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境界式 ◇    평소와 아무 것도 바뀌지 않은, 바뀔 리 없는 병실의 침대 위에서, 그녀는 쇠약해진 몸을 꿈틀하고 떨었다.    면회인 따위가 올리 없는 문이 열린다.    발소리도 내지 않고, 그러나 더 이상 없을 정도의 존재감을 가지고, 그 인물은 찾아왔다.    방문자는 남성이었다. 장신에, 떡 벌어진 체격을 하고 있다. 그 표정은 험상궂고, 영원히 풀 수 없는 명제에 도전하는 학자처럼 어두웠다.    아마도───그것이 이 인물의 변하지 않는 얼굴인 것이겠지.    남자는 침대 곁까지 다가와서는, 험상 궃고 엄숙한 눈길로 그녀를 응시한다.    그, 무서울 정도의 폐쇄감.    병실이 진공이 된 것은 아닐까, 하고 착각할 정도의 속박.    죽음이 아니라 잠시동안의 삶(生)만을 두려워하는 그녀조차, 이 인물에게서 죽음으로의 동경을 느껴버릴 정도로. 「네가 후죠우 키리에인가」    무거운 목소리는, 역시 어딘가 고뇌의 울림이 있었다.    그녀──후죠오 키리에는 시력이 없는 눈동자로 남자에게 대답한다. 「당신이, 아버지의 친구인가요」    남자는 끄덕이지도 않았지만, 후죠오 키리에에게는 확신이 있었다. 가족이 없는 자신에게, 계속 진료비를 대주고 있었던 것은 이 사람이 틀림없다, 라고. 「무엇을 하려 왔나요? 저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데」    떨면서 키리에는 말한다. 남자는 눈썹조차 움직이지 않는다. 「네 소원을 들어주러 왔다. 자유로워지는 또 하나의 몸, 가지고 싶지 않은가?」    그, 아주 현실성에서 동떨어진 말에는 마력이 깃들어 있었다. 적어도, 후죠우 키리에에겐 그렇게 느껴졌다.    왜냐면. 아무런 저항도 없이, 이 남자에게는 그것이 가능하다고 받아들여버렸기 때문에.    잠시 동안의 침묵 뒤에, 목을 떨면서 그녀는 끄덕였다.    남자는 고개를 끄덕인다. 그 오른손이 올라간다.    키리에의 오랜 꿈과,    영원히 계속되는 악몽을 함께 수여한다.    하지만 그 전에───그녀는 한가지 물었다. 「당신, 누구죠?」라고.    그 질문에, 남자는 보잘 것 없는 질문이라는 투로 대답했다. ◇    폐허가 된 지하의 술집에서 해방되어, 그녀는 위태로운 걸음걸이로 귀로에 접어들었다.    호흡의 리듬이 이상해서, 현기증이 난다.    무언가에 의지하지 않으면, 제대로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아마도, 원인은 방금 전의 흉폭한 짓 때문이겠지. 언제나처럼 그녀를 능욕하려고 하던 다섯 명의 소년 중 하나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 그녀의 등을 야구배트로 후려친 것이다.    아픔은 없었다. 아니, 원래부터 그녀에게 아픔은 없었다.    그저, 무거워서. 등 뒤에서 치밀어 오르는 오한이 그녀의 얼굴을 고민(苦悶)시키고, 등을 맞았다고 하는 사실이 그녀의 마음을 일그러뜨려서.    그래도 눈물은 나오지 않고, 그녀는 소년들에 의한 능욕의 시간을 견디고, 이렇게 학생 기숙사로 돌아가려고 하고 있다.    하지만, 오늘은 그 길이 끝없이 멀었다.    제대로 몸이 움직여주지 않는다.    문득 쇼윈도를 보고서, 자신의 안색이 창백해져있는 것을 알았다.    아픔이 없는 그녀는, 어떤 상처를 입고 있다 해도 그것이 무엇인지 알 수 없다. 등을 얻어맞은 일도, 단지 그것뿐인 사실이다. 그 사실에 의해 등뼈가 부러졌다는 것도 알아차리지 못한다.    그런 그녀도, 지금의 자신의 신체가 아주 괴로워하고 있다는 것만은 알아차렸다.    병원에는 갈 수 없다. 부모님 몰라 다니고 있던 마을 의원은 너무 멀고, 전화로 부르려 해도 어째서 이런 상처를 입었냐고 질문을 받아버리겠지. 거짓말에 서투른 나는 의사의 추궁을 잘 얼버무릴 자신은 없었다. 「───어떻하지. 나, 어떻하지───」    숨을 헐떡이면서, 그녀는 지면에 쓰러진다.    그것을───굵은, 남자의 팔뚝이 멈추게 했다.    놀란 그녀는 얼굴을 든다. 그곳에 있는 것은, 험상궂은 표정을 한 남성이었다. 「네가 아사가미 후지노인가」    남자의 목소리는 부정을 허락지 않는다.    그녀───아사가미 후지노는 전신이 얼어붙는 듯한 경외를, 이 때 처음으로 체험했다. 「등뼈에 균열이 있다. 이대로는 집에 돌아갈 수 없어」    집에 돌아갈 수 없다, 란 단어가 마술 같은 선명함으로 후지노의 의식을 속박한다.    그것은, 싫다. 집──기숙사에 돌아갈 수 없는 것은 싫다. 지금은 그 곳 만이, 아사가미 후지노가 쉴 수 있는 장소니까.    도움을 청하는 눈동자로, 후지노는 남자를 올려다보았다.    남자는 여름인데도 코트 같은 겉옷을 입고 있었다.    겉옷도 옷도. 전부 흑색.    펄럭이는 망토 같은 겉옷과 남자의 엄숙한 눈빛은, 어쩐지───후지노에게 절의 스님을 연상시켰다. 「낫고 싶은가」    최면술 같은 마력을 띈 목소리가 난다.    후지노는, 자신이 끄덕이고 있다는 사실조차 알아차리지 못했다. 「승낙했다. 너의 몸의 이상을 치료하도록 하지」    표정을 바꾸지 않고, 남자는 오른손을 후지노의 등에 댄다.    하지만 그 전에───그녀는 한 가지 물었다. 「당신은, 누구죠……?」라고.    그 질문에, 남자는 보잘 것 없는 질문이라는 투로 대답했다. ◇    하지만, 그 전에───그는 한가지 물었다. 「당신, 누구야」라고.    검은 외투의 남자는, 눈썹하나 찡그리지 않고 대답한다. 「마술사────아라야 소우렌(荒耶宗蓮)」    말은 신탁(信託)처럼, 짓누르듯 무겁게 골목 안에 울려 퍼졌다. [ Before | Top | Next ] [MA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