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계의 자료실-기사들의 기억 (go SGKNIGHT)』 3번 제 목:White Blue 프롤로그 올린이:jack21 (이경영 ) 99/01/22 11:41 읽음:1671 관련자료 없음 ----------------------------------------------------------------------------- 4th. 계획이 변경되어 빨리 올리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한가지 더. 화이트 블루는 절대 타 통신망 공개 연재 불가입니다. 단, 친구분들끼리 돌려보시는 것은 묵인입니다. ----------------------------------------------------------------------------- White blue. 행운이라는 이름의 두 단어.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운이 없는 사람이라 느껴질 때 그 두 단어를 입술 사이에 포개보자. White blue. 희망이라는 이름의 두 단어. 자신에겐 희망이 없고 절망이라는 것 만이 있다 생각될 때 그 두 단어를 조려 보자. White blue. 전설이라는 이름의 두 단어. 일상생활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전설을 만들고 싶을 때 그 두 단어를 손바닥에 쓰고 자신감있게 웃어보자. White blue. 기적이라는 이름의 두 단어. 자신의 눈 앞이 어둠으로 흐려졌을 때. 눈물조차 나오지 않을 때 그 두 단어를 노래처럼 부르며 기적을 만들어가자. White blue. 믿음이라는 이름의 두 단어. 자신의 능력이 의심될 때. 친구와 가족에게 믿음이 가지 않을 때 그 두 단어를 믿듯이 자신과 타인을 믿어보자.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프롤로그] 말스 왕국력 527년 8월 19일. 날씨‥그저 그렇다. 청기사단장이 된 이틀째. 난 오늘 클루이베르트의 행동에 정말 화가 났다. 어쩌면 약혼자라면서 아직까지 내 마음을 몰라주는걸까. 내년에 결혼한 이후 기사단장을 사임하라고 말했다. 웃기는 남자다. 분명히 약혼하기 전 둘이 같이 기사단장을 해 가자고 말했으면서. 난 결국 그의 뺨을 치고 말았고 곧바로 집에 돌아왔다. 자정에 가까울 때까지 그의 하인이 계속 서신을 가져왔지만 난 거절했다. 말스 6세께서 날 기사단장에서 사임하라고 명을 내리셔도 반항할지 모르는 나에게 약혼자가 그런 말을 했다는 것은 내 성격상 용서가 안되는 일이니까. 말스 왕국력 527년 8월 20일. 날씨‥어제보단 좋다. 클루이베르트가 오늘은 왕궁에서 나에게 직접 사과를 해 왔다. 실언을 했다 뭐다 하면서 계속 사과를 했고, 결국 난 그의 사과를 받아들였다. 클루이베르트는 좋은 남자다. 물론 집안 문제는 따질 수가 없다. 우리 베르토가는 400년 전 고신전쟁 이 후 어린 영웅으로 추앙받은 크리스토퍼·베르토라는 조상님 이후로 말스 왕국 내에 선 최고의 가문으로 인정받고 있다. ‥이런걸 일기에까지 쓸 필요는 없겠지. 어쨌 거나 난 클루이베르트를 사랑한다. 스물 두살인 내가 선택한 최고의 남자라 생각한 다. 사랑해, 클루이베르트. 말스 왕국력 527년 9월 1일. 날씨는 매우 좋다. 작은 오빠가 마에스터 자격증을 땄다. 할머니께선 경사가 겹친다며 정말 좋아하셨 다. 아버지께선 작은 오빠가 기사단장이 되어야 하고 내가 요리사가 되어야 했다고 하셨지만 난 그래도 큰 오빠가 근위대 대장이니 다행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작은 오빠도 꿈인 요리사가 되었으니까. 작은 오빠가 직접 만든 음식으로 하던 저녁 만 찬시간. 할머니께선 놀라운 말씀을 해 주셨다. 우리 가문을 일으키신 조상 크리스 토퍼·베르토님의 별명이 '클루토'라는 사실이었다. 그런데 난 이해가 가지 않았 다. 도대체 그분의 별명이 왜 그렇게 중요할까. 하지만, 할머니께선 우리집안 사람 이라면 반드시 그분의 별명을 알고 있어야 한다며 일침을 놓으셨다. 도대체 이유가 뭘까? 말스 왕국력 527년 9월 3일. 날씨는 좋다. 전하께서 긴급 명령을 내리셨다. 내일 가이라스 왕국으로 파견될 적기사 단장 호베 님이 마차에 치여 다리가 골절된 이유로 나에게 호베 단장님 대신 가이라스 왕국으 로 가라는 명을 내리신 것이었다. 청기사 단장이 된지 몇일도 되지 않았는데 이런 중책을 맡다니, 나도 참 재수가 없는 것 같다. 클루이베르트와 떨어져야만 한다니 정말 싫다. 모레부턴 그의 모닝 키스도 받지 못할 것 같다. 내일 출발하기 전에 그에게 맘껏 키스해 줘야지. 할머니께서 잠자리에 드시기 전 나에게 새 일기장을 주셨다. 뒤엔 '리카'라는 단어가, 앞엔 '클루토'라는 조상님의 별명이 써진 튼튼 한 일기장이었다. 리카라는 단어의 뜻이 뭘까? 내가 모르는 이야기라도 있는 것일 까? 말스 왕국력 527년 9월 4일. 날씨는 좋다. 재수없을 정도로. 클루이베르트와 일곱번의 키스를 나눈 뒤, 난 전하의 친서를 받아들고 항구로 향했 다. 할머니와 부모님, 그리고 오빠들이 마중을 나와주셨는데, 작은 오빠는 계속 울면서 내 이름을 불렀다. 나와 1년 차이의 작은 오빠는 배고플때 먹으라며 건빵이 라는 비상식량을 주었다. 보병대가 먹는 건빵과는 다른 재료로 만들어진 건빵이라 고 했는데, 오빠의 눈물이 섞인 건빵이라 난 가슴이 찡해왔다. 한달 반 정도 걸리 는 일정. 집이 그리워진다는 말이 무엇일지 알 것 같다. 지금 내가 일기를 쓰고 있 는 곳은 배 안이다. 다행스럽게도 배멀미는 없었다. 말스 왕국력 527년 9월 19일. 오래간만에 쓰는 일기. 지금 나에게 남은 것은 일기장과 검, 바닷물에 절은 옷과 녹이 슬어버린 플레이트 메일 뿐이다. 이렇게 재수가 없을 줄이야. 가이라스 왕국 에 전격적인 전쟁이 일어나고 만 것이다. 내가 타고가던 배는 흉칙한 브롤과 투르 바가 잔뜩 탄 전함의 공격을 받아 침몰하고 나만 겨우 가이라스 왕국의 한 해안가 에 떠밀려오고 말았다. 다른 사람들은 어찌 되었을까. 지금 내가 있는 곳은 저항군 과 정규군이 연합해 있는 브론토 산맥의 기지이다. 그곳 사령관인 로베르토라는 남 자는 내가 가이라스 왕에게 전달할 친서를 가져왔다는 말에 박장대소를 하며 말했 다. 가이라스 왕은 이미 돌아가셨다고. 이럴수가. 태자는 행방불명이며, 현재 이 왕국은 브롤, 투르바, 그리고 추악한 거인족인 콜코의 전 지역에 걸친 대 적전에 휘말려 완전 장악된 상태이고, 지금 이 기지에 있는 정규군도 얼이 빠진 패잔병일 뿐이었다. 난 로베르토에게 물었다. 말스 왕국에 돌아갈 수 있냐고. 로베르토의 대 답은 간단했다. 불가능. 말스 왕국력 527년 12월 19일. 진눈깨비가 재수없게 내린다. 난 왜 출항이 되지 않는지 알 수 있었다. 가이라스 왕국 근해엔 이름도 알지 못하 는 바다괴물이 근해 바닷물을 자신의 똥색으로 바꾸며 난리를 치고 있었고 쓸 수 있는 배는 적들의 배 뿐. 다른 배는 모조리 파괴가 된 상태였다. 이곳에 온지 3개 월째. 난 포기하는 법을 배우기 시작했다. 클루이베르트의 입술이 그립다. 일기장을 닫으려는 순간, 던칸씨가 내 방문을 두드리며 괴성을 지르기 시작했다. 10일 전 기습작전을 위해 나간 병사들의 머리가 하늘에서 떨어졌다고. 말스 왕국력 527년 12월 23일. 눈이 많이 내린다. 브론토 산맥의 기지는 거인 콜코의 발 밑에 완전히 짖이겨지고 말았다. 난 지친 몸 을 이끌고‥정확히 남은 사람들을 모두 이끌고 던칸씨의 안내를 받아 근처의 기지 인 몬트롤로 향하고 있다. 제발 부탁이지만 지금 내리는 눈이 브롤과 투르바의 저 주받은 눈으로 부터 우리를 지켜주길 바란다. 정말 춥다. 잉크가 얼어 글이 잘 써 지지 않는다. 말스 왕국력 528년 1월 1일. 맑다. 오래간만에. 무사히 몬트롤 기지에 도착한 나는 가이라스 해방전선의 정식 보병대장이 되었다. 브론토 산맥의 패잔병을 무사히 이끌고 돌아왔다는 공을 인정받은 것이었다. 지금 난 아무것도 생각하고 싶지가 않다. 집에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도, 클루이베르트 생각도 나지 않는다. 오직 살고 싶다. 몬트롤 기지는 상당히 단단한 요새이다. 하 지만 투르바의 경이적인 저격용 화살에 하루에도 두명, 세명씩 죽어 나간다. 이대 로 100일이면 200명, 200일이면 400명이다. 정말 저주스럽다. 무섭다. 말스 왕국력 528년 3월 18일. 잔비가 내린다. 오래간만에 정말 좋은 소식이 들어왔다. 가이라스 왕국 사람들에겐 천사라고 할 수 있는, 가이라스 왕국과 적대 관계인 드레이드 공국에겐 사신이라 불리우는 템플 나 이트들이 몬트롤 기지에 들어온 것이다. 그들의 몸 구석 구석엔 상처가, 그리고 항마주문이 쓰여 있는 흑청색 갑옷엔 브롤의 살점들이 달라붙어 있었다. 템플 기사 단의 단장인 프레트라는 남자는 자신의 갑옷에 달라붙은 브롤의 살점을 자랑스럽게 떼어 씹으며 우리에게 소리쳤다. 우리는 이긴다. 그러나 프레트는 어디선가 날아 온 투르바의 저격 화살에 머리를 뚫리며 그자리에서 사망했다. 정말 무섭다. 내가 차라리 브롤이나 투르바였다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기도 했다. 말스 왕국력 528년 7월 5일. 우박이 내렸다. 오늘은 내 생일이다. 나와 함께 끈질기게 살아남은 불사조 던칸씨와 그의 가족, 그 리고 이곳에서 새로 사귄 전우들이 내 생일을 축하해 주었다. 하지만, 난 촛불중 하나를 내 눈물로 끄고 말았다. 1년 가까이 잊고 있던 집과 클루이베르트가 생각난 탓이었다. 던칸의 부인이 날 안아주었다. 던칸의 세살난 아들인 로이가 내 손을 잡 아주었다. 눈물이 더욱 흘러내렸다. 말스 왕국력 528년 11월 29일. 감기로 날씨가 어떤지 잘 모르겠다. 지독한 독감에 걸리고 말았다. 던칸씨의 부인 루시리스 언니가 날 간호해 주었다. 루시리스 언니의 말로는 정규군의 상당한 합세로 전세는 이제 거의 비등비등해진 상태라고 한다. 저번 달부터 투르바의 저격 공격이 멈추었다 했더니 그 이유 때문 인 듯 했다. 몬트롤 기지는 이제 후방 기지가 되어 있었다. 작년 겨울에 빼았긴 브론토 기지도 탈환되었다는 얘기를 들었다. 감기가 나아도 몇일간은 편히 쉴 수 있을 것 같다. 감기가 나으면 오래간만에 목욕도 해 봐야지. 말스 왕국력 529년 2월 1일. 맑다. 전황이 다시 불리해지기 시작했다. 워처­브롤 종족의 장군. 브롤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강하고 힘이 세다 한다­의 부대가 템플 기사단 하나와 정규군 1만이 가세한 대형 작전을 교활하게 맞받아친 것이다. 던칸씨는 브롤 주제에 어떻게 인간 보다 더 머리가 좋을 수 있냐며 탁자를 내리쳤다. 워처의 대군과 쿨로사르­콜코 종족의 장군. 다른 콜코족보다 1.5배 정도 몸이 더 크다 한다­의 대군이 다시 밀 려내려오고 있다 한다. 걱정스럽다. 다시 이 몬트롤 기지가 최전방 기지가 되는건 아닐까. 말스 왕국력 529년 4월 8일. 잔비가 내린다. 문득 내가 올해로 스물 네살이 되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말았다. 결혼 정년기일텐데 오늘도 브롤들과 싸우고 있다니, 내가 생각해도 난 정말 운이 없는 여자다. 홀텐과 제프가 날 좋아한다는 소리가 들린다. 하지만 난 아직 클루이베르트를 잊을 수 없 다. 정말 오래간만에 그의 달콤한 키스가 그리워진 하루였다. 전황은 다시 일진일 퇴를 반복하고 있다. 그 이유는 내가 이끄는 부대가 워처의 대군을 전멸시킨 덕분 이었다. 난 그 재수없는 워처의 머리를 자르고 발로 밟았는데 워처는 브롤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을 정도의 생명력으로 내 장화를 깨물었다. 난 급히 장화를 벗어 내 다리를 지킬 수 있었지만 내 장화는 갈기갈기 찢어지고 말았다. 워처의 몸과 머리 는 던칸씨의 5급 화이어 마법으로 잿가루가 되었다. 말스 왕국력 529년 5월 23일. 맑다. 오래간만에 몬트롤 기지에 귀환해 동료들과 함께 맥주를 마셨다. 그때, 한 노련한 병사와 얘기를 나눌 수 있었고 그 병사의 재미있는 말에 나와 던칸은 넋을 잃고 말 았다. 최전방인 사이롤 기지에 한 젊은 영웅이 있다는 말과 그 영웅의 이야기가 주된 것이었지만 그 병사의 말은 상상을 초월하는, 마치 소설과도 같은 것이었다. 붉은 장발머리에 회색 망토를 두껍게 걸친 그 미남 검사는 실력도 출중하여 혼자서 한 전투당 브롤과 투르바의 부대 세개는 격파할 수 있다고 한다. 아군의 바바리안 부대와 자이안트 부대의 대장들도 그 검사만은 함부로 건들지 못한다고도 한다. 1개월 전 어디선가 홀연히 나타났다는 그 검사는 도대체 누굴까. 우리 말스 왕국의 최고 검술가인 클루이베르트보다 강할까? 그나저나 클루이베르트는 괜찮을까. 오늘 도 당근은 먹지 않고 골라내고 있을까. 날 걱정하고 있을까. 클루이베르트가 보고 싶다. 말스 왕국력 529년 6월 18일. 맑다. 전방 사이롤 기지에 지원병을 이끌고 도착한 첫날이었다. 콜코의 기습이 있긴 했 지만, 난 덕분에 소문의 젊은 영웅을 만날 수 있었다. 키도 크고, 잘 발달된 균형 잡힌 몸에 얼굴도 정말 잘생긴 멋진 남자였다. 나이는 20대 중반 정도‥일까. 그는 정말 친절했고 또 근처 마을의 여자들에게도 인기가 높았다. 하지만 그는 그런 것 을 별로 신경쓰지 않는 듯 했다. 그 남자의 이름은 리오·스나이퍼. 일기에 적어둘 가치가 있는 남자 같아 적어본 다. 말 만으로 날 바보로 만든 첫 남자이기 때문이다. 절대 지고 싶지 않다. 이 남자에게만은‥. -------------------------프롤로그 끝--- 『신계의 자료실-기사들의 기억 (go SGKNIGHT)』 4번 제 목:White Blue Vol. 1 올린이:jack21 (이경영 ) 99/01/22 11:42 읽음:1237 관련자료 없음 ----------------------------------------------------------------------------- ----------------------------------------------------------------------------- "마르티네즈!!! 마르티네즈!!!" 비만까진 아니지만 그래도 상당히 통통한 편인 16세 가량의 여자아이가 누군가의 이름을 부르며 가이라스 남부의 한 요새도시 몬트롤의 거리를 뛰어가고 있었다. 그 아이가 향해가고 있는 곳은 몬트롤의 도시 정문. 그곳엔 사람들의 박수를 받으 며 귀환을 하고 있는 수많은 병사들이 있었다. 그 무리의 앞에 서서 손을 멋적게 흔들던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여성은 자신을 향해 달려오고 있는 그 통통한 소녀를 보자마자 활짝 웃으며 그 아이를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와아­!! 실루엣!!! 정말 오래간만이다!!!!" "마르티네즈!!!" 둘은 곧 연인사이의 남녀처럼 얼싸 안았고, 소녀의 볼에 몇번 키스를 해 준 여성은 씨익 웃으며 소녀에게 말했다. "실루엣, 내가 없을 동안 살이 더 빠진 것 같은데?" 그 인삿말을 들은 소녀는 얼굴을 붉히며 인상을 살짝 찡그렸고, 여성의 갑옷을 손 바닥으로 살짝 치며 말했다. "으앙∼놀리지 말아 마르티네즈. 그런데, 정말이야? 마르티네즈가 '워처'를 직접 잡았다는 것 말이야." "그럼, 물론이고 말고. 뒷처리를 내가 했다는 것 말고, 마리는 정말 멋졌단다." 그때, 마법사 복장을 한 건장한 남자가 수염을 쓰다듬으며 둘에게 다가왔고, 실루 엣이란 이름의 여자아이는 약간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그 남자에게 말했다. "‥그, 그랬군요 던칸 선생님‥. 살아오셔서 정말 다행이네요." "그러엄. 난 죽기 전에 실루엣 너에게 아직 가르쳐줄 것이 많아. 그리고 내 예쁜 안사람과 아이를 두고 어떻게 죽을 수 있겠니? 하하하하핫‥. 아, 마리. 저녁에 맥 주 파티로 환영회를 할테니 꼭 나와. 일곱시에 있으니 그럼 그때 보자구." "응, 알았어요 던칸." 던칸이라는 남자는 곧 뒤로 돌아섰고 그는 몇번이고 무엇을 찾듯 주위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그때, 아이를 안은 한 젊은 여성이 던칸을 향해 달려오기 시작했고 던칸 은 활짝 웃으며 그녀에게 달려가기 시작했다. "오오, 루시리스!!! 돌아왔소 달링∼!!!" "여보오∼!!!" 둘의 재회 장면을 실루엣과 함께 지켜보던 마리­마르티네즈는 쓸쓸히 웃으며 고개 를 돌렸다. 그녀의 표정을 본 실루엣은 곧 자신의 두꺼운 안경을 매만지며 마르티 네즈의 손을 잡아당겼고, 마르티네즈는 곧 빙긋 웃으며 실루엣에게 말했다. "‥그래, 집으로 돌아가자 실루엣." ※※※ 그날 저녁. 워처를 물리친 용사들을 환영하기 위해 거리 안에 있는 모든 술집들은 공짜로 그들에게 맥주와 고기 안주를 제공했다. 물론 몬트롤 요새의 사령관이 돈 을 내는 것이긴 했지만, 술집 주인들은 그 돈 이상의 서비스를 그 용사들에게 제공 하고 있었다. 그것은, 그들에게 브롤족과 브롤족의 장군중 하나인 워처는 그만큼 공포스러운 존재였다는 것을 단적으로 얘기해 주는 것이었다. 지금, 그 워처를 잡은 여걸 마르티네즈는 동료들의 잔을 받으며 오래간만에 미소 를 띄우고 있었다. 마르티네즈·베르토. 24세. 가이라스 왕국 동쪽의 그리 크지 않 은 나라 말스 왕국 출신의 전직 기사단장. 그러나 불의의 사고로 현재는 가이라스 왕국 해방전선의 해방군 보병대 대장을 맡고 있다. 그녀의 동료 대다수는 그녀의 이름이 너무 길고 복잡하다는 이유로 '마리'라는 애칭을 사용한다. 오랜시간동안의 환영회가 끝날 무렵, 술집에 남아있는 사람은 마르티네즈와 그녀 의 오랜 전우인 던칸, 단 둘 뿐이었다. 해방군 보병부대 '멤피스 벨'의 대장과 부 대장겸 참모를 맡고 있는 둘의 이야기는 끝날줄을 몰랐다. "아하하하핫‥정말 놀랬죠 그땐. 내가 직접 자른 워처의 머리가 갑자기 굴러와 내 장화의 발목 부분을 물때 말이죠. 내 정신이 아닐 정도로 다급하게 장화를 벗긴 했 는데, 하아‥정말 십년 감수했어요." 술기운에 약간 홍조를 띈 마르티네즈의 얘기를 들은 던칸은 쿡쿡 웃으며 고개를 끄 덕였다. "하하핫, 나도 옆에서 보며 정말 놀랬지. 장화와 함께 내가 마법으로 구워버리지 않았다면 또 어떻게 됐을까. 아직까지 나도 간담이 서늘하다니까." 그렇게 한참 재미있게 둘이 얘기하고 있을 때, 한 드워프족 노병이 맥주잔을 들고 던칸의 옆에 앉았고 그 노병은 볼에 난 흉터에 어울리지 않게 환히 웃으며 둘에게 물었다. "무슨 얘기를 그렇게 재미있게 나누시오? 나도 끼워주지 않겠소?" "아, 물론이죠. ‥음, 그런데 할아버지는 처음 보시는 분인데 어디서 오신 분이신 가요?" 마르티네즈의 물음에, 노병은 시선을 약간 위로 올리며 대답해 주었다. "나? 아아, 난 여기서 북쪽에 있는 루우델 산에서 무기를 만들던 조디악이라 하오. 자랑이긴 하지만 해방전선 원년맴버이기도 하지. 지금은 전우들을 거의 다 잃고 여러 부대를 차례로 순회하다가 여기까지 흘러들어왔소. 지금은 비 전투요원이라 오. 대장간에 지원해서 무기를 고치고 있지. 역시 직업과 나이는 속일 수 없는 모 양이야. 허허허헛‥." "아, 대단한 분이셨군요. 그런데, 원년맴버시면 지금쯤은 요새 사령관 정도는 되셔 야 하지 않나요?" 마르티네즈의 물음을 들은 조디악은 곧 크게 웃기 시작했다. 던칸과 마르티네즈는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그 노인 드워프를 바라보았고, 그는 한숨을 후우 쉬며 말했 다. "‥요새 사령관을 맡을 사람은 따로 있는거요. 난 요새 사령관을 맡을 정도의 소질 은 없소. 단지 도끼를 들고 싸우는 것과 무기 고치는 것에 소질이 있을 뿐이라오. 잘하는 것으로 도와주는 것이 이 가이라스 해방전선의 모든 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것 아니겠소?" "‥그렇군요." 던칸과 마르티네즈는 한방 맞은 사람처럼 고개를 숙였다. 곧, 셋은 다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조디악의 무용담이 주를 이루었지만, 그의 얘기는 던칸과 마르티 네즈의 시간관념을 마비시키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한참동안 자신의 무용담을 얘기 해 주던 조디악은 곧 새로 받은 맥주를 한모금 마신 뒤 아대로 입을 닦으며 다시 얘기를 시작했다. "‥음, 당신들 최전방에 한번 가본 일이 있소? ‥없다고? 음, 그럼 들어둘 이야기 가 하나 있소. 내가 보름 전 마지막으로 참전했던 '포지프 평원' 전투에 참가했을 때 본 사실인데, 난 사령관이 제 18 대대까지 부대를 나누는 것을 보고 정말 놀랐 다오. 분명 인원수는 열 일곱부대를 만들 인원인데 열 여덟 부대를 만들었으니 말이오. 그리고 더 놀란 것은 마지막 제 18 대대를 본 순간이었지. 웬 청년 한사람 만이 덩그러니 서 있는 것 아니겠소. 난 이곳 사령관은 미쳤으니 어서 후퇴할 준비 를 하자고 동료들에게 수근대고 있었는데, 그 청년을 알고 있던 동료들이 박장대소 를 하는게 아니겠소." "아, 아니 왜요?" "‥나도 왜 그런지 그때 당시엔 알지 못했소. 그런데‥전투가 시작한 순간 난 그 이유를 알 수 있었소. 당신들 '멤피스 벨'은 상당히 우수한 부대라고 하던데, 한 전투당 브롤과 투르바의 부대를 몇개나 격파할 수 있소? 물론 평균으로 말이오." 조디악의 질문을 들은 던칸과 마르티네즈는 술기운 덕분에 잘 돌아가지 않는 머리 를 굴리며 기억을 더듬어 보았다. 그러나, 술을 마시면 대담해 진다는 인간의 특성 상 그들은 약간의 허풍을 섞어 조디악에게 대답했다. "아마‥브롤은 한 세부대 정도 격파할 수 있을걸요?" "세부대? 하하핫‥. 내가 본 것을 믿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그 18 대대는 한 전투 를 할 때마다 브롤의 부대와 투르바의 부대를 각각 세개씩 격파시켰다오." "‥네에?!" 그 순간, 마르티네즈와 던칸의 표정은 바보의 그것으로 변했고 조디악은 미소를 띈 체 맥주를 다시 들이킨 뒤 말을 이었다. "정말 나도 놀랐다오. 단 한명이, 그것도 자이언트족이 아니고 보통 인간이 합계 여섯부대를 혼자서 격파시키는 장면을 보고 말이오. 마법도 쓰지 않았소. 단지 검 술만으로 그 괴물같은 전과를 올리는 것이오. 그 젊은이의 검술‥. 사각이라는 것 은 존재하지도 않았소. 어떤 방향에서 공격이 날아오든 순식간에 되받아치는 것이 었소. 한번 검을 휘두를 때마다 십여마리의 브롤들이 고깃조각으로 변해 버렸다오. 투르바의 정교한 사격술 조차 그 젊은이에겐 통하지 않았소. 검으로 화살을 수직 으로 이등분 할 정도의 괴물같은 실력자에겐 말이오. 지치지도 않고‥. 마치 마법 에 걸린 바바리안처럼 쉴 새 없이 부대들을 격파해 나갔소. 아마 그 청년 별명이 붉은 머리의 사신이었지‥? 아직도 눈 앞에 선하다오. 회색의 망토, 위로 한번 묶 어 내린 붉은 머리. 그리고 보기만 해도 소름이 돋을 정도의 보라색을 띈 독특한 바스타드 계열의 소드‥." 마치 소설과도 같았다. 하지만 조디악의 말 한마디 한마디엔 진실이 담겨져 있었기 에 마르티네즈와 던칸은 한마디 반문도 하지 못했다. "우리 부대에 있던 자이언트 부대의 대장과 바바리안 부대의 대장도 그 청년을 함 부로 건들진 못했소. 보통땐 친절하고 괜찮지만 전투시엔 정말 저승사자와도 같은 살기를 내 뿜기 때문이라오. 그 청년이 적으로 됐을 때의 광경은 정말 생각하기도 싫소. 인간 치고는 너무나도 강하기 때문에 그쪽 사령관도 그를 그리 신용하진 않 고 있지만 내가 보기에 신용도 있어 보였소. 소문으로 듣자 하니 약 1개월 전인가 에 갑자기 나타났다고 하는데, 전직도 불명이고 어떤 나라 태생인지도 불분명하다 하오. 다만 확실한 것은 나이가 스물 다섯이라는 것과 이름 뿐이오. ‥이런, 이름 이 무엇인지도 잊어버렸구먼." 조디악은 미안하다는 듯 머리를 긁적였다. 하지만 던칸과 마르티네즈에겐 그것만 으로도 충분했다. 얼마간의 대화가 이어진 후 던칸과 마르티네즈는 조디악과 내일을 기약하며 헤어졌 고 둘은 싸늘해진 밤길을 걸으며 그 수수께끼의 떠돌이 검사에 대해 또다시 대화를 나누었다. 하지만 대화 내용은 조디악이 말한 선을 넘진 못했다. 직접 보지도 못한 사람을 소재로 대화를 나눈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었다. 던칸과도 헤어진 마르티네즈는 휴식을 취하기 위해 오래간만에 집에 들어섰다. 자 신과 한 방을 쓰는 견습 마법사 실루엣은 벌써 안경을 벗고 잠에 빠져 있었다. 마 르티네즈는 따뜻한 욕조에 들어가 목욕을 하며 오늘 들은 조디악의 얘기를 되뇌어 보았다. "‥수수께끼의 미남 검사라‥. 정말 궁금한데? 단독으로 한 전투당 여섯부대를 해 치운다는건 클루이베르트도 어려울텐데‥. ‥클루이베르트‥." 마르티네즈는 쓸쓸한 표정을 지으며 자신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 볼을 부볐다. "‥클루이베르트‥. 보고싶어‥내 사랑‥." ※※※ 몇일 후, 충분히 휴식을 취한 마르티네즈에게 사령관의 명령이 떨어졌다. 최전방에 위치한 사이롤 요새에 지원병력을 보충해 주라는 것이었다. 물론 그녀와 멤피스 벨 역시 지원병력으로 가게 되었다. 그에 따라 마르티네즈는 자신의 가족과도 같은 실루엣과 함께, 그리고 던칸 역시 자신의 부인과 아들을 데리고 가야만 했다. 최전 방에 위치한 기지여서 좀 불안하긴 했지만 다수의 병력을 후방에 썩혀둔다는 것은 그녀 역시 반대였기 때문에 결국 그녀는 아무런 반대도 하지 않았다. 사령관실을 나서기 전, 마르티네즈는 몇일 전 조디악에게 들은 '붉은머리의 사신'에 대한 것을 물었다. 그러자, 사령관은 깜짝 놀라며 마르티네즈에게 물었다. "아니, 마리. 자네가 어떻게 그를 알고 있나? 자넨 전방에 간 일이 한번밖에 없고, 게다가 그와는 한번도 만난 일이 없을텐데‥?" 사령관의 질문은 조디악의 얘기에 신뢰감을 더해주었다. 마르티네즈는 그 검사를 전방에 가면 만날 수 있냐 물었고, 사령관은 확실치 않다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으음‥아마도. 그 청년은 거의 전방에서 살기 때문에 한번쯤은 만날 수도 있을걸 세. 어쨌든 건투를 비네. 출발은 내일 모레일세." 사령관의 말을 들은 마르티네즈는 이상할 정도로 기대감에 부풀었다. 분명 전방에 가는 것이라면 언제 죽어도 이상할 것이 없었지만 검을 쓰는 사람으로서 괴물같은 실력을 가진 검사를 만난다는 사실은 마르티네즈에게 기대감을 안겨주고 있었다. "예, 알겠습니다 사령관님." ----------------------계속--- 『신계의 자료실-기사들의 기억 (go SGKNIGHT)』 5번 제 목:White Blue Vol. 2 올린이:jack21 (이경영 ) 99/01/22 11:44 읽음:1001 관련자료 없음 ----------------------------------------------------------------------------- ----------------------------------------------------------------------------- "리오님!! 리오님!! 이러시면 안돼요!!!" 머리에서 발 끝까지의 길이가 30cm정도 될까. 어쨌거나 천사의 날개와도 같이 빛을 은은히 뿜어내는 날개를 지닌 페어리 한명이 날개를 빠르게 파닥이며 한 여성과 이 야기를 나누고 있는 리오에게 날아가기 시작했다. 페어리 치고는 단정한 복장을 한 그녀는 리오의 머리체에 몸을 밀어넣은 뒤 작은 주먹으로 리오의 뒷머리를 마구 때 리며 소리치기 시작했다. "여기서 또 바람피우시면 어떡해요!! 세이아님이 이 사실을 아신다면 가만히 계시 질 않을거에요!!!" "‥아아, 알았으니 때리지 마 '브라디'. 후훗‥넌 날이 갈수록 주먹이 매서워 지는 구나." 리오는 손가락으로 브라디의 가는 목을 쓰다듬으며 그녀를 달랬고 곧 앞에 있는 여 성에게 윙크를 살짝 하며 미안하다는 뜻을 내 보였다. 리오와 얘기를 하던 그 여성 은 곧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한 뒤 어디론가 사라? 다른 여자들한테 미소좀 보내지 마세요!! 계속 이러시면 세이아님께서 절 리 오님께 붙인 의미가 없어지잖아요!! 제발 좀 자중해 주세요!!" "아니, 그럼 어떻게 하라고. 인상이라도 험악하게 쓰고 있으란 말이니?" "예!! 바로 그거에요!! 세이아님 외에 다른 여자들이 리오님께 접근하지 않도록 하시란 말이에요!!" 그러자, 리오는 곤란하다는 듯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음‥평상시에 인상쓰는건 그리 익숙치 않아서 잘 안될 것 같구나. 그런데 브라디. 분명히 말하지만 난 세이아님과 결혼한 사이가 아니야. 바람피운다 어쩐다 하는 말 은 하지 말아줘. 그리고 이건 평상시의 내 행동이기 때문에 세이아님도 이해해 주 실거야." 그러자, 브라디의 얼굴은 떫은 감을 씹은 표정으로 변했고 곧 리오에게 접근해 귓 속말로 말하기 시작했다. "모르셨어요? 저번에 제가 임무보고를 할때 세이아님이 그자리에서 설겆이 하던 접시를 악력으로 부쉈다는 사실을요." "‥!" 순간, 리오의 얼굴은 굳어졌고 브라디는 계속해서 귓속말을 했다. "의외로 무서운 분이시라구요. 리오님도 생각해 보세요. 안색 하나 변하지 않은 상 태에서 악력으로 사기 접시를 부수는 여자의 무서움을‥! 세이아님이 한을 품으면 세이아님이 맡은 세계의 적도 지방에서도 서리가 내린다구요." 이야기를 다 들은 리오는 곧 손으로 얼굴을 덮으며 길게 한숨을 내 쉬었다. "‥예상은 했었지만‥. 음, 하여튼 알았으니 점심이나 먹으러 가자. 오늘은 네가 좋아하는 쇠고기 철판구이라니 오래간만에 배불리 먹어보자고." "정말이에요?! 와아!! 빨리 가요, 빨리 가요!!" 브라디는 곧바로 리오의 머리체 속에 푹 들어갔고 리오는 조용히 몸을 일으키며 요새의 식당쪽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고기 좋아하는 요정은 브라디 너 뿐일거야." "이봐요 리오님. 전 요정이 아니라 광(光)계열 신들을 보좌하는 가디언이라고요. 벌써 1년동안이나 한솥밥을 먹은 사이에 그러실 수 있나요?" "아아, 알았으니 오늘은 제발 술은 먹지 말아줘. 지원병이 잔뜩 오는 날인데 이 요 새의 마스코트인 네가 추한 모습을 보여주면 사기가 떨어지지 않겠니? 후훗‥." 그 말에, 브라디는 리오의 머리체 속에서 빠져 나와 자신의 볼을 리오의 볼에 부비 며 상당히 기뻐하기 시작했다. "호호호홍∼. 어쩌면 그렇게 옳은 말씀만 하실까?" 리오와 브라디가 식당에 도착했을 때 본 것은 병사들과 함께 한참 마시고 웃고 떠 드는 요새 사령관의 모습과 주방 직원들과 함께 열심히 고기를 굽고 있는 주방장 '고메스' 부인의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식당에 도착하자 마자, 리오와 브라디는 병사들과 직원들의 열렬한 환영을 받았다. "요오, 브라디!! 오늘도 한잔 할래? 맥주가 싱싱하다구!!!" "어이 리오!! 오늘 오는 부대의 대장이 여자라는데 한번 꼬셔볼텐가?" "그거 좋지!! 난 리오가 성공하는데 500골드 걸지!!" "오오, 난 리오가 뺨 맞는데 500!!! 앗하하하하하­!!!!" 리오는 멋적은 미소를 띄며 어깨를 가볍게 으쓱였고 곧바로 식탁앞에 앉으며 음식 이 나오길 기다렸다. 곧 주방장인 고메스 부인이 직접 리오에게 큰 접시와 작은 접시 하나를 가져다 주었고, 리오의 앞에 앉으며 호탕히 얘기하기 시작했다. "지원부대의 대장이 상당히 미인이라는데, 한번 꼬셔볼건가 리오군? 호호호홋‥." "아아, 글쎄요. 몇번이고 말씀드리지만 전 그런 부류의 사람이 아니랍니다 아주머 니. ‥물론, 미인도에 따라서. 후훗‥." "호오, 드디어 본색을 드러내시나 사탕발림꾼?" 그때, 입 안에 고기를 잔뜩 넣은 상태의 브라디가 인상을 가볍게 쓰며 고메스 부인 에게 말했다. "어머머머, 아줌마. 리오님을 그렇게 부르지 마세요." "어머? 호호호홋‥미안하다 브라디. 그런데 리오군. 자네 그 소문 들었나?" "예? 소문‥이라니요?" 리오는 고메스 부인의 말에 눈을 크게 뜨며 물었고, 고메스 부인은 빙긋 웃으며 말해주기 시작했다. "아아, 남쪽에 있는 '트로브 산' 말이야. 그곳에 중요한 물자 수송로가 있다는건 자네도 알지? 그런데 요즘 그곳에 산적들이 출몰하고 있다 하더라구. 사령관씨도 그것때문에 골머리를 썩고 있는 것 같은데, 듣자 하니 열 여덟살 짜리 소녀가 그 산적들의 두목이라 하더라구." "오, 그래요? 참 당찬 아가씨군요." "‥흐흥, 키가 2미터를 가볍게 넘는 당찬 아가씨지. 물자 몽땅 털리고 귀환한 발루씨의 얘기를 들어보니 몸도 바바리안들 저리 가라 할 정도로 근육질인가봐. 무 기는 도끼를 쓴다는데‥둘의 무게가 어마어마해서 말 대신 소를 타고 다닌다더만." 그러자, 리오와 브라디의 표정은 약간 굳어졌고 리오는 곧 씁쓸히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후, 대단한 여걸이군요. 그런데 왜 해방전선엔 들어오지 않고 산적이 되었을까요? 그런 여걸이라면 전방에서 훌륭한 전력이 되어 줄텐데‥." "나도 모르지. 하여간 얼마 있지 않아 그 산적들의 토벌령도 내릴 것 같으니 준비 하고 있어봐." 순간, 리오의 얼굴은 다시금 굳어지고 말았다. "예? 설마 제가요?" "그러엄, 물론이고 말고. 한번 그 뜨거운 시선으로 그 당찬 아가씨를 녹여보라구. 호호호호홋‥. 그럼 식사 잘하게나 리오군. 근데 어쩌지? 지크군 것이 남을지 모르 겠네‥?" "뭐, 그 녀석이야 알아서 잘 챙겨먹으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흠, 그렇다면야. 그럼 난 가보겠네." 고메스 부인이 육중한 몸을 이끌고 다시 주방으로 향하자, 브라디는 불만어린 얼굴 로 주방쪽을 바라보며 리오에게 말했다. "‥너무 심한거 아니에요 리오님? 아무리 리오님께서 임무상 봉사활동을 하신다지 만 정말 너무하잖아요. 이곳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적들을 막기에도 리오님은 바 쁘신데 산적 토벌까지 하라니‥참 나. 그런 일은 차라리 지크님에게 시키지!!" 리오는 포크로 작은 고기 한점을 찍어 브라디에게 내밀었고, 브라디가 그 고기를 입에 물자 마자 그 상황에 대해 말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산적들을 가만히 놔 둔다면 좋을 것도 없을거야. 보급 물자를 빼았 긴다는 것은 먹을 것이 고기와 물 밖에 없는 이 요새로선 상당히 큰 타격이지. 만 약 적이 식량창고를 불태우기라도 한다면 그때야 말로 특급 비상인거야. 일을 빠르 게 처리하려면 내가 나서는 것이 좋겠지. 뭐, 지크가 나서도 문제는 없고." "예예. 하여튼 식사나 하자구요. 호호호홋‥." "‥아아, 미안. 난 여기서 마쳐야겠다. 물좀 주겠니." 리오가 표정을 굳히며 주문을 하자 브라디는 흠칫 놀라며 물 한잔을 가져다 주었고 물로 입가심을 한 리오는 아대로 입가를 닦으며 브라디에게 말했다. "'콜코' 여섯마리야. 지금 우리 발 밑을 지나갔어. 전방의 순찰 부대가 당하지 않 는 한 녀석들이 굴을 파고 오긴 어려울텐데‥. 그럼 갔다올테니 사령관에게 말좀 전해줘." "예, 맡겨두세요 리오님." 브라디는 리오에게 엄지손가락을 펴 보였고, 리오는 곧바로 요새의 남쪽 문을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아, 그리고 술 먹지 마 브라디!" "너무해요!!" ※※※ "후우, 정말 지치는군 마리. 이럴 때 맥주라도 쭈우우우우욱 들이키면 정말 죽여주 겠는데 말이야. 하하핫‥." 던칸의 말에 마르티네즈는 그저 미소를 띄울 뿐이었다. 그러나, 옆에서 걷고 있는 실루엣의 표정은 그렇지 않았다. "스승님. 또 저번처럼 음주 상태에서 주문을 쓰시려고요?" "음? 아아, 그럴리가. 내가 저번의 그 일 때문에 루시리스에게 얼마나 혼났는데. 기억 안나니? 새벽에 집 앞에서 무릎꿇고 있던 내 모습 말이야. 하하하핫‥." "‥네네, 기억나죠 기억나죠." 실루엣은 어깨를 으쓱이며 고개를 저었다. 그때, 후열에서 걷고 있던 드워프 조디 악이 마르티네즈에게 달려왔고 말에 탄 마르티네즈를 향해 힘겹게 소리치기 시작했 다. "마리, 마리!! 대열을 멈추게!! 이 이상 가면 위험해!!" "예?" 마르티네즈는 문득 이상하단 생각에 곧바로 대열을 멈추었고, 말에서 내린 마르티 네즈는 조디악에게 이유를 물었다. "조디악, 무슨 일이죠?" 조디악은 곧 손가락으로 요새 남문 앞의 평원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길 보게. 들개들이 멀리 도망치고 있어!! 저건 요새 남문 앞 땅 속에 콜코가 있다는 소리야!! 더이상 전진하면‥." 쿠우우우우우우우웅­!!!! 그 순간, 대열 중앙의 지면이 크게 솟아오르기 시작했고 곧 악취를 풍기는 추악한 거인 콜코 한명이 괴성을 지르며 모습을 드러냈다. 곧, 연이어 여섯마리의 콜코가 조디악이 가리킨 평원에서 솟아 올랐고 그들은 손에 든 육중한 돌방망이를 들고 대열이 있는 쪽을 향해 질주해오기 시작했다. "대장님!!! 지시를 내려 주십시오!!! 이대로라면 모두가 위험해집니다!!!" 한 병사의 다급한 목소리가 마르티네즈의 귀를 흔들었고, 마르티네즈는 인상을 구 기며 크게 소리치기 시작했다. "젠장, 분산해!!! 분산 신호를 보내!!!! 일단 대열을 다시 정비한 뒤 공성 화살로 상대한다!!!" 마르티네즈는 곧바로 조디악과 함께 말에 올라탔고, 던칸, 실루엣등과 함께 콜코가 없는 쪽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한편, 대열 중앙에서 솟아오른 콜코는 묵직한 발과 돌방망이로 병사들을 처참히 깔아 뭉겼고 피해는 초당으로 늘어나기 시작했다. "마리!!! 난 루시리스에게 가 볼께!!!" 뒤에서 들려온 던칸의 목소리. 마르티네즈는 입 안에 '예'라는 말을 머금으며 던칸 쪽을 돌아보았다. 그 순간, 마르티네즈의 입 밖으로 나온 말은 변해버리고 말았다. "더, 던칸!!!! 위험해요!!!!" "뭣?! 으아아아아아악­!!!!!!" 순간, 던칸을 태운 말에 콜코의 돌방망이가 직격했고 말과 던칸은 각기 다른 방향 으로 날아가 버리고 말았다. 운이 좋게도 던칸은 살았지만 콜코의 공격에 직격당한 말은 날아가면서 즉사를 하고 말았다. 그러나, 문제는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콜코 가 던칸을 향해 자신의 외눈을 돌린 탓이었다. 던칸은 물론 무사했지만 그는 정신 을 잃은 상태였고, 신의 가호가 정말로 있지 않는 한 던칸은 콜코에게 죽음을 당할 것이 뻔했다. 결국, 마르티네즈는 말을 멈춘 뒤 장궁을 들고 콜코의 눈을 조준했 고, 제발 맞길 바라며 활 시위를 당겼다. "그 각도로 쏘면 맞지 않아 아가씨." "­?!" 그 순간, 마르티네즈의 눈 앞에서 붉은색의 그림자가 치솟았고 인간이라곤 믿어지 지 않을 정도의 점프력, 그리고 스피드로 던칸을 노리고 있는 콜코에게 향해갔다. 이윽고, 보라색의 검광과 함께 돌방망이를 든 콜코의 오른팔이 공중으로 튀어 올 랐고 콜코는 악취의 혈액을 내 뿜으며 괴로워하기 시작했다. "우, 우오오오오오오오오오­!!!!!!!" 그러나, 그것도 잠시. 그 붉은색의 그림자는 다시금 튀어 올랐고 괴성을 지르던 콜코의 머리도 일순간 머리에서 떠나고 말았다. 그 광경을 처음부터 끝까지 눈으로 직접 확인한 마르티네즈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그 붉은 장발의 검사를 바라보 았고, 마르티네즈의 뒤에 타고 있던 조디악은 마치 구세주를 만났다는 표정으로 기뻐하며 마르티네즈에게 말했다. "하하하하핫, 봤나!!! 나타났다네, 내가 말했던 그 '붉은머리의 사신'이!!! 역시 감이 좋은 젊은이란 말이야. 하하하핫­!!!" 어디선가 갑자기 나타난 붉은 머리의 검사는 곧바로 던칸에게 다가가 그를 부축해 일으켰고, 손으로 던칸의 볼을 살짝 치며 중얼거렸다. "자자, 자고 있을 시간은 없소. 이봐요 거기!! 아가씨!!!" "예?!" 멍하니 그 검사를 바라보던 마르티네즈는 그 검사가 자신을 부르자 흠칫 놀라며 대 답했고, 검사는 그리 가볍지 않은 몸의 던칸을 이불 가져오듯 가볍게 데려온 뒤 마르티네즈에게 말했다. "그분을 부탁드리죠. 의식만 잃은 것이니 안심해도 좋아요. 어쨌든 그분을 데리고 빨리 이곳을 벗어나세요. 콜코 녀석들은 복수심이 강하니까." "아, 잠깐만요!!" 마르티네즈는 자신도 모르게 그 검사를 불렀고 그 검사는 슬쩍 마르티네즈에게 시 선을 돌렸다. 유리 조형물과도 같은 매끈한 얼굴선. 검은색에 가까울 정도로 짙은 붉은색 눈썹, 그리고 알 수 없는 감각이 서린 날카로운 눈매. 마르티네즈는 생각해 보았다. 이 모든 것을 두 글자로 줄여 '미남'이라는 것인가? "‥음? 용건을 말 하시오. 급하다는 것 모르오?" "죄, 죄송해요. 성함이 어떻게 되시죠?" 마르티네즈는 순간 생각했다. 자신이 왜 바보같이 이 상황에서 저 급한 남자를 불 러 이름을 물어야 했을까. 그러나, 의외로 그 남자는 친절해 대답해 주었다. 물론 표정엔 '한심한 여자'라는 말이 쓰여 있었지만. "‥리오. 리오·스나이퍼라 합니다." ----------------------계속--- 『신계의 자료실-기사들의 기억 (go SGKNIGHT)』 6번 제 목:White Blue Vol. 3 올린이:jack21 (이경영 ) 99/01/22 11:45 읽음:972 관련자료 없음 ----------------------------------------------------------------------------- ----------------------------------------------------------------------------- 마르티네즈는 자신의 눈으로 직접 봤음에도 불구하고 믿고 싶지가 않았다. 평균신 장 15m의 거인 콜코 한부대(콜코는 여섯명이 한 부대로 이루어짐)를 단독으로 부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검사가 진짜로 있다는 사실은 아마 콜코가 어떤 괴물인지 알 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믿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마르티네즈의 눈으로 본 전투는 사실이었고, 콜코 여섯명을 순식간에 쓰러 트린 괴물 검사는 자신의 눈 앞에서 요정처럼 생긴 이상한 생물(…)과 함께 이야 기를 나누고 있었다. 마르티네즈는 사실 몇번이고 그에게 얘기를 청해보려고 했으 나, 이상하게도 마르티네즈는 그의 앞에 나설 수 없었다. 이곳은 보충부대의 환영식이 열리는 사이롤 기지의 연병장. 미리 준비해둔 쇠고기 철판구이로 보충병들은 몇시간 전 일어났던 콜코의 습격을 말끔히 잊어갔다. 그렇 게 식사를 하던 얼마 후, 사이롤 기지의 사령관이 단상 위로 올라왔고 연병장 안의 모든 사람들은 식사를 멈추고 기지 사령관에게 집중을 했다. "잘 왔소 제군들. 난 이 사이롤의 사령관인 폴·맨체스터라 하오. 가이라스 해방 전선에 들어온 신병 여러분과 이름높은 후방 특전부대 멤피스 벨을 진심으로 환영 하오." 곧, 연병장은 박수로 가득해졌다. 그러나, 던칸의 얼굴은 그리 좋지 않았다. 목에 석고 깁스를 단단히 한 던칸은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중얼거렸다. "‥이름높은 부대면 이름높은 부대지 '이름높은 후방 특전부대'는 뭐야. 우릴 깔 보는걸까? 마리는 어떻게 생각해." 마리는 어깨를 으쓱일 뿐이었다. "‥글쎄요. 만약 사령관님께서 우릴 인정하지 않으시는 것이라면 인정하시도록 만 들어야죠. 하지만 오늘 요새에 들어서기 직전 브롤들에게 간단히 기습당한 것 때 문에 점수가 깎일 만도 하다고 생각해요. 그냥 조용히 있자고요 던칸." "‥흠." 마르티네즈는 사실 그렇게 말 하면서도 상당히 자존심이 상한 상태였다. 그녀의 부 대 멤피스 벨은 아군 후방을 기습한 적 특수부대를 요격하거나 전방에서 특별한 임무를 가끔씩이나마 수행했기 때문에 후방에 치우친 안전한 부대라고는 할 수 없 었다. 하지만, 사실 전방의 모든 부대보다 위험한 부대라고도 할 수는 없었다. "자, 그럼 여기서 멤피스 벨의 대장, 마르티네즈·베르토 준장의 연설을 듣도록 하 겠소. 베르토 준장." "예에‥?" 마르티네즈는 생각했다. 도대체 준장밖에 안되는 여자에게 왠 연설을 시킨단 말인 가. 그녀는 주위를 한번 둘러보았다. 신병, 멤피스 벨 멤버들을 제외한 사이롤 기 지의 사람들이 그리 좋지 않는 눈초리로­마치 집시족 여인을 보는 듯 한­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들의 그런 눈초리를 본 순간, 마르티네즈는 절대로 지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심호흡을 한 다음 단상으로 향하기 시작했 다. "화이트 블루를‥." "‥?!" 걸어가던 도중, 마르티네즈는 자신의 옆에서 들려온 말에 움찔하며 멈춰섰다. 그 말의 주인공은 자신을 리오라 밝힌 붉은 장발의 검사였다. 그 검사는 미소를 띄운 체 마르티네즈에게 말했다. "마음 속의 편견을 버리고 편안하게 연설하세요. 준장님은 이 요새 안에서 적을 만드실 생각이십니까. 기억하십시오. 당신은 이 요새에 오기 전 콜코의 습격을 받 았고, 그 일은 벌어진지 두시간도 안되었다는 사실을." "‥알았어요." 마르티네즈는 다시 정면에 시선을 두며 단상을 향해 걸어갔다. ........................ . . . . . . . . "리오님, 저 여자한테 뭐라고 말씀하신거에요? 설마 꼬심?" "‥마치, 전학온 학생같다고나 할까. 그렇게 느껴졌어. 특전부대를 이끌고 다닐 정 도로 강한 여자로는 안보였어. 감수성이 높다고 하는게 더 옳을까? 분명 마리‥아 니, 마르티네즈라는 여자는 남의 시선 하나에도 가슴이 두근거리는 성격의 여자일 거야. 별 것 아닌 것 가지고도 쉽게 화를 내는‥. 하지만 감수성이 높은 것 뿐이니 탓할 것은 없겠지. 감수성이 높으면 창의력도 높기 때문에 멤피스 벨에서 사용한 작전은 가이라스 해방군 수뇌부에서도 놀랄 정도의 독창성을 지니지. 우리가 이해 만 해 준다면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을거야. 브라디, 너도 알아둬." 그러자, 브라디는 한숨을 포옥 내 쉬며 중얼거렸다. "‥지크님은 저 여자 곁에 있게 하지 말아야 하겠네요." "훗, 그럴지도. 아, 연설이 시작됐다." 브라디 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사람들도 단상에 서 있는 마르티네즈에게 시선을 돌렸다. 마르티네즈는 헛기침을 한번 한 뒤, 용기를 내어 연설을 시작했다. "‥안녕하십니까 여러분. 멤피스 벨 대장 마르티네즈·베르토라 합니다. 고명한 사이롤 기지에서 여러분과 함께 전투를 하게 된 것을 영광으로 생각하겠습니다." 마르티네즈의 연설이 부드럽게 이어지자, 브라디는 의외라는 듯 눈을 크게 뜨며 리오에게 말했다. "어, 그런대로 잘 하는데요?" "‥다행이군. 아, 그런데 아까부터 단상 위에 메달려 있던 저 둥근건 뭐지?" 리오의 질문에, 브라디는 어깨를 으쓱일 뿐이었다. 어쨌거나, 둘이 얘기하는 동안 에도 마르티네즈의 연설은 계속 되었고, 곧 마르티네즈는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말을 맺었다. "‥그럼, 가이라스 해방전선의 내일을 위해!!" "오오오오오오옷­!!!" 연병장 안에 모여 있던 모든 병사들은 박수를 치며 마르티네즈를 환영해 주었다. 그러나 그 순간, 일정에 있지 않은 마지막 행사가 벌어지고 말았다. 퍼엉­!! "아앗?!" 순간, 마르티네즈의 머리 위에 위치하고 있던 둥근 물체가 펑 소리를 내며 터졌고 그 안에선 대량의 밀가루가 마르티네즈를 향해 떨어져 내렸다. 그 뿐만이 아니었 다. 전열에 위치하고 있던 병사들이 미리 준비했던 날계란을 마르티네즈에게 던지 기 시작한 것이었다. "환영합니다 마르티네즈 준장!! 하하하하핫­!!!" "잘 따르겠습니다!!! 가이라스 해방전선의 내일을 위해!!!" 좀 짓궂은 환영식이라고 할 수 있는 행사였다. 순식간에 계란 반죽이 되고 만 마르 티네즈는 멍하니 앞을 바라보았고, 연병장 안의 병사들은 폭소와 함께 진심이 담긴 환영의 박수를 다시금 보내주었다. 마르티네즈의 그 모습은 오랜 동료인 던칸과 실 루엣 마저 폭소를 터트리기에 충분할 정도로 엉망이었다. 하지만, 그 환영행사를 벌인 사람들이 미처 생각치 못한 것이 있었다. "‥정말 실망했습니다 여러분!!!" 순간, 마르티네즈는 크게 소리치며 단상에서 뛰쳐 내려왔고, 사람들을 밀치며 자신 의 숙소를 향해 도망치듯 달려가고 말았다. 연병장의 분위기는 일순간 얼어붙었고, 결국 사령관이 올라와 분위기를 다시 잡을 때까지 사람들은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 다. 묵묵히 팔짱을 끼고 있던 리오는 한숨을 길게 내 쉬며 브라디에게 말했다. "‥여기좀 있어주겠니. 내가 가 봐야 할 것 같구나." "‥예. 하지만 사탕발림은 금지에요!!" "아아, 알았어." 리오는 씁쓸히 웃으며 브라디에게 손을 흔든 후 마르티네즈의 숙소를 향해 걸어가 기 시작했다. 가만히 리오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브라디는 머리를 긁적이며 나지막 히 중얼거렸다. "‥세이아님께서 또 접시를 부수시면 안돼는데‥." ............................ . . . . . . . "흑, 흐으윽‥!!!" 샤워기에서 떨어지는 물을 받으며, 마르티네즈는 눈물을 펑펑 쏟고 있었다. 콜코의 기습으로 인해 병사 몇을 잃은 것 때문에 자신이 웃음거리가 되었다고 그녀는 생각 하고 있었다. 너무나도 분한듯, 마르티네즈는 주먹을 불끈 쥔 체 중얼거렸다. "2년동안 난 여기서 도대체 뭘 한거야‥!! 기사단 단장 따위가 안됐다면 여기까지 올 이유도 없었을텐데‥!!! 클루이베르트와 행복하게 지내고 있었을텐데‥!!!!" 마르티네즈는 울고 또 울었다. 너무나도 자존심이 상했고, 슬펐고, 또 2년동안 떠 나 있던 고향이 그리워서였다. 똑똑­ 그때, 목욕실의 문을 누군가가 두드렸고 마르티네즈는 울먹임을 겨우 참으며 대답 했다. "‥누구시죠?" "아, 접니다. 리오·스나이퍼입니다. 방해가 되었다면 죄송합니다만‥." 그 순간, 마르티네즈는 화가 치밀어 올랐고 목욕실의 출입구쪽을 바라보며 크게 소 리치기 시작했다. "예, 잘 오셨군요!!! 또 뭘 보고 웃으실거죠? 계란 반죽을 뒤집어 쓰고 펑펑 울어 대는 스물 네살의 여자를 보고 마지막까지 웃으시려고 왔나요!!!! 그래요, 당신 아 까 말 한번 잘하더군요!! 마음속의 편견을 버리고 편안하게 연설하라고요? 그래서 얻은건 웃음거리가 됐다는 사실 뿐이에요!!! 말 하고 싶지도 않아요, 돌아가버려 요!!!! 꺼져버리라고요!!!!!" 퍽!! 순간, 목욕실 출입구의 잠금쇠는 간단히 부러져 나갔고 문이 열리며 리오의 모습이 목욕실 안으로 들어왔다. 너무도 갑작스런 사태에 마르티네즈는 몸을 웅크리며 자 신의 나체를 가리기 위해 애를 썼다. 그런 마르티네즈의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던 리오는 피식 비웃으며 말했다. "‥뭘 보고 웃으면 좋을까요.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고 환영회장을 뛰 쳐 나가 혼자 울어대는 스물 네살의 여자분을 보고 비웃어 드릴까요." "나, 나가요!!! 이게 무슨 짓이에요!!!!" "자신의 나체를 부끄러워할 줄 안다면, 작은 것에 이런 과민반응을 보이고 아군 병 사들을 이해하지 못한 당신의 성격을 부끄러워해 보시길. 이 사이롤 기지의 병사들 은 단순히 당신과 친근해지기 위해 그런 환영회를 했을 뿐입니다. 웃음거리? 아까 도 말 했지만 당신은 당신 스스로를 웃음거리로 만들었습니다." "…." "만약 그 자리에서 당신이 그 병사들과 같이 웃었다면, 당신은 최고의 지휘관으로 서 병사들의 머리속에 자리잡았겠지만, 지금 당신은 그저 자존심이 세고 이해심이 없는 속 좁은 지휘관이 되어 있을 뿐입니다. 간단히 말 해, 당신은 그저 꿈 많은 보통 여자에 불과합니다. 제 말이 틀렸다고 생각되시면 다시 저에게 오십시오. 그 땐 정식으로 당신에게 사과를 드리겠습니다. 그럼, 실례 많았습니다." 리오는 다시 문을 닫았고, 잠시동안 리오가 서 있던 곳을 멍하니 바라보던 마르티 네즈는 한껏 웅크렸던 몸을 풀며 고개를 푹 숙였다. 그리고 생각했다. 지금껏, 말 만으로 자신을 바보로 만든 남자는 리오라는 남자가 처음이라고. "‥리오·스나이퍼‥? 후, 지지 않겠어‥. 당신에겐 절대 지지 않겠어." 마르티네즈는 언제 울었냐는 듯 씨익 웃으며 다시 샤워기에 몸을 맡겼다. ※※※ 그날 저녁, 요새 내 주점에선 리오와 브라디, 그리고 던칸과 실루엣이 함께 모여 자기 소개를 하고 있었다. 그것은 리오도 멤피스 벨의 일원이 된 탓이었고, 오후 에 벌어진 콜코의 습격으로 부터 리오에게 구원을 받은 던칸의 고마움 표시이기도 했다. 던칸과 실루엣의 자기 소개가 끝나자, 먼저 브라디가 그들의 앞에 몸을 띄 우며 인사를 시작했다. "안녕하세요, 전 리오님의 심복인 가디언‥아, 아니 요정 브라디라 해요. 잘 부탁 해요." 브라디는 양 손을 활짝 펴 보이며 던칸과 실루엣에게 인사를 했고, 던칸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으음, 나도 잘 부탁한다 브라디." "잘 부탁해 브라디." 실루엣은 자신의 안경을 매만지며 브라디에게 손을 내밀었고, 가만히 실루엣을 바 라보던 브라디는 장난기 어린 미소를 지으며 그녀에게 말했다. "‥살좀 빼는게 어떠니 실루엣? 나처럼 가볍고 날씬하게 말이야. 오호호호호홋‥." "…." 실루엣은 시선을 아래로 내렸고, 침을 꿀꺽 삼키며 손을 거두었다. 그때, 리오가 손가락으로 브라디의 머리를 톡 건들며 말했다. "브라디, 말 조심하라고 몇번이나 말했잖아. 넌 그 점이 않좋아." "‥죄송해요. 미안해 실루엣. 내가 너무 심했던 것 같아." 브라디는 미안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실루엣의 앞으로 날아왔고, 실루엣은 곧 빙긋 웃으며 고개를 살짝 저었다. 곧, 리오의 차례로 이어졌다. "리오·스나이퍼라고 합니다. 원래 직업은 떠돌이 기사였지만 지금은 아시다 시피 가이라스를 위해 싸우고 있습니다. 반갑습니다 던칸씨. 그리고 실루엣양." ---------------------계속--- 『신계의 자료실-기사들의 기억 (go SGKNIGHT)』 7번 제 목:White Blue Vol. 4 올린이:jack21 (이경영 ) 99/01/22 11:46 읽음:964 관련자료 없음 ----------------------------------------------------------------------------- ----------------------------------------------------------------------------- "리, 리오·스나이퍼씨. 절 그렇게 부르지 말아주세요. 그냥 실루엣이라고 해 주 세요. 반어를 쓰셔도 괜찮구요, 그리고‥전 브라디의 말 그대로 너무 살이 찐 못 생긴 아이라구요." 실루엣의 갑작스런 말을 들은 리오는 순간 이해가 가지 않았다. 자기 자신을 그렇 게까지 격하시키는 여자아이는 정말 처음인 탓이었다. 한편, 브라디는 아까 자신이 한 실례 때문에 실루엣이 그러는 것이다 생각했는지 잔뜩 긴장을 한 체 어쩔줄을 몰라하고 있었다. 그때, 리오의 손가락이 브라디의 머리카락을 매만져 주었고 리오 는 빙긋 웃으며 실루엣에게 말했다. "왜 갑자기 그런 말을 하는거죠?" "예?" 실루엣은 깜짝 놀라며 리오를 바라보았다. 리오는 여전히 웃고 있었고, 브라디는 고개를 다른 쪽으로 돌린 체 리오의 어깨에 조용히 내려 앉고 있었다. 가만히 리오 를 바라보던 실루엣은 다시금 고개를 숙이며 리오에게 말했다. "‥리오씨 같은 멋진 분에게 제가 어떻게 존칭을 받을 수 있겠어요. 전 살찌고 못 생긴‥." "그만." 그때, 리오는 실루엣에게 손을 뻗으며 그녀의 말을 멈추었고 실루엣은 역시나 하며 더더욱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그러나, 리오의 말은 끝난 것이 아니었다. "겸손도 좋지만 지나친 겸손은 다른 사람의 마음을 상하게 만들 수도 있죠. 음, 존 칭을 쓰자니 사실 나도 좀 어색하니 그냥‥편하게 하지. 괜찮겠니 실루엣?" "‥예." 실루엣은 다시 웃어보였지만, 리오는 그 웃음을 보며 내심 걱정을 하기도 했다. 실 루엣의 자기자신 평가는 절하가 되어도 너무 절하가 되어 있었다. 차라리 앞에서 잘난 척 하는 것이 리오로선 오히려 편했다. "‥아, 그런데 리오. 자네 말일세‥사람 맞나?" "예?" 리오는 속으론 움찔하면서 겉으론 무슨 소리냐는 얼굴로 던칸을 바라보았다. 던칸 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가는 듯, 리오에게 다시금 물었다. "아니, 콜코 여섯을 단독으로 상대하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은 처음이거든. 솔직히 상식적으로도 이해가 안가지. 우리 가이라스 해방전선의 자이언트족 말고는 상대 를 할 수 없는 녀석들로 유명한데, 어찌해서 인간의 몸으로 콜코를 단독 상대한단 말인가?" 그러자, 리오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 "아, 이 요새엔 저 말고도 한사람 더 있습니다. 제 형제이긴 한데, 그 녀석도 아마 콜코 여섯마리 정도는 간단히 상대할 수 있을겁니다. 그리고, 신성 에스토드 왕국 에도 저와 동등, 아니 이상의 실력을 갖춘 검사가 한명 있죠. 제가 아는 바로도 벌써 셋이나 되는데요?" "그, 그런가? ‥하핫, 뭐 어때! 자네같은 사람이 아군이라면 더할 나위가 없는 것 이지 뭐! 자, 술이나 드세!" "후훗, 좋습니다." 리오와 던칸은 맥주잔을 부딪히며 웃어보였고, 브라디는 작은 잔을, 실루엣은 쥬스 가 든 잔을 들며 자신들의 만남을 축하했다. Mission 1: [트로브 산의 산적] "지크님, 이쯤에서 돌아가 주시죠. 네?" "호오, 네가 할아범(주신)에게 허가서 받아오면 갈께. 나도 솔직히 환타지 세계엔 신물이 난단 말이야. 나이만 점점 먹어가고‥젠장." 분식점에서 한참 찐빵을 먹고 있던 지크는 손을 아래로 휘저으며 지겹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곁에 있던 브라디가 탐탁치 않다는 듯한 인상을 더욱 굳히며 지 크에게 말했다. "그래봤자 지크님의 시간으로 5년 밖에 더 됐나요. 하여튼 지크님과 리오님은 너무 안맞는 것 같으니 방해하지 말아 주세요." "‥호오, 그럼 나에게도 카드가 있지. 너 저번에 바이칼 옷갈아입는 모습 엿본 적 있었지?" "‥아, 아니 어떻게!!!!!" 순간, 브라디의 얼굴은 붉게 달아올랐고 지크는 킥킥 웃으며 마지막 남은 찐빵을 둘로 잘라 작은 조각을 브라디에게 넘겨주고는 말했다. "자, 나도 그거 리오에게 말 안할테니 너도 이제 돌아가라 마라 하는 소리 하지 말기다, 알간? 헤헤헷‥." 지크에게서 찐빵 조각을 받은 브라디는 떫은 표정으로 주먹을 불끈 쥐며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보낼 수 있었는데‥!!" "히히힛‥. 아, 근데 새로 온 여자 말이야. 마르티네즈인가 하는 여자, 어떤 여자 야? 난 오늘 새벽에 돌아와서 얼굴 한번 못봤는데." "아∼아. 그 감수성 높은 아가씨요. 뭐, 그런대로 생겼어요. 머리는 단발이고. 사 자머리라는게 좀 그렇지만‥." 브라디의 말에, 지크는 눈을 크게 뜨며 되물었다. "‥사자머리?" "여자 치고는 머리가 솟는 편이라 자고 일어나면 머리카락이 사자 갈기처럼 변하 죠. 눌르고 다니긴 하는데 하여튼 헤어스타일은 좀 웃겨요. 아아, 저기 와요!! 저 기 오는 여자에요!" 브라디의 말을 들은 지크는 곧바로 시선을 그쪽으로 돌렸고, 그의 눈엔 살짝 인상 을 구기고 있는 마르티네즈의 모습이 들어왔다. 그녀를 세심히 관찰하던 지크는 다시 브라디에게 시선을 돌리며 물었다. "나이는!" "24세!" "별명!" "마리! 삐순이!" "‥삐순이?" "잘 삐지거든요." 지크는 머리를 긁적이며 다시한번 마르티네즈쪽을 바라보았다. 마르티네즈는 멤피 스 벨이라 쓰여있는 간판이 달린 한 사무실로 힘없이 들어갔고, 지크는 다시 브라 디를 바라보며 물었다. "‥어디서 많이 본 얼굴형인데‥. 넌 누군지 알겠니?" "마르티네즈." "…." ※※※ "아아∼온지 3일만에 벌써 임무가 떨어지다니, 전방은 역시 다르네요." 사무실에 들어온 마르티네즈는 한숨을 푸욱 쉬며 자신의 자리에 앉았고, 작은 나 무 의자에 앉아 자신의 검, 디바이너를 헝겁으로 닦던 리오는 그녀에게 시선을 돌 리며 물었다. "임무요? 어떤 임무입니까?" 마르티네즈는 자신의 책상 위에 상체를 눕힌 뒤, 마치 꺼져가는 촛불처럼 희미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트로브 산의 산적 퇴치랍니다. 18세의 소녀가 그 산적들의 대장이라는데, 도대 체 여자애 꽁무니나 따라다니는 오합지졸을 우리가 왜 상대해야 하는지‥." 마르티네즈의 임무 설명을 들은 던칸은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이 요새 사령관이 아직까지 자신들을 우습게 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쳇, 폴인가 뭔가 하는 이 요새 사령관이 우리를 아직 후방에서만 유명한 녀석 들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야. 그런 우스운 일이나 맡기고‥" "그러니까요. 전방의 정찰 임무라도 주었다면 이렇게 기분이 나쁘지 않았을텐데 말 이죠." 마르티네즈도 한 몫을 거들었다. 그렇게 둘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리오는 미소를 지은 체 한숨을 내 쉬며 말했다. "‥그런 말씀은 하지 마세요. 이 임무는 좋게 말하자면 보급로를 확보하라는 임무 입니다. 농작물이 잘 자라지 않는 이 요새에 보급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말씀드리지 않아도 되겠죠? 이번에 우리가 토벌할 산적들은 후방에서 오는 주요 보급을 벌써 수차례나 차단한 전적이 있는 무시못할 녀석들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추가드 리지만 그 산적단의 두목 아가씨는 키가 2미터가 넘는 장신에 여자론 보이지 않을 정도의 근육질, 그리고 덩치에 걸맞게 무기는 도끼. 당찬 아가씨니 무시할 수는 없 을 듯. 후훗‥." 리오는 웃으며 다시 디바이너를 닦기 시작했고, 던칸과 함께 멍하니 리오를 바라보 고 있던 마르티네즈는 이마를 자신의 책상에 대며 긴 한숨을 쉬었다. "‥우스운 일이라는 말 취소할래요." ........................... . . . . . . . . . 그날 오후, 마르티네즈는 멤피스 벨에서도 가장 날랜 병사들 80명을 뽑아 트로브 산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중심 멤버는 대장인 마르티네즈, 부대장 겸 고문인 던칸, 그리고 마르티네즈와 같은 준장 계급의 용병인 리오였다. "리오님, 잘 다녀오세요∼!" 지크에게 맡겨진 브라디는 활짝 웃으며 리오를 향해 팔을 흔들었고 리오 역시 임무 를 가는 사람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여유로운 모습으로 브라디에게 손을 흔들어 주었다. 그런 리오의 모습을 바라보던 마르티네즈는 옆에 있는 던칸에게 넌지시 물어보았다. "저 남자, 이번 임무를 우리에게 막중히 설명한 것 치고는 상당히 여유롭군요. 저 반응을 어떻게 생각해요 던칸?" 마르티네즈의 물음에, 던칸은 신사식으로 멋들어지게 기른 자신의 콧수염 끝을 매 만지며 가볍게 대답해 주었다. "음? 음‥아마 이번 임무가 설명과는 달리 과대포장이 되어 있거나, 콜코 한부대를 단독으로 상대할 수 있는 강자만이 가질 수 있는 여유, 둘중에 하나겠지 뭐. 첫번 째 항목은 그 산적들과 대결해 봐야 알 수 있을거고, 두번째 항목은‥뭐, 저 청년 의 머릿속을 보지 않는 한 알 수 없겠지. 어쨌든 무슨 일이 발생해도 리오가 먼저 느낄 것 같으니 마리는 일단 편히 생각하고 있는게 좋을 것 같아." "‥알았어요." 마르티네즈는 곧 기분을 풀어 보려는 듯 주위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서쪽으로 지고 있는 태양을 이렇게 여유롭게 보는 것도 정말 오래간만이라는 생각을 마르티네즈는 해 보았다. 그날 저녁, 마르티네즈는 트로브산에 들어가기 직전의 길목에 야영을 하기로 결정 했고 던칸은 불침번을 설 차례를 병사들에게 가르쳐준 뒤 자신의 자리를 편하게 정 리했다. 마르티네즈 역시 자신과 던칸의 말을 잘 묶어둔 뒤 병사들에게 비상시의 지시를 미리 내려준 후 야영장 주위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한참동안 주위를 둘러보 던 마르티네즈는 모닥불 근처의 제일 좋은 자리에 편하게 누워 있는 리오를 발견할 수 있었고, 인상을 가볍게 쓰며 그에게 다가갔다. "리오씨, 뭘 하고 계신거죠?" "예? 아, 트로브산의 지도를 보고 있었습니다." 리오는 곧 몸을 일으킨 뒤 보고 있던 지도를 마르티네즈에게 내밀었고, 산길 주위 에 표시된 일곱개의 동그라미를 본 마르티네즈는 곧바로 리오에게 동그라미의 정체 를 물었다. "‥이 표시는 뭐죠?" "수송대가 습격당한 위치입니다. 지도가 그리 좋은 편은 아니라서 확실히 모르겠지 만 예상 습격 경로와 수송대였던 병사의 말을 종합해본 결과 이렇게 되더군요." 마르티네즈는 산길 주위에 표시된 동그라미를 유심히 바라보았다. 자신이 생각해도 지도의 완성도가 떨어졌지만 습격당한 위치는 상당히 그럴 듯 했다. "‥모두 다 길의 최고지대에 수송대가 도착하기 전 일어났군요." "훗, 그것 뿐이 아니죠. 여기, 수송대가 네번째로 당한 지점을 보세요. 산길의 입 구에서 10분도 걸리지 않는 지점이죠. 그런데, 지점은 상당히 좋았어요. 그때 당시 네번째 수송대는 말을 사용했는데, 말이 잘 도망치지 못하도록 진흙 바닥으로 된 지점을 산적들이 택했죠. 그 전날에 비가 내린 것을 감안할 때, 상당히 좋은 위치 라고 할 수 있죠." 마르티네즈는 리오의 말을 들으며 눈만 껌뻑일 뿐이었다. 전술적으로 상당히 당연 한데 이 남자가 왜 이렇게 진지한 설명을 하는지 알 수가 없었던 탓이었다. 그런 마르티네즈의 표정을 본 리오는 다시 웃으며 추가 설명을 해 주었다. "그 산적단의 두목이라는 소녀는 산지에 대해선 거의 동물적인 감각을 가지고 있는 게 분명해요. 수송대의 물자수송 날짜가 정기적인 것이 아니었기에 염탐꾼은 산 입 구에만 배치할 수 밖에 없죠. 그런데, 단 10분만에 이런 좋은 위치를 잡았다는 것 은 놀라운 것입니다. 다른 지점도 마찬가지에요. 상당히 짧은 시간 안에 수송대의 규모와 특성을 완전히 파악해 최상의 지점을 선택 해왔죠." 그 설명을 들은 마르티네즈는 그 두목이라는 소녀에게 다시금 질려버리고 말았고, 상기된 표정으로 리오를 바라보며 물었다. "‥당신이라면 그렇게 할 수 있을 것 같나요?" 그러자, 리오는 다시 자리에 누우며 간단히 대답했다. "어렵겠죠. 그럼 편히 쉬시길." 그 말을 들은 마르티네즈는 정말 울고만 싶었다. ----------------------계속--- 『신계의 자료실-기사들의 기억 (go SGKNIGHT)』 8번 제 목:White Blue Vol. 5 올린이:jack21 (이경영 ) 99/01/22 11:47 읽음:956 관련자료 없음 ----------------------------------------------------------------------------- ----------------------------------------------------------------------------- 다음 날 아침. 멤피스 벨은 각오를 단단히 한 상태로 트로브산의 산길을 따라 걷 기 시작했다. 다른 때와는 달리 이번엔 마르티네즈가 아닌 리오가 앞장을 서고 있 었고, 마르티네즈는 리오의 바로 뒤에, 던칸은 열의 중간에 위치했다. 그런 상태로 멤피스 벨은 산의 중턱까지 올라갔고, 마르티네즈는 일단 휴식을 취 하자는 신호를 보낸 뒤 말에서 내렸다. 이마에 흐르는 땀을 수건으로 닦던 마르 티네즈는 시선을 리오에게 흘끔 돌려보았다. 리오는 마치 먹이를 찾는 야수와도 같이 계속 시선을 돌리고 있었고, 쉬지 않고 주위에 시선을 집중하고 있는 리오에 게 마르티네즈는 물이라도 건내주자는 생각을 하며 말의 안장 주머니에서 물통을 꺼내 들었다. "‥움직이지 말아요." 그때, 리오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마르티네즈는 움찔하며 물통을 꺼내던 손을 멈추 었다. 그녀의 몸은 모든 것이 정지했다. 물론 본능에 의해 움직이는 기관등은 제외 였다. 마르티네즈는 조용히 리오에게 시선을 돌렸고, 리오는 자신의 보라색 검을 뽑으며 마르티네즈에게 천천히 다가왔다. "상당히 솜씨가 좋은 녀석이 있군요. 큰일날 뻔 했어요." 팅­ 리오가 그렇게 말 하며 검의 날을 마르티네즈의 목 가까이에 대자 탄력있는 소리와 함께 무언가가 끊어지는 듯 한 느낌이 마르티네즈에게 전해왔고, 리오는 허공에 손을 한번 내 뻗은 뒤 손을 마르티네즈에게 뻗으며 말했다. "예리한 강철 실이죠. 전직 암살자 출신의 염탐꾼 같아요. 당신이 부대의 대장이라 는 사실을 어떻게 알아낸 모양이군요." "예, 예‥." 마르티네즈는 잔뜩 긴장한 표정을 지은 체 리오에게서 자신의 목을 노린 강철실을 건내받았다. 마르티네즈의 앞에서 다시 시선을 좌, 우로 돌리던 리오는 한숨을 길 게 쉬며 굳은 표정을 지었다. "아무래도 저 역시 이 산적들을 과소평가한 듯 하군요. 미안하지만‥우린 이미 포 위되어 있어요. 물론 포위 범위가 넓어서 직접 공격은 곧바로 당하지 않겠지만 섣 불리 움직였다간 크게 당합니다." "‥그럼 어떻게 하죠?" 어벙벙한 표정을 짓고 있던 마르티네즈는 포위되었다는 말을 들은 순간 진지한 표 정을 지으며 리오에게 물었고, 리오는 그녀를 흘끔 바라보며 말했다. "여기서 잠시 기다리고 있으시길. 제가 어떻게 손을 써 볼테니 우선 병사들과 함께 준비를 해 주세요. 당신의 능력을 믿어볼테니 부탁드립니다." "알았어요. 아, 그런데‥음?" 리오의 말에 대답을 한 마르티네즈는 문득 무언가 묻기 위해 다시 리오에게 시선 을 돌렸으나, 리오는 그곳에 있지 않았다. 갑자기 리오가 어디론가 사라져 버린 것 에 마르티네즈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던칸이 있는 쪽으로 향했다. 그리곤, 작은 목 소리로 던칸을 부르며 말했다. "던칸, 던칸. 포위당했어요. 2번 진형으로." "‥! 알았어." 마르티네즈는 가볍게 던칸을 스쳐 지나가며 말했고, 던칸은 왼손가락을 두개 편 체 병사들의 주위를 돌기 시작했다. 물론 행동은 무언가를 찾는 듯 한 모습으로 위장 하고 있었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너무 긴장한 나머지 마르티네즈의 몸은 복통에 호 소를 하기 시작했고 결국 그녀는 던칸에게 볼일을 보고 오겠다는 말을 한 뒤 숲쪽 으로 가기 시작했다. "‥?" 그때, 숲속으로 마악 들어서려던 마르티네즈는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주위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남쪽 숲을 본 순간 그녀는 복통을 잊고 검을 뽑으며 병사들에게 소리쳤다. "엎드려!!!" 마르티네즈의 목소리에 병사들과 던칸은 움찔하며 몸을 숙였고 곧이어 수미터에 달 하는 두께를 가진 통나무가 병사들의 몸 위를 아슬아슬하게 지나쳐갔다. 마르티네 즈는 곧 통나무가 날아온 쪽으로 달려갔고, 그쪽을 향해 인상을 쓴 체 소리를 치 기 시작했다. "나와라!! 비겁하게 숨어있지 말고 어서 나와!!!" 쿵­!!! 순간, 지축을 울리는 듯 한 소리가 나기 시작했고 마르티네즈의 눈엔 고래등과 같 은 거대한 무언가가 이쪽을 향해 오고 있는 것이 들어왔다. 마치 사람의 그림자와 같았는데, 그 그림자의 오른손엔 거대한 양날 도끼가 들려 있었다. 천천히 마르티 네즈가 있는 쪽을 향해 오던 그 그림자는 자신의 앞을 한 나무가 가로막자 도끼를 강하게 휘둘렀고, 그 그림자의 무지막지한 힘에 아름드리 나무는 수수깡처럼 부러 지며 옆으로 튕겨져 날아갔다.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마르티네즈는 결국 뒷걸음 질을 치기 시작했고, 뒤에 있는 던칸을 향해 크게 소리쳤다. "던칸!!! 마법을요!!! 어서요!!!!!" "기다리고 있었지!!!" 순간, 던칸은 미리 준비해둔 '화이어볼' 주문을 마르티네즈쪽으로 쏘았고, 마르티 네즈는 재빨리 몸을 숙여 화이어볼이 자신의 앞으로 날아가는 것을 도왔다. 곧, 거 대한 폭발과 함께 멤피스 벨로 부터 남쪽에 위치한 숲은 작지 않은 범위로 화염에 휩싸였다. 몸을 굴려 동료들이 있는 곳으로 온 마르티네즈는 다시 몸을 일으키며 얼굴에 묻은 흙을 털어보았다. 마르티네즈의 명령에 맞춰 마법을 사용한 던칸은 곧 바로 그녀에게 다가와 마법을 사용하라고 한 이유를 물어보았다. "마리, 그런데 왜 마법을 사용하라고 한거지?" "아, 그러니까요‥." 콰아아아아앙­!!!!! "쿠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그 순간, 불에 휩싸여 있던 나무들이 산산조각나며 부숴졌고, 그 사이에선 거대한 도끼를 든 누군가가 괴성을 지르며 튀어 나왔다. 입은 것이라고는 헝겁 둘과 신발 뿐이었지만 발달된 몸은 바바리안들을 무색하게 만들 정도의 위압감을 풍기고 있었 다. 야생의 것이라고 밖엔 생각되지 않을 거친 머리결과 머리체, 그리고 절대 인공 적인 무늬가 아닌 팔과 다리의 얼룩 무늬. 그, 아니 그녀의 모습을 본 마르티네즈 는 마치 거대한 호랑이와 마주친 것 같은 느낌을 온몸으로 받고 있었다. "저, 정체를 밝혀라!!!!" 마르티네즈는 잔뜩 긴장한 체 그녀에게 소리쳤다. 그러나, 그녀는 대답 대신 거대 한 도끼를 마르티네즈에게 휘두를 뿐이었다. "죽어랏­!!!!!!" "으윽?!" 마르티네즈는 간단히 몸을 젖혀 그 도끼 공격을 피할 수 있었으나 자신도 모르게 중심을 잃고 뒤로 쓰러지고 말았다. 물론 마르티네즈에게 그 무지막지한 공격이 적 중하거나 스친 것은 아니었다. 순전히 도끼를 휘둘렀을 때 생성된 풍압에 의해 마 르티네즈는 넘어진 것이었다. 곧, 넘어진 마르티네즈에게 딜레이 시간 없이 곧바 로 공격이 들어왔고 몸을 뒤로 재빨리 굴려 다시금 그 공격을 피한 마르티네즈는 자세를 다시 잡자 마자 땅을 박차며 반격을 개시했다. "예의가 없으시군!!!!" "흥!!!" 마르티네즈는 생각했다. 분명 이번 공격이 적중된다면 이 거대한 아가씨는 죽지 않을 정도의 피해를 입게 될 것이라고. 그러나, 그것은 그 당찬 아가씨를 과소평 가한 것이었다. 마르티네즈의 검이 몸에 닿기 직전, 2미터가 넘는 거구 소녀의(…) 발차기가 마르티네즈의 복부에 적중했고 복부 방어구가 깨짐과 함께 마르티네즈의 몸은 간단히 공중으로 떠올랐다. "커헉­!!!!" 마르티네즈는 결국 중심을 잡지 못하고 땅바닥에 떨어졌고, 그 광경을 본 병사들은 움찔하긴 했으나 공포감에 의해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못했다. 오직 생각을 행동으 로 옮긴 사람은 던칸 뿐이었다. "마리!!! 정신차려!!!!" 순간, 던칸의 양 손에서 붉은색의 마법 화염탄이 날아가기 시작했고 그것을 본 정 체불명의 소녀는 오른팔로 방어 자세를 취해 날아오는 화염탄을 막기 시작했다. 곧 , 그 소녀는 폭발에 휩싸였고 그 사이 마르티네즈는 비틀거리며 몸을 일으켰다. 마르티네즈가 몸을 일으킨 순간 던칸은 안심을 하며 이 정도면 됐겠지 생각을 했고 , 곧바로 마법을 멈추며 마르티네즈에게 소리쳤다. "마리!! 일격을 가해!!! 아마 그 괴물은 치명상을 입었을거야!!!!" "쿠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순간, 폭발로 인한 짙은 스모그를 뚫고 무언가가 공중으로 날아 올랐다. 던칸의 마법탄에 분명히 적중당한 그 소녀가 아무런 충격도 입지 않은 체 펄펄 나는 것이 었다. 그 소녀는 도끼를 위로 향한 체 그대로 마르티네즈를 둘로 가르려 했고, 마 르티네즈는 필사적으로 그 공격을 막기 위해 검을 위로 올렸다. ‘크, 클루이베르트‥!!!’ 파아앙­!!!!! 그때, 경쾌한 금속성과 함께 질끈 감겨있던 마르티네즈의 눈은 번쩍 떠졌고, 마르 티네즈는 자신의 검이 그 소녀의 도끼 밑에 정확히 닿아 있자 믿을 수 없다는 표 정을 지으며 중얼거렸다. "아, 아니‥? 내가 어떻게‥?!" "뒤로 물러나요." 순간, 마르티네즈의 뒤에서 리오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마르티네즈는 움찔하며 뒤 를 돌아 보았다. 사실, 그 소녀의 도끼 일격을 막은 것은 마르티네즈 자신이 아닌 리오였고, 그녀는 그저 검을 운 좋게도 도끼에 대고 있었을 뿐이었다. 마르티네즈 는 한 팔로 그 소녀의 도끼를 막아낸 리오를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바라보며 뒤로 재빨리 물러섰고, 리오는 곧 씨익 웃으며 자신의 앞에 서 있는 소녀에게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타이거즈 크로우(Tiger's craw)‥. 설마 호족(虎族)이 진짜로 존재했다니, 바이 칼 녀석이 들으면 화를 좀 내겠군. 전설상의 종족인 호족을 이렇게 만날줄은 정말 몰랐어. 그리고 놀랬고." 리오는 가볍게 자신의 검, '디바이너'를 움직였고 그 소녀의 거대한 도끼는 힘 없 이 옆으로 밀려나고 말았다. 양 볼에 여섯가닥의 검은 줄무늬가 난 그 소녀의 얼굴 은 놀라움으로 꿈틀댔고, 리오는 여전히 미소를 띄운 체 그 소녀에게 말했다. "네 부하들은 다 처리했으니 걱정말고 나에게만 신경쓰도록 해. 뭐, 너도 그걸 알 고 우리 부대에게 공격을 했을테니 더이상 말 할 필요는 없겠군. 자, 내키진 않지 만 우선 혼내주도록 하지. 덤벼봐." "‥크오오오오옷­!!!!!" 리오의 말이 끝남과 함께, 그 소녀는 자신의 거대한 도끼를 박력있게 휘두르기 시 작했고 리오는 빠른 몸짓으로 그 도끼를 피하며 병사들이 있는 쪽으로 부터 조금 씩 떨어지기 시작했다. 한참 리오와 그 소녀가 싸우고 있을 동안, 던칸은 자신의 양 볼을 손으로 살짝 치며 옆에 있는 마르티네즈에게 말했다. "‥믿을 수 없군. 화이어볼을 운이 좋게 피한줄 알았는데, 아까 내 마법에 충격을 거의 입지 않은 것으로 봐서 화이어볼도 분명 정면으로 맞은게 틀림없어. 그런데 어떻게 마법에 의한 충격을 하나도 받지 않은거지? 도대체 무슨 괴물 소녀야? "‥그것 보다, 저 리오라는 남자가 더 괴물 같은데요? 저 소녀의 공격은 분명 사 람을 풍압으로 날릴 수 있을 정도의 파워가 실려 있었어요. 한데, 리오씨는 그 공 격을 한팔로 검을 든 체 막아냈어요. 게다가, 저 움직임을 보세요. 스텝을 어떻게 옮기는지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빨라요." 마르티네즈의 말 대로, 리오의 움직임은 환상 그 자체였다. 병사들은 자신들도 모 르게 탄성을 질렀고, 던칸은 팔짱을 끼며 덤덤히 중얼거렸다. "‥그야말로 '괴수 대 결전'이군." -----------------------계속--- 『신계의 자료실-기사들의 기억 (go SGKNIGHT)』 9번 제 목:White Blue Vol. 6 올린이:jack21 (이경영 ) 99/01/22 11:48 읽음:946 관련자료 없음 ----------------------------------------------------------------------------- 소모임 활성화.... 우오오오오오오오.... ----------------------------------------------------------------------------- 리오는 생각했다. 적당히 상대해서는 끝이 없을 것 같다고. 인간이 아닌, 용족과 맞먹을 수 있다는 최강의 생물체이며 멸망했다고 전해졌던 전설상의 종족인 호족 답게 자신의 앞에 있는 소녀는 체력의 한계를 느끼지 못하는 듯 숨을 거칠게 쉬어 대며 리오 자신에게 공격을 연속으로 날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진짜로 상 대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만약 실수로 그 소녀가 죽기라도 한다면, 그리고 최악 의 상황이라면 호족의 완전한 마지막은 자신이 장식하는 것이었다. 그 소녀의 공격 을 받고 고정시킨 리오는 동료들이 있는 쪽을 바라보았다. 그들은 리오의 싸움에 집중을 한 상태였다. 아마 뒤에서 브롤이나 투르바등이 공격한다면 결과는 보나마 나였다. 리오는 계속 고민을 했고, 결국 하는 수 없다는 듯 뒤로 몸을 날린 뒤 그 소녀를 바라보며 물었다. "정확히 몇살인가." "나를 물리친 뒤에 들어라!!!!!" 파앙­!! 소녀의 투쟁본능은 대단했다. 리오는 다시금 생각해 보았다. 만약 저 소녀가 진짜 호족이라면 18세라는 나이가 거짓말은 아닌 탓이었다. 용족에 비해 수명이 반쯤 짧 지만 성인이 될 때까지 인간과 성장을 똑같이 하는 탓에 힘의 성장은 정상적인 생 물체 중에서 가장 빨랐다. 한참동안 머리를 굴리며 그 소녀의 무지막지하지만 어설 픈 공격을 튕겨내던 리오는 결론에 다다른 순간 자세를 바꿔 어깨로 그 소녀의 복 부를 강하게 밀쳐내었다. "으윽!?" 생각보다 강한 충격에 뒤로 주욱 밀려나간 소녀는 다시금 도끼를 부여잡으며 전투 자세를 취했다. 그때, 리오는 디바이너를 내린 뒤 그 소녀와 눈을 마주치며 나지 막히 중얼거렸다. "움직이면 죽는다." "‥?!" 순간, 소녀의 몸은 거짓말처럼 멈춰버렸고 뒤에서 리오의 전투 광경을 지켜보던 마 르티네즈와 던칸, 그리고 병사들은 등골에 갑자기 오한이 서리는 것을 느낄 수 있 었다. 몇번이고 침을 넘기던 마르티네즈는 겨우 입을 떼며 믿을 수 없다는 듯 중 얼거렸다. "사, 살기‥? 인간이 이런 살기를‥?" 그 말이 리오에게 들렸을까. 어쨌거나, 리오는 천천히 그 소녀에게 다가가기 시작 했고, 조용히 그녀의 어깨를 내리 눌렀다. "앗?" 순간, 소녀는 리오의 앞에 무릎을 꿇고 말았고 리오는 무시무시한 살기가 어린 눈 으로 그 소녀를 바라보며 물었다. "이런 힘을 가졌으면서 왜 산적이 된거지. 자신이 어떤 존재라는 것을 알기나 하 는 것인가." "‥내, 내가 산적이 되던 말던 무슨 상관이야!!!!" 소녀는 다시 일어나려 했으나 그녀의 어깨를 내리누르고 있는 리오의 팔은 꿈쩍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 리오는 곧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렇겠지. 산적이 되는 편이 가이라스 해방전선에 들어오는 것 보다 살 확률이 더 높으니까. 어차피 너 정도의 힘이라면 전방에서 전투기계처럼 이용될게 뻔 해. 그렇게 이용된다면 언제 죽어도 이상할 것이 없겠지. 그래, 널 위해서라도 넌 산적 이 어울리겠군." "‥으윽‥!!!" 마치 마음을 읽혔다는 듯, 소녀는 고개를 푹 숙이며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고 리오 는 살기를 거둔 후 씨익 웃은 뒤 뒤로 돌아서며 말했다. "후, 하지만 이제 산적질은 하지 마. 도둑질을 하는 아이는 나쁜 아이니까. 자, 마 르티네즈 대장. 상황은 끝났소." "뭐라고요!!!!" 리오가 그렇게 말 하자, 마르티네즈는 말도 안된다는 듯 몸을 벌떡 일으키며 리오 에게 소리치기 시작했다. "적어도 저 소녀 만큼은 잡아가야 하잖아요!! 그래야 이번 일이 해결됐다는 증거라 도 될 거 아니에요!!! 그리고, 저 아이가 다시 산적질을 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어 디있나요!!!" 그러자, 리오는 아직도 그 자리에 꿇어앉아 있는 소녀에게 다가갔고 그 소녀의 산 발을 살짝 해쳐 생각보다 큰 눈을 드러내며 마르티네즈에게 말했다. "보장은 여기 있습니다. 이 소녀의 눈이 다시는 산적질을 하지 않는다는 보장을 하 고 있죠." 그러자, 그 소녀는 움찔하며 리오를 올려다 보았고 잠시동안 할 말을 잃은 마르티 네즈는 다시금 인상을 찡그리며 소리쳤다. "소설에나 나올 법 한 그런 감상적인 말은 통하지 않아요!! 여기는 야만 종족이 들 끓고 있는 가이라스 왕국이에요!!! 현실을 직시할 줄 아는 사람인줄 알았더니 전혀 아니군요!!! 잊으셨나요? 여긴 전쟁터라고요!!!" 그 순간, 리오는 표정을 굳히며 마르티네즈에게 말했다. "당신이야 말로 이 아이가 아직 열 여덟살 밖에 되지 않았다는 것을 잊었군요." "‥?!" "만약 이 아이가 몸이 여린 보통 소녀라고 치죠. 당신은 이 아이 앞에서 그런 험한 말을 할 수 있습니까? 몸이 다르고, 성장한 환경이 다르다지만 이 아이는 열 여덟 살일 뿐입니다. 나무로 치자면, 언제든지 가지를 쳐서 똑바로 성장을 시킬 수 있 는 나이죠. 매도 때에 따라선 필요합니다. 하지만, 매를 때릴 이유를 말해주지 않 는다면 결과는 상처일 뿐입니다." "……." 마르티네즈는 아무런 반론도 할 수 없었다. 결국 그녀는 고개를 푹 숙이고 말았고, 리오는 곧 그 소녀의 어깨를 살짝 두드려주며 미소를 지은 체 말했다. "다친 곳은 없지? 네 동료들은 기절한 것 뿐이니 안심하고 여기서 기다리면 너에게 다시 돌아올거야. 다음에 다시 보면 이름이라도 가르쳐 주렴. 후훗‥." "…." 리오는 조용히 소녀로 부터 돌아섰고, 병사들을 향해 박수를 두어번 치며 말했다. "자자, 정돈. 이번 임무는 끝났으니 귀환 준비를 하시오. 던칸씨. 부탁드립니다." "‥아아, 알겠네." 던칸은 옆에 서 있는 마르티네즈의 어깨를 두어번 두드린 후 병사들에게 지시를 내리기 시작했다. 한편, 병사들은 자신들이 왜 왔는지 이유를 자신들에게 물으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리 경치가 좋지 않은 트로브 산에서 긴장의 산림욕을 한 것 같은 생각을 지울 수 없는 탓이었다. 한참동안 오만가지 상을 잡은 체 서 있던 마 르티네즈는 한숨을 길게 내 쉬며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또 지고 말았네. 저 남자에게‥." 마르티네즈는 아직도 땅바닥에 주저앉아 있는 소녀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 소녀의 시선은 여전히 리오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마르티네즈는 머리를 긁적이며 그 소녀 에게 사과를 하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당신들, 가이라스 해방전선의 정규군입니까." 그때, 서쪽의 숲에서 한 노인이 좋지 않은 안색을 한 체 마르티네즈에게 모습을 보였고, 마르티네즈는 갑자기 나타난 그 노인을 바라보며 대답했다. "예? 예‥그렇습니다만?" 그 대답에, 노인은 한숨을 길게 내 쉬며 마르티네즈에게 말했다. "‥가시기 전에 내 말을 좀 들어주시오. '랜시'야, 여기 잠깐 오려무나." 노인의 목소리에, 그 소녀는 움찔하며 반응했고 그 순간 마르티네즈는 저 소녀가 몇분 전 자신에게 도끼를 맹렬히 휘두르던 소녀일까 하고 의심하기 시작했다. "아, 할배!" 그 소녀는 순식간에 그 노인에게 다가와 찰싹 달라붙었고, 노인은 그 소녀의 머리 를 쓰다듬으며 다시한번 마르티네즈에게 부탁했다. 자신의 얘기를 들어달라고. 결 국, 마르티네즈는 고개를 끄덕이며 멀리 있는 리오와 던칸을 불렀다. ....................... . . . . . . . 병사들이 한쪽에 모여 잡담을 나누는 동안, 마르티네즈와 던칸, 그리고 리오는 원 래 이 산의 산적 두목이라는 노인과 리오가 쥐도 새도 모르게 눕힌 산적들, 그리고 '랜시'라는 이름의 소녀를 데리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노인이 밝힌 사정은 이 러했다. 자신이 52살 때‥. "‥아이들, 부하들과 함께 식료품을 사 오던 어느날이었소. 화창한 봄날이었지 아 마? 어쨌거나,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오는 길에 아기의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었소. 그래서 급히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가 보았는데, 그곳엔 정말 끔찍한 장면이 펼쳐 져 있었소. 이 아이, 그러니 랜시의 진짜 어머니가 랜시를 혼자서, 그것도 산 중턱 의 숲속에서 낳은 것이었소. 하지만 지독한 난산이었지. 우리들에게 발견될 당시 랜시는 온 몸에 자기 어머니의 피를 덮어쓰고 있었소. 랜시 어머니는 그때 이미 숨 이 끊겨 있었고, 결국 우리는 랜시와 랜시의 어머니 시신을 모시고 본거지로 돌아 왔소. 랜시 어머니의 장례를 치른 후, 우린 한가지 고민에 빠졌소. 갓난 아이 주제 에 우유를 하루에 세통식 먹어치우는 저 괴물 아이를 어떻게 할 것인가. 하지만 그 리 큰 고민은 아니었소. 지금은 저세상에 있는 내 부인이 여자아이도 한번 길러보 고 싶었다며 일침을 놓은 탓이었소." "‥그래서, 당신들이 랜시를 기르기 시작했다는 말씀이군요?" 마르티네즈는 그 노인의 옆에서 머리를 긁적이고 있는 랜시를 바라보며 더욱 더 미 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거나, 노인의 얘기는 계속 되었다. "랜시는 자라면서, 또 자라면서 덩치가 작은 편이 아닌 내 아들들을 능가하기 시작 했소. 나무는 원숭이 보다 잘 탔고‥또 힘이나 감각 등, 모든 것이 누가 가르쳐주 지 않았는데도 강했소. 천부적이었지. 그렇게 랜시가 열 여섯살이 되던 해, 지금 온 나라를 뒤덮고 있는 끔찍한 전쟁이 발발했소. 정규군만 피해를 입은 것이 아니 오. 브롤들에 의해 우리 본거지 사람들도 절반 이상이 죽음을 당했소. 내 아들 중 한명도 그곳에 끼어 있고‥. 순식간에 오빠들과 동료들을 잃은 랜시는 자신도 가이 라스 해방전선에 참여하겠다고 소리쳤으나, 난 그 아이에게 전쟁의 무서움을 설명 해 주며 다그쳤소. 왜냐, 현재 인재가 부족한 가이라스 해방전선이라면 이 아이는 최전방에 포진될 것이 분명하고, 최전방에 포진되면 작전 실패 시 아무리 이 아이 가 강하다 하더라도 죽음을 당할 게 뻔했기 때문이오. 결과를 생각하고 일을 하면 안된다는 말이 있지만, 그래도 기른 정이 있는데 어떻게 그럴 수 있겠소. ‥후우, 랜시가 그동안 여러분의 수송대를 습격한 것은 사과드리오. 정말 죽을 죄를 졌소. 하지만, 랜시는 늙은 나를 위해 나 대신 산적단 두목이라는 죄를 눌러 쓴 것이니 데려가려면 날 데려가시구려." "……." 모든 자초지종을 들은 마르티네즈와 던칸은 쉽사리 대답을 하지 못했다. 사정을 들 은 이상 랜시를 데려가기도 그랬고, 그렇다고 진짜로 이 노인을 데려가기도 그랬기 때문이었다. "거절하죠. 하지만, 랜시는 우리가 데려가겠습니다." "네에?!" 그때, 리오의 갑작스런 말이 튀어나왔고 모두는 움찔하며 리오를 바라보았다. 그러 자, 리오는 여전히 미소를 지은 체 손을 저으며 말했다. "아아, 놀라실 것은 없습니다. 약속드리죠. 랜시는 제가 책임을 지겠다고 말이죠. 이 전쟁이 끝나면 반드시 제가 랜시를 무사히 돌려보내드리겠습니다. 그러니‥." "자, 잠깐만요 리오씨!!" 결국, 마르티네즈와 리오는 다시금 말싸움을 개시하기 시작했다. ※※※ 폴·맨체스터 사령관은 상당히 당황한 얼굴로 리오의 뒷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물 론 대략적인 보고는 들은 상태이지만 아마 그가 아닌 다른 사람이라도 2미터가 넘 는 거인 소녀가 약간 겁에 질린 얼굴로 리오의 뒤에 숨어 자신을 흘끔흘끔 바라보 고 있다면 충분히 폴 사령관의 기분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폴 사령관은 뒤로 돌아서며 리오에게 말했다. "‥자네 나름대로 생각이 있었을테고, 또 난 자네의 생각을 언제나 믿는 편이니 자 네에게 그 아이를 맡기기로 하지. 대신, 말썽을 부린다거나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다면 나도 생각이 바뀔지 모르네. 알겠나." 리오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아아,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럼, 나가보겠습니다." "‥음." 폴의 간단한 대답을 들은 리오는 곧 랜시에게 윙크를 한 뒤 사령관실을 빠져 나갔 고, 랜시는 문 밖으로 나서자 마자 리오의 팔에 찰싹 달라붙으며 그의 팔 근육에 볼을 부비기 시작했다. "고마워 자기야." "음‥음? 이봐 랜시. '자기'라는 말을 쓰기엔 아직 이른 것 같지 않니?" 리오는 약간 당황해하며 랜시에게 말했으나, 랜시는 고개를 푸르르 저으며 말했다. "할배가 할매를 그렇게 부를 때 나도 얼마나 하고싶었는줄 알아? 히힛‥잘 부탁해 자기야." "아‥아아‥." 리오는 어색한 표정을 지은 체 고개를 가볍게 저을 뿐이었다. ------------------------------계속--- 『신계의 자료실-기사들의 기억 (go SGKNIGHT)』 10번 제 목:White Blue Vol. 7 올린이:jack21 (이경영 ) 99/01/22 11:51 읽음:972 관련자료 없음 ----------------------------------------------------------------------------- ----------------------------------------------------------------------------- "호족? 호랭이 종족이란 말이야?" 지크는 빵을 접시 위에 내려놓으며 리오에게 물었다. 리오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 했다. "‥용족과 맞먹는 힘을 가진 유일한 생명체 집단이지. 너도 알거야. 지금까지 서룡 족과 동룡족이 연합한 일은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을. 최근에 연합한 일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모두 호족과 싸우기 위해 연합을 했지. 호족이 서룡족이나 동룡족 각각으 론 도저히 상대를 할 수 없을 정도의 막강한 힘을 가진 탓이야. 물론 호족의 능력 은 전투쪽에 치우치긴 했지만, 확실히 용족으로서 그 힘은 무시못했어. 아무리 문 화가 높아도 그들이 마음먹고 침략을 한다면 끝이었으니까. Lord of Tiger의 힘은 아마도‥지금의 바이칼보다 강했을거야. 서룡족 장로님이 쓰신 역사책에도 그렇게 나왔으니까. 랜시가 내 앞에 나타났을때, 난 정말 놀라지 않을 수 없었어. 호족은 두 용족의 마지막 연합 공격을 받고 멸망했다는 기록도 있었거든. 호족의 갓난 아 이 하나까지 두 용족은 모조리 사멸시켰다고 해." 리오의 얘기를 들은 지크는 겨우 씹던 빵을 삼킬 수 있었다. 지크는 놀란 표정을 지은 체 다시 리오에게 물었다. "‥그런데, 지금 호족 하나가 살아서 돌아다닌다는 말이야?" "‥적어도 18년 전 두명 이상은 있었다는 소리야. 그러니 랜시가 태어났겠지. 어쨌 거나, 랜시는 아무것도 가르침을 받지 않은 상황에서 보통 사람은 가질 수 없는 동체시력과 힘, 반응력, 속도, 그리고 호족만의 육감을 가지고 있어. 아마 너나 내 가 저 아이를 제대로 가르친다면 우리 이상의 괴물이 될 것이 분명해. 호족으로서 의 혈통도 꽤 좋은 듯 하니까." "‥흐으으음‥." 지크는 길게 한숨을 쉬며 의자를 뒤로 제쳤다. 불안정한 자세이긴 하지만 다리로 식탁 밑을 받치고 있었기에 무리는 없었다. 게다가 지크라면 더더욱. 지크는 그 상 태로 리오에게 물었다. "‥만약, 바이칼 녀석이 랜시를 본다면 육회를 만들어 버린다며 난리를 칠텐데, 그 땐 어떻게 할거야?" "그게 제일 문제야. 주신계와의 조약으로 서룡족은 가즈 나이트들의 지원을 무제한 으로 받을 수 있지. 물론 요청을 받은 가즈 나이트의 판단에 따라 좌우되긴 하지만 바이칼 녀석은 다른 것을 보지 않고 즉시 랜시를 죽이라고 할거야. 하지만, 네가 생각해도 나나 네가 저 아이를 죽일 수 있울 것 같아?" "‥그렇‥지 뭐." 지크는 다시 자세를 원위치로 돌린 뒤 침대로 향했고, 편히 누우며 리오에게 말했 다. "그때 일은 그때가서 고민하자. 난 모르겠다아‥." "‥훗, 무책임한 녀석‥." 리오는 피식 웃으며 자신의 침대로 향했고, 벽에 걸려있는 자신의 망토를 정돈한 뒤 조용히 자리에 누웠다. Mission 2: [계곡의 전투] 랜시가 멤피스 벨에 들어온지 보름이 지났다. 비록 전투는 한번밖에 치루지 않았 지만 리오와 랜시라는 뛰어난 맴버가 두명이나 추가된 멤피스 벨은 적 본진까지 일 기에 돌파하는 엄청난 힘을 과시하며 '후방 특수부대'라는 말꼬리표를 당당히 떼어 낼 수 있었다. 그러나, 그런 전과에 비해 마르티네즈의 얼굴은 편치 않았다. 이전처럼 자신의 작 전으로서 승리를 얻은 것이 아니라 리오와 랜시 콤비의 파워 플레이에 의해 승리한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다시 기지에 돌아온 병사들은 신나게 술과 고기를 즐기 기 시작했고, 던칸은 오랫동안 보지 못한 자신의 아내와 아이를 보기 위해 술 한잔 만을 걸친 체 곧바로 집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마르티네즈는 묵묵히 맥주만을 마 실 뿐이었다. "야아, 멋졌어 붉은 머리씨!! 당신 실력 정말 끝내주던데!!!" "이봐, 우리 대장이 외로운 것 같으니 한번 해결해 보라고!! 하하하핫­!!!" 리오는 동료 병사들의 말을 들으며 씁쓸히 웃을 뿐이었다. 랜시를 브라디에게 맡겨 미리 숙소로 보낸 리오는 한쪽 자리에서 쓸쓸히 맥주를 마시고 있는 마르티네즈의 앞에 서며 넌지시 말했다. "먼저 가 보겠습니다. 그런데 다른 사람들하고 같이 드시지 왜 혼자서‥음?" 그때, 리오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마르티네즈가 리오의 옷자락을 손으로 잡아 끌어 당겼고, 흐린 눈으로 리오의 눈을 쏘아보며 말했다. "나 술은 잘 마셔요. 술로 승부를 내자고요 술로!!" "아, 아니 마르티네즈. 갑자기 무슨‥." 순간, 마르티네즈는 리오를 강하게 밀쳐냈고 다시금 맥주를 들이킨 뒤 리오를 향해 소리치기 시작했다. "난 아무에게도 지고싶지 않아!!! 죽음에게 지기 싫어서 이런 타향에서 지금까지 살아왔다구!!! ‥근데, 당신에겐 모두 지고 말았어. 검술은 물론이고 리더십, 심지 어는 인간성까지!!! 술잔을 들라구 술잔을!!! 술로 당신을 이겨버리겠어!!!!" 마르티네즈의 목소리에, 술집 안의 모든 병사들은 리오와 그녀쪽에 시선을 집중했 고 리오는 눈을 가늘게 뜬 체 마르티네즈를 바라보기만 했다. 결국, 리오는 마르티 네즈의 앞자리에 앉았고 손가락을 튕겨 술을 주문한 뒤 마르티네즈에게 말했다. "‥이길 수 있다면 해 보시지. 나도 당신의 그 말을 들으니 질 수 없겠는걸?" "‥흥, 본색을 드러내시는군‥." 그렇게, 마르티네즈와 리오의 대작이 시작되었으나 이미 상당히 취한 상태인 마르 티네즈로선 맘만 먹으면 취하지 않을 수 있는 리오를 이기기란 불가능했다. 결국, 30분도 안되어 마르티네즈는 식탁 위에 쓰러졌고 그것을 본 리오는 남은 술을 비운 뒤 마르티네즈를 어깨에 들쳐 업으며 술집을 조용히 빠져 나갔다. 병사들은 큰일 났다며 쑥덕거릴 뿐이었다. ※※※ "우, 우우웅‥!" 마르티네즈는 신음소를 내며 겨우 눈을 뜰 수 있었다. 커튼 밑으로 쏟아지는 빛을 보아 지금은 분명 정오가 분명했다. 잠시동안 천장을 바라보던 마르티네즈는 곧 상체를 일으켰고, 붕 떠서 사자 갈기를 방불케 되어버린 자신의 머리를 긁적이며 물이라도 마시기 위해 옆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히익­!?" 옆을 돌아본 순간, 마르티네즈는 의자에 앉아 망토를 덮고 잠을 자는 낮익은 남자 의 모습을 볼 수 있었고 그녀는 급히 자신의 몸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옷도 잠옷 으로 갈아입혀진 것을 보아 분명 리오가 자신의 몸에 손을 댔을거라는 생각이 그 녀의 머리를 지배하기 시작했다. "이, 이럴수가‥!! 여기까지 와서 결국‥!!! 어, 어떻게 이럴수가 있어‥!!!!!" 마르티네즈는 얼굴을 이불에 파묻으며 흐느끼기 시작했다. 그때, 그 소리에 의자에 서 잠을 자던 리오가 깨어났고 리오는 눈을 비비며 주위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흐으음‥아, 일어났군요 마르티네즈. 음? 실루엣은 벌써 나갔나‥." ‘‥시, 실루엣?’ 순간, 마르티네즈는 번쩍 고개를 들었고, 아직 그녀의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리오 는 부엌쪽으로 향하며 마르티네즈에게 물었다. "꿀은 가지고 있지 않나요?" "예? 아‥두번째 찬장에 있는데요‥?" "‥아, 그렇군요. 조금만‥기다리세요. 곧 꿀물을 타 드리죠." "…." 마르티네즈는 멍하니 리오가 있는 부엌쪽을 바라보다가, 한숨을 길게 내 쉬며 자 리에 누워 이불을 얼굴까지 덮었다. 몸이 덜 풀리고 머리가 아직 지끈거리는 탓도 있었지만, 잠시나마 죄 없는 사람을 의심했던 자신이 부끄러워서였다. 이윽고, 리 오는 꿀물을 마르티네즈의 침대 옆 탁자에 올려두었고, 종이로 위를 덮으며 그녀에 게 말했다. "‥이기고 싶으시다면 우선 브롤과 트루바, 콜코들을 이기십시오. 그리고 마지막 으로 당신 자신을 이겨보십시오. 무턱대고 타인을 이기려 했다간 당신 자신을 잃어 버리게 되니까요. 아 참, 실루엣이 걱정하더군요. 던칸씨에게 잘 말씀드릴테니 오 늘은 몸조리 잘 하시도록. 후훗‥." 곧, 문 소리가 들렸고 리오가 나간 것을 확인한 마르티네즈는 손을 이마에 댄 체 다시금 한숨을 쉬었다. 너무나 심경이 복잡했고 또 가슴 한 구석이 너무나 아파왔 다. 잠시동안 그렇게 누워있던 마르티네즈는 리오가 타준 꿀물을 마시며 자신의 책상으로 향했고, 자신의 할머니가 준 일기장을 조용히 펴 보았다. 마르티네즈는 어딜 가든지 일기장은 꼭 챙겨가는 버릇이 있었다. 어렸을 때부터 일기를 즐겨쓰던 버릇인 탓도 있었지만, 그만큼 꼼꼼한 성격이라는 것을 나타내주는 것이기도 했다. 일기장의 마지막을 편 마르티네즈는 그 일기장 마지막에 종이 하나가 접혀있는 것 을 볼 수 있었고, 처음 보는 종이였기에 그녀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 종이를 빼 서 펴 보았다. 마치 수십년은 된 듯한 종이여서 그녀는 조심스레 종이를 폈고, 그 곳엔 짧막한 글이 쓰여져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이게 뭐지? ‥음? 말스 왕국력 138년?! 지금이 529년이니까‥400년이나 된 글 이잖아!!" 마르티네즈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지금까지 있지 않던 종이가, 그것도 400년 전의 이야기가 쓰여진 종이가 자신의 일기장에 끼워져 있다는 것은 놀라기에 충분 한 일이었다. 마르티네즈는 천천히 그 내용을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말스 왕국력 138년‥내 나이는 오늘로 40이 되었다. 난 정말 크나큰 죄를 저지 르고 있다. 여섯번째 아이가 부인에게서 태어났다. 난 내 부인을 사랑하고 있는 것 일까. 겉으로는 그녀를 사랑한다면서, 난 아직도 리카를 잊지 못하고 있다. 정말 내 부인에게 미안할 따름이다. 하지만 속으로 이렇게 미안하다면서 여섯번째 딸 아 이의 이름을 리카라고 지은 난 죄인중에 죄인이다. 아이를 낳느라 고생한 부인이 나에게 물었다. 리카라는 이름‥좋은 이름이라고. 난 죽어서도 내 착한 부인에게 죄값을 치를 수 없을 것 같다. ‥제발 돌아와 주시오‥나의 영웅‥음?" 마르티네즈는 글의 마지막 부분이 심하게 훼손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알아 보려고 했지만 종이 뒷쪽이 희미하게 보일 정도로 훼손이 되어 있는 탓에 마지막 글귀는 결국 볼 수가 없었다. 마르티네즈는 이상하다 생각하며 다시 그 종이를 접 어 일기장 끝에 끼워두었다. "‥아, 맞아. 일기장 뒤에‥." 그녀는 일기장 뒷쪽을 바라보았다. 그곳엔 가죽을 인두로 짖눌러 쓰여진 작은 단 어가 쓰여져 있었다. 그 단어는 '리카'라고 확실히 쓰여져 있었고, 마르티네즈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인상을 찡그렸다. "‥400년 전의 사람? 리카? 그런데, 왜 그 일기가 내 일기장 사이에 끼워져 있던 거지?" 마르티네즈는 꿀물을 단숨에 들이킨 뒤 대충 세면을 하고 옷을 갈아입은 후 집 밖 을 나섰다. 리오를 찾아 누군가가 자신의 일기장을 건드렸냐고 묻기 위함이었다. 물론 리오가 건드렸을 수도 있었지만, 또다시 사람을 의심하긴 싫었던 탓에 마르티 네즈는 열심히 요새 안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한참동안 돌아다니던 마르티네즈는 브라디, 랜시와 어울려 놀고 있는 실루엣을 볼 수 있었고 마르티네즈는 실루엣에게 다가가 어제밤의 일을 묻기 시작했다. "‥아, 어제? 너무 걱정하지 마 마르티네즈. 마르티네즈의 옷은 내가 갈아입혀 주 었으니까. 일기장? 글쎄? 그건 나도 잘 모르겠는데‥?" "‥아아, 그래. 알았어, 그럼 있다가 보자 실루엣. 아 참, 어제 고마웠어." "으응, 별말을 다 하네." 실루엣과 헤어진 마르티네즈는 리오를 찾기 위해 다시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그러 나, 그녀가 찾고 있는 리오는 실루엣들이 놀고 있던 건물의 뒤에서 지크와 함께 묵묵히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리오의 이야기를 들은 지크는 마르티네즈가 멀리 간 것을 확인한 뒤 리오를 바라보며 물었다. "‥저 여자가 바로‥? 하지만, 단순히 후손일 뿐일텐데 왜 일이 이렇게 된거지?" 그러자, 리오는 씁쓸히 미소를 지은 체 나지막히 말했다. "‥사람의 소망이라는 것은 아름답긴 하지만 어쩔땐 공포스러운 힘을 가지기도 해. 아무래도 이번 일의 원인은 '그 녀석'같아. 더 지켜보도록 하자 지크." "‥쳇, 난 정말 '그 녀석' 그럴줄은 몰랐는데‥." 지크는 머리를 긁적이며 한숨을 길게 쉴 뿐이었다. ----------------------------계속--- 『신계의 자료실-기사들의 기억 (go SGKNIGHT)』 11번 제 목:White Blue Vol. 8 올린이:jack21 (이경영 ) 99/01/22 11:51 읽음:977 관련자료 없음 ----------------------------------------------------------------------------- 여러가지 패러디들이 가즈 소모임에 올라오고 있습니다. 일단은 자유 게시판에 올라오고 있사오니, 많은 사랑과 평가를 부탁드립니다. PS... 방구 뿡이다.. ----------------------------------------------------------------------------- 다음 임무가 떨어질 때까지, 리오는 지크와 함께 랜시에게 검술의 기초를 가르쳐 주고 있었다. 랜시는 덩치에 맞게 클레이모어 계열의 대검도 마치 레이피어 다루 듯 자유롭게 다룰 수 있었다. 지크는 바이론의 딸을 보는 것 같다며 처음엔 농담 조로 비웃었지만, 자신 이상의 빠른 속도로 모든 것을 익혀 나가는 랜시를 보며 지크는 고개를 저었다. "‥헤에, 이거 진짜 가르칠 맛이 나는 꼬마인데? 물론 나보다 크긴 하지만‥." "음, 기술의 증가에 맞춰 힘도 증가하고 있어. 그것도 무서운 속도로 말이야. 아무 래도 우리가 진짜 호랑이에 날개를 달아주는 것이 아닐까." "…." 리오의 말에 지크는 머리를 긁적일 뿐이었다. 그때, 리오가 내 준 과제를 다 끝낸 랜시가 수건으로 땀을 닦으며 리오와 지크 앞에 달려왔다. 비록 몸 전체가 땀에 젖 긴 했지만 랜시의 얼굴엔 미소가 담겨져 있었다. 자신이 강해지고 있다는 것에 대 한 기쁨인지, 아니면 또 다른 무엇인지는 랜시 말고는 모르는 것이었지만 지크는 좋게 생각을 하는지 손을 흔들며 랜시에게 말했다. "야아, 수고했다 랜시. 오늘은 어제보다 빨리 끝냈는데?" "헤헷, 고마워요 사부. 다음엔 뭘 하면 되나요?" "음, 일단 점심을 먹고 알려줄께. 자, 나랑 먹으러 가자. Let's go, Let's go‥." "아, 잠깐만요. 리오도 같이 먹으러 가요." 랜시의 말에, 리오는 어깨를 으쓱이며 고개를 저었다. "아아, 미안. 브라디가 정오쯤에 숙소로 오라고 했거든." "‥알았어요." 랜시는 약간 풀이 죽은 듯 고개를 끄덕였고, 그것을 본 지크는 인상을 살짝 찡그린 체 리오를 바라보며 전음으로 말했다. 「이봐, 네가 꼬신 여자는 네가 책임져야 하지 않아?」 「‥후훗, 나중에 키스라도 해 주지 뭐.」 "아‥." 그때, 랜시의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고 리오와 지크는 깜짝 놀라며 랜시쪽을 바라보 았다. 리오와 눈을 마주친 랜시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곧 식당이 있는 쪽으로 뛰어 가기 시작했고, 그것을 본 리오는 표정을 굳히며 지크에게 물었다. "‥가즈 나이트 끼리의 전음을 알아들었단 말인가?" "‥그, 글쎄. 아, 난 쟤 따라갈테니 있다가 보자. 그럼 안녕." 지크 역시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며 랜시를 따라갔고, 가만히 랜시가 뛰어 간 방향을 바라보던 리오는 한숨을 가볍게 쉬며 몸을 돌렸다. 물론, 그의 머리속엔 용족이 왜 호족을 두려워 했는지에 대한 생각이 꽉 차 있었다. 리오 역시 어렴풋이 이유를 알 것 같아서였다. 숙소에 도착한 리오는 숙소 앞에서 실루엣과 얘기를 나누고 있는 브라디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실루엣, 브라디, 그리고 랜시는 정신수준과 나이가 비슷했던 탓에 - 물론 브라디는 정신수준만 - 상당히 친했고, 놀때도 별 탈 없이 놀 수 있었다. "아, 오셨어요 리오님?" 실루엣과 한참 얘기를 하던 브라디는 리오를 보자마자 그에게 날아와 어깨에 살포 시 앉았고, 리오는 브라디의 작은 머리를 손가락으로 쓰다듬으며 실루엣에게 인사 를 했다. "오늘은 좋아보이는구나 실루엣. 기분 좋은 일이라도 있었니?" "‥으응, 아무것도 아니에요." 몸에 살이 좀 많은 탓에 펑퍼짐한 옷, 모자, 그리고 두꺼운 안경을 쓰는 실루엣은 오래간만에 리오 앞에서 미소를 짓고 있었다. 하지만, 리오의 질문엔 미소만 지을 뿐, 대답은 하지 않았다. 그때, 입이 좀 가벼운 편인 브라디가 리오의 귀에 입을 대며 나지막히 속삭였다. "살 빠졌대요. 그것도 1개월 전에 비해 4kg이나." "브, 브라디! 무슨 얘기를 하는거야!" 브라디가 리오에게 무엇을 얘기하는지 눈치를 챈 실루엣은 울상을 지으며 소리쳤 고, 리오는 한숨을 지으며 실루엣의 앞에 앉아 그녀의 통통한 볼을 손으로 살짝 두 드려 주었다. "처음에 왔을 때보다 얼굴이 밝아진 것을 보니 나도 기쁘구나. 계속 미소를 잃지 말아줘 실루엣.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알았지?" "‥예, 알았어요." 실루엣은 볼을 살짝 붉히며 고개를 끄덕였고, 리오는 브라디와 함께 숙소로 들어가 며 실루엣에게 말했다. "지금 빨리 식당으로 가보렴. 지크가 랜시와 함께 식사를 하고 있으니까." "‥지, 지크 오빠요‥?" 순간, 실루엣의 얼굴은 파리하게 변했고, 그것을 본 리오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실 루엣에게 물었다. "음? 왜 그러니 실루엣?" "‥아, 아니에요. 그럼 가볼께요 리오. 나중에 뵈요." 실루엣은 곧바로 거리를 뛰어가기 시작했고,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리오는 브 라디를 바라보며 물었다. "지크가 무슨 일이라도 저지른거야?" "‥흥, 지크님 성격 잘 아시잖아요. 실루엣만 보면 맨날 살빼라고 놀리신다니까요. 지크님도 이제 자기 나이를 생각해야지 나이를‥. 주책이라니까." 리오는 곧 브라디와 함께 숙소 안으로 들어갔고, 브라디는 리오의 어깨에서 날아 올라 그의 앞 탁자위에 앉으며 용건을 얘기하기 시작했다. "북쪽에서 내려온 바람 정령들이 준 정보에요. 에르파라스 고원에 있다는 신의 전 차가 정말로 솟아올랐다고 해요." "‥! 정확한 시기는?" "지금으로 부터 한 보름 정도라고 해요. 그 이상의 정보는 얻지 못했어요. 그 신의 전차에서 뿜어지는 기운이 너무도 두려운 나머지 나무, 땅 등 모든 정령들이 남쪽 으로 도망치고 있다는게 마지막이었죠." "‥그래?" 리오의 눈은 한층 가늘어졌다. 그가 그런 표정을 지으면 상당히 심각한 일을 고민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브라디는 다시 리오의 앞에 몸을 띄우며 그에게 물었 다. "‥저어, 리오님. 한가지 여쭤봐도 되나요?" "음? 아아, 그래." 리오는 다시 표정을 풀며 고개를 끄덕였고, 브라디는 곧 주저없이 그에게 물었다. "리오님, 이번 일의 원인을 알고 계시나요?" 그 질문에, 리오는 머리를 긁적이며 곤란해 하다가 한숨을 길게 쉬며 말했다. "음‥글쎄. 확실하진 않아서 정확히 말해줄 수는 없지만, 아마 내가 만난적이 있는 사람일 것 같아. 지금과 같은 상황이 한 세계에 일어나면 가즈 나이트가 개입한다 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이지. 뭐, 사람이 아닐 수도 있고. 혹시 모르지. 악마왕 중 한명이 무언가를 노리고 그랬을 수도. 어쨌든, 정확한 원인이나 이유는 나도 확 실히는 몰라." 리오는 웃으며 말을 맺었다. 그러나, 그 얘기를 한참 듣고 있던 브라디는 불만어린 표정으로 팔짱을 끼며 퉁명스레 내 뱉었다. "거짓말." "음?" 리오는 순간 당황해 했고, 브라디는 리오의 눈 앞에서 손가락질을 하며 소리치기 시작했다. "능구렁이처럼 아는걸 모르는 체 하지 마세요!! 사람이 그러면 못쓴다고요!! 솔직 히 말하세요, 리오님은 이번 일이 원인과 이유를 알고 계시죠!!!" "…." 리오는 묵묵히 어깨를 으쓱였고, 곧 브라디의 얼굴은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그녀가 막 화를 내기 직전, 리오는 자리에서 일어나 끌고가듯 브라디의 옷을 잡아당기며 말했다. "자아 자, 배고프면 화를 잘 내게 되니 점심이나 먹으러 가자. 갑자기 배가 고파지 는데‥." "이젠 두번째 필살기인 말 돌리기를 터득하셨군요!!! 세이아님께 이를거에요!!!" "허어, 난 진실을 말했다니까."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 "정말이래도." 리오와 브라디의 말 싸움은 식당 앞에 도착할 때까지 멈추지 않았다고 한다. ※※※ 물에 젖은듯이 머리에 달라붙어 윤기를 내고 있는 숏트 스타일의 머리, 검은색 타 이트 위로 단단히 입은 흑색 도복, 가늘지만 단단하게 보이는 긴 다리, 그리고 허 리에 장비된 두자루의 소검. 짙은 나무그늘 사이에 숨어있는 그녀의 모든 것은 그 녀를 더더욱 아름답게 숨겨주고 있었다. 그녀의 가는 눈이 움직였고, 그녀의 시선 은 사이롤 기지의 야외 식당에 멈추어졌다. 그 중에서도 붉은 장발을 가진 남자에 게 그녀의 시선은 고정되었고, 그녀는 조용히 허리춤에 매여있는 얇은 망원경을 뽑아 눈에 가져갔다. 마법렌즈로 만들어진 망원경이었기에 아무리 얇다 해도 성능 은 뛰어났다. 게다가 적외선등의 특수 광선으로도 사물을 분간할 수 있어서 그녀 와 같은 직업, 즉 암살자들에겐 최고의 장비품이었다. 그 망원경으로 가만히 붉은 장발의 남자를 바라보던 그녀는 다시 망원경을 제자리에 꽂았고, 아무런 표정도, 감정도 없는 얼굴로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리오·스나이퍼‥죽어줘야겠어." 쉭­ 순간, 바람소리와 함께 그녀의 몸은 사라졌다. 더욱 놀라운 것은 그녀가 움직였을 때 나뭇잎 하나도 흔들리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 . . . . . . "아줌마, 여기 2인분 더 주세요!" 지크는 마지막 햄 조각을 입에 넣으며 고메스 부인을 불렀고, 고메스 부인은 인상 을 찡그린 체 지크를 바라보며 소리쳤다. "이보게, 저녁 메뉴까지 다 먹을 참인가? 자네 지금 몇인분 먹은줄 알기나 하는건 가?" "어허, 줄거에요 안줄거에요. 난 복잡한거 싫으니 어서 주세요." "‥참 내." 고메스 부인은 다시 주방으로 들어갔고, 지크와 랜시는 손을 마주치며 다시 나올 식사를 즐겁게 기다리기 시작했다. 한편, 옆에서 리오와 함께 식사를 하던 실루엣 과 브라디는 불만어린 얼굴로 지크를 쏘아보고 있었다. "‥아아, 어쩌면 사람이 저렇게 경우가 없을까. 한번 먹었다 하면 10인분을 넘게 먹으니‥. 인간의 내장을 가지고 있지 않은게 분명해. 지크님은‥." "‥난 지크 오빠가 저렇게 먹어대는대도 살이 안찐다는게 더 불만이야." 실루엣의 말을 들은 순간, 브라디는 곧 정색을 하며 실루엣에게 말했다. "지크님은 운동하잖아. 넌 안하고." "‥!! 그, 그런‥!!!" 그 순간, 실루엣은 충격을 받은 듯 울상을 지었고 리오는 위로하듯 실루엣의 머리 를 부벼주며 브라디에게 말했다. "브라디, 말버릇좀 고치라고 몇번이나 말했잖아." "‥아, 죄송해요 리오님. 미안해 실루엣." 실루엣에게 브라디가 사과하는 것을 본 리오는 한숨을 길게 내 쉬며 의자를 뒤로 젖혔고, 바로 뒤에서 식사를 하는 지크의 어깨에 머리를 대며 나지막히 물었다. "R(리오)에 걸겠어, 아니면 J(지크)에 걸겠어." "‥너부터." "‥W(여자)니까 난 R에 걸지. 후훗‥." "호오, 그러면 형수가 화낼텐데?" 다시 의자를 바로 한 리오는 자리에서 일어서서 지크의 머리를 강하며 부빈 후 야 외 식당을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후, 난 총각이라니까." ------------------------계속--- 『신계의 자료실-기사들의 기억 (go SGKNIGHT)』 12번 제 목:White Blue Vol. 9 올린이:jack21 (이경영 ) 99/01/22 11:52 읽음:975 관련자료 없음 ----------------------------------------------------------------------------- ----------------------------------------------------------------------------- "자아, 나오시지 아가씨. 점심은 내가 살테니 말이야." 리오는 웃으며 당당히 앞쪽을 향해 말했다. 그러자, 리오로 부터 열발자국 떨어진 지점에서 분홍색의 꽃잎들이 나타나 회오리를 치기 시작했고 그 회오리가 극에 달 한다 싶었을 때 꽃잎은 사라지고 한명의 여성이 나타났다. 하얗다 못해 창백한 얼 굴을 한, 검은 숏트 머리의 미녀였다. 식당쪽에서 그녀를 본 지크는 그녀의 미모에 감탄한 듯 휘파람을 휘익 불었고, 근처에서 일을 하던 병사들과 다른 사람들도 넋 을 잃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힘없고 무감정한 눈을 묵묵히 바라보던 리오는 곧 팔짱을 끼며 그녀에게 물었다. "‥용건은." "죽이는 것. 당신을." "­?!" 그 순간, 리오의 망토는 크게 펄럭였고 리오와 그 여성의 위치는 눈 깜짝할 사이에 바뀌어졌다. 어느새 두개의 소검을 양 손에 나누어 든 그녀는 조용히 뒤로 돌아섰 고, 자신을 긴장한 얼굴로 바라보고 있는 리오에게 나지막히 말했다. "강하군. 생각보다." "‥큭!!" 그녀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리오의 망토는 깊숙히 잘려 나갔고 그 사이에선 붉은 색의 선혈이 튀어 올랐다. 그것을 본 지크는 움찔하며 자리에서 일어났고,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마, 말도 안돼‥? 나보다 빠르다니?!" 그 사실은 리오도 깨닫고 있었다. 지크보다 훨씬 빠른 이동속도, 그리고 자신이 디 바이너로 방어를 하기도 전에 자신의 앞가슴을 벤 신속의 검술. 리오는 뭔가 이상 하다 생각했다. 왠만한 상황에서도 검을 상대와 거의 엇비슷하게 뽑거나 더 빨리 뽑고 있어야 할 자신이 부상을 당한 이후, 지금에야 검을 뽑고 있는 것이었다. ‘이런 실력자가 기 수준은 보통의 암살자 정도라니‥! 그리고, 대체 누구지?’ 리오가 그렇게 생각을 하는 동안, 그 수수께끼의 미녀는 왼쪽 칼날에 묻어있는 리 오의 피를 손 끝에 묻힌 뒤 자신의 눈 밑에 화장품을 바르듯 발라나갔고, 그 직후 무서울 정도의 살기를 뿜으며 다시 리오에게 말했다. "5분. 그 동안 당신을 죽이지 못하면 난 임무 실패." 순간, 그녀의 모습은 다시금 사라졌으나 한번 당한 이상 리오도 가만히 있을 이유 는 없었다. ‘무념‥!!’ 파앙­!!!!!! 리오의 디바이너는 마치 오케스트라 지휘자의 지휘봉처럼 일순간 예술적으로 움직 였고, 동작이 멈춤과 함께 디바이너의 날 끝과 자루의 끝에선 동시에 불꽃이 튀겼 다. 리오의 기술중 으뜸이라 할 수 있는 지하드도 막아낸 최고의 반격기, 버밀리온 크로스의 응용판을 리오가 지금 사용한 것이었다. 막아냈다 생각한 순간, 리오는 디바이너 전체에 기를 쏟아 부었고 디바이너 양 끝에 막혀버린 그 여성의 소검들은 스프링에 튕기듯 양쪽으로 튕겨져 날아갔다. 그녀는 힘없이 검을 놓쳤고, 리오는 디바이너를 빠르게 역회전시키며 그녀의 급소 부분을 내리쳤다. "하앗­!!" "…." 디바이너의 검 끝이 그녀의 윤기있는 머리카락 끝에 닿았다고 생각한 순간, 디바이 너는 사진이 정지한 것과 같이 공중에서 멈춰버리고 말았다. 리오가 일부러 멈춘 것은 아니었다. 어느새 그녀의 왼손이 디바이너의 중앙을 잡아 고정시키고 있었고, 순간 당황한 리오는 옆으로 몸을 힘껏 젖혔다. "이런!?" 퍼엉­!!!!!! 굉음과 함께, 붉은색의 빛이 리오의 복부가 있던 곳에서 번뜩였고 리오의 뒷쪽 50 여 미터 부분의 집은 마치 폭탄 테러를 당한 건물처럼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다. 다 행히도 그 건물 안엔 아무도 있지 않았지만, 현재 리오에겐 그것이 중요한게 아니 었다. 그녀의 오른손에서 뿜어진 가공할 만한 위력의 발경. 옆으로 몸을 젖힌 탓 에 리오의 몸은 무사했지만 그의 옷 복부 부분은 심하게 튿어져 나간 상태였다. 리 오는 인상을 찡그리며 뒤로 물러섰고, 그 수수께끼의 미녀는 양 손을 벌려 튕겨져 나간 자신의 소검을 수거했다.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는 리오의 등엔 어느새 식은 땀이 서려 있었고, 이런 느낌은 실로 오래간만에 받는 리오는 침을 꿀꺽 삼키며 생각하기 시작했다. ‘기의 수준이 문제가 아니다. 강하다, 확실히 강하다. 하지만, 함부로 힘을 썼다 가는‥!!’ 리오는 함부로 마법이나 기술등을 쓸 수가 없었다. 그랬다간 이 요새 사람들에게 취조 아닌 취조를 받을 것이 뻔했고, 자칫 잘못하면 이번 임무가 무로 돌아갈 것이 뻔한 탓이었다. 속으로 그렇게 고민하는 리오를 가만히 바라보던 그 여성은 묵묵히 검을 거두었고, 눈을 감으며 리오에게 말했다. "시시해. 이기려는 생각을 가지지 않은 상대는 죽일 가치도 없어. 당신에게 투지가 생겼을 때 다시 오겠어." "‥뭐? 잠깐! 이름이라도 말 해봐!!" 리오는 황당하다는 듯 눈을 크게 뜨며 그녀를 바라보았고, 다시 꽃잎의 회오리에 감싸여진 그 수수께끼의 여성은 다시금 눈을 뜨고 리오를 바라보며 말했다. "다섯번째 데스 발키리. 이름은 '유로'." 그 말을 끝으로 그녀는 사라졌고, 리오는 디바이너를 거둔 후 베어진 망토를 벗으 며 길게 한숨을 내 쉬었다. 데스 발키리의 수준이 단 몇년만에 가즈 나이트의 수준 을 뛰어 넘은 것인가 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그것은 아니었 다. '유로'라는 이름을 들은 브라디의 얼굴은 새파랗게 변해버렸고, 즉시 곁에 있 는 지크의 귀에 입을 대며 지크만 겨우 들을 수 있을 정도의 목소리로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잠시동안 설명을 듣던 지크는 곧 말도 안된다는 얼굴로 브라디를 바라보 며 입모양 만으로 브라디에게 침묵의 외침을 했다. 「악마왕 '바알'의 외동딸? 그러면 집에서 발 뻗고 편하게 자지 왜 여기와서‥!!」 「나두 몰라요!! 하여튼, 그녀가 데스 발키리로서 단독 행동을 한 것이라면 괜찮겠 지만 만약 누군가의 지시로 리오님을 죽이려 했다면 정말 큰일나는 것이라구요!!」 「‥젠장, 있다가 말하자!!!」 그 동안, 리오는 자신의 생체 재생기능을 좀 늦춘 체 상의를 벗고 옷으로 지혈을 하고 있었다. 물론 그에게 있어서는 가벼운 상처였지만 괜히 급히 아물게 했다간 곤란했기 때문에 약간 고통스러워도 그런 방법을 사용하고 있었다. "잠깐만요, 무슨 짓을 하는거에요 리오씨!" 사람들에게 둘러 싸인 체 걱정 속에서 홀로 지혈하고 있는 리오의 귀에 낮익은 목 소리가 들려왔다. 리오를 비롯한 다른 사람들은 그쪽을 바라보았고, 어디서 구해왔 는지 커다랗고 깨끗한 면 이불을 들고 온 마르티네즈가 사람들을 밀치고 리오에게 다가오는 모습이 그들의 눈에 들어왔다. "팔 들어요! 세상에, 이렇게 큰 상처가 났으면서 그런 더러운 옷으로 지혈을 하다 니 미쳤군요!! 그런 것으로 지혈하는 것 보다 차라리 손을 안대는 것이 더 나아요! 팔을 좀 더 높게 들어요!!!" 마르티네즈는 능숙한 솜씨로 리오의 가슴에 난 상처를 헝겁으로 덮고 묶으며 지혈 작업을 계속 했고, 손을 머리 위로 올리고 있던 리오는 자신의 상처를 지혈하고 있 는 마르티네즈를 보며 슬쩍 미소를 지은 체 물었다. "‥왠일이죠? 당신이 저를 다 치료해 주고." "당신은 소중한 사람이니까요." "‥네?" 그 순간, 주위의 모든 사람들은 마르티네즈를 중심으로 침묵의 인형이 되었고, 리 오 역시 놀란 듯 미소를 지웠다. 물론 귀가 좋은 지크와 브라디는 말 할 필요도 없 었다. "‥그 유로라는 여자한테 죽는것 보다 세이아씨에게 죽는게 더 빠르겠는데." "‥제 생각도 그래요." 한참동안 리오의 상처를 지혈하던 마르티네즈는 갑자기 분위기가 이상해진 것에 움 찔하며 주위를 둘러보았고, 역시 그녀를 바라보던 한 병사는 옆의 병사에게 금화 하나를 건내주며 씁쓸히 중얼거렸다. "‥역시 리오가 해 냈군. 자, 우선 100골드 받아." 그 병사를 시작으로, 다른 병사들 역시 내기에서 승리한 동료들에게 금화를 건내주 었고 갑자기 일어난 상품 전달식에 의아해한 마르티네즈는 리오를 바라보며 물었 다. "아, 아니 이 사람들 갑자기 왜 이러는거죠?" 그러자, 리오는 씁쓸히 웃으며 대답해 주었다. "‥후훗, 당신 말을 오해한 모양이군요." "‥예? 제 말이라니‥아, 아앗?!" 순간, 아까 자신의 말이 어떤 오해를 불러 일으킬 수 있는지 깨달아버린 마르티네 즈의 얼굴은 새빨갛게 변해버렸고, 결국 리오 상처의 지혈도 잊은 체 주위를 돌아 보며 소리치기 시작했다. "이, 이봐요!!! 그게, 그런 뜻이 아니라고요!!!!! 난 그저 리오씨가 가이라스 해 방전선에 소중한 전력이라는 뜻이었다고요!!!! 사람 말을 좀 들어 봐요!!!!!!" 그러나, 병사들은 돈을 주고 받기에 정신이 없었고 그녀의 당황한 그 모습을 귀엽 다는 듯이 바라보던 리오는 마르티네즈가 묶다 만 헝겁을 자신이 스스로 묶은 뒤 손으로 마르티네즈의 양 볼을 잡으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어쨌든, 고마워요 마리. 후훗‥." 리오는 곧 마르티네즈의 이마에 살짝 키스를 해 주었고, 마르티네즈의 신체는 그 즉시 정지해버리고 말았다. 자신의 상의와 망토를 챙긴 리오는 손을 흔들며 병사들 사이를 비켜 어디론가 빠져 나갔고, 확인 사살까지 당한 마르티네즈는 완전히 굳어 버린 체 멍하니 그 자리에 서 있을 뿐이었다. 얼굴에 미소를 지은 체 지크들에게 돌아온 리오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자리에 앉 았다. 순간, 랜시가 쏜살같이 달려와 리오의 몸에 묶인 헝겁 위를 손가락으로 살짝 건드리며 울상을 지은 체 묻기 시작했다. "리, 리오! 괜찮은거야 리오!" "아아, 너무 걱정하지 마 랜시. 가벼운 상처니까. 그건 그렇고 브라디. 아까 그 유 로라는 여자, 알고 있‥." "세이아님께 이를거에요." 리오가 마르티네즈에게 키스하는 것을 보았는지, 브라디의 얼굴은 뾰로퉁해진 상태 였고 리오는 나중에 설득하자 생각하며 실루엣쪽을 바라보았다. "‥후우, 실루엣. 마르티네즈 대장을 좀 부탁해도 되겠니? 갑자기 정신적인 충격을 받은 것 같은데‥." "아, 알았어요 리오." 실루엣은 곧바로 마르티네즈가 있는 쪽으로 달려갔고, 리오는 다시금 한숨을 길게 내 쉬며 지크에게 말했다. "‥상상 이상이었어, 그 유로라는 여자. 지금까지 여성으로서 날 이정도로 압도한 존재는 여신들 이후 처음이야." "‥으음, 정말 상상 이상이었지." 지크는 당연하다는 듯 팔짱을 낀 체 고개를 끄덕였고, 리오는 드디어 지크가 상황 을 파악했구나 생각하며 속으로 안심했다. 그러나, 지크의 얘기는 예전과 다름 없 이 아직 끝난게 아니었다. "네가 저 여자를 이정도로 빨리 꼬실줄은 정말 상상도 못했어." "‥이봐‥." .......................... . . . . . . . . 그 일이 있은지 하루가 지났다. 그날 정오, 구석마다 거미들이 집을 짓고 있는 작전 회의실은 오래간만에 진지한 분위기가 넘쳐 흘렀고 모든 부대의 대장들과 중요 인물들이 모인 것을 확인한 맨체 스터 사령관은 흑판에 붙어 있는 브리타니 계곡 지형도를 지휘봉으로 지적하며 작 전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브롤의 부대 중에서도 악명이 높기로 소문난 '울러'의 대 부대가 3일 후 이 계곡 을 통과할 것이라는 정보가 들어왔소. 이 부대가 만약 전방의 적 부대들을 지원하 게 된다면 전세가 우리에게 불리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되오. 전세를 일단 유 지하고 적의 힘이 빠지길 기다렸다가 일시에 밀고 올라가는 것이 총 사령부의 생각 인 만큼, 우리는 이번 작전을 꼭 성공시켜야 하오. 자, 설명을 시작하겠소. 그러니 까‥." 맨체스터 사령관의 작전 지시가 마악 시작될 무렵, 리오는 마르티네즈의 모습이 어 디에도 보이지 않자 고개를 갸웃거리며 옆에 서 있는 던칸에게 마르티네즈의 상황 을 물었다. 그러나, 던칸 역시 마르티네즈가 어디 있는지 모른다며 고개를 저었고 리오는 결국 지크는 뭘 알겠지 하면서 역시 옆에 있는 지크에게 마르티네즈의 상황 을 물었다. 그러자, 지크는 씨익 웃으며 리오의 다섯시 방향을 가리켰고 리오는 그 쪽을 흘끔 바라보았다. "‥?" 사령관실 구석엔 마르티네즈가 서 있었다. 그러나, 리오와 시선이 마주친 순간 마 르티네즈는 도망치듯 자리를 이동했고 리오는 이해를 하지 못하겠다는 듯 어깨를 슬쩍 으쓱였다. "‥왜 그러지?" --------------------------계속--- 『신계의 자료실-기사들의 기억 (go SGKNIGHT)』 13번 제 목:White Blue Vol. 10 올린이:jack21 (이경영 ) 99/01/22 11:53 읽음:997 관련자료 없음 ----------------------------------------------------------------------------- 오래간만에 계란을 집에서 쪄 먹게 되었다. 한참 열심히 계란을 까고 있는데 내 앞엔 모두 까진 계란이 수북히 올려져 있었다. 난 그때 겨우 하나를 까고 있었는데...어머니(49세)께서 계란을 까시는 스피드는 그야말로 신속(神速)이었다. "어머니, 저 태어나기 전에 계란장사 하셨나요?" 어머니께선 의외로 간단히 대답하셨다. "지랄하네." ----------------------------------------------------------------------------- 작전회의가 끝난 뒤, 마르티네즈는 도망치듯 자신의 숙소로 돌아왔다. 옷도 갈아입 지 않고 부츠만 벗은 체 자신의 침대 속으로 들어간 마르티네즈는 베게에 얼굴을 파 묻으며 얼굴을 부볐다. 도대체 자신이 왜 그런 소리를 해서 다른 사람들로 부 터 의심을 받아야 하는지 이해가 안갔고, 또 무심결에 그런 말을 한 자신이 너무 나도 싫었다. ‘아아, 클루이베르트. 난 어떻게 해야 해‥!! 이렇게 낮뜨거운 일을 벌렸으니 다 른 사람들 하고 작전도 제대로 할 수 없을거야. 아아, 난 이번 작전에서 빠져야지. 아, 아니야. 난 멤피스 벨의 대장이야. 그럴 순 없는데‥.’ "마르티네즈, 마르티네즈 일어나 봐. 뭐하는거야." 그때, 문소리와 함께 실루엣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마르티네즈는 여전히 베게에 얼 굴을 묻은 체 실루엣에게 말했다. "나 피곤해. 잘래. 그러고 다른 사람이 나 찾아오면 나 없다고 해. 알았지." "‥마, 마르티네즈. 그건 좀 곤란한데‥." "‥응?" 마르티네즈는 움찔하며 실루엣이 있는 쪽으로 몸을 돌렸다. 문가엔 실루엣만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과 함께 소문의 주인공이 된 리오도 서 있었다. 리오는 여전히 미 소를 머금은 체 마르티네즈에게 물었다. "‥앉아도 될까요." "‥네." 마르티네즈는 약간 헝클어진 자신의 머리를 대충 정리하며 침대 위에 앉았고, 리오 역시 그녀의 앞에 의자를 놓고 앉았다. 리오는 묵묵히 마르티네즈를 바라보았고, 역시 리오를 바라보던 마르티네즈는 얼마 지나지 않아 고개를 돌리고 말았다. 그녀 의 그런 반응을 본 리오는 곧 자신이 가지고 온 서류철을 꺼내 그녀의 앞에 놓았 고, 그것을 펼치며 이번 작전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브리타니 계곡의 지도와, 멤피스 벨이 맡은 지역의 세부 지도입니다. 사령관님껜 내일 오전중으로 작전 계획서를 보내드리기로 했으니, 참고하시고 보아주세요. 아, 여기 다른 부대가 맡은 지역의 세부 지도도 있습니다." 마르티네즈는 솔직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무슨 얘기로 자신을 괴롭히러 왔을까 생각한 리오가 의외로 마르티네즈 자신이 오늘 제대로 듣지 못한 작전 계획을 들고 그것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었다. "적들의 확실한 위치, 숫자등은 정보가 없습니다. 그저 이곳을 지나간다는 것 뿐이 지요. 우리 멤피스 벨의 임무는 그들의 위치와 예상 경로를 미리 파악하는 것입니 다. 저녁쯤에 멤피스 벨 간부회의가 있을테니 참석해 주시고‥." "‥아, 잠깐만요 리오씨." 그때, 마르티네즈가 중간에 말을 끊었고 리오는 말을 멈추며 마르티네즈를 바라보 았다. "당신의 모습은 당신 자신이 만들어 가는 것입니다. 마르티네즈 대장님이 지금부터 라도 다른 사람들 앞에서 평상시와 같은 모습을 보여주신다면 당신이 고민하는 문 제는 끝나게 됩니다." "‥하, 하지만 일이 이미 벌어진 상황에서 어떻게‥!!" "단도직입적으로 묻죠. 마르티네즈 대장, 아니 마리씨. 당신은 절 좋아하십니까." "?!" 마르티네즈는 속으로 외쳤다. 그렇지 않다고. 그러나 그녀의 입은 떨어져 주지 않 았다. 리오는 계속 진지한 눈으로 마르티네즈를 바라볼 뿐이었다. 뒤에 서 있던 실 루엣은 얼굴이 빨개진 체 둘을 바라보았고, 제 3자가 있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고 역시 얼굴을 달구던 마르티네즈는 순간 눈을 질끈 감으며 대답했다. "좋은 동료로서 생각하고 있어요." 그러자, 리오는 빙긋 웃으며 말했다. "자신의 생각대로, 순수하게 행동하세요. 가식이 붙으면 붙을 수록 남들이 생각하 는 당신의 평가는 달라지게 되니까요. 자, 그림 저녁에 뵙겠습니다 마르티네즈 대 장." 리오는 곧 일어선 뒤 마르티네즈의 숙소를 빠져 나갔고, 그가 나간 후 실루엣은 즉 시 리오가 앉았던 자리에 앉으며 마르티네즈에게 묻기 시작했다. "어땠어, 어땠어? 리오씨가 좋아하냐고 물어볼때 솔직히 어땠어 마르티네즈?" "‥아, 아니 뭐 그런걸 물어보니. 나 좀 잘테니 이제 누가 오더라도 나 깨우지 마. 알았지." 마르티네즈는 대답을 회피하듯 이불을 덮어 썼고, 실루엣은 실망이라는 듯 인상을 구기며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흥, 실은 좋았으면서." "‥실루엣‥!" 순간, 마르티네즈는 이불을 슬쩍 걷으며 실루엣을 쏘아보았고 실루엣은 총총히 자 신의 방으로 피신해 들어갔다. ....................... . . . . . . 「리오씨, 저번에 보내주신 선물과 메세지, 정말 잘 받았습니다. 고마워요. 아, 그 런데요‥브라디가 이상한 얘기를 하더군요. 리오씨에 관한 얘기인데, 그 말을 듣고 전 솔직히 슬펐답니다. 하지만, 리오씨께서 절 정말로 생각해 주신다는 것을 아는 데 제가 어찌 의심하겠나요.」 리오와 함께 한참 세이아의 메세지를 보고 듣던 지크는 피식 웃으며 리오에게 말했 다. "힛힛, 의심 한다는 소리로 들리는건 까." "글쎄다." 리오는 약간 떫은 표정을 짓고는 메세지 전송용 장치 옆에 떠 있는 브라디를 바라 보았고, 브라디는 움찔하며 다른 곳에 시선을 돌렸다. 「그럼 리오씨, 이번 일 끝나면 일찍 돌아와 주세요. 그날은 제가 특별히 새로 배 운 요리를 해 드릴테니까요. 그럼, 언제나 건강하시길‥.」 그렇게, 세이아의 짧막한 메세지는 끝이 났고 리오는 우유를 탄 커피를 마시며 한 숨을 길게 내 쉬었다. 전송장치를 끈 브라디는 곧 어색한 미소를 지은 체 리오에 게 다가왔고, 머리를 긁적이며 그에게 물었다. "헤, 헤헷‥. 리오님 화 안나셨죠?" "‥아아, 별로." 그러나, 리오의 표정은 그리 밝지만은 않았고 브라디는 다시 움찔하며 속으로 큰일 났구나 생각했다. 커피를 다 마신 리오는 눈을 감고 머리를 벽에 기대며 브라디에 게 말했다. "‥유로라는 여자에 대해 자세한 설명좀 해 주겠니." "아, 예! 물론입죠!" 브라디는 곧 눈을 반짝였고, 탁자 위에 앉은 후 유로에 대한 설명을 시작했다. "신계의 시간으로 약 400년 전에 태어난 여자에요. 악마왕 바알의 유일한 딸이고, 그녀의 어머니는 벗꽃 요정족 여왕이죠. 어머니의 생사는 불명인데, 하여튼 알 수 없는 미모와 벗꽃을 다루는 신비한 능력 때문에 유로는 어렸을때 바알의 딸이라는 이름 대신 '벗꽃 공주'라는 이름으로 불렸죠. 그 이후의 정보는 저도 자세히는 모 르는데, 설마 그렇게 강력한 힘을 지니고 우리들의 앞에 나타날줄은 꿈에도 몰랐 어요." 브라디의 얘기를 가만히 듣고 있던 리오는 가만히 천장에 시선을 둔 체 무언가를 생각하다가 눈을 감으며 고개를 숙였고, 그의 그런 반응에 지크와 브라디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곧, 리오가 입을 열었다. "‥그녀의 어머니 생사는 내가 알고있어. 그녀를 죽인건 나니까." "예에?!" 순간, 브라디와 지크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리오는 다시 눈을 뜨며 그때의 얘기 를 하기 시작했다. "‥400여년 전일거야. 일시는 확실히 기억나진 않지만, 주신께서 한 차원의 사람들 이 벗꽃의 향에 취해 광기를 부리고 있다며 그 원인을 찾아 제거하라는 명을 내리 셨지. ‥아마 맞을거야. 그땐 완전히 모습이 변한 상태라서 잘 몰랐지만 지금 네 얘기를 들으니 그녀가 맞는 것 같아. 그땐 모습이 상당히 흉칙하게 변한 상태였는 데, 그 이유는 악마왕 바알의 정(精)을 받은 것 때문에 그런 것 같아. 어쨌든, 유 로에 대한 수수께끼는 일단 풀린 듯 하군. 다음번에 만났을땐 주의해야 하겠어." 그의 얘기를 들은 지크와 브라디는 잠시동안 말이 없었다. 그러던 중, 지크가 리오 에게 질문을 던졌다. "‥다음번에 만나면 그 여자 어떻게 할거야? 죽일거야?" "음? 왜?" "‥예쁘던데." "‥훗, 마녀 타르자도 미인이었지. 자, 얘기는 이쯤에서 끝내자. 난 볼 일이 있으 니 이만 나가보지. 저녁 늦게 들어올 것 같으니 걱정말고 그냥 자거라 브라디." "예에." 리오는 망토를 챙겨 입은 뒤 곧바로 숙소를 나섰고, 지크는 침대 위에 누운 뒤 메 세지 파일 제생기를 챙기고 있는 브라디에게 물었다. "별다는 정보는 없니 꼬마친구?" "‥아, 사바신님께서 지원 오신대요. 바이론님이 레디를 데리고 임무를 가신 탓에 손이 없는 사바신님께서 지원을 오신다고 들었어요. 언제 오실진 몰라요." 그러자, 지크는 반갑다는 표정을 지으며 상체를 일으켰다. "오, 그래? 헤헷, 그 녀석 오래간만에 다시 보겠는걸? 아, 그런데 휀은 뭐한데? 그 에스토드 왕국인가 뭔가에서 눌러 산데?" 계속 지크가 질문만을 되풀이하자, 참을성이 별로 없는 브라디는 인상을 찡그리며 지크에게 투덜댔다. "‥이봐요 지크님. 전 만물박사가 아니라구요." "아, 미안해 만물요정." "…." ※※※ "어이, 할배. 말좀 물읍시다." "‥? 뭐유 젊은 양반?" "사이롤 요새인가 하는 곳이 어딘가요?" "‥사이 뭐? 어딜 얘기하는거유?" 농부의 대답이 맘에 들지 않았는지, 사바신은 인상을 찡그리며 지도를 펼친 후 농 부에게 보이며 자신이 원하는 곳의 위치를 다시 물었다. "이거요 이거. 여기 사. 이. 롤. 말이에요." 늙은 농부는 입에 담배를 물며 가만히 지도를 들여다 보았다. 그러다가, 일순간 주 먹으로 사바신의 머리를 내리 치며 거칠게 소리치기 시작했다. "이 젊은 놈이 노인을 희롱해!!! 이눔아, 여긴 말스 왕국이야!!!!" "‥엥?" "머리카락 솟은 녀석들은 다 저렇게 멍청한가? 허, 참 내!!!!" 농부는 성큼성큼 어디론가 사라졌고, 사바신은 머리를 긁적이며 이상하다는 듯 나 지막히 중얼거렸다. "‥말스 왕국은 또 어디야? 이거 돌아버리겠네‥." 사실, 사바신과 레디를 한 조로 만든 것은 다름아닌 주신의 직속 비서 피엘이었다. 그녀는 사바신이 엄청난 방향음치라는 것을 이전부터 알고 있었고, 그것을 보완하 기 위해 레디를 그에게 맡긴 것이었다. 그러나, 바이론이 레디를 빼았아간 이후 리오 등을 지원하기 위해 이곳으로 온 사바신은 고생아닌 고생을 하고 있었다. --------------------계속--- 『신계의 자료실-기사들의 기억 (go SGKNIGHT)』 14번 제 목:White Blue Vol. 11 올린이:jack21 (이경영 ) 99/01/22 11:54 읽음:1007 관련자료 없음 ----------------------------------------------------------------------------- 겨울에 어깨를 수술하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근데 수술은 지금까지 한번 밖에 안해봐서 얼마나 걸릴지 모르겠는데,,, 으으으... 비가 오려나...헐... Image에 제 사진이 올라와 있습니다. 빨간색 화살표로 표시된 인간이 저... ----------------------------------------------------------------------------- "저어, 사이롤 요새가 어디 있는건가요?" 사바신은 거대한 규모의 성벽으로 둘러져 있는 한 도시의 앞에서 우물쭈물 기웃거 리다가 결국 문지기로 보이는 병사에게 물었고, 병사는 잠시 사바신을 위, 아래로 바라보다가 옆의 동료에게 조용히 물었다. "‥우리 에스토드 왕국에 사이롤이란 요새가 있었던가?" ※※※ 간단한 행군을 한지 3일. 사이롤 요새의 부대는 브리타니 계곡에 도착할 수 있었 다. 계곡 에 다다르자 마자 각 부대들은 최종 작전에 따라 자신들이 맡은 지역 으로 각각 이동했고 멤피스 벨은 적 부대가 지날 것으로 예상되는 계곡의 골을 따 라 북쪽으로 이동해 갔다. 브리타니 계곡은 1년은 홍수, 1년은 가뭄이라는 특이한 자연적 현상 때문에 1년은 이동로로, 1년은 뱃길로 사용된다. 하지만 뱃길로 이용 된다 해도 그 뱃길은 엄청난 모험가들이나 자살을 원하는 사람이 아니면 거의 이용 을 하지 않는다. 이유는 계곡 자체가 워낙 구불구불하고 계곡 양쪽 절벽이 상당한 높이로 솟아올라있는 탓에, 배가 만약 급류에 휩쓸리기라도 한다면 절벽과 충돌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멤피스 벨이 지나고 있는 올해는 가뭄이 드는 해여서 급류에 휩쓸릴 이유는 없었다. 현재 계곡엔 작은 물살이 흐를 뿐이었다. 계곡을 걷는 동안 랜시는 인상을 쓴 체 계곡 지형도를 외우고 있었다. 리오가 시킨 것이긴 하지만 자신이 만약 지형을 익히지 못한다면 쉽게 될 작전이 어렵게 되는 것을 랜시는 알고 있었다. 한편, 리오는 사이롤 요새를 출발한 순간부터 아무와도 얘기를 나누지 않고 있었다. 3일 내내 잠도 자지 않았고(그래도 문제는 없지만), 식사시간에도 리오의 시선은 언제나 주위를 돌고 있었다. 던칸은 왜 그러냐고 이유 를 물으려 했지만 왠지 물어서는 안될 것 같은 분위기에 그도 고개를 내 저었다. ‘‥지크를 데려올걸 그랬나? 신경이 쓰여도 너무 쓰이는군. 저 아가씨‥.’ 리오는 왼쪽 위를 바라보았다. 힘겹게 절벽을 뚫고 나온 나무의 굵다란 뿌리 위에 예전에 리오와 대결을 했던 '유로'가 마치 명상에 잠긴 공주처럼 다소곳이 앉아 있 었다. 물론 리오 외에 다른 사람들은 그녀를 볼 수 없었다. 그들이 밟고 있는 습지 에서부터 수십미터 윗쪽에 유로가 위치한 탓이었다. 아마 마르티네즈등이 보았을 때엔 나무정도로만 보일 것이다. 사실, 리오가 집중을 했을 때엔 아무리 호족인 랜시라 해도 감각적으로 그를 따라 올 수는 없었다. 리오가 계속 인상을 굳히고 있는걸 본 랜시는 리오의 옆으로 다가 오며 그에게 물었다. "리오, 무슨 문제라도 있는거야?" "‥음? 음‥별거 아니야. 그건 그렇고 랜시, 지형적 위치는 어느 곳이 더 좋을 것 같아?" 리오의 질문을 들으면서도 랜시는 약간 이상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평상시 엔 언제나 사람의 눈을 보면서 말을 하던 리오가 지금은 표정을 완전히 굳힌 체 주위에 계속 시선을 돌리며 말하는 것이었다. 그러면서도 랜시는 일단 자신이 알아 낸 것을 대답해 주었다. "뭔가 이상해. 사령관이 받았다는 정보의 출처를 알고 싶을 정도야." "‥뭐?" 리오는 순간 움찔하며 유로에게 집중되어 있던 감각을 원래대로 사방에 확산시켰 다. 잠시동안 걷는 것을 멈추고 눈을 부릅뜨고 있던 리오는 곧 탄식을 터트렸고, 곧 랜시의 어깨를 두드리며 힘겹게 미소를 지었다. "‥후우, 네가 아니었다면 전멸할 뻔 했구나. 그건 그렇고 큰일인데‥? 지금이라면 나도 막을 방법이 없어." "‥음? 뭐를?" 랜시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물어오기가 무섭게, 리오는 앞열에 있는 마르티네즈에 게 큰 목소리로 소리쳤다. "마르티네즈!!! 이봐요 대장!!!" "‥예?" 쿠우우우우우우우우웅­!!!!!!!!! 마르티네즈는 왠일인가 하며 리오를 돌아보았다. 그 순간, 그녀는 보지 말아야 할 광경을 보고 말았다. 멤피스 벨의 행렬 맨 끝쪽의 계곡이 굉음과 함께 폭발을 했 고, 그와 동시에 아래쪽으로 대량의 바위와 토사가 떨어지기 시작한 것이었다. 물 론 끝쪽에서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 폭발은 점점 마르티네즈가 있는 쪽을 향해 다 가오고 있었다. 그것을 본 마르티네즈는 말을 잊고 말았고, 그녀의 넋이 나갔다는 것을 안 리오는 결국 디바이너를 뽑아 들며 역시 넋이 나가있는 병사들에게 소리쳤 다. "도망쳐!!!! 급속 전진!!!!!! 죽고싶지 않다면 앞으로 전진해!!!!!" "으, 으아아아아아아아악­!!!!!" 이미 대열의 뒷쪽은 낙석에 의해 처참히 짖이겨진 상태였다. 그것 뿐만이 아니었 다. 한참 뛰고 있는 리오와 랜시, 그리고 병사들의 앞쪽에서도 절벽에 설치된 폭 발물이 터진 것이었다. 그것 때문에 한참 전진하던 리오와 랜시를 향해 바위들이 떨어져 내렸고, 리오는 그 찰나에 모든 신경을 집중하여 상황을 파악하기 시작했 다. "랜시, 반드시 무사해라!!!" "응?!" 순간, 리오는 랜시의 팔을 잡은 후 그녀를 뒤로 강하게 끌어 당겼고, 랜시는 기력 이 실린 리오의 던지기에 힘없이 뒤로 날려졌다. "리, 리오!!!" "사람들하고 같이 후방으로 탈출해!!! 부탁한다 랜시!!!" 그 말이 끝나기 전, 리오와 랜시의 사이엔 대량의 토석이 쌓였고 그 사이에서 우물 쭈물하던 병사 몇은 결국 즉석에서 만들어진 돌무덤을 사용해야 하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그러나, 리오는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오랜 시간 쌓아온 그의 경험이 말 해주었다. 이런 상황에서 죽은 사람은 단백질과 칼슘 덩어리일 뿐이라는 사실을. 물론 거기서 상황이 끝난 것은 아니었다. 폭발과 낙석은 마치 작정이라도 한 사람 처럼 계속되었고, 리오는 죽어 나가는 병사들과 돌들을 피하며 계속해서 전진을 했 다. 한편, 마르티네즈와 던칸은 말을 탄 덕분에 다른 병사들 보다는 안전하다고 할 수 있었다. 물론 오십보 백보이긴 했지만. "던칸, 어떻게 해야 하죠!!" "나도 몰라! 어쨌든 알고 있는건 이런 상황이 바로 절망적인 상황이라는거야!!!" 마르티네즈는 눈을 질끈 감았다. 괜히 정찰을 맡은 것인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위치를 잡고 편안히 있는 편이 훨씬 나았을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너무도 싫고 지긋지긋했다. 자신이 왜 이런 짓을 하고 있어야 하는가. 다른 여자들 같으면 자신의 나이쯤에 결혼하여 편히 애나 보고 있어야 할텐데. "‥클루이베르트‥!!! 살려줘요‥!!!!!" 마르티네즈는 더더욱 눈을 질끈 감았다. 그리고 그녀의 눈에선 눈물이 새어 나왔다. "마르티네즈!!!! 위험해!!!!!" "­?!" 던칸의 목소리, 마르티네즈는 눈을 번쩍 떴고 자신의 앞에 납작하고 두꺼운 돌덩이 하나가 떨어지는 것을 그녀는 볼 수 있었다. "아, 안돼!!!" 그녀는 말의 고삐를 잡아 당기려 했으나 아쉽게도 그런 생각이 들었을 때 마르티네 즈의 말은 앞에 떨어진 돌에 충돌하여 앞쪽으로 날아가 버리고 말았다. "아아아아악­!!!!!!" 그녀의 말과 마르티네즈는 동시에 땅바닥으로 떨어졌고 몸무게가 가벼운 마르티네 즈는 몇바퀴 굴러서야 겨우 멈추고 몸을 눕힐 수 있었다. 머리가 띵하고 하늘이 빙 빙 돌았다. 마르티네즈는 갑자기 쉬고 싶다는 생각을 떠올렸다. 이대로 누워 있고 싶었다. 한쪽 구석에선 무슨 미친 생각이냐며 반항했지만 그녀의 몸은 움직여 주지 않았다. "‥아‥." 그때, 그녀의 눈에 작은 점이 들어왔다. 그 점은 점점 크기를 더해가기 시작했고, 그것이 낙석이라는 사실을 안 마르티네즈는 이를 악물며 몸을 다시 일으키려 했다. 그 순간, 마르티네즈의 볼에 촉촉한 무언가가 닿아왔다. 그리고 그녀의 시선에도 분홍색의 무언가가 하늘거렸다. ‘‥꽃잎‥.’ 마르티네즈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리고 자신은 현재 절대 정상이 아니라는 생각도 해 보았다. 그때, 마르티네즈를 향해 떨어지던 거대한 바위가 거짓말처럼 모래덩이 로 변했고, 그 모래들은 바람에 날리듯 다른 쪽으로 휘날려갔다. 소수의 모래가 마 르티네즈에게 떨어질 따름이었다. "‥아, 아앗?!" 순간, 겨우 정신을 차린 마르티네즈는 재빨리 몸을 일으켜 주위를 둘러보았다. 아 직도 폭발과 낙석은 끝나지 않았고, 그녀의 주위엔 아무도 있지 않았다. 마르티네 즈는 일단 본능적인 쪽으로 나가기로 했다. 일단 낙석으로 부터 도망치기로 한 것 이었다. "잠깐‥." "‥? 흡?!" 그때, 막 움직이려던 마르티네즈의 몸이 누군가의 품에 안겼고 마르티네즈는 깜짝 놀라며 윗쪽을 바라보았다. 자신도 여자 치고는 상당히 큰 편이었지만 지금 자신을 껴안고 있는 여자는 자신보다 머리 하나는 더 커보였다. 윤기가 흐르는 숏트 머리 에 마치 시간이 정지해 버린 듯 한, 힘 없고 무감정한 눈을 지닌 미녀. 마르티네 즈는 기억할 수 있었다. 몇일 전 리오를 습격한 여자라는 사실을. 이윽고, 그녀의 옅은 색 입술이 움직였다. "좋아하게 될거야. 리오라는 남자." "‥예?" "그 남자를 좋아하게 되는 것은 여자로선 불행. 즐거워 할 것은 없어." 그때, 그녀의 온 몸이 분홍색으로 변한다 싶더니 곧바로 꽃잎 덩어리가 되어 사방 으로 휘날렸고 마르티네즈는 멍하니 허공만을 바라볼 뿐이었다. "‥무, 무슨 소리야‥? 무슨‥." 강렬한 꽃잎의 향기가 그녀의 코 안으로 스며들었고, 마르티네즈는 마치 잠에 빠지 듯 스스륵 눈을 감고 말았다. ※※※ 마르티네즈는 자신의 손을 바라보았다. 통통하고 귀여웠다. 자신이 알고 있는 자신 의 손이 아니었다. 옆에 있는 거울. 그녀는 그것을 바라보았다. "…." 말은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거울 속의 모습이 자신의 어렸을 적 모습이라 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몇살인지는 도저히 알 수 없었다. 마르티네즈는 어느새 밖에 나와 있었다. 왜 집 밖으로 나왔을까 생각하며 마르티네 즈는 집의 현관문을 밀어 보았다. 그러나 문은 열리지 않았고, 마르티네즈는 하는 수 없이 누군가가 올 때까지 앞의 계단에 앉아있기로 했다. "‥여기 있었니?" 그때, 마르티네즈의 귀에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녀는 즉시 소리가 들려 온 쪽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시선이 도저히 그 누군가의 얼굴까지 올라가지 않았 다. 그 누군가‥그 남자는 조용히 마르티네즈의 옆에 앉았고, 친절한 웃음소리를 내며 마르티네즈에게 말했다. "오빠에게 다시 들려주지 않겠니? 화이트 블루라는 노래‥." "…." 마르티네즈는 아무런 말도 나오지 않았다. 그러자, 그 남자가 마르티네즈의 어깨를 살짝 흔들며 그녀를 부르기 시작했다. "‥음? 마르티네즈, 마르티네즈? 마리, 괜찮니? ‥마리?" "‥아앗?!" 순간, 그녀의 시야가 밝아졌고 곧바로 온 몸이 통증때문에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통증이 전해지는 것으로 보아 살아있는 것은 확실했다. "대장, 마르티네즈 대장! 정신이 드나요!" 낮익은 목소리‥. 마르티네즈는 시선을 그쪽으로 돌려보았다. 그 남자의 붉은 장발 이 자신의 옆에 와 닿아 있었다. "‥리, 리오씨‥?" 마르티네즈는 머리를 부여 잡으며 몸을 일으켰다. 형용할 수 없는 통증이 그녀의 몸을 휘감아 왔고, 마르티네즈는 이를 악물며 겨우 신음소리를 참아내었다. "괜찮아요? 자아, 이걸 먹어봐요. 좀 쓰긴 하겠지만 치료를 하는 동안의 통증을 삭혀줄거에요." 마르티네즈는 리오의 손에 들린 길고 굵은 뿌리를 바라보았다. 맛이 있어 보이진 않았지만 통증을 가시게 해 준다는 말에 그녀는 그것을 곧바로 집어 입에 넣었다. 정말 쓰긴 했지만 먹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고, 잠시 후 리오의 말 대로 몸의 통증 은 점점 사라지기 시작했다. "‥이제 통증은 가셨나요? 자, 그럼 특별히 아픈 부분을 말해봐요. 제가 보기엔 등쪽에 통증이 심할 것 같은데‥." "‥등 보다는‥허리와 골반 뒷쪽에‥. 왼쪽 어깨도 좀 아팠었어요." "‥흐음, 그래요? 그럼 제가 몸을 다시 눕혀드릴테니 가만히 계세요." 리오는 조심스럽게 마르티네즈의 몸을 등쪽이 보이게 혔고, 팔을 최대한 편하게 펴 주었다. 리오는 곧바로 손바닥을 그녀의 등에 댔고, 마르티네즈는 리오의 손바 닥이 닿은 등이 상당히 뜨거워짐을 느낄 수 있었다. "아, 어떻게 된거죠?" "‥등쪽에 입은 충격이 허리와 골반 뒷쪽까지 전해졌죠. 등쪽이 아프지 않았던 이 유는 그쪽의 신경이 마비된 탓이에요. 지금 제 손바닥이 뜨겁게 느껴지는 이유는 순전히 기공 치료에 의한 것 때문이니 안심하고 계세요." "‥예." 그렇게, 리오의 치료를 받으며 마르티네즈는 머리를 굴려보기 시작했다. 한사람, 한사람의 얼굴의 그녀의 눈 앞을 스치고 지나갔다. 던칸, 랜시, 그리고 다른 모든 병사들‥. "‥리오씨. 부대는 어떻게 되었나요? 생존자는요?" 그녀의 질문에, 리오는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던칸씨는 실종되셨고, 다른 사람들의 생존은 불확실합니다. 그리고 현재 이 장 소에 있는 사람은 우리 뿐이에요." -------------------------계속--- 『신계의 자료실-기사들의 기억 (go SGKNIGHT)』 15번 제 목:White Blue Vol. 12 올린이:jack21 (이경영 ) 99/01/22 11:54 읽음:984 관련자료 없음 ----------------------------------------------------------------------------- 아아...여행을 가고 싶다. 돈. 좀. 줘.... ----------------------------------------------------------------------------- 리오는 알고 있었다. 자신이 유로에게만 신경을 집중한 나머지 절벽에 폭발물이 장 치되어 있다는 사실조차 알아내지 못했다는 것을. 물론 죄책감이 들긴 했지만 이미 끝난 상황에 마음을 둘 겨를은 없었다. 우선 마르티네즈와 함께 이 계곡에서 빠져 나가는 것이 급선무인 탓이었다. 물론 자신의 힘을 최소로 사용하면서. 기공치료를 받은 마르티네즈는 그런대로 몸을 움직일 수 있는지 리오의 도움 없이 자리에서 일어났고, 곧바로 리오에게 지금의 상황에 대한 것을 물었다. "‥이제 어떻게 하면 좋죠? 이대로 임무를 계속한다는건 불가능할텐데‥." "임무는 잊는게 좋을 것 같군요. 우선은 이 계곡을 가급적 빨리 빠져 나가 다른 부 대와 본진에게 함정이라는 것을 알려야 합니다." 리오의 말에, 마르티네즈는 말도 안된다는 표정을 지었다. 계곡을 사이에 둔 절벽 의 높이도 높이지만 경사가 거의 직각에 가까웠기 때문에 왠만큼 암벽 등반을 잘 하는 사람이 아니면 제일 빠른 길로 탈출하는 것은 불가능했고, 뒤로 가는 길은 무 너진 암반에 의해 막혀버렸기 때문에 길은 단 하나, 절벽 위로 올라갈 수 있는 지 형이 나올 때까지 앞으로 전진하는 것 뿐이었다. "‥리오씨, 당신이라면 저 절벽 위로 등반할 수 있겠죠?" 마르티네즈의 질문에, 리오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예, 그렇습니다만‥." "‥그럼, 절 놔두고 혼자 올라가세요. 전 여기서 구조를 기다릴께요." 그러자, 리오는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훗, 그럴 순 없죠. 대장을 놔 두고 혼자 후퇴하는 병사가 어디 있습니까." "이건 대장으로서의 명령이에요." 마르티네즈의 말은 단호했고, 얼굴도 진지했다. 리오는 가끔씩 이 여자가 이해되지 않는다 생각하며 다시 말했다. "그렇다면 명령 불복종을 하죠. 그리고 한가지 더, 이 자리에서 저에게 암벽 등반 을 하라는 말씀은 저에게 죽으라는 소리 밖엔 되지 않습니다." "‥예?" 마르티네즈가 놀라며 자신을 바라보자, 리오는 곧바로 턱으로 북쪽 길을 가리켰고 그곳에 시선을 돌린 마르티네즈는 곧바로 검을 뽑아 들었다. 수십마리의 브롤들이 가축을 도살할 때 쓰는 것과 비슷하게 생긴 아치형의 검들을 들고 이쪽으로 몰려오 는 모습이 보인 탓이었다. "‥제가 막을테니 당신은 뒤로 물러서서 화살에나 주의해 주세요. 단, 쓸데없이 앞으로 나오진 말아주시길." "‥뭐라고요? 잠깐만요!!! 쓸데없이 나오지 말라니, 절 무시하는 발언으로 들리는 군요!!!" 리오의 말에 발끈한 마르티네즈는 순간 리오의 앞을 가로막으며 따져들기 시작했 고 리오는 한심하다는 듯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며 말했다. "‥사과할테니 어서 뒤로 물러나세요. 지금 이럴 상황이 아닙니다." "난 물러서지 않을거에요!!! 적들과 맞서 싸울겁니다!!!" 순간, 리오의 얼굴은 단숨에 일그러졌고 디바이너로 브롤들이 몰려오는 길의 절벽 쪽을 가볍게 그은 후 마르티네즈에게 소리치기 시작했다. "무슨 생각으로 그런 말씀을 하시는지 들어볼 수 있습니까!!!" 쿠우우우우웅­!!!!! 순간, 절벽의 한쪽이 깨끗히 베어지며 브롤들을 향해 떨어져 내렸고 몰려오던 브롤 들의 대다수는 갑자기 떨어져버린 절벽의 일부분에 압사를 당하고 말았다. 나머지 브롤들은 갑작스런 상황에 어리둥절하며 뒤로 슬금슬금 물러나기 시작했고, 마르티 네즈는 처음으로 보는 리오의 화난 얼굴에 움찔하며 뒤로 주춤거렸다. "저, 저는‥." 마르티네즈는 자신의 입이 왜 떨어지지 않는지 궁금했다. 마치 잘못을 저지르고 자 신의 아버지에게 훈계를 받을 때 처럼, 마르티네즈는 이상하게도 반문을 할 수 없 었다. 잠시동안 마르티네즈를 쏘아보던 리오는 곧 눈을 질끈 감으며 돌아섰고, 그 가 돌아서자 마자 브롤들은 완전히 겁에 질리며 북쪽으로 허겁지겁 도망치기 시작 했다. 상황이 일단 정리된 것을 안 리오는 디바이너를 거둔 뒤 마르티네즈에게 말 했다. "‥이번 일이 끝난 뒤 절 군법회의에 넘긴다 해도 아무 말 하지 않겠습니다. 대신, 이것만은 알아주시길. 전 이런 급박한 상황을 당신보다 훨씬 많이 경험해 봤고, 저 의 그런 경험은 분명 이 계곡을 탈출하는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러니, 만약 마 음에 들지 않으셔도 참고 제 말을 따라주십시오. 단, 조언은 받아들이겠습니다." 리오는 그렇게 말을 맺은 뒤 북쪽을 향해 걷기 시작했고, 고개를 숙인 체 아무런 말도 하지 않던 마르티네즈는 묵묵히 리오를 따라 북쪽으로 향해가기 시작했다. "‥아, 잠깐만요." "‥?" 걷던 마르티네즈는 뭔가 이상한 점이 떠올랐는지 리오를 다시 불러세웠고, 리오가 멈춰서자 자신의 궁금한 점을 묻기 시작했다. "‥아까 떨어진 낙석 말인데요‥." 순간, 리오는 움찔했다. 화가 난 나머지 브롤들을 없애기 위해 절벽을 베어 떨어트 렸다고 솔직히 말을 할 수는 없는 것이었다. 하지만 다행인 것은 마르티네즈가 절 벽이 잘린 단면을 보지 못한 것 같다는 점이었다. "‥그, 글쎄요. 운이 좋았나보죠." "‥그래요?" 마르티네즈는 리오가 뭔가 얼버무리려 한다는 느낌이 들긴 했지만 더이상 그 일에 대해 물으려 하진 않았다. 그 전에 리오가 자신에게 한 말, 바로 무엇을 위해 자신 이 그런 행동을 했던가에 대한 것 때문이었다. "‥아?" 그때, 마르티네즈의 코 끝에 차가운 것이 와 닿았다. 그녀는 조용히 하늘을 올려다 보았고, 그녀의 얼굴과 몸, 그리고 사방엔 약하지 않은 빗방울들이 떨어지기 시작 했다. "오, 이런‥. 그러고보니 날씨도 점검을 하지 못했군." 리오는 비를 맞으며 자신의 회색 망토를 벗었고, 마르티네즈에게 다가와 망토를 건내주며 말했다. "임시로 쓰고 계세요. 냄새따윈 나지 않을테니 걱정하지 마세요." "…." 마르티네즈는 말 없이 리오의 망토를 받아 든 후 그것을 덮어 썼다. 망토 안쪽은 상당히 따뜻했고, 마르티네즈는 점점 젖어 색을 더해가는 리오의 머리카락과 옷을 바라보며 고개를 숙였다. ‘ 까‥. 갑자기 집이 생각나는 것은‥.’ 떠올려 보았다. 갑자기 비가 오는 거리, 집에까지 뛰어가려던 그녀를 불러 자신의 코트로 젖은 그녀를 감싸준 그녀의 약혼자 클루이베르트. 그리고 다른 모든 것들이 마치 환상처럼 그녀의 눈 앞을 스치고 지나갔다. "……." 마르티네즈와 적당히 거리를 두고 걷던 리오는 자신의 뒤에서 흐느낌 소리가 들려 오자 자신의 마음도 가라앉는듯한 기분이 들었다. 비 때문에 그렇지 않아도 쌀쌀한 날씨가 더 추워졌는지 리오의 입에선 긴 입김이 뿜어져 나왔다. "‥!" 그때, 리오는 무언가를 느낀 듯 다시 표정을 굳혔고, 걸음을 늦춘 체 가만히 생각 을 하던 그는 곧 씨익 미소를 지으며 갑자기 앞으로 달려나가기 시작했다. "‥아, 리오씨! 리오씨!!" 리오가 갑자기 달려나가는 것을 본 마르티네즈는 깜짝 놀라며 그를 불렀으나 리오 는 멈출줄을 몰랐다. 그녀의 걸음은 멈추었고, 그녀는 갑자기 버려졌다는 생각에 결국 조금씩 흘리던 눈물을 펑펑 쏟기 시작했다. "‥싫어, 이딴 것‥. 정말 싫어‥!!!" "캬아아아아아아아악­!!!! 살려줘!!!!!!" 순간, 투르바의 끔찍한 비명소리가 마르티네즈의 귀를 울렸고, 그녀는 깜짝 놀라며 앞쪽을 바라보았다. 팔이 날아가 버린 처참한 몰골의 투르바 한명이 마치 귀신을 본 듯한 얼굴로 마르 티네즈쪽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마르티네즈는 움찔하며 자신의 검을 뽑으려 했으나 그 투르바는 그런 것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저 살기 위해 도망치고 있을 뿐이 었다. 마르티네즈를 스쳐 지나간 투르바는 한 없이 달려갔다. 그때, 픽 소리와 함 께 투르바의 머리에 무언가가 꽂혔고, 투르바의 몸은 힘없이 바닥에 쓰러졌다. "‥후, 크리스탈 포인트 화살이라‥처음 써보는데 상당히 괜찮군." 리오의 목소리에, 마르티네즈는 그를 바라보았고 온 몸이 피범벅이 되어 있는 그를 본 순간 마르티네즈는 망토가 뒤로 떨어지는 것 조차 잊고 그에게 달려가기 시작 했다. "리, 리오씨! 이게 어떻게 된‥!!" 리오는 묵묵히 상의를 벗은 뒤 옆에 흐르는 물에 피를 씻기 시작했다. 적당히 옷을 씻어낸 리오는 다시 상의를 입으며 마르티네즈에게 말했다. "‥당신에게 한가지만은 확실히 약속할 수 있어요. 무슨 일이 있더라도 당신을 집 에, 그리고 당신의 약혼자에게 돌려보내주겠다는 것." "‥예?" "‥대신, 마르티네즈도 한가지만 약속해 주세요. 당신의 주위에 일어나는 전투는 모두 저에게 맡기시고, 제가 전투를 하는 동안 당신은 당신 자신과의 싸움에 몰두 해 주세요." "…." 마르티네즈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리오는 바닥에 떨어진 자신의 망토를 다시 든 후, 망토가 가진 자체 탈수능력을 이용해 살짝 건조시킨 다음 다시 마르티네즈 의 몸에 씌워주며 미소를 지은 체 말했다. "약해지지 말고요. 알았죠?" "‥예." 리오는 고개를 끄덕이는 마르티네즈의 어깨를 두어번 두드려준 후 다시 그녀와 함 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앗?!" 모퉁이를 돌아선 순간, 마르티네즈는 엄청난 광경을 볼 수 있었다. 수십, 아니 수 백에 가까운 브롤과 트루바들이 끔찍한 몰골의 시체로 변해 계곡의 양쪽 끝으로 가지런히 밀려나 있는 것이었다. 마르티네즈는 리오를 돌아보았으나, 리오는 여전 히 미소를 지은 체 마르티네즈에게 말했다. "'붉은 머리의 사신'이라는 별명, 그건 아군이 붙여준 별명이 아니죠." "‥이해할 것 같네요." 마르티네즈는 오래간만에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계속--- 『신계의 자료실-기사들의 기억 (go SGKNIGHT)』 16번 제 목:White Blue Vol. 13 올린이:jack21 (이경영 ) 99/01/22 11:55 읽음:1003 관련자료 없음 ----------------------------------------------------------------------------- ----------------------------------------------------------------------------- '신의 전차'. 그것은 다름아닌 거대한 원반형의 비행물체였다. 크롬으로 코팅된 스 포츠 카와 같이 그 표면은 한없이 번쩍였고, 남쪽을 향해 조금씩, 아주 조금씩 내 려오고 있는 그 존재는 너무나 깔끔하고 깨끗했기에 이상한 공포감마저 지니고 있 었다. 신의 전차 최상단엔 본체와 비교해 바위에 모래알이 올려져 있는 것처럼 아주 작은 방이 하나 솟아올라 있었다. 그 방 안엔 거대한 파이프 오르간이 설치되어 있었고, 그 앞엔 아주 긴 수염의 노인이 붉은색과 황색, 그리고 여러가지 장식물로 치장된 화려한 옷을 입은 체 앉아 파이프 오르간의 건반을 두드리고 있었다. 하지만 건반 이 움직였음에도 불구하고 오르간에선 소리가 나지 않았다. 한참동안 그 소리없는 파이프 오르간을 치던 노인은 곧 손을 멈추었고, 눈을 살며시 뜨며 중얼거렸다. "‥인간의 운명이라는 것은 웅장한 교향곡과 같은 것‥. 리듬을 바꾸듯, 한 여자의 운명은 이렇게 바뀌는 것이다. 23세에 아이를 낳고, 평범한 여자들과 같이 살아야 했을 운명은 이미 소거된지 오래‥. 정말 안됐군." 노인은 한숨을 내 쉬며 고개를 저었다. 「황제폐하, 텔바인 원수께서 뵙고저 하십니다.」 그때, 기계음이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고 노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으음‥허락한다." 곧, 알과 같이 둥글게 설계된 문이 부드럽게 열렸고 브롤족의 총수 '텔바인'이 모 습을 드러냈다. 그는 노인의 앞에 무릎을 꿇은 뒤 정중히 예를 올리며 말했다. "이 텔바인, 위대하신 가스트란 황제를 뵙고저 찾아왔습니다." ......................... . . . . . . 빗줄기가 가늘어지긴 했지만 그래도 걷기에 좋은 날씨는 아니었다. 추가로, 비 덕 분에 계곡의 물이 점점 불어나기 시작했고 한시간도 지나지 않아 빗물은 마르티네 즈의 무릎까지 차 오르게 되었다. 그러나, 리오든 마르티네즈는 왜이리 비가 많이 내리냐는 투정은 부리지 않았다. 한시간 전, 리오가 휩쓴 브롤과 투르바의 부대는 지금 리오가 염탐하고 있는 본진 에서 보낸 정찰대에 불과했고, 리오의 염탐 결과 적의 대 부대는 지금의 비 때문에 움직이지 않는 것이었다. 오히려 지금 내리는 비에 감사를 표해도 부족할 것이 없 었다. 리오와 마르티네즈는 어찌해야 할까 고민했다. 절벽 위로 올라갈 수 있는 길은 적 들의 본진에 완전히 가로막힌 상태였고, 게다가 절벽 위에 투르바 저격수로 구성된 보초들이 루비 렌즈로 만들어진 특수한 망원경을 눈에 착용한 체 사방을 둘러보고 있었기에 함부로 움직였다간 반쯤 망친 작전을 완전히 망칠 것이 뻔했다. 물론, 리 오로선 혼자 적 본진을 상대해도 문제가 없었지만 마르티네즈가 있는 상태에서 그 런 힘을 쓴다는 것은 적절치 못했기에 고민은 더욱 가중되었다. "‥후우, 뭐 괜찮은 생각 없나요? 이건 아무리 저라 해도 어려울 것 같은데‥." 리오는 짧은 한숨을 내 쉬며 마르티네즈에게 의견을 물었다. 하지만, 단 두명인 상 황에서 그런 질문을 던지는 것은 현실적으로 바보같은 행동이었다. 마르티네즈는 실소를 터트리며 리오에게 말했다. "‥훗, 죽는 것‥또는 도망치는 것. 둘 중에 하나일걸요? 우리에게 저들과 맞먹는 수의 병사가 빛과 함께 나타나지 않는 한 저들을 처리한다는 것은 불가능해요." 리오는 아차 하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그때, 마르티네즈가 눈을 반짝거리며 또 하나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아, 맞아요. 전설의 '그랜드 크로스 나이트'가 나타난다면 가능성이 있어요. 소 문을 듣자 하니 현재 신성 에스토드 왕국에 있다고 하던데‥." "‥!!" 그 순간, 리오는 움찔했고 기가 막히다는 듯 속으로 투덜대기 시작했다. ‘‥빌어먹을 휀 녀석. 나에겐 절대 가즈 나이트라는 것을 밝히지 말라고 그랬으 면서 자신은 당당히 밝히고 광고까지 했군. 만약 지금 다른 사람들에게 내가 가즈 나이트라는 것을 밝힌다면 저 부대쯤은 문제없이 박살낼 수 있을텐데‥젠장.’ 철퍼덕­! 그때, 리오와 마르티네즈의 뒤에 무언가가 떨어졌고 둘은 깜짝 놀라며 그쪽을 바라 보았다. 곧, 깨끗하게 잘려진 투르바의 목이 수면 위로 떠올랐고, 둘은 다시금 놀 라며 서로를 바라보았다. "지, 지원군일까요?" 마르티네즈의 물음에, 리오는 당당히 NO를 외칠 수 있었다. 지원군이 왔다면 자신 이 먼저 느꼈을텐데 지금은 기척을 하나도 느낄 수 없었던 탓이었다. "‥그, 글쎄요‥? 으음?!" 대답을 하며 다른 곳을 바라보려던 리오는 북쪽으로 부터 흘러 내려오는 물에 대량 의 피가 섞여 붉은색을 띄고 있자 숨을 멈추었고, 그것을 본 마르티네즈 역시 손으 로 입을 가리며 경악을 금치 못했다. "‥뭔가 있어요!" 리오는 그렇게 소리치며 적 본진쪽으로 달려가기 시작했고 마르티네즈 역시 리오를 따라 그쪽으로 향했다. 시야에 본진이 들어온 순간, 리오는 그자리에서 멈춰섰고 마르티네즈는 리오가 넋이 나간 사람처럼 본진쪽을 바라보자 자신 역시 그쪽을 바 라보았다. "‥아, 아니 저 여자는?!" 리오, 그리고 마르티네즈의 시선은 순식간에 시체 보관소로 변해버린 적 본진의 중앙에 서 있는 한 여성에게 집중되었다. 양 손에 소검을 든 체 수면 위에 발 끝을 대고 서 있는 알 수 없는 분위기의 그녀. 그녀는 조용히 리오와 마르티네즈쪽을 돌 아보았고 마르티네즈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크게 뜬 체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호, 혼자서 저 병력을 전부‥?! 그것도 순식간에‥?" 그녀, 유로는 양 손에 든 소검을 빙빙 돌리며 등 뒤의 칼집에 넣었고, 그녀의 검이 남긴 은색의 둥근 잔광은 환영처럼 서서히 사라져갔다. 유로는 흐릿한 눈으로 리오 를 바라보았고, 가늘고 긴 팔로 자신의 몸을 껴안듯 하며 리오를 향해 나지막히 말 했다. "‥이젠 생겼겠지. 나와 싸울 마음이." 마치 하프의 선율과도 같은 그녀의 아름다운, 하지만 알 수 없는 느낌을 지닌 목소 리에 리오는 말을 잊고 말았다. 유로는 고개를 옆으로 살짝 틀며 다시금 리오에게 말했다. "기다려주지 않아. 어느 한도까지는." "‥뭐라고?" 사실, 리오가 말을 잊은 이유는 유로의 초신(超神)적인 아름다움 때문이 아니었다. 그녀의 몸에서, 그리고 목소리에서 뿜어지는 분위기와 그녀의 말 내용이 너무나도 일치하지 않는 탓에서 온 황당함 때문이었다. 잠시동안 고민을 하던 리오는 할 수 없다는 듯 마르티네즈 쪽으로 고개를 돌렸고, 갑자기 손가락으로 그녀의 뒷쪽을 가 리키며 소리쳤다. "앗!" "?!" 순간, 마르티네즈는 빠르게 뒤로 몸을 돌렸고 리오는 간단히 목을 쳐서 그녀를 실 신시켰다. 기절한 마르티네즈를 자신의 망토로 감싼 뒤 지대가 높은 쪽으로 그녀의 몸을 옮긴 리오는 천천히 몸을 풀며 유로에게 말했다. "좋아. 관객이 사라진 이상 진짜로 대결해 주지. 오래간만에 소름이 돋을 정도의 강자를 만나니 기분이 좋아졌어." 말 없이 리오와 기절한 마르티네즈를 번갈아 바라본 유로는 자신의 몸을 감싼 양 팔을 풀며 리오에게 조용히 말했다. "‥유치해. 관객을 없앤 방법이." "‥후, 바라던 바 아니었나?" 리오는 곧바로 디바이너를 꺼내 들었고, 그가 무기까지 꺼내든 것을 본 유로는 호 흡을 멈추었다. "‥으윽?!" 피잉­!!!!! 순간, 리오의 왼쪽 어깨에서 붉은 피가 솟구쳤고 리오는 곧바로 뒤를 돌아 방어 자 세를 취했다. 어느 순간 리오의 뒤에까지 몸을 이동시킨 유로, 리오는 그녀의 엄청 난 속도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수면도 움직이지 않았는데‥? 심지어는 빗방울조차‥!!’ "죽게 돼. 딴 생각을 하면." "이런­!!" 그녀의 목소리가 들린 순간, 리오는 거의 본능적으로 디바이너를 움직였고 디바이 너의 아랫쪽 날에선 불꽃이 크게 튀었다. 리오는 계속해서 디바이너를 움직였고, 리오가 움직이는 것에 따라 디바이너는 사정없이 불꽃을 뿜어댔다. 단순히 검과 검 이 충돌했을때 튀기는 불똥이긴 했지만 불똥의 갯수는 단순하지가 않았다. 리오는 그저 방어만을 할 수 있을 뿐이었다. 한참동안 방어만을 계속 하던 리오는 이상하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지크가 기류를 타고 움직일때도 이정도의 공격 횟수를 내게 되면 자신이 어느정도 공격패턴을 익 힐 수 있었지만, 지금은 공격패턴은 커녕 거의 운으로 방어를 하고 있었다. 물론 방어를 하는 사이 리오의 몸 곳곳엔 상처가 생겨났고, 리오는 이런 수세에 몰린 것 에 당혹해하며 머리를 굴려나갔다. ‘이 정도의 속도, 그리고 기술이 존재할 수 있나? 아니야, 행동 방식도 알지 못할 정도의 공격을 할 수 있는 존재는 없어. 아무리 휀이나 바이론이라 해도 이정도는 아니야! ‥잠깐, 설마‥?’ 그때, 리오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는 것이 있었다. 바로 방어를 했을 때 자신의 손 끝에 전해지는 충격량이었다. ‘이 정도의 속도에 이 정도 힘이라는 것은‥절대 비정상적이야. 좋아!!’ 순간적인 결론에 다다른 리오는 다시금 방어에 주력해 보았다. 리오의 신경세포는 디바이너의 몸체에서 손으로 전해지는 감각 하나 하나를 체크하기 시작했고, 수백 번의 공격중 단 두번만이 강한 충격을 가진 것을 느낀 리오는 회심의 미소를 지으 며 기회를 노리기 시작했다. 그 '강한 충격'이 다시 올 때까지‥. "‥하앗­!!!!!" 파아아아앙­!!!!!!! 순간, 리오의 강렬한 일격이 갑자기 솟구쳐 올랐고 무언가 수면에 후두둑 떨어지는 소리, 그리고 칼이 튕겨나가는 소리가 연이어 들려왔다. 리오는 곧바로 자세를 바 로 한 후 수면을 바라보았고, 수면에 꽃잎 모양을 한 작은 철편들이 떠 있는 것을 보자마자 피식 웃으며 자신의 앞에 서 있는 유로를 바라보았다. "‥훗, 대단한 눈속임이군. 처음에 내 어깨를 스친 것도 이 철편중 한조각이겠지. 어쨌거나, 이정도로 난타를 당해본건 처음이었으니 일단 감사를 하지. 아무리 속 임수라 해도 탄로나기 직전까진 실력이니까." 약간 상처가 난 자신의 왼손을 입술에 댄 체 무표정으로 리오를 바라보던 유로는 다시 왼손을 뻗었고, 그녀의 왼손엔 튕겨져 날아갔던 소검이 다시 돌아왔다. 그 직 후, 유로는 서서히 눈을 감으며 나지막히 말했다. "‥모르고 있어. 하나는 알고 둘은‥." "‥뭐라고? ‥으윽?!" 순간, 리오의 온 몸에선 피가 분수같이 솟구쳤고 양 팔과 다리의 힘줄이 모조리 끊 겨 나간 것을 안 리오는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은 체 물 속에 쓰러졌다. 유로는 자신의 앞에 쓰러진 리오를 묵묵히 내려다 볼 따름이었다. ---------------------계속--- 『신계의 자료실-기사들의 기억 (go SGKNIGHT)』 17번 제 목:White Blue Vol. 14 올린이:jack21 (이경영 ) 99/01/22 11:56 읽음:1025 관련자료 없음 ----------------------------------------------------------------------------- "피식..." 그는 조용히 비웃을 따름이었다. ----------------------------------------------------------------------------- "틀려. 아버지께 들은 리오라는 가즈 나이트와. 없앨 가치조자 없어." 유로는 조용히 뒤로 돌아섰다. 그리고 브롤과 투르바의 피가 뒤섞인 물 위를 사뿐 히 걸어가기 시작했다. "‥기다리시지‥!" "…." 유로는 다시 뒤를 돌아보았다. 팔과 다리의 힘줄이 끊어져 쓰러진 리오가 어느새 몸을 회복시켰는지 천천히 물 속에서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디바이너에 의지해 몸을 완전히 일으킨 리오는 곧 디바이너를 땅에 꽂았고, 자신의 젖은 머리를 푼 뒤 대충 정리를 하며 유로를 향해 씨익 웃어보였다. "‥없애주지." 머리를 다시 묶은 리오는 디바이너를 뽑은 뒤 왼손으로 허리에 찬 파라그레이드까 지 뽑았다. 리오의 기가 들어간 파라그레이드는 곧바로 반응하며 날을 생성시켰고, 리오는 자세를 취하며 유로를 향해 턱을 꺼떡였다. "지고 나서 '바알'에게 이르지나 말길. 후훗‥. "…." 피잉­!!!!!! 순간, 얇고 높은 바람소리와 동시에 유로의 모습은 사라졌고 리오는 거기에 맞춰 자신의 무릎까지 찬 물을 강하게 차 올렸다. 그러자, 리오가 만든 물의 벽에 사람 의 형상이 그대로 찍혔고 리오는 오른손에 든 디바이너를 위로 강하게 긁어 올렸 다. "‥!!" 파앙­!!!! 금속성과 함께, 몸에 물을 뒤집어 쓴 유로의 모습이 나타났다. 그녀는 가까스로 디바이너를 방어했는지 양 팔을 부르르 떨고 있었고, 완전히 기회를 잡은 리오는 왼손에 든 파라그레이드를 위로 치켜 올리며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끝이야." 파아아앙­!!!!!! 그때, 아까완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금속성이 계곡을 뒤흔들었고 리오와 유로가 있던 자리로 부터 두조각이 난 유로의 소검 하나가 스핀이 강하게 걸린 체 두둥실 떠올랐다. 조각난 검이 리오의 양쪽에 떨어졌을 때, 유로와 리오는 적당히 거리를 두고 있었고 리오는 아쉽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유로에게 말했다. "‥움직일 때와 검을 휘두를 때의 속도는 지금껏 내가 만나본 상대중 최고야. 하지 만, 경험과 힘은 내쪽이 우세해. 자랑이 아니라 사실이라는 것은 너도 잘 알겠지." 리오는 파라그레이드의 기를 천천히 제거했고, 다시 디바이너 하나를 들며 자세를 바꾸었다. 검이 부러질 때의 충격 때문에 오른팔을 아래로 내리고 있던 유로는 잠 시 후 왼손에 든 소검을 오른손으로 바꿔 들었다. 그러는 동안, 유로의 표정은 한 치도 바뀌지 않았다. 언제나 흐릿한 눈, 그리고 무표정으로 상대를 바라볼 따름이 었다. 이윽고, 유로의 흐릿한 입술이 살며시 움직였다. "취소하겠어. 없앨 가치도 없다는 말." 그 직후, 유로는 다시 수면위를 달리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며, 세상의 어느 동 물도 그녀와 같이 우아하게 수면 위를 달릴 수는 없을 것이다 리오는 생각해 보았 다. 물론, 그 생각은 잠시였다. 유로의 몸은 갑자기 가속되었고, 이번엔 리오도 잔뜩 긴장을 한 체 자세를 크게 낮 추었다 "­흡!!" 순간, 리오는 몸을 왼쪽으로 크게 틀었고 리오의 왼팔엔 긴 상처가 생겨났다. 하 지만 유로의 표정이 처음으로 변한 것은 그때였다. ‘‥훼이크‥?’ 리오의 동작 훼이크, 유로는 공격하는 순간 리오가 오른쪽으로 몸을 틀 것이라 생 각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리오는 왼쪽으로 몸을 틀었고 유로는 곧 조용히 눈을 감 았다. 모든 속도면에선 자신이 우세했지만, 경험과 기술면에서 유로는 자신이 완전 히 패배했다 생각한 탓이었다. "‥엇?" 마악 공격을 하려던 순간, 리오의 눈 앞에서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유로의 몸에서 갑자기 벗꽃이 날리기 시작한 탓이었다. 리오가 공격을 하지 않자 유로는 움찔하며 자세를 바로 잡은 뒤 자신의 손을 바라보았고, 손 뿐만 아니라 몸 전체에서 벗꽃 들이 하늘하늘 날리기 시작하자 유로는 침을 꿀꺽 삼키며 급히 리오를 바라보았다. "다시오겠어. 다음에‥." "‥뭐? 잠깐!!!" 그러나, 유로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계곡의 절벽을 재빨리 뛰어 올라갔고 그녀가 갔던 자리에서 벗꽃잎이 춤을 추며 내려오는 모습을 본 리오는 이상하다 생각하며 디바이너를 거두었다. "‥왜 그러지? 악마왕의 딸이어서 인간계엔 오래 있지 못하는건가? ‥그러고 보니 아까도 내 감각을 괴롭힌건 5분을 넘지 못했는데‥?" 리오는 계속 고개를 갸웃거리며 천천히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유로와 싸우는 사이 어느새 비는 멈춰 있었다. 그는 한숨을 길게 내 쉬며 기절해 있는 마르티네즈에게 시선을 돌렸다. "‥후, 어쨌거나 일은 잘 끝난 것 같군. 보고서 작성이 문제긴 하겠지만‥." 그렇게 중얼거리며, 리오는 물 위로 솟아오른 바위 위에 올라앉은 후 조용히 휴식 을 취하기 시작했다. ※※※ "‥우씨, 힘들어‥. 일주일 동안 나라 두개를 왔다갔다 하느라 힘이 다 빠지네." 사바신은 자신의 뻐침머리를 긁적이며 숲을 벗어났다. 숲을 벗어나자마자, 사바신 의 눈에 비친 것은 대열을 정돈하고 있는 엄청난 숫자의 브롤과 투르바, 그리고 콜 코들의 모습이었고, 그들의 뒷쪽엔 여기 저기에서 연기를 내 뿜고 있는 요새가 놓 여져 있었다. 사바신은 곧 입을 비죽 내밀며 한숨을 쉬었고, 곧 자신과 가장 가까 이 있는 브롤 한명에게 다가가 어깨를 툭툭 치며 말했다. "어이 친구. 사이롤 요새가 어딘지 알고 있어?" 폐허가 된 요새를 보느라 정신이 없던 그 브롤은 브롤 특유의 긴 턱을 움직이며 대답했다. "저기 부숴진 요새가 사이롤이야. ‥키킥, 그 '붉은 머리의 사신' 녀석이 우리 계 략 때문에 사라진 이상, 부수는건 시간문제였지. 물론 빨간 옷을 입은 희한한 녀석 에게 우리 군대 절반이 죽었지만‥. 그녀석, 뒤늦게 도착한 모양인데 장난이 아니 더라구. 뛰는게 막 안보이는거 있지." 그 대답에, 사바신의 한쪽 눈썹은 위로 쭈욱 치켜 올려졌고, 그는 미소를 지으며 다시 브롤에게 말했다. "아아, 그 번개맞은 얼간이 말이지? 그 녀석 뜀박질 하나는 죽여주지. 지크라는 녀 석인데, 알고보면 정말 괜찮은 녀석이야." "오, 그래? ‥잠깐, 근데 넌 누군데 그 녀석을 그토록 자세히‥으윽!?" 멀쓱히 뒤를 돌아본 브롤은 사바신의 모습을 보자 마자 화들짝 놀라며 신음소리를 냈고, 사바신은 여유있게 그 브롤의 안면을 자신의 큰 손으로 잡으며 말했다. "나? 쿡쿡쿡‥그 녀석 친구." "으, 으아아아아아아아악­!!!!!!!" 쿠직! 순간, 브롤의 머리는 사바신의 악력에 의해 처참히 으깨졌고 동료 브롤의 비명소리 를 들은 근처의 브롤들은 깜짝 놀라며 사바신쪽을 바라보았다. 손에 묻은 뇌수와 피를 바닥에 털며, 사바신은 미소를 지은 체 그들을 향해 중얼거렸다. "지크 녀석이 반을 쓸었다‥. 좋아, 그럼 보너스로 나머지 반을 쓸어주지. 쿠쿡‥ 기대하시라, 자자자잔∼?" ※※※ 정찰을 나갔다가 뒤늦게 돌아온 지크에 의해 가까스로 구조되어 브라디, 그리고 던 칸의 부인, 어린아들과 함께 낡은 대피소 안에 숨어 있던 실루엣은 주위가 조용해 지자 브라디와 함께 대피소 밖으로 나왔다. "‥아, 아아‥!! 이럴수가‥!!!!" 대피소를 나서자 마자 실루엣, 그리고 브라디가 본 것은 시체가 되어 이리저리 뒹 굴고 있는 병사들과 폐허가 된 요새 건물들의 모습이었다. 뒤따라 나온 던칸의 부 인 루시리스는 자신의 아들을 안으며 무릎을 꿇었고, 던칸의 아들은 훌쩍거리는가 싶더니 이내 울음보를 터트리고 말았다. "‥너무해, 너무해‥!!! 리오님이 안계신 사이 뒤를 치다니, 너무 비겁해!!!!" 브라디는 작은 주먹을 불끈 쥔 체 소리쳤고, 멍하니 폐허가 된 요새를 둘러보던 실 루엣은 순간 움찔하며 브라디를 바라보았다. "아, 지크 오빠!! 지크 오빠는?!" 브라디는 지크 정도의 남자가 죽을 리 없다 생각을 했지만 그래도 또 모른다는 생 각이 들어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결국, 브라디는 루시리스를 바라보며 말했다. "아주머니, 저희들, 지크님을 찾으러 가볼테니 여기 계세요. 만약 적들이 나타난 다면 주저하지 말고 저희들이 간 쪽으로 도망치시고요, 아셨죠?" "‥으, 으응‥." 루시리스는 고개를 끄덕였고, 실루엣과 브라디는 곧바로 요새 남쪽을 향해 뛰기 시 작했다. 그들이 가는 모습을 보며, 루시리스는 조용히 양 손을 모았고 자신이 믿는 신을 향해 기도를 올리기 시작했다. 제발 던칸이 무사하기를‥. 한참동안 요새 남쪽으로 가던 실루엣과 브라디는 산처럼 쌓인 브롤과 투르바, 그리 고 콜코의 시체를 볼 수 있었고 브라디는 근처에 지크가 있다는 생각에 코를 막으 며 실루엣에게 말했다. 그녀가 코를 막은 이유는 시체 썩는 냄새가 진동하기 시작 한 탓이었다. "실루엣, 난 시체더미 건너편을 볼테니까 넌 이쪽을 살펴봐. 그럼 부탁해!" "아, 알았어‥." 브라디는 힘차게 날개짓을 하며 시체더미 반대편을 향해 날아갔고, 실루엣은 손으 로 코를 막으며 지크를 찾기 시작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실루엣은 곧 피범 벅이 되어 땅바닥에 쓰러져 있는 지크를 발견했고 그녀는 경악을 하며 지크에게 곧 바로 달려갔다. "지, 지크 오빠!!! 지크 오빠!!!!" 지크에게 달려간 실루엣은 울며불며 지크의 상체를 안아 일으켰고, 지크는 힘겹게 눈을 뜨며 실루엣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지크의 눈은 흐려진 상태였고 지크는 피 식 웃으며 말했다. "‥아아, 실루엣이니? 그런데 어쩌지‥앞이 보이지 않아‥헤헷‥." "‥오, 오빠!! 정신차려요!! 더이상 말하지 말고 편하게 계세요!!!" "‥쿨럭­!!! 하, 하아‥. 아니야‥. 난‥틀린 것 같아‥." 크게 기침을 한 지크는 실루엣의 품 안에서 고개를 저었고, 실루엣은 눈물을 펑펑 쏟으며 다시금 소리쳤다. "안돼요!!! 정신차려요 오빠!!!" 이윽고, 지크는 힘겹게 손을 들어 실루엣의 통통한 볼을 매만져 주었고, 꺼져가는 촛불처럼 그녀에게 말했다. "‥시, 실루엣‥. 마지막으로 할 말이 있는데‥들어주겠니‥?" "예! 모든지 말하세요!! 하지만 돌아가시면 싫어요!!!" 지크는 서서히 고개를 끄덕였고, 잠시 후 실루엣에게 띄엄띄엄 말하기 시작했다. "‥실루엣‥사‥살좀 빼‥." 쿠웅­!!! 순간, 실루엣은 인상을 구기며 안아 일으켰던 지크의 상체를 그대로 놓아버렸고 그 바람에 뒷머리를 땅에 부딪힌 지크는 양 손을 머리에 댄 체 괴로워하며 몸을 꿈틀 거렸다. "뜨, 뜨으으으으읍‥!!!" "‥너무해요." 실루엣은 이를 부드득 갈며 지크를 내려다 보았고, 지크는 곧 장난기 어린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헤, 헤헷‥. 연기 괜찮았어? 에휴, 그건 그렇고 나 완전 피범벅이 됐구나. 이 빌어먹을 녀석들 덕분에‥." 지크는 여전히 뒷머리가 아픈지 머리를 긁적이며 시체더미에 시선을 돌렸고, 실루 엣은 안경을 벗고 눈물을 닦으며 지크에게 물었다. "‥다른 사람들은 괜찮을까요?" "‥음, 고메스 아줌마하고 다른 사람들은 내가 대피소에 옮겨뒀으니 괜찮을거야. 하지만 다수의 사람들은 구하지 못했어. 쳇, 괜히 정찰을 나갔지‥." 쿠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웅­!!!!!!! 그때, 지축이 울리는 소리가 요새 밖에서 들려왔고 조금 후 지진과 같은 진동이 지 크와 실루엣의 다리를 뒤흔들었다. 갑작스런 진동에 놀란 지크는 눈을 멀뚱거리며 중얼거렸다. "뭐, 뭐야? 엄마 콜코라도 온거야?" 쿠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웅­!!!!!!! 순간, 다시금 굉음이 일어났고 결국 땅바닥에 넘어져버린 실루엣은 인상을 쓴 체 몸을 일으키며 지크에게 말했다. "‥아빠 콜코도 온 모양인데요?" "‥?" 지크는 곧 요새 남쪽문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려 했다. 그때, 하늘에서 브라디가 빠 르게 내려오며 지크에게 소리치기 시작했다. "지크님!! 지크님!!! 사바신님이 오셨어요!!!!" ---------------------------계속--- 『신계의 자료실-기사들의 기억 (go SGKNIGHT)』 18번 제 목:White Blue Vol. 15 올린이:jack21 (이경영 ) 99/01/22 11:56 읽음:1025 관련자료 없음 ----------------------------------------------------------------------------- 유니텔, 천리안등의 타통신 연재 재개는 차후에 알려드리겠습니다. 아직은 올리지 말아주십시오. ----------------------------------------------------------------------------- "하핫, 쓰레기들 밖에 없잖아! 이런 녀석들을 반 밖에 못쓸다니, 지크 녀석도 허리 가 굽었군!! 으하하하하핫­!!!" 사바신은 자신의 공격술, 토룡(土龍)의 초진동 공격에 의해 다리가 부숴져 버린 콜 코중 하나의 머리를 발로 툭툭 차며 크게 웃었다. 브롤, 투르바와 같이 인간과 비 슷한 크기의 적들은 몸이 가루가 되었고, 콜코와 같이 몸이 큰 적들은 하반신 내지 는 다리가 완전히 부숴진 체 지면에 쓰러져 있었다. 상체는 그런대로 온전했지만 토룡의 진동 여파로 콜코들의 몸은 거의 마비상태였다. "자식, 누가 허리가 굽어." 그때, 어느새 요새에서 달려나온 지크가 떫은 얼굴로 투덜거렸고, 사바신은 씨익 웃으며 지크에게 말했다. "쿠쿡, 잘 있었어? 5년만에 다시 보니 더 야위어진 것 같구만, 지크 선생." "헤헹, 네 녀석은 머리 스타일이 더 뾰족해졌구나. 그런데 타이밍 좋게 왔네? 언제 그쪽(신계)에서 출발한거야?" 지크의 물음에, 사바신은 침을 꿀꺽 삼켰다. 도저히 지크에게 나라 두개를 오락가 락하다가 휀에게 상세한 지도를 받아 겨우 도착했다는 말을 할 수는 없었다. "으, 으응? 어젠가 그젠가‥? 아하하하하핫‥. 아, 그런데 저 요새는 왜 저렇게 박살이 난거야? 너 혼자서 이 녀석들을 다 못막은건 아닐테고‥?" 사바신은 겨우겨우 말을 돌렸고, 지크는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팔짱을 꼈다. "‥ , 이 몸이 정찰나간 사이에 녀석들이 기습공격을 펼친거야. 근데 이해가 안 가. 내가 아무리 정신을 빼고 있었다지만 녀석들이 기습하려고 온 것을 느끼지 못 할 이유가 없거든? 게다가, 내가 정찰을 나간 것에 맞춰서 녀석들이 기습을 했다 구. 난 리오보다는 표면에 드러난 인간이 아니라 정보도 없을텐데‥." "‥끄응‥." 사바신과 지크는 동시에 한숨을 쉬며 이유를 생각해보기 시작했다. 그러나, 마법에 대해선 백지나 다름이 없는 둘에게 '결론'이란 상당한 시간을 요구하는 단어였다. ※※※ "뭐라고?! 함정이었다고!!!" 맨체스터 사령관은 사색이 된 체 앞에 있는 마르티네즈에게 물었고, 마르티네즈는 고개를 끄덕이며 보고를 계속했다. "예, 적 본진으로 보이는 브롤과 투르바의 대 부대가 계곡의 마지막 지점에 주둔하 고 있긴 했었지만 그곳에서 적장 '울러'의 모습은 볼 수 없었습니다. 게다가, 정찰 을 나섰던 저희 멤피스 벨 부대는 적의 계략에 빠져 대다수의 병력을 잃었고‥." "‥아, 알았네. 그렇다면 적의 부대는 어떻게 됐나?" 맨체스터는 손으로 이마를 감싸며 힘없이 마르티네즈에게 물었고, 마르티네즈는 어 떻게 대답할까 고민하기 시작했다. 수수께끼의 여성이 그 수많은 브롤과 투르바를 몰살시켰다는 얘기는 사실 자신이 생각해도 신뢰성이 없었다. 그러나 사실이라는 점이 마르티네즈를 더욱 고민에 빠트리고 있었다. "다행히 전멸했습니다. 그쪽에 대한 걱정은 하지 마십시오." 그때, 막사의 문쪽에 조용히 서 있던 리오가 마르티네즈 대신 대답했고, 맨체스터 와 마르티네즈는 움찔하며 리오를 바라보았다. 리오는 빙긋 웃으며 대답을 계속했 다. "검은 머리의 수수께끼 미녀가 이미 일을 처리한 뒤더군요. 그런데‥사령관님. 사 령관님께 이번 작전에 대한 정보를 준 사람이 누군지‥알 수 있습니까?" "‥음? 아아‥여자였네. 여자 치고는 상당히 큰 키에‥얼굴엔 복면을 하고 있었지 만 눈은 기억하고 있었네. 좀 흐렸지만 뭔가 알기 어려운 느낌의‥." "바로 그 여자입니다. 적 부대를 전멸시킨 장본인은요." 리오의 한마디, 맨체스터 사령관은 깜짝 놀랐고 리오는 마르티네즈에게 살짝 윙크 를 하며 물었다. "대충 인상착의가 맞는 것 같죠, 대장님?" "‥아아, 그렇습니다 사령관님. 저도 사령관님께 그 정보를 준 여성과 적 부대를 전멸시킨 여성은 동인인물로 생각됩니다." 리오와 마르티네즈의 말을 들은 맨체스터 사령관은 수긍이 간다는 듯 묵묵히 고개 를 끄덕였고, 옆에 서 있는 부관에게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각 대장들을 소집시켜주게. 그리고 기지에도 사람을 보내고. 브롤들은 뒷통수를 치는 것이 특징이니까." "예! 알겠습니다!" 부관은 절도있게 경례를 붙인 후 즉시 막사를 빠져나갔다. 사령관은 마르티네즈에 게도 나가보라는 손짓을 해 보였다. "‥수고했네. 과연 멤피스 벨의 명성은 허구가 아니었군. 하마터면 전군이 큰 피 해를 입을 뻔 했는데, 그걸 조기에 막아줘서 정말 고맙네. 멤피스 벨 사상자들에 대한 보상등은 중앙 사령부에 특사를 보낼테니 기대를 해도 좋을 것이네." "‥예, 알겠습니다." 마르티네즈는 경례를 붙인 뒤 뒤로 돌아섰고, 리오는 막사의 문을 열어준 뒤 마르 티네즈가 나올 때까지 기다렸다. 그때, 방금 전 나갔던 부관이 번개같이 막사 안으 로 뛰어 들어왔고 그는 숨을 헐떡이며 사령관에게 보고를 하기 시작했다. "사령관님!!! 사이롤 요새가 대파되었습니다!!!" Mission 3: [마녀 폴카, 최강검 라이세네프] 2일 후, 맨체스터 사령관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폐허가 된 사이롤 요새 안을 둘러 보고 있었다. 가족을 잃은 병사들은 울분을 토하며 전소된 자신의 집 앞에 무릎을 꿇었고, 다른 병사들 역시 주먹을 불끈 쥐며 분을 감추지 못했다. 계곡 작전에서 겨우 살아남은 던칸은 그래도 다행이었다. 집은 잃었지만 부인과 아 들은 무사한 탓이었다. 리오는 분한 나머지 눈물까지 흘리고 있는 랜시의 넓은 등 을 두드려 줄 뿐이었다. 사이롤 요새의 생존자는 거의 극소수였고, 게다가 남은 군량까지 모조리 불태워진 상태였기에 맨체스터 사령관으로선 결단을 내릴 수 밖에 없었다. 결국, 다수의 부 대와 요새의 생존자들은 사이롤로 부터 하루 거리에 위치한 천연의 요새 '오릭스' 로 옮겨가라고 했고, 십여명만이 살아남은 멤피스 벨에겐 맨체스터 사령관의 특별 명령이 떨어졌다. "‥총 사령관 '코닥·블레이크'님이 말씀하셨네. 만약, 사이롤 기지가 넘어갈 경우 사이롤 요새로 부터 서쪽으로 10일 거리에 있는 '엘프의 숲'으로 가서 올해로 200 살이라는 마녀 '폴카'님께 사람을 보내라고 말이지. 병사는 얼마 남지 않았지만, 이번 임무는 제일 믿을만한 자네의 부대가 맡아줘야 하겠네. 특별히 병사가 더 필 요하다거나 물자가 필요하다면 말해주게. 남은 물자에서 최대한 배려를 할테니까." 사령관의 말을 들으며, 마르티네즈는 도대체 남은 물자가 어디 있냐는 반문을 던지 고 싶은 마음을 겨우 진정시킬 수 있었다. 오릭스 요새까지는 지금 있는 모든 병사 들이 단 한끼만 먹어야 했다. 그런데 거기서 물자를 떼어주겠다는 얘기는 코메디 아닌 코메디였다. 마르티네즈는 뒤를 돌아보았다. 리오, 지크, 랜시, 이들 모두 일 당 백의 실력을 가진 실력자였고 리오와 지크가 초대했다는 사바신이라는 남자 역 시 둘이 인정한다는 실력자였기 때문에 마르티네즈는 약간의 모험심을 가져 보기 로 했다. "‥사령관님, 부탁이 있습니다." "음? 뭔가, 뭐든 말해보게." "‥멤피스 벨의 다른 평 대원들을 다른 부대에 임시로 편성시켜 주십시오. 이 일은 소수 정예로 하는 것이 옳다 생각됩니다. 정예 대원의 편성은 저에게 맡겨주십시오 , 부탁드립니다." 사령관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으나 지금은 반문하고 싶은 기분이 아니었고 게다가 마르티네즈의 능력을 무시할 수 없었기 때문에 고개를 끄덕이며 허락을 했다. ......................... . . . . . . . 그날 밤, 마르티네즈는 정예 멤버의 명단을 발표했다. 자신, 리오, 지크, 랜시, 사 바신, 그리고 실루엣‥. 이렇게 여섯명이 마녀 폴카를 찾아갈 정예 멤버였다. 던칸 이 빠진 이유는 더이상 그의 가족들을 걱정시키지 말라는 마르티네즈의 배려였고, 던칸 자신은 씁쓸해 했지만 그의 부인인 루시리스는 마르티네즈에게 몇번이고 인사 를 하며 감사를 표했다. 결국, 던칸은 자신의 수제자인 실루엣에게 마법책과 스크 롤 몇개를 건내주며 아쉬움을 제자의 응원과 함께 접어야만 했다. 다음날 아침, 팀으로 변신한 멤피스 벨은 사이롤 요새를 뒤로 하고 서쪽으로 향하 기 시작했다. 그들이 떠나는 모습을 보며 다른 병사들은 하나같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목적지가 다름아닌 '엘프의 숲'인데도 마르티네즈와 실루엣을 제외한 다른 사람들의 얼굴은 마치 소풍가는 사람들과도 같은 탓이었다. 물론, 그들은 마르티네 즈가 이 세계는 물론이고 신계에서도 잘 찾아볼 수 없는 최강 멤버를 셋이나 데리 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고 있었다. 마르티네즈 자신 역시 마찬가지였지만. "어이 사바신. 뭐 먹을거 가져온거 있어?" 사이롤 요새가 거의 보이지 않을 무렵, 지크가 옆에 있는 사바신의 팔을 쿡 찌르며 물었고 사바신은 찔린 팔을 부비며 대답했다. "자육(子肉) 말린건 있어, 담배도 있구. 몇개 주리?" "‥자육? 그거 한번 줘 봐." 지크는 머리를 긁적이며 반대편 손을 내밀었고, 사바신은 자신의 검은색 코트 속에 서 종이봉투에 담긴 길쭉한 건육을 두개 내 주었다. 지크는 무슨 고기가 이렇게 길 쭉한가 생각하며 입에 물었고, 생각보다 짭짤하고 맛이 있자 깜짝 놀라며 사바신에 게 물었다. "오오, 이거 끝내주는데? 이거 무슨 고기야? 이봐 브라디! 너 좋아하는 고기야!" "와아, 정말이요!" 지크는 남은 하나의 건육을 자신에게 재빨리 날아온 브라디에게 건내주었고, 고기 를 좋아하는 브라디는 활짝 웃으며 자신의 몸 길이만한 건육의 끝을 물었다. 둘의 행복한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던 사바신은 머리를 긁적이며 지크에게 물었다. "‥꼭 뜻풀이 해 주리?" "해 봐, 맛있는데 뭐. 정말 맛있지 않니 브라디?" "끝내줘요!!" 지크와 브라디는 벌써 입에 건육을 모두 집어넣은 상태였고, 사바신은 눈을 지그시 감으며 대답했다. "‥쥐고기야. 일주일 전에 대형 쥐 하나를 잡았는데‥." "푸웃­!!!!" "‥그러니 그냥 먹기만 하라니까‥." 이윽고, 사바신을 중심으로 대 소동이 일어났고 둘에게 두들김을 당하는 사바신의 모습을 보던 실루엣은 옆에 있는 랜시를 주욱 올려다 보며 물었다. "‥저 사람들은 자신들이 전쟁터에 있다는걸 모르나봐." "‥응? 으응‥." 랜시는 어색한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한편, 리오와 마르티네즈는 도착 예정지인 엘프의 숲에 대한 정보를 분석하는 중이었다. 물론 대다수의 정부는 마르티네즈가 제공하는 것이었다. "출발하기 전 던칸에게 들은 바로, 엘프의 숲은 현재 말만 엘프의 숲이지 거의 마 물들의 천지라고 해요. 숲 내부의 지형도 상당히 뒤바뀐 상태라 숲 내부의 지도도 필요가 없을거라고 하네요. 후우‥이 정도 인원으로 충분할까요 리오씨?" 마르티네즈의 말을 들으며 가만히 걷고 있던 리오는 그녀의 질문을 듣자 마자 빙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붉은 머리의 사신에, 바람보다 빠른 남자에, 지진을 일으키는 남자가 있는데 마물 들이 보면 우리가 괴물일테니 안심하고 계세요. 우선, 오늘 밤 숙식을 해결할 고민 부터 하시는게 좋을걸요?" "‥으음, 그것도 그렇군요." 마르티네즈는 곧 근처 지도를 펴서 저녁쯤에 도착할 수 있는 거리의 마을을 찾기 시작했고, 리오는 오래간만에 군대 생활에서 벗어났다는 해방감에 한껏 맑은 공기 를 들이쉬어 보았다. 물론, 리오는 잊지 않고 있었다. 지금 현재 자신들의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여러가지 의문점들에 대한 것들을. "이 야만인!! 어떻게 쥐고기를 발라 육포로 만들 수 있어요!!!" "이름이 이상하다고 하는 행동까지 이상하면 어떡해 이 뾰족머리야!!!" "참 나, 쇠고기는 콩으로 만든 고기냐!!! 쥐고기도 엄연히 동물성 단백질이야!!!" 브라디와 지크, 그리고 사바신의 공방전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었다. -------------------------계속--- 『신계의 자료실-기사들의 기억 (go SGKNIGHT)』 19번 제 목:White Blue Vol. 16 올린이:jack21 (이경영 ) 99/01/22 11:57 읽음:1036 관련자료 없음 ----------------------------------------------------------------------------- ----------------------------------------------------------------------------- 저녁시간, 일행은 사바신이 잡아온 산돼지를 잡아 바베큐 파티를 즐기고 있었다. 숙소 역시 4인용 텐트를 랜시가 챙겨온 덕분에 마르티네즈, 실루엣, 랜시등의 여자 들은 자는데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그런 리오들의 완벽한 준비성에 마르티네즈 는 침묵을 지킬 뿐이었다. 그러나, 예전처럼 자존심이 상한 이유로 침묵을 지키는 것은 아니었다. 실로 오래간만에 전투나 죽음의 공포감을 잊고 편안히 바베큐를 먹고 있었다. "아하하하핫­!! 천하의 사바신님께서 방향음치라고? 으하하하핫­!!!! 걸작인데 걸작!!" "‥아아, 역시 네 녀석 앞에선 말하는게 아니었어." 고기가 구워지고 있는 모닥불을 가운데 두고, 일행은 즐겁게 얘기를 나누고 있었 다. 특히, 마르티네즈는 놀란 상태였다. 전투시엔 악귀처럼 상대를 베고 치던 남자 들이 지금은 마치 아이들과 같은 얼굴로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것이다. 벌 써 이틀째의 밤이었지만 전혀 어색함은 없었다. 실루엣이나 랜시도 상당히 즐거워 하고 있었다. 한참 자신의 얘기를 하던 사바신은 곧 리오에게 시선을 돌렸고, 짓궂은 미소를 지 으며 묻기 시작했다. "어이, 리오. 이번엔 꼬시는데 성공한 여자 없어? 왠일로 이번엔 조용하던데‥. 저 번만 해도 다섯이 넘어서 떼어놓는데 고생했잖아." "‥으음?" 그러자, 리오는 상당히 긴장한 표정을 지었고 모든 사람의 시선은 리오에게 집중이 되었다. 조금 후, 리오는 자신의 오른쪽 어깨 위에 올라앉아 고깃조각을 씹고 있는 브라디에 시선을 보내며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후훗, 요즘은 좀 어렵지. 여기 계시는 아가씨가 철저히 '그분'에게 보고를 하니 함부로 미소도 못짓는다니까? 안그러니 실루엣?" "전 진실을 말한 것 뿐이에요 리오님." 브라디는 뚱한 표정을 지으며 리오에게 말했고, 사바신은 아깝다는 듯 어깨를 으쓱 이며 중얼거렸다. "아아∼난 남는 여자 있으면 좀 붙여달라고 부탁하려 했는데, 아깝네 아까워. 하하 하하핫‥. 난 말재주가 없어서 여자들이 잘 안달라붙나봐." 그러자, 지크가 팔꿈치로 사바신의 팔을 툭툭 건드리며 말했다. "이봐, 그건 네 생각일 수도 있다구. 오, 여기 여자분들도 많은데 한번 물어봐. 자 신이 여자들에게 인기있는 타입인지 아닌지. 힛힛힛힛힛‥." 순간, 사바신의 얼굴은 붉으레 변했고 일행들에게 씨익 미소를 보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 그래도 될까‥요?" ‘‥오메‥.’ 순간, 지크의 표정은 굳어버리고 말았다. 사바신에게 건낸 말은 전적으로 농담인 탓이었다. 사바신은 1차적으로 가장 정상적인 여자라고 할 수 있는 마르티네즈에게 자신에 대한 평가를 부탁했고, 마르티네즈는 이틀동안 보아온 사바신의 행동을 곰 곰히 생각하다가 한숨을 후우 쉬며 대답했다. "‥듣기 거북하실진 몰라도, 사바신씨는 여자에 대한 매너가 부족하죠. 담배를 피 우실 때도 남의 얼굴이나 머리에 함부로 연기를 내 뿜으시고, 다른 사람에게 무엇 을 건내줄 때의 행동도 상당히 거친 편에 속한답니다. 물론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행동은 아니실거라 생각하지만, 예를 들 수 있는 리오씨의 행동에 비유하자면 여자 들이 상당히 싫어하는 타입이라 할 수 있죠. 아, 물론 터프한건 좋은 면이지만‥ ‥앗." "‥그, 그런‥!!!!" 마르티네즈는 말을 끝마치기 직전, 사바신의 얼굴을 보게 되었고 그와 동시에 말을 멈춰야만 했다. 마르티네즈가 본 사바신의 얼굴은 일그러질대로 일그러져 있었고, 사바신은 결국 몸을 일으켜 다른곳으로 뛰어가 버리고 말았다. 그것을 본 지크는 황당한 표정을 지은 체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의외로 섬세한 녀석이네‥? 아, 마리씨. 너무 신경쓰지 마세요. 그런 말 들었다 고 해서 피의 복수따윈 하지 않을 녀석이니까요." "예? 그, 그렇지만‥." "맞아요. 사바신님은 그정도로 쫀쫀한 사람이 아니니까요. 마리님도 걱정하지 말아 요." 지크와 브라디가 괜찮다는 말을 하며 위로하자, 마르티네즈는 고개를 끄덕이긴 했 지만 사바신의 일그러진 얼굴과 뛰어가던 뒷모습이 도저히 머리에서 지워지지 않았 다. 결국, 오래 지나지 않아 마르티네즈는 한숨을 길게 내 쉬었다. "‥호오, 처음인데요?" 그때, 옆에 앉아있던 리오의 목소리가 들렸고 마르티네즈는 리오쪽을 흘끔 바라보 았다. 리오는 살짝 윙크를 하며 마르티네즈에게 말했다. "‥다른 일로 마르티네즈 대장이 고민하는 모습 말입니다. 다른땐 삶과 죽음이 과 반수를 차지했는데 오늘은 좀 다르시네요. 지금이 더 보기 좋습니다." "‥예?" 순간, 마르티네즈의 얼굴은 붉게 달아올랐고 그 모습을 보고있던 지크는 순간 리오 에게 손가락을 뻗으며 소리치기 시작했다. "바로 저거야 저거!!!! 오랜시간 다져진 사탕발림!!! 인간의 것이 아니야!!!" "맞아요! 맞아요! 전 세계의 여자들을 위해서라도 근절시켜야 해요!! 마리님도 얼 굴을 붉히지 말란 말이에요!!!" "‥이봐, 이봐‥." 지크와 브라디의 절묘한 협동공격. 실루엣과 랜시는 멍하니 그 모습을 지켜볼 뿐이 었다. 한편, 사바신은 좀 떨어진 곳에 위치한 들판에 홀로 서서 쓸쓸한 미소를 짓고 있었 다. 그는 묵묵히 중천에 뜬 보름달을 올려다 보았고, 긴 한숨과 함께 담담히 중얼 거렸다. "‥처음이야‥내 터프한 면이 좋다는 말을 여자에게 들은 것은‥." 사바신의 현재 감정은 기쁨 보다는 감동에 가까웠다. ※※※ 다음날 정오, 일행은 엘프의 숲으로 가는 길에 위치한 마을중 첫번째 도시인 '홀랜 드'에 도착할 수 있었다. 지크와 사바신, 브라디, 그리고 랜시는 오래간만에 식사 다운 식사를 하자며 먼저 식당으로 들어갔고 마르티네즈와 리오, 그리고 실루엣은 필요한 물품 몇가지를 사기 위해 시장으로 향했다. 시장 안에 위치한 노점상을 둘 러보던 리오의 눈에 한 상인의 물건이 눈에 들어왔고 리오는 앞에 가는 실루엣과 마르티네즈를 부른 뒤 진열대 위에 올려진 검은색의 수정 원석을 들어 올리며 상인 에게 물었다. "이 물건, 어디서 구하셨습니까?" "웅? 그거유? 두달 전인가 이 도시로 향하는 도중에 줏은 돌덩이에유. 예쁘쥬?" 상인의 말을 들은 리오는 잠시동안 손에 들고 있는 원석을 바라보았고, 리오의 얼 굴이 보통 진지하지 않자 실루엣과 마르티네즈는 또 무슨 일일까 하며 긴장을 했 다. 곧, 리오는 표정을 푼 뒤 상인에게 가격을 물었다. "‥음, 그렇군요. 얼마 드리면 됩니까?" "800골드만 주세유. 줏은 물건 치고 비싸긴 하지만, 가공하면 상당히 좋은 물건이 될테니 싼거라 생각하셔야쥬." "예, 여기 있습니다." 리오는 즉시 상인에게 돈을 건내 주었고, 떠나가는 리오 일행을 보며 상인은 약간 찜찜하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깎자는 말도 하지 않고 리오가 가격을 지불한 탓이 었다. "‥100골드만 더 부를걸 그랬남‥?" 한편, 리오는 만면에 미소를 띄운 체 수정 원석을 매만졌고, 마르티네즈는 궁금함 을 이기지 못하고 리오에게 그 수정 원석의 정체를 묻기 시작했다. "리오씨, 도대체 그 수정 원석이 뭐길래 800골드나 주고 사셨나요? 제가 보기엔 그 냥 흑수정 같은데‥?" 그러자, 리오는 잘 보라는 듯 실루엣에게 그 수정 원석을 건내주었고, 그것을 받아 든 즉시 실루엣은 깜짝 놀라며 리오를 올려다 보았다. "‥세, 세상에‥?! 마법력이 이렇게 집중되다니‥?" 실루엣의 반응에 마르티네즈는 다시금 놀랐고, 리오는 실루엣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그 물건에 대한 설명을 해 주기 시작했다. "그 원석은 마법사용 지팡이중 최고급이라 불리우는 '드락실'의 제일 중요한 재료 인 '드락실 사파이어'의 원석이죠. 가공이 안된 원석이어서 지금은 마법력을 집중 만 시켜주지만, 제대로 가공만 된다면 마법력까지 배로 증폭시키는 무시무시한 아 이템이 됩니다. 가격을 제대로 따지자면 백만골드를 내고 800골드를 거스름 돈으로 받을 정도? 후훗‥." "‥세상에‥?!" 마르티네즈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고, 리오는 실루엣을 바라보며 다시 말했 다. "이곳에선 그 드락실 사파이어의 원석을 가공할 수준의 보석상이 없을테니 일단은 원석만으로 만족하렴. 일행 중에선 너와 브라디 외엔 마법을 쓸 수 있는 사람이 없 으니 말이야. 그래줄 수 있지?" "‥고, 고마워요 리오! 소중히 간직할께요!!" 실루엣은 감격어린 눈망울로 리오를 바라보았고, 리오는 다시금 실루엣의 머리를 쓰다듬어준 후 마르티네즈를 바라보며 물었다. "아, 그리고 마리 대장은 검을 저에게 보여주세요. 근처에 대장간이 있으면 제가 쓰기 쉽게 고쳐드릴테니까요." "예? 하지만 전 지금 상태도 괜찮은데‥?" 마르티네즈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순순히 리오에게 검을 건내주었고, 검을 뽑아 이 리저리 살펴보던 리오는 곧 고개를 저으며 마르티네즈에게 말했다. "‥음, 검을 거칠게 다루시는군요. 롱소드의 날이 이렇게 달아 빠질 정도라면 상당 히 문제가 있는데‥. 아, 거칠게 다루실만 하군요. 자루가 마리 대장의 손과 비교 해 너무 두꺼워요." "예?" "음‥손에 딱 들어오는 크기가 아니라면 롱소드는 사용하기가 까다롭죠. 너무 얇으 면 검이 헛돌 수 있고, 너무 두꺼우면 손의 피로가 가중되기 때문에 그렇답니다. 아, 손좀 보여주시겠어요?" 마르티네즈는 곧 리오에게 오른손을 뻗었고, 자신의 손바닥을 마르티네즈의 손바닥 에 직접 대 본 리오는 고개를 끄덕이며 멀리 보이는 대장간으로 향해갔다. "일단 근처에서 다른 물건들을 보고 계시죠. 전 검을 고치고 오겠습니다." 대장간으로 가는 리오를 뒤로 하고, 마르티네즈와 실루엣은 다시 물건들을 보기 시 작했다. 그러면서, 실루엣은 마르티네즈에게 넌지시 물었다. "‥리오씨 말이야. 나이는 마르티네즈보다 한살 많은데 한살 차이 치고는 너무 많 은걸 알지 않아? 드락실 사파이어에 경우 나도 책 구석에서 삽화로만 구경한 내용 인데, 그 물건의 가치까지 상세히 알고 있잖아. 그리고 검의 경우도 슬쩍 보기만 했는데도 마르티네즈의 무엇이 잘못된건지 알아내고‥." "‥으음." 마르티네즈는 그도 그렇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인간 치고는 지나치게 강한 힘이 나, 동물과도 같은 감각, 그리고 몸놀림 등등‥. 정상적으론 이해가 가지 않는 부 분을 너무나도 많이 가지고 있는 남자였다. 물론 그런 남자가 둘이나 더 끼어 있었 지만‥. "‥나중에 알게 될지도‥. 자, 계속 돌아다녀보자 실루엣." "‥으응." ---------------------------계속--- 『신계의 자료실-기사들의 기억 (go SGKNIGHT)』 20번 제 목:White Blue Vol. 17 올린이:jack21 (이경영 ) 99/01/22 11:58 읽음:1052 관련자료 없음 ----------------------------------------------------------------------------- 방향음치 -> 방향치 정정합니다. 그러니 그만좀 보내주시길...전 한사람이고, 여러분들이 한번씩만 보내주셔도.. 으흐흑... ----------------------------------------------------------------------------- 식사를 그리 많이 하지 않아도 괜찮은 브라디는 양손에 든 포크에 찍힌 스테이크 조각을 씹으며 사바신, 지크, 랜시가 앉아있는 테이블을 말 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승부다­!!!!!" "우오오오오옷­!!!!!" 지크의 외침과 함께 그와 사바신, 랜시의 포크는 일제히 마지막 남은 스테이크로 향했고 셋 사이에 낀 스테이크는 처참히 찢어지고 으깨지기 시작했다. 그 광경을 말 없이 바라보고 있는 사람은 브라디 뿐만이 아니었다. 식당 안의 모든 사람들이 그 셋에게 시선을 돌리고 있었다. 소음도 소음이었지만 그들의 모습은 그야말로 피에 굶주린 상어들이 먹이를 뜯는 것과도 같았다. 자신에게 할당된 스테이크를 다 먹은 브라디는 포크를 식탁위에 내려 놓으며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왜 이 셋은 먹이만 보면 본능적으로 행동할까. 쯔쯔‥응?" 그때, 브라디의 눈에 식당 안으로 마악 들어온 낮익은 여성의 모습이 들어왔다. 안 경을 쓴 단발의 여성. 그녀는 지적인 얼굴에 어울리지 않게 약간 긴장한 얼굴로 식 당 안을 두리번 거리고 있었고 그녀가 누군지 알고 있는 브라디는 드디어 정상적인 사람을 만났다는 기쁨에 활짝 웃으며 그녀를 향해 손을 흔들기 시작했다. "피엘님!! 피엘님 여기에요!!!" "‥잉?" 한참 음식물을 씹고 있던 사바신과 지크는 순간 움찔하며 브라디의 시선이 고정된 쪽을 돌아보았고, 그들의 모습을 본 피엘은 안도의 한숨을 지으며 그들에게 다가 오기 시작했다. "아아, 다행이군요. 이곳쯤에 계시다는 느낌은 받았지만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이, 일단 앉으세요 피엘님." 사바신은 허겁지겁 다른 테이블의 의자를 빼서 피엘의 앞에 놓았고, 피엘은 고개를 끄덕여 고마움을 표시한 뒤 자신의 옆에 앉은 랜시를 바라보았다. 랜시는 멋적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숙였고, 가만히 그녀를 바라보던 피엘은 미소를 지은 체 지 크에게 전음이 아닌 정신파로 랜시에 대한 것을 묻기 시작했다. 「의외군요. 이곳에서 호족을 만날줄은 몰랐는걸요? 도대체 어디서 이 아이를 발견 하셨죠?」 「리오에게 여쭤보시는게 더 빠르실걸요. 그 녀석이 쟤를 데리고 왔으니까요.」 피엘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고, 곧 은 한숨을 내 쉬며 사바신에게 물었다. "‥음, 리오님은 어디 계시죠?" "뭐 살거 있다며 시장으로 갔어요. 그런데, 누님께선 왠일로 오셨수? 일 처리할 것 도 많을텐데‥." 사바신은 이쑤시게 끝을 잘근잘근 씹으며 피엘에게 물었고 피엘은 곧 표정을 흐리 며 대답하기 시작했다. "리오님께서 계시다면 더 설명이 쉽겠지만‥일단 말씀드리죠. 봉인되어 있던 신계 최강검, '라이세네프'가 이 세계의 시간으로 한달 전 인간의 손에 들어갔답니다. 이 정보는 사바신님께서 파견되신 후에 확인된 것이며, 휀님께는 벌써 말씀을 드려 놨으니 이제 여러분만 아시면 되는 것이죠. 라이세네프에 관한 정보는 브라디나 리 오님께 자세히 얻을 수 있을것입니다." 그 이야기를 듣고 있던 랜시는 도대체 피엘이 무슨 소리를 하는 것인가 고개를 갸 웃거렸지만 아무도 그녀에게 설명을 해 주는 사람은 없었다. 포크를 입에 문 체 피엘의 얘기를 듣던 지크는 곧 퉁명스런 표정을 지으며 피엘에게 물었다. "근데 우리보고 어쩌라구요 누님." "‥물론, 그 검을 회수하거나 최악의 경우 파괴하라는 추가 임무죠. 라이세네프가 어떤 검인지 자세히 아시게 된다면 여러분들은 상당히 긴장하게 되실겁니다. 그럼 ,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잘 가슈 누님." 피엘은 곧바로 일어섰고, 지크와 사바신은 분위기 버렸다는 듯 손을 휘적휘적 흔들 며 피엘에게 인사를 했다. 그런 둘의 성의없는 모습을 잠시동안 노려보던 브라디는 곧 피엘을 바래다주기 시작했고, 피엘과 브라디가 나가기 무섭게 랜시는 지크에게 피엘에 대한 것을 묻기 시작했다. "이봐 사부. 저 여자는 도대체 누구야?" "몰라 몰라‥." 지크와 사바신은 동시에 고개를 다른곳으로 돌려버렸고 랜시는 꿍한 표정으로 둘을 바라볼 뿐이었다. "아니, 분위기가 갑자기 왜이래?" 그때, 리오와 실루엣, 마르티네즈 일행이 돌아왔고 식당에 남은 셋의 분위기가 그 렇게 좋지 않자 리오는 의아한 표정으로 모두에게 물었다. 그러자, 지크가 헛기침 을 한번 하며 리오에게 대답했다. "험‥큰누님께서 왔다 가셨지." "‥큰‥누님? ‥아아, 그래? 그런데, 그 분이 왠일로 오신거야?" "‥너 라이세네프인가 하는 검에 대해서 알고 있어? 그것 때문에 오신건데‥." "‥!!" 지크는 아무런 생각 없이 물은 것이었다. 그러나 그 질문이 들어온 순간 리오의 얼 굴은 새파랗게 변하고 말았다. 잠시동안 아무런 말도 하지 않던 리오는 지크를 향 해 윙크를 보내며 고개를 저었다. "‥나도 잘 모르겠는데? 자아, 식사나 하지." "‥헤헷, 좋아. 여기 주문좀 받아주세요!!" 리오와 사바신, 지크는 다시 예전처럼 얘기를 주고 받기 시작했다. 하지만, 마르티 네즈에겐 방금 전 오고 간 그들의 얘기가 이상하게 들리는 것은 당연했다. 하지만, 마르티네즈는 그에 대해 묻지는 않았다. 이상하게도 꼭 물어야 하겠다는 생각도 들 지 않았고, 나중에는 알 것이라는 생각이 그녀의 머릿속을 지배한 탓이었다. "저어, 손님들. 주문 또 하실건가요?" 얼굴에 주근깨가 많이 난 종업원이 쟁반을 앞에 둔 체 리오 일행들에게 물어왔고, 사바신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당연하죠 아가씨. 어서 스테이크 15인분하고‥아, 다른 사람들은??" "‥하, 하하‥." 마르티네즈는 어색한 미소를 지은 체 종업원에게서 메뉴를 받아들었다. 그때, 한참 동안 고민을 하던 종업원이 머리를 조아리며 일행에게 부탁을 하기 시작했다. "저, 저어 죄송하지만 테이블을 옮겨 주시겠습니까? 아까 드신 접시를 치우려면 시 간이 오래 걸리거든요. 그러니까‥." "……." ........................ . . . . . . . . 늦은 밤. 모두가 잠이 든 것을 확인한 리오와 지크, 사바신, 그리고 브라디는 여관 밖으로 슬쩍 빠져 나왔고 주위 상황을 살핀 후 오후의 얘기를 계속 하기로 했다. 브라디는 목을 가다듬은 후 천천히 라이세네프의 정보를 말해주기 시작했다. "‥라이세네프는 옛날에 돌아가신 검의 신 '트라이모스'가 사용하던 검중의 검이 에요. 검 자체에 기본으로 '뉴클리어스' 에너지가 생산되고, 강도, 중심, 탄력 등 등 모든 것이 신계에서 재조된 검중에선 최고죠. 검에 독립적인 인격이 서려있기 때문에 사용자가 누가 되었건 라이세네프는 사용자의 실력을 상상 이상으로 끌어 올려주고, 특히 유의할 점은 자체 내장, 생성되는 뉴클리어스 에너지에 의해 리오 님이 자주 쓰시는 마법검 '플레어' 이상의 파괴력을 낼 수 있다는 점이죠. 검이라 기 보다는 '궁극의 병기'로 보는게 더 나을거에요." "……." 지크와 사바신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런 정도의 무기가 있다는 사실도 몰 랐고, 검 한자루가 그 정도의 파괴력을 지니고 있다는 말을 처음 들은 둘은 잠시동 안 정신이 마비된 체 밤거리에 서 있었다. "‥그 괴물단지가‥." "‥보통 인간의 손에 내 맡겨졌다고‥?" "옙." 지크와 사바신의 연속된 말에 브라디는 고개를 끄덕였고, 리오는 한숨을 길게 내 쉬며 말을 덧붙였다. "정보만 있을 뿐이야. 단서는 아무곳에도 없다는 것이 더욱 큰 문제지. 최악의 경 우 도시가 하나 날아간 이후에나 우리가 알게 될지도 몰라. 일단 현재 그 검의 소 유자가 마음착한 사람이길 바라는 수 밖에 없어." "‥근데 왜 하필 우리가 있는 차원계냐고‥엉엉엉엉엉‥." "이 세계 성계신을 찾아 볼기를 쳐줄거야‥으흐흐흑‥." 지크와 사바신은 서로를 부둥켜 안은 체 울음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그런 둘의 모 습을 보던 리오는 자신의 어깨에 앉은 브라디에게 넌지시 말했다. "땅과 바람이라고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어울리지 않니? 저 둘‥." 그러자, 브라디는 당연하다는 듯 어깨를 으쓱이며 답했다. "‥가재는 게편이잖아요." "‥그렇구나." ※※※ 일행은 어느 숲 한가운데에서 잠시 몸을 쉬기로 했다. 첫번째 마을을 떠나온지 이 틀. 지도상으로는 두번째 마을에 도달하고 있어야 했지만 두번째 마을은 브롤들의 독립부대에 의해 이미 사라진 상태였다. 그곳에 주둔하고 있던 적 독립부대를 없앤 일행이었지만 그래도 마음은 편치 않았다. 사바신은 쉬는 시간을 이용해 틈틈히 랜시를 가르치고 있었다. 몸이 큰 랜시에게 상당한 민첩성과 탄력을 요구하는 지크의 무술은 그리 어울리지 않은 탓에 최근부 터 사바신이 랜시를 가르치는 것이었다. 지크와 사바신, 둘은 가즈 나이트 중에서 도 대인 격투만큼은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의 실력자였다. 물론, 둘의 격투 스타 일은 달랐다. 야수에 비유하자면 표범과 사자라고나 할까‥. "똑바로 하란 말이야 똑바로!!! 너 지금 이 사바신님 앞에서 재롱을 떠는거냐!!!" "죄, 죄송해요‥." "덩치값을 해!! 그런 정도의 힘으로는 전투에서 겨우 목숨을 건질 뿐이야!!! 자, 다시한번!!! 타앗­!!!!" 사바신은 자신의 앞에 있는 아름드리 나무에 다시금 발차기 시범을 보였고, 곧 이 어 랜시도 나무에 발차기를 날려 보았다. 그러나, 랜시의 자세나 그 밖의 모든 것 은 사바신의 눈을 구길 뿐이었다. "그게 아니야!!!! 다리 전체의 골격을 잘 생각해서, 적절히, 그리고 탄력있게 차란 말이야!!!" "으아앙‥." 한편, 지크와 함께 나무에 기대어 사바신의 훈련 과정을 지크보던 리오는 좀 안타 깝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고 그의 표정을 본 지크는 입을 비죽 내밀며 리오에게 이 유를 물었다. "‥왜 또 그래? 뭐 마음에 안드는 일이라도 있어?" "‥아니, 사바신이 좀 거칠게 훈련을 시키는 것 같아서. 랜시가 잘 따라줄지 모르 겠는데?" "헤헷, 저래뵈도 사바신 녀석 어렸을적 꿈이 선생님이었어. 자기 나름대로 잘 가르 치겠지 뭐. 그리고 애들 괴롭힐 만큼 나쁜 녀석은 아니잖아." "‥그래. ‥음?" 그때, 리오의 감지범위 내에 수십개의 기척들이 빠르게 나타났고 리오는 그것들이 무언가를 쫓고 있다는 사실을 추측할 수 있었다. 두개의 기척을 쫓는 수십개의 기 척들, 누가 보아도 이것은 도망자와 추격자였다. "‥지크." "‥헤헷, 내가 조용히 끝내지. 오래간만에 몸좀 풀어볼까‥?" 지크는 재빨리 몸을 일으킨 뒤 바람처럼 나무 위로 솟아 올랐다. -------------------------계속--- 『신계의 자료실-기사들의 기억 (go SGKNIGHT)』 21번 제 목:White Blue Vol. 18 올린이:jack21 (이경영 ) 99/01/22 11:59 읽음:1057 관련자료 없음 ----------------------------------------------------------------------------- 새가 날아가는 평화스러운 장면을 연출하고 싶다. ...근데 그런 장면은 쓰기만 해도 졸립니다...아아아... ----------------------------------------------------------------------------- 얼굴에 가면을 쓴 검은 망토의 남자들. 그들은 두명의 남녀를 뒤쫓고 있었다. 17, 8세로 보이는 남자쪽은 이미 큰 상처를 입고 의식을 잃은 상태였고 그 소년을 부축 한 상태로 나무와 나무 사이를 전광석화처럼 이동하고 있는 여성은 다름아닌 유로 였다. 쫓기고 있는 상황이지만 유로의 표정엔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하지만, 그것 은 겉으로의 반응일 뿐 유로와 추격자들의 거리는 점점 좁혀들고 있었다. "‥?!" 그때, 유로의 몸에서 갑자시 벗꽃잎이 날리기 시작했다. 유로의 스피드는 현저히 떨어졌고 유로는 결국 넓지막한 공터 중앙에 무릎을 꿇고 말았다. 그녀의 몸에서 떨어지는 벗꽃잎은 차츰 수를 더해갔고, 그녀를 뒤쫓던 추격자들은 순식간에 그녀 를 포위한 후 여유있게 무기를 들고 유로에게 시선을 맞추었다. 이윽고, 추격자들 의 리더로 보이는 한명이 앞으로 한발자국 나서며 그녀에게 말했다. "제한시간 5분이 지났습니까. ‥가즈 나이트급의 힘을 지니신 유로 공주님의 유일 한 약점‥역시 끈질기게 추격을 한 보람이 있군요. 어쨌든, 본론으로 들어가지요. 라이세네프를 저희에게 넘겨주십시오. 그러면 그 소년과 공주님의 신변은 확실히 보장하겠습니다. 그러나, 거절하신다면 아스타로트님의 명으로 당신마저 처리할 수 밖에 없습니다. 아무리 바알님의 외동딸이라 해도‥예외는 없습니다." "…." 유로는 아무런 말이 없었다. 그녀의 안색은 점점 창백해져 갔고, 상황은 그녀의 안 색처럼 점점 불리하게 전개되어 갔다. 「날 사용하거라 바알의 외동딸이여. 날 사용한다면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 그때, 소년의 몸이 꿈틀거렸고 그 소년이 허리에 차고 있던 검이 공중에 붕 떠오 르며 유로에게 말을 하기 시작했다. 유로는 물론 시선을 돌려 보았지만 현재 제한 시간을 넘긴 유로에겐 팔을 뻗을 힘 조차 없었다. "‥아무리 최강의 검 '라이세네프'경이라 해도 사용자가 없으면 그냥 보통의 검일 뿐이군요. 아, 잡담이 길어졌습니다. 그럼 우리는 유로 공주님께서 저희들의 제의 를 거절하는줄 알고‥당신을 처리하겠습니다." 추격자들은 천천히 자세를 바꿔 동시에 돌진할 준비를 마무리 지었다. 그러나, 그 들도 정말 간과하지 못한 점이 있었다. "멈춰라아아아앗­!!!!!" 순간, 숲쪽에서 강렬한 기합과 함께 누군가가 튀어 나왔고 갑자기 나타난 그 누군 가는 추격자들의 리더 안면에 통쾌한 무릎차기를 선사했다. 그의 무릎차기를 안면 에 맞은 추격자의 리더는 힘없이 뒤로 날아갔고 그를 쓰러트린 정체불명의 괴한은 크게 웃음을 지으며 소리치기 시작했다. "크하하하하핫­!!!! 번개보다 빠르고 바람보다 산뜻한 정의의 용사, 지크·스나이 퍼님이 납시었다!!!!! 자아, 무기를 버리고 깔끔하게 사라지시지? 헤헤헤헷‥." "…." "‥얼라?" 순간, 지크의 목에 차디찬 칼날이 들어왔고 지크는 움찔하며 뒤를 흘끔 바라보았 다. 지크는 아까 자신이 무릎으로 차 넘어트린 괴한이라는 사실을 알고는 슬쩍 코웃음을 쳤고, 지크의 여유있는 웃음과는 달리 추격자의 리더는 냉정히 자신의 검 을 움직여갔다. "시시한 방해자군." "‥에이, 설마 아저씨." 투둑­ 순간, 지크의 목에 검을 들이대고 있던 추격자 리더의 양 팔이 땅 밑으로 떨어졌 고 어느새 무명도를 뽑았던 지크는 칼을 천천히 거두며 추격자의 리더에게 말했다. "헤헷, 혹시나 했더니 마족이었군. 어쨌든, 이 이상의 고난이도 쇼를 보고 싶지 않으면 어서 사라져. 그런데 너희 뭘 쫓고 있었던거야? ‥이잉? 꼬맹이랑 17, 8세 로 보이는 소년? 쳇, 돈도 별로 없어 보이는데‥. 이봐, 쟤네들 돈 없어 보이니 그 냥 가라구. 애들 양말 속을 뒤져봤자‥헙­!!" 지크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그가 있던 자리엔 수십개의 칼날이 날아와 박혔고 미 리 몸을 뒤로 날려 공격을 피한 지크는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자신의 장갑을 강하 게 죄기 시작했다. 물론 그 사이 추격자들은 지크를 향해 달려들고 있었다. "‥헷, 자식들‥. 나도 돈 없다구. 직장도 사라져서 월급도 안들어온단 말이다!!" 순간, 지크의 몸이 강하게 흔들린다 싶더니 지크를 향해 달려들던 추격자 몇명의 몸이 산산조각나며 땅에 흩어졌다. 다른 추격자들은 지크의 갑작스런 가속력에 움 찔하며 몸을 멈추었으나 그것은 지크를 상대로 할때 자살행위나 다름 없었다. "대사 생략!! 지옥도(地獄圖)­!!!!!" 푸앗­!!! 일순간, 공터 전체가 푸른색의 섬광에 휩싸이는가 싶더니 멍하니 서 있던 추격자들 은 한꺼번에 몸이 조각나며 땅 위로 쓰러져갔다. 추격자들의 몸조각들은 검은 연기 를 내 뿜으며 천천히 사그러 들었고, 일을 마친 지크는 무명도를 빙글빙글 돌린 뒤 칼집 안으로 거두며 입을 비죽 내민 체 투덜대기 시작했다. "‥흥, 머저리 같은 녀석들. 이젠 지옥도를 사용해도 구토하지 않는 무적의 지크님 에게 대항하려 하다니‥너무 이르다구. 그런데 한명쯤은 남겨둘걸, 괜히 다 없앴 나?" 지크는 머리를 긁적이며 주위를 둘러보았으나 그의 말 대로 공터에 남은 추격자들 은 단 한명도 없었다. 길게 숨을 내 쉬고 호흡을 진정시킨 지크는 아직도 의식 불 명 상태인 소년과 그 소년의 옆에 서 있는 8, 9세 정도의 소녀에게 다가갔다. "헤이, 꼬마야. 무슨 잘못을 저질렀길래 이런 녀석들에게 추격을 당했니? 진짜 돈 때문이야?" ­도리도리 지크의 물음에, 그 아이는 고개를 저었고 한쪽 눈썹을 치켜 뜬 지크는 정신을 잃고 쓰러진 소년에게 시선을 돌리며 다시 아이에게 물었다. "네 오빠니?" ­도리도리 "‥? 흠, 그럼 이녀석 때문에 저 녀석들이 달라붙은거야?" ­끄덕 "뭣때문에?" 아이는 묵묵히 소년의 허리에 장비된 검을 가리켰고, 지크는 즉시 소년의 검을 뽑 아 그 검을 이리저리 둘러보기 시작했다. "‥오옷?" 검을 잡았을 때부터 지크는 느낄 수 있었다. 자신의 칼 무명도 이상으로 균형이 잘 잡힌, 상상 이상의 기운을 가진 무기라는 것을. 눈을 가늘게 뜬 체 그 검을 이리 저리 살펴보던 지크는 곧 어깨를 으쓱인 후 그 검을 제자리에 돌려 놓았고, 다시 아이를 바라보며 물었다. "‥아직 위험한 것 같으니 나랑 같이갈래? 너랑 놀아줄 언니들도 많으니 같이 가 자. 나중에 짬이 나면 사탕도 사줄께. 헤헤헷‥." ­끄덕 "헷, 좋아. 결정났다! 으 !" 지크는 소년을 곧바로 어깨에 들쳐 매었고, 아이에게 손을 내밀며 덤덤히 말했다. "자아, 오빠 손 잡고 가자." "……." "‥미안, 키차이 때문에 손이 안닿는구나‥." 지크는 멀쓱한 표정을 지은 뒤 아이를 안아 올렸고, 휘파람을 불며 천천히 일행이 있는 방향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 "‥정말 그렇군. 네 말대로 상당한 수준의 킬러들이 노릴 가치가 있는 검 같은데?" 리오는 마르티네즈에게 치료를 받고 있는 소년의 검을 들고 이리저리 살펴보며 고 개를 끄덕였다. 리오 자신이 생각해 봐도 지금 자신이 들고 있는 검은 디바이너 이 상의 물건이었다. 하지만, 자신도 생전 처음 보는 검이었기에 그 검의 정체는 알지 못하는 상태였다. 그것은 브라디도 마찬가지였다. "‥리오님, 그건 그렇고 이 두사람은 어떻게 할거에요? 계속 데리고 다닐 수는 없 잖아요. 게다가 그 꼬마 특히‥!!" 브라디는 리오의 옆에 찰싹 달라붙어 있는 무표정의 아이를 바라보며 인상을 찡그 렸고, 리오는 어색한 미소를 지은 체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훗, 그렇다고 버리고 갈 수는 없지않니. 엘프의 숲으로 가는 도중에 마을은 여 러군데가 있으니 그중에 한 곳에서 결정하기로 하자. 마리 대장의 생각은 어때요?" "‥예? 아, 괜찮아요." 소년의 상처 부위마다 치료제와 붕대를 사용하던 마르티네즈는 건성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계속 치료에 열중했고, 그녀의 집중한 모습에 리오는 고개를 저으며 자신 의 옆에 앉은 아이에게 시선을 돌렸다. "배고프진 않니? 한참동안 뛰어 다녔으니 배가 고플 것 같은데‥." ­도리도리 소녀는 여전히 말 없이 행동으로 일관했다. 게다가, 더욱 특이한 점은 아이가 잠에 서 들 깬 듯한 흐린 눈에 무표정이라는 것이었다. 예전에 만난 누군가가 연상되는 아이라 리오는 생각할 따름이었다. "아, 그래? 음‥이름은 뭐니? 그건 가르쳐줄 수 있지?" "…." 아이는 역시나 말이 없었다. 그러다가, 리오의 귀에 입을 댄 후 아주 작은 목소리 로 말했다. "‥음? 아아, 리체라고? 예쁜 이름이구나‥후훗." 리오는 다시금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고, 아이는 묵묵히 시선을 정면으로 돌 렸다. 잠시동안 무언가를 생각하던 리오는 곧 하늘을 바라보았다. 이런저런 일로 인하여 휴식시간은 그만 예정 시간을 훨씬 넘기고 말았고 리오는 할 수 없다는 듯 마르티네즈를 바라보며 말했다. "‥후우, 아무래도 오늘은 이곳에서 야영을 해야 할 것 같은데요? 그 소년을 억지 로 데려가다간 상처가 더 심해질 수 있으니 일단 오늘 밤에 상태를 두고 보지요." "아, 원하던 바에요 리오씨. 상처가 생각보다 심하진 않지만 자칫 잘못 움직이다간 상처가 더 벌어질 수 있으니 조심해야겠어요. 아, 지크씨! 잊었던건데 이 소년 어 떻게 데려왔나요?" 마르티네즈의 물음에, 지크는 아무렇지 않다는 얼굴로 대답했다. "예? 어깨에 들쳐 매고요." "‥세상에, 아니 어떻게 환자를 물건 취급할수 있으신가요! 팔과 다리 할 것 없이 온몸에 찰과상을 입은 환자를 그렇게 옮기시면 어떻게 해요!!" 마르티네즈는 진지한 얼굴로 지크를 다그쳤고, 지크는 머리를 긁적이며 미안하다는 행동을 해 보였다. "알았어요, 다음부턴 주의할께요 사모님." "‥사모님이라니요! 아, 그리고 사바신씨, 랜시. 여러분은 땔감을 좀 구해와 주세 요. 이 소년의 몸이 차가워지는 것을 막아야 하니 충분하고도 남을 정도로 가져와 주세요. 아셨죠?" 마르티네즈의 지시에, 떫은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던 사바신은 입에 문 담배를 바닥에 부벼 끄며 랜시의 손을 잡아 끌었다. "‥예, 마님. 가자 랜시." "네, 사부." 둘은 천천히 숲속으로 사라져갔고, 리오는 오래간만에 진지한 얼굴로 지시를 내리 는 마르티네즈를 보며 참으로 다행이라 생각해 보았다. 지금까지 죽음의 공포나 전 쟁에 대한 두려움에 압박당해 자주 냉정함을 잃던 그녀의 모습과는 상당히 좋은 쪽 으로 다른 탓이었다. ­꾹꾹 "‥음? 왜그러니?" 리오는 여전히 자신과 붙어있는 아이, 리체가 자신의 팔을 잡아당기자 움찔하며 그 아이를 바라보았고, 리체는 손가락으로 숲쪽을 가리키며 리오의 팔을 계속 잡아당 겼다. 리체의 뜻이 무엇인지 모르던 리오는 어색한 미소를 지은 체 어깨를 으쓱였 고, 한참동안 리오의 팔을 잡아당기던 리체는 결국 다시금 그에게 귓속말을 보내 었다. "‥아아, 볼일을 보고 싶다고? 그럼 진작에 말하지 그랬니. 자, 소원대로." ­꾹꾹 리체는 계속 리오의 팔을 잡아 당기며 숲속으로 향했고, 리오는 리체의 키에 맞추 어 허리를 최대한 낮춘 체 아이와 함께 숲으로 들어갔다. 그런 리오와 리체의 모습 을 불만어린 표정으로 가만히 바라보던 브라디는 옆에 있는 실루엣의 머리 위에 올 라 앉으며 자신의 불만을 토로하기 시작했다. "저 꼬마애, 아무래도 다크호스 같지 않니? 저 나이의 아이 치고는 너무 적극적으 로 리오님에게 대시를 하는데‥?" 그러자, 실루엣은 말도 안된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 "에에, 설마. 저 나이때의 아이가 설마 리오에게 그런 감정을 느끼고 있겠어? 그냥 편해서 그러는거겠지. 이상한 쪽으로 생각하지 마 브라디." "‥흥, 넌 너무 물러터진게 흠이라구‥! 으으으으음‥!!!" 브라디는 팔짱을 낀 체 계속 투덜댔고, 실루엣은 묵묵히 안경을 고쳐 쓸 따름이었 다. ------------------------계속--- 『신계의 자료실-기사들의 기억 (go SGKNIGHT)』 22번 제 목:White Blue Vol. 19 올린이:jack21 (이경영 ) 99/01/22 12:00 읽음:1085 관련자료 없음 ----------------------------------------------------------------------------- ----------------------------------------------------------------------------- "‥아‥." 달이 서쪽으로 기운 새벽, '라이세네프'를 노린 괴한들에게 불의의 습격을 받고 쓰 러진 소년이 일어났다. 소년의 이름은 길트·디모트, 나이는 18세. 길트는 천천히 자신의 몸을 살펴보았다. 칼에 베어진 부분이 쓰려왔지만 그런대로 처치가 된 상태였기에 길트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여기는‥? 음?" 주위를 둘러보던 길트는 자신의 바로 옆에 한 여성이 새근새근 자고 있는걸 볼 수 있었다. 약간 거칠게 잘라진 단발에 단아한 얼굴을 한 여성이었다. 그녀의 옆에 구급상자와 치료약등이 있는 것을 본 길트는 그녀가 자신을 치료해 주었다는 사실 을 어렴풋이 예상할 수 있었다. 길트는 다시금 주위를 둘러보았다. 모닥불이 세개 나 되는 탓에 주위는 무척이나 밝았고, 그로 인해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일행을 이루고 있다는 사실을 길트는 알 수 있었다. "‥아, 리체‥. 리체는‥아윽‥!!" 길트는 일어나려 했으나 아직은 그럴 상황이 아니었다. 순식간에 밀려온 극심한 통 증에 길트는 다시 침구 위로 쓰러졌고, 그 바람에 옆에서 자고 있던 여성이 움찔하 며 일어나게 되었다. "‥음? 정신을 차렸나요?" "‥아, 아‥예‥." 그녀가 몸을 반쯤 일으키며 물어오자, 길트는 순간 얼굴이 화끈 달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가슴도 심하게 두근거리는 것이었다. 길트의 안색이 좋 지 않은 것을 본 그녀는 손을 내밀어 붕대에 휘감긴 길트의 이마를 짚었다. "‥열이 아직 있군요. 해열제를 먹어야겠어요. 상처 사이로 들어간 균 때문에 열이 날 수 있으니 아무 걱정 말아요. 아, 해열제가‥." 그녀는 즉시 구급상자를 살피며 해열제를 찾기 시작했고, 길트는 묵묵히 그런 그녀 의 모습을 바라보기만 했다. 그렇게 한참 정신을 놓고 있을 무렵, 길트는 움찔하며 그녀에게 물었다. "‥아, 리체는 어디있습니까? 저와 같이 있던 아이 말인데요‥." "아아, 그 말수 적은 아이 말이군요? 후훗, 지금 제 일행분과 같이 잠들어 있으니 걱정하지 말아요. 자, 여기 해열제에요." "가, 감사합니다." 길트는 곧바로 그녀가 건내준 해열제를 받아 복용을 했고, 쓰디쓴 알약을 씹으며 길트는 인상을 약간 찡그렸다. 한편, 그녀는 길트가 약을 먹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 보았고 길트가 약을 다 먹자 마자 물통을 건내주며 물었다. "‥이름이 뭔지 알 수 있나요? 전 마르티네즈·베르토라고 해요. 말스 왕국 출신이 죠. 물론 지금은 가이라스 해방군에서 일하고 있지만요. 당신은요?" "‥전 길트·디모트라고 합니다. 그리고‥그, 그냥 가이라스 왕국 출신이죠. 누군 가를 찾기 위해 떠돌고 있습니다." "‥그래요? 누굴 찾으시는데요? 혹시 제가 아는 사람이라면‥." 마르티네즈의 친절한 질문에 길트는 다시금 얼굴을 붉혔고, 고개를 약간 숙이며 천천히 대답했다. "‥드, 들으시고 웃지 말아주세요. 전‥가즈 나이트를 찾고 있답니다." "‥예?" "콜록­!" 그때, 마르티네즈의 일행 셋­리오, 지크, 사바신­이 한꺼번에 기침을 하며 몸을 뒤척였고, 그들을 흘끔 둘러본 마르티네즈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다시 길트에게 물 었다. "‥가즈 나이트‥?" "‥아, 전설상의 '그랜드 크로스 나이트'와 같은 사람이지요. 하지만‥그랜드 크로 스 나이트의 이름을 쓰지 않는 또 다른 가즈 나이트를 찾고 있습니다. 이름도 모르 고, 얼굴 생김새도 모르지만, 어쨌든 찾고 있습니다." "‥그렇군요. 아, 힘들겠네요. 아직 시간은 많으니 내일 얘기하죠. 길트를 구해준 장본인과도 인사를 드려야 하잖아요. 일단 편히 주무세요, 알았죠?" "‥아, 예‥." 길트는 고개를 끄덕인 후 몸을 슬쩍슬쩍 뒤척이며 겨우 몸을 뉘였고, 마르티네즈는 길트의 자리가 불편하지 않은지 확인을 해본 후 자신도 잠자리에 들었다. ......................... . . . . . . . "아, 일어났어 친구? 자자, 배고플테니 빨리 이쪽으로 오라구. 네 꼬마친구는 벌써 먹고 있단 말이야." 길트가 눈을 뜨고 겨우 상체를 일으키자, 한 남자가 만면에 미소를 지은 체 길트의 어깨를 두드리며 식사를 권했고, 그의 말을 들은 길트는 한참 식사가 벌어지고 있 는 방향에 시선을 돌려 보았다. 상당히 건장한 체격의 남자 셋과 그들보다 훨씬 큰 타 종족의 여자 한명, 페어리로 보이는 소녀와 안경을 쓴 통통한 몸의 소녀, 그리 고 마르티네즈가 식사를 하고 있었다. 길트가 찾던 리체는 남자 세명 중 붉은장발 의 남자 바로 옆에 앉아 그가 떠주는 스프를 말 없이 먹는 중이었다. "‥아, 리체! 무사했구나!" ­끄덕 리체는 길트를 바라본 뒤 고개를 끄덕였고, 리체에게 스프를 떠주던 붉은장발의 남 자는 길트에게 미소를 보내며 말했다. "몸은 좀 괜찮은가? 상처가 심해서 늦게까지 잘 줄 알았는데 빨리도 일어났군. 아, 조금만 기다려, 식사를 줄테니까. 브라디, 식사 빨리 하고 저쪽에게 스프를 좀 갔 다주겠니?" "싫어요 리오님. 전 빨리 먹으면 체하는 스타일이라구요." 브라디라는 이름의 페어리는 인상을 찡그리며 리오라는 남자를 쏘아보았다. 그때, 마르티네즈가 웃으며 길트에게 말했다. "아아, 제가 드릴께요. 전 식사 다 끝났어요." 마르티네즈는 먹던 스프 그릇을 비운 뒤 물로 씻은 후 그곳에 새로운 스프를 담기 시작했고, 식사도 제대로 하지 않고 자신에게 식사를 주려는 그녀의 모습에 길트 의 얼굴은 다시금 홍조를 띄었다. 스프를 들고 길트에게 온 마르티네즈는 길트의 앞에 앉은 뒤 스프 한숟갈을 떠 길 트의 입에 가져갔고 길트는 천천히 그것을 먹어 나갔다. 한숟갈 한숟갈, 마르티네 즈는 일일히 길트에게 스프를 떠 주었고 시간이 지날 수록 길트는 자신이 상처가 나아지는 것 같은 착각에 까지 빠지기도 했다. "‥근데 어떡하지 리오? 저 친구를 어떻게 데리고 가야 잘 데려갔다는 소리를 들을 까? 부상이 심해서 어려울 듯 한데‥." 그때, 길트의 귀에 자신을 깨운 금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그 질문의 대상자 인 리오는 어깨를 으쓱이며 대답했다. "‥글쎄? 들것으로 옮긴다면 못 옮길거야 없지만‥그렇게 하면 갑작스런 상황에 대처할 수 없으니 그건 좀 그렇고‥. 누가 차라리 업고 가는게 훨씬 나을지도 모르 지." "‥응? 그럼 그런 대단한 봉사활동을 누구한테 시키지? ‥아, 사바신이라는 사람이 힘이 아주 세다고 들었는데 말이야‥." 금발의 남자는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엄청난 뻐침머리의 남자를 바라보았고, 뻐침 머리의 남자는 묵묵히 금발의 남자를 바라보다가 자신의 앞에 앉은 큰 덩치의 여성 을 바라보며 당당히 말했다. "‥랜시, 지구력 수련이다." 덩치와는 어울리지 않는 이름, 게다가 마치 호랑이의 줄무늬를 연상시키는 양 볼의 줄무늬들. 그러나 랜시라는 이름의 여성은 얼굴을 붉히며 어쩔줄을 몰라했다. "‥아, 알았어요 사부. 최선을 다 할께요." "그래, 그래. 진정한 강함이라는 것은 하고자 하는 정신에서 나오는 것이다!!" 남자가 무슨 말을 하는지는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길트는 자신이 어쩔 수 없이 그 여성의 등에 업혀 마을까지 가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길트는 조심스럽게 랜시를 뜯어보기 시작했고, 길트가 랜시를 걱정스런 얼굴로 보자 마르티네즈는 웃 으며 길트에게 말했다. "길트, 랜시는 착한 아이에요. 저도 랜시를 처음 만났을때 외모만을 보고 두려운 존재라는 생각을 가졌지만, 랜시는 결코 그런 아이가 아니에요. 나이도‥아마 길트 와 비슷할걸요? 아주 순진한 아이니 너무 걱정하지 말아요." "‥아, 예." 그렇게 얘기를 듣긴 했지만, 길트는 솔직히 걱정을 지울 수 없었다. ...................... . . . . . . . 시한부의 동료 둘이 추가된 일행은 다음 장소를 향해 길을 걷고 있었다. 천천히 산 지가 나와서인지 몸이 허약한 편인 실루엣은 땀을 뻘뻘 흘리며 지친 기색을 보였고 마르티네즈 역시 다리가 점점 아파왔다. 그러나, 그 외의 일행은 소풍가는 사람처 럼 가볍게 길을 걸었고 심지어는 길트를 업고 있는 랜시마저 길트의 무게가 느껴지 지 않는 사람처럼 평상시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었다. 랜시의 등에 업힌 길트는 아무리 생각해도 자신을 업고 있는 소녀는 괴물이라는 생 각을 지울 수 없었다. 마르티네즈나 실루엣이 지친 얼굴을 한 것과 달리 랜시는 땀 은 커녕 휘파람까지 불고 있었다. "‥랜시, 힘들지 않아요?" 길트는 결국 질문을 던졌고, 랜시는 뒤를 흘끔 바라본 뒤 히죽 웃으며 대답했다. "히힛, 괜찮아요 길트. 이것도 수련의 하나라고 둘째 사부가 그랬거든요. 그리고 전혀 힘들지 않으니 안심해요." 랜시의 천진난만한 표정. 길트는 그녀가 이상하게도 귀여워 보였다. 랜시의 얼굴은 근육질의 몸과는 달리 그렇게 우락부락한 편은 아니었다. 송곳니가 보통의 인간보 다 날카롭게 나오긴 했지만 큰 눈과 오똑한 코 등은 왠만한 그 나이 또래의 소녀들 보다 훨씬 귀여웠다. 물론 머리가 산발이어서 처음 보는 사람들은 얼굴 보다는 랜 시의 전체적인 모습에 위압감을 느꼈다. 그것은 길트도 마찬가지였다. "‥솔직히, 처음에 봤을때 전 랜시가 상당히 무섭게 느껴졌어요." 길트의 갑작스런 말에, 랜시는 순간 얼굴을 붉히며 다시금 길트를 바라보았다. 길 트는 놀란 토끼와 같은 그녀의 표정에 속으로 웃음을 지으며 계속 말했다. "그런데, 지금은 안그래요. 오히려 귀여워요." "‥노, 농담하지 마세요! 전 그런‥!" "이봐!!!" 그때였다. 지크가 갑자기 정색을 한 체 랜시와 길트에게 고함을 질렀고 일행의 움 직임은 그곳에서 멈추고 말았다. 둘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온 지크는 곧 길트의 이 마에 검지손가락을 대며 말했다. "‥너어, 꼬마 주제에 벌써부터 사탕발림을 익힌거냐!! 내가 허락하는 사탕발림은 리오의 것 말고는 없어!!! 세상에 사탕발림은 한명으로 족해!!!" "‥예? 사, 사탕발림이라니요‥?" "닥쳐!!! 순진한 랜시를 꼬실 생각 말고 조용히 있어, 알았나!!!" "‥예? 아, 예‥." 길트는 무심결에 고개를 끄덕였고 랜시는 지크의 이상 반응에 이해가 안간다는 표 정을 지은 체 조그만 목소리로 투덜대기 시작했다. "‥사부도 이상해. 갑자기 왜 그러시는거지‥?" 어쨌거나, 일행은 다시 길을 걷기 시작했다. 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 지도에 표시된 '듀 베를' 도시에 거의 가까이 왔을 무렵 일행의 맨 앞에서 걷던 리오가 손을 번쩍 들었고 일행은 일순간 긴장에 사로잡혔 다. 일행은 곧 리오의 움직임에 따라 옆으로 보이는 작은 언덕에 올라갔고, 잔디 밭에 엎드리거나 웅크린 뒤 숨을 죽였다. "‥마리, 마리 대장! 잠깐‥." 리오는 작은 목소리로 마르티네즈를 불렀고, 마르티네즈는 자세를 한껏 낮춘 상태 로 리오의 옆에 다가갔다. 리오는 언덕 아래로 보이는 도시를 가리켰고, 저번의 마 을에서 미리 준비한 망원경을 이용해 도시를 살피기 시작했다. "‥브롤과 트루바?! 그것도 대군이잖아요!" "‥근처에 탐색 부대는 없는 것 같으니 일단 안심해요. 그리고, 다행스럽게도 저 도시 역시 마악 습격당한 것 같으니‥작전을 짜는게 좋겠군요. 적 전력은 어느정도 죠?" 물론 그렇게 질문하는 리오는 적의 전력을 미리 파악한 상태였다. 적어도 마르티네 즈의 망원경 보다는 리오 자신의 눈이 더 정확했으니까. 한참동안 도시를 망원경으 로 살펴보던 마르티네즈는 한숨을 길게 내 쉬며 리오에게 말했다. "‥최악이에요.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트루바와 브롤들이 도시 정문에 배치되어 있어요. 그것도 상당수로‥. 도시의 방위 능력은 이미 적들에게 장악된 상태니 일 단 정면 승부는 미루는게 어떨까요?" "‥어허, 마리양, 이 사바신님을 너무 무시하시는듯 하군요?" 그때, 사바신의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가 마르티네즈의 뒤에서 들려왔고, 마르티네 즈는 의아한 표정을 지은 체 사바신을 바라보았다. 리오는 사바신이 무슨 생각으로 저러나 생각하다가 사바신이 오른쪽 눈으로 윙크를 보내자 탄성을 지르며 마르티네 즈에게 말했다. "아, 마리 대장. 사바신은 체질적으로 마법에 대한 강한 저항능력이 있죠. 일단 적 마법사들은 근접 격투에 약할테니 사바신으로 정면 돌파를 하는게 어떨까요?" "‥예에?" 마르티네즈는 순간 이해가 가지 않았다. 도대체 이 남자가 무슨 헛소리를 하는 것 인가. 그러다가, 리오가 어느 정도 강하다는 사실을 떠올려본 마르티네즈는 곧 고 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좋아요, 그럼 사바신씨가 정면을 돌파해 주시고, 그 사이 지크씨와 리오씨는 도 시의 양 측면으로 들어가 적 본진을 격파해 주세요. 저와 다른 일행은 이곳에 있을 께요. 부탁드려요." "‥헤헷, Good choice!!" 리오의 옆에 있던 지크는 씨익 웃으며 자신의 양 주먹을 불끈 쥐었고 그 순간 지크 의 주먹에선 스파크가 번뜩였다. 특이체질이라는 말을 여러번 들은 마르티네즈는 고개를 끄덕여줄 뿐이었다. -------------------------계속--- 『신계의 자료실-기사들의 기억 (go SGKNIGHT)』 23번 제 목:White Blue Vol. 20 올린이:jack21 (이경영 ) 99/01/22 12:00 읽음:1186 관련자료 없음 ----------------------------------------------------------------------------- "친구, '벗꽃'인가, '벚꽃'인가?" "‥'벚꽃'인데?" "으악." 정정합니다....벗꽃 -> 벚꽃 ----------------------------------------------------------------------------- 언제부터 마법까지 쓸 수 있게 되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브롤과 투르바의 일 부가 사람들을 향해 공격마법을 쓰기 시작한 것은 상당히 최근의 일이었다. 병사들 사이에서 소문으로만 전해지던 브롤과 투르바 마법사들의 소문이 사실화가 된 것은 한 요새의 사령관이 대기하고 있던 벙커에 브롤의 주문탄이 떨어져 벙커와 함께 사 령관의 육체가 날아감과 동시였다. 브롤 마법사들은 몸에 검은색 로브를, 투르바 마법사들은 황색의 로브를 걸치고 있 었기에 구별은 명확했다. 두종족 마법사들의 공통점은 치유마법등은 거의 사용을 못한다는 것이고, 차이점을 따지자면 브롤은 공격위주, 투르바는 보조와 저주마법 이 주를 이룬다는 것이었다. 처찬히 부숴진 도시의 정문 앞, 뒤에 서 있는 브롤 마법사중 한명은 입에 파이프 담배를 문 체 감시탑 위를 바라보았다. 트루바 저격수 두명이 눈에 망원경을 낀 체 주위를 탐색하는 모습이 들어왔고, 그와 눈을 마주친 트루바 저격수는 손을 흔들며 아무 문제 없다는 신호를 보냈다. 브롤 마법사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자신의 동 료들에게 시선을 돌렸다. 콰아아아아앙­!!!!!!!! "크악!?" 순간, 폭음과 함께 지축이 뒤흔들렸고 브롤 마법사는 놀란 눈으로 주위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그의 시선이 멈춘 곳은 방금 전 이상이 없다 손을 흔들던 투르바 저격수 가 있던 감시탑이었다. 그곳엔 투르바 저격수 두명의 모습 대신 집체만한 바위가 어느새 들어앉아 있었다. "저, 적이다!! 발석차가 왔다!!!!" 콰아아아아앙­!!!!!!!! "꾸에에에에에에엑­!!!!!!" 두개의 감시탑중 나머지 하나에도 바위 하나가 또다시 날아들었고, 그 안에 있던 투르바 저격수 중 한명은 그 바위에 밀려 결국 수십미터 아래로 추락하고 말았다. 브롤과 투르바 마법사들은 잔뜩 긴장한 얼굴로 정면을 바라보았다. 과연 어느정도 의 대군이 있을 것인가. 그러나, 곧바로 그들의 얼굴은 굳어지고 말았다. 그들에게 서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한 인간의 모습이 들어왔고, 브롤과 투르바 마법 사들은 설마 하면서 그 청년을 유심히 지켜보기 시작했다. "으랏차차차차차차차­!!!!!" 그 청년의 큰 기합성과 동시에, 땅 속에 박혀있던 바위 하나가 풀이 뽑히듯 가볍게 들어올려졌고 그 순간 브롤과 투르바 마법사들은 얼굴이 새파랗게 질리고 말았다. "‥쏴, 쏴라!!!!! 저 녀석을 쏴라!!!!!!!" 순간, 두 종족의 마법사들은 엄청난 속도로 화염탄을 쏘아댔고 검은코트에 뻐침머 리 청년은 자신에게 날아오는 화염탄을 본 순간 씨익 웃으며 양 손으로 받치고 있 던 바위덩이를 오른손에 옮겨 들은 뒤 손가락을 바위 표면에 밀어 넣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하핫, 이러면 볼링공 같잖아? 어쨌든‥먹어랏­!!!!!!!!!!!" 청년, 사바신은 몸을 적당히 띄운 후 들고 있던 바위를 바닥에 세차게 굴렸고 엄 청난 스피드로 회전하며 일직선으로 굴러가던 바위는 마법사들이 쏜 화염탄을 맞기 시작했다. 그러나 중량과 크기, 그리고 바위에 실린 힘이 워낙 컸기에 바위는 쉽사 리 깨지지 않았고 브롤과 투르바 마법사들은 마법을 사용하면서도 서서히 뒷걸음질 을 쳤다. "으아아아아아아악­!!!!!" 필사적인 외침. 브롤들의 손은 더욱 더 빨라졌고 결국 그들의 노력에 의해 바위는 정문에 도착하기 직전 폭음을 내며 터져 나갔다. 그것을 본 마법사들은 환성을 지 르며 펄쩍펄쩍 뛰었고, 근처에 있던 평 병사들은 박수를 치며 그들의 노고를 치하 했다. 그러나, 상황은 아직 끝난게 아니었다. 그 순간 터진 바위가 남긴 먼지를 뚫고 무 언가가 솟아 올랐고, 마법사들이 흔들던 팔은 그자리에서 마네킹처럼 굳어지고 말 았다. 거대한 목도, 팔봉신 영룡을 양 손에 거머 사바신이 살기를 머금은 미소를 지은 채 그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음우하하하하하하하하하핫­!!!!!!!! 죽어랏­!!!!!!!!!!!!!" "끼아아아아아아아­!!!!!!!" ※※※ "‥세상에‥." 마르티네즈는 도시 정문에서 벌어지는 대 살육을 보다 못해 망원경을 접으며 고개 를 숙였고, 그것을 본 실루엣은 궁금한 표정을 지으며 마르티네즈에게 다가왔다. "마르티네즈, 왜그래?" "‥사바신씨가 마법에 대한 저항력이 강하다는 말은 거짓말이었어." "뭐, 뭐라고?!" 그 말은 실루엣은 물론, 랜시와 그녀의 옆에 누워있는 길트마저도 놀라게 하기 충 분했다. 물론 이유는 상당히 달랐지만. "사바신 오빠가 당했다는 소리야?! 확실하게 말해봐 마르티네즈!!!" "설마, 설마 둘째 사부가 당했다는‥?!" 그러자, 마르티네즈는 둘을 돌아보며 조용히 대답했다. "‥저 남자는 괴물이야." "‥?" "‥수십톤이 넘는 바위 세개를 집어 던지고, 굴린 다음에 남은 힘으로 정문에 배치 된 마법사들과 병사들을 쓸어버리고 있어. 마치 코끼리가 개미집을 밟듯이 말이야. 일당 백이란 말이 저 남자를 우습게 본 것과 같다면 믿겠니‥." "……." 랜시와 실루엣, 그리고 길트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특히, 그런 인간이 있다 는 사실을 처음 안 길트는 더더욱 그러했다. 하지만, 이유를 알고 있는 브라디는 나무가지에 누워 편안하게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음? 그러고 보니‥?" 계속 망원경으로 도시를 지켜보던 마르티네즈는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을 해 보았 다. 누군가가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리체?! 리체가 보이지 않아!!!" ※※※ 도시를 습격한 브롤과 투르바 부대의 대장인 '발트'. 그는 브롤임에도 불구하고 상 당히 뚱뚱한 몸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브롤족 마법사 중에선 열손가락 안 에 드는 실력자였기 때문에 누구도 그를 뚱뚱하다 놀리진 않았다. 그리고 그의 앞 에서 그런 소리를 하고 살아남은 브롤이나 투르바는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 현재 그는 땀을 뻘뻘 흘리며 자신의 길쭉한 턱을 좌, 우로 흔들고 있었다. 상당히 긴장한 얼굴‥. 곁에 있는 그의 부하들 역시 불안감에 빠져 있었다. 하지만 그들이 그렇게 불안해 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병사들은 아직도 백여명 가까이 남아있었다. 현재 그들이 위치하고 있는 장소는 도시의 후문 쪽, 그들은 발트의 지시에 따라 마 악 후퇴를 준비하고 있었다. "도, 도대체 적의 숫자가 몇이냐!! 동쪽 정문과, 서쪽, 북쪽에 배치된 병사들이 모 조리 전멸하다니‥!! '울러'님께 뭐라고 보고를 드리면 좋단 말이냐!!!" 발트는 형형색색의 보석으로 만들어진 반지가 네 손가락에 모조리 끼워진 퉁퉁한 손으로 다시 손수건을 잡으며 중얼거렸다. 그러자, 옆에 있던 부관이 그의 앞에 다 가와 말했다. "거, 걱정하지 마시옵소서 발트님. 세군데에 배치된 병사들을 모조리 전멸시킬 정 도의 전력에게 당했다면 울러님도 분명 용서해 주실테지요." "‥그, 그럴까‥?" 발트는 약간 진정이 된 표정을 지으며 부관의 길쭉한 얼굴을 바라보았다. "적이다­!!!" 그때, 후방을 맡고 있던 병사 한명의 목소리가 발트의 머리를 움직였고, 후방쪽을 향해 시선을 돌린 발트와 부관의 얼굴은 일순간 굳어지고 말았다. 퍼어어어어어엉­!!!!!!!! 마치 회오리가 땅에 누운 듯, 폭발적인 기류가 후방에서 부터 발트의 코 앞까지 병사들을 조각내며 밀고 들어왔다. 그 사이에 배치된 브롤과 투르바들은 순식간에 고깃조각이 되어 땅을 뒹굴었고, 발트는 일순간 자신의 몸을 뒤덮은 먼지 때문에 기침을 하기 시작했다. 발트가 겨우 눈을 떴을 때, 그의 시야에 들어온 것은 먼지 를 뚫고 자신을 향해 천천히 다가오는 사람의 그림자였다. "‥누, 누구냐!!!" "‥아아, 너무 놀라게 했나? 그럼 사과를 하지‥후훗." 큰 키에 붉은 장발을 묶어 내린 한 남자, 그는 자신의 두꺼운 오른쪽 어깨와 팔을 주무르며 발트를 향해 빙긋 웃어보였다. 발트는 순간 말을 잊고 말았다. 혹시나 하 는 생각이 그의 머릿속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백여명에 가까운 병사들을 일순간에 쓸어버릴 실력을 지닌, 그것도 붉은장발을 가진 인간에 대한 불길한 정보가 그의 머릿속에 들어있는 탓이었다. "‥너, 너 혼자서 설마‥? 내 병사들을‥?" "음? 으음‥오래간만에 진공파를 생성시키니 팔이 좀 뻐근하군. 역시 놀면 안되는 것 같아." 그 남자는 너무나 엄청난 말을 너무나 간단히 했다. 게다가 단신으로 아주 여유있 게 발트와 그의 남은 병사들에게 걸어오고 있었다. "‥그, 그렇군!! 네 녀석이구나, 붉은머리의 사신이!!!! 잘 만났다, 내가 지금까지 네 녀석에게 죽은 우리 종족의 복수를 하겠다!!! 얘들아!!!!" 털썩­ 그때, 발트의 옆으로 반쪽이 난 브롤족 병사의 시체가 쓰러졌고 발트는 기겁을 하 며 뒤를 돌아보았다. 그에게 남은 병사 십여명은 이미 정육점 고기 신세가 되어 쓰러져 있었다. 그들 대신 서 있는 것은 금발에 장난기 어린 표정을 짓고 있는 한 청년이었다. "헤헷, 자기가 복수한다면서 '얘들아'는 뭐야? 아저씨 그러면 못쓰징‥." "‥아, 아아아‥?!" 발트는 완전히 굳어지고 말았다. 그의 옆에 있는 부관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부관은 일말의 용기가 있었는지 조금 후 옆쪽 골목으로 사력을 다해 뛰기 시작했 다. "사, 살려줘­!!!!!" 또오오오오오오옹­!! 그러나, 부관 역시 얼마 가지 못해 엄청난 소리와 함께 피를 흩뿌리며 도시의 후문 위로 날려졌고, 그를 날려버린 남자는 귀찮다는 듯 인상을 찡그린 채 골목 밖으로 나왔다. "쳇, 머리에서 쇳소리가 나는 녀석이군. 이봐, 그 뚱보 빨리 처리하라구. 저 녀석 들의 긴 턱은 보기도 싫단 말이야. 밥맛 떨어져‥." 이제 발트의 부대는 자신을 포함한 단 한명 뿐이었다. 발트는 생각에 빠졌다. 이 난관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그러나, 아쉽게도 발트의 머리는 그렇게 영특한 편 은 아니었다. "‥이, 이 녀석들!!! 이 발트님을 뭘로 보는 것이냐!!!!!! 이몸의 궁극 화염마법으 로 너희들을 없애주겠‥." "어이, 리오. 우린 가볼테니까 처리하고 와. 배고프니 먼저 갈께." "이왕이면 이 도시에서 먹자구 지크. 구해줬으니 소 한마리는 잡아줄거 아냐." "그럴까? 그럼 사바신 넌 식당이나 알아두고 있어. 다른 사람들 데리고 올께." "그래, 그럼 식당가 까지 같이가자." 두 청년은 소리치고 있는 발트를 슬쩍 지나친 뒤 붉은머리 청년의 어깨를 두어번 두드린 후 멀찌감치 걸어가기 시작했고, 발트의 얼굴은 무시당했다는 수치심에 점 점 붉어지기 시작했다. 그의 그런 모습을 보던 붉은머리 청년은 미안하다는 듯 어 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아아, 예절 공부가 좀 필요한 녀석들이지. 자, 그럼‥궁극의 화염마법을 한번 볼 까? 후훗‥." 그 청년의 말은 발트의 귀에 도발로 밖엔 들리지 않았다. 결국, 발트는 이를 악물 며 양 손을 모은 뒤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고 그의 양 손엔 검은색의 전광이 서리기 시작했다. 그것을 본 청년­리오는 의외라는 듯 입을 동그랗게 모으며 묵묵히 감탄 했고, 주문을 완성한 발트는 둥글게 모인 흑색 전광을 바닥에 내 던지며 소리쳤다. "이 도시와 함께 날려주겠다!!!! 정령소환!!!! '사라만다'­!!!!!!!" 바닥에 충돌한 전광은 즉시 넓게 퍼지며 거대한 화염의 마법진 모양을 갖추었고, 그 마법진에선 화염기둥이 거세게 솟아 오르기 시작했다. 화염의 기둥은 생물과 같이 꿈틀대며 길쭉한 모양의 드래곤 형상을 갖추었고, 리오를 향해 불꽃이 서린 탄생의 포효를 내 질렀다. 「쿠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그것을 본 리오는 곧 빙긋 미소를 지었고, 리오의 이상 반응에 발트는 드디어 상대 방이 미쳤구나 생각하며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크하하하핫!!! 어떠냐, 나의 궁극 기술이!!!! 오금이 저려 웃음밖엔 안나오는 모 양이로구나!!!!!" "음? 아, 그건 아니야. 정령소환술을 오래간만에 봐서 그랬지. 그런데‥이프리트 정도는 나올 줄 알았는데 고작 사라만다라니 좀 실망이군. 음‥어쨌든, 나도 멋진 것을 하나 보여주지. 답례라고 생각해." 리오는 살짝 윙크를 하며 자신의 검 디바이너를 거꾸로 들었고, 발트는 멍한 표정 을 지은 채 리오를 바라보았다. "흡­!" 쿠욱­!!! 리오는 짧은 기합성과 함께 디바이너를 지면에 내리박았다. 그리고, 발트를 바라보 며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마법검, '타이들 버스트'‥!!!" 투웅­!!!! 순간, 지면에 박힌 디바이너를 중심으로 거대한 물줄기가 하늘높이 솟아오르기 시 작했고 그것을 본 발트는 땅바닥에 풀석 주저 앉으며 힘없이 말했다. "‥거, 거짓말‥! 개인 마법검이라니‥그것도 수계(水係) 4급의 고위마법 '타이들 버스트'로‥?! 넌 도대체 뭐하는 녀석이냐­!!!!!!" 리오는 발트의 말을 들으며 조용히 디바이너를 뽑았다. 땅에서 뽑힌 디바이너에선 물에 젖은 수건처럼 물이 뚝뚝 흘러내렸고, 리오는 곧바로 자세를 잡으며 간단히 대답했다. "그냥‥떠돌이 기사지." ------------------------계속--- 『신계의 자료실-기사들의 기억 (go SGKNIGHT)』 24번 제 목:White Blue Vol. 21 올린이:jack21 (이경영 ) 99/01/22 12:01 읽음:1302 관련자료 없음 ----------------------------------------------------------------------------- "아니, 무슨 환타지 소설에서 필살기가 나오고 기가 나옵니까. 이거 원래 틀에서 너무 벗어난 것 아닙니까?" "예? 좀‥벗어나긴 했죠. 하지만‥." "그래도 이건 너무 심하지 않습니까. 톨?의 D&D나 AD&D의 틀에선 이런 것이‥." "불만 있으면 법대로 하세요." "…." ----------------------------------------------------------------------------- 순식간에 물 천지가 되어 버린 도시의 후문. 남은 것은 이등분이 된 발트와 다른 브롤들의 시체였다. 리오는 디바이너에 걸린 마법을 해제한 후 고개를 저으며 조용 히 돌아섰다. "‥오래간만에 힘을 써서 무리가 갔나? 목이 좀 뻐근한데‥." 리오는 손으로 목을 주무르며 지크와 사바신이 간 쪽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그때, 약간 불안한 생각이 문득 그의 머리속을 스쳐 지나갔다. "‥다른 일행들은 괜찮을까? 지크나 사바신 둘 중 한명이라도 남겨 놨어야 했는데 , 좀 불안하군." 리오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혹시라도 자신이 마법검 등의 대 기술을 사용한게 목격 된다면 자신들의 입장이 상당히 곤란해지는 탓이었다. "‥!" 그때, 리오의 시야에 한 여성의 모습이 들어왔다. 여전히 무표정의 얼굴에 흐릿한 눈을 한 미녀‥유로가 한 건물의 벽에 몸을 기댄 채 묵묵히 리오를 바라보고 있었 다. 리오는 그녀가 잘도 자신의 위치를 알아낸다 생각하며 씁쓸히 웃어보였다. "‥후, 다음부턴 나타날 때 미리 말이라도 좀 하는게 어때. 자꾸 도깨비처럼 번쩍 번쩍등장하니 경기라도 할 것 같군." 그러나, 대답 대신 유로는 자신의 소검을 뽑으며 나지막히 말했다. "‥죽이겠어, 당신을." 리오는 한숨을 내 쉬었다. 또 그 소리인가. 결국, 리오는 일단 이유나 한번 들어보 자 생각하며 유로에게 물었다. "아아, 알았으니 진정해 아가씨. 죽더라도 이유는 좀 듣고 죽어야 할 것 아닌가? 이유가 없다면 죽어줄 생각 또한 없어." "……." 유로는 묵묵히 리오를 바라보았다.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는 없었 지만 일단 리오로선 언제든지 검을 뽑을 준비는 하고 있었다. 그때, 상당히 의외의 일이 일어나고 말았다. "‥가겠어." "뭐?" 그 말 만을 남긴 유로는 리오의 눈 앞에서 홀연히 사라졌고, 갑작스런 황당함에 리 오는 멍하니 유로가 있던 자리만을 잠시동안 바라볼 뿐이었다. "‥신기한 아가씨군. 후후‥." 리오는 어깨를 으쓱인 뒤 다시 지크와 사바신이 있을 장소로 향했다. ※※※ 한시간 뒤, 마르티네즈들과 합류한 리오와 지크, 사바신은 마을사람들이 성대히 차 려온 음식을 먹으며 오래간만에 식사다운 식사를 즐겼다. 사실, 일행 중 마르티네 즈, 실루엣, 랜시 등은 전혀 요리와 상관이 없는 여자였고 그나마 좀 할 줄 안다는 브라디 역시 수프가 고작이었다. 그런 탓인지, 지크는 자신의 앞에 놓인 통닭구이 의 두꺼운 살점을 주욱 찢으며 감격어린 대사를 읊어나갔다. "오오, 치킨이여! 그대가 이토록 아름다운줄 이제야 느낄 수 있었소!!!! 우오오오 오오­!!!!" "쳇, 사람도 많은데 추잡스럽게 굴지 말라구 바람돌이." "‥호오, 그러는 뾰족머리씨는 아직 통돼지 한마리 밖에 못드셨군? 너무 겸손해 하 시는게 아닌가?" "쿠쿡, 숙녀들 앞에서 신사가 식사 예절은 지켜야 하겠지." 그 말을 들은 마르티네즈는 사바신의 앞에 어지러히 널린 돼지의 뼈를 묵묵히 바라 보았다. 물론 소매로 입가의 기름을 닦는 사바신의 모습도 놓치지 않았다. 하지만 남자들의 그런 모습을 한두번 보는 것이 아닌 마르티네즈는 웃으며 넘어갈 따름이 었다. 한참 식사를 하던 마르티네즈는 자신과 길트의 사이에 앉은 리체를 흘끔 바 라보았다. 점심을 먹지 않은 탓에 상당히 배가 고플텐데도 리체는 무엇이 그리 고 민스러운지 인상을 살짝 쓴 체 자신의 앞에 놓인 간단한 식사를 바라보고만 있었 다. 마르티네즈는 음식이 맘에 들지 않나 생각하며 리체에게 물었다. "저어‥리체. 다른 것 먹고싶니?" ­도리도리도리 "‥음? 그럼 무슨 고민이라도 있는거야?" …도리도리 리체는 슬며시 고개를 저었다. 아직 열살도 안된 것 같은 아이가 무슨 고민이 있어 저렇게 심각한 얼굴을 하고 있을까. 마르티네즈는 그런 리체의 행동을 귀엽게 보긴 했지만 한편으로는 무언가 신비한 구석이 있는 아이란 느낌도 가져보았다. 식사가 끝난 후, 마르티네즈와 일행은 근처 지리를 잘 안다는 도시 시장에게 자신 들의 목표지인 엘프의 숲과 마녀 폴카에 대한 정보를 몇가지 얻을 수 있었다. 그 정보의 내용은 일행들에겐 상당히 반가운 것이었다. "으음‥엘프의 숲이라‥. 당신들끼리 거기 갈 생각이라면 그만두는 것이 나을겁니 다. 당신들도 알고는 왔겠지만‥어흠, 이름만 '엘프의 숲'이지, 엘프족은 살고 있 지도 않아요. 몰살되었다는 소문도 돌 정도이죠. 그리고‥폴카님은 아마 내일 쯤에 이 도시로 오실겁니다. 식량과 다른 소모품들을 사러 한달에 한번씩 오시죠. 당신 네들 상당히 운이 좋은거요." 그런 이유로, 일행은 일단 '듀 베를'에 머무르며 폴카를 기다리기로 결정했다. 그 러나 그 결정 후, 일행은 여관 앞에서 또다른 난관에 부딪히고 만다. 문제는 바로 부상자인 길트 때문이었다. "얘를 우리한테 맞기겠다고요? 어허, 대장님‥아무리 우리가 진정한 남자라고는 하 지만 밤새 환자 뒷바라지를 해 줄 만큼 착하지가 않아요." "맞아요, 게다가 우린 오늘 신나게 싸운 탓에 피곤하단 말이에요. 녹초라구요." 사바신의 거절에, 옆에 서 있던 지크 역시 동조를 하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 만, 마르티네즈나 다른 여자들 역시 곤란한 것은 마찬가지였다. 바로 거동까지 불 편한 길트의 용변 문제 때문이었다. 마르티네즈는 결코 물러설 수 없다는 얼굴로 사바신과 지크에게 따지기 시작했다. "제발 그러지들 마세요! 한번만 더 선심을 써 주시면 안될까요? 진정한 남자분들이 라면 이런 일 정도는 허락을 해 주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베에에에∼." 그러나, 지크와 사바신은 혀를 내밀며 마르티네즈의 말을 무시했고 결국 강한 자존 심 탓에 흥분한 마르티네즈는 둘을 향해 크게 소리치기 시작했다. "같은 동료 아닙니까!!! 이런 분들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정말 너무들 하시는군 요!!! 어차피 당신들은 정규군이 아니니 이번 일을 끝으로 헤어‥읍!" 마르티네즈의 입에서 '헤어지자'라는 말이 나오기 직전, 여관에 요금을 지불하고 마악 나오던 리오가 손으로 그녀의 입을 살짝 막았다. 그 상태에서, 리오는 일행을 한심하다는 눈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환자를 병원에 보내야지 여관방에서 재우겠다며 싸우다니‥참 나." "‥!" 순간, 일행의 얼굴은 굳어졌고 마르티네즈의 얼굴은 자신의 경솔함을 깨달은 탓인 지 즉시 달아올랐다. 리오는 한숨과 함께 어깨를 으쓱이며 아직도 길트를 업고 있 는 렌시에게 말했다. "‥렌시, 병원까지만 좀 고생해 주겠니?" "응! 괜찮아요 리오!" "음, 고맙다. 다른 사람들은 여관에서 쉬어요. 한참 싸우느라 지쳤을테니‥후훗." "……." 지크와 사바신은 휘파람을 불며 여관으로 여유있게 들어갔고 마르티네즈는 실루엣 과 리체를 데리고 도망치듯 안으로 향했다. 팔짱을 낀 채 그들을 바라보던 브라디 는 렌시와 함께 병원으로 가는 리오의 망토 위에 앉으며 마르티네즈에 대해 투덜거 리기 시작했다. "아니, 마리 대장은 여자면서 어쩌면 저렇게 덜렁댈 수 있어요? '레이디'로서 도대 체 이해를 할 수 없다니까요!" "‥흐음, 그냥 지기 싫어하는 성격 탓일거야. 앞으로도 꽤 오랫동안 같이 다닐 것 같으니 네가 마리 대장을 이해하도록 노력해 보렴. 알았지?" 리오는 손가락으로 브라디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빙긋 웃어보였다. 한편, 렌시의 등에 엎힌 길트는 옆에 있는 리오를 묵묵히 바라보았다. 도대체 마르 티네즈와 어떤 관계길래 그녀를 이토록 잘 이해하고 있는 것일까. 그러한 궁금증이 이상하게도 길트의 마음을 괴롭히고 있었다. ...................... . . . . . 다음날 아침. 지크와 리오, 그리고 마르티네즈는 마녀 폴카가 시장에 나타날 때를 기다리고 있었 다. 거의 이 시간이면 온다는 시장 상인들의 정보 덕분이었지만 유감스럽게도 그 시간은 상당히 어긋나고 있었다. "‥그 마녀 폴카인가 메리 크리스마스 폴카인가 하는 여자 말이야. 예정대로면 한 시간 전에 도착해서 수다를 떨고 있어야 하는데 오늘은 왜 이렇게 굼뜬거지? 작년 이맘 때 한번 온 것 가지고 그 시장인가 하는 아저씨가 괜히 삐리리 한거 아니야?" "삐리리 한 것 까진 모르겠지만‥하여튼 늦는건 사실이군. 그래도 일어나 있어 지 크. 건달같잖아." 리오가 지루한 목소리로 말하자, 지크는 한숨을 길게 내 쉬며 천천히 몸을 일으켰 다. 마르티네즈는 묵묵히 시장 입구쪽에 시선을 두고 있었다. 한시간 넘게 그 상태 로 기다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눈빛엔 변함이 없었다. 임무에 대한 충실함 일까, 아니면 총 사령관이 반드시 만나라는 지시를 내릴 정도의 대단한 마법사를 만난다는 기대감 때문에 그런 것일까. 이유는 마르티네즈 자신만이 알고 있었다. "‥음?" 무엇을 느낀 것일까. 리오는 움찔하며 시장 입구 방향의 상공을 올려다 보았고 지 크 역시 시선을 위로 올렸다. 한참동안 하늘을 바라보던 지크의 표정은 곧 황당함 에 일그러졌다. 리오 또한 실소를 터트리며 손으로 얼굴을 덮자, 그들의 반응을 살 펴보던 마르티네즈는 궁금한 얼굴로 리오와 지크에게 물었다. "‥자, 잠깐만요. 뭣 때문에 그러시는거죠?" 리오와 지크가 꼭 대답할 이유는 없었다. 그들의 얼굴을 그렇게 바꾼 장본인의 목 소리가 하늘에서 들려오기 시작한 탓이었다. "어머머머, 오래간만이에요 아줌마 아저씨들∼냐하하하하∼." "‥아, 아니‥?" 마르티네즈는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목소리의 주인공을 올려다 보았다. 목소리의 주인공, 마녀 폴카는 빗자루를 탄 채 손을 흔들며 지상으로 내려오고 있었다. 삼각 뿔에 테가 넓은 모자를 쓴, 몸에 딱 맞는 보라색 타이트 원피스를 입은 그녀는 약 간 날카롭게 보이는 얼굴과는 달리 어린아이처럼 천진난만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시장 상인들 역시 그런 폴카가 반가운 듯 하나같이 손을 흔들며 그녀에게 답례를 보냈다. "‥눈, 코, 입 뚫린 호박 하나만 들면 끝인데." 지크는 자신의 짙은 눈썹을 꿈틀대며 중얼거렸고, 리오는 어깨를 으쓱이며 그에게 말했다. "‥후훗, 전형적인 '마녀'의 모습이긴 하지만, 나쁜 사람 같지는 않아서 다행이군. 자, 가보죠 마르티네즈." "아, 예." 폴카는 시장 상인들에게 둘러싸여 그들 한명 한명과 일일히 악수를 나누고, 포옹을 하며 상당한 반가움을 나타냈다. 마르티네즈는 그들의 인사를 방해하긴 미안했지 만, 임무가 급하다는 생각에 즉시 폴카를 향해 소리쳤다. "폴카님! 죄송하지만 이곳을 봐 주시겠습니까!" "‥옹야? 언니는 이 도시에서 처음 보는 얼굴인데‥? 왜 그러시죠?" 폴카는 입을 동그랗게 모으며 마르티네즈에게 다가갔고, 마르티네즈는 약간 떨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자신을 밝히기 시작했다. "실례합니다. 전 가이라스 왕국 해방전선 소속 특수부대, 멤피스 벨의 대장 마르티 네즈·베르토라고 합니다. 총 사령관님의 명에 따라, 당신을 뵙기 위해‥앗?" 그러나, 폴카의 시선은 다른 곳에 박혀 있었다. 어느새 마르티네즈를 지나친 폴카 는 리오의 옆에 다가서며 쾌활히 말하기 시작했다. "옹야, 옹야∼. 이건 실로 200년만에 보는 미남 아닌가요∼. 전 폴카, 서른 하나에 요. 물론 앞에 200을 더해서, 냐하하하하하∼." "‥아아, 전 리오·스나이퍼라 합니다만‥. 저희 대장 말씀을 먼저 들어주십시오. 소개는 나중에 정식으로 드리겠습니다." 리오는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폴카를 설득했다. 그러나, 폴카의 시선은 지크에게도 돌려져 있었다. "옹야∼이건 왠 터프한 오빠? 난 터프한 오빠가 너무 좋은데 어쩌죠? 냐하하하하 하∼." "‥훗, 이 지크·스나이퍼의 가치를 알아주는 귀부인이 있으시다니. 영광이군요." 지크는 자신의 옆머리를 살짝 쓸어 넘기며 진지한 미소를 지었다. 그때, 폴카가 들 고 있던 봉의 끝으로 지크의 코 끝을 살짝 때리며 짧막한 한마디를 던졌다. "‥농·담. 미안하지만 옆에 있는 빨간머리 오빠가 더 멋있거든? 냐하하하하하하하 하핫∼." "‥!!!!!!" 지크는 순간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리고 최근 들어 자신이 한 판단중 가장 진지함 을 발휘하며 속으로 외쳤다. ‘‥강적이다!’ ---------------------계속--- 『신계의 자료실-기사들의 기억 (go SGKNIGHT)』 25번 제 목:White Blue Vol. 22 올린이:jack21 (이경영 ) 99/01/22 12:02 읽음:1618 관련자료 없음 ----------------------------------------------------------------------------- 가즈 일러스트가 공개자료실에 올라갔습니다. 총 14장이며...그 중에 한장은 선배가 그리신 제 캐리커처입니다. 보시고..감상이나 좀...(오래간만에 받아 봅시다..제발..으으으..) 컨디션 조절 때문에 분량이 많이 줄었습니다. 이해해 주시길... ----------------------------------------------------------------------------- "‥옹야∼사이롤 요새가 결국엔 함락된 것이군요. '코닥'님께서 우려하시던 일이 일어나고 말았어요, 어쩌나‥으흐흐흑∼." 마르티네즈에게 자초지종을 들은 폴카는 손수건으로 자신의 눈을 가리며 흐느꼈다. 마르티네즈는 사이롤 요새가 그렇게 중요한 곳이었나 생각하며 폴카를 위로해 주려 했다. 그러나, 그 모습을 보는 지크와 사바신의 얼굴은 그리 좋지 못했다. ‘‥가증스러운 마녀‥!’ "으흑‥어머, 미남들 앞에서 눈물은 안돼‥. 모두 표정이 왜 그러죠? 나처럼 웃어 봐요! 냐하하하하하∼." 폴카는 양 손으로 볼을 감싼 채 특유의 웃음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리오를 비롯한 다른 일행들은 영문도 모른 채 미소를 지었으나, 역시 지크와 사바신은 반응이 달 랐다. 지크는 반 신음소리를 내며 고개를 푹 숙였고 사바신은 입에 문 담배를 앞니 로 질근 씹으며 흥분을 가라앉히기 위해 노력했다. "냐하‥? 거기 두 터프가이들은 왜 그러죠? 뭐 마음에 안드는 것이라도 있나요?" 그 순간, 지크는 기다렸다는 듯 고개를 번쩍 들며 폴카에게 말했다. "당신." 그러자, 폴카와 일행의 분위기는 단숨에 가라앉았다. 사바신은 아주 천천히, 동감 한다는 듯 천천히 박수를 두어번 친 후 지크를 향해 손바닥을 내 밀었고, 지크는 진지한 얼굴로 사바신과 하이파이브를 하며 결정타를 날렸다는 자신감을 불태웠다. "‥옹야‥만난지 한시간도 안됐는데 고백을 받다니, 아직 내 젊음은 파란 색 같군 요, 냐하하하하‥." "‥!!!" "‥하지만 달링∼우리의 사랑은 이루어질 수 없어요. 시간이라는 너무나 높고 두꺼 운 장벽이 우릴 가로막고 있답니다‥. 아, 신이시여‥우리의 사랑을 이렇게 질투하 시나이까‥." 폴카의 그런 반응을 보던 리오는 지크가 임자를 만났다고 생각하며 천천히 지크쪽 을 바라보았다. 지크는 얼굴색이 파랗게 된 채 돌이 되어 있었다. 생각하지 못한 반격이 크로스 카운터로 들어온 탓에 지크의 의식은 점점 멀어지고 있었다. 리오는 씁쓸히 웃으며 폴카에게 말했다. "‥화제를 돌려서, 총 사령관 코닥님께서 우려하셨다는 일이 무엇인지 들을 수 있 을까요? 사이롤 요새가 전략적으로 그렇게 중요한 요새였습니까?" 고개를 돌린 채 애수에 젖은 표정을 짓고 있던 폴카는 리오의 질문이 터지자 마자 표정을 바꾸었다. 자못 진지한 표정을 지어보인 폴카는 지크와 사바신을 제외한 모 두를 돌아보며 말했다. "그렇죠, 사이롤 요새는 코닥님께서 1년 전부터 생각하시던 작전의 중추‥는 아니 지만 어쨌거나 상당히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곳이랍니다. 이유를 말씀드릴까요?" "아, 예!! 부탁드립니다!!" 폴카의 진지함에, 마르티네즈는 의외라 생각을 하면서도 상당히 기뻐했다. 임무 하 나가 이루어지는 순간이라 생각한 탓이었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쾌히 응했고, 폴카는 조용히 차를 한모금 마신 후 마르티네즈를 바라보며 말했다. "잊었어요." "‥네?" "홍야∼이걸 어째요? 1년 전에 들은 사항이라서 그만 잊어버리고 말았군요! 냐하하 하하하하‥! 미안해요 미안해‥냐하하∼." 마르티네즈의 얼굴은 흙빛이 되고 말았다. 결국, 눈에 눈물까지 맺힌 채 폴카를 바 라보던 그녀는 일순간 찻집 밖으로 뛰쳐 나갔다. 실루엣과 렌시, 브라디는 곧장 그녀를 따라가 결국 남은 사람은 리오와 지크, 그리고 사바신이었다. 찻집 자체가 손님이 없을 시간인 탓에 남은 사람 역시 그들 뿐이었다. "‥후우." 리오는 막한 한숨을 지으며 묵묵히 폴카를 바라보았다. 지크와 사바신 역시 진지 한 얼굴로 그녀에게 시선을 고정시켰다. 아무리 생각해도 폴카의 아까 행동은 너무 심했다고 생각한 탓이었다. 한편, 폴카는 자신의 차에 설탕을 더 넣으며 리오들에 게 나지막이 말했다. "‥후훗, 어차피 저 아가씨에게 '운명 변환'이라는 것을 설명해 봤자 도움은 안돼 요. 자존심 강한 것 말고는 그저 평범한 아가씨일 뿐이니까요. 안그래요? 가즈 나 이트 여러분‥." "‥!" 순간, 폴카의 목 양쪽에 리오의 디바이너와 지크의 무명도가 날의 차가운 감촉을 제공했고 폴카의 꼬깔모자 위에도 사바신의 팔봉신 영룡이 아주 살짝 올려졌다. 그 러나, 폴카는 아까와는 전혀 다른 이지적인 얼굴로 리오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유를 말 해 줄테니 무기는 치워주시겠어요? 저 역시 200년 이상을 산 마녀‥. 가즈 나이트 정도는 알아야 그 정도 살 자격이 있을 것 아니겠나요?" "‥좋소." 리오는 고개를 끄덕이며 지크와 사바신에게 눈길을 준 뒤 디바이너를 거두었다. 폴 카는 천천히 자신의 차를 마시며 설명을 해 주기 시작했다. "‥신께서 제게 주신 능력은 운명을 예견하는 것‥. 덕분에, 200년 전 운명 변환 실험 중 그만 이렇게 오래 살게 되고 말았죠. 200년 이상 살다보니 젊음을 유지할 수 있는 재생마법도 익혔답니다. ‥뭐, 당신들도 아시다시피 오래 산다는 것 자체 는 그리 좋지만은 않죠. 어쨌거나, '운명 변환'이라는 것부터 말씀드리죠." 보이지도 않을 정도의 분기가 있는 거대한 도미노, 누구든지 한번 쯤은 그 과정을 보고 싶어하는 게임. 분기가 어느 쪽으로 향하느냐에 따라 그 도미노에 해당되는 사람의 운명은 바뀌게 된다. 게다가, 그 도미노의 분기는 다른 사람은 물론 그 세 계 전체에 까지 영향을 주는 경우가 있어 운명 변환의 능력을 지닌 신이라 해도 반 드시 주신의 허가가 있어야만 운명을 변환시킬 수 있다. "‥운명 변환술이라는 것은 원래 사람의 운명을 예측하는 것부터 시작되었답니다. 그 기술이 점점 발달함에 따라, 결국 남의 운명을 예측하다 못해 바꾸는 경우까지 생기고 말았죠. 물론, 그런 힘을 가진 사람은 모든 차원계를 통털어서도 극소수지 만요. 그럼, 일단 말씀드리지요. 일단, 이 전쟁 자체는 원래 이 세계의 운명에 속 해 있지 않았습니다." "‥?!" 리오와 지크, 사바신은 일순간 굳은 표정을 지었다. 찻집 안에 손님이 없고 주인 조차 꾸벅꾸벅 졸고 있는 것이 오히려 다행이었다. 폴카의 얘기는 계속 되었다. "1년 전, 전쟁이 극한 상황까지 갔을 때 제가 요새의 운명을 예견한 바 있답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그 요새 만큼은 절대 함락되지 않는다고 되었죠. 정식으로 함 락이라는 것이 되는 시점은 10년 이후였죠. 그래서, 전 그 사실을 코닥 총 사령관 님께 말씀드렸습니다. 코닥 사령관님도 절 상당히 믿으시기 때문에, 사이롤 요새 사령관님께 특별히 지시를 내리신 것이죠. 만약 함락이 된다면 저에게 사람을 보 내라고요." "‥그런‥!" 폴카의 말이 거기까지 나왔을 때, 지크와 사바신도 각자의 무기를 거두고 있었다. 그녀가 말한 것은 가즈 나이트인 그들 조차 놀라지 않을 수 없을 정도의 무게를 가 지고 있는 탓이었다. "‥여러분도 아시겠지만, 가즈 나이트가 개입한다는 것 자체가 바로 그 세계의 운 명이 바뀐다는 사실입니다. 원래는 선, 또는 악이란 개념 중 한쪽으로만 기울어 져 야 할 세계의 운명이 중심을 회복하는 것이죠. 어쨌거나, 사이롤 요새는 운명을 크게 벗어나 함락이 되었고 여러분도 이 일에 개입되었답니다. 이렇게 된 이상, 이 일은 저보다 훨씬 더 강한 힘을 가진, 마치 작곡가 처럼 운명을 자유자제로 바꿀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누군가의 소행이라고 볼 수 밖에 없죠. 그리고, 더욱 무서운 사실은 현재 이 세계가 그 누군가가 조작한 운명 그대로 움직인다는 것입니다." "……." 리오들은 묵묵히 한숨을 내 쉬었다. 이 일의 발단이 누구인지는 그들도 '확실하게' 파악하진 못하고 있었지만 처음부터 끝까지의 운명을 모조리 바꿀 수 있는 상대일 줄은 그들도 미처 몰랐던 사실이었다. "‥Shit, 그럼 싸워봤자라는 소리 아니에요? 내가 언제 화장실을 갈 것이라는 운명 조차 바꿀 수 있는 녀석을 무슨 재주로 이겨요?" 지크가 퉁명스레 물어오자, 폴카는 빙긋 웃으며 리오들 모두에게 말했다. "‥모르셨나요? 가즈 나이트에겐 운명이라는 것 자체가 없다는 사실을‥. 의지가 있는 주사위처럼, 자신의 의지대로 운명을 개척할 수 있답니다. 물론, 가즈 나이트 증에선 타인과 이상하리만치 강력한 무언가를 가진 사람이 있지만 그것은 가즈 나 이트에게 속한 운명이 아니라 가즈 나이트와 관계된 사람의 운명이죠. 여러분은 가 장 자유로운 존재입니다. 결국, 이 일의 관건도 여러분에게 달렸다고 봐야 하는 것 이죠. 그 누군가에 의해 바뀌지 않는 운명을 지닌 여러분이 주가 되어 그와 싸워야 만 하는 것입니다." "‥그 누군가가 당신일 수도 있지 않소? 최근들어 스트레이트로 뒷통수를 맞다보니 약간 의심이 드는군요." 리오는 씨익 웃으며 폴카에게 말했다. 그러자, 폴카는 알겠다는 듯 어깨를 으쓱이 며 말했다. "그럼, 제가 여러분과 함께 하지요. 만약 '그 누군가'가 저라고 생각되시면 가차없 이 절 베셔도 괜찮아요. 당신들도 그쪽이 편할테고요. 으흠?" 윙크를 하며 웃어보인 폴카. 그 순간, 지크와 사바신은 폴카를 향해 몸을 숙이며 약속이나 한 듯 한 입으로 말했다. "아닙니다!! 저희는 당신을 믿고 있습니다!!! 그러니 따라오지 마십시오!!!" "냐하하하하∼절 믿는 터프가이가 둘이나 있는데 제가 더욱 안따라갈 수 없죠? 냐 하하하하하∼." "‥으윽." 폴카의 원래 웃음소리를 들으며, 지크와 사바신은 조용히 눈물을 삼켰다. ---------------------계속--- 『신계의 자료실-기사들의 기억 (go SGKNIGHT)』 26번 제 목:White Blue Vol. 23 올린이:jack21 (이경영 ) 99/01/22 12:02 읽음:2113 관련자료 없음 ----------------------------------------------------------------------------- DBS리포터: SF란을 떠나신 소감 한 말씀? 경 영: 아아..기아를 떠나 나래로 온 허재 선수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DBS리포터: 그렇군요. 실례지만 SF란을 떠나신 이유를 들을 수 있을까요? 경 영: 그러다 당신 잘려... DBS리포터: ...... ----------------------------------------------------------------------------- Mission 4: [가이라스 왕국 최강의 마녀] "안녕하세요, 실루엣이라 합니다." 인사를 하면서도 실루엣은 상당히 불안해 했다. 폴카를 바라보는 시선 셋이 그렇게 곱진 않은 탓이었다. 하지만 그녀 자신은 폴카가 상당히 좋은 사람이라 느끼고 있 었다. 그녀의 인사에, 폴카는 특유의 미소를 지으며 실루엣의 통통한 볼을 매만졌다. "냐하하하핫∼, 피부가 참 곱구나 실루엣. 반가워, 반가워♡" "예…헤헤헤헷…." 브라디는 그 모습을 보며 상당히 불안해 했다. 물론 폴카의 성격 때문은 아니었다. 수준 이하의 마법사는 느끼지 못할 정도의 엄청난 마력이 이상한 웃음의 마녀로 부 터 느껴지는 탓이었다. "옹야? 거기 있는 꼬마 아가씨는 누구?" "…아, 브라디라고 해요. 처음 뵙겠습니다 폴카님." 폴카는 허리에 양 손을 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으흠? 빛의 가디언을 보는 것도 오래간만인걸? 냐하하하핫…." "…윽?!" 브라디는 움찔했다. 설마 했건만 그 마녀는 역시나 자신의 진짜 정체를 꿰뚫고 있었다. 하지만, '빛의 가디언'이란 단어의 뜻을 모르는 기타 일행들로선 어리둥절할 뿐이었다. "…빛의 가디언? 요정의 다른 종족인가요?" 실루엣의 물음에, 폴카는 고개를 끄덕였다. "냐하하∼그럼 그러엄. 머리가 좋은 요정을 그렇게 부르지. 안 그러니 브라디?" "…아, 예." 대답은 했지만 브라디의 이는 갈리고 있었다. "처음 뵙겠습니다. 랜시라고 해요." 덩치완 어울리지 않는 수줍음. 그녀의 첫 인사에 폴카는 상당히 놀라고 있었다. "…옹야, 아가씨 의외로 미인이네? 잠깐 얼굴좀 보여주겠어?" "…네?" 랜시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폴카에게 얼굴을 가까이 했다. "…호호홍∼내가 좋아하는 타입이야. …쪽!" "!!!" 갑작스런 폴카의 정면 키스에 랜시의 얼굴은 일순간 굳어버렸다. 곁에서 지켜보고 있던 지크와 사바신은 이구동성으로 내뱉었다. "…당했군." 소개는 그렇게 끝이었다. 물론 리체와 길트가 남아있었지만 병원에 있는 탓에 그들 의 인사는 뒤로 미루어졌다. 여관에 따로 마련된 식당에서 인사를 마친 일행에게, 폴카는 당당히 임무를 지시해 주었다. "자아, 소개는 끝이죠? 그렇다면…이제 저와 여러분이 할 일을 말씀드리겠어요." "…할 일?" 지크의 얼굴이 일그러진건 당연했다. 궁금한 표정의 마르티네즈와는 달리, 리오는 진지한 얼굴로 폴카를 바라보았다. "…흐흑. 여러분도 들으셨겠지만 현재 엘프의 숲은 마물들 천지랍니다. 삶의 터전 을 잃은 엘프들은 숲 속에 마련된 제 저택에서 겨우겨우 살아가고 있죠. 아아, 이 렇게 슬픈 이야기가 또 어디 있단 말입니까…으흐흑…." "…흔한데." 사바신은 담배 끝을 질겅 씹었다. 들었는지 못 들었는지, 폴카는 얘기를 이었다. "흐흑…어쨌거나, 마물들이 왜 엘프의 숲에서 번성하게 됐는지 그 이유를 최근 알 아내고 말았죠. 엘프의 숲 군데 군데에 차원의 문이 열려있지 뭐에요." "…!!" '차원의 문'이란 말에 리오의 검붉은 눈썹이 꿈틀거렸다. 만약 폴카의 말이 사실이 라면 상당히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었다. 마물이 나오는 차원의 문이라면 그야 말로 한도 끝도 없이 마물들이 밀려나올 가능성이 큰 탓이었다. "…닫아보려고 했지만, 엘프의 숲에선 제 마력이 3분의 1로 감소되는 탓에 어찌 할 수 없었습니다. 게다가 한 둘이 아니었거든요. 결국, 제가 한 일은 숲 밖으로 마물들이 나가지 못하도록 결계를 치는 것이었어요. 아아, 이 슬픔…." 한참 얘기를 듣던 지크가 피식 웃었다. "…결계 쳐 놨으면 되는 거 아뇨? 일단 가둬두고 우리 일이나 끝내면…." "…옹야? 지크군, 그렇게 머리가 떨어지나요?" "…크윽!!" "아무리 결계를 쳐 놨다 해도 마물들이 치면 조금이나마 깎이게 되어 있어요. 제 가 다시 마력을 불어넣지 않으면 결계의 두께는 점점 얇아지죠. 마법 결계라는 것 은 실제 물질로 만들어진 벽과는 달라요. 한군데만 집중적으로 쳐도 전체 결계의 두께가 얇아진다고요. 제가 만약 여러분을 따라가게 되면 결계는 언젠간 깨질테고, 엘프의 숲을 나온 마물들이 브롤이나 투르바보다 더 활개치고 다니겠죠. 으흠?" 그렇지 않냐는 그녀의 콧소리에, 지크의 짙은 눈썹은 묘한 파동을 일으켰다. "…그럼 따라오지 말아요. 그럼 되잖아요." "…!! 으흐흑…이 나이에 실연을…!!! 그것도 연하의 남자에게…!!" "…Damn" 폴카는 양 주먹으로 눈을 덮으며 우는 소리를 냈다. 그러나 정말로 울고 싶은 것은 지크였다. "…후우, 알겠습니다. 그럼 언제 출발하죠?" "냐하하핫∼! 지금 당장!!" 리오가 곤란하다는 듯 머리를 긁적이며 묻자, 폴카는 갑자기 자세를 바꾸며 씨익 웃어보였다. "…아, 네." 지금 상황에서 리오가 할 수 있는 행동은 실소 뿐이었다. 일명 '엘프의 숲 탈환작전'의 참가자는 리오와 지크, 사바신, 랜시였다. 물론 주모 자인 폴카도 포함이었다. "흠…따라가지 못해서 유감이네요. 하지만 제가 남는 이유를 알고 있으니 너무 신 경쓰진 마세요 리오씨." "…그런 말씀을 하시니 더 부담되는군요. 후훗…. 그럼, 아이들을 부탁드립니다." "예." 마르티네즈는 씨익 웃으며 엄지 손가락을 펴보였다. 꾹꾹- "…음? 아, 리체 아니니? 길트군은 괜찮아?" 끄덕 어느새 병원에서 달려온 리체는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리오들이 가는 쪽을 바라보 았다. 아이의 그 모습에 마르티네즈는 쓸쓸히 웃으며 말했다. "…모두 무사히 돌아올거야. 리체도 그 때까지 참을 수 있지?" …도리도리 순간, 리체가 갑작스레 뛰기 시작했다. 마르티네즈는 깜짝 놀라며 리체를 말리려 했지만 아이 치고는 너무나 빠른 발에 그녀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음?" 무언가 느낀 듯, 리오는 슬그머니 뒤를 돌아보았다. "리체?" 리오가 몸을 돌리자 마자, 리체는 붉은 장발의 거한에게 안겨 들었다. 리오는 피식 웃으며 리체의 작은 등을 토닥였다. "왜 그러니. 내가 돌아오지 못할 것 같아서 그래?" 도리도리… 리체는 고개를 저으며 리오의 귓가에 작은 입을 가져갔다. 생각났어, 이유가…. 죽일거야 당신을. "…!!!" 귓가에 들려온 작은 목소리에, 리오의 얼굴은 일순간 굳어지고 말았다. 리오의 볼 에 살짝 입을 맞춘 리체는 손을 흔들었다. 사정을 모르는 마르티네즈는 리체를 안 아올리며 미안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애 치고 상당히 빠르구나. 아, 리오씨. 걱정 말고 먼저 가세요." "…아, 예. 그럼…." "…?" 리오가 아이에게 아무 인사도 없이 돌아서자 마르티네즈는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었 다. 그러나, 리오가 리체에게 들은 말을 듣지 못한 이상 그런 반응은 당연한 것이 었다. 엘프의 숲으로 향하는 리오의 발걸음은 무겁기만 했다. ------------------------계속--- 『신계의 자료실-기사들의 기억 (go SGKNIGHT)』 27번 제 목:White Blue Vol. 24 올린이:jack21 (이경영 ) 99/01/23 06:15 읽음:1823 관련자료 없음 ----------------------------------------------------------------------------- 좋은 소모임이 되기 위해선 다른 사람에게 의지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도와가야 한다. 만약 의지했을 때, 의지할 사람이 없어지면 곧바로 쓰러져 버리기 때문에... 물론, 너무 힘들땐 잠시나마 의지해도 괜찮다. 보통 한국사람 치고 의지해 오는 사람을 차는 것은 별로 못봤으니까. ----------------------------------------------------------------------------- "…흐음." 목적지에 거의 다 왔을 무렵까지, 리오의 입에서 나오는 한숨은 멈추지 않았다. 지 크나 사바신이 이유를 물었지만 대답은 역시나 한숨이었다. "홍야…리오군, 무슨 걱정 있나요?" 리오의 적동색 팔에 묵직하고 부드러운 감촉이 전해져 왔다. 보통의 여성보다 훨씬 큰 폴카의 가슴이었다. 그러나 그저 닿았다 해서 동요할 리오는 아니었다. "…아닙니다. 걱정을 끼쳐드렸나요?" 그는 여느 때처럼 웃어보였다. 하지만 폴카의 눈을 속일 순 없었다. "…아까 그 아이 때문이죠? 후훗, 하긴…보통 아이와는 달라보였으니까요." "…." 리오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지크와 사바신은 폴카가 갑자기 이지(理智) 모드로 들어선 것에 어리둥절할 따름이었다. "…하지만, 걱정하지 말아요. 그 아이, 그저 투정을 부리는 것일지도 모르니까요. 리오군도 자주 하죠? 너무 귀여운 사람에겐 볼을 부벼주거나 머리를 쓰다듬어 주거 나…. 그 아이가 그런 말을 한 것도 비슷할지 몰라요. 물론 표현 방식은 차원이 다 르지만요." "…?" 리오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지만 거기서 끝이었다. 폴카가 리오의 팔을 놓자 마자 원래대로 돌아온 탓이었다. "자아, 다 왔어요 여러분. 냐하하하하하핫∼." 리오와 지크, 사바신은 숲의 입구에 다다른 순간 내심 놀랐다. 생각보다 큰 규모의 숲 전체를 상당히 강력한 결계가 보호하고 있는 탓이었다. ‘…이 결계를 진짜 저 아줌마가 만든 건가…?’ 지크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결계를 주먹으로 살짝 쳐 보았다. 치익­! "오옷." 상당한 수준이었다. 주먹 끝이 짜릿했다. 웬만한 고대 봉인들도 가지지 못한 수준 의 결계였다. 발 끝으로 결계를 차 본 사바신 역시 놀라고 있었다. "자아, 자자자자자…비켜요 미남들. 안으로 들어가려면 임시 출입구를 만들어야 하 잖아요? 냐하핫∼." "…녜녜녜녜녜." 지크와 사바신은 천천히 옆으로 비켜섰다. 결계의 앞에 선 폴카는 양 손을 모은 뒤 지그시 눈을 감았다. "…!" 폴카의 마력이 올라가자, 리오들은 다시금 놀라고 말았다. 보통의 수준이 아니었 다. 사용할 것으로 보이는 마법은 분명 3급의 '매지컬 쇼크'였지만 예상된 파괴력 은 어지간한 2급 이상이었다. "…헙!" 푸웅­!!!! 짧고 강한 음색과 동시에, 연푸른 색 결계엔 사람이 겨우 드나들 정도의 구멍이 뚫 렸다. 일점포화 방식의 마법 충격이 하도 강하고 빨랐던 탓에 결계의 다른 부분들 은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 "자아, 빨리 들어가요 미남들. 느릿느릿 가다간 복원되는 결계 사이에 갇힐 지도 몰라요." "아, 예." 리오들은 즉시 결계 안쪽, 엘프의 숲으로 들어섰다. 잠시 후 복원되는 결계를 보 던 폴카가 움찔하며 말했다. "옹야, 애들이 몰려오는군요. 역시 바깥 공기의 냄새를 맡은 모양이에요. 으흑…이 걸 어쩌죠?" "…없애야죠." 리오는 씨익 웃으며 디바이너를 뽑아 들었다. 마물들이 몰려오는 것을 역시 느낀 지크와 사바신 역시 각자의 무기를 잡았다. "차원 사이에 살던 마물인가?" 사바신이 물었다. "아, 다른 차원의 마물이라는 게 정답일 거야. …온다!!" 대답을 끝냄과 동시에 리오는 앞쪽으로 빠르게 치고 나갔다. 순간, 거대한 마물 몇 마리가 어둠에 휩싸인 나무 위에서 붉은 머리 이방인을 향해 떨어졌다. "쿠오오오오오오오­!!!!!" "타앗­!!!!!" 보라색 검광이 두번 호선을 그린 순간, 기습한 마물과 주위의 나무들은 모조리 두 동강으로 변해 바닥을 굴렀다. 마물의 시체가 타는 냄새와 숲 내음은 불협화음을 이루며 일행의 후각을 괴롭혔다. "…반 부정형 마물인가…." 리오는 주위를 돌아보며 중얼거렸다. 자신들 쪽으로 달려온 마물을 처리한 지크와 사바신 역시 사방에 신경을 집중했다. 우르르르르릉… "…! 밑이다!!" 리오의 확인 직후, 앞쪽 지면을 뚫고 거대한 다관절 마물 한마리가 몸을 일으켰다. 거대한 석회동굴의 입구를 연상시키는 마물의 입에선 규칙적이지 못한 송곳니들이 움직이며 체액을 땅으로 흘렸다. "크르르르르…." "넌 이 사바신 님이 맡아주마­!!!!!" 사바신의 팔봉신 영룡은 주인과 함께 황색의 잔광을 흘리며 공중으로 치솟았다. 마 물의 머리 위까지 솟아오른 사바신은 어금니를 물며 영룡을 세차게 휘둘렀다. "쿠오오오오오오오오오­!!!!!!!" "시꺼­!!!!" 퍼억­!!!! 사바신의 염력이 실린 영룡의 일격은 파괴력이 수 천톤 실린 해머와도 같았다. 그 일격에 마물은 거짓말처럼 나왔던 구멍 속으로 구겨져 들어갔다. 물론 비명을 기대 할 수는 없었다. "하하핫, 그런 정도로 이 사바신님을 해하려 했단 말이냐!!! 이르다 이거야!!!!" 사바신은 매우 기분이 좋은 듯 죽은 마물의 각질을 영룡으로 쿡쿡 찔렀다. 한편, 지크는 이제 자신이 뜰 차례라 생각하며 마음의 준비를 했다. ‘…녀석들 보다 더 멋진걸 보여줘야…헤헤헷.’ 그러나, 주위를 둘러보던 리오는 됐다 생각이 든 듯 자세를 풀며 말했다. "…흠, 적당히 처리된 듯 하군. 폴카님, 다른 곳으로 가시죠." "옹야, 너무 빠른 젊은이들이군요. 냐하하하하핫∼." 폴카는 매우 기분이 좋은 듯 다시 리오의 팔에 매달렸다. 리오는 곤란한 듯 머리를 긁적일 뿐이었다. "쳇, 너무 싱거운걸? 겨우 기분이 나나 했더니 깨지는구만." 사바신은 아깝다는 듯 투덜거리며 양 주먹을 가볍게 부딪히며 리오를 따랐다. 그러나, 지크는 사바신의 투덜거림을 멍하니 듣고 있을 뿐이었다. "…이건 농간이야." "잉? 지크, 뭐라구?" "…녀석!!! 넌 네가 얼마나 행복한 놈인지 모르고 있어!!!!" "…?" 사바신으로선 이유를 알 길이 없었다. ※※※ "…흥." 듀 베를에 도착한 바이칼은 평상시와 같이 덤덤하고 게슴치레한 눈으로 주위를 둘 러보았다. 몇일 전 무슨 일이 있던 것 같았지만 그의 신경을 끌 매력은 지니지 못 했다. 하지만, 정문 주위의 주민들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어디선가 나타난 미청년은 자 신의 의지완 상관 없이 수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빼앗았다. 그런 시선 역시 맘에 안 든듯, 바이칼은 천천히 도시 안쪽으로 걸어갔다. "…친근한 냄새가 나는군." 한편, 바이칼이 오는 것을 모르는 세명의 일행이 있었다. 막 퇴원한 길트와 랜시, 그리고 리체는 다른 일행이 기다리고 있을 여관으로 향하 는 중이었다. "길트, 이제 걸을 수 있나요?" "아, 예. 부축하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랜시 양." 길트의 몸은 마법 치료에 의해 상당히 회복되어 있었다. 물론 전투를 할 수 있을 정도는 아니었지만 평상 생활엔 아무런 지장이 없었다. "…?" 그때, 랜시의 초 감각이 이상할 정도로 강하게 반응했다. 그녀가 움찔하자, 길트 역시 깜짝 놀라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꾹꾹­ "…음? 리체, 왜 그러니? …저쪽?" 길트는 리체의 작은 손가락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시선을 돌렸다. "…아, 아니?!" 그곳엔, 온 몸에서 시퍼런 기운을 뿜고 있는 바이칼의 모습이 있었다. "…호족!! 살아남은 호족이 있었다니…!!!!!" 바이칼은 등에 맨 드래곤 슬레이어를 천천히 뽑아들었다. ------------------------계속--- 『신계의 자료실-기사들의 기억 (go SGKNIGHT)』 28번 제 목:White Blue Vol. 25 올린이:jack21 (이경영 ) 99/01/23 18:32 읽음:1875 관련자료 없음 ----------------------------------------------------------------------------- ----------------------------------------------------------------------------- 갑자기 뿜어진 무서운 살기…. 랜시와 길트는 물론 주위에 있던 시민들 모두가 군 청색 머리의 미청년으로 부터 물러섰다. 스스로 물러선 것은 아니다. 모두의 본능 이 신체에게 지시를 내린 것이다. 바이칼은 회은색의 드래곤 슬레이어를 천천히 움직였다. 한치의 흔들림도 없다. 보 는 사람의 숨을 멎게 할 정도로 깨끗한 자세…. 미청년의 목표가 된 랜시는 예전 리오와 처음 대결했을 때완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공포감을 상대의 모든 것에서 느꼈다. "누, 누구세요…?" "…알 것 없어." 질문의 대답은 사라짐이었다. 랜시의 움직임은 굳고 말았다. 파앙­!!!!! 순간, 랜시의 눈 앞에서 거센 불꽃이 튀겼다. "랜시, 도망쳐요!!!" "…기, 길트…?" 길트는 필사적으로 소리쳤지만 속마음은 그렇지 않았다. 자신이 무슨 재주로 보이 지도 않는 상대의 공격을 검으로 받아 친 것일까가 더 궁금했다. 물론 그에 대한 비밀은 상대방이 더 잘 알고 있었다. "…라이세네프…. 애숭이 주제에 신계 최강검을 들고 다니다니…." 미청년의 싸늘한 말에 길트는 침을 꿀꺽 삼켰다. 그때, 그의 손을 통해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길트, 긴장을 풀지 마라. 지금의 너와 나로선 버티는 게 고작이다.」 "…라, 라이세네프 경…? 버티는 게 고작이라니요!!" 「상대는 전 차원계의 용족 절반을 다스리는 용제. …이 정도면 되겠나.」 "…요, 용…으윽?!" 길트는 감탄을 다 하지 못하고 밀려나갔다. 라이세네프를 든 이후 자신에게 가해진 최고의 힘이었다. 자신과 비교해 키가 약간은 크고 몸은 호리호리한 미청년의 힘은 예측을 불허했다. "…젠장, 랜시!! 빨리 도망쳐요!!! 내가 막을께요!!!" 파앙­!!!! "으악­!!!" 다시금 강렬한 일격이 들어왔다. 그러나 길트는 이번에도 막아내었다. 정확히 말해 길트가 아닌 라이세네프가 막은 것이지만 막았다는 것 자체로 바이칼의 자존심은 상당히 흔들렸다. "…흥, 과연 라이세네프 경. 검술 초보도 이 세계 최강급 실력자로 만드는군." 「흥분을 가라앉히시오 젊은 제왕이여. 저 소녀를 죽인다면 당신은 크나큰 후회를 하게 되오.」 "…닥치시오." 바이칼의 공격은 다시금 계속됐다. 라이세네프는 스스로의 의지로 길트의 몸을 움 직이며 그 세찬 공격을 계속 받아 냈다. 그러나 문제는 점점 커졌다. 길트의 몸이 정상은 아닌데다가 아무리 라이세네프라 해도 바이칼의 드래곤 슬레이어로부터 전 해지는 충격을 모조리 흡수하는건 불가능 했기에 길트의 몸은 점점 한계에 부딪혔 다. "아아악­!!!" 수 십차례의 공격 후 길트의 몸은 결국 바닥을 굴렀다. 바이칼은 굳게 결심한 듯 길트의 손에 잡힌 라이세네프를 강하게 찼다. "쉬시오." "아, 안돼!!!" 라이세네프가 떨어져 나간 이상 길트는 보통 사람에 불과했다. 가볍게 체조를 한 사람처럼 한숨을 내 쉰 바이칼은 파란 눈동자를 원래 목표에게로 돌렸다. "래, 랜시!!! 도망치라고 했잖아요!!!!" "…하, 하지만…움직일 수가…!!!" "…흥, 주박에 걸린 이상 호족이라 해도 끝장이다 꼬마." "…!!" 바이칼은 천천히 랜시에게로 다가갔다. 2미터가 훨씬 넘는 신장을 가졌지만 바이칼 앞에선 그저 18세 소녀에 불과한 랜시였다. 길트는 안간힘을 쓰며 소리쳤다. "아, 안돼!!!! 멈춰!!!!!" 그러나, 회은색의 날은 차갑게 움직였다. "…끝이야." 피잉­!!!!!! 음속을 넘어선 일직선의 섬광. 바이칼은 흠칫 놀라며 몸을 젖혔다. "…?!" "맘에 안들어. …당신의 아름다움." 바이칼의 뒤엔 두개의 검을 든 검은 머리의 미녀가 어느 순간 자리잡고 있었다. "…이건 또 뭐지." 바이칼의 뽀얀 얼굴이 살짝 일그러졌다. 반면, 길트의 얼굴은 환하게 밝아졌다. "유, 유로 씨!!!" 길트의 반가움에도 불구하고 유로의 흐릿한 눈은 돌려지지 않았다. 물론, 돌리면 끝장이란 사실을 알기 때문이었다. "…." 가만히 유로를 바라보던 미청년은 관심 없다는 듯 고개를 돌렸다. "…뭔진 모르지만…난 호족만 없애면 끝이야." 바이칼의 드래곤 슬레이어가 다시금 움직였다. 유로의 몸 역시 바이칼의 뒤를 노린 듯 제비처럼 움직였다. "…머리가 나쁘군." "…?!" 바이칼의 옆구리에서 시퍼런 섬광이 번뜩였다. 예상치 못한 메가 플레어의 공격이 닿기 직전, 유로의 몸은 일순간 벚꽃 덩어리로 변해 사방으로 흩날렸다. 목표물을 적중시키지 못한 메가 플레어의 빛줄기는 먼 산을 향해 날았다. 쿠우우우우우우웅­!!!!!!! 폭음과 함께, 메가 플레어에 적중된 산은 섬광과 함께 절반 이상이 날아갔다. 사람 들의 시선이 모두 그쪽으로 향한 동안 유로의 몸은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다. 그러 나 그런 변신 방법은 역시나 무리가 있었던 듯, 드래곤 슬레이어의 차디찬 날은 여유있게 유로의 목으로 향했다. "…!" "…다시 변하진 못하겠지. 난 방해꾼에겐 별 말 하지 않지만, 날 귀찮게 하는 녀석 은 용서치 않는다. 죽어." "…!!!" "자, 잠깐만요 바이칼 님!!!!!" "…?" 그때, 바이칼의 길고 날카로운 귀에 그런대로 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황급히 날아와 팔을 흔들며 바이칼을 말리기 시작했다. "차, 참으세요 바이칼 님!!! 뭣 때문에 이러세요!!!" 폭발음을 듣고 혹시나 해서 달려온 브라디는 갑자기 벌어진 엄청난 상황에 상당 히 긴장하고 있었다. 바이칼은 덤덤히 대답했다. "호족이 있잖아." "…!!! 자, 잠깐만요!!! 알았으니 제발 좀 기다려 주세요!!!" "…이 몸이 가디언 따위의 말을 들을 이유가 있나." "으윽…!! 저 호족 아이는 리오 님께서 여기까지 데려오신 거라구요!!!" "…녀석이?" "예!! 물론입죠!!! 게다가 바이칼 님께서 오시면 직접 사정을 설명해 주신다 하셨 어요!!!!" "…쳇." 바이칼은 거짓말 처럼 드래곤 슬레이어를 거두었다. 유로는 언제 나타났냐는 듯 깨끗이, 소리없이 사라졌다. 바이칼은 랜시의 몸에 건 주박을 풀며 나지막이 중얼 거렸다. "…운이 더럽게 좋은 녀석이군." 한편, 브라디는 고민에 빠지고 말았다. ‘어, 어쩌지…!! 리오 님 얘긴 거짓말인데…!!!’ -----------------------------계속--- 『신계의 자료실-기사들의 기억 (go SGKNIGHT)』 29번 제 목:White Blue Vol. 26 올린이:jack21 (이경영 ) 99/01/25 08:38 읽음:2456 관련자료 없음 ----------------------------------------------------------------------------- ...피곤해... ----------------------------------------------------------------------------- "냐하하하하하∼일곱개 째에요 여러분∼." 엘프의 숲 내부에 열린 차원문 중 일곱번 째를 닫은 순간, 폴카는 리오들에게 손을 흔들며 기뻐했다. 반면, 지크는 그렇지 않았다. "…젠장, 누군 피곤해 죽갔구만…." 인상을 찡그린 채 얼굴을 푸는 의형제의 모습에 리오는 씁쓸히 웃을 뿐이었다. "…흐음. 폴카 님, 다음 차원문은 어디 있습니까?" 리오의 질문에, 폴카는 손으로 이마를 짚으며 미간을 살짝 찡그렸다. "다음 거요? 으흠∼북서쪽이에요. 절 따라오세요 미남들∼." 폴카는 소풍가는 사람처럼 몸을 살랑살랑 흔들며 리오들을 안내했다.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는 사바신의 눈은 예전과는 자못 달라져 있었다. 그럴 것이, 가즈 나이트의 탐지 범위도 절반으로 줄은 상태인데 폴카만은 게의치 않고 정확히 차원문을 찾아내는 탓이었다. 그 부분에 대해선 사바신 뿐만 아니라 지크, 리오도 상당히 놀라워했다. "…보통이 아닌데, 저 마녀…." 사바신이 고개를 내 젓자 리오 역시 동감을 표시했다. "그래. 보통 인간이 가질 수 있는 마력관 차원이 달라. 마법 수준만으론 가즈 나이 트 급일지도 몰라. 물론 탐지력 만으로 예상하긴 그렇지만…. 만약 마력도 '레디' 정도라면 적으로 두기에 너무 위험한 여자가 되겠지." "…무서운데." 레디의 마력이 어느 정도인지 알고 있는 사바신은 멍하니 혀를 내밀었다. "…어이 리오. 그런데 이 숲 말이야…. 왜 마력이나 우리의 탐지 능력을 절반 이하 로 뚝 떨어트리는거야?" 지크의 질문에, 리오 역시 잘 모른다는 얼굴이었다. "…글쎄. 지하에 대량의 오리하르콘이 매장되어 있거나, 아니면 은이 있거나 둘 중 하나겠지. 예전에 왔을 때도 이랬지. 다만 마물만 없었을 뿐…." "…정확히 은이에요." 답변은 폴카가 정확히 마무리지었다. 리오들의 시선은 곧장 앞에 선 폴카에게로 향 했다. "이 엘프의 숲 지저엔 대량의 순수한 은이 매장되어 있어요. 간단히 말 해, 이 숲 과 넓이가 똑같은 은 덩어리 하나가 우리 발 밑에 묻혀 있다는 소리죠." "…순수한 은이 그렇게 대량으로 묻힐 수 있습니까?" 리오의 반문에 이지적인 모습으로 돌아온 폴카가 씁쓸히 웃었다. "…글쎄요. 과연 은 덩어리일지, 은으로 만들어진 다른 물체일진 아무도 모른답니 다. 자, 우린 우리 일이나 계속 하죠." "…." 뭔가 석연치 않았지만 리오들로선 방법이 없었다. ........................ . . . . . . . . 마지막 차원문으로 접근한 리오들은 상당한 숫자의 마물에게 포위되고 말았다. 본 능적으로 차원문이 닫히는 것을 막기 위함일까. 어쨌거나 리오들을 둘러 싼 마물의 수는 엘프의 숲 전체에 퍼져 살전 마물들을 모조리 모아둔 것 같았다. "Wow…이거 타오르는걸? 헤헤헷…." "넌 감전된다고 해야지." "…쳇, 분위기 깨는 뻐침머리 녀석…." 그러나, 수가 많아도 지크와 사바신이 농담을 주고 받을 시간을 줄 정도로 쉽게 접 근하진 못했다. 상대가 얼마나 강하다는 사실도 아는 탓이었다. 리오와 지크, 사바신은 삼각형 진을 이루어 중앙의 폴카를 보호했다. 틈이 좀 크긴 했지만 지금의 인원으론 가장 이상적인 진형이었다. "…폴카 님, 아직입니까!" 이상하게 오래 걸렸다. 다른 때 같으면 아까 전에 특유의 웃음소릴 들어야 했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리오의 물음에, 폴카는 갸름한 턱에 맺힌 땀을 떨구며 대답했다. "…반발력이…강해요!! 쉽게 닫을 수…없어요!!!" "…!!" 마지막이기에 그럴까. 폴카의 말 대로, 최후의 차원문은 닫힐 듯 하면서도 닫히지 않았다. 그때, 리오의 머리를 스치는 방법이 있었다. "사바신! 힘으로 닫아!!" "…뭐?" "묻지 말고 차원문을 힘으로 닫아!!! 바이론도 했는데 너라고 못할 것 같나!!!" "쳇, 알았어!!" 사바신은 팔봉신 영룡을 바닥에 꽂은 후 즉시 폴카 앞으로 달려갔다. 갑작스런 리 오의 해결책에 폴카는 처음으로 당황했다. "자, 잠깐만요 사바신 군!! 차원문을 어거지로 닫으면…!!" "닥치고 일이나 하쇼 마녀 아줌마!!! 한번 해 볼까!!!!" 사바신은 즉시 차원문의 양쪽으로 손으로 거머쥐었다. 그러자, 엄청난 양의 스파크 가 사바신의 양 손에 일어났다. 치이이익­!!!!!!! "…이런!!! 우오오오오오오옷­!!!!!!!!!!" 뼈가 흔들리는 통증에도 불구하고 사바신의 팔은 서서히 움직였다. 가즈 나이트 최 고의 물리력이 발휘된 순간, 차원문은 폴카가 마력을 발휘했을 때보다 훨씬 빨리 좁혀졌다. "…세상에…?!" 폴카는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차원이란 개념을 어거지로 누르는 광경은 그녀 역 시 처음 보는 묘기였다. "지금입니다 폴카 님!!! 닫아요!!!!" "…아, 예!!!" 폴카는 다시금 차원 봉합 주문을 사용했다. 사바신의 압도적인 물리력에 의해 마력 에 대한 반발력이 사라진 탓에, 주문이 발동되자 마자 차원문은 언제 그랬냐는 듯 얌전히 닫혀갔다. "성공이에요!!!" 마지막 차원문이 닫힌 순간, 일행 주위를 포위했던 마물들 역시 힘을 잃고 바닥에 쓰러졌다. 자세를 잡은 채 긴장하던 지크는 힘없이 웃을 뿐이었다. "…이건 또 뭐야." 차원문의 갯수가 줄면 줄 수록 남은 차원문에서 뿜어지는 차원 저편의 압력은 강해 진다. 두개 남았을 때와 하나 남았을 때의 압력 차가 두배인 것을 감안할 때 폴카 가 남은 하나의 차원문을 처리하지 못한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좋아, 잘 했어 사바신!!" "하하하핫, 이런건 이 사바신 님에게 맡기라구." 폴카는 임무를 마친 것에 즐거워하는 젊은이들을 보며 자신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 다. ........................ . . . . . . . 일을 마친 일행은 엘프의 숲 안에 있다는 폴카의 저택으로 향했다. 날은 거의 저물 어 어둑어둑 했지만 숲속의 공기는 아침보다 맑고 신선했다. 결계가 사라진 이후 보통의 숲처럼 통풍이 원활해진 탓이었다. "마물들 냄새가 없어져서 그렇다니까." 물론 지크의 추론이었다. 달이 중천했을 무렵, 일행은 폴카의 저택에 다다를 수 있었다. 어지간한 대도시에 서나 볼 수 있는 큰 저택이라 손님들은 어리둥절할 따름이었다. "냐하하하핫∼전 어렸을 적 이런 집에서 살았거든요. 멋지죠?" "…아, 네." 잠시 집 자랑을 한 폴카는 현관을 향해 가벼운 발걸음을 했다. 딸랑­ 초인종 소리에 현관문을 연 것은 지배인 복장을 한 남자 엘프였다. 청년 엘프는 폴 카를 보자 마자 허리를 굽히며 반가움을 표시했다. "아, 폴카 님!! 돌아오셨군요!!!" "그러믄요 그러믄요. 숲의 마물들도 모두 없앴답니다, 냐하하하하하핫∼." "…예? 그, 그렇습니까!! 이거 정말 감사드립니다!!!" 엘프는 활짝 웃으며 폴카를 향해 연신 허리를 굽혔다. 그때, 폴카가 씨익 웃으며 옆으로 비켜섰다. "옹야, 감사는 저 말고 이 분들께 하세요." "…예? …윽?!" 엘프는 앞에 불쑥 나타난 거한들을 본 순간 움찔하며 주춤거렸다. 셋의 앞에 선 사 바신은 199cm의 키를 자랑하듯 턱을 위로 올리며 엘프청년을 내려보았다. "비켜." "집 한번 좋은데 그래…?" 지크와 사바신의 장난기 섞인 거친 행동과 말투에 지배인 역할을 맡은 엘프 청년은 숨을 죽일 수 밖에 없었다. -------------------계속--- 『신계의 자료실-기사들의 기억 (go SGKNIGHT)』 30번 제 목:White Blue Vol. 27 올린이:jack21 (이경영 ) 99/01/26 11:48 읽음:2706 관련자료 없음 ----------------------------------------------------------------------------- ----------------------------------------------------------------------------- "자아, 어서 오세요 여러분. 엘프 여러분이 특별히 만드신 요리가 여러분을 기다리 고 있답니다. 냐하하…." "…!" 순간, 지크와 사바신은 기다렸다는 듯 냄새를 찾아 식당으로 향했다. 리오 역시 식 사를 위해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러자 폴카가 리오를 향해 손짓을 했다. "옹야, 리오 군은 잠깐 나좀 볼까요? 중요한 얘기가 있어요." "아, 그러죠." 리오는 폴카를 따라 발코니로 향했다. 맑은 공기가 뒷받침하는 밤하늘은 은하수 줄 기에 의해 더욱 아름답게 빛났다. 물론 리오에게 밤하늘은 지겨운 낭만일지도 모른 다. "하아, 역시 결계가 사라지니까 공기가 맑군요. 안그래요 리오 군?" "…아, 뭐…그렇군요." "…후훗, 리오 군은 제 본명이 뭔지 궁금하지 않으세요?" "…예?" 갑자기 웬 본명 타령인가. 리오의 검붉은 눈썹은 의아함의 무지개를 그렸다. 폴카는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그리고, 마치 비밀을 폭로하듯 리오에게 말했다. "…제 원래 본명…인간으로서 다시 태어나기 전의 이름은 '타르자'랍니다." "­!!!!" 리오의 눈이 크게 떠졌다. 그러나, 검을 뽑거나 하는 경솔한 행동은 하지 않았다. 일단 '다시 태어나기 전'이라는 말이 붙은 탓이었다. "…물론, 당신을 다시 괴롭히기 위해 환생한건 아니니 걱정하지 마세요. 당신이 저 주했던 타르자는…부르크레서에게 강력한 마인드 컨드롤을 당한 가련한 용혼이었으 니까요. 인간에게 주어진 선과 악의 균형이 깨진 채…카오스 에너지를 모으기 위해 미쳐버린 인형일 뿐이었죠." "…그럼 지금은…?" "부르크레서에게 받은 모든 매개체가 부숴진 탓에 제 영혼은 원래의 안식을 되찾 았답니다. 그리고, 인간으로 다시 태어나게 되었죠. 이상할 정도의 강력한 마력을 잠재한 채…." "그렇다면 원래 타르자였다는 말을 하지 않으셔도 상관없지 않습니까. 설마 사과 를 위해서?" "…후훗, 역시나 잘 맞추는군요." 폴카는 쓸쓸히 웃었다. 그 웃음을 보며 리오는 고민에 사로잡혔다. 물론 예전의 일 은 사과 한마디로 끝날 수준의 것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해서 열변을 토하며 따질 수도 없었기에 그는 씁쓸히 한숨을 지었다. "…후우…. 아, 식사나 하러 가시죠. 갑자기 배가 고파지는군요." "…." "저 말고 저보다 더 큰 상처를 입은 그 아이들의 후손에게 큰 도움을 주십시오. 그 쪽이 저로선 더 편할 듯 하군요." "…예." 리오와 폴카는 발코니를 나와 식당으로 향했다. 리오는 상당히 아이러니했다. 이름 이 바뀌듯 사람의 성격이 이렇게 바뀔 수 있는 것일까. 물론 전생을 거치긴 했다 지만 리오는 아직도 폴카와 타르자의 이미지가 겹쳐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 고민은 식당에 들어서자 마자 어디론가 사라지고 말았다. "이게 뭐야!!! 고기를 내 놔 고기를!!! 우린 단백질이 필요하다구!!!!" 유명한 미식가인 지크는 인상을 쓴 체 요리사 엘프에게 소리쳤다. 사바신도 한 몫 거들었다. "우리가 무슨 염소인줄 알아!!! 당신들처럼 숲에서 가볍게 뛰어노는게 아니라 무기 들고 동네방네 설치기 때문에 단백질 내진 지방이 필요하다 이거야!!!!!! 없으면 쥐라도 잡아와!!!" 대화에서 느낄 수 있듯, 지크와 사바신 앞에 놓여진 요리들은 모조리 야채로 만들 어진 것 뿐이었다. 엘프 요리사는 변명하듯 조심스레 말했다. "저, 저어…콩은 밭에서 나는 고기인데요…." "…!!!!!!!!" .................... . . . . . . . . "젓가락 같은 녀석이 뭐 어쩌구 어째!!!!! 이거 놔!!!!!" "참아, 악의가 있어서 한 말은 아니잖아." 리오가 지크를 데리고 방으로 향하는 동안, 사바신은 마치 반항하듯 앞에 놓인 야 채들을 거칠게 씹어 나갔다. 그의 그런 모습은 겁에 질린 요리사 엘프를 더욱 더 압박했다. "…변비는 안걸리겠군…." 양배추를 통째로 든 사바신의 말이었다. 폴카를 포함한 일행은 다음날 일찌감치 저택을 빠져 나갔다. 지크와 사바신이 떠날 때, 저택의 수많은 엘프들은 서로를 얼싸 안은 채 환호성을 지르며 기뻐했다. 그 들에 대한 지크와 사바신의 반응은 다행이도 달랐다. "…저렇게 아쉬워 하다니…. 괜히 저 친구들에게 심하게 대한 건 아닐까?" 오해는 그런 질문을 던진 지크만 가진 게 아니었다. "으음…채식을 좋아한다는 것 말곤 좋은 녀석들이었는데…." 그 대화는 앞서가는 리오의 어깨를 자동으로 으쓱이게 만들었다. ※※※ 마르티네즈들이 있는 여관은 이상한 긴장감에 사로잡혀 있었다. 랜시는 움직임 하나 하나를 바이칼에게 감시당했다. 다른 일행들 역시 바이칼의 눈 치를 봐야 했다. 눈치를 보지 않는 사람은 단 한명, 침묵의 소녀 리체 뿐이었다. 그런 분위기가 계속 유지되는 것에 일행의 연장자라 할 수 있는 마르티네즈가 항의 를 하고 나섰지만 그때마다 바이칼의 답변은 간단했다. "닥쳐." 마르티네즈는 기가 막혔다. 결국 중재는 브라디가 해야만 했다. "마리 님, 마리 님!! 제발 리오 님이 돌아오실 때까지 참아주세요!!" "…후우, 알았어 브라디. 잠깐 바람좀 쐴 래?" 마르티네즈는 브라디와 함께 여관 밖으로 나섰다. 마르티네즈의 한탄은 바람을 쐬 자 마자 터져 나왔다. "아니, 도대체 저 사람이 누군데 저러는 거야! 게다가 리오 씨완 무슨 관계고!!!" 브라디로선 답변이 곤란한 질문이었다. 그녀는 어색한 미소를 지은 채 답변을 돌 렸다. "아, 저…그러니까…아, 부자집 아드님이세요." "…? 부자집 아들이 리오 씨 같은 떠돌이 기사를 어떻게 알지?" "…그, 그러니까…." 브라디의 작은 이마에 식은땀이 맺혔다. 결국, 브라디는 리오와 바이칼에게 마음 속으로 용서를 빌었다. ‘미안해도 두분…. 아아…세이아 님께서 날 구해주실거야….’ 브라디는 눈을 질끈 감고 마르티네즈의 귀에 입을 가져갔다. "둘이 애인 사이에요." "…!!!!!!" 마르티네즈의 몸이 순간 휘청거렸다. 브라디는 있는 힘껏 마르티네즈를 부축하며 계속 말했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마세요." "…서, 설마! 아무리 바이칼이란 사람이 여자보다 예쁘게 생겼다 해도…!!" "…못 믿으시겠다면 리오 님이 돌아오셨을 때 잘 지켜보세요. 분명 바이칼 님이 리 오 님과 한 방을 쓴다 하실 거라고요." "…!! …아, 알았어 브라디. 나…잠깐 머리좀 식히고 올께…." 마르티네즈는 비틀거리며 어디론가 사라졌다. 브라디는 양 손을 모은 채 제발 일이 커지지 않길 바랬다. ------------------------계속---  『신계의 자료실-기사들의 기억 (go SGKNIGHT)』 31번 제 목:White Blue Vol. 28 올린이:jack21 (이경영 ) 99/01/29 20:31 읽음:2579 관련자료 없음 ----------------------------------------------------------------------------- 어이구 허리야... ----------------------------------------------------------------------------- "돌아왔습니다 마리 대장. 별 일 없었습니까?" "…아, 예. 하하하…." "…?" 돌아오자마자 여관 로비에서 마르티네즈를 만난 리오는 그녀의 갑작스런 어색함에 의아해 했다. 그땐 그냥 넘어갔지만 그녀의 과민 반응은 점점 심해져만 갔다. "…? 왜 그렇게 떨어져 걸으세요?" "아, 아니에요. 감기에 걸렸거든요." 리오는 머리를 긁적이며 마음 편히 자신의 방 문을 열었다. 물론 자신의 방 안에 손님이 있다는 사실은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흥, 드디어 왔군." 의자에 앉아 있던 미청년은 군청색의 머리를 흔들며 리오를 돌아보았다. 그의 인상 이 좋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리오는 상당히 그를 반겼다. "호오, 이번엔 좀 늦게 나타나신다 했더니 드디어 만나는군. 그런데, 어쩐 일…." "호족을 왜 데리고 있나." "…!" 리오의 표정은 단숨에 굳어졌다. 까맣게 잊고 있던 가능성 하나가 사실로 떠오른 탓이다. 방문 밖에 마르티네즈가 멍하니 서 있는 것을 느낀 그는 문을 닫으며 침 대에 걸터 앉았다. "…좋아, 사정을 설명해 주지. 그러니까…." 한편, 방 밖에서 딴청을 피우며 리오를 감시하던 마르티네즈는 방 문이 닫히자 마 자 손으로 얼굴을 덮었다. 물론 진짜 속 사정은 모르는 그녀였다. "…설마 했는데…진짜였어." "예? 뭐가요?" 마침, 뒤를 지나가던 지크가 끼어들었다. "아, 아니에요 지크 씨. 그럼 쉬세요." "…? 오늘은 이상하네…?" 지크는 도망치듯 아래로 내려가는 마르티네즈의 뒷모습을 멍하니 지켜볼 수밖에 없 었다. ........................ . . . . . . "…이렇게 해서 그 아이를 만나게 된가야. 어쨌든, 함부로 그 아이를 죽이는건 용 납하지 못해." "…주신과 서룡족의 조약을 깨겠다는 말인가." "그건 아니지만, 그 조약 안에 무고한 생명을 없애는 것은 들어있지 않아." "……." 바이칼은 결국 고개를 돌렸다. 리오는 예상했던 일이 생각보다 빨리 닥친 것에 상당히 곤란해 했다. 게다가, 바이 칼이 가진 호족에 대한 적개심이 이 정도로 클 줄은 생각도 못한 그 였다. 설득이 힘들다는 사실을 깨달은 리오는 정색을 한 채 말했다. "…좋아, 네 말에 따르지." "흥, 진작 그럴 것이지." "…단, 내 임무가 끝난 후야. 그리고 랜시를 없애는 건 내가 하지." "…?" "내가 여기까지 데려오고, 지금까지 맡은 아이야. 책임은 내가 진다. 이의는 없겠 지?" "…확실히 죽이겠다면." 친구의 당당함에 바이칼은 슬쩍 고개를 끄덕였다. 이렇게 해서 랜시의 생명은 당분 간 늘어나게 되었다. 물론 리오가 정말로 랜시를 없앨 각오를 한 것은 아니다. 이번 일이 끝날 때까진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게 분명했고, 그때까지 가면 바이칼 성격 상 랜시에게 정이 들 확률이 높았다. 이런 계략을 떠올린 리오의 속을 순진한 미청년이 알 리 없었다. ※※※ 자신의 방 안에서, 길트는 자신의 손에 들린 라이세네프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 다. 물론 검이 멋지거나 신기해서는 아니다. 정신능력이 보통사람 수준인 길트가 라이세네프와 대화를 나누기 위해선 그렇게 직접 접촉을 해야 했다. "…그 세 사람이 가즈 나이트…? 사실입니까?" 「그렇다. 지금까진 말 하지 않았지만 용제가 나타난 이상 밝혀야겠지. 그리고, 그 붉은 머리의 남자가 바로 네가 찾는 가즈 나이트다.」 "…그렇습니까! 하아, 다행이군요. 이제야 아바마마의 원수를 갚을 수 있겠어요." 길트는 안도의 한숨을 내 쉬었다. "400년 전, 고신 '부르크레서'를 쓰러트리고 이 세상을 구한 그 전설의 가즈 나이 트가 정말로 있었군요. …여기까지 온 것은 라이세네프 경, 모두 당신 덕분입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감사할 필요는 없다. 지금, 이 세계를 혼란에 빠트린 존재가 미처 생각치 못한 운명이 바로 너와 나니까. 네가 날 잡게 된 것도 운명, 부상을 입고 가즈 나이트와 만나게 된 것도 운명이다. …누군가 오는군.」 라이세네프의 표면에 흐르던 기운은 이내 사라졌다. 조금 후, 방 문을 두드리는 소 리가 들려왔다. "길트 씨, 길트 씨, 실루엣입니다. 점심 드시러 내려오세요." "아, 알겠습니다." 길트는 라이세네프를 조심스레 침대에 내려놓았다. 그리고 반대편 침대에 누워 잠 을 자는 리체를 흔들었다. ※※※ "옹야…? 이게 누구야?" "…아." 식당에 들어선 순간, 길트는 막 수프를 뜨고 있는 여성과 눈을 마주쳤다. 잠시간 서로를 바라보던 둘은 곧 활짝 웃으며 서로를 불렀다. "폴카 님!! 폴카 님 아니십니까!!!" "옹야, 옹야∼. 길트 왕자님 아니신가요? 냐하하하하하∼." "…왕자…님?" 폴카와 같이 식사를 하던 실루엣과 랜시, 브라디, 그리고 마르티네즈는 폴카의 입 에서 나온 '왕자님'이란 말에 들었던 식기를 다시 내려놓았다. "…역시, 일행 분들과 같이 엘프의 숲으로 가셨다는 분이 폴카 님이셨군요. 진작에 인사를 드려야 했는데…." "냐하하, 아니에요 아니에요∼." 모두의 표정에 길트는 상당히 쑥스러워 했다. 폴카는 당당히 일어나며 길트를 소 개했다. "옹야? 여러분 같이 있으면서도 몰랐나요? 지금 여러분 앞에 있는 이 미남 분의 성 함은 '길트 디모트 알렉세이', 가이라스 왕국의 제 1 왕자님이세요." "포, 폴카 님…갑작스레 소개를 해 주시면 제가 곤란합니다." 길트는 얼굴을 붉힌 채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어느새 그의 옆에 선 폴카는 길트의 어깨를 두드리며 모두에게 말했다. "제가 옛날 궁중에 있었을 때 왕자님 기저기도 갈아드린 일도 있답니다. 그쪽(?)이 얼마나 잘 생기셨는데요∼냐하하하하하핫∼." "…어머머." "포, 폴카 님!!" 길트의 얼굴은 점점 더 화끈거렸다. 마르티네즈를 비롯한 여자들의 얼굴 역시 붉어 진 건 마찬가지였다. 빈 자리에 앉은 길트는 수프를 뜨기 전 마르티네즈에게 물었다. "저어, 다른 분들은 돌아오셨나요?" "아, 지금 위에서 쉬고 계실거에요. 아, 쉬고 계시답니다 왕자님." "…예." 마르티네즈가 즉시 말을 바꾸자, 길트는 약간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마르티네즈 는 자신이 뭔가 실수를 한 것일까 생각했지만 그런 것은 아니었다. 길트의 그런 얼 굴은 지금까지 자연스럽게, 정확히 말해 누나처럼 대해주던 마르티네즈가 자신에게 거리감을 가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의 표출이었다. ----------------------계속--- 『신계의 자료실-기사들의 기억 (go SGKNIGHT)』 32번 제 목:White Blue Vol. 29 올린이:jack21 (이경영 ) 99/01/31 23:27 읽음:3603 관련자료 없음 ----------------------------------------------------------------------------- ----------------------------------------------------------------------------- "Yo, 벌써 다 나은 거야 친구?" "아, 예. 덕분에…." 배고픔을 견디지 못해 내려온 지크는 식당에 들어서자마자 길트의 머리를 쓰다듬었 다. 길트는 별 거부감 없이 빙긋 웃었지만 다른 사람들의 얼굴은 흙빛으로 변했다. "지, 지크 씨…? 무슨 짓을…?" "예?" 마르티네즈의 넋 나간 표정에 지크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때, 길트가 벌떡 일 어서며 지크의 등을 두드렸다. "아, 지크 씨. 부탁드릴 게 있는데 같이 좀 나가서 얘기를…." "응? 아, 그래. 식사는 나중에 하지 뭐." 지크는 머리를 긁적이며 식당을 나섰다. 길트 역시 그를 따라 나서며 폴카에게 손 을 두어번 흔들어 보였다. 눈치가 빠른 폴카가 그 신호를 못알아들을 이유는 없었 다. "…자아, 여러분? 위에서 쉬고 있는 남자 분들에겐 길트 왕자님에 대해선 아무 말 도 안 하기에요, 알았죠?" "……." .......................... . . . . "물어볼 게 뭔데?" 여관 벽에 등을 기댄 지크는 길트가 나오기 무섭게 물었다. 길트는 고개를 끄덕였 다. "아, 죄송하지만 저에게 검술을 가르쳐 주실 수 있으신가요?" 길트의 조심스런 질문에 대한 지크의 답변은 매우 간단했다. "싫어." "…예?" 길트는 실망감이 섞인 얼굴로 되물었다. 물론 지크의 거부는 이유가 있었다. "괜히 싫어서 이러는 거 아냐. 이걸 보라구." 지크는 무명도를 살짝 뽑아 보이며 이유를 설명했다. "자, 네가 가진 칼하고 내가 가진 칼하고는 모양 부터가 달라. 휘두르는 자세나 방 법도 다르지. 내가 너에게 확실히 가르쳐 줄 수 있는 건 체술 뿐이야. 하지만…음 …넌 소질이 부족해." "소질이요?" "그래. 아주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노력이나 정신력 만으로 극복하지 못하는 게 있어. 어떤 분야마다 배우는 속도가 다른 사람이 있지? 같은 조건, 같은 상황에 서 나타나는 성장의 차이가 바로 소질이라구. 비교하자면, 네가 한 시간 주먹을 휘 두른 거랑 랜시가 한 시간 주먹을 휘두른 거랑 달라. 랜시가 훨씬 앞서지." "…그렇군요." 길트의 표정이 약간 시무룩 해지자, 지크는 그의 어깨를 두드리며 씨익 미소를 지 었다. "헤헷, 실망할 필요 없다구. 보통 사람에 비해 네 체형은 좋은 편이니까. 어쨌거 나, 검술은 리오에게 부탁해 봐. 사바신 녀석이 쓰는 건 무술도 아니니 배울 필요 도 없어. 힘만 그 녀석하고 같다면 충분히 익힐 수 있지. 내가 리오 녀석에게 말은 해 둘테니 걱정 마." "…예, 감사합니다." 길트는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 . . . . . . . "흐음…. 그럼, 그 검은 쓰지 마." 부탁을 들은 리오는 턱을 매만지며 길트가 들고 온 라이세네프를 바라봤다. 길트는 움찔하며 이유를 물었다. "예? 하, 하지만 전 이 검이 없으면…." "네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는 테스트를 해 봐야 알겠지만, 일단 그 검은 너무 좋아. 명검의 수준을 넘어 선 신검 수준이지. 그런 검을 가지고 수련을 쌓으면 늘지 않 아. 실제 상황에선 상대방의 무기를 빼앗아 싸워야 할 때도 있으니까." "…예." 자신없는 표정의 길트는 잘 알고 있었다. 자신이 초토화 직전의 왕궁을 빠져 나와 여기까지 온 것도 자신의 실력이 아닌 라이세네프의 힘이라는 사실을…. 그걸 아는 탓에 검술을 익히려 했지만 검술을 가르쳐 준다는 스승의 말은 그의 어깨를 축 처 지게 만들었다. "자, 그럼 테스트를 해 볼까? 일단 지금은 밤이라 검을 새로 살 수 없으니 마르티 네즈 대장에게 검을 빌려오도록. 그 분의 검 역시 내가 직접 중심을 맞춰 놓았으니 쓰기엔 불편함이 없을거야. 난 여관 옥상에서 기다리지." "아, 예." "…아, 바이칼 너는 먼저 자고 있어. 그리 오래 걸리진 않을 거야." "…." "…이런 이런, 후훗…." 의자에 기대 졸고 있는 미청년은 아무런 대답도 할 수 없었다. 조는 수준을 넘어서 자고 있다는 사실을 안 리오는 씁쓸히 웃으며 그를 침대에 눕혀 주었다. "…아." 침대에 눕혀진 바이칼의 얼굴을 본 순간, 길트는 자신의 가슴이 이상하게 두근거림 을 느꼈다. 몇일 전 랜시를 없앤다 어쩐다 하며 살기를 내 뿜던 사람이라고는 믿을 수 없었다. 솔직히, 남자 치고는 너무나 아름다웠다. 친구에게 이불을 덮어준 리오는 잠든 친구의 머리를 부벼주는 걸 끝으로 나갈 준 비를 마쳤다. "자, 난 올라가 있지. 지금 나도 약간 졸리니 빨리 올라와 줘, 알았지?" "예!" 길트는 희망에 찬 얼굴로 마르티네즈와 실루엣이 쓰는 방 문을 두드렸다. "마르티네즈 대장님, 계십니까?" "…아, 들어오십시오." 역시 예전과는 말투가 달랐다. 길트는 씁쓸히 웃으며 문을 열었다. 방 안엔 잠에 빠진 실루엣과 머리에 수건을 감고 있는 마르티네즈의 모습이 있었다. "실례합니다. 검을 빌릴 수 있을까 해서 왔습니다만…." "검…말입니까? 야심한 지금 어디에 쓰시려고…?" "예, 리오 씨에게 검술을 배우려고요. 일단 그 분께서 테스트를 하신다는군요." "…그렇군요. 여기 있습니다." 마르티네즈는 쾌히 검을 내 주었다. 검을 받은 길트는 나가기 전 그녀에게 부탁의 어조로 말했다. "…저어, 죄송하지만 예전과 같은 말투를 사용해 주십시오. 왕궁을 나와 전쟁터에 뛰어든 이상 전 가이라스 왕국의 왕자이기 이전에 보통 사람일 뿐입니다." "…예, 알았어요." 마르티네즈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길트의 그런 모습에서 그녀는 가이라스 왕 국에 대한 부러움을 느꼈다. 자신이 말스 왕국을 떠나기 전에 본 말스 왕국의 어린 왕자와 길트가 이상할 정도로 비교되었다. 물론 말스 왕국의 후계자는 올해로 나이 가 열 네살일 뿐이지만…. "…아, 한가지 물어도 되나요?" 그녀는 마악 나가려던 길트의 발걸음을 멈춰 세웠다. "예?" "…저, 그러니까…. 바, 바이칼 씨랑 리오 씨, 한 방에서 주무시나요?" "그렇긴 합니다만…무슨 일이라도 있습니까?" "…아, 아니에요. 그럼, 몸 조심하세요 길트." "예, 그럼 푹 쉬십시오 마르티네즈 대장님." 길트는 절도있게 인사를 한 후 방을 나섰다. 반면, 마르티네즈의 얼굴은 문이 닫힘 과 동시에 불안감으로 일그러졌다. "…그래, 브라디는 실 없는 소리를 자주 하잖아. …하지만 왜 한 방에서…아냐, 지 크 씨와 사바신 씨도 같은 방에서 잠을 자는데…. 그래도 바이칼이라는 남자, 너무 예쁘게 생겼는데…." 마르티네즈의 걱정은 끝이 없었다. 실루엣은 그녀의 걱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평화 롭게 꿈나라를 여행했다. -------------------------계속--- 『신계의 자료실-기사들의 기억 (go SGKNIGHT)』 34번 제 목:White Blue Vol. 30 올린이:jack21 (이경영 ) 99/03/20 20:43 읽음:2056 관련자료 없음 ----------------------------------------------------------------------------- 보시기 전에…. 거의 2개월 만에 다시 쓰는 화이트 블루입니다. 벌써 2개월이 지났나..하는 기분 보다 스토리가 어떻게 된거지? 라는 착각에.. 하여튼, 다음 원고 작업시기까지 열심히 연재를 하겠습니다. 이젠 글을 안쓰면 몸이 흔들리더군요. 그럼 기다려주신 독자 여러분들에게 다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 Mission 5: [그랜드 크로스 나이트] 집무실, 담배, 그리고 술이 가장 어울리는 남자. 누가 그렇게 말 한 것도 아니고 휀 자신이 그 것들과 가까이 하려 노력한 것도 아 니다. 오히려 집무실과 담배가 그에게 어울리려 하는 것 같았다. "흠." 그는 짧게 내쉬며 지금까지 정리한 서류 뭉치를 옆에 옮겼다. 아침부터 지금, 정오 까지 꼬박 검토하고 사인한 서류들이다. 책상 위에 올려지긴 했지만 서류의 정상은 휀의 금발을 넘어서고 있었다. 다른 사령관이라면 몇일은 끌었어야 할 양이지만 집중력의 화신인 그에겐 무의미 했다. 모든 서류를 정리한 그는 옥좌를 연상시키는 커다란 의자에 몸을 기대었다. 담배 끝에서 연기가 피어올랐다. 공기중에 흩어지는 하얀 카오스는 휀의 마음을 잠 시나마 안정시켜주는 듯 했다. 똑똑­ 노크 소리가 들렸다. 감겨있던 그의 눈이 열렸다. "무슨 일인가." "휀 님. 외곽 수비부대에서 온 전령이 도착했습니다. 정체불명의 괴한이 성벽을 부 수며 난동을 부리고 있답니다." 여성의 차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휀은 다시금 눈을 감았다. "그래서." "수비부대의 힘으로는 도저히 그 괴한을 저지시킬 수 없다 합니다. 휀 님의 지원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휀은 담배를 끄며 되물었다. "…남자의 인상착의는." "위로 솟구친 이상한 머리스타일을 가진 검은 코트의 남자입니다." "곧 간다고 전해라." "예, 알겠습니다." 발자국 소리가 멀어졌다. 휀은 자신의 백색 코트를 걸치며 나지막이 중얼댔다. "…또 길을 잃었군." ............................. . . . . . "이 자식들아! 난 가이라스 왕국의 사이롤 요새를 찾고 있단 말이야! 이렇게 떠돌 아다니는 것도 지겨우니 어서 지도를 내놔!" 사바신의 팔봉신 영룡이 다시금 성벽을 때렸다. 성벽 위에 있던 병사들은 갑작스런 진동에 비명을 비르며 팔을 휘저었다. 성벽 아래로 떨어지지 않으려는 최대한의 노 력이었다. "으, 으아악!" "괴물이다!" 성벽 아래의 병사들은 접근조차 하지 못했다. 두터운 성벽을 뒤흔들고 땅을 가르는 괴력의 남자에게 덤빈 대가는 허무한 죽음 뿐이란 사실을 그들은 잘 알고 있었다. "젠장, 너희들은 뭘 보고 있는 거야! 지도를 내놔 자식들아­!" 영룡의 끝이 이번엔 지면을 쳤다. 지면은 그 충격에 갈라지고 튀어오르며 굉음을 내질렀다. 완전히 질린 병사들은 더욱 뒤로 물러섰다. "우욱, 도대체 뭐지? 휀 님도 저렇게는 못하실 텐데…?" 한 병사가 이마에 흐르는 땀을 떨구며 말했다. 옆의 병사도 한몫 거들었다. "더 놀라운 건 저 녀석이 지도 한장 때문에 지도 수만장 값의 성벽을 날려먹고 있 다는 사실이지." 그렇게 말 하는 사이에도 성벽들은 힘없이 부숴져 나갔다. 휀에게 전령을 보낸 후 10분 동안 주위는 완전한 폐허로 변해버렸다. 하지만 문제 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사바신의 난동이 점점 극에 달하고 있는 것이다. "에스토드 왕국이고 나발이고 다 부숴버리겠어! 아아아악­!" 돌덩이들이 하늘을 날았다. 수만을 상대해도 끄떡없을 것 같던 신성 에스토드 왕국 의 외곽 성벽이 단 한사람에게 부서지고 있는 것이다. "뭘 하고 있나." 허무감이 깃든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눈을 벌겋게 뜬 채 팔봉신영룡을 휘두르 던 사바신의 동작도 그 순간 멎었다. "…! 휀!" 어느 새 도착한 휀은 폐허 위에 앉아 조용히 바람을 맞고 있었다. 사바신은 구세주 를 만난 사람처럼 웃으며 그에게 다가갔다. "이야, 여기 있었구나! 마침 내가 길을 잃어서 그런데, 좋은 지도 하나 있으면…." "뭘 하고 있는지 물었다." 언제 들어도 싸늘한 그의 목소리에 사바신은 침을 꿀꺽 삼켰다. "그, 그러니까…조, 좀 흥분한거야. 내 성격 잘 알잖아." "네 성격따윈 내가 알 바 아니다. 여기서 뭘 하고 있는거지. 네가 갈 곳은 분명 가 이라스 왕국의 한 요새일텐데." "…응, 그게 말이지…." 사바신은 머리를 긁적이며 사정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 . . . . . . 신성 에스토드 왕국. 역사는 길지 않지만 국력만큼은 막강한 종교 중심의 국가이다. 왕국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크루세이더는 가이라스 왕국의 템플러와 성격을 같이 하는 최강의 부대였 다. 그리고 왕 홀먼스의 정치력은 말스 왕국과 가이라스 왕국의 왕들이 '성왕'이 란 존칭을 붙일 정도로 대단했다. 에스토드 왕궁의 건물은 표면을 둘러싼 인조 대리석의 영향으로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빛을 내뿜었다. 수많은 첨탑과 본 건물의 웅장함은 예술 그 자체로 표현될 만 큼 조화를 이루었다. 그 조화 속에 마련된 공원엔 휀과 사바신이 있었다. "방향치라…." 휀은 앉아있는 사바신을 내려보며 지도를 건내주었다. "너무 그러지 말라구. 누군 좋아서 방향치인줄 알아. 나한테 괜히 레디 녀석이 붙 은게 아니란 말이야." "그럼 레디는." 휀은 조용히 담배를 물었다. 사바신은 어깨를 들썩였다. "…묻지도 마. 마력이 필요한 임무라면서 바이론 녀석이 가져갔어." "그냥 놔뒀나." "허이구, 괜히 녀석에게 객기 부렸다가 무슨 일 당하려고. 그리고 피엘 누님이 나 혼자 가라 하셨어." 휀은 묵묵히 연기를 뿜었다. "…오, 이 지도 좋은데 그래? 표시도 잘 되어있고 말이야. 하핫, 그럼 잘 쓸께 휀. 나중에 다시 보자구." 자리에서 일어난 사바신은 곧바로 문쪽을 향해 뛰었다. 그때, 휀의 눈썹이 꿈틀댔 다. "어이쿠!" "아앗!" 열린 문에서 사람이 갑자기 나오자 사바신은 움찔하며 몸을 날렸다. 그러나 그와 부딪힐뻔 한 여성은 혼비백산하며 뒤로 쓰러졌다. "으으, 미안해요 아가씨! 제가 신바람이 난 나머지…으힉?" 쓰러진 여성을 일으켜주기 위해 손을 내민 그의 얼굴은 단숨에 굳어졌다. 자신에게 돌려진 그녀의 눈동자가 순백색인 탓이었다. "뭐, 뭐야 이 아가씨…?" "비켜라." 사바신을 밀쳐낸 휀은 급히 그녀를 일으켰다. 손수 그녀의 옷을 털어준 그는 허리 를 굽히며 사과했다. "제 동료의 무례함을 용서해주십시오. 클라리스 공주마마." 그녀는 웃으며 자신의 헝클어진 백색 머리를 매만졌다. "아닙니다 휀 님. 제가 주의를 살피지 않은 탓입니다. 거기 계신 분께선 놀라지 않 으셨습니까?" "아, 아뇨. 별로…." 사바신은 얼떨떨한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알현실로 가십니까." 휀의 물음에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모시겠습니다. 잠시 저쪽에서 기다려 주십시오." "예, 휀 님." 그녀, 클라리스 공주는 천천히 벤치 쪽으로 향했다. 멍하니 그녀를 바라보던 사바 신은 급히 전음으로 그녀에 대한 것을 물었다. 「저, 저 여자 뭐야? 눈동자도 하얗고, 눈썹도 하얗고, 머리카락도 하얗고, 얼굴 도 귀신처럼….」 「…몸에서 색소를 생성할 수 없는 유전병에 걸려있다. 볼 일이 끝났으면 가보도 록.」 사바신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에스토드 왕궁을 나섰다. 물론 자신의 원래 목표지인 가이라스 왕국, 사이롤 요새였다. 그렇게 사바신을 보낸 휀은 클라리스 공주와 함께 알현실로 향했다. 손을 모은 채 걷던 클라리스는 문득 무언가 생각났는지 긴장된 목소리로 휀에게 말 했다. "…약혼식이 이렇게 떨리는 것일 줄 몰랐습니다. 토벤토 왕세자님을 직접 뵌 일이 없어서 이러는지도…. 휀 님, 다른 사람들도 저 처럼 약혼식 전날 마음을 설레일 까요?" "그렇습니다." 긴 질문에 비해 휀의 대답은 간단했다. 표정 역시 변함 없었다. 클라리스는 쓸쓸히 웃으며 다시 물었다. "…제가 정상적이지 않은 몸을 가진 것에, 토벤토 왕세자님께서 어떻게 생각하실까 궁금하답니다. 눈동자마저 하얀 저를 보고 거부감을 가지지 않으실까요? 아까 마주 친 그 분도 놀라셨는데…." "공주님의 모습에 놀라지 않을 사람은 없습니다. 저 역시 그렇습니다." "…그렇겠지요." 클라리스는 살며시 고개를 숙였다. 그때, 휀이 말을 이었다. "공주님의 백색 아름다움을 보고 놀라지 않는다면, 그야 말로 아름다움을 모르는 사람입니다. 토벤토 왕세자에 대한 것은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문제는 단 하나 뿐입니다." "예?" 클라리스는 두번 놀랐다. 휀이 이렇게 말을 길게 한 것은 처음이었다. 그리고 말스 왕국에서 온 토벤토 왕세 자에 대한 문제를 그가 제기한 것 역시 놀랠 노자였다. 그녀는 두근거리는 가슴을 누르며 말했다. "문제라 하시면…?" 어느새 알현실 앞에 선 휀은 그녀를 돌아보며 답했다. -----------------------계속--- ※출판본에 맞춰 '템플 나이트'가 '템플러'로 바뀌었습니다.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신계의 자료실-기사들의 기억 (go SGKNIGHT)』 35번 제 목:White Blue Vol. 31 올린이:jack21 (이경영 ) 99/03/21 05:23 읽음:2186 관련자료 없음 ----------------------------------------------------------------------------- 졸려...피곤해... ----------------------------------------------------------------------------- "토벤토 왕세자가 공주님과 어울릴 사람일지…입니다. 그 외엔 없습니다." "……." 클라리스는 정수리에 일침을 얻어맞은 느낌이 들었다. 이유는 그녀 자신도 알 수 없었지만 꼭 모른다고 할 수도 없었다. 이상했다. "들어가시지요." "에." 휀은 궁인들 대신 손수 알현실의 문을 열었다. 클라리스는 조용히 그 안으로 들어 갔다. 알현실 안엔 왕비와 얘기를 나누고 있는 성왕, 홀먼스의 모습이 있었다. 내일 있을 약혼식에 대한 일을 논하던 성왕은 알현실 안에 들어온 클라리스를 반갑게 맞아주 었다. "오오, 공주야. 무슨 일로 왔느냐?" "내일 있을 행사 관계로 뵙고저 합니다. 허락해 주십시오." 홀먼스의 비는 웃으며 가까이 오라는 손짓을 했다. "호홋, 허락 맡아야 할 일인가요 공주? 어서 이쪽으로 오세요. 경사에 대해 얘기를 하려 하는데 허락이 필요하겠습니까. 호호홋…." "예, 어마마마." 클라리스는 멋쩍은 미소를 지으며 가까이 다가갔다. 알현실의 문을 닫은 휀은 팔짱을 낀 채 성왕 일가의 모습을 묵묵히 지켜봤다. 현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왕이라 칭해지는 성왕 홀먼스. 그는 왕가의 피완 무관한 사람이었다. 원래 그는 크루세이더의 지휘자인 '크로스 마스터'였다. 왕가의 불미 스러운 일로 인하여 왕가의 피를 이을 사람이 지금의 왕비 한명 뿐으로 압축된 후, 예전부터 사귀어온 왕비와 결혼한 그는 에스토드 왕국의 19대 왕으로 등극하게 된 다. 무관 출신으로 잘 할 수 있겠냐는 관료들의 걱정을 당당히 떨군 그는 50세가 되던 해 동맹국인 가이라스와 말스 왕국의 국왕들로 부터 '성왕'이라는 칭호를 받게 된 다. 하지만 정작 그는 레호아스교의 교리에 따라 정치를 했을 뿐이라는 겸손함을 되풀이할 뿐이었다. 그에게 있어서 가장 큰 아픔은 공주, 클라리스의 유전병이었다. 몸의 색소가 없어 '백설공주'라고 까지 불리는 딸의 모습을 볼 때마다 그의 가슴 속 응어리는 더욱 더 커졌다. 하지만 내일이면 약혼식을 거행하게 될 딸의 지금 모습은 그 응어리를 모두 풀어주는 듯 했다. "…그래, 너무 걱정하지 말고 오늘은 일찍 쉬거라. 휀 경이 있는데 설마 무슨 일이 라도 있겠느냐." "그래요 공주. 그리고 약혼식일 뿐이니 긴장하지 마세요." "예. 그럼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아바마마, 어마마마." 대화가 끝났음을 안 휀은 알현실 문을 연 후 성왕에게 다가갔다. 그와 스친 클라리스는 알현실에 들어오기 전 그가 했던 말을 다시금 되뇌었다. 과 연 토벤토 왕세자가 자신과 어울릴 것인가, 아니면 자신이 토벤토 왕세자에게 어울 릴 것인가. 얼굴도 한번 보지 못한 이국의 왕세자와 행복하게 약혼할 수 있을까 하 는 걱정이 다시금 들었다. "하아…." 그녀가 나간 후, 휀은 성왕에게 용건을 얘기했다. "토벤토 왕세자라는 분, 어떤 분이십니까." 성왕은 나이 만큼이나 하얀 수염을 매만지며 답했다. "…글쎄. 머리가 좋고, 무예도 뛰어나다는 점은 내가 인정할 정도네. 하지만 원래 우리가 점찍었던 상대인 가이라스 왕국의 길트 왕자보다는 못하지." 왕비도 걱정스레 한마디를 던졌다. "예. 처음 둘을 만났을 때도 저 역시 길트 왕자쪽을 택했답니다. 분명 무예나 지식 에선 토벤토 왕세자가 길트 왕자를 앞섰지만, 길트 왕자의 눈 속에선 순수한 빛이 보였답니다. 토벤토 왕세자 역시 빛이 보였지만 약간의 가식이 섞인 빛이었지요." "…가이라스 왕국이 마비상태에만 빠지지 않았어도 길트를 택했을 텐데…. 딸의 행복에 대한 걱정이 앞서다보니 결국 말스 왕국의 제의를 받아들인 것이네. 아, 자 네가 오기 전에 일이니 설명이 부족했겠군." 성왕은 담담히 말했다. 묵묵히 둘을 말을 듣던 휀은 짧게 물었다. "공주님의 선택권은 어찌된겁니까." "…음?" "공주님의 행복에 대한 걱정을 하신다며 그 행복을 마음대로 결정하신다면 모순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안 그렇습니까 성왕이시여." "……." 성왕과 왕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결국 휀은 눈을 감으며 화제를 돌렸다. "오늘 있었던 성 외곽의 난동 사건은 깨끗히 처리되었습니다. 성벽 복구에 따른 자 금과 시간 등은 저녁 내로 보내드리겠습니다." 그의 일 처리에 대해선 할 말이 없는 왕과 왕비였다. "…알았네. 다른 일은 없는가?" 휀은 뒤로 돌아서며 답했다. "공주님은 아직 열 아홉살이십니다. 그럼 이만." 동문서답이었지만 그 말은 왕과 비를 더욱 괴롭혔다. 한참동안 고심하던 성왕이 비 에게 물었다. "…취소할 방법은 없겠소?" "일구이언을 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불미스런 일이 있지 않는 한…어렵겠지요." 성왕은 길게 한숨을 내 쉬었다. 내심 불미스런 일이 일어나길 바라는 애원의 한숨 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그날 오후는 지나갔다. 클라리스는 그날 자정이 다 돼서야 잠자리로 갈 수 있었다. 도저히 잠이 오지 않았 다. 약혼이란 것의 긴장감과 걱정이 그녀의 수면욕을 붙잡았다. 아직은 열 살 밖에 안된 동생, 클리퍼 왕자를 재우고 방을 나선 그녀는 문 옆 복도 에 묵묵히 기대고 있는 휀을 볼 수 있었다. 그가 처음 그랬을 땐 상당히 놀라던 그 녀였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어머, 오래 기다리셨나요 휀 님? 제가 괜히 늦게까지…." "침실로 가시지요." "…예." 농담이나 여담, 인사치례등은 절대 통하지 않는 남자. 받아주지도 않을 뿐더러 만 에 하나 받는다 해도 웃지 않는 남자. 생각이 짧은 여자라면 휀은 그런 남자로 인식될지 모른다. 그러나 클라리스는 휀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의 행동엔 꼭 이유가 있다는 사실을 그녀는 잘 알고 있 었다. 그리고 이해하기도 했다. "…약혼식이 끝나고, 얼마 후 결혼해서 말스 왕국으로 간다면 다시 휀 님을 볼 수 는 없겠죠?" "……." "…역시 말이 없으시군요. 그래도, 이것 만큼은 들어주실 수 있으신가요?" 휀의 시선이 그녀에게 돌려졌다. 하얀 얼굴에 비해 붉디 붉은 그녀의 입술이 미소 를 그렸다. "내일은, 꼭 웃어주세요. 좋은 날이잖아요." 그러나, 휀은 대답 대신 그녀의 침실 문을 열어주었다. "안녕히 주무십시오. 내일 뵙겠습니다." "…네. 휀 님도 안녕히 주무십시오." 클라리스는 시무룩한 표정을 감추듯 침실 안으로 들어갔다. 휀은 닫혀진 방 문에 기대며 지그시 눈을 감았다. "먼저 당신이 웃어야 해. 내가 웃기 전에." 그는 다시금 담배를 물었다. 그리고 조용히 다른 곳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 . . . . 침대에 누워도 잠이 오지 않았다. 뜬 눈으로 보낸 시간이 얼마인지 알 길도 없었 다. 클라리스의 긴장감은 상당한 것이었다. "…하아, 누구실까. 토벤토 왕세자란 분은…. 잘 생기셨을까? 아니, 날 보고 실망 하진 않으실까…?" 아무리 고민해도 나오지 않는 답이었다. 그녀는 바로 누워보았다. 조금이라도 잠을 자고 싶어서였다. 그러나 잠은 오지 않 았다. "…휀 님은, 내일 웃어주실까? 한 번이라도 그분의 웃는 모습을 보는 것이 소원이 었는데…." 눈 앞에 확실한 윤각이 떠올랐다. 차가운, 그러나 어딘가 슬픈 듯도 한 눈매. 그림 으론 도저히 표한할 수 없을 듯 한 금발. 냉정 그 자체라 할수 있는 표정. 그리고 범접할 수 없는 분위기. 궁녀들 중에도 그를 내심 사모하는 사람은 많았다. 하지만 그의 알 수 없는 분위기 와 차가운 반응에 그녀들은 그를 그저 바라보기만 할 뿐이었다. 그렇게 따지자면 그의 보호를 받는 클라리스는 상당히 행복한 편이었다. 철컥­ 그때였다. 천정 쪽에서 무언가 열리는 소리가 들린 것이다. 클라리스는 깜짝 놀라 며 소리가 들린 쪽을 바라봤다. "…? 뭐지?" 쿵! 시커먼 그림자 하나가 방 안에 들어왔다. 천장 어딘가를 통해 들어온 것이리라. "역시, 여기 계셨군요 클라리스 공주." "누, 누구시죠!" 클라리스는 담요로 자신의 몸을 둘렀다. 침입자는 그런 그녀의 모습을 즐기는 듯 낮은 웃음소리를 냈다. "후훗, 너무 겁내지 마십시오. 전 내일…아니, 오늘 정오에 당신과 약혼할 토벤토 왕자입니다." "…예?" "당신의 미모를 조금이라도 빨리 보기 위해 이런 실례를 저질렀습니다. 무례를 용 서하십시오. 등불을 켜 주시겠습니까? 달빛으론 당신의 아름다운 윤곽만이 보일 뿐 이군요." 사실, 상대의 모습이 궁금한 것은 그녀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설마 이런 거친 방 법으로 약혼 예정자가 다가올 줄은 미처 생각치 못한 그녀이기도 했다. "거, 거절하겠습니다! 일국의 왕세자라는 분께서 이런 행동을 서슴치 않으시다니, 정말 실망입니다!" 그러자, 그림자의 어깨가 으쓱 거렸다. 우습다는 뜻이었다. "…후, 어차피 몇시간 후면 얼굴을 볼 사이인데, 좀 더 빨리 본다 해서 나쁠 게 뭐 가 있겠소. 그리고 약혼까지 할 사이 아니오. 그러지 말고…." "가까이 오지 마십시오! 당신께서 토벤토 왕세자라는 증거라도 있습니까! 그리고 토벤토 왕세자님이 맞다고 해도 이건 인륜에 어긋나는 행동입니다! 사람을 부르겠 습니다!" "…말이 안 통하는군." 순간, 그림자가 클라리스의 몸을 덥쳐 눌렀다. 입까지 손에 막힌 탓에 그녀는 소리 조차 지르지 못했다. "으으읍…!" "…잘 들어 공주. 당신은 내 것이야. 약혼식이란 건 당신이 내 여자란 사실을 세상 에 공포하는 행사일 뿐이지. 난 지금 당장이라도 당신을 가질 수 있어. 반항 할테 면 반항해 봐. 밤은 기니까…후훗." "으으읍!" 짖눌린 클라리스의 몸부림은 처절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그림자의 힘은 그 몸부림 을 무시하고도 남을 정도였다. "주무시지 않고 뭘 하십니까." "…! 읍!" 그때, 클라리스와 그림자의 표정이 단숨에 교차했다. 어느새 문을 열고 나타난 남 자, 휀은 차가운 눈빛으로 침대 쪽을 바라봤다. --------------------------계속--- 『신계의 자료실-기사들의 기억 (go SGKNIGHT)』 36번 제 목:White Blue Vol. 32 올린이:jack21 (이경영 ) 99/03/26 13:49 읽음:2740 관련자료 없음 ----------------------------------------------------------------------------- ----------------------------------------------------------------------------- 그림자, 토벤토 왕세자는 갑자기 나타난 훼방꾼을 향해 외쳤다. "뭘 하는 녀석이냐! 여기가 어딘줄 알고 들어왔느냐, 어서 썩 꺼져라!" 그러나 휀에게 그런 말이 통할 이유는 없었다. 침대쪽으로 다가온 그는 토벤토를 거칠게 끌어 내렸다. "이, 이게 무슨 짓이냐!" "약혼식은 정오입니다. 그때까지 편히 주무십시오 공주님." "아, 예…." "이거 놓으라 하지 않았느냐!" 휀은 몸부림을 치는 토벤토를 끌고 밖으로 나갔다. 클라리스는 안도의 한숨을 쉬며 다시 이불을 덮었다. 하지만 이전의 일 때문에 잠은 잘 오지 않았다. 토벤토 왕자를 끌고 나온 휀은 그를 복도에 내 던졌다. 왕세자가 당해야 할 일과는 거리가 멀었기에 토벤토의 분노는 극을 달렸다. 그는 상반신을 일으키며 금발의 훼 방꾼에게 소리쳤다. "이 버릇 없는 녀석! 누군지는 몰라도 오늘이 네 제삿날…크윽!" 휀은 토벤토의 가슴을 그대로 내리 밟았다. 복도에 깔린 카펫 위에 누운 왕세자는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휀은 그를 밟은 채 말했다. "말스 왕국의 토벤토 왕세자시군요. 실례했습니다." 하지만 토벤토의 가슴 위에 얹혀진 휀의 부츠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토벤토는 황 당함에 입을 다물었다. 휀의 얘기가 이어졌다. "그렇게 여자가 그리우시면 수도 구석의 슬럼가라도 가시지요. 이곳은 밤의 생활과 는 어울리지 않는 장소입니다." "큭…! 네, 네 녀석…이런 짓을 하고도…살아남을 것…같나!" "말스 왕국같은 소국의 왕세자에게 죽을 마음은 없습니다." "뭐, 뭐라고! 네 놈의 목을 여기서 당장에 쳐버리겠다!" 토벤토의 준수한 얼굴이 일그러졌다. 하지만 휀의 차가운 얼굴은 변하지 않았다. "닥치십시오." "컥!" 휀의 부츠가 장소를 옮겨 토벤토의 목을 내리눌렀다. 호흡곤란으로 얼굴이 파래지 는 토벤토를 향해 그는 말했다. "클라리스 공주님과의 약혼식은 그리 신경쓰지 마십시오. 없었던 일이 될 테니 말 입니다." "…!" 휀은 손가락을 퉁겼다. 근처에 미리 대기하고 있던 근위병들이 그 신호를 듣고 달 려왔다. 근위병들은 휀의 발 밑에서 꿈틀대는 이국(異國)의 왕세자를 보고 움찔했 지만 휀의 명령은 성왕의 명령 다음으로 절대적이었기에 그들은 아무 말 없이 차 려 자세를 취했다. "부르셨습니까!" "토벤토 왕세자를 성 밖에 모셔드리도록." "예!" 휀에게서 벗어난 토벤토는 밀려오는 치욕감에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휀은 가볍 게 발길을 돌리며 추가로 말했다. "성 경비대장에게 말해라. 또다시 쥐가 침입하면 목이 온전치 않을 거라고." "아…예!" 근위병과 토벤토는 천천히 사라졌다. 휀은 자신의 머리를 쓸며 왕의 방으로 향했 다. ※※※ 약혼식 취소. 말스 왕국에서 온 토벤토 왕세자 측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전날도 아닌 새벽 에 이런 중요한 행사가 취소된 경우는 그들로선 듣도 보도 못한 일이었다. "그 금발 녀석 때문이야!" 토벤토 왕세자는 분을 실어 책상을 내리쳤다. 하지만 그 손은 곧 주인의 목으로 향 했다. "세, 세자저하, 목을 다치셨습니까?" "신경쓸 것 없소. 그런데, 취소 이유가 도대체 뭐요? 꾸며진 이유라도 있을 것 아 니오?" 그의 측근이 쓰디쓴 표정으로 대답했다. "…가이라스 왕국의 길트 왕자를 들먹이더군요." "…길트? 얼간이 길트 녀석 말인가?" "예. 결혼은 중요한 일이기 때문에 잘 선택해야 한다며…완전한 판단이 설 때까지 약혼식은 보류하겠다고 했습니다. 보류라 했으니 우리로선 안심해도 되지만 왕자님 과 길트 왕자를 비교하겠다는 건 이 미천한 몸도 납득할 수 없군요." 토벤토는 엄지의 끝을 물며 고개를 저었다. 가이라스 왕국의 길트 디모트 알렉세이 왕자. 토벤토와 그는 가이라스 유학시절 같이 공부한 사이였다. 검술면에서, 학술 면에서 훨씬 뛰어난 쪽은 토벤토였지만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 쪽은 언제나 길트였 기에 토벤토로선 그가 마음에 들 리 없었다. "…녀석, 끝까지 날 방해하는군. 도대체 녀석이 뭐길래 이러는 거지! 나보다 조금 더 잘생긴 것 뿐이잖아!" 토벤토의 불만은 점점 더 심화되었다. .............................. . . . . . . . "약혼식이…취소되었군요." 왕궁 내 정원. 그곳의 벤치에 앉은 클라리스는 잔잔한 아쉬움을 흘렸다. 그녀의 옆 에 선 휀은 조용히 물었다. "아쉬우십니까." "…예. 조금…아주 조금이요." "…." "…왜냐고 물어주지 않으시겠나요?" 휀은 말 없이 그녀를 돌아보았다. 쓸쓸히 웃는 그녀를 보며 휀은 조용히 담배를 물 었다. "아바마마와 어마마마의 미소를 보고싶으셨겠죠. 공주님께선." "……." 정곡을 찔린 클라리스는 고개를 숙였다. 그녀의 백발이 아래로 흘러내렸다. 그때, 휀이 말을 이었다. "약혼식 때, 그리고 결혼식 때 성왕마마와 왕비마마께선 분명 웃으실 겁니다. 그러 나 그 후, 당신께서 행복하시지 않다면 두분의 눈에선 눈물이 흐를 것입니다. 당장 의 기쁨보다는 이후 내내 흐를 미소가 더 보기 좋을 겁니다. 기다리십시오." 클라리스는 묵묵히 휀을 바라봤다. 그리고, 웃으며 말했다. "…휀 님은 저에게 상당히 신경을 써 주시는군요." "임시 재상 겸 근위대 대장의 임무를 수행하는 것 뿐입니다." "…예." 그랬다. 부드럽고 따뜻함이란 눈으로 찾을 수 없었다. 하지만 클라리스는 알고 있 었다. 휀의 진짜 모습은 마음으로만 느낄 수 있다는 사실을…. "공주마마, 왕비님께서 급히 찾으시옵니다." 궁인 한명이 총총히 달려왔다. 클라리스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예, 알겠습니다. 그럼 휀 님, 전 이만…." "왕비님의 방까지 모시겠습니다." "…예." 클라리스와 휀은 천천히 정원을 빠져나갔다. 왕비의 방에선 시끄러운 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문 밖에 선 궁인들마저 그 소리에 인상을 찡그렸다. 그 소리의 주인공은 다름아닌 토벤토였다. "이러실 수는 없습니다! 어떻게 행사날 새벽에 행사를 취소할 수 있는 겁니까!" "진정하고 들어주세요 토벤토 왕자. 성왕께서도 생각이 있으셨겠죠." 왕비는 토벤토를 달래기 위해 무진 노력했다. 그러나 토벤토의 목소리는 더욱 커졌 다. "그래도 이건 원칙에 어긋나는 일입니다! 어제 이맘때 약혼을 취소하겠다 하셨으면 제가 아무 말도 안했을 겁니다! 하지만 새벽이라뇨!" "…알았으니 진정하고 앉으세요." "진정할 일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왕비는 할 말을 잃은 듯 눈을 감았다. 물론 반박의 여지를 찾을 수 없어서가 아니 다. 화가 난 나머지 그런 것이었다. "마마, 공주님께서 도착하셨습니다." "…아아, 모시거라." 방 문이 열렸다. 그리고 클라리스가 안으로 들어왔다. 그녀가 왔다는 것에 토벤토 는 씨익 웃으며 뒷쪽을 바라봤다. 눈처럼 하얀 백발에 하얀 눈동자. 하얀 피부. 그 리고 다른 사람보다 유난히 붉은 입술. 토벤토는 자신이 왜 저 모습을 새벽에 보지 못했을까 내심 아쉬워했다. "하핫, 어서 오시오 내 사랑…윽!" 토벤토의 웃음은 이내 사라졌다. 뒤따라 들어온 휀의 모습을 본 직후였다. "너, 너는…!" "……." 휀은 말 없이 토벤토에게 다가왔다. 토벤토는 이를 물며 왕비쪽으로 돌아섰다. "저, 저 자는 밖으로 내 보내 주십시오.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예? 아니, 재상이 왜…." "하여튼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그러니 어서…크윽!" 순간, 휀의 부츠 끝이 토벤토의 종아리에 박혔다. 토밴토는 갑작스런 충격을 이기 지 못하고 무릎을 꿇게 되었다. "소국의 왕세자께서 대국의 왕비마마 앞에 고개를 들고 서 있는 모습은 예의에 어 긋납니다. 그대로 계셔 주십시오 왕세자." 휀은 차갑게 내 뱉은 후 클라리스 뒷쪽에 섰다. "…크으윽…!" 토벤토는 일어나려 했으나 다리가 움직이지 않았다. 마치 마비가 된 듯, 근육에도 힘이 안 들어갔다. 왕비는 내심 통쾌함을 느끼며 토벤토에게 말했다. "그럼, 공주의 말을 들어봅시다. 토벤토 왕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