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    어쨌든, 누군가를 때려보자.    상대는 누구라도 상관없다. 될 수 있으면 별로 죄악감이 들지 않는 녀석이 좋겠지.    장소는 사람 눈에 띄지 않는 곳. 내신에 반영되는 것은 피하고 싶고, 나는 남의 이목을 끄는 짓에 익숙하지 않으니까.    일주일정도 궁리한 끝에, 상대와 장소를 결정했다.    상대는 같은 학교의 하급생. 이전에 한번 복도에서 나를 노려본 적이 있었던 금발의 남학생이다.    장소는 그가 드나들고 있는 게임센터에서 가까운 곳으로 정했다. 그 녀석은 일주일에 한번 꼴로, 얼굴 모르는 손님을 붙잡고 폭력을 휘두른다. 게임의 승패에 화가 나서, 자신을 지게 만든 녀석을 때리는 것이다.    물론 게임센터 안에서 그런 짓을 하지는 않는다. 교활한 그 녀석은 손님이 밖으로 나가는 순간에 말을 걸고, 억지로 골목길 안으로 데리고 들어가서 굴욕을 해소했다.    남의 눈에 띄지 않는 폭력이기 때문에, 그는 죄가 물어지지 않는다.    그것은, 이쪽으로서도 안성맞춤인 조건이었다. ◇ 『───약한 사람은 싫어요』    용기를 내서 고백했을 때,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 떠나갔다.    분명히, 나는 태어나서 한번도 싸움이란 것을 한 적이 없다.    흥미가 없었던 것뿐이라고 하면 거기서 끝이지만, 실제로 어떤 문제로 누군가와 치고 박게 될 정도로 싸울 용기나 주장이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나는 약한 사람인 거겠지.    그 약함을 떨쳐버리기 위해서는, 누군가를 때려볼 수밖에 없다. 그것이 제일 손쉽고 빠른 강함의 증명이고, 무엇보다 『사람을 때린다』라는 행위에 흥미도 있었다. 17년 동안 살아오면서, 해보지 않은 일은 이제 그것 정도밖에 남아있지 않았으니까. ◇    그렇게, 나는 그를 유인해 냈다.    밤에 게임센터에 가서 몇 번이고 몇 번이고 게임으로 그를 지게 만들었다.    자리를 뜨자, 그는 이쪽을 노려보면서 골목길로 잡아끌고 갔다. 지금까지는 해가 없는 대화를 해서 유인해내는 패턴이었는데, 이번에는 대화가 없다. 상당히 화가 나있는 것 같다.    ……안심한다. 그가 평소에 누군가를 때리고 있는 것은 사실이었지만, 그래도 자신이 폭력을 휘두르는 것에 죄악감은 있었던 거다.    하지만, 그것도 이것으로 사라졌다. 그가 나를 때릴 생각이라면, 이쪽이 때리더라도 거기에 죄라던가 벌이라던가 어느 쪽이 나쁜가 하는 것은 존재하지 않게 될 테니까.    그는 나의 팔을 잡아끄는 채로 성큼성큼 골목 안으로 나아간다.    「어이」, 하고 부르자 그는 뒤를 돌아본다.    그전에, 나는 그의 머리를 때리고 있었다.    털썩, 하는 소리가 나고, 그는 지면에 쓰러졌다.    힘없이, 그대로 풀썩 쓰러지는 모습은 인형처럼 보였다. 쓰러진 그는, 머리에서 피를 줄줄 흘리며 움직이지 않게 되어버렸다. 「────에?」    믿을 수 없다.    단 한번, 손바닥에 쥐어질 정도의 각목으로 때린 것만으로 그는 어이없이 죽어버렸다. 「────뭐야, 이건」    나도 모르게, 그런 불평을 토해내 버렸다.    하지만 그렇잖아? 이건 정말 사고다.    악의도 살의도 존재하지 않는 살인사건. 나는 그런 일을 저지를 생각이 없었는데. 「────몰랐어」    그래, 몰랐다. 인간이란 것이, 이렇게나 약해서 간단하게 죽어버리는 것이었다니.    그렇지만 이것은 그들도 아무렇지도 않게 저지르던 짓이었는데, 어째서 나만이 사람을 죽여 버렸던 걸까?    언제나 무차별로 폭력을 휘두르는 그들과, 이번에만 폭력을 휘두른 나.    그런데도, 사람을 죽인 것은 나뿐이라는 건가.    모르겠다.    내가 불운한 것일까. 아니면 그들은 언제나 행운인 것일까.    때린 상대가 죽은 것은, 단순히 어느 쪽의 운이 나빴기 때문인 것일까.    모르겠다.    모르겠다.    모르겠다.    그 차이도, 이 뒤에 기다리고 있는 나의 장래도, 그를 죽여 버렸던 죄의 유무도, 이제부터 어떻게 해야 좋을까 하는 단순한 일 조차도.    하지만, 사실은 이해하고 있다.    사람을 죽인 사람은, 살인자로서 경찰에 붙잡힌다는 상식 정도는.    그래. 나 자신에게 아무런 죄가 없다고 하더라도. 「───안돼. 난 나쁘지 않아. 나쁘지 않으니까 경찰에 붙잡히는 건 잘못된 일이야」    아아, 그 이론에 틀린 점은 없다.    그러니 그것을 위해, 이 살인을 은폐하지 않으면 안 된다.    다행히 목격자는 없다. 이 사체를 숨기면 그것만으로 나의 일상은 원래대로 돌아와 주겠지.    하지만, 어떻게?    파묻을 장소 따위는 없고, 소각해도 곧 꼬리가 잡힌다. 이 현대사회에 있어서, 완전한 사체의 처리는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것이다.    젠장, 하다못해 여기가 숲이나 산이었다면, 동물들이 마구 뜯어먹어 줄 텐데─────    그냥, 자연스럽게 다 먹어치운다…………? 「아, 그렇지. 먹어버리면 되잖아」    너무나 단순한 해답을 떠올리고, 나는 뛸 듯이 기뻤다. 오늘밤은 왜 이리 머리가 잘 돌아갈까. 그렇다. 그 방법이라면 사체 자체의 소거 같은 것은 간단하지 않은가!    하지만 어떻게? 결국, 고기로서는 너무 크다. 내일아침까지 이 만큼의 고기를 혼자서 먹어치우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하다못해 피를 마셔보자.    머리의 상처에 입을 대고, 흐르는 피를 마셔보았다.    끈적이는 액체가 목구멍에 달라붙는다.    한동안 그렇게 하고 있다가, 심하게 기침을 했다.    ……안되겠다. 도저히 마실 수 있는 게 아니다. 혈액이란 것은 목에 달라붙어서 물처럼 계속 삼켜지지가 않는다. 섣불리 계속하면 호흡할 수가 없어져서 이쪽이 죽어버릴 것 같다.    어쩌지, 어쩌지? 고기도 먹을 수 없고 피조차 마실 수 없다니……!    머리를 감싸 쥐고 따닥따닥 이빨이 부딪히는 소리를 낸다.    이제 나는 떨고 있을 수밖에 없다.    ……나는 사람을 죽여 버렸다.    ……나는 그것을 숨길 수조차 없다.    ……나는 사람을 죽여 버렸다.    ……나의 인생은 이 시점에서 끝나버렸다.    혼란스러워서, 이젠 출구조차 보이지 않았다. 「───어째서, 끝까지 계속 마시지 않는가」    그런 목소리가, 뒤쪽에서 들려왔다.    돌아보니, 검은 망토 같은 코트를 입은 남자가 있었다.    장신에 떡 벌어진 체격을 하고 있다. 무언가 고민하는 것이 있는 걸까, 표정은 엄숙하게 찌푸려져 있었다. 「인간으로서의 도덕에 속박되었나, 소년」    남자는 사체를 보고 있지 않다. 나만을 보고 있는 듯 했다. 「……도덕?」    그렇게 중얼거리고서, 생각했다.    그러고 보니───나는 어째서 먹는다는 걸 생각했던 걸까. 피를 마실 때도 혐오 따위는 느끼지 않았다. 흐물흐물하게 문드러진 상처에 입술을 대면서도 불쾌함을 느끼지 못했다니, 어떻게 되어버린 걸까 나는.    사람을 먹는다. 그것은 살인보다도 해서는 안 되는 일이 아니었던가? 아무리 흉악한 살인범이라도, 먹는 짓 따위는 하지 않는다. 그런 무서운 짓, 생각조차 할 수 없다.    ────왜냐면.    사람을 먹는 것은, 분명히 이상한 행동이었으니까. 「하지만……그렇게 하는 것이 자연스런 행동이라고 생각했어」 「그런가. 그것은 네가 특별하다는 것이다.    살인이라는 극한상태에서 고른 선택에는 불필요한 것이 없다. 대부분의 인격은 그 시점에서 스스로의 죄로부터 도망친다. 그렇지만 너는, 너밖에 할 수 없는 방법으로 그것에 맞섰다. 설령 그것이 상식이라는 범위에서 “부서져있는” 방법이라고 해도, 그것을 잘못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검은 남자는 한발 짝 나에게 다가왔다.    어째서일까.    나는 살인현장을 들켰다는 공포보다, 무언가 특별한 것으로서 선택되어있는 듯한 고양감(高揚感)을 느끼고 있다. 「───나는, 특별하다고?」 「그렇다. 너는 이미 상식에 부재(不在)하고 있다. 상식이란 세계에 있어서, 이상자(異常者)는 죄에는 사로잡히지 않는다. 이상자가 이상(異常)을 행하는 것은 당연하고, 거기에 상식이라고 하는 선악의 잣대가 없기 때문이다」    남자는 더욱 다가와서, 나의 얼굴에 손을 대었다.    이상자(異常者). 광인(狂人). 변질자(變質者). 부재(不在).    나는 그런 놈들이 아니다. 그런 빗나가버린 자들이 아니다.    하지만───확실히 미쳐있다면.    사람을 죽여 버렸다고 해도,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닌 것일까? 「나는 이상, 해……정상이, 아냐」    남자는 말없이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다, 너는 정상이 아니다.    부서져 있는 거겠지? 그렇다면───」         완전히, 부서져버려라.    남자의 목소리는 기분 좋게 몸속으로 침투해간다.    아아, 그 말 대로다.    대체 어떻게 된 것일까. 그것을 받아들이는 것만으로, 몸의 떨림도 미래에 대한 두려움도, 모든 것이 기분 좋은 상쾌함으로 변해버렸다.    눈앞이 새하얘져서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    목은 바짝바짝 타 들어가고, 신음소리조차 나오지 않는다.    몸 안쪽부터 불에 타가는 듯한 고통은, 지금까지 시험해봤던 약들보다도 짜릿한 쾌감이었다.    그렇다, 이런 쾌감은 분명히 온몸의 정맥에 레몬스카치를 흘려 넣어도 다다를 수 없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남자에게 얼굴을 붙잡히면서 태어나서 처음으로 펑펑 울었다.    뜨거워서, 기뻐서, 소리치고 싶을 정도로 감동하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여기서 부서지기로 했다. ◇    한 시간에 걸쳐서, 소년은 인간의 사체를 먹었다.    도구는 사용하지 않았다. 단지 자신의 이빨과 턱만으로, 자기보다 큰 생물을 통 채로 다 먹었다.    인간의 고기는 맛있다고도, 맛없다고도 느끼지 않았다. 단지 씹어 으깨는 것에 체력을 사용했다는 것 뿐. 「───1시간인가. 우수하다」    검은 외투의 남자는, 소년의 식사를 지켜보며 말한다.    뒤돌아본 소년의 입은 붉은 피에 물들어있었다. 인간을 먹은 것 때문이 아니다. 고기를, 뼈를, 상관하지 않고 씹어 으깨려고 한 소년 자신의 턱뼈가 부서지고 살이 찢겨져버린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래도───소년은, 사체를 먹어 가는 것을 1초도 멈추려하지 않았다.    그 결과, 이 골목에서 사체는 흔적도 없이 사라져 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한계이기도 하다. 스스로의 기원을 자각한 것만으로는 그 정도다. 기원은, 각성시키지 않으면 형체를 이루지 못 한다」    남자의 목소리를 소년은 공허한 눈동자로 듣고 있었다. 「지금 이대로 라면 곧 상식에 얽매여 버리겠지. 너는 단순히 사람을 먹은 정신이상자로 취급되어, 그 인생을 끝마치는 것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건 네가 바라는 바가 아닐 터.    누구에게도 얽매이지 않는 초월자로서의 능력, 상궤(常軌)을 벗어난 생명으로서의 특별성────가지고 싶지는 않은가」    남자의 목소리는, 소리가 아니라 문자 같았다.    그것은 소년의 마비된 사고에 직접 새겨지는 듯한, 강한 암시가 담긴 저주의 말.    스스로의 피로 목을 적신 소년은, 구원의 신에게 기도하는 것처럼 끄덕하고 고개를 위아래로 흔들었다. 「승낙했다. 네가, 첫 번째다」    남자는 끄덕인다. 그 오른손이 올라간다.    그렇지만, 그 전에───그는 딱 한 가지 질문을 했다. 「당신, 누구야」, 라고.    검은 외투의 남자는, 눈썹하나 찡그리지 않고 대답한다. 「마술사───아라야 소우렌」    말은 신탁(信託)처럼, 짓누르듯 무겁게 골목 안에 울려 퍼졌다. ◇    마지막에, 마술사는 소년의 이름을 물었다.    소년은 자신의 이름을 말한다.    마술사는 엄숙한 표정을 유지한 채, 희미하게 웃었다. 「리오───아깝군. 한글자만 바꾸면 너는 사자(獅子)였을 텐데」    그것은 진실로 아쉬운 듯한, 음울함을 담은 웃음이었다. * 사자(獅子) :    말 그대로, 동물의 왕. 영어로 Lion이라고도 한다. 리오의 영어발음을 Lio로 해석한 듯. (키노코씨는 Rio라고 썼지만(...)) 다른 해석으로는, 레오(レオ, leo : 사자자리. 일반적으로 사자를 뜻한다)일지도 모른다. 이쪽이 더 의미에 부합되나? (한글자만 바꾸면, 이란 말에. リオ니까-_-;) [ Before | Top | Next ] [MAIN]