." "…." 휀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내심 놀라고 있었다. 불과 몇개월 전 엔 대화가 조금 밖에는 통하지 않던 시에가 상당히 성장해 있는 탓이었다. 물론 몸 도 상당히 커졌지만. "‥넌 네가 만들어질 때의 상황을 기억하나." 휀의 질문을 들은 시에는 곧 뒤로 몸을 날려 의자 위에 안전히 착지를 했고, 휀에 게 빙긋 미소를 보이며 고개를 저었다. "으응, 기억이 확실이 나진 않아. 하지만 날 만들어준 할배 얼굴은 기억난다. 아주 좋아 보이는 할배였어." "‥넌 네가 가진 기능을 알고 있나. 입에서 뿜는 아토믹레이와 같은 특별한 기능들 말이다." "기능? 기능이 뭔데?" 시에가 눈을 동그랗게 뜬 체 자신에게 되묻자, 휀은 손으로 머리를 쓸어 올리며 설명해 주었다. "‥먹는 것, 자는 것, 말하는 것 말고 할 수 있는 특별한 행동을 말하는 것이다." "‥아아, 그런거? 시에 아주 많아!" 그제서야 휀의 말을 이해한 시에는 곧바로 의자에서 몸을 일으켰고, 숨을 크게 들 이쉬며 말했다. "시에는 이런 것도 할 줄 알아." 순간, 시에의 몸이 크게 흔들리는가 싶더니 곧바로 휀의 눈 앞에서 모습을 감추었 다. 신기한 것은, 시에가 입고 있던 옷은 형체를 유지한 체 공중에 두둥실 떠 있다 는 사실이었다. ‘‥고성능의 스텔스 기능‥기도 느껴지지 않는군.’ "후우, 또 이것도 있어." 곧바로 모습을 드러낸 시에는 눈을 질끈 감으며 무언가를 하기 위해 애를 썼고, 순 간 휀은 오른쪽 귀에 손을 대며 눈을 움찔거렸다. ‘‥초음파 탐지 기능‥.’ "하아, 이건 너무 힘들어. 그리고, 이것도 할 수 있어." 시에는 곧 눈을 크게 뜨고 천장을 바라보았고, 시에의 눈에선 놀랍게도 희미한 빛 이 마치 영화관의 영사광을 연상시키듯 뿜어지기 시작했다. 휀은 곧 위로 시선을 돌렸고, 공중에 상당히 정교한 입체 홀로그램이 떠오른 것을 볼 수 있었다. ‘‥3차원 홀로그램 기능‥. 이로써 수수께끼가 하나 더 풀린 셈인가.’ "하아, 여기까지야. 더 있는 것 같지만 그 이상은 모르겠어." "‥그 정도면 충분해." "알았다 휀. 우웅‥시에 배고프다." 에너지를 상당히 소모한 듯, 시에는 무언가를 바라는 눈으로 휀을 바라보았고 그런 시에의 모습을 말 없이 바라보던 휀은 자신이 마신 컵을 닦아 제자리에 놓은 뒤 시 에에게 말했다. "따라와." "응? 시에한테 뭐 사줄거야?" 휀은 몸을 돌리며 손가락을 까딱였고, 시에는 곧 와 소리를 지르며 휀의 어깨에 매 달렸다. 그렇게 거실로 나갈 때, 마침 BSP멤버들의 대화도 끝났고 그 사이 한층 기 분이 풀어진 지크는 마악 나가는 휀을 바라보며 힘없이 말했다. "어이 대장, 밥사줘. 오래간만에 고민했더니 배고파." "…." --------------------------계속--- For Goddess...! (2부) Vol. 39 ------------------------------------------------------------------------- 꽃샘더위‥ -------------------------------------------------------------------------- "이봐요 나타샤 대위님. 화이트 나이트 어디 있는지 아세요?" 한창 웨드의 무기들을 점검하던 나타샤는 지크가 아침부터 건들거리면서 다가와 그 렇게 물어오자, 손가락으로 한 웨드 격납고를 가리키며 간단히 대답해 주었다. "기록에는 오늘 0시 조금 넘어서 저기 38번 격납고로 들어갔다고 되어 있었습니다. 아, 그를 만나면 보급이 필요한지 물어봐 주세요." "네∼네." 지크는 손을 흔들며 38번 격납고로 향했고, 격납고 안에 들어서자 마자 중앙에 버 티고 서 있는 화이트 나이트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화이트 나이트는 정상 크기로 변한 체 모든 기능이 정지되어 있었고, 그 앞에 선 지크는 인상을 쓴 체 턱을 쓰다 듬으며 중얼거렸다. "‥베히모스처럼 커졌다 작아졌다 하는군. 멀린 할아범이 만든 모든 작품들은 크기 가 줄었다 늘었다 하는게 특징인가? 그건 그렇고‥이 녀석은 전원이 꺼졌나? 왜 내 가 들어왔는데도 아무 말이 없는거지?" 지크는 머리를 긁적이며 화이트 나이트의 가슴쪽으로 가볍게 뛰어 올랐고, 보통 웨 드의 콕핏트 해치 부위를 손으로 매만져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얼라? 이 녀석도 콕핏트가 존재하잖아? 그럼 같이 크기가 줄었다 늘었다 하는 파일럿이 있단 말인가? ‥헤헷, 한번 열어볼까?" 지크는 곧바로 양 손으로 화이트 나이트의 콕핏트 해치를 더듬거리며 콕핏트를 열 기 위해 애를 썼다. 한참을 그렇게 확인했는데도 불구하고 콕핏트를 열지 못한 지 크는 한숨을 길게 쉬며 포기를 했고, 장갑판을 손으로 펑 치며 씁쓸히 중얼거렸다. "‥쳇, 하긴 이렇게 쉽게 열렸으면 혼자 돌아다니며 동룡족 함대와 싸우진 못하겠 지. 그건 그렇고 어떻게 하면 열 수 있을까? 힘으로 뜯을 수도 없을 정도로 딴딴한 녀석인데‥. 음성으로 열리나? '열려라 참깨'! 헤헷, 설마." 치이익­!!! "거 봐 열리잖아. ‥뭐?" 지크는 자신의 눈을 믿을 수 없었다. 자신의 말 한마디에 화이트 나이트의 3중 콕 핏트가 열린 것이었다. 지크는 인상을 잔뜩 쓴 체 장갑판에 이마를 대며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가끔씩 여기 출연하는게 싫을 때가 있어‥." 알 수 없는 말이었다. "‥뭐, 좋아. 한번 들어가보자!" 지크는 침을 꿀꺽 삼키며 긴장된 얼굴로 화이트 나이트의 콕핏트 안으로 들어갔다. 의외로, 화이트 나이트의 콕핏트 안쪽은 보통의 TDS웨드와 다를 바가 없었다. 더욱 자신감이 생긴 지크는 곧바로 좌석에 앉았고, 씨익 웃으며 앞에 보이는 시동 스위 치의 커버를 벗겼다. "‥헤헤헷, 분명 파일럿이 있단 소리군! 좋아, 한번 움직여보자 베이비!!" 지크는 곧바로 시동 스위치를 눌렀고, 그와 동시에 화이트 나이트의 해치가 닫히며 운전석 주위는 화이트 나이트 바깥의 배경 그대로가 되었다. "우와, 죽이는데? 시동 걸리는게 보통 웨드하고 비교할 수가 없네? 좋아, 이대로 눈을 감으면 트랜스란 말이지! 음우하하하하하하핫‥!!" 지크는 곧바로 눈을 감았고, 약간의 투통과 함께 지크의 정신은 화이트 나이트의 CPU와 트랜스되어 지크는 화이트 나이트 자신이 되었다. 지크는 천천히 손을 움직 여 보았다. 보통의 TDS 웨드도 이정도로 편하진 못했다. 보통의 웨드는 움직일 때 몸이 약간 죄는 느낌이 들었지만 화이트 나이트는 달랐다. 전혀 그런 느낌이 없이 편안했다. "우와아! 진짜 대단한데!!! 이거 멀린 할아범한테 한대 더 만들어 달라고 그래야겠 군!! 우히히히힛!!! ‥얼라?" 순간, 지크와 화이트 나이트의 트랜스가 강제 중단되었고 지크가 머뭇거리는 사이 화이트 나이트의 시동도 꺼지고 말았다. 화이트 나이트의 콕핏트 내부는 완전히 어 둠에 빠졌고, 지크는 눈을 껌벅이며 다시 시동을 걸기 위해 애를 썼다. 「침입자, 강제 방출.」 "뭐라구?! 들여보내준 녀석이 누군데!!!! 어, 얼라‥우아아아아아아악­!!!!!!" 순간, 지크는 자신의 두뇌에 엄청난 통증을 느끼기 시작했고 지크는 머리를 부여잡 으며 괴로워했으나 그것은 일순간이었다. 완전히 의식을 잃은 지크는 좌석 밑으로 흘러내리듯 쓰러졌고, 곧이어 콕핏트의 해치가 천천히 열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들 려온 것은 누군가의 중얼거림이었다. "‥위험했군." .......................... . . . . . . "우, 우우욱‥!!" 지크가 의식을 되찾은 것은 격납고 근처 의무실 안이었다. 눈을 뜨자 마자 리진과 챠오, 사이키를 본 지크는 침대에서 몸을 벌떡 일으키며 소리쳤다. "여, 여긴 어디야!" "‥어디긴 어디야, 의무실이지. 근데, 화이트 나이트의 격납고 바닥엔 뭐하러 쓰러 져 있었어? 아예 맛이 가 있던데‥." 리진이 팔짱을 끼며 되물어오자, 지크는 머리를 긁적이며 생각하다가 곧 손가락을 튕기며 셋에게 말하기 시작했다. "마, 맞아! 화이트 나이트에 탑승했다가 그 녀석에게 강제로 쫓겨났어!!" 그러자, 지크를 바라보던 셋의 얼굴은 일순간 흐려졌고 사이키는 지크의 이마에 손 을 대 보며 그에게 물었다. "저어, 높은 곳에서 떨어지셨나요 지크씨‥?" "아, 그럴지도‥. 이, 이런 아니야!! 난 분명히 탔다고!!! 단 몇초였지만 운전도 해 봤어!!!" "‥어떻게 안으로 들어갔는데." 챠오는 반 농담조로 지크에게 물었고, 지크는 믿어 달라는 듯 양 팔을 벌리며 자신 이 했던 그대로를 말했다. "어떻게 해도 해치가 열리지 않길래, 그냥 장난으로 말을 해 봤어. 근데 정말 열리 더라고." "‥뭐라고 했는데." "여, 열려라 참깨‥라고‥." "……." 순간, 셋은 약속이나 한 듯 의무실 밖으로 나갔고 지크는 몸을 날려 그녀들을 붙잡 으며 소리치기 시작했다. "즈, 증명할테니 가지 마!! 보여서 증명하면 될 거 아니야!!!" "…." ..................... . . . . . . . . "열려라 참깨!!!! 우씨 왜 안열려!!!! 아깐 열렸단 말이야!!!! 우아아아아악!!!!!" 지크는 화이트 나이트의 콕핏트 앞에서 머리를 쥐어 뜯으며 울부짖었고, 리진은 챠오, 사이키와 함께 천천히 격납고를 나서며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두고 가자. 저 인간 말을 믿은 우리가 바보지‥." "아니야!! 난 결백해!!!!" "시끄러워!!" ※※※ "이틀 정도면 전투 부분의 모든 긴급 수리가 다 끝날 것 같습니다. 이제야 한숨 돌 릴 수 있을 것 같군요." "하루가 단축됐군요.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휀과 장로는 제궁 안 정원을 거닐며 한참동안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특히, 드래 고니스 전투 부분의 수리가 하루 앞당겨졌다는 사실은 휀에게나 장로에게나 상당히 기쁜 일이었다. "바이칼은 어떻습니까." "아, 예‥." 휀의 입에서 바이칼의 이름이 나오자, 장로의 얼굴은 금새 흐려지고 말았다. 휀은 한숨을 가볍게 쉬며 장로에게 벤치에 앉을 것을 권한 뒤 자신도 앉으며 말했다. "전 지금 바이칼이 할 일을 대신하고 있을 뿐입니다. 그가 진정한 서룡족의 제왕이 되기 위해선 지금과 같은 상황을 겪은 것은 필수라 생각합니다. 혹시 또 모르지요. 왕비를 얻는다면‥." 그러자, 장로는 오래간만에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천천히 저어보였다. "예에? 허허헛‥마마는 아직 왕비를 얻으시기엔 너무 어리십니다. 저희들 앞에선 최대한 냉정을 유지하시기 위해 노고를 아끼지 않으시지만, 드래고니스 바깥에선 그저 젊은 용족일 따름이시지요." "그래도 언젠간 왕비를 들여야 하지 않습니까. 미리 봐두신 여성은 있으십니까." 그러자, 장로의 얼굴은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순간 붉어졌고 휀은 묵묵히 장로의 대답을 기다렸다. 장로는 주위를 둘러보고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한 뒤 입가에 손 을 대고 조용히 휀에게 속삭였다. "그, 그게‥말씀드리기 민망하지만‥. 마마께서‥(윤리삭제)‥이렇게 말씀하신 경 우가 있어서‥." "‥예에?" 순간, 휀의 표정은 못들을 것을 들은 사람처럼 황당함으로 가득찼고, 휀 정도의 남 자가 그런 표정을 짓자 장로는 더이상 말을 잊지 못하고 고개를 다른 곳으로 돌렸 다. 잠시 장로를 바라보던 휀은 헛기침을 한번 한 뒤 다시 표정을 굳히며 중얼거리 듯 말했다. "‥험,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의 경우와 비슷하군요. 하필이면‥여하튼 마음이 편치 않으시겠습니다 장로님." "‥그, 그래도 아직 젊으시니 그러시겠지요. 나이가 들면 나아지실 겁니다." 장로의 고뇌어린 한숨 소리를 들으며, 휀은 조용히 눈을 감고 무언가를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장로는 분위기를 반전시킬 생각으로 얘기를 다른 곳으로 돌렸다. "아, 어제 지크님께서 화이트 나이트의 내부에 들어가셨다는 말씀을 하시더군요." ‥!" "허헛, 그러나 아쉽게도 동료분들의 말씀을 들어보니 사실무근으로 판명이 났습니 다. 저도 처음엔 그 말을 듣고 어찌나 놀랬던지‥. 만약 파일럿이 있다면 화이트 나이트가 인간과 비슷한 크기로 축소되어 우리의 앞에 나타났던 일을 설명할 수가 없지 않습니까. 지크님께서 도대체 무슨 연유로 그런 말씀을 하셨는지‥." 그러나, 장로의 얘기를 듣고 있는 휀의 생각은 달랐다. 장로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 게, 휀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장로에게 물었다. "조직검사를 하실 수 있습니까? 지금 당장이면 더 좋습니다." "예? 쉽긴 합니다만‥." "검사에 쓰실 실험실 위치를 가르쳐 주십시오. 잠시 후 거기서 뵙겠습니다." "아, 예‥." 장로에게서 실험실 위치를 들은 휀은 곧바로 제궁 밖으로 나갔다. 뭔가의 가능성이 그의 머리에 떠오른 탓이었다. --------------------------계속--- For Goddess...! (2부) Vol. 40 ------------------------------------------------------------------------- -------------------------------------------------------------------------- 휀은 장로와 헤어진 즉시 제궁을 나서기 시작했다. 장로가 아무런 생각 없이 말했 던 확대 축소에 관한 얘기가 휀의 기억속에 잠자던 무언가를 깨운 것이었다. 한참 제궁을 나서던 휀은 리디아와 함께 식당에서 나오던 바이칼과 마주쳤고, 바이칼은 휀을 흘끔 바라보며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어딜 가시나. 뭐, 도망가도 말은 않겠‥." "‥풋!" 순간, 휀은 손으로 입을 막으며 겨우 웃음을 참았으나 그의 표정은 이미 무너진 상태였다. 휀의 갑작스런 이상 반응에 바이칼은 말을 잊고 말았고 리디아는 현재 벌어진 상황이 이해가 안간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조금 후, 겨우 정색을 한 휀은 굳은 표정으로 바이칼에게 다가서며 물었다. "왕비를 볼 생각은 없나. 너에겐 도움이 될거라 생각하는데‥." "‥흥, 그것도 좋겠지. 하지만 아직 내 눈에 띌 정도의 여자가 없어서‥." "풋­!" 휀은 다시금 웃음을 참지 못했고, 이번엔 비틀거리까지 하며 바이칼에게서 멀어져 갔다. 바이칼은 도저히 이해가 안간다는 얼굴로 휀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저 녀석까지 무너지는건가." "오라버니, 이상해요." 리디아는 걱정스런 얼굴로 휀의 멀어져가는 뒷모습을 바라보며 그렇게 말할 따름이 었다. ....................... . . . . . . . . . 지크의 집에 도착한 휀은 지크와 함께 소파에 앉아 TV를 보며 과자를 먹고 있는 시에에게 다가갔고, 시에의 머리카락 한가닥을 잡은 뒤 강하게 뽑았다. "으악! 무슨 짓이야 휀!" 시에는 머리카락이 뽑히는게 상당히 아팠는지 눈물을 글썽이며 화가 난 얼굴로 휀 을 쏘아보았고, 휀은 뽑은 시에의 머리카락을 손가락으로 둥글게 말으며 지크에게 말했다. "지크, 어쩌면 네 말이 맞을지도 모른다." "음? 무슨 말, 대장?" 지크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휀을 바라보았고, 휀은 시에의 머리를 한번 쓰다듬어준 뒤 현관쪽으로 걸어가며 대답했다. "화이트 나이트에게 파일럿이 존재한다는 것." "‥우, 우아아아아아아아악­!!!" 순간, 지크는 머리를 감싸며 괴로워하기 시작했고 시에는 겁에 질린 표정으로, 휀 은 표정변화 없이 지크를 바라보았다. "아아아악!!! 난 결백해!!!! 결백하단 말이야­!!!!" "…." 휀은 별 말 없이 밖으로 나갔고, 시에는 계속 괴로워하고 있는 지크를 신기하다는 듯 바라보고만 있었다. ...................... . . . . . . . . . . 휀은 조용히 장로의 조직검사·분석 작업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러나 보호 안경을 눈에 쓰고 있는 장로의 얼굴은 그리 밝지 않았다. 장로는 시에의 머리카락이 담긴 시험관을 휀에게 보여주며 고개를 저었다. "후우, 처음보는 조직입니다. 기본적인 구조는 단백질과 같고, 또 성장도 할 수 있 는 것 같지만 분석이 도저히 불가능합니다. 우선, 표본을 뜰 수가 없을 정도로 단 단히 뭉쳐져 있고 또 어떤 산성이나 염기성 액체에도 녹지가 않습니다. 시에라는 아이, 이 머리카락이 뽑힐 때 상당한 통증을 느꼈을 것 같습니다. 보통 인간이 머 리카락을 뽑을 때 느끼는 통증과는 차원이 틀릴겁니다. 과연 멀린경의 기술은 대 단하군요." "‥그렇습니까." 휀은 한숨을 지으며 눈을 감았고, 장로는 시험관을 특별히 준비된 케이스에 보관하 며 휀에게 말했다. "아무래도 아직은 화이트 나이트의 비밀을 알 때가 아닌 것 같습니다. 지금 우리의 수준으로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듯 하니 차차 밝혀지기를 기다리는 수 밖에 없겠지 요." "‥알겠습니다. 그럼 화이트 나이트에 대한 것은 일단 접어두도록 하고, 뉴델리 공 습작전에 대한 사항을 검토해 보도록 하지요." "예, 알겠습니다." ※※※ 이틀 후, 드래고니스는 오전 다섯시를 기해 둘로 천천히 나누어지기 시작했다. 전 투용 지역과 주거용 지역이 하나로 되어 있던 드래고니스는 이제부터 개시될 전격 작전을 대비해 전투지역만을 움직이기로 했고, 뉴델리 공습작전이 성공할 때까지 호주에 남을 주거용 지역을 위해 대부분의 함대가 남기로 해서 전투용 지역이 없 을 때 주거용 지역이 파괴당할 가능성을 상당히 낮추었다. 완전히 분리되어 다른 고도로 떠오르는 전투지역을 보며, 드래고니스 주거지역의 주민들은 걱정스런 표정 을 짓고 있었다. 그 주민들 속엔 지크의 어머니 레니와 시에, 그리고 라이아의 모 습이 있었다. 워프 엔진에 에너지가 모이는 동안, 휀은 바이칼 대신 전룡단의 앞에 섰다. 올라 갈수록 쌀쌀해지는 공기, 그리고 불어오는 바람. 휀은 바람에 흔들리는 자신의 앞 머리를 살짝 쓸어 넘기며 전룡단에게 말하기 시작했다. "너희들은 무엇을 위해 싸우는가. 서룡족의 명예를 위해? 너희들보다 하등한 인간 을 위해? 동룡족에 대한 막연한 증오심으로?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 전룡단들은 즉시 주거지역으로 돌아가라." "…." 전룡단들은 아무도 움직이지 않았다. 휀은 다시 말을 이었다. "이 행성은 신계의 모든 행성중 가장 중요한 거점이다. 그리 크지도, 작지도 않고 선과 악, 서룡족과 동룡족으로 대표되는 모든 대립관계의 중립지역이기도 하다. 이 행성이 어느 누구의 손에 들어가게 되면 신계의 균형은 깨어지게 되고 모든 세상은 혼돈에 빠지고 만다. 너희들은 이제 서룡족만의 군대가 아니다. 저기 계시는 이 행 성의 성계신 세이아님의 친위부대이다. 몇달 전, 너희들이 장난으로 외쳐왔던 그 말, '여신을 위해'라는 말. 이젠 그 말을 위해 목숨을 걸어야 한다. 이제 나도 더 이상 너희들에게 말을 하지 않을 것이다. 대신, 검으로 보여줄 것이다." 휀은 말을 마친 뒤 단상에서 내려왔고, 곧이어 예전엔 그렇게 입기 싫다던 드레스 를 입고 오래간만에 얼굴과 머리를 단장한 세이아가 단상 위로 올라섰다. 전룡단 들은 그녀가 단상 위에 올라서자 마자 숨을 죽였다. 그녀의 몸에서 부드럽게 뿜어 지는 빛과 같은 분위기. 어제까지 전룡단들이 봐 왔던, 시장에서 찬거리를 사가던 세이아의 모습이 아니었다. 세이아는 멋적은 듯 얼굴을 살짝 붉히며 웃어보였고, 곧 신의 공명음으로 모든 전룡단에게 말하기 시작했다. "‥우선, 이 자리엔 계시지 않는 가즈 나이트, 리오·스나이퍼님께 감사를 드립니 다. 변변치 못한, 그저 소경의 시골 여자를 어느 사이에 '신'이라는 존재로 만들어 주셨으니까. 물론 제 운명인 탓도 있지만, 그분의 도움이 절대적이었다고 생각합니 다. 아니, 그분과의 만남도 운명일 수 있겠군요. ‥이제 전 그분의 의지를 이어가 고자 합니다. 그분께서 목숨을 바치시면서도 기원했던 이 전쟁의 종결‥. 우리에겐 아무 소득도 없겠지만 우리의 아이들에겐 크나큰 행복이 되어 줄 이 전쟁의 종결을 감히 여러분께 부탁드리고저 합니다. 여러분은 혼자가 아닙니다. 가즈 나이트 여러 분들과 데스 발키리 여러분, 그리고 여러분들의 왕이신 바이칼님이 계십니다. 그 분들을 믿어주십시오. ‥저 역시 여러분들과 함께입니다." 그때, 전룡단이 감상에 젖은 눈으로 박수를 칠 사이도 없이 바이칼이 불쑥 단상 위 로 올라왔고, 등의 칼집에서 드래곤 슬레이어를 뽑아 하늘 높이 올리며 큰 목소리 로 소리쳤다. "중력 닷을 올리고 돗을 내려라! 제룡함, '브리간테스' 출항!! 전원 제 위치로!!!" "오오오오오옷­!!!!" 바이칼의 신호에 따라, 전룡단들은 단장들을 중심으로 재빨리 해산하며 제 위치로 갔고, 웨드 안에서 그것을 보고 들으며 조금 후 있을 대 전투를 대비하던 웨드 파 일롯들은 씨익 웃으며 웨드의 시동을 걸었다. 거대 전함, 브리간테스의 수십여개에 달하는 돗이 크게 펴짐과 동시에, 브리간테스 자체는 오색의 빛을 내 뿜으며 워프 드라이브를 준비하기 시작했고 그 빛을 보며 드래고니스 주거지역에 있던 모든 주민들은 두 손을 모아 주신에게 기도를 하기 시 작했다. 자신들의 아버지, 남편, 자식, 형제, 친구들의 모습을 다시 볼 수 있게 해달라며‥. 브리간테스의 마스트 위에 홀로 서 있던 화이트 나이트는 마치 숨을 쉬는 사람처럼 몸체를 크게 꿈틀대며 바닥에서 올라오는 오색의 빛을 바라보았다. 그는 천천히 허 리에 장비된 두개의 오리하르콘 소드를 꺼내 들었고, 두 검의 길쭉한 코어에서 반 물질의 칼날이 생성됨과 동시에 브리간테스는 워프 드라이브를 개시하기 시작했다. ※※※ "이봐, 장군들께서 분명 서룡족이 오늘 내일 안으로 쳐들어올거라 하셨는데, 그 오 늘 내일이 벌써 보름이 지났잖아. 진짜 오긴 오는걸까? 포기하고 돌아갔다는 소문 도 들리던데‥." "음‥그럼 우리로서야 바랄건 없겠지. 에구, 누가 이기든간에 빨리 이 전쟁이 끝났 으면 좋겠구먼. 그건 그렇고 서룡족 녀석들, 그 무적이라 불리던 패왕 리오·스나 이퍼 녀석이 전사한 이후 조용한걸 보니 전력이 많이 상실되긴 했나봐. 아직까지 조용한걸 보니 말이야." 뉴델리 외곽에서 습기와 싸우며 보초를 서는 동룡족 병사들에게 낙이라고는 담배와 잡담 뿐이었다. 한달 가까이 아무런 전투가 벌어지지 않은 그곳은 그야말로 평온 했다. 다만, 밤에는 그렇지 않았다. 근처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끊기지 않는 비명 소리‥. 밤엔 바이오 버그들의 식인제가 계속 되고 있었다. 한참 수다를 떨던 두병사 사이에, 역시 심심함을 담배로 달래던 한 고참 병사가 끼 어든 것은 그때였다. "이봐, 패왕 녀석이 죽었다고 너무 안심할건 없어. 내가 모스크바에 주둔했던 친구 한테 들은 얘기인데, 패왕 녀석보다 더 무서운 광황 녀석이 이 세계에 있다 하더 라구. 모스크바 전투에서 흘끔 본 것 같다고 하던데‥." "예? 정말입니까?" 한 병사가 눈을 휘둥그래 뜨며 놀라자, 다른 한 병사도 뭔가 들은 것이 있는지 고 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아, 나도 비슷한 소문은 들은 것 같아. 한달 전인가 중동 어떤 지역에 소잡는 칼 비슷하게 생긴 대검을 든 회색 피부의 미치광이가 기동함대를 두개나 부수고 함선 외벽에 병사들 내장을 붙여놓았다는 소문이 있었는데, 내가 알기로 기동함대를 두개나 부술 정도로 강한 회색 피부의 미치광이는 암왕 바이론이라는 녀석 뿐이거 든. 아무래도 이 세계에 알게 모르게 가즈 나이트들이 많은 것 같아." 부스럭­ 그때, 근처의 파괴된 폐허에서 갑자기 소리가 들려왔고 한참 얘기를 나누던 병사들 은 흠칫 놀라며 그쪽에 시선을 돌렸다. 무엇일까 생각하며 긴장감을 높이고 있을 때, 한 사나이가 부숴진 담벼락을 돌아 병사들 앞에 나타났고 동룡족 병사들은 그 남자의 엄청난 덩치에 움찔하며 무기를 빼 들었다. 허름한 검은 코트에 검은 모자 를 깊이 눌러쓴 그 남자는 모자 밑에 생긴 음영에서 붉은색 안광을 뿜어내며 씨익 미소를 지었고, 곧 굵디 굵은 목소리로 병사들에게 말하기 시작했다. "‥크크큭‥병사들 내장을 무슨 재주로 함선 외벽에 붙여놓나. 난 뇌수를 발라놓은 기억 밖에 없는데‥크크크크큭‥." "히, 히이이익­!?" 병사들은 순간 도망치기 위해 몸을 돌린 뒤 임시로 마련된 바리케이트의 문 안으 로 숨었고, 검은 복장의 사나이는 자신의 모자와 코트를 벗어 바닥에 내 던진 뒤 등에 찬 거대한 대검을 뽑으며 바리케이트 위에서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병사들 을 향해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크크크크큭‥죽는거다‥." -----------------------계속--- For Goddess...! (2부) Vol. 41 --------------------------------------------------------------------------- 바이론의 모자‥테가 넓은 모자. ---------------------------------------------------------------------------- 8장 [그들의 임무] "장군님!! 제 3 방어 구역이 돌파당했습니다!! 제 4 구역에서 긴급 지원요청을 하 고 있습니다!!!" "장군님!! 제 4 구역 전멸입니다!!" 뉴델리 방위 책임자인 동룡족 장군 서열 2위의 '븐돌'은 입을 벌린 체 멍하니 병사 들의 보고를 듣고 있었다. 동룡족과 바이오 버그들의 뉴델리 방위선이 단 10여분 만에 4단계까지, 그것도 단 한사람에게 처절할 정도로 돌파를 당하고 있는 것이었 다. "이, 이건 꿈이야‥! 일어나면 되는 악몽이야‥!" 그의 그런 자신없는 말은 병사들의 사기를 더더욱 떨어트릴 뿐이었다. ※※※ "크크크크큭‥계속 이기다 보니 배가 불렀나? 왜이리 힘이 없나 동룡족 병사들이여 ‥크하하하하하핫­!!!!!" 그와 맞서고 있는 병사들은 도저히 대답할 기운이 없었다. 바이오 버그도, 기계병 도 상관하지 않고 무차별로 밀어버리고 제 5 구역까지 침범한 괴물같은 침입자에게 대항할 생각조차 가지지 못하고 있었다. "‥비켜라, 용족이여." "?!" 병사들은 갑자기 들려온 목소리에 움찔하며 주위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곧이어, 엄 청난 스피드로 누군가가 동룡족 병사들과 회색 피부의 침입자 앞에 섰고, 갑자기 나타는 그 존재는 등에 붙어있는 여덟장의 백색 날개를 조심스레 접으며 회색 피부 의 침입자에게 말했다.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를 도와준 존재들을 괴롭히는 것은 용서치 않겠다. 조용히 사라지거라, 인간이여‥!" 회색 피부의 남자, 바이론은 자신의 앞에 투창을 들고 서 있는 천사를 보며 자신의 앞머리를 움켜쥔 체 씁쓸히 웃어보였다. "‥크팰, 임무를 실패하니 별게 다 들러붙는군‥. 천지창조 이후 강 밑바닥에 처 박혀 있던 타천사 주제에‥. 오래간만에 깨어나니 범 무서운줄 모르는 모양이구나! 크하하하하하핫‥죽어랏­!!!!" "…." 천사는 아무 말 없이 자신의 투창을 세워 바이론의 공격을 막을 준비를 했다. 바이 론은 원시적인 살기와 광기를 흩뿌리며 천사를 향해 뛰기 시작했고, 그가 가진 다 크 팔시온 역시 무서울 정도의 암흑투기를 내 뿜기 시작했다. "크하하하하핫­!!!! 죽으라면 죽는거다!!!!!" 콰아아앙­!!!!! "허억?!" 바이론의 일격이 천사의 투창에 내리꽂히는 순간, 천사는 큰 충격을 받으며 뒤로 날려가 버렸고 혹시나 하며 기대하고 있던 동룡족 병사들은 결국 제 6 구역을 향 해 뛰기 시작했다. 후퇴하는 동룡족 병사들을 보며, 바이론은 멀찌감치 나가 떨어 진 천사에게 다가갔고 천사의 얼굴을 잡고 들어 올리며 조용히 그 천사에게 물었 다. "‥얼마나 튀어나왔고, 어느 정도가 활동하고 있나. 너희들 때문에 주신께 문책받 기 직전이라 화가 좀 난 상태니 어서 대답하시지‥크크크큭‥." "주, 주신‥?! 그, 그랬군‥주신의 전사, 그래서 이렇게 강한 것인가‥." 푸욱­!!! 순간, 바이론의 다크 팔시온이 천사의 복부를 꿰뚫었고, 바이론은 미소를 지은체 천사에게 다시 물었다. "크크큭‥묻는 말에나 대답하시지‥. 안그러면 이 검의 암흑투기가 널 곤죽으로 만 들테니까. 암흑투기가 천사들에게 얼마나 해로운지는 천사인 네가 더 잘 알겠지, 크크크크큭‥." "‥'메타트론'님을 포함해 아직은 수천에 불과하다. 그건 그렇고 의외군. 다크 팔 시온을 사용할 수 있을 정도의 더렵혀진 마음을 가진 인간이 있을 줄이야‥. ‥우 욱!!" 순간, 바이론의 악력에 의해 머리가 으깨진 천사는 곧바로 광혈(光血) 덩어리로 변 하며 바닥에 흩뿌려졌고, 바이론은 손에 묻은 광혈을 땅에 털며 천천히 제 6 구역 을 향해 가기 시작했다. "‥메타트론이라‥조금 재미있겠군‥크크크크큭‥! ‥음?" 6 구역을 향해 걸어가던 바이론은 순간 자신의 머리 위에서 강한 중력 반응을 느꼈 고, 바이론은 천천히 위를 올려다 보았다. 중력의 일그러짐에 의해 마치 거대한 유리조각이 떠 있는 것 같은 하늘의 모습, 그 모습은 곧 시각적 한계를 넘어선 순 간적인 빛과 함께 제 모습을 갖추었고, 그것을 본 바이론은 피식 웃으며 중얼거렸 다. "‥크크큭, 브리간테스 아닌가‥. 저걸 이용한 작전을 짤 멍청이는 하나 밖에 없지 ‥크크크크큭. 녀석도 임무에 실패한건가? 크하하하하하하핫­!!!!" ....................... . . . . . . . . . "뭐, 뭐야? 벌써 절반 이하가 엉망이잖아?!" 지크는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모니터를 바라보았다. 물론 지크 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단, 휀 만은 지그시 눈을 감으며 중얼거렸다. "결국엔 실패했군. 귀찮은 짐이 하나 더 늘은건가‥." "‥?" 옆에서 그 말을 얼핏 들은 바이칼은 휀을 흘끔 바라보았으나 그 이상은 얻을 수 있 는 것이 없었다. "웨드 부대 낙하. 단, 제 5 구역에 있는 남자는 아군이니 건들지 말도록." 지시를 내린 휀은 자리에서 일어난 뒤, 장로와 바이칼에게 뒤를 맡긴 후 사령실을 나섰고, 휀의 그런 행동을 이상하게 생각한 바이칼은 곧바로 오퍼레이터에게 지시 를 내렸다. "‥제 5 구역을 확대해 비춰보도록." 곧, 오퍼레이터는 능숙한 솜씨로 제 5 구역에 홀로 서 있는 남자를 확대해 스크린 에 비추었고, 그를 본 바이칼은 인상을 구기며 장로에게 물었다. "‥저 미치광이도 받아들여야만 하오?" "마, 마마. 바이론님은 좋으신 분이옵니다. ‥으음?! 아, 아니 저것은!!!" 모니터에 비춰진 바이론의 모습을 보던 장로는 바이칼을 설득하려다가 바이론의 옆 에 흩뿌려진 빛덩이를 본 즉시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고, 다른 곳에 시선을 돌리고 있던 바이칼 역시 장로가 놀라는 소리에 다시금 모니터에 시선을 돌렸다. 가만히 모니터를 바라보던 바이칼은 장로를 바라보며 확인하듯 물었다. "‥저건 천사의 광혈 아니오?" "그, 그렇습니다만‥! 어째서 광혈이 저기에 묻어있는건지‥?" "‥즉시 조사해 주시오. 역사서를 비롯해, 이 행성과 관련이 있는 모든 서적의 데 이타를 조사해 이 행성이 선신계와 무슨 관련이 있는지 밝혀 주시오." "예, 알겠사옵니다 마마!" 장로는 즉시 옆에 놓인 컴퓨터의 투명한 자판을 재빨리 두드리기 시작했다. 만약, 선신계 까지 이 일에 관여가 되어 있다면 그것은 크나큰 문제가 아닐 수 없었다. 그때, 오퍼레이터의 긴장된 목소리가 바이칼의 청각을 자극했다. "마마, 전방 9km거리에서 1억 3천 메가와트급의 에너지 반응이 있습니다!" "에너지 성질, 고위 신성력(神聖力)!! '바운드 캐논'과 98%의 일치를 보입니다!!" 그 보고를 들은 바이칼은 팔걸이를 내려치며 옥좌에서 일어났고, 큰 목소리로 주포 사수에게 소리쳤다. "주포로 밀어버려라!! 진짜 바운드 캐논이라면 방법은 그것 뿐이다!!" "불가능합니다! 상대방의 에너지 충전이 끝난 상태입니다!! 아, 발사됐습니다!!!" "젠장, 바리어의 에너지를 전방에 집중시켜 피해를 최소화 해라!! 전원 충격에 대 비하라!!!" "마마, 화이트 나이트입니다!!!" 쉴사이 없이 들어온 보고에, 바리어 조절을 맡은 선원을 제외한 모두는 전방 모니 터에 시선을 집중했다. 엄청난 스피드로 다가오고 있는 백색의 빛을 막겠다는 듯, 브리간테스의 앞에 선 화이트 나이트는 빛에 휩싸인 체 등에 있던 두개의 대형 라 이플을 손에 떨어트렸고, 곧바로 오른손에 들린 라이플을 앞으로 뻗으며 방아쇠를 당겼다. 라이플의 끝에서 비정상적인 크기로 부풀어 뻗어 나가는 빛을 본 바이칼은 귀에 낀 마이크 폰으로 즉시 지시를 내렸다. "전 웨드 부대 에너지 폭풍에 대비하라!!!" 바이칼의 지시가 떨어짐과 동시에, 두개의 거대한 빛은 브리간테스의 전방 800여 미터 앞에서 충돌했고 곧 그 충돌 지점으로 부터 거대한 에너지의 파동이 사방으로 뻗어나가기 시작했다. 브리간테스로 부터 낙하하던 웨드 중 일부가 그 파동에 휩 쓸려 뒤로 날아가 버리긴 했지만, 큰 피해는 다행스럽게도 없었다. 에너지 폭풍에 의해 크게 흔들린 브리간테스의 사령실 역시 몇몇 오퍼레이터들이 중심을 잃고 의 자에서 떨어지긴 했지만 역시 피해는 적었다. 팔걸이를 잡고 겨우 몸을 버틴 바이 칼은 옆에 쓰러져 있는 장로를 손수 일으켜준 뒤 한숨을 길게 쉬며 중얼거렸다. "‥후우, 저 녀석‥." 바이칼의 시선이 화이트 나이트의 뒷모습을 비춘 모니터에 고정된 것을 본 장로는 다시 의자에 앉아 허탈한 웃음을 지으며 바이칼에게 말했다. "‥허헛, 나중에라도 멀린 경을 뵈면 술이라도 드려야 할 것 같군요." "‥과인 역시." ....................... . . . . . . . . . . . 에너지 폭풍이 전장을 휩쓸었음에도 불구하고, 휀과 바이론은 나란히 서서 바운드 캐논이 뿜어진 장소를 바라보고 있었다. 소음이 멈추고, 다시 대열을 정비한 웨드 부대가 앞으로 가는 것을 보며 휀은 바이론에게 나지막히 물었다. "‥선신계에서 이 일로 시비를 걸진 않겠지." "크큭, 그럴거다. 어차피 그 녀석들이 우리에게 부탁도 했으니까 말이야. 그건 그 렇고‥크크큭, 저 바운드 캐논을 막아낸 괴물 장난감은 또 뭐지?" "멀린 경이 만든 가즈 나이트급의 장난감이다. ‥그건 지금 중요하지 않으니 앞에 간 부대들을 지원해주도록. 만약 메타트론 녀석이 있다면 막아낼 수 있는 것은 나 와 너 뿐이니까. 현재로선." 그러자, 바이론은 휀의 그 말이 이상하게 들렸는지 휀을 흘끔 바라보며 물었다. "‥리오 녀석은?" "죽었다. 약 한달 전에 죽었다고 들었는데, 영혼을 찾을 수 없었다. 아예 죽었다고 보는게 좋겠지." "‥호오, 그래? 크크크큭‥시비 붙을 녀석이 없어졌으니 심심해지겠군." 바이론은 곧 볼일이 없다는 듯 다크 팔시온을 거머쥐며 앞으로 가기 시작했다. 그 때, 역시 브리간테스 쪽으로 돌아섰던 휀이 바이론에게 말했다. "‥완전히 사라졌다고 단정지을 수도 없다. 아마 그가 사라진건 '당분간'이라 봐 도 될 것이다." "‥크큭, 쓸데없이 말꼬리를 잡는군. 그럼 꺼져라. 크크크크큭‥." 바이론은 즉시 전방을 향해 뛰어가기 시작했고, 휀은 조용히 몸을 띄워 브리간테스 쪽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계속--- For Goddess...! (2부) Vol. 42 -------------------------------------------------------------------------- 독자 모 님의 의견... ... "휀이 웃는건 최불암씨가 궁둥이에 소보루빵 끼우고 춤추는거랑 똑같습니다!" (원문 그대로 옮김) ...그정돈가...? ※드래고니스에서 분리된 전투지역의 명은 '브리간테스'임. -------------------------------------------------------------------------- "‥이봐 휀." "…." 휀은 자신이 사령실에 돌아오자 마자 바이칼이 자신을 부르자 그를 흘끔 바라보았 고, 바이칼은 곧바로 휀에게 약간 개인적인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그때, 날 보고 왜 웃었지?" "‥?" 휀은 무슨 소리냐는 듯 바이칼을 다시 바라보았고, 한참 자료를 찾으며 바이칼의 말을 얼핏 들은 장로는 설마 하며 휀에게 시선을 돌렸다. 바이칼의 질문을 들은 휀은 곧 머리카락을 위로 쓸어 올리며 바이칼에게 다가왔고, 정색을 한 체 그의 귓 가에 입을 대고 조용히 속삭였다. "그날 아침 너해 대해‥(윤리삭제)‥라는 소문이 들리더군. 나라도 웃음을 참을 수 없었으니 이해하도록." "뭐, 뭐라고‥!? 도대체 누구에게 그런 망언을 들었나!!" 바이칼은 얼굴이 붉게 달아오른 체 휀에게 그 소문의 정체를 물었고, 휀은 장로의 어깨를 살짝 두드리며 대답했다. "‥장로님은 절대 아니다." 그 순간, 장로의 하얀 얼굴은 더욱 더 하얗게 질려버렸고 바이칼은 분노에 겨운 나 머지 또다시 팔걸이를 내려 치며 장로에게 소리쳤다. "장로! 즉시 그 범인을 색출하시오!! 어떤 녀석이 그 비밀을 퍼트리고 다니는지 당 장 찾아내시오!!!" "네에‥? 마, 마마, 사실은‥음!" 장로가 마악 사실을 밝히려는 순간, 휀이 다시금 장로의 어깨를 두드렸고 전음으로 살짝 그에게 말했다. 「저렇게 놔두면 저절로 풀어질겁니다.」 「아, 예‥.」 그래도 장로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그러나, 장로는 한편으론 안심이 되는 부분이 있었다. ‘그래도 지크님께 이 고민을 털어놓지 않은게 천만 다행이로구나‥.‘ 바이칼에 대한 장로의 고민은 그 정도로 심각한 것이었다. "마마, 화이트 나이트가 출격 명령을 달라는 신호를 보내고 있습니다. 지시를 내려 주십시오." 그러나, 한참 수치심에 사로잡혀 이성을 반쯤 잃고 있는 바이칼에겐 그런 말이 통 하지 않았다. 결국 바이칼 대신 장로가 오퍼레이터에게 지시를 전해 주었다. "우선 브리간테스 주위를 경호해 달라고 전달해 주게. 또다시 바운드 캐논과 같은 공격이 들어온다면 곤란한 이유도 있고, 또 전방은 바이론님께서 맡아주셔서 일단 은 안심해도 되니 말일세." "예, 알겠습니다." ........................... . . . . . . 「‥알겠소.」 브리간테스의 사령실로 부터 지령을 받은 화이트 나이트는 곧바로 브리간테스의 마 스트에서 벗어났고, 빛과 함께 인간의 크기로 축소되어 브리간테스의 갑판에 내려 앉았다. 한편, 그와 가까운 갑판에선 세이아가 양 손을 모은 체 눈을 감고 모든 이들의 무운을 빌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화이트 나이트는 곧바로 세이아에게 다 가갔고, 그녀의 옆에 서며 나지막히 말했다. 「갑판은 위험합니다 세이아님. 안으로 들어가시지요.」 "‥고맙습니다 화이트 나이트." 세이아는 빙긋 웃으며 화이트 나이트를 바라보았고, 잠시 세이아를 바라보던 화이 트 나이트는 뒤로 돌아선 뒤 부스터를 전개하며 다른 곳으로 가려 했다. 그 때, 세 이아의 한마디가 화이트 나이트를 불러 세웠다. "‥그분과 처음 만났을 때, 전 눈이 보이지 않았답니다. 그분과는 눈이 아닌, 마음 으로 처음 만났었지요." 「….」 "‥그분이 영원 불멸의 존재라는 것을 알기 전, 저는 그분과 가까이 있지 못할 때 도 사실 기분이 좋았답니다. 저승이라는 곳이 있다면, 그곳에선 꼭 그분을 다시 볼 수 있다는 마음 때문이었지요. 하지만, 이젠 그럴 수도 없답니다. 신이 된 이후, 전 저승이라는 세계완 동떨어진 존재가 되었고 언젠간 그분을 떠나 보내야만 하는 처지가 된 탓이죠. ‥나중에, 그분을 다시 뵙게 되면 꼭 고백하고 싶은 것이 있답 니다. 지금까진, 그런 고백을 하는게 처음이라 한번도 말씀을 드리지 못했거든요." 「…….」 시원한 바람이 불어왔다. 바람에 흔들리는 세이아의 머리와 치마자락‥그리고 다시 세이아를 돌아보는 화이트 나이트. 특수 렌즈와 카메라로 이루어진 눈이긴 했지만, 그 순간 만큼은 화이트 나이트의 눈도 무언가를 말하는 것과 같았다. 쓸쓸함과 안 타까움이 섞인 체‥. 세이아는 여전히 미소를 지우지 않았다. 그녀는 다시 양 손을 모으고 기도를 하며 화이트 나이트에게 말했다. "‥느낄 수 있답니다. 마음으로‥. 너무 슬퍼하지 마세요‥." 「….」 화이트 나이트는 아무 말 없이 곧바로 부스터를 전개한 후 하늘로 날아 올랐다. 세 이아는 조용히 눈을 감을 뿐이었다. ※※※ 웨드 부대와 바이오 버그, 기계병들과의 전투는 시간이 갈 수록 점점 더 치열해져 가고 있었다. 하지만, 지상의 전장에선 바이론을 찾아볼 수는 없었다. 한참을 싸우 다가 탄환과 에너지 보급을 위해 후방으로 빠진 티베는 역시 같이 빠진 마키와 함 께 하늘을 올려다 보며 잠깐 대화를 나누었다. "‥저 아저씬 언제 봐도 무섭지 않니?" 티베의 질문에, 마키의 웨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군인게 다행이지 뭐." 그녀들의 말 대로, 바이론은 하늘에서 타천사들과 육탄전을 벌이고 있었다. 바운드 캐논의 발사가 한발 이후 계속 지연되는 것도 한편으론 바이론 덕분이었다. "크하하하하핫­!!!! 죽어랏­!!!!!" 다크 팔시온으로 한 천사의 몸을 꿰뚫은 바이론은 그대로 다른 천사들에게 돌진하 기 시작했고, 몇명의 천사들을 꼬치구이처럼 연속으로 꿴 바이론은 즉시 다크 팔시 온을 다시 뽑은 후 앞에 뭉쳐진 천사들을 일격에 양단시켰다. 천사들의 양분된 몸 은 곧바로 광혈로 뒤바뀌어 사방으로 흩뿌려졌고, 그 광혈은 바이론의 몸에도 상당 량 발라졌다. 바이론은 얼굴에 묻은 광혈을 손등으로 닦아내며 크게 웃기 시작했 다. "크하하하하하하핫­!!!! 얼마만인가, 천사를 베는 느낌이!!!! 너무 부드러워서 소름이 돋을 정도구나!!! 크크크큭‥크하하하하하하핫­!!!!!!" 천사들의 광혈을 우람한 근육질의 몸에 뒤집어 쓴 체 광소를 터트리고 있는 바이론 의 모습은 다른 천사들에겐 공포감을 안겨주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네녀석, 더이상의 살생을 멈춰라! 신께서 널 용서치 않을 것이다!!" 한 천사가 창으로 바이론 자신을 가리키며 소리치자, 바이론은 곧 씨익 미소를 지 었고 왼손에 자신의 암흑 투기를 집중하며 그 천사에게 말하기 시작했다. "호오‥신께서? 날 용서치 않겠다‥? 크하하하하하핫­!!!!! 한번 그 신을 데리고 나와 봐라!!!! 내가 없애주겠다­!!!!!!" 순간, 바이론의 왼손에선 응축했던 암흑 투기가 크게 분출되었고 그 투기는 다섯개 의 머리를 가진 흑룡의 모습으로 변한 뒤 단숨에 전방에 있던 천사들을 집어 삼켰 다. 일정 수준을 넘어선 암흑 투기 앞에선 형체가 뭉그러지는 천사들에겐 극약과도 같은 기술, '오대명룡포'였다. 바이론은 자신의 앞에서 점점 으깨지고 있는 천사 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더욱 더 크게 웃기 시작했다. "크크크크크큭‥. 타천사 주제에 감히 신을 논하다니, 강 바닥에 하도 오랫동안 잠 겨 있어서 뇌에 물이라도 들어갔나!!!! 크하하하하하하핫­!!!!!!" 한참 바이론이 웃고 있을 때, 후방에 있던 천사 두명이 한동안 응축했던 에너지를 라이플에 담아 바이론을 향해 단숨에 발사했고 두개의 빛줄기는 엄청난 스피드로 바이론을 향해 날아가기 시작했다. "크큭‥버릇없는 것들!!!!" 빛이 직격하려는 순간, 바이론은 몸을 돌리며 다크 팔시온으로 두줄기의 광선을 쳐 내었고, 다크 팔시온이 가지고 있는 중력 제어 능력에 의해 두 빛줄기는 마찰광을 뿜으며 허무하게 위로 튕겨져 올라갔다. 공격 수단을 잃어버린 두 천사는 결국 도 망치려 했으나, 사천사(射天使)들의 느린 날개짓으로 바이론의 손을 피한다는 것은 무리가 있는 일이었다. "크하하하하하핫­!!!!!!! 죽는거다­!!!!!!!!" "으, 으아아아아아악­!!!!!!" ※※※ "‥가즈‥나이트‥?" 동룡족의 작전 사령실에서 모니터로 바이론의 모습을 보고 있던 타천사, 메타트론 은 눈에 낀 선글라스를 벗으며 그렇게 중얼거렸고, 옆에 있던 키 작은 대머리 노인 , 와카루 박사는 미소를 지은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소. 주신이란 분이 만들어낸 신계 최고의 전사들이라고 하더이다. 그리고, 인 간적으로 너무 강한 젊은이들이오. 그래서 당신들의 도움을 받을까‥해서 당신들을 오랜 잠에서 깨운 것인데, 이거 실망스럽구려‥허허허헛‥." "‥미카엘은 어떻게 된 것인가. 저런 건달패들에게 신계 최강의 자리를 내어 주다 니‥. 디바인 크루세이더의 명예는 어떻게 된 것인가‥!" 메타트론은 자못 화가 난 얼굴로 그렇게 중얼거렸고, 신계의 일엔 그런대로 해박 한 '븐돌' 장군이 그 일에 대해 설명을 해 주기 시작했다. "말씀드리긴 송구스럽지만, 미카엘님은 800여년 전에 행방불명이 되셨습니다. 항간 의 소문에 의하면 가즈 나이트중 최강이라는 휀·라디언트에게 패한 뒤 모습을 감 추었다는‥." "‥뭐라고! 그럼, 후대 천사장은 누구인가!" "예? 예‥벨제뷰트라 하는 젊은 천사입니다만‥." "‥벨제뷰트?! 그런 이름도 없는 가문의 꼬마가 대 천사장 직을 맡았다고!!! 선신 께선 도대체 어떤 생각으로 그런 처사를‥!!! 뭐, 좋아. 어차피 내 임무가 끝나면 대 천사장 자리는 다시 내것이 되니까‥. 어쨌거나, 가즈 나이트라는 자들의 힘은 잘 보았소. 저런 정도로 신계 최고라는 말을 하다니, 신계도 오랫동안 많이 약해 졌‥." 퍼엉­!!!!! 순간, 사령실의 유리가 깨지며 누군가가 거칠게 침입해 왔고, 침입자는 즉시 거대 한 대검을 휘둘러 주위의 오퍼레이터들을 제거한 뒤 숨을 몰아쉬며 메타트론과 와 카루, 그리고 동룡족 장군 븐돌을 쏘아보았다. "크크크큭‥거기 있는 천사 녀석이 메타트론이겠군‥. 그건 그렇고 오래간만인데 와카루‥못본 사이에 더 늙었는데, 크크크크큭‥." "‥허헛, 세월은 속일 수 없소이다. 하여튼 오래간만이오 바이론군." 와카루는 뒷짐을 진 체 여유있게 인사를 했고, 메타트론은 탐탁치 않다는 눈으로 자신의 창을 힘있게 쥐어 보며 바이론에게 말했다. "‥네가 가즈 나이트인가? 예상외로 빨리도 왔군. 단순한 광인 주제에‥. 신계 최 고의 전사? 후, 우습군‥." "‥크큭, 정보가 어떻게 전달됐는진 몰라도, 뇌에 물이 들어간 녀석관 대화하고 싶 은 생각이 없다. 크크큭‥." 둘의 도발적인 대화가 흐른 뒤, 쌍방 사이엔 알 수 없는 긴장감이 흐르기 시작했고 결국 메타트론은 바깥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바이론에게 나지막히 말했다. "‥나가자." "쿠, 원하는 대로‥죽어랏­!!!!!" 순간, 바이론은 메타트론의 안쪽으로 파고 들며 다크 팔시온을 휘둘렀고 갑작스런 기습 공격을 창으로 겨우 방어한 메타트론은 바이론의 몸으로 밀어 붙이는 힘에 못 이겨 밖으로 튕겨 나갔고, 함께 사령실 밖으로 튕겨 나간 둘은 곧바로 공중에서 대 격돌을 하기 시작했다. "‥허헛, 예상외로 잘 싸우는구먼. 자, 우린 나갑시다." "예? 무, 무슨 소리요 와카루 박사! 아직 전투는 끝나지 않았는데‥!" 와카루의 말에, 븐돌은 무슨 소리냐는 듯 따지고 들었고 와카루는 빙긋 웃으며 븐돌에게 설명을 해 주기 시작했다. "전력 차이를 보시오. 저쪽이 배가 넘는데다 가즈 나이트가 한명도 아니고 여러명, 게다가 저쪽 기함의 성능을 보아 여기 있는 전함을 모두 끌어가도 질 것 같은데 어떻게 이기란 말이오. 일단 후퇴합시다." "하, 하지만 이곳을 놔주면 4대 용왕의 함대가 이 세계 안으로 들어오고 마는데, 어떻게 쉽게 놔준단 말이오!!!" "‥우리도 증원군이 생길텐데 뭐가 걱정이오. 자, 어서 갑시다." 븐돌은 너무나 태연한 와카루의 반응에 아연실색 할 수 밖에 없었다. ---------------------계속--- For Goddess...! (2부) Vol. 43 ------------------------------------------------------------------------- 이상한 에디터를 사용하고 있어서 기분이 영 아니군요‥. ...몇일만 이걸로 참아 주시길...흑흑.. ------------------------------------------------------------------------ "적들이 후퇴를 개시했습니다! 지시를 내려 주십시오!" 전투가 수시간 째 계속 되던 어느 순간, 오퍼레이터의 목소리가 바이칼과 휀, 그리 고 장로의 귀에 들려왔고 곧 바이칼은 주저 없이 팔을 뻗으며 지시를 내리기 시작 했다. "적들을 추격하라! 한 놈도 남기지 말고 모조리‥읍!" "작전 중지. 전원 위치를 지키도록 지시하라." "예?" 휀이 갑자기 바이칼의 말을 막고 지시를 내리자, 오퍼레이터는 잠시 둘을 바라보다 가 곧 휀의 말에 따라 지시를 내렸고 바이칼은 자신의 입을 막은 휀의 손을 거칠게 떨쳐내며 그에게 항의하기 시작했다. "이봐! 서룡족의 왕은 네가 아니고 나다! 작전 지시까지 내 마음대로 못한다는 말 인가!!!" "‥그럼 다시 작전 지시를 내리도록 해 주겠다. 대신, 지금의 전투를 단순한 복수 극으로 만들지는 말도록. 네 말 대로 너 자신이 서룡족의 제왕이라면." "‥!!!" 휀은 말 없이 전투 상황판에 시선을 돌렸고, 휀을 쏘아보던 바이칼은 결국 눈을 질 끈 감으며 아무런 지시 변경도 내리지 않았다. ........................ . . . . . . . 수십합에 걸쳐 검과 창을 맞대던 바이론과 메타트론 둘 모두는 약속이나 한 듯 숨 을 헐떡이고 있었다. 바이론의 얼굴엔 변함없이 광기어린 미소가 흐르고 있었지만 , 그의 생각은 달랐다. 자신과 다크 팔시온이 쉴새 없이 뿜어내는 암흑 투기를 정 면으로 상당 시간동안 받으면서도 힘 하나 떨어지지 않는 천사는 이번이 처음인 탓 이었다. 물론, 놀라고 있는 것은 메타트론도 마찬가지였다. 자신이 신계를 떠나 이 행성에 오랫동안 잠들기 전, 신계엔 신이 아니면서 자신과 대적할 정도의 상대는 악마왕 이외엔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나, 수억년이 지난 지금 그의 앞엔 가즈 나이트라는 말도 안되게 강한 존재가 나타나 있었다. "‥지금 현재의 네 힘은 어느정도인가." 메타트론이 창을 거두며 한 질문에, 바이론 역시 다크 팔시온의 끝을 내리며 정직 하게 말했다. 어차피 신계에 관계된 사람이라면 가즈 나이트들의 힘 배율은 거의 다 알기 때문이었다. "‥10분의 1 정도‥인가? 크크큭‥머리가 나빠서 잘 기억이 안나는군‥." "‥그런가, 나와 비슷하군. 그럼, 다음에 만날 때를 기대하겠다." 메타트론은 접혀 있던 자신의 열 네장의 날개를 펴며 천천히 떠오르기 시작했고, 바이론은 뒤로 돌아서며 브리간테스가 있는 방향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그의 머 리 위로는 후퇴하는 동룡족의 함대가 대기를 가르며 어디론가 향해 가고 있었다. ※※※ 800여년 전. 신계의 구석. "‥자네가 가즈 나이트, 휀·라디언트인가." 미카엘의 물음에, 휀은 고개를 끄덕이며 약간 긴장된 목소리로 대답했다. "예, 그렇습니다만‥. 미카엘 님과 같은 높으신 분께서 왜 절 이런 곳에‥." "‥자네가 얼마만큼 강한지 알아보기 위해서‥일세. 검을 뽑게나." "에?!" 미카엘의 갑작스런 제안에, 휀은 놀란 표정을 지으며 뒤로 주춤거렸다. 신계 최강 의 전사라 불리우는 미카엘이 아직은 어리숙한 자신에게 대결을 청했다는 사실은 휀을 질리게 만들기 충분한 것이었다. 어쨌거나, 미카엘은 휀의 반응과는 상관 없 이 자신의 검이자 신성계열 무기 중 최고라 불리우는 '에릭튜드'를 뽑으며 전투 자세를 취했고, 결국 휀은 알지 못하는 감정에 휩싸인 체 주신에게 받은 지 얼마 안된 플랙시온을 뽑으며 미카엘에게 대응하기 시작했다. "그, 그럼‥음?!" 둘이 마악 검을 부딪히려는 순간, 휀의 몸에선 강한 빛이 뿜어지기 시작했고 그의 얼굴엔 여덟개의 황색 무늬가 이마에, 그리고 볼에 떠올랐다. 미카엘은 그 순간 휀의 몸에서 끝을 알 수 없을 정도의 강력한 기운이 뿜어지는 것을 느꼈고 휀 역 시 몸의 변화에 놀라워하며 속으로 생각했다. ‘이, 이것이 제 4 안전주문의 힘‥!! 가즈 나이트로서의 진짜 힘‥!!!´ 휀은 왠지 모를 자신감이 들기 시작했다. 곧 미카엘과 휀, 둘은 검을 부딪히며 미 카엘만이 이유를 아는 전투를 하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몇시간이 흘렀을까. 검이 부딪히는 소리가 들리지 않게 되었을 때, 서있 는 것은 휀이었고 쓰러져 있는 것은 미카엘이었다. 물론 휀 역시 온전한 모습은 아니었다. 그의 멋진 배틀코트는 넝마가 되어 있었고, 또 코트의 찢어진 부분 부 분에선 선혈이 흐르고 있었다. 한편, 기력을 다 소진하고 쓰러져 있던 미카엘은 에릭튜드에 의지해 겨우 몸을 일으켰고, 휀을 향해 미소를 지어보이며 나지막히 말했다. "‥자네의 승리야. 이로서 주신께서도 확실히 일선에 나서실 수 있을 것 같군. ‥ 어쨌든, 이제 내가 하는 말을 잘 듣게. 나에겐 더이상 시간이 남아있지 않으니까 말이야." "예?! 서, 설마‥!! 미카엘님, 제가 모실테니 어서 치료를‥!!" "내 말을 들으라니까!!!" 중성인 탓에 알 수 없는 미모를 가진 미카엘의 얼굴과는 어울리지 않는 호통이 순 간 휀의 움직임을 멈추게 했고, 휀이 자신을 가만히 바라보기만 하자 그제서야 미 카엘은 휀에게 '중요한'말을 하기 시작했다. "‥자네는 강해. 하지만, 그 정도로는 태고의 대 천사장 메타트론님을 이길 수 없 어." "예? 그, 그게 무슨‥?" 휀은 미카엘의 입에서 갑자기 '메타트론'이란 말이 나오자 이해가 안간다는 표정 을 지었다. 그러나, 미카엘은 상관치 않고 계속 말을 이었다.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될걸세. 아마 주신께서도 알고 계실거야. 태고의 대 천사 장, 메타트론님은 나완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하시다네. 난 걱정했다네. 이 제 시간은 800여년 밖에 남지 않았는데 메타트론님을 막을 수 있는 존재가 어디에 도 나타나지 않았으니까. 그러나, 난 오늘 보았네. 주신의 전사, 가즈 나이트‥. 아직 개발되지 않은 무궁무진한 힘을 가진 존재‥. 자네에게 부탁하는 것이 두가지 있네. 더욱 더 강해지고 냉정해지라는 것‥자네는 너무 여려. 메타트론님을 상대 할 정도의 힘을 가지기 위해선 갓난 아이라도 벨 수 있을 정도의 비정함을 가져야 만 하네. 그리고 또 한가지‥. 800여년 뒤, 메타트론님을 뵙게 되면 그 분을 가급 적이면 죽이지 말아달라는 것이네. 그 분은 자신의 운명을 모르고 수억년간 차가 운 강 바닥 속에서 잠자고 계시다네. 만약 그 분께서 자신의 운명을 알게 되는 순 간 그 분은 자아를 잃고 자신의 운명 대로 나아갈지 모른다네. 최후의 상황이 아니 라면 그 분을 죽이지 말아주게나." "‥예, 알겠습니다." 휀은 침을 꿀꺽 삼키며 고개를 끄덕였고, 곧 미카엘은 한숨을 길게 내 쉬며 편히 바닥에 누웠다. 미카엘은 천천히 눈을 감으며 휀에게 마지막으로 말했다. "‥내 분신이, 나의 검 에릭튜드를 원 차원계의 인간에게 맡길 것이네. 난 800여년 후에 원 차원계에 다시 나타날 수 있을테니, 때가 되면 자네가 에릭튜드를 맡아주 길 바라네. 800년 후 다시 태어났을 때는 난 아무런 힘도 없는 천사일 뿐일테니까 말이야‥." "자, 잠깐만 미카엘님!!! 설마‥설마!!!" 휀의 다급한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미카엘의 몸은 광혈로 변하며 사방으로 흩날리 기 시작했다. 휀은 공중으로 높이 치솟았다가 하늘하늘 날리며 내려오는 미카엘의 날개 깃털을 온 몸에 맞으며 잠시간 고개를 숙였다. "‥어린 아이를 벨 정도의 비정함‥심약한 내가 어떻게 그런‥." 휀은 그렇게 중얼거리며 조용히 주신계로 향하기 시작했다. 한편, 미카엘이 누워 있던 자리에 말 없이 놓여있던 에릭튜드는 바닥에 뿌려진 미카엘의 깃털에 휩싸이 며 어디론가 사라져갔다. .......................... . . . . . . . . "이봐 대장. 4대 용왕의 함대가 도착해서 사열식을 하고 있는데, 구경가지 않을 거야?" 한참 옛 일을 회상하던 휀은 갑자기 자신의 눈 앞에 나타나 제안을 해 온 지크를 보고 겨우 현실감을 되찾을 수 있었다. 휀은 눈을 살며시 감으며 고개를 저었다. "우리들은 사열식을 볼 정도의 위치가 아니라는걸 모르나." "음? 쳇, 또 재미없는 말만 하는군. 좀 OK라는 것도 해 보라구 대장. 뭐, 내가 말 한다고 고쳐질 사람이 아니니 난 그만 가볼께. 땅강아지(사바신)하고 물방개(레디) 녀석들이 날 기다리고 있으니까. 헤헷, 그럼 이만." 지크는 손을 흔들며 휀에게서 떠나갔고, 휀은 나지막히 한숨을 내 쉬며 사령실 창 밖으로 보이는 수십만의 4대 용왕 함대를 바라보았다. "크큭, 여기서 고독이라도 씹고 있는건가?" 그때, 사령실의 문이 열리며 위스키 통을 든 한 거한이 들어왔고, 휀은 왼손을 옆 으로 내밀며 그 거한에게 말했다. "안주로는 고독 만큼 좋은게 없으니까." "‥크크큭, 여전히 뚫린 입이군." 바이론은 자신에게 내밀어진 휀의 손에 유리잔을 놓아 주었고, 통에 든 위스키를 흘러넘치지 않을 정도로 따라준 뒤 자신은 통에 입을 대고 안에 든 위스키를 마치 물처럼 들이키기 시작했다. 휀은 바이론이 따라준 위스키를 조용히 음미하며 그에 게 물었다. "메타트론의 힘은 어땠나." "‥나와 다크 팔시온의 암흑투기를 신성력으로 중화시키는 와중에서도 나와 호각인 녀석이라면 설명이 되겠나? 크크크크큭‥. 태고 최강의 천사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은 녀석이었다." "그런가‥." 휀은 다시금 위스키로 목을 적셨고, 바이론 역시 다시금 위스키를 들이키며 그 맛 을 즐겼다. ------------------------계속--- For Goddess...! (2부) Vol. 44 -------------------------------------------------------------------------- --------------------------------------------------------------------------- "크큭‥어쨌거나, 이게 왠일인가. 주신께서 믿고 맡겨주신 임무를 최고의 해결사라 불리는 우리 둘 모두 실패했으니 말이다. 난 메타트론의 부활을 막지 못했고, 넌 메타트론이 부활하기 전에 미카엘을 찾지 못했고‥크크큭, 우습지 않나?" 허무하다는 듯 한탄하던 바이론은 다시 술을 들이키며 말 문을 닫았고, 휀은 남은 위스키를 한번에 비우며 짧게 한숨을 지었다. "‥그렇군." 잠시동안 상념에 잠겨 있던 휀은 비운 잔을 다시 바이론에게 내밀었고, 바이론은 술을 잔에 부으며 휀에게 리오의 일을 묻기 시작했다. "‥그건 그렇고, 리오 녀석이 죽었다는 것은 무슨 소리지? 내가 죽이려 맘을 먹어 도 왠만해선 안죽는 녀석인데‥." "솔직히 죽었다고 하는 것 자체가 무리일지도 모르겠군. 어쨌거나 확실한 것은 그 녀석의 영혼이 신계, 명계와 이 세계 어느 곳에서도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 른 차원에 날려갔거나, 아니면 어떤 곳에 영혼이 봉인되었거나‥." "‥짚이는 곳이라도 없나?" "‥한가지 가능성은 있다. 하지만, 그것 역시 가능성일 뿐이야. 어쨌거나, 어디에 있든 녀석은 때가 되면 나타날 것이다. 어디 있건, 자신과 친한 사람들의 곁에선 떠나고 싶어하지 않는 녀석의 성격 탓이지." "‥크큭, 잘도 아는군. 그럼, 사라져 버린 바보 녀석을 위하여‥크크크크큭‥." "‥좋군." 휀과 바이론은 서로의 잔과 통을 부딪혀 건배를 한 뒤 다시금 술을 먹기 시작했다. ※※※ 그로부터 2개월이 지났다. 4대 용왕군이 합류한 이후, 전세는 급속도로 서룡족 측 에 기울어 결국 동룡족의 군대는 북아메리카 대륙에 고립되었다. 아시아, 유럽, 오 세아니아, 남극, 남아메리카 대륙까지 탈환한 서룡족은 동룡족의 최후 외부 방어선 인 하와이 섬까지 10여일 간의 사투 끝에 점령했고, 서룡족의 목표는 동룡족과 바 이오 버그들의 본거지인 북아메리카 대륙만을 남겨두게 되었다. 하지만, 서룡족의 간부들과 가즈 나이트들은 북아메리카 부터가 진짜 전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적 의 모든 전력이 집중되어 있는 장소인 만큼 전투는 어려울 것이 뻔했고, 게다가 태고의 대 천사장 메타트론이 이끄는 원(元)·디바인 크루세이더가 바이오 버그 측 에 가담한 탓이었다. 이제, 그들의 전투는 제 2막을 향해 가고 있었다. 9장 [애(哀)] 차원계에서 한참 일이 벌어지고 있을 때, 루이체는 주신계에 있는 집에서 가즈 나 이트들의 기록 파일들을 한참 살펴보고 있었다. 가즈 나이트들의 특성들을 모두 파 악하여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조언으로서 가즈 나이트들의 전투 능력을 상황에 맞 춰 극대화 하려는 주신의 생각과 그저 가즈 나이트들을 도와주고 싶다는 루이체의 생각이 맞물려 나온 계획의 일환이었다. 사실, 가즈 나이트들의 기록 파일들은 주 신계 최고위 천사이자 주신과 주신의 직속 비서인 피엘 외엔 볼 수도 없고 알지도 못하는 일급 기밀이었다. 중요한 것은 루이체가 그것이 일급 기밀이라는 것을 알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우웅‥이게 지크 오빠가 말한 '하루종일 비디오 보기'의 후유증이구나. 눈이 아 파서 이젠 도저히 볼 수 없겠어." 루이체는 기록 파일 재생기를 끈 후 소파에 누워 휴식을 취하기 시작했다. 한참 눈 을 붙이고 있던 루이체는 팔을 떼고 천장을 바라보며 조용히 중얼거렸다. "‥후우, 휀, 바이론, 리오 오빠, 슈렌 오빠까진 끝났고‥. 지크 오빠걸 마무리 하 고 사바신과 레디의 것만 끝내면 되는건가? 하긴, 셋은 짧디 짧으니까 뭐 오래 걸 리진 않겠지만‥. 근데 왜 기록 파일엔 전투 장면밖엔 안나오는거지? 사적인 장면 은 왜 안나오는걸까‥?" 한참 그렇게 중얼거리는 동안, 누군가가 루이체의 집 초인종을 눌렀고 루이체는 누 굴까 생각하며 몸을 일으켜 문쪽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음? 누구지? 오빠들은 모두 임무 수행중이라고 들었는데‥?" 그러나, 그녀의 예상과는 달리 문을 열자 마자 보인 것은 지크의 얼굴이었고 지크 는 거칠게 루이체의 목에 팔을 감으며 말하기 시작했다. "잘 만났다! 너, 어서 날 따라와!!" "으아악!! 이게 무슨 짓이야 너구리!!! 이유는 말해줘야 따라가던가 말던가 할 거 아냐!!!" 루이체가 바둥거리며 강하게 저항하자, 지크는 곧 루이체의 목을 풀어준 뒤 그녀를 데리고 집 안으로 들어갔고, 루이체는 인상을 구긴 체 기록 파일들을 정리하며 지 크에게 이유를 묻기 시작했다. "뭐야 도대체. 이유도 말하지 않고 사람을 붙잡아가겠다는 저의가 뭐야?" "‥너, 천사니까 천사들의 대략적인 역사는 알고 있겠지?" 지크가 갑자기 진지하게 나오자, 루이체는 엉겁결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응? 으응‥. 요즘에 공부한게 있어서 대략적인건 알고 있어. 그런데 왜?" "‥지금 선신계에서 놀고 있는 디바인 크루세이더와, 우리가 상대하고 있는 디바인 크루세이더는 차원이 달라. 구성원 한명 한명이 전룡단 단장들의 평균 능력과 비슷 할 정도라 타격이 크다구! 서룡족 장로님께서 아무래도 원·디바인 크루세이더 같 다고 하셨는데, 도대체 그게 뭐지?" "뭐, 뭐라고?! 말도 안돼!!!" 순간, 루이체는 그렇게 소리치며 당황한 표정을 지었고, 지크는 조용히 루이체가 대답하기를 기다리기로 했다. 잠시 마음을 가다듬던 루이체는 고뇌어린 한숨을 내 쉬며 천천히 대답하기 시작했다. "수억년 전 존재했던 원·디바인 크루세이더는 하르마게돈을 거치며 단련될 대로 단련된 선신계 최고의 정예 부대야. 하지만, 그때의 대 천사장 메타트론과 함께 그 들이 갑자기 실종되었다는 기록 이후 디바인 크루세이더라는 이름은 잊혀져갔어. 현재 있는 디바인 크루세이더는 현 천사장 벨제뷰트가 이름만 따서 조직한 것일 뿐 이지. 그런데, 그들이 어째서 다시 나타난거야?" "‥그걸 물어보려고 온거야. 좋아, 그럼 너 천사들의 약점을 알고 있어? 그 녀석들 바운드 캐논을 비롯해 빌어먹을 정도로 강력한 무기를 가지고 있어서 한번은 함대 하나가 30분도 안되서 전멸당할 뻔 한 적도 있었다구. 아무래도 약점 같은 것을 잡 지 않으면 쉽게 이길 수 없을 것 같아." "바운드 캐논?! 그, 그건 선신계에서 조차 사용을 금지했을 정도의 강력한 신성계 사격 무기인데‥? 아, 하긴 원·디바인 크루세이더라면 이상할 것이 없겠지. ‥천 사들은, 특히 선신계 천사들은 '어둠'의 힘에 약해. 표피가 견디지 못하고 풍선처 럼 터지고 말지. 물론, 적당한 어둠의 힘으론 그렇게 되지도 않아. 몸에서 뿜어지 는, 그러니까 오빠들이 사용하는 '기'와 같이 그들 자신들이 뿜어내는 신성력으로 수준 이하의 어둠은 중화시킬 수 있어. 아마, 바이론이나 그가 가지고 있는 다크 팔시온이 낼 수 있는 강력한 어둠의 힘‥즉, 암흑 투기 정도의 힘이면 왠만한 천사 들은 버티지 못해. 그 외엔 실력으로 그들을 이기는 수 밖에 없어." "‥그래." 지크는 약간 실망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푹 숙였고, 루이체는 미안하다는 듯 지크의 넓은 어깨를 손으로 토닥거리며 말했다. "‥힘 내 오빠. 세상에 걱정 하나 없을 것 같던 천하의 지크 오빠가 갑자기 왜그래 , 응? 그러니 힘좀 내고‥리오 오빠는 어때? 잘 지내?" "‥!" 순간, 지크는 움찔 했고 루이체는 지크의 그런 반응에 금방 불안감을 느끼며 지크 의 어깨에서 손을 떼었다. 지크는 아차 하며 둘러대려 했으나, 루이체는 이미 지크 에게 질문을 던질 기세를 갖추고 있었다. "리, 리오 오빠한테 무슨 일이 생긴거지, 그렇지!! 어서 말해 오빠, 말해줘!!!" "‥그, 그러니까‥." 지크는 너무나 정직한 자신의 몸을 저주하며 결국 고개를 푹 숙이며 모든 것을 대 답해 주었다. 한참동안 지크의 말을 듣고 있던 루이체는 결국 울음을 터트렸고, 지 크는 이 사태를 어떻게 할 것인가 고민하며 양 손으로 머리를 감싸 쥐었다. "‥용서못해!!! 가자 오빠!!!" "‥음‥음?! 뭐라고?" 루이체는 주먹을 불끈 쥔 체 일어나서 지크를 바라보고 있었다. 지크는 루이체가 저렇게 화를 내는걸 처음 보았기에 당황했고, 루이체는 기록 파일들을 급히 챙긴 뒤 지크를 잡아 끌고 집 밖으로 나가며 소리치기 시작했다. "내가 도와주겠어!! 감히 나의 리오 오라버니를‥!!!! 도저히 용서할 수 없어!! 정 의가 날 부르고 있어!!!" "‥이, 이봐‥. 다 좋은데 거기서 정의는 왜‥." 결국, 지크는 힘 없이 루이체를 따라 주신전으로 향했다. .................... . . . . . . . "피엘님, 나중에 돌아와서 다시 보겠습니다. 갑자기 이렇게 돌려드려서 죄송해요." "‥무슨 일 있니 루이체? 왜 이렇게 진지하게‥." 피엘이 안경을 고쳐쓰며 물어오자, 루이체는 진지한 얼굴로 피엘을 바라보며 이유 를 간단히 말했다. "‥원·디바인 크루세이더가 현 차원계에 나타났어요. 제가 가서 도와주지 않으면, 오빠들은 어려운 전투를 해야만 해요. 지금까지 배운 것도 있으니, 제가 꼭 도움이 될거에요." "…." 피엘은 잠시동안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다시 미소를 지은 뒤 루이체 가 건내준 기록 파일을 받아 들며 루이체에게 격려를 보내 주었다. "‥그래, 힘내 루이체. 나도 기대하고 있을께." "예!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힘차게 뛰어가는 루이체의 뒷모습을 잠시 바라보고 있던 피엘은 곧 정색을 하였고, 책상 위에 있는 통신기를 이용해 연락을 취하기 시작했다. "주신이시여, 메타트론이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예. 예, 알겠습니다." ※※※ "‥저 애는 왜 데리고 왔나. 혹을 하나 더 달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힌건가." 휀은 지크, 그리고 그와 함께 온 루이체를 보며 나지막히 물었고, 지크는 머리를 긁적이며 미안하다는 듯 휀에게 말했다. "쳇, 힘없는 내가 어쩌겠어. 하여튼, 루이체가 대장한테 물어볼게 있다고 하니 듣 기나 해 봐." "…." 휀은 시선을 루이체에게 돌렸고, 루이체는 곧 목소리를 가다듬은 뒤 휀에게 자못 진지한 표정으로 묻기 시작했다. "‥리오 오빠가 어디 있는지 아세요?" "돌려보내." "자, 잠깐만요!!!! 나한텐 중요한 일이라고요!!!!" 그러나, 휀은 매정하게 돌아서서 어디론가 가버렸고 루이체는 불만을 터트리며 지 크에게 따지기 시작했다. "오빠, 휀을 잡지 않고 뭐하는거야!!" "‥동생아, 나라도 이 상황에서 그런 질문을 하면 화날거다. ‥아, 너한테 신기한 거 보여줄까?" "‥신기한거?" 루이체는 인상을 찡그리며 지크에게 되물었고, 지크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 말하는 기계가 있다구. 너도 보면 깜짝 놀랄거야." "‥말하는 기계? 뭔데? 냉장고? 세탁기? 아니면 다리미?" 루이체는 한심하다는 듯 어깨를 으쓱이며 비아냥댔고, 지크는 여유만만한 미소를 지은 체 루이체에게 말했다. "헤헷, 리오하고 똑같은 녀석이지. 뭐, 보기 싫다면 어쩔 수 없고‥." "‥!!" -------------------계속--- For Goddess...! (2부) Vol. 45 --------------------------------------------------------------------------- --------------------------------------------------------------------------- 루이체를 데리고 화이트 나이트의 격납고로 가며 한참 콧노래를 흥얼거리고 있었 다. 잘만 하면 루이체 덕에 화이트 나이트의 정체를 알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서 였다. 어차피 밑져야 본전이기 때문에 지크로선 상당히 여유가 있었다. "‥아, 그런데 루이체. 메타트론 녀석에 대해서, 선신계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 까? 오래간만에 나타난 태고의 대 천사장이라며 환영해줄까?" "음? 음‥그건 잘 모르겠지만, 메타트론 정도의 신성력을 가진 천사라면 지금쯤 선신계에서도 대책을 논의하고 있을거야. 현 대 천사장인 벨제뷰트로서는 환영할 일이 아니지. 메타트론이 정식으로 선신계에 올라온다면 메타트론의 아래 지위로 내려갈게 뻔하니까. 음‥그런데 악마왕 사탄과 루시펠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이번 메타트론의 일‥그쪽도 메타트론이라면 상당히 긴장하고 있을텐데. 게다가 그 들은‥음?! 오빠, 같이 가!!" 복잡한건 싫어하는 지크였다. .......................... . . . . . . . 「‥그래, 알았다 시에. 그럼 들키기 않게 조심해서 가거라.」 시에로 부터 한참 정보를 듣던 화이트 나이트는 시에의 머리를 쓰다듬어준 뒤 가라 는 손짓을 했다. 그러나, 시에는 품에 숨기고 있던 무언가를 꺼내기 위해 낑낑대기 시작했고, 곧 종이에 싸인 무언가를 화이트 나이트에게 내밀었다. "자, 세이아가 구운 빵이야. 아직 따뜻할테니 먹어." 「‥미안하지만 이걸 먹을 상황은 아니야. 네가 대신 먹어주‥.」 "이봐! 뭐하는 거야!!" 순간, 화이트 나이트와 시에에게 지크의 날카로운 음성이 들려왔고 둘은 움찔하며 지크가 있는 쪽을 바라보았다. 지크는 매우 흥분한 표정으로 둘에게 달려왔고, 시 에가 들고 있던 빵을 거칠게 빼았아 화이트 나이트의 앞에 들이밀며 소리치기 시 작했다. "이게 뭐야! 기계 덩어리일 뿐이라는 녀석이 무슨 빵이야!! 두달동안 참아왔지만 이제 솔직히 말 해, 이젠 지겹다구!!! 루이체도 있으니 어서!!!" 「….」 화이트 나이트는 아무 말 없이 지크를 바라볼 뿐이었다. 결국, 지크는 흥분한 나 머지 주먹을 불끈 쥐며 화이트 나이트의 안면에 일격을 날렸으나 화이트 나이트는 가볍게 피한 뒤, 지크에게 진정하라는 듯 손을 내밀며 말했다. 「‥진정하시고 들어보십시오. 만약,리오님이라면 두달동안 화이트 나이트라 자칭 하며 여러 사람들의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 이유가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 않습 니까. 다른 사람들이 걱정하고, 또 눈물을 흘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 말입니다. 리오님은 아무 이유 없이 그러실 분이 아닙니다.」 순간, 지크는 화이트 나이트의 이상한 언변에 고개를 갸웃거렸고 가만히 화이트 나이트의 말을 듣고 있던 루이체는 알아 들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지크의 등판 을 손바닥으로 강하게 내리쳤다. "오빠!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리오 오빠하고 닮은 기계를 보여준다더니, 전혀 상관이 없는 인공지능 아저씨잖아!!" "우욱! 뭐, 뭐라고‥?" 지크는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루이체를 바라보았고, 루이체는 곧 윙크를 하며 지크에게 나가보라는 손짓을 했다. 아직도 이해가 가지 않던 지크는 고개를 갸웃 거리며 격납고 밖으로 나갔고, 루이체는 먼저 오래간만에 본 시에를 향해 팔을 벌 리며 반가움을 표시했다. "와아, 많이 컸구나 시에! 언니는 시에가 너무 보고싶었어!" "우웅, 루이체!! 나도 보고싶었다!" 시에는 곧바로 루이체에게 안긴 뒤 루이체의 얼굴에 볼을 부벼댔고, 루이체는 곧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화이트 나이트에게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리오 오빠에게 전해주세요. 오빠를 믿고 있다고요. 어렸을 때부터 주욱‥." 「‥후훗, 리오님도 알고 계실겁니다.」 무언가 알 수 없는 말이긴 했지만, 루이체는 화이트 나이트의 말을 이해한 듯 했 고 화이트 나이트 역시 평소와는 다른 웃음이 섞인 말투로 루이체에게 감사를 표시 했다. 에에에에에에엥­ "음?" 그때, 격납고 밖에서 적색 1호를 알리는 경보음이 길게 들려오기 시작했고 루이체 와 화이트 나이트는 움찔하며 곧바로 격납고 밖으로 나가 상황을 파악하기 시작했 다. "지크 오빠, 무슨 일이야!!" "나, 나도 몰라! 연락도 오지 않아!" 루이체는 먼저 밖에 나가 있던 지크에게 걱정스런 표정을 지으며 상황을 물었으나, 지크는 모른다며 역시 인상을 찡그릴 뿐이었다. 그러나, 화이트 나이트는 달랐다. 「‥뭔가 거대한 물체가 방금 전 드래고니스 근방에 워프했습니다. 서룡족의 병기 중엔 이런 신호를 가진 물체가 없기 때문에 비상이 걸린 듯 합니다.」 "뭐? 워프? 하지만, 드래고니스 근처에 워프하는건 보통 병기로는 에너지 분배의 딜레이 때문에 자살 행위에 가깝다고 들었는데?" 지크의 물음에, 화이트 나이트는 앞에 보이는 공터로 걸음을 옮긴 뒤 등의 부스터 를 점검하는 듯 위, 아래로 움직여 보며 대답했다. 「‥상대방이 지금까지 공개한 병기라면 그렇습니다. 하지만, 지금 나타난 물체는 전혀 새로운 병기입니다. 신호가 확인되지 않습니다. 그리고‥저와 같이 감정이 존 재하고 있습니다.」 "뭐, 뭐라고?!" 화이트 나이트의 말에, 지크는 깜짝 놀라며 되물으려 했으나 화이트 나이트는 이미 드래고니스에 둘러진 초차원 결계의 윗쪽으로 날아가는 중이었다. ※※※ "‥아직 시험이 끝나지 않은 무기라 하지 않았소? 와카루 박사‥." 메타트론의 물음에, 와카루는 희미한 미소를 지은 체 고개만 끄덕일 뿐이었다. "허허헛, 그렇습니다. 하지만, 시험이고 뭐고가 필요 없죠. 전 돌려보내주는 것 뿐 이니까요. 물론 다시 데려와야 하지만‥허허허헛‥." 와카루 특유의 웃음 소리를 들은 메타트론은 씁쓸히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내 저었 다. "‥훗, '파괴신'을 물리친 후에 목표는 당신으로 정해야 하겠군. 당신은 너무 악랄 해‥. 악마들보다 더." 그러자, 와카루는 여전히 미소를 띄운 체 메타트론에게 말했다. "허헛, 인간에게 주어진 특권이지요. 선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선을 철저히 배제 할 수 있는 것‥. 그러나 난 그냥 순수히 내 연구를 위해 이럴 뿐이라오. 너무 그 러진 마시오." "‥당분간은. 그런데, 동룡족이 이 일에서 손을 떼려 하던데‥어떻게 할 생각이오 와카루 박사?" 메타트론이 팔짱을 끼며 진지한 표정으로 묻자, 와카루는 어깨를 으쓱이며 별 고민 아니라는 듯 대답했다. "후, 맘대로 하라고 하시구려. 어차피 그들은 전력상 숫자로 밖에 도움이 안됐으니 말이오. 게다가 그들의 대쪽같은 자존심을 보아 저쪽과 협력을 할 이유는 없는 것 같으니 크게 생각하진 않아도 될 것 같소. 자, 그럼 우린 구경이나 합시다‥." 와카루는 의자 등받이를 뒤로 젖힌 뒤 편히 누우며 말했고, 메타트론은 묵묵히 모 니터에 시선을 돌렸다. ※※※ "23함대, 49함대 전파!! 적을 막을 수 없습니다!!! 엄청난 돌파력입니다!!!!" "98함대 전멸 직전!! 일직선으로 드래고니스를 향해 밀고 들어오고 있습니다!!!!" 계속 되는 긴장감 넘치는 보고에, 바이칼은 인상만 구기고 있었고 장로는 너무나 갑자기 벌어진 상황에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었다. 옆에서 조용히 상황판을 지켜보 던 휀은 곧 바이칼의 어깨를 손으로 툭 치며 나지막히 말했다. "내가 나가겠다. 뒷처리나 잘 하도록." "‥흥, 맘대로. 하필이면 4대 용왕들이 다른 곳에 있을때 이러다니‥." "음?! 마마, 화이트 나이트가 출격 허가와 초차원 결계의 부분 전개를 요청하고 있습니다! 지시를 내려주십시오!" 그때, 갑작스런 오퍼레이터의 보고에 바이칼은 잠시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 하다가 눈을 질끈 감으며 오퍼레이터에게 말했다. "‥각하한다." "예? 하, 하지만‥."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라고 해!! 혼자 나가서 어쩌겠다는 말이야!!!" 냉정을 잃어버린 바이칼의 고함에 드래고니스 사령실 안은 일순간 서리를 맞은 것 처럼 고요해 졌고, 장로는 조용히 눈을 감으며 속으로 안타까워했다. ‘‥아직도 그 일을 잊지 못하고 계시는건가‥.’ "‥아, 마마!! 화이트 나이트가 초차원 결계를 중화시키고 있습니다!!!" "­!!!" 순간, 바이칼의 표정은 창백하게 변했고 곧바로 각 카메라들은 화이트 나이트에게 로 돌려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초차원 결계를 중화시킨 화이트 나이트는 그 구멍 을 통해 엄청난 스피드로 날아 올랐고, 구멍이 뚫린 결계는 곧바로 다시 매워졌다. 결국, 바이칼은 팔걸이를 주먹으로 내려 치며 이를 악물고 말았다. "‥빌어먹을 녀석‥또‥!!" "‥조용히 지켜보는게 좋겠군. 적 신병기의 성능도 확인할 겸‥. 무인 카메라를 내 보내도록." 휀은 바이칼의 어깨를 살짝 두드려준 뒤 지시를 내렸고, 곧 휀의 지시에 따라 드래 고니스에선 화이트 나이트가 간 방향을 향해 무인 카메라를 발사했다. 얼마 후, 드래고니스의 모니터엔 전함 하나 크기의 거대한 병기의 모습이 들어왔 고, 그 앞에 오리하르콘 소드를 들고 대치하고 있는 화이트 나이트의 모습 역시 들 어왔다. 화이트 나이트는 곧 온 몸에서 빛을 뿜으며 정상 크기로 커졌고, 엄청난 스피드로 적의 신 병기를 향해 돌진하기 시작했다. 팔과 다리가 비정상적으로 큰 적의 인간형 신 병기를 한참 바라보던 장로는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지금까지 자신들이 보았던 적의 병기와는 달리, 지 금의 것은 서룡족의 기술이 상당량 보이는 것이었다. 물론 외부적 구조만 그랬지 만‥. "‥잠깐, 저 병기의 가슴팍에 있는 것은‥? 아, 아니!!!" 한참 적 병기를 관찰하던 장로는 흠칫 놀라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고, 휀 역시 눈을 가늘게 뜨며 한숨을 쉬어 보았다. 그 적 병기의 가슴 앞엔 팔과 다리가 묶인 한대의 웨드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웨드의 가슴쪽엔 수많은 파이프가 연결 되어 적 병기의 내부로 들어가고 있었고, 웨드는 괴로운 사람처럼 수차례 고개를 내 젓고 있었다. 가만히 그 웨드를 바라보던 휀은 뭔가 이상하다는 듯 장로를 바라 보며 말했다. "전의가 느껴지지 않습니다. ‥슬픔, 괴로움이 느껴지고 있는데‥이런 경우를 보신 일이 있습니까?" "‥그, 글쎄요‥! 하지만, 저 병기는 도대체 왜 우리의 웨드를 매달고 있는건지‥! 설마 방패로 쓰기 위해서?" "파이프가 연결된 것을 보아 그런 것 같진 않습니다만‥. 계속 지켜보는게 좋을 듯 합니다." 한편, 휀이 느끼고 있는 것을 그 전부터 느끼고 있는 사람이 있었다. 집에서 한참 요리를 하다 밖으로 나온 세이아는 양 손을 모아 입을 가린 체 흐린 표정으로 중 얼거렸다. "‥이‥슬픔은‥?" ------------------계속--- For Goddess...! (2부) Vol. 46 ------------------------------------------------------------------------- 리오 언제 살아나요? 라는 질문‥, 통신 한번 접속하면 거의 한번 꼴로 본 질문 이었다. 그만큼, 이 사건은 대단한 기록을 지녔고‥겨우 십수편이 연재됐을 뿐인데 바이칼 사건 이후 가장 필자를 괴롭힌 사건으로 기록되게 된다. -------------------------------------------------------------------------- 적 병기가 앞으로 밀고 옴에도 불구하고, 화이트 나이트는 뒤로 후퇴만 할 뿐, 전 진은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 역시 적 신병기의 가슴에 매달려 있는 웨드에게서 느 껴지는 괴로움과 슬픔 때문이었다. 한참을 전진하던 적 병기가 갑자기 움직임을 멈추었다. 화이트 나이트는 움찔하며 역시 움직임을 멈추고 적 병기를 바라보았고, 조금 후 적 병기의 양 팔뚝과 다리 부위의 장갑판이 날아가며 수백개의 광선포구가 입을 드러냈다. 곧이어, 그 포구들 은 일제히 불을 뿜기 시작했고 화이트 나이트는 급가속을 하며 자신을 향해 쏘아지 는 광선들을 피해 나갔다. 그런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화이트 나이트는 공격을 하지 않았다. 분명히 몇번이고 공격할 기회를 잡았음에도 불구하고‥. 「‥넬‥!!」 .................... . . . . . . . . "저 녀석 혼자 잘났다고 나가더니 왜 공격을 못하는거야!! 공격 안할거면 들어오라 고 말해!!!" "잠깐, 이유가 있다." 바이칼이 흥분된 목소리로 소리치자, 휀이 손으로 그를 제지하며 말했고 바이칼은 또 무슨 소리냐는 듯 휀을 쏘아 보았다. 휀은 곧바로 장로를 바라보며 물었다. "무인 카메라에 내장된 장치로 적 병기의 앞에 매달려 있는 웨드의 내부 구조를 살 펴볼 수 있습니까." "‥아, 예. 가능합니다. 하지만, 저 포화를 뚫을 수 있을지‥?" "해 볼 가치가 있을 것 같습니다." "예, 알겠습니다." 장로는 곧바로 무인 카메라의 조종을 맡은 오퍼레이터에게 지시를 내렸고, 오퍼레 이터는 곧 길게 한숨을 내 쉬며 무인카메라를 적 병기에게 접근시키기 시작했다. 네번째의 무인카메라가 파괴되고 다섯번째의 무인카메라가 가슴 부위에 접근한 순 간, 오퍼레이터는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키를 두드렸고 곧바로 한쪽 화면엔 적 병 기의 앞에 매달려 있는 웨드의 내부 구조가 빠르게 떠올랐다. 무인카메라는 곧바로 파괴되었지만, 전송해준 내부 사진은 장로에게 충격을 던져주기에 충분했다. "아, 아니‥! 콕핏트 대신에 박혀 있는 저 장치는 도대체‥?!" 장로의 말 대로, 웨드의 콕핏트엔 사람의 모습 대신 알과 같은 생김새의 괴 장치가 자리잡고 있었고 그 장치를 가만히 바라보던 휀은 순간 눈을 번쩍 뜨며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넬‥! 넬·에렉트‥!!" "예? 무슨 말씀이십니까 휀 님?" "‥저 안에 제가 아는 아이가 들어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사람이 들어갈 정도 의 크기가 아니라 생각되는데 어째서 그 아이의 느낌이‥." "휀 님! 장로님!" 그때, 상황실의 입구에서 세이아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고 휀은 자신에게 다가 오는 세이아를 바라보며 그녀에게 물었다. "무슨 일이십니까 세이아님." "넬, 넬이에요! 넬이 이쪽으로 오고 싶다며 울고 있어요!! 괴로워 하고 있어요!!" "‥이쪽으로‥오고 싶다고 말입니까." "예! 그런데, 넬은 어떻게 되어 있나요?" 휀은 세이아가 넬이 어떤 상황인지는 모르고 있다는 사실에 그만 눈을 감고 말았 다. 자주 볼 수 없는 휀의 안타까운 표정에 세이아는 움찔하며 할 말을 잃었고, 휀은 곧 뒤로 돌아서며 세이아에게 말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훼, 휀 님! 설마, 설마‥?!" "죄송합니다. 지금으로선 아무 대답도 해드릴 수 없습니다." 세이아는 결국 눈을 감고 양 손을 모으며 누군가에게 기도를 하기 시작했다. 주신 일지, 아니면 또 다른 누군가에게 일지. 그것은 세이아 외엔 아무도 모르는 일이었 다. ........................ . . . . . . . 「‥!!」 화이트 나이트는 쉴새 없이 뿜어지는 광선 중 하나가 자신의 어깨를 스치고 지나가 자, 움찔하며 몸 주위에 바리어를 전개하기 시작했다. 바리어를 전개하는 순간에도 광선들은 무섭게 화이트 나이트에게 내리 꽂혔고, 화이트 나이트의 바리어 외부는 광선들에 의해 일순간 하얗게 뒤바뀌어 졌다. 사실, 화이트 나이트는 적 병기와 상대하기 전부터 예전과 같은 움직임을 발휘하진 못하고 있었다. 그 이유는 너무나 도 간단했다. ‘‥주 동력은 이미 고갈되었나‥. 하긴, 무리도 아니지. 3개월 동안 하이드로 레 이저 라이플 등을 쉴 새 없이 난사했으니 오리하르콘 결정 하나로는 부족한게 당연 해. 하지만‥이대로 나갈 순 없어!!’ 화이트 나이트가 생각하는 도중에도, 바리어엔 계속해서 광선들이 뿜어졌고 결국 화이트 나이트는 보조 동력을 끌어 올리며 다시금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 . . . . . . . "‥알테미스‥." 2개월 전보다 훨씬 더 안색이 안좋아진 아란. 그녀는 이미 마를 대로 말라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아무에게도 이유를 밝히지 않았고, 결국 지금은 정신병 말기 증상의 사람처럼 거의 폐인 직전까지 와 있었다. 멍한 눈으로 창 밖을 바라보던 아란은 자 신의 옆에 앉아있던 알테미스의 이름을 불렀고, 알테미스는 조용히 아란에게 시선 을 돌렸다. 아란은 곧 이상한 미소를 머금은 체 알테미스를 바라보며 말하기 시작 했다. "‥후훗‥후후훗‥. 난 더이상 버틸 수 없어‥이젠 싫어‥. 데스 발키리도, 절망의 힘도, 또 죽었다가 다시 살아나는 것도‥. 그리고 너희들에게 더이상 죄를 짓고 싶 지도 않아‥." "‥무슨 소리지." 알테미스는 눈을 가늘게 뜨며 아란에게 이유를 물었고, 아란은 곧 킥킥 웃으며 자 신의 검, 디스파이어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 검의 끝을 자신의 복부에 가져가며 말했다. "‥저주스러워‥. 이런 것‥. 나에게 필요한건 이런 힘이 아니야‥육체도 아니야‥ 그저 한 남자가 필요했을 뿐이야‥." "…." "‥그런데, 그 남자는 나 때문에 또 고통스러워 하고 있어‥. 자신의 친구들을 앞 에 두고도 죽은 척‥. 자신 때문에 친구들이 고통스러워 하고 있는 것을 보면서도 죽은 척‥후후후훗‥." "‥아란, 너 설마‥." "‥후훗, 후후후후훗‥. 내가 죽으면, 이 디스파이어와 이 십자가는 그 남자에게 전해줘‥. 난 그와 영원히 함께할거야‥다시 살아나지도, 죽지도 않고‥." 푸욱­!!! 알테미스는 아란의 등을 디스파이어의 검 끝이 뚫고 나오는 모습을 보며, 침대 밑 으로 흐르는 피를 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 아란은 심한 고통 속에서도, 미소를 지 으며 나지막히 말했다. "‥행복해‥." "…." 순간, 아란의 몸은 핏물로 변하며 침대 아래로 녹아내렸고 그 피에 파묻힌 디스파 이어는 진홍색의 빛을 뿜어내며 검 속에 누군가의 영혼이 흡수되었다는 것을 알테 미스에게 말해 주었다. 알테미스는 곧 의자에서 일어나 아란의 피 속에서 은제 십 자가와 디스파이어를 꺼내 피를 털어낸 뒤 말 없이 방을 나섰다. ....................... . . . . . . . 퍼엉­!!!! 「크으윽­!!!!」 바리어의 출력이 떨어지자 마자, 화이트 나이트의 왼 팔은 광선에 직격하며 떨어져 나갔고 그 때문에 큰 충격을 입은 화이트 나이트는 지상으로 추락하기 시작했다. 다행히, 겨우 역추진에 성공한 화이트 나이트는 추락만은 겨우 면하였으나 그것도 잠시였다. 몸을 지탱할 에너지조차 사라져버린 화이트 나이트는 그대로 차가운 땅 위에 누워버렸고 화이트 나이트를 격추시킨 적 병기는 굉음을 일으키며 다시금 드 래고니스를 향해 전진하기 시작했다. 「‥아, 안돼‥!! 정신차려 넬‥!!!」 그러나, 화이트 나이트의 목소리는 그 병기에 미치지도 못할 정도로 약했다. 화이 트 나이트의 동력은 외부 스피커를 움직이는 것이 마지막이었다. 결국, 화이트 나 이트의 시각 카메라는 빛을 잃었고 화이트 나이트는 죽은 사람처럼 더이상 움직이 지 않았다. .................... . . . . . . . "화이트 나이트, 동작 정지!! 아무런 신호도 잡히지 않습니다!!!" "‥빌어먹을 녀석!!!!" 콰앙!!! 바이칼의 돌출 행동은 결국 옥좌의 팔걸이를 다시금 부숴 놓았고, 세이아는 눈을 질끈 감으며 모니터로 부터 시선을 돌리고 말았다. 장로는 다시 다가오기 시작하 는 적의 병기를 어떻게 막을까 고심하기 시작했고, 휀은 결국 숨을 길게 내 쉬며 장로와 바이칼에게 말했다. "장로님. 제가 나가겠습니다. 제가 드래고니스에서 벗어나면 전 함대에게 후퇴 신 호를 보내주십시오." "‥예, 부탁드립니다 휀 님. 제발 조심하시길‥." 휀이 막 나가려는 순간이었다. 갑자기 상황실의 문 밖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왔 고 상황실 문은 소리가 멈추자 마자 활짝 열려졌다. 휀은 문 밖에 쓰러진 전룡단 단원들과, 커다란 회색 헝겁에 쌓여진 무언가를 들고 있는 알테미스의 모습을 보고 나가는 것을 멈추었고, 알테미스는 자신이 가지고 온 물건을 휀의 앞에 내 던지며 나지막히 말했다. "‥그 남자에게 전해주십시오. 그리고, 더이상 아란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 해 주십시오. 그럼 이만." "‥!" 알테미스는 곧바로 몸을 돌려 상황실에서 빠져 나갔고, 말 없이 알테미스가 나간 상황실의 문을 바라보던 휀은 곧 알테미스가 바닥에 내 던진 물건을 손으로 집은 후 바이칼을 바라보며 말했다. "와라." "‥흥, 뭘 던져줬길래 사람을 오라 가라 하는건가. 난 지금 얘기할 기분도 아니 고, 장물 구경할 기분도 아니‥읍!" 순간, 바이칼의 몸 위에 회색의 무거운 물체가 덥쳐왔고 바이칼은 깜짝 놀라며 휀 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휀은 바이칼에게 시선도 돌리지 않은 체 곧바로 세이아를 바라보며 정중히 말했다. "저 병기를‥넬을 막아주실 수 있으십니까." "예‥?" "넬에겐 이제 세이아님이 희망입니다. 만약 세이아님께서 넬을 막지 못하실 경우, 전 넬을 처치할 것입니다. 더이상의 희생은 간과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잠시만 이라도 괜찮습니다. 부탁드립니다." "‥알겠습니다. 해 볼께요!" 지금의 세이아는 여태까지의 세이아완 자못 달랐다. 마치 아이를 지키려는 어머니 와 같이, 세이아의 눈엔 힘이 담겨 있었다. 세이아는 곧 빛으로 변하며 어디론가 사라졌고, 휀은 곧 바이칼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것을 들고 화이트 나이트가 쓰러져 있는 장소로 가라. 무슨 의미인지는 나도 모르겠지만, 그에겐 네가 필요할테니까." "‥!!!" "‥뒤는 나와 장로님께 맡겨라." 아무 말 없이 휀을, 그리고 자신의 몸 위를 덮고 있는 물체를 바라보던 바이칼은 곧바로 그 물건을 들고 몸을 일으켜 상황실 밖으로 나갔고, 휀은 장로를 바라보며 나지막히 말했다. "어째서 일이 이렇게 된건지‥조금 후면 알 수 있을 것 같군요." "‥예‥?" "‥아, 세이아님께서 나오셨습니다. 전 함선을 양쪽으로 후퇴시켜 적 병기가 드래 고니스 가까이까지 올 수 있도록 해 주십시오." "예, 알겠습니다!" 조금 후, 드래고니스의 상공엔 거대한 한쌍의 날개를 가진. 밝지도, 그렇다고 희미 하지도 않은 따뜻한 빛을 뿜어내는 한 여성의 모습이 모두에게 보일 정도로 나타 났고 비상 대기중이던 드래고니스의 전 전룡단과 웨드 파일럿들은 생전 본 일이 없는 그 광경에 잠시나마 넋을 잃고 말았다. 한편, 드래고니스의 하단부에선 세이 아의 하얀 날개완 다른, 군청색의 날개를 지닌 드래곤이 회색 헝겁에 뒤덮힌 물체 를 입에 문 체 어디론가 빠른 속도로 날아가기 시작하고 있었다. -------------------------계속--- For Goddess...! (2부) Vol. 47 ----------------------------------------------------------------------- ------------------------------------------------------------------------- 화이트 나이트가 쓰러진 장소에 겨우 도착한 바이칼은 곧바로 몸을 인간의 형태로 바꾸었고, 화이트 나이트에게 달려가 콕핏트 위를 두드리며 소리치기 시작했다. "이봐! 나와 어서!!! 지금까지 날 속인 댓가를 받을 차례다!!" 순간, 의외로 콕핏트 문은 쉽게 열렸고 연기와 함께 큰 키의 남자가 바깥으로 모습 을 드러냈다. 그 남자는 심하게 기침을 하며 연기를 손으로 내 저었고, 나오자 마 자 쓴 웃음을 지으며 중얼거렸다. 리오·스나이퍼‥. 그는 다른 사람들이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망토와 머리끈을 하지 않은 평상시 그대로의 모습으로 화이트 나이트 의 콕핏트 속에서 나오고 있었다. "‥후우, 이거 질식사 하겠는걸. 강제 트랜트 오프를 시키는 바람에 무리가 갔나 봐. 아, 오래간만이다 바이칼. 혈색은‥." 파악­!! 순간, 바이칼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리오의 몸을 강하게 끌어 안았고, 리오는 갑작스런 바이칼의 행동에 당황하며 주위에 아무도 없나 확인하기 시작했다. "이, 이봐! 아무리 오래간만이지만 이런건 자제를 해야 하잖아!" "‥으윽‥!! 이 바보같은 녀석아, 이게 그냥 오래간만이라며 끝낼 일이야!!!" 바이칼은 리오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은 체 소리쳤고, 그 외침에 리오는 그만 할 말을 잃고 말았다. 리오는 어깨를 떨며 흐느끼고 있는 바이칼의 머리와 등을 손으 로 쓰다듬으며 조용히 사과하기 시작했다. "‥미안해. 하지만 어쩔 수 없었어. 내가 다시 살아나서 돌아다닌다면‥." "‥자세한 얘기는 나중에 해. 이거나 받아." 바이칼은 소매로 눈물을 훔치며 들고 왔던 물건을 리오에게 건내 주었고, 리오는 빙긋 웃으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그는 물건을 싼 자신의 망토를 먼저 풀어냈으나, 곧 그는 망토 속에서 떨어지는 세자루의 검과 십자가를 바라보며 표정을 굳히고 말 았다. 그 안엔 자신이 생각하지 못했던 물건인 디스파이어가 섞여 있었기 때문이었 다. "‥바이칼, 어째서 이 검이 여기에 있는거지?" "‥나도 몰라. 하여튼, 그 알테미스라는 데스 발키리가 더이상 아란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말했어." "‥!!!" 순간, 리오의 얼굴은 흙색으로 변했고 바이칼은 갑자기 느껴진 리오의 이상 분위 기에 움찔하며 그를 다시 바라보았다. 한참동안 침만을 넘기며 감정을 억제하던 리 오는 결국 손으로 얼굴을 덮으며 고개를 젓고 말았다. 리오는 자신의 망토를 걷어 올린 뒤 자신의 몸 위에 천천히 둘러 나갔다. 하지만, 바이칼은 리오의 그 모습이 평소와는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여태까지의 리오와는 틀렸다. 그는 지금 눈물을 목으로 넘기고 있었다. 망토를 두르고, 세자루의 검을 허리에 나누어 맨 리오는 곧 바이칼을 바라보며 쓸 쓸히 말했다. "‥가자 바이칼. 더이상 소중한 것을 잃긴 싫으니까." "‥기다려 봐." 바이칼은 그렇게 말하며 리오의 뒤로 돌아갔고, 주머니에서 긴 끈 하나를 꺼내 리 오의 산발을 자신이 직접 묶어주기 시작했다. "‥옛날 레나라는 여자가 너에게 주었던 끈은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더군. 어쨌거나 , 넌 머리를 묶은게 더 어울려. 이걸로 대신하는게 좋아." 바이칼의 말 마무리는 좋지 않았지만, 리오는 충분히 바이칼에게 고마워 하고 있 었다. 자신의 머리체를 손으로 다듬은 리오는 마지막으로 바닥에 떨어져 있는 은 제 십자가를 목에 건 뒤, 바이칼을 바라보며 말했다. "‥오래간만에 날아보자, 바이칼." 우우우우우우우웅­ 그때였다. 갑자기 드래고니스가 있는 반대편에서 들려오는 소리‥. 사방 전체를 울 리는 그 소리에 리오와 바이칼은 뒤를 돌아보았고, 그들은 공간의 일그러짐이 셀 수 없을 정도로 다수 나타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것을 보던 리오의 눈은 가늘 게 변했고, 곧 바이칼의 어깨를 두드리며 나지막히 말했다. "‥빌어먹을 녀석들‥. 넌 어서 돌아가. 여긴 내가 맡을테니 넌 넬을 맡아줘." "‥흥, 네가 지금 하는 행동이 무얼 말하는지 알고나 있나." "‥?" 리오가 돌아볼 틈도 없이, 바이칼은 곧바로 드래곤의 모습으로 몸을 변화시켰고 곧 리오를 쏘아보며 말했다. "넌 수차례 이 용제의 자존심을 짓밟았다. 내 부하들과 백성들은 내가 지켜. ‥명 심해 둬라, 서룡족의 제왕은 네가 아니고 나다. 헛소리 말고 타기나 해." 그러자, 리오는 쓴 웃음을 지으며 바이칼의 어께에 올라탔고, 그의 목을 두어번 두 드리며 물었다. "‥넬은?" "세이아가 맡고 있다. 그녀 역시 여신이고, 휀 녀석까지 있으니 알아서 할거다. 네 가 몇번이나 말했지 않나. 넌 네 동료들을 믿고 있다고." 바이칼의 그 말을 들은 리오는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푸욱 쉬었고, 곧바로 디바이 너와, 여태까지 한쌍으로 쓰던 파라그레이드 대신 디스파이어를 꺼내 들며 바이칼 에게 말했다. "‥훗, 눈물 자국이나 닦고 말하시지 용제님." "‥닥쳐." 조금 후, 리오를 등에 태운 바이칼은 엄청난 스피드로 공중을 향해 날아 올랐고 그와 함께 공간의 일그러짐들은 곧 여태까지 보아온 동룡족의 함선들과는 다른, 또 다른 모습의 함선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던 리오는 씨익 웃으며 바이칼에게 소리쳤다. "좋아, 멋지게 한방 날려 바이칼!!!" "명령조로 얘기하지 마!!" 그의 말과는 달리, 바이칼의 벌려진 입 안에선 새파란 에너지의 구체가 생성되기 시작했고, 그 구체는 일순간 거대한 푸른색의 섬광으로 변하며 적 함대를 향해 날 아가기 시작했다. 그 후 리오와 바이칼의 시야를 일순간이나마 괴롭힌 섬광은 전 차원계 최고, 최강 의 콤비라 불리우는 둘의 재 결성을 알려주는 축포로서 사방에 퍼져 나갔다. ※※※ 드래고니스의 선수에서 조용히 적 병기를 기다리던 세이아는 얼마 있지 않아 적 병 기가 뿜어내는 광선에 집중 공격을 받기 시작했다. 하지만, 세이아가 신력으로 직 접 만들어낸 방호망은 광선들을 막아내기에 충분했다. 현재, 적 병기에게 공격을 가하는 존재는 아무것도 없었고 적 병기는 자신의 앞을 막아 선 세이아에게 집중 공격을 하염없이 퍼붓고 있을 뿐이었다. 그 상태에서, 세이아는 눈을 감고 다시금 힘을 집중하며 적 병기에 매달려 있는 웨드의 콕핏트 안쪽을 향해 자신의 마음을 접근시키기 시작했다. 「넬, 들리는거니 넬? 들리면 대답해봐, 어서.」 그러나, 세이아의 물음에도 불구하고 웨드에선 아무런 반응이 나타나지 않았다. 하 지만, 세이아는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웨드 안쪽에 마음을 접근시키기 위해 애를 썼다. 「‥돌아갈거야‥방해하지 마­!!!!」 "­?! 넬!!!" 순간, 적 병기의 두부가 열리는가 싶더니, 곧바로 고 출력의 에너지 광선이 뿜어졌 고 그 광선에 직격을 한 세이아는 그만 그 광선의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드래고니 스의 초차원 결계에 충돌하고 말았다. 몸에 큰 충격을 입은 세이아는 등에 전해지 는 고통을 참으며 다시 신력을 발휘하기 시작했고, 그녀의 방호망은 그 두께를 더 해갔다. 세이아는 다시금 웨드 안에 있는 넬에게 마음을 접근시키기 위해 애를 썼 으나, 그녀는 아까와는 달리 웨드 안쪽에서 느껴지는 마음의 벽이 믿을 수 없을 정 도로 두터워진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넬, 정신차려 넬!!!!」 「….」 그러나, 적 병기는 대답 대신 다시금 고 출력 에너지 광선을 뿜어냈고 세이아는 눈 을 질끈 감으며 닥쳐올 충격에 대비했다. "넬 녀석, 계속 그러면 선배한테 혼난다!!!!" 순간, 세이아는 자신이 누군가에게 안겨 믿을 수 없을 정도의 스피드로 이동한 것 을 느낄 수 있었고 그녀는 눈을 번쩍 뜨며 자신을 옮겨준 존재를 바라보았다. "지, 지크씨?!" 지크는 곧 특유의 장난기 어린 미소를 지으며 살짝 윙크를 했고, 곧 세이아를 놓아 준 뒤 적 병기를 돌아보며 그녀에게 말하기 시작했다. "‥헷, 늦진 않았군요. 어쨌거나, 넬 녀석 집에 어지간히 돌아가고 싶었던 모양인 데요? 방해되는 존재가 시각 내에 없으니 곧바로 드래고니스에 공격을 퍼붓네요. 쳇, 내가 잘못 가르쳤지‥." 지크는 주먹을 불끈 쥐며 살짝 분노를 표했고, 세이아는 걱정스런 얼굴로 지크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곧, 지크는 세이아를 돌아보며 물었다. "제가 뭘 해드리면 되는거죠? 뭔가 해드릴 일이 있다면 사양 말고 말씀하세요." "예? 그, 그러니까‥. 절 넬이 타고 있는 웨드에 최대한 가까이 접근하게 해 주세 요. 아마, 가까이 접근할 수 있다면 넬의 마음의 벽을 더 빨리 허물 수 있을거에 요." "‥그래요‥?" 지크는 곧 팔짱을 끼며 고민에 빠져 들었다. 세이아를 가까이 접근시키기 위해선 자신이 적 병기의 공격을 유인하는 수 밖에 없는데, 숨쉴 틈 없이 쏘아대는 적 병 기의 광선들을 일일이 피하면서 유인할 정도의 자신감이 쉽게 들지 않은 탓이었다. "‥쳇, 고민이군‥. 바이론이나 슈렌, 사바신, 레디 녀석들만 있었어도 조금 쉬울 텐데‥. 좋아요, 그럼 제가 할 수 있는 데까지 하죠!" "아, 지크씨 위험해요!!!" "엥?!" 지크는 순간 뒤를 돌아보았고, 그의 시야엔 자신들을 향해 번쩍인 적 병기의 고 출 력 광선이 눈에 들어왔다. 지크는 급히 세이아를 안고 몸을 피하려 했으나, 아무리 지크라 해도 그건 너무 늦은 순간이었다. "아직 어려." 순간, 지크와 세이아의 뒷쪽에서 황색빛의 거대한 기둥이 굉음을 일으키며 분출되 었고, 그 기둥은 고 출력 광선과 상쇄되며 중간에서 사라져갔다. 지크는 움찔하며 뒤를 바라보았고, 그와 세이아는 자신들의 뒤에서 가볍게 오른쪽 손목을 풀고 있는 휀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욱, 대장!" "적에게 시선을 돌리지 않고 대화를 하는건 죽음을 애원하고 있다는 증거. 시선을 고정시켜라." "‥아, 알았어." 지크는 곧바로 적 병기에게 시선을 돌렸고, 휀은 갑자기 쏜 광황포 덕분에 소진된 몸의 기를 다시 보충하며 지크에게 말했다. "나라도 저 집중 포화는 다른 방향으로 유인할 수 없다. 하지만, 저 집중 포화를 하나로 줄이는건 너도 할 수 있다." "‥뭐라? 하지만, 그렇게 하면 넬이 위험할지 모르잖아!" "그런 이유로, 적 병기의 공격을 하나로 차단한다. 난 왼쪽 팔과 다리를, 넌 오른 쪽 팔과 다리를 맡는다. 그 이후, 적의 두상에서 뿜어지는 고 출력 광선은 우리가 유인한다. 그 다음은 세이아님께서 맡아 주십시오." "‥예! 맡겨 주세요!" 세이아는 자신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고, 휀은 곧 지크와 나란히 서며 나지막히, 그리고 간단히 그에게 물었다. "자신있나." 지크는 씨익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오른손 가죽 장갑을 강하게 죄어 보였다. "헤헷, 죽는 것 보다는 자신 있다구 대장. 이 바람의 지크님이 새로 개발한 기술도 보여줄테니 기대하라구!!" "기대하겠다." 곧이어, 휀과 지크는 자신이 맡은 방향을 향해 급속도로 이동하기 시작했고, 세이 아는 양 손을 모으며 조용히 기도하기 시작했다. 그때, 그녀의 머릿속을 무언가가 스쳐 지나갔고 세이아는 순간 감격어린 미소를 지으며 중얼거렸다. "‥돌아오셨어‥!" ----------------------계속--- For Goddess...! (2부) Vol. 48 ------------------------------------------------------------------------- ------------------------------------------------------------------------- 3개월 전. "‥후, 후훗‥. 하하하하하핫‥!!!" 아란의 디스파이어가 자신의 목을 베는걸 눈을 감고 묵묵히 기다리고 있던 리오는 갑자기 들려오는 아란의 웃음소리에 움찔하며 다시 눈을 떠 보았다. 아란은 디스 파이어를 옆에 꽂은 체, 바위 위에 앉아 미친듯이 웃으며 리오에게 말했다. "‥후후훗‥이게 다 당신 때문이죠‥후훗‥. 수백년간 수십번이 넘게 경험해 왔던 전생과 죽음의 고통‥그 끔찍한 고통이 절 이렇게 변화시켰어요‥. 하지만, 달라 지지 않은게 있더군요‥. 난 역시 당신을 죽일 수 없다는 것‥. 당신이 날 죽이는 건 그리 상관하지 않지만‥후후후후후훗‥." "…." 리오는 말 없이 아란을 바라보았고, 디스파이어를 거둔 아란은 곧 리오의 손을 잡 아 그를 일으킨 후 부축을 하며 말했다. "갈 곳이 있어요. 천천히 따라오세요." "‥갈 곳?" 아란은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결국 리오는 하는 수 없이 아란과 함께 어디론가 향 해가기 시작했다. .......................... . . . . . . 겨우 걸을 수 있을 정도로 몸이 회복된 리오가 아란의 안내를 받아 도착한 곳은 폐 허가 된 한 대학의 건물이었다. 건물 근처에 리오를 앉혀놓은 아란은 주위를 한참 두리번 거리며 확인하다가, 이윽고 건물 바로 옆에 있는 나무의 옆을 강하게 쳤고 동시에 건물의 앞엔 지하로 통하는 작은 비밀통로가 열려졌다. 비밀통로를 연 아란 은 리오에게 안으로 들어가자는 손짓을 했고, 리오는 힘겹게 몸을 일으킨 뒤 아란 과 함께 아래로 내려갔다. "‥어째서 대학 지하에 이런 시설이 만들어진거지?" 리오는 통로의 벽을 손으로 더듬으며 아란에게 물었다. "‥만들어진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아요. 아마‥당신들 앞에 화이트 나이트라는 웨드 가 나타나기 얼마 전‥정도? 자세한건 내려가면 알게되요." "‥?" 끝없이 내려가기만 하던 리오는 문득 또 하나의 의문점이 들었다. 통로의 어떤 지 점을 통과하는 순간, 바깥에서 부터 느껴지던 모든 것이 거짓말 같이 느껴지지 않 는 것이었다. 이윽고, 리오와 아란은 거대한 문 앞에 도착했고 아란은 옆에 있는 번호 입력기를 통해 패스워드를 입력했다. 곧, 문은 쉽게 열렸고 리오는 문 안에서 쏟아지는 싸늘 한 기운에 눈썹을 꿈틀대며 그 안으로 들어섰다. "‥이곳은 대체‥음?!" 안으로 들어서던 리오는 멀리 앞쪽에 보이는 하얀색 물체를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 했다. 지금까지 어디서 만들어지고, 어디서 나타난건지 아무도 모르고 있던 화이트 나이트가 자신의 눈 앞에 서 있는 것이었다. "화이트 나이트‥?! 도대체 여긴 뭘 하는 곳이지 아란?" "‥내가 대신 설명해 주겠소, 리오군." "‥?" 리오는 자신의 옆쪽에서 들려온 노인의 목소리에 움찔하며 그쪽을 바라보았고, 하 얀 실험복과 긴 수염, 뒤로 깔끔히 넘긴 흰 머리가 멋지게 어울리는 그 노인은 화 이트 나이트쪽을 바라보며 리오에게 말했다. "‥급하게 만드느라 서룡족의 부품과 오리하르콘을 정당하지 못한 방법으로 구했지 만, 성능은 뛰어난 기체라네. 베히모스들보다 더‥. 물론 생체적인 능력과 동력의 문제 때문에 베히모스보다 오랜 시간동안 돌아다닐 수는 없지만 말일세." "‥그렇군! 예전 웨드의 부품과 오리하르콘 결정체를 가져간 사람이 바로‥! 그럼 당신은 도대체 누구십니까! 어째서 이런 일을 하시는겁니까!" 그러자, 그 노인은 빙긋 미소를 지으며 리오에게 말했다. "‥멀린이라 하네. 자아, 자세한 얘기는 들어가서 하세. 자네도 몸 상태가 그리 좋 진 않은 것 같으니 말일세." ........................... . . . . . . . "‥그렇군요. 베히모스들이 저와 싸우며 수집했던 자료를 토대로 화이트 나이트의 인공 지능을 만드셨던 것이군요. 그런데, 화이트 나이트를 만드실 때 왜 서룡족의 기술력을‥." 멀린은 스푼으로 자신의 앞에 놓인 뜨거운 차를 저으며 조용히 대답했다. "‥난 생명체를 인공적으로 탄생시킬 수 있는 허가를 신에게 받은 유일한 사람일 세. 하지만, 내가 만든 생체병기들이 모두 와카루라는 자의 장난감이 되어 버린 이 후, 난 생체병기들을 만들지 않기로 맹세했다네. 그런데, 내가 모시고 있는 분께서 '파괴신'의 예언이 현실로 드러날 때가 되셨다면서 나에게 하나를 더 만들 것을 부 탁하셨고, 결국 마지막으로 내가 할 수 있는 최고의 병기를 만들기로 했다네. 그래 서 생각을 하던 도중, 서룡족이 만든 '웨드'라는 것에 흥미를 가지게 되었지. 파일 럿의 생각 대로 행동하는 기계‥. 그리고 시간도 급했던 나머지 결국 서룡족의 기 술력을 훔치기로 했던 것이네. '클로머트'에겐 미안했지만‥." 한참 얘기를 듣던 리오는 멀린의 입에서 '클로머트'란 이름이 나오자, 의외라는 표 정을 지으며 물었다. "‥'클로머트'? 서룡족의 장로님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음, 그렇다네. 나의 오랜 친구지. 내가 생물과 전기전자 분야의 전문가라 한다면, 그 친구는 물리와 화학의 전문가이지. 드래고니스에서 사용되는 듀얼­하이드로 레 이저의 설계와, 오리하르콘 결정질을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개량한 사람이 바로 그 친구지. 어쨌든, 결과적으로 나와 그 친구의 지식이 결합되어 탄생한 것이 화이트 나이트이고, 그 성능은 가즈 나이트의 능력도 문제없이 소화할 수 있을 정 도가 되었지. 하지만 문제가 있었어. 자네의 행동을 따라한 것 뿐인 인공지능으로 는 화이트 나이트 역시 언제 또 와카루의 장난감으로 변할지 모르는 것이었거든. 그러다가, 난 우연스럽게도 저 아란이라는 아가씨를 만나게 되었지." 리오는 곧 아란을 돌아보았고, 한참 차를 마시던 아란은 눈을 감으며 리오에게 말 했다. "‥멀린경을 뵙자 마자 여쭤봤죠. 제가 살고, 또 당신이 살 수 있는 방법을 말이에 요. 유감스럽지만 전 아롤님에 의해 데스 발키리로 다시 태어날 때, 당신의 영혼에 의해 내 영혼이 반응을 하도록 되어 있었어요. 그런 덕분에, 당신의 영혼이 저와 같은 차원계에 있게 되면 제가 6개월 이상은 살지 못하게 되어 있었죠. 제가 데스 발키리를 떠나 당신과 함께 있지 못하게 만든 방편이라고나 할까‥후훗. 그 6개월 이란 시간 이상으로 저와 당신이 같이 있으려면 다른 한사람의 영혼이 이 디스파이 어 안에 봉쇄되어야만 가능하게 되어 있어요. ‥제 궁극적인 임무는 가즈 나이트들 의 제거‥.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이 세계의 또 다른 임무가 늦어지면서 결국 그 6개월이란 시간은 점점 지나가게 되었고, 전 다급해지기 시작했어요. 이대로 돌아 갈 수도 없고, 또 그렇다고 당신의 영혼을 쉽게 디스파이어 안에 가둘 수 있는 것 도 아니었고‥. 그러나, 운이 좋게도 멀린경을 뵙게 되어 그 해결책을 찾을 수 있 게 된 것이죠." "‥그런‥말도 안되는‥!!!" 리오는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한 차원계 안에 6개월 이상 같이 있게 된다면 영원 한 죽음을 당하게 되는 아란의 운명‥. 그리고, 알기 전이라도, 안 지금이라도 방 법이 떠오르지 않는 자신의 머리가 증오스럽기도 했다. "‥그래서, 아란의 말을 들은 난 화이트 나이트 계획을 완벽히 만들 수 있는 기회 라 생각하며 화이트 나이트 안에 특별한 스텔스 장치를 첨가시켰다네. 자네의 모든 것이 화이트 나이트 외부로는 절대 나가지 않는 것이지. 그렇게 모든 준비를 갖춰 두고 있었는데,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아니면 안타깝다고 해야 할지 오늘 동룡족의 기습으로 기회가 생긴 것이네. 자네의 생사가 불분명하게 될 기회가 말일세." "‥예? 하지만, 그런 것 정도는 다른 사람들에게 말을 해도‥." "‥이 해결 방법이 알려지게 되면 문제가 생기고 말 것이네. 가즈 나이트들을 제거 할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악신계에서 아란에게 또 무슨 방법을 쓸지 모르는 일이거든. ‥이번 일이 끝날 때 까지만 화이트 나이트를 사용해 주게. 그것이, 전 생의 인연이란 운명을 지닌 아란을 돕는 길일세. 괴롭겠지만 참아주게." "…." 리오는 양 손으로 얼굴을 덮으며 고민에 빠져 들었다. 지금의 사건들이 언제 끝날 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계속 행방불명이 된 상태로 자신의 동료들을 모른체 한다는 것은 리오로선 괴로운 일이었다. 하지만, 자신이 화이트 나이트가 되지 않으면 아 란은 영원히 죽음에 이르기 때문에 별다른 수단은 없었다. 결국, 결심을 굳힌 리오 는 다시 멀린을 바라보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단, 부탁이 있습니다." "음? 뭔가?" "‥화이트 나이트를 꼭 타야 하는 것 말고, 다른 대비책을 찾아 주십시오. 제가 죽 었다는 사실에 당면했을때, 슬퍼할 사람이 너무나 많기 때문입니다." "‥알겠네." 멀린은 고개를 끄덕였고, 리오는 곧 아란을 바라보며 말했다. "‥진작에 말해줬다면 마음의 준비라도 했을텐데‥. 너무 아쉽군." "‥아쉬워 할 것은 없어요. 아까 당신을 처치할 기회였을 때, 난 솔직히 당신의 영 혼을 이 디스파이어 속에 넣고 싶었거든요." 아란의 말은 차가웠다. 하지만, 그 말은 리오로 하여금 미소를 짓게 만들었다. 리 오는 힘겹게 몸을 일으켜 아란을 안으며 나지막히 말했다. "‥다시 헤어져야만 할 것 같군. 미안해." "‥사람의 말을 무시하는 버릇이 생겼군요. 예전과는 달리‥후훗‥." 하지만, 말투와는 달리 아란의 표정엔 깊은 아쉬움이 섞여 있었다. ※※※ "결국, 널 세상에 다시 나오게 하기 위해 그녀가 자살했다는건가." 한참 함선을 격침시키며 리오에게 자초지종을 들은 바이칼은 안타까운 눈빛으로 리 오에게 말했고, 사방에서 몰려오는 비행형 바이오 버그들을 한참 떨어트리던 리오 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 역시 괴로웠을거야. 자신 때문에 3개월 동안 너희들 앞에서 거짓말을 하던 내 모습 때문에 말이야. 그녀가 데스 발키리로서 다시 태어난 것도 결과적으론 내 책임‥. 그녀는 타인들의 괴로움을 눈 뜨고 보지 못할 정도로 너무 착했어. 수백년 간 변함 없이! 헙­!!!" 리오는 다시금 검을 휘두르며 말을 맺었고, 바이칼 역시 다시금 브레스를 뿜으며 함선들을 격침하기 시작했다. ---------------------계속--- For Goddess...! (2부) Vol. 49 ------------------------------------------------------------------------- 어느 순간부터 돌고래를 무서워 하기 시작한 내 조카가 있다. 이유는 별 것 아니었다. 아스팔트에서 헤엄치는 돌고래(타이어 선전에서)를 본 이후 돌고래한테 받히면 죽을 것 같다나‥. 상당히 웃기는 일일지도 모르지만, 그것을 생각하는 아이들은 상당히 진지하다는 사실은 내 이런 시절을 잠시나마 다른 시선으로 볼 수 있게 해 주었다. 결론? 나도 몰러‥. -------------------------------------------------------------------------- "자, 이 지크님의 변신을 보여주겠다!!! 이 스폐셜한 기술에 놀라지 말라구 대장!! 음우하하하하하핫­!!!" "…." 막 공격을 시작하려던 휀은 지크의 광고에 자세를 풀며 그를 바라보았고, 지크는 양 손을 모으고 눈을 감으며 정신을 집중하기 시작했다. 곧, 그의 앞엔 붉은색으 로 빛나는 마법진이 그려지기 시작했고, 그 모습을 본 휀은 한쪽 눈을 찡그리며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마법진이 완성되자 마자, 지크는 곧바로 눈을 뜨며 오른 손으로 마법진을 기합과 함깨 강하게 밀어 내었다. "간다!!! 필살!!! 8급, '화이어 볼'­!!!!" 피식­ "…." "응?! 아, 아니 이럴수가!!!" 지크는 자신이 발사한 화염탄이 얼마 나가지도 못하고 앞에서 피식 꺼져 버리자, 머리를 감싸쥐며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지었고, 휀은 말 없이 적 병기를 공격할 준비를 다시 하기 시작했다. 한편, 화염탄이 사라진 곳을 멍하니 바라보던 지크는 곧바로 머리를 흔들며 정신을 차렸고, 몸의 기풍력(氣風力)을 끌어 올리며 다시금 소리치기 시작했다. "역시! 송충이는 솔잎을 먹고 살아야 하는 법!!! 이 바람의 지크, 배운 것 말고 자 체 개발한 신기를 지금 보여주겠다!!!! 우오오오오오오오옷­!!!" 기합과 함께, 순간 지크의 몸 주위를 휘감고 있던 기류들이 그의 오른손에 집중되 기 시작했고, 생각보다 강력한 그 힘에 휀도 움찔하며 지크를 다시 돌아보았다. "자아, 지켜봐라!!! 바람이여, 폭풍이여, 대지를 뒤덮은 천공이여!!! 지금, 그 강 대한 그 힘으로 내 앞의 적을 부수고 찢어라!!! 진짜 간다!!! 필살!!! 신식(神式), 극풍(極風)!!!!" 쿠우우우우우우우­!!!! 지크의 오른손으로 부터 강하게 내 뻗어진 커다란 기류는 소름이 끼칠 정도의 굉 음을 내며 적 병기에게 날아가기 시작했고, 갑자기 자신에게 날아오는 강한 느낌 에 적 병기는 순간 몸을 돌리며 왼 팔로 그 기류 덩어리를 막아내려 했으나, 기류 는 상상 외로 강한 것이었다. 심지어는 사용자가 생각했던 것 보다‥. 퍼어어엉­!!!!!! 지크의 극풍과 적 병기의 팔이 충돌한 순간, 적 병기의 팔엔 손바닥 모양의 거대한 자국이 깊숙히 찍혔고 그 충격을 이기지 못한 적 병기의 팔은 큰 폭발을 일으키며 산산히 부숴졌다. 그 광경을 본 지크는 눈을 휘둥그레 뜨며 자신의 오른손과 적 병기를 번갈아 바라보았고, 역시 그 광경을 같이 목격한 휀은 묵묵히 시선을 돌리 며 생각했다. ‘2개월만에‥강해졌군. 녀석은 결국 바람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으하하하하하핫!!!!! 어떠냐!!! 기술 개발에 보름, 대사 개발에 한달이 걸린 초절 의 신기다!!!!" ‘‥쓸데 없는데 시간을 쓰는건 여전하군.’ 지크에 대한 점수를 다시 깎은 휀은 자신들이 있는 쪽을 향해 몸을 돌리는 적 병기 를 쏘아보며 기를 높이기 시작했고, 이윽고 적 병기는 나머지 팔과 다리에서 수백 발에 달하는 광선을 휀에게 집중해 쏘기 시작했다. "윽?! 이봐 대장, 위험해!!!!" 휀에게 광선이 집중되어 날아오는 것을 본 지크는 깜짝 놀라며 소리쳤으나, 휀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있었다. "너라면 위험하겠지." 푸우웅­!!!! 순간, 첫번째 광선이 직격함과 동시에 뻗어진 휀의 손에 수백발의 광선들이 진공 청소기에 흡수되듯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고, 전탄을 흡수한 휀은 파란색으로 빛나 는 자신의 손을 불끈 쥐며 지크에게 말했다. "이 휀·라디언트에게 광학 병기란 무의미한 것. 너와 같지 않다." 휀의 그런 반응을 본 지크는 어깨를 으쓱이며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녜녜녜녜녜∼우주 황태자님이 어련하시겠습니까아." 파앙­! 순간, 휀의 손에서 흡수된 광선이 무서운 속도로 뻗어 나갔고, 적 병기의 왼 팔은 직격된 광선에 관통당하며 광선 대신 연기를 뿜어내기 시작했다. 휀은 곧 말을 잊 은 지크를 바라보며 나지막히 말했다. "남은건 두 다리다. 속전으로 처리하자." "녜녜녜녜녜." ※※※ 적 함선들이 에너지 딜레이 상태에서 벗어나는 동안, 전 함대의 절반 이상을 부순 리오와 바이칼은 딜레이 상태에서 벗어나 함포를 쏘아대기 시작하는 적 함대로 부 터 약간 벗어나며 다음 작전을 구상하기 시작했다. "바이칼, 저 녀석들 후퇴할 생각을 안하는데 어떡하지?" "‥내려라." 바이칼에 말에, 리오는 움찔하며 바이칼의 머리쪽을 바라보았으나 바이칼이 지금 상황에서 헛소리를 할 이유는 만무했다. 리오는 결국 군소리 없이 바이칼의 등에 서 벗어났고, 바이칼은 곧 자신의 몸을 정상 크기로 되돌리기 시작했다. 전장 120 여 미터의 거대한 몸, 그리고 그 거대한 몸을 받쳐줄 자격을 갖춘 거대한 날개‥. 바이칼은 곧 눈을 번뜩였고, 동시에 그의 몸을 뒤덮은 두꺼운 비늘들은 마치 상어 의 아가미가 움직이듯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자신도 처음 보는 바이칼의 그런 모 습에, 리오는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바, 바이칼, 어떻게 된거야? 게다가 이 에너지량은‥!!!" "‥아버지께선 소환수셨기에 사용하지 못하시고, 난 작년까진 유년기였기에 사용하 지 못했던‥. 용제가 대대로 지니고 태어나는 '멸성(滅星)의 힘'이다." 말 하는 도중에도, 바이칼의 비늘은 계속 꿈틀대며 에너지를 모아갔고 에너지가 적당히 모아지자 바이칼의 비늘들은 달구어진 쇳덩이 처럼 붉게 달아오르기 시작했 다. 그 모습은 보통의 붉은색 비늘을 지닌 레드 드래곤족의 그것과는 달랐다. 무서 울 정도로 붉게 빛나는, 신룡 브리간트가 노했을때의 모습과도 흡사한 것이었다. ‘‥이것이 영급마법 '테라 플레어'와 맞먹는다는 브레스 '메가 플레어'의 진짜 힘 ‥! 지금까지 바이칼이 내 앞에서 쏜 브레스와는 차원이 틀리다!’ 리오는 대단하다는 생각 외엔 할 수가 없었다. 물론, 지금 바이칼이 쓰려는 메가 플레어에도 '충전시간'이라는 약점이 도사리고 있었기에 천상천하에 없는 최강의 힘이라고는 할 수 없었다. 그것을 쉽게 알 수 있는 리오는 곧바로 바이칼의 앞에 나아가 양 손에 든 검으로 적에게서 오는 모든 공격을 막고 요격하며 바이칼이 충 전할 시간을 벌어주기 시작했다. 바이칼 역시 리오가 그렇게 해 줄 것이라 믿고 그 힘을 사용하려는 것이었다. "리오, 지금이다." "!!" 바이칼의 신호에 맞춰, 리오는 자신이 낼 수 있는 최고 스피드로 바이칼의 뒷쪽에 몸을 피했고, 그와 동시에 바이칼은 입을 벌리며 온 몸에 응축했던 힘을 일시에 뿜어내기 시작했다. 무서울 정도로 파랗게 빛나는 광대한 빛의 기둥‥. 사격 범위 안의 모든 물체는 일시에 소멸되어 버렸다. 비행형 바이오 버그든, 함대든, 그 무 엇이든‥. 그러나 바이칼의 메가 플레어는 지금까지완 달리 폭발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그 엄청난 압력의 광선을 버틸만 한 존재가 사격 범위 내엔 존재 하지 않은 탓이었다. "‥으윽!!!" 바이칼의 메가 플레어가 대기권까지 관통하고 지구 바깥으로 일직선을 그리며 날아 간 순간, 리오는 갑자기 느껴진 묵직한 공간의 일그러짐에 인상을 찡그리며 몸의 기로 자세를 유지하기 위해 애를 썼고, 바이칼 역시 날개로 몸을 감싸며 공간이 일그러진 여파를 버텨내려 했다. 조금 후, 공간의 일그러짐이 사그러들자 리오는 곧바로 바이칼의 옆으로 몸을 이동했고, 자신의 눈 앞에 오직 땅이 증발되고 밀려 버린 흔적만이 있는 것을 본 리오는 안도의 한숨을 내 쉬며 고개를 저었다. "후우, 대단하군 바이칼. 지금처럼 네가 강하게 보인 적은 없는데? 후훗‥." "…." 그러나, 바이칼은 아무런 말이 없었다. 이상하게 생각한 리오는 바이칼의 머리쪽 으로 상승했으나, 그 순간 바이칼은 인간의 모습으로 변하며 지면을 향해 떨어지기 시작했다. 당황한 리오는 곧바로 몸을 움직여 바이칼을 받아 내었고, 바이칼의 입 술이 파랗게 변한 것을 본 리오는 즉시 화이트 나이트가 있는 곳을 향해 날아가기 시작했다. 화이트 나이트의 좌석에 바이칼을 눕힌 리오는 긴급용으로 장비된 산소 마스크를 꺼낸 뒤 바이칼의 입에 댔고, 곧 밀랍처럼 변해 있던 바이칼의 얼굴엔 다시금 혈 색이 돌기 시작했다. 바이칼의 그런 모습을 보던 리오는 씁쓸히 미소를 지은 뒤, 바이칼의 머리를 매만져주며 말했다. "‥녀석, 어쩐지 기세좋게 계속 뿜어낸다 했지‥. 그렇다고 산소 결핍증까지 걸려 버리면 어떡해?" 리오의 말에 반응이라도 하듯, 바이칼은 조용히 눈을 떴고 자신의 큰 눈을 멀뚱거 리며 가만히 리오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런 바이칼을 역시 마주보던 리오는 곧 옅은 미소를 지으며 가만히 바이칼의 몸을 안아주었다. "‥두달간 쭉 지켜봤는데, 정신적으로 상당히 불안한 것 같더군‥. 아아, 내 탓이 니 미안하다는 말 밖엔 할 수 없구나." "…." "‥더이상 숨을 필요가 없어졌으니 괜찮아‥. 댓가가 크지만‥." "‥내가 이런다고 좋아할 것 같나." 순간, 바이칼은 손으로 리오를 살짝 떠밀며 퉁명스럽게 말했고, 리오는 빙긋 웃으 며 말했다. "피망 대신 먹어줄 사람이 다시 생겼으니 적어도 입맛은 살겠지. 후훗‥." "‥빌어먹을 녀석." 바이칼은 고개를 다른 쪽으로 돌려버렸으나, 리오는 여전히 웃을 뿐이었다. --------------------계속--- For Goddess...! (2부) Vol. 50 ----------------------------------------------------------------------- ------------------------------------------------------------------------ 무얼까‥이 차가운 느낌은 모두가 있는 곳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지만 몸이 움직여주지 않아 손도 보이지 않고, 숨도 쉬어지지 않아 보이지도 않아‥내가 있는 곳은 대체 어디일까 하지만 느껴져‥내 안에 있는 따뜻한 느낌이‥ 그 느낌이 이 어둡고 무서운 곳에서 날 지켜주고 있어 돌아가고 싶어, 모두가 있는 것으로‥ 10장 [노(怒)] "이제 가보셔도 괜찮습니다 세이아님." 드래고니스의 초차원 결계 위로 쓰러져 있는 웨드의 인양 작업을 세이아와 함께 지 켜보던 휀은 웨드를 걱정스런 얼굴로 지켜보고 있는 세이아에게 넌지시 말했다. 그 러나, 세이아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니에요. 저 아이는 아직도 불안해 하고 있어요. 도대체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 리오씨께서 돌아오신 것에 가슴이 뛸 정도로 기쁘지만, 저 아이의 곁엔 제가 계속 있어줘야 해요. 저 아이의 마음의 손을 잡아주어야만 해요." "‥뜻대로 하십시오." 휀은 다시 시선을 웨드로 돌려 보았다. 웨드의 콕핏트 밖으로 나와 있는, 적 병기 와 연결되어 있던 파이프에선 아직도 노란색의 물방울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가 만히 그 물방울을 바라보던 휀은 곧 물방울이 떨어진 곳으로 다가가 손 끝으로 물 방울을 찍어 냄새를 맡아 보았고, 냄새를 맡은 휀은 손수건으로 손 끝을 닦으며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뇌수‥?" ............................ . . . . . . 지크는 자신의 집 앞에 구름같이 몰려 있는 수없는 여성들을 바라보며 속으로 허무 감과 비애를 함께 느끼고 있었다. 자신이 알고 있는 여성들 외에도, 드래고니스의 서룡족 여성들이 수를 알 수 없을 정도로 집 앞에 모여 있었기 때문에 지크는 더더 욱 힘이 빠지는 것 같았다. ‘‥리오 녀석‥연예인이냐‥?’ 속으론 그렇게 투덜대면서도, 지크는 현재 머리에 붉은 색 모자를 쓰고 손엔 메가 폰을 든 체 여성들에게 돌아가라는 신호를 계속 보내고 싶었다. "자자, 오늘은 돌아가 주세요!!! 오늘은 아무와도 만나고 싶지 않다고 했습니다!!! 다시 말씀드리겠습니다, 돌아가 주세요!!!" "그럼 이거라도 전해주세요!" "어허, 우린 이런 것을 받을 위치가 아니니 가족한테나 주세요!! 거기, 선물 집 안 으로 던지지 말아요!!!" 지크가 한참 여성들을 막고 있을 무렵, 리오는 지크의 방 침대에 누워 말 없이 천 정을 바라보고 있었다. 리오의 귀엔 지크의 메가폰 소리도,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여성들의 목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물리적이나 생물적으로 분명 들리지 않을 이유 가 없었지만 리오의 마음은 그것을 거부하고 있었다. 우우우웅‥ 그때, 리오가 벽에 기대어 두었던 디스파이어가 공명음을 내며 떠올랐고, 리오는 빙긋 웃으며 디스파이어를 바라보았다. "‥무슨 얼빠진 모습이냐고? 으음‥아냐. 그냥 좀 쉬고 싶어서. 3개월간 침대에 누 워 잠을 잔 일이 없어서 쉬고 있을 뿐이야. 푹 좀 자고 싶어‥." 우우우웅‥ "‥그래, 행복한 소리로 들려도 이상할건 없지. 하지만 너무 그렇게 화내지 마. 너 도 좀 쉬는게 좋을 것 같아 보이는데 말이야." 우우웅‥ "‥다른 여자들? 후훗, 날 진정으로 이해해 주는 여자라면 하루 정도 쉬는건 이해 해 주겠지. 저렇게 지크 녀석을 고생시키지 않을 테고 말이야." ……. 디스파이어는 붉은색 잔광을 남기며 조용히 벽에 기대었고, 리오는 눈을 감으며 한숨을 길게 내 쉬어 보았다. "어차피 길게 잠을 자진 못해. 넬의 문제가 걱정되서 그러는데‥미안하지만 여섯시 간 있다가 깨워 주겠어?" 우웅‥ "음, 고마워." 리오는 곧 이불을 덮은 뒤 잠을 청했고, 디스파이어는 다시 떠올라 탁상시계가 보 이는 벽 쪽으로 다시 옮겨 기대었다. 조금 뒤, 여성들을 겨우 집으로 돌려 보낸 지크는 피곤한 얼굴로 자신의 방 문 앞 에 도착했다. 머리를 흔들며 방 문을 연 지크는 리오가 자신의 침대에서 조용히 자 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고, 곧바로 인상을 찡그리며 리오의 어깨를 손으로 두드리 기 시작했다. "이봐 연예인. 어서 소파로 돌아가서 자라구. 나두 긴장 풀려서 피곤할대로 피곤하 니까 말이야." "‥우웅‥여섯시간만 빌리자 지크. 선심좀 써 줘‥." 잠에 취한 리오의 목소리를 들은 지크는 결국 리오의 옆에 털썩 쓰러졌고, 리오의 몸 위에 팔을 거칠게 올려 놓으며 말했다. "난 내 침대가 아니면 잠이 안와 임마. ‥으힉?!" 우우우웅‥! 그때, 디스파이어가 지크도 모르는 사이에 떠올라 누워있는 지크의 목에 검 끝을 세웠고, 지크는 침을 꿀꺽 삼키며 옆으로 몸을 움직여 침대에서 빠져 나갔다. 디스 파이어는 지크가 방에서 나갈 때까지 그의 뒤를 쫓았고, 지크는 방을 나가기 직전 디스파이어를 노려보며 말했다. "이건 재산권 침해라구. 아가씨." .......................... . . . . . . . 회수한 웨드의 내부와 콕핏트 안에 들어있던 괴 물체를 수시간동안 조사하고 공장 밖에서 간단히 차를 마시던 장로는 무엇을 생각하는지 차를 마실 때마다 고개를 저어댔다.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장로의 한숨은 연구실로 옮겨지는 알 모양의 괴 물체를 본 순간 더욱 깊어졌다. "문제가 있습니까." 그때, 멀리서 들려온 휀의 목소리에 장로는 시선을 휀에게 돌렸고, 파괴된 함대의 뒷처리를 하고 오던 휀은 장로의 표정이 그리 밝지 않은 것을 보며 장로에게 가까 이 다가갔다. 장로는 가까이 다가온 휀을 바라보며 다시 한숨을 지었다. "‥휀 님, 연구실로 같이 가시지요. 보여드릴 것이 있습니다." "…." 얼마 후, 장로의 연구실로 간 휀은 장로가 보여준 괴 물체의 X-Ray 사진을 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 하얀색의 덩어리와 같은 물체와 그 아래로 길게 늘여트려진 실 과 같은 것들이 찍혀진 사진‥. 휀은 연구실로 옮겨진 괴 물체에 시선을 돌리며 장로에게 확인하듯 물었다. "‥남아있는 것은 뇌와 척수‥뿐이라는 말입니까." "‥예, 그렇습니다‥. 도대체 어째서 그 어린 소녀에게 이런 악랄한 짓을‥!" 장로는 말을 하는 도중에도 분노를 금치 못했고, 휀은 무표정으로 일관한 체 나지 막히 말했다. "‥아이와 어른을 가릴 정도의 자였다면 상황이 지금 같지도 않을겁니다. 일단, 넬의 뇌와 척수가 살아있긴 하니 당분간은 잘 보존해 주십시오." "‥예? 바, 방법이 있단 말씀이십니까?" 장로의 표정은 잠시 밝아졌으나, 휀은 고개를 살짝 숙이며 무겁게 입을 열었다. "‥친구들을 만나게는 해 줘야 하니까요. 일단은‥살아있으니까‥." "‥!!!" 휀은 곧바로 연구실을 나섰다. 품에서 담배를 꺼내 입에 문 그는 발걸음을 옮기며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차라리 저 사실을 모르고 죽였다면‥." 제궁을 나서던 휀은 우연히도 제궁 안쪽으로 향하던 세이아와 마주쳤고, 세이아는 빙긋 웃으며 휀에게 넬의 상태를 묻기 시작했다. "아, 넬은 어떤가요? 무사한가요? 너무 궁금해서 견딜 수가 없어서 그만 여기까지 오고 말았네요. 호홋‥." 휀은 아무런 대답도 할 수 없었다. 만약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세이아의 그 미소 가 어떻게 바뀔 지 휀은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어차피 알게 될 일이어 서 휀은 눈을 감으며 세이아에게 물었다. "‥성계신의 직위에 있는 신들은, 그 높은 직위에 걸맞는 막중한 책임감을 지녀야 만 합니다. 또한, 그 높은 지위에 비할 정도로 많은 것을 경험하게 됩니다. 즐거운 경험 뿐만 아니라, 세상에 둘도 없을 비참한 경험까지 말입니다. 세이아님. 당신은 진정으로 이 지구라는 행성을 위한 신이 되고 싶으십니까? 당신이 성계신이 되신 이유인, 당신의 모친 이오스의 생존이라는 간단한 이유를 배제하고도 말입니다." "‥예?" 세이아는 휀이 갑자기 그런 무거운 질문을 해 오자, 약간 당황하며 휀을 바라보았 다. 가만히 휀의 굳은 표정을 바라보던 세이아는 곧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예. 비록 제가 태어난 고향은 아니지만, 이 세계의 사람들이 이렇게 고통받는 이유도 어떻게 보면 저의 책임이니까요. 전 꼭 이 세계를 원래대로 바꾸고 싶습니 다." 그 대답을 들은 휀은 곧 눈을 뜨며 세이아에게 말했다. "‥그럼, 마음을 굳게 가지십시오. 절대로 자책은 하지 마시고, 당신의 위치를 생 각하고 행동해 주십시오. 넬은 장로님의 연구실에 있습니다." "‥예, 감사합니다 휀 님." 휀과 세이아는 각각 반대 방향으로 걸어가기 시작했고, 휀은 들고 있던 담배의 연 기를 흠뻑 빨아 들이며 마치 무언가를 잊으려는 사람 처럼 고개를 세차게 저어 보 았다. 장로의 연구실에 도착한 세이아는 손으로 문을 살짝 노크했다. 곧 이어, 안에선 피로가 섞인 장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구시오." "예, 세이아입니다. 넬을 보고싶어서 왔습니다만‥." "‥!!" 장로는 잠시동안 말이 없었다. 세이아는 모르고 있었지만 장로는 지금 엄청난 고민 감에 휩싸여 있었다. 이대로 세이아를 들여보내 충격을 줄 것인가, 아니면 철저히 숨길 것인가. 잠시동안 생각을 하던 장로는 곧 용기를 내며 세이아에게 말했다. "‥세이아님. 죄송하지만 넬 양을 아는 분들과 같이 와 주시겠습니까." 문 안쪽에서 들려온 장로의 말에, 세이아는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예? 무슨 말씀이신가요 장로님?" "‥아, 예. 허허헛‥. 넬 양이 다른 분들도 보고 싶다고 하는군요. 그래서‥." "아, 알겠습니다. 그럼 잠시 후 다시 오겠습니다 장로님." 세이아는 빠른 걸음으로 복도를 걸어 나갔고, 연구실 의자에 앉아 있던 장로는 눈 을 질끈 감으며 고개를 저었다. "‥나도 너무 늙은 모양이군‥." ----------------------계속--- For Goddess...! (2부) Vol. 51 ------------------------------------------------------------------------- -------------------------------------------------------------------------- "거짓말이에요, 어떻게 넬이 그렇게 될 수 있어요!!! 넬이 아닐거에요!!!" 리진은 믿지 못하겠다는 듯, 장로의 앞에서 주먹을 불끈 쥐며 소리쳤고 장로는 아 무런 말 없이 고개를 숙였다. 연구실 안에 들어와 있는, 넬을 아는 모든 사람들은 거의 다 리진과 같은 반응이었다. 티베는 마키의 품에 얼굴을 묻은 체 흐느끼고 있었고, 마키는 눈을 크게 뜨고 넬의 뇌가 있는 캡슐을 바라보고 있었다. 챠오는 인상을 잔뜩 찌푸린 체 연구실 바닥만을 바라보았고, 헤이그, 케빈은 묵묵히 팔짱 을 끼고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또 한편으로, 세이아는 넬의 뇌가 들어있다는 캡 슐을 양 팔로 안은 체 무릎을 꿇고 있었다. 세이아의 표정은 슬픔 그 자체였지만 눈물은 흘리지 않았다. "‥어떻게 된거죠‥?" 그때, 연구실의 문이 열리며 리오가 안으로 들어왔고, 그 순간 한껏 인상을 구기고 있던 챠오는 리오에게 달려들며 결국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리오는 자신의 품에서 오열을 터트리고 있는 챠오의 등을 멍한 눈으로 토닥거리며 장로에게 시선을 돌렸 다. "‥장로님. 넬에게‥좋지 않은 일이라도 생겼습니까." "‥예. 그러니까‥." 장로는 곧 넬의 상태 등 자초지종을 말해 주었고, 장로에게 말을 듣는 동안 리오의 시선은 점차 캡슐쪽으로 돌려졌다. 리오의 눈동자 속에선 불빛이 아른거리기 시작 했다. 노기를 뿜어 낼 때 가즈 나이트의 특성인 흉안(凶眼)이었다. "‥아, 이러면 안돼지‥." 리오는 곧바로 손으로 자신의 눈을 덮었고, 그는 그 상태에서 세이아를 불렀다. "‥방법이 없겠습니까 세이아씨. 아니, 세이아님‥! 당신의 힘으로 어떻게‥!" 그러나, 세이아는 굳은 표정으로 리오를 바라보았고 그녀는 몸을 일으키며 그에게 말했다. "‥성계신의 힘은 행성의 힘을 적절히 조정하는 것, 사람을 되살리는 힘은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성계신은 주신과 같이 전지전능하지 못하답니다. 전 할 수‥." "넬은 죽은게 아니잖습니까!!!!" 리오의 갑작스런 큰 목소리에 세이아는 말 문을 닫았고, 연구실 안에 있는 모든 사 람들은 리오에게 시선을 돌렸다. 리오는 가슴 속에서 밀려오는 분노를 억제하기 위 해 최선의 노력을 하고 있었다. 당장이라도 혼자 아메리카 대륙으로 날아가 대륙 전체를 날려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러나, 지금의 리오는 그럴 수 없었다. "사람의 몸입니다. 재생시킬 수 있어요!! 뇌가 살아있고, 신경이 살아있습니다!! 과학이 지닌 복제 기술을 통해 넬을 되살릴 수 있는 가능성이 일말이라도 있다면, 세이아님도 할 수 있습니다!!!" 리오의 울분과 안타까움이 섞인 외침에, 세이아의 굳은 표정은 결국 무너지고 말았 고 세이아는 양 손으로 입을 가린 체 바닥에 무릎을 꿇으며 리오를 향해 흐느끼기 시작했다. "‥서, 성계신의 힘은‥넬 한명을 위해 사용할 수 없는 것이에요‥. 저라고 왜 그 러고 싶지 않겠어요 리오씨! 저도 리오씨 못지 않게 안타깝고 슬프단 말이에요!! ‥절 성계신으로 만든 분이 누구신데‥제 마음을 몰라주시는거에요‥흐흑‥!!" "‥!!!" 리오는 순간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런 복잡한 상황의 연구실 안엔 오랫동안 세이아가 흐느끼는 소리 외엔 들리지 않았다. 치익­ 그때,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아이스크림 한통을 사들고 온 지크가 안으로 들어 왔고, 상황을 모르는 지크는 활짝 웃으며 소리쳤다. "자아, 우리에게 돌아온 바람둥이와 예비 BSP 아가씨를 위해­! 하하하핫­!!!" "…." "하하‥아? 왜, 왜 그러지 모두?" 아이스크림을 높이 든 체 웃던 지크는 순간 연구실 안의 이상한 분위기를 느꼈는지 웃음을 멈추고 주위를 돌아보았고, 리오와 시선을 마주친 지크는 여러번 보아 왔던 리오의 어두운 표정을 보고 나지막히 그에게 물었다. "‥무, 무슨 일이야 리오. 누가 죽기라도 한거야? 아니면‥케빈이 담배라도 피웠 어? 모두 왜 그래?" 지크의 질문에, 리오는 곧 지크의 앞으로 다가갔고 지크의 양 어깨를 손으로 잡으 며 무겁게 말했다. "‥진정하고 내 말 잘 들어. 넬은 아직 저 캡슐 안에 있다. 보고 싶으면 봐도 좋 아. 하지만‥넬은 절대 죽은게 아니야. 명심해. 넬은 살 수 있어‥." "‥뭐?" 지크는 표정을 찡그리며 캡슐쪽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캡슐 전면에 있는 압력 유리에 시선을 돌렸고, 그 순간 지크의 몸은 굳어버리고 말 았다. 노란색의 액체 속에 들어있는 뇌와 척수‥지크가 본 것은 그것이었다. "‥헤헷‥하하하핫­!!" 순간, 지크는 이마를 잡고 웃기 시작했고 지크를 알고 있는 BSP동료들은 그만 시선 을 다른 곳으로 돌리고 말았다. 안타까워서도 그랬지만, 지크의 지금 반응이 어떤 것인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하하하핫­!! 이런 이런‥누굴 놀리려고 그러는거야? 난 이런 호러 코메디는 싫 어한다구. 헤헷, 악취미야. 자자, 장로님. 넬은 어디 있나요? 화장실이라도 갔나 요? 아니면 식당?" 지크의 솔직한 질문에, 장로는 뭐라 대답을 해야 할 지 알 수가 없었다. 솔직히 대 답을 해야 하는 것인가, 아니면 돌려서 말을 해야 하는 것인가‥. "‥보신 바와 같습니다. 넬은 와카루라는 박사에 의해 뇌와 척수만 남고‥우리에게 돌아왔습니다." "…." 순간, 지크가 들고 있던 아이스크림은 바닥에 떨어졌고 장로는 지크를 달래기 위해 안간힘을 쓰기 시작했다. "‥진정하십시오 지크님. 넬은 아직 살아있습니다. 가망이 충분히‥." "‥빌어먹을­!!!! 뇌와 척수만 남은 사람이 가망이 있다고!!!!! 차라리 스테이크 가 된 소를 한달동안 치료하면 풀을 뜯어 먹을 수 있다고 하시는게 어때요!!!!! 이 런 빌어먹을, 젠장할­!!!!!" "좋아, 레어 스테이크를 치료해 보지." 그때, 문이 다시금 열리며 한 노인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연구실 안의 모든 사람들 은 문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문 밖에 서 있는 노인을 본 장로의 얼굴은 놀라움에 휩싸였고, 리오와 지크의 얼굴 역시 일말의 희망을 본 사람처럼 밝아졌다. "머, 멀린‥!" "멀린경‥?!" "할아범!!" 장로의 부드럽고 긴 수염과는 달리 약간 뾰족한 느낌의 긴 수염을 지닌 노인, 멀린 은 빙긋 웃으며 연구실 안으로 들어왔고 장로의 앞으로 다가가 그의 손을 잡으며 인사를 나누기 시작했다. "허헛, 오래간만일세 클로머트. 요즘 고민이 많은가 보이, 주름살이 더 늘은걸 보 니 말이야. 하하하핫‥." "아, 아니 멀린‥아, 멀린경. 어째서 당신이‥." "이런, 사람들 앞이라고 존댓말을 쓰진 말게. 지금 이 안에 있는 젊은이들은 다 이해해 줄테니 말일세. 술 마실땐 편한 사람이 꼭 공적인 자리에선 존댓말을 즐긴 단 말이야. 하하하하핫‥. 아, 리오군. 어쩌다가 화이트 나이트를 저 지경으로 만 들었나? 바이오 티탄 장갑은 만들기도 어려운데‥." "아, 죄송합니다. 사정이 그렇게‥." "‥음, 얘기는 나중에 듣기로 하지. 오오, 지크군. 시에는 어디다 두고 여기 있는 건가? 난 같이 온 줄 알았는데‥." "네?" 지크는 멍한 얼굴로 멀린의 질문을 되돌렸고, 멀린은 미소를 띄우며 고개를 저어 보였다. "허허헛‥이 친구 혼이 나갔군. ‥아아, 인사가 늦었습니다 성계신이시여. 이 늙은 이의 무례를 용서해 주시길‥." "아, 예에‥." 문득 세이아에게 시선이 돌려진 멀린은 세이아에게 예를 올렸고, 갑작스런 상황에 역시 당황하고 있는 세이아는 건성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멀린은 곧 몸을 일으켜 넬의 뇌와 척수가 들어있는 캡슐로 향했고, 압력 유리를 통해 내부를 바라보며 나 지막히 중얼거렸다. "‥흐음, 역시 와카루. 인간의 뇌수 성분과 흡사한 액체를 이용해 인간의 뇌와 척 수를 이렇게 오랜 시간동안 생존시킬 수 있는건 그 인간 밖에 없지. 그건 그렇고 다행이군. 뇌만 남겨둔게 아니라 척수까지 남겨놔서 클론 재생을 할 수 있게 해 놨으니‥. 하긴, 보통 인간에겐 흔히 볼 수 없는 이상 신경계니 남겨둘 가치가 있 었겠지." 캡슐 내부의 상황을 본 멀린은 곧 장로에게 시선을 돌렸고, 자신의 두터운 남색 코트를 벗으며 빙긋 미소를 지었다. "자아 클로머트, 500와트의 이동 전력장치와 액체 산소 공급장치를 이쪽으로 보내 주겠나? 지금 이 상태로 저 아가씨를 방치해 두면 일말의 가능성도 없어지니 말일 세. 응급처치부터 한 다음 일을 하도록 하지. 자, 다른 분들은 모두 나가주시오. 저 스테이크 아가씨는 나와 클로머트가 맡을테니 말이오." 그 말을 들은 리오의 표정은 곧 밝아졌고, 멀린을 바라보며 조심스레 물었다. "머, 멀린경‥! 정말로 넬을 살릴 수 있으시겠습니까?" "‥허헛, 저 아가씨를 살리지 못하면 큰일이 날 것 같은데 억지로라도 살려야 하겠 지. 어쨌거나 얘기는 나중에 함세. 아, 그리고 휀군을 봄 불러주겠나? 그에게 얘기 를 해 줄 것이 있어서‥." "‥예! 알겠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멀린경! 정말 감사드립니다!" 리오는 몇번이고 고개를 숙이며 멀린에게 감사를 표했고, 연구실 안에 있는 다른 사람들 역시 안도의 한숨을 내 쉬며 기뻐했다. 그러나, 세이아는 그렇지 않았다. "…." 세이아는 말 없이 연구실을 훌쩍 나섰고, 넬이 살 수 있다는 말에 정신이 흐려진 지크와 리오는 세이아가 나간 것도 모르고 계속 기쁨을 만끽했다. ※※※ "미카엘님의 환생이 이 아이란 말씀이십니까." 휀은 다시 마련된 투명한 캡슐 안에 들어있는, 넬의 뇌를 중심으로 뭉쳐져 있는 유 기질 덩어리를 바라보며 멀린에게 물었고, 멀린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렇다네. 몇일 후 오실 아더왕께서 십수년 미카엘님의 전음을 직접 전해들었다 하셨네. 하지만 나도 잘 모르겠어. 메타트론을 막으실 생각으로 미카엘님께서 전생 을 하셨다면 강인한 남자의 몸으로 전생하셔야 하는 것이 당연할텐데, 왜 하필 여 성의 몸으로 다시 태어나신건지‥." 휀은 아무런 말 없이 캡슐 안에만 시선을 두었다. 유기질 덩어리는 마치 심장이 고 동을 치듯 리듬있게 불끈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한번 불끈거릴 때마다 유기질 덩 어리는 차츰 크기를 더해갔다. 물론 아주 미세할 정도로‥. "‥이유를‥알 것 같습니다." "음?" "아닙니다. 하실 말씀이 더 없으시다면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아아, 수고하게." 휀은 곧 뒤도 돌아보지 않고 연구실을 나섰고, 멀린은 어깨를 한번 으쓱인 후 앞에 놓인 뜨거운 코코아를 마셨다. 그런 뒤, 계속 캡슐 안의 상황을 지켜보던 장로에게 말을 건내었다. "‥이보게, 저 휀이라는 청년‥처음 가즈 나이트가 되었을 때완 많이 달라지지 않 았나?" 멀린의 말에, 장로는 안경을 벗은 뒤 손가락으로 미간을 마사지 하듯 누르며 고개 를 끄덕였다. "으음‥그렇지. 처음 가즈 나이트가 되었을 때, 저 청년은 자신에게 갑자기 주어진 막대한 힘과 책임감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엔 방황할 정도로 심약한 젊은이였지. 그 런데 갑자기 달라졌어. 놀라울 정도로 성장했지. 지금은 내가 존경심을 가질 정도 로 강하고 냉철한 가즈 나이트 리더가 되어 있다네. 어째서 갑자기 변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말일세." "‥옛날, 떠도는 소문 중에 휀이란 청년이 미카엘님을 살해했다는 말이 있었지?" 멀린의 질문에, 장로는 그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고 멀린은 한숨을 길게 내 쉬 며 중얼거렸다. "아무래도 미카엘님과 휀이란 청년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 같은‥아, 그냥 노인의 느낌일세. 신경쓰진 말게나." "‥허허헛, 나보다 몇년 젊은 사람한테 노인의 느낌이란 말을 들으니 기분이 이상 하구먼." "예끼 이사람아. 수백년 차이 나는 것도 아닌데 생색은‥하하하핫‥." "하하핫‥. 자아, 우린 치료에나 전념하세. 젊은이들에게 아직 우리가 죽지 않았다 는 것을 보여줘야 하니 말일세." 한참을 얘기하며 웃던 두 노인은 다시 키보드와 약물을 매만지며 작업에 전념하기 시작했다. 젊었을 적의 추억을 되살리듯‥. -------------------계속--- For Goddess...! (2부) Vol. 52 -------------------------------------------------------------------------- -------------------------------------------------------------------------- 3일 후. "‥이정도 까지 재생이 될 줄이야‥. 정말 멀린경과 장로님은 대단하시군요.' 리오는 캡슐 안에 들어있는 넬­정확히 말해 피부만이 씌워지지 않은­을 바라보며 놀랍다는듯 중얼거렸고, 멀린과 장로는 빙긋 웃을 따름이었다. "허헛, 신에게 능력을 인정받은 과학자 둘이 천재 인간 한명에게 농락을 당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어쨌거나, 내일 오후 정도 되면 피부조직과 체모까지 모두 재생이 될 듯 하니 걱정말고 기다리게나." 멀린의 말을 들은 리오는 안도의 한숨을 짧게 내 쉬었다. 그러나, 리오에겐 아직 풀리지 않은 궁금증이 있었다. "아, 그런데‥정말 예전처럼 정상적인 활동을 할 수 있을까요? 아무리 그래도 뇌와 척수만이 상당시간 몸에서 떨어져 있었는데‥." 리오의 질문을 들은 멀린은 곧 장로를 흘끔 바라보았고 장로는 대신 대답을 해 주 기 시작했다. "‥영혼이 없는 상태‥소위 말하는 뇌사 상태라면 모르지만 넬양의 뇌는 죽지 않았 습니다. 지금은 제가 마법을 이용해 넬양을 수면상태로 만들어 놨으니, 내일 눈을 뜨게 되면 넬 양은 아마 나쁜 꿈에서 깨어난 듯 한 반응을 보일겁니다." "‥그렇습니까, 다행이군요. 흠‥그럼 가보겠습니다. 계속 부탁드립니다." "음, 그러지. ‥아, 그런데 리오군." 멀린은 막 돌아서려는 리오를 곧장 불러 세웠고, 리오는 다시 시선을 멀린에게로 돌렸다. "‥요즘 세이아님께서 안색이 안좋으시던데, 무슨 일 있으신가? 그렇게 아름다운 여신께서 그런 표정을 짓고 계시니 마음이 놓이지 않아서‥." "‥아‥예‥. 제가 알아보겠습니다. 멀린의 말을 들은 순간, 리오의 표정은 잠깐 흐려졌으나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다. 하지만 그런 것을 놓칠 멀린은 아니었다. 멀린은 헛기침을 한번 한 뒤 리오에게 충 고하듯 말하기 시작했다. "‥그 분이 여신이라 해도, 아직은 20대 초반의 어린 여성일 뿐일세. 우리나 자네 처럼 세상을 오래 살지도 않았지. 게다가 지금은 성계신이라는 중책까지 떠맡고 있 으니 정신적으로 상당히 불안할거고, 또 의지할 곳이 필요할거야. 지금 그 분은 유 리와도 같다네. 깨어지면 겉잡을 수 없지‥." "…." 리오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눈을 감고 잠시동안 생각을 하던 리오는 곧 멀린 을 바라보며 빙긋 미소를 지었다. "‥알겠습니다. 그럼 전 가보겠습니다." 리오는 곧 연구실을 나섰고, 멀린은 커피잔을 들고 장로를 바라보며 나지막히 중얼 거렸다. "‥젊다는건 좋은거지‥." 리오는 터벅터벅 제궁 밖으로 걸어 나갔다. 사실, 그는 3일 전 자신이 세이아에게 상당한 상처를 줬다는 걸 알고 있었다. 물론 그때 상황이 리오가 흥분할 빌미를 상 당히 제공된 상태였지만, 냉정히 상황 판단을 하지 못한건 자신의 책임이라 탓하는 리오였다. "‥하아." 리오는 길게 한숨을 지었다. 또 어떻게 사과를 해야 할 것인가 하는 고민이 그를 괴롭혔다. "어이구, 너무 늦은 것 같구먼‥." 그때, 리오는 등산객 차림에, 등산용 배낭을 맨 한 노인이 급히 자신을 지나쳐 가 는 것을 느꼈고, 고개를 갸웃거리며 앞을 걸어가다가 움찔하며 뒤를 돌아 보았다. "아, 아더왕이시여!!!" 리오의 외침에, 그 노인 역시 발걸음을 멈췄고 곧 뒤를 돌아보며 미소를 지었다. "오오, 리오군 아닌가. 정말 오래간만일세." "주신께서 인정하신 유일한 인간의 왕이시여, 가즈 나이트 리오·스나이퍼, 지금 인사를 올립니다." 리오는 곧바로 아더의 앞에 달려와 무릎을 꿇고 예를 갖췄고, 아더는 리오의 어깨 를 두드려주며 말했다. "그래, 그동안 잘 있었나? 자자, 어서 일어나게. 계속 허리를 굽혀 자네를 내려다 보면 내 허리가 아파져." "아, 예." 리오는 곧 몸을 일으켰고, 리오를 말 없이 바라보던 아더는 씨익 웃으며 리오에게 물었다. "요전에 만났을 때완 달리 안색이 않좋군. 무슨 걱정이라도 있나?" "예? ‥아, 아닙니다." 리오는 억지성이 짙은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아더의 눈을 속이기 에 리오의 표정 연기는 너무도 부족했다. 아더는 리오에게 물었다. "음‥제궁 안에 훈련장이 있다고 들었는데, 좀 안내해 주겠나?" "예? 훈련장엔 무슨 일로‥." 리오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으나, 아더는 여전히 미소를 지은 체 가볍게 대답했다. "음음, 요즘 운동이 너무 부족해서 몸이나 잠깐 풀어보려고 하네. 상쾌한 기분으로 멀린을 만나 자초지종을 들어야 이해가 빠를 것 같거든. 허헛, 자네도 알다시피 멀 린의 말은 이해하기가 좀 난해하지 않나." "‥예. 그럼 제가 모시겠습니다." "음, 부탁하네." 리오와 아더는 얼마 지나지 않으 제궁 내 훈련장에 도착했고, 훈련장 안에서 한참 자기 수련을 하던 전룡단 단장들은 리오의 모습을 보자 마자 깜짝 놀라며 무기를 놓고 리오의 앞으로 달려오기 시작했다. 그중에서 특히 반가워 하는 사람은 제 1 전룡단 단장 릭이었다. "아, 리오님!! 안녕히 주무셨습니까!!" "아아, 나한테 할 인사는 미루지. 더 큰 손님이 오셨으니까. 자, 이쪽으로 오시지 요." "으음, 그러지." 리오의 안내를 받아 훈련장 안에 들어선 아더를 본 전룡단 단장들은 순간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보통 등산객처럼 보이는 덩치 큰 노인으로 밖엔 보 이지 않은 탓이었다. 하지만 그 반응은 리오의 소개가 있은 즉시 바뀌어졌다. "주신께서 인정하신 유일한 인간의 왕, 아더왕이시네. 예를 갖추게나." "‥네에­!?" 전룡단 단장들은 속으로 거짓말이라 외치며 즉시 무릎을 꿇었고, 아더는 쑥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리오에게 말했다. "허헛, 이거 오래간만에 이런 인사를 단체로 받으니 좀 부끄럽군. 자아, 정식 인 사는 나중에 하기로 하고 일단은 볼일들을 보게나. 자, 리오 자네는 나와 저쪽 빈 곳으로 가세." "예, 알겠습니다." 리오와 아더는 훈련장 중앙의 대련장으로 향했고, 그들이 가는 모습을 바라보던 전 룡단 단장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이봐, 정말 저분이 아더왕이실까? 그냥 보통 노인분처럼 보이는데‥?" "그래, 배도 나왔고‥. 그런데, 리오님과 대련하실 것 같은데 정말 괜찮으실까?" 팔짱을 낀 체 리오와 아더를 바라보던 릭은 곧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주신께서 만드신 검 중 최고라 불리우는 엑스칼리버를 다룰 수 있을 정도의 분 이라면 아마 리오님과도 충분히 대련하실 수 있을거야. 사실, 엑스칼리버 하나만 으로도 우리보단 강하다는 말이니까." "‥그, 그래‥? 앗! 저분 도대체 무슨‥?!" 한 전룡단 단장의 외침처럼, 아더는 배낭에 들어있던 물통을 꺼내어 대련장 바닥에 물을 붓고 있었다. 하지만, 처음엔 노망이 아닐까 생각하던 전룡단 단장들의 생각 은 그 물에서 엑스칼리버가 오색 검광을 뿜으며 튀어나오는 것을 본 직후 변했다. "아, 맞아‥. 엑스칼리버는 오염되지 않은 깨끗한 물에서만 꺼낼 수 있다 들었어. 바닷물도 안되고, 인공적으로 정화된 증류수도 안되지. 우린 지켜보기만 하세." "‥으음‥." 릭의 말에 따라, 전룡단 단장들은 숨을 죽이고 리오와 아더를 지켜보기 시작했다. 한편, 엑스칼리버를 꺼낸 아더는 검을 앞에 세운 뒤 몸에 힘을 집중했고, 순간 아 더가 입고 있던 등산용 복장은 붉은 망토가 달린 화려한 플레이트 메일로 바뀌어 졌다. 물론 그가 쓰고 있던 등산용 모자 역시 갑옷에 걸맞는 투구로 변했다. 가볍 게 몸을 풀고 있던 리오는 아더의 그 모습과, 그 노인의 몸에서 뿜어지기 시작한 무서운 기운에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위엄‥위압감‥. 과연 주신께서 인정하신 유일한 인간의 왕‥! 만만히 볼 분이 아니군.’ 아더는 곧 팔짱을 꼈고, 엑스칼리버는 그의 주위를 몇바퀴 돌며 자신의 주인을 호 위하기 시작했다. 리오의 몸풀기가 끝나길 기다리던 아더는 리오가 곧 자세를 바로 한 뒤 허리를 굽혀 인사를 하자, 자신 역시 엑스칼리버를 잡으며 간단히 목례를 올렸다. "그럼, 부탁드립니다 아더왕이시여." "으음. 대련이지만 최선을 다 해주게." 아더가 먼저 엑스칼리버를 잡고 자세를 취하자, 리오은 예절상 한발 늦게 디바이너 를 꺼내며 자세를 취했고 둘 사이엔 알 수 없는 긴장감이 흐르기 시작했다. "‥내가 먼저 가지." 그 말과 함께, 아더는 검을 내리고 리오를 향해 천천히 걸어가기 시작했고 눈을 부 릅뜬 체 아더를 바라보던 리오는 순간 디바이너를 치켜 올리며 외쳤다. "쉽게 당하진 않습니다!!!" 콰앙­!!! 리오가 검으로 바닥을 내려침과 동시에 날카로운 충격파가 대련장 바닥을 찢으며 아더에게 달려가기 시작했고 아더는 자신을 향해 오는 충격파를 보며 씨익 미소를 지었다. "아직 이르다네!!!!" 쿠웅!! 충격파가 코 앞까지 온 순간, 아더는 자신의 왼발을 앞으로 뻗어 그대로 충격파를 짖밟았고, 아더는 노인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의 몸놀림으로 자세를 전환하며 리오를 향해 자신의 검기를 날렸다. "허업­!!!!" 그때, 리오 역시 자세를 바꾸어 자신에게 날아오는 검기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고, 어깨로 아더의 검기를 강하게 들이받았다. 폭음과 함께, 아더의 검기는 사라졌고 아더와 리오는 다시 자세를 바꾸며 서로를 노려보았다. 짧은 시간이긴 했지만, 둘의 놀라운 실력을 눈으로 본 전룡단 단장들은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세, 세상에‥!!! 리오님의 지뢰자르기를 발로 밟아서 소거시키다니‥!!! 아더왕 이라는 분, 원래 저렇게 강한 분이셨나?!" "리오님도 만만치 않아, 훈련장 천장은 종이뚫듯 뚫을 것 같던 검기를 어깨로 받아 치시다니‥." 그러나, 동료들의 대화를 듣던 릭의 생각은 달랐다. 상당한 위력이 실린 충격파와 검기를 몸으로 받아낸 리오와 아더 쌍방이 분명 피해를 입긴 했을 것이라는 생각 이었다. 그의 생각대로, 리오의 충격파를 밟아 없앤 아더의 왼쪽 다리는 그 직후 잠시동안 경련을 일으켰고 리오의 왼쪽 어깨 역시 잠시간 마비되었었다. 리오는 어깨의 마비증상이 끝남과 함께 디바이너를 양 손에 잡았고, 아더 역시 다 리의 경련이 끝난 직후 몸을 옆으로 움직여갔다. "‥자네의 기술, '지하드'‥보여주지 않겠나?" "‥예?" 아더의 갑작스런 말에, 리오는 순간 당황했고 역시 그 말을 들은 전룡단 단장들은 잠시간 숨을 멈추고 말았다. ---------------------계속--- For Goddess...! (2부) Vol. 53 ------------------------------------------------------------------------- -------------------------------------------------------------------------- 리오는 이해를 할 수 없었다. 가볍게 대련을 하는 중인데 갑자기 지하드를 보여달 라는 아더의 말은 리오로 하여금 당황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그러나, 투구 사이로 보이는 아더의 눈은 진지하다 못해 공포스러울 정도였다. "‥어, 어째서 지하드를‥?" 리오가 그렇게 묻자, 아더는 곧바로 대답했다. "최근들어, 자네는 오딘께 배운 지하드를 너무 남발하는 경향이 있었네. 물론, 그 만큼 상대가 강하기도 했지만 말일세. 잘 생각해 보게나. 화이트 나이트라는 기계 까지 자네의 지하드를 완전히 마스터할 정도인데, 지하드를 맞을 가치가 있는 상대 들이 두번 지하드를 맞아줄 것 같나?" "‥!!" "오딘께서도 그러셨지. 분명 지하드는 미완의 검술이라고 말일세. 내가 지금까지 인정한 단독 검술중 최강은 휀이 쓰는 레퀴엠이야. 레퀴엠은 휀 말고도 신계의 시 간으로 수천, 수만년 전부터 주신과 주신 직속 투천사의 일부가 사용했기 때문에 거의 공개적인 기술이라 해도 과언은 아니지. 하지만, 휀의 표적이 된 신들은 그 기술을 알면서도 맞고 사망을 해야만 하네. 지하드는 분명 위력만으로는 레퀴엠에 필적, 아니 그 이상일 수도 있지만 완벽성으로 보자면 떨어지고 말지. 자, 어서 사 용해 보게나. 내가 지하드의 약점을 증명해 주지." 아더의 말을 듣고 있던 리오는 잠시 머뭇거렸다. 만약 잘못되기라도 한다면 아더는 즉사를 피할 수 없는 것이 기정사실이었다. 그렇게 고민하던 리오는 곧 크게 심호 흡을 한 뒤 파라그레이드를 뽑았고, 양 손에 검을 들고 지하드의 자세를 취한 리오 는 아더를 바라보며 말했다. "‥당신을 믿겠습니다. 그럼‥지하드‥!" 리오의 몸에선 곧 녹색의 빛이 뿜어지기 시작했고, 아더의 눈은 그에 맞추어 리오 의 몸 전체를 꿰뚫기 시작했다. 리오의 지하드 발동을 바라보던 릭은 리오와 아더 가 장난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확실히 느끼게 되었고, 결국 말리려는 생각에 몸을 움직이려 했다. 그러나, 릭의 몸이 움직이기도 전에 리오가 든 두개의 검은 새가 날개를 펴듯 양 옆으로 내려졌고 순간 드래곤의 눈 마저도 초월할 정도의 녹 색 섬광이 훈련장 안을 휘감았다. "으, 으으윽‥?!" 갑자기 발동된 엄청난 압력에 전룡단 단장들은 모두 뒤로 밀려나고 말았다. 얼마나 지났을까. 겨우 정신을 차린 전룡단 단장들은 머리를 감싸쥐며 자리에서 일어났고, 눈을 비비며 시야를 회복한 전룡단 단장들은 곧 놀라운 광경을 접하게 되었다. "리, 리오님?!" 리오의 몸은 훈련장의 한쪽 구석에 처박혀 있었고, 의식을 잃은 듯 그의 몸은 아무 런 미동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아더는 훈련장 중앙 대련장에 아무렇지 않다는 듯 서 있었다. 아더는 곧 투구를 벗었고, 그는 머리를 흔들어 비오듯 흐르는 땀을 떨 구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두개의 검‥원래 하나의 검으로 사용하는 지하드를 두개의 검으로 사용해 완 성도와 위력을 높였군. 소형 같았는데도 위력 하나는 확실히 무시무시한데‥. 온 몸에 이정도로 소름이 돋는건 정말 오래간만이군‥.’ "‥콜록, 콜록‥!" 그때, 리오가 기침을 하며 몸을 꿈틀댔고, 리오에게 뛰어가던 전룡단 단장들은 곧 리오를 부축하며 상태를 묻기 시작했다. "리오님, 괜찮으십니까!!!" "의무병을 불러! 연락해 빨리!!" 그러나, 리오는 손을 들며 전룡단 단장들을 제지했고, 곧 씁쓸한 미소를 지은 체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아아, 큰 충격은 아니었으니 걱정말게. 그런데 훈련장 벽에 금이 가게 해서 어쩌 지? 후훗‥." "아, 그런건 걱정하지 마십시오 리오님. 그런데, 정말 괜찮으십니까?" "으음, 잠시 의식을 잃었을 뿐이야. 괜찮네." 리오는 전룡단 단장들의 걱정스런 눈초리를 받으며 아더에게 다가갔고, 곧 그의 앞 에 한쪽 무릎을 꿇으며 몸을 숙였다. "‥저의 패배입니다. 지금의 가르치심,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으음, 아닐세. 나도 오래간만에 땀을 흘리니 젊어진 것 같은 느낌이군. 허허헛‥. 자, 이제 나가세나." 아더는 자신의 복장을 다시 등산복 차림으로 바꾸었고, 엑스칼리버를 거둔 뒤 배낭 에 있던 수건으로 얼굴을 닦으며 리오와 함께 훈련장을 나섰다. 그들의 모습을 보 던 전룡단 단장들은 리오의 지하드를 부순 아더의 실력에 감탄을 금치 않았고, 릭 은 희미한 미소를 띄우며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사상 최강이며 전설로까지 불리는 분의 실력‥. 그냥 인간이라 하기엔 너무 강 하군. 그런데 어째서 저런 분이 오랫동안 표면에서 활동하지 않으신걸까‥?" 릭은 고개를 저은 뒤, 다른 전룡단 단장들을 부르며 말했다. "자, 뒷처리를 하고 다시 수련하세. ‥음? 스레톨, 자네 왜 그러나?" 제 79 전룡단 단장 스레톨은 멍하니 대련장 바닥을 바라보고 있었다. 궁금하게 생 각한 릭은 스레톨의 가까이 다가갔고, 스레톨이 바라보고 있는 쪽에 시선을 돌린 릭은 순간 숨을 멈출 정도로 놀라고 말았다. "아, 아니 바닥이‥?! 도대체 이 무늬는 뭐지?" 대련장의 바닥엔 이전까진 없었던 거친 결이 나 있었다. 릭은 곧 멀리서 다시한번 대련당 바닥을 바라보았고, 거친 결에 의해 대련장 바닥 전체에 두개의 거대한 회 오리 모양의 무늬가 생성된 것을 볼 수 있었다. "‥단지 기와 기의 충돌에 의해 이런 무늬가‥!" 한편, 훈련장을 나선 리오는 아더에게 멀린이 있는 장소를 알려준 뒤 제궁 밖으로 천천히 나서기 시작했다. 아까 전룡단 단장들에겐 괜찮다고 했지만, 사실 리오의 몸은 괜찮은 상황이 아니었다. 지하드로 아더와 충돌하는 순간, 지금껏 볼 수 없었 던 아더의 가공할 만한 반격기에 휘말려 양 팔과 등허리의 관절이 한꺼번에 뒤틀려 버린 탓이었다. "‥후우, 아직도 얼얼하군. 어쨌거나 큰걸 얻었는데? 지하드의 약점이 이런 어처구 니 없는 것이었다니‥후훗. 음?" 제궁을 마악 빠져 나가려던 리오는 제궁을 향해 날아오는 누군가를 볼 수 있었고, 리오는 그 자리에 멈춰서며 그, 아니 그녀를 기다리기 시작했다. 바람에 흩날리는 긴 은발, 신력으로 생성된 하얀 날개, 걱정이 서린 눈과 표정‥. "‥게다가 앞치마‥. 요리하다 뛰쳐나오신 것 같군." 리오는 속으로 미안해 하면서도 앞치마를 두른 체 자신에게 오고 있는 세이아를 보 고 웃음을 짓지 않을 수 없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리오의 앞에 착지한 세이아는 리오의 몸을 살펴보기 시작했고, 그의 겉으로 별 문제가 없어 보이자 세이아는 길 게 한숨을 내 쉬며 그에게 말했다. "‥하아‥다행이군요. 전 제궁쪽에서 지하드의 느낌이 들어 무슨 일이 있나 생각했 는데‥. 그런데, 지하드는 왜 사용하셨나요?" "‥잠시 대련을 했습니다.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리오는 그렇게 말을 맺었다. 그리고는 세이아의 옆으로 비켜섰고 리오의 그런 반응 은 세이아에겐 큰 충격이었다. 리오는 곧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고 멍하니 리오가 있던 자리를 바라보던 세이아는 곧 돌아서서 리오쪽을 바라본 뒤, 애써 웃으며 그 에게 말했다. "‥더이상‥잃기 싫으셔서 그러시나요." "…." 리오는 아무런 말도 없이 계속 길을 걸었다. 그러자, 세이아의 얼굴은 순간 노기를 띄었고 순식간에 리오를 앞질러 그를 막아섰다. 리오는 잔잔한 미소를 띄운 체 눈 을 감으며 세이아에게 말했다. "‥어떻게 생각하셔도 좋습니다. 하지만 전 가즈 나이트, 그리고 당신은 성계신. 이런 상황에 놓일‥." 파악­!!!! 순간, 리오의 뺨과 세이아의 손 사이에선 큰 소리가 터져나왔고 세이아는 리오의 뺨을 때린 손을 서서히 쥐며 리오에게 떨리는 목소리로 말하기 시작했다. "‥리오씨께선‥사랑하는 사람을 잃어버리신 경우가 한두번이 아니시겠죠. 물론 같 은 영혼을 지닌 분들을 잃으셨지만‥. 하지만 전 아니에요, 전 그런 경험을 하기 싫다고요!!!!" "…." 리오는 세이아의 말을 들으며 그녀에게 맞은 뺨을 손등을 부볐다. 그런 뒤, 조용히 세이아를 안으며 속삭이듯 말했다. "‥죄송합니다. 전 너무도 이기적인 인간인 것 같군요‥." 리오는 곧 그 자리를 떠났고, 세이아는 얼굴을 양 손으로 감싼 체 제궁 앞에서 말 없이 울기만 할 뿐이었다. "…." 제궁 안 회의실의 창가에 기대어 담배를 피우던 휀은 묵묵히 담배를 부벼 끈 뒤 창가에서 벗어났고, 회의실에서 릭에게 온 전화를 한참 받고 있던 지크는 그가 갑 자기 나가려 하자 눈을 동그랗게 뜨며 휀을 불렀다. "얼라? 어디가는거야 대장, 아더왕인가 하는 할아범이 오셨다는데." "…." 그러나, 휀은 아무 대꾸도 없이 회의실을 나섰고 지크는 무슨 바람이 들었냐는 표 정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젠장, 얼굴은 응가 밟은 사람처럼 해가지고‥. 실연당한 것도 아닌데 왜 저래? 음? 아아, 미안 릭. 응, 그래? 그 할아범이 지하드도 깰 정도로 강하단 말이지? 호 오오오‥. 이 지크님의 뜨거운 가슴 속에서 투쟁본능이 용솟음치는걸!!! ‥이봐, 끊지 마 릭!!!" 원래 복잡한건 생각하기 싫어하는 그였다. ※※※ "자신이 벌린 일은 책임지지 않는다‥. 그것이 너의 사상이었나." "‥갑자기 왜 이러는지 한번 이유나 들어볼까." 휀과 리오는 말 없이 서로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잠시간의 그 침묵을 깬 사람은 다름아닌 휀이었다. "세이아님께 사과하도록." 그러자, 리오의 눈은 크게 벌어졌고 그는 어깨를 으쓱이며 의외라는 듯 말했다. "‥후, 천하의 휀이 임무 외적인 일에 신경쓰는건 처음이군. 그럼 아까 내 질문에 대답한다면 고려해 보지." "세이아님의 마음이 흐트러진다면 이 세계의 자연현상이 흐트러진다. 그렇게 되면 전투시 힘들겠지. 이유는 그것이다." "‥그런가. 그러나 미안하지만 난 그럴 수 없어." "할 수 있다." 그러자, 리오는 결국 인상을 찡그렸고 휀을 쏘아보며 거칠게 말하기 시작했다. "‥쳇, 왜 나에게 그러는거지!! 너완 아무런 상관이 없잖아!!!" 여느 때와 같은 냉엄한 표정으로 가만히 리오를 바라보던 휀은 곧 눈을 감으며 나 지막히 말했다. "내가 그녀에게 해 줄수 없는 것을 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 "그것 뿐이다, 더이상 일을 크게 벌리지 말도록. 특별한 지시가 있을 때까지 집에 서 쉬어도 좋다." 그렇게 말을 맺은 휀은 몸을 돌려 제궁쪽으로 향했고, 휀의 뒷모습을 말 없이 바 라보던 리오는 결국 자신의 앞머리를 오른손으로 휘어잡으며 씁쓸히 중얼거렸다. "‥제기랄‥!" ----------------------계속--- For Goddess...! (2부) Vol. 54 ------------------------------------------------------------------------ -------------------------------------------------------------------------- "‥마마, 이런 경우도 있을 수 있습니까?" 완전히 재생되어 캡슐 안 액체 속에 웅크리고 있는 넬을 보던 멀린은 고개를 갸웃 거리며 아더에게 물었고, 책을 읽고 있던 아더는 멀린쪽으로 시선을 돌리며 되물었 다. "음? 뭐가 말인가?" "‥분명 수면마법의 효과도 사라졌고, 생체기능도 완전히 회복되어 이론상으론 살 아 움직여야 하는데, 이 소녀는 아직도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제가 무 엇을 잘못 한 것일까요?" "‥글쎄. 난 그쪽 방면엔 그리 아는게 없으니 뭐라 답해줄 수가 없군. 하지만, 뇌 와 척수만으로 사람을 다시 재생시켰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값어치가 있으니 계속 지켜보세나. 그리고 자네도 좀 쉬어야 하지 않겠나. 아까 보니 제궁 안에 좋은 골 프장이 있던데, 나하고 거기나 함께 가세." "‥그렇게 하는 것이 좋겠군요. 가시지요." 아더와 멀린은 곧 연구실을 나섰고, 아무도 없는 연구실 안엔 곧 침묵이 흐르기 시 작했다. 그러나 조금 뒤, 문이 다시 열렸고 금발의 싸늘한 표정을 지닌 남자, 휀이 안으로 들어왔다. 휀은 곧 캡슐 앞으로 향했고 코트 주머니에 손을 넣은 체 유리벽 안에 있는 넬을 향해 말하기 시작했다. "꼭 그 모습으로 제 앞에 나타나셔야만 했습니까." 알 수 없는 휀의 질문에 대답하듯, 넬의 눈이 반짝 떠졌고 그 시선은 휀의 냉엄한 표정에 돌려졌다. 곧 넬은 빙긋 웃었고, 뭐라 말하듯 입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만나고 싶어하던 사람의 모습이 아니었던가. 언제나 하늘을 바라보며 생각하고 그리워 하던 사람의 모습이 아니었던가.」 "모습만 같은 사람이 나타나는 것은 죽은 그 사람에 대한 추억을 간직한 사람에겐 슬픔으로 밖에 인식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전 슬픔조차 느낄 시간이 없습니다." 휀은 눈을 감으며 대답했고, 캡슐 안의 넬은 쓸쓸한 웃음을 지으며 다시 말했다. 「‥정말 강해졌군. 예전에 나를 바라보던 두려움 섞인 눈은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말이야. 세월이 자네를 그렇게 바꿔놓은 것인가, 아니면 그것이 자네의 본 모습인 가.」 휀은 다시 눈을 뜬 뒤 뒤에 있는 책상에 걸터 앉았고, 품에서 담배를 꺼내 입에 물 며 대답했다. "‥제가 냉정할수록 희생자는 줄어든다는 것을 깨달았을 뿐입니다. 어찌보면 세월 이 절 이렇게 변화시켰다고 봐도 돼겠지요." 그러자, 넬은 눈을 감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그것이 자네의 본 모습이라네.」 "…." 휀은 담배 연기를 뿜으며 넬을 다시 바라보았고, 넬은 휀과 시선을 맞댄 체 말하기 시작했다. 「남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하는 봉사의 마음. 즉, 자네의 빛의 마음‥. 예 전과 달라진 것은 그 마음의 표현 방식일 뿐이지. 내가 소멸되기 전, 자네는 자신 의 동료를 위해 수 없이 목숨을 바쳤고, 내가 각성한 이후 자네는 자신이 좋아하는 여성을 위해 그녀가 더 좋아하는 사람을 설득하고 그녀에게 돌아가라 그를 타이르 고 있지. 다른게 있나.」 "전 저보다 리오가 그녀에게 더 어울린다 생각했을 뿐입니다." 「‥후훗, 거짓말 같이 들리는군‥.」 "사랑이란 감정이 없다는 거짓말 보다는 강도가 약하다 생각합니다." 말을 마친 휀은 조용히 담배 연기를 흡입했고, 캡슐 안에서 휀을 바라보던 미카엘 은 다시 미소를 지으며 중얼거렸다. 「‥그래, 이제야 내가 자네에게 죽음을 당하기 직전 인간의 여성으로 환생하겠다 는 생각을 했는지 알 수 있을 것 같군. 800여년 전엔 심한 말로 애송이에 불과했 던 자네가 단 일순간 만에 왜 수만년 만에 처음으로 사랑한 남자가 됐는지 이해가 갈 것 같아.」 "…." 「자네의 지금 그 모습‥난 그 때 미래의 자네 모습을 본 것이라네. 어쩔땐 무서울 정도의 냉정함을 보이지만, 그 내면엔 그에 상응하는 따뜻함을 가진 남자‥. 비록 상냥함은 없다 하지만 말이지. 후훗‥.」 휀은 말 없이 담배를 내렸고, 다시 넬을 바라보며 물었다. "넬의 부모‥아니, 지상에서의 당신의 부모님께는 어떻게 설명하실 생각이십니까." 그러자, 넬은 활짝 웃으며 대답했다. 「‥하하핫, 걱정하지 말게. 난 그분들을 사랑하니까. 난 때가 되어 미카엘로서의 기억을 되찾은 것 뿐이니 별다른 문제는 없을걸세. 그분들 앞에선 착한 딸로 돌아 가야 하겠지.」 "‥훗." 넬의, 아니 미카엘의 말을 듣고 있던 휀은 짧게 웃음을 지었고, 책상 위에서 몸을 일으킨 뒤 캡슐 앞에 다가서며 말했다. 물론 표정은 다시 굳어진 상태였다. "청소년기 소녀의 미소부터 되찾으셔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럼, 오후에 다시 뵙겠습 니다." 「‥그래. 다른 사람들에겐 전부 이야기 하진 말게나. 알았지.」 "‥쉬십시오." 휀은 다시 연구실을 나섰고, 넬은 눈을 감으며 다시 잠에 빠져들어갔다. ※※※ 루이체는 리오와 소파에 마주앉아 가만히 리오를 살펴보고 있었다. 어쩐지 리오가 예전보다 더 말이 없어진 것 같다는 느낌도 들었고, 예전에 비해 웃음도 많이 줄어 들었다는 느낌도 지울 수 없는 탓이었다. "‥오빠, 고민있어?" "…." "리오 오빠!!" "음?! 아, 놀랐잖아 루이체. 왜, 뭐 부탁할 것이라도 있어?" 리오가 평소와 같이 웃으며 물어오자, 루이체는 인상을 찡그리며 괜한 걱정을 했 나 속으로 중얼거렸다. 하지만 이전의 반응은 분명 자신이 알고 있는 리오의 것이 아니었기에 루이체는 리오에게 상황을 묻기 시작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몇일 전부터 버릇이자 취미던 칼 닦기도 안하고 , 그저 멍하니 앉아 생각만 하고 있으니 말이야." "‥아, 그냥‥그런 일이 있어." 리오는 머리를 긁적이며 슬쩍 넘기려는 듯이 말했고, 뭔가 있다 생각한 루이체는 순간 리오의 뒷쪽으로 달려들어 팔로 그의 목을 죄며 협박조로 말하기 시작했다. "자, 어서 실토해!! 그냥 그런 일이 뭔지 어서 말해!!!" "아아, 이거 놓고 좀 말해. 심각한 일이 아니라니까." "거짓말!!" "‥후훗, 진짜라니까." 리오는 웃으며 루이체의 팔을 간단히 풀은 뒤 고개를 돌려 그녀의 볼에 살짝 키스 를 했고, 생각치 못한 기습에 루이체는 깜짝 놀라며 뒤로 물러섰다. "으, 으윽‥!! 이런걸로 그냥 얼렁뚱땅 넘기려 하지 마!!" "음? 어렸을 땐 볼에 뽀뽀해 달라고 안기던 네가 왠일이야?" "그땐 그때고!! 어쨌든 빨리 말 해!!!" 루이체가 계속 해서 이유를 묻자, 리오의 얼굴에선 미소가 사라졌고 그는 한숨을 길게 내 쉬며 루이체에게 말했다. "‥잠깐 이리 와 볼래." "‥으응?" 루이체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잠시 머뭇거렸다. 리오가 그런 표정으로 자신을 본 일은 거의 없는 탓이었다. 루이체는 곧 리오의 곁에 앉았고, 리오는 슬픈 얼굴로 루이체의 몸을 안으며 얼굴을 묻었다. 리오의 갑작스런 행동에 루이체의 얼굴은 붉 게 달아올랐으나, 곧이어 들려온 리오의 낮은 음성에 루이체의 얼굴은 거짓말처럼 정상으로 돌아왔다. "‥다른 사람의 체온이 이렇게 따뜻하다는 것‥정말 오래간만에 느껴보는구나." "‥오, 오빠‥." "‥미안해. 너한테 까지 걱정을 끼쳐서‥. 난 아무래도 가즈 나이트로서의 자격이 없는 것 같다. 결국엔 이렇게 무너져 버렸으니‥." "‥그만 둬 오빠!!!" 순간, 루이체는 리오를 강하게 밀쳐내며 소리쳤고, 인상을 쓴 체 리오에게 소리치 기 시작했다. "‥오딘님의 말씀이 맞았어, 오빤 언젠간 다시 무너져 버린다고!!!" "‥?!" "‥내가 이곳으로 오기 전에, 오딘님께서 그러셨어. 지하드가 무너짐과 함께 리오 오빠의 의지도 같이 무너진다고!!! 난 무슨 소린지도 몰랐고, 지하드가 무너진다는 뜻이 무엇인지도 몰랐지만 지금은 알 것 같아!!! 리오 오빤 무너졌어!!!" "‥루, 루이체‥." "내 이름도 부르지 마!!! 지금의 리오 오빤 내가 아는 리오·스나이퍼가 아니야!!" 루이체는 그렇게 소리치며 자신의 방으로 뛰어 들어가 버렸고, 리오는 곧 양 손으 로 머리를 감싸 쥐며 고개를 깊숙히 숙여 버렸다. "이거‥받어 오빠." 그때, 방문이 다시 열렸고 루이체는 리오에게 투명한 무언가를 던져주었다. 영상 자료가 담겨 있는 투명한 기록 파일‥. 그것을 받아 든 리오는 다시 루이체를 바 라보았고, 루이체는 손으로 얼굴을 가린 체 리오에게 울먹이며 가까스로 말했다. "‥오, 오딘 님께서‥만약‥리오 오빠가 무너졌을 때‥그걸 오빠에게 건내주라고 하셨어‥. 오, 오빠‥미안해‥." 루이체는 다시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고, 리오는 말 없이 루이체가 건내준 파일을 바라보며 길게 한숨을 쉬었다. "‥오딘님‥." ※※※ "도대체 뭘 하는거냐 리오·스나이퍼!! 똑바로 수련을 하란 말이다!!!" "쳇, 어차피 마법이 더 강력하지 않습니까!!! 검술 따윌 배워봤자 몇명이나 죽일 수 있단 말입니까!!! 이런 것 말고 마법이나 더 가르쳐 주시죠!!!" "이런 못난놈!!!! 검은 중도에 멈출 수 있지만 마법은 그렇지 못하단 말이다!!! 일 단 뻗어나간 마법은 상대방이 되받아 치지 않는 한 결코 물릴 수 없어!!! 그리고, 가즈 나이트라는 것은 천사나 악마, 그 밖에 존재들을 꼭 죽이라고 만들어진 존재 가 아니다, 단순한 킬러가 아니야!!!! 넌 지금 가즈 나이트라는 신성한 직업을 그 저 마법사의 버전 업 판이라고 생각하는거냐!!!" "젠장, 전 지금 근신중입니다, 좀 쉬게 해 주십시오!!!!" "시끄럽다!!! 어서 검을 들어라!!!!" "싫다면 어쩌시겠습니까!!!!" 화면을 통해 쏟아지는 일진일퇴의 폭언. 리오는 파일 안에 기록되어 있는 자신의 옛 모습을 바라보며 씁쓸히 웃어보였다. 게다가 자신이 오딘에게 검으로 깨끗히 패하는 장면과 패한 뒤의 처참한 자신의 모습까지 적나라하게 화면에 떠오르자 리 오는 결국 실소를 터트리며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그렇게 영상 파일을 보고 들은 지 한참 후‥. "검이란 살생을 더 편하게 하기 위해 만들어진 물건. 그러나, 사용자의 역량에 따 라 그 성격은 정 반대로 변하게 된다. 가즈 나이트도 마찬가지. 전투를 위한 최상 의 조건을 가진 완벽한 전투기계지만‥." "‥인간의 의식을 가지고,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져야만 하는 것이 기계와 다른 점 이지‥." 리오는 스피커에서 들리는 오딘의 말을 도중에 따라하며 다시 화면쪽에 시선을 돌 렸다. "완벽한 기술, 완벽한 인간이라는 것이 있을 수 없는 듯, 가즈 나이트도 불로불사 라 해서, 오래 살아왔다 해서 완벽해질 수는 없는 없는 것이다. 다만, 자신의 행동 에 자신의 양심이 허락할 수 있을 정도로 책임을 진다면 완벽까진 못해도 비슷한 경지까진 오를 수 있다." 거기서, 리오는 말을 멈추었다. 그리고 화면에 비춰지는 자기 자신의 옛 얼굴을 묵묵히 바라보았다. 화면 안의 리오는 부드러운 미소를 띄고 있었고, 곧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가즈 나이트로서, 진정한 기사로서, 그리고 절 믿어줄 앞으로의 사람들을 위해 반 드시 제 행동에 대한 책임을 다 하겠습니다." 현실 속의 리오는 그 대목에서 그만 고개를 숙여버리고 말았다. 리오가 잠시 사용 하고 있는 지크의 방 한쪽 벽에 기대어 있는 디스파이어는 붉은색의 빛을 은은히 뿜어내고 있을 뿐이었다. ----------------------계속--- For Goddess...! (2부) Vol. 55 ------------------------------------------------------------------------- --------------------------------------------------------------------------- "리오씨는?" "‥모르겠어요. 오빤 벌써 3일 째 방 밖으로 나오지 않고 있어요. 하아‥아무래도 제가 말을 너무 심하게 했던 것 같아요." 루이체는 근심어린 표정을 지으며 챠오에게 대답했고, 리오가 있다는 지크의 방에 잠깐 시선을 돌려본 그녀는 굳게 닫힌 창문 뒤로 커튼밖에 보이지 않자 결국 한숨 을 내 쉬며 고개를 저었다. "‥알았어, 가볼께 루이체. 그럼 리오씨에게 안부좀 전해줘." "예, 힘내세요 챠오 언니." "아, 가시는겁니까 챠오양?" "예, 안녕히 계세요 리오씨. ‥아앗?" "어, 오빠?!" 루이체와 챠오는 자신들의 뒷쪽에서 들려온 리오의 목소리에 움찔하며 뒤를 돌아보 았고, 리오는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미소를 지은 체 현관을 나서고 있었다. "음? 다들 유령이라도 본 사람처럼‥. 아 점심 함께 하시겠습니까 챠오양? 루이체 도 어때?" "…." 챠오와 루이체는 아무런 말이 없었다. 특히 루이체는 3일 전 일을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과 같은 리오의 분위기에 더더욱 말을 잊고 말았다. 둘이 멍하니 서서 자신을 바라보기만 하자, 리오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둘에게 말했다. "음‥잠깐 여기 있겠어요? 생각해 보니 세이아양과 한번도 외식을 안한 것 같으니 그녀도 함께 데려가야 할 것 같군요." "…." 둘은 건성으로 고개를 끄덕였고 리오는 곧 세이아의 집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가만히 리오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챠오는 무언가 문득 생각이 났는지 곧 허리에 찬 전화로 자신들이 머물고 있는 숙소에 연락을 하기 시작했다. ※※※ "아직일세!!!" 퍼억­!!! "꾸에에에에엑­!!!!!" 아더에게 회심의 일격을 날려봤던 지크는 결국 괴성을 지르며 대련장 밖으로 날아 가 버렸고, 아더는 상쾌하다는 듯 곁에 놓인 수건으로 땀을 닦으며 미소를 지어 보 였다. "허헛, 아직 젊은이들에게 쉽게 질 정도는 아닐세. 좀 더 연습을 하고 오게나 지크 군." "우, 우욱‥괴물 할아범 같으니‥!" 너무나 간단히 튕겨 날아가 버린 지크는 충격을 받은 복부에 손을 댄 체 일어섰고 충격 부위가 꽤나 아픈 듯 근처의 전룡단 단장에게 부축을 받아 겨우 벤치에 가서 앉을 수 있었다. "‥후아, 점심을 먹지 않은게 다행이네. 하마터면 날아가면서 토할 뻔 했어." "지크님, 괜찮으십니까?" 그때, 막 훈련장에 들어온 릭이 벤치에 웅크리고 앉아 있는 지크에게 다가가 상태 를 물었고, 지크는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에구, 말시키지 마. 저 오메가 영감한테 또 당했단 말이야." "예? 아‥하핫, 그러셨군요. 하긴, 저희들도 저 분의 실력을 처음 봤을 때 정말 놀 랐답니다. 신계에서 위력만으론 톱 클래스에 드는 리오님의 지하드를 튕겨내시는 광경은 아직도 눈에 선하지요." "‥쳇, 하여튼 알 수 없는 영감님이야. 접근전을 했을 때에도 어디에서 검이 날아 올지 알 수가 없어. 예측하고 방어할 수가 없다니까. 게다가 이상한 반격기술까지 가지고 있어서 내가 가진 직접 공격술이 먹혀든 역사가 없어." "‥아, '버밀리온 크로스'를 말씀하시는군요." "‥뭔 크로스?" 지크는 릭이 뭔가 아는 듯 한 발언을 하자 눈을 크게 뜨며 그를 바라보았고, 릭은 머리를 긁적이며 대답했다. "예, 저희 아버지께서 한번 말씀은 해 주신 일이 있는 전 차원계 최고의 반격기술 이랍니다. 저도 맨 처음 봤을땐 몰랐는데, 아더 전하께서 엑스칼리버를 들고 계시 는 각도와 전하의 자세등을 떠올리는 중 생각이 났지요. 그 반격기를 맞고 사망한 시체의 몸 위에 주홍색 십자가가 그려지는 것에서 반격기의 이름이 유래했다고 하 고‥읍!" 그때, 지크의 손이 릭의 안면을 덮었고 지크는 고개를 저으며 릭에게 말했다. "이봐 친구, 요점만 간단히 하자구. 그래, 저 검술이 뭐 어쨌는데?" "아, 예. 버밀리온 크로스는 오직 엑스칼리버로만 가능하다 칭해지는 검술입니다. 전설상으로 예외는 없다 칭해지기도 하는 기술이기도 하죠. 물론, 레퀴엠과 지하드 같은 반 물리적 검술은 사용자가 누구냐에 따라 튕길 수 없긴 하지만요." "‥엥? 저번엔 지하드 튕겼다며?" "아, 다음날 아더 전하께서 말씀해 주셨습니다. 만약 리오님이 진짜로 지하드를 사 용했다면 아무리 버밀리온 크로스라 해도 튕길 수 없었을 것이라고 하셨죠. 물론, 버밀리온 크로스를 사용한 사람이 리오님과 맞먹는 물리력과 기력을 지닌 남자라면 얘기는 달라진다고 하셨지만요." "‥흠, 하긴. 압도적인 힘 앞에선 고도의 기술이라도 깨지는 법이니까. 힘이 받쳐 주지 않는다면 깨지는건 당연하겠지. 뭐, 좋아. 계속 말해 봐." "‥예? 뭘요?" "‥버밀리온 어쩌군가, 주홍색 십자간가 하는거 말이야." 지크가 인상을 찡그리며 되묻자, 릭은 미안하다는 듯 머리를 긁적이며 대답했다. "‥죄송하지만 전 여기까지 밖에 모르는데요." "……." .................... . . . . . . . . "그, 그렇다고 때리실 것 까지는‥." "쳇, 뭐 좋아. 그건 그렇고 요즘 넬 녀석 이상하지 않아? 3일 전 다시 깨어난 이후 다른 사람하고 있는 시간보다 휀 녀석하고 있는 시간이 더 많아 보이거든." 지크가 팔짱을 끼며 심각한 얼굴로 말하자, 릭은 무슨 소린지 모르겠다는 듯 고개 를 갸웃거리며 지크에게 물었다. "예? 인간은 그 나이 정도 되면 사춘기라 그럴 수도‥있지 않습니까?" "‥남자쪽이 휀이 아니고 리오나 나라면 이해가 가지. 휀이라면 뭔가 안어울리잖 아. 게다가 넬 녀석 역시 BSP일에만 관심이 있었지 남자한텐 별 관심 없었다구. 리 오의 사탕발림에 넘어가지 않은 유일한 소녀이기도 한데‥으음‥." "…." 그쪽에 관한 지식은 전무에 가까운 릭은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결국, 그 얘 긴 지크의 식욕 본능에 의해 얼버무려졌고 지크와 릭은 함께 제궁 내 장교식당으로 향했다. 물론 릭은 거의 끌려가는 입장이었다. ※※※ "이봐요 리오씨. 장교 식당에서의 식사는 외식이라고 할 수 없다구요." 챠오의 부름을 받고 티베, 마키와 함께 달려와 리오들과 함께 식사를 하던 리진은 불만어린 눈으로 리오를 바라보며 말했고, 리오는 어깨를 으쓱이며 리진에게 말했 다. "‥흐음‥두번째 스테이크를 드시면서 그러시면 설득력이 부족해지지 않을까요?" "‥으윽." "후훗, 오늘 식사는 다른 때보다 좀 더 좋답니다. 제가 특별히 부탁을 했거든요." 그 말에, 평소 장교 식당을 사용하던 BSP멤버들은 듣고 보니 그렇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 뿐만 아니라 현재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있는 전룡단 단장들과 부 단장들 역시 눈을 휘둥그레 뜬 체 식사를 하고 있었다. 라이아와 함께 앉아 식사를 하고 있는 세이아는 맛 보다는 리오가 오늘 옛 모습 그 대로 웃으며 식사를 하고 있다는 것에 더 안심을 하고 있었다. 게다가 리오는 몇일 전 무슨 말을 했는지 모르는 사람 처럼 세이아에게도 미소를 보내주고 있었다. "오호라, 이젠 집단으로 데리고 다니기냐? 다른 사람들 보기가 민망하지도 않아 바 람둥이씨?" 때마침 릭과 함께 식당으로 들어온 지크는 쓴 웃음을 지으며 빈정거렸고, 리오는 씨익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하, 그럴리가. 난 그저 친분을 도모하자는 뜻에서 이러는거니 오해하지 말아. 아, 난 식사 다 했으니 여기 앉아. 난 아더 전하를 뵈러 갈테니까." "잉? 오메가 할아범 만나서 뭐하게." 지크는 사양치 않고 리오가 앉았던 자리에 걸터앉으며 이유를 물었고, 리오는 허리 에 찬 디바이너를 손가락으로 톡톡 두드리며 빙긋 웃어보였다. "후훗, 당하고는 살 수 없지. 아, 릭도 의자 가져와서 앉게." "…." 그러나, 릭은 수많은 여성들과 함께 식사를 한다는 사실에 직면한 즉시 페닉상태에 빠져 있었고, 지크는 머리를 긁적이며 리오에게 가보라는 손짓을 했다. "이런 이런‥. 이봐, 저 순둥이는 내가 알아서 할테니까 훈련장으로 가 봐. 그 오 메가 할아범은 거기 계시니까." "으음, 고마워." 긴 식탁을 돌아 출입구 쪽으로 향하던 리오는 문득 무언가가 생각났는지 세이아쪽 으로 다가갔고, 뒤에서 그녀의 어깨를 살며시 잡으며 귀에 속삭였다. "집에서 기다리고 계세요. 저녁에 갈테니까요." "예에?! 아, 예‥." 세이아는 깜짝 놀라하면서도 곧 즐거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러나, 그녀 외에 다 른 여성들의 표정은 순간 저기압권에 돌입하고 말았다. 갑자기 험악해진 주위의 분 위기에, 지크는 침을 꿀꺽 삼키며 주위를 돌아보았고 곧 리진에게 시선을 고정시키 며 나지막히 말했다. "‥이봐 아가씨. 접시까지 썰면 어떡해‥." "‥남의 사‥!" "녜녜녜녜녜‥." ※※※ 넬과 휀은 제궁 내 공원에 마련된 벤치에 앉아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러나, 둘 의 표정과 같이 대화의 내용은 전혀 한가롭지가 못했다. "‥알겠나, 메타트론님이 개입한 이상 악마왕중 한명이나 두명이 개입하지 않는다 는 보장은 없어. 데스 발키리들의 임무중 하나도 메타트론의 세력에 대한 확실한 정찰일걸세. 만약, 자네들이 메타트론님을 막지 못한다면 최악의 경우 악마왕의 정 점에 달한 '사탄'이 개입할 수도 있다네. 게다가 메타트론과 사탄의 경우 상호간의 감정이 상당히 좋지 않은 편이기에 더하지. 물론 '루시펠'님도 마찬가지지만‥." "‥악마왕이라면 누가 와도 상황은 비슷할겁니다. '디아블로'가 오던, '메피스토' 가 오던‥. 어쨌든 말씀은 잘 알겠습니다. 몇일 내로 북아메리카 대륙의 공격 준비 를 하겠습니다." 넬은 곧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고, 휀은 묵묵히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며 말했다. "그럼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장로님과 약속시간이 다 되었습니다." "아, 그럼 가보게. 난 집으로 돌아가지." 넬은 곧 제궁 밖으로 달려나가기 시작했고, 겨우 예전의 넬과 같이 뛰어가는 그녀 를 돌아보던 휀은 순간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바보군‥." 곧, 휀의 얼굴은 거짓말 처럼 다시 돌아왔고 휀은 천천히 제궁 안쪽으로 향하기 시 작했다. --------------------계속--- For Goddess...! (2부) Vol. 56 ------------------------------------------------------------------------- -------------------------------------------------------------------------- 리오와 아더는 다시한번 대련장에 마주서 있었다. 리오는 편안한 표정으로, 호흡으 로 가볍게 몸을 풀고 있었고 아더 역시 호흡을 조절하며 대련을 준비하고 있었다. 손목을 몇번 털은 후 디바이너를 뽑는 리오를 묵묵히 바라보던 아더는 곧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리오에게 물었다. "‥무엇을 위해 살아가갈지 이젠 결정했나." "예, 그렇습니다." "들어볼 수 있겠나." "가즈 나이트가 필요 없는 세상을 위해 살아갈 것입니다." "어째서인가." "한번이라도 그렇게 결심했던 제 자신에 대한 책임을 지고 싶기 때문입니다." "힘들지 않겠나." "그런 것으로 고민할 정도의 시간도 없을 정도지요." 리오와 아더는 곧 미소를 띄웠고, 아더는 천천히 자신의 투구를 머리에 쓰며 리오 에게 말했다. "좋아, 조금 정신을 차린 것 같군. 그럼 다시 사용해 보겠나, 지하드를‥." 그러자, 리오는 곧 자세를 취하며 씨익 웃음을 지었고 눈을 가늘게 뜨며 아더에게 말했다. "송구스럽지만 이번엔 전하의 목숨을 보장하지 못합니다." "‥!!" 그 순간, 아더는 말을 잊었고 대련장 주위에 몰려 있던 전룡단 단장들과 부 단장들 은 숨을 죽이고 말았다. 몇일 전과는 달리, 리오의 지금 목소리와 눈엔 진지함을 넘어선 살기가 도사렸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아더는 달랐다. ‘‥그래, 그것이 바로 가즈 나이트, 리오·스나이퍼의 모습이야‥!’ ※※※ 최근 전투가 거의 일어나지 않아 할 일 없이 자신의 방에서 TV를 보고 있던 바이칼 은 몸을 뒤척이며 소파에 앉아 있는 리디아를 바라보았다. "리디아." "예, 오라버니." "심심하지 않나." "‥?" "‥아니야. TV나 보자." 리디아는 눈을 동그랗게 떴고, 바이칼은 곧 손을 내 저으며 다시 시선을 TV로 돌렸 다. 리디아는 가끔씩 이해가 되지 않는 바이칼의 행동에 결국은 미소를 지을 따름 이었다. 그때, TV의 자막에 '특집'이라는 문구가 찍혔고 리디아의 시선도 그쪽으로 돌려졌다. 그러나, 그 특집 프로그램의 제목을 본 바이칼은 인상을 찡그리며 나지 막히 중얼거렸다. "‥특집, 가즈 나이트 대 분석‥? 방송국 녀석들도 어지간히 아이디어가 없나보군 ‥. 갈아 치워야‥음?" 「네,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시청자 여러분!!! 오늘은 특별히 드래고니스 최고의 우상으로 떠오르고 있는 일곱빛깔의 남자, 가즈 나이트 여러분의 집중 분석과, 설 문조사의 결과를 여러분께 보내드리겠습니다!!! 지금 이 방송은 DBS 최고의 미녀 아나운서, 롤케가 전해드리고 있습니다!!」 "‥저 공주병 아나운서는 짤리지도 않는군. 나보다 못생긴 주제에‥." 바이칼이 퉁명스레 중얼거리자, 리디아는 걱정스런 표정을 지으며 바이칼에게 충고 하듯 말하기 시작했다. "오, 오라버니‥. 뭐 묻은 개가 겨묻은 개 나무란다는 말이 있는데요‥." 순간, 바이칼의 얼굴은 굳어졌으나 그는 결국 한숨을 길게 내 쉬며 리디아에게 말 했다. 물론 바이칼로선 최대한의 인내심을 발휘하는 것이었다. "‥차라리 직접적으로 말하는게 어때. 아니면 인용문구를 바꾸던가." "죄, 죄송해요! 전 그런 뜻이 아니라‥!" 「네, 설문조사 1번!! 가즈 나이트 중에서 가장 미남이라 생각되는 사람은 누구일 까요!!! 7위부터 발표해 드리겠습니다!!! 제 7위‥아‥아쉽게도 바이론님이 차지하 셨군요. 그분께 이 결과가 도착하지 않길 진심으로 바라겠습니다. 참고로, 이 설문 조사는 드래고니스에 살고 계시는 여성분들을 대상으로 한 것입니다. 다음 6위!!」 .................. . . . . . . . . "이거 놔!!!! 저 방송국을 박살내야 내 속이 후련하겠어!!!!!" "지, 지크님, 참으십시오!!!" "시끄럿!!!! 우오오오오오오옷­!!!!!!" 식당 안에서 TV를 보던 전룡단 단장들은 갑자기 난동을 부리기 시작한 지크를 말리 느라 안간힘을 썼고, 식사를 마치고 역시 TV를 보던 리진들은 피식 웃으며 중얼거 렸다. "흥, 당당히 5위나 하셨으니 저럴만도 하지. 누가 저렇게 진지하지 못한 인간을 좋 아한단 말이야." "‥나‥." 그때, BSP멤버를 비롯한 모두는 소리가 들려온 쪽에 시선을 집중했고, 멋적은 웃음 을 지은 체 손을 살짝 들고 있는 사이키는 어쩔줄 몰라하며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아, 4위다. ‥레디씨네? 서룡족 여자들은 미소년을 싫어하나봐. 3위는‥어머나, 리오씨가 3위 밖에 안된다고? 말∼도 안돼." 리진이 투덜대며 불만을 표시하자, 곧 챠오가 아니라는 듯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리오씨는 3개월간 공백이 있었잖아. 아쉽지만 인정해야 할지도." "∼으음, 그렇군." "…." 세이아는 고작 엔터테인먼트 프로를 보며 너무도 진지하게 대화를 나누는 둘을 보 며 멋적은 미소를 띄울 뿐이었다. ............................ . . . . . . . "‥2위가 휀? 웃기는군‥." 바이칼은 어느새 손에 들고 만 팝콘을 씹으며 씁쓸히 중얼거렸다. 그때, 바이칼의 방에 설치된 직통 전화에 불이 들어왔고 그는 귀찮다는 표정으로 전화를 들었다. "왜. ‥사바신 녀석이 전함 하나를 부쉈다고? 그것 때문에 하와이에서 여기까지 전 화를 걸었단 말인가. ‥알았으니 말릴 수 있는데 까지 말려봐. 이상." 바이칼이 한숨을 내 쉬며 다시 TV에 시선을 돌리자, 리디아는 궁금한 얼굴로 그에 게 이유를 물었다. "저어, 오라버니. 무슨 일인가요?" "두번째로 못생겼다는 말에 어떤 녀석이 난동을 부렸다는군. 신경 끄고 TV나 봐." "‥예? 예‥." "‥흠‥1위는 슈렌인가‥. 딸하고 같이 만세를 부르겠군." 한편, 설문조사 결과를 마치고 슈렌에 대한 축하 메세지를 띄운 여성 사회자는 곧 다음 순서를 진행하기 시작했다. 「예에, 다음 순서입니다! 그러나 그 전에 기습 인터뷰!!! 설문조사로 3위를 차지 하신 리오·스나이퍼님을 저보다 약간 안 예쁜 소레티 리포터가 찾아뵙겠습니다!! 소레티 리포터 나오세요!!」 그러나, 화면이 바뀌자 마자 보여진 것은 리퍼터 대신 아더와 한참 대련중인 리오 의 모습이었다. ........................ . . . . . . . "하앗!!!" "흡!!" 리오와 아더의 공격이 교차할 때마다 대련장 사방엔 불똥이 튀었고, 신기에 가까운 둘의 움직임을 보던 리포터는 감격에 휩싸인체 눈을 반짝였다. 카메라맨은 엄청난 스피드로 움직이는 리오와 아더의 모습을 잡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했고, 자신들의 모습이 카메라에 담겨지는 것도 모르고 대련에 열중하는 리오와 아더의 모습은 당 사자들의 심각함과는 관계 없이 아름답기까지 했다. "리오, 자네는 아직 전설이란 이름에 도전하기 이르네!" "기록이란 것이 깨지기 위해 존재하는 것처럼, 전설 역시 또 다른 전설을 위해 존 재하는 것입니다! 지금 이 자리에서, 전하의 '버밀리온 크로스'란 전설을 깨겠습 니다!!" "후, 지켜보겠네!!" 퍼엉­!!!! 대사와 액션까지 곁들인 현장 취재는 카메라맨이 눈물을 흘릴 정도로 성공적인 것 이었다. 한편, 아더와의 거리를 벌린 리오는 곧 파라그레이드 대신 들고 나온 디스 파이어를 꺼내 들었고, 디스파이어의 표면에 흐르는 붉은색의 섬광은 리오의 움직 임에 따라 공기중에 은은한 적색 잔광을 남기며 대련장 안의 전룡단 단장, 부 단장 들과 시청자들의 감탄을 유발시켰다. "지하드를 포함한 모든 기술들은 사용자의 정신상태에 따라 기의 성질조차 달라지 게 됩니다. 지하드의 뜻은 무(無)‥사용자가 무념과 무상의 상태에 들었을 때, 지 하드는 그 진정한 힘을 발휘하게 됩니다. 기쁨, 분노, 슬픔, 즐거움‥이 모든 것 에서 해탈했을 그 때‥!!" 곧, 리오의 몸에선 청색의 빛이 뿜어지기 시작했다. 보통 지하드가 발동될 때 녹색 의 빛이 뿜어지는 것과는 달랐다. 심지어는 디스파이어의 검광조차 파란색을 띌 정도였다. "가겠습니다, 지하드‥!!!" 리오의 자세가 갖춰짐과 동시에, 아더의 엑스칼리버 역시 칼 자체의 색인 흑색과 적색의 빛을 뿜어내며 모양을 바꾸기 시작했다. 엑스칼리버의 흑색 표면은 요기를 띈 적색으로, 자루를 감싼 적색의 가죽끈은 흑색으로‥. 그리고, 아더가 입고 있는 플레이트 아머의 사이 사이에서도 흰색의 수증기가 비어져 나와 대련장 바닥에 떨 어져 내렸다. "‥디·엑스칼리버‥. 엑스칼리버 조차 두려움을 느끼고 있군‥후후후훗‥. 그럼 기다리겠네, 버밀리온 크로스로‥!!" 순간, 대련장은 청색과 백색의 섬광이 중앙에서 충돌함과 동시에 엄청난 광도의 빛 으로 가득찼고 얼마 있지 않아 빛은 잔잔히 사그러 들었다. 손으로 눈을 가린 체 서 있던 전룡단 단장들은 순간 이상하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분명 지하드와 버밀 리온 크로스가 충돌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은 물론 취재를 하러 온 방송인들 까 지 멀쩡히 서 있는 것이었다. "어, 어떻게 된‥아, 저길봐!!!" "저, 저럴수가‥!!!" 사그러드는 빛과 함께 대련장에 보인 것은 중앙에 대치하고 있는 리오와 아더의 모 습이었다. 리오가 오른손에 든 디바이너는 엑스칼리버의 중앙에 충돌한 체 움직이 지 못했고, 디스파이어는 엑스칼리버의 검 끝에 교묘히 걸려 역시 움직이지 못했 다. 한개의 검으로 두개의 검을 한꺼번에 막아낸 아더도 대단했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둘의 위치가 충돌하기 전의 위치와 정 반대라는 것이었다. "세, 세상에‥어떻게 그 찰나에‥?!" 치익­!!! 순간, 아더의 플레이트 아머에서 바람소리가 강하게 들려왔고 플레이트 아머 내부 에 축적된 수증기는 소리에 걸맞게 강하게 내 뿜어졌다. 리오와 아더는 곧 뒤로 한발자국씩 물러났고, 디바이너와 디스파이어를 거둔 리오는 아더의 앞에 무릎을 꿇으며 힘겹게 말을 내뱉었다. "‥감사합니다 전하. 역시 전설이란 이름에 도전하긴 일렀습니다." "후훗, 실전이었다면 또 모르지. 어쨌든 강해져서 돌아온 것을 축하하네 리오." 아더는 다시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온 엑스칼리버를 공중에 띄운 뒤, 투구를 벗으며 빙긋 웃어보였고 리오는 자리에서 몸을 일으키며 역시 미소를 띄었다. "아아, 수고하셨습니다 아더 전하, 그리고 리오님!!! 전 정말 감동했습니다!!!" 그때, 대련장 위로 카메라맨과 리포터가 기습적으로 올라왔고 갑작스런 상황에 리 오와 아더는 흠칫 놀라며 방송인들을 바라보았다. "아, 아니 언제부터‥." 리오는 놀람과 어색함이 반반 섞인 얼굴로 카메라를 바라보았고, 아더는 어느 때보 다 더 긴장된 얼굴로 카메라에 시선을 돌렸다. .......................... . . . . . . . "휘익­!!! 오메가 할아범, 멋진데!!!!" 어느새 식탁위로 올라가 휘파람을 불어대는 지크를 보며, 티베는 이마를 감싸 쥔 체 한숨을 내 쉴 뿐이었다. "‥흥, 아깐 5등 했다고 발광하더니 잘도 변신하시는군‥." 「네, 미남 순위 3위를 하신 소감을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그때, 리포터의 질문이 식당 안에 들려왔고 식당 안 사람들은 곧 TV에 시선을 돌렸 다. 그런 질문을 들은 리오는 턱 아래로 흘러내리는 땀을 아대로 닦으며 윙크를 한 체 소감을 말했다. 「‥여러분들을 사랑합니다. 후훗‥.」 "‥우­!! 우­!!! 속지마!!! 사탕발림이다!!!! 우우­!!!" 순간적으로 안색을 바꾼 지크는 손가락으로 TV화면을 가리킨 체 오랫동안 야유를 보냈다 한다. -----------------------계속--- For Goddess...! (2부) Vol. 57 -------------------------------------------------------------------------- -------------------------------------------------------------------------- 11장 [유한의 동반자] 다음날 아침, 휀이 집무를 보고 있는 장로의 방문을 누군가가 두드렸고 휀은 화면 을 넘기며 들어와도 된다는 신호를 보냈다. 곧, 문을 열고 데스 발키리 알테미스가 들어왔고 휀은 알테미스를 흘끔 바라보며 물었다. "무슨 용건인가." "위대하신 7인의 악마왕중 한분이신, '디아블로'님께서 당신과 대화를 나누고 싶어 하십니다." 그러자, 휀은 눈을 감으며 한숨을 짧게 내 쉬었다. 잠시 그렇게 생각을 하던 휀은 다시 알테미스를 바라보며 물었다. "직접, 아니면 간접." "직접입니다. 통화용 크리스탈을 가져왔습니다." "‥좋아." 알테미스는 곧바로 품에서 흑색 크리스탈을 꺼내 휀의 책상 위에 놓았고, 곧 크리 스탈은 넓게 벌려지며 빛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천장에 비스듬히 쏘아올려진 빛의 장막엔 붉은색의 실루엣이 지나간다 싶더니, 곧바로 휀 조차 소름이 돋는 것을 느 낄 정도의 강력한 요기를 띈 세개의 붉은 점이 떠올랐다. 그 붉은 점을 중심으로 흉칙하게 생긴 악마왕, 디아블로의 모습이 나타났고 디아블로는 수백도의 열기가 서린 호흡을 거칠게 뿜어내며 휀에게 손을 흔들어 보였다. 「‥오래간만이다‥빛의 가즈 나이트 휀·라디언트. 건강한 모습을 보니 이 몸도 상당히 즐겁도다.」 휀은 곧 가볍게 목례를 하며 말했다. "과찬의 말씀이십니다. 그럼 용건을 말씀해 주십시오." 「‥후, 여전히 재미가 없는 녀석이로다. 좋아, 그럼 듣거라. 지금 네가 있는 차원 계에 메타트론이 나타났다는 정보가 입수되었다. 선신계에서 그 정도의 힘을 그 세 계에 내려보냈다 함은 분명 아롤님이 잠자고 계신 틈을 타 차원의 균형을 깨겠다는 증거. 고로, 너를 비롯한 가즈 나이트와 용족들의 철수, 그리고 악신계의 개입 허 가를 요청하는 바이다.」 디아블로의 말을 들은 휀은 다시금 눈을 감으며 생각에 잠겼다. 자신이 생각하던 최대, 최악의 사태가 코 앞에 닥쳐온 것이기 때문이었다. 휀은 곧 눈을 뜨며 디아 블로에게 말했다. "죄송하지만 디아블로님의 요청은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메타트론은 이미 선신계 와 관련이 없는 자. 당신과 같은 귀한 분께서 나서실 이유는 없습니다. 또한, 메타 트론의 일은 주신께서도 별도로 지시를 하셨기 때문에 더욱 당신의 요청은 받아들 일 수 없습니다." 「‥!!!」 그 순간, 디아블로의 눈에서 그의 피부색보다 더욱 붉은색의 사념이 화끈거렸고 크리스탈로 간접통화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밀려오는 요기의 압력에 휀의 눈 썹은 꿈틀댔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디아블로의 감정은 평온을 되찾았고, 디 아블로는 다시금 휀에게 말했다. 「‥좋다. 내가 너무 성급했다는 생각도 드니 이번 만큼은 넘어가 주노라. 하지만, 너희들 가즈 나이트들이 메타트론의 힘을 막아내지 못할 경우, 악신계가 직접 개입 한다는 것은 분명히 밝혀두노라. 그럼 건투를 빈다, 휀·라디언트‥.」 곧, 크리스탈에서 뿜어지는 빛은 조용히 소거되었고 알테미스는 그 크리스탈을 챙 기며 휀에게 물었다. "디아블로님과 잘 아시는 사이십니까." "다른 악마왕들에 비해선 친한 편이다. 차이점은 내가 직접 상대한 일이 없다는 것 뿐이지만. 더이상 용건이 없다면 가보도록." "‥수고하시길." 알테미스는 곧바로 방을 나섰고, 가만히 문을 바라보던 휀은 지크의 집에 연락을 취하기 시작했다. 「여보세요.」 "나다. 리오와 함께 장로님의 방으로 오도록." 「아, 대장? 왠일이야, 밥이라도 사주려고?」 휀은 곧 시선을 시계에 돌렸고, 다시 지크에게 간단히 말했다. "식사시간은 지났다." 「쳇, 하여튼 재미없다니까. 알았으니 조금만 기다리셔.」 전화를 끊은 휀은 곧 길게 한숨을 내 쉬었고, 다시금 전화를 들며 이곳 저곳에 연 락을 하기 시작했다. ※※※ 장로의 방에 모인 리오와 바이칼, 지크, 아더, 멀린, 그리고 장로는 휀에게서 디 아블로와 접촉했다는 얘기를 듣자 마자 지크를 제외하고 모두 심각한 표정을 지었 다. 모두의 일그러진 표정에 지크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고, 그는 곧 리오의 팔을 쿡쿡 찌르며 물었다. "이봐, 악마왕이 그렇게 쎈 녀석들이었어?" "‥휀이나 바이론 내지는 내가 제 4 안전주문까지 풀고 싸워도 이길까 말까한 존재 들이야. 하르마게돈 이후 표면에 드러나길 꺼려하지만 어쨌든 적이 된다면 무슨 일 이 벌어질지 예측을 못해. 최소한 행성 하나는 날아간다고 봐도 과언은 아니야." "‥그, 그래?" 지크가 바짝 긴장을 함과 동시에, 휀의 헛기침 소리가 들려왔고 모두는 휀에게 시 선을 고정시켰다. 휀은 여느때와 같이 냉엄한 표정으로 모두에게 말하기 시작했다. "‥악마왕들까지 개입한다 선포한 이상, 더이상 이 전투를 늦출 이유는 없습니다. 전력도 많이 보강된 이상, 이제 속전속결로 북아메리카 대륙을 공략해야만 합니다. 의견 있으신 분은 말씀해 주십시오." "‥흐음, 북아메리카에 주둔하고 있는 적의 전력이 어느 정도인지 알고는 있나?" 아더의 질문에, 휀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메타트론이 이끄는 원·디바인 크루세이더가 가장 강한 전력이라 생각되며, 나머 진 와카루와 바이오 버그들이 주를 이룬다 생각합니다. 단지, 동룡족의 움직임이 최근 보이지 않아 약간은 경계해야 할 것입니다. 제일 문제가 되는 것은 상상을 초 월하는 전력인 원·디바인 크루세이더입니다. 지금으로선 저희 가즈 나이트들이 그 들을 맡을 수 밖에 없다고 예상합니다." 아더는 고개를 끄덕였고, 곧이어 바이칼의 질문이 들어왔다. "그러면‥동룡족의 전력은 어떻게 해야 하나. 차원이동을 통해 사라졌다는 말도 없 고‥어딘가에서 우리를 습격하려 하지 않겠나?" "동룡족의 우두머리인 쥬빌란은 그런 실수를 두번 저지를 남자는 아니다. 동룡족 은 예를 목숨보다 중시하는 종족. 쥬빌란을 비롯한 동룡족 장성들은 그 전의 습격 을 통해 상당한 양심적 가책을 느꼈을 것이 분명하다. 어쨌거나, 주의해서 손해볼 것은 없지." "‥아, 그런데 미카엘님은 왜 참석시키지 않았나?" 멀린의 질문에, 휀은 눈을 감으며 나지막히 대답했다. "전력에 포함되지 않는 미카엘님은 우리로선 도움이 안되는 존재일 뿐입니다. 메타 트론과 싸울 때 정보 보다는 그를 능가하는 힘이 더 필요합니다. 미카엘님은 넬과 다를 바 없습니다. 그저 미카엘님의 기억을 가진 존재일 뿐입니다." "‥그, 그런가‥?" 멀린은 뭔가 좀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휀의 행동 에 이유가 없던 경우는 거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는 리오와 지크는 아무런 말도 하 지 않았다. 그렇게 이어지던 대화가 끝난 직후, 휀은 곧바로 전체 전룡단과 4대 용왕군, 그리 고 가즈 나이트들이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모두 참가한 작전회의를 열었고 그 회 의에선 일곱시간을 넘기는 대장정 끝에 이 세계에서의 마지막 전투를 장식할 최대, 최후의 작전이 수립되었다. 회의가 끝난 후, 드래고니스가 포함된 주 전력은 영국 으로 이동하기 시작했고 하와이에 주둔하고 있는 4대 용왕군 역시 전력을 재정비 하며 북아메리카 대륙 횡단작전의 시작을 준비했다. ※※※ 드래고니스가 이동하는 몇일 동안, 지크는 홀로 훈련장에 틀어박혀 수련을 거듭하 고 있었다. 적당한 기술로는 이상하게 상대가 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에서였지 만, 이상하게도 북아메리카 대륙에 다가가면 다가갈 수록 피가 끓어오르는 것을 느 끼게 된 탓도 있었다. 지크가 지금 하고 있는 것은 최대 여덟개로 분열되는 무명도 의 성능을 최대한으로 끌어내는 기술을 개발하려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가 아무리 빠르다 하더라고 여덟개의 검을 한꺼번에 사용한다는 것은 거의 무리라고 봐도 과 언은 아니었다. "‥에잇, 젠장!!!" 한참을 수련했는데도 불구하고 몇번씩이나 칼을 떨어트리고 만 지크는 결국 짜증을 내며 훈련장 바닥에 주저 앉았다. 고개를 숙인 체 흥분을 가라앉히던 지크는 진지 한 얼굴로 턱을 괴며 중얼거렸다. "‥그 올파드라는 아저씨, 분명 외팔로 이도류를 한단 말이야‥. 빌어먹을, 그 아 저씨의 교차식 이도류를 어떻게든 배울 수 있다면 도움이 될텐데‥. 상대해본 리오 녀석에게 물어볼까?" 지크는 궁시렁대며 자신의 무전기를 꺼냈다. 어떻게 해서든 강력한 기술을 만들어 내고 싶은 지크의 집념은 보통 상황에선 개그맨으로 보일지 모르는 그를 어느때 보 다 진지하게 만들고 있었다. 에에에에에에에에에엥‥ 그때, 훈련장 밖에서 갑자기 비상 경보음이 들리기 시작했고 리오에게 마악 연락을 취하려던 지크는 인상을 찡그리며 무명도를 원래대로 되돌린 뒤 곧바로 훈련장 밖 으로 나가보았다. "어이, 무슨 일이야!" 급히 복도를 뛰어가던 전룡단 단장을 붙잡은 지크는 곧바로 비상신호의 정체에 대 해 물었고, 전룡단 단장은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지크에게 말했다. "동룡족입니다!! 동룡족의 함대가 이쪽을 향해 몰려오고 있습니다!!!" "‥뭐라?!" ................... . . . . . . . . 비상 경보음을 역시 들은 리오는 곧바로 망토를 챙겨 입으며 인상을 찡그렸다. 자 신들의 북아메리카 대륙 횡단작전이 개시되기도 전에 동룡족의 함대가 몰려온다는 것은 그들에게 있어서 너무도 나쁜 타이밍이었다. 디바이너와 파라그레이드, 그리 고 디스파이어를 장비한 리오는 소파에 앉아 걱정스런 표정을 짓고 있는 루이체의 머리를 매만져 주며 말했다. "자, 갔다올테니 기다리고 있어. 아무 걱정하지 말고, 알았지? 어머님도 걱정하지 말고 계십시오." "‥예, 지크를 부탁드려요 리오씨." 역시 근심어린 표정을 짓고 있던 레니는 리오의 위안에 살며시 고개를 끄덕였다. 곧바로 집을 나선 리오는 몸을 공중에 띄운 뒤 제궁을 향해 최대 스피드로 날아가 기 시작했다. "최후의 발악인가‥? 하지만, 전혀 무의미할텐데‥!!" ................... . . . . . . . . . "적의 숫자는." 황급히 사령실로 올라온 바이칼은 곧바로 휀에게 적 상황을 물었고, 가만히 레이더 전광판을 바라보던 휀은 눈을 가늘게 뜨며 대답했다. "‥어림잡아 80만‥물론 함선 숫자로." "‥뭐라고?!" 80만이라는 숫자는 바이칼의 침착한 얼굴을 변화시키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곧이어 사령실에 도착한 장로 역시 전광판에 떠오른, 수를 셀 수 없을 정도의 도트 뭉치들 을 바라보며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 행성에 주둔하고 있는 동룡족의 전 함대가 몰려오는 듯 하다. 지금 우리 함 대의 수는 45만‥4대 용왕의 50만까지 합하면 95만이지만 그들이 워프를 하지 않는 한 이곳에 올 수 없으니 상황은 상당히 나쁘다. 아무래도 최후의 작전 이전의 마지 막 고비가 될 듯 하군." 휀은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고, 바이칼은 팔짱을 끼며 불만어린 표정을 지은 체 고 민을 하기 시작했다. 그때, 한 오퍼레이터의 목소리가 사령실 전체를 뒤흔들었다. "마마, 적으로 부터 통신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위치는 적 기함 칠두지룡입니다!!" 그러자, 바이칼은 턱을 괸 체 눈을 감으며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오늘로서 쥬빌란 녀석의 상판을 보는 것도 마지막이길‥. 연결해." ---------------------계속--- For Goddess...! (2부) Vol. 58 -------------------------------------------------------------------------- -------------------------------------------------------------------------- 지상에서 한창 복구를 하고 있던 사람들은 햇볕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하늘을 뒤 덮은 대선단을 올려다 보며 불안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자신들의 머리 위에서 또다시 끔찍한 전투가 벌어지지 않을까. 그리고 자신들의 터전이 또 얼마만큼 파 괴를 당할 것인가‥. 그러나, 사람들의 염려와는 달리 드래고니스 사령실 안은 이상할 정도의 침묵에 사 로잡혀 있었다. 그것은 모니터에 모습을 드러낸 동룡족의 주룡, 쥬빌란의 말이 끝 난 직후였다. 바이칼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모니터 안의 쥬빌란에게 물었다. "‥무기한 휴전 및 동맹‥? 도대체 무슨 저의지?" 그러자, 쥬빌란은 옅은 미소를 띄우며 대답했다. "저의라 하시면 너무나 유감스럽군요. 그러나, 한가지 확실히 밝혀드리는 것은 지 금의 제의가 당신에 대한 굴복이나, 또 당신이 말씀하신 불미스런 '저의'가 담긴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전 다만 제 동생인 리디아의 안전이 염려스럽고, 두 종족 의 찬란한 미래가 염려스러웠기 때문에 당신께 그 제의를 드리는 것입니다." "‥무슨 소린지 확실하게 말하도록. 왜 리디아의 안전이 왜 염려스럽고, 또 두 종 족의 찬란한 미래가 왜 염려스러운지‥!" "‥메타트론의 계획 때문입니다. 메타트론은 지금 자신의 일을 방해하는 모두를 몰살시키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게다가, 와카루 박사의 힘까지 빌려 예언서 에 막연히 '파괴신'으로 규정된 존재를 없애려 하고 있습니다. 당신도 아시다시피, 와카루 박사는 단순한 인간으로 규정하기엔 너무나 위험한 존재이며, 저희 동룡족 정보대가 모은 정보에 의하면 지금까지 몇번이나 배반의 배반을 거듭하며 자신의 목적을 추구한 악인입니다. 만약 저의 제안을 받아들이신다면 그에 대한 모든 정보 를 제공해 드릴 것입니다." 그러자, 바이칼은 묵묵히 눈을 감으며 고민에 빠졌고 휀은 이번 일 만큼은 관여하 지 않으려는 듯 사령실 밖으로 나가 조용히 담배를 물었다. 한참동안 고민을 하던 바이칼은 다시 쥬빌란을 바라보며 말했다. "‥난 몇달 전 그대들이 행한 용신제 직후의 기습작전을 당한 이후 그대들을 별로 믿고싶은 생각이 없어졌다. 언제 내 뒤를 칠지 어떻게 믿을 수 있겠나. 고로, 그대 들이 나에게 예전의 일을 잊을 수 있을 정도의 신뢰를 줄 수 있다면 난 그 즉시 그 대들의 제의를 받아들이도록 하겠다." "…." 쥬빌란의 얼굴에선 조금씩 미소가 사라져갔다. 곁에서 바이칼과 쥬빌란의 반응을 지켜보던 장로는 거의 같은 시기에 태어나 단지 자신들의 피가 반씩 섞은 동생이 있다는 이유로, 또 양 종족의 우두머리라는 이유만으로 싸워야 하는 두 젊은이의 운명에 나지막히 한숨을 내 쉬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비상 대기하고 있는 웨드 파일럿들의 턱 아래에 땀이 맺히고 강 습 수송기 안에서 자신들의 무기를 매만지고 있는 전룡단 단장들이 침을 계속 넘 길 무렵, 쥬빌란은 눈을 감은 체 미소를 띄우며 바이칼에게 말했다. "‥당신이 제의를 받아들이신다면, 전 이번 전투를 마지막으로 주룡의 자리에서 물러나겠습니다." "‥!!!" 순간, 바이칼의 눈은 크게 떠졌고 드래고니스 사령실 내부는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그것은 물론 동룡족 역시 마찬가지였다. 한참동안 모니터 안의 쥬빌란과 시선을 맞 대고 있던 바이칼은 갑자기 한숨을 내 쉬며 고개를 휙 돌려버렸고 귀찮다는 듯 손 을 내 저으며 쥬빌란에게 말했다. "‥흥, 재미없는 대답이군. 그딴건 필요 없으니 앞으로 한시간 내에 칠두지룡을 드 래고니스에 접근시키도록. 그 시간을 어기면 우린 즉시 사격을 개시하겠다." 그러자, 장로와 쥬빌란의 얼굴엔 동시에 화색이 돌았고 쥬빌란은 빙긋 웃으며 바이 칼에게 감사를 표했다. "‥감사합니다 서룡족의 제왕이시여. 그럼 잠시 후에 뵙겠습니다." 통신이 끊긴 직후, 장로는 곧바로 바이칼에게 다가가며 그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았 고, 사령실 내부의 오퍼레이터들은 비상 해제 신호를 전 함대에 보내며 길게 한숨 을 내 쉬었다. 사실 아직 진짜 상대가 남아있었지만 서룡족으로선 동룡족이 적이 아닌 아군이 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바늘 방석에서 침대로 자리를 옮긴 것과 같은 정신적 안정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이었다. "마마, 정말 대견하시옵니다!! 이제까지 단 세번 밖에 체결되지 않은 양 종족의 동 맹을 마마께서 또 한번 이루시다니, 이 일은 서룡족, 아니 전 용족의 역사에 길이 남을 일이며 브리간트님 께서도 상당히 기뻐하실 일이옵니다!!" 그러나, 바이칼의 반응은 냉담하기만 했다. "‥흥, 난 뭐든 처음이 아니라면 재미 없소. 어쨌거나 저들을 맞을 준비나 해 주시 오 장로. 쳇, 낮잠을 잘 시간인데‥." 바이칼은 머리를 긁적이며 일어나 사령실 밖으로 나섰고, 장로는 곧 통신병에게 가 까이 다가가 명령을 내리기 시작했다. ...................... . . . . . . . . . "요오, 이게 진짜란 말이지? 진짜 잘 됐는데!!!" 지크는 무엇이 그리 신이 나는지 동룡족과의 동맹을 대 찬성하는 듯 했고, 그의 반 응과 마찬가지로 리오 역시 찬성을 했다. "음음‥근거리 공격에 강한 서룡족과 원거리 공격에 강한 동룡족이 연합을 한다면 아무리 원·디바인 크루세이더라 해도 쉽게 이쪽을 이길 수는 없을거야. 물론 서룡 족의 전룡단과 같은 수준의 특수부대가 동룡족엔 적다는 것이 문제지만‥. 어쨌든 우리로선 대 환영이지." 회의실에 앉아 대화를 나누는 둘과는 달리, 휀은 팔짱을 낀 체 묵묵히 동룡족측의 수뇌부가 도착하길 기다리고 있었다. 한편, 지크는 마치 선물을 기다리는 아이처럼 손가락을 비비며 안절부절했고 지크의 그런 모습을 본 리오는 의아한 표정을 지으 며 그에게 물었다. "근데 너 뭘 기다리는거야? 동룡족 수뇌부 사람들에게 뭘 꿔준 것도 아닐텐데‥." "‥후훗, 황새의 큰 뜻을 참새가 어찌 알리오. 그 올파드 아저씨를 만나면 반드시 배울거야. 그 교차식 이도류의 비밀을‥!!" "‥아아, 그렇겠군. 너나 올파드 모두 도검술을 쓰니 기술이 뛰어난 올파드에게 네가 배울 것도 있겠지. 하지만 그의 교차식 이도류는 의외로 쉬운건데‥." "‥뭐라? 그럼, 너 그거 어떻게 하는지 알고 있는거야?" "흐음‥대충은. 하지만 실전에 응용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서 그냥 눈에 익혀두기 만 하고 있어. 사용하는 검 부터 차이가 나고 게다가 난 두 팔이 멀쩡하잖아." "‥이녀석!!! 가르쳐줘!!!! 너에 대한 비밀을 여자들에게 말하지 않을께!!!!" "이, 이봐. 난 수치스런 비밀따윈 없다고." 둘이 한참 투닥거리는 동안, 쥬빌란을 비롯한 동룡족 수뇌부가 제궁에 도착했다는 신호가 들어왔고 곧 휀은 눈을 뜨며 자신의 옆에 앉아있는 아더에게 물었다. "전하. 전하께선 이번 동맹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등산용 복장을 벗고 오래간만에 정식 복장을 입은 아더는 여유있게 웃음을 띄우며 대답했다. "음, 이번 만큼은 믿어도 된다 생각하네. 게다가 미지의 적으로서 이번 작전에서 지명했던 적이 아군이 된 만큼 이쪽으로서도 환영할 일이지. 이제 숫적으로 보나 무엇으로 보나 이쪽이 유리하니 전투의 결과는 아마 메타트론과 와카루가 있을 마 지막 장소에서 완전히 결판날걸세. 그 마지막 장소에서의 승패는 가즈 나이트, 자 네들에게 달려있으니 자네도 이제부터 마지막 장소에서의 전투를 고민하는게 좋을 걸세. 그런데, 자네는 어떻게 생각하나? 이번 동맹을 말일세." "‥나쁘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휀이 말이 끝나자 마자, 곧 바이칼과 함께 동룡족 수뇌부가 회의실 안으로 들어왔 고 바이칼과 함께 쥬빌란이 나란히 앉은 것을 시작으로 서, 동룡족 역사상 네번째 의 동맹회의는 시작되었다. ※※※ "뭐라고? 자네 지금 팔과 손만으로 여덟개의 검을 동시에 사용하겠다고 했나? 허 헛, 그런 무모한 짓을‥. 나도 두개의 칼을 동시에 쓸 때 그러진 않는다네." 회의가 끝난 후 올파드에게 교차식 이도류의 방법을 묻고 자신의 방법을 말하며 해 결책을 찾으려는 지크는 올파드의 답변을 듣고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가만히 지크 를 바라보던 올파드는 곧 자신의 손을 펴 보이며 지크에게 설명을 해 주기 시작했 다. "잘 듣게. 도검이라는 것은 형태상 뽑을때의 속도가 리오나 다른 가즈 나이트들이 쓰는 소드 계통의 검과는 다르네. 훨씬 더 쉽고 빠르게 뽑을 수 있지. 그리고 한가 지 더. 자네가 만약 열개의 칼을 동시에 사용하겠다고 하면 난 그냥 웃고 말지 이 렇게 설명을 하진 않네. 물론 자네의 손가락이 여섯개씩 열 두개였다면 모르지만 말일세. 내 이론상 분명 자네가 개발하고자 하는 교차식 팔도류는 가능하다네. 왜 냐, 인간과 용족의 손가락은 다섯개씩 열개니까." 그 순간, 지크의 얼굴은 놀라움으로 굳어졌고 올파드는 이해가 빠른 청년이라 생각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올파드는 아직 지크를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뭔 소린지 모르겠어요." "흐음‥. 아, 아무래도 자네에겐 실습이 더 빠를 것 같군. 자, 나와 함께 칠두지룡 으로 가세. 내가 외팔이어서 여덟개의 칼은 사용할 수 없지만 네개의 칼은 사용해 보일 수 있을걸세. 물론 좀 느리겠지만." "오, 그래요? 하핫, 그럼 진작 그렇게 해 주시지. 자자, 어서 가요 아저씨." 지크는 올파드의 어깨에 팔을 걸치며 정답게 걸어가기 시작했고, 올파드는 난처한 표정을 지은 체 지크를 데리고 칠두지룡으로 향했다. ................... . . . . . . . . "당신이 정말로 아더왕이십니까? 아아, 진심으로 사죄드립니다. 제 스승께 말로만 전하에 대한 말씀을 들은 탓에 미처 알아뵙지 못했습니다." 회의가 끝난 뒤 조촐한 식사를 하는 도중, 바이칼에게 아더에 대한 얘기를 들은 쥬 빌란은 그제서야 왜 그 노인이 자신들과 함께 식사를 하고, 또 인간이면서 서룡족 의 수뇌부가 되어 있는지 이해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쥬빌란과 아더의 첫 만남 은 바이칼과 아더의 첫 만남보다 훨씬 나은 편이었다. ‘흥, 세상에 어느 누가 전설의 왕이 등산복을 입고 수건으로 땀을 닦으며 제궁 안을 돌아다니고 있다 생각하겠나. 옷 제대로 입은 지금은 훨씬 알아보기 쉽지.’ 바이칼이 속으로 투덜거리는 동안, 쥬빌란과 잠깐 얘기를 나눈 아더는 곧 바이칼과 쥬빌란 둘 모두를 번갈아 바라보며 말하기 시작했다. "동룡족과 서룡족, 두 종족에게 평화와 타협이란 단어는 사실 계급이 올라가면 올 라갈 수록 사라진다네. 하지만 자네들이 알다시피 변방에 있는 작은 마을들은 아무 리 두 종족이 붙어있다 하더라고 싸움이 일어나는 일은 없지. 아니, 오히려 친하게 지내지. 물론 지금 자네들에게 영원한 평화와 타협을 요구하는 것은 아닐세. 이것 은 신룡 브리간트님께서 자네들 종족에게 내려준 가혹한 운명이니까. 하지만 잘 알 아두게. 브리간트님께서 그런 운명을 자네들에게 내려주신 이유는 살아있는 생물 중에선 최고인 용족이 다른 타 종족에게 최고의 지위를 넘기게 하지 않게 하려는 깊은 뜻이 담긴 것이니까 말일세. 선의의 라이벌이라는 것은 서로를 더욱 강하게 만들거든." "…." "자네들은 오늘 최고의 선택을 해 주었네. 비록 그리 중요하지 않은 사건을 계기로 두 종족이 이곳에서 싸움을 벌이긴 했지만, 그 싸움의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지기 위 해 힘을 합하기로 했으니까. 젊기 때문에 자존심이기 뭐고 다 버리고 그랬을 수도 있지만, 분명 오늘의 일은 잘못된 것이 아닐세. 자네들 스스로를 자랑스럽게 생각 하게나." 아더의 말을 듣고 있던 바이칼은 순간 말도 안된다는 듯 손을 옆으로 털며 퉁명스 레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흥, 요구를 받아준 제쪽이 더 자랑스러운 것 아닙니까." 그러자, 쥬빌란은 바이칼에게 시선을 돌린 후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용제님, 쓸데없는 말씀으로 힘든 일을 결정한 제 마음을 상하게 하지 말아주십시 오." "‥말 다했나?" "당신과 저는 동급. 밑질 것은 없다 생각합니다." 두 사람 사이에서 갑자기 풍겨오는 전의에, 아더는 자신이 왜 그런 말을 했을까 후 회하며 둘을 제지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아더의 얼굴에선 미소가 사라지지 않았다 . 그 이유는 두사람이 아직 젊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계속-- For Goddess...! (2부) Vol. 59 -------------------------------------------------------------------------- God's Knight series the 4th. ‥어찌보면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White Blue] 평범하다면 평범할 수 있는 여자 '마르티네스·베르토'. 그녀가 말스 왕국 청기사 단의 단장이 되며 일은 시작된다. 약혼자 클루이베르트와의 잠시간 이별. 그리고, 잊혀졌던 이야기인 가이라스 왕국의 '신의 전차'가 눈을 뜬다. ....우욱...머나먼 예고편임... 연재 예정일 11월 하순. --------------------------------------------------------------------------- 가즈 나이트 중에서 칠두지룡에 처음으로 평화적 방문을 하게 된 지크는 함선 내에 마련된 무도장 안에서 올파드의 시범을 보고 있었다. 왼쪽 허리에 도검을 네개 장 비한 올파드는 무릎을 꿇은 경건한 자세로 정신을 집중하고 있었다. 잠시 후, 올파 드는 기합이 잔뜩 들어간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난 뒤 종이 한장을 품에서 꺼내 지크에게 보이며 말했다. "자, 자네가 원하는 교차식 팔도류의 절반인 사도(四刀) 발도술일세. 성공한다면 이 종이는 여섯개로 늘어나겠지." "휘익­!!! 멋지게 보여주세요 아저씨!!!" 지크는 박수와 휘파람으로 올파드를 응원했고, 올파드는 고개를 가볍게 저어보인 뒤 종이를 공중에 날렸다. "흡!" 올파드의 손이 첫번째 칼로 향한 순간부터, 지크의 정신은 완전히 집중되었고 올파 드의 동작 하나 하나를 머릿속에 집어넣기 시작했다. 네번의 도광이 공중을 가른 순간, 올파드가 띄운 종이는 그의 말 대로 처음 종이와 면적이 같은 여섯장의 종이 로 변하며 바닥에 떨어졌고 올파드는 멈췄던 숨을 길게 내 쉬며 지크를 바라보았 다. "후우, 자 어떤가? 이제 좀 실마리가 풀리는‥음?" "‥모, 목숨을 걸라는 말은 안하셨잖아요‥!!" 올파는 멋적은 표정을 지으며 머리를 긁적였고, 올파드의 손에서 빠져나간 칼 끝을 목을 움직여 아슬아슬하게 피한 지크는 자신의 귀 옆에 바로 꽂힌 칼을 빼며 올파 드에게 던져주었다. 칼을 받아 든 올파드는 헛기침을 한번 한 뒤 지크에게 다시 물 었다. "험, 보았듯이 나 역시 네개의 검을 동시에 사용한다는 것은 왠만한 상황이 아니고 서야 어렵다네. 어쨌든 이제 알겠는가?" "‥약간은요. 그럼 제가 한번 해볼께요." 지크는 곧바로 몸을 일으킨 뒤 무명도를 공중에 띄웠고, 공중에 부드럽게 떠오른 무명도는 곧 잔상과 함께 여덟개의 다른 무명도로 변하며 바닥에 떨어졌다. 물론 원래의 무명도와는 길이가 달랐고, 지크만이 아는 사실이지만 강도 역시 상당히 떨 어진 상태였다. 그러나, 무명도의 강도는 다른 가즈 나이트가 가진 어떤 무기보다 강했기에 여덟개로 분열된 상태라 해도 리오의 디바이너 보다는 강도가 좋았다. 어쨌거나, 분열된 여덟개의 무명도를 네개씩 나누어 허리 양쪽에 찬 지크는 올파드 에게 종이를 건내받은 뒤 눈을 감고 자세를 취한 체 정신을 집중하기 시작했고 올 파드는 자신의 애도(愛刀)중 하나인 낭아를 준비한 체 방어자세를 취했다. "‥응? 아저씨 뭐하세요?" 살짝 눈을 뜬 지크는 올파드가 방어자세를 취하고 자신을 노려보고 있자 흠칫 놀라 며 그에게 물었고, 올파드는 당연하다는 듯 대답했다. "자네가 나와 같이 칼을 놓치면 난 두개의 칼을 받아내야만 하네. 난 팔이 하나니 칼을 쓰는게 좋겠지." "‥쳇, 아예 실패하라고 굿을 하시죠. 하여튼 갑니다!! 하아아아아아앗­!!!!!" 기합과 함께, 지크의 몸에선 강한 기류를 동반한 기전력이 뿜어지기 시작했고 올파 드는 내심 지크의 숨은 힘에 감탄하며 정신을 집중했다. "‥영식, 극뢰‥!! 응용기술 2탄!!!!" 대사와 함께 몸에서 뿜어지는 기전력과 바람을 멈춘 지크는 종이를 공중에 띄웠고 곧바로 양 손을 칼에 가져갔다. 올파드는 그 순간 놀라운 광경을 목격할 수 있었 다. 쉴새 없이 움직이는 지크의 팔에 무수한 잔영들이 맺히기 시작한 것이었다. "신식, 천수관음(千手觀音)­!!!!!!" "흐읍­?!" 지크의 새로운 기술, 천수관음이 발동된 순간 올파드는 자신의 몸이 지크를 향해 강하게 빨려 들어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는 곧바로 자세를 낮춘 뒤 낭아를 바닥에 꽂고 진공청소기처럼 주위의 모든 사물을 빨아들이고 있는 지크의 천수관음 의 힘을 버티기 시작했다. 그러나, 무도장 안의 사물은 그렇지 않았다. 가구와 장 판을 비롯한 모든 것들이 지크를 향해 빨려가는 것이었다. "차앗­!!! 봤죠!!! 성공이에요 아저씨!!! 종이가 수십조각‥으응?" 자신의 눈 앞에 수십조각의 종이하 흐트러져 날리는 것을 보며 즐거워하던 지크는 올파드의 놀란 표정을 보고 움찔했고 그는 곧바로 주위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물론 , 이 일은 지크가 베어낸 종이가 바닥에 떨어지기도 전에 일어난 사태였다. 지크 가 빨아들인 모든 잡기들이 한꺼번에 그를 향해 떨어져 내리기 시작한 것이었다. "으억?! 어머니­!!!!!" 처참하다면 처참할 수 있는 비명과 함께, 지크는 자신이 빨아들인 잡기에 깔리고 말았고 올파드는 손으로 눈을 가린 체 고개를 돌리며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의원을 불러야 하겠군." ............................ . . . . . . . "아야야야야‥!! ‥하여튼 어땠어요 아저씨? 괜찮은 기술이죠?" "‥음? 으음‥허술해. 이름에 비해선 너무 허술한 것 같군." "잉? 그럴리가요!!" "‥흠, 잔말말고 무도장 정리나 계속 하게." 제대로 대답을 하진 않았지만, 올파드는 사실 놀라고 있었다. 수십보 떨어진 곳에 위치했던 올파드 자신이 겨우 버틸 정도의 흡입력을, 그것도 가볍게 발동된 상태 에서 보여준 지크의 천수관음은 대인 기술 중에선 최고 클래스의 기술이라 올파드 는 생각했다. 하지만, 전투 경험으로 따지자면 휀도 울고 가게 만들 수 있는 올파 드가 간단히 직접적인 칭찬을 할 이유는 없었다. 게다가, 올파드는 지크의 그 모습 에서 지금껏 확실히 느껴본 일이 없던 가르침의 열망을 불태울 수 있었다. 지크가 무도장 정리를 다 하자, 올파드는 곧 지크를 불러 자신의 앞에 앉히며 조용 히 물었다. "‥자네, 솔직히 시간 많은 편이지?" "‥네." 지크는 머리를 긁적이며 대답했고 올파드는 곧 위엄이 섞인 목소리로 지크에게 자 신의 생각을 말하기 시작했다. "작전 지역인 영국으로 갈 때 까진 시간이 아직 많다네. 이렇게 많은 선단이 이동 하려면 시간이 상당히 걸리거든. 이건 중요치 않고‥. 그 시간 동안 나에게 가르침 을 받지 않겠나?" "‥네에?" 지크는 움찔하며 올파드를 올려다 보았고, 올파드는 곧 빙긋 웃으며 말했다. "내가 보기에, 자네의 도검술은 거의 경험에서 나오는 실전검술 같더군. 아까 쓴 기술인 천수관음도 그렇고‥. 상당히 창의적이고 훌륭한 자세와 기술이긴 하지만 자네의 동작 하나 하나엔 중요한 것이 빠져 있다네." "뭔데요?" "‥바로 기초지. 자네와 같은 수준, 아니 그 이하의 수준을 가진 사람이라면 자네 의 자세와 기술을 볼 때 상당히 멋있다고 인식을 할 것이네. 그러나, 이렇게 말 하 긴 그렇지만 내가 볼땐 그렇지 않아. 상당히 불안해. 게다가 대인 위주의 기술만으 로 짜여져 있기에 자네보다 수십배 큰 상대와 싸울 때 자넨 상당히 고전하게 되지. 인간에게 통하는 목꺾기가 자네보다 수십배 큰 괴물들에게 통할 이유가 없는 것 처 럼 말일세." "…." 지크는 아무런 반문도 할 수 없었다. 자기 자신도 자신보다 훨씬 큰, 그것도 인간 의 형상을 하지 않은 괴물들과 싸울 때 상당히 고전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내가 알기로 리오군은 고신 오딘님께 검술을 다시 배웠고, 그 이후 눈에 띄게 강 해졌다고 하더군. 내가 비록 오딘님과 같이 신을 초월한 검술을 가르쳐 주진 못하 지만, 자네에게 도검술의 기초와 그 밖에 도움이 될 많은 것들을 가르쳐 줄 수는 있네. 어떤가. 해 보겠나?" 지크는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주먹을 불끈 쥔 체 자기 자신과 수많은 대화를 나누 고 있었다. 한참동안 고민을 하던 지크는 곧 올파드와 손을 불끈 맞잡으며 말했다. "사부로 모시죠!!" "‥좋네. ‥그럼 우선 예절부터 배우세." "싫어요." "사부로 모신다고 했잖나!!!" "무술만 가르쳐 줘요 무술만!! 아저씨 그러면 안돼!!!" "어허, 이 사람이!!!" 그렇게, 둘의 첫 수업은 말싸움으로 시작되었다. ※※※ 몇일 후, 홍차를 마시며 아침 신문을 읽던 리오는 요즘들어 일찌감치 일어나는 지 크가 피곤에 찌든 표정으로 방에서 내려오자 궁금함을 견딜 수 없었다. 평소때는 일찍 일어난다 해도 주방으로, 정확히 냉장고로 직행하던 지크가 옷을 차려입고 나갈 준비를 하는 것이었다. "이봐 지크. 요즘 무슨 일이라도 있는거야?" "‥하아아암‥. 귀찮은 사부 한분을 모시게 됐지. 젠장, 요즘은 말도 트더니 이놈 저놈 하시며 계속 날 두들기시는거야. 배우는 시간 보다 맞는 시간이 더 많다니까. ‥우하아암‥." 연속으로 하품을 하며 들려온 지크의 대답은 리오를 놀라게 하기 충분한 것이었다. 리오는 곧 속으로 사람들의 명단을 떠올리며 과연 누가 지크의 사부일까 생각해 보기 시작했다. "‥사부? 음‥널 가르칠 정도의 분이라면 아더 전하, 그리고‥설마 올파드님께?" "‥딩동댕‥. 그럼 저녁에 보자 리오." 지크는 힘 없이 집을 나섰고, 리오는 곧 어깨를 으쓱이며 다시 신문에 시선을 돌렸 다. "‥별일이군. 지크 녀석이 스승을 다 두고‥. 어쨌거나 올파드 님이라면 믿을 수 있겠군." ...................... . . . . . . "네 이놈!!! 모든 무술은 기초라고 하지 않았느냐 기초라고!!! 그런데 준비운동도 안하고 내 가르침을 받겠다는 얘기냐!!!" "에구, 잘 들리니까 좀 상냥하게 말씀해 주세요. 소리 많이 지르면 노화가 더 빨라 진다구요." 지크의 빈정거림은 올파드로 하여금 더욱 화를 불러 일으키게 했고, 그는 손에 든 죽도로 바닥을 내려 치며 더욱 크게 소리쳤다. "시끄럽다!!! 이틀 전 가르쳐준 태극권으로 30분 동안 몸과 기를 깨끗이 정돈하도 록 하여라!!! 꾀를 부렸다간 큰일나는 줄 알아라!!!" "쳇, 녜녜녜녜녜‥." 지크는 곧 자켓을 벗은 뒤 올파드가 가르쳐준 태극권을 전개하며 몸과 진기를 가다 듬기 시작했고, 다른 제자들을 제쳐두고 지크를 쏘아보던 올파드는 한숨을 후우 쉬 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조금 빈정거리긴 해도 가르칠 맛이 나는 청년이군. 비록 준비운동으로 태극권 을 가르쳐주긴 했어도 이틀이라는 시간 안에 이렇게 깨끗한 자세로 태극권을 익힐 줄은 정말 몰랐어. 지식은 몰라도 몸으로 배우는건 어느 누구보다도 빨라‥.’ "‥저어‥올파드님?" 그때, 무도장 출입구 쪽에서 그를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고 올파드는 곧 그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출입구 밖엔 동룡족 고위 관직자의 부인들이 입는 전통 의상 차림 의 아름다운 중년 여성이 무언가를 든 체 서 있었다. "아아, 부인. 혼자서 여긴 왠일이오?" 올파드는 곧 죽도를 옆에 세워둔 뒤 자신의 부인에게 다가갔고, 그의 부인은 보자 기로 싸 온 무언가를 그에게 내 보이며 말했다. "예, 특별히 초밥을 싸 왔답니다. 제자 분들과 함께 드시라고 많이 준비했습니다." "오, 그렇소. 이거 부인까지 내 제자들 걱정을 하니 피곤함이 절로 사라지는구려. 하하핫‥정말 고맙소 부인." "호홋, 올파드님도 참‥." 올파드의 부인은 얼굴을 붉히며 올파드에게 초밥을 건내주었고, 올파드 역시 미소 를 지은 체 초밥을 건내 받았다. 그러나, 그 순간을 놓칠 지크가 아니었다. "휘익­!!! 휙­!! 휙­!! 깨가 쏟아지누만­!!!! 휘익­!!!" "네, 네 이놈!!! 어디에다 정신을 팔고 있는거냐!!!!" "오오­!! 홍조를 띈 중년의 모습, 반해버렸어요∼!!" "시끄럽다!!! 다른 녀석들도 어디에 혼을 팔고 있는게냐!!!! 어서 준비운동에 집중 하지 못하겠느냐!!!!" "아, 네!!" 그렇게 호통을 치는 올파드의 모습을 보던 그의 부인은 이상하게도 기분이 좋아졌 다. 자신의 남편이 오래간만에 젊어보이는 기분이 든 탓이었다. 그녀의 생각과 마 찬가지로, 올파드는 지크가 불러 일으키는 활발한 분위기에 그 자신도 모르게 녹아 들고 있었다. ----------------------계속--- 번 호 : 8596 게시자 : 이승현 (janggunn) 등록일 : 1998-10-23 10:15 제 목 : [이경영]For Goddess...! (2부) Vol. 60 ------------------------------------------------------------------------- ※머릿말 특집, 짧막한 대화. 독자분: 어, 벌써 끝내시나요? 너무 짧다고 생각되는데‥. 경영 : 시리즈로 따지자면 짧지만 이번 시리즈는 수많은 이야기 소재를 담고 있습 니다. 웨드들의, 그리고 전룡단의 작전 모습이 하나도 묘사되지 않았으니 까요. 아직은 계획이지만 그 부분들은 미션으로 다루어질 것입니다. 물론 다른분께서 해 주시겠지요. 물론 확정된 것은 아닙니다. 독자분: 빨리 끝내신 이유라도 있으신지요? 설마 군 입대 문제때문에? 경영 : 그런 것도 있습니다. 가기 전에 클루토의 이야기를 종결시키고 싶었기 때 문이죠. 그의 이야기까지 종결되면 일단 대부분의 앙금이 풀리죠. 독자분: 이전 시리즈의 아쉬움이 있으시다면? 경영 : 많습니다. 그리고 이번 시리즈는 스타트부터 사실 잘못되었죠. 그래도 재 미있게 보아주신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제일 아쉬운 것은‥ 지크가 주인공이다! 했다가 얼렁뚱땅 리오로 바뀐 것입니다. 독자분: 그렇군요. 그럼, 앞으로의 시리즈에서 다루고 싶으신 내용은 무엇입니까? 경영 : 사실 희망이지만 성인 취향에도 맞는 부분을 사용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만약 그렇게 된다면 지금까지의 가즈 나이트 이미지가 많이 손상되겠지요. 그러나 많은 분들이 바라고 계시는 듯 합니다. (웃음) 다음 시리즈는 더욱 인간적인 부분을 다루어 보고 싶습니다. 감동까진 드리지 못하겠지만 멋지다..라는 이미지는 심어드리고 싶습니다. 물론 지금의 제 능력으로는 희망사항이겠지요. 독자분: 다음 시리즈의 기획 기간은 얼마나 됩니까? 경영 : 사실, 지금까지의 시리즈는 기획기간이 상당히 짧았습니다. 그런 연유로 중간 중간에 상당한 설정 변화가 드러나게 되었습니다. 가즈 나이트 시리 즈의 최고 약점이기도 하지요. 좋은 방향으로 설정이 바뀌었다지만 사실 쓴 사람으로선 죄송스럽지 않을 수 없죠. 다음 시리즈인 [White blue]는 세번째 시리즈가 연재됨과 동시에 기획된 것입니다. 사실 이것과 지금의 연재물 중에서 어느걸 쓸까 망설였거든요. 처음 기획이 잡힌 것은 20세가 된 클루토의 이야기를 다루려 했지만, 지금의 WB 배경은 클루토의 시대에 서 150년∼200년이 흐른 시대입니다. 가즈 나이트라는 존재를 기억하는 사람이 없는 시대죠. 물론 이곳 저곳에 함정이 있긴 합니다. 주된 소재는 첫 시리즈에서 잠깐 내 비춰졌던 '신의 전차'입니다. 이 이상은 말씀을 드리지 못하겠군요. 죄송합니다. 독자분: 예, 알겠습니다. 그럼 멋진 엔딩과 멋진 다음 시리즈를 기원하겠습니다. -------------------------------------------------------------------------- 종장 [희망이라는 이름의 광휘] "아, 플루소 장군님!" 해변의 임시 초소에서 보초를 서고 있던 보병들은(4대 용왕군임. 전룡단은 바이칼 직속의 특수부대) 플루소에게 경례를 붙였고, 플루소는 고개를 끄덕인 뒤 초소의 망루로 올라가며 병사들에게 말했다. "작전 지시가 있을테니 자네들은 사령부 연병장에 집합하도록. 난 작전 지시를 받 았으니 여기 대신 있겠네." "예? 하, 하지만 제 2 전룡단 단장께서 보초를 서시다니‥." "후, 이것도 명령이야. 어서 가보게." "아, 예!" 병사들은 다시 경례를 붙인 뒤 연병장 쪽으로 뛰어가기 시작했고, 플루소는 한숨을 길게 내 쉬며 망루 위로 올라갔다. 하와이란 이름의 커다란 섬‥. 그 섬의 달밤은 바다에 반사된 은은한 월광과 함께 아름다움을 더해갔다. 사실 플루소는 높은 망루 에서 그 달밤을 감상하기 위해 일부러 자청해서 보초를 맡은 것이었다. 시원한 바 닷바람을 맞으며 밤바다를 감상하던 플루소는 문득 멀리 해변가에서 들려오는 모랫 소리에 시선을 돌려 보았다. 팔시온 계열의 거대한 대검을 든 거대한 남자가 달빛 아래에서 자신의 기술을 전개 하고 있었다. 그 남자가 누구인지 알고 있는 플루소 자신도 믿지 못할 정도로 그 남자의 검술은 아름답기까지 했다. 도저히 평상시에 그가 사용하는 파괴적인 검술 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회색 근육에 반사되는 회색 월광, 그리고 검 표면에 은 은히 흐르는 암흑투기. 파도처럼 휘날리다가도 어느 순간 잔잔한 호수처럼 가라앉 는 길고 거친 머리체. 그 모든 것의 조화는 남자가 지닐 수 있는 아름다움의 극치 였다. "여기 있었군, 플루소." "아, 아버님." 그때, 플루소의 귓가에 슈렌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망루 위로 가볍게 뛰어 오른 슈 렌은 플루소의 뒤에서 그녀를 가볍게 안아주며 조용히 말했다. "무얼 보고 있었을까. ‥아, 바이론이군." "예. 그런데, 정말 놀랍습니다. 평상시의 바이론님 같지 않게 보이는군요." "‥저것이 바로 바이론의 진짜 모습이야." 슈렌의 말을 들은 플루소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슈렌은 옅은 미소를 띄운 체 플루소의 어깨에 자신의 턱을 대며 잔잔히 설명해 주었다. "어둠의 진짜 뜻은 평안함‥. 오직 밤에만 대다수의 생물이 편한 휴식을 취할 수 있지. 식물마저도‥. 바이론의 넓은 가슴엔 많은 사람이 알지 못하는 슬픔이 서려 있어. 물론 바이론은 다른 사람의 이해를 바라진 않아. 그가 평상시에 뿜어내는 광 기는 그 깊은 슬픔의 일부가 표출되는 것일 뿐이지. 그래서 바이론은 강해. 휀과 더불어 말이야‥. 바이론은 자신이 광기를 뿜어내며 싸워야만 다른 사람들이 편해 진다고 생각하지. 그 자신만의 위안일지도 모르지만‥그것은 어디까지나 바이론이 남자인 탓이야. 진정한 남자인 탓이지‥." 플루소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바이론을 바라보았다. 작게 보이긴 했지만, 바이론 은 미리 가져온 오크통 안의 깨끗한 술을 몸에 뿌리며 자신의 몸을 식히고 있었다. 바이론은 알고 있었다. 이제 자신과 자신의 동료들이 이 세계 최후의 전투를 눈 앞 에 두고 있다는 사실을‥. ....................... . . . . . . . . 사바신은 연병장 구석의 조명등 아래에서 레디와 함께 수련을 하고 있었다. 등에 중력식 바벨을 얹은 체 팔굽혀펴기로 몸을 단련하는 사바신을 보며, 레디는 걱정 스런 눈으로 그에게 말했다. "이봐 사바신. 아무리 네가 힘이 좋다지만 400톤을 등에 지고 팔굽혀펴기를 하면 팔 관절에 무리가 가지 않을까?" 레디의 걱정 대로, 사바신의 손은 지면 깊숙히 파고들은 상태였다. 하지만 사바신 은 게의치 않고 계속 단련을 했고, 어차피 말을 해 봤자 통하지 않는다는걸 잘 알 고 있는 레디는 어깨를 으쓱이며 정좌를 한 체 몸을 공중에 띄웠다. "‥후우, 200번‥!" 200번째의 팔굽혀펴기를 마친 사바신은 곧 한 팔로 몸무게를 지탱한 뒤 등에 진 중 력식 바벨의 중력제어기 스위치를 내렸고, 곧 사바신의 등에 가해지던 400톤의 힘 은 40Kg으로 낮춰졌다. 가볍게 몸을 일으킨 사바신은 팔을 이리저리 돌리며 관절을 풀었고, 무게가 무게였던 만큼 그의 관절에선 수차례 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탈 골등의 부상은 전혀 없었다. 수건으로 몸과 얼굴에 묻은 땀을 닦으며, 사바신은 레디를 향해 물었다. "‥이상하게 긴장되지 않냐? 바이론도 오늘 한마디 안하고 말이야. 보통때 같으면 '크크큭‥멍청한 녀석들‥.' 하며 게으르다고 야단칠텐데‥." 그러자, 조용히 명상을 하던 레디는 빙긋 웃으며 대답했다. "바이론 역시 우리가 가즈 나이트라는 것을 믿기 때문에 그럴거야. 큰 전투 전의 긴장감 정도는 우리도 느낄 것이다 믿고 있겠지. 우리가 할 수 있는건 그 기대에 부응하는 것 뿐이야." "‥흐음, 그래." 사바신은 고개를 끄덕인 뒤 자신의 무기, 팔봉신 영룡을 들고 무술 수련을 하기 시 작했고 레디는 다시 눈을 감으며 명상에 잠겼다. 알게 모르게 자신들의 정신적 지 주가 되어 있는 바이론의 믿음과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 ※※※ "다시 말씀드리지만, 당신은 성계신이시고 전 가즈 나이트입니다." 영국 상공의 밤. 그리고 드래고니스의 공원. 인공 안개가 자욱히 깔린 그 곳의 한 가로등 밑에서 리오는 세이아를 뒤에서 포근히 안은체 말했고 그 말에 세이아의 얼 굴은 약간 굳어지고 말았다. 그러나, 리오는 그녀를 더욱 강하게 안으며 미소를 띄 운 체 말했다. "‥하지만, 절 기다려 주실 수 있으신가요.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예?" "‥제 마음이 완전히 정리되었을 때, 반드시 당신의 곁으로 돌아오겠습니다. 이해 해 주실지 모르지만, 700여년간의 상처는 일순간에 지우기엔 너무 크기 때문이랍니 다." 세이아는 조용히 눈을 감았고, 리오는 가로등 빛을 받아 더욱 빛을 내는 세이아의 은발에 입술을 대며 말을 맺었다. 얼마 후, 세이아는 뒤로 돌아서서 리오에게 물었 다. "‥저도 약속을 할테니, 한가지 약속을 해 주실 수 있으신가요?" "‥예?" 세이아의 질문에, 리오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고 세이아는 진지한 얼굴로 리오를 올려다 보며 말했다. "리오씨에게 전 약속드릴 수 있습니다. 전 언제까지나 당신을 기다릴 수 있다고‥. 하지만, 리오씨께선 다른 여자분들을 슬프게 하진 말아주세요. 전 알고 있답니다. 저와 리오씨 곁에 있는 다른 여자들‥특히 챠오는 리오씨를 저 이상으로 걱정한답 니다. 만약 리오씨께서 저 혼자에게 그런 말씀을 하신 사실을 챠오가 안다면 그녀 는 분명 슬퍼하게 될거에요." "…." "챠오는 영원토록 리오씨를 기다릴 수 없답니다. 하지만, 전 영원히 당신을 기다릴 수 있지요. 먼저 챠오에게 가 주세요. 그녀는 당신을 사랑한 죄 밖에 없답니다." "‥알겠습니다." 리오는 쓸쓸히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순간, 세이아는 리오의 두꺼운 목에 팔 을 두른 뒤 리오에게 거의 메달리다시피 하며 그와 짧은 키스를 나누었고, 곧 뒤로 물러서며 환한 미소를 지은 체 말했다. "‥건투를 빌겠어요 리오씨. 그럼 안녕히‥." 세이아는 곧 어디론가를 향해 뛰어가기 시작했고, 오랫동안 세이아가 간 방향을 바라보던 리오는 자신의 손가락을 입술에 대며 나지막히 말했다. "나의 여신을 위해‥." "‥아앗­!!" 그 순간, 세이아가 뛰어간 방향에서 그녀의 비명소리와 함께 누군가 넘어지는 소리 가 들렸고, 멍하니 그곳을 바라보던 리오는 손으로 얼굴을 덮으며 나지막히 중얼거 렸다, "‥이런 이런‥그냥 천천히 가시지‥." 리오는 빠른 걸음으로 세이아가 넘어진 곳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차츰 보이기 시작한 세이아. 그러나, 세이아는 넘어져 있지 않았다. "…." 묵묵히 세이아를 일으켜 준 휀은 장갑을 벗은 뒤 세이아의 치마를 털어주기 시작했 다. 아무런 말도 없이, 무뚝뚝하고 차가운 표정을 지은 체‥. 휀은 몸을 일으킨 뒤 코트 주머니에 손을 넣고 묵묵히 밤길을 걸어가기 시작했고, 세이아는 손으로 얼 굴을 반쯤 가린체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난 어쩌면 좋지‥?" ※※※ 같은 시각, 지크는 올파드와 마주앉아 정신수련을 하고 있었다. 둘 다 정좌를 한 체 앉아있었고, 둘 모두 편안한 얼굴로 수련에 임하고 있었다. 한참동안 그렇게 정신수련을 하던 올파드는 눈을 살며시 뜨며 지크에게 물었다. "자, 어떠냐. 이제 마음이 조금이라도 진정되느냐?" "…." "‥이제 이 세계에서의 마지막 전투가 우리들을 기다리고 있다. 가장 힘들고, 가장 처절한 전투가 될 것이다. 각오는 되어 있느냐." "‥드르렁‥." "……." ----------------------계속--- For Goddess...! (2부) Vol. 61 -------------------------------------------------------------------------- 이번 시리즈는 10개월 분량... 우씨...또 3일 연속으로 술을 마시다니... 왜 친구들은 군대에 한꺼번에 가는걸까...빌어먹을 놈들... 변하지 않은 모습으로 돌아오길 바란다. My friend... --------------------------------------------------------------------------- 모든 건물의 외벽엔 녹색 체액이 엉겨붙어 있었고, 상가의 문에서도 젤리와 같은 괴 물질이 엉겨붙어 괴기스러움을 연출하고 있었다. 사람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 었다. 그렇다고 곤충이나 동물의 모습을 볼 수 있는것도 아니었다. 다만 있는 것 은 자연만큼엔 해를 끼치지 않는 존재, 바이오 버그 뿐이었다. 드래고니스와 분리한 동맹군 주 기함 브리간테스. 그 사령실 안에서 수백Km떨어진 뉴욕의 모습을 묵묵히 지켜보던 휀은 더이상 볼 것 없다는 듯 자리에 앉으며 지시 를 내렸다. "3, 5, 7, 10, 13, 19, 25, 28, 37 함대에게 지시를. 보유한 장거리 구축함과 지상 폭격함으로 저 도시를 초토화 시키도록." "예?! 하, 하지만 생존자가 있을지도‥." "생존자도 자신을 죽여달라 울부짖고 있을거다. 저런 상황이라면." "‥알겠습니다!" 10분 후, 지시를 받은 함대는 폭격 대열로 정렬한 뒤 뉴욕을 향해 날아가기 시작했 고 구축함의 함포와 지상 폭격함의 공대지 미사일이 떨어지는 것을 최초로 마지막 전투는 시작되었다. 마지막 전투라고는 했지만 가장 길고 지루한 전투로서 서룡족 과 동룡족의 역사가들은 자신들의 책에 기록하고 있었다. 그 만큼, 북아메리카 대 륙에 번식하고 있는 바이오 버그들의 수는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었다. 짧을 줄 알 았던 전투의 장기화로 웨드들이 사용하는 라이플의 탄 소비량은 드래고니스의 저장 수치를 뛰어 넘어 버렸고, 결국 각국의 군수공장에서 임시로 생산한 탄들을 사용하 기에 이르렀다. 물론 드래고니스의 저장량이 떨어졌을 때가 전투의 후반부여서 그 리 큰 문제는 없었지만, 임시로 생산된 탄을 사용한 웨드들은 전투 후 꼭 새 라이 플을 지급받았을 정도로 임시 탄의 불량률은 막강했다. 물론 정비 문제도 만만치 않았다. 2개월 이상 지속된 전면전으로 인해 웨드들의 부품은 바이오 버그들의 체 액 때문에 부식해서 못쓰게 되는 경우가 허다했다. 전투 전엔 2만에 가까웠던 웨드 의 기체 수가 전투가 종결된 뒤 1만도 남지 않았다는 결과는 그만큼 전투가 격렬했 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하지만, 전투는 마지막 작전 직전까진 어렵지 않았다. 전투가 길어진 이유는 바이 오 버그들의 전력이 강해서가 아니라 단지 수가 '엄청나게' 많다는 것이었다. 마지 막 전투 직전까진 원·디바인 크루세이더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2개월간의 긴 사투가 끝나고 결국 남은 것은 와카루가 MOTHER, 그리고 메타트론이 있을 본거지 뿐이었다. 하지만, 그 본거지엔 중대한 문제가 있었다. 사막 한가운데 에 지름 200Km로 자라 있는 생체 요새의 전체를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차원 결계가 감싸고 있다는 점이었다. 물론 바깥쪽의 방어진도 원·디바인 크루세이더를 위시한 강력한 것이었기에 쉽진 않았지만 가즈 나이트들에겐 차원결계 안쪽에서의 전투가 더욱 문제였다. 결국, 마지막 전투는 가즈 나이트 일곱명 만으로 행해지게 되었고 가즈 나이트들은 전투가 벌어지기 직전 새벽에 모두 한자리에 모이기로 했다. ※※※ 새벽 여섯시. 자신의 디지탈 시계로 시간을 확인한 지크는 숨을 길게 내 쉬며 하늘을 바라보았 다. 여섯시라고는 했지만 아직 어두컴컴했다. 그리고 지크의 코와 입에선 다른 계 절에선 볼 수 없는 양의 입김이 뿜어졌다. 겨울이었고, 또 상당히 추운 날씨였다. 그러나, 가즈 나이트들의 생체적 능력은 그런 추위쯤은 무시할 수 있었다. 거의 1 년 가까이 계속된 이번 전투는 지크로 하여금 다른 어느 때보다도 성장하게 만들 어준 계기이기도 했다. 지크는 여느때완 다른 굳은 표정으로 주위의 동료들을 둘 러보았다. 바이론은 바위 위에 걸터앉아 사바신과 함께 술을 들이키고 있었다. 하 지만 바이론과 사바신 둘 다 표정은 굳어 있었다. 레디는 '스마일맨'이라는 별명과 는 달리 진지한 얼굴로 멀리 보이는 바이오 버그의 본거지를 바라보고 있었다. 슈 렌은 죽어버린 고목에 기대어 서서 팔짱을 낀 체 눈을 감고 무언가를 생각하는 중 이었고, 휀은 코트 주머니에 손을 꽂은 체 말 없이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리오는 자신의 앞에 떠 있는 디스파이어를 보고 묵묵히 웃고 있었다. 디스파이어가 한번 번쩍일 때마다 리오는 무슨 말인지 알아들은 사람처럼 대답을 하기도 했다. "‥난 뭐하지?" 지크는 무명도의 칼집으로 자신의 어깨를 툭툭 두드리며 힘없이 중얼거렸다. 그때, 휀이 일행을 돌아보며 말했다. "일단은 기지 중심부에 들어가지 않고 외곽에서 전투를 벌인다. 차원결계를 깨는 것은 용제와 주룡이 맡는다 했으니 그들이 작전을 성공할 때까지 적의 중요 인물은 건들지 않는다." "흐음‥보스급들은 건들지 말라는 소리구만. 그럼, 그 녀석들이 우리한테 덤비면 어떡해 대장." 지크의 질문에, 휀은 적의 기지쪽을 바라보며 대답했다. "도망치도록. 괜히 힘 뺄 생각은 하지 말아라. 아직 우리가 모르고 있는 무언가가 있으니 말이다." "‥모르는 것?" 휀의 말에 섞인 수수께끼에, 바이론을 제외한 모두가 휀에게 집중했다. 바이론은 곧 피식 웃으며 약간 큰 목소리로 말했다. "‥크큭, 파괴신의 세계 강림이라는 예언 문구가 가리킨 날이 오늘이기 때문이다. 휀 녀석도, 서룡족, 동룡족의 수뇌부도 생각치 못한게 있었지. 사실 그들은‥아니, 우리들이라고 해야 하나? 크크큭‥바이오 버그 녀석들의 숫자라는 개념을 우습게 보고 있었다. 공장에서 못을 찍어내는 속도보다 더 빨리 번식하는 녀석들인데 아무 리 가즈 나이트가 끼고 서룡족, 동룡족이 연합을 한다 해도 이기긴 어려웠지. 작전 이 처음 수립되었을 때엔 그리 걱정은 없었다. 하지만, 예언서에 나온 파괴신 강림 의 날이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걱정은 더해갔지. 그리고, 그 날은 오늘로 다가 온 것이다. 정확히 언제인진 모르지만‥." "‥덧붙여서 장소도 이곳이다." 바이론의 말을 휀이 마무리하는 순간, 모든 가즈 나이트들의 얼굴은 한층 더 굳어 지고 말았다. 와카루, 메타트론 말고 미지의 존재가 또 나타난다는 것은 가즈 나이 트들에게 중압감을 주었다. "‥메타트론과 파괴신이 관련이 있다는 것만 알아두도록. 그런 이유로 메타트론은 마지막에 치도록 한다. 예언이 실현되든 안되든, 우리는 오늘 주어진 우리의 할 일 만 다 하면 되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약간은 더 편해지겠지. 각자의 위치는 모두 다 알고 있을거다. 그럼 시작한다." 휀의 신호에 맞춰, 같은조가 된 지크와 사바신, 그리고 슈렌과 레디는 고개를 끄덕 이며 맡은 방향으로 향했고, 조가 짜여지지 않은 리오와 휀, 그리고 바이론 역시 자신들이 맡은 방향을 향해 몸을 옮겼다. 리오는 상공에 떠오르는 적들과 디바인 크루세이더들을, 휀은 남쪽을, 바이론은 북 쪽을, 지크와 사바신 조는 서쪽을, 슈렌과 레디의 조는 동쪽을 각각 맡기로 했다. 사실 리오 혼자서 공중을 다 떠맡는건 무리였지만 리오는 특별히 화이트 나이트를 사용하기로 했기 때문에 큰 무리는 없었다. 지크와 같이 가는 도중, 사바신은 그의 어깨를 강하게 두드렸고 지크가 자신을 보 자 마자 씨익 웃으며 엄지손가락을 펴보였다. "이봐 지크씨. 난 널 처음 본 순간부터 마음에 들었다구." 그러자, 지크의 안색은 새파래졌고 사바신은 움찔하며 지크에게 물었다. "이, 이봐. 왜그래?" "‥너, 나한테 고백한거지?" "……." 순간, 둘 사이엔 묘한 정적이 흘렀고 겨우 의식을 회복한 사바신은 순간 지크를 향해 펀치를 내 뻗으며 소리쳤다. "이 빌어먹을 자식!!!! 이 사바신님에게 모욕을 주는거냐!!!!" "이봐 형씨. 농담도 못하나 농담도." "시끄럿!!! 이번 일이 끝나면 널 죽여버리겠다!!!!" "흥, 이러니 인기가 없지. 그러고 보니 너 저번에 미남 투표에서 6위했지? 헤헷, 이런 난폭자를 누가 좋아해." "뭐라고!!! 그러는 너는 5위잖아!!!!" "헤헹, 넌 5와 6이란 숫자의 차이도 구분 못하냐? 어차피 여자들이 더 선택한건 나 고 덜 선택한건 너야." "으, 으으으으윽!!!! 이자식!!!!!" 결국, 사바신은 지크의 옷자락을 잡고 자신의 주먹에 힘을 넣기 시작했고 사바신이 흥분할대로 흥분한 것을 본 지크는 순간 눈을 반짝이며 귀여운 목소리로 말했다. "날 때릴거야?" 퍼억­!!!!!!! .......................... . . . . . . . "슈렌, 우리 잘해보자구." 레디는 빙긋 웃으며 슈렌을 향해 손바닥을 펴 보였다. 그러나, 레디의 뜻을 잘못 이해한 슈렌은 고개를 끄덕이며 묵묵히 대답했다. "‥으음." 슈렌은 목표 지점을 향해 계속 걸어가기 시작했고, 허망히 손을 편 체 서 있던 레 디는 머리를 긁적이며 손을 내린 뒤 슈렌을 따라가기 시작했다. "흐음‥그런데, 사바신하고 지크는 잘 되어갈까? 둘이 어찌보면 성격이 비슷한데 말이야." 레디의 질문에, 슈렌은 살짝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비유하자면, 지크는 광대고 사바신은 차력사지. 둘은 엄연히 다른 성격이야." "‥그, 그렇구나." .......................... . . . . . . . . "이 빌어먹을 자식!!! 진짜로 때리기냐!!!!!" "너 같으면 그 닭살돋는 대사를 용서할 수 있을 것 같냐!!!!!" 지크와 사바신은 그렇게 투닥거리면서도 나름대로 목표지점을 향해 꾸준히 가고 있 었다. ※※※ 바이칼과 쥬빌란은 드래고니스에 있는 브리간트상 앞에서 조용히 의식을 올리고 있 었다. 이전에 동맹을 했던 세번 모두 그들의 공통된 적을 처단하기 위해 각종족의 우두머리들이 나설때면 특별한 의식을 했었기에 이번에도 그들은 의식을 거행했다. 의식이 끝난 뒤, 둘은 자신들의 앞에 무릎을 꿇고 있는 4대 용왕과 군주들을 비롯 한 장성들에게 각자 선언을 하기 시작했다. 바이칼은 마지막에 말하는 것이 더 멋 있다는 단순한 의견을 제시해 결국 쥬빌란이 먼저 선언을 하기 시작했다. "‥아주 우스운 일을 시작으로 우리 두 종족은 이 세계에서 싸웠습니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동맹을 맺은 이유는 그렇지 않습니다. 공통된 적을 없애기 위해, 전 차원계를 위해 우리는 힘을 합했습니다. 저와 용제께서 힘을 합한 이상 적은 없다 고 봅니다. 지금까지 그대들은 정말 잘 싸워주었습니다. 비록 파괴신이란 미지의 존재가 있긴 하지만, 우리는 반드시 승리할 것이며 두 종족의 미래는 다시 찬란하 게 빛을 발할 것입니다. 그럼." 쥬빌란은 곧 뒤로 약간 물러섰고, 자신의 차례가 온 것을 안 바이칼은 겉으론 드러 내지 않았으나 속으론 상당히 곤란해 하고 있었다. 자신이 말할 것을 쥬빌란이 모 조리 말한 탓이었다. 바이칼이 잠시동안 말이 없자, 4대 용왕을 비롯한 장성들은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바이칼을 바라보았고 옆에 서 있던 장로는 설마 하며 불안한 표정을 짓고 말았다. 그러나, 멀리서 멀린과 함께 의식을 치켜보고 있던 아더는 이해한다는 듯 실소를 터트렸다. "‥말할게 없어진 모양이군. 젊은 용제께서 말일세. 하하하핫‥." 계속 서있기만 하던 바이칼의 얼굴은 결국 붉어지고 말았고 예상치 못했던 사태에 쥬빌란마저 당황하기 시작했다. 그때, 4대 용왕중 한명인 풍왕 '가루다'가 일어나 박수를 치며 말했다. "하하하핫‥. 마마께선 언제나 최고의 연설을 해 주시는군요. 저희들과 시선을 차 례차례 맞추시며 믿음감을 불어넣어 주시다니, 역시 마마께선 최고의 제왕이십니 다. 안그런가 모두들?" "아‥그, 그렇습니다!!!! 하하하하하하핫­!!!!!!" 곧, 모두는 약속이라도 한 듯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박수를 치기 시작했고 바이칼 은 속으로 다행이라 생각하며 한숨을 내 쉬었다. 곧, 드래고니스의 상공에선 찬란 한 빛과 함께 두마리의 거대한 드래곤이 위용을 드러냈고, 두 드래곤은 빠른 속도 로 적 기지의 상공에 떠 있는 차원결계 생성장치를 향해 날아가기 시작했다. -----------------계속--- For Goddess...! (2부) Vol. 62 -------------------------------------------------------------------------- White Blue 프롤로그가 올라와 있습니다. ..일단 프롤로그만... --------------------------------------------------------------------------- "에릭튜드는?" "주인에게 돌려주고 왔다." "‥크큭, 하긴. 넌 플랙시온 하나만으로 충분하겠지." "그렇지도 않다. 어차피 그 검은 나에게 돌아오게 되어 있으니까." "‥무슨 소린가." "‥알게된다. 전투에나 신경쓰도록." ..................... . . . . . . . . 차원결계 내부의 적 기지 상공. 리오가 타고 있는 화이트 나이트는 결계안에 들어 서기가 무섭게 전투를 개시한 상태였다. 적의 숫자는 일순간 리오를 아찔하게 만들 정도였고 하이드로 레이저 라이플을 꺼낼 틈도 없이 적들은 리오를 향해 밀려들어 왔다. 오로지 두개의 오리하르콘 소드에 의지해 적들을 자르던 리오는 결국 콕핏 트 내에서 웃음을 지으며 중얼거렸다. "후, 휀이 왜 날 공중으로 내 몰았는지 이해가 가는군. 끝이 없잖아 빌어먹을. 좋 아, 그렇다면‥!!!" 일순간 검기를 발휘해 상당량의 적들을 몰살시킨 화이트 나이트는 오리하르콘 소드 를 접은 뒤 자유로와진 왼손을 불끈 쥐며 마법력을 전개하기 시작했다. 사실, 모든 TDS방식의 웨드들은 사용자가 마법을 사용하길 원한다면 특별한 요구사항 없이 마 법을 기동시킬 수 있었다. 마력 증폭기가 달린 웨드의 경우 그 효과는 극대화가 되 지만 아쉽게도 화이트 나이트엔 마력 증폭기가 달려있지 않았다. 하지만 가즈 나이 트의 모든 것들을 소화할 수 있게 만들어졌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화이트 나이트는 백점 만점의 기체였다. 이윽고, 화이트 나이트의 앞엔 플레어의 거대한 마법진이 생성되었다. 물론 바이오 버그들이 그 틈을 놓칠 이유는 없었다. 그들은 괴성과 함께 이빨과 손톱을 앞세워 화이트 나이트에게 돌진해 왔으나, 불행스럽게도 플레어의 마법진 완성 속도는 거 의 일순간이었다. "가랏­!!!!" 리오의 일갈과 함께, 화이트 나이트 앞에 생성된 마법진에선 진홍색의 거대한 빛 이 전방을 향해 분출되기 시작했고 그 영향권 안에 들어있던 모든 바이오 버그들은 비명도 지르지 못하며 플레어의 빛이 지닌 가공할 열에 의해 산산히 휩쓸려 갔다. 곧, 거대한 폭발이 기지 상공 일부를 뒤덮었고 주위를 일단 깨끗히 청소한 화이트 나이트는 나머지 오리하르콘 소드마저 접은 뒤 양 손에 하이드로 레이저 라이플을 들고 다시 밀려오는 바이오 버그들을 향해 사격을 개시했다. 대량의 적을 일일이 검으로 상대하느니 마법 플레어 이상의 높은 위력을 지닌 하이드로 레이저 라이플 로 적들을 한꺼번에 밀어버리는 것이 더 나을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그리고 그편 이 탑승자의 체력을 위해선 더 좋은 길이었다. ※※※ "어이, 뻐침 머리!! 너 도망가고 싶다는 생각 들지 않냐!!!" "이불속에 드러누워 자고 싶다 바람난 얼간이!!!" 지크와 사바신은 정말 눈물이라도 흘리고 싶었다. 이렇게 대량의 적과 싸워보긴 그 들 역시 처음이었고, 보기도 싫은 바이오 버그의 체액을 온몸에 뒤집어 쓴 체 30분 이 넘게 싸워보는 것도 처음이었다. "나에겐 수건이 필요해!!!! 넌 내 심정 알고 있겠지!!!!!" 지크의 비명과도 같은 외침. 그러자 사바신은 눈을 번뜩이며 영룡으로 주위의 바 이오 버그들을 쓸어버린 뒤 지크에게 소리쳤다. "핵폭탄 안고 녀석들과 키스하고 싶다 이 자식아!!!" 일순간 허공에 그어진 수십개의 검광. 역시 보이지 않을 정도의 스피드로 바이오 버그들을 쓸어버린 지크는 장갑으로 얼굴에 묻은 체액을 닦으며 사바신에게 소리쳤 다. "너 오래간만에 멋진 말을 하는구나!! 지크 인용구에 넣어주지!!! ‥이봐!!! B급 녀석들이 몰려오는데, 뻑가는 소리 한마디 해 보시지!!!!" "좋아!!! 너희들이 B냐!! 난 F다!!!!" "……." "‥미안." 사바신은 분위기가 흐려진 것을 느꼈는지 멀쓱한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였고 지크는 한숨을 후우 내 쉬며 고개를 저었다. 한편, 그들이 그러는 동안 B급 바이오 버그들 은 동료들의 시체를 밝고 올라서며 포효를 하기 시작했고 그 포효소리를 들은 지크 는 진지한 표정을 지은 체 무명도를 다시 잡으며 사바신에게 말했다. "‥이제 진짜로 가 볼까. 장난할 타임은 끝난 것 같군." "흥, 어울리지 않는 말투로군. 그냥 놀던대로 노시는게 어떤가." 둘은 그렇게 말하며 서로의 주먹을 살짝 부딪혔고, 그 직후 몰려오는 바이오 버그 들을 향해 대시하기 시작했다. "없애주마 벌레같은 녀석들!!! 바람이여, 폭풍이여, 대지를 뒤덮은 천공이여!!!" 지크의 몸은 곧 엄청난 양의 기풍력에 휩싸여 갔고, 지크가 뭔가 하려고 한다는 것을 깨달은 사바신은 지크의 뒷쪽으로 돌아가 그의 백업을 맡았다. "지금, 그 강대한 힘으로 내 앞의 적을 부수고 찢어라!!!! 신식!!! 극풍­!!!!" 지크의 몸을 휘감고 있던 기류는 일순간 그의 오른손에 압축되었고, 그의 내 뻗는 동작에 맞추어 귀곡성에 가까운 굉음을 일으키며 바이오 버그들을 향해 날아가기 시작했다. 지크의 손바닥 모양을 갖춘 체 날아가던 기류 덩어리가 바이오 버그 한 마리에게 적중한 순간, 사방 수십여 미터 내에 있던 모든 바이오 버그들은 마하 단 위의 폭풍에 휘말리며 갈기갈기 찢어지기 시작했다. 범위 바깥에 있던 바이오 버그 들도 일부는 그 폭풍에 빨려들어가기도 했다. 지크의 신 기술중 하나인 극풍의 놀 라운 위력을 본 사바신은 휘파람을 휘익 불며 지크에게 소리쳤다. "호오, 죽여주는데!!! 그런데, 꼭 그렇게 길게 말해야만 나가는 기술이냐?" "멋있잖아. 자, 너도 한번 멋진거 보여줘봐!!! 관람료는 받아야 직성이 풀리는 성 격이거든!!!" "하핫, 기다리고 있었다!!!!" 사바신은 곧 영룡을 땅에 박은 후 자신의 양 손을 모아 염력을 끌어올리기 시작했 고, 그의 염력이 급격히 올라감에 따라 주위의 땅이 흔들리는 것을 느낀 지크는 움 찔하며 사바신을 바라보았다. 자신이 생각한 것 이상의 강력한 기술이 나올 것 같 다는 느낌이 든 탓이었다. "주문은 생략!! 토룡(土龍)­!!!!" 염력이 응축된 주먹으로 사바신이 지면을 내려친 순간, 무언가 기분나쁜 생각이 든 지크는 공중으로 몸을 띄웠고 사바신 역시 영룡을 잡고 공중으로 높이 뛰어 올랐 다. 그와 동시에 사바신이 내려친 지면을 중심으로 수십미터의 지면이 순식간에 흙 으로 변할 정도의 진동에 휩싸여 갔다. 물론 그 범위내에 든 바이오 버그들의 몸 역시 부숴진건 말할 필요도 없었다. "하하하하핫­!!!! 어떠냐, 이 사바신님의 힘이!!!!" "이자식, 나까지 죽일 뻔 했잖아!!!! 그런 기술이라고 말을 해 줬어야지!!!" 하지만, 둘의 대화는 거기까지였다. 바이오 버그들이 또다시 무더기로 둘에게 몰려 들기 시작한 것이었다. 사바신과 지크는 정말로 울고만 싶었다. ※※※ "제 이름은 넬슨. 더이상 당신들을 안쪽으로 들여보낼 수 없습니다." 슈렌과 레디쪽은 수비하는 저급 바이오 버그들이 거의 없었기에 어렵지 않게 기지 근처까지 올 수 있었다. 하지만, 기지 입구쪽에 인간형 바이오 버그 하나가 팔짱을 낀 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슈렌은 그 바이오 버그가 피부색과 구성물질만이 인간과 다를 뿐, 다른건 인간과 같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게다가, 그 바이오 버그는 놀라운 사실까지 말하기 시작했다. "지크가 이쪽으로 올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군요. 한번 만나보고 싶었는데‥." 그의 말에, 슈렌은 눈을 가늘게 뜨며 그에게 물었다. "‥이유라도 있나." 그러자, 넬슨이라는 바이오 버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무표정으로 일관한 체 대답했 다. "지크‥그는 'J 계획'의 첫 성공체로서 만들어진 바이오 로이드입니다. 저와 '헤럴 드'는 실패작으로 버려졌으나 MOTHER에게 구조되어 강화가 된 행운아들이죠. 전 그 저 '완전체'를 만나보고 싶을 뿐입니다." 그 순간, 슈렌과 레디의 얼굴은 굳어지고 말았고 슈렌은 자신도 모르게 한마디를 중얼거렸다. "‥거짓말." 그 말을 들은 넬슨은 고개를 저으며 덤덤히 말했다. "그렇지 않습니다. 그 증거로 J-001로 이름붙여진 그에게 지크라는 이름을 붙여준 사람은 J계획에 참여하고 있던 처크·캔트라는 사람입니다. 그는 J계획이 중간에 취소되자 제거 대상이 된 지크를 급히 고아원에 입양시켰고 그 후 자신이 다시 그 아이를 되찾으면서 J계획에 대한 모든 것을 베일속에 던져버렸습니다." "‥그래서, 지크가 바람 대신 자기 자신의 힘‥바이오 로이드의 힘인 기전력을 썼 다는 것인가. 그 전까지." "‥일명 기전력이라 불리는 그 생체학적 전류 발생현상은 바이오 로이드가 가진 특 별한 구조의 근육이 필요 이상의 긴장상태가 될 때 전류가 발생하는 것일 뿐입니 다." 넬슨의 얘기를 들은 슈렌은 오른손에 든 그룬가르드를 왼손에 옮겨 든 뒤 눈을 감 으며 넬슨에게 다시금 물었다. "‥그 사실을 알고 있는건 누구 누구인가." "저와 제 형제 헤럴드. MOTHER, 그리고 와카루 Father입니다. 처크·캔트도 끼어야 하겠지만 그는 죽었으니 빼야 하겠‥지요." 넬슨은 중간에 잠시 말을 흐리고 말았다. 바로 슈렌에게서 느껴지는 무서운 기운 때문이었다. 슈렌에게서 이런 정도의 살기가 느껴지리라고는 생각지 못한 레디 역 시 상당히 당황하고 있었다. 슈렌은 그룬가르드의 끝을 오른손으로 잡은 뒤, 아랫 쪽으로 약간 비틀며 레디에게 말했다. "지금 이 일은 누구에게도 비밀이다, 레디. 지크에게만은 절대 말하지 말아줘. 부 탁이다." "응? 아, 알았어." "‥알고 있는 자는 네명 뿐인가. 그럼 너부터 없애도록 하지. 그 스토리를 알기엔 지크는 너무 감수성이 높거든." 그러자, 넬슨은 피식 웃으며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어째서인지 전 알 수가 없군요. 고작 바이오 로이드 한명의 마음을 그렇게 감싸 주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슈렌은 대답대신 1차적으로 그룬가르드에서 수라도를 빼 들었고, 사방으로 개방된 화염의 기운에 레디는 움찔하며 뒤로 물러섰다. 수라도를 든 슈렌은 곧 눈을 부릅 뜨며 넬슨에게 말했다. "너에겐 고작 바이오 로이드겠지만, 나에겐 형제다. 그것 뿐이다." ---------------------계속--- For Goddess...! (2부) Vol. 63 ------------------------------------------------------------------------ ------------------------------------------------------------------------ "‥재미있군요. 그럼, 상대해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당신의 그 불타는 듯 한 뜨거 운 마음도 식혀드리지요. 영원히‥!" 순간, 넬슨의 눈이 날카롭게 번뜩였고 그와 동시에 슈렌의 푸른 장발은 크게 넘실 거렸다. 그의 깨끗한 오른쪽 볼엔 긴 상처가, 그리고 양 팔과 두 다리 역시 면도날 에 베인 듯 한 상처가 나고 말았다. 동맥을 다친 것인지, 슈렌의 양 팔과 두 다리 에 난 상처에선 피가 분수처럼 솟구쳤고 그것을 본 레디는 깜짝 놀라며 치유 주문 을 쓰려 했다. 그러나, 슈렌은 껍데기가 된 그룬가르드를 든 왼손으로 레디를 제 지했고 레디는 근심어린 표정을 지으며 주문을 멈추었다. 약간 몸을 숙이고 있던 슈렌은 곧 몸을 추스렸고, 넬슨에게 천천히 다가가며 나지막히 말했다. "인조 단백질 덩어리에게 식혀질 마음이라면 700여년 이상 타오르지도 않았다. 천 천히 느껴보도록. 지옥의 업화를‥." "호오, 절 인조 단백질 덩어리라 하셨습니까? 미안하지만 전 당신의 형제인 지크 와 같은 부류입니다. 절 인조 단백질 덩어리라 하심은 지크 역시 그렇다는 말과 같 다고 들어야 하겠죠?" 넬슨은 어깨를 으쓱이며 슈렌을 비웃듯 말했다. 그때, 레디는 보았다. 천천히 걸어 가던 슈렌의 몸이 마치 섬광처럼 순식간에 넬슨의 가까이까지 움직인 것을. 레디는 다시금 놀라지 않을 수 없었으나 그는 한번 더 놀라야만 했다. 수라도의 일자형 날 이 어느틈에 넬슨의 몸을 두동강 내고 있는 것이었다. 갑작스런 기습에 당해버린 넬슨은 흠칫 놀라며 조직을 재생시켜 몸을 붙이려 했으나 수라도의 날은 그 순간을 봐주진 않았다. 넬슨의 한쪽 몸은 이미 불덩이로 변해 고약한 냄새를 내며 타들어 가는 상태였고, 넬슨은 결국 불리하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남은 몸을 추스려 도망치 려 했다. 물론 그것도 봐줄 슈렌은 아니었다. 수라도로 하나 남은 다리와 팔을 자 른 슈렌은 곧 넬슨의 머리에 발을 가져갔고, 기동력을 잃어버린 넬슨은 제대로 싸 워보지 못하고 죽는다는 것이 억울한지 몸을 뒤틀며 슈렌의 발 밑에서 빠져 나가 려 했다. 그러나, 분노에 휩싸인 슈렌은 결코 그를 놓아주지 않았다. "네가 지크 얘기를 꺼내지만 않았어도 넌 나와 조금 더 오래 싸울 수 있었다. 전적 으로 네 실수니 억울해 하지 않아도 돼. 그럼 자라." "시, 싫어!!! 난 너희들에 대한 것을 파악하기 위해 FATHER에게 수개월 동안 강화 수술을 받았어!!!! 머리에 칩까지 박아넣었단 말이야!!!! 내 시간을 돌려줘!!!!!" 넬슨은 갑자기 발악을 하기 시작했다. 생명에 대한 집착 때문일까. 하지만 슈렌의 분노를 잠재우기엔 그의 발악은 너무나도 무의미했다. 넬슨의 머리는 곧 슈렌의 부츠 바닥 밑에 으깨졌고, 슈렌은 기염력으로 넬슨의 사체를 모조리 태워버리며 레 디에게 돌아왔다. "‥회복을 부탁해." 순간, 슈렌은 수라도를 땅에 박으며 힘없이 무릎을 꿇었고, 그것이 과다출혈에 의 한 증상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레디는 곧바로 치유 주문으로 슈렌의 몸에 특별한 액체를 공급하며 그를 치료하기 시작했다. 그를 치료하며, 레디는 슈렌에게 나지막 히 물었다. "저어, 슈렌. 아까 그 스피드를 낸건 어떻게 한거야? 보니까 지크보다도 훨씬 빠 른 것 같던데‥." "‥아드레날린 성분은 육체를 일시적으로 강하게 만들지. 물론 그만큼 육체를 무 너트리기도 하지만. ‥수라도는 누구를 막론하지 않고 사용자가 다량의 아드레날린 을 생산하도록 촉진한다. 그 때문에 수라도의 주인들은 말 그대로 싸우는 귀신이 되어버리고 말아. 과다출혈 상태라 해도 아드레날린의 힘을 빌어 잠깐동안 그정도 의 속도는 낼 수 있어. ‥마비 증상까지 오는군. 어서 치료를‥." "아, 알았어!!" 레디의 몸은 곧 아쿠아 블루의 색을 발하기 시작했고 그 빛은 양 손에 집중되어 슈 렌에게로 쏟아지기 시작했다. 가즈 나이트 중에선 유일하게 자체 능력으로 다른 대 상을 치료할 수 있는 레디의 능력에 의해 슈렌의 상처는 급속도로 회복되어갔고, 얼마 지나지 않아 슈렌의 상처는 깨끗이 회복되었다. 상처가 회복된 슈렌은 곧바로 몸을 일으켰고, 수라도를 다시 그룬가르드 안에 넣은 뒤 레디와 함께 차원결계가 깨지기를 기다리기 시작했다. ‘‥제발 다른 바이오 로이드를 만나지 말아라‥지크. 널 위한 부탁이다.’ 슈렌은 평상시와 같은 눈을 하며 그렇게 생각했다. 그는 알고 있었다. 지크가 자신 의 진짜 존재이유를 알게 된다면 분명 큰 상처를 받거나 완전히 이성을 잃을 것이 분명하다는 것을‥.’ ※※※ 사바신은 미리 챙겨왔던 손수건을 코트 안에서 꺼내 보았다. 그러나, 그 손수건 역시 바이오 버그의 체액에 흠뻑 젖어 손수건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한지 오래였다. 결국 사바신은 힘껏 손수건에 묻은 체액을 짜 내기 시작했고 그런대로 만족할만한 결과를 얻은 그는 얼굴에 묻은 체액을 닦으며 지크에게 말했다. "‥이렇게 많은 녀석들을 상대해 보기도 처음이고, 이렇게 많은 체액을 뒤집어 써 보기도 처음이야. 넌 어때." 그러나, 지크는 그에 대한 대답을 할 상황이 아니었다. 그는 땅바닥에 쓰러져 조용 히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쳇, 허약한 녀석. 근데‥." 사바신은 말 끝을 흐리며 이곳으로 오기 전 바이론이 자신에게 당부한 말을 떠올려 보았다. ‘자신을 바이오 로이드라 하는 녀석이 나타난다면 말도 꺼내기 전에 무조건 쳐 죽이도록 해라. 만약 입을 뻥긋하게 만든다면 내가 널 쳐 죽이겠다.’ "‥라고 했는데. 도대체 무슨 소린지 알 수가 없네. 괜히 또 죽는거 아니야." 사바신은 자신의 솟구친 머리카락를 긁적이며 힘겹게 중얼거렸다. 바이론의 성격을 알고 있는 사바신으로선 제발 그 바이오 로이드가 자신의 앞에 나타나지 않길 바랄 뿐이었다. "‥담배나 피울까. 다행히 담배는 비닐봉지에 싸 왔지. 쿠하하핫‥." 사바신은 즐거운 표정으로 자신의 품을 뒤적거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아쉽게도 비닐봉지 안에 넣어졌던 열개의 담배중 무사한건 단 두개 뿐이었다. 아쉬울대로 담배를 입에 문 사바신은 불을 붙인 뒤 조용히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휀은 자주 이렇게 하던데‥재미있으려나?" 이유는 단순했다. "‥후우‥욱?!" 한참 연기를 공중에 날려 보내던 사바신은 순간 움찔하며 발로 자신의 옆에 쓰러져 있는 지크를 깨우기 시작했다. 지크는 피곤하다는 표정으로 얼굴을 들며 사바신에 게 투덜대기 시작했다. "‥젠장, 뭐야 뻐침머리. 머리에 무스 기운이 빠진거야." "쳇, 난 무스따윈 안쓴 오리지날이라구!! 그게 문제가 아니고 저길 봐!!! 드디어 디너 쇼가 시작되었어!!!" "‥뭔 쇼? ‥으악!!!!" 지크는 볼 수 있었다. 적 기지 상층부에서 쏟아져 나오고 있는 백색의 날개들. 그 것은 원·디바인 크루세이더들이 활동을 개시하기 시작했다는 증거였다. 그와 함께 지크는 멀리서 날아오고 있는 화이트 나이트의 모습도 볼 수 있었고 지크는 핸드 스프링으로 몸을 일으킨 뒤 옷을 털며 중얼거렸다. "‥리오 녀석, 혼자 괜찮을까." ※※※ "제 이름은 헤럴드. 더이상 당신을 이 안쪽으로 들여보낼 수 없습니다." "‥바이오 로이드인가." 온 몸에 체액을 뒤집어 쓴 체 숨을 거칠게 몰아쉬고 있던 바이론은 자신의 전방을 막아선 바이오 로이드, 헤럴드를 바라보며 물었다. 헤럴드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 답했다. "그렇습니다. 그런데, 지크는 이쪽으로 오지 않은 모양이군요. 아쉽습‥." 순간, 헤럴드는 말 문을 닫았다. 바이론이 마치 폭주하는 기관차처럼 자신에게 달 려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스피드는 엄청난 것이어서, 몸을 움직여 피할 순 없다 생각한 헤럴드는 양 팔을 날카로운 칼날로 변형시킨 뒤 바이론의 공격을 방어 또는 되받아칠 생각을 했다. "크큭‥크하하하하하하하핫­!!!!!! 이제 단 두명이다­!!!!!! 대머리 늙은이와, 고물 전자계산기 단 둘이란 말이다!!!!! 그럼, 죽는거닷­!!!!!!!!" 바이론은 광소와 함께 헤럴드의 앞에서 다크 팔시온을 치켜 올렸고, 그 원시적인 자세는 바이오 로이드인 헤럴드에게도 충분히 공포감을 심어주었다. 순간 얼어붙어 방어밖엔 할 수 없게 된 헤럴드의 눈빛을 읽은 바이론은 광소와 더불어 검을 일직 선으로 내리 그었다. "크하핫!!!! 쿠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옷­!!!!!!!" 순간, 바이론의 다크 팔시온은 지면에 박혔고 조금 후 연두색의 투명한 액체가 바 이론의 몸을 향해 뿜어지기 시작했다. 따뜻하긴 했지만 인간의 피와는 달랐다. 무 언가 거부하고 싶은 느낌이 깃들어 있었다. "이, 이럴수가‥?! 방어했는데‥!!!!" 몸이 머리부터 사타구니까지 두동강 난 헤럴드는 신음과도 같은 음성으로 중얼거 리며 양쪽으로 나누어져 바닥에 쓰러졌고, 바이론은 곧바로 화염계 주문으로 헤럴 드의 몸을 연소시키며 숨을 길게 내 쉬었다. 조금 쉬려는 듯, 바이론은 고개를 숙 이며 호흡을 조절해 보기 시작했다. 얼마나 휴식을 취했을까. 곧 그의 근육은 다시 불끈거렸고 바이론은 천천히 고개 를 들며 왼손으로 자신의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쓸어 넘겼다. 바이론의 시선은 공 중으로 향했다. 그곳엔 수백에 달하는 디바인·크루세이더들이 날개를 펄럭이며 적 기지 상공을 선회하고 있었다. 바이론은 묵묵히 시선을 돌려보기 시작했다. "‥리오 녀석은 무사한가. 크큭, 잘도 날아다니고 있군. 그건 그렇고 휀 녀석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 바이론은 나지막히 중얼거리며 다크 팔시온을 거머쥐었고, 자신을 향해 내려오는 천사들을 바라보며 광기를 띈 미소를 짓기 시작했다. ※※※ "…." 휀은 자신의 왼쪽 가슴에 난 큰 상처를 손으로 막아 보았다. 그러나, 출혈은 쉽게 멈추지 않았다. 휀은 묵묵히 자신의 앞에 있는 존재에게 시선을 돌려 보았다. "‥운이‥없군." 휀의 그 말에, 메타트론은 고개를 저으며 아쉽다는 듯 중얼거렸다. "‥후훗, 아직도 당당하구나 휀·라디언트. 하지만, 속지 않은 것은 칭찬해 주마." 메타트론은 그렇게 말 하며 자신의 옆에 서 있는 넬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넬은 아 무 말 없이 고개를 숙인 상태였다. "그리 아쉬워 할 것은 없다. 미카엘이 너보다 나를 조금 더 생각해 줬을 뿐이니까 말이다. 그런데, 넌 속지 않았어. 미카엘이 어떤 조언을 해 줘도 따르지 않았지. 따랐다면 너희들의 작전은 완전히 부숴지는 것일텐데 말이야. ‥나 역시 그 항목에 대해선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이 에릭튜드를 얻은 것에 만족해야 하겠지." 메타트론은 그렇게 말 하며 오른손에 든 에릭튜드를 높이 쳐 들었다. 그 모습을 지 켜보던 휀은 곧 몸을 추스리며 메타트론에게 말했다. "‥예상은 하고 있었다. 어차피 미카엘님이 날 갑자기 사모했을 이유가 없을테니 까. 원래 미카엘님의 생각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은 상황이 이렇게 되었으 니 하는 수 없지. 미카엘님과 함께 없애주겠다. 타천사 메타트론." 휀은 곧 상처가 난 왼쪽 가슴에서 손을 떼었고, 그의 상처는 놀랍게도 거의 아물 어 있었다. 휀의 그 모습을 본 메타트론은 움찔하며 휀에게 물었다. "‥타천사? 후훗, 웃기는군. 내가 사탄이나 루시펠과 같은 존재라 생각하나? 난 그 저 이 세상에 나타날 파괴신을 물리치기 위해 온 것일 뿐이다. 타천사라니, 어림도 없는 소리‥!" 휀의 얼굴은 상처가 가심에 따라 점점 냉정을 되찾아 갔고, 다시 예전처럼 코트 주 머니에 손을 꽂은 휀은 차가운 눈빛으로 미카엘과 메타트론을 번갈아 바라보며 말 했다. "‥미카엘님‥아니, 미카엘에게 듣지도 못한 모양이군. 미안하지만 넌 이미 신계에 서 타천사로 지목된 자다. 선신도 네 운명을 알고 있기 때문에 널 선신계와 관여 시키지 않도록 타천사로 만든 것이다. 하긴, 태고의 대 천사장이었던 자가 파괴신 으로 각성할테니 관여되면 귀찮아지겠지." "‥뭐라고?! 무슨 소리인가!!!!" 메타트론의 얼굴은 순간 일그러졌다. 그의 노호성과도 같은 질문에 휀은 조용히 플렉시온을 빼 들며 말했다. "‥미카엘도 네 운명을 알고 있었다. 먼 미래의 자신을 없앤다며 이 세계의 강바 닥 밑에 잠이 든 네가 불쌍해서 도저히 못견뎠겠지. 느끼지도 못하는 사랑 타령을 하며 나에게도 접근했다. 일단, 널 죽일 확률이 가장 높은 가즈 나이트는 나였기 때문이지. 에릭튜드를 이용해 날 움직여 보려고도 했고‥." "……." 넬은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휀의 말은 무서우리만치 정확하게 미카엘의 속을 찌르 고 있었다. 휀은 구멍이 난 자신의 코트를 재생시키며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어쨌거나, 넌 십중 팔구 파괴신이 된다. 어떤 이유로 인해 파괴신이 될지 모르 지만 지금까지 예언이 너무나 정확히 맞은 탓에 나도 부정하진 않는다. 내 희망사 항은 단 하나. 파괴신이 되기 전 상태인 널 지금 없애는 것이다." 그러자, 여태껏 충격에 휩싸여 있던 메타트론은 크게 조소를 터트리기 시작했다. "‥푸훗‥! 하하하하하하핫­!!!! 미친 모양이구나 휀!!! 나와 네 자신의 차이를 아직까지도 느끼지 못한단 말이냐!! 단 한대도 날 치지 못한 주제에!!!" "‥알고 있다. 지금 내 상태로는 널 이길 가능성은 희박하겠지. 하지만 얼마 후의 내 상태로는 가능성이 높아진다." "‥뭐라고?" 메타트론은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메타트론은 현재 이 기지 상공을 덮고 있는 차원결계의 생성장치에 바이칼과 쥬빌란이 향하고 있다는 사실을 꿈에도 알지 못하는 상태였다. ---------------------------계속--- For Goddess...! (2부) Vol. 64 ------------------------------------------------------------------------- ------------------------------------------------------------------------- 기지 상공에 떠 있는 거대한 차원결계 생성장치. 그것은 단순한 기계장치라고 보기 엔 너무나 거대했다. 접근하면 접근할수록 거대해지는 그 기계뭉치를 보며 바이칼 은 힘겹게 중얼거렸다. "재수가 없군. 괜히 리오 녀석과 약속한 것 같아." "‥후, 두려우신 모양이군요." "‥!!!" 쥬빌란의 도발성 짙은 말에 바이칼은 그를 흘끔 쏘아보았다. 그러나, 쥬빌란의 몸 전체에서 뿜어지는 기운은 농담이 아니었다. "저도 두려우니 괜찮습니다. 기대 이상의 방어장치가 있는 듯 합니다. 아니, 장치 라고 보긴 좀 그렇군요. 생물이라고 해야 할까요." "‥도대체 무슨‥음?" 순간, 바이칼의 눈엔 차원결계 생성장치 앞에 실험용 흰색 가운을 입은 누군가가 떠 있는 것이 들어왔다. 분명 보통 인간이라면 호흡하기가 곤란해서라도 저 높이 에 있을 수는 없었다. 게다가, 그는 바이칼과 쥬빌란, 둘 모두가 알고 있는 자였 다. "‥허허헛‥. 어서오시오 두 용족의 최고 권력자이며 최강자이신 두분‥. 너무 기 다리고 있었다오." 바이칼과 쥬빌란은 그자리에서 멈추고 말았다. 설마 와카루가 여기에 있을 줄은 꿈 에도 몰랐던 둘이었다. 인간의 모습으로 변신한 바이칼은 씁쓸한 표정으로 팔짱을 끼며 거칠게 내뱉었다. "‥오늘의 운세는 모든 갈등이 해소되어 상당히 좋을 것이라 나왔는데‥. 재수 더 럽게 없군." "전 운세 같은건 믿지 않는 편이지만‥. 의견을 같이하고 싶군요." 역시 인간의 모습으로 변신한 쥬빌란 역시 인상을 살짝 찡그리며 바이칼의 곁에 다가와 말했다. 와카루는 천천히 그들에게 내려왔고, 둘의 앞에서 몸을 멈추며 자신의 껄끄러운 수염을 매만지기 시작했다. "가즈 나이트중 한명이 올줄 알았는데, 설마 두분이 올줄은 몰랐구려. 뭐, 그래도 상관은 없소이다. 난 이미 용족들의 신체 데이타도 흡수한 상태니 당신들 둘이라 해도 별 문제는 없을 거라 생각되니 말이오. 허허허헛‥. 어쨌거나, 이 차원결계 장치는 부수지 못한다오. ‥쩝, 솔직히 난 메타트론인가 하는 그 천사 양반도 믿 지 못하고, 예전에 잠깐 아군이 되었었던 쥬빌란 마마도 믿지 못했다오. 물론 양 측에서 날 믿었다고는 생각치 않지만 말이오. 차라리 내가 진작에 직접 나설걸‥하 는 후회가 드니 답답할 따름이외다. 내 머리를 따라갈 사람이 있었어야 말이지‥ 허허, 정말 안타깝소이다." 쥬빌란은 묵묵히 와카루의 말을 듣기만 했다. 바이칼은 머리를 긁적이며 쥬빌란 의 뒷쪽으로 물러섰고, 와카루는 곧 헛기침을 한번 한 뒤 계속 말을 이었다. "‥험, 어쨌거나 이젠 선택의 길이 없다 생각하고 저 장치를 파괴할 사람을 기다 리고 있었소. 마지칵 카드라 생각한 메타트론도 별 효용가치가 없었기 때문이오. 미카엘인가 뭔가 하는 천사‥넬인가 하는 아이로 다시 태어났지 아마? 좀 모험이 긴 했지만 미카엘로서 각성을 시킨 뒤 당신들의 작전을 교란시킬 생각이었소. 근 데‥그 휀이란 청년은 정말 무서울 정도의 통찰력을 가지고 있었소. 미카엘에겐 의견 한번 묻지 않고 자기 맘대로 작전을 구사해서 상황이 바꿔지는 것을 막아버 린 탓이었소. 마지막으로, 설마 쥬빌란 마마가 그 대쪽같은 자존심을 버리고 서룡 족과 달라붙을줄은 상상도 못했소. 이건 전적으로 내 실수였소이다. 당신네들을 그냥 놔주는게 아니었는데‥. 뭐, 어쨌든 결과는 이렇게 되었소. 숫적으로도 난 당신들에게 대항할 수 없게 되었고, 전력면으로도 당신들을 상대할 수 없게 되었 으니 말이오. ‥그러니, 이제부턴 이해해 주길 바라오." 순간, 와카루의 몸은 순식간에 불어나기 시작했고 주름살이 가득한 그의 몸은 젊은 이의 늠름한 육체로 변화해 갔다. 곧, 그의 넓은 등에선 바이오 버그의 외피와도 같은 괴 물체가 솟아나기 시작했고 그 물질은 마치 갑옷처럼 젊은 와카루의 몸을 뒤덮어 갔다. "최후의 발악이 될테니까!!! 너희들을 모조리 없애버리겠다, 모조리!!! 그리고 이 세계도 없애버릴 것이다!!!!!!" 와카루의 몸에서 뿜어지는 무서운 기운, 그것은 중급 투신 이상의 강력함을 싣고 있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쥬빌란의 얼굴에선 미소가 사라지지 않았다. "‥후, 맘대로 지껄이시지요 와카루 박사. 그런데, 자신의 연설이 너무 길었다고 생각하시지 않습니까. 그리고 시선도 너무 저에게만 고정되었고 말이지요." "‥뭐라고?" 순간, 쥬빌란은 몸을 위로 솟구쳤고 쥬빌란이 솟구치는 모습을 본 와카루는 천천 히 시선을 돌려보기 시작했다. 그의 눈엔 상당히 멀리 떨어진 전방에 붉은색으로 빛나는 드래곤의 모습이 작게 들어왔다. 물론 거리가 멀리 떨어진 탓에 작게 보이 는 것이었다. 다시 드래곤의 형태로 모습을 바꾼 바이칼은 멸성의 힘을 사용한 상 태에서 와카루를 쏘아보고 있었고, 쥬빌란이 몸을 피하자 마자 한참동안 응축했던 브레스를 일시에 뿜어내기 시작했다. 그의 입 앞에선 무서우리만치 푸른색을 띈 빛이 공간을 일그러트리며 앞으로 뻗어나가기 시작했고 자신에게 빠른 속도로 다가 오고 있는 그 빛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던 와카루는 곧 비명을 지르며 양 팔로 자 신의 앞을 가로막았다. "으,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악­!!!!!!!!!!" ※※※ 드래고니스 안의 모든 이들은 초조한 마음으로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다. 세이아는 사령실 안에서 라이아와 함께 계속 무릎을 꿇고 기도를 올리는 상태였다. 다른 사람들 역시 기도라도 하고 싶은 마음이었지만 그들의 시선은 모니터에만 집중되 어 있었다. 장로는 이번 만큼은 사령실 안의 금연을 해제한 상태였다. 사령실 안은 동룡족 장성들과 4대 용왕들, 그리고 오퍼레이터들이 뿜어내는 담배 연기로 자욱 했고 장로 역시 열잔 이상의 커피를 들이키며 초조함을 달래고 있었다. "‥어떻게 될 것 같나, 멀린." 새로운 커피를 잔에 따르며 장로가 물어오자, 멀린은 한숨을 길게 내 쉬며 대답했 다. "‥이번 만큼은 아직‥. 게다가, 파괴신도 아직 나타나지 않았으니 모르지." "아닐세." 그때, 아더의 낮은 목소리가 장로와 멀린의 시선을 한곳에 집중시켰고, 아더는 눈을 감은 체 천천히 대답했다. "선이고 악이고 하는 개념 싸움도, 정의고 불의고 하는 것도 모두 저 젊은이들의 전투엔 도움이 되지 않아. 오직 이기고자 하는 집념이 더 강한 쪽이 승리할걸세. 누가 되었든 말이지. 우린 그냥 저 젊은이들의 집념이 더 강하길 빌 수 밖에 없겠 지." "‥그렇겠군요." 세 노인들은 다시금 모니터에 시선을 돌렸다. 하지만, 모니터엔 아직 먼 거리에서 잡은 적 기지의 모습만이 들어와 있을 뿐이었다. 그때, 모니터의 윗쪽에서 파란 빛 이 줄기를 그리며 번뜩였고 그 순간 아더는 기도하고 있는 세이아와 라이아 자매에 게 몸을 날리며 기력이 실린 고함을 질렀다. "전원 충격에 대비하라!!!!!! 몸을 숙여!!!!!" "예?!" 사령실 안의 모든 사람들이 몸을 바닥에 붙이기가 무섭게, 사령실은 물론이고 적 기지 외곽에 정박중인 모든 함선들은 하늘쪽에서 번쩍인 폭발광에 휩싸이기 시작 했다. "에, 에너지 반응‥계측 불가!!! 거대 에너지 폭발의 파장이 지역 일대를 뒤덮고 있습니다!!!! 으, 으아아아아아악­!!!!!!!" 끈질기게 계기판에 달라붙어 있던 오퍼레이터의 비명과 함께 드래고니스는 중력 브레이크의 효과를 무시하고 크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중력 브레이크가 약한 동룡 족 전함 몇십대는 윗쪽에서 내려오는 엄청난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지면에 처박히 기도 했다. 한참동안의 에너지 파동이 멈춘 후, 각 함대들은 다시 정상으로 돌아왔 고 드래고니스 역시 중심을 회복했다. 오퍼레이터들이 피해상황을 확인하는 동안, 세이아와 라이아를 덥쳐 보호하던 아더는 몸을 일으키며 믿어지지 않는다는 표정 으로 중얼거렸다. "‥멸성의 힘이 가해진‥메가 플레어가 폭발하다니, 이게 무슨‥?! 설마 버틸 수 있는 존재가 지금 이 세계에 있단 말인가!!!" ※※※ 바이칼의 몸은 점점 작아졌고, 곧 인간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바이칼의 현재 상태 는 최악이었다. 소비한 에너지의 양도 만만치 않았지만, 자신이 쏜 메가 플레어가 목표물을 밀고 대기권 밖으로 튕겨나가지 않았다는 점이 바이칼에게서 기력을 빼 았고 있었다. 폭발광이 사라지고 천천히 공간이 회복되면서, 바이칼의 눈엔 더 믿 어지지 않는 광경이 펼쳐졌다. "‥빌어먹을 영감‥." 바이칼은 그 말을 끝으로 지면을 향해 추락하기 시작했다. 그를 지켜보단 쥬빌란은 그를 받쳐주러 가야 하겠다는 생각은 했지만 몸이 따라주지 않았다. 멸성의 힘이 가해진 상태의 메가 플레어를 견뎌낸 생물이 자신의 눈 앞에 있다는 사실이 그의 몸을 묶어놓고 있었다. "‥와카루, 도대체 어떻게‥?!" 와카루는 그 자리에 그대로 떠 있었다. 물론 몸이 멀쩡하진 않았다. 그의 머리와 몸의 절반은 어디로 갔는지 사라져 있었다. 하지만 그의 남은 육체는 다시 불끈거 리기 시작했고 쥬빌란은 마지막 일격을 가하기 위해 자신의 양 손을 앞으로 모았 다. "‥쿠큭‥쓸데없는 짓은‥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아, 아니!!!" 마지막 일격을 가하려던 쥬빌란의 몸은 와카루의 목소리가 들려온 순간 멈추고 말 았다. 늘어붙은 와카루의 상처 부위에 사람의 입 모양을 한 물체가 튀어나와 있었 다. 아마 아까의 말은 그곳에서 나온 것이리라. 곧, 그 육체에선 머리와 반쪽 몸 체, 그리고 팔과 다리가 자라났고 와카루의 몸은 정상으로 되돌아 왔다. 와카루의 몸에선 다시금 외피가 솟아올라 육체를 감쌌고, 완전히 몸이 회복된 와카루는 길게 한숨을 내 쉬며 말하기 시작했다. "후우‥하하핫, 정말 아찔했소. 설마 이정도의 파괴력을 낼 수 있는 생명체가 있 을줄은 정말 몰랐으니까 말이외다. 이것이 용제님의 진짜 실력이었다니, 감탄, 감 탄, 또 감탄했소. 어쨌거나, 이제 쓸데없는 장난은 통하지 않는다‥주룡. 키키킥‥ . 용제의 그 공격을 받아낸 나에겐 어떤 공격도 통하지 않는다는걸 너도 알겠지!! 크카카카카카캇­!!!! 난 무적이다!!!! 난 신이다!!!!! 우하하하하하하핫­!!!!!" 와카루는 마치 정신분열증 환자와도 같이 광소를 터트리기 시작했다. 쥬빌란은 침 을 꿀꺽 삼키며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하기 시작했다. 바이칼의 그 공격을 막아낸 이상 자신의 주술 역시 통하지 않을 것은 확실했기 때문이었다. 「덕분에 바깥으로 나올 수 있었다 와카루. 오래간만에 그 모습을 보니 감동적이 군, 후훗‥.」 부스터의 소리와 함께 들린 목소리에, 와카루의 눈은 주황색의 빛으로 번뜩였고 와카루는 혀로 입술을 훑으며 환희에 찬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쿠훗‥!!! 리오·스나이퍼‥!!! 그런데 그 하얀 갑옷은 뭐지? 어서 그걸 벗고 나 와라. 예전의 결판을 내고 네 육체를 먹어주겠다‥!!!!!" 화이트 나이트와 동화한 상태인 리오는 안고 있던 바이칼을 조금 후 자신에게 다 가온 쥬빌란에게 넘겨 주었고, 다시 와카루를 바라보며 쥬빌란에게 말했다. 「바이칼의 기력 소모가 심하니 즉시 드래고니스로 데리고 돌아가 주십시오. 와카 루와 차원결계는 제가 맡겠습니다.」 "리오‥! 귀공의 힘을 믿어도 돼겠소?" 바이칼을 받아 든 쥬빌란은 긴장된 표정으로 리오에게 물었고, 리오는 곧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결계 밖으로 나온 이상 제 4 안전주문까지 풀 수 있을겁니다. 그러니 너무 걱 정하지 말아 주십시오. 그럼 부탁드립니다. 이곳은 이제 위험해지니 어서 벗어나 주십시오.」 "‥알겠소. 그럼 드래고니스에서 기다리겠소." 쥬빌란은 곧 용의 모습으로 변한 뒤 바이칼을 들고 드래고니스가 있는 쪽으로 빠 르게 날아갔고, 리오는 화이트 나이트 전용의 오리하르콘 소드를 뽑아들며 와카루 를 바라보았다. 「‥저번엔 용하게도 지하드의 충격에서 벗어날 수 있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을 것이다. 너와의 결판은 여기서 내 주겠다 와카루. 너무 지겨워서 눈물이 다 날 정 도니까 말이야.」 가만히 리오의 말을 듣고 있던 와카루는 곧 크게 조소를 하기 시작했다. 게다가, 지금의 그 반응은 지금까지 리오가 알고 있던 와카루의 영악한 모습이 아니었기에 리오로선 약간 의아한 기분이 들었다. "우핫, 우하하하하하핫­!!!! 지하드? 그게 뭐지? 내가 너랑 언제 싸웠더라‥? 아 , 그래‥크리스마스 이브였나? 크리스마스‥난 선물을 받지 못했는데‥하하하하하 하핫‥!!!! 리오·스나이퍼‥널 죽여주겠다‥!!!!!! 크하하하하하핫­!!!!!" 리오는 양 손에 든 오리하르콘 소드를 내리며 가만히 생각해 보았다. 아무리 보아 도 와카루의 정신이 분열된 것 같다는 생각 외엔 들지 않았다. 어쨌거나, 만약 진 짜 그렇다면 절호의 기회였기에 리오는 마음을 비우며 신계와 교신을 하기 시작했 다. 이윽고, 리오와 동화된 화이트 나이트의 몸에선 회색의 빛이 뿜어지기 시작했 고 화이트 나이트의 냉각기에선 흰색의 수증기가 뿜어졌다. 화이트 나이트의 두상 엔 여섯개의 회색 무늬가 떠올랐고, 화이트 나이트의 눈은 곧 푸른색으로 번뜩였 다. 「제 3 안전주문 해제‥. 여기서 끝내겠다 와카루‥!!」 --------------------------계속--- For Goddess...! (2부) Vol. 65 ------------------------------------------------------------------------ ※ 신작 '화이트 블루'는 타 통신망에 '당분간' 연재가 되지 않습니다. ------------------------------------------------------------------------- "지하드, 그것은 정의를 위한 신성한 전쟁." -살라딘, 이슬람의 영웅. ※※※ 「여기는 리오, 드래고니스는 제 말이 들립니까? 멀린경, 들리십니까?」 한참 소란스럽던 드래고니스의 사령실은 갑자기 들려온 리오의 목소리에 쥐죽은 듯 조용해 졌고, 멀린은 곧바로 마이크를 잡으며 리오에게 대답했다. "아아, 들리네. 무사했나 리오군? 바이칼 전하와 쥬빌란 전하는 무사하신가?" 「예, 모두 무사합니다. 바이칼이 탈진을 하긴 했지만 몸엔 별다른 이상이 없었습 니다. 쥬빌란 전하께서 바이칼을 데리고 그쪽으로 돌아가고 계십니다.」 그러자, 사령실 이곳 저곳에선 안도의 한숨이 터져나왔고 장로 역시 십년 감수했 다는 표정을 지으며 옆에 보이는 자리에 주저 앉았다. 멀린 역시 한숨을 내 쉰 후 리오에게 물었다. "그런데, 무슨일인가 리오? 날 찾은 이유는?" 「예, 전 지금 와카루와 대치중입니다. 생체조직이 최고조로 변형된 상태의 와카루 입니다만, 뭔가 이상합니다. 이전까지의 와카루완 좀 다른 것 같습니다. 정신분열 이 된 것 같기도 하고‥.」 "‥그래? 자네 지금 화이트 나이트에 탑승하고 있겠지? 그럼 X-Ray로 와카루를 투 시해서 이쪽으로 전송해 주게나. 한번 알아보지." 「예, 부탁드립니다.」 이윽고, 사령실에 준비된 모니터중 하나에 리오가 전송해준 와카루의 X-Ray투시 사 진이 들어왔고 잠시동안 와카루의 머리 부분을 바라보던 멀린은 곧바로 마이크를 잡으며 리오에게 물었다. "리오. 와카루 말일세, 언제 한번 머리부위가 날아가버린 일이 있었나?" 「예, 조금 전 바이칼의 메가 플레어 공격에 상당한 피해를 입었던 것으로 알고 있 습니다만‥.」 "내가 보기엔 와카루의 뇌가 100% 재생된 것이 아닌 것 같네. 와카루가 아무리 자 기강화 수술을 통해 강해졌다고는 하지만 그도 생물이라는 것은 벗어날 수 없기 때 문에 뇌의 기능이 100% 돌아오지 않는 한 정상적인 전투도 불가능하다는 결론일세. 자네가 정신착란증세라 느낀 것도 뇌가 아직 재생이 안되어서 그렇게 보인 것일세. 어쨌거나, 지금이 기회네!!! 늦어지면 뇌가 완전히 재생되어버리고 말아!" 「‥예!!」 ※※※ "어이, 바이론!!!" "회색분자!!!" 바이론은 자신을 부르는 소리가 들린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바이론의 주위엔 천사들의 광혈로 보이는 액체들이 즐비하게 흩뿌려져 있었고, 그를 향해 달려오는 지크와 사바신 역시 몸 군데군데에 광혈을 묻힌 상태였다. "‥끝냈나." 바이론이 등을 돌린체 묻자, 지크는 피곤에 찌든 표정을 지은 체 머리를 긁적이며 대답했다. "아아, 겨우 끝냈어. 빌어먹을 녀석들‥엄청 쎄더만. 그런데 다음 목표는 뭐지? 디바인 크루세이더 녀석들도 다 해치웠는데‥." "‥메타트론과 이 기지 내부에 있는 대형 컴퓨터 MOTHER‥두개다. 와카루는 리오 녀석이 잘 상대해 주겠지. 그 녀석은 방금 전의 폭발 충격에 의해 차원결계 밖으로 튕겨 나갔으니까." "‥잉? 와카루는 기지 내부에 있는거 아니었어?" "그 녀석에게 있어서 차원결계는 자신의 생명줄과도 같은 것이다. 우리가 안전주문 을 풀면 얼마만큼 강해지는지 아는 녀석이니 그것을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겠지. 크크크크크큭‥. 어쨌거나, 지크와 사바신‥너희 둘은 휀이 있는 남쪽으로 가라. 휀 녀석, 소식이 없는 것을 보니 메타트론과 상대하고 있는 것 같다. 불쌍한 녀석 ‥크크큭." "뭐라고? 잠깐, 그럼 이 기지는 언제 부술건데? MOTHER를 부수지 않으면 그 징그러 운 바이오 버그들이 다시 번식할거란 말이야!!!" 지크의 강력한 항의에, 바이론은 손을 뻗어 지크의 머리 위를 눌러 내렸고 광기어 린 미소를 띄우며 조용히 말했다. "‥크크큭. 안전주문이 풀어지지 않아도 이 기지는 몇번이고 묵사발로 만들 수 있 다. 기지 문제는 지크, 네가 상관할 바가 아니니 잘 알아둬라. 우유나 더 먹고 마 법이나 배우고 오도록‥크크크크큭." "‥쳇, 맘에 안드는 녀석." 지크는 바이론의 두꺼운 팔을 자신의 손으로 쳐낸 후 말 없이 휀이 있을 남쪽으로 가기 시작했고, 사바신은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바이론의 눈총을 받은 직후 지크 를 따라 남쪽으로 가기 시작했다. 그들이 간 것을 확인한 바이론은 천천히 기지의 입구쪽으로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피잉­!!!! 순간, 얇고 날카로운 빛줄기 하나가 바이론에게 날아들었고 머리를 슬쩍 옆으로 젖혀 그 광선을 피한 바이론은 다시금 미소를 띄우며 다크 팔시온을 들어올려 그 날을 혀로 핥기 시작했다. "‥크큭, 최후 방어용 장난감들인가‥? 좋아‥장난감은 가지고 놀라고 제공되는거 니 사양않지. 크크크크큭‥!!!!" 스텔스 장치가 가동되어 보이지 않는 적 기계병기들은 빠르게 기지 밖으로 나와 바이론의 앞을 두텁게 가로막기 시작했다. 물론 보이진 않았다. 하지만 바이론은 마치 보이는 듯 다크 팔시온을 거머쥔 오른손에 힘을 넣으며 적 병기들을 향해 질 주하기 시작했다. "크하하하하하하하하핫­!!!!! 없애주마­!!!!!!" 바이론이 움직인 순간, 적 병기들은 쉴 틈 없이 탄 병기와 광학 병기를 바이론에게 집중시켰고 바이론이 달리던 지면은 순식간에 연옥으로 뒤바뀌었다. 네이팜탄도 섞 여있었던지 한번 퍼진 불꽃은 사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 화염에 의해 적 외선 장치가 마비된 병기들은 공격을 멈추었으나, 그 순간 온 몸에 화염을 휘감은 바이론이 광소를 터트리며 공중으로 치솟아 올랐다. "짜릿했다­!!! 크하하하하하하하하핫­!!!!!!!" 바이론의 공격 범위에 들어간 적 병기들은 일순간 바닥에 달라 붙으며 대 폭발을 일으켰다. 그 화염 속에 보이는 것은 흑색의 암흑투기를 뿜어내며 원시적으로 몸을 꿈틀대는 바이론의 모습 뿐이었다. ※※※ 레디와 슈렌은 방어 병기가 없는 한 구역의 벽에 기대어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었 다. 왼쪽 팔에 큰 상처를 입은 레디는 씁쓸한 미소를 지은 체 회복술을 사용하며 슈렌에게 말했다. "‥아아, 사바신이 운동하자고 할 때 같이 할걸 그랬나봐. 가즈 나이트 치고 난 정말 너무 허약한 것 같아. 근데, 슈렌은 괜찮아?" "‥으음." 레디가 이곳 저곳에 상처를 입은 것에 반해, 슈렌은 별다른 상처 없이 눈을 감고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그렇게 얼마간 휴식을 취하던 도중, 슈렌은 자신의 품에서 작은 펜던트를 꺼내고 그 뚜껑을 얼였다. 뚜껑이 열리자 그곳에선 아름다운 선율 이 흘러 나왔고 슈렌은 펜던트의 안쪽에 박혀있는 자신을 바라보며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레디는 궁금함을 이기지 못하고 휀의 곁에 다가와 펜던트를 흘끔 바라보 았고, 그 안의 사진을 본 직후 흠칫 놀라며 슈렌에게 물었다. "아, 아니 슈렌. 그 사진은‥." "‥플루소와 내 사진." 슈렌은 곧 펜던트를 접었고, 엄지손가락으로 그 둥글고 작은 펜턴트의 뚜껑을 매만 지며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플루소는 이번 일이 끝나면 더이상 나와 함께 다닐 수 없어. 그녀도 알고 있겠 지. 나와 자신의 다른 운명을 말이야. ‥이런 것이라도 만들어 두면 조금이라도 위안은 될거라‥생각했지. ‥조금이라도 리오의 기분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군." 슈렌은 말을 마치며 펜던트를 품속에 넣었고, 몸을 일으키며 레디에게 말했다. "바이론과 합류하도록 하자. 그 역시 기지 내부에 들어온 것 같으니까." "아, 그래." 슈렌과 레디는 재빨리 바이론의 기가 느껴지는 곳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 리오는 알고 있었다. 절대로 와카루와 차원결계 장치의 동시 공략이란 있을 수 없 다는 것을. 그리고 자신이 화이트 나이트와 동화한 상태에서 체력의 소모를 줄이 며 싸우려 했다는 것 자체가 실수라는 것을. 자신의 모든 기술력을 집대성한 완전체로 변해 있는 와카루의 공격은 그 강함과 빠 르기를 절대 무시할 수 없었고, 처음 리오와 직접 대결했을때 처음의 테크닉 미숙 은 보이지 않았다. 반면, 리오의 상황은 약간 달랐다. 화이트 나이트에 적용되어 있는 두개의 오리하 르콘 소드는 멀린이 만든 만큼 강도면에선 좋았지만 유감스럽게도 멀린은 대장장이 가 아니었던 탓에 검의 중심을 잘 맞추진 못했다. 그런 이유로 리오의 기술은 디바 이너나 파라그레이드를 잡았을 때와 비교해 100% 발휘되지는 못하고 있었다. ‘이런, 엑스칼리버와 비교하면 하늘과 땅차이군. 보통땐 몰랐는데 도대체 왜 이 러지? 지하드까지 사용해도 무리는 없었는데‥!! 상대가 상대인 만큼 다른건가?’ 리오가 그렇게 고민하는 동안, 와카루의 공격은 점점 드세어져만 갔다. "하아­하하하하하하하하핫­!!!!! 덤벼라 리오, 덤벼봐라!!! 네녀석의 파란 머리 를‥아니, 빨간 머리였나? 하하하하하핫­!!!! 어쨌든 짓이겨주마!!!!!" 「치잇­!!」 -------------------------계속--- For Goddess...! (2부) Vol. 66 ------------------------------------------------------------------------- ------------------------------------------------------------------------- "‥윽‥!" 휀은 결국 쓰러지고 말았다. 그는 플렉시온을 들고 있는 오른팔로 자신의 몸을 지 탱하고 있었다. 유감스럽게도 그의 왼팔은 메타트론의 공격에 의해 떨어져 나간 상 태였다. 휀의 베틀코트, '코로나'는 반쯤 넝마가 되어 있고 그에 맞춰 휀의 몸 역 시 엉망이었다. "‥건방진 녀석, 네 녀석의 그 무표정이 난 마음에 안들어!!!!" 메타트론의 발이 휀의 얼굴에 직격했고, 휀은 결국 멀찌감치 나가 떨어져 바닥에 눕고 말았다. 메타트론은 천천히 걸어가 발로 휀의 얼굴을 짖밟았고, 발 끝을 조금 씩 움직이며 휀에게 말하기 시작했다. "광황? 그랜드 크로스 나이트? 후후, 그런 거창한 이름은 너에게 어울리지 않는다! 너의 모든 것을 부정해 주겠다!!! 그리고 치욕을 안겨주마!!!!" "‥좋을대로." "‥뭐?" 메타트론은 황당한 표정을 지으며 휀을 바라보았다. 휀의 차가운 눈빛은 흐려지지 않은 상태였다. 몸은 망가져 있어도 정신만은 또렷했다. 휀은 나지막히 말했다. "‥광황이니, 그랜드 크로스 나이트니 하는 단어는 나 스스로 지은 것이 아니다. 그런 이름 따윈 어찌되어도 상관없어." "‥이, 이녀석!!!!" 퍼억­!! 메타트론은 다시금 휀을 강하게 걷어 찼고, 휀의 몸은 지면 위에서 몇바퀴를 굴러 서야 겨우 멈추게 되었다. 매우 흥분한 상태의 메타트론은 자신의 투창으로 휀의 등판을 강하게 찔렀고, 휀의 눈은 순간 크게 꿈틀거렸다. 메타트론은 인상을 잔뜩 구긴체 투창을 빙글빙글 돌리며 휀에게 소리쳤다. "어떠냐, 네 자신의 무력함을 느끼는 소감이!!! 뭐라 하던 넌 진거다!! 나에게 진 거란 말이다!!!" "‥이성을 잃었군. 메타트론." "뭐라고?!" "틀린 말인가. 그럼 지금 네 마음속을 알아 맞춰보지. 미카엘을 이용한 계략은 나 에게 확실히 간파당했다. 결국 상황은 역전되어 지금까지 왔지. 선신계 대 천사장 직을 역임한 두명의 고위 천사가 내 놀잇감이 된 것에 넌 자존심이 상했고, 지금 현재 자신의 계략을 간파한, 자신보다 더 뛰어난 남자에게 질투를 퍼붓고 있다. 이 성을 잃고 말이야. ‥틀린 말이라면 할 수 없겠지." "…!!!!!!!" 메타트론은 결국 흥분할대로 흥분했고, 휀의 몸에 박아넣은 투창을 뽑은 뒤 휀의 머리쪽에 들이대며 소리치기 시작했다. "네 녀석의 더러운 입을 여기서 없애버리겠다!!!!!! 죽어랏­!!!!!!" "아, 하나 더. 이성만 잃은 것이 아니고 지능까지 낮아졌군. 천사는 뇌에 강물이 들어가면 그렇게 되나." "­!!!!!! 이녀석!!!!!!" "넌 졌다." 퍼어어어억­!!!!!!!! 순간, 메타트론의 후두부와 목에 두개의 발이 내리꽂혔고, 상당히 흥분한 탓에 휀에게만 정신을 팔고 있던 메타트론은 큰 타격을 입으며 멀찌감치 나가떨어졌다. "오오, 천하의 휀씨가 팔도 날아간 상태로 뻗어 있네? 이거 사진이라도 한방 박아 놔야 하겠는데? 하하하핫­!!!!" "내가 이곳에 오기 전에 방수 카메라 한대 가져오자구 했잖아 땅강아지. 이거 진 짜 걸작인데 말이야. 헤헤헷‥." 메타트론에게 거의 동시적으로 발차기를 먹인 둘은 손을 마주치며 웃기 시작했고, 그 사이 휀은 비틀거리며 일어나 둘에게 말했다. "너무 늦었군." "얼라? 이 아저씨 하는 말좀 보소? 물에 빠진 사람 구해줬더니 배낭 달라는 격이 잖아?" "이봐, 봇짐이라구 친구." 두 남자, 지크와 사바신은 킥킥거리며 서로를 바라보았고, 휀은 조용히 자신의 끊 어진 왼팔을 재생시킨 뒤 멀리 쓰러져 있는 메타트론에게 말했다. "일어나라 패배자. 애인 앞에서 뻗어있으면 기분이 좋지 않겠지." "‥큭, 비겁한 녀석‥!!! 3대 1로 싸우자니, 그러고도 가즈 나이트인가!!!" 메타트론은 자신의 뒷머리를 손으로 쓰다듬으며 몸을 일으켰고, 휀은 어깨를 살짝 으쓱이며 말했다. "뭐라고 하는지 잘 들리지 않는군." 휀의 그 말을 들은 사바신과 지크는 손으로 입을 가린체 휀의 뒤에서 쑥덕거리기 시작했다. "비겁하긴 비겁하다, 그렇지?" "대장은 원래 그런 녀석이라구. 놀랄 것도 없어." "‥내 상처가 적당히 회복될 때까지 너희들이 상대하도록. 가급적이면 시간을 끌며 도발을 하는 쪽으로 전투를 이끌기 바란다." "옛썰!!!" 휀의 지시를 받은 지크와 사바신은 거수 경례를 붙인 뒤 메타트론의 앞에 섰다. 가 만히 메타트론을 바라보던 사바신은 곧 자신의 검은 코트를 벗었고, 런닝셔츠를 입 은 상태에서 메타트론에게 자신의 근육미를 한껏 자랑하며 소리쳤다. "자아!! 중성 천사 따위에겐 이런 근육이 없겠지!!! 부러울거다, 우하하하핫­!!!" 뒤에서 메타트론과 사바신의 모습을 번갈아 바라보던 지크는 곧 자신의 붉은 자켓 을 벗었고, 면T의 소매를 끝까지 올려 붙인 뒤 역시 팔의 근육을 경직시키며 소리 쳤다. "우린 이런게 기본이야!!! 음우하하하하하하핫­!!!!" "……." 휀은 자신의 몸이 빨리 회복되길 바랄 뿐이었다. ※※※ 한참동안의 격전. 리오가 탄 화이트 나이트와 와카루는 만신창이가 되어 있었다. 물론 리오로선 손해보는 것이 없었다. 그 자신의 체력은 거의 소모되지 않고 화이 트 나이트의 에너지만이 소모되는 탓이었다. 지칠대로 지친 와카루는 조용히 양 팔 을 내렸고, 맘대로 하라는 듯 피식 웃으며 고개를 위로 쳐 들었다. 그것을 본 리 오는 조용히 와카루에게 물었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이렇게 오랜 시간동안 수많은 사람들을 괴롭혔나!! 당신 의 진짜 목적은 무엇인가!!!」 와카루는 아무런 대답도 없었다. 잠시간의 침묵. 이윽고, 와카루는 힘겹게 입을 열 었다. "‥신이 되기 위해서‥하하하하핫‥." 똑같은 대답이었다. 결국 분개한 리오는 하이드로 레이저 라이플을 꺼냈고 출력을 최대로 올려 와카루를 쏘았다. 와카루의 몸은 빠르게 뒤로 밀려났고 결국 자신이 만든 차원결계 생성장치의 외벽을 파고 들어가 깊숙히 박히고 말았다. 「‥그것이, 당신의 생명을 건 목적이라면, 당신만의 정의라면 나도 어쩔 수 없다! 내 정의를 위해, 세상의 정의를 위해!!!」 "‥훗‥." 와카루의 희미한 미소와 함께, 화이트 나이트는 온 몸에서 파란색의 기를 뿜어내기 시작했다. 지하드를 쓸 수 있는 최고의 상태에서 사용되었을때의 반응. 곧 이어 화 이트 나이트의 부스터는 길게 불꽃을 뿜었고 화이트 나이트는 차원결계 생성장치를 향해 돌진하기 시작했다. 「끝이다!!! 지하드­!!!!!!!!」 그 순간이었다. 리오의 시야는 순간 하얀 빛으로 가득찼고 리오는 움찔하며 시력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이상했다. 분명 밝은 빛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리오의 눈엔 전혀 무리가 가지 않았다. ‘뭐지‥!! 음?!’ 그 빛 속엔 한 소년이 서 있었다. 학생복을 입은, 까까머리의 동양인 소년이었다. 가만히 빛이 퍼져오는 방향을 바라보던 그 소년은 곧 리오를 바라보았고, 천진난만 한 미소를 지으며 리오에게 말했다. "‥신이 되어서, 엄마를 보고 싶었어. 천국에 계신 엄마를‥." "‥!!!" 리오는 순간 할 말을 잃고 말았다. 그리고, 눈을 질끈 감으며 외쳤다. "이 바보 같은­!!!!!!" 순간, 다시금 밝은 빛이 그 소년의 몸에서 뿜어졌고 리오의 눈 앞엔 거대한 폭발광 이 들어왔다. 리오는 본능적으로 그곳에서 벗어나기 시작했고, 차원결계 생성장치 는 와카루의 몸과 함께 대 폭발을 일으키며 사라져갔다. 화이트 나이트의 몸은 곧 정상 크기로 돌아왔고, 이윽고 콕핏트가 열리며 안에 타고 있던 리오의 붉은 장발 이 강한 바람에 넘실거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약하면서도 강한 존재였던가‥인간이란 존재는‥." 리오는 눈을 감으며 중얼거렸다. 그리고 생각했다. 그런 단순한 이유에, 리오 자신 이 생각하기에 너무도 허약한 그 생각이 강한 집념이 되어 한 인간을 그렇게, 그리 고 이 세상을 이렇게 만든 것인가 하고‥. "‥좋은걸 보았군. 내내 이야기 할 수 있겠어‥." 리오는 씁쓸히 웃으며 콕핏트를 닫았다. 화이트 나이트 밑으로 보이던 차원 결계는 점차 사라져 가고 있었다. ※※※ 「비상작동 개시. 비상작동 개시. 연구소 안의 모든 직원들은 즉시 밖으로 탈출해 주시기 바랍니다. 반복합니다. 비상작동 개시. 비상작동 개시‥.」 "‥?!" 기계음이 섞인 안내방송. 그것을 들은 바이론은 움찔하며 주위를 둘러보기 시작했 다. 기지 내부를 밝혀주던 불빛은 곧 적색으로 바뀌었고, 바이론은 인상을 구기며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차원결계는 사라졌는데‥뭐지? 기지 전체가 움직이고 있군‥." 그때, 복도 저편에서 두사람이 달려오는 소리가 들려왔고 곧 바이론은 그쪽을 바 라보며 물었다. "너희들도 들어왔나. 크큭‥쓸데없는 짓을 했군." "아아, 바이론! 어떻게 된거야? 지금 이 반응은!!" 약간 겁에 질린 레디의 질문에 바이론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같이 온 슈렌 역시 바이론에게 레디와 같은 질문을 하고 싶었으나 그러진 않았다. 기지 전체를 감싸기 시작한 진동은 점차 커져만 갔고, 중심을 잃기 직전까지의 상황이 오자 바 이론은 곧 둘을 바라보며 말했다. "‥안전주문을 4단계 까지 개방해라. 힘으로 탈출한다." "뭐? 아니, 무슨 소리야 바이론!!"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듯 한 기분이다. 잔말 말고 탈출하는게 좋아. 그게 싫으 면 자살하던가‥크크크크큭‥." 레디와 슈렌은 더이상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 여유있게 몸을 회복하고 안전주문을 4단계 까지 개방한 휀의 모습과는 달리, 사바 신과 지크는 만신창이가 되어 바닥을 뒹구르고 있었다. 아무리 둘이라고는 했지만 메타트론의 막강한 힘 앞에선 무의미했다. 물론 둘이 당한 시점은 차원결계가 리오 에 의해 깨지기 전이었다. 둘의 기가 점점 약해지고 있는 것을 느낀 휀은 자신의 코트를 벗어 던진 뒤 플렉시온을 다시 빼 들었고, 메타트론에게 걸어가며 쓰러져 있는 사바신과 지크에게 말했다. "수고했다. 만족할 만한 활약을 보여준 것에 경의를 표한다." "……." "……." 지크와 사바신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어쨌든, 휀은 조용히 손목을 풀며 자신의 앞에 있는 메타트론에게 말했다. "아까는 머리에서, 그리고 냉철함에서 내가 이겼지만 이번엔 힘에서도 내가 이길 차례. 와카루도 정리된 듯 하니 남은건 너 하나다 메타트론. 주신의 명으로 널 소 거하겠다." 그 말에, 메타트론은 휀을 크게 비웃기 시작했다. "뭐라고? 하하하하하핫­!!!! 동료들을 희생양으로 삼아 자신의 몸을 회복한 비겁 자 주제에 입은 뚫려 있구나!!!!" "그쪽이 널 더 쉽게 없앨 수 있기 때문이다. 전술적으론 최고의 선택이었다는 것 을 부정할 수는 없겠지." 휀은 그렇게 말을 맺으며 계속해서 메타트론에게 접근했고, 메타트론은 곧 쓴 웃음 을 지으며 중얼거렸다. "그렇다면, 나도 비겁해 질 수 있겠군. 하하하하핫‥!!!" "‥!" 순간, 휀의 몸을 누군가가 뒤에서 붙잡았고 휀은 움찔하며 뒤를 돌아 보았다. 넬, 아니 미카엘이 눈을 꼭 감은체 자신을 붙잡고 있는 것이었다. 물론 보통 10대 소녀 의 힘으로 휀을 붙잡은 것은 아니었다. 미카엘로서 가진 모든 힘을 발휘해 휀을 묶 고 있는 것이었다. 메타트론은 투창을 잡은 손에 힘을 넣으며 휀에게 천천히 다가 가기 시작했다. "미안하지만 안전주문이라는 것을 푼 보람이 없겠군. 우선은, 네 그 더러운 눈부 터 찔러 뇌를 관통시켜주겠다. 난 너의 그 눈이 마음에 들지 않았어‥!!" 탁­ 그때, 누군가가 메타트론의 발목을 손으로 잡았고 메타트론은 약간 놀란 눈으로 아래쪽을 바라보았다. 다름아닌 지크였다. "‥헤헷, 고렇게는 못하지. 발목 잡은건‥사과할께 중성." 지크는 힘겹게 몸을 일으키며 메타트론의 앞에 바짝 붙어 섰고, 메타트론보다 키 가 큰 편인 지크는 메타트론을 내려다 보며 오래간만에 진지한 표정을 지은 체 조 용히 말했다. "‥궁둥이를 쳐주마. 호모 녀석." ----------------------계속--- For Goddess...! (2부) Vol. 67 ------------------------------------------------------------------------ ------------------------------------------------------------------------- "쳇, 혼자만 멋있게 보이려고 하지마 바람개비 녀석." 사바신은 골절된 다리가 고쳐지자 마자 몸을 일으키며 지크에게 말했고, 지크는 피 식 웃으며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그 상태에서, 지크는 휀에게 묻기 시작했다. "어이 대장. 이 중성 호모녀석은 내가 좀 만져줘도 되겠지? 어차피 대장이 손해볼 건 없을거 아냐." 미카엘에게 포박당한 체 서 있던 휀은 묵묵히 지크를 바라보다가 곧 눈을 감으며 지크에게 말했다. "좋을대로." "‥헤헷, 좋아 좋아." 휀에게 허락을 받은 지크는 메타트론으로 부터 한발자국 뒤로 물러섰고, 장갑을 강 하게 조이기 시작하며 메타트론을 향해 말하기 시작했다. "'차이'라는 말의 뜻, 알고 있나 호모?" "‥후, 머리에 큰 충격이라도 받은건가. 어떤 말을 하고 싶은지는 몰라도, 한번 그 더러운 입으로 지껄여 봐라." 지크는 곧 무명도를 자신의 앞에 꽂았고, 무명도는 천천히 분열을 시작했다. 분열 과정이 끝나길 기다리며, 지크는 계속 메타트론에게 말했다. "내가 지금 이렇게 객기 부리는 것도 사실 넌 이해가 안갈거야. 헤헷‥미안하지만 난 맘에 안든다구. 네 그 재수없는 상판이나, 야리꾸리한 몸매나‥모두 말이야. 내가 지금까지 인정한 호모 비스므리한 녀석은 바이칼 한놈 뿐이야. 다른 놈들은 싫어." "레디, 레디‥." "‥아아, 레디도 포함해서. 미안하군. 헤헷, 어쨌든‥눌러주겠다. 옛날 신계에서 최고라 불렸던 호모를 말이야. 호모 퇴치협회 회원의 이름‥아아, 가즈 나이트의 일원으로서‥!!!" 지크의 말이 끝났을 때, 무명도는 여덟개의 다른 무명도로 분열이 되었고 지크는 즉시 자신의 허리 양쪽에 여덟개의 무명도를 나누어 찼다. 지크를 가만히 바라보 던 메타트론은 싱겁다는듯 피식 웃으며 자신의 투창을 들어 올렸다. "‥개그는 끝났나?" "대답은 NO다!!" 순간, 지크의 이마엔 여덟개의 하늘색 무늬가 떠올랐고 그의 몸에선 엄청난 양의 기류가 뿜어지기 시작했다. 지크의 힘이 갑자기 증가한 것에 약간 놀란 메타트론 은 얼굴의 미소를 지우고 자세를 취하며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후, 인간이 만든 바이오 로이드 주제에 잘도 가즈 나이트라 부르짖는군." "‥!!!!!!" 그때, 지크와 사바신의 눈은 동시에 커졌고 휀은 눈을 다시금 감으며 고개를 저었 다. 심지어는 휀을 묶고 있는 미카엘도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얼마간의 침묵이 흘렀고, 이윽고 분노가 폭발한 사바신이 팔봉신 영룡을 불끈 쥐며 메타트론에게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이 더러운 녀석 같으니!!!! 죽고 싶지 않다면 싫다고 빌어 이 자식아!!!!! 네놈의 머리통은 내가 날려버리겠다!!!!!!!" "음? 난 정직하게 말한 것 뿐인데? 후후후훗‥." 메타트론은 어깨를 으쓱이며 중얼거렸고, 결국 사바신은 분을 참지 못하고 메타트 론을 향해 돌진하기 시작했다. "죽어버리겠다 이 자식­!!!!!!!!!" "‥쳇, 시끄러 땅강아지." "‥?!" 지크의 한마디가 들린 직후, 사바신의 움직임은 멈췄고 지크는 어깨를 으쓱이며 씁쓸한 미소를 지은 체 중얼거렸다. "나만 알고 있을 줄 알았는데 왠만한 인간은 다 아는 사실이었구만. 헤헤헤헷‥. 사실 난 처크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얼마 후 내 이모에게 들었지. 난 그런 녀석이라 고 말이야. 물론 그땐 울고도 싶었지만 처크 할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말한게 떠올 라 아무렇지도 않게 넘기기로 했어. ‘누가 너에게 어떤 말을 하더라도 넌 우리의 가족이라는 사실을 부정하지 말아라‥.’는 유언이 말이지. 미안하지만 난 지크· 스나이퍼야. 바이오 로이드가 아니라구. 어머니가 있고, 이모가 있고 할머니가 있 고, 세명의 의형제가 있는 가즈 나이트 지크·스나이퍼‥라 이거야. 자자, 뒷북치 기는 끝났냐 호모? 헤헤헷‥." "‥흥." 메타트론은 묵묵히 말 문을 닫았다. 그때, 가만히 지크의 얘기를 듣고 있던 사바신 이 지크를 향해 엄지손가락을 내 뻗으며 크게 소리쳤다. "지크!! 너 최고로 멋지다!!!! 으흐흐흑‥!!" "‥징그럽게 울긴. 하여튼, 간다 메타트론!!! 난 지금 기분이 최고로 좋으니 어서 붙자구!!!" "‥버릇없는‥!!!" 메타트론은 곧바로 자신의 투창을 휘두르며 지크를 공격하기 시작했고 지크는 몸 을 빠르게 움직이며 메타트론의 공격을 우선 피해 나갔다. 지크는 간발의 차이로 메타트론의 공격을 피했다. 자켓 끝이 잘리고 옷이 찢어졌지만 몸엔 상처를 입지 않았다. 지크의 움직임을 말 없이 지켜보던 휀은 옅은 미소를 띄우며 나지막히 중 얼거렸다. "‥처음으로 안전주문을 4단계 까지 Full로 개방했을텐데‥힘을 100% 소화하고 있 군. 언제나 날 놀라게 하는 녀석." 지금, 지크는 오직 메타트론과 싸우는 것에만 집중하고 있었다. 자신이 인간의 손 으로 만들어진 바이오 로이드라는 사실도, 몸에 상처를 약간이나마 입고 있다는 사 실도 지크를 방해하진 못했다. 그의 신경세포와 피부조직들은 단순히 자체적인 힘 인 기전력을 뿜어낼 때와는 달리 가즈 나이트의 몸 일부분으로서 기류를 읽고, 상 대방의 숨소리를 읽고, 상대방의 기를 읽으며 지크의 전투능력을 최고조로 끌어 올 려주고 있었다. ‘기분이 좋다구‥!! 헤비메탈을 듣는 기분이야‥!!!’ 지크의 머릿속을 지배하고 있는 단어이기도 했다. 지크가 얼마동안 메타트론의 창을 피했을까. 시간이 흐를 수록 메타트론의 투창은 지크의 옷깃조차 스치질 못했고 메타트론의 표정은 점차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이, 이녀석‥?!" 메타트론은 자신의 움직임이 지크에게 읽히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분 명 이랬던 적은 없었다. 적어도 자신이 현역으로 뛰고 있을 옛날엔‥. "딴 생각하지 마라 메타트론!!!" 퍼억­!!!! "크윽!!" 순간, 지크의 첫 공격이 메타트론의 복부에 직격했고 메타트론은 큰 충격을 입으며 뒤로 밀려났다. 곧바로 지크의 발차기가 연속적으로 메타트론의 얼굴에 내리 꽂혔 고 메타트론은 쉴 새 없이 퍼부어지는 지크의 공격에 결국 중심을 잃고 쓰러지고 말았다. 지크는 곧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주먹을 불끈 쥐어 보였다. "자, 어떠냐 메타트론!!! 불만 있으면 일어나 봐!!! 다시 지껄여 보라구!!!! 나 하나도 이기지 못하면 내 위의 슈렌도, 리오도, 휀도, 바이론도 이기지 못한다!!!" "‥벌레같은 놈!!!!" 순간, 메타트론의 몸에선 강한 기운이 뿜어져 나왔고 지크, 그리고 근접한 거리에 있던 사바신은 알 수 없는 벽에 밀리며 일정한 범위 밖으로 튕겨져 나가고 말았다. "으윽?! 뭐지!!" 지크는 주먹으로 자신의 앞에 펼쳐진 장벽을 쳐보기도 하였으나 그 벽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지크의 싸움을 조용히 지켜보던 휀은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오로라'‥인가. 하긴, 쉴 때도 되었지‥." 메타트론은 강력한 절대 방어막인 오로라를 사용한 상태로 지크에게서 입은 충격 을 회복하려 애를 썼다. 하지만 쉽지는 않았다. 상당히 강한 충격이 머리에 연속 적으로 들어온 탓에 메타트론이라 해도 충격은 컸다. "‥빌어먹을 녀석, 좋아‥! 오늘을 위해 준비한 신 기술을 보여주겠다!!! 난 분명 히 말했어, 널 눌러버리겠다고!!!" 지크는 허리 양쪽에 나누어 찬 무명도들에 손을 가져간 뒤 눈을 감고 조용히 발도 자세를 취했다. 곧, 지크의 기는 다시금 급격히 올라가기 시작했고 오로라 안에서 몸을 회복시키던 메타트론은 움찔하며 지크를 바라보았다. "저, 저 녀석‥?!" "…." 그 광경을 지켜보던 휀은 조용히 자신의 뒤에 있는 미카엘을 돌아보았고, 미카엘은 곧 휀의 허리를 잡은 팔을 묵묵히 풀어주었다. 휀은 곧장 주머니 안에서 구겨진 담배 하나를 꺼냈고, 곧바로 흡연을 즐기며 미카엘에게 들으라는듯 말하기 시작했 다. "‥지크는 대인 전투법을 전 가즈 나이트중 최고로 익힌 남자. 인간형의 상대와 1 대 1의 대결을 벌인다면 상당히 강해진다. 만약 사바신이나 슈렌이었다면 메타트 론을 겨우 상대했겠지만 지크라면 얘기는 달라지지. 힘과 경험만 뒷받침이 되어 준다면 나에게 인정을 받을 수 있는 남자가 될 수 있다. ‥내 말에 이의는 없겠 지. 미카엘." "‥할 말 없군." "어쨌거나 메타트론을 보는 것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군. 난 감상이나 하도록 하 지." 휀은 말을 마친 후 길게 담배 연기를 뿜어내었다. 그 사이, 지크의 몸에 끌어올려지던 기는 최고조에 달했고 지크는 순간 눈을 뜨며 크게 외쳤다. "간다아!!!! 초 절정기!!!! 신식, '천수관음(千手觀音)'­!!!!!!" 지크의 천수관음이 발동된 순간, 메타트론은 자신의 몸이 지크를 향해 빨려들어가 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분명 오로라가 깨진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자신의 몸이 지크쪽으로 강하게 빨려들어가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었다. "이, 이녀석!? 어떻게­!!!" 지크에게 한참 빨려들어가서야 메타트론은 알 수 있었다. 절대 방어막인 오로라를 지크의 기술이 진공청소기처럼 빨아들여 그의 뒷쪽으로 내 보내고 있는 것이었다. 마치 흐르는 강물 중간에 설치된 펌프와도 같이‥. 메타트론은 뒤로 물러서려 했 으나 지크의 천수관음은 여덟개의 칼을 동시에 사용하는 만큼, 지크의 힘이 100% 발휘되는 만큼 강렬한 효과를 가지고 있었다. 결국, 뒤로 물러서는 것은 불가능하 다 생각한 메타트론은 될대로 되라는 식으로 투창을 앞세워 지크에게 역으로 돌진 하기 시작했다. "날 우습게 보지 말아라 벌레같은 녀석­!!!!!!!" "눌러버리겠다!!!! 크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옷­!!!!!!!!" 지크와 메타트론, 둘은 순간적으로 충돌했고 엄청난 마찰 불꽃과 함께 둘은 각자의 뒷쪽으로 튕겨져 날아가고 말았다. 지크는 이를 악물며 공중에서 자세를 바꿔 안전 히 착지했다. 그러나, 메타트론은 그렇지 못했다. "커헉­!!!!!" 메타트론이 바닥에 떨어지자 마자, 그의 몸 구석구석에서 즉시 상처가 터지며 광혈 이 분출되기 시작했고 아직 남아있는 천수관음의 진공 현상에 의해 메타트론의 광 혈은 더더욱 빠르고 강하게 분출되었다. "메, 메타트론님­!!!!!!" 미카엘은 절규를 하며 메타트론에게 달려갔고, 그 광경을 바라보던 휀은 안전주문 을 푼 뒤 멍하니 서 있는 지크에게 다가갔다. 그가 다가온 것을 느낀 지크는 피식 웃으며 휀에게 물었다. "‥어땠어 대장?" "네 식으로 하자면‥'멋졌다'고 해야 하겠지. 수고했다 지크. 기대 이상의 활약이 었다." 휀은 덤덤히 지크의 어깨를 두드려 주었고, 지크는 곧 힘이 빠진 사람처럼 무너져 내리며 힘없이 중얼거렸다. "헤헷‥처음인데. 대장에게 칭찬도 다 받아보고‥헤헤헤헷‥." 지크는 그 자리에서 의식을 잃고 말았고, 곧 사바신이 달려와 지크를 부축하며 소 리치기 시작했다. "이봐 지크!!! 정신차려 녀석아!!!" "…." 휀은 묵묵히 담배를 바닥에 부벼 껐다. 그도, 사바신도, 그리고 지크도 지금은 안 전주문을 해제하고 보통의 상태로 되돌아와 있었다. 메타트론이 거의 필살의 충격 을 입은 상태로 쓰러진 이상 남은건 뒷처리 뿐이라 생각한 탓이었다. 그러나, 아직 끝난 것은 아니었다. "이 바보같은 휀·라디언트!!!! 지금 뭐하는건가!!!!!!" 그때, 바이론의 고함이 기지 입구쪽에서 들려왔고 휀은 순간 아차하며 기지쪽을 바라보았다. 바이론은 완전히 흥분한 상태로 다시금 휀에게 소리를 질렀다. "메타트론을 죽여라!!!! 그렇지 않으면‥크윽!!!!" 순간, 지면에서 수백개의 전기선들이 튀어오르기 시작했고 그 전기선들은 쓰러져 있는 메타트론에게 마치 뱀처럼 기어가 그의 몸을 묶기 시작했다. 메타트론의 육 체가 순식간에 전기선에 뒤덮히자 곁에서 그를 돌봐주던 미카엘이 급히 에릭튜드 를 꺼내려 했으나 때는 이미 늦고 말았다. 미카엘은 다른 전기선들에 의해 멀찌감 치 튕겨 나갔고 메타트론의 육체는 거짓말처럼 전기선에 묶여 땅 속으로 빨려 들어 가고 말았다. 너무나 갑작스레 벌어진 상황에 휀과 바이론, 그리고 그 밖에 모든 가즈 나이트들은 당황했다. 생각치도 못한 일이 자신들이 밝고 서 있는 기지 내부 에서 일어나기 시작한 것이었다. "‥내 실수인가‥!! 할 수 없다. 전원 드래고니스로 퇴각. 슈렌은 미카엘을 부탁한 다." "‥으음." 바이론과 함께 기지 밖으로 나온 슈렌은 곧바로 기절한 미카엘에게 달려가 그를 부 축했고, 가즈 나이트들은 재빨리 기지로 부터 벗어나기 시작했다. 위험하다는 것은 상공에서 기지를 내려다 보던 리오도 마찬가지로 느끼고 있었다. 그는 휀을 비롯한 자신의 동료들이 드래고니스들이 있는 쪽으로 퇴각을 개시하자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그 자신도 퇴각을 하기 시작했다. "‥도대체 무슨‥?!" ------------------------계속--- 번 호 : 9690 게시자 : 이승현 (janggunn) 등록일 : 1998-11-11 10:52 제 목 : [이경영]For Goddess...! (2부) Vol. 68 -------------------------------------------------------------------------- -------------------------------------------------------------------------- "‥저것이‥'파괴신'일까." 사령실 창을 통해 보이는 거대한 물체. 리오는 그것을 바라보며 휀에게 물었고 휀 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럴 가능성이 크겠지." 칠흑과 같은 야밤. 시각은 0시 27분. 가즈 나이트 뿐만 아니라 전 용족들은 긴장의 도가니에 휩싸여 있었다. 기지가 있던 자리엔 누에고치와 같은 형태를 한 기계 덩 어리가 솟아올라 있었다. 용족들은 드래고니스의 듀얼-하이드로 레이저 주포를 이 용해 몇번이고 그 물체를 공격해 봤으나 소용이 없었고 리오 역시 그 물체가 생성 됨과 동시에 지하드를 한차례 적중시켜 보았으나 효과가 없었다. 안전주문 4단계 의 풀 파워 지하드를 맞고 버티는 존재가 있다는 사실은 모두를 놀라게 했고, 결국 아무도 나서지 못한 체 시간은 밤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멀린경의 말로는 오늘 여섯시가 되면 저 고치 안에 있는 물체가 깨어난다는군. 어떤 괴물이 나올진 몰라도 그 전에 빨리 없애야해." 리오가 말했다. 그러자, 휀은 고개를 저으며 이의를 나타냈다. "‥어떤 공격방법도 통하지 않았다. 심지어 제 4 안전주문이 개방된 상태의 지하드 조차 먹혀들어가지 않았다. 그 지하드가 들어갔을 때 이 행성 대기 전체가 뒤흔들 렸다는 사실은 너도 알고 있을거다. 그 이상의 파워를 가진 공격법은 사바신의 '지 령도'나 너의 '오메가 선샤인' 뿐이다. 하지만, 만약 그것을 저 물체에 직격시킨다 면 이 행성 자체가 파괴될 가능성이 크다. 운이 좋아 파괴가 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이 대륙의 안전까진 보장못해." 휀의 말은 사실이었다. 리오는 한숨을 길게 내 쉬며 고뇌에 잠겼고 다른 가즈 나이 트들 역시 아무런 의견도 내지 못하고 침묵으로만 일관했다. "‥공중에 띄울 수만 있다면 오메가 선샤인까진 통하지 않을까요?" 그때, 루이체가 가즈 나이트들에게 걸어오며 의견을 제시했고, 휀은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지하드를 맞고도 꿈쩍하지 않는 존재를 무슨 수로 띄운단 말인가. 그리고, 만약 띄운다 하더라도 오메가 선샤인은 피해 반경이 크기 때문에 이 행성 절반이 날아가 버린다. 리오도 아마 제 4 안전주문이 개방된 상태에서 오메가 선샤인을 사용해본 일은 없을것이다." "‥크큭, 그리고 지금은 밤이다 꼬마. 오메가 선샤인을 사용하려면 지구 반대편으 로 가서 태양에너지를 모아 이곳까지 와야만 한다." 결국 결론은 절망적이었다. 하지만, 루이체는 뭔가 알고 있다는 듯 씨익 웃으며 말했다. "가즈 나이트들은 2인 이상의 공조 기술이 있다는 사실, 알고 있죠 모두들? 아마 사바신과 슈렌 오빠는 자주 임무를 같이 했으니 잘 알고 있을거에요." "‥?" "주신께서 말씀하셨어요. 여러분들, 특히 리오 오빠나 휀, 바이론같은 분들은 단독 기술에 한해선 거의 마스터가 된 상태라고요. 하지만, 모든 가즈 나이트들이 2인 협동기술을 터득하진 못했다고요. 휀이 사용하는 광황포는 모든 가즈 나이트의 기 술중 가장 태양광선에 가까운 속성을 지닌 기술이죠. 아마 리오 오빠가 오메가 선 샤인 대기 상태가 된다면 충분히 광황포를 태양 에너지 대신 사용할 수 있을거에 요. 그리고, 리오 오빠의 몸에서 변환된 오메가 선샤인의 무속성 파괴 에너지는 충 분히 마법검처럼 검 안에 응축할 수 있어요. 제가 지금까지 여러분의 전투 데이터 를 분석한 결과, 99%의 확률로 가능하다구요." 그 말에, 휀과 바이론을 제외한 모두의 얼굴엔 화색이 돌았고 지크는 왠일이냐는 표정을 지으며 루이체의 어깨를 두드려주기 시작했다. "오오, 머리 좋은데 루이체!!! 데려오길 잘 한것 같아!! 하하하하하핫­!!!!" "‥그래, 저 물체를 대기권 한계선까지 띄울 방법만 있다면 분명 가능할지도 몰라. 물론, 파괴가 되지 않는다면 어쩔 수 없지만‥밑져야 멸망이니 한번 해 보지." 리오는 씨익 웃으며 루이체의 머리를 부벼주었다. 루이체는 약간 얼굴을 붉히며 멋 적은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나머지 1%는 저 물체를 띄우는 것인가." "…." 그러나, 그 좋은 분위기는 휀의 한마디에 다시금 가라앉았다. 곧바로, 바이론의 추가사항이 뒤를 이었다. "‥꿈같은 이야기까진 아니군. 크크큭‥하지만, 문제는 두가지다. 휀이 말한 그대 로, 저 물체를 어떻게 공중에 떠 올릴 것인가. 그것도 이 행성에 충격이 거의 전 해지지 않을 대기권 한계선까지 말이다. 그리고 또 한가지. 리오가 가진 디바이너 가 과연 오메가 선샤인의 강대한 파워를 견뎌낼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예상되는 위력으론 마법검 테라 플레어에 가까울 듯 한데, 아마 그 정도라면 디바이너는 맨 공기상의 필라멘트처럼 깨끗히 타버리겠지. 크크크크큭‥. 찬물을 끼얹어서 미안하 긴 하지만, 그 두가지를 해결하지 않는 이상 방법은 없다." "…." 결국, 일행은 다시금 침묵속에 빠져 들었고 시간이 착착 흘러가는 가운데 지크의 질문이 날아들었다. "‥아, 그런데 말이야. 저 기지가 왜 메타트론의 몸을 삼키고 저렇게 변한걸까?" "음? 아아, 그건 MOTHER의 자기보호·강화 프로그램의 영향이야. 사실 MOTHER는 컴 퓨터로선 최상의 기능을 가지고 있지. 멀린경께서도 그러셨어. 드래고니스에 있는 오리하르콘 제어기 형식의 슈퍼 컴퓨터도 MOTHER의 성능을 따라가진 못한다고 말이 야. 아마, 와카루는 지금까지 우리를 귀찮게 한 모든 기계병기나 차원결계 생성장 치의 설계, 그리고 새로운 바이오 버그의 설계를 MOTHER로 했을거야. MOTHER는 그 데이터를 흡수, 통합했을거고‥. 전세의 불리함에 의해 결국 위기의식을 느낀 MOTH ER는 메타트론의 몸을 이용해 마지막 진화를 꾀했겠지. 그리고 그 결정체가 저것이 고. 와카루의 모든 지식이 들어있을게 뻔한 만큼 메타트론과 융합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을거야. MOTHER로서도 최후의 선택이었겠지." 리오의 설명을 들은 지크는 고개를 끄덕였다. "휀님!! 괴 물체의 주위를 감싸고 있는 에너지가 5분 전부터 계속 상승하고 있습니 다!! 지금도 상승중입니다!!" 오퍼레이터의 상황보고. 그것을 들은 휀은 눈을 감고 잠시동안 생각을 하다가 루이 체에게 말했다. "미카엘을 데려와라." "‥예?" "데리고 있어 봤자 짐덩이일 뿐이다. 상황은 시급하니 이럴때 이용해야 하겠지." "이, 이용하다니!! 아무리 미카엘이 속에 들어앉아 있다고는 하지만 넬이잖아!!!" 지크가 황급히 따지고 나서도, 휀의 얼굴엔 변화가 없었다. "지금 필요한건 넬의 몸이 아니라 미카엘의 영혼이다. 메타트론 다음의 힘을 지닌 대천사장의 영혼이니 충분히 효용가치는 있다. 이것으로 저 물체를 띄우는 일은 해 결될테니 이제 검에 대한 문제를 해결해 보도록. 난 사령실 밖에 있을테니 루이체 는 미카엘을 그쪽으로 데려와라." 휀은 조용히 사령실의 출입구 쪽으로 몸을 옮겼고, 루이체는 걱정스런 표정으로 리 오를 바라보며 그에게 물었다. "‥어쩌지 오빠?" "‥흠, 하는 수 없겠지. 휀의 말대로 해 보자." ※※※ 휀은 벽에 기대어 묵묵히 미카엘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의 표정에선 아무것도 느껴 지지 않았다. 공포감도, 증오심도, 집념도, 그 무엇도‥. 이윽고, 루이체가 미카엘을 데리고 휀에게 다가왔고 휀은 루이체에게 들어가 보라 는 듯 고개를 살짝 옆으로 움직였다. 루이체는 말 없이 사령실 안으로 들어갔고, 휀은 곧 미카엘이 눌러쓰고 있는 모자­넬의 모자­를 벗긴 뒤, 미카엘과 조용히 시선을 마주했다. 그런 상태로 얼마만큼 시간이 흘렀을까. 미카엘은 곧 고개를 끄 덕이며 휀에게 빙긋 웃어주었다. "‥이 아이를 부탁하네. 아마 이 아이는 와카루 박사에게 끌려간 것까지만 기억할 테니까. 그럼, 난 밖에 있을테니 시간이 되면 날 불러주게나. 잠시동안이지만 자네 를 괴롭혔던 것, 사과하지." "…." "‥마지막으로, 키스해도 되겠나. 이 넬이란 소녀도 자네에게 그런 감정을 가졌었 으니 아마 이 소녀도 허락할걸세. '백설공주'라는 동화에도 이런 대목이 있었지. 왕자님의 키스를 받자 독이 든 사과를 먹은 백설공주가 다시 살아난다는 대목‥. 자네의 키스로 넬은 다시 자신의 몸을 되찾을걸세." 휀은 묵묵히 몸을 낮추었다. 그리고, 미카엘과 눈높이를 같이 한 상태로 나지막히 말했다. "전 동화따윈 좋아하지 않습니다." 곧, 휀은 미카엘의, 아니 넬의 입에 자신의 입술을 가져갔고 그 순간 넬의 몸에선 강한 빛이 뿜어져 나왔다. 곧, 그 빛은 하나로 뭉쳐 천장속으로 사라졌고 휀은 쓰 러지는 넬의 몸을 안으며 다시금 중얼거렸다. "‥편히 쉬시길." 그때, 넬이 움찔하며 눈을 떴고 자신이 휀에게 안겨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그녀는 순간 몸을 크게 움직이며 소리치기 시작했다. "으악!! 이게 무슨 짓이에요 휀!!!" "…." ※※※ "아아, 알았으니 일 끝난 다음 아이스크림이나 먹으러 가자. 됐지 바이칼?" "흥, 네 녀석의 약속따윈 이젠 믿지 않는다." 떠나기 직전, 리오는 마악 깨어난 바이칼을 달래기 위해 애를 쓰고 있었으나 바이 칼의 기분은 이상하게도 풀어지지 않고 있었다. 결국, 리오는 몸을 휙 돌리며 나 지막히 말했다. "싫으면 말아." 순간, 바이칼의 눈은 꿈틀거렸고 결국 그는 인상을 쓴 체 침대에서 몸을 돌리며 말했다. "초콜렛맛과 메론맛이 7:3으로 배합된 파르페로 하지." "‥후훗, 좋아. 그럼 다녀올께 바이칼." 리오는 바이칼의 머리를 매만져준 후 바이칼을 간호하던 리디아의 이마에 살짝 키 스까지 한 다음 조용히 방을 나섰다. 문 밖엔 리오가 나오길 기다리던 챠오가 있었 고, 리오는 그녀의 앞에 선 뒤 조용히 물었다. "‥절 따라가시겠습니까. 이번 일이 끝난 후‥. 아아, 차오양은 절 좋아하지 않는 다고 하셨죠. 실례되는 질문을 했군요." 그러자, 챠오는 고개를 살짝 저으며 거의 보이지 않던 미소를 지어 주었다. "‥예, 전 리오씨를 좋아하지 않아요. 대신 사랑하고 있었어요." "…." "‥하지만, 전 리오씨를 따라갈 자격이 없어요. 죄송하지만‥사양할께요." 챠오는 순간 몸을 돌리며 다른 곳으로 뛰어가려 했으나, 그녀의 움직임보다 리오의 팔이 더 빠른 것은 당연했다. 챠오를 잡아 다시 자신의 앞에 돌려놓은 리오는 양 손으로 챠오의 얼굴을 부드럽게 감싸준 뒤, 그녀의 이마에 입술을 대며 말했다. "‥이제 이 세계는 다시 태어날 것입니다. 다른 차원과 같이, 마법과 모험이 깃들 겠죠. 전 반드시 돌아올 것입니다. 이 세계에 다시 위험이 닥칠 때‥당신의 아이들 을 위해. 희망이라는 이름의 광휘를 위해‥." "‥예." 챠오는 곧 양 팔로 리오의 몸을 끌어 안았다. 둘은 그렇게 서로의 체온을 짧은 시 간동안 나누어 갔다. ※※※ 휀과 리오는 마치 심장처럼 불끈거리기 시작한 괴 물체를 바라보며 묵묵히 시간을 보냈다. 세대째의 담배를 멀리 지상에 버리며, 휀은 리오에게 물었다. "세이아님은 어떤 신으로 하면 좋겠나." "‥음? 무슨 말이지?" "빛의 여신, 사랑의 여신, 별의 여신 등등‥쓸데없을 것 같지만 전문 분야는 나눠 야 할테니까. 비어있는 새벽의 여신 자리는 라이아님이 쓴다 했으니 새로운 분야를 만들어야 하겠지." "‥그렇군. 생각해둔 것은 있나." "광휘의 여신. 이 전투가 마무리된 후, 이 세계엔 광휘가 필요할테니까." "광휘의 여신이라‥좋군. 그럼, 기념으로 우리의 2인 기술 이름을 세이아님의 이 름에서 따 보는건 어떨까." "‥라디언스 블레이드로 하지." "‥좋아. 그럼 시작할까." 휀은 곧 리오의 뒤로 멀찌감치 물러섰다. 그가 물러섬과 동시에, 드래고니스에선 미카엘의 영혼이 변한 작은 빛덩이가 솟아 올랐고 빠른 속도로 휀과 리오를 스쳐 지나가 정면의 괴 물체에 직격했다. 곧, 그 물체는 은회색의 빛에 휘감기며 천천 히 떠오르기 시작했다. 물체 안에서 발생되는 힘이 물체를 다시 지상쪽으로 붙이기 위해 뿜어졌지만 미카엘의 모든 것이 담긴 막강한 힘 앞엔 무력할 뿐이었다. 물체 는 빛에 휩싸인 체 대기권의 한계지점을 향해 빠르게 올라가기 시작했고, 그것을 본 휀은 제 4 안전주문을 개방한 뒤 자신의 기를 최대한으로 끌어 올리기 시작했 다. "‥한발이다. 잘 기억해 두도록." 휀의 몸에선 곧 찬란한 빛이 뿜어지기 시작했고, 곧 그 빛은 휀의 등 뒤에서 거대 한 형상을 갖추기 시작했다. 그것은 다름아닌 광(光)계열 최고위 신인 '라'가 인정 한 자에게만 생긴다는 광익진(光翼陳)이었다. 그 광익진에서 뿜어지는 빛은 주위 전체를 마치 낮처럼 환히 밝히기에 충분할 정도로 강했다. 등 뒤에서 느껴지는 강한 빛의 힘, 그 힘을 느낀 리오도 곧 제 4 안전주문을 개방 했고, 허리에서 디스파이어를 꺼내 들며 중얼거렸다. "‥다시 만나길 바래." 우우웅‥. 리오가 준비된 것을 느낀 휀은 곧 양 손을 앞으로 내밀었고, 순간 눈을 번뜩이며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진·광황포‥." 일순간, 휀의 몸에서 뿜어지던 빛과 광익진은 휀의 몸 안으로 사라졌고, 응축된 그 힘은 휀의 양 손에 모여 거대한 빛덩이로 변했다. 휀은 여유시간을 두지 않고 곧 바로 그 빛을 리오에게 뿜어내기 시작했다. "‥오메가 선샤인‥!!" 리오의 낮은 음성과 동시에, 리오의 등엔 휀이 쏜 진·광황포가 직격했고 그 거대 한 빛은 마치 거짓말처럼 리오의 몸 속으로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갑자기 엄청 난 힘이 몸 속에 들어오자 리오의 몸은 통증에 휩싸였지만 정작 리오 자신은 그것 을 모르는 듯 몸에서 회색의 빛을 뿜어내며 괴 물체, '파괴신'이 있는 대기권의 한계지점을 향해 급속도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리오가 생각해둔 공격 범위에 파괴 신이 들어왔을 때, 파괴신을 떠올리고 포박하던 미카엘의 힘은 사라져 버렸고 파 괴신은 붉은색의 빛을 사방으로 뿜어내며 폭주를 하기 시작했다. 지상에 떨어진 붉은색의 빛은 그 막대한 에너지량에 의해 대 폭발을 일으켰고, 드래고니스와 함께 정박해 있던 함선들의 일부도 그 빛에 의해 큰 타격을 입으며 지상으로 곤두박질 쳤다. "으, 으으윽‥!!!" 한계였다. 리오의 체세포 하나 하나에 응축된 에너지 역시 발산되기 위해 심하게 꿈틀대고 있었다. 리오는 디스파이어를 움직이기 위해 애를 썼다. 하지만 그의 팔 근육은 마비가 되었는지 움직여주지 않았다. "‥마지막이다!! 제발, 제발 움직여!!!!!" 순간, 디스파이어에서 붉은색의 빛이 뿜어졌고 리오의 몸에 담겨진 무속성의 에너 지는 빠른 속도로 디스파이어 안으로 흡수되기 시작했다. 그 에너지가 모조리 흡수 된 순간, 디스파이어의 날은 굉음을 내며 터져나갔고 그 대신 날이 있던 자리엔 강렬한 회색의 빛을 뿜어내는 광인(光刃)이 커다랗게 솟아 올랐다. 그것을 본 리오 는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자유로와진 몸을 파괴신에게 돌진시키기 시작했다. "간다!!!! 라디언스 블레이드­!!!!!!!!!!!" ........................ . . . . . . . . 달에 위치한 NASA의 기지. 1년 가까이 지구와의 연락이 완전히 끊긴 탓에 지구로의 귀환을 서두르던 한 우주인은 무심코 일주일 후 귀환할 지구를 바라보았다. 지구는 현재 달로부터 태양을 가리고 있었다. 간단히 말해 지구는 밤이었다. 순간, 회색의 거대한 칼날과도 같은 빛이 아메리카 대륙이 위치한 곳에서 거의 보 이지 않을 정도의 스피드로 솟아 올랐다가 사라졌고 달에서도 보일 정도의 거대한 빛이 솟아오르는 것을 목격한 우주인은 눈을 둥글게 뜬 체 동료 우주인의 백팩을 멍하니 손가락으로 두들길 뿐이었다. 동료 우주인은 귀찮다는 얼굴로 뒤를 바라보 려 했으나, 그 순간 지구쪽에서 두개의 붉은색 빛이 커다랗게 번뜩이자 크게 놀라 며 스페이스 셔틀의 벽에 충돌하고 말았다. "W, What?! What happen!!!!" ------------------------계속--- 번 호 : 9691 게시자 : 이승현 (janggunn) 등록일 : 1998-11-11 10:53 제 목 : [이경영]For Goddess...! Vol. 終 -------------------------------------------------------------------------- 아아..끝났습니다.. 그 동안 백수의 몸으로 수고해 주신 이경영님께 감사드립니다. ...잇힛힛힛힛... 소모임 발기인 여러분, 시삽, 부시삽님, 소모임 회원..아니 전룡단 여러분, 게임 깔아준 친구들. 군대간 친구들. 부모님, 미용실 황씨 누나..(농담), 그리고 모든 독자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마지막으로, 타 통신망의 여러분들께 마지막 인사를 드립니다. 안녕히.. --------------------------------------------------------------------------- 지구상에서 제일 먼저 사라진 것은 동룡족이었다. 바이오 버그보다는 평화적이었 지만 어쨌거나 침략을 했었다는 것은 사실인 탓에 쥬빌란은 말 없이 군대를 이끌 고 동룡족의 수도인 성도로 차원이동을 했다. 서룡족의 우선 할 일은 웨드의 100% 수거였다. 만약 웨드의 기술이 이 세상에 뿌 려지게 된다면 제 2의 와카루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기 때문이었다. 물론 웨드가 수거되었다 하더라도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웨드의 수거 후, 서룡족은 더이상 이 세계에 간섭할 이유가 없어지게 되었고 바이 칼과 장로, 그리고 리디아 공주는 가즈 나이트들보다 한발 일찍 그 세계에서 떠나 게 되었다. 물론 리오를 포함한 다른 가즈 나이트들은 서룡족과 영원히 안녕할 까 닭이 없었기 때문에 인삿말은 "다음에 또 보자"였다. 이번 전쟁으로 인해 전 세계 대다수의 국가는 마비상태였고 특히 미국이란 나라는 생존자가 극소수에 불과했다. 결국, 아더와 멀린은 자신들이 이 세계의 사람들을 위해 다시 일어날 때가 왔다는 것을 느끼며 전 BSP들과 함께 세계의 회복을 맹세 하였다. 극소수의 사람들이었지만, 그들은 기억하고 있었다. 실존하는 신, 광휘의 여신 세 이아와 새벽의 여신 라이아 자매의 모습을. 그리고 그 곁에서 무기를 든 일곱명의 남자들을. 휀, 바이론등은 볼 일이 없다며 말 없이 주신계로 돌아갔고, 다른 가즈 나이트들은 이별의 아쉬움을 함께 하며 마지막날 술잔을 들었다. 그 술자리에 린 챠오는 오지 않았다. 리오는 묵묵히 술잔을 기울일 뿐이었다. 그 누구도 데스 발키리들이 언제 떠났는지 알지 못했다. 하지만 가즈 나이트들은 알고 있었다. 분명 그녀들은 언젠가는 싸워야 할 최대의 적이 된다는 사실을 어느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사바신, 레디가 먼저 떠난 후, 리오는 슈렌, 루이체와 함께 떠날 준비를 했다. 지크는 이 세계의 뒷정리를 한 후 신계로 돌아가겠다는 뜻을 밝혔기 때문에 일단은 남는 것으로 되었다. 슈렌은 먼저 떠나보낸 플루소의 사진이 담긴 펜던트를 어루만 지며 리오를 기다렸고, 루이체는 지크와 장난을 치며 리오가 돌아오길 기다렸다. 세이아, 라이아 자매와의 아쉬운 이별 후, 리오는 슈렌들에게 돌아왔고 곧 그 세계 에서 사라져갔다. 또 한번 성장한 몸과 마음을 지닌 체‥. 그 세계의 사람들은 기억하고 있다. 그리고 기계문명에 찌든 노래 대신 자신들의 곁에 실존하는 여신을 위한 노래를 부르고 있다. 그리고 외치고 있다. "우리들의 찬란한 여신을 위해. For Goddess‥."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에필로그. 한 도시의 주막. 리오는 그곳에서 간단한 식사를 하며 앞에 앉아 있는 자신의 오랜 친구에게 물었다. "이 세계에 마룡족이 있다는 소리지? 흠‥그럼 이번 일의 배후엔 루브레시아가 있 을지도 모르겠군." "흥, 맘대로 생각해. 어차피 이번 일은 나 혼자 처리할거다." "‥훗, 좋을대로 해." "‥이 보기싫은 피망을 먹는다면 생각을 바꿔줄 수도 있다." 그 말에, 리오는 피식 웃음을 지었고 포크로 친구의 접시에 깨끗히 골라져 있는 피망을 찍었다. 통­ 그때, 리오의 등에 탄력이 있는 무언가가 와 닿았고 리오는 움찔하며 뒤를 돌아 보 았다. 빨간색의 공이 그의 뒷쪽으로 구르고 있었다. 곧, 자줏빛 머리의 한 소녀가 쪼르르 달려와 그 공을 주웠고, 약간 겁에 질린 얼굴로 리오에게 고개를 숙이며 사과를 하기 시작했다. "아, 미안해요 아저씨. 실수로‥." "아아, 괜찮아 꼬마 아가씨. 걱정말고 친구들과 놀거라." 리오는 빙긋 웃으며 말했고, 그의 친절한 반응에 그 여자아이는 활짝 웃으며 고개 를 끄덕였다. 그때, 멀리 뒷쪽에 있던 그 아이의 친구들이 아이를 부르기 시작했 다. "아란!!! 뭐하는거야 아란­!!!!" "아아, 갈께 갈께!!!" 아이는 곧 친구들이 있는 쪽으로 달려갔고, 잠시 그 아이를 바라보던 리오는 곧 자신의 친구를 보며 미소를 짓고는 나지막히 말했다. "예쁜 아이지? 후훗‥." "‥흥, 난 애들은 싫어해." 리오와 그의 친구는 계속 식사를 즐겼다. 별 일 없다는 사람처럼 여유롭게. "‥오늘 날씨가 좋지 않아? 바이칼?" "날씨는 좋은데 네 녀석이 이상해 보이는군." "‥후훗, 그럴지도." 리오는 그저 웃을 따름이었다. 아주 환하게. 오랜동안 떨어져 지냈던 애인을 만난 사람처럼‥. ------終------